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pmac.kr ( 일본 애니메이션, 토랭이, 라노벨, Osu!, 확산성 밀리언아서 ) http://pmac.kr/light ( 피맥 :: 모든 라노벨의 저장소 ) 《GJ부 8권》 ┌──────────────────────────────┐ ▽ Typing by Tempest <暴風> ▽ 자료 사용에 대한 책임은 해당 본인이 감수합니다. ※ This text was created by 『B52-흩어져라™』. ※ TS : 2013.11.14 ★ TE : 2013.11.22 △ △ └──────────────────────────────┘ 칸나즈키 타마키 자기 멋대로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후배 고등학교 1학년. 애칭은「타마」 아마츠카 마오 GJ부의 부장. 이렇게 보여도 고등학교 3학년.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다들 속는다. 키라바 번슈타인 파워풀한 것은 하상 고기를 먹고 있어서인가? 고등학교 3학년. 스메라기 시온 천재고 어른스럽고 멋있는 여자. 일반상식이 치명적으로 부족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음. 고등학교 3학년. 시노미야 쿄로코 금방 놀림감이 되는 속성의 주인공. 고등학교 2학년. 아마츠카 메구미 천사 같은 성격의 여자애. 홍차를 무척 좋아함. 남을 챙겨주는 것도 무척 좋아함. 고등학교 2학년. CONTENTS P012 : 코타츠의 뒷면 P018 : 진찰·아마츠카 마오 P024 : 진찰·스메라기 시온 P030 : 진찰·아마츠카 메구미 P036 : 진찰·키라라 번슈타인 p042 : 재미있었던 영화 p048 : 레코드플레이어 p054 : 타마방진 p060 : 모기 p066 : 오하 p072 : GJ부 면허 정지 p078 : 일일 자유이용권 p084 : 적색 2호가 안 들어 있어 p090 : 트위터 나무 p096 : 이야기 속의 남자분 p102 : 왕관 p108 : 와비사비 선수권 p114 : 매도 개그 p120 : 새로운 말풍선 p126 : 쿄야의 특훈 p132 : REBIRTHDAY p138 : 짠짜자잔─! p144 : 밸런스 p150 : 앙코 머리 나빠 p156 : 부실의 천장 구석 쪽 p162 : 도전자 모리 씨 ① p168 : 도전자 모리 씨 ② p174 : 오빠야, 폭발해라 p180 : 굿잡에 어서 와♪ p186 : 눈싸움 p192 : 크리스마스 p198 : 섣달그믐 p204 : 제야의 종 p210 : 무녀 p216 : 카루라 신사의 비밀 p222 : 두 번째 새해 코타츠의 뒷면 "휴우~…………. 따뜻하다…………." 평소 같은 방과후. 평소 같은 부실. 쿄야는 코타츠에 깊숙이 들어가 계절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시옹과 같이 코타츠 탁자에 턱을 올린 채로 멍하니 있다. "아아……. 정말로 따뜻하다……." "아아, 이런. 시옹 선배……, 이불 가져가지 마세요. 이쪽 부족해요." 한쪽으로 몰린 이불을 잡아당겨 중간으로 맞췄다. 쿄야는 비뚤어진 탁자 위치를 중앙으로 다시 맞추다가 문득 어떤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이 코타츠……, 탁자의 뒷면이 녹색이잖아요? 왜 낡은 코타츠는 전부 이렇게 되어 있을까요? 우리 집에서도 낡은 코타츠는 이랬는데요." "타마네 집 코타츠는 지금도 뒷면이 녹색인데요?" 코타츠의 이불이 펄럭 올라갔다. 안에서 타마가 나타나서 그렇게 말했다. "우와! 깜짝 놀랐다! 깜짝 놀랐다!" 시옹 선배와 둘이서만 들어가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사실은 셋이었어! "깜짝 놀랐다! 깜짝 놀랐다!" "네네, 선배. 깜짝 놀랐군요." "그러고 보니──. 고양이는 코타츠에 종종 들어가곤 하지──." "타마는 고양이가 아니에요." 타마는 고개를 부들부들 떨어, 머리카락에서 습기를 털었다. 그 동작이 역시 고양이였다. "깜짝 놀랐다니까?" 원망스럽게 말했지만……. 이미 누구도 상대해주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화제를 되돌렸다. "그런데, 하던 이야기를 하자면 '코타츠의 뒷면이 녹색 펠트인 건 어째서인가, 라는 문제' 입니다만." "어라? 뭐야, 너. 몰랐니?" "그러는 부장님은 알고 계시나요?" "그렇군. 너, 모르냐. 그~런 것도 모르다니. 역시 쿄로군." "뭡니까뭡니까. 모르면 부끄러운 일이었던 거예요?" "타마는 수습 부원이니까 몰라도 당연해요." "응? 나는 그게……. 문헌에서 읽은 적은 있으니까. 하지만 대답은 좀 더 나중에 하는 게 좋겠지." 타마가 당당하게 말했고, 시옹은 탁자에 뺨을 댄 채로 멍하니 말했다. 쿄야는 저쪽에 있는 메구미와 키라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도 몰라요. 그건 다리미질할 때 쓰는 거라고 생각했네요──." "키라라. ……사전에는 실려 있지 않을 거예요." "그래." 키리라가 멍한 표정으로 사전을 내려놓았다. 얼마 전까지는 대백과국어사전이었는데, 최근은 한 바퀴 돌았는지 다시 대국어사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저기, 부장님~. 정답을 가르쳐주세요~. 이 녹색 뒷면은 도대체 어디에 쓰는 거죠~?" 부장은 부실 구석에 무언가를 찾으러 갔다. 높이 쌓인 서랍장 산더미에 몸을 반쯤 집어넣고 부스럭부스럭 물건 시이를 뒤졌다. 그녀의 엉덩이만 보였다. "정답은 말이지……, 이거다!" 부장이 가져온 것은 작은 서류가방같이 생긴, 손잡이가 달린 나무 상자였다. 낡은 나무 상자를 덜컥 열자 안에 들어 있던 것은──. 화이트 초콜릿 모음, 이 아니라. 주사위를 직육면체로 길게 늘려 놓은 것 같은 물건이었다. 하얀 직육면체에는 다양한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아──. 아──. 뭐지, 이거. 본 적 있어요. 뭐였더라? 마──? 마──뭐였지." "마작이라는 거야." "아──. 그래요. 마작이에요." "이 녹색 뒷면은 말이지! ──영차." 부장이 코타츠의 탁자를 뒤집어 녹색 면이 위로 오게 놓았다. "마작을 하기 위해 있는 거야. ──그런고로. 해볼까, 마작. 코타츠도 있고. 사람도 모였고." 부장은 코타츠의 한 면에 쑥 들어가서 모두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에엣? 마작은 내기로 하는 게임 아닌가요? 도박 아닌가요? 학교에서 하면 큰일 나요. 아니, 고등학생이 하면 큰일 나요." "바보. 고등학생이 아니고 학교가 아니라도 도박은 금지야." "돈을 걸지 않으면 도박이 아니라 단순한 게임이야. 점수를 기록해서 승부를 결정하는 것뿐이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어 또 법률적으로는 '일시적인 오락에 제공하는 물건의 수주는 도박행위로 간주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으니, 예를 들어 과자를 칩 대신 걸면 될거야." "쿠키 있어요──." "그럼 '점 하나'다. 1,000점에 쿠키 한 개다." "우와, 뭔가 전문용어 같은 게 나오네요." "여섯 명이니까 꼴등이 한 명씩 빠지기로 하자. 그리고 시이, 너는 순서대로 한 명씩 뒤에서 훈수 둬. 도와줘라" "응. 그러네. 내가 들어가면 전부 이길 테니까." 깜짝 놀랐다. 코치 역할인 시온 선배에게 배우면서, 다 같이 코타츠를 둘러싸고 마작이라는 게임을 했다. 오늘의 GJ부는 '마작의 날'이었다. 캐릭터 프로필 【시노미야 코야 】 평화적 패배주의자 주인공에게도 2학년 겨울이 왔다. 후배인 타마를 귀여워하면서 감자칩 열어주는 역할을 하며 부장에게 혹독하게 단련을 받는 일상. GJ부 혼이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이해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면허 개전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했다. 부장들과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진찰·아마츠카 마오 "음──그럼 먼저 묻겠습니다. 이름과 나이와 학년부터 대답해주세요." "아마츠카 마오, 아홉 살. 초등학교 3학년이요." "마 짱이 아니라 부장님 쪽으로 부탁드립니다." "쳇. 고등학교 3학년이야." "방금 혀를 찬 건 뭐죠? 기분이 안 좋은 겁니까?" 쿄야는 사무적인 말투로 물었다. 복사용지에 진료 기록처럼 메모를 적었다. 부실 구석에서는 정말 뭐든지 다 나온다. 쿄야는 요즘 비품 정리를 하고 있었다. 뭔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때마다 이렇게 놀이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이래서는 도저히 정리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 발굴한 것은 하얀 가운과 청진기 였다. 그것을 가지고 오늘의 GJ부 활동은 '의사 놀이'가 되었다. "마 짱은 어디가 안 좋은 거죠?" "야, 이봐. 나보고 어느 쪽으로 하라는 거나? 부장을 원하냐, 마 짱을 원하냐?" "둘 다 부장님의 한 측면이니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요." 쿄야는 정중한 목소리로 아무래도 좋다는 듯 대답했다. 이런 역할. 의사의 역할. 시온 선배가 가장 어울릴 것 같은데, 왜 내가 의사역할을 해야 하지? 하얀 가운을 발견한 순간, 다섯 명의 기대에 가득 찬 시선이 자신에게 모여들었다. "입──어──라! 입──어──라!" 하고 대합창이 시작되기 전에 쿄야는 평화주의자답게 재빨리 얌전히 져주었다. 먼지투성이 발굴 가운을 자진해서 입었던 것이다. 휴우, 하고 한숨을 쉬고, 대기실을 보았다. 언제나 그렇듯, 정말로 병원이라는 듯 의자를 늘어놓고 대기실을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환자들이 앞으로 네 명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부장님은 어디가 안 좋은가요?" "글쎄. 특별히 안 좋은 곳은 없는데." "특별히 안 좋은 곳은 없음……이라. 자, 다음 분." "야! 제대로 진찰해! 대충 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 진료비 도둑놈!" "네──……?" 쿄야는 부장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저기── 부장님, 설마 해서 묻는데요. 이른바 '진짜 의사 놀이'를 하라는 뜻은 아니죠?" "뭐야, 왜 갑자기 연기를 그만둬? 분위기 깨기는 진짜 의사 놀이가 뭔데?" "저기, 즉, 그러니까 유치원생 시절에 하는 것 같은……." "뭐야? 이런 건 다들 유치원 때 하는 거야? 대유행이야?" "아뇨──.뭐──뭐랄까. 그게── 통과의례라고 할까요……." "진짜? 난 해본 적 없는데? ──그치?" 하고, 부장이 대기실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 얼굴빛을 보아선 부장도 시온도 메구미도 키라라도──, 타마를 제외한 전원의 표정이 정말로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 쿄야는 타마와 둘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놀이의 진짜 의미는 영원히 비밀로 해 두자. 두 사람의 굳은 약속이다. "그럼 여기는 정신과니까요. 이런저런 질문을 할 테니까 대답해주세요. 아,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면 노코멘트로 넘어가도 됩니다." "오, 그렇지. 너, 드디어 분위기를 좀 잡았구나!" 부장이 신이 나서 말했다. 지금 이 순간, 도대체 얼마나 세계적 위기가 회피되었는지, 이 순진한 분은 전혀 모르고 있을 것이다. "부장님은 항상 화만 내시던데, 왜 그렇게 화를 내시는 겁니까?" 청진기를 이마에 톡 대고 물어보았다. "오히려 내 입장에서는 왜 다들 그렇게 가만히 있을 수 있나 궁금한데? 너희들은 화도 안 나나? 혹시 그런 건가? 메구랑 똑같다는 거냐?" "천사랑 같은 취급 하지 마세요. 화를 내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에요." "왜?" "왜냐면 싸우게 되잖아요. 그래서 화가 나도 얼굴에 티를 내지 않는 거예요." "엣?" 부장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눈을 크게 떴다. "너……. 그럼 저기……. 지금까지 꽤 화가 났던 거야?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고, 실은 꽤 화가 났거나……, 했어?" "오늘은 별로 화낼 일 없었는데요. '입──어──라!' 대합창에는 질렸지만요. 아 참, 그건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은 미래였죠?"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으음……. 오늘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말이다." "지금까지……요? 근 2년 동안 말인가요? 제가 GJ부에 들어오고 나서?" "응. ……그래." 부장은 뭔가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올려다 보면서 조심조심 묻고 있었다. "물어뜯거나 한 거……. 그거……, 싫었어?" "아뇨. 그런 걸로는 전혀 화나지 않아요. 카스미한테 밟히면서 살아서 익숙해요." "그러냐." 부장은 씨익 웃었다. 진찰 끝. 안 좋은 곳 없음. 진료 기록에는 그렇게 적었다. 캐릭터 프로필 【아마츠카 마오 】 GJ부 부장. 고등학교 3학년. 불꽃의 기백과 불굴의 의지를 가진 멋있고 어른스러운 여자(본인의 말). 하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그 실태는 외로움을 타는 어리광쟁이? 리더십을 발휘할 장면과 마스코트 같은 포지션을 바쁘게 반복하는 물어뜯는 햄스터. 졸업까지 앞으로 몇 달. 쿄로를 열심히 단련시키려고 생각하고 있다. 참고로 '의사 놀이'의 의미를 몰랐던 쪽. 진찰·스메라기 시온 "나도 알고 있어." 이번 환자──시온의 진찰은 갑자기 어두운 표정으로 시작되었다. "뭘요?" "내 증상은 상식결핍증. 치료법은 상식을 대량 투여하는 것. 진료 기록에는 그렇게 쓰면 돼." "이건 중증이군요." 시온은 뭔가 기력이 없었다. 자포자기였다. 쿄야는 탁자 위를 손가락 끝으로 톡톡 두들겼다. 생각하던 끝에 시온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럼 장소를 좀 바꿔보죠. 진찰은 이쪽에서 계속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코타츠로 이동했다. 이불 끝을 파닥파닥 거리며 그녀를 불렀다. 샤샥, 하고 미끄러지듯 다가온 그녀는 코타츠의 한쪽 면에 쑥 들어왔다. 쿄야도 반대쪽 자리에 앉았다. 둘이서 코타츠의 두 면을 차지했다. "자~, 따뜻한 홍차입니다." 메구미가 바로 홍차를 가져다주었다. 붉은 액체로 가득 찬 컵을 두 손으로 들고, 쿄야는 타이밍을 보아 물었다. "그럼 당신의 이름부터 다 시 한 번." "스메라기. 시옹. ……이라고 생각해요." "네. 시옹 씨군요." 진료 기록에 쓰여 있던 '시온'에 두 줄을 긋고 '시옹 씨' 라고 적었다. 코타츠의 온기가 침투할 때까지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그럼 어때요? 삭막해진 마음이 나아졌습니까?" "응. 따뜻해서……." 시옹은 코타츠의 탁자에 뺨을 대고 멍하니 뻗어 있었다. 뭔가 이것저것 아무래도 좋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시옹 씨에게 부족한 것은 상식 성분보다도 코타츠 성분이었던 것 같군요." "명의다. 명의가 여기에 있어! 삐쳐버린 시이를 한 방에 되돌려 놓다니! 저렇게 되면 얼마나 귀찮은데!" 부장이 그런 소리를 하고 있었다. 절친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함축적인 한마디였다. "으음──. 그럼 구경꾼 여러분에게서 질문을 받아볼까요. 뭔가 '시온 씨' 혹은 '시옹 씨' 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나요?" 모두가 일제히 손을 들었다. 저요저요──하고 자기주장을 하는 손 중에서 가장 기운이 넘치는 것을 골랐다. "그럼 메구미, 질문해주세요." "시온 언니, 굉장히 어른스러운데요.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죠?" "자, 시온 씨. 대답을 해주세요." "따뜻하면. 될 거야." "시옹 씨가 아니라 시온 씨가 대답해주세요." 축 늘어져 있었던 '시옹 씨' 가 허리를 곳곳이 세우고 시온으로 돌아갔다. "응. 그건 말이지. ……여유일까. 사물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마음의 인식에서 묻어 나오는 여유라고 생각해." "아아, 게임을 하고 있을 때의 시온 언니는 확실히 가장 어른스러워요." "메구미도 홍차를 타고 있을 때는 굉장히 차분해 보여. 그리고 자신도 알고 있나? 뜨개질을 하고 있을 때의 메구미는 마치 성모 같아." "아, 아우우……! 자, 잠깐만 기다리세요! 지금 감춰 두었던 고급 과자를 가져올게요!" "그럼 키라라." 다음 지명은 가장 얌전히 손을 올렸던 사람이었다. "코타츠, ……들어가도 돼?" 시옹의 손목 아래가 파닥파닥 움직였다. 코타츠 대장의 허가가 나왔기 때문에, 키라라는 코타츠의 세 번 째면에 슥 들어왔다. "시온 언니, 타마는 진짜로 진지한 질문이 있어요." 지명도 하지 않았는데 타마가 멋대로 물었다. 어쩐지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을 하고 있었다. "시온 언니는 천재죠?" "아, 응. 그런 말을 듣지. 나에게는 그런 자각이 없지만 말이야. 어째서 다른 사람은 못하는지 이상할 뿐이지. 오히려 나는 매사에 모두와 같은 감탄을 하고 싶다고, 항상──." "도대체 뭘 할 때에 천재예요? 어떤 부분이 천재인데요?" 그 질문에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췄다. 그리고 부실은 시끄러워졌다. "그, 그, 그게──! 타마, 그게! 게임! 게임! 게임의 천재라니까!" 쿄야는 허둥지둥 변명을 했다. "에──……? 하지만──? 타마는 게임하고 있는 걸 본 적이 없는데요? 천재, 천재라고 떠들 뿐이지, 타마는 굉장한 걸 본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알고 싶어요──. 시온 언니가 그냥 안쓰러운 사람이 아니라 어딘가 대단하다면, 어떻게 대단한지를──." "그, 그게──! 항상 세계 챔피언 빌리랑 체스 하고 있잖아! ──컴퓨터로!" "마우스를 딸깍딸깍요? 그게 뭔가 대단한 건가요?" "괜찮아. 코타츠가 있으면. ……그걸로 족해." 시온이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말았다. "아── 거봐라. 또 토라졌잖아. 이렇게 되면 귀찮은데." 부장이 절친 9년째의 경험에서 오는 함축적인 말을 했다. 캐릭터 프로필 【스메라기 시온 】 GJ부의 3학년. 천재이면서 어른스러운 면과, 안쓰럽고 귀여운 생물의 일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리버시블 누나. 표면 쪽을 '시온 선배' 뒷면 쪽을 '시옹 선배' 라고 나눠서 부르고 있다. 참고로 '의사 놀이'는 역시 몰랐던 쪽. 왜냐면 그런 건 책에 안 쓰여 있었거든! 진찰·아마츠카 메구미 "선생님,진찰 부탁드립니다──." 코타츠에서 둥근 탁자로 돌아와 다시 진찰이 시작되었다. 쿄야 앞에서 그렇게 인사를 한 환자는 메구미. 부장, 시온 다음에는 당연히 메구미였다. 그것이 GJ부의 룰이자 물리법칙이었다. "으음──. 그러면 먼저 이름부터." "아마츠카 메구미입니다. 신장은 162센티미터입니다. 발 사이즈는 235고, 그리고, 음──, 스리사이즈는──." "우와아, 메구미! 스톱! 스톱! 그건 아웃! 아웃이야!" 쿄야는 자기도 모르게 외치고 말았다. 지금 무슨 말을 입에 담으려고 한 것인가. 무방비한 것도 정도가 있지. "그런 건……, 됐으니까." "에엣? 하지만 선생님이 진료 기록을 써야죠?" "아──. 네네." 으음, 신장과 발사이즈. 그리고 스리사이즈는 자율규제로, 체중은 절대 금기라서 생략. "으음──. 그럼 문진을 해볼까요──." 진료 기록을 쓰며 의사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선생님, 왜 그걸 쓰지 않나요?" 메구미의 하얀 손가락이 쿄야가 목에 걸고 있는 청진기를 가리켰다. 하얀 가운과 함께 발굴된 아이템이었다. 목에 걸고 있는 것만이라면 상관없지만, 실제로 사용하면 꽤 위험한 아이템이다. "아니, 이건……." "자요. 해주세요──." 쿄야의 양쪽 귓구멍에 청진기가 푹 들어왔다. 끝이 동그랗게 된 부분을 손에 쥐어주었다. 메구미는 쿄야의 손을 감싸듯 쥐고 자신의 가슴으로──. 톡. 청진기 및 쿄야의 손은 메구미의 가슴에 닿아 있었다. 옷 위에서 였지만 가슴 위. 메구미의 평균보다 큰──그곳 위. 부드러운 그 장소에 메구미의 손으로 꼭 눌려 있었다. 두근. 두근. 여자애의 심장소리가 청진기를 통해 들렸다. 쿄야의 심장은 그 몇 배의 속도로 빠르게 고동치고 있었다.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스스로도 느껴졌다. "심장 소리, 어때요──? 전 병에 걸린 적이 없어서. 진찰받은 적도 없어서──." "우와! 우와! 우와아아아!" 쿄야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의자에 앉은 채로 뒤로 물러났다. 깜짝 놀랐다──! 하지만 병에 걸린 적이 없다고?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수호신이 붙어 있는 거지? 심장의 고동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쿄야는 일부러 화제를 바꾸었다. "그러고 보니 나……, 전부터 메구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네. 뭐든지 물어보세요, 선생님." "메구미는 말이야. 화가 날 때……, 없어?" "음──……?" 쿄야의 질문에 메구미는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그보다 꽤 전에. 타마가……, 먹어도 전혀 살이 찌지 않는다고 했었잖아요. 그때는 어쩐지……, 가슴이……,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 그게 혹시 그런 걸까요……. '분노'라는 것?" "아, 응. 그건 분노지. 화를 내어도 된다고 생각해. 분노가 맞을 거야." "화를 냈던 건가요! 메구 언니, 타마가 뭔가 잘못한 건가요?" "이제는 화 안 났어요──. 아마도." "꺅. 화났어. 화났어요. 메구 언니, 그거 화난 거죠!" 타마가 메구미의 웃는 얼굴에 겁을 먹고 등 뒤로 숨었다. 쿄야는 웃었다. "자, 질문 시간입니다. 여러분,뭔가 질문 없나요?" "이거, 천상계 생물은 그다지 재미가 없군──." 코타츠에서 완전히 늘어져 있는 3인조를 대표해서 부장이 말했다. "저기──. 타마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쿄야의 등에 숨은 채로 타마가 손을 빼꼼 들었다. "체중이 아니라면 뭐든지 물어봐──." "메구 언니, 좋아하는 사람 있나요?" "우와, 완전 직구. 연애 토크라니." 부장이 능글맞게 웃으면서 말했다. "많이 있는데요?" "우와. 겁도 안 먹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고." "몇 명 있는지, 좀 더 구체적인 숫자를 메구미 군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시온도 부장도 웃고 있었다. 대답을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며며몇 명 있는데요!" "으음……. 지금 70억 명이었던가?" "엥?" 타마가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코타츠에 있던 3인조도, 그리고 쿄야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메구미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간 "전 인류를 좋아해요."라고 대답을 할 것이 뻔하다. 천사를 우습게보면 큰일 난다. 