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버스터 3권 Contents 1장 에르나니아 2장 조건 3장 최강의 힘 4장 납치된 데스티니? 5장 헬 게이트 6장 아르바이트 7장 무멸의 진 8장 제킨의 목숨......? 9장 고대 유적 라루스 10장 봉인 11장 로봇의 도시 라루스 외전 홀락의 하루 1장 에르나니아 그 미친 기사는 홀락의 칼날에 순식간에 베여 버렸다. 벌써 몇 명인지 모르겠다. 아마튼 홀락의 칼날에 죽어 간 미친 기사들의 수가 엄청나다는 거다. -아이고, 나 또 배탈 나네! 홀락은 마검 주제에 피를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난다고 아우 성을 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루네가 있으니까 상관없다. 그녀가 있으면 아무리 심하게 배탈이 난다 하더라도 금세 고칠 수 있다. 그나저나 저분들 아니었으면 이번 전투 참 암울했을 텐데 말이다. 적 진영에 난입해서 한 명씩, 한 명씩 쳐 죽이시는 어쌔신 님들. 그리고 그중 유난히 눈에 팍팍 들어오는 한 분, 바로 혈화 양이시다. 역시 랭킹 3위라는 타이틀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그녀가 한 번 사라졌다 하면 기본적으로 서너 명이 피를 흘 리면서 쓰러지니까. 어쨌든 이 정도의 피라면 가능하겠다. 그 '기술'이 말이다. 이 기술은 전적으로 '피'가 필요한 기술이다. 쉽게 말해 내 주변에 엄청나게 많은 양의 피가 깔린 상태에 서만 사용 가능한 스킬이라는 것이다. 지금 주변의 모습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완전 피바다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렇다면......! "플라테스튼!" 파아앗! 주문을 외치자 주변에 있는 모든 피가 홀락으로 빨려 들어 온다. 말 그대로 모든 피가 흡수되듯이 홀락에게 끌려온다. 그렇게 되자 바닥에 흥건했던 피의 바다는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져 버렸다. 난 곧바로 혈화에게 외쳤다. "혈화, 네 부하들 모두 후퇴!" "응!" 내 말에 대답한 혈화가 지시를 내리고 뒤로 물러나자, 부하 들도 재빨리 뒤로 빠졌다. 혈화는 내가 뭘 하는지 대충 알 거다. 그러니까 이런 재빠른 움직임을 보여 주는 거겠지만 말이 다. "기대하라고!" 초절대 광역 마법, 플라테스튼, 주변에 있는 모든 피를 끌어들여서 데미지로 전환시키는 어마어마한 마법이다. 파괴력 굿에 범위 굿, 기타 등등 어떤 기술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는 기술이다. 단지 단점이라면 주변에 피가 많이 깔려 있어야지만 시전 이 가능하다는 거? 그걸 제외하고는 정말 좋은 기술이다. 푸욱! 난 그대로 홀락을 바닥에 꽂았다. 그와 동시에..... 푸지짓! "....." "....." "....." 바닥에서 피가 분출되듯 솟아올랐고, 그 피는 그대로 적들 의 몸을 관통해 버렸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적막이 흘렀다. 완전 제대로 들어갔는데? 못해도 최소 몇백 명이다. 워낙 많은 인원이다 보니 낚인(?) 애들의 숫자도 장난이 아 니다. "마, 말도 안 되는!" 그 모습을 보던 총지휘군 아저씨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말도 안 되긴, 무지 말이 된다고. 난 그런 아저씨를 보고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자자, 끝낼까요?" 흐음, 내가 생각해도 살짝 그렇다. 단 한 명도 살려 두지 않았다. 나중에 총지휘관 아저씨가 살려 달라고 했다만 난 죽여 버 렸다. 거듭 말하지만 건들지 않을 때의 난 순수 청년(?)이지만, 건들면 좀 거시기 한 모습이 나온다. "역시 악마의 본성." "죽을래. 펜들?" "또 펵력이야?!" "....." "지금 보는 눈이 많아! 날 때릴 거야?!" "....." "때려 봐! 때려 봐!" 저 개자식을! 으아악! 주변에 여자들이 많다는 걸 알고 일부러 큰 목소리로 나를 도발하는 펜들 자식, 저 개자식을! 마음 같아서는 당장 구타 들어가고 싶긴 한데 그건 안 된 다. 이곳에는 일단 레나도 있고, 루네도 있다. 그뿐 아니라 혈화까지.... 나의 곱디고운(?) 이미지가 박살 난다. 저 자식은 그걸 노린 게 분명하다. 참으로 사악하기 그지없 고 머리도 좋은 놈이다. "쿠케케케." "....." "나 때려 봐라?!" 빠득! 저 자식은 '나 잡아 봐라'를 '나 때려 봐라'로 변경해서 나를 도발한 게 분명하다. 저 개자식, 정말 삶아 먹어 버리고 싶을 정도다. 아 참, 그건 조금 저질스럽고 하니 그냥 간단히 생매장? 흐음, 이건 나름대로 뷰티풀 하군. 그냥 무시하자. 저 자식에게 넘어가면 내 이미지만 망친다. 그것보다 오랜만에 만난 존재에게 인사를 먼저 해야지. "혈화, 안녕? 하하하." 난 나를 빤히 쳐다보는 혈화를 향해 그렇게 웃었고, 그 순 간 혈화는 나를 보더니 대뜸 차가운 어조로 물었다. "현경이가 누구야?" "....." 그 한마디에 난 순식간에 얼어붙어 버렸다. 어떻게 혈화 양이 그 사실을 안 거지? 어떻게! 그때, 내 머리를 지나가는 범인1! 그렇다. 저번에 혈화의 부하 한 놈이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 자식을 놓아주면서 말하면 죽일 거라고 협박까지 했건만 이 개자식이 말한 게 분명하다! "지금 머리 굴리고 잇지?" "무, 무슨 소리! 하하하." "현경이가 누구야?" "하하하." "웃음으로 넘기지 말고." 냉랭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혈화. 아, 정말 춥다, 추워. 그래 일단 침착해야 한다. 어떤 상황이든 침착해야 된다. 그래. 침착이야!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는 일단 잡아떼는 거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하하하....." "몇 분 생각해서 나온 말이 그거야?" "....." 혈화 양은 예리하게 한마디 하신다. 저분, 참 무섭다. 꼭 내 머리 위에서 노시는 분 같다. 그때 혈화가 말했다. "너한테 정보를 전달하러 간 부하가 다녀와서 갑자기 더듬 거렸어." "....." "분명 네가 입막음시킨 거지?" "내, 내가?!" "....." "순수계의 절대 지존이라는 내가?" "....." "그런 일은 없어. 하하하하." "농담 재미없어." "....." 농담이래, 난 진담이었는데. 크윽! 그것보다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만약에 현경이가 누군지 알게 된다면 혈화 성격상 척살령을 내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사실대로 설명해 준다 해서 믿을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으아악! 질투를 받는 건 솔직히 남자로서 싫지는 않ㄷ하. 그것도 저런 초미소녀 급에게 받으니 말이다. 하지만 질투치고는 너무나도 살벌하다. "맗하지 않는다면 내가 알아볼 거야." "헉!" 그 순간 들려온 혈화의 한마디에 난 경악했다. 혈화가 마음만 먹는다면 쉽게 알아낼 수 있을 거다. 현경이 가 누구인지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척살을 당하고 말 거야! 으악, 안 된다! 믿어 줄지 안 믿어 줄지 모르겠지만 일단..... "마, 말해 줄게." "....." "하하하, 이렇게 된 거야." "....." "왜, 왜 그래?" "진짜야?" "응. 진짜 100% 생과일주스 같은 진짜," "....." "내 별명 있잖아. 생과일주스 같은 100% 자연산 순수맨." "....." 내가 말하고도 좀 무안하다. 뭐, 그런 사소한 점은 넘어가고, 난 혈화의 표정을 살폈다. 사실 혈화는 평소에도 얼음 같은 소녀라서 표정을 읽어 내 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그나마 나랑 있을 때 가끔 보여 주는 쑥스러워 하는 얼굴을 제외하고 그녀의 표정을 발견하는 건 모래사장에서 벼룩 찾기다. 한마디로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여전히 무슨 표정인지 모르겠어. 흐흑! "만약에 네 말이 사실이라면 그 여자가 너를 노린 거네?" "뭐, 그렇지." "죽이겠어." "자, 잠깐. 혈화...." ".....?" "뭐, 날 죽일려고 했지만 그쪽하고는 해결이 잘됐고, 그리 고 결론적으로 내가 이용한 거니까....." "그래도 너를 노렸잖아." "하하하하, 난 괜찮아. 그러니 진정해." "....." 혈화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헉! 그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면 내 몸이 불타오르지 않습 니까?! 난 혈화의 뜨거운(?) 눈빛에 어쩔 줄을 몰라 했고, 그때 혈 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휴우. 다행이다. 역시 혈화는 내 말은 들어준다니까. 그래서 더 귀여워 "아 참! 혈화, 방금 전에 말했지?" ".....?" "프레케션이라는 곳을 찾아냈다고." 끄덕. 혈화는 내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프레케션으로 가는 거다! 가셔 엘리멘털 드래곤님과 단독 면담을 하고, 난 당당히 신 급 아이템 소멸의 활 데스파라르 찾는 거다. 으하하하! "저기....." ".....?" 그때 갑자기 혈화의 볼이 살짝 물들었다. 헉! 혈화가 얼굴을 붉히는 모습은 완전 초레어의 모습인 데?! 갑자기 저런 모습을 보여 주다니, 이건 예상치 못한 수확 (?)이다. 확실히 말이다. 혈화는 여전히 얼굴을 살짝 붉힌 채 더듬거렸다. "에, 에르나니아라는 마을 알지?" "물론 잘 알지." 아주 잘 알아서 문제지. 그 개거지 같은 마을, 엄청 삐리리한 마을. 전에 한 번 현경이와 연인의 마을 델레케스터에 간 적이 잇 다. 그 마을이 증오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보석을 위해서 난 그곳에서 현경이랑 연인인 척 연 기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왜 갑자기 연인의 마을 델라케스터의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두 의아할 태다. 하지만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게 에르나니아라는 마 을과 연인의 마을 델라케스터는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 다. 간단히 말해 델라케스터 마을이 아기라면 에르나니아의 마 을은 어머니다. 더욱 간단히 말해 델라케스터 마을은 연인의 마을, 에르나 니아의 마을은 부부의 마을이다. 한마디로 초특급 울트라로 '미친 동네'라는 거다. 그리고 여기서 짚고 가야 할 점은 연인의 마을 델라케스터 는 연인인 척 잠깐 스킨십만 하면 들어갈 수 있지만, 이곳은 파격적이라는 점이다. 입구에서부터 그 행동을 하지 않으면 들여보내 주지 않는 다. 그건 바로 애정의 표시라는 키스! 키스를 선보이지 않는 자, 들어가지도 못한다. 그게 바로 에르나니아라는 개 같은 마을의 특징이다. "돌아 버리겠군." 나는 그 말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하필 그 마을과 연관이 있다니.... 만약에 연인의 마을 델라케스터라면 레나와 루네, 혈화 중 아무나 데려가서 연인인 척하면 되지만 이건 아니다. 심한 애정 행각과 함께 입장을 하기 위해서는 키스가 필수 였으니까 말이다. "저, 저기..." "왜 그래?" 그때 더듬거리면서 말하는 혈화, 오늘 아름다운(?) 모습을 자주 보는군 혈화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할게." "응?" "그 부인 역활, 내가 할게." "헉!" "어, 어차피 우리는 미래에 할 거잖아." 그 말과 함께 혈화는 쑥스러워서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귀엽다. 아니, 이게 아니라 진심인 거냐?! 혈화 양, 정말 나 랑 결혼하려고?! 절대 싫은 건 아니다. 저런 초특급 미소녀님이 나를 좋아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난 절대적으로 감동해서 눈물을 질질 흘 려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그분이 나랑 결혼까지 하자고 하신다. 이런 감동적인 일이 있나! "저, 저도 할 수 있어요!" "레나?" "오, 오빠만 원하신다면 저, 저도...." 혈화뿐만 아니라 레나까지 내 부인 역할을 해 주신단다. 그것도 '키스' 라는 어마어마한(?) 미션이 있는데도 불구하 고 말이다. 난 왜 이리 착하고 귀여운 여자들만 알고 있는 걸까?(다 자 기를 좋아해서 그런 거라고 전혀 생각 안 함) 난 행복한 남자야. 후훗! "나도 할 거야!" 그때 루네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허! 루네까지..... 이러면 초특급 미소녀 세 명이 내 부인이 되겠다고 하는 거 냐?! 물론 연기이지만 이 얼마나 좋은 일이란 말인가. 감동스러워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흐흐흐! "그럼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정하는 게 어때?" 어느새 펜들이 내 앞에 나타나 제안을 했다. 그리고 펜들의 제안에 그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으하하! 난 아무나 되어도 좋다. 아무나! "부부이신가요?" "네!" "아, 뭐." "자기야, 쑥스러워하지 마." "....." "우리 자기가 원래 좀 숫기가 없어요." "좋을 때군요. 후훗." "....." 난 루네의 완벽한 연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이건 아카데미 여우상을 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 만큼 그녀의 연기가 완벽하다는 소리. 우리르 검문(?)하던 삼십 대 초반의 아저씨는 미묘한 웃음 을 짓더니 말했다. "자, 그럼 아시겠지만 저희 마을을 들어가시기 위해...." "으읍!" "서, 성격이 급하신 분들이군요." "읍!" 나, 숨 막힌다. 크악! 루네는 그 삼십 대 아저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내 입술을 강탈했다. 한마디로 무방비 상태인 나를 그냥 덮쳐 버렸다는 것! 말의 의미가 약간 잘못 들으면 미묘하기 그지없지만, 어찌 됐든 그렇다는 거다. 그나저나 루네, 왜 이렇게 오래 하는 거야! 루네는 수십 초 동안이나 입술을 떼지 않았다. 뭐, 사실 난 좋다. 천사니까(?). 천사랑 지금 상황에 대한 연관성이 궁금하신 분들은 네이 버 지식인을.... 하지만 검색해도 안 나올 거다. 그저 그렇다는 거다. "추,충분합니다. 하하하." 우리의 애정이 너무나도 과해 보였는지 오히려 검문하는 아저씨가 중지시켰고, 그 말에 루네는 내 입술에서 자신의 입 을 뗐다. 그러더니 내 귀에 입술을 갖다 대고 속삭였다. "남자랑은 첫 키스야." 첫 키스란다. 첫, 첫, 첫!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게 있다. '남자랑은' 이라는 단어를 붙이셨다. 그게 요하는 바는 여 자랑은 이미 끝낸(?)사이였던 게냐?! 그 여자가 누구인지 갑 자기 궁금해지는 이유는 뭐지? 흐음. "자기야, 아이이잉!" "키스해 줘." "아, 몰라." "우리 자기, 너무 귀여운데?" "자기도!" "여보!" "아이 러브 유." 내 눈은 이미 썩어 가고 있을 게 분명하다. 이곳에 들어온 이후 난 느꼈다. 저번에 들른 연인의 마을 델라케스터는 이곳에 비교하면 아주 순수한 마을이었다. 그만큼 이곳은 완전 개판 오 분 전 상태다. 전문용어로 '미친 마을'이랄까. "데스티니, 우리도 해야지?" "뭘 해?" "저런 사랑 행각." "루네, 우리는 뭘 찾으러 이 거지 같은 마을에 들어온 거라 고." "알아." "알면서 그런 말을....." "하지만 여기서 애정 행각을 벌이지 않으면 사람들이 수상 해 할 텐데?" "....." "확실해. 부부 사이에 애정 행각이 없다니, 그건 변태성 없 는 홀락이야!" 그러고 보니 그렇다. 부부 사이에 아무런 애정 행각이 없다? 확실히 이상하게 보일 게 분명하다. 변태성 없는 홀락, 아 주 딱 맞는 말이다. 그 순간이었다. -뭐야! 벼, 변태라니! 홀락이 반문했다. 하지만 루네는 그런 홀락을 째려보면서 말했다. "지금 누나가 말하고 있는데 끼어들어?" -저는 목상이에요. 헤헤! 비굴한 자식, 정말 비굴함의 극치를 보여 주는구나.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이런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다. 하지만 유독 자신의 누나인 루네 양에게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긴다. 이게 바로 전문용어로 길들여졌다고 하는 건가? 좀 표현이 그렇군. 그나저나 이런 거지 같은 마을 어딘가에 신급 아이템이 있 는 프레케션이라는 데가 있다고?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자기야아아앙" "....." "뽀뽀!" "....." 허! 내게 팔짱을 낀 채 가슴을 마구 부비부비 하면서 나를 유혹하는 루네. 루, 루네, 이건 좋지 않아. 물론 지금 우리는 부부 사이니까 이런 건 전혀 어색할 일이 아니긴 한데 말이다. 그래, 잘 생각해 보자. 난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잖아? (그런 마음 따위는 절 대 없음) 이건 연극이다, 연극. 절대 사심이 생겨서 그러는 게 아니 다. 그리고 보는 눈도 없다. 물론 홀락 자식이 있기는 하지만, 루네의 한마디면 닥칠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즐기라는 하늘의 계시? 그래, 그렇다. 이건 내가 너무 착해서 하늘이 준 행운인 게 분명하다. 확 실히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절대적으로 힘 들다. 하지만 일어났다. 그리고 루네는 적극적이시다. 보는 눈도 없다. 난 순수하 다. 이 완벽한 3박자가 맞아떨어지는구나! "루네!" "응!" "거듭 말하지만 연기야." "응, 잘 알아.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해." 헉! 마,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그 말은?! 큭! 루네의 말에 내 온몸의 피가 요동친다. 한마디로 피가 내 몸 안에서 날아다닌다는 말. 즉 흥분지수 100%라는 거다. 마음껏 하란다. 그것도 초특급 미녀가 말이다. 이럴 경우, 난 선택해야 한다.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기회를 주워 먹을 것인가, 버릴 것인가? 하지만 정답은 하나다. 난 바보 같은 남자가 아니다. 이렇 게 굴러 들어오는 떡을 짓밟는 행위는 바보 멍청이 똥개 미친 놈이나 할 짓이다. 난 루네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팔을 올리면서 다시 한 번 말 했다. "저기.... 루네" "응응." "다시 한 번 강요하지만, 사심은 없어." "알아, 넌 순수하잖아." 뜨끔! 루네의 한마디가 바늘이 되어 내 심장을 관통해 버렸다. 분명 난 순수한 건 맞다. 어떤 분들은 내가 순수하지 않다고 하지만, 그건 나를 시샘 해서 하는 말일 뿐 실제로는 순수하다. 왜 그 한마디가 바늘이 되어 내 심장을 관통했는지는 모르 겠다만 지금은 그런 사소한(?) 것보다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중요하다. "루네." "응, 만져." 헉! 마, 만지래. 어딜, 어딜?! 어딜 만지라는 걸까?! 저 만지라는 말에는 무슨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거지?! 으 악! 루네의 한마디에 초특급으로 머리가 혼란해진다. '만져'라는 한마디는 어떻게 보면 가볍게 들릴지도 모른 다. 하지만 확대 해석해 풀이하면 미묘한 뜻이 담겨 있는 단어 다. 그래, 진정하고 다시 한 번 묻자. "저, 저기, 루네...." "응?" "무, 무슨 말인지..... 이, 이해를 못하겠어. 하하하." 난 혹시나 하여 그렇게 다시 한 번 말했고, 그런 나의 물음 에 루네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말 그대로 아무 데나 만져." "....." 그 말에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루네의 글래머스한 가슴 으로 간다. 생각해 봐라. 난 남자다. 절대 게이나 양성은 아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미녀의 풍만 한 가슴에 끌리는 건 당연하다. 아 참, 그게 아니라, 내 눈이 지금 멈췄다. 그녀의 터질 듯 한 가슴에. 그리고 그녀는 나를 보고 웃고 계신다. 이건 유, 유혹?! 확실히 100% 유혹이다. 그녀는 지금 내가 자신의 가슴을 만지도록 하기 위해 유혹 하는 거다! 그런 뻔한 유혹에 넘어갈.... 나다. 어느새 손은 덜덜덜 떨면서 루네의 가슴으로 향한다. 헉, 왜 이러는 거냐! 이 저질적인 몸 같으니! 감히 나를 지 배하고 마음대로 움직이다니! 난 순수해! 난 절규했다. 절대로 내 의지는 아니다. 몸이 제멋대로 움직여 주신다. 덜덜덜 내 손은 더욱 덜덜덜 떨면서 루네의 가슴 가까이로 향했고, 그 모습을 본 루네는 싱긋 웃고만 있었다. 저 의미는? 에라, 모르겠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루네의 가슴을 덥석 잡으려고 했건 만..... 푸욱! "....." "....." 나의 동작은 '스톱' 했다. 우리 한국어로 멈추었다고도 하 지. 여기서 의아할 것이다. 왜 잘 진행하다가 이렇게 멈추었는 지 말이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내 입장이 되어 지금 멈추지 않았다면 그건 오히려 더 이상할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겠다. 바로 내 옆에 아주 익숙한 모양새로 단검이 바닥에 꽂혀 있 다. 여기는 마을이다. 마을의 땅은 아주 단단하게 다져져 있다. 그런 땅을 관통할 정도의 파괴력. 그리고 저 낯익은 단검. 난 그 단검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잘 안다. -혈화다! 굳이 말해 주지 않아도 되거든요? 홀락의 말대로 그녀다. 이 단검은 그녀가 던진 거다. 여기서 잠깐 퀴즈! 왜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살벌한 단검을 던졌을까요? 왜 그런 걸까요?! -주인이 변태적인 행동을 했기 때문이지. 크크크! 나의 질문에 홀락이 알아서 대답해 준다. 그래, 맞혔다. 분명 경고다. 잠시 이성을 상실하고 루네의 가슴을 만지려 고 했던 내게 경고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여기서 계속했다가는 저런 단검 몇백 개가 던져질 지 모른다. "루, 루네, 갈까?! 하하하하." "쳇." "하하하." 나는 안타까워하는 그녀를 보고 어색하고 웃었다. 혈화 양, 숨어서 저를 지켜봐 주시는군요. 쩝. "그나저나 여기에 정말 있는 걸까?" 혈화의 정보를 의심하는 건 아니다. 그녀의 정보라면 지나가는 개떼가 부루스를 춘다고 하더라 도 난 믿을 거다. 그만큼 그녀의 정보라면 뭐든 믿는 나다. 하지만 믿긴 믿는데, 영 이상한 건 사실이다. 이런 거지 같은 마을하고 신급 아이템 소멸의 활 데스파라 랑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절대 이해 불가다. "데스티니, 일단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는 건 어때?" 루네가 한 제안이다. 그렇지만.....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건 나만의 생각?" "동의." 보는 것만으로도 닭살을 돋게 만드는 많은 신혼부부들. 그들을 보고 '프레케션이 어디에요?' 라고 물어 봤자 원망 어린 눈빛밖에 돌아오지 않을 게 분명하다. 자신들의 달콤한 시간을 방해한 죄로 말이다. 그러니 참으로 답답하다. 하아, 일단 마을이나 돌아봐야겠다. 모르는 거 없는 절대적으로 멋진 존재 카라르르르르르르르 라라라라라 나와 루네는 에르나니아를 돌아다니다가 특이한 간판이 걸 려 있는 가계를 발견했다. '모르는 거 없는 절대적으로 멋진 존재 카라르르르르르르르라라라라라'라는 간판을 말이다. "....." "....." 나와 루네는 침묵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지금 루네도 나와 같은 기분일 게 분명하다. 전문용어로 어이가 안드로메다에 날아가 버린 기분? 그런 기분이다. "저기, 데스티니." "말해, 루네." "카라르르르르르르르라라라라라라는 게 이름은 아니겠 지?" "아닐 거라고 믿고 싶은데, 상황상 아닐 것 같지 않아." "그럼 진짜 이름이 카라르르르르르르르라라라라라?!" "아마도?" "....." "....." 세상에는 별 희한하고 괴상하도 못해 우울해지는 이름이 많다. 그건 확실히 알고 있는 점이다. 그래도 그렇지, 이름이 카타르르르르르르라라라라라라 니! 이름 한 번 부르고 나면 헉헉거려야 할 것 같은 정말 복잡 하고 미묘한 이름, 황당하다. 루네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말했다. "저기, 데스티니." ".....?" "이곳에는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지?" "아, 뭐." 루네는 썩 들어가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다. 당연하다. 이런 괴상망측한 곳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 이 있다면 비정상적이다. 하지만 모르는 게 없단다. 그 말인즉슨 프레케션에 대한 걸 알지도 모른다는 것! 근데 정말 알까? 정말? 정말?! 믿고 싶지 않아. "실례합니다." 난 그 말과 함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생각 외로 내부는 깔끔하다. 마치 손님을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다는 듯 말이다. 흐음. "으악! 흐아아아앙." "....." "....." "으아아앙!" "왜, 왜 그러세요?!" "....." "감동이야!" 우리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보이는 광경, 한 남자가 울고 있었다. 삼십 대 초반으로 꽤 잘생긴 얼굴의 남자. 키는 180cm 정 도에 운동도 좀 했는지 몸에 근육이 잡힌 상태다. 그러니까 겉모습은 절대적으로 괜찮은 남자다. 하지만..... "하늘이시여! 드디어, 드디어!" "....." "....." 난 당황스러웠다. 저 남자, 도대체 왜 저러는 거냐?! 남자는 갑자기 만세를 하면서 눈물을 줄줄 흘린다. 여기서 지금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걸로 본다. 그만큼 황당하과 어이없음 그 자체다. 들어가자마자 눈물을 펑펑 쏟지 않나, 갑자기 하늘을 찾으 면서 만세를 하지 않나. 그냥 간단히 미친놈이라고 보면 딱 될 것 같다. "루, 루네, 갈까? 하하하." "응." 난 그 말과 함께 뒷걸음질을 쳤다. 왠지 모르게 있고 싶지 않은 곳이다. 저 이상한 남자는 프레케션에 대한 정보를 알 리가 없다. 절대 말이다. 그때 뒷걸음질 치는 우리를 본 그 남자가 소리쳤다. "안 돼!" "....." "....." 후다닥. 그 남자는 그대로 달려왔다. 그러더니 나의 오른쪽 발에 매달리면서 사정을 했다. "가면 안 돼!" "저, 저기.... 이, 이러지 마세요." "가면 안 돼! 못 보내 줘! 배 째. 절대 못 가!" "....." "가게 차린 지 1년 만에 온 손님이야! 절대 못 보내 줘!" 그 한마디에 난 저 남자의 이상 행동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 다. 들어오자마자 눈물을 펑펑 흘리지 않나, 만세를 하지 않나, 내 발을 절망적으로 붙잡지 않나. 이런 미친 짓거리의 의문이 풀린다. 간단히 말해, 만들어진 지는 1년이 되었는데 내가 이곳의 손님으로는 첫 번째라는 거다. 심히 난감하고 미묘한 상황이군. "절대 못 가! 못 가!" "....." "....." 가게가 부서져라 소리 지르는 이 미친 인간, 정말 어이가 없다. 지금 저 남자의 눈빛에서는 그런 게 보인다. 마치 죽음의 전쟁터를 향해 돌진하는 엄청 멋진 남자의 눈빛이 말이다. 하지만 왜 이런 상황에서 그런 눈빛이 보이는 건지 심히 궁 금하다. 상황하고 전혀 맞지가 않잖아?! 이글이글. 남자는 계속해서 나를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난 그 눈 빛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말했다. "안 갈 테니까 이거 놓으세요." "정말?!" "정말요." "만약에 내가 여기서 손 놓으면 도망가려는 거지?!" "그런 유치한 짓 안 합니다." "정말, 정말?" "정말이라니까요." 그 남자는 나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물론 이상한 의미를 담아서 보는 건 아니고, 내가 하는 말 이 구라인지 진실인지 판단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한참을 보던 남자는 드디어 나의 선한 눈빛을 깨달 았는지.... "구라다!" "진짜에요!" "....." 구라라니, 맑고 고운 내 눈빛의 어딜 보고 구라라는 생각을 한단 말인가! "눈동자가 더러워!" "뭐가 더러워요?" "넌 타락했어." "무, 무슨 소리입니까?" "넌 타락 그 자체야." "지, 진짜 이러시면 갈 거에요!" "아, 알았어. 안 할 테니 제발 나한테 뭐 좀 물어봐 줘." "....."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부탁하신다. 정말 안타까울 정도다. 그래, 그냥 한 불쌍한 인생을 구제하는 셈치고 물어는 봐 준다. 