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This text was created by TEAM 제로[ZERO] 2차배포는 허락을 구하고 배포해주세요. 무단으로 배포할시 고소미 + 더이상 배포하지 않겠습니다. 텍 가지고 부심, 교환, 장사질 OUT! ↑ ↑ └★─☆─★─☆─★─☆─★─☆─★─☆─★─☆─★─☆┘ GJ부 5권 012 * 비오는 날의 타마 018 * 연애 벚나무 024 * 심야의 전화 · 마오 030 * 심야의 전화 · 시온 036 * 심야의 전화 · 메구미 042 * 심야의 전화 · 키라라 048 * 마 짱 054 * 팔씨름 060 * 언니의 허가 066 * 소질과 재능 072 * 타마의 특기 078 * 특기는 마사지 084 * 밀크 나이트 090 * 말풍선 시리즈 096 * 뽁뽁이 102 * 계승되는 전통 108 * 바케랏타 114 * 타마 버릇들이기 120 * 짠――! 126 * 부장의 위기 132 * 쿄로의 활약 138 *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법 144 * 통조림으로 GO 150 * 시온의 안경 156 * 한 주의 시작 162 * 벌로 빗질 168 * 비겁해 174 * 고양이 대결 180 * 채소의 날 186 * 안녕, 코타츠 님 192 * 역 앞 로터리 198 * 개찰구 204 * 야마노테선 외부순환선 210 * 야마노테선 내부순환선 216 * 츄오선 각 역 정차 222 * 마무리 부활동 비 오는 날의 타마 오늘도 부활동이 찾아온다. 창틀에 턱을 올리며,비 내리는 교정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얘,타마. 오늘도 부활동나가니?”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던 참에,친구A――,앙코가 물었다. 타마가 아니라 타마키라니까. ――그렇게 반박하는 것도 귀찮다. 지금까지 아마도 수십 번이나 말했지만,동아리 사람들이나 친구A나 전혀 그렇게 불러주지 않는다. 허락도 없이 '타마’ 라고 부른다. 비가 오는 날은 정말로 우울하다. “그럼 집에 갈 거야?” 집에 가는 것도 귀찮아. 비 오고. 창가에서 뒹굴거리며 친구A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부활동,갈 거구나?”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고 있자니,출석하는 걸로 여겨졌다. “하지만,좋겠다〜. 타마도 그렇게 생각하지〜?” 주어도 술어도 생략하고선 뭘 동의하라는 거지? “거기 선배들,좋잖아〜. 약간 미스터리한 느낌? 어찐지 무서운 소문은 들리지만〜. 아,무섭다고 해도,달리 그런 건 아니야.” 그런 게 뭔데? “부실 앞을 지나가면 자루로 싸서 납치해,부원으로 만든다든가. 물려서 이빨 자국투성이가 된다든가. 저기,그건 진짜로 진짜야? 역시 거짓말이지〜? 그치,응?” 문자대로,말 그대로의 의미로 그런 식으로 부원이 되었습니 다만,불만 있어? 그리고 물려서 이빨 자국투성이입니다만,불만 있어? 그 물어뜯기 햄스터 같으니. 언젠가 울려주마. “아,그렇지. 남자 선배가 한 명,있잖아? 그 사람은 어때? 어떤 느낌이야?” 네. 평소대로 무해무독입니다요〜. “어때? 응? 멋있어? 아님 착해? 무서워? 얌전해? 공부 잘 해? 운동 잘해? 게임 잘 알아?” 굳이 말하자면 지구에 폐를 덜 주는 에코형 인간이랄까. “멋있다고 하니 말인데〜. 그 뭐냐,여자 선배로 대단한 사람이 있잖아〜.” 어떤 의미로는 전원 다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어느 쪽 방향으로 대단한 거지? “천재인 사람.” 아,시온 선배 말이구나? '귀여워하기’가 과격해서――그 사람은좀 불편해. 여동생,여동생〜,시끄러워. “러브레터를쓸까 하는데. 저기,난 어쩌면 좋을까?” 으음. 그건 지극히 정상적으로 시노미야 선배에 대해서가 아니라,불건전하게도 여자끼리인 시온 선배 쪽이라는 뜻인가? 아니,뭐,상관없지만. “쓰고 나면,역시 신발장에 넣어 둘까?” 그쪽이군요. 쓰는 건 이미 결정이었군요. 맡길 테니까 전해 달라는 상식적인 선택지는 없군요. “아. 저기――,한 명. 여자 선배가 있잖아.” 다섯 명 있는 선배 중에, 여자는 네 명인데. “그 사람의 케이크는 직접 만드는 거라며? 굉장히 맛있다며? 좋겠다〜. 타마. 매일 맘껏 먹는구나〜.” 미소 짓는 괴물 말이군요. 유감스럽 지만 뷔페 코스는 끝났습니다. 월요일과 목요일뿐 입니다. 그래서 우울해요. “운동회 때 대활약한 사람이 있었잖아〜. 비공식으로 세계 기록을 낸 사람〜.” 없는 걸로 치고 싶은데. 그래,있죠. 고기 먹는 사람에게는 이길 수가 없어요. 고기를 먹으면 여기저기가 커져서,튼튼해 지는 거죠. “저기,타마. 부활동에 안 갈 거면 노래방 가자. 케이크 고를 수 있는 쿠폰이 있어. 근데 타마는 먹어도 왜 살이 안 쪄?” “아까 부활동 나간다고 말했잖아요.” “말 안 했어. 타마는 그런 말,전혀. 아까부터 한마디도 안 했잖아. 나만 떠들고 있고.” “그러고 보니,그랬군요. ――말한 건 앙코였네요.” 그런데 어째서 대화가 성립되는 걸까? 이상하다. 뒹굴거리는 걸 그만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뺨에 생긴 창틀 자국을 문질렀다. 패여 들어간 뺨이 여간해 서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부활동,갈 거예요. 노래방은 다음 기회에.” “그런데 타마의 부활동,그거 뭐라고 읽어? 지제이부?” 친구 A가 물었다. “굿잡부라고 읽어요!” 스스로도 이유는 알 수 없지민,가슴을 펴고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발걸음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멋있는 선배들에게 내 이야기 좀 잘 부탁해〜.” 친구A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멋있는지는 차치하고,팬인 친구A에 대해서는 뭐,물어보면 말해줄까? 그럼――,부활동 시작이다. 연애 벚나무 4월의 부실. 활짝 열린 창문에서,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왔다. “봄이군요……." 창가에 추욱 늘어져,창틀에 턱을 괴고,묘야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야,봄이니까." 키라라같이 흥흥 하고 코를 킁킁거렸다. 떠도는 바람에도, 옅게 단 냄새가 섞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빚꽃의 냄새. 이 둬쪽 정원에서는 유감스럽게도 보이지 않지만,교정에는 지금 빚꽃이 한창이다. “그야,봄이니까." 그리고 이 소리. 체육관에서 들리는 소리일까? 멀리서――, 띄엄띄엄 드럼 소리가 들렸다. 경음악부,혹은 중음악부인가? 밴드가 연주 중인 거겠지. “지금쯤 체육관에서는 신입생 환영회를 하는 걸까요……." “그야,봄이니까.” 듣고 있는 건지 듣고 있지 않는 건지,부장은 완전히 똑같은 대꾸를 했다. 손톱을 다듬으며 후우,하고 불었다. 저것이 이른바 '손톱 때’ 라는 걸까,아닐까? 끓여서 마시면 부장같이 될 수 있나? 쿄야에게는 두 번째 봄이 오고 있었다. 하지만 GJ부의 방과 후는 평소대로였다. 모든 동아리가 눈이 벌개져 신입부원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세상의 사정은,이 이부에는 별로 상관이 없는 듯 했다. “그러고 보니,교정에 빚꽃이 잔뜩 있네요〜.” “그야,봄이니까." “부장님,듣고 있습니까?” “듣고 있어. 그러니까 봄이라서 한창이겠지.” “하지만 한 그루가 말라버렸죠――. 정 가운데 있는 한 그루가,작년에도―― "바보!!" 갑자기 로우킥이 날아왔다. 부장이 스커트를 휘날리며――팟,하고 쿄야의 허벅지에 날 카로운 한 방을 먹였다. “아얏. 아야야……. 아파요. 뭐,뭐,뭐――뭡니까,도대체!” 허벅지를 누르고,펄쩍펄쩍 뛰면서――. 쿄야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부장을 쳐다봤다. 아까까지는 그렇게 느긋하게 있었는데. 부장은 머리카락 끝까지 분노로 이글대며,금강여래처럼 서 있었다. 순간 온수기였다. "마르지 않았어! 그건 연애 벚나무라는 거야!” “네?” “그 벚나무가 십 년에 한 번 필 때,연애 용자가 우리 학교에 강림할 것이다!” “네?” “그는 붉은 옷을 두르고 핑크색 땅에 내려오리라! 성녀와 맺어지고,마왕을 쓰러뜨리고,대륙을 평정하리!” “뭡니까? 뭐예요? 그거,무슨 라이트노블입니까? 대륙은 어디죠?” “현실과 2차원을 혼동하지 마!” 다시 부장의 로우킥이 날아왔다. 역시 발레 경험자. 축이 되는 다리가 흔들리지 않는,정확한 발차기였다. “그 한 그루만 꽃이 피 지 않는 벚나무는――,연애 벚나무라고 한다!” “그건 아까 들었는데요.” “연애 벚나무는 십 년에 한 번만 핀다고. 그때,연애 벚나무 앞에서 여자에게 고백한 자야말로 연애 용자. 그것이 우리 학교에 전해지는 ‘연애 용자왕 전설’ 이지." “아아,겨우 대충 조금은 알겠네요. 십 년에 한 번,굉장한 커플이 탄생한다는 전설이군요?” “그렇지. 네 잘못이야. 부정하니까 그렇지. 그래서 난 너를 발로 차야만 했다고. 나쁜 아이는 떼찌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다.” “엥〜. 네,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부정한 게 아니라, 단순히 죽었다는 걸 확인한 것뿐이지만. ――그런데 그 전설 의 엔딩은,혹시 공주님 안기입니까?” “어째서 알고 있지?” 용맹하게 팔짱을 낀 채로,부장은 멍하니,귀엽게 놀랐다. "그 연애 빚나무 말인데――." 하고,부실에 지금 막 들어온 시온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무래도 올해는 핀 것 같던데?” “말라버린 건 한 그루도 없었어요〜.” 시온의 어깨 뒤에서 얼굴을 불쑥 내밀며,메구미도 말했다. “뭐라고?! 올해가 예언의 해였나! 가자! 쿄로! 용자 탄생의 순간을 특등석에서 목격하는 거다! 역사의 산 증인이 되는 거지!" 두두두두〜하고,부장이 복도를 달려갔다. 쿄야는 웃으면서,천천히 걸어서 따라갔다. 오늘의 GJ부 부활동은 아무래도 꽃놀이가 될 것 같았다. 심야의 전화 · 마오 휴대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열은 잠에서 눈이 번쩍 뜨여,쿄야는 침대 위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불이 켜진 채인 자신의 방. 아무래도 소설을 읽다가 잠이 들어버렸나 보다. 베개 근처의 스누피가 양손을 모아 오른쪽 위를 가리 키고 있었다. 자명종 시계의 바늘이 가르쳐주는 걸로는,지금은 새벽 1시 5분경이었다. 이런 시간에 뭘까? 누구일까? 쿄야는 침대에서 내려와,책상 위의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아,부장님이다.” 상대의 이름을 확인하고 나서, 휴대전화를 열어 귀에 댔다. "――네. 여보세요?” 『………….』 처음에는 무음. 숨소리만이 들렸다. 잠시 후에,부장의 목소리가――. 『……나야.』 “무슨 일입니까?” 『아니,심심해서.』 쿄야는 안심했다. 뭔가 나쁜 일이라도 일어난 건 아닌가 하고,조금 걱정한참이었다. 이런 시간의 전화이고. “그것 참 큰일이군요. 어쩌죠?” 『뭐야. 싫어하지 않는 거냐.』 “어째서요?” 쿄야는 되물었다. 아마츠카 마오라는 사람은,항상 자신감이 가득한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전화 너머로는,어째서인지 그 목소리가 연약하게 들렸다. 그러고 보니 부장과 전화로 이야기하는 건 처음일지도 모른다. 동아리의 연락은 대부분 문자로 주고받는다. 그것도 시온이나 메구미에게서 온다. ‘그런 걸 깨작깨작 쓰고 앉아 있겠냐!!’ 가 부장의 입버릇이었다. 버튼을 눌러 입력하는 것이 아무래도 불편한가 보다. 그렇다고 해서,전화도 거의 쓰지 않지만. 『왜냐하면 넌 날 싫어하잖아.』 “잠깐――,어째서요?” 묘야는 놀랐다.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왜냐면 너,항상 귀찮아하잖아.』 “이래저래 고생은 하고 있지만,귀찮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지금도 너,자고 있었잖아? 두들겨 깨웠으니 민폐잖아.』 “아. 자고 있었지만,마침 잘되었어요. 책을 읽다가 깜빡 잠이 들어서……. 옷도 안 갈아입고 자면,일어났을 때에 어깨가 결리잖아요. 그건 어째서일까요?” 『정말이냐?』 은근슬쩍 화제를 바꾸려고 했지만,부장은 호응해주지 않았다. 『정말로,정말로,정말로,정말이냐?』 “……. 책을 읽다가존건 진짜예요." 『하지만 너,웃지 않는걸.』 쿄야는 방긋방긋 웃어 보였다. 『안 보여.』 그녀의 얼굴이 겨우 웃었다. 전화 너머로도 그걸 알 수 있었다. “부장님은 항상 이렇게 늦게까지 깨어 있나요?” 『아니.』 뭔가 비밀이라도 털어놓듯,부장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오늘만. 어쩌다가. 초콜릿 먹었더니…….』 “도대체 얼마나 먹은 겁니까?” 『코피. 났어.』 “초콜릿을 많이 먹으면 코피 난다는 건 진짜였군요? 도시전 설인 줄―〜." 『났어. 진짜야.』 “그렇게 많이 먹었군요. 잠이 안 올 정도로." 『너,귀찮으면 괜찮아.』 “귀찮지 않아요. 부장님이 졸릴 때까지 이야기 상대 정도는 할 수 있어요.” 『메구도 세이라도,다들 자서. 아무도 없어.』 “모리 씨는 24시간 가동,아닌가요?” 『들키면 혼나거든. 늦게까지 깨어 있으면 안 돼.』 전화 저편의 그녀는,부실에서 만날 때의 부장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분명 '부장’ 으로서가 아니라,한 명의 여자아이로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도 한참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말을 해도 대답이 오지 않아서――. 쿄야는 조용히 전화를 끊었다. 후아암,하품을 하고서 자신도 이불로 향했다. 작고 기운 넘치고 항상 잘난 척하면서 자신만만하고――. 하지만 외로움을 타는,아마츠카 마오의 오늘 밤 꿈이 좋은 꿈이기를――. 심야의 전화 · 시온 휴대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1학기 중간고사 공부를 하고 있던 쿄야는 샤프를 내던지고 휴대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 전화 저편에서 들려오는 것은 숨소리뿐. 여기까지는 지난번 전화랑 똑같다. “시온 선배군요?” 쿄야는 딱 잘라 말했다. 『음――,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걸었는데. 어째서 들켰지?』 “글쎄요. 어째서일까요.” 이유 하나. 발신번호 표시제한이었기 때문에. 다른 세 명이라면 그런 것까지 신경 쓸 리가 없다. 이유 둘. 부장으로 시작해서 시온→메구미→키라라 순서로 교대하며 돌아가는 게,GJ부에서 만사가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예전에도,부장부터 순서대로 1학년 교실에 온 적이 있었다. 또 그 자리에 없던 사람의 이야기를 순서대로 한 적도 있었다. 부장이 전화를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밤중에 무언 전화가 걸려온 참이라서,한번에 알았다. 『깨어 있었어? 민폐가 아니었나.』 “깨어 있었어요. 시험공부 하고 있었죠." 『그래. 그러면 다행이다. ……그런데. 왜 전화했는지,묻지 않아도 돼?』 “부장님 이죠?” 휴대전화를 한 번 떼고 시간을 보았다. ――오전 1시 5분. 그러고 보니 저번에도 이쯤이었지. 시간까지 지정되어 있나 보다. 정말로 설정이 자세하다. 『마오가 걸라고 강요해서가 아닐지도 모르잖아? 쓸쓸해서 견딜 수가 없어서 그만 걸었을지도…….』 “그건 부장님이겠죠." 『하긴.』 전화 저편에서 쿡쿡쿡,하고 웃음소리가 들렸다. 『쓸쓸한지 어떤지는 네 상상에 맡기겠지만――,심심한 건 분명해. 밤은 특히 길게 느껴지지. 학교에 있을 때는 시간이 금방 지나가지만.』 “아〜,저도 그래요. 매일 두 시간은 부실에 있는데,집에 갈 때에는 '어라,벌써 시간이 이렇게〜?’ 라는 느낌이죠.” 천재라도 시간관념은 자신들과 똑같다. 묘야는 조금 기뻤다. 『응. 정말 길어. 아직 아침까지 여섯 시간이나 남았어…….』 “네? 잠 안 자요? 시온 선배,오늘 맘엔 철야를 하나요?” 시험까지는 아직 날짜가 좀 남았다. 철야까지 할 필요는 없다. 애초에 시온은 시험공부를 할 필요조차 없다. 지금 당장 동경대 입학시험을 쳐도,여유 있게 합격할 사람이다. 『응? 이미 잤는데.』 “앵? 예? ……몇 시간이나 잤는데요?” 『오늘은 세 시간이나. 충분히 수면을 취했지.』 “응? 어? 뭐요?” 『어,저기……? 뭐 하나 물어봐도 되니…….』 쿄야가 놀라자,시온은 약간 목소리를 낮춰서 물었다. 『보통,인간은 몇 시간이나 자? 혹시……,내가 또 이상한 소 리를 한 거니? 사,상식이…… 없었나?』 놀란 건 한순간. 쿄야는 곧바로 의연히 일어났다. 시온의 기사로서,멍하니 있을 수는 없다! “아뇨! 분명 나폴레옹이라는 사람도 그 정도밖에 안 잤다고 했어요! 괜찮아요! 인류에 전례가 있어요! 그러니까 완전 평범해요!” 『귀엽구나. 넌.』 시온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큰일이다. 귀여운 생물에게 귀엽다는 말을 들어버렸다. 어쩌지. 『넌 아직 잠을 안 잤구나. 이대로 이야기했다간 아침까지 계속 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랬다간 너를 곤란하게 할 테지. ……빌리는 벌써 일어났으려나. 몇 번이라도 대전해 주겠다고 하면 아침까지 상대해줄지도 몰라.』 “빌리가 누구죠?” 『어? 몰랐어? 내가 항상 부실의 컴퓨터로 대전하고 있는 상대인데.』 “아,세계통일 챔피언 말이군요." 『그가 계속 실력이 늘어서 말이야. 저번에는 내가 순간 어떻게 둬야 할지를 망설였어.』 제자가 실력이 늘었다는 소식을 시온은 신나게 말해주었다. “빌리 씨는 그렇다 치고――. 괜찮아요. 아침까지 이야기해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얼굴도 모르는 어딘가의 빌리 씨와,쿄야는 지금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보통이라면 몇 시간 정도 자? 솔직히 말해줘.』 “그,저는 실은 여섯 시간을 자지 않으면 다음 날 수업 중에 큰일 나는 사람인데요." 『그게 보통? 평균적? 우리 니니즈(오빠들)도 나랑 비슷해서, 잘 모르겠어…….』 먼저 그런 일반상식부터 대화가 시작되었다. 시온과의 즐거운 대화는 아침까지 계속되었다. 밤을 꼴딱 샜다. 다음 날은 정말로 졸려서 부실에서 코타츠에 푹 들어가,쿨 쿨 잤다. 심야의 전화 · 메구미 휴대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이불 안에서 휴대전화를 쥔 채로, 끄덕끄덕 졸고 있던 쿄야는―― 상대를 확인하지도 않고,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메구미지?” 『정답. 정답이에요, 시노미야 군! 대단해요. 어떻게 알 았어요〜?』 "아니〜. 그냥." 쿄야는 적당히 둘러댔다. 실은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부장님→시온 선배라면,다음은 분명 메구미다. 아니,그보다――.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걸지 않아서,화면에 이름이 나오는데. 그건 놀랄 일이 아니구먼. 역시 메구미는 어딘가 멍하다. 『언니가. 시노미야군에게 전화하래요. 어째서일까요〜?』 “부활동이 아닐까?" 『네?』 “처음에 부장님한테 전화가 왔고, 그 다음에 시온 선배――, 그리고 다음이 메구미니까.” 『아아,뭐야. 그렇구나. 그렇구나〜.』 메구미는 납득한 둣,계속 끄덕임을 반복했다. 아니,전화 너머니까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보이지만. 『뭐람. 이건 부활동이었군요――. 전,그만…….』 “그만 뭐?” 『아,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쪽 이야기예요.』 메구미는 서둘러 둘러댔다. 신경 쓰였다. 