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 부7권 텍본 타이퍼: 팀 A Horoscope 아치 ┌───────────────────────────┐ │ │ │ 이 작품은 혼자서 제작하는 것입니다. │ │ 그러나 제 소속이 팀 A Horoscope 이니 │ │ 작품은 팀의 소속으로 합니다... │ │ 이 텍본으로 상업적 이용 및 허락없이 2차 배포 │ │ 하시는 분께는 멋진 고소를 드리겠습니다. │ │ 또한 1명이서 작업을 했기 때문에 중간 중간 │ │ 오타가 많을수 있을수도 있습니다.. │ │ 이점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 │ 개인 작품이니 오타가 있더라도 이해해 주시면 │ │ 감사하겠습니다. 즐독하세요. │ │ │ └───────────────────────────┘ 캐릭터 소개 아마츠카 마오 : GJ부의 부장. 보기에는 초등학생이지만 고등학교 3학년. 키라라 번슈타인 : 착하지만 힘이 세다. 고기를 무척 좋아함. 고등학교 3학년. 스메라기 시온 : 어른스러운 분위기의 천재 누나. 하지만 가끔 몰상식. 고등학교 3학년. 시노미야 쿄야 : 일단 주인공. 평화와 평범을 좋아하는 고등학교 2학년. 애칭은 『교로』 아마츠카 메구미 : 천사 같은 성격의 고등학교 2학년. 남을 챙겨주는 것을 좋아함. 칸나즈키 타마키 : 모두의 귀염둥이 고등학교 1학년. 수습 부원. 애칭은 『타마』 ★ 목차 ★ 썰렁 개그 대회/ 크레파스의 날·마오/ 크레파스의 날·시온/ 크레파스의 날·메구미/ 크레파스의 날·키라라/ 여름 축제/ 전대물/ 성전환/ 타마 냄비/ 잃어버린 물건/ 프로레슬링 기술/ 손을 잡고/ 맨 얼굴의 모리 씨/ 마왕님/ 편지/ 요코미조 등장/ 여름에 못 다한 것/ 하늘은 높고 말은 살피는 가을/ 그림책 파이어/ 몇 명 있어?/ 군고구마의 규칙/ 학교 축제 끝나고/ 팬시 여성관/ 짜자잔──!/ 코타츠 님의 귀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혈액형 성격진단/ 가을의 맛, 정크 푸드 기원/ 삐로삐로/ 라이트노블의 행방/ 빗질 시간/ GJ부 습격/ 제랄딘이라는 아이/ 세이라라는 아이/ 할로윈이 끝나고/ 내년 이야기 썰렁 개그 대회 "제 1회 썰렁 개그 대회! 갑자기 개최! 두둥 빠바바밤──!"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뭡니까, 갑자기?" 난데없이 괴성에 익숙한 교야지만, 일단 예의상이랄까 양식을 지키는 기분으로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러니까, 제 1회 썰렁 개그 대회래도, 가장 썰렁한 개그를 한 녀석이 이기는 거야." 부장의 괴상한 행동에 익숙해진 교야지만, 아직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거 말입니까? '감을 잡기 위해서 감 따러 갔다.' 같은 거요?" "표절은 안 돼. *계왕님에게 혼난다. 야, 교로. 빨리 썰렁 개그를 해봐. 앞으로 3초 준다." 으음, 으음, 하고 궁리했다. 갑자기 썰렁 개그를 하라고 해도 곤란하다. 그런 건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 해야 주변 사람들을 썰렁하게 만드는 것이다. "에잇, 3초. 뭐야. 못하냐. 네 GJ부 혼은 그 정도냐?" "그럼 부장님이 해봐요." "'차이나가 차이 나.'" (*계왕님: 드래곤볼의 계왕은 썰렁 개그를 좋아함.) 부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미리 준비해 둔 것이 분명하다. 치사해. "아, 그렇지. '이 망고가 얼만고?' ──어제 저녁 디저트가 망고 였어요." "흠. 그저 그렇군. 적당히 썰렁해. 하지만 '*방석을 전부 빼는 급'은 아니군." "뭐니, 뭐니. 썰렁 개그라는 건 뭐니?" 시온이 흥미진진하다는 듯 끼어들었다. 세계 챔피언과 대국하는 일과도 내팽개치고, 의자 바퀴를 굴려 둥근 테이블 쪽으로 왔다. "말장난이에요. 동음이의어를 연결해서 노는 거죠." "그렇군. 수사법의 일종이구나. 그렇다면 혹시 내가 잘하는 분야일지도 몰라." 상식이 부족한 시온이니 '썰렁 개그'란 무엇인가, 그것부터 설명을 했는데 그러길 잘했던 것 같다. 팔짱을 풀더니, 부장이 말했다. "사과 먹고 사과해." "거의 베낀 것 같은데요? 어디선가 들은 적 있어요." "뭐예요? 지금 무슨 대회인가요?" 홍차를 채운 포트를 든 메구미가 모두에게 서빙을 하기 시작했다. "사과 먹고 살 빼, 어때? 이러면 새롭지?" "부장님, 그건 이미 썰렁 개그가 아닙니다." "차 마시고 사과해." (방석을 전부 빼는 급: '오오기리'라는 일본 정통 개그 무대에서는 여러 장 겹처서 앉아 있다가 재미없을 때마다 방석을 한 장씩 빼앗김. 즉, 방석을 전부 빼버릴 정도로 썰렁하다는 뜻.) 그렇게 말한 건 메구미였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홍차를 따라주고 벌써 다음 사람에게 가고 있었다. "저것도 썰렁 개그가 아니군. 굳이 말하자면 협박이네. ──빨리 잔을 비우라고." "고기(거기)에 있는 고기. 고만큼 먹음." 키라라가 불쑥 말했다. 그리고 우적우적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전부 아홉 개나 되는 닭다리가 키라라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오──." 몸을 바친 썰렁 개그에 자기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아무리 고기 먹기의 달인 키라라라고 해도 입이 햄스터의 볼처럼 부풀어 있었다. "야, 타마. 뭔가 말해봐, 네 GJ부 혼을 검증해주마." "당근은 역시 당근이지." 게임기를 들여다보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타마가 중얼거렸다. "음, 하긴 당근은 당근이지. 말 그대로다. 하지만 썰렁함으러서는 별로야." "찹쌀떡이 입에 찹찹 달라붙어요──." 오늘 과자는 찹쌀떡인 것 같았다. 메구미가 재빨리 손을 대서 썰렁 개그로 바꿨다. "조금 더 기다려주지 않겠니. 지금 생각하는 중이야, 으음……. 이게 제법 난이도가 높아서 말이지." 시온만이 혼자서 썰렁 개그를 말하고 있었다. 아마도 영원히 무리일 것이다. "그렇지. GJ부 중등부 애들에게도 물어보자, 으음……. '제 1회 썰렁 개그 대회! 갑자기 개최! 두둥 빠바바밤──!' ……하고, 아아. 진짜 깨작깨작 입력하는 거 귀찮아──……, 송신." "그렇게만 쓰면 전혀 이해를 못할걸요." "그래? 제접 통하는걸?" 중등부라는 것은 시스터즈를 말하는 것이다. 카스미랑 제랄딘이랑 세이라, 세 사람이다. 그러나 교야조차 이해할 수 없었던 부장의 이상한 행동을, 그 애들이 따라올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게 생각했더니, 띠리링 소리가 들렸다. 놀랍게도 문자의 대답이 바로 온 것이다. "'질이 질질.' ……뭐야, 이게? 뭘 질질 흘려?" "추우면, 콧물. 고드름. 생겨. 영하, 20도 정도?" "콧물이냐! ──하지만 여자애로서, 좀 그렇지 않냐?" "캐나다는 그렇게 추운 곳인가요?" "다음은 세이라가 보낸 거다. '오레맨 1초, 상처는 평생'? 썰렁 개그가 아니라 표어잖아, 이건." 세이라가 보낸 그것은 아마도 교야에게 보낸 경고문일 것이다. 그녀 앞에서 오레맨이 되면, 울거나 웃지 못하게 해주겠다는 뜻일까. "마지막은 교로, 네 여동생이 보낸 거다. '한심해도 좋잖아. 오빠니까.' ──이미 이건 표어조차 아니잖아, 시야, 하지만 멋지나. 일본 문화의 고상한 맛을 표현하고 있어." 제 1회 썰렁 개그 대회의 우승자는, 본의 아니게 카스미인 것 같았다. 캐릭터 프로필 [시노미야 쿄야] 일단 주인공. 다투지 않고 싸운다는 것이 신조인 평화적 패배주의자. 2학년으로 사는 것도 제법 익숙해졌다. 오만한 선배와 귀여운 선배와 이상한 선배, 그리고 제멋대로인 후배까지 완비해서 완벽한 중용의 길을 걷고 있다. 여동생이 한 명 있지만, 요즘 세 명으로 늘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크레파스의 날·마오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교실. 창가에서 불어오는 초가을의 바람이 턱을 간질이는 것을 느끼며, 교야는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커다란 스케치북과 24색의 크레파스 세트, 부실 구석을 뒤지면, 정말 뭐든지 있었다. "자, 홍차예요." "에? 아? ……고마워." 메구미가 홍차를 대접해주었다. 아직 더위가 남아 있는 계절은, 홍차라고는 해도 아이스티다. "오늘은 그거. 특별한 잎이에요. ……특, 별." 메구미가 자신의 아랫입술 앞에서 손가락 끝을 메트로놈처럼 흔들었다. 특별한 찻잎을 쓸 때마다, 항상 하는 동작. 어떻게 특별한 것인지, 얼마나 비싼 것인지, 쓸데없는 것은 묻지 않았다. 아마츠카 가문의 수입 루트는 그야말로 진짜 특별해서, 물어보지 않는 편이 좋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왜 오늘은 특별한 거야?" "저기요……. 그 그림책은……. 그거, 오레맨 그림책의 속편……이죠?" "엣?" 교야는 자기도 모르게 되물었다. 오레맨 그림책이라는 것은,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 때 교야가 내놓았던 것이다. 어째서인지 메구미는 굉장히 갖고 싶어 했다. 하지만 손에 넣은 것은 시온이었다. 교야는 메구미가 굉장히 안타까워했던 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거 오레맨 그림책이죠──? 집필에 힘내세요──." "엥? 아닌데." 쿄야가 말하자──. 메구미가, 척 보기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풀이 죽었다. "아니, 저기……. 미안." "아뇨……. 괜찮아요……."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서는 메구미를 보면서, 쿄야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놀랍다. 천사도 풀이 죽는구나. 라는. 그런 불손한 생각이었다. "오레맨의 속편이 아니면, 그건 무슨 그림책인데?" 옆에서 부장이 말했다. 입에 문 폿키가 말이야 함께 아래위로 흔들렸다. "그게 말이죠. 타마가 종종 이야기하는 앙코라는 애 있잖아요." "오──. 가끔 들었지, 그런 이름. 유쾌한 애라던데." "그 애가 말이죠. 우리 GJ부의 모두에 대해서 굉장히 오해하고──." "오. 뭐야, 이건? 이 괴수. 좋은데. 흉폭해 보이잖아." 스케치북의 앞쪽 페이지를 뒤적이던 부장이 발견한 것은 작은 캐릭터가 주변을 잿더미로 만들고 있던 장면이었다. "이거이거! 여기여기! 이쪽 부분!! 이왕이면 좀 더 성대하게 불꽃을 뿜게 해──! 불바다로 만들어벼러! 풀 한 포기도 남기지 마──!" "이렇게요?" 입에서 뿜는 괴물의 광전을 몇 줄기 더 그려 넣었다. 불꽃을 뿜을 때는 등의 비늘이 빛나는 효과도 추가했다. 발로 찬 자동차가 빌딩에 부딪히는 액션을 여백에 더 그려 넣었다. "이건 뭐야, 이 괴수의 내부 구조 해설이냐?! 우와, 각각의 부위까지 그렸는데!" 부장은 신이 나 보였다. ……이런 걸 좋아할 것 같더라. "그런데 이 괴수, 이름이 뭐냐? 분명 멋진 이름이겠지?" "네? ……혹시 진지하게 묻는 겁니까, 부장님?" 쿄야는 눈이 빛나는 부장에게 물었다. "응? 난 언제나 진지하게 짝이 없는데? ……음? 뭐야? 내부 해설에……. '마오 턱'──금방 물어뜯는다. '마오 뇌'──의외로 소녀틱하다. '마오 화염주머니'──부글부글 끓는 투혼이 꽉 차있다. '마오 참을성'──용량이 별로 없다. ……라고?" "으음. 그게. ……그러니까 그건 괴수가 아니구요, 부장님인데요." "뭐라고──!!" 폿키가 벽에 슉 꽂힐 기세로 날아왔다. "너──너! 무슨──! 한다는 소리가! 사람을 괴수라니──?!" "저는 괴수라고 한마디도 한 적 없어요! 괴수라고 생각한 건 부장님이고──." "천벌──!!" 콱, 하고 흉포한 턱이 팔꿈치 이하를 소멸시킬 기세로 물어뜯었다. 이것 봐라, 역시 금방 물어뜯지. "아야아야아파요! ──우와, 진짜 아파! 부장님, 이러다 죽어요! 오늘은 진짜로 아파아아! 죽어! 죽는다니까요!" 괴수를 그리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부장은 괴수로 그려버려도 정말 괜찮을지도 모른다. 캐릭터 프로필 [아마츠카 마오] 아무리 봐도 초등학생으로밖에 보이지 않은 고등학교 3학년. 귀엽다고 하면 화를 낸다. 물어뜯으니 조심해야 함. 내장 기능이나 스팩에 대해서는 본문 참조. 최근 '마오 님'이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 일본어에서는 '마오 님'과 '마왕님'의 발음이 똑같으니까. 어쩐지 대단한 사람 같잖아. 그렇지? 크레파스의 날·시온 "참아참아, 마오. 괴수 마오도 제법 귀엽잖니." 시온이 그런 식으로 달래주었다. 세계 챔피언과의 대전을 중단하고 둥근 테이블까지 온 시온은 크레파스로 그린 스케치북을 팔랑팔랑 넘겨보았다. "그래요──. 귀여워요──." "본인의 열 배는 괜찮네요." "귀엽다는 건 모욕이야!" "그럼 강해 보인다고 해주자." "강하게 귀여워요. 강귀엽." "흠. 강한가. 즉, 멋있다는 거군. 강귀엽 허가하마." 귀엽다는 일반적인 칭찬이 모욕이라는 둥, 강하면 멋있다는 둥, 부장의 단순한 사고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일단 더 이상 물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쿄야는 안심했다. 쓰러진 의자를 일으켜서 둥근 테이블로 돌아왔다. "이 그림책은, 그건가. 마오만이 아닌가, 그 밖에도 귀여운 생물이 잔뜩 나오는 것 같군." 그림책을 넘기며 시온이 말했다. "아, 그것 말인데요. 앙코라는, 타마가 종종 이야기하는 애가 있잖아요. 그 애한테 보여주려구요. 우리 부의 모두를 소개──." "앗!" 설명하려고 하던 쿄야의 말은, 시온이 갑자기 소리를 크게 지르는 바람에 묻히고 말았다. "이거! 귀엽다!" 시온은 여고생처럼 꺅 소리를 지르며 그림책에 달려들었다. "뭐니뭐니? 이 귀여운 생물은? 뭐야뭐야?" "귀여워요──." "타마는 이거 해파리로 보여요, 해파리일 게 분명해요." "거꾸로 걸린 '하늘을 나는 기저귀'에 50골드 건다." "분명 신종 생물이 틀림없어. 학회에 보고해야지." "그건 또 무슨 학회인데?" "일본 징그럽고 귀여운 비현실 생물학회야." "뭐든지 있구나, 학회라는 건." 이쯤 해서 고기를 먹고 있던 키라라도, 혼자 외롭게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견딜 수 없었는지, 느릿느릿 고기 접시를 들고 다가왔다. 그림책을 들여다보더니, "오징어?"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저 그렇게 못 그립니까? 아까도 괴수라고 착각하질 않나……." "아니, 그렇지 않아. 자신감을 가져. 너에게는 추상화의 재능이 있어. 그런데 모티브는 뭐지? 이 귀여운 생물은?" "엣? ……혹시 진지하게 묻고 있는 건가요, 시온 선배?" 쿄야는 눈을 빛내는 시온에게 물었다. "물론 굉장히 진지하단다. 실은 우리 고니(다섯째 오빠)는 회화의 마이스터거든, 이번에 우리 집에 오렴. 소개해줄게. 아예 오늘 밤은 어때? 고니는 마침 개인전에서 돌아온 참이야. 니니(둘째 오빠)도 지금이라면 집에 있으니까 저녁밥은 특별한 풀코스를 기대해도──." "사양하겠습니다." 쿄야는 말했다. 오빠들과 만났다간 분명 살해당할 것이다. 애초에 그건 추상화가 아니다. "그래? 유감인걸." 시온은 그렇게 말하더니 다시 스케치북을 보았다. "오오──." 다음 페이지에서 다시 환성을 터트렸다. "이럴 수가! 뇌내 차트까지 그림으로 해설해 주는구나! 으음, 어디 보자. 대뇌 전두엽에서 정수리에 걸쳐 약 50퍼센트 정도는 '몰상식'인가. 그리고 남은 30퍼센트 정도가 천재 성분으로 되어 있구나, 이 생물은. 그리고 10퍼센트가 '코타츠'고, 남은 10퍼센트가 컵라면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새로운 생물은 천재성과 몰상식성이 공존하고 있는 독특한 성질을 가진 생물이고, 게다가 코타츠와 컵라면을 좋아하는 것 같군." 쿄야는 머리를 감싸고 테이블에 엎드리고 있었다. 현실에서 격렬히 도피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래도 눈치를 못 채나? 인간이라는 건 대단하구나." "다 알면서 겁을 주고 있는 거라면, 타마는 대단한 거라고 생각해요. 존경해요. 하지만 시온 언니는 그런 거랑 달라요. 훌륭한 천연기념물이에요." "응?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니, 마오는. 그리고 타마까지?" "이 귀여운 생물의 이름은──. 쓰여 있어요──. 보세요, 여기에 '시옹'이라고." "시옹……?" 시온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미모가 일그러졌다. 이윽고 시온도 어떻게 된 일인지 눈치챈 것 같았다. "후후후후후……. 아무래도 넌 '체벌'이 필요한 것 같구나." 머리를 감싸고 있던 쿄야의 팔 한쪽을 누군가 잡아당겼다. 손목과 팔꿈치를 각각 꽈악 잡혔다. 고정된 팔의 딱 중간지점 정도──살점이 많은 곳에, 시온이 입을 아앙 벌렸다. 콰왁. 물렸다! 시온 선배에게 처음으로 물렸다! 시온 선배까지 물다니! 캐릭터 프로필 [스메라기 시온] 고등학교 3학년. 멋있고 어른스러운 여성이며, 게임이라면 백전백승의 천재……일 텐데. 하지만 요즘은 완전히 '귀여운 생물'이라든가. 그런 별명이 정착되어 버렸다. 스스로도 귀엽다고 말해버렸기 때문에, 이제는 자타 공인인가? 그 탁월한 학습능력으로 최근에는 '물어뜯기'스킬을 습득했다. 크레파스의 날·메구미 "어쩐지, 언니 같아요──. 시온 언니." 메구미가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으득으득 물리느라 쿄야는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메구미의 「천사의 눈」에는, 역시 즐거운 광경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어때. 졌냐." 시온은 겨우 입을 떼고 그렇게 말했다. 손수건으로 먼저 자신의 입가를 닦고 나서, 그 손수건을 쿄야에게도 내밀었다. "시이. 너, 진짜 가차 없구나. 아~ 아~. 잇자국 남았네." "네가 할 말은 아니잖니, 마오?" "선배는 왜 지뢰를 밟는 거죠? 이건 GJ부의 터부 제 2회 빰바밤──인가요? 혹시 선배, 목숨을 걸고 타마에게 뭔가 가르쳐주려는 건가요?" "아니, 이봐. 난 특별히 모두에게 보여주려고 이걸 그리는 게 아니라고. 더구나 물리기 위해서 그리고 있는 것도 아냐. 타마가 종종 말하던 그 애한테──." "앙코 말인가요?" "그래. 그 애한테 보여주기 위해서 그리고 있으니까. ──아이, 참! 그러니까 다들 그만 보세요! 전 더 이상 잇자국을 늘리기 싫어요!" "화났다──. 화났어! 평화주의자 주제에 화났어!" "아아……. 아직 전부 못 봤어요──." 스케치북을 덮으려고 했던 쿄야의 손과, 스케치북을 펼치려고 하는 메구미의 손이 겹쳐졌다. "아──. 미, 미안!" 서둘러 손을 뺐다. 여자애의 손은 깜짝 놀랄 정도로 부드러웠다. "시노미야 군, 그런 말 하지 말고 보여주세요." "아니, 하지만. 그 페이지부터는……." 부장, 시온에 이어 그다음 순서는 GJ부의 로테이션으로 봐서 메구미였고……. 물론 그림책의 소개 페이지도 그 순서로 그렸다. "와──, 이 애인가요? 요정? 귀여워요──. 머리에 꽃이 피어있어요──?" "아니……, 아하하하──……, 그, 그렇지……, 귀엽네." "언제 알아챌지 볼만한데." "흠. 정말 흥미진진하군, 아무튼 인간이라는 것은 경이와 신비로 가득 차 있어. 어째서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이렇게 분별력을 잃어버리는 걸까?" "네가 할 소리냐, 네가." "마오도 큰소리칠 수 없잖아." "네네. 관계없는 사람들은 조용히 해주세요. 당신들의 출연은 이미 끝났습니다." 쿄야는 피곤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페이지를 넘기는 메구미에게 얼굴을 돌렸다. "요정은……, 케이크도 잘 만드는군요──. 요정 친구들에게 주고 있어요──. 에? 하지만 요리는 못하네요. 밥을 못 만드나요. 어딘가 맹한 애군요──." "앗……. 요정한테 뭔가 호스가 붙어 있어요…….이거 노즐인가요. 주유소에 있는 것 같은데. 이걸로 친구들 입에 액체를 콸콸……. 안돼~. 그만해~. 친구들 죽겠어~."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 체험상. ──그것보다, 누가 그만 좀 말려주세요." "어어? 요정이 체중을 재고 있어요, 풀이 죽었네요. 이렇게 풀이 죽을 정도로 무거운 걸까요~? 요정은……?" "거기 체중 50킬로그램이라고 적어 둬라." "아, 실제 데이터가 없었는데 고맙습니다." "음, 논픽션에는 데이터가 중요하지." "아니에요!" 갑자기 메구미가 큰 소리를 질렀다. "어제 목욕하고 나서 수건이랑 샤워 캡이랑 전부 빼고 쟀더니──49.9킬로그램이었어요! 거짓말이에요! 이 그림책에는 사실과 다른 거짓이 그려져있어요! 거짓말은 좋지 않아요!" "그럼 진실만 적어볼까. 2주일 전에는 50킬로그램 방어선을 무려 0.5킬로그램이나 넘었다──라고. 이거라면 사실이고 진실이지. "의학적으로는 BMI 수치라는 게 있어. 그것에 의하면……. 메구미, 현재 50킬로그램이라는 네 체중은 신장에 맞춰 계산하면 BIM 20에 해당하니까, 이건 충분히 날씬하다고──." "그러니까 아니라니까요! 아니라니까요!" "넌 가슴이 커서 손해 보겠다──." 부실은 잠시 대혼란에 빠졌다. 흥분했던 메구미가 진정할 때까지는 제법 시간이 필요했다. "시~~, 시노미야 군. ……각오는 되어 있겠죠?" 오른팔로 할까, 왼팔로 할까. 하나씩 잇자국이 난 팔을 비교했다. 어느 쪽이나 마찬가지겠다 싶어서 교야는 한쪽 팔을 내밀었다. 콱콱. 천사한테 물렸다. 캐릭터 프로필 [아마츠카 메구미] 마오의 여동생. 고등학교 2학년. '천상계의 생물'이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이상적인 미소녀. 「천사의 눈」을 장착. 세상의 마이너스 면은 그녀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은 '부끄러움'을 잃게 되거나, 체취나 체중을 신경 쓰거나 하며 조금씩 인간처럼 변했다. 최근 '물어뜯기' 기술을 습득. 하지만 애교 수준. 크레파스의 날·키라라 "고양이!" 스케치북을 받은 키라라가 페이지를 넘기더니 소리를 질렀다. "아. 네. 그렇죠──. 고양이죠──. 하지만 고양잇과지만 좀 더 큰 쪽이죠──." "호랑이? 이거, 호랑이? 호랑이?" "네, 뭐. 호랑이 무늬니까요, 아마 호랑이가 아닐까요──." "키라라, 호랑이. 좋아." 키라라가 호랑이 줄무늬 유니폼 구단을 응원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모르는 건가──. 모르겠지──. 역시 이거──. 그렇겠지──. 야, 어떤 것 같냐?" "이와 같이 인간이란 경이에 가득 찬 것이군." "아니, 키라라의 경우는 단순히 이야기를 전혀 안 듣고 있었던 것 아닐까?" "호랑이 언니, 지금 안 듣고 있어요. 쥐를 본 고양이처럼 그림에 푹 빠졌어요." "홍차 타 올게요──." 