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 ♪Copied by UnderGround Crew♩ (With Xsnow Project) =========================== ☆추가 배포 및 기타등등에 제한은 없으나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 ×Scan Source by X team× =========================== "친구야 정발본도 사줄꺼지?" =========================== GJ부 2권 아마츠카 마오 GJ부의 꼬마 부장. 겉모습은 초등학생 하지만 엄연한 고등학교 2학년 시온 게임의 천재 뭐든 잘하는 멋있는 여자. 고등학교 2학년 아마츠카 메구미 부장의 여동생 성격은 천사. 모드를 돌보는 것을 좋아한다 고등학교 1학년으로 쿄야와 같은 학년 시노미야 쿄야 이래 봬도 주인공. 공부든 운동이든 못하지는 않음 애칭은 『쿄로』 고등학교 1학년 키라라 말이 없고 멍하다. 고양이와 말이 통하는 야생인간? 고등학교 2학년 1.심심하네요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한참 전부터 갈라진 머리카락을 찾던 부장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심심해." "그렇네요." 만화를 읽으며 쿄야는 즉시 답했다. 아마 그렇지 않을까 하고 아까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머리카락 끝을 쳐다보기 10분 전부터. "뭔가 재미있는 말 좀 해봐." "재미있는게 뭐죠?" 쿄야는 물었다. 부장은 항상 억지를 부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익숙해진 것은 아니다. "아무튼. 뭔가 말해봐." "음……. 뭔가." "그거 진짜 재미있다." 부장이 말했다. 송곳니를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그런가요. 잘 됐네요." 쿄야는 안심했다. 다시 만화를 읽으려고 했더니──. "앞으로 열을 센다." "뭐죠, 그건? 그 불길한 카운터다운은?" "아홉." 부장은 답해주지 않았다. 대신 카운트다운이 1만큼 진행되었다. "시온 선~배." 쿄야는 부장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시온은, 인터넷을 하는 게 고작인 구식 컴퓨터 앞에 앉아 외국 어딘가의 상대와 대국 중이었다. 아마도 그 '세계통일 챔피언'일 것이다. 최근에는 대국명까지 완전히 'World Union Champion'이라고 되어 있어, 아무리 봐도 자칭 챔피언 같았다. 게다가 꽤나 한가로운 세계 챔피언이다. 또한 언제나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몰아치는 시온한테 일방적으로 속사포처럼 당하고 있다. 시온은 한 손을 팔랑팔랑 저어 보였다. 돌아보지 않는 등과 그 긴 머리카락이 '마오의 상대는 네가 할 일이야.'──하고 웅변해주고 있었다. "여덟." 카운트가 또 하나 지났다. 부장은 다시 갈라진 머리카락을 하나 찾은 듯, 가위에 손을 뻗었다. "메구미~." 쿄야가 다음에 매달린 상대는 메구미였다. 부장의 여동생인 그녀는 이 GJ부의 천사였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는 부장을 혼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가스레인지 앞에서 물을 끓을 때까지 가만히 불을 지켜보던 메구미는 포근한 미소로 답했다. "시노미야 군과 언니는 항상 사이가 좋네요~. 전 질투날 것 같아요. 후후후." 소용없었다. 메구미의 《천사의 눈》에는 뭐든지 아름다운 풍경으로 보이는 듯 했다. 쿄야의 곤경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일곱이다." 부장이 살짝 중얼거렸다. "키라라~……." 쿄야는 마지막 한 사람에게 울면서 매달렸다. 항상 부실 구석에서 고기를 냠냠 먹고 있는 키라라는 야성적이랄까, 잠자는 사자 같다고 할까. 여차하면 굉장히 믿음직스러운 사람이다. 어디까지나 그런 기분이 들 뿐이자만. 부장이 물면 자기도 물어뜯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참고로 상급생인데 '키라라 선배'라 부르지 않고 이름을 막 부르는 것은 어째서나면, '선배'를 붙여서 부르면 '키라라는 하나. 셋 없어."라고 쿄야를 타이르기 때문이다. 키라라는 얼굴을 이쪽으로 돌리더니, 닭다리 하나를 입에문 채로 고개를 갸웃했다. 잠시 생각한 후, 다른 다리 하나를 쿄야 쪽으로 내밀었다. "아뇨, 그게 아니구요." "이제 다섯." 카운트다운은 무자비하게 2나 지나갔다. "재미있는 거……. 재미있는 거……." "넷." 쿄야는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부장님의 기분이 안 좋으니까 사과 먹고 사과해야겠다!" "하나." "어째서 갑자기 셋으로 줄이는 거죠? 너무해요! 불공평해요!" "제로." 부장은 용서 없이 물어뜯었다. 역시나 물렸다. 2.세일즈 포인트 ① 평소와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심심한 듯이 있는 부장이나, 홍차를 준비하고 있는 메구미의 등이나, 인터넷 대전을 하고 있는 시온이나, 고기를 먹고 있는 키라라나, 모두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쿄야는 턱을 괴고 있었다. 멍하니 한창 생각에 빠져 있었다. 오늘 점심시간. 요코미조가 했던 말이 신경 쓰였던 것이다. 요코미조라는 녀석은, 쿄야 뒷자리에 앉은 클래스메이트다.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다. 점심시간에 남자끼리 얼굴을 맞대고 씁쓸한 솔로들의 도시락 타임을 벌이는 사이다. 요코미조의 도시락은 항상 메실장아찌 주먹밥이라, 먹을 때마다 그 녀석은 크윽 하고 입을 오므리며──, 아니, 그건 아무래도 좋지만. 그 녀석이 말했던 것이다. "여자밖에 없는 동아리?──그것 참 안됐구나."하고. 뭐가 안됐다는 것인지 쿄야가 이유를 물어도, "다 이해한다."라면서 녀석은 끄덕일 뿐이었다. 멋대로 동정 받고 말았다. 어째서인지 알 수 없었다. 그 녀석의 집은 여자들이 많은 집이라, 누나랑 여동생이 몇 명씩 있는 것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요코미조에게 말해줘야 겠다. 하고 생각했다. 이 GJ부에 동정을 살 만한 부분은 하나도 없다고. "부장님." 할 일 없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는 부장에게, 쿄야는 말을 걸었다." "부장님의 좋은 점은 뭘까요?" "뭐야? 갑자기." "세일즈 포인트는 뭘까요?" "팔지 마." 부장은 머리카락 끝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뇨, 판다는 게 아니고." 쿄야는 웃으며 답했다. 그 후에 사정을 설명했다. 여차저차. 이것저것. "그렇군. 그 약간 수상한 관계의 친구에게 이 멋진 선배의 존경할 만한 점을 어필하고 싶다는 거군." "앞부분은 부정합니다만, 뒷부분은 대충 맞아요." 부장은 "음. 좋아." 하고 거창하게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 그렇지. 내 좋은 점은, 일단 착하다는 거지." "그렇죠. 툭하면 물죠." "착하지? 살살 물잖아." "왜 무는 거죠?" "왜 물면 안 되는데?" "음……."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을 받고 쿄야는 난처해졌다. 보통은 물지 않는다는 식으로는 답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부장은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 "그건 그롷고, 부장님은 별로 착한 것 같지 않은데요. 어느 쪽이냐 하면 엄격한 편? 그쪽으로 무난하게 정리하죠. 그것밖에 가능성이 없어요." "후배한테 착하잖아. 지금도 이렇게 후배의 무례한 질문에 답해주고 있지." "네? 무례한가요? 뭐가요?" "너, 역시 정말 무례한 녀석이구나." "엥? 엥?" "다른 장점은, 나서지 않는다는 거야. 고상한 거지. 친구에게 숙녀라고 말해줘." "협박하는 숙녀의 어디가 고상한 건데요?" "게다가 인내심이 있고, 인격이 고결해. 그야말로 부장에 걸맞는──." "전혀 안 그래요. ──아야야야야야! 아파요! 물지 마세요, 부장님!" 팔을 쾈 물어뜯은 부장이 떨어지고 나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네 가장 무례한 점은, 남한테 막 물어보는 점이야. 게다가 본인에게. 정말 무례하기 짝이 없어." "그래요? 그게 더 빠를 줄 알았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나에 대해서." 가늘게 뜬 눈으로 노려보듯──아니, 토라진 듯한 느낌으로 부장은 말했다. "음……. 고집불통에다가 억지도 부리지만, 그건 바꿔 말하자면 의지가 강하다고 할 수 있는 게──장점 아닐가요." "그,그래? 조……좋은 건가?" "체격이 작고 체력이 없는데, 그런데도 활달하니까 금방 체력이 떨어져서 자주 잠을 자죠. 소파에서." "그,그건 어느 쪽이야. 좋은 거야? 나쁜 거야?" "말할 텐데, 물지 맛에ㅛ? 애들 같아서 귀엽다고 생각해요." "귀엽다……라. 그건 그거냐? 칭찬하는 거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조, 좋아. 그럼 물지 않기로 하지." 부장의 어색한 미소를 쳐다보면서, 쿄야는 요코미조에게 해줄 말을 정했다. ── 부장은 활발하고 고집쟁이에다가 툭하면 물어뜯는 이상한 사람이지만, 제법 귀여운 구석도 있어. 이것으로 완벽한 설명이다. 3.세일즈 포인트 ② 시온의 경우에는 세일즈 포인트가 굉장히 알기 쉬웠다. "역시 천재라는 거겠죠." 인터넷 대전 체스를 끝내고 둥근 탁자로 이동해온 시온에게, 쿄야는 그렇게 말했다. "으, 응……." 시온은 어째서인지 갑자기 불편한 표정으로 변했다. "시이 녀석, 천재라고 불리는 걸 사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엣? 왜요? 천재라는 건 좋은 거잖아요?" "저 보. 이 녀석, 무례하지 않냐?" 부장은 모두에게 동의를 구했다. "아니, 괜찮아. 그렇게 신경 쓰는 것도 아니니까. 뭐든 물어봐도 상관없어." "천재라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뭐든 물어봐도 좋다고 해서 쿄야는 질문을 시작했다. 부장은 무례하다는 발언을 연발했기 때문에 건방진 질문이 아닐가 걱정했지만, 전부터 한 번은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질문을 하다니. 역시 쿄로야. 분위기 파악 못하는 녀석." 부장이 무릎을 쳤다. "그건 어려운 질문이군." 시온은 그렇게 답했다. 그녀답지 않게 열심히 답을 찾는 듯한 표정으로 변했다. "차를 타왔어요~." 메구미의 밝은 목소리가 무거워진 공기를 날려버렸다. 홍차의 그윽한 향기가 분위기를 환기시켜주었다. 평소 커피를 좋아하는 그녀도 오늘은 홍차를 맛보고 있었다. "고독, 일까……." 홍차를 몇 모금 마신 후, 시온은 그렇게 말했다." "……그건 남과는 다르다는 거니까." 쿄야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나 자신에게는 남과 다르다는 감각이 없거든. 자신에게는 당연히 가능한 일이 어째서 남에게는 당연하지 않은지, 그것을 더 이해할 수 없어. 그리고 남들은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 어째서 자신에게는 당연하지 않안가도. 사람들은 어째서 한 번 들은 것을 기억할 수 없는 걸까. 어째서 나는 매사에 남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걸까." "봐, 이런 점이 재수 없다고. 천재라는 건 참 싫다니까~." "부장님, 야유 넣지 마세요." "네 대신 넣어 줬잖아." 거짓말을 하는 부장을, 시온은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 두 사람의 관계를 멋지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이렇게 가끔 있다. "시이 녀석. 친구가 별로 없어." "네?" 히죽거리면서 부장은 말했다. 그 말에 쿄야는 깜짝 놀랐다. 또 점점 이야기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응, 괜찮아. 정말로 그러니까." 시온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대해주는 사람은 좀처럼 없어서 말이지. 어려워하는 것 같아." "아,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다우트." 라고 시온은 말했다. 영어로 '거짓말'이라는 뜻. '다우트'라는 트럼프 게임에서 거짓말을 지적할 때 쓰는 말이다. "너는──그걸 모를 거야. 왜냐하면 넌 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고 있으니까." 왠지 두근두근 거렸다. 그래서 쿄야는 고개를 숙였다. "너, 진짜 귀엽다." 시온은 미소 지었다. 쿄야는 점점 얼굴이 빨개졌다. "시이 녀석한테는, 클래스메이트는 물론이고 선생들까지 존댓말을 쓴다니까." 부장의 참견은 여전했다. 그 가벼움이 쿄야는 고마웠다. "나도……, 존댓말인데요?" "넌 단순히 선후배간의 예의로 쓰는 거지. 연령 차이가 있어도, 친구관계과 성립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그건 내 단순한 바람이나 착각에 불과한 건가?" "아뇨──. 아뇨! 절대 그렇지 않아요!" 쿄야는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다. 너무 강하게 부정해버렸는지도 모른다. "정말 귀엽구나. 넌." 시온은 천재고, 머리가 좋고, 멋있고, 어른스러운 여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쿄야를 자주 놀리곤 했고, 지금도 놀리고 있고──. 하지만 거기에 또 하나의 인상이 더해졌다. 천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게 특별한 것은 아니라는 것. 친구가 없으면 쓸쓸하기도 하고, 평범하게 생각하고, 평범하게 느낀다는 사실. 요코조미에게는 그렇게 말해야겠다고 쿄야는 생각했다. 4.세일즈 포인트③ 메구미는 굉장히 장점을 파악하기 쉬운 여자애다. 착하다. 배려할 줄 안다. 재봉을 잘한다. 종종 맛잇는 과자를 만들어서 가져온다. 요코조미에게 보고할 어필 포인트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홍차 더 드릴께요." 지금도 메구미는 모두에게 차를 따라주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쿄야의 빈 찻잔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붉은 액체로 채워주었다. 누가 해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메구미는 스스로 부원들을 시중들고 있었다. 즐거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마워." 쿄야는 되도록 감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찻잔이 다시 채워져 있는 경우도 많아서, 그때마다 확실히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 사실은 좀 어려웠다. "다음은 메구 차례인가?" 쿠키를 입에 털어 넣고, 튼튼한 이로 씹은 후 홍차로 삼키며 부장이 말했다. "메구미는……, 음, 굳이 장점을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아까부터 시선이 느껴져 쿄야는 그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키라라가 둥근 탁자 쪽으로 왔다. 의자를 가져와서 그 위에 웅크리고 앉아, 완전히 순서를 기다리는 자세로 가만히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오는 것이다. "그럼 다음은 키라라에 대해서요." 쿄야가 말하자──. "에엣~? 저는 안 해주는 건가요~?" 메구미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쿄야는 곤란했다. 부장이나 키라라 같은 그런 버거운 사람들과 달리, 메구미는 일부러 장점을 찾을 필요는 없는데──. "저도, 저도. 저도──! 부탁해요!" 찻주전자를 서둘러 치우더니, 메구미는 종종걸음으로 의자로 돌아왔다. "너, 의외로 나쁜 놈이구나. 메구만 왕따를 시키다니. 심하네." "그래요, 그래요. 저도 팔아주세요." "팔지 마." "메구미의 경우, 거꾸로 해보면 어떨까." 시온이 말했다. "거꾸로라니……, 단점을 찾는다는 건가요?" "장점과 단점을 양쪽 다 말하지 않으면 완전한 소개가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군요." 장점에서 단점으로 화제가 바뀌어도 메구미는 방긋방긋 웃었다. "나!나!나! ──단점 알아!" 부장이 바로 손을 들었다. "이 녀석은 아침에 내 이불을 확 걷어낸다고! 그리고 브로콜리를 억지로 먹이려고 해! 인정사정없이!" "그건 단점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교육당하고 있는 것뿐이겠죠." "나도." 키라라가 가만히 손을 올렸다. "메구. 좋은 냄새." "그건 키라라밖에 몰라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세요. 게다가 그건 장점이잖아요." "루." 키라라는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사전을 찾기 시작했다. "메구미는 의외로 지기 싫어하는 점이 있지 않았나? 경쟁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아~, 그럴지도 몰라요~." 시온의 말에 메구미는 크게 끄덕였다. "그럼 저도 의외의 면을. 으음, 예를 들어 뭔가 굉장히 못하는 게 있다거나……. 길치라던가?" "아~ 맛아요! 맞아요! ……하지만 어째서 알고 있죠? 시노미야 군?" "아니……. 대충 때려 맞춘 건대. ……그런가?" "그럴지도 몰라요~." 메구미는 기뻐했다. "안 돼! 완전 엉터리야! 메구는 듣고 기뻐하잖아! 본인이 싫어하는 게 아니면 단점이라고 할 수 없어!" 부장의 말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말하면 물어뜯는 일이 산더미 같은 사람이다. "으음, 그럼……, 남의 말을 의외로 잘 안 듣는다……라든가?" "에엣? 그렇지 않아요. 잘 듣고 있어요. 전." "그거다! 부정했으니까 그거다!" 부장이 팔짱을 끼고 목소리를 드높였다. 메구미의 단점이 정해졌다. 착하고 남을 잘 돌봐주는 정말 좋은 아이지만, 아주 약간 자기 멋대로인 부분이 있는 여자애야. ──하고, 요코조미에게는 그렇게 말해야지. 세일즈 포인트④ "메구. 햇볕의. 냄새 난다." 갑자기 키라라가 그런 말을 꺼냈다. "아……. 키라라. 그건 이미 끝났어요." 아까 '어떤 냄새인지를 구체적으로'라고 말한 후 계속 사전을 찾더니, 이제 와서 겨우 답을 찾은 것이었다. "키라라 말이야~, 제법 진지한 구석이 있지." "그렇죠. 키라라는 절 한 번도 놀린 적이 없어요. 수첩에 기록하고 있거든요. 부장님에게는 57번 당했고, 시온 선배한테는 123번 당했지만, 키라라에게는 0번이니까요." "진짜로!" 부장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거짓말이에요. 그런 걸 일일이 세고 있을 리가 없잔아요. 그런 걸 수첩에 적는 사람은 무섭잖아요." "그, 그렇지……. 으, 응. 그렇지." 어째서인지 시온이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쿄야를 가장 놀리는 것이 시온이다. "전 해님의 냄새인가요? 칭찬이죠? 아무래도 숨겨둔 과자를 드리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메구미는 일어서서 비밀의 찬장을 열러 갔다. "힘이 세다는 건──, 칭찬이 될까요?" 쿄야는 떠오르는 것부터 말해보았다. 근처의 문화부에서 종종 도와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곤 했다. 불려나간 키라라는 몇 십 킬로그램이나 되는 로커나 탁자를 가볍게 옮기곤 했다. "그건 미묘해. 너, 키라라를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지?" "셍각해요." "그럼 너는 여자애를 괴력녀라고 칭찬하는 무례한 녀석이구나." "역시 아닌가 봐요." "키라라. 힘 세?" 하고 키라라는 한쪽 팔을 걷어 알통을 만들었다. 방긋 웃어 보인다. "괜찮지 않을까. 본인이 기뻐하고 있는 것 같고." "그리고 키라라는──. 맞아맞아. 굉장히 많이 먹죠. TV에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역시 넌 무례한 녀석이야. 빼도 박도 못할 정도로." "어째서요~?" "키라라, 굉장해?" "뭐, 본인이 기뻐하고 잇는 것 같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부장니이야말로. ──키라라를 이상하다고 말하고 있잖아요. 그거야말로 무례한 거 아닌가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이상해'라는 건 칭찬이잖아."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어라?" 쿄야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쩐지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다. "하지만──." 