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 - by ASUKA IK 만세! GJ부 6권 ============================ CHARACTERS 아마츠카 마오 GJ부의 부장. 고등학교 3학년. 물고 울고 잘난 척. 마 짱(초등학교 3학년)이라는 설정으로 시스터즈와 교류 중. 아마츠카 메구미 부장의 여동생. 고등학교 2학년. 성격은 완전 천사. 남을 챙겨주는 것을 좋아함. 스메라기 시온 고등학교 3학년 어른스러운 분위기의 누나. 가끔 귀여운 생물로 변함. 최근 '여동생 모에'에 눈을 떴다. 천재인 데다가 멋있기까지 한 어른스러운 선배. 타마키 GJ부의 신입 부원. 애칭은 <타마>. 고등학교 1학년. 어딘가 어긋나 있는 제멋대로인 성격. 키라라 번슈타인 고등학교 3학년. 야생의 인간. 착하고 힘이 세다. 고기를 무척 좋아함. 신비한 누나. 시노미야 쿄야 고등학교 2학년. 간신히 정식 부원? GJ부의 부원. 평화적 패배주의자. 애칭은 <쿄로>. 제랄딘 번슈타인 키라라의 여동생. 카스미랑 같은 반 친구. 중학생. 시노미야 카스미 쿄야의 여동생. 올해부터 중학생. 아마츠카 세이라 아마츠카 가의 셋째 딸. 카스미와 친구. 여우 가면에는 어떤 비밀이? 모리 씨 아마츠카 가의 시종. 연령 미상. ---------------------------- CONTENTS 과자 이야기 / 아마츠카 마오 / 스메라기 시온 / 아마츠카 메구미 / 키라라 번슈타인 / 낮잠 친구 / 비 샘 / GJ부의 터부 / 정식 부원 / 슈마이 / 字(자)와 大字(대자) / ABCD / 체육 시간 후에는 / 시스터즈 / 부원의 증거·다시 / 제3단계를 부르는 소리 / 리얼충 폭발해라 / 특수 어미 / 특수 일인칭 / 나루미 등장 / 밀크 나이트 등장① / 밀크 나이트 등장② / 참을성 시합 / 에코 / 기체와 그에 따른 의혹 / 요리 실력 / 부모님 직업 / 안경 모에 / 선택받은 자의 카드 종료 / 남자의 역할 / 여동생의 친구 / 여름방학 숙제 / 숙제 후에는 / 질 / 세라 / 다 같이 모여서 ---------------------------- #과자 이야기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오득오득오득,폿키를 먹으며 부장이 입을 열었다. "야, 과자. 뭐 좋아하냐?" "부장님은 폿키를 좋아하시죠." "아폴로 초코를 더 좋아해. 폿키는 두 번째야." "본 적 없는데요? 먹는 걸. 아폴로 초코는 삼각형 모양이죠?" "아, 응. 다 먹었어. 여기에 가져오기 전에. 왜냐하면 하루에 한 상자거든. 정해져 있어. 모리 씨가 그렇게 정했어. 무섭다니 까." "아~, 네. 소풍 가는 꼬마들과 같은 이유군요. 이해했습니다." "뭐야, 그건. 그건 내가 작다는 걸 암시하는 거냐?" "소풍 가기 전날 맘에 과자를 다 먹어버리지 않았나요? 제 동생 카스미는 종종 그러던데요. 참을 수가 없나 봐요." "언제부터 네 사랑스러운 여동생 이야기로 바뀐 거냐." "부장님도 학교 끝나고 가는 길에 사서 그래요. 그러니까 집에서 다 먹고 없는 거예요. 학교 오는 길에 사면 될 것 아닙 니까." "우와, 이번에는 갑자기 내 이야기네. 너,아침에 편의점이 얼마나 붐비는지 모르냐?" 장된 헛기 침을 했다. "나……, 나도 요즘, 편의점에는 종종 가는데." 턱을 약간 치켜들고. 그리고 가슴을 쭉 펴고. 시온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 "자주 가는 편의점이 있거든. 이제는 단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그렇다는데. ──어떻게 생각해?" 부장이 화제를 돌린 상대는──, 타마였다. "시온 언니 모에모에예요. 방금 그거 '잘난 척' 으로 한 표 얻었어요." 셔터를 누르자, 시온은 "엥?" 하는 표정으로 당황하고 있었다. "그, 그……. '모에모에' 라는 건 무슨 뜻이지? 전에도 들었는 데, 슬슬 가르쳐주지 않겠니? 나도 찾아봤는데 책에는 실려 있지 않아서……. "모에모에. ……는 실려 있지. 않아." 키라라가 사전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야 사전에는 실려 있지 않을 것이다. 쿄야는 감자칩 봉지를 뜯었다. "타마는 콘소메 맛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양념김 맛이 좋아요. 아니면, 약간 짠 맛이든가. 본 적도 없는 이상한 맛이면 더 좋구요." 뭐라고 떠들고 있는 타마를 위해 봉지를 크게 뜯어주었다. 옆구리를 활짝 열어주는 것이 비결이다. "──그러고 보니 칸자키가 진미 상품 연구가였든가. 다음에 물어볼까?" "칸자키? 누군데, 그게? 뭔데, 그게? 어떤 녀석이지? 무슨 속셈이지? 데이트라면 허가를 받아. 허가를." "뭐라뇨? 왜 여기에 격하게 반응하는 겁니까? ──신죠 군의 여자 친구인데요." "신죠 군? 누군데?" "초 수컷요. 아니, 이제 슬슬 좀 외워주세요. 저희 반 친구요." "아~아~아~. 그 녀석." "그리고 데이트 허가고 뭐고. 부장님, 결혼식 주례였잖아요. 신죠 군에게 데이트 정도가 아니라 결혼 허가까지 해놓고서 는." "초 수컷 이야기는 이제 됐어. 그런 의미도 아니고. ……그건 그렇고, 너. 감자칩 진짜 좋아하는구나." "후배를 생각하는 착한 선배라고 말해주세요." 타마 쪽으로 감자칩 봉지를 밀면서, 쿄야는 시온을 보았다. "시온 선배는 편의점에서 어떤 과자를 사시나요?" "응?" "편의점에 자주 가신다면서요. 뭘 구입하시나요?" "저기. 음. ……컵라면이라든가." 시온은 조심스럽게, 가슴 언저리에서 손가락 끝을 모았다가 뗐다가 하면서──대답했다. "라, 라, 라무네──라는 것을 사 본 적은 있어. 20엔짜리. 그, 그거. 저번에 다 같이 마셨잖아? 기억하고 있는 건 완전기억력을 가진 나뿐일지도 모르지만." "기억하고 있어요. 작년 가을이었죠." "가, 같은 이름의 사탕이라서 먹어봤어. 그랬더니, 쏴아~했어! ──쏴아~하고!" "네, 그렇죠. 그건 쏴아~하죠. 그래서 놀라죠~." "타마는 콜라 맛이 좋아요. 포장까지 콜라고 귀여운 것이 있으면 타마는 대만족이에요." "이, 있니? 그런 것까지?! ~그러면 혹시 닥터 페이퍼 맛도?" 왜 거기서 닥터 페이퍼가? "과자 좋아해요. 잘 하는 건 파운드케이크랑 시폰케이크예요." 홍차를 다 만든 메구미도, 이쯤에서 찻주전자를 들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네가 말하는 건 만드는 거잖아." "이번에 바움쿠헨을 만들려고 하는데요. 하지만 그거, 굉장히 큰 오븐이 필요하거든요. 2미터 정도의. 어쩌죠?" "모리 씨의 창고에 만들어달라고 해." "키라라. *스콘부(*스콘부: 식초 등의 양념으로 절인 다시마.). 종종 얻어. 신문배달. 수금. 할머니가. 줘." 오늘의 이부는 '좋아하는 과자 토론위원회, 하교 시간까지 라이브 토크' 였다. GJ부의 동아리 활동은 언제 어느 때라도, 이런 식이었다. ­­­­­­­­ 캐릭터 프로필 【시노미야 쿄야】 ① GJ부의 2학년. 일단 주인공. 후배도 생겼다. 선배들에게 받는 취급은 여전. 평화적 패배주의자. 다투지 않고 싸우지 않는다. 신조는 '처음부터 지고 가면 안전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과자는 사실 감자칩──이 아니다. 하지만 착한 선배로서 봉투뜯기 담당을 철저히 하고 있다. ­­­­­­­­ #아마츠카 마오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너, 거기 좀 앉아봐." 부장이 갑자기 그렇게 말했다. 바닥의 한곳을 가리키며, 어쩐지 설교 모드였다. "에? 뭡니까? 제가 무슨 짓이라도?" 쿄야는 딱딱한 나무 바닥을 힐끗 보며 항의했다. 평소대로 게임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 달리 혼날 짓은 하지 않았는데. 유행에 한참 뒤쳐져서 불이 붙은 타마랑 함께 사냥 게임을 하고 있었을 뿐. 레벨과 장비가 충실한 비장의 캐릭터를 꺼내서, 보호자처럼 같이 돌고 있었다. "선배, 거기 죽어요. 아~. 봐요. 죽었지." 죽은 참에 게임에서 빠져나와 부장을 돌아보았다. "무슨 일인가요. 부장님." "됐으니까, 거기 좀 앉아 봐." 여전히 바닥을 가리켰다. 쿄야는 할 수 없이 바닥에 정좌했다. 부실에는 타마를 비롯해, 모두가 모여 있었다. 그 앞에서 정좌를 하는 것은 어쩐지 창피했다. 선생님한테도 이렇게 혼난 적 없는데. 하지만 모두들 항상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반응이 전혀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썰렁했다. "너. 요즘 콧대가 높아졌지." 다리를 크게 꼬며──, 부장이 말했다. 부장은 의자 위. 쿄야의 시선은 대각선 위. 드물게, 정말로 드물게一, 부장을 올려다보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막 동아리에 들어왔을 때는 부장이 무서웠다. 그때의 기분이 다시 떠올랐다. "네? 뭡니까, 저. 그냥 똑같은데요." "너. 날 귀엽다고, 생각하게 되었지?" "음~, 그렇지 않아요. 아니, 자기 입으로 귀엽다는 말을 하십니까?" "지켜주고 싶다든가, 생각하게 되었지?" "음~, 그렇지는……." 그럴지도 모른다. 부장은 작고 고집쟁이고~. 무리해서 노력하는 걸 보면, 도와주고 싶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저번에 읽은 책에 쓰여 있었어. 상하관계를 확실히 재확인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거 무슨 책입니까?" "강아지 버릇들이기." "전 강아지였나요?" "음. 한없이 치와와에 가깝지. 그리고 치와와는 작아서 심하게 귀여움을 받는 경우가 많지. 그런 탓에 자신의 순위를 착각하는 일이 많아. 난 버릇들이기에 대해서 공부했어. 이제는 권위자나 마찬가지야." "네에……." "나에게는 부장으로서의 책임이 있다. 너는 이 GJ부에 있어 마스코트적인 무언가이고, 결코 오레맨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지 않으면 안 돼." "아뇨, 오레맨도 아닌데요." "말대꾸하지 마! 입에서 말을 내뱉기 전과 후에 '써(sir)'를 붙여!" "마오. '써' 라면 남성에 대한 칭호야. 여성의 경우에는 '맴(ma'am)' 이지." 시온이 등을 돌린 채로 말했다. 컴퓨터 앞에서 마우스를 딸깍 딸깍. 일과인 체스 대국에서 바다 저편의 제자에게 연습을 시키는 중이었다. "……." 부장은 고개를 옆으로 휙 돌린 채로, 굳어 있었다. ……계속 가만히 있었다. "맴. 예스. 맴." "좋아." 쿄야가 따르자, 부장은 의젓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써와 맴의 문제는 흐지부지 사라졌다. '반성할 게 있다면 들어줄 수도 있다." "음~, 분명히 저는 착각을 했을지도 몰라요. 부장을 귀엽다고 생각하는 건, 연장자에 대해서 실례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귀엽다는 건 뭐랄까. 시이에게 해야할 평가지." "굉장히 유감이야." 부장이 동의했다. 시온은 등을 돌린 채로 중얼거렸다. "귀여운 게 아니라면, 그럼 난 어떻지? 내 올바른 이미지를 말해봐." 부장은 의자 위에 올라섰다.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내려다 보았다. 훨씬 더 올려다봐야 하는 위치가 되었다. 일개 평화주의자로서, 여기서 해야 할 말은 이미 명확했다. 틀릴 수가 없었다. 네. 부장님은 역시 '멋있다.' 고 생각합니다." "그렇군!" 부장의 얼굴이 활짝 폈다. 아, 이거 귀엽다. 부장이 '귀엽다.' 는 말을 듣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를, 쿄야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금칙 사항이라는 것만은 잘 알았다. 금지되어 있는지 어떤지는 별개로, 부장은 멋있고, 그 리고 귀여웠다. 부장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졌다. ­­­­­­­­ 캐릭터 프로필 【아마츠카 마오】 ① GJ부의 부장. 3학년. 자신의 이상으로 삼는 자기상과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의 갭에 고민 중. "여동생 캐릭터는 잔뜩 많아서 충분해!" "무서워하며 존경하며 숭배해라!(귀엽지 않은걸)" ­­­­­­­­ #스메라기 시온 "그럼 다음은 내 차례인가." 쿄야가 저리기 시작하는 다리를 매만지며 일어서려고 한 그때──. 시온이 그야말로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부장이 일어선 후에 그 의자에 앉았다. "어라?" 쿄야는 일어서다 말고, 부실 안을 둘러보았다. 모두의 얼굴이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미소 짓고 있거나, 히죽거리고 있거나──하며, 어쩐지 수상한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또 시작된 것 같았다. 부장부터 시작해서, 시온→메구미→키라라로 이어지는 GJ부의 반복 패턴이──. "저기, 오늘 이건 도대체 뭐죠?" "아무래도 쿄로 군에게 평소의 불만을 털어놓는 순서인 것 같군. 우리들에게 가진 '귀엽다.' 같은 잘못된 이미지를 시정하지 않으면 안 돼." 의자 위에서 시온이 말했다. 긴 다리를 의자 위의 높은 위치에서 꼬아, 정말 박력이 있었다. "네에에에옛." 평화적 패배주의라로서 남의 불만을 사지 않도록 행동해 왔다. "제가 뭘 했나요? 뭔가 불만을 살 만한 짓을 해버렸나요?" "이것저것, 있지." 시온은 꽤나 즐거운 듯, 손가락을 하나씩 꼽으며 세고 있었 다. 끄아아. 지금의 시온은 어쩐지 평소와 분위기가 달랐다. 시온 선배도 '시옹 선배' 도 아니었다. 다크사이드의 제갈공명 같은 검은 시온이었다. 검지를 세웠다. "먼저, 하나." "넷!" 쿄야는 바닥에서 자세를 바로잡았다. 바르게 정좌했다. "넌 나를 종종 '귀여운 생물' 이라고 불렀지." 중지를 세웠다. "둘. 넌 나를 종종 '상식이 없다.' 라고 했지." "아뇨, 하지만 그건." "말대꾸는 허락하지 않았어." "네, 네." "시이 녀석, 신났군. 오~, 무셔." 자기 차례가 끝난 부장이 손톱을 다듬으며, 완전히 방관자처럼 말했다. "그렇지. 마오 말대로 선배라는 것은, 역시 조금 두려워하는 정도가 딱 좋을지도 몰라. 선배의 책무로서 나는 너에게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 돼. 넌 애완동물적인 무언가이고, 결코 내 보호자가 아니라는 것을──." "아뇨, 보호자라고 생각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세 번째로 약지가 올라갔다. "셋. 넌 종종 내 '일반상식 기사' 라고 생각하곤 하지." "그건 말한 적 없어요. 입에 담은 적은 없을 텐데요." "응, 알아. 말하지 않았어. 하지만, 항상 생각하고 있지?" "어라?" 쿄야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에 대해서 누구한테 말한 적이……, 있었나? "일반상식 기사라니, 뭐죠~? 밀크 나이트랑 비슷한 건가요?" 아마도 다음 차례일 메구미가 홍차 준비를 재빨리 끝내고,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의자가 줄줄이 놓여 있어 이미 대합실 분위기였다. 밀크 나이트가 뭐였지? 아아, 메구미네 반의 열혈 바보 남자애였나. "일반상식 기사는……, 그건, 뭐, 괜찮지만." "괜찮은 거냐!" 부장이 곧바로 지적했다. 시온은 입가의 웃음으로 답했다. 완전히 평소의 시온이었다. 멋있고, 어른스럽고, 여유가 넘치고, 놀리고 있는 표정이 세련된……. '귀여운 생물' 의 흔적도 없었다. 정신이 들고 보니, 허벅지를 잡고 있는 자신의 손바닥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그럼 네가 평소의 너로 돌아갔고, 내가 있어야 할 내 모습으로 돌아갔으니──. 너에게 지켜주었으면 하는 두 가지 항목을 말하지. 먼저 첫 번째. 나를 앞으로 '귀엽다.' 고 하지 말 것." "생각하는 것뿐이라면, 그건 괜찮아?" "그건 괜찮아." "괜찮은 거냐." 부장이 참견을 하자, 시온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 상식이 없다고 나를 비판할 때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할 것." "증거가 넘쳐나잖아." "그럼 세 번째──." 지켜야 할 항목은 두 개라고 말해놓고, 점점 추가되었다. 오늘의 시온은 신이 난 것 같았다. 물을 만난 물고기였다. 시온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졌다. ­­­­­­­­ 캐릭터 프로필 【스메라기 시온】 ① GJ부의 3학년. GJ부에는 부부장이라는 직책은 없지만, 만약 있다면 그런 포지션. 쿨하고 멋있는 어른스러운 여성──이었는데, 최근에는 완전히 '귀여운 생물'로 정착해버렸다. 이미지를 되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 갭 모에 금지! ­­­­­­­­ #아마츠카 메구미 "자, 시노미야군. 일단 차를 마시죠." 다음은 메구미 차례였다. 역시 메구미는 착한 아이였다. 오늘의 무한 로테이션의 취지가 모두의 '본성' 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해도, 메구미의 경우는 대환영이다. 메구미의 본성은 눈곱만큼도 무섭지 않다. 쿄야는 정좌에서 겨우 해방되어 의자에 앉았다. "처음 홍차는 평범하게 딤불라로 줄게요." 붉은 액체가 컵에 채워졌다. "고마워." 어깨의 힘을 빼고, 목을 빙글 돌렸다. 쿄야는 굳어버린 어깨를 풀고, 긴장을 풀었다. 둥근 탁자의 반대편에서 부장과 시온이, 그야말로 재미있다는 듯 이쪽을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은 크크크라든가, 씨 익이라든가, 그런 느낌이었지만──. 그러나 다름 아닌 메구미가 무슨 위험한 짓을 할 리가 없다. 다음 홍차는 뭐가 좋을까요?" 메구미가, 그렇게 물었다. "어? 아니, 아직 다 안마셨는데." 아니, 아직 첫 잔에 입을 막 댔을 뿐인데. "먼저 실론티 시리즈로 가볼까요. 그럼 두 번째 잔은 우바로 밀크티를 타는 걸로. 괜찮죠?" 메구미는 고개를 갸웃하며 귀엽게 물었다. "아, 응. 고마워." 쿄야는 끄덕였다. 어쩐지 오늘은 평소보다 이상하게 리필의 페이스가 빨랐다. 첫잔을 마시고 있는데 두 번째 잔의 예약이 되어 있다니. 쿄야는 들고 있는 컵에 입을 댔다. 두 번째 모금을 들이켰다. 조금 서둘렀다. "그럼 세 번째 잔은요~." "어어어어엇?" 깜짝 놀란 얼굴로 메구미를 돌아보았다. "크크크크크. 저 녀석, 마침내 눈치챈 것 같군." "후후후후후. 우리들 중에서 가장 무서운 건, 실은 메구미일 지도 모르지." 다크사이드 부장과 다크사이드 시온이, 구경하면서 뭔가 말하고 있었다. "저기……. 메구미, 잠깐 물어볼게. 오늘 이거, 뭔지 알고, 있어?" "네. 평소대로죠?" 두 번째 잔을 준비하며, 메구미가 등을 돌린 채로 대답했다. "세 번째가 저고, 네 번째가 키라라예요." 메구미가 커다란 가슴을 펴고 말했다.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시노미야 군에게 하고 싶은 걸 해도 되는 날이죠~." "어? 지금 뭐라고 했어?" "그러니까, 시노미야 군에게 하고 싶은 걸 해도 되는 거죠? 전 좀 더 홍차를 많이 마셔주면 기쁘거든요. 서비스하는 입장에서는." "아니, 전혀 다른 것 같은데, 그거." "아니, 비슷해. 비슷하다고! 그건!" "그렇지. 쿄로 군이 우리에게 가지고 있는 잘못된 이미지를 시정하는 것이 이번 일의 취지니까." "그게 왜 홍차 무한 리필이 되는 거죠?" "자~, 우바로 탄 밀크티예요. 아앙. 안 돼요, 시노미야 군. 아직 남아 있잖아요." "아. 미안." 찻잔에 남아 있는 것을 서둘러 다 마셨다. 메구미가 두 번째로 잔에 부어주었다. "나왔다! 홍차 탱크!" "미소의 마신, 무서워어어어~, 군요!" 옆에서 다들 멋대로 지껄이고 있었다.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서양의 고문법 중 하나로, 입에 깔때기를 꽂아 물을 억지로 마시게 하는 게 있지. 나중에 실험을 당한 사람으로서 감상을 가르쳐주지 않겠니? 만약 살아있다면." 시온이 무서운 소리를 했다. 쿄야도 점점 이해가 되었다. 항상 그랬지만~. 아마도 메구미에게는 남들과 다른 광경이 보이는 것이리라. '천사의 눈'을 장착한 메구미의 눈에는 모든일이 '미담'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쿄야의 이 고통도 '어쩐지 즐겁고 흐뭇한 일로 보일 것이 분명했다. "세 번째 잔은 누와라엘리야예요. 시노미야 군이 좋아하는 거예요." "아. 응." 실론티는 대표적인 품종만으로도 여섯 종류. 물론 그것만으로 끝날 리도 없고……? 실론 섬(스리랑카)을 떠나 인도를 제패한 후, 중국을 지나가는 루트로 유럽까지 지나갔다. 알렉산더 대왕도 놀랄 정도의 대원정의 길이었다. 이날 쿄야는 최대 출력의 메구미가 어떤지 알게 되었다. 평소는 그나마 참고 있었던 것이다. 메구미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졌다. ­­­­­­­­ 캐릭터 프로필 【아마츠카 메구미】 ① GJ부의 2학년. 마오의 여동생. 아마츠카 가의 둘째딸. 밑에는 또 한 명의 여동생이 있다. 이름은 세이라. 남을 돌보는 걸 좋아함. 차를 마셔주면 행복. 무한 리필을 해주면 더욱 행복. "대단해! 시노미야 군, 대단해요! 오늘은 신기록이에요!" ­­­­­­­­ GJ부에서 항상 벌어지는 무한 로테이션은, 마지막으로 키라라의 차례였다. 키라라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소파에서 둥근 탁자의 의자로 불려온 것까지는 좋았지만, 무엇을 하면 좋을지 이해를 못한 것 같았다. 여기저기를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의 한 곳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조금 무섭기도 했다. "저기, 키라라?" "응." 메구미 차례에 위장 말고는 쉴 수 있었지만──. 키라라의 차례가 되고 나서, 몇 분 동안 계속 정좌를 하고 앉아 있었다. 슬 슬 다시 다리가 저리기 시작했다. "저기 말이죠. 오늘 이건一─." "고기. 먹어도 돼?" 키라라는 갑자기 쿄야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 눈은 소파의 테이블에 남겨둔 먹다만 고기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 네. 