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부 1권★ --------------- ★Copied by UnderGround S.E☆ ------------------ ★Scan Source by X team☆ ------------------- ★상업적&영리적 이용을 제외한 모든 추가적 사용 가능☆ --------------------- ★INDEX★ 넥타이 / 게임의 달인 / 부장의 임무 / 좋은 사람 / 키라라는 하나 / 별명이 필요 / 손 / 커피가 아니야 / 십 엔짜리/ 연애소설? ① / 연애소설? ② / 백반의 규칙 / 물어뜯기 조심 / 승부해요! ① / 승부해요! ② / 직소퍼즐 / 어디부터 씻니? / 중간고사 / 순정만화 ① / 순정만화 ② / 거미 / 씨익 / 검색 / 먹을래? ① / 먹을래? ② / 키스 마왕 / 낮잠 / 편의점 봉투와 컵라면 ① / 편의점 봉투와 컵라면 ② / 미인 / 그루밍 타임 / 벌칙 게임 ① / 벌칙 게임 ② / 벌칙 게임 ③ / 벌칙 게임 ④ / 벌칙 게임 ⑤ ---------------------------------- ★Character☆ 아마츠카 마오 고등학교 2학년. GJ부의 부장. 시온 고등학교 2학년. GJ부의 부원. 아마츠카 메구미 고등학교 1학년. GJ부의 부원. 마오의 여동생 키라라 고등학교 2학년. GJ부의 부원. 시노미야 쿄야 고등학교 1학년. GJ부의 부원. 애칭은 <쿄로>. ---------------------------------- #넥타이 "야, 넥타이." 언제나 그렇듯 쿄야가 부실의 원탁 앞에 앉아 있자니, 옆에 있던 부장이 무릎으로 쿡 찔렸다. "아, 네." 그 말을 듣고서야 눈치챘다. 넥타이가 거의 풀려 있었다. 5교시에 좀 더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음……." 한 번 풀고 나서 다시 매기 시작했다. "어라?" 잘 매지지 않았다. 길이가 전혀 맞질 않았다. 처음부터 다시 해본다. "어라라?" 또 실패. 매듭이 예술적이지 않았다. 견딜 수 없었다. 퇴짜다. 다시 매본다. "……." 부장이 짜증을 내는게 확실히 느껴졌다. 위험한 신호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넥타이라는 것을 매게 돼서, 아직도 전혀 적응이 되질 않았다. 지금 5월 말인데도 쿄야의 넥타이 매기 성공률은 약 3분의 1──. 지금까지 두 번 실패해서 다음이 세 번째 도전이 된다. 시온의 말투를 빌리자면 다음에 성공할 개연성은 꽤 높다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또 실패였다. 매듭이 너무 단단했다. 긴장해서 너무 힘을 줘버렸다. 부장이 계속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 메구. ──좀 해 줘라." 부장이 메구미에게 턱으로 신호를 보냈다. 메구미가 가스 불을 끄고 나서 쿄야 쪽으로 왔다. "그럼, 시노미야 군. 실례할게요. 잠시 움직이지 말아요." 하얀 손이 뻗어오자 쿄야는 직립부동자세를 취했다. 메구미의 손은 빠르고 능숙하게 움직였다. 샤락샤략하고 능숙하게 매어 가기 시작했다. "자, 됐어요." "고마……." 감사를 하는 도중 말이 멈췄다. 손에 닿은 넥타이는 옆으로 날개를 펼친 나비 넥타이 모양이 되었다. "이건 여자애들 리본이잖아." "남학생용 매듭 같은 걸 어떻게 알아요? 우리 집은 여자들 뿐인데." 부장이 탁자에 엎드려 있었다.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몸부림을 칠 정도로 웃긴 모양이었다. 30초 정도 호흡곤란을 겪은 후, 부장은 눈물을 닦고 쿄야를 쳐다보았다. "줘 봐. 내가 해줄 테니까." "부장님도 할 수 있어요?"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부장이라구. 아무튼 가만히 있어. 움직이지마." 의자 위에 올라선 부장 앞에서 쿄야는 가만히 있었다. 부장의 작은 손이 목젖 앞에서 움직였다. 그 감촉에 의식을 집중하고 있자니, 갑자기─. "크억!" "이런 건 말이지─ 이렇게─." 부장이 억지로 꾹꾹 매듭을 죄어왔다. 쿄야는 교살되었다. "부, 부장님……, 주, 죽을 것 같아요……." "그만해, 마오. 쿄로 군이 죽겠어. 보고 있을 수가 없네. 내가 해볼게." "하, 할 수 있어요? 시온 선배?" 지금까지의 사례도 있고 해서 쿄야는 신중해져 있었다. 세 번째 도전자 시온에게 물었다. "실제로 매어본 적은 없지만. 매듭은 몇 번이고 본 적이 있어. 위상기하학적으로는 간단한 구조야. 이해하고 있고 물론 재현할 수도 있어." 쿄야는 막대기처럼 곳곳이 섰다. 연상의 여인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시온의 가는 손가락이 목 주변에서 움직였다. 세 사람의 손이 각자 다 다른 것에 가볍게 놀랐다. "어?" 시온이 불길한 목소리를 냈다. "이상한데. 완전히 재현했을 텐데." 매듭 만들기는 완벽. 하지만 넥타이의 앞뒤의 길이가 전혀 맞지 않았다. 실패였다. 시온은 게임과 퍼즐의 천재였지만, 일상 생활에 서는 젬병이라는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만 됐어요! 제가 할게요! 세 번에 한 번은 성공해요!" 쿄야가 그렇게 외친 순간──. 방구석에서 소녀 하나가 스윽 나타났다. 키라라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해 봐?" 키라라가 물었다. 쿄야는 끄덕였다. 손에 든 고기를 덥석 입에 물고 양손을 비우더니, 키라라는 쿄야의 목에 손을 뻗었다. 그 손길의 온기를 목에 느낀 건 겨우 1초 내지는 2초. "됐어?" 손으로 확인했다. 매여 있었다. 완벽했다. "고……, 고맙습니다." "응." 쿄야가 놀라서 감사를 하자, 키라라는 눈을 반달처럼 가늘게 뜨며 미소 지었다. #게임의 달인 어느 날 방과 후. 부실에는 무슨 일인지 사람이 적었다. 시온과 둘뿐이었다. 차를 타주는 사람도 없어서, 쿄야는 혼자서 덩그러니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오늘은 다들 안 오는군요." "응. 그러네." 시온은 컴퓨터를 만지고 있었다. 딸깍딸깍하고 마우스를 클릭하는 소리만이 부실 안을 울린다. 그녀는 신비한 사람이었다. 항상 뭔가의 게임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휴대폰 게임 같은 것이 아니라, 고전적인 것이다. 게임판과 말을 쓰는<실물>게임 쪽이다. 본래는 둘이서 해야 할 게임의 말을 양쪽 다 직접 움직이며, 시온은 항상 혼자서 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듯했다.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컴퓨터 화면에는 흑과 백으로 칸이 나뉘어 있었다. 쿄야도 이름 정도는 알았다. 체스라는 게임이었다. 장기의 외국판이다. "누군가랑 대국하고 있는 건가요?" "응. 맞아." "별 일이네요." "한 달 만이야." 시온은 빵에 걸린 머리카락을 등 뒤로 넘겼다. 윤기가 흐르는 긴 흑발이 바닥까지 닿을 듯하다. 그녀는 머리 좋은 사람 특유의 대화 방법을 자주 썼다. 질문을 하면, 다음 질문의 답까지 해주는 것이다. 그런 탓에 이야기가 잘 연결이 안 되는 경우가 자주 있었디~ 지금 그녀가 말한 것은 사람과 대국하는 것은 한 달 만이라는, 그런 의미일 것이다. "상대는 어떤 사람이에요?" 쿄야는 의자를 질질 끌어 시온의 옆까지 구경하러 갔다. "얼마 전까지 전미 체스 챔피언이었던 남자." 시온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네?" 잠시 굳어버린 후에, 쿄야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시온에게 30센티미터 더 접근해서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그거……, 엄청난 사람 아닌가요?" "응. 지금은 더 대단해. 그는 얼마 전에 영국 챔피언과 세계 통일 챔피언 결정전을 했거든. 막 지구 최강이 된 참이야." "지구 최강이라니…… 쿄야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사람하고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시합을 할 수 있다니……. 시온 선배, 사실은 엄청난 사람이었나요?" "신청한 것은 그쪽." "에……." 모니터 화면을 자세히 보니 대전 상대 쪽이 도전자의 마크. "약속이었거든." "그 챔피언하고요?" "응. 한참 전에─세계 챔피언이 되면 상대해주겠다고 그만 분위기에 휩쓸려 약속해 버렸거든." "네?" "나도 젊었거든. 여덟 살 때였지." "에엑?!" 쿄야는 자기도 모르게 큰소리를 질렀다. 대국은 조용히 진행되었다. 딸깍딸깍하고 마우스 클릭 소리만이 울린다. 숙고 후에 말을 움직이는 상대에 비해서, 시온은 거의 상대가 두자마자 다음 수를 두었다. 이윽고 항복 사인이 왔다. 영어로 메시지가 왔다.<항복. 완패.>같은 시온의 승리를 칭송하는 의미인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저기……, 그러니까, 이겨버린 건가요……? 세계 챔피언 에게?" "보다시피 그런데?" 의지를 돌려 시온이 이쪽을 보았다. 긴 흑발의 끝이 빙글 하고 원을 그었다. "너도 해볼래? 그가 재시합을 바라는 것 같은데." "에엑? 세계 챔피언과 두다니 무리예요! 애초에 전 규칙도 모른다구요!" "좋은 책이 있어. 이번 기회에 규칙을 익혀보지 않겠니." 그녀의 손가락이 옆의 책장을 가리켰다. 컴퓨터 입문서 등이 꽂힌 책장에 체스 입문서가 같이 꽂혀 있었다. 거기서 겨우 눈치챘다. "……혹시, 저, ……속은 건가요?" "너, 진짜 귀엽구나." 시온은 옆머리를 귀로 쓸어 올리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대체 어디부터 장난이었을까. 처음부터인가. 아니면──. #부장의 임무 언제나처럼 방과후. 부실에는 언제나처럼 모두의 모습이 있었다. 만화를 읽거 나, 혼자서 체스를 즐기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하면서 각자 따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부장만이 혼자서 묘한 짓을 하고 있었다. "움─." 의자 위에 올라가서 천장을 향해 손을 뻗는다. 발끝으로 서서 뽕뽕 점프를 하고 있었다. "뭐 하세요? 부장님." 부장의 이상한 행동은 항상 그렇지만──. 결국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게 되어, 쿄야는 물어보았다. "보면 알잖아. 형광등을 바꾸려는 거야." "아, 그렇구나." 보니까 형광등 하나가 수명이 다했다. 그리고 둥근 탁자 위에는 새 형광등이 놓여 있었다. 쿄야는 상황을 이해했다. "위험해요. 제가 할게요." 의자 위에 발끝으로 서서 휘청휘청 흔들리고 있어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났다. 자신보다 시온이나 키라라가 더 키가 크니까 적임자가 아 닐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쿄야는 일단 자신이 나섰다. "안 돼." 부장의 단호한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내려왔다. 항상 밑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위에서 들리니 조금 신선하다. "이건 부장의 임무야." "하지만 전혀 안 닿잖아요." 부장의 키는 굉장히 작았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오히려 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작았다. 의자에 올라선 정도로는 당연히 손이 닿지 않는다. "불가능하더라도 어떻더라도! 내가 한다면 하는 거야! 활동비를 뺏어오는 것도, 비품을 더 뜯어오는 것도, 부장의 임무야. 그러니까 형광등을 바꾸는 것도 물론 부장의 임무인 거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스스로도 불가능이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하게 두지 않겠니. 선대 부장이 맡긴 일이라 마오에게 있어서 그건 중요한 거야." 검은 말로 하얀 말을 잡으면서 시온이 말했다. "야! 시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부장은 시온을 <시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시온은 부장을 이름으로 불렀다. 쿄야는 어찐지 여자끼리의 우정 같은 냄새를 이 둘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선대 부장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남자? 여자? ──등등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쿄야는 일단 의자로 돌아 갔다. 부장은 의자 위에서 좌우로 흔들리며, 닿지도 않는 형광등에 손을 뻗으려고 하고 있다. 역시 보고 있을 수가 없다. "저기……." 쿄야는 시온 쪽을 봤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혼자서 체스를 두고 있었다. 키라라는 남에게 상관하지 않았다. 평소처럼 고기를 남냠 먹고 있다. 메구미는 주전자의 물이 끓는 것을 기다리면서 두 개의 막대기를 익숙하게 움직이며 뜨개질을 하고 있다. 이것은 냉담한 것이 아니라 분명 다들<선대 부장>이라는 사람을 알고 있는 것일 것이다. 그러니까 그럴 것이다. 쿄야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도 납득할 수 없었다. "부장님──도와주는 건 괜찮지요?" 의자 위에서 손을 뻗고 있던 부장의 양 어깻죽지에 손을 넣 었다. 완력에 자신이 있는 편은 아니라서,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해보았다. "옛? 우왁? 잠깐!" "됐다." 부장을 갓난아기 드는 것처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됐다, 가 아니잖아! 내려놔! 바보!" 머리를 콩콩 쥐어박으며 버둥거리는 통에, 원래 있던 의자 위에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너──! 무슨 짓이야! 창피한 줄 알아! 창피한 줄!" 부장은 화가 나 있었지만, 쿄야는 모른 척했다. "도와주는 건 괜찮잖아요? 제가 부장님을 들어 올릴게요. 부장님이 교환해주세요." "내 이야기 못 들었어?" "도와주게 해주세요. 돕고 싶어요. ──괜찮죠?" 억지로 밀고 나가자, 부장은 할 수 없다는 듯이 끄덕이며 OK했다. 아기처럼 들어 올리는 건 어째서인지 금지여서──. 협의 결과,<목마>를 태워서 도와주는 걸로 결정되었다. 형광등은 무사히 교환할 수 있었지만, 부장은 그날 쿄야랑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좋은 사람 "저, 생각해 봤는데요." 느긋하게 울리는 메구미의 목소리에 쿄야는 읽고 있던 책에서 얼굴을 들었다. "시노미야 군은 좋은 사람 같아요." "엣?" 갑자기 그런 말을 듣자 당황했다. 그런 뜻은 아닐 거라 생각하면서도, 뺨이 약간 상기되어 버렸다. 부장과 시온과 키라라──이렇게 상급생이 세 명이나 있는 가운데, 메구미만은 같은 학년이었다. 반은 달라도 같은 1학년끼리라 친밀감도 느끼고 있다. "자, 홍차 드세요. 아삼이에요. 밀크티를 추천하고 싶은데, 그걸로 드릴까요?" "아, 응." 눈앞에서 메구미가 찻잔에 우유를 부었다. 하얀 소용돌이가 컵 안에서 빙글 돈 후, 은은히 퍼지는 향기가 코 안쪽을 간질였다. 메구미가 계속해서 마법처럼 타주는 홍차는 이름도 모르는 것들 투성이다. 하지만 매일 마시다 보니 문외한인 쿄야도 향기나 맛이 다 다르다는 것을 대충 알 수 있게 된 모양이다. 일어선 채로 차를 타는 그녀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메구미는 남을 돌봐주는 걸 좋아하는 아이다. 지금 부실에는 쿄야밖에 없다. 메구미를 독점해버리고 있다. 소극적으로 봐도 객관적으로 봐도 메구미는 제법 귀엽다. 미소녀라고 말해버려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사람……, 인 걸까. 나는" "네. 그래요." 메구미는 어깨너머로 크게 끄덕이며 장담해주었다. "언니가 물어뜯어도 화도 안 내구요." 그쪽입니까. 일순간 마음에 떠올랐던 이상한 기대가 깨지자, 쿄야는 푹 하고 고개를 숙였다. 메구미가 천사의 마음을 가진 소녀라는 것은 이 GJ부에 입부──아니, 포획돼서 강제견학을 당한 첫날에 사무치게 느꼈다. 그녀의 더럽혀지지 않은 마음에는 모든 일이 미담으로 비추어져 버리는 것이었다. 잘 사는 집 아가씨가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그런 평범한 레벨이 아니라, 좀 더 끝도 없이 지구적인 여유로움이라……. 이 GJ부에서는<천사의 눈>이라고 불리고 있다. 그리고 또 그 천사의 마음을 가진 그녀는 사람을 미워할 줄 모른다. 직접 물어본 적은 없지만, 만약 물어보면 "전 인류 다 좋아 해요." 라고 즉답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무리. 그 이전에 메구미의 티 없는 미소를 보고 있자니, 남녀관계 따위를 생각하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알고 있어요? 언니가 요즘 남들을 물지 않게 되었어요." 아뇨, 물고 있는데요. "시노미야 군뿐이에요. 물리고 있는 건." 네, 뭐. 그렇죠. 3일에 한 번은 아주 제대로 콱 하고. "왜 나만 물리는 거지?" "그건 시노미야 군이 화를 내지 않아서 그래요." "저기……." "좋은 사람이라서 그래요." "음……." 단지 자신한테 패기가 없을 뿐인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시온 선배도 시노미야 군을 자주 놀리곤 하죠." "날 장난감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에 들어하는 거죠~" "그런가?" 그런 관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멋진 일이다. "그리고 키라라 선배도 시노미야 군을 꽤 마음에 들어해요." "그럴까." 이것은 자신이 없다. 그 커다란 선배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가장 알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키라라 선배가 고기를 주는 건 시노미야 군밖에 없으니까요."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시온이 놀리는 것도, 키라라가 신경 써 주는 것도, 메구미가 홍차 풀코스 공격을 해주는 것도, 그리고 부장에게 물리는 것 "저도 시노미야 군이 있어주어서 기뻐요. 차를 끓이는 보람이 있어서." 에헤헤, 하고 메구미가 미소를 지었다. 이야기하는 중에, 다음 홍차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야기하는 중에, 쿄야는 이미 찻잔을 비운 상태였다. 벌써 네 잔째. 다음으로 다섯 잔째. 다음 홍차는 무엇일까. 쿄야는 출렁거리는 배를 쓰다듬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키라라는 하나 오늘의 부실은 키라라와 단둘이었다. 부장과 메구미와 시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들 어떻게 된 걸까요? ──하고 물어보고 싶기는 했지만, 공교롭게도 거기에 있는 것은 말이 없는 키라라. 말을 거는 데 용기가 필요했다. "저기, 키라라 선배." 어깨너머로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어 보았다. 키라라는 안쪽의 소파에 혼자 앉아서 항상 묵묵히 고기를 먹고 있는 선배였다. 이 부에 들어온 지 꽤 지났지만, 그녀의 성격을 가장 이해할 수 없었다. 애초에 라는 부가 무슨 부인지도 사실은 잘 모른다. 읽는법조차도 몰랐다. 부장에게 툭하면 물리니까 GJ(Good-Jaw)부 인가 하고 생각한 적도 있다. 턱 (Jaw)을 단련해서 튼튼하게(Good) 만드는 부라는 뜻으로. 그럴 리가 없지만. "키라라 선배?" 대답이 없어서 한 번 더 불러보았다. 부실 안쪽으로 얼굴을 향하고──. 