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부 3권 =========== Typing by IK연합 MU♥ 수정금지 재배포 허용 C O N T E N T p012 : 신호 색깔은 p018 : 부장이 온다 p024 : 시온이 온다 p030 : 메구미가 온다 p036 : 키라라가 온다 p042 : 크랫셔 마오 p048 : 쿄야 부재중 p054 : 헤로인의 일곱 가지 대죄 p060 : 자무네 p066 : 보이시 p072 : 모리 씨가 온다 p078 : 다가오는 문화제1 p084 : 다가오는 문화제2 p090 : 다가오는 문화제3 p096 : 부장대리 p102 : 껌 p108 : 키라라 식 스킨십 p114 : 문화제가 끝나다 p120 : 동복 p126 : 애교 p132 : 한가해요? p138 : 컵라면의 신제품 p144 : 애칭 p150 : 트릭 오어 트리트?! p156 : 틀린 곳 찾기 재탕1 p162 : 틀린 곳 찾기 재탕2 p168 : Y자 밸런스 p174 : 고오오오 p180 : 군고구마의 계절 p186 : 일본의 정취 p192 : 키라라의 비밀 p298 : 울리다, 부장 p204 : 울리다, 시온 p210 : 울리다, 메구미 p216 : 울리다, 키라라 p222 : 울리다, 쿄야 C H A R A E N T S 아마츠카 마오 고등학교 2학년, GJ부의 부장. 시온 고등학교 2학년. GJ부의 부원. 아마츠카 메구미 고등학교 1학년. GJ부의 부원. 마오의 여동생. 시노미야 쿄야 고등학교 1학년. GJ부의 수습부원. 애칭은 <쿄로>. 키라라 고등학교 2학년. GJ부의 부원. 모리씨 아마츠카 집안의 시종. 연령 미상. 요코미조 쿄야의 중학교 시절부터의 친구. 같은 반. C T E R S 신호 색깔은 평소 칸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남자애들을 위한 만화잡지를 읽고 있던 부장이 갑자기 말했다. “신호등 색깔은 무슨 색깔이지?” “네?” 쿄야는 잡지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되물었다. 만화의 컷을 좆는 눈은 멈추지 않았다. 오늘은 잡지가 두 종류 나오는 날이라, 부장이 다른 한 권을 다 읽기 전에 이쪽에서 다 읽지 않으면 안 된다. 몇 십 초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부장이 다시 중얼거렸다. “가도 된다는 색깔.” 이걸로 겨우 부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가 판명되었다. 그래서 쿄야는 답을 입에 담았다. “파란색 아닌가요?” “하지만 그거 초록색 아니야?” “파란불이라고 부를 정도니까 분명 파란색일 거예요.” “아니야. 역시 파란색은 아니지.” 부장은 만화잡지를 테이블에 놓고, 단호히 항거하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쿄야도 할 수 없이 잡지를 내려놓고 처음으로 부장과 마주보았다. “난 전부터 이상했어. 어째서 다들……. 그 색깔을 파란색이라고 부르는 건지. 아무리 봐도 초록색이잖아? 파랑이라는 건 좀 더 선명한 색이잖아. 예를 들어, 블루 하와이 팥빙수 같은.” “팥빙수는 딸기맛이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누가 물어왔냐! ……아, 그렇지! 멜론 색과 똑같아! 파란불의 색깔은! 그러니까 역시 그건 초록색이야.” “그런 아마 멜론도 파란색이겠죠. ……아야아야아야, 살려줘요, 부장님!” 슬슬 물릴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물렸다. “어째서일까요. 이상하네요.” 부장의 턱이 겨우 떨어지고, 쿄야는 손을 어루만지면서 그렇게 말했다. 항상 이상한 말을 꺼내는 부장이지만, 오늘도 또 뭔가 이상한 것에 집착하고 있었다. “모두가 파란불이라고 말하니까 파란색이라고 해 두죠.” “싫어. 전 세계가 YES라고 말해도, 난 NO야.” 부장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휙 돌렸다. “으음…….” 이쯤해서 쿄야는 도움을 청하듯이 부실 안을 둘러보았다. 먼저 시온 선배부터. 평소대로라면 ‘마오의 상대는 네가 할 일’이라고 정해둔 것처럼 손을 팔랑팔랑 휘저을 뿐인 시온이지만, 커피 컵을 받침에 내려놓더니 입을 열었다. “국제표준으로 ‘전진’의 색은 녹색인 것 같아. 이본도 예전에는 초록색이었지만 파란불이라고 할 때가 낳아서, 그 후 파란색으로 통일되었다고 해. 일본은 문화적으로 초록색과 파란색을 별로 구분하지 않아. 예를 들어, 푸른 멜로이라고 표현해도, 봐, 이상하지 않지?” 아는 것이 많은 시온다운 지적이고 우아한 대답이었다. 쿄야는 충분히 납득했다. “그렇군요. 파란색과 초록색의 신호기가 섞여 있어도 이상하지 않군요. ……부장님. 그래서 파란색이어도 초록색이어도 되는 거예요.” “싫어. 파란색인지 초록색인지 확실히 해! 확실히 흑백을 구분해! 청록을 구분해!” 부장은 납득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음 답변자. 키라라 “키라라. 신호등은 파랑인가요, 초록인가요? 가도 된다는 색깔이요.” 부실 구석의 소파에 앉아 평소처럼 고기를 먹고 있던 키라라는, 이름을 불리자 얼굴을 들었다. 전혀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있던 그녀에게, 한 번 더 처음부터 순서대로 설명을 했다. 어쩌고 저쩌고, 이렇고 저렇고, 알곗다는 듯이 키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가는 색은, 안전한 냄새.” “안전한 냄새래요. ……부장님, 납득하셨나요?”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르겠어!” 소용없었다. 마지막은 메구미의 차례였다. 메구미는 모두의 차를 타주면서 등 뒤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한 번 더 처음부터 설명할 필요는 없다. “저는 예전부터 신경이 쓰였는데요. 신호등 안에 있는 사람……. 그건 남자일까요, 여자일까요?” “안에 있는 사람?” “봐요. 이런 식으로…….” 하고, 메구미는 몸으로 표현했다. 걸어가거나 멈추거나 하는 포즈를 취했다. “아, 보행자용 신호의 그림으로 나오는 사람의…….” “그건 어려운 문제군!” 부장이 말했다. 어느새 문제가 바뀌어 있어도,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평소 같은 GJ부의 일상이 느긋하게 계속되었다. 오늘의 GJ부는 ‘신호등 문제 검토위원회’였다. 부장이 온다. 평소 같은 점심시간. 평소 같은 1학년 9반 교실. 쿄야가 평소처럼 요코미조와 마주 앉아 점심 도시락을 먹고 있자……. “야, 1학년 꼬마들. 지금 당장 우리 쿄로를 내놔. 그렇게 하면 생명의 안전과 정신의 존엄만은 보증해주마.” 뭔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쿄야는 몸을 움찔 경직시켰다. 부장이었다. 입구 W고에 서 있었다. 팔짱을 끼고 등을 뒤로 쭉 펴고…… 거만하게 서 있었다. 부실에서 보고 있으면 위화감은 전혀 없지만, 이렇게 같은 반 여자애들이랑 비교하니 얼마나 작은지 확연했다. “꺄~, 귀여워라~!” 바보 여자애들이 몰려 들었다. “으아, 으아, 으아아……위, 위험해!” 쿄야는 서둘러서 일어섰다. 여자애들의 무리와 부장의 사이로 끼어들었다. “쿄로 군이 누구야?” “쿄야 군이라고 말하는 걸 거야. 나 말이지.” “쿄로라고~? 이상하다~. 아하하~.” “야, 쿄로. 뭔가 칭찬받는 것 같은데.” 20센티미터의 키 차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부장은 여자애들을 밑에서 내려다보려고 했다. “칭찬이 아닝요. ‘이상해’라는 건 칭찬으로 쓰는 말이 아니니까요.” “안녕, 쿄로 군.” 여자애들이 겨유 저쪽으로 가 주었다. 손을 팔랑팔랑 흔드는 여자애들에게 웃음으로 답했다. 그리고 나서 쿄야는 부장에게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봐요, 퍼져 나갔잖아요. 어떻게 하실 거예요.” “너, 쿄로라는 이름. 싫으냐?” “엣, 아뇨, 뭐, 그런 건 아닙니다만.” “그럼, 됬잖아.” “된 건가……?” 여전히 부장은 자신의 길을 끝까지 고수하는 사람이었다. 부실에서도 어디에서도 똑같았다. “그런데 오늘은 도대체 무슨 일이죠?” “아니, 방과 후 부활동 때문에 말이야. 오늘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말해두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너 혼자서 기다릴 거 아니야. 풀 죽어서 8시까지.” “아뇨. 그래도 6시쯤에는 집에 갈 것 같은데요. “거봐, 역시 기다리잖아.” 하고, 부장은 이겼다는 듯이 으쓱했다. 뭔가 간파당하고 있다. 진 것 같은 기분이다. “그건 고맙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오지 않으셔도 되었을 텐데.” “뭐야, 오면 안 되냐?” “아, 아뇨…….문자를 보내시면 되지 않나 해서.” “그런 걸 깨작깨작 누르고 앉자 있겠냐~!” “하긴요.” 두 팔을 들고 화가 난 포즈의 부장에게, 쿄야는 말했다. “뭐야, 뭐야? 시노미야. 네 여동생?” 부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니, 이번에는 남자애들이 다가왔다. “여동생 캐릭터일지도 모르겠지만 여동생은 아니야. 우리 GJ부의 부장님이야. 2학년 선배야.” “뭐야, 이건. 쿄로. 네 친구냐? 미남인데.” “미남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마도 봊ㄴ인은 전혀 무를걸요.” “진짜~? 나 미남이구나! 이봐~, 미나! 들었어? 나 미남이래~.” 교실 구석에서 신죠의 여자 친구가 따듯한 미소로 답했다. 이 반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반에서 제일 미소녀와 소꿉친구로, ‘신의 커플’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의 사이였다. “하하하……하지만 나, 여자 친구 있거든요. 반하지 말아주세요.” “유쾌한 녀석이군. 우리 부에 왔으면 좋겠는데. 이거. 이 녀석.” :우리 부는 남자 금지 아닌가요?“ “그런데 작다고 말은 많이 들었지만, 정말로 쪼그마네~…….” 하고, 신죠가 부장의 머리에 손을 올려놓았다. 쓰다듬었다. 쿄야는 전율했다. 부장의 머리에 손을 놓는 행위는 절대적 금기다. 그리고 그는 또 ‘작다’고 말하는 이 중의 금기를 범했다. 콰악. 부장이 물었다. 금기를 범하면 당연히 그렇게 된다. 그것은 마치 물리법칙의 범구 같은 것이다. “우아~! 아야~! 아야야~! 안 떨어져~! 안 떨어진다~! 이거~!” 쿄야는 부장의 다리를 잡고 떼어내는 것을 도왔다. 발을 둘 다 잡고 당겨도 한참 떨어지지 않았다. “뭐야, 저 위험한 생물은.” 이빨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손을 어루만지며, 신죠는 쿄야 뒤에 숨었다. 부장에게 공포의 눈길을 보낵 hdlT다. 부장은 ‘흥’ 하고 코웃음을 치듯이 고개를 돌렸다. 기껏 부장의 인상을 좋은 쪽으로 선전해서, 포교 혹은 이미지 전략을 펼치고 있었는데……. 실물이 와버린 탓에 반에서 또 나쁜 소문이 퍼질 것 같다. 시온이 온다. 평소 같은 점심시간. 평소 같은 9반 교실. 쿄야가 평소처럼 요코미조랑 앉아 도시락을 먹는데…… “실례하지. 시노미야 군은……, 있나?” 교실 입구에서 맑은 목소리가 들려와서……쿄야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시온이었다.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나 시온에게 향했다. “무슨 일이세요, 시온 선배.” 저번에는 부장 때문에 소동이 일었다. 쿄야는 그걸 경계했다. “엊그제 빌린 책인데 벌써 다 읽어서, 네게 반납하려고…….” "부실에서 주시면 되는데요.“ “실은 난 오늘 부실에 안 가거든.” “내일이어도 별로 상관없어요.” “아니, 빌린 책은 바로 반납해야지.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하고, 시온은 이쯤에서 쿄야의 태도에 눈치를 채고 얼굴색이 달라졌다. “……뭔가 민폐를 끼쳐버렸나? 미안하군. 뭑 kans제였는지 가능하면 가르쳐주면 고맙겠는데.” “아, 아뇨, 그게. 그런 게 아니라…….” 저번에 부장의 일도 있고 해서, 쿄야는 되도록 빨리 시온을 돌려보내려고 했다. 시온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것도 시온을 지키기 위해서 하는 일이다. “우와……, 예쁘다.” 역시 반 여자애들에게 들켜버렸다. 곧 여자애들 무리에 둘러싸였다. 시온은……본인은 자각이 없지만 아무튼 눈에 띄는 사람이다. 무릎까지 닿을 만한 긴 머리도 그렇고, 그 용모. 미모. 그리고 큰 키. 부실에서 보고 있으면 위화감이 없지만, 반의 여자애들 사이에 서 있으면 그 차이는 일목요연했다. 같은 종류의 생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쿄로 군……사, 살려줘.” 여자애들은 검은 머리의 무리 위에서, 곤란한 듯한 시선이 쿄야를 향했다. 머리카락 곱다~, 라든가, 키 크다!, 라든가, 여자애들은 시온을 둘러싸고 하염없이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쿄야는 알고 있었다. 시온은 칭찬받는 것이 기쁘지 않는 사람이다. 천재라든가, 미인이라든가, 뛰어난 것이 반드시 좋은 일뿐만은 아니라는 것을, 쿄야는 예전에 시온에게 들은 적이 있다. 쿄야는 수호기사로서 시온에게 달려갔다. “얘들아~, 그만해줘~, 봐, 시온 선배도 무서워하잖아~,” 훌륭하고 용감하게, 그리고 과감하게 영웅적으로 막아섰다. 그녀를 지키는 방패가 되리. “야, 치사하다, 시노미야. 소개시켜줘. 이런 미녀라면. 그 선배지? 천재지?” 달려드는 남자애들도 몸으로 막았다. 소개해달라고 말한 그 녀석은 놀랍게도 여자 친구가 있는 녀석이다. ‘신의 커플’이라고 불리는 한쪽인 신죠였다. “선배는 천재예요? 천재는 뭘 하죠? 천재는 어떤 기분이죠?” 쿄야가 묻는데 3개월이나 걸린 질문을, 만나서 겨우 몇 초 만에 해버리는 남자에게 현기증과 함께 가벼운 선망이랄까, 넘을 수 없는 벽이라든가 좌절감 등을 맛보며……. 아무튼 쿄야는 시온을 지켰다. 지금의 자신은 단순히 한 개의 방패다. 그걸로 족하다. “그만해. 신죠. 갑자기 실례잖아.” “응? 그런가? ……아, 미안해요. 저 좀 둔해서요. ……아 그거. 그 책.” 그는 금방 사과해서……그런 점은 미워할 수 없지만, 시온이 가지고 있는 책을 알아보고 말을 걸었다. “그 소설, 저도 읽었어요. 꽤 야하죠? 키스 정도가 아니라, 더 대단한 것도 잔뜩……아, 그렇지. 아세요? 그 니노미야 슈지, 사실은…….” “아니야.” 딱딱한 목소리와 딱딱한 표정으로, 시온은 부정했다. “아니, 달리 난 그런 생각으로 읽고 있는 건 아니야. 이것은 고상한 이야기야. 사랑과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스토리고, 사랑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루고 있기 때무네, 분명 네가 말하려고 한 그런 장면이 있는 것은 인정하기 않을 수 없지. 그러나 프로이트의 학설을 인용할 것도 없이, 에로스와 타나토스가 불가분인 것은 만인이 인정하는 것이지. 사진가면서도 예술가인 아나키도, 두 가지는 떼어낼 수 없는 표리일체라고 말했어. 그러므로…….” 계속 늘어놓는 시온에게서, 쿄야는 반 친구들은 때어놓았다. “어? 혹시 그건가? 야한 책을 일고 있다고 말하면 안 되는 거였나? 그런 건가?” 겨우 눈치를 챈 그에게, 쿄야는 힘없이 끄덕였다. “미, 미안.” 그는 금방 사과해서……그런 점은 미워할 수 없지만, 시온은 아직 돌아가지 않았다. 계속해서 심라학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괜찮아. 익숙한 일이야.” 아직도 계속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시온에게, 신죠는 훔처보듯이 얼굴을 향하더니……. “뭐야, 저 귀여운 생물은?” 저번에 부장이 했던 것과 같은 말을, 그도 입에 담았다. 역시 그랬다. 저건 역시 귀여운 것이다. 쿄야는 자신의 감상에 확신을 가졌다. 메구미가 온다. “그래서……. 부장님이 자주 말해. 냄새 난다고. ……그건 무슨 뜻일까?” “그야 물론 좋은 냄새가 난다는 뜻이지. 전병. 야키미소. 밤. 볶은 깨 같은 거.”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를 하면서 도시락 타임. 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쿄야 쪽. 쿄야의 도시락 통은 아직 절반 이상 남아있었고, 요코미조의 폭탄 주먹밥은 이미 한 개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묻잖아, 텟신. 다음 문화제의 우리 반 출품이…….” “알아, 알아. 도와달라는 거지.” 요코미조에게 말을 거는 여자아이는 반 친구인 쿠라하시. 그……요코미조 텟신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쿄야의 이야기도 동시에 듣고 있었다. 한 번에 다수의 이야기를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요코미죠의 특수 능력은, 그의 집이 여자들이 많은 대가족이라, 누나나 여동생이 몇 명이나 있는 환경에서 길러진 힘이라고 한다. 참고로 쿠라하시는 반에서 두 번째로 미인인 여자애. 요코미조와는 약간 사이가 좋다. 보통 반이라면 화제나 놀림의 대상이 되었겠지만, 이 1학년 9반에는 ‘신의 커플’이 군림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건 남녀교제의 축에도 끼지 못한다. “안녕하셍~.” 들린 것은 메구미의 목소리였다. 옆 반인 1학년 8반에 있는 메구미는 종종 이 1학년 9반에 놀러 온다. 물론 쿄야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사이가 좋은 여자애한테 오는 것뿐이지만. 메구미의 친구는 신죠……라고는 해도, 그 칠판 남자 신죠가 아니라, 그의 친척인 여자애 신죠다. 천사같이 항상 방긋방긋 웃고 있는 여자애라, 메구미와 축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최근 부장이나 시온이 왔던 걸 생각하며, 메구미에게 얼굴도 안 돌리고, 쿄야는 도시락 통을 보았다. 부실 이외의 곳에서 메구미와 말한 적은 별로 없다. 아마 한 번도. “아~. 이미 도시락 먹었다요? 시노마야 군.” “에?” 쿄야는 깜짝 놀라 얼굴을 들었다. 방긋방긋 웃는 천사의 미소가 거기에 있었다. “밥풀 묻었어요~. 뺨에.” “엣, 앗.……응.” “어, 어쩐 일이야?” “에헤헤. 사실은요…….” 메구미는 등 뒤에 든 무언가를 꺼내려고 했다. 그때……. “아~. 뭐야, 너~. 여자랑 이야기나 하고~.” 신죠가 일부러 초등학생같이 놀리러 왔다. ‘신의 커플’의 한쪽인 그는 정말로 그 자각이 없는 듯 했다. 여자 친구가 있는 녀석이, 무슨 근거로 여자애랑 이야기하는 남자애를 놀릴 수 있는지, 그 정신 상태를 조금 따지고 싶었다. “시노미야 군. 자, 이거요.” 메구미는 포장을 내밀었다. 아까 꺼내려고 했던 것이다. “엣? 이건…….” 귀여운 무늬의 냅킨에 쌓인 그것은 아무리 봐도 도시락 통으로 보였다. 내민 도시락 통과 메구미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시노미야 군. 전에 말했잖아요~. 맛있다고. 얼마든지 먹고 싶다고~. 너무 많이 만들어버려서, 그래서 가지고 왔어요~.” 하고 말하는 메구미는 손에 도시락 통을 들고 있었다. 쿄야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도시락이라는 것은 만들다 보면 한 개 더 말들어버리기도 하는 것인가? “오오, 사랑의 도시락이라는 건가!” 신죠가 큰소리를 질렀다. 매일매일 사랑의 도시락을 먹고 있는 행복한 사람이, 도대체 어떤 종류의 권리가 있어서 남을 놀릴 수 있는 거지. “메구미 말이야. 시노미야 군과 사귀는 거야? 부인이야?” “아니에요~. 전혀 그런 거 아니에요~.” 간이 부은 남자가 그렇게 말하자, 메구미는 쿡쿡 웃으면서 대답했다. 쿄야는 추욱 늘어졌다. 용자와 천사의 대화는 보통 사람을 기죽게 하는 충분한 위력이 있었다. “으, 응……. 고마워.” 쿄야는 메구미에게 그렇게 말했다. 메구미는 ‘그럼 가볼게요~.’ 하고 말하며 돌아갔다. 오늘은 신죠에게 가지 않고 그대로 자기 반으로 돌아갔다. 냅킨 포장을 열면서, 쿄야는 고개를 갸웃했다. 메구미는 아까 ‘맛있다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쿄야는 기억에 없었다. 그녀가 손수 한 요리를 먹은 깅거은 없다. 그러더니 물론 맛있다고 한 기억도……. 뭐, 아무튼 오늘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좀 기대를 하면서 뚜껑을 열어보자……. “아.” 쿄야는 소리를 내며 굳었다. 도시락 통 안에 차 있던 것은 전부 과자였다. 그러고 보니 부실에서 막다가 말했다. 말했었다. 맛있다고 말했었다. “어머, 맛있어 보이는 쿠키잖아.” 요코미조와 말하고 있던 쿠라하시가 번쩍, 목표를 포착하는 기세로 얼굴을 돌렸다. “뭐, 열심히 해봐.” 신죠가 재빨리 물러섰다. 도와줄 생각은 없다는 의사표시. 도시락 통에 가득 든 과자는, 남자가 먹기에는 좀 많아서……쿠라하시에게 절반 정도 주었다. 그렇다기보다는 약탈당했다. 