하지만 기대 따위는 하지 않는다. 난 일단 예의상 물었다. "대충 어떤 걸 알고 계시는데요?" "모든 걸 다!" "거기서 제일 자신 있는 건?" "흐음, 이 마을에 사는 여자들의 신체 사이즈와 비밀스러 운 곳?" "....." 당황스럽다. 이 마을은 일반 마을이 아니다. 부부들이 사는 마을이다. 한마디로 부부들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곳이다. 그런 마을에서 여자의 신체 사이즈와 비밀스러운 곳을 안 다고?! 이 인간, 완전 변태 아니야! "오호, 죽이게 예쁜데?" "....." "....." 그때 그 변태 인간은 어느새 일어나서 루네의 온몸을 훑어 보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루네는 싱긋 웃었다. 으악! 위험하다! 덥석! 난 당장 루네를 껴안아 버렸다. 일단 저 남자를 살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나의 행동이 남자에게는 사이좋은 모습으로 보였나 보다. 이런 행동은 보통 자신의 여자를 지키기 위한 것이겠지만, 난 당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 한 남자가 죽어 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일단 앉도록 하지." 그때 갑자기 남자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소파로 안내했지만, 이미 내 눈에는 진지한 모습을 지어 봤자 한 가 지 인상밖에 남지 않는다. 미친놈. 2장 조건 난 소파에 앉은 채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남자도 나를 진지한 표정으로 빤히 바라본다. 방금 전까 지 이상한 모습을 언제 보여 줬냐는 듯 말이다. 그래 봤자 내 머릿속에는 똑똑히 각인되어 있다. 방금 전까지 보인 비굴, 추태, 변태 같은 모습이 말이다. 너무나도 충격적이어서 지워지지가 않아. "자, 말해 보게." 미친 아저씨가 목소리 깔고 말해 보라고 한다. 난 그 말에 대충 말했다. 어차피 별 기대도 안 하니까 말이다. "프레케션을 아세요?" 난 이 질문을 하고 그의 대답을 예상했다. 당연히 '그게 뭔데?' 라고 말이다. 100%라고 자신했다. 확실히 그럴 거야. 하지만..... "안다네." "....." "왜 그러나?" "알아요? 프레케션이 뭔지?" "물론 알지. 그 장소는 잘 알아." 헉! 난 장소라고 말한 적 없다. 하지만 이 미친 남자는 프레케션이 어느 한 장소를 가리킨 다는 것까지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진짜로 알고 있다는 소 리?! 미쳤다! "어딘데요?" 난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물었다. 그러 자 들려오는 대답. "조건이 있네." "....." "이런 고급 정보를 그냥 줄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아저씨, 그게 고급 정보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아는 거 지?! 그 프레케션이라는 곳에 신급 아이템이 있다는 건 지금 우리 일행만 알고 있을 텐데? 어떻게? 헉, 설마?! 조금 전까지 미친놈인 줄 알았건만 아니었나 보다. 생각 외 로 똑똑하다. 역시 정보를 다루는 사람이어서 그런 건가? 내가 프레케션 이라는 말에 격렬하게 반응한 걸 보고 찍은 게 분명하다. 프 레케션이라는 게 나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단어인지 말이다. 그래서 순식간에 엄청난 고급 정보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고. 쳇. "그래서 그 조건이 뭡니까?" 난 좀 심드렁한 어조로 그렇게 물었고, 그 물음에 그 남자 는 싱긋 웃더니 말했다. "순수한 일이네." "느낌에 별로 그리 순수해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들어 보면 순수한 일이라고 느낄 거네." "그래요. 한번 들어 보죠. 뭐에요?" "납치." "....." "납치가 내 조건이네." 지금 이 아저씨가 미쳤나! 납치라니! 그런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라고?! 게다가 그것이 무지무지 순수한 일이라니, 어디서 개뼈다 귀가 곰탕으로 탈바꿈하는 소리란 말인가!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 "이 마을에서 제일 힘이 강한 데란이라는 놈의 아내를 납 치해 와 주게." 그냥 납치도 아니고, 남편 있는 유부녀를 납치? 이런 미친! 난 아주 위험한 상상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하는 그 남자 를 보고 넋이 빠져 버렸다. 임자가 있는 유부녀를 납치해 오 라니, 이런 깜찍한(?) 사상은 어디서 나오는 거냐! 난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한 채 물었다. "납치하는 이유라도 들어 보고 싶습니다만?" "우리는 사랑하네." "....." 한마디로 불륜인 거냐! 납치, 불륜! 온갖 불법적인 일들이잖아, 이건! 안 된다. 아무리 정보가 중요한하지만 이런 저질적인 일은 할 수 없다. 절대! "전 못해요! 순수한 제가 그런 불법적인 일은!" "내가 정보를 잘 다뤄 봐서 아는데, 아까 전에도 말했다시 피 타락했네." "....." "극도로 타락했어." "....." "최소한 깨끗해질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순수함은 남아 있어야 하네만 자네에게는 그게 없다네. 나도 오늘 처음 본 엄청난 존재네!" 그거 욕입니까, 칭찬입니까? 아무래도 전자 같아 보입니다만. 그 남자는 우수에 찬 눈빛으로 천장을 한 번 바라보더니 말 했다. "그리고 이번 일은 순수한 일이네." "어딜 봐서 납치와 불륜이 순수한 일에 속하는지 아주 자 세하게 설명해 주었으면 하는데요?" "안 그래도 설명해 주려고 했네." ".....?" "내가 그녀를 납치하려는 이유를 말이야." 별로 듣고 싶지 않다. 유부녀를 납치해서 불륜을 저지려는 행동에 타당한 이유 따위는 생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분은 이런 내 생각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지 우수 에 찬 눈빛으로 나를 한 번 바라보신다. 재수 없어! 그때였다. "나보고 지금 엄청 멋지고 완벽하고 뷰티풀하고 굿하다고 생각했지?!" 아뇨, 절대 그런 생각은 안 했습니다만? 아주 절대적으로 재수 없다고 생각은 했지만요. "쿠케케케!" 아무리 봐도 이 남자, 정상은 아니다. 정상의 범위 안에 들 어가는 말은 아니었던 거다. 왜 난 만나는 사람마다 이렇게 약간 헤드 뱅뱅한 사람들과 접촉을 해야 하는 거냐! 그때 그 남자는 실례한다는 표정을 지서딘 쑥스러운 듯 말 했다. "흐음, 약간 못 보일 모습을 보였군." 아니거든요? 아까부터 계속 그러셨거든요? 언제는 자기가 정상이었던 것처럼 말한다. 하아, 정말 어이가 없다. 정말 이 남자, 프레케션이라는 장소를 알고 있긴 한 걸까? 물론 장소라고 직접 언급한 점을 미루어 보아 안다는 확률이 상당히 높지만 썩 미덥지 않아서 말이다. 내게 의심받고 있는 그 남자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우리는 사랑하네." "불륜이잖아요!" "아니야, 불륜이 아니야!" "남편 있는 여자랑 쏙닥쏙닥하면 그게 불륜이죠!" "아니야! 이미 헤라랑 난 엄청난 사이였어!" "엄청난 사이?" "그래, 서로 없으면 죽을 정도의 사이." "....." "하지만 데란 놈은 그런 우리 사이를 갈라놓았네. 힘으로 말이야." "그래서요?" "방금 말하지 않았나, 납치해 달라고." "그렇지만 일단 결혼함 몸이고, 당신의 말대로 혹 강제로 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괜찮을지도 모르잖아요?" "아니네." "......?" "이걸 보게!" 그는 그러면서 작은 쪽지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 쪽지에는 자그마한 여자 글씨체로 한 문장이 적 혀 있다. 저를 납치해 줘요. "....." "봤나?! 그녀의 애절한 글을 말이야!" "그, 그런가요?" "그렇다네." 솔직히 애절한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저 남자가 하는 말이 구라인지 진실인지 판단 이 서지 않는다. 처음부터 본 이미지가 워낙 거지 같아서 말 이다. 지금 하는 저 말이 거짓일 것 같다는 건 나만의 착각? "거짓말 같아." 그때 나만의 착각이 아니었는지 루네가 내 귀에 속삭였다. 나도 동감이야. 절대 거짓말 같아. "순수한 내 눈을 보게. 거짓말 같은가?" "네." "....." "완전 거짓말 같은데요?" "이, 이럴 수가!" 놀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것보다 지금 저 아저씨가 한 말이 다 사실이라면, 데란이라는 놈은 아주 나쁜 놈인 게 분명하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를 힘으로 갈라놓고 강제로 결혼을 하 다니. 흐음, 맘에 안 들어. "하지만 사실 그는 강하네." ".....?" "폭풍의 검 데란이라고 알지?" "모르는데요." "....." "그게 누구죠?" "요, 용병 사이에서 레전드라고 불리는 그를 모르는가?!" "그런가 보네요?" "....." "....." 폭풍의 검 데란? 용병 사이에서 레전드라고 불리는 존재? 사실 난 처음 들어 본다. 물론 몇몇 엄청 유명한 용병 한두 명은 알고 있다. 하지만 폭풍의 검 데란이라는 용병은 들어 보지도 못했다. "어, 어떻게 용병 랭킹 10위 안에 들어가는 폭풍의 검 데란 을 모르지?!" "....." 에게, 10위? 그러니까 당연히 모르지. 난 용병왕 프란지아랑 그 용병왕에 필적한 힘을 가진 용병 덴밖에 모르는걸. 이런 나의 반응에 남자는 황당하다는 듯 나를 바라만 보신 다. 그렇게 보시면 무안한데.... 크흠! "정말 휘귀하군." 왜 제가 당신하네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 겁니까+?! 다른 사람은 모를까, 당신에게 그런 말을 듣는다는 것 자체 가 상당히 미묘합니다만. 한마디로 밑바닥까지 기어가는 기분? 이런 내 기분도 모르고, 남자는 다시 진지 모드로 들어가더 니 말했다. "그럼 이 사람은 알겠지." "누구요?" "설마 이 사람을 모르지는 않겠지?!" "누군데 그러는 거에요?" "파멸의 데스티니." "....." "서, 설마 모르냐?!" "뭐, 뭐....." 난 나를 아느냐는 질문에 당황해서 말을 얼버무렸다. 나한테 나를 아냐고 물으면 내가 뭐라고 대답을 해야 현명 한 대답이 되는 걸까? 참으로 미묘하고 복잡하기 그지없구나. 이런 나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나를 바라보던 그 남자는 기가 막힌다는 듯 물었다. "진짜 모르나?!" "아, 압니다!" 그냥 안다고 해 버렸다. 뭐, 저 사람이 내가 데스티니인지 아닌지 알 것도 아니고 그냥 안다고 해도 별 상관없겠지. 내가 안다고 하자 그 남자는 갑자기 주변을 둘러보더니 속 삭였다. "이건 극비네." "....?" "파멸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대상에 두려움을 자아내는 파 멸의 데스티니와 데란이 일대일 겨루를 했었네." "에?!" "놀랍지?!" 네, 무지 놀랍습니다.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놀랍다. 난 데란이라는 남자랑 부어 본 기억도, 그가 누군지도 모른 다. 생전 처음 듣는 분이시다. 참고로 내가 용병들하고 싸운 기억은 용병왕 프란지아랑 덴밖에 없다. 그 존재들은 제외하고는 그 어떤 용병하고도 싸 운 기억이 없다. "어찌 됐든 그만큼 강한 남자네. 그런 남자에게서 나의 헤 라를 납치해 와 준다면 자네가 원하는 정보를 주겠네." "....." "어떤가?!" 저 아저씨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알아낼 방법이야 간단하다. 그 헤라라는 여자에게 가서 '당신이 납치해 달라고 했나요?' 라고 물으면 정답은 나 올 거다. 저 꽤 머리 좋은 남자가 그것도 예상치 못하고 거짓말을 할 리는 만무한 일. 하는 짓거리를 봐서는 절대적으로 믿고 싶지 않지만 믿어 야 될 상황. 참으로 거시기 하군. -저기, 주인. "와?" -하나 물어봐도 될까? "뭘?" -지금 주인 손에 들린 건 왜 항상 주인의 주머니에서 나오 는 거임? "....." -..... "심오한 게 있어. 자세한 건 묻지 말도록." -아니, 암살용 복면이 왜 나오는 건지 난 궁금할 뿐이야. 저 자식은 별 쓸데없는 걸로 태클을 거는군. 지금 내 손에 쥐어진 것, 홀락 말대로 복면이다. 그것도 암살자들이 주로 하는 복면이다. 여기서 잠깐, 홀락의 말대로 내가 이걸 왜 가지고 있을까 요? 그건 바로 이게 혈화에게 협찬(?)으로 받은 물건이었으니 까. 어쌔신 사이에는 이런 게 있단다. 복면은 한마디로 자신의 모든 것, 그만큼 그들에게 있어서 복면은 중요하다. 어찌 됐든 그들에게 있어서 복면은 자신을 감출 수 있는 도 구이기도 하지만 자신과 함께한 친구란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아뭍튼 그런 복면을 타인에게 맡긴다? 그게 뜻하는 건 자신의 모든 것을 그 존재에게 주겠다는 거 다. 한마디로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한다는 것! 이거 참.... -맞다. 그러고 보니 그거 혈화가 가끔씩 했던 복면이잖 아?! "....." -주인 변태! "무슨 소리냐!" -지금 주인이 엄연히 변태들이나 하는 행동을 하려는 거 야! "무슨 근거로!" -난 알아. "....." -그 복면을 써서 혈화의 체취를 느끼려고 했지?! 헉! 아니, 저 자식이! 나의 이런 불순한 마음을 잘도 알아차리는군. 흠, 사실 얼굴을 감추기 위해서 꺼내 든 건 맞지만 홀락의 말대로 약간 불순한 의도가 있기는 하다. 아주 미세하게나마. 진짜다. 아주 미세하게, 정말 아주 미세하게?! 믿어 주기 바란다. 난 절대 변태가 아니야! 으악! -역시 변태 본능. "....." -변태,변태,변태,변태,변태! "으아악!" 홀락의 변태라는 말에 난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아야 했 다. 다른 존재도 아니고 변태계의 신인 홀락한테 그런 소리를 듣다니, 그건 나를 죽이는 것보다 더 심한 욕이다. -이런 변태 같은 사람이 내 주인이라니, 에휴. "....." -정말 못 살겠어. 왜 반문을 하고 싶은데, 반문을 할 수가 없는 거냐! 지금 당장이라도 난 홀락에게 말하고 싶다. 네놈한테 그런 말을 들을 수준은 아니라고. 하지만 지은 죄가 있는 관계로 그 말 자체를 할 수가 없는 지경이다. 제길. 솔직히 말해 아까 내가 한 생각, 그건 모든 남자라면 생각 하는 거 아닌가?! 초특급 미소녀의 체취를 느끼고 싶어 하는 거 말이다! 하지만 인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정하는 순간, 변태로 몰리니까. 하지만 모든 남자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는 있을 게 분명하 다. "하아....." -뭐야, 주인! "....." -방금 그 에로틱한 신음은! "자, 잘못 들은 거다!" -아니야! 분명 혈화의 복면을 뒤집어쓰면서 '하아'라는 저질적인 신음 소리를 냈잖아! "....." -정말 저질 아니야? "....." 아니, 저 자식은 쓸데없는 데에 열나게 귀가 밝다. 난 남자답게 깨끗하게 인정한다. 솔직히 말해 복면을 뒤집어쓰는 순간 혈화의 체취가 느껴 져서 나도 모르게..... 헉! 그러고 보니 나 어느 순간에 변태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것도 초변태가! 왜 이렇게 된 거지?! 깨끗한 백지 같았던 내가 왜 이렇게 타락해 버린 거지?! 그런 생각이 들 때 검 한 마리(?)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저놈이 원인이다. 저놈이 순수계의 별이었던 나를 이런 변태계의 바닥으로 끌어들인 게 분명하다. 하아, 이럴 수가.... 이래서 옛말에 이런 말이 있지. 친구 잘 만나라. 그 말이 정말 이렇게 실감 나기는 처음이다. 결과적으로 봐서 내가 이렇게 약간(?) 엉큼해진 이유는 저 자식 때문이었어! -왜, 왜 이래! "....." -왜 그런 눈빛으로 나를 보는 거야? 나의 미묘한 눈빛을 눈치 챘는지 홀락이 당황한다. 하지만 눈치 채 봤자 이미 소용없는 일이다. 난 사음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다 너 때문이야." -무, 무슨 괴상한 이론이야! "모든 게 다 네 탓이야. 크크크." -왜 죄 없는 나..... 우어억 난 그대로 홀락을 집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사악한 미소 한 방 날려 주면서 말했다. "다 너 때문이야!" -흑흑! "....." -나, 난 더럽혀졌어! "남들이 들으면 오해할 만한 대사는 하지 마세요, 홀락 군." -저질. "또 당할래?" -..... "당하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으렴." -..... 내 말에 침묵을 지키는 홀락. 지금 내가 한 일은 그거다. 루네가 홀락에게 하는 최강의 고문법. 이거 한다면 홀락은 좋아 죽는다(?).어느 의미에서는 말이 다. 그만큼 이 고문법은 홀락에게 있어 엄청난 것이다. 그 고문법을 내가 살짝 한 것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게, 다른 존재들에게는 별것도 아닌데 이 자식한테만은 완전 최강이란 말이야. 역시 변태 검이다 보니 남들과 확실히 다르다. 그나저나..... "어마어마하군." 내 눈앞에 드러난 집 한 채? 이걸 집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성이라고 표현을 해야 하 나? 어림짐작으로 마당까지 포함해서 300평 규모의 집 한 채. 저곳이 데란인가 뭔가 하는 놈이 사는 집? 엄청나군. 부럽다, 쳇! 집이 엄청 크니까 금세 찾아내기는 무리겠다. 그때였다. -저기, 주인. "왜 그래?" -우리, 범죄 아니야? "....." 범죄 아니냐는 한마디에 순식간에 침묵 모드로 들어간 나. 홀락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 나간다. -이유야 어찌 됐든 우리는 엄연히 '납치'를 하는 거잖아. "....." -그것도 남편 있는 유부녀를 '납치'! "....." -완전 저질 범죄라고! 그건 그렇다. 사실 그 이상한 아저씨 말대로 모든 게 사실이라고 가정을 해도 우리는 범죄자다. 그것도 유부녀 납치범. 강제로 결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지금 우리의 행동은 '정 당'하고는 거리가 멀다. 크윽! 하지만 정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잘 따져 보면 그렇게 나쁜 일도 아니다. 일단 여자 쪽에서 구조 신호를 친 게 분명하다면 말이다. 그리고 옛말에.... "들키면 범죄, 안 들키면 예술." -엥? "그런 명언이 있다. -..... "안 들키면 장땡이다." -주인, 그러다가 주인의 정체가 들키면? "....." -분명 엄청날 텐데? '파멸의 데스티니'라는 이름으로 모 든 존재들에게 두려움과 우상의 존재였던 주인이 유부녀 납 치를 하다니 말이야. "....." -주인 생각은 어때? "안 들켜야지." -..... "안 들키면 된다!" 그렇다. 이 범죄를 들키지만 않으면 만사 오케이인 것이다. 그럼 된 거야. 그 어마어마한 크기의 집 안에 침투한 나는 납치할 여자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저택의 규모가 워낙 큰 까닭에 어디 계시는지 정말 모르겠다. 하아.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난 재빨리 몸을 뒤로 돌렸고, 거기에는 15살 정도 되어 보이는 귀여운 소녀가 나를 보고 그대로 굳어 버리셨다. 복장은 메이드복, 한마디로 이곳에 근무(?)하는 소녀로 보 인다. 그리고 그 소녀는 비명을 지르려 하신다. "꺄, 으으읍!" "조용히 해." "으으으읍!" "난 나쁜 사람 아냐." "으읍!" 근데 별로 믿음이 가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난 그녀가 비명을 지르려고 하자 곧바로 그 자리에서 사라 지다시피 해서 그녀의 입을 막아 버렸고, 그녀는 완전 공포에 젖은 채 '으읍!'만 연발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나쁜 사람 아냐!' 라고 해 봤자 곧이곧 대로 믿지 않을 건 사실이다. "으으읍!" 소녀는 내 손에 입이 막힌 채 절규했고, 난 더욱 당황하면 서 속삭였다. "조용히 해." "....." 순식간에 적막감이 흐른다. 이건 아닌데! 이 장면은 항상 범죄 이야기 다루는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상황이잖아! 으악, 이건 내가 원하던 게 아니야! -케케케. 주인의 본능! "....." 털썩. "....." -..... 그 소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최대한 크게 뜨더니 그 대로 내 품에 안겨 쓰려졌다. 난 이 소녀가 왜 쓰러진 줄 안다. 그건 바로.... "네가 말하니까 기절했잖아!" -오히려 잘된 거 아니야? "그것도 그러네." -어찌 됐든 후딱 해치워 버리자고. "그래, 얼른 끝내자." 더 이상 불법적인 일은 사양이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그 기절한 소녀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놓아주었다. 소녀, 미안하옵니다. 하지만 참고적으로 전 나쁜 놈 아니에요! 쩝. -혹시 저 여자 아니야?! "그런 것 같다!" 한 여자를 발견해 내고 얼굴색이 금세 밝아진 나. 그 여자는 바로 푸른색 드레스 차림으로 자신의 방에서 근 심에 잠긴 얼굴을 한 삼십 대 초반의 여인. 분명 삼십 대 초반으로 보였지만 예쁘다. 젊었을 때는 남자깨나 난리 치게 만들 정도의 외모였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알 것 같다. 저 여자가 헤라라는 여자라는 것을 말이다. 난 근심에 가득 찬 얼굴을 한 그녀에게 슬그머니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툭툭 건들면서 말을 걸었다. "저기요." "....?" 내가 두드리자 그대로 고개를 돌리는 그녀. 그리고.... "꺄, 으으읍!" "오, 오해에요." "으읍!" "지, 진짜 오해입니다. 전 나쁜 놈 아니에요." ".....!" "....." 다들 나만 보면 무슨 엄청 나쁜 놈으로 보신다. 아니, 당연한 건가? 복면 쓴 남자가 성큼성큼 다가와 건드 리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어서 이 오해를 풀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저 여자를 납치, 아니 데리고 그 미친 아저씨한 테 갈 수 있을 테니까. "전 당신을 납치, 아니 데리러 왔어요." "....." "일단 이 손을 놓을 테니 진정하세요." 끄덕. 내 말에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는 그녀. 난 그녀의 행동에 그대로 손을 거두었다. 그러자 그녀는 화색이 밝아지더니 물었다. "호, 혹시 '카타르르르르르르르라라라라라'가 보내신 분 인가요?!" "그, 그렇습니다만...." "카타르르르르르르르라라라라라!" 반응을 봐서는 역시 그 아저씨가 구라를 친 건 아닌 것 같 다. 이 여자가 강제로 이곳에 폭풍인가 개풍인가 하는 놈에게 강제로 결혼을 당했고, 자신을 납치해 달라는 말 등등 모든 게 사실이었던 거다. 덜컥. "내가 왔다." 그 순간 방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모습을 나타낸다. 삼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로, 키는 180cm 정도에 몸 은 엄청난 근육질로 이루어져 있다. 서, 설마? "데, 데란님!" 저놈이 폭풍의 검 데란인가 뭔가 하는 놈인 거야?! "넌 뭐지?!" 복면을 쓴 나를 보고 그 남자는 살벌한 어조로 물었고, 난 그 물음에 당당하게 말했다 "납. 치. 범." "......!" 5초였다. 폭풍의 검인가 뭔가를 제압하는 데 걸린 시간이 말이다. 사실 강하기는 강하더라. 하지만 그냥 그런 정도지, 뭐 레 전드라고 불릴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용병왕 프란지아와 비교했을 때, 비교 대상 자체가 안 된 다. 용병들 중 10위 안에 든다는 남자가 이 정도밖에 안 되다 니. 정말 이 남자가 그 10위 안에 드는 폭풍의 검 용병왕? 왠지 구라인 것 같아. 어찌 됐든 난 그 파렴치한 자식을 죽도록 팬 뒤 그녀를 납 치해서 다시 카타르르르르르르르라라라라라의 집으로 가는 중이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힘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그놈을 죽 이고도 싶었지만, 그냥 병신 만들어서 평생 고생하게 놔두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작전을 변경해서 살려 둔 거다. 내가 생각해도 좀 사악한가? 흐음. "카타르르르르르르르라라라라라를 만날 생각하니 너무 기 대대요!" 내게 납치된 그 여자는 너무 감동스럽다는 듯 말했고, 난 그 말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런 이상한 남자가 어디가 좋은 건지 묻고 싶다. 반쯤 미쳐 있는 것 같던데? 흐음. 그때였다. 끼이익, 끼이익, 끼이익! 뭐냐, 이 울음소리는! 그때 허공을 가로지르면서 나타나는 와이번들. 수백 기다. 그리고 그런 와이번에 기사들이 타고 있다. 저 건 설마! "와이번 기사단 트레킨!" 그렇다. 네켄이 지휘하는 기사단이자 제로미티 제국의 핵심적인 기 사단 중 하나인 트레킨. 그놈들이 또 이곳에 나타난 거다. 마치 공습을 벌이듯 말이다. "저 자식들!" 갑자기 저 자식들이 왜 이 마을에 찾아온 걸까?! 한 가지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소멸의 활 데스파를 찾기 위해서.... 제길, 어떻게 벌써 저놈들 귀에 정보가 들어간 거야?! 생각 외로 빠르잖아! -게르니아 짓거리 같은데. "....." -게르니아는 주인이 신급 아이템을 찾는 걸 극도로 싫어 하잖아. "동감한다." 저 자식들이 저렇게 빨리 나타날 수 있는 이유는 한 가지밖 에 떠오르지 않는구나, 게르니아! 진짜 한바탕 해보자는 거냐! 이 자식을, 콰악! "꺅!" "뭐야?!" "무슨 일이야!" "갑자기 기사들이!" "으악! 살려 줘!" "여보!" "자기야!" 갑작스럽게 와이번들이 마을 위로 날아들자 당황하는 부부 들. 그리고 웅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마을을 점령한다!" 지랄 염병! 나도 그냥은 못 넘어가! 3장 최강의 힘 터벅터벅. 난 마을에 정착해 있는 네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이런 내 모습을 본 네켄은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어라? 저 목상 아저씨가 미소를 지어?! 기분이 참 묘한데? 그 아저씨는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사실이었나 보군." ".....?" "이곳에 신급 무기 소멸의 활 데스파라를 찾을 수 있는 프 레케션이 있다는 게 말이야." "....." "이런 이상한 마을에 파멸의 데스티니 네놈이 있다는 것 자체가 증명하는 거지." "누가 정보 줬냐?" "훗. 그걸 내가 말할 필요가 있나?" "물론 그럴 이유는 없는데, 그놈이 별로 착한 놈은 아닐 텐 데?" "상관없다. 그는 우리에게 항상 정보를 주는 인물, 우리에 게는 소중하다." 저골로 확실해졌구나. 게르니아, 아주 좋은 분 역할을 맡으셨군. 이런 극비의 정 보를 제국들에 널리 알려 주는 분 역할을 말이야. "그걸 알고도 나타난 거면 한번 붙어 보자는 거지?" "....." 내 말에 급속도로 표정이 굳어진 네켄은 잠시 그 모습으로 있다가 말문을 열었다. "사실 네놈과는 절대로 붙고 싶지 않다." "오호?" "하지만 우리도 소멸의 활 데스파레에 목숨을 걸었다." "그 말은?" "싸우겠다." "그렇단 말이지. 나도 네놈들이 영 마음에 안 들었거든. 심 심하면 점령해서 마을 망치는 그 정신이 마음에 안 들었어." "....." "한번 붙어 보자고!" 난 그 말과 함께 홀락을 집어 들었다. 그때였다. 네켄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한 남자. 익숙하다. 그것도 많이. "오랜만이지, 데스티니." "오랜만이네. 쥬르." "또 이렇게 너와 싸우게 될 줄이야, 하하!" "나도 썩 달갑지는 않네." 내 앞에 나타난 한 남자는 이십 대 초반에 붉은색의 머리카 락을 가지고 있고, 개성 철철 넘치는 스타일을 하고 있다. 키 는 대략 183cm 정도? 그리고 특히 눈에 띄는 건 등 뒤에 메고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부메랑이다. 저런 부메랑을 사용하는 놈은 이 게임을 통틀어 한 명밖에 없다. 그건 바로 차원의 쥬르. 공간을 열어서 공격하는, 꽤나 짜증나는 공격 패턴을 가지 고 있는 놈이다, 그 덕택에 랭킹은 17위지만 자신보다 상위 랭킹을 이긴 적도 많다. 그만큼 엄청난 실력자라는 거다. "나 혼자서는 절대 못 이기지만, 여기에는 우리 편이 많을 걸. 후훗." 그때 얄밉게 웃어 대는 쥬르. 그래, 그건 인정한다. 너희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건 말이다. 하지만 나한테도 있어. 히든카드가 말이야. "혈화, 도착했어?" "응." ".....!" ".....!" ".....!"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습을 드러낸 혈화. 그리고.... "요새 전투를 자주 하는군. 귀찮군." 제라스까지. 훗. "랭킹 3위 혈화! 랭킹 14위 제라스!" 네켄은 비명을 지른다. 