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엘프의 숲 1부 요정계에서의 여행자 1 대지에 새겨져있는 추악한 상처 위를 한명의 여행자가 기분나쁜 듯한 얼굴로 걷고 있었 다. 이 대지의 상처를 인간들은 가도(街道)라고 부른다.셀 수 없을 정도의 여행자들에 의해 밟혀져 단단해진 지면에는 초목의 정령의 혜택은 없고 대지의 정령력의 움직임조차 놀랄 정도로 약해져 있었다. 여행자는 어린 풀잎색의 망토를 걸치고 음유시인들이 잘하는 듯이 깃털달인 모자를 머 리에 쓰고 있었다.그 깃털달린 모자의 양옆에서 새의 칼깃과 닮은 두개의 귀가 솟아나 와 있었다. 엘프였다.백은에 가까운 금색의 머리칼이 망토 위를 무늬같이 흐르고 있었다.바람이 스 쳐지나갈 때마다 그 무늬는 눈이 어지러울 정도의 변화를 보였다. 초가을의 따듯한 바람을 타고 불쾌한 냄새가 떠도는 것을 엘프는 아까부터 의식하고 있 었다.무언가가 타는 냄새,그리고 우수한 시력을 가진 물색(水色)의 눈동자에는 전방에 피 어오르고 있는 새캄한 연기가 포착돼 있었다. "또 전쟁인건가..." 그렇게 중얼거린 엘프의 목소리에는 혐오와 모멸의 감정이 들어가 있었다. "정말로 인간이라는 생물은..." 어느모로 보나 보잘것 없는 존재다라고 계속하려고 생각한 엘프의 입이 갑자기 닫혀졌 다.그의 시계 속에 흔들거리는 검은 연기를 등에 없고 지금 모멸의 말을 던지려고 했던 대상인 인간들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 수는 다섯. 모두 일치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가죽제의 바지와 금속제의 브레스트 플레이트라는 복장 에 검과 방패를 손에 쥐고 있었다.브레스트 플레이트와 방패 양쪽 다 거미를 의장화한 상당히 악취미적인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이 아라니아라는 이름의 왕국의 문장이라는 것을 엘프는 알고 있었다.다섯명은 아마 아라니아의 정규병일 것이다. 그들은 엘프를 향해서 무언가 명령적인 말투로 외치고 있었다.멈춰라든가 누구냐라든가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그 말은 로도스섬에 사는 모든 인간들이 쓰는 공통어였다.엘프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있고 읽고 쓸 수도 있었다.그러나 고함치는 듯한 남자들의 말은 발음 도 불명료해서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거의 알 수 없었다.결국 상대가 의미하는 것 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에 포위당해 버렸다. "나에게 무언가 용무가 있는건가?" 험악한 표정으로 자신을 둘러싸고있는 병사들에게 동요하는 듯한 기색도 없이 엘프는 아라니아의 병사들을 휙 돌아보았다. "너 엘프지?" 대장인 듯한 한명의 남자가 말할 나위도 없는 것을 물어온다. "보는 것만으로는 모르는 건가? 게다가 될 수 있으면 나의 질문에 답해 주었으면 하는 데." "이상한 녀석.잘난듯이 씨부렁 거리는군." 남자의 답은 또 엘프의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었다. "잭슨의 반역자들 속에는 엘프의 정령사가 있다고 들었어." 다른 병사가 그렇게 말했다. "엘프의 정령사라고?" 다른 한명이 답한다. 정령사라고 듣고 다섯명의 병사들 사이에 동요가 일어나고 있었다.인간들이 마법사에게 두려움을 품고 있는 것을 엘프는 기억해 냈다. 그러나 엘프 자신도 남자의 말에 동요를 느끼고 있었다.자신이외에 엘프의 정령사가 있 다는 사실에. "그렇다면 잡아다 공작님께 바치면 큰 보상을 받을 것임에 틀림없다." 공포보다도 욕망쪽이 이겼는지 한명의 병사가 이번은 입맛을 다시는 고양이 같은 표정 으로 엘프를 향해서 검을 뽑았다. 엘프는 그 남자쪽으로 세걸음 움직였다.미끄러지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지금 엘프의 정령사가 있다고 말했지." 한순간에 사이를 좁혀져 그 병사는 작게 비명을 지르며 깜짝놀라 뒤로 한걸음 물러섰 다. "나의 질문에 답해라.네놈은 지금 엘프의 정령사라고 말했었지." "네놈이라고?" 화가난 듯한 표정이 되어 병사는 언성을 높혔다.그러나 그 목소리에는 적 으나마 떨림도 섞여 있었다. "이몸은 라스터 3세 페하의 직속병사이다.이런 나를 향해 네놈이라는 것은 뭐냐.감옥에 쳐 넣어줄까? 아니면 여기서 없애줄까?" 말은 위세 좋았지만 타인의 지위와 권력을 자랑하는 점은 과연 인간답다고 엘프는 작게 중얼거렸다. "천박한 말투군.그렇지않아도 너희들이 말하는 말에는 기품이 없는데,그것보다도 인간이 라는 것은 정말로 타인에게서 질문받은 것에는 답하지 않는 생물인 것 같군.나의 물음 에 답해 주었으면 한다.나 이외에 엘프의 정령사가 이 땅(地)에 있는 것이지?" 엘프의 목소리는 조용했다.그러나 비꼬는 듯이도 들렸다. "네놈이외에 엘프의 정령사가 있을리는 없을 것이다!" 아라니아 병사의 목소리는 삼나무의 고목(古木)조차도 떨리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세 였고 얼굴은 늦가을의 나뭇잎같이 새빨갰다. 검을 힘껏 높이 들어올려서 엘프를 양단시킬려고 팔에 힘을 담고 있다. 이런이런이라고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엘프는 몸을 낮게 갖추면서 그 밖의 병사들 의 모습을 엿보았다.남은 네명은 마치 일의 과정을 즐기고 있는 듯이 입가에 엷은 웃음을 떠올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을 확인하고 나서 엘프는 남자의 검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았다. 남자는 싸워서 부상당한 야수따위가 내는 소리를 지르며 검을 내리쳐 왔다.엘프는 그 것이 몸에 닿기 직전에 옆으로 스텝을 밟으며 어렵지않게 피했다. 기세가 지나친 남자의 상체가 앞으로 쏠렸다.칼끝은 세게 지면에 부딪혀 마른 금속음 을 울렸다. 앨프는 거의 무방비가 된 상대의 후두부를 노려 재빨리 돌려차기를 먹였다.다음 순간에 발등에 딱딱한 감촉이오고 아라니아 병사는 보기 흉하게 얼굴부터 지면으로 떨어지고 있 었다. 참을 수 없는 비명을 지르며 남자는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손가락 틈에서 빨간것이 흘 러 나왔다.코뼈가 부러지기라도 한것일 것이다.자연의 대지는 부드러운 것이다.그것을 단단하게한 스스로의 우둔함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라고 엘프는 생각했다. "아라니아 왕국에 반항할 셈인가!" "역시 네놈이 소문의 정령사였군." "공교롭게도 그렇지 않다.내몸을 지키려고 했을 뿐이다." 인간들이 지금의 말로 납득했으리라고는 조금도 생각되지 않았다.게다가 이번은 상대 의 말을 확실히 들었다.이 땅에 자신이외의 엘프가 틈림없이 있는 것이다. 검과 방패를 갖추고 네명의 병사들이 동시에 덤벼들어 왔다.이번에는 적당히 할 수 있는 듯한 여유는 없었다. "내가 제대로 하면 너희들은 죽게된다." 엘프는 그렇게 경고하면서 바람의 왕을 소환하기위해 정신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인간들은 누구도 그의 경고에 귀를 기울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생명을 잃는 처지가 되었다. 바람의 상위정령 진의 마력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진 다섯명의 아라니아 병사들을 내려다 보면서 엘프는 자신에게 파괴의 마법을 쓰게한 인간들에게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야만적 인 인간들과 동류가 된듯한 혐오감을 느꼈다. 빨리 목적을 이루고 숲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절실히 생각했다.그리고 그러 기위한 실마리를 겨우 얻었으니까 "디드릿트.겨우 발견한 것 같군." 엘프는 대지의 상처를 피하는 듯이 잡초가 무성한 길가를 걷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말했 다. 2 로도스라는 이름의 섬이 있다. 알랙크라스트 대륙의 남쪽에 떠있는 변경(邊境)의 섬이다.혼돈된 마(魔)의 영역이 도처 에 남아있기 때문에 '저주받은 섬'이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려지고 있다. 30여년전의 마신전쟁,그리고 지난 영웅전쟁과 저주받은 섬의 풍평(風評/뜬소문)에 어긋 나지 않게 전란이 계속되는 로도스 섬이다.그리고 지난 전쟁의 잔화(殘火)는 전쟁이 끝난 지 이미 5년가까이 지났는데도 아직 각지에서 불온한 검은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4백년을 넘는 역사를 가진 여기 아라니아 땅도 예외는 아니었다.선왕 카드모스 7세의 암 살극,게다가 이어서 왕위계승전쟁으로 국토는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지고 천년왕국이라고 불려졌던 영화도 너무나 초라하고 처참했으며 암흑의 섬에서 흘러들어온 요마와 마수들 이 함부로 날뛰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마경(魔境)같은 곳이 되어 버렸다. 그것을 우려하는 자는 많았다.그러나 우려를 제거하려고 일어서는 자는 적었다.단지 아 라니아 왕국의 북쪽 백룡산맥의 고봉(高峰)의 닫혀진 작은 마을에 구국의 의지를 품은 사 람들이 모여있었다. 마을의 이름은 잭슨.그 마을에 사는 '북의 현자'라고 불려지는 한명의 마술사가 나라의 국민을 소홀히여긴 귀족들의 내란에 대항해 불복종의 자세를 나타낸 것이다.부역을 포기 하고 자신들의 마을을 어떤 기준에 맞춰 다스린다라는.이 운동은 근처의 마을들에도 퍼 져 이윽고 아라니아로부터 독립이라는 커다란 조류가 되었다.원래부터 왕국이라는 권력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타바의 마파신전과 대지의 요정 드워프족의 협력도 있어 독립운동은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그러나 내란의 즉시 종결 및 선왕 암살의 장본인인 라스터 공작에대한 공개재판을 요구 하는 그들의 주장은 도저히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국왕을 참칭하는 라스터 공 작은 여러번 군대와 용병을 파견해 잭슨의 내란을 진압하려고 하고있다.더구나 이 라스 터의 조치에 대해서는 공작과 싸우고 있는 장본인인 노비스백작 아모슨조차 암묵(暗?) 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듯한 감이 있다. 지배할뿐인 대상이었던 민중의 생각지도 못한 반항은 수백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진 아라 니아의 귀족들에게 공포와 증오의 대상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이리해서 북의 현자와 그 동료들의 목에 막대한 현상금이 걸려지게 되었다. 북의 현자-그 이름은 슬레인 스타시커라는. "큰일입니다 스승님!" 현관의 문이 큰소리를 내며 열리고 금색의 긴 머리칼을 가진 젊은이가 집 안으로 뛰어들 어 왔다. 북의 현자 슬레인은 그 목소리를 책장으로 사방을 둘러쌓아 놓은 거실 속에서 들었다. 그곳에는 다양한 언어로 쓰여진 책들이 놓여져 있었다. "무슨일입니까 세실.큰일입니다라는 당신의 말은 들었습니다." 이런이런이라는 표정으로 슬레인은 거실에서 현관쪽으로 모습을 나타냈다.오른손에는 두 꺼운 마법서가 쥐어져 있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큰일입니다." 세실이라고 불려진 금발의 젊은이는 뜻밖이라는 표정이 되었다. "남쪽의 하남 마을이 라스터 공작의 군대에게 습격 받았습니다." "뭐라고요.그것은 진짜입니까." 보통은 태평스러운 느낌의 슬레인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진짭니다.하남에서 도망쳐온 사람들이 조금전 잭슨의 남문에 도착했습니다.아라니아 병사들은 경고도 아무것도 주지않고 하남을 습격한 것 같습니다.많은 사람들이 살해되고 마을은 불타 버렸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무도(無道)한..." 그렇게 말한것은 슬레인 뒤에서 모습을 나타낸 흑발의 여성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레이리아라고 한다.4년쯤전에 슬레인의 처가 되었고 얼마전 한명의 딸을 낳았다.마파 신전의 최고 사제인 모친의 이름을 그대로 받아서 레이리아는 딸에게 니스라 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그 작은 니스는 지금은 안쪽의 침실에서 평온하게 자면서 숨소리를 내고있다. "아마 우리들에게 보여 주기위해 하남을 습격한 것이겠죠.부주의 했었습니다.설마 라스 터 공이 이정도까지 철저하게 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었습니다." 슬레인은 여러가지를 두루 생각해보는 듯이 시선을 허공으로 향하고 있었다.그리고 거 실쪽으로 돌아가서 둥근 테이블 건너측에 앉았다. "자신의 백성에게 손을 대다니 지배자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행동을..." 레이리아는 가슴 언저리에거 꽉쥔 왼손 주먹에 힘을 담아 마파의 이름을 외쳤다. "하여튼,상처입은 사람이 있는지 어떤지 보고 오겠어요." 슬레인은 말없이 끄덕이는 것으로 레이리아를 배웅했다.그리고 그의 첫제자가 된 세실 을 거실로 불러서 더 상세한 사정을 가르쳐 달라고 말했다. 세실은 피난해 온 하남 마을 사람들에게서 상당히 상세한 정보를 알아내 있었다. 습격은 날이 새는 것과 동시에 행해진 것 같다.하남에는 수십명의 남자들로 구성된 자 경단이 있어 가도의 요소에 낮과 밤 보초를 서고 있었다.그 보초가 방심하고 있었든지,또 는 당했는지는 알 수 없다.하여튼 마을은 돌연 습격을 받았던 것이다. 거의 저항할 틈도 없었다.마을 사람들은 여자와 아이들을 도망치게 하는 것에만 전력 을 다했지만,그것조차도 만족할 정도는 아니었다.아라니아 병사들은 남자들은 거의 살해 하고 마치 도적(野盜)따위가 하듯이 약탈을 원하는 대로 했다.여자를 폭행했다.그 중에는 아이들에게까지 손을 댄 병사도 있다고 한다.촌장 일가도 잡혀 그 생사조차 알 수가 없 다. 얼마전까지 평화로왔던 하남은 참극(慘劇)의 장으로 바꼈다. 슬레인은 그런 이야기를 하나하나 끄덕이면서 듣고 있었다.그리고 이야기를 다 듣고나서 세실에게 위로의 말을 건냈다. "기분나쁜 역할이였겠지만,잘 알아내 주었습니다.아모슨 백작과의 싸움이 교착되어 있 기 때문에 라스터 백작도 이 변경의 일까지 머리가 돌아가게 된 것일테죠." "상대는 정규의 기사단이 한부대정도로 상당한 수의 병사를 데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하남 마을에 진을 치고 아마 주연(酒宴)이라도 벌리고 있겠죠." 증오스러운 듯이 세실이 말한다.이 정의감으로 흘러넘치는 젊은이에게는 아라니아 병 사들의 처사를 견딜 수 없는 것일 것이다.그냥 놔두면 지금이라도 뛰쳐나가서 그곳으로 달려갈 듯한 기세였다. "당신의 마음은 잘 알겠지만,아마 상대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하 남 마을을 습격한 것은 우리들을 도발하는 것이 목적일테니까요.그것보다도 마을의 입구 를 단단히 하고 경계를 소홀히하지 않게 자경단의 젊은이들에게 지시해 주세요.그것이 자 경단의 장인 당신의 역할인 것입니다." 지금 바로 이쪽에서 쳐들어가지 않는 겁니까라는 불만이 젊은 마술사의 얼굴에 역력히 드러나 있었지만 책임감이 보통 사람보다 강한 이 젊은이는 마지못해 수긍했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 치키는듯이 뒤돌아 본후에 슬레인의 집에서 나갔다.서로엇갈려 처 레이리아가 돌아왔다.슬레인이 눈으로 묻자 레이리아는 조용히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너무 심합니다.하여튼 중상자만은 치유의 마법을 걸어 두었습니다.남은 부상자는 마을의 부인(婦人)들이 치료해 주고 있습니다.그것보다 판들의 일 입니다만..." "판이 무슨 일이라도 한겁니까?" "예,판과 디드릿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더니 그들은 하 남의 상태를 보고 오겠다고 말하고 나갔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슬레인이 조금 얼굴 을 찡그렸다. "그러고보니 바로 뛰어나가 버릴 듯한 사람이 또 한명 있었군요.판답다고 말할만한 것 이지만 저는 판이 좀더 진중해 졌으면 합니다." "괜찮을거라고 생각해요.판도 분별력이 있고 디드릿트도 함께니까.말한대로 하남의 상 태를 보러갔을 뿐이겠죠." 슬레인은 수긍하고 자신도 같은 의견이라는 것을 그녀에게 전했다. 5년전 그 영웅전쟁이 시작될때 슬레인은 판에게 끌려나가는 듯한 모습으로 이 잭슨 마을 에서의 은둔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던 것이다.무모한 젊은이였던 그에게 여러 가지의 일 을 가르치고 이끌어줄 셈이었다. 그러나 짧은 여행중에 젊은이는 전사로서 인간으로서 슬레인의 상상이상으로 성장을 이 뤘다.도중부터는 도대체 어느 쪽이 교사고 어느쪽이 학생인지조차 모르게 될 정도로.슬 레인은 판이 살아가는 법,생각하는 법에 여러가지 배울 점이 있었다. 자신이 가진 지식을 마술을 다른 사람을 위해 쓰려는 마음이 된것도 그와 만나서 함께 여행을 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판들이 돌아오고나서 마을 사람 모두가 모여 이야 기 하기로 하죠.지금이 버터야 될 시기입니다.우리들의 운동이 성공할지 무너질지는 이 위기를 어떻게 뛰어넘는가에 걸려 있을 겁니다." 3 풀숲에 몸을 숨긴 듯이 두명의 그림자가 있었다. 한쌍의 남녀였다.남자 쪽은 마른 나뭇잎색의 눈동자로 한점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 다.회색 빛을 띠게 된 차색(茶色)의 옷을 입고 왼손은 칼집을 쥐고 있다.함께 있는 여 성은 빛나는 금색의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다.엷은 녹색의 짧은옷(短衣)의 목언저리에서 는 호리호리한 흰 목덜미가 소매와 옷자락에서는 부드러운 사지(四肢)가 뻗어 있었다. 판과 디드릿트였다.둘은 하남의 비보를 듣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채 마을의 상태를 보러 온 것이었다.그리고 지금 두명의 눈앞에는 딴판으로 변해버린 하남 마을이 있었다. 바로 어제까지 여기서 평화로운 삶이 있었다고는 전혀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가옥은 불타 없어지고 논밭은 철구두와 말발굽에 짓밟혀 있었다.마을 사람들의 시체는 그냥 내 버려진채 살해당할 때의 괴로운 표정을 판들에게 그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지독하군." 소리는 억눌려져 있었지만 판의 분노는 상당했다. 마을 사람들의 시체 옆쪽에 몇명인가의 아라니아의 기사와 병사들이 표피가 불에 탄 수 목의 그늘에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판이 이대로 달려 나가서 그들을 베어버리고 싶은 충돌과 싸우고 있는 것을 디드릿트는 훤히 알고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자제가 필요한 때이다.그것은 그도 충분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바로 잭슨으로 쳐들어 올 것 같은 상태는 아닌 것 같네요." 판의 마음을 풀게 하려는 듯이 디드릿트는 속삭였다.판은 말없이 끄덕이고 그녀의 등을 가볍게 손으로 쳤다. "장소를 바꾸자.상대의 적확한 수를 알아두고 싶어." 이제 돌아가는 편이 좋아라고 디드릿트는 말하려고 했지만 판은 허리를 굽힌 자세로 즉 시 이동하기 시작하고 있었다.숲속을 우회해서 마을의 반대측으로 나올 셈인 것 같았다. 디드릿트는 당황해서 판을 쫓아간다.엘프인 그녀의 동작은 빨라서 이내 판을 따라잡았 다.믿음직한 전사의 등이 시계에 가득 들어온다.이 전사와 만나고 난지 몇년동안 디드릿 트는 이 등만을 보아온 것 같이 생각됐다. "라스터도 이번만은 진짜인 것 같은데."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판이 말을 걸어왔다. "이쪽도 진짜로 싸우지 않으면 안되겠군요." 디드릿트가 맞장구를 치자 판은 왼손의 검을 힘을 넣어 다시 고쳐 잡으면서 물론이지라 고 답했다. 디드릿트는 무심결에 미소를 지었다.판의 말이 예상했던대로 였기 때문에. 그때였다. 그녀의 오른쪽에서 바람이 움직이는 기척이 났다.자연의 바람이 아닌 무언가가 공기를 갈라서 바람의 정령이 놀란 소리를 지르는 것 같은 그런 감각이었다. 놀랍게도 판이 즉각 반응해서 칼자루에 손을 대고 있었다.그리고 한쪽 무릎을 굽힌 자 세로 바람이 움직인 방향으로 날카로운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디드,저기에 무언가 있는거야.지금 무언가가 움직인 기척이 났는데..." "바람이 움직였어요.무언가가 우리들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디드릿트는 판의 비스듬한 오른쪽뒤의 위치에 서서 예민한 감각을 다 써서 바람을 움직 이게 한 것의 정체를 가려내려고 했다. "아라니아의 레인져(遊擊兵)일지도 몰라.조심해." 국토에 삼림이 많은 아라니아 왕국은 삼림에서의 전투에 뛰어난 유격대를 조직하고 있 다.그들은 잠복을 하거나,또는 소리없이 다가와서는 화살 한발로 상대를 쓰러트리는 것이 다. "인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인간에게는 바람의 정령을 놀라게 하는 듯한 행동은 할 수 없는 터였다.이런 움직임을 할 수 있는 자가 있다고 하면... 디드릿트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다크엘프!?" 판이 그 말을 듣고 놀란듯이 어깨를 움찔했다. "틀림없는거야." "틀림없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하지만 제일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돼요..." "어째서 다크엘프가 이런 곳에.이번의 습격에 녀석들이 한부분을 맏고 있다는 건가." 판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것을 디드릿트는 손으로 신호해서 억누르려고 했다.그리고 가능성을 논해본것 뿐입니다라고 슬레인의 말투를 흉내내면서 말했다. 그래서 판의 흥분한 마음이 풀어진 것 같았다. "실프의 수호를 걸어줘.유격병이든 다크엘프든 화살로 공격당할 가능성이 높을테니까." 알았어요라고 답하고 디드릿트는 정령마법의 주문을 외칠려고 오른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때,디드릿트에게서 좀 떨어진 수목의 그늘에서 돌연 노래하는 듯한 선율의 말이 흘러 나왔다.그리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에 사람의 그림자가 있었다. "당신은..." 디드릿트는 그 목소리를 듣고,그 모습을 보고 숨이 막힐 듯한 반가움을 느꼈다.목소리는 오랫만이야라고 그녀에게 말을 건내고 있었다.아름답고 맑은엘프어의 부름.다크엘프 특유 의 쉰 듯한 울림은 조금도 없다. "에스타스!!" 디드릿트도 엘프어로 그렇게 답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판이 이런 과정에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경계심만은 늦추고 있었다.그리고 기 쁜 듯한,놀란 듯한 표정을 나타내며 그 장소에 서있는 디드릿트의 왼손을 가볍게 쥐고 그것을 흔들었다. "디드,아는 사람이야?" "이르 셰란 나르세스." 그렇게 답해버리고 나서 판에게도 엘프어를 쓴 것을 알아차렸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지 살펴보자 판은 전혀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것 같고 그냥 어리 둥절해 있는 것 같았다. "저 사람은 나와 같은 돌아오지 않는 숲의 하이엘프 동료예요.이름은 에스타스." 디드릿트가 설명하는 중에 에스타스라는 이름의 하이엘프는 조용히 둘의 옆으로 다가왔 다. "그런가.디드의 옛 친군가.그럼 나에게도 친구겠군." 웃음을 지으며 판은 뽑았던 검을 넣고 에스타스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처음 뵙겠습니다.내 이름은 판." "에스타스다.미안하지만 나는 인간의 습관에는 친숙하지 않아서." 에스타스는 판의 손에 대려고조차 하지 않았다.말은 정중했지만 태도는 차가웠다.어색함 을 느껴서 판이 내민 손을 거두며 허리 근처에 붙은 먼지를 터는 시늉을 했다. "에스타스!" 그 모습을 보고 디드릿트는 비난의 말을 부족의 동료에게 향하려고 했다. 그러나 온화하게 미소짓는 에스타스의 얼굴을 보자 가슴 속에서 끌어오르는 향수때문에 그것은 사라져 버렸다.갑자기 긴장이 풀린 순간 디드릿트는 에스타스의 가슴에 안겨 있 었다. 부드러운 포옹이었다.판의 거친 그것과는 달리 디드릿트는 자신이 자연스럽게 상대의 팔에 안겨있는 것을 의식했다.마치 고향을 껴안고 있는 듯해라고 생각했을 때,판이 곤혹 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자신에게서 시선을 돌리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 디드릿트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좀 미안한 듯한,조금은 불만인 듯한 표정으로 디드릿트 는 판의 어깨를 억지로 양손으로 끌어안고 나서 자신이 놓여있는 상황에 주의를 돌렸다. "미안해요.지금은 천천히 재회를 즐기고 있을 때가 아니었죠.좀더 상대의 상태를 확실 히 알고 싶은거죠." "그랬었지!" 판이 기억난 듯이 하남 마을쪽을 돌아보았다. "정말로 어쩔 수 없군요." 디드릿트는 터뜨릴 것 같이 되는 것을 억눌렀다. "상대라는 것은 저 마을에 진을 치고 있는 인간들의 일이지?" "무언가 알고 있어요?" "아아,여러가지 조사했기 때문에.아라니아의 병사 수는 대략 50명이다.기사가 10명,그 렇지 않은 자가 약 40명.그 중 검을 가지고 있는 자가 30,활을 가지고 있는 자가 10." "그정도까지 조사해 준것인가." 판은 놀란 것 같았다.그리고 에스타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그러나 에스타스는 판 의 감사의 마을을 차갑게 되돌려 보냈다. "너를 위해 조사한 것은 아니다.답례따윈 필요 없어." 판은 정말이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디드릿트에게 흘끗 시선을 돌리고 그대로 속으로 삼켰다. "이유는 어떻든 아라니아 병사의 수도 알았잖아요.됐지 않아요.여기에 머물 이유도 없 어졌고.잭슨으로 돌아가요. 에스타스도 와 줄거죠." 디드릿트는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이 둘 사이에 슬며시 끼어들었다. 에스타스는 묵묵히 디드릿트의 눈동자를 죽 쳐다보았다.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표정이 었다.그런 에스타스의 단정한 얼굴이 자신의 눈동자에 찍혀 있는 것을 디드릿트는 이상 하게 강하게 의식했다.그러나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예측하기 어려웠다. "하여튼 네가 거주하는 곳에 신세 지기로 하지." 잠시 동안의 침묵 뒤에 에스타스는 중얼거리는 듯이 말했다. 4 판들이 잭슨으로 돌아오자 이 작은 산마을에 떠돌고 있는 공기와 완전히 달라져 있었 다. 실프조차도 숨을 죽인듯이 희미하게 바람이 불고 있을 뿐으로 대신 불안을 가져오는 정 신의 정령이 난무(亂舞)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모두 불안해 하고 있어..." 디드릿트에게 목소리를 죽여서 판이 속삭였다. "이런 때야말로 우리들이 확실히 하지 않으면 안돼." 디드릿트는 끄덕였다. 마을의 여기저기서 무기를 한손에 든 마을 사람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들은 작은 물건 소리에도 과민하게 반응하고 화난 것 같은,두려워 하고 있는 것 같은 표정으로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과 무기를 향하는 것이었다. "판,어디에 갔었던 겁니까?" 라고 돌연 건강한 목소리가 오른쪽에서 날라왔다. 지금 마을 안에서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은 불려진 장본인인 판을 빼면 한명밖 에 없을 터이다.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니 생각했던대로 가죽갑옷에 현자의 지팡이,그리고 리에 검을 찬 장발의 남자가 황새 걸음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세실이다. "게다가 동행쪽은 어떤 경력을 가진 분입니까? 그럭저럭 엘프로 보입니다만." 세실의 태도는 상당히 거칠었다. "뭘 화내고 있는거야.나는 라스터가 아니야." "당연합니다." 세실은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는 것은 당신밖에 없으니까 잘 부 탁합니다라고 역시 격한 말투로 말했다.그리고 다시 본적없는 엘프의 경력에 관해서 묻 는다. 감정을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세실의 물음에 조소를 머금은 웃음을 지으며 에스타스 는 이름을 댔다. "내가 아는 사람이예요.같은 부족의 동료." 디드릿트가 그렇게 설명을 부가한다. 하이엘프가 무슨 용무가 있어서라는 의문이 세실의 표정에 역력히 엿보였지만 그것을 입으로 내지는 않았다.그러나 표정으로 나왔으면 같은것이지만이라고 디드릿트는 마음 속 에서 한숨을 쉬었다. "하여튼 마을이 위험한 시기입니다.너무 밖으로 나가서 모두를 불안하게 하지 말아 주 십시요." 협박같은 말을 남기고 세실은 떠나갔다.그는 자경단에 참가하고 있는 마을 사람의 모습 을 발견하면 그때마다 큰 소리를 내서 세세한 주의를 주고 있었다. "뭐야,지금의 무례한 남자는." 에스타스의 말에 판의 입가가 조금 일그러졌다.화내려고 한 것인지 웃으려고 한 것인지 의 판단은 디드릿트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저렇게 보여도 마술사예요.그리고 내 친구중 한명이예요." 좀더 친구를 잘 선택해야지라고 에스타스는 디드릿트에게 충고했다.이번에는 판의 눈썹 이 꿈틀거렸지만 역시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하여튼 긴 여행으로 피곤하겠죠.제 집에서 쉬어요.당신의 입에 맞는 것은 아마 우리집 이 아니면 놓여있지 않을테니." "나는 마을의 상태를 한번 돌아보고 올께.너희들은 쌓인 이야기도 있을테니까." 확실히 신경써준 듯한 판의 말이었다.디드릿트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세실이 사라져간 방향으로 자신도 걸어가려고 한다. "파..." 불러 멈추려고 입을 열은 디드릿트의 오른팔이 강한 힘으로 멈춰졌다. "에스타스..." 기분이 상한 디드릿트는 자신보다 큰 남자 엘프를 올려다 보았지만 아무리하여도 반가움 쪽이 앞서기 때문에 화낼 마음을 잃었다. 하이엘프의 일족은 서로 싸우거나 하지는 않는다.한때의 감정으로 상대를 상처입힐 필 요가 어째서 있는 것일까? 시간이 전부 해결해 준다.그리고 하이엘프에게 시간은 무한으 로 있는 것이니까. 디드릿트는 인간계로 내려 왔을때보다 상당히 감정적으로 되어있는 자신을 부끄럽게 생 각했다.자신은 요정이다.요정은 인간과 정령의 중간적인 존재다.물질계와 정령계의 틈새 의 세계에 사는 자이니까. 하이엘프의 일은 자신들의 생활과 함께 식물의 정령계에서 보내지는 여러가지 혜텍을 받 아서 그것을 바르게 분화(分化)해서 물질계로 보내는 것이다.초목의 숨겨진 힘의 원천은 엘프와 그래스런너등 삼림의 요정과 초원의 요정의 행위가 있어야말로 올바르게 움직이 는 것이다.인간들은 알고 있지 못하지만 이 세계는 무수한 정령의 힘과 요정의 행위 속에 존재하고 있는 세계인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세계는 바람도 불지 않고 열도 느껴지지 않 는 허무의 사막으로 덮혀져 버릴 것이다. 엘프에게 식물을 기르는 생활은 별로 고통이 아니다.차라리 기쁨이다.그것이 자신들 요 정으로서의 존재 이유이니까다. 그러나 인간들은 자신들이 세계에서 해야할 일을 전해 받기 전에 그것을 이끌어줄 신 을 잃어버렸다고 전해진다.그러니까 인간들은 신을 찾는 것을 그만두지 않고 자신들의 생 활법,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알려고 기를 쓰고 있다. 신관들은 한정된 신과의 접촉에서 인간의 바람직한 상태의 답을 얻어내지만,진실의 답 을 얻은 자는 아직 아무도 없다. 에스타스가 미심쩍은 듯한 모습으로 자신을 엿보고 있는 것을 디드릿트는 겨우 알아차렸 다. "이 집에는 너만 살고 있는거야?" 눈앞에 세워져 있는 작은 통나무 집을 보고 에스타스는 엘프어로 말을 걸어왔다.물이 흐르는 듯한 미끄러움과 바람이 살랑거리는 듯한 울림을 가진 말이 디드릿트의 머리 속 으로 스며들어 왔다. "아뇨,틀려요.조금전 인간의 전사가 있었죠.그 사람과 살고 있어요." 현관의 문을 열고 에스타스를 먼저 들여보낸다음 그 등을 대고 중얼거리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살고 있다라니?" 놀라서 되돌아본 에스타스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그의 목소리에 잡음이 들어간 것을 디드릿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들어봤다. "그래요.판과,그사람과 살고 있어요." 디드릿트는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숙였다. "설마 인간따위와..." 에스타스는 그 이상 말을 계속할 수 없다는 듯이 머리를 세차게 저었다. "설마 그 남자를 사랑하고 있는건가? 하이엘프인 네가 죽음이 정해진 인간을!" "예." 역시 부끄러운 듯이,그러나 이번엔 단호히 디드릿트는 답했다. "때때로 저도 알 수 없게될 때가 있지만."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에스타스는 가까이에 있던 나무 테이블에 양손을 올려놓고 비참한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때,내가 장로를 설득한 것은 역시 틀렸던 것인가." "그런 일도 있었죠." 디드릿트는 쓴 웃음을 지었다.잊고 있었던 기억이 하나 기억난다.자신이 '돌아오지 않 는 숲'에서 인간의 세계로 나가고 싶다고 말했을때 부족의 장로가,아니 부족의 전원이 반 대했던 일을. 그녀는 하이엘프인 부족에게 천년에 걸쳐 겨우 한명 태어난 아이였던 것이다.이제 아이 는 태어나지 않는다고 포기하고 있던 하이엘프의 부족에게 그녀의 탄생은 부족 전체의 희 망 같이도 생각됐다.전원이 중요한 생명의 나무의 싹을 기르는 것과 같이 그녀를 보살펴 주었다.디드릿트는 성인이 될때까지의 극히 짧은 기간과,그리고 성인이 되고 나서의 역시 짧은 기간,정말로 행복하게 살았다. 인간,드워프,익인(翼人) 여러 종족의 말을 배우고 바람과 물의 정령을 다루는 법을 배 웠다.이 세계에 존재하는 위험한 적과 싸우기 위한 무기의 사용법도 배웠다.하긴 그녀는 그다지 좋은 학생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시간은 무한으로 있으니까 천천히 시간을 들여 배우면 돼라며 숲 속을 이리저리 뛰어 놀기만 했으니까... 인간이 마의 숲으로 두려워하는 돌아오지 않는 숲 속을. 그러나 그녀에게 그 숲은 고향이고 가장 안전한 토지였다.왜냐면 그 숲은 고대의 엘프들 이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마법을 건 숲이기 때문이다.그 숲에 들어온 자는 누구도 나갈 수 없다.나무들에게 잠의 주문을 걸려져 혼만이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숲 속을 계속 방황하는 것이다. 디드릿트는 그런 인간들의 혼이 떠도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며 보고 있었다.그들의 비 탄과 슬픔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그러나 항상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이 떠도는 그 들의 모습은 기묘하게 끌리는 것이 있었다. 그러니까 인간의 세계로 나가고 싶다고 장로에게 소원을 말한 것이다.물론 반대했다.부 족의 모두가 반대했다.바깥 세계의 무서움과 인간의 우둔함을 가르쳐 받으면 가르쳐 받을 수록 바깥 세계를,인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때 그녀의 편이 돼서 장로를 설득해 준것이 이 에스타스였던 것이다. "그때 당신이 거들어 주지 않았다면 나는 결코 이 세계로 올 수 없었을 거예요.그것은 감사하고 있어요." "나는 후회하고 있어." 그 말은 에스타스의 본심이었다. "가르쳐 줘 디드릿트.왜 인간따위와 같이 살지 않으면 안되는 거지.그 인간과의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여러가지 있었어요." 대답한 다음 디드릿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정말로 판과의 사이에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그리고 지금부터도 있을 것이다. "나는 분명히 요정이 되기 전에 인간들을 알아 버렸어요.그런데 하이엘프의 동료들은 어 떻죠? 우리들은 껴안을 수 있는 육체를 가진 종족일 터인데 요정 같은 행동만 할뿐 육체 에 대한 집착이 엷으니까 부족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설마 그 인간과의 사이에..." 디드릿트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다. "뭘 말하는 거예요." 어떻게 답하면 좋을까 정하지 못한채 디드릿트는 귀를 덮은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뭐어 됐어.과거에 무엇이 있었든지 추궁하는 것은 무익(無益)하니까.과거도 미래도 우 리들에게는 현재의 연장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까.그러나 너를 이대로 현실에 메어두는 것이 옳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그리고 에스타스는 강하게 돌아가자고 말했다. "돌아가자뇨... 어디로?" 디드릿트는 눈을 깜박깜박거리며 그의 말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잠시 머리를 굴렸다. "물론 우리들의 숲으로야.저 성스러운 돌아오지 않는 숲으로." "농담이 아니예요!" 디드릿트는 무심결에 화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전 숲으로 돌아갈 마음은 조금도 없어요.이 세계에서 더 오랫동안 살고 싶어요." "어째서지.어째서 그렇게 이 세계에 구애되는 거지." "입으로는 잘 설명할 수 없지만 당신도 알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인간들과 함께 살게 되면..." "알고싶지 않아.너는 무엇을 보아 왔지.같은 종족끼리와의 전쟁,서로를 죽이는 인간을 모를리가 없을 것이다.자신들이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필요한 생명의 영위를.자연 의 법을 파괴하고 있는 인간을 모를리가 없을 터이다.마치 요마 같이 추악한 인간의 삶의 모습을 모를리가 없어." "알고 있어요!" 디드릿트의 목소리는 고함으로 바껴 있었다.고함을 친 것은 그의 말을 듣기가 좀 괴로웠 기 때문이다. "알고 있어요.당신이 말한대로 인간은 결코 현명한 종족이 아니예요.자연의 혜택을 빼 았고 자신들은 결코 주려고 하지 않아요.정령들의 존재를 느끼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도 거의 없어요.그러니까 아무렇지 않게 살아있는 것들을 죽이고 자연을 파괴하며 살아 가는 거예요." 하지만이라고 디드릿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이 세계에 왔던 당초는 그런 인간들에게 확 실히 절망을 느꼈었다.증오와 모욕의 감정으로 가슴이 가득차 있었다.하지만 그런 인간들 에게 한가지 찾아낸 것이 있었던 것이다.그래서 잠시동안 더 이 세계에 머물려고 결의 한 것이다.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도 같았다. "너의 마음은 닫혀져 있어.잘못된 사고와 감정으로 마음을 지배받고 있어.숲으로 돌아가 면 반드시 그것을 알 수 있을거야.그러니까 나와 함께------" "싫어요!" 에스타스는 흥분해 있는 디드릿트를 진정 시킬려고 양어깨에 손을 뻗어 왔다.그 손을 디 드릿트는 세게 몸을 저어서 거부했다. "디드릿트..." 에스타스의 목소리가 좀 낮아졌다.그것은 엣날 장난을 친 자기를 꾸짖을때 사용한 목소 리와 얼굴빛 이었다. "나는 너를 억지로 데려갈 수도 있어." 디드릿트는 깜짝 놀라서 몸이 경직됐다.확실히 에스타스가 진짜 힘을 내면 자신은 아무 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가 하는 대로 될 것이다.드라이아드(숲의 처녀)의 매혹의 힘 을 쓰면,샌드맨(잠의 난장이)의 힘을 쓰면... "그렇게 하게두지 않아요." 힘없이 디드릿트는 말했다.자신의 말이 이 정도로 허무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물론 나도 그런 야만적인 수단을 쓰고 싶지 않다.그러나 너는 잘못된 생각에 주박(呪 縛)되어 있어.그 저주,악몽에서 눈을 뜨게 하기 위해서라면 거친 치료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에스타스의 시선은 슬픈 것 같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차갑기도 했다.디드릿트는 자신 이 멸시 당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 당신이예요.저는 당신 이상으로 인간의 일을 알고 있어요.확실 히 인간은 엘프의 눈으로 보면 어리석을지도 몰라요.그러나 인간 쪽에서 보면 엘프 쪽이 어리석은 것일지도 몰라요." "인간에게 변론술(弁論術)을 배운 것 같군.문제를 살짝 바꾸려고 해도 나는 넘어가지 않아." 핵심을 찔려서 디드릿트는 고개를 숙였다.사실은 슬레인에게서 배운 것이다.하긴 슬레인 자신은 이론은 알고 있어도 그것을 실천한 적은 없다.아무리 핑계를 대도 진실이 변하지 않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당신이 마법을 쓸 셈이라면 나도 전력으로 싸우겠어요.저도 숲을 나왔을 때와 같 지는 않아요." 갑자기 태도를 바꾼 디드릿트는 자신이 진심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정령을 소환할 때의 자세를 취했다. 잠시 동안 두명의 하이엘프는 서로 마주본채로 무언으로 대결했다. "...괜찮겠지" 끈기에 부친 듯이 먼저 표정을 누그러뜨린 것은 에스타스 쪽이었다. "나도 무리하게 힘으로 하는 취향이 아니야.그정도까지 말한다면 잠시 유예를 너에게 주 지.조금전부터의 이야기로는 지금 이 마을은 존망의 위기에 있는 것 같다.이 마을에서의 싸움의 결말이 날때까지의 사이 나는 이 마을에 머무르기로 하지.그리고 너의 말이 옳은 지 어떤지의 판단을 내나름대로 내리려고 생각한다.강행수단으로 나올지 어떨지는 그 답 에 달렸다.좋겠지?" "그런 마음대로..." 디드릿트는 또 도전하려는 듯한 시선으로 에스타스의 눈을 계속 바라다 보았다.자신에게 사안(邪眼)의 능력이 있으면 좋을텐데라고 절반은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네가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증거야.자신의 생각이 바르다고 믿을 수 있다면 결코 나쁘지 않은 조건일 것이야.틀려?" "그것은 그렇지만..." 자신이 말로 졌다는 것을 디드릿트는 알았다.에스타스는 도대체 누구에게서 변론술을 배운 것인 것일까.분명 슬레인보다도 우수한 교사였음에 틀림없다. "좋아요..." 잠시 입술을 물며 침묵한 뒤에 그렇게 대답했다. "나도 인간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예요.그러니까 딱 좋은 기회예요.당신 같이 저도 인간에게 걸어 보겠어요.그들이 당신을 납득시켜줄 것에." 교섭 성립이라며 에스타스는 미소지으며 가볍게 손뼉을 쳤다. "그러면 오랜만에 네 손으로 만든 요리를 먹어볼까.이제 먹을 수 있는 버섯과 독 버섯 을 구별할 수 있을테니까." 당연하죠라고 말하다 디드릿트는 또 옛 기억이 났다.엣날 심심풀이로 만든 자신의 요리 에 독버섯을 섞어 넣어버려 한명의 엘프 여성에게 복통을 일으켜 버리게 한 일을.그 여 성의 복통을 낫게 하기 위해 에스타스는 일부러 요정계까지 가서 약초를 모아오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자신이 작은 요정같이 작아져 에스타스의 손 안에 놓여져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디드릿트 는 습격받고 있었다.이대로라면 틀림없이 자신은 에스타스의 손 안에 놓여 버릴 것이다. 그리고 엘프의 마을로 끌려가 버릴 것이다. 디드릿트는 그런 불안을 마음 속으로 억누를려고 판의 이름을 주문처럼 몇번이나 몇번이 나 되풀이하고 있었다. 5 "뭣니까.그 불쾌한 남자는." 세실의 화난 목소리는 판의 오른쪽 귀를 아프게할 정도였다. "더 목소리를 낮춰." "이것은 타고난 목소리입니다!" 세실은 전혀 주눅든 기색은 없었다. 디드릿트와 헤어지고 나서 판은 마을의 수비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 세실과 같이 마을 속 을 걸어다니고 있었다. "엘프가 거만하고 언동이 아니꼬운 종족이라는 것을 저는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확실히 그 에스타스라던가 하는 엘프는 좋아지게 될 수 있을것 같지 않아.그러나 디드 릿트의 소꿉친구야.환영해 주지 않으면." "당신은 그럴지도 모릅니다만,저에게는 환영할 이유는 없습니다.그 엘프는 싫습니다.그 것으로 충분." 판은 이 젊은이가 슬레인과 같은 마술사인 것인지 의문을 품을때가 있다.직정적(直情 的)인 점등 엣날의 자신을 닮았다는 말을 주변에서 자주 듣는다.그러나 자신이 마술사 에 알맞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다. "그것보다도 판,당신도 원래는 기사잖아요.그렇다면 알고 있겠죠.당신이라면 이 마을을 어디부터 공격할 겁니까?" "비꼬는거야." 판은 웃었다. "비꼴리가 있습니까.진심으로 묻고 있는 것입니다.어떻게하면 이 마을을 지킬 수 있습 니까? 하남 마을을 습격한 비극을 이 마을로 가지고 오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그것에 관해서는 판도 동감이였다.자신의 눈으로 비극의 현장을 본 판이야말로 그 결심 은 세실이상이었다. "마을을 불로 공격하는 녀석들의 생각같은건 몰라.게다가 기사라고해도 아주 짧은 기간 뿐으로 기사의 예의조차도 익히지 못했어." 그러나 성채를 공격할 때의 마음가짐등에 관해서 판은 알고 있는 만큼의 일을 세실에 게 가르쳐 주었다.이야기를 해주는 동안 마을 전체를 지키는 것의 어려움을 판 자신도 뼈 저리게 느끼는 것이었다. "...성이나 성채가 백성들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습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세실이 그렇게 말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가 말하는대로였다.거대한 성곽도시라면 모르지만,보통의 도시나 마을에는 주위를 덮 는 높은 돌담도 깊은 해자(垓字)도 없다.성채와 성은 영주가 자신의 권위를 자랑하기 위해서,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만 있는 것이다. "목책(木柵)을 이중으로 한다든지,최대한의 수단을 강구하자.그러나 상대가 진심이라는 걸 안 이상 마을에 틀어박혀 싸우고 싶지 않다.이쪽에서 먼저 나가서 마을 밖에서 결판을 내고 싶기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모두에게 알리면 되지 않습니까?" "그것에 마을 사람들이 따라줄지 어떨지..." 판은 이 마을이 고블린의 위협에 둘러 쌓여 있던 5년전의 일을 상기했다.그때 고블린을 쓰러트리려 간다고 선언한 판에 동조해 준 것은 친구 에트뿐이였다.그때와는 마을도 마을 사람들도 상당히 변했다.아니 그것은 변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변한것 이다.결코 원해서 변화한 것은 아닌 것이다. 마을에 틀어박혀 싸우는 거라면 모르지만 이쪽에서 먼저 쳐들어가서까지 싸울 용기를 발휘해 줄지 어떨지,판에게는 자신이 없었다. "역시 어려울 것 같군." "당신답지 않게 상당히 약한 소리를 하는군요.마을 사람들도 우리들과 같은 마음이 아 니겠습니까.하남 마을에 그런 불행을 가지고 온 라스터 공의 군대를 용서할리가 없습니 다.당신이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 제가 자경단의 멤버를 소집하죠.몇명정도 있으면 녀석 들을 쫓아낼 수 있습니까?" "모두가 협력해 준다면 30명정도 있으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이쪽에는 마법사가 많이 있으니까..." "그 정도라면 문제 없습니다.자경단이외의 마을 사람들도 협력해 주면 30명이 아니라 50명도 모일 것 입니다." 세실은 자신 있는 듯이 답하고 지금 바로 소집할까요라고 말했다. "지금 하지 않아도 되.어차피 오늘 중에는 집회를 열 것이고 적이 덫을 치고 숨어있을지 도 모르니까.사실은 상대의 상태를 알고 싶지만 말야.보초는 몇명이 서 있는지 병사들은 어떤 배치를 하고 있는지,알고 싶은것은 많이 있어." "그것은 도적이 적격인 일이군요." 세실은 자신이 도적의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 다.그리고 판은 문득 슈드와 우드 쳐크의 일을 생각해 냈다.그들이 지금 이곳에 있다면 얼마나 마음이 든든할까라고. 그때 건너편에서 마을의 젊은이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눈에 잡혔다.자경단의 젊은이 임에 틀림없었다.세명의 남자들이 장창을 한손에 들고 긴장한 모습으로 마을의 울타리의 점검등을 하면서 이쪽을 향해서 오고 있었다. "제가 지시를 내렸습니다.3인 1조로 마을 순시를 하라고요.그리고 마을의 남문과 북문 에도 항상 보초를 세우고 있습니다." 세실이 뽐내며 말한다. "자경단의 동료들은 지금 할 마음이 충분합니다." "그런 것 같군." 판은 세실의 수완에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세실은 세명의 젊은이에게 손을 흔들며 이상이 없냐고 물었다. "아직까지 이상은..." 그러나 그 젊은이의 말은 마지막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판의 눈에는 확실히 보였다.마치 젊은이의 목덜미에 돌연 생겨난 듯이 나타난 하나의 화살이.힘을 잃은 젊은이는 옆으로 쓰러졌다. "엎드-려!" 판은 허리의 검을 뽑고 절규하면서 젊은이들 쪽으로 달렸다. "판!" 세실이 당황해서 말을 걸어왔다.그도 상황을 깨달았지만 무엇을 하면 좋을지 판단이 서 지 않은 상태였다. "아라니아의 레인져(遊擊兵)다.화살을 조심해.그리고 상대가 있는 장소를 알면 그곳에 마법을 걸어줘!" "어떻게 있는 곳을 알아냅니까?"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을 잘 봐." 판은 그렇게 외치고 전속력으로 달렸다.그러나 그가 젊은이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기 전 에 또 한명의 젊은이가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그 덕분에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지만, 화살이 날아온 방향만큼은 알 수 있었다. 건너편의 나무 위. 판은 좌우로 몸을 이동시키며 지면을 차는 듯이 달렸다.그리고 동시에 신경을 집중시켜 서 날아올 화살에 대비했다. 그러나 적은 화살을 쏘지 않았다.판이 자신이 숨어 있는 곳으로 곧장 향해오는 것을 알 아차리자마자 나무에서 뛰어내려 숲속으로 도망쳤기 때문이다.그 움직임은 마치 짐승같이 민첩해서 판이 쫓아갈 수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역시 아라니아가 자랑하는 유격병이다.