드세요. 아니. 벌 받는 모드인 것은 제 쪽인데요. 키라라는 마음대로 해도 될 것 같네요." "이건 설교가 아니야. 가르치고 있는 거야. 우리들의 진정한 모습이라는 것을." "네, 부장의 진정한 모습에는 칠흑의 날개와, 뿔과, 멋진 송곳니가 있겠지요. 분명히. 그리고 남을 정좌시켜놓고 가르치는 걸 보통 '설교' 라고 하는 건데요." 키라라는 고기를 먹고 있었다. 냠냠, 찌익, 뚝, 꼴깍, 하고 있었다. 오늘의 고기는 돌고 돌아서, 전설의 만화 고기의 날이었다. 그런데 저 고기, 정말로, 도대체 무슨 고기일까? 한번 먹어보니 엄청 맛있던데. "먹고 싶어?" 쿄야가 보고 있자, 키라라는 먹는 것을 멈추고 그렇게 물었다. 입가를 쓰윽 핥으며, 쿄야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봐, 키라라. 너, 이해하고 있는 거야? 쿄로에게 뭐든 말해도 괜찮아. 예를 들어 코로 스파게티를 먹으라고 한다든가." "괜찮지 않아요. 그런 걸 어떻게 해요." "이상한 춤?" 고개를 갸웃하며, 키라라가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그런 것도 아니라니까요." '이상한 춤' 이라는 것은, 쿄야가 부장의 억지 때문에 할 수 없이 만든 장기였다. 그러나 이번 무한 로테이션은 장기자랑이 아니었다. "고기. 먹을래?" 뼈째의 고기 덩어리를 앞으로 스윽 내밀었다. "아뇨. 지금은 괜찮아요." 키라라는 고기를 빼앗기면, 굉장히 화를 낸다. 항상 혼자서 묵묵히 먹고 있다. 부장도 시온도 그녀에게 고기를 받아먹은 적은 없다고 한다. 쿄야만이 그 맛을 알고 있다. 분명 후배니까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 타마에게도 그 자격은 있을 것이다. "응. 맛나맛나." 키라라는 다시 고기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자유분방하달까, 아무튼, 남과 다른 흐름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아마도 대자연의 흐름이라든가, 그런 것으로. "키라라. 네가 밥 먹는 걸 구경해도 재미없어~. 뭐, 없냐. 이렇게 된 거, 단순한 희망이라도 괜찮으니까." 구경꾼이 말을 했다. 타협해서 겨우 본래의 목적으로 돌아왔다. "냄새가나?" 키라라가 겨우 희망 같은 것을 입에 담았다. "그러니까, 그게 뭐죠? 냄새가 난다니, 무슨 뜻이죠?" 여자들에게 물어봤지만, 항상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좋은 냄새." 휙, 하고 뻗은 팔이 쿄야를 잡았다. 풍성한 가슴에 파묻혔다. 키라라는 쿄야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파묻었다. 쿵쿵, 하고 콧 김을 머리카락에 뿜었다. 쿄야는 가만히 얌전하게, 냄새를 맡게 놔두었다. 오랜만이었다. 키라라는 시각보다도 후각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전에 시온이 말했다. 그것은 어떤 경치를 가진 세상일까. 메구미의 '천사의 눈'도 상당히 이상하지만, 키라라에게는 훨씬 이상한 경치가 보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니, 후각이니까 보이는 게 아니라 맡는 것이겠지만. "쿄로. 냄새. 바뀌었어?" "네? 안 바뀌었는데요. 게다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샴푸 같은 건 똑같은데요." "키라라가 말하는 건 그런 게 아냐. 요즘 오레맨이라고 잘난 척하고 말이지. 너." 어떻게 달라졌는지 자각은 없지만──. 문제는 키라라가 그 변화를 마음에 들어 하는지 아닌지 인데一─. "어……, 어떤가요?" "이것도. 좋아." 아무래도 마음에 든 것 같다. 싫어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키라라는 역시 후각의 세상에서 사는 사람. 키라라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졌다. ­­­­­­­­ 캐릭터 프로필 【키라라 번슈타인】 ① GJ부의 3학년. GJ부 안에서 가장 신기한 누나. 야생의 인간. 착하지만 힘이 세다. 항상 고기를 먹고 있음. 그 고기는 쿄야에게만 가끔 나눠줌. 전설의 '만화 고기'도 받았다. "고기. 먹을래?" ­­­­­­­­ #낮잠 친구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게임도 만화도 소설도,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쿄야는 둥근 탁자에 턱을 괴고 앉아 있었다. 타마가 부실 구석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쿄야는 그런 타마의 모습을 별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늦은 봄까지 나와 있던 코타츠도, 지금은 말끔히 정리된 후였다. 다다미를 깔아둔 3평의 공간이 무척 넓어 보였다. 원래는 꽃꽂이 동호회에서 썼다는 낡은 다다미 위에서, 타마는 오른쪽으로 뒹굴, 왼쪽으로 뒹굴.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타마가 하는 행동의 의미는, 가끔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쿄야가 생각하기에. 누울 곳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든가, 아마 그런 이유. 아마도 개나 고양이가 편한 장소를 찾아서, 몇 번이나 뒹굴뒹굴 움직이는 것과 같은 이유. 그러다가 타마는 위로도 뒹굴뒹굴, 밑으로도 뒹굴뒹굴. 다다미 위를 빈틈없이 움직이게 되었다. 쿄야가 턱을 괴고, 타미를 눈으로 감상하고 있었다. 혼자서 놀고 있는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는 기분으로. 귀엽다. 그러다가, 타마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귀엽게 주저앉아, 이번에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뭔가를 찾고 있는 듯한 느낌 이었다. ──이런. 타마와 시선이 교차했다. 고개를 갸웃하며, 타마는 몇 초 동안 쿄야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 눈이 스윽, 가늘어지더니一─. 한 손이 스윽, 올라가더니──. 마치 고양이처럼, 이리 오라는 듯 주먹 쥔 손을 까딱거렸다. "어? ……나?" 타마는 뭔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는데. 왜 나를 부르는 것일까? "왜?" 라고 물어봐도, 타마는 인간의 언어로는 아무것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까딱까딱하고, 고양이처럼 주먹 쥔 손으로 부르는 동작만 반복했다. 할 수 없이, 다다미가 깔린 일본식 공간까지 걸어갔다. "선배. 잠깐, 거기 앉아봐요." "어?" "아무튼 앉아 봐요." 부장을 비롯한 네 명의 소녀들에게 무릎 끓고 앉는 벌을 받은 것은 얼마 전의 일이다. 설교를 당하거나, 올바른 이미지라는 것을 강요받는 등, 힘들었다. 그러나 상급생이며 선배인 사람들에게 정좌로 앉는 거라면 몰라도, 설마 하급생이며 후배인 타마에게 정좌로 앉게 되는 날이 올 줄은……. 쿄야는 패배주의자로서의 레벨이 올라갔다. "네." 얌전히 다다미에 올라갔다. 벗은 신발은 방향을 고쳐서 정리해두었다. 덤으로 타마가 벗어 던져둔 신발도 여기저기서 주워 정리해두었다. 그러고 나서 타마를 보았다. "저기, 타마. 부장님을 보고 이상한 걸 익혔을지도 모르지만. 나, 일단은 선배잖아? 그런 부분은 좀 이해하고 있는 거지~?" 밑져야 본전이라는 기분으로, 일단은 타마에게 말해보았다. "뭐라고요? 무슨 소리죠, 선배? 타마는 졸린데요?" 타마는 눈을 가늘게 떴다. 가는 손가락으로 다다미 위를 가리 켰다. "됐으니까, 저기." "아니, 저기." "빨랑." 눈을 가늘게 든 타마가 불쾌한 듯 말했다. 쿄야는 앉았다. 빨리 앉았다. 또 레벨이 올라갔다. 타마는 정좌한 쿄야 무릎 위에 벌렁 드러누웠다. 팔다리를 모으고, 눈을 감고, 행복한 표정이 되어서──. "어라?" 수십 초 동안, 쿄야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까스로 이해한 것은 무릎 위에서 쿨쿨, 자는 소리가 들린 후였다. 타마의 낮잠 베개로 쓰였다. 참고로 타마가 두리번거리며 찾던 것은 '베개' 였다. "으음" 도움을 요청하듯 부실 안을 둘러보자──. 이쪽을 보고 있던 시온이 미소를 지으며, 쉬잇 하고 손가락 끝을 입술에 대고 있었다. ­­­­­­­­ 캐릭터 프로필 【타마키】 ① GJ부의 1학년. 막 입부해서 GJ부 경력은 아직 3개월. 그러나 쿄야보다도 전부터 재적한 것처럼 동아리에 적응했다. '케이크의 날'은 월요일과 목요일로 일주일에 두 번뿐. 그러나 요즘에는 그날이 아니어도 제법 부실에 오게 되었다. ­­­­­­­­ #비 샘 비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는, 그런 장마철의 어느 날. 그래도 부실 안에는 평소 같은 방과 후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부장은 폿키를 먹으며 만화잡지를 독파 중. 그리고 시온은 세계 챔피언에게 체스 연습을 시키고 있었다. 메구미는 인원수대로 홍차 잎을 계량하고 있는 중. 키라라는 묵묵히 식사중. 그리고 타마는 창가에서 뻗어 있었다. 비가 내리면 기분이 나질 않는다며, 창가에 턱을 올리고 창밖을 노려보듯이 보고 있었다. "때가 되었나." 문득, 컴퓨터 앞에 앉은 흑발 소녀가 그렇게 말했다. "때가 되었지." 부장이 맞장구를 쳤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했지만──. "아아. 그러고 보니 때가 되었군요." 쿄야도 그렇게 말하면서 크게 끄덕이며, 독서를 계속했다. 소설 페이지를 넘기고 있자──. "뭡니까. 뭡니까, 도대체. 다 같이 타마 몰래 이야기를 하다니, 기분 나빠요! 타마도 알 수 있는 이야기를 해주세요!" "아니, 달리 숨긴 건 아닌데……." "아뇨! 했어요! 선배들은! 타마가 모르는 이야기를 했어요!" 마룻바닥에 구멍이 날 정도의 기세로, 타마는 쿵쿵거리며 다가왔다. 손가락질을 하며 항의를 했다. 지금의 타마는 강한 모드였다. "아. 타마. 거기에 서면──." 쿄야는 말했다. 타마가 서 있는 그 위치는, 마침 딱 맞는 곳이라──. "냐옹?!" 똑 하고──. 천장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목덜미를 적시자, 타마는 이상한 비명을 질렀다. "'냐옹' 이라고 했어, 지금. '냐옹' 이라고." "뭔가 차가운 게 떨어졌어요?!" 목덜미를 잡고 천장을 올려다보며, 타마는 장소를 바꿔 피난했다. "아. 타마, 거기는──." 토옥. 다른 장소로 이동했는데, 타마는 또 다시 물방울의 직격을 받았다. "냐앗?! 냐옹?!" "아, 거기도……." "냐옹?!" 타마가 이동하는 곳, 이동하는 곳마다, 천장에서 샌 빗방울이 떨어졌다. 이부의 부실이 있는 옛 목조 건물은, 비가 5일 이상 계속되면 새기 시작한다. 매년 장마철에는 그렇게 된다. 그리고 매년 비가 새는 장소까지 완전히 똑같다. "뭡니까……, 타마가 뭘 잘못했다고……." 타마는 완전히 약한 모드였다. "자. 타마. 패스." 빈 찻잔을 타마에게 던져주었다. 몸짓으로 알려줘서, 머리 위에 잔을 놓게 했다. 떨어진 물방울이, 찻잔 안에서 토옥하고 소리를 냈다. "뭐예요, 도대체……. 여기, 너무 낡았어요!" "괜찮아. 메구미들이 곧 돌아올 테니까." 타마가 냐옹냐옹 떠들고 있는 틈에, 메구미와 키라라는 복도로 나갔다. 세숫대야와 양동이와 대야 등, 빗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다른 부에서 빌려오는 것이다. "이런, 큰일이다. 컴퓨터가 젖겠어." 시온이 시트를 펴서 컴퓨터를 덮기 시작했다. "마 짱도 도와줘요~!" "시끄러. 지금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타마는 컵을 머리 위에 올린 상태라 움직일 수 없다. 그리고 부장은 만화잡지를 놓지 않았다. "──그런데 너, 지금 감히 날 애칭으로 불렀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너한테도 애칭을 만들어주지. '타마냥' 으로결정이다." "반대예요! 안 어울려요! 타마는 고양이가 아니에요! 그리고 애칭은 이미 있잖아요!" 불평을 하는 타마였지만, 움직이는 바람에 물방울이 목덜미에 톡 떨어졌다. "냐옹!" "거 봐라." "다녀왔습니다! 이것저것 빌려왔어요!" 문이 드르륵 열리며, 메구미와 키라라가 돌아왔다. 똑. 토톡. 퐁. 탁탁. 톡톡. 부실 여기저기에 놓인 크고 작은 그릇이, 각각 다른 음계를 연주했다. 올해도 이부의 부실은, 빗소리의 풀 오케스트라였다. ­­­­­­­­ 미니지식 장마철의 풍경 GJ부의 부실은 옛 목조 건물의 2층에 있다. 매년 장마철이 되면, 완전히 똑같은 장소에서 비가 새기 시작한다. 매년 그렇기 때문에 모두들 적응했다. 놀라지도 않는다. 그해에 들어온 신입 부원만이 놀라고, 물이 떨어지는 위치에 컵을 들고 서 있게 된다. ­­­­­­­­ #GJ부의 터부 "알겠니. 타마. 잘들어." 쿄야는 최근 그럴싸해진 선배다운 표정을 지으며, 타마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타마는 기특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먹을 꼭 쥐고서──. 게다가 저건 분명히 스스로는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 바보 같아서 귀엽기 짝이 없다. "아, 어흠. GJ부에는 건드리면 안 되는 터부라는 게 있어." 헛기침을 한 번. 쿄야는 선배의 경험담에서 나오는 충고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터, 터부입니까? 그, 그건……. 저지르면, 어떻게 되는 거죠?!" "응. 아프거나 무섭거나, 무섭거나 아프거나 하겠지." "꺄! 타──타마는 아픈 것도 무서운 것도 싫어요!" 타마는 몸을 움찔 움츠렸다. "괜찮아. 지금부터 그걸 가르쳐줄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쿄야는 타마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맹수' 에게 가까이 갔다. "제1의 맹수──가 아니라. 제1의 터부. 부장의 경우." "응? 뭐야? 누가 맹수라고?" "부장에 대한 터부는 이런 느낌이지." 쿄야는 부장의 머리에 손을 톡 올렸다.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작다. 귀엽다." 콰악. 예고도 경고도 없이, 손목부터 아래쪽이 전부 입 속으로 사라졌다. "아파아파아파요, 부장님──, 우, 힉, 아얏──, 정말로 아프다니까요!" 타마가 양쪽 발목을 당겨줘서, 부장의 입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선배, 다음 터부는 뭡니까?" 예전에 없었던 선명한 이빨자국을 쓰다듬고 있자, 타마가 다음을 재촉했다. "응. 시온 선배지." "난 귀여운 후배들에게 화를 낼 정도로 마음이 좁은 사람이 아니야." 커피 컵에 손가락을 걸고, 시온은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러자 쿄야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시온 선배. 원자폭탄을 만든 건 아인슈타인이 아니에요." "아니, 하지만 대통령에게 결단을 재촉한 건 분명 그의 편지였고──." "하지만 만들지 않았잖아요." 시온의 얼굴이 싹 바뀌었다. "후후후후……." 시온이 전력을 다하게 만들고 말았다. 다크사이드 시온으로 변했다. "알았지? 두 번째 터부는 이렇게 틀린 걸 지적하는 거야." 쿄야가 타마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시온의 설교 에서 풀려난 후였다. 즉, 구체적으로는 끝도 없이 계속되는 항의문에 처음으로 마침표가 나타난 30분 후였다. "틀리지 않았어!"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시온으로부터 타마와 쿄야는 샤삭 물러났다. "메구미. 거기, 마룻바닥 조심해. 부장이나 타마라면 괜찮지만. 메구미라면 조금 위험하니까 걱정이라." 키잉──하고, 공기가 진동했다. 분명히 오컬트적인 이상한 소리가, 지금 어디선가 난 것 같았다. 구구구궁──이라는 말풍선이, 메구미의 손에 어느새 들려 있었다. "저기, 시노미야군? 그건 내가 무겁다는 의미인가요?" 메구미는 웃는 얼굴로 그렇게 물었다. 웃는 얼굴의 옆에는 '구구구궁' 이라고 쓰인 말풍선이 있었다. "끄아아아아아──악! 나우마카삼만다보다단 아비라운켄소와카!" 타마는 진심으로 겁을 먹고 있었다. 이상한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쿄야도 소변을 지릴 것만 같았다. "마, 마지막 터부를 가르쳐 줄게." "어, 얼마든지요!" 쿄야는 소파 앞에서 자신에게 다짐했다. 귀여운 후배를 위해서라도 마지막까지 완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키라라의 경우에는 먼저, 고기를 뺏는 것." 접시 위의 닭다리를 휙 훔쳤다. ──바로 두개골을 콰악 물렸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쿄야는 또 하나의 터부에 도전했다. "그리고 키라라의 냄새를 맡는 것." 흠흠. 킁킁. 마침 얼굴 앞에 있던 키라라의 겨드랑이 언저리에서 코를 움직이자~. 키라라는 부실 끝까지 날아가듯 도망쳤다. 벽에 두 번 정도 부딪치며, 마룻바닥을 여기저기 긁으며 돌아다니다가, 마지막에는 TV 뒤로 숨었다. 캬악, 하며 털을 세우며 경계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타마는 선배의 고귀한 희생을 결코 헛되이 하지 않겠습니다! 선배는 절대 잊지 않을게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그리고 안녕히 가세요!" "어라? 타마, 왜 그래? 왜 작별 인사를 하는 거지?" "그럼 이 녀석을 어떻게 죽일까." 쿄야가 정신을 차려보니, 부장을 비롯한 세 명이 등 뒤에 서 있었다. #정식 부원 "타마는 언제까지 수습 부원일까요?"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타마가 멍하니 중얼거린 말에 의해, 쿄야는 굉장히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왜냐하면 타마 혼자만 수습 부원이잖아요. 선배들 모두 정식 부원인데. 어쩐지 떨거지 취급을 받는 것 같아요. 싫어요. 좋지 않아요." "아하하하……, 그, 그렇지." 쿄야는 웃었다. 얼마 전인 4월부터 신입 부원이 된 타마는, 메구미의 케이크를 노리고 부실을 다니기 시작한 여자애였다. 최근에는 '케이크의 날' 말고도 부실에서 눈에 띄였다. 평소에는 일본식 공간인 다다미 위에서 뒹굴거리는 타마였지만, 오늘은 둥근 탁자로 와서 쿄야 옆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쿄야를 따른다든가, 그런 귀여운 이유는 전혀 아니고, 간식을 노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뭘 웃고 있는 겁니까. 선배." 손을 휘저으며 타마가 말했다. 쿄야는 그 손이 닿는 곳에, 감자칩 봉지를 밀어주었다. 물론 쿄야가 자신의 용돈으로 사 온 감자칩이었다. "선배는 언제 정식 부원이 되었나요?" "엉?" 쿄야의 몸이 움찔 굳었다. 우적우적 염치없이 감자칩을 먹어치우며, 타마는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으음……. 글쎄다?" 쿄야는 어떻게든 얼버무리려고 했다. "선배도 처음에는 수습 부원이었죠. 어떻게 정식 부원이 된 겁니까?" "음……. 글쎄다?" 쿄야의 경우, 처음 몇 달은 수습 정도가 아니라 체험 입부였다. 타마처럼 수습부터 시작한 엘리트와는 다르다. 그리고 지 금 현재도 수습 부원일 것이다. 그것을 타마한테 들키고 싶지는 않다. 이유는──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허영심이나 선배의 권위라든가, 그런 것. 자신의 안에서도 그런 마음이 있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도 깜짝놀랐다. "GJ부 혼이라는 거, 모르면 안 되는 건가요?" "음……. 글쎄다?" "선배? 아까부터 똑같은 소리밖에 안 하잖아요. 고장난 겁니까?" "음……. 글쎄다?" "고장났군요. 이건." "네가 입부했든가, 입부하기 전인가, 그때쯤이야." 만화잡지를 탁 덮고, 부장이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작은 덩치의 부장이 독서를 하면, 만화잡지 저편으로 얼굴이 완전히 가려지고 만다. 도움을 준 부장을 보고, 쿄야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저기, 전……. 정식 부원이었나요?" "그래." "언제 정식 부원이 된 겁니까?" "글쎄." "뭡니까, 선배도 수습이었습니까? 타마는 처음 들었는데요. 그런 거." "제가 언제 정식 부원이 된 걸까요?" "글쎄. 타마에게 GJ부 혼이 뭐라면서 잘난 척하며 떠들었던 때 아닌가?" "마오랑 팔씨름했을 때 알려줬지. '수습 부원' 이 아니라 '일개 부원'이라고 했으니까." 시온의 긴 머리카락이 말해주었다. 그런 미묘한 것을, 완전기억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닌데 기억하고 있을리도 없었다. "정식 부원이 되었다면 축하도 해줘요!" 쿄야는 의자에서 굴러 내려왔다. 무릎으로 바닥을 쓸면서 부장에게 매달렸다. "배지 줬을 때처럼 의식을 해주세요! 그런 게 GJ부식 아닙니까?!" "잠깐, 타마 좀 보세요! 선배, 수습이었던 주제에 잘난 척했던 겁니까!" "뭐야, 너. 축하해줬으면 좋겠냐? 그럼 말의 앞뒤에 '플리즈' 를 붙여." 신이 난 듯 능글능글 웃으며 부장이 말했다. "네옛?! 그건 너무해요. 부장님!" "후후후. 못하겠다면──." "플리즈. 축하해주세요. 부탁입니다, 플리즈." 쿄야는 재빨리 패배했다. 평화적 패배주의자의 사전에 불가능이라는 단어는 없다. '빨라! ──넌 지는 게 너무 빨라!" "됐으니까, 내 말 좀 들어요!" "그럼, 뭐. 뭔가 해줄까." "내 말 좀 들어주세요……. 타마를 무시하는 거, 좋지 않아요……." "그러고 보니 타마. 