캐릭터 프로필 【아마츠카 메구미】 '천상계의 생물'이라는 이명을 가진 GJ부의 엄마 같은 존재. 쿄야와 같은 2학년. 모두를 돌봐주는 걸 좋아한다. 집에 돌아가도 스케줄의 대부분은 남을 돌보는 데 쓰인다. 그 천사 같은 모습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분노'나 '부끄러움' 같은 개념은 요즘에서야 겨우 배웠다. 그녀의 '천사의 눈'에는 세상의 싸움이나 암흑 면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쿄야와 아카이 렛토의 싸움도 그녀의 눈에는 놀이의 일종으로 보이고 있다. 사이좋게 떡실신시키며 놀아주세요. 진찰·키라라 번슈타인 "자, 그럼 다음 환자, 들어오세요." GJ부 식 의사 놀이도, 마지막 한 사람인 키리라의 차례가 되었다. "저기, 타마는 어째서 저기에 앉으면 안 되나요?" 타마가 키리라만 남은 대기실을 쳐다보며 말했다. "앉아도 돼. 키라라가 끝나면 정리를 시작할 거지만." "우와. 쿄로, 너, 그거 흉기야. 말이 흉기다." "됐어요! 깍두기여도 상관없어요! 타마는 이쪽에서 놀 거예요!" 타마가 꺼내 든 것은 간호시복. 그러고 보니 하얀 가운과 청진기와 함께 세트로 있었다. 빙글, 하고 한 번에 벗는 식으로, 타마는 재킷과 블라우스를 벗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 타마의 살색 부분에──쿄야는 몸을 휙 돌려 시선을 피했다. 앞의 의자에 앉은 키라라 쪽을 보았다. "키라라도. 벗어?" "안 벗어요." "뭐부터. 말해." "으──음." "체력측정을 해요. 이런 걸 발견했어요──." 간호사복으로 갈아입은 타마가 악력기를 가져와서 던졌다. "아, 그거. 지지난번 부장쯤에서 체력 측정하는 날에 훔친 거." "체육준비실에 반납해야죠──." 그러는 쿄야도 키라라의 파워에는 흥미가 있었다. 악력으로 재면 도대체 몇 킬로그램이 될까? "이거. 쥐면 돼?" "네. 부탁해요." "응." 별로 힘을 준 것 같지도 않은데, 악력계의 바늘은 빙글빙글 회전 했다. 그리고 '우득' 하고 둔탁한 소리. "……부서졌어." 키라라는 후드득 떨어지는 플라스틱 파편을 손에서 털며 말했다. 악력계의 바늘은 측정범위인 200킬로그램을 초과한 상태에서 완전히 찌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손잡이 부분과 플레임 부분과 플라스틱은 부서져 있었다. "야, 그거. 그 악력계, 반납하고 와, 쿄로." "없었던 일로 하죠. 분실 처리로 놔두죠. 지금까지 괜찮았으니 분명히 괜찮아요." 보조 간호사 타마가 악력, 측정불능──이라고 진료 기록에 기입했다. 여자아이의 글씨로 ♡나 고양이 얼굴 등, 쓸데없는 것까지 기입하고 있었다. "선생님. 타마, 호랑이 언니에게 질문이 있어요──." "연애토크는 이제 안 해도 돼." "아니에요. 고기. 고기예요." "오. 고기냐. 그렇군. 신경 쓰이지. 왜 고기만 먹고 있는가, 라든가." "내가 신경 쓰이는 건 도대체 무슨 고기냐는 거지. 어쩌면 니니(둘째 오빠)도 모르는 음식 재료가 아직 지구상에 존재할지도 몰라." "저는──, 그 뼈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신경 쓰여요──." 이 테마는 모두들 흥미진진한 듯했다. "아뇨. 그쪽이 아니에요.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요." 타마는 모두의 의문을 바로 묵살했다. 여전히 자기 멋대로다. "그럼 너, 뭐가 신경 쓰인다는 거야?" "그런 건 뻔하죠." 타마는 허리에 손을 대고 으쓱하는 포즈를 취했다. 다른 쪽 손으로 주사기를 들더니, 그런 것도 모르다니 엉터리군요, 하고 흔들었다. 위험하니까 그만해라. "고기만 먹고 있으면 냄새 나잖아요. 방귀라든가, 또────." "우와아아아!" 여자애들의 절규가 울렸다. 타마는 몰려든 여자애들에게 짓눌렸다. 부장뿐만 아니라, 키라라 본인뿐만 아니라, 시온과 메구미까지 참가해서 타마를 억누르고 입을 막았다. 퍽퍽 때리더니──. 언론 탄압을 완료했다. "좋아. 악은 멸망했다." 바닥에 뻗은 타마 위에 쿵하고 앉더니 부장이 말했다. "왜?" 부장이 찌릿하고 노려보았다. 으아── 무셔──. 무서웠다── 여자란 무서워──. "그럼 타마 차례입니다." 부장을 등에 태운 채로 타마가 팔굽혀펴기의 요령으로 부활했다. "선생님, 큰일이에요. 타마 중태예요. 이제 타마도 진찰해라입니다!" "응, 전치 5초였구나. 이미 완치되었네. 퇴원 축하해." "깍두기 취급, 너무해요──!" 오늘의 동아리 활동은 '의사 놀이' 였다. 이 놀이로 한 바퀴 도는 건 평소보다 더 심긱하고 위험했다. 캐릭터 프로필 【키라라 번슈타인】 GJ부의 3학년. 야생과 파워와 고기를 좋아하는 누나. 마음이 착하고 힘이 세다. 평소에는 느긋하게 냠냠. 고기만 먹고 있다. 하지만 가끔 화를 내면 굉장히 무섭다. 싸우는 사람은 둘 다 혼내는 주의로, 목덜미를 잡아 높은 곳에 달아 둔다. 게으르고 대충주의일 것 같지만, 사실은 의외로 성실하고 꼼꼼하다. 각종 사전을 항상 들고 다닌다. '아'부터 '응' 까지 독파해서 일본어를 공부하는 중. 일본어. 어렵다. 재미있었던 영화 "저기, 부장님. 어제 했던 영화보셨나요?" 평소 같은 부실. 모두에게 홍차가 서빙된 것을 보고 쿄야는 화제를 꺼냈다. "응? 뭐야, 갑자기?" "아뇨, 어제 TV에서 했던 영화가 재미있어서 부장님도 보셨나──해서요." "아니, 안 봤는데. ……영화라니, 뭐야? 9시 언저리부터 틀어주는 거?" "아, 네 우리 집에선 아버지가 영화를 좋아해서, 카스미랑 어머니랑 다 같이──." "너희 집, 가족이 모두 사이좋구나. 신기하네." "에? 이상한가요?" "아니, 이상하다는 건 아니고. 신기하다고 말했을 뿐이야." "으음……. 어젯밤 영화 말이군. 나는 봤어, 그거." 헛기침을 한 번. 시온이 컴퓨터 앞에서 의자 바퀴를 굴려 이쪽으로 다가왔다. "수많은 뒷거래와 교섭 기술을 구사해서 '티브이' 시청을 허가 받았어. 지금 단계에서는 영화의 일부에 한정된다는 조건이기는 했지만. 어젯밤의 영화는 리스트 안에 존재──." "너희 집도 형제자매들끼리 사이좋아? 도대체 몇 명이서 본 거야?" "응? 그렇게 많이 모여서 본 건 아냐. 겨우 열 명 정도니까." "오빠들에게 약간 저항 중이군요." 쿄야는 니니즈(오빠들)의 총 인원수는 확인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목이 뭔데?" 부장이 물어보았기 때문에 쿄야는 영화제목을 말했다. "아──. 그거냐. TV에서는 못 봤지만 블루레이로는 봤다." "저도 봤어요──. 언니랑 세이라랑 같이 지하실에서!" 홍차 향기와 함께 메구미가 다가왔다. 모두의 컵에 붉은 액체를 채워주었다. 어째 이야기를 듣자 하니, 지하실에 홈시어터가 있어서 자매가 모여 봤다는 것 같다. 쿄야는 아마츠카 가의 부르주아 스타일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거 괜찮더라. 신나게 날뛰던데. 재미있었어." 어라? 하고 쿄야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게 재미있는 영화였나? 뭐, 할리우드 영화였으니 액션 장면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로맨스가 좋았어요. 남자애는 필사적이고 여지에는 착하고. 멋졌어요──." 메구미가 멍하니 두 손을 모으고 소녀틱한 포즈로 말했다. 어라? 하고 쿄야는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게 재미있는 영화였나? 뭐, 할리우드 영화였으니 로맨틱한 장면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 응. 삶과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고상한 영화였지. 삶과 죽음을 테마로 삼고 있는 이상, 아가페와 에로스에 대해서도 다루지 않을 수 없는 거니까. 애초에 고니(다섯째 오빠)도 누드 조각상을 만드는데, 왜 내가 감상하면 안 된다는 거지." 뒷부분은 니니즈에 대한 불평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야한 영화 였나? 뭐, 할리우드 영화였으니 그런 장면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으음……. 저기──……?" 뭔가 말이 어긋나는 듯한 느낌. 혹시 다 같이 다른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는게 아닐까? "잠깐, 모두들 다시 한 번 영화 제목을 말해보세요." 모두가 각자 입에 담은 제목은 쿄야가 어제 본 것과 완전히 동일한 것이었다. "어라? 어라라?" "왜 그래? 뭘 고민하고 그래?" "아니……. 어쩐지 모두의 감상이 전혀 달라서……. '좋았다' 는 건 같은데요. 그 이유가……." "그러는 너는 어디가 좋았는데?" "네, 물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개로 재미있었던 건데요. 원래 할리우드 영화는 그런 거잖아요?" "아니, 너처럼 평론가 흉내를 낼 정도로 영화 본 적도 없고. 그리고 잘난 척하면서 떠들 정도로 한심하지도 않고." "크윽." 부장의 말이 마음을 비수처럼 찔렸다. 평론가 흉내라니. 한심하다니. "그런데 아까부터 계속 호랑이랑 새끼 고양이가 이야기에 끼어 들지 못해서 서운한가 본데." "타마네 집은 채널 전쟁이 격렬해요. 영화 같은 건 못 봐요." "아, 죄송해요. 키라라한테는 TV가 없었죠." "키리라. 텔레비전. 이거." 키라라가 낡은 TV를 가리켰다. 부실 구석에서 지난여름부터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물건이다. "디지털 방송이 되고 나서 나오지 않고 있지──, 이거──." "아날로그 곰이 디지털 사슴에게 졌군요──." "지금까지 고생했어. 나무아미타불." "우리 집 올래? 다 같이 볼래?" "모리 씨가 만들어주는 팝콘, 맛있어요." 그 후 그날의 동아리 활동은 아마츠카 가에서 열렸다. 지하실의 홈시어터에서 팝콘을 먹으며 특등석에서 대화면을 즐겼다. 오늘은 한 가지 새로운 것을 배웠다.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같은 영화를 보아도, 감동하는 장면은 각 자 다르다는 것이었다. 아날로그 곰, 디지털 사슴 : 각각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상징하는 일본 TV 방송국 캐릭터를 말함 타마 : 이번에 바보 옐로에게 TV를 개조시킬 거예요. 디지털방송 대응시킬 거예요──. 쿄야 : 누구였지? 타마네 반 친구였나? 키라라 : 티브이. 다시 살아나? 레코드플레이어 "으윽." 숨을 불어넣자 먼지가 확 올라왔다. 그것을 들이마셨더니, 콜록콜록, 기침이 크게 나왔다. "시노미야 군, 도와줄까요──?" "괜찮아. 하게 내버려 둬. 이것저것 배워 두지 않으면 안 돼. 내년에 곤란한 건 저 녀석이고." "응, 괜찮아. 먼지를 좀 들이마신 것뿐이니까." 메구미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고 혼자서 작업을 계속했다. 오늘의 동아리 활동은 홀로 대청소였다. 부실 구석은 마치 창고 같았다. 한 해에 몇 번 해야 되는 비품조사 리스트를 한 손에 들고, 품목을 확인하는 김에 청소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원래는 부장이 해야 할 일이지만 이번에는 쿄야가 맡았다. 부장은 의자 위에 발을 끌어당겨 니삭스를 신은 발끝을 꼼지락거리며 가만히 이쪽을 보고 있었다. 얼굴을 그쪽으로 돌리면 고개를 휙 돌렸지만, 작업을 하고 있으면 또 이쪽을 쳐다본다. 감시당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걱정하고 있는 것인가. "다음. 레코드플레이어……. 됐고. 어, 부장님? 어떤 게 레코드플레이어죠? 아니, 애초에 레코드플레이어가 도대체 뭐죠?" "레코드를 듣는 기계지, 뭐겠냐." "그러니까 그 '레코드' 라는 게 뭐죠?" "뭐? 너,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부장은 척척 걸어오더니, 박스에서 폭이 30센티미터는 될 것 같은 정사각형 모양의 종이 패키지를 몇 개 꺼냈다. "자. 이게 레코드다. 판이라는 거야." 종이 패키지 속을 열어보니, 플라스틱으로 된 검은 원반이 있었다. "흠 ──호──허어──. 커다란 CD군요." "풋......."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시온의 흑발이 흔들렸다. "어라? 뭔가 웃긴 소리라도……, 했나요, 제가?" "귀엽구나……, 너." 오랜만에 듣는 대사. 시온이 눈가의 눈물을 닦으며 다가왔다. 무릎에 손을 대고 발굴현장을 들여다보더니──. "아, 이거 카라얀이잖아. 교향곡 9번. 게다가 62년. CD는 갖고 있는데 레코드 쪽은 들어본 적이 없었어." 시온은 패키지를 손에 든 채로 그 주변에서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야, 지금 듣자고? 넌 정리 정돈같은 거 잘 못하는 녀석일 거 아냐." "마오의 방만큼 심하지는 않아. 쥬니(열 번째 오빠)가 3일에 한 번은 청소를 하러──아, 있다." 레코드의 크기에 걸맞은 거대한 물체가 발굴되었다. 시온은 레코드를 가져와 앰프와 스피커까지 꺼내서 척척 설치를 시작했다. 이윽고 레코드가 회전을 시작했다. 소리가 들렸다. "아, 이거 저도 알아요. 베토벤이죠." "타마도 알아요. 이거 장례식에서 틀어주는 노래예요." "아니, 안 틀어줄걸." "우리 집은 장례식에 틀어주는데요?" "어? 타마네 집은 신사 아닌──." "저기. 이거. 틀어? 키라라. 듣고 싶어." 키리라가 발굴한 레코드를 가슴에 안고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으음──. 제목이 뭘까? 멍야옹개굴? ……동물 울음소리 모음일까요?" "틀어보면 알겠지." 시험 사아 틀어보니 예상대로──멍멍ㅡ 야옹야옹, 개굴개굴, 수 많은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늑대 울음소리까지 수록되어 있었다. "우우우……. 우워어어어어어어──!" 갑자기 키라라가 목을 뒤로 젖히고 울부짖기 시작했다. "우와, 깜짝이야! 키라라가 야생동물로 돌아갔어!" 모두가 모이고 나서는 시끌벅적해졌다. 레코드를 발굴하는데 푹 빠졌다. "이걸 뭘까요? 옛날 애니메이션 사운드 트랙일까요?" 호랑이 줄무늬의 비키니를 입은 여자애의 애니메이션 그림이 그려진 패키지였다. 그 레코드는 어쩐지 찰칵찰칵, 삐용──하는 식의 이상한 멜로디의 곡만 들어 있었다. "신디사이저라는 악기군. 1980년대 즈음에 대유행했다고 하지." 메구미가 발굴한 것은 인어공주. 검은 레코드가 아니라 소노시트라고 하는 ──책받침보다도 얇고 부드럽고, 비춰보면 들여다 보일 정도의 판이었다. 거기서 동화 낭독이 흘러나왔다. "불쌍해요──." 마지막에 인어공주가 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장면에서는 천사가 눈물을 흘렸다. 그 후에도 다 같이 이걸 틀어보자, 저걸 틀어보자, 하면서──오늘의 GJ부의 동아리 활동은 레코드 감상회였다. 소노시트 : 염화 비닐 등의 얇은 시트에 레코드와 같은 음구(音溝)를 새긴 것. 레코드판과 마찬가지로 픽업으로 재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사용되지 않는다. 아날로그 레코드 CD보다 전에 유행했던 음악 매체. 검은 플라스틱제 원반. 크기는 LP판이 직경 30센티미터 정도. 수록 시간은 LP판 단면 30분, 양면 60분. 발명된 건 130년 이상 옛날. 발명왕 에디슨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실용화 된 것은 100년 정도 전. 25년 정도 전까지는 주류 음악 매체였다. 현재는 DJ나 일부 오디오 팬이 애용할 뿐. 그러나 각지에 레코드 전문점이 있을 정도로 그 인기의 뿌리가 깊다. (모르시는분은 닥치고 검정고무신이나 보세요 그냥) 타마방진 "야, 타마 말이야, 이상하지 않냐."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부장이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했다. "그러네요." 물론 쿄야는 적응했기 때문에 굉장히 가볍게 흘려 넘겼다. 문장을 쫓아 가는 눈을 들지도 않았다. "놀아줘. 파고들어 오라고." "잘 듣고 있어요. 이야기해 보세요." "그래서 나는 그것에 '타마방진' 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죄송합니다. 모르겠어요. 역시 잘 안듣고 있었나봅니다. 처음부터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특히 '그것' 언저리부터." "말한 적 없어. 당연하지." "아──. 네네. 결국 저를 놀리셨던 것이군요. 이걸로 이야기 끝내도 되나요?" "굳이 말하자면 지금 나를 놀리고 있는 것 같은데." 부장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도 평소와 똑같아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는 걸까 ──하고 쿄야가 생각하기 시작한 그 순간. 부장은 정확히 그 타이밍에 본론을 꺼냈다. "──타마 말이야. 이상하잖아." "이래저래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요. 그중에서도 특히 어디가요?" "그 녀석 말이지──. 항상 이상한 말투를 쓰잖아." "아──."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약간 이해했다. "뭡니까? 타마의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아니, 아니야." 타마가 반응했다. 쿄야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그렇습니까." 타마는 감자칩을 한 움큼 집더니 다시 만화잡지를 읽기 시작했다. 부장의 상대는 쿄야가 할 일이라고 생긱해서 제대로 듣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에는 민감하게 반응한 것 같았다. "그런 거, 칵테일파티 효과라고 하더군. 파티같이 시끄러운 장소에 있더라도 사람은 자신의 이름에만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거야." 체스 대전을 하던 시온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해주었다. 초능력처럼 해설해주었다. 그리고 마우스를 딸각거리며 세계 챔피언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 녀석 말이야. 이상하잖아. 해라입니다, 라든가. 건방지게 들리는 소리를 하잖아." "그러고 보니 가끔 이상한 말투를 쓰죠──. 그 애는." 이름만은 대명사로 바꾸고 뒷담화를 계속했다. 본인이 바로 옆에 있는데 당당히 뒷담화를 했다. 그런데 의외로 들키지 않는다. 겁먹지 않고 당당하게 하는 것이 'GJ부 식 뒷담화'의 비결이었다. "그거, 본인은 존댓말을 쓰고 있다고 생각할걸──?" "아앗────!!" 쿄야는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을 튕겼다. 갑자기 이해했다. "뭐야! 깜짝 놀랐잖아! 뭐야, 너. 갑자기 소리 지르지 마──. 쿄로 주제에." "저도 외치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것보다 부장님, 들어보세요. 대발견이에요! 그녀의 그건 존댓말이었던 거예요!" "그건 방금 내가 말했잖아." "일본 타마 학회에서는 그게 다수설이지. 그 밖에도 그녀 나름의 어리광이나 아양 떨기 표현이라는 설도 소수파지만 존재해. 또 우리들에게 시비를 거는 거라는 주장을 하는 이단도 있었지만, 어제 무사히 학회에서 추방되었어." "그것보다 진짜로 학회가 있었구나." "학회라는 건 정말 뭐든지 있군요." "저는 어리광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과학에도 로망은 필요해요." 메구미가 포트로 홍차를 따라주며 말했다. 그녀가 지나가자 작은 접시에 쿠키가 보충되어 있었다. 손이 움직이는 게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아니, 전혀 과학이 아닌 것 같은데." "키라라는 어때? 같은 고양잇과로서 의견은 어때?" 말을 걸자 키라라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고양잇과는 고양잇과라도, 대형 육식 계열과 집고양이 계열은 전혀 종족이 다르니까 모른다는 듯한 표정. "음? 음? 음? 선배들……? 어쩐지 아까부터 타마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타마 이야기라면 타마에게 해라입니다. 왕따는 좋지 않아요." "네 이야기는 한 적 없다. 타마방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흠──. 그랬습니까." 타마는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만화잡지를 읽었다. 부장님, 대단하다. 타마, 너무 간단해. "그래서 저걸 타마방진, 이라고 부르려고 생각하는데. ──어때?" 모두의 얼굴을 둘러보며 부장이 말했다. 그 후로 GJ부에서는 타마가 타마 스타일로 건방진 것을 '타마방진' 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캐릭터 프로필 【칸나즈키 타마키】 GJ부의 후배. 단 한 명뿐인 고등학교 1학년. 귀여움을 받는 역할. 분명히 막내일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장녀였다. 게다가 남동생여동생남동생여동생. 다섯 명의 형제자매 중에서 장녀였다. 집에 있을 때는 동생들이 시끄러워서 정신이 없다. GJ부의 막내 포지션으로 자신의 시간을 즐기는 중. 집은 카루라 신사로, 축제 등으로 지역에 공헌. 집에서 일을 도울 때는 놀랍게도 타마가 무녀로 변신한다! 모기 평소 같은 방과후. 평소 같은 부실. 부실에서 타마랑 같이 게임기로 팀플레이를 하고 있자──. "선배,──움직이지 마요." 그런 목소리가 들린 직후 ──찰싹하고 갑자기 타마에게 따귀를 맞았다. "뭐? 뭐? 뭐? ……뭐야?" 얼얼한 뺨을 붙잡고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타마를 쳐다보자──. "아, 도망갔다." "뭐……? 뭐? 뭐야? 내가 왜 맞은 거지?" "모기예요, 모기." 타마는 날카로운 눈으로 가만히 공중을 노려보고 있었다. "모기?" 쿄야는 겨우 상황을 이해하고 공중을 올려다보았다. 분명히 뭔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위잉~하고, 귀를 기울이면 그 익숙한 날개 소리도 들렸다. "왜, 무슨 일이야? 너, 타마한테 뭔가 맞을 짓이라도 했냐?" "모기가 있었을 뿐이에요. 인정사정없이 때렸다니까요. 아──, 아프다. 아직 아파." "모기?" 부장이 입에 물고 있던 폿키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모기' 라는건……, 벌레지. ……그거지? ……무는 녀석이지?" 부장은 뭔가 무서운 표정으로 공중을 올려다보았다. "모기가 그것 말고 다른 게 있나요. 하지만 모기가 있을 계절이 아닌데요. 벌써 11월도 끝나 가잖아요. 거의 한겨울이에요. 여름에도 전혀 안 보였는데……." "그래? 그런가? 겨울에는 모기가 없는 법이야? 여름에만 있는 거야?" "네? 부장님,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그런 건 상식이잖아요." "그, 그런가. 사…상식인가?" 시온이 옆에서 그렇게 물었다. 그녀가 상식을 모르는 건 평소와 마찬가지 일이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니, 위잉~하고 모기가 날아왔다. "꺄악." 비명을 지르며 쿄야의 등에 숨는 사람이 있었다. 메구미였다. 뜨거운 물이 든 주전자를 든 채로 쿄야의 어깨에 손을 놓고 희미하 게 떨고 있는──. 모기를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 어떤 의미로는 이쪽도 좀 무섭다. 부탁이야. 주전자를 내려놓고 와. "메구미도……, 무서워? 모기가?" "어렸을 때 물렸어요. 그랬더니 엄청나게 가려워서……." "에엣? 어렸을 때라니……? 모기가 그렇게 드물어? 어디에나 있잖아?" "우리 집에는 없어요. 모리 씨가 해치워……, 손가락을 튕겨서 격추……, ──꺄악!" 이야기하는 도중에 모기가 다시 날아오자 메구미가 도망쳤다. 언니인 부장의 등 뒤에 숨었다. "야. 너, 메구. 언니를 방패로 쓰지 마. 야! ──괜찮나! 