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 버스터 4권 Contents 1장 협조 2장 위성포 3장 비밀 통로 4장 본진 5장 펜들의 인간화 6장 미스릴 광산 7장 전쟁 8장 황제 9장 오해 10장 펜들 11장 데스티니 vs 진 12장 초능력 1장 협조 파지짓. 콰앙! 난 마지막 남은 로봇에서 홀락을 뽑아냈다. 그러자 전기 소리와 함께 로봇이 폭발했다. 물론 폭발 데미지는 내 주변에 둘러쳐 놓은 배리어가 가볍 게 막아 주었다. 그때 홀락의 말이 들려온다. -휴우, 역시 짐승. "뭐라고?" -아, 아니야! "....." 내가 아죽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바로 말을 돌리는 홀 락. 짐승이라니, 어딜 봐서 나에게 '짐승' 이라는 요소가 담겨 있단 말인가? 짐승은커녕 짐승의 '짐' 자하고도 인연이 없는 이 몸을 말 이다. 그나저나.... "이게 전문용어로(?) 개판이라는 거군." 말 그대로 개판이다. 개판이라는 말에 이렇게 근접한 상황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수백 기가 넘는 로봇들의 잔재만 남긴 채 바닥에 뒹 굴어 다녔고, 그런 로봇들에게 죽음을 당한 시체들이 즐비하 게 널려 있다. 난 항상 피 모드를 고집하는 관계로 피를 봐도 그다지 마음 에 동요가 생기지 않았는데, 이건 아니다. 피보다는 너무나도 잔혹하게 죽은 모습이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모두 일단 이동!" 그때 렌탄 아저씨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일단은 이동하는 게 낫겠지. 살아 있는 이 지옥을 벗 어나서 말이다. -3백기 모두 전멸. -..... -그것도 위성 로봇 데론이 보내온 정보에 따르면 한 인간에 의해 모두 전멸되었다고 합니다. -..... 이곳 로봇들의 왕이자 강한 힘과 지식을 가진 존재인 크렌 은 부하의 보고에 순간적으로 굳어 버렸다. 분명 그는 로봇이다. 하지만 비약적으로 강한 힘과 지식을 얻으면서 감정을 갖 게 된 존재가 크렌이다. 감정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로봇인 까닭에 놀라는 일 따위 는 없다고 할 수 있는 그가 놀라고 있다. 진심으로 말이다. 그는 말했다. -전투력이 얼마지? -지금 확인 중입니다. 3분만 기다려 주십시오! -알겠다. 전투력이란 이들 크룬들이 상대방을 손쉽게 제압하기 위해 만들어 낸 방법이다. 한마디로 상대방의 힘을 전투력이라는 것으로 환산해서 그 힘을 파악하는 거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맞는 힘을 보내면 손 쉽게 자신들은 승리할 수 있게 되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 전투력이라는 걸 대략 100 정도 소유하 고 있고, 공격을 주로 담당하는 인간들은 수천에서 많게는 수 만에 달하는 힘을 갖고 있다. 그렇게 약 3분이 지나고, 조사를 하던 로봇의 입이 서서히 열렸다. 그리고 경악할 만한 말을 내놓았다. -전투력 측정 불가. -.....! -전투력 측정 불가입니다. -그, 그럴 수는 없다! 전투력이 측정 불가라니! -그 존재에게는 미지의 힘이 하나 남아 있는 것 같 습니다. 그 미지의 힘 자체가 파악 불가. -미지의 힘? -그렇습니다. 저희 크룬 300기를 전멸시켰을 때 모 든 힘을 발휘한 게 아닌 걸로 추정됩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크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솔직히 말해 300기가 되는 크룬들이 파괴되는 것도 불가능 하다. 그것도 한 인간에 의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불가능한 일이 실제 일어나고 말았다. 한 인간 에 의해서 단 한 기도 온전히 남지 못하고 모두 파괴되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혼란스러운 크렌이었다. 그런데 그게 모든 힘이 아니라고?! 아직 미지의 힘이 남아 있다니! -있을 수 없다. 그건! 크렌은 그렇게 외쳤고, 잠시 후 그 말에 그 부하 로봇은 조 용히 말했다. -오차율 0.00000000001%입니다. -..... 크렌은 온몸에 싸늘함이라는 감정을 느껴야 했다. 로봇인 그가 그런 감정 따위는 느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상하게 유독 오늘, 처음으로 그런 감정이 느껴진다. 싸늘함이라는 감정이. 사망 인원 총 700명, 부상 인원 총 900명. 상당하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로봇 대가리(?)들 때문에 인간들이 입은 피해는 막심하다 못해 피눈물 나는 지경이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거주지도 날아가 버린 상태로 방황하고 있다. "제길." 렌탄 아저씨는 분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자신들 쪽에서 배신자가 생겼다. 그리고 그 때문에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되고 말았다. 렌탄 아저씨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설마 자신들의 동료라고 생각했던 존재가 배신을,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 때 릴 줄은 몰랐을 테니까. "고맙다." ".....?" 그때 갑자기 렌탄 아저씨가 내게 다가오더니 뜬금없이 말 했다. "뭐가요?" 렌탄 아저씨의 말이 이어졌다. "네가 아니었더라면 지금 우리들이 이렇게 대화하는 것 자 체가 불가능했겠지." "하하하." "정말 고맙다." 꾸벅. 그 말과 함께 고개를 90도로 숙이신다. 아하하하! 대략 난감하다. 나보다 나이 많은 분에게 이런 인사는 별로 원치 않는데 말이다. 그 순간, 렌탄 아저씨는 고 개를 숙인 상태에서 말했다. "부탁이 있다." "네?" "나에게 너의 힘을 빌려 다오." "....." "부탁한다." 덥썩. "헉!" 과감히 무릎을 꿇어 버리시는 렌탄 아저씨 정말 난감이다. 거듭 말하지만 나이 많은 분에게 받는 인사. 별로 안 좋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무릎까지 꿇어 땀이 삐질삐질 난다. "저, 저기...." "부탁한다!" "....." "제발 우리에게 너의 힘을!" "....."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무릎을 꿇고 있는 렌탄 아저씨. 하하하, 난감하네. 하지만 사실 이렇게 부탁하지 않아도 난 저 로봇들에게 볼 일이 있다. 왜냐고? 그 로봇들의 대장에게 내가 찾는 영혼 지 팡이 크레시스 존, 보석 프란체스카로 추정되는 물건이 있으 니 말이다. 난 무릎을 꿇고 있는 렌탄 아저씨를 향해 말했다. "저한테 부탁 안 하셔도 돼요." ".....?!" "어차피 그 로봇들에게 단독 면담이 꼭 필요하거든요." "그, 그 말은?!" "네. 그 로봇과 같이 사랑을(?) 나누죠." "....." "....." "고맙다!" 나의 말에 감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렌탄 아저씨. 하하하, 거듭 말하지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그 로봇들과 단독 면담은 필수니까 말이다. 2장 위성포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건 무얼까? 난 이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다. 그건 바로 작전 회의.... 졸라 졸라 졸라 재미없다. 으악! "일단 거주지부터 찾아봐야 할 듯싶습니다. 크룬들과 제대 로 된 전쟁을 하기 위해서 거주지는 필수니까요. 물론 우리에 게 상상 이상의 힘을 가진 존재들이 도움을 주신다니 수월하 겠지만요. 하하하." 그러면서 렌탄 아저씨는 나를 지그시 바라본다. 하지만 기분은 별로다. 여자가 지그시 또는 그윽하게 바라보면 좋은데 남자가 그 런 눈으로 바라보면 영.... 그게 어떤 의미라기보다 그냥 그렇게 바라보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소리다. 쳇! "그럼 일단 거주지에 대해...." 렌탄 아저씨의 이야기가 계속되어 가고, 그 이야기에 모두 집중한다. 그중에서 유독 나만 집중을 못하고 있다. 아니, 나뿐만 아니라.... -재미 절라 없네. "맞아. 지겨워." 우리 검 한 마리(?)와 솜사탕 한 마리는 나의 생각과 일치 하는 듯싶다. 저렇게 열심히 구시렁대는 걸 보니 말이다. -주인, 뭐 재밌는 거 없을까? 그때 홀락이 말한다. 저기 홀락 군, 여기서 갑자기 재밌는 걸 찾다니? 거듭 말하 지만 지금은 작전 회의 중이라고, 이런 상황에서 재미있는 거 라니? 하아! "킁킁." "넌 또 뭐냐?!" 그 순간 갑자기 개처럼 킁킁거리는 펜들. 난 저런 모습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저놈은 개 종류가 아 닐까 하고.... 사실 펜들의 종족은 불투명하다. 그래서 항상 난 '미생물 확인체' 라고 부르고 다닌다. 하지만 저런 개 같은 모습을 보 일 때마다 사실은 개과에 속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킁킁." 그때 다시 킁킁질(?) 해 대는 펜들. 도대체 쟤 왜 저래? 다행히 소리가 크지 않아서 이쪽으로 시선이 물리지는 않 았지만, 약간만 더 컸어도 분명 이 중요한 회의에 초를 쳤을 것임에 확실하다. 그때였다. 초롱초롱. 갑자기 펜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그것도 맑고 깨끗하게! 난 알고 있다. 펜들의 눈빛이 저렇게 변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디냐?!" "몇 퍼센트?!" "....." "이번에는 절대 못 불어!" "....." "무보수 절대 사절이야!" 너무나도 강력하게 무보수 절대 사절이라고외치는 펜들. 난 그에게서 엄청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정열적인 모습을 보이다니,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 는 거군. 하아, 어쩔 수 없나? 지금까지 고생한 것도 있으니. "10%" "오케이!" 나의 말에 금방 수긍하는 펜들. 크윽! 저 솜사탕에게 10%를 헌금해야 하다니 가슴이 찢어 질 것 같다. 그렇지만 저놈이 아니었더라면 지금 이런 이야기조차도 불 가능했을 터. 그걸로 위로해 보자. 여기서 잠깐, 궁금할 거다. 갑자기 내가 이렇게 흥분한 것 과 펜들의 눈빛이 맑고 깨끗하게 된 것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말이다. 이것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펜들은 돈에 관련된 일이 아니면 절대 저런 눈빛을 보이지 않는다. 죽. 어. 도. 오직 돈에 관련되었을 때만 눈빛이 맑아지고 깨끗해진다고 해야 하나? 그게 바로 펜들이라는 놈이다. 그 말인즉 지금 눈빛이 맑아지고 깨끗해졌다는 건 확실히 돈에 관련된 일이라는 거다. 물론 펜들의 착각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지만 그건 쓸데없는 생각이다. 거듭 말하지만, 저놈은 돈에 관련해서는 전설적이다. 일명 레전드.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다. 크크크. 그나저나 이런 차원의 세계에서 돈이 나갈 물건이 면....? 다시 돌아가면.... 하하하! -근데 주인 ".....?" -잘 생각해 보니까 하나 궁금한 게 있어. "뭐가?" -우리 다시 원래 세계로 어떻게 돌아가? "이상한 질문을 해 대기는. 다시 그 이상한 마족 자식 을..." 헉! 허헉! 난 숨이 갑자기 차오르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놀라서 말이다.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단 한 가지, 그 자식이 안 보인다? 우리를 이곳으로 보내 준 미친 마족 같은 놈. 그놈이 보이지 않고 있다. 아니, 어느새 사라졌다. 바람과 함께..... -튀었나? 홀락의 한마디. 튀었나? 그 말은 즉? "이건 아니야! 그 자식 다시 잡아야 돼! 그 자식 없으면 못 돌아간다고!" "무, 무슨 일인가, 데스티니 군?!" 갑자기 지랄 발작을 하는 나를 보고 렌탄 아저씨는 당황해 서 물어보았지만, 자세하게 설명을 못할 것 같다. 일단 간단하게. "저, 잠시 좀 나갔다 오겠습니다!" "으응?" "아주 중요한 놈을 잃어버렸어요(?)!" 한편 그 이상한 마족, 즉 데스티니에 의해 봉인이 풀린 마 족 베르는 처음 이동되었던 장소의 근처 동굴에 숨어 있었다. 다시 판타지 세계로 가는 문을 열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서이다. "크크크! 바보 같은 인간들, 내가 없어진 것도 모르다니, 케케케케." 베르는 음침하게 웃었다. 사실 그가 이렇게 탈출할 수 있었던 건 갑작스럽게 일어난 대전투 덕분이다. 이곳으로 넘어오자마자 보이는 이상한 로 봇들. 그리고 그 로봇들이 마을에 와서 난동을 피웠고, 그렇 게 되자 모든 인간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 덕분에 베르는 은근슬쩍 바람과 같이 사라졌고, 지금과 같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탈출한 거였다. "이걸로 이제 저 괴물 같은 인간을 여기에다 가두고 다시 인간들을 파멸로. 케케케." 베르는 생각만으로도 흐뭇했다. 저 괴물 같은 인간의 압도적인 무력에 밀려 다시는 인간들 을 파멸시키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인간이 이곳에 남는다면? 즉, 저쪽 차원에는 그 인간이 사라진다는 거다. 그뿐 아니라 그는 모르고 있었지만 자신들의 전설적인 존 재인 마왕 게르니아에게는 더없이 엄청난 축복이었다. 랭킹 1, 2, 3위가 동시에 사라지는 거였으니까. 물론 덤으로 데스티니가 들고 있는 신기도 말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들이 아무리 발악을 해서 나머지 신기 두 개를 찾는 다고 하더라도 게르니아를 이길 수는 없다. 절대! 어찌 됐든 지금 베르는 자신도 모르는 와중에 엄청나고 대 단한 일을 실행하고 있는 중이었던 거다. "그나저나 저 이상한 것들, 거슬리네." 여기에 와서 처음 본 로봇들. 사실 판타지 세계에 익숙한 베르에게 저 로봇들은 생소하 기 그지없었다. 아니, 생소한 정도가 아니라 아무것도 모른다 는 게 정확하다. 몸통에서 미사일을 쏘지를 않나, 깡통같이 생긴 게 막 날아 다니지를 않나, 별별 이상한 기술들을 다 쓰는 것들이다. 그리고 제일 거슬리는 것은 강하다는 점이다. 깡통 주제에 엄청나게 강하다. 그런 까닭에 최상급 마족이라는 베르가 이렇게 동굴 속에 몰래 숨어 있는 거였다. 그때 베르는 약간 생각에 잠긴 모습을 하더니 중얼거렸다. "앞으로 4시간이면 되는 건가? 케케케." 콰앙! -처리해라! 적이다! "닥쳐, 이 자식들아!" -적 난입! SSS급으로 지정된 적이다. "닥치라고!" 난 나를 향해 개소리를 해 대는 로봇들을 홀락으로 가볍게 부수면서 중얼거렸다. 지금 내가 있는 장소는 그곳. 우리가 맨 처음 이동을 하자마자 본 곳이자 렌탄 아저씨와 만난 그곳이다. 당연한 말ㅇ리지만 다시 원래대로 차원을 열 기 위해서는 그 공간이 필요할 테다. 즉 이곳을 통해 다시 간다는 뜻. 그러니 이곳에 있을 게 분 명하다. 그리고 저 로봇들이 멀쩡한 모습으로 싸돌아다니는 걸로 보아 아직 그 마족은 이곳에 있다. 펜들의 말로는 차원 이동을 한 다음에는 24시간의 시간이 지나야 한다고 했으니까. -적이다. -모든 인원을 투입해라. -최강의 적이다. -어서 지원군을! 무뚝뚝한 로봇들의 음성이 들려오지만, 지금은 그걸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내가 신경 쓰고 싶은 건.... "이 빌어먹을 마족 놈 어디 갔어!" "헉!" 베르는 경직했다. 근처 동굴에 숨어 있던 베르는 아주 당당하게 로봇들의 한 복판에 뛰어들어 로봇들을 살벌하게 부숴 버리는 데스티니를 보고 놀라 온몸이 굳어 버렸다. 사실 자신도 엄청 부담스러울 정도로 강한 로봇이다. 그런 로봇을 저렇게 손쉽게 부수다니. 아무리 봐도 괴수였다. 도무지 인간의 힘으로는 저런 행동이 불가능하다. "이 빌어먹을 마족 놈, 어디 갔어!" 그때 들려온 분노에 찬 목소리. 그건 분명 자신을 찾는 목소리였다. 분명 저 괴수는 자신을 찾고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움츠러드는 베르. 그는 생각했다. 여기서 들키는 순간, 개죽음이라고. -나타났습니다. -그 인간이? -네. 주인님. 크렌은 자신의 부하의 보고에 속으로 싸늘한 미소를 지었 다. 물론 겉으로는 로봇의 모습이기에 표현이 되지 않았지 만.... 사실 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그놈이 나타나기를 말이다. 그 정도의 압도적인 힘과 미지의 힘을 가진 존재라면 평범 한 방법으로는 죽이지 못한다. 그렇다면.... -위성포를 준비해라. -네. 주인님. 파지직. "으악! 이 자식아, 안 튀어나와?!" 난 괴수처럼 로봇들을 부수면서 그 미친 마족을 찾기 위해 개난리를 피웠다. 그리고 애타게 불렀지만 반응이 없다. 제길! "주인, 아마 동굴 같은 데 숨어 있지 않을까?" ".....!" 그때 펜들의 한마디. 동굴 같은 데 숨어 있지 않을까?! 그 말인즉?! 난 그 말에 반응해 재빨리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아주 시기적절하게 보이는 동굴 하나. 아주 적절하게 보인다. "훗." 그리고 필이 온다, 필ㄹ이. 한마디로 입질(?)이 와. 후후훗! -저기군. "빙고! 홀락 군!" 난 홀락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저기다, 저곳에서 확실 히 구린내가 난다. 저 동굴에 이상한 마족이 숨어 있을 거 야. 크캬캬캬. 그때였다 -철수한다. -철수한다. -철수한다. -철수한다. -철수한다. 로봇들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철수한다'를 외치더니 번개같이 뒤로 물러섰고, 난 그런 그들을 보고 굳어 버렸다. 재네들 왜 저래, 갑자기? 난 뜬금없는 이사아 반응에 머리를 긁적였고, 그때였다. 흠칫. 뭐냐?! 이 어마어마한 폭발적인 힘은?! 느껴진다. 엄청난 에너지의 힘이 말이다. 그것도 하늘 쪽에 서..... 난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았고, 그때 내 눈에 포착되는 한 장면. 하얀색의 빛이 내려온다. 아니, 빛이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하나? 어찌 됐든 복 잡 미묘한 빛이 내려온다. 엄청난 파괴력과 함께. 여기서 잠깐. 요새는 빛도 엄청난 힘을 보여 주는 시대일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빛이 저 정도의 힘을 가진다는 건 생 각지도 못할 일이고, 앞을로도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그렇다면 간단히 요약해 저 빛은 그냥 빛이 아니라는 거다. 그럼 무슨 빛? 땡빛? 흐음. 어찌 됐든 평범한 빛 따위는 아니다. 절대! 그리고 내 눈이 맛이 간 게 아니라면.... "레이저?! 이런 미친!" 위성포다. SF영화에 등장하는 엄청 멋들어진 무기, 위성포. 하늘에서 둥둥 떠다니는 위성들을 이용하는 공격 방법으 로, 그 파괴력은 가히 핵 수준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당연한 말이지만, 저거에 맞으면 뒈진다. 흔적도 없 이.... 크윽! 시간이 지날수록 우릴를 덮치는 빛 새끼(?),아니 빛님. 무섭다. 내 이 게임에 접속해서 위성포라는 말도 안 되는 걸 겪을 줄이야... 진짜 꿈에서도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주인, 봉인 다 풀어!" "뭔 개소리?!" "지금 내가 대충 계산했는데, 저 엄청난 힘과 주인의 미쳤을 때의 힘을 비교하면 주인이 미쳤을 때의 힘이 우위야!" 그때 펜들의 한마디가 들려온다. 저 개자식을! 뭐? 미쳤을 때의 힘?! 말을 해도 꼭 저렇게 사람 허파 뒤집어지게 해야 되는 거 냐?! 아니, 그것보다.... "내 모든 봉인을 풀면 가능하다고?!" "내 생각이 맞는다면 저 위성포 자체를 홀락으로 하늘에서 중심점 을 정확히 공격하면 부숴 버릴 수 있어!" 내 살다가 위성포를 검으로 부수라는 황당한 미션을 들을 줄이야. 그냥 미사일이라면 검으로 잘라 내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빛이라는 속성을 띠는 위성포를 단순히 검으로 자 르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해 준 건 펜들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저 자식은 천재다. 충분히 가능하니까 저 런 말을 하는 것일 테다. 제길! "주인, 어서!" 펜들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오고, 난 그 말에 거의 자포자기 심정으로 봉인을 풀기 시작했다. "홀락, 중력 해제!" -오케이! 파앗. 그리고 연속해서 은빛의 팔찌도 풀었고, 마지막으로 그 후 유증이 심하다는 그것까지 해 버렸다. 온몸을 폭발시키듯 힘을 끌어올렸다. 파지짓! 그러자 내 몸을 감싸 안는 무지막지한 힘. 아무리 생각해도 이 힘은 정말 사기 같은 힘이다. 평범한 힘하고는 굿바이(?). 파앗. 그리고 순간적으로 검은색의 머리카락도 붉은색으로 변한 다. 한마디로 자동 염색이랄까? 최종 변신을 하면 왜 머리 색 깔이 바뀌는지 궁금하기는 한데, 아직도 그 비밀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 난 모든 힘을 풀고 나서 하늘을 향해 홀락을 치켜세웠다. 그런 다음 어마어마한 크기로 떨어지는 위성포를 바라보았 다, 저기가 중심점이다. 저 중심점을 홀락으로 갈라 버린다. 내 모든 힘을 다해... "빌어먹을! 이런 괴상한 미션은 취미 없다고!" 파앗! 난 그 말과 함께 힘차게 도약했다. 그리고 홀락을 위성포의 중심 지점에 그어 버렸다. 그 순간! 파지지짓! 무언가가 소멸되기 시작했다. "마, 말도 안 돼!" 베르는 믿을 수가 없었다. 저 괴수가 또 한 번의 변신을 했다. 그것도 완전 초괴수로. "이,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저런 힘이 가능하다고?!" 베르는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엄청난 힘이 담긴 에너지. 그리고 그 에너지를 검으로 잘라 버리는 말도 안 되는 광경. 보고도 절대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 지금 이 상황이 꿈이기를 바랬다. 저건 이미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수준, 보는 것만으로도 숨 이 턱턱 막힌다. 이건 마치 자신들의 절대적인 존재 게르니아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죽음의 사신이 자신을 부르는 것 같다. 저 인간에게 걸리는 순간, 자신은 맞아 죽을 거라고. 그때였다. "에잇!" 갑자기 몸이 작아지는 그 괴수(?). 10살짜리 꼬마 아이로 변했다. 베르는 그 모습을 보고 눈을 비비고 확인했지만, 확실했다. 꼬마 아이로 변한 게 맞다. 그렇다면....? "기, 기회다?!" 저런 폭발적인 힘을 푼 뒤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변행되어 나타나면 대부분 경우 모든 힘을 잃어버린다. 그게 보편화 되어 있다 보니 베르도 그렇게 생각했고 말이 다. 그래서 그는 지금 약해진(?)데스티니를 죽일 생각이었다. 물론 몸만 작아져서 전투에 약간의 불편함이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 데스티니가 가진 원래의 힘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는 베르였다. -위성포 소멸. -..... -위성포 이상의 힘이 위성포의 중심점을 건드려 소멸 된 것 같습니다. -그, 그럴 수가?! 크렌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자신들의 최강 무기라고 불리는 위성포가 소멸됐다? 그것 도 그 이상의 힘이 위성포의 중심점을 건드려서 말이다. 솔직히 말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위성포의 힘을 뛰어넘는 힘이라니! -..... 크렌은 막상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물론 저번에 자신의 부하에게 전투력 측정 불가라는 말을 들어서 보통 강한 인간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에너지의 결집체인 위성포를 뛰어넘는 힘이라니! 크렌은 너무나도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었지만, 자신의 부 하들에게는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 주기 싫었기에 그는 최대 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물었다. -이번에는 미지의 힘이 공개되었으니, 전투력이 확인 되었겠지? 크렌은 확신했다. 저번에는 힘이 감춰진 듯싶어 전투력을 확인하지 못했지 만, 지금은 전투력을 모두 사용했으니 분명히 힘이 측정되었 을 거라고. 하지만... -측정 불가. -무, 무슨 소리?! 크렌이 떨리는 듯 말했다. 로봇에게서 감정이 담긴 목소리를 듣는 건 거의 불가능하 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런 감정조차도 느끼지 못한 게 크렌이 었다. 하지만 그는 처음으로 느꼈다, 경악이라는 감정을. 부하 로봇의 말이 이어졌다. -100만을 넘어가다 폭발되었습니다. -100만! 전에 말했지만 보통 사람들의 전투력은 100에서 1,000사 이다. 그리고 잘나가는 전투력을 가진 존재들은 적게는 수천 에서 많게는 수만이었다. 하지만 100만이라니, 그게 가능한 수치란 말인가? 아니, 100만이라는 것도 아니다. 100만을 넘어가다가 폭발되었다는 것은 그 이상의 힘을 가 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빌어먹을! 크렌은 두렴움이라는 새로운 감정에 어찌할 줄을 몰랐다. 으아악! 또다시 꼬맹이가 된 몸, 우울하다. 흐흑! 사실 내 옷 자체에 자동으로 크기가 조절되는 마법이 걸려 있지 않았다면 난 지금쯤 이 옷 한복판에서 누드로 돌아다녀 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불편하잖아!" 위성포를 소멸시킨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앞으로 며칠간 불편하게 지낼 생각을 하니 암울하 다. -귀여운 걸. 후훗! "죽고 싶냐?" -..... "내 몸은 이래도 충분히 너를 삶을 수는 있다고." -..... 나를 보고 감히 귀엽다고 해 대는 마검 홀락에게 경고 한 번 때린 나, 감히 누구한테! 안 그래도 꼬맹이 모습이 진짜 마음에 안 드는데 말이다. "크크크! 하하하하." ".....?" "페페페페페(?)...." 뭐냐? 이 개거지 같고 짐승 같은 웃음소리는? 아니, 들어 봤다, 분명 이 목소리를 말이다. 그때 내 눈에 보이는 한 인물, 내가 절실히 찾고 있었던 인 물이다. 그는 아까 입질(?)이 왔던 그 동굴에서 흐뭇한(?) 미 소와 함께 튀어나왔고, 어려진 나를 깔보는 시선으로 바라보 신다. "하아." 그러고는 이상한 소리를 내신다. 잠시 못 본 사이에 돌아 버린 거냐?! 보통 이렇게 단시간에 돌기 위해서는 무언가 엄청난 충격 을 받아야지만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데 말이다. 한편 흐뭇한(?) 미소를 지은 그 마족은 소리쳤다. "기회다!" ".....?" "나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무슨 개소리냐?!" "크크크! 하찮은 인간." 어라? 저놈이 미쳤나? 나한테 그렇게 두들겨 맞은 뒤로는 쩔쩔 매던 놈이다. 그런 데 지금 나보고 하찮은 인간?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거지 같은 인간." "....." "개새끼 같은 인간. 키키키!" 별별 말이 다 튀어나온다. 으윽, 혈압이.... 저 자식의 갑작스러운 욕에 혈압이 마구 상승되면서 쓰러 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나였고, 그 순간이었다. "인간, 넌 내게 기회를 준 것이다. 죽어라!" 그러면서 흑백의 검을 뽑아 들더니 내게 맹렬히 다가온다. 뭐가 뭔지 모르겠네? "혹시 저 바보가 주인이 어린아이의 모습이 되니까 무지무지 약해 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그때 펜들이 내게 한 말, 확실히 일리가 있다. 아니, 확실하다. 갑작스럽게 저렇게 자신감 넘치는 모습하고 나를 깔보는 모습. 그렇다면 지금 어린아이로 변한 내 모습만을 보고 저런 행동을 보이는 거다. "바보다." 펜들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다. 외형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려고 하다니. 물론 움직임이 불편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투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몸이 작아진 데 대한 장점도 있다. 그건 바로 스피드! 어린아이의 몸이기에 더욱 빠른 스피드가 가능하다는 거 다. "후후!" 한편 그 마족은 열심히 내게 달려왔고, 그 모습을 본 난 싸 늘하게 웃었다. 그런 다음 내 키를 훌쩍 넘어가는 홀락을 들면서 착하게(?) 웃었다. "죽었어!" 3분 후. "으아악! 그, 그만!" "이 자식을 콰악!" "죄, 죄송해요!" "뭐, 죄송? 지금 나 죽이려고 했잖아!" "아, 아니에요! 