키라라가 온다. 평소 같은 점심시간. 평소 같은 교실. 평소 하던 대로 쿄야는 요코미조와 마주 앉아, 안 해도 그만인 쓸데없는 잡담을 하면서 도시락 통의 음식을 해치우고 있자……. “키라라, 왔어.” 잘못 들을 수가 없는 목소리가 문 쪽에서 들려서, 쿄야는 당황했다. 요즘 부장, 시온, 메구미, 이렇게 계속해서 모두가 찾아왔다. 그러나 어째서 키라라까지 왔는지. 키라라는 부실 이외에는 만난 적도 없는데. “잠깐……왜 온 겁니까.” 여자애들 혹은 남자애들에게 들키지 전에, 쿄야는 키라라에게 재빨리 달려갔다. “마오. 말했어. 너도 가라.” “아~, 네네, 알겠습니다. ‘부활동의 일환’이라는 거군요.” GJ부의 활동내용이라는 것을 쿄야는 아직 확실히 배우지 못했지만, 무슨 ‘재미있는 것’을 할까 찾는 부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부의 활동은 ‘재미있는 일을 하는 부’라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요?” 키라라라면 가르쳐주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렇게 묻자……. “키라라, 몰라.” 금세 그런 대답일 돌아왔다. 다리에서 힘이 빠졌다. 서 있는 것도 힘들어Te. 모르는 사람에게는 알아낼 재간이 없다. “야~, 야~, 야~. 시노미야~. 거기 있는 누나, 누구야?” 옆에서 울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신죠가 서 있었다. “아차.” 발각되었다. 미리 가로챘으니 복도로 데려갈 걸 그랬다. “야, 시노미야. 지금 너, ‘아차’라고 말했지?” “아니, 말 안 했어. 신죠는 눈치가 빠르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이고.” “됐으니까 소개시켜줘. 그 미인.” “키라라, 미인?” 키라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오른쪽을 보고 왼쪽을 보고, 뭔가를 찾는 동작을 했다. “미인. 이란 게. 뭔데? 먹는 거?” 사전을 찾는 것 같았다. 카라라는 잘 모르는 말이 종종 있다. 일본어는 공부 중. 항상 사전을 찾아보았다. 참고로 하는 건 영어와 고양이 말이다. “이 누나는 어떤 사람이야? 뭔가를 잘하는 사람?” 신죠의 눈은 흥미진진해 보였다. GJ부의 사람이 오면 이상한 짓을 하는 법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키라라는, 으음…….” 하고 쿄야는 본인을 보았다. “카라라, 강해?”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분명 그럴지도 모른다. 키라라는 엄청나게 힘이 세서……. “강하다니, 어느 정도? 예를 들어? 빌딩도 킥 한 방에 부술 수 있어요?” “그건. 무리.” 농담을 던진 신죠에게, 키라라는 개그로 받아주는 대신 진지하게 대답을 했다. “그럼 자동차를 고철3덩이로 만들어 버린다든가?” “그것도. 무리. ……일지도 몰라.” 그렇게 대답하는 키라라는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지도 모른다는 것은? 아마 해보면 될지도 모른다는 뜻인가요?” 신죠의 농담은 어디까지나 계속되었다. “그럼 다른 건요? 마하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든가?” “이봐, 신죠. 놀리는 건 그만해.” 쿄야가 끼어들었다. “아니, 딱히 놀리는 건 아닌데? 진지한데? 강하다고 하니까, 그건 도대체 어느 정도 범위의 이야기인가 하고…….” “인류를 가볍게 넘을 정도부터 시작하지 마. 일단 그 정도부터 시작할 수 있는 사람들은, 고등학교 따위 안 다니고 세상을 한두 개쯤은 구하고 있을걸.”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인지 진지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반 친구를 상대로, 쿄야가 키라라를 보호하기 위해 어쩐 일로 용감하게 싸우고 있자니……. “키라라. 점프.” 키라라가 말했다. 그 자리에서 점프해서……천장에 가볍게 손바닥을 대고 왔다. “오~!” 짝짝, 신죠가 박수를 쳤다. 쿄야도 깜짝 놀랐다. 지금 1미터 정도는 점프했다. 기분이 좋아졌는지, 키라라는 방긋 웃음을 지었다. “더. 점프.” 전보다도 더욱 높이 뛰어올라서……. 천장에 머리를 부딪쳤다. 쿠웅 하고 소리가 나며 후드득 먼지가 떨어졌다. 키라라는 머리를 움켜쥐고 웅크렸다. “머리. 아파.” 천장을 올려다보니, 그곳에는 둥글게 패인 자국이 확실히 남아있었다. 전설로 남아 전해지겠구나, 하고 쿄야는 어딘가 남의 일처럼 생각했다. 크랫셔 마오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하지만 오늘의 쿄야는 평소와는 달리 조금 자랑스러운 기분이었다. “새로운 휴대전화예요~.” 막 새로 장만한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놓고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흐흠.” 먼저 부장이 흥미를 보였다. 휴대전화는 액정에 붙은 보호필름이 남은 상태였다. 그 반짝반짝 새로으? 신품을 손에 들더니, 부장은……. 씨익, 하고 보호필름을 벗겼다. “아~!” 쿄야는 비명을 질렀다.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영혼의 절규에도 부장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바깥의 서브화면 쪽 보호필름까지 용서 없이 벗겨버렸다. “자.” 돌려받은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쿄야는 덜덜 떨었다. “자, 가 아니잖아요~.” 평화적 패배주의자라고 해도 싸워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지금이 그때다. 쿄야의 전의의 오라를 느겼는지, 부장은 자신만만하게 미소를 지었다. 먼저 팔짱을 끼었다. 그 후에 다리를 높이 꼬아 앉았다. 턱을 약간 치켜들더니 중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잘 들어, 쿄로…….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지. 보호필름을 벗기지 못하는 인간과, 벗기는 인간이다.” “전혀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일단 부장님이 ‘벗기는 쪽’의 인간이라는 건 잘 알겠습니다.” 쿄야는 먼저 조용히 그렇게 받아쳤다. 그 후에 두 손을 높이 들고……. “하지만 남의 물건ㅇ르 벗길 것까지는 없잖아요~!” 이것은 메구미에게 배운 분노의 포즈였다. 천사같이 얌전한 메구미지만, 가끔 화가 날 때는 이런 포즈를 취했다. 그렇게 하면 ‘아아, 메구미가 화가 났구나’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자신은 지금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니……. 그러니까 ‘난 지금 화가 났어요’라고 주장하기 위해 그런 포즈를 취한 것인데……. 하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실은 꽤 냉정해졌다. 가끔 부장같은 사람을 돌경하게 된다. 화가 나면 그 순간 바로 물어뜯는 사람에게……. “내가 이 세상에서 단 하나, 참지 못하는 것은……. 보호필름을 붙인 채로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녀석이야.” 팔짱을 낀 채로, 부장은 엄숙하게 그렇게 말했다. “부장님은 참지 못하는 게 잔뜩 있잖아요.” “첫 번째는 니체고, 두 번째는 하트만 선임증사이려나. 두 사람 다 위대한 철학자거든.” 시온이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문고본을 손에 들고, 안경 너머의 눈이 장난스럽게 빛났다. 부장에게 화가 난 것뿐인데, 시온까지 끌어들인 것 갔았다. 너무 화를 내버린 것일까, 하고 쿄야는 반성했다. “미오는 디스트로이어 미오라고 불리거든. ……뭐, 천재지변 같은 거지.” 역시 부장과 오래 알고 지낸 시온다웠다. 좋은 마무리를 준비해 주었다. 쿄야는 그것에 편승하기로 했다.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고 하니까. 빗겨진 필름은 다시 붙일 수 없으니. 납득과 타협의 균형점을 재빨리 찾아 포기하려는 것이 가장 좋다. 평화적 패배주의자에게는 그것이 가장 어울린다. “뭐, 하긴……. *지진, 벼락, 화재, 부장님이라고 하니까요.” 사람들은 대자연의 위협에 저항할 수 없다. ‘대자연’의 행위에 불평을 해봤자 소용이 없다. 필요한 것은 빨리 기분을 전환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다. * 일본에서는 옛날에 ‘지진, 벼락, 화재, 아버지’를 무서운 것의 대표적인 네 가지로 꼽았음. “난 벼락 같은 거냐?” “아마 호랑이가죽 비키니를 입고 북을 치면서 번개를 치는 거겠죠.” “흐음.” 부장은 팔짱을 낀 채로 끄덕였다. 부장의 뇌리에 어떤 뇌내 비전이 떠올랐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역시 부장의 감수성은 좀 이상하다. 다툼은 긑. 이것으로 화해. 하지만 쿄야는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이제 두 번 다시 부장 앞에서 보호필름을 떼기 전의 물건은 꺼내지 않겠다고. 절대 안 할 거다. 이 일은 여기까지. ……하고 쿄야가 그렇게 납득하고 있자. “고쳤어요~.” 하고 메구미가 말했다. 그 손에는 쿄야의 휴대전화. 떨어진 보호필름이 셀로판테이프로 붙여져 있었다. “아니야! 넌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어!” “의미 없어!” 쿄야는 부장과 둘이서 의기투합했다. 팔을 휘두르며 메구미에게 외쳤다. 메구미는 손가락 끝을 마주 대며 방긋방긋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 사이좋네요~.” 쿄야 부재중. “쿄로가 없네. 그 녀석. 어떻게 된 거야?” “오늘은 볼일이 있다고 들었는데.” “볼일이 뭔데? 그건 부실에 와서 우리들이랑 잡담하는 것 이상의 중요한 일인가?” “글쎄. 사적인 일에 너무 참견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묻지 않았는데.” “쓸모없는 녀석. 도움이 안 돼. 정말 끝장이야. 말이 안 돼.” “미안해.” “큰일이에요, 언니! 시노미야 군이 없으면…….” “없으면?” “……홍차를 마실 사람이 없잖아요~.” “부어. 마실 테니까.” “시노미야 군의 것도 마셔주세요~. 언니.” “너, 그런 점은 의외로 가차 없더라. 마실 거지만.” “키라라도 차 드세요~. 오늘 차는 뭔지 알겠어요~?” “이것은, 아삼.” “맞아요. 맞았어요. 대단해요. 한 방이에요.” “카라라의 초인적인 후각을 생각해 보면 간단한 일이겠지. 다음에 와인 테이스팅이라도 시켜볼까.” “바보, 넌 잊었냐, 그 참극을. 게다가 여기는 미성년자 음주금지의 일본이야.” “아…….” “저기……, 이봐, 키라라. 너도 쿄로가 없으면 쓸쓸하냐?” “앗……! 언니, 지금 ‘너도’라고 했어요. ‘너도’……라고!” “쿄로. 없어?” “뭐야, 너, 이;제 눈치챘냐. 고기만 먹고 있으니까 그렇지.” “고기는. 중요.” “안 뺏어.” “확실히 먹어. 성불. 잘 부탁. 나무아비나무아비.” “아니, 누가 네 종교 물어봤냐?” “쿄로, 건강 나빠?” “아니. 딱히 아픈 건 아닌 것 같아. 여동생한테 부탁을 받은 듯해…….” “그 녀석, 여동생 있었냐!……아니, 아까는 hafms다고 시이가 말했잖아! 넌 거짓말쟁이냐! 거짓말을 한 거냐! 날 속여 놓고 슬쩍 웃고 있었단 말이냐!” “지금 문자로 물어봤는데, 낡은 후대전화를 여동생에게 물려준다고 같이 후대전화 가게로…….” “줘 봐! ……야, 쿄로, 너 지금 당장 부실로 와! 3초 이내로!” “마오. 그건 음성통화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해도 안 들릴거야.” “그럼……내가 심심하다고 그렇게 전해!” “언니는 후대전화 문자 치는 거 힘들어 하니까요~.” “그런 걸 깨작깨작 누르고 앉아 있겠냐~! ‘쿄로’라고 치는데 몇 번이나 눌러야 되는 거야~!” “음……. 마오의 상대는 내가 하고 있으니까, 천천히 와도 된단다. ……라고 송신.” “야, 너, 내가 하는 말 못 들었냐?” “요즘 쿄로 군을 본받으려 하고 있거든. 그의 못 본 척하는 능력은 정말 훌륭해. 인류 안에서도 위에서 세는 게 빠른 정도가 아닐까. 그건 천성의 재능일 거야.” “어느 쪽이냐면 괴수가 아닐까.” “여동생은 어떤 사람이에요? 다음에 부실에 몰래 데려오지 않을래요? ……라고 송신.” “너 그건 문자보다 이모티콘 쪽이 세 배 정도 많잖아?” “귀엽죠~?” “그러고 보니 쿄로 군의 여동생은 귀엽다고 하는군.” “여동생 캐릭터는 한 명으로 충분해! 두 명은 필요 없어!” “마오. 초등학생인 그 애랑 경쟁하려는 건 고등학생으로서 좀 그렇지 않니.” 다음에 와인 테이스팅이라도 시켜볼까." "바보. 넌 잊었냐, 그 참극을. 게다가 여기는 미성년자 음주금지의 일본이야." "아……." "저기─,이봐, 키라라. 너도 쿄로가 없으면 쓸쓸하냐?" "앗─! 언니, 지금 '너도' 라고 했어요. '너도'─라고!" "쿄로. 없어?" "뭐야, 너, 이제 눈치챘냐. 고기만 먹고 있으니까 그렇지." "고기는. 중요." "안 뺏어." "확실히 먹어. 성불. 잘 부탁. 나무아비나무아비." "아니, 누가 네 종교 물어봤냐?" "쿄로. 건강 나빠?" "아니. 딱히 아픈 건 아닌 것 같아. 여동생한테 부탁을 받은 듯해─." "그 녀석, 여동생 있었냐─! 아니, 아까는 모른다고 시이가 말했잖아! 넌 거짓말쟁이냐! 거짓말을 한 거냐! 날 속여 놓고 슬쩍 웃고 있었단 말이냐!" "지금 문자로 물어봤는데, 낡은 휴대전화를 여동생에게 물려준다고 같이 휴대전화 가게로─." "줘 봐! ─야, 쿄로, 너 지금 당장 부실로 와! 3초 이내로!" "마오. 그건 음성통화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해도 안 들릴거야." "그럼─내가 심심하다고 그렇게 전해!" "언니는 휴대전화 문자 치는 거 힘들어 하니까요~." "그런 걸 깨작깨작 누르고 앉아 있어겠냐~! '쿄로'라고 치는데 몇 번이나 눌러야 되는 거야~!" "음……. 마오의 상대는 내가 하고 있으니까, 천천히 와도 된단다.……라고 송신." "야, 너, 내가 하는 말 못 들었냐?" "요즘 쿄로 군을 본받으려 하고 있거든. 그의 못 본 척하는 능력은 정말 훌륭해. 인류 안에서도 위에서 세는 게 빠른 정도가 아닐까. 그건 천성의 재능일 거야." "시이, 너. 혼자서 착한 척하는구나. 난 나쁜 놈이냐?" "어느 쪽이냐면 괴수가 아닐까." "여동생은 어떤 사람이에요? 다음에 부실에 몰래 데려오지 않을래요?……라고 송신." "너, 그거 문자보다 이모티콘 쪽이 세 배 정도 많잖아?" "귀엽죠~?" "그러고 보니 쿄로 군의 여동생은 귀엽다고 하는군." "여동생 캐릭터는 한 명으로 충분해! 두 명은 필요 없어!" "마오. 초등학생인 그 애랑 경쟁하려는 건 고등학생으로서 좀 그렇지 않니." "언니는 여동생 캐릭터였어요?" "그럴 생각인 것 같군." "너희들, 여동생, 여동생 떠들지만 말이야. 진짜 여동생이라는건~, 나이를 먹는 거라구? 귀여운 건 정말 잠시야. 알아? 금방 키가 더 커버린단 말이야, 그녀석들은!" "아직 세이라는 언니랑 비슷한 정도잖아요." "아~냐! 녀석이 이미 1밀리미터 더 커! 하지만 아직, 승부는 지금부터야!" "마오네 집의 특수사정은 내버려두고라도─. 좋겠다, 여동생. 갖고 싶다. 누가 복도를 지나가지 않을까. 그러면 우리 부의 전통에 따라서─." "안돼. 안돼. 모두들 경계하고 있다니까. 1층으로 우회해서 돌아가고 있어. 섣불리 지나가는 건 쿄로 정도지." "쿄로. 온대. 볼일. 끝." "너,의외로 중요한 대사를 갖고 가는구나." (쿄야가 없는 고로 목소리만) -헤로인의 일곱 가지 대죄 "저번에 읽은 만화에 재미있는 게 쓰여 있었어요~." 평소 같은 방과 후 . 평소 같은 부실. 오늘은 어쩐 일인지 쿄야가 화제를 꺼냈다. "흐음." 갈라진 머리카락 끝을 찾는 것을 그만두고, 부장이 얼굴을 들었다. "'신만이 아는 세계'라는 만화인데요~. 무슨'헤로인의 일곱 가지 대죄'라는 게 있대요. 헤로인이 범하는 안 되는 일곱 개의 죄가 있다고─." "현실과 2차원을 혼동하지 마!" 하고 갑자기 부장에게 퍽 걷어차였다. "왜 갑자기 차는 거에요~. 그래서 어쨋다든가, 아직 아무말도 안했는데요~." "어차피 무례한 소리를 할 게 뻔하지.─왜냐면 넌 무례한 녀석이니까." 머리카락 끝으로 가리키며, 부장은 딱 잘라 말했다. "전 단지, 부장님은 한두 개는 확실하군요. 하고 그렇게 말하려고 했을 뿐인데─아야아야, 아파요, 부장님!" 잘근잘근 물렸다. 오늘도 부장의 송곳니는 충분히 뾰족했다. "좀 흥미가 있는데." 시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온은 의자를 당겨 1미터 정도 가까이 다가왔다. "에? 아니, 그런 대단한 이야기는 아닌─." "이야기해." 의자에 거만하게 앉은 부장이 말했다. 팔짱을 끼고, 다리를 높이높이 다시 꼬아 앉았다. 쿄야는 각오했다. 심심풀이 화제 제공을 하려다가, 어쩐지 모두의 버튼을 눌러버린 것 같다. 이제 와서 그만두겠다고 말해봤자, 아마 절대로 통하지 않을 것 이다. "으음……. 뭐였더라. 분명……. 오만, 분노, 나태, 탐욕, 폭식, 색욕─의 여섯 개였을 거에요." "일곱 개가 아니잖아. 여섯 개잖아." "질투는 괜찮대요." 부장은 옆의 시온과 속닥속닥 작은 목소리로 밀담을 나눴다. 눈썹을 모으고, 두사람 다 점점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 그건 기독교에 나오는 일곱 개의 대죄랑 어, 어떻게 다르지?" "그……그 일곱개의 죄를 범하면, 어, 어떻게 되는 거지?" 두 사람에게 질문 공세를 받았다. 두 사람 다 뭔가 두려워 하는 듯한 얼굴이다. "글쎄요. 헤로인 실격이 되는 게 아닐까요?" "시, 실격되면 어떻게 되는거지, 그건?" "글쎄요. 미움받는 게 아닐까요. 만화나 게임이나 라이트 노블 이야기니까요. 아마도 주인공에게." "자, 자세히 설명해. 그 질투를 뺀 여섯 개에 대해." "오만이라는 건, 거만하다는 거죠." "마오다." "아, 아니야!" 시온이 지적했다. 부장은 부정했다. 쿄야는 다음 이야기를 계속했다, "분노라는 건 화를 잘 낸다는 걸로." "이것도 마오네." "아,아니야!" 두 사람은 또 똑같은 대화를 주고 받았지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다. "나태라는 것은 귀찮아 한다든가. 목욕도 안 하고 더럽다는거 아닐까요." "이건……. 괜찮군." "물론 매일 목욕하고 있지. 필요하다면 증명할 수도 있어." "탐욕은 명품 같은 걸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걸까요?" "그렇게 많이 갖고 있지 않아." "아니, 그건 내가 산 게 아니라 니니즈(오빠들)가ㅡ!" "폭식은 많이 먹는 거에요." "키라라다!" 부장이 외쳤다. 소파에 있던 키라라가, 자기 이름을 듣고 이쪽을 보았다. 아무 일도 아니라고 납득할 때까지 이쪽을 계속 쳐다보더니ㅡ다시 식사를 계속했다. "색욕은 야한 걸 말하는 것 같아요." "뽀뽀는 금지야! 이건에 대해서 난 무죄라고 주장하는 바야!" "아니, 그건 그런 게 아니야ㅡ." "……이상으로 전부에요. 그런 고로, 아무것도 해당되지 않은 건 메구미뿐이라는 결론이면 될까요? 검토위원회 여러분?" "저 녀석이 헤로인이었구나!" 부장이 무릎을 치며 말했다. 홍차 준비를 하고 있던 메구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보았다. 자신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까 현실과 2차원을 혼동하는 건 그만두죠~." 쿄야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라무네 9월에 들어섰는데 아직도 늦더위를 느끼는 어느날ㅡ.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을 다 같이 걷고 있었다. 매미 울음소리가 어딘가 멀리서 들려왔다. 올해 마지막 매미라고 생각하자 약간 쓸쓸하게도 느껴졌다. "저거 마시고 가자." 맨 앞을 걷던 부장이 갑자기 그런 말을 했다. "뭐죠?" 그랬더니 부장은 턱으로 옆을 가리켰다. 거기 있는건ㅡ. '라무네'라고 쓰여 있는 깃발이었다. 정리하는 게 늦은 여름의 풍경이다. 지금 눈치챘지만, 마침 불량식품 가게 앞에 서 있었다. "아. 좋네요." 쿄야는 말했다.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부장의 뒤를 따라갔다. "아줌마. 라무네 주세요~." 어지러운 가게 안에 부장을 선두로 다 같이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과자랑 장난감이 빽빽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일부는 천장에서 추욱 매달려 있기도 했다. 80년대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가게안을, 신기한 듯한 시선으로 두리번거리고 있는 것은ㅡ먼저 시온.그리고 메구미. "이런 곳은 처음인가요?" 쿄야는 물었다. 위를 올려다보고 있던 시온이 움찔하고 놀라고, 그 후로 끄덕하고 고개만으로 대답을 했다. "키라라. 있어." "아. 저번에 아이스 바를 먹은 게 여기였나요." "아이스 바. 당첨. 쿄로. 