아, 저 비명 너무나도 아름다워! "물론 그쪽이 쪽수는 많지만 우리 쪽은 정예거든요?" "....." "즐겁게 붙어 보시죠. 후훗." 나는 그 말과 함께 웃었다. 그러자 네켄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물러나겠다." "....." "네놈 한 놈에게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혈화와 제라스까지 있다면 이 싸움은 이길 가능성이 없는 싸움." "호오!" "그뿐 아니라 지금 혈화가 마스터로 있는 어쌔신들도 상당 수 있을 터.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오! 정말 완벽한 분석인데, 네켄? 역시 기사단장이라는 직책은 아무나 맡는 게 아닌가 보다. 네켄이 물러난다고 선언한 그때였다. 파지직! 파지직! 파지직! 뭐, 뭐지? 갑자기 허공에 생긴 붉은색의 블랙홀. 검은색도 아니다. 붉은색의 블랙홀이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붉은색의 블랙홀에 모든 존재들은 멍하 니 그것을 바라만 보았고, 그때 그 블랙홀을 통해 한 존재가 나타났다. 인간의 모습이었으나 인간 같지 않은 외모와 185cm 정도 되는 큰 키, 그리고 다양한 색깔로 이루어진 머리 색깔까 지..... 그리고 제일 압도적인 건 그의 힘이 느껴지지가 않는다는 거다. 이런 경우느느 처음이다. 그 존재를 제외하고는..... "....!" "또다시 데스파라를 찾으러 온 인간들인가?!" "데스파라!" 데스파라의 이름이 거론되자, 네켄은 눈이 벌게진 채 그렇 게 중얼거렸고, 그 말에 그 남자는 네켄을 바라만 보았다. 하지만..... "으윽." 네켄은 떨기 시작했다. 저분은 단순히 위압감만으로 네켄을 떨게 만들고 계신다. 이거 아주 재미있는데? "난 데스파라를 지키는 존재. 너희 인간들에게 넘겨줄 수 는 없다." "데스파라를 지키는 존재?!" "그렇다." 데스파라를 지키는 존재라는 말에 네켄의 눈동자가 빛났다. 분명 몸은 떨고 있지만 그는 생각했을 것이다. 저 존재만 처리하면 데스파르가 자신의 것이라고. 하지만 그건 바보 같은 생각이다. 너희들은 이길 수 없어. "공격해라!" 네켄은 그대로 자신의 부하들을 향해 지시했고, 그 말에 모 든 존재가 그 엘리멘털 드래곤을 향해 달려들었다. 거기에는 차원으 쥬르와 네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인간들이란....." 스윽. 그 말과 함께 손을 휘저었다. 그리고.... "으아악!" "으아악!" "크아악!" "뭐, 뭐야!" "으아악!" 그대로 몸이 한 줌의 재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완벽하게 무로 돌아가 버렸다는 소리. 거기에는 쥬르와 네 켄도 포함되어 있다. 그 수많은 존재들이 단 한 번의 손짓으 로 사라졌다. 단 한 번의 손짓으로.... 한편 그들을 모두 소멸시킨 엘리멘털 드래곤이 시선을 우 리 쪽으로 돌린다. 그러더니...... "너희들도 데스파라를 찾기 위해서인가?" "빙고!" "....." 다른 여타 존재였다면 무서워서 '아니요' 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런 성격이 아니어서 말이다. 난 조용히 말했다. "모두 도망가." "....." "....." "....." "어서!" "....." "....." 내 말에 멍하니 대기만 하고 있는 레나와 루네, 혈화, 제킨, 제라스, 펜들까지 괜히 있다가는 방금 전처럼 소멸의 한 조각 이 될 게 분명하다. 난 무감각한 어조로 말했다. "혈화, 부탁해." "....." "혈화!" ".....응" 내 말에 혈화는 굳어 있는 일행들을 다독거려서 사라졌다. 역시 혈화! 리더십 멋져! 그것보다는 지금 이게 중요하지만. "인간, 용감하군." "그래?" "나의 힘을 정통으로 받고 견뎌 낸 존재는 그 존재를 제외 하고는 네놈이 처음이다." "영광이라고 해야 하나?" "너랑 싸우기 위해서는 힘 조절이 안 될 것 같군. 장소를 옮기지." 휘이익. 그 말과 함께 순식간에 장소가 바뀌었다. 아무것도 없는 공터로 말이다. 하하, 난감하군. "인간, 물어볼 게 있다." "뭐?" "넌 왜 데스파라를 찾는 거지?" "돈 되니까." "....." "뭐, 그건 부가적인 옵션이고, 게르니아라는 놈을 잡으려 면 그게 필요하거든." "게르니아....." 게르니아라는 말에 엘리멘털 드래곤은 표정이 굳어진다. 분명 저분도 알고 계신다. 게르니아라는 놈을 말이다. 그는 말했다. "아직도 살아 있는 건가?" "목숨이 질긴가 봐." "그렇군." "그래서 신급 무기가 꼭 필요해." "잘 알았다. 너의 목표는. 하지만 나를 이기지 못하면 그 물건은 넘겨줄 수 없다." "....." "그 물건을 다루기 위해서는 그 물건을 다룰 말한 합당한 힘이 필요한 것.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그 물건을 주겠다." "한마디로 너를 이기라는 거지?" "그렇다." 난 그 말에 곧바로 홀락을 향해 외쳤다. "홀락, 중력 해지." "오케이!" 순식간에 가벼워지는 홀락. 그리고 난 곧바로 은빛의 팔찌 를 풀어 버렸다. 파아앗! 그러자 순식간에 폭발하는 나의 힘. 하지만 이 힘만으로 저 존재를 이길 수 없다. 그만큼 저 존재의 힘은 압도적이라는 거다. 그러니 그걸 사 용해야 한다. "제길, 후유증이 영 맘에 안 들어서 사용하기 싫었는데." 파앗! 그 말과 함께 난 그대로 온몸을 폭발시키듯 힘을 분출시켰 다. 그와 동시에 내 몸을 감싸 안는 상상 초월의 힘. 어느새 내 머리카락은 검은색이 아닌 붉은색으로 변한 상 태다. 나의 이런 모습에 엘리멘털 드래곤은 굳어진 얼굴로 중얼 거렸다. "인간, 이게 너의 모든 힘인가?" "그래. 내 모든 힘이야. 단 이 모드는 10분밖에 유지르르 못 하지만." 이 모드는 정말 후유증이 엿 같아서 사용하고 싶지 않은 기 술이다. 하지만 이겨야 한다. 이겨야지만 신급 아이템 소멸의 활 데스파라가 나의 손으 로 들어온다. 그러기 위해서 후유증을 감안하고 이 힘까지 끌어올린 거 다. "어서 하자고.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아서 말이야!" 파앗! 그 말과 함께 내 몸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내 몸은 엘리멘털 드래곤 앞에 나타났다. 거의 공간을 이동했다 하더라도 나올 수 없는 스피드다. 그 만큼 지금 내 모드는 크레이지 모드다. 스윽! 난 그대로 홀락을 엘리멘털 드래곤을 향해 그었고, 그런 나 의 공격에 엘리멘털 드래곤은 무감각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 만 보았다. 제길! 그 모습에 난 휘두르던 손짓을 취소하고 뒤로 물러섰다. 콰앙! 방금까지 내가 있던 자리에서 엄청난 대폭발이 일어났다. 헛! 이 자식, 마법을 그냥 의지 하나로만 시전하는군. 아주 멋져! -주인, 1분 지났어! "알고 있어!" 난 홀락의 친절한 시간 알림에 그렇게 대답했고, 곧바로 홀 락에 마법을 인첸트했다. "파이어 볼!" 평소에 사용하는 매직 인첸트와는 격이 다른 인첸트다. 지금 사용한 파이어 볼은 무지막지한 위력의 파이어 볼. 한마디로 말만 파이어 볼이지, 데미지는 메테오 급이다. "홀락, 간다." -오케이! 난 그대로 엘리멘털 드래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역시 자유 의지 하나만으로 배리어를 생성해 내는 엘리멘털 드래곤. 난 그런 드래곤의 배리어를 향해 홀락을 그었다. 콰아아아앙! 그 순간 일어나는 엄청난 폭발. 이전에 말했지만, 지금 건 마법은 데미지가 메테오 급인 파 이어 볼이다. 배리어 하나쯤은 가볍게 부숴 버린다고! 자신의 배리어가 손쉽게 폭발과 함께 사라지자, 놀란 얼굴 로 나를 바라보는 엘리멘털 드래곤. 그것도 잠시, 그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내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제길! "인간, 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힘의 범위를 넘어섰군." "그거 칭찬이야?" "그렇다. 내가 이런 말을 한 존재는 지금까지 단 두 명. 너 를 포함해서다." 그거 참 영광이군요. 하지만 이런 잡담하는 시간조차도 아깝다. 거듭 말하지만 난 지금 시간제(?)다. 10분 지나면 이 모드가 풀려 버린다는 것, 10분 안에 저 자 식을 끝내야 한다. 파앗. 나는 다시 도약하다시피 엄청난 속도로 엘리멘털 드래곤을 향해 달려들었고, 엘리멘털 드래곤은 내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다. 배리어도 치지 않은 채 말이다. 블링크냐? 딱 느껴진다. 내가 근접한 순간, 저 엘리멘털 드래곤은 블링크로 몸을 피 할 게 분명하다. 한마디로 지금 저 엘리멘털 드래곤은 내가 시간제라는 걸 알고 피하고 있다. 방금 자신의 배리어가 단 한 방에 부서진 걸 보고 나서 말이다. 스윽. 내가 근접하자 몸이 스윽 사라지는 엘리멘털 드래곤. 하지만 예상했다. 그런 까닭에 홀락을 휘두르지도 않은 상 태고, 난 그 엘리멘털 드래곤의 기운이 나타나는 곳을 감지했 다. "오른쪽이다!" 파앗. 난 그 말과 함께 그대로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갔다. 그러자 모습을 드러내는 엘리멘털 드래곤. 내가 더 빨랐어! 푸직! 난 그대로 홀락을 그었고, 나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배리어 조차도 치지 못한 채 오른쪽 어깨를 베인 엘리멘털 드래곤. 그리고.... 콰앙! 그대로 엘리멘털 드래곤의 어깨 부분에서 메테오 급의 폭 발이 일어났다. 아싸, 정통이다! 파이어 볼이 걸린 홀락에게 베이자, 홀락에게 담겨 있는 마법 이 상대방의 몸 안에서 터진 거다. 더군다나 지금은 말만 파이어 볼이지 데미지는 메테오 급 인 파이어 볼이 몸 안에서 터졌다. 그렇다면 아무리 엘리멘털 드래곤이라고 하더라도 무사하 지는 못한다. "크윽." 이런 내 생각이 적중했는지 강력한 폭발 후 모습을 드러낸 엘리멘털 드래곤. 역시 멀쩡하지 않다. "크윽." 그는 강력한 폭발로 인해 옷이 갈가리 찢어진 채 오른쪽 어 깨를 손으로 감싸 안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너무 아찔한 건 아니고, 그냥 미묘한 눈빛이었 다. 마치 괴물을 본다는 눈빛? 기분 나빠! "인간, 넌 정말 강하군." "....." "난 너를 이기지 못한다." ".....?" "내 패배를 인정한다." 엥?! 이 무슨 젤리 넘어가듯 흐물흐물 넘어가는 상황?! 왜 그렇게 순순히 인정하는 겁니까! 엘리멘털 드래곤의 말이 이어졌다. "물론 너의 그 정체불명의 힘이 펼쳐지는 시간 동안 나는 피해 있으면 된다." 허! 눈치 채신 건가? 이 힘의 지속 시간이 대충 얼마인지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신급 아이템을 지키는 나 프렌이 할 수 없 는 비겁한 짓." "하아?" "내 패배를 인정한다." "그, 그 말은?!" "데스파라를 넘겨준다." "굿, 굿, 굿! 이런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라니! 난 솔직히 말해 걱정했었다. 지금 일어나는 폭발적인 힘에는 제한이 있다. 그것도 10분 이라는 짧은 시간제한. 방금 엘리멘털 드래곤의 말처럼 그가 비겁한 형식으로 정 면 대결을 피했다면, 이 폭주(?)모드가 끝난 뒤에 질 가능성 이 높았다. 물론 이 폭주 모드 상태에서 엘리멘털 드래곤에게 승리할 수 있다는 가정도 있지만. "자, 네 것이다." 그 순간, 엘리멘털 드래곤이 갑자기 허공을 한 번 젓더니 은빛의 활을 소환해 낸다. ".....!"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힌다. 은빛의 색으로 덮인 것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이는 활이다. 길이는 1m 30cm 남짓한 거대한 은빛의 활이다. "모든것을 소멸시켜 버리는 데스파라다." "....." "받아라." 엘리멘털 드래곤의 말과 함께 그 활은 천천히 내게로 날아 오신다. 역시 시대가 시대인 만큼 자동식을 날아오는구나. 하하, 역 시 좋은 시대라니까. 그런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내 손에 자동으로 쥐어지는 소 멸의 활 데스파라. 너무 멋지다. "사용해 보거라." "어, 어떻게?!" "그냥 할시위를 당기면 된다." 엥? 화살도 없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시키는 대로 하면 알 수 있겠지. 난 내 손에 쥐어진 은빛의 멋들어진 활 데스파라의 활시위를 조 심스럽게 잡아당겼다. 파지지짓! "....!" 그 순간 내 손에 느껴지는 기이한 현상, 엄청난 힘이 담긴 무의 화살이 생성된 게 느껴진다. 형체가 없기 때문에 화살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른다. 하지 만 화살이 있는 부분에서 압도적으로 느껴진다. 거대한 힘이 말이다. "쏘아 보도록." 난 엘리멘털 드래곤의 한마디에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방 향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줄을 놓았다. 그 순간. 파아앗! ".....!"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무형의 화살은 일직선으로 공간조차도 파괴해 나가면서 소 멸의 활이라는 이름답게 근처의 거치적거리는 것을 모두 소 멸시켰다. 흔적도 없이..... 이, 이게 신급 아이템 데스파라?! -하아, 엄청나군! 이런 모습에 홀락도 한마디 한다. 그래, 엄청나다. 네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왜 이것에 목숨 걸고 다들 눈이 벌게졌는지 이해가 간다. 솔직히 말해 내가 상상한 범위는 이미 넘어섰다. 그만큼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는 물건이다. 그 순간. "어어?" 갑자기 활이 커지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하게 내 몸이 작아지기 시작했다고 하는 게 맞겠 지. 으아아악! 힘을 끌어올린 까닭에 나타나는 부작용! 이래서 그 힘까지는 끌어올리고 싶지 않았는데. 으악! 4장 납치된 데스티니? "오빠." "응." "....." "하하하." 외형이 140cm 정도에 8살짜리 꼬맹이로 변한 나에게 오 빠라고 부르는 레나를 향해 나는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소멸의 활 데스파라는 찾았다. 하지만 그걸 찾는다고 엘리멘털 드래곤과 맞짱을 뜨게 되 었고, 무리하게 힘을 모두 개방해 버렸다. 그리고 나타난 후유증, 그건 바로 일주일 동안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거다. 물론 내가 가진 힘이 사라지거나 하는 건 아니고, 단지 모 습만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갈 뿐이다. 하지만 솔찍히 말 해 전투하기에는 불편하기 그지없다. 어린아이의 몸이니까. "....." "쯧쯧." 그때 펜들이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혀를 찬다. 저 개자식을 콰악! "그 몸으로 나 때리기도 힘들 텐데?" "....." "키키키." "....." 으악! 지금 내가 어린아이 몸이라고 저 자식이! 마음 같아서는 당장 잡아서 때리고 싶은데, 펜들의 말대로 다. 지금 이 몸으로는 구타하는 것조차도 힘들다. 힘은 있지만 힘을 분출하기에는 정말 최악의 몸뚱이라고 해야 하나?! 힘 조절도 힘들고 말이다. 쳇! "오빠, 진정하세요. 저희들이 마실 거라도 사 올게요." 그때 레나는 짜증이 나 있는 나를 다독이면서 그렇게 말했 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모르게 갈증이 난다. 신경을 써서 그런가? 마실 게 그립다. 나의 승낙에 레나와 혈화, 루네는 마을로 들어가 버렸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킨도 쪼르르 루네를 뒤따라갔다(제라 스는 일이 끝나자마자 또 사라졌다). 그렇게 되자 남은 건 나와 홀락, 펜들 뿐. 칙칙하게 남자 세 명만 남게 되었다. -쳇! 구리구리해! "그건 내가 할 말이다." -별로 이런 상황은 원치 않는데. "그것대 내가 할 말." 남들하고만 있는 게 불만인 홀락이다. 나도 불만이다, 이 자식아. 그나저나 홀락을 들고 있는 내 꼴이 영 말이 아니다. 홀락이 장검이다 보니 내 등 뒤에 매달아 놓자 길이가 거의 내 몸 전체에 해당된다. 평소 같으면 허리춤에 매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등 뒤에 메다는 것 자체도 힘들다. 질질 매달고 다녀. 흑흑. "꼬마야, 여기서 뭐 하니?" 그때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나에게 말을 거는 한 이십 대 중 반의 여자가 있었다. 저, 꼬마 아니거든요? 하지만 이 모습으로 그런 소리를 해 봤자 미친 꼬마밖에 안 되니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미친 꼬마로 오해받는 게 더 싫어서 말이다. "고마야." 사근사근하게 꼬마라고 부르는 여자, 은근히 기분 나쁘다. 나 정말 꼬마 아니거든요? 에잇! "마실 거라도 줄까?" "마실 거요?" "응!" 그때 이상하게 갈증이 심한 상태였던 난 마실 거라는 말에 눈을 번쩍였다. 물론 레나와 혈화, 루네가 사 온다고 했지만, 그때까지 기 다리기에는 너무나도 목이 마른 상태라 일단 조금이라도 목 을 축이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 "주,주세요." "응." 그 말에 그 여자는 음료수 한 캔을 어디선가 꺼내더니 그걸 나에게 넘겨준다. 음, 맛있겠는데? 뚜껑을 따자 향긋한 냄새가 난다. 내가 먹어 본 음료수 중 베스트 안에 들어갈 정도의 향기 다. 아름다워(?) "저기, 꼬마야." "네?" 음료수를 막 마시려고 하는 그때, 나를 부른 그 여자는 내 등 뒤에 치렁치렁 달려 있는 검을 보더니 약간 경계 어린 눈 빛으로 변했다. "그 검 뭐니? 네가 쓰는 거니?" "....." 여기서 선택 사항. 내가 쓴다고 한다면 분명 이상할 거다. 꼬맹이 같은 몸에 이 거대한 검을 다룬다는 것은 상식적으 로 생각할 수 없는 일. 그러니 내가 할 대답이라고는 한 가지 밖에 없다. "아뇨. 형이 잠시 맡아 두래요." "아, 그렇구나." ".....?" "아, 아니야. 하하." 그 말에 이상하게 혈색이 다시 밝아진다. 무슨 일이지? 뭐, 상관없나? 목말라 죽겠으니 어서 목이나 축여야지.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그대로 그 음료수를 마시기 시작했다. 꿀꺽꿀꺽. 캬! 죽이는데?! 음료수 이름이 뭔지는 몰라도 엄청 맛있다. 개인적으로 이 걸 어디서 판매하는지 물어서 왕창 먹고 싶은 기분? 그때였다. "어어?" 갑자기 내 눈이 흐릿해진다. 어라? 왜 이러지?! 뭐, 뭐야?! 난 최대한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했지만, 그러려고 하면 할수록 정신이 희미해져 간다. 한마디로 죽을 듯이 잠이 온다는 소리다. 그 순간 내 눈에 보이는 그 여자의 미소. 서, 설마?! 젠장! 수면제였나?! 이런 바보 같은 일이! 크아악! 난 잠시 동안 방심한 나를 원망했지만 이미 늦은 것 같다. 잠의 여신은 나를 그대로 데려가 버렸으니까. "으윽."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도대체 수면제라고 하기에는 뒤끝이 영 아니다. 수면제 먹 고 머리가 깨질 것같이 아프다니, 이런 비과학적인 현상이 있 을 수가 있나. 그걸로 보아 아무래도 수면제라고 하기에는 약간 그렇다. "그나저나 여긴 어디냐?" 난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붙잡은 채 주변을 둘러보면서 중얼 거렸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감옥이었다. 10평 남짓해 보이는 감옥. 감옥치고는 너무나도 깨끗하고, 이불도 준비되어 있다. 이 게 첨단 감옥인 게냐? 한마디로 '순수계의 꿈나무'인 나랑은 절대적으로 상관없 을 것 같았던 감옥에 내가 들어앉아 계신 거지. 이거 참 미묘한데?! 퍼엉! 그때 내 앞에 나타나는 솜사탕 한 마리가 있었다. "주인, 바보." "펜들....." "주인이 납치되다니, 웃겨." "나도 웃긴다." 내 자신에게 웃긴다. 내가 진짜 어린애도 아니고 납치되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그것도 수면제 약간 비슷한 이상한 음료 먹고 납치되다니, 내 자신이 한심해진다. 흑흑! 그나저나 여기는 도대체 뭐 하는 곳일까? "펜들, 여기는 어디냐? 그리고 홀락은?" "홀락은 주인을 가둔 놈들이 가져갔고, 여기는 어디 한적한 저 택?" "그렇게 간단하게 말하면 이해하기 어렵잖니?" "흐음, 그럼 이해하기 쉽게 말해 줄게. 왜 주인을 납치했는지도." "그게 궁금하다." 나를 왜 납치한 거냐?! 무슨 어린애들 팔러 다니는 업체들인 거냐?! 나를 납치하 게! 그때 펜들의 말이 이어졌다. "이곳의 주인아줌마 취미가 그거야." "뭐?" "쇼타콘." "....." "어린 남자아이를 후르르르 쩝쩝쩝쩝 하는 게 취미시지." "....." "250킬로는 거뜬히 나갈 몸무게로 애들을 능욕시키지." "....." "참고로 그 여자에게 깔린 소년들치고 살아남은 사람은 없다고 해." "....." "멋진 정보지." 개뿔이! 그게 무슨 멋진 정보냐! 난 홀락의 말에 다급해졌다. 멋진 정보는커녕 공포감에 휩싸일 만큼 무서운 정보다. 250킬로나 되는 거대 여인이 소년을 능욕한다? 그뿐 아니라 그분에게 깔린 사람치고 살아남은 사람이 없 다? 이건 한마디로 절대적인 공포다. "제길, 여기 다 부숴 버리겠어!" 난 그 말과 함께 힘을 끌어올리려고 했는데..... "....." 안 올라오신다, 힘이. 헉! "내가 추측해 본 결과, 주인이 먹은 그 음료수에는 일시적으로 모 든 힘을 다 뺏는 기능도 들어 있는 엄청난 약인 것 같아." "....." "한마디로 지금 주인 상황은 엿 된 거지." "....." "아, 이제 온다! 난 이만." 퍼엉! 그 한마디와 함께 펜들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난 그런 펜들을 애타게 불렀다. "야, 야!" "....." "야, 펜들!" "....." "야, 이 자식아!" "....." "개자식! 으악!" 난 나를 버리고 그대로 사라진 펜들을 보고 괴성을 질렀지 만, 펜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펜들은 나타나지 않고 이 상한 기사 아저씨 두 명이 나타났다. 그 아저씨들은 나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보더니 중얼거렸 다. "정말 우리도 할 짓이 아니군." "미안하네, 소년." 불길함이 팍팍 떨어지는 소리를 하신다. 으아아악! 이건 아냐! 아냐, 아냐! "귀여운데?" "....." "떨고 있니?" "....." "훗, 귀여워. 어른이 되면 여자 좀 울리겠는데?" "....." 나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공포에 벌벌 떨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너무 무서워서 패닉 상태에 돌입될 것 같다. 그런 상황을 지금 이렇게 친절하게 만들어 주시는 저분, 정말 무섭다. 나이는 사십 대 중반에 키는 150cm 정도, 펜들의 말대로 라면 몸무게 250kg에 달하는 엄청 거대한 몸. 그리고 정말 무섭기 그지없는 탐욕에 절은 얼굴. 무섭다, 무섭다. 무서워! "소년, 긴장돼? 이 예쁜 누나가 안아 줄 생각을 하니?" 내가 미쳤냐? 긴장되게? 아니, 긴장된다. 다른 의미로 말이다. 죽음의 긴장감과 저 몸에 깔렸을 때의 충격, 그리고 저 혀 에 온몸이 핥아졌을 때 느끼는 개 같은 기분. 한마디로 그냥 자결하는 게 나을 것 같다. "훗. 귀여워." 쿵, 쿵, 쿵. 한 발자국 움직일 때마다 이 거대한 방이 흔들린다. 거짓말 안 하고 진짜 흔들린다. 이 신비 그 자체 같으니! 아니, 일단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난 살아야 한다. 살아야 돼! 난 다급히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나의 이런 모습을 본 그 아줌마는 오히려 웃으면서 물었다. "긴장되지?" "....." "긴장될 거야. 나 같은 미녀가 사랑해 주니까 말이야." 내가 봤을 때, 저 아줌마 완전 미쳤다. 제정신이 아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저 몸에 깔리는 순간 어린아이의 몸 으로는 그대로 돌아가시고 말 것이라는 점이다. 아니, 어른의 몸이라고 하더라도 견뎌 낼 수 있을까 미지수지만. "그럼 우리 귀여운 아기, 옷 벗을래?" 헉! 저 아줌마가! 지금 분명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저 아줌마는 19금의 상황까지 생각하는 거다. 그렇다면 깔려서 죽었다는 건?! 으악, 생각하고 싶지 않아! 생각하고 싶지 않아! "이 누나의 아름다운 몸매를 보여 줄게. 후훗." "....." "자, 즐겨." "....." 웩! 10년 전에 먹었던 음식이 올라올 것 같다. 즐기기는 뭘 즐기란 말인가! 차라리 날 편안하게 죽여라! 이건 완전 최악의 고문이잖아! 크아악! 그 순간 자신의 상의 단추를 풀어 버리는 그 아줌마. 난 절망했다. 지옥이라는 게 있다면 이것보다 더 심할까? 그런 생각이 문 득 든다. 그 아줌마는 단추 한 개를 풀더니 천천히 내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이 누나가 벗겨 줄게. 후훗." 움직이고 싶다. 당장 도망가고 싶다. 하지만 너무나도 큰 충격에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으악! 난 이대로 저 몸에 깔려서 죽는 비참한 운명인 거냐?! 정말 그런 개거지 같은 상황밖에 남지 않은 거야?! 그 순간이었다. 푸직. "....." "엥?" 갑자기 내게 다가오던 그 공포 아줌마는 그대로 그 자리에 서 멈춰 섰다. 그러더니 고통에 찡그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뭐....야." 분명 지금 내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저 아줌마 등 뒤로 단검 하나가 박혀 있다. 하지만 압도적인 살로 인해 그 단검 은 박히기만 했을 뿐, 깊숙이 들어가지는 못했다. 뭐가 어떻든 간에 지금 내게 중요한 건! "혈화!" "....." 나의 애절한 외침과 함께 혈화는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내 썩어 들어가는 눈이 복구되고 있다. "혈화야!" "....." 난 그대로 혈화에게 덥석 안겼다. 사심이 들어서라기보다는 너무 감동하고 고맙고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상황이라서 안긴 거다. 나의 이런 행동에 혈화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난 그런 혈화에게 말했다. "혈화야, 보고 싶었어. 정말, 정말, 정말!" "진짜?" "응, 응, 응!" "....." "난 혈화가 무지 보고 싶었어!" 진심 100%다. 혈화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런 와중에 혈화가 모습을 드러 내니 너무 기뻐 눈물이 맺힌다. 혈화가 날 구하러 오신 거야. 으하하! 그때였다. "뭐야, 저 추녀는?!" "....." 혈화를 보고 아줌마가 추녀라고 한마디 하신다. 아줌마, 미친 게요?! 모든 남자들이 꿈꾸는 이상형을 추녀라고 하다니, 완전 도 셨군요. 하지만 혈화는 추녀라는 말에 별 감각이 없어 보인다. 역시 얼음 공주답다. 그게 매력이지, 흐음! "추녀, 죽여 버릴 거야!" 쿵! 쿵! 쿵! 그 말과 함께 뛰어오는(?) 아줌마와 그 모습을 보고 손가락 마디마다 단검을 집어 드는 혈화.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필." 파아앗! 혈화의 말과 함께 그대로 그 미친 아줌마를 향해 날아가는 단검들. 그리고.... 푸지직. "......!" 단검들은 아줌마의 살을 그대로 파괴하고 관통해 버렸다. "우욱." 털썩! 그 한마디와 함께 미친 아줌마는 쓰러져 버렸다. 죽었나? 음, 난 자유다! "혈화야, 정말 고마워!" "....." "혈화 짱, 혈화 짱!" 난 진심으로 혈화 양에게 감동했다. 난 혈화 양이 아니었더라면 수많은 어린아이들처럼 저 뱃 살에 눌려서 사망하는 아주 지독한 죽음을 겪었을지도 모른 다. 혈화는 한마디로 내게 '천사'였어. "데, 데스티니." "응?! 왜, 왜, 왜?! 말만 해!" 난 그때 살짝 부끄럽다는 듯 말하는 혈화. 난 저런 모습조차도 너무 귀여워서 미쳐 버리겠다. "우리 결혼..... 언제 해?" "당장...... 허! 겨, 결혼?!" "응." "....." 수줍은 듯 말하는 혈화. 결혼? 혈화 양. 지금까지 그게 진담이었던 거야?! 난 솔직히 말해 반 농담인 줄 알았다. 물론 그녀의 성격상 농담 같은 것은 안 할 듯 보이지만, 절대로 진심일 리는 없다 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지만.... 혈화는 말하고 있다. 결혼 언제 할 거냐고. 으악! "내가 싫어?" 한편 패닉에 빠진 날 보고 혈화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나 그 말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말했다. "아,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럼 나 좋아?" "....." "왜 대답을 안 해?" "무, 물론 좋아. 하하하. 하지만 겨, 결혼은.... 우리는 아 직 나이도 거시기 하고..... 에, 그러니까...... 하하핳하. 캬 캬캬캬!" 결혼이라는 말에 난 순식간에 패닉 상태로 돌입했다. 이런 초특급 미소녀에게 직접적으로 결혼하자는 말을 듣고 멀쩡한 남자가 있다면 그 남자는 분명 비정상이다. 그만큼 그녀의 한마디는 나를 패닉의 세계로 이끌었다. "알았어." "으응?" 그때 혈화는 알았다고 말했다. 알았다니?! "데스티니는 나이가 걸리는 것 같아. 그렇다면 미성년자가 끝나는 순간. 결혼식 울리자." 저기, 그런 의미는 더욱 아닌데. 하지만 이 말을 했다가는 안 될 것 같다. "....." 