전 그냥 단지....." "단지 뭐?" "그, 그냥....." "닥쳐." 퍼버벅! "으아악!" 지금 아주 멋진 장면을 연출 중이다. 한 어른이 열살짜리 꼬맹이한테 무지막지하게 밟히는 장 면. 보통 이런 광경을 사람들이 목격했다면 보고도 절대 믿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어린아이가 된 데스티니에게 정말 죽도록 쥐어 맞고 있는 게 말이다. "데, 데스티니?" 케인 형은 내 작아진 몸을 보더니 당황한 듯 말했고, 난 어 색하게 웃었다. "하하하." "마지막 봉인까지 푼 거냐?" "위성포가 떨어져서, 하하하!" "위, 위성포?!" 케인 형은 위성포라는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모습이다. 아니, 당연한 건가?! 위성포라는 멋진 게 하늘에서 떨어졌으니까. 케인 형은 더듬거리며 물었다. "내,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 위, 위성포?" "네." "그, 그 SF 영화에 가끔씩 등장하는 그거?" "네." "하늘에서 에너지의 결정체에다가 핵폭발의 힘을 뛰어넘 는 그 위성포?" "그, 그런 것 같은데요." "....." 케인 형은 위성포라는 말에 똑같은 걸 계속해서 물어봤다. 그것만으로도 저 형이 얼마나 놀랐는지 알 수 있는 거겠지. "저, 저기, 데스티니....." "네?" 케인 형은 더욱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무지막지한 위성포를 달랑 검 한 자루로 소멸시켰다는 거냐?!" "뭐, 어찌하다 보니, 하하하." "그, 그건 '어찌하다 보니'라고 말할 수준이 아니잖아!" 그런가? 흐음, 내가 생각해도 좀 그렇긴 하다. 핵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진 위성포를 검 한 자루로 소멸시 키다니, 사실 소멸시킨 나도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 타인에게 이해를 바라다니, 그건 좀 무리일지 도... 후우. "이놈 좀 잘 부탁해요." "어, 어딜 가냐?" "일하러 가요." ".....?" 난 케인 형에게 그 미친 마족을 넘기면서 말했다. 케인 형 정도의 실력이면 이 마족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도 있을 뿐만 아니라 혈화도 있다. 전혀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그렇다면 다시 한탕(?) 뛰러 가는 거다. 케인 형은 내가 일하러 간다는 말을 제대로 이해를 못했는 지 다시 물었다. "갑자기 일이라니, 무슨 소리냐?!" "펜들." "설마?" "네, 펜들이 냄새 맡았어요." "....." 그 말에 모두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케인 형. 저 형도 알고 있다. 펜들의 전설적인 개코를. 그의 개코는 신을 가른다고 전해진다. 뭐, 믿거나 말거나. 어찌 됐든 펜들과 돈이라는 관계는 절대적이라고 해야 하 나? 그런 게 있다. 그만큼 그의 개코는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 하고 다 인정한다는 거. 난 케인 형에게 말했다. "형은 따분한 작전 회의나 해 주세요. 저희들은 그동안 돈 좀 벌고 올 테니까요." "....." "그럼 가 볼게요. 아, 저 미친 마족은 잘 관리해야 돼요. 중 요한 놈이거든요." "아, 알았다." 난 케인 형에게 그 미친 마족을 잘 부탁한 뒤 그대로 가려 고 했다. 그런데..... "나도 갈래." "루네?" 어느새 루네가 내게 달라붙어 자기도 간다고 우긴다. 그녀는 뾰로퉁한 모습으로 말했다. "재미없어." "....." "이런 걸 왜 하는 거야?" 그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정말 이 재미없는 걸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간단히 싸 우면 될 것을 가지고 왜 머리 아프게 머리를 돌리는 건지, 역 시 이상한(?) 사람들이야. "왜 하기는, 당연히 더욱 효율적으로 대쳐하기 위해서지." 루네의 투정에 케인 형이 웃으면서 말했고, 난 그 말에 굳 었다. 난 방금까지 생각했다. 그냥 간단히 싸우면 될 거라고. 그에 비해 케인 형은 더욱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란 다. 그럼 여기서 잠깐, 케인 형은 왠지 모르게 유식해 보인다. 그에 반해 그냥 싸우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난 무식해 보인 다? 헉! 그, 그래, 아직까지는 내 속마음이었으니 아무도 모를 거다. 어서 케인 형의 말에 동조를 하는 거야! 난 애써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루네, 맞는 말이야. 케인 형의 말처럼 더욱 효율적으로 대 처하기 위해서지." 카! 뭔가 있어 보인다. 확실히 말이다. 한편 나의 이런 모습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고, 난 그 모습 에 역시 나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감동하고 감동했 다. 그런데.... "풋, 과연 그런 생각을 했을까?" "무, 무슨 말이냐, 펜들? 펜들이 갑자기 웃더니 내게 한마디 던졌다. 그놈은 내 주변을 한 바퀴 돌더니 말했다. "아니, 단순히 난 주인이 그런 생각을 했나 싶어서 말이야." "....." "난 왠지 아닌 거 같아서." "....." "후후," "....." 저 자식을! 펜들은 또다시 내 주변을 한 바퀴 돌더니 말했다. "그냥 간단히 싸우면 될 거 가지고 왜 머리 아프게 머리를 돌리는 거지 이상한 사람들이야 하고 생각을 한 것 같아서." "....." "후훗." 저 자식, 내 머리에 들어왔다 간 거냐! 어떻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나의 생각을 그대로 읽어 내는 거지?! 이런! 하지만 여기서 인정하면 난 무식함의 결정체가 된다. 절대 인정할 수 없다. "무, 무슨 소리일까? 하하하하." "후후." "....." 제길! 저 솜사탕 자식, 먹어 버리든가 해야지! 으악! 지금 생각 같아서는 당장 냄비에 넣고 삶아 버리고 싶지만, 그럴 경우 지금 펜들이 한 말을 모두 믿게 될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그런 짓을 할 경우 찔리는 게 있어 서 펜들에게 그런 저질적인(?) 행동을 했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러니 지금 난 펜들에게 손끝 하나 댈 수 없는 상태. 재수 없을 정도로 똑똑하다. 으아악! "후후." "....." "후후후." 계속해서 나를 보고 음침하게 웃는 펜들. 내 꼭 저 자식을 냄비에 삶으리라! 으악! 3장 비밀 통로 "헤헤." "....." "헤헤." "....." 나를 보고 그윽한 눈빛과 이상한 웃음을 흘리는 루네. 왜, 왜, 왜? "좋다. 그치?" "으응, 뭐." 내 곁으로 다가와 웃는 루네. 아, 아찔하다. 난 그녀의 질문에 모르겠다는 듯 말했다. "조, 좋다니?" "알면서....." "....." "저번에 이어서 우리 둘만의 시간이잖아." 헉! 그 말에 과거가(?) 떠오른다. 위험했던 과거가. 아니, 위험했었나? 행복하기도 했던 것 같고, "루, 루네, 갑자기 왜, 왜 그래?!" 난 더듬거리면서 말했고, 그 말에 루네는 유혹적인 미소와 함께 물었다. "모르는 척할 거야?" "....." "남녀가 단둘이 있다. 어때?" 어떻기는, 좋지. 아, 아니, 이게 아니라..... "여기는 홀락과 펜들.... 에? 이것들 어디 갔어!" 그때 갑자기 사라진 홀락과 펜들,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 루네는 어려진 내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더니 말했다. "귀여워." "....." "헤헤." "....." 이, 이건 아니다. 이건 분명 불법적이다. 난 지금 10살짜리의 몸. 그런 10살짜리의 꼬맹이를 한 미 소녀가 잡아(?)먹으려는 광경이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원조 교제?! "루, 루네, 지금은.... 아, 안 돼. 내, 내 몸을 봐." "상관없어." "....." "귀여운 몸인걸." 헉! 이, 이분, 레즈뿐만 아니라 로리, 아니 쇼타콘에도 눈을 뜨 신 거?! 물론 그때 그 경악 아줌마랑 이분은 격이 다르다. 그분은 괴수지만, 이분은 초특급 미녀. 이해할 수 있다. 아니, 솔직히 말해 당하는 꼬마 남자들도 좋을 거다. 확실히.... 스르륵. "루, 루네..." 그때 내 가슴을 후르르 쩝쩝(?) 손으로 만지더니 그대로 바 닥에 쓰러뜨리는 루네. 그러더니..... "좋아?" 네, 좋아요. 너무 좋아요. 아, 아니야! 이건 짐승 같은... 그때였다. 스르륵. 루네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블라우스를 벗어 버렸고, 그 렇게 되자 갑자기 상체는 속옷만 입은 상태가 되었다. 그런 까닭에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눈에 팍팍 들어온다. "이것도 풀어야지." 헉! 헉! 나는 그 말과 함께 브래지어 후크에 손을 갖다 대는 모습을 숨을 쉬지 못한 채 바라보았다. 물론 말려야 했다. 이건 아니 라고..... 하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고 눈은 가슴에 고정된 상태다. 나도 어쩔 수 없다는 거다. 파파팟. ".....!" 그때였다. 나와 루네의 주변에 꽂히는 수십 개의 단검. 그리고 너무나도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럴 줄 알았어." "....." 혈화였다. 혈화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난 억울 하다! 난 피해자(?)라고, 절대적으로 내가 덮치려는 게 아니 었단 말이다! 난 다급하게 말했다. "오, 오해야." "....." "저, 정말 오해야."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 그건 맞는 말이다. 나는 누워 있고(?), 루네는 브래지어만 착용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나도 알고 싶다. "....." "쳇!" 루네는 안타깝다는 듯한 얼굴로 한마디 내던지더니 잠시 후 나를 향해 방긋 웃으면서 벗어 둔 옷을 챙겼다. 그러더니 말했다. "그럼 난 이만! 잠시 후에 올게." "루, 루네!" "바이, 바이!" "헉!" 그대로 떳다, 그 자리를..... 전문용어로 날랐어! 루네가 사라지자, 당연하지만 나와 혈화만 남게 되었다. 상황에 따라 저런 초특급 미소녀와 단둘이 있는 건 축복이 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축복이라기보다 무서운 상황이다. 터벅터벅. 혈화는 천천히 몸이 작아진 내게 다가오더니 더 차가워진 목소리로 물었다. "이야기를 들어 봤으면 하는데?" "....." 이런 제길! "그러니까 네 말은 덮쳐지는 입장이었다는 거야?" "그, 그렇다니까! 하하." "너 정도의 힘을 가진 존재를 덮쳐?" "....." "그 누구도 당해 내지 못할 정도의 힘을 가진 너를 덮칠 수 가 있을까?" "....." 아주 정곡을 찌르는 혈화의 한마디, 맞는 말이다. 일단 덮치기 위해서는 공식(?)이 필요하다. 그 공식은 바로 덮치는 존재가 덮침을 당하는 존재보다 압 도적인 힘을 가져야 한다는 거. 그래야지만 손쉽게(?) 덮칠 수가 있는 거다. 덮쳐지는 상대가 덮치는 상대보다 강하다고 하면, 덮치는 상대는 그대로 세이 굿바이, 한마디로 이 세상과 이별을 하게 된다. 아 참,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에, 그러니까 내가 몸이 이러다 보니...." "거짓말할 생각하지 마." "....." "몸이 그 상태가 되어도 힘이 그대로라는 걸 다 알고 있 어." "....." "....." 캑! 그 사실을 어떻게 아는 거지? 그건 아주 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르는데? 심지어는 레나도 모르는.... "내가 제보했지." 저 솜사탕 삐리리 같은 자식이! 그때 혈화의 근처로 다가와 자기가 범인임을 인정하는 펜 들은 어쩔 수 없다는 어조로 말했다. "주인, 이해해 줘." 이해해 주기는 개뿔! 저 개자식을! 방금 전에도 시비(?) 걸더니, 이제는 아예 제보를 하는구 나! 펜들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혈화가 돈을 준다잖아." "....." "그래서 불었어." 한마디로 돈과 나를 선택하라는 과제에서 돈을 선택했다는 거냐?! 주인을 버리고? 무슨 저런.... 크윽! 난 진심으로 분노했다. 내가 돈에 팔려 간 기분, 정말 분노가 치민다. 그때 혈화는 나를 노려보더니 말했다. "이제 다시 이야기를 하고 싶어." 난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정말 하기 싫어, 혈화 양, 크윽! 혈화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하지만 그 모습조차도 너무나 도 아름다워.... 아, 아니, 이게 아니라 무슨 핑계를 잡아야 하는데? "거짓말하면 두고 봐," "....." 그때 내 상각을 눈치 채기라도 한 듯 경고 들어가는 혈화. 크윽, 어쩔 수 없나? 난 생각 끝에 진실을 말하기로 했다. "에, 그러니까 혈화 양." ".....?" "에, 난 남자야." ".....?" "방금 전에 목적한 것같이 난 절대 그러긴 싫었는데.... 흐음, 뭐라고 해야 하나? 남자의 본능? 그게 막 나를 지배하 는 거야!" "....." "난 정말 싫었어!" "....." "하지만 여자가 옷을 벗는다면, 남자의 본능 같은 게 마 구..... 왜 그러니까 뭐 그런데.... 하하하하." 난 최대한 변명을 해 댔지만 어색하다. 너무나도 말이다. 이런 나의 변명하는 모습을 본 혈화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 진다? 엥? 그리고 잠시 후 혈화의 충격적인 한마디가 들려왔다. "나도..... 보여..... 줄까?" ".....?" 뭘 보여 준다는 걸까? 뭘, 뭘, 뭘?! 뭘 보여 준다는 거지?! 무슨 말이지?! 무슨 뜻이냐! 혈화의 한마디에 정신이 나가 버린(?) 나.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지났을까. 난 지금 상황과 혈화의 말을 열심히 조합해 봤다. 그렇게 되자 나온 결과, 그건 바로..... 옷 벗겠다는 소리?! 헉! 헉! 혀, 혈화가 오, 옷을....! 숨이 넘어갈 것 같다. 절대 예상치 못했던 말이다. 혈화가, 혈화가....? 번쩍. 그 순간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 그런데 저 게 나를 떠보기 위해서 말하는 거라면? 난 순식간에 저질이 된다. 아니, 저질 정도가 아니라 짐승 수준이 될 거다. 그러니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혈화가 진심으로 저 말을 했 든가 아니면 나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서 그런 말을 했든가 하 는 두 가지 경우 중 하낟. 첫 번째일 경우, 당연한 말이지만 엄청 멋진 상황. 하지만 두 번째일 경우에는 엄청 슬픈 상황이 연출된다. 난 도대체 뭘 선택해야 하는 거지?! 아니, 그것보다 만약에 첫 번째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여기서 '보여 줘!'라고 말하면 왠지 모르게 슈퍼 저질이 될 거 같다. 크아악! 그, 그렇다면.... 엄청난 고뇌와 역정(?) 속에서 고민을 해 댄 나는 최종 결 론을 내렸다. 그건 바로... "무, 무슨 소리야. 하하하. 혀, 혈화. 하하하." "....." 너무나도 당황스러워서 말도 잘 안 나온다. 그 순간 내 눈에 보이는 펜들. 그놈은 나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맞다. 저 자식! 저 자식 때문이다. 요새 심하게 기어오를 뿐만 아니라 나를 기만하고 있다. 그래, 저 자식을....! "혀, 혈화, 나 잠시만!" 난 지금 상황의 어색함도 벗어나고 싶을 뿐만 아니라 펜들 과의 단독 면담이 필요했기에 그 말과 함께 그대로 펜들을 낚 아채듯이 잡았고, 그런 다음 제트기에 달하는 속도로 사라졌 다. 물론 한 놈의 비명이 들렸다만..... "사, 살려..... 으악!" 하지만 펜들의 비명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왜냐면 간단하게 한 번에 때려서 기절시켰으니까. "내가 매력이 없는 걸까?" 혈화는 조용히 바람과 같이 사라진 데스티니를 보고 중얼 거렸다. 그런 말을 할 줄은 자신도 몰랐다. 하지만 그런 과감한 말을 했다. 자신도 모르게 말이다. 분 명 처음에는 자신을 이긴 데스티니에게 자신과의 약속을 지 키기 위해 결혼을 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그게 아니게 되어 버 렸다.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데스티니를.... "하아....." 한숨이라는 단어와는 전혀 거리가 없던 얼음 공주 혈화의 입에서 자그마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지금 만약에 이 장면을 타인이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 다. 그만큼 지금 장면은 놀라움의 극치였으니까. 주변에서 모은 나무로 열심히 불을 지피고 있는 나. 그리고 그 불 위에 검은색 냄비가 올려져 있다. 그 냄비에는 각종 요리 재료가 들어가 있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메인 메뉴는 기절한 한 미생물체가 밧줄에 묶 여 있는 상태다. 그리고 난 식칼 하나를 들고 열심히 휘두르 고 있다. 보통 이런 걸 보 면 그다지 희한하다고(?) 느끼지 않을 거 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나의 외형적인 모습은 10살. 10살짜리 꼬맹이가 웬 미생물체를 놔둔 채 식칼을 휘두르 는 아주 그랑상스(?)한 장면, 분명 다른 사람들이 '서프라이 즈!'라고 외칠 게 분명하다. 흐음. "끄음." 그때 기절했던 펜들의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난 그런 펜들을 향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일어났어?" "....." "안뇽." "....." 펜들은 굳었다. 요리사 복장을 한 채 열심히 칼을 들고 있 는 내 모습을 보고 말이다. 혹시나 몰라서 비상시에 음식을 해 먹기 위해 준비해 놓은 이 요리 기구들이 이렇게 고맙기는 처음이다. 이렇게 공갈 협박할 때 사용하게 되었으니까. 난 완전히 굳어 버린 펜들의 옆에 그대로 식칼을 꽂아 버렸 다. 파앗. "헉!" 식칼이 자신의 옆에 박히자, 기절할 것 같은 모습을 하는 펜들. 난 그런 펜들에게 물었다. "잘 잤어?" "....." "왜 대답이 없을까?" "자, 잘 잤어요!" 존댓말까지 하는 펜들. 확실히 공포에 젖어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낼 순 없어. 확실하게 공포 분위기로 협박 을 해야지 다음부터 기어오르지 않을 거다ㅣ. 난 공포에 떨고 있는 펜들의 얼굴을 손으로 만지면서 말했 다. "너 맛있겠다." "....." "네 생각은 어때?" "저, 저는 맛없습니다." "네가 맛있는지 맛없는지 어떻게 알아?" "....." "네가 널 먹어 봤어?" "....." "아니잖아. 그렇지?" "....." "그러니까 내가 특별히 맛있는지 맛없는지 봐 줄게. 꿀꺽!" "....." 난 그 말가 함께 침 넘어가는 소리를 과도하게 냈고, 그 모 습에 펜들은 완전 패닉 상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난 속으 로 웃었다. 그때..... "저, 정말 맛없습니다!" "정말?!" "네!" 그 어느 때보다 경쾌하게 대답하는 펜들. 무섭긴 무섭나 보다. 그리고 이런 아름다운(?)일을 하는 내 자신이 살짝 사악해 보이기도 한다만..... 솔찍히 말해 난 이런 아름다운(?)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절대. 하지만 저 솜사탕 자식이 가만히 있으니까 계속해서 깝죽 거리신다. 그런 까닭에 어쩔 수 없이 이 방법을 선택한 거다. 그나저나 여기서 멈출 법도 하건만 난 멈출 생각이 전혀 없 다. 이왕 시작한 거 확실하게 즐기는(?) 거다. 크크크! 난 펜들에게 말했다. "뭐, 상관없어." ".....?" "지금 배고프거든. 맛없어도 먹지, 뭐." "자, 잠깐! 저, 저는 몸이 작아서 먹을 것도....." "흐음." "머, 먹을 것도 없어요! 자르면!" 내가 식칼을 들자 그렇게 말하는 펜들. 난 그런 펜들의 설 득에 고개를 끄덕여 줬다. 그런 다음 그대로 식칼을 뒤로 던져 버렸다. 휘익! ".....!" 한편 식칼이 사라지자 금세 안심하는 펜들. 이런 쪽으로는 머리가 안 돌아가나 보구나? 후후. 난 그대로 펜들을 들었다. 그러면서.... "그럼 그냥 통째로 삶아 먹지." "으아아악! 주, 주인, 살려 줘!" "안녕." "아아악!" "세이 굿바이!" 난 그 말과 함께 그대로 냄비 속으로 던졌다. 그러자 펜들은 괴상한 비명과 함께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물론 냄비에 들어가기 바로 전에 펜들을 잡아서 냄비 안으로 골인은 안 되었지만 말이다. "이 자식은 겁도 많다니까." 펜들은 입에 보글보글 거품을 문 채 기절한 상태다. 그나저나 약간(?) 난폭한 모습을 보였군, 크음! "펜들이 왜 이래?" "으응?" "협박했지?" "무, 무슨 소리야. 하하하하." 내가 기절한 펜들을 데리고 나타나자 한마디 하는 혈화. 협박이라니, 난 그저 잠시 대화를(?) 했을 뿐. 영어로 '아 임 유월 스피킹?' 혈화는 기절한 펜들을 보더니 곧 나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잠시 후 말했다. "펜들이 나한테 정보를 준 것 가지고 보복한 거 아니야?" "내, 내가?" "....." "순수계의 레전드인 내가?" "....." "거듭 말하지만 난 결백해! 절대 결백해!" 혈화는 나의 결백하다는 말에 나를 빤히 쳐다보신다. 저 눈빛은 나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눈빛? 진짜 결박하다 (?).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그 순간이었다. "끄응." 펜들이 깨어난다. 펜들은 깨어난 직후 멍하니 있다가 열심히 주변을 살피더 니 외친다. "나 살았다!" 찌릿. "....." 그렇게 되자, 혈화가 나를 찌릿 바라본다. 그냥도 아니고 찌릿하게.... "펜들." "으응?" 혈화가 조용히 펜들을 부르자 펜들은 의아한 듯 대답했고, 혈화는 다시 한 번 나를 쳐다본 뒤 펜들에게 물었다. "데스티니가 협박했어?" "....." "괜찮아, 말해 봐." "....." 말하면 안 된다! 말하면 혈화 양에게 나의 점수는 무지무지 깎일 거다. 그리 고 찍히겠지, 협박이나 하는 나자라고 말이다. 컥! 난 다급히 펜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하면 죽여 버리겠어' 라는 눈빛을 찌릿 하고 보 냈다. 내 눈빛을 받는 펜들이 나와 혈화를 번갈아 본다. 그리고 잠시 후. "무, 무슨 소리야? 데스티니가 나를 왜 협박해?" "....." "마, 맞아. 내가 왜 협박해? 하하하." "....." 혈화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휴우, 그나저나 펜들 자식 현명한 선택을 했다. 정말 현명한 선택을 말이다. "킁킁." "....." "....." "....." "킁킁." 우리는 열심히 킁킁대는 펜들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정말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놈은 개과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할 수 없을 테니까.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것! 그 엄청난 거리의 돈 냄새를 단지 후각만으로 알아챌 수 있 는 걸까? 그게 가능한 걸까? 만약에 가능하다면 저건 거의 초능력의 수준이다. -아무리 봐도 신기한 놈이야. 후후! 그때 신기하다고 하나디 하는 홀락. 저번에도 저런 대사를 들은 것 같은데, 다른 존재가 그런 소리를 했다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신기한 놈의 표본인 네놈이 그런 말을 하니 참으로 알록달록한(?) 기분이다. "찾았다!" 그때 찾았다고 외치는 펜들! 오, 드디어 온 거냐?! 그게 말이다. 펜들은 그 말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마구 길을 가기 시작했 다. 그리고 난 그런 펜들을 열심히 쫓아갔고..... 후후! 돈아, 기다려라. 내가 가요! "....." 난 묻고 싶다. 여기가 진짜 돈님이 계신 데냐고? "어, 어라? 분명 돈 냄새가 여기서 나는데....." 그때 펜들도 지금 도착한 이 장소와 돈 냄새와의 관계가 미묘한지 그렇게 중얼거렸다. 확실히 미묘할 거야. 미묘 해...... "에? 여기는 공동묘지잖아?!" 그때 루네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맞다. 루네의 말대로 여기는 공동묘지다. 물론 정상적인 공도요지가 아니다. 로봇들의 급습에 의해 무덤은 다 파헤쳐졌고 비석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잔재만 남 아 있을 뿐이다. 어찌 됐든 그런 공동묘지랑 돈의 관계? 뭐지?! 난 당황하는 펜들을 그윽하게 바라보았고, 그런 내 눈빛에 펜들은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지, 진짜야! 돈 냄새가 난다고!" "....." "믿어 달라고!" "....." "정말이라고!" "펜들." ".....?" "요새 너의 개코가 맛이 갔나 보구나?" "지, 진짜..... 으악!" 자신의 개코가 미쳤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펜들. 아, 펜들의 말이라면 100%라고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펜 들의 개코가 미치는 바람에 괜히 삽질한 기분이다. 내가 또 다른 장소라면 일말의 희망이라도 가ㅏ진다. 하지만 공동묘지다. 공동묘지에 보석이라니, 이 언밸런스하다 못해 어이가 없 는 관계는 도무지 용납이 안 된다. 쳇! "철수." 난 그 말과 함께 기운이 빠진 채 흐물흐물 걸어 나갔다. 그때였다. "여기 공동묘지가 아니야." "엥?" 갑작스럽게 들려온 혈화의 하나디. 공동묘지가 아니라고? 그럼 혼자 묘지? 나의 고급 유머를 이해 못하는 이 상황, 무지무지 무안하 다. 그나저나 혈화의 한마디, 여기가 공도요지가 아니라는 건 무슨 뜻일까? 혈화의 말이 들려온다. "죽음의 기운이 없어." ".....?!" "공동묘지라고 하면 죽음의 기운이 있어야 돼. 하지만 이 곳은 없어. 조금도...." 응? 없다고? 죽음의 기운이?! 혈화는 최고의 어쌔신 단체의 리더다. 그만큼 어쌔신에 관 해서는 최고의 수준이라는 거다. 그리고 어쌔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죽음이다. 그런 그녀가 죽음의 기운을 느끼지 못한다? 그건.....? "구라냐?!" 그렇다. 이 공동묘지가 구라라는 가망성이 높다는 거다. 내가 약간 상위급 언어를 써서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 까닭에 간단하게 설명해 주겠다. '구라는 즉 속임수.' 여기서 내가 말한 구라는 순화된 언어로 '속임수'라고 불 린다. 즉, 이 공동묘지는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가짜로 만들어진 공동묘지라는 소리다. 그렇다면 나오는 결론은..... "뭘 숨겨 놓은 거냐!" 그렇다. 분명 중요한 게 숨겨져 있기에 이런 속임수로 공동묘지를 만들어 놓은 것일 테다. 솔직히 말해, 공동묘지에 뭘 숨겨 놓는다는 건 평범한 생각 을 가진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범위다. 그뿐 아니라 그걸 재현하기 위해 친히 이렇게 진짜 같은 가 짜 공동묘지를 만들다니, 확실히 구린내가 난다. "찾자!" 나의 눈은 반짝거렸다. 그분이 오셨다, 그분이! 흐음, 이거 분명 남들이 보면 범죄 행위다. 그것도 아주 저질 범죄. 일면 무덤 파괴꾼(?) 아, 아닌가? 어찌 됐든 간단하게 말해 무덤을 파내서 거기에 있는 돈 되 는 것을 훔쳐 내는 아주 불량한 직업. 그 일을 우리는 하고 있 다. 물론 여기는 진짜 무덤이 아니다. 하지만 진짜 무덤을 완벽하게 재현해 놓은 장소다. 타인이 본다면 확실히 범죄 행위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여 기에 뭘 숨겨 놓은 것을 찾는 일이다. -저, 저기, 주인. "왜?" 그때 홀락이 열심히 칼질(?)하던 나를 불렀다. 그런 나의 뚱한 어조에 홀락은 난감한 듯 말했다. -이건 아니라고 보는데. "뭐가?" -나같이 지적인 검을 가짜 묘지나 파헤치는 데 쓰다니 말 이야. "뭐가 아닌 건데?" -..... "난 좋구만." -..... 난 지금 열심히 칼질 중이다. 마음 같아서는 삽으로 가짜 무덤을 파고 싶었지만, 아쉽게 도 지금 내 수중에는 삽이 없다. 그래서 대타로 사용하는 게 검. 검으로 땅을 판다는 게 가능하냐고 질문하는 사람이 있을 터이다. 결론은 가능하다는 거다. 좀 많이 불편하지만. -주, 주인, 이건 진짜 아니라고 봐. ".....?" -난 마검이라고! "그래서 어쩌라고?" -마검을 땅 파는 데 쓰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 있잖아?" -그러니까 그게 잘못된 거라고! "글쎄." -..... 난 모르겠다, 뭐가 잘못된 건지. 삽으로 파는 건 되는데, 마검으로 파면 안 된다? 이런 공식을 누가 만든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러니까 내 가 마검으로 땅을 파든 나무질을 하든 전혀 상관없다는 거 다. 퍽퍽퍽. 난 인정사정없이 검으로 가짜 묘지를 찌른 뒤 그대로 자르 듯이 파냈다. 