대단해." "여기 굉장하네요~. 어쩐지 보물창고 같아요~." 메구미는 여자애들용 장난감에 계속해서 감탄했다. 쿄야는 약간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뭐야, 너, 단골이었냐?ㅡ쿄로." "부장님은 여기 자주 오나요?" "초등학생 때부터 왔지." "어? 그럼 어쩌면 서로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네요." "기억을 못했다면, 그건 전부 네 책임이지. 존재감이 없으니까, 넌." "저도 기억을 못하겠는데요~. 그런 작은 꼬마가 있었던가?" "마오는 키가 컸어.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는." 시온은 먼 곳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게 큰 누나가 있었던 것 같기도……. 그건 부장님 이었나요?" "내가 알겠냐?ㅡ아줌마, 라무네 먹을게요~." 가게 안쪽으로 말을 걸며,부장은 냉장고를 멋대로 열어 라무네 병을 꺼냈다. 아줌마는 안쪽에서 전혀 나오지 않았다. 뭐, 불량식품 가게라는 건 그런 법이다. 쿄야도 냉장고에 손을 넣었다. 멋대로 꺼낸 라무네를 모두에게 한 병씩 돌렸다. "이건……. 청량음료수군. 포도당 과당 액당……. 사이다의 일종인가?" 시온이 신기한 듯이 병의 라벨을 보았다. 모두가 지켜보는 따뜻한 시선을 눈치채더니, 시온은 허둥지둥 말했다. "요즘 편의점에는 몇 번 가봤어. 탄산음료는……, 마셔본적이 없지만, 오늘 여기서 마셔보면 되니까. 이걸로 모두랑 똑같아. 그야말로 평범하고 보통이지." "오빠 분들에게 약간 반항 중이시군요." 이 선배는 귀엽다고 생각하며, 쿄야는 그렇게 말했다. 쿄야가 모두와 말하고 있는 틈에, 부장은 재빨리 자신의 것을 열었다. 시온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장이 손바닥으로 뚜경을 기세 좋게 치자ㅡ. 뻥ㅡ하고, 기분 좋은 소리가 울렸다. "마,마오ㅡ! 넘쳐, 넘치잖아!" "괜찮아. 이래도." 넘친 거품이 유리병과 부장의 손을 타고 뚝뚝 흘렀다. 하지만 부장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 거품의 분출이 멈추자 손을 확 흔들어 거품을 털고는, 한쪽 손을 허리에 얹고 병을 입에 대고ㅡ. 천천히 꿀꺽꿀꺽 마셨다. 다른 사람들도 부장의 흉내를 내서 라무네 병을 열었다. 역시 마찬가지로 거품이 흘러나왔다. 비명을 지르거나 환호성을 지르거나 했다. "마……, 마실 수가 없는데?" 불안한 표정으로 시온이 물었다. 모두들 잘 마시고 있는데, 자신만 잘 마실 수 없어서ㅡ. 그 표정은 쿄야가 보기에는 거의 반쯤 울고 있었다. "요령이 있어요. 이 안의 구슬을 이쪽으로 오게 해서ㅡ." 쿄야는 시온의 손에서 병을 받았다. 방향을 180도 정도 회전시켜서 돌려주었다. "나온다. 나온다!" 존경의 눈빛이 부담스러웠다. "자, 거스름 돈. 20만 엔." 겨우 나온 아줌마가 부장에게 100엔짜리를 받고 거스름돈을 주었다. 여기에는 80년대 센스가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 듯했다. 늦더위를 느끼는 GJ부의 어느 하루는 평화롭고 얌전히 지나갔다. -보이시 "보이시라고 있잖아요." "뭐?"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만화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쿄야는 부장에게 그렇게 물었다. 이번 주 발매된 소년 만화잡지를 두 권, 부장과 쿄야가 나눠서 읽고 있었다. 부장이 다 읽는 그 순간에 맞춰서 이쪽도 다 읽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테크닉이 필요해서, 아마도 인류 중에서도 쿄야 정도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ㅡ. 아니, 그건 뭐, 됐고ㅡ. 서로 몇 페이지를 더 읽을 만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쿄야는 계속해서 말했다. "ㅡ만화 안에서는 종종 남자같이 행동하며 말하는 여자애가 있잖아요." "그러고 보니 저번에 읽은 소설……. 안전한 책에도 있었어, 그런 거.ㅡ그래서 , 그 보이시가 어쨌다고?" "아뇨. 그런 거 현실에는 얼마나 있나~……? 해서요." "우리 반에는 없는데." "메구미네 반에는 어때?" 쿄야는 계속 보고 있던 만화잡지에서 얼굴을 들었다. 항상 있던 쪽으로 얼굴을 향하자, 역시 홍차를 준비하고 있던 메구미가 곧 보았다. 메구미는 1학년이나 반이 다르다. 쿄야가 있는 1학년 9반은 명물 반이지만, 옆반인 1학년 8반도 꽤 시끌벅적한 반이라고 들었다. "글쎄요~……. 없을걸요~?" 티스푼으로 찻잎을 뜨면서 메구미가 고개를 갸웃했다. 메구미는 갑자기 화제를 던져도 괜찮은 아이다.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항상 이야기를 듣고 있다. "우리 반에는 처음에 한 명 있었는데요. 그럼 세반을 합친 여자애 중에서 한 명이니, 존재비는……. 음~, 54분의 1 정도인가요." "넌 역시 무례한 녀석이구나." "네?네? 어째서요?" "여자의 가치를 희귀도로 평가하다니. 발상이 한심한 아저씨들이랑 똑같군. 못됐어." "네?네?네? 잘못된 겁니까. 그럼 그만할게요." 쿄야가 순간적으로 참회하자ㅡ. 부장은 뭔가를 떠올린듯한 표정으로 변했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 부에도ㅡ 이 GJ부에도 한 명 있었지." "에? 뭐가요? 누가요? 보이시 말입니까? ㅡ키라라?" "왜 키라라인데. 키라라 녀석은. 'HEY! 나, 키라라' 라고 하잖아." "아뇨. 'HEY!' 같은 말은 안 쓸 것 같은데요. ㅡ뭐, 그렇죠." "음……. 어흠." 그때 시온이 헛기침. 컴퓨터로 체스 대국 중이길래 말을 걸지 않았지만, 그 등과 흑발은 계속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것 같다. "어? 혹시 시온 선배……, 인가요?" "이 녀석, 어렸을 때는 보이시했어." 시온은 컴퓨터 앞에서 떨어지더니, 스스슥 하고 둥근 탁자로 왔다. 화면에는 승패 결과가 남아있었다. 그 '세계통일 챔피언'은 오늘도 완패를 당한 후였다. "성별이라는 것에 관심이 없어서." 하고 시온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도 오랫동안 몰랐어. 그게ㅡ주변이 니니즈(오빠들)뿐이잖아?그래서 나도 같은 종류의 생물이라고 생각했지." 시온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해도, 쿄야는 니니즈 중 한 명도 만나본 적이 없다. "마오랑 만났을 때였나. 성별이라는 것을 의식한 것이, 이 푹신한 생물은 뭔가, 하고 흥미가 생겨서……." "아~. 부장님의 머리카락, 푹신해 보이니까요~." 부장은 흥하고 고개를 돌렸다. 쿄야는 시온과 둘이서 미소를 교환했다. "머리를 기른 것도, 자신이 여성이라고 깨닫고 나서였어. 먼저 겉모습 부터 시작해보려고 생각해서." 시온은 긴 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올렸다. 하늘하늘 흐르는 그 예쁜 머리카락을 자기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보고 말아서ㅡ쿄야는 조금 부끄러워서 부장같이 고개를 돌렸다. "그……, 그때의 시온 선배를 한 번 만나보고 싶네요." "응? 만나볼래?" 시온은 머리카락을 말았다. 볼펜을 하나 집어 들어 푹 찔렀다. 앞에서 보기에는 숏컷같이 변했다. 표정도 어쩐지 의젓하게 만든 후ㅡ. "내 이름은 스메라기 시온. 네 이름은?" "엣. 네. 저기. 시노마야 쿄야라고……, 합니다." "그렇군. 나랑 친구가 되어 주지 않겠어?" "네. 저기. 상관없……는데요." 어쩐지 얼굴이 빨개져서, 쿄야는 고개를 숙였다. 시온의 성을 처음 들은 것과, 그리고 예전의 보이시한 시온을 만나버린 것이 어쩐지 무척 기뻤고, 그리고 부끄러웠다. -모리 씨가 온다 "실례합니다. 여기가 GJ부의 부실인가요?" 낭랑한 목소리가 입구에서 울렸다. 의자에서 엉덩이를 든 쿄야는, 거기에 서 있는 메이드를 보며 끔벅끔벅 눈을 깜빡였다. "아마츠카 가문의 시종을 하고 있습니다. 모리라고 해요." 장신의 여성이 깊이 머리를 숙였다. "아. 네. 저기ㅡ네, 저야말로 잘부탁드립니다." "메구미 아가씨는 이쪽에 계신가요?" 코스프레 같은 게 아니다. 진짜 직업인 메이드. 검은 롱스커트로 한 치의 빈틈도 없다. "저기.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아. 네. 아ㅡ메구미말이군요." 멍하니 있던 쿄야는 질문을 받고 정신이 들었다. 아마츠카 가문에서 일하는 이 여자는, 예전에 얼굴을 본 적이 있지만 이야기를 한 것은 지금이 처음이다. 전에 합숙에서 돌아온 날에 부장과 메구미를 데리러 온것이, 아마 이 여자분이다. 그때는 멋있는 양복 차림이었지만ㅡ. "어~? 저기. 아까까지는 있었는데요……. 어디 있지." 홍차를 준비하고 있던 메구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주전자만 부글부글 김을 뿜어댔다. 부장과 시온, 키라라의 모습조차 사라져 있었다. "맡아주시겠어요? 메구미 아가씨께 전할 물건입니다." 그녀ㅡ모리 씨에게 작은 종이봉투를 받았다." "그럼. 저는 이만." "저기ㅡ." 깊게 허리 숙여 인사를 하고 사라지려는 메이드를, 쿄야는 불러 세웠다. "한 번만." 굳게 마음을 먹고 그렇게 말했다. 코스프레가 아닌 '진짜' 메이드를 앞에 두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될 한마디가 있다. 한 사람의 남자로서ㅡ라고 할정도의 남자로서의 자각은 없지만ㅡ말하지 않으면 분명 후회할 한 마디였다. "빙글 돌아주실수 있어요?" "이렇게요?" 메이드는 빙글 돌아주었다. 롱스커트가 빙글 펼쳐저 발의 부츠가 살짝 보였다. 화악~, 쿄야는 행복해졌다. 완전히 만족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기도하듯이 중얼거리며 메이드를 배웅하려고 하자ㅡ. 퍽ㅡ용서 없는 발차기가 뒤에서 날아왔다. 처음 한방에 이어 퍽, 푹, 투웅ㅡ하고 세 번 더 발차기가 계속되었다. 쿄야는 앞으로 쓰러졌다. 복도의 바닥과 친구가 되었다. "숨어서 보고 있자니ㅡ어디 감히 남의집 언니를 꾀고 있는 거냐, 넌?" 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분노를 뛰어넘어 약간 냉랭할 정도의 목소리였다. 메구미나 시온이나 키라라까지, 장난기 섞인 얼굴로 입구 옆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오해예요. 전 단지 반 남자애들을 대신해서 남자의 평생의 꿈을ㅡ아니, 그것보다 왜 숨어서 보고 있던 거죠?" "그건 네가 모리 씨를 상대로 얼마나 웃기게 말을 더듬을까를 관찰하려고ㅡ아니, 뭐가 꿈이냐? 어떤 꿈인데? 1밀리미터도 이해 못하겠다." "진짜 메이드예요? 빙글 도는 걸 못 보면 성불할 수 없어요." "좋아. 그럼 이미 봤으니 만족했지? 성불할 거지? 좋~아. 성불시켜주마." 부장은 그렇게 말하며 니삭스를 좌우 순서대로 끌어올렸다. 완전 발차기할 준비였다. "근데 아까 전 네번 발로 차인 것 같은데요. 첫번째는 부장님이라고하고, 두 번째랑 세 번째, 네 번째는 대체 누가. 아, 전부, 네번 다 부장님이군요. 그렇다고 말해주세요." 쿡쿡 웃음소리가 울렸다. 쿄야는 부장과의 말다툼을 중단하고 그쪽을 보았다. "ㅡ아가씨들한테 들은 대로의 분이군요. 시노미야 님은." 눈 끝에 눈물까지 고이며 웃고 있던 그녀였지만, 곧바로 의젓하고 쿨한 메이드로 돌아갔다. "네? 네에? 에엣~, ……부징님, 도대체 어떤 식으로 말하셨던 거죠?" "아~. 모리 씨. 고맙습니다~. 저, 잊고 와버렸어요~." 메구미가 종이봉투를 받아들였따. 쿄야의 손에 있었던 종이봉투는, 발로 차였을 때 하늘로 날아갔다. "이 잎은 일본에서는 우리 집에서밖에 손에 넣을 수 없거든요~." 메구미는 그렇게 말하며 홍차를 준비했다. 이제까지 속편하게 벌컥벌컥 마시던 차는, 어쩌면 엄청나게 귀중한 것이었던 건 아닐까ㅡ. "그럼 실례합니다."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모리 씨가 떠났다. 잠시 후에 교정 쪽으로 열린 창을 통해서ㅡ. 두두두두두, 하며 심장의 리듬으로 울리고 낮고 무거운 엔진 음이 들려왔다. "뭐야, 모리 씨. 애차를 타고 왔나." 부장이 중얼거렸다. "애차?" "모리 씨의 오토바이. ㅡ'할리'라고 하죠~." "할리? 아, 할리 데이비슨 말이군요." 쿄야는 말했다. 하지만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는 롱스커트로 왔다. 그런데 오토바이? 아마츠카 가의 시종 혹은 메이드는 비밀이 많은 사람 같았다. -다가오는 문화제① "어서 오세요~. 주인님~." 평소대로 부실에 온 쿄야를 그런 목소리가 맞이했다. "뭐……, 뭐야, 그게?" 입구에 선 채로 부실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쿄야는 멍하니 되물었다. 귀여운 메이드가 찻주전자를 손에 들고 있었다. 메구미였다. "이것 말인가요?" 메구미는 찻주전자를 테이블에 놓더니, 검은 스커트의 끝자락을 잡아 올렸다. 한쪽 발로 뒤쪽 바닥을 딛고, 귀엽고 우아하게 인사했다. "우리 반이 작년에 했던 거야. 이야기를 했더니, 메구미가 꼭 입어 보고 싶다고 해서 빌려왔는데." "아……. 그러고 보니 슬슬 문화제의 계절이군요……." 시온의 설명에 쿄야는 납득했다. 하긴 벌써 9월.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문화제라도 슬슬 준비할 시기다. 쿄야네 반도 무슨기획을 할지 난리인 상태였다. "너, 언제까지 거기에 서 있을 거야?" "엣……, 아……. 네." 부장에게 말을 듣고 서둘러 부실 안에 들어갔다. 문도 확실히 닫았다. "홍차는 어떠세요? 주인님." "저기……. 그, 그만해.……그거. 주인님이라는 그거……." "에~? 왜요, 주인님?" 메구미는 장난치듯이 그렇게 말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일지도. 예전에 진짜 메이드를 목격은 했지만, 접대를 받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체험이었다. 그런데 요전에 모리 씨가 왔던 것과 오늘 메구미가 메이드인 것은 뭔가 관계가 있는 것일까……? 크크크, 하고 부장이 의자 위에서 배를 잡고 있었다. 쿄야의 동요가 오늘도 그녀를 즐겁게 했다. "오늘의 다과는 파운드케이크예요. 주인님." 메구미가 작게 자른 카스텔라 같은 서양 과자를 내주었다. 케이크라고 이름이 붙어 있끼는 했지만, 크림 같은 것은 전혀 발라져 있지 않은 심플한 맛의 구운 과자였다. 너무 단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쿄야지만……. 이 케이크라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이건 너무 달지 않아서 맛있어." 쿄야는 케이크를 입에 넣으며 그렇게 말했다. 메이드가 있는 풍경에는 조금 익숙해져서 평정심을 가장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세요? 파운드케이크는 밀가루랑 달걀이랑 설탕이랑 버터를, 각각 1파운드씩 쓰는 거예요." "파운드는 영국과 미국에서 쓰는 단위지. 야드파운드법에서 나오는 무게 단위로, 약 453.6그램이지." 자신의 입에도 케이크를 집어넣으며, 시온이 설명해주었다. 그녀가 마시고 있는 것은 커피다. 니니즈(오빠들)중 누군가가 커피의 달인이라, 마셔주지 않으면 눈물이 바다를 이룬다고 한다. "즉. 4분의 1은 설탕으로 되어 있다는 거지." 부장이 슬쩍 그렇게 말했다. 쿄야는 손에 든 케이크를 자기도 모르게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칼로리를 계산하면ㅡ." "시온 언니! ㅡ그건 말하지 않는 게 예의예요." 드물게도 메구미가 매서운 기세로 그렇게 말했다. 쉬잇, 하고 손가락을 하나 세워서 입술에 댔다. 메구미도 칼로리를 신경 쓰거나 하는구나. 그 새로운 발견을, 쿄야는 가슴에 담아두었다. "……그런데 왜 메이드죠?" "너, 그거 아까도 물어봤잖아." "에? 그랬나요? 죄송해요. 푹 빠져서 보고 있었나 봐요." 쿄야는 솔직하게 그렇게 말했다. 푹 빠져서 보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이야기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작년에 우리 반이 문화제에서 쓴 물건이거든. 메구미에게 어울리지 않을까 해서 빌려온건데……, 그렇게 마음에 들었니, 쿄로군?" "아뇨. 저기. 그게." 쿄야는 두근두근했다. 분명 의외성이 있어서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아니, 별로 의외는 아닌가. 메구미의 경우는 너무 잘 어울렸다. "어?하지만 시온 선배네 반에서 한 게 메이드 찻집이라고 하면ㅡ." 쿄야는 중대한 사실을 눈치챘다. 눈치 채고 말았다. "ㅡ그럼 시온 선배도 메이드 였떤 겁니까?!" "그건 한 번 보고 싶다는 요청인가?" "아뇨, 그게 그러니까……." 연상의 누나가 신비로운 미소를 던지자ㅡ쿄야는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말해보기로 했다. 솔직히, 엄청나게 보고 싶다! "네. 그래요." "그럼 내일이네." 시온은 그렇게 말했다. 내일 볼 수 있게 되었다. 우와! -다가오는 문화제② "어서 오세요. 주인님." 결심을 하고 문을 열자, 그런 목소리가 맞이해 주었다.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는 일부러 고개를 돌리지 않도록 하고ㅡ. 쿄야는 먼저 커다랗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나서 크게 기대했다. 시온은 어제의 약속을 지켜주었다. 솔직히 좀 불안했다. 집에 돌아가서 잘 검토해보니ㅡ. 시온이 '입고 오겠다'고는 말하지 않았던 것을 깨달았다. '그럼 내일이네'라고, 시온은 그렇게 말했을 뿐이다. 눈이 짜부라질 정도로 걱정을 하며ㅡ. 시온의 메이드 보을 보려고ㅡ. 쿄야는 온몸을 그쪽으로 향했다. "어라?" 메이드는 거기에 없었다. 대신 서 있던 것은ㅡ. "집사거든 내 의상은." 늘씬하게 선 모습으로, 시온은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몸에 걸친 것은 집사 의상. 하얀 셔츠에 검은 베스트. 그리고 검은 넥타이. 하의는 스커트가 아니라 역시 검은 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손이다. 맨손이 아니라 하얀 장갑을 끼고 있었다.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집사다. "거 참~. 좋은 구경이었네." 하고 부장이 말했다. "누가 시간 좀 재보지 않았냐? 이 녀석이 몇 십초 동안 멍하니 서있었는지. 얼마나 기대가 컸던 거니?" "너무해요." 쿄야는 겨우 그렇게 말했다. 이 GJ부에 들어와서 계속 놀림을 받고 단련되어 제법 내성이 생긴 줄 알았는데, 오늘의 이 일은 제법 충격이 컸다. "이봐, 집사. 쿄로 님은 피곤하신 모양이다. 자리에 안내해드려." "그럼 주인님. 이쪽으로ㅡ." 그녀의 말대로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시온이 빼준 의자에 앉았다. 주인님아라고 부르는 것도, 세심한 봉사도, 어쩐지 굉장히 쑥스러웠다. 시온은 자신의 자리에 앉지 않았고, 탁자 옆에 눈에 띄지 않게 서 있었다. 자리에 앉아 있는 집사라는 것은 아무래도 상상이 잘 되지 않으니, 원래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작년에 시온 언니는 대 인기였어요~, 여자들한테." 메구미가 그렇게 말했다. 그야 그럴 것이다. 쿄야는 크게 납득했다. 남자 보다도 오히려 여자 쪽이 흥분할 듯한 느낌이다. 오늘의 메구미는 계속 의자에 앉아 있었다. 대신 시온이 집사처럼 홍차를 타주었다. 우아한 손놀림으로 모두의 컵에 부어주었따. 맛은ㅡ 쿄야의 혀로는 차이가 있는지 어떤지 판별 할 수 없었다. 홍차의 프로 메구미와 같은 맛을 내고 있는 것 같았다. "주인님. 오늘의 홍차 맛은 어떠십니까?" "아니. 저기, 그. ……맛있어요." "송구스럽습니다." 홍차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이 플레이는 언제까지 계속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시이ㅡ너, 그거 잘어울려. 코스프레로 보이질 않아." "아마츠카 가에는 모리 씨가 있잖니. ㅡ그 사람을 흉내 냈을 뿐인데." 시온이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 평소의 말투로 대답했다. 겨우 집사 모드가 풀린 듯해서, 쿄야는 안심했다. "비슷해요, 비슷해요. 멋있어요~." "아니. 아직 서툴러. 모리 씨를 흉내 내려면 좀 더 무서워야지." "종종 엉덩이를 맞곤 했죠~. 어렸을 때." "난 저번에도 맞았는데." 부장과 메구미와 시온, 셋이서 재미있게 떠들었다. 그러고 보니 아마츠카 가문에는 집사 같은 여자가 있다. 여름방학 한창 무렵 합숙을 했을 때, 메구미와 부장을 신주쿠 까지 데리러 와 주었다. 그때 슬쩍 보았다. "응. 그럼 열심히 해보지. 마오. 그러면 잠깐 엉덩이를 내밀어 주지 않겠니." "바, 바보!" 부장이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반발했다. "그런데ㅡ. 쿄로 군은 어떻게 된거지? 