그때 혈화는 갑자기 나를 싸늘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말했 다. "그리고 너, 바람 피우면 두고 봐." "....." "절대 바람 피운 여자는 살려 두지 않을 거야." "....." "참고해." 휘이익. 그 말과 함께 걸어 나가시는 혈화 양. 하늘이시여, 전 행복한 걸까요? ..... "슬슬 시작해 볼까?" 게르니아는 웃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정말 재미있을 거야. 후훗." 그 말과 함께 게르니아는 붉은색으로 이루어진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5장 헬 게이트 "형, 무슨 일이에요?" 난 급히 나를 호출한 란젠 형의 가게에 도착해서 연유를 물 었고, 나의 물음에 란젠 형은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네가 좀 나서 줘야겠다." ".....?" "지금 헌터 수십 명을 고용한 상태고, 네가 그들의 리더를 좀 맡아 줬으면 한다." "무슨 일이기에 그러는 거에요?" "헬 게이트가 열렀어!" "....." "게르니아 자식이 지옥의 문을 열었다는 거지!" "....." 헉! 지옥의 문 헬 게이트?! 설마 게르니아 자식. 지옥의 문까지 열 수 있는 능력을 보 유했던 거냐?! 정말 놀랍다 못해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이번에는 5,000만 원을 주마." ".....!" 5,000만 원?! 500만 원도 아니고 50원도 아니고 5,000만 원?! 컥! 숨이 넘어갈 것 같다. "그만큼 지금 중요한 상황이야. 헬 게이트의 문은 약 하루 정도 유지될 것 같다. 그 안에서 지옥의 괴수들이 나올 거다. 그 지옥의 괴수들을 없애 다오. 만약에 헬 게이트가 완전히 개방되면 이 게임에 어마어마한 타격을 가져올 거야!" ".....!" "부탁한다." 란젠 형은 나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난 그런 형을 향해서 불타오르는 어조로 비장하게 말했다. "저한테 맡겨 두세요!" 난 엄청나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절대 5,000만 원에 눈이 멀어서 불타오르는 건 아니고, 오 직 세계 평화, 아니 게임 평화를 위해서 이렇게 불타오르는 거다. 정말이다. 믿어 주기 바란다. 뭐, 뭐야? 이 아무도 안 믿는 분위기는?! 쳇! 개판이군. 내가 헬 게이트가 열렸다는 미지니아 숲에 도착한 이후 느 낀 감상평이다. 개판, 전문용어로 풀이하면 미친 듯이 어지러워져 있다? 수십 명의 헌터와 수백 마리의 지옥의 몬스터들이 서로 엉 켜서 피를 보고 계신다. 이거, 내가 생각한 것보다 심각하네? 헬 게이트를 통해서 엄청나게 압도적으로 지옥의 몬스터들 이 꾸역꾸역 튀어나와 주신다. 하지만 그에 비해 우리 헌터들 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고, 투입되는 요원들도 조금씩이다. 란젠 형이 최대한 헌터들을 모으는 것 같기는 하지만, 저기 헬 게이트를 통해 나오는 지옥의 몬스터 수와 간간이 오는 헌 터들의 수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압도적으로 차이가 난 다. "왔냐, 데스티니?!" 그때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분명 이 목소리는..... "케인 형?!" "오랜만이다, 자식!" 모습을 드러낸 이십 대 중반의 남자, 키는 대략 180cm 정 도에 훤칠한 외모를 가지고 계신다. 탄탄한 근육질 몸에 그뿐 아니라 성격도 좋아 보이는 얼굴이 여러 사람들에게 호감을 줄 것 같다. 그리고 특이한 점이라고는 양손에 들려 있는 단단해 보이 는 붉은색의 너클.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아파 보이는 너클이다. 랭킹 8위 난격의 케인. 그가 사용하는 건 너클이다. 보통 너클이라고 하면 몽크들이 사용하는 무기지만, 저 형 은 몽크가 아니다. 격투가이다. 하지만 저 형은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너클을 사용하고 계 신다. 뭐, 이 게임은 워낙 자유도가 높다 보니 타 직업의 무기를 사용해도 전혀 상관이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난 반가운 얼굴로 내게 다가온 케인 형에게 물었다. "형, 이게 무슨 일이에요?" "보다시피...." 형 말대로 보다시피 완전 개판 5분 전의 상황이다. 그나저나 언제부터 저 이상한 지옥의 몬스터들이 튀어나오 게 된 거지?! 난 케인 형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이게 열린 거에요?" "30분 정도 된 것 같다." "30분요?" "어, 그래. 앞으로 저 헬 게이트가 닫히려면 못해도 23시간 30분은 있어야 한다는 거지." "....." "너무 감동적이지 않냐?" "감동적이라고 해야 하나요? 하하하." 23시간 30분이란다. 이건 완전히 심각함의 수준을 넘어섰다. 사실 난 헬 게이트라는 게 이렇게 심각한 것인 줄 몰랐다. 그냥 지옥의 문 열리면 그냥 깨작깨작 나오는 줄 알았지 이렇 게 개떼처럼 나올 줄은 몰랐단 말이다! "제길, 이대로 가면 전멸이야!" 그때 케인 형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그 말에 깜짝 놀라서 물었다. "전멸요?!" "그래, 지금 헌터들의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어. 아 직 30분밖에 안 되었는데 그동안 지옥의 몬스터가 300마리 이상 나왔다. 1분당 10말씩은 나온다는 소리야!" "....." "이렇게 따지면 저 헬 게이트가 활성화되는 24시간 동안 15,000마리 이상 나올 거라고!" 컥, 이건 엄청나잖아! 이제야 알 것 같다. 란젠 형이 왜 5,000만 원짜리 일이라면서 나를 여기에 보 냈는지 말이다. 확실히 알겠어, 으악! 케인 형은 여전히 다급한 어조로 물었다. "그나저나 데스티니, 네가 나타났다는 건 여기의 총지휘를 맡았다는 거지?" "아, 네." "어서 대안이라도! 지금처럼 소모전만으로 가다가는 몇 시 간도 못 견뎌!" 형은 내게 대안을 바라고 있다. 형, 아무리 그래도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저한테 그런 말씀 을.... 나를 간절히(?) 바라보는 형의 모습에 난 당황해서 땀을 삐 질삐질 흘렸다. 도대체 지금 상황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인원수는 극도로 밀리는 상태고, 지옥의 몬스터들은 개떼 처럼 붉은색의 게이트를 통해 뛰어나와 주신다. 내가 잘 관찰해 본 결과인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튀어나오는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느 것 같다? 아까 케인 형의 계산대로 15,000마리 정도가 튀어나 올지 모르지만, 만약에 내 계산대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팍팍 늘어 가는 거라면 15,000마리가 아니라 수십만 마리가 될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지옥에 있는 애들 다 떼거리로 나온다는 소리다. "....." "데스티니!" 나를 한 번 더 부르시는 케인 형. 으, 압박이 너무 심하다. 하필 이런 자리에 나를 총사령관으로 임명해 준 란젠 형도 살짝 원망스럽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앞에 있는 불부 터 꺼야 한다. 무슨 수로 저 헬 게이트를.... "아!" 만약에 저 헬 게이트가 부서지면 어떻게 될까? 물론 헬 게이트라는 지옥의 문이 부서진다는 것 자체가 말 도 안 되는 상상이다. 하지만 내게는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실현 가능하게 할 물 건이 있다. 그건 바로.... "소멸의 활 데스파라." 그거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 아니, 가능할 거다. 모든 것을 소멸시켜 버리는 힘을 가진 데스파라. 물론 지금 내가 타깃을 잡은 건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다고 알려진 헬 게 이트다. 하지만 데스파라의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다. 충분히! "형, 모두 물러나게 하세요." ".....?!" "한 방에 끝낼 거에요." "무, 무슨 말이냐?!" "지켜만 봐 주세요." 케인 형은 내 말에 당황해 했다. 지금으로써는 내 말이 이해가 가지 않을 테다. 하지만 금세 이해할 거다. 3일에 단 한 번. 그것도 엄청난 마나와 생명력을 대가로 사용하는 소멸의 활 데스파라. 이건 하나의 목표를 위한 게 아니다. 한 번 쏘는 순간, 공간부터 시작해서 일직선으로 그냥 다 쓸어버린다. 심히 난감할 정도로. 보통 화살이라고 하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쏘는 거지만, 이 건 목표를 향해 가는 도중에 생기는 충격파와 엄청난 범위의 모든 걸 소멸시켜 버린다고나 할까? 역시 개사기 아이템이다. 뭐, 이러니 신급 아이템이겠지만. 어찌 됐든 지금 헌터들이 저기에서 지옥 몬스터들과 같이 뒹구시는 건(?) 별로 좋지 않다. 괜히 같이 뒹굴다가 소멸의 활 데스파라에 의한 생긴 충격파와 같이 소멸될 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모두 물러나게 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고. "형, 어서요!" "어, 어." 내 말에 케인 혀은 당황했지만 그것도 잠시, 곧 모든 사람 들에게 크게 외쳤다. "모두 뒤로 물러섭시다!" "....." "....." "....." 그 한마디에 필사적으로 싸우던 헌터들은 순간적으로 침묵 에 휩싸였다. 뭐 나라도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죽도록 싸우고 있는데 갑자기 뒤로 물러서라면 도대체 이 해가 안 갈 테니까. 헌터들의 반응에 케인 형은 더욱 큰 목소리로 외쳤다. "저희들의 총지휘관인 파멸의 데스티니의 전달 내용입니 다!" 웅성웅성. 내 이름이 거론되자 삽시에 웅성거리는 헌터들. 하지문 엉성대는 것도 수초였다. 그들은 이런 바닥에서 한참을 놀던 분들이시다. 내가 왜 비 키라고 했는지는 도통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내 이름 이 총지휘관으로 거론된 이상 들어줄 거다. 우르르. 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우르르 뒤로 빠지는 헌터들. 역시! 이렇게 전달이 잘되어야 한다니까. 그 모습을 본 케인 형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을 하려는 거냐?!" 케인 형은 헌터들이 완전히 빠져 버리자 더욱더 물려나오 는 지옥의 몬스터들을 보고 긴장한 듯했다. 난 그 물음에 슬 쩍 웃으면서 말했다. "지켜만 봐 주세요, 데스파라." 파지짓! 나의 한마디에 소환되는 신급 무기 데스파라. 1m 30cm 정도의 길이에 은빛으로 둘러싸인 무기.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힘에 짓눌릴 정도다. 보통 무기에서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 자체가 흔하지 않다. 하지만 이 무기는 가능하게 해 주셨다. 그만큼 풍기는 힘이 압도적이라는 거다. 한편 그 압도적인 힘을 가진 무기를 보고 케인 형은 말도 안 된다는 듯 소리쳤다. "서, 설마 사실이었냐?!" ".....?" "소멸의 활 데스파라가 네 손에 있다는 게?!" "아, 사실이었어요. 벌써 소문이 났나 보네요." "믿어지지가 않아. 그럼 지금 너한테 쥐어진 게.....?!" "네, 소멸의 활 데스파라에요." "....." "그리고 충분해요. 이 힘이라면 말이죠." 싱긋. 난 그 말과 함께 그대로 할시위를 조심스럽게 잡아당겼다. 파지지짓! 엄청난 힘이었다. 저번에도 경험해 봤지만 이 무형의 화살에 깃든 힘은 정말 상상 초월이다, 그만큼 지금 데스파라를 통해 생성된 무형의 화살은 기운 만으로도 모든 걸 소멸시키고도 남을 것 같다. "크르으으응!" "크으응!" "크아앙!" "크아앙!" "크응!" 지옥의 몬스터들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하지만 지금 와 봤자 어차피 너희들은 제물밖에 안 돼. 데 스파라의 제물이 말이지. 파앗! 난 곧바로 할시위를 놓았다. 물론 무형의 화살이기에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무형 의 화살에 의해 생긴 여파는 확실히 보였다. 아주 뚜렷하게 말이다. "크아아악!" "코오오오오!" "크아아앙!" "크에에에!" 괴상망측한 비명과 함께 아무런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리 는 지옥의 몬스터 떼.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다. 도대체 얼마만 한 범위인지 모르겠는데 한 가지 추론은 가 능하다. 내가 상상하는 범위 따위는 이미 넘어가 버린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천 마리 이상 물려오던 지옥의 몬스터 들이 형체도 없이 단 한 마리도 남지 않고 사라질 수는 없으 니까. "....." "....." "....." "....." "....." "....."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헌터들과 케인 형은 멍하니 나만을 바라보았고, 난 그들의 시선 집중에 한마디 던졌다. "숙스러운데." 안 하겠다. 잠시 미쳤나 보다. 아 참, 지금은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 내게는 사실 저 개 떼를 쓸어버리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최종 목적은 따로 있었 으니까. 그건 바로 헬 게이트의 파괴. 절대적으로 부서지지 않는다고 알려진 헬 게이트, 그리고 모든 것을 소멸한다는 데스파라. 한마디로 절대 방패와 절대 창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난 데스파라가 한 수 위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 한 수 위다. 찌지직! 붉은색으로 이루어진 문 헬 게이트가 부서지고 있다. 물롤ㄴ 소멸시키는 것까지는 못한 듯싶다. 하지만 파괴는 했다. 지금 보는 바와 같이 말이다. 찌지직! 헬 게이트가 전자파 비슷한 소리를 냈고, 잠시 후.... 콰앙!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 그리고 남은 건 헬 게이트의 잔재뿐. 내가 사용했지만 무섭다. 데스파라의 힘이.... "이런 미친 사기 같은 힘은 뭐냐?!" "그, 글쎄요! 하하하." 케인 형은 데스파라를 보고 무척이나 흥분했다. 사용한 저도 좀 어안이 벙벙합니다. 이 힘을 제대로 써 본 적은 처음이다. 이 정도의 힘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고, 상상조차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하나? 데스파라에는 그런 게 있다. "휴우, 어찌 됐든 다행이군. 너에게 그 괴물 같은 무기 데 스파라가 있었으니 말이다." 상황이 모두 정리되자 케인 형은 그렇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고, 잠시 후 약간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었다. "근데 왜 우리 헌터들을 다 묶어 놓은 듯하다는 느낌이 드 는 거냐?" ".....!" "헬 게이트라는 게 무슨 지나가던 똥개가 여는 게이트도 아니고 상당한 대가를 치르고 여는 문일 텐데, 왜 굳이 열어 서 이쪽으로 헌터들을 집중시킨 거지?" ".....!" 난 그 말에 아차 했다. 케인 형 말대로다. 왜 게르니아는 쓸데없이 힘을 빼 가면서까지 이곳에 헬 게 이트를 연 거지?! 분명 내 손에 데스파라가 있다는 걸 안다면 그 힘을 제일 잘 아는 게르니아가 이걸 막아 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텐데? "큰일 났습니다, 데스파라님!" ".....?!" 급하게 달려온 듯 보이는 한 남자가 숨을 헐떡거리면서 말 했다. "란젠님이 최대한 빨리 모두 이곳에서 철수하라고 합니 다." "무슨 일이에요?!" "전 대륙 총 14곳에 버그들이 동시에 출현했다고 합니다!" ".....!" 게르니아, 네놈이 노린 게 이거냐?! 어쩐지 요새 조용하다 싶었다. 파괴와 혼란을 즐기는 게르니아님께서 너무나도 조용하셔 서 감동 먹었는데,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쳐 주시다니 정말 감사할 뿐이다. "사망자 8,240명, 부상장 18,420명" "....." "지금 14곳에 생성된 버그들에 의해 피해를 입은 NPC와 유저들의 숫자다." "....." "그 까닭에 지금 완전 머리 아파졌다. 각종 언론 매체에서 는 냄새를 맡고 달려는 상황이고, 타 게임에서는 우리의 허 점을 잡을려고 눈이 빨개진 상태지." "....." "크게 한 방 먹었다. 휴우." 그 말과 함께 형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 확실히 란젠 형 말대로 완전히 한 방 먹었다. 그것도 카운터펀치로...... 게르니아 자식, 혼란을 즐기는 놈이 요즘 왠일로 버그도 거 의 풀지 않고 가만히 있나 했더니 이렇게 한 건 터트려 주시 려고 그랬던 거였다. 그리고 헬 게이트를 이용해 우리 헌터들을 다 끌어 모으다 니. 솔직히 말해 헬 게이트라는 미끼는 알아도 피할 수가 없는 미끼다. 설령 우리가 그게 게르니아가 준비한 미끼라는 사실 을 알아차렸다고 하더라도 그 헬 게이트를 그져 보고 있을 수 만은 없다. 그 헬 게이트 안에서 나오는 지옥의 몬스터들도 엄청난 존 재들. 그 존재들을 내버려 둬도 방금과 같은 상황, 아니 더욱 심 각한 피해가 올 것은 확실하다. 한마디로 두 개 다 막아 낼 수 는 없다는 거다. 게르니아는 생각했을 것이다. 이번 작전은 우리가 알아챈다고 하더라도 100% 성공할 거 라고. "어찌 됐든 데스티니, 너희 헌터들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버그들에 대한 피해가 아예 없어야 하고, 더 이상 언론과 타 게임사에게 우리의 약점을 잡히면 안 된다. 더 이상...." "그러네요." "그래서 부탁한다." ".....?!" "네가 헌터들의 리더를 계속 맡아 주라." "에?!" "너라면 믿을 만해. 이제 헌터들도 리더가 필요해. 게르니 아 자식이 어떤 방법으로 우리르 괴롭힐지 모른다." "....." "지금 같은 상황도 있을 거고, 더욱 머리 아프게 만드는 방 법도 있을 거다. 물론 네가 신급 아이템을 찾는다고 바쁘겠지 만 헌터들도 관리해 주길 바란다." "제, 제가 관리라니요. 하하...." "너라면 모든 헌터들이 인정하고 무슨 말이든 들어줄 거다. 우리 헌터들 사이에서도 넌 이미 전설적인 존재, 네가 리더를 맡는다면 그들도 엄청난 자부심을 갖게 되겠지." "....." "그리고 헌터라고 하더라도 이제 버그만 처리하는 것만으 로는 안 될 것 같다. 제국들은 심심하면 자신의 땅덩어리를 넓힐 생각만 하고 있고, 온갖 일이 마구 터지고 있다. 너무나 도 자유도에 의존해서 그런지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물 론 처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했었지만, 게르 니아 놈 때문에 내가 생각한 시간보다 수백 배 이상은 빨라지 고 있다." "....." "이대로 간다면, 게르니아의 바람대로 이 게임은 파멸이 야." "....." 게르니아가 원하는 파멸? 절대 안 된다. 감히 내 밥줄을....! 그때 란젠 형의 추가적인 한마디가 들려왔다. "그리고 리더를 맡으면, 한 달에 5,000만 원씩 월급 형식 으로...." "전 합니다." "....." "전 원래 리더 체질이거든요." "....." "하하하하." "....." "리더 안 하면 온몸이 아파요." "저기, 데스티니." ".....?" "저번에는 분명 그런 건 정말 맘에 안 든다고...." "착각입니다." "....." "전 리더를 좋아해요! 하하하하." 나를 욕하지 마라. 나도 이런 내 자신이 싫다. 돈에 관련되면 왜 이렇게 약해지는지 나도 모르겠다. 흐음, 간단히 말해 이성이 마비된다고나 할까? "돈벌레." "너한테는 그런 말 듣고 싶지 않다, 펜들." "돈 때문에 자존심도 버리는 주인." "....." "추해." "거듭 말하지만, 너도 만만치 않잔니?" "....." 펜들이 나볻고 추하다고 말한다. 돈이라고 하면 나랑 쌍벽을 이룰 정도로 미친놈이 되는 네 놈이 그런 말을 하니 참으로 가소롭기 그지없구나. 내가 다른 모든 사람들한테는 그런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 다. 하지만 펜들, 네놈에게는 그런 말을 들을 이유는 절대 없 다! 절대! "요오!" "아, 형." "축하한다, 축하해. 우리의 마스터가 된 거 말이야." "마스터라니요, 하하." 난 축하한다고 웃으면서 말하는 케인 형을 보고 난감한 듯 웃었고, 케인 형은 내게 슬쩍 달라붙으며 물었다. "야." "네?" "나도 너희들 따라가도 되냐?" "별 상관이 없기는 한데...." "어차피 할 일도 없고, 너희들이 찾는 신급 아이템이라는 것도 궁금해서 말이다." "하하...." "괜찮겠냐?" "물론요."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케인 형이라면 환영한다. 저 형과 요즘 시간이 없어서 못 만났을 뿐, 옛날에는 거의 함께 살다시피 한 형이다. 그때였다. 케인 형은 내게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내 어깨에 팔을 올리 면서 물었다. "그나저나 누구냐?" ".....?" "저 아리따운 아가씨들 중 누구냐고." "무, 무슨 소리에요, 형?" "무슨 소리인지 알면서, 크크크! 아직도 혈화는 너와 결혼 한다고 난리칠 거고, 레나와 루네의 분위기도 묘한데? "차, 착각이에요!" "뭐, 그런가?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 "혈화는 진심이라는 거." "....." "저런 극도로 미친 듯이 아름다운 아가씨께서 결혼하자고 하면, 난 죽어도 할 텐데." 하하. 형, 죽는다면 별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일단 살아야지 뭘 즐기든가 말든가 할 테니까 말이죠. 그리고 거듭 말하지만, 혈화가 나랑 결혼하겠다는 말, 더럽 게 좋다. 미치도록 좋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에게는 빚이라는 아름다운 게 따라붙은 상태다. 그놈이 나를 붙잡으신다. 물론 우리 돈다발이신 게르니아님만 잡는다면, 난 당장 떼 부자가 되겠지만 말이다. 쳇! 6장 아르바이트 "으악!" 난 절규했다. 왜냐고? 음, 내 직장이 문을 닫아 버렸으니까. 한마디로 게임의 서버 점검이라는 이유하에 문을 닫은 거 다. 아니, 정확히 말해 게르니아님께서 하신 일을 운영자들이 부랴부랴 무마하시려고 문을 닫은 거겠지만. 거듭 말하지만, 이 게임은 너무나도 실제 같아서 운영자가 손 한 번 젓는다고 복구되는 게 아니다. 나무가 쓰러지면 다른 데서 나무를 가져와 복구해야 하고, 땅이 파이면 흙을 가져와서 복원해야 한다. 이런 요소는 그냥 게임처럼 해도 될 법하지만, 이 게임을 만든 그분께서는 완벽한 실제 상황을 꿈꾸셨나 보다. 그 때문에 지금 3일 연속 서버 점검이라는 공지가 올라오 게 된 거다. 한편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유저들과 언론, 타 게임사들은 웅성거리기 바빴다. 혹시 완벽하다고 칭해지는 이 게임에 문 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물론 이 제스틴 월드, 즉 에란 쪽에서는 절대 그런 일은 없 다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변명해 봤자 냄 새가 나는 건 사실이다. 확실히 비상사태야. "게르니아, 으윽!" 이 자식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 온다. 나랑 무슨 원수를 졌기에 내 밥줄을 뺏으려고 이렇게 안달 이 났단 말인가?! 솔직히 말해 3일 동안 접속을 못하면 최소 몇백만 원을 벌 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뿐만이 아니라 버그들이라는 게 들통 나면 유저들이 떠 날 것이고, 그럼 게임 시세도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할 게 분 명하다. 이렇게 되는 건 뻔한 일이다, 제길! 어차피 이렇게 된 바에는... "어서 게르니아 자식을 잡아서 백드롭 해 버리겠어." 아아아.... 절대 이상한 소리는 아니다. 단순히 심심해서.... 으아악! 이렇게 빈둥거리면 정말 안 되는데.... 흑흑, 빈 둥거릴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러운 서버 점검 탓에 일을 봐 둔 것도 없는 상태, 그 리고 일을 구한다 하더라도 며칠만 알바를 쓰는 곳은 없다고 봐야 한다. 최소 못해도 한 달 이상 가는 알바를 고용하기 때 문이다. 물론 노가다라는 아름다운(?) 알바도 있지만, 요샌 노가다 도 예약제(?)다. 한마디로 할 사람 많다는 거. 크윽. -띠리링! "....?" 그때 내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내 휴대폰 정말 안 울린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시간에 대충 누가했는지도 알 것 같 다. 부모님은 엄청 바쁘게 일하고 계실 게 분명하고, 혈화는 약 간 차가운 소녀여서 전화를 잘 안 하신다. 그나마 제일 유력한 용의자는..... "유리....." 현실 세계의 이름으로 '유리'라고 불리는 소녀. 게임에서 는 치료의 여신이라고 모든 남자들의 우상으로 불리는 소녀! 그 소녀일 게 분명하다. 확실히!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좁은 방에서 굴러다니는 휴대폰을 집 었고, 그 휴대폰의 액정에는 역시나 그분의 이름이 떠 있었다. 유리 "역시." 난 내 예상이 맞았음에 흐뭇함을 꼈다. 근데 여기서 궁금한 것, 왜 내가 이 상황에서 흐뭇함을 느 껴야 하는 걸까?! 나 정말 이상해진 거 아냐? 문득 내 자신에게 겁이 난다. 상태가 이상해지는 내 정신 에. "뭐, 그것보다 일단은....." 일단은 유리 양의 전화를 받는 게 좋을 것 같다. 왠지 그 연약한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있는 모습조차도 내 가슴이 아파서.... 덜컥. 난 그런 생각과 함께 휴대폰의 덮개를 열었다. "여보세요." "헬로우우우." "....." "그냥 해 봤어. 하하하." 난 미국인처럼 혀를 말아서 올려서 말했다가 그 한마디에 침묵을 지키는 유리를 보고 당황해서 얼른 핑계를 댔지만, 그 미묘한 침묵을 가시지 않는다. 대략 난감하네. "재, 재밌어요" 고마워, 유리야. 흑흑. 애써 거짓말까지 하면서 나를 위로해 주는 유리 양, 정말 천사가 따로 없구나. 나도 천사(?)이기는 하지만 인정한다. 유리가 더 천사라는 걸. 왜 모두 내가 천사라는 부분에서 이상야릇한 분위기를 내 뿜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거지?! 왜? 모두 정말 착각하고 있다. 웬 변태 마검과 이상한 솜사탕 때문에 내가 가끔 광폭한 모 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본질은 너무나도 착하다 못해 눈물 날 정도다. "....." 뭐, 뭐지?! 왜 더 자폭하는 듯한 느낌이...... 그냥 넘어가자. 그나저나 무슨 일로 전화를 한 거지? "유리야. 무슨 일이야?" "아, 오빠. 혹시 지금 일하고 계세요?" "아니, 빙글빙글 노는 중." "....." "무슨 일인데?" "아, 저희 삼촌이 지금 일할 사람을 구하고 있는데 오빠가 떠올라서...." "일?!" 난 일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였다. 일이란다. 데굴거리던 나에게 들려온 소리, 일. 이 얼마나 거룩한 단 어란 말인가! 난 순식간에 흥분된 어조로 외쳤다. "한다고 그래!" "네?" "유리 삼촌께 한다고 전해 줘." "저, 저기 오빠." ".....?" "조금 힘든 일이에요." "괜찮아!" "무, 물론 오빠가 하시면 삼촌이 다른 분들보다는 일당을 넉넉히 주실 테지만, 힘들 텐데...." ".....!" 다른 사람보다 일당도 넉넉히 준단다. 이 얼마나 아름다움이 넘치는 일이란 말인가. 무슨 일이라도 한다. 무슨 일이라도! "나는 간다! 으악!" "....." 미묘하군, 미묘해. 정말 미묘해. 아이고, 미묘해라. 미치게 미묘하군. 지금 내가 이렇게 혼자서 미친 듯이 중얼거리는 이유는 한 가지다. 내 온몸을 덮어 버린 곰돌이 인형 옷이 짜증났으니까. 유리의 소개로 한 일은 바로 놀이동산의 마스코트, 곰돌이 인형 역할이다. 수많은 어린아이에게 꿈을 주고, 싸가지 없는 꼬맹이들을 묵묵히 바라만 봐야 하는 비운의 직업. 그뿐 아니라 그 안은 무지무지 더운 까닭에 완전 찜이 되어 버린다. 그 때문에 노가다보다 더 개고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할 말 다 했다. 물론 일당은 세다. 유리의 소개 덕분인지 하루 일당이 15 만 원이다. 아르바이트로 이만큼 벌 수 있는 일이란 없다고 해도 무방 하다. 하지만 문제는.... "야! 야, 곰탱이!" "키키키." "등신같이 생겨 가지고는...." "안에 있는 놈은 병신일 거야." "키키키." "봐, 아무 말도 못하잖아." "야, 등신 새끼!" "말해 봐." "바보, 키키키."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날려 버린 이 초딩들 때문이다. 보통 아무리 초등학생들이라도 이렇게 대담하게 욕을 하지 않는다. 아니, 요새는 유딩들도 이런 저질적인(?) 생각 안 한 다. 한 마디로 얘네들은 어떻게 자랐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슈 퍼 울트라 개념 부족이다. 