메구미의 목소리를 들으며, 잇자국은 가자 다 모양이 다르구나 ──하고 팔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었다. "호랑이는. 점프. 해. 2층에서. 나와. 들어와. 나와. 들어와. 이하. 엔드리스." 키라라는 모두에게 해설이라도 하듯, 그림을 보며 말해주었다. 다행이다. 의미가 통하고 있다. 되도록 그림만으로 전달하려고 애를 썼다.유치원생도 알 수 있도록──. 앙코에게 보여줄 거였으니까──. "호랑이는. 항상. 고기. 먹어요. 육식. 냠냠." "먹고 있지. 진짜. 항상." "호랑이는. 술. 약해요. 큰 호랑이. 된다. 모두들. 날름날름. 큰일큰일." "아──……. 그런 일도 있었지." "마오, 잊자고 했잖아." "노카운트지? 응?" "왜, 왜 나한테 묻냐." 부장과 시온이 초췌한 표정으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예전에, 키라라가 위스키 봉봉으로 취했을 때, 키스 마인으로 변한 키라라에게 두 사람은 습격을 당했다. "호랑이한테. 최근. 의붓 여동생. 생겼습니다. 말썽꾸러기. 새끼 고양이." "의붓 여동생이 누군데요? ──타마는 사실은 알고 있어요. 예의상 묻는 거죠." "새끼 고양이. 인기 짱. 호랑이는. 질투. 활활." "아──. 그건 제 주관이니까요. 사실과 다를지도 몰라요." "아니, 개인에게 있어서는 주관이야말로 진실이라고 할 수 있찌. 플라톤도 유심론을 설법했지." "호랑이의, 약점은. 남들이. 자기 냄새. 맡는 것. ……." 기분 좋게 읽고 있던 키라라의 목소리가 뚝 멈췄다. 이제 좀, 슬슬 알아챌 때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쿄로." 키라라가 낮은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아──, 네. 무, 무슨 일이시죠?" "이거. 호랑이. 아냐. ……. 이건. 키라라." "에──. 뭐──. 그런 해석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쿄로. 거짓말했다. 거짓말. 안 돼." "에? 에에엣? 언제 거짓말했나요? 그것보다 화를 내는 건 그 부분인가요?" 키라라의 턱이 크아아~, 하고 커다랗게, 계속해서 거다랗게 벌어졌다. 대형 고양잇과 육식동물에게 물렸다! 두개골을 물렸다! 머리통째로 입속에 들어갔다!! "우와──! 너──그만해, 그만! 쿄로가 죽겠다. 죽겠다고 이 바보야, 키라라──!" 모두가 도와줘서 쑥 ──하고, 턱에서 빠져나왔다. 머리에 남은 오늘 최대급의 '잇자국'에 응급상자의 소독약을 찔끔찔끔 바르며, 쿄야는 이번에도 한차례 정기 이벤트를 치른 것에 안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하하. 좀 봐줬으면 했다. 메구미처럼 살짝 무는 게 좋은데. "선베. 선배. ──타마 거는 없나요? 타마 혼자 왕따인가요? 보릿자루 취급은 좋지 않아요. 타마 것도 쓰라니까요." "에? 있을 리가 없잖아. 왜냐하면 그건 타마 친구인 앙코한테 보여줄 거잖아. 어쩐지 우리 부 사람들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았거든. 이렇게 그림책으로 설명하려고──." "앙코가 누구죠? 아아, 친구 A 말인가요. 선배, 그 정보는 이미 낡앗어요. 그 애 이름은 실은 쿄코라고 읽는다고 해요. 친구 A는 최근 교코로 클래스체인지를 해버렸어요." "너, 그 정도 이름 한자도 못 읽냐?" "뭐, 앙코나 쿄코나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이 녀석, 딴청 피우네?" "그러니까 그 유치원생 앙코에게 보여주려고 말이지──. 난──." "앙코. 타마의 반 친구인데요? 유치원생 아닌데요?" "엣? 아니, 꽤 어리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유치원생 정도라고──." "여고생이에요. 소녀에요. 여자애에요. 에이, 짱나 ──라고 소리치는 생물이에요." "이럴 수가." 쿄야는 두 볼을 손으로 감싸고 '뭉크의 외침' 같은 포즈를 쥐했다. 그럼 지금까지의 고생은 도대체──. 네 번이나 물려 가면서, 모두에게 물려 가면서. 캐릭터 프로필 [키라라 번슈타인] 항상 고기를 먹고 있는 신비한 누나. 고등학교 3학년. 호랑이를 좋아함. 호랑이 줄무늬 모양의 유니폼을 입는 구단도 좋아함. 어렸을 때 야생에서 살았다는 소문이 있다. 탁월한 운동능력은 그 덕분? 핏줄이 다른 여동생이 한 명 있다. 멀리 캐나다에서 온 그녀와 현재 텐트에서 같이 살고 있다.(실내에 있으면 불안하다는 이유로, 신세 지고 있는 저택 마당에 텐트를 쳤음.) 여름 축제 "우리 동네 여름 축제가 슬슬 다가오고 있어요──." 2학기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쿄야는 별생각 없이 그렇게 말했다. "흐흠." 여름방학 동안에도 축제라고 하면 유카타로 출동하던 부장이 바로 반응이 바로 보였다. "하지만 벌써 9월인데? 여름 축제라는 건, 보통 여름에 하는 거 아냐?" "그렇지만요. 어째서인지, 저희 동네 축제는 이래요." "어때? 솜사탕 있냐? 금붕어 잡기 있냐? 사과 사탕은?" "금붕어는 벌써 다섯째까지 있어요──. 모리 씨한테 부탁해서 수조를 큰 걸 마련하지 않으면──. 이사 가야겠네요──." 메구미가 쟁반에 담아서 가져온 것은 얼음이 달그락 소리를 내는 아이스티였다. "가게라든가. 그런 건 별로 없어요. 작은 공원이라서. 마을 자치의 가게에서 야키소바라든가 소시지 같은 걸 팔지마요. 그리고 봉오도리라든가. 올해에는 금붕어 잡기가 있으려나?" (*봉오도리: 음력 7월 15일경 밤에 남녀가 모여서 다 같이 추는 일본 전통춤.) "하지만 왜 9월에 여름 축제를 하는 거야? 그건 가을 축제라고 해야 하는 것 아냐?" "글쎄요. 어째서일까요." 부장과는 달리, 쿄야는 그런 것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여름 축제의 기원은 봉오도리에 있지만. 본래는 음력 7월 15일에 하던 거야. 옛날에는 태음력을 썼으니 달의 움직임에 맞춘 달력이고, 15일이라는 건 반드시 보름달이지. 보름달 달빛 아래서 밤새 춤을 추는 축제였던 거지. 그 음력 7월 15일을 현재의 달력인 양력으로 변환하면, 1개월에서 1개월 반 정도 늦춰지게 돼. 그러니 음력 7월 15일이라는 건, 양력으로는 9월 초순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지." "흠──. 하──. 오──." 시온의 잡학 지식은 쓸모는 없지만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미코시 같은 건 나와? *다시 같은 건 어때?" (*미코시: 신령을 모신 가마. *다시: 축제에 등장하는 화려하게 치장한 수레.) "네, 나와요. 카스미도 작년까지는 초등학생이라 수레를 당겼어요." "──그 소문은 진짜냐? 수레를 끌면 과자를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은?!" "네, 진짜예요. 봉투에 이것저것 넣어줘요. 초등학생 한정이지만." "가볼까." 부장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초등학생 한정이라는 부분은 못 들은 척하고, 결심해버렸다. "아니, 하지만 미코시 말인데. 그것도 짊어지고 싶다니까──. 그게. *핫피를 입으면 멋있잖아?" (*핫피: 직공이나 점원들이 입는 전통 작업복.) 키가 작아서 어깨가 닿지 않을 텐데──하는 걱정은 입에 담지 않고, 대신 쿄야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우리 동네 미코시는 *훈도시 축제인데요." (*훈도시: 허리에 천을 돌돌 감는 방식의 일본 전통 속옷.) "뭐?" "'훈도시 축제'라구요. 남녀균등하게 평등하게, 다 같이 훈도시를 차고 미코시를 짊어져요." "뭐라고! 불건전하게!" "그러니 카스미도 은퇴했어요. 미코시는 도저히 짊어질 수 없겠다고──." "웃기지 마! 불건전해!" "네, 네. 그렇죠." "성추행이야!" 몇 번이나 맞장구를 쳤는데 부장의 분노는 가시지 않았다. '뽀뽀'가 금지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여자 훈도시'도 금지였던 것 같다. 당연한가. "하기 싫은 사람은 안 해도 돼요, 저희 집에선 카스미도 포기했고, 저희 반 여자애들도 참가하는 건 코사카랑, 쿠라하시랑, 칸자키랑, 신죠──어라? 꽤 있네?" '초수컷'인 신죠 군 주변에 제법 강력한 인물들이 많다. "성추행이야!" 부장의 분노는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다. "시노미야 군은 매지 않을 건가요──. 미코시." 어느새 줄어들었던 아이스티를 리필해주며, 메구미가 갑자기 물었다. "어? 아니, 난……. 요코조미도 매년 같이 하자는데……. 좀." "꼬, 꼭 참가해라." 시온이 달려들었다. 어째서인지 메구미랑 둘이서 신이 난 듯한 기색이었다. "넌 본인이 안 하는 훈도시를 나한테 하려고 한 거냐!" "그럼 참가 안 하시면 되잖아요──." "선배, 미코시 짊어지기 해요? 그거 타마네 신사에도 들어와요." "아니, 난 안 한다니까──. 다들 남이 하는 애기 좀 들어요──." "고기. 나와?" "*우지코 씨가 있는 곳에 차례차례 들러요. 닭 꼬치 같은 걸 대접해줘요. 죽을 정도로 먹고 마시게 돼요. 미성년자는 맥주 못 마시니까 주스지만요." (*우지코: 신사의 대표.) "봐라, 쿄로 군. 닭 꼬치를 준다지 않니. 꼭 참가해라." "질이랑. 갈래." 키라라가 나갈 결심을 했다. 부장은 화를 냈고, 메구미와 시온은 기대에 차 있었다. GJ부의 부실은 그야말로 혼란의 극치였다. "성추행이야!" 부장의 분노는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날 하루, 부장은 가끔씩 생각났다는 듯 "웃기지 마!"같은 소리를 천장을 향해 갑자기 소리치곤 했다. 여름 축제 미코시(가마)를 짊어지고, 다시(수레)를 끈다. 다시를 끌어 온 애들은 과자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은 초등학생까지고, 카스미(중 1)는 못 받는다. 마 짱(초등학교 3학년)은 괜찮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맬 수 있는 미코시는 여기저기 마을 안을 둘러서 마음껏 먹고 마실 수 있다. 밤에는 마을 자치회가 주최하는 미니 축제.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봉오도리(춤). 그야말로 일본의 정취. 전대물 "역시, 마 짱은 레드죠." 어느 가을날. 타마가 갑자기 그런 소리를 했다. "시온 언니가 블루고, 키라라는 노랑이에요. 메구미 언니가 핑크니까……." 쿄야는 참견하지 않고 타마가 혼자 노는 것을 즐겁게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놀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모두에게 색깔을 배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색깔은 모두의 이미지에 맞는 것 같았다. 달리 반대의견도 없었다. 시온은 쿨한 파란색이 맞겠지. 메구미가 핑크가 아리나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시간 정도는 논쟁을 할 수 있는 자신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색은 오렌지색인데." "오렌지색이라니 들은 적도 없어요. 기각이에요. 마 짱은 빨간 색으로 결정이에요. 빨강은 리더의 색깔이에요." "그려냐. 리더의 색깔이냐. 그럼 난 빨강으로 결정이다. 그것 말고는 없군." 부장은 이의를 제기했지만 순식간에 설득당해 수긍했다. "으음. 남은 색깔은……. 앗! 선배는 이미지로 봐도 그린이 딱이죠." "초록색 좋아하니까 바꿔줘도 되지만. 하지만 무슨 색이야? 그건?" 옆에서 보기만 하던 입장에서, 놀이 안에 참가했다. "타마네 반에 바보 전대가 있어요. 녀석들하고 대결하는 거예요." "흐음. 대결하는군." 아직 무슨 이야기인지도 잘 모르겠다. 타마의 이야기는 설령 전부 다 들은 후라도 역시 파악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즐거워 보이네요. 무슨 놀이인가요──?" 메구미가 홍차를 타 왔다. "아니, 아직 잘 모르겠지만. 메구미는 핑크래." "핑크예요──? 좋아하는 색이에요──." "메구미 군의 이미지 컬러가 핑크색인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군. 핑크라는 색이 가지는 글로벌 이미지는 상냥함, 귀여움, 애정이나 감사 등이다. 그야말로 메구미 군에게 딱 맞는다고 할 수 있지." "칭찬해도 아무것도 안 줘요." 라고 하면서, 쿠키를 주었다. "클러벌 이미지라는 건 뭡니까?" 쿄야는 접시 위에서 쿠키를 한 개 집으며 시온에게 물었다. "색이라는 것에 대한 공통감성을, 우리들 인류가 갖고 잇는 것 같아. 민족이나 문화에 따라서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어떤 색깔에 대해서 누구나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이미지가 있지. 이 원인은 문화적인 것이라는 소프트웨어 설과, 시각이나 뇌의 구조에 들어 있다는 하드웨어 설, 두 가지가 있지만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야. 아마도 앞으로 수십 년은 해결되지 않을 거야." "네에……." 어째서일까. 시온의 이야기는 금방 인류 차원의 이야기로 거창하게 나가버린다. "──그래서, 바보 전대라는 건 뭐야, 타마?" 타마 쪽으로 이야기를 돌렸다. 1학년인 타마네 반의 이야기다. "바보 레드와 바보 옐로가 있어요. 레드는 열혈이고 귀찮아요. 짜증 나요. 바보 옐로는 가벼워요. 카레를 되게 좋아해요. 도시락이 맨날 카레예요. 믿을 수 없어요. 줄줄 샌다구요!" "그래……." 잘 모르겠다. 바보 레드라는 것은, 그것일까. ……그 녀석. 밀크 나이트──아카이 레드. 분명 그 녀석은 열혈인데다 귀찮다. "건방진 블루는, 건방진 녀석이에요." "똑같은 말이잖아, 그거." "미남이에요, 여자의 적이에요." "남자의 적이기도 하지 않을까. 미남이면. ……폭발해라, 였나?" "네 번재는 허접 그린이에요. 허접한 녀석이에요. 넌 중학교로 돌아라가고 하고 싶은 느낌의 꼬마예요. 한없이 깍두기 같고 덤으로 온 것 같은 무언가예요." "잠깐──, 아까 타마는 내가 녹색이라고 하지 않았냐?" "푸하하하하. 쿄로는 허접한 건가? 딱 맞네. 난 리더 색깔인데." 부장이 어쩐지 기뻐하고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홍일점이에요. 섹시 핑크에요. 비치 핑크라고 해요." "비치(Bitch)라니……." 메구미를 힐끗 쳐다보았다. 상처 입지 않았나 걱정이었지만, 다음 홍차를 준비를 하다가 못 들었나 보다. ──다행이다. "어째서 대결을 하고 있지?" "이유 따위 필요 없어요! 아무튼! 슉적이에요!" "그래……!" "슉적. 은. ……실려 있지 않아." 잠시 후에 사전을 찾아보던 키라라가 그렇게 말했다. 아마 실려 있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숙적'을 잘못 말했을 테니까. 일단 알 수 있었던 것은──. 1학년 타마네 반은, 신나는 곳 같다는 것이었다. 캐릭터 프로필 [칸나즈키 타마키] 고등학교 1학년. GJ부에 완전히 적응해서, 신입 부원이라는 느낌도 없어졌다. 애칭은 '타마'. 마을 안에 있는 카루라 신사의 장녀. 무녀를 하는 일도 있지만, 아르바이트는 아니다(알바비가 안 나옴). 예전에는 '케이크의 날'에만 부실에 왔지만, 최근에는 집에 있으면 남동생여동생남동생여동생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부실에 틀어박혀 있다. 성전환 "있잖아. 성전환 하는 이야기 말이야──. 제법 있잖아?"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쿄야는 부장이 하는 말의 의미를 잠시 생각해 보았다. "으음, 즉. 남자애가 어느 날 일어났더니, 여자애가 되어 있더라. 같은 건가요?" "아냐. 아냐." 부장은 바닥에 닿지 않는 발을 파닥거리며, 폿키 상자를 "자."하고 내밀었다. 쿄야는 한 개보다는 많고, 세 개보다는 적게── 그야말로 중용이라고 할 수 있는 두 개만을 골라 빼냈다. 한 개라면 "사양하지 마."라고 하지만, 세 개를 집으면 슬픈 표정을 짓는다. "등장인물이 전부 성별이 바뀌는 거야. 남자는 여자가 되는 거. 그리고 여자는 남자가 되면 재미있잖아. 그런 거, 뭐라고 하지? 스핀오프?" "아, 그런 거 있죠. 하지만 '제법 있다'라고 하시기에 다른 걸 상상했네요." 몰래 말속에 항의를 담아봤지만, 부장은 "그렇지?"라고 하듯 가슴을 쭉 펴고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쪽도 라이트노블에는 별로 없네요. 만화도 아닌가. 저번에 있었나. 아, 생각났다. 하지만 그건 등장인물의 혼이 바뀌는 이야기였어요. 말하자면 인격교환이에요. 작년에 우리 부에서 유행했던 것 같은 겁니다." "유행했다니? 뭐가?" "부장님이랑 시온 선배랑 바뀌는 거예요. 머리를 부딪치면──>" "아──. 멋지게 속았지." "연기가 완벽해서 그래요." "아무리 겸손하게 말해도 마오학의 제 1인자는 나일 테니까." 시온이 으쓱한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메구미도 찻주전자를 들고 고개를 돌렸다. "저는 어때요──? 16년간 언니랑 같이 있는데요──?" "메구미에게는 좋은 면밖에 안 보이니까 안 될 거야." "그래서 성별역전 말인데. 시이 녀석이 남자가 된다고 생각해. 남자지만, 헤어스타일은 포니테일인 거지." "아 ──. 늠름한 계열의 미형 소년이 되겠네요──." 쿄야는 상상해보았다. 젊은 사무라이풍? 시온에게서 멋있는 부분만 추출해서, 좋은 느낌이다. "부장님은 남자가 되어도, 역시 작은 건 그대로인가요?" 쿄야는 팔을 내밀면서 그렇게 말했다. 놀랍게도 물리지 않았다. "구식 검은 교복을 짧게 고쳐 입은 학교 짱이라는 건 어때? 작아도 짱. ──어때, 이건 의외지? 모에 캐릭터지?" "짱이라는 건 이미 유행이 지난 말이에요. 전 본 적도 없어요. 교장선생님이 막 신입 교사가 되었을 시절이라면 우리 학교에도 있었을지도 모르지만요." "키라라. 남자. 돼?" "커다란 남자가 되겠지. 위로도 옆으로도 클지 몰라, 하지만 의외로 착하지." "응. 로쿠니(여섯 번째 오빠)를 미남으로 만든 느낌이겠지." "미남이라는 건 뺄 수 없는 겁니까. 어쩐지 미남이 아니면 남자가 아니라는 듯한 풍조── 평균적이고 평범한 한 남자로서는 한 마디 하고 싶은데요." "안 돼. 그건 양보할 수 없어." "휴우. 알겠습니다. ──그럼 키라라의 남자판은, 마음은 착하고 힘이 세다는 걸로." "저는요, 저는요──? 어떤가요──?" "타마는 그거지. 시건방진 후배 남학생이 되겠지. 분명히." "뭡니까. 타마도 출연하는 겁니까, 그거. 출연료 받아도 되나요." "분명 작을 거예요. 키가 작은 것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을지도." "귀엽잖아." "타마 그렇게 작지 않아요. 콤플렉스도 없어요. 날조하지 마세요." "즉, 말하자면 '초정상 자극'이라는 거지. 동물 행동학에서 말하는 현실보다도 극도로 과장된 상태 쪽이 좀 더 강한 자극치를 낳을 수 있다는 것으로, 이것은 나비나 새 등의 구애 행위에서도 종종 보이는──" "저는 어때요──?" 잠시 동안 방치되어 있던 메구미가 시온의 해설을 뚝 끊어버렸다. "너는 언제나 방긋방긋 성인이야. 부처님 얼굴을 하고 있는 녀석. 별명은 '붓다'야. 그리고 모두에게 녹차를 대접하는 거지." "그 부분, 홍차가 녹차로 바뀌는 거군요." "에엣……, 홍차는 안 되나요──?" "저는 녹차도 좋은데요. 올 여름은 차가운 녹차가 맛있었어요. 티백을 넣어 두면 예쁜 초록색이 되어서──." "저, 잘못했나요──……?" "아니, 메구미가 잘못했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했는데." "자, 마지막 한 사람은, 우리들을 멋대로 불건전하게 개조해버린 너다. ──네 경우는 여자가 되는 거잖아. 우리 부의 홍일점이다. 모두의 아이돌 혹은 장난감이지." "장난감인 부분, 그것만은 변함이 없군요." "이름은 ──, 쿄로코다!" "허둥지둥하고, 실수 연발이고──. 그리고 어떤 속성이 필요할까요?" "금방 얼굴이 빨같게 되는 거야. 면역이 없는 거지. 귀엽지?' "그거 부장님이잖아요. ──아, 아야야야야야야, 우와, 진짜로 아파요, 부장님!" 쿄야: [이거 요코미조 같은 애들도 출연하는 건가요?] 마오: [그럼! 미인으로 나오지.] 시온: [우리 니니즈(오빠들)는 네네즈(언니들)로 바뀌나?] 쿄야: [그리고 모리씨는 흑집사가 되는 거군요.] 타마 냄비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부장이 만화잡지에서 얼굴을 들고, 부실 안을 둘러보았다. "어라? 타마는 어디 갔냐?" "네? 뭐가요?" 쿄야는 게임기에 고개를 처박은 채로, 부장에게 말했다. "──거기에 있잖아요." 아까부터 계속 타마는 일본식 공간인 다다미 위에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다다미 바닥의 어디가 마음에 들었을까. 타마는 거기에 종종 대자로 누워 낮잠을 자곤 한다. 그리고 쿄야는 바빴다. 지금 화제에 올라 있는 타마의 캐릭터에 장비를 맞춰주는 중이었다. 마지막 소재가 여간 나오지를 않았다. 벌써 이틀이나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없대도. 봐라." 게임을 일시 정지하고, 할 수 없이 고개를 들었다. "어라? 정말이네." "뭐 하러 거짓말하겠냐." "으음……. 걸렸다걸렸다! 바보바보! ──라고, 놀리려고 한다든가?" "내가 어린애냐." 어린애잖아. 라고 생각하면서, 쿄야는 타마를 눈으로 찾았다. "저기, 메구미. 타마 그쪽으로 나갔어?" 흔들의자에서 흔들거리고 있는 메구미에게 물어보았다. 가을의 명물인 학교 측제의 뜨갯것 무인판매를 위해서, 메구미는 요즘 뜨개질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아뇨──. 어머머? 없네요──. 방금 전까지는 코~, 하고 있었는데." "저기, 키라라? 타마가 창밖으로 나갔어요?" 쿄야는 그다음으로 소파에서 식사 중인 키라라에게 물어보았다. 키라라는 입에 고기를 문 채로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창문으로 나가겠냐. 키라라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니고." "*고양이잖아요." (*고양이잖아요: '타마'는 고양이의 가장 흔한 이름.) "그렇군. 고양이지. 그럼 창문으로 나갈 지도 모르지." "타마~, 타마타마──……, 타마~?" 일단 불러보았다. "고양이가 아니라니까." "고양이예요." "그렇군. 고양이였지. ──야──, 타──마, 타마타마──……?" "이건 어려운 문제군." 시온이 말했다. "이 부실의 출입구는 전부 닫혀 있었어. 그리고 피해자가 나가는 것을 목격한 자는 없어. 그런데 그녀는 사라졌다. 그것은 어째서지?" "피해자가 되어버렸네요." "밖으로 나가서 위험한 일을 당하지 않았는지 걱정이에요." "피해를 상상하고 있네." "부장님은 걱정되지 않나요?" "도둑고양이는 도둑고양이답게 씩씩하게 살아가는 거지." "뜯긴 적 없어요. 후배에게 베풀고 있을 뿐이에요>" "냄새. 