그 순간, 쿄야는 움찔 하고 몸을 움츠렸다. 부실 안쪽의 어듬 속에서 두 개의 눈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키라라가 식사를 중단하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 "저, 저기……." 키라라는 말없이 걸어왔다. 걸어오는 도중에, 기름이 묻은 손가락을 입으로 닦았다. 의자에 앉아 있는 쿄야에게, 꽤 위쪽에서 팔을 둘렸다. "저, 저기." 목덜미를 감싸 안긴 쿄야는 두근거리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쿄야보다도 꽤 키가 컸다. 연상의 여인의 느낌이 난다. 그런 그녀에게서 농밀한 스킨십을 받고 있다. 평소에는 조용한 그녀지만, 말수가 적은 만큼 스킨십은 과중할 정도다. 종종 메구미를 붙잡고는 냄새를 맡으며 "좋은 냄새."라고 말하곤 했다. 그것과 같다. 달리 깊은 의미는 없다. 자신은 초식동물로 불리고 있다. 남자 취급을 받지 않고 있다. 그렇게 자신에게 들려주며 쿄야는 얌전히 있었다. 키라라는 킁킁하고 쿄야의 머리카락 냄새를 맡았다. 콧김이 닿는 귀 뒤쪽이 간지럽다. "키라라는 하나." 그녀가 갑자기 그런 말을 했다. "네? 뭐가요?" "쿄로. 아까 말했어." 쿄로라는 것은 부원들이 정해준 별명이었다. 어찐지 한심한 느낌의 명칭이지만 쿄야는 애칭으로 생각하기로 하고 있었다. "쿄로. 말했어. ──키라라 선배." "네?" 쿄야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까 이름을 부른 것은 맞지만. "키라라는 하나." "예?" 그녀의 말은 역시 의미 불명이다. 하지만 뭔가를 전하고 싶어하는 것은 알 수 있다. 쿄야가 못 알아듣고 있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는 듯──. 그녀는 곤란한 표정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천장을 올려다 보고──. 부실 구석을 바라보고──. 적당한 말을 찾으려고 하고 있었다. 쿄야는 지켜보았다. 그녀는 열심히 노력해서──. 결국 말을 찾아냈다. 자랑스러운 얼굴로 그것을 쿄야에게 선언했다. "키라라는 하나. 셋 없어." 이번에는 쿄야가 노력할 차례였다. 방금 들은 말의 의미를 생각했다. 생각한다. 생각했다. 생각하고 있다. 겨우 알았다. ──그런 것 같았다. 쿄야가 말한<키라라 선배>라는 말. 그<*선배>라는 부분을 숫자<*3>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 닐까? 2학년이고 연상이니까 경칭을 붙인 것뿐인데……. "아, 저기……, 키라라." 쿄야는 조심스럽게 말해보았다. 이름을 그냥 불렀다. 하지만 정답이었던 것 같다. 그녀의 얼굴에 방긋, 하고 미소가 번졌다. #별명이 필요 그것은 어느 날의 일. 쿄야의 별명이 정해진 날의 일이다. "역시 별명이 필요하겠지?" ──라고 부장이 갑자기 말했다. "그럴지도 몰라." 시온이 동의했다. "좋네요~" "루루." 메구미가 끄덕였다. 키라라도 뭔가 이상한 말로 동의를 표했다. "누구 별명이요?" 쿄야는 그렇게 물었다. 제대로 화제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 네 명은 가끔 텔레파시 라도 통하는 건 아닌가 싶은 대화를 한다. "당연히 네 별명이지!" 부장이 갑자기 깨물었다. 손목과 팔꿈치 사이를 콰악 하고 물렸다. "아얏! 아파! 아파요, 부장님!" 한 번 물고 늘어진 부장은 여간해서는 떨어지지 않는다. 시온이랑 다른 사람들이 부장의 다리를 잡아당겨줘서 겨우 풀려났다. "아우?, 정말. 자꾸 물지 마세요……. 봐요. 이빨 자국 남았네." "사람이 별명을 정해준다는데 남의 일처럼 말하니까 그렇지." "부장님은 치열이 고르시네요." 팔에 남은 이빨 자국을 보며 쿄야가 말하자─. "시끄러! 또 물어버린다!" "어째서요!?" "말했는데 안 듣는 녀석과, 듣지 않고 있던 녀석은 깨물지 않으면 못 알아들으니까!" "둘 다 똑같은 거 잖아요." "캬악─!" 또 물렸다. 아까는 부장을 떼어내주었던 시온이 이번에는 도와주지 않았다. "애초에 별명이 왜 필요하죠? 이름이라면 있어요. 쿄야입니다." 이중으로 이빨 자국이 난 팔을 어루만지며 쿄야는 말했다. "퇴짜야. 너무 잘나 보여." "애칭은 중요하죠─." 메구미가 손바닥을 마주치며 그렇게 말했다. "이런 건 역시 인상으로 정해진다고 생각해요. ──모두들 어떠세요?" 그녀는 천사이기는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 천사의 눈에는 쿄야의 곤경조차도 뭔가의 미담으로 보일 것에 틀림없다. 모두가 <별명>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메구미 혼자서 <애칭>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인상이라……." 하고 부장이 팔짱을 끼었다. 굉장히 즐거운 표정이 되었다. "흰쌀밥 " 시온이 중얼거렸다. "그 의도는?" "어떤 반찬에도 맞잖아. 그의 몰개성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생각해본 건데." "음─." 부장은 고민하는 표정으로 변했다. "미안해……. 재미없었을지도 몰라. 농담은 서툴러서." 시온은 진지하게 다음 농담을 생각했다. "플레인 요구르트?" 같은 말을 중얼거리고 있다. "키라라. 야, 뭔가 없냐?" 부장이 키라라에게 화제를 던졌다. 그녀의 깊고 신비로운 눈동자가 쿄야를 쳐다보지-, 그는 거북해 졌다. 두리번두리번 시선을 여기저기로 옮겼다. "맛있어 보인다?" 키라라는 갑자기 이상한 말을 했다. 그 마음을──쿄야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좋아. 맛있어 보이는 흰쌀밥으로 결정." 부장은 무릎을 치며 기뻐하고 있다. "결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합치는 것도 하지 마세요!" "쿄로가 어떨까요?" 계속 생각하고 있던 메구미가 이 타이밍에서 그렇게 말했다. "쿄야 군의 이름도 그렇고, 아까 *두리번두리번거렸던 걸 생각해서." "아, 그러고 보니 자주 눈을 돌리곤 했지─. 좋아! 그걸로 결정!" 쿄야는 가만히 있었다. 뭔가를 말했다가는<맛있어 보이는 흰쌀밥>으로 정해질 것만 같았다. 게다가 불만이 있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다. 평범한 별명 같고. 메구미가 지어줬고. 쿄야의 별명은 이렇게 결정되었다. #손 "손!" 부장이 갑자기 말했다. 부실의 둥근 탁자에서 평소처럼 라이트노블을 읽고 있던 쿄야는 얼굴을 들어 부장을 쳐다보았다. "뭐가요?" '심심한가 보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일단 물어보았다. "손!" 부장은 그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위로 향한 손바닥을 쭉 내밀었다. 쿄야는 부장의 그 손과, 뭔가를 핑장히 기대하고 있는 그 표정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자요." 대항할 생각이 사라지고 오히려 복종하고 싶은 기분이 들어, 쿄야는 손을 내밀었다. 기다리고 있는 부장의 손바닥에 톡 하고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좋아!" 부장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다른 한쪽 손으로 쿄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 착해라~" 부장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쩐지 기분 좋은 듯한─. 창피한 듯한──. "이제 됐나요?" 부끄러움에 견딜 수가 없어진 쿄야는 독서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부장은 허락해주지 않는다. "앉아!" "저기요, 부장님." "앉아!" "그러니까요." "앉아!"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었다. 쿄야는 완전히 포기하고 의자 위에서 웅크리고 <앉기>포즈 를 취했다. "좋아! 아이 착해라~" 부장이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어 쿄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쿄야는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상이야!" 부장의 손이 움직였다. 탁자 위에서 쿠키를 하나 집더니──. 바닥에 획 하고 던졌 뭔가를 굉장히 기대하는 얼굴이 쿄야를 향했다. "상이야!" 하고 부장은 반복했다. "괜찮아!" 바닥의 쿠키를 가리키고 그렇게 말했다. 이 "괜찮아!"는 아마도 그것일 것이다. "손!"에 "앉아!"까지 나왔으니 , 이번에는 "기다려!" 랑 "괜찮아!"가 나올 차례──. 즉, "먹어도 돼."라는 의미다. 주워 먹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손을 쓰지 않고 입으로 먹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쿄야는 그런 절망적인 생각에 빠졌다. 부장의 얼굴을 보았다. 쿄야가 두 번이나 따라준 덕분에, 세 번째를 굉~장히 기대 하고 있는 얼굴이 되어 버렸다.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부실의 구석을 찾았다. 도움을 요청하는 표정을, 혼자서 체스 중인 시온에게 보냈다. 그녀는 가는 손가락을 하나 세웠다. '안 돼, 안 돼. 처음에 거절하지 않은 네 탓이야.'라는 표정으로 손가락을 메트로놈처럼 좌우로 흔들었다. 소용없었다. 키라라를 쳐다보았다. 고기를 먹던 손을 멈추고, 그녀도 이쪽을 쳐다보았다. 소파 위에 다리를 올려 <앉기>의 자세 . 바닥의 쿠키를 아쉬운 듯이 보고 있었다. 상이 받고 싶은 거군요. 그렇군요. "좋아! 상이야! 괜찮아!" 부장이 손을 붕붕 흔들며 바닥의 쿠키를 가리켰다. 그 미소를 지키기 위해, 쿄야가 인간으로서 소중한 이것저것을 여러 가지 버리려고 결심한 그때──. "무슨 짓이에요! 언니!" 팡 하고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부실의 저편에서 달려온 메구미가 손으로 언니의 머리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구세주가 등장했다. 메구미는 역시 천사였다. 부실의 끝에서 쿄야를 구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것이다. "음식 가지고 장난치면 못 써요! 아귀가 밤에 나와서──머리부터 우적우적 씹어 먹을 거라고요! 정말로 있다니까요! 본적 있다니까요!" 그쪽입니까. #커피가 아니야 "이 커피, 약간 이상한데." 시온이 갑자기 그렇게 말했다. "네? 왜 그러세요?" 커피 마니아인 그녀는 언제나 자기 보온병에 커피를 가져 와서 마신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캔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맛이 이상한데." 하고 그녀는 캔을 손에 들고 고개를 갸웃했다. 다시 한 번 입을 대려고 하는 것을──. "잠깐 기다려주세요." 쿄야는 그렇게 말하고 말렸다. 금방 다가갔다. 누군가의 음모라면 큰일이다. 음료수에 몰래 농약을 타는 사건은 정기적으로 뉴스에 실리곤 하지 않는가. "줘보세요." "앗." "그냥 주세요." 반박을 허용하지 않는 말투로 시온의 손에서 캔 커피를 빼앗았다. 그리고 신중하게 한 모금──. 입에 머금어봤다. 뭔가의 이상이 있으면 금방 뱉어낼 수 있게 조심하면서……. "달리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아주 보통 캔 커피의 달착지근한 맛이 날 뿐이었다. "아냐, 이상해." "그런가요?" "너무 달지 않니?" "원래 이래요." "하지만 이상해." 시온은 납득하지 않는다. "그럼 한 번 더 마셔보세요." 시온에게 캔을 돌려주었다. 손동작으로 재촉했다. "응." 그녀는 캔에 입을 대려고 했다가──. 입을 대기 직전에 움직임을 딱 멈췄다. "아……." 그녀는 캔 입구를 잠시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들어 쿄야를 향했다. 깜빡깜빡하고 눈 깜빡임을 계속했다. 단정하고 이지적인 얼굴이 지금은 당황한 기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뭔가 무서운 것이 라도 보는 눈으로 쿄야를 쳐다보고 있다. "왜 그러세요?" "아니. 그게……." 쿄야가 대답을 기다리며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그녀는 시선을 돌려 오른쪽을 향했다가 왼쪽을 향했다가. 도저히 의미를 알 수 없는 리액션을 취했다. "뭐랄까, 그건 곤란하지 않을까." "뭐가요? 일단 맛은 이상하지 않았는걸요." "아니,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니라. 아니, 미안해. 내 실수 였어. 너에게 맛을 보게 하는 게 아니었어. 어……어쩌지. 남은 걸." "마시면 되잖아요. 문제없으니까." "마, 마시지 않으면 안 되니?" 그녀는 뭔가에 계속 저항하고 있다. 하지만 대강 어떤 것인지 이해했다. 그녀가 항상 마시고 있는 것은 장인이 만든 특제 커피였다. 시온의 몇 번째 오빠인가가 <커피 마이스터>라서 굉장히 맛있는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서 주고 있다. 그 맛있는 진짜 커피만 마시던 그녀에게는 캔커피가 커피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리라. 하긴 다른 종류의 음료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쿄야도 캔 커피라면 저항 없이 마실 수 있을 정도니까. "버리면 아깝잖아요." "아니, 하지만." "그럼 제가 마실 테니까, 그거 주세요." 그녀는 할 수 없이 넘겨주었다. 그리고 쿄야가 마시는 모습을 뭔가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으로 지긋이 지켜보고 있었다. 어째서 일까. 묘한 기분을 느끼며, 쿄야는 캔 커피를 다 마셨다. 시온의 시선의 의미는 여전히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이해한 것은 있다. 게임의 천재는 쿨하고 멋진 어른스러운 여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여러 가지 빈틈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더 귀여울지도 몰라. 쿄야는 그렇게 생각했다. #십 엔짜리 고민 끝에 쿄야는 결국 자판기의 버튼을 눌렀다. 페트병이 데굴데굴 떨어진 후, 짤랑짤랑하고 거스름돈이 그 뒤를 따라 나왔다. 별나게 길게 이어진 그 소리에, 안 좋은 예감이 들어 거스름돈을 손에 쥐어보니──. "이런, 전부 십 엔짜리로 나왔어요." 기다리던 부장에게 쥔 손을 펴서 보여주었다. 그리고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예전부터 쿄야는 눈치채고 있었다. 교내 자판기에서 뭔가를 살 때, 옆에 있는 부장이 언제나 꼭 무서운 듯한, 토라진 듯한 그런 표정을 하고 손바닥 위를 쳐다보는 것을──.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쿄야가 몰래 생각하고 있는 이유는, 자신이 돈을 넣은 후에 제한시간 한계까지 망설이는 작은 사치를 해버린 탓이 아닌가 하는 것이지만──. 하지만 그 정도로 그릇이 작은 사람 일까. 부장이 키가 작기는 하지만. "가자." 하고 부장은 먼저 발을 옮겼다. 어깨로 바람을 가르듯 씩씩하게 앞장섰다. 키는 작지만 크게 보였다. 쿄야는 그림자를 밟지지 않게 조심하며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아참, 키라라 선배 것도 사가야 돼요." 쿄야는 부장을 불러 세웠다. 오늘은 메구미가 일이 있어 부활동을 쉬는 날이다. 그러면 홍차가 없으니 마실 것이 아무것도 없다. "빨리 해." 부장은 뒤꿈치로 빙글 돌더니 말했다. "뭐가 좋을까요? ……부장님, 키라라 선배는 뭘 좋아하는 지 아세요?" "고기." "그건 어떤 종류의 음료수인데요?" "그럼 고깃국." "물어본 제가 잘못했네요. 음─, 이거. 딸기 우유가 어떨까요." "안 돼. 그건 딱 백 엔이잖아. 거스름돈이 안 나오잖아." "무슨 상관이죠?" "됐으니까 그쪽 큰 캔 음료로 하라니깐. 페트병은 안 돼. 150엔이니까. 큰 캔 음료면 120엔이야. 그걸로 해. 그게 좋겠어." "네에……." 시키는 대로 버튼을 눌렸다. "우와. 또 십 엔짜리가 나왔어요." 이번에도 부장이 쿄야의 손바닥 안을 들여다보았다. 문득 눈이 마주치자, 무서운 눈조리로 노려보았다. 아까부터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부장님은 괜찮아요?" "뭘?" "음료수 말인데요." "그, 그러네…… 부장은 서둘러 지갑에서 백 엔짜리를 두 개 꺼내서 캔커피 를 샀다. 짤랑쌀랑하고 거스름돈이 떨어 졌다. 부장은 거스름돈에 기대하는 시선을 보냈다. 거스름돈을 꺼내서, 자신의 손 안을 지긋이 쳐다보고──. 그리고 추욱 어깨를 늘어뜨렸다. "가자." 터벅터벅 걷는 그 뒷모습은 그녀의 키만큼 작아 보였다. 쿄야의 손 안에는 아까의 거스름돈 십 엔짜리가 있었다. 특 이한 점이 없는 십 엔짜리다──라고 생각했지만, 잘 보니 60년대의<울퉁불퉁>이 달린 것이 두 개 정도 섞여 있었다. 아까 부장이 무서운 눈으로 쳐다봤을 때──. 그 시선이 향 하고 있었던 것은 이것이었나? "저기──." 하고 쿄야는 부장을 불러 세웠다. "필요하세요?" 손바닥에 십 엔짜리를 놓고 내밀었다. 부장의 얼굴이 반짝하고 빛났다. 하지만 부장은 번쩍 제정신을 차렸다. "바, 바보! 난 부장이야. 그런──빼앗을 리가 없잖아!" 갖고 싶구나. 역시. "그럼 교환하죠. 그러면 괜찮죠? 아──울퉁불퉁한 십 엔 말고도 반짝이는 십 엔도 있는데, 그것도 필요하죠?" 쿄야는 부장의 손을 잡았다. 주먹을 펴게 하자, 보통의 갈색 십 엔짜리가 여덟 개 있었다. 한 개씩 <울퉁불퉁>이나 혹은 <반짝반짝>으로 교환해주었다. "괘, 괜찮아?" "괜찮아요." "도, 돌려달라고 해도 안 돌려줄 거야!" "돌려달라고 안 해요." 쿄야는 다짐했다. 이 웃는 얼굴을 위해서라면. #연애소설? ① "자, 드세요. 설탕이 듬뿍 들어간 밀크티예요." 푸근한 증기가 올라오는 컵이 쿄야 앞에 놓였다. 컵을 기울이며 먼저 향기부터 음미하기 시작하는 쿄야에게, 메구미가 몰래 얼굴을 가까이 댔다. (별 일이네요. 시온 선배. 소설을 읽다니─.) 둘이서 둥근 탁자의 반대편으로 시선을 보냈다. 긴 머리카락의 미인이 문고본을 펴고 있었다. 보고 있는 동안에도 한 번 더 페이지를 넘기는 시온. 오늘의 시온은 어찐 일인지 게임을 하고 있지 않았다. 읽고 있는 것은 소설──그것도 라이트노블이라는 장르. (저 책, 시노미야 군 책이죠?) (으, 응. 맞아.) (어떤 이야기죠?) (어, 그러니까.) 계속 속닥속닥 이야기하는 자세 그대로였다. 메구미의 얼굴이 너무 가까웠다. 쿄야는 얼굴을 붉히면서 메구미에게 설명했다. 남성 취향이기는 했지만, 액션 같은 게 아니라 연애물. 이 GJ부에 있는 것은 쿄야 말고는 여자들뿐이다. 이 책이라면 여자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서──. (놓고 간 거군요.) 하고, 메구미는 말하기도 전에 이해하며 크게 끄덕였다. 원래는 교실이었던 커다란 부실에는 모두의 사물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예를 들어, 메구미는 찻잔 세트와 찻잎 컬렉션. 시온은 게임 판이 다수. 부장의 사물은 쓰레기로 보이지만, 만지면 화내고 버렸다간 물린다. 매미 껍데기라든가 반짝반짝하거나 울퉁불퉁한 십 엔짜리 같은 멋진 보물들이 잔뜩. 키라라는 소파 밑의 나무 상자에 깨끗하게 표백한 동물의 뼈를 잔뜩 모아두었다. 그건 공양인지 보물인지. 그리고 쿄야는 만화책과 라이트노블을 열심히 수입하고 있는 중이었다. (시노미야 군은 의외로 책사였군요.) (책사라니…….) (시온 선배, 그야말로 함정에 걸려버렸어요. 완전히 폭빠 졌는데요.) " (아니, 무슨 함정씩이나.) (아──지금 페이지를 되돌렸어요. 또 아까랑 같은 곳을 읽고 있어요. 어디에 그렇게 푹 빠져서 읽고 있는 걸까요? 이미 손바닥 안이군요. 게임의 천재라고 해도 시노미야 군의 공명의 함정 앞에서는 모포를 빼앗긴 선배랑 다를 바 없어요.) 