삽으로 파듯 하는 건 불가능하기에 틀을 만들어 그 틀을 통째로 들어낸다고 해야 하나? 어찌 됐든 심오한 작업이다. "킁킁킁." 그때 또다시 킁킁대기에 들어간 펜들. 펜들 군, 제발 부탁이다. 찾아 다오! 나의 허니를(?) 펜들은 홀락으로 마구 파낸 무덤을 열심히 뒤지더니 잠시 후 외쳤다. "찾았다!" ".....!" 난 그 말에 펜들이 있는 장소로 그대로 달려갔다. 그러자 보이는 건 계단이었다. 계단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 "으악! 보물이다, 보물!" 그 말이 끝이었다. 난 그대로 그 계단을 미친 듯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보물인 거다, 보물! 하늘이 내가 너무 착하게 살아서 보물을 주신 거 다. 후훗! 4장 본진 스으으읍. 멋지군. 정말 멋져. 난 그 생각만을 반복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상황에서 떠오르는 단어는 저거밖에 없다. 정말 멋지다는 거다. 이렇게 멋질 수가 있는 걸까? 지금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내 주변에는 개떼처럼 잔뜩 모여 있는 로봇들 때문이다. 사실 난 그 계단을 다 내려가면 보석님이 나를 보고 반길 줄 알았 다. 하지만 보석님은커녕 깡통님이 나를 한껏 반겨 주신다. 그것도 몸 대가리(?)에서 미사일을 마구 발사하시는 신비 의 몸을 가진 깡통님들이. -적. -위험! -적이 난입했다. -본진에 최강의 적이 난입했다. -39지역 지원 바람! -적이다. 그렇게까지 소문 안 내도 됩니다만, 왜 더 부르고 난리십니 까? 하지만 나의 이런 조그마한(?) 바람은 모른 채 계속해서 불 러 대신다. 크윽! 사실 지금 이 장소는 그리 넓은 공간이 아니다. 우리 주변 에 깔린 100기의 로봇을 제외하고는 조금 오버해서 발도 못 펴는 넓이다. 그런 공간으로 계속해서 부른다. 그리고 우리는 완전히 같 혀 있다. 멋져. 그나저나.... "펜들, 이 깡통들이 네 눈에는 보석으로 보이는 거냐?" "그, 글쎄..." "....." "부, 분명 돈 냄새가 났는데...." "....." "지, 진짜야!" "흐음, 아무리 봐도 네 코 드디어 맛 갔어." "....."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저질(?) 깡통들과 돈을 연관 지을 수는 없잖아?" "그, 그렇지 않아!" "강한 부정은 긍정이지." "....." "돈에 관련된 너의 슈퍼 레이더는 이미 퇴몰이 된 거야." "마, 말도 안 돼!" 펜들은 자신이 퇴물이 되었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 하지만 인정해야 된다. 넌 한 물갔다. 쳇! 그럼 나도 슬픈 건가?! 사실 펜들이라는 놈이 크레이스 존 을 설치하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게 바로 돈 냄새를 맡는다는 거였다. 그 덕택에 상당히 많은 돈을 벌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그 기능이 사라졌어. 슬프기 그지없구나. 흐흑! 그때 로봇들의 무감각한 어조가 들려온다. -미사일 준비. -미사일 준비. -미사일 준비. -미사일 준비. -미사일 준비 헉! 이런 미친! 이 좁은 방 안에서 미사일을 쏘겠다고?! 그럼 우리뿐만 아니라 너희도 싹 다 날아간다고. 하지만 저들은 로봇이다. 로봇에게 감정 따위가 있을 리는 만무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죽음 따위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빌어먹을... 난 그대로 홀락을 집어 들었다. 역시나 작은 몸집 탓에 홀락을 다루는 데 있어서 불편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몸으로라도 상대해야 하는 거다. 그나저나 다시 3차 봉인을 풀어야 하는 건가?! 내가 푸는 그 괴수 같은 힘은 정상일 때만 풀 수 있는 게 아 니다. 이런 몸 상태에서도 충분히 풀 수 있다. 물론 몸에 무리는 간다. 확실히 말이다. 하지만 당면한 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일단 이곳에서 살아나야 한다는 거다. 그렇지만 여기서 3차 봉인을 푼다고 해도 산다는 보장이 없다. 아니, 난 살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루네와 혈화가 어마어마한 미 사일의 연타를 맞고 견딜 수 있냐는 거다. 솔직히 말해 불가능하다. 공간이 넓다면 모르겠는데 지금은 피할 공간 자체가 없다. 나야 3차 봉인을 풀면 일단 자체 배리어가 생성되는데, 그녀 들은 아니었으니까, 크윽! -발사 3초 전. -발사 3초 전. -발사 3초 전. -발사 3초 전. -발사 3초 전. 그때 수백 기에 달하는 로봇의 음성이 들려온다. 젠장,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지금 상황을 타개하 느냔 말이다! 으악! 그때였다. -모두 중지! ".....?!" 엥? 중지라니?! 갑자기 한 로봇이 중지를 외쳤다. 그리고 다른 로봇들은 그 로봇의 말에 따라 미사일을 배 위로 내놓은 채 멈춰 버렸다. 그때 한 로봇이 말했다. -우리 주인님이 너희를 포획하라고 했다. "....." -반항할 시에는 모든 미사일이 너희들에게 날아갈 것 이다. "....." -얌전히 있어라! 하하하. 한마디로 생으로 잡혀 들어가는 거냐?! 제길, 마음 같아서는 절대 승낭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루네와 혈화를 봐서라도 저 말을 들어야 할 거 같다. "알겠다고 전해." 5장 펜들의 인간화 -인간, 너인가? "글쎄올시다." 나는 몸이 완전히 결박당한 나를 향해 묻는 한 로봇을 향해 뚱한 어조로 말했다. 다른 로봇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 다른 로봇들은 좀 허접한 모습인 것에 비해 이 로봇은 안 그렇다. 주변을 둘러싼 은빛의 갑옷과 반짝반짝 빛나는 검이 그의 허리를 단단히 지키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온몸이 전부 무기다. 레이저나 미사일 기타 등등 엄청나게 강력해 보이는 미사일로 도배질을 했다. 쳇! 그에 비해 난 이게 뭐야. 정체불명의 밧줄로 온몸이 칭칭 감겨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밧줄에 무슨 삽질(?)을 했는지 힘이 안 올라온다. 마치 그때 그 쇼타콘 아줌마가 한 방법과 흡사해, 흐 음... -반항할 생각은 하지 않을 게 좋을 거디. 그 밧줄은 모든 전투력을 무력화하는 능력을 가진 것이다. 너의 힘 이 아무리 강해도 소용없다. "....." 전투력? 뭐, 마나 같은 건가?! 대충 그런 의미인 것 같다. 전투력을 무력화한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러면 간단히 풀이해서 전투력은 곧 마나를 뜻하고, 그리 고 이 밧줄은 그 힘을 봉쇄한다? 오케이! 다 이해했어. 아니, 이게 아니라..... "그래서 목적이 뭔데?" 난 짜증난다는 어조로 말했고, 그 말에 그놈은 별 감정 없 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해부다. 해부? 해부? 해부? 컥! 해, 해부래! 내가 해부라는 말을 잘못 알고 있지 않다면 해부는 그 '해 부'다. 가끔씩 보이는 이상한 생물체의 몸뚱이를 즐겨 보는(?) 그 해부 말이다. 물론 독극물 검출이나 뭐 그런 것을 시체에 하는 해부라는 것도 있다. 하지만 난 팔락팔락 살아 있다. 그런 나를 해부하겠다는 소리는 내 몸뚱이를 보고 즐기겠 다는 소리다. ".....!" -인간이 가질 수 없는 힘을 가진 인간. "....." -너의 몸을 조사해서 나도 그 힘을 갖겠다. "....." -순순히 협조해라. 그렇지 않다면 너의 동료들이 무 참히 죽을 것이다. 하하하, 난감하네. 지금 난 혈화와 루네와 떨어진 상태다. 난 이곳에서 내 몸 을 해부하겠다고 저질적인 발언을 해 대는 로봇과 일대일 면 담 중이고, 혈화와 루네는 로봇들이 가득한 곳으로 끌려갔다. 한마디로 대기 포화 상태? 그러니 간단히 말해, 여기서 내가 반항하면 그녀들은 그대 로 다구리 당하신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여기서 얌전히 해부를 당해야 하나? 또 그건 아니다. 분명 해부를 당해서 이 세상과 별거(?)하면 분명 저 로봇들 은 인정사정없이 혈화와 루네를 죽일 것이다. 이 잔혹한 로봇들이 그녀들을 살릴 이유가 없으니까. 그때 그 로봇은 다시 입을 열었다. -순순히 협조만 한다면 너의 동료들을 살려 주겠다. "수준 이하의 구라군." -..... "내가 그런 수준 낮은 구라에 통할 줄 알았음?" -인간, 나에게는 인질이..... "난 바보가 아니야." -넌 감정이 없는 건가?! 동료를 팔 건가?! "아니, 그럴 리는 없잖아. 이미 저쪽은 시작했을 테니까." -.....? "나 100만 썼다. 제길!" -.....?! 내 말을 이해 못하는 저놈. 뭐, 굳이 이해시킬 필요는 없지만. 난 그대로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3차 변신 이다. 파지짓! -.....! 파지짓! -다, 당장 멈춰라! 안 그러면 너의 동료들을.... 내 힘을 억압하기 위해 만든 밧줄조차도 3차 봉인 앞에서 찢어지고 있다. 그렇게 되자 저 로봇은 두려움 가득한 목소리 로 말한다. 흐음, 저놈은 다른 로봇들과 달리 감정이 있나 보다. 뭐, 대장이니까 그 정도 옵션은 필수겠지? 파지짓. -도, 동료들을 주, 죽이겠다. "충고하겠는데, 죽지는 말라고 전해 줘." -..... 파짓. 그 말과 함께 나의 몸을 꽁꽁 묶었던 밧줄은 그대로 소멸되 었다. 그리고 난 곧바로 허공을 저으면서 외쳤다. "홀락!" -오케이! 나의 부름에 홀락이 공간을 찢으면서 나타났다. 난 그런 홀락을 가볍게 잡았다. 아직 몸이 작은 상태여서 저번처럼 편하게는 휘두르지 못하겠지만, 저런 저질 로봇 하 나 정도야 손쉽게 이길 수 있다. -제, 제길! 인간들을 모두 죽여라! 그때 그 말과 함께 로봇들이 방 안으로 우르르 물려왔다. 얼마나 많은지 세기도 귀찮다. 아니, 안 셀 거다. 그냥 다 부숴 버릴 테니까. -저기 주인? "왜?" -혈화와 누나는? "펜들이 가 있어." -헉 그 말은?! "100만 원이다." -컥! 짜, 짠돌이 주인이?! "그래도 일단 살려야 되잖아." -그,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이분들한테 이자까지 쓰리 곱빼기로 받아 낼 테니 걱정할 필요 없어." -하핫! "시작해 볼까, 홀락?" 난 그 말과 함께 그대로 웃었다. 한편 혈화와 루네는 굳어 있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하얀색의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길게 늘 어뜨린 미남자를 본 채. 키는 183cm 정도에 인간의 외모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완벽한 모습. 그뿐 아니라 하얀색 머리카락이 유난히도 잘 어 울린다. 보통 하얀색 머리카락과 잘 어울리기란 쉽지 않은데도 말 이다. 하지만 이 존재는 마치 하얀색 머리카락을 위해 태어난 존 재인 것처럼 하얀색 머리카락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그리고 그런 그의 손에 들려 있는 하얀색의 검. 그 검은 지금 한 로봇의 몸통을 관통한 채 있었다. 파지짓! 콰앙! 그대로 검을 뽑아 버리자 전기 소리와 함께 터지는 로봇. 그리고 그런 그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는 혈화와 루네. 얼음 공주라고 불리던 혈화조차도 표정이 흐트러졌다. "마무리다." "....." "....." 그때 그 순백의 남자가 나지막하게 한마디 던지고 나서 자 신의 하얀색 검을 검집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보던 루네는.... "페, 펜들?" ".....?" "펜들 맞아?" "응, 나 펜들인데." "....." "왜 그래?" "....." 그 말에 루네와 혈화는 기절할 뻔했다. 펜들이 인간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아 니, 인간으로 변한 건 그렇다 치고 저렇게 강할 줄이야..... 수백 기의 로봇을 검 한 자루로 모두 부숴 버렸다. 흔적도 없이 말이다. 저 정도면 거의 데스티니가 2차 봉인을 풀었을 때의 힘이 다. 그 힘을 지금 펜들이 보여 주고 있었다. "응, 왜 그래?" 펜들은 엄청난 충격에 굳어 버린 그녀들을 보며 이상하다 는 듯 물어보았지만, 그녀들은 역시 패닉 상태였다. 이 상태가 금방 회복되기는 무리일 터. 펜들은 그런 그녀들을 보고 이해가 안 간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희열에 찬 표정으로 외쳤 다. "100만 골드다!" 콰앙! -이 인간.... "내 이름은 데스티니라고, 이 아저씨야." -..... "그리고 네 몸뚱이에 박혀 있는 보석은 내가 가진다. 훗." 난 그 말과 함께 그대로 인정사정없이 그놈의 심장 부근에서 푸른 색의 보석을 뽑아 버렸다. 확실하다. 프란체스카다. 영혼의 지팡이 크레시스 존을 찾기 위한 프란체스카 말이 다. 파지짓. 파지짓. 파지짓. 그때 전기가 마구 튀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잠시 후..... 콰앙! 그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로봇들의 대왕. 오늘도 한 건 했군. 그때였다. 어어? 갑자기 빙글빙글 빙글빙글(?) 돌아가는 내 머리. 웩, 죽을 거 같아! -주인, 왜 그래?! 홀락은 나의 이상 현상에 당황해서 물었다. 왜 그러기는,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어. 으악! 어렸을 때 3 차 봉인을 풀었으니 말이다. 물론 각오는 했다. 하지만... 크윽! 털썩. -주, 주인! "....." 난 그대로 기절했다. "데, 데스티니?!" 혈화는 쓰러진 데스티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다급히 데 스티니의 안색을 살폈고, 데스티니는 얼굴에서 열이 나고 있 었다. "왜, 왜 이러는 거야?!" 혈화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홀락에게 물었고, 그 물음에 홀락은 당황한 어조로 말했다. -아, 아마도 봉인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또 한 번 봉인을 써서...... ".....!" -그것보다 어서 레나한테! "마, 맞아! 레나한테......! 혈화는 홀락의 말에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라면 분명 가능할 거다. 그녀라면 말이다. "....." "....." "....." "....." "힐!" 모든 일행들은 레나의 치료 마법을 숨죽이면서 바라보았 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데스티니는 완전 폐인(?)이 되어 버린 상태였다. 그런 그를 보고 제일 놀란 건 레나였다. 분명 돈을 벌어 오겠다고 하면서 갔던 데스티니가 이런 모습이 되어서 나타났으니 그럴 만도 했다. 물론 상처를 입은 건 아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힘을 끌어 쓴 탓에 이 모양이 된 거였다. 레나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데스티니의 모습을 확인하 고 다른 일행에게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이제 괜찮아졌어요." "그, 그래?" "정말?" "그런가?" 그 말에 케인가 루네, 렌탄 아저씨가 반색을 표하면서 말했 고, 혈화의 완전히 굳었던 얼굴도 풀렸다. 하지만 유일하게 표정 변화가 없는 분이 계셨으니, 그건 바로 진. 표정 변화가 조금도 없다. 아니, 오히려.... "허약하군." 이런 명언을 남기신다. 물론 그 말에 나머지 일행은 좀 당황스러운 듯한 표정이 되 었다. 레나는 편안한 표정으로 잠든 데스티니를 본 뒤 말했다. "이곳은 제가 맡을 테니 모두 하던 일 하세요. 오빠가 로봇 들의 보스를 죽여서 할 일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끄덕. 레나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데스티니가 혼자 본진에 들어가 로봇들의 보스를 해 치운 것 때문에 아주 일이 복잡해졌다. 아니, 복잡해졌다기보다는 뒷정리를 할 게 엄청나게 많아 졌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럼 우리 모두 레나에게 맡기고 나머지를 처리하죠." 그때 케인 형이 대표로 나서서 말했고, 모든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으윽." "오, 오빠?" "레나?" "네!" 내가 눈을 뜨자 나를 제일 먼저 반겨 주는 인물, 바로 레나 다. 하아, 저번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역시 레나의 신세를 지 는구나. 쩝! "미안해." 난 레나에게 진심을 담아 그렇게 말했고, 그 말에 레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니에요. 오빠만 괜찮으신 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인걸 요." "....." 크윽, 이런 깜찍이 같으니. 어떻게 말을 해도 이렇게 깜찍 스럽게 하는지 모르겠다. 싱긋. 그녀는 누워 있는 나를 보고 해맑게 웃었다. 너, 너무 예쁘다. 천사야! 그 순간..... 콰앙! "꺅!"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당황해서 그대로 넘어지 는 레나. 하지만 그냥 넘어지는 게 아니라 하필 내 쪽으로 넘어진다. 그리고 잠시 후. "....." "....." 흡! 나는 잠시의 황홀함에 빠져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레나의 입술이, 입술이 내 입술과 맞닿은 거다. 넘어졌는데 그게 하필 키스가 되어 버렸다. 즉 레나의 입술이 그대로 내 입술을 향해 다이빙을 했다고 할까? 그렇게 우리는 수 초 동안 멍하니 있었다. 하지만 곧..... "죄, 죄송해요!" 아니, 절대 죄송 안 해도 된다. 죄송하기는커녕 너무나도 기뻐서 눈물이 마구 흘러나오는 구나, 할렐루야! 난 다급히 떨어지는 레나를 보고 생각했다. 이왕 넘어진 것, 좀 더 이 상태로 있었으면 하고 말이다. 얼굴이 거의 홍당무 곱빼기가 된 채 어찌할 줄 모르는 레 나,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여운지 미칠 것 같다. 그때였다. 파지짓! ".....!" 살기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살기다. 내 살다 살다 이런 살기는 처음 느껴 본다. 그만큼 살기가 멋졌다(?). "데스티니?" 아, 이 친근한(?) 부름. 차가움이 온몸을 강타하는 이런 짜릿한 기분이란.... 휴 우. "난 믿었다." "....." "네놈이 짐승이라는 걸 알앗지만, 넌 내 라이벌인 만큼 이 런 짓거리는 하지 않을 줄 알았다." "저, 저기.... 진! 그러니까.... 지금 오해라고 말해도 안 믿겠지?" "....." "흐음,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문을 확 여는 바람에 레나가 깜짝 놀라 쓰러지면서 그게 지금 이 상황이 연출됐다고 하면 믿지 않겠지?" "....." "지금 네 생각은 가만히 있던 레나를 내가 갑자기 끌어당 겨서 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지?" "....." 맞다. 확실히 맞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아니, 나 같아도 갑자기 레나가 넘어져서 키스하는 그런 만 화 같은 상황보다는 남자 쪽에서 갑자기 끌어당겨서 강제 키 스를 한다는 설정이 더 그럴듯하다고 느낄 것이다. "....." "죽여 버리겠다." 헉! 그때 진의 한마디가 들려았다. 그리고 진은 자신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대검을 들고 내게 달려오신다. 으악! "지, 진정하라고! 난 지금 환자라고!" "....." "오, 오해야!" "....." 핮만 내 말을 들리지 않나 보다. 아니, 무시한다고 해야 하나? 그때였다. "오, 오빠!" "....." 멈췄다. 진이 단 한 단어에 굴복(?)했다. 레나의 '오빠'라는 말에. 진은 자신을 부른 레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고, 레나는 여전 히 얼굴이 붉어진 채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제, 제가 실수한 거에요." "....." "그,그러니까 제가 넘어지는 바람에....." "....." "오, 오빠한테 큰 실례를...." 헉! 큰 실례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큰 축복이지. 거듭 말하지만 난 레나와 방금 일어난 사건에 행복해 돌아 가실 것 같다. 영어로 풀이하자면 '아임 해피 다이?' 뭐 대충 넘어가자. 어찌 됐든 그런 일이 실례라니, 절대! 네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은..... "짐승." 이 한마디를 남긴 채 그대로 나가 버린다. 짐승이라니, 난 불가항력이었다고! 으악! 짐승은 정말 아닌데.... "저, 정말 죄송해요, 오빠. 기분.... 나쁘셨죠?" 그때 레나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기분이 나쁘다? 거듭 말하지만 만약에 레나와 이런 상황을 겪고 그런 미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이미 남자가 아니다. 중성체 혹은 게이다. 아니, 중성체 혹은 게이도 레나와의 키스라면 즐거울지도? 난 어쩔 줄 몰라 하는 레나에게 다정다감한 어조로 말했다. "기분이 나쁘기는...." "....." "사실 무지무지...." 찌릿. 흐음.... 뒤의 대사는 '무지무지 기분이 좋으니 다시 한 번 어때' 라곡 하려 했다. 하지만 이 차가운 시선을 느끼고서야 그런 소리했다가는 내 주변으로 몇백 개의 단검이 우르르 쩝쩝(?) 던져질 테다. 멋지군. "진에게 이야기 들었어." 혈화의 한마디. 진, 개자식! 평소에는 과묵 그 자체인 놈이 이런 일에는 무 지무지 재빠르구나! 으악, 젠장! 혈화는 천천히 내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강제로 키스했다며?" "무, 무슨 소리?!" "진이 이랬어." ".....?" "짐승 같은 놈이라고." "....." "그런 대사를 할 이유는 네가 강제로 레나의 입술을 빼앗 았기 때문이라고밖에 생각이 안 드는데?" "저, 절대 아니야." "....." "마, 맞아요, 언니. 제가 실수를....." "....." 그때 레나가 다급한 어조로 혈화에게 말했고, 그 말에 레나 를 바라보는 혈화. 레나의 말이 이어졌다. "제가 넘어지는 바람에 그만 실수를 오빠한테 큰 실례를 해 버렸어요." "....." "오빠는 아무 잘못도 없어요." "그래?" "네." 레나의 말에 냉동 창고였던 그녀의 얼굴이 살짝 풀렸다. 휴우, 다행이다. 오해가 풀렸어. 이걸로 다시 난 순수한 사람이 된 건가? 훗. 급 무안하다. "정말 고맙다!" 렌탄 아저씨는 나에게 그 말만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하하 하. 벌써 저 말만 10번 넘게 들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감격해 서 하는 사람에게 '그만 좀 하세요!'라고 하기에는 좀 그런 관계로 난 열심히 들어 주고 있다. "도대체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저는 돈이면 됩니다만, 은혜를 갚고 싶으시면 돈을...... 크윽! 속에서 끓어오르는 말을 하고 싶다. 하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아, 으악! 그때였다. 렌탄 아저씨는 붉은색의 주머니를 하나 꺼내신다. 그 안에 는 무언가 많이 들어 있는 듯 상당한 부피를 자랑하고 계신 다. 렌탄 아저씨는 그 주머니를 내게 내밀고는 말했다. "이거라도 받아 주길 바란다." "뭔데요?" "보석." ".....!" "넌 보석을 제일 좋아..." 휘익! 렌탄 아저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 보석 주머니는 내 손에 쥐어졌다. 그리고 난 당장 눈을 번쩍이면서 그 보석 주머니를 열었고, 그러자 보이는 어마어마한 양의 다양한 보석들. 내 머니 아이(?)에 의하면 최소 못해도 5,000만 원어치 이 상이다. 확실히! "하, 하하." 내가 보석 주머니를 너무 빨리 낚아채 가자, 렌탄 아저씨는 약간 난감한 듯 웃었다. 난 그런 아저씨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원래 성의를 무시하면 벌 받습니다." "그, 그래?" "네, 그렇고말고요! 주는 건 다 받아야 돼요! 특히 돈 되는 건!" 그렇다. 가끔씩 이상한 애들이 보상해 준다고 주면 도로 돌 려주는 미친(?) 짓거리를 하는데, 그건 진짜 미친 짓거리다. 왜, 왜, 왜?! 은혜를 갚겠다고 보상한 물건들을 도로 돌려 주느냔 말이다! 일단 자기 수중에 들어오면 그걸로 끝내야지! 그뿐 아니라 왜 처음에 돈을 주면 안 받으려는 거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것들이다. "정말 넌 우리들의 구세주다." "하하하, 아니에요. 저도 어차피 여기에 볼일이 있었던 거 고, 그리고 무엇보다 유익한 걸 얻었으니까요." ".....?" 유익하다는 말에 영문을 모르는 듯한 렌탄 아저씨. 뭐, 두말할 필요도 없이 지금 나에게 있는 이 보석들을 말 하는 거지, 후후! 상상치도 못한 장땡이다. 나에게 이것보다 유익한 게 있을까? 아마도 없을 거다. 그 만큼 나에게는 너무나도 유익한 거였어, 하하하! 그나저나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지? "렌탄 아저씨, 그럼 우리는 이만 가 볼게요." "조금 더 있다 가지 그러냐?" 렌탄 아저씨는 우리들이 좀 더 머무르기를 원하는지 그렇 게 말했고, 그 말에 난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러고 싶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거든요." "할 일?" "네, 자세히는 설명드리지 못하지만 저희 쪽에서는 거의 필사적이거든요." 맞는 말이다. 우리 쪽에서는 필사적이다. 게르니아 때문에 이 세계라는 게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말 이다. "자자, 그럼 문 열어." 난 케인 형에게 붙잡혀 있는 이상한 마족을 향해 말했고, 그 말에 이상한 마족은 그다지 탐탁지 않은 어조로 대답했다. "알았어요, 쳇!" 파지짓. 그 말과 함께 저번과 똑같은 모양의 게이트가 열렸다. 난 그 게이트를 향해 가면서 외쳤다. "잠시지만 즐거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난 그런 쪽으로 재능이 있는 거 같다. 흐음, 무슨 쪽이냐 하면 시선 모으는 재주? 뭐 그렇게 좋은 재주는 아닌 거 같다만. "가, 갑자기 게이트가 열리면서?!" "혹시 저놈이 범인?!" "일단 수상한 자다!" "잡아라!" "어서 잡아라." 아마도 내 예상이 맞는다면 갑자기 온천의 물이 다 사라지 자 그 이유를 조사하러 온 제국의 병사들인 듯싶다. 아니, 싶다가 아니라 확실한 거겠지? 한편 내 뒤를 이어 나온 모든 일행들도 우리를 포위한 제국 의 병사들을 보고 굳어 버렸다. 아마도 나와 같은 심정일 거다. 그나저나 여기서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 중 하나다. 첫 번째, 얌전히 잡힌다. 두 번째, 난폭하게 뒤집는다. 첫 번째를 선택할 시 우리는 멋지게 끌려갈 것이고, 두 번 째를 선택할 시 우리는 최강의 범죄자가 된다. 솔직히 말해 저들은 죄가 없다. 단지 수상한 자로 보이는 우리를 체포하려고 할 뿐이다. 그런데 우리가 막 난리를 피우면? 우리는 대악당이 된다. "포위해라!" "잡아라!" "어서!" 그때 우리를 점점 좁혀 오는 엄청 많은 병사들. 그런 병사들의 모습에 나를 바라보는 일행들, 아마도 나의 결정을 기다리는 듯싶다. "....." 큭! "오빠....." 그때 레나가 당황스러운 듯 말했고, 그 말에 난 작게 중얼 거렸다. "잡혀야겠지? 흑." 젠장! 6장 미스릴 광산 보통 잡히면 감옥으로 직행이다. 하지만 아니다. 감옥은커녕 최고급 접대실로 온 나. 그런데 익속한 곳이다. "오랜만입니다, 데스티니님." "미 투." 나를 보고 싱긋 웃는 한 남자. 분명 유물 때문에 사이가 안 좋아지기도 했짐만, 마지막에 유물을 포기하는 바람에 다시 원만한(?) 사이로 돌아간 그분 이다. 미소의 스테리아 말이다. 스테리아가 말했다. "갑자기 사라진 물의 원인이 데스티니님이라니.....흐음,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나도 물이 사라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그런데 그 온천, 너희 제국에서 관리하는 거였나?" "뭐, 그렇습니다만." "....." 팍팍 양심에 찔린다. 지금 저들은 나 때문에 사업을 말아먹은 거다. 그것도 거대한 사업을 말이다. 저번에는 보석 가지고 한바탕했는데 이번에는 고의가 아니 었다 하더라도 거대한 하나의 온천을 말아먹었다. 정말 할 말 없다. 크윽! 스테리아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물론 온천이 사라지는 바람에 저희들의 재정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 분명 저건 나 들으라는 소리겠지? 으윽! 하지만 반문조차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찔려서 한마디도 못 하겠다. "온천에서 들어오는 수입이 저희 제국의 재정 20%에 달합 니다." 그렇게 강조 안 해도 되는데, 스테리아 군. 은근히 쫀쫀하다(?). 아니, 당연하다고 해야 하나? 쳇! 