그러나 묘야의 경험상――여자애가 이럴 때는 집요하게 물어봐도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다. 여동생인 카스미도 이런식이다. 그래서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쿄야는 다른 일을 물어보았다. “메구미는 뭘 하고 있었어?” 『이불 안에 있었어요〜.』 “아. 똑같네. 나도 그래." 『자고 있었나요?』 “아까 잤었나? 깨어 있었던 듯한데. ……자신이 없네." 『우리 집. 빨리 자지 않으면 혼나요∼. 밤늦게까지 깨어 있는 건 엄격하게 금지예요. 밤이 되면 모리 씨가 회중전등 들고 돌아다니 면서……. 나쁜 애가 있나 보자〜하면서.』 “요괴 할아버지도 아니고." 쿄야는 웃었다. 메구미도 농담을 하는 거라고――, 농담인가? 농담이겠지. 『시노미야 군은 잘 때 잠옷을 입나요?』 “응. 그래." 묘야는 짧게 대답했다. 대화의 흐름상 ‘메구미는 어때?’ 하고 물어보는 게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중했다. 『저는 네글리제예요.』 자중했는데,메구미가 스스로 말해버렸다. 아하하――. 아마츠카 메구미라는 여자애는,이런 애였다. 성격은 완전 천사. 언니인 아마츠카 마오에게 '천상계의 생물’ 이라고 불린다. 시온에게는 ‘천의무봉(天衣無縦),‘천진난만(沃眞遞i)’,'팔면영롱같은 사자성어에 의한 칭호를 받았다. 그 리고 부장에게서는 ‘절대무적(絕對無齡’ 이라는 칭호도 받았다. ‘미소 짓는 괴물’ 이라고 부른 건,그건 누구였지――? 빈틈투성이로 보이는 메구미였지만,부장의 말로는 굉장히 강한 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빈틈투성이인데도 희한하게 곤란한 일을 겪지 않는다고. 분명 전투력 53만 정도의 엄청난 슈퍼 수호신이 붙은 게 분명하다. 마찬가지로 빈틈투성이 생물인데도,시온은 다르다. 지켜주 지 않으면 불행해질 것 같아서……. 작년 새해 참배 때에도, 점괘에서 ‘말길(末吉)’ 을 뽑아 놓고,올해는 운이 좋다고 기뻐 했고……. 『왜 그래요? 시노미야 군. 갑자기 말도 없고……?』 “응? 아아니,아무것도 아냐. 이쪽 이야기야.” 네글리제 화제 이후로 침묵한 게 걱정된 것일까? 밝힌다고 생각한 것일까? 『역시 졸린가요?』 메구미는 역시 천사였다. 이상한 추측 같은 건 하지 않는 여자애였다. 『아. 맞다. 맞다. 저,시노미야군에게 부탁할 게 있었어요〜. 전에 막과자 가게에서 사먹을 수 있다고 했잖아요? 오코노미 야키가 아니라,음……,비슷한 거였는데?』 “몬쟈야키?” 『네,네. 그거요! 그거! 다음에 데려가주세요~.』 “괜찮지만……." 그런 뜻이 아니겠지――하고,확인하는 의미도 겸해서,메구미에게 물어보았다. “카스미도 데려가고 싶은데……. 괜찮아?” 『물론이죠〜.』 거 봐. 역시. 심야의 전화 · 키라라 심야 1시 5분. 쿄야는 한숨도 못 자고 이불 안에 있었다.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리는 것보다 먼저, 램프가 들어온 순간 휴대 전화를 받았다. “네." 『…….』 휴대폰 저편에서 들려오는 것은,숨소리뿐. 그 숨소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다르다. 놀랍게도 구별까지 할 수 있다.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휴대전화 저편의 상대는,오늘 밤은 물론―. 『……냠냠.』 “아니, 이럴 때는 '냠냠" 이 아니라,‘여보세요.’ 라고 생각하는데요. ――키라라.” 잠시 침묵이 있었다. 종이를 뒤적이는 듯한 소리가 들린 후에――. 『정말이네.』 키라라는 그렇게 대답했다. 아마도 사전을 찾아본 것이리라. 일본어를 공부하는 중인 키라라는 종종 사전을 찾아본다. 옛날에는 국어사전이었지만 진작 독파하고, 저번까지는 대국어사전이 었는데,그것도 독파하고,4월부터는 대백과국어사전에 도전 중이다. 『쿄로. 대단해.』 “놀라기엔 아직 이르죠. 놀랍게도 키라라가 전화를 건 이유를 맞출 지도 몰라요.” 연상이면서 3학년인 키라라 선배를 ‘키라라’ 라고 반말로 부른다. ‘씨’ 를 붙여서 부르면,'키라라는 하나. 셋이나 없어.’ 라고 반발하기 때문이다. 그 본심은――. 잘 이해할 수 없다. 키라라는 GJ부 안에서도 가장 개성있고 신비한 사람이다. 『정말? 맞아?』 “네. ――부장님이 시킨 거죠?” 『대단해. 어떻게.』 “음. 글쎄요. 남자의 감이라는 걸까요?” 『어째서.』 “어째서,라니. ……에옛? 모르나요?” 쿄야는 쓰러질 뻔했다. 키라라의 ‘어째서’는,어째서 부장이 전화를 걸라고 했냐는 의미다. 아무래도 부장은 확실히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나 보다. 전화를 걸라는 말만 하고 이유도 설명하지 않다니,그야말로 부장다운 적당주의다. 그러나 심야 한 시에 전화를 걸라고 했는데,이유도 묻지 않는 키라라도 키라라지만. 『…….』 키라라는 생각하고 있다. 『…….』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 『……. 쿄로. 깨운다.』 “아니 이렇게 일찍 일어나지는 않죠.” 『신문. 배달 안 해?」 “아――. 신문 배달하는 사람이라면,어쩌면 일어날지도 모르죠――. 하지만 전 아니에요.” 『키라라. 곧. 나가.』 “앵? 아? 신문배달 하는 겁니까? ――키라라 씨.” 『키라라는 하나. 셋이나 없어.』 “아――,네. 죄송합니다. 실수했어요. ――키라라." 『좋아. 향기로워.』 그 '향기롭다’는 의미를 잘못 외운 듯했다. 쿄야도 의미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부장에게 감사. 이렇게 키라라와 이야기를 한 것은 처음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몰랐던 키라라를,오늘 밤에 잔뜩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신문배달을 하는 거라든가. 그런데,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지잉――지잉――지잉――.' 하고,수화기 저편에서,뭔가 소리가 들렸다. 형광등 소리인가 생각했지만,남자애 들로서는 약간 친숙한 소리라――. 땅강아지나 귀뚜라미 같은 그런 느낌의,초봄에 울지만 보이 지 않는 곤충의 울음소리였다. “저기,키라라. 지금 밖에 있나요?” 『텐트. 안이야.』 “텐트? ……정말,텐트?” 『키라라. 텐트에. 살아.』 “네? 으엥?” 처음으로 알게 된 키라라의 비밀에,쿄야가 놀라자――. 『……Sister? What,s wrong? What are you talkingto?』 키라라와는 다른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졸린 듯이 묻는 그 목소리는――아마도 그녀일 것이다. 소문으로 듣던 여동생이다. 제랄딘이다. 옆에서 자고 있었다. 깨워버렸다. ――그보다,여동생과 둘이서 텐트에?! “아. 미안해요. 어찐지 여동생을 깨운 것 같으니,이제 전화를 끊죠.” 『응. 잘 자. 쿄로.』 전화를 끊은 후에도 쿄야는 잠시 혼란 상태에 빠졌다. 키라라. 역시 신비한 사람이다. 마 짱 "마 짱은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우리 여동생이 자꾸 물어보는데요.”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쿄야는 갑자기,그렇게 중얼거렸다. 복선도 없이,갑자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이 GJ부에서 종종 있는 일이다. 또한 누군가 한 이야기에 대해서,대답이 돌아오는 것이 몇 분 후――라는 것도 종종 있는 일이다. "마 짱이 누군데?” 오늘은 대답이 금방 돌아왔다. 둥근 탁자 옆에서 만화잡지를 뒤적이던 부장이었다. 오득오득,남남 하며,막대 과자를 짧게 만들면서,남의 일처럼 말했다. “부장님. 페이지에 초콜릿 묻히지 마세요. 그건 아직 저도 타마도 읽지 않았다고요." “뭐? 이건 폿키라고. 어떻게 하면 페이지에 초콜릿이 묻는데?" “정말 어떻게 하면 묻힐 수 있을까요? 이상하군요.” “――그래서. 마 짱은 누군데?” 하고,부장이 이야기를 돌렸다. 역시 몰랐나 보다. “부장님 인데요." 푸웁하고,부장이 쁨었다. 폿키가 벽에 콱 박힐 정도의 기세로 날아갔다. “뭐,뭐,뭐어?!” 부장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뭘 그렇게 놀라지? “마오는 지금까지 ‘귀여운 호칭’ 이란 게 붙은 적이 없었거든.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으니까." 하고,부장학의 제1인자인 시온이 해설해주었다. 벌써 4월 인데,시온은 코타츠에 혼자 남아 있었다. “변경을 요구한다. 뭐가――마,마,마……,마 짱이야! 수치스러워!” “애칭이라는 건 대부분 명예롭지 않은 거 아닐까요? 저의 쿄로라는 것도 꽤 심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지어준 건 부장님이 잖아요.” “바보 같은 소리. 지어준 사람은――그건, 메구야. 누명이라고." “부장님은 항상 생각해낸 사람의 공을 가로채 가니까,누명도 받아들이세요." “에엣? 어울리잖아요――." 원래 쿄로라는 별명을 지어준 사람인 메구미가 찻주전자를 기울여 모두의 홍차를 채워주었다. “묘로는 그렇지. 너무 어울리지. ――하지만,'마 짱’은 아니잖아! 너,너무 귀엽잖아! 전혀 안 어울려!” “할 수 없잖아요. 카스미는 부장님을 아직도 자기보다 어리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풀어. 그 오해.” “부장님이 그대로 놔뒀잖아요. 카스미는 부장님을 초등학교 3학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몇 학년이냐고 물었으니까,2학년이라고 대답했을 뿐이야!” “2학년은 2학년인데,초등학교가 아니라 고등학교 2학년이지만요.” 그건 작년 연말의 일이었다. 부장도 쿄야도,그리고 카스미도,한 학년씩 학년이 올라갔다. 부장은 지금 3학년. 쿄야가 2학년이라 후배도 생겼다. 카스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벌써 중학생이다. “사실 마오에게 여동생 캐릭터가 되고 싶은 열망이 있는 거라고,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건 프로이트적으로 말하자면――." “없거든?” “아,그렇지. 부장님은 장녀였죠. 세 자매의 첫째죠? 태어나서 지금까지 계속 언니였군요. 아,응. 저도 남동생 포지션에 동경하는 마음이 있으니까,이해합니다. 그거.” “멋대로 이해하지 마.” “저도 계속 여동생이지만,세이라가 태어나고 나서,언니도 되었어요――." “키라라도.” 하고,이쯤에서――. 아까부터 자매 이야기에 끼어들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하던 얼굴의 키라라가 화제에 참가했다. “키라라도. 여동생. 있어.” “제랄딘이었죠?” 만나본 적은 없지만 이야기는 들었다. 목소리만이라면 저번에 전화로 들었다. 멀리 캐나다에서 좋아하는 언니를 만나려고 일본까지 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봄부터 일본의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고. 아마츠카 가의 셋째 딸 세이라나,쿄야네의 카스미랑 동갑이라서 마침 중학교에 올라간 학년이었다. “질." 키라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고쳐 말했다. “질이라고 부르는군요. 봐요. 애칭이라는 건 보통 단축형이에요. 그러니까 부장님도 '마 짱’ 이면 딱이라구요. ――아야 아야아파요! 부장님! 정말 아프다니까요!” 부장이 정말로 깨물었다. 요즘에는 물리지 않았기 때문에 방심했다. 이빨 자국이 남는 수준을 넘어,제대로 물렸다. 그렇게 해서―― '마 짱은 어떻게 지내?’ 라는 카스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마 짱이 물었어.’ 가 되었다. 팔씨름 “레디,고."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부장이 둥근 탁자에 한쪽 팔꿈치를 대고,그렇게 말했다. “네?" 쿄야는 순간,멍〜해졌다. 몸을 앞으로 숙이고,한쪽 팔꿈치를 탁자에 댄 부장은,‘이리 온' 이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 ‘팔씨름을 하자’ 는 뜻인 걸 깨달을 때까지,30초 정도로――. 멍한 얼굴을 보였다. “너한테 한 수 가르쳐주마." “엥? 에이〜. 부장님이……. 말입니까?” 준비 중인 부장의 팔을 보았다. 체격에 어울리는 가는 팔이었다. “인간은 근력의 극히 일부밖에 쓰지 못하지. 하지만 암흑의 부장 파워를 이용하면,갖고 있는 잠재 근력의 전부를 발휘할 수 있어.” “그러니까 그 부장 파워라는 건 뭡니까. 정말로 부장이 되면 그런 힘을 쓸 수 있는 겁니까?” “후후후의 후. 부장이 아니라 일개 부원에 불과한 너는 이해 하지 못할걸.” “부장이 되어 이능력을 쓸 수 있다면,세상에는 이능력자 투성이겠네요.” “됐으니까. 준비해.” 부장 말대로 팔씨름 자세를 취했다. 부장과 마주 보고 손을 잡았다. “레디,고.” 코야는 기다렸다. 이미 준비는 되어 있는데,언제까지고 시작하지를 않는다. “으음? 제법 하는데. 쿄로 주제에 건방지게.” “……저기〜?” “뭐야? 미리 말하는데,웃기면 반칙이다. 치사한 수는 금지야.” “이거 혹시,벌써 시작한 겁니까?” “당연하잖아. 아까 ‘고’ 라고 했잖아." 거창한 소리를 한 주제에,부장은 약했다. 시합 중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다. 어쩌지? 이기면 귀찮아질 것 같은데――. 져버릴까――? 잠시 고민한 끝에,묘야는――. “에잇." 부장의 손등을 탁자에 눌렸다. 쉽게 이겨버렸다. “후후후의 후. 날 이기는 정도로 우쭐하지 마. 어차피 나 정도는――우리 중에서는 가장 약자야. 과연 네가 다음 자객에게 이길 수 있을까나?” 부장의 말대로 ‘제2의 자객’ 이 나타났다. “살살 부탁해.” 웃으면서 시온이 탁자 맞은편에 앉았다. “그럼. 레디,고!” 시온은 부장보다는 강했다. 그래도 역시 평범한 여성. 이걸로 진짜 진심입니까? 라고 할 정도의 힘밖에 없어서――. “에잇.” 또,쉽게 이겨버렸다. 자신이 남자라는 걸 의식한 일은,지금 까지 별로 없었지만,지금 살짝 느꼈다. 나,강한가〜? “후후후. 쿄로 군. 나한테 이긴 것 가지고 우쭐하지 않는 게 좋아. 우리 악당들의 사전에는 '페어플레이’ 라는 단어는 실려 있지 않아. 자객이 1대1로 덤빈다는 법은 없지.” 부장의 연극 같은 대사에 이어,시온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다음 대전 상대는――. “오레맨,승부예요――!” “뭐예요? 이거,저도 하는 거예요?” 메구미와 타마,두 사람이 동시에 덤비나 보다. 오른손과 왼손, 긱깍의 손으로 메구미와 타마 두 사람을 동시에 잡기. “레디,고!” 두 사람 동시라는 것은,남자의 완력으로도 힘들었다. 게다가 메구미가 의외로――강했다. 부장보다도 시온보다도 타마 보다도,가장 강한기……? “영차." 두 사람의 손을 동시에 탁자에 눌렸다. 살짝 진짜로 힘을 쓰고 말았다. 어른스럽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역시 오레맨은 강해요――." “조금은 봐주지 그래요! 손이 아파요!” “아하하하……. 미안. 미안.” 쿄야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말했다. 마지막 한 사람,키라라의 차례가 왔다. 마음을 가다듬고 손을 잡자,부장이 신호를 보내――. “레디,고――." “아,잠깐 기다――." 잊고 있었다. 키라라의 신체능력은――. 하지만 늦었다. 쿵! ~하는 굉장한 소리와 함께,묘야의 손목은 탁자에 파 묻혔다. 탁자가 부서지는 줄 알았다. 손은――다행히 부러지지 않은 모양이다. 아무래도 키라라가 봐줬나 보다. 언니의 허가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어제 먹은그거,정말 맛있었어요〜.” 메구미 가 홍차를 놓으며 말했다. “아. 응." 쿄야가 적당히 대답하며,읽고 있던 만화잡지를 다시 보았다. 홍차를 꼴깍 목에 흘려 넣었다. 설탕이 듬뿍 든 밀크티. 오늘의 홍차는 다즐링. 그것도 밀크티에 잘 어울리는――가을에 따서 깊이 발효시킨 오텀널. 익숙함이라는 것은 대단하다. 1년이나 홍차를 대접받고 있자니,전혀 모르던 자신조차 맛과 향만으로 홍차의 품종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너……. 어제,안왔었지.” 휴대용 게임기를 들여다보며,문득 부장이 말했다. “네. 뭐." 쿄야는 또 적당히 대꾸했다. 부장이 요즘 빠져 있는 것은 '스페이스 인베이더’ 라는 옛날 게임. “그러고 보면,우연일지도 모르지만……." 부장은 뭔가를 말하려다가 말았다. 망설이는 듯한 틈이 있더니――십 초 후에 말을 이었다. “……메구도 어제,없었지.” 이쯤에서 포기하고,쿄야는 솔직히 말하기로 했다. 애초에 비밀로 할 이유 따위도 없고――. “막과자 가게에 다녀왔어요. 메구미가 가자고 해서――." “몬몬야키,맛있었어요〜.” “그,그래. 그거 맛있지……. 몬몬야키는. 끝내주지.” “몬몬야키가 아니라,몬쟈야키인데요.” “맞아요. 몬쟈야키였어요〜." “그,그렇지. 몬몬야키가 아니라,몬쟈야키였지.” 메구미는 평소처럼 맹했다. 하지만 부장 쪽도 뭔가 이상한 느낌. 뭘까? “초등학생이 학원에 가는 시간부터가 손님이 가장 없어서 좋아요.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좋지 않죠. 붐벼서.” 이것은 부활동에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한 변명이다. 부장이 말하기 전에 스스로 말했다. “으,응,뭐……. 몬쟈야키를 공략하러 가는 것도,말하자면 이부 부활동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지도……." “맛있었어요〜.” “메구는 저기……,처음이었던 거냐?” “막과자 가게에는 전에 다 같이 갔었지만요. 하지만 레스토랑 같은 막과자 가게에는 처음 가봤어요〜.” 레스토랑……? 아,의자랑 테이블이 있으니까 그렇구나. 막과자 가게를 레스토랑이라고 하니,뭔가 굉장한 위화감이 들었다. “흐…… 흐음……” 부장은 그것으로 이해했는지,잠시 게임을 하고 있었다. 두두두두두두두,하고 인베이더가 행진하는 소리가 나더니 삐융 삐융,하고 광선포가 요격을 했다. 하지만 잘되지 않았는지,곧 아군기가 펑 터지는 소리가 났다. 게임 오버된 부장은,전원 버튼을 눌러 게임을 종료. 의자 위에서 엉덩이를 빙글 돌려 쿄야 쪽으로 몸을 향했다. “하지만 이거. 둘이서만 나가다니,좋지 않은걸.” 방금 전까지 망설이던 말투와는 다르다. 야무진 목소리로 말했다. “전에 말하지 않았나? 둘이서만 나갈 때는,내 허가를 받으라고.” “왜요? 왜 허가가 필요하죠?” “당연하잖아. 메구랑 데이트를 한다면 언니인 내 허가가――." “데이트〜?!” “――우와,뭐야?! 갑자기 큰소리 지르지 마. 깜짝 놀랐네!” “부장님,무슨 오해를 하는 겁니까! 게다가 둘이서만 간 것도 아니에요――카스미도 있었고!” “이,있었냐……. 그,그런 건,먼저 말해.” 그러고 보니――쿄야는 이해했다. 어째서인지 부장에게 이야기하기 불편했던 건,분명 이것 때문이었다. 부장에게 오해 받기 싫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비밀로 하고 싶었다. 천상계 생물인 메구미 앞에서는 어떤 비밀도 유지할 수 없지만. 컴퓨터 자리 쪽에서,크크크――하고 웃음소리가 들렸다. “귀엽구나. 마오는." 등을 돌려 그렇게 말하고,시온은 체스 대전으로 돌아갔다. 요즘은 세계통일 챔피언의 실력도 늘어서,시온도 백 분의 일 정도의 실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모양이다. 부장은 발그레 상기되어,입술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돌렸다. 시온에게 반론은――없었다. “언니,왜 화가 난 걸까요?" 쿄야는 어깨를 으쓱했다. 화가 난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쿄야는 판단할 수 없었다. “아,알겠습니다. 몬쟈야키를못 먹어서 그렇군요〜." 손가락을 마주 대며 메구미가 말했다. 그리고 좋은 생각이 났다는듯――. "다음에는 다 같이 가요." 