아까부터 말이 없네."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더니, 시온이 갑자기 그런 말을 했다. "에? 아? 아뇨, 그게, 저기……." 쿄야는 두근두근했다. "혹시 화가 난 거니? 미안하구나. 어제 말해두면 좋았으려나." "말은 잘해요. 시이 녀석. 완전 놀릴 생각이었으면서." "아뇨. 저기……. 죄송합니다. 푹 빠져서 보고 있었던 것 같네요." "이 녀석도 말만 잘해요, ㅡ잠깐, 어제도 메구한테 푹 빠져서 봤었지, 이 녀석?" 부장이 질렸다는 듯이 말하는 것을 들어도, 쿄야는 멍하니 남장의 시온을 보고 있었다. -다가오는 문화제③ "우왓?!"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처럼 부실의 문을 드륵 열고 들어간 쿄야는, 거기서 이상한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놀라 비명을 질렀다. 커다란 햄스터가 그곳에 있었다. "찍." 15초 정도 충분히 굳은 후에ㅡ. 쿄야는 겨우 재기동했다. "뭡니까, 부장님. 도대체 그건 뭐죠?" "찍." 햄스터 탈을 뒤집어쓴 부장이 다시 말했다. 아니, 울었다. 손으로 포즈도 취했다. "난 부장이 아니라 햄스터다. 어서 오세요, 주인님. 찍." "찍이라고 우는 건 쥐잖아요. 햄스터는 전혀 울지 않아요. 싸울 때만 칫칫칫 하고 울죠. 전에 키워봤으니까 확실해요. 그리고 하얀 바탕에 갈색 얼룩은 골든 햄스터고, 부장이라면 로보로브스키나 정글리안일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튼 하얀 바탕에 갈색 얼룩은 안 돼요." "시끄러, 이 썩은 비평가 녀석아! 누가 너보고 채점하랬냐! 너같이 인상 쓰고 불평만 하는 썩은 비평가를 상대하려고 있는게 아니야! 밝고 명량하게 귀여워하고 기뻐해주는, 순수한 일반손님을 상대하고 있는 거다!" "어디에 일반손님이 있는데요?" 쿄야는 부실을 둘러보았다. 시온이 문고본에 얼굴을 박고 크크크크 괴로운 듯이 신음하고 있었고, 그밖에는 키라라가 조용히 고기를 먹고 있었고, 메구미는 방긋방긋 웃으며 홍차를 준비하고 있을 뿐이었다. 쿄야가 왔기 때문에 홍차가 한 잔 더 추가되었다. "정말 무례한 녀석이군. 네가 꼭 좀 보고 싶다고 해서 입고 왔는데!" 부장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고개를 휙 돌렸다. 햄스터 차림으로 그런 동작을 해도 별로 무섭지 않다. 화가 난 얼굴과 웃기는 인형옷 사이의 갭이 너무 커서, 아무래도 웃음을 자아냈다. "어? 제가 그런 말을 했던가요?" "했잖아. 어제 . 부탁." 어제라는 것은, 즉ㅡ시온의 메이드 복장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실망했던 날이다. 시온이 부탁을 들어주었다고 착각하고 신이 나버렸던 날의 일이다. "어라……?" 그날 골탕 먹은 전개를 전부 떠올려봤지만, 아무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부장에게 그런 말을 했던가? 완전기억의 주인인 시온이 겨우 눈가의 눈물을 다 닦았기 때문에 눈빛으로 물어보았다. 시온은 고개를 옆으로 흔들어 보였다. "NO"라는 대답을 받았기 때문에, 쿄야는 확신할 수 있었다. "아. 그랬군요. 부탁했지요. 부장님네 반의 작년 출품물을 보고 싶다고 부탁했죠, 저. 일부러 입고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부장님." "그렇지?" 부장은 이쪽을 보았다. 그 미소에 안심했다. 사실 부장의 이야기 따위, 어제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 중요하지 않다. "부장님네 반에서는 그걸 입고 뭘 했죠?" "인……." "인?" "인형……. 찻집." 나쁜 짓이라도 자백하는 것 같은 얼굴로, 부장은 겨우 말했다. "그건 무슨 찻집인가요?" "시끄러워. 어서 오세요. 주인님. 같은 거야. 토끼 소녀라든가, 고양이 소녀라든가, 햄스터 소녀라든가, 동물 소녀들이 손님 앞에 앉아서, 밥 줘찍, 물 줘냐옹, 하고 말하는 거야. 그리고 물이나 비스킷 같은 걸 멋대로 주문해서, 멋대로 자기가 먹고 마시고 손님에게 계산서를 떠미는 거야." "룸살롱 같군요." "완전 실패였어. 어째서 일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알 것 같은데요." "하지만 선생님은 몇 명 와서 봉이 되어줬어. 0이 잔뜩 붙은 청구서에 파랗게 질렸었지." "부장님은 아까 일반손님을 기쁘게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그렇군. 초심이 변해버렸으니 잘못된 거군. 어째서일까." "이것저것 다 잘못된 것 같네요. 가장 잘못된 건, 나쁜 짓을 생각하고 있던 탓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인형옷 만드는 건 힘들었다구. 역작이야." "열심히 했어요 ~." "봐요. 힘들었던 건 메구미잖아요." "그렇군. 그럼 잘못이군." 부장은 끄덕이고 잠시 생각하고 나서ㅡ. "햄스터를 사서 연구하지 않았끼 때문에 실패한 걸까? 부실에서 햄스터나 키울까." "이미 있는 한 마리로 충분하잖아요ㅡ아야아야아야, 진짜 아파요, 부장님! 아, 안돼ㅡ아야아야, 진짜 아프다니까요!" 오늘도 제대로 콱 물렸다. -부장 대리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쿨쿨 하고 자는 숨소리가 들렸다. 9월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부실은 낮잠 자기 딱 좋았다. 소파에 부장이 누워 있었다. 작은 몸에는 어느새 큰 수건이 덮여 있어서ㅡ. 부장은 그 끝을 꼭 쥐고 음냐음냐 말하면서, 기분 좋게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키라라는 소파에서 쫓겨났다. 대신 둥근 탁자의 부장 자리에 앉아 있었다. 고기를 먹는 대신 독서를 하고 있었다. 애독서는 어째서인지 국어사전. "부장님이 자고 있으면 어쩐지 평화롭군요." 쿄야는 감회 깊게 그렇게 말했다. 평화는 멋지다. "마오의 사전에 평화는 실려 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대신 '심심해'라고 실려 있지 않을까?" 시온이 그렇게 말했다. 둘이서 웃었다. 그리고 둘이서 입을 막고 쉬잇, 하고 서로 주의를 주었다. 목소리가 좀 컸다. "키라라. 차는 어때요?" 메구미가 찻주전자를 들고 왔다. "응. 메구. 차." 슥 내민 컵에 붉은 액체가 채워졌다. 아아, 평화는 좋은거구나. 푸근하게 쿄야가 평화를 만끽하고 있자ㅡ. "쿄로. 심심해." "네?" 항상 부장이 앉아 있는 방향에서 그런 말이 들려와, 쿄야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지금 그곳에 앉아 있는 것은 부장이 아니라 키라라. "키라라……. 무슨 말을 했죠?" "쿄로, 심심해. 뭔가 해." "저기……." 쿄야는 당황했다. 그런 억지를 부리는 것은 부장이고, 부장뿐이었고, 키라라는 그런 사람이 아니고ㅡ. 곤란한 표정으로 시온을 바라보았다. 시온은 3초 생각한 후ㅡ알겠다는 듯이 단정한 눈썹을 올렸다. "한 시간 정도 전에. 마오는 키라라에게 말했거든. '야, 바꿔 줘'ㅡ하고." "그거 소파랑 의자를 바꿔달라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키라라는 이렇게 알아들은 게 아닐까? ㅡ'나랑 바꾸자' 라고." "에엣? 부장을 바꾼다는 뜻입니까?" "키라라는~. 지금 부장대리인가요~?" 메구미가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키라라에게 물었다. "메구. 차." 상당히 짧은 시간에 컵을 비우고 다시 내밀었다. 건방진 동작이, 어쩐지 정말 부장 같았다. "봐, 마오지." "그렇군요." "키라라는 성실하거든." "하지만 홍차를 원샷하는 건 목이 뜨겁지 않을까요? 지금 한순간에 컵을 비우지 않았나?" "키라라는, 뭐랄까, 성실하거든." 시온은 진지하게 말했다. 쿄야는 납득했다. "그럼 키라라는 부장님이 일어날 때까지 부장의 일을 하고 있는 거군요." 어쩐지 기특한 기분으로, 쿄야는 키라라에게 그렇게 물어 보았다. "응." 키라라는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쿄로. 심심해." "잠깐ㅡ그거 일이 아니거든요. 괜찮아요. 그런 건 안해도." "뭔가 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것도 부장과 똑같다. "키라라는, 뭐랄까, 성실하잖니." 시온이 큭큭큭 하고 웃었다. "뭔가를 하라니……, 뭘요?" "이상하게……. 춤 춰." "부장 대리는 이상한 춤을 원하시는 것 같군." "시온 선배, 남의 일처럼……." "남은 시간. 10초." "알았어요, 알았어요, 할게요." 쿄야는 일어섰따. 이상한 춤은 무슨 춤을 말하는 거지? 하고 생각하면서, 몸을 배배꼬는 춤을 췄다. "쿄로. 잘했어. 좋아. 냄새 나." 겨우 OK가 떨어졌다. 어쩐지 이상한 식으로 칭찬을 받았다. "다음에 나도 마오랑 바꿔볼까." "제발 좀 봐주세요." 어깨를 떨며 웃는 시온에게, 쿄야는 그렇게 대답했다. 캐릭터 프로필 <키라라> 2 휴일을 보내는법 패트롤: "키라라. 평화. 지키고 있어." 공부: "일본어. 어려워. 국어사전. 끝났어. 다음. 대사전" 야구 관전: "호랑이. 호랑이. 호랑이." 일러스트 "부장님~ 부탁이니까 일어나주세요~" #껌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쿄야는 라이트노블을 읽고 있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새 시리즈 1권째. 책에 내용에 집중해서 기세 좋게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더니--. "움." 부장이 갑자기 탁자 위에 손을 내밀었다. 뭔가를 재촉하는 듯한 손의 움직임---. 그제서야 겨우 쿄야는 자신의 껌을 씹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아. ---여기요." 상자를 흔들어 오렌지색의 풍선껌을 두세 개, 부장의 손바닥에 굴려주었다. 그리고 독서로 돌아갔다. 몇 페이지를 읽고 있자니---. "오오." 시온이 감탄한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뭔가 하고 생각해서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부장이 커다란 풍선을 불고 있었다. "잘하네요. 부장님." "그건......, 뭐지? 응? 응?" 시온이 그야말로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껌이에요. 풍선껌이라는 거죠." "무, 문헌에서 읽은 적은 있어." 약간 고집을 부리듯, 시온은 턱을 대각선 위로 들었다. 그녀는 천재라서 한번 보고 들은것은 절대 잊지 않는 완전기억능력을 가진 사람이지만, 처음부터 완전이 결여된 지식도 많았다. '과자'는 그런 것 중에 하나인 것 같았다." "사포딜라 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에는 폴리이소프렌이 함유되어 있어서, 그것이 껌 베이스의 재료가 되지.또 인위적으로 합성한 초산비닐수지도 종종 쓰이는데, 이것은 점성(원본엔 전성)이 풍부해서 풍선검의 재료가 되는 경우가 많고---." 백과사전 읽기 모드에 들어간 시온에게, 쿄야는 껌 상자를 흔들어 보였다. "씹으실래요?" 말하는 도중이었지만---그녀는 입을 팟 닫았다. 대신 재빨리 양손을 내밀었다. 그 손 안에 쿄야는 오렌지색의 알을 몇 개 떨어뜨렸다. "씹으신 적 있어요?" "아니, 그게....... 니니즈가 좋지 않다고 해서----." "없군요." "아----." 시온은 뭔가를 말하고 싶은 표정을 지었다. 쿄야는 부드럽게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 내일, 또 물어보면....... 그러면 대답하기 쉽게 되어 있을거 같아." "그렇군요." 키라라와 메구미. 각각의 손에 껌을 주면서--- 쿄야는 시온에게 미소를 지었다. "달다......." 첫 '껌 체험'에, 시온은 자기도 모르게 감상을 흘렸다. 부장이 또 커다랗게 풍선을 불어 팡 하고 터졌다. "마, 마오. 그건 어떻게 하는 거니. 가르쳐주지 않겠니." "생각하지 마. 느껴라. ---하늘과 땅과 바람의 숨소리를 들어 봐." "하, 하늘과 땅이라....... 어, 어려울 것 같군." 부장은 역시나 이상한 소리를 했다. 아마도 선대 부장의 명언집에서 인용한 말일 것이다. 키라라가 손을 다시 내밀었기 때문에, 거기에 또 껌을 올렸다. "씹어서 부드럽게 되면, 혀에 씌워서 숨을 불어넣는 거예요." 쿄야는 그렇게 말했다. 부장의 '대자연의 가르침'보다는 구체적일 것이다. "어라?" 키라라를 보았다. 이미 몇 번이나 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벌써 다 씹은 것일까? 가만히, 기대하는 표정의 키라라와 몇 초 정도 마주 보았다. 위를 향한 손바닥에 껌을 올렸다. 그걸 보고 있자, 키라라는---. 휙 입에 던져 넣고, 그리고 키라라는 다시 손을 내밀었다. 그 목이---. 꿀꺽. 하고 위아래로 움직였다. "우와아---아아!" 보고있던 전원이 말리려고 달려들었다. 당황해서 일제히 덤벼들었다. "키라라, 삼키면 안 돼요!" "이 바보야! 빨리 뱉어뱉어뱉어!" "루루루!" "루루루----가 뭐야! 뱉으라니까!" 부장이 턱을 억지로 열어, 입에 손을 찔러 넣으려고 했다. "가가가!" "가가가---도 알 게 뭐야! 뱉어뱉어뱉어!" 결국---. 껌은 뱉어내게 할 수 없었다. 나중에 시온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껌은 삼켜도, 뭐---괜찮다고 한다. -일러스트&대화- "시이, 넌 뭐든지 금방 잘해버리니까 재미없어--." "역시 천재이십니다." "고생했어. 입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볼 수 있으면 쉬웠을 텐데." -일러스트 2- #키라라 식 스킨쉽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쿄야는 키라라에게 잡혀 있었다. 꼬옥 안겨 있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키라라는 흠흠 킁킁 하고 쿄야의 머리카락 냄새를 연신 맡고 있었다. 키라라가 이 모드에 들어가 있을 때는 무엇을 해도 소용이 없다. 쿄야에게 가능한 것은, 단지 얌전히 그녀 식의 스킨십이 끝나는 것을 기다리는것 뿐이다. "키라라....... 아직인가요." 그렇다 쳐도 오늘은 평소보다 길다. 스스로도 한심해 보이는 목소리로 쿄야는 애원했지만----. 키라라는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부장이나 시온게게 보내봤다. 하지만 부실에서 이것은 항상 있는 풍경이고, 애당초 둘 다 이쪽을 보지도 않았다. 홍차를 준비하는 메구미만은 이쪽을 보고 있었지만, 그 얼굴에는 방긋방긋 미소가 피어있었다. 사이좋네요~, 하는 마음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러나---. 쿄야는 생각했다. 이 '냄새를 맡는'행위가 그녀식의 스킨십이라면--- 자신도 그렇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즉,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키라라의 냄새를 맡아주는 것이다. 키라라에게 있어 이 행위가 인사 같은 것이라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상관없는 것이 아닐까? 손을 들어 인사를 하는 것과 비슷한 걸까? "저기~, 키라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쿄야는 키라라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대답이 없다. 키라라는 아직 인간의 언어가 통하는 모드로 돌아오지 않았다. 할 수 없다. 쿄야는 키라라에게 묻지 않고 그녀식의 '인사'를 해보기로 했다. 흠흠. 킁킁.---하고 키라라의 머리카락 냄새를 맡았다. 좋은 냄새가 났다. 어째서일까. 샴푸같은건 아니지만 달콤한 냄새 좀 더 맡아서 무슨냄새인지 알아보려고, 쿄야가 키라라의 목 족에 콧등을 가까이 대자---. 팟! 하고---. 돌연이 키라라가 몸을 피했다. "엣? 어? 에엣?" 쿄야는 당황했다. 키라라는 눈 깜짝할 사이에 3미터 정도 뒤로 물러서 있었다. 넓은 부실의 구석중에서도 정말 구석---. TV옆의 좁고 어두운 곳으로 들어간 키라라는, 몸을 낮게 숙이고 웅크리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번쩍하고 빛나는 눈만이 이쪽을 향했다. "어? 저기? 음........ 키, 키라라?" 그녀의 반응이 너무도 급격해서, 겨우 지금이 돼서야 의식이 반응을 따라갔다. 키라라는 경계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뭐 하는 거야? ---야, 쿄로?" 부장과 시온이 이쪽을 보았다. "아뇨, 그게, 저, 별로 아무것도......" "뭐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화를 내게 해버렸군. 저건 격노야. 귀를 귀울여 봐. 들리지? 쿠구구궁, 하는 심리 묘사의 소리가" 분노의 전문가인 부장이 말하니 설득력이 있다. 그럴지도 모른다. 쿄야는 걱정했다. "아뇨, 저기 전. 키라라가 항상 해주듯, 저도 해준 것뿐인데....." "그건 그녀의 냄새를 맡았다는 거니?" 시온이 말했다. 쿄야는 겁에 먹어서 끄덕였다. "역시..... 그러면 안 되는 거였나요.......?" "겁을 준 게 아닐까? 그. 그, 즉 여자의 냄새를 맡는다는 행위는, 예를 들어 프로이트 식으로 말하면----." "----성추행이냐!" 부장이 큰소리로 단정했다. 쿄야는 움찔 목을 움츠렸다. "성추행은 용서 못하지! 쿄로, 넌 양의 탈을 쓰고있었던 거구나! 초식동물 같은 그 모습은 방심을 부르는 함정이었냐!" "아니에요. 아니라구요....." "아~냐, 그렇지 않아! 너도 한마리의 남자였다는 거지! 그리고 이 부실에 남자는 출입금지야. 나가는 길을 저쪽이다." 하고 부장은 출구를 가리켰다. "그럴 수가......" "저건 말이죠---." 모두에게 차를 부어주며, 메구미가 평온한 미소로 입을 열었다. TV 옆에 숨어있는 키라라에게 홀깃 눈길을 준 후, 메구미는---. "----부끄러워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군!" 부장이 무릎을 쳤다. 시온도, 아아, 하고 납득한 표정이 되었다. "에~......?" 쿄야 말고는 만장일치의 결론이 나온거 같았다. 쿄야도 몇 초 생각하고 나서 겨우 납득했다. 저것이 그녀식의 부끄러워하는 법일 것이다. 키라라는 이상한 사람이지만, 부끄러워하는 것도 정말로 기묘한 사람이었다. 미니지식 <키라라의 고기> 키라라가 항상 대량으로 소비하고 있는 고기는, 어떤 정육점의 제공을 받은 것. 멧돼지, 타조, 식용 개구리를 비롯해 전설의 만화고기까지 취급한다. 점장과 키라라 사이에는 '평생 먹을 고기 제공'의 굳은 약속이 있는듯 하다. 식후에 남은 뼈는 깨끗하게 표백해 소파 밑에 보관하고 있다. -일러스트- #문화제 끝나다 "아~. 끝났다! 끝났다! 그것 참~. 올해 문화제는 성황이었어~." 척척 걷는 부장을 선두로, 모두가 줄줄이 문화부 건물의 복도를 걸었다. 후야제까지 무사히 마치고 부실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하교시간은 특별히 연장되어 있지만, 그래도 8시 까지는 철수해서 전교생은 집에 가야한다. 밤 7시를 지나자 복도는 어두컴컴했다. 혼자서 걷기에는 무서울 정도로. 문화제때 GJ부의 역할은---솔직히 잘 알 수 없었다. GJ부라는 동아리의 활동내용이 무엇인지 이번에 겨우 알게 될 것이라고 ---쿄야는 몰래 기대했는데. 문화제가 끝나도 역시 전혀 알 수 없었다. 부실에서는 무인 바자회를 했다. 그리고 한 일은---. "신부, 예뻤죠---." 메구미가 뺨에 손바닥을 대고 황홀한 듯이 중얼거렸다. 아직 여운이 남아 있는듯 했다. "난 신랑에게 한 시간쯤 따지고 싶어. 왜 거기서 공주님 안기를 하지 않은 거지? 결혼식에서 하지 않으면, 도데체 인생의 언제 해보겠다는 거야?" "진짜 결혼식에서 하는 거 아닙니까." GJ부는 '주례'로 출연을 했다. 문화제 이벤트로 '결혼식'을 하겠다는 유쾌한 반이 있어서---라는 일은 없고 쿄야의 반이었지만, 쿄야의 반에는 '신의 커플'이라고 불리는 명물 커플이 있는데, 그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이다. 결혼식이라고 하면 주례잖아, 파이프 오르간 생음악이잖아---하고 부장이 신이 났던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GJ부의 일이다." 하고 출동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째서 GJ부의 일일까, 역시 잘 알 수 없었다. 재미있는 일에 참견하는 것은, 부활동이라기보다는 부장의 취미같은데......? "하지만 시온 선배, 정말로 뭐든지 할 수 있네요. 피아노를 칠 줄 아시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오르간도 연주할 줄 아셨군요. 그거, 연주법이 피아노랑 다른거 맞죠?" 쿄야는 시온에게 그렇게 말했다. 주례를 배달해주는 것 말고, 오르간 연주자도 배달했다. 즉, 시온이었다. 장엄한 곡, 즐거운곡. 시온은 몇곡이나 연주해냈다. "응? 