왜 그 힘을 마모로 향하지 않는거냐라고 판은 절 규하고 싶을 정도였다. "세실,마법은 어떻게 됐어!" 판은 그를따라 달리고 있는 세실을 돌아 보았다. "마법을 걸고 있을 여유가 없었습니다." 판은 적병을 잡는 것을 포기하고 쓰러진 젊은이들 쪽으로 달려갔다.좀 늦게 세실도 도 착했다. 한명은 벌써 숨이 끊겨 있었다.화살이 목덜미를 관통했기 때문이다.그러나 또 하나의 화 살은 어깨죽지에 꽂혀 있을 뿐이였다.이쪽은 구할 수 있겠군이라고 판은 생각하면서 상처 입은 젊은이를 안아 일으켰다. 그의 얼굴을 보고 판은 전신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얼음물을 뒤집어 쓴 듯한 느낌 이었다. 젊은이의 얼굴은 자색으로 변해 있었다.입에는 흰 거품을 물면서 움찔움찔무의미하게 움 직이고 있었다. "확살촉에 독을..." 세실이 절구(絶句)했다. "세실,레이리아를!" "아,알았습니다." 그러나 세실에게 향한 시선을 상처입은 젊은이에게 돌렸을때에는 젊은이는 이미 죽어있 었다. "세실!" 판은 큰소리를 질러 세실을 불러멈췄다. "이젠 됐어.늦었어." 그리고 부가하는 듯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세실은 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돌아왔다. "마을 사람들에게 너무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주의를 줘.그리고 자경단의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주의 시켜줘.유격병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 수 없어.어디에서 화살이 날아올지 도." 자신의 힘으로는 마을 사람들을 지킬 수 없다.그 사실을 판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6 마을의 집회는 한낮을 지난 쯤에 긴급히 열렸다.마을의 주인이었던 사람들이 모두 모였 고 그 이외의 사람들도 집회장이 된 술집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에스타스는 디드릿트 의 보호자답게 집회에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를 이상한 눈으로 볼 때마다 디드릿트는 마을 사람들에게사정을 설명 해야만 했다. 집회에 모인 모두의 얼굴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우선 촌장 휠머가 하남 마을을 습 격한 비극,그리고 자경단의 젊은이 둘의 죽음을 침통한 목소리로 고하고 그들의 명복을 빌자고 선언했다. 잠시 동안의 묵념후,마을의 상담역인 슬레인이 촌장에 이어서 마을 사람들앞으로 나왔 다. "사정은 지금 촌장에게서 들은 그대로입니다.저희들의 운동은 중대한 위기에 빠져 있습 니다.이번만큼은 라스터 공작도 진심인 것 같습니다.역으로 말하면 이번 일을 잘 극복하 면 두번다시 손을 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슬레인 선생님.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겁니까?" 한 명의 마을 사람이 불안한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물어왔다. 슬레인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을 뿐이었다. "어떻게든 해 줘!" 누군가가 외친다. "우리들도 할 수 있는 만큼은 하겠다." 판이 일어서서 일동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러려면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이것은 나의 의견이지만 마을에틀어 박혀 싸 우는 것은 위험하다.희생자가 늘어날 뿐이니까.그러니까 이쪽에서 먼저 쳐들어가서 녀석 들을 쳐부수는 거다.그것이 최선의 방법이야." 판의 말에 마을 사람들의 술렁임이 커져가는 것을 디드릿트는 보았다. "저 남자의 의견은 찬성 받지 못할 것이다.아무도 용기의 정령을 마음에 가지고 있지 않 은 것 같군." 담담한 에스타스의 말에 디드릿트는 말없이 끄덕였다. "...저도 알 수 있어요." 엘프어로 말하고 있었으므로 누가 듣더라도 문제는 없었다.판만이 분노와,그리고 싸울 용기를 마음속에 가지고 있었다.그리고 세실.레이리아와 슬레인에게서는 이상하게도 아무 런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아마 머리 속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혼잡을 이루고 있을 것이 다. 마을 사람들의 술렁임은 아직 수습되지 않았다.그러나 누구 하나도 확실히자신의 의견 을 말하는 자는 없었다. "마음 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말하지 못한다면 이런 곳에 모일 필요도없을 텐데." 에스타스가 또 비판인 듯한 말을 했다. "의견을 말하고 싶은 사람만이 집회에 모이면 되 는 거다." "그렇지 않아요 에스타스.그들은 수로 결정해요." 디드릿트는 왜인지 변론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수로 의견을 결정한다고? 가장 좋은 의견으로 결정 되는 게 아니야?" "무엇이 좋은지 판단하는 기준이 없으니까요." "우리들,엘프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군." 디드릿트는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은 엘프 전원의 가치관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에요.인간은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어서 각각의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그것을 하나로모으는 것은 어려운 거예 요.요정도 엘프와 드워프가 같이 모이면 의견이 모이지 않잖아요." "재밌는 말을 하는군.디드." 에스타스가 소리 높여 웃었다.그 때문에 모두의 비난의 시선이 그에게 쏟아졌다. "판이 말하는 것은 잘 알겠지만..." 잡화점을 운영하는 모드가 일어서서 되묻는 듯이 판과 마주보았다. "상대는 아라니아의 정규병이야.우리들이 맞서 싸울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않는다.그렇 다면 이대로 마을을 지켜서 상대가 포기하는 것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게 아닌가." "그것이 가장 위험한 거야.이 잭슨은 성채가 아니다.성채도 아닌 곳에 틀어박혀 싸운 다는 것은 자살행위야." "그럼,이 마을을 성채 같이 만들면 되잖아.돌을 쌓아 올리고 보초조를 짜서..." 목수 가넬이 의견을 말했다. "시간이 없어.게다가 그 작업을 하고 있는 중에 녀석들에게 습격 받는다면잠시도 지탱 하지 못할 것이다.물론 긴 안목으로 봐서 가능한 한 마을의 수비는 견고하게 해두는 편이 좋다.그러나 지금은 녀석들을 물리치는 것이 가장중요한 일이다." "게다가 밭까지 석벽으로 쌀 수는 없을 터입니다." 슬레인이 의견을 말했다. "적에게 습격당할거라는 불안에 빠져 밭농사를 해도 결코 좋은 작물을 기를 수 없습니 다.식량은 결코 여유가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난민들이 왔기 때문이 아닌가." 분개한 듯이 누군가가 외치자 몇 명인가의 마을 사람들이 그것에 동조하는말을 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그 때문에 숲을 베고 새로운 밭을 개간 했잖아.이 마을의 주민 수 는 이전보다 3배는 늘었다.그러나 밭은 4배가 됐다.그것은 새로운 마을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일 것이다." 판의 경악을 디드릿트는 뚜렷이 알 수 있었다. "빨리도 분열되는군..." 야유하는 듯한 말투로 에스타스가 중얼거렸다. 지금의 의견은 오래 전부터 마을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잠재적으로 품고 있던 감정 이었다. "인간들은 퍽 사소한 일로 우월감을 품는 동물이군." 디드릿트는 에스타스의 말에 반론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 "처음에 독립운동 따위를 시작했기 때문에..." 누군가가 그렇게 중얼거렸다.모두가 조용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 말은 술집안에 있는 모 두가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말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참기 힘든 고통 같은 침묵이 잠시동안 자욱히 꼈다 그 침묵을 깨트리려는 듯이 슬레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희들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않았습니까.새로운 마을 사람들을 받기 위서 는 세금으로 내는 작물과 돈이 필요했습니다.재작년에 개간한밭은 작년에 작물을 얻었고 작년에 개간한 밭은 올해에 겨우 수확할 수 있는것입니다.더구나 라스터 공작은 전쟁을 구실로 보통 때보다 많은 세금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만약 세금을 냈다면 몇 명인가가 굶어죽었을 것입니다.혹은 적은 식량을 가지고 폭동이 일어 났을지도 모릅니다.게다가 저희들의운동은 타바 마을을 시작해 근처의 도시와 마을의 지지를 얻어 그들도 동조해 주고 있습니다.지금의 의견을 그들이 들었다면 뭐라고 생각할까요.저희들의 운동은 아라 니아를 질서 있는 나라로 돌리기 위해 필요한 행위인 것입니다.그리고 내란을 보다 빨 리 치유하기 위해서입니다.이대로 라면 아라니아는 힘을 되찾고있는 마모에게 정복당해 버릴지도 모릅니다." 슬레인의 말은 마을 사람들에게는 너무 큰 문제였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그다지 실감이 오지 않는 것 같았다. "세금을 내지 않으니까 보통 때보다 좋은 삶을 영위할 수 있어져서 고맙다고 말한 사람 도 이 속에는 있다.그것을 자신들의 입장이 나빠졌다고 해서불평을 하다니 자신들 맘 대로군." 세실이 주먹을 들어올려서 항의를 했다.그러나 그 말은 완전히 무시당하고 술집 안은 다 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휠머 촌장은 모두를 조용히 시키려고 해봤지만 그것을 들으려고 하는 자는아무도 없었 다.세실도 몇 번씩이나 소리쳐 보았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나이든 마을 사람들은 세실도 난민의 한사람으로 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디드 릿트는 알고 있었다.에스타스에게 인간의 좋은 면을 이해시키지않으면 안되는데 그들은 정반대의 면만을 보여주고 있었다.디드릿트는 초조감에 사로잡혀 왠지 모르게 슬퍼졌다. "오늘은 모두 냉정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태는 아닌 것 같군." 사태의 수습을 포기하고 촌장이 판 옆으로 다가왔다. "좀 기다려 주지 않겠나.결론을 서둘러도 마을 사람들은 결코 만족하지 않을 테니까." "그러면 늦어요.너무 늦습니다.저는 이 이상 희생자를 내고 싶지 않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조심하라고 말해 두겠네.외출도 가능한 한 삼가도록.밭농사도 잠시 쉴 수 밖에 없겠군.작황이 걱정은 되지만 그보다도 생명이 중요하니까." 촌장의 의견은 지당했다.판도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판,부탁이니까 그들을 지켜주게." 그것엔 한계가 있다.판은 촌장에게 그렇게 답하고 싶었음에 틀림없었다.그러나 그 마 음과는 달리 가능한 한 노력하겠습니다라고 그는 약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집회는 해산되었다. "아무런 결론도 얻지 못하고 집회가 끝나다니.놀라움 이외는 없군." 그것은 에스타스의 정직한 감상일 것이다.디드릿트는 예,그래요라고 도전하는 듯한 말투 로 답했다. "설마 이것이 당연하다고 너는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걸 생각하고 있을 리가 있어요.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짜증이나요." "안심했다.너도 아직 완전히 인간의 어리석음에 물든 것 같지는 않은 것 같군." 그렇게 말하고 미소짓는 에스타스의 얼굴을 디드릿트는 바라다볼 기운도 없었다. "그건 그렇고 인간들은 자신의 일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 같군." 에스타스는 해산하는 마을 사람들의 뒷모습을 측은한 듯이 바라다 보았다. "이 마을의 운명은 빤히 보이는군.마을에 틀어박혀 싸우면 여자와 아이들까지 위험에 빠 질 것이다.그런 상황에서 실력 같은 게 나올 리가 없지." "알고 있다면 협력해줘요.당신의 힘이 있으면..." "그것은 거절하겠어.인간끼리의 싸움에 엘프인 우리들이 도와줄 이유는 어디에도 없어. 게다가 도와준다면 인간들의 진짜 모습을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너도 가능한 한 방관자 로 있었으면 한다.나에게 인간의 좋은 면을 이해시키고 싶다면..." "...알았어요." 디드릿트는 그렇게 답할 수 밖에 없었다.자기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사건을 해결해도 에스타스는 결코 인간을 인정하려고 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 판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그는 확실히 낙심한 것 같았다.디드릿트에게 는 위로의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위로 받고 싶은 것은 차라리자신 쪽이었다. 그러나 판은 자신의 생각에 열중한 듯이 말없이 그녀의 옆을 지나서 집회소의 출구로 향 했다. "아..." 내밀려고 했던 오른손의 갈곳이 없어져서 그 손을 디드릿트는 가만히 가슴으로 부둥켜 안았다.그리고 그녀의 생각탓인지 모르지만 어깨를 떨어트리고있는 듯이 보이는 판의 뒷 모습을 쓸쓸히 배웅했다. 7 판의 초조함은 집에 돌아오고 나서도 가라앉지 않았다. 좀처럼 마시지 않는 강한 술을 들이키면서 마음 속에 쌓여 있던 분노의 말을 차례차례 디드릿트에게 털어 놓았다. 판의 마음은 가슴이 아플 정도로 잘 알겠지만 지금 만큼은 냉정했으면 했다.에스타스가 차가운 눈으로 판의 추태를 보고 있는 동안만은. 판과 자신의 집에는 에스타스 외에 슬레인 부처와 세실의 모습도 있었다.좀전의 집회에 서 아무것도 정하지 못했으므로 선후책(善後策)을 검토하러 자연히 모인 것이다. "아무리 여기서 불평을 해도 소용 없습니다.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생각하지 않으면 마을은 안에서 부터 붕괴돼 버리게 됩니다." "어째서입니까 스승님." "이 잭슨 마을의 결속은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정도로 강하지는 않다는 말입니다."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 합니다.물론 그러는게 자연스런 것이지만요.일련의 비극에 의해 마을 사람 모두가 죽음을 몸가까이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죽음을 두려워 하는 인간은 상당히 약한 존재인 것입니다." 그러면 곤란해요라고 디드릿트는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죽음과 맞서 싸우는 용기의 정령 발키리를 자기가 조종할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조차 들었다. "적에게 마술사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슬레인은 집에서 가져온 한 권의 책을 꺼냈다.용병학이라는 제목이 표지에 써져 있었 다. "현자의 학원에서는 병법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말이죠.정면으로 싸우면 이기기 어려운 적도 안에서부터 붕괴시키면 의외로 이기기 쉬운 법입니다.이 책에 씌여져 있는 기본적인 병법이죠." "그것은 성공하고 있는 것 같군." 에스타스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유감이지만 그렇습니다.상대의 공격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것은 안 타깝군요." "문제는 레인져다.그들만 어떻게 할 수 있으면 나머지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 밖에 모 르는 병사들 뿐일 터이다." 판은 분한 듯이 오른 주먹을 왼 손바닥에 힘껏 쳤다.마른 소리가 좁은 방안에 울려 퍼 졌다. "어디에서 화살이 날아올지 모르니까 대처할 방법이 없습니다.숲 가까이에서 레인져에 게 싸움을 거는 것은 무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쪽에서 먼저 쳐들어가자고 말한 거야." 판은 술이 든 술잔을 쥔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그렇다면 우리들만으로 가면 어떻습니까?" 세실이 힘을 담아 말했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겁니까? 게다가 설령 이긴다고 해도 아무런 해결도 되지 않습니다.마을 전체의 문제로 우리들이 언제나 움직이면 마을 사람들은 저희들에 게 의지하려고만 할 겁니다.그렇게되면 곤란합니다.우리들이 없을 때 이 마을이 어떻게 될지 걱정되니까요." "나는 세실의 의견에 찬성이다.이대로라면 잭슨 마을은..." "판,당신의 마음은 잘 압니다.그러나 생각해 보세요.당신은 언제까지나 이 마을에 머물 러 있을 겁니까? 그렇지 않겠죠.당신에게는 우드 쳐크를 카라의 주박에서 구해낸다는 맹 세가 있지 않습니까.저도 그렇습니다. 이 마을의 운동을 궤도에 올려 논 다음에는 생각 하고 있는 일이 있습니다." 판은 고개를 숙인채로 무언가를 음미하는 듯이 계속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알았어.마을의 결의의 범위 내의 일을 하라는 거군.그러나 그 때문에 몇 명인가가 죽게 될지도 몰라." "그것이 그들의 결정이기 때문이니까요.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게 전력으로 노력 할 수 박에 없습니다.이 일은 될 수 있으면 엘프 손님도 협력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너희들에게 협력할 이유는 없는데." 에스타스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답했다. 세실과 판이 험악한 얼굴로 에스타스를 노려 보았다. "확실히 당신에게 부탁할 이유는 없습니다." 슬레인은 한숨을 쉬었다. "그럼,디드릿트만 이라도 부탁합니다.숲 속에서 레인져와 정면으로 싸울 수 있는 것은 당신밖에 없으니 까요." 디드릿트는 애매한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뭘 하면 돼?" "판은 우선 마을 주위의 경비겠죠?" "슬레인은?" 판의 물음에 슬레인은 어깨를 움츠렸다. "화살로 공격당하면 저도 마을 사람들과 똑같이 무력하니까요.가능한 한 외출은 삼가려 고 합니다.그리고 모처럼 엘프 손님이 와 계시니까요.이 로도스 섬의 역사에 관해 여러 가지 배움을 청할 예정입니다.그 정도라면 협력해 주시겠죠." 에스타스는 슬레인의 의외의 말에 대답하기가 곤란한 듯한 모습이었다.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가르쳐 주는 것은 상관없지만 지식을 얻어서 어떻게 할 셈인가.너는 그 지식이 자신의 죽음과 함께 없어질 것을 알고 있을 터이다.자신이 얻은 지식을 타인에게 가르쳐서 자 손에게 전하기 위해서인가?" "그런 건 생각해 본적도 없습니다.굳이 말하자면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이 즐겁기 때문 이라고나 할까요.그다지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자신을 위해서라는 거군." "어느 쪽이냐고 말하면요.그러나 제가 얻은 지식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도 있 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제가 의식해서 하지 않아도 자연히요.제가 다른 사람과 서 로 교류하며 살고 있는 한은요." 과연이라며 에스타스는 끄덕이고 슬레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뭣하면 엘프어로 이야기해 주셔도 괜찮습니다.인간의 말은 당신들 쪽에서 보면 애매한 것일 테니까요." 그러기로 하지라고 에스타스는 답했다. "스승님,지금은 그러고 있을 상황이 아닙니다." "그럴 상황입니다.마을 사람들이 결의 하지 않는 이상 꼼짝 못하는 상황이니까요.하여튼 저희들의 걱정이 기우(杞憂)로 끝나게 비는 수밖에 없습니다.차라리 상대 쪽에서 정면 으로 습격해 오는 편이 대처하기가 쉽겠지만요.세실 좋은 기회입니다.당신도 엘프 손님 께 배움을 청하는 게 어떻습니까." "저는 사양하겠습니다!" 세실은 그렇게 말하고 토라진 듯이 방에서 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배웅하고 나서 디드릿트는 판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러자 그는 테이블 에 기대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디드릿트는 알고 있었다.그는 그렇게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강하지도 않은 것을.그가 술을 마시는 것은 죽어버린 한명의 드워프와 이야기 하고 싶기 때문인 것이 다. 현재의 상황이 전부 그의 악몽이고 이튿날 아침에 눈을 뜨면 보통 때의 평화로운 잭슨 으로 돌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빌지 않고는 디드릿트는 견딜 수 없었다. 그러나 디드릿트의 소원도 헛되게 악몽은 다음 날도 계속됐다.그날 아침은 멀리서 들려 오는 여성의 비명으로 옅은 잠에서 깨어났다. 디드릿트는 황급히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옆 침대를 보니 판은 전날 마신 술 덕으로 잘 자고 있었다.그를 깨우는 것은 포기하고 자신은 재빨리 채비를 갖추고 머리맡에 세워두었던 레이피아를 왼손으로 잡았다. 침실의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자 예상은 했었지만 에스타스의 모습이 있었다.그는 슬레 인을 상대해 줬기 대문에 거의 자지 못했을 터였지만,원래 엘프는 요정이므로 잠은 그렇 게 깊게 자지 않는다. "어디에 갈 셈이야." "지금 비명을 들었겠죠.상태를 보러가요." 왜 자신의 행동을 하나하나 설명해야 되죠라고 화를 내고 싶어졌다. "나도 함께 간다.네가 가장 사랑하는 전사님은 정신을 잃고 잠에 빠져 있는 것 같으니 까." 그 말에는 상당한 경멸의 울림이 있었다.술은 소량이라면 몸에 좋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그것을 분별할 줄 모르면 술따위 마시지 않으면 되는 것을이라고 에스타스는 생각 하고 있음에 틀림없었다.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술을 과하게 마셨을 때의 판은 정직하 게 말해서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정말 정신 좀 차려요.) 디드릿트는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마을 사람들도 판도 에스타스도 모두가 뒤에서 공모 해서 자신을 돌아오지 않는 숲으로 돌려보낼려고 하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억측까지 하 게 된다. 밖으로 나가자 레이리아가 남문 쪽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 디드릿트의 눈에 잡혔다.그 녀도 잠옷 위에 여행용의 망토를 걸쳤을 뿐으로 언제나 단정했던 흑발도 좀 흐트러져 있 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단도를 한 손에 들고 한 명의 마을 사람을 뒤에 거느리고 달리고 있었다. "디드릿트!" 그녀도 달려나온 디드릿트를 보고 말을 걸어왔다. "무슨 일이예요!" "하남의 촌장이 남문에 쓰러져 있는 것 같아요!" 디드릿트는 레이리아를 쫓아가 나란히 달렸다. 잠시 달리자 잭슨의 남쪽 출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문 근처에는 일찍 일어나는 빵굽는 기술자를 비롯해 몇 명인가의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대고 있었다. 어제 사건이래 엄중히 닫혀진 남문은 그대로였고 문 밖에 한 명의 남자가 쓰러져 있는 것이 문의 양옆에 세워져 있는 목책 너머로 보였다.새벽녘의 옅은 빛 속에서도 분명하 게 보일 정도로 남자의 의복은 전신이 피로 물들여져 있었고 여기저기가 뜯어져 그 속으 로 자색(紫色)으로 부어올라 있는 살갗이 보였다. 심한 고문을 받은 후인것 같았다.말인가 무엇인가로 질질 끌려왔는지 어깨죽지와 얼굴 등의 살갗이 심하게 벗겨져 있었다. 하남 촌장은 풍채가 좋은 초로의 남자였지만 지금은 일어설 기력조차 없는 듯이 엎드려 서 신음하고 있었다.살아있는 것조차도 이상할 정도라고 디드릿트는 정직한 감상을 품 었다.레이리아가 가르쳐 주지 않았더라면 이 딴판으로 변해버린 남자가 옆 마을의 촌장 이라고는 절대로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하남 촌장의 신음하는 모습을 목책 너머로 애처롭게 바라다보고 있을 뿐 이었다. "레이리아씨." 그녀의 모습을 보고 모두가 당황해서 길을 열었다. "여러분들은 무엇을 하고 잇는 겁니까! 상처 입은 사람을 그대로 놓아 두다니 인간으로 서 상당히 수치스런 짓입니다." 레이리아는 사람들에게 엄한 말투로 꾸짖으면서 엄중히 닫혀진 문의 자물쇠를 열었다.자 물쇠를 열고 빗장을 뽑은 다음 문을 바깥쪽으로 밀어서 열었다. 레이리아는 근처에 복병이 없는지 충분히 주의하면서 문을 뛰어나가 하남 촌장이 있는 곳까지 달려갔다. 디드릿트도 그녀의 뒤를 이어 달려나가서 부상자는 마파의 사제에게 맡기고 실프의 수 호를 걸기 위해 바람의 정령을 부르기 시작했다. 레이리아는 시간은 들여 주문의 영창을 행하고 있었다.그것으로 그녀가 보통때보다 강 력한 치유의 마법을 걸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렇게 하지 않으면 늦을 정도로 촌 장의 상처는 심했던 것이다. 레이리아가 대지모신 마파에게 바치는 기도가 끝났을 때에는 동쪽 숲의 나무들 위에서 태양이 모습을 나타내 막 잠에서 깨어난 새빨간 빛을 발하고 있었다. "고마워요 디드릿트.이제 괜찮아요.어떻게 생명은 구한 것 같아." 레이리아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가슴에 쌓여있던 공기를 깊게 내쉬었다. 그리고나서 목책 안 측에 착 달라붙어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서. "누구라도 좋으니까 이 사람을 저희 집까지 운반해 주세요." 라고 말을 걸었다. 그 목소리의 박력에 압도 되어서 두명의 남자가 문에서 달려 나왔다.그리고 정신을 잃고 는 있지만 상처는 완치된 하남의 촌장을 안고 문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다시 한번 주위로 주의를 돌리고 나서 디드릿트들도 문안으로 돌아왔다.그리고 원래대 로 엄중히 빗장을 걸고 자물쇠를 채웠다. 레이리아는 하남의 촌장을 자신의 집에 날라다 달라고 마을 사람들에게 지시했다.디드 릿트도 왠지 집으로 돌아갈 기분이 나지 않아 이대로 따라가기로 했다.당연히 에스타스 도 따라왔다.마치 죄인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군이라고 디드릿트는 생각했다. 레이리아는 하남의 촌장을 객실의 긴 의자에 뉘우고 침실로 모포를 가지러 갔다.객실로 돌아왔을 때에는 졸린 듯한 얼굴의 슬레인도 모습을 나타냈다. "상처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상처는 치료했습니다." 슬레인의 물음에 답하면서 레이리아는 너덜너덜해진 옷을 벗기려고 했다.그런데 그 움 직임이 갑자기 멈췄다. "무슨 일이예요!" 이상하게 생각해 디드릿트가 묻자 레이리아는 촌장의 품에서 편지 같은 것을 꺼냈다. 그 편지의 겉도 촌장의 피로 믈들여져 있었다.디드릿트는 그것을 받아쥐고 슬레인의 양 해를 얻어서 안의 글을 소리 내어 읽었다. "...잭슨의 사람들에게 경고한다.즉시 아라니아 왕국에 대한 반역을 그만두고 국왕 라 스터 3세의 명령을 따라라.명령에 따른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체납된 2 년분의 세금 및 북의 현자와 그 일당의 목을 바쳐라.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마을 사람 전 부를 같은 죄로 인정해 죽음으로 심판하겠다.이 자는 본보기이다..." 읽기를 끝낸 디드릿트는 목을 젓고 편지를 슬레인에게 건냈다. "어떻게 할거예요?" "그렇군요.이것은 마을 전체에 주어진 젓이니까 마을 사람 모두에게 알려야 되겠죠.그리 고 마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결정할지 맡기기로 하죠." "제정신이예요?" "예,좀 잠이 덜깨서 흐리멍덩하지만 충분히 제정신입니다.이 편지의 내용을 묵살한다면 마을 사람들에게 오히려 신뢰받지 못할 겁니다." 그 말에 레이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디드릿트는 보았다. 왜 슬레인들이 이렇게 마을 사람들을 신뢰할 마음이 됐는지 디드릿트는 이상했다.이 편 지를 보여주면 어제 집회 때같은 소동이 일어나 또 아무것도 정하지 못할 것은 뻔한 일 인데. 최악의 경우 라스터 공뿐만이 아니라 이 마을 사람들에게서도 생명의 위협을 받을지도 모른다. 디드릿트는 에스타스의 차가운 시선을 등뒤로 느끼면서 화가 날 정도로 평온한 아침 햇 살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판은 이미 일어나서 침대에 앉은 채로 계속 무언가를 바라다보고 있었다. 디드릿트와 시선이 마주치자 힘없이 미소지으며 어디에 갔었는지를 물어왔다.디드릿트는 그가 자고 있는 동안에 있었던 일을 비난의 말투로 하나도 남김없이 이야기해 주었다. 판은 놀란 듯한 얼굴로 그런 일이 있었던 건가라고 중얼거렸다. "뭐가 그런 일이 있었던 건가예요." 그렇게 말하고 디드릿트는 판의 옆에 앉은 다음 정신차려요라고 말하며 그의 등뒤로 손 을 돌렸다. "그 경고문을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 들일까." "아무리 그래도 그런 잠꼬대 같은 말에 귀를 기울일 녀석따윈 없어." 디드릿트는 동의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마을 사람들에 대한 불신감 쪽이 이기고 있어서 그럴 수 없었다. "나는 하여튼 오늘 하루는 마을을 순시하기로 했어.레인져에게 습격하게 해서 할 수 있 다면 반대로 내가 레인져를 없앴으면 하니까.내가 잠시동안 에스타스를 상대해줄 수 없 을지도 모르니까 디드릿트가 에스타스를 상대해 줘.좀처럼 오는 일 없는 손님이니까." 좀더 해준다면 그와는 매일 얼굴을 보게 될지도 몰라요라고 디드릿트는 마음 속으로 가 만히 중얼거렸다.만날 수 없게 되는 것은 당신 쪽이예요. 그렇게 생각하자 슬픈 기분에 사로잡혀서 디드릿트는 판의 등뒤로 돌린 왼손으로 그의 옷을 꽉 쥐었다. "우리들 상당히 운명적인 만남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우연히 일어난 일이었군요." "뭐,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판은 곤란한 듯이 머리를 긁었다.자고 나서 흐트러진 갈색의 머리가 한층 더 흐트러졌 다. "내가 없어지면 당신은 어떻게 할 거예요." "없어진다니,그런 건 생각해 본적도 없어.이상해 디드.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그런 얘기는 이번 일이 끝난 다음에 하기로 하지." 그렇게 말하고 판은 디드릿트의 손을 뿌리치는 듯이 일어섰다.그리고 침실의 한쪽 구 석에 놓여져 있는 갈아입을 옷과 갑옷 쪽으로 걸어갔다. "아..." 디드릿트는 뿌리쳐진 손을 그대로 두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러면 늦을지도 몰라.나는 숲으로 끌려갈지도 몰라요.그러면 두번다시 당신과 만날 수 없게 돼요. 두명의 만남이 우연이었고 서로를 맺고 있던 끈이 상당히 가늘어서 언제 끊어질지도 몰 랐었다는 것을 지금가지 알아차리지 못한 게 이상했다.판에게 자신과 마을 사람 중 어느 쪽이 중요한 것일까라는 생각도 머리에 떠오른다.물론 비교할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그러나 때로는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자신만을 바라다 보았으면 할 때가 있 다.그리고 지금이 그때인 것이다.인간이라든가 엘프라든가 하는 것은 관계 없다.그것은 한명의 여성으로서 소박한 바램이었다. 자신이 없어지면 이 전사가 돌아오지 않는 숲까지 쫓아와줄지 어떨지 디드릿트는 확인 해 보고 싶다고도 생각하고 있었다.그런 불안으로 흔들리는 디드릿트를 남기고 판의 뒷 모습은 문의 건너편 측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8 2번째의 집회가 열린 것은 저녁 무렵의 일이었다. 그 날도 아라니아 병사들의 잭슨에 대한 동요시키기는 계속됐다.레인져는 세곳에 모습 을 나타내 독화살로 4명의 생명을 빼앗았다.그 중 한명은 부인이었고 또 한명은 아직 7살 밖에 되지 않은 소년이었다.그리고 밭에 불을 놓아 보리밭 하나가 완전히 불타 버렸다. 바람이 약해 숲으로 옮겨 붙지 않은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그러나 몇십 명의 사람이 겨울을 날 수 있는 식량이 재로 변했다. 디드릿트는 집회장에 들어가자마자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어제 이상으로 동요하고 있 는 것을 알아차렸다. 분노,슬픔,불안,공포 여러가지의 감정이 뒤섞여 그 격류가 디드릿트를 직격했다.눈을 감고 귀를 막아도 그 격류는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다.자신이 정령사인 것을 이 정도로 저주하고 싶은 적은 없었다.마을 사람들이 어제 이상의 추태를 부릴 것이 눈에 빤히 보였 다. 집회는 우선 휠머 촌장이 아침부터 있었던 사건에 관해서 순서대로 이야기 하는 것에서 시작됐다.그리고 생명을 잃은 4명의 명복을 빌었다. 그리고 하남의 촌장이 가지고 온 편지를 모두의 앞에서 낭독했다.그 낭독이 끝나고 잠시 동안 집회장에는 침묵이 흘렀다.견디기 힘든 고통 같은 침묵이었다. "그럼,어제의 계속입니다.여러분은 이 위기를 어떻게 뛰어넘으실 셈입니까?" 그렇게 질문을 던진 것은 슬레인이었다.슬레인은 놀랄 만큼 냉정했기 때문에 마치 이 집회를 즐기고 있는 듯한 인상마저 주었다. "즉,북의 현자는 저를 말하는 겁니다.그 동료라는 것은 처 레이리아에 판,그리고 디드릿 트와 세실의 일이겠죠." 그런 거 일부러 확인해 주지 않아도 될 것을이라며 디드릿트는 마음 속에서 욕설을 퍼 부었다. 마을 사람들은 누구 하나도 의견을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집회장을 떠도는 무거운 공기 에 버티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할 수 없어서 판이 일어선다. "내 의견은 어제대로다.이쪽에서 먼저 상대를 친다.그것을 하지 않는 한 희생자가 늘어 날 뿐이다." 판은 단호히 그것만 말하고 팔짱을 낀 채로 입을 다물었다.그리고 다른 의견을 계속 기 다리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견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단지 의식을 되돌린 하남의 촌장이 울먹이며 하남 마을을 습격한 비극과 자신이 받은 고문등을 이야기했다.그리고 자신의 처와 아들이 살해당한 일을 하소연한 후에,복수를 해 주게라고 간원했다. 그러나 잭슨의 사람들은 고개를 젓거나 한숨을 쉴 뿐으로 누구도 그의 하소연에 응하 려고 하는 자는 없었다. "독립이라는 거 꿈 속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일지도..." 누군가가 불쑥 말했다. "잠자코 세금을 지불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는가..." 다른 누군가가 그렇게 중얼거렸다.그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흘러 나왔다.그것을 들은 세실이 노성을 질렀다.그러나 그것은 곧 슬레인에게 제지당했다. "몇 번씩이나 이런 집회를 열어도 마찬가지야.올바른 것은 저 전사의 의견이다.그리고 그 의견을 받아들일 용기가 없으니까 이 집회에서는 올바른 의견을 이끌어 낼 수 있을리 가 없지.내가 의장이라면 이 순간에 집회를 끝내겠지만." "제가 의장이라면 이런 집회따위 열거나 하지는 않아요..." 이 이상 에스타스에게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보여주고 싶지 않으니까라고 디드릿트는 속으로 그렇게 부가했다. "동감이야." 그녀의 말을 농담으로라도 오해했는지 에스타스가 소리 내어 웃었다.오늘은 그것을 비난 할 기력이 있는 자조차 없었다. "이미 결과는 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디드릿트.이 이상 마을에 머무르면 네 몸이 위험 해.그들을 덮칠 비극도 보고 싶지 않을테니까 그만 숲으로 돌아갈 결심을 굳히지 않으 면..." "아직이예요!" 디드릿트는 강하게 부정했다. "약속대로 이 마을의 사건이 결말 날 때까지 저는 머무르겠어요." 디드릿트는 아직도 팔짱을 낀채로 있는 판에게 신경이 쓰였다.그가 무언가를 결의 하고 있는 것을 그녀는 알 수 있었다.그 결의가 무엇인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단지 기묘한 두 근거림이 일어나는 것이다. "오늘도 의견이 뭉치지 않는 것 같은데..." 미안한 듯이 촌장이 판에게 말을 걸고 있었 다.판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할 수 없죠라고 답했다. 할 수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지금이야말로 판이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서 마을의 위기 를 구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그렇게 하면 에스타스도 인간을 조금은 다시 볼 것이다. "집회가 끝나기 전에 다시 한마디만 했으면 한다." 어둡게 가라앉아 있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서 판은 조용히 말을 꺼냈다.디드릿트는 숨을 죽이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알고 있는 사람도 많겠지만 5년 정도 전에 이 마을 근처에 고블린이 살았던 적이 있었 다." 그 때의 일인가라며 몇 명인가의 마을 사람들이 끄덕거리며 갑자기 옛날 이야기를 시 작한 판을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로 주목했다.그 이야기라면 디드릿트도 들은 적이 있었 다. "그때 나는 고블린의 위협에 대해 말하고 퇴치하자고 모두에게 말했다.그러나 그것에 응 해준 것은 여기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슬레인 뿐이었다.그리고 그가 없었다면 나는 고블린에게 살해당했을 것이다.나는 지금도 그때의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고블린은 언젠가는 우리들의 마을을 습격했을 것이다.그리고 몇 명인가는 생명을 잃었을 것이다. 이번에도 나는 내가 옳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그 신념을 모두에게 강요하려고는 생각 하지 않는다.단지 모두가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 졌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판은 그것만 말하고 이제 이런 집회에 흥미는 없다고 말하고 출구를 향해 걸어가기 시 작했다. 무슨 의도로 판이 지금의 말을 한 것인지 디드릿트는 짐작도 가지 않았다.알 수 있는 것은 마을 사람 중 한명도 그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자가 없다는 것이다. 디드릿트는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판의 뒤를 쫓아갔다.그녀의 배후에서 휠머 촌장이 해 산을 고하는 소리가 낮게 울려퍼졌다. 9 판은 하루종일 신경써서 순찰한 것도 있어서 그 날은 술도 마시지 않고 바로 침대로 들 어갔다.그리고 금방 깊은 잠에 빠졌다. "태평하군요.내 마음도 몰라주고..." 디드릿트는 판의 자는 얼굴을 바라다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판을 걱정시키지 않으려 고 자신의 문제에 관해서는 전혀 이야기 하지 않았다.이야기하면 에스타스와 판이 싸우 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에스타스도 자신의 일을 생각해 주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필요 없는 보살핌이지만 그의 말에 따르려고 하는 또 하나의 자신이 있었다. 역시 자신은 엘프인 것이다.인간 세계에서 살고 인간을 사랑한다고는 해도 인간이 된 것은 아니다. 지금의 잭슨 마을 사람들에게는 그녀는 실망하고 있었다.자신의 생명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태연히 있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마을 전체를 생각해서 의견을 말하는 인간이 없다는 것에도. 엘프들의 결속 쪽이 인간들보다도 강하다.부족 전체의 일은 부족을 구성하는 한명한명 이 생각해서 행동한다.그리고 개인적인 문제도 필요가 있다면 부족 전체가 생각해준다.적 어도 같은 부족끼리 싸우는 일은 없다.다크엘프와는 적대시하고 있지만 그것은 예외가 될 것도 아니다.하이엘프는 그들 암흑의 종족을 이미 엘프가 아니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디드릿트는 자려는 노력을 포기했다.흥분돼 있는 상태여서 그럴 때가 아니었다. 조용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거실의 문을 열었다.거실의 긴 의자가 에스타스의 임시 침대였다.본심으로는 숲의 나무 위에서 자고 싶었을 것이다. 방은 컴컴했지만 정령사인 그녀는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빛을 볼 수가 있었다.부 자유하지 않을 정도로 방 안이 보였다.에스타스는 한장의 모포를 덮고 긴 의자에 누워 있 었다. "에스타스...깨어 있어요?"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 좀 자고 있었어.보통 때보다 잠이 깊었던 것은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기 때 야." "당신도 신경을 쓸 때가 있군요?" "물론이야.인간들과 사는 것은 정말로 피곤하군.생활은 부자유하고 그들의 생각은 이해 할 수 없어.그들의 삶을 보고 있으면 여러 가지 말을 해주고 싶어져.네가 인간들에게 흥 미를 가진 이유를 조금은 알겠더군.어리석은 인간들을 이끌어 주고 싶다는 충동이지" 디드릿트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요.역시 당신은 아직 인간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군요.물론 저도 아직이지 만요.엘프는 확실히 여러가지 점에서 인간보다도 우수해요.하지만 인간도 엘프보다 우수 한 점이 많이 있어요.만약 인간들이 정해진 생명을 가진 동물이 아니었다면 틀림없이 신 에게 더욱 가까운 종족이 됐을 거예요." "사신에게는 가까울지도." "그것도 맞아요.그들은 신이면서도 사신이기도 해요." 말로 하지 않았지만,너무 높게 평가 했어라고 에스타스의 표정이 말하고 있었다. "하여튼 나는 인간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네가 아무리 핑계를 대도 그것을 들어주지는 않겠어.게다가 그 전사가 너에게 어울리는 인물이라고도 생각되지 않아." "그것은 내가 결정할 일이예요!" "인간 따위와 사랑을 해도 불행하게 될 뿐이야." "착각하지 말아요 에스타스.확실히 당신이 상대라면 불행하게는 되지 않겠죠.하지만 여 성은요 이 사람과라면 불행하게 되어도 상관없는 사람을 선택하는 거예요.불행하게 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것을 주저하는 여성은 한명도 없어요."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말하고 에스타스는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디드릿트는 자신이 너무 지나쳤나라 는 죄악감을 느꼈다. "단지 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은 부족의 모두가 너와 내가 함께 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 는 것이다." "나와 당신이..." 그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부족 속에서 자신은 아이로 밖에 취급되어지지 않고 있다 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바램이기도 해." "에스타스!" 디드릿트는 할말을 잃어 버렸다.에스타스의 말을 너무 의외의 이야기였다. "물론 엘프끼리의 애정은 백년 천년이 지나 길러지는 것이다.생명수를 기르는 듯이.그리 고 나는 너와 함께라면 같이 길러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디드릿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자고 나서 흐트러진 머리칼을 가지런히 하 려는 듯이 몇 번이나 머리에 손을 가져갔다. "...너무나 갑작스런 이야기군요.분명히 당신도 인간들에게 영향을 받았을 거예요." "그렇지도 몰라.그들은 실로 개성적인 종족이니까.그러니까 완전히 물들기 전에 너를 숲으로 데려가고 싶다." 디드릿트는 어떻게 답을 해야 좋을지 망설여졌다.판에게서조차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고백 받아본 적은 없었다. "...지금 바로 대답을 해야하나요" "지금 바로라고는 말하지 않아.몇년 몇십년 후라도 상관없어." 디드릿트는 에스타스의 얼굴을 바로 보지 못하고 그에게 등을 향하는 듯이 창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투명한 유리 너머로 조용해진 잭슨 마을이 보였다.그 속에 어렴풋이 빨간 빛을 발하는 것이 하나두개 움직이고 있는 것이 디드릿트의 눈에 들어왔다. 그 빛은 정령사의 눈이 아니면 결코 볼 수 없는 빛이었다.생명을 가진 생물이 발산하는 엷은 빛--- 저것은,사람? 경고의 소리가 마음 속에서 울려 퍼졌다.디드릿트는 조심스럽게 창으로 다가갔다. "그럭저럭 포위 당한 것 같군.아라니아 군의 습격일까,그렇지 않으면..." 에스타스의 말은 디드릿트의 마음에 소름이 끼치는 생각을 불러 일으켰다.그때 침실 쪽 에서 큰소리가 났다.유리가 깨지는 소리,그리고 남자들이 지르는 고함 같은 소리가 디드 릿트의 귀를 쳤다. "판!" 디드릿트는 침실과 연결된 문으로 달려가 그 문을 힘껏 찼다.안에 서너 명의 남자들이 싸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러나 누가 싸우고 있는 것인지 까진 분별할 수 없었다. 디드릿트는 약간의 빛을 찾으려 주위를 돌아다 보았다.그리고 부서진 창으로 들어오는 한줄기 달빛을 발견했다. 저것으로 충분.디드릿트는 그 빛을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초목을 기르는 근본이 되는 힘.빛의 정령이여 내가 있는 곳으로." 그리고 짧은 정령어의 영창과 함께 뻗은 디드릿트의 오른손 위에 청백의 빛의 구체가 확 떠오르기 시작했다. 빛의 정령 윌 오 윕스이다. 일시적인 실체밖에 가지지 못하는 이 빛의 정령은 디드릿트의 손의 움직임과 함께 침실 의 천장 근처까지 쑥 올라갔다.윌 오 윕스 덕택으로 실내가 뚜렷이 비쳐졌다. 어둡다가 갑자기 밝아졌기 때문에 눈이 익숙하지 않은 인간들이 눈부신 듯이 눈을 가렸 다. 그 중심에 판의 모습이 있었다.그는 그럭저럭 무사한 것 같았다.그리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침입자가 세명--- "당신들은..." 디드릿트는 경악했다.그 경악은 이윽고 절망으로 바꼈다. 두려워하고 있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난 것이었다.침입자들은 아라니아 병사가 아니었다. 그들은 잭슨 마을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결말은 난 것 같군..." 디드릿트의 배후에서 에스타스의 목소리가 냉혹하게 울렸다. "설마... 이렇게까지 비겁한 짓을." 디드릿트는 말문이 막혀 세명의 남자들을 망연히 바라다 보았다. 그들은 정체가 밝혀지자 전의를 잃은 듯이 고개를 숙인 채로 그 자리에 못 박힌 듯이 서있었다. "디드 살았다.그들을 상처 입히지마." "살았다라니,이 사람들은 당신을 습격했어요!" 디드릿트는 몸을 돌리며 세명의 남자들을 가리켰다.습격 받은 장본인이 왜 그런 것을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런 거 같군." 판은 남의 일인 듯이 중얼거리고 고개를 숙인 채로 있는 세명쪽으로 몸을 돌렸다.그의 손에도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손에도 예리하게 빛나는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보니까 판 의 오른팔에 붉은 것이 한가닥 흐르고 있었다. "어쩔 셈으로 나를 습격했나?" 판의 목소리에서는 세명을 꾸짖는 듯한 기색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어쩔 셈이라니..." 한명이 답하기 사작했다. "판들을 잡아다 바치면 우리들의 안전을 보증 받을 수 있다고 하니까..." "그래서 우리들을 습격한 건가..." 그렇게 말한 판의 얼굴이 경직되는 것이 느껴졌다. "슬레인! 게다가 세실!" 디드릿트도 판이 절규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생각이 미쳤다. "가요 판." 판은 침대 머리맡의 검을 거머쥐고 부서진 창으로 몸을 날려 밖으로 나갔다.디드릿트 도 윌 오 윕스에게 뒤따라오라고 명령하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어느 쪽부터?" "둘로 나누자.나는 세실 쪽,디드는 슬레인의 집." "알았어요." 판과 헤어진 디드릿트는 슬레인의 집을 향해서 달렸다.잠시 달리자 바로 슬레인의 집은 보였다.그 집에 불이 켜져 있었다.그리고 사람들이 싸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는 사이에 슬레인의 집을 둘러싸고 있는 열명정도의 남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현관 앞을 레이리아가 가로막아 서 있는 것이 눈에 잡혔다.그녀는 무기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그 위엄에 압도돼 폭한들은 습격하는 것을 멈추고 있는 상태였 다. 레이리아의 늠름한 목소리가 밤바람을 타고 들려 왔다.그러나 이쪽의 폭한들은 정체가 밝혀져 태도를 바꾼 것 같았다.무기를 휘두르며 위세 좋게 소리만 지르고 있었다. 디드릿트의 마음 속에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이 정도까지 인간에게 배반당하리라고는 예상하지도 못했다.인간이라는 것은 역시 추 악한 종족이였던 것일까.에스타스가 말한 듯이 자신의 눈은 흐려져 있었던 것일까.