소질과 재능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타마가 들어와서 부원수가 여섯 명이 된 풍경이 자연스러워진 어느 날의 일이다. “GJ부식 인사는 알고 있어?” “뭡니까. 선배?” 남의 감자칩 봉지에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찔러 넣어, 입가를 기름투성이로 만들고 있는 타마에게,쿄야는 그렇게 말했다. 감자칩으로 낚시를 한 덕에, 오늘의 타마 자리는 쿄야의 옆이었다. “GJ부에는,전통의 ‘인사 방법’이 있는데……." 하고, 이쯤에서 힐끗 부장에게 시선을 던졌다. 평소대로라면 제일 먼저 이런 식의 화제에 달려드는 부장이지만,머리카락 끝을 노려본 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부장의 무관심을 이상하게 생각하며, 쿄야는 자신의 입으로 타마에게 설명하기로 했다. “GJ부의 부원은……. 수습 부원도 그렇지만,그걸 꼭 익혀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어쩌면 부에서 쫓겨날지도 몰라.” 일부러 심각한 목소리로 후배에게 말했다. 사실 아직 쿄야 자신도 수습 부원이다. 그런 이야기는 창피하니까 말하지 않기로 했다. 다행히 부장도 지적하지는 않았다. “에엣? 케이크 뷔페가 끝나버리는 건가요? 그건 큰일이죠!” 먹보인 타마는,바로 반응했다. 그러나 부활동을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한 시간 정도 따지고 싶은 기분을 꾹 참고,쿄야는 손으로 사인을 만들어 보였다. “이건데.” ‘GJ부식 인사’ 였다. 중지와 약지 사이를 팍 뗀,변형 피스사인이었다. “그런 걸 어떻게 해요!” 예상대로의 대답을――타마는 했다. 쿄야는 내심 응응,하며 끄덕였다. 자신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손가락에 쥐가 날 것 같아서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피눈물 나는 연습을 거쳐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가끔 연습을 하고 있다. 조금 방심하면,금방 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유지하기 위해서도 노력이 필요했다. “아니. 그렇지도 않아. ――그렇죠?” 쿄야는 모두에게 이야기를 돌렸다. 듣지 않는 척하고 있었으면서, 부실의 여기저기에서 ‘GJ부식 사인’ 이 보였다. 부장은 삐친 머리카락을 다듬으며 한쪽 손으로. 시온은 문고 본에서 눈도 들지 않고 한쪽 손으로. 키라라는 고기를 먹으면서 다른 한쪽 손으로. 메구미는 뜨거운 물을 부으면서 빈손으로. 그야말로 간단하다는 둣,네 개의 사인이 보였다. “에〜? 아〜……. 앗,아우〜. 왜 다들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죠……?” 타마가 약한 모습 모드가 되었다. 약한 모습과 강한 모습 사이에서 계속 바뀌는 것이 타마라는 애였다. 보고 있으면 재미있다. 가지고 놀면 더 재미있다. 아무래도 나쁜 즐거움에 눈을 뜬 듯했다. 오버 액션으로 기가 죽은 타마의 어깨에,쿄야는 손을 살짝 올렸다. “하지만 걱정 마. 내가 가르쳐줄게. ――저기,괜찮죠? 부장 님? 가르쳐줘도 되겠죠. 그리고 일주일 안에 못하면 퇴부라든가,그런 무서운 말도 하지 않을 거죠?” “안 해." 부장은 여전히 머리카락 끝을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반응이 시원찮다. “괜찮대. 나도 처음에는 못했어.” 어떻게 하면 되는지,쿄야는 전부 알고 있었다. 독자적으로 만든 연습 방법도 이것저것 있다. 선배답게 자상하게 친절하게,타마에게 가르쳐주는 것도――. “아,됐네요." 타마가 불쑥 그렇게 말했다. "엣?” 보아하니,타마의 손은 ‘GJ부식 사인’ 형태를 만들고 있었다. 완벽했다. 떨리지도 않았다. “뭐야. 해보니까 간단하네요〜. 처음엔 무슨 우주인인가〜했는데. 아하하〜. 세상에,저도 우주인이었네요!” “그러니까〜.” 하고,부장이 그야말로 귀찮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될 예감이 들었으니까,난 타마한테 시키지 않았던 거야. 사람에게는 두 종류가 있어. 처음부터 할 수 있는 녀석이랑, 피를 토하고 땅바닥을 기며 노력해서 겨우 할 수 있게 되는 녀석이랑,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전에 말했지?” “언제요! 처음 들어요!” “그랬나? 어라? 어디서였지〜? 하지만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분명 말했다?” "다들 노력해서 이렇게 된 건 줄 알았어요.” 쿄야는 날뛰었다. 오른손과 왼손,양쪽 손으로 GJ부식 사인을 더블로 만들며 부장에게 달려들었다. “시노미야 군,대단해요〜. 전 오른손으로밖에 못하는데요〜?” 메구미가 칭찬해 주었지만,전혀 기쁘지 않았다. “너――얼마나 노력한 거냐?!” 소질과 재능의 차이라는 것을 깨달은 하루였다. 타마의 특기 봄의 밤잠은,새벽을 모른다. ――라는 말이 있다.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봄은 졸리다.’ 라는 의미의, 옛날 높은 사람의 뼈와 살이 되는 말이다. 어째서 이렇게 졸릴까. 쿄야는 탁자에 엎드려,선잠을 자고 있었다. 활짝 열린 창문에서 바람이 화악 불어와,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것이 굉장히 기분 좋았다. 그렇게,쿨쿨 자고 있었더니――. 눈꺼풀을 통해 붉은 빛이 번쩍였다. 잠시 후에,찰칵――하고 셔터 소리가. “선배의 자는 얼굴,GET이에요!” “우아? 아〜……?” 느릿느릿 일어나,얼굴을 비비는 쿄야의 앞에,타마가 디지털 카메라를 내밀었다. “봐요. 침 흘리고 있어요. 모에모에인데요.” "에, 에∼?" 쿄야는 서둘러 입가를 닦았다. “늦었어요. 늦었어요! 늦어요! 이미 증거는 확실히 디지털로 영구 보존됐어요! ――시온 선배,자요. 보세요. 선배의 멍청한 표정〜.” 타마가 초등학생처럼 시끄럽게 떠들며,시온에게 보여주러 갔다. “꼬,꼭 좀 복사를 부탁해." “그,그만. 그만둬요. 그만두라니까." 쿄야가 허둥지둥 쫓아갔다. SD메모리 카드를 내미는 시온에게 ‘떼찌!’ 한 후에,타마를 보았다. “좀――지워주지 않겠냐. 그거.” “안 돼요〜.” 디지털 카메라를 감추고 타마가 말했다. 그 얼굴은 즐거운 일을 찾은 표정이었다. “꼭 그래야 한다면,더 창피한 사진과 교환하는 걸 고려해볼 수도 있어요.” “그건 교환 조건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뭐,어때. 자는 얼굴 따위.” 부장이 말했다. 맞는 말이다. 달리 자는 얼굴 따위,아무래도 좋았다. 부실에는 뭔가 묘한 공기가 감돌았다. “조……,좀 더 창피한 거라면……,예를 들어……,어,어떤 걸까?” "당황하고 있나? 즉,치와와의 자세야." “그게 뭡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그건 보고 싶네요." “밥을 먹고 있는 장면은 어때요〜?” “그게 어디가 창피한데?” “목욕?” 키라라까지 대화에 참여했다. 갑자기 이상한 말을 꺼냈다. “우와―― 너,키라라! 그거 아웃! 아웃이야!” 부장이 얼굴을 붉히며 키라라를 나무랐다. 메구미의 홍차가 나왔다. 피사체로서 무엇이 적당한가를 화제로,다과회가 열렸다. “오레맨 어때? 오레맨?” “뭡니까? 오레맨이? 뭔가 이름부터 촌스러운데요.” “안 돼요. 그건 멋있어요〜." “아니,그건 굉장히 창피한데.” “오레맨이 뭐냐니까요? 촌스럽고 멋있나요? 단순히 촌스럽나요?” 그야말로 GJ부다운 지루한 대화가 이어졌다. “하지만 타마. 학교에 카메라를 갖고 왔는데 잘도 몰수당하지 않았구나." 우리 학교는 휴대전화는 0K이지만,디지털 카메라나 오디오 플레이어는 원칙적으로 금지였다. 쿄야 반의 담임,나데시코 선생님처럼 포용적인 교사만 있는 건 아닌데. “숨기니까 괜찮아요. ――봐요.” 하고,타마의 손 안에 마법 처럼 카메라가 출현했다. “흠〜. 호오〜. 허어〜.” 쿄야는 감탄했다. 마치 마술 같았다. “선생님에게 들키면 이렇게,놀려주는 거예요.” 타마가 손을 뒤집자,갑자기 카메라가 사라졌다. “너,지금 카메라 갖고 있었지!――하고,주머니를 뒤진다고 해도〜. 봐요!” 타마는 양손을 들고 갖고 있지 않다고 어필. 시온과 키라라가 양쪽에서 웃옷 주머니를 뒤졌다. 스커트 밑에 입은 만년 체육복 바지 주머니까지 찾아보고――. 두 사람은 똑같이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이거. 마법?” “멋진데. 나한테도 보이지 않았어." “으엥〜? 저기,어디에 있어? 카메라,어디?” “글쎄요. 어디일까요〜?” 타마는 어깨를 으쓱 하고,짐짓 모르는 척했다. “어머? 여기예요! 여기에 있었어요〜!” 메구미가 놀란 목소리를 냈다. 자신의 주머니에서 은색의 디지털 카메라를 꺼냈다. 타마의 의외의 특기에,모두들 감탄한 하루였다. 특기는 마사지 “내 특기를 알고 싶냐.”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평소처럼 부장이 쓸데없는 말을 시작했다. “아뇨, 별로.” 익숙한 패턴으로 일단 한 번은 거절해 둬야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쿄야는 단박에 거절했다. “아〜……,그,그래……. 미안. 잘못했다.” “에옛〜? 부장님,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고개를 돌린 부장의 눈 끝에, 반짝이는 것을 목격하고――쿄야는 완전히 당황했다. “너, 너야말로. 둬야. 그렇게 건방지게. ‘슈퍼 쿄로’로 변신도 하지 않은 주제에." “아뇨. 일단은 거절하는 게 익숙한 패턴인 줄 알고 그랬어요. GJ부 혼인 줄 알고.” “그……그러냐. 그건,즉 내 마사지에 흥미가 있다는 거구나.” “죄송합니다. 역시 됐어요.” 단어 속에,펜지 불안한 울림을 듣고――쿄야는 진심으로 거절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완전 부활한 부장은 의자에서 일어나,쿄야의 등을 밀었다. “아니,아니,아니. 안심해. 이상한 게 아니라니끼? 와보세요. 보고 가세요.” 부장에게 떠밀려서 다다미 위,일본식 공간으로 갔다. “자. 거기에 누워라." 그렇게 말한 부장은 실내화를 휙 벗어던졌다. 다다미 위에 올라가니 그건 당연하다고 해도,어째서인지 양말까지 벗기 시작했다. “뭐 하시는 겁니까. 부장님.” “뭐 하냐니? 보통은 벗잖아. 뭐야. 신은 채로 하는 게 더 좋냐? 미끄러워서 어렵다고. 됐으니까 거기 누워 있어. ――엎드려서.” 시키는 대로 엎드려 누워,겁먹은 채로 기다리고 있자――. “쿠억!” 등을 갑자기 밟혀서,쿄야는 신음소리를 냈다. 부장이 등에 올라섰다. 발로 쿡쿡,쿄야의 등을 밟고 있다. “부, 부장님……,무거워요……." “거짓말하지 마. 그렇게 무거울 리가 없잖아. 30킬로그램 정도야.” “그건 뭐,그렇습니다만……." 갑자기 등에 올라서서 놀라기는 했어도,그렇게 무겁지는 않았다. 어깨나 등이나 허리가,부장의 작은 발에 밟혔다. “봐. 기분――좋지?” “아――. 기분 좋아요.” “앗.” 시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드륵,하고 문이 열리며 들어온 시온이 굳었다. “그……그,그건 뭐지? 뭐지? 뭔가의……,그……." “네가 생각하고 있는 짓이 아니야――." “아니,미안. 난 그만 도착적인 뭔가인 줄로. 어떤 책에서 본 그런 건 줄로만.” “네? 도착?” “아니,미안. 잊어줘.” 어찐지 이상한 시온은 어색하게 의자로 향했다. 자리에 앉고 나서도 이쪽을 가만히 보고 있어서――,밟히고 있는 쿄야는 시온의 시선을 계속 느끼고 있었다. “나,나도 저기……. 밟아봐도,될까?” “아니,그건 좀……." 시온은 날씬하긴 하지만 장신이라,체중이 제법 나갈 것 같아서――. “그,그렇지……. 초보자에게는 너무 이를지도 몰라. 미안. 잊어줘." “후훗. 작고 말라빠진 것에 이렇게까지 우월감을 느껴본 적은 없어.” 부장이 무슨 말을 하고 있었다. 시온에게 한 말이겠지만,그다지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아〜. 언니 마사지군요〜. 타이식으로요〜.” 문이 드록 열리더니,이번에 들어온 사람은――메구미였다. “그럼 나도〜.” “엥?” 거절할 틈도 없이. 메구미는 ‘에잇’ 하는 목소리와 함께 쿄야의 등에 뛰어 올라탔다. “우둑!” 이것은 목소리가 아니다. ‘몸’ 이 낸 소리였다. “너――뭐든지 다 내 흉내 내지 마." “에헷." 두 사람분의 체중이 등에 올라갔다. 정말로 죽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언니랑 같이’ 가 메구미의 속성이다. 부장이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자기도 하려고 한 것이다. “메구미! 죽어! 죽어! 죽는다고! 무거워,무거워,무거워――!” 겨우 등에서 무거운 것이 비켜주었다. 쿄야는 엎드린 채로,거친 숨을 헉헉 내쉬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쿄야가,문득 옆으로 얼굴을 향하자――." “그렇게……,무겁지……. 않아요.” 무릎을 껴안고 웅크리고 앉아,완전히 풀이 죽어 있는 메구미의 모습이 있었다. 밀크 나이트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운명 같은 만남은 있는 걸까요?” 메구미가 뜨개질을 하는 손을 움직이며 물었다. 백마 탄 왕자님을 믿는 메구미답다. 꿈이 있는 질문이다. 난 있다고 생각하는데.” “없지.” “인간이 지각하는 게 인간이 생각하는 세상이니까.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있다는 게 아닐까?" “루루” “키라라, 그건 대답이 아니잖아요.” 모두가 각자의 견해를 주었다. 키라라의 ‘루루’는 아무래도 동의를 나타내는 울음소리인 것 같지만, 이 경우에는 어느 쪽에 동의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군요〜. 역시 있군요〜.” 메구미는 납득했나 보다. “없다고 했잖아.” 부장이 지적했지만,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다수결’에 의해 소수 의견은 말살되었다. 부장은 다수결을 택하면, 항상 소수파가 되는 별자리에 태어난 사람이다. “운명 같은 만남――이라고,그렇게 말해주는 남자가 있어요〜." “뭐라구요?!” “뭐라고?!” 쿄야와 부장은 흥분했다. 평온했던 부실의 공기는 금세 열기를 머금었다. “어디의 어떤 놈이야!” “도대체 누구죠!” “어라? 두 사람 다 만난 적 있는데요? 그게……. 저번에 꽃 놀이 하러 갔을 때,만나서 인사했잖아요.” “있었나?” “누군데?” 쿄야는 부장과 둘이서 얼굴을 마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메구미가 말하는 ‘꽃놀이’ 라는 건,새 학기가 막 시작된 벚꽃의 계절에 부장이 ‘연애 용자왕의 전설’ 이라면서 갑자기 꽃 놀이를 결행한 날의 일이다. ‘연애 용자’ 란 자는 결국 나타나지 않아서,이부 일동과 모리 씨,그 밖의 아는 사람들에 의한 단순한 꽃구경이 되었는데……. "그게. 있었잖아요. 제 초등학교,중학교 시절 반 친구인 남자아이 인데……." “그 녀석이냐. 그 장난꾸러기 같은 녀석.” “그 별 볼일 없는 느낌의 남자애? 전혀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난 장난꾸러기라고 했잖아? 미남이라고 말한 적은 전혀 없다?” “저도 미남이라고 말한 적은 전혀 없는데요.” 그리고 두 사람 다 메구미에게 얼굴을 향하고――. “아무튼,안 돼. 언니로서 허가할 수 없어.” "다시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아무튼 일단 진정하고 잘 생각해보자. 운명의 만남은 도망치지 않아.” “두 사람다,진정해.” “진정하고 있어요. 전 메구미가 진정했으면 하는 생각일 뿐이고――." “이런 말을 듣고 진정할 수가 있겠냐! 어디의 말 뼈다귀인지도 모를 녀석에게 메구를 줄 수 있겠냐고!” 키라라가 왔다. 목덜미를 잡혔다. 부장과 둘이서 목 뒤를 잡혀,축 늘어져 옮겨 졌다. 창문 밖에 내걸렸다. “진심해.” 오른손에 부장. 왼손에 쿄야. 양손 각각에 한 사람만큼의 체중을 들고 있는데도,키라라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아뇨,그럴 때는 ‘진심해' 가 아니라 ‘진정해' 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의미로는 맞을지도 모르지만. ――아아아! 지금 사전을 찾지 말아주세요,부탁이니까!” 발밑에서 한참 떨어진 몇 미터 아래의 지면을 보면서,쿄야는 말했다. 부장과 둘이서,굉장히 잘 진정할 수 있었다. 부실로 돌아와 메구미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니,그렇게 당황할 만한 필요도 없이――. ‘운명의 만남’을 연발한 것은,상대 쪽의 남자애뿐이었다. 올해 들어온 신입생으로,타마네 반의 남학생이다. ‘아. 바보 용사군요.’ 하고 타마가 귀찮다는 듯이 한마디로 정리한 그 남자애는 메구미의 초 · 중학교 시절 반 친구로,9년간 계속 옆자리에 있었다고한다. “저,우유를 못 마셔요〜. 급식 시간마다 그 애가 마셔주었어요〜." “어라? 하지만 타마의 반 친구인데, 왜 메구미의 반 친구이기도 하지?” "다른 학교에서 이쪽에 다시 입학했대요〜. 그래서 다시 1학 년으로.” “쫓아온 거냐! 바보다. 바보야,그 녀석. 쓸데없이 뜨거운 것도 정도가 있지!” "'넌 내가 지킨다.' 고 말해줬는데……. 그치만 우리 학교는 급식이 없잖아요? 우유,없잖아요? 어쩌면 좋을까요?” “바보예요,바보. 방치해두면 되죠. 바보에게 먹일 우유 따윈 없어요.” 쿄야는 부장과 둘이서,아무튼 굉장히 안심했다. 말풍선 시리즈 둥근 탁자의 구석에서,부장이 척척 사각사각 공작을 하고 있었다.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쿄야는 잘∼알 수 있었다. 과거에 두 번에 걸쳐서 GJ부 부실 전체를 진동시킨 ‘그것’ 이었다. “부장님〜,이제 그거 그만하죠〜.” 홍차 준비를 하고 있는 메구미의 등을 힐끗힐끗 곁눈으로 보면서, 쿄야는 말했다. 흥얼거리면서 찻잎을 재는 메구미가,이쪽을 신경 쓰고 있는 눈치는 전혀 없었다.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GJ부의 부실은,부장이 불안한 공작을 하고 있는 것 말고는 완전히 평소대로였다. 시온이 찰칵찰칵 마우스를 클릭해서 체스 말을 움직여,바다 저편의 절대 챔피언을 두들겨주고 있었다. 어라? 세계통일 챔피언이 었든가? 뭐. 아무래도 좋아. 키라라가 냠냠 고기를 먹고――저건 아마도 닭이 아니라 개구리 다리. 그리고 타마가 우적우적 감자칩을 씹으며 만화를 읽고 있었다. 감자칩 기름과 소금과 김이 붙은 손으로 페이지를 넘기지 않는다는 '매너 교육’ 에 성공한 건 좋지만,치마 밑에 항상 입고 있는 체육복 바지에 닦는 건 연 괜찮나? 주로 여자애로서. “후후후의 후. 당황하고 있는 너는,그야말로 쿄로의 이름에 걸맞아. 자,마음껏 공포에 떨어보라고.” 부장이 두꺼운 펜으로 마무리하며 말했다. 마왕 같은 대사가 어찐지 굉장히 잘 어울렸다. “당황하지 않았어요. 부장이 어떤 말풍선을 만들까 걱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 '내 메구미를 더럽히지 마세요.' 라고?” "말 안 했잖아요.” 메구미 쪽을 신경 쓰면서,쿄야는 작은 소리로 대꾸했다. 부장은 여전히 큰소리로 말했다. “아니,말했어. 넌 분명히 한 번 말했어. '내 메구미’ 라고 말 해서,언니인 나에게 설명 책임을 발생시켰어.” “두 번이야." 인터넷 체스를 즐기고 있던 시온이,등 뒤로 말했다. “쿄로 군의 방에 갔을 때 한 번. 메구미가 전부 계산된 행동을 하는 거라고 마오가 말했을 때 한 번.” “그렇다잖아.” 부장이 잘난 척했다. 쿄야는 반론하지 않았다. 완전기억력을 가진 사람이 말하는 거니,그런 걸 테지. “뭐가 계산된 행동인데요――?” 메구미가 이쪽을 바라봤다. “아,그게. 메구미의 시간 계산,괜찮아?” “아. 네〜." 쿄야의 말에,메구미는 모래시계 보는 것에 집중했다. 홍차 잎 우리는 시간을 조절하는 게 홍차의 중요 포인트다. “너,레벨이 올랐구나. ――그건 그렇고,우리 GJ부에서는 사형을 받는 자에게 죽을 방법을 고를 자유가 부여되지. “전 왜 사형에 처해지는 겁니까. 저,사형당하는 건가요?” “네 환상을 죽이겠어. 