있어." 키라라가 그렇게 말했다. 이미 뼈만 남은 고기를 빨아서 더욱 깨긋하게 만들며, 문득 말했다. "어디죠?" 마치 귀처럼 삐죽 튀어나온 머리카락이, 움찔움찔 움직였다. 방한구석을 가리켰다. 다 같이 그쪽으로 가보니──. 타마가 있었다. 누워서 팔다리를 모으고, 몸을 'C'형태의 원을 만들어, 쿨쿨 잘 자고 있었다. 단, 택배 상자 안에서. (……그러고 보니, 옛날에 인터넷에 이런 거 있지 않았나? 고냥이가 냄비 안에서 자는 거.) (아 ──. 유행했었죠.) 자고 있는 타마를 신경쓰느라 다들 작은 목소리였다. (타마 냄비예요──) (누가 비디오카메라 가져와. 안 찍고 놔두기엔 너무 아깝다.) 시온이 카메라를 가져왔다. 삼각대로 착실히 고정한 후 HD화질로 촬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왜 박스 안에서 자는 걸까요?) (글쎼. 따뜻한 거 아냐?) 박스 안에서 비좁게 잠들어 있는 타마의 동영상은, 나중에 인터넷에 공개되었다. 조회 수 카운터는 수십 만을 기록했다. 학교 축제에서는 DVD도 판매되어 상당한 인기를 거두었다. 제목은──'타마 냄비' 마오: [이것 참. 좋은 구경 했다.] 메구미: [타마. 귀여웠어요──.] 마오: [타마 짱이얌.] 잃어버린 물건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 다른 것이 딱 하나 있었다. 타마가 '어슬렁어슬렁, 두리번두리번, 부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수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저쪽에 가서는, 서랍을 열어보고 닫아보고. 이쪽에 와서는, 책을 치우고 노트를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가. 그리고 메구미에게 가서 홍차 기지에 있는 유리병을 들춰보거나, 컴을 움직여보고나, 모래시께의 장소를 바꿔보거나──. 일관성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어쩐지 비슷한 짓을 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쿄야는 턱을 괴고, 타마의 이상한 짓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혼자서 놀고 있는 고양이를 보는 기분이었다. 타마는 그러다가 키라라에게도 갔다. 키라라가 고기를 들고 있지 않은 쪽 손을 들어 올렸다가 내려놓았다. 키라라 쪽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고기를 계속 먹고 있었다. 찌익──. 뚝. 냠냠. 꼴깍. 하고. 타마 쪽을 보지도 않고 식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작은 고양이가 장난을 쳐도 커다란 호랑이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다는, 그런 느낌. 그런데 진짜로 타마는 아까부터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지켜보기만 하려던 쿄야였지만, 도저히 신경이 쓰여서──. "저기, 타마. ──아까부터 뭐 하니?" 그만, 물어보고 말았다. "보면 몰라요?" "으음 ──. 보고도 모르니까 묻고 있는데." "카메라를 찾고 있어요." "아아, 난 또." "난 또라니요. 타마의 소중한 카메라가 없어요. 그거 비싸다구요. 세뱃돈을 털어서 산 거예요. 오천 장쯤 사진이 들어있어요. 선배의 모에모에 사진도 들어 있어요. 찾지 못하면 영원히 상실하는 거예요. 큰일이라구요!" "그것참 큰일이구나." 쿄야는 성의 없는 대답을 했다. 자는 얼굴 같은 게 찍힌 '모에모에 사진'같은 건 솔직히 상실해줬으면 좋겠다. "뭐예요. 선배! 남의 일처럼!" 검지를 팟 겨누며, 타마가 말했다. 남의 일 맞는데. "언제나처럼 메구미의 주머니에서 꺼내주면 좋을 텐데." 타마는 종종 마술을 보여준다. 손에 있는 카메라가 없어지더니, 메구미의 주머니에서 나오기도 한다. "뭐라고 생각하는 거죠! 선배! 마법입니까, 그렇습니까. 그건 마술이라 비법도 있고 장치도 다 있는 거라구요!" 타마는 발을 동동 굴렀다. 쿵쿵하고 바닥을 울리는 그 소리에 부방이 만화잡지에서 고개를 들었다. "야……. 타마 녀석, 아까부터 뭐 하는 거어?" 부장은 타마를 찌릿하고 노려보았다. "카메라를 찾고 있는 것 같네요." "크──! 마 짱. 전혀 듣지 않았군요! 타마가 아까부터 그렇게 말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 녀석, 왜 화를 내는 거지?" "찾을 수가 없어서 텐션이 올라간 것 같네요." "아──. 그렇군. 그러니그러니──." 부장은 이해했다는 듯 다시 만화잡지를 읽기 시작했다. 잡지에 눈을 향한 채로, 페이지를 넘기며 폿키 상자 쪽으로 손을 뻗었다. 상자 바로 앞쪽을 탁탁 손으로 더듬는 그 동장이 워낙 귀엽길래──. 쿄야는 폿키 상자를 몰래 부장의 손이 닿는 곳으로 옮겼다. "너무해요──! 타마 따위는 ──분명 다들 아무래도 좋은 거죠──!" 관심을 받지 못하는 타마가 결국 토라졌다. 반쯤 울상이었다. "귀찮은 녀석이군." "요즘은 저런 것도 귀엽다고 하나 봐요." "그런데 저 녀석, 눈치채고 있는 거야? 아니면 눈치채지 못한 거야?" "눈치채지 못했으니까, 찾고 있는 거 아닐까요." 쿄야는 그렇게 대답했다. 부장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쿄야는 물론 알고 있다. "그렇군. 타마답군. 모에모에야." "아까부터 둘이서 무슨 비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죠! 타마도 알 수 있게 이야기해욧!" 타마는 다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가 목에 걸고 있는 스트랩의 끝에는 ──디지털 카메라가 덜렁덜렁 흔들리고 있었다. 조금 더 모른 척하자. 재미있으니까. 미니 지식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이 있다. 실컷 찾은 끝에 결국 바로 발밑에서 발견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예를 들어 '파랑새'라는 동화에서도 틸틸과 아틸 남매가 파랑새를 찾아 전 세꼐를 돌아다니지만, 결국 마지막에 자기 집 새장에서 파랑새를 발견한다. 프로레슬링 기술 병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일본식 공간의 다다미 위에서, 쿄야는 누워서 만화잡지를 읽고 있었다. 엎드려서 다다미의 냄새를 즐기며, 무릎 밑을 파닥파닥 거렸다. "우냐──!" 이상한 외침 소리와 함께, 파닥파닥 움직이던 쿄야의 다리에 뭔가가 달려들었다. 이러니까 고양이라는 소리를 듣지──라고 생각하면서 발로 타마를 만지작거리며, 쿄야는 책을 계속 읽었다. "웃? 아얏!아야얏?" 타마의 장난이 점점 과격해졌다. 다리가 아팠다. "──?! 아야아야아야!" 찌릿하고 무릎에 아픔이 느껴졌다. 쿄야는 큰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뒷무릎 십자꺾기예요." 보지 않고 있떤 와중에, 프로레슬링 기술에 걸린 모양이다. "아야아야아야! 타마! 그만해그만해그만해!" "로프를 잡으면 브레이크 걸려요." "로프 같은 게 어디 있다고!" "탭을 하면 기브업 신호예요." 탭이라는 것이 뭔지 잘 알 수 없었지만, 다다미를 팡팡 두들겼다. 무릎 관절에 걸려 있던 힘이 슥 빠져나갔다. 쿄야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위너──! 타~~마!" 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다미에서 뺨을 들어 올려다보자──. 한 손을 높이 들어 올린 타마가 잘난 척을 하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타마는 이터널 챔피언이에요. 남동생여동생남동생여동생. 모투가 타마의 발밑에 엎드릴 거예요. 최강 불패의 전사예요." "그러면~, 오늘의 제2회전은~." 부장이 둘둘 만 종이를 마이크처럼 대고 레퍼리 흉내를 내고 있었다. "그럼 다음에는 흔한 기술인 다리 사자꺾기를──." 타마의 손이 다시 다리에 걸렸다. "으아아아아! 잠깐──, 이제 그만, 그만!" "후후후. 저항은 무의미해요." 다리를 파닥거리며 저항했지만, 마치 마법처럼 다리를 접히고 말았따. 타마의 다리가 엉켰다. 다리와 다리를 꽉 꼬이더니, 타마는 몸 전체를 기세 좋게 뒤로 쓰러뜨렸다. "노──! 노──! 노오──!" 아파. 아파. 아파. 다리 아파. 정강이가 아파. 부러진다. 부러진다. 팡팡팡. 다다미를 두들겨 항복했다. "너, 기브업 빠르다." 부장이 웅크리더니 질렸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한번 당해보면 알 것이다. 5초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럼 제3회전~." "또 할 거야?!" 또 바로 다음 경기가 시작되고 말았다. "다리 사자꺾끼에서 변형이라 한다면, 트라이앵글 스콜피온일까요." 타마가 쿄야의 몸을 빙글 뒤집었다. 다리가 이상하게 얽히더니, 무릎과 종아리, 그리고 엎어진 채로 새우처럼 구부러진 등골이 으득거리며 아팠다. "타마, 넌 강하구나." "우리 집에선 항상 이래요. 남동생여동생남동생여동생을 이렇게 혼내줘요. 타마는 최강전사예요. 체벌은 좋지 않아요." "이건 체벌이 아니고──?!" "이 녀석, 아직 여유가 있어 보이는데? 좀 더 세게 해." "네." 타마의 엉덩이가 등에 쿵 하고 내려왔다. 등골이 우둑우둑 소리를 냈다. "~~~~~~──!!" 말을 할 여유도 없어져, 쿄야는 팡팡하고 매트──가 아니라 다다미를 두들겼다. 겨우 풀려난 쿄야가 다다미에 엎드렸다. 헉헉, 신음하고 있었더니──. 웅크리고 바라보는 여섯 개의 눈동자와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타마, 힘내요. 시노미야 군도 힘내요." "다음 기술은 뭘까. 뭘까. 뭐랄까. 이런 쿄로 군도. 어쩐지. 괜찮은데." "프로레슬링? 키라라도, 할 수 있어?" 어째서인 타마 쪽이 응원 받고 있었다. 키라라도 어째서인지 자기도 하고 싶은 눈치였다. "그럼 비장의 기술을 보여드리죠──. 전설의 필살기──로메로 스페셜입니다!" "노오오오~~~──!" 쿄야는 팔과 다리를 잡힌 채로 공중에 붕 떴다. 너무도 엄청난 기술에 탬을 할 수도 없었다. 말 그대로 팔도 다리도 쓸 수 없다. 천장밖에 보이지 않는다. 천장의 형광등이 별나게 눈부셨다. 타마: [그러고 보니 옛날부터 호랑이 마스크를 쓴 레슬링 선수가 있어요.] 키라라: [호랑이? 호랑이? 강해? 호랑이? 키라라도 마스크.] 마오: [그래. 넌 호랑이가 되는 거야.] 손을 잡고 "저기 부장님."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쿄야는 부장에게 말을 걸었다. "좀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뭐야. 지금 막 재미있는 참인데." 아폴로 초콜릿을 세 개 동시에 입에 털어 넣고, 부장은 초콜릿이 묻은 손으로 오늘 발매된 만화잡지 페이지를 넘겼다. 그 책은 아직 쿄야도 타마도 읽지 않은 거지만, 뭐. 상관없다. "그럼, 됐어요." "뭐야뭐야. 매정하게──. 참 나. 난 관대한 선배라고, 귀여운 후배의 질문 정도는 언제든지 대답해주지──. 말해봐라. 응? 응?" "부장님은 가끔 짜증 나요." "너, 왜 이렇게 신랄하냐. 치와와 같은 얼굴을 하고 이빨을 드러내다니." "그래서 말인데요, 카스미한테 친구들이 종종 오는데요." "음. 뭐야. 난 모르는 일인데? 마 짱은 왕따당한 거냐." 부장은 카스미한테 초등학교 3학년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 '마 짱'은 그 초등학생 모드일 때의 애칭이다. 부장은 오해를 일부러 풀지 않고, 언니처럼 구는 카스미와 친구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그 관계가 재미있는 모양이다. "같은 반 친구들이에요. 질이라든가, 세라랑도 종종 같이 놀아요." "아, 세이라 녀석, 요즘 어쩐지 예쁘게 차려입고 외출을 한다고 생각했더니……." 질이라는 건 키라라의 여동생이다. 풀네임은 제랄딘. 세라라는건 본명이 아마츠카 세이라고, 부장과 메구미의 여동생이다. 카스미와 같은 학년으로 모두들 중학교 1학년이다. "──그래서? 시스터즈가 어쨌다고?" "가끔 손을 잡고 있거나 하는데요. 여자애들끼리. 그건 괜찮을까. 하구요. 으음, 그러니까……. 그……. 아아, 이상한 뜻이 아니에요. 즉, 평범한 건가 해서요.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 해서." "흐, 흠~……." 쿄야는 열심히 설명했지만, 부장은 관심이 없다는 듯 읽고 있떤 잡지를 읽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부장님. 들어주시라니까요. 들어주신다고 했잖아요──." "흐, 흠~……." "흠~, 만 하지 말구요." "이, 이상하냐, 그게?" "에? 아뇨, 별로. 아니, 제가 묻고 있잖아요. 그건, 너무 사이가 좋은 것도 걱정되지 않나요? 여자애들끼리……. 저기, 그, 그쵸?" "야, 야, 시이 선생……. 너, 넌, 어떻게 생각해?" "왜──, 왜 나한테 돌리는 거야. 마, 마오. 너, 너무해." 바통을 받은 시온은 긴 머리카락 끝을 휘날리며, 어째서인지 굉장히 당황한 것 같았다. "저, 저기……. 엉뚱한 질문이지만, 여자애들끼리 손을 잡은 건, 이, 이상한 일인가……? 상식적이지……, 않나?" "그걸 아까부터 제가 묻고 있는 건데요." "이상하지 않아! 나, 남자들끼리도 하잖아! 너도, 그 뭐냐, 그 녀석! 그 수상한 관계의 친구랑 손 정도 잡잖아!" "안 잡아요. 그리고 요코미조입니다. 기억해주세요." "에? 남자끼리는, 그 그건 이상한 거야?" "이상하죠. 뭐, 팔짱을 끼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정도는 평범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하고 있지만요." "그, 그런가……. 니니즈(오빠들)에게 말해서, 그만두게 해야지." "손 잡고 다녀?!" "응. 가끔." "누구랑 누구냐! 6이랑 9라면 절대 노땡큐지만! 4랑 2라면 검토정도는 해볼 수 있어! 1이랑 3이라면 더 좋아!" "저기, 여러 가지 의미로 저를 무시하지 말아주세요." "키라라. 손을. 잡아." 키라라가 쿄야의 손을 꼭 쥐었다. 소파에서 고기를 묵묵히 먹고 있던 키라라가, 화제에 끼지 못해서 쓸쓸했는지 어느세 테이블 쪽으로 와 있었다. 입에 고기를 문채로, 쿄야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아, 아뇨. 저기. 여자들끼리 이야기였는데요……." "이쪽?" "야, 키라라. 너, 손 좀 닦아라. 너 때문에 기름 묻었잖아! 기름!" 쑥스러운 것인지, 부장은 고개를 휙 돌리며 말했다. 하지만 딱히 고기 기름 따위 묻지 않았다. 키라라는 착실하게 물수건으로 손을 닦고 왔으니까. "사이좋아." 방과 후 종료까지. 부장은 계속 붙잡혀 있었다. 그리고 타마는 시온과 메구미에게 붙잡혀 양손을 다 잡혀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쿄야는 자신이 애초에 무슨 걱정을 하고 있었는지 알수 없게 되어버렸다. 뭐였지? 캐릭터 프로필 [시스터즈] 쿄야의 여동생, 키라라의 여동생, 아마츠카 가문이 셋째 딸. 중학교 1학년의 세 소녀들을 '시스터즈'라고 부른다. 카스미와 제랄딘과 세이라는 사이 좋은 삼총사. 학교에서는 같은 반. 세 사람의 성격은 '명량', '얌전', '쿨'로 전혀 다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맨 얼굴의 모리 씨 "모리 씨. 평소에 뭐 하고 있을까요."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오늘은 웬일로 쿄야가 화제를 꺼냈다. "우리 집 가사일." 입에 문 폿키를 흔들며 부장이 대답했다. "저번 토요일, 슈퍼에서 발견했어요. 사복이었지만, 그건 분명히 모리 씨였어요." "흐흠." 부장이 흥미로운 듯 몸을 내밀었다. 폿키를 한번에 입에 넣었다. "──뭐 하고 있던? 모리 씨." "양배추를 비교하고 있었어요. 두 개를 손에 들고 한참 동안. 그건 뭐 하고 있었던 걸까요?" "분명,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거예요──. 양배추 씨들이랑." "그 선택이 일본경제에 줄 영향을 참작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른바 나비 효과로서." 메구미에게서는 동화적인 대답. 시온에게서는 과학적인 대답. 아마도 두 사람 다 매우 진지할 것이다. "한쪽에 50퍼센트 세일 스티커가 붙어 있던 거 아닌가요?" 타마가 겨우 제대로 된 대답. 아아, 그렇구나. 하지만 세일 양배추를 고를까 말까 망설이는 모리 씨라니……. "잠깐잠깐? 그건 어느 토요일이냐? 저번 토요일이라면, 모리 씨 계속 집에──." "──아. 그건 깊이 따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토요일의 모리 씨가 두 사람 있다는 설은, 분명 확인하지 않은 편이 좋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전 저번에 모리 씨랑 같이 쇼핑을 갔어요──." "응. 응?" 모리 씨의 새로운 일면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쿄야는 귀를 기울였다. "쇼핑을 끝내고, 커피숍에서 차를 마실 때였는데요. 다른 손님이 '여기요──.' 하고 부르잖아요──. 그때마다 모리 씨가 '네.' 하고 대답을 해버려서……." "직업병이군." "그걸 세 번 반복하고 나서, 네 번째에는 '헉.' 이라고 해버렸어요. 네, 분명해요. 틀림없어요. 잘못 들은 게 아니에요." "모에모에군요." 모리 씨의 새로운 측면이 점점 늘어났다. 미스터리어스한 누나의, 일상적이고 서민적인측면, 그리고 유능한 누나의 맹한 측면. ──이것이야말로 올바른 갭 모에. "그러고 보니 모리 씨 말이야──." 다음 증언자는 부장이었다. "──항상 맨 얼굴이라니까──." "네네! 그래요──. 깜짝 놀라요──!" "응? 응? 응? ……맨 얼굴이라는 건, 화장을 안 했다는 거죠? 그렇게 대단한 겁니까?"" 쿄야는 시험 삼아 얼굴을 부장에게 가까이 대봤다. 부장도 화장은 하지 않았다. 테이블을 넘어, 다음에는 메구미의 얼굴을 가까이서 관찰했다. 응, 역시 하지 않았다. "뭐, 뭐니. 쿄로 군?" 시온도 역시 '맨 얼굴'이었다. "우." 키라라에게 얼굴을 가까이 댔더니 콧등을 핥았다. "……다들 화장은 안 했잖아요──." "어째서 타마는 확인하지 않나요? 왕따는 좋지 않습니다." "바보. 성인 여성인데 하지 않는다는 뜻이야." "우리 어머니나 할머니 언저리 세대에는, 화장 안 한 얼굴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은 창피하다는 문화가 일본에 있어서 말이지." "그러고 보니 우리 엄마도 초인종이 울려서 현관으로 나갈 때, 어머 이런 창피해라고 해요." 또 새로운 데이터가 입력되었다. 모리 씨가 항상 '맨 얼굴'로──. 이건 뭘까. 틈이 있다는 걸까? "그러고 보니, 어른, 어른, 모리 씨가──." "뭐죠? 뭐죠?" 부장이 또 새로운 데이터를 추가할 것 같아서, 쿄야는 귀를 쫑긋 기울였다. "──아, 응. 역시 폿키는 맛있네. 가을이 되면 폿키가 녹지 않아서 좋지──. 시원하다는 건, 응. 좋은 거야!" "왜 갑자기 폿키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까, 부장님. 갑자기 이야기를 딴 데로 돌리지 마세요." "너, 도── 그렇게 생각하지! 폿키 이야기가 하고 싶지! ──응?!" 부장이 못을 박듯 말했다. 쿄야의 등 뒤를 힐끗힐끗 돌아보고 있었다. "싫어요. 저는 모리 씨의 귀여운 이야기를 좀 더 하고 싶어요. 저는──." "오붓한 시간에 실례합니다. 여기, 세이라 님이 보내신 과자입니다." 등 뒤에서 모리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쿄야의 심장은 정지했다. "아……. 어떻게 온 거야, 모리 씨? 무서울 정도이ㅡ 타이밍으로──……." 부장이 필사적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둘러댔다. "지금 이쪽으로 가면 굉장히 재미있어질 거라고. 세이라 님이." "아하하하──……, 그렇댄다. 쿄로. 아하하하──. 고속으로 두리번거리고 있어. 아하하──." 부장의 허무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쿄야는 덜덜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캐릭터 프로필 [모리 씨] 본명 미상. 연령 미상의 비밀 많은 미녀. 아마츠카 가에서 일하는 시종. 쿨하고 예의 바르고, 약간 장난기가 있다. 넓은 저택을 거의 혼자서 맡고 있다. 가사에서 운전. 목수 일. 경호에서 주식 거래까지 뭐든지 할 수 있는 신비한 인물. 모리 씨에게는 몇 가지 가설이 있다. 모리 씨는 두 명 있다는 설. 모리 씨는 재테크로 아마츠카 가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설 등등. 마왕님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자, 더 드세요, 마왕님." "앗, 바보……." 찻주전자를 든 메구미가 이상한 이름으로 부장을 불렀다. 부장쪽은 작게 혀를 차며 얼굴을 찌푸렸다. "뭐야? 그 마왕님이라는 건?" "언니는 *마왕님이라고 불리는 걸 좋아해요──." "왜 마왕님이죠?" 부장은 고개를 획 돌리고, 불지도 못하는 휘파람을 휘익 불고 있었다. "……노골적으로 수상한데요. 저기, 부장님. 마왕님이 뭔데요?" 끈질기게 묻자, 겨우 단념한 듯 부장은 할 수 없이 이쪽을 바라 보았다. "그러니까 아니라니까. 발음이 달라." "발음 말입니까? 마왕님이 맞잖아요." "아냐. 마오~(마왕)님이라니까." "모르겠어요. 못해요." "렛토 군은 잘하던데요──." (*마왕님: 일본어로는 '마오 님'의 '오'를 약간 길게 발음해 '마오~ 님'이라고 읽으면 '마왕님'과 발음이 동일함) 메구미가 돌아서며 문득 뱉은 한마디가, 쿄야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뭐라고──!!" 쿄야는 큰 소리를 질렀다. "──그 녀석, 또 온 겁니까!! 그 녀석! 질리지도 않고!! 저번에 오레(나)한테 져 놓고!! 정말 끈질긴 녀석이네!!" "──워워. 너, 제 2단계가 튀어나왔다니까. 오레. 오레. 그거. 오레가." "죄송합니다. 잠깐 흥분해 버렸습니다. 아──. 아──. 아──. 나. 나. 나. ……좋아." 심호흡하고 마음을 진정시켜서 일인칭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언제 온 겁니까, 그 녀석은?" "아니……, 저번에 네가 쉬는 날에. 좀." "어째서 언니는, 시노미야 군이 없는 날에만 렛토 군을 부르나요──?" 빈 찻주전자를 씻고 돌아온 메구미가 부장에게 말했다. "부장님이 부른 겁니까!! 게다가 한 번이 아니라 몇 번이나!! 제가 없을 때만 골라서!!" 쿄야는 다시 끓어올랐다. 지금 눈치챘지만──메구미는 그 녀석을 '렛토 군'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쿄야는 '시노미야 군'인데, 그 녀석은 이름으로 불렀다. "싸우니까 그렇지──……." 