언니는 물려도 괜찮나!" "메구미는……. 거미는 괜찮은데 모기는 못 참는구나." "실제로 피해를 주는 생물을 회피하려고 하는 마음의 움직임은 생물로서 당연한 행위라고 할 수 있겠지. 메구미 군 본래의 성질이 아무리 천사 같다고 해도, 가려움이라는 현실의 고통을 안겨주는 생물에게 박애정신을 발휘할 수는 없을 것이야. 그리고 물론 나도 하나의 생명체이기 때문에──." 시온의 말만 듣고 있으면 침착한 것 같았지만, 그녀는 의자 등받이를 꽉 붙잡고 얼어붙어 있었다. 아마츠카 가의 저택에 모기가 없는 것은 모리 씨 덕분일 것이고, 스메라기 가에 모기가 없는 것은 니니즈 덕분일까. 몇째 오빠가 '모기 잡기의 마스터' 라든가? "컁! 냥! 캬앙!" 타마가 손뼉을 짝짝 울리며 모기를 잡으려고 날뛰고 있었다. "와──! 와──! 이쪽으로 왔다! 왔다아!" 부장이 의자 바퀴를 굴리며 도망쳤다. 벌이라면 몰라도──겨우 '모기' 한마리에 부실은 대소동이 벌어졌다. 혼란에 빠진 부실 속에서 쿄야는 홀로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아아, 홍차가 맛있다. 오늘 이거, 다즐링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마 도어즈겠지. "메구미~, 한 잔 더~." "꺄아아. 언니! 언니! 살려줘요, 시온 언니!" 메구미는 바쁜 것 같았다. "와! 와! 으악! 위잉~하고! 지금 귓가를 위잉~하고?!" 시온은 쿨한 미인의 이미지가 다 망가졌다. "야옹! 야옹! 캬오옹!" 타마는 야성의 힘을 시험하고 있었다. 혼란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때──. 위잉~하고 날개 소리를 내며 모기는 소파에 편히 앉아 있는 키라라 쪽을 향해 날아갔다. 그 순간──. 따악! ──하고 뭔가 이가 부딪힌 것 같은, 그런 커다란 소리가 났다. 모기의 날개 소리는 뚝 끊겼다. 그 후 모기의 모습은 부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쿄야는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부실의 평화를 되찾은 키라라는 입을 냠냠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처럼 냠냠하고……. 여름 아닌 계절의 모기 녀석들은 한겨울에도 나타난다. 하수도에서 배수관을 타고 올라온다는 설. 환풍기의 닥트를 타고 온다는 설. 화분의 물받이에서 번식한다는 설. 유래에 대해서는 많은 설이 있지만, 분명 전부 정답이고 진실일 수 있을 것이다. 오하 "오하." 시노미야 가의 거실. 소파에서 뒹굴며 저녁밥 먹기 전까지의 느긋한 한때를 즐기고 있던 쿄야는 카스미의 목소리를 듣고 몸을 일으켰다. "허기 이켜." "아, 응." 카스미가 앉을 곳을 마련해주었다. 카스미는 옆에 앉아서 한숨을 후우 쉬더니, 입가에 손을 댔다. "카스미, 왜 그래?" "워가?" "아니, 아까부터……."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처음에 뭔가 이상한 호칭으로 자신을 불렀다. 분명 '오하' 라고──? 그리고 지금 돌아온 대답도 어딘가 굉장히 혀가 짧은 듯한 발음이었다. "이하허." "알았다고?" "아하. 아하서. ……이술." "알았다! 입술이 아프구나! 그 말이었구나!" 정답을 맞혔는데 어째서인지 때렸다. 카스미가 손을 치우자 입가에 상처가 보였다. 세로로 쩌억── 입술이 갈라져 있었다. "왜 그래?! 그거?!" 뺨을 양손으로 쥐고 끌어당겨 입술의 상처를 가까이서 관찰했다. "뭐야?! 이거?! 설마 싸운 거야? 여자애가 싸우면 어떻게 하냐. 에옛? 혹시 누구한테 맞은 거야? 누구야, 그게. 내가 말해줄까. 나도 제2단계로 변신하면──." 허둥대고 있었더니 또 때렸다. "혀우이아서……! 가라져으 뿐!" "아──. 그래그래. 갈라지지. 건조하니까. 지금 겨울이니까. 그거 제법 아프지." 쿄야가 그렇게 말하며 동의하자, 카스미는 몇 번이나 끄덕였다.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소파에 둘이서 앉아, 저녁 먹을 때까지 시간을 보냈다. TV는 켜 놓았지만 딱히 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저녁밥을 만드는 엄마의 콧노래를 배경음악으로 들으며 쿄야는 잡지를 읽고 있는 카스미를 힐끗 보았다. 그러다가 시선의 꼬리를 잡히고 말았다. "에? 오하?" "그거 다시 한 번 말해줘." "에?" "그러니까 그거. '오하' 라는 거." "오하." 입술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혀 짧은 소리가 나왔다. 그 호칭에──, 어찐지──,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한 번 불러줄래?" 이상한 감각을 확인하기 위해 카스미에게 다시 부탁했다. "에 그에? 오하?" 간질간질──. 뭘까. 무엇일까, 이 감각은? "저기, 음──. 카스미, 괜찮아? 다시 한 번." "오하." 간질간질──. 역시 기분 탓이 아니다. 뭔가 이상한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듯한……? "우우──……." 카스미가 어째서인지 신음하고 있었다.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쿄야를 쳐다보고 있었다. "저기, 카스미. 다시 한 번." "이제 아 해." "그런 말 하지 말고. 한 번만 더. 괜찮지?" "시러." 우와. 또 그 느낌이다. 간질간질──! 방금 그건 강렬했다. '오하' 보다도 '시러' 쪽이 훨씬 강렬해서──. "카스미, 방금 그거──." "으──! 오하! 이수! 아흐다니까!" 화를 냈다. 카스미에게 실컷 혼났다. 카스미가 작은 주먹으로 퍽퍽 때렸다. 입술이 아픈데 그렇게 열심히 말해준 여동생에게 하다못해 사과를 하고 싶어서──. 쿄야는 카스미에게 립크림을 선물했다. 캐릭터 프로필 【시스터즈】 쿄야의 여동생=카스미. 키라라의 여동생=제랄딘. 아마츠카 자매의 여동생=세이라. 세 사람을 합쳐서 시스터즈라고 한다. 성격은 다르지만 세 사람은 사이가 좋다. 중등부에서 GJ부 중등부를 봄에 창립할 예정. 시스터즈와 마 짱(마오의 초등학교 3학년 모드)을 합쳐서 넷이서 오빠 최고평의회를 구성한다. 오빠의 운영은 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GJ부 면허 정지 평소 같은 방과 후. 쿄야가 부실로 가는 긴 복도를 걷고 있는데, 복도 앞쪽에 부장의 모습이 보였다. 어째서인지 문 앞에 서서 쿄야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손을 들고 부장에게 인사를 하려고 하자──. "너에게 결정 사항을 통지한다." "네?" 그렇게 밀하더니, 근엄하게 입을 다무는 부장을 보고 쿄야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것은 최고평의회에 의한 결정이다." "아아, 네. 그럼 안에서 듣죠. 들어가게 해주세요. 거기서 비켜주세요, 부장님." "──안 돼!"’ 부장은 작은 몸으로 문을 막았다. "부장님, 들어갈 수가 없는데요." 열려고 하는 쿄야의 손과 막으려고 하는 부장의 손 사이에서 문이 시끄럽게 덜컹거렸다. "──들어!" "네네. 그래서 뭐죠?" 결국 포기하고 부장의 말을 듣기로 했다. 눈물이 고인 부장은 옷을 털더니──. 손가락빗으로 머리를 다듬어──. 위엄을 되찾고 나서 거만하게 우뚝 섰다. 이윽고 무거운 입을 열었다. "너는 요즘 건방져. 그래서 GJ부 면허를 정지하기로 했다." "네? 면허라니, 뭐죠. 면허 같은게 있었나요. 아니, 제가 도대체 뭘 했다는 거죠. 반성했으니까 들어가게 해주세요." "너, 전혀 반성하지 않았잖아." "아뇨, 반성했어요. 뭘 저질렀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반성하고 있습니다." "만약 지금 진심으로 하는 소리라면 어떤 의미로 칭찬할 만하다." "제 반성력을 시험해보세요. 뭐든지 반성할수 있어요." "너, 메구의 그림책을 불태웠지." "앗." 쿄야는 말문이 막혔다. 얼마 전 쿄야는 메구미의 그림책을 불태우고 말았다. 이카이 렛토가 직접 그려서 선물한 그림책이다. 메구미는 좋아했는데, 그걸 스토브에 넣어 태우고 밀았다.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렛토에게 사과하라고 했잖아. 확실히 사과하고 온 거야?" "으음." 불태운 것을 대신할 그림책은 메구미에게 바로 선물했지만 그 녀석에게 사과하는 건 아직이었다. 왜냐하면──. "그, 그건……. 애초에 부장이 시킨 거잖아요. 불태워, 불태워 해버려, 라고. 그렇게 귓가에서……." "오, 변명하는 거야? 남자답지 않군." "그때는 저한테 '남자라면 태워버려.' 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넌 면허 정지인 거야. ──3일간이다." 양손의 세 손가락을 세워서 내밀고 있는 부장의 등 뒤에서 문이 살짝 열렸다. "미안하군. 네가 언제 사과하러 가는지 지켜봤지만, 전혀 가지 않는 데다가 완전히 잊어버린 것 같았거든.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역시 좋지 않아." "네……." 시온이 그런 말을 하니 얌전히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부장이 말했을 때는 어쩐지 석연치 않았지만. "그런 거야. 뭐, 안심해. 죄를 갚고 나면 집요하고 치사하게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 깨끗하게 끝내고 전부 지나간 일로 처리할 테니까. ──응?" 부장은 명랑하게 웃었다. "그런데 아까 네가 하던 말 덕분에 내 기억이 되실아난 게 하나 있는데." "뭐야. 이 녀석, 아직도 남은 죄가 있었어? 면허 정지, 나흘 정도로 늘릴까?" "……마오, 너도 똑같이 잘못했었지." "엥? 뭐어? 뭐? 뭐? ──왜 내가?" "네가 교사했잖아?" "교사. 는. ……부추겨서 나쁜 짓을 시킨다는. 뜻. 국어사전. 에서." 문틈의 시온 머리 위에 키리라의 머리가 쑤욱 올라왔다. "범죄를 결의시킨 교사범은 주범에 준한다는 것이 형법의 국제 표준이지. 쿄로 군에게 벌을 준다면, 법의 공평성을 감안해서 마오, 너에게도 같은 벌을 주지 않으면 안 돼." 시온은 판사 같은 얼굴로 선언했다. 부장은 등을 떠밀려 복도 쪽으로 몇 걸음 휘청거리며 나왔다. 그리고 탁──하고 문이 닫혔다. 부장과 둘이서 부실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열어──! 난 부장이라고──!" 부장은 작은 손으로 문을 탕탕 두들겼지만, 문은 굳게 닫힌 채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열어줘──! 열라고──! ……들여보내 주세요." "저도……, 반성하고 있으니까……." 둘이서 반쯤 울면서 나약하게 중얼거렸다. 12월의 복도는 굉장히 추웠다. 쿄야 : 우리 부는 면허가 있었군요. 마오 : 면허 정지 먹었지만. 쿄야 : 다음엔 종이로 만들어 주세요──. GJ부 면허. 마오 : 3일간 정지지만. 쿄야 : 부실에 들어갈 수 없다면 둘이서 어디 갈까요? 일일 자유이용권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쿄야는 둥근 탁자의 자신의 자리에서 멍하니 종잇조각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뭐야, 이거?" 옆자리의 부장이 그다지 흥미는 없는 듯한 눈치로 물었다. 달리 숨길 것도 아니다. 쿄야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일일 자유이용권이에요." "뭐야, 그게? 어디 유원지에서 준 거야?" "어? 종종 하지 않나요? 안마 이용권이라든가. 도와주기 이용권이라든가. 어렸을 때 만들어서 부모님께 드리지 않나요?" "아──. 맞다. 했었지." 다행이다. 약간 안심했다. 아마츠카 가는 다른 줄 알았는데, 그런 점은 일반 서민인 자신과 똑같다. "그래서 이건 카스미를 하루 종일 마음대로 해도 좋은 이용권이에요." "뭐어어어어?!" 부장이 뭔가 굉장한 반응을 했다. 그 큰 목소리에 놀라 부장을 쳐다보았다. "왜, 왜 그래요? 지금 제가 이상한 소리라도 했습니까?" "아니, 너. 하지만 그건……. 그── 금지! 금지야, 그런 건! 창피 한 줄 알아야지!" "아니, 금지라뇨." 이용권을 뒤집어 뒷면의 주의사항을 보여주었다. "보세요. 여기, '오빠가 하는 말은 뭐든지 듣겠습니다. 하루 유효.' ……라고 쓰여 있죠." "우와, 카스미, 진심이었어……." 부장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잠깐 끼어들어도 되겠니. 주제넘은 참견이지만 한마디 하겠어. 쿄로 군, 너는 그 이용권으로 도대체 무엇을──." "──기다려! 기다려, 시이. 서두르지 마!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자!" 시온이 끼어들어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부장이 그것을 저지 했다. "아, 응. 그렇지, 마오. ……그러자. 냉정하게. 냉정해져야지." 어쩐지 화가 난 듯한 두 사람이 탁자 앞에 앉았다. 쿄야는 두 사람을 앞에 두고 굉장히 곤혹스러웠다. 뭐지, 이 공기는? 어쩐지 혼나고 있는 것 같은? 심문이라도 받고 있는 것 같은? "너, 그 이용권으로 뭘 할 거냐?" "으음……, 어떻게 할까요?" "내가 묻고 있잖아. 네가 물어보면 어떡하라고?" "쿄로 군, 숙고해라. 그리고 분별 있는 신사적인 선택을 하길 기대하마." "아, 그렇죠. 쓰레기 버리는 걸 대신 해달라고 할래요. 목요일 아침의──." "웃기지 마!" 부장이 큰 소리로 일갈했다. "너, 여자의 마음을 뭐라고────!" "기다려. 기다려, 마오. 서두르면 안 돼.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자." "그, 그래……." 이번에는 부장이 격노하고 시온이 말렸다.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 "……메구미~?" 인원수대로 홍차를 준비하기 시작한 메구미에게 이용권을 팔랑팔랑 흔들며 물었다. "저라면 그 이용권으로 차를 대접받고 싶어요──." 메구미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천사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군.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드리겠습니다.' 라든가. 그런 것도 괜찮구나. 그런 게 평화롭겠지. "저기, 타마──……? 타마라면 어떻게 쓸래?" 타마가 만화책 페이지를 넘기며 대답했다. "반찬을 내놓으라고 할 거예요. 전부요. 새우튀김 나오는 날 쓰면 좋죠." 그렇군. 크로켓을 받아주세요, 라고 얌전하게 패배하는 것도 괜찮겠다. 키라라도 "고기."라고 하면서 깊게 끄덕였다. 고양잇과끼리 같은 의견. "음~……. 음~……." 어찐지 이상한 온도의 부장과 시온의 시선을 느끼며 쿄야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어떻게 쓸지 지금 정하지 않으면 두 사람의 추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같다. 어째서 따지고 드는지 아직도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알겠습니다. 정했어요." "뭘 할 건데?" 질척하게 습도가 높은 시선으로 부장이 쳐다보았다. "오늘 하루, 밟지 말라고 해야겠어요." "너, 그렇게 매일 밟히고 살았어?!" "뭐, 거의 매일?" "왜 밟히는데?!" "몰라요. 우리 집 여동생은 하드 설정이에요. 어째서인지 만날 화만 내요." "그걸로 해. 응, 그게 좋겠다. 반드시 그걸로 해. 음, 그렇게 해야지." 시온도 부장도 역시 오늘은 어쩐지 이상했다. ○○해주는 이용권 누구나 했을(지도 모르는) 놀이. '안마 이용권'이 가장 흔하지만, 그 밖에도 '도와주기 이용권', '장보기 이용권', '목욕탕 청소 이용권', '설거지 이용권', '신발 정리 이용권' 등등 많은 종류가 있다. 그중에도 '뭐든지 자유이용권' 은 최상위에 해당하는 만능 이용권이다. 적색 2호가 안 들어 있어 "어라? 어라?" 쭈쭈바를 먹고 있던 부장이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어제 마트에서 사 온 상온 쭈쭈바 몇 개를 부실의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하루 지나서 겨우 얼어, 오늘 쪽쪽 빨고 있었던 것인데. 쿄야는 부장의 목소리도, 계속해서 고개를 갸웃하는 동작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처럼 느긋하게 리이트 노블의 페이지를 넘겼다. 후반의 클리이맥스가 아니라 앞부분의 일상 파트라서 옆자리의 부장에게 주의를 기울여도 별로 문제는 없다. 부장은 그러다가 손거울을 꺼냈다.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서 메롱──하고. 그런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 표정이 조금 귀엽다. 의자에 오르내릴 때 휙 뛰어오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더 귀엽다. 하지만 방치. 아직 방치. 그러다가 부장은 쓰레기통을 뒤지러 갔다. 어제 버렸던 쭈쭈바의 포장지일까. 찢어버렸던 것을 주워 가져와서 탁자 위에 늘어놓았다. 그러더니 셀로판테이프를 가져오기 위해 다시 폴짝폴짝 뛰며 의자에 오르락내리락 했다. 부장은 찢어진 포장을 맞춰 복원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뭐하고 있는 겁니까?" 쿄야는 평소와 비슷한 타이밍에 입을 열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부장의 수상한 행동은 항상 있는 일이라──. 쿄야의 인내심이 한계를 맞이하는 것도 보통 항상 이 정도 타이밍이었다. "역시 그렇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니까." 부장은 포장 뒷면의 성분표를 노려보며 말했다. "뭐가 역시 그런데요?" 슬슬 책갈피를 준비하며──쿄야는 인내심을 가지고 다시 질문했다. "적색 2호. 들어 있지 않아." "뭐죠, 그건?" "착색료지. 타르 계열 합성착색료의 일종으로, 한때는 콜타르가 원료였지만 현재는 석유 제조 시에 얻는 나프타를 원료로 쓰고 있지." "흠──. 합성착색료 말입니까." 시온이 해설해주었다. 하지만 물론 처음 부분밖에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던 것은 시온도 부장의 이상한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저쪽은 친구답게. "그래서, 어째서 적색 2호가 들어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겁니까. 뭐가 그렇게 불만입니까, 부장님은?" "메롱." 부장은 혀를 날름 내밀었다. 안 가르쳐주지롱, 하는 몸짓이다. "아아, 네. 알겠습니다." 쿄야는 책갈피를 빼고 독서를 시작했다. "야, 더 상대해줘!" "네? 잘못 알아들었나요? 그건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몸동작인줄 알았는데요."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혀를 보라고, 혀." 부장은 다시 '메롱' 하며 혀를 내밀었다. 딱히 아무렇지도 않다. 평범한 핑크색. 그것보다 여자애의 혀를 이렇게 구석구석 찬찬히 살펴보아도 괜찮은 것일까? 그쪽으로 이상하지 않나 신경 쓰였다. "아무렇지도 않지?" "않네요." "그렇지? 너무하지? 혀가 빨개지지 않잖아! 적색 2호가 들어 있지 않다니! 무슨 보라색 감자 색소라느니, 보라색 옥수수 색소라느니, 이상한 걸로 바뀌었더라고!" "천연재료로 바뀌는 건 시대의 흐름이지. 합성착색료에는 몸에 나쁜 게 들어 있다고 하고. 하지만 난 천연재료라고 몸에 좋다는 건 일종의 근거 없는 미신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빨갛지만 예쁘다든가. 파랗지만 예쁘다든가. 먹어보고 싶잖아. 하지만 니니즈(오빠들)가──." "누구의 허가를 받고 멋대로 바꾼 거야! 난 단호하게 요구한다! 전 세계가 NO라고 말해도 난 YES다! GJ부 부장으로서 복각판으로 적색 2호를 넣은 쭈쭈바를 요구한다!" 부장은 작은 주먹을 공중에 번쩍 치켜들었다. 시온은 오빠들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게 GJ부랑 관계가 있나요?" "무슨 소리야! 있지! 많이 있지!"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수긍해 두었다. GJ부 혼은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아. 저기, 부장님. 이 녹색 녀석은 들어 있는 것 같네요. 메론 맛. 청색 1호랑 황색 3호." "뭐! 쿄로! 잘했어!" 부장은 갑자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마, 마오──! 나도?! 나도 그거. 혼자만 먹다니, 너무해. 그 녹색을." "후훗, 그러니까 넌 귀여운 생물이라는 말을 듣는 거야. 잘 봐라? 쭈쭈바라는 건 말이지. 이렇게 두 개로──." 뚝. 부장은 기운데 홈을 이용해 쭈쭈바를 부러뜨려 두 개로 만들었다. 부장과 시온은 둘이서 혀를 파랗게 물들였다. 서로 혀를 보여주는 귀여운 생물이었다. 쿄야는 냉장고에 남아 있던 빨간색의 절반을 받았다. 부장은 혀가 빨갛게 되지 않는 재미없기 짝이 없는 쭈쭈바라고 했지만, 맛있는데? 마오 : 우……. 욱……. 우……. 쿄야 : 배가 아프면 화장실 가시지 그래요 쭈쭈바를 절반 이상 한꺼번에 먹으니까 그렇죠. 마오 : 바, 바보야! 미, 미소녀는! 화장실 따위 안 가! 트위터 나우 (나우 : '나우' 는 일본 트위터 유행어. 지금 뭔가 하고 있다는 뜻. '커피 나우' '독서 나우' 같은 식이지 문장 끝마다 불이는 표현은 아님. 부원들은 유행어의 뜻을 잘못 쓰고 있다는 작가의 의도.)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지금 저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나우.} 쿄야는 휴대전화를 쿡쿡 눌러 그렇게 적었다. 카스미들에게서 배웠다. 문자를 돌려보는 건 요즘 세상에 너무 구식이라고 한다. 휴대전화로 가능한 트위터라는 서비스가 재미있다고 한다. 모두 중얼거린 메시지가 휴대전화를 열면 항상 나열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고로 오늘은 '트위터의 날' 이 되었다. 모든 대화는 휴대전화를 통해서 트윗을 하라는 것이 부장의 명령이었다. {그 책 다 읽으면 빌려줘라나우.} "뭐야. 시이, 예약했냐. 아. 나도 읽을 거다. 읽어줄수도 있지." {부장님, 입으로 말고 트윗을 쓰세요나우. 그리고 말끝에 나우를 붙이세요나우. 부장님이 말한 규칙이잖아요나우. 또한 뽀뽀보다 더 한없이 C에 가까운 C마이너니까 이건 R부장 지정입니다나우.} "우오오──, 너, 반항하는 거냐. 찔끔찔끔 입력하는 거 싫단 말이다. 그리고 140자 이상 금지다나우." {꼬, 꼭 좀 빌려줘! 나우} 메구미가 조용히 홍차를 부어주었다. '트위터의 날' 인 오늘은 부실 안이 정말로 조용했다. 부장의 목소리와 삑삑거리는 효과음이 들릴 뿐이었다. 누군가가 키 입력음을 끄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 괜찮아. 지금 세보니 105문자였어. 아직 더 들어가. 나우.} 방금 발언은 누구였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들어 부실 안을 둘러보았다. 키라라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한 손을 가볍게 들어주었다. 고개를 숙여 휴대전화를 보니 발언자의 이름도 정말 키라라였다. {에옛? 키라라 씨 였나요. 나우.} {키라라는 한 명밖에 없어. 세 명은 없으니까. 나우.{ "다우트! 다우트! 너, 그거, 그 '씨' 는 숫자가 아니라 경칭이라 는 걸 지금은 이미 알고 있잖아. 맹한 여자애니? 맹한 여자애인 척하는 거니? 결국 속이 시커먼 녀석이잖아." 부장이 소란스럽게 떠들었지만, 키라라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오늘은 트위터의 날이라서 육성으로 하는 말에는 반응 하지 않아도 된다. 그게 규칙이다. 아까 부장이 그렇게 정했다. 하지만 놀랐다. 깜짝 놀랄 일이다. 키라라가 문장으로 말하니 어찐지 평범하다. 마치 여동생인 것 같았다. 