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임의 시작 -- > 아주 화창한 날씨였다. 5월의 따스한 태양 아래 들판의 나무와 풀은 푸릇푸릇한 기운을 연신 뽐내었다. 날갯짓을 출렁이는 나비들은 하늘을 수놓으며 화사하게 피어난 꽃봉오리를 찾아다녔다.하지만 얼마 멀지 않은 곳에는 거대한 미래도시의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곳곳에 올라서 있는 수백층 높이의 빌딩숲과 그 사이를 겹겹이 공중을 날아 이동하는 무중력의 플라잉카들. 하늘 높은 곳에서는 어느 기업체 상품을 선전하는 3D 레이져 영상이 어지러이 흔들리고 있었고, 삼중 도로 꾸며진 보도블록 길에서는 수많은 인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지나다니고 있었다. 이러한 복잡한 도심의 하늘. 한 노란색의 플라잉 카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한 검은 머리의 사내가 앉아 있었는데, 잡지를 꺼내 읽고 있는 것으로 보아 운전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얼마 후 그 플라잉 카는 유흥가 한 편에 위치해 있는 거대한 철재 형틀로 짜인 원형경기장 앞으로서 서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땅에 완전히 안착하자 문이 절로 열리며 전자음이 섞인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손님. 리마시티콜로세움에 도착했습니다. 요금은 42크랑입니다. 잡지를 덮은 검은 머리 사내가 손에든 전자수첩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 정산되었습니다. 그럼 목적하신 일에 행운이 있기를 빌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사내가 내려서자 문이 닫히며 플라잉택시가 하늘로 치솟아 올라갔다. 이를 잠시 지켜본 그가 곧 시선을 바꿔 앞에 놓인 원형경기장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여기가 콜로세움이라는 곳이군.” 혼잣말로 흥얼거린 사내가 입구 계단 근처에 놓은 자판기판매대들을 보고는 천천히 걸어갔다. 그는 곧 커피 자판기 앞에서 서고는 주머니를 이리저리 뒤지며 5크랑이라고 써져 있는 동전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동전 투입구에 넣고는 밀크커피라고 써져 있는 버튼을 눌렀다. 순간 기계에서 딸깡딸깡하는 소리가 들리며 1크랑짜리 동전 2개를 뱉어냈다. 그는 잔돈을 주머니 넣은 다음 따뜻하게 데워져 있는 커피를 집어 들었다. “음. 자판기 커피치고는 향기가 좋은데.” 커피 향내를 음미하던 사내가 근처 길가에 놓인 벤치로 가 편한 자세로 철퍼덕 앉았다. 그런 다음 커피 한 모금 꿀꺽 삼키고는 청명하고 푸른 하늘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이 사내의 이름은 오 범석. 며칠 전에 월드 사에서 새로 출시한 인생 시뮬레이션 192/12 쪽 금 패키지게임 ‘퍼펙트월드’를 플레이하는 게이머였다. 앞으로 그는 이곳 가상공간 안을 살아가며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꿈을 이루나가야 했다. “이런 내 정보를 확인 해 봐야지.” 범석이 천천히 자신의 정보 창을 열었다. 주변 환경에 적응하느라 지금껏 잊고 있었지만, 자신에 대한 정보 확인은 앞으로 게임을 진행해 나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일이었다. 월드 사 게임은 랜덤 케릭 생성 시 썩 괜찮은 특수 능력을 주었기 때문에 그는 항시 랜덤으로 케릭을 만들었고, 당연히 살펴보지 않는 한 자신의 정보를 알고 있을 까닭이 없었다.이름 : 오 범석.구분 : 개조인간(0년).소속 : 없음.명성 : 0.악명 : 0.스태미나 : 5200/5200.사회성 : 64, 근력 : 61, 체력 : 52.민첩 : 92, 균형감각 : 71, 지능 : 46.3/12 쪽 정신력 : 52. 판단력 : 72, 재주 : 44.운 : 62.현재기량/잠재능력 : 616/1000.특성 : 위대한 의지.특이사항 : 게임 내 주인공으로 새롭게 사회에 진출한 초년생이다. 아직 보유한 ‘엘프’는 없다. 가장먼저 눈길을 끈 것을 범석의 구분이 개조인간이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큰돈을 들여야지만 얻는 특수신체를 지닌 인간들로,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에게 주는 기본 옵션 중 하나였다. 그런데 왜 게임에서 플레이어에게 이런 고가의 신체를 제공하느냐? 그건 게임 내 사회구성원 중 하나이며 강인한 신체를 보유하고 있는 엘프들과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였다. 만약 이 신체를 초기에 제공하지 않는다면 플레이어는 신체적인 측면에서 강인한 엘프들에게 밀려 한 결 같이 사무직이나 서비스직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당연히 플레이의 향방이 단편적으로 흐르는 부작용이 생길 터였다. ‘으음. 생각보다는 괜찮네.’4/12 쪽 시선을 내려 스텟치를 확인한 범석이 그럴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능과 재주 스텟은 각각 46과 44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나머지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특히 민첩은 92나 되어 기민한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될 듯싶었다. ‘후후. 이거 육상선수로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잠시 헛웃음을 흘린 범석이 특성 란을 손가락으로 콕 찍어 자세한 정보 창을 열었다. ‘위대한 의지’라고 쓰여 있기는 하지만 이 글귀 하나만으로 자신의 특성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위대한 의지.구분 : 희귀급.동작시간 : 150분(사용 후 3일간 비활성화).기능 : 모든 스텟 +10. 보건데 발동과 리미트타임이 있는 엑티브성 희귀 급의 특성으로 보였다. 전설 급이 뜨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모든 스텟 수치가 +10이 된다는 것은 어느 전설 급의 특성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았다.5/12 쪽 단지 문제라면 150분이라는 리미트타임이 있다는 것. 하지만, 직업만 잘 선택하면 이런 장애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어보였다.범석이 다음 메뉴를 열어 내용을 읽어나갔다.팀명 : 갓즈나이츠GC.구분 : 검투.명성 : 0.선수단 : 0.스텝 : 0.현재자금 : 5000000크랑.특이사항 : 리마시티를 연고로 둔 아마추어클럽. 선수단과 스텝들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당장은 대회를 치를 수 없음. 이번에는 그가 소유한 갓즈나이츠GC라는 검투사팀에 대한 내용이었다. 선수단 스텝이 모두 갖추어져 있지 않은 탓에 별 내용은 없지만, 기본자금 500만 크랑이 관심이 갔다. 도심지의 중형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금액으로 꽤나 큰돈이기는 했지만 쓸 만한 팀원들을 영입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돈이었다. 범석은 이 돈을 밑천삼아 팀을 꾸준히 성장시켜나가야 했다.6/12 쪽 “자. 그럼 슬슬 들어가 볼까.” 그가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슬슬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아, 시합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될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전망 좋은 자리에서 관람을 하고 싶던 그이기에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급히 계단을 뛰어 올라간 범석은 네다섯 명쯤 줄이 서있는 매표소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의 차례가 오자 150크랑을 내고 관람권을 구입했다. “후우. 대단히 넓네.” 콜로세움 내부에 들어선 범석은 감탄해 마지않았다. 10만석의 좌석이 설치되어 있는 그랜드스탠드와 넓게 펼쳐져 있는 지름 100M 정도의 원형결투장. 그리고 하늘 수놓는 3D 전광판의 광고영상은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했다. “여기서 검투경기가 열린다 이거지.” 검투. 콜로세움이라는 전용경기장에서 양 팀 각각 12명씩 총 24명의 검투사들이 서로 싸워 자그만 깃발을 단 상대의 검투사를 먼저 쓰러트리는 팀이 승리하는 스포츠 경기이다. 과거 로마시대의 검투경기를 현대적 감각에 걸맞게 본 따 만든 경기로, 게임 내에서는 세계 3대 스포츠 중 으뜸으로 통하고 있다. 그런데 범석이 이 경기를 왜 관람을 하느냐? 방금 전 확인했던 정보에 나온 것처럼 7/12 쪽 자신의 진로를 검투사와 프로 검투사 팀의 이사장으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그 동안 경험한 수많은 가상현실 MMORPG를 통하여 검이라면 이골이 났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게임에는 여타 다른 게임과 달리 스킬이나 경지, 마나같은 특별한 힘이 없어 먼 치킨적인 힘을 발휘는 못했다. 하지만 게임 시간으로 수백 년간 쌓아온 검의 대한 센스가 사라질 리가 없으니, 큰 도움이 될 것이 자명했다. “저 앞이 적당하겠다.” 범석은 선택한 좌석은 경기장 맨 앞쪽 선수입장 입구 바로 옆이었다. 검투경기를 자세히 살펴보고 싶기도 했고, 경기에 임하는 검투사의 모습도 확인보고 싶었기 때문이다.그는 가장 적당한 좌석을 찜하고는 가만히 앉아 경기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와글와글. 얼마 쯤 지나자 경기장 내로 관람객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게의 경우 점박이문양의 셔츠를 입고 목에는 같은 색의 머플러를 둘렀는데 간혹 요상하게 생긴 슈트를 착용한 사람도 보였다. 오늘 열릴 경기의 홈팀인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의 유니폼으로, 그 팬들임이 분명해 보였다. 그들은 한데 모여 자리에 앉더니, 곧이어 반대편 쪽 관람석으로 들어오는 관람객들을 향해 야유를 보내고 있었다. 모두 검정색 유니폼들을 입고 있는 사람들로 원정팀8/12 쪽 인 블랙 캣즈팀의 팬들임이 확실했다. 그들은 수적으로 훨씬 적음에도 불과하고 홈팬들을 향해 멋지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며 도발하고 있었다. ‘참나. 뭐하자는 건지.’ 특별히 누군가를 응원할 마음이 없던 범석은 묵묵히 앉아 이들의 작태를 구경할 뿐이었다. 잠시 후 공중에 떠 있는 3D 입체 영상에서 광고영상이 일제히 멈췄다. 직감적으로 경기 시간이 가까웠다고 알아챈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관람석 옆으로 난 통로를 바라봤다. - 양팀. 검투사 입장이 있겠습니다. 와아아아! 아나운서가 검투사들의 입장을 알리자 고막이 터져나갈세라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 범석은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서서히 통로를 통해 나오는 검투사들을 바라봤다. 모두가 특촬물의 주인공들이나 입는 요상한 슈트를 착용하고 있었고 어깨춤에는 헬멧을 끼어 있었다. 또 각자의 손에는 날이 뭉툭한 검이나 창 등의 무구들이 들려있었다. 그러나 그의 관심을 끈 것은 특이한 복장보다는 검투사들의 외모였다.9/12 쪽 “아. 쟤네들이 엘프구나.” 뾰족이 솟아올라 있는 두 귀와 쭉 뻗은 몸매. 인간 여성으로서는 결코 따라올 수 없는 극한의 외모. 강인한 신체와 빠른 몸놀림. 그리고 주인에게 절대 순종함은 물론 결국 죽음까지 함께하는 행동양식. 모두 다 엘프들을 지칭하는 특징으로, 이 덕분에 많은 남성들로부터 극진한 사랑을 받았다. 다만 문제라면 인간 여인들처럼 연애로 사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거금을 주고 사야 한다는 점이랄까? ‘휴. 쟤들을 살려면 도대체 얼마나 일해야 할지.’ 엘프들은 아기로 태어나서 자라나는 일반적인 성장을 거치지 않는다. 그저 거대 배양 관에서 성인인 채로 태어나, 어느 정도 글과 말 등의 기본적인 소양을 배운 후 엘프마켓에 내보내질 뿐이다. 그리고 인간들은 거금을 주고 그녀들을 사는데 그 가격이 아무리 최하급이라도 100만 크랑이 넘었다. 일반적인 남성이 쓰지 않고 5년은 벌어야 만질 수 있는 거금이니, 꽤 큰돈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야릇한 잠자리뿐만이 아니라 산업 혹은 경제 활동에도 쓸모가 많아, 그 주인에게 많은 금전적 이득도 가져다주었다. 지금 나오고 있는 검투사들 중 반 이상이 주인이 있는 엘프들로 분명 그 주인은 큰돈을 손에 거머쥐고 있을 터였다. 범석도 여력이 닿는 대로 자신만의 엘프들로 이루어진 하렘 검투사 팀을 창설할 계획을 가지고 10/12 쪽 있었다. - 양 팀 검투사들 팬 여러분께 경례! 결투장 한 가운데까지 이동한 검투사들이 무구가 든 손을 가슴에 가져 대더니, 각자의 팬들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다시금 터져 나오는 환성소리. 팬들은 각자의 응원팀에 힘이라도 불어넣어 주려는 듯 목청껏 고함을 치고 있었다. “와아! 파이팅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오늘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블랙 캣츠! 저 자식들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까 봐줄 필요가 없어. 그대로 강등시켜 버려!” 한 블랙 캣츠 팬의 고함에 순간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진영의 분위기가 삭막해졌다. 다름이 아니라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현재 그레이트 하이에나즈는 총 전적이 37전 6승 3무 28패로 해당 에이리어리그 순위 18위를 달리고 있었다. 17위와는 반 게임 차. 만약 올 시즌 마지막경기인 오늘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면 그대로 강등되어 버리게 되었다. 당연히 홈팬들은 비장할 기분일 터, 이를 가지고 놀리는 상대팀의 팬이 달가울 리가 없었다. 곧이어 몇몇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팬들이 관람석을 빙 돌아 블랙 캣츠팀 응원단을 습격했고, 장내는 시합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소란스러워졌다.11/12 쪽 약속 한 바대로 신작을 올리겠습니다. 다만 스포츠계열인데다가 미래를 배경한 SF에 가까운 터라, 독자분들에게 마음에 드릴 지 몰라 약간 겁이 납니다. 하여간 많은 사랑 부탁드리고요.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조금만 참고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워낙 생소한 소재라 설명이 많이 추가해야 되는데 초편 부터 설명으로 일관할 수는 없어서요. 차후에 세계관에 대해 추가적으로 설명이 기입될 예정입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12/12 쪽 하여간 많은 사랑 부탁드리고요.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조금만 참고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워낙 생소한 소재라 설명이 많이 추가해야 되는데 초편 부터 설명으로 일관할 수는 없어서요. 차후에 세계관에 대해 추가적으로 설명이 기입될 예정입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12/12 쪽 < -- 게임의 시작 -- > “모두 이성을 차리세요. 더 이상 소란을 피우시면 체포즉시 형사기관에 고발 조치하겠습니다.” 긴급 출동한 엘프 보안요원들로 인해 사태는 진정되었다. 난동을 부린 팬들의 수가 적었기도 했지만, 월등한 신체능력의 엘프 보안요원들이 강경하게 밀어붙이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팬들은 이리저리 찢긴 옷차림으로 각자의 좌석으로 돌아가 조용히 앉았다. 잠시 후. 각 팀 벤치에서 앉아있던 검투사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각자의 전투 시작지점에 가서 진형을 짰다. 먼저 홈팀인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은 방진 형태인 4열 횡대로 섰다. 방어에 특화된 진형으로 전력이 상대보다 약할 때 주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블랙 캣츠팀은 역삼각 형태인 추행진을 만들었다. 상대의 진을 돌파할 때 사용하는 진형으로, 적 진형을 분단시키거나 중앙에 있을 깃발을 단 대장검투사를 잡을 때 주로 사용하는 진형이었다. 검투경기에서는 어찌됐든 지간에 상대의 깃발을 단 대장검투사를 잡으면 승리하는 경기였다. 삑. 심판의 호각 소리와 함께 양 팀의 진형이 서서히 측면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경회1/11 쪽 기가 막 시작된 것이다. 관중들은 두 손을 꽉 움켜잡은 채 긴장된 눈빛으로 자신들의 팀을 바라봤다. “모두 준비해!” 순간 블랙 캣츠팀 검투사들의 움직임이 기민해졌다. 손에 든 무구들을 곧추세우는 것으로 보아 곧 돌진할 기세였다. 