손으로 앞을 가로막으며 부장이 말했다. ──응. 하긴 얼굴이 너무 가까웠다. 목소리도 너무 컸다. "……싸우면 어때요. 승부해 주겠어요. 인간의 벽을 넘어서 오라는 느낌입니다. 또 철저하게 승리해서 토하게 해주겠어요. 그것이 GJ부 혼이 아닙니까." "GJ부는 즐겁지 않으면 안 돼. 싸움은 안 돼." "싸움. 좋지 않아." "봐, 키라라도 그렇게 말하잖아." 키라라가 끄덕이고 있었다. 보아하니 타마는 양손을 위로 번쩍들고 '깜짝이야──!" 포즈를 한 채로 굳어 있었다. 메구미는 즐거운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홍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역시 '천사의 눈'에는 이 살벌한 광경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뭐,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고 치고, 설명해주세요, 어째서 그 녀석을 불렀는지." "그, 그게 말이야. ──그 녀석, 날 마오~(마왕)님이라고 부른다니까?" "무슨 말입니까. 의미를 모르겠네요. 정말 전혀 무엇 하나 이해 할 수 없어요." 입술이 삐죽 튀어나오는 것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게, 쿄로 군. 처음 만났을 때, 마오가 마왕이고, 네가 암흑마전 장군이라고 했잖아. 그는 착실하게 그 호칭을 지키고 있었거든." "그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해할 수 없어요. ……어째서 그런 일 정도로." "왜냐하면 멋있잖아." "마왕이라고 불러주면 누구라도 좋은 겁니까. 아무한테나 꼬리를 흔드는 겁니까." "꼬, 꼬리──?! 뭐, 뭐라고! 취소해, 이게!" "취소 안 할 거예요. ──부장님은 배신자!! 부장님은 비치!" "비, 비치?!" 부장은 굉장히 쇼크를 먹은 표정으로 굳어버렸다. "이런이런. 쿄로 군, 진정하게. 나도 봤지만 해를 끼칠 인물로는 보이지 않았어. 쿄로 군이 없으면 굉장히 신사거든." "신사라기보다는, 그건 하인이라고 해야죠. 걱정할 거 없어요. 안전물입니다. 메구 언니 말대로 움직여요. 리모트 컨트롤 댄디예요." "오늘은 뭐예요──? 밀크 나이트 이야기인가요──?" 메구미가 과자가 담긴 쟁반을 놓고 갔다. 덤으로 미소도 하나 두고 갔다. 자신이 진원지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다. "쿄야도 독기가 빠져서 겨우 진정되었다. 메구미가 손수 만든 쿠키를 이로 깨물었다. 옆으로 얼굴을 돌리자, 부장이 아까 쇼크를 받은 자세 그대로, 아직 굳어 있었다. 중얼중얼 혼잣말을 계속하고 있었다. "비치비치챠푸챠푸라라라." 마오: [나보고 비치래. 나보고 비치래.] 시온: [그가 억지를 부리다니 별일이군.이군 이렇게 해야 한다고 강요를 하다니. 귀엽잖아.] 마오: [나보고 비치래. 나보고 비치래.] 편지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평소보다 좀 더 빨리 부실에 도착한 쿄야는, 둥근 테이블의 자기 자리에 앉더니 가방에서 편지를 꺼냈다. 하트 스티커로 봉인된 귀여운 봉투였다. 받는 이에는 '시노미야 쿄야 님에게♡'라고 쓰여 있었다. 오른쪽을 보았다. 왼쪽을 보았다. 부실에 아무도 없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봉투를 열려고 한 순간──. "어라──. 별일이네. 쿄로가 벌써 왔네." 시끌벅적하게 부장들이 들어왔다. "아──. 그거 뭡니까──? 선배." 허둥대지 않고 자연스럽게 편지를 가방에 넣으려고 했는데, 눈치 빠른 타마에게 들키고 말았다. "아무것도 아냐." 쿄야는 가방의 지퍼를 꼭 잠그고, 아무 일도 없는 듯 말했다. "선배! 소용없어, 소용없어──! 라니까요! 짠──!" 타마는 손을 쫙 폈다. 분명히 가방 안에 넣었던 편지가 어째서인지 타마의 손 안에 있었다. "어라? 어라? 어라라──?" 깜짝 놀라 가방을 열었다. 분명 넣었던 편지가 들어 있지 않았다. "선배, 여기에 있다니깐요." 편지는 역시 타마가 들고 있었다. 에에에에에──?!" 타마의 마술 실력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자신이 당하게 되자. 그 실력에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것보다, 타마는 계속 입구 쪽에 서 있었는데……? "뭐야뭐야. 시노미야 쿄야 님에게, 하트……라고?" "와──. 잠깐, 부장님, 그만두세요. 돌려주시라니까요!" 생각할 틈이 없었다. 쿄야는 엉덩이를 들고 큰소리를 쳤다. "편지예요──! 우오오! 선배, 이거 러브레터인가요──?! 종이에 쓰다니 너무 옛날 수법이야──!" 일단 부장님의 손에 넘어갔던 편지가 다시 타마 손에 넘어갔다. 분명히 두 번 다시 쿄야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쿄야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타마는 마치 금색의 통조림을 본 고양이처럼 하이텐션이었다. 이미 어떻게 해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고, 시온이나 키라라도 눈을 크게 뜨고 보고 있었고, 메구미도 양 손가락 끝을 모으고 '축하해요──.'의 포즈를 취하고 있고, 쿄야는 각오를 했다. 패배주의자로서 지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아프지 않다. 아마도 별로. 쿄야는 턱을 괴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의 눈앞에 편지가 스윽 돌아왔다. "돌려줄게." 쿄야는 가장 장난을 칠 것 같은 인물의 의외의 반응에 벙찐 기분이 들었다. "빼앗지 않을 거야. 멋대로 열어보지도 않을 거고, 그러니까 가지고 가서 집에서 천천히 읽어라." "서서서, 선배! 지금 열어봐요──! 폭로해요──! 확 공개하세요──!" "……괜찮습니까?" "그, 그게. 역시 너도, 그런 건, 스스로 천천히 읽고 싶을 거라고 생각해서 말이야. 아아……. 뭐하면 그렇지. 오늘은 조퇴해서 당장 집에 가도 괜찮아." "아뇨. 괜찮습니다." 쿄야는 말했다.그리고 결심했다. 부장이 굉장히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지금 열어보겠습니다. 여기서 읽겠습니다." "에? ……괘, 괜찮아?" "괜찮아요. 왜냐하면 거절할 거니까요." "거절해버릴 거야." "왜냐하면 전 이런 거 잘 이해가 안 되니까요." 편지를 뜯었다. 핑크색 편지지를 꺼내서, 펼치고, 눈으로 글자를 따라갔다. 그리고 테이블에 엎어졌다. 격침되었다. 완전히 그리고 철저하게 예상을 배신당했다. "……왜 그래?" 부장이 곁눈질로 물어보았다. 쿄야는 말없이 편지지를 넘겼다. "뭐? 읽어도 돼? 으음……, 어디 보자……, 안녕하세요, 시노미야 쿄로 님. 러브레터라고 생각했어? 생각했구나. 아하하하하──! 바──보, 바──보. 꺄하하하하──! 그런데 요즘 너, 건방지지 않냐? 우리들의 요코미조를 독점하지 말라고, 죽여벌니다. 팬티 벗긴다. 운동장 세 바퀴를 돌린다." 부장이 낭독한 것은 거기까지였지만──. 그 후로도 글씨체가 두 번 정도 바뀌면서 비난의 폭풍이 계속된다. 그 내용은 요약하자면── '요코미조를 독점하지 마.' 였다." "요코미조가 누군데?" "……있잖아요, 제 친구." "아아, 그 녀석! 수상한 관계의! ──아니! 역시 진짜로 수상한 관계잖아!" "아니, 수상하다니, 뭐가 말이니까?" "그런데 험악한 말을 쓰는 이 녀석들 누구야? 글씨체가 세 명분은 있는 것 같은데." "검은 삼연성이에요. ……남자 선생님 격추 수 두 자리 수를 자랑하는 우리 반 에이스예요. 세 사람의 연속기 제트스트림 어택으로 격침되지 않은 선생님이 없어요." "그렇군. 그리고 이 녀석들은 격추 마크의 별 마크를 또 하나 늘린 거구나." 부장은 기쁜 듯, 그리고 즐거운 듯 큰게 웃었다. 미니 지식 러브레터 하면, 역시 봉투에 편지지. 문자로 보내는 건 어쩐지 가볍다?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올바른 매너'에 따르면 러브레터는 신발장에 넣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신발장에 문이 없는 경우에는 도저히 무리다. 완전 무리. 요코미조 등장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쿄야는 부실에 들어가자마자, 그곳에 있을 리가 없는 인물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요코미조, 거기서 뭐 해?" "반말 나왔다──! 남자끼리의 우정 나왔다──!" "어. 어어어. 부장님, 왜 그러세요. ──메구미까지!" 어디서 숨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모두를 갑자기 나타나 쿄야를 부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시온도 키라라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타마는 아예 카메라까지 들고 언제라도 스냅 사진을 찍을 자세다. "뭐 하러 온 거냐, 요코미조." "그건 내가 묻고 싶다." 요코미조는 어정쩡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 쪼그만 애한테 불려 왔는데……." "뭐! 그건 내가 작다는 뜻이냐──!" "말 그대로잖아, 부장님. 의미도 뭣도 없고 직접 그렇게 말했어요." "뭐, 됐어. 손님이니까 용서하지. 소환한 건 나다. 중요 참고인이다. 우리에게 알 권리가 있다. 너와 네 친구 사이의 수상한 관계에 대해, 우리들의 최고 평의회 멤버들은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관계고 뭐고 별것 없어요. 요코미조는 같은 반이고 친구예요. 이상." "이제 가도 되냐?" "돌려보내지 마! 메구! 허니 트랩(미인계) 준비!" "네~. 벌꿀이 듬뿍 든 핫케이크와 와플과 롤케이크예요. 홍차는 캔디가 추천이에요. 사탕을 뜻하는 Candy가 아니에요. Kandy에요──." "됐어요. 단 건 싫어합니다. 우메보시 같은 게 좋은데." "뭐라고! 허니 트랩에 걸리지 않는 인간이 있다니!" "마오나 메구미나, 허니 트랩의 의미를 오해하고 있는 것 아닌가. 원래 의미는──." "스콘부(다시마). 먹을래?" "아. 고맙습니다." 요코미조는 키라라에게 받은 스콘부를 냠냠 머고 있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일단 잡아두는 것에는 성공한 것 같았다. 쿄야 입장에서는 불편해서 곤란하지만. "──그래서. 어떤 사람이냐?" "뭐가?" 요코미조의 옆에 앉아 그와 이야기를 했다. 모두의 흥미진진한 시선이 목덜미에 따끔따끔 박혔다. "네가 종종 이야기하는 부장 말인데. 제법 대인배라고 했잖아. 의욕에 가득 차 있고 뭐든지 잘하고──. 그렇게 말했잖아." "에엣. 그런 말을 했나?" 요코미조와 이야기할 때 부장에 대해서 종종 말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은 불평이었지──. "흐흠." 부장이 씨익 웃었다. 척 보기에도 기분이 좋아 보인다. 뭐 그러면 됐다. "단 게 싫다면 특별히 타마의 감자칩을 줄게요. ──먹어요!" "오오. 땡큐" 요코미조가 미소를 짓자, 타마는 재빨리 키라라의 등 뒤로 숨었다. 약한 모습 모드도 아닌 것 같다. 어쩐지 낯설어하는 건가? 그런데 그 감자칩, 원래 내 건데. 쿄야는 요코미조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고 소곤소곤 말했다. (가장 작은 사람이 부장님이야. 뿔나면 귀찮아지니까, 빨리 나가고 싶으면 대충 맞춰줘라.) "너도 고생이 많구나." 요코미조네 집은 여자가 많은 대가족이라고 한다. 누나 여동생 누나 여동생 할머니 이모 사촌 자매까지 있어 이래저래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들 평의회의 결정사항을 전해주마. 이것은 결정사항이기 때문에 반드시 수행──." "그 평의회라는 건 뭡니까?" "그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다.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것이다." "어쩐지 카스미도 요즘 그런 말을 하고 있던데요. ──그래서, 뭘 하면 되는데요?" "먼저, 손을 잡아라." "에에에──." "수상한 관게의 친구라는 증명을 해줘야겠어." "안 할 거예요. 전에도 말했지만 남자끼리는 보통 안 해요, 그런 건. ──그리고 그 수상한 관계라는 게 도데체 뭡니까. 전 한 번도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는데요." "별로 상관없는데." 쿄야가 힘껏 저항하고 있는데, 요코미조가 손을 스윽 내밀었다. 손을 스윽 내밀었다. 손을 잡았다. "이러면, 돼?" "브라보──! 브라보──입니다!" "자요, 메구 언니! '*후오오오오──!'라고 쓰인 팻말 들어야죠!" (*후오오오오: 동인녀를 뜻하는 腐人子의 '腐' 발음이 '후')(腐이게 좀 애매한데.. 일단 일어번역해보니 이거 나와서 이걸로 씁니다.) "으으……응. 좋구나, 이거." 어째서인지 모두들 불타고 있었다. 도저히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날은 그 후──'팔짱'과 '어깨동무'까지 했다. 신이 난 모두는 끝을 모르고 흥분해서 마지막에는 '공주님 안기'까지 시켰다. 남자들끼리. 어느 쪽이 '안기는 쪽'이 될까의 문제로 종교전쟁이 일어날 것 같았기 때문에, 번갈아 가면서 둘 다 하게 되었다. 쿄야: [정말 그만 좀 하세요. 수상한 사이가 되어버리면 어쩔 셈입니까.] 마오: [오오! 너도 수상하다는 말의 의미를 드디어 이해했냐!] 쿄야: [몰라요. 그냥 해본 소리예요. 학실히 알 수 있게 설명하세요.] 여름에 못 다한 것 활짝 열린 창문에서,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그런 어느 날의 일──. "이제 가을이군." 부장이 문득, 창밖을 보면서 내쉬었다. 우울한 소녀의 분위기. 평소답지 않게 소녀틱한 모드의 부장이었다. 하지만 쿄야는 과감하게 말을 걸었다. "뭔가 여름에 못 다한 거라도 있나요?" 이번 여름은 이래도 부족하냐 싶을 정도로 실컷 놀았지만, 마 짱 모드 전개로 카스미들과 놀았고, 여름 합숙도 빠지지 않고 했고, 그것과는 별도로 별장에도 가보았다. 프라이빗 비치(Private Beach)라는 것도 즐겨보았다. 세이라가 쿄야를 모래 속에 묻어 놓고 가버리기도 했다. 턱을 괴고 얼굴은 창밖을 향한 채로──부장은 입을 열었다. "뭐, 이것저것 있지. 하지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하고, 거기서 말을 다시 멈췄다. 부실에 침북이 흘렀다. 쿄야는 오른쪽과 왼쪽과 뒤로 얼굴을 돌려보았다. 컴퓨터 자리의 시온이 마우스를 클릭하고 있지 않았다. 메구미가 재빨리 시선을 사샥 피했다. 키라라는 귀로 보이는 튀어나온 머리카락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타마는 낮잠을 쿨쿨 자고 있었다. 다들 어쩐지 관심이 대단했다. 그리고 어쩐지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하지만, 어째서……?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알 수 없기 때문에, 가벼운 기분으로 물었다. "뭔가를 못 먹은 건가요, ──부장님?" 와장창──. 등 뒤에서 갑자기 커다란 소리가 났다. "아우우──."하고 메구미의 목소리. 찻주전자가 깨지는 소리. 패밀리 레스토랑이었으면 "실례했습니다──!"라고 외쳤을 타이밍이다. 컴퓨터 자리 쪽에서 "앗!"소리가 났다. "빌리, 기다려. 방금 그건 무를게. 그건 실수야. 거기면 진다고."하고 시온의 목소리. 시온은 빌리에게 한 번 물러준 적이 있는 걸일까. 소파 쪽에서 "웃."하고 무거운 목소리. 툭하고 먼가가 떨어지는 소리. "키라라, 3초 룰이라는 말 알아요? 떨어져도 3초 안에 먹을 수 있어요." 쿄야는 보지도 않고 등 뒤로 말을 걸었다. 키라라는 "응." 하고 대답하고 뭔가를 줍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부장이 질렸다는 듯 말했다. 턱을 괴었다가 빼고 이쪽을 향하더니, 실내의 참상에 눈살을 찌푸렸다. "글쎄요?" 지금 뭔가 내가 이상한 소리를 한 것일가? 전혀 자각이 없는데. "아이스바 있잖아." "있죠." 부장이 말했다. 쿄야는 맞장구를 쳤다. 역시 먹을 것 이야기가 맞았다. 역시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덥지 않잖아. 계절이 안 맞아." "가을에도 편의점에선 아이스바를 팔아요. 사러 갈게요. 뭐가 드시고 싶으신데요?" "여름이 아니면 팔지 않는다구. 이렇게. 두 개짜리 세트로 되어 잇는 거고, 튜브에 들어 있어서, 쪽쪽 빨아먹는 거." "어라? 없나요? 저번에 편의점에 가봤는데. 본 것 같은……?" "없다니까, 상큼한 사워크림 맛은." "아아. 하긴 그럴지도 모르죠. 커피 맛이었어요, 제가 본 건." "왜 없는 걸까." "그야 가을이고. 안 팔리기 때문이 아닐가요." "그런가. 그렇겠지." 멍한 대답이 돌아왔다. 대화하고 있는데, 마음은 완전히 다른 곳에 있는 느낌. "……이런.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괜히 막 먹고 싶어져." "내년 여름에 또 먹으면 되잖아요." 부장은 고개를 획 돌렸다. 창밖을 보며──. "바보." 하고, 작게 말했다. 뭐가 '바보'인지, 쿄야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자──. "내년 여름 말이야. 우리들은 졸업해 버리잖아. 이미 여기에는 없잖아." 겨우 깨달았다. 정답을 들을 때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둔해서, 조금. 미안해요. "그 아이스바는 말이지. 두 개가 세트로 되어 있다구." 그렇게 말하는 의도는──이것 또한, 알 수 없다. "혼자서 두 개를 먹으면 배탈 난다고ㅡ 좋지 않아." 조금은 이해했다. 아이스바를 나눠 먹고 싶지만, 그럴 상대가 없다는 이야기 같았다. 그때, 어라, 하고 의문을 느꼇다. 그만 선배들은 다 같이 같은 대학에 갈 거라고만 생각했다. 부장이 도쿄대학 수준으로 레벨을 올리는 건 힘들 테니 시온이 확 내려서 간다든가. 하지만 아닌가? 물어보려고 생각했지만,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결국 그만두기로 했다. 선배들은 부실에서 진로 이야기 같은 것을 이상하게 하지 않는다. 대신 교야가 입에 담는 것은──. "그렇군요. 혼자서 두 개 다 먹는 건 힘들죠──." "그건 내가 작다는 뜻이냐." "귀엽다는 뜻입니다." "그러냐. 그럼 괜찮아." 괜찮다니. 부장의 평소답지 않은 반응에, 쿄야는 조금 놀랐다. 로컬 룰 '실례했습니다──!''──식기를 깨버리거나 그릇을 뒤집어버렸을 때 하는 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종종 듣는다. '3초룰'──먹을 것이 바닥에 떨어져도 3초 안이라면 '없었던'일로 할 수 있는 하우스 룰. '돌려줘.'──체스나 장기 등에서 방금 둔 수를 없었떤 일로 하는 것, 나중에 '대가'를 요구받기도 한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가을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가을이라고 합니다!" 어느 가을의 월요일. 메구미가 갑자기 큰 소리로 그렇게 선언했다. 뭘까. 쿄야는 오늘 발매된 만화잡지에서 고개를 들었다. 메구미는 가끔 텐션이 올라가는 소녀지만, 오늘은 복선도 없이 갑자기 텐션이 톱기어까지 올라가 있었다. "──저, 아마츠카 메구미는! 타마냥에게 승부를 신청합니다!" "좋지만요. '냥'은 붙지 않아요. 타마는 그냥 타마예요." 메구미가 손가락을 팟 겨누었지만, 타마는 개의치 않는 듯 낮은 텐션으로 대꾸했다. 기분이 좋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엔진이 걸리지 않은 타마는 원래 이렇다. "그래서. 무슨 승부죠, 메구 언니?" "승부는────!" 메구미는 말끝에 '!'를 붙여 소리친 후, 부실 구석으로 두두두 달려갔다. 그러고 보니 커다란 상자 한 무더기가 부실 구석에 놓여 있었다. "뭐야? 뭐야? 무슨 대결이지? 결투야?' "메구미가 타마에게 승부를 신청한 것 같군." "메구. 타마. 싸워?" 부장과 시온과 키라라도 모였다. "──승부는──! 이겁니다!" 귤 상자 따위 상대가 되지 않을 큼직한 종이상자에서, 드라이아이스의 연기와 함께, 거대한 데코레이션 케이크가 나타났다. 직경 40센티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다. "──사이즈는 18호!" 마치 우뚝 선 성 같았다. 빵 부분도 컸지만, 그 위에 얹힌 생크림의 데코레이션이 엄청났다. 굉장한 양이었다. "케이크 사이즈는 호로 표시하는 법이야. 즉, 18호라는 건, 약 54센티미터를 말하지." 시온이 해설해주었다. 놀랍게도 50센티를 넘을 정도였다! 눈대중이 틀렸다! "총중량은 13,200그램! 사용한 생크림의 총량은 10,000밀리리터!" 도저히 음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단위의 수치가, 계속해서 발표되었다. 이것은 분명 그것이다. 그것의 계속이다. 전에 타마가 아무리 먹어도 살찌지 않는 체질이라고 듣고, 메구미가 "비겁해!"라고 분노한 적이 있었다. 천상계의 생물이 화를 내는 것을 본 건 그때 딱 한 번뿐이었다. 그 후에 메구미는 큼직한 케이크를 만들어 왔지만, 타마는 혼자서 꿀꺽 다 먹어치우고 말았다. 그리고 체중은 42킬로그램에서 전혀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오늘의 이것은, 분명 그때의 복수다. "자, 승부입니다!" "뭐, 승부는 괜찮은데요. 이건 무슨 승부입니까? 지면 타마한테 무슨 손해가 있쬬? 그냥 기쁠 뿐인데요." "타마는 살이 쪄야 돼요! 구체적으로는 적어도 나랑 같은 무게까지는!" "메구미는 지금 몇 킬로그램이야?" "시노미야 군! 실격! 실격! 실격이에요!" 그만 쓸데없는 것을 묻고 말았다. 쿄야는 실격하고 말았다. 메구미는 쿄야를 가리켰던 손가락 끝을 타마에게 스윽 옮겼다.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껴줘야겠어요!" "타마에게는 소용없을 텐데요. ……뭐, 그럼 잘 먹겠습니다!" 처음에는 포크로 먹던 타마였지만, 잠시 후에는 주걱같이 커다란 스푼으로 바꿔 들었다. 스펀지를 콱콱 파서 입에 넣었다. 원형 데코레이션 케이크를 통째로 혼자 독점, 끝부분부터 먹기 시작했다. "꺼억." 다 먹고 나서 그렇게 한마디. 모든 것을 위장에 집어넣고, 타마는 메구미에게 얼굴을 돌렸다. "이걸로 타마의 승리입니까?" "아뇨!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이번 주는 계속 케이크 잔치예요!" 메구미는 바라던 바라는 듯 대답했다. 전혀 굴하지 않고 있었다. 모든 것을 예상했단는 표정이었다. 쿄야는 부장들과 질린 얼굴을 마주 보았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쪽이 넘어올 것 같았다. 