그야 그런가. 일본어를 말하는 게 힘들 뿐, 모국어인 영어는 술술 말할 수 있다. 쿄야도 영어 회화는 잘 못하나, 영문을 읽고 쓰는 거라면 그럭저럭 할 수 있었다. 그것과 마찬가지인가. 하지만……. 씨 : '씨' 와 '셋'은 일본어로 발음이 같다. 흐음──. 허어──. 호오──. {부실 점령☆ 완료☆ 나우.} {카스미, 뭐야, 뭐지? 지금 뭔가 험악한 트윗이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나우.} 오늘 '트위터의 날' 에는 시스터즈도 참가하고 있다. 중학교에 있지만 문제없다. {남자애들이 울면서 도망갔다나우.} {도대체 무슨 소리냐나우!}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마이 사무라이 마스터. 평화주의와 일본의 정신입니다. 평화적으로 이야기해서 평화적 해결법으로 남자 바둑부 분들과 진지하게 승부해 부실을 잠깐 넘겨받았습니다.} {세이라, 정말 세──☆ 완전 떡실신☆} {훗. 식은 죽 먹기였어요. 나우.} 무섭다. 여동생들, 무섭다. "오오! 녀석들, 부실을 빼앗은 것 같군. 나우. 야, 키라라! 네 여동생 대단하잖아. 네 가르침을 확실히 지키고 있잖아. 그게 뭐였지? 일어서. 싸워. 이겨라. 그러면 먹어도 좋다 ──였나?" 부장이 입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물론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것이 규칙이다나우. "아아, 메구! 오늘 홍차, 진짜 맛있잖아! 실력이 는 것 아니냐!" 부장의 목소리만 부실 안에 크게 울렸다. 하지만 대답은 없다. 썰렁하게 조용했다. 모두들 휴대전화를 보며 묵묵히 키를 두들기고 있었다. {오오. 빌리가 방금 괜찮은 수를 뒀다. 제자의 성장을 보는 건 스승으로서 기쁜 일이야나우.} "맞아, 맞아. 그 빌리라는 녀석, 세계 챔피언이라는 녀석. 그 녀석 불러. 왜냐면 오늘은 '트위터의 날' 이니까!" {맞다. 렛토 군도 불러요. 나우──.} {그 녀석은 휴대전화 안 갖고 있어요냐옹. 금방 부숴버려서 부모님이 뺏었대요. 냐우.} "지금 뭔가, 냐옹이니 냐우가 들리지 않았냐? 얼레리 꼴레리──고양이래요──. 고양이!" 부장이 놀렸다. 그러나 물론 타마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것이 규칙이다나우. "뭐, 뭐야, 너희. 이쪽을 봐. 이, 이상해! 무, 무시하지 마……." 쿄야는 부장을 힐끗 보았다. 부장은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떨고 있었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향해 키를 눌렀다. 모두에게 알려주었다. {부장님 울어버렸다나우.} {오빠! 그럼 안 돼! 마 짱을 울리면 어떡해! ──내가 울린다?!} 카스미가 화났다! 날 울리겠대! 다같이 부장을 둘러싸고 열심히 달랬다. '트위터의 날'은 그것으로 종료. 그리고 이 놀이는 GJ부에서는 '금기' 가 되어 영구 봉인되었다. 봉인 기술 GJ부의 봉인된 놀이들. '어둠 전골', '빗질', '참을성 대회', '제3단계 쿄로', '와비사비 선수권', '목등 태우기', '트위스터 게임', '위스키 봉봉', '이름 백번', '바꿔치기 게임', '식히기', '임금님 게임', '7개의 대죄 찾기', '체중측정', 'Y자 밸런스', '울리기 놀이', '건맨', '눈사람 in', '메이드 빙글', '팔씨름'. '우유 대결', '삐로삐로', '트위터의 날'. 이야기 속의 남자분 "저기, 선배."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옆에 달라붙서 감자칩을 강탈해 가던 타마가 만화잡지를 읽으며 문득 말했다. 지금 타마가 읽고 있는 것은 두꺼운 월간지였다. 소년용 월간지다. "저기, 선배, 이야기 속에 나오는 남자분은……." ""나……남자분?" "자 ──잘못 말했을 뿐이에요. 남자, 남자 말이에요." 타마는 쑥스러워하며 정정했다. 남자애를 남자분 이라고 부르는 것은 부장의 습관이다. 메구미나 시온도 가끔 쓴다. 아마도 그것이 옮은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 남자분이 어쨌다고?" 타마의 귀여운 부분은 넘어가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남자는 어째서 세 종류밖에 없나요." "응? 세 종류밖에 없어?" 타마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는 쉽게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쿄야는 부장에게 단련된 덕분에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을 상대하는 데 익숙했다. 일본에서 두 번째 정도는 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세 종류죠. 미남, 아저씨, 그리고 돼지예요." "에──……?" 앞의 두 가지는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마지막 분류는 너무하는 거 아냐? "돼지가 안 되면 감자로." "에──……. 뭐, 그건 괜찮지만. 또 하나 정도는 있지 않나? 그, 뭐냐. 소년만화에 종종 있잖아. 기운 넘치고 무모하고 이상하게 텐션이 높고 주인공 같은 남자애." "아──. 우리 반의 바보 레드 같은 거요?" "윽." 쿄야는 말문이 막혔다. 하긴 그 녀석은 주인공 같다……. 기분 나쁠 정도로 주인공 같다. "응. 없네. 이야기 속에는 타마가 말한 세 종류의 남자 캐릭터밖에 없네!." "그래서 그 세 종류에 대해서는 달리 아무래도 상관없지만요." "상관없구나." 타마는 지금까지 쌓아 올린 이야기를 손쉽게 옆으로 내던졌다. 쿄야는 힘이 쭉 빠졌다. "선배 같은 건 없잖아요. 어째서죠?" "글쎄……." 또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두었다 다른 종족과 대화를 하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분명 자신은 일본에서 두 번째 갈 정도의 실력자일 테지만, 그래도 역시 어렵다. "그것보다 나 같은 거라니, 그게 어떤 건데?" "음~......." 쿄야가 질문하자 타마는 팔짱을 끼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이야기를 시작해 놓고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다니, 여자애들은 정말 그런 부분이 있다니까. "응! ──그렇지. 선배 같은 거예요0" "그러니까 그래선 똑같은 말이잖아. 조금도 진전이 없어." "어째서 이해를 못하죠! 그래서 선배 같은 거라는 소리를 듣는 거예요──!" "네가 화를 내냐." 더 이상 타마를 상대하는 것도 지쳐서──. "저기, 부장님~……." 아까부터 둥근 탁자의 저쪽에서 안 듣는 척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고 있었던 부징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아── 응. 그렇지. 정말 없더라, 쿄로 같은 녀석." "그러니까 저 같은 거라는 게 뭡니까? 그걸 당연한 이야기처럼 넘어가지 말고 가르쳐주세요. 물어보고 있으니까 대화를 해주세요." "그러게요. 시노미야 군 같은 타입은 역시 별로 없죠──. 전 남자애 만화는 잘 안 읽어서 여자애 만화 이야기지만요. 이거, 괜찮나요?" "아니, 좋지 않아, 메구미. 나 같은 거라니, 결국 그게 도대체 뭐야?" "흠. 내 경우는 소설이고, 굉장히 한정된 범위의 문헌 이야기가 되겠지만. 듣고 보니 쿄로 군 같은 타입은 없었지." "아니, 도대체 저 같은 게──." "쿄로, 레어?" "레어라고 해도 고기를 조금만 굽는다는 쪽의 레어가 아니구요. 아니, 그것보다 저, 레어 캐릭터였던 겁니까? 어디가요? 평범. 평범. 평범하기 짝이 없잖아요?" "그래서. 쿄로가 레어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그래서 어쩌라고?" "아 그럼 됐습니다. 선배가 레어라면 나오지 않는 게 당연하죠. 의문이 풀렸어요." 타마는 다시 만화를 읽기 시작했다. "잠깐 ──끝난 게 아니야. 풀리지 않았어. 난 전혀 의문이 풀리지 않았어!" 쿄야는 잠시 버둥거렸지만──.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아서 결국 진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그야말로 평범하고 평균적이고 상식적인데……. 왜 그러지? 주인공 쿄야는 주인공으로서는 이단인가? 최고평의회의 결정은 '레어면 어때. 오빠인걸.' 이었다. 참고로 쿄야의 라이벌 같은 존재인 아카이 렛토는 올드 스타일의 주인공. 수십 년 전의 로봇 애니메이션에서는 많이 나왔다. 또 쿄야의 반 친구 초수것 신죠 타쿠마도 주인공 같지만, 아마도 다른 곳에서 활약 중. 쿄야의 친구 요코미조 텟신은 뭔가 이름만은 주인공 같다. 왕관 "한정품이었어."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시온이 조금 잘난 척하는 듯한 목소리로 손에 뭔가를 사 들고 부실에 들어왔다. "뭐야. 콜라?" "후후. 단순한 콜라가 아니야." 부장이 묻자 시온이 대답했다. 여간 보기 힘든 그녀의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고 부실 여기저기서 모두가 모여들었다. "병이대 병이에요, 이거!" 손잡이가 달린 종이 상자에는 병 콜라가 들어 있었다. 페트병이나 캔이 아니라 유리병이었다. "이 병 말이야, 어쩐지 이상하게 야하지 않냐? 옛날부터 있었지만." "콜라병의 이 독특한 형태는 여성의 곡선미나 치마를 입은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지." "흠──. 그러고 보니 우아한 느낌이 드네요." "이 종이로 된 케이스도 당시의 복각판이지. 1980년대 당시랑 똑같은 디자인이야." "흐음── 허어──. 호오──." 시온은 잘 알고 있었다. 쿄야가 솔직하게 감탄하고 있자, 시온은 더욱 의기양양해졌다. "그런데 다들 알고 있어? 콜라라는 건 마시면 쐬쏴아~ 한다고." 시온은 자신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부실이 침묵으로 가득 찼다. 부장이 의자 위로 영차 올라가서 시온의 어깨에 손을 턱 놓았다. "그렇구나." 모두들 침울하게 끄덕였다. "그럼──마시자. 마시자!" 뭔가를 떨쳐버리는 듯 기세 좋은 목소리를 냈다. 의자를 옮겼다. 유리컵과 과자를 가져왔다. "그럼 열게요──. ……아야야야." 손으로 병 입구를 빙글 돌렸더니, 우둘투둘한 부분에 걸려서 엄청나게 아팠다. 병을 눈앞에 가져와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더니──. "방금 그거 개그냐? 왕관(병마개)을 손으로 열어? 재미있네. 해라. 꼭 해라?" "에? 아아. 아──. 아──. 네. 이거 왕관이군요. 으음──. 뭐였죠? 병따개였나요? 메구미, 병따개 있었나──?" "뭐? 왕관도 본 적 없어? 너도 귀여운 생물이었냐?" "제가 시온 선배인 줄 아세요?" 그만 그렇게 말해버린 후 아차, 하고 옆을 보았다. 시온은 눈에 뛸 정도로 입술을 내밀고 얼굴을 옆으로 휙 돌려버렸다. 저건 사흘 정도는 무시당할 패턴이다. "자. 병따개 가져왔어요──." 쿄야가 익숙하지 않은 무거운 금속성 도구를 보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더니──. 뻥, 하고 옆에서 소리가 났다. "타마, 할 줄 아는구나?" "매일 밤 맥주 따라준다고요. 타마가 따라주면 맛있다고 할아버지랑 아빠가 말하지만 그거 분명히 땡땡이예요. 정말 짱나요. 자기가 따라먹어입니다." 쿄야는 손에 든 병을 타마 쪽으로 말없이 슥 내밀었다. "선배, 지금 내 말 못 들었어요? 정말 짱난다니까요. 자기가 따서 먹어입니다." "한 사람에 한 병씩 있으니까. 스스로 즐겨줘." 하고 시온이 고개를 돌린 채로 말했다. 역시 무시할 생각인 듯했다. 메구미가 익숙한 솜씨로 왕관을 펑하고 땄다. "메구미, 잘하네~." 쿄야는 병을 쓱 내밀며 그렇게 말했다. "네──. 조미료나 시럽 같은 거, 수입산은 왕관으로 된 것도 있어서요……." 아니, 그게 아니라 열어달라고 말하고 싶은 건데. 말없는 사인을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천사에게는 무리인가. 쿄야의 곤경은 '천사의 눈' 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평평, 하고 소리가 났다. 시온과 키라라도 계속해서 열어버렸다. 병따개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차, 못 보고 말았다. 키라라는 어쩐지 병따개를 쓰지 않았던 것 같지만. 튼튼한 송곳니로 간단하게 따버린 모양이지만. 정신이 들어보니──. 부장이 크크크, 하고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 "부, 부장님은……, 열 수 있는 거죠. 물론 부장님이니까 부장님다운 방법으로 열 수 있는 거죠?" "오? 뭐야, 그거. 도발이냐? 적반하장으로 도발이야? 좋아. 부장답게 열어주마." 부장은 병을 높이 치켜들더니, 부실 문쪽으로 척척 걸어갔다. "왕관을 여는 데 병따개 따위 필요 없어! 각 부실에 원래 하나씩 준비되어 있다고!" 문에는 금속으로 된 손잡이 홈이 달려 있었다. 부장은 그곳에 왕관의 끝을 걸었다. 펑하고 한 번에 왕관을 땄다. 내용물이 흘러넘치기 전에 재빨리 병을 가로에서 세로로 바꿔 들었다. 정말로 병따개를 쓰지 않고 땄다. 부실의 문손잡이 부분으로 열고 말았다. "오오~……!" 자기도 모르게 다들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이것은 파티에서 특기로 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오늘의 동아리 활동은 콜라의 날. 한정 복각판 콜라를 다 같이 마셨다. 그리고 쿄야는 병따개 쓰는 법을 배웠다. 레벨이 올라갔다. 시온 : 역시 여성미는 메구미 군을 이길 수 없군. 쿄야 : 저기, 시온 선배. 콜라 병의 디자인은 여성의 곡선을 모방한 게 아니라는 설도 있어서요……. 시온 : 그러니까 나도 그런 말이 있다고 했잖아? 그쪽이 더 로망이 있잖니. 와비사비 선수권 와비사비 : 화려한 것보다는 고요하고 소박한 것을 중시하는 일본의 미학. 한마디로 정의하기 복잡한 개념 "제1회 와비사비 선수권~! 갑자기 개최! 둥둥빠밤빰──!"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부장이 갑자기 괴성을 질렀다. "아 ──네. 규칙을 가르쳐주세요, 규칙." 쿄야는 게임을 중단하지도 않고 부장에게 물었다. 같이 게임을 하던 타마가 "봐요, 선배. 죽었잖아요." 하고 말했지만, 부장의 괴성은 무엇보다 우선해야 될 일이었다. "그러니까 와비사비야. 일본의 미학이지." 어째서인지 부장은 으쓱한 표정이었다. 쿄야는 열심히 생각해서 부장의 암호 같은 말을 해독했다. "선배, 아이템 나왔는데요. 타마가 먹을게요." "에엣──?! 잠깐 기다려──." 쿄야는 타마를 돌아보았지만 부장의 작은 두 손이 목을 휙 돌리더니 앞을 보게 만들었다. 어째서인지 부장은 화난 표정이었다. "으음, 그겁니까. 가을비라든가. 은행 나뭇잎이 깔린 길이라든가. ──와비사비는 그런 느낌을 말하는 거 아닌가요? 아아, 봄의 벚꽃이 질 때죠, 일본의 와비사비라고 한다면." "음. 하지만 그건 쓸쓸하기는 하지만 안타깝지는 않군. 오늘의 테마는 '와비', 즉 안타까움이다." "그건 사비(쓸쓸함)는 안 들어 있잖아요. 와비(안타까움)뿐이잖아요. 그렇다면 와비 선수권으로──." "흠. 그럼 나 먼저. '공깃밥 무료' 라고 쓰여 있는 라면집. 게다가 손님이 없어." "아……. 우……. 그건 안타까운……가?" "그렇군. 음식점이 주력 상품 외의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은 라면에 자신이 없다는 것의 반증이겠지. 게다가 손님이 없다는 것을 보면 결국 헛된 노력임을 여실히 표현하고 있어." 시온의 해설을 듣고 나니 이 예시가 얼마나 안타까운 분위기인지 밝혀졌다. "그리고 라면 소재로 또 하나. 정식이나 라면 같은 걸 최근 시작한 음식점. 원래는 초밥집이었다고, 거긴." "우……. 있을 법한……. 아니, 있어. 굉장히 있을 것 같아요. 안타까워요, 그거!" "후후후. 쿄로, 너도 눈을 뜬 것 같구나." "그럼 저도 하나. 슈퍼마켓에서 50퍼센트 세일을 하잖아요. 그게 슈퍼마켓이라면 기쁜데요. 왜 꽃집이나 꽃다발에 붙어 있으면 그렇게 안타까울까요?" "으음, 안타깝군. 어째서일까." '메구미는 안타까운 거 없어?" 쿄야는 천상계의 생물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음──……." 메구미는 두꺼운 눈썹을 모으고 생각에 잠긴 후……. "유감스러운 일이라면 있었어요──. 가까운 상점가에 가게를 열어도 바로 닫아버리는 곳이 있어서……." "마의 트라이앵글 지대?" "지금 무척 마음에 드는 잡화점이 거기서 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만──……." "아──. 그 가게 말인가. 해봤자 앞으로 몇 달이겠지──." 종종 있는 일이다──하고 쿄야는 부장과 같이 끄덕였다. 그러다가 키라라가 뭔가 밀하고 싶은 표정인 것을 눈치챘다. "키리라는 어떤 걸 알고 있나요?" "할머니. 소스. 줬어." "소스? 조미료 말인가요?" "응. 잊어서. 세 번째. 또 사버렸어……, 말했어. 키라라. 받았다?" "아──……." "나이를 먹어 기억력이 감퇴되는 건 인간으로서 피해 갈수 없는 변화니까……." 다 같이 심각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안타까움을 맛보았다. 타마 혼자서 휴대용 게임기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쿄야가 빠진 후에도 혼자서 다음 사냥을 나간 모양이었다. "야, 타마. 너도 끼어. 이것도 부 활동이라고." "타마도 해라입니까? 어째 수준이 너무 차이 나서 타마는 빠져 있었는데요." "뭐라고?" 부장이 이를 드러내며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타마의 말은 도발로 볼 수도 있었다. "가만히 듣고 있을 수가 없는데. 지금 우리들에게 도전하는 거냐! 그럼 네놈의 안타까움을 말해봐. 검증해주마." "그럼 선배랑 똑같은 50퍼센트 세일에 대한 건데요……." 거기서 타마는 게임이 바빠졌는지 몇 초의 틈이 생겼다. 타마가 입을 여는 것을 모두가 가만히 기다렸다. 긴장감이 어쩔 수 없이 증폭되었다. "……애완동물 가게에 있는, 너무 커서 50퍼센트 세일 중인 강아지." "우……우와아아아!" 상상해버렸다. 팔리지 않고 남은 강아지가 어떻게 되는지── 그 결말을! 쿄야는 머리를 감싸 쥐고 버둥거렸다. 의자에서 떨어져 뒹굴고 있었다. 이제 애완동물 가게에 가지 못할지도 몰라! 예전처럼 '귀여워~' 하면서 그 애들을 볼 수 없을지도 몰라! 제1회 와비사비 선수권의 패자는 안타까움의 거인──타마였다. 그리고 이 선수권은 영구 봉인되게 되었다. 미니지식 팔고 남은 애완동물의 행방 걱정할 것 없다. '보건소에서 살처분 된다.' 라는 것은 도시전설. 예방접종도 되었고, 공짜이고, 게다가 배달까지 무료로 해주면서 주인을 찾아준다. 너무 커버렸어도 귀엽기는 귀엽다. 주인은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매도 개그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야, 쿄로. 난 전부터 생각했었는데 말이지." "네. 뭔가요?" "먼저 그런 삐딱한 자세로 대답하는 건 좀 그렇지 않냐. 달리 실례니 그런 게 아니라, 네 인간성이 그런 부분에서 여실히 드러나지. 뭐, 단순한 내 인상과 감상에 불과하니까──신경 쓰지 마." "잠깐─. 뭡니까, 갑자기. 신경 쓰이잖아요. 네. 이걸로 된 거죠?" 쿄야는 부장 쪽을 보고 앉았다. 삐딱한 자세는 안 된다고 하니까 정면을 확실히 보았다. "우와. 책을 펼친 채로 사람을 상대해? 읽는 걸 멈추지도 않고 남의 말을 듣는 짓 자주 하던데. 그건 뭔가의 포즈, 혹은 어필인 거야? 여유 있다는 연출?" "엣? 엣? 에에엣──?!" 뭔가 갑자기 기관총처럼 맹렬하게 비난을 당했다. 쿄야는 영문을 알 수 없어서──일단 책을 재빨리 치웠다. 책갈피도 끼우지 않고 테이블 저편으로 밀어버렸다. "네네. 들을게요. 듣겠습니다. 들을 테니까요. 괜히 화내지 마세요, 부장님." "아니, 단순히 흥미를 가진 것뿐이야. 딱히 혼내려는 건 아냐." "제발 그만 화내세요." "너, 뭔가 착각하는 거 아냐? 이건 매도개그의 연습이라니까." "네? 매도 개그……입니까?" 쿄야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벙쪘다. 자, 하고 부장은 폿키 상자를 내밀었다. 정확히 두 개만 뽑아서 냠냠, 우적우적. "──그게, 네가 빌려주는 라이트 노즐을 읽고 있으면 종종 나오잖아? 개성적인 헤로인이 말이야──. 주인공을 괴롭히는 거야. 독설 발휘? 아무튼 그런 거." "아──. 아──. 아──!" 쿄야는 손뼉을 마주쳤다. 하긴 그런 리이트 노블이 많다. 있다, 있다! "뭐야──. ……휴우~ ……다행이다~." 쿄야는 진심으로 안심했다. 언어폭력이 비수처럼 꽂혀서 죽는 줄 알았다. 부장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몰라 걱정했었다. "뭘 안심하고 있어? 방금 그거 그렇게 좋았어? 점수라면 몇 점? 또 할래?" "아니, 그만해주세요. 두 번 다시는. 부탁합니다, 진짜로." "아니, 하지만 개성적이 되려면 괴롭히는 개그 정도는 할 줄 알아야지. 연습해야지." "부장님은 이미 충분히 개성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습할 필요는 없어요." "후훗……. 난 역시 뭘 해도 일류인 것 같군. 처음으로 도전한 그 순간부터 이미 매도 개그를 익혀버리고 있었다니!" 부장이 으쓱했다. 기분이 좋아 보인다. 다행이다. 이걸로 끝나서──라고 생각한 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사람의 흑발이 불길하게 흔들렸다. "마오, 네가 한 건 매도가 아니야." "오, 뭐야, 시이. 도전이야? 도전이구나. 좋아, 받아들여주마." "먼저 매도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았어. 더구나 개그라고도 할 수 없어." "그 요건이라는 건 뭐야? 뭐가 조건이야?" "매도……는 나무라는 것. 심하게 욕하는 것. 국어사전. 에서." 시온은 사전을 읽는 키라라를 보며 크게 끄덕였다. "그 말대로야. 즉, 상대에게 '하지도 않은 짓' 을 비난하는 것이 매도라는 거지. 본인이 바로 사실 무근이라고 대꾸할 수 있어야 해. 그러니 네가 말했던 건 단순한 사실이야. 사실을 지적하는 것을 '매도' 라고 하지 않아. 재미없어. 그건 단순한 '지적' 이지." "그렇군." "쿄로 군이 삐딱한 자세이거나, 여유 있는 척하는 자세로 대응 하는 것은 단순한 사실이지. 넌 그것을 단순히 지적했을 뿐이야. 그러니 매도가 아니야. 이상. 증명 종료." "그렇구나." 부장은 납득했다. "우와아아아!" 쿄야는 머리를 감싸고 뒹굴었다. 아프다. 아프다. 사실이 아프다. 지적이 아프다. 쓸데없는 누명을 쓰고 사실무근으로 매도당하는 편이 훨씬 낫다. "그럼 올바르게 매도해볼까." "네네네. 제가 할게요. 시켜주세요. 개성적으로 되고 싶어요──." 메구미가 손을 들었다. "시노미야 군도 참! 자꾸 천사, 천사, 하는데,날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죠!" "오오. 어쩐지 매도 같은데. 더 해봐!" "이래봬도 전 많은걸 생각하고 있어요. 오늘 저녁밥 뭘까── 라던가." "갑자기 벗어났군. 뭐, 할 수 없지. ──아, 모리 씨에게 물어봐야지. 오늘 저녁밥은 비프스튜입니까, 송신☆ 어때, 내 휴대전화 다루는 솜씨도 이미 일류지?" "이거 부 활동입니까? 타마도 올바르게 매도하는 게 좋나요? 그냥 빠질까요?" "빠져. 아마 수준이 너무 차이가 날 거야." "답장 왔다──! 비프스튜가 맞대──!" 부장님이 휴대전화를 빙빙 돌리며 기뻐하고 계셨다. 그 옆에서 쿄야는 메구미에게 평화롭게 매도당하고 있었다. GJ부의 하루는 평화롭게 지나갔다. 카스미 : 오빠야, 폭발해라 쿄야 : 카스미, 그거. 매도가 아니야. 카스미 : 오빠야는 폭발하는 거야. 쿄야 : 카스미에게는 매도의 재능이 없구나. 새로운 말풍선 오늘의 동아리 활동은 '말풍선 만들기' 였다. 붙이고 가위질하고. 다같이 열심히 만들었다. 주재료는 도화지와 나무젓가락. 그리고 부재료는 셀로판테이프와 매직. 가장 중요한 첨가제는 블랙 유머. "좋아. 