이를 본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의 검투사들이 서로의 어깨 간격을 더 밀착시키며, 상대의 공격에 대비했다. “모두 돌격!” 주장으로 보이는 한 검투사의 외침에 블랙 캣츠 팀의 검투사들이 일제 돌격을 감행했다. 지축을 울리는 듯발 발자국 소리와 함께 양 진영이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곧이어 쿵하는 소리와 함께 양 진영이 출렁거렸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기세 싸움에 들어갔다. “모두 밀어!” “절대 뚫리면 안 돼! 모두 힘내서 버텨!” 진형 중앙의 검투사들은 각자 무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결코 사용하지 못했다. 서로 압착되어 있던 상황인 터라 휘두를 공간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익은 어2/11 쪽 느 정도 공간의 여유가 있던 터라 본격적인 전투에 들어갔다. 창. 깡. 차앙. 희뿌연 광채의 검과 창이 사방을 난무했다. 서로 부딪혀 불꽃을 튀기는가 하면 견제를 하듯 그저 허공을 휘둘러지기도 했다. 그 중 블랙 캣츠 우익에 있던 한 검투사가 단연 돋보였다. 쏟아내는 매서운 공격 하나하나가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었다. 곧 그녀는 휘청거리는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 검투사 하나의 허리를 낚아채고는 뒤쪽으로 물러났다. 뒤이어 동료 블랙 캣츠 검투사들과 함께 포위해 난자하듯 베어버렸다. 결국 온 몸에 검격을 받은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검투사가 힘없이 바닥에 풀썩 쓰러지더니 움직임을 멈췄다. “하나 없앴다! 모두 힘을 내!” “와아아!” 그 사이 중앙 맨 앞에서 돌파하는 블랙 캣츠 검투사가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깃발 검투사 앞까지 당도했다. 만약 여기서 더 돌파를 허락했다가는 당할 것이 자명한터 대장검투사는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는 밀집의 균열을 불러왔고 진형은 모래알처럼 흩어지기에 이르렀다. 승기를 잡은 블랙 캣츠 검투사들은 좌익 쪽에 모든 전력을 집중해, 물러서려는 서너 3/11 쪽 명의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 검투사들을 포위했다. 이어지는 일제 공격. 창창. 퍽퍽퍽. 블랙 캣츠의 검과 창끝이 난자하듯 쏟아져 들어갔다. 동료들의 위기에 다른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의 검투사들이 진입을 시도했지만, 봉쇄하듯 앞을 막는 블랙 캣츠의 검방 검투사들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얼마 후 포위 공격을 당하던 모든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검투사들이 바닥에 허물어졌다. 12대 8의 상황. 이때부터는 블랙 캣츠팀은 거칠 것이 없었다. 실력으로나 수적으로도 우위에 있으니 일부로 시간을 끌며 체력과 정신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곧 그녀들은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검투사들을 향해 뛰어가 들고 있는 무구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모두 버텨야 해!” 전투는 격렬했다. 치고 넘어뜨리더니 들고 있는 창으로 마구 찌르는 가하면, 뒤로 물러서려는 상대를 여럿이서 둘러싸 검으로 내리 쳤다. 일방적으로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이 밀리는 상황. 눈 깜짝할 사이에 몇몇이 아예 비명도 내지르지 못한 채 쓰러져갔다. 한 장검을 든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검투사가 용맹하게 맞섰지만, 뒤로 몰래 다가선 블랙 캣츠팀의 한 창사에게 다리를 찔리더니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뒤이어 지는 가로 베4/11 쪽 기에 가슴을 내어주고는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어느덧 모든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검투사들이 당했는지 움직임을 멈췄다. 승리한 블랙 캣츠의 검투사들이 자신의 응원석을 향해 기쁜 듯 양손을 흔들어 댔다. 와아아아! 우우우우! 우우우우! 홈팀 팬의 야유와 원정팬들의 환호성을 동시에 받으며 블랙 캣츠팀의 검투사들이 자신의 벤치로 돌아갔다. 곧 허공의 3D 전광판에서는 1라운드 종료를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경기장 안에 거친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죽은 듯 쓰러져 있던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검투사들이 좀비처럼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게임 내의 검투경기는 고대 로마시대의 검투경기와는 달리 상대를 죽이거나 상처 입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방금 전까지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의 검투사들이 죽은 듯 꺼꾸러진 행동이 결코 연기는 아니었다. 모두가 지금 착용하고 있는 물리력 반응 슈트로 인한 현상이었다. 물리력 반응 슈트. 검투경기에 참가하는 검투사들이 착용하는 슈트로, 부위별에 따라 다르지만 외부로부터 큰 타격이 가해지면 충격흡수와 동시에 신체 일부 혹은 모두를 속박하는 기능을 했다. 가령 오른쪽 허벅지 부위에 검을 맞게 되면 오른쪽 무릎 관절 이하의 모든 부위에 압박을 가해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만들고 머리나 몸통 등 즉사할 수 있는 주요 부위를 타격 당하면 검투사의 몸 전체를 속박했다. 그런데 왜 이런 슈트를 착용하느냐? 그건 판정 때문이었다. 각 팀당 12명씩, 총 24명5/11 쪽 이 한꺼번에 어울려 격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누가 얼마만큼의 타격을 입었는지 심판들이 파악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 슈트 내에 충격을 감지하여 동작을 방해하는 기능이 있다면 판정은 아주 간단해졌다. 어느 한 편 모두나 깃발을 단 검투사가 바닥에 쓰러진 채로 움직이지 못한다면 승패가 갈리는 것이다. 또 부수적인 얘기지만 이 장비 때문에 과거 로마제국에서 열린 실제 검투경기와 같은 영상미가 펼쳐지게 되어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게 되는 결과도 낳았다. 와글와글. 1라운드 끝이 나고 10분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진 틈에 범석은 구내매점을 찾아갔다. 프로경기의 경우 각각 20분씩 5전 3선승제로 승부를 보기 때문에 아직 관람해야 할 시간이 많이 남았다. 여유가 있을 때 군것질 거리를 준비해 놓는 것이 좋았다. “여기 마른 오징어 하나만 줘. 바짝 구워서.” “난 사발면. 그리고 뜨거운 물은 어디에 있지?” 매점의 일을 보는 엘프점원의 손놀림이 바빠질수록, 범석의 앞의 줄은 점점 빨리 줄어들었다. 그는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진열대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골랐다. 그리고 자신의 순번이 오자 검지로 일일이 가리키며 주문을 했다. “저기 햄버거 하나랑, 딸기우유. 그리고 조기 감자스낵 하나, 또.......”6/11 쪽 우당탕탕. 그 때 범석이 누군가와 충돌하더니 몸이 공중에 붕 떴다. 워낙 순식간에 당한 일이라 제대로 균형을 잡지 못하고 바닥을 굴렀다. 이를 본 점원이 놀란 듯 크게 뜨여진 눈을 하고 뛰쳐나와 그를 부축했다. “괜찮으세요?”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쪽팔렸던지 범석은 인상을 찡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야!” 성이 한껏 담긴 범석의 외침은 군중의 소란에 묻혔는지, 어느 누구에도 돌아보지 않았다. 아니 관심이 없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노려보며 악을 써대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뭐들 해! 저 블랙 캣츠 놈들. 다 쓸어 버려!” “그래 이 자식들! 다 덤벼봐! 니들 오늘 다 죽은 줄 알아!” 군중들은 점박이 무늬의 셔츠를 입은 자들과 검은 색 색상의 복장을 한 사람들로 나7/11 쪽 뉘어져서 일촉즉발의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경기 시작 전 벌어진 소란에 이어 2차전이 발발한 듯 보였다. 하긴 분위기가 흉흉한 양 팀 간의 팬들이 매점에 한데 모였으니, 저리 싸움이 붙을 만도 했다. 하지만 범석은 저들이 싸움을 하건 말건 상관없었다. 그저 자신을 내팽겨 쳐버린 빌어먹을 자식만 족치면 될 뿐이었다. 그가 엘프 점원을 시선을 돌렸다. “어떤 놈이 날 밀친 거야?” 눈치를 요리저리 살피던 점원이 한 점박이 셔츠를 입은 한 갈색머리칼의 사내를 가리켰다. 그는 같은 복장의 두 명의 엘프로부터 보호받듯 서 있었는데, 팬 무리를 선도하는 보이는 것이 이번 난동의 주범 중 하나같았다. 범석은 옷에 뭍은 먼지를 탁탁 털어내고는 놈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뒤로 다가가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넌 뭐야?” 신경질 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놈을 향해 범석이 히죽 미소를 보냈다. “어. 매점 손님.” 기억조차 못하는지, 헛숨을 푹 내쉰 놈이 턱을 바짝 들며 말했다.8/11 쪽 “휴~ 그래서 뭐? 뭣 때문에 엉기는 건데?” “다름이 아니라 방금 전 너 때문에, 맨 바닥에 다이빙을 했거든. 혹시 사과할 마음 같은 건 없냐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놈의 두 엘프가 범석의 앞을 가로 막아섰다. 하지만 사내의 체면이 있던지 그녀들을 비키게 하고는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손을 쭉 뻗어 범석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왜 또 구르고 싶....... 큭.” 순간 놈의 허리가 90도 앞으로 꺾였다. 범석이 무릎으로 복부를 강타한 것이다. 주인을 보호하는 것은 엘프들의 최대 사명. 그녀들이 곧바로 범석을 공격해 들어갔다.“감히 주인님을 공격하다니요. 각오하세요!” 휭휭. 그녀들의 펀치가 범석의 양 안면을 스쳐지나갔다. 강력한 파워와 빠른 스피드를 볼 때 과연 엘프들다웠다. 하지만 범석은 그에 못지않은 개조신체를 가진데다가 수많은 전투경험이 있었다. 그저 주인의 곁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그녀들에게 순순히 9/11 쪽 당할 리가 없었다. 그는 곧바로 한 엘프의 팔을 부여잡고 안쪽으로 바짝 당겼다. 그리고 허리로 그녀의 엉덩이 튕겨 공중으로 띄운 다음 바로 엎어치기를 시전했다.우당탕탕 먼지를 구르는 동료를 바라본 다른 엘프가 주변이 떠날 갈세라 소리쳤다. “개조인간!” 엘프와 신체적으로 동등한 힘을 내며, 남자에다 둥그스름한 귀를 가진 이는 당연히 개조인간밖에 없었다. 엘프 중에는 남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왜? 내가 보통 인간이 아니니까 겁나나? 그럼 물러서든가?” 천만의 말씀. 고통스러워하는 주인을 나두고 도망갈 엘프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방금 전 쓰러진 동료 엘프도 정신을 차리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고 있었다. 아직까지 2 대 1의 상황임에는 변함없다는 뜻이다. 아니 다른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팬들의 소유 엘프까지 합치면 족히 수십 대 일은 됐다. “흥. 오만하시군요. 이 수를 상대로 이기리라고 생각하세요?” 서서히 조여 오는 엘프들. 그렇지만 범석은 여유로웠다. 여기는 그레이트 하이에나10/11 쪽 즈 팬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위험에 빠진 것을 본 블랙 캣츠 팬들이 자신의 엘프들을 앞장세우며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범석이 같은 팀 팬으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뭐해. 빨리 저 사내를 도와줘!” “강등 되어 떨어질 놈들에게 절대 져선 안 돼! 흉흉한 기색을 뿜어대며 충돌할 찰라, 호각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왔다. 신고를 받고 보안요원들이 출동한 것이다. 범석을 비롯한 양 팀 팬들은 흩어져서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포위가 된 상태라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곧 모두가 보안요원에게 체포되어 출동한 경찰차에 실려 어딘가로 끌려갔다. 다음 또 갑니다.11/11 쪽 고 보안요원들이 출동한 것이다. 범석을 비롯한 양 팀 팬들은 흩어져서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포위가 된 상태라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곧 모두가 보안요원에게 체포되어 출동한 경찰차에 실려 어딘가로 끌려갔다.지만, 이미 포위가 된 상태라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곧 모두가 보안요원에게 체포되어 출동한 경찰차에 실려 어딘가로 끌려갔다.지만, 이미 포위가 된 상태라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곧 모두가 보안요원에게 체포되어 출동한 경찰차에 실려 어딘가로 끌려갔다. < -- 최초의 엘프 -- > “이름은?” “오범석.” “들어보니 개조인간이라고 하던데 맞나?” “네. 맞습니다.” 왁자지껄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사무실 안. 범석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한 제복을 입은 사내와 마주보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단출한 옷차림에 푸석푸석한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피곤에 절었는지 눈이 쾡하니 충혈되어 있었다. 그의 제복 이름표에는 J. R. 렉스터라고 쓰여 있었다. “주소는?” “리마시티 남부 그린바이오 오피스텔 7224호실입니다.” 타이핑을 치던 렉스터가 눈을 치켜뜨며 범석을 쏘아봤다. 그가 이곳 리마시티남부경찰서에 끌려온 이유는 블랙캣츠팀 서포터즈를 도와 이 도시에 연고로 둔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 팬들과 무력 충돌을 벌인 일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입에서 자신의 주소지가 리마시티라고 말하고 있었다. “뭐야? 블랙 캣츠 원정팬이 아니야?”회1/13 쪽 “언제 제가 블랙 캣츠 원정팬이라고 말 한 적이 있습니까?” “아니 그런 놈이 왜 앞장을 서서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팬들이랑 한 판 떴는데?” 범석이 표정에서 짜증스러움이 물씬 풍겨 나왔다. 리마시티에 살기는 했지만 자신은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의 팬은 아니었다. 아니 앞으로 새로운 검투사팀을 만들 테니, 더비팀이 되어 경쟁할 처지에 있었다. “누가 어느 팀 팬이건 관계없는 일입니다. 그저 저를 먼저 친 사람이 그쪽 팀 팬이었을 뿐입니다.” 렉스터가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댔다. “흥. 아주 대단한 작자군. 그래서 양 팀 팬들이 엉기는 곳을 파고들어 싸움을 걸었다. 이거지?” “싸움을 걸긴요. 사과하라고 말했을 뿐입니다. 그러다 멱살을 잡히자 놓으라고 밀었을 뿐인데, 그 쪽 엘프들이 공격을 가했습니다.” 그 말에 제복의 사내가 피씩 웃었다. “후후. 밀었다? 다른 사람의 증언으로 보면 발로 찼다는데?” “차긴요. 그냥 발로 밀었을 뿐입니다.”2/13 쪽 “그래? 근데 왜 멀쩡한 두 손을 다 놔두고 발로 밀었는데?” “손을 사용할 가치도 없는 놈이라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왜? 발로는 밀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아무리 법이 복잡하고 시시콜콜해도 그런 조항까지 있을 리가 만무했다. 입을 슬며시 다신 렉스터가 들고 있는 볼펜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고민에 잠겨들었다. 그저 양 팀 팬들 간의 충돌사태. 그것도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보안요원들이 진압했던 터라 큰 사고가 터지지는 않았다. 단지 문제라면 이 앞에 범석이라는 자와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의 서포터즈 회장간의 분쟁이 좀 있었다는 것. 하지만 서로 간에 잘잘못이 있으니 이쯤에서 무마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가뜩이나 업무가 많아 죽을 지경인데, 또 다시 일을 추가시킬 필요는 없었다. 목을 가다듬은 렉스터가 조용히 말했다. “흠흠. 자 어떻게 할래. 둘 다 구치소 들어갈래? 아님 이쯤에서 없던 일로 할래?”