너도 수습 임명 의식 안 했지? 같이 해줄 게." 쿄야는 타마와 함께 둘이서 와아~, 하며 두 손을 들어 만세를 불렀다. #슈마이 "*슈마이(*슈마이: 중국식 만두의 일종.)라고 있잖아. 간식으로."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부장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 GJ부 부실에서, 아무런 복선도 없이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있지만 슈마이는 반찬이에요." "아니, 그건 간식이잖아. 과자잖아. 반찬으로 먹는 게 아니잖아." "우리 집에서는 어머니가 바쁘실 때 종종 나오는데요. 냉동식품으로. 반찬이에요." "우리 집에서는 모리 씨가 손수 만들어줘. *푸얼차(*푸얼차: 중국차의 일종.)랑 같아 그러니까 그건 간식이잖아." "중국에는 차를 마시며 간식을 먹는 습관이 있거든. 일본에서는 반찬으로 먹는 찐빵, 만두, 슈마이 등은 발상지에서는 식사와 식사 사이에 먹는 음식──'간식' 취급이라더군." 시온이 평소처럼 지식을 늘어놓았다. "뭐, 그건 됐고." "그렇군요." 쿄야는 부장과 함께 끄덕였다. 시온이 조금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 슈마이에 말이지. 진짜랑 가짜가 있잖아."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기준을 정하지 않으면, 동의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데요." "꼭대기에 완두콩이 있는 게 진짜야! 그것 말고는 가짜야!" 어째서인지, 부장은 주먹을 꽉 쥐고 역설했다. "그런 걸로 구분하는 건 부장님뿐이 아닐까요." 타마도 완두콩이 올라가 있는 게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 선배는 인간으로서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거예요!" 어째서인지, 타마까지 끼어들어 왔다. 일어서서 테이블을 탕탕 내리쳤다. 원군을 얻어, 부장이 이겼다는 듯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모리 씨가 항상 가짜를 주는 거야. 몇 번을 말해도 가짜인 거야. 그것이 본래 방식이라고 이상한 말을 하는 거야. 씨알도 안 먹히는 거야. 줄기차게 완두콩, 완두콩, 떠들면 엉덩이를 때리는 거야." "토요일은 그만두는 게 좋아요. 무서운 쪽의 모리 씨예요." "그런가. 토요일의 모리 씨는 안에 들어있는 사람이 달랐나." 일설에 의하면 모리 씨는 토요일에는 쉬고, 어머니랑 교대하고 있다고 한다. "모리 씨는 토요일에 뭘 하는 걸까요?" "글쎄. 성인 여성에게는 비밀이 있다는데. ──데이트일지도!" "에에옛?!" "뭐, 모리 씨 이야기는 지금 아무래도 좋으니까." "네에엣. 끝입니까? 그렇습니까?" "뭐야, 흥미 있어? ──크크크크크." "네. 슈마이 이야기로 돌아가죠." 부장이 짓궂은 미소를 띠자, 쿄야는 바로 이야기를 원래대로 돌렸다. "전 옥수수 알을 올린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 다 맛있어요. 그것보다, 맛과는 별로 상관없어요." "너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 인생의 절반을 손해보고 있어!" 부장은 타마와 둘이서, 탁자를 탕탕 두들겼다. "이럴 때, 해설자인 시온 선배가 하실 말씀은?" 쿄야는 시온에게 말을 돌렸다. 그녀는 얼굴을 번쩍 들었다. 기쁜 듯, 득의만면 이야기를 시작했다. "슈마이에 완두콩을 올려놓는 기원으로는 일단, 숫자를 세는 걸 편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설이 있지만, 이건 속설이고─一. 사실은 학교 급식에서 시작된 것 같아. 난 급식이라는 걸 먹어 본 적이 없지만." "저는 있어요. 공립 학교였어요." 메구미가 차를 가져오면서 그렇게 말했다. 화제 탓인지, 오늘의 차는 홍차가 아니라 우롱차였다. "다음에는 푸얼차도 만들어 볼게요." "난 마오랑 똑같은 사립이었으니까. 계속 도시락이라서. 니니(둘째 오빠)가──." "니니즈(오빠들) 이야기는 됐고. 지금은 완두콩이다!" 사정없이 탈선하는 이야기를 부장이 억지로 원래대로 되돌렸다. 대화가 본래 궤도에서 탈선하는 것은 GJ부에서 종종 있는 일이다. 그 정도로 부장은 완두콩에 집착하는 것 같았다. "그 완두콩의 기원 말인데. 학교 급식에서 처음으로 슈마이에 완두콩을 올린 요리사의 경우,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작 은 케이크 흉내를 내봤다더군." "그렇군요." 쿄야는 납득했다. "알겠습니다. 즉, 부장님은 어린애라는 걸로." "뭐라고!" "타마도 완두콩파예요! 마 짱만이라면 몰라도 타마도──." "그럼 부장님과 타마는 둘 다 어린애." 동시에 물렸다. 오른팔도 왼팔도, 콱 물렸다. ­­­­­­­­ 미니지식 GJ부의 다과회 홍차뿐만 아니라, 가끔은 중국차도 즐긴다. 중국풍 간식까지 나오고 제법 본격적. 다다미를 깔아둔 일본식 공간이 있기 때문에 일본식 가루녹차를 만드는 것도 가능. ­­­­­­­­ #字(자)와 大字(대자)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쿄야는 부실의 탁자에서 편지를 쓰고 있었다. 그림엽서 아랫부분의 글 쓰는 부분을 채우려고, 점점 작은 글자로 쓰고 있자──. "그거. 뭐야. 편지냐?" 부장이 물었다. "아, 네." 쿄야는 보면 아는 것을 굳이 물어보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누구한테 보내냐. 친구냐?" "네, 뭐." 애매하게 대답하고, 쓰는 것에 집중했다. 한동안 쓰고 있자, 부장의 그것이 좀 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사인이 라는 것을 깨달았다. "초등학교 때 전학 간 친구가 있거든요. 아직 휴대전화 같은게 없었으니, 편지를 주고받았는데요. 지금도 별 의미 없이 그대로 이어져서──." "너. 친구 있었구나." "부장님보다는 많을걸요."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하고, 엽서를 다 썼다. "너. 의외로 가차 없구나." "보세요. 이 그림엽서. 타마가 만들어 줬어요." 어쩐지 삐져 있는 부장에게, 그림엽서를 벙글 뒤집어서 보여 주었다. 부장에게 콱 물려 있는 명장면이 완벽하게 찍혀 있었다. "흐, 흐음…….잘 찍었네." 잘 이해할 수 없지만, 부장의 기분이 좀 풀린 것 같았다. 쿄야는 안심하고 받는 사람 쓰는 곳에, 완전히 손가락이 외워 버린 주소를 쓰기 시작했다. "주소에, 字(자)라든가 大字(대자)라고 쓰여 있잖아요. ──이건 뭐죠?" "뭐야? 갑자기?" "지금 쓰고 있는 주소 속에『大字 신덴 字 다케야마』라고 있는데요. 이 '자' 와 '대자' 라는 건 가끔 보이잖아요. 뭘까요. 이건?" "금지야." "네?" "네가 '어때' 를 하는 건 금지다. 그런 건 내가 할 일이야." "아~. 네네. 이상한 질문을 꺼내는 건 항상 부장님이지만요. ──그런데 '어때'가 뭔데요?" " '어때' 는 선문답을 할 때 질문을 던지는 말이지. '자, 문제입니다.' 같은 의미로 생각하면 돼. 참고로 '설파' 라고 답하는 것이 선문답의 예의지." "흐음. 그렇군요." 쿄야는 감탄했다. 그렇게──字(자)와 大字(대자) 쪽 대답도 당연히 가지고 있을 법한 시온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처음에 말한 의문 쪽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금지다." 부장이 못을 박았다. "해답은 아직이야. 재미없잖아. 바로 대답이 나와 버리면." "그것도 그래." 시온은 웃고 있었다. "분명 그걸 거야. 엄청 시골이라는 뜻이야, 그건." "네, 뭐, 꽤 지방인 건 맞는데요. 하지만 괜찮은 곳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메구미가 차를 리필해주러 온 김에, 대답에 끼어들었다. "──옛날 체인점 이름이 아닐까요. 그거. 주차장에도 있잖아요. 전국에 퍼져 있는 갯쿄쿠(月極) 주차장이라든가." "메구미. 그건 *츠키기메(月極)(*츠키기메: 실제로 있는 주차장 회사. 極은 발음만 따온 한자라 의미는 없음.)라고 읽을 거야. 달마다 계약 한다는 뜻으로." 하지만 이미 메구미는 저쪽으로 가버렸다.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야, 키라라. 너, 그거. 사전 찾는 건 반칙이다." 키라라는 사전을 찾고 있었다. 현재 꼭 가지고 다니는 사전은 중형 일본어사전이었다. "슬슬 대답을 내도될까." 시온의 차례가 왔다. "*字(자)와 大字(대자)는 옛 행정 구분의 잔재야.(*字(자)와 大字(대자): 일본에서 시, 군, 동 등의 행정단위를 지칭하던 옛말. 1889년에 폐지된 낡은 방식으로 기입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 엄밀히 말해 틀린 표기. 실제로는 字(자)와 大字(대자) 표기를 빼고 쓰도록 한다고 함.) 다이코 토지조사 시대부터 메이지 초기까지는 쓰였던 것 같군. 그 이 후, 일본의 근대화와 함께 진행된 구획 정비에 의해, 무슨 마을, 몇 거리, 몇 번지, 라는 식으로 합리적인 지명이 붙여지게 되었는데, 시가지 이외에는 그전의 지명표기도 아직 남아 있는 곳이 많다고 해." "흠~, 호오~, 우와~." 시온의 이야기는 여전히 공부가 된다. "하지만 이건 수업에서 했을 텐데?" "우리 역사 선생님은 항상 *발틱 함대(*발틱 함대: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에게 전멸당한 러시아 함대.) 이야기만 해요." "아, 그거 우리도 그래요. *토고 헤이하치로(*토고 헤이하치로" 일본의 해군 제독. 러일전쟁 때는 동해해전에서 러시아의 발틱 함대를 정자전법으로 격퇴했다.), 헤이하치로, 시끄럽죠 화제는 字(자)와 大字(대자) 검증 위원회에서, 명물 역사 선생님과 러일전쟁 이야기로 넘어갔다. 일단 오늘의 GJ부는 역사 스터디 모임 같았다. ­­­­­­­­ 미니지식 오피니언 리더 GJ부에서는 화제를 꺼내는 사람을 '오피니언 리더' 라고 부른다. 대부분은 부장. 보통 사람이 신경 쓰지 않는 이상한 부분에 집착한다. 가끔 쿄야. 좀 더 가끔 타마나 메구미나. 시온이 오피니언 리더를 하면 대부분은 '학회에의 보고'가 된다. ­­­­­­­­ #ABCD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우와~~~~!" 둥근 탁자 옆의 자리에서 갑자기 괴성이 들려, 쿄야는 깜짝 놀랐다. 봤더니──. 부장이 방금 전까지 읽던 만화잡지를 던져버렸다. "왜 그러세요? 부장님." "바, 바보! 뽀, 뽀, 뽀……, 뽀뽀가 있었어! 이……, 이 무슨 파렴치한!" "아아. 그러고 보니……. 있었나요." 먼저 다 읽은 쿄야는, 아아, 하고 끄덕였다. 최근 배틀 만화로 변한 러브 코미디물에, 강해지기 위한 의식으로서 '뽀뽀' 장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 어째서 말하지 않았지?! 이건 나에 대한 테러 혹은 성추행인가?!" "까먹었을 뿐이에요." 부장은 불량학생이라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쿄야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정말이에요." 정말로, 그만 깜빡했을 뿐이다. '좀 더 대단한 것' 이 나오면 쿄야도 곤란하니까, 그런 건 놓치지 않지만……. '뽀뽀' 정도라면 그만 넘어가고 말 때가 있다. "괜찮아요. 그 장면뿐이니까요." 책은 테이블 위에 던져놓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부장은 자기 몸을 지키듯 쿠션을 안고, 손을 대려고 하지 않았다. "이제 그건 안 읽을래! 네가 하는 말은! 이제! 안 믿어!" 손발을 웅크리며 어린애처럼 말하는 부장에게──. 시온이 읽던 소설을 놓고, 크크큭 하며 목 안에서 작은 새가 우는 것같이 웃었다. "귀엽구나. 마오는." "마 짱 모에모에입니다. 이런게 어디가 무섭습니까? 앙코는 키스나 그 이상밖에 없는 만화만 읽던데요." "무섭지 않아! 싫을 뿐이야! 그리고 앙코가 누군데!" "그러니까 왜 싫으냐고요? 친구A를 말하는 건데요. 안뇽이라 고 인사하는 애죠." "전혀 모르겠어!" 타마는 점점 이부에 적응하고 있었다. 두 개의 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GJ부식 대화법' 조차 쉽게 구사하고 있었다. "여러분. 차예요. 언니, 즐거운 일이 있나 봐요." 떠드는 사이에 차를 타던 메구미가, 모두의 사이를 향기와 함께 돌아다니며 컵에 붉은 액체를 채워주었다. "즐겁지 않아! 언니의 고통이 눈에 보이지 않는 거냐! 이 천상계의 생물이!" 메구미의 '천사의 눈' 에는 모든 일이 흐뭇한 광경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몇 십 년 전에는, 남녀 교제의 진행 상태를 ABCD라는 기호로 표현했다던데." "흠~. 그렇다면 입맞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C나 D?" '뽀뽀는 금지다.' 라고 부장이 말했기 때문에, 다른 말로 바꿔 보았다. "아니……. 입맞춤은 A였다던데." "네?" 쿄야는 움찔 놀랐다. 보아하니 시온도 말하기 곤란한 듯한 표정이었다. "가──갑자기 거기부터 시작입니까? 손을 잡는 게 A라든가 하는 게 아니라?" "야, 너희들! 이야기 하지 마!" 쿄야는 곤란한 표정을 시온에게 보였다. "저기~……. 처음부터 너무 생략하고 확 나가는 것 아닙니까? 갑자기 최종단계를 가버리는 거잖아요? 거기까지의 과정 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바보! 최종단계는 공주님 안기잖아! 너무 생략했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나, 나한테 물어봐도……. 고, 곤란해. 이것은 책에 쓰여 있던 것이고──." "그 과격한 순서라면 B라든가, 도대체 어떤 걸 하는 겁니까?" "B라는 것은──." "그, 그만둬. 쿄로! 한없이 위험한 냄새가 난다!" 부장에게 소매를 잡히자, 쿄야도 제정신이 들었다. "──아아, 역시 됐습니다. 그만두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해두죠." "네? 어째서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들어봐요. B라는 건 뭐죠?" 쿄야가 기껏 절제했는데, 찻주전자를 놓은 천사가 물어보고 말았다. 메구미는 가끔 둔감할 정도로 분위기 파악을 못할 때가 있다. "그, 그, 그──! 금지야!! 뽀뽀는 금지야!!" "부장님! 뽀뽀는 A입니다. 판명되었어요! 지금 묻고 있는 건 B예요!" "묻지 마!" "제가 물어본 게 아니잖아요. 메구미가! 천상계의 생물이!" 허둥대며 큰 소리를 지르는 부장에게, 쿄야도 허둥대며 대답 했다. "저기. 시온 언니.B는 뭐죠?" 메구미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 등 뒤에 서 있는 타마는 말풍선을 몇 개 들고 '씨익' 이 좋은지 '구구구궁' 이 좋은 지, '후오오오!' 가 좋은지 고르고 있었다. 오늘의 GJ부의 대혼란이었다. 키라라만이 홀로 묵묵히 고기를 먹고 있었다. ­­­­­­­­ 미니지식 사랑의 ABCD 연애 및 남녀교제의 진행 정도를 알파벳으로 나타낸 은어. "있잖아, 남자친구랑 어디까지 갔어?" "물론 B!" 같은 식으로 쓰인다. B 이후의 알파벳의 의미는 소년지 및 라이트 노블에서는 해설 불능. 어떻게든 알고 싶은 사람은, 부모님이나 그 이상의 연배인 사람에게 물어보자! 분명 곤란 한 표정을 지을 것이 틀림없다! ­­­­­­­­ #체육 시간 후에는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쿄야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닫혀 있는 창문을 열러 갔다. 창을 몇 개 활짝 열었다. 얼마 전까지는 하복으로 바뀐 후의 쌀쌀함을 싸하게 느낄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점점 더위를 느끼는 순간이 늘어났다. 이러다가 갑자기 확 더워져서 여름이 되겠지. 옛날에는 여름은 덥고 피곤할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GJ부에 들어와서 가치관이 달라졌다. 아지랑이가 필 정도로 더운 여름을 손꼽아 기다리는 자신이 있었다. 뇌를 개조당한 자신이 여기에 있었다. GJ부 혼. 여기에 진정한 모습이 있노라. 이 런 게 GJ부 혼이라고 한다면──, 이지만. "덥군." 부장이 불쑥 그렇게 말했다 목소리 뉘앙스에서 '덥다' = '나쁜 것' 이 아니라, '덥다' = '좋은 것' 임을 알 수 있었다. 역시 자신의 GJ부 혼은 틀리지 않았어……? "오늘은 아이스티로 만들어봤어요." "아. 도와줄게." 일어선 김에 움직였다. 쿄야는 유리컵을 인원수만큼 준비하고 있는 메구미 쪽으로 걸어갔다. 항상 홍차가 올 때까지, 그저 앉아 있을 뿐이다. 메구미가 홍 차를 준비하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때도 있고, 컵에 홍차가 들어 있는 것을 식어버리고 나서야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다. "아……. 돼, 됐어요. 앉아서 기다리세요." "괜찮아, 괜찮아. 가끔은 도와주게 해줘." 쟁반 위에 유리컵이 늘어섰다. 조각 얼음이 채워져, 여름 햇살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옮기는 것 정도는 하려고 생각하고, 가까이 가자──. 메구미가, 샤샤삭 하고 물러섰다. "어?" 쿄야는 자기도 모르게 멈춰 섰다. 지금……? 노골적으로 피하지 않았나? 어쩐지 미움받은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설마. 다시 한 번, 메구미의 홍차 기지에 섰다. 유리컵 중 몇 개는 아직 얼음뿐이었다. "저기. 이거. 어떻게 하면 돼? 홍차, 부으면 돼?" 부실 한가운데에 선 메구미에게 물어보았다. "저기~……. 우~……." 두꺼운 눈썹을 찡그리고, 메구미는 곤란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어라? 혹시……. 도와주는 거, 안 되는 거였나~? 나쁜 짓을, 해버렸나~?" 쿄야는 일부러 거창하게 말해보았다. 그리고 스스로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이 분위기는……. 어라? 어쩐지 정말로…. 이건……. 쇼크를 받으며 홍차 기지에서 벗어났다. 반 여자애들로부터 마치 바퀴벌레처럼 혐오대상이 되고 있는 체육선생이 있지만, 그 안타까움이 100분의 1정도는 이해가 되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자리로 돌아가려고 하자. "앗──, 아뇨, 저기. 그게 아니에요. 시노미야 군──, 도와 주는 게 안 된다는 게 아니라." "그렇구나." 쿄야는 빙글 몸을 돌려 돌아갔다. 기분이 바닥에서 급상승. 그러나 홍차 기지로 돌아온 메구미는, 쿄야가 접근하자 다시 샤샤삭 피하고 말았다. "어째서? 아니, 왜 도망치는 거지?" 쿄야는 메구미와 거리를 좁혔다. 메구미는 다시 물러섰다. "사──삼 미터 이내로 들어오는 거! 그──금지예요!" 결국 금지당하고 말았다. 쿄야는 굉장히 기가 죽었다. "꼴 좀 봐라. 미움받았네." "사람에게는 누구나 퍼스널 스페이스라는 게 있거든. 그 거리 안에 타인이 들어가면 불쾌함을 느낀다고 하는군. 그 거리는 상대와의 친밀감에 의해 변화한다고 하는데──." "선배는 뭘 고른 겁니까? 친밀도가 내려갈 만한 선택지." 게임을 하면서 타마가 말했다. 최근 타마가 빠져 있는 것은 미연시 게임이다. 2차원 여자애를 공략중이다. 키라라도 아까부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무엇을 긍정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아뇨, 아무것도 기억에 없는데요……." 하고, 메구미를 보았다. "아뇨. 아니에요. 시노미야 군이 잘못한 게 아니라──, 저 기, 즉──" 메구미는 굉장히 말하기 힘든 듯한 표정이었다. 쿄야는 참을성있게 기다렸다. 미움받은 게 아니라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메구미는 오른쪽을 보고, 왼쪽을 보고, 이편과 저편을 보다 가, 그래도 쿄야가 시선을 돌리지 않는 것을 알고 할 수 없이 말했다. "오늘……, 저기……, 체육 시간에……, 마라톤을……, 해서……." "어? 그래서?" "그러니까──! 차암! 땀 냄새 나니까! 삼 미터 안으로는! 금지예요!"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캐릭터 프로필 【천상계의 생물】 ② 여자애의 미덕이 응축된 이상적인 천사. 지기 싫어하는 면이나, 궈여운 것으로 흥분하는 등으로 인간적인 면은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부끄러워.' 기술도 습득했다. ­­­­­­­­ #시스터즈 "부장님한테 여동생 있죠? 메구미 말고도." "응? 아……, 그런데." "세 자매 입니까? 아니면 4명이나 5명이나 6명 인가요?" "무슨 니니즈(시온의 오빠들)냐. 3명이야." "키라라한테는 질이라는 애가 있었죠. 시온 선배의 니니즈의 인원수는……. 아, 아뇨. 무서우니까 이건 물어보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타마한테도 남동생이나 여동생있지?" "꺅꺅, 시끄럽기만 해요. 그래서 타마는 이렇게 조용한 레이디로 자란 거예요." "뒷부분은 무시하고, 앞부분 데이터는 고맙다." "왜 넌 그런 게 신경 쓰여?" "뉴스에서 매일 핵가족화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의외로 다들 형제자매가 있군요." "타마는 외동딸일 거야. 저렇게 자기 멋대로 사는 녀석은 분명 외동딸이야." "있다니까요. 타마는 외동딸이 아니에요. 간식을 독점할 수도 없어요." "자기 멋대로라고 하면 부장님도 상당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신경 쓰여서, 주변의 통계를 내보고 싶어서요." "통계법으로 의미가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약 이천 개 정도의 샘플이 필요하다고 하지." "우와. 