됐어." 부장이 했다. 막 완성한 말풍선을 손에 들고, 메구미의 뒤로 재빨리 돌아가 팟 들었다 ──진구! H! 메구미의 방긋거리는 미소 바로 옆에서 말풍선이 다른 의미를 덧붙였다. "3점." "2점." "1점." "삼 점." 참가자가 일제히 점수를 매겼다. 참고로 10점 만점이다. "그것보다,부장님. 뭡니까, 진구가. 의미를 모르겠는데요." "그러냐. 너무 고상했냐." "고상하기 이전에 유머의 방향성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거 패러디 아닙니까?" "오, 너, 알고 있었냐!" "그 말, 애초에 메구미 군이라면 말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녀의 어휘에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메구 언니, H라는 속어를 알고 있나요?" "아, 네 사랑 앞에 있는 거죠?" 사랑: 일본어로 '아이' "오오, 알고 있었어!" "게다가 이 무슨 의미심장한 대답이지……. 으음. ……레벨이 높은데." "그럼 메구미, 사랑 다음은?" "물론 J죠." "거봐요. 부장님이 틀렸네요. 방금 그건 '사랑' 이 아니라 'I' 를 말하는 거였네요." "역시 몰랐어." 오늘의 동아리 활동은 이런 느낌. 말풍선을 만들어 서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메구미는 얌전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오뚝이 스토브 위의 주전자가 삐──하고 울리자, 메구미는 차를 타러 갔다. 그녀는 돌아오더니, 의자에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다시 모델 역할을 했다. 말풍선의 의미를 알고 있는 것인지 모르고 있는 것인지, 메구미는 방긋방긋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 천사의 미소에 사악한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 시도가 말풍선 시리즈의 목적이었다. 지금까지 정식 채용 된 말풍선은 딱 세 개. '씨익'과 '구구구궁'과 '후오오오오──!' 였다. 전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한 방에 꺾어버릴 위력을 갖고 있다. 그것에 필적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개발할 수 있을리가 없다. "키라라. 됐어." "오? 뭐야, 뭐야. 뭐라고 썼어?" 키라라가 메구미의 뒤에 섰다. "네." 하고 메구미는 방긋방긋 웃는 얼굴로 대기했다. ──고기. "그건 너잖아." "그럼. 이쪽." 키라라는 두 번째 말풍선을 들었다. 메구미는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먹고파. "왜 괜찮을지도. 근데. 먹고파가 뭐야. 뭘 먹겠다고? 우리들을 집아먹어?" "다음은 타마가 해도 됩니까?" "좋아. 해라." 메구미는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버러지 주제에.(악의꽃 표지에 나온 유명한 명대사) "우……. 크……. 무섭다, 무서워!" 이렇게 충격적인 말풍선이 또 나왔지만, 역시 정식으로 채용되기에는 한 발 모자랐다. 정식으로 채용되는 네 번째 말풍선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저도 만들어도 되나요──?"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질렸는지, 메구미가 그렇게 말했다. "아니, 하지만 메구미……, 뭔지 알겠어?" "음──……. 대충은." 메구미가 자신 없이 미소 지었다. "뭐, 어때. 시켜보자." "메구미 군이 생각할 수 있는 무서운 개념에 학술적인 흥미를 느끼게 되는군." 메구미는 모두와 섞여서 접착과 가위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글자를 쓱 쓰더니, 매직의 뚜껑을 닫았다. 셀프 미소 옆에 셀프 말풍선을 들었다. ──맹~. "알고 있었어! 이 녀석, 자기 자신에 대해 조금은 눈치채고 있었던 거야!"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한 장이었지만, 역시 정식 채용은 되지 않았다. 무섭지 않고. 미니지식 말풍선 시리즈 1호 : '씨익' 2호 : '구구구궁' 3호 : '후오오오오──!' 4호 : 미정 쿄야의 특훈 "야── 메구미──. 차 갖고 와라, 차." 평소 같은 방과 후의 평온한 공기는 쿄야가 뱉은 한마디에 의해 한순간에 깨지고 말았다. 샤사사삭──하고 모두가 부실 구석으로 도망쳤다. 부실 구석에 모여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눈을 커다랗게 뜬 표정은 놀랐다기보다는 공포에 질린 것 같았다. "으음……. 저기── 그──……. 이건 말이죠──." "쿄, 쿄로가 망가졌다──!" "쿄, 쿄로 군이 불량학생이! 불량학생이 되었어──!" 모두가 입을 모아 떠들었다. 설명하려고 했지만 말을 계속할 수가 없었다. 쿄야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일갈했다. "시끄러! 조용해! 꺅꺅 떠들지마!" "꺅──! 꺅──! 꺄아아! 꺄아아아!" 모두의 목소리는 비명으로 바뀌었다. 목을 졸라 죽일 때 나는 듯한 초음파가 나왔다. 귓속이 가려울 지경이었다. 더욱 수습이 힘들어졌다. "이제 그만할래요." 쿄야는 그렇게 말했다. 의자에 앉아 만화잡지를 폈다. "기다려! 그만두지 마! 방금 그건 좀 괜찮았을지도──. 다시 한 번! 다시 한 번! 응?" "어느 쪽입니까." 쿄야는 부장 쪽을 보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만하면 되는 것인지, 계속해도 되는 것인지. "가……갑자기 그래서 마음의 준비가, 아니……, 이제 괜찮아. 각오 완료야. 자, 와라. 나도 반말로 불러봐!" 시온이 어쩐지 이상한 방향으로 각오를 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 다. "저기, 가능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반응해주시면 고맙겠는데요. 이건 그런 특훈이니까." "특훈? 무슨 특훈? 어떤 종류의 특훈?" 부장이 겨우 옆자리까지 돌아왔다. 부장은 어쩐지 특훈이라는 두 글자에 굉장히 만감하게 반응을 한듯,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굳이 어느 쪽이냐면 남자애 같은 그 반응에 약간 안심했다. 쿄야가 설명을 하려고 하자──. "쿄쿄쿄쿄쿄야 군! 호호호호호홍차입니다! 트트트특급으로 타 왔습니다!" 메구미가 방금 전까지의 분위기로 튀어나왔다. '시노미야 군' 이 아니라 '쿄야 군' 이 되어 있었고. 그 녀석 앞에서는 그 호칭으로 한 번도 불러준 적 없는데. "메구, 그런 건 안 된대." 부장이 긴장한 메구미를 달랬다. 부실에는 약간 진정된 분위기가 돌아왔다. 하지만 아직 키라라는 눈을 커다랗게 뜬 채로 고기를 스윽 이쪽으로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타마는 코타츠 속으로 숨어, 엎드린 채로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무슨 특훈인데?" "제3단계니 테르티움(Tertium)이니 하는 게 있었잖아요." "오레맨 모드가 아니라 점잖아진 모드 말인가. 그건 위험하군. 그리고 난이도도 높아." "오레맨 변신 시간이 너무 짧아요. 어쩐지 금방 원상 복귀됩니다. 그래서 일단 제2단계부터 시작하려고 생각해서……. 그래서 오, 오레맨입니다. 항상 그렇게 있는 것에 익숙해져서, 먼저 변신한 상태에서 어색한 기분을 사라지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려고……." "기특하군!" 부장은 팔짱을 끼고 크게 끄덕였다. "네……." "잘 생각했다!" "아뇨. 전부 만화속에 있던 특훈방법인데요. 슈퍼 사이어인1에 적응해 두면 2와 3이 안정되는 거예요." "이 녀석, 스승을 뛰어넘었어!" "언제부터 부장님이 스승이셨습니까. ──그건 그렇고, 그런고로 해도 되겠습니까? 야, 마오." 오레맨 모드로 반말을 썼다. 부장은 의자 위에서 미역처럼 흐물흐물해졌다. "역시 안돼! 간지러워~~~……, 으아악!" "참아주세요! 저도 간지럽다고요!" "너, 안 되겠다! 금방 풀리잖아! '저' 가 아니라 '나(오레)' 라고 해야지!" "부장님이 이상한 춤을 추니까 그렇죠! 제 MP를 뽑아가서 그래요!" "우……. 알았어. 힘낼게. ……좋아, 와라." 부장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자세를 고쳤다. 쿄야도 넥타이를 풀며 자신을 가다듬었다. "마……마오. 나, 전부터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저기……, 즉, 뭐랄까, 고맙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말이지. 너, 나를 훌륭한──." "츤데레다! 남자 츤데레다!!" "끝까지 들어! 그것보다, 뭐가 츤데레냐!" 그렇게 소리치고 나서 쿄야는 한숨을 쉬었다. 대기하는 줄이 서 있었던 것이다. 순서를 기다리는 의자 줄이 이미 대기실처럼 늘어서 있었다. 시온. 메구미. 키라라. 그런 평소의 순서 뒤에 타마까지 끼어서……, 완전 러시아워였다. 마오 : 너, 고등학생이나 돼서 머리를 만지기 시작했냐. 쿄야 : 에엣? 왜요? 중학교 때 해 두지 않으면 안 되나요? 마오 : 그래고 구분이 안 가니까 그만해. 그……. 뭐더라. 수상한 관계의 친구. 쿄야 : 요코미소입니다. 부장님. 외울 생각 없으시죠. REBIRTHDAY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둥근 테이블에서 쿄야가 만화잡지를 읽고 있자──. "그럼." 그런 목소리와 함께 부장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거의 동시에 부실 여기저기에서 모두가 일제히 일어섰다. 부스럭부스럭하며 부실 구석에 놓았던 개인 물품이 담긴 종이 봉투를 가져와, 그것을 하나하나 둥근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 시점에 이미 쿄야는 '도주'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뭔가 본능적으로 좋지 못한 예감이 들었다. GJ부에 막 들어왔을 때에는, 매일 뭔가의 꼬투리를 잡혀 놀림감이 되었다. 모두의 장난감이 되어 살던 시절에 기른 야생의 감각이 오랜만에 눈을 떴다. 그의 생존본능이 1초 안에 도망치라고 쿄야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야, 인마. 어디 가냐." 문에 손을 댄 순간 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게, 좀, 모험을 하러." '됐으니까 자기 자리에 돌아가." "아뇨. 저보다도 조금 더 강한 놈을 만나러 가겠습니다. 그럼 찾지 말아주세요." "키라라! 확보──!" 등 뒤에 있던 키라라가 등을 꽉 잡았다. 그대로 자기 자리까지 연행되었다. "으아──. 뭡니까. 놓이주세요. 아픈 거랑 무서운 건 싫어요." 쿄야는 위에서 어깨를 짓눌려 의자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의자에 밧줄로 칭칭 묶여버렸다. "뭡니까뭡니까. 절 어떻게 하실 겁니까." "움직이면 다친다." "언니. 도구 준비 다 됐어요──." 메구미의 목소리를 듣고 앞을 보자, 테이블 위에 수많은 도구를 가득 늘어놓은 상태였다. 형태나 크기가 각각 다른 붓이 몇 자루나, 아니, 수십 자루나──. 분말이나 그림물감 같은 것이 사각형 위에 몇 색깔이나, 아니, 수십 색낄이나──. 지식이 없어도 화장 도구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놀랍게도 화장대까지 있었다. 세 개나 늘어선 거울속에 겁에 질린 자신의 얼굴이 세 개 보였다. "넌 저번에 우리들에게 말했다. 우리들은 항상 '맨얼굴' 이라고." "네──? 했었나요, 그런 말?" "네가 그렇게 기억도 못하는 무심한 한마디로, 우리들은 굉장히 상처받았어. 너, 우리들이 화장을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우리 들은 못하는 게 아냐. 안 할 뿐이야. 때와 장소를 가리고 있을 뿐이야. 학교는 화장을 안 하고 오고 있을 뿐이야."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풀어주세요. 납득했으니까 용서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지금부터 우리들의 화장 기술을 증명하지. ──시작해." 부장의 한마디에 모두가 ──메구미가, 시온이, 키라라가, 타마까지 도구를 들고 달려들었다. "먼저 베이스인 파운데이션부터예요──." 메구미는 뜨거운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스펀지에 묻힌 뭔가를 얼굴에 덕지덕지 발랐다. "시노미야 군은 피부가 좋네요. 잘 받아요──. 굉장히 좋아요──. 재미있네요──." "눈썹도 정리해야지." "이 녀석, 눈썹이 꽤 굵군. 조금 뽑아버릴까." "볼터치. 볼. 건강한 색깔." 그렇게 30분 정도. 꼼짝도 못한 채로 모두의 '개조 수술' 을 받았다. 거울 속의 자신의 얼굴이 점점 변모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밧줄을 풀어주며 부장이 그렇게 말했다. "이게……, 나? 저, 전가요……?" 거울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가만히 쳐다보았다. 어쩐지 처음 보는 여자애가 거기에 있었다. "하지만 뭐야. 의외로 미인인데, 이 녀석." "우리 남동생보다 미인이라고 타마는 생각해요. 타마는 남동생으로 종종 연습해요." "우우……. 음, 이렇게 되니 다음단계로 진행하고 싶어지는데." "다음……이라니. ……역시? 그건가?" "응. 그거겠지." 부장과 시온이 뭔가 이심전심 끄덕이고 있었다. "전 가발은 어깨 길이가 제일 어울릴 거라고 생각해요! 쿄로코는 분명히 어깨 길이예요!" "교복은 어떻게 하지?" "누군가가 지금 입고 있는 걸 빌려주는 게 어때? 체육복으로 갈아입으면 되잖아." "너, 그건 아웃이야. 아웃." "다녀오겠습니다! 연극부에서 전부 빌려 올 수 있어요!" 메구미가 경례의 잔상을 허공에 남기고, 엄청난 속도로 달려 나갔다. 그날──. 쿄야는 '쿄로코' 로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화장뿐만이 아니라, 어깨까지 오는 가발을 쓰고, 치마까지 입고, 위에서 아래까지 완벽히 '여자애' 가 되고 말았다. 쿄야 : 치마는 좀 더 썰렁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마오 : 흐흠. 쿄야 : 다리에 화악 달라붙어서, 어쩐지 덥네요. 마오 : 너, 의외로 냉정하구나. 짠짜자잔──! "짠짜자잔──!"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응. 타마, 굿모닝──." 쿄야는 문 쪽에서 들리는 타마의 목소리에 반응해 잡지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럴 때는 아침도 아닌데 어째서 '굿모닝──' 이라고 하는 걸까? "짠짜자잔──!" 다시 문 쪽에서 타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다고 해도 인사가 이상하다. 평소라면 타마가 "안냐세요."라든가 "왔어요."라든가 "야옹."이라고 했을 텐데. "짠짜자잔──! 짠짜자잔──! 짠짜자잔!" "야, 좀 봐줘라. 시끄러우니까." 옆자리에 있던 부장이 무릎을 퍽퍽 찼다. 쿄야는 할 수 없이 타마 쪽으로 눈을 돌렸다. "뭐야? 타마, 왜 그래?" 쿄야가 얼굴을 돌리자, 타마는 기다렸다는 듯 그 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원심력으로 치마가 화악 펼쳐져서──. 타마가 탓, 하고 회전을 끝낸 후에 한 발늦게 체육복 바지 위에 내려왔다. "그러니까, 어쩌라고?" "엉망이군요! 선배!" "어째서인지 엉망이라는데……, 저기, 부장님. 부장님도 봐주세요──. 또 뭔가 틀린 그림 찾기를 해야 되는 것 같아요──." 교복 끝을 끈질기게 잡아당겨서 겨우 타마 쪽을 보게 하는 데 성공했다. "뭐야. 이제 됐어. 또 그 시리즈냐. 이제 질렸다." "아 ──너무해. 그런 말하면 못써요. 타마 집에 갈래요." "됐어. 가." "특별히 다시 한 번만 해줄게요. 이번에도 모르면 타마는 토라져서, 오늘은 상대 안 해줄 거예요. 임시 절교입니다." "오. 이 녀석, 타협했잖아. 집에 가는 게 아니네." "타마. 빨리빨리요!" "흠. 이건 나도 참가해도 될까." "키라라. 본다." 다른 부원들도 모여들었다. 바닥에 웅크리거나 정좌로 앉거나하며 타마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럼. ──짠짜자잔 ──!" 타마는 그럴싸한 포즈를 취하더니, 빙글 돌았다. "으음……. 모르겠다──." "저는 처음부터 포기했습니다. 항상 생각하지만 난이도가 너무 높아요. 초보자 설정으로 해주세요." "우우우……. 타마, 평소랑 똑같잖아요? 체육복이고……." 다 같이 고개를 갸웃했다. 맨다리──〉체육복이라든가. 체육복──〉맨다리라는 변화라면 알기 쉽다. 하지만 이번에는 타마가 체육복 차림에서 변한 것이 없다. 요즘 타마는 계속 치마 밑에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 아직 초가을일 때, 맨다리에서 체육복으로 바뀐 타이밍이 있었다. 그때 짝퉁 브랜드 체육복이라는 지적을 당하고 한동안 맨다리로 돌아갔었다. 하지만 요 며칠 추위를 참지 못했는지, 타마는 다시 몰래 짝퉁 브랜드 체육복을 입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이 되어서야 갑자기 "짠짜자잔──!" 이라는 어필을 하는 것이었다. "음──? 체육복인 건 얼마 전부터 계속 그랬잖아. 그렇다면……. 팬티를 바꿨다든가?" "웃 ──부장님! 아웃! 아웃! 그건 아웃이에요!" "에? 아? 아── 잊어줘! 이런──쿄로가 있는 걸 잊었다! 네가 너무 존재감이 없어서 그래!" "잊지 말아주세요! 전 여기에 있어요! 일단 남자라고요!" "음. 어흠……. 이제 정답을 말해도 될까?" 시온이 헛기침을 했다. 키라라도 손을 작게 들고 알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내 기억이 분명하다면 체육복의 로고 마크가 어제와는 다르군." "그거. 어디 거?’ 시온의 손가락이 작게 박혀 있는 마크를 가리켰다. 그리고 키라라가 어쩐지 불쌍한 듯한 표정으로 타마에게 물었다. "이제 가짜란 소리는 못할 거예요! 타마는 다시 태어났어요! 빛나는 adidas 로고가 타마에게 딱 어울리죠! 독일 스포츠 과학은 세계 최고예요!" 키라라가 정말로 미안한 표정으로 로고를 가리켰다. "그거 아디다스. 아냐. 그거……,아지다스." "엣? 아지?" 시간이, 멈췄다. "……?! 정말이다! 잎사귀가 세 장이 아니잖아! 이 로고는 잘 보니 전갱이 세 마리다!" 타마는 또 짝퉁 브랜드 체육복을 사버린 모양이었다. "에엣──……? 하지만 이거, 할인점에서 싸게 산 건데요──?" "그러니까 짝퉁이지!" 쿄야는 짝퉁 브랜드 체육복이……, 적어도 타마의 이미지에는 딱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전갱이고. 고양이는 생선을 좋아하고. 짝통 브랜드의 길 타마가 동경하던 진짜는 'adidas' 그리고 이번에도 또 걸린 짝퉁 브랜드는 'ajidas' 로고 마크는 세 장의 잎사귀 대신 전갱이(아지)가 세 마리. 그 밖에도 'Sakedas', 'kanidas' 등, 짝통을 다시 베낀 것들이 있다. 여기까지 오면 뭐가 뭔지 알 수 없다. 이렇게 짝퉁 브랜드의 길은 깊고도 오묘하다. 밸런스 "이미지 체인지예요."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온 타마가 딱히 누구에게 하는 말도 아닌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녀는 자신의 자리로 가는 도중에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발이 걸려 비틀거리면서도 의자에 도착했다. 모두의 시선은 타마에게 딱 집중되었다. 트윈테일이라기보다는 그냥 양쪽으로 묶었다고 할 만한 평소의 헤어스타일과는 달리──. 오늘의 타마는 머리카락을 왼쪽으로 모아 하나로 묶고 있었다. 트레이드마크인 방울 달린 머리끈도 오늘은 한쪽만 하고 있었다. 저런 걸 한쪽 묶기라고 하나. 여자애들의 헤어스타일은 잘 모른다. 분명 딱 맞는 호칭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옷이나 소품에 대해서는 공부한 적이 있었지만, 그러고 보니 헤어스타일에 대해서는 알아본 적이 없다. 집에 가면 카스미에게 잡지를 빌려야겠다. 또 밟힐 것 같지만. "실은 앙코에게 당했어요. 오늘은 이대로 있을래요. 다시 묶는 게 귀찮으니까." 타마가 다시 중얼거렸다. 모두의 시선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했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혼자서 멋대로 떠들고 있었다. (야. 어떻게 생각해?) 부장이 얼굴을 가까이 대고 말했다. 상대가 바로 앞에 있는데도 비밀 대화를 시작했다. (타마, 또 잘못 말했어요. 앙코라니, 그거 쿄코라고 읽는 이름이었는데…….) (그게 아니고!) 콩 쥐어박았다. (알이요. 눈치챘어요. 저도 배웠어요. 여자애가 헤어스타일을 바꾸면, 언제 어떤 경우라도 칭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죠. 카스미에게 교육받았어요.) (그것도 있어. 하지만 내가 가장 신경 쓰이는 건, 타마가 방금 넘어질 뻔했지?) (넘어졌는데 그게 어쨌다고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한 실험을 해보자.) 부장이 작전을 이야기했다. 쿄야는 부실 구석으로 걸어가, 거기서 주저앉았다. 손을 파닥파닥 움직였다. "타마──. 타마타마. 타──마──." "타마는 고양이가 아니에요." 타마가 쀼루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평소와 헤어스타일이 다르니, 어쩐지 다른 여자애처럼 보였다. "타마──. 타마타마. 타──마──. 타마──." 고양이를 부르듯 타마를 불렀다. 하지만 이 고양이는 붙임성이 없는 고양이였다. 여간 다가오지를 않았다. 쿄야는 다른 작전을 생각해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타마를 불러서 걷게 만들라는 것이 부장의 명령이었다. "저기, 타마. 그거 잘 어울린다. 잘 안 보이니까, 이쪽으로 와서 보여줄래?" "좋아요.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할 수 없죠. 무사의 정입니다." 이번에는 잘 통했다. 타마는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이쪽을 향해 걷기 시작하더니──. "우냥?!" ──하고, 타마는 걸어오다가 오른쪽으로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괜, 괜찮아?" "쿄로! 타마는 혼자서 일어설 수 있어! 강한 아이다! 됐으니까 계속 불러!" 부장이 팔짱을 낀 채로 일갈했다. 쿄야는 할 수 없이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타마가 일어나는 것을 기다려 다시 한 번 불렀다. "타 ──마, 타마타마──." 타마는 다시 걷기 시작하더니──. "우냥?!" ──또 넘어졌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오른쪽으로. "어쩐지 오늘은 이상해요──." 타마는 목을 돌리며 일어났다. 쿄야에게 걸어오려고 하다가──. "우냥?!" 역시 예상대로라고 할까. 또 넘어졌다. 역시 또 오른쪽으로. "이제 그만할래옹──!" 이번에는 일어나지 않는 타마 곁으로 다가갔다. 타마는 자신이 고양이 말투를 쓰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 가만히 두면 울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고맙다, 입니다, 선배."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자 타마답지 않게 감사를 했다. 깜짝 놀랐다. 처음일지도? "역시나." 