이제 운명은 결정 났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에스타스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을 돌아오지 않 는 숲으로 데리고 돌아갈 것임에 틀림없다.디드릿트가 아무리 저항해도 결국은 그가 하 는 대로 인것이다. 이제 판과 함께 지낼 수 없게 되는 것이다.눈 앞의 폭한(暴漢)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증 오의 불꽃이 그녀의 마음을 태우고 그 불꽃이 분노가 되어서 그녀의 온몸에서 넘쳐 나왔 다. "나의 맹우.위대한 바람의 왕 이르크여,나의 소환에 응해 그 모습을 나타내..." "그만둬 디드릿트.아무리 그래도 너무 지나쳐.게다가 너는 아직 바람의 왕을 조종하는 것은 무리야." 그 목소리의 임자는 에스타스였다.디드릿트를 쫓아온 것일 것이다. '옛날과 같이 취급하지 말아요.' 디드릿트는 그런 제지의말에 귀를 기울일 셈은 없었다. 자신의 마지막 한조각의 희망을 빼앗아간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복수를 해주겠다는 생 각으로 마음 속이 가득했다. "디드릿트! 일그러진 마음으로 정령을 사용하는 것은 다크엘프나 하는 짓이야!" "바람이여 찢겨져 칼날이 되어라.용맹스런 바람의 왕 나의 친구 이르크여." 디드릿트의 강력한 정령마법은 확실히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하고 있었다.자연의 것이 아 닌 바람이 불기 시작해 근처 수목의 나뭇가지들을 흔들기 시작했다. "디드릿트 그만둬!" 에스타스의 절규가 들려왔다. "디드릿트 그만두세요!" 그라고 또 하나의 익숙한 목소리.슬레인의 목소리였다.아뇨,그만두지 않아요.디드릿트는 분노로 흔들리는 마음을 열심히 집중시켰다.정령을 부르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그 효과가 있어서 바람의 왕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디드릿트는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목표는 한 덩어리가 되어 있는 어리석인간들. 그러나 그때,그녀의 마음에 이질(異質)의 정령이 모습을 나타냈다. "잠을 담당하는 모래의 난쟁이(小人)여 그녀의 눈동자에 모래를 뿌려 편안한 잠으로 안 내하여라." 에스타스가 외치는 정령어 주문이 귀에 들렸다.그때 디드릿트의 주문은 완성 일보직전 이었다.그러나 간발의 차로 에스타스 쪽이 빨랐다. 디드릿트는 습격해 오는 잠에 저항할 수 없었다.에스타스의 마력은 너무나도 강력했다. 다음에 눈을 떴을 때는 분명 돌아오지 않는 숲일 거라고 디드릿트는 절망했다.그리고 의 식이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고맙다고 하지 않으면 안되겠군요." 잠옷 차림의 슬레인이 창백한 표정으로 에스타스에게 머리를 숙였다. "일그러진 마음으로 정령을 쓰는 것은 위험하다고 가르쳐 줬건만... 왜 저렇게까지 이성 을 잃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그녀가 저렇게 감정적이 된 것은 처음 봤습니다.그녀는 솔직하고 사 려 깊은 여성이니까 마을 사람들에 대한 분노만으로 저런 행동을 하리라고는 도저히 믿 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의 장본인인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과 관계 없는 곳에서 일어난 무언가 엄청난 힘의 교환에 독기를 잃은 듯이 망연히 슬레인들 쪽을 엿보고 있었다. "생명을 구했군요.지금 이쪽의 엘프가 디드릿트를 멈추지 않았다면 당신들의 생명은 없 었을 것입니다." 그 말로 마을 사람들은 처음으로 사태를 깨달은 듯이 공포의 표정을 그들의 얼굴에 떠 올렸다.그 중에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는 자도 있었다. 그때 오른쪽에서 새로운 사람이 오는 것이 보였다.몇 명의 마을 사람들을 다그치며 판 과 세실 두명이 보습을 나타낸 것이었다. "그럭저럭 모두 무사한 것 같군요." "무사한 것 같군요가 아닙니다." 세실의 화난 목소리는 마을 전체에 울려 퍼질 듯이 컸다. "시간을 생각하세요.근처에 폐가 되지 않습니까." "스승님.농담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근처에 폐를 끼치는 것이라면 저보다 이 녀 석들 쪽이 더 악질입니다.사람이 자는데 습격했으니까요." "하여튼 최악의 사태가 되지 않아 다행이다." "최악입니다.아라니아 병사들한테 노려지는 것은 그렇다고 해도 설마 동료라고 생각했 던 마을 사람들에게 습격 받다니." 세실은 그렇게 말하고 판들에게 둘러 쌓인 듯이 한 덩어리가 된 폭한들을 노려다보았 다. "...우리들은 목숨이 아까웠다.이대로라면 틀림없이 우리들은 살해당한다.마을 사람들 모두가 살해당할거라고 생각했다.하남 마을 처럼." 한남자가 그렇게 말하고 그 곳에 주저앉았다.그럭저럭 이 남자가 주모자인 것 같았다. 놀랍게도 그는 자경단의 일원으로 세실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 중 한명이었다.이름은 에 이비스라는. "당신들만 희생하면 마을 전체를 구할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당신들은 언제 나 마을의 일을 생각해 주지 않았던가.그러니까 이번에도 마을을 위해..." "거절한다." 단호히 그렇게 말한 것은 판이었다. "착각해서는 곤란하다.나는 지금까지 나를 희생해서 싸워온 것이 아니다.내가 바랬기 때문에 검을 휘둘러 온 것이다." 그리고 판은 쥐고 있던 검을 단숨에 뽑았다.폭한들이 두려운 듯이 그 칼날을 바라다 보 았다. "우리들을 죽여서 마을을 살릴려고 생각한다면 다시 한번 기회를 주지.단 그때는 나도 전력으로 싸우겠다.그렇게하면 너희들 중에서도 몇인가는 생명을 잃을 것이다.그런 각오 가 있다면 나는 도망치거나 하지는 않겠다." "판..." 에이비스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계속 판을 올려다 보았다. "내가 마을을 위해 기쁘게 희생할 거라고? 나는 그렇게까지 좋은 사람이 아니다.생명 을 버릴 때는 내가 선택한 사람을 위해서만 이다.공교롭게도 너희들은 아니다." 판에게서 시선을 돌린 에이비스는 작게 훌쩍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아내가 있어.두명의 아이도 있다.가족을 죽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단 지 그것 뿐이었어." "그래서 다른 사람을 죽이는 건가.과연 인간다운 논리군." 그렇게 말하면서 에스타스는 잠에 빠진 디드릿트를 조용히 안아 일으켰다. "예,상당히 인간다운 논리입니다.엘프의 손님.저도 아내와 아이를 위해서라면 같은 선 택을 했을지도 모릅니다.자신의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소중히 해가는 것이 인간이라는 생물입니다." 슬레인의 말에 에스타스는 코웃음을 쳤을 뿐으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디드릿트는 저희 집에 날라다 주세요.잠시 가만히 자게 하죠.조금 전에는 상당히 이 성을 잃은 듯한 모습이였으니까.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레이리아가 묻는 듯한 시선을 에스타스에게 향해왔다.에스타스는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었지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뿐이다.돌 아오지 않는 숲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진실에 눈을 뜰 것이다. 문득 젊은 전사 쪽을 바라보자 그는 훌쩍이며 울고 있는 폭한을 단지 계속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이제 됐다.우선 집으로 돌아가.그리고 아라니아의 군대가 쳐들어 올 때까지 떨고 있 는 것이 좋을 것이다.유감이지만 너에게는 나를 죽일 수 있는 힘은 없어.그리고 가족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판은 홱 몸을 돌려 에스타스 쪽으로 걸어왔다. "당신,디드에게 무언가 말했지.당신이 오고나서부터 디드가 이상했어.무언가를 이야기 하고 싶어 했던 것 같은데.이런 일은 지금까지는 없었던 일이다." "...아니 아무것도" 에스타스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을 뿐이었다.자신은 틀리지 않았다.이 이상 인간들 사 이에서 살게 하는 것은 그녀에게 행복할리가 없다.언제 생명을 잃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것은 조금 전에 일어난 일로 증명 되었다.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다.그 침묵이 흐르는 동안에 에스타스는 디드릿트를 안고 슬레인 의 집으로 옮기려고 했다. "디드릿트는 적당한 때를 봐서 마법을 풀어 두겠습니다.지금은 마법의 잠이든 무엇이든 지간에 자게 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부탁해 슬레인." 디드릿트의 얼굴을 바라다보면서 판은 조용히 말했다. "자,여러분 해산입니다.집으로 돌아가서 냉정히 생각을 종합해 보세요.자신들이 놓여져 있는 상황이 잘 보일 것입니다.그리고 수면부족으로는 싸움이 되지 않습니다." 누구와 싸울 셈이지라며 세실이 빈정댐이 가득한 말을 했다. "세실 그들을 너무 꾸짖지 말아 주십시오.저는 그들 같은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하지만 가능하면 집회장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해 주었으면 했습니 다." 그리고 슬레인은 세실과 판에게 오늘 밤은 저희 집에서 묵으세요라고 말했다. 세실은 받아들였다. "아니 나는 괜찮아.갑옷과 방패를 집에 두고 있으니까.이제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모두 조심하도록 해." 판은 고개를 젓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당신이야말로..." 슬레인의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려왔다.판은 돌아다보지도 않고 오른손을 들어올려서 슬 레인에게 인사를 보냈다. 판은 조용해진 자신의 집에 혼자 돌아왔다.현관에는 안쪽에서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상 태여서 부서진 창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침실 안에 흩어져 있는 유리 창의 파편을 보면서 침대 위에서 자는 것은 위험하군이라며 혼잣말을 했다. 그리고 판은 침실 구석에 짜맞추어 놓아둔 갑주(甲?)쪽으로 걸어갔다.그것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겨준 갑옷이 아니다. '바람의 탑'의 보물고에서 발견해 자신의 의지로 몸에 장착할 것을 선택한 마법의 갑옷이었다. 방패와 검도 같은 마술사에 의해 마력이 부여된 것이다.이 한벌의 무구(武具)에 어떤 숨겨진 마법이 있는 것인지 슬레인은 아직 해명하지 못했지만 상당히 강력한 마법이 걸 려져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했다. 판은 갑옷과 검에 걸려져 있는 마력에 기대거나 하지는 않았다.단지 자신의 몸에 딱 들 어맞는 친숙함이 마음에 들었다.이것은 자신의 갑옷이고 방패인 것이다. 판은 갑옷에 손을 대 천천히 연결용 금속을 풀고 분해하기 시작했다.그리고 풀은 부분을 자신의 몸에 하나씩 장착했다. 잠옷대신에 솜옷을 입고 잤으므로 갑옷은 단단히 그의 신체의 일부가 되어갔다.경갑(脛 甲/갑옷의 부속구로서 쇠나 가죽으로 정강이를 싸서 보호하도록 한 것)을 붙이고 철구두 를 씌웠다.사슬 옷을 입고 브레스트 플레이트(breast plate)와 백 플레이트(back plate) 를 장착했다. 신체가 갑옷으로 덮혀질 때마다 마음이 긴장되어가는 듯이 느껴졌다.자신이 전사라는 것 을 자각하는 순간이다. 갑옷 장착을 끝내고 판은 왼쪽 허리에 검을 매달았다.그리고 방패의 가죽끈 사이로 왼팔 을 집어 넣는 것으로 완전히 준비를 끝냈다. 판은 침실에서 거실로,그리고 현관으로 빠져나가 간단한 구조의 열쇠를 안에서 열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실내를 한번 돌아다 본 후,캄캄한 어둠 속으로 세차게 한발을 내디 뎠다. "이런 한밤중에 도대체 어디에 갈려고 하는 거지" 옆에서 불러 멈추는 소리가 있어서 판은 얼굴만 소리나는 쪽으로 돌렸다.그곳에 에스타 스의 모습이 있었다. "...이번 일에 결말을 내기 위해서." "아라니아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건가? 모르겠군.너는 조금전 마을 사람들을 위해 희생이 되진 않는다고 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던가." "희생 따윈 되지 않아." 판은 그렇게 말하고 남문으로 향하는 샛길을 걷기 시작했다.엘프의 조용한 발소리가 바 로 뒤에서 들렸다. "혼자서 그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그럴리가.나는 그렇게 머리가 나쁘진 않아.뭐,그다지 좋다고도 말할 수 없지만." "머리가 좋고 나쁨을 떠나서 너의 의견은 옳았다고 생각한다.지금 하려고 하는 일은 별 개지만." "옳다던가,틀렸다던가 그런 문제가 아니야." 판의 발걸음은 규칙 정확하고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디드릿트를 슬프게 할 셈인가? 조금전 그녀가 그정도로 이성을 잃은 이유를 너는 알고 있나?" 그 말에 겨우 발을 멈추고 판은 에스타스 쪽을 돌아다 보았다. "...아니 짐작도 가지 않아." 에스타스는 간략하게 자기가 이 인간의 세계에 온 이유와 그녀에게 들이댄 조건을 설명 했다. "...그래서 디드의 상태가 이상했었던 건가." "그렇다.나는 그녀가 이대로 인간들과 사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너희들 은 아직 종족으로서 너무 미숙하다.그러니까 우리들 하이엘프 일족은 돌아오지 않는 숲을 닫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확실히 당신들 쪽에서 보면 인간은 어리석을지도 모르겠군." 이번엔 에스타스와 나란히 걸으면서 판은 혼잣말인 듯이 중얼거렸다. "그러나 인간도 그렇게까지 어리석은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혀 설득력이 없군.네가 아까 내려다 보고 있던 인간들은 도대체 뭐지.자신의 일밖에 생각하지 않는 완전한 이기주의자잖아.우리들 엘프는 더 서로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그 러니까 나는 디드릿트를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판은 남문을 열지 않고 옆의 목책을 뛰어 넘었다.착지할 때 지면으로 다리가 조금 쏠렸 다.그러나 에스타스는 화려하게 착지했다. 판은 입가에 엷게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지만 인간과 엘프는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우리들은 확실히 이기적이고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역시 동료의 일을 생각하고 있다.인간이라는 종족전 체의 일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싸우지." "그러니까 아직 어리석은 것이다.게다가 당신들 같이 오래 시간을 걸쳐 이해해가는 여 유도 없다.나도 너무 성급하다고 자주 슬레인에게 설교를 듣지." "나도 같은 의견이다.너는 지금도 너무 성급하게 일을 추진시키려고 하고 있어." "그렇군.그러나 나는 이런 것 밖에 생각할 수 없다.달리 마을을 구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모르겠군이라는 말을 에스타스는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인간들 중에서도 이 남자를 가장 이해할 수 없었다. "나도 무언가를 알아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에스타스는 이미 멈춰 있었다.그러나 젊은 전사는 변함없이 규칙 바른 발소리를 내면서 대지의 상처 위를 덧그리는 듯이 걸어갔다. "너는 엄청난 바보다." 에스타스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는 전사에게 마지막으로 그렇게 외쳤다.에스타스는 이 전사가 취할 행동을 누군가에게 전해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아마 그 야윈 마술사가 좋을 것이다. 그러나 저 인간을 구할 생각을 품는 자가 몇 명이나 있을까.그는 사지를 향해 걸어간 것 이다. 10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그 날의 아침이 밝았다. 마을 사람들은 눈을 뜨자 자기가 자고 있는 사이에 암살자의 칼에 걸리지 않은 것을 신에게 감사하며 무자비한 레인져의 독화살이 자기와 가족들에게 향해지지 말기를 기도 했다. "모여-.모두 마을 광장으로 모여-" 그 목소리는 갑자기 들려왔다.화난 듯한 세실의 목소리였다.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긴장 하면서 마을 사람들은 간단히 준비를 하고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에 모인 마을 사람들 중에서 졸린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자는 한명도 없었다.그러 나 그들의 어젯밤 잠이 쾌적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새빨갛게 충혈된 눈을 한 사람이 많 은 것으로 쉽게 알 수 있었다. 마을 광장은 잭슨 마을의 거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었다.이 광장 주위에 잡화점과 여관 같은 가게들이 늘어서 있어 아침부터 밤까지 마을에서 가장 번화함을 보여주는 한 구석 이다.마을의 수확제등 마을 전체에서 여는 행사가 있을 때에는 언제나 이 광장이 회장이 된다. 그 곳에 잭슨 마을 사람들이 모이고 있었다. 광장의 중앙에는 큰 나무의 그루터기가 하나 남아 있었다.자주 연단으로 쓰이는 것이지 만 그 그루터기 위에 마술사의 정장을 하고 서있는 슬레인의 모습이 있었다. 그 슬레인의 바로 옆에 디드릿트가 있었다.그녀의 얼굴을 창백했고 핏기가 전혀 엿보 여지지 않았다.왼손이 진정되지 않는 듯이 레이피아의 칼자루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머 리칼을 귀찮은 듯이 그러 올리고는 그 손으로 이마를 닦는 시늉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고 있었다. 디드릿트는 날이 밝자 바로 에스타스에 의해 마법이 풀려졌다.마법을 걸린 것에 대해 화는 나지 않았다.이성을 잃은 채로 정령의 힘을 쓰려고 한 쪽이 나빴다.냉정한 상태에 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 곳에서 그들은 죽였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되었을 것이다. 고맙다고 말하려던 그때 에스타스에게서 판의 일을 들었다.그녀는 이야기가 끝나는 것을 기다리지도 않고 밖으로 뛰쳐 나가려고 했다.그러나 그것은 에스타스와 슬레인에게 저지 당했다. 혼자서 가도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둘의 의견은 일치했다. 그리고 슬레인은 세실에게 명령해서 마을 사람들을 집합시키라고 했다.그리고 자신은 현 자의 로브로 몸을 감싸고 현자의 지팡이를 손에 쥐었다.그리고 그는 지금 이곳에 서있는 것이었다. 그루터기 위에 서있는 그의 표정은 엄숙했다. "모두에게 한마디 고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그 때문에 여러분을 모이게 한 것입니 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고 슬레인은 소리 높여 외쳤다.그 중에는 어제 슬레인 들을 습격한 에이비스들의 모습도 있었다.그들의 얼굴은 자신들이 고발될 것이라는 신념 때문인지 긴장된 모습이었다. "판이 혼자서 남쪽 마을로 떠나갔다고 합니다.이번 사건에 결말을 내기 위해서요." 마을 전체가 그 한마디로 술렁였다. "그것 뿐입니다.저는 이제부터 그를 뒤쫓아 가겠습니다.그를 혼자서 가게해서는 안되니 까요.그가 5년전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이번의 상대는 고블 린들에 비할 수도 없는 상대입니다.분명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슬레인은 그렇게 말하고 단상 위에서 황급히 내려왔다.다음 말을 기대하고 있던 군중들 은 어리둥절해졌다. "디드릿트 갑시다." 디드릿트는 끄덕이고 달리는 듯이 광장을 뒤로 했다.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그녀는 안타까웠다.그러나 슬레인은 좀처럼 쓰지 않는 강경한 말투로 디드릿트에게 마을 사람들에게 사실을 고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한 것이다. 그녀에게는 불필요한 일에 시간을 써버렸다는 초조함밖에 없었다.슬레인에게 무언가 생 각이 있어서 한 일인지,그것인 무엇인지 디드릿트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 모인 마을 사람들에게 절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에게 바라는 것도 기대하는 것도 없다.동시에 그들의 일을 염려하는 마음 조차도 없어졌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돌아오지 않는 숲으로 끌려갈 처지간 된 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금부터 판을 뒤쫓아가도 이미 늦었다는 것을 그녀의 두뇌의 냉정한 부분이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지금도 그녀를 감시하는 듯이 곁에 서있는 에스타스의 위로하는 듯한 시선이 그것을 잊게 해주지 않는 것이다. 판이 없는 인간의 세계 따위,디드릿트에게는 이제 흥미가 없었다.이제 와서 느끼는 것 이지만 자신의 마음 속에 판이 차지하고 있던 부분이 컸다는 것을 실감했다. 디드릿트는 모인 마을 사람들을 밀어 헤치면서 나아갔다. "기다려 줘!" 그때,디드릿트의 등뒤에서 누군가가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디드릿트는 뒤돌아 보려고 하지 않았다.그러나 슬레인은 그 말에 발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난 쪽을 조용히 돌아 보 았다. 놀랍게도 목소리의 주인은 어젯밤 습격의 주모자 에이비스였다.아직도 방해가 부족한 것일까라며 디드릿트는 치밀어 오르는 화로 또 이성을 잃을 것 같았다. "기다려 줘... 판을 구하러 가는 거라면 나도 데려가 줘." 예상치 못한 에이비스의 말에 디드릿트의 분노는 한순간에 자취를 감추었고 대신 망연 해졌다.설마 이 남자의 입에서 그런 말을 들으리라고는 예상하지도 못한 일이었기 때문 이다. "설마..." 에스타스도 자신과 완전히 같은 마음인 것 같았다. "...나도 가게 해줘.우리들을 위해 그녀석이 희생이 되는 것은 견딜 수 없어."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어제 당신들은..." "디드릿트!" 디드릿트의 말은 슬레인에게 제지당했다.시선이 부딪히자 슬레인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 다.그 이상 말할 필요는 없다고 그 시선이 말하고 있었다. "함께 가죠.가서 판을 구하는 겁니다." 슬레인은 손을 뻗치며 말했다. 눈물을 흘리며 에이비스가 슬레인이 있는 곳으로 뛰어왔다.그 뒤에는 몇 명인가의 남자 들이 따르고 있었다. "뭘 하는 거야." 세실이 그것을 보고 큰소리를 질렀다. "모두 따라오는 것만으론 안돼. 무기를 가지고! 라스터가 이 마을에 두번다시 손을 대지 않게 우리들의 용기를 보여주 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일어났다.그 환호성에 이끌린 듯이 또 하나의 환호성이 튀어나오 고,이윽고 그 환호성은 그 곳에 있던 마을 사람 모두의 합창이 되어 있었다. "어째서지..." 에스타스가 눈으로 디드릿트에게 물어왔다. "가자 모두.무기를 들어! 판을 혼자서 가게 해선 안돼.하남 마을 사람들의 원한을 갚 아주자!" 마을 사람들은 각각 외치면서 각자의 집으로 되돌아갔다. "저는 먼저 가겠습니다.여러분들의 발걸음이라면 바로 뒤따라 잡을 수 있을 겁니다.그러 나 안심하지 마시고 가능한 한 서둘러 주십시오." 슬레인은 이미 평상시의 그로 돌아와 있었다. "지금 내릴 결단이라면 처음에 내렸으면 될 것을..." "그것은 그렇지 않아요." 납득되지 않는 표정의 에스타스에게 디드릿트는 작게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틀려요.지금이 아니면 내릴 수 없어요." "무슨 뜻이지." "당신이 말하는 대로 인간은 자주 실수를 저질러요.그러나 잘못돼 있는 것을 인정하면 그들은 올바른 길로 나아가요.그러기 위해서는 어려운 일은 필요하지 않아요.아주 작은 계기가 있으면 되는 거예요.그것으로 그들은 마음을 바꿀 수 있는 거예요.지금은 판을 구하겠다는 마음이 그들의 생각을 바꾼 거예요." "그런 것으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이 인간의 훌륭한 점이에요.그들은 자꾸자꾸 변해가요.그리고 성장해 가는 거예 요.한명한명,그리고 종족자체도.때로는 퇴보할 때도 있을지도 몰라요.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우리들을 뛰어넘는 존재가 될 거예요." 어쩌면 자신의 생각은 잘못됐을지도 모른다.다만 그들에게 가능성이 있는 것은 확실했 고 자신은 그것에 끌린 것이다.그리고 그녀에게 가장 인간다운 존재가 판이었다.그는 여러 가능성에 가득차 있었다.그것은 꿈이나 희망이라고 불려지는 것이다.자신을 바꿔 가고 싶다고 바라는 강한 의지다.영원히 변화하지 않는 생활을 보내는 엘프는 꿈도 없 고,희망 같은 것도 필요하지 않다.오늘이 내일이고,그리고 영원한 것이니까. 그러나 판과 함께 있으면 디드릿트는 자신이 어떤 식으로라도 변해갈 수 있을 것 같 이 생각되는 것이다.아니 판이 바꿔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틀림없이 자신은 변했다. 세실을 선두로 잭슨의 마을 사람들은 각자 무기를 손에 들고 가도(街道)를 따라 남쪽으 로 나아갔다.수는 백명을 훨씬 넘고 있었다. 디드릿트는 마을 사람들이 변함없이 불안과 공포를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 다.그러나 지금은 용기도 엿보였다. 가도는 완만한 비탈길이 되어 오른쪽으로 크게 굽어져 있었다.하남까지는 고개를 하나 넘지 않으면 안된다.아직 고개 근처까지밖에 와 있지는 못했지만,한낮이 되기 전에는 분 명히 도착할 것이다. 판이 자중해 주는 것만이 단 하나의 희망이었다. 생각해보면 누구보다도 마을 사람들에게 절망하고 있었던 것은 판이었을지도 모른다.절 망한 나머지 자포자기가 돼서 하남으로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절대로 그 전사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디드릿트는 생각하고 있다. 판의 절망이 성급한 판단이라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그것보다도 자신을 빼놓고 사지 로 향하다니.아무리 생각해봐도 용서해줄 수 없었다. 디드릿트들은 고개가 보이는 바로 앞까지 와 있었다.이 고개를 넘으면 하남 마을까지 는 이제 금방 이다.그러나 마지막의 이 언덕은 급경사라 진군은 천천히 해나갈 수 밖에 없었다. 마음이 초조해진 디드릿트는 어느새 선두에 서 있었다.그리고 문득 주위를 돌아보니 마 을 사람들에게서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뒤따르고 있는 것은 에스타스 혼자였다.그는 말없 이 자신의 생각에 골몰해 있었다.그러니까 최초로 그 모습을 발견한 것은 디드릿트였다. 언덕에 혼자서 앉아 있는 하나의 인영(人影)을. 디드릿트는 목이 완전히 메어 가슴에 쌓인 거친 숨조차도 뱉어낼 수 없게 되었다. 마치 망령이라도 본듯이 그 자리에 못박힌듯이 멈추었다. "디드릿트?"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에스타스도 걸음을 멈췄다. "에스타스,저것..." 디드릿트는 겨우 말을 꺼낼 수 있었다. 그 인영(人影)도 언덕을 올라오고 있는 디드릿트들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힘차게 일어 서서 손을 흔들어 보였다. "판! 판이잖아!" 누군가가 그렇게 외치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 디드릿트는 환상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의문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역시 판,판이군요." 디드릿트는 당장이라도 울 듯한 얼굴로 언덕을 단숨에 올라갔다.뒤에서 환호성을 지르 면서 마을 사람들이 쫓아왔다. 판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양손을 벌려 디드릿트를,그리고 잭슨의 마을 사람들을 맞이 했다. 사람들이 판을 둘러싸고 그의 머리와 어깨등 여기저기를 쳤다.덕분에 디드릿트는 판에 게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었다. 판은 북새통에 혼이 나면서 "고마워 모두." 이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가자 하남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높여 판은 말했다.칼집에서 검을 뽑아 그것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 다. 그 자리에 있던 일동이 그것에 응해 용맹스런 환호성을 질렀다.그리고 하남으로 이어지 는 비탈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디드릿트는 겨우 마을 사람들에게 해방된 판에게 천천히 다가갔지만 또 그녀보다 먼저 판에게 다가가는 사람이 있었다. 에스타스였다. "훌륭하군.나도 여기까지는 읽지 못했다." 그 말에 판은 의외라는 얼굴을 했다. "읽다니,무엇을?" "너는 처음부터 노리고 있었을 것이다.자신이 없어지는 것으로 마을 사람들이 단결할 것 을 계산하고 혼자서 잭슨 마을을 뒤로 했다.상당하군." 판은 미안한 듯한 얼굴로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미안하지만 그렇지 않아.나는 정말로 혼자서 결판을 낼 셈이었어.그러나 이 언덕까 지 왔을 때 돌연 제정신으로 돌아와서 어떻게 하면 저 녀석들을 이길 수 있을 까라며 고민을 했어.그러다 갑자기 모두가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여기서 기다린 거야." "어째서 그런 느낌이 들은 거지?" "예전에 내가 에트와 둘이서 고블린을 퇴치하러 나갔을 때 도와주러 온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그리고 적의 요새에 잡혔을 때에도 도와주러온 사람이 있었어.그러니까 이번에도 도와주러올 사람이 반드시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제일이니까." 그리고 판은 디드릿트에게 흰 이빨을 보였다. "여기서 기다리는 것이 정답이었지." "마을에서 기다리는 편이 더 좋았어요." 디드릿트는 울 것 같은,한편으로는 화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스타스에게서 이야기는 들었어.네가 불안해 있는데 그냥 놔두어서 미안해." 판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디드릿트는 이제 아무것도 말할 수 없게 돼 버렸다.잠자코 판 의 가슴으로 뛰어들었다. 판은 그녀를 힘껏,아플 정도로 끌어안았다.이 아픔이 지금은 좋았다.이것이야말로 판의 자신에 대한 마음의 증거 같은 듯이 생각됐다. "당신에게 말해두겠지만 디드릿트가 원하지 않는 이상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를 숲으 로 되돌려 보내지는 않겠어.당신은 여러가지 불만이 있겠지만." 디드릿트의 머리 위를 판의 목소리가 지나가고 있었다. "...아아,불만투성이군." 에스타스가 조용히 답했다. "그러나 그녀를 억지로 데리고 가는 것만은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어.그녀와의 내기에 졌 으니까.조금뿐이지만 인간의 좋은 점을 깨달은 것 같다." 비꼬는거야라고 답한 판에게 에스타스는 진심이야라고 했다. "당신도 싸움에 협력해 주었으면 하는데." "아니,나는 동족끼리의 싸움에는 손을 빌려주지 않아.그러나 너희들의 싸움이 동족을 생각하기 때문에 일으킨 것이라는 것만은 조금이지만 이해했어." 그들도 자신의 일을,동료의 일을,그리고 종족 전체의 일을 생각하고 있다.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모여서 살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에스타스는 디드릿트의 등을 가볍게 쳤다. "내기는 너의 승리다 디드릿트.나는 돌아오지 않는 숲으로 돌아가기로 하지." "에스타스..." 디드릿트는 판에게서 떨어져 이번에는 에스타스에게 안겼다. "조금더 있어주지 않겠어요.저는 당신을 천천히 대접하지도 못했어요." "싸움을 보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하물며 결과가 보이는 싸움 따위." "그래요...,조심해서 돌아가요.그리고 숲의 동료들에게도 잘 전해줘요." 물론이야라고 에스타스는 답했다.그리고 에스타스는 혼자서 잭슨으로 이어지는 길을 돌 아가기 시작했다. "돌아오지 않는 숲은 반대쪽이야." 판이 에스타스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나에게는 이쪽이 지름길이다.숲에서 요정계를 통해 돌아갈 셈이니까." "우리들은 하이엘프예요.그는 자유로이 요정계를 출입할 수 있어요." 디드릿트는 그렇게 판에게 설명했다. "이별이다.전사!" "그래.또 만나자." 판은 에스타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때 세실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바라보니 마을 사람들은 언덕을 위세 좋은 발걸 음으로 내려가고 있었다.그 제일 뒤에 세실의 모습이 있었다. "판,뭘 거기서 딴 짓을 하고 있습니까.당신이 가장 늦게 하남에 도착하거나 한다면 웃 음거리도 되지 않습니다." "알고 있어!" 판은 그렇게 답하고 전속력으로 달려 내려가기 시작했다.가도(街道)에 요란한 금속음이 울려 퍼지며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조금 전에 말한 것을 벌서 잊어버리다니라며 디드릿트는 어이없어하면서 속으로 불평 을 했다.나를 그냥 놔두어서 미안해라고 말한 것은 누구였더라. 그러나 디드릿트는 경쾌하게 비탈길을 달려 내려가고 있었다. 판의 등을 쫓아서. 2부 열려진 숲 1 로도스라는 이름의 섬이 있다. 아랙크래스트 대륙의 남쪽에 떠있는 변경의 섬이다.대륙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저주받 은 섬이라고 부르는 자도 있었다.혼돈으로 더럽혀진 마의 영역이 각지에 있고 불길한 전 쟁이 계속된 까닭에. 수년동안 교착 상태에 빠져 있기는 하지만 지금도 로도스의 대지는 전쟁의 와중이었 다.10년 정도 전,암흑황제 베르드가 이끄는 마모 제국의 군세가 갑자기 캐논 왕국을 침 략하고,이 평화로운 나라를 정복하고 나서 일으킨 로도스 전토를 뒤흔든 대전이었다. 베르드는 이미 죽었다.그러나 캐논 왕국은 아직 마모 제국의 지배하에 있었다.마모의 지 배자들은 캐논의 백성들에게 국경의 북쪽에 펼쳐져 있는 돌아오지 않는 숲 같은 존재였 다.한번 들어서면 다시는 빠져 나올 수 없는 이 악마의 숲처럼,잔인한 압정에서 도망칠 수단은 없는 듯이 생각됐다. 10년 남짓의 압정에 들볶이면서 캐논의 백성들은 이제 절망하고 있었다.그러나 그런 캐 논에 내일을 꿈꾸는 한 무리가 있다는 것이 수년 전부터 소문이 되어 있었다. 레오너 귀환왕과 캐논 자유군의 존재였다.그리고 소문은 자유군의 기사대장으로서 드래 곤 슬레이어의 용자가 가담해 있다는 것도 전하고 있었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용자,그 이름은 판이라는. 그날,캐논의 땅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기분 나쁠 정도로 맑게 개어 있었다.한 조각의 구름조차도 떠있지 않았고 낯익을 터인 하늘이 마치 거대한 청색의 헝겊으로 덮혀져 버 린 것 같은 위화감을 느끼게 했다. 부드러운 햇살을 발하는 늦가을의 태양이 아니면 다른 세계에서 날라온 빛일지도 모른 다며 불안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아니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배후에 울창하게 늘어서 있는 돌아오지 않는 숲의 마성 때문일까. "마알이 돌아왔어요..." 디드릿트의 말을 듣고 판은 현실로 돌아왔다.그리고 그녀에게 주의를 돌렸다.자신에게 신경을 써준 것일 것이다.그녀의 표정은 어두워져 있었다.과연 엘프답게 희고 투명한 피부색이 지금은 조금 창백해 보였다. 동시에 매달리는 듯한 시선이 몇 갠가 집중돼 있는 것을 판은 느꼈다.판이 이끌고 있는 캐논 자유군의 전사들과 캐럴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판은 디드릿트에게 조용히 미소지었다.그녀뿐만이 아니라 자신을 의지하고 있는 모두를 안심시키려고 생각해서... 그때 판 앞에 작은 인영(人影)이 달려서 다가왔다.음유시인 마알이었다.언뜻 보면 아이 로밖에 보이지 않는 체격이지만 이래봬도 마알은 훌륭한 어른인 것이다. 현자라면 단번에 알아차릴 것이다.이 초원의 요정은 어른이라도 인간의 아이 정도의 신 장밖에 되지 않는다.로도스 섬에는 그들의 집락은 없었다.마알은 대륙에서 건너온 여행자 인 것이다. "어땠어?" 판은 마알에게 물었다. 마알은 뚱한 얼굴로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안돼.완전히 둘러 쌓여 버렸어.바람조차도 가로막힐 정도로 엄중해." 마알은 마을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목소리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런가라며 판은 괴로운 듯이 답했다. "역시 함정이었나..." 레오너 왕이 여기에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그만 무사하면 만일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캐논 부흥의 꿈은 무너질 리가 없는 것이다. 판이 동료들과 여기 캐논에 온 지도 이미 5년이 지나고 있었다.지난 영웅전쟁이래 캐논 왕국은 마모의 지배하에 들어가 사람들은 가혹한 압정아래 고통받고 있었다.그런 역경에 서 캐논을 해방하기 위해 판은 이곳에 머무르기로 결의한 것이다. 계기가 된 것은 캐논 왕가의 정통 계승자인 왕자 레오너와의 만남이었다. 레오너는 이미 약식이지만서도 대관식을 치르고 캐논의 국왕이 되었다.동시에 판은 레오 너에게서 기사 서훈을 받아 지금은 캐논 자유기사단의 기사단장이라는 지위였다. 그러나 사는 곳조차도 없고 먹는 것조차 부족한 형편인 것이다.국왕과 상급기사라는 것 보다 도적에 가까운 생활이었다. 캐논 해방의 길은 멀고 험하다.그리고 그런 날은 영원히 오지 않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 각마저 들었다.그러나 레오너는 정말로 인내심이 강했다.캐논의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서 견실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었다. 캐논의 백성을 국외로 도망시킨다.이것이 레오너가 선택한 방법이었다.난민에게 마모 타도 후에는 원래의 토지에 돌아올 수 있다고 약속하고,그 때문에 토지 소유자 대장도 만 들고 있었다.캐논에서 도망친 난민들의 대부분은 플레임으로 향하고 있을 터이다.거기에 는 이전에 화룡의 수렵장이라고 불려졌던 광대한 개척지가 있어 사람들이 아직 부족할 터였다.플레임의 용병왕 카슈라면 분명히 그 들을 받아들여줄 것이다. 그러나 토지를 버리고 도망치라는 것은 토지를 활동의 근원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괴로운 선택이었다.그러나 압정의 공포 때문에 많은 마을 사람들이 권고에 따라 주었다.레오너의 목소리와 태도가 위엄에 가득차 있었던 것도 마을 사람들을 안심시 키는 것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임에 틀림 없었다.그를 국왕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괴로운 선택도 받아들인 것이다. 판이 보아도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국왕의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그 까닭에 왕국을 떠나 행방을 감추어야 되는 처지가 되었던 것이다.왜나면 그는 제 3왕자였고,본래라면 왕이 될 리가 없었다.다만 귀족과 기사들의 평판은 왕태자 이상이었다.그를 왕으로라는 목 소리도 있었다.그러니까 레오너는 나라를 떠난 것이다.골육끼리의 싸움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해서... 운명이라는 것은 정말 얄미운 것이다.마모 침략에 의해 캐논이 정복돼 캐논 왕을 시작해 왕위계승자 모두가 남기지 않고 살해당했을 때,그만은 그 난을 피할 수 있었다.그리고 지금 정통 캐논왕으로서 일어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을 국외로 도망시킨다는 레오너의 계획은 조금씩이기는 하지만 효과를 나타 내기 시작하고 있었다.마을 사람들이 도망친 후의 마을은 약탈하려고 해도 약탈할 것이 전혀 없었다.밭은 황폐해졌고 완전이 황야와 같은 상태였다. 가혹한 압정으로 백성들을 괴롭혀온 벌이라는 것을 마모의 지배자들은 알아야 되는 것 이다.백성들은 힘이 없는 것도,순종만 하는 존재도 아니다.나라를 정말로 떠받치고 있는 것은 그들인 것이다. 캐논 자유군의 활동은 이제 캐논의 민중과 마모의 지배자들도 알게 되었다.아마 소문은 바람을 타고 로도스 전토에 흐르고 있을 것이다.그것도 레오너가 기대하는 것이었다.소 문을 듣고 원 캐논의 기사들이 궐기해 줄지도 모른다.플레임,바리스 등에 대한 마모 군 의 행동을 견제하는 역할도 될 것이다. 그러던 중 하나의 소문이 귀에 들어왔다.캐럴이라는 이름의 마을에 믿겨지지 않을 정도 로 잔인한 영주가 부임해 왔다는 것이다.영주는 마을 사람 모두를 노예같이 부리고 올해 의 수확 모두를 세금으로 징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의 임 기는 일년이니까라며,잘라 말했던 것이다.만일 마을 사람들이 한사람도 남김없이 아사 한다고 해도 자기가 알바 아니라는 듯이. 그냥 놔두어선 안되겠다고 판은 결심했다.그러나 동시에 경계심도 들었다.캐논 전토에 서 캐럴의 소문이 들렸기 때문이다.더구나 내용에는 큰 차가 없었다. 소문의 출처가 하나는 아닌 듯이 생각됐다.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소문을 퍼트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그래스런너 마알의 의견을 구하자,그도 판의 의견에 찬성 해 주었다.도적이기도 한 마알은 정보의 진위를 구별하는 일에 뛰어났다.그런 그가 찬 성했기 때문에 소문은 자신들을 함정에 빠트리기 위한 덫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캐럴 마을을 그냥 놔둘 수는 없었다.이 정도로 사람들의 소문이 되었는데 자신들이 행동을 일으키지 않으면 점점 활성화 되고 있는 캐논 해방의 기운 (氣運)은 무산돼 버린다.금후의 자유군의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것은 분명했다.그렇다고 해서 함정일지도 모르는 곳에 모두 뛰어 들 수도 없었다. 궁리 끝에 판은 레오너에게는 비밀로 캐럴 마을로 향한 것이다.데리고 간 것은 엣날부 터 동료인 디드릿트와 마알,홉들과 적은 수의 자유군 병사들 뿐이었다. 판들은 캐럴 마을에 와서 우선 영주의 저택을 습격했다.영주와 그 부하들은 판들을 보자 저항할 기색도 보이지 않고 도망쳤다.어이없을 정도로 그들의 도망치는 연기는 훌륭했 다. 판은 몇 명인가의 병사에게 추격을 명령하고 자신은 마알 사람들을 탈출 시키는 준비 에 착수했다.마을 사람들은 판들이 캐논 자유군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자 눈물을 흘리 면서 살려달라고 간원했다.마을을 버리는 일에도 누구 하나 의의를 품지 않았다.상당히 심한 상태였음에 틀림 없었다.대개의 마을에서는 탈출이 결의 될 때까지 긴 토론이 펼쳐 지기 때문이다. 판들은 바로 마을 사람들을 유도해 북쪽을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캐럴 마알은 캐논의 북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돌아오지 않는 숲에서 하루 하루 정 도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우선 숲까지 가서 숲을 따라 서쪽으로 진로를 잡아 산을 넘어 플레임까지 빠져나가는 것이다.이 루트를 판들은 몇 번이나 사용해 왔다.험난한 산길을 오르내리는 고된 여행이지만 공포에서 도망치기 위해서는 작은 시련은 참을 수 밖에 없 다. 그런데 바로 마모의 추격이 시작됐다.도망친 캐럴의 영주를 뒤쫓아간 자유군의 병사들 이 황급히 돌아와서 백명에 가까운 마모 병사들이 추격해 오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자신의 나쁜 예감이 적중했다고 판은 확신했다.이대로 도망치려고 하면 매복해 있을 마 모 군에 당할 것임에 틀림없었다. 판은 전원을 정지시키고 마알에게 부탁해서 마모 군의 움직임을 조사시켰다.그리고 마 알은 역할을 끝마치고 무사히 돌아온 것이었다. 2 "동쪽도 서쪽도 완전히 막혀 버렸어.그리고 북쪽에는 돌아오지 않는 숲.판 어떻게 할 거야?" 마알은 마치 다른 사람의 일인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아마 자신만은 도망칠 수 있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판은 재빠른 그의 도주기술을 몇 번이나 보아왔기 때문에 그 자신감은 납득이 갔다. "어떻게든 하겠어..." 그러나 도대체 무엇을 하면 좋을지,판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여기서 잠시 휴식한다고 말해 줘." 판은 디드릿트를 돌아보면서 그렇게 부탁했다. "알았어.하지만 그렇게 길게는 속일 수 없어요." "그 사이에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 내겠어." 디드릿트는 그의 말에 수긍하고 힘없이 땅바닥에 앉아있는 마을 사람들 쪽으로 걸어갔 다.그리고 힘껏 미소를 지으며 마을 사람들에게 잠시 휴식한다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불안한 듯한 모습이었지만 디드릿트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그들은 자신 들을 의지하고 있었다.의심하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그것이 지금은 괴로웠다.그들의 안전만은 어떻게 해서라도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판은 병사들에게 주위를 망보라고 명령하고 전쟁의 신의 사제 홉을 불렀다. 그는 마을 사람들을 격려하려는 듯이 전쟁의 신의 가르침을 설교하고 있던 중이었다. 홉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나서,마알도 같이 판은 마을 사람들에게서 좀 떨어진 장소로 걸어갔다.자신들의 상담을 듣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이 놓 여져 있는 상황을 알게 된다면 공황(恐慌)을 가져올지도 모른다.언젠가는 알게 되겠지만, 이쪽의 대응을 결정할 때까지는 혼란스럽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녀석들은 바로 습격해 올 것 같은 상태였어?" 판은 마알에게 물었다.마알은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그런 느낌이 아니었어.우리들을 도망치지 못하게 천천히 포위망을 좁히고 있는 것 같 았어." "마을 사람들을 학대해서 우리들을 유인한 겁니까.그다지 정정당당한 상대 는 아닌 것 같군요." 홉의 말에 판은 끄덕였다. "지휘를 하고 있는 것은 아슈람이 아닌 것 같군." "물론입니다.아슈람 경이라면 이런 고식(姑息)적인 덫을 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지배의 왕석을 둘러싼 모험 때에는 홉은 아슈람을 섬기고 있었다.지금은 판에게 협력을 맹세하고 있지만 아슈람에 대한 호의도 버린 것 같지는 않았다.전쟁의 신의 사제에게 용 자의 자질을 가진 인간은 모두 호감이 가는 인물로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판은 결국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아슈람 경이 당신의 적이라는 것을 잊은 것은 아닙니다.만약 만나게 되면 전력을 다해 당신을 돕겠습니다." 판의 웃음의 의미를 알아자린 듯이 홉이 보충했다. "언젠가는 결말을 내겠어.그러나 지금은 아슈람과는 싸우고 싶지 않다.녀석만 없다면 탈 출할 기회도 있을 터이다..." "어려울 텐데..." 마알의 말에 판은 무심결에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원한은 품은 눈으로 초원의 요정을 노려다 보았다. 그러나 마알은 조금도 기가 죽은 듯한 기색은 없었다. "이쪽은 열명남짓.저쪽은 백명이상.더구나 마술사도 있는 것 같았어.아무리 판들이 강 해도 저 포위망을 돌파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야.마을 사람들을 놓아두고 간다면 이 야기는 별개지만."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판은 무심결에 커다란 소리를 내고 있었다.마을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있기를 잘했군이 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말하리라고 생각했어.그럼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마모 군에게 덤빌 거야?" "그것은..." 판은 할말을 잃었다.마알의 말은 진실을 남기지 않고 이야기 하고 있을 뿐이었다.냉정 히 생각해 보니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마모 군에게 덤벼들어도 성공할 리가 없었다.자 신들의 몸을 지키는 것이 고작으로,도저히 마을 사람들까지 지킬 수는 없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여기서 기다리게 할 수 밖에 없어.마모 군도 무저항의 사람들을 일부러 죽이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것은 그럴까요." 홉이 반론했다. "그들은 본보기로서 마을 사람들을 벌할 것입니다.자유군의 무력함과 자유군에 협력한 자들의 말로를 보여주기 위해." 판이 홉의 말에 끄덕이는 것을 보고 마알이 한숨을 쉬었다. "단념하지 못하는군.그렇게 마을 사람들과 함께 죽고 싶은 거야.나는 싫어." 마알은 그것만 말하고 이제 자신과는 관계없다는 듯이 재빨리 건너편으로 가버렸다.아 마 혼자서 자유군의 은신처로 도망칠 셈일 것이다. 판은 팔짱을 낀 채로 떠나가는 마알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무런 타개책도 떠오르지 않았다. "혈로를 열까,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녀석들을 맞아 싸울까..." 