아, 결혼식에 쓸 만한 곡을 하치니(여덟 번째 오빠)에게 몇 십 곡 연주해달라고 했거든" 천재는 하는 말이 다르다. 즉, 이번에 연주하기 위해 '외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니니즈(오빠들)의 인원수가 또 늘어있었다. 적어도 여덟 명은 있는 듯했다. "따라, 라랏, 따라라, 랏따따~" 신나는 허밍음을 듣고 돌아보니, 메구미와 키라라가 둘이서 포크댄스의 자세로 걷고 있었다. 아까의 감촉이 갑자기 손 안에 돌아와서, 쿄야는 빨개졌다. 우리 학교 후야제의 가장 중요한 행사는 교정에서 벌어지는 거대 캠프파이어다. 그 주위에서 벌이지는 포캐댄스다. 여자애들의 원과 남재애들이 원이, 한 곡씩 상대를 바꿔 가면서 손과 손을 마주잡고 춤을 추는 것이다. 부장과, 시온과, 메구미와, 그리고 키라라와---. 손의 감촉이 모두 미묘하게 달랐던 것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손을 만진 것은 처음이 아닐텐데, 어쩐지 굉장히 의식해버렸다. 아니, 처음이었나? 모두와 손을 잡은것은? "자~. 팔렸을까~?" 부실에 도착했다. 부장이 문에 손을 대고 모두를 돌아보고, 씨익 웃으며 준비는 되었냐고 물었다. "개봉~." 조명을 켜둔 부실이 눈부시게 시야에 들어왔다. 잠시 후 밝기에 익숙해진 눈에 비친것은---. 늘어놓은 물건이 전부 없어져서 썰렁한 실내였다. "오~! 품절!" 부장이 재빨리 돈 상자로 달려갔다. 무인 바자회의 시스템은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야채 무인판매소 같은 것이다. 선반에 물건이 있고 가격이 쓰여 있다. 손님은 멋대로 와서 멋대로 보고,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물건 값을 상자에 넣고 가져가는 시스템이다. "해냈어! 메구!" 부 지폐의 다발을 양손에 쥐고 부장이 소리쳤다. "모두의 도움이 돼서 기뻐요~." 메구미가 쑥스러운 듯이 혀를 내밀었다. 물건 값이라고는 해도, 실제로는 돈이 아니다. '부 지폐'라든가 '반 지폐'라고 하는 교환권이다. 문화제 전에 화끈하게 찍어서 화끈하게 뿌린다. 전부 회수할 수 있는지, 쿄야는 불안했지만---. 메구미가 열심히 짠 니트 제품은 대인기인 듯했다. 스웨터도 머플러도 장갑도, 모두 다 팔렸다. "흠. 나도 뜨개질을 시작해볼까." 별로 흥미가 없는 듯한 목소리로 시온이 말을 했다. "가르쳐드릴게요~." "아니. 한 번 보여주기만 하면 돼." "집에 오실래요? 한 벌 짜는데 1주일 걸리니까 자고 가세요~." "미안해. 역시 나한테는 무리인 것 같다." 별 것 아닌 GJ부의 평화로운 대화에 미소를 지으며, 다 같이 돌아갈 준비를 했다. 올해의 문화제는 그렇게 끝났다. -일러스트&대화- "이봐, 포크댄스는 남자랑 여자가 추는 거다." "에~? 키라라는 남자애에요~." "키라라. 남자애. 줄에 있었어." -일러스트 2- 주례다! #동복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같은 부실. 조금 안절부절못하는 기분을 안고, 쿄야는 부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10월에 첫 번째 날. 즉, 교복이 바귀는 날이다. 익숙해진 하복에서 동복으로 바뀌는 날이다. 여름의 더위가 지나 완전히 시원해져서, 반팔을 입으면 쌀쌀하다고 느끼는 날도 많아졌다. 반의 여자애들은 검은 스타킹을 신기도 했다. GJ부 모두의 동복 차림은 어땟나---. 아무래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쿄야였다. 4월에 이 부에 들어와서, 잠시 동안은 매일 보았을텐데...... 뭐, 몇 달도 지난 일이고. "여어~." 드르륵 문이 열리고 부장이 들어왔다. "아. 안녕하세요." 쿄야는 꾸벅 인사했다. 그리고 부장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왜, 왜 그래?" "아뇨, 그냥." 쿄야는 눈길을 돌렸다. 고개를 숙이고 바닥의 마루 곁에 눈을 옮겼다. 부장의 코디네이트는 지극히 평범했다. 카디건이나 베스트 같은 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새삼 깨달았는데. '니삭스'라는 차림은 조금 특수한것이 아닐까? 반의 여자애들의 동복 차림을 더올렸다. 그안에 니삭스를 신고 있는 여자얘가 몇명 있었나 세어보려고 하다가---. 아아. 안 돼.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왜이렇게 기억력이 없는 걸까? 나는 여자얘들 차림에 그렇게 흥미가 없는 걸까? ----하고 자문자답을 계속하고 있자. 드륵. 하고 문이열렸다. 시온이 부실에 들어왔다. "늦었나. 수학 문제로 선생님한테 질문을 받아서......" 그냥 들어 넘길 수 없는 천재 같은 말을 중얼거리면서, 시온은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이야기의 내용은 일단 접어두고, 쿄야는 시온의 모습에 주목했다. 곧게 등을 펴고 모델같이 걷는 시온은 게이샤 풍이라고 해야 할까, 블레이저를 흐트러지게 입고 있었다. 보통 여자애가 했다면 칠칠맞아 보였을 그런 모습도, 시온의 경우에는 어째서인지 딱 어울렸다. 분명 항상 자세가 단정한 탓이다. 그러고 보니 타이츠 차림으로 다리에도 빈틈이 없다. "음? 왜 그래, 쿄로 군?" 시온은 의자에 앉아 쿄야를 쳐다보았다. 방긋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녀석, 아까부터 이상해~. 빤히 쳐다봐." 부장이 말했다. 역시 눈치채고 있었다. 역시 여자애는 시선에 민감하다. 부장도 역시 여자애였다. "아니, 저, 오늘 동복으로 바뀌였잖아요. 신기하다, 라고 해야하나, 오랜만이다. 같은." 시선을 여기저기 돌리며, 쿄야는 변명 같은 말을 입에 담았다. "아하하하~. 더듬고 있네, 더듬고 있어. 역시 쿄로야. 너에게 쿄로라고 별명을 지어준 내가 자랑스러운걸." "아니, 저기, 그" 부장은 어째서인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화를 내지 않았다. 다행이다. 하지만 별명을 지은건 메구미다. "안녕하세요~." 하고 그 메구미가 부실에 들어왔다. 그녀가 와서 맨 처음에 하는 일은, 주전자에 물을 붓고 가스레인지에 올리는 것. 그렇게 서서 일하는 것을, 쿄야는 옆에서 보았다. 부장의 허락이 떨어졌으니, 이번에는 몰래 보지 않고 당당히 보았다. "메구미는 감색 카디건이었군요." "였다니, 뭐야? 였다니?" "아뇨, 그게, ......죄송해요. 저, 시온 선배처럼 완전기억같은 건 없어서. 완전히 잊고 있었어요." "이건 이것대로 꽤 귀찮은데, 잊고 싶은 것도 잊지 못하니까." "메구, 너, 1학기랑 똑같은 차림이라 재미없다고 쿄로님이 불평하신다." "에~. 따뜻한데요~. 이 옷." 미묘하게 통하지 않는 대화에 웃으면서, 마지막 한 사람을 기다렸다. "키라라. 왔어." 평소대로 인사하며 키라라가 들어왔다. 손에는 커다란 비닐봉지. 키라라는 항상 어디서든 고기와 함께다. 키라라는 놀라서 가만히 멈춰 섰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인걸 느낀 것 같았다. "저 짧은 상의, 녀석은 어떻게 한 것 같아? 저건 어디서 파는 걸까? 아니면 자기가 바늘과 실로 땀질해서 짧게 만든 건가?" "양말, 키라라 것이 가장 짧네요. 게다가 다들 양말이 다르네요. 흐음~." "너, 역시 이상해. 관찰하는 부분이 완전 이상해." 부장에게는 그런 말을 들었지만----. 모두의 코디네이트가 한 명 한 명 전혀 다르다는 것에, 쿄야는 그저 감탄했다. 미니지식 <학교 지정 교복> 학교의 교복은 남녀 모두 블레이저. 연미복같이 뒤가 긴 옷자락이 악센트. 넥타이 색은 여자는 붉은색, 남자가 녹색. 옵션은 카디건과 베스트. 색은 몇 종류 있어서 어울리는 것으로 선택할 수 있다. 양말도 니삭스, 하이삭스, 타이츠, 스타킹 등 자유도는 높다. 일러스트 "오빠, 또 잡지 가져갔지--!" "공부 좀 하게 해주세요." #애교 "네. 알겠습니다." 낭랑하고 쾌활한 대답이 돌아왔다. "네. 예. 그렇군요." 그녀가 말하는 상대는 남자교사. 부실의 문가에서 대화 중인 그녀는,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대답하고 있었다. 들려오는 것은 그녀의 목소리뿐. 웅얼웅얼 이야기 하는 남자 교사의 목소리는, 탁자에서 만화를 보고 있는 쿄야의 귀에는 잘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뭔가 재미없고 뻔한 연락사항. 부를 대표해서 그녀가 그것을 듣고 있는 상황. 특별히 대단할 것도 없다. "아이 참~. 그런 거 아니에요~." 그녀는 깔깔 웃었다. 입가에 손을 대기까지 하고. 굉장히 여성스럽다. "그럼 그렇게 하죠. 확실히 해놓을 테니까 걱정 마세요~." 인사말을 듣고 남자 교사는 물러갔다. 프린트물 한 장이 그녀의 손에 남았다. 아마도 문화부 건물을 돌며, 비슷한 대화를 모든 부실에서 하고 다닐 것이다. 그러니까 별것 아니다. "아~. 겨우 돌아갔네." 부장은 쿵 하고 의자에 앉았다. '비품조사'라고 쓰인 프린트를 탁자 위에 던졌다. "야, 메구.---차." 찻잔을 들고 건방지게 말했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 완전히 평소대로의 부장이다. "네에." 메구미는 이미 준비되어 있던 차를 금방 부어 왔다. "저 무의미한 긴 대화는 그건가. 차라도 내놓으라든가 하는 암묵의 사인인가?" 달고 미지근한 밀크티를 꼴깍꼴깍 마시며, 부장은 평소처럼 시니컬하게 말했다. "에? 그랬나요? 뭐야, 선생님. 말해주셨으면 대접했을 텐데~." 메구미라는 얘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차를 대접하고 싶어서 어쩔 줄을 모르는 얘다. "우리 부는 남자 출입금지라니까. 입구에서 여기까지는 성역이라니까." 그렇게 말한 부장은 쿄야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평소라면 여기서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하고 물어보고, "넌 남자에 해당되지 않아." 라는 대답을 들을 타이밍이지만---. 쿄야는 가만히 있었다. "......뭐~. 불려 가서 교무실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단 낫지만~. 1학년 때의 담임도 있을 거 아니야? 이런저런 일 폭로당하면 진짜 싫지." "아, '피의 참극'의 이름으로 후세에 전해지는 그거 말이구나." 시온의 지적에, 부장은 뭐라 표현하기 힘든 떨떠름한 표정으로 변했다. 후룩, 하고 홍차를 마시는 소리만이 부실에 울렸다. 비가 나뭇잎을 톡톡 치는 소리까지 들려오는 것 같았다. 평소의 쿄야라면 여기서 "뭡니까. 피의 참극은?" 하고 지뢰밭에 척척 맨발로 들어갔겠지만, 오늘은 역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뭐야, 너. ----아까부터." 부장이 드디어 그렇게 말을 걸었다. "뾰루퉁해선. 안 어울리게~. 방긋방긋 실실 웃으면서, 꼬리나 치고 있어. 평소처럼." "그럼 부장님도 평소처럼 있어 주세요." 쿄야는 자기도 모르게 그만 말해버리고 말았다. 존댓말을 쓰면서 애교를 부리고----. 그런 건 전혀 부장답지 않다. "응? 뭐가? 나, 평소랑 독같잖아? ---그렇지?" 자각이 없었는지, 부장은 모두에게 물어보았다. "음~. 마시는 게 평소보다 빠를지도요." 메구미는 그렇게 말하며 밀크티를 한 잔 더 따라주었다. "평소보다 50퍼센트 더 내는 출력으로 쿄로 군을 괴롭히고 있지않나. 꼬리나 쳐라.....는 너무한 거 아닐까?" 시온에 말에, 부장은 막 따라준 홍차를 꼴깔 들이켜고 단숨에 절반으로 줄였다. "음~...... 말이 너무 심했나. 하지만 쿄로 녀석이 문제라니까? 아까부터 뾰루퉁해서 뾰루지가 돼서는~. ......뭘 화를 내고 있는 거야. 말해봐. 넌 꼬리나 치고---가 아니라, 애교 부리지 않으면 안 돼 개로 치면 그거지.----치와와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하고 쿄야는 말했다. 점점 평소의 분위기를 되찾고 있었다. "치와와 같은 건 어느 쪽이냐면 부장님 쪽이죠.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햄스터에요." "그건 내가 작다는 뜻이냐?" "아뇨. 금방 물어뜯는다는-----아야야야. 아파요. 부장님." 부장이 팔을 물어뜯었다. 전혀 본심이 아닌, 어느 쪽이냐면 가볍게 무는 쪽. 쿄야는 눈가의 눈물을 닦으며 화해를 끝냈다. 그렇게 평소의 일상으로 복귀했다. 캐릭터 프로필 <아마츠카 마오> 2 휴일을 보내는법 탐험:"마을의 의외의 장소에 의외의 비경이 있기도 한다구." 인터넷 탐험:"재미있는 페이지에는 재미있는 링크가 걸려 있는 법이야." 만화:"안 읽어. 항상 부실에서 읽고 있으니까." -일러스트- "아이 참~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저런 건 부장님이 아니에요." #한가해요?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쿄야는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부장이 한가해 보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털끝을 보고 있었다. 갈라진 머릿결을 찾고 있었다. 입술은 약간 튀어나온 것 같다. 가늘게 정돈된 눈썹은 모두 일직선상에 놓여 있었다. 남은 것은 물적 증거로 손톱줄. 손톱을 다듬기 위한 줄칼을 꺼낸 부장이었지만, 탁자 위에 내팽개쳐 두었을 뿐 전혀 쓰지 않았다. 무엇에 대해서도 집중이 안 되는 상태라는 뜻이다. 즉, 심심해서 죽을 지경이라는 뜻이다. "저기~. 부장님......?" 심심한 사애의 부장이 또 뭔가 위험한 놀이를 떠올리기 전에, 쿄야는 스스로 입을 열었다. 조심스럽게----그런 목소리로 가만히 물어보았다. "왜." 그야말로 지루해 보이는 목소리로, 부장은 그렇게 되물었다. "한가하신가요?" "별로." 머리털 끝을 보면서 부장이 말했다. "사냥 하죠. 사냥. 제가 좀 확보하고자 하는 재료가 있어서요---. 제 여동생 캐릭터의 장비를 맞춰주지 않으면 안돼서요. 그런데 너무 어려워서 혼자서는 무리에요~." "안 해." 그야말로 재미없다는 듯, 부장은 그렇게 말했다. "그, 그렇습니까......" 쿄야는 기운이 쭉 빠졌다. 점점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 평화가 최고다. 평온이 좋다. 평화를 사랑한다. "야, 쿄로." "아니, 제발 살려주세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잖아." 부장은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너, 아까부터 이상한데? 들어줄 테니까 말해 봐. 이 관대한 부장님에게." 관대한지 어떤지는 일단 제쳐두고, 쿄야는 말해보기로 했다. "아니, 저기, 부장님이 심심하지 않나, 하고 생각해서요." "왜?" 쿄야는 물적 증거를 말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부장님은 한가할 때 머리카락을 만지거나 손톰을 손질하죠. 부장님이 몸치장을 하는 건 한가할 때뿐입니다." "그건 한가하지 않으면, 난 몸치장을 하면 안 된다는 거냐?" "아뇨. 딱히 그런 건......" "예를 들어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는 건, 어제 덤불에 걸려서 신경 쓰인다든가,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는 없나?" "그런가요.....?" "그걸 물어보니? 넌 여자의 사생활에 흙발로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오는 거니?" "덤불에서 뭐 하고 놀았죠? 부장님은 종종 머리카락에 작은 가지가 붙어 있곤 하던데." "아아, 알겠다. 그런 거군. 무신경한 녀석이구나. 즉,쿄로구나." "네? 아, 그거 사생활이었나요? 그러면 죄송합니다. 안 물어볼께요." "묻지 말라고 하면 그 말대로 안 물어보는구나. 바보같이 솔직하구나. 우둔하네. 즉, 쿄로구나." "어느 쪽입니까. 그보다 쿄로라는 말, 그거 경멸적인 뜻이었어요? 전부터 신경 쓰였는데," "쿄로라는 건, 즉 그거지. 두리번두리번거리는 녀석 말이지. 말을 더듬는 녀석 말이지. 즉, 너야." "에? 에? 저, 말 더듬었어요? 언제요?" "있잖아, 시이----." 하고 부장은 거기서 쿄야의 질문을 무시하고, 스윽 시선과 화제를 시온에게 돌렸다. "---정말이네, 쿄로를 당황하게 하는데 말은 필요 없다고, 네 말대로였어. 머리카락을 만지며 손톱줄을 꺼내 놓는 것뿐으로 된다고. 이야 졌다. 감탄했어. 시나리오는 완벽해." 시온이 문고본에서 눈을 들었다. 하지만 곧 도망치듯이 페이지로 눈을 내렸다. "저명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지. 원자 폭탄을 만든 것은 내 생애 최대의 실수였다고." 시온의 말을 들으면서, 쿄야는 점점 눈치를 챘다. 또! 또 놀림당했다~! "아~. 재미있었다. 또 해야지." "이제 그만 좀 해요. 평범하게 놀리세요. 부탁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게 고작이었다. -일러스트- "아인슈탄인은 원자폭탄을 만들지 않았죠. 대통령에게 개발을 진언했을 뿐이고." "하지만 E=mc2라는 에너지와 질량의 변환식을 이끌어낸것은 아인슈타인이라서......" "하지만 만들지 않았죠." "마오. 또 시나리오 써도 되니?" -일러스트2- "두 수만 두면 게임은 끝나." #컵라면의 신제품 "다들 좀 들어볼래?" 오늘의 오피니언 리더는 시온이었다. 부실에 들어오자마자, 그녀는 왠일인지 흥분한 듯한 모습으로 그렇게 말했다. 무엇일까---하고 쿄야도 부장도, 각자 읽고 있던 만화와 라이트노블에서 얼굴을 들었다. "대 발견을 했어." 시온은 얼굴에 홍조를 띄우고 있었다. "네~? 뭔데요?" 쿄야는 기대했다. 천재인 그녀가 발견했다면, 분명 엄청난 발견임에 틀림없다. "놀랍게도 난---." 그러더니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컵라면의 신제품을 발견해버렸어." 가슴을 펴고 그렇게 선언했다. "네?" 자기도 모르게 입을 쩍 벌리고 되물었다. 컵라면 신제품 따위, 메달, 메달, 몇 종류나. 몇 십 종류나 나올 텐데...... 아니아니아니. 잠깐잠깐잠깐. 천재인 시온이 말하는 것이니, 분명 뭔가 깊은 의미가 있을것이 분명하다. "어떤 신제품인데요?" 그녀는 잘 물어봐 주었다는 듯이 긴 머리카락을 흔들며 대답했다. "이 컵라면은---놀랍게도 냄비에 끓여서 만드는 거야." "바보 아니야? 그건 봉지---." "----부장니이이임!" 앞뒤 안 가리고, 쿄야는 부장에게 헤드록을 걸었다. 복도로 연행했다. "그건 말하지 않는 게 예의예요." 척추반사로 '진실'을 말하려고 해버린 부장도, 쿄야가 하려는 말을 알아들었는지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시온 선배...... 봉지라면을 몰랐군요......." "뭐야, 저 귀여운 생물." 부장도 그런 소리를 했다. 친한 친구라고 해도 모르는 일은 잔뜩 있는 모양이다. 시온은 메구미를 붙잡고 발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메구미는 메구미대로, "굉장하네요. 라면은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거였군요~." 하고 손가락을 마주 대며 감격 중이다. "메구미도..... 혹시 모르나요? 컵라면이나 봉지라면 같은걸?" 부장의 가르마에 턱을 올리고 쿄야는 물었다. 문이 살짝 열린 틈으로, 부장과 둘이서 위아래로 얼굴을 나란히 하고 있었다. "저 녀석은 착한 아이거든. 저녁밥을 못 먹는 벌을 받거나 하진 않아." "부장님은 저녁밥을 못 먹는 벌을 많이 받았군요." "나 되게 잘 만든다? 3분이 아니라 4분 기다리는 게 비결이야. --너, 몰랐지?" "아, 그거. 저도 아버지한테서 배웠어요." "너희 집 아버님도 그건가? 종종 밥을 못먹었던거야? 어머님이 최강이야?"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시온은 귀중품으로 다루는 듯한 손놀림으로 가방에서 봉지라면을 꺼냈다. 메구미가 냄비와 가스레인지를 가져왔다. 라면 조리가 시작되었다. 키라라가 냄새에 끌려서 가까이 다가왔다. 의자에 얌전히 앉아---. "이건......? 고기?" "원료에 치킨 엑기스와 돼지고기 엑기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봐, 여기에 그렇게 쓰여 있어." "고기?" "그렇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고기." 키라라는 완성되는 것을 기다렸다. "기대되네요~." 메구미는 방긋방긋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저희들----. 어떻게 하죠?" 부장의 가르마 위에서 쿄야는 물었다. "이렇게 덤불 뒤에서 지켜보명 되지 않을까?" "그러면 즐겁지 않잖아요." "그럼 주인공이 등장할 타이밍을 기다려." "3분이다." 시온이 선언했다. 나무젓가락을 뚝 가르는 소리가 울린 순간----. "잠깐잠깐잠깐---! 이 초보자 녀석들!" 튀어나가는 부장의 뒤를 따라, 쿄야도 부실로 들어갔다. 이때만큼 부장이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바보 같으니! 4분 끓이는 게 더 맛있는데! 바보 같으니!" 