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감방에서 썩을 수는 없는 일. 그 제의가 그리 나쁘게 들리지 않았다. 다만 옆 좌석에서 삿대질까지 해가며 다른 경찰과 면담 중인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의 서포터즈 회장이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가만히 놈을 향해 눈길을 던진 범석이 차분한 투로 입을 열었다. “저야 상관없습니다만, 하지만 저 쪽 분위기가 좀 걸리는 데요.”3/13 쪽 “그쪽 상관할 필요 없어. 그저 열 받아서 저러는 것뿐이니까. 방금 인터넷뉴스에서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이 내리 세 판을 내주며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패했다고 나왔어. 굳이 설명하지 하지 않아도 무슨 뜻인지 알지?” 그렇다면 그레이트 하이에나즈는 아마추어리그로 강등되며 프로의 딱지를 떼게 되어 있었다. 서포터즈 회장씩이나 되는 작자가 이를 알고도 꼭지가 돌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군요. 그럼 전 어떻게 하면 됩니까?” “일단 집에 돌아가. 그럴 리야 없겠지만 문제가 생기면 연락할 테니 재까닥 튀어오고.” “네. 알겠습니다. 그럼.” 에이이엥. 엥.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날 찰라 어딘가에서 사이렌소리가 울려 퍼지며 사무실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업무를 보던 경찰들도 영문을 모르는 지 주변을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그리고 따르릉 울리는 전화벨 소리. 렉스터가 앞에 놓인 스피커폰의 버튼을 눌렀다. “무슨 일이야!”4/13 쪽 - 신고를 받고 출동한 기동타격대가 지하투기장을 급습해 상당수의 조직원을 체포했다고 합니다. 곧 도착할 테니 준비 바란다고 합니다. 렉스터가 미간을 사정없이 구겨버렸다. 거짓 신고를 간절히 바라고 보낸 기동타격대가 기특하게도 범법자들을 줄줄이 끌고 온다는 것이다. 지금 잡혀온 난동 팬들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놈들로 아무래도 밤샘 조사를 벌어야 할 듯싶었다. 그가 손에 들려 있던 서류철을 책상에 쾅하고 힘껏 던지며 외쳤다. “뭣들 해! 새로 손님들이 오신단다. 그것도 VIP로 말이야! 빨리빨리 자리 비워놔야 할 것 아니야!” 말뜻을 알아들은 다른 경관들이 작성하고 있던 조서에 급히 마침표를 찍고는, 체포되어 온 양 팬들을 서둘러 내보냈다. 만약 이들이 식당손님이라면 경을 칠 노릇이지만, 아시다시피 여기는 경찰서였다. 이리 보내주면 당연히 감사할 따름이었다. 어느새 끼리끼리 뭉친 팬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빠져나갔다. 어정쩡하게 서있던 범석도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슬그머니 자리를 떠났다. 쏴아아아. 경찰서 화장실에서 잠시 용변을 보고 나온 범석이 세면대로 다가갔다. 비누칠을 몇 번 하고 전자동으로 쏟아지는 따듯한 온수에 손을 담갔다. 그리고 거울 옆에 부착된 5/13 쪽 온풍기로 말린 다음 밖으로 나왔다. 와글와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며 전자석 팔찌에 포박을 당한 거한들이 일단의 제복 엘프들에게 끌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떠드는 모양새로 아무래도 아까 렉스터라는 형사가 언급한 불법 지하투기장에서 잡혀온 조직원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범석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 무시한 채 근처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앵애애앵. 앵앵. 바깥문을 나서자 경찰 플라잉 카들이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서로의 꼬리를 연달아 물은 채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범석은 시끄러운지 인상을 쓰며 그 앞으로 지나갔다. 그런데 맨 마지막에 서있는 플라잉 카가 전혀 어울리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물론 차 지붕 위에 사이렌이 달려 있는 형태는 같았지만, 색이 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도 경관제복이 아닌 가운데 붉은 십자가가 그려져 있는 하이바와 흰 가운을 착용한 엘프였다. “야 이 자식아! 이쪽으로 끌고 오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느닷없이 울려 퍼지는 고성소리. 움칫한 범석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소음의 근원이 장소를 쳐다봤다. 그곳에는 아까 자신을 심문했던 렉스터가 서있었는데, 그 앞에는 비교적 나이가 어려보이는 경관 한 명이 곤욕스러운 표정으로 한 숨만 푹푹 쉬어대6/13 쪽 고 있었다. “휴~ 그럼 저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아무도 안 받겠다는데요.” “그럼 어떻게 해서든 받게 해야지! 여기서 송장 치룰 일 있어!” “참나. 그게 제 마음대로 됩니까? 우리 쪽 물건 받으면 뻔히 골치 아픈 줄 알고 일부로 안 받는 건데요. 막말로 경위님이 당장이라도 제 손에 현금만 쥐어줘 보십시오. 바로 눈앞에서 치워드릴 테니까요.” 짜증이 났던지 렉스터가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그리고 깊게 숨을 들여 마시더니 이내 매슥거리는 담배연기를 주변에다 뿜어댔다. “후우우~ 그럼 국립경찰병원에다 인계해.” “아니 쟤가 인간입니까? 과연 일반병원에서 받아 주겠냐고요?” 렉스터가 들고 있던 장초를 바닥에 확 던져버렸다. “그럼! 이대로 죽게 내려두자는 거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앰뷸런스 안에서 고운 미성이 들려왔다. 구급대원으로 보이는 엘프였다.7/13 쪽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상처가 위중해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해요.” “알았다고. 지금 방도를 찾고 있으니까 조용히 해.”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엘프 구급요원이 몰래 가까이 다가오는 누군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바로 범석이었다. 이토록 소란스러우니 한 번 연유라도 알아볼 심산인 것이다.그는 슬며시 구급차 안에 고개를 빼쭉 디밀고 살폈다. “뭐야. 부상당한 엘프잖아. 쯧쯧 안 됐네.” 그 안에는 큰 키에 은빛 머리결을 한 엘프가 옆으로 누워있었는데, 가슴 부위에 두께 1~2센티 정도의 철근이 박힌 채 등 뒤로 튀어 나와 있었다. 응급조치를 한 듯 보였지만 상처 부위에서는 계속적으로 피가 울컥울컥 흘러나왔다. 또 기침과 함께 피가 튀어나오는 것을 봤을 때 아무래도 폐의 일부가 관통되어 듯 보였다. 그리고 위치상으로 볼 때 재수가 없으면 심장을 꿰뚫렸을 수도 있어보였다. 아무리 생명력이 뛰어난 엘프라고 할지라도 이렇게 살아있다는 자체가 놀라운 지경이었다. “야! 너는 또 뭐야!” 렉스터가 고함을 질러댔다. 상황이 복잡해 죽겠는데 웬 시답지도 않은 놈이 알짱대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8/13 쪽 이에 범석이 살며시 웃으며 고개를 까딱거렸다. “아. 죄송합니다. 하도 소란스러워서 무슨 일인가 확인해 보려고 했습니다.” 안면이 익은지 렉스터가 한쪽 눈썹을 슬그머니 올렸다. 방금 전 취조를 했는데 얼굴을 잊어버릴 리가 없었다. “뭐야? 아직도 안 갔어?” “아. 네. 잠시 볼 일 좀 보느라고요.” “볼일 봤으면 이제 가봐.” “가긴 가겠지만, 먼저 저 엘프를 빨리 치료센터에 보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렉스터가 이를 악물었다. 자기도 보내고 싶지 않아서 이리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실 엘프가 인간들에게 무척신뢰를 받는 사회 구성원 중 하나이기는 했지만 결코 인간이 아니었다. 인권이 없다는 말이다. 굳이 설명하자면 개나 고양이 등과 같은 반려동물 쯤으로 인식된다고나 할까? 그런데 척 봐도 지금 저 엘프의 상처를 치료하려면 상당한 금액이 들어갈 텐데 의료보험조차 적용되지 않았다. 과연 서에서 인간도 아닌 존재를 살리기 위해 그 엄청난 경비를 지원해 줄 지 의문이었다. 물론 엘프 애호 단체 등의 시민단체의 손을 빌리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 시간까지 저 은빛 머리칼의 엘프가 살아남을 지 의9/13 쪽 문이었다. “그걸 누가 몰라! 대책이 없으니까 내가 이러는 거지! 자, 잠깐!” 하던 말을 끊은 렉스터가 물끄러미 범석을 바라봤다. 그가 개조신체시술을 받은 개조인간임이 기억난 까닭이다. 개조신체시술은 신체 대부분을 특수 배양된 장기나 근육, 뼈 등으로 일일이 교체해 보통 인간을 훨씬 능가하는 힘과 체력, 수명을 가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술에 상당한 복잡성과 난이도를 필요로 해 그 비용이 자그마치 수천만 크랑에 이르렀다. 즉 웬만한 부자가 아니고서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앞의 사내가 그 시술을 받은 존재였다. 물론 범석은 플레이어 특전으로 받은 것뿐이지만, 렉스터로서는 그를 알 리가 없었다. “혹시 너 돈 좀 가진 것 없냐?” 뜬금없는 돈 타령이 범석이 의아해했다. 분위기상 그 의도는 충분히 알겠지만, 생전 처음 보는 자신에게 그 얘기를 꺼내는 걸 보니 저 렉스터란 사내가 참 넉살도 좋다고 생각했다. “얼마 정도요?” “한 50만 크랑 안팎이면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도 같은데.”10/13 쪽 50만 크랑. 크다면 크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럴 수도 있는 돈이었다. 생명하나를 살리는 값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게임에서는 그에게 초기 자본으로 작은 오피스텔 하나와 검투사팀 창설비용 500만크랑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 정도라면 있습니다. 왜죠?” “이유는 간단해. 네가 저 엘프를 살리는 수술비용을 대고, 주인이 되는 거다. 소유에 대한 법적인 서류는 내가 다 준비해 준다. 어때?” 그렇다면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제의였다. 새로 태어난 엘프의 가격은 아무리 못해도 100만 크랑. 수술 중 죽어 돈을 날릴 위험성이 있지만 잘만하면 아주 저렴한 가격에 엘프를 구할 수 있었다. 해볼 만한 도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대로 죽게 내버려두면 양심상 꿈자리가 뒤숭숭해질 것 같았다. “그게 가능한 얘기입니까?” “물론. 저 얘는 범죄 행위에 사용된 엘프야. 원래는 자선단체에 기부하거나 경매에 붙여 국가자금으로 환수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상황이야. 그리고 이대로 죽게 나둬 언론에 알려지면 엘프 애호론자들이 난리 칠 것이 뻔해. 경찰 입장이 곤란해진단 말이야. 관례상, 법적으로 어긋나지 않는 한 어떻게 해서든 구명조치를 하는 것이 옳아.”11/13 쪽 고개를 끄덕인 범석이 마지막 확인 작업을 하기 부상당한 엘프를 바라봤다. 바로 눈의 색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엘프와 절대 충성을 받는 그 주인은 주종의식으로 맺어지는데 그 절차가 바로 흔히들 알고 있는 남녀 간의 정사였다. 그런데 이때 그녀들은 특히 신체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바로 태어날 당시에는 양쪽 눈동자의 색이 서로 다른 오드아이였던 것이, 의식을 맺는 순간 동일한 색으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조선시대 머리를 얹은 여인이 유부녀인지를 척보면 알 수 있듯이, 엘프도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물론 경찰인 렉스터가 이를 모르는 척 속일 리가 만무하겠지만 그로서는 반드시 거쳐야할 절차였다. 주인이 한 번 정해진 엘프는 절대 그 주인을 배신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주인이 될 수 없었다. 잘못하다가는 내 돈 들여 남 좋은 일만 시켜줄 수 있었다. ‘좋아. 확실히 오드아이군.’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는 은빛 머리칼의 엘프의 양쪽 눈동자는 은색과 검은색이었다. 즉 주인이 없는 처녀 엘프가 확실하다는 뜻이었다.그가 돌아서서 렉스터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제가 수술비용을 대겠습니다.” “좋아. 그럼 소유권 증명서류는 나중에 메일로 보낼 줄 테니까. 지금 빨리 병원으로 12/13 쪽 쳐야할 절차였다. 주인이 한 번 정해진 엘프는 절대 그 주인을 배신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주인이 될 수 없었다. 잘못하다가는 내 돈 들여 남 좋은 일만 시켜줄 수 있었다.다. 물론 경찰인 렉스터가 이를 모르는 척 속일 리가 만무하겠지만 그로서는 반드시 거쳐야할 절차였다. 주인이 한 번 정해진 엘프는 절대 그 주인을 배신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주인이 될 수 없었다. 잘못하다가는 내 돈 들여 남 좋은 일만 시켜줄 수 있었다.다. 물론 경찰인 렉스터가 이를 모르는 척 속일 리가 만무하겠지만 그로서는 반드시 거쳐야할 절차였다. 주인이 한 번 정해진 엘프는 절대 그 주인을 배신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주인이 될 수 없었다. 잘못하다가는 내 돈 들여 남 좋은 일만 시켜줄 수 있었다. 물론 경찰인 렉스터가 이를 모르는 척 속일 리가 만무하겠지만 그로서는 반드시 거쳐야할 절차였다. 주인이 한 번 정해진 엘프는 절대 그 주인을 배신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주인이 될 수 없었다. 잘못하다가는 내 돈 들여 남 좋은 일만 시켜줄 수 있었다.다. 물론 경찰인 렉스터가 이를 모르는 척 속일 리가 만무하겠지만 그로서는 반드시 거쳐야할 절차였다. 주인이 한 번 정해진 엘프는 절대 그 주인을 배신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주인이 될 수 없었다. 잘못하다가는 내 돈 들여 남 좋은 일만 시켜줄 수 있었다. 물론 경찰인 렉스터가 이를 모르는 척 속일 리가 만무하겠지만 그로서는 반드시 거쳐야할 절차였다. 주인이 한 번 정해진 엘프는 절대 그 주인을 배신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주인이 될 수 없었다. 잘못하다가는 내 돈 들여 남 좋은 일만 시켜줄 수 있었다. 물론 경찰인 렉스터가 이를 모르는 척 속일 리가 만무하겠지만 그로서는 반드시 거쳐야할 절차였다. 주인이 한 번 정해진 엘프는 절대 그 주인을 배신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주인이 될 수 없었다. 잘못하다가는 내 돈 들여 남 좋은 일만 시켜줄 수 있었다. 물론 경찰인 렉스터가 이를 모르는 척 속일 리가 만무하겠지만 그로서는 반드시 거쳐야할 절차였다. 주인이 한 번 정해진 엘프는 절대 그 주인을 배신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주인이 될 수 없었다. 잘못하다가는 내 돈 들여 남 좋은 일만 시켜줄 수 있었다.쳐야할 절차였다. 주인이 한 번 정해진 엘프는 절대 그 주인을 배신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주인이 될 수 없었다. 잘못하다가는 내 돈 들여 남 좋은 일만 시켜줄 수 있었다. 물론 경찰인 렉스터가 이를 모르는 척 속일 리가 만무하겠지만 그로서는 반드시 거쳐야할 절차였다. 주인이 한 번 정해진 엘프는 절대 그 주인을 배신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주인이 될 수 없었다. 잘못하다가는 내 돈 들여 남 좋은 일만 시켜줄 수 있었다. 물론 경찰인 렉스터가 이를 모르는 척 속일 리가 만무하겠지만 그로서는 반드시 거쳐야할 절차였다. 주인이 한 번 정해진 엘프는 절대 그 주인을 배신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주인이 될 수 없었다. 잘못하다가는 내 돈 들여 남 좋은 일만 시켜줄 수 있었다. 물론 경찰인 렉스터가 이를 모르는 척 속일 리가 만무하겠지만 그로서는 반드시 거쳐야할 절차였다. 주인이 한 번 정해진 엘프는 절대 그 주인을 배신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주인이 될 수 없었다. 잘못하다가는 내 돈 들여 남 좋은 일만 시켜줄 수 있었다. 물론 경찰인 렉스터가 이를 모르는 척 속일 리가 만무하겠지만 그로서는 반드시 거쳐야할 절차였다. 주인이 한 번 정해진 엘프는 절대 그 주인을 배신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주인이 될 수 없었다. 잘못하다가는 내 돈 들여 남 좋은 일만 시켜줄 수 있었다. < -- 최초의 엘프 -- > ‘내 최초의 엘프라.......’ 범석이 구급침대에 누워있는 은빛머리칼의 엘프를 바라봤다. 한 스물 살 안팎의 나이쯤으로 보였는데 족히 175가 넘는 큰 키였다. 부드러운 이목구비와 가는 허리라인은 물론이거니와 뚜렷하게 돋보이는 몸매의 굴곡은, 인간의 수준으로 볼 때 결코 나올 수 없는 완벽한 인체대비였다. 보통 때 같으면 하체 밑에서 무언가 울컥하며 솟아올랐겠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자제가 잘 되고 있었다. 