방법은 그 두개밖에 없는 듯이 생각됐다.그러나 그 어느 것도 성공률은 희박했다.마알 이 말한 듯이 자신들 만이라면 어떻게 도망칠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가면 추격의 손을 뿌리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들을 신뢰해서 마을을 버릴 결심까지 해 준 마을 사람들을 그냥 놔 둘 수 없었다. "죽느냐 사느냐다." 판은 홉과 얼굴을 마주보고 괴로운 듯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여기에 있겠다는 것은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포위망이 가장 얇은 곳을 노려서 덤벼들 수밖에 없다.마을 사람들 중에도 희생자가 나올지도 모르지만..." 홉은 조용히 맞장구를 쳤다. "그 밖에도 방법은 있어요." 그때,늠름한 목소리가 돌연 울렸다.디드릿트의 목소리였다. 판은 그녀 쪽을 돌아보고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기다렸다.홉이 둘에게 신경을 써 주는 듯이 그 자리를 떴다. "마을 사람들의 상태는?" "아직.그다지 걷지 않았지만 상당히 지쳐있는 것 같아.잠자코 쉬고 있어요." "그전에 네가 말한 다른 방법이라는 것을 가르쳐 줘." 판은 원래의 이야기로 돌려 디드릿트를 재촉했다.디드릿트는 끄덕였다. "싸움에 익숙하지 않은 마을 사람들을 휩쓸리게 하고 싶지 않은 거죠.그렇다면 도망치 는 것 밖에 방법이 없어요." "도망치다니,어디로 간단 말야.우리들은 마모 군에게 포위 당해 있고,그리고 북쪽에 있 는 것은..." 거기까지 말한 판은 하나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그래요,돌아오지 않는 숲이예요." 판은 영웅전쟁때 이 돌아오지 않는 숲을 통과한 적이 있었다.통과했다는 것 보다 이 숲 을 통해 요정계를 빠져나가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고 하는 것이 맞겠지만. "요정계를 지나가는 거야?" 판은 힘을 담아 물었다. "그것은 무리예요.요정계를 출입할 수 있는 곳은 미리 결정된 장소뿐이고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요정계로 데리고 가서 무사히 돌아올지 어떨지 알 수 없어요.멍청히 있으면 현 실 세계에서는 몇십 년이나 지나있을 거고 요정계의 나무들에게 습격 받을지도 몰라요.그 들은 격한 감정을 싫어하니까..." "그러면 어떻게 할려고." "돌아오지 않는 숲의 저주를 푸는 거예요..." "저주를 푼다니?" 판은 놀라서 큰소리를 냈다. 돌아오지 않는 숲이라고 하면,마의 숲으로 로도스 안에 그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이 숲에 들어가서 다시 나온 자는 없는 것이다. 소문으로는 고대 엘프의 주문 때문이라고 했다.그리고 디드릿트는 그 고대 엘프,즉 하 이엘프이다.그녀가 태어난 마을은 이 돌아오지 않는 숲 속에 있는 것이다. 소문은 진실 바로 그것이었다.돌아오지 않는 숲에 걸려 있는 저주는 하이 엘프 마을의 장로들이 걸은 것이라는 것을 판은 디드릿트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렇게 간단히 저주를 풀 수 있는 거야?" 판의 물음에 디드릿트는 얼굴을 숙이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 보겠어요..." "무언가 숨기고 있는 건 아니야?" 판은 디드릿트의 표정에서 무언가 불길한 것을 느꼈다. 디드릿트는 어깨를 떨며 겁내는 듯한 눈으로 판을 바라다 보았다. "설마,바람의 탑 때와 같은 시련이 필요한 것은..." 판은 디드릿트의 태도에서 감이 잡히는 것이 있었다.그것은 바람과 불꽃의 사막을 지배 하고 있던 두개의 정령 중 하나,바람의 왕(진)을 해방했던 때의 일이었다. 그녀는 고대의 정령사가 진과 맺은 맹약을 파기시키기 위해 목숨이 걸린 시련을 견디 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판은 그녀의 시련의 현장을 보지는 못했다.시련은 정령계에 서 행해졌기 때문이다.그러나 돌아왔을 때 그녀의 태도와 상태에서 얼마나 위험한 것인 지 상상이 갔다. "나는 그때도 이겼어요.그러니까 이번에도 괜찮아요." 디드릿트의 답은 판의 물음을 긍정하고 있었다.판은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세차게 머리 를 저었다. "안돼! 그런 일,시킬 수 없어.너에게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걱정해 주는 것은 고맙지만,이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생각해요.조금전 마알에게 들었지만,상황은 절망적 이잖아요.마을 사람들을 지키며 싸우는 것보다 내가 숲의 정령 왕과 만나서 저주를 푸는 쪽이 훨씬 위험이 적어요." 디드릿트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강한 결의를 가진 자 만이 보여줄 수 있는 표정이다. 판은 그녀의 강한 의지에 억눌려진 듯이 그 곳에 주저앉아 버렸다. "정령계까지 나의 검은 닿지 않아..." "검은 닿지 않을지도 몰라요.하지만 당신에 대한 나의 마음이 나를 받쳐 줘요.바람의 탑 에서도 그랬어요..." 판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목을 두번정도 옆으로 저었다. "다른 방법은 없어?" 신음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없어요.모두를 살리고 싶다면..." 디드릿트가 단호히 말했다. 판은 얼굴을 들고 천천히 일어서서 디드릿트의 가는 몸을 끌어당겨 강하게 끌어안았다. 디드릿트는 가슴 속에 쌓여 있던 숨을 천천히 토해 냈다.달콤한 한숨 소리가 들렸다.그 녀는 망설이는 듯한 얼굴로 판을 보고 있었다.그리고 판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살짝 겹쳐왔다. 둘의 그림자는 하나가 된 채로 잠시동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약속해 줘." 판은 디드릿트와 떨어지고 나서 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엇을?" "반드시 무사히 돌아오겠다고..." "물론이예요." 디드릿트는 힘차게 말했다. 그러나 힘찬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부터 그녀가 맞서 싸워야할 시련의 증거인 듯한 느낌 이 판은 드는 것이었다. 3 마을 사람들은 숨을 삼키며 판을 바라보고 있었다.판이 자신들이 놓여져 있는 상황에 관 해서 설명했기 때문이었다.판은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자신들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마 모 군이 자신들을 멀찍이서 둘러싸고 있는 것,이대로 여기에 있는 다면 언제 가는 습격 받을 것을. 마을 사람들은 생각했던 정도로 동요는 하지 않았다.그러기 위한 기운은 벌써 없어져 버 렸을지도 몰랐다. "남은 수단은 하나밖에 없다." 판은 마을 사람들을 향해서 힘을 담아 외쳤다.희망을 잃어버리면 이제부터의 고난을 이 겨낼 수 없었다. "돌아오지 않는 숲으로 도망치는 것이다.그렇게 하면 마모 군은 절대로 쫓아오지 않을 것이다.우리들은 숲을 통해서 안전하게 플레임까지 빠져나갈 수 있다." "미쳤어!" 누군가가 외친 것을 신호로 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술렁이기 시작했다.마을 사람들 중에 는 큰소리로 외치거나 울기 시작하는 사람도 나왔다. "아직,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어!"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진정될 기미조차 보여주지 않았다.판 옆에 서있던 홉은 그것을 간 파하고 마을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신성마법의 힘을 써서 공황을 일으키고 있는 마을 사 람들을 진정시켜 나갔다. 그 보람이 있어서 잠시 지나자 마을 사람들은 그런 대로 판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할 정 도로는 진정됐다. "돌아오지 않는 숲에는 저주가 걸려있다.들어간 자가 헤매다 나올 수 없게 되는 주문이 다.그리고 고대의 수목이 정령마법을 걸어 영겁(永劫)의 잠에 빠트린다.그것뿐이다.여러 소문도 나돌아다니고 있지만,그것은 믿을 필요가 없어." "어째서 당신이 숲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이지?" 한 명의 노인이 일어서서 판에게 물었다.분명 캐럴의 촌장이었던 노인이었다. "저주를 걸은 것은 돌아오지 않는 숲에 사는 하이엘프.여기에 있는 디드릿트의 동료들 인 것이다.고대의 엘프들이 숲에 저주를 걸었다는 소문은 모두도 알고 있을 것이다." "확실히 들은 적은 있다.그럼 당신이 저주를 걸었다는 것인가?" 촌장은 주름살 투성이의 얼굴로 디드릿트에게 물어왔다. "저주를 걸은 것은 내가 아니예요.걸은 것은 마을의 촌장들.옛날 우리들은 인간들과 싸울 뻔한 적이 있었어요.엘프는 싸우는 것을 싫어해요.그래서 마법을 써서 숲을 닫은 거예요..." "그녀는 그 저주를 풀 수가 있다.저주가 풀리면 돌아오지 않는 숲따위 보통의 숲과 같은 것이다.아무런 장해도 없이 플레임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판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면서 어떻게 할 것인지 상담을 시작했 다.그러나 그 표정은 어두웠고 때때로 들려오는 것은 부정적인 의견뿐이었다. "이대로 여기에 머물러 있으면 틀림없이 상해 당할 것이다.어째서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지.당신들이 마을을 버린 것은 평화로운 삶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일텐데." 판은 필사적으로 마을 사람들을 계속 설득했다.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목을 옆으로 저을 뿐으로 판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고도 하지 않았다. 홉도 전쟁의 신의 교의를 외치며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겁니다라며 마을 사람 들을 격려 했지만,원래부터 전쟁의 신의 신자도 아닌 마을 사람들에게는 그의 설교도 효 과는 없는 것 같았다. "우리들은 돌아오지 않는 숲이 두렵다.그것을 알아 주었으면 한다.그 숲의 두려움은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던 것이다.숲에 들어가야 될 정도라면 마모의 병사들에게 베어져 죽 는 편이 더 낳다." 판은 애처로운 마음으로 마을 사람들을 돌아보았다.마을 사람들은 이미 각오를 굳힌 듯 이 고개를 숙인 채로 촌장의 말에 끄덕이고 있었다. 만약,여기에 레오너가 있었다면 마을 사람들의 결심을 바꾸는 것도 어렵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자신의 비력(非力)함이 한심해졌다. 그때 문득 판의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마을 사람들 중에서 단 한 명만이 고개를 숙이 지도 않고 판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자가 있는 것에.판은 놀라서 그 마을 사람을 다시 바라보았다. 아직 앳된 티가 남아 있는 얼굴이었다.중성적인 느낌이 들었지만,그럭저럭 소녀 같았 다.약간 눈초리가 치켜 올라간 커다란 눈이 인상적이었다.짖은 녹색의 두건(hood)속에 서 판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눈이 마주치자 소녀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이상한 미소였 다.반가운 느낌이 들었다.옛날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다.그런 착각을 느꼈다. 소녀의 미소에 재촉된 듯이 판은 허리에서 단검을 뽑았다.그리고 마을 사람들 쪽으로 아 무렇게나 던졌다. 단검은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지면 위에 튀겼다.햇빛을 반사해 칼날이 예리하게 빛났 다. 마을 사람들은 놀라서 얼굴을 들어 단검과 판의 얼굴을 견주어 보았다. "편하게 죽고 싶다면 그 단검으로 목을 찔러라.그럴 용기 조차 없다면 내가 검으로 목을 쳐줄 수도 있다.마모 군에게 살해당하고 싶을 정도라면 그 쪽이 훨씬 편할 테니까." 그리고 판은 쓱 검을 뽑았다.강한 마력이 빛이 되어 청백의 빛을 방출했다. "제정신이야?" 누군가가 당황한 듯이 그렇게 외쳤다. 판은 검을 든 채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물론 제정신이다.편하게 죽는 것을 너희들은 선택하지 않았나.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 정도다.나를 원망해도 좋다.너희들은 구해내지 못한 것은 분명히 내 책임이니까." "용기를 가지고 죽는 자는 기쁨의 땅으로 불려질 것이다.그렇지 않은 자는 명계로 떨어 져 영원한 시간을 후회와 고뇌로 보내게 될 것이다." 홉이 또 조용히 전쟁의 신의 교의를 말했다. 침묵이 흘렀다.마을 사람들은 숨을 삼키며 땅에 떨어진 단검과 조각상처럼 서있는 판을 견주어 보았다.그리고 배후의 돌아오지 않는 숲을 훔쳐보거나 마모 군이 오지 않을까해 서 먼 곳을 응시하거나 했다. 판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다만 검을 뽑은 채로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답을. 최초로 침묵을 깨트린 것은 조금 전 판의 주의를 끌었던 소녀였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아요." 소녀는 똑똑히 그렇게 말했다.의외로 그 목소리는 밝았다. "그렇다면 우리들과 같이 살아남자.함께 숲으로 가는 것이다." 판은 힘을 담아 그렇게 말했다.소녀도 밝은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할 텐가?" 판은 다시 한번 소리 높여 외쳤다. 마을 사람들은 다시 한번 얼굴을 마주 보았다.포기한 듯한 얼굴이었다.그리고 각오를 굳힌 듯이 한명두명 일어섰다. "마을에 있었어도 어차피 굶어 죽었을 것이다.그렇다면 당신이 말한 대로 하지." 한 명의 남자가 그렇게 말했다. 적극적으로 말하는 듯한 감은 없었지만 판은 내심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었다.다른 마 을 사람들도 한명 또 한명 그 의견을 받아들이고 있었다.그들은 확실한 죽음보다도 미지 의 위험 쪽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바로 출발이다.마모 군은 그다지 오래는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판은 돌아오지 않는 숲을 노려보았다.마침 그때 바람이 한바탕 불어 숲의 나무들 을 흔들었다.그 모습은 판들을 환영하는 듯이도 보였고,사냥감이 덫에 빠지는 것을 기뻐 하고 있는 듯이도 보였다. 4 이제 한낮이 지났을 뿐인데 돌아오지 않는 숲은 어둠침침했다. 가을의 햇살도 빽빽이 자라있는 수목의 잎에 가로막혀 조금밖에 비치지 않고 있었다.물 론 길 같은 것도 없어서 백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나무들 사이를 뚫으면서 나아갔다. 판은 디드릿트와 나란히 그 일행의 선두에서 걷고 있었다.모두의 긴장감을 판은 잘 알 수 있었다.숲의 나무에 전혀 손을 대려고 하지 않았다.그리고 때때로 나무 위를 올려다 보며 그곳에 마물의 모습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조금 밖에 걷지 않았는데 이미 그들의 숨소리는 거칠어졌고 발걸음은 무거워져 있었다. 문득 주의가 미쳐서 뒤를 돌아보면 후속(後續)이 멀리 뒤떨어져 있어서 판은 몇 번이나 멈춰서서 모두가 뒤따라오는 것을 기다리지 않으면 안되었다. 저주에 걸릴 각오는 이미 굳혔으니까 나아가는 것을 망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그러 나 이성 쪽으로는 납득했어도 감정 쪽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것이다.발을 한 발짝 내디디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한 상태였다. 숲의 주변에서 머물러 있으면 어떻겠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그것으로는 마모 군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그들은 숲의 주변부까지는 수색할 것이다. 긴장하고 있는 것은 판도 마을 사람들과 마찬가지였다.검을 쥐고 있는 손바닥에 땀이 많 이 나고 있었다. "괜찮아요.이 근처라면 저주는 걸려있지 않으니까." 디드릿트가 판에게 속삭였다. "저주는 어디부터 걸려있는 거야." "조금만 더 가면 저주에 잡힐 거예요" "그런가... 그렇다면 디드릿트는 이대로 하이엘프의 마을을 향해 줘.나도 가능한 한 노 력해 보겠지만 그러는 중에 저항하지 못하게 되겠지." 디드릿트는 판을 바라보고 있었다.결심을 내리기가 어려운 것 같았다. "조금만 더 같이 있어줘요.하지 못해 당신이 저주에 걸릴 때까지..." "그런 보기 흉한 모습 따위 보여주고 싶지 않아." 판은 그렇게 말하고 웃었지만,디드릿트가 원하는 대로 해줄 셈이었다.운이 나쁘면 두 번다시 만날 수 없게 돼버리는 것이다. 디드릿트가 긴장돼 있는 것도 판은 알고 있었다.걷는 발걸음에 여유가 없었고 작은 기복 이 계속되는 발 아래를 계속 신경 쓰고 있었다.보통 때의 그녀라면 이런 길이라도 경쾌 하게 걸을 터였다. 그 때였다.갑자기 현기증이 판을 습격했다. 깜짝 놀라서 판은 정신을 집중시켰다.저주가 습격해 온 것일지도 모른다,저주도 마법의 일종인 것이니까 마법에 버틸 때같이 하면 주박(呪縛)되지 않고 지나갈 수 있을지도 모 른다.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힘이 닫는 한 디드릿트를 쫓아갈 셈이었다. 판은 정신을 집중하며 신중하게 계속 걸었다.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누군가가 머리 속에 속삭이는 듯한 감각이 일어났다.판은 머리를 저으면서 발아래를 확인하면서 계속 걸었 다. 다시 현기증이 일어났다.이번 것은 심했고,눈앞이 한순간 캄캄해졌다.판은 비틀거리며 지면에 한쪽 무릎을 굽혀 버렸다. 잠시 숨을 고르고나서 얼굴을 들었다,눈 앞에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디드릿트의 모습이 있었다. 판은 검에 의지해 일어섰다. "디드..." 판은 그녀를 안심시킬 생각으로 이름을 불렀다. 그녀에게서 대답은 없었다.문득 주의가 미치자 그녀의 모습이 몇개인가로 중복돼 보였 다.눈을 비벼보았지만 그대로였다.그녀는 입을 열고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그러나 목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소리가 없는 세계로 빠져든 것 같이 판은 완전한 정숙 속에 있었 다. 손을 뻗어 보았지만 이제 그녀에게는 닫지 않았다.그러는 동안 그녀의 모습과 숲의 나무 들의 구별조차 가지 않았다. 당황해서 판은 주위를 돌아보았다.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이미 아무데도 없었다.거울을 앞뒤로 놓고 그것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이 판의 주위에는 무한으로 계속되는 수목이 있 을 뿐이었다. 판은 디드릿트의 모습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숲의 나무들은 지금은 가로수 같이 정연하 게 늘어서서 그 사이에 뚫려있는 공간은 작은 길이 되어서 곧바로 뻗어 있었다. "이것이 돌아오지 않는 숲의 저주인가..." 판은 신음했다. 전력으로 달려나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있었다.그러나 그것마저도 저주에 의해 일어 난 가짜 감정 같이 생각돼 판은 깊게 숨을 들이쉬어서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했다.그리 고 주위의 풍경에 매혹 당하지 않게 한 걸음씩 지면을 확인하며 걷기 시작했다. 아무리 걸어도 숲의 모습은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어느 쪽을 향해도,아무리 속도를 바 꿔봐도 숲은 판에게 같은 모습만을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이 한 걸음 나아가면 주위의 숲도 같이 이동하고 있었다.그런 기묘한 감각을 판은 느꼈다. 같은 장소를 빙빙 돌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무언가 표적을 삼으려고 판은 검을 뽑았 다.가지를 떨어트리거나 줄기에 상처를 입히거나 하면 자신이 놓여져 있는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판은 쥐고 있던 검을 상단으로 크게 휘둘렀다.한 그루의 나무의 제일 아래 가지를 쳐서 떨어트리려고 생각해서. 그러자 주위의 나무들이 웅성거리는 듯이 움직였다.바람도 없는데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줄기가 떨고 있었다.판의 의도를 알고 무서운 나머지 부들부들 떠는 듯이. 판은 놀라서 검을 든 채로 나무들의 변화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러자 나뭇가지 하나가 철 사같이 뻗쳐오더니 판의 팔에 휘감겨왔다. 판은 깜짝 놀라서 그 나뭇가지를 쳐냈다.뻗쳐오고 있는 나뭇가지는 하나가 아니었다.주 위의 나무들에게서 무수히 많은 나뭇가지가 뻗어와서 판을 사로잡으려고 했다. 판은 포박의 마수에서 벗어나려고 전속력으로 달려나갔다.숲은 이제 적의를 드러내고 판 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차례차례 나뭇가지를 뻗어왔다.판은 검이 아니라 손으로 나뭇가 지를 떨쳐내면서 계속 달렸다.마치 악몽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달렸는지 알 수 없었다.돌연 판의 전방에 거대한 수목이 나타났다.다섯 명의 성인 남자가 손을 이어도 밑둥의 두께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지면의 여기저기에 꼬여 있는 뿌리가 몇 개나 얼굴을 내밀고 뱀같이 몸부림치고 있었다. 판은 멈춰서서 그 거목을 올려다 보았다.놀랍게도 나뭇잎이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황금수인가!" 판은 디드릿트에게서 들어서 알고 있었다.세계의 최초에 신들과 함께 태어난 태고의 생 물로 세계수라고 불려지는 한 그루의 수목이 있다는 것을.황금색의 잎을 가진 이 거대 한 수목은 생명의 열매를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맺고 있었다.신들은 이 생명의 열매를 써 서 무수히 많은 생물을 창조했다고 신화는 전하고 있었다. 생명의 열매를 다 빼았겨버린 세계수는 쇠약해졌지만 신들은 살아있는 나뭇가지를 세 계수에서 떼어내 그것을 대지에 삽목(揷木)해서 황금수라고 불려지는 고대수(古代樹)를 만들어내었다.황금수도 열매를 맺었고,그 열매는 대지에 떨어져 새로운 수목이 생겨났다. 이리해서 황금수를 중심으로 고대의 숲이 탄생한 것 같았다.거대한 숲의 중심부에는 황 금수가 있다고 전해지고 있었다.예를 들면 모스 왕국의 북쪽에 펼쳐져 있는 거울의 숲 에는 이 고대수가 살아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판은 검끝을 황금수로 향한 채로 망연히 내내 서 있었다.공포감이 일어나서 검을 휘두르 려고 해도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게다가 판은 거목이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마음을 가라앉히자 황 금수는 숲의 진리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받아 들여라..." 황금수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이도 생각됐다. 그래서 판은 황금수가 나뭇가지를 뻗쳐서 자신의 전신을 감싸서 붙들어 맬 때에도 저항 하지 않았다. 이윽고 황금수는 작게 떨었다.기묘한 소리가 울렸다.들은 적이 있는 울림이었다. 그것이 디드릿트가 사용하는 정령어와 같은 울림인 것을 알아차렸을 때,황금수는 다시 어떤 의사를 전해왔다. "잠들어라..." 판은 그것마저도 받아들였다.고대수의 의사가 자장가 같이 판의 마음에 스며들어 왔다. 그리고 평온한 잠 속으로 판은 빠져들어 갔다. 5 디드릿트는 슬픈 마음으로 판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바라 보았다. 저주에 잡혀 버린 것이다.그의 온몸이 반투명하게 되어 있었다.그래도 잠시 판은 자신 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흔적도 없이 그 모습이 사라졌다. 판은 숲이 만들어낸 다른 세계(異界)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디드릿트는 어렸을 때 부 터 이렇게 된 인간을 몇 명이나 보아왔다.그들은 숲의 여기저기에서 환영(幻影)처럼 갑자 기 모습을 나타내고는 곧 사라졌다. 고대 때부터 숲에 들어와서 저주에 잡힌 가련한 희생자들이었다.그들을 보고 있는 동안 에 디드릿트는 인간에게 흥미를 느껴 하이엘프의 마을을 나와 인간의 세계로 온 것이었 다.그리고 애런에서 판과 만났다. 디드릿트는 뒤를 돌아봐서 마을 사람들과 자유군의 병사들의 모습을 찾아 보았다.모두 가 저주에 잡혀 버린 듯이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판은 확실히 강한 의지의 소유 자였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저주에 걸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디드릿트는 슬픔을 떨쳐 내려는 듯이 얼굴을 들고 곧바로 하이엘프의 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자연히 발걸음이 빨라졌다. 조금만 더 가면 두 그루의 나무가 늘어서 서있는 장소가 나타날 터였다.요정계로의 '문 '이다.이런 문이 돌아오지 않는 숲 속에는 몇 개나 있다.하이엘프의 마을에도 물론 있 다. 요정계를 빠져 나가면 마을까지는 금방 이다. 그때 자신과 다른 발소리가 쫓아오고 있는 것을 디드릿트는 알아 차렸다.놀라서 뒤를 돌 아보자 짙은 녹색의 옷을 입은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 옷은 본적이 있었다.캐럴의 주민이다.두건을 깊게 눌러쓰고 있었으므로 마을 사람 들 중에서도 유달리 눈에 띄었다.따라서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숲의 저주에 걸리지 않다니..." 디드릿트는 놀란 마음으로 상대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기다렸다. "모두,없어졌어..." 녹색 옷의 사람은 그럭저럭 소녀 같았다.소녀는 디드릿트의 옆까지 오자 그렇게 말했다. "괜찮아.숲의 저주에 걸렸을 뿐이야.모두 살아 있어.저주가 풀리면 무사히 돌아 올 거 야.그것보다도 너는 어째서 저주에 걸리지 않았지?" 디드릿트는 소녀에게 질문했다.소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답 대신에 깊이 눌러 썼던 두건에 조용히 손을 갖다 대 그것을 뒤로 벗겼다. 짧게 깎은 흑발이 나타났다.그리고 선단이 조금 뾰족한 긴 귀가. "너 하프엘프였어!" 디드릿트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눈을 깜박거리며 그녀를 관찰했 다. "예,하이엘프의 언니.저는 하프엘프예요.그래서 저주에 걸리지 않았던 건가?" "엘프의 저주는 엘프에게는 걸리지 않아.네 몸 속에 흐르는 엘프의 피가 저주에서 지켜 줬구나..." 디드릿트는 소녀를 손짓하여 부른 다음,나란히 서서 걷기 시작했다.소녀를 이대로 숲 속에 나둘 수는 없었다. "나는 디드릿트,너는?" "리프." "좋은 이름이네... 부모님 중 어느 쪽이 엘프지?" "아버지예요.어머니와는 모험자 동료였어요.하지만 다크엘프가 우리들의 숲으로 쳐들어 왔을 때 아버지는 싸우다 살해당했고 어머니는 복수를 하겠다고 저를 캐럴의 숙모님 댁 에 맡기고 떠나 버렸어요." 그 말을 듣고 디드릿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랬구나..." 캐논령(領)내에는 크고 작은 숲이 있었고 엘프들의 집락도 몇 갠가 있었다.그러나 마모 가 캐논을 침략 했을 때 그들을 증오하는 '어둠의 숲'의 다크엘프들에게 습격 받아 그 대부분이 살해당했던 것이었다.리프라고 이름을 밝힌 소녀의 부친도 그 중의 한 명이었을 것이다. "힘을 내.마모의 지배는 그렇게 오래 계속되지는 않아." 소녀는 끄덕였다.생각했던 것 보다 활달한 것 같았다. 디드릿트는 안심하고 소녀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그러나 바로 다른 불안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그녀를 마을로 데려가도 괜찮을까?" 디드릿트는 자문했다. 만약 인간을 데려왔다면 장로들은 절대로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하프엘프라면 어떨까. 인간계에 나와서 알은 것이지만 하프엘프는 인간에게서도 엘프에게서도 배척받고 있는 것 같았다.디드릿트는 그것이 왜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인간과 엘프는 서로 증오하는 것은 아니지만,어느 쪽이냐고 하면 거리를 두려고 하는 감이 있었다.그래서 양자의 피가 섞여 있는 하프엘프에게 혐오감을 느끼는 것일까. 마을에서는 화제에 올려진 적이 없었으므로 장로들이 리프의 내방을 어떻게 생각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문전박대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디드릿트의 눈 앞에 요정계로의 문이 나타났다.두 그루의 나무가 마치 쌍둥이 같이 가까이서 마주보며 자라나 있었다.나무와 나무 사이에 작은 공간이 있어서 올바른 방법 으로 빠져 나간다면 요정계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저것은 뭐예요!" 갑자기 리프가 어깨를 떨며 디드릿트에게 꼭 달라붙었다. "숲의 정령력이 저렇게 강하다니 정말 이상해요." "너,정령사였니?" 디드릿트는 놀랐다. "아버지에게 배웠어요.정령들은 제 친구예요." "안심해.저것은 요정계로 통하는 문이야.그러니까 강한 정령력이 흘러 나오고 있는 거 야." "요정계로 가는 거예요?" "응.요정계를 통해서 내 마을로 가는 거야.이 숲에 걸려있는 저주를 풀기 위해서." "환영받을 까요." 리프는 디드릿트에게 그렇게 물었다.커다란 눈동자를 불안한 듯이 디드릿트에게 향하고 있었다. 디드릿트는 마음을 읽힌 듯해서 불안해 졌다.정령사 중에는 감이 예리한 사람들이 많다. 특히 상대의 감정의 변화에는 민감한 것이다. "하지만 괜찮아요.괴롭힘 당하는 데에는 익숙해져 있으니까." 소녀는 그다지 표정도 바꾸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그녀도 역시 박해(迫害)당하며 자란 것 같았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래?" 디드릿트는 주저하며 리프에게 물어 보았다.리프를 동반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도 일어 나지 않을 것이다. "방해가 되면 그렇게 해요." 리프는 간단히 답했다. "방해라니!" 디드릿트는 당황해서 리프의 손을 잡았다. "그런 건 생각하지 마.나는 네 편이야.나도 너의 아버지 같이 인간을 사랑하고 있으니 까." "그럼,하프엘프의 아이를?" 리프가 아무 생각없이 한 말에 디드릿트는 귀까지 빨갛게 돼 버렸다. "아이는 없어." 디드릿트는 모기 만한 소리로 중얼거렸다.판의 모습이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가 사라졌 다. "좋아요 리프.나랑 같이 마을로 가요.무슨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내가 지 켜주겠어." 리프는 미소를 지으며 예라고 말했다. 그리고 디드릿트는 리프의 손을 쥐고 요정계로의 문을 열기 위한 주문을 엘프어로 영 창했다.주문을 완성하자 쌍둥이 나무의 사이를 리프를 데리고 몸을 날렸다. 한순간에 세계가 바뀌어 디드릿트와 리프는 황금으로 빛나는 숲의 요정계에 서 있었 다. "가자." 디드릿트는 리프의 손을 쥔채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6 요정계를 걸은 것은 정말 한순간 뿐이었다.단 물질계와 요정계와는 시간의 흐름이 달랐 다.당연히 디드릿트는 요정계의 법칙을 충분히 알고 있었으므로 필요 없는 시간을 쓰는 일 없이 다시 물질계로 돌아올 수가 있었다. 해가 가라앉아 숲 속은 어두워져 있었지만 날짜가 변했을 리는 없을 터였다. 문을 빠져나오자 그 곳은 반가운 하이엘프의 마을이었다.마을은 디드릿트가 여행을 떠났 을 때와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디드릿트가 태어나서부터 전혀 모습 이 변하지 않은 것이다.하이엘프의 마을이 눈에 띄게 변화하기 위해서는 몇 백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수명이 천년을 훨씬 넘는 거목들이 늘어서 있었다.나무들의 가지가 종횡으로 뻗은 나무 위의 공간에 통나무를 엮어서 만든 작은 집들이 있었다.집과 집 사이에는 통나무를 담쟁 이 덩굴로 묵은 허술한 다리가 놓여져 있어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었다. 나무 위를 걷고 있는 하이엘프의 모습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반가운 마음이 디드릿트 의 마음 속에 흘러 넘쳐 디드릿트는 잠시 동안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디드,디드릿트잖아." 누군가가 그렇게 외쳤다.기억이 있는 목소리였다. 디드릿트는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에스타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이름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에스타스는 이 마을에서는 디드릿트 다음으로 젊었다.디드릿트에게는 가장 친한 사람이 었다. 6년 정도 전,에스타스는 디드릿트를 데려가기 위해 인간계로 온 적이 있었다.그때 그녀 는 아직 잭슨 마을에 살고 있었다. 에스타스는 그녀를 좋아한다고 말해주었다.그리고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겠다고도. 에스타스는 나무 위에서 가볍게 몸을 날려 우아하게 지면에 착지했다.그리고 곧장 디드 릿트의 옆으로 다가왔다.그 때에는 이미 리프에게 주의가 미쳤을 것이다.표정이 굳어지 고 신중한 발걸음이 되어 있었다. 디드릿트는 에스타스와 천천히 악수를 나누며 재회를 기뻐했다. "잘 와 주었어.그런데 그쪽은?" "그녀는 리프예요." 그렇게 답하는 목소리가 굳어져 있었다.그녀가 하프엘프라는 것은 자신의 입으로는 도 저히 말할 수 없었다. 리프는 사랑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에스타스에게 인사를 했다.그리고 주눅 든 기색도 없이 머리에 쓴 두건을 벗었다. "하프엘프!" "말해두겠지만 내 아이는 아니예요." "그 정도는 알고 있어.그런데 하필이면 왜 하프엘프를 데려온 거지." "그녀를 모욕하는 것은 그만둬요!" 디드릿트는 당황해서 말했다. "사정은 나중에 이야기 할게요.하여튼 장로님들과 만나고 싶어요.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돌아온 거예요." "사정? 인간계에 싫증나서 돌아온 것은 아닌 것 같군." "예,미안해요." "뭐 괜찮아.장로님들에게 알리고 오지.그때까지는 이 아이를 마을 안으로 들여보내선 안돼.정말 너는 언제나 사람을 놀래킨다니까." 에스타스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디드릿트에게서 등을 돌렸다.디드릿트는 내 버려 진 듯한 비참한 마음이 되었다. 리프가 디드릿트의 팔에 손을 갖다대었다.얼굴을 마주보자 그녀는 어쩐지 불안한 듯이 미소짓고 있었다. "역시,환영받지 못하는군요.미안해요." "네가 사죄할 필요는 없어" 디드릿트는 놀라서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박해 받는 일에 익숙해져 있는 것일까.소 녀는 의외로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것이 도리어 딱해 보여서 디드릿트는 목이 메 이는 것을 느꼈다. 상당히 오랜 시간을 디드릿트는 기다렸다.그 사이에 이미 해는 완전히 저물어 버렸고,숲 속은 캄캄한 어둠에 둘러 쌓여 버렸다. 빛의 정령 윌 오 윕스를 앞세우며 에스타스가 돌아왔다.몇 명의 엘프가 그와 같이 있었 다.물론 모두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디드릿트는 그들과 재회하는 것은 기뻤지만,모두의 표정이 엄숙했으므로 인사말을 속으로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장로님들이 기다리고 계신다." 에스타스가 명령조로 말했다. 디드릿트는 리프에게 신호를 하고 나서 그들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마치 죄를 범하고 잡 힌 범죄자 같은 기분이었다. 에스타스들은 황금수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았다.이 황금의 잎이 무성하게 자라나있 는 고대수는 마을의 중앙에 자라나 있어 동료들이 모일 때는 언제나 선택되는 장소였다. 머리 위를 떠돌아다니는 윌 오 윕스의 청백의 빛이 디드릿트 앞을 말없이 걷고 있는 에 스타스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반가워야할 광경이었지만 디드릿트는 왜인지 이질감을 느꼈다. 이윽고 눈 앞에 거대한 나무가 모습을 나타냈다.수천 년 전부터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고대의 수목,황금수였다. 황금수 근처에는 이미 마을의 엘프들 모두가 모여 있는 것 같았다.아마 디드릿트의 양 친도 있을 것이다.가족의 유대감은 인간 정도로 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양친을 만나서 기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잘 돌아왔구나 디드릿트." 장로 중의 한 명인 루마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루마스 장로는 이 마을에 서도 가장 오래 살고 있는 엘프였다.신들의 전쟁 때 요정계에서 소환된 순수한 엘프인 것 이다.인간계에서 태어난 엘프와는 달리 온몸을 금색의 빛이 희미하게 감싸고 있었기 때 문에 바로 구별이 되었다.요정으로서의 특징을 강하게 남기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돌아왔습니다 장로님." 디드릿트는 긴장하면서 인사를 했다. "에스타스에게서 이야기는 들었다.하프엘프를 데리고 왔다고 하더구나." 예라고 답하고 디드릿트는 돌아온 이유를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동료가 캐럴의 마을 사람들을 구해서 돌아오지 않는 숲에 들어온 것,그 마을 사람 중에 리프가 있었던 것,그리고 동료들과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숲의 저주 를 풀었으면 한다는 것등... "제정신이냐 디드릿트?" 루마스 장로가 디드릿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그 목소리도 모습도 젊디젊어서 인간들 은 그가 수천 년이나 살았다는 것이 상상도 가지 않을 것이다.엘프는 인간같이 늙지는 않 는다.영원히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제정신입니다." 디드릿트는 딱 잘라 말했다. 모여있던 엘프들의 술렁임이 들려왔다.저런 것에 신경 쓰면 안돼라며 디드릿트는 속으 로 다짐을 했다. "인간들이 자신의 세계에서 무엇을 해도 상관없다.그러나 이 숲은 인간의 세계가 아니 다.우리들,하이엘프가 사는 세계이다.왜 인간들을 위해서 숲을 해방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지?" "그것은..." 디드릿트는 말문이 막혔다. 장로들의 말은 지당했다.이 숲은 엘프들의 성지(聖地)인 것이다.그것이 지켜지고 있는 것은 장로들이 고대왕국시대 때 걸은 저주 덕택인 것이다.저주가 없어지면 인간들이 이 숲에 들어오게 돼,자신들 하이엘프의 삶이 위협받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너의 개인적 이유로 저주를 풀 수는 없다.그것은 인간적인 사고방식이다." "인간적인 사고방식..." 디드릿트는 장로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인간은 자기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엘프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자신들은 숲의 요정이다.나무들이 모여서 숲이 된다.한 그루로는 숲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다.그래서 엘프는 동료 전체의 일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종족으로서의 엘프의 특성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인간계에 가서 인간의 사고방식에 오염됐는가 디드릿트." 장로의 말은 한마디한마디가 디드릿트의 가슴을 찔렀다.디드릿트는 눈을 감아서 그 고통 을 참아낼려고 했다. "디드릿트는 아직 젊습니다.인간계의 공기에 접해서 잠시 혼란에 빠져 있는 것 뿐입니 다.이대로 마을에 머물러 있으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올바른 사고방식을 익히게 될 것 입니다." 에스타스가 일어서서 장로에게 변명해주는 듯이 말했다. "물론이다 에스타스.디드릿트는 아직 어린 소녀이다.줄기를 뻗고 가지를 넓히고 새잎을 무성하게 자라나게 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그 사상은 밖으로 향하는 까닭에 더럽혀진 물 과 공기와 빛을 받아들일 때도 있다.단지 그런 것이다.하여튼 디드릿트는 돌아왔다.이것 으로 우리들의 부족은 아무것도 걱정할 게 없어진 것이다." 루마스,장로는 그렇게 말하고 조용히 일어섰다. "하프엘프에 관해서는?" 에스타스가 장로에게 물었다. "오늘 밤 머무르는 것을 허락한다.내일 숲 밖으로 나가게 하면 될 것이다." 장로의 말에 엘프들 모두가 수긍하고,한명 또 한명 일어섰다. "빛이 없는 때에 잎을 펼치는 것은 헛되게 물과 공기를 잃는 것.오늘 밤의 집회는 여기 까지다." 루마스 장로는 해산을 선언했다. 디드릿트는 입술을 깨물며 그 곳에 내내 서 있었다.오른손은 옆에 있는 리프의 손을 강 하게 쥐고 있었고 왼손은 주먹을 쥐고 있었다. "잘 돌아왔구나 디드릿트." 그때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깜짝 놀라서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자 다시 똑같은 말이 이번엔 다른 목소리로 되풀이되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곳에 서 있었다. "아버지,어머니..." 모친이 천천히 양팔을 벌렸다.디드릿트는 그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모친에게 부드럽게 감싸안아져 디드릿트는 여행을 떠나기 전의 자신으로 돌아온 것 같이 생각됐다.이 10년간의 일은 전부 꿈이고,하룻밤 천천히 쉬고 나면 모든 것을 잊어 버릴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장로님에게 부탁해서 하프엘프의 아이를 맡는 것을 허락 받았다.오늘 밤은 천천히 쉬고 내일 함께 이 아이를 배웅하자.우리들의 마을에 변화는 필요 없단다." 부친은 그렇게 말하고 나서 디드릿트를 끌어안았다.부드러운 포옹이었다. "나는 돌아온 거야..." 디드릿트는 절실히 느꼈다. 그때 등뒤에서 심상치 않은 고함이 들렸다. "인간이다! 황금수를!" "인간이라고?" 디드릿트는 뒤로 돌았다.그리고 황금수 쪽으로 달려갔다. 확실히 황금수 앞에 인간 남자가 서 있었다.그러나 반투명한 모습으로 봐서 저주에 잡혀 버린 인간의 환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황금수에게 검을 향하고 있었다.마치 황금수 와 싸우려고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안돼! 황금수가 베어지면 주박이 풀린다." 부친이 당황해서 외치고,황금수 쪽으로 달려갔다. 디드릿트도 부친의 뒤를 따라갔다.검을 쥐고 있는 인간의 환영에 기억이 있었다.잊어버 릴 리가 없는 것이다.숨이 막히는 것을 참으면서,디드릿트는 인간의 환영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판!" 그리고 디드릿트는 환영을 향해 힘껏 외쳤다.무심결에 눈물도 흘러나왔다. 몇 명인가의 엘프가 환영의 판을 향해 정령마법의 주문을 걸려고 하고 있었다.그러나 저주에 잡혀 다른 세계에 있는 판에게 이 세계에서 거는 주문이 효과가 있을 리가 없었 다. 황금수가 떨기 시작했다.황금수는 숲의 중심이고 저주의 근원이었다.숲의 왕의 마력 은 이 고대수를 통해서 숲을 닫고 있는 것이었다.당연한 소리지만 황금수는 저주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에도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안돼 판! 그 나무를 상처 입혀선 안돼." 디드릿트는 비통한 목소리로 판에게 외쳤다.자신의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었다.그래도 디드릿트는 목소리가 쉴 때까지 계속 외쳤다. 저주가 풀리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었다.그러나 인간의 검에 의해 저주가 풀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눈 앞에서 황금수와 대결하는 판이 인간과 엘프의 대립의 상징처럼 생각됐다.실제로 여 기에 있는 하이엘프들은 그런 생각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판은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판을 묶으려고 가지를 뻗쳐오는 황금수에게 반항하려고도 하지 않고 마음대로 하게 놔두었다. 디드릿트는 놀람과,동시에 가슴을 쓸어 내렸다. 황금수는 이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판의 환영도 이미 사라 지고 디드릿트는 꿈이라도 꾼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아니,꿈이 아니야." 디드릿트는 속으로 힘차게 다짐했다. 그리고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했다.고향에 돌아왔다는 기쁨으로 자신이 해야될 일을 잊어 버리고 있었던 것을. 장로님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그 말을 전부 믿어 버렸다.그러나 모든 인간이 자신의 일 밖에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판이 그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디드릿트는 황금수를 향해서 천천히 나아갔다.정령계로 가기 위해서.그러기 위해서는 황금수를 문으로서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디드릿트 무엇을 하려는 거니." 모친이 불렀다.그러나 그 목소리에는 현실감이 없었고,다른 세계에서 들려오는 것 처럼 도 생각됐다. 디드릿트는 모친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자기는 이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아니다.사람의 세계를 보고 여러 가지 진실을 보았 다.인간만이 실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자신들 하이엘프도 실수를 범하고있는 것이다. 디드릿트는 정신을 집중시켜서 정령계의 문을 열기 위한 주문을 읊조렸다.옛날 바람과 불꽃의 사막에서는 디드릿트는 바람의 정령계를 방문해 바람의 왕과 만났다.이번엔 숲의 정령계로 가서 숲의 상위정령 엔트를 만나는 것이다. 눈 앞에 거대한 황금수가 있었다.디드릿트는 조용히 양손을 뻗쳤다.손가락 끝이 황금 수에 닿았다.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것은 황금수 안으로 빠져 들어갔다. 정령계로의 문이 열린 것이다. 디드릿트는 정령어를 영창하면서 몸을 날려 황금수 안으로 뛰어들었다. 7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세계였다.그 빛 속에 단 하나,거대한 나무가 떠올라 있었다.빛에 삼켜져 다른 것들은 무엇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거대한 나무만이 이 세계의 실체였다. "세계수..." 디드릿트는 중얼거렸다. 세계수는 신들과 용과 함께 시원(始原)의 거인의 시체에서 최초로 태어난 태고의 종족 으로 되어 있었다.세계수가 맺은 생명의 열매에서는 수많은 생물이 창조되었고 대지에 삽 목된 어린 가지는 황금수로 성장해서,이윽고 고대의 숲을 형성해 나갔다. 세계창조의 촉매로서 사용됐기 때문에 세계수 자신의 힘은 쇠약해졌고,말라버렸다.그 까닭에 신들은 이 시원의 나무를 정령계로 이끌어 성별(聖別(기독교에서)신성한 것을 구별함)한 것이다.수목과 화초의 힘의 원천이 되게. 그 세계수가 디드릿트의 눈 앞에 있었다. 디드릿트는 빨려 들어가는 듯이 하나의 가지 위에 내려섰다.바로 근처에는 몇 명의 드 라이아드와 스프라이트가 장난치고 있었다.원래 겁이 많은 스프라이트들은 디드릿트를 보 자 쩔쩔매며 나뭇잎의 그늘로 모습을 감췄지만. 디드릿트는 어느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이 되어 있었다.정령계에서는 물질 적인 것은 모두 부정된다.지금 자신은 요정이라는 것보다 정령에 가까운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자기를 잊어버리면 안돼." 디드릿트는 살짝 중얼거렸다.만약 자신이 요정이라는 것을 망각한다면 정령계로 빨려 들어가 의사조차도 가지지 못하는 하급정령이 되어 버릴 것이다. "엘프라니 신기한 일이군.여기는 정령계야.당신이 사는 세계와는 틀려." 한 명의 드라이아드가 디드릿트에게 말을 걸어왔다. "알고 있어요.하지만 처음은 아닐 거예요.먼 옛날 제 동료가 여기에 왔었을 터예요. 그리고 하나의 맹약(盟約)을 교환했을 터예요.숲 하나를 닫으라는 명령을." "그런 건 몰라.나에게는 그런 힘 같은 건 없어." "숲의 왕은 어디?" "정령계의 이치를 모르는 거야.물론 있어.그것도 바로 옆에." 그렇게 말하고 드라이아드는 물로 뛰어드는 것 처럼 황금수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디드릿트는 계속 기다렸다.강한 힘의 접근을 느끼면서.이윽고 드라이아드가 사라진 장소에서 초목이 싹트는 것 처럼 모습을 나타낸 것이 있었다. 처음에는 작은 나뭇가지 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급속도로 성장해서 이윽고 세계수의 나 뭇가지에 자라난 거대한 기생목 같은 모습이 되었다. 숲의 상위정령 엔트였다. 디드릿트는 압도될 것 같은 공포감을 느끼면서도 엔트의 모습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무슨 용무인가... 숲의 딸이여... 여기는 네가 올 장소가 아니다..." 천천히 숲의 왕의 의사가 디드릿트의 정신에 직접 말을 걸어왔다. "고대에 맺은 맹약에게서 당신을 해방하러 왔습니다." "맹약에게서... 