스테리아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천천히 내게 다가온다. 그 것도 이상야릇한 미소를 더한 채 말이다. 헉! 이, 이건?! 자신들의 온천을 말아먹은 대가로 몸이라도 요구하는 그런 상황?! 물론 내가 조금(?) 죄를 짓기는 했지만 이건 안 된다! 다른 건 몰라도 금단의 구역에 들어갈 수는 없어! 그때였다. "데스티니님이 생각하는 그런 이상한 건 요구하지 않습니 다." "....." 스테리아는 마치 내 생각을 읽었다는 듯 알아서 대답해 주 고 있다. 급무안이다. 그럼 왜 나한테 다가오는 거냐?! 스테리아가 말했다. "한 가지 의뢰를 해도 되겠습니까?" "강제성 의뢰 같다만." "강제성이라니요. 데스티니님을 강제로 움직일 수 있는 존 재는 그 누구도 없다는 걸 제가 제일 잘 압니다." "....." "그냥 단지 온천이 사라졌다고만 아시면 될 겁니다." "....." 빌어먹을 자식! 한마디로 강제적이잖아! 나도 양심이라는 게 있다, 그런데 스테리아가 저렇게 말하 면, 당연한 말이지만 거절 못한다. 난 엄연히 남의 중요 사업 하나를 말아먹었으니까. 그것도 퍼펙트하게 "물론 보상은 적절히 해 드립니다." "보상?!" 반짝반짝. 보상이라는 말에 눈이 반짝거리는 나. 가끔씩 이런 내가 싫다. 돈에 관련된 일이라면 360도 확 회전하는 내 모습이 말이다. 흐흑! 하지만 이미 자동화(?)가 되어 버린 것을 어떡하느냔 말이 다. "1억 드립니다." "....." 1억? 설마? "또 신급 아이템이냐?" "노, 노. 저번에 말씀드렸잖아요. 저희 제국은 손을 뗀다고 요." "....." "거듭 말하지만 신급 아이템을 얻으려다가 당신이라는 파 멸을 얻는 것, 절대적으로 저희 쪽에서 사양이어서 말입니 다." "그럼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흐음, 미스릴 광산." "미스릴 광산?!" "네, 미스릴 광산이 발견됐습니다." 헉, 미스릴 광산이라고? 그렇다면 충분히 스테리아의 화끈한 액수 제안이 이해가 간다. 사실 미스릴 광산은 다루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만약에 터지기만 하면 떼돈 버는 건 금세다. 그만큼 귀하고 귀한 곳이 미스릴 광산이다. 스테리아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게 참 곤란하게 되었거든요." "무슨 말?" "제로미티 제국을 아시죠?" "당연히." 저번에 엘리멘털 드래곤에게 쥐어 터진 네켄이 있는 제국 이다. 그리고 네켄은 제로미티 제국의 핵심 기사단인 와이번 기 사단 트레킨을 총지휘도 하신다. 어찌 됐든 여러 면에서 안면이 있지. "흐음....." "왜?" 그때 난감하다는 듯 소리를 내는 스테리아. 그런데 저 자식은 난감해도 웃어 댄단 말이야. 희한한 놈이다. 스테리아가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보통 이런 경우는 정말 일어나기 힘든데 말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런 거야?" 난 계속해서 시간을 끄는 듯한 모습에 그렇게 물었고, 그 물음에 스테리아는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참고로 그 온천은 저희 재정의 20%였습니다." "....." "흐음, 순수하게 금액으로 따지면 30억 골드 정도? 손해 본 것 같습니다." "....." "물론 저희가 데스티니님에게 뭐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괜히 건드렸다가 피 볼 수 있으니까요." "....." "전 단지 '양심' 은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 개자식! 저건 한마디로 지금 자신의 제안을 절대 거절하지 말라고 말하는 거다. 사실 스테리아 말처럼 그냥 나 몰라라 하고 튀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난 분명 대악당이 되어 있을 거다. '데스티니, 남의 중요 사업 말아먹고 그냥 튀다'라고 말이 다. 그렇게 되면 내가 이때까지 쌓아 온 청아한(?) 이미지 자체 가 박살 난다. 그것도 처절하게. 난 이래서 세상에서 머리 굴리는 놈들이 제일 싫어! 난 어쩔 수 없이 체념한 어조로 말했다. "알았다, 알았어. 말도 안 되는 거 아니면 무조건 승낙한 다. "역시 '양심' 이 아름다우시군요." 싱긋. 그 말과 함께 미소 짓는 스테리아, 얄미워 죽겠다. 뭐, 그래도 공짜가 아니라 1억이라는 거액의 대가가 따르 는 외리니까 별문제는 없지만.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 보시지? "알겠습니다." 내 눈빛을 본 스테리아는 그렇게 말했고, 잠시 후 입을 열 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이렇게 문제가 되는 이 유는 한 가지입니다. 저희 제국과 제로미티 제국의 국경선 부 분을 정확히 아십니까?" "아니." "....." "별로 알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 "그, 그런가요?" "어." "....." 솔직히 맞는 말이지. 내가 이 제국과 제로미티 제국의 국경 선 부분을 알아서 뭐 하리?! 뭐, 돈 되는 정보라면 당장이라도 다 외우고 다니지만, 아무리 봐도 이건 돈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으니 모르는 게 당연지사. "계속 말해." "실례했습니다." 싱긋. 다시 싱긋 웃는 스테리아. 분명 방금 전에 내가 국경선 부분을 알지 못한다는 부분에 잠시 당환한 것 같다만, 그게 금세 사라진 거냐?! 멋지네. 역시 미소의 스테리아. 스테리아의 말이 이어졌다. "어찌 됐든 저희 제국과 제로미티 제국의 국경선은 게란 마을을 중심으로...." "노, 노, 노." ".....?" "그냥 간단히 설명해 줄래?" 퍼엉. 그때 무언가가 나타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와 함께 솜사탕 비슷한 게 나타났다. "내가 설명해 줄게." "설명하든가 말든가." 펜들이었다. 이 자식은 갑자기 펑펑 나타나는 게 취미가 됐는지는 몰라 도 요즘 들어 부쩍 저런 식으로 나타난다. 뭐, 내 알 바는 아 니지만. "한마디로 스테리아 네가 말하고 싶은 건 그 국경선 부분 정확하 게 중심점 부분에 미스릴 광산이 발견되었다는 거 아냐?" "마, 맞습니다." "훗." 재수 없는 자식. 정답 좀 맞혔다고 재수 없는 미소 날리는 솜사탕 한 마리, 정말 마음에 안 들어. 그때 스테리아가 감탄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역시 펜들님이 천재라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나 보 군요." "당연하지! 난 대빵 천재인걸." "천하에 재수 없는 놈." "응, 응. 난 천하에 재수 없는... 뭐, 뭐야. 주인!" "풋." "....." 잘난 척 모드를 하다가 내가 던진 한마디에 낚인 펜들. 저런 걸 보면 저놈이 그렇게 똑똑해 보이지는 않는데 말이 다. 진짜 저놈 아이큐가 180 맞나? 왠지 모르게 미궁 속에 빠 지는데? 흐음.... "펜들님 말씀 그대로입니다. 하필 그 발견된 미스릴 광산 이 정확하게 제로미티 제국과 저희 제국의 딱 중간 부분에 걸 쳐 있습니다." 저런 건 하고 싶어도 못한다. 영토의 반반씩에 걸쳐 있는 광산이다..... 신비의 광산인데, 이거? "누가 먼저 발견했는데?" "저희 쪽입니다." "그럼 너희들 거 아니냐?" "물론 저희들도 저희가 먼저 발견했으니 저희 거라고 했지 만, 제로미티 제국에서는 절대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알고 있었다더군요." "....." 제로미티 제국, 구라 실력이 하찮군. 알았었다면 분명 작업 들어가고 있었을 게 분명한데, 지금 까지 조용하다가 마리스 제국이 발견했다니까 알고 있었다고 하다니, 그러니가 지금까지 자기들은 알고 있었지만 그냥 가만히 있었다는 건가? 풋, 어이 상실. 차라리 펜들이 돈을 버린다는 게 더 신빙성 있는 거짓말이 겠다. "물론 그 말에 저희들은 강제로라도 그 미스릴 광산을 먼 저 차지하려고 했지만 그것도 안 되더군요." "왜?" "이미 제로미티 제국에서도 저희랑 같은 생각이었으니까 요." "한마디로 무력 행사?" "뭐, 그렇지 않겠습니까? 일단 그 장소가 있다면 그 장소 에 머무는 사람들이 있는 나라가 더 유리한 건 사실이니까 요." "흐음." 그건 그렇다. 확실히 말이다. 만약에 무인도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그 무인도를 두 나라 에서 발견했다. 하지만 이때 한 나라가 먼저 그 무인도에 정 착해 버렸고, 그다음은 당연한 말이지만 거의 묻히듯이 그 무 인도는 정착한 나라에게 가 버리는 '해피 선데이 스토리'가 된다는 거다. 결론적으로 먼저 침 뱉는 게 임자라는 소리다. 스테리아의 말이 이어졌다. "어찌 됐든 그런 까닭에 지금 미스릴 광산은 주인 없이 있 죠. 사실 지금 상황은 전쟁이라도 일어날 분위기입니다." "호오?" "만약에 두 나라 중 한나라라도 미스릴 광산으로 움직임 을 보이면 무력으로라도 막을 테니까요. 그래서 지금 저희는 대치 상태로 있습니다." 오호? 한마디로 지금 잘못 움직였다가는 두 제국 간에 무력 충돌이 일어난다? 그럼 간단히 말해 개판된다. 물론 용병들 같은 경우는 좋다. 그들에게 전쟁이라는 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하 지만 용병들을 제외하고는 일반 병사들이나 일반 사람들은 피해가 막심하다. 그러니 지금 한 번 붙으면 잃는 게 너무 많다. "지금이야 대치 상황에 있습니다만,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그런 까닭에 저희 제국과 제로미티 제국은 서로 협상단을 꾸며서 내일 만나기로 했습니다." "....." 흐음, 한마디로 일단은 원만한 '아임 유월 스피킹?' 뭐 그런 거겠지. "내가 할 일은 뭔데?" "간단한 겁니다. 그냥 협상단에 데스티니님이 계시면 됩니 다." "내가 왜?" "모르시나요?" "무슨 말?" "데스티니님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을 압도하는 힘을 가지신 분입니다." "....." "저희 4대 제국도 차라리 드래곤과 전쟁을 일으키면 일으 켰지, 데스티니님과 적이 되는 건 절대 원치 않습니다." "....."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 데스티니님이 협상단에 있는 것만 으로도 저희들은 실권을 가지게 되는 거죠." 지금 저거 나 칭찬하는 걸까?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 도통 이해가 안 간다. 어떻게 들으면 내가 있어서 실권을 가진다는 좋은 말 같긴 한데, 어떻게 들으면 내가 대악마 수준인 것 같다. "난 이만 가 보마.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난 다시 유적 찾으러 가마." 바렌 형은 다시 유적을 찾아 떠난다는 말을 남기고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솔직히 말해 난 바렌 형이 저렇게 존재감이 없는 분인지는 몰랐다. 아니, 정확히는 우리 파티 원들 한 명 한 명의 포스가 너무 나도 강해서 묻힌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려나? 어찌 됐든 바렌 형은 진짜 별 존재감 없이 우리들 곁에 있 다가 그대로 떠났고, 그렇게 되자 유독 한 인물이 눈에 들어 온다. "왜, 왜 그래요?!" 게이트를 여는 마족. 뭐, 자기 입으로는 항상 최상급 마족이라고 우기는데, 난 의심스럽다. 저놈이 진짜 최상급 마족인가 하고 말이다. 내가 홀락과 루네에게 들은 말로는 최상급 마족은 엄청 소 수란다. 대략 두세 명 정도? 그만큼 마왕 다음으로 엄청난 존 재들이 최상급 마족들이란다. 그런데 그런 엄청나 존재가 저놈이라고? 믿을 수 없다. 절대! "난 최상급 마족이라고요!" 이런 내 생각을 알았다는 듯 다시 최상급 마족이라고 우기 는 최상급 마족. 그래, 너 최상급 마족 해라. 안 말린다. 그것보다...... "이놈은 어떻게 해야 하지?" -그냥 다시 봉인해 버리는 건 어때? "호오?" 그 순간 굿 아이디어를 창출해 낸 홀락. 멋지다. 어차피 저놈은 이 세상에 있어 봤자 무슨 인간 파괴라고 외 치면서 싸돌아다닐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대화를 들은 그 마족은 벌벌 떨며 말했다. "그, 그것만은 안 돼요!" "....." "제발요!" 애절하게 부탁하신다. 흐음, 너무나도 애절하게 부탁해서 감동이 찡할 정도?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난 정의(?)를 위해서 저 악당을 봉인할 거다. "저, 저기, 오빠....." "....." 그때 레나가 조심스럽게 나를 불렀고, 난 그런 레나를 바라 보았다. 내 시선에 레나는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다, 다시 봉인은 좀 심한 것 같은데....." 레나는 저 애절한 목소리에 넘어간 게 분명하다. 아니, 저분은 너무 착하시니까 당연한 건가? 하아, 꼭 나와 (?) 같이 천사 같은 마음을 가졌다니까(방금 전에 봉인할 생 각은 잊어버림). "제, 제발요! 저 쓸모 있어요!" 그때 레나의 말에 탄력을 받아 자기가 쓸모 있다고 우기는 최상급 마족. 흐음. 난 그 말에 그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고 나서 열심히 온몸을 훑어보며 물었다. "쓸모가 있다고?" "그, 그런 쪽은 아니고요." "그런 쪽?" "방금 눈빛이 저를 잡아먹을 눈빛이셨잖아요." "내가 미쳤냐?" "....." 난 황당했다. 감히 나를 순간적으로 게이를 만들어 버리다니, 거듭 말하 지만 난 여자들에게만 화끈하게 반응할 뿐이다. 남자한테는 절대 증오한다. 흐음, 이게 아니라.... "그럼 간단히 질문 하나 하지." "지, 질문이요?" "그래." "네!" 나의 질문이라는 말에 바짝 긴장한 최상급 마족. 뭐, 여기서 잘못하면 다시 원래대로 봉인을 당할지도 모르 니까 긴장할 수밖에. 난 잔뜩 긴장해 있는 그를 향해 물었다. "특기는?' "나쁜 짓이요!" "호오?" "아, 아차! 아니요. 착한 짓이요!" 나의 반응을 보고 금세 말을 돌리는 최상급 마족. 하지만 내가 원한 답변은 첫 번째 답변이다. 나쁜 짓 말이다. 난 그를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아임 유월 웰컴." ".....?!" 난 어리둥절한 눈으로 멀뚱히 바라보는 마족에게 천천히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두리면서 말했다. "난 자네 같은 인재(?)를 원했어." "무, 무슨 말인지?" "넌 나를 보면 뭐가 느껴지지?" 난 그 질문에 당연히 이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 '순수맨요!' 하지만... "괴수?" "....." "아, 아니요. 아, 악마?" "....." "그, 그게 아니고! 그래요! 대악마요!" "....." "인간 말.....종?" 빠지직. 저 자식, 일부러 그러는 게 분명하다. 뭐? 감히 나보 고 괴수? 악마? 대악마? 심지어는 인간 말종? 이건 엄연한 시비다. 시비인 거야! "잠시 좀 볼까?" "으악!" 난 그 말과 함께 웃으면서 그 마족을 끌고 한적한 곳으로 갔다. 퍼퍼퍽. "으악!" "뭐? 악마? 대악마? 괴수? 인간 말종?" "자, 잘못했... 쿠어억." 난 쉴 새 없이 팼다. 악마, 괴수 등등 그런 말이 나온 이유 는 분명 저 자식이 날 그딴 식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다면 저런 말은 나오지 않는다. 엄연히 마음속에 저런 저질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에 나온 거다.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계속해서 발길질을 했고, 한 5분 후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난 천사(?)니까. "자, 다시 나를 보고 떠오르는 건?" "....." "왜 말이 없지?" "....." "또 맞을래?" "저, 저기!" "왜?" "도, 도대체 무슨 말이 듣고 싶으신 거에요!" "무슨 말을 듣고 싶다니? 허허, 난 엄연히 그냥 보고 느낀 대로 말해 달라는 것뿐이라고. 다른 건 없어." "그, 근대 왜 때려요!" ".....?" "보고 느낀 대로 말한 건데요!" 빠직. "자, 잠깐....." "닥쳐라!" "으악!" "쯧쯧." 펜들은 거의 반죽음이 된 채 바닥을 굴러다니는 베르를 보 고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눈치가 없을 줄이야. 지금 데스티니가 원하는 대사는 하나다. '순수해요!' 바로 이것 하지만 베르는 맥도 잡지 못한 채 반복해서 하 는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저 바보를 구제해 줘 볼까?" 그 말과 함께 베르 옆으로 간 펜들. 그는 가볍게 말을 건넸다. "순수하다고 해 줘." "....." "어이." "너, 넌..... 저 괴수의 부.....하?" "내 주인이기는 하지만 괴수는 아니야. 엄연히 사람이지." "....." "그것보다 살고 싶으면 다시 질문했을 때 이렇게 말해 '순수해 보였어요'라고" "뭐?!" 그때 베르는 쓰러져 있다가 곧바로 벌떡 일어났고, 잠시 후 펜들을 향해 외쳤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나보고 하라고?!" 그런 큰 소리에 펜들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조, 조용히 하라고!" "드, 드디어 알았다. 저 악마는 지금 내게 '순수하다' 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나를 이렇게 팬 거지?" "....." "그래도 일정 선이라는 게 있다고! 악마보다 더 지독한 인 간을 순수하다고 하다니! 아무리 살고 싶다지만 난 그런 짓을 할 수 없어." "....." "나에게도 자존심이 있다고! 최상급 마족의 자존심이!" 펜들은 굳었다. 여기서 질문, 펜들은 왜 갑자기 굳었을까요? 그건 진정 악마의 미소를 봤기 때문에. 그것도 아주 가까이 에서 말이다. 만약에 진정 악마의 미소가 있다면 저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 그만큼 베르의 등 뒤로 다가와서 미소를 짓고 있는 데스티 니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왜 말이 없어?!" "....." "뭐, 상관없나?! 어찌 됐든 난 내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겠 어." "하하하." ".....?" 갑자기 펜들이 웃자 의아한 듯 바라보는 베르. 펜들의 말이 이어졌다. "마지막 자존심도 죽은 뒤로는 없을 거 같아." ".....?"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이미 뒈지고 나서 그런 거 찾아봐도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을까?" "가, 갑자기 왜 이래?!" "그냥 내 자그마한 충고야. 자존심도 일단 살아야지 뭘 지키든가 말든가 하지. 그럼 그동안 즐거웠어. 굿바이." ".....?!" 퍼엉!" "어, 어라?!" 그때 갑자기 사라진 펜들과 당황하는 베르. 그 순간 베르의 등 뒤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사신이 왔다 갔다 하는 목소리가 들려오신다. 데스티니는 방금 전 그 엄청 난(?) 미소를 싹 지우더니 평범한 미소와 함께 한마디 하신 다. "네 이름이 베르라고 했던가?" "....." "방금 잘 들었어." "어, 어디까지요?" "전부 다. 영어로 올?" "....." "흐음, 난 네가 그렇게 자존심이 강한 마족일 줄은 몰랐어. 아니, 오히려 감동했다고 해야 하나?" "....." "너의 새로운 모습을 봤으니 말이야." "그, 그렇죠? 헤헤." 칭찬인 줄 알고 웃는 바보 마족 베르. 그리고 그 질문에 대답해 주는 착한(?) 데스티니. "그럼, 그럼. 그렇고말고." "그, 그럼 저는 이제 봉인 안 당해도 되는 건가요?" "응, 물론이지. 넌 봉인 안 당해도 돼." "저, 정말이죠?!" "그럼." "말 돌리는 거 없습니다!" "물론 없지." "으악!" 데스티니가 웃으면서 말하자 베르는 너무나도 좋아했고, 그 순간 데스티니의 웃음이 펜들이 본 그 웃음으로 변했다. 악마의 웃음으로. 그리고 그는..... "아니, 봉인을 못한다는 게 정확한 건가?" ".....?" 데스티니의 말에 의아함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베르. 그리고 그는 봤다. 펜들이 본 그 미소를.... 그러자 온몸을 강타하는 엄청난 위기감. 지금까지 살아오 면서 베르에게 이런 위기감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지금 그 미소는 살벌했다. 데스티니는 하늘을 한 번 보더니 말했다. "넌 오늘 여기서 맞아 뒈질 테니까." "....." -쟤 바보다. "흐으." -쯧쯧. 자존심 지키려다가 맞아 죽게 생겼네. 홀락은 바보 마족 베르를 향해 한심하다는 듯 말했고, 그런 모습에 펜들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안됐다는 듯 쯧쯧 혀를 차면서 말했다. "그냥 한마디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야." -그러게 말이야. 무슨 자존심을 지킨다고..... "참 이해가 안 되는 게, 그 자존심이라는 걸 지키다가 맞아 죽으 면 그 자존심도 함께 가는 건데 말이야." -맞아, 맞아! 홀락과 펜들은 진짜 죽도록 맞는 베르를 보고 감상 평(?)을 읊고 있었고, 그때였다. "수, 순수하세요!" -..... "....." "제, 제가 데스티니님을 보고 느낀 건 '세상에서 이렇게 순 수하신 분이 있다니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겠다!'라는 거였어 요!" 베르의 절규, 그리고 머추는 발길질. 마지막으로 그 모습을 지켜본 펜들과 홀락의 한마디가 있 었다. "역시 말보다는 폭력인가?" -뭐 그렇지. 휴우, 이제 제대로(?) 답변해 주는군. 당연히 들어야 할 말을 이렇게 번거롭게 해서 들어야 하다 니, 난감할 뿐이다. 난 근처에 있는 바위로 몸을 옮겨 그 바위 에 걸터앉았다. 그런 다음.... "그래, 네 말대로 난 되게 순수해." "....." "뭐야?" "아, 아니에요! 무척 순수하세요!" "그렇지. 무척 순수해." 내가 생각해도 난 정말 순수하다. 온갖 이상한 애들하고 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순수 함을 유지하는 거 쉽지 않다(이상한 애들 중 자신이 핵심 인 물인 것을 절대적으로 부정하는 중). 하지만 난 유지하고 있 다. 보통 하얀색 도화지는 쉽게 물든다. 그것도 검은색 도화지들이 와서 집적거리면 말이다. 하지만 난 굳은 의지로 그 집적거리는 도화지들을 퇴치했 다고 해야 하나? 뭐, 그래서 아직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하지만 너무 순수해도 난감하지." ".....?!" "내 일이 일이다 보니, 가끔씩 악한 일도 해 줘야 하거든." "아, 악한 일요?!" "그래. 뭐, 예를 들어 협박? 납치? 난동?" "....." "뭐, 이런 악한 일을 가끔씩 해 줘야 해." "....." "하지만 방금 네가 느끼듯 나는 하얀 도화지야. 그런 내가 악에 대해서 뭘 알겠니?" "그래. 그래서 파티 중에 대악당이 필요해." "....." "악을 가끔씩 빌려 줄 대악당이 말이야." "그, 그게 저인가요?!" 베르는 조심스럽게 내게 물어보았다. 난 그런 베르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그럼. 그게 네 역할인걸." "....." "물론 거부권은 있어. 그 대신 넌 뒈진다." "....." "어떻게 할래?" "하, 할게요! 제, 제가 대악당 역할을!" "그래그래. 좋은 생각이야, 후훗." 난 그 말과 함께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우리 파티 에도 대악당을 담당하는 분이 한 분 들어오셨다. 상큼한 하루다. 펜들과 홀락은 그 모습을 보고 완전 굳어 버렸다. 대악당이라고 하더라도 데스티니의 저 모습에 놀라서 쓰러 질 정도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면서 자신은 순수하다고 우기 는 데스티니를 보고 말이다. -저, 저건 좀 심한데? "나도 동의." -어딜 봐서 하얀색 도화지야? "하얀색 도화지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들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도무지 하얀색이라는 단어와는 죽어라 별 관계가 없는 데 스티니에게 말이다. 그때 홀락은 궁금한 듯 물었다. -저기, 펜들. "왜?" -왜 주인은 파티에 꼭 대악당 담당을 집어넣으려는 걸까? "뭐, 그거야...." -그거야? "부정하고 싶은 거겠지." -응? 부정? "간단히 말해 자신의 범죄적인 행동을 부정하고 싶은 주인의 애뜻 한 마음이라고나 할까?" -그런 거야? "그런 거야." 그 말을 끝으로 펜들과 홀락은 흐뭇한 듯 웃어 대는 데스티 니를 바라보았다. 7장 전쟁 "큰일 났습니다!" 분명 제국에 있어야 할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자기 취미 생활인(?) 미소는 갖다 버리고 말이다. 스테리아는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제로미티 제국의 협상단 중....." "알아." "....." "나도 대충 들었어. 협상단 중 제일 중요 인물이 암살당했 다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하아." 솔직히 그냥 암살당했으면 이렇게까지 한숨을 쉬지 않는 다. 저쪽 중요 인물이 사라지면 이쪽이야 좋은 건 당연한 거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한숨을 내쉬는 이유는.... "데스티니님이 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들었어." 그렇다. 내가 범인인 거다. 가만히 있었던 내가 말이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당황스럽다 못해 황당하 다. 열심히 베르와 놀고(?) 온 나를 범인으로 지목하다니, 거듭 말하지만 난 베르랑 놀았을 뿐 그런 짓 안 했다. 스테리아는 이런 내 생각을 알았다는 듯 말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데스티니님이 그런 일은 하지 않 으신다는 사실을요." "물론, 물론!" "사실 데스티니님 성격상 모두 엎어 버리면 엎어 버리셨지, 한 명만을 잡아서 제거하지는 않으실 테니까요." "....." 뭔가 미묘하다? 많이 미묘하다. 지금 스테리아가 하는 말의 의미 자체가 모호하다는 뜻이 다. 저거 칭찬? 아님 욕? 심히 저 의미를 알고 싶다. 흐음. 그 순간 스테리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희는 분명 데스티니님을 이번 협정에서 압도하기 위해 서 고용했습니다." "그렇지." "하지만 제로미티 제국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습니 다. 자신들의 중요 인물을 암살하기 위해 고용했다고 생각하 는 거죠." "흐음." 되게 난감하네. 방금 전에 스테리아가 말한 것처럼 모두 엎어 버리면 엎어 버렸지, 이렇게 한 명씩 안 잡는다. 절대 내 스타일하고는 멀고 먼 이야기라는 사실을 제로미 티 제국이 모를 리가 없을 텐데, 흐음..... "누군가가 황제에게 거짓 정보를 가르쳐 줬을 확률이 높군 요." 스테리아의 한마디. 스테리아의 말대로 누군가가 세뇌시킨 게 분명하다. 거기 에는 네켄이라는 모 분이 나에 대해서 좀 아신다. 그런 까닭에 내가 이런 암살하고는 전혀 성격이 맞지 않는 다는 것도 알고 계신다. 『에구.. 드디어 여기까지 읽었네. 안녕하세요~ 디재스터 7권 작업을 한 Lotakon입니다~ (은근히 자랑 중). 플라잉 버스터를 읽게 됐는데요. 여기까지 밖에 없길레 또 만들려고 합니다. 오타가 많아도 잘 봐주시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로미티 제국에서 날 범인으로 지목하는 이유는 그곳의 황제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 그럼 여기서 잠깐! 제로미티 황제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세뇌 비슷한 걸 시킬 수 있는 존재는 누굴까요? "데스티니님, 아시는 게 있습니까?" 이런 혼자 질문을 마치 알아들었다는 듯 내게 질문하는 스테리아. 난 그를 향해 곤란하다는 듯 말했다. "뭐, 대충." "무슨 일인지 말해 주실 수 없습니까? 지금 누군가가 저희 마리스 제국과 제로미티 제국의 전쟁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원하겠지." 아주 절실히 말이다. 어쩐지 요새 잠수 타시더니 또 한 건 잡으셨나 보다. 정말 이런 쪽으로는 감탄 밖에 흘러나오지 않는다니까. 게. 르. 니. 아. 님아. "저, 저기. 스테리아님!" 그때 임시 막사로 한 병사가 허겁지겁 달려와 스테리아에게 말을 전했다. "제로미티 제국에서 네켄님이 오셨습니다." "......!" "......." 난 대충 예상했음. "스테리아." "오랜만입니다. 네켄님." 상반된 모습이다. 스테리아는 여전히 웃고 있고, 네켄은 표정이 잔뜩 굳어 있다. 그때 네켄은 나를 힐끔 보더니 물었다. "누구지?" "응?" "지금 우리 제국과 마리스 제국의 전쟁을 일으키려는 놈이 말이다." "......." "황제 폐하가 이상해지셨다. 그토록 현명한 황제 폐하께서 말이다. 물론 넌 암살 같은 거에는 취미 따위가 없는 건 내가 잘 안다. 하지만 만약에 네가 암살을 했더라도 현명하신 황제 폐하가 이렇게 아무런 생각도 없이 병력을 움직이실 리는 없다. 분명 다른 제국이 있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시는 분이 황제 폐하시다. 그런데 도대체......" "......." "도대체 어떤 놈이 황제 폐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네켄은 얼굴이 잔뜩 굳어진 채 내게 질문하고 있다. 