GJ부 9권 목차 12 부장의 포지션 18 암네지아의 바람1 24 암네지아의 바람2 30 암네지아의 바람3 36 암네지아의 바람4 42 암네지아의 바람5 48 슬슬 54 카레ㆍ라면 플래그 60 플래그 66 GJ부 부장이다 72 감기 도중 78 감기 84 키 비교 90 남자의 날 96 짠짜자자잔ㅡ! 102 성냥을 키는 소녀 108 고양이 귀 114 꺄ㅡ꺄ㅡ 120 라이트 유저 126 코타츠와 귤 132 이능학원G 138 브라더 콤플렉스 144 아야나미 150 대인기 156 빌리 등장 162 오레맨 최후의 싸움 168 비극 다시 174 협정 해제 180모리 씨의 재도전 186 타마의 날 192시온의 날 198 키라라의 날 204 메구미의 날 210 다가오는 졸업식 216 GJ부의 졸업식 222 다음 부장은…… 부장의 포지션 "야ㅡ . 메구, 홍차."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부장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렸다. 그녀는 손가락에 긴 컵을 빙글빙글 돌리며 메구미에게 홍차를 재촉ㅡ. "아, 네ㅡ." "야, 쿄로. 귤." 자기 손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부장 대신, 쿄야는 손을 뻗어 코타츠 위의 바구니에서 귤을 꺼냈다. 부장 앞에 덩그러니 놓았다. "저기, 시온 선배. 이런 걸 뭐라고 하죠?"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한다." "아. 그거 예요, 그거." 역시 박식함 시온 선배. 쿄야가 어떤 질문을 해도 바로 대답을 해준다. "그런데, 부장님." "왜." "왜 부장님은 오늘 계속 거기에 앉아 있는 거죠?" "안 되냐." "아니, 뭐 괜찮지만요." "그럼 가만히 있어. 어디에 앉건 내 마음이야. 아니면 뭐야? 여기는 네 자리라고 주장할 생각이냐? 이름이라도 써 뒀냐?" "아뇨, 제가 거기에 앉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예, 뭐. 가만히 있을게요." 쿄야는 침묵했다. 입을 닫고 눈앞에 있는 부장의 가르마를 바라보기만 했다. 부장이 앉아 있는 곳은 쿄야의 무릎 위였다. 다섯 명 이상이 코타츠에 앉을 때는 부장의 포지션이 쿄야의 무릎 위로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 이하의 인원수일 때는 부장은 보통 쿄야의 맞은편에 앉는다. 오늘은 둘밖에 없는데, 어째서인지 부장은 쿄야의 무릎 위.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역시 그건가ㅡ하고 생각했다. 어제 그런 일이 있었던 탓일까? 부장은 평소처럼 시간을 들여 찔끔찔끔 귤껍질을 까서는 한 조각씩 입에 넣고 있었다. 잠시 후에ㅡ. "나는 감시하고 있는 거야."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부장이 그렇게 대답했다. 아아, 역시. 쿄야는 납득했다. "내가 여기에 이렇게 앉아 있는 이상 네가 또 멋대로 머리를 부딪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머리를 부딪치기 이전에 일어나서 걸어 다닐 수도 없는데요." 쿄야는 말했다. 부장의 작은 엉덩이에 깔려 있는 탓에 쿄야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너는 둔한 녀석 이니까. 내가 이렇게 감시하지 않으면 또 축구골대에 머리를 부딪칠 거 아냐." "이 근처에 축구 골대는 없는 것 같은데요." "축구 골대는 없어도 옷장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칠지도 모르잖아." "옷장도 이 근처에는 없는 것 같은데요. 그리고 부딪치는 건 주로 새끼발가락일걸요." 뭐든지 있는 부실의 창고 공간을 아무리 찾아봐도 아마 옷장은 없을 것이다. "그럼. 으음, 그거다.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칠지도 모르니까." "아, 그건 큰일 날 것 같네요. 죽을지도~. ……아니, 두부 모서리는 어디서 나온 말이죠, 시온 선배?" "※라쿠고 중에서 '구멍 도둑'이라는 이야기 속에 그런 말이 나와." 역시 시온 선배는 믿음직스럽다. 상식 이외의 것이라면 뭐든지 알고 있다. "야." 부장이 귤을 조금씩 먹으며 말했다. "네." "아직도 머리 아프냐?" "네. 뭐, 조금……." 어제, 머리를 결국 두 번 정도 부딪쳤다. 축구 골대에 한 번, 벽기둥에 한 번. 그것 때문에 약간 이상한 체험을 해버렸다. ……는 것 같다. 부장이나 모두에게 굉장히 걱정을 끼쳐버렸다. ……는 것 같다. 그때의 일은 어쩐지 흐릿해서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픈 거 날아가라. 해줄까?" "아뇨, 괜찮아요." 걱정스러운 표정의 부장에게 웃는 얼굴로 대답하며ㅡ쿄야는 어제 일을 조금씩 떠올렸다. 캐릭터 프로필 [시노미야 코야] '싸우지 않고 주장하지 않는다'가 인생의 방침인 패배적 평화주의자. '쿄로' 라는 별명의 유래는 놀릴 때마다 두리번거렸기 때문. 그러나 2년에 걸쳐 부장이나 시온에게 단련된 결과, 최근에는 거의 당황하지 않게 되었다. GJ부 혼과 함께 간도 커져서, 이제는 몇 가지 변신 모드까지 갖추게 되었다. 부장 가로되, '하늘이여, 쿄로에게 시련을 부여하소서!' 수행의 완성도 가까워진 요즘이다. 암네지아의 바람 1 쿄야는 학교의 문화부 건물 안을 걷고 있었다. 오전에 있었던 체육 수업 중에 머리를 부딪쳐버려서 뒤통수가 아직도 좀 아팠다. 쿄야는 복도에 늘어선 문화부 부실을 '바로 하는 부' '온라인 게임 부' '종이접기 부' 순으로 지나쳤다. 그리고 복도 끝에 있는 'GJ부'의 문 앞에 멈췄다. 쿄야는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냈다. 펴서 자세히 보았다. 메모는 요코미조가 써준 것이었다. 거기에 'GJ부'라고 쓰여 있었다. 부실 문에 붙인 종이에도 커다랗게 'GJ부'라고 쓰여 있는 것을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다. "응. 여기가 틀림없……지?" 자신에게 확인하듯 목소리를 내서 그렇게 말해보았다. 요코미조는 같이 가주겠다고 말했지만.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창피해서 거절했다. 하지만 같이 오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노크를 해볼 용기가 도무지 생기지를 않았다. "뭐야. 거기 누구 있냐?" 문 저편에서 목소리가 들리더니ㅡ 문이 드륵 열렸다. 아무도 없다. 그런 줄 알았더니ㅡ. 그것은 바로 앞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눈길을 상당히 밑으로 향해 보니, 별나게 키가 작은 소녀가 서 있었던 것이다. "뭐야. 쿄로냐. 너, 뭐 하고 있는 거야. ㅡ그런 곳에서?" 소녀는 쿄야를 그 자리에 남겨 두고 부실 안으로 총총 들어가 버렸다. 쿄야가 이 부실을 방문하는 것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태도였다. 역시ㅡ. 요코미조가 했던 말은 정말이었다. 틀림없는 모양이다. 믿을 수 없지만. "야. 뭐 하고 있어, 쿄료. 빨리 들어와. 열어 두면 춥잖아." "아……, 네." 쿄야는 두리번거리며 문을 닫고 부실에 들어갔다. 부실 안에 있는 부원은 방금 전의 작은 여자애를 포함해ㅡ다섯 명 정도였다. 전원이 여자. 게다가 어쩐지 모두들 제법 미소녀에 미녀들뿐이었다. 실내화의 색깔을 보아하니, 3학년부터 1학년까지 다 섞여 있는 것 같았다. 멍하니 서 있는 것도 바보 같았다. 하얀 테이블 앞의 의자가 비어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 앉았다. 앉자마자, 가슴이 큰 2학년 여학생이 방긋방긋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접근했다. 그녀는 티포트를 들고 있었다. "자. 시노미야 군, 홍차예요. 오늘은 얼 그레이부터 줄게요ㅡ." "아, 네. ……고, 고마워요." 자리 앞에 홍차를 내려놓자, 쿄야는 몸 둘 바를 몰랐다. 신이 나서 홍차를 따라주는 그녀의 옆얼굴을 보다 보니ㅡ. 옆 반에서 본 적이 있는 여자애라는 것을 겨우 눈치 챘다. 이름은……. 이름은……. 아마 천사라던가, 그런 이름이었다. "저기, 천사 씨는ㅡ." 쿄야는 겨우 대화의 실마리를 찾았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말을 걸어보았다. "네?" "우리 반의 신죠 히카리를 만나러 종종 오곤 했죠." "저기……." 천사 씨는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죄송해요. 이름이 틀렸나요?" "저기, 제 성은, '천사(천사)'라고 쓰지만 '아마츠카'라고 읽는데요……?" "엣? 앗? 미안해요. 죄송합니다. 저기……. 그럼 저기……, 아마츠카 씨?" "뭐야, 쿄로. 지금 그게 새로운 놀이냐? 어떤 규칙인데?" 코타츠에 앉아 있던 작은 소녀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네? 아니, 저기, 그게……." "ㅡ그럼, 시이. 넌 '황(황)' 씨다." "그것 말고도 '오'라든가 '키미'라고도 읽지만." 구식 컴퓨터 앞에 앉은 긴 머리의 여학생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이 사람도 어렴풋하게 본 기억이 있다. 아마 3학년이고, '천재'라고 명성이 자자한 여학생이다. 곧 다가오는 대학입시에서도 동경대 합격은 100퍼센트 확실할 거라는 사람. 의자 위에서 쿄야가 황송해서 어쩔 줄 모르자ㅡ. 소파 쪽에서 누군가 스윽 일어났다. 여자애치고는 꽤 덩치가 크다. 신장이 180센티미터는 될 것 같은 여학생이 발소리도 내지 않고 고양이처럼 다가왔다. 그녀는 쿄야의 앞에 서더니, 가만히 쿄야의 눈을 정면에서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또 한 명. 코타츠에 들어가 있던 트윈 테일의 하급생도 수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쿄야 앞까지 다가왔다. 커다란 쪽과 작은 쪽. 쿄야는 가만히 자신을 관찰하는 두 소녀 때문에 뻣뻣하게 긴장했다. 이윽고 작은 쪽이ㅡ 쿄야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입을 열었다. "이 녀석, 가짜예요." 캐릭터 프로필 [칸나즈키 타마키] 애칭은 '타마'. GJ부 유일한 1학년. 깍두기 취급이었지만, 이 1년간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 GJ부 정부원의 자격을 이미 갖추었다. 여동생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실은 실제 가정에서 완전 누나. 밑에 남동생여동생남동생여동생. 이렇게 네 명이나 있다. 무려 다섯 형제자매의 장녀다. 부실에 있으면 편해요ㅡ. 여동생 기분 만끽이에요ㅡ. 암네지아의 바람 2 "오전에 있었던 체육 시간에 머리를 부딪쳤대요." 테이블 앞에 앉은 쿄야는 다섯 명을 앞에 두고 그렇게 설명했다. "요코미조 말로는 ㅡ. 축구를 하다가 골대에 뒤통수를 부딪쳤다고 하는데요. 전혀 기억이 안 나요." "뇌진탕에 의한 기억상실 같군." 흑발의 천재 소녀가 그렇게 말했다. 아마도 이름은 스메라기 시온 씨. "조금 아프긴 하지만 딱히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지만 요코미조가ㅡ아, 요코미조는 반 친구인데요. 그 녀석 말로는 뭔가 이상하대요." "어떻게 이상한데?" 스메라기 씨가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상식적인 사람이 한 명 있어서 다행이다. 작고 무서운 느낌의 소녀는 아까부터 물어뜯을 듯한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었고……. 아까 '가짜' 라고 말한 하급생과 가장 커다란 누나는 거리를 두고 수상하다는 듯 가만히 지켜보고 있고……. 쿄야 입장에서는 완전히 가시방석이었다. "학교에 대해서도 친구에 대해서도 전부 기억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요코미조 말로는 한 가지 완전히 잊고 있는 게 있다고……." "그 잊고 있는 게 뭔데?" "네. 이 지제이 부라는 동아리에 대해서―." "굿잡 부야!!" 작은 여자애가 이를 드러내며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읽을 수가 없어서. 아니, 읽는 법을 써주지 않으면 보통 그렇게 읽잖아요." "읽어!!" "뭔지는 모르겠지만 죄송해요." 쿄야는 작은 여자애의 박력에 압도되어 반사적으로 사과하고 말았다. 어쩐지 무거운 공기가 부실 안을 감돌았다. 숨을 쉬는 것도 힘들 정도였다. "아무튼 전 이 굿잡 부에 대해서만 전혀 기억을 못해요……." 쿄야는 부실 안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보았다. "저기. 저……, 정말로 여기에 왔었나요?" "왔었어. 매일. 요 2년 동안 계속." 작은 여자아이가 토라진 듯 작게 말했다. 2년 동안이나 있었다니……. 역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뭔데?" "이 동아리는 도대체 뭘 하는 곳이죠?" "너ㅡ 굉장히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엣? 어, 그거, 물어보면 안 되는 거였나요." "너. ㅡ정말로 기억상실이냐?" "정말로 기억상실이에요. 이 동아리에 대해 기억을 못하는 건 정말입니다." 쿄야는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고 '기억상실' 이라고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ㅡ. 쿄야 자신이 느끼기에는 '기억이 안 난다' 라기보다는, 요코미조랑 이 동아리 사람들이 장난을 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 작은 여자애가 정말로 걱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니, 어쩐지 정말로 있었던 일 같고……. "그런데 기본적인 걸 질문해도 될까요?" "뭔데?" 쿄야는 아까부터 계~속 신경 쓰였던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어째서 초등학생 여자애가 고등학교에 있죠?" "캬악ㅡ!" 덥석. 소녀는 갑자기 물어뜯었다. "와! 와ㅡ! 와ㅡ! 물었어! 물었어요! 어째서! 어재서 무는 겁니까?!" 쿄야는 갑자기 손을 물려 깜짝 놀랐다.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찌만 심장이 벌렁거릴 정도로 깜짝 놀랐다. 어째서 무는 거지?! 이 생물은?! "저기. 그럼, 으음." 손등에 확연히 남은 잇자국을 쓰다듬으며 쿄야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제가 이 동아리에 있었던 것은 ……. 뭐, 이해한 건 아니지만 알겠습니다." "어쩐지 이도 저도 아닌 말투군." 여자애는 중얼거렸다. 쿄야 입장에서는 실제로 이도 저도 아니었지만……. "저기, 그럼……. 이번에는 다른 걸 물어봐도 되나요?" "뭔데?" 쿄야는 부실에 있는 다섯 소녀를 빙글 둘러보았다. "여러분 중에서ㅡ 도대체 누가 제 '여자 친구' 인가요?" 캐릭터 프로필 [키라라 번슈타인] 느긋하게 냠냠. 항상 고기를 먹고 있는 누나. 어렸을 때 동물, 혹은 이 종족이 키워줬다는 소문이 있음.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 진상은 불명. 하지만 그 때문인지, 인간이 잃어버린 야성의 초감각과 힘을 갖고 있다. 캐나다 출신으로 추위에 익숙함. 한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다닐 수 있는 사람. 하지만 따뜻한 것도 좋아함. 키라라. 코타츠. 좋아해. 암네지아의 바람 3 부실 안의 혼란이 진정될 때까지는 잠시 시간이 필요했다. 쿄야의 '누가 제 여자 친구인가요?' 라는 질문을 듣고ㅡ. 꺄아ㅡ. 히잉. 꺅꺅. 우와와와ㅡ. 나무아비타불나무아비타불. 각자 다양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 대혼란이 수습들 때까지는 약 몇 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어쩐지 죄송합니다. 격렬하게 죄송합니다." 울먹이거나 화를 내거나 당황하거나 신이 나거나, 영문을 알 수 없는 반응을 보이는 소녀들에게 쿄야는 그저 사과를 계속했다. "ㅡ저기. 저, 이렇게 여자들만 있는 동아리에 있다고 들었으니까요. 그만 오해해 버렸어요. 이 중에서 누군가 제 여자 친구 였을까ㅡ, 그런 건가ㅡ하고. 저 같은 게 여자 친구가 있는 것 말고 다른 이유로 이렇게 여자들만 있는 동아리에 있을 이유가 도저히 생각 안 났거든요." "바, 바, 바, 바보! 창피한 줄을 알아야지!" "네. 죄송합니다." "쿄, 쿄, 쿄, 쿄로 주제에 건방지게!" "네. 면목 없습니다." 화를 내는 것 같기도 하고 당황한 것 같기도 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작은 소녀. 쿄야는 그녀에게 머리를 숙이며 정중하게 사과했다. 실내화 색깔이 증명하듯 그녀는 정말로 3학년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으로 보이지만 엄연한 고등학교 3학년. 게다가 이 정체불명 'GJ부' 의 부장님이라고 한다. "괘씸해!" 그녀는 다시 갑자기 소리치기 시작했다. 분노, 혹은 당혹감이 진정되지 않는 모양이다. "하, 하, 하, 할 소리가 없어서! 여, 여, 여, 여자 친구라고! 뭐, 뭐, 뭐, 뭐야, 너. 지금 해보겠다는 거냐! 해보자고! 해보자 고오!" "아뇨. 죄송하다니까요." 말은 용감하지만, 몸은 전혀 반대였다. 의자 위에 팔다리를 모으고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의 알 수 없는 그 반응은 작은 치와와가 겁을 먹었을 때랑 똑같았다. 깽깽 짖고는 있지만 엉덩이는 뒤로 빼고 있는 느낌. 쿄야는 그저 사과를 할 뿐이었다. 그렇게 굉장한 말을 해버린 것일까? ㅡ그런 생각도 했지만. 어쩐지 모두의 반응을 보니, 핵폭탄 급의 한마디를 던져버린 거 같았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ㅡ부장님." "너ㅡ?! 기억이 돌아왔냐!" "아, 아뇨ㅡ. 부장님이라고 부르면 되는 거죠? 아닌가요?" "그ㅡ! 그래! 내가 부장님이야!" 역시 부장님이 맞는 것 같았다. "정신 차려! 쿄로!" "네에……." "머리를 부딪쳐서 기억상실이라니! 만화 같은 짓 하지 말고!" "네에……" "애매한 대꾸만 하지 마! 바보! 바보 쿄로!" 맞장구도 못 치게 한다. 어쩐지 억지로 혼을 내는 것 같지만. 이것이 이 사람 나름대로의 대화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을 잃기 전의 자신은 이 사람과 잘 지냈던 것일까? 스스로도 제법 요령이 좋다는 자신은 있다. 그러니 분명 잘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 사람과 같이 있으면 분명 매일이 굉장히 즐겁지 않을까. 적어도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저기……, 아까부터 신경 쓰였는데요. '쿄로' 라는 게 제 이름인가요?" "너ㅡ 그런 것까지 잊어버린 거냐!" "아뇨, 그러니까 그런 일이 있었던 것도 전혀 기억이 없어서……." "쿄로, 바보!" 여자애ㅡ 부장은 그렇게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사과하려고 말을 걸었지만, 작은 소녀는 고개를 획 돌려버렸다. 사과할 기회도 놓쳐버렸다. 쿄야는 어찌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캐릭터 프로필 [아마츠카 마오] 이상한 소리를 하거나 이상한 걸 좋아하거나. 굉장히 특이한 GJ부의 부장. 쿄로를 훌륭한 GJ부 전사로 키우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나날을 바쁘게 보내고 있다. 듬직하게 성장하고 있는 쿄로에게 응석을 부리는 광경도 많아졌다. 그러고 보니 요즘 안 물었네ㅡ. 쳇, 안 되겠어ㅡ. 암네지아의 바람 4 "시노미야 군……. 홍차예요. ……드세요?" "아, 응 고마워……." 티 포트를 손에 든 소녀ㅡ 옆 반의 아마츠카가 어색한 미소로 서 있었다. 아까 받은 첫 번째 잔은 거의 손도 대지 않았는데 완전히 식어버렸다. 서둘러 입에 털어 넣고 컵을 비웠다. 그녀는 빈 잔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붉은 액체를 부어주었다. "시노미야 군……이 아니라……. 쿄야 군이 좋아하는 닐기리예요." "아, 응. ……그렇구나." 자신이 홍차를 즐기다니,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다. 홍차 같은 건 집에서 전혀 마시지 않는데. "고마워. 저기……. 메구미라고……. 부르면 되는 거지?" 쿄야는 기억 속에서 간신히 이름을 찾아내서 말했다. "네! 메구미예요!" 그녀는 이제야 밝아진 얼굴로 힘차게 끄덕였다. 메구미는 서둘러 돌아가더니, 캔을 열어 홍차 잎을 꺼내서 분량을 재기 시작했다. 어라라? 보고 있자니, 아무래도 홍차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뜨거운 물을 붓고 모래시계를 뒤집어ㅡ 약 3분 후에 다음 홍차 준비가 끝났다. "자, 쿄야 군. 홍차예요." "엣?" 쿄야는 깜짝 놀라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방금 전에 타준 홍차가 아직 남아 있는 정도가 아니라, 입에 대지도 않았다. 서둘러 컵에 입을 댔다. "아뜨, 아뜨……뜨거라." 티 포트를 들고 잇는 그녀가 기다리는 동안, 후후 불면서 겨우 한 잔의 홍차를 다 마셨다. 김이 올라왔다. 세 잔째 홍차가 잔에 따라졌다. 홍차를 다 부은 그녀는 다시 돌아가더니ㅡ. 놀랍게도. 네 잔째 홍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엣? 에엣~~?! 이건 무슨 벌칙이지? 서둘러 홍차를 준비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쿄야는 겁을 먹었다. 들고 잇는 뜨거운 찻잔에 후후 숨을 불어넣었다. 다음 잔이 오기 전에 조금이라도 죽여 놓지 않으면……. "고기. 먹을래." 갑자기 쿄야의 눈앞에 닭다리가 쓱 튀어나왔다. 크리스마스에 다 같이 먹는 파티 음식 같은 분위기의 고기였다. " 저기, 으음……?" 쿄야는 멍한 표정으로 키가 큰 상급생을 바라보았다. 발소리도 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에 나타날 때까지 눈치 채지 못했다. 아까 쿄야를 가만히 쳐다보았던 사람이다. 