암흑의 부장 파워에는 모든 환상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무슨 라이트노블에 그런 거 있었죠. ――부장 파워는 언제 암흑에 물들었나요?" “글쎄――. 골라.” 부장은 말풍선 시리즈를 주욱 늘어놓았다. 세 장의 검은색 대사가 있었다. ――풋. 큭큭큭. ――죽으면 좋을 텐데. ――바보? 바보야? “우――,큭――. 이,이건!” 전부 강렬한 대미지를 주었다. 상상해버렸다. 방긋방긋 미소 짓는 그 옆에 이 말풍선이 겹쳐진 모습을――. “우와아아――!” 쿄야는 너무 무서워서 머리를 감싸 안았다. 암흑의 부장 파워,역시 대단하다. "한 장 더 만들었는데. ……뭐 없나?” 부장은 백지에 대사가 없는 말풍선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차,됐습니다〜." 메구미가 쟁반을 가져왔다. 쿄야는 허둥댔다. 메구미의 눈에 들어오지 않도록,암흑의 말풍선을 모으기 시작했다. “뭐죠〜? 또 저에게는 비밀로 하는 일인가 본데요〜?” 백지 말풍선이――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던 한 장이 타마의 손으로 휙 옮겨 갔다. “이거,뭐죠?” 타마는 다른 말풍선을 보고,메구미의 방긋방긋 미소를 보자,곧 ‘아아.’ 하고 한순간에 이해한 표정을 지었다. 펜을 손에 들고 엄지로 뚜껑을 날렸다. 찍찍찍――하고,기세 좋게 써내려 갔다. 그 말풍선을 들고 메구미의 등 뒤로 돌아가――척,하고 들었다. “어,시노미야 군? 울고 있나요? 어머〜.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요〜?” ――후오오오오오――! 메구미가 동인녀 속성 오라를 쁨고 있었다. 쿄야는 부장과 껴안고 덜덜 떨었다. 뽁뽁이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묘이는 별 생각 없이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뽁뽁,뽁뽁,하고 포장 비닐을 터뜨리며 소리를 냈다. 이른바 ‘뽁뽁이’ 였다. 모두가 좋아하는 그거였다. “뭐지? 그건 뭐지?” 시온이 바로 흥미를 보였다. 체스 인터넷 대전도 도중에 집어던지고,의자 바퀴를 스윽 굴리며 둥근 탁자 쪽으로 왔다. 화면 안에는 세계통일 챔피언이 다음 수를 기다리며,허무하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뭐지? 그건 뭐지?” “서민의 취미죠.” 쿄야는 웃는 얼굴을 보였다. 시온이 미끼를 물었다. 해냈다. ――그 기쁨을 얼굴에 내보이지 않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눈을 반짝이는 그녀에게 말했다. “엄마가 통신판매로 쇼핑을 했더니,보란 듯이 둘둘 말려서 왔거든요――. 과대 포장 덕분이라는 거죠. 그래서 조금 잘라서 가져왔습니다.” “그,그건――? 나한테도 가능한 걸까? 선택된 자의 자격이 없으면 안 되는 걸까.” “간단해요.” 어딘가 이상한 시온의 흥분한 모습은――못 본 척했다. 기다리지 못하고 쭉 내민 양손에,일단 사방 20센티미터 정도를 쥐어주었다. "손가락 끝으로,그렇게――뿌직하고.” “오. 오. 오옷." 뽁. 뽁. 뽁. ――하고. 그녀는 정신없이 ‘뽁뽁이’를 터뜨렸다. 요즘 쿄야는 이쪽의 시온을 ‘시옹 님’ 이라고 부르고 있다. 멋있을 때는 ‘시온 선배’ 고,이럴 때엔 ‘시옹 님’ 이다. “아〜. 있죠. 그런 거.” 타마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울한 듯,목만 돌려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오늘의 타마는 텐션이 낮은 날이다. 메구미의 케이크가 나오지 않는 날은 대부분 그렇지만. "타마도 할래? 많이 있어." “그럼 이왕 권하시는 거니까,조금만――." 타마에게도 20센티미터 정도를 건넸다. 다 같이 고개를 숙이고 뽁뽁대느라 말이 없어졌다. “뭐예요? 뭐예요? 저한테는 비밀로 하는 일인가요〜?” 다음에 미끼를 문 건 메구미였다. 메구미도 역시 몰랐나 보다. 신이 나서 20센티미터만큼의 시트를 받아 들었다. “이럴 수가……?! 이런 쓰임새가 있었다니?!” 뽁뽁,하며 몇 개나 터뜨리다가,메구미는 뭔가 놀란 듯이 충격을 받았다. “과자에도 들어 있잖아요. 쿠키 캔이라든가?! 지금까지 전부 버렸었어요?! 저는?! ――이 얼마나 아까운 짓을?!” 정신이 나간 것 같이 돼서는 심각한 눈으로 뽁뽁,하며 계속해서 터뜨렸다. “응. 응. ――인생의 절반은 손해 본 기분이야." 시온이 동의했다. 이쪽도 정신이 나갔나 보네. “아. 키라라도 줄게요.” 키라라가 기척도 없이 멍하니 거기에 서 있었다. 모두와 마찬가지로 20센티미터만큼을 내밀자,바닥에 주저 앉아서 뽁뽁뽁뽁,하고――금방 열중했다. 다,다음――다음을 주지 않겠니?!” 벌써 금단증상이 생긴 시온이 말했다. 쿄야는 또 20센티미터만큼을 배급했다. 쿄야는 조금 놀랐다. 너무 잘 걸려들어서,너무도 잘 낚여서――." 자신의 ‘GJ부 혼’ 에 약간 자신을 갖게 되었다. 아니――애 초에 ‘GJ부 혼’ 이라는 게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쿄야는 마지 막 한 사람――부장을 바라봤다. 혼자 코타츠에 남은 부장은 척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 눈은 명상이라도 하는 것처럼 꼭 감겨 있었다. 그것이 쿄야에게는 의외였다. 제일 먼저 달려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부장님……?” 명상하는 부장에게,쿄야는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어떠세요? 부장님도? 이거 제법 재밌는데요……?” 부장이 눈을 번쩍 떴다. 척척 걸어오더니,쿄야가 내민 20센티미터만큼이 아니라, 둘둘 말려 있는 본체 쪽을 두 손으로 척 잡더니――. “크아――! 너희! 깨작깨작깨작깨작! 이렇게, 이렇게 해버려!" 걸레라도 짜듯,단숨에――. 뽁뽁뽁뽁뽁뽁――! 하고 터뜨려버 렸다. 아아. 그랬다. 부장은 찔끔찔끔 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계승되는 전통 “이부 혼이라는 건 뭡니까――!” 방과 후의 부실. 쿄야는 타마에게 질문을 받았다. 작은 주먹을 꼭 쥐고,타마는 화가 난 듯이 쿄야를 밑에서 올려다보고 있었다. 오늘의 타마는 텐션이 높은 날. 강한 모습 모드의 날. “선배들이 특하면 말하잖아요――!『너는 GJ부 혼을 몰라.』,『GJ부 혼을 알기 전에는 한 사람 몫을 못하지.』라며 떠들잖아요! 그렇게 무시당한 건 타마로서는 참을 수 없는데요〜!” “아니,그게.” 흥분해서 달려드는 얼굴이 굉장히 가깝다. 손을 내밀어 막는 게 고작이었다. “오. 타마라고 말했어. 지금 스스로 말했어. 이 녀석.” “드디어 인정했구나.” “와――. 그럼 지금부터 타마키가 아니라,타마라고 불러도 되는군요〜.” 부장과 시온과 메구미가 남의 일처럼 말했다. 키라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면서도,고기 먹는 입은 멈추지 않았다. 쿄야를 곤경에서 구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나 보다. “GJ부 혼이라는 건,도대체 뭡니까――!” 타마가 온 몸으로 소리 쳤다. 쿄야는 당황했다. “아니,그,그건……,저기,부장님〜,설명해주세요〜.” 하지만 부장은 “크크크크크.” 하며,재수 없는 표정으로 보고 있을 뿐. “예전에 선배도 말했잖아요.『타마도 이부 혼을 이해하기 시작했구나』――랬나,잘난 척하면서 떠들었잖아요!” “엥? 으음……. 그랬었나.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선배는! 타마의 소녀심을 상처 입혔어요!” 척,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타마는 규탄했다. “그러니 설명할 책임이 있어요! 책임져,이놈아――라는 느낌 입니다!” “좋아. 더 해라." “흠. 책임은 져야겠지." “쿄로. 곤란해?” “홍차 타올게요〜." 모두가 멋대로 떠들면서 유유자적 움직였다. 어째서인지 쿄야 혼자만이 비난의 표적이 되었다. “자,설명해주세요!” “설명하라고 해봤자……." 쿄야는 곤란했다. 자신도 모른다. ――라고 말할 타이밍을 완전히 놓쳤다. GJ부 혼이 뭔지 모른다는 것은,즉 수습 부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타마 앞에서 '미안. 나도 몰라.’ 라고 말하면,그걸로 끝날 일이겠지만……. 아무리 평화적 패배주의자라고 해도,고등학교 2학년 남자로서 ‘긍지’라는 것이 조금은 존재한다. 하급생에게 허영을 부리고도 싶고――게다가 묘야도 아직 수습 부원이라는 것을 알면, 타마의 성격상 분명 끝도 없이 바보 취급당할 것이고. “그건 말이지.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쿄야는 팔짱을 끼고,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진지한 대사를 내뱉기 시작했다. “알았냐. 타마. ――사람은 GJ부 부원으로 태어나는 게 아냐. GJ부 부원이 되는 거야.” “에,에에?" 쿄야의 분위기가 달라졌기 때문인가. 아니면 단지 말하는 내용이 어려웠을 뿐인가. 타마는 멍하니 입을 열고 있었다. 분위기에 말려들어,쿄야의 다음 말을 얌전히 기다렸다. 좋아. 잘되고 있다. “생각하는 게 아냐. 느끼는 거다. ――하늘과 땅의 숨결을 들으면,분명 타마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수……수행입니까? 수행하지 않으면,그건……,안 되는 겁니까?" 타마는 완전히 약한 모습 모드로 바뀌었다. 그러고 보니 ‘노력’ 이나 ‘수행’ 이나 ‘숙제’ 같은,그런 단어에 약한 아이였다. “아니,아니아니. 타마는 굉장한 소질이 있어. ――저기,그 렇죠? 부장님?” “음. 십 년에 한 명……. 아니,100년에 한 명 나올 인재일 지도 몰라.” 부장이 이럴 때만,심각한분위기에 맞춰주었다. “이 이부에서 수……. 아니,놀고 있으면 분명히 몸에 밸 거라고 생각해." “놀고 있으면 되는 겁니까! 그러면 타마도 아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역시 타마는――바보같이 귀엽다. “선배! 선배! 선배 나름대로 타마에게 GJ부 혼을 가르쳐봐요!" 말 사이에 독기는 있지만,팔에 매달리며 부탁을 하니――. 뭐,기분이 나쁘진 않다. “으……. 응. 그래." 타마에게 끄덕이며,쿄야는 생각했다. 어쩐지 예전에 자신이 부장에게 “GJ부 혼이라는 건 뭡니까?”라고 물었을 때에도,같은 방식으로 회피한 듯한……? 혹시,어쩌면,부장도 사실은……? 부장의 눈을 보아도 ‘키키키킥.’ 하면서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바케랏타 평소 같은 방과 후. 묘야는 부실로 가는 복도를 서둘러 걷고 있었다. 오늘은 '그것’ 의 날이다. 까케탓타’ 의 날이다. 부실의 문에 손을 대고,기세 좋게 열었다. “안녕 하세요!” 의자에 앉아 있던 시온이 몸을 움찔하고 움츠렸다. 동요가 흑발에 퍼져나가 머리카락 끝까지 가서 튀어 올랐다. “부장님. 시온 선배. 안녕하세요!” "응." 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시온은 불안한 표정을 지을 뿐,인사를 해주지는 않았다. 일부러 세 번째 인사를 묘야가 하려고 하자――." "바……." 시온이 겨우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말했다. “……바케탓타.” “네. 안녕하세요.” 찌잉〜,쿄야는 만족했다. 분명히 '바케탓타’ 의 날이다. 재미있었다. 즐겼다. 시온의 옆자리――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옆자리에서는 시온이 원망스러운 눈으로 가만히 보고 있었다. 뭔가를 말하고 싶은 얼굴이었지만,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바케탓타’ 가 되기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뭐야? 쿄로,너. 이제 됐어?” “네. 실컷 즐겼습니다.” "담백한 녀석이군.” 이건 아마도 GJ부 혼. 이것은 아마도 부활동의 일환. 원래 시온이. 꺼냈던 것이었다. 만약 지면 하루 종일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그렇게까지 주장하며 받은 '상식 테스트’ 였다. 그러나 ‘열공’ 의 보람도 없이,시온은 손쉽게 지고 말았다. ‘귀여운 생물’의 칭호(시온에게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시온은 부장이 말한 벌칙 게임을 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바케탓타 이외의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바케랏타.” 시온이 뭔가를 말했다. 하지만 어째서 "바케탓타.”지? 부장의 센스는 여전히 알수 없었다. 뭐,하긴,귀엽기는 하지만. “늦었습니다――!” 두두두 달려들어 온 사람은 메구미. 평소에 조용한 메구미가 숨을 몰아쉬며 부실에 달려들어 왔다. 전력질주해서 왔는지,복장도 머리카락도 여기저기 허술했다. “6교시……. 체육이라, 옷 갈아입느라……." “메구,너――! 어깨! 끈! 끈!” "바――바케랏타?!” “엣? 아――?! 꺅!” 쿄야는 등을 확 돌렸다. 얼마나 서두른 것인가. 복장이 여기 저기 헐렁했다. 부장이 '끈’ 이라고 허둥댔지만,어깨 쪽에 순간적으로 보인 그건,어쩌면 혹시――. 옷깃이 스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메구미가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었다. “반바지도,지금 벗을 테니까……. 시노미야 군,좀 더 그대로……." 정말로 얼마나 서두른 건지. “너〜말이야. 기대하고 있는 건 알지만……. 그건 너무하잖아." “에헤햇.” “에헤햇은 무슨?! 그렇게 방어가 허술하면 말이야! 무서운 미남이 데려간다니까!” "바케랏타! 바케랏타!” “봐,시이도 그렇게 말하잖아.” "바케랏타!” “저 기〜,이제 돌아봐도 될까요〜?” "바케랏타.” 허락이 나서 뒤를 돌아보자,메구미가 머리핀을 풀고 머리카락을 다시 묶는 중이었다. 풀면 제법 상당한 길이였다. 전에 메구미의 머리카락을 빗질했을 때,그걸 알았다. “안녕하세요〜! 시온 언니!” 옷과 머리를 단정히 한 메구미는 방긋방긋 웃으며,쿄야와 같은 행동을 했다. “바……,바케랏타.” 시온은 할 수 없다는 둣,그렇게 대답했다. “시온 언니는 오늘,홍차로 할래요〜? 아니면 오빠의 커피〜?” “……바,바케랏타." 오늘의 부활동. 귀여운 생물의 대답을 들은 횟수――. 쿄야,5번. 부장,18번. 키라라,1번. 타마,9번. 그리고 메구미,37번. 메구미가 가장 용서가 없었다. 타마 버릇들이기 그것은 얼마 전의 일. 신입 부원 하급생에게 '타마’ 라는 별명이 붙은 날의 일이었다. “오늘은 케이크 없나요〜?” 하급생 소녀의 목소리가 부실에 울렸다. 메구미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케이크 안 나오면 이제 그만 올 거예요〜.” 그래도 그녀는 더 말했다. 부장도 하지 않는 폭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담았다. 그녀가 이 GJ부에 온 것은 4월 중순경이었다. GJ부의 신입 부원은 항상 늦게 들어온다. 반 인원의 대부분이 동아리를 정하고,방과 후에 교실이 썰렁해진 것에 놀라서 황급히 동아리를 찾기 시작하는 느릿느릿한 인재가 좋다. 그렇지 않으면,GJ부의 분위기에는 좀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쿄야 때도 똑같았다. 만약 들어간다면 문화부겠지, 하면서 목조 구 건물의 문화부 건물에 왔다가, 2층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충고를 무시하고 걷다가 ‘포획’ 당했다. 올해는 자신이 ‘포획하는 쪽’ 이었지만――. 당했을 때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일단 하는 쪽이 되어보니 굉장히 신경 쓰였다. 이건 거의 범죄 아닌가? 검은 보자기에 담긴 그녀는 '야옹〜!’ 이나 '뺘〜." 같이 고양이 울음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냈다. 겁먹은 그녀를 달랬다. 그때 가장 효과를 발휘한 것이 메구미의 케이크였다. 처음의 겁먹은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완전히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입가를 크림투성이로 만들고는,“내 일도 와줄게요!” 하고 의기양양하게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나――오늘이다. “얘기가 다르잖아요∼, 케이크 실컷 먹을 수 있대서 왔는데〜." “저기,타마키.” 케이크,케이크,떠드는 그녀에게 쿄야는 말했다. “메구미도 매일매일 역작을 만드느라 힘들잖아. 하루 정도는 쉬는 날이 있어도 되지 않겠어?” “그렇다고. 힘들다고. 매일 새벽 두 시에 일어나서 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한다고. ――덕분에 목욕은 스스로 해야 하고. 머리카락도 스스로 빗어야 한다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요.” 그녀가 면박을 주었다. 만약 그녀가 면박을 안 주었으면 쿄야가 한마디 했을 참이다. “체중이 2킬로그램이나 줄었어요〜. 파이팅이에요." 피곤한 상태의 메구미가 이상한 소리를 했다. 그녀의 눈가는 검게 변해 있었다. 메구미 정도의 상급자면,케이크도 평범하게 만들면 한 시간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메구미는 대충 만들지 않는다. 맛있게 먹어주는 후배라는 손님이 생겨서,케이크 수준이 나날이 높아졌다. 어제는 제작 시간이 다섯 시간이었다. 과일 장식으로 학을 넣는 등. 대체 얼마나 공을 들이는 거지? 슬슬 말려야 할 참이다. “케이크가 없으면 이제 안 와줄 거예요!” 뾰로통하게 떠드는 그녀를,부장이 가만히 보더니――결국 입을 열었다. “야. 쿄로.” “뭔데요." “그걸 해라.” “그게 뭔데요.” “뜬금없이 제2단계부터 해버려. 아끼지 마. 건방진 꼬마에게 본때를 보여줘." “아. ……그거요.” 부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쿄야는 알아버 렸다. “뭐……뭐죠? 뭡니까? 해보자는 겁니까? 해보자는 거예요?!” 그녀는 경계해서 방어하는 자세를 취했다. 쿄야는 펼친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쌌다. 팔을 치우는 기세로 옆을 보았다. 타마 쪽으로 얼굴을 천천히 돌렸을 때는,이미 다른 사람의 얼굴을 만든 후였다. 변신 완료. “야,타마! 너――,너무 까부는 거 아냐?” “꺅?!” “오레맨이에요〜! 제2단계예요∼!” 그녀――타마키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메구미가 피곤 한 얼굴로 소리 쳤다. "타,타마――라니,뭡니까? 제,제 이름은 타,타,타……. 타마키예요.” “그럼 너구리.” "엣?" "타마가 싫으면,앞으로는 너구리라고 부를 거야.” "타,타마라고 불러요……." 제2단계로 변신한 쿄야에게 혼이 난,타마키――타마는 완전히 약한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케이크 먹고 싶어요. 방긋방긋 신(神)언니……. 가 아니라,메구 선배의 케이크가……." “저도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럼 월요일이랑 목요일만이다? 메구미……! 메구미도 매일매일 했다간 큰일이지. 이걸로 됐지?” “네,네.” 슈퍼 쿄로화는 익숙하지 않았다. 슬슬 변신 타임 리미트였다. “음. 완벽한 판결이었다. 쿄로. 상을 내리마.” 올해의 신입 부원(수습)인 타마는――이렇게 해서 GJ부의 동료가 되었다. 짠――!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오늘은 케이크가 쉬는 날. 즉,타마가 오지 않는 날. 타마를 뺀 네 명만 모여서, 느긋하게 평소대로의 나른하고 포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음. 