해방..." 그런 의사가 전해져오자 바로 엔트는 천천히 온몸을 흔들기 시작했다.황금으로 빛나는 나뭇잎이 사각거리는 소리를 냈다. "너에게... 자격 없다..." 엔트는 천천히 그러나 강한 의사를 가지고 디드릿트에게 전해져 왔다. "자격을 시험해 봐요.나라면 당신과 맹약을 맺을 수 있을 거예요." "너에게... 자격 없다..." 엔트는 사이를 주지 않고 다시 그렇게 반복했다.그리고 디드릿트에게 작은 나뭇가지를 뻗어왔다. 디드릿트는 그것을 거부할 마음은 없었다.받아들여서 동조(同調)하면 되는 것이다.그 것은 바람의 왕과 맹약을 맺었을 때 배운 것이었다. 그러나- 엔트는 압도적인 힘으로 디드릿트의 몸을 죄어왔다.디드릿트는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몸 이 갈가리 찢겨질 것 같았다.엔트는 디드릿트의 존재 자체를 말살시킬려고 그 속박하는 힘을 더욱 강하게 했다. 디드릿트는 필사적으로 엔트에게 대항하려고 했다.그러나 엔트의 정령력은 절대적 이였 기 때문에,디드릿트는 자신에게 이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판... 미안해요..." 고통으로 흔들리는 디드릿트의 마음 속에서,판의 웃는 얼굴이 머리 속에 떠올라,그것이 자꾸자꾸 멀어져 가고 있었다. 자신의 신체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을 디드릿트는 의식했다.이제 곧 자신의 신체는 소 멸해 버릴 것이다. "이제,안돼..." "디드릿트!" 그때 어디선가 강하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울려왔다. '누구의 목소리일까'디드릿트는 사라져 가는 의식 속에서 멍하게 그렇게 생각했다.그러나 그 답을 찾아내기 전에 디드릿트의 의식은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정신이 들었을 때,눈 앞에 에스타스의 얼굴이 있었다.에스타스의 머리카락은 흩어져 있었고 어깨로 숨을 쉬고 있었다.그 뒤에는 어둠으로 뒤덮인 돌아오지 않는 숲의 모습이 있었다. "나는... 왜 당신이?" 디드릿트는 자기가 정령계에서 소멸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두번다시 의식이 돌아오리 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숲의 왕과 맹약을 맺은 것은 장로님들이야.네가 강해진 것은 인정하지만 장로님에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불러 주었군요..." 디드릿트는 에스타스에게 물었다. "너의 이름을 알고 있어서 다행이었어.그렇지만 시간에 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소 환을 시작했을 때,이미 너의 의식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고마워요 에스타스." "어째서지 디드릿트.왜 인간들을 위해서 생명을 걸지 않으면 안되는 거지.그 전사는 그런 위험을 태연하게 너에게 강요하는 것인가?" 에스타스는 판의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럴 리가..." 디드릿트는 돌아오지 않는 숲의 저주를 풀겠다고 자기가 말했을 때의 판의 얼굴을 떠올 렸다.무언가 이유를 찾아내서,판은 자신을 막으려고 했다.그것을 하지 않은 것은 동료들 과 마을 사람들의 일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먼저 말했어요.하지만 당신 말대로 나는 어리석었어요.바람의 왕 때와 같을 거 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이 숲을 주박(呪縛)한 것을 장로님이군요.장로님은 아직 살아있 으니까 숲의 왕이 맹약을 깨트릴 수 있을 리가 없죠..." "그래.저주를 풀 수 있는 것은 장로님뿐이야." 디드릿트는 자신의 몸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는 듯이 팔과 다리에 힘을 넣어보았 다.지쳐있기는 했지만,몸은 어떻게 움직여주긴 했다. "그렇다면 장로님에게 부탁해야 겠네요.이 숲을 저주로 닫아 놓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 이니까." "아직 눈을 뜨지 못한 것인가." 에스타스의 목소리는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정도까지 인간에게 오염돼 버린 것인가.도대체 인간의 어디가..." "에스타스... 당신은,당신만은 알고 있을 거예요." 6년 정도 전,에스타스는 잭슨 마을에 살고 있던 자기를 데려가기 위해 온 적이 있었 다.그때 그는 인간의 좋은 점을 단편적이나마 이해해 주었던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설령 마법을 써서라도 디드릿트를 데려왔을 것이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인정한 것도 아니야." 쓰디쓴 목소리로 에스타스는 말했다. "그러니까 에스타스.왜 모든 것을 알려고 하지 않는 거죠.인간의 모든 것을 모르면서 그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은 비겁해요.고대왕국의 마술사들은 우리들 하이엘프의 적 이였을지도 몰라요.하지만 인간은 변해요.아주 작은 계기로." "그것만은 요전 일로 알았어." 에스타스는 작에 미소지었다. "나는 다소라도 너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있어.그러나 장로님은 상당히 기분이 상해 계 셔.설득하는 것은 어려울 거야." "설득해 보겠어요.잘못된 것은 내가 아니예요.장로님들이니까." "장로님은 곧 오실 거야.네가 정령계로 뛰어 들어갔다는 것을 알리러 사람을 보냈으니 까." 그 말을 듣고 디드릿트는 여기서 기다리기로 했다. "리프는?" "너의 집으로 데려갔을 거야..." 그래요라며 디드릿트는 끄덕였다. 아무도 빛의 정령을 소환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근처는 컴컴한 어둠으로 둘러 쌓여 있었다.그렇지만 디드릿트들 정령사의 눈에는 보통의 인간이 볼 수 없는 빛이 보인다.그 래서 어둠 속에서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좀 기다리자 장로들이 모습을 나타냈다.그 외에도 몇 명인가의 하이엘프가 있었지만 모 두가 모인 것은 아니었다. "디드릿트." 루마스 장로가 천천히 말을 걸어왔다. "정령계로 가는 것을 금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부족의 합의(合意)를 얻지도 않 고,숲의 왕과의 맹약을 파기하려고 했던 것은 잘못됐다." "인정합니다." 디드릿트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우선 모두의 동의를 얻었어야 했습니다.그것이 우리들의 결정이니까." 그리고 디드릿트는 얼굴을 들고 그 곳에 모여 있는 동료들 한명한명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잘못된 것은 방법 뿐입니다.행위자체는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이 숲은 고대의 주박에서 해방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안된다 디드릿트.너는 모를 것이다.옛날,인간들은 마술을 써서 우리들을 지배하 려고 했다.저주로 숲을 닫는 것 이외에 그들에게 대항할 술(術)은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몇 백년 전의 일입니까?" 디드릿트는 장로의 옆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고대의 마술사들은 멸망했습니다.그때로부터 인간들은 크게 변했습니다.물론 장로님들 의 눈으로 보면,아직 어리석게 보일지도 모릅니다.그러나 사귀어 볼려고 하지도 않고 그 들을 비난할 권리가 우리들에게 있는 것 입니까?" "에스타스에게서 보고를 받았다.인간계는 아직도 전쟁을 계속하고 있지 않은가?" "예,그렇습니다." 끝날 기미가 없는 대전(大戰)을 상기해낸 디드릿트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하지만 전쟁은 언젠가 끝납니다.또 반복될 리가 없습니다.인간들이 변할려는 마음을 먹으면,보다 좋은 자신을 찾아내려고 하는 것을 계속한다면 영원히 전쟁이 일어나지 않 는 세계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어떤가." 루마스 장로의 말은 어디까지나 담담했다.디드릿트는 머리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우리들이 기다릴 수 있는 것은 무한의 시간이 있기 때문이예요! 인간에게는 그런 시간 이 없어요.저주에 잡혀서 이 숲을 떠돌고 있는 사람들의 시간을 뺏을 권리가 우리들에게 는 없잖아요! 그 정도로 인간이 싫다면 요정계로 돌아가면 되잖아요.인간계에서 살고 싶다면 그들과 사귈 수 밖에 없어요.로도스에 사는 다른 엘프들은 모두 그렇게 하고 있 어요!" "그래서 그들 엘프들은 평화롭게 살고 있나?" "확실히,전쟁에 휩쓸려서 죽는 엘프도 있어요,하지만 제가 아는 한에서는 그들은 인 간들과 함께 사는 것을 거부하지 않아요.그렇지 않으면 어째서 리프같은 하프엘프가 태 어날 수 있는 거죠?" "인간에게 폭행 당했기 때문이 아닌가? 그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나는 몇 개나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은 본인에게서 들어주세요." 디드릿트는 장로의 말에 거의 절망감을 느끼고 있었다.장로는 어떠한 변화도 원하지 않 는 것이다.그러니까 고대 인간들과의 전쟁을 아직도 기억 속에 품고 있는 것이다. "하프엘프의 소녀를 데리고 오도록." 장로는 디드릿트의 부친에게 그렇게 말했다.디드릿트의 부친은 끄덕이고,집 쪽으로 걸어 갔다.그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디드릿트는 하나의 불안에 사로잡혔다. 하프엘프가 행복하지는 않다는 것을 기억해 낸 것이다.하프엘프가 엘프와 인간들 양쪽에 서 박해 당하고 있다는 것을 들으면 장로는 뭐라고 생각할까.하프엘프라는 존재는 인간 과 엘프가 사귀기 어렵다는 것의 상징으로 생각하지는 않을지.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이윽고 디드릿트의 양친의 손에 이끌려 하프엘프의 소녀가 모습을 나타냈다.그녀는 두 건을 쓰고 있지는 않았다.엘프의 특징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녀의 생김새는 어느 쪽이냐 고 하면 인간에 가까웠다. "그녀의 경우,부친이 엘프입니다." 디드릿트는 장로에게 그것만 말했다. "그것은 사실인가?" 장로는 좀 놀란 것 같았다. "사실입니다." 평온한 말투로 리프는 답했다. 리프는 그 곳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자기에게 집중 돼 있는 것에 두려워 하는 기색은 없었다.차라리 자기에게 관심이 향해져 있는 것이 기쁜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양친의 만남에 관해 요령 좋게 이야기했다.두 명이 각자의 의사로 부부가 되었고,리프가 태어났다는 사실에 하이엘프들의 사이에 동요가 일어났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성장과정에 관해서 띄엄띄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엘프의 마을에 서 태어나,엘프들의 품 안에서 살았던 것,부친에게서는 엘프어와 정령과 교신하는 방법 을 배운 것,모친에게서는 몸을 지키기 위한 무기의 사용법을 배운 것. 태어나서부터 여러 가지 박해를 받았던 일까지 그녀는 정직하게 말했다. "왜 그런 것까지 말하는 거지..." 디드릿트는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그것 봐라라는 공기가 돌연 엘프들 사이에 흘렀다.혹시 리프는 자신이 태어난 것을 저주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인간의 피가 섞여 있기 때문에 엘프에게서 박해를 받았고,엘프의 피가 섞여 있기 때문 에 인간에게서 박해를 받았다.그런 거다 이거지?" 장로의 말에 리프는 솔직히 끄덕였다. "이것이 답이다 디드릿트." 장로의 말은 조용했지만,이제 결코 움직이지 않겠다라는 강한 의지로 가득 차 있었다. 리프가 잊고 있었던 것이 기억난 듯이,한마디 더 부가할 때까지... "하지만 저는 행복했었어요." 리프는 미소지으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그녀가 무엇을 말했는지 디드릿트는 잠시동안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것은 다른 엘프들 도 같았던 듯이 그녀의 말의 충격이 가실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장로의 얼굴에도 동요의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박해받는데 어째서 행복한 거지?" 솔임같이 예리한 장로의 말을 리프는 부드러운 미소로 받았다. "왜냐면 아버지도 어머니도 저를 사랑해 주었으니까요.게다가 저는 정령도 무기도 다룰 수 있는 걸요.괴롭힘 당하기만 하진 않았어요.마지막에 따끔한 맛을 보는 것을 대개 괴 롭혔던 본인이었던 걸요.". 그리고 리프는 짓궂게 혀를 내밀었다.그리고 조용하게 변해버린 사람들을 이상하다는 듯이 돌아보았다.자신의 말이 준 충격을 그녀는 알지 못한 것이었다. 디드릿트는 왼손으로 가슴을 억누르면서 천천히 리프 쪽으로 걸어갔다.그리고 힘을 담아 그녀의 작은 몸을 부둥켜 안았다. "우리들은 하이엘프다.그들과는 틀리다..." 잠시 동안의 침묵 후,장로는 그렇게 말했다. "장로!" 디드릿트는 장로 쪽으로 돌아서서,끝까지 결의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 장로에게 불꽃같 은 시선을 보냈다.차라리 불타 버렸으면이라고 반은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장로..." 라며 장로를 부르는 소리가 또 하나 들렸다. 흘끗 쳐다보자 에스타스가 천천히 장로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인간계에 가서 알아차린 것이지만,변화를 바라지 않는 우리들의 삶이 부족의 미래를 닫 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인간계에서 사는 엘프들은 정명(定命/정해진 생명)의 운명에 있다고 합니다.인간들 보다도 훨씬 장수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만,그 대상(代償)인지 모 르지만 그들의 마을에는 아이가 잘 태어난다고 합니다." 그것만 말하고 에스타스는 디드릿트를 돌아보았다. "디드릿트,너도 솔직하게 되는 게 어때.정말로 타인을 설득하고 싶다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밝히지 않으면 안되는 거야.네가 이 숲을 저주에서 풀고 싶은 것은 우리들이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니?" "당신이 말한 대로예요." 디드릿트는 에스타스에게 감사했다.그에게 달려가고 싶을 정도였다.자신에게 가장 중 요한 것을 그는 기억나게 해 준 것이었다.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상대는 인간의 전사로,전쟁을 끝내고 이 로도스에 진짜 평화를 되돌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하지만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서 그는 지금 이 숲의 저주에 잡혀 있습니다.저는 어떤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그를 구하고 싶다 고 생각했던 것입니다.예를 들면 그것이 제 생명이라도..." "정말로 디드릿트는 생명을 잃을 뻔 했었습니다." 에스타스가 부가해 주었다. "그 보고는 아까 들었다." 장로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깊게 한숨을 쉬었다.몇 백년 간이나 가슴에 담겨져 있던 공기 를 내뱉으려는 듯이. "한가지,디드릿트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무엇입니까?" 디드릿트는 장로의 눈을 계속 바라다보면서 다음 말을 기다렸다. "예를 들면 불행해질 것을 알고 있어도 너는 그 전사의 아이를 낳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가?" "물론입니다.만약 받아들여진다면..." 디드릿트는 답했다.대답하고 나서 수치심으로 얼굴이 빨갛게 되었다.만약 리프를 만나기 전이었다면,그녀의 이야기를 듣기 전이라면 대답을 주저했을지도 몰랐다.자신이 엘프이 고 판이 인간이라는 것에 구애됐기 때문에. 장로는 일동을 돌아다보고,좀 시간을 두고 나서 입을 열었다. "좋다.정령계로 가서 숲의 왕을 만나도록 하지.우선 저주를 풀고,그리고 나서 생각하 자.우리들이 이제부터 해야할 일을..." "장로님... 고맙습니다." 눈앞이 흐려지고 뺨에 뜨거운 것이 흘러내리는 것을 디드릿트는 의식했다. "인간에게 저주를 걸 셈이었지만,정말로 저주에 잡혀 있었던 것은 우리들 자신이었을 지도 모르겠구나." 그렇게 중얼거리고 나서 장로는 천천히 황금수 쪽으로 걸어가 황금수 속으로 모습을 감 췄다. 8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큰일이었군." 디드릿트에게서 저주에 잡히고 나서의 이야기를 전부 듣고,판은 분한 듯한 표정을 지었 다. 전원이 저주에서 해방되었다.자유군의 병사들도,캐럴의 마을 사람들도,그리고 돌아오지 않는 숲이 닫혀져 있던 사이에 이 숲에 발을 내디뎌 버려 돌아갈 수 없게 된 남자와 여 자들.그들 속에는 몇 백년이나 전에 태어난 사람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저주에 잡히고 나서 가만히 있었던 듯이,전원이 바로 합류할 수 있었 다.마지막까지 저항했던 판이 가장 멀리 가있어서 저주가 풀렸을 때,그는 황금수의 바로 옆에 모습을 나타냈다. 덕분에 그 후 마을의 장로들과 에스타스에게서 여러 가지 설교 받고 판은 인간을 대표 해서 그들에게 사죄하는 처지가 되었다. "결국 아무런 힘도 되지 못했군.리프에게는 나중에 충분히 보답을 해야겠는데." "저도 그래요.장로님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리프와 에스타스의 덕분이고 저주를 풀은 것은 장로님이니까요." "그렇지 않아.디드가 없었다면 모든 것은 시작될 수 없었을 거야.그러니까 나는 감사 해 하고 있어." 판의 말에 디드릿트는 솔직히 기뻐지는 것을 느꼈다. 눈을 내리깔고 판에게 바짝 다가가서 그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강철의 갑옷이 뺨을 차갑게 했지만,그 건너편에서 판의 온기가 전해져오는 것을 계속 기다려야지라고 생각했 다. 판의 팔이 부드럽게 디드릿트의 등을 감싸안았다. "그러나 하이엘프의 장로는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서 인간을 인정한 것은 아닐 거 야.언젠가 또 인간에게 절망하면 숲을 닫아 버릴지도 몰라...." 디드릿트를 감싸 안으면서 판은 중얼거렸다. "그래요." 디드릿트는 눈을 뜨고,얼굴을 들고 판의 어깨너머로 돌아오지 않는 숲의 나무들을 바 라보았다. "인간과 엘프가 정말로 서로 사귀며 살게 될 날 같은 건 오지 않을지도 몰라." 디드릿트는 자신의 말에 쓸쓸해지는 것을 느꼈다. 확실히 저주는 풀리고 돌아오지 않는 숲은 열렸다.그러나 인간들은 감히 들어오려고 는 하지 않을 것이다.마의 숲이라고 계속 두려워할 것이다.그리고 하이엘프들도 누구 하 나도 숲을 나가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저주는 없어졌지만 도대체 무엇이 변했다는 것일까. "인간과 엘프가 사귄다는 건 분명 어려울지도 모르겠군." 판은 먼 곳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그리고 잠깐 사이를 두고 이번엔 디드릿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디드.우리들이 있잖아.그러니까 언젠가는..." "그래요.그렇군요 판." 판의 말에 디드릿트는 용기를 얻었다.적어도 자신들을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서로 사랑 하고 있다.이것만은 틀림없는 것이다.분명 리프의 양친도 자신들과 같았던 것임에 틀림 없다.그렇지 않으면 리프의 입에서 행복했었다라는 말이 나올리가 없는 것이다. "우리 힘내요 판.우리들 둘이 행복하게 되는 것이 두 종족에게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 되요." "그렇군." 판은 다시 먼 곳으로 시선을 향했다.분명 여러 가지 생각이 판의 머리를 스쳐지나가 고 있을 것이다.디드릿트의 말을 실현 시키기 위해서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장해를 떠올리 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어떤 것을 취해도,한 명의 인간이 짊어지기에는 너무 큰 문제인 것이다.그러나 판은 그것을 무거운 짐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어떠한 고난이 앞을 가로막아서도 검 하나를 무기로 그것에 향해갈 것이다.검을 들고 미동도 하지 않는 판의 모습이 문득 디드릿트의 뇌리에 떠올랐다.그래서 디드릿트는 기억난 것이 있었다.엘프의 마을에서 본 판의 환영이 었다. "그런데 판,하나 가르쳐 주지 않겠어요?" "뭔데?" "저주에 잡혀서 당신은 황금수가 있는 곳으로 왔었잖아요." "아아,어느 사이엔가." "그때,당신은 황금수를 베려고 할 것 같았어요.그런데 그것을 그만 뒀잖아요.그것은 어째서?" 판은 곤란한 듯이 한숨을 쉬고 팔짱을 꼈다. "그 나무를 상처 입혀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베어버리면 저주가 풀릴 것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판의 말에 디드릿트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말대로 였어요 판.그 나무를 베면 숲의 저주는 풀렸을 거예요..." "역시.그랬던가." 판도 놀란 것 같았지만,억울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그래서 다행이었을지도 몰라.덕분에 숲과 숲의 정령들의 마음을 안 것 같으 니까." "숲과 숲의 정령들의 마음?" 디드릿트는 흥미를 느껴 판에게 가르쳐달라는 듯이 옷깃을 잡아 당겼다. "예를 들면 하고 있는 일을 알게 된 거라고 할까.편안함이라든가,생명이라든가,방황이 라든가.숲은 둘도 없는 것이라 이 세계에서 숲이 완전히 없어지면 인간도 살아갈 수는 없어.지수화풍(地水火風)의 정령력이 없어지면 살아갈 수 없는 것과 같이 말야." "그건,모든 생명은 세계수에게서 태어났기 때문이예요." 디드릿트는 좀 맥이 풀렸다.판의 말은 그녀에게는 당연한 것이었으니까. "또 하나 기억났다." 그렇게 말한 판의 얼굴은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다. 디드릿트도 웃는 얼굴로 응하고 판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내가 주문으로 잠들어 있던 중,드라이아드가 꿈 속에 나타났었어.그리고 이대로 숲 에서 살라고 맹렬히 권유해왔었어." "정말 어이없군요... 내가 생명을 걸고 숲의 왕과 싸우고 있었을 때 당신은 드라이아드 들에게 둘러 쌓여 즐기고 있었다는 거예요!" 디드릿트는 토라져서 고개를 돌렸다. "그랬었어.그렇지만 그녀들의 소원은 정중히 거절했어." "상당히 아깝겠군요.드라이아드는 매료의 힘을 관장하고 있어요.그녀들에게 둘러 쌓 여 있으면 더 없는 행복을 맛볼 수가 있을텐데요." "그렇겠지.하지만 나는 숲의 정령이 아니라,숲의 요정에게 이미 반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나서 판은 자신의 말에 수줍어하는 듯이 디드릿트에게서 시선을 돌렸 다. "그만둬요.부끄러워지잖아요."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디드릿트는 서투른 판의 말을 살짝 가슴 속에 새겨 넣었 다. "자 출발하자.걸어서 빠져나가기에는 이 숲은 질릴 정도로 넓으니까." 분명 얼버무릴 셈인 것이다.판은 허둥지둥 일어서서 디드릿트에게 손을 뻗어왔다.디드 릿트는 기쁜 듯이 끄덕이고나서 그 손을 꽉 잡았다.일어서서 디드릿트는 판과 나란히 걷 기 시작했다. 돌아오지 않는 숲의 대지를 꽉 밟으면서. 3부 복수의 안개 "그 실패작을 빌려달라,고..." 장엄한 옥좌에 앉은 채로 카스툴 왕국 최후의 로도스 태수는 멍한 목소리로 말했다.. 엷은 어둠 속,빨갛게 떠올라 있는 쌍안이 엷게 빛나고 있었다. 그 눈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한 명의 젊은 마술사였다. 만족(蠻族)이 아니라 잃어버린 마법왕국의 귀족,그 지위는 낮았고 기억조차 없었다. 그러나 틀림없이 카스툴 왕국의 마술사였다. 아마 살아남은 최후의 한 명일 것이다. 그 회색의 마녀와 태수 자신은 존재는 해도 살아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알나카라는 또 하나의 지식의 액관(額冠)에 자기의 기억과 의사를 넣었고,태수는 사령마술(死靈魔 術)의 비결(秘訣)에 의해 언데드의 왕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눈 앞의 마술사에 게는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남자는 스토랄이라고 이름을 댔다.소환마술사(召喚魔術師)의 일족에 속하는 자라고.그 러나 무한의 마력을 주는 탑을 잃어버린 지금에는 특기인 소환마술은 이제 쓸 수 없 었다.천공(天空)에서 운석(meteor)을 불러내는 것도,다른 세계(異界)의 주인인 마신들을 지배하는 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마에 수정을 박아 넣은 자이기 때문에. "태수 살반이여 실패작이라도 쓸데는 있는 것입니다." 스토랄의 목소리에서는 분노와 증오가 느껴졌다.분노와 활기로 가득 찬 증오였다.그러 나 그것들은 살반이라고 불린 옥좌의 태수에게 향해진 것은 아니었다. 멀리 있는 누군가에게 향해진 것이었다.이런 격한 감정과 상관이 없어지고 나서,도대 체 어느 정도의 년월이 흐른 것일까.살반은 마법왕국의 태수였던 날들을 문득 기억해냈 다. "복수를 위해선가?" 살반의 물음에 스토랄은 어깨를 흠칫거리고 공포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마법으로 마음을 읽혔다라고 생각했던 것일 것이다. 마법을 쓰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마음 정도 읽을 수는 있었다.하물며 젊은이는 자기의 마음을 숨기는 술조차 모르는 것이다. "복수의 수단을 생각해내는 데 1년,태수가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듣고 이 별궁(別宮)을 여기저기 물어서 찾아내는 데 2년이 걸렸습니다..." "도대체 누구에게 복수를 하려고 하는 거지.왕국을 멸망시킨 만족들에게,인가?"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젊은 마술사는 충격에서 벗어난 듯이 등을 펴고 살반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사악한 숲의 요정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젊은 마술사는 입술을 깨물고 양손의 주먹을 꽉 쥐었다. "돌아오지 않는 숲의 하이엘프에게 복수를!" "과연,그래서 그 실패작을." 살반은 거만하게 끄덕였다.입가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이 정도로 재미있는 일은 몇 백 년 만일까. "좋다.너의 복수를 위해 나의 사령마술(死靈魔術)의 힘.빌려주지!" 로도스라는 이름의 섬이 있다.알랙크래스트 대륙의 남쪽에 떠있는 변경의 섬이다.대륙 의 주민들 중에는 저주받은 섬이라고 부르는 자도 있었다.격심한 전란이 계속되고,꺼림칙 한 마경(魔境)이 각지에 존재하는 까닭에. 그 중에서도 로도스 최대의 마경인 것은 아라니아의 남서쪽에 펼쳐져 있는 '돌아오지 않는 숲'이었다.한번 발을 내디딘 자는 두 번 다시 나올 수가 없는 금단의 숲으로서,사 람들은 두려워하고 가까이 다가가는 것 조차 경계하고 있었다. 그러나 3년 정도 전에 이 마의 숲은 돌연히 열려졌던 것이었다.그리고 숲에 잡혀있던 자들이 전부 돌아왔다.그렇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잡힌지 몇 십년,몇 백년이 경 과했기 때문에 진짜 의미로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때문에 숲에서의 귀환자의 대부분이 비참한 운명을 걸었다고 일컬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인생을 발견해 낸 자도 있는 것이다. 인간은 강하고,또는 약하다.그 경계가 양피지 같이 얇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사건 이 었다. 그때부터 돌아오지 않는 숲은 이제 마경이 아니게 되었다.그래도 전설은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 있었다.숲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는 자는 좀처럼 없었다. 사냥꾼과 나무꾼들,숲을 생활의 터전으로 하는 자조차.그래서 돌아오지 않는 숲을 나 란히 걷고 있는 한 쌍의 남녀의 모습은 진기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잘 관찰해보면 그 중의 여성 쪽이 엘프인 것을 알 수 있다.날씬한 몸매,끝이 뾰족한 긴 귀,자작나무의 줄기보다도 희고 투명한 살갗,봄의 산들바람 처럼 부드럽게 흐르는 백 금색(platina)의 머리칼은 숲의 요정이라면 당연한 특징인 것이다. 고대의 미신을 믿는 자는 그것으로 납득할 것이다.고대의 엘프의 저주는 동족에게는 미치지 않는 것 이라고. 그러나 또 한 명의 남자에게는 고개를 갸웃거릴 것임에 틀림없다.그는 인간이었다.장식 없는 중후한 갑옷으로 몸을 감싸고,왼손에 방패를,왼쪽 허리에는 장검을 차고 있었다. 어딘가의 나라의 기사 같은 차림새였지만 이 남자가 입고 있는 갑옷을 제식(制式)으로 삼고 있는 왕국은 이 로도스에는 없었다. 그 까닭에서인지 남자는 자유기사라고 불리고 있었다. 자유기사 판이라고... "그러니까 마을에 들렀다 가도 돼." 판은 나란히 걷고 있는 디드릿트에게 말했다. "상관없어요." 앞을 바라본 채로 디드릿트는 답했다. 화난 듯한 목소리는 아니었다.그런 만큼 그녀가 정말로 마을에 들를 생각은 없다는 것 을 알 수 있었다.판은 잠자코 있었지만,그녀가 얼굴을 보여줌으로써 안심할 사람이 있는 것은 틀림없었다.그래서 들렀다가는 것은 어떨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감성(感性)일지도 모른다.그러나 엘프와 인간과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는 않은 듯한 느낌이 든다.그렇지 않으면 지금 이렇게 엘프의 처녀와 함께 숲을 걷고 있 을 리가 없는 것이다.최초에 만났을 때 헤어졌을 것이다. 디드릿트는 아마 사명을 중시하고 있음에 틀림없었다.그 사명이라는 것은 지금 판의 품에 들어 있는 친서(親書)였다.캐논 귀환왕 레오너에게서 플레임 용병왕 카슈에게 보 내는 것이었다.일각이라도 빨리 전달하지 않으면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판도 친서의 중요함은 알고 있었다.그 친서에 쓰여져 있는 내용을 그는 알고 있으니까. 친서는 플레임의 참전을 독촉하고 있는 것이다.요전 날 캐논에 주둔하고 있던 마모 군이 돌연 바리스에 침공을 개시했다.예전에 지배하고 있던 국경의 마을 애던을 다시 점령하 자,그 기세를 늦추지 않고 바리스의 왕도(王都) 로이드를 목표로 해서 진군했다.이전의 영웅전쟁 때 같이. 서전(緖戰)에서는 마모보다 뒤에 처진 바리스였지만,바로 태세를 갖추어 반격을 개 시했다. 바리스의 평원을 무대로 잠시동안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펼쳐졌지만 마모 제국은 바리 스 군의 후방을 교란시키는 전술을 취했다. 신출귀몰한 요마들이 전전의 기사,병사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수송대를 습격하고,후방 의 마을에 불을 질렀다. 지난 영웅전쟁 때에도 행해진 전술이지만,바리스 침공군(侵攻軍)을 지휘하는 흑의(黑 衣)의 장군 아슈람은 그것을 보다 대규모로 실행했다. 이래서는 전선의 바리스 군은 마음대로 싸울 수 없었다.형세는 다시 마모 우세로 전개 돼,바리스 군은 서서히 후퇴하고 있었다. 전국(戰局)은 반(反)마모 연합군에게 불리하게 보이지만,캐논 해방을 목표로 하는 자 유군에게는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캐논에 주둔하던 마모 군 의 주력이 바리스 장정(長征)에 출발했기 때문이었다.남아 있는 마모의 병력은 극히 적 은 수로,커다란 도시의 치안을 유지 하는 것이 겨우 였다. 자유군의 활동을 제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이 기회를 레오너 귀환왕은 놓칠 셈 은 없었다.위험한 도박일지도 몰랐지만 결국 봉기할 것을 결정한 것이었다.마모 섬으로의 현관문에 해당하는 항구 도시 루드를 빼앗아 마모 군의 퇴로를 끊는다.이것이 레오너가 세운 작전이었다. 바리스,플레임의 연합군이 각각의 전투에서 승리하면 마모 군은 두 번 다시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괴멸 될 것이다. 하나라도 잘못되면 괴멸되는 것은 자유군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리스가 패하면 해방을 기대하고 있는 캐논의 민중들은 절망할 것이다.게다 가 마모의 통치가 길어지면,그 만큼 구체제로의 부흥을 바라는 민중의 마음이 엷어진 다.인간은 자기들이 놓여져 있는 경우에 적합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캐논의 통치자가 흑의의 장군 아슈람으로 바뀌고 나서는 엄하고도 공정한 시 정(施政)이 행해져 사람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사그러들고 있었다. 최악의 상태에서 보통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양호한 상태로 계속되는 것보다 민중 의 마음을 안심시키는 것일지도 모른다.최근에는 흑의의 장군의 지도력을 찬양하는 소리 도 여기저기에서 들려올 정도다. 귀환왕 레오너는 자신의 속 마음을 입 밖으로 내는 인물은 아니지만 내심으로는 초조 할 것이다. 판은 그것을 알 수 있었다. 디드릿트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것일 것이다.그러니까 일각이라도 빨리 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그렇다고 해도--- "엘프의 마을에 들렀다 갈 시간 정도는 있어." 라고 판은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디드릿트에게 그렇게 말했다.약간 센 어조로 말했을지도 몰랐다.디드 릿트는 멈춰 서서 판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예요.나는 마을에 들르고 싶지 않아요." 눈 앞에 서서 디드릿트는 화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째 서지.마을로 돌아가면 그렇게 기뻐하는 주제에." "그것은 고향이니까 당연하죠.아버지도,어머니도,에스타스도 있고... 하지만 모두는 당신을 마치 야만이라도 보는 듯한 눈으로 보잖아요.그것을 견딜 수 없는 거예요!" "그런 건가." 판은 무심결에 쓴웃음을 지었다. "뭐가 이상해요." "이상하지 않아.하지만 하이엘프들이 보면 나는 아직 야만인일 테니까." 그래도 하이엘프들은 판의 방약무인(傍若無人)한 행동도 용서하고,그들의 성지인 이 돌아오지 않는 숲을 해방해 주었던 것이다. 몇 백년이나 계속된 안정을 버리고.인간들이라면 그런 결단을 할 수 있을지 어떨지 판 은 의심이 갔다. "당신은 야만인이 아니예요!" 디드릿트는 세차게 몸을 흔들며 말했다. "엘프가 고귀한 생물이라니.도대체 누가 결정한 걸까요.인간의 문화와 예의작법(禮儀 作法) 쪽이 훨씬 세련돼 있고 우아해요.겉모습도 뽐낼 만큼 아름답진 않아요.저는 레이 리아의 흑발을 부러워하고 있어요.시리스의 빨간 머리도 정열적인데다가 멋있고..." 그리고 디드릿트는 판을 바라보았다. "당신의 햇빛에 그을린 피부도 좋아요.나는 아무리 햇빛을 받아도 흰 살갗 그대로." "붉게 그을리지도 않아서 언제나 놀라고 있어." 판은 장갑을 벗고 디드릿트의 양팔에 갖다 대고 잠시 그 감촉을 즐겼다.그녀의 살갗은 사각거리는 게 한번 손을 갖다 대자 손을 떼기가 싫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판..." 디드릿트는 어리광 부릴려는 듯이 판의 품으로 가까이 다가갈려고 했다.그 찰나 판이 긴장된 듯이 디드릿트의 팔에서 손을 떼었다.서둘러서 장갑을 끼고 허리의 검에 손을 갖 다 대었다. "무슨 일이예요?" 디드릿트는 놀라서 판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그리고 그가 긴장된 이유를 알았다.열걸 음정도 떨어진 커다란 나무의 나무 그늘에 안개 같은 것이 표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자연적인 것이 아니었다.왜냐하면 그 안개는 그늘 속에 있는데 스스로 노랗게 빛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람도 없는데 그 기괴한 안개는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며,마치 독립된 생물 같이 꿈틀 거리고 있었다.나뭇잎과 줄기를 떼어 낼려는 듯이 얇고 긴 팔 같은 것이 몇 개나 뻗어 나와 있었다. 판이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 나뭇잎 하나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춤추며 지면으로 떨 어졌다. "저건 도대체 뭐지?" 판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저런 건 본적도 없어요.하지만 기다려요..." 그렇게 말하고 디드릿트는 정신을 집중시켰다. 안개 속에 움직이는 정령력을 감지하기 위해서였다. "설마,그런..." 정령력을 감지한 디드릿트는 놀람과 공포 때문에 보통 때는 얇은 눈을 크게 떴다. "저 안개는 언데드예요." 안개는 불사(不死)의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것은 보통의 동식물에 들어있는 생명력과 대극(對極)에 있는 것이다. 디드릿트의 대답에 판도 눈을 크게 떴다. "언데드따위가 어째서 떠돌아 다니고 있는 거지.도대체 이 숲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거 지?" "그런 거 알고 있을 리가 없잖아요.누군가에게 물어봐서 확인해 보지 않으면..." "어쨌든.너의 마을로 갈 수 밖에 없는 것 같은데." 판은 히쭉 웃고 디드릿트의 등을 가볍게 쿡쿡 찔렀다. "정말 기가 막히는 군요.이런 상황에서..." 디드릿트는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하지만 당신이 말하는 대로예요.서두르죠 나의 마을로." 판은 끄덕이고 나서 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물론 디드릿트도 뒤를 따랐다.달리면서 그녀는 마음을 죄어오는 듯한 불안감을 품기 시 작하고 있었다. 이런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이상,마을의 동료들이 판을 보는 눈은 더욱 엄하게 되어 있 을 것임에 틀림 없었다. 2 판들은 뛰어 들 듯이 하이엘프의 마을에 도착했다.보통 때에는 조용한 숲의 요정들의 집락은 상당히 어수선했다.우선 눈에 들어온 것은 무기를 들고 뛰어오는 5,6명의 일행이 었다.디드릿트는 긴장 된 얼굴로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예요? 누구와 싸울려고 하는 거예요?" 디드릿트는 그들 중에 장궁(長弓)을 가진 남자를 잡고 질문을 퍼부었다.갑자기 돌아온 디드릿트를 보고 엘프들은 놀라워했다. "침입자야.이 숲을 없애려고 침입자가 온 거야." "칩입자라니? 도대체 누가..." "인간이다.인간으로 결정 돼 있잖아." 그렇게 말하고,장궁을 가진 엘프는 디드릿트의 머리 너머로 증오로 가득 찬 시선을 보냈다. 그 시선이 닿는 곳에 판이 있는 것은 확인해 볼 필요도 없이 알 수 있었다. "상대는 사령(死靈)들을 이끌고 있는 마술사다.이미 에스타스들이 싸우고 있어." 디드릿트는 당황해서 판을 돌아보았다.그녀의 머리칼이 원을 그리는 듯이 춤추었다.시 선이 마주치자 판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보자." 그들의 회화는 엘프어였었으므로 판은 거의 의미는 이해할 수 없었다.단지 에스타스라 는 이름이 들렸으니까 그가 누군가와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대강 짐작한 것이었다. "인간의 힘따위 빌리지 않아!" 창을 가진 엘프가 일부러 인간의 말을 써서 말했다. "그런 것을 말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요!" 디드릿트는 화를 내며 그 엘프를 노려보았다.판은 뒤에서 디드릿트의 어깨에 손을 얹어 그녀를 진정시켰다.그리고 사정 설명을 구했다.디드릿트는 지금 들은 이야기를 간단히 설 명했다.그 사이에 엘프의 전사들은 마을 밖으로 달려나갔다. "...사령(死靈)을 취급하는 마술산가.좀 전의 안개와도 관계가 없진 않겠군." 디드릿트는 불길한 듯이 끄덕였다. 고대어 마법에는 언데드를 조종하는 마술 계통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그 안개가 언 데드이고 그 마술사가 사령병(死靈兵)을 이끌고 있다면,양자가 관계 돼 있을 것임에 틀 림없었다. 판은 방패의 벨트사이로 팔을 집어넣어 방패의 안 측에 매달려있는 손잡이를 강하게 쥐었다. 상대는 사령을 조종하는 마술사인 것이다.어디의 누구인지도,그 목적도 알 수 없었지 만 강적인 것은 틀림없었다. 판과 디드릿트는 엘프의 전사들을 뒤쫓아서 달리기 시작했다.그들은 마을 바로 근처에 열려져 있던 문으로 뛰어들었다.그곳에는 침엽수가 두 그루 나란히 자라나 있었다.두 그 루의 나무는 마치 쌍둥이 같이 두께와 나뭇가지의 모양마저 같았다.그런 두 그루의 나무 사이의 좁은 공간은 판의 눈으로 보아도 무언가의 입구 같이 보였다. 디드릿트가 그 공간을 향해서 주문인 듯한 말을 외쳤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었던 공간에 황금색의 빛이 조금씩 흘러나오더니 나무의 빈 구멍과 닮은 빛의 문이 모습을 나타냈다.이 돌아오지 않는 숲에는 여기저기에 숲의 요정계로 통 하는 문이 있어서 이 이세계(異世界)를 통해서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판 자신도 몇 번인가 지나간 적이 있었다. "나에게서 떨어지지 말아요." 문으로 들어갈 때,디드릿트가 그렇게 속삭이며 판의 손을 쥐었다. "알고 있어." 둘은 손을 맞잡은 채로 문으로 뛰어 들었다.순간 황금색의 빛이 폭발해 판은 눈을 찌푸 렸다.그 빛에 눈이 익숙해지자 금색의 잎을 무성하게 매달고 있는 수목이 가지런히 늘어 서 있는 숲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숲 전체에서 빛이 흘러나오고 있는 듯이 그늘은 아 무 곳에도 없었다.부드러운 바람이 온몸을 쓰다듬 듯이 스쳐지나 갔다.어디서인가 시냇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이라도 정신을 흐트러뜨리면 의식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이 세계에서 황금수의 한 그루로서 영원히 머물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없는 행복일 것이다. "드라이아드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면 안돼요." 디드릿트는 질타하는 듯이 말했다. "괜찮아." 판은 디드릿트의 손을 강하게 다시 쥐었다.멀리 전방에 선행하는 엘프의 전사들의 모습 이 보였다.그들은 전력으로 달 리고 있는 것이지만 마치 꿈 속에 있는 듯이 느긋하게 움직이는 듯이 보였다.바로 그때 그들은 다른 문으로 뛰어들어가 시계에서 사라졌다. "상당히 가까운 곳이잖아." 판은 놀라서 말했다. "하지만 걸어서 가면 반나절은 걸리는 곳이예요." "그래서 지름길인가.반나절이나 걸리면 전투는 끝났을 테니까." "그래요." 판과 디드릿트도 엘프들이 빠져나간 것과 같은 문으로 뛰어들었다.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던 세계가 한순간에 원래의 숲의 풍경으로 바뀌었다.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왔으므 로 물질계는 벌써 밤인가하고 착각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머리 위를 올려다보니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쳤다.해는 꽤 기울어져 있었지 만 날이 저물려면 아직 시간이 걸릴 것이다. 놀랍게도 엘프들은 판들이 나오는 것을 기다려 주고 있었다.그리고 둘의 모습을 확인 하자,바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판과 디드릿트는 엘프들을 뒤따라 달렸다.그러자 이윽고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긴박감으로 가득 찬 엘프어의 고함과 무기가 서로 맞부딪치는 날카로운 소리. 판은 한순간 멈춰 서서 허리의 검을 뽑고 난 다음,이번엔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잠시 달리자 전장에 도착했다.판은 휙 상황을 둘러보고 엘프들이 불리한 것을 알았다.몇 명인가가 상처를 입고 쓰러져 괴로운 듯이 신음하고 있었다. 좀비와 스켈톤들이 한 명의 마술사의 명령아래 조직적인 공격으로 엘프들을 몰아붙이 고 있었다.마술사는 엷은 청색의 로브로 몸을 감싸고 진홍의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오른 손에는 마술사의 증거인 지팡이를 들고,허리에는 검을 차고 있었다.호신용으로 보기에는 좀 큰 브로드 소드였다. 놀랍게도 마술사는 꽤 젊은 얼굴이었다.엘프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살갗이 흰 것과 검은 빛을 내는 수정이 이마에 박혀있는 것이 특징이었다.목에는 투명한 수정구의 장식품 을 걸고 있었다. 젊은 마술사는 마치 싸움 그 자체를 즐기고 있는 듯이 지팡이를 치켜들어,사령병사(死 靈兵士)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엘프들은 정령사로서는 일류지만,전사로서는 체력이 떨어진다.민첩함으로 겨우 버티 고 있었지만,이대로 라면 곧 지쳐버려 언데드들의 먹이가 되어 버릴 것이다. "에스타스!" 갑자기 디드릿트가 외쳤다.그 말을 듣고 엘프들의 선두에서 싸우고 있는 것이 에스타 스인 것을 판은 알아차렸다. 에스타스는 머리칼을 휘날리면서 세 마리의 스켈톤과 싸우고 있었다.표정으로는 나오지 않았지만 상당히 힘든 것 같았다. "왜 마법을 쓰지 않는 거지.이런 녀석들 따위 바람의 왕을 소환하면..." 판은 그렇게 외치면서 사령들을 향해 달려갔다. "이런 곳에서 바람의 왕을 소환하면 수목이 상처 입잖아요." 디드릿트는 판의 외침에 답하면서,무엇을 생각했는지 짊어지고 있던 자루를 풀러 그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생명과는 바꿀 수 없는 것일텐데!" 판은 그렇게 말을 뱉어내고 에스타스가 상대를 하고 있던 스켈톤 중의 한 마리에게 달 려들었다.허를 찔린 스켈톤은 판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뼈가 부서지는 마른 소리가 나 며 그 스켈톤은 간단히 허물어졌다. "스켈톤 상대로 레이피아는 무리야." 또 한 마리의 스켈톤을 공격하며,분전하는 에스타스에게 판이 말했다. "누군가라고 생각했더니 너였었나.변함없이 야만적인 전투법이군." 에스타스는 일단 호흡을 고르고나서 마지막 스켈톤에게 혼신의 힘을 담아 레이피아를 휘둘렀다. 목표에 어긋나지 않고,스켈톤의 목뼈가 부러져 해골이 구슬같이 지면을 굴렀다. "하등 마물 상대로는 효과적이라고 인정하긴 하지만 말야." "그렇다." 판은 답하면서 두 마리 째에게 검을 세차게 내리쳐 이것도 장사지냈다.그대로 마술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려고 했지만 이미 새로운 상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좀비가 다섯 마리. "이 녀석은 시간 좀 걸리겠군." 판은 혀를 찼다. 움직임이 둔하므로 스켈톤보다 상대하기는 쉽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마물은 강인하다. 온몸을 완전히 분해해놓지 않으면 움직임을 멈추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문득 마술사 쪽을 바라보니,아직 열 몇 마리의 언데드가 마술사를 둘러싸는 듯이 대기 해 있었다.일제히 공격을 해오면 엘프들은 더 고전할 것이다.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자 신의 몸을 생각해서인지,그렇지 않으면 엘프들을 조금씩조금씩 괴롭힐려고 하는 것인지. "졸개들을 상대로 해서는 결말이 안 나겠군." 좀비에게 검을 휘두르면서 판은 에스타스에게 말했다. "그 정도는 알고 있다.그러나 포위망이 너무 두터워." 에스타스는 초조한 듯이 말했다.보통 때의 냉정함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여유가 없는 만큼,지쳐 있는 것 같았다. "일단 물러서서 쉬고 있어.잠시동안이라면 혼자서 막을 수 있으니까." "바보 같은 소릴.이것은 우리들의 싸움인 것이다.이 돌아오지 않는 숲을 침입자에게 서 지키기 위한." "....그래.하지만 무리는 하지마." 판은 가능한 한 많은 좀비를 떠맡으려고 우렁차게 외치면서 돌격을 시도했다. 그 때였다.판의 왼쪽 겨드랑이를 뜨거운 물체가 지나갔다.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디드릿 트가 횃불을 한쪽 손에 들고 서 있었다.그리고 그녀 근처에는 불꽃으로 둘러 쌓인 짐승 이 대기하고 있었다.아니 불꽃이야말로 그 짐승의 육체였다. "사라만다!" 판은 놀라서 외쳤다. 그녀가 불꽃의 정령을 조종하는 것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엘프들에게 불은 꺼림 칙한 정령력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지만. 사라만다는 천천히 전진하면서 사령들을 목표 로 불꽃으로 둘러 쌓인 혀를 뻗쳤다.썩은 고기가 타는 불쾌한 냄새가 났다. 사령들은 불에 약하다.홀연 몇 마리의 좀비가 쓰러져 적의 포위망이 무너졌다. "지금이다!" 판은 달려드는 좀비를 방패로 쳐내면서 마술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마법에 대비해 정신을 집중시켰지만,마술사는 마법을 쓰려는 몸짓조차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지팡이를 내던지고 허리에서 검을 뽑은 다음 정면에서 싸움에 응했다. 칼날이 번득이는 것을 보니 판의 검과 같은 마법의 검인 것 같았다.검술의 소양도 있는 듯이 자세도 꽤 잡혀 있었다. "죽이진 말아!" 다시 에스타스가 말했다. "알았어!" 판은 답하고,상대에게서 무기를 뺏으려고 자신의 검을 감듯이 휘둘렀다.마법의 검들이 서로 부딪혀 불꽃이,아니 청백색의 마법의 빛이 튀겼다.마술사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 교묘한 검술로 상대는 판의 검을 받아넘겼다. 기세가 지나쳤는지 판의 자세가 크게 흐트러졌다.즉각 반격이 왔지만 간신히 방패로 막 았다.다시 마법의 불꽃이 튀겼다.판의 방패도 강력한 마력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덧붙이자면 몸에 걸치고 있는 갑옷에도 마력이 부여돼 있었다.이전에 마법의 탑의 보물 고에서 손에 넣은 한 세트의 무기인 것이다.슬레인의 설명에 의하면 고대왕국에서도 저명 한 부여마술사(付與魔術師)의 손에 의한 물건인 듯이 강한 마력을 품고 있었다.