쿄야가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가장 빨리 간파한 사람이다. 이름은……, 전혀 모르겠다. 얼굴이나 생김새를 본 기억이 없었다. 3학년이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쿄로. 기억 안 나? 키라라. 잊었어?" 이상하게 끊어지는 말투였다. 머리카락 색깔이 금빛이고 눈도 파란 걸 보니ㅡ 아마도 외국에서 온 유학생일 것이다. "저기……. 으음. 죄송해요." "이거. 때리면. 나아?" "TV도 아니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작은 소녀에게 물었다. "선배, 타마도 잊어버렸나요?" 커다란 여자애 뒤에서 하급생 여자애가 얼굴만 반쯤 빼꼼 내밀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 이 아이도 쿄야의 기억상실을 알아차렸었다. "가짜예요." 라고 했었다. "아ㅡ……. 응. 미안. 생각이 안 나." "그럼 감자 칩만 받아가도 되나요?" "응? ……감자칩?" 그녀는 쿄야의 가방을 멋대로 열었다. 거기에 들어 있던 감자칩 봉지를 꺼냈다. "자." 봉투를 내밀었다. 아마도 "뜯어줘." 라는 뜻인 것 같아서 뜯어서 주었다. 그녀는 감자칩 봉지를 가지고 혼자서 코타츠 쪽으로 가버렸다. 냠냠, 바삭바삭, 하고 감자 칩을 먹기 시작했다. 어째서 나는 감자 칩 같은 걸 가방 안에 넣어 두었을까 했더니, 그런 이유였던 것 같다. 나, 저 애한테 퍼주고 있었나? [아마츠카 메구미] GJ부의 홍차 담당. 남을 돌보는 걸 좋아함. 모두에게 홍차를 대접하는 것은 취미를 넘어 이미 삶의 목적이 되고 있다. 쿄야를 부르는 법이 최근 변했다. 옛날에는 '시노미야 군'이었지만, 조금 전부터 '쿄야 군'이 되었다. 천상계의 생물이라고 불리는 메구미였지만, '부끄러움'을 익히고 '분노'를 익혀 '인간'으로도 성장하고 있는 요즘. 저는 천사가 아니에요ㅡ. 먼지 나게 턴다는 것도 알아요ㅡ. "쿄야군, 홍차인데요?" 암네지아의 바람 5 "이것 참 곤란하군." 하고 긴 흑발이 인상적인 여자가 말했다. 스메라기 시온 선배. 이 사람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다. "보통 기억상실이라는 건 일정 시기의 기억을 전부 잃는 것인데……. 네 경우는 우리에 대한 것만 잊은 것 같구나." "뭐, 그런 것 같네요." "나에 대해서도……, 역시 기억이 안 나니?" 그녀는 쿄야의 앞에 있는 의자에 앉더니ㅡ.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쿄야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듯 바라보았다. "……죄송해요." 쿄야는 사과했다. 아까부터 비난을 받거나 의심받거나 홍차를 받고 있었지만ㅡ. 그녀의 경우,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슬퍼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미인에다가 천재인 선배와 그렇게 가까운 사이였다니. 요 2년간ㅡ. 자신은 어떤 나날을 보냈던 것일까? ㅡ지금 자신에게 약간 질투했다. "야, 쿄로!" 작은 소녀가 크게 소리쳤다. 쿄야는 그 눈에 눈물이 고여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ㅡ너! 사실은 기억이 있지! 잊고 있는 척을 하고 있을 뿐이지!" "엣……. 아닌데요. 저는 정말로ㅡ." "이제 그만해! GJ부 혼은 인정해줄 테니까! 초단으로 검은 띠 줄 테니까!" "저기, 죄송합니다. GJ부 혼이 뭔데요? 그리고 검은 띠라니? 여기는 문화부잖아요. 무슨 스포츠 부였나요?" "크악ㅡ!!" 물렸다. 물렸다. 또 물렸다. 잔뜩 물렸다. "타마 생각에는 말이죠." 코타츠에서 감자칩을 먹고 있던 하급생 여자애가 중얼거렸다. 아까 준 한 봉지를 전부 먹어버렸는지, 손가락에 묻은 김과 소금을 날름 핥았다. "시스터즈한테 알려주지 않아도 되나요?" "뭐? 시스터즈?" "그러고 보니 그러네.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고." 시스터즈라는 건 무엇일까? 그것도 잊어버린 것 중 하나일까? "내가 하지." 작은 소녀가 휴대전화를 꺼냈다. 빡, 삑, 삑ㅡ하고 느리고 어설픈 손동작으로 문자를 쳤다. 그리고 잠시 기다린다ㅡ. 메구미가 홍차를 계속 권해서 일고여덟 잔을 주는 대로 마셨다. 어째서 이렇게 마실 수 있는 것인지, 스스로도 놀라웠다. 인간이 마실 수 있는 양을 완전히 넘었다. 두두두두ㅡ하고 복도 쪽에서 몇 사람의 발소리가 울렸다. 다가왔다. "오빠!!"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것은 ㅡ 다름 아닌 내 여동생 카스미. 카스미와 함께 뛰어 들어온 두 사람은 모르는 얼굴이었다. 금발의 여자애와 긴 흑발 소녀ㅡ카스미의 친구인 걸까? "ㅡ My samurai master!!" "ㅡ 오빠!!" 카스미와 금발 소녀 두 사람이 로켓탄 같은 기세로 쿄야의 품에 뛰어들었다. "우왁! 우아아ㅡ!"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져버렸다. "아야야야……. 카스마, 아파. 그리고 질도……." 쿄야는 두 사람을 안고 바닥에 쓰러진 채로 그렇게 말했다. 의자가 쓰러진 순간, 뒤통수를 기둥에 강하게 부딪혔다. 욱신욱신 아팠다. 하지만 두 사람은 확실히 지켰다. "야, 쿄로? ……너? ……혹시?" 두 사람을 일으켜 세우자, 부장이 이상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어라? 그러고 보니 전 어째서 부실에 있는 거죠? 체육을 하고 있었는데?" "너! ㅡ생각이 난 거냐?!" "뭐가요? ㅡ앗?! 우와! 부, 부장님ㅡ?!" 쿄야는 품에 뛰어 들어온 부장을 안았다. "흠. 쇼크에 의해 잃은 기억이 쇼크로 돌아온 것인가. 어찌 되었든 다행이다." "때리면. 봐. 낫지." 시온과 키라라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안심한 듯 한 표정이었다. "쿄야 군! 홍차! 타 왔어요!" 메구미도 어딘가 이상했다. '시노미야 군'이 아니라, '코야 군' 이라고 부르다니. "선배, 감자 칩 다 떨어졌어요." 평소와 똑같은 것은 타마뿐이었다. 쿄야는 영문을 모른 상태로 멋쩍게 웃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안도하고 있는 자신이 있었다. 캐릭터 프로필 [스메라기 시온] 멋있고 어른스러운 천재 누나. 오빠가 많은 가정에서 막내로 자란 탓에 동생뻘을 굉장히 귀여워한다. 쿄야도 타마도 실컷 질릴 정도로 귀여움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누나 같은 입장인 시온 선배의 경우. 시온의 또 다른 측면인 '시옹 선배'쪽은 오히려 귀여움을 받는 쪽이다. 코타츠가 항상 배치되는 겨울에는 '시옹 선배' 비율이 높아진다. 하지만 그건! 따뜻해서 어쩔 수 없는걸! 슬슬 "귤이 거의 다 떨어졌군." "슬슬 사올게요ㅡ."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무릎 위에서 부장이 중얼거리자, 쿄야도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부장은 만화잡지를 코타츠 위에 펼친 채로 독서 중. 쿄야는 그녀의 머리 위에 소설책을 펴고 독서 중. 여섯 명이서 코타츠에 앉을 때는 부장이 쿄야의 무릎 위에 앉는 것이 규칙이었다. 참고로 부장이 이야기한 것은 코타츠 위의 바구니에 들어있는 귤에 대해서였다. 바구니 안에 있는 귤이 얼마 안 남으면, 굳이 부탁하지 않아도 부원 중 누군가가 귤을 대형 포장으로 사 와서 보충하곤 했다. "감자 칩 떨어졌어요." "아, 응. 가져오면 뜯어줄게." 쿄야가 문장을 읽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타마는 키라라의 무릎 위에서 휙 뛰어내리더니, 부실 구석의 '감자칩 상자'로 두두두 달려갔다. 쿄야는 세뱃돈을 모아 두는 타입이었지만, 올해는 조금 써버렸다. 타마를 위해 감자 칩을 '박스로 질러버린' 것이었다. 업소용 슈퍼마켓에서 박스 단위로 사 온 거대한 상자 속에는 감자 칩이 아직 무진장 남아 있었다. "슬슬 차를 마실까요?" "응. 그러네. 슬슬." 쿄야는 메구미의 말에 그렇게 대꾸했다. 타마에게 손가락을 두 개 보여주었다. 감자 칩 봉지를 두 개 가져오라는 사인이었다. 하나는 타마를 위해서. 또 하나는 모두를 위해. 차를 마실 때 곁들일 과자다. 페이지에 책갈피를 꽂고 있었더니ㅡ. "그거다." 부장이 갑자기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를 했다. "뭐가요?" "나는 전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게 있어." 부장은 팔짱을 끼더니,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쿄야닌 가만히 듣고 있었다. 부장이 이상한 점이 잔뜩 있는 사람이다. 보통 사람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소한 의문에 집착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슬슬' 이라는 건, 결국 무슨 소리냐?" "에엣?" 역시나 예상외의 질문이 튀어나왔다. 감자 칩 봉투를 뜯던 손이 자기도 모르게 멈췄다. 쿄야는 타마의 재촉을 받고 다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넌 아까 '슬슬 귤을 사 오겠다.'고 말했어. ㅡ그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것을 뜻하는 거지?" "으음, 오늘 하굣길 정도인가요? 아, 하지만 하루 정도는 더 남아 있을 것 같으니까, 내일 하굣길에 살지도 모르겠네요ㅡ." "그리고 너는 방금 '슬슬 차를 마시자'고 말했어. 그쪽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것을 뜻하는 거지?" "자ㅡ. 홍차가 나왔어요ㅡ." 하고, 마침 메구미가 모두의 홍차를 가져왔다. "즉^ 어느 정도의 시간을 말하느냐는 거군요." 뜨거운 물을 오뚝이 스토브 위에서 항상 끓고 있다. 홍차 잎의 계량과 우리는 시간을 포함해서 대충 5분미만. 이 경우의 '슬슬'은 그 정도였다. "같은 '슬슬'이라는 말인데! 어째서 5분에서 이틀까지 차이가 나는 거야! 뭐냐, 그 넓은 범위는! 이상해!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드냐!" 부장은 손을 붕붕 휘둘렀다. 쿄야는 그 작은 손을 잡아서 포크를 쥐어주었다. 쿄야는 작은 부장을 무릎 위에 앉힌 채로 인형을 뒤에서 조작하듯 그녀의 손을 차와 함께 나온 케이크를 먹였다. 입 주변에 크림을 묻히자 부장은 조용해졌다. 쿄야는 이쯤에서 슬슬 '정답' 을 듣기 위해서 시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흥분한 부장이 세상의 모순을 추궁한다며 '○○문제검토위원회'를 발족시키는 것은 벌써 몇 번이나 반복해 온 GJ부의 평범한 일상이다. "일본어를 공부하는 외국인들에게 그 '슬슬'이라는 말이 굉장히 신기하다더군. 모두들 그 부분에서 걸린다는 거야. 빌리도 이상아다고 했어. 예를 들면 영어에서는 수나 시간이 확실하니까 '슬슬'을 정확하게 번역하는 건 불가능해." "그렇군요. 즉, 일본의 정신이라는 거군요." 쿄야는 끄덕였다. 역시 시온은 믿음직스럽다. 하지만 어째서 세계챔피언은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것일까. 시온은 천재라서 영어도 완벽하게 할 수 있는데. "키라라도. 슬슬. 몰라." 키라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사전을 찾아봐도 정답을 찾을 수 없는 모양이다. "부장님. 부장님. 자, 부장님이 좋아하는 일본의 정신이에요. 그러니까 이건 이것대로 괜찮은거예요." "흠, 일본의 정신인가. 그러면 할 수 없지." 쿄야는 수긍하는 부장을 무릎 위에 앉힎채로 메구미가 잘라준 케이크를 홍차에 곁들여 먹었다. 쿄야는 오늘도 GJ부의 평화를 지켰다. 짤막한 토크1 쿄야: "부장님, 이쪽 잡지. 슬슬 다 읽어 가는데요." 마오: "기다려. 지금 슬슬 재미있어진다고." 메구미: "슬슬. 차를 리필해 올게요ㅡ." 키라라: "귤. 키라라도. 먹어도 돼? 슬슬. 슬슬." 타마키: "선배, 슬슬 감자 칩이 떨어져 가요." 시온: "대유행이군." 쿄야:(부장은 안고) 네네, 케이크 먹죠. 네네, 포크입니다. 카레ㆍ라면 플래그 "야, 카레ㆍ라면 플래그라는 거 있잖아."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만화를 읽던 부장이 문득 말했다. 여전히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었지만, 쿄야는 라이트 노블의 문장을 읽으며 대답했다. "네, 있죠." "그 밖에 어떤 플래그가 있지?" "죄송해요. 실은 잘 안 듣고 있었어요. 처음부터 다시 한 번 말해주실래요? 특히 '플래그'라는 부분부터." "아, 그러니까ㅡ!" 하고 부장은 설명을 시작했다. 꾹 참고 설명을 해주는 부장에게 경의를 표하며, 쿄야도 꾹 참고 듣기로 했다. 참고로 쿄야의 기억이 맞는다면, 부장은 약 15분 전부터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아까의 '야'로 시작한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카레를 먹고 싶을 때가 있잖아. 어쩐지 갑자기. 한밤중에 갑자기." "아, 있죠." "그렇게 되면 그 기분은 카레를 먹기 전까지 사라지지 않잖아?" "아, 네. 그렇군요. 플래그가 뜨면 먹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였군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그렇게 이야기했잖아." 부장이 흥, 하며 가슴을 쭉 폈다. 처음부터 그렇게 이야기 안 했었는데. 쿄야는 "그렇군요ㅡ." 하면서 끄덕여 두었다. 역시 부장은 착안점이 항상 이상하다! 보통 사람과 발상이 다르다. "저도 이제야 알겠네요ㅡ." 하고 말하며 메구미가 티 포트를 한 손에 들고 등장했다. 부장과 쿄야 앞에 잔을 놓더니, 붉은 액체를 부어주었다. "그래서 저희 집에는 아침밥이 카레일 때가 있었군요ㅡ." "모리 씨도 힘들겠네요. 메구미랑 세이라는 정말 싫겠네요. 쿄야는 차를 입에 대기 전에 향기를 맡으며 말했다. "전 그럴 때는 인스턴트 카레를 먹죠. 저희 집에서는 아버지랑 둘이서 어머니한테 혼나면 밥을 안 주기 때문에 인스턴트 카레는 필수품이에요. 비상식량이에요." "흐음, 그거 맛있니?" "시장이 최고의 반찬이죠." "흐음, 다음에 모리 씨한테 부탁해봐야지." 24시간 풀가동하는 메이드가 있는 집에서 인스턴트 카레는 필요 없는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부장이 즐거워 보이니 가만히 있기로 했다. "그런데 카레 플래그는 알겠는데요. 라면 플래그는 뭐죠?" "라면 플래그는 카레와는 따로 있는 거야." "네에ㆍㆍㆍㆍㆍㆍ." "라면이 먹고 싶은 기분은 카레를 먹어도 사라지지 않잖아?" "아, 그렇군요." "내 연구에 의하면 말이지. 다른 음식이 먹고 싶은 건 배가 부르면 사라지지만, 카레나 라면만은 그것이 아니면 안 되더라고. 플래그가 사라지지 않아. ㅡ그래서 그 밖에는 어떤 플래그가 있냐, 그런 질문이다." "겨우 처음으로 이야기가 돌아왔군요." "네가 제대로 안 들은 탓이야." 그게 아니라 부장은 그런 이야기를 전혀 안 했ㅡ 이하 생략. "그래서 그 밖에는 어떤 플래그가 있지?" "기동. 켄터. 햄박아." 갑자기 시온이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언제나처럼 컴퓨터 자리에 앉아서 딸깍딸깍 마우스를 클릭하며 세계챔피언을 괴롭ㅡ훈련을 시켜주고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고 있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역시 제대로 듣고 있었다. "기동?" "부장님, 그건 규동을 말하는 거예요. 그리고 켄터키 치킨이랑 햄버거를 말하는 거죠." "규동 플래그? 그런 게 어디 있냐?" "부장님, 그렇게 대꾸하는 건 매몰찬 것 같네요. 그리고 시온 선배, 규동을 먹어본 적이 없나요?" "후후후후. 난 있어. 기동의 실물을 먹어본 적이. ㆍㆍㆍㆍㆍㆍ하지만 안 돼. 니니(둘째 오빠)가 만들어주지만, 뭔가 달라. ㆍㆍㆍㆍㆍㆍ사라지지 않아, 플래그가." 시온의 둘째 오빠는 세계적인 요리사였다. 그 오빠의 실력도 완전히 똑같은 맛은 재현할 수 없다는 것일까? "어쩌지. 이야기를 했더니 어쩐지 먹고 싶어져 버렸어." "그렇군요. 배가 고파지네요." "메구! 저녁밥 필요 없다고 모리 씨한테 연락해!" "네ㅡ." 언니 대신 메구미가 문자를 삑삑 보냈다. 부장은 아직도 문자를 치는 것이 서툴렀다. "전철 두 정거장만 가면 쇼핑몰이 있잖아. 거기 푸드 코트에 전부 있잖아. 규동이랑 치킨이랑 햄버거. 그리고 카레랑 라면도." 오늘의 GJ부 부 활동은 다 같이 외속. 플래그를 없애는 작업이었다. 카레와 라면과 규동과 치킨과 햄버거는, 플래그가 전부 따로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미니 지식 푸드 코트 대형 쇼핑몰 같은 곳에 있는 식당 코너. 주부나 학생들이 쉬는 곳. 식사는 전부 셀프 서비스라 자유석이 몇 백 성이나 늘어서 있다. 주변을 빙글 돌며 배치되어 있는 것은 햄버거, 도넛, 아이스크림, 라면, 스테이크, 우동, 규동, 치킨ㅡ등등의 멋진 패스트푸드점들. 모두가 알고 있는 유명 체인점도 많이 있다. 먹고 싶은 것이 각자 달라도 문제없다. 각자 좋아하는 것을 먹으며 같이 앉을 수 있다. ~아마츠카 가의 아침식사 풍경~ 아침부터 카레의날 플래그 "야, 플래그라는 거 있잖아."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부장이 문득 말을 꺼내자, 쿄야는 읽고 있던 라이트 노블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부장님, 그건 어제 했어요." 카레ㆍ라면 플래그가 있다는 이야기는 어제 했다. 그리고 다 같이 푸드 코트에 가서 기동, 캔터, 햄박아 등 각종 플래그의 실체까지 증명하며 전부 한꺼번에 처리하고 왔다. "아니, 말 좀 들어봐. 이건 어제랑 다른 플래그 이야기야." "이번에는 뭘 먹고 싶은 겁니까? 빨간색 아이스크림인가요? 톡 쏘는 콜라맛 라무네인가요?" "왜 거기서 과자 이야기가 나오냐? 뭐ㅡ. 비슷하다면 비슷하지만. 기호품 이야기이기는 하지." 부장은 어째서인지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었다. 쿄야는 등줄기에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자리에서 슥 일어나 가만히 문 쪽으로 향했더니ㅡ. "안 돼요, 선배님♡" 쿄야보다 한발 앞서 움직인 타마가 문을 잠가버렸다. "플래그는 플래그지만. 오늘은 쿄로를 괴롭히는 플래그였던 거야." 하고 부장이 쿄야의 나쁜 예감이 맞았다는 것을 선언했다. "응. 그런 게 있지." 컴퓨터 앞에 앉아 시온이 등을 돌린 채로 이야기했다. 마우스를 딸깍거리는 소리가 10배속이 되었다. 세계챔피언과 대전을 빨리 끝내고 이쪽 이야기에 참전하겠다는 의사표명이었다. "어쩐지 안 되더라고ㅡ. 다른 놀이로는 해소가 안 된다니까 ㅡ이 플래그." "그렇지ㅡ." "냐옹ㅡ." 부장과 시온과 타마가 흉학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쿄야 군의 날인가요ㅡ?" 메구미는 천사의 미소를 지으며 홍차를 타기 시작했다. 저것은 쿄야의 곤경이 보이지 않는 눈이었다. <천사의 눈>에는 교야의 고난이 결코 보이지 않는다. "ㅡ그런고로, 자, 춤을 춰라. 일단 <이상한 춤>부터야. 아니면 고속으로 두리번거리는 <불꽃의 덜덜 떨기>도 괜찮은데?" "뭐, 뭡니까, 그게." "아니, 그러니까 쿄로 괴롭히기 놀이야. 넌 장난감이야. 우리 갖고 노는 사람이고." 부장은 슬금슬금 다가왔다. 쿄야는 똑같은 속도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결국 등이 문에 닿았다. "그, 그거, 제가 해도 되나요?" 궁지에 몰린 쿄야는 그렇게 대꾸했다. 반격이다. 자신도 2년 동안 당하며 배운 게 있다. "ㅡ저도 부장님을 괴롭혀도 되나요. 플래그를 띄워도 되나요. 부장님을 눈물 글썽이게 만들어도 되나요." "언제 내가 눈물을 글썽거렸는데?" "툭하면요." "응. 그렇지." 시온이 전적으로 긍정했다. "야ㅡ시이. 너, 진짜. 이 배신자!" "나닌 사실을 증언한 거야." "시온 선배도 눈물 글썽이게 만들어도 되나요." "뭐ㅡ! 언제 내가 눈물을ㅡ!" "툭하면요." "맞아." 아까의 반격. 이번에는 부장이 전적으로 긍정했다. "시이는 툭하면 귀여운 생물이 되지. 눈물을 글썽이면서." "너무해, 마오. 배신자." "네가 아까 배신했잖아." "뭐죠, 그거, 타마만 빼놓고 노는 건가요. 타마도 끼워줘요. 깍두기 취급은 좋지 못해요." "너, 그렇게 눈물을 글썽이고 싶냐? ㅡ이 녀석은 별것도 아니지. 한 방이면 끝날 거야." "타마를 약한 모드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니죠. 오레맨이 될 필요도 없어요." "뭐죠ㅡ? 오늘은 오레맨의 날인가요ㅡ?" 코타츠 위에 인원만큼 찻잔이 놓였다. 메구미가 붉은 액체를 부어주었다. 홍차의 향기와 코타츠의 유혹에 이끌려 모두들 코타츠로 비틀비틀 이동했다. 코타츠에 전원이 앉았다. "싸우고 있어?"라는 눈빛으로 가만히 관찰하던 키라라도 소파에서 이쪽으로 다가왔다. 여섯 명이 앉자 약간 좁았다. '홈 포지션'으로 다 같이 코타츠에 푹 들어갔다. "플래그는 사라졌나요?" "아ㅡ. 응. 어쩐지 사라진 거 같네." 홍차를 마시며 부장이 대답했다. 응. 평화로운 게 최고다. 짤막한 토크2 타마키: "그런데 선배 괴롭히기란 게 뭐죠?" 마오: "어? 너, 알면서 참여한 것 아니었어?" 타마키: "어쩐지 굉장히 매력적인 울림의 단어인데요," 시온: "그러고 보니 타마가 오고 나서는 별로 안 했구나," 쿄야: "몰라도 돼. 몰라도 된다니까." GJ부 부장이다 "내가 GJ부 부장 아마츠카 마오다!!"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부장이 갑자기 항상 하던 것처럼 괴성을 질렀다. "아, 네. 그렇네요." 쿄야는 읽고 있던 책에서 눈도 돌리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왜냐하면 부장은 부장이니까. "내가 GJ부 부장 아마츠카 마오다!!" 부장은 다시 같은 대사를 외쳤다. 쿄야는 이윽고 책을 테이블에 놓고 부장을 쳐다보았다. "뭐죠? 그건 무슨 놀이입니까? 규칙을 가르쳐주세요." "내가 GJ부 부장 아마츠카 마오다!!" 그렇게 물어봐도 부장은 방금과 똑같은 말을 다시 외칠 뿐이었다. 쿄야는 시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온은 어깨를 으쓱하며 "글쌔다." 