그럼 우리 학교 학생 전원에게 물어봐도 부족하잖아요." "하지만 네가 외동의 비율에 대해 갖고 있는 인상은 맞아. 실은 의외로 별로 없어. 외동의 비율은 셋째까지 있는 집보다 적다는 조사결과가 있어. 그리고 과반수의 가정이 둘째까지 있지." "아. 우리집도 둘이에요." . "역시 쿄로군. 평범하기 짝이 없어." "평균적이라고 해주세요. 평범한 게 좋아요. 평범한 게 최고예요." "그래서. 넌 여동생 사냥을 해서 뭐 하려고?" "누가 사냥을 했다는 겁니까?" "아아, 역시 그런 취미냐! 여동생이 아니면 모에 대상이 아니라는 저질스런 녀석이구나." "진짜로 여동생이 있는 사람에게, 여동생 모에는 별로 없지 않나요?" "안 되는 거냐?! 여동생은?!" "저를 시스터 콤플렉스로 만들고 싶은 겁니까? 아니면 정상인으로 갱생시키고 싶은 겁니까?" "마오는 여동생 캐릭터라고 생각하는 것 같거든." "다, 달리 여동생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구! 네가 여동생, 여동생, 시끄러우니까! 하──할 수 없이 그러는 거라니까!" "그렇군. 어렵네. 여동생의 길은. 하지만 미묘하게 가깝지 않나? 여동생 캐릭터는 절반은 츤데레 아닌가?" "우리 카스미는 츤(튕기기)밖에 없는데요. 굳이 말하자면 츤츤이군요. 데레(좋아하는 모습)는 없어요." "어~? 그런가……? 츤이 있었나? 꽤 착한데?" "어라? 부장님은 카스미랑 지난 연말연시에 한 번 만났을 뿐이잖아요?" "아아. 아니. 그렇지. 응. 그래. 만나지 않았어. ──아, 크흠! 하지만 뭐랄까. 형제자매의 이야기는 별로 안 하는구나. 나도 세이라 이야기는 안 했지." "어째서일까요? ──그러고 보니 요코미조랑도 별로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요. 누나랑 여동생이 잔뜩 있어서 남자로서 괴롭다던데. 그 탓인가? 그 녀석은." "요코미조? 그게 누구냐?" "부장님, 이제 좀 외워주세요. 제, 치……친한 친구예요." "지금 말이 막혔어! 말이 막힌 이유에 대해, 넌 지금 설명할 책임이 생겼어!" "모에모에 입니다." "뭐죠, 뭐죠. 비밀스러운 이야기인가요?" "메구 언니, 이럴 때는──'후오오오오'─!라는 말풍선을 가져와야죠!" "다음에 데려와. 얼굴 보면 기억할수 있을 테니까." "얼굴을 봐도 잊었잖아요. 신죠 군이라든가. 그 녀석. 요코미조라고, 남자로서 꽤 괜찮아요. 여기는 남자 금지 아닌가요?" "특별 강사로서 초빙하지. 네 흑역사를 남김없이 물어봐야지." "절대 안 데려올 겁니다." "키라라. 질. 있어." "부장님네 세이라 말인데요. 카스미랑 같은 학년이고, 지금 중1이죠? 어떤 애입니까?" "그 녀석은. 음. 뭐랄까. 복잡한 애다." "착한 애예요." "그야 착한 애지만. 메구한테는 들리지 않으니까……. 아. 그건 이쪽 이야기니까. 신경 쓰지 마. ─뭐. 식어있는 느낌이 지. 쿨하달까? 시이랑 닮았을지도 몰라." "크면 미인이 될 것 같군요." "음. 으음──. 그건 내가 미인이라는 뜻인가. 응? 응? 으응?" "네. 시온은 귀여운 생물입니다. 바케랏타라고 울면, 더 완벽합니다." "바케랏타." "키라라. 질. 있어. 듣고 싶어?" "아, 그래그래. 말하고 싶구나. 들을게, 들을게. 들려주세요." "얌전해? 착해? 맑음. 때때로. 천둥. 가끔. 무서워?" "질은 키라라를 혼내기도 해서 딱딱한 아이의 이미지가 있는데요. 평소에는 얌전하고 조용한 아이군요." ­­­­­­­­ 미니지식 시스터즈 GJ부의 멤버에게는 여동생이 많다(시온을 제외하고). 아마츠카 가 삼녀 : 아마츠카 세이라. 중학교 1학년. 시노미야 가 장녀 : 시노미야 카스미. 중학교 1학년. 번슈타인 가 장녀 : 제랄딘 번슈타인. 중학교 1학년. (키라라는 양녀라서 호적상으로는 제랄딘이 장녀) 타마네 집 : ……불명. ­­­­­­­­ "이 배지. 통신기능이 있다고 말했잖아요."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타마가 가슴에 붙인 배지를 가는 손가락 끝으로 만지며 말했다. 얼마 전에 GJ부의 수습 부원이 된 타마였다. 배지는 그때 받은 것이다. 타마는 종종 그것을 달고 부실에 왔다. "그때는 완전히 속았어요." 배지를 수여하는 '의식' 때, 타마는 완전히 속았다. 통신기능이 있다는 말을 듣고 열심히 버튼을 누르더니, 그 후 에 한참을 풀이 죽어 있었다. "완전히 속았지. 타마."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고, 쿄야는 웃었다. "타마는 속이는 건 좋지만, 속는 건 싫어요." "어느 쪽이냐면 타마는 속는 쪽이라고 생각해.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지. 속이는 사람과 속는 사람." 쿄야는 막 뜯은 감자칩 봉지를, 타마의 손이 닿는 곳에 두었다. "그래서, 이 배지의 통신기능 말인데요." "아니, 그건 거짓말이래도." 쿄야는 웃으며 말했다. 타마는 감자칩 봉지에 손을 찔러 넣고, 과자를 잔뚝 집어 넣은 입에서 오독오독 소리를 냈다. 잠시 후에 조용해진 입이 다시 열렸다. "──우리 반에 이런 걸 잘하는 녀석이 있어요." "이런 게 뭔데?" "기계를 고치거나 개조하는 거야. 바보 옐로우라고 해요." "바……바보라니." "남자애들은 다 바보예요." 타마는 딱 잘라 말했다. 어째서인지 그 타이밍에, 탁자 맞은 편의 부장이 힘차게 끄덕였다. "음. 모든 남자는 바보 혹은 초 수컷이지. 나루미도 그렇게 말했어." "아. 선배는 물론 아니에요. 남자가 아니니까." "음. 쿄로는 다르지. 쿄로니까. 게다가 남자였다면 부실 출입 금지야." 어쩐지 두 사람에게 굉장히 실례되는 말을 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 바보 옐로우가 기계 같은 걸 잘 만지기에 부탁해서 개조했어요." "흐음. 아니. 어? 뭐. 개조? 도대체 어떤 식으로?" 넘어가버릴 뻔해서, 서둘러 되물었다. "그러니까 이건, 이제 거짓말이 아니에요. 선배. 통신기능. 생겼어요." "어?……어어어엇?" "한 개만 가지고는 통신을 할 수 없어요. 몇 개 개조해 달라고 했어요. 여러분이 쓸 것도 있어요." 타마는 탁자 위에 색이 다른 배지를 좌라락 늘어놓았다. "난 이 색깔! 찜! 오렌지색! 안 줄 거다!" "흐음. 멋진 기술력이군. 고등학교 수준을 넘었어. ……난 역 시 보라색일까나." "모두와 언제든지 이야기할 수 있는 거군요. 아. 저는 이거. 핑크색 해도 돼요?" "키라라. 노랑. 좋아." 모두가 각자의 배지를 집어 들었다. 쿄야도 남은 하나를 집었다. 보기에는 지금까지의 배지와 다르지 않았다. 뒤에 버튼이 붙어 있는 것도 완전히 똑같았다. "자. 해봐. 시험해 봐, 남자애가. 이런 거 좋아하잖아. 남자애들." 부장이 옆에서 팔꿈치로 찔렸다. "네? 아뇨, 그런 남자라는 생각은 안 하는데요." 쿄야는 배지를 뒤집었다. "하지만, 뭐. 이왕 생겼으니까. 조금만." '고양이 발바닥' 처럼 생긴 버튼에 손가락을 대고 나서, 모두에게 얼굴을 향했다. "준비됐습니까? 다들? 누릅니다." 기대를 담아서 버튼을 눌렸다. 『냐옹~.』 울었다. 서둘러 다시 버튼을 눌렸다. 『냐옹~.』 또 울었다. 쿄야는풀썩 엎드렸다. "대단한데. 이 정도일 줄은. 지금부터 널 속여주마, 하고 복선을 깔았는데도, 그래도 속다니." "그러니까 말했잖아요. 타마의 승리예요. 선배라면 걸릴 거라고 타마가 말했잖아요." 타마가 뭔가를 손으로 재촉하자, 부장이 폿키를 한 상자 넘겨 주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두 번은 속지 않을 줄 알았지.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잖아. 쿄로의 힘은 대단해." "뭐죠? 쿄로의 힘이라니." "무한하게 계속 속을 수 있는 무한의 능력이야." 타마와 부장이 뭔가를 대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쿄야에게 불평을할 자격은 전혀 없었다. 또……. 속았다……. #제3단계를 부르는 소리 "제3단계가 있다고, 전에 부장님이 말했잖아요."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쿄야는 부장의 폿키 두 개를 받은 김에, 그런 말을 해보았다. "앙? 무슨소리야?" "그게. 그 오레맨이라는──." 오레맨은 메구미가 멋대로 붙인 쿄야의 두 번째 별명이다. 예전에 모두가 장난으로 시켜서 일인칭을 *보쿠(*보쿠(僕): 일본어로 '나'. 주로 남자애들이 쓰는 격식 없는 표현.)에서 *오레(*오레(俺): 일본어로 '나'. 주로 남자들이 사석에서 쓰는 거친 표현.)로 바꾸게 하거나, 모두에게 반말을 쓰게 하는 등, 굉장히 사악한 개조를 받은 적이 있다. 그때 정착된 별명이다. 일인칭이 바뀔 뿐인 변신이 '오레맨'. 한 단계 더 변신을 해서 반말을 쓰는 상태를 '오레맨 제2단계', 혹은 '슈퍼 쿄로' 라고 한다. 그리고 부장에 의하면, 쿄야는 앞으로 한 단계 더 변신을 남겨두고 있다고 한다……. "──좋아. 너, 말했겠다. 네 입으로 말했겠다. 이걸로 완전히 인정했지. 더 이상 불평하지 마. 성대하게 공식적으로 인증이 끝났어. 이제 너, 오레맨 결정이야." "전부터 멋대로 말하고 있을 뿐이잖아요. 그리고 부장님, 오레맨 금지라고 종종 말하지 않았어요? 금지인지 0K인지 확실히 해주세요." "우리들이 가지고 노는 건 0K지만, 네가 시작하는 건 금지다. 쿄로 주제에 건방지게." "잘됐어요." 뒤쪽에서 찻주전자가 불쑥 나왔다. 쿄야의 어깨너머로, 메구미가 홍차를 부어주었다. "어라?" 쿄야는 한 모금 마신 후 고개를 갸웃했다. 어떤 차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근 1년 동안, 매일매일 엄청난 양을 대접받아 꽤 잘알게 되었는데. "특별한 찻잎이에요. ……특, 별." 메구미는 한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며, 신비로운 미소와 함께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서. 오레맨이 어떻다고?" "아. 네. ……그러니까 제3단계가 있다고 했잖아요. 부장님이." "아아. 그렇지. 하지만 지금은 곤란하니까 좀 더 기다려. 아직 재미있는 사악한 개조방법이 나오지 않아서……." "그거, 저, 어쩐지 알 것 같아요. 벽을 넘는 방법이랄까……." "뭐라고!" 부장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나조차 아직 재미있는 비전이 보이지 않는데! 너 따위에게 보인다고 지껄이는 거냐!" "그건 가만히 듣고 있을 수 없군." 개조수술 담당인 시온이 의자 바퀴를 밀어 접근했다. 오레맨 문제는 세계챔피 언과의 대국보다도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빌리 에게 이겼다. "이제 나에게는 개조를 맡기지 않겠나?" 시온이 열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는 동작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완전히 두 사람의 장난감이 되었다. "뭐, 뭐……. 보고 계세요. 지금 좀 해볼 테니까……." 쿄야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먼저 한 준비 동작은──. 느슨해진 넥타이 매듭을 확실히 목으로 끌어올렸다. 옷깃을 단정하게 다듬었다. 머리카락도 정돈하고, 이것저것 다듬었다. "음, 음음……." 목소리도 신경 썼다. "아. 아. 아." 하고 가볍게 발성연습. "뭡니까. 선배, 뭔가 하는 건가요?" "오레맨 제3단계래." "아니, 오레맨이 뭔데요. 타마는 알아들을 수 있는 설명을 들은 적이 한 번도 없는데요." "쿄로. 냄새나?" 타마와 키라라까지 왔다. 어쩐지 긴장되었다. 목 주변에 댔던 손을 몸의 옆쪽으로 완전히 내렸다. 자연스러운 자세로 섰다. 제2단계까지의 오레맨은 기합을 넣었지만, 제3단계는 부드러움으로 도달하는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나(와타시)는 지금 눈을 떴다." 하고, 쿄야는 말했다. 제3단계에서 일인칭은 *'와타사'(*와타시(私): 일본어로 '나'. 정주한 말투의 일인칭.) 로 바뀐다. 그리고 성격은 공손하고 신사적이다. "나(와타시)를 오레맨이라고 부르는 것은 되도록이면 그만해 주었으면 좋겠군. ──아가씨들." 그리고 쿄야는 부장들의 반응을 보았다. "……아, 죄송합니다. 빗나갔군요. 이상했군요. 웃겼군요. 가능하면 잊어주세요. 용서해주세요, 정말로. 흑역사가 되니까요." "크……. 큰일이다……." 부장이 이상한 표정으로 말했다. 놀란 것 같은, 상기된 것 같은, 이상한 표정이었다. "지, 지금 순간적으로──, 쿄로가 미남으로 보였어. 큰일이야. 큰일……. 야, 이봐, 쿄로. 너, 그거 금지다. 절대로 하지 마! 봉인 기술이다!" "에이~, 봉인하면 안 돼요. 쿄로 님 멋있어요!" "아……. 아니……. 좀 더……. 미안하지만. 한 번만 더 해주지 않겠니……?" "쿄로. 냄새나." "선배님 왜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한 거죠?" 모두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평가가 어떤지는 결국,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 쿄야는 '봉인' 해두자고 생각했다. ­­­­­­­­ 캐릭터 프로필 【제3단계 쿄로】 ② 오레오레 개조수술, 오레맨 제2단계를 거쳐, 드디어 쿄야는 제3단계로……?! 남자의 잠자는 힘에 눈뜬 쿄야는 지금까지의 거친 변신과는 완전히 다른 정중한 어조로. 일인칭='나(와타시)'가 되어, 여자들에게 신사적으로 변한다! ­­­­­­­­ #리얼충 폭발해라 "리얼충 폭발해라." 둘이서 마주 앉아 점심을 먹던 도중, 부장이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했다. 쿄야는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부장이 비난한 상대를 찾아보았다. 이런 식으로 부장이 이상한 소리를 한 경우에는, 너무 빨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게 '벌로 빗질' 때였든가. 부장의 중얼거림이 자신에게 한 말인 줄 알았더니, 사실은 메구미를 향한 것이었다. "너야. 너." 두리번거렸더니, 완두콩이 날아왔다. 부장은 장식을 파낸 슈마이를 남남 먹었다. 쿄야는 탁자에서 완두콩을 집어서 입에 넣었다. "리얼충 폭발해라." 부장은 다시 한 번 저주의 말을 중얼거렸다. "그게 뭔데요? 도대체." "모르냐. 리얼충이라는 건──, 리얼 생활이 충실한 녀석을 말하는 거야." "아니, 그 정도는 알고 있는데요. 왜 '폭발해라.' 입니까? 그리고 이게 가장 큰 의문입니다만, 왜 제가 '리얼충' 인데요?" "가진 자는 모두 같은 소리를 하지. 풍족하다는 자각이 없는 것이 잠재적인 악의인 것을 왜 모르지?" "으음, 그럼. 그건 일단 놔두고요. 왜 '폭발해라.' 입니까?" "몰라." "지금 부장님이 말했잖아요. 모른다는 게 어디 있어요." "말한건 나루미인걸." "누구였죠?" "아아. 이 은혜도 모르는 것. 겨울 내내 따뜻한 코타츠에서 뒹굴거린 주제에──." "아~. 코타츠를 분양해준 사람인가요? 부장님 반 친구였죠?" "항상 점심을 같이 먹지. 남자라는 게 어떤 건지──, 이것저것 가르쳐 주는 애야." "부장님도 친구가 있었군요." "너보다는 적지만." 부장은 그렇게 말하며 가슴을 폈다. 부장이 부실에서 밥을 먹는 비율은 쿄야와 비슷해서, 거의 반반이었다. 부실에 오지 않을 때는, 그 사람하고 점심을 먹는 것 같았다. 다행이다. 조금 안심했다. "그래서. 이야기는 다시 돌아갑니다만. ……어째서 제가 리얼충인가요? 제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거라면 '리얼충' 이라는 건, 인생을 열심히 정열적으로 즐기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전 패기가 없다는 말은 종종 들어도, 리얼충이라는 말은 지금까지의 인생을 통틀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네 이야기를 나루미에게 했더니, 그 녀석이 말했어. '리얼충 폭발해라.' 라고. 그건 분명 저주의 말일 거야. 녀석의 눈이 뭔가를 말하고 있었어. 어둡게 저주하고 있었지." "그러니까 어째서냐고요. 왜 저주를 받지 않으면 안 되는.겁니까. 전." 나는 좀 알 것같아." 부장은 팔짱을 끼며 무겁게 끄덕였다. "먼저 첫째──로. 넌, 봐라. 항상 동아리에 나오잖아." "동아리에 나오면 리얼충이 되는 겁니까? 부활동에 소속되기만 하면 전인류가 리얼충입니까?" "그, 그것뿐이 아니잖아. 봐라. 항상 둘러싸여 있잖아." "선후배한테요?" '바보야. 우, 우리들 같은……, 미, 미소녀한테!" "쑥스러워할 거면 말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것도 이야기했지." "뭔데요?" "귀여운 여동생이 있다는 거다." 글쎄──하고, 쿄야는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에게 여동생은 한 명밖에 없을텐데. "언니인 척하는 게 옥의 티지만. 착한 여동생이잖아." "카스미를 이야기하고 있는 거죠? 아, 뭐, 그럴지도 모르죠. 일반적으로는 귀여운 부류에 속하나요? 가족이 예쁜지 어떤지는 잘 알 수 없지만요. ──그런데, 언니인 척하다니요?" "아~, 아니, 그게. 자백하자면 사실은 최근 좀 친구처럼 돼서 말이지. 종종 만나.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점점 더 언니인 척 하더라고. 그 녀석. 건방져졌어. 그렇지?" "아뇨, 동의를 구하셔도 전 모르는데요. 아직 오해를 풀지 않은 겁니까? 지금도 계속 마 짱은 초등학교 3학년이라는 설정입니까? 아, 그러고 보니 카스미는 동생을 갖고 싶어했죠. 오빠가 동생이면 좋을 텐데, 하고 헛소리를 진지한 표정으로 하는 거예요. 어떻게 할까요?" "모에모에하면 되잖아." "그런데 부장님은 여동생 캐릭터였군요." "뭐야. 이제 와서 눈치챈 거냐." "그래서 이야기는 다시 돌아갑니다만. 어째서 '폭발해라.' 입니까?" "몰라." "왜 제가 리얼충일까요?" "진짜 리얼충은, 자신이 리얼충인 것을 결코 깨닫지 못한다는 거야." "그건 대답이 안 되잖아요." 쿄야는 부장과 둘이서 점심을 먹으면서 계속 생각했다. 어디가 리얼충? ­­­­­­­­ 미니지식 리얼충 [리얼충] 2011년 유행어 대상(거짓말). 충실하게 현실세계를 살고 있는 사람을 말함. 그 대표적인 조건은 아래와 같음. '친구가 많다.' '부활동을 열심히 한다.' '휴대전화 주소록이 꽉 차 있다.' '식사는 항상 누군가와 함께.' '남에게 자랑할 수 있는 추ㅣ미가 있음.' '애인이 있다.' 단, 조건 중에는 확실히 모순되는 것도 있어서, '리얼충'의 이미지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하다고 한다. ­­­­­­­­ #특수 어미 "특수 어미라는 게 있잖아." 언제나처럼 점심시간. 부장이 조그만 도시락을 먹으며 말했다. "특수 어미가 뭐죠?" 알루미늄 도시락통 구석의 잘 떨어지지 않는 밥풀과 격투하며, 쿄야는 되물었다. 부실에서 먹는 날과 교실에서 먹는 날의──비율은 거의 반반이다. 반 친구들과 교류하는 것도 즐겁지만, 부실에서 먹는 밥도 '비밀기지' 같아서 뭔가 다른 즐거움이 있다. 부실에서 먹는 날은 대충 정해져 있어서, 대부분 모두가 모인다. 달리 약속을 한건 아니지만. 부장 이외의 모두도, 각자 자신의 도시락을 먹고 있다. 이렇게 음식을 같이 먹을 때"친구'라는 느낌이 가장 많이 든다. "그러니까 그거야. '뇨'라든가 '나리'라든가, 말끝에 붙여서 말하는 캐릭터가 있잖아." "아~, 그거군요. '와니' 라든가 '게소' 라든가 붙이는, 동물이라든가, 바다생물이라든가 말이군요." "어쩐지 미묘하게 다른 듯한 느낌이 들지만, 대충 그런 거야." "특수 어미가 어쨌다고요." "재미있으니까, 해보자. 오늘은 '특수 어미의 날 이다." "네, 그런가요? 재미있나요?" "뭐야. 별로 내키지 않냐? 네 GJ부 혼은 겨우 그 정도냐." "아뇨, 어전지 예상이 되니까 재미없는데요. 부장님은 역시 '찍' 이겠죠." "문다. 콱 물어버린다." "아아아. 용서해주세요. 카스미가 요즘 흉내 낸다구요. 마 짱이 물었다고 하면 자기도 똑같이──아니, 아야아야, 아파요 부장님!" 부장은 쿄야의 팔에 이빨자국과 밥풀을 남기고 떨어졌다. 빙글 돌아보고, 타마를 향해──. "그런 고로, 너는 '냥' 이다." 타마는 시온의 옆자리에서 니니즈가 만든 3단 도시락을 훔쳐 먹고 있는 중이었다. "어째서요!" 타마는 털을 곤두세우는 기세로 대꾸했다. 하지만 타마는 역시 '냥' 일거라고 생각했다. "메구는 뭐가 좋을까." "내 말 들어! 내 말을 들어라, 햄스터! 찍, 이라고 말해보세요!" "찍." "말했다?! 말했어요!" "즐거워 보이는군요." 메구미도 방긋방긋 웃는 얼굴로 참가했다. 참고로 메구미의 도시락은 절반 정도가 '디저트'와 '간식'으로 채워져 있었다. "전 뭐가 좋을까요?" "방긋." "네?" "'방긋'이라고." "아아. 네. 알겠습니다방긋." "아, 그러고 보니. 상관없지만요. 우리 반에 『~그래서 말이야』라고 말하는 특이한 여자애가~" "누가 물어봤냐. ~다음에 데려와, 그 유쾌한 녀석." "자기 혼자만 평범하게 말하는 건 반칙이다냥! 자기가 시작한 주제에 치사하다냥!" "어쩐지 정신없어졌어." 시온이 혼자서 여유를 부리며 웃고 있었다. "시이는 그걸로. '오케'로." "응? 이러면 되는 건가오케?" "시온 선배의 경우, 저는 '바케랏타' 도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데요." "아니아니아니. 사양할게오케. 이걸로 이미 충분해오케." 부실은 점점 더 정신없어졌다. "으르릉 " 키라라가 울었다. 뭔가 대형 육식 동물의 으르렁 소리 같은 낮은 목소리로. 혼자 남겨져 있던 키라라가 고기를 내팽개치고, 척척 다가왔다. "그게 괜찮을까나. 찍." "키라라. 특수어미? 이거. 으르릉." "귀엽네요방긋." "뭐, 그러자. 찍." "이제,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네요." 쿄야는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 "쿄로." "네?, "넌 '쿄로'를 붙이라니까. 찍." "네? 그게 어미입니까? 이건 어쩐지 울음소리 같아쿄로?" "아하하하. 너무 잘 어울린다찍." 오늘의 GJ부는 다 같이 사이좋게 특수 어미의 날이었다. #특수 일인칭 "그러고 보니, 우리 부원들은 다들 평범하네요." 하고, 타마가 말했다. 웬일인지 오늘의 오피니언 리더는 타마였다. "그냥 넘길 수 없는 말이군." 부장이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받았다. "──우리들의 어디가 평범하다고 하는 거냐?" 