그녀들의 '싸움'은 5일간 계속되었다. 이틀째에는 통나무 같은 롤케이크가 나왔다. 직경 30센티미터, 길이 60센티미터. 3일째는 10파운드 케이크였다. 파운드 케이크는 1파운드(450그램)씩 밀가루와 설탕과 버터를 재서 만드는 것이었지만, 이것은 각각 열 배를 넣고 만든 것이었다. 4일째와 5일째에도 무서운 괴물이 나타났지만, 전부 타마에게 퇴치되었다. 나중에 '크림의 5일간'이라고 불린 일주일 동안, 타마가 섬취한 총칼로리 양은 30만 킬로칼로리에 달했다. 뭔가의 전투력으로 착각할 정도의 수치였다. 섭취한 칼로리가 완전히 '살'로 변할 시간을 계산해서, 이틀 정도 숙성기간을 두었다. 그리고 체중 계량의 날──. 부의 비품인 골동품 저울추 몸무게에 타마를 올리고──. 메구미는 굵은 눈썹을 한껏 모으고, 진지한 표정으로 추를 움직이고 있었다. 추를 맞추고 나서──. 표시된, 타마의 현재 체중은──. "100그램……. 줄었어." 메구미는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완전 연소되어 새하얀 재가 되었다. 미니 지식 부실의 비품 체중계 부실 구석을 뒤지면 뭐든 나온다. 체중계도 물론 있다. 저울의 눈금은 조정이 필요 없어서, 몇 십 년(백 년 이상?) 지나도 정확 그 자체였다. 에도 시대(1603~1867년)부터 메이지 시대(1867~1912년)에 걸쳐서는 저울이라고 하면 이런 식의 천칭 저울식이 주류였다. 에도 시대에는 법률에 의해 저울 방식을 바꾸지 못하게 정해져 있었다. 금속 스프링을 쓰는 방식의 저울이 널리 쓰이게 된 것은 쇼와 시대(1926~1989년)가 된 후였다. 현대에는 전자식 저울이 주류가 되었다. 그림책 파이어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쿄야는 어찌 된 일인지 컵이 비어 있는 것을 깨달았다. 메구미──그러고 보니 자기 자리에서 뭔가 그림책 같은 것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저기. 메구미. ──그건 뭐야?" "그림책이에요──." 하고 펼친 페이지를 이쪽으로 보여주었다. "밀크 나이트의 그림책이에요." "뭐?!" 쿄야는 눈을 부릅떴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오레맨 그림책에 당첨되지 못해서 유감이었다고 렛토 군에게 이야기했어요. 그랬더니 렛토 군이 그림책을 그려줬어요. 시노미야 군이 30분 만에 그렸다고 했떠니, '나라면 훨씬 더 빨리 할 수 있어.'하면서 초광속으로 3분 만에." "그 녀석은 또 멋대로 부실에 들어온 거야? 지난주 수요일이지?──정말! 내가 없는 날만 노려서! 몰래 들어오다니!" "부른 건 난데." 부장이 중얼거리듯 그렇게 말했다. "이건 그런 건가. 여동생에게 이상한 벌레가 붙었을 때의 오빠의 전형적인 반응인 걸까." "그 말은 니니즈(시온의 오빠들)랑 똑같다는 거군." 시온과 부장이 둘이서 일부러 들으라는 듯 강 건너 불구경하는 사람 같은 소리를 했다. 쿄야는 두 사람을 무시하기로 했다. 이것은 자신과 메구미──가 아니라, 자신과 그 녀석, 아카이 렛토 사이의 문제니까. "밀크 나이트가 평화를 지키는 이야기예요." 그렇게 말하며 메구미는 그림책을 가슴에 꼭 껴안았다. 소중하게──. 꼬옥──. 쿄야는 머리에 피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이런 건──!" 메구미의 손에서 그림책."을 빼앗았다. "아──……." 정신이 든 것은, 메구미가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아챈 후였다. 핏기가 싹 가셨다. 흥분해서 저질러버린 짓이지만……. 굉장히 잘못한 게 아닐까……? "야, 남자라면 도중에 그만두지 마." "그래요, 선배. 후회할 거라면 마지막까지 하고 나서죠. 옛날에 높은 사람이 말했어요.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게 낫다.' ──자, 선배. 렛츠 트라이." 부장과 타마가 좌우에서 쿄야의 귓가에 뭔가를 속삭였다. 이 경우는 천사와 악마의 속삭임이 아니라, 둘 다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두 사람에게 등을 떠밀리듯, 오뚝이 스토브 앞으로 갔다. 스토브의 뚜껑이 열렸다. 재와 그을음이 지배하는 스토브 내부가 너무도 매혹적으로 쿄야를 유혹했다. "이런 건──!" 쿄야는 그림책을 오뚝이 스토브에 던져 넣었다. "자요, 선배." 타마가 슈우우우욱, 하고 굉음을 내는 가스버너를 넘겨주었다. 스토브에 불을 붙이기 위해 쓰고 있는, 휴대용 부탄가스가 달린 작은 버너였다. 불꽃이 10센티미터나 뻗어 나올 정도로 굉장한 화력이었다. "이런 건──!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파이어──! "크레파스의 주성분은 왁스랑 유지니까, 아아. 정말 잘 탄다." "오뚝이 스토브, 벌써. 올해. 나와?" 시온이 냉정하게 해설했다. 키라라가 웅크린 손을 내밀더니 온기를 즐겼다. "아──……." 메구미가 멍하니 소리를 내고 있었다. 불꽃이 되어 연기와 재로 바뀌는 그림책을 슬픈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울컥해서 저질러 버렸지만……. 어쩌지? 저지르고 나서, 역시 후회가 밀려들었다. "저기……, 저기, 메구미, 저기……. 미안." 우물쭈물 말하는 건 그만두고, 쿄야는 확실히, 90도──직각으로 머리를 숙였다. "다음에 대신할 책……, 그릴 테니까! 오레맨이든 뭐든 그릴 테니까! 그릴게! 메구미 전용으로! 그러니까 용서해줘! 정말 미안해!" "그것만으로는 안 돼요." 메구미는 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카이 렛토 군에게도 확실히 사과해주세요. 책을 불태운 것. 그리고 화해도 하세요. 저, 요즘 알아차렸어요. 시노미야 군과 렛토 군은, 으음……. 싸움? 다툼? 싸움? 뭔가 그런 걸…… 하고 있는 거죠?" 알아차린 게, 요즘이구나. 메구미에게 일종의 놀라움을 느끼며──쿄야는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마오: [태웠어.] 시온: [태웠군.] 마오: [시이 선생. 어떻게 생각해? 역시 저건 질투인가?] 시온: [좀 더 단순한 거겠지. 그에 대한 대항심이 아닐까.] 몇 명 있어? "이건 어떻게 쓰는 거죠?" 어느 날 방과 후. 메구미가 말풍선 하나를 손에 들어 자기 얼굴 옆에 놓고 있었다. 그녀는 방긋 웃으며 그렇게 물었다. 그 한 장은 프로토타입 세 번째 것이었다. 꽤 파괴력을 갖고 있지만, 채용되지 않았던 한 장이었다. "어떤 경우에 쓰는 거죠?"(바보? 바보야?) 지금까지 몇 번 정도 알아서 쓴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역시 메구미는 뜻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네 '천사의 눈'에 보이지 않을 때 쓰는 거야." "언니, 너무해요." 메구미는 손에 든 말풍선의 종류를 바꿨다. 방긋 웃는 미소 옆에 '쿠구구궁'하고 분노의 오오라가 펼쳐졌다. 정말로 뜻을 모르고 쓰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메구 언니의 버전을 늘릴 때 쓰는 거죠." "아 ──아. 가르쳐줘 버리다니, 비밀로 해두니까 재미있는 거지." "흐음. 제가 이렇게 다양했나요──. 전혀 몰랐습니다. 이건 타마가 두 사람 있는 거랑 비슷한 건가요." "타마는 한 사람이예요. 두 사람 없어요." "아──. 그렇지. 타마는 강할 때랑 약할 때가 전혀 다른 사람이지." "둘 다 귀여워요──." "내 말 무시하지 마요. 타마는 한 명이라구요." 쿄야는 인터넷 대전 체스를 하고 있는 시온의 긴 흙발이 이쪽에 반응하는 것을 눈치챘다. 쿄야는 화제를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그러고 보니……. 시온 선배도 말이지. 실은 두 명 있어. 타마는 몰랐니?" "아니야." 시온은 일단 등을 돌린 채로 대답하고 나서, 찰칵찰칵 마우스를 클릭하더니 체크메이트라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의자의 바퀴를 드르륵 굴려 둥근 테이블로 다가왔다. 자기 자리에 도착하고 나서, 흑발이 뒤에서 따라올 정도의 기세였다. "어떻게요? 선배, 빨랑 가르쳐줘요." "시온 선배랑, '시옹' 선배지." "아──! 타마 지금 어쩐지 알 것 같아요! 한쪽은 모에모에잖아요!" "그렇지──." "그쵸──." "실레군." 타마랑 둘이서 서로 동의했다. 시온은 고개를 휙 돌렸지만, 그 옆얼굴은 웃고 있었다. "키라라는 혼자죠." "키라라. 굉장해?" 키라라는 고기를 먹으며 자기 얼굴을 가리켰다. "뭐야, 난 왕따냐, 항상 그러냐." "뭘 삐치는 겁니까, 부장님." 쿄야는 자신의 차례까지 겨우 수십 초도 참지 못하고 삐치는 부장을 달랬다. "뭐, 나에게는 관계없는 이야기니까. 난 언제 어느 때라도 한 사람이니까." "무슨 말씀입니까. 부장님이 가장 버전이 많잖아요." 쿄야는 손가락을 꼽아서 세기 시작했다. "먼저 멋있는 부장님과──." "흥. 나는 멋있는 건가. 뭐,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 마음이지." "그리고 소녀일 때의 부장님이랑──." "뭐라고! 정정해, 정정! 불명예다! 내가 언제 소녀가 되었냐!" "싫어요. 방금 생각하는 건 자기 마음이라고 부장님 입으로 그랬잖아요. 그리고──. 그렇지, 롤리팝 모드의 마 짱이랑──." "롤리팝이라니!" 홍차 컵을 뒤집어엎으며, 부장은 반격했다. "──그러고 보니 쿄로도 세 명 있잖아. 동수로 비겼네." "네 명이 아닐까. 내 기억이 맞다면──그렇겠지만." "에──? 뭔데요?" 쿄야는 정말 몰라서 물었다. 자신의 차례가 되어보니 겨우 이해했다. 어째서 다들 이구동성으로 '자신은 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는지. 자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법인 것이다. "먼저 평범한 쿄로지. 그리고 지와와 같아서 괴롭히는 보람이 있는 쿄로지." "보람 있지." 시온은 손가락을 꼽아 세며,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오레맨을 잊고 있어요──." "지금 말하려고 했어." 그리고 메구미가 언니의 컵에 홍차를 따르며, 네 번째를 입에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은 쿄로 님이죠." 메구미가 커다란 가슴을 죽 펴고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니 지식 부실에는 메구미의 속성을 추가해서 버전을 늘리기 위한 말풍선이 다수 준비되어 있다. 역시 무슨 뜻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메구미지만. "쿠구구궁"과 "후오오오오──!"를 쓸 때는 뭔가 알고 있는 듯한 분위기. 군고구마의 규칙 '돌구이~, 군고구마~.' 높은 가을 하늘 어딘가에서 그런 소리가 들렸다. 아아. 올해도 그런 계절이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며, 여성진의 반응을 살폈다. 역시라고 할까, 예상대로랄까, 지금 부실을 가득 채운 것은, 딱딱한 긴장감. 군고구마 장수의 소리가 들리자 여성진은 임전태세에 들어가 있었다. "야, 키라라. 사재기──." 부장이 키라라를 불렀다. 하지만 키라라의 모습이 정위치에 없었다. 쿄야는 그녀가 한참 전에 산책을 나갔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을 부장에게 보고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곡이 끊겨버렸다. '군고구마예요~. 고구마. 고구마. 고구마~.'라는 흥겨운 노래가 갑자기 뚝 끊겼다. "어라? 멈췄네." 여성진은 전원──타마를 포함해, 귀를 기우리고 있었지만, 노래가 다시 시작될 기색은 전혀 없었다. "쳇. ……할 수 없지, 다음을 기다릴까." 부장이 포기하고 그렇게 말했다. 모두의 눈빛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부실이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리고 잠시 후에──드르륵 문이 열리더니, 키라라가 들어왔다. 그 손에는 커다란 종이봉투. 따끈따끈 수증기가 올라오는──. 달콤한 향기가 부실을 가득 채웠다. 군고구마를 사재기해 온 것이라고,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다 팔려버렸기 때문에 군고구마 장수는 노래를 껐던 것이다. "이거. 고구마의. 고기." 키라라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기 자리인 소파로 척척척 향했다. "자기 편할 대로 굴러가는 네 규칙에 대해서 한마디 할까 말까 고민 중이다. 하지만 그런 건 나중에 하지. 잘했어! 키라라! 그럼 빨리 하나──." 하고 내민 부장의 손은, 팟 하고 키라라에 의해 격추당했다. "캬약──!" 키라라가 화를 냈다. 짖었다. 위협하고 있었다. "키라라는 고기를 나눠 주지 않으니까. 그녀가 그것을 '고구마로 된 고기'라고 생각해서, 그녀 혼자서 사냥해 온 '사냥감'인 이상, 우리가 분배를 요구하는 건 불가능할 거야." "그게 어쨌다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게 우리들 GJ부다!" GJ부는 뜨겁게 단결했다. ──쿄야를 빼놓고. 남재애 입장에서는 솔직히 군고구마는 아무래도 좋았다. 불가능에 도전하면서까지 먹고 싶지는 않다. "저 녀석을 군고구마에서 떨어뜨려 놓으면, 뺏을 찬스가 생기겠지. 뭔가 약점은 없나? 키라라의 약점이 뭐지?" 소곤소곤 작전회의가 벌어졌다. 키라라는 눈치챈 것인지 아닌지, 군고구마를 산처럼 쌓아 놓고 묵묵히 식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여동생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시온이 그럴듯한 소리를 했다. 당장 제랄딘에게 문자를 보냈다. "……흠흠. 거미. 뱀. 영원(도롱뇽과 동물)같은 거라는데." "아──. 뱀 말인가요. 타마 다녀오겠습니다." 타마가 부실을 뛰쳐나갔다. "공통점은, 모두 독을 가진 종류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일까. 그러고 보니 전에 거미를 겁내더군. 농발거미는 독을 갖고 있지 않지만." "아냐──……. 약점을 알아도 거미나 뱀은 좀──. 나도 무섭고. 영원이 뭐야? 본 적도 없는데. 도마뱀이라면 있지만, 그건 안되나?" 부장이 시온이 열심히 의논을 하고 있었다. 그 대화의 원 속에서 메구미가 스윽 빠져나갔다. 똑바로 서서, 번쩍──눈길을 천장으로 향했다. "컴 히어──!" 부름에 응하듯──. 툭, 하고 천장에서 뭔가가 떨어졌다. 손바닥보다도 큰 벌레가, 메구미의 손목 근처에 여덟 개의 다리로 붙어 있었다. "꺄아──!" 부장이 비명을 질었다. 실내는 대소동이 벌어졌다. 전에 부실에 나타났다가 아비규환을 일으켰던 그 거미랑 같은 녀석일까. 그렇다고 한다면, 그 후로 '훌쩍' 크고 늠름하게 성장한 모습이었다. 예전에 메구미가 목숨을 살려준 농발거미가, 지금 소환에 응해서 은혜를 갚으려고 하고 있었다. "타마는 뱀 잡아 왔어요──!" 돌아온 타마가, 그 손에 들고 있던 것은──. "꺄아아──!" "이거 구랑이라서 독이 없어요. 목 뒤를 잡으면 괜찮아요." "우와아아아──!" 부장이 도망 다녔다. 시온이 얼이 빠져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리고 키라라는──재빨리 창밖으로 튀어나갔다. "거미! 위험! 뱀! 위험!" 거미와 뱀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인 메구미와 타마 두 사람은 멋지게 군고구마를 빼앗는 데 성공했다. 부장과 시온 두 사람은 손가락을 빨며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쿄야는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부실이 시글벅적했기 때문에 차는 스스로 탔다. 아아. 녹차가 맛있다. 마오: [군고구마 못 먹었어. 군고구마 못 먹었어.] 시온: [할 수 없어. 마오. 약자에게 줄 군고구마는 없거든. 자연의 섭리야.] 학교 축제 끝나고 "아~, 끝났다. 끝났다! 휴우~. 올해 축제도 재미있었어──." 고등학교 2학년째의 축제도 무사히 끝나고, 쿄야들은 부실을 향해 줄지어 걷고 있었다. 조명이 꺼진 낡은 학교 건물의 복도가 검은 터널처럼 똑바로 뻗어 있었다. 혼자서 걷는다면 조금 무서웠지만, 다 같이 있으니 아무렇지도 않다. "타마는 참 힘들었어요──. 모르는 사람이 친한 척하면서 말을 걸어 오는 거예요. 손가락질을 해요.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박스 들고 쫓아오는 사람까지 있었다니까요." 피곤에 찌든 표정으로 타마가 말했다. 우리 학교의 축제는 일반인에게도 공개되어 있다. 타마가 말하고 있는 것은, 학교 밖의 외부인들 중에 쫓아오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소리였다. 먼 길을 찾아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 투고한 '타마 냄비'의 동영상은 조회 수가 엄청난게 올라가 있었다. 뭔가 팬 사이트도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물어줬어요. 발로 차줬어요. 저리 가라예요." "그게 아니지. 할퀴든가. 아니면 펀치겠지. 고양이라면." "타마는 고양이가 아니에요." "무슨 소리야. 정신 차려. 넌 고양이잖아. 키라라가 호랑이인 것과 마찬가지로 고양이잖아." "마 짱, 진지한 얼굴로 그런 소리 하기 없기예요. 타마가 진짜로 고양이였던 것 같은 기분이 들잖아요." 타마 세뇌작업은 하루하루 착실히 진행되고 있었다. 언젠가는 고양이 귀와 꼬리를 스스로 장착하고 야옹 하고 우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어두운 복도 끝에 부실의 불빛이 보였다. "그럼──. 팔렸나 볼까!" 부장이 손을 비비며 앞서서 부실로 들어갔다. GJ부의 부실은 올해도 무인판매점으로 변해 있었다. 듬뿍 발행된 '부 지폐' 회수를 위해, 다 같이 이런저런 물건을 출품해서 작은 시장 같은 가게를 만들었다. 작년에는 메구미의 뜨개질 제품뿐이었지만, 올해는 각자 각각의 아이템을 내놓았다. "올해도 다 팔렸어요──. 모두들 감사합니다──." 메구미가 얼굴도 본 적 없는 손님들에게 방긋방긋 감사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한 해 동안 열심히 짠 스웨터나 머플러나 장갑은 GJ부의 주력 상품이다. "어째서지! 왜 한 개도 팔리지 않는 거야! 눈물을 삼키며 보물을 방출했는데!" 부장이 한탄하고 있었다. 저건 아마도 진심으로 하는 소리리라. 박스에 잡다하게 담겨 있던 것은 부장의 보물. 우유병의 종이 뚜겅이나 왕관, 도토리나 매미 껍질 같은 것들. 분명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라는 쿄야의 예상은 역시나 맞았다. "으음. 어째서 팔리지 않은 걸까." 이번에는 복사본 더미 앞에서 시온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그녀가 출품한 것은 체스의 기보였다. '세계 챔피언과의 대전 기보'라는 타이틀의 동인지였다. 부재로 '지구 최고에서 대충 은하 최고 정도까지. 실력 향상의 기록~.'이라고 붙어 있었지만, 뻥이 너무 심했다. "그러게 뜨개질 상품만 해 뒀으면 좋았잖아요." 키라라의 '약초'쪽도 예상대로 전혀 팔리지 않았다. "타마의 브로마이드는 제법 나갔어요. 인기 상품이에요." 타마는 디지털 카메라롤 찍은 모두의 사진을 프린트해서 브로마이드로 만들었다. "시온 언니가 압도적으로 가장 인기예요. 세 번째는 어째서인지 타마였어요. 네 번째는 호랑이 언니고, 마 짱은 다섯 전째예요." "흠──. 그럼 두 번째는 메구미구나." "아뇨. 두 번째는 선배예요. 메구 언니는 꼴등이라서 타마는 일부러 말 안 했는데. 선배, 배려심이 전혀 없군요. 끝장이에요. 신경 좀 쓰라니까요." "에? 에에엣? 내가 두 번째야? 어째서?" 시온이 압도적으로 1위라는 것 말고는, 전혀 의외의 앙케트 결과였다. "내가 낸 DVD는……. 아. 다행이다. 다 팔렸네요~." 쿄야가 출품한 건 타마 냄비 동영상의 DVD판이었다. DVD──R을 50장이나 찍어버려서 너무 많은가 걱정했었는데. 어쩌면 더 많이 찍었어야 했나? "선배, 다행이군요." 굽는 걸 도와주었던 타마가 말했다. 도와주었으면서도 자신이 DVD판화되었다는 것을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 것이, 정말 타마다웠다. "이, 사, 육, 팔, 십." 회수한 부 지폐를 부장이 손가락에 침을 묻히며 세고 있었다. 시온의 경제 미니 지식에 의하면, 진짜 돈──이론 은행권 쪽도, 우리가 발행한 부 지폐랑 본질적으로는 비슷한 것이라고 한다. '가치'를 보증해주는 것이 일본 정부인지 GJ부인지, 그것이 다를 뿐이라고 한다. "야, 이봐. 액수가 안 맞잖아." 부장이 험악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야말로 기쁘다는 듯, 씨익 웃었다. "어디의 어떤 녀석인지 모르겠지만, 이 GJ부에서 도둑질을 하다니, 간이 큰 녀석이군. 절도는 중대한 범죄야. 누가 슬쩍했는지 밝혀내서, 땅끝까지라도 쫓아가서 평생 트라우마가 될 정도로 재미있고 끔찍한 일을 당하게 해줘야지." GJ부의 축제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교내 화폐경제·부 지폐 '부 지폐'라는 것은 각 동아리가 독자적으로 발행하는 지폐를 말함. 'GJ부 달러', '유도부 달러' 등, 동아리의 이름이 지폐 단위이다. 프린터로 찍어서 발행하는 것만으로, 단순한 복사지가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바뀐다. 그러나 발행액을 계획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서 화폐가치가 폭발해버린다. 학교 축제와 시장 같은 곳에서 아이템을 팔아서 부 지폐를 회수한다. 회수한 부 지폐는 버려도 좋지만, 주로 겨울에 스토브 연료로 쓴다. 팬시 여성관 어느 가을날의 저녁──. 쿄야는 팬시 여성관에 있었다. 하교 도중, 새로 생긴 어떤 작은 가게에 마치 레일이라도 깔린 것처럼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부장들을 보고 자신도 가게 안으로 따라 들어갔던 것인데……. 가게에 들어간 순간, 위축되고 말았다. 환한 조명의 가게 안에는, 액세서리들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상한 오라에 압도되었다. "어서 오세요──!" 가게의 점원 누나가 미소를 보였다. 깜짝 놀랐다. 자동문이 닫히며 덜컹덜컹 공격을 당해, 또 한 번 놀랐다. 평소라면 부장들이 쿄야의 그런 민망한 행동을 한참 놀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지금 가게 곳곳에서 각자의 '멋진 물건'을 쫓느라 그럴 시간이 없었다. 