메구미는 제법 남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다. 이런 점은 부장과──언니인 마오와 닮았다. 그리고 마지막 비유는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츠카 집안의 가정 안의 개그라면 설명을 해줘야 알 텐데. (저 책, 연애물이라고 했는데, 무슨 종류의 연애인가요?) (에 옛?) 그렇게 질문을 받고 쿄야는 당황했다. 연애에 종류가 있다는 건 생각한 적도 없었다. (으음……. 남자애가 여자애를 만나서. 즉, 영어로 말하자면 보이 미트 걸이고.) "그럼 시온 선배가 폭 빠져서 읽고 있는 건 걸 미트 보이인 부분이군요." 무엇에 그토록 흥분해 있는 것인지, 메구미는 속닥거리는 것을 완전히 잊고 평소 음량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무리 책에 집중하고 있던 시온이라도 이것에는 눈치를 챘다. "아~……, 흠흠." 헛기침을 한다. "네, 시노미야 군. 알겠어요. 다음은 레몬티군요. 닐기리로 해볼까요." 메구미는 사사삭 하고 자리를 떠버렸다. 치사했다. 혼자 남겨진 쿄야는 조심스럽게──. 시온에게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의외의 순간을 목격했다. 저편을 보고 있는 시온의 그 긴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귓불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여기. 다 읽었어." 하고, 시온은 쿄야의 얼굴을 보지 않고 책을 탁자 위에서 슬라이딩시켜 넘겨주었다. 다우트. 그것은 거짓말. 아까 넘기며 되돌리며 몇 번이나 다시 읽던 부분은 아직 앞부분. 남자애가 여자애랑 만나서──보이 미트 걸을 하는 부분. "괜찮으시면 빌려드릴게요." "아니. 다 읽었어." "가져가서 천천히 읽어주시면 저도 기삐요. 그거 제 추천 서적이라서." "으, 응. 그건 알아. 놓아둔 책은 이미 네가 다 읽은 것이고, 일부러 놓고 갔다는 것은 네가 추천하는 책이라는 건 논리적으로 봐도 그렇게 귀결될 수밖에 없어." 게임의 달인은 탁자 위에 놓인 책을 스륵 하고 자기 쪽으로 끌어 당겼다. 무릎 위에 놓고 꽉 끌어안는다. 시온은 결국─. 방과 후까지 몇 시간이나 그 책을 줄곧 소중히 무릎 위에 품고 있었다. #연애소설? ② "고마워. 이거. 잘 읽었어." 하고 시온이 책을 건네주었다. 평소 같은 점심시간. 평소 같은 부실. 활짝 열린 창문에서는 적당한 바람이 불어 들어오고 있었다. 여린 나뭇잎의 향기가 부실에 가득 찼다. 책은 쿄야가 빌려준 라이트노블이었다. 저번에 시온이 부실에서 읽다가 만 책을 억지로 떠넘긴 셈이었지만, 착실히 다 읽고 가져와 준 것 같다. "음, 저기……. 재미있었나요?" "아, 응." 하고 시온은 애매한 대답. "저……, 이거 꽤 좋아해요. 연애물 같은 건 지금까지 별로 안 읽었지만요. 하지만 이건 잘 읽혔고. 재미있었고. 2권도……, 갖고는 있는데요?" 하고 쿄야는 올려다보았다. 시온은 여학생치고는 장신이다. 자연스럽게 올려다보는 자 세가 되어버린다. "아, 응." 시온은 다시 애매한 대답. 뭐라 말하기 힘든 분위기가 감돌 았다. "봐요, 제 성이 시노미야잖아요. 이 책의 작가 이름이 니노미야 슈지라고 해요. 어찐지 친밀감이 느껴져서. 그래서 그만 사려서, 그 후로 빠져들어서──." 별 것 없는, 의미도 없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었다. 남에게 빌려준 책이 취향에 안 맞는 일 같은 건, 자주 있는 일이고──. 자신은 재미 있다고 생각한 내용을 남들도 똑같이 재미있다고 생각해주지 않는 것 따위, 그런 건 항상 그래왔던 일이었고──. "아, 아니. 그게 아니야. 생각하고 있었어." 시온이 갑자기 말했다. 쿄야의 눈을 정면으로 보더니, 이윽고 말했다. "몇 군데 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어떻게 물어봐야 할까 생각하고 있었어." "어디요?" 쿄야는 얼굴을 위로 향하고 그렇게 질문했다. "이해할 수 없다니……. 어떤 게요? 어느 부분이?" "예를 들어──. 줘 보렴. ──여기." 시온은 잭을 손에 쥐더니 빠르게 페이지를 넘겼다. 중반 즈음에서 멈칫하고──. 한 번도 페이지를 되돌아가지 않고, 한방에 찾아냈다. "예를 들어, 이 씬.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테디베어에게 말 하는 부분. 그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는 부분." "테디베어라는 건 아마 곰 인형을 말하는 걸 거예요……. 전 그거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읽었는데요." "그건 알고 있어." "음. 그럼 누구한테도 상의할 수 없는 일이니까 대답해주지 않는 곰에게 말했던 게 아닐까요." "그것도 알겠어. 나도 트럼프의 잭하고 가끔 대화를 해. 스페이드는 냉소적이고 다이아는 독설가야." "그럼……." 쿄야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 말고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나? "여기. 이거. 이 부분." 하고 시온은 손가락으로 문장을 가리켰다. 거기에 적혀 있는 것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헤로인 여자애가 자신의 마음을 눈치채는 부분. 주인공을 좋아한다고,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지금 깨달았다고──아끼 인형에게 들려주는 부분. "하지만 거기는──." "그래. 사랑이라는 기분이, 나에게는 잘 이해가 안 돼.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어째서 그런……." "해 본 적이 없어." 시온은 남의 일처럼 그렇게 말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시온은 혼잣말처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랑뿐만이 아냐. 기쁘다. 화가 난다. 슬프다. 즐겁다. 모든 걸 잘 모르겠어. 무엇을 해도 어떻게든 괴리감을 떨칠 수 가 없어서. 리얼하지 않아. 게임을 할 때만이 나에게 있어 유일한 리얼이고……." 그녀는 거기서 혼잣말을 멈췄다. 쿄야의 표정을 눈치했기 때문이다. "어려웠니?" 쿄야는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이야기는 솔직히 어려웠지만……. 친한 친구에게밖에 하지 않을 만한 이야기를 시온이 털어놓았다는 것만은 이해했다. 시온은 아직 생각에 잠겨 있다. 하지만 잠시 후에──, 한 번 크게 끄덕였다. "그래. 응. 그래서 난 GJ부에 있는 건가. 이제 깨달았다." 그녀는 무엇을 깨달았을까. 쿄야는 스스로 생각해 봤지만 결국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 의 미소 하나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백반의 규칙 하굣길의 역까지 가는 길에는 손님이 별로 없는 분위기의 라면집이 있다. 하교 방송이 나올 때까지 부실에서 떠들다가 돌아가던 길에──누군가가 "배고파."라고 입을 열어서 다 같이 들렀다가 가게 되었다. 그 누군가는 보통 키라라지만. 항상 프라이드치킨이나 스페어립 같은 걸 먹고 있지만. "안녕─, 아저씨─! 안에 들어가도 되죠─?" 부장은 자기 집처럼 들어갔다. 좁은 다다미 바닥 위의 테이블에는 뭔가 이것저것 놓여 있어서, 도저히 손님을 위한 공간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부장은 테이블 위를 팔꿈치로 쓸어서, 쓸데없는 물건을 몽땅 바닥에 떨어뜨려 대충 정리해버렸다. 어렸을 때부터 다니던 가게라고 한다. "여어, 꼬마─ 미인들한테 둘러싸여서 부러운데─? 아저씨랑 바꿔줘─." 아저씨가 이상한 손동작을 보여준다. 쿄야는 줄곧 움츠리고 있을 뿐이다. 부장과 메구미와 시온과 키라라의 네 명의 미인&미소녀에게 둘러싸여, 미인이라는 것에는 전혀 이론이 없지만, 그러니까 그 엄지를 중간에 넣는 저질스런 사인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메구미는 의미를 모르겠다고 갸우뚱한 표정. 시온은 약간 고개를 돌려 벽에 붙은 유명인의 사인 등을 보고 있었다. 부장은 씨익 웃고 있었다. 키라라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몇 십 년이나 바꾸지 않았을 것 같은 얼룩진 메뉴를 고개 숙이고 가만히 보고 있었더니 부장이 뺏어갔다. "다들 대충 주문하자. 나눠먹으면 되잖아." 그런 고로 적당히 주문하기로 했다. 입을 열자마자 부장이 말했다. "아저씨! 일단 볶음밥 백반요. 밥은 곱빼기로." "예이!" 쿄야는 "앵?" 하고 입을 반쯤 벌리고 있었다. 볶음밥 백반은 뭘까? 들어본 적도 없다. 분명 라면이랑 볶음밥 세트임에 분명하다. 하고 자신을 납득시켜 보려고 한다. 하지만 밥 곱빼기라니? 왜 볶음밥에 따로 밥이 있지? 기다리고 있자니 실물이 나왔다. "자. 볶음밥 백반 밥 곱빼기 !" 볶음밥이 놓였다. 그 옆에는 흰쌀밥이 맙그릇에 후지산처럼 높게 퍼 담겨 있었다. 역시 볶음밥 백반이었다. 볶음밥이 딸려 나오는 세트가 아니라, 볶음밥에 제대로 밥이 딸려 나오는 백반이었다. 쿄야는 얼굴을 옆으로 하고 볶음밥을 옆에서 쳐다보았다. 평범한 볶음밥이다. 어떤 각도에서 어떻게 보아도 볶음밥이 다. 다른 어떤 것도 아니다. "잘 먹겠습니다─." "생명에게. 감사." "하늘에 계시는 우리 아버지…… 각자 기도 혹은 인사를 하고 그릇에 나눠 담아 다들 먹기 시작했다. 쿄야가 옆에서 보고 있는 볶음맙의 산이 점점 깎여 나간다. 다들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평범하게 당연하다는 듯, 볶음밥을 반찬으로 흰쌀밥을 먹고 있었다. "안 먹어요? 시노미야 군은?" "쿄로. 안 먹으면 다 없어진다." 메구미와 부장한테 그런 말을 듣고, 쿄야는 젓가락을 갈랐다. 볶음밥은 역시 누가 봐도 볶음밥이었다. 그것만 먹고 있었더니 반찬만 먹지 말라고 부장한테 혼났다. 밥도 먹지 않으면 안 된다고 메구미가 자상하게 타일러주었다. 쿄야는 조용히 볶음밥을 반찬으로 밥을 먹었다. "아저씨 ! 다음은 야키소바 백반이요. 밥 곱빼기로." 부장의 주문이 다시 들어갔다. 다음에 나온 것은, 수북이 담긴 야키소바에 높게 쌓인 밥. 쿄야는 또 고개를 기울여 관찰했지만, 역시 어디를 봐도 그냥 야키소바였다. 쿄야에게 이건 아슬아슬하게 <0K> 였다. 간사이 지방 사람 들은<오코노미야키 백반> 먹는다고 하고. 수북이 담긴 야키소바가 점점 줄어 간다. 다음에는 어떤 이상한 주문이 들어갈까. 쿄야는 무서운 것을 보고 싶은 기분으로 기 다 하고 있었다. "아저씨 ! 다음은 군만두 백반이요. 밥 곱빼기로." 군만두 백반이 나왔다, 군만두가 2인분 있는 백반이다. "이건 완전 평범하잖아요!" 결국 참을 수 없게 되어 쿄야는 소리를 질러버렸다. "뭘 화를 내는 거 니? 넌." "화내는 거 아니에요." 분명히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쿄야는 말없이 계속 먹었다. 모두들 이미 군만두 백반을 먹기 시작했지만, 쿄야 앞에는 아직 아까의 볶음밥이 잔뜩 남아 있었다. #물어뜯기 조심 얼마 전부터 쿄야는 눈치채고 있었다. 아까부터 부장이 힐끔힐끔 이쪽에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을──. 그 시선이 신경 쓰여서 쿄야는 오른팔을 몸의 뒤로 숨겼다. 책은 탁자 위에 놓았다. 페이지를 누르는 것도 왼손. 찻잔을 입에 가져가는 것도 전부 왼손.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있었더니, 부장이 갑자기 옆을 보면서 말했다. "미안해." "아─, 아뇨. 괜찮아요." 하고 쿄야는 오른팔을 눌렸다. "괜찮지 않잖아. 흉터 생겼잖아." "네……. 뭐어." 부장의 시선 끝─쿄야의 오른팔에 반원형의 상처가 있었다. 손목과 팔꿈치 사이에 있는 그 상처는 부장이 물어뜯은 흔적이었다. 붕대를 감고 오지 않은 것은 거창하게 다친 티를 내고 싶지 않아서 였는데, 오히려 눈에 띄였을 지도 모른다. 어제 물렸다. 뭐, 3일에 한 번은 물리고 있지만, 피가 나오고 상처가 남을 정도로 강하게 물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쿄로가 나빠. 네가 물릴 짓을 하니까 그래." "아, 네. 반성하고 있어요." 어제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쿄야는 떠올렸다. 손을 올렸던 것이다. 부장의 머리에. 그리고 콰악 하고 물렸다. 전후관계는 이미 잊었지만 어쨌든 직접적인 원인은 그것뿐이었다. 어째서 그것만으로 화를 내는 것인가. 그런 건 모른다. 하지만 나쁜 것은 이쪽이고, 반성해야 하는 것도 전부 이쪽이라는 것은 쿄야도 알 수 있었다. "애초에 말하면 된다니까. 아프다고 말했으면 그만뒀을 거야──나도." 말했다. 말했다. 말했습니다. 커다란 송곳니에 한계까지 고통 받으며, 바닥을 탕탕 치며 기브업이라고 말했고말고요. "아, 네. 다음번에는 조심할게요." "그러 니까 미안하다고 하잖아!" 부장은 의자에서 허리를 들고 말했다. 살랑대는 긴 머리가 흐트러지듯 퍼졌다. "아뇨. 정말로. 진짜 신경 쓰지 않아요. 부장도 신경 쓰지 마세요." "그, 그래? 그렇지. 좋아. 그러자. 알았어? 신경 쓰지 마. 나도 신경 안 쓸 테니까. 쿄로, 너도 이제는 신경 쓰지 마. ──알았지?" "알겠습니다." 저도 아까부터 그렇게 말하고 있잖아요, 라는 말은 가슴에 묻어두고 쿄야는 진지한 얼굴로 끄덕 여주었다. 부장은 찻잔을 양손으로 쥐고 꼴깍 마셨다. 그 표정이 아까 보다도 조금 밝아진 것 같았다. "좋아. 결정했어. 오늘은 더 이상 물지 않겠어." 그런 혼잣말을 중얼거 리고 있었다. 오늘만인가요? 하는 지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부장이 겨우 진정해주어서 쿄야도 휴우 하고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이 GJ부에 처음 왔던 날의 일을 문득 떠올리게 되었다. 왔다고 하기 보다는 포획당했다고나 할까──. 아직 빚꽃이 남아 있던 무렵. 쿄야는 입부할 곳을 찾아 이 구교사의 문화부 건물에 들어와 걷고 있었다.< GJ부>라고 만 쓰인 정체불명의 부실 앞에서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던 것을, 이 부실에 억지로 끌려 들어온 것이었다. 부실 앞을 누군가 잘 모르고 지나가면 붙잡아서 견학시킨 후, 반드시 놓치지 않고 부원으로 만든다. ──라는 것이, 이 부의 전통인 것 같다. "무슨 부활동이 그래요." 쿄야는 그만 소리를 내서 중얼거리고 말았다. "뭐야. 기분 나쁘게 빙글빙글거리고." "아뇨. 좀…… "좀이 뭐야? 말해. 기분 나쁘잖아." "여기에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나서요." "아아. 자루 둬집어씩우고 잡아왔을 때 말이구나. 그래서 그때, 넌──. 아─……." 즐겁게 이야기를 시작하던 부장은 얼굴빛이 변하더니 그만 입을 다물었다. 조금 지난 후, 멋쩍은 듯이 이렇게 말했다. "그때도……, 물었던가?" "부장님. 그건 말하지 않는 약속이잖아요." "저기, 너 말이야. 날 흉포한 녀석이라고 생각했어? 첫인상 어땠어?" "첫인상이 요?" 쿄야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답은 금방 나왔다. "초등학생이었죠." "캬악─!" 물렸다. 어째서? 오늘은 더 이상 물지 않겠다고 말해놓고. #승부해요! ① "승부해요!" 오셀로 판을 한 손에 들고, 또 한 손으로는 시온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메구미가 그렇게 말했다. "좋아. 하자." 게임의 천재는 당연히 찬성했다. 시온은 읽던 문고본에 책갈피를 끼우더니 곧 승부에 응했다. 어리둥절해 있는 것은 쿄야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었다. 민저 부장이 떡 하니 입을 벌리고 있었다. 입에 물고 있던 빼빼로가 특하고 떨어졌다. 키라라도 "싸워?" 하고 말하며 의자를 끌어 둥근 탁자 옆으로 왔다. 그리고 쿄야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메구미. 무모하다니까." 두 사람은 이미 대결하는 자세로 마주 앉아 있었다. 그 한 쪽으로 이동해서 메구미에게 속삭였다. "괜찮아요. 맡겨주세요. 승산은 있어요." 메구미는 단언했다. 야무지게 두꺼운 눈썹을 모아 평소엔 보이지 않던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니, 하지만. 시온 선배는 게임의 천재니까──." 하고 쿄야는 더 물고 늘어졌다. 이 GJ부에 있어서 시온에게 게임으로 도전하는 사람은 없다. 어떤 게임을 해봤자 누구도 절대 이길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에──. "천재라는 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니까 천재지, 뭔가를 어떻게 해서 이길 수 있다면 그런 건 천재가 아니라고." "영문 모를 소리 하고 있지 말고 가만히 있어. 메구는 저래 봬도 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고. 저번에 실뜨기 놀이에서 전부 뺏겨서 기죽어 있었고.. 완고하고. 한 번 시작하면 말릴 수 없어, 절대로." "하지만……, 어째서 오셀로를?" 좀 더 운의 요소가 강한 게임을 했으면 그래도 승산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예를 들어, 트럼프의 블랙잭이라든가. 그것도 시온에게는 이길 수 없지만. "왜냐면 오셀로라면 한방에 역전을 노릴 수 있잖아요." 메구미는 명랑하게 그렇게 말했다. 끝이다. 쿄야는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어느 쪽이야?" 흑백의 돌을 하나 잡고, 시온은 동전 던지기를 했다. 손 안에 숨기고 메구미에게 물었다. "──흑이요." 메구미가 맞추고 선수를 잡았다. 게임이 시작되었다. 초반은 별일 없이 진행되었다. 양쪽 다 거의 곧바로 돌을 놓았다. 돌을 뒤집는 동안만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중반이 되자 메구미는 손을 멈추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 하지만. 의외로 이건." 빼빼로를 오독오독 씹으며 부장이 그렇게 말했다. 대다수의 예상은 중반까지는 승부가 나버린다는 것이었다. 그 예상을 둬집고 메구미는 선전하고 있었다. 종반이 되어서도 메구미의 흑은 반수 가까이 남아 있었다. 즉, 접전이었다. "시이─너, 봐주는 거 아니야?" "아냐. 그런 실례는 할 수 없지. 물론, 전력으로 하고 있어." 부장이 찌릿 째려보자 시온은 대답했다. 하지만 쿄야의 눈에는 흑과 백의 수는 거의 같아 보였다. 봐주지 않은 것이라면, 도대체 이것은 어떻게 된 일일까? 판의 대부분이 돌로 채워졌다. 놓을 수 있는 곳은 앞으로 겨우 몇 군데──. "아." 메구미가 갑자기 그렇게 말했다. 눈썹을 찡그리고 고민하는 표정이 되어 돌을 놓는다. 시온의 돌을 몇 개나 뒤집었는 데도 안타까운 표정이다. "오오, 그렇군." 부장이 그렇게 말했다. "아까워?" 키라라도 뭔가 한마디 했다. "뭐가요?" 쿄야만이 혼자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보고 있으면 알아." 마지막 한군데에 시온이 마지막 돌을 놓자──쿄야도 이해했다. 모든 것이 한 번에 반전되었다. 판은 전부 하얀색으로 바뀌 었다. 8x8의 칸은 전부 한 색깔이 되었다. 완전승리다. "휴. 이건 나도 꽤 힘들었어." 시온은 그렇게 말했다. 승패 같은 건 처음부터 문제가 아니었고, 노리고 있었던 것은 퍼펙트게임이었다. 역시 시온은 게임의 천재였다. "완패예요." 패배를 인정하는 메구미의 얼굴에 천사의 미소가 돌아와 있었다. #승부해요! ② "승부해요!" 메구미가 말했다. 요전에 가져온 것은 오셀로 판. 오늘 그 손에 있는 것은 색 색의──빨강, 파랑, 노랑, 초록의 원이 그려진 컬러풀한 비닐 매트였다. "좋아. 하자." 게임의 천재는 당연히 찬성했다. 시온은 읽던 문고본에 책갈피를 끼웠다. "하지만 그건 무슨 게임이지?" 시온의 질문에 메구미가 가슴을 펴고 대답했다. "트위스터 라고 하는 거예요." "또 위험한 게임을." "위험한 게임 인가요?" "메구. 