시퍼레진 입술과 새하얗게 창백해진 얼굴로 거친 호흡을 내뿜는 모습이 그리 가련해 보일 수가 없었다.범석은 안타까운 표정을 하며 그녀의 정보 창을 열어보았다.이름 : 없음.구분 : 엘프(3년).소속 : 없음.명성 : 2.악명 : 0.H유무 : 무.스테미나 : 851/9400(위급한 부상).회1/10 쪽 사회성 : 22, 근력 : 71, 체력 : 94.민첩 : 68, 균형감각 : 63, 지능 : 66.정신력 : 91. 판단력 : 62, 재주 : 34.운 : 36.현재기량/잠재능력 : 607/936.특성 : 금성의 환상.특이사항 : 엘프시장에서 팔려오자 마자 지하투기장 결투에 투입. 현재 큰 부상으로 사경을 헤맴. 범석은 감탄을 금할 길에 없었다. 936이나 되는 엄청난 잠재능력도 놀랍지만 94의 체력과 91이라는 정신력 스텟 정말 환상적이었다.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수치로 만에 하나가 나올까 말까한 뛰어난 능력치였다. 잘만 키운다면 앞으로의 플레이에 큰 밑바탕이 되어줄 재목이었다. ‘햐. 엄청나다. 아직까지 살아있는 이유가 이거였어.’ 이 은빛 머리칼의 엘프가 아직 살아있음을 납득한 그였다. 체력은 생존력과 관계가 2/10 쪽 있는 스테미너를 결정하는 수치이고 정신력은 스테미너가 떨어지는 양을 적게 만드는 수치였다. 아마 이 두 수치가 이리 높지 않았다면 이 엘프는 진작 죽음을 당했을 터였다. ‘그래도 아주 위험해. 지금 스테미너가 너무 낮아. 이대로 가다가는 죽을 수 있어.’ 현재 그녀의 스테미너 수치는 851. 부상을 당한 채로 저 수치가 0이 되는 즉시 사망이 되므로 아주 위험하다 말할 수 있었다. 범석은 급히 시계를 찾았다. 저 은빛머리칼의 엘프의 특성이 ‘금성의 환상’임을 살펴본 탓이다. 오후 3시부터 오후 9시까지 모든 스텟 수치를 +10시켜주는 레어급 특성으로, 오후 3시만 된다면 스테미너 수치가 1000이 상승되니 생존확률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이 됐다. “잠깐 지금 몇 시지?” 구급요원 엘프가 손목에 차여진 시계를 확인하고 대답했다. “지금 오후 1시 50분이요.” 그렇다면 근 한 시간이 남았다는 얘기였다. 아주 간당간당한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가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구급요원을 바라봤다.3/10 쪽 “이봐. 어떻게 해서든 이 엘프의 생존 시간을 늘려줘. 한 시간 정도면 되는데.” “이미 최선을 다해 응급조치를 해놨어요. 더 이상 제가 할 일은 없어요.” “그럼 이대로 손 놓고 있으면서 운을 바래야 한다는 말이야?” 그 말에 엘프응급요원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제 말은 단지 제 할 일이 끝났다는 말이에요. 이제 주인인 범석님이 나설 차례에요.” “내가? 내가 뭘 해야 하는데?” “그저 손만 잡고 저 엘프의 이름을 부르며 살아달라고 기원하시면 돼요. 엘프들은 주인을 절대적으로 따르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그것 하나만으로도 생존의 열망을 크게 가지게 되요.” 범석은 그 말이 왠지 그럴싸하다고 느껴졌다. 주인을 가장 사랑하는 엘프였기에, 주인의 위로에 힘을 얻는 것은 당연했다. 다만 문제라면 소유증명서를 받지 못해 아직 주인도 아니었고, 또 정보 창에서의 저 엘프의 이름은 아직 없음으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지? 난 아직 이 엘프의 주인이 아니야. 증명서류가 없다고. 또 이 얘는 이름도 없다고.” “그건 상관없어요. 아직 주인이 아니시지만 주인이 되실 거잖아요. 그 정도쯤은 아4/10 쪽 무리 멍청한 엘프라도 알아먹는다고요. 그리고 이름은 마음에 드시는 걸로 아무거나 지어 주시면 되고요.” 범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렇게 마음을 졸이며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억지로라도 그리 생각하며 시도해보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는 곰곰이 생각할 것도 없이 은빛머리칼 엘프의 이름을 비너스로 지었다. 그녀의 특성이 ‘금성의 환상’임을 떠올린 탓이다. 비너스는 금성을 나타내는 여신의 이름이었다. 범석이 비너스에게 다가가 파르르 떨리는 차가운 손을 꼭 붙잡았다. “네 이름은 비너스다. 그리고 곧 주인이 될 내가 이렇게 부탁한다. 비너스 꼭 살아남아라.” 그 말과 동시에 비너스가 움칫거리더니 몸의 떨림이 다소 완화되었다. 상태가 크게 호전되었다고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약간의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플라잉 앰뷸런스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하강을 하고 있었다. 엘프 병원에 거의 다왔다는 뜻으로 아주 반가운 신호였다. “다 왔어요.” 앰뷸런스가 지면에 안착하자 바로 뒷문이 열리며 3층의 흰색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원으로 보이는 곳에는 아름다리 꽃과 나무들이 자라나 있었고, 중앙에 위치한 5/10 쪽 분수에서는 투명한 물줄기가 시원하리만큼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붉은 색 보도블록 길옆으로는 조그만 동상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고,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는 밝은 색 톤의 목조 문으로 꾸며져 있었다. 척보기에 치료센터라기 보다는 어느 부잣집 고급 별장처럼 보였다. “여기 엘프 치료센터가 맞아? 잘못 온 것 아냐?” 비너스가 실려 있는 침대카트를 내리던 엘프 응급요원이 말했다. “미하일 치료센터라는 곳이에요. 방금 떠나온 경찰서에서 가장 가깝고 실력이 좋아 이리로 왔어요.” “으음. 맞다 이거지.......” 우물쭈물 하던 범석이 밖으로 뛰어내려 침대카를 받아들었다. 설마 이렇게 자신감 넘치게 말하는데 잘못 왔겠냐는 것이다. 곧 그는 허공에 붕붕 떠있는 침대카의 손잡이를 끌고 병원 문까지 급히 뛰어갔다. “응급환자에욧!”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의료진들이 급히 뛰어나왔다. 의사로 보이는 한 동양계 스타일의 여인과 간호사로 보이는 몇몇의 엘프들이었다. 범석이 힐끗 여성 의사를 살펴6/10 쪽 봤다. 스무 살 초반쯤으로 보였는데, 키는 160정도 나가는 것 같았다. 피부는 동양인 특유의 황갈색 톤에 아주 고왔고, 몸매는 좀 마른 편이었다. 미모는 엘프보다는 못했지만 인간치고는 아주 상당한 편이었다. 범석은 슬며시 그녀의 정보창을 열었다. 비너스를 치료할 의사로 보이로 보이니, 어느 정도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이름 : 수잔 리.구분 : 인간(23년).소속 : 미하일 치료센터.명성 : 330.악명 : 0.호감도 : 34.H유무 : 무.스테미나 : 981/1000.사회성 : 57, 근력 : 9, 체력 : 10.민첩 : 12, 균형감각 : 11, 지능 : 72.정신력 : 54. 판단력 : 89, 재주 : 74.운 : 71.7/10 쪽 현재기량/잠재능력 : 459/513.개성 : 자애의 의술.특이사항 : 미하일 치료센터의 외과의사. 나름 본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돈만 밝히는 치료센터 원장 때문에 이직을 결심하고 있다. ‘이 정도면 맡길 만하군.’ 의사로 가장 필요한 소양은 판단력과 지능, 재주. 이중 뭣하나 빠지지 않았고 특히나 가장 중요한 판단력에서는 89의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수잔의 특성은 시술시 치료 성공확률 50%증가라는 ‘자애의 의술’이었다. 이만큼 치료에 특화된 인물을 찾아보기 힘들어 보였다. 뭐 근력, 체력, 민첩, 균형감각등이 바닥을 기고 있다는 점이 눈에 뜨이지만, 보통 인간은 신체능력수치가 각각 20 이상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볼 때 그리 나쁜 수치가 아니었다. “어, 어떻게.......” 철근이 비너스의 가슴을 뚫고 있는 장면을 본 수잔이 급히 손에 들고 있던 권총형 MRI진단기를 상처부위에 가져대었다. 그리고 방아쇠형 버튼을 눌렀다. 3D화면으로 8/10 쪽 떠오르는 MRI 형상에, 그녀의 심장 우심방 바로 옆 부분이 꿰뚫려 있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심장에 상처를 입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자칫 이대로 나두다가는 압박에 멈춰 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그녀가 엘프간호사들이 가져온 바이탈 체커기의 단자들을 비너스의 몸에 부착했다. 그리고 떠오르는 수치를 확인하고는 눈을 치켜뜨며 범석을 노려봤다. 체력 저하와 혈압, 맥박의 수치를 봤을 때 장시간 방치 한 정황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치료센터에 데리고 오지 않은 거죠! 분명 척 보기에도 심각한 부상이라는 알 수 있었을 텐데요! 주인으로서 자격이 없군요. 시술 후 경찰이나 해당 시민단체에 연락할 테니 각오하세요.” “저, 그게.......” 수잔이 갑작스럽게 적의를 드러내자 범석이 당혹스러웠는지 말을 더듬었다. 이를 본 엘프구급요원이 적반하장식이라는 듯이 수잔을 쏘아봤다. “지금 저희가 떠나온 곳이 바로 경찰서에요. 원래는 더 빨리 치료센터로 옮겼을 수도 있는데, 귀하 치료센터를 비롯한 모든 치료센터에서 치료비 확보문제로 난색을 표하며 거절을 했어요.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경찰서로 갔는데 마침 이분이 보시고, 자비로 치료해 주시기로 한 것에요. 당신들이 이 분을 탓할 처지가 아니에요.”9/10 쪽 그 말에 수잔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사실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있을 리가 없었다. 물론 치료행위 거부를 결정한 것은 원무과 일 테지만 그녀 또한 이 치료센터의 일원.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만은 없었다. “미, 미안해요. 그런 줄도 모르고.” 사죄를 받은 범석이 짜증스러운 낯빛을 지었다. 자신이 지금 받고 싶은 것은 사죄가 아니라 건강한 모습으로 일어나는 비너스의 모습이었다. “참나. 사과는 나중에 하시고. 빨리 치료나 해주십시오. 한 시가 급하단 말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당장에 수술에 들어갈 테니, 여기서 기다리세요.” 이윽고 범석을 비롯한 수잔은 비너스가 실린 침대카를 끌고 엘리베이터로갔다. 그리고 2층에 있는 수술실로 들어가 수술 장비 일체를 준비하고 가동시켰다. 다음 또 갑니다.10/10 쪽 다음 또 갑니다.10/10 쪽 다음 또 갑니다. < -- 최초의 엘프 -- > 수술실 앞 긴 의자에 앉은 범석이 긴 한숨을 내쉬며 ‘수술중’이라고 쓰여 있는 붉은 3D홀로그램에 시선을 모았다. 장시간이 흘렀음에도 나오지 않자 무척 걱정이 되었다.잠시 후 비너스라는 이름 옆에 ‘수술중’이라는 메시지가 ‘회복중’으로 바뀌었다. 즉 최소한 살아있는 상태에서 수술을 끝냈다는 뜻이었다. 범석은 환한 표정으로 일어나 문 앞으로 다가갔다. 털컥. 수술실 입구가 열리며 간호사 엘프들이 분주하게 비너스를 실은 침대를 옮기기 시작했다. 뒤이어 따라오는 마스크와 수술복을 입은 수잔이 그녀들에게 명령하듯 얘기했다. “일단 경과를 봐야하니 집중치료실로 옮겨. 사흘간 간호사를 항시 배치시키고.” “네. 알았어요.” 범석이 바삐 움직이는 수잔을 불러 세웠다. “어떻게 수술은 잘됐습니까?”회1/11 쪽 “으음....... 네. 처음에는 좀 위험하기는 했지만, 환자 스스로 삶의 의지가 강했는지 스스로 바이탈을 회복하더라고요. 그래서 덕분에 쉽게 끝났어요.” 아마도 비너스의 특기인 ‘금성의 환상’을 말하는 것 같았다. 지금 시간이 4시쯤 되었으니, 충분히 발동되고 남을 시간이었다. “그럼 완전히 회복하는 겁니까?” “네.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위험했지, 상처는 그리 크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미세수술로 손상된 혈관과 근육들을 모두 완벽하게 이었으니 회복만 잘한다면 일상생활은 물론 무리한 운동도 전혀 지장 없을 것에요.” 범석이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말로 비추어볼 때 비너스의 수술이 성공적임이었음을 느낀 탓이다. “휴~ 그럼 무척 다행이군요.” “으음. 그건 그렇고. 보호자님 잠시만 절 따라오시겠어요.” “무슨 일인데요?”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어서요.” 수술용 장갑과 면 마스크를 벗은 수잔이 복도 한 편에 나있는 흰 색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서너 평의 작은 방이었는데 몇 개의 세면대가 쭉 늘어서 있었다. 나란히 2/11 쪽 서서 수도꼭지 밑에 손을 가져댄 범석이 말했다. “그런데 물어볼 말이 뭡니까?” 손에 비누칠을 하던 수잔이 의미모를 표정을 지었다. “경찰서에서 이쪽으로 오셨다고 했죠?” “네. 그렇죠.” “환자가 왜 저렇게 다쳤는지에 대해 뭐 들은 것 없나요?” 그에 대한 내용은 범석도 자세히 몰랐다. “글쎄요. 제가 알기로는 불법 지하투기장을 경찰이 급습을 했는데, 거기서 데리고 왔다는 것 밖에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수잔이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하투기장은 마피아들이 운영하고 있는 사설 투기장으로, 그곳에 투입되는 엘프나 인간들은 죽거나, 거의 죽기 일보 직전까지 싸우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비너스가 입은 부상은 그러한 격전 속에서 얻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지하투기장요? 말도 안돼요.”3/11 쪽 “뭐가 말이 안 된다는 겁니까?” “그렇잖아요. 지하투기장이라면 생사를 두고 격렬하게 싸우는 곳일 텐데, 환자가 너무 멀쩡하잖아요?” 뜬금없다는 표정을 지은 범석이 말했다. “그게 멀쩡한 겁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투기장이라면 격렬하게 치고 박고 싸우는 곳 아닌가요? 그런데 그녀가 입은 부상은 가슴 쪽에 난 관통상 딱 하나라고요. 다른 곳에는 멍든 자국조차 없었어요.” 하긴 그리 생각해보니 맞는 것 같기도 했다. 아마추어 권투도 한 경기만 뛰어도 얼굴과 몸 가득 피멍이 맺는데, 죽기 살기로 싸우는 지하투기장에서 단지 가슴에만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 좀 어폐가 있었다. “혹시. 비너스는 단지 사고를 당한 것 아닐까요? 그냥 기동타격대에 쫓기다가 발을 잘못 헛디뎌서 추락을 했다든지, 아님 인파에 밀려 건물 내 모난 부분에 찔렸다든지 그런 것 말입니다.” 수잔이 격렬하게 고개를 흔들었다.4/11 쪽 “그런 건 아니에요. 엘프들 근력과 균형 감각이 어느 정도인데 그런 어이없는 사고를 당해요. 그리고 가슴에 난 상처는 인공적인 것이 확실해요.” “인공적인 상처요?” 수잔이 찌르는 동작과 함께 손을 돌리며 말했다. “저 상처는 강하게 찌른 후, 이렇게 손을 비틀어서 난 상처에요. 사고로는 저런 상처가 절대 나오지 않아요.” “그럼 저 상처를 낸 존재는 개조인간이나 엘프겠군요.” “네. 끝이 뭉뚝한 철근으로 가슴을 꿰뚫었을 정도이니까요. 아마도 상당한 힘의 소유자일 것에요.” 범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양심은 좀 있는 놈이군요. 악독한 놈 같았으면 상처 하나로 끝내기는커녕 죽을 때까지 공격했을 테니까요.” “글쎄요. 양심이 있었으면 철근으로 관통상을 입힌 후, 비틀지 말았어야 할 것 아닌가요?” 범석이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무기로 관통상을 입히고 비튼다는 것은 상대를 확실히 죽이고자하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 동작으로 하나만으로 상처5/11 쪽 부위가 넓어지고 내부 장기의 손상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도 게임을 통해 몬스터를 죽이면서 그 동작을 반드시 가미시켰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럼 비너스가 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한 가지뿐이겠군.’ 결투 때 그럴 수 있는 상황은 1 대 다수의 격전을 벌일 때뿐이었다. 그렇다면 그자는 다른 상대와 싸우느라 쓰려져 있는 비너스에게 신경 쓸 여유나 필요가 없었을 터였다. 생각을 정리한 범석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흐르는 물에 손을 헹구고는 근처 수건에다 물기를 닦아냈다. 경찰들이 어련히 잘 해결할 일, 자신이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비너스는 그 후로 5일 간 집중치료실에 머물렀다. 아무리 회복력이 뛰어난 엘프라지만, 수술실에서 생사가 오갔던 점을 봤을 때, 이는 당연한 조치였다. 결국 범석은 그 기간 동안 그녀를 본 것은 하루 10분씩 허락되는 짧은 면회시간 때뿐이었다. 그래도 자신을 볼 때마다 기쁜 듯 큰 귀를 팔딱거리는 비너스의 모습으로 기분 좋은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음냐음냐. 깊은 밤 범석은 미하일치료센터의 어느 병실에서 단잠을 청하고 있었다. 오늘 일반6/11 쪽 병실로 옮긴 비너스의 병상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물론 간병인을 부를까 생각도 해봤지만, 첫날만큼은 함께 있으면서 친분을 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그만두었다. 그 동안 그녀와 함께 있을 시간이 너무 적었다. 사각사각. 