화제를 꺼낸 것은 좋았지만, 타마는 부장의 건드리면 안 될 곳을 건드리고 만 것 같다. 갑자기 지뢰를 밟아버렸다. 아무래도 부장은 '평범하지 않은 것' 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 녀석은 엄청나게 귀여운 생물이다. '바케랏타' 라고 운다고. 이 녀석은 야생 육식동물이라고. 너 같은 건 머리부터 와그작 씹어먹는다고. 이 녀석은 웃는 괴물이야. 무슨 일이 일어나도 방긋방긋 웃기만 한다고." 시온과 키라라와 메구미가, 미확인 생물체 취급을 받고 있다. 타마는 일일이 끄덕이면서 말했다. "일인칭이 평범해요." "음? 일인칭이라니?" "영어로 말하는 'I' 를 말하는 거지. '나' 나 '저' 같은, 자신을 지칭하는 대명사." "아' 그렇군." 시온의 설명에, 쿄야는 크게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부장님은 '나(와타시)' 였죠. 히라가나 혹은 한자로 쓸 때가 있고. 시온 선배는 한자로만 '나(와타시)'. 그리고 메구미는 히라가나로만 '나(와타시)'고." "시노미야 군은 '나(보쿠)' 랑 오레맨과 쿄로 님, 멋진 삼형제네요." "아니, 3명씩이나 없는데. 혼자서 형제 놀이를 한 적도 없고." 메구미의 머릿속에서는 어떻게 된 일인지 다른 사람 취급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형제라니? "마오도 두 명 있는 거냐? 그건 9년간이나 눈치채지 못했군." "없어." "쿄로 군은 잘 관찰하고 있구나. 하지만 글자가 보이지 않는데, 도대체 어떻게 한자 표기인 것을 구별하지?" "음. 억양을 붙여서, 가슴을 펴고 말할 때가 한자 표기이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때가 히라가나표기예요. 제가 생각하기에, 부장의 입장에서 말할 때가 한자 표기인 것 같은데요." "그렇군. 공부가 되는군. ──그럼, 히라가나 표기일 때는?" "그건 한 명의 여자애로서──, 아, 아야아야, 아파요, 부장님! 왜 무는 겁니까! 지금이 물 타이밍입니까?!" "시끄러. 반성해라." 겨우 떨어진 부장은 입가를 닦으며, 고개를 획 돌렸다. "그렇죠. 호랑이 언니만은 특수 일인칭이에요. 자신을 이름으로 부릅니다. 다른 사람들은 평범해요. 자기를 '나(보쿠)' 라고 말하는 여자애도 없고, '나(*와시(*와시: 주로 노인이 쓰는 일인칭.))' 도 없고 '나(오레)' 도 없어요. 뭔가 실격이에요." "그렇군. 키라라는 호랑이였군." "역시 호랑이였습니까." "호랑이는 호랑이라도, 송곳니가 샤벨 타이거처럼 길어서 희귀하니까 *UMA(*UMA: Unidentified Mysterious Animal의 약자. 미확인 동물.)겠지." "그렇군요." "내말 좀들어요." "'나(보쿠)'는그렇다치고, '나(와시)'나 '나(오레)'는 너무하는 거 아냐? 아무래도 여고생으로는." '타마네 반에는 나(오레)라고 하는 여자애 있어요." "아. 저희 반에는 나(보쿠)라고 하는 여자애랑, '나(와시)'가 있죠. 신죠 군이랑 타카사카." "그게 누군데." "히카리는 친구예요. 마음이 잘 맞아요." "쇼코는 캡짱이에요. 미인이지만, 카하핫 하고 웃어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안 되겠어요. 타마들이 지고 있어요." "지, 지고 있는 건가. 안 되겠군. 그건." 타마가 부장이 신경 쓰는 키워드를 절묘하게 자극했다. "어. 그럼, 오늘은 특수 일인칭의 날이 되는 건가요?" 특수 어미는 그렇다 치고, 일인칭 쪽은 오레맨으로 실컷 당한 트라우마가. "뭐야, 그 싫은 표정은? 좋아. 넌 일인칭 '보키' 로 결정." "보키는 그런 거 싫어요~." "하고 있네." "자. 여러분, 차드세요." "메구는 그거지. 완전 저속한 느낌으로. *'아따이'(*아따야 거친 여자들이 쓰는 일인칭.) 로 가자." "아따이의 차를 마셔주세요." "이건 불량소녀라기보다 어린애 같군 오늘의 GJ부는 특수 일인칭의 날이었다. 타마는 '미'로, 시온은 '왓치'였다. 그리고 키라라는 '오라' 로 했다. 부장은 혼자서만 '짐'이었다. 그것은 황제의 일인칭이었다. 좋은 것만 가져갔다. 치사했다. #나루미 등장 "일등~." 부실 문을 드르륵 열었다. 오늘은 일등으로 왔다고 생각했는데, 먼저 온 손님이 있었다. "……어라?" 의자에 앉아 있는 실루엣은 부원 중 어느 누구도 아니었다. 앞머리를 핀으로 딱 올린 깔끔한 여자애. 그저 거기에 앉아 있을 뿐인데, 결벽증적인 위압감이 있다. 등줄기를 필요 이상으로 곧게 펴고 있어서일까. "네가 소문이 자자한 쿄로 군이구나." "아, 네. 시노미야 쿄야……, 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직립부동 자세가 되었다. 실내화색으로 상급생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응. 마오한테 많이 들었어." 그 사람은 알고 있어, 라고 말하듯 눈을 감았다. "나. 신메이지 나루미야. 마오한테 뭔가 들었어?" "으음. 저기…… '나루미' 라는 이름은 들은 적이 있다. 부장이 가끔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해서 쿄야를 혼란에 빠뜨렸다고나 할까, 질투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름이다. 그 의미로는 '선대 부장' 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쪽은 이제 신경 쓰이지 않게 되었지만. "마오한테 네 이야기는 항상 듣고 있는데." "아." 쿄야는 이해했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람이 마오' 라고 부장을 이름으로 부르거나 쿄야가 모르는 부장을 알고 있을 때, 쿄야가 느끼는 것과 같은 종류의 감정을 그녀도 쿄야에 대해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아까부터 느껴졌던 불편함의 정체를 겨우 알았다. 친근함이 절반. 그리고 적의가 딱 절반. 어째서 처음 만나는 사람을 친근함을 담은 눈으로 노려보는지 이상했다. "뭐야? 지금의 '아'라는건." "아~. 아뇨. 코타츠. 감사합니다. 작년 겨울은 덕분에 따뜻했어요." "아니야아니야. 창고에서 자고 있던 고물인걸." "그런데요. 저. 소문이 자자한가요? 어떤 소문인가요." '마오말로는. '쿄로는 신사가 아님'." "저기. 즉, 그건 무슨뜻이죠?" "남자 냄새가 안 난다는 뜻으로." "네. 그렇군요." 전혀 알수 없고 의미 불명이지만, 쿄야는 질문을 끝냈다. 어머니랑 여동생에게 당하고 산 16년간의 인생철학으로 보 아, 여자한테 질문해서 두 번째 대답으로 납득할 수 없다면, 그 이상 계속해봤자 전혀 의미가 없다. "흐음. 그렇군…… 그녀──나루미는, 쿄야의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뒤로 손을 모으고, 품질 검사라도 하는 듯한 눈으로 쿄야를 바라보며 걸었다. 검사는 한 바퀴로 끝나지 않고, 정확히 두 바퀴 돌았다. 쿄야의 정면으로 돌아와서 그녀는 멈췄다. "셔츠 끝도 나와 있지 않고. 옷깃도 더럽지 않아. ──손수건은? 갖고 있어?" "네? 아. 네……." "안 꺼내도 돼." 뭘까. 무엇을 체크하고 있는 걸까. ──하고 생각했더니, 나루미의 손이 갑자기 스윽 뻗어왔다. 어깨 언저리를 살짝 쓸고 지나갔다. "응. 비듬도 없고." 손끝을 바라보며 그녀는 말했다. 시어머니처럼 몸가짐을 조사하고 있었다. "여기는좀. 아니군." 넥타이 매듭을 목 언저리까지 꽉 죄어 올렸다. 답답해서 일부러 푼 건데. "뭐. 됐어. ──일단. 합격. 아슬아슬하게 커트라인 통과." '네에……. 고맙습니다." 중용을 중시하는 평화주의자로서──, 칭찬을 받았을 땐 일단 기뻐한다. 부장처럼 '네가 뭔데.' 라며 달려들지 않는다. 평화주의자는 하지 않는다. "첫인상은 중요하지. 그렇지 않니?" "네에." "마오한테 들었을 때는, 뭐야, 이 제비족, 폭발해버려, 라고 생각했지만." "아. 그 저주의 말은 신메이지 선배였군요." "나루미라고 불러. 넌 합격. 흔해빠진 멍청한 남자였으면 용서하지 않고 대걸레로 두들겨 줬겠지만. 그래도. 너라면 마오의 친구로 합격. 그러니까 나를 이름으로 불러도 돼. ──알았어?" "네……. ……아뇨. 네. 나루미 선배." 그녀가 부실에 온 이유를 어쩐지 알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문이 안쪽으로 열렸다. 두두두, 하고 몇 명이 쓰러지며 안으로 들어왔다. "뭐 하는 겁니까. 여러분." "여어." GJ부 사람들에게 깔려서, 부장이 어색하게 한쪽 손을 올리고 있었다. ­­­­­­­­ 캐릭터 프로필 【신메이지 나루미】 마오의 반 친구. 모든 멍청한 남자애들의 천적. 대걸레로 남자애들을 때리는 강자. 별명은 '반장'(진짜 반장은 따로 있음). "남자라는 건 말이지──." 하며, 마오에게 편견을 불어넣는 명인. 마오와는 1학년 때부터 같은 반(반 편성 은 매년 다시 하지만 3분의 1밖에 안 바뀜). ­­­­­­­­ #밀크 나이트 등장 ① "오늘, 친구가 여기에 와요."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메구미가 홍차를 부으며 말했다. "호오." 쿄야는 컵에 입을 대며 맞장구를 쳤다. 오늘의 차는 캔을 막 개봉한 첫 잔. 물론 스트레이트로 다즐링을 마셨다. "누가 오는데? 뭐가 오는데? 어떤 친구인데?" GJ부에 손님이 오는 것은 드문 일이다. 동아리에 들어온 지 벌써 일 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나루미 선배 정도였다. 그런데 메구미의 친구라면, 누굴까? 그 나(보쿠) 걸인 데다가, 머리카락도 길고 천사처럼 천진난만한 신죠일까? 그렇다면 쿄야도 같은 반이지만……. "글쎄요……. 시노미야 군에게 할 얘기가 있다고 했는데요." "어? 나한테? ……어라어라? 오는 건 메구미의 친구잖아?" "그래요. 전에 한 번 만났잖아요. 이야기에 나온 적도 있어요." "누군데?" "아카이 렛토 군이에요." "몰라. 들은 적 없어." "원래는 시노미야 군이 데려오라고 했잖아요. ──그걸 이야기했더니, 아카이 군이, '아아, 좋아. 얼마든지 덤벼. 떡실신시켜주마.' 하면서, 신이 나서 놀러 온다고──." "참고로 묻는데, 그거 뜻을 알고 말하는 거야?" "아카이 군, 만나는 것을 기대하고 있어요." "부장님~." 쿄야는 곤란한 표정으로 부장에게 향했다. 부장은 양손을 수평으로 들고, '두 손 다 들었음.' 포즈를 취했다. 그렇다. 메구미의 '천사의 눈' 에는 세상의 빛과 어둠 중, 빛의 부분밖에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이 '미담'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어딘가의 누군가가 싸움을 하려는 기세로 돌격하는 것을 '신이 나서 놀러 오는 것' 으로 해석하는 것이 '천사의 눈' 의 놀라운 성능이었다. "그 녀석은 왜 오는데? 왜 내가 떡실신을 당하는데?" 평화주의자로서 폭력과는 인연이 없이 살아왔다. 중학교 때 는 조금 있었지만. "그러니까 전에 언니랑 시노미야 군이 아카이 군을 데려오라고──." "그때 일이 아닐까?" GJ부의 외부 기억장치. 쿄야 대신 완전기억력을 가진 시온이 기억을 떠올려주었다. "그때. 꽃구경 자리에 있던 아카이 군에게, 마오와 쿄로 군이 이상하게 흥분했던 적이 있었잖아." "있었나요?" "사실 나는 너희들이 흥분한 이유를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소설은 읽어도 인간심리에 대해서는 연구가 부족해서. ──하 지만 쿄로 군은 말했어. GJ부의 무서움을 그 몸에 새겨주겠다고." "그랬었나요?"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무서움을 그 몸에 새겨주겠다.' 라고 아카이 군에게 이야기했더니, 그랬더니 아카이 군이 신이 나서── " "신이 난게 아니야." 메구미에게 딱 잘라 말했다. 소용없지만. "흠흠. 사정은 대강 파악했다." 부장이 팔짱을 풀며 말했다. "──즉, 용자가 마왕을 쓰러뜨리러 오는 거군." "왜 그렇게 됩니까." "왜냐하면, 그렇잖아. 아카이 군이라는 녀석은 그거잖아. <밀크 나이트>라는 거잖아? 그러면 마왕의 손에서 공주를 구하러 오는 거지. 그리고 데려가는 거야. 공주님 안기로." "어째, 점점 열 받기 시작하는데요." "그래요. 선배, 그 얼굴이에요. 투견의 얼굴이에요!" "쿄로. 싸워?" "하지만 넌 마왕의 그릇이 아니군. 내가 마왕이지. 그래서 넌 암흑 마장군 정도로." "후후후. 용자아 올테면 와라. 불패를 자랑하는 이 레드 로즈. 108마전기로 맞이해주마." "뭐야, 그건. 뇌 내 설정이냐?" "네, 뭐. 중학교 2학년 때. 전 다시 태어났어요. 마계 최강최악의 불사신으로." "레드면 적이랑 색이 겹치잖아. 그리고 마왕도 이름 생각해 줘. 뭔가 획수가 많은 한자로." "그럼 블랙로즈로 바꾸죠. 그리고 마왕님은 진성황제 암호류 조오(暗廳?藻?)가 어떻습니까?" "오오오~. 강해 보여. 한자도 어렵고. 피다……. 피를 흘려라!" 하고, GJ부 나름대로 신이 나서 놀고 있는데──. "이리 오너라!" 입구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와아아……. 왔어왔어. 와버렸어요. ──어, 어쩌죠?!" "108마전기로 맞이해야지. 블랙 로즈 장군." 쿄야는 부장의 등 뒤에 숨어서 '손님' 과 대면했다. ­­­­­­­­ 미니지식 밀크 나이트 메구미 공주를 '밀크'로부터 지켜 온 용자. 고등학교는 다른 학교로 가버렸지만, 도중에 퇴학하고 재입학했다! ←바보 ­­­­­­­­ #밀크 나이트 등장 ① 무서운 표정의 남자애가 문을 열고, 입구를 막듯 서 있다. 실내화 색깔은 하급생이지만, 메구미의 이야기로는 1학년을 두 번째 다니고 있기 때문에 나이는 쿄야와 같다. 그야말로 혈기 왕성한 분위기의 소년이었다. 분하지만, 날렵하게 생겼다. 입고 있는 것은 어째서인지 붉은 색의 구식 교복이었다. 우리 교복은 블레이저이고, 지금은 하복인데. "어서 와요. 아카이 군." 가스레인지로 물을 끓이던 메구미가 웃는 얼굴로 돌아보았다. 이런 녀석에게 차를 대접할생각인 것 같았다. "차를 탈 테니, 시노미야군하고 '떡실신' 하며 놀고 있어요." 그리고 역시 '천사의 눈' 에 쿄야의 고생은 보이지 않았다. "어. 고마워." 그 녀석은 어째서인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손목을 팟 하고 폼을 재며 흔들었다. 손을 덮고 있는 끝이 잘린 가죽 장갑이 너무도 무섭게 보였다. "안와도 됩니다. 바보 레드. 집에 돌아가요." 타마가 훠이훠이, 하며 손으로 내쫓았다.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으로 혀를 찼다. 타마 힘내라. "우선 마왕으로서 물어보마. 내 부하가 될 생각은 없나? 세계의 절반을주마." "그러나 거절한다!" 의외로 잘 놀아주는 녀석이었다. 마왕이라니, 무슨 소리냐, 하고 쓸데없이 지적하지 않았다. "나는 싸우러 왔다! 네가 악의 근원──시노미야 쿄야냐! 나랑 승부해! 너에게 아마츠카를 지킬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시험해 보겠다!" 방금 그건, 왠지 울컥했다. 말끝에 느낌표를 계속 붙이는 게 짜증나는 것도 있고. 뭐지, 이 녀석은. 거창한 소리를 하는 주제에 메구미를 성으로 밖에 부르지 못하는군. "너라고 반말을 들을 입장은 아닌데. 제대로 존댓말을 썼으면 좋겠어. 나(오레)랑 메구미라고. 상급생이고 너보다 한 살 위야." "오레맨 무쌍 나왔다! 반말 나왔다!" 마왕님이 기뻐하고 있다. "승부해라! 남자와 남자의 승부다!" "좋아. 해주마. ──나(와타시)는 어떤 승부라도 받겠습니다." "제3단계 나왔다──! 쿄로 님 나왔다!" "승부 방법은──! 이거다!" 다시 복도로 달려나가서──. 덜컹덜컹 들고 온 것은, 우유병이 몇 십 개나 들어 있는 플라스틱 컨테이너였다. "어? 뭐야? 우유로 뭘 하는 거야──, 아뇨. 뭘 하려는데요?" "변신 시간 끝났다! 쿄로 님, 바이바이!" "이건 아마츠카를 '밀크'로부터 지키기 위한 성스러운 싸움이다! 어느 쪽이<밀크 나이트>로 적합한지! 다른 대결로 정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어라? 그런가?" 그렇다면 기권이다. 왜냐하면 우리 학교. 급식 없으니까. 우유 안 나오니까. 싸울 이유가 없어졌어도, 이만큼 불타오른 모두의 GJ부 혼이 진화될 리도 없고──. 책상을 두 개 붙여 그 위에 우유병을 좍 늘어놓고, 빨리 마시기 대결의 준비가 됐다. "두 사람. 준비는 되었나?" 복싱에서 쓰는 진짜 종이 준비되었다. 분명 이부의 비품임이 틀림없다. 땡, 소리와 함께 싸움의 종이──, 문자 그대로 울렸다! 쿄야는 1병, 2병, 일정한 속도로 마셨다. 힐끗 옆을 보자, 저쪽은 이미 5, 6병을 빈 병으로 바꿔놓았다. 격렬한 속도였다. 이건 져도 되는 거 아닌가? 뭐, 진다해도 한계까지 싸우고 서 깨끗하게 지자. 한참 승부를 하면서 벌써 지는 법을 생각했다. 이런 평화주의자이자 패배주의자인 자신이 조금 싫었다. 바보지만 올곧은 적에 대해, 조금──, 아주 조금, 인정했다. "우웨──엑!" 인정한 순간, 옆에서 하얀 분수가 올라왔다. 인정한 녀석이 한계를 넘어 토하고 있었다. "엇? 어어어어……?" 쿄야는 예상외의 빠른 전개에 그저 놀랄 뿐이었다. 빈 병의 수를 세니, 7병, 8병……. 그리고 9병째에서 끝났다. "어라?" 쿄야는 천천히 자신의 속도를 지키며 마셨다. 먼저 10병째를 넘어서 승리를 확정. 열 몇 병째부터는, 아무래도 힘들어졌지만──, 토하기 전에 여유를 남겨놓고 스스로 끝냈다. 기록은 15병. "기! 기억해둬라! 난 포기하지 않는다! 다시 너에게 도전할 거야! ──아르바이트로 돈 모아서!" "우유. 사왔군요." "또 오는 거야? 오지 않아도 돼, 굳이. 아, 짜증나." "그렇군요. 저렇게 큰 소리를 쳤으니, 적어도 두 자리 수는 마셔줬으면 했는데." "두 자리 수, 즉 10병이라는 건 2리터구나. 그건 보통 사람에 게는 조금 무리가 아닐까?" "그런가요? 보통 마실 수 있지 않나요? 어라? 전 어디서 많이 마시기 훈련이라도 했던 걸까요?" "어, 아카이 군, 벌써 가요? 차 탔는데……. 어쩌죠? 이건?" "아. 그거 내가 마실게." 메구미에게 차를 두 잔 받으면서, 아~, 이걸로 훈련이 된 거구나, 하고 쿄야는 깨달았다. ­­­­­­­­ 미니지식 우유 마시기 초·중학교에서 벌어지는(벌어졌던) 경기. 급식 때 남은 우유를 모아서, 누가 가장 많이 마시는지 경쟁한다. '푸드 파이트'의 일종. 열 병이라는 병수가 하나의 벽. 진짜 용자들의 싸움은 먼저 인간을 뛰어넘어, 그 후의 레벨로 이루어진다. ­­­­­­­­ #참을성 시합 "덥구나." "그렇군요." "좋은 날씨군. 딱이네." "그렇군요. ……라니, 네? 뭐가 딱 맞아요?" 읽고 있던 소설에 책갈피를 끼우고, 쿄야는 얼굴을 들었다. 반사적으로 맞장구를 쳐도 될 화제가 아니라고,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얻은 본능이 경종을 울렸다. "너.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서 잘도 맞장구를 치는구나." "듣지도 않고 치니까, 맞장구라고 하는 거예요." "전에 한다고 했잖아. 더워지면. 참을성 시합 개최한다고." "그만두죠. 이런 더운 날에. ──아니, 그전에 참을성 시합이 뭔데요?" "참을성 시합이라는 건 일본의 전통적인 경기지. 예를 들어 일반적인 경우, 한낮에 창문을 닫은 방에 난방 기구를 몇 개나 켜둔다. 방한구를 몇 겹이나 입고 오뚝이처럼 부풀어 올라서 코타츠에 들어간다. 그것도 모자라 뜨거운 우동을 먹고, 뜨거운 차를 마신다." "까아." 무서운 것을 넘어서 비명이 나왔다. 언빌리버블. "──그만두죠! 부장님! 위험해요! 열사병으로 사람 죽어요. 절대 안 돼요." '한다면 하는 거야. 이건 부활동이다!" "아. 그럼 타마는 GJ부 그만둘게요." 타마가 게임기 화면을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어? 어엇……, 그, 그만두는 거야?" 부장이 갑자기 약한 모습이 되었다. 어린애 같은 얼굴로 타마를 보았다. "키라라. 더운 거. 힘들어." "저도……. 저기. 좀." 더위에 약한 키라라가 말했다. 메구미도 작게 손을 들었다. "뭐, 뭐야, 너희들. 이 배신자. 너희들의 GJ부 혼은 겨우 그 정도냐. 아──! 아무튼 한다고 했으니 할 거야! 하고 싶지 않 은 녀석은 부를 그만두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 다 같이 반대한 것이 실수였는지. 부장은 불이 붙고 말았다. "메구미는 이미 눈치챈 것 같지만. ──마오. 생각해봐. 참을성 시합을 하는 건 좋지만, 그 후에는 어떻게 할 거니. 우리들은 문화부니까, 당연히 샤워실을 쓸 권리는 없는데……?" "아……." 부장이 뭔가를 눈치챈 표정을 지었다. "──역시. 그만두자." 간단히──, 너무도 간단히, 부장은 전언을 철회했다. 대신 '사상자가 나지 않는 참을성 시합' 이 열리게 되었다. 탁자 위에 아이스크림이 죽 놓였다. 컵 아이스크림은 금색 스푼과 같이 놓여있어서, 정말 맛있어 보였다. 아이스바는 바 부분을 꽃꽂이부에서 빌려온 받침에 폭 찔러서, 위를 향해 당당하게 세웠다. 쭈쭈바는 살얼음이 반짝반짝 빛나도록 빛의 방향을 생각했다. "마, ……맛있어 보이는데." "시원해 보여요. 달콤할 것 같아요." "난 최근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공략 중이거든." "키라라. 아이스바. 하나 더 당첨. 잘 걸려." "아아, 홈런이. 녹는다. 녹는다구요. 왜 이걸 먹으면 안 된다는 겁니까!" "이게 바로 참을성 시합이니까. 먹어도 돼, 타마. 하지만 네가 최하위 결정이다!" "보여주겠어요! 타마의 진짜 힘을 보라구요!" 안전하고 사상자가 나지 않는 참을성 대회의 규칙은 이렇다. 다 같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산다. 한낮의 서쪽 해가 들어오는 탁자 위에 아이스크림을 놓는다. 물론 금방 녹기 시작하지만, 얼마나 참을 수 있을까? "아아~, 달콤할 텐데~." 메구미가 비틀비틀, 하며 쭈쭈바에 끌려갔다. 네. 최하위 결정. 메구미는 뚝 하고 부러뜨려, 두 개로 자른 '절반' 을 언니에게 내밀었다. "자요. 언니." "바보! 넌 언니를 타락시킬 셈이냐! 너라는 여동생은 항상 그렇게 절반을 나누지!" 부장이 엄청난 기세로 화를 내는 옆에서, 키라라가 조용히 어금니로 우득우득 빙과를 씹고 있었다. 네. 탈락자. 현재 두 명. "슬슬 때가 되었나." 시온이 컵 아이스크림에 손을 내밀었다. "내 연구에 의하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을 최적의 타이밍은 이렇게 절반 정도 녹은, 바로 이 순간이야. 벌써 학회에도 발표를 끝냈어. ……으음. 딜리셔스." 