시이. 싸워?" 부장, 쿄야, 키라라의 구경꾼 세 명이 부실 한구석으로 졸졸 따라갔다. 메구미는 바닥 위에 비닐 매트를 펼치고 있었다. 이불을 넓게 펼쳤을 때만큼 크기의 매트에는 색색의 원이 몇 줄이나 그려져 있었다. 원의 색은 네 가지 정도 있는 듯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소도구가 등장했다. 메구미는 작은 룰렛을 바닥에 놓았다. 룰렛의 바늘 끝에는 매트와 같은 네 가지 색이 있고, 손발 마크가 그려져 있었다. "룰렛을 돌려서 나온 색깔이 있는 곳에 손발을 놓는 게임이야. 오른손을 빨간색에──같은 식으로. 그걸 번갈아가면 서 하는 거야. 그래서 먼저 넘어진 쪽이 지는 거지." 부장이 규칙을 설명했다. 뭔가 금방 끝났다. 심플한 규칙이다. "어째서 그게 위험한데요?" "보면 알아." "이거라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몸의 유연성에는 자신이 있어요!" 메구미는 신발을 벗고 양말을 신은 채로 바닥에 섰다. 몸풀기 체조를 시작했다. 정말로 이길 생각인 듯했다. 역시 메구미는 상당히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언제든 괜찮은데." 그에 비해 게임의 천재는 평소와 다름없는 자연스런 모습이다. 게임의 이름도 몰랐을 정도니 처음 해보는 건 분명했다. 그래도 여유가 있는 것은 절대왕자(王者)의 자신인가. "그럼 메구부터 해도 되겠지? 오른발?──노란색." 부장이 룰렛을 적당히 돌려서 적당히 말했다. "넵!" 게임이 시작되고 처음에는 별일 없이 흘렀다. 두 사람은 선 채로 색깔 원을 밟고 있거나, 허리를 구부려 한 손으로 원을 짚거나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룰렛이 열 번 정도 돌자 상황이 달라졌다. 예를 들어, 메구미는 오른손이 빨간색이고, 왼손이 녹색, 오른발도 녹색이고, 왼발은 파란색에 놓지 않으면 안 되었다. 서 있을 수가 없어서 당연히 엎드린 채로. 게다가 상대의 몸을 넘어서 짚어야 했다. 시온은 룰렛이 잘 나왔던 것인지, 꽤 편한 포즈였다. "우, 우와──!" 보면 안 되는 것이 눈에 들어와 버려서, 쿄야는 황급히 옆으로 비꼈다. 학교 교복은 스커트가 꽤 짧다. 메구미는 앞으로 숙인 힘든 자세였고, 쿄야의 위치는 그 바로 뒤라……. "그, 그래서 말했잖아. 위험하다고. 저 녀석, 봐. 남자의 눈이라든가. 너무 경계심이 없다니까." 부장이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민망해진 쿄야도 부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운명의 룰렛이 몇 번 더 돌았다. "우으으으으……, 지, 질 수 없어요." 메구미의 포즈는 더욱 힘들어졌다. 신체조부의 여자애들도 힘들어할 만한 엄청난 자세로──. 그에 비해 게임의 천재는 아주 자연스럽게 손발을 지면에 대고 있을 뿐.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마치 다음에 올 색깔을 알고 있다는 듯, 전 혀 망설임이 없다. "어떤 게임이라도 규칙이 있다면 승리의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존재해. 난 단순히 그것을 실천할 뿐. 예를 들어, 이 게임이라면, 다음에 올 색깔을 통계적으로 계산해서 가장 확률을 높이는 자세를 취하면 돼." 게임의 천재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말했다. 담담하게 손발을 짚고, 자세를 바꿔갔다. 그에 비해 메구미는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그때그때 되는 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완전히 틀린 것 같았다. "가령, 현재 상황을 고려한 승리의 자세를 계산하면──." 그때, 물 흐르듯 자연스럽던 시온의 움직임이 갑자기 어색해졌다. "이 경우의 승리의 자세는──, 자세는……, 안 돼, 그렇게 부끄러운 건 무리야." 시온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귓불까지 빨개져서─. 당초에 노리던 것과는 다른 자세를 취한 것 같았다. 어떤 부끄러운 자세였는지 결국 볼 수 없었다. 룰렛이 몇 번 더 돌다보니 점점 무리가 축적되어 형세는 완전히 역전되었다. 결국 시온이 털썩 하고 쓰러졌다. "브이!" 게임의 천재에게 승리한 메구미는 손가락으로 승리의 사인 을 만들었다. #직소퍼즐 평소 같은 부실. 평소 같은 탁자.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 조금 모습이 달랐다. 탁자의 나뭇결 무늬 위에 무수한 조각이 펼쳐져 있었다. "음─, 이것도 아닌데요." 메구미가 고민하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굵은 눈썹을 힘주어 모아 직소퍼즐의 조각들을 맞춰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좀처럼 맞지를 않는다. "아이 참. 시노미야 군도 보고 있지만 말고 도와주세요." "에? 어? 그래도 되는 거구나." 메구미한테 그런 말을 듣고, 쿄야는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뺐다. 이런 것은 혼자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네, 물론. 다 같이 해요." 메구미의 제안에 남은 세 사람도 참가하기 시작했다. 시온, 키라라, 그리고 부장. 전원이 직소퍼즐을 같이 풀기 시작했다. 상자를 보니 500피스라고 쓰여 있었다. 제법 대작이다. "이건 바깥쪽부터 맞추는 거예요─. 봐요. 평평한 부분이 있는 피스는, 보세요. 반드시 바깥쪽 어딘가에 맞아요." 메구미가 그렇게 말하며 또 하나, 피스를 맞춰 갔다. 바깥축이 조금씩 완성되어 갔다. "흐음. 이런 것은 처음 해보지만──." 시온이 말하더니 피스 하나를 손에 집었다. 그리고 그 다음, 어째서인지 직소퍼즐의 상자를 바라보았다. 상자에 그려진 그림을 살펴보기를 몇 초──. "여기에 맞으려나." 시온의 손은 갑자기──아무것도 없는 가운데에 피스를 놓았다. "이것은 여기. 그건 여기." 시온은 계속해서 피스를 놓기 시작했다. 다른 것과 전혀 연결이 없는 장소에 완전히 독립된 형태로 점점 피스를 놓았다. 그러다가 차차 연결이 되기 시작했다. 그것들의 피스는 분명 그곳에 있어야 할 것이었다고 나중에는 차례차례 증명되어 갔다. "시온 선배 대단해요!" 메구미가 감탄했다. 쿄야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퍼즐도 게임의 일종이야." 게임의 천재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 말했다. "그런데, 저기……. 키라라? 뭐 하는 거죠?" 정신을 차린 후, 쿄야는 키라라에게 말을 걸었다. 모두들 평범하게 맞추거나, 천재적으로 맞추거나 하고 있는 도중에 그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면─. 피스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하나씩 얼굴을 가까이 대며, 킁킁 하고. 이 야생 소녀에게 도대체 어떻게 직소퍼즐을 설명하면 좋을까. 쿄야가 고민을 하고 있자니──. "이건 이거." 키라라는 갑자기 피스끼리 짝을 맞췄다. "이거랑 이거. 냄새. 똑같아." 그리고 맹공이 시작되었다. 하나씩 놓는 시온과 두 개씩 짝을 맞추는 키라라. 두 사람의 속도는 완전히 동일했다. 거의 멈추지 않는다는 점에서. 직소퍼즐은 엄청난 기세로 점점 완성되어 갔다. 이미 손을 대지 않고 구경만 하면서, 쿄야는 힐끗 하고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말없이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 부장은 혼자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기백이 담긴 눈으로 직소퍼즐을 보고 있었다. 노려보고 있었다. 쿄야는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 선배 둘이 엄청난 방법으로 직소퍼즐을 풀고 있다. 그렇다면 부장은 훨씬 더 대단한 방법을 보여줄 것이 틀림 없다. 더 독창적인──. "에잇! 아─! 진짜─! 뭘 하는 거야!" 팔짱을 풀고 부장이 소리쳤다. "아까부터 깨작깨작, 깨작깨작, 깨작깨작, 깨작깨작, 깨작 깨작──!" 부장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주를 시작하는 피아니스트처럼 양손을 높이 올려, 그러더니──. "카악──!" 한 번에 둬집었다. 피스를 다 흩트려 놓았다. "이런 걸 깨작깨작하고 앉아 있겠냐?!" 부장은 독창적이었다. 하지만 완전 엉터리였다. "집에서는 항상 이래요." 하고 메구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했다. "덕분에 한 번 구입해서 계속 가지고 놀 수 있어서 좋지 않아요─?" 그렇게 즐기는 방식은 아마 설명서에는 쓰여 있지 않을 거라고, 쿄야는 생각했다. #어디부터 씻니? "목욕을 할 때 말이야─." 하고 부장이 갑자기 화두를 꺼냈다. 뭔가 맥락도 없이 갑자기대화가 시작되는 건 GJ부의 방과 후 풍경에 있어서 흔한 일이었다. 그래서 쿄야는 보고 있던 만화에서 눈을 떼지 않고 귀로 듣기만 했다. "──보통, 어디부터 씻어?" "머리이려나." 처음에 대답한 것은 시온이었다. "먼저 머리카락부터." "아─. 너. 그거. 하긴 귀찮겠다~" 시온의 길고 윤기나는 머리카락을 보면서 부장이 말했다. 하긴 시온의 머리카락은 허리를 넘어 무릎 뒤까지 닿을 것 같은 길이였다. 의자에 앉으면 머리카락 끝이 바닥에 끌려버릴 것만 같다. "길이라면 부장님도 지지 않잖아요." 여자들 이야기에 쿄야가 과감히 끼어들었다. 이대로 듣고만 있다가는 꿔다놓은 보릿자루다. "나 같은 건 안 돼. 곱슬머리고. 직모가 아니고. 금방 엉키고." "난 오히려 마오 같은 머릿결이 좋은데. 가벼워 보여서. 여자애답고. 뭐, 서로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거겠지." 풍성한 머리카락으로 초등학생 같은 모습의 시온을 상상해 보려고 했다. 무리였다. "머리를 감지 않는 날은 왼팔부터이려나. 그 다음은 오른팔. 한 번 씻은 부분에 더러움이 묻지 않도록 몸 위에서 아래로 씻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것 같아. 연구해본 적은 없지만." "효율 중시냐? 재미없게─." "저, 질문 있어요! ──머리를 감지 않는 날도 있나요?" 부장은 재미없다고 한마디로 끝냈지만, 쿄야에게 있어서 그것은 놀라운 사실이었다. "바보냐, 너. 어떻게 매일 감냐? 귀찮게스리. 말리려면 드라이어로만 한 시간이라구. 자연건조라면 다섯 시간이다? ── 아, 좋아, 결정. 쿄로. 너, 오늘부터 머리 깎지 마. 2년 만 지나면 훌륭한 긴 머리가 될걸. 그러면 여자애들의 마음도 조금은 알 수 있겠지." "싫어요. 안 어울려요." "긴 머리가 싫으면 스킨헤드야. 빡빡 밀어. 빡빡." "왜 그렇게 극단적이죠?" "그게 더 재미있으니까." "음─. 저는 말이죠." 메구미가 손을 들어 지금까지의 흐름을 끊었다. "먼저 언니 머리를 감겨주고 나서 말이죠──." "스스로 감지도 않잖아요!" "시끄러! 일일이 자기가 감을 수 있냐! 이렇게 긴 머리를. 귀찮아─." "그럼 잘라버리죠. 스킨헤드로 밀어버리죠." "그래. 자를까? 잘라 줄까? 내가 빡빡이가 되면 책임을 질 거지?" "무슨 책임인데요. 부장님이 스스로 멋대로 자르는 거 아 닙니까." "음─. 저는 말이죠." 메구미가 다시 이야기를 끊으려고 했다. 이번에는 틈을 주지 않고 입을 열었다. "글쎄요─. 역시 가슴부터겠죠─. 스폰지로 밑에서부터 이렇게──." "메구──. 너──. 지금 뭐라고?" 부장이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네? 가슴을──. 옛! 아! 꺅! 아, 아니에요. 저, 저기, 즉 겨드랑이 밑과 그 주변부터라는 뜻으로……;' 쿄야는 빤히 쳐다보고 말았다. 그만 상상해버렸다. 코피가 나올 것 같았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헛기침을 한 번. 부장이 침묵을 깼다. "그래서……. 키라라. 넌 어디부터 씻니?" "다리?" 키라라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렇게 말했다. 이 사람이 입을 열 때는 대부분 를 붙여서 이야기한다. "다리군. 좋아, 세이프." "뭡니까. 세이프라니." "넌 더 이상 묻지 마. 깊이 캐묻지 마. 구체적으로 묻지 마. 물어버린다?" 어째서인지 부장은 미리 못을 박아 버렸다. 쿄야는 재미없었다. 애초에 부장이 시작한 이야기인데. "그럼 부장은 어디부터 씻는데요?" "나, 나 말인가──. 나는──." 당황하는 부장을 보며 한방 먹인 기분이 든 것도, 잠시 동안──. 씨익, 하고 음흉한 미소가 그 얼굴에 퍼졌다. "난 말이지. 그래. ──먼저 세면기부터 씻지." "치사해요!" 말했더 니 물렸다. 잘근잘근 당했다. #중간고사 1학기 중간고사가 곧 시작된다. GJ부의 부실은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교과서와 노트를 펴놓고 마치 자습실같이 바뀌어 있었다. "아─. 진짜─. 귀찮아─. 시험 따위는 없어지면 좋을 텐데……." 영어의 번역문을 부지런히 쓰면서 부장이 중얼거렸다. 샤프펜을 움켜쥐는 것 같은 이상한 방식으로 잡고 구불구불 기어가는 이상한 알파벳을 쓰고 있다. 덤으로 머리카락도 탁자 위까지 구불구불 내려와 있다. "부장님은 시험이 싫은가요?" 쿄야는 인수분해를 열심히 풀면서 물었다. "보면 알잖아. 좋아서 공부하고 있는 걸로 보이냐?" "전 꽤 좋아하는데요. 시험 같은 거." "너. 그런 점, 재수 없다. 남한테 물어봐놓고 자기 이야기냐?" "달리기 시합 같은 경우, 열심히 해도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한테는 도저히 못 이기잖아요. 하지만 공부는 열심히 하면 순위 가 올라가잖아요."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첫 시험이다. 어깨에 힘이 들어갈 만도 하다. "그러고 보니 우리 학교──." 메구미도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성적 순위를 복도에 발표하는데요. 그거 꽤 특이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메구미가 잘 못하는 과목은 물리라고 한다. 특히 철저히 공부하고 있었다. 메구미에게는 의외로 지기 싫어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번 일에 쿄야랑 의견이 맞아도 별로 이상하지 않다. "히에라르키는 첫 시험에서 정해지는 거니까." 시온이 긍정해주었다.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할 수 없는 단어 였지만. "……히에라르키는. 질서의. ……구조. 신분질서?" 사전과 씨름하던 키라라가 시온의 난해한 단어를 통역해주었다. 그런 뜻이구나. 키라라는 한자 쓰기 연습을 끝낸 후에, 그때부터 어째서인지 계속 사전을 찾고 있었다. "시온 선배는 괜찮아요? 공부 안 하셔도." 이곳에서 홀로──공부를 하지 않고 있는 시온에게 쿄야는 그렇게 물었다. "응? 하고 있는데? 픽션은 좋은 인생 공부가 되지." 문고본을 손에 들고, 그녀는 그렇게 대답했다. "아뇨. 시험공부 말인데요." "아, 그쪽 말이니. ──난 항상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시험이라는 제도의 의의를 생각해보면, 평소의 실력을 측정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시험공부라는 행위는 관측해야 할 평소의 학력을 왜곡해버리게 되는 거야." 시온의 말에 부장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럼 넌 공부하지 않고 대학에 들어갈 거냐? 도쿄대 들어 갈 수 있지?" "그러려고 했는데?" 시온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부장의 야유나 도발이 이해가 안 되었나 보다. "……." 부장은 그 후로 침묵했다. 무언중에 "크윽." 하는 목소리가 쿄야에게는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착각이겠지. 애시당초 천재를 보통 사람의 기준으로 판단하려고 했던 것이 실수였다. "크윽. ……은, 안 실려 있어." 키라라한테도 들렸나 보다. 착각이 아니 었다. "하지만 곤란한데요. 시온 선배가 공부를 안 한다면 공부 가르쳐줄 사람이 없어요." "부실에서 공책을 펴기에 뭐야, 이 녀석, 하고 생각했더니. 너,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냐? 요령만 좋아가지고." "부장님도 시온 선배한테 배울 생각이었으면서." "처음부터 잘 하는 녀석은 가르치는 데 적합하지 않아. 노력해서 할 수 있게 된 보통 사람 쪽이 가르치는 걸 잘해. 예를 들어, 항상 시이에게 져서 콧물을 흘리며 우는 우리 반의 공부벌레 같은 놈이지." "그 사람한테 배우면 되잖아요." "싫어. 그 녀석, 자꾸 머리를 쓰다듬는걸." "물지 않고 참아 봐요. 그리고 그 멋있는 사람도 여기에 데려오시지 그래요." "우리 부는 남자 금지야." "그럼 저는 어떻게 된 건데요?" "그 정도로 나약하면 남자도 아니지." "시노미야 군은 좋은 사람이잖아요~" "봐라." 부장은 뻐겼다. 잡담은 정도껏 하고─. 공부만 진행되었다. 사각사각하고 샤프펜을 놀리는 소리만이 부실에 울렸다. 홍차도 없이──. 평소와 다른 GJ부의 하루가 그곳에 있었다. #순정만화 ① 평소 같은 방과 후. 평소 같은 부실. 쿄야는 평소대로 둥근 탁자의 자기 자리에서 만화를 읽고 옆자리에는 언제나처럼 부장이 있었고, 메구미는 안쪽에서 가스레인지를 만지고 있었고, 키라라는 고기를 뜯고 있었고, 시온은 홀로 체스를 두느라 바쁘다.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이다. 단, 쿄야가 읽고 있는 만화는 평소와 같은 소년만화가 아니라 소녀들을 위한 것이었다. 소위 <순정만화>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두꺼운 그 월간지를 손에 들고, 책장을 후루룩 넘기며 보고 있었다. 탁자 위에 놓여 있던 것이다. 누구 것일까 생각하면서도 손에 집어 들었다. 소녀들을 위한 만화라면 남자가 읽어도 재미없겠지 생각하면서도,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후루룩 넘기며 보고 있자니──. 이게 제법 읽을 만했다. 잘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도 있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았다. 연애물이 많은 것은, 뭐, 그건 그것대로──. "후후후. 시노미야 군은 함정에 걸려버린 새끼 토끼 같군요. 이미 푹 빠진 것 같아요." 메구미가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투로 말했다. 쿄야는 쓴웃음을 지 었다. 누가 가져온 것인가, 먼저 그 의문이 풀렸다. "이거. 재미있어." 쿄야는 말했다. 메구미는 한 번 끄덕이더니, 눈을 감았다. 가슴에 손을 얹고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편식은 나쁘다고 생각해요. 남자들은 분명 인생의 절반을 손해보고 있는 거예요." 쿄야는 끄덕였다. 무엇을 위해 가져왔는가, 그 의문도 풀렸다. 계몽활동이다. 쿄야도 하고 있는. "그 잡지의 연재작 전부는 아니지만요. 단행본도 몇 작품 갖고 있어요─. 마음에 드신 게 있으면 1권부터 가져올게요. 그리고 반 여자애들한테 부탁하면, 다른 것도 다 있을지도 몰라요." "아, 응. 부탁하고 싶지만…… 신이 난 듯 말해주는 메구미에게 그렇게 대답하면서──. 쿄야는 부장 쪽으로 눈을 돌렸다. "저기, 부장님. 이쪽을 보시라니까요─." 벽 쪽을 보고 있는 부장을 뒤에서 흔들어 보았다. 자신이 발견한 새로운 사실을 가장 먼저 보고하고 싶은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 "부장님, 이거 재미있었어요. 저도 읽을 수 있어요. 부장님은 읽은 적 있어요?" 