병실 안에 퍼지는 기분 나쁜 소음소리에 범석이 살짝 눈을 떴다. 어두움 잠긴 공간에 떠있는 은은한 은빛의 광채 하나가 연신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아직 꿈속이라고 생각한 그가 허벅지를 세게 꼬집었다. ‘아프다.’ 범석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통이 느껴진다는 것은 지금 일어나는 일이 실제상황이라는 뜻이었다. 유령이라는 글자를 떠올렸던 범석이 고개를 크게 흔들었다. 미래지향적이지만 현실성을 추구하는 이 게임에서 그런 판타지적인 존재가 나타날 리가 없었다. 그가 불을 켜기 위해 병실 시스템에 명령했다. “311호 병실 시스템. 라이트 온.” 주위가 환해진 병실 안. 범석은 낯익은 시선과 마주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환자복7/11 쪽 을 입은 비너스가 그 큰 눈망울을 깜박거리며, 옆에 앉아 가만히 바라만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방금 전 은빛의 광채는 그녀의 왼쪽눈빛이었던 것 같았다.놀란 그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정을 취해야 하는 그녀가 이리 움직이는 것은 좋지 못했다. “야. 네 침대 놔두고 여기서 뭐하는 거야?” “저기 주인님과 함께 있고 싶어서요.......” 한 치의 가감도 없는 솔직한 대답이었다. 엘프는 주인을 절대 속일 수 없었다. 기특한 마음에 범석이 빙그레 웃었다. 자신과 함께 하고 싶어, 아픈 몸으로 이 불편한 보조침대에 같이 누워있는 그녀가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편하고 푹신한 환자용 침상을 나두고 이 좁은 보조침대에 환자를 함께 눕게 할 수는 없었다. “휴~ 비너스. 그렇다고 환자가 여기에 내려와 앉아 있으면 어떻게 해. 빨리 네 자리로 돌아가 누워.” 후다닥 환자용 침대 위로 올라가는 비너스였다. 주인이 명령을 하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이 엘프의 의무였다. 다만 그녀들에게는 자유의지라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비너스는 침대의 좌측 한편을 횅하니 비워놓은 채 우측 구석에 누워있었다. 같이 눕자는 귀여운 농성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여기서 범석은 무시하고 그냥 보조침대에 누워 다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하지8/11 쪽 만 그랬다가는 실망한 채 귀를 축 늘어뜨리는 비너스의 모습을 볼 터,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뭐. 침대가 넓으니까.’ 현재 이들이 머무는 방은 이 치료센터 내에서 가장 호화로운 1인실 병실이었다. 진료거부 사건으로 미안해하던 수잔이 원무과와 상의해 일반병실 비용으로 입원하게끔 해준 것이다. 덕분에 이 병실의 침대는 다른 곳과 달리 고급스럽고 큼지막했다. 두 명이 같이 잔다고 해도 그리 무리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좋아. 오늘 하루 만이다.” 이불보에서 고개를 빼쭉 내민 그녀의 얼굴에 환한 기색이 역력했다. 헛기침을 연발하며 범석이 옆에 누워 오른팔을 벌렸다. 팔베개를 하며 바짝 붙는 비너스가 붉게 상기된 볼을 그의 어깻죽지 속에 푹 파묻었다. 이 모습에 흐뭇한 표정을 지운 범석이 편안한 자세로 자리를 잡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실수였다. 아무리 병실이고 환자라 하나 어느 남자가 언제든 각오하고 있는 여자를 옆에 뉘여 놓고 그냥 밤을 새우겠는가? 그것도 여신의 미모를 지닌 존재를 말이다. 얼마 가지 않아 그의 애물이 주책없이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이를 느꼈는지 비너스가 나긋이 속삭이듯 말했다.9/11 쪽 “주, 주인님. 전 괜찮아요.” 뭐가 괜찮은지는 안 봐도 빤한 일이었다. 아니 아니었어도 범석의 뇌리에는 그렇게 인지되었을 터였다. 침을 꿀꺽 삼킨 그가 고개를 마구 흔들어댔다. ‘안 돼. 안 돼. 여기는 병원이고. 쟤는 환자다. 어차피 몇 주후면 퇴원하게 될 텐데 그 때 해도 늦지는 않아.......’ 그렇지만 지금도 결코 빠른 시기가 아니었다. 그가 게임을 접속한 이후 5일. 이 시간을 독수공방으로 홀로 지냈던 것이다. 어느새 범석은 슬며시 곁눈질로 그녀의 정보 창을 보며 스테미너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3500대에 가까운 스테미너 수치와 함께 ‘주의를 요하는 부상’이라는 상태 메시지를 떠있었다. 첫날의 ‘위급한 부상’보다는 3단계나 떨어진 등급으로 그녀의 건강이 어느 정도 안정 상태에 들어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 정도면 괜찮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범석의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면죄부가 되어 몸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가 순간 몸을 돌려 비너스의 위에 올라섰다. “뭐. 어차피 주종의식을 치워야 하니까.” 구차한 변이 튀어나왔다. 그만큼 지금 비너스를 탐한다는 것이 얼마 염치없음을 보10/11 쪽 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입장에서는 이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주인에게 몸을 바쳐 평생을 함께하는 것은 엘프들의 사명을 넘은 본능이었다. 비너스가 가녀린 두 팔로 그의 양목을 감쌌다. “주, 주인님. 제발 와주세요.” 침을 크게 꿀꺽 삼킨 범석이 오른손으로 그녀의 환자복 하의와 분홍색의 팬티를 한꺼번에 끌어내렸다. 드러나는 분홍빛의 균열과 무성한 은빛의 숲이 그를 숨 막히게 했다. 다음 또 갑니다.11/11 쪽 했다. 다음 또 갑니다. 다음 또 갑니다. 다음 또 갑니다. 다음 또 갑니다.했다.했다. 다음 또 갑니다.했다. 다음 또 갑니다.했다.했다.했다.했다. 다음 또 갑니다.했다.했다.했다.했다.< -- 최초의 엘프 -- > “휴~ 장난이 아닌데.” 외간 남자에게 자신의 중요한 부위를 보인다? 보통의 처녀라면 충분히 부끄러워할 일이지만 비너스는 다리를 벌리며 좀 더 과감한 자세를 취했다. 사실 엘프들의 최초의 창조 목적은 남성들의 밤 상대였다. 당연히 주인의 욕망 앞에 순순히 응할 수밖에 없었다. 범석이 탐스러운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혀를 가져다대고는 훑듯이 전진해갔다. 긴 침선을 따라 도착한 곳은 은빛의 풀숲에 숨겨져 있는 핑크빛의 탐스러운 꽃망울이었다. 그는 슬며시 혀를 휘둘러 살며시 그 위에 솟아있는 자그마한 돌기를 자극했다. “으으으음........” 짙은 신음 소리와 함께 비너스의 꽃망울에서 투명한 꿀샘이 맺히고 있었다. 범석이 아랫입술로 고여 있는 끈끈한 그것을 살며시 닦아내었다. 하지만 그 뿐일 뿐 점점 샘이 솟구쳐 오르더니 하나의 줄기가 되어 조금씩 침대 위로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 대단한데. 역시 엘프야.” 잠시 동안의 애무만으로 비너스의 꽃망울은 흥건히 젖어있었다. 사내를 받아드릴 회1/12 쪽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에 자극받은 범석이 코를 가져다 묻어 킁킁 들이켰다. 비릿한 향내와 끈적거리는 느낌이 그리 향긋하고 기분 좋을 수 없었다. 그가 혀를 가늘게 말아 균열사이를 쓰윽 헤집었다. 이어 혀끝을 자극하는 팽배한 느낌이 돌입을 방해했다. 앞으로 그가 가져갈 비너스의 순백의 증거로, 이제 이를 허물어뜨리는 순간 그녀는 평생을 범석의 종으로만 살아가야한다. 슬며시 미소를 지은 범석이 입을 떼었다. 의식의 진정한 주인은 혀가 아닌 지금 뜨겁게 솟아오르고 있는 애물이었다. 그가 손가락으로 음핵의 끝을 돌돌비비며 입을 비너스의 자주빛 입술에 가져다대었다. “으음. 으음. 흡.” 길게 이어지는 키스와 함께 비너스의 몸이 들썩거렸다. 진한 타액의 교환과 하체에서 비롯되는 애무의 느낌이 몸을 달아오르게 하고 있었다. 좀 더 깊은 자극을 얻기 위해 배배 허리가 꼬여졌다. 쉬고 있던 범석의 오른손이 가슴을 애무하려는 듯 비너스의 상체 복 안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바로 흠칫하며 손을 뺐다. 며칠 전에 가슴 쪽에 수술을 받은 터라 붕대로 둘둘 매어져 있었던 것이다. 아쉽기는 했지만 가슴 한 번 만져보자고 붕대를 푸는 야단법석은 떨 수 없는 노릇이었다. 범석이 모든 행위를 멈추고 일어나 바지의 허리띠를 풀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모양이었다. 병원이라는 껄끄러운 장소와 환자인 비너스를 생각하니 시간을 오래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 탓이다. 악어의 눈물. 사실 일반적인 관념상 자제2/12 쪽 를 해야 했음이 옳았다. 바지를 끌어내리자 그의 치솟은 거대한 애물이 그 위용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비너스가 파르르 몸을 떨며 눈을 감았다. 분명한 허락의 신호로 범석이 바로 올라타 그녀의 계곡사이로 애물을 조준했다. “비너스 시작한다.” “네. 제발요.” 비너스가 스스로 크게 다리를 열었다. 범석이 양 어깨위로 그녀의 미려한 자태의 두 다리를 올려놓고는 애물의 끝으로 음핵을 몇 번 비비적거렸다. 그리고는 균열의 입구에 가져다대고는 허리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아윽.” 굉장한 저항감이 하체에 느껴졌다. 그리고 뭔가 인간여인을 넘어서는 이질감이 애물을 감싸고 있었다. 질기지만 좀 더 부드러운....... 그러면서 탄력적이고 심하리만큼 조여 오는....... 마치 좁고 신비한 미궁을 앞에 둔 느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범석은 최초의 모험을 향해 한 발 더 내딛었다. 점점 파고드는 범석의 상징이, 미로의 휘장을 서서히 늘리며 입구를 확장시켰다. 하체로부터 이어지는 미지의 통증에 비너스가 침대보를 쥐여 짜듯 잡았다.3/12 쪽 “아파?” 전혀 그렇지 않다는 듯이 그녀가 고개를 격렬하게 저어댔다. “아, 아니요. 절대 아니에요. 으음.” 그렇지만 신음 소리만큼은 감출 수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범석도 그냥 해본 말, 이대로 멈출 리가 없었다. 그가 중심을 이동해 체중을 애물 쪽에 실었다. 순간 서로의 접합면에서 붉게 액체가 맺히기 시작했다. 견디다 못한 비너스의 처녀의 상징이 여지없이 찢어져 나간 것이다. “으, 으윽!” 조금 높아진 신음의 소리. 범석은 개의치 않고 애물을 그녀 속 깊은 곳까지 한꺼번에 밀어 넣었다. 푹 꺼지는 소리와 함께 뿌리까지 들어간 그의 애물. 이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비너스의 깊은 계곡사이에서 물결치듯 쏟아져 나왔다. 몸을 파르르 떠는 그녀의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히는 듯 보였다. ‘오! 엘프들은 대단해. 내 애물은 꽤나 큰 편이데. 완전히 다 들어갔어. 역시 남성들을 위해 태어난 요물들다워. 그럼 한 번 눈을 확인해볼까?’4/12 쪽 범석이 살며시 비너스의 은빛의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시선을 마주했다. 눈동자의 색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엘프는 처녀성을 잃으면 오드아이였던 두 눈동자가 하나의 색으로 통일이 되게 되어있었다. 역시나 비너스의 검었던 왼쪽 눈동자가 서서히 그 색이 빠지더니 오른쪽 눈동자의 색인 은빛으로 닮아갔다. “비너스. 눈동자 색이 변했다.” “으음. 네.” 거울 보지 않았음에도 비너스는 자신의 신체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었다. 몸 안을 파고든 범석의 애물로부터 이어지는 신비한 힘이 신체를 따라 왼쪽 눈동자에 이어지더니 뜨거운 기운을 선사하고 있었다. 엘프학교에서 배운 현상으로, 진정한 주인을 맞이하게 될 때 느끼는 감정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었다. 어느새 몽롱하게 풀린 비너스의 눈빛.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범석에 대한 애정이 들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엘프로서의 사명감과 기대감으로 그를 마주한 것이지만, 이제는 애절한 연인의 감정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어느새 복받치는 감정에 눈물이 그렁그렁 흘러내렸다. “흐흑. 어떻게 해요. 주인님이 너무 좋아요. 가슴이 쓰리고 타는 것 같아서 도저히 주인님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어요.” 사랑의 고백에 범석이 살며시 미소를 짓고는 그녀의 은빛 머리칼을 어루만졌다.5/12 쪽 “나도 네가 정말 사랑스러워. 이제 그 증거를 보여줄게.” 범석이 본격적인 피스톤 운동에 앞서 슬며시 허리를 뒤로 뺐다. 끌어당겨지는 그의 애물에 붉은 빛의 액체가 함께 끌려 나오더니 비너스의 고운 힙선을 따라 침대보에 주르륵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서서히 고일 찰라, 범석이 천천히 신중하게 허리를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푹. 퍽. 푹. 퍽. 진한 육음이 갈라진 균열의 입구에서 흘러나왔다. 그의 애물이 개척을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서로의 끝과 끝이 닿기를 여러 번. 비너스의 몸이 좌우로 비틀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범석의 강인한 힘에 억눌려 있기 때문에, 그리 요동치지는 못했다. “아응...... 아아...... 주인님. 아윽.......” 초야의 고통과 뜨거운 애정이 서로 교차하며 비너스의 하체를 강타했다. 부들 떨려오는 진동이 발끝을 따라 몸 전체로 번져나갔다. 입가에 흐르는 신음에는 현저할 정도의 아픔이 배어있었다. 이럴수록 범석이 애물로부터 받아들이는 쾌감의 양은 더더욱 증가했다. 좀 사악하게 보이기는 하나 본능적인 현상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빡빡하게 조여 오는 비6/12 쪽 너스의 안을 탐하듯 허리의 진동수를 서서히 높여갔다. 푹푹. 퍽퍽. 푹퍽. 터져 나오는 바람소리와 함께 입구에 맺힌 분홍빛의 애액에 하나둘 작은 공기방울이 맺히더니 이내 다시 터지기를 반복했다. 꾸물떡거리는 애물이 징그러울 정도로 비너스의 청조한 꽃잎을 유린하는 모습이 과히 보기에는 좋지 못했지만 범석은 상관없었다. 지금의 기분을 채우기만 한다면 그런 겉모양쯤이야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좀 더 허리를 바짝 세워 행위의 강도를 높여갔다. 푹푹. 퍽퍽. 푹퍽푹퍽. “꺄아악. 아악. 아윽!” 비너스의 입가에 강도 높은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칫 병실 밖으로 새어나갈 수도 있을 정도였다. 지금의 장면을 외부에게 본다면 쪽팔린 것은 둘째 치고 크게 경을 치게 되어있었다. 비너스는 환자였고 여기는 병자를 치료하는 신성한 치료센터였다. 범석이 황급히 한 쪽 손으로 비너스의 입을 막았다. “쉿. 너무 큰 소리는 내지마.”7/12 쪽 그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은 비너스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주인의 명령이라면 죽음까지도 불사하는데, 하물며 고통을 인내하는 일쯤이야 뭐가 그리 대수이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그녀가 입을 베개에 파묻었다. 이제야 안심한 범석이 다시금 행위를 이어나갔다. 푹푹. 퍽퍽. 푹퍽푹퍽. 허리의 움직임과 함께 계곡 안의 육벽이 출렁이며 그의 애물을 감싸 안았다. 처녀 특유의 조임이 점점 사라지며 부드러운 애무의 움직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 깊고 아련하며 뭔가 감동을 주는 새로운 느낌이었다. 역시나 욕망의 배설구로 탄생된 엘프다웠다. 제대로 된 가르침이 없었음에도 절로 남자에게 봉사하는 법을 터득해내고 있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 몸을 맞기며 기운을 만끽해나갔다. ‘크윽. 이거 장난이 아니야.’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진한 맛이 애물을 휘어 감쌌다. 정신이 몽롱해질 만큼의 흥분과 애정이 몸 전체로 번져나갔다. 점점 움직임이 흐느적거리더니 방출의 신호가 포착되어졌다. 이러다가는 어이없는 행위의 끝을 알리까싶어 범석이 힘을 주어 허리로부터 진행 8/12 쪽 되어오는 감정의 끈을 과감하게 끊어버렸다. 그리고 입을 비너스의 커다란 귓가에 가져다대고 작게 속삭였다. “비너스. 기분 좋은데. 어떻게 한 거야.” 그 말에 비너스는 기분이 붕 하늘에 뜨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의 진실 된 칭찬은 엘프들의 가장 큰 상급이었다. 고통의 와중에도 범석의 쾌락을 위해 본능에 따라 하체를 움직인 자신이 너무나 대견스러워졌다. 그녀는 보다 많은 칭찬을 받기 위해 온힘을 다해 계곡의 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새로운 쾌락의 물결에 휩싸인 범석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기분이야 좋지만 이러다가는 처녀인 그녀보다 자신이 먼저 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었다. 자존심 상 이를 용납할 수 그가 좀 더 허리를 거세게 흔들어 대었다. 곧 비너스의 균열 안은 처절한 육음의 비명이 메아리쳤다. 푹푹. 퍽퍽. 푹퍽푹퍽. 푹퍽. “아윽. 주인님. 아악. 아응.” 과중되는 고통의 신호가 그녀의 뇌리를 휘어 감쌌다. 