거만하게 말하는 부장 옆에서, 쿄야는 흔들 인형이라도 된 것처럼 고개를 계속 끄덕였다. 5등분이 된 라면은 머그컴 한 잔분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 같이 머으니 맛있었다. 캐릭터 프로필 <시온> 좋아하는 음식/싫어하는 음식 좋아함: 컵라면, 청량음료, 봉지 과자, 하지만 오빠들이 먹지 못하게 해..... 싫어함: 특별히 없지만. 하지만 '수르스트레밍 캔'이라는 발효한 생선캔이 있거든 그건 도저히 먹을 수 없었어. -일러스트- "학회에 발표하자." "어느 학회요?" #애칭 "애칭은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오늘의 쿄로는 오피니언 리더였다.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은 항상 부장이라고 정해져 있지만, 오늘은 스스로 과감하게 화제를 던졌다. "뭐야? 갑자기." 읽고 있던 만화잡지에서 얼굴을 들고 부장이 말했다. "그러니까 애칭 말이에요." "넌 쿄로잖아." "아뇨, 저 말고, 모두의 애칭 말인데요." "애칭? 우리들의? ----왜?" "아뇨, 재미있을 것 같잖아요." 무엇인가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이 이 GJ부의 '부활동'이라고 전에 들은 적이 있다. 슬슬 '수습부원'을 졸업하고 싶은 쿄야는, 여기서 포인트를 따고 싶었다. "재미있을 것 같군." 시온이 이야기에 참여해주었다. 탁자에 죽 몸을 내밀었다. "뭐예요? 뭐예요? 뭔가 해요~?" 메구미도 왔다. 자신의 의자에 무릎을 단정히 모으고 앉았다. 키라라도 귀가 아닌---귀같이 보이는 튀어나온 머리카락을 움찔움찔 움직이며 이쪽을 눈치챘다. 척척 걸어오더니 자신의 의자에 얌전히 앉았다. 둥근 탁자의 의자가 전부 채워지는 것은 드문 일이다. "애칭이라니, 어떤 거지?" "그게, 저한테 붙은 것 같은." "으음~...... 쿄로는 싫은데."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부장님은 자신이 싫은 별명을 붙이는 사람이군요. 아니, 그보다, 그건 제 애칭이잖아요. 달리 부장님에게 붙일 생각은 없는데요." "AAA전지." 시온이 문득 말했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쿄야는 한 방에 알았다. "아~, 하긴 금방 전지가 닳아버리죠." "언니, 소파에서 자주 낮잠을 자곤 하죠." 메구미도 손가락 끝을 모으고 동의를 표했다. "A......, AAA?! 그건 내가 작다는 뜻이냐~!" "그런데 전지는 AAA까지 있나요? AA까지밖에 못 봤는데요." "AAAA까지 있다는데." "야, 너희들, 내 말 좀 들어." "메구미는...... '천사'라든가....... 너무 그대로죠?" "에엣? 저 그렇게 고결하지 않아요~. 평범, 평범해요~." "그럼 홍차탱크." "아니, 부장님......., 그건." 부장은 아까의 일로 복수의 화신이 되었다. 완전히 삐져버렸다. "키라라는, 글쎄......" 부장은 팔짱을 꼇다. 키라라에 대해 안 좋은 느낌의 애칭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고---. "고기다." "아니, 부장님, 그건......" 하고 싶은 말은 알겠다. 키라라는 항상 고기를 먹고 있으니까 그럴 것이다. "고기밖에 없잖아." "아니, 하지만." "고기잖아. 역시." "키라라. 고기. 좋아." "거 봐라. 좋아하잖아." "괜찮을까......" "그럼 마지막으로----." 팔짱을 낀 부장이 눈길을 찌릿 돌렸다. "심하지 않은 걸로 부탁해." 시온은 가볍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냉혈파충류." "아니, 부장님. 이해합니다만, 그건---." "넌 지금 이해한다고 말했다." "아, 아니---죄송합니다. 전혀 이해 못하겠어요. 어, 어떤 의미일까~......?" 시온은 큭큭큭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것이 다행이었다. 쿨한 부분과 남들이랑 좀 다른 부분을 표현하는 것이겠지만. "자. 됐습니다~." 메구미는 종이에 매직으로 명찰을 만들었다. 'AAA전지', '홍차탱크', '고기', '냉혈파충류', '쿄로'---라고 각각의 이름이 쓰여있었다. 그 명찰을 달고 다 같이 하루를 보냈다. 캐릭터 프로필 <시노미야 쿄야> 휴일을 보내는 법 자전거 만지기: 자기 자전거를 개조한다든가. 혹은 타고 나가본다든가. 가게 돌기: 커다란 쇼핑몰에 외출해서 돌아보고 다닌다거나 합니다. 별로 대단한 걸 사지는 않지만요. -일러스트- #트릭 오어 트리트?! 딩동~. 혼자서 집을 보고 있던 중이던 쿄야가 잘 열리지 않는 전병 봉투랑 씨름하고 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 "네~." 봉지를 손에 든 채 척척 슬리퍼를 끌며 문을 열기 위해 가자---. "트릭 오어 트리트!" 큰소리로 외치는 호박 괴물이 거기에 서 있었다. 오렌지색의 커다란, 커다란 호박. 안쪽을 파서 눈과 입을 뜷어 만든 그 물체를, 헬멧처럼 머리에 쓰고 괴성을 지르고 있는 것은---. "뭐 하시는 거죠? -----부장님." 쿄야는 질려서 그렇게 말했다. 언제나, 언제나 이상한 짓을 하는 부장이지만----. 오늘의 이것은 기행을 뛰어넘었다. 호박 귀신일까? 뒤집어쓴 것뿐만이 아니라, 옷도 뭔가 호박 바지인 이상한 생물이 되어 있었다. 일부러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화살표 모양의 꼬리도 달려있어서, 악마 같은 생물인 듯해---. 부장에게 굉장히 어울린다고 말하면 화를 낼까? (sonic2213) 153~203 맨스 영화를 보러 가서──잠깐. 어라? 이런 날이라니. 무슨 날인데요? 10월 31일은 무슨 날인가요?" "넌 정말로 행사를 모르는구나." 부장은 호박을 잡고 그렇게 말했다. 쿠케케케케 하고 턱이 움직였다. 놀랐다. 작동이 되는 헬멧이다. "할로윈이라는 건데. 몰랐어? 서양 쪽의 축제야. 괴물의 가장 행렬로, 집집마다 문을 두들겨서 과자를 받아 가는 거야." "과자를 주지 않으면 장난치겠다~!" "그럼 과자로." 지금 깨달았는데, 전병 봉지를 계속 들고 있었다. 그것을 내밀었다. "그런데 시노미야 군. 백작님과, 프랑켄슈타인과, 늑대인가 중에서 어떤게 좋아요~?" 메구미가 종이가방을 몇개 들고 그렇게 말했다. "에엣──?! 저도 하는 건가요?" "당연하지. GJ부 부원이 이벤트를 즐기지 않으면 어떡해?" "하다못해 부장님 동네에서 하죠? 창피한데요~." 쿄야의 애원은 물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장 행렬로 동네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의외로 좋은 반응이었다. [미니지식] 할로윈 서양의 축제. 매년 10월 31일에 아이들이 괴물로 분장하고, 근처의 집들 문을 두들기고는 "Trick or Treat!"라고 외친다. 의미는 "과자를 주지 않으면 장난치겠다!"라는 뜻. "Happy Halloween!"이라는 대답과 함께 과자를 받을 수 있다. <틀린 곳 찾기 재탕 ①> "큰일이야, 쿄로 군."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오늘 발매된 만화잡지를 읽고 있던 쿄야는, 부장의 목소리에 얼굴을 들었다. 문을 열고 뛰어들어온 것은 분명히 부장. 하지만 부장은 시온처럼 '쿄로 군'이라고 불렀다. "또 그러시는 겁니까, 부장님?" 부장이 시온인 척을 하는 장난에는──전에도 당했다. 그것은 분명 여름방학 전이었다. 그때는 된통 당했다. 두 번 다시 당하지 않겠다고, 쿄야는 그렇게 굳게 다짐했다. "이제 속지 않을 거예요." 쿄야는 차갑게 대꾸했지만──. "아니야, 쿄로 군. 난 시온이야." "네?" 순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마오랑 몸이 바뀌어버린 것 같아." "에엣~‥‥?" 겨우 이해했다. 그리고 동시에 들고 있는 잡지에 눈을 돌렸다. 마침 읽고 있던 잡지에 그런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남자애랑 여자애가 몸이 바뀌어버려서 서로 이래저래 고생을 하는──그런 이야기다. "‥‥그런 만화 같은." 쿄야는 부장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풍성한 머리카락에서, 니삭스를 신은 다리에서, 상급생의 지정색 실내화까지 순서대로 보았다. 외견은 완전히 평소의 부장이다. 그 불안한 듯한 표정을 빼면──. "소‥‥, 속을 것 같아요? 안 속을 거라구요?" "마오랑 충돌해서 머리를 강하게 부딪힌 게 원인이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어, 어떻게 생각하니?" 그녀가 불안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 동작이 정말로 시온 같았다. "그, 그런말을‥‥. 저한테 물어보셔봤자‥‥." 그 만화 안에서도, 바뀐 원인은 분명 머리를 부딪힌 것이었지만──. "아니, 그보다 부장님은 어디에 간 거죠? 시온 선배의 몸에는 지금 부장님이 들어 있다는 거죠?" "달려가 버렸어." 부장의 모습으로──시온은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듯이 말했다. "뭔가 기뻐하는 것 같았는데‥‥." 사태의 심각성에 쿄야 쪽이 먼저 눈치를 챘다. "큰일이에요, 그거! 무슨 짓을 당할지 몰라요!" "그, 그런가‥‥. 그런군. 큰일일지도 몰라‥‥. 아니, 큰일이다." 시온에게도 일의 중대성이 전해진 것 같았다. "빨리 부장님을 찾으로 가죠." 둘이서 문으로 향하자──. 드륵 하고 그 문이 열렸다. 누군가 부실에 들어왔다. ──쭉 뻗은 큰 키의 미인. 즉, 시온의 몸에 들어간 부장이다. "부장님! 시온 선배의 몸을 돌려주세요!" 쿄야는 부장에게 따져들었다. 어리벙벙한 표정이 보였다. 시온의 얼굴로 부장은 억지스럽게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 쿄로 군?" "그런 식으로 시온 선배의 흉내를 내봤자 소용이 없어요. ──알고 있다구요. 부장님이 시온 선배의 몸에 들어가 있다는 건." "으음? 미안하지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건 새로운 놀이인가? 그렇다면 먼저 규칙을 가르쳐주지 않겠니." "놀고 있는 건 부장님이잖아요." 모른 척하는 부장에게 쿄야는 따졌다. 시온을 위해서라도 여기서는 내가 용기를 내지 않으면──이라고 생각했다. "크크크크크." 뒤에서 불길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부장이 웃고 있었다. 부장의 목소리로. 조심조심 뒤를 돌아보니──. 배를 잡고 부장이 웅크리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시온의 분위기는──이미 전혀 없었다. "아~, 역시 재미있어~! 이 녀석, 뭐든지 믿는다니까~!" 부장이 일어나더니, 쿄야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이것 참. 이번에는 아무리 그래도 억지라고 나도 생각했지만. 역시 쿄로야. 다시 봤어." "다시 보지 않아도 돼요. 전혀 기쁘지 않아요." "이제 나한테 할 말 없니?" 힘이 쭉 빠져 무너지는 쿄야의 옆을, 시온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지나갔다. [미니미니지식] 몸이 뒤바뀌는 이벤트 라이트노블에서 종종 나온다. 영화로도 있다. 만화에서도 애니메이션에도 종종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현상. <틀린 곳 찾기 재탕 ②> "큰일이다, 쿄로!" 평소 같은 부실이지만, 평소와는 다른 방과 후 ──. 부실의 문을 열고 시온이 달려 들어왔다. 뭔가 위화감을 느끼며 쿄야는 얼굴을 들었다. "무슨 일이세요?" "──시이 녀석이랑 몸이 바뀌어 버렸어!" "또요?" 쿄야는 질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몸이 뒤바뀌었다는 거짓말로 속은 것은 얼마 전의 일이다. 부장과 시온이 뒤바뀌었다고 해서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듣다 보니 속아서, 마지막에는 철저하게 배신당했다. 그러니가 믿지 않는다. 이제 절대로 빋지 않을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속지 않을 테다. "아무리 제가 사람이 좋다고 해도, 이제 절대 안 속을 거예요." "그렇지 않아! 저번 일은 분명히 거짓말이었지만, 이번 일은 진짜야! 정말이라니까──! 정말로 뒤바뀐 거라니까!" 시온은 힘차게 주장했다. 자세나 동작이 그야말로 부장이었다. 완벽한 카피다. 하지만 쿄야는 차갑게 응수했다. "소용 없어요. 빨리 포기해주세요. 시온 선배. ──아니, 부장님이구요. 지금은." "믿어‥‥, 주지 않는 거냐?" "네. 안 믿어요." 따끔하게 가슴의 아픔이 느껴졌지만‥‥. 쿄야는 그렇게 말했다. 분명히 거짓말인 게 뻔하다. "그러냐‥‥." 시온은 고개를 풀 숙였다. 어라? 하고 쿄야는 의외라고 느꼈다. 좀 더 물고 늘어질 줄 알았는데‥‥. "그야 뭐‥‥. 그렇지. 그렇게 놀려먹었으니까. 아무리 너라도 믿어주지 않겠지‥‥." "저기‥‥. 시온 선배?" "그, 뭐였지? 항상 늑대가 나타났다~,하고 거짓말을 하던 소년이, 정말로 늑대가 왔을 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는 이야기‥‥. 뭐, 됐어. 아무래도 좋아." 시온은 뭔가 중얼거리면서 비틀비틀 부실 안쪽으로 걸어갔다. 거기에 쌓여 있는 모두의 가방에 손을 내밀었다. 처음에는 부장의 가방에 손을 뻗었다가──그랬다가 생각을 고쳐먹은 듯, 시온의 가방을 집어 들었다. 시온의 가방은 스트랩 하나 달려 있지 않은 가장 심플한 것이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부장의 가방에는 주렁주렁 달려 있어서 무거워 보였다. "어떻게 할 거죠, 시온 선배?" "시온이 아니야. 마오야‥‥." 가방을 든 그녀는, 완전히 삐진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됐어 이제. 갈 거야. 믿어주지 않는 것 같으니까. 이대로 시이로서 살아갈 거야." "아니, 저기, 그게‥‥." "아, 하지만 시이네 집에 가야 되는구나. 오빠들 있겠지? 어쩐지 무섭다‥‥." 가방을 가슴에 안고 불안한 듯한 표정.──이미 쿄야는 견딜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믿을게요!" 자기도 모르게 소리쳐버렸다. "몸이 바뀌는 건 만화 같은 전개지만. 그래도 절대로 없다고는 단정할 수 없구요. 그러니까 같이 원래대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봐요. 먼저 시온 선배──부장의 몸을 찾지 않으면." 단숨에 말했다. 이제까지 믿어주지 않아서 미안한 마음에 후회가 밀려왔다. "정말이니? 정말로 믿어주는 거니?" 시온──아니, 부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스러운 듯이 보았다. "정말이에요!" 다시 외치고 있자──. "정말로 정말이지?" 하고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부장의 목소리였다. 부장 자신의 목소리로, 부장의 말투로, 그것은 즉──. 뒤를 돌아보자 역시 부장이 서 있었다. 능글능글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무엇 하나 설명이 필요없었다. 또 속았다~! 쿄야는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았다. 악마들의 웃음소리가 내려올 것을 각오하고 있었지만──. 그러나 언제까지 기다려도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너, 착한 녀석이구나." 턱, 하고 쿄야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 나서, 부장은 자기 자리에 앉았다. "아니아니아니‥‥. 마오 흉내는 힘들었어." 시온도 시온으로 돌아가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쿄야는 웅크린 채로 두 사람의 옆얼굴을 한찬 쳐다보았다. 어째서일까. 오늘은 비웃지 않았다. 오히려 칭찬을 받은 듯한 기분도 든다‥‥. 그러나──. 여전히 웅크린 채로 쿄야는 생각했다. 이 두 사람, 정말로 절친한 친구구나. 서로의 흉내가 완벽했다. 저번의 부장도 오늘의 시온도, 어느 쪽도 진짜 같았다. 그 정도까지를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 부럽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니지식] 두 사람은 절친 마오와 시온은 초등학교 시적부터 절친한 친구. 서로의 흉내를 완벽하게 낼 수 있을 정도로 상대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친구라고 해도 모르는 일은 있는 것 같다. 그 증거로 시온이 봉지라면을 몰랐던 것에 마오는 놀랐다. "이번에 리듬체조부에 가입 권유를 받아서요~." 겨울을 대비해 한 땀 한 땀 뜨개질을 하면서 메구미가 말했다. "엣." 휴대용 게임기로 사냥을 하던 쿄야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멈췄다. 게임 안에서는 자신의 캐릭터가 집중 공격을 당해 완전히 참살당하고 있었지만, 그런 것은 일단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어째서?" "글쎄요." 하고 메구미는 고개를 갸웃했다. 뜨개바늘을 빙글빙글 움직이며 잠시 생각하고 나서 문득 말했다. "몸이 유연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유연해?" "유연하죠~." 짜고 있던 스웨터인지 머플러인지를 하나로 정리하고, 메구미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메구미 전용 흔들의자는, 그녀가 일어서도 아직 잠시 동안 흔들리고 있었다. "에잇." 그녀가 바로 한쪽 다리를 들었다. 바로 옆으로 뻗은 긴 다리가 점점점점 끝없이 올라가서──. 발끝이 똑바로 천장을 가리켰다. 거기서 딱 멈췄다. 얼굴은 평소대로 방긋방긋 미소. 힘들어 보이는 듯한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우와." 쿄야는 깜짝 놀라서 메구미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눈앞에 다른 애자애가 나타난 듯한 기분이었다. "깨끗한 Y자 밸런스네." 시온이 말했다. 그 이름은 어디서 들은 기억이 있다. 리듬체조나 발레를 하는 사람이 종종 선보이는 이포즈의 이름일 것이다. 하긴 'Y'자 모양을 하고 있다. "교실에서 이걸 했더니 들어오라는 말을 들어서요~. GJ부가 있으니까 거절했지만요." "그, 그렇구나‥‥." 쿄야는 겨우 그렇게 말했다. 의문은 풀렸다. 메구미의 몸은 유연하다는, 지금까지 몰랐던 면도 알게 되었다. 이해가 되었다. 그것은 그것대로 좋지만──. "‥‥그런데 저기. 메구미." 전부터 말하려고 했던 것을, 쿄야는 오늘이야말로 털어놓으려고 했다. 너무 남자의 눈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다. 경계심이 너무 없다. 메구미는 지금 이쪽을 정면으로 보고 잇어서, 그래서 다리를 크게 올리고 있어도 스커트에 가려서 보이지 않지만, 옆에 있는 시온에게는 시커트 안이 다 보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메구미의 경우, 그 위치에 있는 것이 여자인 시온이 아니라 남자인 쿄야였어도 신경 쓰지 않고 했을 것이다. 아니, 아마도 할 것이다. 그러니 문제다. 아까 반에서 했다고‥‥? 남녀비 1:4인 GJ부와 달리, 학급의 절반은 남자애인데‥‥? "뭐가요~?" 아직 Y자 밸런스를 유지한 채로, 메구미는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저기‥‥." 이 천계의 생물에게 도대체 어떻게 하면 지상계의 상식을 전해줄 수 있을까, 쿄야가 굉장히 고민하고 있자──. "흥. 그런 거 전혀 대단할 것 없잖아." 부장이 만화를 놓고 일어섰다. "뭐아, 그 정도. 보통 할 수 있잖아. 봐라. 나도 말이야──." 하고 메구미의 옆에 서서 자신도 Y자 밸런스. 두 사람 각자 오른발과 왼발을 들어 올려 좌우대칭의 형태를 만들었다. "옛날에 언니랑 둘이서 발레를 배웠어요~." "둘 다 대단한데. 난 몸을 움직이는 일은 잘 못해서." 시온이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도 그런 상식이 없는 쪽 사람이다. 그런 쪽은 전혀 그른 사람이다.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대단하구나 해서." 쿄야는 패배했다. 포기하는 것이 너무 빨라. 하고 스스로도 생각했지만. 이길 것 같지 않으니 할 수 없다. "그런거 전혀 대단하지 않아! ──자, 봐라, 봐라. 난 손을 놓아도 할 수 있어. 정말로 대단하다고 하는 것은, 이런걸 말하는 거야!" 다리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부장은 득의만면한 얼굴을 했다. "으음? 언니. 그건 저도 할 수 있다구요?" 메구미는 의외로 지기 싫어하는 여자애다. "──그럼 언니. 그건 아직 할 수 있나요?" 메구미가 실내화를 벗었다. 진지한 모드로 들어갔다. 그 후로 부실은 발레의 기술 발표회장이 되었다. 