하고 말하려는 참에 키라라가 무서운 얼굴로 막았다. "싸움. 안 돼." "아, 아니. 딱히 싸우려는 건 아니에요. ──봐요, 물리지도 않았고." 상처 없는 팔을 보여주자, 키라라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키라라는. 이상해." 에헴 하고 가슴을 폈다. 쿄야는 점점 더 자신이 없어졌다. 현실이 어느 쪽인지 판단 할 수 없었다. "믿음직스럽죠~. 키라라." 메구미가 말했다. 숨겨둔 과자를 탁자 위에 놓고 모두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그렇지. 쿄로보다 훨씬 믿음직스럽지." "남자니까 믿음직스러워야 한다는 건 편견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요~." 찾잔에 얼굴을 묻으며, 쿄야는 꼴깍꼴깍 홍차를 마셨다. 믿음직스럽지 못한다는 말을 들으니 역시 약간 신경 쓰였다. "우리 부는 남자 금지라고 말했잖아. 네가 만약 남자라면 출입금지야." 더욱 상처받았다. 부장의 심한 말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자니──. "응. 쿄로. 힘내." 머리를 안아주었다. "앗, 아뇨. 괘, 괜찮아요. 힘낼게요." 키라라는 스킨십이 과한 사람. 촉감과 냄새의 세계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 틈을 보이면 키라라한테 잡혀서 쓰다듬고 만지는 걸 견뎌야 한다. 메구미가 종종 잡히곤 해서, 여자들끼리 그러는 건 보기에 참 좋지만──. 키라라는 말이 별로 없지만, 성실하고 듬직하고 믿음직스럽고──. 이상한 점도 있지만, 그것은 달리 이상한 게 아니라 개성이라고──하고. 요코미조에게는 그렇게 말해야겠다. 5.빗물 눅눅한 날씨가 며칠이나 계속되었다. 장마철은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오늘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이걸로 벌써 5일째에요." 쿄야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특별히 누구한테 한 말은 아니지만, 이런 식의 혼잣말은 대부분 부장을 향해──. "슬슬 때가 됐나?" 하고 부장은 묘한 대답을 했다. "네? 뭐가요?" 엇박자가 나는 대답에 쿄야는 되물었다. "때가 되었군." 하고 시온도 대답을 했다. "낡았으니까." "살다 보면 적응돼." 쿄야의 머리 위를 넘어 두 사람은 교신 중이었다. 암호 같은 대화가 계속되었다. 전혀 상대를 안 해준다. 쳇, 하고 일부러 들리도록 혀를 차고, 쿄야는 입을 삐죽거렸다. "메구미~." 빈 찻잔의 손잡이를 손가락에 걸고 빙글빙글 돌렸다. 어찌 된 일인지, 잔이 비어 내부가 완전히 말라버릴 때까지 리필이 되어 있지 않았다. '홍차 풀코스 공격'이라고 불릴 정도로 빠른 페이스로 리필을 계속해주는 것이 메구미인데. "어라?" 바보 같은 소리지만, 말을 걸고 나서야 눈치를 챘다. 메구미의 모습이 없었다. 방금 전까지는 있었는데. "야, 쿄로." 두리번거리고 있자 부장이 불렀다. "뭐죠?" 쿄야는 순간적으로 재빨리 대답했다. "너, 마침 잘 됐다. 그 잔을 들고 거기 서." "예?" "따지지 말고 서봐." "네에." 쿄야는 의자에서 일어나, 잔을 들고 지정받은 장소로 걸어갔다. 부장이 가리키는 바닥 부근에 멍하니 섰다. 잔을 손에 들고 어색하게 있자──. "음……." 부장은 앞에서 보고 옆에서 보고, 그리고 시온에게 눈짓을 하자──. "쿄로 군. 3센티미터만 더 앞으로. 1센티미터 더 오른쪽으로." 쿄야는 그 말대로 움직였다. 어째서 그런 짓을 하고 잇는지 일일이 생각하지 않았다. 연상의 누나가 시키는 대로 음성조종을 당했다. "너무 갔어. 손가락 하나만큼만 왼쪽으로. ──그래. 거기가 딱이야." 몇 번이나 미세조정을 당하고, 겨우 서는 위치가 결정되었다.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는거죠?" "온다. ──준비해." "네?" "쿄로 군. 찻잔을 머리 위에." "이렇게요?" 쿄야는 시키는 대로 영문도 모른 채, 찻잔을 머리 위에 올렸다. 그러자 그곳에──. 뚝 하는 소리가 함께 뭔가가 떨어졌다. "뭐죠?" 위를 향하자 얼굴에 물방울이 명중했다. "으윽!" "야, 움직이지 마. 곧 메구가 돌아올 테니까." "지금 메구미랑 키라라가 물받이를 빌리러 돌아다니고 있어." 그렇군. 하고 납득했다. "매년 그 장소에서 떨어지거든~. 게다가 비가 계속된 지 5일째라는 것까지 정확하게." "낡은 목조 건물이니까 할 수 없지. 이런──. 컴퓨터가 젖으면 큰일인데." "많이 기다리셨죠~. 세면기랑 양동이랑 대야, 그 빡에 이것저것 빌려 왔습니다~." 드륵 하고 문이 열리더니 메구미와 키라라가 들어왔다. 메구미는 양손에 들 수 있을 만큼의 물건을──, 힘이 센 키라라는 그 세 배는 더 들고 있었다. 다 같이 물받이를 배치하고ㅡ. 똑. 퐁당. 톡, 탁탁. 토톡. GJ부의 부실에서 비가 새는 소리로 대연주회가 열렸다. 풀 오케스트라였다. 6. TV "엄청난 걸 찾아왔다~!" 장마철 중에 비가 그친 날──. 부장이 큰 소리를 지르며 부실에 들어왔다. 또 뭔가 이상한 것을 주워왔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쿄야는 읽고 있던 라이트노벨에서 얼굴을 들었다. 부장 다음으로 부실에 들어온 키라라가 어깨에 지고 있던 것은──. 슬쩍 본 순간, 처음에는 옷장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TV였다. 별나게 커다랗고 별나게 낡은 물체인 그것을 어째서 TV라고 생각했나면, 브라운관 같은 유리면이 전면에 있었기 때문에──. 왜 확신할 수 없었냐면, 그 물체가 전자제품인 주제에 틀이 목제인데다 다리가 달려 있었기 때문에──. 게다가 굉장히 낡았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쿄야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한 물건인 것은 분명했다. 아니, 쿄야의 부모보다 나이가 많을지도 모른다. 먼지투성이에다가 보기에도 세월이 느껴지는 물체였다. "여기에 놓는 게 어떨까요?" 메구미가 안내해주자, 키라라가 지고 온 물건을 부실의 구석──벽 쪽에 놓았다. 퉁하고 바닥이 울렸다. 꽤 중량이 있어 보였다. 역시 전자제품이라기보다는 가구에 가까웠다. "힘이 세군요~. 키라라 선배~." 메구미가 손뼉을 치며 감탄했다. 보기에는 가냘픈데, 키라라는 굉장히 힘이 세다. "아~참~. 정말~. 부장님은 진짜~. 또 쓸데없는 걸 주어오시고~." 쿄야는 부장에게 말했다. 완전히 질려 있었다. "이상한 게 아니야. 굉장해! 보물이라고!" "아~ 네네. 그렇죠~." "이건 흑백TV구나. 게다가 진공관을 쓰고 있는 것 같군. 책에서 본 적은 있지만, 실물을 눈으로 보는 건 나도 처음이야." 시온은 신기하다는 듯이 TV를 보러 왔다. 부실의 구석에는 역대 부장들이 수집한 이상한 물건이 잔뜩 놓여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것은 별나게 튀는 물건이었다. "어디서 이런 걸 주워 온 거죠?" "떨어져 있었어." 에헴 하며 부장은 가슴을 폈다. "그건 훔쳐왔다고 하지 않나요?" "바보! 말했어, 물어봤어! 가져가도 되냐고! 그랬더니 버린거니까 가져가랬어──. 대형쓰레기로 내놓은 아저씨가." "이거, 화면이 나올까?" 시온이 뒤로 돌아가 전원코드를 잡아당겼다. 이런 몇 십 년이나 된 TV라도 콘센트 모양은 똑같은 것이 정말 신기했다. 콘센트를 멀티탭에 꽂았다. 그리고 스위치를 눌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TV는 켜지지 않았다. "역시 고장 났군요." "아냐아냐아냐. 잠깐잠깐잠깐." 쿄야는 곧바로 포기햇지만, 부장은 손으로 저지했다. "옜날 TV는 켜질 때까지 시간이 걸렸었죠~. 어렸을 때 할아버지 댁에 있었던 게 딱 이런 식이라──. 시간 맞춰서 켜면, 항상 TV프로그램 앞부분을 놓치곤 했어요~." 메구미의 말대로 수십 초를 기다리자, 먼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쏴아~. 하고 일요일 심야에 전파가 멈춘 후 같은 노이즈가 들렸다. "안테나선이 없으니까, 일단 스피커 케이블 전선에 연결해 보았는데." 시온이 뒤에서 만지작거렸다. 수십 초 정도 뒤에 화면에도 노이즈 화면이 비추기 시작했다. 역시 고장 났구나, 하고 쿄야가 포기한 순간. "기다려! 움직이지 마!" TV "엄청난 걸 찿아왔다~!" 장마철 중에 비가 그친 날ㅡㅡ. 부장이 큰 소리를 지르면 부실에 들어왔다. 또 뭔가 이상한 것을 주워왔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쿄야는 읽고 있던 라이트 노블에서 얼굴을 들었다. 부장 다음으로 부실에 들어온 키라라가 어깨에 지고 있던 것은ㅡㅡ. 슬쩍 본 순간, 처음에는 옷잡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TV였다. 별나게 커다랗고 별라게 낡은 물체은 그것을 어째서 TV라고 생각했냐면, 브라운관 같은 유리면이 전면에 있었기 때문에ㅡㅡ. 왜 확신할 수 없었냐면, 그 물체가 전자 제품인 주제에 틀이 목제인데다 다리가 달려있었기 때문에ㅡㅡ. 게다가 굉장히 낡았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쿄야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한 물건인 것은 분명했다. 아니. 쿄야의 부모보다 나이가 많을지도 모른다. 먼지투성이에다가 보기에도 세월이 느껴지는 물체였다. "여기에 놓는 게 어떨까요?" 메구미가 안내해주자, 키라라가 지고 온 물건을 부실의 구석ㅡㅡ벽 쪽에 놓았다. 퉁하고 바닥이 울렸다. 꽤 중량이 있어 보였다. 역기 전자제품이라기보다는 가구에 가까웠다. "힘의 세군요~. 키라라 선배~." 메구미가 손뼉을 치면 감탄했다. 보기에는 가냘픈데, 키라라는 굉장히 힘이 세다. "아~참~, 청말. 부장님은 진짜~ 또 쓸데없는 걸 주워 오시고~." 쿄야는 부장에게 말했다. 완전히 질려있었다. "이상한 게 아니야. 굉장해! 보물이라고!" "아~. 네네. 그렇죠~." "이건 흑백TV구나. 게다가 진공관을 쓰고있는 것 같군. 책에서 본 적은 있지만, 실물을 눈으로 보는 건 나도 처음이야." 시온도 신기하다는 듯이 TV를 보러 왔다. 부실의 구석에는 역대 부장들이 수집한 이상한 물건이 잔뜩 놓여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것은 별나게 튀는 물건이었다. "어디서 이런걸 주워온 거죠?" "떨어져 있었어." 에헴 하면 부장은 가슴을 폈다. "그건 훔쳐왔다고 하지 않나요?" "바보! 말했더, 물어봤어! 가져가도 되냐고! 그랬더니 버린 거니까 가져가랬어ㅡㅡ. 대형 쓰레기로 내놓은 아저씨가." "이거. 화면이 나올까?" 시온이 뒤로 돌아가 전우너코드를 잡아당겼다. 이런 몇 십 년이나 된 TV라도 콘센트 모양은 똑같은 것이 정말 신기했다. 콘센트를 멀티탭에 꽂았다. 그리고 스위치를 눌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TV는 켜지지 않았다. "역시 고장 났군요." "아냐아냐아냐. 잠깐잠깐잠깐." 쿄야는 곧바로 포기했디만, 부장은 손으로 저지했다. "옛날 TV는 켜질 때까지 시간이 걸렸었죠~. 어렸을 때 할아버니 댁에 있었던 게 딱 이런 식이라ㅡㅡ. 시간 맞춰서 켜면. 항상 TV프로그램 앞부분을 놓치곤 했어요~." 메구미의 말대로 수십 초를 기다리자, 먼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쏴아~, 하고 일요일 심야에 전파가 멈춘 후 같은 노이즈가 들렸다. "안테나선이 없으니까, 일단 스피커 케이블 전선을 연결해보았는데." 시온이 뒤에서 만지작거였다. 수십 초 정도 뒤에 화면에도 노이즈 화면이 비추기 시작했다. 역시 고냥 났구만 하고 쿄야가 포기한 순간. "기다려! 움직이지 마! 부장의 격렬한 제지가 날아왔다. 모두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있을 때처럼 움직을 뚝 멈췄다. "지금 뭔가 나왔어!야, 쿄로ㅡㅡ, 방금했던 자세를 다시!" "방금……이라면, 이렇게요?" 턱에 손을 대로ㅡㅡ. '포기한 사람'의 포즈를 취하자, 화면 노이즈에 변화가 생겼다. 어슴푸레 뭔가 TV프로그램이 비추고 있었다. 사람의 자세로 전파 상태가 미묘하게 변하는 모양이다. "나왔다!해냈다!나왔다!해냈다!." "와.ㅡㅡ잘 됐네요. 언니!" "메구, 가만히 있어!그 포즈로!" 메구미는 '잘 됐네요' 포즈로 고정되었다.거기에 키라라가 '키라라, 일어날게'의 자세로 공기 의자 포즈로 참가했고, 시온은 '비행기' 자세였다. 부장 자신은 발레리나같이 한쪽 다리를 든 포즈로ㅡㅡ. 그것이 가장 화면이 잘 나오는 모두의 배치와 자세였다. GJ부에 TV가 들어왔다. 하지만 TV를 보는 것은 굉장히 피곤한 행위가 되었다. 틀린 곳 찾기 평소 같은 방과 후. 쿄야는 평소처럼 부실에 왔다. "어라?" 드르륵 문을 열고 나서 바로 멈췄다. 부실안에 아무도 없었다. 뭐, 어때, 하고 가볍게 생각하고. 평소처럼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읽던 라이트노블을 가방에서 꺼내서 끼워져있던 책갈피를 만진 순간. 드르륵. 문이 열리고 부장이 들어왔다. "아. 안녕하세요." "아,응, 쿄로 군이냐. 다른 애들은?" "없어요. 보시다시피 저뿐인데ㅡㅡ." 라고 거기까지 말하다가, 쿄야는 위화감을 느꼈다. 지금 부장은 분명 '쿄로 군'이라고 말했다. 항상 부장은 '쿄로'라고 부르고 있다. '쿄로 군'이라고 부르는 것은 시온이다. 참고로 메구미는 '시노미야 군'이고, 키라라는 짧게 '쿄로.'였다. 네 명 다 부르는 법이 조금씩 달 랐다. 그때 쿄야는 눈치를 챘다. 부장이 안경을 쓰고 있었다. 한 번도 안경따위 쓴 적이 없었다. 그리고 앉아 있는 곳은 탁자 맞은편이다. 그곳은 시온이 평소에 앉는 자리다. 게다가 자세히 보니, 부장이 쓰고 있는 안경은 시온이 가끔 쓰는 것이었다. "넌 책을 자주 읽는구나, 다음에 추천할 만한 연애물이 있으면 또 빌려주지 않겠니? 그 후로 어쩐지 마니아가 되버린 것 같아서 말이지." 부장이 그렇게 말했다. 말투도 어쩐지 이상하다 했더니, 그것은 시온의 말투였다. "저기……."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쿄야는 굉장히 당황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얘기를 시작하려고 한 순간. 드르륵, 문이 열리더니 또 누군가가 들어왔다. "어?" 거기 있는 것은 시온.하지만 어쩐지 분위기가 달랐다. 어디가 다른가, 틀린 그림 찿기 하듯이 자세히 보니ㅡㅡ. 검은 타이즈가 아니라 니삭스를 신고 있었다. 할상 상의를 대충 걸치고 있는 점이 시온의 섹시한 스타일이지만, 그것도 없었다. 참고로 니삭스는 부장의 스타일이다. "왜 그래. 쿄로, 내얼굴에 뭐 묻었냐?" 시온은 부장 같은 말을 한 후, 자신의 자리로 곧바로 향했다. 쿄야의 옆ㅡㅡ즉, 평소 부장의 자리에 착석했다. 음…….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면 문 쪽에 시선을 향하고, '다음 사람'을 기다리고있자ㅡㅡ. 세 번째 사람이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왔다. 키라라였지만 이것은 ㅡㅡ. "여러분. 안녕. 오늘. 좋은 날씨." 어색한 듯이 인사를 하면서 부실에 들어왔다. "홍차 타줄래? ㅡㅡ메구." 시온이 부장처럼 말하자, 키라라는 고개를 끄덕했다. 역시 저건 메구미가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부실 구성의 가스레인지와 홍차 세트로 향하는 키라라를 보면서, 쿄야는 그렇게 생각했다. 잠시 기다렸다. 마지막 한 사람인 메구미가 문을 열고 나타났다. 짧은 상의에 소매를 걷고 있었다. 손에는 고기를 들고 냠냠 물어뜯으면서, 곧바로 안쪽의 소파로 향했다. 메구미, 그건 다우트. 키라라는 걸으면서 먹지않아. "여러분. 차. 오늘은. 얼 그레이." 메구미 흉내를 내고 있는 키라라가 차를 가져왔다. 엄청나게 진한 홍차였다. 찻잎의 양이 열 배 정도 들어 있을 게 분명했다. "봐~라. 역시 아무것도 안 하잖아!" 하고, 그때 크게 떠드는 소리가 들였다. 부장이 부장으로 돌아가서, 평소처럼 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시노미야 군. 제가 메구미고 이쪽이 키라라인 거 알죠~?" 키라라와 상의를 교환하면서 메구미가 말했다. "얼 그레이. 맛있어. 먹어." "그건 이제 됐어." 부장이 말했는데도, 키라라는 아직 제대로 이해를 못한 표정이다. "제가 어떻게 나올지 다 같이 이야기해 봤거든. 몇 번째 사람이 나왔을 때 지적할지.ㅡㅡ그리고 내가 건 것이, 마지막까지 아무 말도 안 한다는 거였지! 왜냐하면 우유부단하고 소심하니까." 부장의 자랑스럽에 말했다. "그건 착하다고 하는 게 아닐까. 고마워. 마지막까지 장단 맞춰줘서." 시온이 좋은 쪽으로 해석해주었다. "네, 네에……." 쿄야는 끄덕이는 게 고작이었다. 자신은 정말 도대체 어느 쪽일까. 그날, 쿄야는 계속 자문자답했다. 칠석 "납시오!" 부실의 문을 갑자기 열어젖히고 부장의 쳐들어왔다. 이상한 소리를 지르는 것은 항상 있는 일이라, 쿄야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그 뒤에 문을 뚫고 들어온 물체는 평소와 꽤 다른 것이라, 쿄야는 그 순간 솔직히 놀랐다. 키라라가 옮겨온 그 물체는 녹생으로, 길고,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내는ㅡㅡ. "난데없이 대나무를 왜 가져온 겁니까!" 부장이 이상한 것을 주워오는 일은 항상 있었지만, 오늘의 이것은 평소와는 스케일이 조금 달랐다. 아직 끝이 보이지 않았다. 즉, 몇 미터 이상 된다. "아~, 무리무리. 무리에요. 못 들어와요. 못들어온다니까요. 봐요, 걸렸잖아요." "시끄러. 넌 모르지? 대나무는 잘 휜다고." 하고 말하며 문에 걸린 대나무를 확 구부리려고 온몸으로 돌진하더니. 퉁 튕겨나와 바닥에 뒹굴었다. "아아, 이런. 키라라, 거기거 멈춰주세요. 제가 도울게요" 대나무를 들고 온 키라라에게 멈춰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대나무를 구부리기에는 아직 부족해서, 시온과 메구미의 힘까지 빌려 네 명이서 억지로 부실 안으로 옮겼다. 부장도 뭔가 도우려고 했던 것 같지만, 초등학생 이하의 힘은 반올림해도 사람 수에 들어가지 않았다. 부실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막 베어낸 대나무 한 그루가 겨우 누웠다. "어떻게 할 거에요? 이 대나무. 뭡니까?이 대나무." 빈혈을 일으켜 웅크리고 앉아 있던 부장이지만, 쿄야의 목소리에 스윽 일어섰다. "넌 바보냐?" 깔보는 시선으로 쿄야를 올려다보았다. 굉장히 어려운 디술을 쓴다.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상한 것만 주워오는 부장님한테 듣도 싶지 않은 말이네요." "누구 한가한 녀석이 이 구제불능 바보에게 설명 좀 해줘라." "시노미야 군. 오늘은 굉장히 멋진 날이에요." 메구미가 그렇게 말했다. 양 손가락을 마주 대고, 너무도 즐겁다는 듯이 방긋방긋 웃었다. "쿄로 군. 하나 질문이야, 오늘은 재체 몇 월 몇 일이지?" 손가락을 하나 세우고 시온이 물어보았다. 그 자세에 이것은 힌트라고 직감했다. "으음, 7월7일…….아……, 칠석입니까?" "그래! 그래서 이렇게 조릿대를 가져왔지!" "부장님은 아까 '대나무'라고 분명히 자기 입으로 말했잖아요!" "여자의 과거는 묻지 않는 게 현명하단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요." "색종이는 이걸로 충분한가요, 언니?" "부족해. 전혀. 좀 더 성대하게 하자고. 제데로 장식하지 않으면 효험이 없다고." "아~, 이런. 멋대로 잘라오다니. 뒤쪽 숲에서 가져왔죠? 어떡해요~. 글키면 혼날 거에요~. 대나무 도둑이잖아요~." "그럼 종이접기부에 가서 부 지폐랑 교환해 올게요~. 다녀오겠습니다~." 메구미가 나갔다. 'GJ부 지폐'라고 인쇄된, 문화제에서 특제 상품이랑 교환되는 각 동아리가 발행하는 교환권ㅡㅡ통칭<부 지폐> 다발을 가져갔다. "누구 학 접을 줄 알아? 그리고 견우랑 직녀랑 투구랑. 배도 필요하군. 그렇지 않으면 데이트를 못하니까." "접어본 적은 없지만, 본 적은 있으니까 전부 재현할 수 있을거야." "그럼 키라라한테 알려주고 둘이서 해. 그리고 종이로 링을 만들어 연결해서 사슬을 만들어야지~. 음~. 풀이랑 가위. 풀이랑 가위……. 어디였지? 저기였나……. 여기였나……" "제 말 좀 들어주세요~……. 부탁이에요……." 완전 왕따가 된 쿄야는 서랍을 열고 있는 부장의 뒤를 따라 다녔다.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계속 애원했다. "반성했냐?" "네. 바다보다고 깊이." 휙휙 날아오는 가위와 풀을 받도, 부장과 같이 바닥에 바로 앉아 장식물 제작을 시작했다. "너, 이벤트를 즐기지 못하면 GJ(굿잡)부 부원의 자격 없는줄 알아." "우리 부는 굿잡부라고 읽는군요. 지금 처음 알았어요. ㅡㅡ그런데, 아까부터 상식파인 저는 굉장히 신경 쓰이는데요. 대나무 훔쳐오는 것도 GJ부의 활동입니까?" "괜찮아. 저 산의 주인은 친구니까. 비밀기지도 만든 곳이야." "다음에 데려가 주세요." "네가 꿔다놓은 보릿자루를 졸없하고 쓸모가 있어지면." "다녀왔습니다~!색종이 이렇게 많이 받아왔어요~!" 다 같이 열심히 장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각자 작은 종이에 소원을 썼다. 다섯 장의 종잇조각이 조릿대가 아닌 대나무 잎에 달렸다. 그곳에는 각자 이런 식으로 쓰여 있었다. 『빨리 제몫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빨리 커질 수 있기를, 구테적으로는 쭉쭉 빵빵.』 『지금부터 영원히. 바라옵견데 이런 날들이 언제까지나 계속되기를.』 『고기』 『세계가 평화롭기를.』 