찢겨진 순결의 상징이 범석의 과도한 움직임에 짓이겨지며 연신 핏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비너스는 아픔을 잊기 위해 이를 악물었지만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아니 의식을 하면 할수록 더더욱 과중9/12 쪽 되어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비너스가 간신히 눈을 뜨고는 그를 바라봤다. 유린하듯 허리를 흔들어대는 모습에서 즐거움과 쾌락이 묻어 나옴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주인에 얼마나 큰 기쁨이 되는 지 충분히 느꼈다. 그래서 통증의 연속에도 불과하고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며 그의 움직임을 도왔다. 한 참 시간이 흐른 후, 비너스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점점 볼에 붉은 색 기운이 번져가더니 이내 몸이 뜨거워짐이 느껴졌다. 계곡 안이 일정한 간격으로 수축하기를 반복했고, 눈빛이 풀리는 것이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으음. 으으. 으앙. 아 주인님. 이, 이상한 느낌이 와요.” 절정의 신호임을 쉽사리 눈치 챈 범석의 허리를 격렬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한껏 부드러움이 가미된 동작이기도 했다. 마치 빠르게 도는 초침처럼 간결했고 지축을 흔드는 화산처럼 강렬함이 묻어나왔다. 철퍼덕거리는 살 붙임 소리가 병실 안을 메아리쳤고, 반복되는 상하 동작에 따라 비너스의 은빛의 머릿결이 침대를 타고 흐느적거렸다. 메마른 범석의 호흡소리가 그녀에게는 커다란 쾌감이 되어, 몸 구석구석을 후비고 있었다. 푹푹. 퍽퍽. 푹퍽푹퍽. 푹퍽.10/12 쪽 “주, 주인님. 너무 좋아요. 아.......앙!! 아응!!” 거의 끝에 다다랐음을 안 범석이 더욱 신이 나서 허리를 흔들어댔다. “아앙!! 하아아앙! 아........흥!!” 비너스의 두 눈의 초점이 서서히 흐려져 가며 흰자위를 드러냈다. 그리고 힘을 잃은 몸이 범석의 전후동작에 따라 침대 위를 무의미하게 흐느적거렸다. 만족을 얻었는지 아님 주인과 맺어진 행위에 기뻐하는 지 그녀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잠시 후 범석에게 배설의 욕구가 솟구쳐 올라왔다. 비너스가 꿈나라로 향했음을 안 그는 이번에는 참지 않고 그녀의 계곡의 깊은 곳에 애물을 찔러 넣고는 과감하게 수문을 열어젖혔다. 순간 뜨겁고 탁한 애액이 비너스의 안으로 거침없이 쏟아져 들어갔다. “캬아. 좋다.” 몸을 부르르 몇 번 턴 범석이, 이내 깊이 박혀있는 자신의 상징을 뽑아들었다. 주룩 묻어나오는 붉은 기운의 뿌연 분비물이, 어느 새 침대의 면보에 쏟아져 내리며 작은 물웅덩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때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느낌이 온 범석이 새벽의 해를 어떻게 맞이하나 11/12 쪽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만약 이 꼴을 의사나 간호사 본다면 그의 체면은 여지없이 구겨지게 되어 있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더럽혀진 침대보와 이불을 걷어, 치료센터 한 편에 마련되어 있는 세면실로 가, 팔자에도 없는 손빨래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비너스를 깨어서 데리고 가 하체만 세욕을 시키고 또다시 물품비치 실에 몰래 잠입해 새 이불과 침대보를 가져와 침대위에 펼쳐놓았다. 암만 봐도 완전 범죄. 흐뭇해진 범석은 안심을 하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 아침. 잠시 회진을 온 수잔에게 그는 엄청 깨지게 되었다. 비너스의 양쪽 눈이 동일해졌음을 알고 이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유추해낸 것이다. 하긴 바보가 아니고서야 엘프의 눈의 변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다음 또 갑니다.12/12 쪽 긴 바보가 아니고서야 엘프의 눈의 변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다음 또 갑니다.12/12 쪽 < -- 검투사 레이미 -- > 범석을 태운 플라잉 택시가 선 곳은 수 십층 높이에 위치한 오피스텔 앞 베란다였다. 서서히 이어지는 난간 문을 통해 내린 범석이 거실로 들어섰다. 그와 동시에 집안에 설치되어 있던 가전제품들이 일제히 작동을 시작했다. 온도 조절장치에서는 실내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차가운 바람을 연신 뿜어댔고, 3D 홀로그램 TV에서는 미리 설정된 채널이 켜지며 개그맨으로 보이는 남자의 코믹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거치대 위에 놓인 오디오에서는 댄스음악소리가 흘러나오며 경쾌한 분위기를 이끌어 냈다. 잠시 실내 안을 쭉 훑어본 범석이 투덜거리듯 한마디 내뱉었다. “언제나 봐도 아담하네.” 그가 머무르고 있는 오피스텔은 꽤 작다고 말할 수 있었다. 주방이 달린 거실 하나와 샤워 실이 겸용으로 딸린 화장실 하나 그리고 사방이 뚫린 침실 하나가 전부였다. 말이 오피스텔이지 한 눈에 봐도 저가의 원룸과 그리 차이가 없어보였다. 잠시 기지개를 쭉 켠 범석이 주방에 위치한 냉장고에서 주스 한잔을 꺼내와 TV 앞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비너스가 혼자 있는데 외롭지 않을까?’회1/15 쪽 그는 홀로 병실에 나두고 비너스가 걱정이 되었다. 상태는 크게 호전 되었지만 아직 환자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여러 가지 준비로 너무도 바빴다. 6월 중순부터 열리는 GA컵에 참여하기 위해 팀을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 아마와 프로가 한데 섞여 실력을 겨루는 장으로, 경기 규칙상 주전 12명에 교체선수 7명을 준비해하니, 최소 19명 이상의 검투사가 필요했다. 그런데 현재 그의 팀원은 기껏해야 그와 비너스 단 둘이었다. 범석이 주스를 들어 살짝 한 모금 들이켰다. 그리고 TV를 보는 순간, 화면 우측 상단에 편지봉투 모양의 아이콘이 깜박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자메일이 도착했다는 신호였다.궁금했던지 범석이 바로 열어보았다. “홈 시스템. 메일 확인 부탁해.” 그러자 TV 화면이 바뀌더니 한 사내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주 번뜻한 양복을 착용한 30대의 남자인데 좀 간사한 얼굴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 고객님 안녕하십니까. XX카드 제임스팀장입....... “다음!” 범석의 외침과 동시에 다시 한 번 화면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정갈한 유니폼을 입은 20대의 한 여성이었다.2/15 쪽 -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저희 XX캐피탈 대출상담사 스텔라입니다. “패스!” - 안녕하세요. XX이동통신 상담사 나오미입니다. 저희는...... “넘겨!” - 안녕하십니까. 저는...... “삭제!” 계속 되는 메시지에 범석이 한껏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며칠 신경을 안 썼다고 이리 많은 스펨메일이 쌓인 것이다. 그는 개별메인 확인을 멈추고 메일함 전체를 화면에 띄웠다. 쓸데없는 메일은 시간 낭비할 필요 없이 한꺼번에 정리하는 것이 좋았다. ‘저건 대출, 저건 카드개설, 저건 상품선전, 그리고 저건......’ 삭제를 진행하려던 범석이 한 선전메일을 보고 시선을 멈췄다. 다름이 아니라 데몬스포츠센터라는 곳에서 보내온 메일인데, 현 프로검투사가 강의하는 검투강좌를 연다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앞으로 그 계통으로 진출하려던 그에게는 관심이 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오호. 프로 검투사라가 직접 강의 한다고? 그런데 어느 리그 검투사지?’3/15 쪽 이 세계의 행정구역 단위는 크게 연방정부, 중앙정부, 광역정부, 지역정부등의 총 4단계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 세계를 통합 관리하는 연방정부를 기점으로 그 아래에 8개의 중앙정부가 존재했고, 이는 다시 각각 8개의 광역정부로 나누어지고 마지막으로 또 8개의 지역정부로 분할 되어있었다. 즉 연방정부 내에 512개의 지역정부와, 64개의 광역정부, 8개의 중앙정부가 존재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점이, 각각의 정부마다 20개 팀으로 구성된 각각의 프로리그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역정부에는 에어리어리그, 광역정부는 와이드리그, 중앙정부는 센트롤리그, 마지막으로 연방정부에는 월드리그로 불리는 프로연맹체제가 있었다. 이를 볼 때 전 세계의 리그의 수는 월드리그가 하나, 센트롤리그는 8개, 와이드리그는 64개, 에어리그는 512개가 되었다. 그리고 리그에 소속 프로팀은 월드리그는 20팀, 센트롤리그는 160팀, 와이드리그는 1280팀, 에어리그팀은 총 10240팀이 있다는 얘기였다. 척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수치로 보일 지도 모르겠지만 가만히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았다. 가장 하위리그인 에어리그가 속한 지역정부의 평균 면적이 30만 제곱킬로미터나 되고, 평균 인구가 2400만에 이른다는 점 때문이었다. 범석이 현실세상에서 소속된 나라의 인구수에 반절이나 되었고 그 대지면적은 1.5배가 넘는 점을 봤을 때, 충분히 한 개 나라의 가치를 가졌다고 볼 수 있었다. 또 축구를 좋아하는 유럽에서는 이보다 못한 나라가 프로리그를 몇 개나 가지면서, 승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4/15 쪽 ‘뭐. 일단 확실히 보자.’ 범석이 바로 데몬스포츠센터의 메일 문구를 선택해 확장시켰다.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선전글귀가 적혀있었는데 기획선전 문구답게 그 프로검투사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오. 드래곤나이츠 GC 소속이라......’ 드래고나이츠팀은 이 리마시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허비시티라는 곳에 연고를 둔 프로팀이었다. 현재 와이드리그에 소속된 팀으로 세간에서 언제든 센트롤리그에 진출할 수 있다는 평을 받는 뛰어난 전력의 검투사팀이었다. 이런 팀에서 파견 나왔다고 한다면, 그 실력이 얼마나 출중할 지 익히 예상되는 바였다. 아직 검투경기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범석에게는 그 세계에 대해 심도 있게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호감이 간 그가 시선을 내려 다음 내용을 살폈다. ‘이런 전문 강좌만 가르치는 군.’ 전문 강좌는 한 마디로 프로선수가 되기 위한 양성과정으로 볼 수 있었다. 이 세계에서 프로 스포츠 선수가 되려면 강인한 신체를 가진 엘프나 개조인간만이 5/15 쪽 가능했다. 그런데 엘프는 배양 캡슐에서 성인으로 탄생 되었고, 개조인간은 인간이 성년이 되었을 때 신체개조시술을 받아 만들어졌다. 즉 현실처럼 학원 스포츠육성을 통해 선수를 선발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각기 프로팀은 해당 육성기관을 설립 유지하거나 스포츠센터를 통해 선수를 공급받았는데, 바로 이 전문 강좌가 바로 후자에 해당하는 사례였다. 덕분에 강좌의 질이 높았지만, 비싼 수강료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으음. 저 전문 강좌를 들면 쓸 만한 재야검투사를 찾아낼 수 있을 거야. 모두들 프로를 목표하며 수강을 하니까 말이야.’ 아직 팀조차 갖추고 있지 않은 범석에게 저 전문 강좌는 검투사 수급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새미프로정도에 준하는 실력을 갖추어야만 들을 수 있던 강좌이기에, 좋은 검투사들이 많을 터였다. 앞으로 GA컵까지는 한 달이 좀 넘게 남았지만, 새롭게 팀을 만들려는 그에게 있어 넉넉한 시간은 아니었다. “좋아. 한 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범석이 다음 선전 문구를 읽어 내렸다. 수강접수 일자에 내용이었는데, 아주 기막힌 우연인지 모르지만 오늘 정오까지라고 한정되어 있었다. 그는 급히 벽걸이 시계를 바라봤다. 현재 시간이 오전 11시. 마감시간까지 앞으로 한 시간뿐이 남지 않았다.6/15 쪽 “미치겠군. 빨리 서둘러야겠어.” 이거 잘못하다가는 수강 접수조차 못하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었다. 그는 욕실로 들어가 간단히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서둘러 택시를 부른 다음 몸을 실었다. - 그럼 목적하신 일에 행운이 있기를 빌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인공지능의 인사를 듣는 마는 둥 범석이 급히 택시에서 내렸다. 아직 접수시간이 되려면 시간이 좀 남았지만, 여유를 부릴 만큼은 아니었다. 잠시 길가에 선 그가 시선을 7층 높이의 하얀색 건물에 두고는 맨 위에 써져있는 간판 글귀를 읽어 내렸다. 확실히 데몬 스포츠센터가 맞았다. 옷맵시를 단정하게 하고 범석이 거대유리로 만들어진 출입문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문 앞 카운터에서 고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저희 데몬 스포츠 센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주 고운 천상의 목소리였다. 아무래도 안내 업무나 접수를 보는 여인 같았다. 범석은 자신에서 정중히 인사를 건넨 제복차림의 그 여인을 면면히 살펴봤다. 푸른색 머릿결에 극한의 외모. 게다가 커다란 귀가 뾰족이 높이 솟아있는 것으로 보아 엘프가 분명해 보였다.7/15 쪽 “저기 여기서 검투강좌가 있다고 하던데, 어디서 접수해야 하지?” 푸른색 머릿결의 엘프가 공손히 손을 모우며 말했다. “검투경기 강좌 말입니까? 여기서 하면 됩니다. 다만 오전 강좌는 이미 시작해서 접수가 안 되고, 점심식사 이후에 시작되는 오후강좌에나 수강이 가능합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음. 오후 강좌도 상관없어.” “그럼 이 수강신청서를 작성해 주십시오.” 하며 푸른색 머릿결의 엘프가 A4지 크기의 문서양식을 꺼내 건네주었다. 이를 받아든 범석은 기입을 시작하려고 품안에서 펜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펜 뚜껑을 열고 기입하려는 순간 문서 맨 위에 써져 글귀를 보고는 손을 멈칫했다. 문서의 제목에 ‘검투 취미반 수강신청서’라고 써져 있었던 탓이다. 의아한 표정을 지은 범석이 푸른머릿결의 엘프를 곁눈질로 바라봤다. “난 전문 강좌를 들을 예정인데.” “예? 전문 강좌를요? 그럼 프로 검투사를 목표하신다는 말씀이신가요?” “응.” “인간이신 손님께서는 무리가 있을 텐데요.” “상관없어. 난 신체개조시술을 받았으니까.”8/15 쪽 그 말에 푸른머릿결의 엘프가 더욱 의외라는 눈빛을 지었다. 신체개조시술은 한 번에 수천만 크랑이 소요되기 때문에 웬만한 부자가 아니고서는 엄두도 못 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범석이 입고 있는 옷은 게임 시작 시 제공하는 기본적이고 단출한 외출복이었다. 당연히 그만한 부자로 보이지 않으니, 그가 개조인간이라는 것도 믿기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객의 말을 농담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일, 푸른색 머릿결의 엘프가 의혹에 찬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 “저, 정말인가요?” “정말이라니까. 사람 말을 왜 이렇게 못 믿어.” 그 순간 근처에 있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사람들이 우루루 내리기 시작했다. 십여 명의 엘프들과 남자들로 서로 쌍쌍이 짝을 지어 다정스럽게 걸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주종관계를 맺은 사람들 같았다. 그러나 단 한 명. 붉은색의 요상한 슈트를 입고 유난히 녹색의 머리칼을 지닌 엘프 여인 하나는 전혀 달랐다. 무리들과 동떨어져 홀로 걸어올 뿐더러 양쪽 눈이 녹색과 붉은색으로 서로 다른 오드아이였다. 그런다는 것은 즉 주인이 없다는 뜻. 공략대상 중 하나였다.그 정체불명의 엘프여인이 데스크로 다가와 범석의 앞에 있는 푸른색 머릿결의 엘프9/15 쪽 에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요. 점심 식사하고 올 테니까. 저 찾아오시는 분 있으면 한 시 이후에 오시라고 하세요.” 그리고 몸을 돌리려는 순간 푸른색 머릿결의 엘프가 급히 그녀를 멈춰 세웠다. “레이미님. 잠시 만요.” “네. 무슨 일이죠.” 푸른 머릿결의 엘프가 안내하듯 양손으로 범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이 프로검투사를 목표하신다고 전문 강좌를 듣고 싶어 하세요.” 범석을 흘깃 위아래로 살펴본 레이미가 바로 대답했다. “인간은 신체개조시술을 받지 아니면 프로검투사는 무리일 텐데요.” “네. 이 분 말씀으로는 자신이 개조인간이라고......” 순간 놀란 눈을 한 그녀가 범석의 바로 앞에 섰다. 