라는 듯 제스처를 보이더니, 갑자기 입을 열고 ㅡ. "내가 GJ부 참모 스메라기 시온이다!!" "우와, 시작해버렸어." 쿄야는 말했다. 뭔가 새로운 종류의 놀이가 시작된 것 같았다. "저기, 메구미. 이게 무슨 규칙인지 알겠어?" 마침 티 포트를 들고 온 메구미에게 그렇게 물어보자ㅡ. "내가 GJ부 홍차 담당 아마츠카 메구미다!!" 메구미도 방긋 미소를 지으며 놀이에 참가했다. 쿄야는 김이 피어오르는 붉은 액체를 잔에 받으면서 메구미를 올려다봤다. "메구미의 경우는 홍차 담당이라기보다 '홍차 짱'이라고 해야 될 것 같은데." "내가 GJ부 홍차 짱 아마츠카 메구미다!" 고쳐 말했다. 무슨 말을 해도 똑같은 대답만 하는 규칙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대화가 성립되는 것 같은데? "저기, 부장님. 이 놀이,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되는 건가요?" "내가 GJ부 부장 아마츠카 마오다!!" 되는 것 같다. 부장, 시온, 메구미가 했으니, 다음 차례는ㅡ. 소파 쪽에서 고기를 먹고 있는 키라라에게 고개를 돌렸다. 먼저 키라라는 귀를 쫑긋하며 반응했다. 몸은 그대로 식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녀는 만화 고기를 두 손으로 들고, 콱, 찌익, 뚝, 냠냠, 꼴깍하고 나서 물티슈로 손을 닦았다. 예의 바르게 얌전히 앉더니, 그제야 귀 말고 다른 부분도 이쪽을 향했다. "나. ……. 굿잡." "그 어색하게 빈 부분은 뭘까요. 생각이 안 났던 겁니까. 아니면 내가 바로 GJ부라는 주장인가요, *내가 건담이다, 같은?" *내가 건담이다:『건담 더블오』의 명대사. "내. ……가, 굿잡 부. 이다?" "네. 내가 GJ부다!! 쪽이군요. 고맙습니다." 키라라에게는 이 놀이 규칙이 좀 어려웠던 것 같다. "부장님, 키라라는 GJ부라고 합니다." "내가 GJ부 부장 아마츠카 마오다!!" OK라고 한다. "내가 GJ부 감자 칩 짱 칸나즈키 타마키다!!" 마지막 한 사람인 타마가 외쳤다. 원래 타마 순서는 없지만. GJ부의 로테이션은 부장→시온→메구미→키라라 이렇게 네 명으로 끝이다. 깍두기 취급인 타마에게는 차례가 오지 않는다. "아ㅡ. 그래그래. 감차칩 떨어졌구나ㅡ." 타마 쪽으로 가서 새 감자 칩 봉지를 뜯어주었다. 어째서인지 타마는 봉지를 잘 뜯지 못한다. 가끔 스스로 도전할 때도 있지만, 꼭 내용물이 터져 나와서 대참사를 일으키고 만다. 타마에게도 봉지를 뜯어주고 돌아온 쿄야는 홍차를 마셨다. 곧 컵이 빌 듯 한 타이밍에ㅡ. "메구미~. 홍차 짱~. 홍차 더 줘~." 쿄야는 메구미에게 그렇게 말했다. 뜨거운 물을 붓고ㅡ 우려서 약 3분간ㅡ. "내가 GJ부 홍차 짱 아마츠카 메구미다!!" "아ㅡ. 오늘은 닐기리군. 나, 이거 좋아해ㅡ." 쿄야는 향을 맡으며 그렇게 말했다. 쿄야가 좋아하는 잎이었다. 부드럽고 개성이 강하지 않아서 평화적 패배주의자인 자신에게도 딱 맞는 것 같다. "내가 GJ부 짱 아마츠카 마오다!!" "내가 GJ부 유감 캐릭터 짱 스메라기 시온이다!!" "내가 GJ부 홍차 짱 아마츠카 메구미다!!" "내가. 굿잡 부. 다." "내가 GJ부 감자칩 짱 칸나즈키 타마키다!!" 어째서인지 다들 짱이 되어 있었다. 뭐, 어때. 평소와 다름없는 GJ부의 일상이 오늘도 지나갔다. 미니 지식 내가 GJ부 부장 아마츠카 마오다!! '내가 GJ부 부장 아마츠카 마오다!!'의 원전은, 부장이 광팬인 소년만화에 나오는 명대사. 역대 부장 중 누군가가 부실에 전권을 남겨 놓고 간 만화 『돌격! 남자훈련소』(미야시타 아키라 저)가 출전. 진짜 남자를 양성시키기 위한 학원인 남자훈련소의 소장 에다지마 헤이하치는 남자 중의 남자다. 무엇을 물어도 어떤 때라도 '내가 남자훈련소 소장 에다지마 헤이하치다!!'라고밖에 대답하지 않는다ㅡ는 건 아니고, 의외로 평범하게 말도 한다. 하지만 아마도 작품 안에서 이 대사를 백 번은 외친다. 감기 도중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오뚝이 스토브가 가끔 파직하고 장작이 터지는 소리를 내고, 위에 올려둔 주전자가 증기를 슉슉 뿜고 있었다. 부실은 겨울의 한적함에 가득 차 있었다. 마우스를 딸깍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늘은 빌리 씨가 쉬는 날인가요?" 쿄야는 시온에게 물었다. 평소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시간이다. 그러나 그녀는 체스 판을 펴고, 혼자서 햐안 말과 검은 말 양쪽을 움직이고 있었다. "응. 지금 세계선수권이 한창이니까. 방어전을 하고 있어." 시온은 진지한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마치 세계챔피언 씨가 정말로 세계챔피언이라도 되는 것 같은 말투였다. 쿄야는 에~이, 무슨! 하고 딴죽을 걸려고 하다가 문득 들리는 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부실 어딘가에서ㅡ콜록콜록, 에취 에취, 하는 기침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기침이 나는 곳을 찾는 모두의 시선이ㅡ 부실 한곳에 모였다. 소파에 있는 키라라였다. 키라라는 고양이가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을 피할 때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지만ㅡ. 이윽고 한계가 와서 콜록콜록 기침을 했다. 이제 와서 눈치를 챘지만, 놀랍게도 오늘 키라라는 고기를 먹고 있지 않았다. 소파 앞 테이블에도 고기는 놓여 있지 않았다. "야, 키라라. 이쪽으로 와." 부장이 코타츠의 이불을 펄럭이며 키라라를 불렀다. 키라라는 시키는 대로 얌전히 와서 코타츠에 들어왔다. 어쩐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 귀처럼 보이는 튀어나온 머리카락도 축 늘어져 움직이지 않았다. "키라라, 감기나?" 부장이 물었다. 키라라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다는 느낌의 대답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감기에 걸린 적이 없다고 했지. 목석도 땀 날 때가 있다는 거군, 이건." "목석도……. 땀 날 때가 있다는.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아플 때가 있다는 뜻. 대사전. 에서." "오늘은 사전 안 찾아도 돼요." 쿄야는 키라라의 손에서 사전을 빼앗았다. 코타츠 위에 두었다. "자, 의사 선생님 출동이에요." 메구미가 하얀 가운을 들고 왔다. 부실 구석의 창고에서 뭔가를 부스럭거리며 찾고 있는 것 같더니, 깊은 곳에 확실히 봉인해 둔 하얀 가운을 찾아낸 것 같았다. "그건 진짜로 아플 때는 안 하는 거라니까." "에ㅡ?" "에ㅡ라니. 때끼." 그러고 보니 메구미도 병에 걸린 적이 없는 사람이다. 엄청난 수호천사에게 보호받고 있는 타입이다. 그래서 감기의 괴로움을 모르는 것 같다. "자, 키라라. 입을 벌려봐." 시온이 라이트 펜을 손에 들고 키라라의 입안을 비추고 있었다. "……흐음, 편도선은 아니군. 비인두염도 아니고. 후두염도 아니고. 열도 별로 없고. 바이러스성 독감도 아닌 것 같다. 즉, 감기군. 따뜻하게 하고 자면 될 거야. 뭐, 비전문가 진단이니까 너무 믿지 말고. 열이 나면 꼭 병원에 가도록 해." "방금 질을 호출했어. 곧 오겠지. 그러면 키리라. 너, 오늘은 이만 가라." 부장의 말을 듣고 키라라는 얌전히 끄덕였다. 메구미가 핫코코아를 타주었다. 키라라가 그 컵을 두 손으로 감싸고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더니ㅡ. 두두두두, 목조 건물을 뒤흔드는 기세로 발소리가 다가왔다. "My sister!!" 큰 소리를 지르며 뛰어 들어온 것은 질이었다. "빨라. 중학교에서 여기까지 몇 초 걸린 거야?" 부장이 놀랐다. 부르고 나서 도착할 때까지 몇 초밖에 안 걸렸다는 건 과장이다. 하지만 코코아를 타서 마실 정도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키라라는 걱정해서 포옹하는 여동생에게 계속해서 "No problem."이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아마도 영어로 "괜찮아."라는 뜻일 것이다. 쿄야는ㅡ사실은 좀 걱정하고 있었다. 질은 조금 불편한 상대다. 나쁜 아이는 아니지만, "사무라이 마스터."라고 하며 동경하는 시선이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아서 불편한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ㅡ. 질은 놀랍게도 한 번도 쿄야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녀는 "No problem."이라고 계속 주장하는 언니를 강제로 업고 나가려고 했다. 체격 적으로 말이 안 될 거라고 모두가 생각했던 것도 한순간이었다. 여동생은 키라라의 커다란 몸을 가볍게 등에 짊어졌다. 역시 자매였다. 질이 이렇게 힘이 센 아이였다니. 쿄야를 비롯한 부원들은 질이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가는 것을 배웅하며 긴장감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언니를 생각하는 여동생의 박력은 그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질은 언니를 걱정하는 나머지 태평양을 건너와 버렸던 아이였다. 짤막한 토크3 메구미: "저기, 감기라는 건 어떤 느낌이죠?" 마오: "이 녀석, 병에 걸린 적이 없대." 쿄야: "엄청난 수호천사가 붙어 있을 것 같군요. 영력 530000정도." 메구미: "가르쳐 달라니까요." 감기 한창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쿄야는 에취 에취, 콜록콜록, 기침으로 부실의 침묵을 깨뜨렸다가 모두의 주목을 모으고 말았다. "뭐야, 쿄로, 감기냐?" 코타츠 맞은편에서 부장이 물었다. 티슈 박스로 손을 뻗어 두세 장뽑고 코를 팽 풀었다. "에ㅡ……? 괜찮아요. 영어로 말하자면 노 프러블럼이라는 거죠." "너, 좀 이상한데. ……어디 보자?" 하고 말하더니, 부장의 이마가 코타츠를 횡당해서 다가왔다. "……열이 꽤 있네." 부장은 한참 닿아 있던 이마를 떼어 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런가요. 역시 감기인가? ……어쩐지 으스스 춥네요." "감기군." "그리고 어쩐지 관절이 아프네요." "감기라고 했잖아." "쿄로, 감기 걸렸어?" 소파에 있던 키라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얼마 전에 키라라가 감기에 걸렸다. 질이 달려와서 키라라를 업고 퇴장했다. 이제 완전히 나아서 고기를 냠냠 먹고 있었다. 먹을 수 없었던 기간을 보충한다며 오늘은 푸짐하게 두 종류의 고기를 가져왔다. "감기는 남에게 옮기면 낫는다는 말, 그거 진짜일까?" "저한테 옮아서 키라라가 나았다면 다행이죠~." "쿄로, 키라라의 감기. 옮았어?" 부장의 농담에 웃으면서 대답했더니, 키라라의 얼굴빛이 바뀌었다. "아ㅡ, 아뇨. 흔한 농담이에요, 그런 말 안 하나요? 으음ㅡ. 일본에서만 그런가? 그런 미신이 있는 건." "하지만. 키라라. 감기. 걸리지 않았어." "네? 저번에 감기 걸려서 질이 업어간 건ㅡ." "그건. 아냐." "네? 아니었나요? 감기가 아니면……, 뭐였죠?" "비밀." 키라라는 쿡 웃었다. 비밀로 부쳐버렸다. "하지만 쿄로. 너는 완전히 감기가 맞잖아." "진찰해볼까?" 시온이 농담처럼 말했다. "그냥 집에 갈게요. 따뜻한 곳에서 잘게요." "쿄로. 감기 걸렸음나우." 부장이 중얼거렸다. 정말로 입으로 중얼거렸을 뿐이지만. 옆에서 시온이 휴대전화에 삑삑 입력하고 있었다. "다 같이 온다고 하네요ㅡ." "다 같이?" 쿄야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보았다.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들여다보니ㅡ. [오오오오오빠가 감기 걸렸어! 왜, 어째서!] [What! Happen!] [드디어 벌을 받았군요.] ㅡ하고, 이 자리에 없는 여동생들의 중얼거림이 쓰여있었다. "부실로 갈 테니까 기다리래." "에ㅡ……. 저……, 가면 안 되나요?" 기다리기를 10여 분. 부실 문이 드륵 열리고 여동생들이 뛰어 들어왔다. "오빠!" "My samurai master!" 쿄야는 로켓처럼 뛰어든 두 사람을 받아 냈다가 몇 걸음 크게 휘청거렸다. "오빠! 옮겨줘! 나한테 감기 옮겨줘! 그러면 빨리 나으니까!" 무서울 정도로 헌신적인 여동생의 제안. 하지만 그것은 미신이다. 방금 끝난 이야기다. 질도 영어로 속사포처럼 무슨 말을 쏟아 내고 있다. 너무 빨리 말해서 알아들을 수 없지만, 아마도 카스미와 같은 내용일 것이다. 옆에서 갑자기 안개 같은 것이 푸슉 뿜어져 나왔다. 소독 스프레이다. 손을 소독하기 위해 쓰는 알코올이 든 물건. 그것을 발사한 사람은ㅡ. "세이라, 그건 사람한테 쓰면 안 돼." "언니랑 언니, 이쪽으로 오면 안 돼요. 감기가 옮아요." <이걸 지금 완전히 소독할게요.> 마스크를 장비한 세이라가 부장과 메구미를 감싸듯 앞을 가로막았다. 부음성 쪽에서는 완전히 병균 취급이었다. 쿄야는 그날 여동생들의 시중을 받으며 얌전히 집에 들어갔다. 캐릭터 프로필 [시스터즈] 쿄야의 여동생 카스미. 아마츠카의 가문의 셋째 딸 세이라. 키라라의 여동생 질. 이렇게 여동생 세 사람을 모아 GJ부에서는 <시스터즈>라고 부르고 있다. 카스미에게 오빠는 '좋아좋아너무좋아오빠'. 질에게 쿄야는 '동경하는 사람=사무라이 마스터'. 세이라에게 쿄야는 '언니들을 빼앗은 미운 남자분'이다. 방향성은 다르지만 각자의 관심이 큰 것은 똑같다. 참고로 카스미의 '좋아좋아'는 남매의 정일 뿐 결코 연애감정은 아니다. ……아마도. 카스미: "오빠, 물 마실 수 있어? 입으로 옮겨줄까?" 쿄야: "에취 에취, 콜록콜록." 키 비교 "어머?"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쿄야가 메구미 옆을 지나가자,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래?" "어머어머? 어머나?" 메구미가 뭔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신기해하고 있었다. "야, 쿄로. 감히 메구를 곤란하게 만들어?" "아뇨, 아무것도 안 했어요. 굳이 말하자면 곤란한 건 제 쪽인데ㅡ." "잠깐 가만히 있어보세요, 쿄야 군." 메구미가 그렇게 말하며 무엇을 하고 있었냐 하면ㅡ. 자신의 이마와 쿄야의 이마 사이에 수평으로 든 손바닥을 왔다갔다 움직이고 있었다. 쿄야는 잠시 '차렷' 자세로 서 있었다. "응. 역시. 그렇네요." 메구미는 계속 끄덕이고 있었다. 뭔가 대답을 얻은 모양이다. "뭐가 그런데?" 쿄야는 메구미에게 물어보았다. "역시 쿄야 군. 커졌군요." "에?" "전에는 저랑 비슷한 정도였어요. 하지만 지금 쿄야 군 쪽이 좀 더 커요," "키를 말하는 거야?" "아까부터 그렇게 말했잖아요." 말한 적 없어, 메구미. 말한 적 없어. "전이라는 건 1학년 때?" "쿄야 군이 쿄로 군이 되었을 때요." 그렇다는 건. 그것은 아직 벚꽃이 남아 있을 적의 이야기다. 벌써 2년이나 전의 일이다. "흐음, 그건 그냥 넘어갈 수 없군." 부장이 화제에 참가했다. 키 이야기는 부장 앞에서 해서는 안 되는 금기 중 하나였다. "야, 쿄로. 너, 쿄로 주제에 키가 크다니, 건방지다." "아뇨, 아무리 그래도 이제는 성장이 멈췄을 것 같은데요." "그거군. 오레맨 같은 걸 했던 게 잘못이야. 그러니까 키가 크는 거야." "전혀 하나도 상관없을걸요." "쿄야 군은 남자니까요. 키는 큰 게 좋아요. 여자애가 하이힐을 신을 수 없게 되니까요. 그렇죠, 시온 선배?" "그렇지. 10센티미터만 더 커주면 좋을 텐데." 컴퓨터 앞에서 시온도 이야기에 참여했다. "무리무리. 절대 무리라고요." "20센티미터 더. 무리?" 소파 쪽에서 키라라도 말한다. "무리예요. 무리예요." 쿄야는 시온과 키라라에게 손을 저었다. "중학교 때는 1년에 30센티미터나 성장한 해도 있있지만요. 그때 끝나버렸을 거예요, 제 성장기는." "그 성장기가 없었으면 좋았을걸. 30센티미터만 더 작았으면 나랑 똑같지 않냐?" 부장은 이마 위에 댄 손을 수평으로 슥 움직여 쿄야의 쇄골 근처에 촙을 날렸다 . 제법 힘이 담긴 촙이었다. 쿄야는 부장과 같은 키의 자신을 잠깐 상상해보았따.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유아용 의자가 필요한 자신…….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냐. 어린이 요금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고. 어린이 정식도 주문할 수 있다고." "부장님, 한쪽은 확실히 범죄잖아요. 어른 요금을 내야죠. 그리고 어린이 세트의 로망은, 죄송하지만 모르겠네요." "귀찮다고. 버스나 지하철에서 일일이 붙잡힌다니까. 꼬마야, 초등학생은 어린이 요금을 내면 된단다, 라고 하면서 절반을 돌려준다니까. 그래서 처음부터 어린이 요금으로 내는 게 더 편하다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키를 재보지 않을래요ㅡ?" 하고, 메구미가 자와 컴퍼스를 준비해서 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낡은 문화부 건물은 전부 나무록 되어 있었다. 역사가 느껴지는 나무 기둥에 모두의 키를 기록했다. "이천……, 십이 년……, 모두의……, 키, 라고." 쿄야가 컴퍼스 끝의 날카로운 바늘로 나무기둥에 기록했다. "이거 타마도 하는 건가요? 저희 집 기둥은 이런 걸로 가득해요. 남동생여동생남동생여동생.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요."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순서대로 나열해보니ㅡ. 키라라, 시온, 쿄야, 메구미, 타마ㅡ순서가 되었다. 그리고 가장 밑에 있는 것은 역시 부장이었다. 짤막한 토크4 쿄야: "기둥에 선을 긋고. 이름을 쓰고……. 2012년 1월 18일." 마오: "난 키 재는 게 싫다니까." 쿄야: "처음 해보는데. 이거, 재밌네요." 마오: "매년 똑같은 곳에 선을 긋는 사람 입장이 되어봐라." 남자의 날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쿄야가 문을 열고 부실에 들어가자ㅡ. "여ㅡ. 왔냐. 늦었잖아." "여어. 늦었군, 쿄코 군. 오늘은 학급 위원회 일이라도 있었니." "여어. 나, 키라라.." "여이. 나, 메구미." "선배, 늦었잖아. 캬오다ㅡ." 어째서인지 남자가 다섯 명 있는 부실에 들어와 버렸다. "죄송합니다 .잘못 들어왔네요." 쿄야가 뒤로 돌아 나가려고 하자ㅡ. 그 다리에 두세 명 정도가 달라붙었다. 다리가 굉장히 무겁다. "죄송합니다만 놓아 주시겟습니까? 걸을 수가 없네요." "야야야 , 매정한 녀석이군. 이것도 부 활동이라고." "아뇨, 저에게는 남자 인간 친구는 없거든요." "어쩐지 지금 이 녀석, 아무렇지도 않게 엄청난 소리를 하지않았냐? 여자 친구 밖에 없다든가, 그런 뜻의." 여기까지 오자 쿄야는 결국 저항을 포기햇다. "도대체 뭘 하고 잇는 겁니까, 부장님! 아니, 모두들!" "뭐라니? ……그러니까 부 활동이라고 했잖아." "오늘은ㅡ. 남자의 날이에요ㅡ." "전에도 말했지만, 코스튬 플레이를 부 활동으로 하는 건 반대합니다. 애초에 뭡니까? 그 남자의 날이라는 건……." 쿄야는 모두의 모습을 순서대로 둘러보았다. *가쿠란. 가쿠란. 가쿠란. 가쿠란. 그리고 시온 혼자만 평범한 남자 교복을 입고 잇엇다. 아니, 이 경우에는 '시로' 라고 불러야 할까. *가쿠란: 일본의 구식 남자 교복 남자 옷을 입고 있는 것뿐만이 아니라ㅡ헤어스타일도 남자처럼 맞춰서 전원이 남장을 하고 잇엇다. "너를 단련시켜 준다고 햇엇잖아? 자! 네 GJ부 혼을 불태워라!" "코스튬 플레이 부 활동에서는 불태우는 것보다 '귀여워하는' 게 더 좋을 거 같아요. 아마 그게 더맞을걸요." "뭐야? 안 어울리는 거야? 꽤 어울린다고 생각햇는데ㅡ." 아냐. 그게 아니라. 평소에 본 적이 없는 모두의 모습에 두근거리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쿄야는 반대였다. "내 이름은 말이지. *마왕이랑 발음이 같아. 자, 마왕님이라고 불러." *마왕: 마왕은 일본어로 '마오' "그대로잖아요. 평소랑 다를 게 없잖아요," "나는ㅡ." "시로 선배군요." "나는ㅡ." "메구미(惠)라고 쓰고 케이(惠)라고 읽는 거겠죠." "키라라. 는. 라. 를 뺀다." "아, 네. '라'를 한 글짜 빼서 '키라'라는 이름이라면 남자도 가능하군요." "타마는ㅡ." "아무래도 좋아." "너무해요! 선배, 너무해요! 좀 더 귀여워하라고요!" "미안. 나, 남자한테는 제법 차가운 사람이야." 쿄야는 부실을 쿵쿵 횡당해서 둥근 테이블 자리에 척 앉았다. 그대로 만화잡지를 펴고 읽기 시작햇다. 모두는 남장을 벗을 생각이 없는ㅇ 것 같앗다. 그 ㅏ림 그대로 잡담을 시작했따. 만화를 읽는 척을 하면서ㅡ 쿄야는 힐끗힐끗 모두를 훔쳐봤다. 이런 건 처음 본다. 어쩐지 평소와 차이가 굉장하다. 와ㅡ. 꺄ㅡ. 우와ㅡ. 남자애 모습의 부장은 흉악하게 귀엽다. 남자 같은 꼬마지만 역시 여자애다. 속눈섭이 너무 길다. 시로 선배는 더욱 멋잇어졌다. 저 모습으로 평소 입버릇인 "너, 귀업구나." 를 해버리면ㅡ. 메구미는 가쿠란의 씩씩함과 여자다움이 어우러져, 처음 만나는 소녀에게 한눈에 반햇을 때의 기분이다. 체육 대회에서 여자애가 '응원단'을 할 때가 잇는데, 그건 정말 반칙이라고 생각한다. 키라라는, 응, 가쿠란에 밀어 넣어도 그 몸매는 숨길 수 없었다. 곡선이 흐러나오고 잇엇다. 아니, 그게 아니야. 딱히 그런 눈으로 보고 잇는 게 아니라. "그럼. ㅡ너도 충분히 감상을 했으니까. 다음에는 우리가 감상할 차례다." 쿄야는 달려 나갓다. 평생 이렇게 순발력을 발휘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쿄야에게 다섯 명을 매달고도 질질 끌고 달릴 수 잇는 힘은 도저히 없엇다. 철퍼덕 쓰러졋다. "자, 쿄코 군. 부 활동 시간이야. 오늘도 또 멋진 목소리로 울어줘." 시로 선배가 의상이 든 종이가방을 가지고 다가왓다. 쿄야는 끔찍한 비명을 질럿다. 짤막한 토크5 시온: "쿄코 군, 감상은?" 쿄야: "또……. 해버리고 말앗습니다." 마오: "너, 그거 세탁해서 돌려줘라." 쿄야: "에엣? 잠깐ㅡ?! 혹시 이거 누군가의 옷이엇던 겁니까?" 메구미: "후후훗. 비밀이에요, 쿄야 군." 짠짜자자잔ㅡ! "짠짜자자잔ㅡ!"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어. 타마, 안녕ㅡ." 타마가 문을 열자마자 괴성을 지르며 포즈를 취했다. 하지만 쿄야는 타마에게 적당히 대답하고 다시 만화를 읽기 시작했다. "보라고요! 그리고 퀴즈에 대답해요! 돌발 개최! 두둥빠바밤~!" "그런 건 부장님만으로 충분해." "짠짜자자잔ㅡ! 