부장이 팔짱을 낀 채로 뭔가 확신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타마를 손가락으로 척 가리키며 큰 소리로 선언했다. "그 헤어스타일 때문이야! 좌우 균형이 맞지 않는 거야! 위험해! 넘어지고 싶지 않으면, 당장 원래대로 바꿔!" "싫어요." 그날 타마는 몇 번이나 오른쪽으로 넘어질 뻔하면서도 계속 한쪽 묶기로 지냈다. 전에 부장이 '패션은 참는 것이다' 라고 했었는데. 그 말이 맞는 것을 실감했다. 쿄코 : 어땠어, 타마? 타마 : 별로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쿄코 : 말했던 대로지? 선배, 한 방에 뿅 갔지? 타마 : 앙코는 그런 말을 하지도 않았고요. 달리 화제가 되지도 않았어요. 앙코 머리 나빠 "앙코는 머리가 나빠요──." 타마가 테이블에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렸다. 노트에 문제를 옮겨 적으며 공부 비슷한 것을 하고 있었다. 저것이 만약 공부라고 한다면, 처음으로 보는 광경이었다. "타마 녀석, 낙제해서 추가시험이래." 부장이 킥킥킥 짓궂게 웃었다. 추가 시험 따위는 자신이랑 상관이 없다는 거만한 태도의 표정이었다. 천재인 시온은 물론, 부장도 겉모습과는 달리 꽤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닐까. 쿄야는 그렇게 추리하고 있었다. 부장이 가끔 공부를 가르쳐줄 때 굉장히 알기 쉬우니까. 그리고 센터 시험이나 그런 비슷한 종류의 화제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수험생인 3학년인데 겁도 먹지 않았고,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매일 부실에 와서 만화잡지를 읽고 있고. 뭐, 수험생이니까 은퇴지──그렇게 말하며 부실에 나오지 않는 것은 싫지만. 그러면 '졸업할 때까지 단련시켜주마.' 라고 했던 약속이 거짓말이 되고. 거짓말은 나쁜 거고. 그러니까 기뻐해야 할거고. 하지만 타마는 역시 머리가 나빴구나──. "열심히 해라, 타마." 과자도 먹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는 타마를 위해 감자칩 봉투를 새로 뜯어주었다. "앙코가 나빠요. 앙코를 믿은 타마가 바보였어요." "타마 녀석. 남에게 예상문제 뽑아달라고 해놓고 틀렸다고 토라졌어." "예상문제만 공부한다는 행위의 의의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군. 시험 제도의 의의를 생각한다면 말이지." "시온 언니는 우리나라 말로 말해라입니다." 타마의 말에 푹 찔려 허둥대는 시온 대신 부장이 입을 열었다. "예상 범위만 공부하는 건 좋지 않대. 시온네 나라 말로는 방금 그게 그런 뜻이다." "타마, 커닝 같은 건 안 했어요. 규칙 안에서 하고 있어요." 타마가 시온을 찌릿하고 노려보았다. 추가 시험에서도 낙제점수를 받아버리면, 이번에는 겨울방학이 복습으로 사라지게 된다. 마음이 까칠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저기, 앙코도 같이 추가 시험이지? 같이 공부하면 될걸. ──아니, 여기 데려와도 괜찮아. 지금이라도 같이 하지 그래? 부르지 그래?" 쿄야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민들기 위해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앙코와는 지금 싸우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싸움은 좋지 않다. 화해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소문으로만 듣던 앙코를 한 번 보고 싶은 기분이었다. 친구랑 있을때의 타마는 어떤 식일까. 굉장히 흥미가 있었다. "아뇨. 앙코 녀석은 통과했어요. 합격점이었어요. 치사하게 먼저 빠져나갔어요." "어, 하지만? ……같은 예상문제였잖아? 그것보다, 아까 앙코는 머리가 나쁘다고 불평하지 않았어? 예상 문제도 만들게 하고 타마만 추가 시험을 본다면, 타마가 머리가 나쁜 게 아닌가?" 부장이 "우와, 그런 심한 말을 해버리다니." 하는 표정을 지었다. 쿄야는 "괜찮아요. 타마에게는 이 정도는 말해야 통해요."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부장은 전혀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상의 대화는 전부 눈빛 적외선통신으로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우리 옆집에 고양이 자매가 있어요." 어째서인지 타마는 갑자기 이상한 이야기를 꺼냈다. 예를 들어 설명해주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가만히 듣기로 했다. "그 집의 언니 고양이는 싱크대 위에서 밥을 물어 올 수 있어요. 동생쪽은 물어 올 수 없어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뿐이고. 냐옹, 하고 언니한테 부탁할 뿐이에요. 그러면 언니가 밥을 떨어뜨려줘요. 동생은 게맛살 냠냠이죠." "흠──. 그 언니 고양이는 굉장히 머리가 좋구나──. 물어 올 수 있다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거꾸로예요, 거꾸로. 기다리는 쪽이 머리가 좋은 게 당연하잖아요." "에엣──?" "당연하죠. 기다리기만하면 밥이 떨어지잖아요? 선배는 제대로 생각을 한 겁니까? 합리적으로?" "어라? 어라? 어라? ……그런 건가?" "선배, 엉터리예요. 타마가 기껏 알기 쉽게 예시를 들어줬는데 이래도 모르다니. 선배, 머리 너무 나빠요." "에──?" 타마는 손가락 끝을 흔들며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뭐, 지능이라는 척도는 그 정의에 의해 달라지니까. 예를 들어 우리들 인간은 동물 중에서 가장 지능이 높다고 하지. 하지만 만약 지능의 정의가 '평평한 벽을 등반할 수 있는 것' 이라고 한다면 도마뱀, 달팽이 등이 지능이 높다는 게 되는 거지. 마찬가지로 타마가 생각하는 지능의 정의는 '편하게 밥을 얻는 것' 이겠지. ……으음, 흥미 깊군. 일본 타마 학회에 보고해야지." "저에게는 아무래도 궤변으로 들리는데요. 이론상으로는 그럴 지도 모르지만요." "학문이라는 건 전부 이론 위에 쌓아올린 가공의 개념이야." "──그런데 선배, 감자칩 떨어졌는데요." "아── 응, 기다려." 아무래도 납득하지 못한 채로 쿄야는 타마가 시키는 대로 감자칩을 새로 꺼냈다. 저쪽에서는 어째서인지 부장과 시온이 얼굴을 마주 보고 쿡쿡 웃고 있었다. 쿄코 : 선배, 안뇽! 쿄야 : 아, 안뇽……. 쿄코 : 선배는 역시 그건가요──? 진짜 그런가요──? 쿄야 : 저기, 미안. 그거가 뭔지 좀 설명을……. 쿄코 : 에, 진짜 아이 참, 싫어요──. 선배! 아웃! 아웃! 전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쿄야 : 아니, 그러니까. 그런 게 뭔지 좀 설명을……. 부실의 천장 구석 쪽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쿄야는 오뚝이 스토브의 연료인 장작을 몇 개 집어넣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고 하던 참이었다. 그는 문득 키라라의 시선을 눈치 챘다. 시선이라고 해도 이쪽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째서인지 부실의 천장 구석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왜 그래요, 키라라." 말을 걸었지만 반응이 없었다. 가만히 공중의 한 점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고기를 잡고 있는 손도 멈춰 있었다. "왜 저러는 걸까요? ……키라라." 부장에게 물어봤다. 부장도 만화잡지를 덮고 키라라를 보았다. "고양이는 가끔 저러지 않나? 증증조할아버지의 무릎 위에 있던 대부 고양이가 말이야──. 가끔 천장 구석을 보고 있었지. 뭐……뭔가 있는 걸까? 저기에." "그, 그만하세요. 뭐──뭐라니, 뭡니까?"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다른 종이 지각한다는 것은 있을 법한 현상일지도 모르지. 우리 인류는 문명이라는 요람에 너무 익숙해서 수많은 감각을 잃어버렸을지도 몰라. 실제로 후각 같은 게 좋은 예지. 포유류 동물의 선조는 약 천 가지 후각 수용체를 가지고 있었지만, 우리들 인류는 그 대부분을 잃어서 유전자상으로 겨우 삼백 종류 정도밖에 갖고 있지 못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지만요, 키라라를 인류와 다른 종족으로 취급하고 있는 시점에 전제가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로는 무서운 게 사라지지 않아요. 전혀 도움이 안됩니다." 평소처럼 GJ부다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에도 키라라의 시선은 가만히 고정되어 있었다. 가만히 '부실의 천장 구석 쪽' 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부장 말대로 정말로 뭔가가 있는 것일까……? "부, 부장님~……." 쿄야는 점점 무서워져서 부장에게 들러붙었다. "쿄, 쿄로. 너, 넌 보이지 않냐? 난 안 된다고. 영적인 감각이 없어. 세이라랑 달리." "저도 그런 건 안 보여요. '무음성' 이 들리는 사람이니 부장님이랑 똑같아요." "괴담 놀이인가요──. 겨울인데. 우후후. 언니랑 시노미야 군, 역시 항상 사이가 좋네요──. 질투할 것 길아요──." 메구미는 쿄야의 빈자리에 있는 컵에 홍차를 부어주었다. 하지만 부장에게 들러붙은 쿄야는 자기 자리에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펴──평화주의자 눈!" 양손의 손가락으로 고리를 만들어, 그 고리를 통해 보았다. 각오를 한 후 부실의 천장 구석 쪽을 주시했다. "역시 안 보여요──!" "쿄로, 쓸모없구먼! 평화주의자 쓸모없어──!" "응? 이건 그런 종류의 놀이인가? 나한테도 규칙을 좀 알려주지 않겠니. 손가락 모양은 이렇게 하면 되나?" 시온은 과학으로 해명할 수 없는 건 믿지 않는 주의인 것 길았다. "시끄러워요." 타마가 중얼거렸다. 요즘 리리안에 빠져서 오늘도 3미터 정도 짜고 있었다. 타마가 빠지는 건 항상 몇 바퀴 늦는다. 리리안은 부장이 이미 했던 것이었다. "타, 타마! 저,저쪽에 뭔가 있대! 있대?──!" "저쪽?" 타마가 '부실의 천장 구석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아──." 중얼거리더니, 타마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리리안을 짜기 시작했다. "뭐야, 방금 그거! 방금 전의 '아──.' 는 그건 도대체 무슨 뜻이냐!" "내버려 두면 돼요. 자주 있는 녀석이에요. 나쁜 짓은 하지 않는 쪽이에요. 뭔가 나쁜 짓을 하면 타마가 정화시킬게요. 괜찮아요, 내버려 두면." "와──! 와──! 와──! 꺄아아아아아──!" "그것보다 타마! 정화시킬 수 있으면 해줘! 해줘! 지금 당장 무녀의 힘으로 정화시켜줘!" 쿄야는 부장과 같이 꼭 껴안았다. 벌벌 떨었다. "아──알았으니까! 키라라랑 타마! 너희들의 GJ부 혼은 잘 알았으니까! 그러니까 그만해! 그 위험한 놀이는 지금 당장 그만해! 명령이다!" "타마, 그 GJ부 혼이라는 거, 모르는데요. 그러니까 수습부원인데요." "인증할게! 면허개전! 줄 테니까! 정식 부원 승격시켜줄게. 지금 이 순간!" "필요 없어요. 그것보다 선배──감자칩 떨어졌는데요." "싫어──! 싫어──! 무서운 거 싫어──! 살려줘──! 카스미──!" 아비규환이었다. 쿄야는 부장과 둘이서 눈물콧물을 흘리며 껴안았다. 쿄야와 부장은 문득 깨달았다. 우는 것을 그만두고 키라라를 보았다. 키라라가 묵묵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 '부실의 천장 구석 쪽' 은 이제 보고 있지 않았다. "없어. 졌어." 키라라의 말에 쿄야와 부장은 다시 공포의 절규를 질렀다. "역시 있었어어──!"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미니지식 영감 자신에게는 영감이 있다고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영감이 없는 사람에게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 사람이 그렇게 착각하고 있을 뿐인가. 튀고 싶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영감이 있어서……? 게다가 유령이 존재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고……? 도전자 모리 씨 ①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지금 가는 중입니다." 메구미가 뭔가 말했다. 부장이 "음." 하고 기분 좋게 끄덕였다. 잠시 후에 멀리서 두두두두두, 하고 중저음의 엔진 소리가 들렸다. 창문의 유리가 부들부들 진동했다. 이것은 어디서 들어본 소리인데──하고 쿄야는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다. 메구미가 휴대전화를 재빨리 열더니, 바로 닫았다. "도착했다고 합니다." "음." "누가 옵니까?" 그쯤에서 쿄야도 이변은 눈치채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모두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 "잠깐 기다려." 부장은 주머니에서 MP3 플레이어를 꺼냈다. 그러더니 스피커가 달린 도킹스테이션을 발밑의 종이봉투에서 꺼내 전원에 연결했다. 철컥하고 iPod님을 설치했다. 쿄야는 그 물건을 가지고 있는 부장을 보고 좋겠다──하고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 부장이 음악을 틀었다. 흘러나온 음악은 아마 클래식일 것이다. 지옥의 바닥에서 무서운 것이 다가오는 듯한, 그런 장엄하고 화려한 행진곡이었다. "'왈큐레의 기행' 이구나. 영화〈지옥의 묵시록〉의 배경음악으로 유명하지만. 너희들이 태어나기 전인 79년 작이니 뭐, 모르겠지." "시온 선배도 태어나지 않았을 때잖아요──. 그리고 니니즈가 명작 영화는 뭐라고 안 합니까?" 시온과 잡담을 했다. 부장이 이런 곡을 트니 어쩐지 무서워졌다. 그 기분을 털어내기 위한 잡담이었다. ──그때 쿄야의 귀는 발소리를 포착했다. 척. 척. 척. 하고 규칙적인 발걸음. ──아마도 부츠의 발꿈치가 나무 바닥을 밟는 소리일 것이다. 복도 멀리서 들려오고 있었다. 온다. 다가온다. 지옥 바닥에서 무서운 것이 '왈큐레의 기행' 에 맞춰 온다! "실례합니다. 부르셔서 왔습니다." 입구에서 조용히 인사를 하고 있는 그 인물은 ──모리 씨. 뭐야. 모리 씨였다. 쿄야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남자 선배, 혹은 여자 선배라든가. 선대 부장이라든가, 선선대 부장이라든가. GJ부 3단 정도의 강력한 상대가 무서운 얼굴로 죽도를 들고 쳐들어와, "너희들의 GJ부 혼은 엉터리야!" 하면서 무섭게 혼낸다든가──쿄야는 그런 무서운 운동부 같은 상상을 하고 있었다. "아아, 모리 씨. 오늘은 무슨 일이신가요?" "글쎄요? 결투를 한다고 아가씨가 부르셨는데요. 저는 전혀 모르겠어요." "네? 결투? 뭐죠……, 그건?" "요즘 시대풍으로 말하면 대결입니까?" "아뇨, 시대랑 상관없이 결투나 대결이나 그게 그거인 것 같은데요. ──그래서 누구랑요? 누구랑 누가 결투를 하는 겁니까?1" "저랑──그리고 시노미야 님입니다만." "죄송합니다. 졌습니다." "너, 지는 거 너무 빨라!" "무리예요. 어떻게 싸우는지 모르겠지만요. 어디를 어떻게 해도 제가 모리 씨에게 1밀리미터도 상대가 될 리가 없잖아요. 무리예요. 부자연스러워요. 불가능해요." "아니. 너는 이미 그 불가능을 몇 번이나 우리에게 보여주었어. 과거의 도전자도 상당한 강자였다! 하지만 너는 전부 승리했다! 우리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우리들은 보고 싶다! 진구가 퉁퉁이에게 도전하는 그 용기를! 그렇지 않으면 미래로 돌아갈 수 없어!" "뭔가 좋은 소리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부장님은 재미있을 뿐이죠?" 그리고 쿄야는 모리 씨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모리 씨,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들의 놀이에 매번 말려들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 저기──모리 씨도 뭔가 말해주세요!" "아, 네. 이렇게였죠." 빙글. 모리 씨는 돌았다. 메이드 복의 스커트가 확 펼쳐지며 가죽 부츠 저편의 정강이 부분까지 힐끗 보였다. 멍──하니 보고 있었더니,퍽, 퍽, 퍽, 퍽, 퍽──하고 연속으로 발차기가 날아왔다. "판결. 피고는 역시 '모리 씨 형' 에 처한다. 이것은 거의 생각할 수 있는 것 중에 기장 가혹한 형벌이다." 부장이 판결을 내렸다. 쿄야는 바닥 위에 누운 채로 손가락을 꼽아 지금 몇 번 차였는지 세어보았다. "저기, 메구미, 방금 발로 찼어?" 수가 맞지 않는다. "아뇨? 다 같이 다리로 밀었을 뿐이에요──." 응, 수가 맞다. 쿡쿡 웃는 소리에 고개를 들자── 눈가에 눈물까지 맺힌 채로 모리 씨가 웃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모리 씨랑 싸우게 되다니. 캐릭터 프로필 【모리 씨】 아마츠카 가의 모든 것을 혼자서 맡고 있는 신비한 여성. 아마츠카 가의 시종이라고 한다. 쿄야들 앞에 모습을 나타날 때는 역할상 메이드 차림을 하고 있을 때가 많지만, 아마츠카 가에 있을 때에는 오히려 집사풍 양복 차림이 더 많다. 그 일의 범위는 다양하다. 가사, 요리, 경호 전투, 재산 관리, 투자, 아가씨들 교육 등등. 모리 씨는 못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도전자 모리 씨 ② "야, 시이. 의자 가져와. ──모리 씨, 그 헤드 드레스 빼요. 그리고 헤어핀도. 야, 타마. 두리번거리지 마. 창고에 피크닉 시트 있지. 빨강, 파랑, 하양, 건담색의 그거그거. 그쪽에 깔고 특등석을 만들어. ──메구, 홍차는? 과자를 잔뜩 준비해──." 부장이 열심히 지시를 하고 있었다. 부실 중앙에 의자가 한 개 놓였다. 모리 씨가 앉았고, 쿄야는 뒤로 돌아가야 했다. 『청 코너! 119파운드 2분의 1!! 도전자! 모리이이!』 부장이 마이크를 한손에 들고 외쳤다.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적 코너! 128파운드! 4전 무패! 챔피어어언! 쿄로──!』 어라? 왜 내가 챔피언? 그것보다 4전 무패라니? 에엥? "자. 너는 봐줄게. 무기 사용 허가한다." 그렇게 말하며 부장은 빗 같은 물건을 내밀었다──. "아니, 이건 그냥 빗이잖아요. 뭡니까? 어디다 쓰라고요?" 『──파이트!』 부장은 의문에 전혀 답해주지 않고, 양손을 교차시키며 시합 개시 신호를 보냈다. "시노미야 님은 굉장히 강하다고 들었습니다. 오늘은 빗질을 해 주신다고 들었어요. 젊은 애들처럼 살랑살랑 매끄럽지도 않고, 이런 이줌마 머리를 만지는 건 내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것도 GJ부 여러분의 이벤트 같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자, 도전자, 모리! 벌써 불타기 시작하는가!』 "모리 씨에게서 평소의 쿨한 모습이 안보여요──. 힘내요, 모리 씨──! 파이팅!" 메구미의 응원이 들렸다. 그렇구나. 모리 씨는 긴장하고 있구나. 쿄야는 그렇게 이해했다. 모리 씨도 말이 길어지는 사람이었구나. "아……? 아아, 뭐야. 그런 거군요." 쿄야는 이해했다. 이런 거창한 무대를 마련하기에 도대체 뭔가 했더니──. 뭐야. 그거구나. 옛날 일이다. 부장의 머리를 빗어준 일이 있었다. 그 후에 아마 시온과 메구미도 해주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현재까지 계속 카스미였지만. 쿄야는 완전히 침착해져서 빗을 다루었다. 모리 씨의 단발을 한 줄기 손에 잡고, 거기에 빗질을 하기 시작했다. 아까 모리 씨는 겸손을 떨었지만 살랑거리며 윤기 있는 머리카락이었다. "나, 제법 잘 해요. 요즘에는 카스미의 머리를 빗고 있어서요──." 여동생도 모리 씨도 같은 여자. 기본은 똑같다. 카스미로 실컷 연습한 대로 빗질을 했다. 『시노미야 선수! '저' 가 '나' 로 바뀌었습니다! 벌써 유혹하기 시작했어요! 쿄로 엄마에게 취재해보니 네 살 때부터 이미 연상 킬러였다고 합니다!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가아아아!』 구경꾼과 심판과 해설자 같은 게 굉장히 거치적거렸다. 모리 씨랑 둘만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시선이 신경 쓰여서 집중할 수 없다. 여간 '경지' 에 들어갈 수 없었다. "음....... 으응......." 모리 씨가 작게 소리를 냈다. 바로 뒤에 있는 사람이 아니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신경 쓰이죠. 부장님은 뭐든지 이벤트로 만들어 버려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뇨, 저기……." "슬슬 손으로 빗을게요──." "네, 네……." 모리 씨가 자세를 가다듬었다. 가다듬었다는 것은, 그 전에는 다른 자세였다는 거고──. 어라? 어떤 자세였는지 지금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자 ──해설을 맡으신 시온 선생님, 이 대결을 어떻게 보십니까? 인류 최강의 완벽한 여성과, 역시 인류 최강의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주인공 보정을 가진 남자와의 대결입니다만──.』 『인류 최강의 대 바겐세일이군. 분명 모리 씨가 최강인 것은 인정하지. 당초 스펙의 유리함이 모리 씨에게 있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하지만 쿄로 군의 잠재 자질도 상당하지. 이 싸움의 추세는 그가 그 감춰진 힘을 자각하고, 이 싸움 안에서 자신을 진화시킬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실황 중계를 듣고 있자니 어째 소년만화 같은 전개로 보였다. 『봐라, 저 여유. 우리에게 했을 때는 녀석도 피로해 보였는데, 성장한 지금의 녀석을 봐라!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있는데? ──최강 캐릭터인 모리 씨를! 믿을 수 없어?!』 부장의 말을 듣고 자신도 깨달았다. 부장과 시온의 머리를 빗질 했을 때는 이쪽도 굉장히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카스미도 매일 하고 있지만, 끝날 때는 항상 기운이 쭉 빠진다. "어딘가 가려운 곳은 없습니까? 두피 마사지도 해드릴까요?" 단발이고 머리숱이 적은 만큼 다른 여자애들보다 빨리 끝났다. 그러니 서비스 정신을 발휘했다. "아뇨, 이미 충분히……." "아뇨. 신경 쓰지 마세요. 덤이니까요. 할게요──." 하고, 쿄야는 모리 씨의 머리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머리카락이 아니라 두피에 직접 마사지를 감행했다. "흐앙." 모리 씨가 작게 이상한 소리를 냈다. 자신의 입을 서둘러 손으로 막았다. 귓가가 빨갛게 되었다. 『승자! 쿄──────로──────!』 부장이 소리를 질렀다. 쿄야는 모리 씨의 두피를 열심히 마사지하며 '지금 왜 이긴 것 일까?' 하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마오 : 어떡하니, 너. 보스 캐릭터를 이겨버렸어. 쿄야 : 왜 모리 씨가 보스인데요. 마오 : 다음에는 어떻게 할래? 세계를 구할래? 쿄야 : 그런데 승패는 어대서 결정된 겁니까. 마오 : 그건 비밀이다. 소녀의 비밀이야. 오빠야,폭발해라 "오빠야, 폭발해라." 시노미야 가의 어느 휴일.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던 카스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했더니,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뭐야. 