덕분에 그는 레이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 할 수가 있었다.10/15 쪽 키는 165가 좀 넘어 보였고 나이는 십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몸매는 두툼한 슈트를 착용해서인지 잘 확인이 안 되지만, 그 와중에도 확연히 드러나는 S자 굴곡을 보았을 때 보통은 아닌 듯싶었다. 녹색의 머리칼은 붉은 머리띠에 묶여 허리까지 와 찰랑거렸고, 부드럽고 완곡한 곡선을 그리는 이목구비와 새빨갛고 도톰한 입술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얼굴색은 창백하다고 말할 정도로 새하얬으며 짙은 속눈썹과 오똑한 콧날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역시나 극상의 미를 지녔다는 엘프다웠다. 마른 침을 삼킨 범석이 살짝 쥔 주먹을 입가에 가져다 대고는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슬며시 레이미를 바라보며 정보 창을 열었다.이름 : 레이미.구분 : 엘프(32년).소속 : 드래곤나이츠 GC.명성 : 457.악명 : 0.H유무 : 무.스테미나 : 6131/6500.사회성 : 61, 근력 : 64, 체력 : 65.민첩 : 73, 균형감각 : 64, 지능 : 70.11/15 쪽 정신력 : 60. 판단력 : 71, 재주 : 51.운 : 41.현재기량/잠재능력 : 620/623.개성 : 철저한 가르침.특이사항 : 29년간 드래곤나이츠에서 검투사 생활을 함. 현재 팀 내에서 전력 외로 구분되어 임대 검투사로 등록되어있음. 다만 워낙 비싼 몸값 탓에 원하는 팀이 없어서 잠시 스포츠센터에 파견되어 수강생들에게 검투경기의 룰과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의외로 나이가 많이 들었군.’ 엘프의 수명은 평균적으로 약 100여년. 그러나 성년인 채로 배양 캡슐에서 탄생되어 나오는 점과 죽기직전까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 봤을 때 젊은 외모를 유지하는 시간은 꽤 길다고 할 수 있었다. 다만 내부의 노화는 진행되기 때문에 지금의 레이미 나이 또래가 되면 근력과 체력이 서서히 떨어지며 정신적인 측면이 성장하게 되어 있었다. ‘그래도 꽤 괜찮은 편이네.’12/15 쪽 지금 레이미의 현재기량과 잠재능력은 620/623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살펴보기에 따라서는 범석과 비너스에 비하면 잠재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그가 플레이어임과 비너스가 워낙 괜찮은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서이지, 그녀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솔직히 대다수의 엘프가 탄생 직후 얻는 현재기량과 잠재능력은 그에 크게 못 미쳤다. 게다가 그녀는 ‘철저한 가르침’은 리미트 타임이 없는 페시브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지정한 5인에 한해 교육대상자 학습속도 1.5배라는 긴요한 특성으로, 강사나 코치로 활용한다면 큰 효용이 볼 터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레이미라고 해요. 현재 검투 전문 강좌 강사를 맡고 있죠.” 레이미가 손을 내밀자 범석이 화급히 정보 창을 닫고 악수를 나눴다. “나는 오 범석이라고 한다. 만나서 반갑다.” “저도 뵙게 되어서 반가워요. 그런데 정말 개조인간이 맞으시죠?” “응. 맞아.” “그럼 잠시 시험 해봐도 되나요?” 범석이 얼마든지 해보라는 식으로 고개를 주억였다.13/15 쪽 “그래. 마음대로.” 그 말과 동시에 레이미의 악력이 강해지며 범석의 오른손을 압박해갔다. 이것이 시험임을 인지한 그는 똑같이 힘을 넣으며 대응해 나갔다. 이러기를 잠시. 레이미가 손의 힘을 풀고는 싱긋 웃었다.“확실히 개조인간이 맞으시군요. 보통 인간 같으면 제가 힘을 넣자마자 비명을 질러대며 쓰러졌을 테니까요.”“그럼 수강신청을 받아 주는 건가?” 레이미가 생각할 것도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개조인간이라도 프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에 따르는 재능이 필요한 법. 신청자가 넘치는 전문 강좌에 아무런 테스트 없이 함부로 뽑을 수 없었다. “그러려면 일단 테스트에 통과하셔야 해요.” “방금 전께 테스트가 아니었어?” “네. 그건 잠시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인지 살펴본 것이에요. 일반인을 상대로 테스트를 벌였다가는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이해가 가는지 범석이 고개를 주억였다.14/15 쪽 “그럼 테스트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지?” “잠시 저와 대련을 하시면 되요. 그럼 제가 범석님이 가지신 재능 유무를 보고 합격여부를 알려드릴 것이에요.” “으음 그래? 그런데 테스트는 언제 하지?” “오후 1시에 수강신청자 모두를 모아놓고 테스트를 할 것이에요.” 범석이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그때 보지.” “네. 그럼 이따 뵐게요.” 이 말을 하고 레이미가 복도 저 멀리 강사 사무실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범석은 집으로 갔다 다시 돌아가기도 뭐하고 해서, 이 근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결정했다.담피우고 담 또 갑니다.15/15 쪽 “그래. 그럼 그때 보지.” “네. 그럼 이따 뵐게요.” 이 말을 하고 레이미가 복도 저 멀리 강사 사무실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범석은 집 이 말을 하고 레이미가 복도 저 멀리 강사 사무실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범석은 집으로 갔다 다시 돌아가기도 뭐하고 해서, 이 근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결정 “그래. 그럼 그때 보지.” “네. 그럼 이따 뵐게요.” 이 말을 하고 레이미가 복도 저 멀리 강사 사무실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범석은 집 “그래. 그럼 그때 보지.” “네. 그럼 이따 뵐게요.” 이 말을 하고 레이미가 복도 저 멀리 강사 사무실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범석은 집 이 말을 하고 레이미가 복도 저 멀리 강사 사무실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범석은 집으로 갔다 다시 돌아가기도 뭐하고 해서, 이 근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결정 < -- 검투사 레이미 -- > 쏴아아아. 스포츠센터 밖으로 나온 범석은 입구 테라스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올 때만 해도 좀 흐리기는 했지만 멀쩡했던 날씨가 언제 그랬다는 양 빗줄기가 사정없이 쏟아져 내리던 까닭이다. 웬만하면 그냥 뛰어갈 수도 있었지만, 워낙 굵어 자칫 흠뻑 젖는 수가 있었다. ‘이거 어떻게 하지. 아무나 붙잡고 같이 우산을 쓰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잠시 그가 머뭇거리는 사이, 스포츠센터의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엘프였는데, 한 쪽 어깨춤에는 보자기 쌓인 네모난 통을 끼고 있고 오른 손에는 우산을 들고 있었다. 우산을 펴던 그녀가 범석을 보더니 가볍게 인사했다. “저기 안녕하세요. 아직 안가셨네요.” 이제야 그녀를 얼굴을 확인한 범석이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냈다. 방금 전 만났던 레이미라는 엘프로, 아마도 지금 점심을 하러 나가는 듯 보였다.회1/14 쪽 “아. 그래. 보다시피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잠시 그의 행색을 살핀 레이미가 대답했다. “우산을 가져오지 않으셨나 보죠?” “응. 올 때는 비가 오지 않았거든.” 레이미가 우산을 펴며 말했다. “멀리는 안가시죠?” “응. 요 앞에 식당가에 가니까 그리 멀리는 아니야.” “그럼 저랑 같이 가요. 모셔다 드릴게요.” 범석이 염치불고하고 바로 레이미의 옆에 가서 섰다. 공략이 가능한 상대가 같이 우산을 쓰자고 하는데, 뒤로 뺄 그가 아니었다. “하하하. 미안해서 어쩌지. 하여간 고마워.” “뭘요. 멀리 가지도 않는데요. 그럼 가시죠.” 그 말을 한 레이미가 서로의 어깨를 가까이 붙이고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범석은 어떻게 해서든 최대한 친분을 쌓기 위해 주절주절 떠들어 대며 걸었다.2/14 쪽 ‘퍼펙트월드’의 시내거리는 참으로 이색적이었다. 차도는 온데간데없고 건물과 건물 사이는 모두 인도로 채워져 있었다. 간혹 대형 플라잉카가 오르내릴 수 있는 빈 공간이 주차장처럼 덩그러니 놓여 있기는 했지만 그리 많지는 않았고, 버스정류장은 모두 어느 높은 빌딩의 옥상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상점가 앞 하늘에는 영업용 3D 레이져 영상이 손님을 유혹하듯 어지러이 흔들거렸다. 한참을 거리구경을 하던 범석이 해물파스타를 파는 식당 앞에서 멈춰 섰다.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었지만, 들은풍월로는 여자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선택한 것이다. “레이미. 내가 살게 저 식당으로 가자.” 그 말에 레이미가 어깨춤에 낀 보자기에 싸인 통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아뇨. 전 도시락을 싸와서요. 요 앞 편의점에서 먹으면 돼요.” “됐어. 그냥 가면 내가 미안해지잖아. 사준다고 했을 때 그냥 먹어.” “아니에요. 전 괜찮으니까 상관마세요.” 계속 사양을 하자 범석이 넋두리 하듯 조용히 말했다. “우산을 네가 가지고 있잖아. 네가 이대로 다른 곳으로 가면 나 이따 돌아갈 때는 비 쫄딱 맞는다고.”3/14 쪽 “아 그렇군요. 그럼 제가 우산을 여기 두고 갈게요.” “야. 그럼 내가 미안하잖아. 너 혹시 파스타 싫어서 이러는 거야? 그런 거라면 다른 데 가서 먹고.” 특별히 가리는 음식이 없던 레이미는 고개를 흔들며 부정을 표했다. “아,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다만 범석님은 이따가 테스트를 받아야할 입장이고....... 저는 감독관이니까요.” 범석이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아무리 전문 강좌라고는 하지만 무슨 놈의 스포츠센터 수강 시험에 이리 딱딱하게 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솔직히 엘프들의 이런 완고함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휴~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냥 편의점으로 가서 서로 각자 먹고 싶은 거 알아서 사먹는 거야. 그건 괜찮겠지?” 잠시 꾸물거린 레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숨을 크게 내신 범석이 다시 근처 편의점으로 향해 주적주적 비오는 거리를 걸어갔다. 딸랑딸랑.4/14 쪽 “어서 오세요.”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맑은 종소리와 함께 남자종업원이 허리 굽혀 인사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를 들은 채 만 채 한 범석이 냉장진열대로 앞으로 걸어갔다. 각가지 간식거리가 나열되어 있었는데, 그중 삼각 김밥 한 개와 햄버거, 콜라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스낵코너에서 사발면을 꺼내와 뜨거운 물을 담고는 간이식탁으로 갔다.뒤이어 레이미가 따끈한 오뎅국물 같은 것이 담긴 작은 투명 프라스틱 용기를 조심스레 들고 와 그의 바로 옆에 섰다. 사발면이 익기만 기다리고 있던 범석이 흥밋거리 삼아 그녀의 도시락을 살폈다. 서서히 뚜껑이 열리는 도시락통. 기겁을 한 범석이 두 눈을 동그랗게 말아 올렸다. ‘저건 또 뭔 시츄에이션이냐?’ 도시락 통 안에는 2가지 음식이 들어있었는데 한쪽은 삶은 검은 콩이었고 또 한쪽은 생 브로콜리였다. 이걸 겨우 7크랑짜리 가격표가 붙어있는 오뎅국물과 함께 점심으로 먹는다는 것 자체가 범석의 관념상으로 도무지 이해가지 않았다. “데, 레이미. 그거 점심으로 먹는 거 맞아?” 가볍게 수긍을 표하는 레이미였다.5/14 쪽 “네.” “그냥 삶은 콩이랑 생 브로콜리뿐이잖아.” “네. 하지만 충분한 칼로리와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등을 제공해 주는 훌륭한 식품들이에요.” 콩과 브로콜리가 몸에 좋다는 것쯤은 범석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혀에는 감각이라는 것이 있었다. 무슨 전쟁터난민도 아니고 저걸 식사라고 하고 있으니 옆에서 보는 그가 갑갑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야. 평소에도 이렇게 먹냐?” “네. 이곳 스포츠센터로 파견 나오고서 부터는 계속요.” “그 전에는?” 그때는 소속팀의 구내식당을 애용했기 때문에, 지금의 도시락보다는 식감이 넘치는 다양한 음식들로 먹었다. “소속팀의 구내식당을 이용해서 여러 음식들을 먹었죠. 그런데 왜요?” “그런데 왜 지금은 이 모양 이 꼴이야? 혹시 근래에는 소속팀이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로 부려먹는 거야?”6/14 쪽 그렇지는 않았다. 그녀의 소속팀은 이 도시가 아닌 근처 허비시티라는 도시에 연고를 두고 있었다. 덕분에 그녀는 홀로 이 도시로 파견 나와야 했고 팀으로부터 매월 생활비 명목으로 2만 크랑이라는 돈을 받았다. 별것 아닐 돈이라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팀에 소속되어 있어 지금껏 돈이란 것을 쉬이 만져보지 못했던 그녀로서는 아주 큰돈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이런 식단을 점심식사라고 먹느냐? 그건 모두 엘프의 습성과 프로 스포츠클럽들의 운영형태에서 비롯되었다. 현재 이 세계의 프로클럽들은 대부분 주식회사 형식을 갖추고 있었다. 문제는 주식회사의 목적이 주주이득의 극대화라는 것이다. 덕분에 팀은 매주 고액의 주급을 줘야하는 개조인간이나 따로 주인이 있는 엘프를 쓰기보다는, 생산시설에 태어나는 재능 있는 엘프를 구입해 키워서 사용하는 것을 더 선호했다. 근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그녀들을 서로 사고판다는 데에 있었다. 해당 팀으로서는 필요 없는 선수를 내보내 돈을 벌고, 팀에 꼭 필요한 선수를 돈을 주고 사올 수 있으니 좋겠지만 그녀들은 전혀 아니었다. 엘프를 사고팔기 위해서는 주인이 없어야 했기 때문이다. 주인을 모시는 행위를 일생일대의 가장 큰 행복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엘프들에게 그 신세란 노예와도 같은 비참한 생활이었다. 이는 레이미도 마찬가지. 팀에서 지내는 29년간, 그녀의 한 결 같은 소원은 좋은 주인을 만나 성심성의껏 모시는 일이었다. 다만 자신의 몸값이 너무도 비싸 사려고 하는 주인이 나타날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이에 매월 소속팀에 주는 2만 크랑의 돈은 너무나 귀중했다. 이 돈을 모아 목돈을 만들어, 만약에 있을 자신을 사려는 주인에게 건네준다면, 약간이나마 금액적인 부담7/14 쪽 을 덜 수 있으니 자신을 사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은 것이다. 이 얘기를 모두 들은 범석은 기가 막힌다는 듯이 레이미를 바라봤다. “혹시 있을 주인 주려고 이렇게 짠순이로 산다는 거지?” 레이미가 그의 눈치를 살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네.” “솔직히 말해봐. 도대체 얼마나 모았냐?” 잠시 손가락을 굽히며 계산한 레이미가 대답했다. “이 스포츠 센터에 오고 13개월 됐으니 24만 크랑이 좀 넘을 것에요. 자세한 것은 돈이 든 깡통을 따봐야 알겠지만요.” 그렇다는 얘기는 매월 천 오백 크랑도 안 되는 돈으로 생활해 왔다는 소리였다. 말도 안 되는 얘기였지만 저 점심도시락을 보니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참나 독하게도 모았네. 그렇게 주인이 좋냐? 얼굴도 모르고 과연 나타지도 의문인 사람을 말이야.” “당연한 일이에요. 주인님을 섬기는 것은 저희 엘프들의 존재의 의미니까요.”8/14 쪽 너무도 당당한 태도에 범석은 어이가 없다 못해 갸륵한 감정까지 들었다. 생전 보지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한 사람을 그리며 저렇게 궁상맞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쯤 되자 그는 레이미의 몸값이 사뭇 궁금해졌다. 어차피 밤일을 즐길 엘프가 몇몇 더 필요한 마당이니, 가격만 맞으면 자신이 주인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였다. “도대체 네 몸 값이 얼마 길래 그래?” “저....... 그게....... 2500만 크랑이요.” 몸값을 말한 레이미가 범석을 슬그머니 바라봤다.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궁금해서였다. 솔직히 레이미가 지금 이런 개인적인얘기를 초면인 그에게 한 것도 모두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 바로 범석이 개조신체를 지녔다는 점 때문이었다. 거금이 필요한 그 시술을 받았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부자라는 얘기. 