옛날이야기 1 오늘의 GJ부는 대충 평화로웠다. 왜냐하면 부장이 숙제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이상한 말을 꺼내지도 않았고, 새로운 놀이를 고안해내서 그것을 일간 쿄야에게 실험해보는 일도 없었다. 긴 머리카락을 탁자 위에 흐트러뜨리고, 부장은 거의 보이지 않던 진지한 표정으로 노트에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었다. 공부를 긿어하는 부장이다. 하고 있는 작업은 물론 누군가의 노트를 통째로 베끼는 일이다. 시온은 노트가 필요 없는 사람이고, 키라라의 노트는 의외로 정교했지만, 모두 키라라어로 쓰여 있어서 전혀 읽을 수가 없다. 그리고 메구미는 쿄야와 같은 1학년이다. 부의 누군가에게 빌린 것이 아니라는 것은, 즉 쿄야가 모르는ㅡㅡ누군가 다른 친구에게서 빌린 노트라는 뜻이다. 말로만 듣돈 반에서 가장 공부벌레인 친구일지도 모른다. 어쩐지 자신의 모르는 부장이 거기에 앉아 있는 것만 같아서ㅡㅡ. 이상한 기분으로 쿄야는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숙제를 하는 부장의 손과 머리카락의 움직임 따위를 눈으로 좇았다. 시선이 마주칠 걱정 없이, 그 옆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부장의 손이 노트의 페이지를 넘길 때, 그 책받침에 스티커가 몇 십장이나 잔뜩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얼굴이 잔뜩 늘어서 있었다. "오~. 부장님도 그런 거 하는군요. 스티커 사진" "응? 아, 옛날에." 부장은 귀찮은 듯이 말하고는, 책받침을 스윽 쿄야 쪽으로 밀었다. 허락을 받았다. 쿄야는 주저없이 부장의 사생활을 들여다보았다. 상처투성이의 책받침에 붙어 있는 작은 스티커 속의 친구들을 구경했다. "아, 이거. 크리스마스 참극의 피해자군." 가느다란 손가락 끝으로 가리키며 시온이 해설해주었다. '크리스마스의 참극'이 무엇인지 쿄야는 상당히 흥미가 있었지만. "시온 선배는 부장님이랑 오랜 친구인가요?" 하고 그쪽을 물어보았다. 확실히 말해준 적은 두 사람 다 없었지만, 쿄야는 부장과 시온, 두 사람에게 여자들끼리의 깊은 우정 같은 무언가를 예저부터 느끼고 있었다. "응? 아, 아마츠카 집안돠는 옛날부터 집안끼리 친했거든. 뭐라고 하면 좋을까. 소꿉친구라고 할 정도로 가깝지는 않지만. 어렸을 때부터 아는 사이였지." "파티에서도 종종 만났었죠~." 하고 쟁반을 가져온 메구미도 거들었다. 홍차를 쿄야와 시온에게 주었다. "시온 선배네 집은 오빠들이 많아서 좀 부러웠어요~. 우리 집은 셋밖에 없고. 여자들뿐이고요. 오빠가 한 명 있었으면 했어요~." 세 명도 충분히 많은 것 같다고 쿄야는 생각했다. "고니(다섯째 오빠)까지는 절대로 안되지만, 로쿠니(여섯째 오빠)라면 검토해볼 수도 있어. 하지만 대신 세이라를 춰야 돼. 우리 집에는 여동생이 없어서 말이야." "안 돼요. 세이라는 우리들 동생인걸요, 그럼 할 수 없죠. 여섯째 오빠는 포기할게요." 아마츠카 가의 셋째 딸은 이름이 세이라인 듯했다. 두 언니에게서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시온네 집도 메구미네 집도 어쩐지 유복한 느낌은 들었지만, 그렇게 파티까지 할 정도의 가문이었다니. "그런데 부장님은 어느 사진을 봐도 지금과 똑같이 보이는데요." "마오는 컸거든. 초등학교 때까지는." 시온은 아련한 곳을 보는 눈빛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 봐요. 제가 란도셀을 매고 있어요! 이거!" 메구미가 쟁반을 꼬옥 가슴에 안고 스티거 한 장을 가리켰다. 작은 초등학생 메구미가 거기에 있었다. "아. 귀엽다." 자기도 모르게 쿄야가 감탄사를 흘리자ㅡㅡ. "너, 지금 귀엽다고 했지! 그건 무슨 뜻인지 언니인 내게 보고의무가 있다." 부장이 결국 난입해 들어왔다. 자신을 빼놓고 옆어서 재미있게 떠드는 것을 보고, 결국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던 것이 분명했다. "어떤 뜻이라뇨. 초등학생이라 귀엽네~, 하는 뜻인데요." "넌 초등학생이라면 뭐든 좋은거냐~!" 중학교 세일러복을 입은 부장은 지금과 전혀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부장님은 정말로 지금과 전혀 차이가 없네요." "마오는 초등학교 때는 나보다 훨씬 키가 컸었지. 4학년 때까지는." 시온이 다시 먼 곳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성장이 멈춘 거군요." "그건 내가 꼬마라는 뜻이냐-!" "음~.그러니까, 즉 지금도 귀엽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바, 바보!" 그리고 부장은 조용해졌다. 옛날이야기 2 "시온 선배 것은 없나요?" "있었을 텐데." 라며. 찾고 있던 가는 손가락 끝이 어떤 한 장 위에서 정지했다. "아." "아, 그거. 재미있어서 붙여두었지." 부장이 씨익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만둬. 악취미군." "뭐죠?" 시온의 태도에 어쩐 일인지 화가 난 듯한 냄새가 충겨서. 쿄야는 흥미진진하게 물어보았다. "와. 이거이거." "시온 녀석 말이야. 중학교 떄 이렇~게 쪘었거든." "아냐. 이건 그런 게 아니라ㅡㅡ." 감추려고 하는 시온의 손을 치우고. 부장은 쿄야에게 보여주었다. 그 한 장에 찍혀 있는 여자애는ㅡㅡ. 굉장히 횡폭이 넓은 여자였다. "에엤?" 아까 눈치채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시온으로는 보이지 않읐다. 이것이 정말 살 쪘을 떄의 사진이라면, 얼굴 형태가 바뀔 정도로 살이 쪘었다는 얘기다. "이때는 체중 200킬로그램이었냐? 아니면 300킬로그램?" "아냐." 고개를 휙 돌린 시온의 옆얼굴을 쿄야는 가만히 쳐다보었다. 그 단청한 옆얼굴과 책받침에 붙어 있는 펑퍼짐한 얼굴을 몇 번이나 비교해보았다. "믿었냐?" 부장이 물었다. 멍한 상태로 끄덕였다. "그래. 믿었구나.ㅡㅡ믿었대, 시이." 옆을 향한 자세인 시온이 쿄야가 믿었다는 것을 듣고, 어째서인지 표정을 확 풀었다. "실망시켜 버린 거니?" "아뇨. 저기. 그." 쿄야는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시온이 입가에 띄운 미소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깜짝 놀랐다. 쇼크였다. 이렇게 예쁜 시온이 옛날에는 그렇게 뚱뚱했다니. 하지만 쓸쓸한 듯이 웃고 있는 시온에게 뭔가 말해주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남자로서의 의무다. "아니, 저기. 뭐라고 해야 좋을까요. 하지만 괜찮아요. 사람은 뚱뚱한지 마른지로 정해지는 게 아니고요. 게다가 봐요 지금은ㅡㅡ. 그렇게 날씬하잖아요." "다이어트를 했겠지. 응. 아마 필사적으로. 지금도 절찬 다이어트 중일 거야." "후,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아니, 아니다. 건방지게 말해서 죄송해요. 나 같은게 무슨 말을 해봤자 입에 발린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정말이고ㅡㅡ." 쿄야가 허둥지둥 그렇게 말했다. "풋……,크크크크킄……." 부장의 의자 위에서 다리를 감싸 안고 괴로운 듯이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더니 곧 바둥바둥 발끝을 버둥거렸다. 쿄야는 약간 평정을 되찾았다. 그렇게 웃길 정도로 당황했던 모양이다. "여러분. 홍차를 타왔어요~." 메구미가 다시 홍차를 가져왔다. "메구미. 자, 너도 보렴. 과거의 내 무참한 모습을." "아핫. 그런 거 옛날에 유행했었죠~. 날씬해 보이도록 찍는 슬림모드에서 얼굴을 옆으로 해서 찍으면 뚱보가 되기도하고~. 저도 언니한테 자주 당했거든요." "엣?" "자요. 시노미야 군. 오늘은 네팔의 홍차 일람티에요. 향이 왠지 다즐링하고 비슷하죠?" "아니, 그게." 찻잔을 놓고 티포트에서 홍차를 부어주는 메구미를, 쿄야는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찻잎 이름은 됐으니까, 그것보다도 방금 뭐라고 했는지ㅡㅡ. "풋……, 쿡쿡쿡." 부장이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웃음을 터뜨렸다. "아~, 웃겨~. 이 녀석, 뭐든지 믿는구나~." "엣? 엣? 엣?" "그러니까 처음에 난 아니라고 말했잖아. 그런데 넌 들어주지 않았어." 홍차의 향을 음미하면서. 시온은 손가락 하나를 똑바로 세웠다. 그리고 메트로놈처럼 좌우로 흔들었다. "네가 나빠. 믿어버린 자에게는 믿은 것에 의한 벌을. 함무라비 법전에도 같은 방법으로 복수를 하는 개념이 적혀 있지." 쿄야는 겨우 이해했다. 또 속았다~! 모두들 날 속인거야~! 옛날이야기 3 고개를 휙 돌린 채로 있는 쿄야 앞으로, 부장이 의자를 움직여 다가왔다. "야. 그거 아냐??" "몰라요, 안 들을 거에요. 이제 안 속아요." "내가 언제 널 속였냐." 네, 그래요. 방금 그랬지요. 겨우 3분 정도 전에 속여 주셧잖아요. "이 기회에 키라라 녀석 옛날이야기나 해줄게." 들으려고 하지 않는 쿄야에게, 부장은 억지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부실의 구석에거 지므까지 냠냠 고기를 먹고 있던 키라라라가 귀를 움찔 움직였다. 아니, 귀가 아니라 귀같이 보이는 삐줃 나온 머리카락이지만ㅡㅡ. 먼저 머리카락이 움찔움찔 움직이고, 그러면서 고기를 먹던 손이 멈췄다. 냄새라도 확인하듯이 주위에 얼굴을 돌리고는ㅡㅡ. 그 다음에는 마침내 얼굴이 이쪽을 향했다. 무슨 일이야? 라고 말하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 것을, 먼저 본능으로 탐지하고 냄새로 확인하는 모습이 너무도 키라라다웠다. 부장의 손짓으로 부르자, 키라라는 고기를 놓고 다가왔다. 빈자리일 때가 많은 자신의 의자에 얌전히 무릎을 모으고 앉았다. "너 말이야, 전부터 키라라를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그, 그렇디 않아요." "괜찮아. 말해봐. 키라라는 별로 신경 쓰지 않으니까,ㅡㅡ그치? 키라라." "응.키라라.신경 안 써." "아니, 뭐……. 그……, 개성적인 사람이구나……,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지만요. 하지만 정말로 조금만이에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어요." 쿄야는 자백했다. 변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자신이 어쩐지 비참하게 여겨졌다. 부장같이 흑백을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가끔은 멋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뭐, 하지만 키라라가 이상한 건 할 수 없지. 그게." "남한테 자꾸 이상하다, 이상하다 말하는 건 그만두죠." 키라라를 생각해서 쿄야는 말했다. 부장같이 별종 취급을 받아도 당당할 수 있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정작 키라라는ㅡㅡ. 자신이 화제의 중심에 있는 것을 기뻐하는 듯했다. 칭찬받은 것처럼 의기양양한 얼굴이었다. 혹시 어쩌면ㅡㅡ. '이상하다'라는 말은 역시 칭찬인 걸까? 쿄야는 상식이 빙글빙글 돌며 혼동되는 시분을 느꼈다. "늑대소녀 이야기는 알고 있니? 이솝우화 말고." 하고 시온이 부장에게서 이야기를 이어받았다. "음……. 그러니까, 늑대가 기른 수녀 이야기였던가요?" 힐끗 눈길을 보냈다. 메구미는 가스레인지 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 모습에는 귀을 기울리고 있는 낌새가 없었다. 아무래도 이 GJ부에서 모르는 것은 쿄야뿐인 것 같다. "즉대가 기른 아이의 이야기는 전혀 괴담이 아니거든, 고아가 인간이 아닌 생물에게 보살핌을 받아 성장하는 이야기는, 믿을 만한 기록이 얼마든지 실제로 존재하고 있어." "네에." 쿄야는 키라라에게 힐끗 눈길을 보냈다. 등줄기를 펴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똑바로 앉아 있었다.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제대로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늑대라는 종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사회성을 가진 행물이기 때문에 늑대라 인간을 기르는 예가 특히 더 많은 거겠지만, 그 이외의 존재에게 보살핌을 받는 예도 적지 않게 있어." 시온의 학술적인 이야기와 키라라가 도대체 어떻게 이어지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쿄료 군. 넌 UMA라는 걸 알고 있니? Unidentified Mysterious Animalㅡㅡ의 약자로, 유명한 것은 빅풋이나 새스콰치, 예티라든가, 설인이라고 하는 게 더 알기 쉽겠지?" "네? 예에?" 기분 탓인지ㅡㅡ. 시온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즉 키라라는 늑대가 기른 소녀도 아닌 UMA가 기른 소녀라고,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키라라의 경우는 여덟 살 때까지 그랬다고 하더군. 이것은 추정 연령이라는 게 아니라, 부모 대신이던 UMA에게 자신의 연령을 그렇게 배웠다는 키라라 자신의 증언에 의한 것이야." "에엑?!" 기분 탈이 아니었다! 역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쿄야는 키라라를 빤히 쳐다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키라라느 방긋 웃었다. "쿄로. 믿었냐?" 쿄야는 믿었다. 그랬구나. 그래서 키라라는ㅡㅡ. 부장이 결국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다. 쿄야는 파랗게 질렸다. 또다ㅡㅡ또속았다! 부원의 증표 어느 날 방과 후. 어느 날 부실. "야. 쿄로." 부장이 불러서 얼굴을 들자, 부장을 비롯한 네 명이 바로 옆에 나란히 서 있었다. "왜요?" "너를 GJ부의 수습 부원으로 인정하지." 중앙에 선 부장이 갑자기 그런 말을 했다. "그럼 지금까지는 뭐었죠?" 표창식처럼 모두의 앞에 서서ㅡㅡ. 쿄야는 일단 그쪽부터 물어보았다. "체험입부 같은, 무엇이랄까?" "부원이 아니었군요." "왜냐하면 넌 입부거를 안 썼잖아." "안 썼지만요." 쿄야는 매우 낙심했다. 4월부터 지금까지 3개월간, 계속 같이 지낸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 자자. 입부서 받아왔으니까. 이걸 쓰면 부원이니까. ㅡㅡ응?" "언니가 3개월 동안 계속 책상 서랍에 넣어둔 채 잊고 있었어요." "앗. 메구,너~. 일러바칠래? 요 녀석!" "어차피 그런 거군요. 저 같은 건." "네 최근의 발전을 인정해서, 지금부터 GJ부의 수습 부원이 된 것을 인정한다." 부장이 억지로 화제를 바꿨다. 엄격한 목소리로 그렇게 선언했다. "저, 뭔가 했었나요?" "음, 인사도 할 수 있게 되었고. 발성연습도 했고." "이거 말인가요?" 쿄야는 한쪽 손을 들어'인사'를 만들었다. 전에 부장이 연습시켰던 이상한 사인이다. V사인과 닮았지만. 중지와 약지 사이를 확실히 떼 놓는다. 손가락에 쥐가 날 것 같다. GJ부 전통의 인사라고 한다. 처음에는 무리라고 생각했지만ㅡㅡ. 인간, 노력하면 대부분의 일은 할 수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발성연습이라는 것은, 선풍기 앞에서 우주인 목소리로 인사하는 이상한 연습이다. "아무튼 축하해요, 시노미야 군." "축하해, 앞으로도 잘 부탁해." "쿄로,축하해? 맛있어?" 모두에게 축복받았다. 조금 쑥쓰러웠다. "그러면 부원 배지를 증정한다." 부장이 색이 달린 알루미늄 배지를 가지고 왔다. 'GJ'라고 쓰여 있는 오리지널 알류미늄 배지가 보였다. 자세히 보니ㅡ 모두의 가슴이나 허리에도 색깔이 다른 배지가 붙어 있었다. 배지을 색은 각자 달랐다ㅡㅡ. 부장은 오렌지, 메구미는 핑크, 시온은 보라색이고, 키라라는 노란색. 그리고 쿄야의 색은 연두색이었다. 밝은 녹색이었다. 초보운정 마크 오른쪽 부분의 색이었다. 부장이 손을 뻗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약간 발꿈치를 들어서ㅡㅡ. 쿄야의 가슴에 배지를 붙여주었다. 이런 단체의식 같은 건 부장이 좋아할 만하네ㅡㅡ하고 생각하며, 쿄야는 얌전히 배지를 붙여주는 것을 기다렸다. "뭐야, 너. 별로 기뻐 보이지 않는데?" "네? 그렇지 않아요. 기뻐요. 와~." 부장은 콧방귀를 흥 뀌었다. "이걸 알면 너도 신날걸.ㅡㅡ그 배지는 통신기능이 있어. 귓면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모두와 통신할 수 있지." "엣, 진짜요?" 쿄야는 배지를 뺐다. 뒷면에 붙어 있는 버튼을 바로 눌렀다. 『야옹~.』 하고 울었다. 버튼에서 나온 소리였다. 한 번 더 누르자 역시『야옹~.』하고 울었다. "큭큭큭큭큭……." 부장이 배를 잡고 움츠려 있었다. "또 속였어~!" 쿄야는 소리쳤다. 어째서 자신은 이렇게 잘 속는 걸까, 부장의 장난감인가. "이거 백 번에 한 번 정도는 다른 소리로 울죠~." 메구미가 자신의 배지를 눌러 소리가 나게 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엣! 진짜ㅡㅡ?" 부장이 소리치고는 자신의 배지를 떼어냈다. 시온도 말없이 누르고 있었다. 키라라는 모두의 세 배 정도 속도로 연타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연타하고 있어서 의미는 없었다. 다 같이 열심히 버튼을 눌렀다. 모두들 말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 어딘가에서『뺘~.』하고 소리가 났다. 고양이 새끼까 어미를 부르는 것 같은 소리였다. "정말이다!" 흥분해서 소리친 부장이었지만ㅡㅡ. 문득 정신이 들었는지 헛기침을 했다. "아~……, 어흠. 뭐, 그. 뭐랄까. 즉ㅡㅡ. 축하해." 쿄야의 어깨를 탁탁 두들겼다. 넥타이의 각도를 고쳐주는 부장에게 쿄야는 말했다. "대충 결론을 내시는군요." 금서목록 평소처럼 부실의 둥근 탁자에서 쿄야는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아까부터 계속 하나씩 리스트를 입력하고 있는데ㅡㅡ마침다 입력한 참이었다. "아, 이거. 컴퓨터로 출력할 수 있나요?" 시온이 아직 컴퓨터 앞에 있을 때. 쿄야는 그렇게 물었다. 손에 근 휴대폰을 가볍게 흔들어 보였다. "어, 응. 할 수 있는데. 이메일로 보내줄 수 있니." 여전히 '세계통일 챔피언'은 오늘도 무참하게 패하고 있었다, 외국인일 텐데도, 요즘은 우는 모습의 이모티콘까지 용케 입렬할 수 있게 된 모양이다. 컴퓨너의 메일 주소로 메일을 보냈다. 부실의 컴퓨터는 상당히 낡은 것이다. 지난번의 부장이었는지, 지지난번의 부장이었는지. 아니면 훨씬 더 예전의 부장인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부장 열전중에 한 용맹한 부장이 다른 부에서 강탈해 왔다는ㅡㅡ전설적인 물건이었다. 인터넷에 연결하는 것이 고작인 구식 컴퓨터지만, 그래도 프린터까지 각추어져 있었다. "응?" 컴퓨터의 화면에 나타는 리스트를 보고, 시온이 예쁜 눈썹을 추켜떴다. 요즘 세상에 보기 힘든 브라운관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 것은ㅡㅡ. 라이트 노블과 만화의 타이틀 일람이었다. "이건 뭐지?……내 추천작 일람인가?" 시온은 흥미를 가진 듯, 질문을 던졌다. "그 반대에요, 금서목록입니다." 쿄야는 웃으며 대답했다. "금서?" 시온은 고개를 갸웃했다. 달걀형의 머리에서 흘려내린 머리카락이 사라락 흔들렸다. "네. 부장용입니다. ㅡㅡ그게, 부장읜 뽀뽀 같은 게 있으면 안 되잖아요. 이왕 하는 거. 가지고 있는 책을 전부 체크해 볼까 해서요. 리스트를 만들어 봤습니다. 그걸로 뽀뽀라든지, 좀 더 굉장한 거라든지 그런ㅡㅡ." "조, 좀 더 굉장한 거……." "위험안 것을 전부 금서목록으로……. 음? 시온 선배? 듣고 있나요?" 쿄야가 묻자 시온은 번쩍 정신을 차렸다. "아니, 아니. 미안해. 잠깐 생각하고 있었어. 아니. 조금밖에 생각 안 했어. 아니, 미안. 잊어줘." "무슨 말을 하지는지 잘 모르겠지만요. ㅡㅡ프린트 부탁드립니다." "어, 어……. 그래." 시온은 마우스를 클릭 쿄야는 프린터 앞에 가서 앉았다. 계속 뱉어내는 종이를 조용히 기다렸다. 한 장……. 두 장……. ㅡㅡ어라? 하고 쿄야는 시온을 올려다보었다. 한 장이면 되는데, 어째서인지 같은 것이 두 장이나 출력되어 있었다. "어라라? 한 장이면 되는데요. 부장님 것만." "아, 아니. 그건 내 거라서……." 시온슨 순간적으로 머뭇거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폭발적으로 말을 시작했다. "예전부터 난 문학에 있어서 인산의 정신표현에 대해 흥미가 있었거든. 즉, 프로이트에 있어서 리비도의 승화의 각 단계가, 청년기의 등장인물의 언동에 어떤 형태로 영향을 나타내는지를 연구하고 있어.물론 개별 작가의 창작물을 보는 것만으로는 편향될 수 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 이 경우에서 p를 0.05이내로 억제하여 의미 있는 샘플을 얻기위해서는, 적어도 수십 명의 다른 작가의 저작물을 조사할 필요가 없고ㅡㅡ." 논문조의 긴대사를 끊고 쿄야는 물어보았다. "으음. 즉, 요약하자면ㅡㅡ이 리스트가 유용하다는 결론을 내지 않을 수 없다. 라는 건가요?" "으, 응." 시온은 솔직히 끄덕였다.