가게 안에는 다른 여자 손님도 있었지만, 누구도 쿄야에게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어울리지 않는 곳에 들어온 불쌍한 어린양 같은 남학생의 존재는 공기처럼 무시당하고 있었다. 쿄야는 조금 침착함을 되찾았다. 아무도 이쪽을 보고 있지 않다. 가게 안에 놓여 있는 액세서리를 둘러볼 여유도 생겼다. 흠──. 허어──. 호오──. 이런 가게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다. 쿄야는 신기해서 두리번 거렸다. 가게 안에는 많은 선반이 있었고, 귀여운 액세서리가 가득했다. 선반뿐이 아니라, 벽에도 붙어 있거나, 천장에 매단 로프에 매달려 있었다. 별로 넓다고 할 수 없는 가게 안의 이런저런 장소에 상품이 빽빽하게 가득 차 있었다. 어떤 의미로, 막과자 가게의 혼잡함과 비슷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카오스가 지배하고 있는 것 같지만, 뭔가의 법칙성이 바닥에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법칙이냐고 하면──. 예를 들어 식기가 많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판다 그림 그릇 세트. 꿀벌 모양 접시. 작은 도시락 통. 실용품인지 인테리어 상품인지 판단하기 힘들었다. "이거 어때. 야, 시이? 이거 냄비에 해먹는 컵라면에 딱 맞는 크기 아니냐?" 부장이 마치 죽어 있는 듯한 표정의 판다가 그려진 그릇을 시온에게 떠밀었다. 아무래도 진짜로 쓸 수 있는 그릇인 모양이다. "이거 귀여워요." 타마와 키라라가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던 것은, 정말로 맛있어 보이는 색깔의 비누였다. "응. 맛나맛나." 키라라가 손에 든 것은, 바로 옆에 있던 주머니에 든 캔디 세트. 사탕과 같은 색깔의 비누와, 비누 같은 색깔을 한 알사탕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었다. 저러면 혼동되지 않을까? 잘못 멋지는 않을까? 그래도 되는 건가. "아──. 이거 좋을지도 몰라요──." 방긋방긋 미소 짓는 얼굴이 그려진 찻잔. 제대로 구경하기도 전에 메구미가 집어 들었다. 쿄야는 휴대전화 스트랩이 잔뜩 늘어선 코너 앞에서 멈줬다. 용기를 내어 손을 뻗어서, 푹신푹신하고 부드러운 물체를 손에 집어 보았다. 개인지 양인지 모를 인형 스트랩이었다. 너무 커서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이런 것을 휴대전화에 걸고 다니는 여자애들을 종종 본다. 하지만 어려운 문제였다. 이것은 개일까? 아미녀 양일까? 답이 1번인지 2번인지 고민하다가, 찻잔과 스푼과 모래시계 등을 양손에 들고 돌아다니고 있는 메구미를 발견했다. 쿄야는 장바구니를 가져와서 넘겨주었다. 덤으로 과감하게 화제를 꺼냈다. "이 스트랩, 귀엽다. 멍멍이." "그건 드워프 토끼예요." 놀랍게도 토끼였다! 정답은 3번이었다! 쿄야는 자신에게 절망하고 벽 쪽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벽에도 진열품은 잔뜩 있었다. 물건이 전혀 들어갈 것 같지 않은 작은 가방. 무슨 실용성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리고 스티커 시트가 수십 종류나 있었다. 반짝이거나 굉장히 작았다. 이런 걸 어디에 쓰지. 두리번거리며 여기저기 시선을 헤매던 도중, 쿄야는 마침내 자신에게도 가치가 있는 상품을 발견했다. 어째서인지 그곳에만 실용적인 접이 우산이 상자에 대충 채워져 있었다. "부장님, 부장님──! 이 우산 좋네요. 보세요. 3단으로 접혀서 작아지고. 가볍고 편리하겠어요. 게다가 700엔이네요. 와──. 이거 싸다──." 부장은 쿄야가 권하면서 내민 우산을 찌릿 노려보더니──. "좋지 않아. 평범하잖아. 그런 건 다른 데서 사면 돼." 쿄야는 팬시 여성관의 룰을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마오: [그 가게 괜찮았지? 다음에 또 갈까.] 쿄야: [으음─. 네. 그럴까요──.] 마오: [그런데 너, 뭐 샀냐?] 쿄야: [으음──. 네. 우산을 샀어요.] 짜자잔──! "짜자잔──!"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동아리 활동을 하러 온 타마가 문을 열더니 뭔가 괴성을 지르며 빙글 돌았다. "타마, 왜 그래? 뭐 하는 거야? 타마? 안 들어와?" 쿄야가 그렇게 말하자 타마는 뭔가 기분이라도 상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선배! 엉망엉망이에요!" "왜? 어째서? 왜 난 갑자기 엉망이란 소리를 들어야 하지?" "알겠습니다. 이번만 특별히 하는 거예요. 다시 한 번 해드립니다. 무사한 인정입니다." "무사한 인정이 뭐야?" "일본 타마 학회의 회장인 내 추측에 의하면, 아마도 '무사의 인정'이라는 뜻이겠지." 시온이 문고본에서 얼굴을 들고 말했다. "그런 학회가 있습니까." "응. 저번에 발족했어. 타마 냄비 DVD 애호가에 의해서." "한 번 더 할게요!" 타마가 큰 소리로 외쳤다. 쿄야는 시온이랑 둘이서 자세를 바로 잡았다. 타마 쪽을 주시했다. "짜자잔──!" 타마는 그 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스커트가 화악 펼쳐서──. 타마는 두 손을 쫙 편 채로 멈췄다. 트윈테일의 꼬리만이 몸보다 한 박자 늦게 정지했다. "음──……." 쿄야는 생각했다.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뭐 하는 거야? 아까부터?" 부장이 입에 문 폿키를 까딱까딱 움직이며 말했다. "이건 아마도 그거겠죠. 말하자면 일종의 틀림 그림 찾기겠죠? 여자애가 헤어스타일을 바꾼 걸 눈치채지 못하면 게임오버(게임[쓰르라미 울 적에]) 같은 하드한 설정의. 저, 그런 거 잘 못해요. 항상 카스미가 예고도 없이 시켜 놓고 틀리면 밟는단 말입니다." "내가 분위기 바꿨을 때는 너, 금방 눈치챘잖아." "파마한 긴 머리가 포니테일로 바뀌면 그야 누구라도……. 저라도 알죠. 머리 묶는 고무줄 색깔이 파란색으로 바뀌었다든가, 그런 사소한 걸 어떻게 눈치채라는 겁니까?" "아. 그거 분명 그거겠다. 내가 골라줬던 거네." "마 짱. 항상 카스미랑 놀아줘서 고마워──." "이, 쪽, 좀, 보, 시, 죠!──엄청나게 특별히! 한 번 더 해드리겠습니다. 이걸로 모르겠다면, 타마는 삐쳐서 집에 갈 거예요." "가버린다잖아. ──야. 너희들. 똑똑히 봐 둬라." "타마, 빨리빨리요──." "키라라. 본다." 풀 멤버가 모였다. 키라라와 메구미도 고기 먹는 것과 홍차를 준비하는 것을 중단하고 모였다. 맨 앞줄에 매달렸다. "짜자잔──!" 타마는 다시, 빙글 돌았다. "아, 알겠다! 알겠어요!" 쿄야는 소리쳤다. "──체육복이다! 체육복이에요!" "음. 체육복이군." "체육복이에요──. 타마의 맨다리가 바이바이네요──." "응. 체육복이네. 참고로 나는 처음부터 눈치챘지만." "그거. 어디 거?" 모두가 각자 그렇게 말했다. 키라라만 체육복의 브랜드를 신경쓰고 있었다. "너, 또 체육복이냐? 겨울도 되지 않았는데, 또 체육복 바지냐?" 부장이 투덜거렸다. 부장 말로는 패션의 본질은 참는 것이라고 한다. 가을이 되어 쌀쌀한 날도 있지만, 아직 그런 완전 무장을 할 정도로 춥지도 않다. "후후후. 그냥 체육복이 아니에요. 유명 브랜드 체육복이에요! 이번 가을에 타마는 새로 태어났어요! 이제! 멋쟁이의 길을 걷는 거예요!" "그거. 어디 거." 키라라가 또 물었다. 체육복의 브랜드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후마라고 해요. 흑표범 같고 날렵한 타마의 이미지에 딱 맞아요." "퓨마가 아니라?" 키라라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뭔가 동정할 때의 표정이다. "후마인데요? 보세요, 여기." 타마는 로고 마크를 자랑스럽게 집어 보였다. 분명이 'FUMA'라고 쓰여 있었다. "짝퉁이잖아!" "에엣! 하지만하지만──. 할인점에서 싸게 샀는데요──?" "그러니까 짝퉁이지!" 가짜 브랜드 체육복은……. 적어도. 타마의 이미지에 딱 맞겠다고 생각하는 쿄야였다. 고양이는 고양이라도 잡종 도둑고양이고──. 게다가 꽤 바보 같은 녀석이었다. 타마: [체육복을 다시 샀어요──! 이번 체육복은 나이키예요──!] 쿄야: [하지만 이거 MIKE라고 쓰여 있는데?] 타마: [다음엔 이 녀석을 타마가 아니라 미케라고 부를까.] 코타츠 님의 귀한 "엣취!" 어느 가을날의 부실──. 부실 안에서 글너 소리가 들렸다. 꽤나 귀여운 소리의 '재채기'에 얼굴을 들고 발생한 곳을 찾았다. 쿄야뿐만이 아니라, 모두의 시선이 키라라가 있는 곳에 정확히 모였다. 모두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키라라는, 일단 고기를 접시에 내려 놓은 후──. 그리고 다리를 모아 얌전히 앉았다. 부실 천장 구석 쪽에 시선을 돌리며, 내가 아니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쑥스러워하고 있었다. 모른 척하고 있다. 어쩐지 귀엽다. "모에모에네요♡" 찰칵하고 소리가 났다. 타마의 디지털 카메라의 메모리 안에 영구 보존되었다. "그러고 보니 슬슬 추워졌네." 만화 잡지로 만든 병풍 너머로 부장이 말했다. "가을이니까." 컴퓨터 앞에서 바다 저편의 세계 챔피언에게 지도 체스를 두고 있던 시온이 대답했다. 그 목소리에는 뭔가를 재촉하는 듯한 울림이 들어 있었다. 쿄야조차 눈치챘을 정도다. 절친 9년째인 주방이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다. "그렇군. ──슬슬 그걸 꺼낼까." "고맙군." 시온이 안심하는 듯 한숨을 쉬었다. 무릎을 매만지던 손을 멈추고, 부장과 둘이서 일어나 부실 구석의 창고로 향했다. "넣어 둘 때 세탁을 했으니까, 이불은 그대로 쓸 수 있어요──." 메구미가 찻잎을 캔에 다시 넣고 있었다. 쿄야도 돕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뭡니까. 뭡니까──! 타마도 알 수 있게 이야기해요! 비밀 이야기 나빠요!" 타마가 폭발했다. 강한 모드로 변했다. GJ부 식 대화에 혼자서 따라오지 못하는 타마였다. GJ부의 대화에는 '주어'가 종종 생략된다. 이 경우에는 생략된 것이 '코타츠'라는 주어였다. "딱히 비밀로 하고 있는 건 아냐." 약한 모드도 귀엽지만 강한 모드도 귀엽구나, 하고 생각하며 쿄야는 타마에게 말했다. "아뇨! 하고 있었어요! 선배들은! 타마는 모르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분명히 그래요! 왜냐하면 타마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확실해요! 타마를 깍두기 취급 하는 건 왕따 문제예요! 타마를! 좀 더 귀여워해야 돼요!" 혼자서 테이블에 남겨진 타마는 입가에 케이크 크림으로 수염을 만든 채로, 자기 포크를 쥐고 있었다. 충분히 귀여워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예를 들어 오늘은 '케이크의 날'이다. 메구미가 애써서 만든 케이크가 12등분 되어, 그중 일곱 개는 타마의 블랙홀 위장에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깍두기'라는 게 뭐야? *타마는 가끔 이상한 소리를 한다니까." (*타마는 가끔: 일본어로 '가끔'이 '타마'와 발음이 같음.) "방석 전부 빼버려." "개그를 한 게 아니에요." 그런 대화를 하면서도, 코타츠 조립은 진행 중이었다. 비닐을 걷어내고, 그래도 붙어 있는 반년치 먼지를 털어냈다. 다리를 네 개 돌려서 끼우고, 코드는 콘센트까지 연결했다. 이불을 덮고, 탁자 부분이 위에 놓였다. "깍두기……는. 어린이의. 놀이. 등에서. 정식 상대로. 인정받지 않아. 꼬마. 깍두기. ──대사전에서." 사전을 보고 있던 키라라가, 수십 초 전의 의문에 대답해주었다. "타마 이야기네." "타마는 어른이에요!" "아직 수습 부원이잖아. 정식 부원도 아니잖아. GJ부 혼, 모르잖아." "코타츠 꺼낼 거면 코타츠 꺼낸다고 말해요, 일본어로 말 못해요?" 척척 걸어와서, 완성된 코타츠에 얌체처럼 제일 먼저 들어가려고 한 타마의 목덜미를 키라라의 손이 휙 잡았다. "냐옹──!" "고양이 입장에서는 바로 들어가고 싶은 기분은 이해하지만, 넌 수습 부원이라니까. ──코타츠 님의 귀환을 축하하며, 먼저 '의식'이 필요해." "의식이 뭔데요──!" 키라라의 손에 잡혀서 허공에 부웅 뜬 채로, 타마가 말했다. "감사의 기도야." 다 같이 일본식 공간에 정좌한 후, 고맙습니다 ──하고, 코타츠 님에게 절을 했다. 양손을 쭉 올리고, 허리를 기점으로 상반신 전체로 몇 번이나 절을 했다. 그 후에 코타츠 님에게 다 같이 들어갔다. 여섯 명이서 들어갈 때의 포지션은, 부장이 쿄야의 무릎 위. 그리고 다음으로 작은 타마는, 다 같이 잠시 경쟁을 벌였지만, 오늘은 가장 커다란 키라라가 가져갔다. "그러고 보니 내 기억이 분명하다면, 아까 타마는 '좀 더 귀여워 해라.' 같은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아흑──, 간지러워요. 거긴 안 돼요." 타마는 키라라가 머리카락 냄새를 킁킁 맡자, 간지럽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쿄야: [올해도 이런 계절이 되었군요.] 마오: [또 시이가 멍하게 있는 모습을 실컷 구경하겠군.] 시이: [아아……, 따뜻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조금 전부터 쿄야는 평소와 다른 공기를 눈치채고 있었다. 시온이 침착하지 못한 눈치였기 때문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세계 챔피언에게 지도 대국을 해주는 것은 평소랑 똑같았지만,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느낌이었다. 그녀의 눈은 책장 쪽을 힐끗힐끗 보고 있었다. 참고로 GJ부의 책장이 두 개 존재한다. 한쪽은 부장도 안심하고 읽을 수 있는 '안전물'이 들어 있는 책장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한쪽은 '금서'가 모여 있는 책장이었다. 한 작품이 두 책장에 나눠어서 담겨 있기도 했다. 불편해 보이지만, 그것이 GJ부 식이었다. 그리고 시온이 방금 전부터 보고 있는 것은, 그중에서 '금서' 책장 쪽이었다. 그러고 보니──쿄야는 생각이 났다. 중고 서점을 돌며 겨우 손에 넣은 책을 책장에 넣어 둔 것이──마침 어제 일이었다. 어떤 작가가 필명을 두 개 써가며 작품을 쓰고 있었다. '요츠바 유우' 명의의 책은 여성향 소설이고 연애물. 이마에 뽀뽀를 하는 게 가장 큰 사랑 표현이라 굉장히 안전한 물건이다. 부장 전용. '니노미야 슈지' 명의로 쓰는 책은 굉장히 폭력적이었고 뽀뽀 정도가 아니라 훨씬 굉장한 일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막 하는 본격 SF물이었다. ──폭력과 에로스는 꼭 필요해! 라는 작가의 영혼의 외침까지 들릴 듯한 과격한 작품이라, 초위험물이다. 시온 전용. 참고로 그 책은 '니노미야 슈지' 명의로 쓴 마지막 한 권. 이것으로 시리즈 전권을 모은 것이 된다. 힐끗 책장을 보니──. 책은 아직 거기에 있는 것 같았다. 그렇군. 쿄야는 이해했다. 읽고 싶겠지. 그렇겠지. 쿄야도 읽고 싶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옆 동네 중고 서점까지 가서 뒤졌다. 절판이라서 새 책으로 살 수가 없었다. 도서관에도 없었다. 그리고 기대한 대로 역시 작가님은 대단했다. 그런 걸 라이트노블에서 쓰다니! 집에 놔두면 여동생이 발견하고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부실의 금서 책장에 보관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고, 쿄야가 생각에 잠겨 있자──. "흠, 흐흠──." 시온이 갑자기 어색한 헛기침을 했다. "음……. 쿄로 군, 미안한테 잠깐 저쪽을 보고 있을래?" "그러죠." 쿄야는 얌전히 응했다. 빙글 저쪽을 보았다. 그리고 타이밍을 봐서──. 빙글 몸을 앞으로 되돌렸다. "아, 아앗──!" 시온은 의자와 책장의 중간 지점에 있었다. 그녀는 허둥지둥 의자로 뛰어갔다. 그 기세가 너무 강했는지, 의자 바퀴가 샤──아 소리를 내며 1미터 정도 굴러가 버렸다. "치, 치사해!" 시온은 삿대질 하며 비난했다. "저쪽을 보고 있겠다고 약속했잖아! 계약했으니 불이행 의무가 발생──." "어라? 뭐가 문제죠? 잠깐이라고 하시기에, 잠깐 저쪽을 봤던 건데." "크히히히히힛." 부장이 만화잡지 병풍 저편에서 재수없는 웃음소리를 흘렸다. 타마가 디지털 카메라로 찰칵하고 '뿔난' 시온의 모습을 한 장 찍었다. 키라라는 코를 킁킁 벌름거리며 공기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메구미는 그런 모두의 모습을 지켜보며, 홍차 준비를 시작했다. 평소와 똑같았다. GJ부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그, 그럼……! 시, 십──아, 아니! 이십! 이십 초 셀 때까지 저쪽을 보고 있어!" "네, 알겠습니다." 쿄야는 얌전히 응했다. "하나──……, 두울──……, 세엣……." 천천히 수를 세다가──갑자기 한번에──! "사오육칠팔구십──십일십이! 십삼! 십사! 십오! 십육! 십칠! 십팔! 십구! 이십!!" 재빨리 세어버렸다. 그리고 돌아보았다! "아, 아, 아아앗!" 책장 앞에 있던 시온은 의자까지 한 번에 달려갔다. 이번 기세는 의자의 바퀴가 5미터나 굴러갈 정도였다. 부실 저편의 벽까지 가서 겨우 멈췄다. "너무해." 원망스러운 듯 시온이 중얼거렸다. "너……. 너는 날 가지고 놀고 있었냐. 필사적인 나를 비웃고 있었던 거냐." "웃고 있떤 건 주로 우리인데. 쿄로는 웃겨준 사람이니까──. 봐라, 진지한 표정이잖아." 쿄야는 겨우 얼굴에 웃음을 짓고──그리고 시온에게 말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하는 거예요, 이 놀이." 미니 지식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전통적인 놀이. 술래가 등을 돌리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중에는 다른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다. 말을 다 끝내고 술래가 돌아본 순간 움직였던 사람은 잡힌다. 전원 잡혀버리면 술래는 교대하게 된다. 누군가가 술래를 ㅏㄴ지게 되면 잡혔던 사람 모두가 도망칠 수 있다. 혈액형 성격진단 "쿄로 군은 혈액형이 뭐지?"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모두들 각자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거나 뜨개질을 하고 있던 어느 가을날 오후──. 시온이 갑자기 그런 말을 했다. "B형인데요." "음. 그렇겠지. B형 남자의 성격은 느긋하고 낙관척이고 침착하다고 하니까. 그야말로 네 인간상 그대로야." "아──…….' 말할까 말까, 잠시 망설인 후에──. 쿄야는 그냥 말하기로 했다. "하지만 혈액형 성격진단은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다고 하던데요." "그럴 리가 없어." 시온은 조금 딱딱한 표정으로 변했다. 역시──. 지적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시온의 잘못은. "선배, 안 돼요. 그건 GJ부의 터부예요. 전에 가르쳐준 거예요." 타마가 말했다. 저번에 후배를 위해 몸을 희생해 가며 가르쳐준 일이었다. 그랬던 자신이 금기를 어겨버리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건 역사 깊은 학문이야." "하지만 저번에 본 과학 상식 프로그램에서 분명 그런 식으로──." "뭐, 일단 마지막까지 들어보렴." 시온이 쿄야의 이야기 를 끊었다. 그리고 계속 말했다. "난 서적에서 지식을 얻을 때, 한 권의 기술만 믿고 결론을 내리는 짓은 하지 않아. 예를 들어 혈액형 성격 진단에 대해서는 121권의 책을 읽고 상호 검증을 했지. 대다수의 문헌에서 기술이 일치하고 있는 것은 이미 확인했어." "너, 그렇게 많이 읽었냐." 부장이 폿키를 문 채로 그렇게 말했다. "마오라면 내 독서 속도를 모를 리가 없지." 시온이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 그렇게 말했다. 한 번 목격한 적이 있지만, 정말로 시온의 독서 속도는 엄청나다. 파라락──하고, 페이지를 넘기는 것만으로도 내용이 머리에 들어와 버린다. 시온은 완전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페이지의 내용이 순간적으로라도 시야에 들어오면 다 읽은 거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많이 나왔지. 혈액형 성격 진단이라는 책이. 편의점에도." 부장은 그렇게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오독오독, 뽀각뽀각, 폿키를 먹고 있을 분이었다. 시온에게 설명을 하는 임무는 아무래도 쿄야에게 일임된 것 같았다. "그런 상호 검증을 한 결과, 네 B형에 대한 성격진단의 개연성은 높다고 봐. 분명 네가 생각하는 것 같은 의문은 당연히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혈액형 진단의 이른바 권위자인 내 말을 믿어주지 않겠니." 시온의 말은 대부분 얌전히 믿는 쿄야였지만──. 이것만은 아무래도 의심스러웠다. 수많은 책으로 공부했다고 시온은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부장이 말하듯 편의점에 종종 놓여 있는 '혈액형 진단' 같은 책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아까부터 이상하게 이야기가 어긋나 있었다. 쿄야가 말하는 것은 '혈액형 성격 진단'이고, 시온이 입에 담고 있는 것은 '혈액형 진단'이었다. 그래서 쿄야는 반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말이죠, 시온 선배. TV에선 분명히──." "TV?" "네. TV요. 아버지랑 카스미가 과학 프로그램을 보다가 거기서 마침 혈액형 이야기를 하길래, 그때 혈액형과 성격의 관계는 전혀 없다고, 분명히 그런 식으로──." "아, 저기. 난 TV……는, 별로 안 봐." "안 보시나요?" 쿄야는 갑자기 약해진 시온에게 물었다. "그게. 즉. 금지야." 시온은 우물쭈물 두 손의 검지 끝을 모았다가 떼었다가 하고 있었다. "……니니즈(오빠들)가, TV는 좋지 않다고, ……책을 읽으라고." "반항하세요." 니니즈는 자식 교육에 열을 올리는 학부모 같은 사람들 같다. "하지만하지만, TV는 정보의 취득 효율이 나빠. 한 시간 느긋하게 앉아 있는 동안 도대체 책을 몇 백 권 읽을 수 있지?" "아──. 시온 선배의 경우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쿄야는 말했다. 분명 납득이 가는 이유다. 