쿄야는 계속해서 위치를 바꾸었다. '안전한 위치'를 찾아 방랑을 계속하게 되었다. [캐릭터 프로필] 아마츠카 메구미 ② 좋아하는 것: 곤약 같은 걸 좋아해요~. 그리고 과자라면 뭐든지~. 싫어하는 것: 우유를 못 마셔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시절까지. 급식 때는 항상 옆에 앉은 남자애가 대신 마셔줬어요~. <고오오오> 척척척, 하고 부장이 미술 공작을 하고 있었다. 풀과 가위와 도화지를 써서, 뭔가 예전에도 본 적이 있는듯한 물체를 만들었다. "미술 공작이에요?" 쿄야는 결국 신경 쓰여서 그렇게 묻고 말았다. 가능하면 평화적으로 안전하게, 눈치채지 못한 척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수도 없었다. "보이는 그래도야. 말풍선이지." 부장은 그렇게 말하며, 막대기를 달은 물체를 보여주었다. 역시 그것이다. 한참 전에, 1학기 언저리에 부장이 만든, '씨익'이라고 쓰인 그것이다. GJ부를 진동시킨 그것이다. "위험해요. 그만두죠." "후후후. 지금부터 넌 '진짜 공포'가 뭔지 깨닫게 될 거야. 이 세상에는 모르는 게 행복한 일도 있는 거야. 크크크크크크." "그만하세요~." 말풍선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하얀 막대기가 달린 풍선모양의 도화지에는, 아직 아무 문자도 쓰여 있지 않았다. 부장은 팔짱을 끼고 있었다. 새하얀 도화지를 앞에 두고 정신을 통일했다. 명상이라도 하는 것처럼 가늘게 뜬 눈이 갑자기──번쩍 하고 뜨였다. "좋았어!" 퐁, 하고 매직펜의 뚜껑을 엄지손가락으로 날렸다. 맹렬한 기세로 말풍선에 사악한 문자를 적어 갔다. "됐다!" 말풍선을 손에 들고 부장이 달려갔다. 향하는 것은──홍차를 준비하고 있는 메구미. "메구미! 도망쳐──!" "네? 무슨 일이죠~?" 메구미가 돌아보았다. 그 등에 척하고 부장이 들러붙었다. 재빨리 말풍선을 댔다. ──고오오오. "곧 홍차가 다 될 테니까. 얌전히 기다려주세요~." 분노의 화신이 거기에 존재했다. 방긋방긋 웃는 얼굴로 분노의 오라를 발산하고 있었다. "네, 넵! 기다릴게요. 얌전히 있을게요." 쿄야는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대답했다. 정말로 겁먹었다. "크크크크크크. 넌 메구를 천사나 여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게 분명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거야. 이 녀석도 한 사람의 인간이고, 지상의 생물이라는 거야. 즉, 분노의 화신이었다는 거지." "인간은 곧 분노하는 존재, 라는 것은 부장님만의 규칙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탁자 밑에 숨으면서, 쿄야는 그렇게 대꾸했다. "이불을 걷어낼 때랑, 브로콜리를 먹일 때랑, 그리고 양말 한쪽을 내놓지 않을 때는 화낸다구." "부장님. 저번보다 하나 더 늘지 않았나요. 아니, 그것보다 항상 그런 식으로 혼나는 거예요? 이제 고등학생이니까 스스로 좀 해보세요." "언니가 깊숙하게 넣어뒀잖아요~. 모리 씨가 곤란해했어요~." "시끄러. 그건 숨겨놓은 거야!" "왜 숨기는데요~." 메구미가 말했다. 쿄야도 동의했다. 정말 맞는말이다. 모래시계의 예쁜 핑크색 모래가 전부 밑으로 떨어졌다. "자, 됐어요." 메구미가 홍차 세트를 쟁반에 담아 가져왔다. 그 등에 붙어서, 부장은 말풍선을 내밀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다. "요전에 시노미야 군, 딤불라는 별로라고 해서요~." ──고오오오. "죄송해요. 죄송해요. 홍차 평론가라도 되는 것처럼 건방진 소리 해서 죄송해요 ──." "그래서 오늘은 향이 부드러운 누와라엘리야에요~." ──고오오오. 이쯤되자 메구미도 뒤에 있는 부장을 눈치챘다. "어? 또 저한테는 비밀로 하고 놀고 있는 거군요~?" ──고오오오. 이제 틀렸다. 웃는 얼굴 밑에 끓어오르는 고압의 '분노'가 보여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어때. 알았냐?" 부장이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그렇게 말했다. 홍차를 벌컥벌컥 마시면서, 거만하게 뒤로 몸을 제쳤다. "네, 이미 듬뿍. ──이 정도로 봐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좋아. 괜찮지. 봐주마." 부장이 그렇게 말한 순간──. 메구미가 뒤를 돌아보았다. 말풍선을 그 손에 들고. "아~, 맞다. 그렇지. 얼마든지 더 드세요~." ──고오오오. 말풍선을 손에 들고 분노의 화신이 말했다. 다 마시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그 눈이 말하고 있었다. 쿄야와 부장은 둘이서 벌벌 떨었다. [미니지식] 말풍선 시리즈 부장의 공작에 의한 말풍선 시리즈. 재료는 도화지와 나무젓가락. 지금까지 종류는 두 가지. '씨익'과 '고오오오.' 계속해서 늘어날 예정. <군고구마의 계절> 어느 맑은 가을의 하루. 활짝 열린 부실의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기분 좋은 그 바람에 눈을 가늘게 뜨면서, 쿄야는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었다. 오늘은 만화도 펼치지 않았고, 라이트노블도 손에 들고 있지 않았다. 단지 멍하니 앉아 있었다. 뒤쪽 정원 쪽의 창문에서 들어온 바람이 복도 쪽 창문으로 빠져나갔다. 그 바람이 목덜미를 간지럽히자 자연스럽게 눈이 감겼다. 1년 중에서 가장 좋은 계절이 아닐까 생각했다. 냉방도 필요 없고 난방도 필요 없다. 얇게 입을 필요도 두껍게 입을 필요도 없다. "저기, 부장님~‥‥." "‥‥그래. 좋은 바람이네." 말을 걸었더니, 하려던 말의 절반이 대답으로 돌아왔다. 부장도 눈을 반쯤 뜨고 멍하니 쉬고 있었다. 낮잠 자는 고양이 같았다. 머리카락 끝도 만지작거리지 않았고. 손톱줄도 탁자 위에 나와 있지 않았다. 좋은 하루다. 1년 내내 이런 식이면 좋을 텐데. "홍차는 어떠세요?" 홍차 기지에서 메구미가 말을 걸었다. 고개를 약간 기울이고 미소를 지었다. 부탁해~, 하고 쿄야는 천천히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따뜻하게 할까요? 아니면 아이스티가 좋아요?" "아~‥‥. 그럼‥‥, 중간 정도로~." 어려운 질문에 대해서는 중용으로 대답한다. 중용이 쿄야의 삶의 방식이었다. "상온에서 스트레이트 티? ──그러고 보니 해본 적이 없네요. 시도해볼까요." 홍차를 마시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한 것 같다. 시온이 손가락을 하나 세우자 홍차의 잎이 1인분 추가되었다. 키라라가 향기에 반응해, 귀가 아니라 귀같아 보이는 튀어나온 머리카락을 움찔거렸기 때문에 또 1인분이 추가되었다. GJ부 특유의 느긋한 시간이 부실에 흘렀다. 바람 속에서 뭔가 소리가 들렸다. 멀리서──. 스피커로──. 선전 소리를 방송하면서 가까이 오는 차가 있었다. 『군~ 고구마~.』 "아‥‥, 그러고 보니 그런 계절이었네요~." 벌써 10월. 매년 이 시기가 되면 그런 소형 트럭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떠올렸다. 시노미야 가에서도 어머니랑 여동생이 종종 사와서 먹곤 했다. 쿄야 자신은 고구마는 별로 먹지 않았었다. 여자 혹은 여자애가 어째서 그렇게 단 것을 좋아하는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부장님?" 문득 쿄야는 물었다. 아까까지 느긋하게 쉬고 있던 부장에게 긴장감이 넘쳐흘렀다. 돌아보니 부실의 공기까지도 변질되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의 느긋하고 푸근한 분위기가 거짓말같이, 굉장히 딱딱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엣? 저기──여러분?" "키라라!" 부장이 외쳤다. 응, 키라라가 일어났다. "가라! 전부 사 와!" "키라라. 간다." 쌔앵──하고 키라라는 달려나갔다. 창문에서 밖으로. 매우 간단히. 허들을 넘는 정도의 가벼운 동작으로. 1층이라면 괜찮다. 하짐나 여기는──. GJ부의 부실이 있는 것은──. "잠깐──?! 여기 2층이잖아요! 키라라──!" 허둥지둥 창문으로 달려간 쿄야가 본 것은──뒤쪽 정원을 기세 좋게 달려가는 키라라의 모습이었다. 창문 가까이 자란 나뭇가지 하나가 아직도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흐느적흐느적 창가에 주저앉은 쿄야의 다리에 힘이 돌아온 것은 몇 분 후──. 키라라가 양손 가득 '군고구마'를 가져온 것과 같은 몇 분 후──. "이건. 감자의. 고기." "네 그 멋대로 규칙에 한 마디 해줘야 하나, 하고 난 지금 생각하고 있어.──하지만 일단 뭐든 간에, 이거 전부 먹고 나서 하자." 커다란 군고구마 한 개를 양손으로 갈라서, 달콤한 냄새가 나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게 하면서 부장은 말했다. 금방 그 입은 바빠졌다. 말할 여유 같은 건 없어졌다. "음. 이거흔. ──여히, 마시느거네." "이허. 으헤로‥‥, 이거, 마시네여." 시온도 메구미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이봐──, 효로. 너호 머시 아흐며 어서혀." 부장에게 그런 말을 듣고, 쿄야도 한 개 집어 들었다. 참고로 부장이 한 말은 "야. 쿄로. 너도 먹지 않으면 없어져."였을 것 같다. 여자애들은 군고구마를 좋아하는구나──하고 생각하며, 쿄야는 그녀들을 생각해서 딱 한 개만 먹기로 했다. 미하해‥‥,가히바히호호, 헤히므 하 조류하서‥‥. (미안해. 가위바위보도 게임의 한 종류라서,) 이제 절대 가위바위보로 결정 안 해~! 여러분, 정말로 군고구마 좋아하시는군요‥‥. <일본의 정취> "비켜, 비켜~." 평소 같은 점심시간. 평소 같은 부실. 도시락을 먹으며 만화잡지를 슬슬 다 읽으려는 참에, 부장이 척척 부실에 들어왔다. 오늘은 도대체 무엇을 주워왔나, 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가져온 것은 놀랍게도 다다미였다. 대여 섯 장을 겹쳐서 한 번에 옮기고 있었다. 물론 옮기고 있는 것은 힘이 센 키라라. 초등학생 수준 체격의 부장은 한 장도 옮길 수 없을 것이다. "또 이상한 걸 주워오셨네요." 쿄야는 일어나서 입구로 갔다. 아무리 키라라여도 무거운 것 같아서, 후우후우 하면서 바닥에 내려놓고 있었다. 삐걱 하고 마룻바닥이 울렸다. 귀의 착각이 아니라 확실히. 다다미는 전부 여섯 장이었다. "훔쳐온 거 아니죠?" "넌 왜 내가 뭔가를 주워오면 불평을 하는 거냐. 훔쳐왔다고 우기는 거냐." "그래서 물어보고 있잖아요." "받았어. 마침 꽃꽃이의 다다미를 다 바꾼다고 대형 쓰레기로 나온 것을 여섯 장. ──그밖에 유도부라는 선택도 있었지만 그건 내버려뒀어. 남자들의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땀과 눈물과 콧물을 흡수한 결정 위에 앉고 싶지 않거든." "어디에 옮기죠?" 일단 훔쳐온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쿄야는 이미 부장의 이야기를 별로 듣지 않았다. "여기면 되지 않을까요~?" 메구미가 부실의 가운데에서 팔짝팔짝 뛰고 있었다. 넓은 것만이 자랑인 부실이다. 여섯 장 정도의 공간은 간단히 확보되었다. "우으‥‥, 무거워." 한 장은 들려고 하자, 허리에 쿵하고 오는 무게가 있었다. 30킬로그램 정도는 되어 보였다. 이런 걸 여섯 장이나 한 번에 옮겨온 키라라는 도대체‥‥. "안 돼. 못 들겠어." 시온도 도와주려고 했지만 한 장도 들지 못하고 단념했다. 그 옆에서 메구미가, 의외로 가볍게 한 장을 옮기고 있었다. 부장은 물론 아무리 힘을 써도 0장이었다. 부실의 한 가운데에 다다미 여섯 장분의 정방향 공간이 생겼다. 서양 골동품이 많은 부실에서, 거기만 일본 풍이라 약간 위화감이 느껴졌지만──. 30초쯤 바라보고 있자니 금방 익숙해졌다. 가구 느낌의 TV가 놓여 있거나, 7월에 했던 칠석 장식이 아직 남아 있거나, 부장의 잡동사니 수집물이 보물 상자에서 튀어나와 증식 중이거나, 그런 혼연일체감이 느껴지는 부실의 풍경에, 낡아빠진 다다미는 이상하게도 잘 어울렸다. "다다미 같은 걸 깔아서 어쩌려고요?" 한 장도 옮기지 않았으면서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며 완전히 중노동을 한 후의 얼굴로 변해 있는 부장에게, 쿄야는 그렇게 물었다. "일본의 가을, 겨울에는 코타츠──라는 것이 있다더군. 그것을 여기에 설치할까 해서." 다다미 바닥 위에 신발을 벗고 올라가, 부장은 양 팔을 커다랗게 휘둘렀다. "있는 것 같다‥‥? 아니, 보통 있긴 하죠. 부실에 코타츠를 놓을 겁니까?" "저희 집은 서양식이라~. 코타츠를 본 적이 없어요~. 난로라면 있지만요." 메구미가 손가락 끝을 마주 대며 그렇게 말했다. 난로는 평범한 것이 아닙니다, 라고 쿄야는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렇구나. 이미 가을이지요. 곧 겨울이네요. ──따뜻해서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봐라! 역시 코타츠는 따뜻한 거잖아!" "언니 말대로군요~." "그렇구나. 난 좀 추위를 타서‥‥. 그건 반갑네." 시온도 흥미를 보였다. "──그런데, 코타츠는 있습니까?" "그건 지금부터 훔치러 갈 거야." "훔치지 마세요! 봐요, 역시 훔쳐올 거 아닙니까!" "거짓말이야. 믿지 마. 중고품을 찾아볼 거야." "가게에서 GJ부 달러는 못 쓰는 거 아시죠? 낡은 것도 괜찮다면, 반의 친구한테 물어보면 누군가 한 명쯤 창고에 처박혀 있는게 있을지도 모르지만요." "오오." 어쩐지 부장이 감탄한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쿄야는 쑥스러워져서 얼굴을 돌렸다. "그렇군. 그런 건가. 받을 수도 있는 건가. 상부상조 정신인가. 그것이 일본의 마음인가. 갖고 싶으면 사거나 훔쳐! 저리 꺼져! 같은 건 하지 않는 법인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보통은 부탁하면 도움을 받을 수가 있어요. 아직 점심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저, 반에 좀 다녀올게요." "좋아. 나도 가보지. 나루미에게 먼저 물어봐야지." 그리고 부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미니지식] GJ부의 설비 구식 컴퓨터. '안전물'의 책장. '금서'의 책장. 메구미의 홍차 기지. 마오의 보물 상자. 키라라의 뼈 상자. 시온의 보드게임 세트. 선풍기. TV님. 다다미 여섯 장분의 일본 풍 공간. 넘어지면 꺼지는 스토브(겨울에만). 코타츠 님(예정). <키라라의 비밀> 책 내용에 푹 빠져서, 문득 정신이 들어보니 부실의 창밖이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이런." 책을 덮고 쿄야는 말했다. "어두워지는게 빠르군요. 아직 이런 시간인데." "가을이니까." "오늘은 저 이만 가볼게요. 여동생한테 부탁받은 걸 좀 사러 가야 해서요." "넌 여동생의 심부름꾼에서 언제 졸업하니?" 부장의 목소리를 등으로 받으면서, 키라라의 앞을 지나가 가방을 가지러 갔다. "그럼 먼저 실례~." 한 번 더 키라라가 앉은 소파 앞을 지나가려 할 때──. 꼬옥. ──하고 옷의 끝자락을 잡혔다. "어라? 에? 저기‥‥?" 쿄야의 교복 끝자락을, 키라라는 꼭 잡고 있었다. 가방의 끈을 목에 걸다 만 어정쩡한 자세로, 쿄야는 멈춰 서 있었다. "저기‥‥. 뭐죠? 키라라?" "집에 가는 거. 안 돼." 불안한 듯한, 매달리는 듯한, 그런 눈으로 쿄야를 올려다보았다. 쿄야는 매우 곤란했다. ──키라라가 처음으로 보이는 표정에. "키라라. 티브이. 보고파." "아아." 겨우 알았다. 이해를 했다. 여름이 오기 전에 부실에 TV님이 오셨다. TV님은 굉장히 까다로운 분이라, 보기 위해서는 다섯 명 전원이 필요했다. 방의 어딘가에 사람이 서 있는가에 따라서 전파상태가 바뀐다. 정위치에 다섯 명이 서 있을 필요가 있다. "빨리 말해, 그런 거는. 착각해서 놀랐잖아." 부장이 투덜투덜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왔다. 쿄야도 바닥의 표시 위에 섰다. 시온도 메구미도 정위치로 갔다. 연구가 계속된 결과. 거기에 서 있기만 하면 되는 위치가 판명되었다. '비행기'라든가 '공기 의자'라든가 'Y자 밸런스'라든가, 그런 어려운 포즈를 취할 필요는 없었다. "키라라네 집에는 TV가 없나요?" "여기에 있어." "없군요." 스위치를 누르고 잠시 기다리자──. 먼저 소리부터 들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화면도 나오기 시작했다. 골동품급의 구식 TV라는 것은, 마치 판타지 세계의 산물 같았다. 화면에는 경기장 가득 관중이 나오고 있었다. 키라라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란 것은 아무래도 야구중계인 것 같다. "야구, 좋아했어요? ‥‥아, 우와," 잠깐 눈을 뗀 사이에, 키라라는 온통 완전무장을 하고 있었다. 세로줄무늬 겉옷을 걸치고 메가폰을 들고 있었다. 화면 안의 응원단 사람들과 같은 차림이다. "완전 팬이시군요." "올해는 몇 년만의 우승이 걸렸다는군.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호오. 그렇군요." 야구 경기를 억지로 같이 보게 되어도, 시온의 얼굴에 싫은 기색은 전혀 없었다. "흠. 저런 막대기 조각으로 공을 치는 놀이의 어디가 재미있다는 거지?" "다음에 같이 해봐요. 3각 베이스라고 해서, 적은 수로도 놀 수 있는 규칙이 있어요." "만약 네가 하고 싶다고 울고불고 매달리면 놀아줄 수도 있지." 부장이 야구를 싫어하는 것은, 분명 많은 수로 하는 경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친구도 적어보이고. "오사카 사람들은 대단하군요~. 이기면 다 같이 강에 뛰어들잖아요~." "아니, 다들 그러는 건 아닐 거예요." 메구미의 발언에 대해서는 바로 정정을 했다. 시합이 시작할 때까지는 아직 조금 시간이 있어 보였다. 쿄야는 키라라에게 얼굴을 향했다. "키라라는 왜 저 팀의 팬이죠?" "호랑이는 ‥‥. 강했어." "네?" "키라라. 싸웠어. 그러니까‥‥. 존경?" "우음‥‥." 언제나 그렇지만, 키라라의 이야기는 이해할 수가 없다. 이래 봬도 쿄야는 키라라어의 제1인자인데. "나무아비타불." "엣?" "맛나맛나." "에에엑?" 뭔가 이상한 것을 생각해버렸다. 싸웠다. 쓰러뜨렸다. 먹었다. Fight and eat? 약육강식. 호랑이가 트레이드마크인 저 팀을 좋아하는 것은, 강한 적에 대한 존경──? 그런 이상한 생각이 순간 떠올라버려서 서둘러 지웠다. 설마. 어떤 호랑이랑 싸웠어? 뱅갈이야, 시베리아야? 으아──부장님, 진짜로 믿는 겁니까? 긴 엄니. 두 개. 있었어. <울리다, 부장> 가을도 깊어지는 11월. 평소대로의 부실의 광경에는 약간의 변화가 일어나 있었다. 부장이 전에 말했던 '코타츠'가 드디어 부실에 데뷔했다. 예전에도 TV님이 생기긴 했지만. 가을에 들어서 추위를 느끼는 시기가 되어 드디어 코타츠 님까지 오신 것이다. 부장의 반 친구가 중고품을 양도해주었다. 마침 새로 사려는데, 처분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것 같다. "아~. 따뜻하다~." 부장이 코타츠에 푹 들어가 있었다. 이대로 봄까지 나오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다미를 깔아 만든 6제곱미터 정도의 공간에 코타츠가 놓여 있었다. 거기만 일본 풍 공간이 되어버렸지만, 이 GJ부의 부실 안에서는 위화감이 없었다. 서양식 골동품이 놓여있거나, 코타츠가 있거나, 낡은 TV가 있거나 해도 혼연일체로 조화되는 것이 GJ부다. "야, 쿄로. 너도 이쪽으로 와서 좀 들어와도 괜찮아." "전 괜찮아요. 집에 가면 코타츠 있구요. 부장님이 즐기세요." "그러냐. 독점이군. 그야말로 호사스러운걸." 코타츠 첫날인 오늘. 부장은 신이 나서 만족스러워 보였다. 평화로운 것은 좋은 것이다. 시온은 평소대로의 일과로 세계통일 챔피언에게 사정없이 패배를 안겨주는 중. 여름에는 툭 하면 멈추던 컴퓨터도, 추위가 느껴지는 기온이 되니 갑자기 기운을 되찾았다. 메구미는 뜨개질을 하면서 부글부글 소리를 내느 주전자를 보고있었다. 다음 홍차도 준비중이었다. 키라라는 말없이 고기를 먹고 있었다. '오늘의 고기'는 닭도 소도 돼지도 양도 아니고, 본 적이 없는 것이라──물어보는 게 좀 무서웠다. 그리고 쿄야는 평화를 탐닉하고 있었다. "아‥‥, 큰일이다." 부장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세요?" 평화로움의 행복에 잠겨 있던 쿄야는, 부장이 입에 담은 말을 놓치지 않았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발이 좀 저릴 뿐이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면서, 부장은 '아야야'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쿄야는 바로 일어섰다. 부장의 옆으로 달려갔다. "낫게 해드릴게요. 우리 집──시노미야 가의 전통 치료법이 있어요." "정말?" 부장은 기대하는 표정으로 표정을 보였다. 그래서 쿄야는 힘차게 끄덕여 보였다. "이렇게 해서──." 