숨겨진 힘 이 있을지도 몰랐지만 판은 그것을 시험해 보려고 한 적도 없었다.거대한 마력을 가지고 있으면 그 마력에 기대게 되어 수련을 소홀히 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강한 마력이 서로 부딪히는 충격에 서로 튕겨져 둘 사이에 간격이 생겼다. 판은 마음을 가다듬고 상대의 움직임에 주의하면서 다시 공세로 나갔다.카슈에게서 배운 연속기로 밀 고 들어가 레오너가 물려준 페인트를 걸었다. 견디지 못한 마술사는 조금씩 후퇴하기 시작했다.판은 더욱더 상대를 밀고 들어갔다. 뒤로 후퇴하던 마술사는 지면에 노출 돼 있던 나무뿌리에 걸려 자세가 크게 무너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판은 오른쪽 어깨로 상대에게 부딪혔다.어깨를 감싸고 있던 금속제 의 갑옷이 상대의 가슴을 정확히 포착했다.마술사의 몸은 말 그대로 날아가,뒤에 있던 큰 나무에 심하게 등을 부딪혔다.마술사는 그 나무에 기대면서 주르륵 무너져 내렸다. 판은 기척을 살피면서 마술사가 있는 곳으로 신중하게 나아갔다.그리고 마술사의 손에 쥐어져 있던 마법의 검을 빼앗았다.남자는 의식을 잃은 듯이 푹 쳐져 있었다. 그러나 죽지는 않았고 입에서 피를 토해 내거나 하지도 않았다.늑골 정도는 몇 개 부 러져 있을지도 모르지만 폐와 심장을 찌른 것 같지는 않았다. 판은 후유하고 한숨을 쉰 뒤,뒤를 돌아보았다. 사령병사(死靈兵士)들은 아직 엘프들과 싸우고 있었지만,그 통제를 잃어 이제 엘프 들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다이제 도와줄 필요조차 없는 것 같았다. 판은 정신을 잃은 마술사에게 검을 들이대면서 엘프들의 전투가 끝나는 것을 기다렸 다.그리고 그것에는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답례는 하지 않겠어." 마지막으로 남은 좀비를 쓰러트리고 에스타스가 다가왔다.디드릿트도 함께였다.그녀는 마지막가지 싸웠던 것이다.그녀가 조종한 사라만다는 아마 언데드들을 가장 많이 장사지 냈을 것이다. 남은 엘프들은 지면에 구덩이를 파고 언데들의 잔해를 묻기 시작했다.부정한 것은 모두 대지(大地)가 정화한다라고 그들은 믿고 있는 것이다. "답례 따윈 필요치 않아." 판은 그렇게 답하고 정신을 잃고 있는 마술사를 내려다 보았다. "그것보다도 사정을 설명해 주었으면 하는데.이 남자는 도대체 누구지.이 숲에서 무 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그것은 이쪽에서 묻고 싶을 정도야." 에스타스는 분연(憤然)히 말했다. "우리들은 아까 안개 같은 마물을 봤어요.불사(不死)의 정령력으로 가득 찬 안개.도 대체 그건 뭐죠?" 디드릿트도 에스타스에게 물었다. "너도 본 거야? 그 안개의 마물을." 판과 디드릿트는 동시에 끄덕였다. "그 마물에 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지는 못해.진상은 이 남자가 알고 있을 것이다.이 인간의 마술사가..." 에스타스의 말투는 보통 때의 그로 돌아와 있었다.이 마술사를 마을로 데려가서 질문할 셈인 것 같았다. "마법을 쓰면 성가시니까 밧줄로 묶고 재갈도 물려두지.마을로 데려가는 것은 내가 맡을게.너희들보다는 힘이 셀 테니까. " "그것은 부탁하기로 하지." 에스타스는 의외로 솔직하게 말했다.그리고 전원이 마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경상자 에게는 어깨를 빌려주고 중상자는 나뭇가지와 옷으로 즉석에서 들것을 만들어 2인1조로 운반했다. 싸움에는 이겼는데 엘프들의 표정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아까 그 안개 때문이다라 고 판은 생각했다.그 안개가 떠돌아다니고 있는 동안은 그들의 마음이 풀릴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3 마을에 도착하자 엘프들은 바로 집회 준비를 시작했다.그들은 장로들을 지도자로 인정 하고 있지만,대부분의 일은 모두가 참가하는 집회에서 결정된다.평화로웠던 때의 잭슨 마을도 이와 같은 합의제(合議制)였다. 이미 날은 저물어 돌아오지 않는 숲은 칠흑의 어둠으로 덮혀 있었다.하이엘프들은 모 두 정령사이므로 보통사람은 느낄 수 없는 빛을 포착할 수 있기때문에 어둠도 꿰뚫어 볼 수 있었다.그러나 드워프들이 가지고 있는 암시 능력에는 훨씬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빛을 좋아하는 요정들인 것이다. 은색의 달빛으로 윌 오 윕스를 여러개 소환시켜 공중에 난무(亂舞)시켰다.숲의 광장은 어른거리는 흰 빛으로 비쳐져 환상적인 분위기에 둘러 쌓여 있었다.광장의 가장 안 쪽 에는 돌아오지 않는 숲의 주인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고대수(古代樹)가 황금색의 잎을 매달고,윌 오 윕스의 빛을 금색으로 물들여다시 반사해내고 있었다. 숲의 요정계에 있는 것과 같은 나무였다. 장로를 시작으로 수천년을 살아오고 있는 엘프족의 원로들이 고대수(古代樹) 바로 옆 에 앉고,그 밖의 비교적 젊은 엘프들은 광장의 주위에 둥그렇게모이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디드릿트의 양친도 있었다.디드릿트는 역시 기쁜 듯이 양친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판도 미안함을느끼면서 사랑하는 엘프를 낳아주신 부모에게 인사를 했다. 두 명은 예의바르게 인사를 건내 주었지만,그다지 환영받고 있지 못하다는것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디드릿트는 뺨을 부풀려서 불만의 뜻을 나타냈지만 판은 눈짓으로 그것을말렸다.그녀 는 마지못해 따랐지만,양친이 아닌 판 옆에 다가붙는 걸로 반항을 해보였다. 모든 엘프들이 모인 시점에서 에스타스가 마술사를 끌고 왔다.그것이 신호였던 듯이 집 회는 시작 선언도 없이 시작됐다. 장로는 마술사에게 간단한 질문을 시작했다.마술사의 신변에 관한 것과 안개의 마물에 관해서 였다. 그러나 장로의 질문에 마술사는 전혀 답하려고 하지 않았다. "여태까지의 경위를 가르쳐 주지 않겠어." 역할을 끝내고 돌아온 에스타스에게 판이 작은 소리로 질문했다. "그 안개가 최초로 등장했던 것은 보름 정도 전의 일이었다..." 잠시 주저한 뒤,에스타스는 마음을 굳힌 듯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언데드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우리들의 몸에 닿아도 거의 해가 되지 않는다.그 러나 계속 닿은 채로 시간이 지나면 잡초와 작은 곤충정도라면죽을 것이다.그리고 그 생명력을 흡수해서 성장해 간다.아마 끝없이 커나갈것이다." "무한으로 성장?" "그렇다.무한히 성장해 가는 것이다.성장하면 작은 동물과 어린 나무마저도 죽일 수 있게 될 것이다.역시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리고 또 성장해 간다는 건가..." 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없앨 수는 없어요?" 일의 중대함에 잠자코 있을 수 없었는지 디드릿트가 대화에 가담했다. "여러 가지 수단을 실험해 봤어.그러나 아무것도 효과가 없었다.고대어마법을 쓰면 조금씩이라도 소멸시킬 수 있다.그러나 전부를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몇백 명이나 되는 마 술사를 모으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우리들의 동료 중에 고대어마법을 사용하는 자는 극소 수 밖에 없어." "정령마법으로는 안되는 거예요." "물론 시험해 봤어.강풍을 써서 안개를 뿔뿔이 흩어 놓으려고 했다.안개는확실히 사방 으로 흩어졌어.그러나 며칠 후,숲의 여기저기에서 조그만 안개들이 발견됐다.그리고 작 은 안개 덩어리는 풀을 말라 비틀어지게 만들고 곤충을 죽이며 췽천히 성장을 계속해 나가면서 원래의 덩어리로 돌아갈렝고 계속 모이고 있다." "우리들이 본 것은 그 중의 하나였다는 거군요." 애스타스는 묵묵히 끄덕였다. "불을 써 봤어요? 그 안개는 언데드의니까 불에는 약할 거예요." "디드릿트..." 에스타스는 찌를 듯한 시선으로 디드릿트를 노려보았다. "왜,왜그래요." 디드릿트는 쩔쩔매며 무의식 중에 판 뒤에 숨으려고 했다. "낮의 싸움에서 너는 사라만다를 썼었지." "예,썼어요.하지만 모두가 고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꽃의 정령은 파괴를 관장하는 꺼림칙한 존재이다.언데드와 전혀 차이가엉어.사라만 다를 썼을 때,작은 곤충들이 타 죽었고 잡초들이 불에 타고 있었다.나에게는 그들의 비 명이 들리는 것 같았어." 에스타스의 목소리는 만족(蠻族)에게 향해지고 있는 것 같이 동정과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그대로라면 누군가가 죽었을지도 몰라요.곤충들과 풀이 불쌍하기는 하지만." "그런 사고는 인간의 것이다.우리들 엘프는 숲의 수호자야.설령 동료를 지키기 위해서 라고 해도 약한 생물을 죽여도 된다는 권리는 없어." 국왕이 재정(裁定)을 내렸을 때 같이 에스타스의 말은 반론을 용서하지 않는 것이었다. 디드릿트는 할말을 잃고 판의 팔에 팔짱을 꼈다. "디드는 틀리지 않았어." 판은 디드릿트의 어깨를 끌어안으면서 살짝 속삭였다. "우리들은 알고 있잖아.불이 관장하는 것이 파멸만은 아니라는 것을." 디드릿트는 끄덕이면서 팔짱을 끼고 있는 손에 힘을 담아 그녀의 괴로움을 판에게 전 했다. "인간과 살고 있으니까 자연히 일그러진 사고방식이 몸에 익는 거야." 에스타스는 그런 말을 내던지고 광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광장에서는 장로의 질문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 구름의 정체는 도대체 뭐냐?" "어떻게 하면 그 구름을 없앨 수 있지?" 장로는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하고 있었지만 마술사는 침묵을 지키며 전혀대답하려고 하 지 않았다. "너는 누구냐?" "어떤 목적으로 마물을 풀어 놓았지?" 마술사는 오로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지켜보고 있는 엘프들의 분위기가 험악하게 변했다. 그때, "이 남자를 본 적이 있습니다." 라며 한 명의 엘프 여성이 쫬으로 나왔다.그 여성은 마술사 옆에까지 와서 잠시동안 남 자의 얼굴을 관찰했다.그리고틀림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마술사는 숲에 잡혀있던 자입니다.분명 5백년전 마술사들의 왕국이 번영했을 때앳 인간입니다." 그녀의 말에 판과 디드릿트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고대왕국의 마술사..." "그러고 보니 들은 적이 있어.고대왕국의 마술사들은 이마에 수정을 박아넣고 있었다 고.무한한 마력을 가지고 있는 탑에서 힘을 얻기 위해..." 두 사람의 목소리에는 놀라움과 흥분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 말대로인가?" 장로가 마술사에게 다시 질문을 했다.그러나 고대왕국의 마술사는 대담하게 웃을 뿐으 로,역시 대답하려고 하지않았다. "대답할 마음이 없는 것 같군." 하이엘프의 장로는 양측의 원로들과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천천히 끄덕였다. "바람직한 수단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마법을 쓰기로 하지." 장로가 조용히 일어서서 마술사가 있는 곳까지 걸어갔을 때,돌연, "나의 이름은 스토랄.소환마술사 일족에 속하는 자이다." 라며 마술사가 입을 열었다. 엘프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강제적으로 이야기할 마음은 없다는 건가." 판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대단한 자부심이군요.역시 고대왕국의 귀족..." "어리석은 자부심이야.결국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다면 처음에 이야기하면될 것을." 디드릿트의 말을 반박하는 듯이 에스타스가 말했다. '어리석은 자부심이 아니야.' 판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그것보다도 마술사의 얼굴 을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스토랄이라고 이름을 댄 마술사는 의연한 태도를 무너트 리지도 않고,더구나 자신을 둘러싼 하이엘프들을 내려다보는 듯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질문에 대답할 마음이 된 것 같군." 장로는 걸음을 멈추고 마술사에게 물었다. "카스툴 왕국에는 열 개의 마술계통이 있고,각각 위대한 마술사들이 있었다." 스토랄이라고 이름을 댄 마술사는 마치 시라는 읊는 듯이 낭랑히 이야기하기 시작했 다.그러나 그것은 질문에 대텝서 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사로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로도스 땅을 지배하고 있던 것은 사령마술사(네크로맨서) 일족의 귀족,그 이름은 살반이라고 했다.태수는 사령마술을 깊이 연구해 여러 가지 언데드들을 창조했다.그 구 름도 그 중의 하나.태수의 말에 의하면 가장 하등한존재.그렇지만 그 생물을 없애기 위 해서는 시원(始原)의 거인의 분노의 마음에 의하지 않으면 안된다.없애기 위해서는 다른 수단은 없다." "시원의 거인의 분노의 마음?" 무슨 소린지 이해하지 못한 판은 디드릿트를 돌아보았다. "불을 말하는 거예요.역시 불에 약했어요." 디드릿트가 기쁜 듯이 얼굴을 빛냈다. "자신 있는 것 같군." 에스타스가 차갑게 말을 내던졌다. "분명히 다른 수단은 없는 거겠지?" 다짐하는 듯이 장로는 말했지만,마술사는 다시 입을 닫고 몇 번이나 물어보아도 답하려 고 하지 않았다. "역시 마법을 써야합니다.." 누군가가 실망하는 듯이 말했다. "아니,그럴 필요는 없어." 장로는 그렇게 답하고 그가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갔다. "아직 대답하지 않은 질문이 있다.그 안개를 이 숲에 풀어놓은 목적은? 숲윽 왕의 결계 에 잡혀있었던 것에 대한 복수인가?" 마술사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표정도 변하지 않았다.질문에 답하려는 기색은 티끌만 치도 없는 것 같았다. "복수로 결정돼 있잖아.바보 같은 인간들이나 할만한 짓이지." 에스타스는 불쾌감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고 분노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판을 향해서, "역시 이 숲은 열어서는 안되었던 것 같군." 라며 선언하는 듯이 말했다.판의 눈썹을 꿈틀거렸을 뿐으로 에스타스를 돌아보려고도 하지 않고 고대왕국의 마술사와 같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디드릿트는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에스타스와 판을 번갈아 바라보았다.견딜 수 없는 침묵이 계속되는 동안 비교적 젊은 엘프들이 횃불을 들고광장에서 떠나갔다. 마술사의 말을 확인해 보기 위해서임에 틀림없었다. "나도 가 보겠어." 판과 에스타스의 침묵을 견딜 수 없었던 듯이 디드릿트는 그렇게 말하고횃불을 든 엘 프들을 쫓아가려고 했다. "나도 가지.저 마술사의 눈이 아무래도 신경 쓰여." 4 판의 나쁜 예감은 적중했다. 엘프들은 마을 근처를 떠돌아 다니고 있던 작은 안개덩어리를 발견해,불을붙였다.확실 히 안개는 없어졌다.그러나 안개는 너무나도 격심하게 불타올랐다.주위의 나무들을 불 태우고,안개에 불을 붙인 엘프의 젊은이에게 큰 화상을 입혔다. 부상자를 데리고 판들이 마을로 돌아오자 냉정한 엘프들도 안색이 변했다.대담하게 웃 는 마술사에게 분노하는 소리가 쏟아졌다.죽여야한다는 소리도들렸다. "불로 불태우지 않는 한,저 안개는 없어지지 않는다.불로 불태우던지 그렇지 않으면 숲이 말라 죽던가다." 마술사는 엘프들의 분노 따위는 걱정되지는 않는 듯이,여유 있게 그것만말하고 다시 침묵을 지켰다. "불로 없애든지 숲이 말라 죽던지..." 디드릿트가 창백한 얼굴로 마술사의 말을 되풀이했다. "어느 것을 선택하든지 숲은 무사하지 못하다는 건가." 에스타스의 목소리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로 가득차 있었다. "비겁한 복수군." 판은 에스타스의 말에 동의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달리 없앨 수단은 없는 거냐?" 한 명의 마술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세찬 어조로 질문했다.그러나 마술사는 대답하지 않았다.모른다는 얼굴로 서있을 뿐이었다.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다.그렇지 않으면 그 방법을 모르는 것일 것이다." 장로는 격앙 돼 있는 엘프를 달래서 원래 있던 곳으로 내려 보냈다. "신성마법을 쓰면 없앨 수 있을지도." 라고 판은 생각했다.신성마법에는 언데드를 정화시키는 마법이 있다.판은 홉 사제를 동행시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출발할 때,사제는 동행을원했었다.그러나 자유군 동료 중 에 부상자가 나올 것을 고려해 캐논에 남게한 것이다.그 선택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판은 생각했다.설마 돌아오지 않는숲에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었기 때문이다. "우리들 엘프는 신을 신앙하고 있지 않아요.창조주라는 것은 인정하고 있지만..." 디드릿트가 미안한 듯이 말했지만,판은 물론 그 것을 알고 있었다.엘프들은 자신들이 신의 자식이 아니라 시원(始原)의 수목인 세계수에게서태어난 어린 나무라고 생각하고 있 기 때문이다. 세계수는 모든 생명의 아버지이고,어머니라고 일컬어지고 있었다.세계수가맺은 생명의 열매에 의해 만물이 생겨났다고 되어 있다..그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이다.그 중에서도 엘프족은 숲의 요정인 까닭에,숲의 정령계에 봉인 돼.숲의 정령력의 근원이 된 세계수와 의 연결은 신들보다도 강한 것이다. "역시,불로 없앨 수 밖에 없는 것 같군." 원로 중의 한 명이 괴로운 듯이 말했다. "그런 짓은 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가 비통한 목소리로 외쳤다.그것에 동조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들렸다. "부정(否定)하는 것만으로 아무것도 안된다.불 대신이 되는 의견을 말해." 장로가 부드럽게 주의를 주었다. "바람의 왕(진)을 소환하면 없앨 수 있지 않을까요." 한 명의 엘프 여성의 의견을 계기로 다양한 발언이 쏟아졌다. "바람의 왕의 힘을 빌려도 숲의 나무들이 상처 입는 것은 변함없다.게다가바람을 써서 뿔뿔이 흩어 놓았을 때와 같은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시험해 보면 알 것이다." "실패했을 때에는 헛되이 숲을 상처 입히게 된다.그렇다면 확실한 방법인불을 써야한 다." "불은 파괴를 관장하는 꺼림칙한 존재이다.불을 쓰면 많은 나무들이 불타버릴 것이 다..." 하나의 의견이 나오면,그것을 부정하는 의견이 이어졌다.또 다른 의견이나오지만 역 시 반론이 나오는 것이었다. "이미 답은 나와 있잖아.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판이 초조한 듯이 중얼거렸다. "네 말대로야.인간이여." 에스타스는 여태까지 눈을 감은 채로 계속 동료들의 의견을 듣고 있었다.그러나 판의 말을 듣자마자 천천히 눈을 뜨고,맞장구를 쳤다. "아마,모두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방법이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저 안개는불태워 버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그러나 그것은 우리들에게 가장 괴로운 결론인 것이다.친한 친구를 자기 손으로 죽이는 것과 같은 것이니까.너는 그런짓을 할 수 있는가 인간이여.가장 친 한 친구의 목을 찌를 수 있다는 건가." 이 정도로 감정을 드러내며 말하는 에스타스를 판은 처음 본 듯한 느낌이들었다.동시 에 저 고대왕국의 마술사의 복수는 훌륭하게 성공하고 있군이라고 생각했다. 이 냉정한 엘프가 이렇게 고뇌하고,감정적이 돼 있으니까. "...그래서 저런 의론(議論)을 펼치는 거군." 판은 그렇게 중얼거리고 살짝 한숨을 쉬었다. "그 말을 듣고 안심했어.너희들은 우리들 인간과는 동떨어진 종족이 아닌가하는 불안 을 품고 있었으니까." 판의 말에 에스타스는 험악한 표정이 되었다. "너희들이 우리들과 같다고?" "지금 당신이 말한 대로야.친한 친구의 목을 찌르다니,나는 할 수 없어.친한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 생명을 거는 일이라면 할 수 있지만." "...잠시 못 만난 사이에 상당한 달변가가 되었군." 에스타스는 불쾌한 듯이 그렇게 말하고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판도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고 엘프들의 회화의 진척을 지켜보았다.에스타스가 지적한대로 의견은 차츰 구체 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우선,불을 써서 없애는 일이 승인되었다.그리고 어떻게 하면 숲의 피해를챨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지 의논하기 시작했다.작은 안개는 서로 모여,커다란 덩어리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었다.아마 그안개 모두가 한 마리의 마물일 것이다. 안개를 샘 위에까지 유도해서 그곳에서 불을 붙이면 어떨까라는 의견이나왔다.그곳 이라면 불이 나무로 옮겨 붙어도 물의 정령을 불러내어서 소화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의론은 거기서 멈춰버렸다.도대체 누가 안개에 불을 붙일 것인가.작은 안개조 차 부상자가 나올 정도로 격심하게 불타올랐던 것이다.커다란 안개에 횃불을 써서 불을 붙이면 부상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안개에서 떨어져서 불을 붙이기 위해서는 불화살 을 쏘던가 불의 정령의 힘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그 불을 붙일 자는 자신의 손으로 숲의 나무들의 생명을 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누가 불을 붙일 텐가?" 장로의 물음에 답하는 자는 없었다.모두 고개를 숙이고,침묵하고 있었다.누군가가 이 사형집행인의 임무를 맡아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참기 힘든 침묵이 광장에 퍼져나갔 다.단 한 명,광장 중앙에서 기분 좋은돝이 미소 짓고 있는 고대왕국의 마술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판은 무의식 중에 팔짱을 끼고 엘프들의 침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 임무는 그가 적임 이었다.나무들을 친한 친구라고 까지는 생각하고 있지않으니까.하지만 자기가 맡겠다고 말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친한 친구이기 때문에,엘프들은 스스로의 손 으로 해결하지 않으면것이다. 판은 에스타스를 곁눈질 해 보았다.그는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고뇌하고 있었다.자 기가 맡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음에 틀림 없었다.이 젊은 엘프는 지금까지 도대체 몇 번 이나 하기싫은 임무를 임무를 맡아 온 것일까. 판은 에스타스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하지만 누군가 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문득 주위를 돌아보니 많은 엘프들의 시선이 에스타스에게 쏠려 있었다.결국 뜻을 정한 에스타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을 때였다. "제가 하겠어요." 늠름한 목소리가 들렸다.판의 바로 옆에서. "디드릿트..." 판은 놀라서 잠시 말을 잃었다.그러나 굳어졌던 표정은 금세 풀렸다.술렁이는 엘프들에 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디드릿트는 장로가 있는 곳까지 걸어나갔다. 그 도중에 고대왕국의 마술사를 스쳐지나갈 때,여러 가지 생각이 교착된시선을 보냈 다. "디드릿트 네가 불을 붙이겠다고?" 다짐하는 장로에게 디드릿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하겠습니다.저는 낮의 전투에서 불의 정령을 썼습니다.여러분들 중에는 제가 인간에게 오염돼서 엘프의 마음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시는 분도계실겁니다.하지만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외치는 듯이 그렇게 말하고 디드릿트는 주위의 엘프들을 휙 둘러보았다. "저는 인간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하지만 엘프의 긍지는 잃어버리지 않았습니다.나 무의 생명을 끊는 것은 괴롭습니다.불이 관장하는 파괴의 힘도꺼림칙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디드릿트는 다시 장로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그리운 것이 생각난 듯이 미소지었다. "불이 관장하는 것은 파괴만이 아니라는 것을 저는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불을 붙입니다.파괴가 아니라 재생을 맡고 있는 성스러운 불로.디드릿트 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고 나서 과거에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잘 기억하고 있었군.불에 대해서는 단 한번밖에 이야기 하지 않은 것을." 장로의 말이 귀를 통해서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아니요.그렇지 않습니다." 디드릿트는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장로님의 가르침은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그것을 깨닫게 해 준 것은 한명의 여성의 덕입니다.부족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친 용감한 여성의..." 판도 물론 그 여성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나르디아-긍지 높은 불꽃의 부족의 족장.일생동안 잊어버리지 못할 것이다.어떠한 이 유든지 모든 전쟁이 무익하다는 것을 그녀는 자신의 생명을 바쳐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인간이여,디드릿트의 저런 변화는 너와 함께 있기 때문인가?" 정면을 바라본 채로 에스타스가 물어왔다. "나는 언제나 디드릿트와 함께 있으니까.변했는지 어떤지 모르겠어." "언제나 함께라..." 에스타스는 쓰게 웃으며 판을 곁눈질 해 보았다. "부러운데." 복수의 안개 5 집회가 끝나자,바로 하이엘프들은 행동을 시작했다.어두워야지 노랗게 발광하는 안개를 발견하기 쉽기 때문이다.바람을 일으켜서 안개를 샘이 있는 곳까지 유도했다.그 작업을 끝내자 벌써 동이 트고 있었다. 모든 안개를 모았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었지만,남아있다고 해도 많은 수는 아니고 대 단한 크기도 아닐 것이다.언젠가 그것들도 처리하지 않으면 안되지만,우선은 거대한 덩 어리를 장사지내지 않으면 안된다.안개가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 나뭇잎이 떨어지고 나 뭇가지가 말라 비틀어질 정도로 마물을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유도되어 온 언데드는 마치 거대한 구름이 땅 위에 내려온 것 같은 분위기였다.샘의 수면을 다 뒤덮고도 모자라서 상당한 부분이 숲을 침식하고 있었다. 방금 발견된 작은 안개덩어리도 운반해 와서 커다란 덩어리와 융합시켰다.마물은 계속 성장해 사악한 노란색 빛을 증폭해 나갔다. 안개의 마물을 엘프들이 둘러쌌다.고대왕국의 마술사 스토랄도 끌려나와 있었다.이제 부터 일어날 일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누군가가 주장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심판을 내려 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불안과 슬픔을 느끼며 엘프들은 운디네를 차례차례로 소환하기 시작했다.그리고 마물 주위에 두꺼운 물의 장벽을 세웠다.그 물의 장벽만으로 마물이 불에 탈 때 내는 불꽃을 막아낼 수 있을지 어떨지 알 수 없었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나서 대규모의 화톳불이 지펴졌다.그 불 앞으로 나아가서 디드릿트 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시켰다. 정령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불화살을 쓰면 마물에 불을 붙일 수 있었다.그러나 디드릿트는 굳이 불의 정령을 소환하는 것을 선택했다. 숲의 나무들을 희생시키는 것이니까 사라만다의 힘이나 이프리트의 힘을 빌려서는 안 된다.피닉스의 불꽃이 있어야지 새로운 생명이 약속 받는 것이다. 불이 관장하는 또 하나의 힘-재생. 이프리트가 실수한 힘을 정화시켜 피닉스가 올바른 힘을 재생시킨다.이것이 장로에게서 가르침 받은 불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원(始原)의 거인은 고독을 참지 못해 스스로를 멸망시켰다고 한다.그 거인의 해골에 서 만물이 탄생한 것이다.신들이 태어나고,이 창조주의 손에 의해 세계가 만들어졌다. 불타오를 불 때문에 숲의 나무들은 불타 죽을 것이다.그러나 언제까지나 불탄 채로 있는 것은 아니다.숲은 천천히 재생돼 갈 것이다. 우선 잡초가 지면을 덮고,관목(灌木)들이 무성하게 자라날 것이다.그리고 수목의 씨 앗이 뿌려져 작은 나무가 생기고,몇십 몇백년 후에 숲은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디드릿트는 의식을 집중시켰다.그 힐트 교외(郊外)에서의 전투에서 본 피닉스의 모습 을 마음 속에 그리고,그 울음소리를 떠올렸다. 디드릿트에게도 그 사막의 전투는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그 용감한 여성의 최후는 지 금도 선명하게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허공에서 춤추던 불사조의 고고한 모습도,마음 속 깊은 곳에 강하게 인상 지워 져 있었다. 새빨갛게 타오르고 있는 화톳불의 흔들리는 불꽃을 향해 디드릿트는 계속,계속해서 불 렀다. 얼만큼의 시간동안 의식을 집중시킨 것일까.이미 그녀의 기력은 한계를 넘어 머리가 부 숴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피닉스,부탁해요..." 기도하는 듯이 중얼거린 바로 그때였다.눈 앞에 흔들리는 불꽃의 색이 붉은색에서 파란 색으로 순식간에 변했다.엘프들이 떠들어대는 소리가 먼 곳에는 들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 었다. "불사조.시원의 거인의 희망의 마음을 전하는 자여.정화를,그리고 재생을.당신의 성 스러운 불꽃으로." 최후의 힘을 쥐어짜서 디드릿트는 정령어를 드높여 외치고 양손을 머리 위로 뻗쳤 다.푸른 불꽃은 폭발하는 듯이 부풀어 오르더니 하나의 모습을 취했다. 거대한 새의 모습을. 그 새는 온몸이 파란 불빛으로 휩싸여,밝게 빛나고 있었다.불사조의 두 눈동자는 사막 에서 봤을 때와 완전히 똑같았다. "오오.저것이!" 엘프들이 감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수히 많은 정령들을 조종하는 엘프조차도 이 또 하나의 불의 정령왕을 보는 것은 처음임에 틀림없었다.5백년에 한번밖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을 만큼 피 닉스는 알려지지 않은 정령왕이었다. "정화를,그리고 재생을." 디드릿트는 다시 피닉스에게 말했다. 피닉스는 소리 높여 울었다.불꽃으로 휩싸여 있는 날개를 펄럭이며 안개를 향해 날아갔다.노랗게 빛나던 안개는 순식간에 새빨간 불꽃에 휩 싸였다. 고막을 찝는 듯한 굉음이 숲속을 메아리쳤다.불꽃은 소용돌이 치더니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자주색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 도중에 불꽃의 색은 붉은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었다.그리고 불꽃의 소용돌이의 정 점(頂点)에서 불사조가 그 고귀하고 우아한 모습을 나타냈다. "고마워요.피닉스..." 디드릿트가 최후의 힘을 짜내서 간신히 그렇게 중얼거리고 나자,그녀의 몸이 천천히 기 울어졌다. 그러나 그때에는 이미 판이 달려나와 있었다.쓰러지는 그녀의 몸을 양팔로 받 쳤다. "수고했어..." 판의 말을 듣고 디드릿트는 미소지었다.그리고 편안해진 그 표정 그대로인 채 의식을 잃었다. 판은 디드릿트를 감싸안고,하늘 높이 날아가는 피닉스를 바라보았다.판도 불사조의 모습에 감개무량해졌다.불꽃 부족의 족장 나르디아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 때문에.그 용 감한 여성이 전생(轉生)한 모습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시선을 지면으로 돌리니,의외롭게도 불꽃은 아무데도 남아있지 않았다.화톳불은 물론, 불꽃에 휩싸여 있어야 할 나무마저도 한 그루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안개가 있던 장소만이 깨끗하게 사라져 버린 것이다.지면에는 두꺼운 재가 쌓여 있었 다.눈으로 착각할 만큼 새하얀 재가. 용이 입에서 토해내는 불꽃이 가장 뜨거운 불꽃이라고 알려져 있다.그러나 용의 불꽃으 로도 순식간에 숲을 재로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샘의 물도 상당부분이 증발했는지 많이 줄어 있었다.벽이 되어 있었던 물의 정령들이 소멸해서 자기들의 세계,물의 정령계로 돌아갔기 때문일 것이다. 판은 디드릿트를 껴안고 엘프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꿈에서 깨어났는지,그들은 깊 은 슬픔에 잠겨 있었다.아름다웠던 돌아오지 않는 숲에 추악한 상처 자국이 남아 있는 것을,가장 친한 친구인 식물과 숲의 동물들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얼만큼의 나무들이 순식간에 불타 없어져 버린 것일까.샘 주위에는 거대한 성이 들어서 도 될 만큼의 공간이 생겨나 있었다. 엘프들 중에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도 있었다.그들은 그다지 감정을 나타내는 일이 없다.강한 감정에 휩쓸려서 냉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을 알고 있었다.엘프들은 감정에 인색한 종족이 아니라는 것을. 디드릿트를 보고 있으면 알 수 있는 것이다.그녀의 감수성은 인간에게도 처지지 않을 정도로 풍부하니까.판은 무장한 엘프들에게 둘러 쌓인 고대왕국의 마술사에게 주의를 돌 렸다.모든 것이 끝난 지금,마술사는 의외롭게도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만 족해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억울해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판은 마술사의 마음을 알고 싶었다. 그러나 만약 물어 보았다고 해도 결코 말하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웠던 숲이 상처 입었다." 한 명의 엘프가 비탄을 하면서 마술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남자는 벌을 받아야 한다.숲을 없애버린 대가를 받지 않으면." 찬동하는 목소리가 주위에서 들렸다. "그리고 숲을 닫아야 한다.두 번다시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말은 계속 이어졌다.판은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엘프는 훨씬 현명한 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판은 숲의 나무들이 흔들릴 만큼,크게 말했다.그리고 조금전의 말을 누가 했는지 확 인해 보았다.기억에 없는 얼굴이었다.에스타스도,디드릿트의 부친도 아니었으므로 판은 마음을 좀 진정시켰다. 엘프들의 찌를 듯한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아직도 모르는 건가.아니 어째서 알려고 하지 않는 거지?" 판은 잠들어 있는 디드릿트에게 신경을 쓰면서,좀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숲을 잃어버려서 괴로운 기분은 알겠다.인간인 나에게는 실감되지 않지만.그러나 반 대로도 말할 수 있다.당신들이 뺏은 이 마술사의 시간의 소중함을,너희들은 이해되는가? 영원한 생명을 부여받은 너희들은 알 수 없을 것이다.인간이라는 생물은 시간과 싸우면서 살아가고 있는 생물인 것이다.이렇게 하고 있는 중에도 나는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 다.그렇기 때문에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을 완수해 놓고 싶다.만약 그 시간을 뺏긴 다면 나라도 복수를 생각할 것이다." "복수는 어리석은 인간이나 하는 짓이다." 누군가가 분노로 가득 찬 말을 내뱉었다. "그것은 그렇지 않아!" 그 말은 판이 말하고 싶었던 것이었다.그러나 말한 것은 그가 아니었다.엘프들과 대결 하는 듯이 마주보고 서있는 판에게 한 명의 젊은 엘프가 천천히 걸어왔다. "에스타스..." 판은 그렇게 중얼거리며,에스타스의 표정에서 그의 진의를 읽을려고 했다.평온하기는 했지만 강한 결의로 가득 찬 표정이었다. "에스타스,너마저 인간을 편들 셈이냐?" "아니요.그러나 인간을 적으로 돌릴 마음은 없습니다." 누군가의 물음에 에스타스는 대답했다. "복수는 어리석은 인간이 하는 짓만은 아닙니다.복수를 하려하는 자,모두가 어리석은 것입니다.그 마술사는 정말 그랬습니다.그러나 그 남자를 징벌하려는 저희들도 똑같지 않습니까.잃어버린 숲의 복수를 바라고 있으니까..." 에스타스는 거기서 말을 끊고 동료들의 반론을 기다렸다.그러나 반대의견은 하나도 나 오지 않았다.에스타스의 발언은 아마 그의 본심에서 나온 것일 것이다.그 자신도 상처 입은 숲의 복수를 위해 남자를 징벌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또 인간을 경멸하는 마 음도,아직 뿌리깊게 남아 있는 터였다.다른 엘프들도 같을 것이다. 마술사를 처벌하고 싶은 마음은 이성이 아닌 감정인 것이다.에스타스는 그 것을 지적한 것이다.그런 까닭에 그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은 자신의 본심을 속이는 것이 되는 것이 다.엘프들에게는 그것을 단념할 분별과 용기가 있는 것이다.그래서 아무도 반대하지 않 은 것이다. 잠시 지난 후,마술사의 처우를 정하는 의론이 시작되었고,고대왕국의 마술사 스토랄을 해방하기로 했다. 해방되는 것으로 결정되자,마술사의 얼굴에서 그 대담한 미소가 사라졌다. 창을 가진 엘프에게 빨리 떠나라고 재촉 받자,혼이 빠져나가버린 듯한 완만한 발걸음으로 떠나갔 다.판은 마술사의 마음을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복수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생명을 버 려도 좋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 것이다.그리고 완전하진 못했지만 그의 복수는 이 루어졌다. 엘프들에게 잡혔을 때,이미 각오는 돼 있었을 것이다.살해당해도 바라던 바였으니 까.설마 풀려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복수는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가 장 강한 에너지(衝動)가 된다.복수를 맹세한 자는 목적 완수를 위해 무서울 정도의 행 동력과 지속력을 발휘한다.온갖 고통에 견디고,어떠한 수단도 정당화 시켜,목적을 향해 매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복수를 달성한 그 때에는 아마,최고의 달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 달성감에서 깨어났을 때,눈앞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복수는 어떠한 것도 생산해 내지 못하며,어떠한 것에도 연결되지 않는 다.너무나도 거대한 목적이기 때문에 달성된 후,그 다음 목적을 발견해내지 못하는 것 이다.저 고대왕국의 마술사는 딱 그런 심경일 것이다.그렇다고 해도라고 판은 생각했다. 역시,엘프들은 현명한 종족이라고.저 마술사가 범한 죄는 당연히 벌을 받아야한다라고 판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과오를 범한 자는 반드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된 다.이유없이 사람을 죽인자는 자신의 생명으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된다.그러나 그 것도 또 하나의 복수일지도 모른다.돌아오지 않는 숲을 상처 입힌 마술사가 떠나자,엘 프들은 어전같이 숲을 닫아야 할 것인지,의론을 시작했다. 판은 그들의 마음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인간은 그들만큼은 총명하지 않다.감정 을 이성으로 억누르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인간의 역사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숲을 닫아서는 안된다고 판은 생각했다.숲을 닫으면,또 저 마술사 같은 인간이 생겨날 것이다.잃어버린 시간을 억울하게 생각해,그 복수를 맹세하는 인간이... "당신들이 숲을 닫으려고 하는 것을 나는 막을 수 없다.그러나 같은 세계에,같은 로도 스에 살고 있는 동료이면서 어째서 서로 사귈려고 하지 않지.서로 사귀다 보면 분명히 다툼도 일어날 것이다.그러나 사귀다보면 서로 이해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한번 교류 를 끊으면,상대를 멸망시키는 것 이외에 싸움을 그만두는 방법은 없어진다.처음에 엘프 족을 상처 입힐려고 한 것은 인간일지도 몰라.그러나 그로부터 몇백년동안 이 돌아오지 않는 숲에 잡혀서,시간을 빼앗긴 것은 인간들이다.만약 나도 소중한 동료들이 이 숲에 잡혀 있었다면,나의 생명과 바꿔서라도 동료를 구해낼려고 했을 것이다.그러기 위해서 이 숲 을 모두 태워버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해도 실행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협박인가?" 그렇게 물은 것은 엘프의 장로였다.그의 목소리는 너무 맑아서,숲의 나뭇가지가 바람 에 흔들려서 나는 소리 같은 인상을 받았다.판은 깊이 느껴지는 게 있어서,자신의 발언을 후회했다. "그럴 셈은... 없었습니다.그러나 그렇게 들렸을지도 모르겠군요.이성적 판단은 아니 었습니다.저는 여러분들이 이 숲을 계속 열고 있었으면 합니다.그리고 인간들과 교류 하며 살아가셨으면 합니다.그것이 저의 이상입니다.저와 디드릿트가 같이 살고 있는 것 은 예외가 아니라고 믿고 싶으니까요..." 판은 자신의 생명이 있는 한,엘프와 인간이 싸우게 되는 일만은 저지하고 싶었다. 그 나마 다행인 것은 전쟁에 휩쓸려서 죽는 엘프는 있어도,엘프와 인간과의 전쟁 때문에 죽 은 엘프는 없다는 것일지도 모른다.캐논 국에서 엘프들을 탄압했던 것은 어둠의 숲에 사 는 요마,그것도 동족인 다크엘프라고 들었다. 그때,디드릿트가 작게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움직였다.판은 그녀의 단정한 얼굴을 내 려다 보았다.그녀는 살며시 눈을 뜨고 있었다. "더,쉬는 편이 좋아." "이젠 괜찮아요.너무 집중해서 지쳤을 뿐..." 디드릿트는 그렇게 답하고 판의 어깨를 잡고 지면에 내려섰다. 그리고 바로 불타버린 숲을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렸다.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고 그녀는 잠시동안 고개를 숙였다. "너무 지체 돼 버렸어요.슬슬 가지 않으면..." 그리고 얼굴을 들고 그녀는 일부러 밝은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렇군.단 하루의 일인데 몇십일이나 지난 기분이야." "지름길을 쓰죠." 판은 끄덕이고,엘프의 장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버릇없이 굴어서 죄송합니다." 그 말에 디드릿트가 움찔거렸다. "버릇없이 굴었어요?" 목소리를 낮춰서 판에게 말했다. "조금은." "그래서 내가 마을에 들르고 싶지 않게 되는 거예요." "그래도 들르는 쪽이 좋아.만나지 않으면 점점 마음이 멀어져 가니까." "음,점점 불안하게 되는데요.내가 의식을 잃고 있는 동안에,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르쳐 줘요." 그렇게 말하고,디드릿트는 한발을 내디뎠다.거의 동시에 판도 걷기 시작하고 있었다.이 숲을 닫아야 하는지,아니면 닫지 말아야 하는지의 의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그러나 그 것을 계속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말해야 하는 것은 말했다, 그것을 생각하는 것도,결정하는 것도 엘프들인 것이다. "벌써 가는 거야?" 그런 말이 들리고,에스타스가 다가왔다. "그럴 셈이야.급한 용무가 있어서 이 숲을 지나던 길이었으니까." "급한 용무가 있는 사람치고는 너무 느긋하게 있었던 거 아니야." 에스타스는 가볍게 웃었다. "천성이야.눈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거든." "지름길을 쓸 셈이지.입구까지 배웅하지." "응,부탁해." 판은 디드릿트의 양친에게 인사하고 나서,불타서 재가 되어버린 곳을 지나 걷기 시작했 다.순백의 재 위에 판들의 발자국이 새겨졌다. "이 재가 대지에 용해돼,새로운 생명을 기를 양식이 된다..." 판은 누군가의 말을 기억해냈다. "대지모신의 교단에 전해지는 농사법의 하나군요." "그런가.레이리아씨에게서 들었던 거구나.만물은 유전을 계속한다.물체도 힘도,그리고 혼도..." "영원한 생명을 가진 자에게는 관계없는 이야기군." 에스타스가 불쑥 말했다. "변화와 성장이라는 말은 같은 뜻이 아니다.그러나 변화하기 때문에 성장도 있는 것이 다.그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아." 이 인간전사도,디드릿트도 만날 때마다 변해있다.성장하고 있는 것이다.이제 자신이 가르쳐 줄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느껴지게 할 정도로. '내가 인간에게서 발견해내지 못한 것을 너는 발견해 낸 것 같군.' 에스타스는 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재로 덮여진 들판을 빠져나와 숲으로 들어가자,바로 근처에 지름길이 하나 있었다. "조심해서가 디드릿트.너무 엉뚱한 짓은 하지 말고." "알고 있어요.에스타스는 언제나 나를 아이취급 하는군요." 디드릿트는 토라진 듯이 그렇게 말하고,그래도 에스타스의 품으로 뛰어 들어가 가볍게 끌어 안고나서 이별인사를 했다. "이것으로 이별이다.판." 에스타스는 조용히 오른손을 뻗쳤다. "또,만나고 싶군." 판은 그렇게 답하며 에스타스의 손을 쥐었다. "글쎄,그것은 어떻게 될지..." 에스타스는 애매하게 답하고,불타버린 숲을 앞에 두고 토론을 계속하고 있는 엘프들을 잠시 돌아보았다.물론 판도 알고 있었다.이 엘프와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숲이 열려있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6 "생각했던 만큼,재밌지는 않았다." 마법왕국 최후의 태수는 그렇게 말하고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스토랄에게서 수정구 를 받았다.그 수정구를 통해서 태수는 돌아오지 않는 숲에서 일어난 일을 시종,관람할 수가 있었다. "죄송합니다." 바닥에 넙죽 엎드려서 스토랄은 고개를 숙였다. "저에게는 이제,돌아갈 장소가 없습니다.부탁드립니다.저를 이 궁전에 머무르게 해 주 십시요.태수의 영원한 종복으로서..." 살반은 개구리 같은 자세로 꿈쩍도 하지 않는 마법왕국의 최후의 귀족에게 진홍으로 빛나는 시선을 보냈다. "너같이 비천한 자는 나의 종복이 될 수 없다." 살반은 유연히 그렇게 말하고,옥좌의 양측에 서 있는 두 명의 종복에게 눈앞의 마술사 를 끌어내라고 명령했다. "부탁드립니다.태수님.위대한 자비를 베푸소서!" 필사적으로 간원하는 마술사를 살반은 표정 없는 얼굴로 내려다 보았다. "그렇게는 안된다.너는 만족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어울린다.이 숭고한 궁전에서 빨리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더욱 간원하는 마술사의 외침을 살반은 완전히 묵살했다.옥좌가 놓여있는 알현실을 막 고 있는 철문이 불쾌한 비명과 함께 열리고,같은 비명과 함께 닫혀졌다.스토랄의 목소리 가 들리지 않게 되자,마법왕국 최후의 태수는 입을 열었다. "시간이 흐르니까 잃어버린 시간이 귀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그렇다면 그 반대도 있다 고 생각해라.시간이 멈춰 있으면 흐르는 시간이 그리워질 때도 있다." 언데드의 왕이 된 살반에게는 이제 시간의 흐름은 무의미했다. '너무 상냥하군.' 살반은 자신을 비웃었다.로도스 태수였을 때에는 그 잔인함 때문에 로도스의 만족들이 반란을 일으켜,수도 르노아나를 빼앗긴 그였다. "모든 것을 흐르고 있던 시간 속에 두고 와버렸는가..." 그러나라고 살반은 생각했다.마법왕국 최후의 인간인 까닭에,최후의 로도스 태수로서 자비를 보여준 것이다라고. 그로부터 몇 주일 후,플레임 왕도 블레이드에서 사자로서의 사명을 완수한 판과 디드릿 트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숲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오솔길을 둘은 바싹 달라붙어서 걷고 있었다.플레임에는 조금밖에 머무르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사건들에 대해 들었고,또 실제로 목격도 했다.사신부활이라는 터무니없는 예감 에 판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젊은이에게는 힘든 여행이 되겠군." 판은 디드릿트에게 말했다. 화제로 올린 젊은이는 스파크라는 이름의 기사견습생이었다.나르디아 일족의 자로 언젠 가 불꽃 부족의 족장이 될 젊은이였다. "그럴 테죠.하지만 그 기사는 당신보다 훨씬 머리가 좋은 것 같았어요.반드시 목적을 완수할 거예요." "말이 좀 심한데.뭐 그의 우수함은 인정하지만 말야.하지만 카슈왕도 혹독한 사람이더 군.아무리 기대한다고 하지만 좀더 좋은 방법이 있을 텐데." "기대는 하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거겠죠.카슈왕도 의외의 부분에서 서투 를 줄이야.뭐 그게 매력이겠지만요..." 