이래서 착하게 사는 초등학생들까 지 욕을 먹는 거겠지. 이렇게 가끔씩 안드로메다에 정신을 놓아 버린 초등학생들 덕택에 말이다. "야, 병신." "말해 보라니까." "완전 초병신인가 보네." "....." 빠득. 지금 내 혈압 지수 3,000% 상승이다. 사실 내가 직므 알바 중만 아니었다면, 저 자식들은 바로 생매장(?)이다. 거듭 말하지만 건들지만 않으면 순수하기 그지없는 나지 만, 건들면 게임에서든 현실에서든 보이는 게 없는 사람이 나 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저것들이 나를 건들고 계신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건들고 있다. "에이, 오늘 저 곰탱이 안에는 다른 놈이 있나 봐." "아마도? 보통 이럴 때쯤이면 막 도망가잖아." "키키키. 그년 도망간 건가?" "아마도." "씨발년, 왜 도망가고 지랄이야." 드디어 알았다. 왜 갑자기 알바를 급구하는지 말이다. 그건 바로 저 꼬맹이님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개념을 안드 로메다에 쳐박아 놓은 저 이삼 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맹이 들 세 분 때문에 관두신 것일 테다. 하하하. 그리고 참고로, 나 지금 나사 풀렸다. 하지만 여기서는 안 된다. 여기서는.... 다다닥. "아, 도망간다!" "쫓아가자!" "야, 거기 멈춰!" 그때 도망가는 나를 잡으러 오는 미친 초딩들. 따라오렴. 행복을 보여 줄게. 놀이동산에도 어딘가 그런 곳이 있다.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곳. 잘 찾아보면 한두 군데는 나온다. 난 그래서 열심히 찾아서 그쪽으로 도망 왔다. 그리고 초딩 들 세 명도 따라와 주셨다. 너무나도 감사하게 말이다. "어서 괴롭히자." "병신 넌, 사람들 없으면 더 재미있는데." "키키키." 그러면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나를 능욕(?)하려는 초딩 세 명. 그들은 천천히 다가왔다. 그 순간! 퍼억. "꾸에엑." 난 곰돌이 발바닥으로 한 초딩을 그대로 차 버렸다. 물론 내가 풀 스윙을 하면 파괴력이 꽤 강하게 나오기에 저 꼬맹이가 죽을 수도 있으니 적당히 해 줬다. 적당히 말이다. "뭐, 뭐야?!" "고, 곰탱이. 너, 우린 손님이야." "지랄을 해라, 지랄을." "....." "....." "....." 끄때 내 한마디에 순식간에 침묵을 지키는 초딩 3인방. 난 그대로 곰돌이 인형 탈을 벗으면서 싱긋 웃었다. "난 순수해." "....." "....." "....." "절대 곱게 죽이지는 않아." "....." "....." "....." "자, 그럼 다시 너희들의 정신을 안드로메다에서 찾아오지. 크크크! 하하하하!" 나 요새 좀 악마 같아서, 크윽! 컥! "왜, 왜 때려요!" "뭐라고?!" "왜, 왜 때리세요!" "그냥 심심해서." "....." "그리고 어디서 반항이야. 죽을래?" "자, 잘못했어요." 엎드려 뻗쳐 자세를 하고 있는 한 초딩 녀석의 대갈통을 한 번 갈기자 반항하는 녀석을 향해 웃으면서 말했고, 잠시 후였 다. "야." "....." 퍼억! "악!" "어서 대답해." "자, 잘못했어요." "진짜 잘못했다고 느껴?" "네! 네! 네! 네!" "그럼 내가 여기서 그만! 이럴 것 같아?" "....." "참고로 난 순수해." "....." "....." "....." "뭐냐, 그 표정들은?" "아, 아니에요." "절대 순수하세요." "그럼요!" 나의 순수하다는 말에 어이가 없다는 얼굴을 한 초딩들에 게 윽박을 지르자, 녀석들은 열심히 변론하고 있다. 지금 내 성격 안 건드리는 게 좋다. 퍼억! "왜, 왜요?" 그때 또 때리자, 맞은 초딩은 욱해서 물었다. 난 그놈을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 "심심해서." "....." 퍼억! "아아악!" "왜, 왜 저만 때려요!" "심심해서." "....." 퍼억. "으아악! 으아아아아앙" 내가 계속해서 오른쪽에 있는 놈의 머리통만 갈기자, 참지 못하고 우는 꼬맹이. 보통 어린아이들이 울면 약간 죄책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난 아니다. 이런 안드로메다로 정신을 관광 보내신 초딩한테는 그런 감정이 절대 안들어. 퍼억! "으아아앙!" 퍼억. "으아아앙!" "퍼억. "흐아아아앙!" 퍼억. "....." 퍼억. "....." 난 쉴 새 없이 머리통을 갈겼다. 그것도 아프게 말이다. 그러자 울음을 그치는 초딩1. 분명 느꼈을 거다. 자기가 울어 봤자 돌아오는 건 내 주먹 질뿐이라는 것을. "아아, 좀 더 느긋하게 너희들과 원만한 대화(?)를 하고 싶 기는 한데 나도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10분 안에 너 희들이 안드로메다로 쳐 날려 버린 개념을 들고 오도록 해 주 지. 10분 만에 말이야, 크크크." 덜덜덜. 내 한마디에 초딩들은 부들부들 떨고 있다. 애처로워..... 보이지 않는다. 난 정말 약간(?) 냉혹하기는 한 것 같군. 하지만 이건 사실 말해서 '냉혹함'이 아니라 안드로메다에 개념을 날려 버린 초딩들을 위한 나의 희생(?)이다. 그런 거였다, 희생! 크으으음. "....." "....." "....." 세 소년은 거의 초죽음이었다. 말만 살아 있다는 거지, 완전 피 본 초딩 셋. 그들은 그대로 바닥에서 쓰러진 채 꿈틀거리기만 할 뿐이 었다. 그 순간이었다. "보, 복수할 거야." 태현에게 제일 많이 맞은 초딩1은 그렇게 중얼거렸고, 한 편 그 말에 초딩2와 초딩3은 기겁하면서 말했다. "건들면 안 돼!" "지, 진짜 악마야!" "....." "저 사람 건들었다가는 진짜 매장될 거야!" "그래그래!" 절대 반대였다. 그들은 봤다. 태현의 눈동자에서 빛나는 광기를. 하지만 그런 충고에도 불구하고 초딩1은 분노에 찬 듯 말 했다. "너희들, 우리 형이 누군지 잊어버린 거야?" "....." "....." "우리 형 패거리면 저런 놈 당장 죽여 버릴 수 있어." "....." "....." "나이 좀 처먹었다고 지금 저러는 것 같은데, 한번 두고 봐." 초딩1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초딩2와 초딩3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 났다. "난 빠질래." "나,나도." "너희들 뭐야!" "진짜 무섭단 말이야!" "너희 형 패거리들이 다 지면 그 다음은 우리잖아!" "지금 장난해? 저놈이 아무리 싸움 잘해도 10명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 "....." 초딩1의 반박에 초딩2와 초딩3은 침묵을 지켰고, 잠시 후 그들은 슬금슬금 물러나며 말했다. "우리는 이만." "난 몰라." 그러고는 가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초딩1은.... "겁쟁이들! 우리 형 패거리한테 완전히 죽여 버리라고 할 거야." 그렇게 다짐하고 다짐하는 초딩1이었다. "자, 일당이네." "흑흑." "왜, 왜 그러나?" "아뇨, 감동스러워서....." "....." 난 내 손에 쥐어진 봉투 한 장을 잡고 눈물을 훔쳤다. 너무나도 감동적이다. 인형 속에서 어린아이들 상대한다고 나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어떤 아이는 내 옆에서 떨어지지 않 으려고 했고, 어떤 아니는 나를 사 달라고 했다. 별별 아이들의 시달림 속에서 견뎌 낸 8시간, 그 보답으로 받은 게 지금이 봉투 한 장이다. "15만 원이다." "흑." "....." 15만 원이네." 정말 값지게 번 돈이다. 난 어쩌면 항상 편하게 돈을 벌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오 늘의 일은 나에게 엄청남을 넘어 감격을 주고 있다. 정말 멋져! "룰루랄라." 나는 흥얼거리면서 아무도 없는 공터 쪽으로 향했다. 왜 집에는 안 가고 공텨냐고? 그건.... "다라오려면 좀 잘 따라오든가." 아가부터 열 명 정도가 우르르 나를 따라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어설프게 말이다. 자기들 딴에는 엄청나게 미행을 잘하는 줄 아는데, 내가 보 기에는 정말 어설프기 그지없는 미행이다. 아니, 미행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조차 무안하다. 한편 이런 나의 혼잣말에 그들의 반응이 왔다. "미친놈." "지금 일부러 우리르 이곳에 데려온 거냐?" "푸헤헤." "또라이 자식 아니야?!" "머리가 빈 거 아니야?!" "오늘 정말 죽고 싶나 보군." 웬 양아치 아저씨들이 나를 보고 비웃고 계신다. 나이도 나보다 한두 살 정도 어려 보이는 새끼들이 저렇게 웃어대니 미묘하군. 난 그들을 보고 피식 웃었다. 나의 이런 웃음에 그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우, 웃어?!" "너, 미친 거 아니야?!" "지금 우리는 10명이라고!" "개자식, 내 동생을 건들다니." "저놈, 미쳤다!" 미쳤다니? 난 무지하게 정상이라고. 그럼 꼭 이런 상황에서.... "죄송해요." "뭐, 뭐야?" "이 자식. 진짜 또라이 아냐?" "하하, 어이없다." "미친 자식." '죄송해요'라는 말만 듣고 나를 핍박하는 어린 양들. 하지 만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 보라고. "라는 말을 해야 하는 겁니까. 어설픈 양아치님들?" "....." "....." "....." "....." 내 한마디에 주변은 고요해졌다. 흐음, 사일런스 마법이 있 다면 이런 현상을 보일 거야. 그만큼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 미친 자식이!" "개자식!" "시팔 놈아, 너 오늘 죽어 봐라!" "개새끼야!" "십새끼!" 온갖 저질적인 말들이 난무한다. 아아, 정말 어설픈 양아치다. 어설퍼. 난 내게 한껏 욕을 퍼부은 뒤 달려드는 양아치들 중 한 명 을 바라보았다. 선두로 달려오는 저놈, 분명 여기에서 리더 역할이다. 그뿐 만이 아니라 아까 그 초딩의 형으로 추정된다. 왜냐고? 닮았거든. 그나저나 일단 시작했으면 스타트가 좋아야 한다. 무슨 말이냐면 이렇게 다수와 쌍무을 할 경우, 1타 공격에 나머지 놈들의 기를 팍팍 죽여야 된다는 것. 몸으로 실천해서 보여 주겠다. 내 눈에 마치 거북이처럼 오시는 양아치 리더. 난 그를 보고 웃었다. 그리고.... 퍽! "꾸에엑!" 그대로 내 주먹을 그놈의 얼굴에 정확히 박아 주었다. 아주 정확히. 우두둑. "....." "....." "....." 내 한 방에 이빨이 몇 개나 나가 버린 양아치 리더와 정적 을 보여 주시는 양아치들. 난 그들을 향해 웃으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한꺼번에 덤벼.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쉬고 싶거든." 5분 걸렸나? 10명 정리하는 데 말이다. 실제로 조폭 몇십 명과도 싸워 본 경험이 있는 나다. 그런데 이런 어설픈 양아치 열 명을 상대로 5분이 걸렸다 는 건 생각보다 더 시간이 걸린 거다. 한동안 집에 있었다고 실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나 보 다. "으윽." "쿠, 쿨럭." "크윽." 바닥에서 열심히 기침하면서 발악하는(?) 양아치들. 내가 좀 심했나? 뭐, 저런 싸가지를 밥 말아 먹은 놈들한테는 내가 좀 자비 가 없는 스타일이어서 말이다. 그때였다. "시팔 놈! 죽여 버리겠어!" 그때 업무(?)를 마치고 조용히 앉아 있던 나를 향해 원한 맺힌 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나의 첫 번째 희상자이자 초딩 형이자 이들의 리더인 소년이었다. 그 소년의 손에는 나이프가 한 자루가 쥐어져 있다. 그리고 그 나이프를 가지고 나를 찌르려 한다. 하아, 요새 애들 개념 정말 없네. 보이는 게 없다, 이건가? 너무나도 정직하게 내 배를 향해 찔러 오는 그 자식을 보고 난 웃었다. 그리고 일어나서 가볍게 몸을 비트는 것만으로 그 놈의 공격을 피해 낸 후, 그대로 그 자식의 손을 쳤다. 툭! "어, 어?" 그러자 떨어지는 나이프와 그걸 받아 내는 나. 보통 떨어지는 나이프를 잡는 건 위험하기 그지없는 행동 이지만,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동체시력이 훨씬 좋은 편이어 서 상관없다. 다 보이니까 말이다. 내 손에 쥐어진 나이프를 본 그놈은 당황하는 표정이었고, 난 가볍게 나이프를 한 바퀴 돌린 뒤 씩 웃으며 말했다. "나이프 쓰는 법 가르쳐 줄까?" "....." "그렇ㄱ ㅔ정직하게 찌르는 건 나이프를 모독하는 거라고." "....." "요즘은 좀 더 다양한 기술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시대란다. 후훗." 퍼억. 그 말과 함께 난 그대로 그 자식의 배를 발롤 차버렸다. "쿠, 쿨럭." 그러자 그 자식은 기침과 함께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난 쓰러진 자식의 옆으로 가서 머리 쪽을 향해 그대 로 나이프를 찔렀다. "으아악!" 그 자식의 비명이 들려왔고, 이미 공포에 젖어 오줌까지 싼 상태다. 나이프는 정확히 그 자식의 머리 바로 옆에 꽂혀 있었다. 난 그 자세에서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일 크게 만들지 말자. 이대로 넘어가자, 우리." "....." "....." "....." "....." "난 순수하고 싶거든." "....." "....." "....." "....." 좀 무안하네. 뭐, 어찌 됐든 나의 이 맑은(?) 마음 덕택에 몇 명의 소년이 바른 생황을 하게 되었다. 난 역시 바른 생활의 전도사? ..... 7장 무멸의 진 비행선, 일명 '나는 배'를 부르는 용어다. 보통 판타지 세계에 가끔씩 등장하는 배로, 무슨 마법 엔진 을 이용해서 하늘을 나는 걸로 설명되어 있다. 여기서 잠깐, 내가 왜 뜬금없이 비행선 이야기를 하는지 모 도 의아할 거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지금 주제가 비행선이니까 말이다. "흐음. 형, 회사 측에서 꽤 비상사태로 봤나 보네?" "뭐, 그렇지." "모든 제국과 왕국에서 크게 반대했을 게 분명한데 비행선 을 공개했으니 말이에요." "어쩔 수가 없다. 모든 제국, 왕국들과 부딪친다고 하더라 도 지금은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려야 돼. 그런 상황에서 이 정도를 풀지 않는다면 관심이 기울어지지 않을 테니까." 그건 맞다. 이 정도 대형 관심거리를 제공해야지만 게르니 아가 벌인 아주 아름다웠던 일이 조금이라도 묻히는 건 사실 이다. 그 때문에 전에 만들어진 비행선을 공개했고 말이다. 처음에 이 배가 만들어졌을 당시, 운영진들은 당장 공개를 하려고 했다. 사실 다른 도시를 가기 위해서는 상당히 비싼 요금을 치르 고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가야 된다. 물론 걸어가거나 말을 타는 방법도 있지만, 이 세계가 워낙 넓은 까닭에 그것도 할 짓이 못 된다. 그런 까닭에 사람들은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도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해야 했고, 그 대안으로 만들어진 게 바로 이 비행선이었다. 하지만 이 비행선은 만들어지기만 할 뿐, 탈 수는 없다. 그건 바로 모든 제국들과 왕국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밥줄을 뺏는다는 것이 그들이 반발하는 이유였 다. 비행선이 운행된다면 그만큼 텔레포트를 사용하는 유저들 과 NPC들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급한 용무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텔레포트 마법진 을 지금과 같이 사용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다. 텔레포트 마법처럼 금세 도착하지는 못하지만, 나는 배다. 그렇게 계산한다면 당연히 그 어떤 교통수단보다 빠르고 편할 게 분명하다. 땅으로 가다 보면 산적들도 보이고 별별 놈들이 다 보여서 꽤나 귀찮지만, 하늘로 가면 그런 게 전혀 없다. 그냥 간단히 직선 코스로 가기만 하면 되는 거다. 간단히 말해, 비행선은 그들에게 있어 최고의 적이었던 것 이다. 그렇게 많은 제국과 왕국들의 반발로 만들어지기만 했을 뿐 사용되지 못하고 있던 배, 비행선. 그게 오늘 드디어 공개된 거다. 3일 동안 서버 점검을 마치고 난 후 말이다. "이걸로 이제 3일간의 점검도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닌 게 되어 버렸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이쪽으로 돌릴 수 있겠 어." 란젠 형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맞는 말이다. 형 말대로 3일간의 점검도 확실히 이유가 있었지는 거고, 그뿐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도 이쪽으로 집중시킬 수 있게 되 었다. 하지만 문제는.... "형, 제국들과 왕국들은요?" "하아...." 란젠 형은 나의 질문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형은 잠시 후 고개를 돌리더니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것들이 문제지." "....." "절대로 가만히 있을 분들이 아니시거든." "당연하죠. 자신들 돈줄을 뺏기는 건데." "그러게 말이다." 제국과 왕국들이 분명 얌전히 보고 있지만은 않을 거다. 무 슨 수를 써서라도 방해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만든 가로세로 50미터에 달하는 비행선을 부순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지금 총 다섯 대가 제작된 상태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에 여행하는 동안 지겹지 않게 해 주는 다양한 테마와 화려한 숙박 시설. 간단히 말해 대박이다. 가격도 텔레포트 값의 7분의 1값밖에 하지 않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하늘도 구경할 수도 있고.... 정말 나라도 타 고 싶다. 하지만 저런 기능을 탑재한 까닭에 무척이나 비싸다. 한 대당 100억쯤? 운영진에서도 돈 박박 긁어모았단다. 운영진의 이름으로 운영하는 가게라든가 기타 등등 모든 것을 박박 긁어모아서 만든 게 저 배 다섯 대인 것이다. 만약에 저 배가 부 서진다면 작므 부족으로 한동안은 만들 지 못할 것이다. "....." "....." 란젠 형과 나는 보기만 해도 엄청난 그 배를 바라보고 있었 다. 잠시 후, 형은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부탁한다." "....." "알지?" "얼만데요?" "좀 봐줘라. 진짜 우리 운영진 거지돼." "헌터들이 공짜로 할 수는 없잖아요." "그것도 그런데...." "좀 줘요. 저희들도 먹고 살아야죠." "하아, 알았다. 한 사람당 200만 원, 넌 1000만 원. 됐 냐?" "빙고입니다." 지금 나와 란젠 형의 대화. 이해가 잘 안 가는 사람이 있을 거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아주 간단히 말하겠다. 결국 저 배들을 지켜 달라는 뜻이다. 저 배들을 파괴하기 위해 제국과 왕국들이 난리를 칠 게 분 명하니 그걸 우리 헌터들한테 막아 달라는 거다. 물론 수적으로 압도적으로 모자란다. 지금 내 밑에 있는 헌터들은 대략 40명 정도인 데 비해 제 국과 왕국들은 몇십만 명도 동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장소에서 몇십만 명은 오버고, 대략 정예 중의 정예를 사용할 게 분명할 터. 그렇게 된다면 우리도 꿀리지 않는다. 헌터란 각종 이상한 버그들을 잡는다고 단련될 대로 단련 된 초특급 전투우들이다. 다른 건 몰라도 전투라면 그들을 이길 자가 없다. 그게 바로 헌터라는 직업을 가진 자들이다. "너희들을 믿는다." "걱정 마세요. 제대로 배를 지켜 줄 테니 말이죠." 싱긋. "아아, 우리에게 일거리가 들어왔습니다." "....." "....." "....." "....." 내 한마디에 헌터들은 나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참으로 과묵하시기도 하지. 난 내 옆에 있는 케인 형을 한 번 바라보았고, 그 모습에 케 인 형은 슬쩍 웃으면서 앞으로 나왔다. 그러더니 좌중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이번 일은 저 비행선을 지키는 겁니다." ".....?" ".....?" ".....?" 케인 형의 말에 헌터들은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케인 형의 말이 이어졌다. "대충 상황을 짐작한 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 금 운영진에서 만든 저 배를 다른 제국과 왕국들은 정말 증오 할 겁니다." "....." "....." "....." "자신들의 밥줄을 뺏었거든요, 후훗. 그들이 가만히 있을 리는 만무하죠." "저기, 케인님!" "말씀하세요." 제일 앞에 있는 헌터 한 명이 손을 번쩍 들더니 케인을 불 렀다. 십 대 중반으로, 상당히 어리다. 헌터 중 최연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니 최 연소인가? 저 정도로 어린 나이는 오늘 처음 봐서 말이다. 어찌 됐든 그 소년은 당차게 물어보았다. "한마디로 제국과 왕국에서 테러를 일으킨다는 소리인가 요?" "맞습니다. 간단히 말해 저 배들을 다 부수려고 하겠죠." '....." "그리고 우리는 저 배를 지키는 겁니다." "일당은요?" 그때 이십 대 초반의 남자가 끼어들면서 말했고, 그 말에 케인 형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한 사람당 200." ".....!" ".....!" ".....!" ".....!" 모두 200이라는 말에 눈을 번쩍인다. 뭐, 저들의 마음도 이해한다. 저들도 자원 봉사 단체는 아니었으니까. 우리 헌터들은 간단히 말해서 용병이다. 하지만 그냥 용병 은 아니고, 운영진 직속 용병이라고나 할까? 그것도 정예 중의 초절정 정예를 모아 놓은 상태다. 네리티아 마을에 오늘따라 유난히 사람이 많다. 아니, 당연한 건가? 비행선이 오픈(?)하는 날이니까 말이 다. 네리티아 마을은 게임의 시작점이 되는 마을이다. 흐음,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게임 아이디를 생성하면 제일 먼저 이 마 을에서 접속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마을에 모든 운영진이 모여 있고 말이다. 물론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건 당연하다. 한마디로 독립적인 마을, 그게 바로 네리티아 마을이다. 그런 마을에 오늘 비행선이 오픈을 한다. 웅성웅성. "와, 죽이는데?" "텔포(텔레포트)값 굳겠다." "진짜 완전 텔포 값 거지같잖아." "저기에 막 고급 음식도 나오고 다양한 볼거리 및 그런 것 도 제공한다는데?" "에, 정말? 정말 좋은데!" "빠르기도 할 테고, 후훗. 정말 무척 기대돼." "그러게." 사람들은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비행선을 보고 그렇게 웅성거렸다. 모두 기대에 부풀어 있는 모습이다. 완전 장사 대박이겠는데, 이거? 그때였다. "데스티니, 모두의 자리 배치를 완료했다. "아, 수고했어요. 형." 어느새 케인 형이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난 그런 케인 형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형." "어?" "오늘도 평범하게는 안 넘어가겠죠?" "물론. 깽판만 안 부려도 감사해야 할 거다." 그렇다. 그저 깽판만 부리지 않아도 감사한다. 저것들이 및니 짓거리만 안 해도 난 감사해서 눈물을 흘릴 거다. 그만큼 무슨 짓거리를 할까 두려운 건 사실이다. 그냥 무사하게 넘어갔으면..... 터벅터벅. 그때 누군가가 나를 향해 걸어온다. 난 발걸음 소리에 반응해 고개를 돌렸고, 내 시선이 멈춘 곳에 혈화가 표정이 완전히 굳어진 채 오고 있었다. 어라? 원래 얼음 공주다 보니 저런 차가운 표정에 익숙하긴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심각하다. 나, 혈하가 저런 표정 짓는 거, 지금까지 두 번 봤다. 오늘 포함하면 세 번인가? 혈화는 내게 다가오더니 머뭇거리며 말했다. "큰일 났어." "응?" "....." "무, 무슨 일인데?!" 난 혈화가 뜸을 들이자 갑자기 알 수 없는 불안감에 그렇게 물었고, 그 말에 혈화는 주변에 절대 들리지 않을 크기의 목 소리로 속삭였다. "공성기가 움직이고 있대." ".....!" "이 마을을 공격하려는 모양이야. 덤으로 비행선까지." 이런 미친! 아무리 그래도 건들지 말아야 할 구역이 있다. 그건 바로 이곳, 거의 암묵적으로 절대 건들지 말라는 룰이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암묵적인 룰을 지켜 왔고 말이다. 솔직히 말해 자신들에게도 이곳을 건드려 봤자 좋은 점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점점 사람들이 많아지는 출발지 같은 그런 곳을 공격하다 니, 이런 미친놈들! 혈화의 말이 이어졌다. "아마도 주목표는 비행선일 거야." "사람이 엄청 많아." "상관하지 않을 거야. 그들은 지금 오직 배를 파괴할 생각 뿐이니까. 지금 수십만 명의 대군과 공성기들을 들고 오는 걸." "....." 진짜 미쳤다. 완전 미쳤다. 개또라이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지, 이렇게 대놓고 쳐들어오다니. 그것도 수십만 명의 병사와 함께 각종 공성기를 들고 말이 다. 정말 이건 완전 끝장을 보자, 이건가? 제길! 하지만 이상하다. 그들이 비행선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더 라도 수십만 명의 병사와 공성기를 움직이는 것은 상당한 오 버다. 내가 보기에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맛 간 상태인 게 분명하 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말이다. 왜 저들이..... 설마! 그때 내 머리를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 그거다! 만약에 내가 생각한 게 정확하다면, 저들이 벌이려는 짓도 이해가 간다. 그건 바로..... "게르니아!" 빌어먹을 자식이다.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긴 어렵지만 그놈이 뒤에서 이상한 짓거리를 했으면 이 기이한 현상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제국들과 왕국들을 아주 주물럭거리네요, 게르니아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 이 자식은 어느새 제국들과 왕국들을 가지고 놀고 있는 상 태까지 돌입한 거다. 게르니아..... 으악! 혈화가 말했다. "데스티니, 어떻게 할 거야?" "일단 나라도 가야겠어." "수십만 명이야." 혈화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난 그녀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괜찮아." "....." "가만히 있는다고 방법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난 그 말가 함께 그대로 네르티아 마을을 벗어났다. -주인 멋지다. "멋지냐?" -응. "많이 멋있어 해라." 나는 수십만 명이 움직이는 장면을 보고 멋지다고 하는 홀 락을 향해 말했다. 솔직히 멋지긴 멋지다. 수십만 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 는 장면은 말이다. 하지만 마냥 멋있다고 구경할 상황은 아니 다. 왜냐하면 저분들은 다 내 적이니까. 펑! 그때 솜사탕 한 마리가 등장했고, 그놈은 나타나자마자 물 었다. "주인, 오늘 뒈지는 거야?" "너 죽을래." "....." "죽기는 누가 죽어!" "아무리 봐도 무리인데?" "....." 펜들의 말대로 무리이기는 무리다. 몇만 명도 아니고 수십만 명이다. 저렇게 많은 인원을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인가. 펜들의 말대로 오늘 뒈질 확률 90% 이 상 당첨이다. 하지만 곱게는 안 죽어. "넌 누구냐!" 그때 선봉에 선 한 남자가 묵묵히 서 있는 나를 보더니 웅 장한 목소리로 말했고, 난 그 물음에 애써 태연한 척 웃으면 서 말했다. "데스티니라고 소개하면 되나?" "데, 데스티니?!" "파멸의 데스티니?!" "마, 말도 안 돼!" "그 괴물!" "데스티니다!" "큰일이다!" 내 한마디에 순식간에 웅성거리는 병사들. 내가 그렇게 악덕한 이미지인 건가? 왜 기분 나쁘게 저런 반응을 보이냔 말인다. 주위가 소란스러워지자, 말을 건 남자가 소리쳐 말했다. "모두 진정해라! 어차피 저놈은 혼자다!" "....." "....." "....." "아무리 괴물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들을 상대할 수는 없 다!" "맞아!" "우리는 수십만 명인걸!" "그래, 이길 수 있어!" "충분히!" 그 아저씨의 한마디에 진정되어 가는 병사들, 난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아, 그렇게 급속도로 진정하 면 내가 무안하지 않습니까? 다시 나를 강렬하게 바라보던 아저씨가 약간 떨리는 어조 로 물었다. "무, 무슨 일로 우리를 막은 거지?!"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 "....." "무슨 일로 이곳에 이런 병력을 이끌고 오셨을까?" "말해 줄 수 없다." "그럼 나도 말 못해." "....." "....."