짠짜자자잔ㅡ!" "야, 좀 봐줘라. 집에 가겠다." "안 가요. 가만히 놔두면 얌전해져서 감자 칩을 먹기 시작할걸요," 부장과 둘이서 만화잡지에서 얼굴도 떼지 않고 이야기를 했다. 타마의 이 시리즈는 벌써 네 번째엿다. 한 번 할 때마다 글자 수가 점점 늘어나서, 이번에는 '짠짜자자잔ㅡ!' 이 되었다. "짠짜자자잔ㅡ!! 짠짜자자잔ㅡ!! 짠짜자자잔ㅡ!!" "아, 진짜. 시끄러ㅡ." 부장이 인내심의 한계에 달했다. 꺼지지 않는 자명종 시게를 끄듯, 할 수 없이 타마를 처다보았다. "뭐야. 또 속아서 샀냐, 너. 이번에는 무슨 짝퉁이냐?" "후후후. 그게 바로 퀴즈예요." "야. 어쩐지 평소랑 다른 것 같은데?" 부장이 소매를 쿡쿡 잡아당겨서ㅡ 쿄야도 겨우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짠짜자자잔ㅡ!" 스커트 밑에 트레이닝복을 입은 타마가 빙글 돌며 포즈를 취했다. "타마, 그거. 로고 부분이 안 보이는데." 허리 부분에 붙어 있는 로고 마크에 종이를 붙여 가려 두었다. :그래요. 숨기지 않으면 퀴즈가 안 되잖아요. 자, 이 짝퉁 트레이닝 복의 원래 메이커는 도대체 어디일까요?" "어쩐지 안쓰러운 퀴즈군." "짝퉁이라는 건 자기도 알고 잇엇던 거군요. 전보다 진보했어요. 그건 칭찬을 해주죠." "항상 생각하지만. 너의 그 거만한 태도는 대단하다, 정말. 죽여줘, 동경한다니까." "퀴즈라니, 내가 빠질 수 없지 . ㅡ하지만 이건 어려운 문제군." 시온도 가까이 와서 쪼그려 앉았다. "나는 포기야. 잘 모르는걸." "저도 잘 몰라요. 줄이 세 개 있는 게 어디였지?" "스포츠 용품 카탈로그를 한 번이라도 봐 둘 걸 그랬다. 그랬으면 대답할 수 잇는데." "홍차 준비가 되었습니다ㅡ." 모두가 한마디씩 햇다. 처음부터 포기한 메구미와는 달리 타마의 퀴즈에 참가할 의지는 잇지만ㅡ하지만 이 퀴즈, 난이도가 너무 높다. 밸런스가 너무 나쁘다. 역시 타마야. 그런 와중에 혼자서 가만히 진지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키라라였다. 타마 앞에 쪼그리고 앉아 트레이닝복을 관찰하고 있었다. 옷감의 색을 보거나, 선의 굵기를 보거나, 전문가에게는 전문가의 체크 포인트가 있는 모양이다. 잠시 후에 키라라는ㅡ. "원래는. 푸마. 고. 기건. 쿠마?" "정답! 정답이에요! 호랑이 언니, 대단해요!" 종이를 찍 떼어 냈다. 거기에는 'Kuma'라고 박힌 글자. 휙 점플하는 날쌘 곰 그림이었다. "그럼 다음 건 뭔지 아시겠어요?" 타마는 바지를 벗었다. 밑에서 또 한 벌 ㅡ트레이닝 복 바지가 나타났다. "나이키. 이고. 그건. 미쿠?" "정답! 정답이에요!" 이버에는 'NIKE'가 아닌 'MIKU' 였다. 녹색 실로 트윈테일 소녀를 수놓은 도안이었다. "그럼 이건 뭔지 아시겠어요?" 타마는 다시 트레이닝복을 벗엇다. 도대체 몇 벌을 겹쳐 입은 거지. "너, 트레이닝 복을 몇 벌이나 산 거야?" "세뱃돈 잔뜩 받아서 가게에 갔어요. 그랬더니 또 전부 꽝이었어요!" "이렇게 살 정도면 진품도 살 수 있었지 않냐?" "타마도 진짜가 갖고 싶어요! 짜가는 이제 질렸어요!" "항상 할인점에서 사니까 그렇지." "그럼 어디서 사면 좋은데요!" "어디라니……. 평범하게 스포츠 용품점 같은 곳이 아닌가? 아, 그렇지. 직영점에서 사면 절대로 짝퉁이 없을 텐데." "직영점?! 그런 게 있었나요ㅡ?!" 타마의 유감스러운 외침이 부실에 울려 퍼졌다. "아무튼 타마는 이제 혼자서 짜가를 알아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안심하고 졸업하세요." "우리는 너한테 짝퉁을 알려주려고 학교를 다는 게 아닌데. 그것보다 알아챌 수 있으면 사지 말든가." 부장이 지극히 당연한 지적을 햇다. 타마도 타마 나름대로 부장들의 졸업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캐릭터 프로필 [앙코] 앙코의 이름은 원래 '쿄코'라고 읽어야 하는데, 타마가 한자를 잘못 읽어버려서 '앙코'가 반에서도 정착되어 버렸다. 1학년 1학기에는 검은 머리의 수수한 아이였는데, 여름방학이 끝났더니 갑자기 날라리풍으로 변해서 말투까지 달라져버렷다. 도대체 여름방학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참고로 개학하고 나서 저혀 놀라지 않앗던 것은 타마 딱 한 명이었다. "엥? 앙코가 뭔가 달라졌다고?" 앙코: "주는 거야?♪ 짱 기뻐ㅡ♪" 타마: "엄청 많아." 성냥을 켜는 소녀 한겨울, 평소 같은 부실. "선배, 스토브 켜주세요." 타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별나게 춥다 했더니, 스토브가 꺼진 상태였다. 검은 주철제 오뚝이 스토브는 불을 지펴도 붉게 달아오르지 않기 때문에 불이 타고 있는지 아닌지 얼핏 봐서는 잘 모른다. "응, 기다려." 쿄야는 코타츠에서 나와 스토브 쪽으로 걸어갔다. 스토브 착화 의식에는 꽤 기술이 필요하다. 원래 '장작'이라는 물체는 그렇게 쉽게 불타지 않는다. 일단 불이 붙으면 한 조각으로 두 시간 가까이 타지만, 그 의식이 힘든 것이다. 예전에는 부장과 시온만의 비기였지만, 최근에는 쿄야도 습득해서 점점 굵은 가지나 커다란 통나무로 불을 옮겨 가는 것이 비결이었다. "어디 보자." 오뚝이 스토브 앞에 쪼그리고 앉아, 오른손에는 착화용 긴 라이터, 왼손에는 가는 나뭇가지를 들었다. 옆에는 타마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기대로 가득 찬 눈으로 쿄야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라?" 파직하고 라이터의 방아쇠를 당겼찌만 불이 나오지 않았다. 조명에 비춰 보았더니, 가스가 들어 있지 않았다. "이런……. 떨어졌구나. 사 오지 않으면 이건 못 쓰겠네." 기대하는 눈빛의 타마에게는 미안하지만, 라이터가 없으면 불은 붙일 수 없다. "거기에 성냥이 있잖아요." 타마가 그렇게 말했다. 장작 상자 앞에 정말로 성냥갑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아니, 저기. 성냥은……, 좀." "선배? 성냥은 못 켜나요?" "아니, 뭐. 딱히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뭐랄까. 잘 못한다고 하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 "어느 쪽인데요." 타마의 시선이 박혔다. 아프다아프다아프다. 실은 성냥을 켜본 적이 없다. 하지만 후배가 기대하고 있는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도……. "시……시온 선배~." "응? 뭐지." 컴퓨터 자리에서 검은 머리의 뒷모습이 대답했다. 최근 제자의 성장이 일취월장인지, 시온이 일과에 들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예전에는 생각하는 시간도 없이 바로 두던 수를 몇 초씩 생각하는 일이있다. 지는 일은 없지만, 꽤 힘든 상대가 된 모양이었다. "이거ㅡ……. 라이터가 안 켜지는데요ㅡ……." 선배의 위엄을 살리는 건 포기하고 얌전히 선배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응? 넌 불붙이는 법을 이미 배우지 않았니." 시온은 척척 걸어오더니, 스커트를 누르고 쪼그려 앉았다. "아뇨. 붙이는 법은 아는데요……. 하지만……. 라이터가." 찰칵. 찰칵. 찰칵. 불이 붙지 않는 라이터를 눌러보았다. "흠. 그렇다면 라이터를 사 와야겠군." 시온은 흑발을 흔들며 깊이 끄덕였다. "성냥 있다니까요. 왜 두 사람 다 성냥을 안 쓰는 거죠?" "아니, 그게." "그러니까. 으음ㅡ." 쿄야와 시온은 타마의 질문에 어정쩡한 반응을 보였다. 성냥을 쓸 줄 모른다는 것과, 그것을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시온과 쿄야 두 사람 다 똑같았던 모양이다. "성냥으로는 스토브를 못 켜나요?" 타마는 상자에서 한 개비를 꺼내더니, 화려한 손놀림으로 성냥을 그었다. 하얀 연기를 뿜으며 나무 막대기가 슉 불타기 시작했다. 쿄야와 시온은 둘이서 우와ㅡ아며 불타는 성냥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순간적으로 불꽃놀이 같았다. 굉장했다. 타마븐 손목을 가볍게 휘둘러 불을 껐다. 불을 붙일 때나 끌 때나 익숙한 동작이었다. "잘하는구나……, 타마." "타마는 매일 성냥을 수십 개비나 켠다고요. 촛불을 잔뜩 키고 잔뜩 꺼요. 어차피 끌 거면 안 켜면 될걸. 매일매일 귀찮아요." 멋있다, 타마! 그러고 보니 타마네 집은 신사, 혹은 절, 혹은 교회였다.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쿄야가 졸랐다. 옆에서는 시온이 '시옹 선배'로 변해 있었다. 쿄야는 '시옹 선배'와 둘이서 같은 표정을 지으며 타마에게 졸랐다.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미니 지식 성냥 약품을 끝에 바른 이쑤시개 사이즈의 나무 막대기. 상자의 옆면에는 약품을 바른 사포 같은 부분이 있다. 거기에는 비비는 것으로 불을 붙인다. 성냥 자체의 발명은 약 200년 전이지만, 현재 형태의 성냥(안전성냥)이 나타난 것은 150년 정도 전의 일이다. 일회용 라이터의 보급과 함께 성냥은 서서히 쇠퇴했다. 현대에서 성냥을 쓸 수 있는 사람을 용사라고 부른다. 마오: "오늘은 성냥 켜는 법을 배운다!" 시온&쿄야: "네, 코치님." 고양이 귀 졸업식의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던 어느 날의 일이다. "어째서 지금까지 이걸 하지 않았던 거지!" 부실 문이 드륵 열리더니, 부장이 고양이 괴가 달린 해어밴드를 들고 들어왔다. "어디서 났습니까, 그거?" "아인쯔바인에서 팔더라." "네? 아인……?" "하굣길에 있는 가게 말이다. 전에 다 같이 간 적 있잖아. 처음 그 가게에 갔을 때는 너도 있었잖아. 뭔가 샀었잖아. 재미없게 평범한 우산을 사지 않았던가?" 잔뜩 힌트를 얻은 덕분에 겨우 어디였는지 떠올랐다. "아, 팬시 여성관입니까." "뭐야, 그게? 여성관?" "아, 아뇨. 제가 그렇게 부르고 있을 뿐이에요. 잊어주세요." "싸길래 사 왔어. 이 고양이 귀 헤어밴드! 단품이면 300엔 이지만, 고양이 꼬리랑 고양이 장갑이랑 방울 달린 목걸이까지 네 가지 세트로 겨우 980엔!" "크리스마스 재고인가 봐요." "완전히 덤터기 썼구나ㅡ." 부장과 담소를 하고 있는 곳의 옆을 타마가 쓱 지나갔다. "ㅡ아니, 야, 타마! 기다려. 어딜 가냐!" 타마는 목덜미 뒤를 잡혀 바둥거렸다. 체중이 부족한 부장은 타마에게 끌려갔다. "포기하는 게 좋을걸, 타마." 부장은 고양이 귀 헤어밴드를 가지고 왔을 푼이다. 그것을 어떻게 쓸 생각이라고는 아직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타마는 그것이 자신을 목표로 한 물건이라는 것을 재빨리 파악해 것이었다. 역시 타마. 쿄야가 오랫동안 배우고 익힌 것과 같은 수준의 위기 탐지능력을 갖고 있었다. "기껏 사 왔잖아. 조~금만 써봐도 나쁠 것 없잖니?" "싫어요. 안 써요. 타마는 고양이가 아니에요." "안 쓸 거면 세금 포함 980엔! 돌려줘ㅡ!" "마 짱, 치사해요! 타마는 그런 거 사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고. 안 쓴 거면 반품하면 되잖아요." "싫어. 추워." 입구에서 두 사람이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더니ㅡ. "차를 타 왔어요ㅡ." "아아……. 따뜻해……." 코타츠 쪽에서 완전히 늘어져 있는 '시옹 선배의 컵에 메구미가 포트로 차를 따라주었다. 실은 오늘의 차는 '홍차'가 아니었다. 코타츠에 귤. 그리고 전병. 일본 메뉴에 맞는 것은 역시 일본의 녹차다. 최근 메구미는 일본차를 타는 법을 익히고 있었다. "응. *야부키타는 역시 좋구나." *야부키타: 일본차의 한 종류. *도테라를 입고 웅크린 시온이 컵을 손으로 감싸고 멍하니 말했다. *도테라: 일본 전통 방한구. 상의 위에 입는 덧옷. "아ㅡ. 추웠다. 부장이 코타츠로 바로 들어갔다. 메구미도 차를 다 돌닌 후, 한 쪽 자리에 쓱 들어갔다. 키라라는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고, 타마는 키라라의 무릎 위가 자기 자리 였다. "자, 쿄로." 부장이 엉덩이를 들고 불렀다. 언제나 그렇지만 쿄야는 두근하고 놀랐다. 다 같이 코타츠에 들어갈 때의 자리는 한참 전부터 정해져 있어서……, 부장은 쿄야의 무릎 위였지만.... 아직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았다. 부장 쪽은 익숙한 것 같은데……. 쿄야의 배를 등받이처럼 쓰면서 완전히 편안하게 앉아 있다. "너, 고양이 귀가 그렇게 싫어?" "싫지는 않아요.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지. 타마는 고양이가 아니니까요. 고양이로 만들려는 음모에 GJ부 혼으로 반항하고 있을 뿐이에요." 타마가 센베이를 바삭 씹으며 말했다. "아니, 야. GJ부 혼이라면 그럴 땐 신 나서 해야지." GJ부 혼의 정의는 아무래도 각자 다 다른 것 같았다. 뭐, 그것도 GJ부답기는 했다.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는데ㅡ? 야, 쿄로. 너는 어떻게 생각해? 바로 밑에서 부장이 쿄야를 올려다보았다. 쿄야는 얼굴을 피하면서 입을 열었다. "귀여울 거라고 생각해요. 아, 하지만 타마가 진짜로 고양이처럼 굴면 흉악할 겁니다. 너무 귀여워서 사는 게 힘들어질 것 같아요. 그러니까 하지 않는 게 낫겠네요." "그……그런가요. 그, 그럼……. 할게요." 어라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건데ㅡ. 타마는 어째서인지 할 생각이 들고 말았다. "어라? 고양이 귀랑 고양이 꼬리. 어디 갔죠?" 타마는 근처에 있었던 고양이 귀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보이지 않았다. "누가 못 봤나요ㅡ. 엣?! ?엑?!" 시온 쪽으로 고개를 돌린 타마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굳어버렸다. "냐옹♡" 고양이 귀를 머리에 쓴 시온이 손목을 구부리고 쑥스럽게 고양이 흉내를 내고 있었다. 짤막한 토크 6 마오: "안 어울려. 전혀 안 어울려." 시온: "미안해. 이런 귀여운 건 나한테는 안 어울리는 것 같다." 마오: "그럼 하지 마." 타마: "귀여웠어요ㅡ. 뽕 갔어요ㅡ. 그렇죠, 선배? 쿄야: "아. 응. ……굉장했어." 꺄ㅡ꺄ㅡ (*^▽^*)(*^▽^*) "저기, 부장님. 어째서 여자애들은 꺅꺅거리는 거죠?"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쿄야는 별 생각 없이 소박한 의문을 입에 담았다. "언제 내가 꺅꺅거렸냐?" "아뇨, 부장님 이야기가 아니라, 반의 여자애들 말인데요. 어머, 공을 못 잡겠어, 꺄악ㅡ! 하고 말하잖아요. 예를 들어 체육시간에." "응. 그러고 보니 그렇구나. 말하더라." 떠오르는 것이 있는지, 부장은 크게 끄덕였다. 쿄야는 자신을 갖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칸자키라든가 신죠라든가. 항상 꺅꺅거려요. 부녀간에." "왜 같은 반에 부모 자식이 있는데?" "글쎄요.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신죠는 칸자키를 엄마라고 불러요. 그래서 그 초수컷 신죠 군 쪽이 아빠예요. 우리 반에서는 이미 공인된 가족이죠." "히카리는 친구예요!" 메구미가 돌아보며 말했다. 쿄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메구미는 친구인 신죠 히카리를 보기 위해 툭하면 놀러 온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쿄야와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바로 옆 반이지만, 부실이 아니면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부장님, 결혼식을 했었잖아요. GJ부의 부 활동으로. 으음……. 재작년 문화제 기억 안 나세요?" "그러고 보니 했었군. 뭔가 유쾌한 녀석이 왔었지. 엎드려 빌면서 방해하지 말아달라구 하니까 도와주ㅡ." "그 유쾌한 사람이 신죠 군이라니까요. 아빠이고 초 수컷이요. 이제 좀 기억해주세요. ……뭐, 아무래도 좋지만." "그런 걸 세상에서 뭐라고 하더라. 으음, '속도위반 결혼'이라고 하나?" 컴퓨터 자리에서 시온도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금지! 금지! 적나라한 화제! 그런 건 절, 대, 금, 지!" 부장은 시온의 등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규탄하기 시작했다. "아뇨, 그러니까 진짜 부모자식 간이 아니라니까요. 고등학교 2학년 남녀가 어떻게 고등학교 2학년 아이를 가질 수 있나요." 부장은 야한 이아기를 못 견디는 사람이다. 뽀뽀 이상의 행위가 전부 금지 목록에 올라가 있는 사람. "누구야. 이야기를 빗나가게 만든 게! 원래대로 되돌려!" 그건 부장인데요, 라고 생각하며 쿄야는 이야기를 원래대로 되돌렸다. "그러니까 여학생들이 말이죠. 꺄ㅡ뭐야ㅡ이 딸기우유 완전 맛있지 않니ㅡ? 죽이지 않니, 죽이지 않니, 꺄ㅡ꺄ㅡ꺄ㅡ. 하고. 처음과 끝에 "꺄ㅡ."를 붇여서 이야기하곤 하지 않나요? 잠고로 이건 우리 반의 검은 삼연성인데요." "나루미는 말 안 해. 신제품을 쭉 마신 후에, "좋군."하고 끄덕일 뿐이야." "네. 그 사람은 그쪽 계열이 아닐 것 같네요. 딱 자르는 타입이고. 그러니까 보통 여자애들 이야기라니까요." "흐흠. 우리는 여자애가 아니래. 어떻게 할까, 시이 선생. " "그건 중대한 문제군." "잠깐ㅡ왜 그쪽으로 불똥이 튀죠, 이야기를 원래대로 되돌리죠." "격렬하게 탈선시킨 건 너잖아. 초수컷 부모자식이랑 나루미 이야기까지 꺼내 놓고." "나루미 선배 이야기를 한 건 부장님이잖아요." "이건 내 천재성에 대한 도전이군. 나는 한 번 본 것이라면 어떤것이라도 학습할 수 있어. 그러니 여자애의 "꺄ㅡ꺄ㅡ."라고 해도, 물론 익힐 수 있고말고." 시온이 뭔가를 말했다. 마우스를 딸깍거리며ㅡ "꺄ㅡ꺄ㅡ. 봐, 빌리. 꺄ㅡ, 이것 봐, 체크메이트. 꺄ㅡ." "꺄ㅡ. 어머, 차 맛있어ㅡ." 부장도 홍차를 마시며 꺅꺅거리기 시작했다. "꺄ㅡ. 어머나, 차가 떨어졌어ㅡ. 메구, 더 줘 꺄ㅡ." "꺄ㅡ꺄ㅡ. 차 다 드릴게요." 메구미까지 어째서인지 '보통 여자애' 흉내를내고 있었다. "뭔가 다른데요. 어째서인지 정말 안쓰러워요." 쿄야는 냉정하게 판결을 내렸다. "아니라는데. 우리은 여자로서의 가치가 시험당하고 있어. 자, 해봐. 키라라?" "꺄아. 꺄아." "더 완전 확실히 아닌데요. 키라라가 꺄ㅡ, 하는 걸 전혀 상상할 수도 없어요. 냐옹ㅡ이라면 약간은 상상할 수 있지만." "이거, 타마도 해야 되나요? 그러면 선생님 부를래요. 앙코는 항상 꺄ㅡ꺄ㅡ, 하는 걸요. 꺄ㅡ꺄ㅡ4단이에요." "4단이라. 그럼 꼭 배워야겠군." "저기, 죄송합니다. 누군가 제 처음 질문에 대답 좀 해주세요. 왜 여자애들은 꺄ㅡ꺄ㅡ, 하는 거죠?" "그러니까 강사를 부를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잖아 생각하지마. 느껴." 오늘의 GJ부 활동은 강사의 지도를 받을 모양이었다. 짤막한 토크 7 앙코: "할루ㅡ!" 쿄야: "하, 할루……." 앙코: "타마가 뭘 가르치라고 했든데, 뭘 가르치면 되나요." 쿄야: "저기, 저기, 저기 말이지ㅡ." 앙코: "꺄ㅡ! 저기저기 말하네, 정말이네ㅡ꺄ㅡ쩐다ㅡ! 선배인데 그게 뭐야, 선배 주제에 그거 완전 짱 귀여워? 반칙이야! 꺄ㅡ꺄ㅡ꺄ㅡ악!!" 라이트 유저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GJ부의 책장 쪽에서 어라ㅡ, 어라ㅡ,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뭘 찾고 계시나요, 부장님?" "보면 모르겠냐. 2권을 찾고 있잖아." 쿄야는 그런 건 봐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생각하면서 더 물었다. "제목은 뭐죠?" GJ부의 책장에 들어 있는 책은 여러 사람이 가져온 것이다. 하지만 소설이라면 대부분 쿄야가 갖고 온 것이다. 소년만화라면 주로 부장. 소녀만화는 메구미. 졍제학 서적이나 철학 서적은 시온이라는 식이다. "그걸 알면 이미 찾았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니." 부장은 계속 책을 찾으며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그것도 그렇군요. 그럼 작가 이름 정도는 아시나요." "그런 걸 기억할 리가 없잖아!" 부장은 고개를 휙 돌리며 거친 목소리로 단언했다. "엣ㅡ……?" 부장은 필요 이상으로 커다란 목소리를 냈던 것에 약간 반성하는 표정을 지었따. 적당한 크기의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말했따. "……보통 그런 걸 기억하는 녀석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네ㅡ……?" 쿄야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보통은 작가 이름부터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 책은 어던 표지였쬬? 그것보다 그건 소설, 라이트 노블이 맞나요?" "음? 음, 문자가 잔뜩 있었지. 그런 기억이 희미하게 있어." "그 정도는 기억해주세요. 소설인지 만화인지 정도는." "제목도 작가도 모른다고 하면……. 아, 표지네요. 표지는 어떤 거죠?" "으음ㅡ……." 부장은 팔짱을 낀 채로 생각에 잠겼다. "이래저래 있잖아요. 여자애가 척 서 있다던가." "척?" "아, 혼자 서 있다는 뜻이에요." "저, 전문 용어구나. 마, 마니아군." "그건 됐으니까요, 어떤 거죠. 여자애가 혼자 서 있었나요"? 배경은 하얗고? 혹은 배경이 까만색에 가깝나요? 그걸로 라이트 노블은 거의 두 분류로 나눌 수 있어요." "여자애가 손자 서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흠흠, 그렇군요." 쿄야는 일어나더니, 책장 앞으로 이동했다. "그렇다면 이 부분에서 이 부분까지는 제외군요. 이족은 스토리 계열이니까요." "그렇지. 하나 생각났어. ㅡ뭔가 검 같은 걸 갖고 있었어! 어때! 이건 중요한 정보지! 이걸로 찾을 수 있을 거야!" "전혀 아닌데요." 쿄야는 전혀 파악을 못하는 라이트 유저 부장에게 설명했다. "검 같은 거라고 해도 많이 있잖아요? 그건 목검 인가요? 일본도 인가요? 서양의 레이피어인가요? 브로드 소드인가요? 아니면 마법검 같은 건가요. 혹시 참마도 같은 건가요? 