난 그에게 말했다.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건데?" "너라면 알고 있을 거 같다." "......." "내 감이 말해 주고 있다." 거참, 그 감이라는 거 엄청나네. 예상이 완전 맞아떨어졌으니. 네켄의 말처럼 난 알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놈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정체를 밝히기엔 영 껄끄럽다. 이건 아는 사람이 적을 수록 좋은 거니까. "가르쳐 줄 수 없는 건가?" 내가 말을 하지 않자, 그렇게 묻는 네켄. 난 그에게 말했다. "뭐, 확실하게는 불가능하고 간단한 거는 가르쳐 줄 수 있어." "......?" "그놈의 취미 말이야." "취미?" "그래, 취미. 흐음. 한마디로 이 세상이 완전히 파멸로 없어지기를 갈망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지." "......." 내 말에 네켄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모습이다.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내가 한 말을 쉽사리 믿기 어려울 테니까. 난 그런 네켄에게 말했다. "어찌 됐든 그 자식이 관련된 이상 일이 복잡해진 건 사실이야." "도대체 누구기에 그런 거지?!" "짜증나는 바보." "......." "......." 나의 한마디에 정적이 휩싸였다. 흐음, 표현이 너무 적나라했군. 그때였다. "짜증나는 바보라니, 별로 듣고 싶은 말은 아닌데?" "......!" "......!" "......." 네켄과 스테리아는 갑자기 들려온 한 남자의 목소리에 당황했다. 아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나? 나도 몇 초 전에야 기척을 느꼈으니까. 터벅터벅. 곧이어 선량한 인상의 한 남자가 우리가 있던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방긋 웃더니 말했다. "오랜만이군, 데스티니. 한동안 안 보여서 외로웠다." "뭐, 나도 어느 의미에서는 말이지." 싱긋. 그 말과 함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왜냐하면 내 앞에 있는 놈은 게르니아라는 아주 짜증나는 놈이었으니까. 그나저나 한 가지 의아한 게 있다. 그건 바로........ "그런데 적진의 한가운데로 들어오다니, 안 본 사이에 약간 미쳤나 봐?" "그럴 리가 있나. 난 무지무지 정상이라고." "글쎄. 내가 보기에는 뒈지러 온 거 같은데, 참고로 이곳에 진하고 혈화도 있거든." "알고 있지." "근데도 오다니, 믿는 구석 있는 거냐?" "당연히. 이건 내 분신이니까." 빌어먹을! 이번에도 분신이냐?! 아, 짜증난다. 도대체 왜 자꾸 분신만 나타나는 건지. 정말 짜증 제대로다. 나타나려면 본체로 나타나든가 하지, 치사하게. "누, 누군가요?!" "누구지?" 우리들의 사랑스러운(?) 대화를 들은 스테리아와 네켄이 당황한 듯 물었고, 그 물음에 내가 대답하기 전 게르니아가 말을 했다. "흐음, 게르니아라고 하면 알려나?" "......!" "......!" 게르니아라는 말에 그들은 경악에 찬 얼굴을 했다. 물론 저들이 헌터에 관련된 일은 하지는 않지만, 대충 알고 있다. 게르니아가 뭐 하는 놈인지 말이다. 스테리아가 말도 안 된다는 듯 중얼거렸다. "버, 버그들의 왕 게르니아?!" "오호?" "......." "나 꽤 유명 인사인가? 후후." 그러면서 나를 바라본다. 그 모습에 난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글쎄, 유명 인사도 좋은 의미는 아닐 텐데....... 그것보다 이렇게 친히 알짱거려 주러 온 이유는 뭔가요?" 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분신으로 나타난 거면 전투보다는 다른 의미에서 알짱거리기 위해 나타난 것이 분명하다. 괜히 시간 끌 필요는 없다는 거다. 내 질문에 게르니아는 그 특유의 선한 얼굴로 웃으면서 말했다. "좋은 정보를 가르쳐 줄려고." "내 입장에서는 안 좋을 거 같은데?" "아마도 그럴껄? 나한테는 축복같은 일이지만 말이야, 후후후." 으윽, 짜증난다. 저렇게 착한 마스크를 쓰고 저런 재수 없는 짓을 하니 더 짜증난다. 차라리 악인의 모습을 하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데 모습은 완전 착하고 성격은 완전 더러우니......... 이거야 원. 그때 게르니아가 말했다. "전쟁이 일어날 거야." "......." 나도 예상했다. 네켄의 말에 따르면 제로미티 황제가 병력을 모으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웬만해서는 다 아는 사실 아닌가? 그거 가지고 좋은 정보? 게르니아는 여전히 웃으면서 말했다. "아차차! 말이 틀렸네." "......?" "전쟁이 일어났다고 해야 하나?" "무, 무슨 소리냐?" 네켄이 황당한 표정으로 묻자, 우리의 친절하신(?) 게르니아님이 답변해 주셨다. "지금 제로미티 제국의 수백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거든. 후훗." "마, 말도 안 돼!" "말이 왜 안되는 거지?" "아무리 황제 폐하의 권력이 강하다지만, 한 제국과의 전쟁을, 그리고 수백만 명의 병사를 순식간에 그렇게 이용할 수는......." "한 가지 방법은 있지. 안 그래?" "......?!" "모든 중요한 인물들의 동의 말이야. 후훗." "네, 네놈 말은 모든 중요 인물들이 다 동의했다고?!" "물론 다 동의했지. 그러니까 지금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거지?" "......." 게르니아의 말에 주먹을 꽉 진 네켄. 그리고 분노를 잘 내보이지 않던 네켄이 그대로 자신의 클레이모어를 집어 들더니 외쳤다. "죽여 버리겠다!" "네켄!" 난 순간적으로 달려가는 네켄을 보고 당황했다. 그때였다. "쿠, 쿨럭" "......!" 갑자기 네켄이 쓰러졌다. 그것도 검붉은 피를 잔뜩 뱉은 채........ 그 모습을 본 게르니아는 네켄에게 천천히 다가가 말했다. "아까 전에 오면서 물 먹었지?" "쿠, 쿨럭." "거기에 살짝 독약 좀 넣어 뒀어. 후훗." "쿠, 쿨......" "고맙지?" "제........길!" 네켄은 검을 바닥에 꽂은 채로 쓰러지지 않기 위해 힘겹게 버티고 있지만 오래 못 갈 듯하다. 분명 예사로운 독이 아니다. 게르니아 자식이 평범한 독 따위를 쓸 일은 없을 테니까. 난 그 모습을 보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제길! 스테리아. 레나 불러!" "아, 알겠습니다!" 내 말에 재빨리 막사를 벗어나던 스테리아가 살짝 웃음을 지었다. 난 게르니아를 바라보면서 표정을 굳힌 채 말했다. "너, 정말 짜증나."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 "후훗, 진짜 재미있단 말이야. 이렇게 단순한 인간들이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게 정말 믿어지지가 않아. 단지 몇 마디에 이렇게 대규모 전쟁을 일으키려는 모습을 보면 말이야." "내가 일으키게 만들 거 같으냐?" "물론 아무리 너라고 하더라도 무리일 텐데? 수백만 명이라고, 수백만 명. 그들을 다 막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 게르니아의 말대로다. 수백만 명이다. 내가 3차 봉인과 더불어 소멸의 활 데스파라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수백만 명의 적을 막는 건 절대 무리다. 진짜 재수 없어, 저 자식! 그때였다. 파지짓! "으응?!" 갑자기 흐릿해지는 게르니아. 그도 그런 상황이 당황스러운지 얼굴에 어리둥절한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후. "무, 무슨 일이지?!" 그걸 나한테 물으면 정답이 나와?! 너의 분신술이 거지같아서 그런가 보지, 뭐. 그런 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파지지짓! 다시 한 번 이상한 소리와 함께 게르니아가 사라졌다. 뭐야?! "오, 오빠!" 그때 막사 밖에서 다급히 들어오는 레나에게 난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네켄을 가리키면서 얘기했다. "어서 치료 부탁해." "네!" 재빨리 해독 마법과 치료 마법에 들어간 레나. 난 그 모습을 지켜보다 생각했다. 영 기분이 좋지 않다. 왜 게르니아가 저렇게 사라진 게 기분이 좋지 않은 걸까? 왜? 마치 무언가가 다가오는 우울한 느낌? "어! 게르니아님. 한적한 시간을 제가 방해했나요?" "......." 게르니아는 완전히 굳었다. 솔직히 말해 이 차원에서 게르니아를 이렇게 놀라게 할 수 인물은 흔치 않다. 아니, 데스티니를 제외하고는 그가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존재. 물론 진도 짜증나는 편이기는 하지만 두려움이 들 정도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이 존재에게는 데스티니와 같은 두려움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의 향기(?)도. "카란........" "오랜만에 만났는데 미소는 필수 아닐까요? 후훗." 그러면서 상큼하게 미소를 짓는다. 어떻게 보면 미소의 스테리아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확연히 다르다. 카란은 웃으면서 말했다. "방금 전에 분신 만들어서 노시는 것 같던데........." "......." "재밌었나요오오?" "......." "아, 제가 방해해서 슬프신 거?" "빌어먹을........." 카란의 혼잣말에 그 한마디만을 내던지는 게르니아. 그것도 잠시....... "제길! 미스릴 골렘!" 콰앙!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엄청난 크기의 차원의 문이 열리면서 미스릴로 이루어진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기가 100미터에 육박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그뿐 아니라 일반적인 골렘도 방어력이 엄청난데, 이 골렘은 최강의 광석으로 불리는 미스릴로 만들어진 골렘이다. 전문용어로 '쩐다'라고 표현할 정도다. "저놈을 상대해라!" 그 말을 끝으로 게르니아는 거의 빛의 속도와 함께 사라졌고, 그렇게 되자 그 100미터에 달하는 미스릴 골렘과 카란만이 남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본 카란은......... "아, 물어봐야 하는데......." 그러고는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크윽!" 그때 미스릴 골렘의 흉폭한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그 모습에 카란은 두 손가락으로 양쪽 귀를 막으면서 말했다. "소음 공해는 사절입니다." 그 말이 끝이었다. 어느새 미스릴 골렘 근처로 다가간 카란은 손가락 하나만을 골렘의 몸에 접촉한 뒤 싱긋 웃으면서 외쳤다. "라이트닝 퍼니시먼트(Lightning Punishment)!" 콰앙! 끝이었다. 단 한 번의 9서클 마법. 그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골렘........ 몸 안에서 하늘의 징벌이라고 불리는 번개를 모조리 다 맞았으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 모습을 본 카란은 여전히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사랑스러운 제자가 보고 싶네. 흐음." "......!" "왜 그래?" 순간적으로 온몸에 싸늘한 기운이 느껴지자 나도 모르게 몸을 떨었고, 그 모습을 본 혈화가 물었다. 혈화의 질문에 난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느꼈어." "뭘?" "짬뽕 같은 기분." "짬뽕 같은 기분?" "응." "......." 혈화는 나의 이 기분을 이해 못할 거다. 아니, 아무도 이해 못해. 이 짬뽕 같은 기분은 아무 때나 오는 게 아니다. 나도 원래 그런 기분은 몰랐지만 그 인간을 만나고........ 헉! "왜, 왜 그래?!" 내가 갑자기 너무나도 놀라자, 혈화가 당황하면서 물었다. 난 그런 혈화에게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자, 잠깐 이상한 인간을 상상해 버렸어." "이상한 상상이라니?" "더, 더 이상은 묻지 말아 줘! 부탁이야!" "응." 나의 간절한 부탁에 금세 대답해 주는 혈화, 정말 고맙다. 그래 내 착각일 거다. 그 인간은 지금쯤 놀고먹고 자고 있을 게 분명하니까. 괜히 그 인간 생각해서 기분만 잡쳐 버렸네. 쳇! 터벅터벅. 그때 네켄을 눕혀 놓은 막사에서 레나가 지친 기색이 가득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난 그런 그녀에게 걱정스런 어조로 물었다. "괜찮아?" "네." "안 괜찮아 보여." "아, 괜찮아요. 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 오빠." 싱긋. 아, 천사다. 천사야. 진정 천사는 저분밖에 없도다. 물론 나도......... 그런데 왠지 내가 이런 소리를 나한테 하면 상당히 좀 쑥스럽기는 하다. 크음. 뭐, 그런 사소한 건 넘어가고........ "어때?" "아슬아슬하게 목숨은 건졌어요." "휴우, 그래?" "네." 다행이다. 뒈지지 않아서 말이다. 물론 전에는 적이었지만 지금은 게르니아 자식에게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제로미티 제국의 핵심 인물인 네켄의 힘이 필요하다. 그래야지만 이 게르니아의 음모에 의해 일어나는 전쟁을 막을 수 있다. 그나저나 무엇 때문에 갑자기 쓰러진 거지? "무슨 독이야?"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엄청 강한 독이었어요. 네켄님의 의지력이 약했다면 단 1초 만에 절명할 독이었어요. 한마디로 제가 본 독 중 최고의 맹독이었어요." "......." 허! 역시 게르니아 자식. 평범한 독을 쓸 리가 있나? 아마도 내가 생각해 보건대 저쪽 마계에서 슬쩍한 물건일 게 분명하다. 인간계에서 저만큼 강한 독을 구하기는 힘들 테니까. "대악당 담당." "......." "야, 대악당 담당!" "......." 저 자식이! 모르는 척하는 거야, 아니면 진짜 모르는 거야?! 난 대악당 담당 베르를 불렀지만, 저 자식은 아주 태평하게 있다. 휴우, 이 몸이 친히 말해 줘야 하나? "베르." "네?" 직접 이름을 불러야지만 반응하는 베르. 난 그런 베르에게 말했다. "내가 대악당 담당이라고 하면 당장 대답해야지!" "저, 저요?" "잊어버렸나? 저번 이야기." 씩. 나는 그 말과 함께 미소를 한 번 날려 줬고, 그 미소에 베르는 행복(?)해 하신다. 그리고 잠시 후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 기억납니다!" "흐음, 기억해야지. 기억 못했으면 다시 한 번 기억하게 해 줄 뻔 했잖아." "......." "그치?" "네, 네!" 후훗. 어딘가 좀 변태 같은데, 나만의 착각이겠지.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대악당 담당, 이런 경우에는 무슨 범죄를 저질러야 하냐?" "......?" 베르는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하아, 한숨만이 나오는 구나. 그럼 조금 풀어서 얘기해 줄까? "지금 저 제로미티 제국에서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병력 출동시키려 하잖아?" "네." "그럼 저 병력들을 멈추는 방법은?"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시는 건데요?" "야, 대악당 담당이면 그런 것쯤은 해야지! 뭐, 예를 들어 황제를 협박해서 당장 공격을 멈추게 하는 그런 아이디어?" "......." "절대 내가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니라 예를 든 거야." "......." 험험! 왠지 모르게 무안하다. 뭐, 이런 사소한(?) 점은 넘어가자. 난 그 말과 함께 베르를 바라보았고, 그런 내 선량한(?) 눈빛에 베르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워, 원하시는 게 뭐예요!" "원하는 거라니?" "분명 제가 대답을 잘 못하면 팰 거잖아요!" "허허. 남들이 들으면 오해할 소리를......." "오, 오해라니요. 실제로 그러시잖아요." 싱긋. "헉." 그 말에 난 싱긋 웃고 내 미소에 기겁하는 베르. 난 그런 베르에게 천천히 다가가 그의 뺨을 한 번 만져 주었다. 절대 이상한 의미는 아니다. "방금 뭐라고 했지?" "아, 아무 말도 안 했어요!" "흐음." "요, 용서해 주세요!" "......." 이런, 남들이 보면 오해할라. 난 순수한 인간이고 넌 악독한 마족인데, 왠지 상황이 바뀐것 같다. 내가 악독한 마족, 저 자식이 그 악독한 마족에게 당하는 순수한 인간? 좀 자중해야지. 나는 다시 베르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냥 네 생각을 말해." "제 생각요?" "그래, 네 생각. 어떻게 하면 이 전쟁을 멈출 수 있을까 하고 말이야." "흐음......." 그 말에 베르는 고민에 잠겼다. 잠시 후 베르가 말했다. "대화?" "미친 거냐?!" "네?!" "너 처음 이미지는 악독 그 자체였잖아!" "......." "그런데 대화라니!" "......."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이 대화가 될 상황이냐? 앙?" "......." "저 미쳐 버린 황제가 대화? 참 잘도 대화하겠다." "......."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다니!" 잠시 급흥분을 해 버렸군. 흐음. 그 순간이었다. 어느새 펜들이 베르의 옆에서 뭐라고 쑥덕거린다. 그리고 베르의 얼굴이 심히 환해지고, 잠시 후 베르는 너무나도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화, 황제를 납치해서 협박하는 거예요!" "아니!" 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렇게 대악당다운 대사를 치다니!(방금 전에 자신이 예를 든 건 뇌리에서 지워 버렸음!) 정말 베르는 대악당인가 보다. 아 참, 그것보다.......... "그건 좀 심한 게 아닐까?" - ....... "......." "......." 어라, 반응이 왜 이래? 나의 한마디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다운된다. 홀락과 펜들 그리고 베르까지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내가 왜 못할 말이라도 한 건가? 흠? "사실 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좀 악에 관련된 일은 잘 못해. 잘 알지, 베르?" "무, 물론요." "뭐야, 그 억지로 하는 대답은?" "아, 아닙니다! 진심입니다." "그래, 진심으로 받아주지. 어찌 됐든 좀 내가 악에 대해서 모르다 보니 너의 그 악독한 작전에 내가 잠시 패닉에 빠졌어. 하지만 정의를(?) 위해서라도 악은 필요한 것. 상당히 자신은 없지만 최선은 다해 볼게. 황제를 납치하면 협박하는 거 말이야." "......." "......." - ....... 또 정적이다. 음. - 추해 보인다. 악을 모른다니, 믿을 수가 없는 말이다. 지금 여기서 악에 관련된, 아니 전 세계를 뒤져도 악과 상당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계신 분이 악을 모른다니......... 지나가던 여자가 홀락에게 반할 확률보다 말도 안 되는 거다. "그러게." 홀락의 중얼거림에 펜들도 인정한다. 어쨌든 자신은 순수하다고 어필하고 싶지만, 그게 될 리는 만무하다. 순수해야 순수하다고 받아들이지, 그렇지도 않은데 강제로 하려면 당연히 안 되는 거다. 그때 홀락이 물었다. - 저기, 펜들. "어." - 왜 주인은 저렇게 비굴하게까지 자신은 순수하다고 우기는 걸까? "아마도......." - 아마도? "부정하는 거겠지." - 부정? "그래, 자신의 사악함을 말이야." - ....... "그리고 자기는 생각하겠지. 순수하다고." 난 침대에 누워 있는 네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약간(?) 난폭한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네켄의 도움이 필수다. 그렇기에 누워 있는 그를 만나려는 거다. "무슨 일이지?" 내가 모습을 보이자, 네켄은 무뚝뚝한 어조로 말했다. 난 그에게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문병." "목적을 말해라." "목적이라니! 당연히 아픈 사람 문병 오는 건 당연한 거지." "나를 치료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듣고 싶은 건가?" "아니, 아니." 거참, 의심도 많으셔라. 물론 그냥 온 것은 아니다. 약간 불순한 의도로 온 건 맞다. 뭐, 시간 끄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어서 말해 볼까?"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 "너의 황제, 즉 제로미티 제국의 황제님을 만나고 싶어서 말이야." "......." 그 말에 묵묵히 나를 바라보는 네켄. 난 그를 보며 웃고만 있었다.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지났을까? 네켄의 말문이 열렸다. "목적이 뭐지?" "그냥 원할한 커뮤니케이션?" "......." "진짜야." "네가 암살을 하면?" "허허허! 내 성격 알잖아. 그런 거 안 하는 거." "......." "난 밝고 깨끗하니까. 그리고 여기서 보장할게. 절대 황제의 목숨에는 지장이 없을 거라고 말이야." "......." 나의 말에 네켄은 고민에 잠겼다. 그렇게 1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뭘 그렇게 생각할 게 많은 건지. 으음. 그런 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네켄의 말이 들려왔다. "좋다. 너의 의견을 받아들인다." "호오?" "황제 폐하가 게르니아 놈에게 이용당하는 건 절대적으로 사양이다. 그뿐 아니라 전쟁은 일어나면 안 된다. 그리고 내가 협조하지 않아도 너라면 가능할 터." "오케이! 이야기가 쉬운데? 후훗." "......." "그럼 네켄, 부탁한다고." 8장. 황제 "네켄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알았다." 난 지금 네켄과 함께 최고급 접대실에서 빈둥거리는 중이다. 이렇게 빈둥거리는 이유는 당연히 게르니아에게 미쳐 버린 황제를 만나기 위해서다. 물론 대화(?)를 하기 위해서.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났을까?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이곳의 시녀장이 공손히 두 손을 모으더니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 허락하셨습니다." "가겠다." 벌떡 그 말과 함께 일어난 네켄과 그의 뒤를 뒤따르는 나. 후후훗! - 주인. "앙?" - 사악해. "......." - 정말 사악해! "무, 무슨 소리냐! 난 베르의 악을 빌려 왔을 뿐이라고." - ....... 저 자식이! 거듭 말하지만 난 잠시 베르의 악이 가득한 지혜를 빌려 왔을 뿐. 이런 저질적인 범죄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는 몸이다. 절대! 근데 왜 아무도 안 믿는 느낌? 쳇! "오호! 네켄 경. 소개를 시켜 줄 존재가 이 사람인가?" "네, 폐하." 40대 중반의 남자, 생각 외로 늙지는 않았다? 그리고 꽤나 현명해 보여서 네켄의 말대로 함부로 이런 대군의 병력을 이끌고 전쟁을 일으키실 분 같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 그가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다는 건 부정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의 뒤에 강해 보이는 근위 기사단 열 명 정도가 대기 중이고 말이다. 그때 황제 자식(?)이 네켄을 보더니 물었다. "그나저나 네켄 경이 소개시켜 줄 사람이 기대가 되는군." "......." "자, 그럼 소개 한번 해 보지 않겠나?" 황제는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은 채 말했고, 그 말에 네켄은 나지막이 말했다. "데스티니입니다." "응?" 그때 내 이름이 거론되자, 황제는 의문 가득한 얼굴을 했다. 그런 황제를 향해 네켄은 한 번 더 말해 줬다. "이 사람은 데스티니님입니다." "......!" "......!" "......!" 네켄의 반복에 순간적으로 방 안은 경악에 휩싸였다. 뭐, 당연한 건가? 자신들의 중요 인물을 암살한 내가 총애하는 네켄의 소개로 들어왔으니 말이다. 그 순간 그 옆에 있던 기사단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외쳤다. "네켄님, 도대체 정신이 있으신 겁니까?! 저런 위험한 존재를 황제 폐하와 함께 만나게 하다니요!" "블렌(...잘 모르겠네요.), 내 말을 들어라." "이건 말도 안되는 겁니다! 황제 폐하의 목숨까지도 위험......" 기사단장은 마구 흥분해서 난리를 피우신다. 하지만 그에 반해 황제 씨는 꽤나 평정을 유지하고 있다. 호오? 왠지 모르게 멋진데. 그때 황제 씨의 말문이 열렸다. "네켄, 내가 너를 믿기에 이야기는 들어 보겠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일 경우, 넌 배신자라는 칭호와 함께 내게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 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왜 황제라는 인간을 모시고, 심심하면 저렇게 목숨 위협을 받아야 하는 걸까? 그냥 차라리 자유롭게 나처럼 살면 될 것을 말이다. 흐음, 뭐 내 알 바는 아니지만. "폐하는 속고 계십니다." "......." 그때 폐하 씨는 네켄의 한마디에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그는 약간 냉담한 어조로 물었다. "짐이 속고 있다고 말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간악한 존재에 의해 속고 계십니다." "내가 속고 있다? 하하하!" "......." 웃으신다. 근데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분명 저건 기분 나빠서 웃는 거야, 확실해! 황제 씨는 더욱 표정을 굳힌 채 네켄을 째려보았다. 그러더니 물었다. "내가 속고 있다니,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데스티니는 샤라스님을 암살하지 않으셨습니다." 물론 난 그때 베르랑 놀고 있었다니까. 하지만 그런 네켄의 말에 황제는 완전 쓰리 곱빼기로 얼굴이 굳어지더니 물었다. "저자가 샤라스를 암살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는 건가?" "아니, 없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저 대악당의 편을 드는 건가?" 어이, 아저씨! 대악당이라니요! 전 거듭 말하지만 암살은 커녕 그 아저씨 얼굴 한 번 못봤어요.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대악당으로 만드시면 되게 난감하잖아요. 황제 씨의 대답에 네켄은 꿋꿋하게 대답했다. "데스티니는 절대 그런 짓을 할 존재가 아닙니다." "......." "......." "......." 컥! 왠지 모르게 감동이다. 네켄, 네가 나를 그렇게 좋게 생각해 줄 줄이야........ 나 정말 감동받았어. 흐흑! 그때 네켄의 말이 이어졌따. "물론 그는 돈을 밝힙니다. 돈을 위해서 약간 사악한 행동도 서슴치 않지만, 이렇게 뒤로 공작을 펼칠 존재는 절대 아닙니다." 저거 내 칭찬인 거야, 아니면 욕인 거야? 왠지 칭찬이면서 욕인 것 같은 미묘한 느낌이다. 저번 스테리아 자식에 이어 2탄이다. 으악! 네켄의 선량한 대답에 황제는 입을 열었다. "네켄." "......?" "난 너를 총애했다." "......." "하지만 아무런 근거 없이, 단순히 너의 그 잘못된 생각만으로 저 데스티니라는 자를 범인이 아니라고 칭하다니 정말 어이가 없구나." "......." "넌 지금부터 배신자가 된 것이고, 지금 당장 사형에......." "할 말이 있습니다." "......?!" 황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네켄이 말했고, 잠시 후 네켄은 심호흡 한 번 하더니 입을 열었다. "분명 데스티니가 범인이라고 하더라도 현명하신 황제 폐하께서 이렇게 쉽게 군 병력을 움직이실 리는 없습니다." "......." "그건 제가 지금까지 황제 폐하를 모셔 오면서 제일 잘 알던 사실입니다." "......." 그때 황제의 표정이 급속도로 바뀌었다. 매우 화난 모습이랄까? 참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 주는군. 그리고 잠시 후, 황제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켄! 네놈이 나에 대해서 뭘 그렇게 안다고 주둥아리를 나불거리는 것이냐!" "......." "이 결정은 내가 한 것, 난 누구의 말에 휩쓸려서 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 네놈의 말은 내가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갔다는 말! 