시온은 미소와 함께 네 번째 탈락을 받아들였다. 시합에 지고 승부에 이긴다. 하지만 여유 그 자체. 중도를 가는 달인으로서, 쿄야도 슬슬 져야 할 타이밍이었다. 여기서 지면 3위.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딱 좋은 위치. "이건 무(無)과즙인 건 알고 있지만. 어쩐지 기쁘군요." 멜론 모양 그릇에 든 멜론 셔벗을 사각사각 떠서, 한 층씩 맛을 보았다. 타마와 부장은 마지막까지 경쟁하며, 완강하게 버렸다. 그러다가 결국 작아진 아이스크림과 막대기만 남은 물체를 손에 들고, 반쯤 울상이 되었다. ­­­­­­­­ 미니지식 참을성 시합 다 같이 뭔가를 참는 대회. 먼저 포기한 사람이 패자가 되고, 마지막까지 남은 자가 승자가 되어 용자가 된다. GJ부식으로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 것을 참는다.' 라는 규칙. 단, 승자는 가장 슬픈 일을 당한다. ­­­­­­­­ #에코 그날의 기온은 34도를 기록했다. "부장님~……." "뭔데~……." 부실 이편과 저편에서, 늘어진 목소리가 오갔다. 더위로 푹푹 찌는 부실 안. 모두들 각각 떨어져 위치를 잡았다. 도저히 의자 따위에 앉아 있을 수가 없다. 키라라를 본받아, 부실의 여기저기에서 조금이라도 시원한 바닥을 찾았다. 겨울에는 차가운 마룻바닥이, 뺨을 대면 서늘해서 시원했다. "선풍기~……, 틀죠~." 작년 여름은 그나마 나았다. '더위를 즐기는 거야!' 라는 부장의 말에 따랐지만, 그래도 선풍기는 열심히 돌았다. 미지근한 바람을 휘저은 것뿐이었지만 그런 거라도 효과는 있었다고, 완전 무풍상태인 이제서야 절감했다. "안돼~." "왜 안 되는 겁니까~." "절전이야~." "선풍기를 트는 것 정도로, 그렇게 차이 안 나요~." "하지만 안 돼~." "에어컨 훔쳐오라는 말은 이제 안 할 테니까~……, 선풍기 정도는 틀어요~." "안 돼~." "왜 안되냐니까요~." "부활동이라고 생각해~." "생각하라니, 뭡니까~? 부활동입니까, 아니라는 겁니까? 부 활동이 아니면, 참지 말고 시원해지죠~. 참을성 대회는 저번에 한걸로 충분해요~." "선배들~. 시끄러워요~. 짜증나서 더우니까 입 좀 다물어주세요~." "두말하지 마~. 기합이다~. 기합이 들어가 있질 않아~. 심두 멸각(心頭滅却)하면 여름도 시원한 법이다. 시이를 봐라. 배워. 이 더위 속에서 전혀 아무렇지도 않잖아!" "체질인가. 미안해. 체온이 낮은 냉혈녀라서." 쿨한 목소리로 시온이 말했다. 긴 흑발은 흐트러짐 하나 없었다. 평소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온은 마우스를 딸깍거리며, 바다 저편의 세계챔피언을 물리치고 있었다. "키라라. 너는 살아있냐~?" "……." 대답이 없다. 단순한 시체인 것 같다. "메구미는 어때요~? 살아 있습니까~?" "안 돼. 안 돼요. 반경 5미터 이내에는 들어오는 거 금지예요." 부실 구석에서 다리를 옆으로 하고 앉아 있던 메구미가 당황해서 말했다. 펄럭펄럭하며 스커트를 움직이던 소리가 관측하고 있을 때만 멈췄다. "안돼. 더 이상 못 참겠다." 바닥 위에서 움직이지 않는 시체처럼 있던 부장이 천천히 일어섰다. 냉장고. 쪽으로 비틀비틀 좀비 같은 발걸음으로 접근했다. "어라?! 얼음이 없어! 아니, 멈췄어! 누구냐! 누가 뽑은 거야!" 부장이 코드 끝의 콘센트를 붕붕 돌렸다. "절전이에요. 에코예요. 그 냉장고, 초 구식이니까요. 전기를 왕창 쓰니까요. 저걸 쓰면 전혀 에코가 아니에요. 도쿄전력에 협력하자구요." "이 녀석, 쿄로 주제에 건방지게!" "애초에 치사하잖아요. 부장님. 매년 자기만 얼음을 독점하고." "시꺼! 부장의 특권이다! 아……. 움직였더니 또 땀이……." "덥다면, 역시 냉장고는 꺼두는 게 좋지 않을까? 냉장고의 작동원리는 히트펌프에 있으니까. 열을 밖으로 배출하는 것으로 내부를 식히는 구조야. 그러니 냉장고가 부실 안에 있는 이상, 작동을 하면 실내 온도는 올라가게 되지." 더위와 상관없는 시온이 남의 일처럼 말했다. "그러니까 선풍기를 틀자구요~." "그러고 보니, '부채' 가 있었지. 일본의 정취야." "있지만요. 지금은 선풍기를~." "에코에코 떠들 거면, 선풍기보다 부채가 더 에코잖아." "말하는 건 부장님이잖아요~." 쭉 뻗어 있었더니, 부채가 휙 날아왔다. 부실 끝의 창고에서는 어떤 것이라도 나온다. "부쳐라." "해드립니다만. 교대로 하셔야 됩니다~?" "아, 응. 물론이지." "정말로정말로, 정말이죠? 나중에 교대로 평등하게 균등하게 하는 겁니다~?" 여자애로서 있을 수 없는 자세로 큰 대자로 뻗은 부장을, 쿄야는 파닥파닥 부쳐주었다. 역시랄까, 당연하달까, 예상대로라고 할까. 쿄야의 차례는 오지 않았다. 부장은 교대해주지 않았다. 그날은 계속 부채질을 해야만 했다. #기체와 그에 따른 의혹 "너. 방귀 뀌었지."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부장이 갑자기, 심각한 소리를 했다. "저 아닌데요." 쿄야는 그렇게 말했다. "범인은 대부분 그렇게 말하지. 응응. 이해해, 이해해." 부장은 납득했다. 그리고 읽고 있던 소설로 돌아갔다. "멋대로 이해하지 마세요." 평화적 패배주의자라고는 해도, 싸워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지금이 딱 그럴 때. 그러나 부장은 읽고 있는 소설에서 얼굴을 들지 않았다. 완전히 끝난 화제라는 표정이다. "바람 불어오는 방향에 있는 것은 너야. 그리고 너는 질문을 부정했어. ──이상. 증명종료. Q.E.D." 참고로 오늘 부장이 읽고 있는 책은 남자애들을 위한 라이트 노블이 아니라, 반 친구에게서 빌려온 여자애들을 위한 연애소설. '뽀뽀' 같은 것은 없는 안전물이라는 언질은 물론 받아두었다. "확실히 들어주세요. 부장님. 제가 아니라니까요." 쿄야는 읽고 있던 책을 빼앗으며 주장했다. "아, 이 자식! 야, 돌려줘! 지금 재미있는 부분인데!" 책을 머리 위로 올리고, 부장으로부터 떨어졌다. 부장은 키로는 절대 쿄야에게 이기지 못한다. "돌려줘. 돌려달라고!" 재미있어서 좀 더 해보고 싶었지만, 물리기 전에──. 그리고 부장이 울먹이기 전에──. 책은 돌려줬다. 그리고 부장에게 말했다. "저지른 본인이 일부러 스스로 말을 꺼내서, 남에게 뒤집어씌우는 건 종종 쓰는 수법이죠." "뭐야. 너. 내가 방귀 뀌었다고 할 생각이냐?" 부장은 맞서 싸우겠다는 듯, 쿄야의 정면에 섰다. 허리에 손을 대고 밑에서 올려다보는 시선임에도 불구하고, 쿄야를 깔보고 있었다. "바보 같으니. 내가 방귀 같은걸 뀔 거 같냐. 미, 미소녀는 방귀 따위 나오지 않는다고!" "지금 미묘하게 더듬었죠." "미──미소녀는! 안 뀌어!" "봐요. 또 더듬었네." "쿄로 주제에!" 콱콱 물렸다. 슬슬 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팔을 걷어두었다. 내밀어두었다. "제1발견자가 범인이라는 케이스가 실제 수사에서는 종종 있다고 하더군. 제1발견자를 의심하는 것이 수사의 철칙이라는 것 같은데. 하지만 범인의 심리로는 제1발견자라면 의심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시온이 문고본을 한 손에 들고 말했다. 마침 시기적절하게, 읽고 있는 것은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하고. 그런 식으로 남의 일처럼 말하고 있는 시이 일지도 모르잖아. 저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소리없이 방귀를 뀔지도 모르잖아." "뭐라고──." 시온의 얼굴빛이 바뀌었다. 끼어들었다가 자신에게도 불똥이 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난 아니야. 정말로. 정말이야. ──미, 믿어줘!" 시온은 당황하고 있었다. 어쩐지 필요 이상으로 당황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그, 그렇지. 누가 진범인지 밝혀내면 의혹도 풀리겠지. 난 그 걸 할수 있어. 내 완전기억력을 쓰면, 평상시와 비교해 반응의 차이를 보고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밝혀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 "인간 거짓말 탐지기라는 건가? 안 되잖아. 너, 자신이 거짓말을 하면 의미 없잖아." "끝까지 날 의심하는 거냐!" 9년을 이어온 친구의 우정도, 방귀 한 번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그러나 부장. 여자애가 '방귀' 라고 자꾸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아. 그렇지. 키라라라면 후각으로 진범을 알지도 모르잖아요." 키라라는 눈을 동그랗게 뜬 후, 고기를 놓고 소파에서 일어섰다. 척척 걸어와서, 그리고 쿄야의 머리를──. "아야야야얏!!" 물어뜯었다. 부장도 하지 않는 두개골 통째로 깨물기다. "안돼." "뭡니까, 도대체? 앗──?! 설마 범인은 키라라──, 아야야 야얏!" "아냐." 부실은 대혼란이었다. 메구미와 타마까지 참전해서, 방긋방긋, 냥냥, 하고 큰 소동이 벌어졌다. 모두가 자신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물어뜯기가 오가고~. 나중에 밝혀진 '진상' 이지만. 범인은 새끼고양이였다. 키라라의 친구인 새끼고양이가 부실에 놀러 왔다가, 구석에 똥을 싼 것이다. #요리 실력 여름방학도 점점 가까워진, 어느 더운 하루──. "저기, 부장님. 올해 여름방학도 합숙을 하는 건가요?" 선풍기가 30초에 한 번, 미지근한 바람을 보내주는 가운데, 쿄야는 부장에게 물었다. 부장은 니삭스를 벗은 맨발을 탁자 위에서 폴짝폴짝 움직이고 있었다. 풀 오픈된 스커트에 바람이 들어가, 주로 하반신을 식히고 있었다. 타마가 흉내 내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할 거야. 당연하지. 타마를 거기에 데려가지 않으면 안 되잖아. 놀라는 얼굴을 구경해야지. 크흐흐흐." 부장은 다리를 파닥파닥 움직였다. 하얀 허벅지에서 시선을 피하며, 쿄야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놀란다기보다는 질릴 거라고 생각해요. 그 장소는. ──아아, 그렇지. 카스미들도 불러도 됩니까? 부르지 않으면 원망할 것 같아요." "별로 상관없는데." "그럼 이틀째 정도부터. 낮에만 참가시켜도 될까요." "그래." 부장의 허락을 받아, 그 건은 정리되었다. 거기서 우선도가 낮은 다른 하나의 안건이 떠올랐다. "그런데 밥 말인데요. 이번에는 세 끼 전부 밥집은 그만두죠~. 그거 힘들어요~." '밥집? 뭐야, 그게?" "어라? 그렇게 말하찌 않나요? 혹시 우리 집에서만 그런가? 어머니가 저녁밥 하기 싫을 때 그렇게 말하면서 전화해서 시키는데요." "아아, 딜리버리 말이구나. 일본어로 말해. 일본어로." "밥집이라는 건 식당에서 시켜먹는 걸 말하는 거야. 마오, 이건 일본어야. 오히려 딜리버리 쪽이 영어지." "시이는 그렇게 쿄로 편만 들지. ──흥이다!" 부장은 메롱~, 하고 혀를 내밀었다. "──하지만. 딜리버리가 아니면, 누가 밥을 만들지?" "어? 그야 물론." 쿄야는 의외의 말에 멍해졌다. 우리 GJ부는 여자가 5명에, 남자가 1명. 여자가 5명이나 있으니까……. 부장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뭐? 뭐야, 그 시선? 나한테 뭘 기대하는 거야? 하고 있는 거야? 말해두지만. 나는 그런 존재라고. 멋있는 여자라는 건 말이지. 하나 정도는 부족한 게 애교가 있어서 좋은 거야." "어. 네. 알겠습니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겠습니다." 하고, 다음으로 쿄야는 시선을 시온──. "나, 나, 나는 그──그런 방면은 잘 못해서. 미안해. 요리의 재능에 대해서는 니니(둘째 오빠)가 일족의 자질 모든 것을 가져가 버린 탓에, 물리법칙으로 그건 무리라서……." ──을 넘어가서, 메구미를 향했다. "네? 저 말인가요?" 메구미는 자신을 가리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 요리 같은 거 못해요." "어?" 이번에는 쿄야가 놀랄 차례 였다. "하지만 메구미, 매일매일 과자를 잔뜩 만들고──. 타마에게도 케이크를──." "시노미야군도 참, 정말. 요리랑 과자는 다른 거예요." 그렇군. 이해. 납득했다. 메구미에게도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겠다. "그러는 너는 어때? 여자니까 요리를 잘할 거라니, 그건 편견이잖아. 차별이잖아." "바케랏타." 부장이 말하자, 거기에 시온이 울음소리로 동의를 표했다. "음. 인스턴트 라면 정도라면 어떻게…… "바케랏타? 인스턴트……, 라면?" "아아. 냄비로 끓이는 컵라면을 말하는 겁니다. 시온 선배가 학회에 보고한 신종 라면입니다." "멋지군! 꼭 세 끼 전부 그걸로 부탁해!" 시온이 달려들었다. 손을 잡고 위아래로 붕붕 휘둘렸다. 시온의 손을 차갑게 옆으로 휙 쳐냈다. "배달시키는 게 훨씬 낫다니까요." "질. 닭. 목 비트는 거. 잘해. ……불러?" '제?, "키라라는. 돼지. 해체. 잘해. ……해?" "어……. 으음. 굉장히 와일드한 요리가 될 것 같군요." 키라라가 요리를 잘하는 건 알았다. 하지만 조금 거창할지도. "그럼 타마가 만들까요? 밥." "어? 타마, 할수 있어?"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제사 지내러 나가면, 남동생과 여동생과 남동생과 여동생에게 먹이를 주는 건 타마예요." "우와, 너, 장녀였냐! 외동딸이나 막내 캐릭터잖아! 넌!" "마 짱한테 듣고 싶지 않네요." 타마가 갖고 있는 의외의 특기 덕분에, 합숙 때 식량문제는 해결된 것 같다. ­­­­­­­­ 미니지식 GJ부의 합숙 원래 올해의 합숙 장소는 아마츠카 가 or 스메라기 가의 '별장'이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신입 부원 타마를 위해, 작년과 같은 도착지 불명의 '미스터리 투어'로 변경되었다. 12시간이나 전철에 시달리며 도착한 그 '장소' 란……? (힌트 : 제랄딘이나 카스미는 전철을 타고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합류 한 것은 어째서?) ­­­­­­­­ #부모님 직업 "부모님은 뭐 하시는 분이야?"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부장이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굉장히 평범한 회사원이에요." 집안의 일 같은 건, 그러고 보니 별로 이야기한 적이 없구나, 하고 생각하며 쿄야는 대답했다. "흐음." 부장은 무릎을 안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 의자 위에서 거의 뒹구는 듯한 자세로, 폿키를 오독오독 먹었다. "부장님네라고 할까, 아마츠카 가의 부모님은 뭐 하시는 분입니까?" 사실은 이거.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다. 집사인지 메이드인지 시종인지가 있는 집의 가장이, 도대체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을까……. 전부터 흥미가 있었다. "음……?" 풋키 끝을 천장으로 향하고 무릎을 가슴으로 끌어당기며, 부 장은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으음? ……으음?" 그리고 계속 고민했다. "혹시……, 모르는 겁니까?" "아니, 알고 있어. 물론 알지 모를 리가 없잖아. 응." 어떤 식으로 질문을 원만하게 취소할까, 하고 쿄야가 생각하기 시작한 참에──. "그렇구나! 알았어!" 부장이 천장을 향해 눈을 번쩍 떴다. "모리 씨가 주식을 하고 있어. 가끔 집안일 중에 멋있는 휴대 전화를 꺼내서 매매 주문을 하고 있어." "그건 모리 씨의 취미 혹은 부업이잖아요. 부모님의 직업과는 다르잖아요. 메이드가 주식투자로 벌어서 먹여 살리는 집이 있으면 해외토픽감이네요." "그런가." "그리고 멋있는 휴대전화라는 건 스마트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구나. 넌 대단하구나. 잘 아는구나." "아뇨. 그 정도까진." 쿄야는 이 자리를 원만하게 수습하는 것에 성공했다. 평화주의자로서의 레벨이 올라갔다. "시온 선배네 집은 부모님이 뭐 하시는 분이에요?" 이번에는 시온에게 질문을 던졌다. 부장으로 시작해 시온, 메구미, 키라라──로 이어지는 것이 GJ부 전통의 흐름이다. "우리 집은 그게, 니니즈(오빠들)가 뭔가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돈 같은 건, 어쩌다 들어오는 거야." 시온이 커피 컵을 우아하게 기울이며 대답했다. "흐음. 어쩌다 말입니까." 스케일이 커서 한숨이 나왔다. 쿄야의 한숨을 다른 의미로 이해했는지, 시온이 표정을 굳히고 컵을 내려놓았다. "음. 나한테도 생활력은 있어. 여차하면, 그래──, 예를 들어 체스 대회에라도 출전해서 상금을──." "그만두죠. 전 세계의 기사가 절망합니다." 시온은 매일 일과로, 세계 챔피언에게 지도 시합을 해주고 있다. 그 상대가 설마 정말로 세계 챔피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프로 체스 기사가 아닐까, 하고 최근 생각하게 되었다. 게임의 천재인 시온의 실력은 대충 해도 프로가 맨발로 도망칠 정도다. ──적어도. "……*리만 가설(*리만 가설:7대 수학난제 중 하나. 수학자 리만의 죽기 전에 답안을 태웠고 아직도 증명되지 못했음.)의 해답을 제출하는 것은 어떨까. 거기에는 상금이 걸려 있으니까…… 시온은 중얼거리며, 돈을 벌 방법을 궁리 중이었다. 일한다는 선택지가 없는 것이 유감이 었다. "타마네 집은 말이죠." "키라라네는 어떻습니까?" 끼어든 타마를 슬쩍 피하고, 소파에 앉아 있는 키라라에게 질문했다. 시온에 이어서 메구미. 그 다음은 키라라. 그렇게 정해져 있다. "대디는. 학자?" "무슨 학자입니까?" "생물이라든가. 민족학?" "아~." 겨우 제대로 된 대답이 돌아와서 코야가 감탄하고 있자──. "들어보라니까요! 타마만 왕따시키는 건──, 좋지 않아요!" 타마가 흥분하고 있었다. GJ부 전통의 순서 속에 타마의 순서는 없는데. "타마네 집은 뭔데?" 쿄야가 물어보자, 타마는──, 얼굴을 반짝 빛냈다. 가슴을 펴고 대답했다. "신사를 하고 있어요. 카루라 신사라고 해요. 칸나즈키 가문은 대대로 신관 가문이에요." "어어어어엇!" 전원이 놀랐다. 깜짝 놀랐다. "뭡니까. 왜요? 그게 놀랄 일입니까? 타마가 무녀를 하고 있으면 이상합니까?" "어어어어어──엇!" 다 같이 경악했다. 눈을 크게 뜨고 놀랐다. 오늘 최대급이었다. "어어어어!" 이외의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늘의 부활동. 타마의 승리. ­­­­­­­­ 캐릭터 프로필 【칸나즈키 타마키】 ② 가업으로 신사를 하고 있어요. 타마는 무녀예요. 하지만 아르바이트비는 안 나와요. 너무해요. 타마 착취당하고 있어요.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제사나 의식으로 바빠요. 매일 집을 비우고, 그러면 동생들이 아귀처럼 들러붙어요. "누나, 배고파." 라고 진짜 시끄러워요. GJ부에 있으면 정말 편해요. ­­­­­­­­ #안경 모에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쿄야는 둥근 탁자의 자기 자리에서 만화잡지를 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손에 들린 것은 지난주의 잡지. 단지 펴고 있을 뿐이고, 달리 읽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옆자리에 있는 건 시온. 한 손으로 문고본을 펴고 눈으로 글을 좇고 있었다. 독서 때는 항상 그렇듯, 오늘도 그녀는 안경을 쓰고 있었다. 쿄야는 안경 소녀 시온을 곁눈질로 힐끔힐끔 훔쳐보고 있었다. "뭐지?" 언제부터 시선을 눈치첸 것일까. 책에 눈을 향한 채로 시온이 말했다. "아뇨, 저기. 달리 대단한 건 아니지만요──." 쿄야는 솔직하게 자백하기로 했다. 뭔가 신경 쓰였는지, 사실은 조금 전부터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다. "──시온 선배. 안경을 쓰고 있으면 어쩐지 귀엽지 않나요?" "뭐라고──! ──무! 무, 무! ──무, 무슨 소리를 갑자기 하는 거니, 넌! 아직 이렇게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 "해님의 높이랑 상관없는 것 같은데요." "아, 선배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타마도 그렇게 생각해요! 모에모에입니다." 잡지랑 과자를 던지고, 타마도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아니, 모에모에라는 거랑은 좀 다르지만." "아, 아무튼──. 그, 그런 말은 메구미나 타마에 대해서 쓸 종류의 말이고, 나에게 쓰는 것은 단어의 사용법으로서도 부적절하지 않을까. 애초에 연상으로서 너무 유감이야. 넌 아직 우리의 설교를 한바탕 또 듣고 싶은 거니." "나는 어때?" 어떤 맥락도 없이 부장이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부장님은 귀엽거나 모에보다는 '멋있다.'라니까요." "그러냐. 난 멋있냐. 그러냐." 부장은 만족한 듯, 만화잡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건 그다지 강제는 아니지만, 들어주지 않겠니. 단호히. 정정을 요구한다." "으음, 귀여운 게 아니라면……? 저기. 뭐라고 하면 될까요?" 자신의 감상을 잘 표현할 수 없었다. 바로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아. 그렇지. 그럼 미인으로 보인다는 건 어때요?" "뭐, 뭐, 뭐, 뭐라──." "이것도 안 됩니까? 음……. 안경을 쓰면, 어쩐지 평소와 달라 보이는걸요." 쿄야는 뒤통수를 긁적 였다. "너……, 넌 그런 애니? 그런 소리를 평소에도 막 하고 다니는 거니? 걱정이다." 시온이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놓았다. 쿄야에게 강한 눈빛을 보냈다. 역시 안경을 벗으니 달라 보였다. "아무한테나 속삭이는 거니? 응, 안 돼. 성실하지 않아. 정말 걱정이야." "으음? 뭔가 죄송합니다." 무언가에 집착하고 있는 시온에게, 일단 사과를 했다. 