부장의 다리를 니삭스 위에서 두 손으로 잡고──.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아야아야아야──! 아파아아아아!" "아프지만 이렇게 하면 빨리 나아요." 부장은 바동거렸다. 발을 차듯이 움찔거리는 다리를 꽉 잡아 놓치지 않고, 쿄야는 주물렀다. "그, 그만해~!" "지금 그만두면 더 아파요. 잠시만 참아요. 그러면 곧 아프지 않게 될 겁니다." 주무르고. 주무르고. 마구 주물렀다. "주, 죽는다. ──죽겠다. 죽겠다. 죽는다, 죽는다, 죽어어! 안 대애! 주, 죽겠다!" "네. 다들 그렇게 말하지만. 하지만 보통 안 죽죠." 그렇게 용서 없이 주무르고 있자──부장은 결국 반쯤 울었다. "그만해애."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 나약하게 말하는 부장에게 쿄야는──. "자. 끝났어요." 손을 떼며 그렇게 말했다. 잠시 전부터 부장은 시끄럽지 않았다. '치료'를 끝낼 타이밍을 보고 있던 참이었다. "봐요. 금방 나았죠?" 쿄야는 그렇게 물었다. 부장은 눈물을 머금은 눈을 쓱쓱 문질렀다. 눈물이 고인 것과 약한 느낌이──. 평소 본 적이 없던 부장의 모습에, 어쩐지 좀 귀엽다, 하고 생각해버렸다. "우리 집에서는 다들 이렇게 해서 낫게 해요." "너희 집‥‥." "네?" 작은 소리로 말하는 부장에게, 쿄야는 되물었다. "너희 집. 이제. 절대로 안 가." 확실히 들리는 목소리로, 부장은 그렇게 말했다.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휙 돌렸다. [미니미니지식] 시노미야 가의 전통 시노미야 가에서는 다리가 저린 사람은, 울든 말든 상관없이 다리를 주물러준다. 이것은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치료행위. [울리다, 시온] "저 녀석도 울리자." "그만하시죠~." 팔짱을 끼고 불온한 소리를 하는 부장에게, 쿄야는 대꾸했다. 코타츠의 반대편에 쑥 들어가서, 쿄야는 부장과 둘이서 완전히 밀담하는 자세였다. "아니, 불공평해. 내가 울었으니까, 전원 순서대로 울려버리겠어. 그것이 민주주의라는 것이지. GJ부 식이라는 것이지." "민주주의와 GJ부 식의 사이에는 전혀 접점이 없다고 생각해요." 시노미야 가의 전통치료법으로 다리 저림을 고친 것까지는 좋았는데, 부장의 어딘가에 스위치가 들어가 버렸다. 부장이 '울린다' 고 단언하고 곁눈질로 노리는 그 표적은----. "시온 선배가 우는 모습이라니, 상상도 할 수 없는데요. 부장님이랑 달리 어른이에요." "너, 정말 시이에 대해 모르는구나. 시이 초보자구나. 저녀석은 꽤 울보라구. 항상 내가 지켜줬지." "어느 쪽이냐면 부장님이 신세를 계속 졌을 것 같은데요." "뭐, 보고 있어." 부장은 자신 있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그리고 컴퓨터 앞에 있는 시온에게도 들릴 정도의 커다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시이녀석 말이야~! 꽤 몰상식한 부분이 있지~!" 그러더니 말을 끊었다. 쿄야에게 얼굴을 돌렸다. "엣? 저 말이에요?"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묻자, 코타츠 밑에서 퍽퍽하고 정강이를 겉어차였다. "엣,아,그게.그,그렇군요~." "호오~! 쿄로도 그렇게 생각하냐~! 아하하~! 그럼 결정이군~. 시온이 GJ부의 몰상식 챔피언이라는 걸로~!" 부장은 들으라는 듯이 큰소리로 말했다. 컴퓨터 전원 버튼이 팟 하고 소리를 냈다. 체스의 인터넷 대전이 마침 끝난 것인지, 아니면 도중에 중단하고 온 것인지, 시온이 컴퓨터 자리에서 코타츠로 이동해왔다. 아까부터 부장의 말이 제대로 들렸을 것이다. 그 얼굴은 쿄야가 보기에 약간 뾰루퉁해 보였다. "난 꽤 상식파라고 생각하는데." 코타츠의 한 면을 차지한 후 입을 열자마자, 시온은 그렇게 말했다. "예를 들어 어떤?" 부장이 대결을 받아주겠다는 듯, 자신 있는 미소로 도발했다. "잘난 척할 생각은 없지만, 객관적으로 겸손하게 판단해도, 우리 부에서 내가 가장 지식이 풍부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는 시온의 말도 약간 딱딱한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화가 났나? "그,그래요. 시온 선배가 가장 똑똑해요." "하지만 컵라면을 만드는 법은 몰랐지." "....." 시온의 얼굴색이 변했다. 그리고 쿄야도, 큰일이다~, 하고 파랗게 질렸다. 왜 그것을 부장이 알고 있냐 하면, 그것은 쿄야가 전에 말해버렸기 때문이다. 파랗게 질렸다. 왜 그것을 부장이 알고 있냐 하면, 그것은 쿄야가 전에 말해버렸기 때문이다. "이,이 비닐봉투의 요금이 영수증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괘,괜찮을까?" 부장이 시온의 말투를 흉내 냈다. 그것도 쿄야가 부장에게 말한 것이다. 시온은 편의점의 비닐봉투가 공짜라는 것을 몰랐다. "이봐,쿄로. 캔 커피라는 것은 '캔 커피'라는 종류의 음료수지? 커피랑 맛이 달라도 당연한 거지?" "에?아니,그게.저기 그게. .......뭐, 그렇습니다만." "하........"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던 시온이 입을 열었다. 쿄야는 팟 하고 정좌해서 시온의 말을 기다렸다. "하,하지만......, 하지만..., 할 수 없잖아. 그런 거, 책에는 쓰여 있지 않고....다,당연한 건 오히려 찾아보기 힘든거야. 인터넷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전철을 타는 법이나 자판기를 쓰는 법이나...... 쓰여 있지 않잖아." "너, 전철 타는 법도 몰랐니? 자판기도 못 쓰냐?" 부장의 말에 시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비 합숙할 때, 개찰구를 지날 때, 시온 선배는 항상 모두의 가장 뒤에 있었군요." 쿄야의 말에도 끄덕끄덕 고개를 흔들었다. 어린애 같았다. "모두가 하는 것을 잘 관찰해서, .....똑같이 하고 있었어. 자기에 기록되어 있는 면을 밑으로 하고, 정방형을 세로로 해서 삽입하는------." "그거,검은 쪽이 위여도 아래여도 가로여도 세로여도 괜찮은데요." "그,그렇구나....." "뭐,아무튼." 부장이 화제를 바꿨다. "울었군." 시온은 눈가의 눈물을 손등으로 닦았다. 울먹이고 있었다. [미니미니지식 시온의 몰상식 Q.전철에 처음 탄 것은? A.고2 여름방학 때, Q.자판기를 써 본 적은? A.니니즈(오빠들)가.....] [울리다, 메구미] "그러니까 부활동이라니까." "후후후후. 나도 아직 멀었군. 완전히 당해버렸어. 후후후후후." 시온은 코타츠에 앉아 있었다. 부장의 옆에서 약간 무서운 느낌으로 계속 웃고 있었다. "이,이 녀석. 이거 화내는 거 아니다? 의욕이 생겼을 뿐이야." 겁을 잔뜩 먹은 쿄야에게 부장이 말했다. "그,그런 겁니까.......?" "진짜 실력을 보여주고 싶은 기분이군." 머리카락을 넘기며 시온이 말했다. 화가 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쿄야는 일단 안심했다. 하지만 부장은 역시 시온의 절친한 친구였다. 시온 학회의 제1인자였다. "그래서,다음 타깃은 누구로 할까?" 나쁜 짓이라도 꾸미듯, 부장은 시온에게 작은 소리로 상의를 시작했다. "순서대로 하면 그녀겠지." "녀석인가..... 강하군, 뭔가 비책은 없냐?"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까부터 시온의 캐릭터가 어쩐지 다른 것으로 보여서 계속 신경 쓰였다. 흑화된 시온에게는 암흑군사의 품격이 있었다. 천재국사다. 사악한 제갈공명이다. 홍차를 준비하고 있는 메구미의 등을, 두 사람은 가만히 노리고 있었다. 키라라는 지금 자리를 비워서-----지금 부실에 있는 것은 메구미뿐, 다음 목표는 그녀 같다. 그러나------ 천사 같은 그녀를 울리다니, 그것이 인간에게 가능한 일일까? 아니, 하지만-----. 두뇌, 그리고 의지. 그 두 개가 모이면 불가능 따위는 없다. 신이라도 악마라도 울릴 수 있을 것 같다. 데빌&갓 메이크라이다. 대천사의 눈물을 보는 것도 분명 가능할 것이다. 메구미에게는 미안하지만----쿄야는 조금 기대해버렸다. "지금 100만 하고도 3724가지 종류의 시뮬레이션을 끝냈어. 역시 그것밖에 없군." "어떤 거?" 속닥속닥 시온이 부장에게 귓속말을 했다. 메구미의 눈물을 보기 위한 작업을 전달했다. "그렇군,그거군?" "메구미가 믿을까 말까가 승리의 열쇠지만." "이봐, 진짜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마오야말로 봐주지 말고 해." "봐줄까 보냐.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부장이 송곳니를 드러내고 씨익 웃었다. 도대체 어떤 '기적'을 볼 수 있는지, 쿄야는 두근거리며 기대헀다. 시온이 한 손을 스윽 올렸다. 그리고 그 손으로----- 짝! ------하고 부장의 빰을 떄렸다. "아야! 무슨 짓이야, 이 녀석!" 부장이 울컥해서 일어섰다. "입 조심해. 넌 자신의 무슨 짓을 해도 용서받을 거라고 생각하겠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가르쳐줬을 뿐이야. 입으로 말해도 모르는 상대에게는 손을 대는 게 합리적이잖아?" "엣? 에엣?" 쿄야는 당황했다. 왜 갑자기 싸움을 시작했는지 전혀 알 수없었다. 메구미를 속인다든가 울린다든가, 이미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 "뭐라고, 이 잘난 척 냉혈녀! 뭐가 용서 못해?! 용서 못하면 어쩌겠다고?" 한순간에 끊어오른 부장이 시온에게 달려들었다.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그렇게 바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네 최대의 결점이야. 정말 품위가 없어. 치열이 고른 것 정도밖에 네장점은 찾아 낼 수가 없는데." "뭐라고! 먼저 때린 게 누군대! 이게!" "그----그만두세요!두 사람 다!" 쿄야는 코타츠에서 튀어나와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려고 했다. 하지만 할 수 없었다. 그 자리에서 그저 우왕좌왕 돌고 있었다. "어.... 어떨게 된 거죠? 언니? 시온 언니?" 홍차 준비를 하고 있던 메구미가 깜짝 놀라서 바라보았다. "메 메구미!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둘이 갑자기 싸움을 시작해서-----!" 쿄야는 도움을 요청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비난하면서 몸싸움을 하고 있었다. 두 대, 세 대, 시온이 부장의 빰을 갈겼다. 부장이 시온의 머리를 잡아챘다. 그리고 물어뜯기 공격을 했다. "그만------안 돼요! 그만해요! 싸우면 안 돼요!" 메구미가 달려들었다. "언니! 시온 언니! 부탁이니까--------! 그만하세요!" 메구미가 울면서 부탁하자-----. "울었군." "응.울었네." 두 사람은 싸움을 뚝 멈췄다. 아까의 분노가 거짓말같이 그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두 사람은 혀를 쏙 내밀고----. "미션 컴플리트♡" [미니미니지식 대천사의 눈물 대천사의 눈물에는 모든 병을 고치는 힘이 있다고 한다. 입수난이도 A+의 초 레어 아이템] [울리다, 키라라] "다음은 녀석이군, 강적이지." 만석이 된 코타츠에서 진을 만들고, 다음 작전회의가 시작 되었다. 메구미를 울릴 때는 자리를 비웠던 키라라가 부실에 돌아와 있었다. 평소처럼 말없이 고기를 냠냠 먹고 있다. 다음 타깃은 물론 그녀다. "아까 했던 걸로는 안 되나요? 두 사람이 싸우는 척하는 것은-----." 자신도 조금은 지혜를 짜내려고 쿄야는 말했다. 키라라는 싸우고 있으면 말리러 오는 사람이다. 싸움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바보냐, 넌. 키라라 상대로는 쉽게 제압당하고 말아. 게다가 말이야. 너, 그거 꽤 아프다니까? 시이 녀석, 봐주질 않으니까.-----아~,아직도 빰이 아프네." "마오. 너도 봐주지 않았잖아.봐,여기 이빨 자국이----." "쿄로를 물 때보다는 살살했어." "언니들 정말로 싸우는 줄 알았어요~." "적을 속이기 위해서는 먼저 아군부터 속이라고 하잖아." 메구미도 코타츠에 들어와 있었다. 키라라를 어떻게 울릴까 하는 작전회의에 방긋방긋 미소로 참가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저도 한편이 되어버린 거군요. 후후후. 키라라 언니 혼자 외톨이로 만들면 가엾잖아요~. 빨리 동료로 만들어주지 않으면~.후후후." 천사 같은 메구미가 흑화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쿄야는 잘 알 수 없었다. 만약 그렇다면 타천사다. 검은 날개의 천사다. GJ부의 다크 사아디는 천재나 천사조차도 타락 시켜버리는 것일까. "그거.....밖에 없나." "그거라니,뭔데?" 천재 시온이 그 다크 사이드에 물든 명석한 두뇌를 구사해서, 100만 하고도 3724가지 종류의 시뮬레이션을 끝낸 해답을 도출해냈다. "그렇군,그걸로 가자." 나쁜 짓을 꾸미는 표정으로 듣고 있던 부장이 무겁게 끄덕였다. "저기-----야, 그거 아냐~?" 소파에서 묵묵히 고기를 먹고 있던 키라라에게, 부장이 말을 걸었다. 항상 자기 스타일대로 사는 키라라니까, 지금까지 코타츠에서 벌어진 악의 회의는 물론 전혀 듣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역시였다. 키라라는 고기를 먹던 손을 멈추고 무슨 일인가 고개를 갸웃했다. "실은 쿄로, 불쌍한 녀석이었어." "엣?" 쿄야는 깜짝 놀랐다. 어떤 작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이 화제에 올라서 움찔했다. "이 녀석. 다리 밑에 버려져 있었대~. 버려진 것을 주워서 길러진 거래~." 키라라의 귀같이 생긴 튀어나온 머리라락이 움찔 움직였다. 고기 주머니를 손에 들고-----키라라는 코타츠로 왔다. 쿄야는 키라라를 위해 옆으로 비켜서 자리를 내주었다. "쿄로.불쌍해?" "이 아이한테는 여동생이 있지만, 그쪽은 부모님의 진짜 애라서 말이야. 그래서 이 아이는 집에서 주눅 들어 살고 있대." "그래서 거스를 수가 없는 거야. 심부름꾼을 하고 있는 거지. 게임을 사러 간다든가, 여동생이 하는 게임 캐릭터의 렙업 노가다를 대신 한다든가, 여동생한테 말대답하면, 다리 밑에 버리고 올까 하고 구박받는 거지." 부장과 시온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날조했다. 그 이야기에, 쿄야는 심각한 척 계속해서 끄덕였다. "쿄로,불쌍해." 쿄야의 앞에-----고기가 놓였다. "그런 쿄야는 매일 저녁이 되면 4시부터 6시까지, 계속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대. 진짜 부모님이----미인 엄마랑 미남 아빠가 하얀 호박 마차로 데리러 오는 것을,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쿄야의 앞에 고기가 하나 더 놓였다. 공물은 계속 늘어났다. "쿄로 군은 생일을 축하받지도 못헀지. 왜냐면 언제 태어났는지도 모르니까 축하받지도 못했지. 왜냐면 언제 태어 났는지도 모르니깐 축하할 필요도 없잖아, 라고 했다더군." 쿄야의 앞에 고기가 점점 쌓여 갔다. 고기 공물이 산처럼 쌓였다. "시노미야 군...... 불쌍해요....." 메구미가 울고 있었다. 작전 회의에 참가했는데도, 어째서 인지 울고 있었다. 그리고 당사자인 키라라의 눈에는-----. "울었다." "울었군." 뚝뚝,하고 닭똥 같은 눈물을 턱에서 떨어뜨리며 키라라는 울고 있었다. 펑펑 울고 있었다. "쿄로.힘내." 꼬옥, 하고 그 커다란 가슴에 안겼다. "아니, 저기, 키라라. 이건 그게 아니에요. 거짓말이에요. 전부 거짓말이니까. 그게, GJ부의 부활동이라는 걸로----. 뭔가 잘 모르겠지만, 다들 순서대로---." 카라라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는 그 후로 30분이 걸렸다. [미니미니지식 키라라의 사전 키라라의 애독서는 사전. 얼마 전까지는 '국어사전'이었지만, 현재는 '대사전'. 참고로 '거짓말'은 실려 있지 않다.] [울리다, 쿄야] "아야야야....." 이빨 자국이 난 팔을, 쿄야는 문질렀다. 그 이야기는 거짓말이고 지어낸 이야기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키라라는 이해해주지 않았다. 울음을 그칠 때까지 30분이나 걸렸다. 놀랍게도 그녀는 '거짓말' 이라는 걸 몰랐던 것 같다. 성실한 키라라의 사전에 '거짓말' 이라는 걸 몰랐던 것 같다. 성실한 키라라의 사전에 '거짓말'은 실려 있지 않았던 것 같다. '거짓말'이라는 것이 정말 있었던 일이 아니라 사실이 아닌 일이고, 그러니까 걱정하거나 동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다 같이 함께 설명해서,30분이나 걸려서 겨우 이해해주었다------그리고 키라라는 굉장히 화를 냈다. 그리고 물렸다. "왜 제가." 부장 말고 다른 사람에게는 처음으로 물렸다. 부장 말고도 무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거짓말을 한 건....부장님과 시온 선배잖아요." "차 가져왔어요~." 메구미가 차를 타주었다. 전원이 한 번씩 울어서 '부활동'이 끝나고, 겨우 부실에 평화가 돌아왔다. 평화가 좋다. 평화는 멋지다. "그런데 그거 거짓말이었군요~.전 완전히 믿어버려서~." 좋은 향기가 나는 차를 모두의 컵에 부어주면서, 메구미는 말했다. 천사의 사전에는 아슬아슬하게 '거짓말'이 실려 있는 것 같다. 이제 30분 정도 걸리지 않아도 된다. "아,메구. 아까 가짜로 운 거 진짜 잘했어. 키라라도 그걸 보고 믿었을지도 몰라." "에엣? 저 울었나요~?" "그런데 우리 부활동은 도대체 뭐죠?" "그거 너, 아까 스스로 말헀잖아? 부활동의 일환이라든가 뭐라든가." "말했지만, 그건 키라라를 이해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그래, 그럼 정식 부원은 취소다. 겨우 너도 GJ부의 혼을 이해한 줄 알았는데." "GJ부의 혼을 모르는 녀석은 평생 수습부원인 게 당연하지." "그러니까 그 GJ부 혼이라는 게 뭡니까." "그럼----." 부장은 대답하지 않고 홍차를 단숨에 들이켜 컵을 비우더니, 코타츠에서 일어난다. "흠." 시온도 코타츠에서 나와 일어섰다. "영차." 메구미도 스윽 일어섰다. 키라라도 고기를 넣고 슥 일어났다. "어라어라? 다들 왜 그러세요?" 쿄야는 혼자서 코타츠에 남은 채로 일어선 모두를 올려다 보았다. "뭐라니.그야 물론 부활동이지." 부장은 장난치듯이 말했다. 손가락을 우득우득 울렸다. 어쩐지 무섭다. 박력이 있다. "부활동이라면 방금 끝났잖아요? 전원 울었고, 서로 원망하기 없기잖아요?" "호오.전원 울엇다고, 그렇게 말하는가?" 부장의 등에 착각인지 분노의 오라가 보였다. "-----신이 나서 공짜로 즐긴 이 녀석은 어떻게 해줄까?" "무임승차 벌금은 운임의 세 배라는 게 규칙이지." 시온도 그렇게 말헀다. 그 얼굴은 전혀 욱고 있지 않았다. 무척무섭다. "그렇죠~." 메구미도 무엇에 대해서인지 동의를 표시했다. 그 손에는 어느새 부장이 저번에 만든 말풍선이 쥐어져 있었다. '고오오오'라고 쓰인 그것이다. 분노의 화신으로 변한 메구미의 그 등에는, 도저히 착각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밀도로 분노의 오라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엣? 에에엣? 어째서어째서, 어째서인가요. 왜 다들 화가난 거죠?" "우리들이 화가 난 것처럼 보이니? 너한테 그렇게 보인다면 그럴지도 모르지. 인간에게 있어 현상이라는 것은, 바로 그 인간이 어떻게 관찰하는가에 달린 것이니까." 시온이 철학적으로 말했다. "처음부터 따지면 네가 시작한 거잖아. 날 울린 게 너잖아." "엣?에엣? 아니,하지만 그건 시노미야 가 전통의 의료행위---." "후후후.시노미야 군 혼자만 외톨이면 불쌍하잖아요~.후후후." 고오오오 "쿄로.거짓말.안돼." 으득으득,하고 키라라도 이빨을 부딪치는 소리를 냈다. "요-----! 용서해주세요~........! 이제 안 할 테니까아아~!" 쿄야는 울면서 빌었다. "울었다." "울었네." "울었네요~." "쿄로.울었다?" "빠르다. 너 진짜 빨라. 울리기도 전에 울다니, 역시 쿄로." 평소보다 약간은 더시끌벅적하고 확실하게 부활동을 한 GJ부의 하루는 이렇게 끝났다. 지금 부터 쓸건 월래 보너스 사컷만화 입니다. [컵라면의 길] 시온:(기분좋게 컵라면 기다리는중) 쿄야:시온 선배 좋은 일 있나봐요? 시온:여어 쿄로 군 이번에 또 새로운 컵라면을 발견해 버렸거든. 쿄야:엣 그래요? 시온:슬슬 먹을 때가 되었지. 쿄야:......... 쿄야:저기,하나 질문이 있는데,만드는 법은...... 시온:(반짝)이제 액체 소스를 넣으면 완성이야. 시온:(흠)국물은 버리는 거니? 쿄야:(하하..)국물 야키소바가 되어버릴걸요. GJ부 3권 끝 ================================================= <후기> 분명히 이걸 분할작업으로 완성한건 12월 4일인데 어째서 합본은 12월 28일일까나......... 아 몰라 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