겨우 이쪽을 봐 준 부장에게 책을 펴서 가장 재미있었던 이 야기를 보여주려고 했더니─. 획 하고 광속으로 얼굴을 돌렸다. "언니는 순정만화를 못 읽어요─." "왜?" 쿄야는 이해할 수 없었다. . "왜……? 읽지 않는데?" "아뇨. 읽지 않는 게 아니라 읽을 수가 없어요. don't가 아니라 can't예요." "읽을 수 없다니?" 설명을 해줘도 더욱 알 수가 없다. 왜? 어째서? "읽을 수 있겠냐. 그, 그런──위험한 걸! 그 녀석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뽀뽀를 한다구!" 부장이 작게 쥔 주먹을 붕붕 휘들렀다. "키스 정도 흔한 거 아닌가요?" 오늘 읽은 이 잡지 안에서도 분명 몇 번은 키스신이 있었다. "그래서 소년지 만화랑 라이트노블을 읽고 있는 거야! 그건 안전해! 건전해! 뽀뽀 같은 건 그런 데서는 전혀 안 나온다구!" 부장은 다시 주먹을 붕붕 휘두르며 역설했다. 그리고, 흥분하는 바람에 탁자 끝에 손을 부딪쳐서 크윽?, 하고 웅크리며 신음했다. "음……." 메구미가 손을 쓰다듬으며 '아픈 거 날아가라~' 주문을 해주자 부장은 겨우 조용해졌다. 조용해진 것은 좋지만 뾰루퉁 토라져서 고개를 획 돌린 채 였다. "저기……." 쿄야는 부장에게 말을 걸었다. 뭐라고 해야 좋을까. 기분이 안 좋은 것인가. 기가 죽은 것인가. 화가 나 있는 것 인가. 아니 면 아직도 손이 아픈 것인가. 일단, 풍성한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귓불만은──새빨겠다. "다음에 또 가져올게요. 소년만화." "뽀뽀 안 하는 거지?" "거의 안 하잖아요. 부장님도 말해놓고." "거의 안 하는 것도 안 돼. 절대, 절대, 절대……. 안 돼." 주문처럼 몇 번이나 <절대>를 반복하는 부장에게 쿄야는 끄덕이며 약속했다. #순정만화 ② 며칠 후의 점심시간. 부실의 둥근 탁자에서 [거래]가 이루어졌다. "이건 안전한 책이에요." 쿄야는 그렇게 말했다. 한 무더기 쌓여 있는 만화와 소설. 그걸 스윽 하고 부장을 향해 내밀었다. "으, 음." 부장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전물]을 받아 넣 었다. 무엇이 안전한가 하면, <뽀뽀>같은 것이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로 안전한 것이었다. 부장은 좀 뭐한 사람이었다. 그런 것에 전혀 면역이 없는 사람이었다. "무, 문제없지? 이건 읽어도 괘, 괜찮은 거지?" "아무렇지도 않아요. 안전해요. 괜찮아요." "제대로 읽었어? 확인했어?" 원래 제 책인데요. 하지만 쿄야는 그 말은 하지 않고, 확실히 끄덕여 주었다. "확인 끝냈습니다. 다시 읽어왔거든요." 30권을 부장을 위해 다시 읽었다. 며칠이 걸렸다. 부장이 주장하듯, 남자애들을 위한 라이트노블이나 만화에 <뽀뽀>는정말 드물었다. "응. 그럼 뭐. 괜찮겠지. 읽어주마." "언니." 가스레인지를 다루던 메구미가 등을 돌린 채로 작게 말했다. "으……. 고맙게……. 읽을게요." 언니한테 혼나는 여동생같이──누가 봐도 여동생 같은 얼굴로 부장은 겨우 고쳐 말했다. 부장이 존댓말을 쓰거나, 약한 표정을 보이거나 하면 어쩐지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 들어버린다. 간지 럽다고 할까. 꼭 안아주고 싶어진달까. "정말로정말로, 정말로 없지?" "그렇다니까요." 뽀뽀 함량 제로를 보증했다. 위험한 약의 순도를 보증하는 위험한 상인이 된 기분이다. 왜 부장이 여기까지 집착하는지, 쿄야는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뭐, 쿄야만 해도 키스 이상의 것이 나오거나, 직접적인 행 위는 아니 더라도 괜히 야한게 많이 나소면 불편하기는 했지 부장처럼 작은 주먹을 쥐고 역설할 정도로 싫은 것은 아니다. 그러면서도 부장은 "불편한 거죠?"라고 지적하면 울컥해서 부정한다. 그래도 계속 추궁하면 결국은 물어뜯는다. 벌 써 세번이나 물렸다. "그래서? 안전한 것은 이것뿐이야? ……그쪽에 있는 건 어떤데?" 책더미는 쿄야의 앞에 또 하나 남아 있었다. 그 책에 눈길 을 주며, 부장이 말했다. 쿄야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뺨에 뽀뽀는 0K인가요, NO인가요?" "우……. 우움……." 부장은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몇 십 초나 고민한 끝에──. "으……응. 오……오케이." 고심에 찬 표정으로 결단했다. 왜 그렇게까지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쿄야는 역시 알 수 없었다. 부장의 NG리스트에 무엇이 실려 있는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물어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작은 산 하나가 부장 앞으로 이동했다. "이쪽은 이마에 뽀뽀인데 괜찮아요?" 또 다른 책더미를 가리키며 그렇게 물어보았다. "아까랑 똑같잖아! 일일이 묻지 마!" 부장은 화난 듯이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부장의 NG리스트는 이해가 안 가는걸요. "그리고 자꾸 몇 번이고 뽀뽀라고 말하지 마! 바보. 창피한 줄 알아!" 부장은 얼굴이 빨개져서 말했다. 마지막 한 권의 소설이 앞에 남았다. 부장의 NG리스트는 전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도 물어보지 않으면 안 된다- 손에 책을 들고 부장에게 말했다. "이것 말인데요……. 공주님 안기가 있는데요, 이것은 OK입──우악!" 쿄야는 당황해서 소리를 질렀다. 끝까지 말하기도 전에 부장한테 책을 뺏겼다. 빼앗은 책 위에 부장은 엎드렸다. "이건 OK!" 부장은 책을 안고 있었다. 꽉 안고 놓지 않았다. 분명 저 책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쿄야는 어전지 그런 확신이 들었다. #거미 어느 날의 부실. 전원이 모여서 차와 케이크를 즐기고 있자니──. 거미가 나왔다. 그것도 꽤 거대한. 동체만으로도 500엔짜리 정도. 펼친 다리는 손바닥 정도 는 되었다. 어디에서 나왔는지, 그런 거미가 모두가 있는 둥근 탁자 위 를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 다녔다. "꺄아아아, 아아!" 부장이 먼저 비명을 질렀다. 의자를 쓰러뜨리고 쿄야의 뒤에 숨었다. "무, 뭉개버려! 뭉개버려! ──처, 처치해! 처치하라니까. 처치해!" 하고 계속 쿄야에게 시 켰다. "저, 저저저, 저도 못해요. 이런 큰 걸──!" 쿄야도 탁자에서 떨어졌다. 거미는 CD 크기의 거대한 녀석이었다. 도망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 남자로서의 한계였다. 도저히 대항하는 것은'~. "해, 해치워! 해치워! 부장 명령이야!" "시시시, 싫어요! 독이 있으면! 물리면 어떡해요!" "농발거미에게 독은 없어." 찻잔을 기울이며 시온이 말했다. 게임의 천재는 어떤 상황에서도 쿨했다. "원래 일본 고유의 재래종이 아니라, 에도시대 이후에 들어온 귀화종이라고 해. 거미줄을 치지 않고 음직이는 포식성 거미로, 사람 사는 집에 살며 주로 곤충을 주식으로 삼고 있어. 8?10번의 탈피를 거친 성충의 크기는 10센티미터를 넘지." "시온 선배! 시온 선배! 해치워주세요!" 쿄야는 시온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그녀는 아까와 완전히 똑같은 목소리로─. "옛날부터 일본에서 거미는 이로운 벌레라고 불리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 기분 나쁜 외관 때문에 불쾌한 벌레 취급을 받아서, 수퍼의 살충제 파는 곳에는 거미 전용의 살충제가 팔리고 있을 정도가 되었다." 백과사전 낭독 모드다. 즉, 패닉 상태였다. 이 사람은 이미 틀렸다. 쿄야의 눈은 의지할 만한 상대를 찾았다. GJ부의 잠자는 사자, 항상 뭔가를 먹고 있는 선배. 키라라다! 키라라가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있었다. 그 입에서 고기가 툭 하고 떨어진다. "거미! 위험!" 슈욱 하고 한순간에 3미터 정도 뒤로 물러났다. 평소의 느긋한 모습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스피드였다. "거미. 독. 갖고 있어." "저, 저 녀석은──독 없어요! 없죠? 그렇죠! ──시온 선배!?" "독 성분은 프로테아제, 히알루로니다아제, 에스테라아제 등. 이것들은 사실은 소화효소이고, 먹이가 되는 곤충에게 쓰이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독성은 확인되어 있지 않다." "봐요──. 봐요!" "키라라. 네 살 때. 거미한테 물렸다. 죽을 뻔했다. 저것은 위험." "남미 출신입니까!?" 평소보다 말이 많은 키라라는 엎드린 채로 눈을 빛내며 머리카락이 곤두서 있었다. 동물의 포즈로 완전히 임전상태였 다. "아무튼 누구라도 좋으니 어떻게 해줘!" "부장님이야말로 어떻게 해주세요. 부장이니까! 물어요! ──물어서 해치워요!" 절규가 울렸다. 밀고 밀리며, 누구도 앞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모두들 뭘 그렇게 떠들고 있어요?" 그곳에──. 메구미가 왔다. "메' 메구미──I 거' 거미! 거미가 거기에 거미!" "메구! 메구! 위험해! 도망쳐!" 부장과 둘이서 소리를 지르고 있자니. "아, 정말이네요. 안녕하세요. 거미 씨." 메구미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거미한테 인사했다. "여러분 못 써요. 무서워하면 거미가 가엾잖아요." 거미를 향해 천사가 손을 내밀었다. 거미는 앞다리로 살짝 만진 후, 메구미의 손 위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팔꿈치까지 올라갔다. "꺄아악~" 모두들 서로를 껴안으며 비명을 질렀다. 메구미는 거미를 방구석으로 데려갔다. 거기에 풀어주려고 했다가 부장이 비명을 지르며 항의해서, 할 수 없이 창문을 열고 거미를 밖으로 내보냈다. "바이 바이." 천사의 미소에 거미가 다리를 흔들어 답례를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부실에 평화가 돌아왔다. #씨익 부장이 뭔가 사각사각 철썩철썩 공작을 하고 있었다. 종이를 잘라, 풀을 붙히고, 막대기를 붙여서─. "숙제인가요?" 쿄야는 물어 보았다. 부장이 그런 것을 하고 있으면 어찐지 초등학생의 공작숙제같이 보인다. "쓸데없는 참견이야." 대답 대신 셀로판테이프를 다 쓰고 남은 동그란 중심 부분이 날아왔다. 쿄야의 머리에 따악 하고 명중했다. 초등학생 운운은 말도 안 했는데, 어째서인지 대화가 성립해버렸다. 쿄야는 셀로판테이프의 심을 주워 쓰레기통으로 가려고 했다. "그건 뭐죠?" "보다시피 말풍선이야." 부장은 두꺼운 매직을 쥐고 끼익끼익 하고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공작이 끝난 물체에 커다랗게 세 글자를 써넣었다. 그것은 분명 말풍선이었다. 만화에서 자주 보는 그것이다. 대사를 넣는 둥근 모양. 쓰여 있는 것은<씨익>이라는 문자. "어디에 쓰는 건데요?" "이거? 이건 말이──." "차 타왔어요─" 그때 메구미가 왔다. 쟁반 위에는 차 세트. 쿄야와 부장 앞에 찻잔을 놓는다. 풍겨 나오는 향기로 보면 얼 그레이. 요즘에는 쿄야도 조금씩 홍차에 알게 되었다. "언니랑 시노미야 군은 항상 사이가 좋네요─." 방긋방긋 웃으면서, 메구미가 그렇게 말했다. 그 순간~. 부장이 후다닥 달려갔다. 말풍선을 가지고 메구미의 등 둬로 돌아가서─. "어쩐지 질투가 나는걸요─. 후후후." ──씨 익. 쿄야는 움찔하고 의자 위에서 굳었다. 메구미의 웃는 얼굴과 부장이 내민 말풍선이 동시에 시야에 들어와서, 지금 한순간 메구미가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어라? 어떻게 된 거죠, 시노미야 군? 왠지 얼굴 표정이 무서운걸요─?" ──씨 익. 움찔 하고 쿄야는 또 굳었다. <씨익>이라고 쓰인 말풍선이 천사의 미소에 굉장히 사악한 의미를 덧붙였다. "크크크. 너는 지금 메구의 본성을 알게 된다." "그만하세요. 부장님!" "왜 그러세요?" 메구미가 뒤를 돌아본다. 부장은 사삭하고 말풍선을 등 둬 에 숨겼다. 쿡쿡 웃으면서 메구미는 쿄야에게 얼굴을 돌렸다. "어머? 어찐지 저한테는 비밀인가 보네요─." ──씨익. 평소와 같은 미소를 띤 메구미 . 그것이 마치 속이 시커먼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그만두시라니까요!" "시끄러. 툭하면 천사천사 난리고 모두들 메구만 예뻐해. 이 여자가 얼마나 용서 없는 녀석인지 나밖에 몰라. 알았니? 이 녀석은 악마야! 이불을 확 벗겨낸다구! 미소 아래에 악마의 마음을 가진 여자야!" "에옛? 언니는 그렇게 안 하면 안 일어나잖아요." ──씨익. "그러니까 그만 좀 하시라니까요! 제 메구미를 더럽히지 마세요!" "야, 이봐. 언제부터 메구미가 네 것이 되었는데?" "아, 아뇨. ──방금 그건 말이 그렇다는 거고." "어라? 너, 혹시. 그런 거니? 그렇다면 언니인 내 허가가 필요한데. 먼저 세 바퀴 돌고 나서 그 자리에서 멍 하고 짖어봐." 말풍선을 탁자 위에 놓고 부장은 손가락 관절에서 우둑우둑 소리를 내면서 다가왔다. "아니, 진짜……! 아니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쿄야는 의자에서 도망치면서 말했다. "아냐, 아냐. 네가 충분히 성의를 보인다면 나도 생각해 줄 수 있어. 일단 덤프트럭에 치여서 50미터 정도 상하로 일곱 바퀴 반 확실히 회전하고 와라." "죽어요!" 메구미가 탁자 위의 말풍선을 발견했다. 손으로 들고, 쳐다보고,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언니. 시노미야 군. ──자요. 향기 다 날아가겠어요. 홍차가 불쌍하잖아요. 빨리 마시지 않으면 못 써요." ──씨 익. 말풍선을 들고 메구미가 그렇게 말했다. 쿄야는 부장과 같이 둘이서 웃음을 참느라 부들부들 떨었다. #검색 어느 날의 방과 후. 쿄야는 부실에서 숙제를 하고 있었다. "저기, 시온 선배." "왜?, ' "동은 몇 가 이온이죠?" "+1 이랑 +2." "고맙습니다." 사각사각 샤프펜을 놀렸다. 이 럴 때 상급생이 있으면 편하다. "철 이온은요?" "+2랑 +3." "고맙습니다." 인간 백과사전 덕분에 숙제가 잘 풀렸다. 시온은 한 번 들은 것은 잊지 않는 천재다. 화학은 이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다음에는 노트의 역사 부분을 물어 보았다. "야, 쿄로." 부장이 말했다. "그런데 왜 나한테는 안 물어봐?" "저기, 시온 선배." 부장의 목소리가 안 들리는 것은 아니 었지만, 쿄야는 시온 에게 또 물었다. "1905년의 동해 해전에서 격침한 발틱 함대의 함정 수가 몇 척인지 말하시오." "아니. 미안. 읽은 적이 없어서 몰라. 그거 1학년이 배우는 거야?" "아─! 있었어─! 있었어! 그거 세계사의 츠시마 선생님이 지? 토고헤이하치로 오타쿠!" 부장이 무릎을 치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쿄야에게 이 것은 웃을 일이 아니고, 곧 내 일로 닥친 절실한 문제였다. "그 아저씨는 말이지─. 몸 동작 손 동작이 거창해서 말이야─. 종종 걸려 넘어지고 난리였지─." 아직 혼자서 웃고 있는 부장에게 쿄야는 불쾌한 시선을 보냈다. "그런 거라면 찾아보면 알 수 있는 거 아닐까." 하고 시온이 말해주었다. "맞아요." 찻주전자를 들고 온 메구미도 그렇게 말해주었다. "저기에 있는 컴퓨터.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어요." 메구미는 모두의 찻잔에 순서대로 홍차를 부어주었다. 모두의 찻잔을 세 번 돌고 마지막으로 쿄야의 찻잔에 붉은 액체를 부어주면서──. "검색해 병신아." 라고 쿄야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에?" 자기도 모르게 되물었다. 귀의 착각인 줄 알았다. 그러길 바랐다. "검색해 병신아." 메구미는 쿄야의 얼굴을 보면서──한 번 더, 확실히 말했다. 착각도 잘못 들은 것도 아니다. "저기, 그게." "검색해병신아." 방긋방긋 천사의 미소로 메구미는 또 말했다. "네……. 넷!" 쿄야는 말했다. 굳게 다짐하며 끄덕였다. 다른 누군가에게 들었다면 대들었을지도 모른다. 상대가 부장이었다면. 특히. 하지만 메구미는 다르다. 숙제를 남에게 물어봐서 어떻게 해보려고 했던 자신이 나쁜 것이다. 맹렬히 반성했다. "죄송해요. 부장님. 역시 스스로 찾아볼게요." "그런데 왜 거기서 나한테 사과하지?" 부실의 안쪽 컴퓨터로 가려고 엉덩이를 들었을 때──. "검색해병신아." "알았으니까. 이제 그건 됐으니까." 네 번이나 듣다 보니 아무래도 기가 죽어서, 쿄야는 메구미 에게 부탁했다. "아. 혹시? 모르는 거군요?" 에헴──하고 메구미는 거기서 크게 가슴을 폈다. "이건 검색이 잘 안 될 때의 주문이에요." "뭐?" "요전의 저한테도 언니가 이 주문을 걸어줘서……. 에헤 햇. 그 후에 찾아보니까 금방 찾았어요. 쿄야 군의 검색도 빨리 끝났으면 좋겠네요." 메구미는 찻주전자를 들고 가스레인지 쪽으로 돌아갔다. "부장님…… 억양을 누른 목소리로 쿄야는 부장에 게 말했다. 쿄야뿐만이 아니었다. 축축하게 습도가 높은 모두의 시선이 부장에게 집중해 있었다. 부장은 시선을 삭 피하고 있었다. 소리도 안 나는 휘파람을 휘─, 하고 불었다. # 먹을래? ① "안녕 하세요." 점심시간이 되어──. 쿄야는 도시락 통을 한 손에 들고, 부실의 문을 드르륵 열었다. "응." 거기에 있는 것은 키라라. 안쪽 소파의 지정석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네, 하고 가볍게 인사한 후, 둥근 탁자의 평소 자기 자리에 앉았다. 도시락 통을 열면서──. 사실 쿄야는 약간 긴장해 있었다. 키라라는 가장 비밀이 많은 사람이었다. 이 사람과 둘만 있는 것은 이것이 처음일지도 모른다. 신장은 18?센티미터 정도. 여자치고는 꽤 덩치가 크다. 몸매는 뭐랄까, 굉장히 글래머……. 머리는 짧다. 곱슬머리가 뾰롱하고 머리 위에 좌우로 서 있어서, 보기에 따라서는 그것이 귀처럼 보이기도 한다. 말수는 일단 적 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잘 몰랐다. 남남. 쩝껍. 쿄야가 생각하고 있는 중에도, 그녀는 계속 먹고 있었다. 점심시간이니 맙을 먹고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녀의 경우, 언제나 뭔가를 먹고 있었다. 보통은 고기. 닭다리라든 가. 스페어립이라든가. 고래 고기 튀김이라든가. 그것이 매일 바뀌는 것이다. 오늘은 평범한 닭다리. 크리스마스에 먹는 성찬 풍의 닭다리. 그것이 몇 개나 그녀 앞의 큰 접시에 쌓여 있었다. 아니, 몇 개가 아니라 수십 개? 매일매일 고기가 대량으로 쌓여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타조 고기부터 개구리 고기까지 취급 하는 만능 정육점이 스폰서로 붙어 있다고 한다. 그 가게 주인이랑 키라라의 사이에는<고기 평생 분량>의 약속이 되어 있다고 한다. 은혜가 있다나 뭐라나.<나쁜 사람>을 해치운 보답이라고 한다. 부장에게 들은 이야기니까 어디까지 진짜인지는 알 수 없다. 또 적당히 지어낸 뻥일지도 모른다. "왜 그래? 쿄로." 힐끗 보고 있던 시선의 꼬리가 잡혀 버렸다.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응."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식사를 계속했다. 쿄야도 다시 도시락 통 쪽으로 돌아섰지또. 하지만, 역시 힐끔힐끔 그녀 쪽을 보고 말았다. 하나를 다 먹고 키라라는 손가락을 입으로 빨았다. 그 동작과 표정이 묘하게 어른스러워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 린애 같은 사람이 라고 생각했는데. 여자라는 것은 알 수 가 없다. 미인일지도. 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어떨까. 부장같이 말 안 하고 물지 않으면 인형 같다든가. 메구미같이 이상적인 천사라든가. 시온같이 일상생 활을 빼면 어른스럽고 멋있는 미 인이라든가. 그런 것과는 타 입이 다른데──. 하지만 나쁜 사람이 아닌 것만은 확실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눈과 눈이 마주쳐 있었다. 