그건 그렇고, 당초의 의문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어째서 안경을 쓰면 평소와 달라 보이는 걸까? "저도 미인으로 보이나요?" 메구미가 놓여 있던 시온의 안경을 쓰며 말했다. "아. 보여보여." "나도?" 이번에는 부장이 안경 소녀가 되었다. "아. 그래요그래요." "말하네. 이 녀석. 아무한테나." 부장이 능글능글 웃고 있었다. 시온은 얼굴을 휙 돌렸다. "쿄로. 너도 써봐." "네……. 어떤가요?" "오오. 너도 미인이네." "아하하하. 남자한테는 미인이라고 안 하잖아요." 키라라와 타마도 미인이 되었다. 전원이 안경을 한 바퀴 돌려 쓴 후, 쿄야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요?" "그건, 볼록렌즈 탓이 아닐까." 돌아온 안경을 손에 들고, 시온이 비밀을 밝혀냈다. "──볼록 렌즈라는 것은 돋보기랑 똑같은 거니까. 즉, 원시용 안경을 쓰고 있으면, 눈이 크게 보이는 효과가 있는 거야. 또 거의 대부분의 동물의 새끼는, 눈의 비율이 성체보다 크게 되어 있어. 화장법으로도 눈을 크게 보이는 것이 기본이지. 즉, 눈이 크다는 건 귀엽다는 것과 동의어고, 네가 말하고 싶었던 건 그게 아닐까." "아아! 그거군요, 그거!" 쿄야는 납득했다. 역시 천재 시온. 쿄야가 말하고 싶었던 것을 딱 짚어 해설해주었다. "굉장히 유감이다." 의문이 해결되어 완전히 대만족인 쿄야와 달리──. 시온은 어쩐지 불만스러워 보였다. #선택받은 자의 카드 종료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쿄야는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부실에 있었다. 아무도 없는 부실에서 노트를 펴고, 숙제를 하고 있지──. 드르륵, 문이 열리고 시온이 들어왔다. 얼굴이 어쩐지 어두웠다. 그녀의 말을 기다리며, 쿄야가 가만히 숨을죽이고 있지──. "나는 자격을 잃어버리고 말았어." 시온은 갑자기 쓸쓸하게 말했다. "네? 무슨 자격을요?" "그거. 있잖아. 이 정도 사이즈의──." 하고, 손의 엄지와 검지로 직사각형의 모양을 만들었다. 쿄야가 카드 사이즈의 직사각형을 보고도 멍하니 이해를 못하자, 시온은 주머니에서 뒤적뒤적 실물을 꺼냈다. "이거. 전철에 타기 위해 필요한──" "아. 카드군요." 실물을 보고, 겨우 이야기가 통했다. 한 달 정도 전이었나. GJ부의 '부활동' 으로 만원 전철을 타러 가는 날이 있었다. 거기서 처음으로 시온은 카드를 손에 넣었다. "나는 자격을 잃어버린 것 같아." "그런 오버를……." "하지만 개찰구에서 거절당하고 말았어. 지나가게 해주지 않았어. 모두의 시선을 끌고 말았어." "제대로 카드를 댔나요?" "응. 그랬더니 딩동 하고 경고음이 울려서──." "어라라? 어째서일까요." 카드를 손에 들고, 첫 번째 충전에서 시온은 호탕하게도 만 엔짜리 지폐를 넣었다. 만 엔 어치의 충전이 그렇게 간단히 떨어질 리도 ──. "나는 어째서 자격을 잃어버리고 만 걸까? 이제 두 번 다시 전철을 탈 수 없는 걸까?" 시온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어쩐지 이상한 것에 기가 죽어 있다. "어라? 시온 선배는 원래 전철 통학이었나요? ──아아, 하지만 부활동으로 전철을 탄 게 처음이었죠. 그럼 아니겠죠. 그럴 리가 없죠." "응. 아니지만……." 거기서 순간, 시온은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저번부터 계속 전철로 다니고 있어." 시온은 뭔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도 자백하는 것처럼 말했다. 아. 그렇구나. 쿄야는 알았다. 분명 전철을 타는 게 즐거워서, 매일 신나게 타고 다닌 것이리라. "내 행위의 무엇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벌을 받은 이유는? 자격을 잃어버린 원인은 뭘까. 한 번 더 자격을 얻는 것은 가능할 까? 어떤 시련이라고 해도 나는──." "잠깐, 조용히 해보세요. 지금 계산하고 있으니까요. 으음, 편 도 160엔에 등하교 왕복으로 320엔이고, 곱하기 한 달 반으로, 약 30일간으로 해서……. 으음, 으음……." "320곱하기30이면, 9760인데?" 노트 끝에 쓰면서 계산을 하자, 시온이 곧바로 답을 알려주었다. "그거예요." 쿄야는 손가락을 척 겨누었다. "시온 선배. 충전하지 않았죠?" "추, 충전……?" 쿄야는 고개를 갸웃하는 시온──, 아니 '시옹 선배' 에게 말했다. "그건 마법의 카드가 아니에요. 잔고는 불어나지 않습니다. 충전하지 않고 쓰면, 그야 다 떨어지죠." "그, 그런 건가." 원인을 알아내고, 시온은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직 어두운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아직 문제가 있어. 그, 그 충전이라는 건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건 말이죠. 발매기에 가서──." "저번에는, 그……. 해줬으니까……." 하고, 의미 있어 보이는 눈빛을 보냈다. 쿄야는 이해했다. "네. 가는 길에 역에 들러서 같이 해보지요. ──아아. 뭐하면 지금부터 역으로 가죠." 둘이서 부실을 나와,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잘보고. 기억할 거야. 이번에야말로 괜찮아." 시온은 뒤에서 따라오면서, 중얼중얼 혼잣말을 했다. 고개를 연신 끄덕이다가 번쩍 들고, 쿄야를 보았다. "또 하나 부탁이 있는데." "뭐죠?" "이 일은 마오에게 비밀로……. 또 '귀여운 생물'이라든가, 명예롭지 못한 호칭이 붙으니까……." "네. 알고 있어요." 이미 충분히 귀여운 생물인데. 오늘은 '시옹 선배' 를 독점할 수 있었다. ­­­­­­­­ 캐릭터 프로필 【귀여운 생물】 ② 요즘 나를 귀여운 생물이라고 부르는 행위가 유행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만두지 않겠니. 명예 운운이라기보다도 애초에 사실과 다르니까 부적절 하다고 할 수 있어. 애초에 귀엽다는 말은, 예를 들어 쿄로 군에게 쓰일 말이지. 우리들 인류가 손에 넣은 언어라는 도구의 적절한 사용법에 비추어봐서 잘못된 사용법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떨까. ­­­­­­­­ #남자의 역할 최근, 점심시간에 부실에서 도시락을 먹는 기회가 늘어난 듯한 기분이 든다. 부실에서 같이 점심을 먹는 날이 달리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매주 같은 요일이 되었다. "오늘은 시온 선배가 없군요." 부실 안에 한 명이 부족했다. 시온의 모습이 없다. "결석이래." 부장이 대답했다. 반이 다른데도, 어째서인지 알고 있었다. 역시 절친. "언니, 여름 감기인가요? 올해 여름 감기가 유행이래요. 앙코도 감기에 걸려서 타마는 깜짝 놀랐어요." "그런 건 아니지만." 부장은 그렇게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어쩐지 우울한 공기가 돌았다. "음? 음? 뭡니까? 뭐죠?" 쿄야가 물어도, 부장은 조용히 도시락과 입으로 젓가락을 왕복할 뿐이었다. "햄버그가 맛있어 보이는데. 이 튀김과 교환하지 않겠니? 일대일 교환으로." "아, 네. 괜찮아요." 젓가락으로 자른 햄버그를 튀김 한 개와 교환했다. 어째서인지 부장은 남이 먹고 있는 걸 먹고 싶어한다. 물물 교환을 해서 맛을 보고 싶어 한다. 평소에는 시온 선배의 찬합 도시락을 얻어먹으러 가는 부장이지만, 오늘의 거래 상대는 쿄야였다. 부실에 가득찬 이 무거운 공기는 무엇일까, 하고 쿄야가 생각하고 있자──. 드르륵, 하고 입구의 문이 열렸다. "어라? 시온 선배. 오늘은 결석이 아니었나요? 지금 부장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하고, 그쯤에서 쿄야는 입가에 띠었던 예의상의 웃음을 지웠다. 시온의 몸에 어쩐지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피 짱이." 숙였던 고개를 들고, 시온이 겨우 입을 열었다. 짧게, 그렇게만 말했다. "피 짱?" "얀 피에테르손 스베일링크.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가라는군. 줄여서 피 짱이야. 시이가 기르던 카나리아 이름이야." 부장이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이름을 알아도, 그것이 뜻하는 바는 알 수 없었다. "피 짱이……. 없어졌어." "네? 저기. 그것 참 큰일이군요. ……저기. 찾는 걸 도와드릴게요. 제가." "찾아도 없어. 이미 죽었다고." "네? 네? ……저기?" 쿄야는 부장의 얼굴과 시온의 얼굴을 몇 번이나 번갈아가며 보았다. 하지만 약간 스토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시온이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등교를 한 것은, 기르던 애완동물이 죽어버렸기 때문이고──. 학교를 하루 쉴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온은 견뎌내고 낮이 되어 등교해서…─. "내가……. 철이 들었을 때부터 계속 함께 있던 카나리아야." 시온이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카나리아의 수명은 15년 정도라고 알고 있고, 생물은 언젠가 죽는 것이니까 각오도 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25년을 살았다는 기록도 있으니까, 어쩌면 내가 어른이 될 때 까지 같이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쿄야는 눈물을 참고 이야기하는 시온을 조용히 보았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해도 어설픈 말이 될 것만 같았다. "최근, 별로 울지를 않아서 걱정했는데……. 어젯밤에 차갑게 변해서…… 시온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 결국에는 숨결에 섞여 사라져 버렸다. "──자신의 마음이 이렇게 흔들리다니, 솔직히 스스로도 놀라고 있어." 시온은 얼굴을 들었다. 쿄야에게 말했다. "마치, 보통 사람 같아. 이상하네. 나 같은 사람이……. 우, 울다니……." 시온의 눈에 한 방울 눈물이 맺혔다. "봐. 눈물이야. 나도 울 수 있구나. 놀랐어." 그녀는 손끝에 올라간 눈물방울을 쿄야에게 보여주었다. 쓸쓸하게 웃었다. "이상하지 않아요." 쿄야는 되도록 자상하게 말했다. "슬플 때에는 울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하지 않아요." "그, 그런가……. 그런 건가…… 시온의 어깨가 떨리기 시작했다. 부장과 메구미, 키라라와 타마, 모두의 얼굴이 어느새 그곳에 있었다. 쿄야는 네 사람의 끄덕임에 떠밀려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미안해. 잠깐만. 잠깐만 이렇게 있어도 되겠니. ……정말 미안해." 시온이 쿄야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우는 얼굴이 숨겨졌다. "아, 이런. 니니즈가 널 죽이려고 할 거야." 목 뒤에 깍지를 끼며, 부장이 무책임하게 말했다. 시온이 평소의 시온으로 돌아올 때까지 30분간──. 쿄야는 가슴을 빌려주었다. 남자의 역할을 완수했다. #여동생의 친구 "오빠. 오늘, 친구가 오니까, 그런 차림으로 돌아다니지 마." "어? 아. 응. 하지만 이게 이상한가?" 시노미야 가 여름 방학 중의 어느 날. 여동생 카스미에게 잔소리를 듣고, 쿄야는 자신의 모습을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위는 쥐색 T셔츠. 밑은 짧은 카고팬츠. 여름방학의 남자 고등학생의 복장으로서, 굉장히 평범한 차림일 텐데. 양말을 신지 않은 게 아웃일까. "좀 더 멋있게 입어!" 여동생님은 억지를 부렸다. 평화적 패배주의자인 오빠로서 한 마디 해주려고 하던 참에, 딩동 하며 초인종이 울렸다. "네." 카스미는 현관으로 쿵쾅쿵쾅 달려갔다. 완전히 타이밍을 놓쳐버린 쿄야는 탁자에 남아, 이슬이 맺힌 컵을 들었다. 꼴깍꼴깍 마셨다. 차가운 녹차가 맛있다. 오장육부에 스며든다아아아. "들어와들어와. 사양하지 않아도 돼. 나랑 오빠밖에 없고." 카스미가 친구를 데리고 현관에서 돌아왔다. 풍성한 머리카락이 시야 끝에 들어왔다. 역시랄까, 당연하달까, 여자 친구인 것 같다. "오빠는 벌써 아는 사이지? 작년 연말에 만났고." "마……. 마오입니다. 카스미한테는 마 짱이라고 불려요." 꾸벅하고 머리를 숙인 것은, 세상에──, 부장이었다. 초등학생처럼 어린아이 차림으로, 장식 달린 고무줄로 머리카락을 양쪽으로 묶어 트윈테일을 한 부장이었다. "우우움?!" 쿄야는 차가운 녹차를 뿜을 뻔했다. "마 짱은 목마르지 않아? 콜라 마실래? 아이, 참, 오빠! 또 그런 녹차 같은 거나 마시고, 뭐야! 늙은이 같은 거 금지!" 녹차 컵을 빼앗겨버렸다. 맛있는데. 카스미가 냉장고로 간 틈에, 쿄야는 부장과 얼굴을 마주 보았다. (부──부장님?! 뭐 하는 겁니까! 도대체?!) (보면 모르겠냐? 마 짱을 하고 있는 거야. 그것보다, 말 맞춰라. 들키면 네 탓이다. 죽여 버릴 거야.) (아니, 아직도 오해를 안 푼 겁니까?! 아직도 초등학교 3학년이라는 설정입니까?!) (이런 걸 털어놓는 건 타이밍이 필요하다고!) "어라? 오빠는 마 짱이랑……, 벌써 친한 사이?" 컵을 두 개 가져온 카스미가 수상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부장과 얼굴이 너무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게 저기. 아마츠카네에서──." "아, 그렇지. 메구미 언니네 여동생이었지. 자주 만난다고 했지." 카스미는 납득한 것 같았다. 마 짱은 메구미의 '여동생' 이라는 설정인 것이다. ──방금 알았지만. "아, 응. 만났을지도 몰라. 거의 매일같이." 탁자 밑에서 퍽퍽, 하고 정강이를 걷어차였다. 어째서 인지 부장은 '진짜 나이' 를 들키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도대체 어째서인지, 쿄야는 알 수가 없었지만. "마 짱. 항상 카스미랑 놀아줘서 고맙다. 그런데 오늘은 뭐니?" 쿄야는 방긋방긋 웃으면서, 꼬마 아이에게 이야기를 하듯 했다. "저기. 그게요. 약속했어요. 카스미랑 같이 여름방학 숙제 하자고." 탁자 밑의 발길질이 두 배가 되었지만, 부장은 완벽하게 초등학교 3학년을 연기하고 있었다. "어, 부장님은 여름방학 숙제는 막판까지 안 하는 타입──아 야아야아파요, 진짜로아파!" "나왔다! 마 짱의 물어뜯기 기술!" 어째서인지 카스미가 기뻐하고 있었다. 손을 꼭 쥐고 가까이서 관찰을 시작했다. 부장의 턱이 떨어졌다고 생각한 순간, 반대쪽의 손을 콱 물렸다. 카스미였다. "허, ──히어케, 해?" "아파아파아파! 아프다니까! 카스미!" "좀 더 강하게. 좀 더 격렬하게. 이 녀석! 하는 느낌으로 분노를 담아! ──하고 하면 된다고, 마 짱은 생각해." "흐? 흐에?" 콱콱──이 아니라, 이빨이 파고들었다. 카스미는 저번에 마지막 이갈이를 해서 전부 훌륭한 영구치가 되었다. "아파아파아파! 위험해위험해, 위험하다니까! 사과할 테니까 용서해주세요!" "브이!" 입가를 닦으며, 카스미가 자랑스럽게 V사인을 했다. 무엇에게 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쿄야는 패배한 기분으로 가득 찼다. 뭐. 상관없지만. 평화적 패배주의자이고. #여름방학 숙제 "왜 부장님이야?" 카스미가 십여 분만에 입을 열었다. 에어컨을 튼 다다미방의 탁자를 셋이서 둘러앉았다. 연습문 제니 공책이니 보고서니, 각자의 숙제에 샤프 펜을 사각사각 굴리는 중이었다. "어? 뭐가?" "오빠가 아까, 마 짱을 부장님이라고 불렀어. 왜 부장님이지?" "어? 그, 그랬나…….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쿄야가 당황해서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자, 부장이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별명 " "그, 그래. 별명이야. 그게. 회사 부장님같이 잘난척하잖아. 마, 마짱은." "왜 오빠도 같이 숙제를 하고 있어?" 아마 납득한 것 같았지만. 카스미는 그렇군이나, 그런 대답도 하나없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자신의 여동생이지만 참 자기 멋대로다. 그런 점이 어머니랑 똑같다. "어? 안돼? 같이 숙제를 하면?" 쿄야는 샤프펜을 멈췄다. 여동생의 눈치를 보았다. 가만히 보고 있자……. "풋……. 크크크크." 갑자기 부장이 웃기 시작했다. 다리를 파닥파닥 다다미 위에서 구르며, 웃겨서 참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마 짱. 왜 그래?" "모에모에." "아. 응. 오빠는. 그런 부분이 있지." "어? 어? 어라? ……뭐, 뭐가?" 쿄야는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보았다. 이미 이야기는 끝난 듯, 두 사람 다 진지한 표정으로 숙제를 하고 있었다. 어쩐지 여자애들 사이에서 암호 같은 교류가 있어, 그걸로 이야기가 끝나서……. 완전히 왕따가 된 기분이었다.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뭐. 됐어. 자신도 숙제로 돌아갔다. 그러나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 갑자기 어려워진 기분이 든다. 행렬이니. 벡터니. 삼각함수니. 정말 모르겠다. 힐끗 곁눈질로 보아하니, 부장도 하고 있는 것은 수학 문제. 아무래도 3학년. 부장이 작년에 마쳤을 고2의 문제를 질문하고 싶지만……. 지금 물어보면 물어뜯길 것은 확실하다. 스스로 하기로 했다. 시온 혹은 메구미가 같이 있으면 좋았을걸. 키라라도 보기와는 달리 일본어가 많이 필요 없는 과목은 성적이 좋아서, 수학 같은 건 특히──. "어라라?" 하고, 카스미가 갑자기 큰 소리를 냈다. "마 짱의 숙제. 어쩐지 굉장히 어려워 보이는데……?" 부장의 숙제를 들여다본 카스미는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요즘 초등학교 3학년은 이렇게 어려운 걸 해? 산수로?" "아니, 이건──. 저기. 그게. 그러니까." "우리는 사립학교니까." 당황하는 쿄야 옆에서, 부장은 침착하게 한 마디로 끝냈다. "그렇구나." 카스미는 바로 납득해버렸다. 그러고 보니, 이런 식의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하는 건 부장의 특기였다. 역시 부장. 쿄야가 할 수 없는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그런 점이 멋있다. 동경한다. "정말 어렵구나. 할 수 있을까? 저기. 마 짱, 줘 봐. 그거 좀 해봐도 돼?" "괜찮은데." 중학교 1학년이 풀 수 있을 리가 없다. 여동생을 곁눈질로 보면서, 쿄야는 부장과 다시 소곤소곤 이야기를 시작했다. (부장님, 아까부터 본성이 나오고 있어요.) (어? 그래? 큰일인데. 얌전한 척하는 것도 피곤해졌어.) (부장님의 '마 짱 모드'는, 제 '오레맨'보다 지속시간이 짧군요.) (쳇. 쿄로만도 못하다니.) (부장님의 저건 수학입니까?) (인접 3항간 점화식) (그게 뭐죠? 그런 일본어도 있습니까?) 카스미가 문제를 풀고 있는 것을 이용해, 둘이서 대화를 계속 했다. 어쩐지 부실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초등학생처럼 별나게 귀여운 차림을 하고 있는 부장에게는 적응되지 않지만. "풀었다!" 카스미의 목소리가들렸다. "어어엇?" "설마." 둘이서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하지만 답안을 본 부장에게서 웃음이 사라졌다. 몇 분 후. 길게 이어지는 수식을 다 쓰고 증명과정을 맞춰보고 나서, 부장이 말했다. "……정답." "브이!" 카스미가 V사인을 했다. ­­­­­­­­ 미니미니지식 마 짱 모드 마오의 귀여운 척 모드. 초등학교 3학년이라는 설정. ­­­­­­­­ "숙제, 끝!" 카스미가 만세를 한 자세 그대로, 뒤로 벌러덩 쓰러졌다. "고생했어." 옷 끝을 잡아당겨 노출된 배꼽을 숨겨주면서, 쿄야는 여동생에게 말했다. 정말로 고생했다. 부장과 카스미는 서로의 숙제를 교환해서 했다. 카스미가 푼 것은 인접 3항간 점화식이라는 주문과, 보조선 투성이의 공간도형이라든가, 그런 것들이다. 부장이 푼 것은 중학교 1학년 1학기 문제였다. X는 나오지만 Y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 문제였다. "마 짱, 대단하다. 초등학교 3학년인데……. 중1 문제를 저렇게 술술." "후훗. 대단하지?" 부장이 가슴을 폈다. 완전히 본성으로 돌아왔지만, 카스미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부장은 전혀 대단하지 않았다. 대단한 것은 우리 여동생이다. 아니, 어떤 의미로 부장은 대단할지도 모른다. 상식적으로 고등학생이 중학생에게 자기 숙제를 시킬까? "그럼. 오늘 숙제를 다 한 상으로 수영장에 데려가 주겠어." 일어선 카스미는 가슴을 쭉 펴고, 언니처럼 말했다. "와~." 부장이 마 짱으로 돌아가 만세를 불렀다. 연기가 아니라 어쩐지 진짜로 좋아하는 것 같다. 두 사람이 평소에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약간 들여다봤다. "그럼. 다녀와." 쿄야는 흐뭇한 기분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오빠도 가야지 !" "엉? 나도?" "오빠가 보호자로 와야만 해! 초등학생 여자애 둘이서 수영장에 가는 건 위험해. 무서~운 미남이 데려가면──, 어떻게 할 거야?" "카스미는 올해부터 중학생이잖아? 그리고 수영장이라고 해 봤자, 저 앞의 시민 수영장이잖아?" "싫어! 물살 있는 수영장이랑 파도 수영장이랑 워터 슬라이더가 없으면 싫어──!" "싫어──라니, 카스미. 아까는 자기가 데려가 준다고 하지 않았냐?" "마 짱. 멋진 수영장에 데려가 줄게." "자기가 데려가 줄 것처럼 말하고 있네." "와~." "이쪽은 기뻐하고 있고. 돈도 안 낼 생각이 뻔하고." 그때, 부장이 탁자 밑을 통해서 뭔가를 스윽 건네주었다. 전철로 몇 번 가본 적이 있는 커다란 수영장의 입장권이었다. 