책은 천재성으로 읽는 속도를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영상물은 기껏해야 2배속으로밖에 볼 수가 없다. "그 TV프로의 녹화가 아직 남아 있나? ──다음에 휴대전화에 넣어 올게요. 같이 봐요. '상호 검증'해보기로 하죠." "으, 응. 그럴게." 주먹을 꼭 쥐며, '시옹 선배'는 크게 끄덕였다. 카스미: [시옹 님. 저녁 먹고 갈 거죠──!] 시온: [우……. 그, 그럼. 감사히──.] 카스미: [시옹 님. 자고 갈 거죠──!] 시온: [아……. 아니. 그건 아무래도──.] 카스미: [엄마──! 시옹 님. 자고 가도 되지요──!] 가을의 맛, 정크푸드 기행 어느 가을의 휴일. 쿄야는 시온과 역 앞을 걷고 있었다. 시온보다 한발 앞서서 오후의 시끌벅적한 상점가를 걸었다. "실로 기대되는데. 설마 너에게 이런 에스코트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오다니." "뭘 그렇게 거창하게 이야기를……." 쿄야는 웃었다. 역에서 만나서 쿄야가 자주 가는 가게로 안내한다는 약속이었다. 에스코트라니, 그런 거창한 표현을 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시온 선배는 분명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응. 기대하고 있어??" 사실은 시온이 정크푸드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쿄야는 전부터 생각했다. 컵라면을 굉장히 좋아한다. 봉지 라면도 좋아한다. 탄산음료랑 편의점에서 파는 과자에 감동하고 열광한다. 시온의 둘째 오빠는 요리의 천재이고 세계적인 요리사라고 한다. 시온의 평소 식사에는, 대통령이라도 예약하고 몇 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미식이 나온다고 한다. ──너무 맛있는 것에 익숙해져서, 서민의 맛이 신선하고 대단하다고 착각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오늘, 그 가설을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에는 여기죠." "흠. 햄버거……구나. 응. 문헌에서 읽어본 적은 있어. 독일의 함부르크 지방에서 노동자를 위해 제공되던 요리가 미국에 건너가서 햄버그가 되었지. 그랬다가, 빵 사이에 끼워 먹는 개량을 거쳐서 햄버거가 되었다고──." "모스(모스버거)나 킹(버거킹)도 좋지만요. 역시 기본은 맥(맥도날드)이죠." "모스? 맥? 킹?" "뭐, 일단 들어가죠." 쿄야는 지갑에서 종이를 한 장 빼더니, 앞에 섰다. "그 종이는?" "쿠폰이에요. 값을 깎아줘요." "오오!" 시온은 모든 것에 대해서 감격했다. 이런 곳에는 역시 와본 적이 없어서 신기한 모양이었다. 가게 안에서도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가게의 종업원 누나가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를 하자,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그런 '시옹 선배'를 쿄야는 따뜻하게 지켜보았다. "해, 햄버거를, 하, 하……. 하냐." 발음이 헛 나왔다. "프렌치프라이도 같이 주문하시겠습니까──?!" 추가 주문을 유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세트로 해주시겠어요. 음료수도 주니까.──자요, 시온 선배. 음료수를 정하세요. 따뜻한 거나 차가운 것 중에서 고를 수 있어요. 그리고 이걸로──." 쿠폰을 스윽 내밀었다. 세트가 이 쿠폰으로 할인된다. "저는 치즈버거 세트구요. 샐러드로 주세요. 녹차는 라지로 해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자신의 주문을 끝내자, 시온이 놀란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왜요?" "대단해……. 넌……. 고속영창이 가능하구나……." "네? 고속영창──?" "전설의 마법사 같아." "아뇨아뇨. 평범한 고교생인데요." 평범한 고교생이 굉장히 평범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 뿐이었다. 고속영창 ──이라고 하다니, 뭐 재빨리 주문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익숙하니까. 샐러드랑 프렌치프라이는 절반씩 나눠 먹었다. 햄버거랑 치즈버거를 서로 한입씩 먹었다. 사복 차림의 시온과 같이 먹고 있자니,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었다. 교복을 입고 있는 시온과 매일같이 점심을 먹고 있지만. 그런 어색함을 느끼고 있는 것은 쿄야분인지, 시온은 일사분란하게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입술에 묻은 케첩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손가락으로 가리켜서 알려주자, 시온은 서둘러 냅킨을 찾았다. 완전히 다 먹고 나서, 시온은 쿄야의 얼굴을 창피한 듯 바라보더니──. "하, 하나 더, 먹어도……될까?" "아직 먹을 수 있다면, 다음은 덮밥 짚에 가죠. 날달걀 공짜 서비스권이 있어요. 카스미가 이런 걸 모으는 걸 좋아해서, 몇 장 받아 왔어요. 켄터키(KFC)도 있어요." "덮밥? 켄터키?" "역시 처음이니 요시노야를 가야겠죠. 스키야랑 마츠야도 괜찮지만요." "*요시노야? 스키야? 마츠야?" 멍하니 고개를 갸웃하는 시온과 함께 같이 가게를 빠져나왔다. 역 앞 거리를 돌아다니면 패스트푸드점은 얼마든지 있었다. 오늘은 '시옹 선배'를 독점한느 날이었다. (*요시노야. 스키야. 마츠야: 덮밥 등의 간단한 식사를 파는 체인점.) 미니 지식 고속영창 통상의 몇 배에 달하는 고속으로 주문을 하는 방법. 패스트푸드 상급자만이 할 수 있다. 더욱 고도의 상위개념으로 '무영창'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습득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세월을 들여 의식을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게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항상 드시던 거죠──?'라는 질문을 받게될 때까지 계속 다닐 필요가 있다. 끄덕이는 동작만으로 주문이 성립하게 되면, 이윽고 무영창을 실현하게 된다. 삐로삐로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누가 가져온 것인지──. 둥근 테이블 위에 '삐로삐로'가 놓여 있었다. 막과자 가게나 야시장에서 파는 것이었다. 피리 끝에 빙글빙글 말린 종이가 달려 있어서, 불면 쀼──하고 뻗어나가는 장난감이다. 오랜만에 보는 장난감을 손에 쥐고 바라보고 있었더니──. "응? 뭐야. 뭐야." 시온이 흥미를 보였다. 문고본을 배 위에 놓고, 쿄야의 설명을 기다리는 표정이었다. "뭐야, 그건?" "무슨 이름인지 사실은 모릅니다만. 하지만 저희 동네에선 '삐로삐로'라고 불렀어요." "그, 그건……. 머, 먹는 건가?" "안 먹어요." 쿄야는 웃었다. 그녀는 완전히 '시옹 선배'의 얼굴로 변해 있었다. 테이블 끝을 넘어 몸을 이쪽으로 내밀고 있었다. 쿄야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시옹 선배'의 얼굴 앞에 피리를 겨누었다. 그리고 입에 물고──." 쀼──하고, 불었다. 말린 종이가 빙글빙글 돌며 뻗어, 시온의 콧잔등을 때렸다. "와! 우와아!!" 덜컹덜컹, 콰당. 시온은 의자에 앉은 채로 넘어지고 말았다. "아앗! 죄송해요! 죄송해요! 그렇게 놀라게 할 생각은──." "악! 아악!" 시온은 꽤나 놀랐는지 바닥에 엉덩이를 질질 끌며 무릎과 다리로 버둥버둥 도망치려고 했다. 이른바 '간 떨어졌다'라는 상태였다. 휘둥그레 뜬 눈으로 쿄야를 보고 있었다. "저기……. 이건 그렇게 무섭지 않은데요? 그냥 장난감인데요." 쿄야는 '삐로삐로'를 다시 한 번 입에 물었다. 쀼──하고, 불었다. "꺄──!" 주저앉은 채로, 시온이 더욱 뒤로 물러났다. "봐요──. 보라니까요! 무섭지 않다니까요! 자요! 이거! 괜찮다니까요!" 또다시 쀼──하고 불었다. 시온은 우와우와~, 하고 소리치며 뒤로 물러났다. 스타트 지점은 둥근 테이블이 있던 곳, 그것이 지금은 다다미를 깐 일본식 공간까지 물러나 있었다. 시온은 코타츠에서 낮잠을 자던 타마와 부딪혔다. 그녀는 "뭡니까? 뭡니까?"하고 잠이 덜 깨서 항의하는 타마를 넘어가, 필사적으로 계속 도망쳤다. "시온 선배, 도망가지 마세요. 시온 선배." 쿄야는 시온을 쫓아갔다. 이제 완전히 재미있어졌다. 삐로삐로를 입에 물고, 또다시 쀼──하고 불었다. "꺄아악!" 시온이 도망쳤다. 쿄야는 또또또다시, 삐로삐로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쿄야는 뒤에서 퍽 하고 발차기를 당해 앞으로 쓰러졌다. 딱딱한 바닥에 얼굴부터 다이빙했다. "누굴 감히 괴롭히고 있는 거야, 이 녀석이──?" 무서운 얼굴의 부장이 당당하게 서 있었다. "어라?" "어라가 뭐야! 우리 부는 남자 금지라고 했잖아. 괴롭히는 것도 금지잖아." 부장이 발로 콱콱 밟았다. 등이 실내화의 고무 밑창에 눌려 아팠다. "어라?" 쿄야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시온이 벽에 등을 대고 겁먹은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키라라, 처리해." 부장이 턱으로 가리켰다. 키라라가 척척 걸어왔다. 손을 뻗었다. 목덜미를 잡혔다. "우와. 이런──알겠습니다! 알았어요! 정신이 들었습니다!" 쿄야는 창밖에 추욱 매달렸다. 지상 2층에서 키라라의 한쪽 팔에 매달린 상태였다. 이미 제정신이 돌아왔지만, 좀 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반성하고 있어요──!" 부실 안에 들어오고 나서──. 쿄야는 시온에게 몇 번이나 머리를 숙였다. 시온은 깜짝 놀랐을 뿐이고 화가 나지 않았던 듯──. 금방 용서해준다고 했지만, 스스로 미안함이 풀리지 않아서 몇 번이고 사과를 했다. 마지막에는 부장이 '그만해. 짜증 나."라고 다시 발차기를 날렸다. "여, 여자를 괴롭히는구나……. 나, 남자애구나……." 그런 이상한 반응과 함께, 시온이 쿄야에게서 평소보다 거리를 두는 나날이 일주일 정도 계속되었다. 마오: [야. 남의 장난감으로 멋대로 장난치지 마.] 쿄야: [역시 부장님 거였군요. 부장님 때문에 시온 선배가 이상한 눈으로 절 보게 되었잖아요.] 마오: [에이──. 이제 이거 못 쓰게 되었잖아.] 쿄야: [네? 부서지지 않았는데요.] 마오: [바보. 네가 입 댔잖아.] 라이트노블의 행방. "어라──? 이상한데──." 자신의 방의 책장을 왼쪽 위부터 오른쪽 아래까지 순서대로 찾아본 후, 쿄야는 중얼거렸다. 어디에 있는지 책이 몇 권 보이지 않았다. 어떤 작가의 데뷔 초기작품들이다. SF와 폭력. 그리고 에로스쪽으로 꽤 튀는 네용의 라이트노블. 이번 주말에 다시 읽어보려고 책장에 꽂아 두었떤 곳에 텅 빈 공간이 남아 있었다. 한 권만 남겨 놓고 다른 책이 전부 없어졌다. "야, 카스미──." "왜──. 오빠." 다리를 파닥거리며 대답이 돌아왔다. 여동생은 지금 침대에 누워 독서 중이었다. 오빠 방의 침대를 점검하고 오빠의 만화를 즐긴다. 그리고 마시고 있는 주스도 당연하다는 듯 오빠에게 심부름 시킨 것. 왜냐하면 적은 "오빠, 주스 마시고 싶어."라는 식으로, YES나 NO로 대답하기 힘든 각도에서 공격하기 때문이다. "오빠, 부탁해."라는 말을 들으면, 저항할 수단이 없다. 이것이 이미 시노미야 가의 전통이다. 엄마도 이렇게 아버지를 머슴처럼 부리고 있다. "11권 끝났어. 다음. 12권 집어줘──." 책을 넣는 것도, 다음 책을 꺼내주는 것도 오빠의 역할이다. 카스미에게 받은 한 권을 책장에 넣고, 다음 권을 꺼냈다. 그리고 쿄야는 다시 물었다. "저기, 카스미. 책 어디 갔는지 모르니? 소설인데. 니노미야 슈지라는 사람의 시리즈가 한 권만 남겨 놓고 전부 사라졌어. 혹시 네가 방에 가져갔니?" "아──. 그거?" 만화책을 보니 눈을 돌리지도 않고, 포니테일 소녀 카스미는 대답했다. 쿄야는 굳어버렸다. 뭔가 지금 엄청난 소리를 들었다. "안 돼, 오빠. 그건 야해. 야한 걸 읽으면 남자애가 되어버려. 난 여동생으로서 오빠를 올바르게 키울 의무가 있어. 그 책은 한 권을 빼놓고 시노미야 가문 조례에 의해 불건전 도서로 지정되었어. 단순 소지도 위반이야. 그래서 처분했어." "뭐……, 뭐……, 뭐──! 왜 버린 거야!" 쿄야는 외쳤다. 쿄야답지 않게 큰 소리를 질렀다. "버리지는 않았어. 처분했다니까." 카스미는 만화책을 내려놓더니 제대로 앉았다. 큰 소리를 지르는 쿄야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버렸다는 소리잖아!" "반환했을 뿐이야. 제작자에게. 보니까 똑같은 책이 잔뜩 책장을 메우고 있던데. 저자 증정본이라고 잔뜩 받는다더라. 그 책장에 넣어 뒀어." "……에? 반환? 엣? 제작자?" 쿄야는 의미를 알 수 없어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거 작가가 우리 동네에 사는데? 오빠는 몰랐어?" "에? 에엣──?!" 쿄야는 깜짝 놀랐다. 동경하던 작가가 설마 근처에 살았다니. "오빠네 반의……. 누구였지. 어떤 사람네 집에 살고 있어. 사촌이래." "에? 에에──?!" "오빠 아까부터 에──밖에 말 못하네." "그 어떤 사람이 누군데?! 그거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야! 떠올려봐! 지금 당장!" "그리고 우리 반의 시노노메 리오의, ……뭐랄까. 집사랄까. 노예같은 존재?" "아니, 그쪽은 아무래도 좋으니까. 우리 반의 어떤 사람이 누구야. 가르쳐줘." "싫어. 안 가르쳐줘. 가르쳐주면 오빠는 책 가지러 갈 거잖아. 그러면 오염되잖아. 그 사람은 안 돼. 완전 변태라니까? 여중생한테 혼나면 기뻐하는 사람이라니까?" "에? 에엣──?!" 아마도 작가를 만나고 온 듯한 카스미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 니노미야 슈지라는 작가의 이미지가 울렁울렁 흔들렸다. 존경하고 있었는데! 그, 그럼 하다못해 책만이라도 돌려줘──." "그럼 최고 평의회의 표결에 부치겠습니다." 카스미는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마법 같은 속도로 문자를 보냈다. '평의회'의 멤버에게 바로 답장이 돌아왔다. "──왔다왔다, 답장! 음──. 질은 '에로스는 적당히.', 세라는 '남자들은 어떤 의미로 어쩔 수 없다고, 모리 씨가.', 마 짱은 '뽀뽀 금지야.' , 그럼 전원 일치로 각하네." "아니, 그거 반쯤 조건부 OK라고 하는 거 아니냐? 그것보다 평의회라는 건 뭐야?" "안 되는 건 안 돼! 오빠! 얌전히 말 들어!" 쿄야는 풀이 죽어 고개를 숙였다. 카스미 가에서는 여성들이 안된다고 하면, 그건 안 되는 거다.(아치- 근데.. 여기서 카스미 가가 아니라 시노미야 가라고 해야되지 않음.. 암튼 본문대로..) "……어라? 근데 니노미야 슈지의 책 중에 한 권만 남아 있었는데……. 그것도 꽤 야한데? 아니, 폭력과 에로스는 불가분일 뿐이고. 나는 꼭 야한 걸 읽고 싶다는 건 아닌데. ──하지만 왜 그것만 괜찮다는 거야?" "그건……, 그게, 히로인이……, 여동생……이니까." "뭐?" "됐어! 아무튼 오빠는 그 한 권만 읽어! 최소한 다섯 번은 읽어!" 그래서 주말 내내 쿄야는 여동생물 라이트노블만 읽었다. 미니 지식 저자 증정본 소설가의 책장은 지금까지 출판한 책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한 권을 쓸 대마다 출판사에서 '저자 증정본'이라며 열 권, 스무 권씩 보내주기 대문에 친구들에게 뿌려도 전혀 줄지는 않은다. 책장 하나가 자신의 책만으로 전부 채워지는 것이, 작가의 작업실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 빗질 시간 언제나처럼 시노미야 가의 거실. 엄마가 저녁밥을 준비하고 시작했고, 아버지는 아직 퇴근하지 않았다. 늦게까지 놀던 카스미가 방금 귀가해서, 지금은 카펫 위에서 뒹굴뒹굴 빈둥거리고 있었다. 그런 시노미야 가의 평화로운 저녁, 괜히 TV를 틀어 놓았지만, 딱히 보는 사람은 없다. 버라이어티 프로에서 나오는 개그맨의 목소리를 BGM으로 들어며, 쿄야는 여동생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요즘 귀가 시간이 상당히 늦는다. 해가 떨어지고도 꽤 지난 시간에 집에 들어온다. 쿄야도 매일 동아리 활동이 있어서 귀가가 늦는 편이지만, 그것보다도 더욱 늦는다. 오늘도 방금 막 들어온 참이다. 그리고 입을 열자마자 하는 소리가 "밥 아직이야──?"였다. 중학생이 되어서 이상한 놀이에 눈을 뜬 것이 아닌가 걱정이었다. ──그렇게 여동생만 보고 있던 쿄야는 카스미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것을 눈치챘다. 어딘가에서 날뛰다가 온 것처럼 포니테일이 말려 있었다. "저기, 요즘 말이야……, 카스미 말이지……, 집에 들어오는 게 늦는데. 뭐 하고 노는 거야?" "왜──, 오빠?" "오늘은 뭐 했어?" "경도." "뭐? 엥? ……경도?" "몰라? 도둑이랑 경찰로 나뉘어서──." "아니, 그건 아는데." "남자애들 이겼어. 질이랑 세라랑. 저쪽은 계속 감옥에서 못 나왔어. 교대했더니, 이번에는 전혀 체포를 못해서 마지막엔 반쯤 울 것 같더라. 에헤헤." "아, 응……. 그렇구나." 항상 만나는 친구들. 놀이도 굉장이 건전하기 짝이 없다.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여동생아. 중학생이나 되어서 '경찰과 도둑'놀이라니, 좀 그렇지 않냐? 안심하던 쿄야의 눈이 테이블 위에 놓인 빗을 발견했다. 카스미의 머리카락은 힘껏 뛰어놀고 와서 전혀 다듬지 않은 상태. 상당히 흐트러져 있었다. "이리 온. 카스미." 빗을 들고, 소파에 앉아──옆을 톡톡 치며 카스미를 불렀다. "에? 에? 에? ……뭐, 뭐야?" 카스미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에? 아니, 저기 그──. 이상한 뜻이 아니라. 내, 내가, 빗질을 잘한다고 칭찬받았거든. 동아리에서 모두에게. 카스미──놀다와서 그대로라, 그게, 머리카락──그렇잖아. 그래서 내가 빗어주는 게 어떨까 해서. 아아, 싫으면 됐어. 신경 쓰지 마." 카스미가 너무 놀라는 바람에 쿄야 쪽도 겁을 먹어 필요 이상으로 장황하게 변명을 해버렸다. 시온이 허둥댈 때 무슨 기분이었는지 이제야 좀 알 것 같았다. "오빠……. 그쪽 동아리는, 항상 그런 걸 하고 있어?" 그녀의 눈이 스윽 가늘어졌다. 박력이 있어서 약간 겁을 먹었다. "아, 아니──안 해. 정말이야. 지금까지 세 번이었던가, 겨우 그 정도라──." "응. 그럼. 할래. ──해줘! 나한테도!" 방금 전까지는 싫어했던 것 같은데, 어째서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나──. 카스미는 탁탁 달려오더니, 기세 좋게 엉덩이를 파묻었다. "어라? 으음──." 부른 것은 소파의 옆자리였는데, 카스미의 엉덩이가 파고 들어 온 것은 쿄야의 다리 사이였다. "응!" 카스미는 등을 쫙 펴고 재촉했다. 쿄야는 등을 곧게 펴고, 여동생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오빠, 아파." 머리를 묶어 둔 고무줄을 풀 때, 머리카락이 걸려버렸다. "미안."하고 사과했다. 포니테일을 풀고 나니 다른 여자애처럼 보이는 카스미. 그 머리카락에 빗질을 시작했다. 하지만 남자애처럼 거칠게 놀고 온 카스미의 머리카락은 굉장히 억세 보여서──. 예전에 메구미에게 배운 것처럼 일단은 손빗으로 풀어주는 것부터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오빠, 간지러워." 여동생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빗자, 카스미가 목덜미를 떨며 말했다. 또 "미안."하고 사과했다. "오빠. ……아직이야?" 답답하다는 듯 카스미가 말했다.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았따."미안."하고 사과한 후 빗질을 계속했다. 카스미의 머리카락은 곱실거려서 빗질에 얌전히 따라주질 않았다. 카스미는 긴 머리를 좋아하는데, 더 이상 기르지 않고 포니테일로 묶은 것은 이것 때문이었나. 부장과도 시온과도 메구미와도 다른, 여동생의 머리카락 감촉을 ──손에 기억하며, 쿄야는 빗질에 전념했다. "오빠. ……흐응."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냐.……좋아. 계속해." 남매의 빗질 시간은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 온 크로켓에 열광하며 탄성을 지를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목욕을 끝낸 카스미의 머리카락을 빗어주는 것은 어째서인지 쿄야의 임무가 되어버렸다. 카스미: [오빠. 다음에 손톱 잘라줘.] 코야: [아──. 그래그래.] 카스미: [오빠. 다음에 귓속 청소해줘.] 쿄야: [아──. 그래그래.] 카스미: [오빠. 다음에 양말 벗겨줘.] GJ부 습격 할로윈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어느 가을날. 쿄야는 코타츠에서 따뜻하게 뒹굴거리며 평소처럼 책을 읽고 있었다. 옆에서는 타마가 오늘 발매된 만화잡지를 열심히 읽고 있었다. 타마는 만화는 읽지만 서설은 읽지 않는다. 그런 타마의 손이 팟, 팟 하며 코타츠 위를 찾고 있었다. 쿄야는 감자칩 봉투를 새로 뜯어서 타마의 손에 닿는 곳에 두었다. 그런 GJ부의 평화로운 시간은──. "우리들은 GJ부다──!" 갑작스러운 침입자의 목소리에 의해 파괴되었다. 두두두, 세 사람이 문을 열고 달려 들어왔다. 맨 앞의 한 명은 머리에 커다란 호박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뒤에 따라온 두 사람은 마녀인지 흡혈귀인지 모를 복장. 그리고 늑대인간인지 모를 복장. 둘 다 얼굴은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부실에 있는 다른 멤버들──부장과 시온과 메구미를 무시하고, 호박은 쿄야를 향해 똑바로 걸어왔다. "과자냐, 장난이냐──?!" 그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것은 할로윈에 하는 정해진 행동이다. 쿄야는 감자칩 봉지에 손을 뻗었다. 평화주의자로서 과자를 주고 타협하기로 했다. 봉지 끝을 꼭 쥐고 있는 타마의 손을 찰싹 때려 떨구고, 과자 봉지 통째로 호박에게 넘겼다. "그것 봐. 오빠는 역시 얌전히 과자를 넘겼어. ──그치? 내가 말한 대로지?" 전리품을 동료들에게 넘겨주며, 호박 소녀가 커다란 오렌지색 호박 가면을 벗었다. 가면 밑에서 드러난 것은──카스미의 얼굴. 목소리로 대충 알고 있었지만. 뒤의 두 사람, 푹신푹신한 털옷의 늑대인간인지 설인인지 모를 애와, 검은 망토의 흑마녀 혹은 흡혈귀 같은 애의 정체도 뻔했다. 카스미의 친구, 제랄딘과 세이라다. 이겼다는 듯 웃고 있는 카스미의 바로 뒤에서, 질이 미안하다는 듯 꾸벅 인사를 했다. "뭐 하러 온 거야……, 카스미?" 겨우 말이 나왔다. 질리면 말이 안 나온다고 하더니, 진자였나보다. "오빠는 할로윈도 몰라?" "아니, 아는데. 