빤히 마주 보고 말았다. "왜 그래? 쿄로." 귀처럼 보이는 곱슬머 리가 움찔움찔 움직였다. 아니, 정말로 움직일 리는 없으니 움직인 것처럼─그렇게 보인 것뿐이겠지. 다른 닭다리를 하나 더 집더니 그녀는 일어섰다. 쿄야 쪽으로 걸어왔다. "먹을래?" 하며 닭다리를 내밀었다. "저기, 그게." 그녀를 올려 다보고 쿄야는 그렇게 말했다. 부장도 시온도 메구미도 말했었다. 키라라는 항상 고기를 먹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나눠준 적은 없다고──. 전에 부장이 하나 내놔─라고 말하며 뺏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랬더니 대판 싸우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는 쿄야가 아직 입부하기 전이었으니 괴수대결전은 본 적이 없지만. "아, 네. 잘 먹을게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받았다. 키라라가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받으면서 입을 크게 벌리며 남 하고 뜯어먹으려 하니──. 팟하고 쳐서 떨어뜨렸다. "생명에게. 감사." 엄격한 선배의 표정으로 키라라가 말했다. 눈을 감고. 그리고 합장. 쿄야도 그것을 따랐다. 평소에 기도한 적 없잖아. 본 적 없어, 하고 약간 삐진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그녀는 계속 먹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렇지. 기도는 먹기 전에 한 번만 하는 거지. #먹을래? ② 키라라의 오늘 만찬은 *만화 고기였다. (이봐, 저거 말이야…….) 부장이 얼굴을 가까이 하더니 몰래 귓속말을 했다. (만화에서 자주 보잖아. 저렇게 생긴 고기──.) (저는 게임에서 자주 보는데요. 스테미너가 올라가는 거잖아요.) (아냐~ TV나 만화 안에서 다들 맛있게 먹는 거 말이야.) (네, 뭐., 아마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쿄야는 부실의 안쪽으로 시 선을 돌렸다. 고급 골동품 계열의 낡은 소파에 키라라가 평소처럼 혼자 앉아 있다. 탁자에는 은색의 접시가 놓였고, 그 위에 산처럼 쌓여 있는 것이 부장이 말하는 <만화 고기>였다. 둥글고 커다란 고기에, 하얀 뼈가 하나 끼워져 있다. 뼈의 양끝을 두 손으로 잡고 키라라가 '냠' 하고 뜯기 시작 한다. 고기는 찌익~, 하고 늘어난 후 툭, 끊겼다. 그것을 키라라는 남남 하며 맛있게 씹었다. "저, 저거.? 하, 한 번 먹어보고……, 싶지 않냐? 응?" 몰래 말하고 있던 것이, 부장은 어느새 작은 목소리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뺨을 핑크색으로 물들이고 모두에게── 특히 쿄야의 동의를 구했다. "그건 무리일 거야." 시온이 수군대는 대화에 참전했다. "모두들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만. 키라라는 누구에게도 고기를 나누어 준 적이 없어. 그녀의 뭔가의 내적인 행동규칙에 저촉하는 것이라고 생각돼." "무슨 소리야? 우리나라 말로 해." 쿄야는 시온의 어려운 이야기를 대강 이해했지만, 의문이 들어 고개를 갸웃했다. "어? 전 저번에 고기 받은 적 있는데요?" "뭐라고! 그럼 가서 받아와!" 부장의 명령을 받고 쿄야는 일어섰다. 먹고 있는 키라라에게 접근한다. 1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말을 걸었다. "저기?……, 키라라?" 대답은 없다. 고급 통조림 앞의 새끼고양이처럼, 키라라는 일심불란으로 고기를 먹고 있다. 조금 귀엽다. ──아니, 그게 아니라. "저기, 그. ……키라라?" 그녀의 귀가 움찔 움직였다. 진짜 귀가 아니라 귀로 보이는 곱슬머리 쪽이었다. "왜 그래? 쿄로." 그녀는 지금 눈치챈 것처럼 놀란 얼굴을 했다. 쿄야는 그녀의 손에 있는 만화 고기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말이 아니라 몸동작을 써서 호소하는 것이다. "먹을래?" 7할 정도 남은 고기를 넘겨받았다. 키라라는 방긋 웃어 보였다. "좋았어! ──그럼 나도!" 어느새 옆에 와 있던 부장이 손을 삭 내밀었다. 그릇에서 만화 고기를 잡으려고 하는데─. 찰싹! 하고 그 손을 쳐내는 키라라. 부장도 지지 않고 또 한쪽 손을 내밀었다. 그쪽 손도 격추 되었다. "어째서!" 부장이 소리쳤다. 키라라는 대답하지 않고, 무언으로 남남 하고 새로운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포유류 중에서 집단을 형성하는 종에서는 먹이의 분배 규칙이 정해져 있는 종이 있어. 예를 들어, 늑대 등. 이 종에서는 상위의 개체가 하위의 개체에 먹이를 분배하지. 즉, 쿄로 군은 키라라에게 있어 보호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는 거야." "네, 뭐. 후배니까요." 쿄야는 조금 기뻤다. "그럼 난 부장이잖아! 가장 높다구! 그러니까 고기의 분배를 결정한다! 하나 내놔!" 부장이 손을 내밀었다. 또 맞았다. 제대로 때린 것처럼 아파 보이는 소리가 울렸다. 부장이 손등을 움켜쥐었다. 그것이 세 번 정도 반복된다음, 부장이 드디어 폭발했다. "카악?!" 이빨이 나왔다. 물기 공격이 나왔다. 키라라의 허벅지를 물어뜯었다. 하지만 키라라도 지지 않았다. 물었다! ──물었어, 키라라! 부장을 무는 사람을 쿄야는 처음 봤다! "내버려 두자." 시온이 포기했다. 다시 독서를 시작했다. 쿄야도 그것을 따르기로 했다. 키라라한테 받은 고기는 굉장히 맛있었다. 전설급의 맛이었다. #키스 마왕 꺄─." 하고 메구미의 비명이 평소 같던 방과 후의 권태를 깼다. 무서워하는 것 같은, 곤란한 듯한, 그게 아니면 기뻐하는 듯한. 그런 느낌의 그다지 절박감이 없는 비명에 쿄야는 읽던 책에 책갈피를 끼우고 나서 부실 안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시노미야 군?, 살려줘요~" 메구미가 손을 뻗어 구조를 요청하고 있다. 그녀의 몸은 키라라의 팔에 콱 안겨 잡혀 있었다. 처음에는 여자들끼리 껴안고 있는 건 줄 알았지만, 키라라가 일방적으로 메구미를 잡고 있는 것이라고 금방 깨달았다. "뭐 하는 거지?" "글쎄요……. 뭘까요……, 이건──" 메구미는 곤란한 표정. 키라라는 껴안은 메구미의 머리나 머리카락, 목덜미 등을 쿵쿵, 흥흥 하고 냄새를 맡고 있다. "키라라 선배, 위스키 봉봉을 먹더니……, 갑자기……, 꺅!" 키라라가 날름 하고 메구미의 뺨을 할았다. 메구미가 비명을 질렀다. "부장님. 부장님." 쿄야는 옆에 있는 부장의 소매를 끌어당겼다. "냅둬. 냅둬. 저런 건 스킨십이잖아. 여학교에서는 보통이야. 보통." 부장은 밑을 본 채로 얼굴도 들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채 휴대용 게임기로 사냥하느라 바쁘다. "진정하세요. 키라라 선배. 저기, 저는 핥아도 맛있지 않을 텐데^ 설득을 시도하는 메구미였지만, 키라라는 점점 흥분하고 있었다. 눈이 이상하게 야성미를 띄었다. 목 안에서 '그르릉' 하며 아무리 들어도 사람 말이 아닌 신음소리가 울렸다. "꺅" 날름하고 키라라가 이번에 핥은 것은──입술이었다. 즉, 키스였다. 여자끼리. "시, 시, 시온 선배! 저, 저기──." 쿄야는 또 한 사람의 상급생에게 매달렸다. 체스의 하얀 말을 손에 든 채로, 그녀는 굳어 있었다. 긴 머리카락의 사이로 보이는 귓불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틀렸다. 아마 이런 것에 전혀 면역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그래도 몇 번 흔들다 보니, 시온은 겨우 재기동하기 시작했다. "거, 걱정할 거 없다고 생각해. 저것은 식욕이나 리비도나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고. 말하자면 그녀 나름대로의 친근감 표현이 아닐까 해. 난 그렇게 해석할래. 물론 검증 방법은 없고 한 사람의 친한 친구의 관점에서 보는 단순한 가설에 불과하지만." "그르릉." 키라라가 메구미를 놓았다. 흐느적 하고 소파에 쓰러지는 메구미를 남기고, 팟 하고 한 번 도약해서 둥근 탁자의 부장에게 달려들었다. ─아니, 덤벼들었다. "으악─! 야! 키라라! 너! ?──아니, 뭐야? 우욱?! ──?! 웁 ─?!" 입을 빨린 부장이 눈을 크게 떴다. 정확히는 키스가 아니 다. 얼굴 전체를 할고 있을 뿐이다. 물론 입술도 할은 것이 된다. "그르릉." 부장을 공략한 키라라는 목 안쪽에서 만족스럽게 으르렁 거렸다. 머리카락이 화악 퍼져서 덩치가 더 커 보이게 했다. 다음은 시온 차례였다. 갑자기 공격당한 부장과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있었지만 그녀는 전혀 도망가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팔을 벌리고 스스로 키라라를 맞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키라라는 시온의 얼굴 전체를 날름날름 할고 있었다. 콧날 이나 눈꺼풀까지 핥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쿄야의 차례인 듯했다. 키라라가 얼굴을 돌렸다. 번쩍이는 눈이 쿄야를 포착했다. 쭉 뻗은 시온을 남겨두고, 그녀는 천천히 일어섰다. "아니. 저기요. 키라라─. 진정하시죠?" 양손을 앞으로 내밀면서, 부실 구석을 향해 뒷걸음쳤다. "여학교면 흔한 일일지 몰라도요. 아, 안 돼요. 저는 남자 잖아요?" 부실 구석까지 몰렸다. 눈앞에 선 키라라를 보자 쿄야는 단념했다. 그리고 동시에 조금은 기대를 해버렸다. 쿄야는 눈을 꽉 감았다. 몸을 떨면서, 단지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키라라의 포옹이 오질 않는다. 조심스레 눈을 떠보니……. "쿨……, 쿨……." 눈앞의 바닥에 키라라가 손발을 모으고 자고 있었다. 머리카락을 부풀리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정말로 기분 좋아 보이는 잠든 얼굴이었다. "어라?" 쿄야는 명하니 서 있었다. 그렇게 해서 GJ부에서는 위스키봉봉이 위험물로 분류되게 되었다. #낮잠 "오늘은 좋은 날씨군요~" 평소처럼 밝은 목소리와 함께 메구미가 창문을 크게 열어 젖혔다. 목조 구교사의 창문은, 보통 창문과는 달리 양쪽 창문이 바깥으로 젖히며 열리는 서양식이다. 5월의 기분 좋은 바람이 그 두 장의 유리 사이를 빠져나와 불어왔다. "음… …. 정말. 낮잠 자기 딱 좋은 날이네 ." 메구미의 시선을 따라 쿄야도 부실 안쪽의 소파에 눈을 돌렸다. 항상 키라라가 앉아 있던 그 소파 위에서, 부장이 자고 있었다. 작은 몸이 완전히 소파에 들어가 있었다. 마치 침대에 누워 있는 것같이, 비좁은 느낌이 전혀 없었다. 작은 언니의 잠든 얼굴을 메구미는 잠시 들여다보고 있다 가──. 이윽고 쿄야를 돌아보았다. 입술에 손을 대고 "쉬─잇." 이라고 했다. 쿄야는 웃으며 끄덕였다. 의자에 거꾸로 앉아 등받이에 턱을 괴고, 부장을 가만히 관찰했다. *여자애의 잠든 얼굴을 볼 수 있다니, 어찐지 범죄적인 기분이다. 부장도 일단은 여자애. 메구미는 홍차를 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부장과 시온을 빼고, 세 명 분의 찻잎을 잰다. 부장은 쿨쿨 자고 있었다. 소파를 빼앗겨버린 키라라는 부장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부장의 대역을 하려는 생각인지, 소년만화를 읽고 있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가끔 사전을 찾곤 했다. 부장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삐로로, 삐로삐로─♪ 삐루루─루리루리─♪" 눈을 가늘게 뜨고 부른 것은, 장조의 이상한 멜로디 였다. 그리고 털썩 쓰러졌다. 다시──. 쿨쿨 자기 시작했다. "뭐, 뭐죠? 방금 그거." 쿄야는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 부장의 오랜 친구인 시온을 빤히 쳐다보고 말았다. "아아, 마오의 저건──." 시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표현을 고민하듯 하늘을 쳐다보고는──. "──TV 애니메이션 같은 데서 나오는데. 뭐더라. CM 전후에 들어가는…… "음……, 아이켓치 말인가요?" "맞아. 그거." "그거 라뇨……?" "그러니까 그거." "네 에?" 무슨 말을 하는지 쿄야에게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음에 안 드는 꿈을 바꾸고 있는 거겠지." "뭡니까. 그건." "글쎄. 하지만 마오답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요…… 아마츠카 마오 학계의 제1인자인 시온의 말은 믿는다고 해도──. 아직 뭔가 납득이 되지 않는 쿄야였다. 메구미가 홍차를 가져와주었다. 그 향기를 크게 들이마시 면서──. 스스로 아까의 화제를 일부러 다시 꺼냈다. "저기, 시온 선배. ……아이켓치라고 부장이 말했던 건가요? 그거." "아니." 시온은 손가락을 하나 세우고 말했다. "독자적 이론이야. 관찰과 가설의 조합. 그리고 가설을 실증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실험. 모든 과학의 길과 같지." "저기…, 실험이라뇨 "보고 있으렴." 시온은 비밀스런 미소를 짓더 니, 부장의 옆으로 걸어갔다. 무릎을 꿇고, 얼굴을 귀 가까이까지 숙이더니,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오──. 지금 네 앞에는 굉장히 맛있어 보이는 고기만 두가 있어. 산처럼 쌓였네. 대단해라." 부장의 잠든 얼굴이 우헤햇 하고 변했다. 시온은 다시 귓가에 속삭였다. "이런, 큰일인데. 쿄로 군이 왔네. 네 고기만두를 전부 먹어치우고 있어. 그리고 쿄로 군이 이마를 누르고 있어서 네 짧은 펀치는 전혀 닿질 않아. 큰일이야." 부장이 괴로운 듯이 신음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삐로로, 삐로삐로─♪ 삐루루─루리루리♪" 털썩 쓰러졌다. 잠든 얼굴은 편안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봐." 가설을 입증한 시온은 방긋 웃어 보였다. #편의점 봉투와 컵라면 ① 요즘 쿄야는 부실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교실에서 친구인 요코미조와 함께 남자끼리 썰렁한 런치타임을 즐길 필요는 없다. 부실에 가면 누군가 한 명 정도는 그곳에 있었다. 미녀 혹은 미소녀가. 드록 하고 문을 열고 부실에 들어가자, 시온이 보였다. "여어." 하고 그녀는 얼굴을 들었다. 어? ──하고 거기서 쿄야는 눈치를 챘다. 시온 앞에 편의점 비닐봉투가 놓여 있었다. 평소에 거기에 있는 것은 보라색 보자기에 둘러싸인 3단 찬합 도시락이었다. 시온의 집은 형제가 굉장히 많아서, 나이 차이가 나는 오빠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집안 탓인지 전원 뭔가의 분야에서 천재라고 했다. 시온이 <게임의 천재>인 것도 그 집안 내력인 듯했다. 시온에게 매일 도시락을 싸주는 것은 둘째 오빠인데, 요리 의 마이스터라던가 둬라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요리와 존재하지 않는 모든 요리를 전부 익힌 마이스터라던가 뭐라던가. 물론 쿄야는 전부는 믿지 않았다. 분명 놀리는 게 틀림없었다. 뭐, 아마도.. 굉장한 실력의 요리사가 오빠 중에 있는 것은 분명했고, 그 오빠가 매일 엄청난 도시락을 만들어 준다는 것 은 분명했다──. 찬합 안은 언제나 엄청난 수준이었다. 부원 모두가 얻어먹느라 3분의 2는 나눠먹곤 했다. 그러던 것이 오늘만은 편의점 봉투에 컵라면. 뭔가 사정이라도 있었던 것이리라. "무슨 일 있었어요?" 같은 식으로 무신경하게 물어보지 않는 수준의 섬세함은 쿄야도 갖고 있었다. 둥근 탁자의 평소 자리에 앉아서 도시락을 열고 묵묵히 먹기 시작했다. 시온은 탁자에 있지 않았다. 키라라가 항상 앉아 있는 소파 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편의점 봉투가 부스럭부스럭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찐지 신경 쓰인다. 신경 쓰여서 도시락의 맛도 모르겠다. 귀로 듣고만 있는 것에 결국 견딜 수 없게 되어──. 그만 힐끔힐끔 곁눈질로 보고 말았다. "신경 쓰이게 했니." 시선의 꼬리를 역시 눈치채이고 말았다. "지금 오빠는 예약이 들어온 <궁극의 풀코스>재료를 모으러 북대서양의 심해에 나가 있어서──." 쿄야가 묻고 싶은 것은 전부 알고 있다는 둣, 시온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머리가 좋은 사람 특유의 화법이다. 어찐지 텔레파시라도 써서 마음을 읽힌 것 같았다. "──전채의 카르파초에 어떻게 해서든 *크툴루의 회가 필요하다던데." "크툴루가 뭐죠?" "오징어의 일종이라도 되려나." 그렇군요, 하고 쿄야는 납득했다. 요리의 마이스터도 힘들 겠다. 식재료를 모으기 위해 일부러 대서양까지 가야 하다니. 하지만 오빠랑 싸웠던 게 아니라 정말 다행이었다. 안심하고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도시락의 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잠시 후에 쿄야는 젓가락을 멈추고 시온의 얼굴을 보았다. "왜 그러세요?" 시온은 편의점 영수증을 보며 손을 멈춘 채였다. "아니. 아무래도 금액에 들어 있지 않은 것 같아." 그녀는 자꾸만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편의점에서 계산을 실수한 것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돈 굳었다고 생각하면 될 텐데. 시온은 굉장히 정직한 사람 같았다. "이 하얀 봉투의 값이 금액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하고 시온은 이상한 소리를 했다. "네?" "아니. 이 하얀색 폴리에틸렌 봉투 말인데……." 하고 보여준 것은 편의점의 비닐봉투. 그녀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쿄야는 이해했다. 이해 한순간, 힘이 쭉 빠졌다. 탁자에 엎드려 있던 것은 겨우 몇 초고──. 금방 일어나서 시온에게 말했다. "그건 공짜예요. 편의점 봉투는 서비스입니다." "그렇구나." 시온은 납득해주었다. 쿄야는 민망해져서 고개를 돌렸다. 쿄야를 바라보는 시온의 눈에서 존경의 눈빛 같은 것을 느꼈기 때문인데……. 이렇게 너무 당연해서 일반상식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서 잘난 것도, 자랑할 만한 것도──. 시온의 시선은 아직 계속되고 있었다. 연상의 지적인 선배로부터 존경의 눈길을 받고 있다. 하나 알게 된 것이 있다. 게임의 천재도 일반상식에는 둔했던 것 같다. #편의점 봉투와 컵라면 ② 쿄야는 방심하지 않았다. 둥근 탁자에 돌아와 도시락을 먹으며, 왼쪽 대각선 뒤의 소파에 앉아 있는 시온의 상태를 몰래 파악하고 있었다. 시온은 지금 컵라면을 앞에 두고 생각에 잠겨 있다. 포장의 랩 필름을 뜯는 것까지는 했지만, 그 다음으로 진행을 못하고 있다. 남은 것은 뚜껑을 반쯤 열고 뜨거운 물을 붓는 것뿐인데. 뜨거운 물이라면 메구미의 전기주전자에 항상 꽉 차 있다. 시온이 움직였다. 컵라면의 뚜껑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뚜껑을 전부 열어 획 버렸다. 아─아. 그리고 안의 건조면을 손으로 집어서 햄버거처럼 양손으로 집더니, 앙 하고 입으로 가져가──. "스톱! 스톱! 스톱! 잠깐만요──!" 쿄야는 참지 못하고 달려 갔다. "뭐 하시는 거예요! 시온 선배!" "그야 식사를." 원형의 건조면을 손에 든 채로, 시온은 대답했다. "그건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는 거예요! 그대로 먹어도 맛있지 않아요!" 일단 그녀의 손에 있는 면을 컵 안에 다시 넣으려고 했다. "아니. 분명히 전에 마오가 이렇게 먹는 것을──." 