참고로 그게 전부다 다른 시리즈인데요." "아……, 우……, 자……잔뜩 있구나." "그러니까 어떤 검인지 모른다면, 그 정보는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네요." "모……목검……이었던 것 같은데." 쿄야는 부장이 준 정보를 바탕으로 수색을 시작했다. 꽤 긴 시간이 걸려서 겨우 원하던 책을 찾았다. "오ㅡ! 이거야, 이거! 잘했어, 쿄로!" "표지에 목검이 없던데요." 목검을 휘두르는 것은 표지가 아니라 안에 든 삽화였다. 부장을 꼭 닮은, 성질이 급하고 작은 여자애가 나오는 러브 코미디였다. 쿄야는 완전히 지쳐버렸지만, 찾은 책을 들고 방긋방긋 기뻐하는 부장을 보고 있자니 불평을 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자, 캐러멜 마키아토 나왔습니다." 메구미가 타준 달콤한 음료가 피곤한 몸과 마음에 스며들었다. "좋아1 이번 주에 전부 다 읽어야지." 부장은 책을 배 앞에 꼭 껴안으며 말했다. 쿄야는 문득 입을 열었다. "아……. 하지만 부장님. 그 책, 아마 최종권인 10권에서 뽀뽀장면이 있을걸요?" 부장은 '뽀뽀'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다. 키스 장면이 있으면 그것만으로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이다. "뭐라고오!" "자, 보세요. 10권만 위험물 책장 쪽에……." "또 난 마지막 권을 못 읽는 거냐!" 부장은 분개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분노였다. 미니 지식 살색 라이트 노블……표지의 배경이 하얀색. 여자애가 척(혼자서), 혹은 여자애 여럿이서 이족을 보는 시선. 스토리 라이트 노블……배경이 가득. 멀리서 보면 검을 정도로 가득 그림. 인물 여럿, 혹은 남자 중심. 군상 라이트 노블……인물 일곱 명 이상. ㅡ민메이 서점 출판 『아아 나의 청춘 라이트 노블의 길』(아라키 신 저)에서. ~라이트 노블 표지 촬영 놀이~ Gj 부9 권 1 화 타이핑 J (일부뿐이지만 그래도 한번 써봅니다) 코타츠와 귤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쿄야는 코타츠에 푹 잠겨서 귤에 손을 뻗었다, 부장과 마주 앉아 있었다. 코타츠 위의 바구니에서 하나씩 귤을 집어 껍질을 벗겼다 "역시 겨울은 코타츠에서 귤이지-." 부장은 그런 말을 하며 귤껍질을 벗겼다. "부장님, 코타츠에 들어가 본 게 작년부터잖아요." 아마츠카 가에 난로는 있어도 코타츠는 없다. 작년에 부실에 코타츠가 들어와서, 그때 처음으로 써봤을 것이다. "이 바보. 이미 해가 지났다고, 그러니까 그건 재작년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부장님의 코타츠 경력은 2 년도 안 되잖아요. 참고로 제 코타츠 경력은 15 년 입니다." "누가 물어봤냐, 자랑하라는 소리 한 적 없다." "타마네 집에는 바닥이 파인 코타츠가 있어요, 여기는 좁아서 들어가기 힘들어요." 코타츠 안에서 타마가 쑥 튀어나와 말했다. 고개를 부르르 흔들며 땀에 젖은 머리카락의 습기를 털어 냈다. 코타츠 속에 들어가면 더운 게 당연하다. 애초에 코타츠는 속에 들어가는 게 아닌데. 타마가 입을 열고 기다리고 있기에 마지막 한 조각을 타마 입에 넣어주고-쿄야는 두 번째 귤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부장님." "왜." "깨작깨작하는 거, 싫어하지 않았나요?" "싫어." 쿄아가 묻고 부장이 대답했다. 도대체 무엇에 대해서 물어본 것이냐면-. 쿄야가 첫 번째 귤을 다 먹을 때까지 부장이 한 조각도 먹지 않은 것에 대해서- 였다. 껍질을 벗긴 후, 부장은 계~속 귤 덩어리에서 하얀 속껍질을 멋겨 내고 있었다. 깨작깨작,깨작깨작,깨작깨작,깨작깨작하고. 귤 덩어리에 붙어 있는 실 모양의 섬유를 열심히 제거하고 있었다. 천장의 형광등에 한 정어리를 비춰 보고- 여러모로 뜯어보며- "좋아." 겨우 한 덩어리를 입에 넣었다. "역시 코타츠에는 귤이지- 맛있다." 평화주의자를 자칭하는 쿄야였지만, 이것에는 좀 반대의견이 있었다. "좀 더 팍팍 먹는 게 맛있을걸요." 다시 부장은 깨작깨작, 깨작깨작, 깨작깨작, 깨작깨작-하고, 한 줄기도 놓치지 않겠다는 집념으로 귤 덩어리에서 실오라기를 뜯어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거, 먹을 수 있어요." 쿄야가 말을 걸어도 부장은 무시해버렸다. "자 부장님." 쿄야는 귤 한 조각을 부장에게 내밀었다. 입가에 댔다. 하지만 부장은 얼굴을 휙 돌려버려서 귤이 뺨에 명중하고 말았다. 그대로 뺨에 꾹꾹 밀었다. "야, 시이. 쿄로가 날 괴롭힌다. 쿄로가 날 못살게 구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지, 이거?" "요즘 쿄로 군의 성장의 눈부시구나. 믿음직스러워." "쿄로, 냄새 나." 컴퓨터 자리에서 '도테라'를 장비 중인 시온과, 코타츠의 구석에서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린 카라라가-무슨 말을 했다. "부장님아 귤을 안 먹어요." "먹고 있어." "괜찮다니까 그러내요. 이 실 같은거-먹을 수 있어요." "귤의 그 부분은 전문용어로 귤낭상근막이라고 하는 건데. 과실의 수분이나 양분을 전해주는 조직이야. 섬유질이나까 몸에도 좋을 거야." "봐요, 시온 선배도 저렇게 말하잫아요." "그려냐." 부장은 끄덕였다. '깨작깨작' 을 그만주고 평범하게 먹을 줄 알았더니- 모은 '실' 을 쿄야에게 전부 밀었다. "자, 먹어. 몸에 좋고 먹을 수 있다며." "언니는 그런 거 싫어해요-. 명란젓의 껍질도 싫어해요." 메구미가 사람 수만큼의 홍차를 쟁반에 들고 왔다. 귤에 어울리는 홍차라니, 여간 찾기가 어려워서-. 향기를 맡아보니 아마 켄디(Kandy) 인것 같다. "명란젓을 먹을 때도 그렇게 깨작깨작하나요?" 알의 작은 덩어리를 한 덩어리씩 빼고 있는 무서운 광경을 상상 해버렸다. "흥, 넌 못살게 구니까 안 가르쳐줘." "자, 부장님, 팍팍 먹는 게 훨씬 더 맛있다니까요." 쿄야는 귤을 부장의 뺨에 억지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 벌써 3학기도 끝나 갈 무렵이다. GJ 부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짤막한 토크 8 마오: "귤은 단 것과 신 것이 있잖아-. 그건 어째서일까." 쿄야: "운에 맡길 수밖에 없죠-." 메구미: "에엣? 그런가요-? 전 단 것 밖에 먹은 적이 없는데요-?" 시온: "메구미 군은 운이 이상할 정도로 좋으니까. 그녀의 주위에선 확률이 일그러지는 걸 느껴." 이능학원 G 하늘은 어두운 구름에 휩싸여 있었다. 쿄야를 포함한 GJ부의 멤버들은 학교 건물의 옥상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두꺼운 구름을 뚫고 '놈'의 존재가 느껴졌다. 대기권 밖에서 놈의 거대한 '육체'가 지표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 행성 최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 지표면에 살아 잇는 인간은 이미ㅡ우리 GJ부 여섯 명뿐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격력한 싸움으로 놈들의 종족을 수없이 해치웠다. 그러나 아직 최대의 강적이ㅡ'공포의 대왕'이 남아 있다. 몇 시간 전까지는 세계 각지에서 달려온 전사들의 크고 작은 '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아무리 지각을 펼쳐보아도 쿄야들 여섯 명박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쿄야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라는 선택지는 그들에게 없었다. 왜냐하면ㅡ그것이 GJ부라는 것이니까. 바깥 우주에서 도래한 '놈'과 싸우는 것은 운명에 새겨진 것이니까. 그것이 'G' 의 문장을 가진 자들의 운명이다. "왜 그래, 쿄로? 야, 겁먹었냐?" 쿄야의 옆에 선 부장이 팔꿈치로 옆구리를 찔렀다. 그녀의 입에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흘렀다. 이런 때에도 역시 부장은 부장이었다. 그것이 쿄야를 안심시켰다. "자, 슬슬 출발하자. GJ부 혼을 불태워라!" 부장의 목소리에 쿄야는 힘차게 끄덕였다. GJ부 혼을 불태운다. GJ부 혼에 내포된 에너지는 하나의 우주에 필적한다. "가자, 모두들." 쿄야는 말했다. 부장, 시온, 메구미, 키라라, 그리고 타마. 순서대로 얼굴을 보았다. "음, 어디까지나 너를 따라가마." 시온은 끄덕였다. 그 몸은 이형으로 변해버렸지만, 역시 시온은 아름답다. "얼마든지." 메구미는 엄숙하게 기도를 시작했다. 등에서 커다랗게 펼처진 빛의 날개가 주위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우오옹ㅡ." 생물로서 진화를 계속한 키라라의 몸은 이미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으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쿄야는 그녀의 온몸을 덮은 은색 털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할 수 없군요. 타마 혼자서라면 어디든 도망칠 수 있지만, 선배랑 같이 가줄게요. 다음 생에서 감사하세요. 구체적으로는 매일 감자 칩을 바치세요." 하늘을 덮고 잇던 구름에 구멍이 뚫렸다. 고리 형태로 흩어진 구름 저편에 반짝이는 별들이 펼쳐져 있었다. 대기권을 빼앗겨 하늘이 없어진 상태였다. '놈' 의 거대한 몸을, 기가 아니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주위를 돌던 위성 중 하나가 궤도를 바꿔 이쪽으로 향해 떨어졌다. 그러나 저것은 약한 권속. 조무래기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해도 산맥 정도의 크기지만. "우오옹ㅡ!!" 흰 투기로 몸을 감싼 키라라가 혜성처럼 꼬리를 남기며 돌진했다. 그녀는 태고의 투기를 빅풋에게서 물려받은 전사였다. '놈들' 과의 전투를 수억 년에 걸쳐 반복해 온 순수한 전통종족 빅풋ㅡ 그 단련된 투기는 때로는 물리법칙조차 초월한다. "이아. 이아. 하스투ㅡ루! 이아! 하스티아!" 시온의 '영창'이 가경에 접어들었다 전방의 공간에 커다란 일그러짐이 발생했다. 그것은 별들의 세계로 이어지는 '문'이었다. 수만 광년이나 떨어진 심연에서 '소환'에 응해 사악한 신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바람의 사신 <하스툴>ㅡ그녀의 선조다. 키라라의 유성권과 사신이 놈의 권속 중 하나를 격파했다. "엿차. 엿차. 엿차. 합." 타마가 부채와 방울을 들고 춤추었다. 주술에 걸린 물체는 공간에서 사라진다. 설령 그것이 고층 빌딩 정도의 크기라고 해도, 그녀의 텔레포트 능력 앞에서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 그녀는 하늘을 나는 천조 <가루다>의 후예이다. 시공을 조종하는 고차원의 존재다. 등에 날개를 가진 메구미의 온몸이 인광에 휩싸였다. 지상에 내려온 천사인 그녀는 신을 배신하고 인류의 수호자가 되었다. 그녀의 기도는 모든 확률에 간섭해, 쿄야들의 공격을 전부 크리티컬 히트로 바꿔준다. 사람들은 그녀를 행운의 여신이라고 불렀다. "야, 쿄로! 뭐 하는 거야. 빨리해! 이제 지탱할 수가 없어!" 하늘이 떨어져 내렸다. 부장이 모든 심영력을 염동력으로 변환해서 하늘을 지탱하고 있었다. 그녀는 일본열도를 수호하던 아마테라스 오오미카미의 화신이다. 무한이라고 할 수 잇는 영력을 끌어내는 대상으로, 그 몸은 붕괴되고 있었다. 그리고 쿄야는 명상을 하고 있었다. 제4단계로 올라가기 위해 안에 잇는 GJ부 혼을 불태우고 있었다. 차분한 평화주의자의 마음을 가지면서 분노로 눈을 뜬다는 전설의 초전사. 제4단계로 도달할 수 있다면, 그 힘은 일격으로 천체조차 소멸시킬 수 있다. 그리고 쿄야는ㅡ. 드디어 그 눈을 번쩍 떴다. "어라?" 쿄야는 침대 위에서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꿈인가, 하고 납득했다그렇다고 해도 이상한 꿈이었다이능배틀물+공포의 대왕이라는 느낌? 그러고 보니, 1월 1일 밤에 꾼 꿈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설마? 짤막한 토크 9 마오: "멋져! 그 예지몽은 멋지다! 쿄로!" 쿄야: "예지몽이라고 하지 마세요. 인류가 멸망하잖아요." 시온: "아니. 별로 틀리지도……. 아니. 아무것도 아냐……." 마오: "GJ부 혼이라는 것은! 그런가! 안에 있는 우주였던 건가!" 쿄야: "저, 다시 태어나는 건 중2 때의 암흑마장군으로 충분해요." ~ 마오를 보며~ 시온: "마오는 왜 저러지?" 쿄야: "제가 꾼 꿈 이야기를 했더니……. 브라더 콤플렉스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코타츠 위에서 휴대전화가 요동을 쳤다. 평소와 다른 벨소리가 울리더니, 여동생이 보낸 문자의 도착을 알렸다. 참고로 이 벨소리는 쿄야가 설정한 것이 아니라, 여동생이 멋대로 집어넣은 것이었다. "보지 않아도 돼?" "괜찮아요. 카스미니까요. 어차피 이상한 걸 찍어서 보냈을 거예요." "봐 둬라. 오빠, 살려줘ㅡ! 라면 큰일이잖아." 부장의 말을 듣고 휴대전화를 켜서 힐끗 확인했다. "고양이 사진이었습니다." "흠." 부장은 특별히 반응이 없었따. 대신 부실 여기저기서 반응이 두 가지 있었다. 키라라의 귀처럼 생긴 삐죽 머리가 움찔움찔 움직이거나, 택배 상자 안에 들어 있던 타마가 뚜껑을 열고 얼굴을 내밀었다가 다시 집어넣거나. "하지만 카스미 녀석, 정말 브라더 콤플렉스구나." "네? 브라더 콤플렉스라니……. 무슨 뜻입니까?" "말의 뜻을 묻는 게 아니지? 말 그대로의 의미야. 오빠를 좋아한다는 뜻인데?" "네ㅡ?" 쿄야는 미간에 주름을 지었다. "미움받는다면 이해하겠지만…….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 "왜 너는 자신이 미움받는다고 생각하는 거야? 난 일단 그것부터 알고 싶네." "아니ㅡ. 왜냐면 저는……, 거의 매일 밟히거나 채이고 있는데요?" "그럼 뭐야. 내가 널 물면 너를 싫어한다는 뜻이야?" "아ㅡ……." 쿄야는 대꾸할 말이 없어졌다. 부장의 그것은 무엇일까. 스킨쉽 같은 것인가? 그렇다면 카스미의 '밟기'나 '차기'도 일종의 스킨쉽인가? "흠, 꽤 흥미로운 이야기군." 시온이 세계챔피언과의 대전도 내던지고 의자 바퀴를 굴려 달려왔따. 일본식 공간의 다다미 끝에 바퀴가 걸려 멈추자, 코타츠에 빙글, 착 들어왔다. 잘 들어, 쿄로 군. 이 경우의 '좋아한다'라는 뜻은, 남매로서 사모가 아니라 오히려 남녀의 그것과 가깝다고 할 수 잇는데." "잠깐ㅡ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시온 선배. 농담이라도 그런 거, 화낼 겁니다?" "응? 왜 혼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미안.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사과하겠다만." "저기요, 시온 선배. 예를 들어 니니즈(시온의 오빠들) 여러분들이 시온 선배를 여동생이 아니라 여자로서 좋아한다고 하면, 시온 선배도 썩 좋은 기분은ㅡ." "엑?" 시온은 눈을 크게 뜨고 깜짝 놀랐다. "엥? 아니, 그런 건……. 아니,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앞뒤가……. 아니, 설마 그런. 그렇다면 그거랑 그거랑 저거랑 그때도, 이른바 그런 의미를 가진 거였고……. 하지만 안 돼, 그런 건……. 스메라기 가도 이제는 일단 인간이고……." 시온은 고개를 숙이더니 뭔가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쿄로, 엄청난데? 한 방에 시이 입을 다물게 만들다니." "속지 않을 거예요, 부장님. 니니즈는 몰라도 우리 집은 다르니까요. 건전해요. 완전 건전해요." "너도 니니즈를 보면서, 이거 위험한데ㅡ라고 생각하는 거잖아. 우리도 카스미를 보면, 이거 위험한데ㅡ라고 생각한다고." "아니, 하지만 말이죠, 부장님ㅡ." "야, 메구. 너는 어떻게 생각해?" "카스미는 오빠를 정말 좋아하죠ㅡ." "봐라. 메구도 그렇게 말하잖아." "봐요. 메구미도 말했잖아요. 세계인류 전부 좋아한다고 말할 때의 좋아한다죠. LOVE가 아니라 LIKE 쪽이에요." 메구미가 갖다 준 홍차를 꼴깍꼴깍 마시며, 도대체 어떻게 하면 부장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있을까, 그것만 궁리하고 잇었더니ㅡ. 회색 뇌세포에 반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럼ㅡ아마츠카 가는 어떤데요. 그렇지. 예를 들어 세이라. 첫째 언니랑 둘째 언니, 어느 쪽인지 저는 전혀 모르겠지만요., 그렇게 의존하는 걸 보면 좀 위험한데, 이거? 가 아닌가요? LIKE의 의미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 LOVE의 의미로 좋아하는 거면 어떻게 하실래요? 자, 자. 이번에는 부장님 차례예요!" "엣……? 욱……? 아……? 으엑?" 부장은 흐리멍덩한 소리를 내더니, 조용해졌다. 눈을 계쏙해서 좌우로 굴렸다. 한눈에 봐도 알 수 잇을 정도로 동요해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겨우 부장을 조용히 시킨 그 순간ㅡ. 카스미 전용의 벨소리가 울렸다. 카스미가 보낸 그 문장은ㅡ. [오빠. 카스미, 벌써 집에 있어.빨리돌아와 하트] 이거 위험한데ㅡ. 짤막한 토크 10 카스미: "어쩐지 말이야. 오빠가 말이야. 이상하더라?" 세이라: "우리 집도. 큰언니가 이상했어." 질: "마이 시스터.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카스미: "오빠가 말이야. 목욕 끝나고 빗질 안 해줬어." 세이라: "언니. 책을 읽어주려 했는데 오늘 밤은 필요 없대.“ ~이거 이상한데?~ 마오: "위험한데, 이거……." 시온: "아니,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전부 앞뒤가 맞……." 쿄야: "완전 건전해요. 문제없어요……." 아야나미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GJ부는 여섯 명 체제로 코타츠에 푹 들어가 있었다. 쿄야는 무릎 위에 앉은 부장의 정수리에 말을 걸었따. "우리 부에 아야나미가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게 뭔데?" "우리 반에 애니메이션을 무지 잘 아는 애가 있어요. 그 애 말로는 아야나미가 있때요. 무슨 *아야나미=루리루리=나가토 계열이래요. 육식계 아야나미라고 했었나?" *아야나미=루리루리=나카토: 『신세기 에반게리온』, 『기동전함 나데시코』,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의 파란 머리 헤로인 캐릭터들. "그게 도대체 뭐냐니까?" "글쎄요. 저도 잘 몰라요." "도대체 누가 아야나미인데?" "키라라라고 했어요." 코타츠 맞은편에서 키라라가 귀를 움찔 움직였따. 아니, 저건 귀가 아니라 귀처럼 보이는 튀어나온 머리카락이지만. 그건 알지만. 지금 코타츠는 만원 상태였다. 전원이 코타츠에 들어가 있었다. 이번 겨울의 추위는 이상 현상이라고 할 수준이었따. 틈새 바람이 들어오는 GJ부의 부실은 둥근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이 힘들 정도로 추웠다. 오뚝이 스토브가 전력으로 가종 중이었지만, 전혀 따뜻해지지 않았따. "키라라의 어디가 아야나미야? 애초에 아야나미는 뭔데?" "글쎄요. 저희가 태어날 때쯤에 나온 애니메이션의 헤로인인 것 같은데." "키라라. 닮았어?" 키라라가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에 참여했다. 이야기꽃이 피기 시작하자, 메구미가 말없이 차를 타러 일어났다. 키라라의 배에 기대서 음냐음냐 졸고 있던 타마가 야옹 눈을 뜨더니, 좌우를 둘러보았다. 시온이 타블렛을 톡톡 누르고 있었다. 평소에는 컴퓨터 자리에서 인터넷에 연결되는 게 한계인 낡은 컴퓨터를 쓰고 있었지만, 오늘은 자신의 타블렛 단말기로 코타츠에서 따뜻하게 제자를 지도 중이었다. "그 아야나미라는 건 어떤 캐릭터야?" 부장은 홍차가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으음……. 아마 말이 없고 단발머리일걸요." 코타츠 위에 종이와 펜이 있어서 쓱싹 그려보았다. 마침 삼색 볼벤이었기 때문에 머리카락 부분은 파란색으로 바꿔서 칠을 했다. "뭐야, 그게. 헤어스타일만 비슷하면 다 아야나미야? 나도 짧게 자르면 아야나미냐?" "부장님은 일단 그 입을 다물 필요가 있을걸요." "말이 없으면 다 아야나미인가." "표면적인 것보다 좀 더 깊은 인간성 쪽이 아닐까요. 아야나미는 고지식하고 한결 같은 성격이래요." "왜 너희 반의 애니메이션 박사가 키라라의 성격까지 알고 있어? 그 녀석은 뭐야? 키라라를 스토킬이라도 하고 있는 거야?" "네? 그건 제가 이야기를 했기 때문인데요." "뭐라고!" 부장은 언성을 높였다. 무릎 위에서 소리를 지르면 귀가 아프다. 어째서인지 오늘은 텐션이 높았다. "너는 우리의 개인정보를 그렇게 쉽게 흘리고 있는 거냐. 예를 들어 시이를 귀여운 생물이라고 떠들고 다는다든가." "나는 딱히 귀여운 생물이 아닌데." "최근에는 부장님이 인기예요. 부장님 스트랩을 직접 만들어서 가방에 달고 다니는 여자애도 있을 정도로. 저번에는 그 애가 몇 개가져와서 나눠줫는데요.눈 깜작 할 사이에 다 없어졌어요. 거의 서로 빼앗는 듯한 거죠. 부장님, 인기 폭발이예요.“ "뭐라고!" "그게, 우리 동아리는 굉장히 오해받고 있잖아요. 누군가의 탓으로. 그래서 오해를 풀기 위해서 툭하면 포교를 하고 있어요. 무섭지 않아, 괜찮아, 라고." "우와ㅡ! 나에 대해선 알 바 아냐ㅡ! 인기 폭발이라고? 흐흥! 당연한 결과지!“ 남에게 인기 있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부장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호랑이 언니처럼 고기를 좋아하나요. 그 아야나미는?" 타마가 겨우 정신이 들었는지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눈을 떠보니 타마 눈앞에는 산더미 같은 고기.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뻗어 닭다리를 하나 척 집었지만, 키라라는 화를 내지 않았다. 동생처럼 생각하는 타마에게는 집어먹는 걸 허락해주고 있었다. "아니, 고기는 못 먹는 것 같아. 오히려 싫어한대." "전혀 다르잖아요. 반대네요." "키라라도 야채를 싫어하잖아. 가려 먹는 게 닮았다는 건가." "키라라. 야채. 좋아해. 질. 화내." 