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긴 침묵을 유지했다. 솔직히 뻔한 거 아닌가? 배 파괴하려고 온 거지. 게르니아 의 꼬임에 넘어가서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남자는 큰 소리로 외쳤다. "비켜라!" "싫어." "그럼 너를 죽이겠다." "죽여라." "....." "죽일 수 있으면 말이야." 피식. 나는 그 말과 함께 살벌한 미소 한 방을 날려 줬다. 그러자 수십만 명의 병사들이 움찔한다. 근데..... "와! 주인, 썩소(썩은 미소)다!" 이런 멋진 분위기를 솜사탕 한 마리가 망쳐 놓는다. 크윽! 분위기 멋졌는데 저 개자식을 콰악! 난 엄청 멋졌던 상황에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는 펜들을 째 려보았고, 그 눈빛에 펜들은 움찔한다. 하아, 정말.... 그때였다. "무, 무서워하지 마라! 우리가 압도적이다!" "그래, 우리가 압도적이야!" "그냥 밟아 버려!" "그래, 죽여 버리자!" 병사들은 또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단순하기 그지없는 분들이군. 한마디, 한마디에 이 렇게 격렬하게 반응하시니 말이다. 하지만 날 죽여 버리겠다고 열심히 이를 가는 병사들을 본 난 허공에 대고 미소를 띤 채 말했다. "데스파라." 파지짓! 그러자 모습을 드러내는 은빛의 활, 신급 무기 데스파라다. 완전 미칠 듯한 데미지를 보여 주는 데스파라. 헬 게이트조차도 단숨에 부숴 버리고 지옥의 몬스터들도 일격에 몰살시켜 버린, 사용하는 나조차 무섭기 그지없는 무기인 그 데스파라다. "뭐지?!" "저, 저건...." 움찔! "저건 뭐야?!" "....." 데스파라가 소환되자, 병사들은 데스파라의 힘에 눌려 버 렸다. 난 그런 병삳르을 향해 친절하게 웃으면서 말해 주었다. "소멸의 활 데스파라." ".....!" ".....!" ".....!" ".....!" "들어는 봤겠지?" 분명 들어는 봤을 거다. 그들도 신급 아이템의 이름을 말이 다. 물론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 신급 아이 템의 힘을 대충은 알고 있을 거다. "저, 저건 가, 가짜다!" 그때 선봉에 선 아저씨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그리고.... "가짜?!" "맞아, 신급 무기라니!" "있을 수가 없잖아!" "그래, 거짓이야!" 가짜라는 말에 병사들이 흔들린다. 하지만 난 그 모습을 보고 싱긋 웃으면서 그대로 데스파라 를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가짜인지 진짜인지 볼래?" "....." "....." "....." "....." "원한다면 보여 줄 수 있어." "허, 허풍이다!" "허풍 같으면 덤벼. 솔직히 전멸은 무리지만, 그냥 곱게는 안 죽어. 절대 말이야." 이건 내 진심이다. 분명 내가 뒈질 확률이 확실하게 높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순순히 뒈지는 건 아닐 거다. 최대한 저놈들과 함께 돌아가실 거다. 최대한! 나의 이런 행동에 병사들은 굳은 채 나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혼란스러울 거다. 내가 들고있는 이 무기가 데스파라인지 아닌지 말이다. 그렇게 한참 동안 수십만 명의 대군과 나 혼자서 대립을 한 상태였다. "제가 저분을 상대할 테니, 나머지 분들은 하시던 일을 하 세요." ".....!" 그때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참고로 말하는데, 여기서 저놈의 목소리만은 절대 듣고 싶 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 그놈의 목소리다. "게르니아....." 나를 보고 미소 짓고 있는 게르니아, 겉모습으로만 판단하 면 선한 인상의 남자다. 하지만 저 선한 인상의 얼굴 속에는 이 게임의 파멸과 혼란 을 즐기는 마왕의 얼굴이 숨어 있다. 한마디로 지금 보이는 저 얼굴은 가면이라는 거다. "게, 게르니아님!" "게르니아님이시다!" "와!" "게르니아님이야!" 그때 게르니아의 등장에 환호하는 병사들. 이건 완전 게르니아의 종 수준이나 다른없구나. 이 정도 까지 뿌리를 내렸을 줄이야. 게르니아, 난 정말 상상도 못했 다. 게르니아는 나를 보더니 야릇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오랜만에 나랑 놀아 볼까?" "....." "저분들은 가게 내버려 두고 말이야." 빌어먹을! 한마디로 나를 붙잡아 놓겠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 시간을 틈타 저 병력들과 공성기드르은 네리티아 마을로 향할 거다. 그리고 유저나 NPC들도 무시한 채 오직 배만 부수게 할 작정이겠지. 이렇게 막무가내로 인간들을 조정하다니, 게르니아! "재미있냐?" 난 짜증난다는 말투로 물었다. 그러자 게르니아는 여전히 웃으면서 대답했다. "재밌지, 아주 말이야." "....." "굳이 내 힘을 쓸 필요도 없이 이렇게 몇 마디 한 거 가지 고 인간들끼리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게 말이야." "....." "내가 굳이 하지 않아도 자신들끼리 알아서 파멸로 향하는 거라는 거지. 크크크." "본래 마왕이라는 놈들은 자기가 부숴야지 재미있는 거 아 니냐?" "노. 노. 그렇지 않아. 난 파멸과 혼란을 즐길 뿐. 최대한 이용해 먹으면 먹을수록 나는 좋단 말이야." 참으로 현명하다고 해야 하나? 하아.... 문득 게르니아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참 단순하지." "무슨 말이냐?" "내가 어떻게 인간들의 왕을 꾀어냈는지 알아?" 그걸 내가 알 리가 있냐. 알면 쪽집게 하지. 게르니아가 웃으면서 말했다. "너무나도 간단했지." "....." "그냥 힘을 준다고 했을 뿐, ,그 이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 어." "....." "하지만 인간이라는 동물들은 너무나도 단순해. 그 '힘'에 미쳐 버리더군. 후훗, 이렇게 간단하게 조종이 가능한 생물도 없을 거야. 하하하." 정말 재수 없다. 원래 주서 없는 건 알았다만, 새삼스럽게 더 알겠다. 완전 끝내 주게 재수 없다는 걸. 게르니아는 나를 보더니 말했다. "사실 네놈하고 진 자식만 아니었다면 나의 목표는 이미 달성했을 것이다. 특히 네놈이 너무나도 거치적거려. 하지만 오늘은 내 승리인 것 같군." 빌어먹을, 맞는 말이다. 모든 봉인을 푼다 하더라도 단시간에 저 게르니아 자식을 이길 수는 없다. 아니, 이긴다는 것 자체가 불투명한 사실이 다. 그만큼 모든 힘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해도 게르니아는 엄 청나게 강한 존재였다. "후훗. 서서히 놀아 볼까?" 그 말과 함께 게르니아는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콰앙! ".....!" 폭발과도 같으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폭발은 아니다. 단순히 검의 충격파로 일어난 소리 다. 사실 검의 충격파로 저런 소리가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만 지금 보니 가능하기는 한가 보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 는 존재는 단 한 명. "진....." 어느새 내 앞에 한 남자가 묵묵히 서 있다. 키는 183cm 정도에 혈화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차가 운 인상의 남자. 대충 나이는 나랑 동갑으로 보인다. 아니, 동갑이다. 나랑 같은 18살이니까. 그리고 손에 들려 있는 2미터 남짓한 크기의 검은색 대검. 엄청난 무게를 자랑할 게 분명하지만, 너무나도 가볍게 들고 계신다. 랭킹 2위, 무멸의 진. 그렇게 불리는 존재다. "네, 네놈이 어떻게!" 진의 등장에 게르니아는 무척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 우리 진님은 대답 안 해 주신다. 난 알고 있었다. 그가 대답을 안 해 줄 것을. 솔직히 말해 진이랑 그런대로 안다고 자부하는 사이지만, 몇 마디 못 들어 봤다. '결투다' , '알았다' , '그렇다' 이 정도? 뭐 세심히 기억을 살피면 더 있겠지만, 어찌 됐든 말조차도 잘 안 하신다. 그런데 그렇게 긴(?) 질문에 대답을 해 줄 리는 없다는 거. 한편 진은..... 스윽. "제길!" 그대로 사라지다시피 하더니 게르니아를 공격했다. 콰앙! 어느새 게르니아도 소환해 낸 자신의 검으로 진의 커다란 대검을 막아 냈고, 그때 진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난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옷! 길다, 길다, 길다! 오랜만에 들어 보는 진의 긴(?) 대사. 왠지 모르게 그리움이 솟아오르는군. 아 참, 이게 아니라 이렇게 되면 다시 할 만하다. 게르니아 를 진이 막아 줄 테고, 난 저 수십만 명을 상대하면 되는 거 다. 사실 차라리 진 대신 내가 게르니아랑 싸우고 진이 이 자리 에 있어 줬으면 한다. 그만큼 수십만 명이라는 숫자는 무지무지 압박이 온다. 쳇! "무, 무멸의 진?!" "저 남자가 랭킹 2위 무멸의 진이야?!" "말도 안 돼!" "이럴 수가!" "믿어지지가 않아!" "그럼 이 자리에 랭킹 1위 파멸의 데스티니와 랭킹 2위 무 멸의 진이 있다는 소리야?!" 진의 등장으로 병사들이 웅성거린다. 후훗. 이 아름다운 웅성거림, 감동적인걸. 끄때였다. "나도 따라왔어." "혈화....." 어느새 혈화는 수백 명의 어쌔신을 대동한 채 나타났다. 그리고 내가 혈화를 부르는 소리를 들은 병사들은 또다시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혀, 혈화?!" "얼음의 꽃 혈화?!" "컥!" "랭킹 1, 2, 3위가 다 모였다고?!" "어, 어떡해!" "우리들도 있다고." 그때 헌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서 말하는 사실이지만, 헌터들 대부분이 랭킹 유저다. 그것도 고위급 랭킹 유저. 사실 우리는 그렇게 많은 인운이 아니다. 저 수십만 명에 비하면 완전 쥐꼬리만 한 병력이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에서 전면전이 일어나면, 저것들도 무 사히 돌아가지는 못한다. 일단 내가 신급 무기 데스파라의 힘에 의해 1차 폭풍 이 불 것이고, 그다음 연속으로 봉인을 푼 상태에서 날아다닐 거다. 그리고 혈화의 직속 어쌔신들과 헌터들이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 "....." "....." "....." "....." 우리를 묵묵히 바라보는 병사들과 지휘자. 잠시 후 지휘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나서 조용히 한마 디 한다. "후퇴를 한다." "....." "....." 후퇴를 결정했다. 분명 느꼈을 거다. 지금 이 상태에서 붙어 봤자 피 보는 건 자기들이라고. 내가 보기엔 저놈들, 피에스타 제국 놈들이다. 지금 4대 제국은 비슷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다. 정말 비슷비슷하다고나 할까? 어찌 됐든 그렇게 비슷한 힘을 가진 4대 제국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제국의 힘이 줄어든다? 그건 '나를 밥 하시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솔직히 말해 그들이 무슨 협정이 걸려 있는 상태도 아니고, 오직 상대방이 약해지기만을 기다리는 상태다. 그런 상태에 서 지금 저놈들이 우리랑 한 번 대판 싸우고 나면 분명 힘이 줄어드는 건 확실하라 터. 그다음은 세 곳의 제국들이 별별 핑계를 대서 나눠 먹으려 고 할 거다. 그게 바로 이 게임의 현실이다. 참으로 복잡하다, 하아.... 게르니아와 수십만 명의 병사들 공성기가 사라지자, 난 진 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인사했다. "오, 오랜만, 진! 하하하." 난 나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진을 향해 그렇게 어색하게 웃었고, 그런 나의 웃음에 진은 나를 빤히 쳐다보았 다. 으윽! 진은 갑자기 2미터에 육박하는 자신의 검은색 대검을 뽑아 들더니 외쳤다. "결투다!" "넌 3개월 만에 본 친구한테 그게 할 이야기냐!" "일단 결투다!" "....." 아이고, 어이없다. 3개월 만에 만난 친구한테 보자마자 결투를 하자니! 하아, 한숨만 나온다. 사실 진과는 현실 세계의 친구다. 그것도 제일 친한 친구라고 해야 할까? 솔직히 말해, 내가 레나를 안 것도 다 진 덕택이다. 무슨 말이냐고 하면.... "오, 오빠." "....." "그, 그만 해요." "....." 레나의 말에 묵묵히 레나를 바라보던 진은 검을 집어넣는 다. 사실 진이 저렇게 말을 듣는 경우는 흔치 않다. 아니, 아예 없다. 그녀가 아니면... 레나는 진의 친동생이자 유일하게 진이 말을 듣는 존재이 다. 그러고 보면 참 미스터리다. 저 둘이 친남매라는 게 말이 다. 솔직히 난 믿을 수 없다. 천사 같은 레나와 저 만나기만 하 면 결투라는 단어밖에 모르는 진이 친남매라니, 차라리 펜들 과 호락이 결혼한 사이였다는 게 더 신빙성이 있다. 진은 레나를 보더니 무뚝뚝한 어조로 말했다. "잘 지냈나 보군." "오, 오빠." "....." "집에 전화도 해 줘요. 어머니께서 오빠 목소리 듣고 싶어 하세요." "....." 정말 저런 돌덩이를 봤나? 지금 레나와 진은 따로 사는 상태다. 흐음, 간단히 말해 진 은 무언가의 일 때문에 아버지와 함께 외국에 나간 상태고, 레나는 어머니와 함께 사는 상태다. 그러니 지금 저 둘이 모습을 보는 건 상당히 오랜만일걸. 그때 레나가 다짐을 강요하는 모습으로 다시 한 번 확인을 했다. "오빠, 알았죠?" "....." "오빠...." "생각해 보겠다." "꼭, 꼭 전화해 줘야 돼요!" "....." 그냥 나 같으면 전화하고 만다. 저 인간은 참 돌상이다. 저번에 봤는데, 진의 아버지, 즉 레 나 아버지도 돌상이다. 간단히 말해 돌상 부자?! 그에 비해 레나 어머니는 레나의 성격과 같이 사근사근, 다 정다감하다고 할까?! 그리고 엄청난 미인이시기도 하다. 참,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난 전부터 궁금했다. 과연 저 부자는 외국에서 어떻게 지낼까? 목상과 목상이 만나면 무슨 현상이 일어날까? 참으로 궁금하다, 궁금해. 그때 진은 또다시 나를 강렬하게 바라보았다. 왜, 왜 그러는 거냐?! 서, 설마 나, 나를...? 헉! 그건 안 된다. 우리는 친구다. 그리고 난 금단의 구역 따위에는 절대 관심 없단 말이다! 한동안 안 본 사이에 진이, 진이.... 크윽! 난 한 친구의 탈선(?)에 가슴이 아파서 어쩔 줄 몰랐고, 그 순간 진은 입을 열었다. "따라간다." "....." 따라온단다. 혼자 놀기의 진수에 막장을 보여 주는 진님이 따라오신단다. 여기서 왜 따라오는 걸까? 왜 굳이 따라오는 거지? 역시 한 가지 생각밖에 유추할 수 없다. 아까부터 나를 보던 눈빛이 심상치가 않다. 그, 그건.... "이, 이러지 마!" "....." "난 무지무지 정상이라고!" "....." "더 이상 오지 마!" 나를 그렇게 생각할 줄 몰랐다. 아니, 나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지기 전에 잘라야 한다. 그래야지만 한 남자의 인생을 구 제하는 거다. 그래, 그런 거야! 그때였다. "짐승이 있다." "엥?" "레나를 지킨다." "....." 짐승? 짐승? 짐승? 어디에 짐승이 있는데? 난 진의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뜬 금없이 짐승이라니,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진은 또다시 나를 강렬하게 쳐다보고 있다. 그러자 난 설마 하는 어조로 물었다. "설마.....나?" "....." "내, 내가 짐승?" "....." "진, 무슨 소리야? 나같이 100% 자연산 생과일주스가 짐 승이라니." "생각은 자유." "....." "난 레나를 지킨다." "....." 저분의 어투를 보아 확실하다 이상한 방향으로 들어선 게 아니라 나를 이상한 놈으로 보 고 있었다. 그건 바로 짐승으로! 으악! 짐승이라니! 내가 어딜 봐서 짐승이란 말인가! -보는 눈은 있군. "개뿔이!" 난 진의 말에 동조하는 홀락을 향해 윽박질렀고, 그 말에 홀락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어딜 봐서 보는 눈이 있단 말인가! 이건 말도 안 되는 거다. 내가 짐승이라니! 물론 가끔씩(?) 엉큼한 생각을 하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짐승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엉큼한 짓을 한 적은 없단 말이다! 그리고 모든 남자들이 그 정도는 예의잖아? 아닌가? 그때 진은 다시 중얼거렸다. "그리고....." ".....?" 진의 유행어 같은 한마디가 들려왔다. "결투다." 그럼 그렇지. 8장 제킨의 목숨.....? "하아......" 제킨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안 넘어오는 여자가 있을 줄이야. 예상치도 못했다. 바람둥이계의 절대 강자인 그가 한 여자를 침몰시키지 못 하고 있다. 아니, 침몰은커녕 구멍 하나 내지 못하는 게 지금 의 실정.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신을 싫어하는 것만 같 다. "휴우....." 또다시 한숨을 내쉰다. 제킨은 생각했다. 계속해서 이대로 간다면 100프로 자신에게 넘어오게 만들 수 없다고..... 옛말에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미 자신은 10번 이상 도끼질을 했지만 나무 가 입질(?)이 오지 않는다. 그건 10번이든 1,000번이든 마찬가지일 듯. 루네라는 나무는 미스릴로 이루어진 나무(?)였다. 미스릴을 아무리 도끼질해 봤자 흠집 하나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작전을.... 쓸 수밖에." 그건 바로 너무나도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그 작전! 유치하기도 하고 너무나도 보편화된 작전이기는 하지만 쓰 는 사람에 따라 그 효과는 절대적이라는 그 작전. 그건 바로..... 질투심 유발 작전이었다. 사람의 심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자신을 죽도록 좋아하던 남자가 갑자기 관심을 끓으면 왠 지 모르게 서운해지는 건 사실. 거기에다가 자신이 아닌 다른 이성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질투가 나게 된다. 물론 이것도 예 외가 있기는 하지만 제킨 정도의 실력이면 이걸 아주 잘 응용 할 수 있다. 그는 바람둥이계의 레전드니까. 그렇다면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 바로 질투심을 유발시킬 수 있는 상대를 잡아야 한다는 것 이다. 그리고 그 상대가 타켓팅(?)과 라이벌이거나 사이가 좋지 않으면 효과는 플러스, 플러스다. 간단하게 말해, 자신을 죽도록 좋아하던 남자가 자신이 제 일 싫어하거나 라이벌인 여자에게 관심을 가진다고 하면 분 명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분하고 화가 나며 질투가 날 것이다. 제킨은 그걸 노리고 있는 거다. "그럼..... 저 아가씨인가?" 그때 제킨의 눈에 들어오는 초특급 미소녀 한 명. 얼음 같은 표정이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워 그런 모습조차도 눈이 부시는 소녀. 그 소녀의 이름은..... "혈화...." 그렇다. 제킨은 뽀뽀해 주겠다고 달려드는 루네와 싸우고 있는 혈 화를 보았다. ....확실히 그녀라면 루네에게 질투심을 유발시킬 수 있을 거 같다. 확실히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 그는 몰랐다. ..... 목숨을 건 작전이라는 걸. "....." 뭐지? 이 불길한 느낌은? 마치 죽음의 전조에 가까워진 기분이다. 한 명의 존재가 이 세상에서 굿바이 하는 기분? 흐으음.... 퍼엉. "느낌이 이상한걸?" 그때 갑자기 나타나서 나와 같은 생각이 들었는지 한 마디 하는 펜들. 난 그런 펜들에게 말했다. "너도 그러냐?" "어, 마치 죽음이 가까워진 느낌이야." "....." "뭐지....?" 그건 내가 할 말이다. 이건 뭐냐?! 이 구리구리한 기분은. 도대체 왜 영문도 없이 갑자기 이런 죽음의 기운이 마구 맴도는 거냐! 그때였다. .....! 내 눈에 보이는 한 경악적인 장면. 그, 그건 바로.... "허억!" .....제킨이 혈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여기서 그냥 바라만 보았다면 내가 경악이라는 단어 를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냥 바라보는 게 아니다. 미묘하고 복잡하고 야리꾸리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바로 혈화를..... 그 의미는.....! "...... 한번 작업 들어가겠다는 건가?" "....."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말해주는 펜들. 펜들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금 저 눈빛은 그거다. 남자가 여자에게 작업 들어가겠다 라는 심오한(?) 눈빛 말이다. 하지만.... 제킨, 안 된다! 혈화만은! 절대! -내 여자에게 무슨 눈빛이야! 그때 지 여자라면서 발작하는 홀락. 하지만 그런 홀락의 발작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그건 바로... "한 존재의 목숨을 살려야 돼!" 이거였다. ...... "혈화야!" ".....?" 난 다급하게 혈화를 불렀다. 그러자, 여전히 차가운 모습으로 내게 고개를 돌리는 혈화. 난 알고 있다. 저 차가온 모습으로 나를 보고 있지만 저게 얼마나 따뜻한(?) 모습인지. 유난히 나에게만 보이는 저 따뜻 한(?) 모습, 감동적이다 아 참, 이게 아니라..... "나, 날씨 좋지?" "..... 별로 안 좋은데." "....." 크아악! 아, 안 좋구나! 지금 무의식적으로 말했는데 혈화 말대로 날씨가 안 좋다. 금방이라도 비 올 듯 꾸리꾸리한 기운이 넘친다. 이런 날에 '날씨 좋지?' 라고 묻는 내 자신에게 문뜩 자괴 감이 든다. 아니, 그것보다 어서...... "흐으음." "....이상해." "으응?" "무슨 일이..... 있어?" 헉! 그때 눈치 100단 혈화는 나의 이런 이상 현상에 의심을 했 고, 난 무지무지 당황했다. 원래 눈치가 장난 아닌 줄 알았지만 벌써 이상 현상을 감지 하다니! 크, 큰일 났다. "일단 끌고 가자!" 그때 나에게 속삭이는 펜들. 그래, 일단 끌고(?) 가야 된다. 지금 저 이상한 눈빛으로 다가오는 제킨의 목숨을 위해서. 난 다급히 혈화의 앞에 서면서 그녀의 두 손을 마주 잡았 다. 그러자..... 발그레. "....."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진 혈화.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난 장렬한(?) 어조로, "혀, 혈화야." "....." ".....나랑 어디 좀 안 갈래?" "....." "가자, 부탁이야!" "....." 나의 부탁 어린 눈빛을 바라보는 혈화. 그것도 잠시..... 끄덕끄덕. 혈화의 고개가 끄덕였다. 그와 함께 난 거의 보쌈(?) 처리 전문 담당처럼 혈화를 번쩍 안았고 그대로 달려 사라졌다. "....." "....." "....." "....."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본 다른 일행들은 경직되었다. 특히 레나가..... "....." 레나는 아예 할 말을 잊어버린 채 사라진 그들의 뒷모습만 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그 모습을 본 루네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데스티니도 차암, 그걸 할 예정이군." ".....네?" 루네의 혼잣말에 레나는 멍하니 있다가 깜짝 놀라 대답했 고 그 말에 루네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덮치는 거." "....." "저렇게 보쌈 하듯 데려가는 거 보면 그거 밖에 떠오르지 않아?" "그, 그럴 리가요." 도리도리. 레나는 덮친다는 말에 얼굴이 붉어졌지만 애써 고개를 저 었고 그것을 본 루네는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말하였다. "데스티니도 남자라고." "....." "저런 미녀 아가씨를 왜 끌고 갔겠어?" "....." "휴우." "저, 절대 아닐 거에요!" 루네가 아무리 말해 봤자 레나의 믿음은 확실했다. 그런 데.... ".....짐승." "....." "내가 유일하게 인정한 존재지만 짐승의 끼가 있다." 진의 한 마디. 그 한마디는 모든 걸 압도했다. "하하하." 한편 그걸 본 케인은 난감한 듯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 "....." "....." "....." 훗. 좋다. 정말 좋아서 눈물 나겠다. 이 한적한 정적감. 웬만해서는 느낄 수 없는 환상적인 느낌이다. 그만큼 너무나도 정막이 흐 른다. "....무슨 일이야?" 그때 혈화의 고운 입술이 열렸다. 물론 그냥 열리지는 않고 의심 가득한 말투로 말이다. 그리 고 그 말에 순간적으로 땀이 삐질삐질 흘러내리는 나. 정말 난감하다! 우어억! 하지만 일단을 시치미를 떼야 한다. "으응? 무슨 일이기는. 너와 같이 있고 싶어서지." "....." "지, 진짜야." "....." 나를 빤히 바라보신다. 크윽. 크윽. 그, 그런데 너무나도 눈이 부셔서 실명될 거 같아. 어쩜 저 렇게 아리따운 소녀가 존재한단 말인가. 정말.... 세상은 불공평하다. 한편, 나의 이런 느끼한 발언에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녀. 잠시 후, 약간 기대감 어린 어조로 말했다. ".....진짜야?" "....무, 물론." "....." "거듭 말하지만 난 구라를 못 치는 순수계의 레전드?" "....." "알잖아?" 내가 말하고도 너무 무안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구라 치고 있는 내 자신인데, 구라를 치 지 못하는 순수계의 레전드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단어 선 택이다. 하지만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약간의(?) 거짓말은 필수다. 한편 나의 이런 열성적인 거짓말이 약간은 통하는 듯한 느 낌이 든다. 역시 난 순수했어!(왜 여기서 그런 이론이 성립되는지는 모 름) 아 참, 그럼 어서.... "저, 저기.... 혈화야." "....응?"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 줄래?" "....." "우,우리끼리 데이트라도.... 하하하. 그, 그래서 준비할 것도 있고....." 난 조마조마했다. 아무리 시간을 끌기 위해서 데이트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저런 아리따운 소녀에게 데이트를 거절당하는 건 남자로서 슬프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응" "때, 땡쓰! 하하." 혈화의 허락이 떨어졌다. 우어억! 데, 데이트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가진 게 아니라 한 존재의 생명 을 살리기 위하다 보니 데이트가 되어 버린 거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여기서 궁금할 테다. 여기서 내가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이유. 그건 바로 혈화를 잠시 여기에 두고 데이트 준비라는 이유라는 명목하에 제킨 을 만나기 위해서다. "....." "....." "....." "....." 스으윽. 뭔가가 지나갔다. 하지만 너무 빨라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리고... 달 라진 점. "제, 제킨씨는요?!" 레나의 한 마디. 그렇다. 바람과 함께 제킨은 사라졌다. "무, 무슨 일이죠?" 한편 나에게 납치당한(?) 제킨은 의아한 듯 물었고 난 그 물음에 숨을 헐떡이면서 말했다. "헉헉, 너 혈화에게 집적거릴 생각하지 마라." "....." "절대 말이야!" "데스티니님도 바람기가 넘쳐 흐르시는군요. 동지의 느 낌?" .....말도 안 된다. 순수계의 레전드인 나를 너랑 같은 바람둥이로 끌어들이지 마라. 난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경고를 하는 것뿐이니까. 난 어마어마한 착각을 하는 제킨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오래 살고 싶지?" ".....?" "대답해." "무, 물론이죠. 오래오래 살아서 모든 여자에게 축복을 드 릴 겁니다." ....그게 왜 축복인지는 모르겠다만 결론적으로는 오래 살 고 싶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내 말 들어야 돼!" "네?" "오래 살고 싶으면 혈화에게서 관심 버려!" "....그냥 데스티니님의 목표물(?)이라고 하시면 당장 관 심을 끌 텐데, 갑자기 오래 살고 싶으면이라니.... 하하하, 당황스럽네요." 분명 제킨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내가 지금 질투를 해서 혈화에게 집적거리는 걸 막는 거라 고. 