디드릿트는 깔깔거리며 웃었지만,바로 그 웃음을 멈추고 표정도 진지해졌다. "이 근처일 거예요..." 판은 입을 다물고 강하게 끄덕였다.결계가 펼쳐져 있는지 어떤지 이제 곧 알게 돼요라 고 디드릿트는 말할려고 한 것이다. "숲이 닫혀져 있다면,돌아서 가지 않으면 안되겠군." 피닉스를 소환한 후,의식을 잃고나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디드릿트는 판 에게 남김없이 이야기를 다 들었다.판이 잘못한 것은 없었다.그렇다고 엘프들을 비난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숲을 잃은 슬픔은 디드릿트도 그들과 같았으니까.자신의 손으로 불태 워 버렸기 때문에 마음의 상처는 그들보다도 더 크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숲이 재생될 것을 믿었기 때문에 자신의 손으로 불을 붙인 것이었다. 둘이 떠 나고 나서 엘프들이 어떤 이야기를 했고 어떤 결론을 이끌어 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결론은 이제 곧 알 수있게 되는 것이다.판은 약간 엉거주춤한 자세로 걷고 있었다.판 답지 않게 약한 모습이라고 디드릿트는 생각했다.언제나 앞을 바라보며 곧장 걸어가는 성격인 것이다. 분명,불안 쪽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불안한 마음은 디드릿트도 똑같았다.엘프들의 분노를 생각하면 숲이 닫혀져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결계가 있다면 이제 곧 나올 거예요..." 디드릿트는 숲 속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때 나무들 사이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디 드릿트는 긴장감으로 가득찬 채 무엇이 움직였는지 알아낼려고 했다.자연히 발걸음이 빨 라졌다.그녀의 눈에는 그 물체가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약간 엉거주춤한 자세로 걷고 있던 판은 조금 늦게 그것을 알아차리고 발걸음을 빨리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나는 결계를 볼 수 없잖아." 판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어땠는지 디드릿트는 계속 나아갔다.그때 판도 알아차렸다.오 솔길 건너편에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에스타스... 역시 에스타스군요!" 디드릿트가 환호성을 지르며 전속력으로 달려나갔다.판도 환하게 웃으며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에스타스와의 거리는 한순간에 좁혀졌다. "에스타스!" 디드릿트가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또,만났군." 판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에스타스에게 말했다.에스타스는 디드릿트에게서 떨어져,판과 마주보았다. "그럭저럭 그런 것 같군." 그 말투는 최초에 그를 만났을 때의 말투 그대로였다.그러나 이상한 친숙함이 느껴졌 다. 판은 만감을 담아 에스타스에게 손을 뻗쳤다. 에스타스 진정된 얼굴로 판과 악수를 나눴다. "그후,집회의 결과를 듣고 싶어?" 에스타스는 판에게 물었다. "아니..." 판은 눈을 감고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결과 따위는 들을 필요도 없었다.이 남자가 마중 을 나왔다는 것이 그 대답이니까. "...역시 엘프는 총명한 종족이야." 판은 디드릿트의 어깨를 끌어안으면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디드릿트는 애매한 미소 만 지은 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인간의 좋은 점을 배우지 않으면 안되는 것은 우리들 엘프도 마찬가지예요.' 라고 말했다. '이 숲을 열개한 것은 당신이잖아요.' 그리고라며 디드릿트는 또 생각하는 것이었다. '당신이 연 것은 숲뿐만이 아니예요.우리들 엘프의 마음도 연거예요...' 어깨를 끌어안는 판의 팔힘에 그가 크게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디드릿트는 자신도 커다란 행복감에 빠져들었다. 4부 돌아오지 않는 숲의 요정 1 로도스라는 이름의 섬이 있다.알랙크래스트 대륙의 남쪽에 떠있는 변경의 섬이다.저주 받은 섬이라는 별명으로 불려질 때도 있다. 그 이름에 걸맞게 이 섬의 역사는 격렬한 전쟁으로 물들여져 있었다.30년 정도 전에도 가장 깊은 미궁이라고 불려지는 장소에서 다른 세계의 생물인 마신(demon)들이 해방돼, 로도스 섬이 파멸 일보직전까지 간 사건이 일어났었다. 마신전쟁이라고 불려지고 있는 대전이다.전쟁뿐만이 아니라,이 섬의 각지에는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꺼려하는 마경이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화룡의 수렵장이 되어 있는 평원,무시무시한 모래바람과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마치 지옥같은 사막. 그리고 로도스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아라니아에는 이 섬 최대의 마경이 있었다. '돌아오지 않는 숲'이라는 이름의 마경이.울창하게 우거져 있는 나무들 사이를 한 소녀 가 걷고 있었다.소매가 짧은 연두색 옷으로 몸을 감싼,호리호리하게 생긴 소녀였다.인간 은 아니었다. 이 숲에 인간이 있을리가 없는 것이다.돌아오지 않는 숲이라고 일컬으며,이 숲에 발 을 내디딘 자는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고 그들은 믿고,두려워 하고 있으니까. 소녀는 엘프였다. 그것도 하이엘프라고 불리는 고대의 엘프였다.죽음과는 관계 없는,영원한 생명을 향 유하는 아름답고 고귀한 숲의 요정.젊게 보여도 소녀는 아마 인간 수명의 배정도의 나이 를 먹었을 것이다. 엘프족의 특징인 끝이 뾰족하게 솟은 얇고 긴 귀가 금발의 머리칼을 비집고 나와있었 다. 그 귀과 넓은 이마에는 나무 열매로 만든 장신구를 걸쳤고,가슴 부분에는 수정 목걸이 를 메고 있었다.의복의 허리 부분을 혁대로 졸라매고 거기에 정밀한 장식이 되어있는 레 이피아를 차고 있었다.옷자락 밑으로 부드럽게 뻗은 다리는 자작나무 줄기처럼 희었고,무 릎까지 올라온 가죽 부츠를 덩굴로 묶고 있었다. 숲의 오솔길을 걷는 소녀의 발걸음은 경쾌했다. 그런데 소녀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다.갸름한 얼굴을 들고,청색의 눈동자로 숲의 나 무들을 바라보았다.그 찰나 나무끝이 몸을 떨듯이 흔들렸다.그리고 점차 크게 흔들리더 니 숲 전체가 싸악 흔들렸다. 엘프 소녀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지면을 차고 가볍게 뛰어 올랐다.그리고 마치 춤추 는 듯한 동작으로 나뭇가지 사이를 뛰어올라,한 가지 위에 앉았다. "서풍이여,오래된 여행자여..." 엘프 소녀는 오른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숲을 흔들고 있는 것에게 말을 걸었다. "누구예요?" 조금 있자,대답이 돌아왔다.그렇다고는 하지만 정령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에게는 바람의 속삭임으로 밖에는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나? 나는 디드릿트야.이 숲에 살고 있어." 디드릿트라고 이름을 댄 엘프 소녀는 살짝 손짓을 했다.그러자 그녀 주위에 바람이 소 용돌이 치더니 바람의 정령 실프가 모습을 나타냈다. 디드릿트의 눈에는 이 바람의 정령은 투명한 전라의 엘프 여성의 보습으로 보였다.자 신이 알몸이 되고,또 투명하게 되면 같은 모습이 될 것이다. "이야기를 들려줘.네가 여행을 하며 보고 온 세계의..." 바람의 정령은 디드릿트의 눈 앞에서 춤추듯이 공중으로 떠올랐다.디드릿트는 눈을 감 고 정령이 얘기해 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하자 바람의 정령의 의사가 전 해져 왔다.이 서풍이 여행을 하고 온 장소가 눈에 떠오르는 듯했다. 광대한 바다,험준한 산과 녹색 초원.인간들이 사는 마을과 대지에 새겨진 상처자국 같 은 도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숲의 전경이 디드릿트의 마음 속을 스쳐 지나갔다. "고마워 실프." 디드릿트는 여운을 즐기는 듯이 천천히 눈을 떳다.그리고 수정 목걸이를 풀러,실프에 게 그것을 내밀었다. 정령마법의 주문을 읊조리면서. "조금만 더,내곁에 있어줘." 바람의 정령의 투명한 몸이 신기루처럼 흔들리더니,디드릿트 손안의 수정 목걸이 속으 로 안개가 되어 흡수되고 있었다. 디드릿트는 수정을 들여다 보았다. 투명한 육각주의 결정 속에 실프의 모습이 작게 비 치고 있었다.디드릿트는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나뭇가지에서 지면으로 살 짝 뛰어내렸다.그리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다시 숲의 오솔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때,앞에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디드릿트는 알아차렸다. "에스타스!" 상대가 누군지는 바로 알았다.그와 동시에 디드릿트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이런 곳에서 뭘하고 있었어."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에스타스는 엷은 녹색의 옷 위에,마른 나뭇잎 색깔의 망토로 몸 을 감싸고 있었다.머리에는 깃털 달린 모자를 가볍게 눌러쓰고,그 아래 뻗어있는 백금 색 머리칼은 어깨까지 내려와 있었다. 이 숲에 있는 엘프 마을에서는 에스타스는 디드릿트 다음으로 2번째로 젊은 엘프였다. 그 까닭에 디드릿트는 그를 가장 친근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둘의 연 령차는 두배를 넘으니까 에스타스는 디드릿트를 아이로밖에 보고 있지 않았다. 이것이 요 몇십년간 계속되고 있는 디드릿트의 울화의 원인이었다. "서풍과 이야기를 했었어요.숲 밖의 일을 여러가지 들었는걸요." "숲 밖의 일?" 디드릿트의 말에 에스타스의 표정이 좀 흐려졌다. "숲 밖은 이계(異界)와 같아.우리들에게는 이 숲만이 유일한 세계야.우리들의 고향,요 정계에 가장 가까운 장소니까." 자장가라도 들려주는 듯한 말투로 에스타스는 말했다.그리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디 드릿트 바로 앞까지 성큼성큼 걸어왔다. "정령을 함부로 잡아두면 안된다고 가르쳐 주었을텐데." 에스타스는 디드릿트의 목걸이를 쥐고,그 수정 속에 갇혀있는 정령에게 시선을 향했다. "이것은 다크엘프나 하는 짓이다라고 말할려는 거죠." 디드릿트는 불만인 듯이 입술을 내밀었다. "하지만 지배하고 있는 정령은 친구이고,언제든지 힘을 빌려 주잖아요.자연상태에서 는 그 정령력이 없는 곳에서도요.그렇죠 에스타스?" "그건 네가 말한대로야." 에스타스는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지 디드릿트의 청색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그러나 그녀가 우쭐대며 미소짓는 것을 보고,살짝 고개를 젓고 그대로 침묵해 버렸다. 그때 에스타스의 시계(視界) 끝을 무언가가 스쳐지나갔다.그것은 디드릿트의 눈에도 보 인 것 같았다.둘은 동시에 그쪽을 돌아보았다.인간이었다.그러나 살아있는 인간이 아니었 다. 환영처럼 온몸이 투명했다.마치 방황하는 유령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나이는 약 30 정도.인간에게는 육체적으로 가장 충실한 시기이다. 남자는 여기저기 기운 조잡한 옷을 입었고,그 위에 짐승 가죽으로 만드 조끼(vest)를 걸치고 있었다.등에는 장궁을 메고,허 리에는 쇼트 소드를 차고 있었다. 사냥꾼같은 모습이었다. 에스타스의 얼굴이 혐오감 때문에 좀 일그러졌다.그 장궁으로 도대체 몇마리나 되는 숲 의 동물들을 쏘아온 것일까라고 생각했음에 틀림없었다. "또예요..." 디드릿트는 숨을 죽이며 말했다. 환영같은 모습의 남자는 둥둥떠서 오솔길을 가로질러 갔다.디드릿트들이 바라보고 있 는 동안에 그 모습은 안개가 개이는 것 처럼 사라져 갔다. "최근 자주 보이는 군.숲의 왕(엔트)의 지배가 풀리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인간치고는 강한 의지의 소유자군.엘프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도 아닐텐데..." 에스타스는 당황해 했다.이 숲이 돌아오지 않는 숲이라고 불려지며,사람들이 두려워하 고 있는 것은 고대에 맺어진 맹약에 의해 숲의 정령왕 엔트의 수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 었 다.숲의 왕과 맹약을 맺은 것은 정령마법 궁극의 기술을 익힌 하이엘프의 장로 외에는 없었다. 먼 옛날 인간들이 가져온 파괴에서 숲을 지키기위해 장로는 숲의 정령왕의 힘을 빌린 것이었다. 그것은 위대한 마법이었고,동시에 인간들에게는 끔찍한 저주이기도 했다.이 숲의 초석 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고대수를 중심으로 강력한 결계를 펼쳐논 것이다.결계는 숲의 주 변부를 조금만 남기고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 결계 안에 들어온 것은 숲의 왕이 창조한 마법공간-방황의 숲의 저주에 걸려 영원 한 시간을 계속 잠들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숲의 왕을 이길 수 있을 정도의 강한 정신력이 필요했다.물 론 숲의 규칙을 따르는 동물들과 숲의 요정 엘프의 피가 흐르는 자는 영향을 받지 않는 다. 에스타스가 당황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정령사의 소질이 있는 걸지도 몰라요." 디드릿트는 거의 신경쓰지도 않았다.한명정도 마법의 저주에서 도망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지." 에스타스는 디드릿트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떤 이유든지,저 인간을 이대로 둬선 안되겠군." "하지만 상대는 숲의 왕의 마법 안에 있잖아요.어떻게 할 수 없는 거 아니얘요." "그런가..." 에스타스는 애매한 대답을 했다. "디드릿트가 신경쓸일은 아니야.그것보다도 상위정령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수업에나 힘써." "알고 있어요,그런 거." 디드릿트는 뺨을 부풀리며 그를 외면했다. 그녀는 상위정령의 목소리가 들리기는 커 녕,하위정령조차도 완전히는 조종하지 못했다.예를들면 불의 정령과는 이야기해 본 적도 없었다.불은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는 파괴의 힘이기 때문이었다. 디드릿트는 불쾌한 듯한 얼굴로 에스타스에게서 들을 돌렸다.이대로 그와 대화를 나눈 다면 단순한 화가 분노로 바뀔 것 같았으니까. 불필요한 다툼을 엘프는 싫어한다. 어떠한 다툼도,모든 것은 이성과 시간이 해결한다 고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엘프에게 시간은 무한으로 있었다. "조심해." 떠나려고 하는 디드릿트의 등에 에스타스는 말했다. "그리고 너무 결계 밖으로 나가서는 안돼." 달리고 있던 디드릿트의 발이 딱 멈췄다.그리고 놀란 얼굴로 에스타스를 돌아보았다. "알고... 있었어요." 디드릿트는 비맞은 나뭇잎같이 고개를 숙이고,눈을 살짝 치켜들면서 에스타스를 보았 다. "물론 알고 있었지." 에스타스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결계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것은 마을에서 결정된 규 칙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막는다고 들을 네가 아니잖아.그러나 결계 밖은 위험하니까 부디 조심하도록 해." "알고 있어요,그 정도쯤은." 디드릿트는 불만인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에게는 정령도 있고,게다가 검도 언제가 가지고 다니는 걸요.검 실력은 에스타스도 알고 있겠죠." 그렇게 말하고,디드릿트는 가슴 앞의 목걸이와 허리에 찬 검을 탕탕 쳤다.물론 에스타 스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마을 안의 누구보다도 민첩하다는 것을.숙련된 전사의 기술은 아니었지만 재빠 른 움직임으로 그것을 보조하고 있는 것이었다. 검 실력에 관해서라면 마을 굴지의 실력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특별한 일은 아니 었다.검에 의지하려고 하는 것은 젊은 엘프로 한정돼 있으니까. 성인이 된 엘프는 검이 무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그리고 꺼려야 할 것이라는 것도.검 은 자신의 몸을 지키는 도구가 아니다.어디까지나 타인을 상처입히기 위한 도구인 것이 다.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정령의 힘을 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에스타스는 그것을 디드릿트에게 말할 마음은 없었다.지금 가르쳐 준다고 해도 그녀는 이해를 못하든지 더 반발하게 될 뿐일 것이다.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예전에 자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알아 줬군요?" 디드릿트는 쿡쿡거리며 웃었다. "그러니까 안심해요." 디드릿트는 다시 에스타스에게서 등을 돌리고 바람처럼 달려나갔다. 2 하이엘프의 마을은 돌아오지 않는 숲의 거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었다.단,숲의 여기저기 에는 요정계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준비돼 있어서 숲 속이라면 어떠한 장소라도 하루 안에 갔다올 수 있었다. 에스타스는 그 지름길을 통해서 마을로 돌아온 것이었다.디드릿트가 언제 돌아올지는 알 수 없었다.요즈음엔 거의 한 달은 마을에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마을 사람들은 모 두 젊은 그녀의 행동을 걱정하고 있었지만 결계 안에 있는 한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숲에는 늑대나 곰등의 동물뿐만 아니라 유니콘이나 그리핀같은 환수(幻獸)들도 살고 있었다.그러나 이 숲의 생물들은 숲의 수호자인 하이엘프를 습격하는 일은 없었다. 하이엘프가 이 숲의 일부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결계 밖에 있는 것은 엘프라고 해도 봐주지 않았다.인간들은 오락을 위해서나,상대의 소지품을 뺏기 위 해서 타인을 상처 입히고 죽이는 일도 있었다. 에스타스는 장로를 만나기 위해 고대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창세신화에 의하면 셀 수 없는 시간을 살아온 태초의 거인의 죽음에 의해 세계가 탄생했다고 한다.그때 최초로 태 어난 것은 신들이었고,용왕이었고,그리고 세계수였다. 세계수는 줄기도 가지도 잎도,모두가 황금색이어서 마치 지상에 강림한 태양같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그 높이는 성계(星界)까지 닿아 있을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고,무성 하게 우거진 잎은 대지의 태반을 덮었으며,그 밑은 황금색 그림자로 가득차 있었다고 한 다. 세계수는 또 '생명의 열매'를 가지 가득히 맺고 있었다.신들은 이 생명의 열매에서 동물과 식물,그리고 요정과 정령들을 창조했다고 한다. 그 대가로 세계수는 말라죽기 일 보직전까지 갔다.그 까닭에 신들은 세계수를 정령계에 봉인해,식물들을 관장하는 힘의 근 원으로 한 것이었다. 그때,세계수의 어린 싹을 대지에 접목시켜 탄생한 것이 고대수였다.고대수가 심어진 장 소에는 원시 숲이 생겼고,힘차게 펼쳐져 나갔다.그 거의가 현재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 로도스에는 이 돌아오지 않는 숲과 모스 지방 북쪽에 있는 거울의 숲이 고대수에게 수 호 받은 최초의 숲이었다. 하이엘프의 장로는 고대수를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이미 일년동안 장로는 이 자세 그 대로 미동도 하지 않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눈을 감은 채로 계속 명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식물도 물도 섭취하려고 하지 않았 다.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이 하이엘프의 장로는 요정이라는 것 보다,차라리 정령 에 가까운 존재였다.이 물질계에서 태어난 젊은 엘프들과는 근본부터가 달랐다. 장로를 보고 있으면,에스타스는 자신이 혐오스런 인간들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물 질계에서 태어나 그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이엘프가 아닌 보통의 엘프들은 오래 살기는 하지만 죽음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그 들은 인간과 거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예를 들자면 인간과 교역을 하거나,인간 들의 마을에서 살거나,그 중에는 인간과 사랑에 빠져 아이(하프엘프)를 낳는 자도 있다 고 했다. 에스타스에게는 그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한편으로는 이해되지 않아서 다행이라 고도 생각하고 있었다.어째서 저 야만스런 인간들에게 호의를 가질 수가 있는 것일까. 어쩌면 이 물질계 전부가 엘프들에게 마경일지도 모른다.혼을 일그러뜨려 인간들과 동 화시켜 버리는 저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장로에게 말할게 있어서 온 에스타스였지만,그 명상을 중단시키지 못했다.고대수의 황 금색 그림자 아래에 선 채로 에스타스는 어떻게 해야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에스타스가 결심을 굳힌 까닭은 또 그 환영이 눈앞을 스쳐지나갔기 때문이었다. 황 금수의 힘을 빌려,숲의 정령왕 엔트가 만든 마법의 공간에서 필사적으로 출구를 찾아 헤 매는 인간. 만약 저 인간이 황금수에게 상처를 입히면 숲의 왕의 마법은 깨지고,이 돌아오지 않는 숲을 지키는 결계는 없어져 버릴 것이다. "장로님..." 에스타스는 뒤에서 조심스럽게 장로에게 말했다. "...에스타스냐?" 대답이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혼이 멀리 떨어진 장소에 있어서,육체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이었다. 대답은 있었지만,아직 장로의 자세는 변하지 않았다. "명상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상담하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이 숲에게 상 당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숲에게,중요한 일..." 장로는 그 말을 두 번정도 되풀이 한 다음,조용히 일어서서 에스타스를 돌아보았다. 신장은 에스타스보다 머리 하나가 작았다.장로라고는 하지만,전혀 늙었다는 인상은 없었 다.에스타스와 거의 같은 모습이었다. 단지 온몸이 어렴풋한 황금색으로 둘러 쌓여 있었 다. 요정계에서 태어난 하이엘프라는 것을 나타내는 특징이었다.생명의 열매에서 태어난 최 초의 요정.눈앞의 고대수와는 형제 같은 것이었다. 에스타스는 장로에게 모든 것을 말했 다. 환영처럼 떠도는 인간에 대한 것을,그 인간을 방치해 둬선 안돼는 위험성을.에스타스뿐 만 아니라 이 마을 주민의 거의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도 부가했다. 태평하게 있는 것은 사정을 모르는 디드릿트뿐이었다. "알고 있다.그냥 놔 둬선 안되겠군." 장로는 물끄러미 에스타스의 눈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가주겠니?" 라고 말했다. "별로 내키진 않지만,위험은 남겨둬선 안되니까요." 에스타스는 그 자리에서 대답했다.처음부터 그럴 마음으로 장로에게 보고한 것이었다. "불쾌한 역할이지만 마을 전체를 위해서다.부탁한다." 에스타스는 잠자코 끄덕였다. 숲의 왕의 마법공간으로 가서 그 인간을 처리하지 않 으면 안된다.방황의 숲 속에서는 마법은 쓸 수 없으니까 야만적인 수단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솔선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자가 없었던 것이다. 에스타스는 디드릿트 다음으로 젊은 엘프이기 때문에 검 쓰는 법도 잊어버리지 않고 있었다.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열번 싸워서 한번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정령은 쇠 붙이를 싫어하기 때문에 보통 때는 몸에 지니고 다니지 않을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역할의 적임자는 자신이라고 생각했다.장로 같은 진짜 요정이 아닌 것을 에스타스는 또다시 강하게 의식했다. 에스타스는 준비를 위해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그러나 장로가 아직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끼고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렀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누군가가 인간계로 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장로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표정이 변한 것은 에스타스였다.그 말 이 의미하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인간계에서 무슨 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에스타스의 말엔 인간들에 대한 혐오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아직 일어난 것은 아니다.일어날지 어떨지도 알 수 없다.그러나 위험한 징후를 느 꼈다.이 섬의 숲이,정령들이 하는 말에서 통찰한 것이지만." 일년동안 장로가 명상한 이유를 에스타스는 겨우 깨달았다.황금수를 통해서 로도스 각 지의 숲과 정령들의 소리를 듣고 있었던 것이었다. "싫증도 나지 않는 녀석들이군.그 마신과의 대전쟁의 일을 벌써 잊어버렸다는 건가." 에스타스의 분노는 이 곳에 없는 인간들을 향하고 있었다. "인간들에게는 잊는데 충분한 시간이란다." 장로의 말에서는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인간들이 싸우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그럴 마음도 없다.단지 재앙이 이 숲에 미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누군가가 인간 세계로 가지 않으면 안될 것 이다." 이것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다라고 에스타스는 바로 이해했다.그리고 자신이 이 역할을 받아들일 것을 장로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나 이상의 적임자가 있었지. 에스타스는 디드릿트의 일을 생각하고 마음 속에서 미소지었다. "유념하겠습니다." 에스타스는 장로에게 그렇게 말해두었다. 장로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다시 황금수 를 향해 앉고,명상으로 돌아갔다. 그것을 바라본 다음,에스타스는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해 내기 위해 약간의 준비가 필요했다. 검과 활은 도대체 어디에 치워 놓았을까.에스타스는 몇십년 전의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3 숲 건너편은 완만한 기복을 이루고 있는 녹색의 초원이었다. 가로막을 게 아무것도 없 어서 서풍이 지면을 쭉쭉 뻗어나가고 있었다.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이 숲의 샘 수면에 일 어나는 물결 같은 모양을 그렸다.그것은 끝없이 변화하며 바람의 움직임을 고루 가르쳐 주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 디드릿트는 이 세계 전부가 숲이라고 믿고 있었다. 물론 바깥 세계 의 이야기도 에스타스와 장로들에게서 들어서 알고 있었다.단지 자신의 눈으로 보기 전에 는 실감이 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일년전,처음으로 숲에 끝이 있는 것을 알았을 때 디드릿트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잠시동 안 호흡하는 것조차도 잊어버렸었다. 그 때부터였다.디드릿트가 결계 밖으로 빈번하게 나가게 된 것은. 숲의 끝에 가서 바깥 세계의 풍경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녹색으로 빛나는 언덕도 보았 다.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나란히 늘어서 있는 산맥도 보았다. 바다를 바라보고,바람을 타고 전해져 오는 바다 내음도 느꼈다.그리고 인간들이 왕래하는 도로와 그들이 매일 삶을 보내고 있는 마을도 보았다. 평화롭기는 했지만 단조로운 나날의 반복에 질려있던 디드릿트에게 바깥 세계는 자극 적이었다. 그러나 아직 숲에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다. 결계 밖으로 나온 것만으로도 마을의 결정을 깬 것이었다.숲 밖으로 나갔다는 일이 알려지면 심하게 꾸중 들을 것이었다. 특히 에스타스에게 설교 받는 것을 디드릿트는 참을 수 없었다. 에스타 스 만큼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줄만도 했다.그도 아직 젊은 엘프이니까. 그런데도 에스타스는 마치 장로처럼 디드릿트의 잘못을 하나하나 지적하고는 그것을 바로잡으려고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전처럼 묘하게 이해한 듯한 태도를 가장할 때 도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태도가 디드릿트에게는 맘에 들지 않았다. 디드릿트는 기분이 언짢아져서 지면에 굴러다니고 있던 돌멩이를 발로 힘껏 찼다.돌은 정면에 있던 나무기둥에 맞아 둔탁한 소리를 냈다. 그것이 신호였던 것처럼 디드릿트의 배후에서 기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디드릿트는 깜 짝 놀라서 몸을 움츠렸다. 기묘한 소리는 점점 그녀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귀를 기울이자 짐승이 짓고 있는 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러나 지금까지 들어본 적 도 없는 짐승의 소리였다.숲에 사는 동물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설마 마수?" 디드릿트는 황급히 근처에 있던 나뭇가지로 몸을 날렸다.그리고 나뭇잎 사이로 몸을 숨 기고 기척을 없앴다. 소리는 자꾸자꾸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그것과 함께 짐승의 숨소 리와 지면을 박차는 소리도 들리게 되었다. 맨 먼저 모습을 나타낸 것은 아직 어린 암사슴이었다.숲의 나무들을 교묘하게 피하면서 지그재그로 달리고 있었다.무언가 에게 쫓기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추격자가 모습을 나타냈다.검은 색 반점의 짐승이었다.크기는 암사슴의 반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크고 날카롭게 짖으면서 암사슴을 몰고 있었다. "들은 적이 있어." 디드릿트는 중얼거렸다. 인간들이 키우는 개라고 불리는 동물이다.야성화해서 숲에 살 고 있던 것일까.그러나 숲의 짐승이 아니라면 벌써 숲의 왕의 결계에 잡혀버렸을 것이다. 도망치는 암사슴에게는 여유가 있는 것 같았다.디드릿트가 올라가 있는 나무를 향해서 가 끔씩 방향을 바꾸면서 달려왔다. '괜찮아 도망칠 수 있어.' 디드릿트는 속으로 암사슴을 격려했다. 그러나 그 순간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바 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더니 한 개의 화살이 갑자기 날아와서 암사슴의 목덜미에 깊숙이 박힌 것이었다. 비명마저 지르지 못한 채 암사슴은 지면에 쓰러졌다. 쫓고 있던 개가 암사슴 옆으로 달려와서 기쁜 듯이 마구 짖었다. "좋-아 맞췄어." 그런 소리가 다른 방향에서 들려왔다. 인간의 말이었으므로 의미를 이해하는데 잠깐 동안의 시간이 걸렸다.에스타스에게서 완벽하게 습득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머리는 금방 종래의 것과 다른 것으로 바뀌지는 않는 것이다. 디드릿트는 소리가 난 쪽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금방 모습을 나타냈다.한눈에 사냥꾼임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활시위는 느슨하게 해놓고 있었지만 다음 화살도 시위에 메겨놓고 있었다. 상당히 젊은 인간이었다.아마 20대 초반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암사슴은 아직 살 아있었다.고개를 쳐들며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하고 있었지만 도저히 그럴 힘은 없는 것 같았다. "이럴수가..." 에스타스가 말한 대로였다.인간은 정말로 야만적인 생물이었다. 디드릿트가 증오의 눈 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알지도 못한 채 젊은이는 암사슴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암사슴 을 향해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나서 목을 나이프로 과감히 베어 암사슴의 숨을 끊었다. 디드릿트는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때에는 젊은이는 암사슴의 사지를 능숙한 솜씨로 묶어서 어깨에 짊어지려고 하고 있었다.젊은이는 연약하게 보였지만 꽤 힘이 있는 것 같았다. 그것마저도 야만인이라는 증거처럼 생각됐다. "용서할 수 없어." 디드릿트는 눈을 실 날같이 뜨고 입술을 혀로 핥았다.오른손으로 가슴언저리에 있는 수 정을 손으로 더듬어서 찾아낸 다음 꽉 쥐었다. "겁주는 것 정도라면 괜찮겠지." 에스타스에게 정령의 힘을 함부로 쓰지말라고 주의를 받았었다.실수로라도 타인을 다치 게 하기 위해서는 쓰지 말라고. 그러나 눈 앞에서 숲의 동물이 살해당하는 것을 보고 잠자코 있을 수는 없었다.두 번다시 이 숲에 들어오게 하면 안된다. 그것이 숲의 수호자인 엘프의 임무라고 생각되었 다.물론 그것은 자기가 지금부터 하려는 일의 변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힘을 빌려줘요 실프." 디드릿트는 수정목걸이에다가 살짝 속삭였다. "저 남자에게 내 목소리를 전해 줘." 디드릿트는 작은 소리로 정령마법의 주문을 외치기 시작했다. 가슴의 수정이 희미한 청색 빛을 발했다.디드릿트에게 지배되어 있었던 실프가 그 정령력을 발휘한 것이었다. 주문은 완성됐다. 눈에 보이는 변화는 일어나지는 않았다.그러나 디드릿트는 만족한 듯이 또 입술을 혀로 적셨다. "인간이여..." 디드릿트는 중얼거렸다. 바로 옆에서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소리였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 반응한 자가 있었다. 암사슴을 쏜 인 간 젊은이였다. 젊은이는 어깨를 움찔거리고 나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바람의 정령의 힘으로 디드릿트의 속삭임은 남자에게 들렸던 것이다. 갑작스런 주인의 변화에 그의 뒤를 따르고 있던 사냥개가 불안한 듯이 킁킁거렸다. "인간이여..." 디드릿트는 같은 말은 되풀이했다. 젊은이는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암사슴을 땅 위에 내려놓고 등에 메고 있던 장궁을 손에 쥐었다. 멀리서 보아도 그 얼굴이 창백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디드릿트의 눈에 짓궂은 미소가 떠올랐다. "어리석고 야만스런 자여." "누구냐!" 젊은이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그 목소리는 근처 나무에 메아리쳐 떨림이 더욱 강조 돼 들렸다. "나는 이 숲을 수호하는 자." 디드릿트는 차갑게 웃었다.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전해지는지 충분히 계산한 웃 음이었다. "너는 숲의 금기를 범했다." "무슨 소리냐?" 젊은이는 자기 주위의 나무를 올려다 보며 그렇게 외쳤다. "나는 숲의 금기 같은 건 범하지 않았어." 처음의 놀라움에서 벗어났는지 젊은이의 목소리는 이제는 떨리지 않았다.오히려 디드 릿트가 놀랐을 정도였다. 인간은 겁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저 남자는 그에게 불가해(不可解)할 터인 이 상 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정면에서 대결하려고 하고 있었다. '건방진 녀석' 디드릿트는 속으로 욕을 했다. "너는 숲의 법칙에 따르지 않는 몸으로 내가 수호하는 동물을 죽였다.곧장 이 숲에서 나가라.그리고 두 번다시 들어오지 마라.그렇지 않으면 이 숲의 마성을 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젊은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활에 화살을 메기고는 주변의 기척을 살피기 시작했다. 디드릿트의 협박은 이번엔 전혀 효과가 없었던 것 같았다. 디드릿트는 점점 흥분하고 있 었다.조금은 고통을 맛봐야지 이해할 것 같았다. "수목의 정령,숲의 처녀여..." '바람의 목소리'주문을 풀고 충분히 정신을 집중해서 수목의 정령 드라이아드를 불렀 다.그리고 정령마법의 주문을 외치기 시작했다. 금제(禁制)의 주문을 써서 저 젊은이의 움직임을 봉하려고 생각한 것이다. 디드릿트의 주문이 목소리에 따라서 젊은이의 발 근 처의 풀과 주위의 나뭇가지가 움직이더니 젊은이를 향해서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뻗어나 갔다. 젊은이가 비명을 지르면서 일보 뒤로 물러섰다. '숲에서 나가!' 디드릿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그것이 실패였다. 주문에 집중했기 때문에 기척을 없애는 것을 깜박 잃어버렸던 것이다.자신이 몸을 숨기고 있는 나뭇가지의 나뭇 잎이 흔들렸을 때 디드릿트는 자신이 실수를 범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젊은이가 기르는 개가 그 소리를 예리하게 알아차리고 디드릿트가 몸을 숨기고 있는 나무 밑을 향해서 맹렬하게 질주해 왔다. "거기냐!" 젊은이는 덩굴처럼 뻗어나온 풀에 발목을 잡혀 있었지만,상반신만으로 활시위를 당긴 다음 활을 쏘았다. 앗하는 사이에 뜨거운 것이 그녀 다리에 꽂혀 디드릿트는 나뭇가 지에서 떨어졌다. 간신히 낙법을 취했지만 등을 세게 부딪혔다. 숨이 막히고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거기에 개가 돌진해 왔다. 디드릿트는 맛서 싸우려고 필사적으로 레이피아를 손으로 찾았다.검자루는 어떻게 찾아 낼 수 있었지만 쓰러진 자세가 좋지 않아서 뽑을 수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개는 디드 릿트의 주위를 빙빙 돌며 짓기만 할뿐,습격해 오지는 않았다. "맞췄다.숲의 요마녀석!" 그러나 인간 젊은이가 다음 화살을 메기고 달려오는 것을 보고 디드릿트는 공포로 몸 을 떨었다. 인간은 야만적인 생물이야라는 에스타스의 말에 머리 속에서 계속 맴돌았 다. 그들은 종족 뿐만 아니라 때로는 친형제 마저 서로 생명을 빼앗는다.하물며 종족이 다 른 디드릿트를 죽이는 데에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을 것이다. 영원한 생명을 향유한다고 는 하지만 하이엘프는 불사신은 아닌 것이다.게다가 고귀함은 수명의 길이와는 관계없는 것이었다. 디드릿트는 힘껏 허세를 부려,환호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인간 젊은이를 노려보았다.어 차피 죽을 거라면 하이엘프의 긍지를 가지고 죽는 것을 택한 것이었다. 상대와 눈이 마 주쳤다.짙은 갈색 눈동자였다. '조금전의 암사슴 처럼 쏴라.' 디드릿트는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그러나 젊은이는 활을 쏘지 않았다.오히려 활시위에서 화살을 빼서 등의 살통에 집어 넣었다.그 얼굴은 경악하고 있었고 발의 움직임도 멈춰 있었다. 디드릿트는 젊은이의 행 동의 변화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 찰나 눈앞이 갑자기 캄캄해졌다. 이래서는 안돼라 고 생각했을 때에는 이미 늦은 뒤였다.의식이 점차 엷어지더니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디드릿트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4 디드릿트가 의식을 되찾았을 때,주변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따뜻한 빛이 오른쪽에 서 비춰지고 있었으므로 주위의 상황은 바로 눈에들어왔다.하긴 디드릿트는 어둠 속에 서도 부자유하지는 않다.정령의 이치를아는 자는 보통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디드릿트는 지면 위에 위를 향하고 누워 있었다. 숲 속인 것 같았다.울창하게 우거진 나무들의 잎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오른발에 쑤 시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그 통증덕택에 디드릿트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모든 일이 생각났다. 깜짝 놀라서 신체를 일으켰다.다리의 상처에 쑤시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이를 악물고 상처의 통증에 견뎠다.보니까 다친 부분이 천으로 묶여져 있었다.피가 배어 나와 있었지 만 이미 말라서 갈색으로 변색돼 있었다. "정신이 든 것 같군." 인간의 목소리가 들렸다. 디드릿트는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화톳불이 빨간 불 꽃을 내며 타고 있었고 그 건너편에 낮의 인간 모습이있었다.그 옆에는 사냥개가 웅크 리고 있었다.주위의 소리에 반응해서 축 늘어져 있는 귀가 움찔움찔 움직이고 있었다. 젊은이는 천천히 일어선 다음,디드릿트 옆으로 다가오려고 했다. "다가오지마!" 디드릿트는 인간의 말로 외치고,허리의 레이피아를 뽑으려고 했다. "그 상태라면 괜찮은 것 같군." 젊은이는 디드릿트가 말하는 대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하여튼 내가 나빴다.사과할게." 그렇게 말하고 젊은이는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나빴다라니..." 디드릿트는 예상치 못했던 상대의 말에 곤혹스러움을 느꼈다. 상처의 치료를 해준 것 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이 인간 젊은이인 것이다.상처를 입힌 장본인인 것이다.그러나 그 것은 디드릿트가 정령마법으로 그를 놀라게 했기 때문인 것이다. "분명 요마의 짓이라고 생각했었어.이 숲에 대해서 이런저런 나쁜 소문이많으니까.설 마 너처럼 아름다운 여성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상처가깊지 않아서 정말 다행 이야." 그렇게 말하고,젊은이는 다시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아름답다는 말에 디드릿트는 조 금 동요했다.용모에 대해서 칭찬 받은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것에 관해서는 사죄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디드릿트는 토라진 표정을 지으며 젊은이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내가 당신을 놀라게 한 것은 사실이니까요.당신이 말한대로 요마처럼요." 만약 이 곳에 에스타스가 있었다면 부정한 목적에 정령의 힘을 쓴 당연한대가라고 지 적할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냐." 젊은이는 당황해하며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그건 됐어요.하지만 당신이 이 숲에 들어온 것은 용서할 수 없어요.그리고 숲의 동 물을 죽인 것도." 디드릿트는 화톳불 옆에 놓여져 있는 암사슴의 시체를 가리켰다. "용서할 수 없다니..." 젊은이는 머리를 긁으면서 털썩 주저앉았다. "나는 사냥꾼이야.짐승을 사냥해서 살아가고 있어.귀족 녀석들 처럼 도락(道樂)으로 사냥을 하는 것도 아니야.추접한 일이라고 말하는 녀석도 있긴하지만,그렇게 말하는 녀석들도 동물 고기를 먹고 가죽도 쓰고 있어." "야만적이야.동물을 죽이고,먹다니..." 그들이 고기를 먹는 모습을 상상하고는 디드릿트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 었다. "너는 엘프니까 그렇게 생각해도 할 수 없지." 젊은이는 디드릿트의 말을 솔직히 인정했다. "그러나 우리들 인간은 고기를 먹는 습관이 있어.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으니 까." 젊은이는 엘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것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디드릿트가 지금 있는 장소는 돌아오지 않는 숲의 남쪽을 조금 벗어난 곳이었다. 돌아오지 않는 숲의 남쪽에 위치하는 캐논이라는 이름의 나라에는 크고작은 숲이 있 어 엘프들도 상당수 살고 있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젊은이가 캐논의 백성이고,더구나 숲 을 근원으로 해서 살아가는 사냥꾼이라면 엘프에 대한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이상한 일 은 아닐지도 모른다. 디드릿트는 자기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점차 알 수 없게 되었다. 젊은이의 주장은 지당했으며.그것을 막을 권리는 자신에게는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엘프도 살아가기 위해 서 풀과 나무열매를 먹는다.인간이 동물을 죽여서 먹는 것은,그것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뺏기만 할 뿐,주는 것을 모르는 종족이라고 들었어요.인간의 손에 들 어간 숲은 죽어버린다고." 이대로 물러나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는 것이어서 디드릿트는 신랄한 말을 부딪혀 보 았다. "그 정도까지 심하지는 않아!" 젊은이의 안색이 변했다. "그거야 계속 사냥을 하면 동물은 줄어들고 늘지는 않아.그러나 아무리 우리들이 노력 한다고 해도 노린 동물들을 다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야.게다가사냥에도 법칙이 있어." "법칙?" "그래 법칙.번식기의 동물은 사냥하지 않는다던가,아이를 데리고 있거나새끼를 밴 사슴은 쏘지 않는다던가.물론 법칙을 지키지 않는 녀석들도 있어.그러나 그런 녀석은 사 냥꾼동료들에게서 배척받게 돼있어.아버지가 말했었어. 사냥꾼은 인간인 동시에 숲의 동 물이기도 하다고.숲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코 좋은 사냥꾼은 되지 못한다고." 디드릿트는 흐흥이라며 코웃음을 쳤다. 겨우 기분이 진정되기 시작했다.설마 인간에게서 숲의 동물과 같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으니 까.숲의 법칙에 따르는 것이라면 숲의 동물을 사냥하 는 것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디드릿트는 젊은이의 모습을 자세하게 관찰했다.여태까지는 시선을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았지만. 젊은이의 외견은 엘프의 남성과 큰 차이가 없었다.귀의 형태가 가장 커다란 차이일 것 이다.인간의 귀는 짧고 그 끝은 둥글다.눈과 입,코의 모양 등도다르기는 하지만 다 미묘 한 차이에 지나지 않았다.여하튼 엘프와 인간 사이에서는 아이까지 태어나는 것이다. 그때,디드릿트는 문득 기묘한 감각을 느꼈다.이 인간 남성을 본 적이 있는것 같은 느 낌이 들었던 것이다. 도대체 어디서 본 것일까. 디드릿트는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바로 생각을 바꿔 더듬어 보는 것을그만 두었다. 인간을 아주 가까운 곳에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이다.기억이 있을 리가 없었다. 젊은이는 디드릿트가 침묵한 것을 오해했는지,불안한 듯이 신체를 흔들면서 디드릿트 를 바라보고 있었다. 인간은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다고 들었었는데,그것은 그럭저럭 사 실인 것같았다.그러나 그것은 디드릿트에게 불쾌하지는 않았다. "알겠어요.그 암사슴은 늑대에게 잡혀버렸다고 생각하고 포기하죠." 그렇게 말하고 디드릿트는 쿡쿡 웃었다. "내가 늑대라고?" 젊은이는 항의했지만 그 얼굴에는 안도하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나도 요마로 착각되어졌으니까요.피장파장이에요." 그리고 디드릿트는 자신의 이름을 젊은이에게 말했다.이 돌아오지 않는 숲에 사는 엘프 라고. "내 이름은 죠르드.레스팔이라는 마을에 살고 있어." 젊은이는 이름을 말하고 오른손을 내밀었다. 디드릿트는 상대의 행동이 의미하는 바 를 이해하지 못하고 물끄러미 그오른손을 바라다 보았다. 죠르드라고 이름을 댄 젊은이는 낭패한 듯이 쓰게 웃으며 내밀었던 손을내렸다.화톳 불에 비춰지고 있는 탓도 있겠지만 그 뺨이 빨갛게 들었다. 무언가 의미 있는 행동이었 을지도 몰랐다.나중에 슬며시 에스타스에게 물어봐야지라며 디드릿트는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놀랐어.설마 이 돌아오지 않는 숲에 엘프가 살고 있으리라고는." "나야말로 깜짝 놀랐어요.이 숲에 인간이 들어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걸.당신들은 이 숲을 마의 숲이라고 두려워 하고 있던 게 아니었나요." 젊은이는 껄껄거리며 웃고 근처 나무들을 빙그르 돌아보았다. "다른 인간들은 모두 그래.이 돌아오지 않는 숲은 저주가 걸려있다고.그래서 아무도 이 숲에 다가오려고는 하지 않아.