키라라가 굉장히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것은 역시 싫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친구 말로는 키라라는 육식을 하는 아야나미라던데요. 그리고 뭐라더라? 여자 타잔이라고 했던가? 캐릭터의 원형적으로 이러니저러니." "다음에 그 캐릭터 소믈리에군에게 물어봐라. 나ㅡ나는, 그거라면 무슨 캐릭터지?" "……방가방가 햄토리?" 쿄야는 그렇게 중얼거렸다가 팔을 가볍게 물렸다. 미니 지식 아야나미 애니메이션 작품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메인 히로인. 말이 없고 무표정하지만 헌신적인 소녀. 그 작품은 방송 개시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대적인 인기를 유지해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방송 당시에 3학년들은 아슬아슬하게 태어난 후였다. 쿄야는 방송 중에 태어났다. 타마는 뱃속에도 없었다. 부실에는 어째서 인지 역대 부장 중 누군가가 놓고 간 LD박스(주: DVD가 아님)가 있지만, LD플레이어가 없어서 볼 수 없다. 대인기 "자자자. 이쪽에 순서대로 서주세요ㅡ. 이쪽이 대기 순번표입니다ㅡ. 여기서부터 기다리는 시간은 30분입니다ㅡ. 그리고 이쪽이 주의사항입니다. 기다리는 동안 읽어주세요ㅡ." 부실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복도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 줄을 통제하는 방법도 완전히 익숙해지고 말았다. 지금 현재 인원수를 보았다.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보았다. 그리고 쿄야는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쓰인 입간판을 줄 마지막 사람 뒤에 재빨리 설치했다. 그 직후에 온 여자애가 "엣ㅡ!"하고 탄식했지만, 미안해요~, 내일 또 와주세요ㅡ하고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안됐지만, 여기서는 단호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멈추는 타이밍을 잃어버리면 끝도 없이 계속 줄이 늘어나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마는 것이다. 첫날에는 손님을 전부 처리했더니 저녁 8시가 되어버렸다. "오늘은 6시에 끝날 것 같네요~, 부장님~." "응." 부장이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뻣뻣하게 굳어 있는 부장은 단 한마디를 대답하는 것도 벅차 보였다. "쿄야 군, 수고했어요. 자, 홍차예요." 메구미가 홍차를 주었다. 그러나 쿄야는 입에 댈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자신보다도 '수고한 사람' 이 있었다. 게다가 그 사람은 앞으로 몇 시간이나 차도 마시지 못하고 뻣뻣하게 굳어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부장님..., 괜찮습니까?" "괘, 괜찮...아." 더듬거리는 대답이 들렸다. "자, 5분. 끝." 시간측정을 맡은 키라라가 스톱워치를 들고 말했다. "에엣ㅡ? 조금만 더 해도 되잖아ㅡ? 소원을 아직 다 말 못 했는데ㅡ!" "아ㅡ뇨. 안 됩니다. 모두 공평하게 5분씩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여자애가 불평을 했지만, 접수를 담당하는 타마가 차갑게 물리쳤다. "그럼 그 시계 틀렸어. 로스타임 좀 줘, 타마." "네네. 불평이라면 육상부에 해주세요. 육상부에서 빌린 시계니까." 아무래도 타마네 반 여학생인 것 같다. 그런데 반에서도 타마라고 불리고 있구나. 여자애가 겨우 포기하고 부장을 놓아주자, 바로 다음 여자애가 와서 부장을 잡고 꼬~옥 껴안았다. 의자에 앉아 부장을 무릎 위에 앉히고 중얼중얼 '소원'을 말하기 시작했다. 부장은 그 주문 같은 속삭임을 들으며 뻣뻣하게 굳은 데다 얼굴색까지 파랗게 질려 있었다. 어떤 욕망에 가득 찬 '소원'을 듣고 있는 것일까. 상상하고 싶지 않다. 여자들, 무서워. "자, 사주는 여기에 받고 있습니다. 유도부의 부 지페는 환율이 낮아요. 환산표라면.... 자, 그럼 14억 8천만 유도부 달러, 넣어주세요♡" 타마가 주판을 튕겨 '사주'의 환율 계산 결과를 냈다. 아마츠카 마오 님은 신의 일종이기 때문에 이것은 대가의 지불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기부라고 한다. 이런 부분은 진짜 무녀인 타마에게 맡겨 두면 문제없다..., 아마도. 갑자기 다른 이야기지만. 마술 말고 타마의 다른 특기가 밝혀졌다. 주산 1급. ㅡ의외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처음에 말하기 시작한 거지? 부장을 껴안고 소원을 말하면ㅡ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아, 아니ㅡ. 아마도 가장 처음에 흘러나온 소문은, 부장을 껴안고 있으면 이성 친구가 생긴다는 거였나? 뭐, 그게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동안 '소원이 이루어진다'가 된 것 같은데. 부장 캐릭터 스트랩은 그때까지는 일부에서 인기였다. 그 이상한 소문이 퍼지고 나서는 보다시피 엄청난 붐이 되어버렸다. "그게 말이지. 마오는 인기를 얻는 것에 익숙하지 않거든." 시온은 말했다. 부장이 뻣뻣하게 굳어 잇는 것은 그것이 이유다. "시온 선배도 그렇잖아요. 우리 반에 왔을 때, 여자애들이 둘러싸니까 시온 선배도 지금 부장님처럼 굳어 있었어요." "아아, 주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이 얼마나 자유로운 것일까.... 자, 보렴. 내가 여기에 있어도 아무도 나를 보고 있지 않아!" 시온은 팔을 벌리고 빙글빙글 돌았다. 부장이 "쳇."하고 불평했다. 그것을 보고 줄을 선 여자애들이 "꺄ㅡ. 귀여워ㅡ." 하고 초음파를 발산했다. "여러분, 홍차는 어떠세요ㅡ. 맛있어요ㅡ." 메구미가 종이컵에 홍차를 담아 줄을 선 여학생들에게 나눠주며 돌아다녔다. 정말로 신이 나 보였다. 쿄야는 부장이 걱정이었다. 부장에게 몇 번이나 말했던 것이다. 힘들면 거절해도 된다고. 그러나 부장은 "후배를 위해서 부 지폐를 벌어줘야지." 하고, 열심히 참고 있는 것이었다. "뭐, 인기와 유행 같은 건 며칠이면 사라져버리는 거니까." 시온의 말대로ㅡ이 유행은 며칠 만에 사라졌다. 짤막한 토크 11 마오: "어, 어, 어떠냐……. 부, 부 지폐를 잔뜩 벌었다……." 쿄야: "수고하셨습니다, 부장님. 이건 제가 드리는 마음의 선물입니다. 제 '일일자유권'입니다. 뭐든 명령만 하십ㅡ." 마오: "부끄러운 줄 알아라ㅡ!" 쿄야: "우왁, 깜짝이야!" 마오: "뭐, 뭐, 뭐, 뭐에 쓰라는 거야, 너ㅡ! 하자는 거냐! 하자는 거냐!" 쿄야: "아...안마든 뭐든 마음대로 쓰세요...." 빌리 등장 타이핑by J(용병) "오늘 빌리가 와." 시온이 부실의 추운 정적을 깨고 갑자기 그런 말을 했다. "흐음-, 그렇습니까." 쿄야는 일단 맞장구를 친 후에 상각했다. 누구였지? 빌리? "아, 모두 잊었을지도 모르겠구나. 있잖아- 내가 거의 매일 저기 컴퓨터에서 체스를 두거 있잖아. 그 대전 상대인-." "그 빌리입니까?!" 쿄야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치고 말았다. 자칭<세계챔피언>인 남자가 아닌가. "그 빌리라면 알고 있어요. 몇 번이다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외국 사람이잖아요? 여기까지 오는 건가요?" "응, 전에 대국했을 때, 나한테 딱 한 번 물러준 적이 있었거든 그 벌칙으로 그의 '소원' 을 뭐든지 하나 들어주기로 해서-"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위험해요! 도대체 어떤 소원이 나올지-" 쿄야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치고 말았다. 무슨 그런 위험한 거래를! 빌리라는 건 남자 이름이잖아! "-그래서 그의 '소원' 이라는 것이 나랑 직접 만나서 대국을 하고 싶다는 거였는데." "아……." 쿄야는 반성했다. 이상한 상상을 해버린 자신이 부끄러웠다. "부실에 불러버렸는데……. 뭔가 잘못한 건가?" "괜찮겠죠, 시온 선배의 친구라면 저희의 친구에요. -그렇죠, 부장님?" "재미있지 않을까? 보고 있으면 안 질리니까." "애초에 나, 시이한테 남자 친구가 생겨도 전혀 상관없고, 여자들의 우정은 변함없고." "왜 빌리 씨가 남자 친구입니까. 단순한 스승과 재자의 관계에요." "빌리 씨는 홍차 좋아하나요?" "그 녀석, 미남인가요? 못생겼나요?" "좋은 냄새? 나쁜 냄새?" "글쌔, 나도 처음 만나니까. 어쩌면 할아버지일지도 모르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니, 부실 문 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안녕하세-요." 어색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일본어로 된 인사였다. "응, 온 것 같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어쩐다더니, 인가." 시온의 등 뒤에 모두 줄줄 따라갔다. 그 인물을 맞이했다. 문을 열고 나타난 사람은-. 미남이었다. 금발에 푸른 눈이었다. 그것보다 일단 키가 컸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빌리입니-다. My master." 시온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서 깊은 바리톤 목소리가 들렸다. 외국인의 나이는 잘 알 수 없었지만, 아마도 쿄야들보다 몇 살은 위로 보였다. 스무 살은 확실해 넘은 것 같았다. 연상인 그가 시온을 향해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나야말로 만나서 반가워, 빌리. 일본어를 할 수 있었구나. 조금 놀랐어." "예스, 일본어, 배웠습니-다, My master." 두 시람은 시선을 마주치고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감동의 대면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쿄야는 어쩐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어째서 불안한 것인지 스스로도 잘 알 수 없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 My master." 침묵은 먼저 깬 것은 빌리 쪽이었다. 갑자기 시온을 꼭 껴안았다. 서양식의 '허그' 였다, 장신의 시온도 그 앞에서는 마치 초등학생 여자애 같았다. 얼굴이 그의 가슴에 파묻혀버렸다. 게다가 빌리는 놀랍게도-시온에게 갑지가 '키스' 를 해버렸다. "뭣-?! 이 녀석!" 쿄야는 순간적으로 각성했다. 다른 사람이 되었다. 제 4 단계로 돌입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흉포화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살인 충동' 이라는 것을 느꼈다. 온화한 평화주의자의 마음을 가지면서 살기로 각성하는 제 4단계의 최강전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갑자기- 무슨 짓이야! 이 녀석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놈의 넥타이를 잡아당겨 꼭 쥔 주먹을-. "괘, 괜찮아." 주먹을 얼굴에 날리기 전에 시온이 저지했다. "갑자기 놀랐지만.얼굴을 돌려서 피했으니까…….뺨이니까 키스 아냐, -야,빌리 일본에서는 인사할 때 포옹이나 키스는 안 해, 대신 악수만 하는 것이 일본의 정신이야." "그렇습니까. 미안합니-다." 빌리는 얌전히 사과했다. 시온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었다. 그 독기 없는 얼굴을 보니, 쿄야는 제 4 단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 "……부장님도 뭔가 말 좀 해주세요." "뽀, 뽀뽀는 금지다!" 그날 두 사람은 하루 종일 체스판 위에서 2년간 오가던 사제의 정을 직접 확인했다. 짤막한 토크 12 시온: "알고 있니? 체스로는 인간이 컴퓨터를 이길 수 없어. 15년 전에 당시의 세계챔피언이 진 -0.2이후로 아무도 못 이겼지." 쿄야: "흠-. 호오-. 오오-. 컴퓨터가 정말 세군요." 시온: "하지만 이번에 빌리가 인류를 대표해서 그 딥 블루의 자손과 시합을 하게 되었어. 내가 키운 제자니까 15년 만에 최강의 자리를 인류의 손으로 되찾을수 있을 거야.“ 쿄야: "아하하. 안 속아요. 애초에 그런 시합이 있으면 시온 선배가 나가면 되잖아요." 시온: "내가 나가면, 그게, 인류 대표가 아닌 게 되어버리니까." 오레맨 최후의 싸움 타이핑by J(용병) 발렌타인 데이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2월의 어느 날. 오늘의 GJ 부에는 평소와는 다른 '손님' 이 있었다. "이 승부에 진 쪽이……. 알았냐? 잘 알고 있지?" 그 녀석의 말에 쿄야는 깊이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 나도 괜찮아, 그 조건이면." "남자와 남자의 약속이다. 알았지? 진 쪽은 깨끗하게-." "아니, 잘 알고 있다니까." 쿄야는 집요하게 확인하는 상대에게 귀찮다는 듯 대꾸했다. 이 녀석, 이런 끈질긴 점이 정말 싫다. 일부러 '남자' 라는 표현을 입에 담고, 자신이 남자라는 걸 깨닫게 되어서 어쩐지 굉장히 싫다. "너희, 정말 안쓰럽구나-" 부장이 옆에서 막대 과자를 씹어 먹으며 참견했다. "만약의 만약의 만약의 이야기냐. 그거, 가능성 제로랑 똑같은 뜻 아냐? 남자란 참 대단하구나. 뭐든지 싸울 구실로 만들 수 있으니까." "시끄러워요, 부장님. 구경꾼은 구경꾼답게 조용히 앉아서 구경 하세요." "우와, 남자다. 무서워-." "남자애들은 어째서인지 시합하는 걸 좋아하죠-. 타마네 집도 남동생남동생이 시합한다고 매일 시끄러워요. 여동생여동생이랑 타마는 도무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졌을 경우의 조건이 미묘하게 째째하지 않냐? 보통 그런 경우에는 말이야-. 진 쪽에 '포기한다' 가 아닌가?" "괜찮아요. 나(오레) 랑 이 녀석이 정한 일이니까. 남자끼리 정한 일이니까." "우와, 벌써 오레맨이 되었다니. 무서워-." "무슨 이야기인가요-?" 하고, 홍차를 준비하고 있던 메구미가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냐, 메구미. 신경 쓰지 마." "신경 쓰지 마십쇼, 아마츠카 씨." 풉, 이 녀석 메구미를 성으로 부르고 있어. 생판 남처럼. "자 물이 끓을 때까지 좀 더 걸리니까요. 그때가지 '먼지나게 털며' 놀고 있어요-" "아, 응. 내가 잘 처리할게." "그건 내가 할 말이다." 오늘은 숙적 아카이 렛토와 승부를 내는 날이다. 이제 1주일만 지나면 발렌타인데이가 찾아온다. 만약 그날 두 사람 중 한쪽, 혹은 양쪽이 메구미에게 초콜릿을 받는다고 가정하자. 물론 천상계의 생물인 메구미니까, 그런 일이 만약 일어난다고 해도 예의상 주는 초콜릿일 테지만- 오늘 시합에 진 쪽이 그 초콜릿을 사양한다는 내기였다. 부장은 만약의 만약의 만약의 이야기냐고 놀렸다. 쿄야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낮은 가능성이라고 해도 남자는 싸워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됐어? 한다?" "그래! 승부다!" 각자의 가방 속에서 스케치북을 꺼냈다.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그린 자신의 그램책이다. 쿄야 것은 '오레맨' 그림책, 저쪽은 '밀크나이트' 그림책. 두 사람은 각자 직접 만든 그림책을 들고, 오뚝이 스토브 앞에서 물이 끓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메구미에게 갔다. "엣? 엣? 엣?" 메구미는 쿄야의 진지한 표정과 녀석의 진지한 표정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윽고 천사의 얼굴에도 상황을 이해한 듯한 기색이 감돌았다. 그림책을 두 권 다 받아든 메구미는-. 오뚝이 스토브이 뚜껑을 열고 활활 타오르는 불꽃 속에 그림책을 두 권 다-. 휙 던져버렸다. 그림책이 화륵 타기 시작했다. "아-!" "우와아아아!" "떼끼!" 메구미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싸움! 안 돼요! 사이좋게 서로 먼지 나게 털어주지 않으면 안 돼요!" "여신님이 너희 서로 먼지나게 때리라고 명하신다." 털석 주저앉은 것도 잠시였다. 부장에 말에 쿄야는 일어났다. 마찬가지로 일어선 녀석과 마주 서서 서로를 노려보았다. 다시 제4 단계가 될 때가 온것 같았다. 먹어라, 은하조차 부수는 매그넘 펀치를-! 싸움의 결과는 두 사 람다 KO 였다. 비기게 되어-. 그날 그들은 처음으로 서로를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미니 지식 크로스 카운터 상대가 내지른 펀치에 타이밍을 맞춰 팔의 궤도가 겹쳐지도록 뻗는 필살 펀치, 타이밍이 완벽하게 맞으면 파괴력은 두 배, 세 배가 돤다. 하지만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어긋다면 이렇게 두 사람 다 녹아웃이 되어버린다. 비극 다시 숙적 아카이 렛토와의 승부도 끝나, 밸런타인데이를 나흘 앞둔 2월의 어느 주말. 쿄야는 코타츠에 들어가 멍하니 앉아 있었다. 만화도 읽지 않고 소설도 펴 놓지 않았다. 게임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떠다니는 먼지 같은 것을 쳐다보고 있었다. "야." 하고, 코타츠 맞은편에 앉은 부장이 말을 걸었다. 여섯 명이 앉을 때는 부장의 자리가 쿄야의 무릎 위가 된다. 하지만 둘이서 앉을 때, 부장은 어째서인지 맞은편에 자리를 잡는다. 어째서인지는 잘 모른다. "뭐, 뭐, 뭐, 뭡니까." 쿄야는 대답했다. 가능한 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목소리에 동요하고 있는 것이 다 드러나고 말았다. 그러나 부장은 그것을 지적하지 않고ㅡ. "야. 너 말이야. '협정'이 뭔지 신경 쓰이지 않냐?" 물론 알고 있다. 몇 번인가 부장들이 입에 담은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쿄야는 지금 처음 들은 것처럼 대답하기로 했다. "뭐, 뭐, 뭐, 뭡니까, 그 협정이라는 건." "흐음. ……그럼 뭐, 됐지만." 부장은 별로 상관없다는 듯 읽고 있던 만화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쿄야는 부장이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이미 알고는 있지만, '신경 쓰지 않는 척' 을 하느라 힘들어 죽을 지경이었다. 며칠 후에 '그날'이 찾아온다. 소극적인 사람이든 적극적인 사람이든, 평화주의자든 강경파든, 남자인 이상 피해 갈 수 없다. 신경 쓰지 않는 척을 해도, 도저히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는 그 무서운 날이ㅡ. 작년에도 하지 않았던가. 어째서 올해도 해야만 하는 건데. 그날만 없다면…….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는데……. "그러고 보니 말이지ㅡ. 슬슬 밸런타인데이지ㅡ. 다음 주 화요일이었나?" 부장이 지금 생각났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쿄야는 깜짝 놀라 몸이 얼어붙었다. 또 몸이 반응해버리고 말았다. 부장이 곁에서 크크큭 웃고 있었다. 완전히 가지고 놀고 있었다. 놀라서 두리번거린다는 뜻으로 '쿄로'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완전히 벌벌 떨고 있었다. 괜찮아ㅡ하고, 쿄야는 자신을 타이르려고 했다. 어머니가 주신 건 뺀다고 해도, 여동생과 모리 씨가 있으니 올해도 두 개는 확실하다. 예의상 주는 것이라고 해도 두 개나 받을 수 있으니 인간으로서의 할당량은 채운 셈이다. 그리고 메구미의 경우, '만약' 준다고 해도 사양하지 않아도 된다. 아카이 렛토와 했던 시합은 무승부였다. 그래서 권리는 양쪽에게 있었다. 물론 '만약' 준다면 그렇다는 것이지만ㅡ. 하지만 3학년이 되는 부장들은ㅡ. 대학 입시도 다 끝나서 이미 학교를 나올 필요는 없을 텐데, 오후가 되면 어슬렁어슬렁 와서 부실에 틀어박혀 있는 것 같다. 그건ㅡ? 아니, 설마 그런 일이. 밸런타인데이에 뭔가 주기 위해 동아리에 나온다니. 그런 자아도취적인 생각을 할 정도로 자신은 뻔뻔하지않다. 아니, 하지만ㅡ. 방금 일부러 화제로 꺼냈을 정도이고ㅡ. 부장, 혹시 올해는 작은 거라도 줄 생각인가? 아니, 그럴 리가. "이봐, 시이 선생." "응?" 시온이 컴퓨터 자리에서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어떻게 할 거야. 올해 협정." 쿄야는 부장과 시온의 이야기에 쫑긋 귀를 기울였다. '협정'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ㅡ너 말이야, 흥미 있나?" 부장은 시온과 이야기를 하다 말고 갑자기 쿄야에게 고개를 돌렸다. "죄송합니다. 있어요. 가르쳐주세요. 뭡니까, 그 '협정'이라는 건?" 쿄야는 겨우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한참 전부터 갖고 있던 의문을 부장에게 털어놓았다. "그건 내가 대답해주지. ㅡ마오가 설명하기 힘들 테니까" 하고, 시온이 입을 열었다. "그건 작년 발랜타인데이 2주일 전쯤의 일이었지. 쿄로 군이 우쭐해지지 않도록, 우리는 다 같이 정했던 거야. 아무도 쿄로 군에게 초콜릿을 주지 않기로." "잠깐ㅡ우쭐해진다니, 누가요. 제가요? 안 그래요. 말도 안 돼요." "나루미가 말했어. 남자라는 생물은 한 번 잘 해주면 끝까지 기어오르는 생물이라고. 게다가 메구라면 예의상 주는 것도 엄청난 초콜릿을 건축할 것 같고. 그러면 우리도 ABC 초콜릿 하나만 달랑 줄 수도 없잖아. 용돈이 아까운걸." 쿄야는 코타츠에 철퍼덕 엎어졌다. 여자의 솔직한 이야기는 파괴력이 너무 엄청났다. 용돈이 아깝다니.... "그래서 마오, 올해는 협정 해제하는 걸로 괜찮겠지?" "뭐, 올해는 괜찮겠지. 왜냐하면ㅡ." 하고, 부장은 쿄야를 흘겨보았다. "이 녀석, 요즘은 완전 시건방지거든. 이제 와서 달라질 것도 없겠지." 부장의 허락이 떨어졌다. 밸런타인데이는 다음 주 화요일이다. 미니 지식 그날 매년매년 없어도 되는데 찾아오는 날. 