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그녀가 신 대사를 내뱉을 때는 바로 쑥스러울 때다. 뭔가를 감추려고 할 때다. 예를 들어, 이 경우에는 흥미진진하다는 것이라든가. 하지만ㅡㅡ. 무심코 그것을 입에 올리지 않을 정도의 섬세함과 생존본능은 쿄야도 가지고 있었다. "여기 책장에 금서 코너를 만들죠." "그것 참 명안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군." 아직 조금 돌아오지 않은 이상한 말투로, 시온은 몇 번이고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서늘 "덥네요……." 여름방학도 가까워진 부실은 찜통 같은 더위였다. 부실 구석에 낡은 선풍기가 돌고 있었다. 하지만 열기를 휘젓고 있을 뿐, 전혀 시원해지지않았다. 문화부 건물로 쓰고 있는 낡은 교사에 에어컨 같은 것은ㅡㅡ물론 존재하지 않는다. "부장님~……, 치사해요~……." 소파에 추욱 늘어져 있는 부장은 혼자서 양동이를 점령하고 있었다. 치사하게. 니삭스를 벗어던지고, 맨다리를 양쪽 다 양동이 안쪽에 집어넣었다. 양동이 물에는 얼음까지 떠 있었다. 부실 구석의 낡은 냉장고 안에서 가음 얼음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몇 시간정도ㅡㅡ영원과 같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부장 특권을 남용한 입장이면서도, 부장은 추욱 길게 뻗어 있었다.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판단 할 수 없다. 대답이 없으니, 분명 그냥 시체에 불과한 것이리라. "키라라~……, 살아 있어요~……?" 소파에서 쫓겨난 키라라는 마룻바닥 위에 직접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가만히 있는 것이, 이쪽도 역시 제정신이 아니다. 고기를 입으로 운반하는 손도 계속 멈춘 채 그대로다. 방심한 표정을 유지하며 가끔 앉는 위치를 바꾸고는 있지만, 그것은 바닥의 시원한 부분을 찿고 있는 것이라고 쿄야는 생각했다. 그녀가 여덟살 때까지 태어나 자란 곳은 굉장히 시원한 곳이어서, 키라라는 추위에 굉장히 강하지만 더위에는 전혀 내성이 없다고 한다. 메구미도 가를 것이 없어서, 스커트 끝을 팔랑팔랑 부치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요 직접 목격을 한 것은 아니다. 시선을 그쪽으로 향하면 얌전한 소녀의 모습이 보일 뿐이다. 시선을 도렸을 때만ㅡㅡ관측하지 않을 때만 팔랑팔랑 소리가 들렸다. "덥네요." 쿄야가 무심코 말했다. "도대체 몇 도나 될까요? 지금." 대답이 돌아올 것을 기대하지 않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더울 때는 덥다고, 괴로울 때는 괴롭다고, 거창하게 말하는 것이 쿄야의 주의였다, 부장은 시끄러워닥쳐죽인다고 말하곤 하지만. 그 부장도 지금은 다운 상태였다. "이 시간은 지는 해가 제대로 들어오니까." 하고 시온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했다. "커튼이라고 있으면 좋을 텐데. 비품 청구는 마오가 하지않으면 나중에 혼나니까" 쿄야는 힘없이 끄덕였다. '부장의 일'이라는 것이다. 뺏으면 혼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빨 자국이 나게 된다. "시온 선배는 겁지 않나요……?" 쿄야는 그렇게 물었다. 그녀만은 땀도 흘리지 않는 것 같았다. "응?아아. 체온이 낮아서 그런가. ㅡㅡ보렴." 하면 쿄야의 이마에 댄 손바닥은 서늘하고 시원했다. "아……, 기분 좋네요~……." 멍하니 있자. 시온은 다른 한쪽 손도 내밀었다. "이렇게?" 뺨이 서늘하고 기분 좋았다. "아~……. 좋아요. 이건……, 아~……." 이마봐 뺨뿐만 아니라, 시온의 차가운 손이 여기저기 닿았다. "아. 응. 이건 . 제법 꽤 근육이 붙어 있군." "아, 우. 히힛." 시온이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간지러워서 웃음이 나왔다. 쿄야는 탁자 위에 털썩 쓰러져서 시온의 서늘한 손에 몸을 맡겼다. "어때. 냉혈녀도 조금은 도움이 되지?" 그렇지 않아요~……. 시온 선배는 기분 좋아요~……." 이상한 대답을 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기분이 좋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시온은 와이셔츠 너머로 등이나 어깨를 만졌다. "아~……. 시온선배……. 이마하고~, 뺨하고~……." 시온의 손이 어깨 언저리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쪽은 별로 기분 좋지 않았다. "의외로 건장하구나. 쿄로 군은." "그렇지 않아요~……." "역시 남자애구나. 쿄로 군은." "그럴지도 모르죠~……."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온의 손은 그러다 완전히 멈춰버렸다. "저기~……?" 하고 얼굴을 들어 돌아보자ㅡㅡ. "미안. 뜨거워져 버렸어." 왠지 얼굴을 붉히고 있는 시온이 있었다. 쿄야는 그 후에 계속 생각해 보았지만, 시온이 얼굴을 붉힌 이유는 결국 알 수 없었다. 이미지 체인지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오늘은 부실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 같았다.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는 부실에서, 쿄야는 라이트 노불을 읽으며 모두가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어." 드르륵 문이 열리고, 처음 들어온 것은ㅡ부장이었다. "안녕 하세요." 부장은 항상 앉는 자신의 자리로 뛰어올랐다. 참고로 부장은 의자에 앉으면 다리가 땅에 닿지 않는다. "어라?" 시야 끝에 보이는 부장의 모습에 위화감을 느끼고ㅡ쿄야 는 얼굴을 돌렸다. 풍성한 긴 머리카락을 인형처럼 내리고 있는 것이 부장의 스타일이다. 그것이 오늘은 포니테일로 변해 있었다. 뒷머리의 높은 쪽에서 묶인 머리가 하나의 선이 되어 똑바로 흘러내려와 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빤히 보고 있자一. "뭐야. 뭘 빤히 쳐다보냐." 노출된 목덜미를 손으로 숨기듯이 누르며 부장이 말했다. "아뇨, 그게, 처음 봤거든요. 그,뭐냐, 그런 걸." "그런 거라니, 어떤 건데?" "아뇨, 그, 저, 그러니까, 그런 거고" 쿄야는 더듬더듬 말했다. 두근두근해서 잘 알 수는 없었지만, 부장도 뭔가 상태가 이상했다. 화났다기보다는 허둥대는 느낌? "뭐야.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ㅡ무, 물어버린 다!" "아뇨ㅡ어,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만. ……하지만 왜요?" "이거? 이건 이미지 체인지야." 어째서인지 허둥대던 모습은 사라지고ㅡ부장은 평소처 럼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어때. 좋지? 여자는 이미지 체인지를 할 수 있어. 넌 남자 라서 이미지 체인지는 스킨헤드로 밀지 않으면 안 돼. 자, 부러워하라고." "부장님은 스킨헤드를 좋아하는군요. 그리고 난 남자에 속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좋아. 물어뜯어주지. 거기 가만히 있어." "우와~! 악! 으아ㅡ." 포니테일 끝을 흔들며 쫓아오는 부장에게서 도망 다니고 있자니ㅡ. "이런,마오. ㅡ그건?" 조용히 부실에 스윽 들어온 시온이 책을 탁자 위에 놓으면서말했다. "후훗. 이미지 체인지야. 어울린다는군." 부장은 어깨를 쭉 펴고 당당히 섰다. 그런 익숙한 포즈인데도 다른 사람같이 보였다. "그래." 시온은 별로 흥미 없다는 듯이 의자에 앉았다. 쿄야는 시온에게서 반납을 받은 책을 부실의 구석에 있는 검은 책장에 꽂았다. 시온은 요즘 ‘금서목록’ 의 리스트를 위에서부터 하루 한 권씩 순서대로 제패 중이었다. "니노미야 슈지의 책은 이제 끝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다른 펜네임으로도 쓰고 있어서……" 금서 한 권을 손에 들고 돌아본 쿄야는, 거기서 예상하지 못한 광경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뭐 하는 거죠? ㅡ시온 선배?" "아, 응. 이미지 체인지. ……이려나." 시온이 헤어스타일을 바꿨다. 리본을 두 개 이용해서 긴머리를 좌우로 묶어 올렸다. 라이트노블이 나 만화 속의 여자애가 종종 하는 그거다. 현 실에서는 거의 보는 일이 드문, 가공 헤어스타일의 대표격인 그것이었다. "어, 어떠니?" 트윈테일 시온은 어색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키라라. 왔어." "아ㅡ, 시온 언니~,그거 귀엽네요!" 메구미가 바로 달려왔다. "뭐야, 트윈테일 정도. 나도 할 수 있어. 봐라." 부장이 포니테일을 그만두고 트윈테일로 바꿨다. "다녀올게요! 가발이랑 붙임머리! 지금 빌려올게요~!" 메구미가 경례하더니, 엄청난 스피드로 부 지폐를 움켜쥔 채 달려나갔다. 그 후로 부실은 정신없어졌다. 쿄야는 눈을 크게 뜨고 여자 애들의 '변신'을 그냥 바라보고 있었다. 보브컷의 시온. ㅡ소녀 같았다. 살랑살랑 긴 흑발 생머리의 키라라. ㅡ암전한 아가씨로 보였다. 롤 머리의 메구미.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 하고 말하며一단두대에 매달린 왕비님의 대사가 어째서인지 굉장히 어울렸다. 그리고 부장이 댕기머리 소녀가 되었다. 내성적이고 말없는 얌전한 소녀로 보였다. 내용물은 전혀 반대인데! 헤어스타일 하나로 이 정도로 이미지가 바뀌다니ㅡ! 그날, 하루 중에 쿄야는 48명 정도의 여자애와 보이 미트 걸을 해버리고 말았다. 부장의 명령 "나는 부장이다!"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부장이 갑자기 괴성을 질렀다. 라이트노불을 읽고 있던 쿄야는, 페이지에서 눈을 떼지 않고 그대로 계속 읽어 나갔다. 부실에는 시온도 메구미도 키라라도 있었지만,평소와 다름없는 GJ부의 나른하고 기분 좋은 광경이 계속되었다. 심심한 거겠지, 하고 그런 감회를 떠올리며,그리고 그 감회가 사라질 때쯤ㅡ. "나는 부장이다! 가장 높다고!" 부장이 또 소리쳤다. "네, 그렇죠." 쿄야는 바로 대답했다. "너, 지금 대충 받아 넘겼지?" "그렇지 않아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요."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덧붙였다. "거짓말하지 마. 덥네요~. 그렇군요~. 정도의 느낌이었어! 전혀 진지하게 듣고 있지 않았어!" "네, 덥네요." "그것 봐~!" 쿄야는 겨우 책에서 눈을 뗐다. 책갈피를 끼워 넣고 부장을 바라보았다. "정말이라니까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냐? 정말로?" "정말이라니깐요" 쿄야는 끄덕 였다. 뭐였지? 정말로 뭐가 그랬지? 부장은 무슨 말을 했더라? "난 부장이고,가장 높은 거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 지?" "으음......" 큰일이다. 그런 이야기였다니. "그럼 먼저 신발 바닥을 핥아라. 부장 명령이야." "싫어요. 병 걸리잖아요." 쿄야는 곧바로 말했다. 그것보다, 부장이 하는 말은 항상 어딘가 굉장히 이상했다. "그것 봐!" 부장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역시 아니잖아! 넌 사실은 그렇 게 생각 안 했잖아!" 의자 위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거만하게 앉았다. "그걸로 무엇을 증명했다는 거죠?" "네가 쿄로 실격이라는 거다." 부장은 말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쿄로 이하야. 쿄로 미만이야. 즉, 너는 ‘쿄’ 혹은 ‘로’ 에 불과하다는 거지." 역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부장의 억지 논리에는 익숙해졌지만,‘실격’ 이라는 표현은 어쩐지 싫었다. 적어도 ‘쿄로’ 로 있고 싶었다. 꽤 예전에 모두가 붙여준 애칭으로, 어쩐지 한심한 느낌은 들지만 실은 꽤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지루함을 떨친 것으로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은 부장을 일부러 붙잡아서 쿄야는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발바닥을 햝겠다고 하면 정말로 핥게 해주실 거죠? ㅡ부장님은." "후엑?" "정말로 할게 해주실 거죠, 라고 묻고 있는데요." "으, 응ㅡ. 부장은 두 말 하지 않는다." 쿄야는 평화적 패배주의자만이 할 수 있는 허접한 공격을 시작했다. "정말로 정말이죠." "으 응......" 부장은 완전히 기세를 잃고 당황했다. "그럼 발을 올려주세요." "으, 으, 응......" 스커트를 엉덩이에 밀착시키면서, 부장은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쿄야는 의자에서 내려갔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부장의 발 앞에 몸을 웅크렸다. "여, 역시, 그만두자……. 응? 벼, 병 걸리겠다……." 그야말로 연약한 목소리로 부장은 그렇게 말했다. "부장님이 꺼낸 말이잖아요." "그만두자. 응? 그만두자……. 그만해." "네. 그만두죠. 부장 명령은 절대적이니까요." 쿄야는 스윽 일어나서 자신의 의자로 돌아갔다. 그리고 책을 펴고 아까 읽던 페이지부터 읽기 시작했다. "……어라?" 의자 위에서 웅크린 부장은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사인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그러나 평소와는 달리,쿄야는 기묘한 특훈을 강요받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사인을 만드는 것인데,이게 쉬운 것이 아니었다. 손을 곧게 펴고 V사인 같은 것을 만든다. 하지만 보통 V사인이 아니었다. V자 모양으로 벌어지는 것은 중지와 약지의 사이다.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딱 붙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걸 어떻게 해,라고 생각했다. "간단하잖아." 하고 부장은 말했다. 말하기는 쉽고, 실천하기는 힘들다. 몇 번을 도전해 봤지만, 손가락에 쥐가 날 것 같아서 쿄야는 포기했다. "무리예요. 인간에게는무리입니다." "무리일 리가 없잖아. ㅡ봐." 하고 부장은 쉽게 성공해 보였다. 중지와 약지를 팍 떨어뜨린 완벽한 변형 V사인. "그건 부장님이니까 그래요." "무슨 뜻이야." "그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러냐?" 부장은 등 뒤를 돌아보았다. 그쪽을 보자, 둥근 탁자 쪽과 소파 쪽, 가스레인지 앞의 홍차 기지에서 세 개의 ‘GJ부식 인사’ 가 보였다. 시온은 책에서 눈을 들지도 않고 한쪽 손으로. 키라라는 고기를 먹으면서 다른 한쪽 손으로. 메구미는 뜨거운 물을 부으면서 빈손으로. 너무나도 간단히 그렇게 사인을 보여주었다. "봐라. 다들 할 수 있지." 부장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모두들 얼마나 특훈을 했길래." "그걸 못하는 한, 넌 평생 제 구실도 못해. 언제나 쿄로겠지." "쿄로란 게 그토록 한심하다는 뜻이 었어요?" "익히지 못하면 너도 곤란할걸." "평생 한 번도 곤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쿄야는 무의미한 것은 피하는 주의였다. 익힐 생각이 전혀 없는게 태도에 드러나 있었던 것일까. 잘못된 것은 그건가ㅡ. "아그래?" 부장이 눈을 가늘게 떴다. "못하면 넌 이부를 나가. 내일부터 안 와도 돼." 온도를 느낄 수 없는 목소리가 울렸다. "엣?" 쿄야는 귀를 의심했다. "……저기. ……으음. 지금 뭐라고." "말했다." 부장은 그렇게만 말하고 의자에 다시 앉았다. 등을 돌린 부장에게서 차가운 거절이 느껴졌다. 쿄야는 부실에 있는 부장 이외의 모두의 얼굴을ㅡ순서대로 쳐다보았다. 시온과 키라라가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주 었다. 메구미는 양손을 꼭 쥐고 ‘힘내요' 라는 포즈. 쿄야는 노력했다. 의자에 앉아서 열심히 연습했다. 움찔움찔하며 쥐가 나는걸 견디면서 사인을 연습했다. 탁자 위에 놓인 컵에 어느새 홍차가 채워져 있었다. 게다가 다식었다. 메구미가 타준 홍차에 손도 대지 않고,쿄야는 연습을 계속 했다. 결국 하교방송이 울리기 시작했다. 비틀즈의 쓸쓸한 노래가 복도 끝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쿄야는 멍하니 정신줄을 놓고 듣고 있었다. 결국ㅡ. 할 수 있게…… 되지는 않았다. 처음보다는 약간 나아졌지만, 부장이나 모두들처럼 확실히 예쁜 GJ부 사인은 되지 않았다. 움찔움찔 덜덜거리며, 아무리 해도 떨리고 만다. "GJ부를 나가야 되나요?" 불안한 목소리로 쿄야는 물었다. 부장은 읽고 있던 만화를 탁 덮고ㅡ. "어라? 너, 진짜인 줄 알았냐?" ㅡ하고 가벼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뭐~, 그렇지. 일주일 정도 노력하면 누구라도, 너라도,쿄 로라도 할 수 있게 돼. 손가락 사이를 찢는 걸 해보면 효과가 좋다더라." "네……, 네." 가방을 들고 먼저 일어난 부장을 따라서 부실을 나왔다. 내일도 여기에 와도 된다는 것이, 단지 너무도 기뻤다. 발성연습 "아~~~~~~." 낡은 선풍기를 안고 있는 자세로, 쿄야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선풍기를 향해 말을 하면 목소리가 이상하게 떨리며 울려 퍼진다. 우주인의 목소리가 된다. "회전하고 있는 날개에 목소리가 충돌해서 돌아올 때랑, 충돌하지 않고 안쪽으로 빠져나갈 때의 차이에 의해 비브라토가 생기는 것이라고, 책에 쓰여 있었어." 시온이 텔레파시처럼 쿄야의 의문에 답해주었다. 질문하지도 않았는데. "땡땡이치지 마. 제대로 해. 오늘중으로 할 수 있게 되지 않으면,넌 쫓겨날 줄 알아." 부장이 의자 위에서 상체를 둬로 젖히고 거만하게 말했다. 너무 둬로 젖혀서 거의 드러누워 있었다. 체격이 작은 부장은 의자 위에 누워서 뒹구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특기를 갖고 있다. "네, 네. 하고 있어요~." 쿄야는 가벼운 말투로 그렇게 대꾸했다. 발성연습은 오늘로 벌써 이틀째다. 어제도 같은 말을 들었지만 부에서 쫓겨 나지는 않았다. 앞으로 하루 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그렇게 예상하고 있었다. 쿄야는 선풍기를 향해전혀, 목소리를 냈다ㅡ. "우, 리, 들, 은, 굿잡부, 다ㅡ." 우주인의 목소리로 그런 대사를 읊었다. "안 돼. 다시 해." 손톱을 다듬으며 부장이 중얼거 렸다. "아니,도대체 이건 무슨 연습이죠?" "인사잖아. GJ부식 인사잖아." "어떤 상황에서 쓰는 겁니까, 이런 이상한 인사를." "그야 물론 부활동 할 때지." 모두가 쿄야에게는 비밀로 하고 몰래 부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쿄야는 아직 수습이라서 데려가지 않는 다는 말도 들었다. "애초에 왜 선풍기죠. 실전에서도 선풍기를 가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건가요?" "네가 미숙하니까 그렇지. 비브라토 하나도 자기 힘으로 못 내니까 그렇지. 그래서 먼저 형태부터 갖추게 하려는 거 잖아. ㅡ실전에서는 물론,이렇게 하지." 하고 부장은 입으로 손바닥을 떨게 했다. "아, 와, 와, 와." 하고 자신의 비브라토를 시연했다. "왜 비브라토가 필요한 거죠?" "무슨 소리냐. 그게 가장 중요한 거잖아." "하다못해 시범을 보여주세요. 빨리 하라고는 하지만, 부장님은 한 번도 시범을 안 보여주잖아요." "생각하지 마. 느껴."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어요." "나는 반성했어. 지난번에는 너무 약하게 키웠어. 일주일이 걸려도 좋다고는 했지만, 설마 정말로 일주일이나 걸릴 줄은 몰랐다." "아,죄송합니다. 그거 정확히는 일주일 하고도 이틀이에요. 부장님이 잘못 세기에 그냥 놔뒀습니다." "너,이 녀석ㅡ." 부장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너’ 에서 ‘이 녀석’ 으로 호칭도 차갑게 변했다. "~할 마음이 없으면 당장 집에 가도 된다." "할게요." 슬슬 임계점이라고 생각해서 쿄야는 연습으로 돌아갔다. 마루 위에 털썩 앉아 무의미한 것 같은 발성연습을 계속 반 복했다. "우, 리, 들, 은ㅡ, 굿잡부, 다一." "엉터리야." "우,리, 들, 은ㅡ,굿, 잡부ㅡ다." "완전 엉터리군." 뭐가 엉터리인지 알 수 없었다. 악센트가 틀린 것인가. 억양이 틀린 것인가.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지만 질타를 받을 뿐이었다. "힘내세요. 시노미야 군." 메구미가 홍차를 가져 다주었다. 키라라도 시온도 지켜봐주고 있다. 쿄야는 노력했다. 메구미와 같은 부에 있고 싶었다. 시온과도. 키라라와도. 그리고 물론 부장과도一. 몇 십번이나 반복해서, 녹초가 되도록 지쳐서一. "우,리,들, 은~……, 굿자부……, 다……." 마침내 기가 빠지고, 타성으로 탈진한 목소리가 나와 버렸다. 