나를 무시하는 말이다!" 난 저 황제 씨를 보고 느꼈다. 갔다. 갔어. 완전 게르니아에게 갔어. 전문언어로 안드로메다에 여행 갔다고 해야 하나? 휴우....... "당장 저 두 놈을 죽여라!" 다시 황제의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열 명의 근위 기사단들이 우리를 향해 다가온다. 난 묵묵히 있는 네켄에게 물었다. "이제 내가 대화하고 싶은데?" "......." "걱정 마, 약속은 지키니까." "......." "오케이?" "알았다." 그 말과 함께 네켄은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난 웃으면서 홀락을 뽑아 들었다. 그런 다음....... "난 대화의 방식이 약간 난폭하니까 이해해 달라고, 네켄처럼 순수한 대화는 별로 안 좋아해서........" 난 홀락을 그대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쓰러진 근위 기사들. 물론 다들 목숨이 붙어 있지 않다. 거듭 말하지만, 난 나에게 칼 들이댄 놈은 살려 두지 않는 성격이란 말이다. 내게 칼을 들이대는 순간, 끝이야. 그렇게 자비심이 많은 성격은 아니어서, 후훗! "파, 파멸........!" 황제 씨는 나를 보고 덜덜 떨고 있다. 난 그런 황제에게 천천히 웃으면서 다가갔다. 그런 다음 속삭였다. "황제님." "......." "대답하시죠?" "무, 무얼 말이냐?!" "그렇게 재빠르게 대답하셔야 합니다. 저는 황제라고 특별 취급 안 해요." "......." 난 황제든 아니든 상관없다. 황제면 황제지.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러니 나랑 대화할 때는 스피디하게 해야 한다. 스피디하게! 난 다시 황제님을 보고 물었다. "며칠 전 누군가랑 접촉하셨죠?" "......." 싱긋. "스. 피. 드." "그, 그렇다." 내가 미소 한 방 날려 주자, 그제야 스피디하게 대답하는 황제 씨. 거듭 말하지만 난 스피드를 좋아한다. 많이 말이야. 후훗. 그때였다. "데스티니, 너무 무례하게는......." 내가 황제에게 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나 보다. 그 순간 황제는 기회라는 듯 소리쳤다. "네, 네켄! 어서 이자를 죽여라! 그렇다면 지금 너의 죄를 없애주겠다." "......." 그 말에 네켄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는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저는 데스티니의 옷깃조차도 스칠 수 없습니다." "......." "데스티니의 무력은 상상초월입니다." "으윽." 그 말에 황제는 절망 어린 얼굴을 했다. 난 그런 황제를 보고 물었다. "나 죽이라고요?" "......." "방금 그랬지요?" "......." 내 말에 황제는 다시 벌벌 떨기 시작했다. 휴우, 진정하자. 난 지성인이잖아? 난 최대한 숨을 가다듬은 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다시 이야기를 해 보죠." "......." "만난 게 누군가요? 그리고 그 분께서 뭐라고 하셨기에 이렇게 미친 짓거리를 하시는 건가요?" "......." "아, 정말........" 스피디하게 답변이 안 나온다. 이거 참, 역시 평화로운 대화는 이게 문제라니까. 난 스피디한 대화를 유지하지 못하는 그 황제를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한 번만 더 스피드가 끊어지면 이런 대화 없습니다." "......." "더 사랑스러운 대화가 이어질 테니, 원하시면 말하지 마시고요." "......." "알겠죠?" "아, 알았다." 그제야 내가 진심인 걸 깨닫고 황제가 대답했다. 난 황제에게 다시 한 번 질문했다. "만난 분이 누구시죠?" "게, 게르니아.........." "호오?" 이제 본명 쓰고 다니시네, 이 아저씨. 당당하다는 건가?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 "그 게르니아님께서 뭐라고 하셨나요?" "데, 데스티니라는 존재가 범인이고, 그 데스티니를 고용한 마리스 제국이 우리 제국을 향한 선포였다고......." "흐음......." 의외로 간단하게 말했을 뿐인데? 난 황제에게 다시 말했다. "제가 듣기로는 만약에 제가 당신들의 중요 인물을 죽였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함부로 전쟁이라는 걸 일으키실 분은 아니라던데요?" "......." "그런데 왜 그러셨죠?" "그, 그거야........." 그때 황제가 갑자기 멍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그것도 잠시였다. "으아아악!" "......!" 그때 갑자기 머리를 붙잡으면서 고통스러워한다. 뭐, 뭐지?! "주인, 피해!" "......?!" 그때 갑자기 나타난 펜들이 소리쳤다. 난 피하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일단 따르기로 했다. 내가 재빠르게 뒤로 물러서자마자......... 콰앙! "......." 폭발과 함께 완전히 사라진 황제........ 난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사람이 폭발과 함께 사라져?! 갑자기 무슨.......! "금제어야." "금제어?" "그래, 게르니아가 황제가 무슨 말을 하면 저렇게 완전히 산산조각 나게 만들어 버린거지." "......." "그리고 우린 당한 거야. 완전히." 펜들의 말이 이어졌다. 당했다? 무슨 말이지? 당하다니, 뭘?! "나 바보 같아. 젠장! 게르니아가 분명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냈을 때 뭔가 위화감을 느꼈지만 잡아내지 못했어. 하지만 이제야 모든 게 이해가 돼." "무슨 소리야?!" "우리가 이렇게 황제를 찾아올 것도 계산에 넣었던 거지." "......." "그리고......." 콰앙! 그때 문이 부서지면서 엄청난 병력이 들어닥쳤고, 그것을 본 펜들은 말을 이었다. "우리가 황제를 암살한다는 걸 모든 존재에게 똑똑히 보여 준 게 되어 버리고 말이야." "......." "우리가 그 협상단의 중요 인물을 죽였다는 건 증거가 없어. 충분히 다른 제국에서도 압력이 들어올 수도 있지. 하지만 이런 경우는?" "없다는 거냐?" "그렇지." "......." "우리, 완전히 한 방 먹었어. 게르니아한테 말이야." 그래, 완전히 뒤통수 1억 대 맞은 기분이다. 하하하. 게르니아 자식. 이런 잔대가리 계속 굴리더니 끝내는 한 건 해내시는 군. 그래, 날 이렇게 황제 암살범으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시켰으니 만족하는 거냐? 이제야 돈을 떠나 그 자식, 꼭 잡고 만다. 게르니아, 이 빌어먹을 자식을! 뭐, 돈은 부수적이고, 그리고 신급 아이템들은 필수겠지? 하아. 그것보다 일단 이곳을 탈출해야겠다. 제길! "흐음." 카란은 혼자서 신음을 연속으로 내뱉었다. 자신의 느낌이 맞다면 지금 게르니아와 자신의 제자 데스티니 사이가 아주 이상야릇할 게 분명하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데스티니가 당한 느낌? 그는 미소 지은 채 조용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게르니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 제자 완전 폭발하면 난 몰라." 9장. 오해 "너, 그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 "전설의 랭킹 1위 데스티니가 제로미티 제국의 황제를 암살했다는 이야기 말이야." "아, 그거?" "응." "물론, 그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치?" 웅성웅성. 지금 사람들은 한 가지 사건으로 웅성거리기에 바빴다. 그것은 제로미티 제국의 황제를 전설이 랭킹 1위라고 불리는 데스티니가 암살했다는 것 때문이다. 그들은 말했다. "좀 실망이다." "맞아." "랭킹 1위가 암살이나 하고 말이야." "그것도 돈 때문에 한 것이라고 하던데?" "에?" "마리스 제국이 전쟁을 손쉽게 하려고 데스티니를 고용해서 제로미티 제국의 황제를 암살했다고 하더라." "헐! 돈 때문에 그러다니, 실망이다." "하아." 난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한숨을 이렇게 퍽퍽 내쉬는 건 바로 내가 대악당이 되었다는 것이다. 악당이라는 단어와는 절대 인연이 없던 내가 대악당이라니, 이 무슨 이변이란 말인가. 후우. "저는 데스티니님을 믿습니다." "스테리아." 그때 스테리아가 내게 천천히 다가와 미소 지으면서 한마디 했다. "데스티니님이 절대 그런 일을 하실 분이 아니라는 걸 알거든요." "나 돈 밝히는데? 돈 주면 할 수도 있잖아." "글쎄요. 제가 본 데스티니님은 아무리 돈을 좋아하신다고 그런 일까지는 하지 않을 겁니다. 아니,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제로미티 제국을 향해 들어가겠죠." "......." "그러고 나서 황제를 죽이지, 절대 이렇게 뒤로 가서 암살을 하실 분은 아닙니다." "그거 참 고맙군." 왠지 모르게 날 믿어 주는 스테리아가 이제는 고맙기까지 하다. 하지만 스테리아가 믿어 주면 뭐하는가? 이미 사람들은 나를 대악당으로 볼 게 분명한데. "그나저나 참 곤란하게 되어 버렸군요." "......?" "저희 마리스 제국도 인식이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미안해." "아뇨, 그런 소리를 듣고 싶은 게 아닙니다." "......?" "살짝 화가 나거든요." 응? 미소 군이 화가 나다니? 난 네가 그런 단어 쓰는 거 오늘 처음 봤다. 왠지 모르게 자연의 신비(?)랄까. 큼큼. "무슨 뜻이냐?" "게르니아라는 버그들의 왕에게 이렇게 뒤통수 맞은 게 말입니다." "......." "네켄님과 데스티니님의 말에 의하면 게르니아라는 분은 아주 저희들을 가지고 노신 게 되지 않습니까?" "뭐." 완전히 가지고 놀았지. 우리가 레고도 아닌데 말이야. 거듭 말하지만 별로 장난감이 되는 건 절대적으로 사양이다. 스테리아는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그분에게 정말 화가 나는군요." 넌 화나도 웃고 있냐? 참 속 좋다. 그나저나 게르니아 자식은 나를 대악당으로 만들어서 도대체 무슨 이익이 남는 건데? 퍼엉! "이익 남는 건 많지." 그때 펜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한마디 툭 던졌다. 난 그런 펜들에게 물었다. "무슨 말이야?" "간단하게 말해서, 주인이 대악당이 되어서 게르니아는 그냥 좋아진다는 소리야." "엥?" 그건 무슨 개뼈다귀 브루스 추는 소리냐. 내가 대악당인 것과 게르니아가 좋아지는 것이 뭔 상관인데? 펜들의 말이 이어졌다. "주인, 지금 주인의 직책이 뭐지?" "무슨 직책?" "하아." "뭐, 뭐야?" 난 한숨을 내쉬는 펜들을 보고 발끈해서 말했고, 그런 내 반응에 펜들은 고개를 흔들면서 이야기했다. "주인, 지금 주인은 헌터들의 리더라고." "......." "버그들을 잡아내는 헌터들의 리더 말이야." "......." 그렇구나. 난 리더였구나. 난 그 사실을 까먹고 있었다. 내가 좀 바쁘게 살다 보니 살짝 잊어버렸다. 그런데 내가 리더인 거랑 이 상황이랑 무슨 상관? "주인, 만약에 헌터들이 자신들의 리더를 따르려면 뭐가 있어야 될 것 같아?" "흐음, 믿음?" 난 그 말에 그렇게 대답했고, 펜들은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 믿음이야. 하지만 그 믿음이 지금 산산조각, 풍비 박살, 개박살, 쓰리 박살이 났지(아닐지도...)." 헉! 그, 그러고 보니! 난 대악당이다. 그리고 그런 대악당에게 믿음을 가져라? 이건 좀 아니다. 이거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심각해지는 거잖아, 으악! "3분의 1이 떠났다." "......." "그래도 나머지는 너를 믿는다고 한다. 그리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널 따르겠다고 하고 말이야." "그거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요. 하아......" 지금 케인 형의 말, 한마디로 나를 떠났다. 누가? 헌터들이....... 그나마 위로할 점이라고는 그 숫자가 3분의 1이라는 거다. 하지만 그만큼도 어마어마한 타격을 가져온다. 안 그래도 인원수가 부족해서 쪼들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 거냐?" "제 방법대로 해야죠." "......?" "어차피 제 부녕 사람들이 믿어 준다고 하더라도 다른 유저들은 믿어 주지 않잖아요?" "그렇지." "그럼 당당하게 가서 제가 결백하다는 걸 알려준 수밖에요. 그게 나다워요." 많군. 많아. 엄청나게 많아! 으아악! 난 눈이 아플정도로 모인 수백만 명의 기사들을 보고 기가 팍 죽었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수백만 명이다. 그것도 아군이 아니라 적이 말이다. 물론 그들을 견제하고 있는 마리스 제국의 병사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기가 좀 죽는 건 사실이다. "어서 데스티니를 내놓아라!" 그때 마리스 제국에서 내 몸을(?) 요구하는 제로미티 제국, 저질이야. 제로미티 제국의 요청에 마리스 제국 담당 아저씨는 난감한 듯 말했다. "일단 오해가 있습니다." "흥! 오해? 너희들이 우리 샤라스님과 신성하신 황제 폐하를 죽이고 오해?!" "그러니까 거기에는......." "어림도 없다! 수천 명이 봤다. 그런데 오해?!" 저기요 흥분하지 마세요. 난 정말 결백하다고요! 진짜 이렇게 억울하기는 처음이다. 샤라스라는 아저씨는 구경도 못했고, 황제 씨랑은 조금 대화(?)를 나눴을 뿐이데........ 그리고 황제 씨가 갑자기 터지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한편 그런 그들의 반응에 마리스 제국 쪽에서는 쩔쩔 매며 대응하고 있다. "일단 대화로 오해를....... 저희는 데스티니님을......." "대화? 웃기는 군. 이번에는 대화를 한다고 해 놓고 누굴 죽일 작정이지?" "......." "이제 그 장면을 본 수천 명의 사람들도 죽일 작정인가? 아니, 죽일 수도 있겠지, 전설이라고 불리는 랭킹 1위의 파멸의 데스티니라면 말이야." "......." 무슨 꽈배기 장사도 아니고, 잘도 꼰다. 그리고 내가 무슨 진짜 대악당도 아니고, 증인들을 왜 죽이냐?! 아니, 애초에 난 그런 일조차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런 제로미티의 반응에 입을 열지 못하는 마리스 제국. 어차피 이래 봤자 결론은 안 난다. 내가 나갈 수밖에 없다. 터벅터벅. 난 조용히 수백만 명의 제로미티 제국의 병력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사실 숨이 막힌다. 나도 수백만 명이라는 엄청난 인원을 본 건 오늘 처음이다. 솔직히 수백만 명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 않았는데, 보는 순간 팍팍 와 닿는다. 크윽! 하지만 여기서 기가 죽으면 안 되겠지. 한편 내가 천천히 걸어 나가자, 모두 의아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데스티니라는 건 모르나 보다. 난 그런 그들을 향해 친절하게 웃으면서 물었다. "나 왜 찾아?" "......." "서, 설마 데스티니?!" "미친놈!" "황제 폐하를 해치운 놈이다!" "개자식!" "죽여 버려!" 나를 보자 모두들 급흥분하신다. 흐음. 왠지 좀 인기가 과도하군. 물론 좋은 쪽은 아니고 나쁜 쪽으로 말이야. 하지만 일단 난 나를 보고 매우 흥분하는 그들을 향해 나지막이 말했다. "한마디만 할게." "......?!" "......?" "......?!" "......?" 나의 한마디에 순간적으로 수백만 명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뭔가 압박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대략 난감이다. 휴우....... 그래도 기죽으면 안 된다. 데스티니, 밀어붙여! 난 그렇게 혼자서 중얼거린 뒤 최대한 가슴을 편 채 당당한 어조로 말했다. "난 샤리스라는 아저씨도 모르고, 황제 씨도 죽이지 않았어." "......." "......." "......." "......." 내 말에 주위는 정적에 휩싸였다. 그것도 잠시........ "저런 뻔뻔한 놈!" "증인들이 그렇게 많은데 죽이지 않았다고?!" "저런 대악당." "정말 얼굴도 두껍군!" "인간이 아니야!" "쓰레기 같은 자식." 별별 말이 다 나온다. 하아, 뭐 대충 예상은 했지만 말이다. 내 말에 얼굴까지 붉히며 흥분해 대는 제로미티 사람들을 향해 난 다시 당당하게 말했다. "내 이야기는 끝." "......." "......." "......." "......." "믿든 말든 자유야, 하지만 단 하나. 난 샤리스라는 아저씨는 구경도 못했고, 황제 씨랑은 잠시 대화했을 뿐. 그리고 황제 씨는 갑자기 터져 죽었어." "......." "......." "......." "......." 다들 나를 미친 사람 보듯 바라보고 있다. 뭐, 당연한 건가?! 황제가 갑자기 터져서 죽었다고 했으니 말이다. 차라리 그냥 다른 사람이 죽였다는 게 낫지, 갑자기 터져 죽었다는 건 솔직히 구라 같다. 하지만 난 진실만을 말할 뿐, 믿든 안 믿든 그건 자유다. "저놈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당장 저놈의 목을!" "죽여라!" 역시 믿어 주지 않는구나. 뭐, 믿어 주면 그게 더 이상한 건가? 하지만 이게 나답다. 열심히 변명하면서 머리 아프게 사는 건 질색이어서 말이다. 이렇게 진실을 말해 줬으면 됐지. 그렇다면........ 스윽. 난 그대로 마검 홀락을 허리춤에서 뽑아 들었다. 그런 다음 그 홀락을 바닥에 꽂았다. 푸욱. 그리고 입을 열었다. "이미 난 할 말 다 했어. 하지만 너희들은 내 말을 안 믿고 있지. 뭐, 그건 너희들의 자유니까. 하지만 말이야. 개인적으로 난 지금 마리스 제국에 고용된 몸이라고. 마리스 제국의 영토를 밟는 순간. 난 너희들을 적으로 인식할 테니 그렇게만 알아 둬." 싱긋. 말을 마치며 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모두 움찍거린다. 수백만 명이....... 휴우. 내 살인 미소가 그렇게 멋졌나? 흐음. 하지만 곧 사람들의 반응이 엄청나게 터져 나왔다. "저런 뻔뻔한 놈이 있나?" "황제 폐하를 암살한 것도 모자라 우리들에게 칼을 들이밀다니!" "저런 대악당!" 욕해라, 욕해. 이미 난 대악당이다. 거기서 플러스 돼 봤자 그게 그것일 테니까 말이다. 이왕 악당 하는것, 최강의 악당이 되어주지. 난 그 생각과 함께 허공에 손을 저었다. 그리고....... "데스파라." 파지짓! 그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은빛의 활. 그리고 데스파라의 힘에 완전히 눌려 버린 병사들. 확실히 강해. 난 그들을 향해 말했다. "데스파라야." "......." "......." "......." "너희들이 공격을 개시하는 순간, 나도 공격한다. 그거만 알아 둬." 내 한마디에 순간적으로 정적에 휩싸였다. 솔직히 말해서 수백만 명? 저 숫자를 상대해서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인가. 내가 아무리 초괴수라고 해도 절대 무리다. 아니, 한 가지 방법...... 아아. 나도 미쳤지. 그걸 생각하다니. 어찌 됐든 난 저들을 이길 수 없다. 하지만 타격은 줄 수 있다. 난 서서히 데스파라의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생성되는 무형의 화살. 그리고 그 무형의 화살을 보고 조용해지는 병사들. 난 그런 병사들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밟아 봐. 그러면 당장 이화살이 너희들의 몸을 관통할 테니 말이야." "......." "......." "......." "......." 정적만이 휩싸인다. 크윽! 나 정말 완전 대악당 이미지다. 그것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흐흑! 게르니아 자식, 날 이렇게 만들다니. 나중에 만나면 완전 볶아 버리겠어! 그때였다. 퍼엉! "주인, 안 그래도 돼." "넌 어디 있다 온 거냐?" 몇 시간 동안 안 보이던 펜들이 나타난 거다. 내 질문에 펜들은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 "이미지 컨트레이터." "그건 뭐냐?" "내 고유 능력." "그런 것도 있나 보네." 뭐, 신기한 놈이니까 그런 게 있는 것도 별로 이상하지가 않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그건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펜들, 너한테 새로운 기술이 있다고 자랑하는 건 나중에 하렴. "그게 주인을 구제해 줄 텐데." "......?" "뭐, 보여 줄게." "......?" 파지짓. 엥? 그때 갑자기 허공에 무언가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그 허공에 생긴 무언가에 집중하는 사람들. 그리고 잠시 후....... "헉!" 저번의 그 모습이다. 내가 황제를 찾아가서 사근사근(?)하게 대화를 하던 그 장면. "이미지 컨트레이터. 이렇게 전에 있었던 내용을 모두 복사해서 보여 줄 수 있는 능력이지." "......." "뭐, 약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기술이라 지금에야 보여 주지만." 펜들의 말과 함께 허공에 나타난 화면도 열심히 재생되었다. 그리고 문제의 하이라이트 장면....... 콰앙! 황제가 그대로 폭발하고, 내가 뒤로 물러서는 장면이다. 그리고 병사들이 들이닥치고....... 일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이, 이건 거짓이다!" 그때 제로미티의 누군가가 그렇게 외쳤고, 그 말에 펜들은 비웃는 어조로 말했다. "이런 건 거짓으로 만들 수 없다고. 아니, 일루젼 마법은 가능하겠지? 그럼 이게 마법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라고." "......." "그럼 제대로 알 수 있으니까." 펜들, 너 멋지다? 10장. 펜들 "게르니아 자식 때문에 고생이 많다. 너도 참." "그러게 말이에요." "그래도 오해가 풀렸으니 된 거 아니야?" "그렇죠, 뭐. 펜들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죠. 펜들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줄이야........." "......." 뭐, 최고인지는 모르겠다만 이번에 확실히 도움을 받았다. 펜들 아니었으면 나 진짜 걔네들 하고 맞장 뜰 뻔했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을 거다. 하지만 펜들 덕택에 살았다. 한편 란젠 형은 화제를 돌렸다. "유물 찾는 건 잘되고 있어?" "글쎄요. 저번에 이상한 세계로 떨어진 다음 진전이 없어요. 게르니아 자식이 너무 집적거려 주셔서 말이예요." "하하하." "그나저나 형." "응?" 내가 갑작스럽게 부르자. 란젠 형은 의아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난 그런 형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도 이 게임 안에 다른 차원이 있다는 거 알았어요?" "사실 나도 너한테 듣기 전에는 예상치도 못했다." "허!" 운영자도 몰랐다니....... 참, 이 게임 개발자 아저씨. 미스터리 그 자체구나. 그때 란젠 형이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너한테 그 말 듣고 알아봤는데......." "......?" "여기에 세 가지 정도의 차원이 있는 거 같더라." "......?!" 헉! 세 가지 정도?! "물론 확실하지는 않아. 하지만 만약에 그 차원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대충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 같다. 프란체스카 보석도 세 개고, 차원도 세 개다. 그리고 그 차원 중 한 곳에서 프란체스카가 나왔다. 그럼 결과는? "나머지 두 곳의 차원에서 두 번째 유물인 영원의 지팡이 크레시스 존으로 향하는 힌트가 있을 확률이 높다는 거지." 허! 이건 정말 예상 밖이다. 다른 차원이 있고, 그 차원에 각각 하나의 프란체스카가? "어찌됐든 내가 알아보고 연락 주마." "형, 고마워요." "고맙긴, 그 대신 헌터들의 리더나 잘해 달라고." "알았어요!" 터벅터벅. 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나오자마자 보았다. 한 장면을....... 펜들이 삥 뜯고 있는 명장면을 말이다. 진을 제외한 모든 일행들에게 삥을 뜯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모든 일행들이 펜들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돈을 주고 있다. "이 개자식!" "헉!" 나의 외침에 수금하다가(?) 깜짝 놀라는 펜들. 하지만 이미 내 몸은 펜들의 앞이다. 그리고 순식간에 휘둘러지는 내 손바닥. 퍼억! "꾸에엑!" 펜들은 나의 손바닥에 맞고 철퍼덕 쓰러졌고, 그걸 본 일행들은 무지무지 당황하면서 소리쳤다. "오, 오빠!" "데, 데스티니?" "무슨 일이냐?!" "무, 무슨 일이죠?!" 모두들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난 그런 그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바닥에 쓰러진 펜들을 집어 올렸다. 그리고 싱긋 웃으면서 물었다. "이번에는 뭐냐?" "무, 무슨 소리야?!" 펜들은 내 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난 그 모습에 씩 웃으며 말했다. "방금 난 펜들 네가 돈을 받는 모습을 목격했다." "......." "왜 저분들이 너한테 돈을 주는 거지?" "그, 그거야 내가 귀여워서?" "......." 이런 미친! 뻔뻔하기도 하다. "저기. 오, 오빠." 그때 레나가 여전히 당황해 하며 날 불렀고, 난 그런 레나에게 웃으면서 물었다. "이놈이 뭐라 하디?" "네?" "이번에는 뭐냐? 어머니? 동생? 누나?" "......." "대충 이때쯤이면 누나 한번 쓸 때 됐네." "......." 난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 레나에게 말했다. "이 자식이 방금 너희한테 이러지 않았어?" ".......?" "'내가 사실 돈을 이렇게 미치도록 밝히는 이유는 한 가지야. 사실 우리 누나가 아파. 그런 까닭에 난 돈.......' 어쩌고 저쩌고 하지 않았어?" "오, 오빠. 그, 그걸 어떻게?!" 역시 이번에는 누나를 써먹었는지 레나는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난 레나 앞에서 펜들을 흔들면서 말했다. "이 자식 특기야." "......." "불쌍한 척하면서 귀여운 외모로 동정심을 이끌어서 돈 받아 내는 특기." "에?!" "하나 말하는데, 얘는 어머니, 동생, 누나 아무도 없어. 혼자다." "......." "그냥 단순히 돈을 밝히는 것뿐이라고." "쳇!" 그때 내가 말을 끝내자마자 '쳇'이라고 말하는 펜들, 정말 뻔뻔하기 그지구나. 하마터면 모두 이놈의 간악한 작전에 속아서 넘어갈 뻔했다. 아니, 모두는 아니고 한 분은 관심 없으시다. 뭐, 그분은 '진'이라는 분이시고 말이다. 아무리 봐도 레나와 진이 남매라니, 정말 믿을 수 없다. "넌 이런 식으로까지 해서 돈을 받아야 겠냐?" "......." "하아, 정말 돈벌레다." "주, 주인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 "주인은 나보다 더 돈 밝히잖아!" 에? 그런 펜들의 반박에 왠지 모르게 대답이 안 나온다. 무언의 인정이라고 해야 하나. 제길! 그렇게 내가 머뭇거릴 때였다. "저기, 오빠......." "......?" 그때 처음 듣는 목소리의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 그러자 당연히 난 그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거기에는 12살 정도의 귀여운 소녀가 나를 반짝거리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한눈에도 무지 비싸보이는 보라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난 그런 소녀에게 물었다. "나?" "네!" "무슨 일이니?" "저, 저기......." "......?" 내가 묻자, 갑자기 소녀는 당황했다. 귀엽군. 후훗! 찌릿! "......." 그때 느껴지는 애틋한(?) 살기. 난 그 살기의 주인공에게 어색한 웃음과 함께 말했다. "수, 순수한 생각밖에 안 했어!" "......." "지, 진짜라니까! 하하하." "묻지도 않았어." "......." "근데 뭔가 찔리나 보네." "......." "알아서 말해 주니까." 혈화 양, 진정하세요. 설마 제가 처음 본 여자 아이에게 이상한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물론 이 소녀가 귀엽기는 하지만 레나나 혈화, 루네에 비해서는 조족지혈, 즉 상대가 안 된다. 난 여전히 얼굴을 붉히고 있는 그 소녀를 위해 밝게 웃으면서 물었다. "왜 그러는 거야?" "저, 저기......." "말해, 괜찮아." "저, 저 애완동물하고 조금만 놀면 안 될까요?" "......." 애완동물? 애완동물이라니? 나는 그런 거....... 아! 갑자기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애완동물(?) 한 마리. 난 내 손에 있는 펜들을 내밀면서 물었다. "이놈?" "네." 