주주 우대권. 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런 부분은, 아무리 치사해도 로리 캐릭터로 변장해도 역시 더 어른이다. 최소한의 염치는 지키는 것 같았다. "아, 그렇지. 오빠. 친구 불러도 돼? 되는 거지?" 물론 대답 따위 듣지도 않고, 카스미는 휴대전화를 꺼내서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쓰고 있는 전화기는 조금 흠집이 눈에 띄는 낡은 휴대전화. 작년 가을에 쿄야가 신기종을 사고, 쓰던 중고를 물려받은 것이다. 중학교 입학 축하로 조르면 최신기종을 사줄 텐데도, 카스미는 상처가 난 낡은 물건을 마음에 들었다며 소중하게 계속 쓰고 있다. 어째서일까. "수영 못하는데 괜찮나요, 라는데. 캐나다 출신이라 수영을 한적이 없대." 전화로 말하지 않고 문자로 대화를 하는 것에 시대의 변화를 느꼈다. 고등학생은 이미 아저씨인가? "튜브 가져가도 되니까, 괜찮을 거야." "6명까지 된다고 했어. 초대권 있대. 오빠가." 부장이 갑자기 생각난 것처럼, 마 짱 모드로 돌아가 말했다. 등이 찌릿, 하고 가려워졌다. 부탁이니까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부장님 ~. 원래 성격대로 하세요~." "아하하. 부장님~. 부장님~." 카스미는 웃긴 모양이다. ──그때, 벨이 제대로 울리기도 전에, 카스미가 휴대전화를 받았다. "응. 온대. 질이." "응? 질?" "응. 외국 애. 눈이 파래! 금발이야! 엄청 귀여워! 인형 같아!" 어쩐지 들은 적이 있는 듯한 이름이다. 쿄야는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카스미가 휴대전화를 덜덜덜 진동시키는 빠른 타자로, 또 다른 멤버를 불러냈다. "세라도 온대." "세라라니? 난 모르는데." "잘 사는 집 아가씨 같은 애. 미인이야. 그리고 어른인 언니도 온대. 세라 돌보러." "그럼 나. 필요 없잖아." "필요해!" 여동생한테 혼났다. 시노미야 가에서는 만사가 전부 이런 식이다. 쿄야와 아버지를 비롯한 남성진에게 결정권은 아무것도 없다. 여자애 둘은 가방 하나가 전부 수영장용으로, 완전히 준비가 끝나 있다. "아. 그래그래. 그럼 준비할 테니까. ……아. 수영복, 작년 거네. 뭐. 어때." "실격! 오빠! 대, 실, 격!" 카스미와 부장 두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당했다. ­­­­­­­­ 캐릭터 프로필 【시노미야 카스미】 시노미야 가의 장녀. 중학교 1학년. 오빠를 발로 차거나 물어뜯기도 하지만, 결코 오빠를 싫어하는 것이 아님. 오히려……? ­­­­­­­­ #질 정말로 인형 같은 여자애가 거기에 있었다. 눈 색깔도 머리카락 색깔도 피부 색깔도, 모든 것이 북유럽산 천사 같은 다른 규격의 여자애였다. 소녀는 어째서인지 화이트보드를 가슴에 걸고 있었다. 그리고 역 앞에서 두리번두리번. 실처럼 가느다란 금색 머리카락을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그 불안한 표정에, 어쩐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질! 여기야, 여기!" 카스미가 팔이 떨어져나가라 붕붕 흔들었다. 통행인 중 몇 명이 눈을 크게 뜨고, 흐뭇한 표정으로 지나갈 정도로 거창한 동작이었다. 그 외침이 들렸는지. 불안했던 표정이 활짝 웃는 얼굴로 빛났다. 신고 있는 물을 울리며 로터리를 돌아 달려왔다. 소녀와 가까워지면서, 쿄야의 기시감은 더욱 강해졌다. 역시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저기, 카스미. 질은 TV나 잡지에 나오는 애야?" "그런 거 안 해. 작년 겨울에 일본에 막 왔는데." "그렇구나." 하지만 역시, 어디서 본듯한……? 게다가 작년 겨울이라니? 그때, 뭔가 있었던 것 같은……? 가까이 다가온 물을 신은 발소리가, 뚝 멈췄다. 'Y──YOU!!" "네, 넵!" 큰소리를 내자, 쿄야는 자기도 모르게 대답을 했다. '차렷' 자세로 직립부동이 되었다. "Do you remember me? I……I'm." 말을 걸어오는 언어가 영어라는 걸 알았다. 영어 성적은 그렇 게 나쁜 편이 아니라 중간 정도였지만. 영어 회화 쪽은 자신이 없었다. "카스미~. 외국인이라니, 그런 소리 들은 적 없어~. 통역해 줘~." "말했잖아. 몇 번이나. 오빠가 안 들었을 뿐이잖아. 통역 필요없어. 질은 일본어 잘하니까. Hey Zill, You must use your whiteboard." "OH MY GOD! My mistake!" 그녀는 외치더니, 마커 펜의 뚜껑을 뽁 땄다. 가슴에 걸어둔 화이트보드에 유창한 '일본어'를 술술 써내려 갔다. 『저를 기억하시나요? 마이 사무라이 마스터.』 한자도 제대로 쓰고 있었다. 단지 글자체는 둥근 형태. "사무라이 마스터?" 고개를 갸웃하자, 소녀는 앞의 글자를 지우고 다음 문장을 사삭 썼다. 보드를 이쪽으로 향한 채, 손끝을 거꾸로 해서 쓰고 있었다. 쓰는 본인은 이른바 거울에 비춘 문자를 쓰게 되는데도──. 굉장히 잘했다. 『일본 남자=사무라이. 여기는 사무라이의 나라입니다. 저는 당신이 구해주신 리틀 걸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곤란에 빠진 저를 구해준 사무라이 입니다.』 "오빠가 사무라이 마스터 였어?" "구해줬다……라니? 아~……." 쿄야는 생각났다. 아까부터 느끼던 기시감이, 지금 완전히 기억과 연결되었다. "아~! 아~!" 소녀를 가리키며, 아~, 아~, 소리 질렀다. 쿄야의 손가락을 꼭 쥐고, 소녀는 기뻐하며 폴짝폴짝 뛰었다. 쿄야도 같이 폴짝폴짝 뛰었다. "일본 남자가 다리를 모으고 뛰지 마. 징그럽게!" 부장의 가차 없는 로우킥이 허벅지를 강타했다. 쿄야는 허벅지를 쥐고, 다른 의미로 폴짝폴짝 뛰었다. 마 짱, 정말로 가차 없다. 어째서 화를 내는지 모르겠지만. "뭐야……? 오빠? 질하고도, 이미 절친?" 카스미의 미심쩍은 시선은 그야말로 찌르는 듯했다. "아니, 그게. 전에 만나서." "언제? 몇 번?" "작년 겨울에. 딱 한 번." "작년 겨울이라니……? 아~! 아~! 그럼 질이 항상 말하던 멋진 일본 남자가, 오빠였어?!" "아니, 그런, 멋지다든가 일본 남자라는 말을 하면, 스스로도 어색한데. 정말로 별거 안 했어. 운임표를 보고 표 사는 법을 가르쳐줬을 뿐이야." 하고 말하며, 그녀를 보았다. 소녀는 기도하는 포즈와 글썽이는 눈으로 쿄야를 바라보았다. 다 같이 인사를 나누고 나서 역 개찰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 할 때까지, 그녀의 시선이 목덜미에 꽂혀서 간지러웠다. 부장이 자동 개찰구를 터치&고로 빠져나갔다. 먼저 앞서 걸으며 어깨너머로 말했다. "저기──. 저 여자애 말이야. 혹시 말이야. 키라라의." "음? 뭐가요? 부장님." "눈치채지 못한 거야? 아니면 알면서 그러는 거야? 뭐. 어 때." ­­­­­­­­ 캐릭터 프로필 【제랄딘 번슈타인】 키라라의 여동생. 키라라가 양녀라서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그것보다도 굳은 자매의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다. 언니를 쫓아서 캐나다에서 일본으로 옴. 몇 년은 일본에 살 예정. 중학교에도 입학했다(카스미랑 같은 반). 척 보기에는 얌전하고 나긋나긋. 꿈꾸는 아가씨. 평소에는 완전히 그런 성격이지만, 마음을 먹었을 때의 추진력은 태평양을 건널 정도. 일본어 회화는 아직 잘 못함. 화이트보드로 대화한다. ­­­­­­­­ #세라 수영장 가장자리 부분은 강렬한 태양빛이 내리쬐어, 그야말로 '여름'이라는 느낌이었다. "너무……, 쳐다보지 마. 부끄럽다고. 수영복도 좀 그렇고." 부장이 얌전하게 말했다. 좀 그렇다는 것은 초등학생 같은 수영복을 골라왔다는 뜻일 것이다. 왜냐하면 하늘하늘 프릴과 리본으로 장식된 진한 핑크색의 유아용 원피스였다. "오라버니!─가 아니라, 오빠! 여자애 수영복을 지그시 보지 마! 무례하잖아!" 먼 곳까지 신이 나서 갔던 카스미가 달려서 돌아왔다. 여동생아, 풀장에서 뛰면 안 돼. 카스미의 수영복은 스포티한 분리형이다. 허리 주변은 스커트 달린 보이즈 팬츠. 마른 몸에 잘 어울렸다. 그에 비해 제랄딘──질은, 의외로, 뭐랄까, 여자애. 카스미랑 동갑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커다란 리본의 홀더 비키니를 목에 걸었다. "질! 질! 저거 해본 적 있어?! 워터 슬라이더!" 카스미가 큰소리로 물었다. 질은 부들부들 귀엽게 고개를 저어 대답했다. "그럼, 하자! 저건, 워~! 하고 소리를 지르게 되니까 워터 슬라이더라고 하는 거야!" 그건 아니란다. 여동생아. 질의 손을 잡고, 달려가는 여동생을 배웅하고 나서──. 쿄야 는 부장을 내려다보았다. "부장님도 가도 됩니다. 저는 집합 장소인 여기서, 카스미의 친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그, 그렇게 둘 수는 없잖아. 세, 세이라라는 애가 왔을 때 얼굴을 모를 텐데." 부장은 무릎을 꼭 껴안았다. 엉덩이 밑의 지면을 둥글게 적셨다. "세이라? 세라라는 애 말인가요? 하지만 부장님도 얼굴을 모르잖아요?" "아니, 그게. 어쩌면……." 하고,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참에──. "어머? 시노미야 님입니까?" 시원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는 목소리였다. 얼굴을 들자, 검은색 비키니를 입은 완벽하게 여성적인 몸매가 눈에 들어왔다. "아……. 엣……. 아……. 우." 목에서 말문이 막혔다.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인물과 만났다. 그리고 의외의 차림. 아니, 풀장에서 수영복은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하지만 섹시한 여성의 수영복 모습으로──. "아. 이렇게 였죠." 모리 씨가 빙글 돌았다. 팔꿈치에 건 수건이 화악 펼쳐졌다. "남의 집 시종을 멋대로 돌리지 마!" 모리 씨는 쿡쿡 웃고 있다. 지금 알았다. 모리 씨는 아마도 일부러 그런 거다. "모리. 왜 그래요?──누구죠?" "아, 역시 세이라. 너냐……." "어머. 언니?" 검은 원피스가 어울리는 쿨한 느낌의 여자애가, 부장을 보고 깜짝 놀라 멈췄다. 너무 검은 흑발. 여우 가면을 머리 옆으로 비켜 쓴──, 신비한 분위기를 가진 여자애였다. "저. 오늘은 여기서 친구랑 만나기로 했어요. 카스미가, 마 짱 이라는 분을 소개시켜준다고──." "그거 나야. ──처음 뵙겠습니다. 마오입니다. 다들 마 짱이라고 불러요." 트윈테일을 휙 돌리며, 부장은 힘차게 인사했다. "언니……. 안쓰러워요." "됐으니까 모른 척해. 넌 머리 좋으니까. 벌써 이해했지?" "저는 아마츠카 가의 차녀예요. 메구미 언니가 장녀. 그리고 마오 짱은 삼녀 예요. 설정은 초등학교 3학년 정도면 되나요?" "완벽해! 역시 내 여동생이야!" "부장님~. 그래도 되는 겁니까~. 인간으로서 뭔가 소중한 걸 되찾아주세요~." 쿄야는 부장의 가는 어깨를 잡고, 종횡무진으로 마구 흔들었다. 그러나 부장은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더러운 손을 언니 어깨에서 떼고, 가급적 빨리 죽어주세요.』 "어?" 귓가에 들린 무서운 말에, 쿄야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처음 뵙겠습니다. 시노미야 쿄야 님. 세이라입니다. 언니와 모리에게서 말씀은 종종 들었습니다. 어쩐지 처음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네요. 만약 괜찮으시다면, 저는 세라라고 불러주세요. 카스미도 그렇게 부르고 있으니까요." 예의바르고 우아하게 인사를 꾸벅 했다. 중1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침착함이었다. 역시 아까 들린 저주는 귀의 착각이었던 것일까……. "아! 세라~! 여기야, 여기!" 워터 슬라이더의 꼭대기에서, 카스미가 손을 흔들었다. "모리. 가죠." 세이라는 모리 씨를 데리고 갔다. 복잡한 표정으로 배웅하자……. "아. 너도 들리는 체질이었냐." 부장이 말했다. "저기……. 어라……, 뭐가요?" "복화술. 혹은 초자연 현상. 혹은 부음성. 너. 어느 쪽이 좋냐? ─뭐, 어느 쪽이던 메구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 같으니까, 비밀이다." 부장은 그렇게 말했다. ­­­­­­­­ 캐릭터 프로필 【아마츠카 세이라】 아마츠카 가의 셋째 딸. 말투는 정중하고 예의바르다. 중학교 1학년. 카스미와 제랄딘과 같은 반. 카스미와 만난 지 얼마 안 됐지만, 이미 절친처럼 완전히 의기투합. 카스미와는 정 반대 타입으로, 서로에게 동경하는 점이 있는 모양. 독설인 것은 부음성만. 부음성이 들리는 것은 일부 인간뿐. 항상 옆에 쓰고 있는 여우 가면에는 비밀이 있음. 그녀가 여우 가면으로 얼굴을 숨길 때에는……. ­­­­­­­­ #다 같이 모여서 수영장에서 나와, 역까지 돌아가는 길. 자신들의 그림자가 발밑에 길게 뻗어 있었다. 그 그림자를 밟으며, 저녁의 번화가를 천천히 걸었다. "신이 나서 놀더니만." 쿄야 옆을 걸으며 부장이 카스미를 부드러운 눈길로 보았다. 카스미의 머리는 쿄야의 어깨 위에 올라가 있었다. 등에 업힌 카스미는 꾸벅꾸벅 조는 중이 었다. "이제 무거운데. 슬슬 오빠한테 좀 떨어져줬으면 좋겠는데요." "제가 업을까요?" 라고 말해준 모리 씨에게 "아뇨." 하고 고개를 저었다. 모리 씨는 남자용 양복을 단정하게 입고 있었다. 수영복을 입었을 때와는 어쩐지 몸매까지 달라 보였다. "부장님도 전지 잘 떨어지잖아요." "오늘은 참았거든. 언니를 해야지." 하고 말하며. 혀 짧은 목소리로 애교를 떨던 것은 누구였을까? 중1 여자애한테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조르는 고3 여자 애라니. 그거, 인간으로서 너무하지 않나? "아. 있네." 앞서 걷던 부장이 말했다. 제랄딘이 언니의 모습을 보고 가장 먼저 달려나갔다. 감격하면 모국어가 튀어나오는 게 이 아이의 특징인 것 같았다. "시노미야군." 메구미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붕붕 흔드는 움직임으로, 유타 카의 무늬가 색색의 잔상을 만들었다. 카스미의 엉덩이를 지탱하던 손의 한 쪽을 떼서, 이쪽도 손을 흔들려고 했더니─. 『큰 언니뿐만 아니라 작은 언니까지. 당신은 정말 최악의 쓰레기군요』 부음성이 들려와서 풀이 죽었다. 이 부음성의 목소리 주인에게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늦었잖아. 너희들. 풀장으로 온다고 했잖아." "여자는 준비에 시간이 걸리는 법이야." 시온이 뒷머리를 넘기며 대답했다. 묶어 올린 머리카락 탓에 목덜미가 보였다. "시온 선배님. 오랜만입니다." 세이라가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쿄야는 문득, 시온에게는 부음성이 들리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키라라. 왔어." 키라라도 유카타 차림이었다. 작년과 같은 무늬인가 아니면 다른 무늬인가. 유감스럽게도 쿄야의 빈약한 의상 기억력으로는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참고로 여동생은 아직도 계속 목에 매달린 채였다. 눈을 감고 뺨을 밀착시키고 있었다. 자매인데 얼굴을 전혀 닮지 않았다. 하지만 핏줄보다 진한 연결 고리가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것은 확실했다. 언니를 위해 홀로 비행기를 타고, 일본까지 온 여동생이다. "우와사" ──하고. 문득 옆을 보았다가, 쿄야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깜짝 놀랐다! "왜 그러세요? 시노미야 님." 아까까지 검은 양복 차림이었던 모리 씨가 갑자기 유카타 차림의 미녀로 변신했다. "뭐. 뭐. 뭐. 뭐. 뭣……." "네. 이렇게 하는 거 였죠." 나막신을 달캉 울리며, 소매 밑에 길게 늘어진 자락이 두 개의 원을 예쁘게 그렸다. 퍽퍽, 로우킥의 소리가 울리며 부음성으로 저주가 들렸고, 그리고 시온이 뭔가 길게 항의문을 읽고 있었다. "아가씨들. 저쪽에 의류 대여점이." 모리 씨가 비밀을 밝혀주었다. 그만 이능력이나 특수능력 같은 것인 줄 알았다. "아. 유카타다……. 오라버니. 카스미도, 예쁜, 옷, 입고파……." 졸고 있는 카스미는 어렸을 때 말투가 튀어나왔다. 다시 잠이 들기 전에 등에서 내려서, "자." 하고 유카타 대여점을 향해 등을 밀어주었다. 제랄딘과 세이라도 따라가, 셋이 서 가게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째서 저 정도 나이의 여자애들은 손을 잡는 걸까? "오늘은 아이들을 돌보느라 힘들었니?" 카스미들이 들어간 가게 앞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더니, 어느새 시온이 뒤에 서 있었다. "너희들이 늦었다니까." "늦지 않았어. 축제도 밤도 지금부터니까. 앞으로는, 우리, 어른들의 시간이야." 시온이 팔을 들어 소매로 앞을 가리켰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한 타이밍으로, 길 양편에 빛의 행렬이 늘어섰다. 깊어지는 저녁 어둠을 전등의 눈부신 빛이 잠시 내쫓았다. 축제날이다. 풀장 입구에서 역까지, 거리에는 일대 야시장이 열렸다. 펑, 하고 머리 위에서 중저음이 울렸다. "와아. 불꽃놀이예요." 올려다보니 커다란 꽃이 빔하늘에 흩어졌다. 메구미가 시온과는 다른 쪽에 섰다. 여동생들이 다른 옷을 입고 돌아왔다. 카스미는 쿄야에게 달려들어 팔을 빼앗으며 화를 냈다. 타마가 디카를 들고, 좀 더 붙으라니까, 하고 손으로 신호했다. 올해 여름은 정말로 시끌벅적하구나, 하고 생각하며 쿄야는 DSLR 카메라의 프레임 안에 찍혔다. ---------------------------- #후기 두 번째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이 여름의 더위에도 부장들은 지치기는커녕, 오히려 즐기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GJ부 혼. 제랄딘과 세이라, 두 사람도 겨우 본편 등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스터즈 결성입니다. 계속해서 GJ부 제2기를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럼, 일단 항상 하는 '사용설명서'부터. 본 작품은 4컷 소설입니다. 한 화가 반드시 4페이지에 딱 맞춰서 끝나는──초간편, 울트라 라이트한 읽을거리입니다. (참 고로 4컷=4페이지로 연결을 시켰습니다.) 잠깐 짬이 날 때 읽어도 좋습니다. 전철 한 구간 만에 다 읽었다, 학교 쉬는 시간에 딱 맞는다든가. 그런 보고도 계속 오고 있습니다. 또 포근한 일상계 치유 성분 거의 100%로 되어 있기 때문에, 휴식 시간에도 딱 맞습니다. 장편소설을 읽다가 피곤할 때라든 가, "오늘은 소설 읽고 싶지 않은데──." 하는 기분일 때도 추천입니다. 계속해서, '패러디 소재 공개' 코너입니다. 이번에는 만화도 아니고 라이트 노블도 아니고 영화에서──. 아니, 거기에 등장하는 위대한 무서운 교관으로부터──. 『풀 메탈 재킷』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거기에 하트만 중사라는 등장인물이 있습니다. 징병된 젊은이들을 훌륭한 해병으로 키우는 훈련기지의 지독한 교관이라는 역할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 실은 배우가 아니고 군인, '현역' 중사였더군요. 처음은 지독한 교관의 말투를 가르쳐주기 위해 제작 스텝으로 참여했다고 합니다만, 그 '욕지기 토크' 가 너무도 훌륭해서 갑자기, 역할을 실제로 맡게 되었다고 하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부장의 "입에서 말을 내뱉기 전과 그 후에 씨(Sir)'를 붙여!" 라는 말은, 이 하트만 중사의 어록에서 나온 것이지요. 그 밖에도 '재가 이 세상에서 딱 하나 참지 못하는 것은──." 등등. 아무래도 부장은, 이 하트만 중사의 팬인 것 같습니다. 브루스 리와 함께 마음의 스승인 것 같아요. 참고로 브루스 리의 명대사는 "생각하지 마. 느껴라."라고 하는 그거죠. 그럼. 다음 권 이야기 등을. GJ부의 제2기도, 이 6권으로 절반을 넘었네요. 두 번째 여름이 와서, 부장들도 이미 3학년──. 슬슬 남은 권수가 신경 쓰여서, 걱정되는 독자분도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실험작으로 시작한 이 시리즈지만, 여러분이 지지해주신 결과, 이렇게 몇 권이나 책을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철판 같은 안정감' 이라든가, 그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권이나 이어질지. 언제 끝날지. 별로 확실한 이야기는 할 수 없습니다만, 아직 당분간은 여러분에게 부장이나 쿄야들의 나른하고 포근한 4컷 소설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심하고 '나른하고 포근함'을 즐겨주세요. 마지막으로 저자 HP 주소 소개입니다. 인기투표라든가 뒷 이야기 . 이런저런 콘텐츠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신 캐릭터가 많이 나왔습니다. 시스터즈 세 명. 밀크 나이트 아카이 렛토 군. 부장의 친구, 신메이지 나루미. 그리고 오레맨 제3단계. 등등. 의견이나 감상 등, 설문 조사를 적는 김에 여러분의 목소리를 전해주시면, 앞으로의 전개에 변화가 있을지도?! ↓QR코드 리더가 없는 휴대전화는 이쪽 주소를 이용해주세요. http: //www.araki-shin.com/araki/keitai.htm ↓컴퓨터용 페이지(휴대전화쪽 주소로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http://www.araki-shin.com/ ------------------------------------ 분명 같은 하루컷인데...... R님이 하신건 이렇게 깔끔하고 내가 한건 걸레짝처럼 지저분하지....... 쮸쀼쮸쀼........ <상업적 및 영리적 이용 금지. 재배포 허용> http//bluemiku.blogspo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