눈곱만큼도 의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또 혼날 것이다ㅡ라고, 고개를 움추린 순간. "그거야!" 부장이 소리쳤다. 어라~, 하고 김이 빠졌지만. 이것으로 잘 된 모양이다. 탈진한 채가 진짜 정답이었다. 아무튼 쿄야는 ‘GJ부 혼’ 이라는 것을 획득한 것 같았다. 놀리기 주의보 1 "세상 모든 여자애들은 백마 탄 왕자님이 자신을 맞이하러 올거라고 믿고 있어요." 오늘의 화제 제공자는 웬일로 메구미였다. 풍만한 가슴에 손을 얹고,메구미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오~. 흐음~. 허~. 쿄야는 바로 끄덕 였다. 너무도 자신감 넘치는 말에, 자기도 모르게 솔직히 믿어버릴것 같았다. 하지만 잠깐 기다려. 하고, 마음 어딘가에서 그런 충고가 들렸다. 이 GJ부에서 쿄야는 종종 놀림을 받았다. 놀리기 쉬운 녀석이라고 부장이 자주 말하곤 했다. 시온은 그런 말을 하지는 않지만, 행동으로 실생활에서 직접 증명해주고 있다. 이 두 상급생 누님들에게 있어서, 쿄야를 놀리는 건 이제 거의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 되었다. 메구미가 남을 놀리는 애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혹시 모르니一. "그런가요?" 쿄야는 다른 사람에게 의견을 구했다. 먼저 부장부터. 부장은 아무 말이 없었다. 물론 대답 따위, 처음부터 기대하고 있지 않았다. 눈을 들여다보고 진위를 확인해보았다. 부장은 뭐든 금방 얼굴에 티가 나는 사람이다. 그러자ㅡ. 부장은 스윽 시선을 피했다. 우연처럼 화려하게 억지스럽게 모른 척했다. 마치 들리지 않았던 것처럼 행동했다. 어라? 쿄야는 다음으로 시온에게 얼굴을 돌렸다. "누구에게나 적용될지 어떨지는 어려운 문제군. 이것은 나나니(일곱 번째 오빠)에게 영향 받은 것이긴 한데. 프로이트에 의하면 거의 대부분의 갈등과 충동은 리비도에 뿌리를 둔 것이라고 하지. 따라서 백마 탄 왕자님이라는 형태로 꿈, 혹은 소원 안에 그런 식의 이미지가, 인종과 민족을 초월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겠지. 아니, 그러니까 섣불리 긍정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더구나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난 논리와 지성을 중시하는 입장이지만, 그와 동시에 식욕도 수면욕도 가진 생물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에一." 이상할 정도로 긴 문장. 즉,쑥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고 있는 내용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것만은 알 수 있었다. 시온은 그런 사람이다. 부장같이 표정에 나오는 대신 말에서 티가 나는 사람인데, 그것을 멈출 수도 없는 사람이다. 그것만 알 수 있다면 이제 충분하다. 아직도 계속 뭔가 말하고 있는 시온에게서 시선을 돌려,쿄야는 마지막 누님인一키라라에게 그 눈길을 돌렸다. "키라라도?" "야, 인마ㅡ." 저편을 보고 있던 부장이 으득 하며 얼굴을 돌렸다. "ㅡ‘도’가 둬야, ‘도’가! 그러면 마치 우리가ㅡ." "아니, 그러니까 내 말 좀 들어줘. 딱히 나는 긍정한 것도 부정한 것도 아니고,어디까지나 일반론으로서ㅡ." 부장과 시온의 머리를 획획 피한 후에ㅡ. 쿄야는 키라라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오늘은 스페어립이었다. 키라라 앞에는 항상 고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키라라는 손에 든 갈비를 입가까이에서 멈추고,천장을 올려다보며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잠시 후에 쿄야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백마를. 탄…… 고기?" 뭔가를 기대하는 표정. 배가 고플 때의 표정. ㅡ어찐지 좀 다른 것 같다. 하지만 대충 알았다. 직접 앙케트를 수집한 결과는 이것으로 전부 모였다. 그렇다. 쿄야는 겨우 납득할 수 있었다. 세상 모든 여자는, 부장이든 시온이든 키라라든, 모두 그렇다. 예외 없이 그렇다. 백마를 탄 왕자님이 자신을 맞이하러 올 거라고. 그리고 자신을 번쩍 안아 올려 데려가 줄 거라고~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다. 오~. 흐음~. 허~. "그죠?" 메구미가 에헴 하고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폈다. 놀리기 주의보 2 며칠이 지난 어느 날,방과후. "남자들이란 누구나 언제나 자신이 인기 짱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니,정말이냐?" 부장이 말했다. 쿄야는 뜨끔했다. 요전에 ‘백마 탄 왕자님 사건’ 으로 부장을 놀린 것의 보복 이라고, 약자가 가지는 생존 본능으로 순간적으로 그렇게 깨달았다. 어떤 무서운 일을 당하는 걸까一. 쿄야는 몸을 경직시킨 채로 상상을 부풀려 갔다. 물거나, 물고 늘어지거나,물어뜯지도 않고ㅡ. 부장은 어째서인지 깍지를 끼고 쭈욱 뻗어보다가 여기저기 두리번거 리는 등,한눈에 보기에도 이상한 분위기 였다. 어쩐지. 부장답지 않았다. 어쩐지. 여자애 같았다. "저기,나 말이야ㅡ." 머리카락을 계속 매만지며 부장은 말하기 시작했다. "ㅡ전부터 말이야. 네가 여기 왔을 때부터 말이야. 꽤 괜찮다고 생각했어." "뭐, 뭐죠? 부장님. 갑자기一." "아무튼 들어. ㅡ들어봐." "듣고 있습니다만." 부장은 미소를 짓다가도 갑자기 진지한 표정이 되는 등,굉장히 정신없이 변했다. 쿄야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一. 일단 진지한 표정으로 정좌했다. 의자위에서 자세를 가다 듬었다. "널 종종 놀리거나 발로 차거나 물거나 하고 있지만. 달리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니다? ㅡ알고 있어?" "네, 뭐. 네. ㅡ알고 있어요." "응. 알면 됐고." 부장은 만족스럽게 끄덕였다. "아니, 정말. 지금이니까 말하는 건데. 너한테만 그런다? ……왜냐하면 넌 괜찮은 녀석이고. 모두들 다 그렇게 생각할 걸? 메구, 그렇지?" "네. 쿄야는 좋은 사람이에요." "너도 좋아하지?" "네. 좋아해요." 메구미의 경우, ‘좋아한다’는 인류 전부를 사랑한다는 의미의 ‘좋아’ 라는 뜻이라는 것은 알고있지만ㅡ. 에엣? 지금 부장은 ‘도’ 라고 말했나? 쿄야는 깜짝 놀라서 부장을 바라보았다. 부장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얼굴이 어찐지 상기되어 있는 것 같았다. 착각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현실이다. 가만히 보고 있자,부장은 탁자에 손가락으로 계속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었다. 쿄야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ㅡ바보. 꼭 말로 해줘야 알겠니?" 에엣? 설마설마. 이럴 수가. 정말로? 어째서? ㅡ아, 그렇구나! 갑자기 이해가 되었다. 질주해서 오버드라이브하며 뇌리를 스쳤다. 이런 식으로 놀리는 느낌으로 화제를 꺼낸 것은 쑥스러움을 감추기 위해서구나! 저번 일의 복수인 것처럼 말을 시작한 것은, 전부 부장의 소녀다운 부분 때문이구나! 쿄야는 어지럽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우우~. 곤란하다. 물어뜯는 사람은 좀. 부탁하면 그만 물어뜯을까? 부장은 물지 않으면 미인이고. 하지만 신장 차이가 30센티미터라는 것은 괜찮을까. 반애들에게 로리타 콤플렉스라고 놀림 받는 건 싫은데. 아니,하지만 정말로 곤란한걸. 그런식으로 생각한 적 없었고. 왜냐 하면 부장님은 부장님이고. 하지만 앞으로는 제대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겠어. 그리고 성의를 다해 대답하지 않으면 안 돼. 거절하더라도, 그렇지 않더라도. 앗. 쿄야는 그때 눈치했다. 정신이 들었다. 모두의 관찰하는 시선이 전부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남자들이란 누구나 언제나 자신이 인기 짱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니, 정말이냐?" 부장이 말했다. "예를 들어서ㅡ. 널 지금부터 속여주마, 하고 말해준 직후라도, 자신이 인기 짱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는 거냐?" 부장이 다시 말했다. 그 눈은 굉장히 차가웠다. 아까까지의 사랑에 빠진 소녀의 부끄러워하는 모습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래. 정말이구나." 놀리기 주의보 3 다시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남자들이란 누구나 언제나 자신이 인기 짱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니, 정말이냐?" 부장이 불길한 말을 입에 담았다. 전에 한 번 놀렸더니 보복을 당했다. 된통 혼났는데ㅡ. 그것으로 끝난 줄 알았더니 완전 방심했던 것 같다. 아직 용서받지 못한 듯하다. "저기……. 좀 봐주세요. 정말 반성하고 있으니까요. 이제 안 할게요." 쿄야는 부장에게 그렇게 말했다. 부장은 스스슥 의자를 이동해 쿄야의 바로 옆까지 왔다. "뭐가?" "그러니까 저번 일 말이에요. 지금 부장님이 말했잖아요." "에엣? 내가 말한 건,항상 고생한다는 말인데?" "어라?" 쿄야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분명 아까ㅡ. "넌 정말 잘해주고 있어. 남자가 있으면 정말 도움이 된 니까. 너도 알잖니. 우리 부ㅡ, 원래 여자밖에 없잖니?" 하고 거기서 부장은 다른 소녀들을 돌아보았다. 메구미와 시온과 키라라. 분명 GJ부에 있는 것은 쿄야 말고는 여자들 뿐이다. "아뇨. 저 같은 건 전혀 아니에요. 도움이 안되고 있어요. 아무것도 안 하고 있고." 매일 부실에 와서는 모두와 함께 잡담하다가, 만화 읽고 소설 읽고, 메구미가 타주는 홍차를 마시 고 있을 뿐이다. "아냐,아냐. 네가 있는 것만으로도 전혀 다르다니까." "맞아. 겸손은 좋지 않아." 하고 시온이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겸손이라는 행위는 일본인이 보기에는 미덕일지도 모르지만, 서양에서는 그렇지도 않아. 오히려 악덕으로 간주하는 나라도 있어." "봐. 시이도 그렇다고 하잖아. 좀 더 가슴을 쫙 펴도 된다 고." "그,그런가요." "야, 메구. 가만히 있지 말고 쿄로의 어깨라도 주물러 줘." "앗,네." 메구미가 바로 뒤로 다가왔다. 손가락 끝이 쿄야의 어깨에 놓였다. 부드럽게 힘을 줘서,솔직히 기분 좋았다. 쿄야는 얌전히 안마를 받았다. 가끔 뒷머리에 메구미의 필요 이상으로 큰 가슴의 감촉이 닿을락 말락했고ㅡ. "얘, 키라라. 너도 이쪽으로 와. 냄새라도 맡아줘." 물어뜯다가 만 고기를 손에 든 채로 키라라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부장의 말을 듣고, 고기를 놓고 일어섰다. 손에 묻은 기름을 입으로 닦으며 다가와서는,항상 하던 것처럼 위에서 쿄야의 목에 팔을 감았다. 흠흠. 킁킁. 하고 머리카락의 냄새를 맡았다. "아앙. 어깨를 주무를 수가 없잖아요." 메구미가 달콤한 목소리를 냈다. "치사하게. 쿄로 군을 둘이서 독점하는 거야?" "아~니. 세 명이야." 바로 옆에 있는 부장이, 자신의 어깨를 쿄야의 옆구리로 착붙였다. "그럼 넷이서 해볼까." 시온까지 옆에 왔다. 시온은 쿨한 미녀다. 스킨십에 직접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체온을 느낄 수 있는 거리에 의자를 놓았다. 부장과 시온 사이에 끼어서, 목에는 키라라, 그리고 등에는 메구미가ㅡ. 우와. 우와. 우와아아. 쿄야는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다. 어째서 갑자기 자신이 이렇게 인기 짱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싫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자신의 매력이 겨우 평가받기 시작한 것이 틀림없다. 그러고 보니 부장에게 물리면서 견딘 것은 자신뿐이고. 시온의 일반 상식을 지켜주고 있고. 키라라도 어쩐지 좋아해주는 것 같고. 메구미가 자신만 특별 한 취급을 해준다고 자만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싫어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고. 지금까지 열심히 해 온 것이 겨우 평가받은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내 페이스일지도 몰라. 전설의 ‘인기폭발기’ 라는 게 온 것인지도 모른다. "남자들이란 누구나 언제나 자신이 인기 짱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니, 정말이냐?" 부장이 말했다. "예를 들면 말이야一. 저번에 속아서 혼쭐이 난 게 엊그제인데, 자신이 인기 짱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는 거냐?" 부장이 다시 말했다. 그 눈은 굉장히 차가웠다. "그렇군. 정말 심각하네." 놀리기 주의보 4 "그러니까 미안하다니까~. 내가 너무했다니까~."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하지만 쿄야는 평소와는 다른 태도로 거기에 있었다.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았다. 메구미가 타준 홍차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 "야~. 뭐라고 말 좀 해봐~." 부장이 뭔가 말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요전의 그건 너무했다. 그것은 학대였다. 한순간 ‘인기 있는 건가?’ 하고 들떠버렸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쿄야는 자신을 평화적 패배주의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되도록 싸우지 않는다. 처음부터 져주면 그 이상은 지는 일도 없다一 라는 것이 쿄야의 주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항의행동을 해야 했다. 구체적으로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정말 미안해. 시나리오를 쓴 것은 나야. 마오가 꼭 좀 해달라고 해서." 시온과도 물론 말을 하지 않았다. 여자들은 다들 무섭다. 쿄야는 여성 불신에 빠졌다. "너ㅡ. 시이,이게. 내 탓이냐? 전부 내가 잘못한 거냐?" "그렇다고는 말하지 않았어. 아니, 미안해. 마오의 책임이 무거운 것을 고발해서, 자신이 사면 받을 것을 기대하는 무의식적인 행동이 있었던 것 같아." 평소와는 다른 부의 분위기에,구석에서 고기를 먹고 있던 키라라도 두리번두리번 불안한 듯이 귀를 세우며 다가왔다. "쿄로. 먹을래?" "야, 키라라가 고기 준다고 하잖아~. 잘 됐네~." 물론 키라라에게서도 고기를 받지 않았다. "미안하다고 했잖아~." 부장은 쿄야의 손을 잡고 붕붕 흔들어 보았다. 손은 흔들리는 대로 놔두었다. 물론 뿌리치지도 않았다. "그게,넌 말이야, 띄워주면 계속 기어오르잖아. 그게 재미 있어서 그만~," "마오. 그건 사과하는 태도가 아냐." "저기~……" 하고 메구미가 손을 스윽 올렸다. "시노미야 군은……. 혹시 화가 난 건가요? 그런데……, 어째서 화가 난 걸까요?" 그녀는 모두의 얼굴색을 살피며 물어 보았다. 부장이 탈진해서 마루 위에 쭈욱 뻗었다. 시온이 테이블 위에 무너져 겨우 무릎으로 몸을 지탱하고 있다. 키라라는 고기를 냠냠 먹고 있다. 메구미의 <천사의 눈>에는,괴롭힘도 싸움도 보이는 일이 없다. 저번 일도,어깨를 주무르던 메구미만은 정말로 다른 뜻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키라라도 그럴 것이다. "쿄로. 기분. 안 좋아? 맛없어?" 걱정스러운 얼굴로 키라라가 들여다보았다. 어찐지 모두에게 미안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말을 안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것은 굉장히 피곤 했다. "너......, 그렇게 화를 내고......, 뭐야......" 옆으로 쫓겨난 부장이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너. 쿄로 주제에. 화내지 마. 말도 안 돼. 넌 물려도 놀려도 항상 방긋방긋 실실 웃고 있으라고. 쿄로 주제에 건방지게." 뭔가 심한 소리를 한다. 솔직히 울컥했다. 기껏 화해할 기분이 들기 시작했는데. 역시 말 안 할 테다. "뭐야……,그런 건……. 그런 게 어디 있어. 말도 안돼......" 부장이 코를 훌쩍였다. 어라?ㅡ하고, 쿄야는 생각했다. "부장님……?" 쿄야는 오늘 처음으로 말을 했다. 그리고 부장을 보았다. 등밖에 보이지 않았다. "시끄러! 이쪽 보지 마!" 부장은 등을 돌린 채로 그렇게 말했다. 그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저기......" 쿄야는 콧등을 긁적 였다. 모두를 돌아보자, 끄덕임 이 세 번 보였다. 결심하고, 작은 등에 대고 말을 걸었다. "부장님. 난 화난 게 아니에요. 삐져 있었어요. 너무 괴롭히지 마세요. 그러면 저도 삐지지 않을 테니까요." "우……응. 알았어. 하지만 3분 기다려." 부장은 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여자는 이제 별로 무섭지 않았다. 공원에서?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오후. 쿄야는 문득 공원 앞을 지나다가ㅡ. 벤치에 앉아 있는 여자가 키라라로 보이고 말았다. 일단 지나치고 난 다음, 쿄야는 뒷걸음질로 돌아왔다. 한여름의 태양을 손으로 가리고,아지랑이 저편을 가만히 노려보자一. "저건,역시……. 키라라……지?" 사복이라서 약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아마도 이부의 선배ㅡ키라라였다. 시원한 차림으로 벤치에 앉아 있는 여자를 멀리서 보면서,쿄야는 그렇게 생각했다. 사복 차림의 키라라는 처음 보았다. 커트 진 숏팬츠에 소매 없는 짧은 원피스. 상하 전부 데님으로 맞춘 패션이 잘 어울렸다. 검은 탱크탑이 가슴팍으로 힐끗 보였다. 목의 초커는 마치 개목걸이 같았다. 그런 예쁜 여자를 한눈에 키라라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굉장히 단순했다. 벤치 옆에 비닐봉지가 놓여 있었다. 거기에는 닭다리가 잔뜩 들어 있다. 보고 있는 중에도,다시 하나를 꺼내 입을 쩍벌리고 콱 물어뜯었다. "키라라~!" 불러보았지만, 매미 소리가 시끄러워서 아마도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공원 입구에 있는 자동차를 막는 울타리를 넘어,뜨거운 아스팔트에서 풀이 돋은 시원한 녹지로 들어가서, 척척 걸어가며 넓은 공원을 횡단하는 도중에. 쿄야는 문득 키라라가 앉아 있는 벤치 가까이에 한 마리의 고양이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그 길고양이가 키라라의 고기를 노리고 거기에 있는 줄 알았다. 좀 더 가까이 가보니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냐~." 하고 고양이가 울었다. 지역의 보스 고양이같이 관록이 보이는 고양이 였다. 호랑이 줄무늬였다. "야옹~." 하고 대답했다. 이쪽 목소리는 키라라. 쿄야는 나무그늘에 숨었다. 몰래 한 사람과 한 마리의 상태 를 관찰했다. "냐~, 냐냐, 냐~냐옹~, 야옹, 가아아앙." "냐~, 냐~, 냐옹,냐오옹." "냐~옹, 냐아아아앙, 냥,냐옹, 냐~냐~, 뺘~, 냐공." "냐~냐~,냥, 냐냐~,냐~냐~냐~, 루~,루루루루루룻." 한쪽은 진짜 고양이의 목소리. 하지만 평소에는 듣지못하 는 고양이 울음소리. 쿄야는 고양이를 기른 적이 없다. 잘 알지도 못한다. 그래서 모르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고양이라는 생물은, 어쩌면 이런 식으로 대화를 연상시키는 울음소리를 내는 동물일지도ㅡ. 다른 한쪽의 울음 소리는 키라라. 진짜 고양이로 착각할 정도였다. 울음소리를 제대로 흉내 내고 있었다. "설마." 쿄야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한 사람과 한 마리가, 고양이 언어로 진짜 대화하는 것처럼 착각을 할 것 같았다. ㅡ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 돼. 이야기가 끝난 것인지, 아니ㅡ. 키라라와 노는 게 끝났는 지 고양이는 스윽 일어났다. 공원의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그 도중에 딱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고양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본 후ㅡ. 키라라는 그 얼굴을 갑자기 쿄야를 향해 스윽 돌렸다. "응. 쿄로." 쿄야는 숨는 것을 그만두고 나왔다. 발각되었으니 숨어 있는 의미가 없다. "아, 알고 있었습니까……. 어, 언제부터?" "응~. 처음부터?" 