부장이 내민 폿키 상자에서, 쿄야는 착실히 두 개를 뽑았다. “고맙습니다.” 한 개를 집으면 ‘사양하지 마.’ 라는 말을 듣는다. 세 개 이상 집으면 부장이 슬픈 표정을 짓는다. 중용은 어렵다. “시노미야 군. 홍차, 더 마실래요〜? 따뜻한 거랑 차가운 거,어느 쪽으로?” “미지근한 걸로." 골든위크도 진작 지났고――슬슬 교복이 바뀌는 이런 시기 에는 따뜻한 것도 차가운 것도 아닌,적당한 온도가 잘 어울린다. 그런 평소대로의 이부 부실 문을,누군가가――드륵, 하고 기세 좋게 열어젖혔다. "짠∼!" “어라? 타마? 왜? ――오늘은 오는 날이 아닌데?” "달리 월목만 오는 건 아니에요. 다른 날은 메구 선배의 케 이크가 없을 뿐이고." 그래서 오지 않는 거잖아. ――그렇게 생각해도,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짠――!” 타마는 또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뭐야?” 뭔가를 주장하고 있는 것 같은데……. 뭘까? “차암. 모르는 거예요? 선배,엉터리군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타마는 평가를 내렸다. 참고로 타마는,쿄야에 대해서만 ‘선배’ 고,다른 사람에게는 ‘선배――.' 라고 부른다. 그 뉘앙스의 차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쿄야는 알 수 없었다. “알겠어요? 특별히 한 번 더 해줄게요. ――짠!” 빙글. 타마는 또 그 자리에서 돌았다. "음?" 뭔가 평소의 타마와 다른 듯한 기분이 든다. 뭘까. 어디일까. 어디가 다를까? “음? 뭐야. 뭐가 어쨌다고?” 부장이 읽던 잡지에서 고개를 들었다. 시온도 컴퓨터 앞에서 일어나고,메구미도 홍차 준비를 중단했다. 키라라도 고기를 놓고 천천히 다가왔다. “아니. 뭔가 틀린 그림 찾기 같은데요. 뭐가 다른지. 저는 전혀.” “실격,실격,실격이에요! 빙글의 로망을 모르는 사람은 야수를 그만두는 게 좋을걸요.” “아니,‘빙글’ 은 알아. 원래 야수도 아니고.” “모리 씨를 종종 돌렸지. 이 녀석.” "마지막 기회예요. 이걸로도 모른다면,타마는 삐쳐서 돌아 갈 거예요.” “아. 타마라고 말했어. 또 스스로 인정했어. 역시 타마라고 불러도 되지 않냐?” “――짠〜!” 타마는 또 빙글 돌았다. 원심력으로 스커트가 꽃을 피워,하얀 무릎이――. “아. 알았다! 알았어요!” 쿄야는 손뼉을 짝 마주쳤다. “――맨다리다!” "맨다리군.” “맨다리네.” “맨다리로군요〜.” “맛있는 부분?” 다 같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키라라만은 뭔가 다른 말을 한 것 같기도 했다. “정답이에요!” 도는 것을 끝낸 타마는 V사인으로 포즈를 취했다. “너. 체육복 바지 입는 걸 그만뒀구나." 스커트 밑에 항상 체육복을 입고 있는 사람이,타마라는 여자애였다. 그 사람이 오늘은 미니스커트로 다리를 내놓고 있었다. 검은 양말 위,정강이에서 무릎 위 20센티미터까지 살색이 이어졌다. 다른 여자애랑 같은 차림이 된 것뿐이었지만 ――어찐지,두근거렸다. “벌써 5월이에요. 출지 않아요. 체육복은 이제――필요 없죠!” “아니. 5월이든 12월이든,체육복은 아니잖아. 체육복은.” “선배들,믿을 수 없어요. 어떻게 맨다리로 살아요. 춥지 않아요?” “잘들어. 타마……." 부장이 팔짱을 끼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심각한 목소리로――. “패션이라는 건 말이야……. 인내야!” 부장의 말에,여자 일동――키라라까지 응응,하고 끄덕였다. “헉! 〜그런 건가요?!” 타마는 놀란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순간에 불과했고――. “그럼 타마,패션은 됐어요. 그만둘래요.” 어디까지나 제멋대로인 타마였다. 부장의 위기 휴대전화의 벨이 울렸다. 푹 잠들어 있던 쿄야는, 잠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 었다. 휴대전화가 울리고 있는 거라고 겨우 이해하고,느릿느릿 일어나――먼저 가방에 손을 넣었는데,거기에는 없어서 바지 주머니에서 겨우 찾았다. “……네." 눈을 비비며――, 전화를 받자――. 『도와줘! 쿄로!』 “네? ――옛? 부장님? 무슨 일이에요――?" 급하게 얘기하는 부장의 심상치 않은 목소리에 바로 눈이 뜨였다. 『지금 집인데――아아,큰일이야?! 녀석들이――,녀석들이 금방여기에!』 “에? 에? 저기――, 여보세요?! 녀석들이라뇨?!” 전화는 이미 끊어졌다. 뚜〜,뚜〜, 뚜〜,하는 소리만 들렸다. “크――큰일이다?!” 쿄야는 침대에서 튀어나왔다. 서둘러 옷을 입고 준비했다.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큰일이 아니면 좋을 텐데……. 문득 시선을 느끼고,뒤를 돌아보았다. 문이 약간 열려 있었고,잠옷 차림의 카스미가 문틈으로 들 여다보고 있었다. “……오빠?” 카스미는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 졸릴 때의 카스미는 어릴 때 불렀던 것처럼 아양 떠는 목소리가 나올 때가 있다. “무슨……. 큰소리를 질렀어?” “미안,깨웠니? 나(오레),좀 나갔다 올게. 엄마한테는 비밀로. 걱정시키면 안되니까." 재킷을 걸치면서 그렇게 말했다. “또 나(오레)라고 말했어……. 후아암,하고 큰 하품을 하는 카스미 옆을 지나쳐,묘이는 밤 중에 밖으로 나갔다. 카스미는 편의점이 라도 나가는 줄 아는 것 같았다. 전력으로 자전거를 마구 몰았다. 부장의 집까지,15분 0초의 기록을 수립하며 도착했다. 자전거를 몰고 있는 도중,불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는지. 나쁜 상상만 들었다. 만약 강도라도 들어 온 거라면,늦은 걸수도……. 경찰에 전화하는 게 좋을까……. 하지만 부장은 나한테 도움을 요청한 거고……. 넓은 집 앞에 도착했다. 초인종을 누르고 있을 상황도, 그럴 시간도 아니라고 생각해 서,담을 훌쩍 뛰어넘었다. 부장의 방은 2층끝에 있다. 그 밑까지 가서,방의 바깥쪽 베란다를 올려다보자――. (……야,쿄로,여기야.) 작은 목소리가 위에서 들렸다. 담쟁이덩굴에 둘러싸인 베란 다에서,부장이 얼굴을 내밀어 손짓하고 있었다. 덩굴을 타고 베란다로 올라오라는 것 같았다. “뭡니까,부장님. 이걸 부활동이라고 하면 저,화낼 거예요.” 불만 섞인 목소리를 위를 향해 내면서도,쿄야는 부장의 무사한 얼굴을 보고 마음속 깊이 안도했다. 걱정하던 일이 아니라서,정말 다행이다. (쉿. 조용히――녀석들에게 들켜.) 부장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태는 아직 진행 중인가 보다. 일단 덩굴을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한참 고생해서 베란다까지 올라갔다. 헉헉대며 호흡을 다듬 기도 전에,빨리 오라고 재촉했다. 부장의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건 작년 크리스마스 이후 ――이걸로 두 번째다. 불이 꺼진 방 안에는,물건이 굉장히 어질러져 있었다. 옷이 나 장난감,잡동사니 등,직진으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물건이 흩어져 있었다. 게다가 문은 탁자로 막혀 있었고――열리지 않도록 안쪽에서 막은 듯했다. 완전히 농성 분위기였다.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가. 걱정할 일이 아닌 것은 알 수 있었지만,그래도 물어보았다. “뭡니까,부장님. 어떻게 된 겁니까,부장님. 뭡니까, 이건. 너무 걱정시키지 마세요.” “쉿……. 조용히. 녀석들에게 들켜.” “녀석들?” “아가씨. 거기에 누가 있는 겁니까?” 문 저편에서 모리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쿄로의 활약 “어……,없다니까! 아무도 없다고!” “아뇨. 분명히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문 저편에 있는 모리 씨와 부장이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쿄야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채로,방 가운데서,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물러서주세요. ……돌파하겠습니다.” 모리 씨의 목소리가――결의에 찼다. 그 순간――. 과앙,하고 문이 안쪽으로 날아왔다. 문을 날려버린 그 발로,모리 씨는 방 안으로 들어와서――. “침입자――?!” 쿄야를 보자마자, 달려들었다.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 시야가 빙그르르 회전했다. 바닥의 양탄자가 얼굴에 부딪혀서,자신이 뒤집어진 걸 이해했을 때는 이미 양탄자 위에 짓눌려 있었다. 어깨를 눌리고 있었다. 얼굴에 까칠한 양탄자의 감촉이 느껴졌다. 뺨의 뼈가 아픔을 호소했다. 1밀리미터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팔은 더 이상 구부러지지 않는 각도로 젖혀 올라갔다. 관절을 확실히 고정당한 상태였다. 우둑우둑 소리를 내는 어깨는――. “저항하면~. 부러트릴 겁니다:’ 모리 씨 목소리는 철저히 차가웠다. 정말 할 것 같았다. “모……모리 씨,저,저예요……! 수상한 사람 아니고요!” 그렇게 호소한 순간,팟 하고 형광등이 켜졌다. “어머――? 시노미야 군이에요?” 벽 쪽의 스위치에 손가락을 댄 채로,메구미가 느긋한 목소 리로 물었다. “……시노미야 님?" “그래요. 그래요! 그러니까 놓아주세요――. 아파파파,부러져요,부러져!” 모리 씨는 바로 놓아주었다. “실례했습니다. 그만 수상한 놈인 줄……. 아마츠카 가를 경호하는 사람으로서,침입자는 확인하기 전에 제압해야만 하기 때문에……,저기……,정말로 다친 곳은 없습니까?” “아뇨.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분명 수상했을지도 몰라요. 밤 중에 숨어들었으니.” 쿄야는 조금 당황한 듯한 모리 씨와 서로 머리를 숙여 사과 했다. 오늘 밤의 모리 씨는 메이드복이 아니라 집사복 차림으로――아까의 일도 있어서,검은 양복이 전투복처럼 보였다. “――아가씨.” 모리 씨의 목소리가 몰래 방을 빠져나가려는 부장을 제지했다. 깜짝 놀라 멈춘 부장은,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부장님. 설명해 주세요. 부장님." “그래요. 아가씨. 시노미야 님까지 끌어들이고…… 이런 밤 중에 죄송해요.” “아뇨,그건 괜찮은데요.” “오레맨은〜. 역시 여자의 위기에 달려와 주는군요〜.” “아니,그건 아니고.” “하지만. 하지만하지만. 모리 씨가. 메구가. 하지만.” 부장이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한 내용에 의하면――. 부장은 방을 너무 어질러서 수습이 되지 못한 모양이다. 메구미나 모리 씨가 보다 못해 도와주려 했는데,뭐가 보물이고 뭐가 쓰레기인지 구별하지 못한 듯――. 중요한 물건이 이것저것 버려지고 말았다. 하긴 매미 껍질이나 커다란 도토리, 우유병의 종이뚜껑 등은 보통 사람에게는 쓰레기로 보일 테니. 그래서 두 사람을 쫓아내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쌓고 문을 봉쇄했다고 한다. 전화로 말한 “도와줘.”는,방의 정리를 도와달라는 의미로. “오늘은 봐주지 않겠어요. 아가씨. 스스로 정리를 할 수 없다면,전부 버리고――." “기다려주세요. ――모리 씨.” 쿄야는 끼어들었다. “아무리 쓰레기로만 보여도――. 아니,실제로 정말로 아무리 봐도 쓰레기라 해도,부장님에게는 소중한 물건입니다.” “오레맨 파이팅――." “아니라니까. 메구미. ――저도 도울 테니까요. 확실히 구분 할 테니까요. 쓰레기랑 재활용쓰레기,그게 아닌 쓰레기 같은 보물을 확실히 나눠서 정리할 테니까요. 그러니까 부탁이에요. 부장님의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쿄야는 머리를 숙였다. 정좌한 채로 머리를 숙이자――엎드려 비는 것처럼 보였다. 모리 씨의 반응이 나올 때까지,계속 그 자세로 있었다. “……비겁해요. 시노미야 님. ……어찐지 제가 나쁜 사람 같잖아요.” “그럼――그럼!” 쿄야는 얼굴을 들었다. “보물인 쓰레기랑,그게 아닌 쓰레기랑――구별 방법을 저 에게도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모리 씨는 자상한 표정이었다. “잘됐네요. 부장님!” “잘됐지만……. 하지만……. 그렇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게 해결되었는데,부장은 어째서인지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자꾸 쓰레기라고 부르지 마!!”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법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시온이 자신의 보온병 뚜껑을 팡∼하고 열었다. ‘메구미 완비’ 인 이 GJ부에서는,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컵에 붉은 액체가 채워져 있곤 한다. 하지만 시온만은,자신이 가져온 보온병에 담긴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가 많다. 듣기로는 니니즈(오빠들) 중 누군가가 커피 장인이라,보온 병을 비워서 가지 않으면 눈물이 홍수를 이룬다고 한다. “아.” 시온이 짤막한 소리를 냈다. 내용물의 냄새를 잠시 맡고 나서,시온은――. “이건……,아이스인가?” 보고 있던 쿄야에게,시온은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 “아. 요즘 따뜻해졌으니까요……. 오빠도 신경 써주신 게 아닐까요." “하지만 곤란한걸. 아이스커피라면. 이대로 마시기엔―― 이라고 말하며 시온은 컵에 손가락을 걸고 돌려 보였다. 커피를 좋아하는 시온도,아이스커피는 블랙으로 마시지 않나 보다. “얼음을 넣을게요――." 홍차 준비를 하고 있던 메구미가 차 잎을 캔에 다시 넣으며,그렇게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다같이 마시면 어떨까?” 시온의 배려로,인원수만큼의 유리컵이 준비되었다. 얼음으로 채워진 여섯 개의 컵에 검은 액체가 채워졌다. “감사히 마셔. 세계 최고의 커피야.” 부장이 그런 말을 하면서,빨대 포장의 끝을 뜯었다. 다른 한 쪽끝을 입에 물더니,풋 하고 불어서 날렸다. “아〜참. 부장님. '로켓 미사일' 은하지 않기라니까요.” 쿄야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부장이 날린 빨대 포장을 주우러 갔다. “그거! 오〜, 재밌네요!” “봐요. 바로 타마가 따라하잖아요." 타마가 날린 포장도 주우러 가게 되었다. “아〜참. 부장님. ‘지네’ 도 하지 마세요." 돌아오자,부장은 꼬깃꼬깃 뭉갠 빨대 포장에 아이스커피를 몇 방울 떨어뜨려,생물처럼 꿈틀거리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뭐야. 지네도 금지냐. 넌 모리 씨보다 시끄럽구나." 빨대를 물고,부장이 겨우 마시기 시작하나 했더니――. 부글부글하며 아이스커피에 거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참. 부장님. 부글부글’ 은 더 금지예요. 나쁜 버릇.” 부장의 커피 마시는 법은,정말 개성이 있다고 해야 하나 ――독특하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마시고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모두를 돌아보니――. 시온은 우유를 붓다가 멈칫 굳어 있었다. 아이스커피의 컵을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응? 아――. 아니. 이 프랙털 모양을 보는 걸 좋아해서.” “네? 프……프랙털?” “아이스커피에 우유를 부으면,대략 2차원의 프랙털 구조가 나타나지. 봐. 옆에서 보면,가라앉는 우유가 혈관같이 뻗어 가는 게 보이지 않니?” “아――보여요~ “영원과 무한을 느끼게 되지." 천재는 역시 보통 사람과 보는 것이 다르다.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법까지 다르다. 굳어 있는 걸로 치자면,메구미도 굳어 있었다. 그녀의 경우는 우유가 아니라,설탕 시럽의 피처를 들고 굳어 있었지만. “으,음……,설탕 시럽을 넣으면 맛있지만. 하지만. 하지만. ――칼로리가!” 이쪽은 천재의 심오한 로망과는 달리,여자애의 절실한 고민 쪽이었다. 호쾌하게 마시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키라라 쪽에서,우둑 우둑 소리가 들렸다. 컵에 든 얼음을 튼튼한 이로 우득우득 씹어 먹고 있었다. “메구. 더 줘." 얼음이 사라진 컵을 내밀었다. 아이스커피만이 출렁출렁 남았다. “이거,패밀리 레스토랑 것보다도 맛있어요1” 타마는 타마대로, 빨대는 쓰지 않고(포장은 로켓이나 지네로 갖고 놀았지만),컵을 손에 쥐고 벌컥벌컥 마시고 있었다. 패밀리 레스토랑과 비교당하며 벌컥벌컥 마셔지다니,세계 최고 장인의 커피가 여러 가지 의미로 울고 있었다. 다들 정말로 마시는 법이 다르다. 한 명도 같은 방법으로 마시는 사람은 없다. 다들 개성이 있다.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법 하나로,캐릭터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쿄야 자신의 마시는 법을 말하자면――. 굉장히 평범히. 설탕 시럽을 넣고,우유를 넣고,빙글빙글 휘저어서,잠시 후에 빨대로 얌전히 쭉 빨았다. “재미없어! 완전히 평범해! 너무 평범해!” 어째서인지 부장에게 혼났다. 통조림으로 GO 평소 같은 점심시간. 도시 락을 손에 들고, 쿄야는 부실을 방문했다. 문을 드르록 열자, 거기에 있는 것은 시온. 키라라 대신 소파에 앉아,도시락을 펴고 있었다. “아,안녕하세요.” 가볍게 인사만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동작으로, 쿄야는 둥근 탁자의 평소 자기 자리에 앉았다. 시온이 펼치고 있는 것은,평소 가지고 오던 옻칠한 국보급 3단 찬합 도시락의――니니즈(오빠들)에 의한 사랑의 도시락이 아니라――. 놀랍게도 슈퍼에서 파는 빵과 통조림. 그러나 쿄야는 놀라지 않았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빠가 바쁘신가요?” “아, 응. 니니(둘째 오빠)는 지금 아이슬란드의 화산대로 출장을 갔거든. 화구가 열려 있는 지금이 크투가랑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거든.” “크투가가 뭔데요?” “불도마뱀의 일종일까나." 그렇군,하고 쿄야는 납득했다. 하지만 요리 장인도 참 힘든 일인가 보다. 식재료를 손에 넣기 위해서 굳이 아이슬란드까지 가다니. 아니,그보다 아이슬란드가 어디에 있지? 어딘가의 북쪽이라는 것 정도밖에 모른다. 한차례 대화가 끝난 후,쿄야는 입을 닫았다. 시온의 '즐거움’을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빵과 통조림이라는 점심을 앞에 두었지만,시온의 얼굴은 아쉬운 듯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처음으로 ‘맛있는 것’을 앞에 둔 어린애같이 반짝이 는 표정이다. ――처음일 것이다. 슈퍼에서 파는 빵도. 통조림도. 쿄야가 뜨뜻미 지근한 눈으로 시온을 지켜보고 있지――. “여어.” 이번에는 부장이 들어왔다. 빵과 통조림을 보고,눈을 크게 뜬 부장에게――. 쿄야는 똑바로 세운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가,사인을 보냈다. 부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조그만 도시락 통을 펴고 먹기 시작했다. 3단 도시락을 나눠먹는 일은,오늘은 없었다. 부장은 항상 시온의 반찬을 노리고 온다. “영……차.” 시온이 뭔가 소리를 냈다. 그쪽으로 얼굴을 돌리자,통조림을 앞에 두고 고전하는 시온이 있었다. 