나만 태연한 거야.그리고 나의아버지." 그렇게 말한 죠르드의 시선이 문득 먼 곳을 향했다. "숲의 주변부는 괜찮아.너무 속으로 들어가면 안되지만.하지만 나는 알고있어.도대체 어디까지가 괜찮은 곳인지.우리 아버지는 훨씬 대단했었어.이 숲에 펼쳐져 있는 저주가 벽처럼 보인다고 말씀하시곤 했어.그렇기 때문에 아버지는 이 숲에 태연히 들어와서 사냥 을 하시곤 했어." "인간 늑대는 두 명있다는 소리군요." 디드릿트는 과장된 한숨을 내쉬었다. 둘뿐이라면 이 숲의 동물들이 멸종되는 일은 생 길 리가 없다.게다가 그들은 결계속으로는 들어오지 않으니까. "두 명,있었어.아버지는 이제 안 계셔.."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죠르드는 미미하게 어깨를 떨구었다. 말을 잘못한 건 가 라고 디드릿트는 생각했다. 대부분의 인간은 육친의 죽음을 괴로워한다고 들었다.친형 제끼리 싸우는것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단 두렵게도 국왕이라든가 귀족이라든가,지 배가 계급의 사람은 그런 인간이 많다는 것이다. "어느 날 아버지는 이 숲에 사냥하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으셨어.벌써 15년이나 전의 일이야." 죠르드는 그렇게 말하고 쓸쓸히 미소지었다. "이 숲의 저주에 잡혀버린거라는 소문이 돌았어.설령 곰이나 늑대를 만난다고 해도 질 리가 없는 아버지였으니까 아마 그럴 꺼야.하지만 아버지에게는이 숲의 저주가 보였을 텐데.아무리 그때 아버지가 초조해하고 있었다고 해도 저주에 잡혔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초조해 하고 있었다니?" 디드릿트는 무심결에 물어 보았다. 죠르드의 이야기에 흥미가 일었다.이런 이야기는 엘프 마을에 있었다면 평생 듣지 못했을 것이다. "어머니가 병에 걸려 계셨어." 그렇게 디드릿트에게 답하고,죠르드는 양손을 뒤로 돌려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상당한 중병이셨어.약도 전혀 효과가 없었어.그래서 아버지는 신전에 부탁하기로 했 어.성스러운 신의 힘으로 병을 치료해 받으려고." "신성마법이군.들은 적이 있어." 엘프는 신을 믿지 않지만,인간과 대지의 요정 드워프들은 먼 옛날에 멸망한 신들을 강 하게 신앙하고 있었다.그들 중에는 신들에게서 힘을 받아서 신성마법이라는 이름의 기적 을 일으키는 자가 있다.일반적으로 사제(프리스트)라고 불려지고 있는 마법사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막대한 기부금을 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었어" "돈을 받고 마법을 걸어준다고." 디드릿트는 그게 신을 섬기는 자가 할 짓인가하는 분노를 느꼈다. "할 수 없어.돈을 받지 않는다면 신전은 병자와 부상자로 넘쳐 버릴 거야.그렇게 되면 신에게 봉사하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잖아.그래서 가난한 자는약초사(힐러)에게 진찰 받 아.그래도 상당한 돈을 지불해야 하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죠르드의 아버지는 필사적으로 일했다고 한다.잠자는 시간도 아까워서 사냥을 나가 고가로 팔 수 있는 포획물을 노렸다. "이 숲에는 사냥물이 많이 있고,저주 덕분에 아버지 전용의 사냥터였으니까 돈은 점점 쌓여 갔어.15년 전의 그 날도 보통때 처럼 이 돌아오지 않는숲으로 가서,돌아오지 않으 셨어.꽤 커다란 놈을 노리고 계셨던 것 같아.그 녀석만 잡으면 더이상 무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셨으니까..." 그리고 나서 죠르드는 숲의 수호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서는 안되는데라고 부가했다. "그다지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군요.돈 때문에 죽어간 동물들을 생각하면." 디드릿트는 떫은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동시에 인간들이 그 짧은 인생을격심하게 살 고 있는 것에 커다란 놀라움을 느꼈다. "동감이야." 놀랍게도 죠르드는 즉시 동의했다. "그때 아버지는 아마 사냥꾼 동료들의 결정도 깼을 거야.그렇지 않다면 단기간에 그만 큼 벌 수 있을 리가 없지.아무리 이 숲에 동물이 풍부하다고 해도 말야."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는 것은 그 대가일지도 몰라라고 죠르드는 말했다. "그런데 당신의 어머니는?" "아이러니 하게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걸 듣고 사제님이 동정해서 어머니의 병을 무료로 고쳐 주셨어.그렇다고 해도 우리들은 필사적으로 일해서규정의 기부금을 바치긴 했지만." "큰일 이었겠군요." 위로의 말 같은 건 해본 적이 없었으므로 극히 당연한 말 밖에 말하지 못했다. "그렇지도 않아." 죠르드는 밝게 답했다. "아버지가 없어지셨을 때,나는 10살도 되지 않았지만 필요한 것은 거의 배웠었으니까. 그래서 그 다음날부터 바로 사냥하러 나갔어.그리고 그날이후로나는 계속 사냥꾼을 하 고 있어." "이 돌아오지 않는 숲에서?" 디드릿트의 물음에 죠르드는 할 말이 없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끄덕였다. "이 숲이 아니라도 사냥은 할 수 있어.그러나 동물이 죽는다는 것은 변함없는 걸 거 야.아버지가 어째서 돌아오지 않으셨는지 그 이유를 나는 알고 싶은 거야.그래서 나는 이 돌아오지 않는 숲에서 사냥을 하고 있어." 이 돌아오지 않는 숲에는 요마가 살고 있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저주의벽으로 숲을 닫고 발견된 침입자를 남기지 않고 죽이고 있다.죠르드는 그런상상을 하고 있었다고 고 백했다. "그래서 나를 요마로 착각한 거군요." "정말 미안해." "더이상 사과하는 것은 그만둬요." 디드릿트는 괴로운 심정이 되어 있었다. 이 돌아오지 않는 숲에는 죠르드가 말하는 듯 한 요마는 없다.이 숲에 살고있는 것은 자신들 하이엘프인 것이다.그러나 이 숲의 주인 이 엘프든,요마던간에 인간들에게 어떤 차이가 있다는 것일까. 죠르드의 부친이 이 숲의 희생자가 된 거라고 치면,사람들의 소문대로 숲의 저주,즉 결계 속으로 들어와서 숲의 왕의 마법공간에 잡혔든지 숲의 짐승에게 살해당했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이 돌아오지 않는 숲에는 곰과 늑대 등의 위험한 동물도 있고,환수(幻獸)도 있다.유 니콘이나 그리핀들이 제대로 싸우면 어떤 인간이든지 잠시도 지탱하지 못할 것이다.디드 릿트는 죠르드의 부친이 노리고 있었다고 하는 커다란녀석이라는 것은 유니콘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품었다.치유의 마력을 가진 황금색 뿔은 어떤 병이든지 즉시 고 친다.죽은 사람마저 소생시킬수 있으니까.유니콘의 뿔을 손에 넣기만 하면 신전에 기부 금을 낼 필요조차없는 것이다. "이유를 알 수 있게 되면 좋겠네요." 디드릿트는 생각과는 반대의 일을 죠르드에게 말했다.그리고 상처의 상태를 살펴 보려 는 듯이 천천히 일어섰다. "괘,괜찮아." 죠르드는 놀라서 손을 빌려주려고 했다. 상처는 아팠지만 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디드릿트는 죠르드에게 도움 받는 걸 거절하고,시험해 보려는 듯이 몇 발자국 걸어 보았다.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로 돌아가겠어요.나의 마을로..." 디드릿트는 죠르드를 돌아보며 빙긋 미소지었다. "깜짝 놀라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그러나 내가 말한 것은 가능한 한 지켜줬으면 해요. 이 숲은 인간에게 위험한 장소예요.그러니까 두 번 다시 이 숲에 오지 말아요.당신의 아버지에게 내린 재앙이 언제 당신에게 미칠지 모르니까..." 그리고 디드릿트는 등을 돌리고 숲 속을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안녕이라고 죠르드가 말했다. "또,만날 수 있겠지." 디드릿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두 번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또 만나서는 안되는 것이다. 죠르드는 이 숲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그리고 디드릿트는 이 숲에서 나가는 것 을 금지 당하고 있었다. 디드릿트는 상처의 아픔을 잊고,어둠으로 둘러 쌓인 숲을 뛰기 시작했다.바람이 가슴 속을 스쳐 지나가는 듯한 이상한 감각에 시달리면서 5 숲의 지름길을 통해서 디드릿트는 마을로 돌아왔다. 도중에 숲의 샘에 들러 상처에 잘 듣는 약초를 뜯어왔다.흰 반점이 가득한 녹색 잎을 양손으로 잘 비벼서 으깬 다음 상처 에 갖다대었다.그리고 죠르드가 치료해 준 천을 정성 들여 씻은 다음 다시 잘 동여 메었 다. 처음에 저리는 듯한 감각을 느꼈지만,자심 지나자 통증이 거짓말같이 사라지고 발을 절지 않고서도 걸을 수 있게 되었다.그래도 디드릿트는 주의 깊게 샘에서 마을까지 시간 을 들여서 천천히 걸었다. 마을은 보통 때와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어둠이 깊어져 있었기 때문에 밖을 걷고 있 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그렇다고는 하지만 고대수 앞에서는 장로가 명상을 계속하고 있음 에 틀림없었다. 디드릿트는 자기의 집에 돌아가지 않고 곧장 에스타스의 집을 방문하기 로 했다.오늘 있었던 일을 그에게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여러 가지 설교를 받겠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죠르드를 만나서 여러 가지 의문 이 생겼다.그 의문에 에스타스가 어떻게 답할 것인지를 알고 싶었다. 에스타스의 집에 불은 켜져 있지 않았다. 벌써 자고 있는 걸까라고 생각하면서 문을 열었다.이름을 불러 봤지만 대답은 없었다. "에스타스?" 다시 한번 불러 봤지만 역시 대답은 없었다.포기하지 않고 디드릿트는 모든 방을 조사 해서 그의 부재를 확인했다. "어디에 간 거지?" 디드릿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생각해 보았다. "설마,나를 찾으러." 그렇지는 않을 거야라고 디드릿트는 그런 생각을 바로 부정했다.결계 밖으로 간다고 말 한 이상 오늘,내일 안에 돌아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할 수 없이 디드릿트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디드릿트는 양친과 함께 살고 있었다. 이 마을에서는 좀처럼 없는 쪽이었다.보통은 부부도 부모자식도 독립해서 살고 있다. 에스타스 가족도 그렇다.숲의 요정이어서 인지 엘프는 독립과 협조를 존중하고 있다.숲 의 나무들은 한그루한그루 독립해 있지만,뭉쳐 놓으면 숲이라고 불려지는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2백명 정도밖에 살고 있지 않는 작은 마을이다.떨어져서 살고 있다고 해 도 아주 짧은 거리이다.마을 전체가 가족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집의 문을 열자 양친이 맞이해 주었다. 디드릿트는 두 사람을 끌어안으면서 집 속으로 들어갔다. 모친이 빛의 정령 윌 오 위스프를 소환해 집안을 밝게 했다.어둠에 익숙해 져 있던 디드릿트의 눈에는 빛의 정령은 특별히 눈부시게 보였다. 모친이 다른 방에서 과일이 든 바구니를 들고와서 디드릿트에게 권했다. 디드릿트는 허리의 레이피아를 풀러 서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 놓았다. "빛의 정령이 무서워 하잖니." 모친은 테이블 위에 바구니를 놓고,대신 레이피아를 들어서 방 구석에 갖다두었다. 부친은 방 구석에서 의자에 앉아 나무조각을 나이프로 깎아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엘프의 마을은 자급자족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인 간과 드워프처럼 분업하는 일도 없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전부 스스로 조달한다. 대지의 정령 드워프 처럼 우수한 손재주는 없지만,엘프는 소박하긴 하지만 실용성 있는 물건을 만들 수 있다.시간은 충분히 있으니까 천천히 만들면 되는 것이다. "에스타스 어디 갔는지 몰라요?" 디드릿트는 과일을 집고 입으로 가져가면서 모친에게 물었다. "알고 있지." 모친은 그렇게답하며 디드릿트에게 미소지었다. "하지만 에스타스에게 너무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해요." "폐같은 건 끼치지 않았어요." 에스타스가 무언가를 고자질 했을지도 몰랐다.디드릿트는 기분이 언짢아져서 먹으려고 하던 과일을 테이블 위에 던져 놓았다. "그럼,괜찮지만." 입에 손을 대고 모친은 웃었다.그리고, "에스타스는 지금 숲의 왕(엔트)이 있는 곳에 가 있어요." 라고 말했다. "숲의 왕이 있는 곳이라니,정령계를 말하는 거예요?" 디드릿트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 "아니 그렇지 않아요.숲의 왕이 만든 방황의 숲을 말하는 거야." "마법공간? 어째서 그런 장소에..." 거기까지 말했을 때,나쁜 예감이 디드릿트의 뇌리를 스쳤다. "설마 그 인간을..." 디드릿트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그 다음 말은 너무나도 더럽고 꺼림칙한 것이었기 때 문에. -저 남자를 이대로 둬선 안되겠군. 낮에 에스타스가 말했던 말의 의미를 디드릿트는 겨우 이해했다. 에스타스는 그 인간 을 죽일 셈인 것이다.돌아오지 않는 숲을 환영이 되어서 맴도는 그 인간을. 디드릿트의 뇌리에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필사적으로 출구를 찾아다니는 남자의 얼 굴- "죠르드!" 디드릿트는 의자를 박차며 일어섰다. 낮에 만난 젊은이의 얼굴을 디드릿트는 기억해냈 다.그 얼굴이 환영이 되어서 헤매는 남자의 얼굴과 하나로 겹쳐졌다. 처음 죠르드의 얼 굴을 봤을 때 어딘가에서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착각이 아니었던 것이다. 디드릿트는 죠르드를 만난 적이 있었다. 정확히는 그와 얼굴 생김새가 닮은 인물을... 그 환영이야말로 죠르드의 부친이었던 것이다. "에스타스 안돼!" 자신의 목소리가 숲의 왕의 마법공간까지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 다.그러나 디드릿트는 그렇게 외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당치도 않아요.에스타스는 훌륭해요.모두가 주저하고 있던 것을 그는 자신이 하려고 하는 거예요.이 마을을 위해서." "훌륭하다뇨! 어디가!!" 디드릿트는 모친을 쏘아보았다. "어째서 그 인간을 죽이지 않으면 안되는 거죠." "위험하니까." 방 구석에서 부친이 대답했다.여느 때처럼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지금의 디드릿트에 게는 상당히 차갑게 들렸다. "그 남자를 그대로 놔두면 이 마을을 닫고 있는 결계가 깨지게 돼.그렇게 되면 야만적 인 인간들이 이 숲에 들어올 거야.위험한 재앙을 가지고서.장로님이 일년 동안이나 명 상을 하고 계시는 것은 이 섬에 위험한 징조를 느끼셨기 때문이라고 한다.또 인간들이 사악한 짓을 저지르려고 하고 있음에 틀림없어." "그것과 이것과는 이야기가 틀려요!" 디드릿트는 세차게 몸을 흔들며 그렇게 외쳤다. "숲을 멀리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는 나무들의 모습은 알 수 없어요.설령 인간이 야만 적이고 어리석다고 해도 그 인간이 그렇다고는 정해져 있지 않잖아요.죄도 없는데 생명 을 뺏다니,그거야말로 야만적이예요!" "디드릿트,네 생각은 잘못돼 있어." 모친이 디드릿트를 달래려는 듯이 부드럽게 디드릿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잘못돼 있지 않아요.모두의 사고방식을 저에게 강요하지 마세요.저는 스스로 생각하 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요.나는 모두가 잘못돼 있다고 생각해요!" 디드릿트는 모친의 손을 떨쳐내고 방 구석에 세워져 있던 레이피아를 잡았다.그리고 그대로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디드릿트!" 모친의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렸다.그러나 디드릿트는 뒤돌아보지도,멈춰서지도 않았 다. 그리고 디드릿트는 고대수가 있는 마을 중심을 목표로 전속력으로 달렸다. 밤의 어 둠을 배경으로 고대수는 황금색으로 빛나며 그 존재를 뽐내고 있었다. 고대수 앞에는 장로가 앉아서 명상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장로는 마치 목제 조각같 이 꼼짝도 하지 않고 있어서 살아있다는 실감이 없었다. 디드릿트는 주저하지 않고 장로 옆을 달려나가 고대수와 마주보았다. 정령사인 디드릿트의 눈에는 확실히 보였다.강한 녹색의 빛이 나무기둥의 표면의 한쪽 구석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을. 숲의 왕 엔트가 창조해 낸 마법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에스타스는 이 빛 속으로 들어갔음에 틀림없었다. 디드릿트는 양손을 뻗으면서 천천히 입구로 다가갔다.아무런 저항도 없이 양손은 나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디드릿트는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던지는 듯이 방황의 숲의 입구로 뛰어들었다. 6 다음 순간 디드릿트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숲의 풍경이었다. 단순히 고대수를 빠져나 와 건너편 측으로 나온 것은 아닐까라며 디드릿트는 한순간 자신을 의심했다.그러나 익 숙한 숲의 풍경이 아니라는 것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돌아오지 않는 숲은 밤이였을 터였다.그런데 디드릿트가 서있는 숲은 한낮처럼 밝았다. 그러나 이상한 광도(光度)였다.하늘에는 태양이 없었고,숲 전체가 엷은 빛을 방출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었다.문득 주위를 둘러보자 자신의 그림자가 아무데도 없었다.근처의 나무들에게도 없었다.그 때문에 모든게 평면적이고 존재감이 희박하게 느껴졌다. 물질계와도,요정계와도,정령계와도 다른 세계.여기는 숲의 정령왕 엔트가 만든 마법 공간,방황의 숲인 것이다. 디드릿트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뒤를 돌아보니 이번에는 익숙한 고대수의 모습이 있었다.도대체 몇 명이 손을 이어야 지 원을 만들 수 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을 정도로 두꺼운 나무기둥.하늘을 덮을 듯이 풍부하게 우거진 황금색의 나뭇잎. 익숙하지 않은 풍경 속에서 고대수는 유일한 의지처였다. 디드릿트는 고대수에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입구가 열려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른 세계라는 것은 이 정도로 불안한 것이다.마을의 엘프들이 숲을 떠나려고 하지 않 는 마음을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이상 돌아갈 수는 없었다. 뜻을 결정하고 디드릿트는 발을 내디뎠다. 숲의 나무들은 종횡으로 맞추어 자라나 있었고,더구나 모두가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 다.그 때문에 아무리 걸어도 주위의 경치가 변하지 않았다.그러는 중에 자기가 걷고 있 는 건지 주위의 나무들이 걷고 있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불안해져서 뒤를 돌아보니 고대수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이제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디드릿트는 에스타스의 모습을,그리고 그 사냥꾼의 모습을 찾아서 방황의 숲을 걷기 시작했다. 도대체 얼마만큼 걸은 것인지 디드릿트는 짐작도 가지 않았다. 이 마법공간에서는 시 간은 의미 없는 것이었다.영원이라고도 느껴지는 시간이 한순간일지도 모르고,한순간이 영원일지도 모른다.그렇다고는 하지만 하이엘프인 디드릿트는 그비밀을 알고 있으므로 이 방황의 숲에 천년동안 있어도 물질계에서는 하루밖에 지나지 않게도 할 수 있었다. 멀리서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은 것은 그 때였다.누군가가 싸우고 있는 듯한 소리였다. 디드릿트는 긴장한 나머지 주먹을 꽉 쥐었다. "부탁해,늦지 않게." 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서 전속력으로 달렸다. 이윽고 고함소리를 확실히 들을 수 있 게 되었다.의미는 알 수 없었지만 인간의 언어인 것 같았다. 디드릿트는 더욱더 달려서 결국 두 사람의 모습을 발견했다. 한 명의 엘프와 한 명의 인간은 가까이 붙어서는 검 을 교환하고 멀리 떨어져서는 서로 활을 쏘고 있었다. 에스타스의 우세는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인간 남자는 몇 군데 부상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특히 왼쪽 어깨죽지가 중상으로,화살이 꽂힌 채로 피가 콸콸 흘러나오고 있었 다. 그래도 인간은 주눅든 기색없이 에스타스와 대결하고 있었다.부상당한 짐승이 최후의 힘을 쥐어짜내서 사냥꾼에게 덤벼드는 모습과 같았다. "에스타스 그만 둬요!" 디드릿트는 절규하며 두 사람 사이로 끼여들려고 했다.그 직전에 에스타스가 쏜 화살이 인간의 넓적다리에 꽂혔다. 낮게 신음하며 남자는 그 자리에 웅크렸다. 결정타를 먹이 려고 에스타스는 다음 화살을 시위에 메기고 활시위를 당겼다. 간일발 차로 디드릿트는 제때에 도착하였다. 양팔을 벌리고 에스타스와 남자 사이로 뛰어들었다. "디드릿트!" 에스타스는 막 쏘랴고 하던 활을 황급히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어째서 네가 여기에..." 디드릿트는 에스타스에게 주의를 돌리면서 인간 남자 쪽으로 뒷걸음질쳐서 갔다. "너는..." 남자는 숨쉬기도 괴로운 듯 했지만그 목소리는 명확했다.강한 의사(意思)가 느껴졌다. 그 목소리도 어딘가 죠르드와 비슷한 것 같았다. 남자는 오른손에 검을 든 채로,디드릿 트에 대해서도 경계를 풀려고 하지 않았다. "괜찮아요,나는 당신의 적이 아니예요.당신,죠르드의 아버지죠?" "어떻게 아들의 이름을!" 놀라워하며 남자는 일어서려고 했다.그러나 밸런스가 무너져 지면에 풀썩 쓰러졌다. "역시 그랬군요." 디드릿트는 남자를 안아서 일으킨 다음 온몸을 휙 훑어 보았다.상처는 어느것 하나 치 명상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출혈이 심했다. 지혈을이라고 생각했지만 적당한 천을 가지 고 있지 않았다. "디드릿트! 어째서 이곳에 온거지." 에스타스의 목소리가 배후에서 들려왔다.그 목소리는 놀라움에서 분노로 바뀌어 있었 다. "이야기는 나중에..." 디드릿트는 죠르드의 부친에게 말하고 나서,에스타스 쪽을 돌아보았다. "장로님의 허가는 받은 거니?" 에스타스는 천천히 다가왔다.활에 화살은 메기고 줄도 절반은 당긴채였다.활의 과녁은 정해놓고 있지 않았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활을 쏠 수 있는 태세(態勢)였다. "장로님의 허가라고요? 그게 어쨌다는 거예요!" 디드릿트는 화를 내며 에스타스를 노려보았다. "다른 사람을 상처 입혀서는 안된다.그것은 야만적인 행위라고 에스타스는 언제나 말했 잖아요.그런데 지금의 당신은 어떻죠? 죄도 없는 인간을 다치게 하고 생명마저 끊으려고 하고 있어요." "야만적인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어.그러나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 어.그 남자를 이대로 놔둬서는 안되는 거야.만약 결계가 깨져 버린다면 돌아오지 않는 숲은 커다란 위기에 빠지게 될 거야." "그렇다고 해서 타인을 죽여도 된다니,핑계조차도 되지 않아요." "의론(議論)이라면 나중에 천천히 하자." 에스타스는 날렵하게 옆으로 이동해서 죠르드의 부친에게 활을 겨누려고 했다. 디드 릿트도 그것에 맞춰서 끝까지 둘 사이를 가로막고 섰다. "비켜!" "아니요,비키지 않겠어요.끝까지 이 사람을 죽이려고 한다면 내가 상대 하겠어요." 그리고 디드릿트는 레이피아를 뽑고 싸울 자세를 취했다. "너무 제멋대로야 디드릿트.전체의 의사로 결정한 것을 흩트려 트릴 셈이야?" "잘못 된 결정엔 따르지 않아요!" 디드릿트는 완강히 주장했다. "아무리 얘기해도 시간낭비인 것 같군." 에스타스는 재빨리 옆으로 움직여 화살을 쏘았다.그 화살은 디드릿트의 겨드랑이를 스 쳐지나가 죠르드 부친의 발 근처에 꽂혔다. "내게서 떨어져!" 죠르드의 부친이 말했다.그는 디드릿트와 에스타스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 몸에 꽂힌 화살을 뽑고,자신의 옷을 찢어서 상처를 묶어 지혈하고 있었다. "내게 맡겨요!" 디드릿트는 바람의 정령 실프가 봉인된 수정 목걸이를 오른손으로 쥐고 힘을 담아 그것을 세게 잡아 뜯었다. 이 방황의 숲은 숲의 왕(엔트)이 창조한 공간이므로 다른 정 령의 힘은 미치지 못한다.그러나 지배하고 있는 정령이라면 틀림없이 힘을 빌려줄 것이라 고 디드릿트는 생각하고 있었다. 실프의 수호를 디드릿트는 걸 셈이었다.그것으로 에스타스의 화살을 아무도 맞지 않게 될 것이다. "자유로운 바람의 정령이여..." 디드릿트는 정령마법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에스타스의 안색이 변했다. "그만둬,디드릿트!" 에스타스가 제지하는 소리가 울렸다.그러나 그때에는 디드릿트의 주문은 완성돼 있었 다. 투명한 수정이 파랗게 빛나기 시작했다.그 빛은 급속히 밝아져서 눈이 부실정도가 되 었다. "어떻게 된거야 실프..." 기대했던 바람의 흐름이 일어나지 않아서 디드릿트는 당혹감을 느꼈다. 주문이 실패한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그녀의 손안에서 바람의 정령력은 급속히 힘을 불려갔다.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빨리 목걸이를 버려!" 에스타스가 경고한 찰나,빛이 폭발해 디드릿트는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디 드릿트의 손안에 있단 수정 목걸이는 형태도 남기지 않고 소멸되었다.그리고 바람의 정령 이 투명한 전라의 엘프 여성과 같은 모습으로 실체를 나타냈다. 디드릿트는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망연히 실프를 바라보았다. "떨어져! 그 정령은 미쳤어!!" 에스타스가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그는 활을 버리고 검으로 바꿔 들고 있었다. 디드릿트도 겨우 사태를 파악했다.여기는 숲의 정령왕에 의해서 창조된 마법공간이다.해 방되어진 곳이 너무나도 이질적인 공간이었기 때문에 바람의 정령이 폭주를 시작한 것 이었다. 미친 바람의 정령을 중심으로 바람이 세차게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다. 디드릿트는 오 른팔에 예리한 통증을 느꼈다.실프가 바람을 갈랐다는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당 연한 사실이었다. "피해 있어." 에스타스가 그렇게 외치며 디드릿트를 밀쳐냈다. "나도 돕겠어요!" "소용없어.철의 검으로는 정령을 상처 입힐 수 조차 없어." 그 말을 듣고 디드릿트는 기억이 났다.정령은 마법을 두르고 있던지 은제 무기가 아니 며 상처 하나 입힐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에스타스가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히 은제 레이피아였다. 실프는 전설의 광전사(버서커)처럼 에스타스에게 덤벼들었다.소용돌이치 는 바람이 칼날이 되어 그의 신체를 갈가리 찢으려고 했다. 에스타스는 정신을 집중해서 그것을 버터내면서 실프의 본체를 예리하게 베었다. 실 프의 투명한 신체를 에스타스의 은검이 관통했다. 그러나 미친 바람의 정령은 기가 죽은 기색도 없었다. 사랑스런 사람을 맞이하는 것처럼 양팔을 벌리고 더욱더 세차게 바람 을 일으키는 것이었다.에스타스의 옷이 갈기갈기 찢겨나가고 소용돌이 치는 바람에 피보 라가 일었다. 에스타스는 바람의 정령에게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검을 찔러 넣고 베었다. 결국 실프 는 힘이 다해,모습을 잃고 작은 회오리바람이 되었다.그 바람도 이윽고 주위 나무들에 동화되어 사라졌다. 에스타스는 그 자리에 털썩 무릎을 떨어뜨리고 양손으로 자기 몸을 감싸안았다. "에스타스." 디드릿트가 달려가서 에스타스 옆에 무릎을 끓었다. "괜찮아.화려하게 당했지만 전부 스친 상처야." "죄송해요 에스타스.나 때문에..." 디드릿트는 눈물을 글썽이며 에스타스가 입은 상처를 하나하나 살폈다. 그의 말대로 상처는 얕았다.그러나 거의 온몸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미친 정령의 무서움을 디드릿트 는 처음 알았다. "그래서 말했잖아.함부로 정령을 잡아둬선 안된다고." 에스타스는 디드릿트를 타이르는 듯이 말했다.그 말투는 그녀가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변해 있었다. "괜찮은가,숲의 요정?" 갑자기 인간의 말이 들려서 디드릿트는 가슴이 덜컥했다. 죠르드의 부친은 에스타스와 디드릿트에게서 다섯 발자국 정도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인간 따위에게 걱정을 받을만한 처지는 아닌데." 에스타스는 차갑게 말하고 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서려고 했다. "에스타스..." 디드릿트는 불안한 듯이 또 둘 사이를 가로막아 섰다. "아깝게도 기회를 놓쳤군,조금전이라면 나를 쓰러뜨리는 것도 간단했을 텐데." "에스타스 부탁이야!" 디드릿트는 에스타스의 가슴에 달라붙었다. "이제 싸우는 것은 그만둬..." 에스타스는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이 물끄러미 디드릿트를 내려다보았다. "디드릿트,도대체 어떻게 된거야.어째서 그렇게까지 인간을 지키려고 하는 거지.이 나 에게 검을 향하고 정령의 힘마저 쓰면서까지..." 새삼스럽게 지적 당해서 디드릿트는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냉정하게 되어서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니,무엇에 홀린 것만 같았다. "어째서라뇨,나도 잘 모르겠어요..." 흥분된 감정그대로 계속 달려왔을 뿐이었다.에스타스가 지적한대로 이렇게까지 해서 죠 르드의 부친을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잘못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라." 디드릿트는 모기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에스타스나 마을사람들의 생각이 바르다고는 생각되지 않아요.마을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물론 중요해요.하지만 다른 수단은 없었던 거예요? 이 마법의 공간에서 저 인간을 해방해주면 결계가 깨질 걱정도 없잖아요." "인간이 이 숲에 다가오려고 하지 않는 것은 들어온 자가 누구하나 돌아가지 않는 전 설이 있기 때문이야.그 전설을 깨뜨려 버릴 순 없는 거야.이 방황의 숲에서 영원히 잠 들어 있을 뿐이야.나도 처음엔 그렇게 제안했어.그러나 저 남자는 그것을 거부했어." 에스타스는 디드릿트의 어깨 넘어 죠르드의 부친을 흘낏 바라보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숲의 왕의 지배를 받아들여." "그럴 수는 없어." 단호한 말투로 남자는 에스타스의 제안을 거절했다. "영원한 잠이라니 죽은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나는 돌아가지 않으면 안돼,무슨 일이 있어도.레스팔 마을에는 병에 걸린 아내와 아직 어린 아이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초조함을 억누르지 못하고 에스타스는 디드릿트를 옆으로 밀어 젖히고 남자 쪽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당황해서 디드릿트가 에스타스의 오른팔을 양손으로 부둥켜 안았다. 에스 타스는 그대로 그녀를 에스코트 하는 것처럼 죠르드의 부친과 마주섰다. "나는 사냥꾼이야.병에 걸린 아내를 구하기 위해서도 많은 동물을 사냥하지 않으면 안 되었어.다른 방법은 몰랐어..." "그래서 돌아오지 않는 숲으로 온 건가?" 죠르드의 부친은 말없이 끄덕였다. "돌아오지 않는 숲은 저주받은 숲 같은 게 아니야.풍부하고,활기차고,매우 훌륭한 숲 이야.이 숲이라면 내가 아무리 사냥을 해도 동물들의 수가 줄어드는 일은 없다.그래서 나는 이 숲을 사냥터로 선택했다." "저주가 두렵지는 않았었나?" "죠르드가 말했어요.이 사람에게는 결계가 보인다고.그래서 숲의 왕의 마법에 걸리지 않았었다고요." 디드릿트는 남자를 대신해 답했다. "그러나 결국은 잡혔다." 에스타스의 말에 죠르드의 부친은 어깨를 떨구고 푹 고개를 숙였다. "그래.나는 저주에 잡혔다.나에게는 그것이 보였을 터인데.그러나 그 날에 한해서 나 의 눈에 이 숲의 저주는 보이지 않았어..." 운명의 그 날,죠르드의 부친은 며칠동안 쫓고 있던 대물을 노리고 돌아오지 않는 숲에 들어와 있었다. 그 대물이라는 것은 륜크스(*필자주 大山猫/륜크스:신장 3m정도의 거대 한 고양이로 털은 황색이나 금색을 띠고 있다.산이나 삼림에 서식.륜크스의 체내에는 리그리아 돌이라고 불려지는 작은 호박색 돌이 있는데,이 돌은 정신에 영향을 주는 병의 특효약이다),깨달음의 마력을 가진 환수였다. 이 환수의 체내에 있는 리그리아라는 이름의 돌을 가루로 만들어서 마시면 모든 마음 의 병의 특효약이 된다고 한다. 유니콘의 뿔 정도는 아니지만 고가로 팔 수 있는 마법의 약이다. 그는 주도면밀하게 준비를 하고,그리고 륜크스를 막다른 골목에까지 몰아넣었었다.그는 륜크스의 깨달음의 마력도 속일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이제 한 걸음 남긴 곳에서 륜크스는 다가온 사냥꾼의 존재를 알아차려서 도망쳤던 것 이었다. 몇 마리의 개들을 시켜 쫓게 하면서 죠르드의 부친도 황급히 륜크스를 뒤쫓았다.그리 고 그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결계 속으로 들어와,숲의 왕의 마법-저주에 잡혔던 것이다. "지금의 나는 알 수 있어.륜크스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 때,나는 숲의 법칙 을 잊어버렸던 거야.환수를 잡는 것은 사냥꾼으로서 최고의 명예야.그리고 아내의 병을 치료하고도 남을 충분한 돈이 들어와.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욕망 때문에 짐승 을 잡으려고 했었던 거야." 그리고 남자는 용서를 구하는 듯이 대지모신(마파)의 이름을 읊조렸다. "그런 나에게 숲은 벌을 내린 것임에 틀림없어..." "정령의 이치를 배우도록 해.그렇게 하면 어리석은 실수를 범하지 않게 될거야." 에스타스는 죠르드의 부친에게서 정령사의 소질을 발견해낸 것 같았다. 디드릿트도 동 감이었다.그렇지 않다면 결계가 보일 리도 없었을 것이고,숲의 정령 엔트의 지배에 저항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죠르드도 말했어요.사냥꾼이라는 것은 숲의 동물과 같은 것이라고요.늑대나 곰처럼 요.당신은 그것도 잊고,그리고 사냥꾼 동료들의 결정도 깨뜨린 건 아닐까하고." 디드릿트의 말에 죠르드의 부친은 놀라서 얼굴을 들었다. "죠르드가 그런걸? 바보같이 그 녀석은 아직 여덟 살이야." 아니요라며 디드릿트는 즐거운 듯이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더이상 죠르드는 아이가 아니예요.훌륭한 사냥꾼이예요." 처음에,디드릿트의 말의 의미를 죠르드의 부친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몇 번씩이 나 눈을 깜박거리며 디드릿트의 단정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결계 밖에서 무슨일이 있었던 것 같군." 에스타스가 디드릿트에게 이야기를 재촉했다. 디드릿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스타스에게 얘기해 주고 싶어서 당신을 찾고 있었어요.게다가 내가 어째서 여기에 왔는지,아까 물었었죠.그 답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디드릿트는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낮에 돌아오지 않는 숲의 결계 밖에서 있었 던 모든 일들을. 결계 밖을 걷고 있다가 사냥개에게 쫓기고 있던 암사슴을 본 것.그 암사 슴을 쏜 젊은 사냥꾼과 만났던 것.죠르드를 놀라게 해서 화살에 맞은 것도 고백했다.상 처 치료를 해주고,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 것도. 그리고 죠르드의 부친에게는 죠르드가 한 사람 몫의 사냥꾼이 된 것과 그의 모친의 병이 신성마법의 힘으로 치료받은 것 등을 전했다. 에스타스는 시종 말없이 디드릿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죠르드의 부친은 어리둥절 한 얼굴로 디드릿트에게 그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몇 번씩이나 반복해가며 확인 했다. "믿겨지지 않아..." 이야기가 끝났을 때,죠르드의 부친은 그 자리에 스르륵 주저앉았다.그리고 다시 대지 모신(마파)의 이름을 읊조렸다. "그때로부터 벌써 15년이 지난 건가..." "이 방황의 숲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틀리거든요." 디드릿트가 자신만만하게 설명했다. 지면에 주저앉은 채로 죠르드의 부친은 잠시동안 손가락 하나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이윽고 깊게 눈을 감고 하늘을 우러러 보았다. "가르쳐 줘서 고맙네.숲의 요정." 죠르드의 부친은 눈을 뜨고 디드릿트에게 깊숙이 머리를 숙였다. 그런 남자의 모습을 보고 에스타스는 놀라워하며 무언가를 부정하려는 듯이 살짝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인사는 됐어요.당신이 돌아가면 분명히 죠르드도 기뻐할..." "디드릿트!" 강한 말투로 에스타스가 디드릿트의 말을 도중에서 가로막았다. "에스타스?" 왜 디드릿트가 자신의 말을 중도에서 끊었는지,그 의도를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역시 이 인간을 숲 밖으로 돌려보낼 마음은 없는 것일까. "너에게는 질려버렸어." 에스타스는 깊이 한숨을 내쉬면서 정말로 질린 듯이 말했다. "그건... 어쩔 수 없잖아요.꾸중들을 짓만 했으니까요." 디드릿트는 한번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 나서 바로 힘차게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반성 같은 건 하지 않아요.난어제까지 에스타스와 장로님이랑 마을의 모두에게 서 여러 가지 것들을 배워왔어요.그것이 거짓말이라고는 생각지 않아요.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오늘 처음으로 알았어요.진실의 나뭇잎은 숲 안에 있기만 해서는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에스타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응 에스타스.당신은 할 수 있잖아요.이 방황의 숲에서 이 남자를 해방해 주는 것 을..." 에스타스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단지 침묵을 지킨 채 계속 디드릿트를 바라볼 뿐 이었다. 디드릿트는 불안을 느껴서 에스타스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알았어,디드릿트..." 긴 침묵을 겨우 풀며 에스타스는 가슴에 쌓인 공기를 깊게 내뱉으면서 말했다. "그 남자라면 해방해줘도 괜찮을 거야.장로님에게는 내가 말해두지." "에스타스!" 디드릿트는 자신이 얼마나 기뻐하는지를 나타내는 듯이 에스타스에게 달려들었다.그 리고 그의 등뒤로 팔을 돌려서 세차게 끌어안았다.그가 상처 입었다는 것도 잊고서. "답례의 인사를 하게 해주지 않겠나.숲의 수호자." 죠르드의 부친은 일어서서 에스타스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엘프에게는 그 관습은 없다며 에스타스는 죠르드의 부친이 내민 손을 거절했다. 그러고 보니 죠르드도 자기에게 같은 행동을 했었다.저것은 분명히 인간의 인사일꺼야 라며 디드릿트는 혼자서 살며시 마음에 새겨두었다. "한가지 가르쳐 주지 않겠나 인간이여.너는 정말로 감사하고 있는 것인가? 인간 세계로 돌아가도 너에게는..." "물론 감사해 하고 있어." 에스타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죠르드의 부친은 그 자리에서 대답했다. "그런가... 그렇다면 좋아." 에스타스의 대답은 마치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들렸다. 과연 디드릿트가 말한대로군이 라며 에스타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간과한 진실도 아직 인간 세계에는 있는 것 같군.' 에스타스는 미소를 지으며 디드릿트를 돌아보았다.그리고 그녀에게 돌아가자고 말했다. 디드릿트는 힘차게 끄덕였다. "돌아가요 우리들의 마을로.돌아오지 않는 숲의 하이엘프의 마을로." 7 그리고 나서 1개월 정도 후,디드릿트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숲의 결계 밖에 서 있었 다.그녀의 옆에는 에스타스의 모습이 있었다. "설마 당신이 찬성해 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디드릿트는 정말로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한달 전 그 사건 후,마을에 돌아온 디드 릿트는 마을의 어른들에게 크게 꾸짖음 당했다.열흘동안 부친이 항상 옆에 붙어서 하이엘 프가 무엇인가를 매우 간절하게 설교 받았다. 그 고문 같은 날들이 끝났을 때,명상을 끝낸 장로가 마을사람 전원을 소집해서 고대수 밑의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거기서 제안된 사항은 디드릿트를 기뻐 날뛰게 만들었다. 누군가가 인간계로 가지 않 으면 안된다고 장로는 말했다.커다란 재앙의 징조가 이 로도스 땅에 느껴진다.그 재앙이 이 돌아오지 않는 숲에도 미칠지 아닐지 조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디드릿트는 물론 자신이 가겠다고 신청했다.이것은 절호의 기회였다.아직 보지 못한 진실의 나뭇잎을 찾기 위해서,인간들을 더 깊이 알기 위해서 숲 밖으로 나가려고 생각 하고 있던 참이었으니까.어차피 라면 마을의 모두에게서 인정받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디드릿트는 생각했다. 마을의 모두는 물론 반대했다.그녀의 젊음을 지적하고,지난번의 행동을 들춰내서 다시 그녀를 꾸짖으려고 했다. 당연한 일이라고 디드릿트는 생각했다.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필사적으로 자 신의 생각을 호소하고,인간의 세계로 나갈 수 있도록 간원했다. 결국 디드릿트의 바램은 이루어졌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에스타스의 덕택이었다. 에스타스는 디드릿트를 변호해주는 동시에 그녀야말로 그 역할에 적임이라고 주장했 다. 무엇보다도 마을 사람들은 누구하나 바깥 세계로 가고 싶어하지는 않았던 것이다.마 을 사람들을 에스타스가 이 역할을 맡아 주었으면하고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그 에 스타스가 디드릿트를 추천한 것이니까 디드릿트의 바램을 승인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나와서 전송해 주었다.그러나 그들은 마을에서 한발자국도 밖으로 나오려고는 하지 않았다.단 한명 에스타스만이 숲 바깥까지 동행해 주었다. 디드릿트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자신의 바램을 에스타스야말로 가장 강경하게 반 대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협력적이었다. "여기서 이별이다." 에스타스는 디드릿트에게 미소를 지으며 대신 들고 있던 짐을 건냈다. "숲 밖은 이계(異界)와 같아.충분히 조심해서 가." 디드릿트는 고분고분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속에 담겨있던 의문을 부딪 혀 보았다. "으응 가르쳐 줘 에스타스.어째서 내가 가는 것에 찬성해 준거야." 몇 번이나 같은 질문을 했는지 모른다.에스타스는 그때마다 얼버무리면서 결코 답해 주려고는 하지 않았다. "잠시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그러니까 가르쳐 줬으면 해.이대로 라면 신경 이 쓰여서 어쩔 수 없는 걸." "바깥 세계로 가면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에스타스는 그렇게 말하고 애매하게 미소지었다. "얼버무리지 말아요.똑바로 가르쳐 줘요." "가르쳐 줄만한 것도 없어.단지-" "단지?" 디드릿트는 기대로 가득찬 눈으로 에스타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에게도 지금의 너와 같은 시대가 있었다는 것 뿐이야." 왜인지 가라앉은 듯한 표정으로 에스타스는 말했다. "스스로 지원해서 바깥세계로 여행을 떠났던 적도 있어.네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지 만." 그 때도 이 로도스는 커다란 재앙의 징조로 둘러 쌓여 있었다고 한다.저주받은 섬이라 는 소문을 긍정해 보이는 듯이. "그 때 나는 바깥 세계에 희망을 가지고 있었어.인간이라는 종족에게도..." 에스타스는 먼 곳을 바라보면서 디드릿트에게라는 것보다 자기자신에게 말하는 듯이 말했다. "몰랐어요..." 디드릿트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너에게 모든 진실을 가르쳐 준 것은 아니니까." 에스타스는 부드럽게 웃으며 디드릿트의 머리에가볍게 손을 얹었다. 그 손을 디드릿트 는 눈을 칩떠서 바라보았다. "그러나 내 기대는 전부 절망으로 바꼈던거야.인간은 어리석고 야만적인 생물이야.같 은 동료들끼리 태연하게 서로 죽이기도 해.많은 사람들을 죽인자를 영웅이라고 떠받들 어.나에게는 믿겨지지 않았어.믿고 싶지는 않았어...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너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어.이 세계에는 모르는 편이 행복한 진실도 있어.나는 네가 그런 진실을 모르는 채 살았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었어.이 숲에 있는 한 그것은 가능한 것이 니까." "에스타스." 디드릿트에게는 에스타스가 처음으로 본심을 보여준 것이 매우 기쁘게 느껴졌다. "내가 너의 여행을 인정한 것은 너에게 벌을 주기 위해서 일지도 몰라.내가 아무리 타 일러도 너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것 같으니까.너 자신의 눈으로 불행한 진실을 보고,그리 고 절망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그렇지 않아요라며 디드릿트는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고마워요 애스타스.그것이 어떤 것이든지 나에게 기회를 주어서..." "고마워요...인가." 에스타스는 표정을 무너뜨리고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그 인간도 같은 말을 한 것이 다.불행한 진실을 전해주어도 오히려 고맙다고 말할 때도 있다는 것을 에스타스는 처음으 로 알았던 것이다. 디드릿트도 지금 에스타스에게 감사해 하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일까라며 자문해 보았지만 거기에 감추어져 있는 새로운 진실은 자신에게는 발 견될 것 같지 않았다. "이제 갈께요." 밝은 목소리로 디드릿트는 말했다. "하지만요.절망하기 위해 가는 건 아니예요.나는 나의 진실을 찾을 셈이예요.에스타스 와는 다른 진실을요.아니요 어쩌면 그것은 같은 진실일지도 몰라요.하지만 설령 같은 진 실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사람 각자각자가 다르다고 생각해요.그러니까 에스 타스와 다른 답을 찾아낼지도 모르잖아요.숲밖의 세계에서,요." 그리고 인간에게,라며 디드릿트는 속으로 살짝 부가했다. 에스타스는 살짝 끄덕이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디드릿트는 그 오른손을 잡고,힘껏 힘을 담아 쥐었다.인간들이 재 회할 때,그리고 헤어질 때 행하는 인사라는 것을 디드릿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디드릿트는 춤추는 듯이 몸을 회전시켜서 에스타스에게 등을 돌렸다. 그리고 뛰어나갔 다.일진청풍(一陣淸風:한바탕 일어나는 시원한 바람)처럼. 바로 숲을 빠져나와 디드릿트는 넓은 초원으로 나왔다.우선 바다를 보려고 속으로 생각 하고 있었다.그 엄청나고 커다란 샘에 발을 담그고 그 차가움을 확인하는 것이다. 진실의 나뭇잎은 거기에서도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르니까. -SORIEL (** 최종근(SORIEL)님의 글을 그대로 옮깁니다.**) 드디어 하이엘프의 숲도 끝냈습니다. 이것으로 두 번째 장편의 번역을 무사히(?) 마치 게 되었습니다. 이번 하이엘프의 숲은 전작 로도스의 번역기간의 두배인 거진 1년이 걸렸습니다.그만 큼 게을러 졌다는 증거겠지요. 나름대로 신경을 쓰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마추어.많은 실수와 오역들이 이곳저 곳에 존재하고 있습니다.하지만 그런 점들은 애교로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마지막 두편을 남겨두고 정말 많은 고생이 따랐습니다.다 제 신변상의 문제지만,위염 과 장염으로 한 달간을 고생했으며 마지막편 번역이 완성되기 전날인 어제는 일하다가 교통사고(?)도 당했습니다.다행스럽게도 단순한 타박상으로 끝났지만 조금만 잘못됐어도 하이엘프의 숲 완결은 몇 달 더 늦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 동안 빨리 번역을 끝내야지하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서 이제는 원래 생각하고 있던 일(?)을 저질러볼 참입니다.꽤 늦어진 군대도 가야되겠고... 하여튼 이제부터는 이리저 리 바쁘게 뛰어다닐 것 같습니다.고로 흑의의 기사나 다른 환타지물 번역은 3년 뒤로 연기될지도 모릅니다.최소한 장편소설의 번역은 그렇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군대가기 전에 간단한 단편하나라도 더 올리기 위해 노력은 해볼 참입니다. 끝으로 부끄러운 실력으로 번역한 하이엘프의 숲을 끝까지 봐주신 여러분께 감사 드립 니다. 그럼,안녕히 계세요. -SORI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