소녀는 수줍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 모습에 귀여워서 그대로 펜들을 그 소녀의 품에 안겨주면서 말했다. "놀아." "고, 고맙습니다." "뭐, 뭐야. 주인! 날 팔아넘기는 거야?!" "팔아넘기기는, 한 소녀를 위해 잠시 시간 좀 내라는 거지." "난 부모......." 찌릿. "......." 또 무보수 타령하는 펜들을 노려보는 나. 그리고 순간적으로 입 다무는 펜들. 이 순수해 보이는 소녀 앞에서 꼭 돈 타령을 해야겠냐? 이 이상한 미생물체야! "마, 말을!" 펜들이 말하자 소녀가 깜짝 놀랐다. 난 그런 소녀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말했다. "그냥 조금 특이한 놈이어서 그래." "그, 그런가요?" "그럼." "아." 이 아가씨, 참 순진하기도 하셔라. 아무리 애완동물이 특이해도 저렇게 말하고 돈 밝히는 애완동물 따위는 없다. 하지만 내 말에 금세 믿는 걸 보아서 상당히 순수한 소녀야. 흐음. 그 소녀는 펜들을 안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정말 귀여운데? 애완동물한테 인사하는 소녀라? 그 순수함에 놀랄 수밖에 없구나. 하지만 이런 순수함을 개박살 내는 소리도 울려 퍼진다. "별로 안 안녕한데?" "......." 건방진 어조로 말하는 펜들. 난 거의 광속의 속도로 굳어 버린 소녀의 품에서 펜들을 꺼내면서 말했다. "자, 잠깐...... 하하하." 그리고 황급히 그 자리를 떴다. "뭐, 뭐야?" 내가 한적한 곳으로 데려오자, 펜들은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다. 난 그런 펜들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꼭 그딴 식으로 말해야겠나?" "무, 무슨 소리?" "순수한 소녀가 안녕하세요 하는데, 뭐? 별로 안 안녕한데?" "......." "넌 순수한 소녀의 마음을 갈가리 부숴 놓고 싶은 거냐?" "난 진실을 말했을 뿐이라고!" "......." "그리고 난 공짜 사절이야." 흠. 그렇단 말이지. 공짜 사절이라? 그렇다면......... "주지." "......!" 내 말에 눈을 번쩍이는 펜들. 아마도 내가 돈을 준다는 말로 알아들었나 보다. 하지만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 할 짓 없이 내가 돈을 주지는 않는다. 난 초롱거리는 펜들을 향해 주먹을 꽉 쥐면서 말했다. "고통이라는 쾌락을 주지. 후훗!" "자, 잠깐. 주인!" "후후후." "으악!" "......." "하하하. 잘 부탁해. 난 펜들이라고 해." 나와 잠시 대화를 끝낸 뒤 펜들은 매우 순수하게 말하고 있다. 다 내가 사랑을(?) 나눠 준 덕택이다. 후후! "네." 그런 펜들의 모습에 소녀는 너무나도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왠지 흐뭇해지는 걸. 흐음. 그 순간. 갑자기 루네가 달라붙더니 야릇한 미소와 함께 물었다. "영계가 좋아?" "무, 무슨 소리야!" "훗." "......." 갑작스럽게 다가와 영계가 좋냐는 말에 기겁하는 나. 거듭 말하지만 난 순수하게 바라보았다. 절대 사심으로 바라본 적 없다. 하지만 루네는........ "12살이면 범죄 아니야?" "그, 그런 이상한 생각 안 했어!" "헤?" "지, 진짜라니까." "그럼 증명해 봐." "으응?" "저 소녀에게 관심 없다는 걸 말이야." "뭐, 뭐로?" 그때 루네의 제안. 갑자기 상황이 이상해지기는 했지만 나의 결백함을 풀어야 한다. 그 말에 루네는 내 귓가로 입술을 갖다 대더니 속삭였다. "내 가슴 만져 봐." 난 순간적으로 돌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런 나를 향해 루네는 차갑게 말했따. "만약에 못한다면 넌 저 소녀에게 변태적인 생각을 한 걸로 생각할게." "자, 잠깐! 이야기가 왜 그렇게 되는 건데!" "10." "억." 그때 갑자기 루네가 카운트다운을 세고 있다. 뭐, 뭐가 이상하다? 왠지 낚이는 기분? 하지만 순수하게 내 오해를 풀리는 의도로(정말 그럴까?)....... 그 생각과 함께 뭔가 뇌리를 지배하더니 내 손은 자동으로 움직였군, 그때였다. - 당했군. ".......!" 홀락의 한마디에 번쩍 정신을 차렸다. 헉! 하마터면 나 죽을 뻔했다. 혈화에게 말이다. 아니, 죽을 뿐만 아니라 순식간에 짐승이 되었을 거야. 홀락, 고마워. 하지만 나를 구제한(?) 홀락은 그대로........ "어머, 동생아." - 헉! "많이 컸네?" - 누, 누나. 난 갑자기 멈출 줄은........ "헤헤." - 자, 잘못...... 그대로 끌려갔다. 어딘가로....... 난 그런 홀락의 모습에 감동의 눈물을 속으로 흘리면서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할렐루야!' "아가씨!" 그때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펜들을 좋아하던 소녀에게로 은빛 갑주를 입은 한 여자가 다가왔다. 흐음,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외모에 꽤 미인인 데다 키도 173cm 정도로 상당한 장신이다. 그뿐 아니라 예리하게 빛나는 눈빛이 그녀의 실력이 장난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아 참,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갑자기 사라져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미네, 미안." "아닙니다. 그래도 아무 이상이 없으시니, 하아......." 그 말과 함께 그 여자 기사는 한숨만 내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를 살펴보더니 경계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아가씨, 이자들은?" "아, 이 애완동물의 주인 오빠야." "......." 그러면서 소녀는 펜들을 내밀었다. 펜들의 모습을 보고 약간 움찔하는 그녀. 난 그녀가 왜 저러는지 알고 있다. 펜들은 귀여웠으니까. 거듭 말하지만 외모로 펜들만큼 귀여운 놈은 없다. 하지만 '외모'만이다. 저놈의 검은 속마음을 잘 아는 나로서는 절대적으로 귀여워 보이지 않아. "귀, 귀여운 애완동물이군요." 보통 저렇게 강해 보이는 여기사가 조금 감수성이 떨어진다. 왜냐하면 저 정도로 강해지기 위해서는 항상 검만을 만져야 했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수성이 있다면 더 이상한 거지. 어찌 됐든 그런 여기사가 펜들을 귀엽다고 인정한다. 역시 외모만큼은 귀여운 건가? 흐음....... "응, 정말 귀여워. 헤헤." 그때 그 여기사가 소녀를 나지막한 목소리로 불렀다. "그나저나 아가씨." "으응?" "어서 성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 "오늘은 너무 멀리 나왔습니다. 지금 돌아가야 저녁 안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 그래야 되는 거야?" "네." 그 말에 소녀는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소녀는 펜들을 보고 안타까움이 가득한 얼굴이 되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자 기사는 안쓰러운 듯 소녀를 바라보더니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러더니 내게 말을 건넸다. "실례지만, 오늘 하루만 저희 성에 머물러 주시지 않겠습니까?" "......?" "아가씨는 외로움이 많으십니다. 부모님이 너무나도 바쁘셔서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죠. 그런 아가씨께서 저렇게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 "물론 바쁘신 분들일 수도 있지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사소하지만 사례금으로 300만 골드......." 덥석! "......." 난 거의 광속이라는 말에 버금가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따. "저는 시간이 많아요." "......." "가죠. 후훗." 이런 내 자신이 약간 미묘하다. 돈 이야기만 나오면 자동으로 반응해 버려. 으악! 뭐, 그리고 좋은 일이잖아?(자체 위로) "켁." "왜 그러십니까?" "아, 아뇨. 하하하." "......?" 내가 놀라자 의아한 듯 묻는 여기사. 내가 놀란 이유는 한 가지, 이 소녀가 마리스 제국의 귀족 아가씨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사의 말에 의하면 남작쯤 되는 집안의 아가씨라나? 여기는 스테리아가 근무하는 나라다. 그런데 스텔이가 이 자식의 직책이 뭐지? 높은 건 알고 있는데 말이다. 무슨 직책인지는 모르는군. 흐음. 어마어마하군. 역시 남작의 집이라서 그런지 집의 크기도 장난이 아니다. 대략 400평 이상? 그리고 호화로워 보이는 각종 물건 역시 포스를 선보이고 계신다. 하아. 이런 걸 보면 참 귀족이라는 게 부럽단 말이야. 흐음. 지금 소녀와 펜들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다ㅏ. 다른 일행들도 최고의 대접을 받으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어서 이 한적한 접대실에는 나와 나를 고용한(?) 여기사뿐이다. 그 여기사는 내게 돈주머니를 내밀면서 말했다. "300만 골드입니다." "거절하면 예의가 아니니 절대적으로 받을게요." "......." 난 그 말과 함께 그분이 내민 돈을 재빨리 챙겼다. 이럴 때는 내가 생각해도 너무 빠른 것 같아. 이런 내 모습에 그녀는 약간 어색하게 웃었다. 뭐, 나의 현명한(?) 모습에 다들 처음에는 저런 반응을 보이니까 별 상관 안 한다. 그것보다....... "아까 아가씨라고 불리는 소녀가 외로움이 많다고요?" "많을 수밖에요." "......?" "그녀의 아버지는 에루스 백작이십니다." "......." 뭐 하는 남작? 난 모른다. 솔직히 말해 난 이 마리스 제국에서 아는 사람이라고는 스테리아밖에 없다. 아니, 다른 제국 사람들도 잘 모른다. 몇 명을 제외하고는......... 그녀가 말했다. "아가씨의 어머니이신 엘룬님은 아가씨를 낳다가 돌아가셨죠." "......." "한마디로 아가씨는 처음부터 어머니가 안 계셨습니다." "......." 참으로 불쌍한 소녀군. 흐음. "그런 상황이었기에 에루스 백작님은 아가씨에게 외로움을 주지 않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좋은 분이신데? 그런데 왜 외로움이......? 나의 이런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6년 전, 에루스 백잡님은 중요한 자리에 앉으면서 집에 자주 들어오지 못하게 되어 버렸어요." "......." "그 때문에 아가씨는 거의 매일 혼자서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물론 그 모습을 본 에루스 백작님은 최대한 집에 오려고 노력하시지만 직책이 직책인지라........" "......." "아, 저도 모르게 실례했습니다." "아, 아닙니다." "그럼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푹 쉬다가 가세요." 그 말과 함께 그 여기사는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접대실을 나갔고, 그걸 본 난 머리를 긁적였다. 그 순간......... 퍼엉. "뭐냐?" 갑자기 나타난 펜들을 향해 난 물었고, 그 물음에 펜들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잠깐 뭐 좀 한다고 소녀한테 시간 구했어." "......." "주인." "......?" 펜들이 사뭇 진지한 어조로 나를 불렀다. 그놈은 나를 향해 물었다. "부탁 하나 해도 될까?" "부탁?" "스테리아한테 가서 그녀 아버지 직책 좀 수정해 달라고 요청 좀 해 줘." "......." "무, 물론 고, 공짜로는....... 내, 내가 도, 돈........" 풋! 그때 자신이 돈을 낸다고 하면서 말을 더듬거리는 펜들. 나 사실 펜들이 돈 낸다는 소리, 처음 들었다. 그만큼 기적이었다. 하지만 저 자식이 저러는 건....... "그 꼬마 아가씨가 마음에 드는구나?" "......." "거참." "외로운 건 괴롭다고." 그때 마치 외로움을 겪어 봤다는 듯 말하는 펜들. 난 그런 펜들의 말에 머리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알았으니까 어서 그 아가씨랑 놀아나 주세요." "......." "너 없으면 울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 "그리고 내가 네놈한테 돈 받아서 뭐 하냐? 그리고 저번에 왕창 신세도 졌고 말이야." "어서 오십이오." "오랜만." "오랜만입니다." 싱긋. 나의 말에 스테리아는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난 그런 스테리아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로 했다. "어이!" "......?" "부탁이 하나 있다." "오호, 부탁이요?" 부탁이라는 말에 스테리아는 상당히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뭐냐?! 그 반응은? 스테리아의 말이 이어졌다. "데스티니님께서 부탁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은 제가 최초가 아닐까 싶군요." "......." "이거 참 감격적이군요." "......." 넌 그렇게 감격할 게 없냐? 참 한가한 자식이네. 아니, 그것보단 용건부터 말하자. "너 여기서 힘 좀 쓰지?" "흐음, 뭐 그럭저럭 정도라고 할까요?" "그럭저럭 레벨은 아닌 거 같은데? 황제 대신 네가 거의 일을 다 처리하는 거 봐서 말이야." "뭐, 가끔씩 그러기도 하죠." 싱긋. 그러면서 웃는다. 확실히 저 자식, 여기서 장난 아닐 거다. 지금까지 내가 본 걸로 봐서는 말이다. 난 스테리아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남작 하나쯤 일자리 바꿀 수는 있지?" "뭐, 그거야 간단하죠." 역시 이 자식, 장난 아니었어. 휴우, 그럼........ "내 부탁이 그거야. 에루스 남작이라는 아저씨를 편한 일자리로 돌려 달라는 부탁." "흐음, 그런 간단한 걸 부탁이라고까지 하시니......." "일단은 부탁이니까." "그런가요? 하하. 어찌 됐든 데스티니님의 부탁을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전 너무나도 기분이 좋군요." "......." "제가 최초인 것 같으니까요." "......." 별로 할 짓 없나 봐, 스테리아? "아빠!" "렐리!" 에루스는 자신의 딸 렐리를 꼭 껴안았다.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직책이 바뀌었다. 그것도 너무나도 한가한 직책으로 말이다. 그 덕택에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서 렐리를 만날 수 있게 되었고 말이다. "렐리, 이제 아빠가 다시 네 옆에 있을 수 있게 됐다!" "저, 정말요?" "그럼! 황제 폐하의 대리이신 스테리아님이 그렇게 해 주셨다." "아, 아빠. 정말이죠?" "정말이란다." 두 부녀는 어찌 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갑작스럽게 다시 옛날처럼 돌아가게 되자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고, 렐리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빠, 아빠." "......?" "어제 신기한 애완동물을 봤어요." "신기한 애완동물?" "네! 너무나도 귀엽고 자상한 애완동물이었어요." "허어?" "어제 집에 와서 하루 있다가 간 걸요." "오, 그렇구나." "아빠, 아빠!" "왜 그러니, 렐리?" "제가 전에 책을 봤는데, 동물 중에 행복을 가져다주는 동물도 있다고 그랬어요!" "흐음?" "어제 그 동물이 저희 집에 행복을 가져다준 게 아닐까요?" 렐리의 순수한 질문에 에루스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르지. 허허허!" - 주인하고 펜들, 미쳤지? "뭐냐, 넌?" "무슨 소리야!" 갑자기 한마디 내던지는 홀락의 말에 나와 펜들은 과민하게 반응했다. 홀락이 말했다. - 어떻게 주인하고 펜들이 돈도 안 받고 착한 짓을 해? "......." "......." - 이건 있을 수도 없고 일어날 수도 없는 재앙이야! 말문이 막힌 나와 펜들. 그리고 그런 우리를 본 홀락이 한마디가 이어졌다. - 내일, 세계 멸망이다. 우리가 그렇게 돈을 밝혔나? 흐음. 11장. 데스티니 vs 진 "어라?" 난 갑작스럽게 한 인물이 보이지 않자 당황해서 그렇게 말했고, 난 곧바로 그분과 친분이 있는 레나에게 묻기로 했다. "레나." "네?" "진 어디 갔어?" "아!" 그 말에 탄성을 지르는 레나. 그리고 잠시 후...... "갑자기 볼일이 있다고만 말하시고 가 버렸어요." "볼일?" "네, 저도 자세히는....." 이 인간이 갑자기 볼일이라니, 무슨 볼일이지? 설마 지나가던 한 여자에게 필이 마구 와서 고백하러 갔을 리는 절대 없겠고, 갑자기 볼일이라니. 흐음. "주인. 돈 냄새나지 않아?!" 그때 갑자기 돈 냄새가 난다고 내게 말하는 펜들. 난 그런 펜들을 눈을 가늘게 뜬 채 바라보면서 말했다. "너의 머니 개코는 이미 맛 갔다는 게 저번에 증명되지 않았니?" "......." "네 말 듣고 갔다가 깡통들하고 사랑을(?) 나누었던 게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다만." "그, 그건 나 억울해!" "......?" "분명 거기에는 그 깡통들 보스가 보석을 가지고 있었잖아!" "......." "난 거기에 반응했을 뿐이라고!" 흐음, 어라? 그러고 보니 그러네? 물론 그 과정에서 깡통들을 만나기는 했지만 결론적으로 깡통들의 대장이 보석을 지니고 있었다는 건 사실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너의 머니 개코가 아직도 활발히 진행 중?!" "크음. 그런 거지!" "......!" 오오. 왠지 모르게 감동적이다. 그때 펜들의 머니 개코가 사라져서 얼마나 좌절했던가? 그런데 그 사라진 줄만 알았던 머니 개코가 돌아왔다(?). 이건 앞으로 돈에 관련된 일에서는 다시 펜들의 힘이 나타난다는 것! 그와 함께 나에게는 축복이다. 난 펜들의 개코를 믿고 난 곧바로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펜들의 개코가 발동되었다면 분명 이 근처에 돈에 관련된........ 앗! 그때 내 눈에 한 문구가 보였다. 싸움의 최강자를 가립니다. 총 상금 5,000만 원에 달하는 금액과 함께 1등에게는 3,000만 원이라는 우승 상금과 명예로운 명칭이 돌아갑니다. 이런 내용이 적혀 있는 문구다. 한마디로 저기서 짱 먹으면 3,000만 원?! "당장 참가다!" 난 그 말과 함께 그대로 접수하기 위해서 달려가려고 했지만...... "그러고 보내 요새 내 이미지가..... 흐음." 잘 생각해 보니 오해(?)라고는 하지만 내가 돈을 무지무지 밝히는, 돈에 미친 존재라는 소문이 서서히 퍼져 나가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저기에 참가한다면 분명 돈 보고 참가했다고 할 거다. 물론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가정하지만. 제길, 난감한데? 그 순간 이상하게 내 눈에 한 가지의 물건이 들어온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머리에 떠오르는 굿 아이디어! "오케이!" "......." "......." "......." "......." "하하하." 난 내게 시선이 몰린 접수처 여성들의 시선을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반응이 올 줄이야. 난 약간(?) 놀라는 줄 알았지. 흐음. 한편 나의 모습에 놀라서 굳어 있는 접수처 여자들 중 한 명이 최대한 정신을 차리는 동작을 보이더니 잠시 후 미소와 함께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분명 미소는 짓고 있는데, 말은 떨린다. 간단하게 말해서, 아무리 내 모습을 봐도 적응이 안 된다는 걸까. 흐음....... 하지만 그 여자는 최대한 심호흡 하더니 물었다. "서,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가면맨요." "......." "하하하." "차, 참 어, 어울리시는 이름이군요." "네." "......." 어울리겠지. 지금 내 모습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아주 간단하다. 얼굴에는 대충 근처에서 팔던 이상한 가면 하나 쓴 뒤 옷은 가볍게 망토 하나 걸쳐 주었다. 한마디로 미친놈 패션이지. 돌아이 패션이랄까? 흐음. 내 모습을 보고 어색하게 웃던 그 여자는 조심스럽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여기에 간단하게 작성을....." "알겠습니다." 여전히 나만 바라보고 계신다. 저기요, 일 하셔야 되는 거 아닌가요? 제가 좀 많이 특이하군요. 흐음. - 주인....... "......?" - 주인. 패션 감각 정말 없다. - 거의 돌아이 수준의 패션 감각인데? "......." 난 홀락의 돌아이 수준의 패션 감각이라는 말에 반응을 할 수 없다. 원래 같으면 저 말에 분개하는 중이었겠지만, 나도 인정하고 있었으니까. 아무리 급조해서 변장을 해도 그렇지, 아무리 봐도 이건 좀 아니다. 홀락의 말대로 완전 돌아이 패션이다. 하지만 이미 접수도 다 한 상태인데 바꾸기도 그렇다. 크윽! 웅성웅성. 그때 사람들이 모여서 마구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원래는 저렇게 웅성거리는 소리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나였다. 하지만 그 웅성거리는 소리 속에 아주 익숙한 이름이 들려왔기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그것도 무지하게...... "너, 그거 들었어?" "뭐?" "이번 대회에 무열의 진이 나온데!" "헉!" "저, 정말?" "그렇다니까! 확실한 정보야!" "랭킹 2위 무열의 진?" "그럼 그 진이지, 다른 진이겠어?" "그런데 무열의 진은 이런 데 참가하지 않잖아?" "그것도 그런데?" "하지만 정말로 참가한대! 확실한 정보야." 저분들 말씀대로 진은 절대 이런 대회에 참가하실 분이 아니다. 하지만 왜 갑자기 참가하셨을까요? - 주인과 드디어 붙을 기회를 잡았다. 이거지. "......." - 그것도 엄연히 공식적으로 말이야. 그럼 레나도 뭐라 할 수 없을 테니. 크크크! "......." - 그래서 사라진 거였어. 우후후후. 알아서 설명 다 해 주는 홀락 군. 사실 홀락의 말 중 틀린 건 하나도 없을 거다. 진은 나보다 먼저 대회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을 거다. 게다가 상금이 무려 3,000만 원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었겠지. 그리고 곧바로 갔을 거다. 신청하러....... 내가 저 돈 보면 달려들 거라는 사실을 아는 진의 예지 능력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진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역시 상금 보고 달려든 나, 걸린 거다. 쳇! "이런! 주인, 각오해야 할지도?" "......?" 그때 펜들이 내게 한마디 던졌다. 각오해야 한다니? "진이 한동안 너에게 못 달려들어서 많이 슬퍼했을걸." "......." "사실 레나 때문에 진이 너한테 안 달려들었던 것뿐. 하지만 이런 공식적인 자리라면 분명 널 잡아먹으려고 할 거야." "......." "추가적으로 저번 레나와의 키스 사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거고 말이야." "하하. 서, 설마......." 난 고개를 저었다. 진이 그 오래된(?) 실수를 아직도 생각할 리는 없다. 분명 말이다. 하지만....... "진, 뒤끝 오래가." "......."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내가 보기에는 레나에 한해서는 뒤끝이 무지무지 길지." "저, 정말?" "정말임, 아마도 오늘 피바람이 불겠어." "......." "주인이 레나의 첫 키스만 훔쳐 가지만 않았어도 나았을 텐데, 헐." "......." 분명 실수이기는 했다. 하지만 결국 내가 레나의 입술을 뺏어 간 거다. 그것도 첫 키스를 말이다. 그리고 진은 뒤끝이 길다. 결론적으로 오늘...... "포기할까? 하하하." 그게 현명할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열심히 자신의 대검을 갈고 있을 진의 모습이 떠오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나에게 달콤한 속삼임이 들려왔다. "3,000만 원." "......." "3,000만 원이야. 주인."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솜사탕 한 마리. 포기하기에는 너무 큰 액수다. 그래, 피바람이 불어 닥치더라도 어쩔 수 없다. 난 돈을 가져갈 거야! "죄, 죄송해요." "레나, 무슨 소리야?" "오, 오빠가........" "아." "당장 찾아서 말리고 싶지만, 안 보여요. 죄송해요." 진의 만행에(?) 레나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니, 레나가 굳이 미안해 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그리고 진은 어차피 나한테 원한이 맺힌 상태다. 이번에는 레나가 말려도 소용없을 거다. 난 죄송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레나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레나." "......?" "오빠 믿지?" "네?" "걱정 마." 싱긋. 난 그 말과 함께 레나를 안심시켜 주려고 미소를 지었지만, 속은 아니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다른 놈들이면 몰라도 진이다. 그것도 내게 이를 갈고 있는 버서커 모드인 진.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다. 흑흑! "데스티니." "......?" 예선전을 앞두고 대기실에 있는 나에게 혈화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혈화가 등장하자 대기실에 있는 사람들은 완전 맛이 가 버렸다. 혈화는 굳이 싸움을 하지 않아도 이렇게 전투력을 무력화 시킬 수 있다니, 참으로 미묘한 능력이군. 한편 혈화 같은 초특급 미인이 나 같은 정체불명의 가면맨에게 다가오자, 대기실에 있던 남자들의 뜨거운 눈빛이 느껴졌다. 대충 번역하자면....... '저 자식 뭐야?!' '돌아이? 가면에다가 망토라니!' '어떻게 저런 미친놈이 저런 초특급 미소녀를!' '말도 안 돼!' '개자식! 내 상대가 되면 죽여 버리겠어.' '미친 자식.......' 이 정도이겠다. 물론 내 자체 번역이어서 틀릴 수도 있지만 대충 80% 이상은 맞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 됐든 내게 다가온 혈화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괜찮겠어?" "그, 글쎄......." "지금 진, 확실히 버서커 모드야." "대충 알고 있어." "절대 이런 데 나오지 않는 진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어떤 마음일지 대충 알 것 같아." "동감." 진은 절대 이런 데 안 나온다. 절대로 말이다. 공식적인 대회라던가 이런 기타 등등에 진인 나온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그만큼 그는 이런 걸 정말 싫어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친히 참가하셨다. 한마디로 표현하겠다. 단단히 각오하셨어! "지, 진이다!" "랭킹 2위 무열의 진이다!" "우와!" "진짜였어?" "장난 아닌데?!" "죽인다!" 사람들은 대전장 위에서 묵묵히 서 있는 진을 보고 모두 감탄만을 했다. 아니, 감탄을 할 수밖에 없을 거다. 겉모습만으로도 압도적인 무력이 느껴지는 진을 보면 말이다. 한편 진과 예선전에서 맞붙게 된 남자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대략 2미터에 달하는 키에 엄청난 덩치의 남자는 진에 버금가는 대검을 들고 있다. 확실히 진보다는 대검을 다루기에 유리한 육체다. 하지만 그뿐, 과연 진의 일격이나 받을 수 있을까? 무리겠지. "난 너를 이기겠다!" "......." 그때 진의 대전 상대인 남자가 잔뜩 긴장한 채 한마디 했고, 그 말에 진은 묵묵히 있었다. 한마디로 전문용어로 '생 깠다'는 거다. 아니, 뭐 난 워낙 저 모습을 자주 봐서 별 감응이 없지만, 다른 사람은 아닐 테다. 진의 생 까는 모습에 흥분하는 건 당연지사. "나, 나를 무시했어?" "......." "네, 네놈이 무멸의 지인지 개멸의 진인지 몰라도 감히 날!" 그 말과 함께 그분은 마구 흥분해서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진과의 거리도 좁히기도 전에 어느새 그의 그 큰 검이 10등분 되어서 바닥으로 추락했으니까. 챙그랑! 진과 비슷한 크기의 대검이 조각나 버리다니, 그것도 갑자기 말이다. 물론 내 눈에는 보였다. 진이 잠시 움직인 것 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아니겠지. 이러한 모습에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대단해!" "저게 무, 무멸의 진?!" "역시 랭킹 2위!" "말도 안 되는 무력이다!" "진짜 대단해!" "와!" 