통조림을 옆으로 세웠다가 눕혔다가 기울였다가 ――요리보고 조리보고 있었다. 그 얼굴이 점점 곤란한 표정으로 변했다. 아무래도〈일반상식 수호기사〉가등장할 타이밍인 듯했다. 쿄야는 천천히 일어나더니,느긋한 발걸음으로 시온에게 향했다. “여는 법,모르겠어요?” “아. 응. ――맞아.” 시온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몸속을 지나가는 ‘희열’ 을 느끼며,쿄야는 통조림을 손에 들었다. “이건 말이죠――. 풀탭으로 여는 거예요.” “그,그런 거니. 어떻게 열면 좋은지 3만 가지 정도 생각했어.” 시온의 나약한 얼굴도,의지하는 그 표정도,지금은 자신만의 것. “그 풀탭을,말이죠――." 자랑스러움의 절정에 있던 쿄야는,캔 위의 풀탭을 가리키려 고했다. 하지만――,보이지 않았다. “어라?” 뒤집어 보았지만,거기에도 없었다. “어라? 어라? 어라라?” 캔을 빙글빙글 돌려보았지만,위에도 아래에도 바깥에도 안에도,풀탭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어라? 어라?――이 통조림. 혹시,불량품일지도……?” “그,그런가……? 그,그럼,어떻게 하면……?” “아. 아뇨. 괜찮아요. 가게에 말하면 바꿔줄 거예요. 분명히." 쿄야가 시온과 둘이서 당황하고 있자――. “이 귀여운 생물들! 가만 보고 있을 수가 없는 모에모에다! ――이렇게 해주마!” 높이 들어 올린 그 오른손에,번쩍 하고 뭔가 도구가 쥐어져 있었다. “이것이 캔 따개다! 문명의 힘이다!” “아――! 아――! 아――! 그래요! 그래요! 우리 집에도 분명 그런 게 있었어요! 있어도 전 써본 적이 없어서――. 무서우니까,부장님,잘 부탁해요." 부장은 캔 따개를 익숙하게 다루더니,끼익끼익 소리를 내며 캔을 따주었다. 시온은 '단팥빵’과 ‘고등어캔’이라는,도저히 있을 수 없을 듯한 조합을,‘이렇게 맛있는 게 있었다니?!’라고 감동하며 입안 가득 넣고 있었다. 오늘의 시온은 '시옹 님’ 이었다. 시온의 안경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시온 언니,안경 쓰시나요." 문고본을 읽고 있는 시온에게,타마가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응? 어――. 가까운 걸 볼 때는.” “안경 소녀군요." “그,그건 어떤 건데? 좋은 건가. 나쁜 건가." “모에모에죠.” “그런가. 미안하구나. 상식이 부족해서. 그럼 모에모에라는 건 좋은 쪽인가,나쁜 쪽인가?” “시력이 너무좋군요. 시온 선배는.” 타마와 시온이 둘이서만 이야기하고 있자,어째서인지 대화에 끼고 싶어진 코야였다. 둘의 대화가 너무 러브러브 모드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부장과는 물어뜯는 싸움을 종종 하는 타마지만,시온은 잘 따랐다. 참고로 타마는 메구미도 다른 의미로 잘 따랐다. 이쪽은 케이크를 만들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키라라에 대해서는,어쩐지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고기,고기――분명 타마도 고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라며 거리를 두었다. 완전히 의미 불명이다. 잡아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시력이 4.0이 었나요. 눈이 너무 좋으면 가까운 것은 잘 보이지 않는군요." “그렇지 않아. 내 경우는 단순히 원시가 있어서. 시력이 4.0 인 것은 분명하지만.” 틀렸다. ‘시온학’ 의 선배 행세를 하려다가,실패했다. “양호실 벽이 없으면,좀 더 나왔을걸?” 부장이 말했다. 부장도 친구를 타마에게 빼앗겨서 질투하거나 할까……? “이번에는 체육관에서 재 달라고 해. 시력이 20이나 30은 되는 거 아냐?” “아니,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는……." 시온은 쓴웃음을 지었다. 타마는 우와〜하고 감탄한 표정이었다. 그러다가 뻗은 손을 파닥거리며,시온에게 뭔가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뭘까,순간 생각했지만,시온이 안경을 벗어서 타마에게 넘겼기 때문에 알았다. “눈――. 눈이 빙글빙글 돌아요." 시온의 안경을 쓰고,타마는 비틀비틀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도수가 강하지 않을 텐데.” “물건이 크게 보여요!” 벗은 안경을 얼굴 앞에 가져와서 멀리 하거나 가까이 하면서,타마는 계속해서 감탄했다. “원시 안경은 볼록렌즈니까. 돋보기랑 똑같지. 근시 안경은 오목렌즈니까,반대 경우에는 물건이 작아 보여서――." “그래요! 할머니의 안경도 이랬어요!” "하,할머니……?” 늘어놓던 지식을 도중에 그만두고,시온은 싫은 표정을 지었다. “푸푸푸풋.” 부장이 웃었다. 다 웃고 나서,시온에게 말했다. “시온 할머님. 어머〜안경이 잘어울리시네요〜.” 부장에게 놀림받은 시온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서,타마에게 정정을 요구했다. “여,여고생에게……. 할머님은,너무한 거 아냐? 그렇지,그렇지? 타마?" “이런 걸 뭐라고 하죠? 할머니가 쓰는 안경.” “저기,타마. 내 말좀 들어줘.” 물론 타마는 듣고 있지 않았다. 그런 애였다. “아! 그래요! 돋보기예요!” “푸푸푸풋!" 부장이 더는 못 참겠다는 표정으로 배꼽을 잡았다. “부――분명히 돋보기와 원시 교정 안경과는,렌즈 자체가 같은 볼록렌즈이지만,그렇다고 해서 혼동하면,의학적인 정의로서도,또 심정적으로도 옳지 않다고,나는 생――." “이런 건 1,000원 숍에서 팔아요――. 시온 언니도,이거 1,000원 숍에서 샀어요?” 악의는 없었겠지만,타마의 폭주는 끝이 없었다. "마,마오. 부장의 책임을 다해주지 않을래? 웃고만 있는 것은,너――너무해.” 타마를 컨트롤할 수 없는 시온은 부장에게 호소했다. “돋보기를 쓰고 있는 여자한테 그런 말을 듣긴 싫은데. 애초에 항상 타마 녀석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건 내가 아니고〜." 분명 부장은 타마에 대해서는 항상 송곳니 체벌을 가하고 있다. 무릎 위에 안아주거나 하지도 않는다. “아. 시온 언니,미안해요. 돌려드릴게요. 고마워요. ――돋보기." 타마에게 안경을 돌려받은 시온은,어째서인지 쿄야에게 얼굴을 돌리더니――." “미――믿어줘,쿄로 군! 이건 돋보기가 아니야! 난 정말로 원시야!” 시온은 어째서인지 필사적이었다. 네,알고 있는데요. 한 주의 시작 “한 주의 시작이라고 하면,무슨 요일이지?”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부장이 평소처럼,문득 이상한소리를 했다. “――일요일부터 아닙니까?" 쿄야는 읽고 있던 만화잡지에서 눈을 들고,부장에게 얼굴을 향했다. “하지만 일요일은 말이야――가장 끝이라는 느낌 아닌가? 쉬는 날이니까?” “하지만 달력에서는――." 하고,쿄야는 부실의 벽에 걸린 달력을 올려다보았다. “――보세요. 일요일부터 시작하잖아요. 그러니까 일요일이 한주의 시작이에요. 분명히.” “아니! 쉬는 날이 처음에 오다니,분명 이상해! 말도 안 돼!” “그럼 한 주의 시작은 월요일로 해요." 그렇게 말하고 쿄야는 만화잡지로 얼굴을 돌렸다. “놀아줘!” “아파. 아파. 아파요,부장님. ――하다못해 무는 건 경고하고 나서 해주세요." 잡지를 덮고 탁자 위에 놓았다. 의자도 부장 쪽으로 향했다. 대담 자세를 취했다. 쿄야는 손에 생긴 이빨 자국을 쓰다듬었다. 부장은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았다. 기침을 한 번,부장이 대담을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일요일에――말이야.『이번 주는 말이야.』하고 화제를 시작한다고 쳐?” “네에.” “그러면 너,어떤 주의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냐? 네『일요 일은 한 주의 시작 가설』에 의하면,당연히 앞으로 시작하는 주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되는데. 어찐지 이상하지 않아?” "아∼. 흠흠." “그리고 ‘주말' 이라고 하잖아. 어디까지가 주말이 되는 거야? 금요일,토요일……. 그럼 일요일은?” “아〜……. 그렇구나. 일요일도 '주말’ 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거 봐." 부장은 가슴을 쭉 폈다. 머리카락의 끝자락까지 기세등등해져서,잘난 척을 했다. “이상하잖아. 그렇지?!” “그렇군요." 쿄야는 동의를 표했다. “보통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아요. 대단합니다. 역시 부장 님이세요." “그렇지? 그렇지?” 부장은 응응,하고 끄덕였다. “그럼 그런 걸로.” 쿄야는 만화잡지로 돌아갔다. “놀아줘!” “농담…… 농담이라니까요! 아야아야,아파요,부장님! 우와,진짜 아프네. 다리가,다리가,다리가――!” 종아리에 선명하게 이빨 자국이 남았다. 무시하면 부장이 너무 귀여워서 놀렸더니――. 굉장히 아픈 꼴을 당했다. “너를 좀 싫어하게 되었어.” “모두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 주의 시작은 무슨 요일입니까?” 부장을 대신해서, 쿄야는 모두에게 물어보았다. 모두의 시선은 이미 모여 있었다. “월요일과 목요일이 한주의 시작이에요.” 타마는 그렇게 말했다. 메구미의 '케이크의 날’ 은 월목이다. “음……,음……. 일요일이,역시 한주의 시작일까요.” 메구미는 일요일 개시 파인 듯했다. “쉬는 날에,이것저것 재료 준비를 하니까요……." 아무래도 케이크의 재료 준비라든가,그런 실무적인 이야기인 것 같았다. “일요일은. 공양의 날.” 키라라의 이야기는 약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도,매 주말에 그 주의 ‘뼈’ 를 묻는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마지막 한 사람――시온의 지식 설명의 등장을 기다렸다. “주라는 단위의 기원은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지. 그리고 또 요일이라는 개념은 고대 이집트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 일요일이 휴일이 된 것은 세계적으로는 기독교가 침투하고 난 후지만,농경문화인 일본에는 원래 농한기 이외에 쉬는 관습은 없었고,요일이라는 것이 정착한 건 겨우 메이지시대가 되어서야.” “그래서――어느 쪽이야? 일요일은 한 주의 시작이야,주말이야?” 부장이 답답하다는 듯이 물었다. “주의 노동 시간을 정하는 노동기준법으로는 일요일을 시작으로 토요일까지를 일주일로 한다고 해. 그리고 또 일자 표기 법을 정한 국제 규격인 IS08601에서 월요일이 한 주의 시작 이라고 하지. 그런 고로,즉――." "즉?" “어느 쪽도 상관없다. ――라는 거지.” “그래서 저도 그렇게 말했잖아요――." “말 안 했어! 넌 절대 말 안 했어!” 오늘의 GJ부는,'한 주의 시작은 무슨 요일 문제 검토위원회’ 였다. 벌로 빗질 “판결. 피고를 빗질형에 처한다.” “네?”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부장이 갑자기 아무런 전조도 없이, 이상한 소리를 시작했다. “뭡니까? 제가 뭔가 저지른 겁니까? ――그래서 무슨 형이라고요?” “네가 아냐.” 쭈욱 하고 부장이 턱으로 가리킨 것은――. “저……,말이에요?” 홍차를 타는 손을 멈추고,메구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전에 말했잖아? 쿄로 녀석에게 빗질을 시키고 싶다고.” “그랬나요?" “내가 쿄로 군에게 빗질을 당했을 때구나.” 완전기 억을 가진 사람이 보충했다. 시온의 기억은 항상 정확하고 완벽하다. “다음에 메구미도 받아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더니〜.” “아〜,그랬어요. 그랬어요! 말했어요〜. 말했어요!” 메구미는 뜨던 찻잎을 다시 캔에 넣고,주전자의 불을 끈 후,총총총――하고,둥근 탁자로 왔다. 의자를 끌어서,얌전히 엉덩이를 붙였다. “그럼 빗질형으로〜. 부탁드립니다〜.” “후후후. 아직 모르고 있군. 이 천상계의 생물은.” “후후후. 시간문제야. 마오. 곧 메구미도,이 형벌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몸소 느끼게 될 테지.” 암흑면의 부장과 맘흑면의 시온이,큭큭큭 웃었다. “저기〜. 몇 가지 질문이 있는데요〜." “기각.” “먼저,왜 이게 형벌입니까?” “그것에는 대답해주마. 항상 집에서 날 학대하는 것에 대한 형벌이다.” “무슨 형벌인지는 알고 있으니까,빗질이 왜 형벌이 되는 지를 설명해주세요." “그건 기긱소녀의 비밀.” “그리고 저한테 선택권이라고 하는 건 있나요〜?” "당연히 기각." 부장은 완고했다. 휴우,하고 한숨을 쉬고,쿄야는 서랍을 열러 갔다. 분명 그 쪽에 여자용 빗이 한두 개――. 빗을 손에 들고 돌아오니,메구미는 마침 머리핀을 푼 참이었다. “저,머리 풀면 길어요〜." 화악……. 볼륨감 있는 머 리카락이,어깨를 완전히 덮었다. 흠〜. 오〜. 허〜. 머리카락을 푼 메구미는 완전히 다른 여자애로 보였다. 조금 감동. 그 머리카락을 한묶음 손에 들고――빗질을 시작했다. 전에 그녀에게 배운 대로,손으로 빗 모양을 만들어 엉킨 곳을 풀기도 하며,두피에서 머리카락끝까지 빗질을 했다. "우……, 음……." 메구미가 헛기침을 했다. “아. 미안. 아팠어? 어디 걸렸어?" “아뇨……. 그런 게……,아닌데요.” 별나게 어색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빗질에 집중했다. 메구미의 머리카락은,의외로 고양이 털 같았다. 가늘고 부 드러워서,연약했다. 부장과 시온과도 다른 감촉에,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다르구나,하고 감탄하고 있자――." “아우우〜." 메구미가 또 뭔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연약한 것 같은,곤란 한 것 같은,그런 목소리였다. “왜?" “아,아뇨……. 아, 아무것도……,앗…… 하앙." 남에게 머리카락을 만지게 하는 것이 신경 쓰이는 것일까? 메구미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크크크크크. 천사도 타락했군. 메구도 겨우 이 형벌의 무서움을 이해한 것 같고.” “후후후후후. 빗질을 권한 사람에게는 똑같이 빗질을 당하는 벌을. 함무라비 법전에도 같은 방법으로 보복하는 개념이 쓰여 있지.” 암흑면의 부장과 암흑면의 시온이 뭔가 말하고 있었다. 쿄야는 빗질을 계속했다. 이것이 왜 벌이 되는지,역시 전혀 알 수 없었다. “자. 끝." "후우우……." 마지막으로 한 번,빗질을 하자 메구미는 의자에 털썩 무너졌다. 비어 있는 모두의 컵이 붉은 액체로 채워진 것은, 뻗어 있던 메구미가 부활하고 나서――. 구체적으로는 30분이나 지난 후였다. 비겁해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부실에 있는 사람은 작년보다도 한 명 늘었지만,목조 건물인 이 방은 넓은 것만이 장점이어서,한 사람 늘어난 정도로 좁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쿄야는 평소처럼 둥근 탁자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화요일인 오늘은 만화잡지가 나오지 않으니까,소설을 여유롭게 천천히 읽었다. 새로 공략을 시작한 라이트노블 시리즈를 현재 5권까지 독파 중이다. 왼쪽 옆에는 시온. 그리고 오른쪽 옆에는 타마가 있었다. 시온은 소설이 아닌 문고본을 펼치고 있었다. 아마도 시집. 학술서는 열 페이지마다 일 초밖에 걸리지 않는 시온이지만,소설과 시집 같은 문학작품은,남들보다 시간을 들여서 독서를 한다. 시온 말로는,사람의 감정에 대해서 쓰인 것이 뇌의 용량을 가장 필요로 한다고. 등장인물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수만 가지 해석을 하면서 읽고 있다는데――. 천재의 머릿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은,범인(凡A)인 쿄야는 완전히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타마는 최근 종종 부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화요일이라 케이크의 날은 아니지만,어제 발매된 남성향 만화잡지를 하루 늦게 읽고 있다. 타마가 쿄야의 옆에 온 것은 '따르고 있다’ 같은 귀여운 이유가 아니라,좀 더 현실적인 것일 테지. 바삭바삭 소리가 들렸다. 쿄야의 감자칩이 점점 줄었다. 남의 감자칩 봉지에 손을 찔러 넣고,멋대로 먹고 있다. 달라고 한 기억도 없고 허락한 기억도 없지만,어째서인지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로 멋대로 손을 찔러 넣었다. 뭐. 상관없지만. 달라고 하면 물론 주겠지만. 그러니까 그런 부분을 타마 입장에서 생략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선배. 다 떨어졌어요." “아. ――응." 타마가 재촉해서,쿄야는 다음 봉지를 열려 했다. 어찐지 타마가 오고 나서,과자 값 드는 게 몇 배로는 듯한 느낌이다. “너. 그렇게 감자칩만 먹고 있으면 디룩디룩 찐다? 감자칩은 칼로리가 높아.” 부장이 폿키를 먹으면서 말했다. 초콜릿도 칼로리는 꽤 높다고 생각하지만. “감자칩 중량 중의 35%가 지방질이니까. 그리고 지방질은 식품 중에서도 칼로리가 가장 높은 거야." 여전히 박식함을 보여주고 있는 사람은 시온. 그리고 귀를 막고 듣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은 메구미. 시온은 쓴웃음을 지으며,이야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지방질은 맛있는 거지. 사람들은 종종 '기름기가 좔좔 흐른다’ 라는 표현을 쓰지만. 인간의 미각이라는 건 인류가 항상 기아 상태에 있었던 원시 시대부터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에,금방 소화되는 거나 칼로리가 높은 것을 맛있다고 느끼도록 조절되어 있어. 예를 들어,단맛은 탄수화물――즉,당질을 말하는 거고. 또 인간이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대부분 지방질인 경우가 많아. 예를 들어 프랑스 요리에는 크림이 많이 쓰이지만,크림은 바로 유지방이잖아. 또 일본의 음식문화에서는 지방질이 고마운 것으로 여겨지지. 참치의 뱃살도 그렇고,마블링 쇠고기도 그렇고. 쇠고기의 등급이라는 것은 주로 하얀색 지방층 마불링이 얼마나 있느냐로 정해져. 즉,우리들 인류는 지방분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거야.” 천재 시온의 지식은 공부가 되지만,어째서인지 항상 인류 스케일의 이야기였다. 메구미는 귀를 막고 고개를 계속 옆으로 흔들지만,그래도 이야기를 계속하는 시온은 분명히 재미 있어서 하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감자칩의 3분의 1이 기름이었군요. 몰랐습니다. 그럼 감자칩을 냠냠 먹고 있으면,기름을 꼴깍꼴깍 마시고 있는 것과 같은 거로군요……." 쿄야는 그렇게 말했다. 메구미는 귀를 막고 거부하고 있었다. 결국은 바닥에 주저앉아 등을 돌렸다. 일부러 말하는 자신도,어쩌면 시온과 같이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천상계의 생물이 곤란해하는 건 여간해서 보기 힘들고. 타마는 신경 쓰지 않고 새로운 봉투에 손을 찔러 넣어,남냠 먹고 있었다. “――그렇다는데. 감자칩만 먹고 있으면,살찐다〜. 빼는 거 힘들다〜.” “부장님이야말로." 하고,타마는 그쪽을 보지도 않고 혼잣말처럼 대꾸했다. “초콜릿만 먹으면 살찌는 거 아닙니까〜?” “난 위아래로 크니까 괜찮아.” “밤에 잠을 못 자게 돼요. 쓸쓸해서 밤중에 앵앵 울어보세요." “그래도 괜찮아. 누군가가 밤새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니까." “타마도 괜찮아요.” 