아직 남았잖아. 그건 10월 31일이야." 10월 31일에는 물론 GJ부도 가장을 하고 과자를 강탈하러 출동한다. 하지만 아직 며칠 남았다. "오빠, 할로윈 당일에 습격을 하는 건, 그냥 평범한 거잖아. 잘 훌련된 GJ부 부원은 할로윈 전에 기습을 하는 거야." "GJ부 부원이라니……. 카스미는 부원이 아니잖아?" 최근, 야외 할동에 자주 참가했던 탓일까. 카스미는 마치 자신들도 GJ부의 일원인 것처럼 말했다. "부원 맞아. 우리들끼리 만들었지. 중학교에서. 질이랑 세라랑, 아직 세 명이니까, 사실은 동호회지만. 내년 봄에는 1학년을 붙잡아서 네 명으로 만들거야. 제대로 부로 만들거야." "──정말로 GJ부였어요!──중등부였어요!" 쿄야는 깜짝 놀랐다. 당황해서 보고했다. "어, 말 안 했다." 부장은 놀라지도 않고 차분하게, 자리에 앉은 채로 그렇게 대답했다. "저번에 고지했지. 썰렁 개그 대회를 할 때 'GJ부 중등부 애들에게도 물어보자.'라고 마오는 말했거든." "그런 애매한 걸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잖아요! 복선이라면 복선답게 확실히 네온사인을 켜고 번쩍번쩍 눈에 띄게 하라구요!" "어──? 마 짱이네──?" 지금 부장을 발견했는지, 카스미가 멍하니 말했다. "어──? 카스미다──?" 부장 쪽도, 똑같이 손가락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왜 마 짱이 여기에 있어──?" "마 짱은 놀러 왔어──. 카스미랑 똑같아──." "그, 그렇구나." 카스미는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끄덕였다. 그렇겠지. 마 짱은 초등학교 3학년이라는 설정이었다. 그런데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등학교 부실에 있으니 수상할 수밖에 없다. 질과 세이라 두 사람은, 각각 방긋방긋 웃거나 쿨하게 무표정이었다. 키라라의 여동생과 아마츠카 가문의 셋째니까, 사정은 알고 있을 게 분명하다. 모르는 것은 우리 집 여동생뿐. "어어──? 마 짱, 고등학교 교복 입고 있어……?" 카스미는 수상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지적했다. "이거? 이건 코스프레야!" 부장은 팔짱을 끼며 딱 잘라 말했다. 어째서 그렇게 자신감이 넘칠 수 있을까. 그런 점에 감탄한다 존경한다. "그렇구나──." 카스미의 의혹을 풀고 방긋 밝은 미소를 지었다. 세이라는 음침한 쪽의 미소를 씨익 보내고 있었다. 속이는 상대가 우리 여동생 한 명뿐이라 다행이다. 질은 똑똑해 보이고, 세이라는 어쩐지 '교활'쪽의 똑똑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카스미처럼 단순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니 미니 지식 GJ부 중등부 카스미가 부장이 되어 내년 봄에 결성 예정. 올해는 아직 동호회. 제랄딘이라는 아이. "GJ부를 습격하다니 간도 크구나. 좋아. 너희들을 공격해주마." 부장이 의자 위에 벌떡 서서, 부장처럼 선언했다. 마 짱은 '부장'이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나서는 버릇이 있다는 설정이었다. 이 경우, 아무런 문제도 없다. "전군 반격준비 개시! ──메구, 홍차 풀코스 공격 준비다. 과자 융단 폭격도 잊지 마." "네──. 오늘의 케이크는──레어치즈 타르트예요." "타마가 먹을 게 줄어드는데요." 그러고 보니 오늘은 '케이크의 날'이다. 메구미가 열심히 만든 케이크가 12등분 되어, 그중 일곱 개가 타마 위장으로 들어가는 날. 카스미와 질과 세이라가 먹을 것이 필요하니, 타마가 먹을 것이 꽤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홍차 잎이 찻주전자 안에서 춤추고 있었다. 메구미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케이크를 나누 주었다. 우리 여동생이 침을 흘릴 것 같은 기세로 바라보고 있었다.──하지만 그 여동생이 번쩍 정신이 들어 친구를 신경 쓰기 시작했다. 푹신푹신한 금색 머리카락의 여자애가, 언니 뒤에 숨어 있었다. 방패가 된 키라라는 그야말로 곤란한 표정, 입에 문 고기도 어쩔줄 모르는 듯 덜렁덜렁 흔들거리고 있었다. 참고로 오늘의 고기는 전설의 만화 고기였다. "질. 스탠드. 앤드. 파이트." 언니의 손에 등을 떠밀려, 친구가 격려하며 손을 잡아주자, 그녀──제랄딘 번슈타인은 한 발씩 앞으로 나왔다. 입고 있는 할로윈 으상은 늑대 털옷. 목에 걸고 있는 것은 익숙한 화이트 보드. 마커로 쓰고 지우며 계속 쓸 수 있는 편리한 물건이다. 질은 일본어 쓰는 건 잘하지만 입으로 말하는 건 잘 못해서, 주로 이 도구를 사용해 대화를 한다. 펑 하고 마커의 뚜껑을 엄지로 날렸다. 차라락──하고 화이트 보드에 문자를 써내려 갔다. '오랜만입니다. 마이 사무라이 마스터. 잘 지내셨습니까?' "그건……." 쿄야는 뒷머리를 긁었다. 사무라이 마스터라고 불리니 어색했다. "질, 오늘 좀 이상한데? 평소처럼 좀 더──." 그렇게 말하던 카스미의 옆구리에 푹 하고 무릎찍기가 들어갔다. 카스미. 격침. 평소처럼……. 뭐였지? 그 뒤를 듣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알고 싶지 않은 기분은──좀 더 든다. 제랄딘은 양손을 가슴 앞에서 모으고 꿈꾸는 소녀의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야. 숫기 없는 사무라이 마스터. 공주님은 일본 남아를 원하신다. 일본 남자답게 굴어." "일본 남아 같다는 게, 어떤 건데요." "그걸 생각하는 건 남자가 할 일이지." "쿄로 군, 쿄로 군," "시노미야 군. 시노미야 군." 시온과 메구미가 둘이서 뭔가를 열심히 호소하고 있었다. "테르티움(Tertium)이 어떨까." "오레맨을 뛰어넘는 오레맨이에요──. 쿄로 님이에요──." "뛰어넘어? 테르……? 뭐죠?" "이런 실례. 라틴어로 말해버렸어. 제3단계를 말하는 거야." "에──……? 그거 말인가요──……?" 그건 봉인했을 텐데. 쿄야가 스스로 만들어낸 제3단계 변신은, 여성진의 반응이 어떤지 미묘해서──. 별로 평가가 좋지 않은 줄 알았는데. "우……, 으음……." 오랜만에 제 3단계로 변신이다. 넥타이를 꼭 메고, 목을 가다듬고, 머리카락도 손으로 빗어 정돈했다. 저번과는 다른 포즈를 잡아보았다. 참고로 검색을 해보니 이런 포즈는 '*죠죠 스탠딩'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죠죠 스탠딩: 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에 나오는 멋지면서 이상한 포즈) "쿄로. 님. 부라보." 끊어지는 말이 들리길래, 키라라가 말한 줄 알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질이었다. 역시 자매였다. 입을 열면 뚝뚝 끊기는 말을 하는 것이 똑같았다. 그녀는 정신이 번뜩 든 표정으로 입을 막고 얼굴이 빨개졌다. 바로 화이트보드에 글자를 적었다. 'BRAVO!! 아름다움과 힘이 공존하는 멋진 포즈입니다. 무사의 혼을 느낍니다.' 제3단계가 된 쿄야는 신사이면서 군자였다. 여성에게 찬사를 받고 해야 할 행동은 하나뿐이었다.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작은 손을 잡고──손등에 키스를 했다. 단숨에 그녀의 얼굴이 펑 하고 새빨갛게 물들었다. 화이트보드도 그 자리에 떨어뜨리고 언니 뒤로 도망쳐버렸다. 슬며시 얼굴만 반쯤 내밀고, 이쪽을 살피는 그 모습이 굉장히 귀여웠다. 미니 미니 지식 질의 특기 이렇게 보여도 제법 강하다? 언니의 지도로 곰이 덤벼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정도의 호신술을 익혔다. 세이라라는 아이 <기가 막힌 초수컷이군요.> 반쯤 각오하고 있었던 반응이었지만, 마음에 비수를 꽂는 신랄한 부음성이 들렸다. 세이라는 마음의 목소리가 격렬한 아이였다. 보기에는 얌전한 아가씨인데, 어둠의 목소리는 신랄하기 그지없다. 쿄야는 복화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초자연현상이라는 설도 있다. 설마. "……마녀?" 쿄야는 그녀의 의상에 대해 물었다. 세이라는 검은 망토 아래에 검은 가죽 레오타드를 입고 있었다. 약간 밴디지 풍? 살갗 노출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그녀가 입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품격이 느껴졌다. "아뇨. 하지만 가깝죠." 머리 옆으로 메고 있는 여우 가면을 흔들며, 그녀가 말했다. 왜 거기만 일본풍인지. 그러고 보니 수영장을 갔을 때도 이 가면은 쓰고 있었다. 뗄 수 없는 아이템인 것 같다. "으음. 진조(眞祖)가 되는 어둠의…… 카스미, 뭐였지?' "허후의 허쩌그 힌호가 해응 흐혀기." 케이크를 입 안 가득 집어넣은 여동생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했다. "어둠의 혈족의 진조가 되는 흡혈귀라고 합니다." 알아듣다니. 대단하다. 절친답다. "케이크 드세요──. 홍차 드세요──." 홍차 준비는 착실하게 되어 있었다. 예비 의자도 꺼내서 둥근 테이블에 아홉 명이 둘러앉았다, "오빠! 여기──!" 카스미가 열심히 불렀지만, 카스미를 방어하듯 세이라가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그 사이에 들어왔다. 오른쪽 옆자리에는 세이라, 그리고 왼쪽의 옆자리에는 질이 앉았다. 질은 마커의 뚜껑을 서둘러 열더니──. '옆에 앉을 수 있는 영에를 주시겠습니까.' 라고 글씨를 썼다. ……영예라니? 오른쪽에서는 세이라가 옆으로 메고 있는 여우 가면이 가느다란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어쩐지 무섭다. <카스미뿐만이 아니라 큰언니랑 언리아 제랄딘까지. 이 초수컷 같으니> "아니, 이봐. 초수컷이라는 호칭은 내가 아니라 신죠 군의 것인데." "음?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쿄로 군?" "정말. 넌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부장의 얼굴빛을 보니 시온에게는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른 척하라고 눈짓으로 신호가 왔다. 들리지 않은 사람에게는 부음성에 대해서 비밀이다. "아, 아뇨, 그게. 세이라에게……, 그렇죠. 그러니까." "어쩐지 이 애, 말이 거칠지 않나요? 갭이 크지 않나요? 갭 모에?" 아무래도 타마에게는 들리는 모양이었다. "시노미야 쿄야 님." 어버버하며 둘러대려고 하고 있었더니, 세이라가 말을 걸었다. "가능하면 저를 세라라고 불러주세요. 큰언니나 언니한테서 말씀 많이 들었어요. 모리 씨 같은 사람한테서도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깜짝 놀랐습니다. 사탕을 나눠주지도 않았어요. 너무해요. 그래서 저도 시노미야 쿄야 님에게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폐가 되었나요?" 어라? 하고 쿄야는 생각했다. 여우 가면이 옆으로 고개를 들렸고, 대신 옅은 미소의 세이라가 이족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육성 쪽은 부음성과 전혀 다르게 예의 바르고 귀여웠다. <카스미뿐만이 아니라 큰언니랑 언니랑 제랄딘에다 결국 나까지. ……손가락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될 거야.> 꺄아아. 역시 부음성 무서워. "오빠. 폭발해라." 뺨에 크림을 묻힌 채로, 카스미가 갑자기 무슨 말을 했다. "뭐야, 카스미. ──부장님. 카스미에게 이상한 말을 가르치지 마세요." "이런. 왜 날 지목하지. ──사실이지만. 하지만 나한테 가르쳐 준 건 나루미인데." "그, 그런데 세이라, 할로윈 당일 말인데……. 우리랑 같이 할래? 아니면 따로 할래? 혹시 어쩌면 대결 방식?" 먹느라, 오빠를 저주하느라 바쁜 카스미 대신, 어둠의 리더 같은 세이라에게 물었다. "시노미야 쿄야 님, 전 세라라고 불러달라고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그럼 날 풀넴이믕로 부르는 건 그만해줘." "에? 아……, 그게……. 실례……했습니다." 허를 찔린 듯, 세이라는 눈을 크게 떴다. 허중지둥하는 표정이 보인 것은 겨우 몇 초 동안. 곧 평소대로 쿨한 미인으로 돌아갔다. "그럼 쿄야 님? 10월 31일에 대해서입니다만. 대결을 신청하시니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이힝──!" "카스미, 입 안에 있는 건 먹고 나서 말하자." 같이하자는 제안도 한 것인데, 대결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모양이었다. 뭐. GJ부다운가. 그렇게 되어서, 오는 10월 31일──. 쿄야들의 본가 GJ부와 카스미들의 GJ부 중등부가 '할로윈 대결'을 하게 되었다. 미니 미니 지식 제3단계(테르티움) 테르티움은 라틴로 Tertium이라고 쓴다. 제3이라는 뜻. 점잖아진 쿄로를 말한다. 그리고 쁘리뮴(Primum, 제1)은 오레맨, 세큰둠(Secundum, 제2)은 슈퍼 쿄로를 말함. 할로윈 끝나고 "하나! 둘──! 셋──!" 커다란 주머니 안에 손을 찔러 넣고, 하나씩 과자를 꺼내서 공중에 던졌다. 떨어지는 과자는 질, 혹은 키라라가 손쉽게 받아냈다. 카스미가 기운이 넘쳐서 한 번에 두 개를 던져도 문제없다. 프리스비를 물어 오는 개처럼 화려한 움직임으로 능숙하게 잡아냈다. 동네를 시끄럽게 했던 할로윈은 별 탈이 없이 끝났다. 일단 부실에 철수해서, 거기서 진리품을 세고 있는 중이었다. 작년의 행진이 유명해진 탓인지, 올해는 여기저기서 몰려온 아이들과 같이 문을 두들기며 과자를 얻고 다녔다. 하지만 이웃 아줌마. '어머──. 쿄야 군, 많이 컸네."하면서 분위기를 개 놓고 현실적인 잡담을 꺼내는 건 좀 그만두세요. "칠십, 삼!" 메구미가 마지막 하나를 던졌다. 홀해의 기록은 과자 73개. "칠십, 사──!" 원조 GJ부의 전리품은 떨어졌다. 하지만 중등부 쪽의 과자는 계속 나왔다. "칠십, 육!" 저쪽도 이것으로 마지막 하나. "세 개 차로 이겼다──! ──브이!" 카스미가 질과 세이라의 손을 잡고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려고 하던 그 순간──. "하지만 사실은 나, 이쪽이야. 그러니까 사실은 여섯 개 이동이지." 부장이 중등부 쪽의 과자 더미에서, 한 줌을 꺼내 본가 GJ부 쪽으로 옮겼다. "그래서──. 79대70──. 원조 GJ부의 승리!" "와──." 부장의 신호에, 일동이 양손을 들고 만세를 불렀다. 연장자로서의 체면은 지켰다. 중학생이랑 필사적으로 싸우는 시점에 체면도 뭣도 없지만. "마 짱 배신자야──!" 카스미는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뭐. 쪽수는 정의라는 거지. 억울하면 동료를 모아 와. 겨우 세 명이서는 승부가 안 돼." 그러고 보니 이쪽은 부장을 합쳐서 총 여섯 명. 올해의 GJ부는 타마를 잡아 와서 여섯 명이나 된다. 하지만 부장──. 완전히 원래대로 돌아와 버렸는데……? "내년은! ──절대로 지지 않을 거야!" 손가락을 딱 겨누며 카스미가 말했다. 카스미 입장에서는 별생각 없이 한 말일 것이다. 하지만 쿄야는 그 말이 가진 의미의 무거움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내년'이야기는 GJ부에서는 금지 단어였다. 특히 부장 앞에서는──. "자──. 홍차 나왔어요──. 과자도 조금 뜯어서 먹기로 해요──." "와──!" 메구미의 목소리에 시스터즈들이 두두두 덩어리가 되어 달려 갔다. 부장은 방금 전까지의 뻔뻔함이 완전히 살아지고 말았다. 풀이 죽어 가만히 서 있었다. 초가을에 아이스바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그때의 부장도 이런 느낌이었다. 내년에 또 먹으면 되잖아요. 라고 쿄야가 실언을 해서, 내년에는 부장들이 여기에 없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저, 저기. 부장님……. 괜찮아요, 네?" 쿄야는 열심히 격려하려고,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뭐가?" 부장이 찌릿 노려보자, 쿄야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내용이 없는 겉치레에 불과한 격려를 말할 수 없었다. "뭐가 괜찮아? ……영차, 아──. 따뜻해──." 코타츠에 앉은 부장을 따라, 쿄야도 코타츠에 들어갔다. 둥근 테이블 쪽에서 카스미들의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같은 부실에 있는데 다른 공간에 있는 기분. 부장과 코타츠에서 마주 보고 앉아 있자니,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다 같이 코타츠에 앉을 때는, 부장의 정위치가 쿄야의 무릎 위였다. 부장의 정수리 대신에 바로 앞에 얼굴이 보이자 마음속까지 들여다보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둥근 테이블의 정위치에서도, 부장은 쿄야의 왼쪽 옆자리. 정면에서 얼굴을 보는 일이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왜 사람 얼굴을 뻔히 쳐다보냐." "네? 아니, 그냥. 달리 이상한 뜻은 없는데요." "이상한 뜻이 뭔데." "아니, 그러니까 정말로 이상한 뜻이 아니라니까요." "이상한 건 너야." "네? 그렇습니까? 내가 뭔가 이상한가──?" "카스미가 '내년'이라고 말했을 때부터 너 이상해. 뭔가 쓸데없는 일을 계속 고민하고 있는 거지. 선배로서 후배의 고민 상담 정도는 언제든지 해주마. 자, 누나한테 말해봐?" 자신은 어른이라는 투로 그런 말을 하자──. 쿄야 안에서 무언가의 봉인이 풀렸다. 미니 미니 지식 원조와 본가 '원조'와 '본가'는 영원히 계속 싸워야 할 숙명이다. 어느 쪽이 창시자인지, 알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내년 이야기 "부장님은 치사해요." "치사해? 누가? 내가? 뭐가 치사해?" "왜냐하면 부장님, 졸업해 버리잖아요." 부장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쿄야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야 그렇다. 쿄야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야 할 수 없지. 뭐야. 낙제라도 하라는 거냐?" "그런 말을 전혀 하지 않았잖아요." 쿄야는 고개를 휙 돌렸다. 왜 자신이 고개를 돌렸는지 생각해 보고──. 그랬더니 이해했다. 이해해 버렸다. 엄청난 것을 깨달아버렸다. '내년'이라는 단어는 부장에게 금지 단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완전히 반대였다. 그 말에 신경 쓰고 있던 것은, 사실 자신이었다. 내년 여름에 부장은 없다. 부채를 부쳐준다고 하던 약속은 지킬수 없다. 이제 같이 아이스바도 먹을 수 없다. 그리고 내년 이맘때──할로윈 날에도, 호박을 뒤집어쓰고 힘차게 앞을 걷는 부장은 없다. "치사해요, 부장님. 졸업해 버리잖아요." 쿄야는 또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러냐. 난 치사한 거냐." 부장은 코타츠 저편에서 어른의 얼굴로 받아들였다. "네, 치사해요." "나뿐만이 아니야. 시이도 키라라도 마찬가지인데. 졸업하는 건." "시온 선배도 키라라도 다들 치사해요." "그러냐. 다들 치사하냐." 부장은 곤란한 듯한 표정으로, 한쪽 손으로는 머리카락을 박박 휘저었다. 자신이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그것을 알고 있지만, 얌전히 말을 들을 기분은 들지 않았다. 알아버렸기 때문에, 지금까지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을 깨달아 버렸으니까. "저기, 부장님……. 졸업해도 부실에 놀러 와준다든가 할 거예요……?" "안 와." 바로 거절당했따. 딱 잘라 말하는 그 말투가 가슴에 푹 박혔다. 생각할 시간이 많이 있었던 부장은, 이미 결론을 냈다. 하지만 쿄야는 방금 막 생각하기 시작한 참이다. "네가 계속 신경 쓰고 있던 전임 부장도, 한 번도 얼굴을 내민 적 없잖아?" "지금은……. 이미 신경 쓰지 않아요." 계속 신경 쓰고 있었던 것도 완전히 다 들켰다. "아──, 참. 그런 표정 짓지 마. 어떻게 하면 기분 풀어줄래, 너?" 완전히 떼를 쓰는 어린애 취급이었다. 사실. 그렇지만. 쿄야가 회복하지 못하자, 부장 쪽도 점점 상태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너……. 그러지 마. 네가 그런 표정을 지으면……. 나도 말이야. 나도 말이야……." "마오, 가슴을 펴. 전임 부장은 울고 있던 너에게 어떻게 했지." "마오. 서. 싸워. 이겨. 그러면 먹어도 돼." 시온과 키라라가 왔다. 코타츠의 빈자리가 스윽 메워졌다. "아니, 안 먹을 건데." 이쪽에 네 명이나 와버렸는데 괜찮을까. 우울한 이야기는 되도록 여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았다. 둥근 테이블 쪽을 쿄야가 돌아보자──. "오늘은 특별히, 감춰 놓았던 비장의 과자를 꺼내줄게요──." 메구미가 여동생들의 환성을 들으며 비밀 찬장으로 걸어가며 찡긋 윙크를 해보였다. 맡겨줘, 라는 사인이었다. "이봐요, 한눈팔면 다 없어져요? 타마는 남동생여동생남동생여동생 정글의 왕자예요. 아기돼지 세 마리쯤이야 한꺼번에 덤벼도 이겨요." 타마는 먹고 있었다. 이것은 분위기를 읽고 도와주는 있는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일단 카스미는 지지 않겠다고 과자를 우걱우걱 먹고 있었다. "야, 쿄로. 딱히 말이지──." 시온과 키라라 덕분인지, 부장의 목소리는 완전히 원래 분위기로 돌아와 있었다. 즉, 쓸데없을 정도로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지금 당장 헤어지는 게 아니잖아? 아직 앞으로 몇 달이 있어. 그동안 확실히 단련시켜줄게." 톡 하고 귤이 날아왔다. 가슴으로 받아 손으로 잡았다. "네 GJ부 혼. 좀 더 단련시켜줄 테니까. ──각오해라." "네. 각오할게요." 쿄야는 그렇게 말했다. 아마 스스로 생각해도 좋은 표정을 짓고 있을 것 같았다. "오빠! 과자 전부 먹을 거다──! 이거 엄청나. 메구미 언니가 준 비장의 과자──!" "선배, 감자칩 없어졌어요. 감자칩." 여동생과 여동생 같은 후배가 부르고 있었다. 오늘 밤의 GJ부 부실은, 평소보다 훨씬 시끌벅적했다. 타이핑 후기 혼자서 한 권을 타이핑을 한 적은 이번이 처음인데.. 꽤나 힘들군요... 근데 그나마 정신적으로는 이게 낳은듯... 팀으로 하면 애들 재촉하랴, 타이핑 하랴 바쁘니까 ㅎㅎ 뭐 이정도로 넘어가고... 즐독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