뭐니? 왜 갑자기 오빠를 혼내냐? 왜 폭발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세라한테도 문자 왔어. 오빠가 모리 씨를 쓰러뜨렸다고." "아──. 그거." 며칠 전의 이벤트였다. 어째서인지 자신은 모리 씨를 쓰러뜨리고 인류 최강이 되었다고 한다. 애초에 무슨 승부였는지도 모르겠고. 어디서 승패가 갈렸는지도 모르겠고. 인류 최강이라니 너무 뻥이 심하고. "그런데 어째서 카스미가 화를 내지? 쓰러뜨린다고 해도 위험한 짓은 한 적 없어. 모리 씨는 강하고. 정말로 싸웠다가는 나 같은 건 떡실신이야. 실제로 졌었고. 그것보다, 저번의 그건 전혀 그런 게 아니라 모리 씨의 머리카락을 빗어준 것뿐인데?" "무슨 짓을 한 거야!" 사실을 말해서 오해를 풀려고 했더니, 여동생님은 굉장한 기세로 화를 내셨다. "여자애의 머리를 빗어주다니……?! 왜 그런?! 그런 건 말도 안 돼?! 오빠 따위가, 오빠인 주제에!" 여동생은 믿을 수 없는 것을 보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니, 모리 씨는 여자애가 아니라 어른이고. 그리고 오빠 주제에, 라든가, 부장도 쿄로 주제에, 라는 말을 자주 쓰지만, 그건 도대체 무슨 뜻으로──." "오……! 오빠, 폭발해라!" "펑──." 쿄야는 폭발하는 척했다. 발로 차였다. 차였다. 마구 차였다. 밟혔다. 밟혔다. 마구 짓밟혔다. 바닥에 웅크리자──작은 엉덩이가 턱 올라왔다. "반성하고 있어?!" "응. 저기, 미안해." "좋아. 착하지. 착하지." 카스미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것보다 오빠를 깔고 앉은 것부터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이제 오빠는 여자애 머리를 빗는 것 금지야." "에……, 응. 그, 그런가……. 그렇구나. 아, 응. 알았어. 이제 안 할게." "뭐? 뭔가 아직 미련이라도 있어?" 약간의 미련을 눈치채고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아니. 매일 카스미 머리도 빗어주고 있짚아. 그것도 이제 끝인가 싶어서……. 좀, 남매의 스킨십이랄까? 옛날에는 이렇게 몸으로 싸움도 했었잖아. 어찐지 그립구나, 하고. 요즘 그런 생각을 했거든. 응……. 하지만 알았어. 끝이지." "엣……?" "네, 알겠습니다. 안 되죠." 시노미야 가에서는 여성진이 안 된다고 하면 아무리 억지라고 해도 안 되는 것이었다. "아, 아냐! 괜찮아! 그건 괜찮아! 난 괜찮아!" 에엣? 안 되는 거야, 괜찮은 거야, 어느 쪽이야? 여자애의 머리카락을 빗는 것은 안 되고, 카스미 머리카락은 빗지 않으면 안 되고? 하지만 카스미도 여자애잖아? 난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지. "아──무──튼! 됐으니까──! 안──돼! 안──돼──!" 카스미는 큰 소리를 질렀다. 귓가에서 소리를 쳤다. 고막이 간지러웠다. "──아야." 외치던 카스미가 갑자기 그렇게 말하더니 입을 다물었다. "왜 그래? 혀 깨물었어? 입 안쪽을 깨물었어? 그거 무지 아프지." "……이." "이?" "이가…… 빠졌어." 카스미가 입 앞에 댄 손에 하얗고 작은 물체가 툭 떨어졌다. "우와── 야! 이! 이! 그거잖아! 큰일이다! 의사! 치과의사! 치과에 갸야 돼! 으음, 119에 전화해야 했던가!" "오빠, 진정해──. 이건 젖니야. 저번부터 달랑거렸어. 그게 빠졌을 뿐이야." "엣? 아……? 젖니?" "응. 마지막 하나. ……아, 어찐지 개운한데." 뺨이 안쪽에서 실룩거렸다. 카스미는 입안을 혀로 만져보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카스미는 아직 젖니가 남아 있었어? 저번에 다 빠진 거 아냐?" "너무해! 오빠,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미안해, 동생아. 하지만 보통 오빠는 그런 것까지 모르는 법이야. 빠진 이를 가지고 둘이서 정원으로 나왔다. 시노미야 가에는 대대로 전해지는 의식이 있었다. 위쪽 젖니가 빠졌을 때에는 마루 아래에, 그리고 아래쪽 젖니가 빠졌을 때는 지붕을 향해 던지는 것이다. 남매 둘이서 사이좋게 서서 이를 휙 던졌다. "도깨비 이랑 바꿔줘." 무슨 주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지붕에 던질 때는 이런 주문을 외우는 것이었다. 미니지식 이가 빠졌을 때의 주문 젖니가 빠지면 지붕이나 마루 밑에 던진다. 그렇게 하면 영구치가 훌륭하게 자란다 ──라는 습관은 일본의 독특한 문화인 줄 알았는데 아시아권에서는 의외로 흔한 풍습이다. 자세한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비슷하다. 서양의 주류는 '베개 밑에 넣어 둔다.' 는 것. 이것도 자세한 건 나라마다 다르다. 베개 밑에 넣어두면 '과자'가 되거나 '장난감'이 되거나 '돈'이 되기도 한다. 굿잡에 어서 와♪ "어서 오세요──! GJ부에 어서 와요──!" "죄송합니다. 잘못 왔습니다." 평소 같은 방과 후. 쿄야는 부실 문을 열었다가 여자들의 환영을 받고 뒤를 돌아 왔던 곳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아아아! 기다려, 기다려! 왜 돌아가니!" "그, 그게, 그러니까 역시 무리가 있다고 했잖아. 나한테 이런 하늘하늘한 옷은……, 어울릴 리가 없어." "에──. 시온 언니, 어울려요──. 시온 언니, 신경 쓰지 마세요. 다들 똑같은 옷이니까──." "키라라도. 패밀리레스토랑. 아르바이트." "짠짜자잔──! 짠짜자잔──! 짠짜자잔──! 선배. 야,이쪽 봐라입니다! 짠짜자잔──!" 쿄야는 복도를 성큼성큼 걸었다. '종이접기 부'의 부실 앞을 지나, '온라인 게임 부' 앞을 지나가, '바로 하는 부' 앞을 지나갔다. 슬슬 남에게 폐가 될 것 같아 쿄야는 발을 멈추고 다시 돌아갔다. "뭐 하고 있는 겁니까! 아──진짜──! 다 같이!" 패배적 평화주의자라고 해도 화를 내야 할 때가 있다. 지금이 그 때였다. 예를 들어 부실에 들어갔더니, 모두가 패밀리레스토랑 직원같이 하늘하늘한 에이프런 드레스를 입고 있을 때라든가. "갑자기 그런 차림을 하면 그야 놀라죠! 집에 가죠!" "그, 그거 봐라. 그러니까 난 말렸던 거야……." "거짓말하지 마. 네가 가장 관심이 많았던 주제에. 가장 먼저 입은 것도 너였던 주제에." "쿄로. 뭔가. 화났어?" "언니도 시온 언니도 어울려요──." "선배, 선배, 봐요. 짠──. 짠──. 짠──." 시온은 엉거주춤하게 서서 변명만 들어놓았다. 부장은 익숙한 헤어스타일로 평소처럼 능글맞게 웃었다. 메구미는 미니스커트의 길이도 신경 쓰지 않고 천사의 미소를 뿌리고 있었다. 키라라는 글래머 누나다운 몸매를 뽐내고 있었다. 타마는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자신이 하는 말을 아무도 듣고 있지 않았다. 정말 수습이 되질 않는다. 같은 복도에 있는 부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얼굴을 내밀고는 '뭐야. GJ부냐' 라는 표정을 지었다. "차렷────!" 결국 쿄야는 소리쳤다. 평화주의자적인 발성법으로, 복도에 울릴 정도로 큰 소리를 냈다. 다섯 명은 재빨리 한 줄로 서서 '차렷' 자세를 취했다. 모두를 인솔해서 이동했다. 12월의 추운 복도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뭐하니, 오뚝이 스토브가 열선을 뿜는 따뜻한 부실 안으로 데려갔다. 거기서 쿄야는 이야기를 계속하기로 했다. "우리 GJ부는 주변에서 이상한 동아리라는 소리를 듣지만요. 이상한 동아리라면 이상한 동아리 나름대로 지킬 건 지키자고요. 언제부터 우리 동아리가 코스프레 동아리가 된 겁니까?" "으음, 30분 정도 전부터? 네가 오는 게 늦어서 그래." "저기 있는 가게의 옷이 귀엽다는 이야기를 어제 했거든요──. 그래서 저, 메구미가 말이죠. 모두의 의상을 만들어 와서──." "알았어. 이 녀석, 자기만 빼 놓았다고 화가 난 거구나." 부장이 손뼉을 마주쳤다. "화 안났어요. 질렸을 뿐입니다." "뭐야. 그러는 너도 전에 시이에게 코스프레 강요했잖아. 모리 씨를 빙글빙글 돌렸잖아." "혼자서 그런 차림을 하는 거랑 전원이 그런 차림을 하는 건 약간 의미가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축제도 할로원도 아닌데 가장하지 말죠. 정신 차리고 보면 안쓰럽다니까요." "뭐야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야?" "그런 말은 아니지만……." 부장은 허리에 손을 대고 가슴을 쭉 폈다. 지금까지 별로 지적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쿄야는 모두의 복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가슴팍이 크게 파인 에이프런 드레스를 보고, 아아, 부장도 여자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오렌지색 체크 스커트가 흉악할 정도로 귀엽다. 니삭스도 오늘은 프릴이 많이 들어 있었다. 시온은 키도 크고 땋아 올린 헤어스타일 덕분에 같은 복장인데도 접객 책임자의 분위기가 난다. 메구미는 핑크색과 하얀색 꽃 같았다. 키라라는 완전히 일하는 언니. 여대생이라고 해도 믿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타마는 불쌍한 아이였다. "알았어! 넌 질투하는 거야! 하지만 걱정하지 마. 너도 미소녀인 건 분명해!" 부장이 갑자기 손을 딱 울리더니, 이상한 방향으로 결론을 지었다. 그러니까 싫었던 거라고요. "안심해. 실은 코스튬을 한 벌 더 준비해──." "다 같이 같은 옷이에요──." "필요 없어!" "아니, 잠깐. 지금 표결을 붙이지. 최고평의회에서 결정하지. 다시 '쿄로코' 를 이 세상에 출현시켜야 할지 아닐지. 네 의견은 묻지 않는다. 세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우리들이다." 휴대전화를 깨작깨작 입력하고 있는 부장의 손에서 시온이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속도로 입력하더니 송신했다. 답장은 금방 돌아왔다. "에? 뭐? 지금부터 온다고? 무조건 기다려x3……? "큰일이에요──언니. 중등부 모두의 의상은 준비 안 했는데요──?" 메구미 : 웨이트리스는 끝입니까── 시노미야 군? 쿄야 : 아니, 저기. 기껏 만들어줬는데 미안하지만. 메구미 : 의상은 어떻게 할래요──. 갖고 갈래요──? 쿄야 : 아니, 저기, 그게……. (갖고 가죠.) 눈싸움 한폭의 은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구 학교건물로 향하는 도중의 제2운동장은 체육이나 동아리 활동에 별로 쓰이지 않는다. 그 덕분에 방과 후에도 발자국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깨끗한 눈으로 덮인 그 운동장을 곧바로 가로질러 자신의 발걸음으로 갈라놓았다. 돌아보니, 자신이 남긴 발자국으로 운동장이 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굉장히 기분이 좋다. 쿄야는 GJ부 혼을 충분히 만끽하며 구 학교건물의 입구로 향했다. 누가 만들어 둔 것인지, 입구 옆에 눈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쿄야는 멈추더니, 미소를 씨익 지었다. "부장님, 거기에 있죠?" 눈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에잇!" 눈사람에게 날카로운 발차기를 날렸다. 발끝이 눈사람의 얼굴을 약간 스쳤다. "부장님……, 얌전히 나오세요. 다음에는 정말로 때립니다." 쿄야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작년에 눈이 왔을 때는 부장이 눈사람 안에 숨어 있었다. 전신이 젖고 머리까지 얼어붙은 채 엄청난 GJ부 혼을 보여주었다. 올해도 분명 또 숨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 비옷과 방한복을 입고 들어가는 정도는 개량을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바보 같으니! 걸렸지! 그건 함정이다! ──에잇!" "어윽!" 부장의 목소리와 함께 머리 위에서 눈덩이가 떨어졌다. 머리를 감싸 막고 나서──위를 보자, 2층 창문에서 몸을 내밀고 낄낄 웃고 있는 부장의 얼굴이 보였다. 뒤집어 비운 양동이를 들고 있었다. 쿄야는 발밑의 눈을 집었다. 꾹꾹 쥐어서 눈덩이를 만들었다. 딱딱하게 만들었다. "에잇! 에잇! 에잇!" "어, 이 녀석! 기다려. 이게! 이쪽은 지금 총알이. ──비, 비겁해!" "기습하는 사람이 할 말입니까? 에잇! 에잇! 에잇!" "너, 거기 가만히 있어! 무조건 가만히 있어!" 2층 창문에서 부장의 모습이 사라졌다. 두두두, 하고, 건물 전체가 가볍게 흔들리더니, 쿵쿵, 퉁퉁, 하고 진동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이 녀석──!!" 쿄야는 무서운 기세로 다가오는 부장에게 20개 정도 만들어 놓았던 눈덩이를 일제히 던졌다. 전부 던지고 나서 눈으로 벽을 만들어 둔 방어진으로 도망쳤다. "이게!" "우와. 눈싸움이네요. 이거 던지는 거죠? 맞죠? 저도 끼어도 되나요?" "메구미, 빨리 이쪽으로!" 메구미를 방어벽 안쪽으로 불러들였다. 같이 작은 괴수랑 싸웠다. 천사도 공격했다. "에잇! 에잇! 에잇!" "타마는 최강의 전사예요! 남동생여동생남동생여동생은 전부 타마에게 머리를 조아리죠!" 괴수 쪽에 타마가 붙었다. 두 손을 빙글빙글 풍차처럼 돌리며, 발밑에서 눈을 담아 계속해서 연속으로 던졌다. 빙글빙글 펀치가 한 번 돌 때마다 눈덩이가 한 발씩. 그 회전 연사식 포탑이 포효했다. 쿄야는 메구미와 같이 방어벽 뒤로 피했다. "흠. 이것이 '눈싸움' 이라는 것인가. 책에서 읽은 적은 있어. 그러고 보니 GJ부에서는 눈싸움을 한 적이 없었지. 동일본에는 눈이 별로 안 오기 때문인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천재 군략가가 전장을 유유히 걷고 있었다. 등을 구부리지도 않고, 머리를 가릴 생각도 하지 않고──. "자, 시이에게 집중포화──!" "어푸. ──와. 와악! 뭐?! 뭐야?! 어째서 눈을?! 어째서 나를?! 어푸!" 역시나 집중포화를 당하고 있었다. 군략가는 눈싸움의 지식은 알고 있어도 체험을 하신 적은 없나 보다. "시온 선배! 빨리 이쪽으로!" "마……마이 사무라이 마스터──! 우, 우왕~!" 눈투성이 시온이 반쯤 울면서 방어벽 안으로 들어왔다. 이쪽의 세 번째 멤버가 정해졌으니, 저쪽의 세 번째 원군도 자동적으로 확정되었다. "키라라! 최종병기를 준비해라!" "키라라. 한다." 키라라가 눈덩이를 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으로 잡을 수 있는 크기였던 눈덩이는 설원을 굴리는 도중에 점점점점 커졌다──. 눈사람 크기를 훌쩍 뛰어넘어, 양손으로 들 수 있는 크기를 훌쩍 넘어 소형차만 한 크기가 되었다. "영차." 키라라는 그것을 가벼운 한마디와 함께 들어 올렸다. 거대한 눈덩이를 머리 위로 들고 있었다. "궤멸시켜! 짓밟아라! 최종병기! 눈 핵폭탄! 투척──!" "우와──잠깐! 기다려기다려기다려!" 거대한 눈 핵폭탄이 떨어지는 바람에 제1차 GJ부 눈 전쟁은 끝나버렸다. 모두가 눈투성이가 된 채 눈 속에서 큰대자로 뻗어, 아하하하──하고 푸른 하늘을 보며 같이 웃었다. 미니지식 눈으로 하는 놀이 '눈싸움'을 하는 법. 주먹밥 크기의 눈덩이를 상대에게 던진다. 눈 이외의 것을 던지는 것은 반칙. '눈사람'을 만드는 법. 작은 눈덩이에서 시작해서 눈 위를 계속 굴리면 점점 커진다. 크고 작은 두 개를 위아래로 이어서 재로 눈과 눈썹을 만들고, 양동이를 씌우고 목도리를 감아준다. '이글루'를 만드는 법. 모은 눈으로 산을 만든 다음 두들겨서 딱딱하게 한다. 삽으로 안을 파내고 방을 만든다. 크리스마스 "그럼 모두 기다리던 거지! 다음은 드디어 선물 교환이다──!" 부장이 마이크를 높이 들고 절규했다. 항상 하던, 아마츠카 가의 거실에서 벌어지는 크리스마스 파티. 집이라기보다는 저택이라고 해야 할 크기의 주택이 넓은 정원 안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아무리 떠들어도 이웃에게 피해가 갈 걱정이 없다. 식탁 위에 놓여 있는 것은──. 닭, 닭, 닭, 닭, 돼지, 소, 캐비아까지 있다. 모리 씨가 아낌없이 실력을 발휘해서 올해는 '통돼지 바비큐' 까지 나왔다. 이런 걸 누가 먹지, 하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사라졌다. 지금은 머리만 남아 있었다. "카스미. ……야, 카스미. 선물 교환 시작한단다──?" 쿨쿨 자고 있는 카스미를 불렀다. 그랬더니 세이라가 쉬잇, 주의를 주었다. 카펫 위에 얌전히 정좌하고 있던 그녀는 무릎 위에 잠든 카스미의 머리를 올려놓고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어찐지 엄마처럼 지켜보고 있었다. 그 눈이 힐끗 올라가 쿄야의 시선과 마주쳤다. "미안해." "아뇨."하고 시선으로 대화를 나눴다. "잇츠! 쇼──! 타────────임!" 부장이 펄쩍 뛰었다. 질이 영어로 뭔가 신나게 환성을 질렀다. 쿄야와 시선이 미주치자, 그녀는 화이트보드를 재빨리 집어 '와──.' 하고 일부러 글자로 써서 보여주었다. 착실하고 귀엽다. 쿄야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 그 웃음이 얼어붙었다. 방구석에서 '구구구궁' 하고 물질적인 압력을 가진 '오라'가 방출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는 방긋 웃고 있던 천상계의 생물이 투기에 가까운 종류의 '오라'를 뽑고 있었다. 그리고 '구구구궁' 이라고 쓰인 말풍선도 들고 있었다. "엣? 에……?" "좋아! 메구도 적극적이군!" "네, 네, GJ부 혼입니다! 히, 힘낼게요!" 메구미는 언니의 말에 두 손을 꼭 쥐며 대답했다. 말풍선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허둥지둥 집더니 다시 꼭 쥐었다. ──구구구궁. "자,모두들. 앞으로──! 줄 서!" 부장의 호령에 다들 앞으로 나갔다. 포장지와 리본으로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진열했다. 쿄야가 준비한 건 물론 '오레맨 그림책' 이었다. 이번에는 외전이다. 세 권째였다. 뭔가 다른 걸 준비하면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듯한 공기가 그곳을 떠돌고 있었다. "올해는 규칙을 조금 바꿨다." 부장은 휴지를 말아 만든 '제비' 를 가져왔다. 끈 모양의 제비를 사람 수만큼 준비해서 손에 쥐었다. 부장, 시온, 메구미, 키라라, 쿄야, 타마, 카스미, 세이라, 질, 그리고 거의 부엌에 있어서 지금 여기에 없지만 모리 씨. ──그렇게 총 열 개다. "이건 딱 하나만 끝이 빨갛게 되어 있거든. ──그걸 뽑은 녀석이 '당첨'이다." 끝이 빨갛게 되어 있는 하나를 모두에게 보여주더니, 다시 손 안에 꼭 쥐었다. "당첨을 뽑은 녀석이 자기가 갖고 싶은 걸 고르는 거야. ──알겠어?" "네──!" 메구미가 제일 먼저 힘차게 대답했다. 신이 났다. '구구구궁'이 불타고 있었다. "누, 누가 제일 먼저 뽑나요? 타, 타마는 사양할게요!" 가장 먼저 입을 연 타마가 갑자기 양보를 했다. 완전히 겁을 먹은 상태였다. "수학적으로는 확률이 완전히 등가야. 먼저 뽑아도 나중에 뽑아도 아무런 차이가 없어" 시온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어려운 말을 하면서도, 결국 순서를 양보한 것이었다. 전원이 서로 양보하는 시선을 교환했다. 겁을 먹은 것은 타마뿐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따뜻한 시선이었다. "저기……. 음, 저……, 뽑아도 괜찮아요?" 첫 번째 제비뽑기를 양보받은 메구미가 모두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물었다. 모두가 끄덕이자 조심조심 손을 내밀었다. "자. 뽑을게요. ……이거요!" 메구미가 뽑은 제비의 끝에는 과연──? 해냈다! 붉은색이었다! "엣? 아……? 앗! 저기. 이거!" 메구미는 놀라서 주변을 돌아보며 얼굴을 기쁨으로 빛냈다. 당첨된 것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기뻐하던 것도 순간적인 일이었다. "저기. 으음……. 저……, 받아도, 될까요……?" 그 눈동자가 겁을 먹고 흔들렸다. 모두의 얼굴──특히 시온과 질 사이를, 그리고 쿄야의 손에 있는 그림책 포장 사이를 몇 번이나 격렬하게 왕복했다. "승자의 권리야. 게다가 난 작년에 받았으니까." '일어서. 싸워. 이겨. 그러면 먹어도 돼. ──저는 언니에게 그렇게 배웠어요.' "자. 여기." 쿄야는 메구미에게 선물을 넘겼다. 메구미는 그것을 가슴에 꼭 안았다. "잘됐구나! 메구!" 부장이 말했다. 어느새 쿄야의 곁에 와 있던 그녀가 쿄야에게 눈짓을 보냈다. 뭐지? 하고 손을 들여다보자, 부장은 순간적으로 손을 폈다가 ──바로 닫았다. "엥?"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부장이 윙크했다. 쿄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손 안에 있던 제비는 전부 '당첨' 이었다. 메구미 : 자, 올해도 나올 떄가 되었어요──. 시노미야 군. 쿄야 : 호호호호호♪ 착한 아이에게는 선물이다♪ 카스미 : 마 짱은 아직 산타를 믿고 있구나──. 초등학교 3학년이나 되어서. 섬달그믐 한해의 마지막 날. 12월 31일의, 이른바 섣달그믐이라고 불리는 날 밤의 일──. 시노미야 가의 거실은 평화로웠다. 거실에서 기족끼리 단란하게. 각자가 자유롭고 느긋하게 보내고 있었다. 해를 넘기며 먹는 국수가 뱃속에서 아직 따뜻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 아버지가 이상한 고집을 갖고 있어서──해를 넘기는 순간에 먹으니 해 넘기는 국수라고, 절대 양보하지 않았다. 치와와 같은 위치의 아버지 주제에 그것만은 양보하지 않았다. 그런고로 시노미야 가의 섣달그믐 날 저녁밥은 매년 늦은 시간이었지만──. 쿄야도 카스미도 요즘 1, 2년은 친구들과 약속이 있기 때문에 해를 넘기는 국수는 보통 저녁시간에 먹고 있었다. 쿄야는 TV에서 방송되는 홍백전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카스미는 소파 옆에서 연필을 깎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파티의 선물 교환으로 연필깎이를 받았던 것이다. 아름다운 유선형 모양의 멋진 프랑스제 금속 연필깎이다. 실용품이라기보다는 인테리어 용품으로 보였다. 아마 시온의 취미일 것이다. 카스미는 일부러 용돈으로 연필을 한 다스 구입해서 지금 한창 깎는 중이었다. 다 깎은 연필을 하나하나 빛에 비추어 보며 "좋아." 하고 말하며, 유리 탁자에 하나씩 늘어놓고 있었다. 지금 일곱 자루째였다. 새 학기까지는 한참 남았는데, 오늘 중으로 한 다스 열두 자루를 전부 깎아버릴 기세였다. 홍백전 첫 출장이라는 홍팀의 가수가 노래를 시작했다. 이건 부장의 벨소리로 들은 적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며 TV를 보고 있는 데──딩동, 하고 초인종이 울렸다. "네──." 너무 뒹굴거리고 있다 보니 일어나는 데 몇 초가 걸렸다. "오늘은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스미 씨는 집에 계신가요." 소녀가 스커트 끝을 살짝 잡고 우아하게 인사했다. 몇 번이나 얼굴을 본 사람인데, 그녀──아마츠카 세이라는 마치 처음 본 사람처럼 인사를 했다. 그 어깨 뒤에서 질이 얼굴만 반쯤 내밀고 있었다. 쿄야와 시선을 마주치자 허둥지둥 몇 번이나 머리를 꾸벅 숙였다. 한 번이면 되는데. "카스미──. 친구야──." "오빠, 멋대로 나가지마!" 여동생이 쿵쿵거리며 달려왔다. 연필 깎기에 열중해 있기에 대신 나왔는데. "──어서 와! 세라랑 질! 컴 온──마이 하우스!" 어쩐지 그 후는 짹짹. 영어로 대화가 오갔다. 원래 영어를 쓰는 질. 어렸을 때부터 영어교실에 다녔던 카스미. 상류층인 세이라. 무슨 말을 하는지 너무 빨라서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미안. 일본어로 이야기해줄래?" "오빠, 하우스!" 