물론 약간 질투적인 느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제킨, 내 말 잘 들어...." "네?" "나의 말에는 일체 거짓도 없어." "무, 무슨 말이시길래?" "혈화에게 집적거리다가.... 뒤져." "....." "내가 혈화에게 집적거리다가 반 병신된 남자들을 많이 봐 왔어." "그, 그럴 리가." "물론 혈화가 지금은 따뜻해 보이지만(?) 그녀는 엄연히 이 게임의 최강의 어쌔신 길드의 리더야." "....." "잘못 집적거렸다가는 혈화에게 당하는 게 아니라 그의 부 하들한테 소리 없이 사라져." "....." "그의 부하들은 혈화를 광신도처럼 좋아한단 말이다. 그런 데 자신들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스터에게 집적거리는 남자 를 그냥 둘 거 같아?" "저, 정말인가요?" "그래, 정말이다. 나도 혈화랑 알고 난 뒤, 한 12번 정 도.... 급습 당했어." "....." "그걸 보고 느꼈지. 걔네들은 미쳤다고." 목숨이 위험하다는 게 이거였다. 혈화는 자신에게 집적거리는 남자는 그냥 완전 무시한다. 상대방이 무안할 정도로. 물론 여기까지는 평범하다. 하지만 그 뒤가 문제다. 혈화에게 집적거린 남자. 사라진다. 어딘가로.... 복면을 뒤집어쓴 사내들과 말이다. 이건 워낙 은밀해서 혈 화도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다. 그리고 며칠 뒤. 한 페인이 나타난다. 그건 바로 혈화에게 집적거렸던 남자. 혈화에게 무시당했 던 그 남자다. 이쯤 되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혈화에게 집적거리면 혈 화 당사자에게는 별 피해 없이 지나가지만 후폭풍이 살벌하 다는 걸. "제킨, 잘 들어라. 목숨을 부지하고 싶으면 혈화에게 집적 거릴 모습조차도 보이지 마라. 이미 아까 너의 그 구리구리한 눈빛으로 그녀의 부하들이.... 너를 집요하게 바라보고 있을 거야." "....." "다 너를 살리기 위해서다. 알았지?" "네....!" 휴우. 다행히도 이런 나의 애뜻한 마음을 알아주다니, 감동이다. 이걸로 한 존재의 목숨을 살렸다. 그렇지만...... -주인, 혈화와 데이트 다음에 일어난 것은?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야지." 확실히 혈화와의 데이트는 좋지만, 그 후폭풍이 무섭다. 이 번에는 얼마나 나를 지근지근 괴롭히려나, 혈화 광신도들. 쳇. 9장 고대의 유적 라투스 영혼의 지팡이 크레시스 존, 신급 유물 아이템이다. 지금 난 소멸의 활 데스파라를 찾은 상태다. 그리고 그 어 마어마한 힘에 너무 놀라서 데스파라를 거의 신 모시듯 모시 고 있다. 정말 이게 한 번 사용되면 거짓말 안 하고 몬든 게 소멸된다. 그만큼 압도적인 힘을 가졌다는 거다. 정말 보면 볼수록 놀라울 수밖에 없다. 아ㅏ 참, 여기서 내가 왜 영혼의 지팡이 크레시스 존을 언급 했는지 모두 의아할 거다. 하지만 다 언급한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크레시스 존에 대한 단서로 추정되는 곳을 발견했다고?" "응." "....." 믿어지지가 않는구나. 데스파를 찾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영혼의 지팡이 크 레시스 존에 대한 단서를 찾다니! 그때 혈화가 조심스러운 어조로 덧붙였다.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아." "흐음....." "대충 확률로 따지면 20%" "....." "....." 확률이 상당히 낮군. 20%라고 하면 80%가 구라 정보일 확률이라는 건데? 하지 만 난 지금 저 20%라는 말만 해도 감사할 뿐이다. 솔직히 말해 영혼의 지팡이 크레시스 존에 대한 단서는 전 무했다. 영어로 해석하면 제로. 그런데 그나마 굴러 들어온 정보다. 20%든 1%든 지금은 잡고 봐야 할 일인 것이다. 그만큼 단서가 하나도 없으니까. "혈화, 거기가 어딘데?" "고대의 유적 라루스." "....." "....." "저기, 혈화 양?" "응?" "거기가 어디야?" "그, 글쎄...." "....." "나도 처음 들어서...." 혈화의 차가운 얼굴에서 난감하다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허! 정보라면 절대 강자인 혈화조차도 모르는 곳이라니? 난감하다, 심히. "저기, 루네 양!" "뭐, 뭐야?!" "사랑해요!" "오지 마!" "저를 받아 주세요!" "남자 싫어!" "으악!" 그때 보이는 진풍경, 루네가 정처불명의 뭉둥이를 들고 히 죽 웃으면서 자신에게 달려드는 제킨을 패는 장면이다. 루네가 정체불명의 뭉둥이로 패도 제킨은 즐거워한다. 분명 재 처음 만났을 당시에 저런 이미지가 아니었던 것 같 은데? 처음에는 여자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아주 멋진 바람둥이 이미지였는데, 어느새 지금은 한 여자에게 광적으로 집착하 는 저질적인 남자로 변한 상태다. 흐음..... "사랑해요!" "난 남자가 싫다니까!" "데스티니는 좋아하잖아요!" "데스티니는 특별하니까." "저도 특별히 해 주세요." "....." "맞을 준비도 다 되어 있어요!" 이 무슨 19금 소리?! 맞을 준비가 다 되 어 있다니. 그건 루네가 사디스트, 제킨이 마조히스트? 거참 미묘하군, 미묘해. 그 말에 루네는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내가 변태인 줄 알아!" "네." "죽을래?!" "아, 아니에요!" "나같이 청순한 여자를 변태라니, 정말 너 싫어!" 저기, 루네, 내 입으로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여자가 여자 를 좋아하는 것 자체가 그리 정상적인 취미는 아니라고 생각 하는데.... "어, 어찌 됐든 그럼 때려라도 주세요!" 저기, 제킨 군, 점점 상황이 이상해지는데?! 때려라도 달라니? 그런 저질적인 대사를 칠 줄이야. 때려 달래, 때려 달래, 때려 달래! 크윽. "....." 그 말에 루네는 어이가 없어서 굳어 버렸다. 그것도 잠시, 그녀는 무서운 표정으로 제킨을 노려보더니 말했다. "때려 줄 거야!" 퍽! "아아아앙" "....." "좋앙!" 제킨은 루네가 휘두른 뭉둥이에 맞고 그대로 날아갔다. 루네가 휘두른 뭉둥이 한 방에 말이다. 하지마나 뭉둥이에 맞 고 날아가는 장면이 진풍경이다. 그때 나는 보고 말았다. 해 탈의 경지에 이른 얼굴로 '아잉, 좋아!'라는 표정을 짓는 제 킨을. 분명하다, 분명해. 저 자식, 이상한 계열에 드디어 눈을 뜬 거다. 벌떡. 한 대 맞고 날아가서 쓰러져 있던 제킨은 벌떡 일어난다. 그러더니..... "루네 씨, 정말 미치도록 사랑해요!" "....." 제킨은 또 달려든다. 거의 좀비 수준의 생명력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제킨을 본 루네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뭉둥이를 내팽겨치더니 그대 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으악! 정말 싫어!" "사랑해요!" "오지 마!" "저는 당신 겁니다!." "내 거 하지 마!" "사랑해요!" 처음 봤다. 루네가 저렇게 절규하는 모습을 말이다. 어떻게 보면 신선하면서도 미묘한 모습이다. 루네가 저런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니, 정말 신기하다. 아 참, 그러고 보면 홀락은 루네에게 밥(?)이다. 그럼 루네 는 제킨에게 밥(?)이다. 이런 공식이 성립되는 건가? 이게 바 로 약육강식? "흐음...." 나는 고민에 잠겼다. "고대의 유적 라루스가 어디에 붙어 있는 곳이려나?" 난 그렇게 중얼거렸다. 고대의 유적 라루스라니, 하아. 정말 답답하다. "저기, 오빠." "응?" 그때 나에게 다가오더니 조심스럽게 부르는 레나. 그녀는 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분께 가 보는 건...." "그분?" "네, 최고의 트레저 헌터 바렌님요." "아!" 바렌! 확실히 알고 있는 존재다. 그리고 그는 최고의 트레저 헌터로 유명하다. 트레저 헌터란 간단하게 말해 보물 찾는 직업이다. 그리고 각종 트랩이나 기타 등등을 다루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트 레저 헌터 하면 보석이 먼저 떠오르지만, 바렌은 아니다. 그는 보석을 노리는 게 아니라 유적을 노린다. 유적이라는 건 과거의 흔적을 말한다. 보석도 찾기 힘든 마당에 유적을 찾는다? 물론 터무니없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방이 있다, 한 방이. 고대 유적 주우 제대로 된 것 하나만 터지면 순식간에 초재벌 이 되어 버릴 정도로 대단하다. 그만큼 유적을 찾는다는 건 꿈같은 이야기지만, 이분은 아 니다. 바렌은 상당수의 유적을 발견한 경험자고, 이미 어마어 마한 금액을 받은 헌터다. 거짓말 안 하고 이 게임에서 제일 갑부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유저, 그게 바로 바렌이다. 그런 그라면 고대의 유적 라 루스를 알 수도 있을 거다. 덥석. "레나야, 정말 고마우" "아, 아니에요." 난 그대로 레나의 두 손을 모아 잡으면서 웃었고, 그런 내 반응에 레나는 쑥스러워 한다. 흠, 귀엽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드러워. 손이.... 으아악! 그때였다. "짐승." "어어?!" "결투다." '자, 잠깐..." "결투다." "으악! 지, 진!" 그때 갑자기 진이 나를 보고 짐승이라고 외치면서 검을 뽑 아 들었다. 짐승이라니! 난 순수하다고! "오, 오빠...." "다가가지 마라. 짐승이다." "무슨 소리에요?" "방금 너의 손을 잡을 때 입가가 주욱 올라갔다. 짐승의 모 습이다." "....." "....." 아니, 내가 그랬다고? 솔직히 말해 난 모르겠다. 하지만 진 저 자식이 거짓말을 할 리는 없기에 분명 그랬을 거다. 내 입가가 주욱 올라간 것 말이다. 하지만 그건 남자로서 아주 자연적인(?) 현상으로, 모두 그 럴 거다. 초특급 미소녀의 아리따운 감촉에 입어 헤벌쭉해지지 않으 면 그게 남자냐? 여자지! 아니, 여자도 즐길(?) 것이 분명하다. "그, 그럴 리가요." 레나는 그럴 리 없다고 말했고, 난 그 말에 양심이 팍팍 찔 리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 진의 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진이 내 입가가 주욱 올라가는 걸 봤다면, 그건 진짜 올라 갔다는 말이다. 다른 놈이 그런 말을 하면 난 구라라고 오히려 우기겠지만, 저놈은 아니다. 저놈은 구라 까라고 해도 절대 안 까는(?) 스타일이시니까. 참으로 어느 의미에서는 대단하다. 그때였다. "그, 그리고 오빠라면.... 별 상관없어요." 레나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그리고 레나를 바라보던 진은 잠시 후 다시 자신의 대검을 집어넣는다. 그러더니... "내가 유일하게 인정한 남자, 파멸의 데스티니. 짐승은 안 된다." 짐승 아니라니까요?! 사람을 어찌 보는 겁니까! 으아악! 10장 봉인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고대의 유적 라루스에 대한 힌트를 찾기 위해서는 바렌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바렌을 찾을 수가 없다. 이분은 유적 찾는다고 이곳저곳 워낙 잘 돌아다녀서 한 곳 에 며칠 이상을 머물지 않는다. 그렇게 되다 보니 진짜 찾는 데 난감하다. 혈화의 정보력을 동원해도 어려운 일이다. 만약에 혈화가 찾아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그걸 듣고 우 리는 쫓아간다. 하지만 바렌은 없다. 항상 이런 현상이 되고 만다. 그만큼 그를 찾는 건 정말 너무너무 힘들다고 해야 하나... 그런 미묘한 게 있다. "요오, 데스티니." ".....?" "오랜만이다." "그래요, 오랜만. 바렌 형? 헉!" 그때 내 눈앞에 한 남자가 보였다. 나보다 좀 나이가 많은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고, 푸른색 머리카락으로 멋들어진 헤어스타일을 만들어 낸 남자. 키는 대략 178cm 정도? 그리고 밝게 웃는 얼굴이 그 누구라도 환 영하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 이 남자는 바로....! "바렌 형?!" "요오, 데스티니." "....." 이럴 수가! 바렌 형이 내 앞에 있다?! 찾기 힘들어서 절대 찾지 못할 것 같은 존재 바렌 형, 그 형 이 지금 내 앞에 있다. "무슨 일이냐?" 바렌 형은 내게 다가오더니 친숙한 어조로 묻는다. 난 그런 형을 보고 감동한 어조로 외쳤다. "형!" "뭐, 뭐냐?!" "정말 반가워." "나, 난 정상적이야, 이 자식아!" 너무 반가워서 엉겨 붙자, 그 형은 기겁을 한다. 저도 절대 남자에게 관심은 없습니다. 절대! 하늘이 부서져 도 말입니다. 어찌 됐든 그런 것보다 난 지금의 기분을 주체할 수가 없다. 거짓말 안 하고 진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느낌이랄까? 이 형을 찾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자 미래가 어두워졌었는 데 이렇게도 쉽게 찾아내다니! 그것도 알아서 와 주다니.... "형!" "너, 안 본 사이에 이상한 계열에 들어선 거냐?!" "....." 그때 계속 감동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자 나를 이상한 놈으 로 바라보는 형. 난 그런 형에게 맹렬히 고개를 저으면서 부 정했다. "그럴 리가요!" "근데 왜 나한테 이래!" "보고 싶었으니까요!" "뭐, 뭐?! 나 남자한테 고백 받기 싫다!" 바렌 형은 질색을 했다. 저도 남자한테 고백을 절대 죽어도 하기 싫습니다. 제가 형 을 이렇게 애타게 부르면서 찾는 이유는..... "부탁이 있어요!" "부탁?" "네!" 부탁이라는 말에 의이하다는 듯 나를 바라본다. 난 그런 형에게 바짝 다가가 말했다. "제가 유적을 하나 찾아야 하거든요." "오호?" 유적이라는 말에 눈을 번쩍이신다. 저 형은 트레저 헌터여서 돈에 관심이 지대하기도 하지만, 그에 비례해 유적이라는 것에도 엄청난 관심을 가진다. 그만큼 '유적'이라는 단어 자체를 좋아한다는 거다. 저렇게 눈이 번쩍이는 건 당연하다. 난 말했다. "혹시 라루스 유적이라고 아세요?" "라루스?" "네." "자, 잠깐만. 라루스라....." 내 말에 바렌 형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후였다. "잠시만 기다려라. 찾아보마." 그러면서 가방에서 엄청난 크기의 지도를 꺼낸다. 대략 가 로세로 10미터? 심히 난감한 크기다. 어찌 됐든 뭐든 세세하게 표시까지 된 지도를 꺼낸 바렌 형 은 수십 분 동안 그것을 바라본다. 그러더니..... "흐음....." "왜, 왜요?" 형은 한숨을 내신다. 헉! 불안하게 한숨이라니, 설마 형도 라루스에 대해서는 전 혀 모르는 건가?! 켁! 그렇다면 이건 정말 아니다. 최고의 유적 박사이신 바렌 형이 모른다면, 이 게임에서 아 는 사람은 전무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난 초조한 기색으로 바렌 형의 말을 기다렸다. 그때 형의 입이 서서히 열렸다. "라루스라는 데는 모르겠어." 헉! 헉! 헉! 얼마나 충격을 먹었으면 입에서 '헉' 이란 소리가 떨어져 나가지를 않는다. 모른다니, 모른다니, 모른다니! 유일하게 믿었던 형인데. 물론 생고생해서 찾아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저 형이 모르 면... "아 참, 데스티니." "네?" 그때 형이 갑자기 나를 불렀다. "너, 신급 아이템 찾으러 다닌다며?" "아...." 벌써 소문이 도나 보다. 뭐, 신급 아이템 때문에 워낙 싸움을 자주 했으니 소문이 돌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만 말이다. 난 내게 질문한 바렌 형을 향해 말했다. "네, 이번 유적을 찾는 것도 영혼의 지팡이 크레시스 존이 그쪽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서거든요." "오호?" 내 말에 형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에 입을 열었다. "근데 네가 신급 아이템을 찾는다고 했지?" "네." "솔직히 말해 라루스라는 데는 몰라. 하지만 신하고 관련 된 유적이 있는 곳은 알아. 물론 실제로 신하고 관련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시, 신하고 관련된 유적이요?" "어." 헉! 그렇다면....! "그 유적 이름이 뭐에요?!" "나도 자세히 몰라. 아니, 찾지도 못했어." ".....?" "거기가 신에 관련된 유적이 묻혀 있다는 정보만을 입수했 을 뿐, 그것도 거기 가 보면 영 신빙성이 없어서 말이야." "무, 무슨 말이에여?" "하아...." ".....?" 그때 형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왜 불길하게 그러시는 겁니까? 그 형은 나를 보더니 중얼거렸다. "이걸 말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왜 그러는 거예요?" "너무나도 좀 어이가 없어서." "....." "괜히 너 실망할까 봐." 내가 실망할까 봐 말을 못할 정도? 크윽! 불길하다, 불길해. 너무 불길해서 홀락이 온몸을 핥 는 기분이다. 이런 저질적인 기분은 정말 싫다. 크악! 하지만 참아 내고 0.1%의 단서라도 잡아야 된다. "형, 어디에요? 전 괜찮아요." 방금 괜찮다는 말, 전적으로 취소한다. "하하하." 그때 바렌 형이 어색하게 웃었다. 난 바렌 형이 나에게 가르쳐 주기 난감해 했던 이유를 이제 야 알았다. 하지만 너무 늦었어. 이미 너무 많은 걸(?) 알아 버렸어. 흑흑. "좀 난감하지?" "많이 난감해요." "하하하." 내가 왜 이러냐고? 간단하다. 지금 바렌 형이 나를 데려온 곳은 이 게임 내에서 제일 유 명한 '야외 온천'이었다. 이름 하여 루카리 온천이라고, 이 온천에 몸을 담그면 모든 피로의 해소와 미세한 능력치 상승까지 있다 하여 인기가 끝 내 주는 온천이다. 어찌 됐든 지금 그런 온천에 신과 관련된 유적이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이해해 줄 수 있다. 그렇지만..... "왜 여탕 쪽인가요?" "그, 글쎄." "....." "나도 여탕 쪽이어서 조사도 제대로 못했다고. 24시간 동 안 비우는 시간이 없잖아." 그렇긴 하다. 이 온천, 워낙 유명해서 아침에도 사람들 넘 쳐흐르고 새벽에도 사람이 넘쳐흐른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 이 비는 시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지금 저 치한 감시자들이 지켜봐서 몰래 들어가기도 힘들 고." "형, 몰래 들어갈 생각은 한 거네요?" "....." "....." "수, 순수한 의도야, 임마!" "정말요?" "....." "정말 순수한 의도만 있었던 겁니까?" "....." 내 말에 바렌 형은 말문을 열지 못한다. 이쯤 되면 안다. 절대 순수한 의도만으로 들어갈 마음 따위 는 쥐꼬리만큼도 없었다는 걸. 하지만 난 이해한다. 말고 깨 끗하니까. 흠, 어찌 됐든..... "근데 형, 잠입 실력 꽤 되잖아요?" "그래, 꽤 되지. 하지만 저 치한 감시자들 장난 아니야." "저들이요?" "그래." 여탕 쪽에 잔뜩 배치된 감시자들의 눈동자가 휙휙 돌아간 다. 흐음, 확실히 최고의 온천인 만큼 여탕을 훔쳐보려는 짐승 들을 잡아내기 위해 돈 좀 많이 썼나 보다. 보는 것만으로도 '나 실력자요!' 라는 포스를 남기니까. "하아, 그럼 어떻게야 하나?" 저기를 무슨 수로 들어가야 하는 걸까? 그냥 들어가면 치한이 되는 게 당연하고, 그렇다고 몰래 들 어가는 것도 힘들 것 같고 정말 난감하기 그지없다. 물론 여자들만 보내면 되는 방법도 있다. 하지면 그녀들만으로 거기에서 신에 관련된 유적을 찾는다ㅏ 는 건 어렵다고 본다. 하아.... "오, 오빠, 곤란하네요." 그때 레나가 나에게 와서 말했고, 난 그 말에 고개를 끄덕 였다. 곤란하다, 곤란해. 그 순간이었다. "레나," "네?" "곤란한가?" 진의 무뚝뚝한 한마디에 레나가 당황해 했다. 그때 진이 이어서 말했다. "대답해라." "....." 저 인간은 여동생한테 어찌 저렇게 차갑게 말을 하냐? 정말 무슨 로봇 같다. 그런 진의 어이없는 행동에도 레나는 익숙해졌는지 그냥 넘어가는 듯싶고, 그의 질문에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조, 조금요. 오빠가 곤란해 하시니." 헉! 그 말은 내가 곤란하니까 같이 곤란하다는 일편단심의 마음? 오버 안 하겠다. 어찌 됐든 내가 곤란해 하니 같이 곤란해 주는 건 너무 감동적이야. 스윽. 그때 진이 자신의 대검을 집어 들었다. 뭐 하려는 거지? 그 순간! "헉!" 진의 모습이 사라졌다. 거짓말 안 하고 진의 스피드는 장난이 아니다. 내가 최종 봉인 풀면 그나마 조금 앞서는 정도? 홀락과 팔찌의 봉인으로는 정말 상대하기에 압박감이 든 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저게 중요하다. "죽기 싫으면 꺼져라." "뭐냐?!" "너, 넌!" "치한?!" "치한이 저렇게 당당하게?!" "무, 무슨 일이지?!" 나 지금 이 순간만은 구멍이 있다면 열심히 기어 들어가고 싶다. 정말 진심이다. 이런 기분 처음이야! "오, 오빠...." 진의 갑작스러운 이상 현상에 레나도 마구 당황한다. 레나야, 약간 저런 이상한 오빠 둬서 슬프겠구나. 아니, 나도 슬픈 건가. 저런 이상한 친구 둬서, 쩝! 지금 진이 한 행동은 간단했다. 치한들을 감시하는 감시자 들 중 한 명의 목에 자신의 대검을 갖다 댄 것이다. 그리고 죽기 싫으면 꺼지시란다. 이렇게 되면 간단히 말해, 우린 당당한(?) 치한이 되는 거다. 당당한 치한, 멋진데? "지, 지금 우리보고 꺼지라고?!" "저 치한, 미친 거 아냐?!" "모두 공격하자!" "저 치한을 퇴치해!" 그때 치한 감시자들의 단결된 말들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건 괜한 발악일 뿐이야. "기회는 한 번이다." 그 말이 끝이었다. 치한 감시자들은 모두 순식간에 바닥에 엎어져서 다 기절 한 상태가 되었다. 저렇게 만든 게 누군지는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그러 니까 난 뭐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랭킹 2위인 치한님한테서 말이다. 분명 저분들도 강하다. 하지만 랭킹 2위인 치한(?) 분한테 상대가 될 리는 만무한 법. 한마디로 요약해서, 개미 한 마리랑 거인족 한 사람과의 싸 움 수준? 그 정도다. "치한이! 모두 도망가세요!" "꺅! 치, 치한?!" "무슨 치한?!" "엄청나게 강력한 치한이 감시자들을 다 기절시켜 버렸 데." "뭐, 뭐?!" 그때 여자들의 다채로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흠, 느껴지는군. 다급하게 옷을 입는 그녀들이 말이다. 한편 이런 모습을 본 레나는 굳어 버렸다. 한마디로 돌상? 사실 난 알고 있다. 진이 얼마나 순수한(?) 마음으로 이런 치한을 자청했는지 말이다. 그건 바로 레나의 곤란하다는 한마디 때문이다. 물론 의미를 잘못 이해해서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 주시기 는 했지만, 엄연히 착한 마음이다. 쩝. 우린 치한이든 아니든 일단 여자용 온천에 들어왔다.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한 놈이 발광을 해 댄다. -으악! 저 물은 수많은 여자들이 담갔던 물! 기다려라, 물 아! 물과 사랑을 하고 싶은지 절규하는 홀락 자식. 어째 저런 변태성을 가지고 있는 거지? 도대체 누굴 닮은 거야? 하아, 한심하다, 한심해. "여전하군, 홀락은." 그때 케인 형이 내게 다가오더니 웃으면서 말했고, 난 그 말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말했다. "저런 저질적인 모습은 버려도 돼요." "흠, 평생 못 버릴걸." "그건 그렇죠. 휴우, 누굴 닮아서 그러는 건지....." "야." "네?" "원래 에고 소드는 주인 닮잖아?" "....." "그런 거 아닌가?!" "그, 그럼 제가 저놈처럼 변태란 말입니까?!" "어라, 아니었냐? 나는 홀락이 항상 저러기에 너의 본래 모 습은 저런 줄 알았지." "....." 쿵! 엄청난 충격이 몰아친다. 지금 케인 형은 나를 저놈의 저질적인 검과 동급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원래 내 모습이 저런 줄로 착각하고 계신다. 거듭 말하지만, 난 착하고 순수하고 맑고 깨끗한 영혼이다. 절대로 저런 변태에다 음침하고 암울하기 그지없는 마검하 고는 너무나도 격차가 크다. 하지만 단순히 내가 저 변태 검 의 주인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저질 취급으로 받아야 하다니! 이럴 순 없다, 홀락을 교육시켜야겠다. 내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도, 도와줘." 엥? 그때 내 귓가를 자극하는 한마디, 도와줘. 뭘 도와줘? "도, 도와줘." 그때 또 들려온다. 이걸로 잘못 들은 건 아니라는 소리. 그 럼 어디서 나는 소리인 게냐?!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도저히 목소리의 출처는 모르겠는데? "왜 그래?" 그때 내 모습을 본 혈화가 물었고, 난 그 물음에 이상하다 는 듯 대답했다. "도와 달라고 누가 구시렁거려서." "....." "왜?" "피곤해?" "무, 무슨 소리야?" "그런 소리 안 들렸는데." "엥?!" 혈화 양은 그런 소리가 안 들렸다고 말하고 있다. 마, 말도 안 된다! 난 분명 들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난 다급히 주변을 살펴보았고, 그런 내 눈빛에 혈화와 나의 대화를 들은 일행들은 고개를 저었다. 퍼엉! "주인이 드디어 미친 거지." "....." "축하, 축하." "....." 그때 나타나서 내가 미친 걸(?) 축하해 주는 펜들. 지금 마음 같아서는 밟아 버리고 싶은데, 난 너무 충격적이 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환청까지 들릴 정도로 내가 맛이 가 버린 거냐? 그런 거 야?! "사, 살려 줘." ".....!" 그때 또다시 애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다급하게 주변을 보면서 물었다. "바, 방금 들었지?" "....." "....." "....." "....." "....." "못 들었어? 방금 살려 달라고!" "....." "....." "....." "....." "미치겠네!" 다들 나를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난 분명 들었단 말이다. 분명히 방금 전에도 애절한 목소리 로 살려 달라고 하는 걸 들었어! 근데 왜 아무도 못 듣느냔 말 이다. 이쯤 되면 의심할 만하다. 내가 진짜 미친 걸지도? 다들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나 혼자만 들린다. 이건 한마디로 또라이가 되었다는 건가? 이 나이에? 분명 돈에 미쳐서 살기는 했지만, 이렇게 금세 미친놈(?)이 되어 버리다니! 이건 아니야! "내, 내 목소리가 들려?" "....." "들리는 거지, 너?" "....." "으악! 1,000년 만이다!" 괴상한 목소리는 너무나도 반가워했다. 난 깨달았다. 돈에 의해 내가 미쳤다는 걸. "애들아. 그동안 고마웠어, 난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아." 난 슬픈 얼굴로 일행들에게 말했다. 그래, 난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한마디로 미쳤 다. 후훗. 그렇지만 왜 이리 정신이 말짱하지? 미쳤으면 이상한 소리 를 지껄어야 하는데... 이상하네. "네가 미친 게 아니라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게 너뿐인 거야!" "....." "그러니 안심해!" "....." 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게 나뿐이라고? 그, 그럼? "난 안 미친 거?!" 와! 막 눈물이 나온다. 이 세상에서 제일 감동적인 순간이 다. 난 아직 정상인(?)이었어. 그래, 아직 정상인! 근데 이 목소리는 어디서 나오는 거냐? 그 순간 마치 이런 내 생각을 알았다는 듯 목소리가 들려오노 다. "네 뒤야." 스윽. 난 그 말에 고개를 돌렸고, 거기에는 사람 몸집만 한 큰 돌 한 개가 있었다. "그 돌이 나야." 흑! 나 미쳤군. 보석이 말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모든 사람들이 들어서 상 관없었다. 하지만 이젠 돌이 말해? 아무리 뉴 밀레니엄 시대 라고 하지만, 돌이 말하는 건 정말 아니다. 아니, 여기서 나 말고 다른 존재가 들었다면 충분히 이해한 다. 하지만 저 돌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건 나 혼자다. 이걸 어떻게 이론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거냐?! "간단하게 말해서 주인이 미친 거지." "....." "잘 돌았군. 후훗." 그때 펜들이 깐죽거렸다. 난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그대로.... 퍼억. "으악!" 가볍게 한 대 쳤다. 그러자 비명과 함께 날아간다. 안 그래도 저기압이다. 건들지 마라. 그나저나 나 정말 펜들 말대로 잘 돈(?) 걸까? "아, 아니라니까. 난 돌이 아니고 돌 안에 봉인된 존재?" "....." "그런 거야!" 그런 거야? 근데 왜 하필 돌에? "왜 봉인됐는데?" "그, 그건...." ".....?" 그때 돌은 말을 흘렸다. 뭔가 수상한데?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돌은 어색한 목소 리로 말했다. "신 개새끼가, 아니 신 개새끼님이...." 개새끼님은 뭐 하는 분이시냐? 저분 말투가 참 독특하다. 