그 이름을 입에 담는 것도 무서운 남자 등급 판정의 날. 남자의 등급은 '수' '우' '미' '양'의 4등급으로 분류된다. '미' 이상으로 생존 가능. 수……호감으로 주는 초콜릿을 하나 이상! 우……반의 여자애나 친구, 선배, 후배, 동료 등이 예의상 주는 초콜릿 하나 이상(가족은 제외). 미……예의상 주는 초콜릿 하나 이상(가족만). 양……0개. 세이라: "누군가에게 선물인가요?" 모리: "특별히 깊은 의미는 없습니다만." "쪽" 협정 해제 그리고 화요일. 밸런타인데이 당일. 쿄야가 수업이 끝나고 부실에 도착해 문을 연 순간ㅡ. 폭죽이 팡 터졌다. 쿄야는 머리에 종이테이프를 뒤집어쓰며 입구를 통과했다. "우와……. 어쩐지 이거, 쑥스럽네요." "밸런타인데이를 축하해주마." 쿄야는 쑥스러워하면서 부실 한가운데로 안내를 받았다. 둥근 테이블 위에는 포장된 꾸러미와 선물 상자, 그리고 사람도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거대한 상자가 놓여 있었다. 감동이 찌일. 저게 전부 자신에게 주는 초콜릿이라니……. "정말이지, 우리 여자들에게는 누구 좋으라고 있는 이벤트인가 싶다만. 뭐, 부 활동의 일환으로 할 수 없지. 밸런타인데이를 축하해주마. ㅡ안 하면 네가 우니까." "아니, 안 울었어요." "작년에 울었잖아." "그건 눈에 먼지가 들어갔을 뿐입니다." "아, 그래. 울지 않는다면 그만둘까." "아뇨아뇨아뇨. 웁니다. 아마 못 받으면 울 거 같아요." "저요저요ㅡ! 저. 저. 저부터 증정해도 될까요ㅡ?" 메구미가 기세 좋게 손을 번쩍 들었다. 거대한 상자에 걸려 잇던 리본 끝을 손으로 잡고 당기자ㅡ. 상자가 파라락 열리더니, 안에 들어 있던 '성'이 나타났다. "쿄야 군 것은 밀크 초콜릿으로 세운 성이에요." 정말 거대하다 총 질량 10여 킬로그램? 지난주에 부장이 ‘건축’이라는 표현을 썼을 때 설마 했는데, 이건 정말로 ‘건축’ 이다.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그리고 렛토 군 쪽이 화이트 초콜릿이에요." 그렇군. 두 채를 지었던 건가. 참고로 '성'은 건물이니까 단위는 '채'가 맞다. "나는 고디바 초콜릿으로. 여기 것이 맛있어.“ 시온은 작게 포장된 지극히 평범한 브랜드 초콜릿을 주었다. "응." 부장이 휙 건네준 것은 놀랍게도 ABC 초콜릿이었다. 게다가 딱 한 조각. "아니ㅡ부장님. 반 여자애들도 이것보다는 좀 인심을 쓴다고요. 용돈이 아깝다고 저번에 투덜거리셨잖아요." "그래서 아까우니까 ABC 초콜릿이잖아." "하다못해 그쪽을 주세요." 쿄야는 부장이 가지고 있는 봉지 쪽을 가리켰다. 한 조각을 뺀 나머지 전부가 부장의 손 안에 있다. "싫어. 너 따위에겐 한 조각이면 충분해. 다른 애들한테 그렇게 큰 걸 받았으니 됐잖아. 그것보다, 그거 먹을 수 있냐? 메구 거. 아니, 나도 좀 먹자." "완전 맛있어요ㅡ." 타마가 성을 뜯어서 먹기 시작했다. "벌써 먹고 있네." "키라라. 이거. 쿄로. 준다." 키라라는 리본이 달린 '뼈'를 주었다. 이른바 뼈였다. 완전히 뼈였다. 개들이 좋아서 팔짝 뛰는 그것이었다. "으음ㅡ……. 저기ㅡ……. 키라라? 밸런타인데이가……, 뭔지 아시나요?" "초콜릿. 주는 날." "하지만 이건 뼈로 보이는데요." 손가락으로 눌러보았다. 뼈로 보이지만 사실은 화이트 초콜릿이었다는 것도 아니었다. 정말로 뼈였다. 딱딱한 뼈였다. 아마도 소의 허벅지 뼈라든가, 그런 부분? "개가 뼈를 좋아한다는 건 딱히 뼈를 먹는 것이 아니지. 뼈 안쪽의 골수 부분에 지방질이 풍부한 영양이 듬뿍 들어 있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야. 그런고로 이 뼈, 겉은 뼈지만 골수 부분에 초콜릿이 들어있는 것이 아닐까." "네에……." 어쩐지 이해했다. 꽤 공을 들인 초콜릿이었다. 실로 키라라답다고 할까. "하지만 어떻게 먹으면 좋을까요. 전 부장님처럼 이가 튼튼하지 못한데." 나중에 집에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아마 망치나 톱 같은 게 필요할 것 같았다. 쿄야는 마지막으로 타마의 모습을 찾았다. 순서대로 생각하면 다음은 타마가 되어야 하는데ㅡ? "완전 맛있어요ㅡ! 앙코의 초콜릿도 제법 괜찮았지만, 이족은 더 맛있어요." "우와ㅡ야! 벌써 절반이나 먹었냐?!" 킬로그램 단위로 보였던 초콜릿이 벌써 절반 정도 사라졌다. 타마에게 밸런타인데이는 초콜릿을 주는 날이 아니라 먹는 날인 것 같았다. "빨리 먹지 않으면 없어지겠네. 좋아, 우리도 먹자." 부장은 팔을 걷어붙이며 초콜릿 성으로 척척 걸어갔다. 쓴웃음을 지으며 부장을 따라가자ㅡ메구미가 쿄야 옆으로 사삭 다가와서 작은 목소리로 귀띔을 했다. (언니는 쿄야 군이 우줄해지니까 초콜릿을 주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건 거짓말이에요. 쑥쓰러운거예요. 사실은ㅡ,) (엣? 사실은? 뭐?) 메구미는 입술에 검지를 대고 '비. 밀.' 이라고 입의 움직임만으로 대답했다. 미니 지식 밸런타인데이 2월 14일은 로마 시대의 성인 '발렌티누스'가 죽은 날. 금지된 연인들을 축복해주고 결혼시킨 그의 일화에 유래해 전 세계적으로 '연인들의 날' 이 되었다. 단, 초콜릿을 보내거나, 여자가 남자에게 보내는 풍습은 일본 특유의 것이다. 미국에서는 오히려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초콜릿이 아님)을 보낸다. 일본에서 초콜릿을 보내게 된 유래는 제과 회사의 캠페인으로 시작되었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모리 씨의 재도전 "대결을 하러 왔습니다."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아무런 예고도 기척도 없이 입구에 모리 씨가 서 있었다. "네?" 쿄야는 읽고 있던 만화잡지를 편 채로 그렇게 되물었다. "쿄야 님, 리턴매치예요." 모리 씨 뒤에서 쓱 나타나 그렇게 대답하는 인물은ㅡ세이라. 옆으로 쓴 여우 가면이 약간 무섭다.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소녀였다. "네?" 역시 전혀 알 수 없었다. 검은 정장의 모리 씨와, 검은 드레스를 입은 세이라가 문을 등지고 나란히 서 있었다. 쿄야는 그 두 시람에게 멍하니 입을 벌리고 되물었다. "저, 뭔가 대결을 했었나요? 리턴매치라고 하셔도 전혀 모르겠는데요." "너, 저번에 모리 씨를 이겼잖아. 최종 보스를 쓰러뜨려서 세계 최강이 되었잖아." 코타츠 맞은편에서 부장이 그렇게 말했다. 입에 문 포키 과자가 위아래로 흔들거렸다. "쿄야 군. 이거예요, 이거." 메구미가 빗을 가져왔다. 그때서야 쿄야는 생각이 있다. "아ㅡ. 아ㅡ. 아ㅡ!" 얼마 전의 일이다. 모리 씨의 머리를 빗어준 적이 있었다. 뭔가 대결처럼 떠들썩한 분위기였지만. '대결'이라니, 그때의 일을 말하는 건가? "아마츠카 가의 당주로서 모리가 졌던 것을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우리 아마츠카 가문에 패자는 필요 없습니다." "실례지만 세이라 님, 저번에 패배한 것은 어머니입니다." "본인도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 이번에는 모리(딸)와 재시합을 부탁드립니다.“ "네? 네? 네에ㅡ?" 전혀 이야기에 따라갈 수 없었다. 모리 씨에게 똑같이 생긴 어머니가 있다는 설은 도시전설 아니면 농담이 아니었나? 그리고 세이라, 지금 당주라고 말했나? 사전을 찾아보지 않으면 확신할 수 없지만, 아마 당주라는 건 집의 주인이라는 뜻일 텐데ㅡ? "아니, 저기. 갑자기 대결을 하자니, 곤란한데요. 그것보다 딸, 어머니? 그리고 당주라니? 아니, 그것보다, 지금 패자는 필요 없다고 했나요? 그리고 저기ㅡ다음에도 제가 이겨버리면……, 그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죠?" "넌 해고야, 모리." "시노미야 님 댁에서 고용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그건 말도 안 돼요!" 쿄야는 허둥댔다. 모리 씨 같은 완벽 초인을 고용하다니. 절대로 불가능하다. 월급이 얼마나 될까ㅡ? "그럼 모리, 자결해." "네." "잠깐잠깐! 잠깐 기다려주세요! 에도 시대도 아니고!" "시노미야 님이 딱히 금지하지 않으셨거든요." "역시 모리. 자결해. 에도 시대의 규칙대로 할복해. 장기를 꺼내는 게 예의야." "네." "잠깐! 잠깐!" 쿄야는 패닉에 빠졌다. 자결이니 할복이니 장기니 끔찍한 단어가 오갔다. 진지한 표정으로 명령하는 쪽도 명령하는 쪽이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네." 라고 대답하는 쪽도 문제다. "그럼 쿄야 님, 모리와 승부를 해주시겠습니까?" "시노미야 님,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세이라가 진지한 표정으로 재촉했다. 모리 씨가 깊이 머리를 숙였다. "이겨서 모리 씨를 얻어 두는 게 좋지 않아? 모리 씨를 손에 넣은 자는 세계의 절반을 손에 넣는다고 세상의 권력자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자자해." "부장님은 좀 가만히 게셰요!" "오ㅡ, 무서워라." 쿄야는 생각했다 .생각했다.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이 장면을 무사히 넘길 방법이ㅡ딱 하나 있다. 그것은 쿄야밖에 할 수 없는 방법이다. '평화적 패배주의자'의 진짜 힘을 지금 여기서 발휘할 때다. "죄송합니다! 졌습니다!" 쿄야는 엎드려 빌었다. 공중에서 무릎을 굽히고 착지와 동시에 엎드려 빌었다. '점프 엎드려 빌기' 라는 어려운 기술이었다. "그럼 모리의 부전승으로. ㅡ잘됐구나, 모리." 쿄야는 얼굴을 들었다. 두 사람은 여전히 진지한 표정이고ㅡ. 어라? 혹시 이거? "여러분, 차를 타 왔어요. 세이라랑 모리 씨도 차 드세요ㅡ." "네, 언니." "고맙습니다, 시노미야 님. 세이라 님의 장닌을 상대해주셔서." 모리 씨가 엎드려 빌고 있는 쿄야에게 손을 내밀어주었다. 역시 장난을 친 것뿐이었다. 다행이다. 쿄야가 안심하고 가슴을 쓸어내리자, 귓가에 작은 목소리가ㅡ. "엣?" 쿄야는 가만히 서서, 퇴장하는 모리 씨의 등을 바라보았다. 지금 모리 씨가 작은 목소리로 "겁쟁이.“ 라고 한 것 같은데. 설마. 캐릭터 프로필 [모리 씨] 아마츠카 가의 시종. '시종'이라는 것은 원래 군주에게 봉사하는 직업을 말한다. 모리씨의 업무는 메이드와 집사와 경호원의 모든 것이 포합되어 있다. 주식이나 환거래 등의 자산운용으로 아마츠카 가를 돕고 있다(먹여 살린다?)는 소문도 있지만, 그 진상은 불명. "모리 씨를 손에 넣은 자는 세계의 절반을 손에 넣는다." 라고, 세상의 권력자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자자하다고. 그 진상도 또한 불명. 쿄야는 어쩌면 세상의 절반을 놓쳤나……? 참고로 모리 씨의 본명은 '신라반쇼(森羅萬象)' 라고 한다. 신라(森羅)가 성이고, 반쇼(萬象)가 이름? ~모리 씨 틀린 곳 찾기~ 마오 :" 차이를 알겠나?" 쿄야: "모르겠습니다." 마오: "그렇겠지. 우리도 전혀 몰라." 타마의 날 집 전화가 뚜르르르 울렸다. 휴일 낮이었다. 마침 가까이에 잇던 쿄야는 벨이 두 번 울리기 전에 수화기를 들었다. "네." [왁! 벌써 받았어!] 수화기 저편에서 당황한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렀다. [서, 선배는ㅡ가 아니라! 시노미야 씨는 지, 집에 계신ㅡ아니! 그게 아니라! 저기저기저기! 저기, 죄송합니다. 이름을 모르는데요……. 학교에서 쿄로라고 불리는 고등학생 정도의…….] "난데." 쿄야는 수화기 저편에서 횡설수설하던 타마에게 그렇게 말했다. [빠, 빨리 받아요! 선배라면 선배라고 말해요!] "내 이름은 쿄야다. 좀 외워라, 타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요! 타마, 지금 정말 무서웠다고요!] "응, 무서웠던 것 같구나. 하지만 왜 우리 집 전화로 걸었지? 휴대전화로 걸어주면 될 텐데. 그러면 무조건 내가 받을 텐데." 쿄야는 지극히 당연한 말을 했다 .타마와는 전에 휴대전화를 맞대고 적외선 통신으로 문자 주소랑 전화번호를 교환했었고……. 하지만 우리 집 전화번호는 어디서 알아냈지. [선배, 저번에 감자칩 안 가져온 날이 있었잖아요.] 타마는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응? 있었나? ……있었던 것 같은, 아. 있었네. 그러고 보니." 쿄야는 고개를 갸웃했다 .애초에 왜 자신이 감자칩을 가져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생각했다. [그래서 지웠어요.] "뭐?" [선배의 번호, 휴대전화에서 지워버렸어요. 이건 벌이에요.] "아ㅡ. 그렇구나. 그렇군. 미안." 쿄야는 이해했다. 기리고 바로 사과했다. [알면 됐어요. 이제 용서해줄게요. 타마의 마음은 태평양만큼 넓어요.] 타마도 여자애였구나, 하고 쿄야는 감탄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카스미하고도 종종 휴대전화를 맞대고 번호를 교환한다. 카스미는 화가 났을 때마다 번호를 삭제해버린다. 벌써 네다섯 번이나 했던 일이다. "오빠 번호 넣어줘."가 화해하자는 신호였다. [선배, 지금 나와요. 오늘은 타마랑 같이 외출하라고요.] 쿄야는, 이건 거절할 수 없겠지, 하고 생각하며 "좋아." 라고 대답했다. 점심을 먹고 타마와 역 앞에서 12시에 만나기로 했다. 오후 2시 5분 전에 쿄야가 역 앞 로터리를 방문하자, 타마는 멀리서 달려왔다. "늦었어요! 선배, 12시에 오라고 했으면 12시에 와요!" "그러게 12시에 왔잖아, ㅡGJ부 시간으로." 쿄야는 목에 매달려 눈물을 글썽이는 타마에게 그렇게 말했다. "GJ부……, 시간?" 타마는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참고로 GJ부 시간이라는 것은 전후 2시간의 폭을 인정하는 느긋한 시간을 말한다. "아ㅡ!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있었어요! 잊고 있었어요!" "타마의 GJ부 혼은 아직 멀엇구나." 쿄야는 털썩 무릎을 꿇은 타마에게 그렇게 말했다. 굉장한 재능을 가진 타마였지만, 아직 궁리가 부족하다. 보통 사람이라도 수행을 쌓으면 천재도 능가할 수 있다는 하나의 사례였다. 뭐, 타마가 2학년이 될 때쯤에는 이미 역전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렇고, 타마. 오늘은 내가 뭘 도와주면 되지?" 쿄야는 신경 쓰였던 것을 물었다. 휴일 오후에 만나다니ㅡ. 이거, 어쩐지 데이트 같은데ㅡ. "남자애한테 줄 선물을 살 거예요." "남자애?" "생일이에요." "아ㅡ. 응. 그렇구나ㅡ." 쿄야는 흠흠, 하고 끄덕였다. 대충 무슨 일인지 파악했다. 놀랍다. 타마한테도 좋아하는 남자애가ㅡ있었구나. "남자애들은 뭘 좋아하죠? 타마는 잘 몰라요ㅡ." "액세서리가 좋지 않아? 하지만 잘 보이는 물건이면 부담스러운가? 키홀더 같은 거라면 무난 하지 않을까.“ "역시 팽이나 곤충 카드가 좋을까요?" 나름 생각해서 말해줬는데, 타마는 전혀 듣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뭐? 팽이? 곤충 카드? ㅡ그런 건 초등학생도 아니고." "초등학생인데요?" 듣자 하니, 그 선물은ㅡ남동생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었다. 짤막한 토크 13 타마: "선배, 오늘은 타마가 밥 쏠게요. 같이 와준 것에 대한 성위 표시예요. 뭐든지 시켜요." 쿄야: "그거 '성위'가 아니라 '성의' 일 텐데. ㅡ됐어. 내 건 내가 사 먹을게." 타마: "타마가 쏜다고 했어요. 닥치고 먹어요," 쿄야: "으음……. 그럼, 런치 세트로." 타마: "선배 늦었다옹ㅡ!" 시온의 날 3월의 목소리도 들리기 시작한 어던 겨울날의 휴일. 쿄야는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약속 장소에 서 있엇따. 끊임없이 사람들이 드나드는 도서관 입구를 피해, 자전거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더니ㅡ. "기다렸니." "아뇨. 저도 방금 왔어요." 5분 정도 지각한 사복차람의 시온에게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후후. 넌 여전히 귀엽구나. 30분이나 전부터 거기서 기다렸으면서.“ 그걸 왜 알고 잇는 겁니까ㅡ하고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남자를 기다리게 하는 것이 여자의 예의라고 예전에 시온이 가르쳐주었다. "아니, 정말로 미안해. 지각할 생각은 없었는데. 기다리고 있는 너를 바라보는 게 그만 재미있어서 말이지.“ 그는 30분 동안이나 관찰당한 부끄러움을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쿄야는 아직 웃고 있는 시온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거. 역시 그건가요?" "그런 것 같군. 나도 마오가 시켰어." 지난주 같은 날. 타마가 불러서 나갔을 때 시작해버렸나, 하는 기분은 들었었다. GJ부가 언제나 하는 로테이션이다. 부장부터 시작하는 것 대신, 이번에는 타마부터 시작해버린 것이다. 규칙은ㅡ잘 모르겠지만. 불러내면 가서 도와주는 것인 듯하다. "그래서 전 오늘은 도대체 뭘 도와주면 되는 거죠?" "그것 말인데. 실은ㅡ저거야." 하고, 시온이 곁눈질로 본 것은ㅡ. 아마도? 자판기? "그게, 난 상식이 부족한 면이 있잖니? 그 가장 대표적인 상징으로, 고등학교에 들어올 때까지 캔 음료를 마셔본 적이 없었어. 그 약점은 현재 이미 극복했지만. 실은 캔 음료, 혹은 페트병 음료는 지금까지 편의점에서밖에 산 적이 없어. 여기는 내 시작의 장소지. 이른바 원점이야. 처음으로 자동판매기라는 것에서 캔 음료를 사려고 하다가 완전히 좌절했지. 처절한 패배였어. 그래서 난 이 곳에서ㅡ아니, 듣고 있어? 쿄로 군? 듣고 있어?" "아, 네. 듣고 있어요. 즉, 저는 시온 선배의 일반상식 기사로서 자판기 첫 체험을 도와드리면 되는 거죠?" 그러고 보니 이곳은 시온이 자주 가는 도서관이다. 주차장 한쪽에는 자판기도 있다. "음, 잘 부탁해." 시온은 자판기를 향해 섰다. 지갑을 들더니, 꺼낸 것은ㅡ. "카드는ㅡ, 쓸 수 없는 거지?" 쿄야가 고개를 젓자, 시온은 신용카드를 지갑에 다시 넣었다. "동전이 없으면 지폐도 쓸 수 있어요." "그렇군!" "아, 이런. 1만 엔짜리는 아마 못 쓸걸요." "그래……." 돈을 넣고 나서도 난리였다. "버, 버튼에 불빛이 전부 들어와 버렸어! 뭐ㅡ뭔가 잘못한 건가?" "뭘 마실지 이미 결정했나요? 불이 들어온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그, 그런가……. 으, 응……, 캐, 캔 커피를ㅡ." "이것저것 있어요. 달지 않는 맛. 무설탕. 아침 전용. 밤 전용. 밀크 커피도 커피 중 하나죠. 즉, 카페오레죠." "이럴 수가. 이미 아침이 아니야. 이미 오후가 되어버렸어." "오후에 아침용 커피를 마셔도 됩니다." 겨우 버튼을 누르고 캔 커피가 굴러 나오자, 시온은ㅡ. "데굴데굴! 굴러 나왔어! 데굴데굴! 굉장해! 정말로 나왔다!" 캔을 꺼내 손에 들고 굉장히 기뻐했다. 하지만 그 기쁨이 식기도 전에ㅡ. 삐리리리리리! ㅡ하고, 전자음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꺄악?!" 시온이 깜짝 놀라서 펄쩍 뛰었다. "뭐, 뭔가 숫자가 돌고 잇는데……. 뭐, 뭔가……, 화나가 한 건가?" "아. 이건 룰렛이 달려 잇군요. 당첨되면 하나 더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여간해서 당첨이 되지 않는 데요." 하고, 쿄야가 입에 담은 순간ㅡ. '7777' 로 숫자가 맞춰지더니, 딱 멈췄다. "우와, 당첨이네." "이, 이른바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격인가. ……아무튼 이 한 캔은 쿄로 군에게 증정하지." "으음, 그럼. ……저는 뜨거운 단팥죽으로 할까요." 자기 돈으로 사 먹는다면 절대로 누르지 않는 버튼이다. 시온과 둘이서 캔 커피와 단팥죽을 각자 마셨다. 북풍이 휘잉 불어왔지만, 마음은 굉장히 따스해졌다. 짤막한 토크 14 시온: "역시 내 일반상식 기사." 쿄야: "그것 말인데요. 누구한테 들었죠? 전 한 번도 말한 적 없는데요. 항상 생각은 했지만요." 시온: "후후후후……. 그건 비밀이야." 키라라의 날 다음 주의 같은 요일ㅡ. 쿄야는 키라라와 커피숍에 있었다. "여기의. 냄새가. 가장. 좋았어." 낮에 만나서 키라라를 따라 가게에 들어갔따. 그곳은 좋은 분위기의 낡은 커피숍이었따. '순 커피숍'이라고 쓰여 있었다. 카라라가 데리고 가는 가게라 고기라도 먹으러 가는 줄 알았는데ㅡ. "coffee." 키라라가 본토 발음으로 커피를 주문했다. 쿄야도 "같은 걸로."하고 부탁했다. 고등학교에 막 들어갔을 때는 커피가 써서 잘 못 마셨지만…….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수십 번 정도? 많이 마시다 보니 적응되어버렸다. "여기 것은. 대디의. coffee의. 냄새." "캐나다에 있는 아버지가 타주신 커피랑 같은 향기가 나는군요." "응. 맛있어." 키라라는 두 손으로 컵을 들고 마셨다. 우유도 설탕도 넣지 않았다. 블랙으로 즐기고 있었다. 쿄야는 우유와 설탕을 잔뜩 넣었다. "그런데 오늘은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되는 거죠?" 시온의 '차례' 때는 일반상식 기사로서 자판기 데뷔를 도왔다. 타마부터 시작되어, 오늘은 '키라라의 날'인 것이다. :키라라. 몰라." 이런. 부장도 말해주면 좋을 텐데. 항상 이런 식으로 대충대충이다. "쿄로랑 밖에서 만나서 부 활동을 해." 정도밖에 말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고개를 갸웃하는 키라라였지만ㅡ. 문득 휴대전화를 꺼냈다. 삐비비비빅, 하고 문자 같은 것을 입력했다. "아, 저도 실례합니다." 마침 쿄야의 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도 진동했다. 매너 위반이라고 생각했지만. 뭐, 키라라도 문자를 보내고 있으니까. 일단 양해를 구한 후, 휴대전화를 꺼냈다. 문자가 왔다. 보낸 이의 이름은ㅡ. "어라?" 하고, 코야는 눈앞에 앉은 키라라를 바라보았다. 문자를 보낸 것은 눈앞에 앉아 잇는 키라라였다. 본문을 읽어보았다. [그게, 우리는 곧 졸업이잖니. 마오가 쿄로랑 오붓하게 있다가 오랬어. 뭘 하라고는 하지 않았어. 쿄로는 무슨 말을 들었니?] "우와." 그 문장에 깜짝 놀랐다 .그 유창함에 깜짝 놀랐다. 그 평범함에 깜짝 놀랐다. 키라라가 필담을 할 때는 평범하게 말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응? 키라라가 지금 뭔가 이상한 말을 한 건가?] 다음 문자가 벌써 왔다. "우와." "왜 그래. 쿄로?" 