마구 흥분하고 있다. 하지만 진은 조용히 자신의 대검을 들어 올렸고, 그 모습을 본 진의 상대는 당장 두 손을 들면서 떨리는 어조로 말했다. "하, 항복!" "......." 스윽. 진은 자신의 대검을 다시 집어넣고 곧 대전장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왠지 모르게 멋지다. 대전장 위에서 내려오던 진과 가면을 쓴 채 있는 나의 시선이 마주쳤고, 난 그런 진을 향해 어색하게 손짓을 보냈다. 하지만...... "무시당했어." 진은 나를 한 번 노려보고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진, 정말 레나와의 키스신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던 거야?! "에, 뭐야?" "푸하하하." "무, 무슨 만화도 아니고!" "지대 웃겨!" "와, 저 유치한 패션." "얼굴이 궁금하다." "키키키! 동감." 사람들의 반응이다. 나의 돌아이 패션에 대한 감상이라고나 할까? 뭐, 다른 사람들의 저런 반응은 충분히 이해한다. 아무리 봐도 이상한 가면 하나에 망토 달랑 하나는 좀 심했던 것 같다. 이제야 후회가 마구 밀려오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도 잘 안다. 쳇! "에......" 한편 사회자도 나를 보고 난감한 모습이다. 보통 사회자는 순간적인 센스가 최가이어서 웬만한 상황에도 아주 자연스럽게 넘어가는데, 나느 도를 좀 넘어섰나 보다. 자연스럽게 넘어가지 못하는 걸로 봐서 말이다. 그나저나 원래 예선전이라고 하면 고작 몇십 명이 있는데, 오늘은 아니다. 진이 출전하신다는 소문이 들려서 결승전보다 사람이 더 많다. 그 때문에 난 더 쪽팔리고 말이다. 한편 내 모습을 보고 말을 이어가지 못하던사회자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종이를 슬쩍 보더니 더욱 난감한 기색과 함께 말을 이었다. "이, 이번 대결은 가면맨님과 게진님의 대결......." "푸하하하!" "가면맨?" "이름이 가면맨이야?!" "아, 나 웃겨 뒈지겠네." "이름이 가면맨? 크크크!" "키키키! 미쳤어." "제정신 아니야!" "가면맨이래! 키키키!"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면맨이라는 말을 들은 관중들은 급흥분된 모습을 보였다. 저 모습을 보니 진짜 쪽 팔린다. 만약 이 가면이 없었더라면, 솔직히 말해 나 쪽팔려서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거다. 어느 의미에서는 이 가면이 고맙기도 하네. "풋." 그때 내 앞에 있는 상대가 웃는다. 키 180cm 정도에 우락부락한 근육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두 손에 낀 무투용 장갑, 딱 결론이 나온다. 무투가다. 그 남자는 나를 보더니 비웃음과 함께 말했다. "오늘 왠지 모르게 운이 좋은 걸." "......." "웬 돌아이랑 이렇게 시합해서 손쉽게 승리를 가져갈 줄이야......" "......." "가면맨? 풋!" 저, 정말 무안하다. 얼마나 무안했으면 대꾸할 말도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그냥 조용히 버로우 타고 싶은 게 내 심정이랄까? "그럼 가볍게 1차 승리를. 크크크." 상대의 비웃음이 들려온다. 난 사회자의 시작소리가 들리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왜냐하면....... "시작!" 파아앗! 이렇게 하고 어서 이 자리를 튀고 싶었으니까. 난 거의 빛의 속도라는 말에 어울릴 정도로 그 무투가를 향해 달려들었고, 그대로 그 무투가의 배를 향해 주먹을 한 방 날렸다. 그리고 일그러진 그 무투가. 그리고 잠시 후. 털썩. 쓰러졌다. "......." "......." "......." "......." 그와 함께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회자가 말을 더듬으면서 진행 상황을 설명하였다. "가, 가면맨이 압도적인 무력으로 상대방을 이겼습니다!" "봤어?!" "엄청나잖아?!" "저 가면맨. 뭐, 뭐지?" "방금 난 진하고 같은 느낌을 받았어! 보이지도 않았다니까!" "말도 안 돼!" "저 가면맨이 엄청난 고수?!" "헉!" 웅성웅성. 사람들은 내 모습을 보고 완전히 난리 났다. 하지만 난 그것보다는 일단은........ "저, 저기, 이제 들어가도 될까요?" "아, 그러십시오." 얼른 이 자리를 뜨고 싶다. 쪽팔리니까. 난 사회자에게 물은 뒤 승낙이 떨어지자, 거의 광속으로 대기실로 달려 나갔따. 진짜 쪽팔려! - 가면맨! "......." - 가면맨! 전 팬이에요! 꺅! "......." - 너무 멋져! 난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자식이, 지금 나를 기만하는 거냐?! - 가면맨, 가면........ 으악! 난 그대로 홀락을 집어 들었다. 그와 함께 홀락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죽고 싶었나 보구나?" - ....... "요새 홀락, 자주 기어오른다?" - ....... "루네와 단독 면담을 원해?" - 미, 미안해. 주인! "흐음." - 제, 제발 그것만은! 아임 유월 미스 타임?! 뭔 말이냐? 좀 영어를 굴리려면 제대로 굴리든가. 하아, 정말 홀락의 정체불명 영어에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난 결승전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진도 결승전까지 올라왔다. 그럼? 결과는? "진인가. 하아......." 물론 일어날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다가오니 한숨만 퍽퍽 나온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진이라니, 제일 상대하기 싫은 녀석인데. 그렇다고 여기서 기권할 수도 없고 말이다. 2등은 1,500만원, 1등은 그 두 배인 3,000만 원이다. 그러니 기권은 절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아, 정말 한숨만이 나오는구나. "드디어 빅 매치입니다! 랭킹 2위의 압도적인 무력으로 일격에 모두 쓸어버린 무멸의 진! 그리고 약간은 우스꽝스럽지만 '가면맨'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나와 모든 상대자를 일격에 쓸어버린 가면맨! 자,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그때 사회자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마나 컸으면 대기실에 있는 나한테까지 들려온다. 당신은 흥미로울지 모르겠지만, 저는 한숨만이 퍽퍽 나옵니다. "와! 가면맨, 힘내라!" "네가 무멸의 진을 꺾고 랭킹 2위 해 버려!" "이거 서열 바뀌는 거 아냐?!" "무멸의 진님이 쉽게 당할 거 같아?!" "무멸의 진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실력은 1%도 안 나왔다고!" "그래도 저 가면맨, 장난 아니던데?" "진짜 오늘 서열 변동이 생기는 거야?!" "우아, 미치겠다." "이런 경기를 보다니!" 경기장에 올라온 나와 진을 보고 열광하는 사람들. 처음에는 비웃어 대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내 팬(?)도 생겨 버렸군. 하지만 역시 압도적으로 진을 응원하는 사람이 많다. 쳇! 한편 나를 묵묵히 바라보던 진의 입이 열렸다. "추하군." "......." "이런 놈이 레나와 첫 키스를......." 진짜 옹졸하다. 펜들의 말대로 레나의 한해서는 옹졸함 그 자체였어! 이걸로 혹시나 했던 의문이 풀렸다. 저 자식은 내가 레나의 첫 키스를 뺏어 갔다는 데 아직 앙금이 남은 거다. 옹졸한 놈! "오, 오빠......." 한편 그 모습을 본 레나가 당황스러운 듯 불렀고, 진은 레나를 외면했다. 저걸 봐서 오늘 한바탕 뜨겁게 하겠다는 의미군. 크윽. 난 그런 진을 진정하라는 어조로 불렀다. "저기, 진......" "......." "우리 평화롭게 대화로는 어때?" "......." "레나가 저렇게 걱정하잖아?" "짐승과의 타협은 없다. "......." 짐승? 짐승이라고? 으악! 여기서 진이 말한 짐승은 나를 겨낭해서 한 말이 분명하다. 이곳에서 날 제외하고는 아무도....... "아, 홀락이 짐승이구나?" - 뭐, 뭐야?! 왜 나한테 이상한 걸 갖다 붙여? "아니, 진이 너보고 짐승이라고 하잖아." - ....... 난 외면했다. 진이 나를 햐해서 한 말이 아니라고 말이다. 하지만....... "짐승은 너다." 완전히 대못으로 박아 주시는 진 사마. 너무 멋져요! 아, 이게 아니라. 짐승은 나란다. 도대체 내가 뭘 그리 잘못했기에 짐승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한단 말인가! 난 순수하게 살았는데! "말은 필요 없지." 그때 가볍게 자신의 2미터에 달하는 검은색의 대검을 집어드는 진. 난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저으며 홀락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미묘해." 콰앙! "쿠어억!" 난 홀락을 중력 해제한 상태에서 진의 대검을 받았다. 그런데도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충격파. 그게 얼마나 심했으면 충격파로 인해 대전장 바닥이 깊숙이 파인 상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내가 있고...... - 여전하네. "더 난폭해진 것 같은데?" 난 홀락의 말에 그렇게 중얼거렸다. 더 난폭해졌어. 역시 혈화의 말대로 이게 여동생의 키스르 뺏어 간 데 대해 복수하려는 오빠의 버서커 모드라는 건가? 정말 무섭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레나와의 키스 시간은 행복했으니까. 후훗! "데스티니, 또 그 생각을!" "헉!" 그때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그 말과 함께 진이 달려왔다. 자, 잠시 그 행복했던 시간을 잠시라도 기억하고 싶은데, 그러면! 쿵! - 으윽! 그때 신음 한 번 안 흘리던 홀락이 신음을 흘린다. 그만큼 진의 대검은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홀락으로 막아도 그 데미지가 홀락과 나한테 다 전해져 온다. "데스티니, 본 힘을 보여라." "저, 저기. 진짜 이건......." 스윽. "으악!" 내가 최대한 진정을 시키려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 말 도중 진은 갑자기 사라졌다. 그러고는 곧바로 하늘에서 날아오셨다(?). 아니, 정확히는 검을 찍어 버렸다고 표현해야 하나? 콰앙! "큭!" - 엑! 거짓말 안 하고 단 한 방의 충격파로 인해 무대가 10미터 정도 부서졌다. 나 진짜 죽겠어! 저 자식, 진심이야! - 주인, 봉인 풀어! "에?!" - 살아야지! 진은 진심이라고! 분노 모드! 최절정! "......." - 어서! 진, 내가 레나와 키스한 게 그렇게 싫어?! 으악! 난 그 말과 함께 속으로 울부짖으면서 은빛의 팔찌를 풀었다. 아, 난 몰라! "피, 피해!" "무, 무너진다!" "으악! 살려!" "어서 피해!" "다 부서져!" 지금 대회장 전체가 다 무너져 가고 있다. 굳이 왜 이렇게 된 거냐고 묻는다면, 나랑 진이 정식으로 한판 붙는 중이시니까. 그 주변에 있는 건물들이 견대 내지 못하고 다 부서진다. "데스티니." 한편 진은 내 이름을 나지막하게 부르면서 달려왔다. 난 그런 진을 향해 외쳤다. "플레임 스트레이크!" 푸직. 콰앙! 그대로 홀락을 바닥에 꽂아 버렸다. 그러자 달려오던 진의 발밑에서 솟아오르는 불꽃, 하지만 진은 그 불꽃을 그냥 밟아 버렸다. 이런 미친! 마법으로 만들어 낸 불꽃을 밟아서 꺼 버리다니! 정말 야만적이잖아? "용서할 수 없다!" "......." 도대체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데 왜 이렇게 난폭하게 구는 거야! 난 달려오는 진을 보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 홀락을 집어들었고, 그때였다. "오빠, 그만 해요!" 어느새 다가온 레나가 내 앞을 가로막으면서 외쳤고, 그 모습에 진은 그대로 멈췄다. 한편 그 모습을 본 레나는 나를 잠깐 보더니 말했다. "그, 그만 하세요. 오빠. 네?" "저 짐승은 너의 첫 키스를......" 저, 자꾸 왜 나를 가해자로 만드시는 겁니까? 전 피해자라고요! 아니, 이런 경우는 피해자라고 표현하기도 참으로 미묘하기도 하다. 피해자치고는 너무 좋은 피해를 입었으니까. 그런 진의 발언에 레나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말했다. "그, 그건 제 실수였다고 저번에......." "불쾌했을 거다." 불쾌했을 거라니! 그런 심한 말을?! 으악! 진, 그런 말도 안 되는 발언은 뭐냐?! 앙! 진의 발언에 레나는 더욱 얼굴이 붉어지더니 거의 목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중얼거렸다. "저, 저...... 조, 좋았어요." 난 너무나도 작은 소리여서 내가 잘못 들었나 싶다. 하지만 진의 굳어 버린 모습을 봐서는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닌 거 같다만? 레나의 말이 이어졌다. "그, 그러니 그만 해요. 오빠." "......." "네?" 애타게 바라보는 레나. 그리고 그런 레나를 바라보는 진....... 잠시 후 진은 자신의 대검을 등 뒤로 매면서 조용히 말했다. "알았다." 그 말과 함께 진은 걸어 나갔다. 문제는 자기가 일으켜 놓고 나갈 때는 열라 멋지게 나간다. 재수없다! 이런! 그런데 그런 것보다 제일 중요한 건 레나의 한마디. '조, 좋았어요.' 진심이었을까? 진심? 진심? 진심? 아니면 단순히 진을 진정시키기 위한 진정제 같은 말? 진심이라면 으악! 나, 나는....... 막 진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머리에서 연기가 난다. 그때였다. 묵묵히 걸어가던 진이 중얼거렸다. "더 강해졌군." "......." "마지막 봉인이 풀렸으면 길게 가지 못했다." "......." "더욱 강해져야 할 것 같다. 레나를 부탁한다." "엥?" 그 말과 함께 진은 걸어 나갔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레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오, 오빠?!" "난 강해지겠다." "......." "그러니 다시 돌아온다." "......." 그러면서 사라졌다. 도대체 저 정도로 강하면 됐지 뭘 더 강해지겠단 말인가?! 한편 갑작스러운 이별에 레나는 멍하니 서 있기만 했고, 난 그런 레나에게 다가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괜찮아?" "네." 나의 말에 힘없이 대답하는 그녀. 별로 안 괜찮아 보인다. 하아. 레나가 기운이 없으니 왜 나도 기운이 없어지는 걸까. 젠장! 당연한 말이지만 다음에는 상금 수여식이 있는 차례다. 하지만........ "모든 경기장이 부서져서 상금 지급이 불가능합니다." "......." "그 상금은 모두 경기장을 복구하는 게 경비로 사용......." "그, 그런 게 어디 있어요!" "......." "상금은 줘야죠!" "하지만 이렇게 부숴 놓으시고........" "......." 난 그 말에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진과 나의 합작으로 인해 경기장이었을까 하는 포스만 풍기는 경기장. 이미 경기장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한마디로 재해 수준이었다. "죄송합니다." 그 말과 함께 이 대회 담당자는 사라졌고, 난 그 모습을 보고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외쳤다. "오 마이 갓!" 12장. 초능력 멍. 난 멍하니 하늘을 바로보았다. 하늘이 아름답군. 후후! "오빠?!" "응?" 그때 레나가 걱정스러운 듯 나를 불렀다. 레나는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괜찮으세요?" "나는 괜찮아. 후후." "......." "이 세상은 아름다우니까. 하하하하!" "......." "멋져! 너무 멋지다! 이건 베리 굿인데, 으하하하!" "......." "할렐루야!" "오, 오빠......." "난 괜찮당께! 헤헤헤!" 전혀 괜찮지 않다. 데스티니에게 3,000만 원이 사라진 건 거의 지옥을 1억만 번이나 갔다 온 충격에 달한다. 그러니 전혀 괜찮을 리는 만무할 터. 지금 데스티니가 여관에 틀어박힌 채 창문을 통해 하늘만 바라 보고 있는 게 벌써 6시간째다. 이건 거의 맛이 가 버린 상태다. - 주인, 괜찮은 거야? 데스티니의 모습을 본 홀락도 당황해서 레나에게 물었고, 그 물음에 레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글쎄요." - 완전 가 버린 거 아냐? "......." - 저거 봐! 완전 이상하잖아! "......." 홀락의 말대로 너무나도 이상했다. 혼자서 마구 중얼거리지를 않나. 갑자기 일어나서 만세를 외치지 않나. 그리고 갑작스럽게 이상한 춤을 춘다. 한마디로 돌아이가 되어 버린 거다. "케, 케인 오빠." "......?" "오빠가......." 레나는 너무나도 이상해진 데스티니에 대한 걱정스러운 마음에 케인에게 말했고, 그러자 케인은 진지한 모습으로 말했다. "흐음, 나도 저런 모습 처음 본다." "......." "심각해." "어, 어떡해요." 그런 레나를 보던 케인은 표정을 굳힌 채 말했다. "한 가지 방법은 있어." "......?" "물론 레나 너의 도움이 절대적이지." "제 도움이요?" "그래, 네가 없으면 실행 불가능한 작전이니까." "할 수 있는 거라면 최선을 다할게요!" 레나는 자신만이 할 수 있다는 말에 주먹을 불끈 쥐었고, 그 말에 케인은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세상은 에혀...... 라라라라라라." - 주인, 정신 차리라고! "주인!" "하아? 홀락, 펜들? 왜 그러는 거니? 난 정상인데?!" - ....... "......." 난 무지무지 정상이란 말이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라니? 참으로 희한한 검과 솜사탕 같으니라고. "푸헤헤헤헤헤!" "......." - ....... "크하하하하!" 난 아주 정상적이야. 3,000만 원? 3,000만 원....... 으아악! 그때였다. "오, 오빠......." "으응? 레나, 안뇽." "......." 어느새 방 안에 들어와 무지무지 정상적인(?) 나를 부르는 레나 양. 그녀는 얼굴이 붉어진 채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괜찮아요?" "그럼, 난 괯낳지. 헤네네에. 괜찮아!" "......." "걱정 말라궁!" "오, 오빠. 요, 용서해 주세요!" 그때였다. 내 볼에 무언가가 닿았다. 아주 촉촉하고 그랑상스하고 불라탕하고(?) 베리베리한 무언가가........ 그건 너무나도 부드러워서 내 볼을 완전 점거(?)했다. 그리고...... "죄, 죄송해요!" 내 볼에 닿은 입술의 주인은 그 말을 끝으로 그대로 나가 버렸고, 난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이게 뭔 일이냐? "즐겼냐?" "형?" "제정신으로 돌아왔군." "......." "역시 나의 비책은 확실했군." "서, 설마?" "그래, 네가 이상해진 것에 대해서 잔뜩 걱정하는 레나를 향해 이렇게 속삭여 줬지. 데스티니의 볼에 뽀뽀 한 번 해 주면 된다고 말이야." "......." "고맙지?" 무지 고맙습니다. 정말로 이렇게 고마우신 분은 처음이다. 그나저나 내가 이상해졌다니?" "형, 제가 이상해졌다니, 무슨 말이에요?" "기억 못하냐?" "......?" "너, 잠시 정말 가 버렸어." "......." "혼자서 막 중얼거리고 춤추고 할렐루야 그랬어." "저, 정말요?" "그렇다니까." 헐! 내가 그랬다고? 나에게는 전혀 그런 기억이 없는데 말이다. 내가 혼자서 막 중얼거리고 춤을 추고 할레루야를 외쳤다고? 그런 돌아이 짓거리 한 기억이 왜 안 나는 거지?! 헉! "......." "......." 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레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말이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레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나보다 더 심했다. 물론 저번보다 수위는 아래이다. 저번에는 입술이고, 이번에는 볼이다. 하지만 저번의 입술 사건은 엄연히 실수였고, 이건 레나가 나를 치유(?)하기 위해서 직접 하신 거다. 엄연히 무지무지 다른 거다. 크음! "무슨 일이야?" "으응?" "레나랑 무슨 일 있었어?" "무, 무슨 소리! 하하하!" "......." 그때 나와 레나의 어색한 점을 바로 알아채더니 날카롭게 한마디 던지는 혈화 양. 정말 감이 엄청나시다. 혈화가 말했다. "왜 그렇게 과민 반응?" "아, 안 했어!" "지금도 과민 반응인데?" "......." 진정해야 한다. 흥분을 하면 안 된다. 아니, 이야기의 흐름 자체를 바꾸는 거다. "아, 란젠 형 기다리겠다. 어서 가야지!" 뚜벅뚜벅. 그 말과 함께 경직된 발걸음으로 움직이는 나. 왜 이러니! "......." 확실히 무언가가 있다. 레나와 데스티니와의 사이에....... 아까부터 레나는 얼굴이 붉어진 채 어쩔 줄 몰라 하고, 데스티니도 이상한 반응이다. 이 정도면 아무리 눈치 없는 사람도 알 터, 눈치가 거의 100단에 이르는 혈화가 모를 리가 없다. "......." 그때 혈화의 눈에 들어오는 솜사탕 한 마리. 그녀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말했다. "돈 줄 테니까 말해 줘." "으응?!" 그 말에 펜들은 기겁을 했다. 그리고 떨리는 어조로 말했다. "나, 난 몰라." "......." "아, 아무것도 몰라." "100만 골드." "헉!" "더 필요해?" "난 몰라, 몰라, 몰라!" 그 말과 함께 펜들은 도망갔다. 그런 펜들의 반응에 혈화조차도 당황스러운 표정이다. 돈만 주면 무조건 될 줄 알았던 펜들이 돈을 거절했다? 이변이었다. 하지만 펜들이 거절한 이유는........ "펜들, 돈 받고 이 사실을 혈화에게 불었을 시, 넌 솜사탕 국거리로 전략할 줄 알아라. 진심이다. 흐흐흐! 이런 데스티니의 사랑의 대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펜들의 그런 반응에 혈화는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홀락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 나, 난 몰라 아무것도! 가, 가르쳐........ 에잇! 그는 명대사(?)만 날리고 그대로 펜들과 함께 도망쳤따. 혈화는 점점 의문에 휩싸였다. "형, 알아냈어요?" "그래, 알아냈다." "오오!" 난 란젠 형의 대답에 탄성을 질렀다. 알아냈다!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란젠 형! 란젠 형은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중얼거렸다. "실제로 존재할 줄이야......." "......?" "다른 두 차원 말이다." "아아........" 나도 확신하지는 못했는데 란젠 형의 말대로 SF 차원이 아닌 두 개의 차원이 더 있을 줄이야. 뭐, 그렇게 되면 확실하게 이번 신급 아이템의 보석은 세 개의 차원에 퍼져 있다는 공식이 산출되지만 말이다. "형, 그 차원이라는 데가 어디어디예요?" "글쎄다. 하나는 알아냈는데, 하나는 아직......." "아, 그럼 그 알아낸 것이라도?" "흐음, 아마도 이번에 네가 가야할 듯 싶은데, 내가 조사해 본 결과로는 초능력으로 이루어진 차원이라고......." 초능력 [명사]<심리> 현대 과학으로는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능력. 염력, 예지, 텔레파시, 투시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위에 언급된 게 초능력이라는 것에 대한 사전적 정의다. 한마디로 실제로 초능력을 쓰는 사람을 본 적 없는 나인 까닭에 '초능력이라는 건 구라다!'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초능력이라니! 뭐, 물론 초능력 중 단 하나는 배우고 싶기는 하다. 그건 바로 투시! 아니, 못 들은 걸로 해라. 남자라면 다들 꿈꾸는 능력이니까. 난 짐승이 아니야! 어찌 됐든 초능력이라는 걸 믿지 않던 나에게 갑자기 초능력으로 이루어진 차원이라니....... 물론 이곳은 게임이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야........ 하지만 초능력만으로 이루어진 세계관을 만들다니, 정말 엄청나다고 해야 하나, 독창적이라고 해야 하나? 할 말이 없다. "그나저나 데스티니, 낚시 마을이 뭐 하는 데야?" 그때 루네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난 그녀의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했다. "낚시하는 곳." "......." "그냥 낚시하는 곳인데, 이름이 낚시 마을이야." "진짜?" "어." "이름이 특이하다." "뭐." 그렇긴 하지. 낚시하기 좋다고 해서 이름 자체가 낚시 마을이라니, 그 마을의 이름을 지은 분 한번 보고 싶을 정도다. 작명 센스가 저렇게 예술이라니, 흐음. 그나저나 여기서 루네가 낚시 마을을 거론한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목표지가 낚시 마을이었으니까. '자세히는 모르겠고, 낚시 마을에 그곳으로 가는 열쇠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라는 란젠 형의 말을 듣고 무작정 가고 있는 거다. 우리는 몸으로 실천하는 게 더 빠르니까. 웅성웅성. "대어다!" "헉!" "축하드려요!" "하하하!" "한 턱 쏘세요!" 역시 명칭답다. 낚시 마을........ '낚시 마을'이라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는 없다. 마을에 입성하면 그 주변이 전부 다 물이고 어디든 낚시터다. 그리고 낚시맨(?)들이 무지 많다. 참고적으로 말하면 낚시맨들의 나이는 중년의 아저씨들. 당연한 말이지만, 이곳에서 나이 어린....... "......." "......." "......." 사람도 보이는구나. 그것도 심히....... "요, 요새는 참, 하하하!" "......." 케인 형의 어색한 웃음소리, 나도 동참하고 싶다. 에메랄드 색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기른 한 여자 아이가 있었다. 대충 8살 정도 되었을까? 그런 여자 아이가 어른들이 주로 사용하는 낚시대를 잡은 채 앉아 있는 모습은 가히 놀라울 정도였다. 그때였다. 그 소녀는 갑자기 고개를 돌렸고, 신기해서 바라보고 있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마치 허공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그녀, 분명 귀여운 얼굴이었다. 하지만 흐릿한 눈동자 때문에 귀엽다기보다는 신비하다는 느낌이 강한 소녀였다. 그 소녀는 말했다. "가고 싶어?" 아니, 이 대가리가 피도 안 마른....... 잠깐! 가고 싶어? 난 설마 했다. 그럴 리가? 설마, 설마? 그때 그 신비한 소녀의 말이 이어졌다. "초능력으로 이루어진 세계로 가고 싶어?" "......." 미쳤다! 저번에 분명 SF 세계로 갈 때는 진짜 별의별 고생을 다 해서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오케이'라는 한마디만 내던지면 갈 수 있다니?! "처음이야." "......." "데스파라가 반응하고 있어." "......." 헉! 이 소녀, 데스파라를 알아?! 자, 잠시! 그러고 보니 저번의 베르의 봉인을 풀 때 나한테만 베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듭 물어봤지만, 베르의 목소리를 들은 건 나뿐이다. 베르도 영문을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원인이....... "데스파라?" 내가 데스파라의 주인이기 때문인 건가? 그게 차원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 "어떻게 할 거야?" 그때 신비의 낚시 소녀는 다시 내게 의견을 물었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게 계속 반말이라니! 하지만 참아야 한다. 저 낚시 소녀가 문을 열어 주시는 분이니까. 난 최대한 미소와 함께 웃으면서 말했다. "그, 그래 줄래?" "한발 늦었나?" 긁적긁적. 카란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제 제자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왔는데 제자는 벌써 다른 세계로 가 버린 거다. 한편 카란은 경계심 어린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 아이를 보고 싱긋 웃었다. 데스티니 일행을 다른 차원으로 보낸 그 신비의 소녀였다. 그 소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넌 누구지?" "저요? 일단은 빈둥거리는 백수쯤?" "......." "아 참, 그것보다 다시 한 번 차원을 열어 주시면 안 될까요오오?" "......." "제자를 만나서 전해 줘야 할 물건이 있어서 말이에요. 더욱 강해지기 위한 물건이어서요." "......." "안 되는 건가요, 수룡왕 클레님?" <『플라잉 버스터』 제 5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