처음부터 라니 , 어느 시점부터 일까 생각하면서도 그것과는 다른 것을 물어보았다. "저 고양이. 아는 사이인가요?" "응~. 자식?" "에에엣!" 키라라에게 자식이 있었다니! ㅡ그게 아니라,고양이를 낳았다니! "주웠어. 길렸어. 그러니까. 키라라는. ……엄마?" "아, 네……. 그런 뜻입니까." 쓸데없이 올라간 심장 박동을 진정시키며 쿄야는 끄덕였다. 키라라와 이야기하다 보면 왠지 심장 박동이 올라가게 된다. "무슨 이야기를 했어요?" 어찐지 이제 자신 안에서는 고양이랑 이야기한 거라고 확신을 가진 듯,그렇게 물었다. "응. 오늘도. 이상. 없음. 보고." 키라라도 정말로 이야기했던 것처럼 대답했다. 고양이가 순찰 결과를 보고하러 왔다고,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키라라의 이야기는 항상 이해하는게 힘들다. "키라라는 우리말보다 고양이 말을 더 잘하는군요." 그녀는 방긋 웃어 보였다. 농담이었는데 긍정을 해버리니, 굉장히 묘한 기분이었다. 한쪽은 진짜 고양이의 목소리. 하지만 평소에는 듣지 못하는 고양이 울음소리. 쿄야는 고양이를 기른 적이 없다. 잘 알지도 못한다. 그래서 모르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고양이라는 생물은, 어쩌면 이런 식으로 대화를 연상시키는 울음소리를 내는 동물일지도-----. 다른 한쪽의 울음 소리는 키라라. 진짜 고양이로 착각할 정도였다. 울음소리를 제대로 흉내 내고 있었다. "설마." 쿄야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한 사람과 한 마리가, 고양이 언어로 진짜 대화하는 것처럼 착각을 할 것 같았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 돼. 이야기가 끝난 것인지, 아니-----. 키라라와 노는 게 끝났는지 고양이는 스윽 일어났다. 공원의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그 도중에 딱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고양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본 후-----. 키라라는 그 얼굴을 갑자기 쿄야를 향해 스윽 돌렸다. "응. 쿄로." 쿄야는 숨는 것을 그만두고 나왔다. 발각되었으니 숨어 있는 의미가 없다. "아, 알고 있었습니까..... 어, 언제부터?" "응~. 처음부터?" 처음부터라니, 어느 시점부터일까 생각하면서도 그것과는 다른 것을 물어보았다. "저 고양이. 아는 사이인가요?" "응~. 자식?" "에에엣!" 키라라에게 자식이 있었다니! -----그게 아니라, 고양이를 낳았다니! "주웠어. 길렀어. 그러니까. 키라라는. .....엄마?" "아, 네..... 그런 뜻입니까?" 쓸데없이 올라간 심장 박동을 진정시키며 쿄야는 끄덕였다. 키라라와 이야기하다 보면 왠지 심장 박동이 올라가게된다. "무슨 이야기를 했어요?" 어쩐지 이제 자신 안에서는 고양이랑 이야기한 거라고 확신을 가진 듯, 그렇게 물었다. "응. 오늘도. 이상. 없음. 보고." 키라라도 정말로 이야기했던 것처럼 대답했다. 고양이가 순찰 결과를 보고하러 왔다고,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키라라의 이야기는 항상 이해하는 게 힘들다. "키라라는 우리말보다 고양이 말을 더 잘하는군요." 그녀는 방긋 웃어 보였다. 농담이었는데 긍정을 해버리다니, 굉장히 묘한 기분이었다. CHARACTER PROFILE 캐릭터 프로필 【키라라】 ② 특기 과목 : 영어회화. 체육. 약한 과목 : 국어. 본명 : 키라라 번슈타인. (캐나다인 학자가 양아버지. 일본에 유학중.) 등교일 평소 같은 부실. 평소의 멤버가 모여.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단지 평소랑 다른 것은, 이것이 평소의 방과 후 풍경이 아니라 한참 여름방학 중의 풍경이라는 것이다. "야. 넌 숙제 같은 걸 하고 있냐. 재미없게." 부장의 옆얼굴이 그렇게 말했다. "사냥하러 가자, 사냥. 티거 잡자, 티거. 혼자서 하면 그거 잡기가 얼마나 힘든데!" "놀고 있는 사람이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을 방해하지 마세요." "애초에 왜 8월 초부터 숙제를 하고 있냐. 여름방학은 아직 절반 이상 남아 있잖아. 이해할 수가 없네." "부장님 말이 더 이해가 안 되네요. 그렇게 마지막 날에 눈물을 흘리고 싶어요?" "그거 있잖아. 옛날이야기의 교훈.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 -----과로로 죽어버린 개미들하고, 여유로운 생활로 장수한 배짱이 이야기가." "도대체 무슨 버전이죠?" 휴대용 게임기로 열심히 사냥 중인 부장은 레벨 올리기와 재료 수집을 하느라 바쁘다. 교야는 그 옆에서 숙제에 몰두하고 있었다. "숙제 같은 건 막판에 하는 편이 스릴이 있어서 좋잖아. 도움도 받을 수 있고." 하고 책상 위에서 발끝을 흔들거리며 부장이 말했다. 부실의 구석에서 시온이 '어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항상 뒤치다꺼리로 고생하는 것은 시온인 듯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쿄야는 곁눈질로 그냥 볼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무례하게도, 부장은 테이블 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앉아 있었다. 니삭스도 벗은 맨발의 발톱 끝이 좌우로 흔들흔들 기분 좋게 흔들리고 있었다. 부장은 화장기가 전혀 없어서, 발톱은 페디큐어 같은 것도 바르지 않은 건강한 살색이었다. 정말 곤란했다. 쿄야의 자리는 바로 옆이니까 괜찮지만, 만약 이것이 정면이었다면 큰일이다. 스커트를 입고 그러는 것은 제발 참아주면 좋겠다. 남자 입장에서 심각하고 절실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부장은 종종 메구미에게 남자 눈을 의식하지 않고 무방비 하다고 말하지만, 자신도 남 말 할 처지가 아니다. 그런 점이 역시 자매인가 보다. 아니면 단지 남자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인가? "그런데. 한창 여름방학인데 어째서 우리가 모여 있는 거죠?" 숨쉬기 불편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쿄야는 화제를 바꿨다. 달리 더운 것은 아니다. 석양이 제대로 들어오는 저녁전까지는, 오히려 부실은 시원할 정도다. 목조 건물은 그런점이 훌륭하다. "등교일이니까 그렇지." "부장님이 오라고 했으니까 그렇죠. 그리고 등교일이라는 건 보통은 한 번이에요 지난주에 분명 끝났어요." "GJ부의 등교일이야." "뭡니까, 그건." 사각사각 샤프로 숙제를 해치우며 쿄야는 그렇게 적당히 대답했다. 그때 메구미가 티포트를 홍차로 가득 채워 가져왔다. "언니는 집에 잇으면 심심하다고 얼마나 난리인데요." "즉, 부장님의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우리들은 부실에 불려온 거군요." "뭐, 어때. 어차피 집에서도 숙제 할 거잖아. 그러면 어기서 해도 똑같잖아." "아까는 숙제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너, 무슨 숙제 하니?" 하고는 부장이 게임을 일시 정지시켰다. 다리를 탁자 위에서 내리고 의자를 당겨 가까이 왓다. 쿄야는 조금 안도하며 부장에게 대답했다. "자유연구과제예요. 생물 관찰일지죠." "생물이라면 좋은 게 있지. -----봐, 저기. 영장목 사람과 키라라속."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키라라가 놀라서 고개를 갸웃했다. "잘못했네요. 자유연구라는 건 농담이에요. 초등학생 숙제도 아닌데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친구를 멋대로 신종 취급하지 마세요. 또 사람을 손가락질 하지 마세요. 이래저래 문제군요." "시끄러. 기껏 도와주려고 생각했는데." "부장님은 오히려 도움을 받는 쪽이죠." "시꺼." 맨바닥이 쿄야의 얼굴에 찰싹 닿았다. 사람의 얼굴을 발로 차놓고-----부장은 한쪽 발가락을 확 내밀더니, 뒤로 거만하게 몸을 젖혔다. "아무튼-----말이야!" 허리에 손을 대고 가슴을 쭈욱 폈다. "놀~아~줘! 놀아주지 않으면-----, 물어버린다!" "아~. 네네. 티거 말이군요. 티거." 쿄야는 가방 ㅇ나에서 게임기를 꺼냈다. 스위치를 눌러 게임을 시작햇다. "두 마리다?" "네. 이렇게 된 거, 두 마리든 열 두 마리든 잡아 드리죠." 한창 여름방학이어도 GJ부의 풍경은 별로 변화가 없었다. CHARACTER PROFILE 캐릭터 프로필 【시노미야 쿄야】 ② 중학교 2학년 때 자전거에 '레드로즈 호(흑역사)'라고 이름 지은것. 레드로즈는 당시 빠져 있던 만화 주인공으로 마계의 왕. 가장 사악하고 가장 강력한 불사의 존재. 그가 다시 태어난 모습이 바로 나! ......라는 것은 쿄야의 뇌내 설정. 여름 합숙 ① 달력이 8월로 바뀌고, 첫 번째 날이 시작된 날-----. 쿄야는 역 앞의 로터리에서 혼자 멍하니 서 있엇다. 발밑에는 커다란 가방이 놓여 있다. 평소에는 쓰지 않는 특대 사이즈의 가방에, 며칠분의 갈아입을 옷과 놀이도구 등이 꽉꽉 들어 잇다. 집합시간은 한참 전에 지났다. 하지만 아무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스스로도 참을성은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느긋하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쿄야라도, 부글부글 끓는 기분으로 변해 있었다. 집합시간에서 두 시간 가까이 지나도 아무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것은,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지 않은가-----? 아까부터 쿄야의 손은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 문자 수신함을 몇 번이나 열어보기도 했다. 전화번호부의 '친구' 항목에서 '부장님'을 골라 버튼을 누르기 전에 취소하기도 했다. 같은 동작을 무의미하게 반복할 뿐이었다. 오늘은 '합숙'의 출발일이었다. 운동부도 아닌 문화부가 도대체 어떤 합숙을 하는지 밝혀지지 않은 채였지만-----. 애초에 GJ부의 활동이라는 것이 뭔지도 잘 모른다. 부원배지는 지난번에 받아서 '체험입부'에서 '수습부원'으로 승격되었지만, 부위 활동내용은 아직도 전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어디를 가는지도 못 들었지....." 쿄야는 중얼거렸다. 들은 것은 역 앞에서 아침 7시에 모인다는 것뿐. 며칠 묵을테니 그 준비를 해오라는 것과, 열차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뿐이었다. 부장과 메구미네 집안인 아마츠카 가나, 시온의 천재 일가는 뭔가 유복할 것 같은 느낌이 풍겼다. 어쩌면 혹시 '별장'같은 게 있어서, 그런 곳에서 지내는 여행을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쿄야는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다들~..... 너무 늦잖아요~." 쿄야는 역 앞 로터리의 시계를 올려다보앗다. 보고 있는 중에도 긴 바늘이 움직였다. 오전 9시, 3분 전이되어-----. 집합시간이 지나기를 한 시간 하고도 57분이엇다. 이제 사실상 두 시간이나 마찬가지다. 쿄야도 참지못하고 휴대폰을 열었다. 전화를 걸려고 한 그 순간-. "어~. 안 늦었다~!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부장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쿄야는 바로 돌아보지는 않고-----. "어디가 안 늦었다는 거죠? 완전 지각이에요." 웃는 얼굴을-----불만스러운 얼굴로 바꾸기까지 몇 초 기다린 후에 천천히 돌아보았다. 부장과 메구미가 나란히 거기에 서 있었다. 밀짚모자를 살짝 들어 올리며 메구미가 인사했다. 부장은 평소처럼 팔짱을기고 거만하게 서 있었다. "너무해요, 부장님~. 이렇게 늦다니~." 사복 차림으로 서 있는 부장을 약간 눈부셔하며 바라보고, 입을 삐죽거리며 항의했다. "너, 지금 무슨 소리냐? 안 늦었잖아. 세이프잖아. 3분 전이잖아." "어디가 세이프입니까. 완전 아웃이죠. 벌써 9시잖아요." 연기도 아니고 진심으로 입을 삐죽거렸는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음. 안 늦었군." 시온이 서 있었다. "난 시온 선배만은 제대로 된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는데요." 쿄야는 돌아보며 그렇게 말했다. "응? 왜 화를 내고 있는 거니. 쿄로 군은." "아까부터 이 녀석 이상해. 우리들이 지각이래." "왜?" "몰라~. 딱 맞잖아? GJ부 시간으로." "뭡니까, 그 GJ부 시간이라는 건." 쿄야는 물었다. 대답해준 것은 시온이었다. "집합시간의 전후 두 시간씩 폭을 두는 것이 'GJ부 시간'이라는 것뿐인데." "그건 뭡니까." "아니. 세상의 일반지식이 아닌가." "어느 세계의 상식이죠?" "아~. 키라라~, 지각이에요. 1분 지각이에요~." 메구미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냉장고 크기 정도의 커다란 가방을 높이 등에 맨 키라라가, 갸웃하며 거기에 서 있었다. "벌~금♪ 벌~금♪" 부장이 초등학생처럼 혼자서 합창을 시작했다. "키라라. 엉터리." 스스로 자기 얼굴을 가리키며, 키라라는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들, 엉터리야. 쿄야는 생각했다. 미니 미니 지식 합숙 GJ부는 문화부지만 합숙을 실시한다. 왜냐하면, 재미있을 것 같잖아? 라는 이유. 여름 합숙 ② 역 개찰구를 다섯 명이 줄줄이 통과했다. "돌아..... , 왔군요." 로터리에 내려선 것까지가 한계였다. 쿄야는 짐을 집어던지고, 자기도 모르게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한여름 밤 공기의 냄새. 익숙한 냄새가 마을에 돌아온 것을 실감시켜 주었다. 정말로 힘든 합숙이었다. 5박 6일의 일정을 겨우 끝냈다. "쳇. 이걸로 벌서 합숙은 끝인가." "부장님. 기운이 넘치시네요....." 아직 더 놀고 싶어 하는 듯한 부장에게 쿄야는 질렸다. 완행열차만을 갈아타며 열두 시간 이상 걸려서 겨우 도착한 '합숙소'가, 설마 그런 곳일 줄은-----. "청춘 십대 티켓, 아직 오늘까지는 쓸 수 있으니까 어디 놀러 가지 않을래? 신주쿠 쪽으로 나가볼까." 부장이 말하는 '청춘 십대 티켓'이라는 것은, 보통열차만 하루 종일 탈 수 있는 승차권이다. 가는 길을 거꾸로 더듬더 열두 시간 이상 열차를 계속 타서, 이제 한동안은 열차를 타고 싶지 않은 쿄야와는 달리, 부장은-----. "부장님. 정말로 엄청나게 기운이 넘치시네요." 일어설 기력도 없어, 쿄야는 한숨을 쉬었다. 엉덩이가 아프다. 집에 가서 빨리 자고 싶다. "-----네, 네. 괜찮아요. 걱정 없어요. 언니도 같이 있고. 여자애들만 아니라 남자애도 있구요. -----네. 그럼 장소 정해지면. 다음에 또~." 휴대폰으로 어딘가 연락을 하던 메구미가 통화를 끝냈다. 탁 닫아 가방에 넣고는 한쪽 손을 쭉 뻗었다. "언니. 문제없어요. 새벽까지 놀아도 된대요. 모리 씨가 데리러 와 준대요." 메구미도 기운이 넘쳤다. "메구, 잘했어. -----좋아, 가보락." "제 사정은 들어주지 않는군요." 쿄야는 포기하고 일어섰다. 던져놓은 쿄야의 커다란 가방을 키라라가 가볍게 들고 가버렸기 때문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역 근처의 단골 라면집으로 다 같이 걸어간다. "쿄로 군에게는 미안한데. 가는 곳을 비밀로 하는 게 놀랄거라고 제안한 것은 나였거든." "네. 놀랐지요. 열두 시간이나 걸려서 그런 곳에 갈 줄은 전혀 몰랐지요. 그리고 일부러 열두 시간이나 걸려서 돌아올줄도 몰랐지요." 정말로-----. 그런 곳에 갈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고 보니, 너. 별장이 어쩌니 말했지? 눈을 반짝이면서." "눈을 반짝였는지는 잘 모르짐나, 기대하고 있었던 건 사실이죠." "재미없어. 관광지의 별장 따위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피서지라는 것은, 냉방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의 잔재지." "네, 그렇죠. 부르주아 여러분은 그렇겠지만, 전 서민입니다." "하지만 거기. 수영장도 크고 좋았어요." 메구미의 말에 쿄야는 두근거렸다. 모두의 수영복 차림을 문득 떠올리고 말았다. 늘씬하고 예쁜 시온. 글래머 체형의 키라라. 그리고 옷을 입고 있을 때는 몰랐던 메구미의 너무나도 커다란-----. "알았어, 알았어. 내년은 별장으로 할 테니까. 바다에 가자, 바나에. -----아. 뭣하면 지금부터 갈까? 합숙도 5일 정도 추가해서." "제발 그만두세요." 쿄야는 말했다. "재미있었잖아. 스릴 넘쳤잖아." "스릴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네요. 언제 들킬까 걱정되서." 합숙소는 출입금지 장소였다. "그렇지? 도둑을 잡을 줄은 몰랐어~." "키라라. 잡았어." 키라라가 자랑스럽게 가슴을 폈다. 합숙 도중에 도둑이 들었던 것이다. 그것을 다 같이 잡았다. 대활약한 것은 키라라였다. "두 번 나타난 게 다행이었죠. 안 그랬으면 우리가 뒤집어 쓸 뻔했으니까요." 출입금지 장소에 묵고 있는 것이 들켜서 실컷 혼나고, 그리고 절도 의심까지 받고 말았다. 하지만 진범을 잡는 것으로 의혹도 풀려서, 합숙을 하던 것도 용서를 받게 되었다. "그렇지? 재미있었지?" "아, 네. 재미있었어요." 부장이 묻기에 쿄야는 끄덕였다. 굉장히 힘들고 굉장히 즐거웠던 합숙에 대해서 떠올리면서, 항상 가는 단골가게로 이어진 길을 걸었다. 미니 지식 모리 씨 아마츠카 가의 모든 것을 지위하는 착실한 사람. 메이드라기보다는 시종장 같은 존재. 기본 남장인 여자, 하지만 집에 손님을 맞이할 때는 메이드 복장을 입을 때도. 어린 시절부터 있던 사람이라, 마오와 메구미는 그녀를 굉장히 따른다. 가끔 혼나기도 한다. 마오와 메구미가 어린 시절부터 겉모습에 전혀 변화가 없는 신비로운 여성. 연령 미상. 쇼핑? 여름방학 중의 어느 날. 쿄야는 근처의 쇼핑몰로 외출했다. 특별히 뭔가를 살 예정은 아니었지만, 여기저기 걸어다니며 가게를 구경하던 중에-----. 문득 어떤 여자애가 말을 걸어왔다. "저기~. 거기에 있는 건, 혹시 시노미야군 아닌가요~?" 돌아보자 산더미 같은 상자가 서 있었다. 아니. 키보다 높은 산더미 같은 상자를 안고 있는 사람-----. 여자애-----. "메구미?" 목소리를 들어보면 그 여자애는-----. 같은 GJ부의 부원. 같은 1학년. 같이 부장 때문에 고생하는 동지. 가장 친밀감을 느끼고 있는 여자애.-----아마츠카 메구미였다. 성을 천사라 쓰고 '아마츠카(天使)'라고 읽는 그녀는, 이름 그대로 천사 같은 여자애였다. 너무 깨끗해서 묘한 생각 따위는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이런~, 우연이네요~. 뭐라고 할까요. 이 감정을 말로 표현한다면, 사막 한가운데서 파출소를 만난 기분이라고 할까요." 산더미 같은 상자 저편에서 메구미는 말했다. 제대로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머리보다 높이 쌓인 상자는 구두나 옷, 전부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좌우의 팔에 각각 종이봉투도 걸려 있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는 가끔 본다. 현실세계에서는 보는 것은 처음이었ㄷ.ㅏ "많이 샀구나." 반쯤 질려 하며 쿄야는 말했다. "아, 네. 사버렸어요. 이런 곳에 오는 건 처음이라~. 가게가 이렇게 많아서. 무심코 너무 많이 사버려서요~." 방긋방긋 웃고 있을 것이다. 언제나처럼 웃는 얼굴로.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저기. 지금 곤란한데요..... 도와줄 수 없을까요?" "아, 미안. 들어줄게." 자신이 이렇게 배려심이 없는 사람이었는가 하고 깜짝 놀랐다. 상자를 절반 정도-----1미터 정도 받아들자, 겨우 메구미의 얼굴이 보이게 되었다. 학교 교복을 입지 않은 그녀는 약간 신선했다. 레몬색 원피스. 장식이 없는 밀짚모자가 소박한 느낌으로 잘 어울렸다. 발에는 꽃장식이 달린 샌들, 혹은 뮬이라고 불리는 신발. 최근 여동상의 잡지를 보며 공부하고 있는 쿄야였지만, 뮬과 샌들의 차이가 아직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뮬이라는데 500골드 걸기로 했다. "무신경해서 미안해." 신사답게 메구미에게 먼저 사과햇다. "엣. 아, 그런 게 아니라-----, 말이죠." 메구미는 눈을 깜빡이더니 말햇다. "저기.... 나가는 문이 어디죠?" "엥?" "길을 잃고 우아아앙이랄까. 그런 느낌이라서요-." 메구미는 혀를 내밀고 말했다. 어쩐지 아까부터 메구미가 묘한 분위기였던 것은, 그녀 나름대로의 쑥스러워하는 방식이라는 걸 쿄야는 겨우 이해했다. "으음." 쿄야는 빙글 주변을 둘러보았다. 목적지도 없이 돌아다닌 탓에, 쿄야도 자신이 어디 있는지 순간적으로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안내판은 여기저기 있었고, 그렇게 헤맬 정도는-----. "이쪽일 거야." 앞장서서 걸었다. "대단해. 대단해요. 시노미야 군, 언니처럼 믿음직해요." 