남의 감자칩을 대담하게 입에 옮기면서,타마는 말했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니까.” “비겁해!” 메구미가 갑자기 소리쳤다. 천상계의 생물이 화를 내는 것을,쿄야는 지금 처음으로 목격했다. 고양이 대결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야――." 부장이 문득 중얼거렸다. 뜨개질 실 짜개를 손에 든 채 고개를 숙이고,잽싸게 실을 엮어가면서,부장은 ‘뜨개질 실’ 을 양산하고 있었다. 예전에 다같이 ‘몬쟈야키’를 먹으러 막과자 가게 레스토랑에 갔을 때, 장난감이나 과자를 잔똑 사 왔다. 그때 가져온 장난감 중 하나. 주로 여자애들을 위한. ‘실’ 을 깔 수 있는 작은 도구였다. "자, 됐다. 이거,쿄로 거.” “고맙습니다." "다음은 타마 녀석. 만들어줄 테니까 기다려. 응?” “그런 건 필요 없어요. 전혀 기다리지 않아요.” “그런 말은 하지 마. 그러데이션도 만들어줄 테니까. 휴대전화에 달아.” 실을 짜는 건 좋지만, 쓸 곳이 없다. 부장에게 받은 휴대전화 스트랩이 쿄야는 벌써 세 개째였다. 이러다가 휴대전화보다도 스트랩이 무거워질 듯했다. “――그래서, 뭡니까?” 쿄야는 몇 분 전의 이야기를 되물었다. 가장 처음에 부장이 “야――." 하고 말했다. “뭐예요? 선배?” “아니,타마한테 말한 게 아니니까." GJ부 식의 대화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타마가,자기한테 말을 걸었다고 착각했다. 이 GJ부의 느긋한 시간 안에서는,몇 분이나 지난 시간 축과 대화가 성립된다. “――어느 쪽이 고양이 같아?” 하고,부장은 몇 분 전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고양이 말입니까?” “저 녀석. 전부터 고양이 같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생각해 보니,이 녀석도 고양이 같지 않냐?” “아〜. 그래요. 그래요〜! 저도 전부터 그렇게 생각했어요〜." 메구미가 참전했다. “흠. 그건 어려운 문제군.” 시온도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마우스를 몇 수만큼 척척 클릭 하고 나서,‘체크메이트’ 라고 중얼거린 후,컴퓨터 앞에서 일어나 둥근 탁자 쪽으로 왔다. 지금 말하는 두 사람이 누구와 누구를 말하고 있는지,쿄야는 짐작이 갔다. 대화에 참가하고 있지 않은 두 명이다. “그럼 오늘의 의제다.『저 녀석이랑 이 녀석,어느 쪽이 고양이 같은가 토론위원회』라는 걸로.” 부장이 의장인 듯했다. “으음. 그럼 저부터. 이 녀석이랄까,T쪽 말인데요. 뭔가를 하고 있으면 방해하러 오잖아요. 신문 읽고 있으면 올라타고. 고양이라는 게 분명 그렇지 않습니까? 저는 키우지 않지만." “저 녀석 말인데. 아,K말이야. 깜짝 놀라면 부실 구석으로 달려가지. 어두운 곳에서 가만히 상황을 지켜본다고.” “저는 말이죠. T가 놀랐을 때 ‘야옹?!’ 이라는 걸 들은 적 있어요〜." “오오,고양이 같아. 고양이 같아.” “그리고 K씨 말인데요. 처음 부실에 온 물건이나 사람을,꼭 냄새를 맡아보는데. 그건 뭘까요? 점검하는 걸까요?” “후각이 예민한 동물은,먼저 후각으로 현실 인식을 한다지.” “아니,이미 동물 취급입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심한 말을 하고 있는 시온에게 바로 지적을 했다. “저요,저요. 저 K씨 쪽에서 또 하나 찾았으니까 보고할게요. 밥 먹고 있을 때도 귀만은 이쪽을 향하고 있을 때가 있죠〜.” “메구미. 그건 귀가 아닐 거야.” 그렇게 말하며,쿄야는 살짝 돌아보았다. 소파의 키라라를,슬쩍 보았다. 평소처럼,냠냠 식사 중인 키라라. 그 귀같이 보이는 튀어나온 머리카락만이,이쪽을 향하고 있었고……. 꿈틀꿈틀 움직였다. 한펀,타마 쪽은――. 후아아~하고,커다란 하품을 하고 있었다. 쓱쓱,하고 앞 발――이 아니라,오른손으로 눈셉을 문지르고 있었다. 목 뒤에서 얼굴을 향해 빙글 손을 감았다. 이렇게 가까이서 뒷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전혀 신경 쓰는 기색이 없었다. 키라라쪽은,무관심한 척하고 있지만……. 흥미진진한 듯했다. "T쪽은 관심이 없군. 그야말로 고양이야. ――좋이-,평결을 내리자.” 부장의 목소리에,각자 손을 들었다. 『어느 쪽이 고양이 같은가 토론위원회』의 결론은――. 타마(T) 쪽이 압도적으로,네 표 전부를 획득했다. 키라라(K) 쪽은,고양이과이긴 하지만 고양이와는 다른 좀 더 커다란 무엇이겠지――라는 것으로 만장일치 결론을 내렸다. 채소의 날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활짝 열린 창문에서,5월의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골든위크도 지나고 곧 중간고사가 다가오고 있다. 부실의 둥근 탁자에 노트를 펴고,쿄야는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은 묘야 혼자뿐. 공부할 필요가 없는 천재인 시온은 그렇다 치고. 부장은 만화잡지를 읽고 있었고. 타마는 부장의 만화를 기다리며,빨리 읽으라니까,하고 있었고. 메구미는 홍차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키라라는 소파에서 냠냠 ‘식사 중’ 이었다. 단,오늘은 평소와 모습이 달랐다. 평소 키라라가 먹는 건 ‘고기’ 다. 비닐봉지를 꽉 채울 정도의 양을 가져와서, 돌아갈 때에는 봉지가 완전히 텅 빈다. 고기의 종류는 매일 바뀐다. 무슨 고기지도 판단할 수 없을 때가 많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면 한 바퀴 빙글 돌아서,익숙한 닭 다리 같은 걸로 돌아온다. 그런 키라라가 오늘 먹고 있는 건,저것은 아무리 봐도――. “채소죠?” 옆에 앉은 부장에게,물었다.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부장은 말없이 페이지를 계속 넘겼다. 그대로 넘어갈까 생각한 쿄야였지만,신경 쓰여서,신경 쓰여서――그만 키라라 쪽을 힐끔힐끔 보고 말았다. 하얀 비닐봉지에 손을 넣고,꺼낸 것은 오렌지색을 한――당근이었다. 조금 속이 비치는 봉지 안에는,순무나 피망 같은 게 들어 있었다. “이건. 당근으로 된. 고기……." 마치 자신에게 들려주는 것같이, 중얼거리며,키라라는 당근을 물어뜯었다. 생으로 우적우적 씹어서,꿀꺽 삼켰다. 쓴 약이라도 다 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키라라는,다음 채소를 다시 봉지에서 꺼내서――. “이건. 순무로 된. 고기.” 자신에게 말하고. 물어뜯었다. 그리고 또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하 무한 반복. “저기. 시온 선배.” 쿄야는 시온에게 물었다. 컴퓨터를 향해 체스 인터넷 대전을 하던 시온의 등은――아무것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메구미〜.” “네〜. 홍차 곧나가요〜." 메구미에게 물어도,미묘하게 말을 피하는 듯한 대답만 돌아왔다. "타마――." “시끄러워요.” 타마에게 말을 걸려고 했더니,갑자기 혼났다. 작년 이맘때 쯤,부장과 묘야와 열중하던 사냥 게임에 타마는 지금 1년 늦게 빠져 있었다. “……영차.” 할 수 없이 쿄야는 자리를 일어섰다. 키라라의 소파로 걸어 갔다. “아. 고마워요.” 앉을 장소를 비켜준 키라라의 옆에,얌전히 앉아――잠시 식사를 지켜봤지만,결국 결심하고 키라라에게 물었다. “저기, 키라라. 왜 채소를 먹고 있죠?” 그렇게 물은 순간――. “대단해! 물어봤어! 물어보다니! 우리가 일부러 묻지 않았는 데,이 녀석은 물어봤어! 얼마나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녀석이람?! 분위기 좀 읽어라!” “아니――그의 경우에는,일부러 분위기를 파악하지 않는 거라고,난 그렇게 생각해. 그것은 그 나름대로의 자상함이 아닐――." “일부러 분위기 무시하기냐?! 일부러,분위기를 안 읽었〜구만!” 부장과 시온이 뭔가 말하고 있었다. 멋대로 떠들고 있게 놔두기로 했다. 쿄야의 질문을 받고――키라라는 얼굴을 들었다. 쿄야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평소에는 보여주지 않는 약한 얼굴에,가슴이 찌잉 미어졌다. “질. 말했어. 채소. 먹지 않음. 안돼." “제랄딘이었죠. 여동생이군요. 혼났습니까?” “무서웠어.” “착실한 여동생이군요.” 그러고 보니,캐나다에서 비행기를 타고 혼자서 왔다고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나이 인데,착실하기도 하지. 올해 중학교 1학년이라면 카스미랑 같구나――하고 쿄야가 생각하자. “쿄로.” 나약한 표정의 키라라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채소를 스윽 내밀었다. “채소. 먹지 않음. 안 돼.” 쿄야는 키라라를 도와서,생채소를 먹었다. 마구 먹었다. 그야말로 열심히. 안녕,코타츠 님 5월이 된 지 좀 지난 어느 날의 일――. “별일이군요. 부장님 . 오늘은 코타츠입니까?" 쿄야는 말을 걸었다. 내놓은 채로 방치되어 있던 코타츠에,부장이 폭 들어가 있었다. “응. 슬슬 치워야 하니까, 지금 작별인사 하는 거야.” 부장은 어찐지 진지한 표정. 코타츠 안에서도 정좌를 하고 있었다. “치워버리는 건가……." 시온이 컴퓨터 앞에서 코타츠로 날아와,한쪽 자리를 차지했다. 대전 도중에 버림받은 세계통일 챔피언이, 뭔가 메시지를 보냈다. “아니,시이. 너도, 요즘 전혀 들어오지 않았잖아.” “아니. 왜냐면 그게……. 요즘……, 따뜻하니까.” “그럼 언제까지 꺼내 놓을 거야? 여름까지 선풍기를 틀면서, 코타츠에 들어올 거야?" “인내심 테스트잖아요. 그랬다간." 쿄야도 코타츠 쪽으로 갔다. 앉아 있는 부장에게 말을 걸었다. “좋은데? 그거 하자. 한여름,가장 더울 때에." 아〜그건 GJ부답군요,하고 생각하며 쿄야가 끄덕이고 있자,부실 구석에서 타마가 끔찍하게 싫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코타츠. 끝?” 코타츠 쪽에서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자,키라라도 고기를 놓고 왔다. 한쪽 자리에 스윽 들어갔다. 키라라도 코타츠를 굉장히 좋아하는 종족이다.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오는 법이야. 그러니까 빛날 수 있는 거라고.” “그건 선대 부장님의 말입니까?” 쿄야는 물었다. 선대 부장의 이야기를 스스로 하는 건 처음이었다. 전보다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음. 뭐.” 잘난 척하는 부장의 얼굴을 봐도,가슴은 그렇게 아프지 않았다. “선대 부장님은 뭡니까? 이 생물은 태어났을 때부터 부장님 아닙니까?” 타마가 말했다. 저것은 밉살스러운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평범하게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부장에게 콰악 물렸다. 타마도 지지 않고 물어뜯었다. 올해의 신입부원 타마도,점점 ‘GJ부 식’ 에 적응한 것 같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다 같이 코타츠에 들어가자. 야〜,메구, 빨리 차 타서 이리 와〜.” “네〜.” “하지만 말이죠. 부장님.” 부장의 제안에 쿄야가 끼어들었다. “다섯 명 때의 포지션은 정해져 있지만,올해는 타마도 있어서 여섯 명인데요.” “흠. 그러냐." 부장은 팔짱을 끼었다. 오랜 생각에 잠겼다. “이 안에서 마오 다음으로 작은 것은 타마지. 그러니까 타마가 누군가의 무릎 위에 앉으면 되지 않을까?” 부장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시온이 말했다. “그럼 타마,나한테 오렴〜.” 메구미가 홍차 세트를 가져오더니,코타츠의 한쪽 면에 폭 들어갔다. “키라라. 크다.” 키라라도,뭔가를 주장했다. “너――무해. 다들. 말한 건 난데――." 시온이 아닌,‘시옹 님’ 이 억지를 부렸다. 그러면 ‘누군가의 무릎 위’ 라고 말하지 말고 ‘자신의 무릎 위’ 라고 말하면 될 텐데. “아. 여동생이라는 건 좋구나." 결국 타마는 ‘시옹 님’ 에게 갔다. “너무,만지지 마세요." 머리를 쓰다듬자 타마는 불편한 듯이 몸을 살짝 움츠렸다. ‘귀여워하기’ 의 격렬함에 곤란한표정이었다. “자,쿄로. 너도 와라." 혼자 서 있던 쿄야는,부장에게 불려갔다. 부장이 엉덩이를 20센티미터 정도 들고,‘무릎 위’ 자세에 들어갔다. 쑥스러운 것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면서,쿄야는 부장을 무릎 위에 놓았다. “네 쪽 의자는. 뭐야. 머릴 쓰다듬을 뿐이냐.” 코타츠 님 건너로,부장이 타마와 대결을 시작했다. “우리 의자는 빗질 기능도 달렸어. 털 다듬기도 해준다고." “우우우움. 시온 언니. 저딴 소리를 하고 있잖아요?” “응. 그럼 이쪽도 빗질을 해보자." “아우우. 무덤 팠어요. 아우〜,푸――풀지 마세요.” 머리카락을 매만지자 타마는 간지러운 둣,목을 움츠렸다. 쿄야도 부장에게 빗질을 하게 되었다. 모두 코타츠 님에 들어가,마지막의 단란함을 즐긴 하루였다. 역 앞 로터리 어느 개교기념 일 아침――. 쿄야는 이른 아침의 조용한 거리를 걷고 있었다. 평소보다 두 시간은 이른 거리는,셔터가 내려가 있는 비율 이 평소와 미묘하게 다른 듯했다. 평소와 다른 거리로 보였다. 6월이 가깝다고는 해도,이른 아침은 아직 조금 쌀쌀했다. 하지만 차가운 바람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오늘은 개교기념일이라 학교는 쉬지만,부활동은 있는 날이다. 부장의 제안에 의해,학교가 쉬는 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부활동’ 을 하게 되었다. 집합 장소는 학교 근처의 역. 그 역 앞. 그리고 집합 시간은 이른 아침 네 시――였지만. 그것은 ‘이부 시간’으로 정한 것이다. 세상 일반 기준으로 말하면 오전 여섯 시라는 것이 된다. 그래도 충분히 이르지만. 왜 그렇게 이른 시간에 꼭 집합해야만 하냐면――." 오늘의 부활동이. ‘전차로 GO’ 이기 때문이다. 부장은 만원 전철이라는 것에 타보자고 말했다. 부장이 떠올린 생각의 95%는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고 잊히지만,이것은 쉽게 결정되었다. 시온은 말할 것도 없고,메구미도 키라라도 타마도,그리고 쿄야도――도회지 아침의 만원 전철이라는 것에 타 본 적이 없었다. 한번 타보고 싶다. 아마,그런것이 ‘GJ부 혼’일것이다. 역 앞 로터리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여섯 시 몇 분 전――. 응. 늦지 않았다. “아〜.……! 아〜,다행이다〜! 선배,왔군요〜!” 그 목소리에 얼굴을 들자――. 자판기 앞에 웅크리고 있는 타마가 있었다. '따뜻한 단팥죽’ 을 양손으로 껴안듯이 들고 있던 타마는 쿄야를 보자,캔을 길 바닥에 놓고,곧바로 달려왔다. 주인을 발견한 개나 고양이 같은 기세로 안겨들었다. “선배,너무해요! 늦었어요!” 오늘의 타마는 약한 모습 모드인 듯했다. 귀여운 쪽이다. “늦지 않았어. 봐,5분 전이고. 전혀 문제없어.” 목에 매달려 있는 타마에게,쿄야는 말했다. 5분 전에 도착했는데,왜 혼난 것인가――. 전혀 알 수 없었다. “완전 지각이에요! 집합 시간이 네 시라고,선배는 분명 그렇게 떠들었잖아요!” “아니,그렇게 말한 건 내가 아니라 부장님인데.” “시간,잘못 안 건 줄 알고 걱정했어요! 하지만 모두한테 전화해 보려고 해도,번호도 모르고. 메일 주소도 없고――. 아! 선배,메일 주소나 알려줘요!” “아〜. 그러네.” 휴대전화를 맞대고,메일 주소를 적외선으로 주고받았다. 전에 가르쳐주려고 했을 때 ‘그런 건 필요 없어요.' 라고 거절한 것은 강한 모습 모드일 때의 타마지만. “이걸로 선배들이 다음에 건방지게 지각했을 때에도 안심이에요. 하지만 늦네요. 물어뜯는 햄스터라든가. 인간님을 두 시간이나 기다리게 하다니, 애완동물 실격이에요.” “어라?" 쿄야는 고개를 갸웃거 렸다. 타마가 말하는 '두 시간 기다렸다’ 는 것에,뭔가 데자뷰를 느끼는――. “아〜! 아〜! 아〜! ……그렇지! 타마,모르는구나. GJ부 시간.” “뭡니까. GJ부 시간이?" “아니,그게. 집합 시간이 있으면 말이야,거기에 앞뒤로 두 시간 폭을 두는 게,천천히 흘러가는 GJ부 시간이라는 거라―― “뭡니까. 그 마이 룰은! 적당주의인 것도 정도가 있죠!” “아니. 전통인걸.” “무슨 전통이 그래요!” 이 대화를,작년 여름방학에 자신도 했구나――하고 생가하면서,쿄야는 타마를 달랬다. 그 기분은 잘 안다. 작년에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었고――. “도착했습니다〜.” “오〜,2분 전,세이프.” 메구미와 부장이 왔다. “전혀 세이프가 아니에요! 완전 지각이에요!" 타마는 물어뜯었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부장에게 콱콱 물어뜯기 공격을 펼쳤다. 부장도 ‘원조 물어뜯기 공격’으로 응수했다. 그 후에 시온이 시간에 딱 맞춰서 왔다. 그리고 키라라가 가장 늦게 도착했다. “아〜. 키라라〜. 지각이에요〜. 1분 지각이에요〜." “벌〜금♪ 벌〜금♪” 메구미가 작년에도 한 것처럼 손가락질을 했고,부장이 초등 학생처럼 떠들었다. “여섯 시의. 냄새는. 어려워.” “이 사람들. 완전 끝장이에요." 기가 막혀서 이제 물어뜯을 기운도 없어진 타마가,그렇게 말했다. 개찰구 "자――. 가자.” 이빨 자국이 난 팔을 어루만지며,부장이 말했다. 타마는 부장의 이빨 자국이 그 세 배 정도는 생겼다. 이 승부는 3학년의 관록이 이겼다고 할 수 있겠다. 부장이 앞장섰고,한 줄로 개찰구를 향했다. 꼬박꼬박 카드를 꺼내서 기계에 터치하거나,휴대전화를 대거나 했고,적당 주의자인 타마는 지갑째로 올려놓기도 했다. 삑,삑,삑,삑,하고 모두의 소리가 이어졌다. 전원 빠짐없이 빠져나왔다고 생각해서,쿄야가 안심한 그 순간――. 딩동――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돌아보니――. 곤란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은,역시랄까 당연하달까,시온이었다. 지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좌우의 판과 쿄야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어째서인지 입가에 띄운 것은 어색한 웃음. 인간은 곤란한 일이 일어났을 때,실실 웃게 되는 법이다. 아아,시온도 인간이었구나,하고――감개무량할 때가 아니었다. 딩동딩동이라는 소리는 계속 울렸다. 아침 여섯 시라고는 해도,역시 눈길을 끌었다. “무슨 일입니까?” 시온의〈일반상식 수호기사〉로서,쿄야가 달려갔다. “아니 그게……,어쩐지 이 자동개찰기……,화가 난 것 같아." “그럴 리가 없죠.” 쿄야는 웃었다. "한번 물러서서. ――네. 다시 한 번 지나가 보세요.” 소리도 램프도 꺼져서 조용한 개찰기로,시온이 조심조심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다시 딩동딩동 소리가 울렸다. “역시……. 미움받는 것 같은데.” “아뇨,아뇨. 그럴 리가 없잖아요. 하지만 이상한데……? 어째서?”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이 귀여운 생물은." 부장이 척척 걸어왔다. 능글맞게 웃는 얼굴은 너무도 즐거워 보였다. “전철 타는 법은 배운 거 아냐? 사각 없음――이 아니었나?" “모두가 하는 것을 잘 관찰해서……,똑같이 했는데. 표도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당당하게 앞을 보고 통과하기." 어라? ――하고 쿄야는 생각했다. “표는 아니지만 카드 갖고 있어요.” 먼저 간 타마 일행도 돌아왔다. 개찰구의 이쪽과 저쪽으로 나뉘어 이야기했다. “시온 언니. 이런 거예요〜.” 메구미의 손에,팔랑팔랑 카드가 쥐어져 있었다. “타마는 이거 지하철 거지만요,하지만 버스도 밖으로 가는 전철도 탈 수 있어요." 그 손에 카드가 번쩍 나타났다. 하지만 바로 사라져서,다른 한쪽 손에 갑자기 출현했다. “그,그건 선택받은 자만 가질 수 있는 건 줄 알고――." 