시온은 묘한 저항을 보이고 있었다. "그건 치킨라면이죠! 아, 네. 그건 그런 방식으로 먹는 것도 정통이지요! 커다란 뿌셔뿌셔 같은 거니까요!" 시온이 움찔 하고 몸을 웅크렸다. 자신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던 것을 쿄야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심호흡을 한 번. 기분을 진정시켰다. 아마 시온은 컵라면이라는 것을 먹는 것이 태어나서 처음일 것이다. 지금까지 만들어 본 직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모르는 것이다. 만드는 법을. 편의점 봉투에 대해서도 몰랐을 정도니까, 아마 그럴 것이 분명했다.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녀의 일반상식을 지키는 기사로서. "이건 컵 라면이라고 하는 거 예요." 쿄야는 설명 했다. "응. 예전부터 한번 먹어 보고 싶었어." 시온은 진지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하지만 몸에 안 좋다고 오빠들이 말려서──. 실제로 먹어본 적은 없어서. 니니(둘째 오빠) 말고도 욘니(넷째 오빠)까 지 말리는걸. 로쿠니(여섯째 오빠)는 하루에 일곱 번이나 먹고 있는데. 불공평하지 않니?"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쿄야는 일단 끄덕였다. <니니>라든가<욘니>라든가<로쿠니>라든가 가정 고유의 귀여운 호칭이 자기도 모르게 나와 버린 것을 보면 그렇게 먹고 싶었나 싶기도 했고, 시온의 감춰진 일면이 보여서 꽤 즐거웠다. "컵 라면은 뜨거운 물을 붓고 3분이면 된다는, 편하고 맛있는 먹을거리예요." 시온은 듣고 있다. 쿄야는 설명을 계속했다. "만드는 법은……. 음──. 보세요. 이런 곳에 쓰여 있네요." 내던져진 불쌍한 뚜껑을 집어 들어 시온에게 보여준다. "미안해. 설명서는 읽지 않는 주의라서." 그럼 어떻게 게임의 규칙을 익히죠? 전에 보여준 체스 입문서는 뭐죠? ──하고 물으려다가,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린이를 타이르는 것과 같은 인내심이다. "우선 분말 스프를 넣습니다. 고명을 넣고요, 그런 다음 안쪽의 표시 선까지 뜨거운 물을 부어줘요." 쿄야는 하나씩 하나씩 입으로 말하면서 작업을 해 보였다. 시온은 진지한 눈빛으로 쿄야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있었다. 메구미의 홍차 기지에서 3분짜리 모래시계를 빌려왔다. 탁자 위에 놓자 녹색의 모래가 흐르기 시작했다. 떼어버린 뚜껑 대신 접시를 덮었다. 모래가 다 떨어질 때까지, 한 개의 컵라면을 둘이서 가만히 지켜보며 그저 기다렸다. 그리고 뚜껑을 열자──. 화악 하고 맛있는 냄새가 퍼졌다. 파아앗 하고 시온의 얼굴이 빛났다. 지적 미인이 다 망가졌다. 하지만 귀여웠다. 일회용 나무젓가락에 또 껑껑대고 있는 것을 떼어서 넘겨 준 후──. 쿄야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맛있게 컵라면을 먹는 시온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도시락을 얌전히 먹으면서 시온에 대한 인상을 정정했다. 게임의 천재는 일반상식에 굉장히 둔한 것 같았다. #미인 "야. ─저기." 티타임 중, 부장이 갑자기 그렇게 말했다. 마주 보고 웃던 메구미와 시온이 얼굴을 들었다. 고기를 콱 깨문 참이 던 키라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쿄야도 쿠키를 집으려고 뻗던 손을 멈추고 부장을 보았다. "이 네 명 중에서 말이야──. 누가 가장 미인이라고 생각해?" 부장은 어째서인지 쿄야한테 갑자기 그렇게 물었다. "네?" "종종 듣는다구. 반 애들한테. 너희 부는 미인들뿐이네─, 하고. 그런 건 지금까지 신경 쓴 적도 없었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깐, 그랬더니 정말로 다들 꽤 미인이잖아?" 부장이 그리 말하고는 다른 세 명을 순서대로 쳐다보았다. 그 심사하는 듯한 시선이 지나가자, 시온도 메구미도 심지어는 키라라까지도 의자 위에서 자세를 바로 했다. "──그래서 네 눈으로 보면 어떠냐고 하는 거지." "왜 저한테 물어봐요?" "아니, 그게. 일단 남자잖아. 심사위원이라고 치고." "싫어요. 심사 따위 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 이 녀석은 적을 앞에다 두고 도망가겠다고 말했어. ──그럼 총살하면 되겠지?" 어째서인지 이번에는 모두에게 동의를 구했다. 아까까지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한순간에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아, 아니. 저기요. 저……. 저기. 메구미……?" 쿄야는 메구미에게 애원하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말려줄 것을 기대하고──. "재미있겠네요─." 방긋방긋 미소로 답했다. 메구미는 천사이기는 했지만, 그러고 보니 의외로 대결하는 걸 좋아했고, 의외로 지는 것도 싫어했다. "시온 선배──." 쿄야는 시온에게 고개를 돌렸다. 쿨하고 논리적인 그녀에게, 이런 일의 무의미함을 설명해주길 바라며──. "경쟁이나 콘테스트 같은 것에 실용적인 의미는 전혀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쓸모가 없기 때문에 오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오락의 본질은 시간 때우기에 있다고 생각해. 그렇다면 쓸모가 없으면 없을수록 유익한 오락이라고 할 수 있을 거야. 또 이것은 우리 부의 활동이념에도 부합되지." 논문조로 대답이 돌아왔다. 즉, 소용없었다. "키라라……는?" 소용없다고 생각하면서 도, 마지 막으로 키라라에 게도 물어 보았다. "쿄로. 누가 좋아?" "바──바보! 너 ! 무슨?! 무슨 소릴?! 아니잖아! 누가 미인 인가 물어보는 것뿐이잖아! 제대로 이야기 듣고 있었어?! 어디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그런 이야기가 되는데?!" 부장이 빨갛게 되어 폭발했다. 키라라한테 길고 긴 항의를 시작했다. 잠잠해질 때까지 3분 정도 걸렸다. 그동안 메구미는 모두의 차를 준비하고, 모래시 계를 놓고, 홍차 잎을 우리기 시작했다. 시온은 문고본을 몇 페이지 정도 더 읽었다. 키라라는 부장을 보고 있었지만,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후암 하고 하품을 했다. 모래시계가 다 될 즈음에는, 부장도 겨우 진정했다. "──그래서. 가장 미인인 건 누구야?" 이대로 어물쩍 잊어줬으면──하던 쿄야의 바람은 이루어 지지 않았다. "으음. 입만 다물고 있으면 부장님은 꽤 미인이라고 생각해요." "무슨 뜻이야." "구체적으로는 말을 안 하고, 그리고 물어뜯지 않으면──아 야! 아야! 아파요!" 부장의 이빨이 떨어진 후에 쿄야는 다음 차례로 시온을 바라보았다. "시온 선배는 가장 지적이라고 생각해요." "으, 응. 뭐, 둬어. 그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 "메구미는 착하고 가장 여자애답다고 생각해요." "와~ 고마워요." "야, 메구. 미인이라고 한 건 아니잖아." "그리고 키라라는…… 그러면서 쿄야는 마지막 한 사람, 키라라 선배에게 시선을 향했다. 칭찬할 말을 찾았다.<미인>이라는 단어를 되도록 쓰지 않고 장점을 칭찬하는 말을 찾는 것이다. 그것이 생존술이다. 살아남기 위한승리의 키워드였다. "그러니까 보고 있자니 키라라는 큐릉? 하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런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키라라는……. 가장 색다르달까? 갭이 있어서──." "모에구나!" 부장이 무릎을 쳤다. "모에는 그거잖아. 미인인 거랑 상관이 없지. 그럼, 즉 네 명 다 비겼다는 거네." 만족스럽게 부장은 웃었다.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떻게 잘 수습되어서 쿄야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루밍 타임 평소 같은 부실. 메구미가 브러시를 가지고 부장의 머리를 빗겨주고 있었다. 작은 등을 긴 머리가 덮고 있고, 그곳에 메구미의 손이 위 아래로 움직인다. 단조롭지만 정성스러운 움직임이 몇 번이나 계속되었다. 의자에 옆으로 앉은 부장은 허리를 펴고 등을 맡기고 있었다. 어찐지 다른 여자애로 보일 정도로 얌전하다. 이 광경은 GJ부의 부실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루에 한 번은 보고 있었다. "언니는 금방 엉켜버리거든요." 쿄야가 가만히 보고 있었던 탓일 것이다. 메구미가 갑자기 그런 말을 했다. 흠흠, 하고 쿄야는 끄덕였다. 여자애들은 힘들겠다. 여자애가 되어본 적은 없기 때문에, 생각을 해볼 뿐, 실제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브러시가 위아래로 움직 인다. 밝은 감색 머리카락이 빗겨진다. 지금 부실에는 부장과 메구미, 둘 뿐이다. 가져온 소설은 다 읽어버려서, 달리 할 것이 없는 쿄야는 빗질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흐, 음…… 부장이 뭔가 헛기침을 했다. 몸을 몇 번이나 꿈틀대며 어째서인지 안절부절못했다. 계속해서 가만히 보고 있자니─. "해볼래요?" 메구미가 갑자기 그런 말을 했다. "에?" "그게, 시노미야 군이 하고 싶은 것처럼 보고 있길래 그랬죠." "아니, 딱히 그런 건──." "해볼래요?" 단지 심심해서 그랬다거나 하는, 산처럼 많이 남은 변명을 할 기회를 빼앗은 후, 그녀는 브러시를 내밀었다. 메구미. 무서운 아이! 쿄야는 마음속 깊이 그렇게 생각했다. 방긋방긋 천사의 미소를 지으며 엄청난 소리를 하는 것이 메구미라는 아이다. 부장은 등을 펴고 의자에 단정히 앉아있다. 그 뒷모습은 달리 안 된다고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부장은 안 될 때는 안 된다고 단호히 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괜찮다. 물리지 않는다. 등을 보인 채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부장의 태도를 멋대로 그렇게 해석했다. 쿄야는 의자를 질질 끌어 부장의 바로 뒤로 이동했다. "자, 여기요." 메구미가 브러시를 넘겨주었다. 솔직히 흥미도 있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흥미진진했다. 전부터 부장의 긴 머리에 는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조금 두근거리면서, 그 풍성한 머리카락에 살짝 브러시를 대기 시작했다. "브러시가 걸리거든 한 번 되돌아가요. 억지로 빗으면 안 돼요. 끊기거나 삐친 머리칼이 되어버리니까요." 메구미가 옆에 붙어서 지도해주었다. 가는 데다가 양이 많아서 부장의 머리카락은 꽤 빗기 어려웠다. 메구미처럼 부드럽게는 여간 잘 되지 않았다. "너무 심하게 엉켜 있을 때는, 이렇게 먼저 손으로 빗어주는 게 더 좋아요─." 손으로 만져도 되는구나. ──그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몹시 엉킨 곳이 있기에 풀어보니, 놀랍게도 작은 나뭇가지가 하나 나왔다. 부장님. 도대체 어디서 놀다 온 거죠? 쿄야는 말없이 브러시를 움직였다. 부장도 말없이 머리를 맡겼다. 메구미는 옆을 떠나서 차를 타러 일어났다. 부장은 몸을 꿈틀거리며 계속 자세를 바꾸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물론 물어뜯지도 않았다. 홍차의 준비가 끝날 때까지, 쿄야는 계속 부장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었다. 가만히 참는 것같이 굳어 있던 부장의 등도, 끝날 때 즈음 되니 힘이 빠져 있었다. 머리카락과 등을 쿄야한테 맡기고 있었다. "차가 다 되었어요─." 방긋방긋 웃으며 메구미가 불렀다. 아쉽지만 브러싱 시간은 막을 내렸다. #벌칙 게임 ① "앗!" 눈치첸 순간에는 이미 늦었다. 사기 그릇 깨지는 소리가 부실에 울렸다. 팔꿈치가 닿아서 탁자 위에서 잣잔을 밀어내고 말았던 것이다. "이런…… 쿄야는 바닥을 바라보았다. 바닥 전체에 퍼지는 참상에 어깨를 움츠렸다. 홍차의 바다 안에, 하얀 사기 컵의 파편이 흩어져 있었다. "물어내라♪ 물어내라♪" "아,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부장이 곧바로 초등학생 같은 대합창을 홀로 시작했다. 메구미가 걸레와 쓰레받기를 들고 달려왔다. "미안. 깨버려서." 도와줄 타이 밍도 놓쳐서 쿄야는 그저 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뇨. 괜찮아요." 솜씨 좋게 파편을 치우면서 메구미는 붙임성 있게 말해주었다. 쿄야는 미 안할 따름이었다. "아.아-. 그 컵. 메구가 아끼던 건데." "에? 그래요?" "아, 신경 쓰지 마세요." "아홉 살 때였나? 할아버지가 생일 선물로 준 거였지. 다섯 개 세트로 똑같은 거." "열 살 때지만요. 하지만 괜찮다니까요." "참고로 할아버지는 이미 죽어서 안 계시지." "그, 그래요?!" 쿄야는 부들부들 떨었다. 그렇게 소중한 것을── 깨, 깨버리고 말았다. "미안해!" 기왓장 열 장 정도는 한방에 찔 정도의 기세로 쿄야는 머리를 숙였다. "괜찮아요. 형태가 있는 물건은 언젠가는 부서지니까요." 파편을 모으면서 메구미가 말했다. "이 찻잔도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 같이 잘 써줘서. 사명과 천수를 다 해서……. 마지막에 써 준 것이 쿄야 군 같이 물건을 아끼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서 분명 기뻐 하고 있을 거예요." 역시 그녀는 천사였다. "좋은 이야기다, 메구. 맞아. 할아버지도 죽었고. 108세까지 살면 오래 사셨지. 하지만 그러고 보니 이거, 마지막 선물 맞지?" 부장이라는 이름의 작은 마왕은 전혀 용서해주지 않았다. 실실 웃으면서 눈으로는 자신의 삐친 머리카락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이 번에는 부장 말이 맞았다. 사과한 것 정도로 용서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러워 졌다. "미안! 사과해서 끝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정말로 미안해!" "차암. 괜찮다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있잖아요." "그래서는 내 마음이 풀리지 않아." 고령의 할아버지에게서 열 살 때 받은 마지막 선물이고, 그 사람은 이미 죽어버렸다니. 즉, 마지막 선물이고 그것을 메구미는 아끼고 있었는데──. "차암. 어떻게 하면 마음이 풀리나요? 시노미야 군은." 쿄야는 얼굴을 들었다. 파편을 완전히 치우고 나서, 메구미는 계속 기다려 주었다. 허리에 손을 대고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곤란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곤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자신이다. "뭐든지 말해줘.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그럼 벌칙 게임이에요." "운동장 30바퀴!" 부장이 말했다. "할게요!" 뛰쳐나가려고 했던 쿄야는 목덜미를 붙잡혔다. "그런 게 아니라." "스쿼트 3천 번!" "할게요!" 쿄야는 그 자리에서 무릎 구부렸다 펴기 운동을 시작했다. 메구미가 다시 말렸다. "그런 것도 아니라." 여자애 치고는 굵고 늠름한 눈썹 사이에 손가락을 대고, 메구미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렇군요. 백 번이 좋겠네요." 결국 밝은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벌칙 게임 ② "자, 됐어요." 메구미는 의자에 앉아서 그렇게 말했다. 부실의 가운데에서 의자를 두 개 마주 보게 했다. 마주 보는 의자의 한쪽에 쿄야는 앉았다. "그건 무슨 벌칙 게임이지?" "쿄로. 나쁜 짓 했어?" 부실 안쪽에서 혼자서 체스를 하던 시온과, 소파에서 고기를 물어뜯고 있던 키라라가 재미 있겠다는 듯이 다가왔다. 모두의 가운데서 쿄야는 메구미와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메구미가 말했던<벌칙 게임>의 내용은 백 번 연속으로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그런 것으로 괜찮나, 하고 쿄야는 김이 빠졌다. 스쿼트 3천 번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는데──. "그럼, 시작할게." "네." 메구미는 어째서인지 그 순간 눈을 감았다. 약간 긴장하면서 쿄야는<벌칙 게임>을 개시했다.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네." 숨을 들이쉬는 순간 대답이 돌아와서, 거기서─웃 하고 멈춰버렸다. 이거 의외로 창피하다……. "아직 세 번이다." 부장이 노려보자, 쿄야는 계속했다.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네." 메구미는 방긋방긋 끄덕이고 있다. 열 번 정도에 쿄야는 눈치를 챘다. 이것은 무서운 벌칙 게임이다. 이런 벌칙 게임을 생각해 내다니……. 메구미, 무서운 아이!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네." "일일이 이름 다 부르기 귀찮지? 아예 애칭으로 짧게 부르던가. 언니로서 용서해주마." 부장이 훼방을 놓았다. 쿄야는 반응하지 않고 그저 메구미의 이름만을 계속 불렀다.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네." 메구미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끄덕였다. 쿄야는 이미 새빨갛게 상기되었다. 지금 몇 번인지 빙글빙글 도는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힘내. 한 번 남았다." 부장이 말했다. 절대 안 믿어. "지금 서른 한 번이야. 아직 예순아홉 번 남았어." 시온이 말했다. 앞으로 예순아흡 번. 한번에 해버리자.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 "(중략)" "~~~~."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메구미." 헉헉 하고 거친 숨을 쉬며 쿄야는 지금이 몇 번째인가 멍하니 생각했다. 산소 결핍으로 어질어질했다. "힘 내! 앞으로 한 번이야! 까─." 훼방을 놓는 부장을 톡 쏘아보았다. 아까도 그렇게 말했었는데. 절대 절대 안 믿을 테다. "그 수에는 안 속을 거예요. 부장님." "정말이야. 지금 아흔아흡 번째니 까." 손가락을 구부리 며 부장은 대답했다. 그 수에는 안 속는다. "아." 메구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멍하니 입을 열고 있었다. "아." 쿄야도 눈치챘다. 역시 똑같이 멍하니 입을 열었다. 규칙은 이랬다. '메구미의 이름을 연속으로 백 번 부를 것.' "자, 처음부터 다시 해야겠네요." 천사의 미소가 거기에 있었다. #벌칙 게임 ③ "그럼 다음. 내 차례구나." 메구미가 말한 벌칙 게임 두 번째가 끝나자, 그녀가 일어나고──. 새하얗게 타버린 몸으로 쿄야가 의자에 앉아 있자니, 비어 있는 앞자리에 부장이 뭔가를 기대하는 얼굴로 척 앉았다. "네?" "그러니까. 자. 다음. 내 차례야." "네?" 쿄야는 곤란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부장 언어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메구미에게 보냈다. "저기. 그러니까. 메구미한테만……, 아니었어?" "아?, 이 녀석! 눈곱만큼도 성의가 안 보여! 