그건 칭찬하는 건지 뭔지 굉장히 미묘했다. "평소에는 요도가와 씨나 모리 씨가 같이 와주는데요. 오늘은 다들 바뻐서 저 혼자 와봤더니 역시나 헤매버렸어요. 만약 시노미야 군과 만나지 못했다면, 사막 같은 이 장소에서 말라 비틀어져 버렸을지도 몰라요. 흑." "그렇게 오버할 것까진." 쿄야는 웃었다. 전부터 이야기에 나오는 '요도가와 씨'와 '모리 씨'라는 사람들이 신경 쓰였지만, 질문하는 것은 자제했다. 집사나 메이드 같은 그런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부터 아마츠카 가는 어딘가 유복한 냄새가 났지만, 유복한 것에도 정도가 있다. "앗-! 저 스톨. 괜찮을지도 몰라요." 나란히 걷고 있던 것도 잠시-----. 메구미는 통로에 늘어선 가게 중 하나로 스윽 들어갔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듯 자연스러웠다. "이거 언니한테 어울릴 것 같나요? 어때요?" 남자애가 대답하기 힘든 것을 물었다. 결국, 출구에 도착할 때까지는 하루가 걸렸다. 메구미의 쇼핑을 도와주게 되었다. 짐꾼인 쿄야는 양손에 상자를 산처럼 들어, 앞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많이 사도, 메구미는 자신의 물건은 무엇 하나 사지 않았다. 언니인 마오의 물건이나, 이름만 아는 여동생 세이라나, 어머니나 아버지같이, 전부 남에게 주는 물건뿐이었다. 메구미랑 하루를 같이 다니며 알게 된 것이 두 가지나 있다. 그녀는 역시 천사였다는 것. 그리고 그녀가 굉장한 길치였다는 것이다. CHARACTER PROFILE 캐릭터 프로필 【아마츠카 메구미】② 휴일을 보내는 법 정원 가꾸기 : "바나나 등을 돌보고 있어요." 언니와 세이라 돌보기 : "빗질하고 목욕시키고....." 과자 만들기 : "과자는 취미라기보다는 필요해서랄까? 일주일치를 한꺼번에 만들어야 돼요." 데이트? 여름방학의 어느 날. 쿄야는 부장에게 불려나갔다. "여. 기다렸냐." 등 뒤에서 목소리. 시간대로 온 부장에게 쿄야는 고개를 돌렷다. "아뇨, 괜찮아요. 오늘은 처음부터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2시간 후에 왔으니까요-----아니, 그건 도대체 뭐죠?" 부장의 복장에 자기도 모르게 질문이 튀어나왔다. 오늘의 부장은-----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굉장히 초등학생 같은 차림이었다. 어깨가 부푼 모양의 블라우스는 세일러복 풍으로 리본이 여기저기 피어 있었다. 옷깃, 하프팬츠의 허리, 펌프스 등에 달린 리본들. 머리카락은 양쪽을 슈슈로 묶어 트윈테일. 그리고 마무리로 고양이 모양 파우치였다. "-----뭐가?" 허리에 손을 얹은 평소의 포즈로, 부장은 거만하게 버티고 섰다. 겉모습 이외의 내용물은 평소대로의 부장이었다. "아뇨..... 저기, 뭐..... 상관없지만요." 쿄야는 입을 다물기로 했다. 남의 패션에 이래저래 간섭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이리 와-----, 밥 사줄게." 부장은 앞에 서서 언제나처럼 경쾌하게 걸었다. 쿄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따라갔다. 부장의 사복 차림은 합숙 때 몇 종류 봤지만, 이렇게 초등학생 같은 패션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햇볕 아래를 걷자 곧바로 땀이 분출되었다. 한여름의 아스팔트는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햇몉이 비추는 것 같아서, 마치 오븐에 들어가 통구이가 되는 기분이다. 부장은 앞을 걷고 있었다. 어디까지 가는 걸까. 그 전에 오늘은 도대체 무슨 용무일까. "어? .....아까 부장님, 뭐라고 말했었죠?" 복장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까 부장이 뭔가를 말한 것 같아서 쿄야는 물어보았다. "밥 사준다고 했어." "오~. 부장님이 말입니까?" 쿄야는 감탄했다. 더치페이주의자인 부장이 무슨 일일까. 부장은 번화가 쪽을 향했다. 손을 잡아당겨서 끌려갔다. 쿄야는 어쩐지 남의 눈이 신경 쓰여서 어쩔 줄을 몰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데이트 중의 남녀로 보이지 않을까? 그건 아니겠지. 기껏해야 초등학생 여동생과 고교생 오빠겠지. "여기야." 하고 부장이 말했다. 아무 특징이랄 것도 없는 패밀리레스토랑이었다. 가게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점심 전의 가게 안은 한산했다. "뭐든 좋아하는 거 먹어도 돼." 메뉴를 펴서 보고 있자, 웨이트리스 누나가 다가왔다. "아~....., 저기." 고민이라는 작은 사치를 도중에 그만두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쿄야는 초조했다. "음....., 음....." "차암, 오빠. 발리 정하지 않으면 언니가 곤란하잖아!" 부장이 그렇게 말했다. "네?" 메뉴판에서 고개를 들어 맞은편에 앉은 초등학생 같은 소녀를 쳐다보았다. "오빠.....라뇨?" 물어본 순간, 테이블 밑에서 퍽 하고 정강이에 킥이 들어왔다. 강렬했다. "음~, 말이지. 마오는 말이지~, 마오는 말이지~. -----이게 좋아~!" 작은 손가락이 가리킨 것은 어린이 정식. 케첩 라이스에 깃발이 꽂혀 있는 요리였다. "저기, 음. 그럼 나는 '오늘의 정식'으로." 웨이트리스 누나가 가버리자, 부장은 바로 원래대로 돌아왔다. "좀 더 비싼 걸 시키지 그랬냐. 스테이크 같은. 기껏 한턱 쏜다는데." "아니..... 저기, 부장님.....?" 무엇을 물어야 할지 생각했다. 무엇부터 물어야 할지. 그 우선순위는..... "왜 오빠죠?" "그야 어른은 어린이 정식을 주문할 수 없잖아. 보호자 동반이 아니면 패밀리레스토랑에 못 들어오고." "왜 납니까? 메구미나 시온 선배랑 오면....." "왜냐하면 창피하니까." "나라면 그게 창피하지 않은 일이라는 건가요?" "왜냐하면 넌 쿄로니까." "왜 어린이 정식이죠?" 마지막 그 질문ㅇ느 눌러서는 안 되는 버튼이었던 듯했다. 그후로 계속 '어린이 정식'이라는 음식이 얼마나 멋지고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인지. 깃발이 꽂혀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열변을 토했다. 구체적으로는 웨이트리스 누나가 어린이 정식을 가지고 올때까지. 스푼을 어린애처럼 쥐고, 일삼불란하게 냠냠 먹는 부장을 보면서 쿄야는 생각했다. 말도 안 되는 데이트였다. 오늘 이것이 만에 하나라도 데이트라고 한다면-----, 말이지만. CHARACTER PROFILE 캐릭터 프로필 【아마츠카 마오】② 좋아하는 음식 / 싫어하는 음식 좋아함 : 당근 (단 것) 싫어함 : 브로콜리 (그런 울퉁불퉁 덩어리를 어떻게 먹어~!) 〈주〉 어린이 정식이 좋아하는 음식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은. 그것은 좋아하는 것을 넘어 신성한 먹거리이기 때문에. 시립도서관? 여름방학의 어느 날. 쿄야는 도서관에 왔다. 근처의 작은 곳이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멀리 가야 하는 커다란 곳. 주차장에 애마를 세우고 도서관 안에 들어갔ㄷ.ㅏ 냉방이 시원하게 가동하고 있어 담이 바로 씻겨나갔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서가가 늘어서 있다. 시립도서관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숙제에 필요한 자료를 보러 온 것도 있지만, 그것뿐이라면 학교 도서관이나 근처의 도서관으로도 충분했다. 최대 목적은 소설이다. 게다가 절판본이다. 라이트노블의 길도 깊이 빠지다보면 한 명의 작가를 쫓아가게 도니다. 데뷔 당시의 책 같은 건 서점에는 별로 없었다. 주문해도 '절판'이라고 하며 손에 넣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시온도 무척 좋아하는 라이트노블 시리즈가 부실의 책장에 있다. 그 작자가 니노미야 슈지라는 다른 필명으로 쓰고 있는 SF소설이 도서관 검색에서 여기에 있다고 밝혀진 것이다.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던 쿄야는-, 문득 긴 흑발을 발견하고 멈춰 섰다. 상당히 연상의 여자. 윤기 있는 흑발이 걸을 때마다 좌우로 흔들렸다. 긴 머리를 한 여자는 많지만, 허리보다 긴 머리라는 것은 정말로 드물다. 그 여자의 머리카락은 손질이 잘 되어 있어 정말로 예뻤다. 그만 시온을 떠올리며 보고 있자니-----. "어?" 책장 사이로 사라진 그 옆얼굴은 본 기억이 있었다. "-----시온 선배?" 쫓아가서 말을 걸었다. 돌아본 그 여자는-----. "여어. 쿄로 군이니." 역시 시온이었다. 다른 사람이라고 착각해 버린 것은, 훨씬 더 연상의 여인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시온은 지금, 스커트가 아니라 바지 차림. 이것이 굉장히 어울렸다. 니트 상의에 니트 카디건을 겹쳐 입고, 가슴팍으로 캐미솔이 살짝 보였다. 약간 두근거렸다. 평소에도 실제 연령보다 연상으로 보여서 고교생 같지 않은 시온이었지만, 사복 차림의 지금은 아무리 젊게 보더라도 대학생 누나였다. "너도, -----공부?" "아, 아뇨. 그게." 안경을 쓴 그야말로 지적인 시온이 물어보자, 쿄야는 말문이 막혔다. SF소설을 찾으러 왔습니다, 라고 말하면 도니다. 하지만 당당할 수 없는 자신이 조금 싫었다. 시온은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책장에서 책을 꺼내더니, 휘리릭 들춰보고 다시 책장에 집어넣었다. 안경을 쓴 그 옆얼굴을 쿄야는 멍하니 보고 있었다. 약간 원시라고 들었다 원시라는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잘 보이고, 반대로 가까이 있는 것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시력은 4.0이라는 시온은, 책을 읽을 때와 컴퓨터를 쓸 때만 안경 소녀로 변신한다. 몇 십초 정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가, 번쩍 정신이 들어서-----. 주변 사람을 신경 쓰며 쿄야는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시온 선배는 멀 빌리러 오신 거죠?" "응? 안 빌려. 읽으러 왔을 뿐이지." "아, 그렇군요. 그럼 어떤 걸 읽지요?" "어떤 거.....라니?" 안경 뒤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이 보였다 멍한 그녀의 표정을 보고 쿄야는 갑자기 불안해졋다. 천재인 그녀가 '모르겠어'라는 표정을 짓는 거은 굉장히 심각한 상호아이다. 뭔가 이상한 소리라도 한 것인지 지금까지의 대화를 되씹어보았다. 시온은 손에 든 책을 책장에 다시 넣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한 권을 골랐다. 쿄야의 손이 닿지 않을 듯한 높이에서 발도 들지 않고 쉽게 뺄 수 있는 것은, 모델같이 키가 큰 덕분이다. 그 한 권도 시온의 손에 들려 있던 시간은 겨우 십여초 정도-----. 휘리릭 넘겨보더니, 바로 책장에 다시 넣어버렷다. "뭘 찾고 있는 거죠? 괜찮다면 도와드릴게요." 이번에는 실수가 없겠지, 하고 절대적 확신을 담아 쿄야는 제안했다. 여기까지의 관찰로는 시온이 어떤 책을 찾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찾는 것뿐이라면 자신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달리 찾는 건 없는데? 단순히 독서 중이거든." 시온은 또 한 권을 손에 들었다. 휘리리릭-----하고, 모든 페이지를 십여 초 만에 훑어보고 나서 책장에 넣었다. 그것만으로 읽은 것이다. 천재의 독서는 보통 사람과 상당히 달랐다. "잠깐 기다려주지 않을래? 그때까지 이 책장을 금방 끝내 버릴 테니까. 기껏 만났으니까, 저쪽 휴게 코너에서 잠깐 이야기라도 하자." "그....그렇군요. 십 며칠 만에 만났으니까요." "정확히는 12일과 20시간 53분만이지." 이미 쿄야는 꿀 먹은 벙어리였다. 시온과는 그날 많은 이야기를 했다. 캔 커피도 얻어 마셨다. CHARACTER PROFILE 캐릭터 프로필 【시온】② 휴일을 보내는 법 독서. 학습서라면 오전 중에 가볍게 100권 정도. 하지만 소설이라면 한 권으로 지침. 그 후에는 피아노를 치거나, 니니즈(오빠들)에게 귀여움을 받거나. -여름 축제와 유카타 저녁 무렵, 신사 입구에서──. 익숙하지 않은 유카타 차림으로, 쿄야는 석등 옆에 서 있었다. "이제 됐나요~?" "아직이야." 바로 옆에서 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돌아보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한참 전부터 부장은 쿄야의 등 뒤에 있었지만, 그 모습을 쿄야는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저쪽을 보고 있어, 라고 차갑게 뿌리치는 바람에, 벌써 30분이나 '저쪽 보기'를 하며 서 있었다. 먹이를 두고 참는 훈련을 받는 강아지의 기분 이었다. 부지 안쪽에서 사람들의 술렁임이 들려왔다. 참배길은 곧바로 뻗어 있었다. 양옆에 가게가 나란히 빈틈없이 늘어서, 즐거운 듯이 눈길을 끌었다. 바람을 타고 북소리와 음악도 들려왔다. 본오도리가 시작된 것 같았다. 쿄야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다시 물어보았다. "아직인가요~?" "아직이라고 했잖아. ──물어버린다." "키라라가 늦네요~." "누가 전화 했냐?" "키라라는 휴대폰이 없어, 마오." "그런가." 부장들의 대화를 등 뒤에서 듣는 것만으로는, 전원이 모이지 않았으니까 아직 돌아보면 안 되는 것 같았다. 그것이 규칙이다. 도대체 뭐람. "아~. 드디어 왔다!" 부장의 밝은 목소리가 울렸다. '먹이 참기 훈련 중'인 쿄야는 그 목소리에 안도했다. "늦었어~! 키라라!" "약속은. 6시의 냄새." "아니, 냄새가 아니라 시간으로 와야지." 6시의 냄새라는 것은 어떤 냄새일까. 다른 집이 저녁밥을 만들기 시작하는 냄새일까. 아직 돌아보면 안 되는 쿄야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됐어, 쿄로-." 부장이 말을 걸었다. "───전원 모였으니까. 이제 이쪽을 봐도 돼." 부장의 허락이 겨우 떨어졌다. 하지만 막상 그런 말을 들으니 긴장되었다. 쿄야는 갑자기 목에서 갈증을 느꼈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꽃이 네 송이. ──피어 있었다. 그녀들의 유카타 차림을 보고,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른 것은 그런 인상이었다. 네 명의 옷은 각자 무늬가 다르다. 색색의 도안이 활짝 피어 있었다. 등의 허리띠는 꽃잎처럼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다. 시온도, 그리고 부장도 머리를 올려 묶고,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목덜미를 한여름의 밤바람에 노출시키고 있었다. 키라라도 멋을 부린 모습이 신선하다. "뭐, 뭐야....? 뭘 빤히 쳐다보냐?" 부장이 말했다. 검게 칠한 나막신으로 지면을 툭툭 차고 있었다. "솜사탕." "네?" "너무해요, 저만 저쪽을 보게 해놓고 자기들만 솜사탕을 먹고 있다니." "바, 바보. ──먹고 싶으면 줄게." 풍성한 구름이 달린 막대기를 부장이 내밀었다. 일부가 푹 들어간 그 구름을 찢어서 한입 먹었다. 달콤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쿄로 군. 마오가 전원 모이지 않으면 불공평하다고 우겨서 말이지." 시온이 머리에 꽂은 장식을 만지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런 말 안 했어." 부장이 얼굴을 휙 돌리고 말했다. "전 이런 축제 처음이라서요~." 메구미는 기뻐하고 있었다. "누가 물어봤니?" 부장은 여동생에게 쏘아붙였다. "고기?" 키라라의 눈은 닭꼬치와 돼지꼬치 가게를 정조준하고 있었다. "──그래서, 감상은?" 올려 묶은 머리를 매만지며 시온이 질문했다. "예뻐요. 다들 잘 어울려요. 미인에다, 미녀에다, 미소녀에다, 예쁜 유치원생이군요. ──야야야야야야아파요부장님!" 부장에게 무자비하게 물리며 다 같이 축제를 즐기러 갔다. 금붕어낚기, 사과 사탕, 오코노미야끼, 빙수. 오늘의 GJ부가 할 일은 산더미 같았다. -여름의 끝자락에1 딩동──하고 벨이 울렸다. "예~에." 쿄야는 느릿느릿 현관으로 갔다. T셔츠와 반바지, 여름방학에 어울리는 차림이었다. 지금 집에는 쿄야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가족은 상점가 추첨에서 당첨된 1박2일 온천여행을 셋이서 즐기고 있다. 일부러 혼자 집에남은 쿄야는 여름방학의 마지막 며칠을 만끽하고 있었다. 여름방학 숙제는 전반에 미리 끝내는 주의다. 그래서 허둥대는 일도 없이, 나태라는 이름의 사치를 얼마든지 즐길 수 있었다. 관심도 없는 TV를 빈둥빈둥 쳐다보며 점심밥은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고 있던 참에, 현관 벨이 울린 것이다. 복도를 우물쭈물 걷고 있자니 다시 벨이 울렸다. "지금 나가요~." 어딘가 망설이듯이 울리는 그 벨소리에 문을 열어 보니──. 시온이 서 있었다. "어? 시온 선배──?" 동경하고 있는 선배의 모습을 오랫만에 보자, 쿄야는 얼굴을 활짝 폈다.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이었다. 그 미모에 어딘가 그늘이 진 것 같았다. "시온..... 선배?" 쿄야는 눈썹을 찌푸리고 그렇게 말했다. 다시 한 번 빤히 그녀를 쳐다보었다. 그녀는 굉장히 궁지에 몰린 듯한 표정을──짓고 있었다. "숨겨주지 않겠니?" "네?" 쿄야는 시온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시온의 모습은 어딘가 이상했다.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데, 한겨울에 입을 듯한 전신을 감싸는 롱코트로── 게다가, 앞단추를 완전히 잠그고 있었다. 발에는 밖을 걸어다니기에는 불편한 실내용 같은 샌들, 마치 어딘가에서 도망쳐 온 것 같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상한 부분은──. 그 양손으로 어째서인지 '컵라면'을 꽉 잡고 있는 것이었다. "숨겨주지 않겠니?" 그녀는 필사적인 얼굴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으음, 네. 물론 도와드립니다만." 쿄야는 먼저 그렇게 약속했다. ──그리고 물어보았다. "......하지만 누구에게서요?" 쿄야는 경계하는 표정으로 집 밖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보았다. 하지만 시온 말고는 누군가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오빠들로부터야." "오빠요?" 시온의 집은 마이스터 일가였다. 게임의 천재인 그녀와 마찬가지로, 전원이 뭔가의 분야에서 천재라고 했다. 많은 오빠들이 있는 것 같다. 첫째 오빠부터 시작해서 적어도 일곱째 오빠까지 그 존재가 확인되었다. "니니즈(오빠들)은 너무해, 다 같이 달려들어서 컵라면을 빼앗으려고 해. 집에 있으면 먹을 수가 없어." 그렇게 말하는 시온의 손에는 굉장히 소중한 물건처럼 컵라면이 쥐어져 있었다. "으음......" 어찌어찌 사정을 히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시온은 컵라면을 들고 도망쳤다는 얘기다. 택시라도 타고 여기까지 온 것이겠지. 어쩌면 코트 밑에는 방에서 입던 옷 그대로일지도 모른다. "뜨....뜨거운 물을 빌려주면 고맙겠는데." 시온이 말했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 있는 시온과 마찬가지로, 쿄야도 걱정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랐던 것은 아니다. 어떻게 반응해야 좋은지 몰랐을 뿐이다. "너한태 폐는 끼치지 않을 거야. 이걸 먹으면 금방 나갈 테니까." 쿄야가 대답을 못하고 있자, 시온은 애원하는 표정이 되었다. "뜨거운 물만 빌려주면." "뜨거운 물만 있어선 못 먹어요. 젓가락도 필요할걸요." 쿄야의 입에서 겨우 기특한 말이 튀어나왔다. 시온의 얼굴에 어렴풋한 미소가 떠올랐다. -여름의 끝자락에 2 시온을 집에 들였다. 뜨거운 물도 주었다. "분명 이쯤에...., 찾았다." 찬장을 뒤지자 안에서 컵라면이 하나 굴러 나왔다. 유통기한을 보니 약간 지나기는 했지만, 시노미야 가의 규칙으로는 전혀 문제없는 범위 안이었다. 시온은 ──문득 보니, 부들부들 떠는 손놀림으로 분말스프와 건더기 스프를 뜯고 있었다. 지난번 첫 컵라면 이후로 앚기 몇 번 먹지 못했는지, 그 손놀림은 굉장히 어설펐다. 하지만 쿄야는 일절 도와주지 않고 자신의 컵라면만을 만들었다. 같은 타이밍에 뜨거운 물을붓고, 같은 타이밍에 완성되어, 같은 타이밍에 나무젓가락을 뜯었다. "잘 먹겠습니다──." 먹기 전에 기도를 올리는 시온보다 약간 빨리 먹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먹는 시온과 마주 앉아, 후루룩하고 면을 들이키고 있자니──. 딩동──하고 벨이 울렸다. "네~." 방문판매라면 싫은데, 하고 생각하며 현관으로 나갔다. 문까지 가는 도중에는 벨은 몇 번이나 울렸다. 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하고 사정없는 연타였다. 마지막에는 딩동딩딩딩딩──하고 소리가 연속해서 들렸다. 