내가 보기에는 최대한 착하게 보 이려고 '님' 자를 붙인 것 같은데, 듣는 입장으로서는 참으로 미묘하기 그지없다. 개새끼님이라니.... "그, 그 개새끼님이 내가 너무 착하다고....." "오호?" "요기에 봉인해 버렸어!" "....." "지, 진짜야!" 거짓말이 어설프다. 아니, 저건 거짓말 수준이 아니다. 요새 유치원생들도 안 넘어갈 정도의 수준 낮은 거짓말. 정 말 바보 아냐? 하지만 여기서 귀담아 들은 건 '신' 이라는 존재다. 그렇다면 역시 여기는 신이라는 존재와 관련되어 있는 건 가?! 그럼 혹시 고대의 유적 라루스도 여기에?! 그런 생각이 이어지자, 내 눈은 반짝거린다. 이거 예상치도 못한 수확이다. 저놈이 뭐 하는 놈인지는 상관없고, 저놈에게 정보만 얻으 면 된다. "어이, 돌!" "응?" "혹시 여기에 있는 유적을 알아?" "아, 그 신 개새끼님이 만든 개 같은 유적?" 알기는 아는 것 같다, 확실히. "어디 있어?" 난 기대감이 가득한 어조로 물었고, 그 물음에 그 돌은 당 당하게 말했다. "나를 풀어 줘야지만 가르쳐 줄 수 있어." "....." "나만 풀어 줘 봐. 당장 가르쳐 줄게. 천사 같은 날 풀어 줘!" 이건 보통 옛날에 악마가 맑고 깨끗한 애들 속여서 봉인 풀 게 만드는 그 시추에이션? 확실하다. 그거다. 그럼 난 어떻게 해야 하지? 순수하니까 속아야 되나? 아니, 그것보다 저 자식은 봉인 안 풀어 주면 라루스에 대 해서 안 가르쳐 줄 것 같다. "저, 저기....." "응?" "진짜 풀어 주면 가르쳐 줘? 천사 같은 네가?" "물론, 물론. 난 천사거든." 천사가 옆구리 김밥 터지는 소리 하고 있네, 얼어 죽을! 네가 천사면 난 슈퍼 천사? 지금도 워낙 천사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말이다. 왜 내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주변이 급속도로 미묘해지는 것 같지? 왜, 왜, 왜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냔 말이다! 난 이상한 좌절감에 패닉에 빠졌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지 내 자신이 이해가 안 가, 흐흑! 그때였다. "어서 천사인 나를 풀어 줘!" "....." "나만 풀어 주면 그 개새끼님이 만든 유적을 가르쳐 줄 테 니." 흐음, 분명 풀어 주면 이럴 거다. '케케케! 바보 같은 인간, 속아 넘어가다니'라는 대사가 100% 날아온다. 하지만 난 속아 줘야 한다. 고대의 유적 라루스를 위해 나 의 순수함을 알리기 위해! 그래, 그런 거다. 속아 줘야 돼. "아, 알았어. 어떻게 하면 돼?" "간단해. 내 앞에서 주문을 외우면 되지." "주문?" "그래. 지금 가르쳐 줄게. 에브리바다 하아아 하아아 쿵쿵 쿵 짝짝짝. 걸 게르니름 하아아 휴우우 부부부부 자자자자 코 코코코 네네레레레 라라송!" 그걸 지금 나보고 하라고? 그런 거지 같다 못해 미쳐 버린 주문을 지금 나보고 하라는 건가? 진정? "어서 해 줘." "....." "좋은 주문이야." 어딜 봐서 좋은 주문이냐? 미친 주문이지. 그리고 저걸 봉인 해체하라고 만든 인간, 아니 신인가? 면상 한 번 보고 싶다. 도대체 제정신으로 저런 거지같은 주문을 만들었다고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어서, 어서." "....." "나만 풀어 주면 원하는 걸 알 수 있어!" 그래, 희생하자. 한 번의 희생으로 알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희생하는 거 야!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방금 들은 주문을 힘들게 상기해 내 면서.... "에브리바디 하아아 하아아 쿵쿵쿵 짝짝짝. 걸 게르니 름......" "....." "....." "....." "....." "....." 나의 이런 주문 소리에 일행들은 나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나 진짜 이런 미친 주문은 외우고 싶지 않단 말이다. 하지 만 으윽..... "하아아 휴우우 부부부부 자자자자 코코코코 네네레레레 리리송!" 그때 돌이 친절하게 뒷부분을 가르쳐 준다. 그래, 저것만 하자, 저것만! "하아아 휴우우 부부부부 자자자자 코코코코 네네레레레 리리송!" 빠지직. 그 순간, 돌이 갈라진다. 반쪽으로 말이다. 물론 빛에 휩싸였다는 건 대충 센스로 짐 작해 주자. 항상 이럴 때 빛나는 건 너무나도 정상적이니까. 일일이 설명해 주면 지루하잖아? 어찌 됐든 빛나면서 깨진 돌과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 남자. 187cm 정도의 키에 단단한 몸을 가진 카리스마 넘치는 모 습의 남자, 흑백의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려 그 모습이 더욱 카리스마 있게 보인다. 그리고.... "케케케! 바보 같은 인간, 속아 넘어가다니." 내가 생각한 범위와 0.1%의 어차도 없이 그대로 말해 준 다. 왜 저들은 저런 진부한 대사밖에 못하는 거지? 좀 더 업그레이드 된 대사는 없을까? 휴..... "지금 내 정체가 궁금할 테지? 후훗." 별로! 하나도 안 궁금하다. 그냥 얼른 고대의 유적 라루스에 대한 것만 가르쳐 주면 감 사하겠다. 정말 쓸데없는 데 시간 낭비한는 것은 질색이어서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는 카리스마 넘 치는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롤 외쳤다. "난 마계 최상위급 마족 베르다!" "아, 그러세요?" "....." "알았어요. 어서 유적에 대한 단서나....." "지, 지금 하찮은 인간이 나를 무시하는 거냐!" "그냥 상대하기 귀찮아서....." "이런 하찮은 인간들이! 지금 당장 죽여 주마! 나를 봉인에 서 풀어 줘서 살려 주려고 했건만!" 자칭 최상위급 마족 베르는 마구 흥분했다. 난 그 모습에 귀찮아서 머리를 대충 긁은 뒤 그대로 홀락을 접었다. 그러자 홀락 왈 -별 이상한 놈들 다 나오네. "그러게 말이다." 아 참, 참고로 말하는데 너도 별 이상한 놈들 중 한 명이다. 알지? 3분 후. "이, 이럴 수가...." 3분 만에 제압당한 뒤 자칭 최상위급 마족 베르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버렸다. 난 그런 베르에게 천천히 다가가 싱긋 웃으면서 물었다. "어디 있냐?" "....." "어디 있어?" "뭐, 뭘?" "유적." "내가 가르쳐 줄 것 같으냐? 하찮은 인간...." 퍼억. "꾸에엑." 내가 그대로 뒤통수를 갈기자, 베르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난 그에게 다시 천천히 다가갔다. 천천히, 일명 '릴렉스' 하게. 그런 당므 쓰러져 있는 베르에게 다가가 상큼하게 미소 한 방 날렸다. 그러자 베르는 덜덜 떨었다. 난 혀를 다셨다(?). 그리고..... "일단 맞다 보면 가르쳐 줄지도?" "자, 잠깐, 인간!" "맞자, 후훗." "으악!"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맞으면 다 분다. 난 오늘 깨달았다. 그 명언(?)은 사실이었다고. "그, 그만 때려요." "그럼 불어." "저, 전 최상급 마족이라고요!" "그래서 어쩌라고?" "....." "최상급이든 최하급이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냐. 유적 에 대해서 부는 거지. "....." "아님 더 맞을래?" "부, 불게요!" 그제야 현명한(?) 대답을 하는 자칭 최상급 마족. 난 그런 그에게 천천히 다가가 어깨를 토닥거리면서 웃었 다. 그와 함께 살짝 협박을 가했다. "이상한 짓 할 예정이거나 구라 까면 죽는다." "....." "알았지?" "아, 악마!" "뭐?" "아, 아닙니다!" "그래, 우리 원만한 대화를 하자. 난 난폭한 건 질색이어 서. 후훗." "....." 그 말과 함께 난 살인 미소를 날려 주었다. 파지짓. 응? 그 이상한 마족은 물 안에서 문을 열었다. 금세 온천 안에 푸른색의 게이트를 생성해 내는 자칭 상급 마족. 그리고 순식간에 물은 증발해 버린다. 한마디로 온천 망함? 쿨럭! 순식간에 모든 온천의 물이 사라짐과 동시에 푸른색의 게 이트가 생성되었다. 아마도 내가 보기에는 저 온천의 물이 저 게이트를 여는 데 무슨 매개체를 하는 듯싶다. 그러니까 모든 물들이 증발이 되 어 버린 거고 말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이 물에는 온갖 치료와 미세한 능력치 상 승의 효과 등 아주 다양한 효과가 부여되어 있다. 그것만으로 예측해 보았을 때, 역시 저 물은 예사롭지 않다 는 거다. 충분히 게이트의 매개체를 하고 남는다는 거다. 그나저나 이곳 여자 온천 쪽은 완전히 망해 버리겠는데? 극도로 민망하다. 크흠! 아 참! 중요한 것을 빠뜨릴 뻔했다. "야." "네?" 난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떠오르자 그 마족을 불렀고, 그런 내 부름에 마족은 당황하면서 대답했다. 난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겁먹지 마." "....." "난 순수하거든." "....." "믿지?" 그때였다. 펑! "주인, 작작 구라 까라." 퍼억! "우에엑!" 그때 또다시 펜들이 나타나서 한마디 지껄이다가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난 나를 공포의 모습으로 바라보는 그 마족을 향해 말했다. "잠시 좀 흥분했음." "....." "원래 나 이러지 않아. 하하하." 하지만 내 변명에도 불구하고 나를 불신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최상급 마족. 쳇! "지금 저 게이트로 가는 유적의 이름이 뭐지?" "이, 이름요?" "어." "라루스." "빙고!" 틀리지 않았구나. 후훗, 드디어 라루스 입성인가? 왠지 두근거리는걸. 11장 로봇의 도시 라루스 벡벡벡(?)! 내가 이런 정체불명의 소리를 내는 이유가 궁금할 거다. 하지만 지금 나와 같은 상황을 겪는다면 내가 왜 이런 반 응, 그러니까 입질(?)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거다. -인간이다. 적으로 판단. 척살해라. "....." 후후후, 어이없군. 지금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내 앞에서 알짱거려 주시 는 3미터에 달하는 로봇 1기 때문이다. 이상한 마족이 열어 준 게이트를 통해 라루스로 넘어온 우 리는 넘어오자마자 저 로봇에게 인사(?)를 받아야만 했다. '척살' 이라는 아주 아름다운 인사말이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로봇이라니!" 그렇다, 로봇. 판타지 세계관을 가진 이 게임에서 왜 로봇이 튀어나오느 냔 말이다! 이 세상이 SF물도 아니고 말이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 으아악! "로, 로봇이라니. 하하!" 바렌 형도 그렇게 중얼거리신다. 정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와 같은 표정이시다. 물론 바렌 형뿐만 아니라 모든 일행들이 로봇을 보고 놀라 서 굳어 버린 상태이기는 하지만. 추가로 말하지만, 혈화도 놀랐다. 하지만 진은 안 놀란다. 저놈이 놀라는 모습 따위를 본다는 건 불가능한 건가? 휴, 개인적으로 정말 보고 싶다. 진이 헉! 하는 표정 말이다. 하지만 이 소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이겠지. -미사일 발사. 그때 내 앞에서 3미터에 달하는 크기를 가진 로봇이 말한 다. 그리고.... 푸시식. 가슴이 열린다. 그러자 가슴 안에 가득한 미사일 저장 창고(?)가 보인다. 그 순간! 퍼어엉! 퍼어엉! 퍼어엉! 열 개 정도 되는 미사일들이 동시에 그대로 우리를 향해 날 아온다. 행복하고 맑고 깨끗하게(?)! 이건 좀 농담이고. 어찌 됐든 위협적으로 보이는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으면 우리는 어째야 할까? 흐음... "위험해!" "제길!" "저 크론들이!" "엔티릭 실드 안 되냐?!" "거리가 너무 멀어." 엥? 그때 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열심히 달려오고 있 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냥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다. 등 뒤에는 내 눈이 미치지 않았다면 거대 레인저를 들고 오는 분도 있고, 바주카 포를 들고 오시는 분들도 있다. 그뿐 아니라 총까지 있다. 하하하! 하하하하! 어이 상실, 냉정 상실, 황당 상실이다. 레이저에다 총에다가 바주카포에다가.... 후훗, 멋지 다! 그리고 덤으로 로봇은 있고, 그 로봇은 미사일 10방을 선 물해 준 상태! 아, 정말 혼란스럽다. 머리가 부서질 것 같아. 하지만 일단 우리 쪽으로 열심히 날아오는 저 미사일들 을 처리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물론 가볍게 검으로 자르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충격으로 인해 폭발을 할 수 있으니까. "리버스 그라비트." 콰앙! 그대로 왼쪽 발로 땅을 치면서 시전한 마법. 그와 함께 중력으로 인해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미사이들. 그리고 난..... "홀락." -오케바리! 그대로 홀락을 들고 하늘을 치솟아 오르는 미사일들을 향 해 달려갔다. 그런 다음.... 파지짓! 파지짓! 콰앙! 홀락으로 미사일들을 잘라 버렸다. 물론 잘라 버리자 그 충격으로 인해 버티기는 했지만, 미리 배리어를 준비해 낸 상태여서 별 상관없다. 그나저나 이런 상큼한 미사일을 우리에게 선물해 주시다 니, 저 로봇 군, 너무 고마운걸. 그때였다. 파지짓. -..... 콰앙! 로봇이 폭발했다. 갑자기..... 하지만 갑자기 일어난 폭발은 아니다. 어느새 그 로봇의 뒤 쪽으로 진이 가 있었으니까. 왠지 멋지다. 나도 분명 미사일을 처리했는데 왜 안 멋지고, 저 자식은 로봇을 대충 검으로 그어도 멋있는 거냐! 앙? 이게 뭐야! 아씨!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차별(?) 에이, 정말 기분 나쁘다! -훗. "뭐냐, 이 자식아." -아니, 너무 주인이 초라해 보여서. "....." -왜 랭킹 2위는 멋지고, 랭킹 1위는 구리구리하지? "죽을래?" -...... "닥쳐!" 안 그래도 이상하게 폼이 안 나서 저기압인 나를 건들다니, 홀락, 많이 컸다? 머지않은 시간 내로 '그걸' 해야겠다. 홀락이 죽도록 좋아 하는 그걸 말이다. 그때였다. "다, 당신들 누구에요?!" "거, 검이라니?! "뭐, 뭐에요!" 그때 네 남자가 우리를 보고 당황해 했다. 그거, 우리가 해야 할 대사인데? 총과 바주카포 레이저를 들고있는 당신들의 정체가 저는 더 궁금합니다. 이런 판타지 가득한 곳에서 저런SF무기라니, 정말 조합 자체가 안 맞으니까. 가끔 SF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이런 장면이 등장한다. 로봇의 진화. 흐음, 간단하게 말해서 로봇이 있다. 하지만 갑자기 로봇이 미쳤다. 그래서 로봇이 이상해진다. 그리고 인간과의 전쟁이 일어난다. 음, 내가 설명하고도 너무 아름답게 설명해서 무안하군. 아 참, 이게 아니라 어찌 됐든 SF소설이나 영화에 자주 등 장하는 단골 메뉴다. 그런데 그 단골 메뉴가 지금 이 게임, 그러니까 라루스에서 벌어졌다. "그, 그럼 너희들은 검과 마법을 쓰는 세상에서 넘어왔다 는 거야?!" "아, 뭐." 검과 마법을 쓴다는 말에 리더 아저씨는 기겁을 했다. 대략 나이는 사십 대 중반이다. 등 뒤에는 보기만 해도 무거워 보이는 레이저를 매달고 있 고, 역시 리더답게 상당한 근육과 카리스마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놀라서 어안이 벙벙한 상태다. 사실 놀래야 하는 사람은 우린데.... "믿을 수가 없군." 그 아저씨, 즉 렌탄 아저씨는 고개를 저었다. 저도 믿을 수가 없어요. 이 게임 안에 이런 설정으로 구성 되어 있는 세계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까요. 아 니, 나뿐만 아니라 아무도 생각지 못했을 거다. 이 게임 개발 자인 그분을 제외하고는. 참, 어떻게 보면 정말 그분은 대단하시다. 휴우..... 그나저나 이 상황은 어떻게 된 거지? "이 도시, 왜 이 모양이 된 거죠?" "하아, 100년 전이었다." ".....?" "우리는 최첨단 과학을 보유하고 있었지. 당연한 말이지만, 전투 로봇부터 시작해 보조 로봇 등 모든 과학의 총집합 도시 였다. "흐음...." "그런데 한 개의 보석 때문에 지금 이 모양이 되어 버렸 다." "....!" 보, 보석? 설마?! 렌탄 아저씨의 말이 이어졌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보석이 한 전투 로봇에 힘을 주 기 시작했다. 어마어한 힘과 지능을 말이야." "....." "그때부터 시작이 된 거야. 인간들과 로봇들의 전쟁 말이 야." 잘 생각해 보자. 저번에 내가 신급 아이템 소멸의 데스파라 를 찾기 위해서도 세 개의 보석을 찾은 적이 있다. 그런데 지 금 여기서 또 한 번 언급된다. '보석'이라는 단어가 말이다. 그뿐 아니라 그 보석은 미지의 힘을 담고 있어, 로봇들을 미친 로봇으로 만드는 능력까지 보여 주고 있다. 이쯤 되면 입질(?)이 온다. 확실히 '팍팍!' 와! "왜 그러냐?" 내가 입을 헤벌쭉하자, 렌탄 아저씨가 물었다. 난 그 아저씨의 말에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하하." "....." 뭐 어찌 됐든 이건 기회다. 그 로봇들 대장 자식을 면담해서 보석 강탈할 거다. 크하 하! 그때였다. 콰앙! 콰앙! 콰앙! 어, 어라?! "꺅!" "뭐, 뭐야?!" "무슨 일인가?!" "도대체 뭐야?!" 갑자기 어마어마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이건 미사일이 한 번에 다량으로 터진 소리이다. 벌컥! 그때 우리가 모여 있는 방의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모습 을 보인다. 대략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 남자는 숨을 가 쁘게 몰아쉬더니 렌탄 아저씨를 향해 외쳤다. "크,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지?" "크, 클론들의 공습이에요!" "뭐, 뭐라고? 크론들이 우리의 비밀 기지를 무슨 수로!" "우리 쪽에서 배신자가...." "빌어먹을!" 호오? 크론이라? 분명 내 생각이 맞는다면 그 크론이라는 아저씨들ㅇ른 우리 들이 넘어오자마자 공격한 그 로봇일 텐데, 그러면 지금 이 마을을 공습한다는 소리인가? 잔혹 그 자체였다. 로봇들의 미사일에 갈가지 폭발되어 사라진 사람들, 그리 고 한 치의 자비도 없이 어린아이들과 여자들, 그리고 노인들 을 죽이는 로봇들....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제길! 어서 모두 피해! 너희들도 피해라!" 렌탄 아저씨는 처음 보는 우리까지 챙겨 주고 있다. 하지만 별로 그럴 마음이 들지는 않는군요. 난 그대로 터벅터벅 앞을 걸어 나갔다. 그러자..... "무, 무슨 일을?!"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거든요." 싱긋. 난 그 말과 함께 한껏 미소를 지어 준 뒤 그대로 홀락을 집 어 들었다. 그와 함께! "홀락, 중력 해지." -오케바리! 파아앗. 그러자 순간적으로 힘이 치솟아 올랐다. 난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은빛의 팔찌를 단숨에 풀어 버렸 다. 파지짓! 은빛의 팔찌가 풀리자마자 폭발되는 나의 힘! 마음에 안 든다, 저 로봇 놈들! 최소한의 개념은 있어야 할 게 아닌가? 아니, 마음이 없는 로봇들에게 그걸 요구하는 내 자신이 이 상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은 나중에 해도 될 것 같다. 저 로봇들에게 잔인 하게 죽어 나가는 사람들을 살리는 게 지금 내가 할 일이니 까. "마, 말도 안 돼!" 렌탄은 믿을 수가 없다는 듯 앞을 바라보았다. 이건 이론상 절대 불가능하다. 다른 차원에서 넘어왔다는 그 소년은 검 한 자루만을 들고 300기가 넘는 크론들을 향해 달려갔다. 물론 그 행동을 보고 렌탄은 황급히 막 으려고 했지만, 이미 그 소년은 사라진 뒤였다. 그리고 나타난 건 저 삼백 기가 넘는 클론들의 사이. 학살이었다. 말 그대로 학살! 그의 검이 한 번 가르면 그 강력하기 그지없는 크론들이 한 기씩 부서졌고, 마법이라는 신비한 힘과 검의 조합은 순식간 에 크론들을 녹여 버리거나 부숴 버렸다. 한마디로 혼자서 삼백 기의 크론들을 상대하는 상황이다. 솔직히 말해, 지금 자신들의 전력으로는 크론 50기도 상대 못한다. 삼천 명이나 되는 인원이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물론 그중 비전투직인 사람들이 천 명 가까이 된다지만, 그 래도 나머지가 이천 명이다. 그 이천 명이 크론 오십 기도 상 대하기 버거운 게 사실인 것이다. 하지만 저 소년은 혼자서, 혼자서 크론들을 쓸어버리고 있 다. "이, 이게 다른 차원에서 온 자의 힘?" 렌탄은 생각했다. 도대체 그곳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온 자의 힘은 엄청나다고. 하지만 케인이 그런 착각을 바로잡아 주었다. "노, 노! 아니에요." ".....?" "저희 쪽도 인간들이에요. 저런 괴수 짓거리는 못한다고 요." ".....?!" "한마디로, 저놈이 특별한 거죠." "저, 저 소년이?!" "네." "....." 그 말에 렌탄은 케인을 바라보았고, 케인은 웃으면서 말했 다. "걸어 다니는 핵폭탄." ".....?" "저놈의 별명이죠. 물론 이건 일부분이고. 정식 명칭은 파 멸의 데스티니, 운명의 파괴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죠." "운명의 파괴자.....?" "네, 저놈이 별로 카리스마적인 모습이 없어서 그렇지, 사 실은 저희 쪽에서 최강의 존재...." "최강의 존재?!" 최강이라는 말에 렌탄이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다. 케인의 말이 이어졌다. "네, 최강이죠. 흐음, 한마디로 절대자라고 해야 하나요? 조금 오버해서 저놈이 한 번 움직이면 수십만 명이면 움찔합 니다." "수, 수십만 명!" 수십만 명이라는 말에 렌탄은 기가 차다는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케인은 렌탄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오늘 하루, 아마 바쁘실 거에요." "무, 무슨 말이지?" "저 로봇 폐품들을 처리한다고요." "....." "쟤 봉인 푼 이상, 절대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해요. 그래 서 쟤 별명이 파멸이거든요." "휴우....." 삼십 대 초반의 한 남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유독 좋은 날씨를 선보이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사 람 좋아 보이는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제자나 만나러 가 볼까?" 그 말과 함께 그는 천천히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한마디 더 내뱉었다. "데스틴, 방가 방가인가?" 외전 홀락의 하루 "와!" 홀락은 행복의 굉음을 질렀다. 드디어, 드디어 그날이 왔다. 한 달에 한 번 마족으로 변할 수 있는 날이. "후후후! 이제 소녀 떼(?)가 날 기다리고 있겠군." 확실하다. 이제 소녀 떼(?)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다. 자신은 절대적으로 완벽한 존재였으니까, 그런 자신이 마 족의 모습이 된 이상, 게임 종료다. "후훗! 가 볼까?" 오늘 그의 목표는 변방 마을 지르칸이었다. "홀락은?" "오늘 변신 날이잖아?" "헉!" 난 펜들의 변신이라는 말에 기겁했다. 오, 오늘이 변신 날이었냐?! 젠장! "홀락 그 자식, 어디 갔어?" "글쎄? 아마도 근처 마을에 가지 않았을까?" 난 그 말에 다급하게 혈화를 바라보았고, 그런 내 눈빛에 혈화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싶더니 말했다. "이 근처의 마을이라면 변방 마을에 속하는 지르칸이 있 어." "....." "....." "으악! 혈화, 거기가 어디야?" "내가 안내할게." 난 그대로 혈화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하필 오늘이 홀락의 변신이 풀리는 날이라니! 홀락이 변신한 거 가지고 내가 웬 생난리를 피우는 건지 모 르겠지만, 홀락 저 자식이 나간 줄도 모르다니, 정말 나도 참..... 여기서 모두 궁금할 거다. 내가 왜 이렇게 흥분하는지 말이 다. 홀락은 검 상태일 때도 상당한 저질이다. 아니, 저질이라는 단어는 미흡하고 간단히 왕저질이다. 그만큼 저질계의 전설적인 존재라고나 할까. 그런 그가 마족으로 현신하면서 힘이 생긴다? 그뿐 아니라 활동하기도 편해진다? 이러면 한 가지 일이 일어난다. "개판 오 분 전." 으윽, 저번 일이 떠오른다. 자신의 여인들이라면서 수십 명에 달하는 소녀들의 입술을 훔친 그 사건을 말이다. 이 변태 자식, 정말! 하아, 어서 막아야 한다. "외지인인가? 환영하네." 마을 촌장 블렌은 눈을 반짝거리면서 들어오는 홀락을 향 해 말했고, 그 말에 홀락은 한껏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이곳에는 소녀 떼가 얼마나 있나요?" "....." ".....?" "무, 무슨 말인가?!" 갑자기 소녀 떼 타령하는 홀락을 본 촌장을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랄 했고, 잠시 후 홀락은 천천히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 "뭐, 직접 보면 되겠죠. 후훗. 모든 여자들이여, 내가 왔 다!" "너, 나한테 반했지?" "....." "뭐, 미치겠다고?" "....." "하아, 이놈의 인기란....." "....." "'사랑해' 해 봐, 베이비." "....." 18살 정도로 되어 보이는 소녀는 홀락의 미친(?) 짓거리에 굳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냉각된 상태다. 너무나도 당황스럽다. 갑자기 길을 가던 자신의 앞에 나타 나더니 납치해서는 아무도 없는 공터로 데려와 지금 이러고 있는 거다. 사실 소녀는 지금 너무 무서웠다. 웬 저질스러운 남자가 자 신에게 이상한 짓을 할까 봐. "야." "네, 네?!" 홀락의 한마디에 소녀는 깜짝 놀라 대답했다. 그 말에 홀락은 만족스럽다는 듯 말했다. "좋아?" "....." "내가 불러 주니 좋아?" "....." "풋! 좋은가 보군." 아무리 착각은 자유라지만, 홀락의 착각은 이미 착각이 아 니다. 망상이다. 분명 소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홀락은 이미 저 소녀가 자신의 매력에 빠져서 허우적거린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 이 오빠랑 키스나 할까? 크크크!" "....." 홀락의 음침한 미소에 소녀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하지만 홀락은 감동해서 저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과 함게 홀락의 입술이 그 소녀의 입술을 향해 천 천히 움직인다. 소녀는 반항을 할 수가 없었다. 왠지 무언의 압박이 소녀를 붙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이 공포의 시간이 어서 지나가는 것뿐이었다. 퍽! "꾸에엑!" "이 자식아, 여자 납치해서 뭐 하는 짓이야!" "나, 납치라니? 주인, 오해야!" "오해? 개뿔!" "지, 진짜 오해야. 저 여자가 내가 좋다고 쫓아왔어!" 자신을 쫓아왔다고 말하는 홀락.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소녀 는 갑자기 나타난 데스티니를 향해 맹렬히 고개를 흔들었다, 절대 그런 건 아니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걸 본 데스티니는.... "구라까지 마." "으아악!" "정말 못 살겠다." 하아, 진짜 말 그대로 못 살겠다. 어떻게 여자를 납치해서 자신한테 반했다고 생각을 할 수 가 있는 거지? 그건 생각의 범위를 넘은 건데, 하아.... "괜찮아요?" 난 잔뜩 겁먹은 소녀, 즉 홀락이 납치해서 자신을 사랑한다 고 우긴 소녀를 향해 다정다감하게 말했고,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소녀, 참 안됐다. 살면서 이런 경험 절대 못한다. 아니, 할 거라고는 생각지 도 못한다. 이런 미친 경험을 한다는 생각이 가능할 리가 없 으니까. 그러니까 그만큼 충격도 확실히 클 거다. 그때였다. "질투하는 거지, 혈화?" "....." "내가 다른 여자의 사랑을 받으니 질투하는 거잖아?" "....." "진짜 좋으면 좋다고 해, 앙탈쟁이." 나한테 그렇게 맞았으면서도 정신 못 차리고 혈화에게 집 적거리는 우리 홀락 군, 정말 어느 의미에서는 존중ㅎ한다. 그 순간이었다. "이번에는 정말 용광로에 넣어 버릴 거야!" 혈화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그와 함께.... "헤헤헤! 나 잡아 봐라!" 열심히 도망가는 홀락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난 저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홀락에 대해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말이다. '또라이!'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