사과할 생각이 낫싱!" "왜 부장님한테까지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요!" "뭐 어때! 순서대로잖아. 불공평해! 아님 그거니? 내가 선배라서 차별하는 거냐?! 선배 차별 반대!"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요."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이번에 나한테도 해주면, 너한테 줄게. 도토리를." "필요 없어요." "매, 매미 껍데기까지 원하는 거냐? 욕심쟁이 같으니. 알았어. 줄게." "필요 없다니까요." 부장에게서 얼굴을 돌려 쿄야는 다른 두 사람을 보았다. "시온 선배도 한마디 해주세── 하고 얼굴을 돌렸다가 굳었다. 의자가 두 개 늘어서 있었다. 대기석이 만들어져 있었다. 시온과 키라라가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시온 선배? 키라라?" 시온은 모른 척 시선을 삭 피했다. 키라라는 꼬리라도 흔들 것 같은 표정으로 강아지의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 안 되겠어. "그럼 규칙 변경이에요. 전원에게 해주는 걸로 하죠." 메구미가 쿡쿡 웃음소리를 냈다. 천사의 미소로 규칙 변경이 결정되었다. "힘내세요. 시노미야 군. 물 끓여둘 테니까. 목에 편한 캐러멜 마키아또를 타드릴게요." 메구미의 웃는 얼굴에서 쿄야는 눈을 돌려──. 한숨을 쉬었다. 부장과 마주 보았다. "그럼……, 시작합니다." "그래." 부장은 눈을 반짝이며 기다리고 있다. 어찐지 불편했다.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은 얌전히 프랑스 인형같이 앉아 있었다.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방긋방긋 애교 있게, 미소를 띠면서 듣고 있다. 분명히 뭔가 꾸미고 있다.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호흡의 한계까지 연속으로, 가능한 한 가장 빠르게──서둘러 끝내기로 했다. "~~~~." "(중략)" "~~~~."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여기까지 아흔아흡 번. 그리고 다음이 마지막 한 번. "부장! ─봐요. 이걸로 딱 백 번이죠!" 보라는 듯이 가슴을 폈다. 잘못 세지 않았다. 완벽하다. 하지만 부장은 아직 웃음을 띠고 있었다. 쿄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실실 웃음을 띠며, 그녀는 입을 열었다. "내 이름 말이야──. '부장님' 이 아니라 마오인데." 쿄야는 추욱 하고 어깨를 떨어뜨렸다. "확실히 백 번 불러주지 않으면 안 돼." 백 번 더, 라는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다. #벌칙 게임 ④ 휴식시간을 가진 후, 다음은 시온 차례였다. "아~ 흠흠. 아니, 둬. 만약 네가 싫다면 나도 억지로 시키고 싶지는 않아." 의자에 마주 앉더 니 시온은 그렇게 말했다.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는 그 동작이 언제까지나 끝나지를 않았다. "이렇게 된 거, 할게요. 시온 선배도 저한테 벌칙 게임을 시키고 싶은 거죠? 그러니까 기다리신 거죠?" "아니. 별로 하고 싶지 않다면 그렇게까지 억지로 벌칙 게임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단지 나는 우리 부의 활동이념을 돌이켜보고 부원이라면 줄을 서야 한다고 판단했을 뿐이라──." 그러고 보니──하고 쿄야는 생각했다. 이 부에 들어온 지 벌써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도대체 라는 부가 무엇을 하는 부인지 모른다. 애초에 어떻게 읽는지조차 모른다. GJ가 무엇의 약칭인가──? 처음에는인 줄 알았다. 턱 (Jaw)을 튼튼하게(good) 단련한다는 뜻으로. 부장이 특하면 물어뜯었기 때문인데──. 그럴 리는 없다. 뭐, 어때. "──즉, 프로이트에 의하면 거의 대부분의 갈등과 충동은 리비도에 의한 것이야. 그래서 꿈, 혹은 원망의 안에 그런 이미지가 인종, 민족을 넘어 공통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충분 히 있을 수 있는 일이겠지. 즉, 논리적으로 말하자면 네 말을 부정하는 데 필요조건이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시온은 또 낭독모드로 들어가 있어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늘의 전문분야는 심리학인 듯했다. "끝났어요?" 일단은 물어봤다. 시온은 머리카락을 귀로 쓸어 올리며 끄덕하고 긍정했다. "그럼, 괜찮죠?" "으, 응. ……키라라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빨리 끝내는 게 좋겠지." 시온은 옆에 있는 키라라를 의식하고 있었다. "키라라 누……. 아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키라라. 기다림." 그녀는 의자 위에서 다리를 껴안고 삼각형으로 앉아 있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굉장히 버릇없는 포즈로 보이겠지만, 그녀의 경우는 그것이 이상하게도 씩씩하게 보였다. 그녀를 키라라 선배라고 경칭을 붙여서 불렀다가는 "키라라는 하나. 셋 없어."라는 대답이 돌아와 버린다. 하지만 상급생이면서 연상의 선배를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다. 쿄야는 시온을 다시 보았다. "그럼, 시작합니다." "으, 응. 살살 부탁해." 시온은 표정을 다잡았다. 쿨한 미인의 얼굴이 되었다. 갑자기 긴장감을 느끼며, 쿄야는 시작했다. "시온 선배. 시온 선배. 시온 선배. 시온 선배." "으……, 응 " 시온이 눈썹을 모으고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시온 선배. 시온 선배. 시온 선배. 시온 선배. 시온 선배. 시온 선배." "으음……, 이것은……, 상당히." 시온은 몸부림을 시작했다. "시온 선배. 시온 선배. 시온 선배. 시온 선배. 시온 선배. 시온 선배. 시온 선배애." 쿄야의 목소리도 어찐지 점점 열기를 뿜기 시작했다. "시온 선배. 시온 선배. 시온 선배. 시온 서언배. 시온 선배. 시온 선배. 시온 선배애." "으……' 응…… 아니……, 그러니까……, 그……." 목소리로부터 도망치듯, 시온은 목을 젖혔다. 쿄야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었다. "시온 선배. 시온 선배. 시온 선배애. 시온 선배. 시온 선배 애. 시온 선배. 시온 선배애." "지──지금. 몇 번이지?" "아직 겨우 서른두 번째야." "아니. 아니. ──이제 됐어. 이미 충분해. 이 정도로 끝내자." 목덜미를 팔락팔락 손부채로 부치며 시온이 말했다. "안 돼. 백 번 하지 않으면 벌칙 게임이 안 되니까." 부장의 말에 물론 쿄야도 끄덕였다. 그 후, 시온은 쉰 번째에 기브업했지만, 오히려 재미있어진 쿄야는 물론 계속해서──. 일흔 번째에서 시온은 "꺅!"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계속해서──. 백 번째가 끝난 후, 시온은 의자 위에서 추욱 늘어져 있었다. #벌칙 게임 ⑤ 마지막 한 사람은, 키라라였다. "많이 기다리셨어요." 쿄야는 키라라의 앞에 섰다. 넥타이를 풀고, 뜨거워진 목덜미에 바람이 들어가게 했다. "응." 의자 위에서 무릎을 껴안고 기다리고 있던 그녀는 작게 끄덕였다. 여전히 신비한 사람이었다. 이 GJ부에 들어와서, 두 달 가까이 같은 부실에서 지냈는 데, 이 사람에 대해서는 역시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굉장히 동물적인 느낌이 드는 사람이다. 동물이라고 해도 개나 고양이 같은, 그런 애완동물 쪽이 아니라, 야생에서 거칠게 살아가는 쪽. 수입해버리면 경찰에게 체포되는 쪽. "키라라 차례?" 하고 그녀는 의자 위에서 두리번거 리고 있다. 메구미는 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부장은 아까부터 조용하다 했더니, 부의 비품에서 핸디카메라를 들고 와서 이 벌칙 게임을 촬영하고 있다. 시온은 책받침으로 팔랑팔랑 목덜미를 부치고──. "음─. 이건 제 벌칙 게임이에요. 키라라누──, 아니, 키라라의 이름을 지금부터 백 번 부를게요. 괜찮죠?" "응." 키라라는 끄덕였다. 다리를 내리고 제대로 앉았다. 이쪽을 본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겠지만──. 이렇게 말이 통하는 것이 너무 신기한 느낌이 든다. "그럼, 시작합니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 쿄야는 단숨에 시작했다.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응."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리~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오─! 반말이야─! 쿄로 주제에 건방지게─ 부장이 훼방을 놓았다. 의식해버리니 갑자기 창피해졌다.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리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응." 키라라가 양손을 써서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 간다. 쿄야의 얼굴은 이미 새빨간 색이었다. "응. 너도 이해한 것 같구나. 내 부끄러움을. 하지만 넌 봐 주지 않았어. 그래서 나도 봐줄 수가 없어. 역사상 가장 오래된 법을 적어둔 함무라비 법전에도 보복의 개념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고." "덧붙여서 신은 이렇게 말했지. '꺅!' 에는 '꺅!' 이라고." 부장이 옆에서 놀렸다. 그랬다가 시온에게 볼을 꼬집히며 유연성 한계 테스트를 받기 시작했다.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응. 응. 응." 손가락을 세는 키라라의 얼굴이 점점 험악해져 갔다.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키라라. ──힘내. 키라라." "응." 키라라도 힘냈다. 쿄야도 힘냈다. "백 번 " 하고 그녀가 말했다. 키라라의 양손의 손가락이 전부 접혀 있었다. "백 번 " 키라라는 한 번 더 확실히 말해주었다. 얼굴을 들고 쿄야에게 웃어 보였다. 부장이 핸디 카메라를 테이블 위에 고정시켰다. 녹화는 계속한 채로, 렌즈를 이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시온과 둘이서 나란히 쿄야와 키라라의 사이로 들어 왔다. "야~, 메구. 잠깐 이리 온. 여기 들어와. 오라면 와. 빨리." 부장이 메구미를 불렀다. 전원이 늘어섰다. 뭔가 기념 촬영 같았다. 카메라는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기다려. 기다려. 앞으로 30초 정도. 알았지. 응?" 어떤 표정으로 30초를 보내면 될지, 쿄야가 쓴웃음을 짓고 있자니──. 콕콕 하고 키라라가 손가락으로 불렀다. 뭔가 하고 얼굴을 가까이 하자, 그녀는 쿄야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키라라는 하나. 백 없어." 비밀을 품은 것 같은 미소가 바로 앞에 있었다. 쿄야의 명예를 위해, 모두에게 비밀로 해줬다는 뜻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쿄야는 미소를 보냈다. ■후기 가가가 문고에서는 처음 뵙겠습니다. 아라키 신이라고 합니다. 후기를 마지막으로 읽는 분과 후기부터 먼저 읽는 분, 어느 쪽이든 안녕들 하신지요. 그럼 , 갑작스럽기는 합니다만──. 보시다시피, 이 작품은 보통과는 좀 다른 소설이니, 해설이라고 할까, 읽는 법의 소개라고 할까요. 그런 취급설명서 같은 것부터 써보려고 합니다. 이번 작품는 '4컷 소설' 입니 다. 단편보다도 더욱 짧은 네 페이지 단위의 쇼트 스토리 모음으로 구성되어 있죠. 전 36화 구성. 내용은 미지근한 주인공 시노미야 쿄야 군이, GJ부라는 활동내용 불명의 부에 소속되어 개성 넘치는 네 명의 소녀들과 나른하고 포근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죠. 잡담도 하고, 차도 마시고, 놀리기도 하고, 얼굴을 붉히기 도 하고, 물어뜯기도 하는 일상의 짧은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보여드립니다. <푸근한 일상계열의 하트풀 코미디>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깊은 스토리나 심오한 테마 같은 것은 딱히 없습니다. 대신, 쿡 하고 웃을 수 있는 주인공들의 느슨한 대화가 36화분 꽉 차 있지요. 각화 전부 일러스트가 붙어 있어요. 일러스트 총 매수는 놀랍게도 40장 이상! 시기적으로 대강 *4월에서 5월 사이의 이야기로 생각했어요. 입학 직후부터 하복으로 바뀌기 전까지 정도군요. 하지만 하나하나 이야기의 시간 축은, 이것도 느슨하게 되어 있어서, 시간 순서대로 늘어놓은 것은 아니기도……. 즉,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없다, 라는 거죠. 일단 작가의 추천 코스로는 처음부터 순서대로라든가, ① ②라고 붙어 있는 연작은 세트로 읽어 달라~?정도일까요? 적당히 펴서 나온 부분부터 읽으셔도 전혀 아무 문제없습니다. 어제 어디까지 읽었나? 라든가. 별로 심각하게 신경 쓰지 마시고──. 매일 아침 출근길, 학교 가는 길의 전철 안에서라든가 학교의 쉬는 시간이라든가, 잠깐 시간이 남아서 몇 분 짬이 날 때. 편하게 꺼내서 적당히 편 후, 편 곳부터 한 회분 읽고 나서 시간이 되면 편하게 닫아버린다──든가. 그렇게 편하게 읽으시면서 쿄야와 소녀들의 느슨한 대화를 즐겨주시면──. 그리고 혹시라도 캐릭터를 좋아해 주신다 면──. 작자로서 그 이상의 행복은 없겠습니다. 한 회는 반드시 네 페이지에 끝나게 되어 있으니, 몇 분이면 다 읽을 수 있을 게 분명하지요. 보증하겠습니다. '4컷 소설' 이라고 선전했지만, 사실은 그 한 회가 네 페이지라는 의미도 같이 갖고 있어요. 작품 해설은 일단 이 정도로 하고──. 다음은 창작의 동기 같은 것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편집자가 "외쳐라!"라고 말하는군요.) 그러니, 외치겠습니다. 왜 이런 소설을 쓰게 되었냐면──. 쿡쿡 웃으면서 휘릭휘릭 읽히는, 그런 이야기가 필요해. 좀 더 쉽게 읽히는 소설. 라이트노블보다도 좀 더 가볍게──푸근한 티타임을 하고 있는 것. 이전부터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일상계 작품을 좋아해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어도 스토리가 종반으로 가기 시작해 빠르게 전개되기 시작하면,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는 타입이었습니다. 기껏 좋아했던 캐릭터가 마지막의 드라마를 위해서 죽어버리거나 살해당하거나 하면 견딜 수가 없어서(눈물). 내 미엘을 돌려줘?! 병이 오진이었다고 해도 용서할 테니까(※) (※주: 미쉘은 마크로스F의 캐릭터인 듯합니다. 그리고 오진으로 살아난 것은 우주전함 야마토의 오키타 함장인 듯합니다. 두 개는 물론 다른 작품입니다. 그런고로 저자는 착란 상태인 듯합니다.) 스토리는 진행하지 않아도 되니까! 이야기를 끝내지 않아도 되니까! 캐릭터들의 일상을 조금 더 그려줘도 될 텐데! ──하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지 몰라요. 스토리 따위 장식이에요! 높은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니까요!──하고 젊은 지온의 정비병도 말했다던가 말 안 했다던가. 스토리성보다도 캐릭터성을 메인으로 한──이라 는 작품의 이미지가 점점 결정화된 것은 작년 연말이었습니다. 기획서를 쥐고 업계를 방황하고 있는 것을 가가가 문고의 쿠시켄 씨가 주워주셨지요. 쿠시겐 씨에게는 작품의 방향성에 대해 여러 가지 귀중한 조언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 다. 일러스트가 40장 이상 들어가는 라이트노블이라니, 정말 대단하죠─. 아, 맞다. 까먹지 말고 말해뭐야지──. 일러스트를 그려주신 아루야 씨. 말할 기회가 없었던 것과, 전 현실세계에서는 꽤나 샤이 보이다 보니 이 자리를 빌려, 또 문장의 힘을 빌려 고백하기로 합니다만──. 멋진 일러스트, 정말 감사합니다! 아루야 씨가 그려주신 세계, 거기에 있는 마오, 시온, 메구 미, 키라라를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한다는 것을 여기에 적어두겠습니다. 문자로 쓰인 캐릭터에게 모습과 형태를 부여해주셔서, 이 세상에 낳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일러스트가 많은 캐릭터 소설을 같이 만들 수 있어 서 즐거웠습니다. 정말. 힘드셨죠~? 그럼, 2권 이야기입 니다. 판매량이 좀 나와 줬을 때 일이기는 합니다만,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보여드리는 것은 이 1권의 3개월 후──6월쯤이 되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디까지나 예정이니 어떻게 될지는 모릅니다만. 다음은 6월에서 8월에 걸친 여름 이야기이니, 실시간과 작 중의 시간 진행이 잘 맞아떨어진다면 멋지겠네요─.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가 끝났으니, 저자 HP를 소개하렵니다. http://www.araki-shin.com/ ↑이 주소는 컴퓨터로 오실 때 쓰시면 됩니다. 휴대폰의 경우는 다음의 QR코드를 이용해 주세요. (※ 일본 통신사의 휴대폰에 해당.) (카메라가 없는 기종인 분은 이쪽 주소를 이용해 주세요.) (http://www.araki-shin.com/araki/keitai.htm) 휴대폰용의 입구는 이번이 첫 시도입니다. 콘텐츠는 문자 중심이라 데이터요금도 별로 안 나올 거예요. 익숙지 않은 분야지만 열심히 만들어 보았습니다. 평소에 그다지 휴대폰을 쓰지 않아서 톡톡 튀는 디자인으로 못 만든 것 같아 걱정입니다만, 편하게 방문하셔서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톡톡 튄다.'는 이미 유행이 지난 표현인가요? 그렇군요. 안절부절. 마지막까지 선전 같아서 죄송합니다만……. 이 책에 슬쩍 나오는 쿄야의 반 친구인 요코미조 군은 제 다른 시리즈에도 사실은 단역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쿄야가 작중에서 읽곤 하는 소설의 작자인 <니노미야 슈지> 라는 인물도 사실은──. 다른 출판사 작품입니다만, <밝은 가족계획!> 현시점에 4권까지 나왔습니다.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GJ부 같은 푸근하고 느슨한 일상계를 좋아하는 분도 가끔은 제대로 러브스토리를 읽고 싶으실 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실 때는 이쪽 시리즈도 잘 부탁드려요. 2010년 2월 모일 아라키 신 -------------------- 어떤 멍청이의 후기목록. ★안녕하세요, M입니다. 네. 제가 바로 그 멍청한 엑스노우 기획자죠. 오늘도 이 멍청이의 단순무식 프로젝트를 아무 불평없이 뚝딱 끝내주신 S.E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GJ부는 단편집처럼 되어있더군요. 마치 학**의 일존같이...... 그리고 번뜩 떠오른 프로젝트에 맞춰서 선뜩 스캔을 제공해준 X team의 어디사는 수능끝난 악마형에게도 감사인사 전합니다. 그리고 여러분, 책은 꼭 사서봅시다!!!!!!!!!!! 텍본만 보고 책 안사면 2권부터 꽁꽁 숨길거니까!!!!!!!! ☆With Xsnow 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