키라라가 육성으로 그렇게 물었다. 고개를 갸웃했다. '귀' 가 쫑긋쫑긋 움직였다. 쿄야는 잠시 눈앞에 있는 키라라와 문자의 내용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질도 입으로 말할 때와 화이트보드에 필담을 할 때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녀의 경우는 필담 버전 쪽을 '평소 상태' 라고 인식하고 있다 .키라라의 경우는 더듬거리는 쪽을 '평소 상태' 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 격차가 굉장하다. 키라라는 다시 문자를 입력하고 있었다. [뭐, 아무렴 어때. 이렇게 쿄로랑 데이트하고 있는 것도 즐겁고.] 엣? 아니, 잠깐ㅡ?! 데이트라니? 아뇨, 아닙니다. 아니에요. 이건 부 활동이고. 뭔가 규칙이 있어서ㅡ. 새하얗게 얼굴이 질렸더니, 그에 대한 대답이 도착했다. [쿄로는 싫어? 키라라랑 있으면 지루해? 키라라는 지루하지 않은데. 쿄로는 정말, 아무리 보고 있어도 냄새를 맡아도 질리지 않아. 아까부터 냄새가 정신없이 바뀌고 있는데?] 그건 키라라가 이상한 말을 해서 그래요. "아, 아뇨. 이번 일은, 제가 다른 부원을 돕는 게 규칙인 것 같은데요." "쿄로. 핼프. 키라라. coffee. 마신다." 키라라는 원래대로 돌아와 입으로 말했다. 다시 심장 박동수가 뛰어올랐다. 완전히 쿄야를 놀리고 있었다. "그건 돕는 의미가 있나요?" [그렇지도 않아. 혼자서 커피숍에 오는 건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 "하긴……." 쿄야는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다른 손님은 둘이서 온 사람들이 많앗다 .혼자서 온 사람들도 없지는 않지만, 한눈에 봐도 회사원 같은 누나라든가ㅡ. 애초에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는 쿄야와 키라라 두 사람뿐이었다. 쿄야는 평소와 똑같지만 평소와 다른 키라라와 함께, 평소와 다른 방법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어색한 시간을 보냈다. 커피의 맛도 잘 알 수가 없었다. 알게 된 지 벌써 2년이 되는데, 또 하나 키라라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되었다. 짤막한 토크 15 키라라: "이제. 곧. 졸업." 쿄야: "키라라. 정말로 일본어 늘었군요ㅡ. ……쓰는 쪽이." 키라라: "엣헴." 키라라:" 데이트. 아냐?" 메구미의 날 또다시 다음 주의, 또 같은 요일. GJ부가 항상 하는 방식대로 차례가 돌아, 메구미의 순서가 되었다. "오늘은! 이 쇼핑몰의 시작부터 끝까지 제패해버리기로 하죠!" 메구미가 팔을 하늘로 번쩍 치켜들었다. 아침 9시부터 이상하게 신이 나 있는 메구미였다. 입구 앞에서 다른 사람들 통행을 막고 있는 것을 신경 쓰며, 쿄야도 할 수 없이 와ㅡ하고 작게 팔을 들었다. 이렇게 자전거로 금방 올 수 있는 거리에 일본 최대급이라 말을 듣는 쇼핑몰이 있었다. 가게가 몇 개나 들어 있는 지 세어보는 것도 싫을 정도로 거대했다. 쿄야도 몇 번 와본 적은 있지만, 모든 가게 앞을 지나간 적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 쇼핑몰을 전부 제패해버리자고ㅡ공주님이 명령하셨다. "오늘은 쿄야 군이 있으니까 길을 잃을 걱정도 없고요ㅡ." "그러고 보니 여기서 만났었지, 전에." 이곳에서 미아가 되어 있던 메구미와 만난 것이 언제 적 일이었지……? 아는 사이가 된 다음이니까 고등학교에 들어온 후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잘 생각나지 않았다. "1학년 여름방학 때였어요ㅡ." "그렇구나. 그랬나." "자. 쿄야 군! 렛츠, 고!" 쿄야는 메구미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메구미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이 '시노미야 군'에서 '쿄야 군'으로 바뀌어 있었다. 메구미는 여기저기 가게에 들러 이런저런 물건을 샀다. 여전히 사는 것은 다른 사람들을 위한 물건뿐이었다. 세이라에게, 언니에게, 모리 씨에게, 그리고 고조할아버님에게ㅡ라고. 메구미가 자신을 위해 산 것은 달랑 작은 은색 티스푼 하나뿐이었다. "무겁지 않나요, 쿄야 군." "괜찮아." 두 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메구미에게 대답했다. 저번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두 손 가득일 뿐이었다. 많이 봐주고 있었다. "잠깐 휴식할까요." 이런 커다란 쇼핑몰에는 통로 중간에 휴계용 소파가 놓여 있곤 하다. 거기에 둘이서 앉았다. 메구미가 보온병 뚜껑을 퐁 열었다. 쿄야들의 주변에 부실과 같은 형기가 퍼졌다. "오늘의 홍차는ㅡ." "ㅡ딤블러구나." "네ㅡ. 세이론 티의 여왕님이에요. 타닌 성분이 적어서 보온병에 넣어 밖에 나갈 때나, 아이스티에도 추천이에요ㅡ." "흐음ㅡ." 거기까지는 몰랐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홍차를 마시면서 편안하게 쉬었다. 마치 부실에 있는 것처럼 여유로웠다. 향기라는 건 중요한 거구나. "샌드위치 드세요ㅡ." "아ㅡ. 고마워." 점심 식사가 시작되어 버렸다.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며 왼손에 홍차, 오른손에 샌드위치. "요즘 모리 씨에게 배워서 요리도 조금 익혔어요." 어? 그럼 이건……? 쿄야는 손에 든 샌드위치를 쳐다보았다. 모리 씨가 만든 것치고는이상하게 서투르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크기도 모양도 정확하지 ㅇ낳았다. 모리 씨가 만든 것이라면 기계처럼 정확할 것이다. "특별한 데이트니까 신경 많이 썼어요ㅡ." "뭐! 뭐! 뭐ㅡ?!" 모든 것을 전부 날려버릴 듯한 엄청난 한마디를ㅡ메구미가 입에 담았다. "아, 아냐. 이건 그런 게 아니라. ㅡ그렇지! 단순한 부 황동이니까. 타마부터 시작해서 시온 선배, 키라라까지 와서, 지금 메구미의 순서인 건데ㅡ.“ 쿄야는 말하다가 문득 어떤 것을 깨달았다. 어라? 부장의 차례가 빠지지 않았나? 순서가 어긋났을 뿐이고, 마지막이 부장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이미 다음 주말에는 졸업식이 찾아와버린다. 휴일은 더 이상 없다. 즉, 부장의 차례는 이제 오지 않는다……? "이건 데이트가 아닌가요? 에엣ㅡ? 하지만 언니가 허가를 해줬는데요?" "엣? ……허가?" 그러고 보니 부장의 말버릇 중에 "메구랑 데이트를 하려면 내 허가를 받아.“라는 것이 있었던 것 같은……. 으음ㅡ……. 그렇다는 것은……. 이건……. 즉……? 그러니까……? "에엣ㅡ! 이건 데이트였어ㅡ!" 쿄야는 경악했다. 지금까지 지나가는 사람들의 뜨뜻미지근한 시선의 의미를 드디어 깨달았다. 앳된 고교생 커플을 보고 있었던 거구나! 통로의 소파에서 도시락을 펼치는 두 사람! 메구미는 평소처럼 방긋방긋 미소 짓고 있었다 .천상계의 생물이 '데이트'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잇는지 아닌지 굉장히 의문이었지만ㅡ. 쿄야는 그것을 확인할 용기가 하루 종일 나지않았다. 그날은 저녁까지 메구미와 쇼핑 데이트를 했다. 짤막한 토크 16 메구미: "이제 다음 주네요. 졸업식." 쿄야: "그러네." 메구미: "언니랑 시온 언니랑 키라라가 졸업하면 쿄야 군이랑 저랑 타마냥만 남겠네요ㅡ." 쿄야: "그러네." 마오: "너, 쿄로랑 데이트하고 와. 네 순서다." 메구미: "뭘 입고 갈까요ㅡ." 다가오는 졸업식 졸업식 예행연습 후ㅡ. 쿄야들은 줄줄이 부실을 향해 걸어갔다. 메구미와 타마, 그리고 쿄야. 재학생인 세 명뿐이다. 졸업하고 학교를 나가는 쪽인 3학년들은 다른 날에 연습을 하게 되어 있었다. 우리 학교는 학생 총수가 천 명을 넘는, 이른바 매머드 학교였다. 그래서 각종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래저래 복잡한 것이었다. "다녀왔습니다ㅡ." "응. 수고했어ㅡ." 부실에 들어가자, 부장은 고개를 돌려 인사를 해주었다. 3학년인 부장들은 3월은커녕, 1월부터 이미 수업이 거의 없어 등교할 필요도 없는데도 거의 매일같이 부실에 있었다. 부실에 가면 누군가 있어서 말을 걸어주고ㅡ. 덕분에 새해 첫날부터 지금까지 쓸쓸한 기분은 느끼지 않았지만ㅡ. 부장과 시온, 그리고 키라라 세 사람은 부실 안에서 뭔가를 작업 하고 있었다. 각자 택배 상자를 앞에 두고 주섬주섬 물건을 넣고 있었다. 부장들이 무엇을 하고 있냐면ㅡ. 쿄야는 그들이 개인 물품을 정리하고 잇다는 것을 알아채고 입구 쪽에 멈하니 멈춰 섰다. "아얏." 등에 얼굴을 부딪친 타마가 코를 부여잡고 째려본 후 옆을 지나갔다. "금방 홍차를 타 올게요ㅡ." 메구미가 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오뚝이 스토브 위에 항상 올라가 있는 커다란 주전자에서 커피 포트 쪽으로 물을 옮겨서 더욱 뜨겁게 끓이는 것이 메구미의방식이다. 그때 타마는 코타츠에 쏙 들어가 지난주 만화잡지를 펼치더니, 입과 손만 움직여 감자칩을 먹는 척을 했다. 쿄아가 감자칩 봉투를 열어줄 때까지 저렇게 말없는 항의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왜 그래, 쿄로? 그런 곳에 멍하니 서서." 부장이 물건을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물었다. "아뇨……. 아…….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상한 녀석." 부장은 작업을 재개했다. 지금 정리하고 있는 것은 부장의 '보물'이었다. 나무 상자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은, 남들이 보면 고물, 혹은 쓰레기로밖에 생각하지 않을 부장의 보믈들이었다. 매미가 허물 벗은 껍질. 우유병의 뚜껑. 말라버린 네잎 클로버. 이상한 형태의 자수정 들들. 울퉁불퉁한 10엔짜리 동전이나 100엔짜리 지폐는 쿄야도 그 가치를 간신히 이해할 수 있지만, 다른 것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어던 패밀리 레스토랑의 스탁 슈가의 빈 봉지 같은 걸 어떻게 쓰레기랑 구분하는 것일까? "음? 뭐야, 쿄로. 갖고 싶냐?" "네?" 가만히 보고 있었던 탓인가. 부장이 다시 손을 멈추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 "네가 달라고 사정을 한다면 줄 수도 있어." 자ㅡ하고 부장이 손바닥에 올리고 내민 것은 매미의 허물이었다. 부장이 갖고 있는 '보물' 안에서는 대표적인 물건이다. 몇 개씩 모아 두고 있었다. "유지매미 같은 게 아냐. 쓰르라미라고. 완전 귀한 거다?" 그런 말을 해봤자 감이 오지 않는다. '삐삐삐삐삑' 하고 우는 녀석이었나? 쿄야는 부장이 다시 재촉하자, 조슴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움직일 리도 없고 곤충의 시체조차 아니다. 탈피 후 남은 껍질에 불과한 것을 알고 있어도 조금 무서웠다. "고맙습니다 .부장님의 보물인데, 죄송합니다." 부장이 아닌 보통 사람 입장에서는 달리 고맙지도 않지만, 감사는 해 두었다. "뭐, 그래. 너한테 남겨줄 수 있는 건 별로 없으니까." 부장은 코를 문지르며 그렇게 말했다. "소중히 간직해. ㅡ나라고 생각하고." "앗ㅡ." 그 말이 갑자기 마음에 스며들었다. 그런 곳에 상처가 있을 거라고는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갑자기 시큰하고 마음이 아팠다. 쿄야는 창가로 갔다. 닫혀 잇던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어쩐지 여기ㅡ, 공기가 탁한 것 같지 않나요ㅡ?" 부장에게서 등을 돌리고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눈물 섞인 목소리가 날 것 같아서였다. "마 짱, 타마에게도 뭔가 줘요. 기브미 보물. 남동생하고 교환할거예요." "줄 생각이 싹 사라지는 이유군, 뭐ㅡ. 아무거나 한 개 골라라." "자ㅡ. 여러분, 차가 나왔어요ㅡ." 타마의 목소리가 들려도, 메구미의 목소리가 들려도, 쿄야는 모두에게 등을 돌린 채 창밖을 계속 보고 있었다. "선배, 차 나왓어요……? 엣? 에에엣? 우……, 우와ㅡ……, 와아ㅡ." 옆에 선 타마가 깜짝 놀란 얼굴로 가만히 서 있었다. 쿄야의 옆 얼구를 보고 굳어 있었다. 정말. 남자의 눈물을 처음 본 것도 아닐텐데. "쿄야 군." 옆에 선 메구미가 가만히 손수건을 내밀어주었다. 짤막한 토크 17 마오: "부실에는 뭘 남겨 놓고 갈까ㅡ. 매년 역대 부장은 동아리를 위해 뭔가를 남겨 놓는 게 전통이야." 쿄야: "호오ㅡ." 마오: "<돌격! 남자 훈련소>전권 세트인가. <세인트 세이아> 전권 세트인가. <링에 걸어라> 전권 세트인가. <드래곤볼> 전권 세트인가……. 아니, 역시 여기선 <궁극초인 아~루> 전권 세트겠지. 쿄야: "전부 부장님 거였나요?!" GJ부의 졸업식 졸업식이 드디어 끝났다. 원래 재학생들은 양쪽으로 늘어서서 학교를 나가는 졸업생들을 축하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 학교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광경이지만, 쿄야들은 몰래 빠져나왔다. "여어ㅡ. 들키지 않았어?" 마찬가지로 몰래 빠져나온 부장들과 학교 건물 뒤에서 합류했다. 부장을 비롯한 3학년이 앞장서서 그들을 데려간 곳은ㅡ학교 구건물이었다. 문화부 건물에 들어가 2층 끝에 있는 부실로 향했다. "역시 졸업식을 해야지." 부장은 부실에 들어가 한숨을 돌리더니, 손에 든 통으로 어깨를 탁탁 치며 말했다. 통 안에 들어 잇는 것은 '졸업 중서' 였다. 학교의 졸업식은 방금 막 끝난 참이다. 그러나 'GJ부' 의 졸업식 쪽은ㅡ아직이었다. "그럼 옷을 갈아입을까." 시온이 말했다. 부장들이 지금 입고 잇는 옷은 학교의 교복이 아니라 '하카마'였다. 다이쇼 시대의 여학생풍 복장이다. "그렇지. 그럼ㅡ너, 저쪽 보고 있어." 네ㅡ하고, 시키는 대로 창 쪽으로 향했다가 쿄야는 제성신이 들었다. "잠깐잠깐!! 잠깐ㅡ! 저?! 밖에! 밖에 나갈게요! 나갈 테니까!" "푸하하하하. ㅡ두리번거리고 있어. 겁먹은 것 봐. 완전 쿄로 별명 그대로야." "어ㅡ어째서 하카마 차림인가요!" 쿄야는 등을 돌린 채로 외쳤다 .등 뒤에서 스륵스륵 하는 소리가 이미 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도저히 돌아볼 수 없게 되었다. "무슨 소리냐. GJ부인 우리가 다른 학생과 같은 차림으로 졸업식을 치를 수는 없잖아. 체면이 있지." 체면 문제구나. "교칙에서는 '정장을 할 것' 이라고 쓰여 있을 뿐이지 문제없어. 이것도 정장임은 틀림없고. 단지 시대가 다이쇼 시대 것일 뿐. 마오ㅡ허리띠 좀 잡아당겨줄래." 시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이제 절대 뒤를 돌아볼 수 없다. 식은 땀을 흘리는 쿄야의 당황한 모습을 실컷 즐기는 듯ㅡ3학년 세 사람은 천천히 시간을 들여 옷을 갈아입었다. 이것도 마지막 부 활동. 모두의 장난감이 되어 놀림을 받는 것도 오늘이ㅡ. 그리고 '지금'이 마지막인 것이다. "끝났어. 쿄로." 키라라가 부드럽게 말해주자, 땀으로 흠뻑 젖은 쿄야는 고개를 돌렸다. 교복 차림의ㅡ이 2년간 매일 봐 왔던 모두의 모습이 거기에 있엇다. "짠ㅡ." 부장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더니 빙글 돌았다. 우리 학교 특유의 연미복 같은 상의가 확 펼쳐졌다. 시온도 키라라도 부장을 따라ㅡ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빙글 돌았다. "GJ부 마지막 코스튬 플레이구나." "어디가 코스튬 플레이입니까. 교복을 입었을 뿐이잖아요." "흐흥. 우리는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그러니까 이건 코스튬 플레이야." 부장이 가슴을 쫙 폈다. 시온도 끄덕였다. "우리는 이미 여고생이 아니니까. 그러니 이건 여고생 코스튬 플레이가 되는 거지." "뻥으로. 여고. 생?" "키리라, 그건 표현이 낡았어." 이런 대화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하지만 이제 울지 않을 것이다. 쿄야는 대신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네 쪽은 어떤데? 증서는 확실히 만들어 왔어?" "네, 제대로 써 왔어요. 카스미에게 서예를 배워서. 먹도 먹물이 아니라 먹을 갈아서 썼다고요." 쿄야는 가방에서 'GJ부 고등부 졸업증명서'를 꺼냈다. "좋아!" 부장의 호령으로 두 줄로 섰다. 왼쪽 줄은 부장들 졸업생 쪽. 그리고 다른 한쪽 줄은 쿄야들 재학생 쪽. 배웅하는 쪽과 배웅받는 쪽의 두 줄로 갈라졌다. 쿄야는 직접 만든 GJ부 졸업증명서를 세 장 겹처서 들고 그 문장을 읽기 시작했다. "아마츠카 마오. 스메라기 시온. 키라라 번슈타인. 오늘부로 네놈들은 GJ부 부원을 졸업한다 .하지만 기억해 둬라. GJ부는 영원하다. 우리 GJ부는 형제자매의 인영으로 이어져 있어. 네놈들이 언제 어느 곳에 있다고 해도 우리는 항상 같이 있다. ㅡ이상!" 단숨에 읽어버렸다. 부장이 좋아하는 『풀 메탈 재킷』이라는 영화를 보고 연구했다. 하트만 상사에게 배웠다. 아마 이런 것이 GJ부다운 훈시일 것이다. 부장은 잠시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ㅡ. 배꼽을 움켜쥐고 깔깔 웃기 시작했다. 쿄야도 웃었다. 부장들의 졸업을 눈물과 함께 맞이할 수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었다. 미니 미니 지식 졸업식 인생에는 몇 번의 '졸업'이 찾아온다. 이별은 쓸쓸하고 슬픈 것이지만, 이별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만남도 또한 있는 것이다. 다음 부장은…… "아, 진짜. 아직 눈물이 안 멈추네ㅡ." 한참 웃고 나서 부장은 겨우 입을 열었다. "그렇게 나약하던 쿄로가 '네놈들'이래ㅡ. 야ㅡ응? 들었냐, 시이?" "확실히 들었어.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했으니까. 나는 몇 번이든 다시 들을 수 있어." "쿄로. 그거. 제 몇 단계?" 부장과 시온과 키라라가 각자 다 다른 반응을 보였다. "아ㅡ……. 저, 너무 건방졌나요. 저기ㅡ……. 부장님?" "아냐." 부장이 야무진 표정으로 말했다. 뭐가 아니라는 건지 쿄야는 순간적으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나는 이제 부장이 아냐." "아……." 그랬다. 방금 그녀는 졸업한 것이다. GJ부를……. "어, 야. 정신 차려, 쿄로." 작은 주먹이 가슴을 쿡 찔렀다. "ㅡGJ부 혼, 알고 있어?" 쿄야는 부장ㅡ, 아니ㅡ, 마오에게 해야 될 말이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물론이죠." 작은 손을 잡았다. 쿄야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믿음직스러운데. 그럼 부장 혼도 알고 있냐? ㅡ야. 알고 있어? 전직 부장에게는 다음 부장을 지명할 수 있는 권리 가 있다는 걸?" 크게 숨을 들이 쉬더니ㅡ마오는 입을 열었다. "쿄로, 네가 다음 부장이다." "내가 GJ부다." "완벽해." 쿄야의 대답에 마오는 씨익 웃었다. "전에 부ㅡ선배가 했던 말을 겨우 이해했어요. 사람은 부장으로 태어나는게 아니다. 부장이 되는 거군요." "말했잖아. 부장이 되면 알 거라고. 앞으로ㅡ1년하고 몇 개월은 이르다고." 그것은 작년 여름 끝 무렵의 일이다. 쿄야의 집에 모두가 묵으로 와서, 여자들의 수다 자리에 동석했을 때의 이야기다. 이제는 모든 것이 그립기만 하다. "그때 마오는 '1년하고 2개월 일러'라고 말했었지. 사실은 작년 10월 정도에 부장 자리를 물려줄 계획이었던 것 같지만." "네가 시원찮아서. 여간 자기 몫을 못하니까 이렇게 시간이 걸려버렸어." 시온의 지적에 마오는 혀를 삐죽 내밀었다. "지금까지 훈련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기저기, 선배도 마 짱도. 결국 그 GJ부 혼이라는 건 뭡니까? 누군가 알고 있다면 마지막으로 타마에게 가르쳐줘요." "글쎄다. 쿄로가 알고 잇는 것 같으니까 쿄로한테 가르쳐달라고 하지 그래?" 마오는 짐짓 모른 척했다. 부장이 된 쿄야에게는 알 수 있었다. 즉, 이것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GJ부 혼이 뭔지 아마츠카 마오도 몰랐던 것이다. 어쩌면 그 전의 부장도. 어쩌면 그 전의 전 부장도ㅡ. 아무도 정체를 모르는데 물려받는 혼. 그것이야말로 GJ부 혼이다. "좋아! 이제 너에게 가르쳐줄 것은 무엇 하나 없어!" 마오는 커다란 목소리로 선언했다. 하지만, 그 직후 "응?" ㅡ하고, 뭔가가 생각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ㅡ아. 아니. 그러고 보니 하나 더 있었다. 가르쳐줄 거." "뭡니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직 있다면 뭐든지 배워 두고 싶다. "그건 말이지ㅡ. 물어뜯는 법이다!" "엣ㅡ……." 쿄야는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배우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너도 부장이라면 필요해. 남을 물어뜯는 법을ㅡ마지막에 가르쳐주마." 마오는 일부러 발판까지 가져와서 그 위에 섰다. 쿄야와 같은 높이에 얼굴이 올라왔다. "준비됐지? 세게 물 테니까. 눈을 감아!" 히잉ㅡ. 쿄야는 시키는 대로 눈을 꼭 감았다. 긴장하면서 아픔을 기다렸다. 푹. ㅡ하고 물렸다. 그러나 의외로 부드러운 감촉. 그리고 물린 그곳에ㅡ. 엣? 엣?! 에에엣ㅡ?! 쿄야가 놀라 눈을 크게 떴을 때는, 그녀는 이미 발판에서 휙 뛰어내린 참이었다. 입가에 손가락 끝을 대고 있었다. 쿄야도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 끝으로 자신의 그곳을 눌렀다. 그것은 금지가 아니었나요, 부장님. GJ부의 부장이 된 쿄야는 마음속으로만 그렇게 중얼거렸다. 타이핑 후기 끄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읕!!!!!!!!!!!!!!!!!!!!!!!!!!!!!!!!!!!!!!!!!!!!!!!! 드디어, 기나긴 2주간의 타이핑이 끝났군요. 여담으로, 마지막 마오가 한 행동은 키스 입니다 키스라고요 키스 키스키스키스키스키스 하아...... 그럼 나중에 GJ부 중등부 에서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