쿄야의 의혹은,이쯤에서 확신으로 바뀌었다. “누구나 평범하게 가질 수 있어요. 500엔으로 살 수 있죠.” “그,그렇구나.” 시온은 마치 지금 알았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지금 알았겠지. 자동 개찰구를 지나가지 못하는 이유를 알았다. 즉,시온은 카드를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전에 다 같이 전철에 탔을 때에는 표를 가지고 있었다. 하루 종일 몇 번이고 탈 수 있는 편리한 표를 부장이 준비해줬었다. 이번에는 근처로 가는 이동이기 때문에,다 같이 자신의 카드를 쓰는 것이지만――. “시이,너 말이야. 혹시 전철 타는 거……. 태어나서 이게 두 번째냐?” 부장의 질문에,시온은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끄덕끄덕 끄덕였다. 아아. 역시. “으음. 카드를 사기 위해서는,꼭 창구의 매표기에서――." 하고 거기까지 말하자,시온은 갑자기 불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시온의 편의점 데뷔는 불과 1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자판기 데뷔 쪽은――어쩌면,아직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갈게요. 지금 그쪽으로 갈게요. 기다려주세요! 시온 선배!” “부,부탁해!” 쿄야는〈일반상식 수호기사〉로서의 의무를 완전히 지켰다. 한 번 들어간 개찰구에서 밖으로 나와,역무원을 상대로 대활약. 그리고 시온 공주를 위해서 카드를 손에 넣는 것에 성공했다. '선택 받은 자의 카드’ 를 손에 넣은 시온 공주는,무사히 개찰구를 빠져나갔다. 카드를 대고 개찰구를 빠져나갈 때,공주님의 자랑스러운 미소를――쿄야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타마가 확실히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했기 때문에,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지만. 시온 공주의 그 표정은 다른 사진과 같이 스냅사진으로 인쇄 되어,부실의 코르크판에,잠시 붙어 있게 되었다. 야마노테선 외부순환선 러시아워의 만원 전철 차량 안은 판타지 세계였다. 쿄야의 지금까지의 ‘상식’ 이라는 것이,하나씩 뒤집어졌다. 인간 밀도,열기,그리고 ‘압력’ ――모든 것이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었다. 보통 만원 전철이라면,쿄야는 지금까지 몇 번 타 본 적이 있다. 중심가의 학교를 시험 쳤기 때문에,시험장으로 가보기도 했다. 그러나 쿄야가 알고 있는 '만원 전철’ 이라는 것은,예를 들어 ‘내립니다!’ 라고 외쳐도 있던 장소가 나쁘면 절대로 내릴 수 없다든가,기껏 그 정도다. 부장이 엄선해 온 '도회지 최고 혼잡 노선’ 은 단위가 달랐다. “압축! 맙축! 압축하고 있어,저거! 쿄――,쿄로! 더 탈 수 없다고,네가―― 말하고 와――!” “무리예요! 무리예요,부장님! 1밀리미터도 못 움직입니다!” 역무원이 전력으로 밀고 있었다. 들어가지 못하는 승객을 꾹꾹 압축해서 밀어 넣고 있는 것이었다. 발차 벨소리는 이미 울 렸는데,전철은 여간해서 출발하지 않았다. 문이 닫히지 않았다. 덜컹덜컹하고 사람을 사이에 두고 몇 번이나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했다. 차내 안내방송은 ‘무리하지 말고 다음 열차를 이용해주세요!’ 라고 큰소리를 지르고 있었지만,승객은 누구 한 명 들은 척도 안 했다. 이것은 어디의 판타지 세계지? 상식이 날아갈 정도의 충격이었다. 이렇게 사람이 밀집된 공간이 있어도 되는 걸까. 생명의 위기를 느낄 정도의 밀도로,사람이 꽉 차서 수송되 었다. 휴대전화가 전철 안에서 부서졌다는 이야기를 듣고,도시전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있어,있어! 지금 일어나고 있어! “아야야야……." 서로 밀고 밀려,밀고 밀려서,갈비뼈가 비명을 질렀다. 모두와는 완전히 해어져버렸다. 시온이나 메구미나 키라라나 타마, 모두 함께 같은 문에서 탔을 텐데,사람의 흐름에 밀려 이제는 머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마주 본 눈앞에―― 아니,배 근처에,부장의 얼굴이 하나 있을 뿐이다. “아야야야……." 또 주위에서 압박당해,쿄야는 신음했다. 뼈가. 뼈가 삐걱거렸다. 얼굴을 숙이는 참에,가만히 입술을 깨물고 견디고 있는 부장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서 쿄야는――번쩍 눈치챘다. 자신이 이렇게 괴롭다면,초등학생만한 체격인 부장은――?! “부장님……. 괜찮아요?” “괜찮……아.” 가느다란 목소리가 대답으로 돌아왔다. 너무도 괴로워 보였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느낌. “괜찮은 게 아니잖아요! 괴로워 보여요.” “시꺼. 난……. 부장이니까……. 괜찮……아,라고.” “아아,참! 힘들면,그렇다고 말해주세요!” 팔의 방향 하나 바꾸는 것도 힘든 압력 속에서,쿄야는 고생해서 부장의 작은 몸을 팔 안쪽에 넣었다. 죄송합니다. 죄송 합니다. 주변 사람에게 사과하면서,팔꿈치를 쭉 당겼다. 부장을 위해서,아주 약간의 공간을 비집고 열었다. "바보. 바보. 바보,묘로! 누가 도와달라고 했냐!” 꽤나 늘어난 비난에서,부장의 호흡이 조금은 편해진 것을 알았다. “너는 시이만 도와주면 돼!” "부장님도 도와줄 거예요. 이래 봬도 저는 일단 남자애 같으 니까요. 이럴 때는 활약하게 해주세요.” 부장의 등에 팔을 둘렸다. 주변의 인간 벽으로부터 작은 여자애를 계속 지켰다. “애초에 왜 마주 보고 있지? 우리가 왜 껴안고 있냐?” “얌전히 있어요,부장님. 저를 슈퍼 쿄로로 만들고 싶습니까?” "흥." 두 정거장 정도 참자,환승으로 사람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안쪽 문 앞의 창가로 잘 밀려가서,부장을 지키는 것도 조금은 편해졌다. 어쩌면 주변 사람들이 신경을 써준 것일지도 모른다. 부장의 얼굴을,가슴이라기보다 좀 더 밑의,명치 주변에서 안고――쿄야는 문의 유리에 팔꿈치를 대고,만원 전철의 압력을 등으로 막고 있었다. 야마노테선을 반 바퀴 돌아,처음에 정해 둔 역에서 내렸다. “대단했어요〜. 아〜! 시노미야 군,언니,여기,여기예요〜!” 손을 흔드는 메구미가 다른 문에서 밀려나왔다. 겨우 모두와 재회했다. “뭡니까,이게 뭡니까〜! 너희 모두 집에나 가버려!” 굴러 나온 타마는 반쯤 울면서 정신이 나가 있었다. 회사로 향하는 사람들을 손가락질하며 불평했다. “그쪽은 괜찮았어?” “키라라가 지켜주었어요〜.” 키라라가 보디빌더 포즈로 척 섰다. 그렇군. “이런이런. 이세계를 보고 왔어요. ――실컷 즐겼군요.”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는 표정으로,시온은 약간 기분이 고양되어 있었다. “쿄로가 방해했어〜. 실컷 즐기지 못했다고〜." 부장은 메구미의 배에 안겼다. 쿄야에게서는――,고개를 휙 돌렸다. 야마노테선 내부순환선 부장이 “실컷 즐기지 못했어.”라고 해서,한 번 더――. 같은 역의 반대편에서 그대로 탈 수 있는 ‘내부순환선’ 이라는 것도 체험했다. 역시 엄청난 압력으로――. 탈 때는 다 같이 함께였는데,인파에 밀려서,금방 헤어지고 말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시온 한 명뿐이다. “대단하네. 대단하다. 이렇게 사람이. 사람이 가득이야." 아무래도 시온은 오늘 이상했다. 계속 기분이 업된 채로 진정되지 않았다. “이만큼 꽉 채워져 있으면,자기 다리로 서 있지 않아도,똑바로 서 있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좋아. 실험해보자.” 하고 말하며,몸의 힘을 빼고 주변 사람에게 기댔다. “우와. 잠깐――시온 선배.” 전철의 흔들림 때문에 흔들흔들 기울어져――가속이 끊기는 기세에,그녀의 몸은 쿄야에게 확 쓰러져서――. 쿄야는 몸으로 받아냈다. “안 되는 것 같구나. 실험은 실패다.” “확실히 서 있지 않으면 위험해요. 급브레이크를 걸 때라든가." 너무 장난치지 마세요. ――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시온이 어째서 이렇게 들떠 있는지 모르겠지만,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았고, 본 적이 없는 시온의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좀 더 보고 싶었다. ‘시옹 님’ 과도 조금 다르다. 코타츠에서 연체동물이 됐을 때와도 달라서,멋있는 천재인 채,텐션만 오른 듯한 느낌――. 시온과 마주 본 상태로 전철에 의해 흔들렸다. 신장 차이가 나는 덕에,쿄야의 얼굴은 마침 그녀의 가슴 언저리까지 다가갔다. 이 자세는 조금 위험한 거 아닌가,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여덟 시 전의 전철은 초만원이라 몸의 방향을 바꾸기는커녕,팔 하나를 다른 위치로 옮기는 것조차 굉장히 곤란했다. “음? 쿄로 군은――." 갑자기 시온이 시선을 보냈다. 쿄야는 깜짝 놀랐다. 보지 않으려고 신경을 썼지만,얼굴 바로 앞에 있는 가슴이,아무래도 시야에 들어왔다. 시온의 그곳은,여성다운 우아한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아니,그게,저기――." “똑바로 서 봐." “아? 네,넵." 혼날 거라고 생각했는데,시온은 화가 난 것 같진 않았다. 대신 이상한 말을 했다. 주변에서 밀고 밀리는 가운데,가능한 한 시온의 명령을 실행했다. 똑바로, 등을 펴고 서보지――. “음. ――역시. 조금 컸구나.” “엥? 아――,키 말인가요?” “응. 작년까지의 넌,이 정도." 하고,손을 들어서 보여주려고 한 시온이었지만,이 밀집된 열차 안에서,그건 조금 어려운 동작이었다. 시온은 바로 포기하고,대신 가까이에서 미소를 지었다. “3센티미터? 4센티미터 정도는 컸나 봐?” “그런 것 같아요. 요전 신체검사 때 쟀어요.” “성장기구나. 남자애구나. 난 완전히 멈춰버렸지만. 넌 좀 더 크는 걸까?” “아무리 저라도,올해는 멈추지 않을까요? 아직도 크는 게 신기한데.” “그건 곤란해. 내가 하이힐을 신을 수 없게 되잖아.” 시온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연상 누나의 의미심장한 말에,쿄야는 두근두근했다. 그런 식으로,숨이 닿는 거리에서 보고 있자――. “아하하하――." 갑자기 시온이 웃기 시작했다. “?" “아니,그――미안해. 그게 그――말이지. 아하하하. 간지러워." 시온은 웃으면서 몸을 비틀거렸다. 뭘까,생각하니――. “누군가 간질이고 있어. 허리라든가,그 밑의 주변을.” 뭐라고! 쿄야는 격노했다. 분명 시온은 귀여운 생물이니까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이 만원 전철 안에서 파렴치한 짓을 하다니,그 건 즉――!! “서 있는 곳――바꾸죠.” “응? 아,아니,그건 무리겠지. 이런 혼잡 속에서――." “됐으니까――! 지금 당장 바꿔!!” 제2단계로 들어가,그렇게 외쳤다. ‘슈퍼 쿄로’ 가 되어――억지를 부려 시온과 빙글,자리를 바꿨다. 이걸로 치한 녀석도 괜찮겠거니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쿄야의 엉덩이 주변에서 슬금슬금 손이 움직였다. 잠시 후에 판명한 것이지만――결국 그건 치한도 뭣도 아니 었다. 끼어 있는 손을 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여자였다. “까,깜짝 놀랐네……. 나,남자애구나……." 시온에게서 이상한 평가와 이상한 시선을 받았다. 츄오선 각 역 정차 아직도 아침 러시아워는 계속되었다. 일단 내리고,다시 다른 노선에 탑승했다. 도심의 노선은 하나가 아니라 빙글빙글 원 모양을 그리고 있거나,직각으로 교차하거나 하면서 복잡기괴하다. 시간 탓인지,아니면 노선 탓인지,탑승한 열차는 아까보다 사람이 적기는 했다. 하지만 이 승차율은,료야의 기준으로 보면 역시 초만원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부장과 시온의 모습이 가까이에서 보이지 않는다. 같은 입구에서 탔을 텐데,역시나 해어지고 말았나 보다. 메구미와 키라라의 머리가 가까이에서 보였다. 메구미는 저래 보여도 의외로 키가 커서,쿄야와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다. 키라라는 180센티미터 정도 되어서,남자랑 비교해도 이마에서부터 위가 드러나 보일 정도였다. "메구미〜,키라라〜.” 발견한 두 사람 곁으로,만원 차량을 돌파해서 이동했다. 짜증난 표정의 주변 사람들에게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연거푸 사과하면서 겨우 두 사람 곁에 도착했다. “부장님과 시온 선배는?” “아까 저쪽으로 떠밀려가는 걸 봤어요~. 타마는,반대쪽으로∼." 메구미가 말했다. 쿄야가 잊어버린 타마에 대해서도,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키라라가 있으니까 안심이에요.” “다들. 있어.” 코를 킁킁 움직이고, 키라라는 그렇게 말했다. “아하하. 설마." 쿄야는 웃었다. 키라라는 냄새에 민감한 사람이지만,냄새로 모두의 위치를 알 수 있다는 건 아무리 그래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랬다가는 마치 경찰견 같잖아. “메구미는,계속 키라라랑 같이 있었어?” “이〜……. 네! 절 지켜줬어요.” 메구미라는 여자애는 둔한 건지 눈치 빠른 건지,잘 알 수 없는 소녀였다. 둔한 것 같으면서도,방금 쿄야의 빙벙 돌린 질문에 담긴 의미를 확실히 파악하고 있었다. 만원 전철 안에서,실은 조금 걱정이 됐다. 부장은 작으니까 오징어가 될 것 같았다. 시온은 즐기고 있었지만,꽤 위험했다. 타마는 강하게 크고 있는 야생 고양이니까,완벽히 완전히 괜찮아서 걱정도 하지 않았고. 키라라는 보호받기 보다는 보호해주는 쪽이지만. 메구미는 도대체 어떻게 되었나,하고. “붐빌 거야.” 키라라가 그렇게 말했다. 어떤 역에 도착하자,사람들이 잔뜩 탔다. “꺄아. 꺄아.” “우와. 우와." 인간의 압력에 눌려서,메구미와 둘이 열리지 않는 쪽의 문에 딱 붙었다. 유리에 붙은 쿄야의 얼굴 옆으로――팔이 뻗어왔다. 키라라가 문의 유리와 알루미늄 판에 척,하고 양손을 짚었다. 인간의 압력을 등으로 이겨내고 있었다. 쿄야는 메구미와 둘이서,키라라의 팔 안쪽에 보호받았다. “어라? 이런. 저기〜……?” 당황해서 묻는 쿄야에게――. “쿄로. 괜찮아.” ――하고,키라라는 자상한 표정을. “아뇨. 그러니까〜. 저기……?” “괜찮아요. 시노미야군. 키라라는 힘이 세니까요〜." “아니,그래도. 조금,이런 건 말이야.” 남자로서는,과연 어떨까. 여자한테 보호를 받는다는 건. 아까까지 부장과 시온을 지키던 쪽이었는데. 자신이 남자라는 걸 어찐지 조금 의식하곤 했는데. 그리고 슈퍼 쿄로도 되고 그랬는데. 하지만 키라라 앞에서는 다 소용없었다. 제2단계가 된 것 정도로는,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오늘의 부활동. 즐겁지만요. 하지만 힘드네요〜."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메구미가 곤란하다는 듯이 웃었다. '저,머리를 풀면 길어요∼.' 하던 그 머리카락이,풀리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매만질 수가 없다. “메구미. 미안해. 미안해.” “앵? 왜요? 시노미야 군. 왜 사과하는 거죠?” 미리 쿄야가 사과하고 있는 건, 메구미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었기 때문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일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다. 덜컹덜컹, 전철이 계속 흔들려서――. 쿄야는 움직이지도 못하고,얼굴 방향을 바꾸지도 못하고ㅊ. 되도록 숨을 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내리는 역까지의 짧고 긴 시간을 보냈다. 마무리 부활동 “휴우〜,힘들었다……." 미리 정해 둔 역에서 내리자마자,쿄야는 플랫폼에 쪼그리고 앉았다. "마오. 한 번 더 타자. 저것도 타보자!” 시온은 기분이 업되어 있었다. 다른 플랫폼의 색깔이 다른 전철을 가리키고 있었다. 펄쩍펄쩍 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신이 난 상태였다. 이것은 시온에게서 들은 이야기지만,인간은 생명의 위기를 느끼면,뇌 내에 엔도르핀이라는 물질이 분비된다고 한다. 그래서 기분이 업 된다고. 시온은,놀이공원에 한 번 가보면 좋을 것 같다. 롤러코스터 를 전부 타본다든가,재밌어 할 게 분명하다. “후후후의 후. 시이. 귀여운 생물인 너는 모르겠지만,도심의 전철에는 지하를 달리는 것도 있어.” “미안하지만 알아. 책에서 읽은 적은 있어. 그건 지하철이라는 거지?” “그쪽도 꽤 붐빈다고 하더군.” “그거 기대되는걸. 후후후의 후." “또 탈 겁니까……." 쿄야는 아직 일어서지 못하고,그렇게 중얼거렸다. “너의 GJ부 혼은 나약하구나. 단련이 부족해. 타마 이하,타마 미만이군.” “아. 거짓말,거짓말. 갈게요. 탈 수 있어요.” 쿄야는 벌떡 일어났다. “타마는 이제 집에 가고 싶어요……." 혼자서 계속 웅크리고 있는 타마였다. "다들 키가 크니까 괜찮겠죠. 타마는 머리가 위로 안 나와요. 주변에는 아저씨뿐이에요. 싫어요. 이제. 노인 냄새, 지겨워요.” 냄새가 화제로 나온 탓인지,키라라가 자신의 팔이나 어깨를 킁킁 맡아보기 시작했다. 뭔가를 신경 쓰고 있는 듯했다. “무언가의. 냄새." 키라라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꼬린내 말인가.” “꽃의. 냄새?” "향수 말이구나. 그러고 보니 여자들의 화장품은 향기가 강해. 밀폐된 공간이라서,키라라한테는 괴로웠을지도 모르겠네." “키라라. 괜찮아. 힘낼게.” "흐음……." ――하며, 부장은 팔짱을 끼고 긴 생각에 잠겼다. 경험상,이럴 때의 부장은 믿음직스럽다. 5초……,10초……,15초……. 부장이 눈을 번쩍 떴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다음은 지하철을 탄다. 벙글벙글 돌다가 19번째 역에서 내린다. 그 시간에는 ‘그것’ 이 이미 열려 있을 시각이야.” “그것이라는 게 뭐죠?” “도심에는 '센토’ 라는 게 있다고. 일본의 마음이야. 쇼와시 대의 향기야. 우리 GJ부는 지금부터 거기를 침략한다! 그렇게 하면 키라라의 냄새도 씻을 수 있으니까!” “아. 좋네요~. 목욕하는 가게입니까?” “목욕 가게라뇨? 목욕을 파는 가게입니까? 기념품인가요?” 메구미가 고개를 갸웃대며 엉뚱한 소리를 했다. 상류층 사람의 사고회로에는,집 밖으로 목욕을 하러 간다는 발상이 없는 게 분명하다. "마,말해 두겠는데,남녀 따로다. 혼욕 따위는 아니다!” "당연하잖아요." 뭔가 흥분하고 있는 부장을 간단히 넘기고,거기에서 화제를 끝냈다. “에도시대엔 센토라는 게 대부분 혼욕이었다고,책에――." 기껏 끝낸 화제를 다시 꺼내는 시온에게,'떼찌!’ 를 한 후, 다 같이 이동했다. “기――,기다려주세요――! 타마는 아까 말했어요! 이제 여기서 움직이지 않을 거예요!” “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고. 움직이지 않으면 놓고 갈 뿐이고.” 타마를 다루는 데에 완전히 능숙해진 부장이 척척 걸어가면서 말했다. “너무해요――!” 타마가 굴러가듯이 달려서 따라왔다. 다 같이 웃고 울면서,기대하면서,고개를 갸웃거리는 둥 하면서,부활동을 계속하러 갔다. “앗. ――그렇지.” 부장이 갑자기 멈춰 섰다. 뒤꿈치로 빙글 돌아서,타마에게 말했다. “카메라맨. 자. 찍어,찍어.” 다 같이 늘어서서,기념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 사진은 다른 몇 장과 같이,부실의 코르크판에 잠시 걸려 있었다. 작년보다 한 명 늘어나,여섯 명이 된 사진이다. 웃는 얼굴도 하나늘어서,여섯 개였다. <5권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