하우스로 들어가란다. 쿄야는 거실로 가서 아버지 옆에서 TV를 보았다. 시노미야 가의 남자는 버룻이 잘 들어 있다. "좋아." 라는 신호가 올 때까지 가만히 얌전히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여자애들은 쿵쾅쿵쾅, 투닥투닥. 어머니까지 말려들어서 새해 신사참배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목욕. 셋이서 사이좋게 입욕. 홍백전이 끝날 때까지 시간을 듬뿍 들여 목욕을 하고 나서 타월이 부족하니, 드라이어는 어디 있니, 오빠의 드라이어를 빌리는 것보다 낫잖아, 시끌벅적했지만 남자는 전혀 참가할 수 없었다. "엄마 ──허리 조여줘!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저기, 오빠. 엄마는 어디 있어?" 가끔 돌아보니,기모노를 걸치고만 있는 카스미가 여기저기 느슨한 상태로 거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 다니곤 했다. 정말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글쎄. 몰라." 아버지랑 둘이서 재빨리 TV로 얼굴을 돌렸다. 그 이후로 무슨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 않을 결심을 굳혔다. 카스미라면 가족 이니까 살색 부분이 그만 눈에 들어와도 사고나 실수로 끝나지만, 이게 질이나 세이라라면 큰일이다. "괜참아, 이제. ──자, 오빠." '좋아.'라는 신호를 받은 것은 올해도 한 시간이 남은 시점이었다. "짜잔──??" 설빔을 좌우로 흔들며 카스미가 포즈를 취했다. 세 소녀의 기모노를 완벽하게 입히고 나니, 어머니도 새하얀 재가 되고 말았다. 이걸로 한동안은 "모두들 우리 집 딸이 되었으면." 같은 말은 안 하겠지. 카스미는 기운차게 파닥거리고 있었다. 금비녀가 짤랑거리는 음악을 연주했다. 질은 부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입고 있는 기모노를 신기 한듯 바라보고 있었다. 금색 머리카락이 돋보이도록 기모노 색깔도 잘 고른 듯 했다. 세이라는 눈빛에서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평소대로 쿨한 중학생이었다. 아마츠카 가는 기본적으로 서양식 옷일 텐데, 일본 옷 쪽도 익숙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우 가면은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아이템인가. 여름에 유카타를 입었을 때는 가면이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는데 설빔이니 굉장히 위화감이 있었다. 아무튼 준비는 끝났다. 남은 것은 쿄야의 준비뿐. 그렇다고 해도 다운재킷을 걸치는 것뿐. 할인점에서 세금포함 1,980엔이었다. 시노미야 가에서는 이것이 남자의 적정 가격이다. 미니미니지식 기모노를 입는 법 시노미야 가의 어머니가 아무리 달인이라고 해도 머리를 만지는 데 10분, 입히는 데 20분, 메이크업에 20분. 곱하기 3인분. 그리고 카스미가 날뛰는 바람에 망쳐서 다시 해서 합계 4인분. 도합 3시간 20분. 홍백가합전이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걸리고 만다. 제야의 종 "오빠! 빨리빨리! 빨리 오라니까!" 카스미가 복주머니를 흉기처럼 빙빙 돌리며 소리쳤다. 기모노를 입고 탁탁탁 뛰어가다가 다시 돌아오──. 세 걸음 전진했다가 두 걸음 돌아왔다.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새해 참배는 도망가지 않아." "하지만 새해가 오잖아! 그러면 새해 참배가 아냐!" 댕──하고 멀리서 제야의 종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카스미는 안절부절못하는 모양이다. 새해가 오기 전에 가야 하는 건 새해 참배가 아니라 2년 참배 쪽인데. 느긋한 생각으로 쿄야는 신사까지 가는 길을 천천히,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걸었다. 어두컴컴했지만 곧은길이 계속 뻗어 있었다. 섣달그믐 날 밤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거의 지나가지 않는 골목길이다. 쿄야와 여자애들 셋뿐. 신사로 가는 길을 천천히 걸었다. "오빠──! 차암──!" 카스미가 뛰었다. 동생아, 설빔을 입고 뛰어다니는 건 좀 그렇지 않니. 하지만 달그락 소리는 나지 않았다. 여름에 유카타를 입었을 때는 게다였지만, 기모노는 신발도 조리였다. 쿄야는 뒤를 따라오는 여자애들을 보았다. 세이라는 짧은 보폭으로 조용히 걷고 있었지만, 질은 기모노가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계속 균형을 잃고 있었다. 아무래도 한 발의 보폭이 맞지 않는 모양이었다. 다리가 치마폭에 걸려 그때마다 휘청거리고 있었다. "괜찮아?" 쿄야는 보다 못해 손을 내밀었다. 질은 얼굴과 손을 붕붕 흔들며 일단 거절했다. 하지만 또 앞으로 넘어질 뻔하자──쿄야의 손을 꽉 잡았다. "봐. 역시." 그녀가 언제 넘어져도 괜찮도록 질의 손을 잡고 걸었다. 그녀는 다른 한쪽 손으로 마커를 꺼내더니, 이런 때에도 놓지 않는 화이트보드에 거침없이 글을 썼다. '역시 당신은 사무라이 마스터. 일본 신사의 마음을 느꼈습니다.' "무슨 거창한 소리를. 그런 거 아냐." "아까부터 계속 쿄야 님은 질의 발걸음에 맞춰서 일부러 천천히 걸었죠? 그걸 말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세이라가 중학교 1학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침착한 말투로 했다. <완전히 조교를 했구만. 이 주인공 보정을 가진 초 수컷 같으니.> 그리고 다시 중학교 1학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무서운 말이 부음성으로 흘러나왔다. 이 부음성의 정체는 아직 잘 모른다. 아마도 복화술. 분명히 복화술. "아──! 오빠야! 질이랑 손잡고 걷고 있어!" 먼저 가던 카스미가 돌아왔다. 흥분한 탓인지, 그만 어렸을 때 부르던 호칭이 튀어나왔다. "질, 미안해. 자, 가자." 머리가 좋고 상냥한 카스미였다. 쿄야가 손을 잡고 있는 이유도 금방 눈치채고 자기가 친구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렇게, 이렇게." 사뿐사뿐. 기모노를 입고 걷는 보폭을 친구에게 가르쳐주었다. 쿄야는 그런 두 사람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문득 옆에서 시선을 느꼈다. 곁을 걷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옆으로 돌려쓴 여우 가면이 이쪽을 찌릿 노려보고 있었다. "신경 쓰이나요?" "엣?" "이 가면." "아니, 뭐. ……조금은." 손가락을 조금 벌렸다. 15밀리미터 정도. 그 정도는 정말로 신경이 쓰였다. "……." 세이라는 말이 없었다. 그 손이 머리로 슥 올라갔다. 옆으로 걸었던 여우 가면을 앞으로 돌려 썼다. 얼굴이 완전히 가렸다. 가면을 정면으로 쓴 세이라는 여우가 되었다. "해가 없는 양의 탈을 쓰고 있어도 역시 남자분이군요. 분명 당신의 방을 뒤져보면 이런저런 종류의, 남자분들의 어쩔 수 없는 물건이 나오겠죠. 특히 침대 밑이라든가. 이 더럽고 짐승 냄새 나는 독충 같으니. 만약 벌레만 한 양심이라도 있다면 짐승의 침으로 더럽혀진 손으로 질을 만진 것을 후회하며 지금 당장 죽어주세요." 어라? 말의 내용은 이제 와서 놀라지 않지만. 하지만 어라? 이건? 〈우후후. 봐요. 질이랑 카스미가 이쪽을 보고 있어요. 저랑 걷고 있으면 신경 쓰여서 어쩔줄을 모르나봐요. ……아아, 둘다 어쩜 이렇게 귀엽지.〉 어라? 이쪽이 부음성이고……. 어라? 이건? 세이라의 손이 움직였다. 여우가면이 원래 위치로 돌아갔다. "왜 그러세요?" 여우 가면을 머리 옆으로 쓴 소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올려다보고 있었다. 방금 어쩐지, 육성과 부음성이 뒤바낀 것 같은데……? 무서운 쪽과 착한 쪽이 교대한 것 같은……? 설마. 미니미니지식 부음성 세이라의 어두운 목소리. 일부 사람에게밖에 들리지 않는다. 영감이 있으면 들리는 것인가. 영감이 없으면 들리는 것인가. 아니면 역시 복화술인가.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무녀 신사의 내부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토리이에서 이어지는 돌바닥 좌우에는 화톳불이 이어졌다. 공중에서 붉게 빛나며 참배객들에게 빛과 열을 전해주고 있었다. "흐음──. 허어──. 호오──. ……어찐지 올해는 굉장히 붐비네요." 쿄야는 감탄하고 있었다. 토리이를 통과한 후에 발을 멈추었다. 이곳은 작년에도 2년 참배로 부장들과 왔던 신사였다. 그때는 질도 세이라도 없고, 부장들과 카스미뿐이었지만……. 그리고 타마는 아직 고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아서 GJ부에도 없었지만……. "선배! 늦어요! 선배! 이쪽이쪽!" 사무소라는 것일까. 옆의 건물 쪽에서 붉은색과 하얀색의 멋진 대비가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이 카루라 신사의 장녀 타마였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도 있었던 것 같은……. 신년 운세를 보는 제비를 샀을 때 타마가 줬던 것 같은……. "오빠야! 제비 뽑고 싶어! 활이랑 과녁! 사고 싶어! 아니, 살래!" 카스미가 벌써 신이 나 있었다. 그렇게 떠들다가 크리스마스 때 처럼 힘이 빠져서 잠드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카스미, 저건 파마 회살이라고 해요. 그리고 저건 표적이 아니라 에마라고 합니다." 세이라가 쿡쿡 음산하게 웃으며 카스미에게 말했다. 그렇구나──하고 카스미는 100와트짜리 미소. 명암의 대비가 정반대지만 잘 맞았다. 이 둘은 어찐지 친할 것 같다. "오, 왔냐." "응, 왔군." "무녀예요──. 코스프레가 아니라 진짜예요──." "키라라도. 무녀야." 사무소에 가자, 네 명의 미소가 반겨주었다. 모두들 무녀 복장을 하고 있었다. 타마와 다 같이 다섯 명의 무녀가 쭉 늘어섰다. 맨 앞의 부장부터 순서대로, 신장 순서대로 가지런히 서 있었다. 하지만 부장은 아마 발판에 올라가서도 저 정도일 것이다. 작년에는 한가했던 타마네 신사가 올해는 바빠진다는 말을 듣고 GJ부의 '아가씨' 들이 총출동해 도와주기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순수하게 돕는 것이었다. 무상 봉사. 쿄야도 여장을 하고 '아가씨'가 되어 돕는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신에 대한 모독일 것이다. "뭐야, 너. 기모노 안 입었냐." "어머니가 힘이 다 빠져서요." 서 있는 자리를 바꿔, 뒤에 서 있는 세 마리 나비들을 부장들에게 보여주었다. 에마 : 소원을 적는 나무판. 세 소녀는 "우와──." 하고 입을 떡 벌리고 언니들의 멋진 차림을 구경할 뿐이었다. 이야기하고 있는 중에도 참배객이 계속 들어왔다. 제비를 뽑고, 파마화살과 에마를 세트로 사 갔다. 부장이 접대용 목소리로 "천 오백 엔 넣어주세요."라고 밀하고 있었다. "오빠야. 오빠야. 저거. 저거. 저거 사줘──!" "저기──. 저희들도 그거 한 세트 살게요." 카스미가 소매를 끌어당기자 쿄야는 지갑을 꺼냈다. "사는 게 아냐. 판매가 아니라 수여래. 그러니까……, 천 오백 엔 넣어주세요♡" 접대용 목소리와 얼굴로 방긋 미소 지었다. 기습을 당해서 깜짝 놀랐다. 방어를 하지 않았는데 제대로 한 방 명치에 먹었다. 무녀복 차림의 부장이 처음 보는 여자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평소와 헤어스타일도 다르고. 어쩐지 두근거려서 쿄야는 부장에게서 얼굴을 휙 돌렸다. 모른 척하기 위해 시온 쪽을 보았다. 시온은 시온대로 긴 생머리가 정말 무녀 같았다. 참배객들도 카운터 안쪽에 있는 여자가 설마 고등학생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두근두근이 멈추기는커녕 한층 더 심해지고 말았다. 시온에게서 눈을 돌렸다. 더 이상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메구미가 천사의 미소를 뿌리고 있었다. 그 옆에서 키라라도 평소에는 별로 보이지 않는 미소를 어색하게라도 지으려고 하고 있었다. 이를 드러내고, 씨익. 안돼.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아. "선배, 뭘 멍하니 있어요. 사람들한테 방해돼요. 거기 비켜라입니다." "아, 미안." 그런 말을 듣고 옆으로 움직였다. 타마를 보고 있으니 두근거림이 바로 나았다. 타마는 타마 나름대로 귀엽지만 두근거리는 쪽은 아니다. 카스미들이라든가 시스터즈 쪽이다. "오빠야. 저기──. 오빠야." 카스미가 계속 소매를 잡아당겼다. 아까부터 계속 어렸을 때 말투였다. "왜? 왜 그래, 카스미." "나도 무녀……, 하고 싶어──!" "아──. 그래그래. 고등학생이 되면──." "마 짱도 초등학생이잖아!" 카스미가 부장을 팟 가리키며 지적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설정이었지. 이 자리에 있는 사람중에 카스미를 뺀 전원이 이미 알고 있는 일인데. "그래그래,카스미. 언니니까──. 참자──." "에──……." 세상 어른들이 자주 써먹는 편리한 만능 대사로 달래며, 카스미를 끌고 사무소 앞을 벗어났다. 미니미니지식 무녀 '메이드 빙글'과 함께 남자의 3대 로망 중 하나. 참고로 마지막 하나는, 물론 '알몸 앞치──(자중)'. 무녀는 처녀가 아니면 될 수 없다는 소문이 있지만, 결혼한 타마의 사촌 언니도 무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그런 일은 없다. 카루라 신사의 비밀 "대단해 저쪽 톤지루랑 단 술이랑 단팔죽이 공짜래──!" 참배를 하려는데, 시스터즈 셋은 손을 잡고 가버리고 말았다. "어라? 방금 꼬마들 있지 않았나요?" 대신 타마가 그 자리에 섰다. 여름 축제 때도 봤지만 무녀 복장이 익숙해 보였다. "선배는 손 깨끗하게 씻었어요?" "아니, 난 단술 같은 거 안 마셔." "안 돼요, 안 돼요. 신에게 실례죠. ──그런고로 타마는 잠깐 쉬겠습니다──!" 사무소에 있는 네 명이 팔을 흔들거나 이쪽을 손가락질하며 뭐라고 떠들고 있었다. 뭐, 밤에만 도와주는 모두와는 달리 타마는 아침부터 돕고 있었을 거고……. "신사에 참배할 때는 손을 씻는 거예요. 손이랑 입을 정화해야 돼요. 저기 있는 테미즈야에서." 타마가 가리킨 곳에는 돌로 된 물통이 있었다. 국자가 몇 개 놓여 있었다. "흠──." 가르쳐준 곳으로 걸어가려고 하자──. 톤지루 : 돼지고기를 넣은 된장국의 일종. 테미즈야 : 신사 참배자가 입을 가시고 손을 씻는 물을 받아 두는 작은 건물. "길 가운데를 걷지 마입니다." ──퍽하고 뒤에서 발로 찼다. "찼어! 이 무녀가 발로 찼어!" "참배 길의 가운데는 신이 걷는 곳이에요. 인간은 끝자락을 얌전히 걷는 거예요." "흐음──. 허어──. 호오──. 이래저래 규칙이 있구나──." "이 분야의 15년 전문가인 타마가 선배에게 자상하게 가르쳐줄게요. 엣헴." 손을 씻고 입을 행궜다. 오는 도중에 세이라의 부음성이 짐승의 침 운운했던 것을 떠올리고 다시 한 번 손을 잘 씻었다. 그리고 타마를 따라 경내를 걸었다. "우리 신사는 영험이 있어요──." "그러고 보니 굉장히 붐비네. 어떤 영험이 있는데?" "소중한 사람의 귀환을 기원하는 거예요.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반드시 돌아와요. 그리고 직장에도 좋아요. 어떤 난관에도 지지 않고 임무 달성. 미션 컴플리트입니다." "흠──." 붐비는 경내에 감탄했다. 정말 수요가 있을 듯한 영험이었다. "어라? 하지만 작년은 진짜 썰렁했──아니, 비어 있지 않았나?" "그래요. 작년까지는 힘들었어요. 새우튀김. 타마는 꼬리만 먹고. 언니니까 꼬리로 참으라고 착취당했어요. 그리고 삼치 절반. 머리아니면 꼬리라는 궁극의 선택, 데스 룰이었어요." "그건 안타깝구나." "하지만 올해는 이렇게 성황! 새우튀김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요! 삼치도 통째로!" "뭐가 달라졌어?" "손님을 못 부르는 신은 정리해고예요. 재빨리 체인지했어요." "에엣──? 잠깐──?! 그래도 돼?! 신을 정리해고하고 체인지 하다니?!" "저쪽의 본전에 신이 있어요. 신의 본체는 저기예요." 타마가 경내 구석에 있는 수수한 낡은 건물을 가리켰다. 창고인가 착각하고 지나갈 것 같은 장소에 신의 본체를 모셔 둔 모양이었다. 처음 알았다. "작년쯤에 인공위성이 돌아왔잖아요. 어딘가의 소행성에서 불사조 정신으로 지구에 돌아온." "뭐였지. 소행성 이토카와? 캡슐이 돌아왔다고 뉴스에서……." "그 하야부사 님을 분양받았어요. 지금 본당 안에 있어요. 신의 본체예요." "에엣──? 캡슐이라니, 그런 일부라도……, 받을수 있는 거야?" "후……. 무슨 소리예요, 선배. 이 세상은 먼저 말하면 승리예요." "그것보다……, 그런 걸 신으로 삼아도 되는 거야? 너무 새것이랄까. 뭐랄까……." "괜찮아요. 왜냐하면 이미 팔백만이나 있으니까요. 이제 와서 하나 정도 늘어봤자." 좀 석연치 않았지만 전문가가 하는 말이라면 맞을지도 모른다. 하야부사 :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저쪽 공터에는 이번에 교회를 증설할 거예요. 잘생긴 신부를 불러서 교회를 세우는 거죠. 친척 오빠가 신학교를 나와서 따끈따끈해요. 앙코가 완전 팬이에요." "에엣? 야──그래도 돼?!" "이걸로 신교 불교 기독교 3종 세트 제패죠. 할아버지는 신주지만 아빠는 주지스님이에요. 안쪽에 절도 있어요. 아까부터 제야의 종이 울리고 있죠. 신사에는 원래 종이 없는데요." "어라?" "신불 절충이에요. 신도와 불교는 친구예요. 아마테라스 오오미카미의 별명이 대일여래예요.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마입니다. 팔백만의 신을 인정할 정도로 대범한 게 일본의 정신이고 GJ부 혼입니다." "거기서 GJ부 혼은 관계없을 것 같은데." "GJ부가 어쨌다고?" 그때 빠져나온 부장이 거기에 서 있었다. 대신 타마가 사무소로 돌아갔다. "녀석들, 의기양잉하군. 탈취할 것 같은 기세야." "녀석들? ……아아, 카스미들 말인가요. 안 데려올 걸 그랬나요?" "아니아니, 재미있잖아. 나를 비롯한 원조 GJ부는 언제 어떤 때라도 도전을 받아들인다. 병아리들 같으니. 10년은 멀었어. 뭐, 보라고. 연장자의 관록이라는 걸 보여줄 테니까!" 무녀 복장을 한부장이 팔짱을 끼더니 씨익 웃었다. 미니미니지식 하야부사 님 인공위성의 신. 소녀 의인화된‘하야부사땅' 과, 어디까지나 기계의 신인 '하야부사 님'의 2대 파벌이 존재해서 격렬한 종교전쟁을 벌이고 있다. 카루라 신사는 어느 쪽 신자라도 받아들인다. 두 번째 새해 쿄야는 돌계단의 가장 위에 앉아 거리의 불빛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1월 1일 심야의 추위가 몸을 후비고 지나갔다. 부장들의 무녀 도우미 시간은 일이 가장 바빠지는 심야 0시 전 후뿐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이미 나와서 가까이에 있는 타마네 집에서 기모노로 갈아입는 중일 것이다. 다 같이 모여서 참배를 하러 가자고 결정했다. 중등부와 고등부로, 뭔가 대결하는 것처럼 그렇게 정해졌다. 도대체 참배할 때 뭘 대결한다는 건지 쿄야는 잘 알 수 없었다. "세이라 님도 업어드릴까요?" "놀리지 말아요, 모리."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모리 씨. 고개를 휙 돌리며 대꾸하는 세이라. 이 돌계단에서 기다리기 시작하자, 모리 씨는 어둠 속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세이라를 지키려고 계속 따라왔다고 한다. 참고로 모리 씨가 '업어준다' 고 한 것은, 카스미가 쿄야의 등에 업혀서 잠들어 있는 것을 세이라가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My sister!" 질이 소리쳤다. 귀를 기울이자 돌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쿄야는 아직 돌아보지 않았다. 몇 개의 발소리가 바로 뒤까지 다가와서 멈췄다. 몇 호흡 정도 틈을 두고 나서 쿄야는 카스미를 업은 채로 일어나 천천히 돌아보았다. "응!" 부장이 팔을 좌우로 벌리고 가슴을 쭉 폈다. "기다렸니?" "남자가 기다리는 게 예의 아닌가요?" "너도 제법 늘었구나." 시온이 어른스럽게 미소 지었다. "호랑이. 호랑이. 호랑이." 키라라가 배를 쑥 내밀고 자랑스럽게 뒤로 젖혔다. 여자애의 옷은 잘 봐야 한다. 자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금방 알았다. 한쪽 소매에 멋진 호랑이가 그려져 있었다. 다른 한쪽에는 올해의 십이지인 진(辰). 즉, 용이었다. 용호상박. 정말 용맹한 설빔이었다. "카스미는 벌써 자나요──." 핑크색 무늬 속에 메구미가 서 있었다. 그 자상한 목소리에 카스미가 얼굴을 잠깐 들었다. 하지만 재가동은 하지 않았고, 다시 쿄야의 어깨에 파묻혔다. "아, 타마도 설빔 입었구나." "뭡니까. 그 '도'라는 건. '도'라뇨." "자, 다들 여기에 서!" 부장이 토리이 밑에서 모두를 불렀다. "그럼 토리이부터 다시 들어가자! 준비되었어?!" 음냐음냐, 하고 있는 카스미를 등에서 내려서 자기 발로 서게 했다. 그 손을 잡았다. "영──차!" 부장의 신호로 다 같이 옆으로 한 줄로. 그리고 일제히 올해의 첫발을 돌바닥에 새겼다. "좋아. 새해 참배! 제패!" "앗……. 응. 그렇지. ……대결. ……하는 거였지. ……한 번에 한 명씩 죽이는 거다?" 카스미가 눈을 비비면서 잠꼬대를 하고 있었다. 대결이라니, 거창한 소리를 하기에 뭔가 했더니──. 평범하게 참배를 했을 뿐이었다. 타마를 따라 두 번 절하고 두 번 손뼉을 치고──. 그 후는 다같이 에마를 달러 갔다. GJ부답게 '에마 그림 대결' 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역시 여기서도 굉장히 평범하게 소원만 쓰는 것으로 끝났다. "좋아──! 소원을 발표한다. 자, 다 같이 열어!" 부장의 호령으로 에마를 들었다. 시스터즈 세 명이 에마에 쓴 것은 각각── '오빠' '마이 사무라이 마스터' '버러지' 등등. "그건 소원이 아니쟎아. 카스미들 전원 다." "쳇." 그에 비해 이쪽 원조 GJ부의 소원은──. 시온은 프라이버시 시트를 붙여서 비공개. 키라라는 '고기', 타마는 '새우튀김', 메구미는 '세계 인류가 평화롭기를.'. 그리고 부장, 초등학교 3학년인 연장자의 관록을 보여주겠다고 한 그 에마에는──. "'하늘이여, 쿄로에게 간난신고를 안겨주소서.' ……라고? 엣? 잠깐──부장님! 그게 무슨 소원입니까! 남에게 재앙을 부르지 마세요!" "뭐라고? 전에 말했잖아. 졸업할 때까지 널 확실히 단련시킨다고." "말했지만요! 저도 분명히 부탁했지만요!" "단련하려면 장애물이 필요하잖아. 고난 웰컴이잖아. 즉, 간난신고잖아." "중등부 소녀들의 소원은, 이렇게 말하면 미안하지만 자신의 단순한 욕구지. 하지만 마오의 소원은 남을 위해서야. 즉, 이기적이지 않고, 이것은 사랑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지." 시온이 판정을 내렸다. 잘 알 수 없었지만, 고개를 숙이는 카스미를 보니 승패가 난 것 같았다. "음. 그렇다. 사랑이다. 사자는 자식을 낭떠러지에서 떨어뜨린다고 하지. 그야말로 사랑이야" "부장님, 그거 분명히 개인적 욕구예요. 재미있어할 뿐이에요. 떨어뜨리고 싶을 뿐이에요." "후후후의 후." 기분이 좋아진 부장이 이겼다는 듯 웃었다. GJ부의 올해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간난신고 : 몹시 힘들고 쓰라린 고생. <작가후기 생략> ┏━━━━━━━━━━━━━━━━━━━━━━━━┓ ┃<타이퍼후기> ┃ ┃아 이제 GJ부 7권도 해야함 피곤해 죽겠네 ┃ ┃by Tempest ┃ ┗━━━━━━━━━━━━━━━━━━━━━━━━┛ ┏━━━━━━━━━━━━━━━━━━━━━━━━┓ ┃ ┃ ┃ 트릭시는 사랑입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