어디 사는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성미가 급한 사람인 듯했다. 마치 부장 같았다. "네~! 지금 열게요~!" 문을 열었다. 그 순간 ──. "GJ부다~!" 두두두 하고 기세 좋게 여자애가 난입해 왔다. 목소리나 모습이나 그 작은덩치에는 익숙한 기억이 있다. 부장이다. "뭐야? 여기 쿄로네 집이었어?" 현관에 선 부장은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이상한 소리를 했다. "우리 집이 아니라면 다른 누구 집이라고 생각하고 쳐들어 온 거죠?" "아니. 몰라. 키라라의 레이더에 반응했을 뿐이니까." 자세히 보니 키라라도 거기 있었다. 한 손을 들고 GJ부식 인사. "도대체 뭐 하시는 거죠?" "부활동이야." "아~! 또 나한테만 비밀로 하고──." GJ부의 활동내용을 쿄야는 모른다. 누군가가 부실에 없을때, 그 멤버는 몰래 부활동을 하는 것 같지만, 쿄야는 아직 수습부원이라서 한 번도 데려가 준 적이 없었다. "너야말로 우리한테 비밀로 하고 뭔가 재미있는 짓을 하고 있지?" "안 했어요. 라면 먹고 있었을 뿐인데요." "거짓말 마. 레이더가 반응하고 있어, 뭔가 재미있는 일이 여기서 일어나고 있을 거야." 키라라가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부장이 말했다. 보니까──키라라의 귀처럼 보이는 튀어나온 머리카락이 움찔움찔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것 같다. "들어간다." 신발을 휙휙 벗어던지고 복도를 쿵쿵 걸어 들어왔다. 부장의 뒤를 따라가면서 쿄야는 말했다. "그것보다, 우리 부의 활동은 도대체 뭐죠?" "수습부원인 너한테는 아직 비밀이야." "그게 남의 집에 갑자기 쳐들어와서 할 말인가요?" "아~앗! 시이 발견!" 부장이 큰 소리를 내며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컵라면을 먹고 있던 시온은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부장은 재미있는 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롱코트로 몸을 감싼 채 한여름에 뜨거운 컵라면을 먹는 미녀라는 것은, 하긴 좀 이상할지도──. "뭐야, 그건? 파자마 파티?" 부장이 슬쩍 시온의 코트를 들춰보았다. "아, 아니, 이건." 시온은 금방 감췄지만 핑크색 옅은 옷감이 슬쩍 보였다. 네글리제의 소매일 것이다. 코트 속은 집에서 입는 옷 정도가 아니라 잡옷이었다. "치사해! 메구도 불러! 파자마 가져오라고 해!" 부장이 거만하게 서서 명령했다. ──그러나 상대는 키라라. 멍하니 서 있을 뿐 완전히 무반응. 부장은 헛기침을 한 번 했다. 휴대폰을 꺼내더니, 할 수 없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 메구미까지 오는 모양이다. -여름의 끝자락에3 "자고 갈 준비 해왔어요~! 다른 분들 것도 가져왔어요~!" 이상하게 텐션이 높은 메구미가 여행 가방을 양손에 서너개씩 들고 택시로 달려왔다. 정말로 다 같이 자고 갈 생각인듯했다. 뭐, 부모님은 안 계시니 상관없지만. 하지만 여자 넷과 자기 혼자, 역시 남자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인가, 하고 다른의미로 걱정이었다. 모두는 쿄야의 방을 완전히 점령하고 있었다. 자신의 방처럼 편하게 퍼져 있었다. 평소 부실의 몇 십 평이나 되는 넓이랑 달리, 두 평 반 정도의 서민적인 방에 다섯 명이나 들어가니 좁게 느껴졌다. 네 명의 소녀들과 평소보다 거리가 가깝고, 무릎이 닿을 정도의 거리에 있어서, 이상하게 의식을 해 버려서 안되기 때문에──. 쿄야는 계속 방을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주스를 가져오고 과자를 가져오거나, 항상 메구미가 하던 일을 열심히 실천했다. 지금도 쟁반에 콜라 다섯 잔을 올리고, 방문을 열고 돌아온 참인데──. "아앗, 뭐 하는 겁니까! 부장님!" 부장이 방구석의 수납장을 뒤적뒤적 뒤지고 있었다. "뭐라니? 당연히 가택수색이지. 남의 집에 와서 그 밖에 무슨 할 일이 있다는 거지?" 엎드린 채로 얼굴만 돌려서는 씨익 웃었다. "남의 집 서랍을 멋대로 열지 마세요. 안된다고는 안 할테니까 허가를 받으세요." "보아하니 들키면 곤란한 물건을 숨기고 있는 것 같은데?" "없어요, 없어요. 없다고 하는데. ──아아, 참, 남의 사생활에 그렇게 막 쳐들어오지 마세요." "시끄러. 넌 얼마 전에 우리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잖아. 따라서 우리는 알 권리가 있다!" "뭐, 상관없지만요." "이거, 사진의 냄새." "오~, 잘했어. 키라라! 졸업앨범, 발~견~!" 부장과 키라라가 앨범을 보물처럼 높이 치켜들었다. 둘이서 빙글빙글 돌더니 털썩 바닥에 쓰러져 천천히 보기 시작했다. 가택수색에 참가하지 않았던 시온과 메구미도,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쿄야는 할 수 없다는 듯이 자신도 그쪽으로 갔다. "우와~. 조그많다~! 쿄로. 너, 지금도 이 사이즈면 좋을 텐데." "귀엽내요~. 시노미야 군~." "누구나 초등학교 1학년 때는 귀여울걸요." "우와, 겨우 6년 만에 이렇게 커버리다니. 쿄로 주제에 건방져~!" "그게 보통이죠. 6년간 계속 반평균 신장 산출기였으니까요." 초등학교 졸업앨범이 끝났다. 중학교 때로 넘어간다. "아~. 이때는 좀 왕따였죠." "엣? 그래?"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던 부장의 손이 갑자기 멈췄다. 부장은 바로 불편한 표정으로 변해, 탕 하고 앨범을 닫았다. "아니, 저기──그게. 억지로 봐서....., 미안해." 놀랍게도 부장이 사과를 했다. 가벼운 해설을 하려고 했는데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말았다. 쿄야는 당황해서 변명을 했다. "아뇨, 왕따라고 해도 그렇게 심한 게 아니라..... 반에서 좀 고약한 애가 있어서, 그 녀석 심부름을 좀 했을 정도라──." "시, 심부름꾼이냐. 그, 그렇군. 쿄로답다고 할 수 있네." 아직 어색한 분위기의 부장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쿄야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하지만 요코미조가 말을 잘 해줘서 그런 것은 금방 없어 졌어요──." "요코미조? 그게 누구냐?" "어? 이야기한 적 없나요? 반 친구인...... 친한 친구까지는 아니지만." "아, 그 수상한 관계의──잠깐! 너, 친구 있었어?!" "그게 놀랄 일입니까? 적어도 부장님보다는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물어뜯는 부장을 그대로 방치해두고, 쿄야는 스윽 얼굴을 돌렸다. "그런데 아까부터 뭐 하시는 거죠──. 시온 선배?" 시온이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메구미한테 빌린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약간 소녀다운 모습으로 엉덩이를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말을 걸자 깜짝 놀라 굳었다. "아니, 그게. 평균적인 남자 고등학생은 이런 장소에 비밀을 숨겨놓고 있다고, 책에 쓰여 있었거든." "그건 헛소문입니다." "아니, 하지만──," "그런 곳에 숨겨뒀다간 엄마한테 금방 들킬걸요." "역시 비밀이 있군! 메구, 들었냐? 역시 남자는 불결해욧!" "에엣? 침대 밑이 불결한가요.....? 먼지가 쌓여 있다거나? 청소할까요?" "부장님 제 메구미를 오염시키지 마세요. 그리고 시온 선배도." "아니, 난 단지 그냥 지적 호기심이랄까, 프로이트의 학설을 입증하려고 할 뿐이야." 장소를 바꿔도 평소의 부실과 비슷한 식으로 시간이 흘러갔다. 어쩐 일인지 자신이 화제의 중심이 된 것에 이상한 감회를 느끼며, 쿄야는 이런 날이 있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여름의 끝자락에 4 밤이 되었다. 쿄야는 거실 구석에서 진정되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소파에서 무릎을 껴안고 TV를 보고 있지만, 화면은 보고 있지 않다. 모두가 순서대로 목욕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쿄야는 목욕탕에서 10미터 이상 떨어져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부장이 명령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것은 자발적으로. 부장은 그런 일에 대해서는 의외로 방어가 어설프다. 메구미가 "다 같이 목욕해요!" 하고 말했지만, 도대체 얼마나 큰 욕탕을 상상했던 것일까. 쿄야네 집의 서민적인 사이즈의 목욕탕에서는 물론 실행 불가능하다. 그런 고로, 두 사람씩 순서대로 목욕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키라라와 시온, 지금은 부장과 메구미, 부장은 메구미와 같이 목욕하지 않으면 머리를 감겨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이 조합은 절대적이다. 그리고 쿄야는 목욕탕의 반경 10미터 안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계~속 기다리고 있는것이었지만──. '이제 됐어.'라는 말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2층의 쿄야 방 쪽에서 모두의 시끌벅적한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저기~." 쿄야는 2층으로 올라가서 자신의 방 문 너머로 말을 걸었다. "뭘 하고 있는 거죠~?" 귀신 같은 원망스러운 목소리구나, 하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다. "빨간 종이 줄까~." 대답이 없기에 귀신흉내를 내봤다. '꺄아꺄아'하는 웃음소리와 신이 난 목소리가 방 안에서 들려왔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저기~, 다들 뭘 하고 있는 거죠~?" 쿄야는 문을 열고 방에 들어갔다. "우왁, 바보!" 부장이 소리를 질렀다. 가까이 있는 쿠션을 끌어당겨 몸을 가리며 감싸 안았다. 여자들은 모두 파자마 차림이었다. 시온만은 하늘하늘한 원피스 같은 것을 입고 있어서──. 언뜻 본 그것은 네글리제라는것이 분명하다. 낮에 코트 속에 입고 있던 게 그것인가 보다. 부장은 오렌지색, 키라라는 레몬색, 그리고 메구미는 핑크색의 잔상으로 망막에 남았다. "앗, 와. 우와, 죄. 죄송합니다!" 쿄야는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문 밖으로 튀어나갔다. 벽을 등에 대고 복도에 맥없이 주저앉았다. "뭐, 뭔가 입어주세요. 그, 그런 차림으로 있을 거면 미리 말해주세요." "드──들어오기 전에 노크 정도는해! 이 멍청아!" 거기는 제 방인데요, 하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 경우 쿄야가 유죄인 것은 어느 세계, 어느 법률을 찾아봐도 분명했다. "파자마 파티에요~. 시노미야 군도 어떠세요~?" 메구미가 천사 같은 맑은 목소리로 제안했다. "메구, 너~." 부장이 질린 목소리로 대답한다. "남자는 출입금지일 께 뻔하잖아." "언니, 시노미야 군은 남자가 아니라고 항상 말했잖아요." "우움......." 기쁜 것인지 기쁘지 않은 것인지. 마음속에서는 도대체 어느 쪽을 응원해야 할지. 그때 쿄야는 중대한 사실을 눈치챘다, 모두들 여기서 즐겁게 파자마 파티인지 뭔가를 하고있다. 그리고 쿄야는 계속 거실에서 혼자, 모두의 즐거운 대화를 멀리서 들을 뿐. 그런 건 싫다. "저기.... 그럼 난.... 계속 왕따인 건가요?" 그야말로 슬픈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으으으으." 부장은 팔짱을 끼고 고심하고 있었다. 한 번 더 밀어보자. 열려 있던 문으로 스윽 얼굴을 내밀고, 불쌍한 치와와 같은 눈물 글썽이는 눈망을로 쳐다보았다.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잠시 후에──. 부장은 팔짱을 풀었다. "그 대신 너도 파자마다, 그건 양보할 수 없어." "난 잘 때T셔츠랑 팬티 차림인데요." "그럼 포기해." "으아아아. 아──아버지 파자마 꺼내올 테니까 그러면 되나요!" "그리고 하나 더." "뭐든 할게요. 지금 당장 말해주세요." "너, 확실히 목욕하고 와. 땀 냄새 금지!" 쿄야는 달려가서 목욕을 하고 왔다. 서둘러 몸을 씻는 동안 전혀 진정할 수 없었다. -여름의 끝자락에 5 파자마 파티라는 건, 여자들의 이야기를 하는 장인 것 같다. 평소의 부실에서의 대화와 약간 방향이 다른, 깊이 들어간 이야기를 이것저것 들었다. "저기, 메구미."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쿄야는 평소에 물어볼 수 없었던 것을 거침없이 묻고 있었다. "왜요~?" "메구미는 나랑 똑같이 1학년인데, 어쩐지 처음부터 이 동아리에 익숙한 느낌이었어. 시온 선배와는 전부터 아는 사이 였던 것 같은데, 키라라와도 익숙해 보였고......." "에헤헷 사실은 중학교 시절부터 몰래 왔다갔다 하고 있었거든요~." 메구미는 혀를 쏙 내밀었다. 장난스럽게 자백할 때의 표정으로 말했다. "왔다갔다라니...... 어디로?" "뒷 정원의 벽에 비밀 통로로 쓰는 구멍이 있어." 부장이 말했다. 파자마 앞에 댄 쿠션은 지금도 그대로였다. "그래도 괜찮나요?" "그럴땐 오오~ 하고 감탄해야지. ──어느 동아리라도 하고 있을걸? 문화부 건물 모두의 공공연한 비밀이야. 선생님들에겐 말하지 마. 그렇게 유망한 애들은 중학생 때부터 미리 스카우트 해오는 법이야." "그러고 보니──. 마오도 중학교 때부터 다니고 있었지." 하고 시온이 말했다. 네글리제 차림을 도저히 똑바로 볼 수 가 없어서, 시야의 끝으로 시온을 보았다. "그래~, 그래~, 너무한다니까~, 부장님. 고등학교 입학해서 신입생이 되어, 신나서 입부하러 갔더니~. 엄청 놀라더라니까. 입학까지 한참 남은 줄 알았대. 초등학생인 줄 알았다고 그러더라니까." "저기..... 그게. 그 부장님 이라는 건?" 쿄야는 부장에게 그렇게 물었다. 쿄야에게 있어 "부장" 이라는 것은 단 한명밖에 없었지만, 모두에게 있어서는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듯했다. "선대 부장이지." 시온이 대답해주었다. 역시 그렇다. 가끔 이야기에 등장하는 '선대 부장'을 말하는 것이다. "아, 그렇구나. 쿄료는 몰랐었나, 작년에 졸업해 버렸거든." 먼 곳을 보며 잉야기하는 부장을 보며──쿡 하고 가슴이 조금 아팠다. 어째서 가슴이 아픈지 자 자신도 잘 알 수 없는 틈에, 쿄야는 자기도 모르게 물어보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었나요....?" "착한 사람이었어요." 하고 메구미가 말했다. 여자였을까──하고 쿄야는 생각했다. "강한 사람이었어." 하고 부장이 말했다. 남자였을까──하고 쿄야는 생각했다. "심지가 굳은 사람이었어." 하고 시온이 말했다. 이것은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좋은 냄새" 키라라도 말했다. 이건 전혀 조금도 알 수 없었다. "뭐야, 너 남자인지 여자인지 신경 쓰냐?" 그런 심각한 표정을 지었는지 부장이 눈치채고 그렇게 말했다. "네. 뭐, 그렇죠." 얼버무리지 않고, 쿄야는 인정했다. 부장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떤 표정을 할지 관찰했다. "바보구나." 부장은 한바탕 웃은 후──. 연극적인 자세로, 갑자기 낭랑한 목소리를 냈다. "──하나의 인간이 부장이 되었을 때, 거기에는 성별 따위 없다." "네?" "──부장은 부장이고,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 "뭡니까?"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하는 부장에게 되물었다. "──사람은 부장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야. 부장이 되는 것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렇겠지, 부장도 아닌 너는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해." 부장은 가슴을 쭉 폈다.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쩐지 선대 부장의 명언집이라는 것만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선대부장은 아마츠카 마오의 동경의 대상이었다는 것도──. 잘 알 수 있었다. 남성인지 여성인지는 관계없이, 그 리더로서의 부분이, 부장의──아마츠카 마오의 동경의 대상인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부장'이기 위해서 그렇게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몸으로. 하지만 미안하지만──그 선대 부장이 하는 말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후훗, 쿄로 따위가 이해하려고 들다니. 1년 2개월은 멀었지." "뭡니까, 그 미묘하고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수치는, 보통은 그런 표현은 백 년이나 백 만년 같은, 포기하기 쉬운 큰 숫자를 말하지 않나요?" "시끄러! 노력하면 알 수 있다는 말이야." 부장은 고개를 휙 돌리고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언젠가는 알 수 있게 되어야겠다. 그때까지는 신경쓰지 말아야 겠다. 쿄야는 스스로 그렇게 정했다. 후기 아루야 씨의 강력 콤비로 보내드리는 4컷 소설 GJ부도 2권 째가 되었습니다. 포근한 일상계 치유 4컷 소설이라고 하는 실험작에 가까운 듯한 시도였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지지해주시는 것 같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럼 4컷 소설의 '사용설명서'입니다만, 이번에는 페이지가 적으니, 간단히──. 본 작품은 4컷 소설입니다. 화 네 페이지에 딱 맞춰서 끝납니다. 가볍게, 마음 편하게 읽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잠깐 심심할 때에 가벼운 마음으로 슥 꺼내서 읽고, 훑어보는 기분으로 한 두화 읽고 피식 웃는 것이── 아마도 작가가 상정하고 있는 사용법입니다. 등교나 출근길 사이, 학교의 쉬는 시간. 잠깐 기다릴 때에 읽어주세요. 공부하다가 쉬는 시간이라든가. 장편소설을 읽다가 피곤해 졌을 때에도 읽어주세요. 치유 효과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1,2,3....이라고 번호가 붙어 있는 것은 연작으로 속편 구성입니다. 한 번에 읽을 시간이 없을 때에는, 넘겨서 다른 이야기부터 먼저 읽으시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각화의 연결에 대해서──. 이래저래 느긋하고 포근한 GJ부이다 보니 반드시 시간순서대로 쓰여 있지는 않지만, 별로 신경 쓰지 마시고 천천히 느긋하게 넓은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그런데 이번에 작품 안에서 'GJ부 시간'이라는 게 나옵니다만...... 원래의 출처는 만화가 유우키 마사미 님의 <궁극초인 아~루>에 나오는 '광화부 시간'에서 나온겁니다. 이 작품은 GJ부와 같은'나른하고 포근한 동아리 활동물' 이였거든요. 이상한 선배나 이상한 후배가 잔뜩 나오는 즐거운 이야기입니다. 굉장히 빠져있습니다. '광화부 시간은'은 친구들 사이에서 대 유행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3권 말입니다만, 2010년 초가을을 예정으로 하고 있습니다.(일본 기준) 2권과 마찬가지로 극중 시간과 발행 시기가 일치하면 멋지겠군요. 내용은 가을 이야기입니다. 군고구마라든가 할로윈이라든가. 그리고 저자 HP는 이쪽입니다.(컴퓨터용) http://www.araki-shsin.com/ 휴대폰의 경우는 다음 QR코드를 이용해 주세요. [QR코드가 원래 있음] 휴대폰용 컨텐츠 등이 있습니다. 인기투표라든가, 쌍방형 컨텐츠가 있기도 하구요. QR코드 리더가 없는 휴대폰은 이쪽 주소를 이용해주세요. http://www.araki-sshin.com/araki/keitai.htm 끝 ============================================== <어떤 병신의 완료후기> 안녕하세요. 언더그라운드 크루의 M입니다. 며칠전 모 악마씨가 말씀하시길, "GJ부? 그거 텍본만 봐서는 이해가 잘 안되서 나중엔 책 사야할걸." 라더군요. 하하! 노린거야! 노린거라고! 그렇게 모두들 정돌이가 되는거야..........는 힘드려나요. 뭐.....그래도 나중에 꼭 사실거라는 기대를 품고서 이렇게 프로젝트가 하나 끝났습니다. 사실 완료된건 1주? 정도 더 지났으나... 막상 합치기가 귀찮더라고요... 네. 하아... 3권하고 4권은 언제 합치나..... 아무튼 GJ부 작업에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엘 프사이 콩구르. ================================================ 「텍본을 본다는건 정발본을 사겠다는 약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