혹시나 자신을 사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지만 범석의 총 재산은 오피스텔 빼고 500만크랑 정도였다. 아니 비너스의 치료비로 60만 크랑 정도가 소요될 터이니 440만 크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떡 벌어진 입을 한 범석이 눈을 깜빡거리며 말했다. “뭐, 뭔 놈의 몸값이 그렇게 비싸냐? 2500만 크랑이면 나 같은 사람은 평생을 써도 9/14 쪽 남아도는 돈이잖아.” “범석님 같은 분이 왜요? 범석님은 부자시잖아요?” 얼토당토하지도 않는다는 표정을 지은 범석이 검지를 펴 자신을 가리켰다. “내가 부자라고? 아니야. 난 그냥 소소한 소시민일 뿐이라고.” “하지만 개조신체를 지녔잖아요. 그 시술을 받으려면 얼마나 큰돈이 필요한데요.” 레이미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음을 안 범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신이 개조신체인 것은 플레이어여서이지 절대 부자라서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그대로 밝힐 수는 없는 일이었다. 솔직히 믿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믿더라도 현실세계의 이야기는 게임 세상에 큰 혼란을 가져다줄 수 있었다. 그는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변명거리를 하나 발췌해 떠들어댔다. “그건 내가 부자라서가 아니야. 너. 인간들이 20살이 되어 사회진출을 하기 이전까지는 학교에 다니며 교육을 받는 사실은 알지?” “네. 알아요.” “그럼 학교를 졸업하며 학업성적이 좋은 학생들에 한해서 신체개조시술을 무료로 해주는 사실은 알아? 내가 바로 그 케이스거든.” “그, 그렇군요.......”10/14 쪽 레이미는 범석의 거짓을 곧이곧대로 믿었는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현대사회에서 인간들은 꽤나 게을렀다. 엘프만 구입하면 그녀들에게 사회 활동을 시켜 돈을 벌면 되니, 인간은 거의 일할 필요 없었다. 이에 학업성취도 낮아지는 당연한 바, 연방정부는 학생들의 학구열을 고취하기 위해 성적이 좋은 일부에 한해 고가의 신체개조시술을 무료로 시켜주고 있었다. 범석이 이중의 하나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실망스러움을 어쩔 수 없었는지 레이미가 고개를 푹 숙였다. 유력한 주인님 후보가 등장한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그녀의 기분을 눈치 챈 범석이 오기가 생겼다. 사나이 오 범석. 어려움이 있다고 한 번 찍은 여인을 포기할 사람이 아니었다. 이런 찝찝한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느니, 그까짓 돈 벌어서 그녀를 사면 그만이었다. 가슴을 쭉 편 그가 당당한 투로 말했다. “레이미. 실망하지마라. 너는 내가 사줄 테니까.” “네? 저, 정말인가요? 하지만 돈이 없으시잖아요.” “그건 걱정하지 마라. 내가 그깟 돈 못 구하겠냐. 좀 만 기다려라.” 말만이라도 고마운 레이미가 조금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왠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그를 믿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고마워요. 하지만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11/14 쪽 “무리할 필요가 뭐가 있냐. 그깟 2500만 크랑을 버는데. 하하하.” 범석은 말뿐이 아니라 나름 자신도 있었다. 자신이 팀을 창설하고 내년 이맘때쯤 열리는 승강토너먼트를 통과해 프로로 진입하면 많은 수입이 예상되었다. 어차피 그때가 되면 실력 있는 많은 프로검투사들이 필요하니, 레이미를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범석이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프로검투사로 오랫동안 생활을 해왔으니, 그쪽 생리에 대해 빠삭할 것이라 생각한 탓이다. “레이미. 혹시 프로검투사의 몸값이나 연봉이 대충 얼마인지 얘기해 줄 수 있어?” “글쎄요. 어느 리그에서 활동하느냐와 팀에서의 중요도에 따라 크게 달라져요.” 그 점은 범석도 알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대략적인 설명이었다. “그냥 대충이라도 설명 해줘봐.” “예를 들자면 저희 팀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엘프가 1100만 크랑이에요. 그리고 이번에 새로 주전급 검투사를 영입하는데 5500만 크랑이 소요되었다고 했어요.” 말에 좀 어폐가 있었는지 범석이 난데없이 레이미를 쏘아봤다. 해당 리그의 주전급 검투사를 사오는데 5500만이면 되는데, 왜 레이미는 2500만이나 달라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12/14 쪽 물론 이 둘 사이에 3000만 크랑이라는 큰 차이가 있지만, 팀의 핵심이 될 검투사와 전력 외로 구분되어 단지 스포츠센터강사로 파견 나갈 사람과의 차이만큼은 아니었다. “아니 이건 정말 널 무시해서가 아닌데, 팀 내 주전급 검투사 몸값이 5500만인데 왜 네가 2500만이야?” 레이미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게 저도 의문이에요. 그 정도 금액이면 저희 팀이 소속되어 있는 와이드리그의 상위권팀 주전 검투사급의 몸값이거든요. 그리고 저 정도의 경력과 능력, 나이를 보면 대체로 500만에서 600만 크랑 정도 하는 것이 보통이에요. 왜 팀에서 그런 금액을 붙였는지 도무지 이해가지가 않아요.” 본인도 알 수 없다는데 어쩌겠는가? 범석은 그녀의 특성이 ‘철저한 가르침’을 이내 떠올리고는 억지로나마 이해했다. 5인에 한해서 훈련성과가 1.5배에 이른다고 했으니 코치로 쓰면 큰 효과를 보는 것이 당연했다. 아마 그 특성을 인지한 팀에서 충분히 그 금액을 붙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됐다. “뭐. 너 정도면 전혀 그 정도 금액이 못 붙을 것도 없지.......” “........”13/14 쪽 아무 말도 없는 레이미. 범석도 질문을 그만두고 식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더 이상 긴 대화를 이어가다가는 아무래도 사발면이 우동으로 변신할 것 같았다. 그는 젓가락을 뜨기 전, 진열대에 가서 다른 요깃거리를 더 사와 레이미 앞 식탁에 펼쳐놓았다. 아무리 각자 먹자고 했지만 저 도시락 통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이에 레이미는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했지만, 그의 계속된 강요에 어쩔 수없이 먹게 되었다. 일단 범석은 그녀의 유력한 주인 후보였다. 다음 또 갑니다.14/14 쪽 되었다. 일단 범석은 그녀의 유력한 주인 후보였다. 다음 또 갑니다.14/14 쪽 < -- 검투사 레이미 -- > 식사를 마친 후 스포츠센터로 돌아온 범석과 레이미가 건물 4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검술 도장이 있었는데, 검투 강좌를 이곳에서 열고 있었다. 그는 레이미의 안내로 탈의실로 들어가 갑옷모양의 슈트를 착용했다. 저가의 훈련용 슈트로 물리력 반응 기능이 없지만 안정성은 고가의 시합용 슈트 못지않았다. 범석은 처음 착용한 슈트를 어색해하며 도장 마루에 돌아 앉아 다른 테스트 참가자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렇게 20분 쯤 지났을까? 서서히 검술 도장으로 수십의 엘프들과 그 주인으로 보이는 인간 남성들이 들어와 장사진을 이루었다. 와글와글. 인간 남성들은 자신의 엘프가 최고인양 남들 앞에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녔다. 다른 엘프들과 17대 1로 싸워서 이겼다는 등, 이번 테스트 쯤은 여유롭게 붙을 것이라는 등, 지나가던 유력한 프로팀의 감독이 척보고 재능이 있다며 추천해줬다는 등등....... 모두가 맞는 얘기들인 줄을 모르지만 범석이 살펴본 결과로는 전혀 아니었다. 대부분 현재능력 300~400대에 잠재능력은 400~500정도로 극히 평범함을 달리는 엘프들로서, 대부분 아마추어 동호회나 에어리어 리그팀의 후보검투사정도에서 끝날 그런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뭐라 떠벌리던 간에 상관이 없는 일. 그저 눈을 감고 테스트를 대비해 회1/17 쪽 심신을 가다듬고 있을 뿐이었다. 끼이익. 얼마 후. 도장의 문이 열리며 붉은 색의 슈트를 입을 레이미가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갖가지 창과 검이 들려 있었는데, 날 쪽이 두툼하고 둥그스름한 것이 슈트만 입는다면 그리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것들을 도장 마룻바닥에 내려놓고 모두의 앞에 섰다. “다들 프로 검투사를 지망하신 분들 맞으시죠?” 동시에 도장이 떠나가도록 대답이 들려왔다. “네!” “지금부터 테스트를 할 테니까 모두 입고 계신 슈트를 잘 점검해 주시기 바라요. 아무리 검투 경기에서 날이 없는 무기를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맨 몸에 맞으면 죽음에 이르는 상처를 입을 수 있어요. 그러니 대련 전에는 슈트가 낡았거나 파손된 부위가 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해요.” 이에 남자 주인들이 자신의 엘프의 슈트의 이음새와 재질을 살펴봤다. 그리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테스트를 빨리 시작하라는 듯이 레이미를 쳐다봤다.2/17 쪽 범석은 이가 바로 그녀인지라 확인해보지 않았다. 초심자인 자신이 잘못 만졌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이윽고 모두가 정자세로 서있자 레이미가 들고 있는 서류를 바라보며 맨 윗줄에 적힌 이름을 호명했다. “첫 번째 테스트를 받으실 분은 리뉴님이세요. 오셨으면 이리 앞으로 나오세요.” 그러자 헬멧 사이로 붉은색 머릿결이 축 늘어져 내려져 있는 한 엘프 하나가 무리에서 튀어 나왔다. 그녀는 주인으로 보이는 자의 파이팅 포즈에 감사를 표하고는 레이미의 앞에 서서 미리 준비해온 검을 절도 있게 뽑아들었다. 아무래도 초보검투사는 아닌 듯싶었다. “리뉴님. 맞으시죠?” “네.” “혹시 검투사로서의 경력을 말씀 주시겠어요?” “네. 주인님의 배려로 이곳 스포츠센터에서 3년간 취미 반에서 수강을 했어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레이미가 검을 뽑아 들었다. “좋아요. 충분히 경험이 있는 듯 보이니, 기본 테스트는 생략하고 바로 실전 테스트로 들어가겠어요. 괜찮으시겠죠?” “네. 상관없어요.”3/17 쪽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였다. 이에 레이미가 검 손잡이를 쥔 손을 가슴에 가져다대며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는, 바로 검을 중단에 세웠다. “먼저 오세요.” “햣!” 바로 상단 내려치기에 들어가는 리뉴였다. 충분한 허리회전이 가미된 공격으로 검세에 파워가 한껏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레이미로서는 너무도 어이가 없었다. 자신과 같은 노련한 프로검투사에게 사전 견제 동작 없이 이리 강력한 검격을 사용하는 것은 엄청난 교만이었던 탓이다. 파워가 더욱 가미될수록 큰 도움동작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빈틈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더 볼 것도 없다는 생각한 그녀가 들고 있던 검으로 바로 리뉴의 허리를 갈라버렸다. 퍽! 우당탕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리뉴가 공중을 날며 도장 바닥을 굴렀다. 크게 다쳤을 세라 주인인 사내가 급히 달려와 그녀를 얼싸 안아들었다. 하지만 그리 상처가 없었던지 쉬이 일어났다. 다소 안심을 한 사내가 이번에는 레이미를 쏘아보며 소리쳤다.4/17 쪽 “아니. 이렇게 험악하게 테스트를 하면 어떻게! 다쳤으면 네가 책임질 거야!” 얼토당토하지 않다는 듯 레이미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강력하게 내리친 것이 아니라, 검면으로 밀어 메쳤을 뿐입니다. 슈트를 입지 않아도 그런 공격에는 다치지 않습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어이. 네 엘프가 바로 일어난 것 보면 알 것 아냐. 내가 봐도 그리 심한 공격이 아니었으니까 빨리 뒤로 빠지라고. 여기 기다리는 사람 잔뜩 있잖아.” 투덜대듯 지껄인 사람은 다름 아닌 범석이었다. 자신의 여인 후보에 올라있는 레이미에게 신경질 반응을 보이는 사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자신이 봐도 방금 전 공격은 그리 위험하지 않았다. 그 사내는 웬 상관이냐며 이번에는 범석을 노려봤지만, 이내 시선을 돌렸다. 그가 한 말 그대로 이곳에는 테스트 볼 사람이 잔뜩 늘어서 있었다. 그들 모두가 테스트를 방해 말고 얼른 꺼지라는 식으로 날카롭게 쏘아보고 있었다. 결국 그 사내는 아무런 성과도 없이 묵묵히 그 자리를 빠져나갔고, 염치가 없었는지 리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뒤를 따랐다. “그럼 다음 분 테스트에 들어가겠어요.”5/17 쪽 레이미는 계속해서 다음 지원자를 호명했다. 이번에는 금발을 한 엘프가 나왔는데, 방금 전 리뉴의 꼴을 봐서인지 조심스럽게 시험에 임했다. 그렇지만 그게 다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실력에 바닥을 드러내며, 몸통 몇 군데에 레이미의 검격을 허락했다. 하지만 레이미는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번 테스트의 목적은 잠재성이 있는 인재를 찾는 것이지, 현재 가지고 있는 기량을 보려는 것이 아니었다. “나쁘지 않아요. 프로검투사가 될 가능성은 있으니까 앞으로 열심히 하세요.” 그 말에 떨어진 줄 알고 실망을 감추지 못했던 금발의 엘프여인의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환하게 웃었다. 바로 합격을 뜻했기 때문이다. 곧이어 주인도 그 뜻을 알아챘는지, 달려들어 그녀를 얼싸 안았다. 얼마 후 또 다른 테스트는 시작됐고, 두 시간 쯤 지나자 범석의 차례가 돌아왔다. 이미 검술 도장 내에는 아무도 없고 그와 레이미만이 남아있었다. 오늘 정오가 다돼서야 겨우 신청을 했으니, 마지막에서야 테스트를 받는 것은 당연했다. 범석과 정면에 서서 마주한 그녀가 사무적인 말투로 얘기했다. “범석님. 아무리 범석님이라도 테스트는 공정하게 할 것에요. 아셨죠?” 그 말에 범석이 기분이 좋다는 듯 시원하게 웃어 재꼈다. 그 말 그대로 해석하면 그녀가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6/17 쪽 “하하하. 상관없어. 재능이 없으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지.” “이해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럼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 질문을 드릴게요. 혹시 검투사로서의 경험은 있나요?” 게임을 시작한 이후 이렇게 검을 만진 것도 처음이었다. 검투사의 경험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없어.” “그럼 검술을 익힌 지는 어느 정도 되시죠?” 그 점에 대해서는 곰곰이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솔직히 그는 수많은 가상현실 온라인 게임을 접해오면서 족히 수 백 년의 실전경력이 있었다. 모두가 일반적인 가상현실게임이 현실시간 대비 백 배율이 넘는 시간보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이런 얘기를 했다가는 어떻게 그 긴 시간을 살아왔냐며 타박할 것이 분명한 터, 뭔가 그럴싸한 변명거리가 필요했다. “글쎄다. 정확히는 몰라. 오래 전부터 검술을 익히기는 했지만, 언제 처음 접한 지는 기억이 안나. 너무 어렸을 때 일이라서 말이야.” “오. 그래요? 그럼 나름의 실력을 갖추고 있겠군요.”7/17 쪽 언뜻 보기에는 실력을 인정하는 듯 보이지만, 말뜻을 깊이 파고들면 약간 깔보고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었다. ‘나름의’라는 단어가 결코 상당하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약간 열을 받은 범석이 눈을 게름하게 뜨며 한 마디 더 붙였다. “그래. 그러니 너도 각오하는 것이 좋을 거야.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말이야.” “오호. 그러세요. 참 기대가 되는데요.” 차분히 말하고 있지만 레이미의 말투에는 분기가 한껏 묻어있었다. 아무리 하위리그 출신이고 현재 1년 넘게 경기출전을 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프로경력이 29년이나 되는 그녀였다. 그리고 스스로 자부하기를 신체적인 면에서 모자랄 뿐이지, 검술 하나만큼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연히 범석의 발언이 가소롭게 여겨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 이번 대련은 테스트를 넘어 서로의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되어가고 있었다. 먼저 범석이 검을 중단에 세우고 앞으로 나섰다. “자 잡담은 그만두고 테스트에 들어가지.” 눈을 게름하게 뜬 레이미가 검의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네. 그럼 시작하겠어요. 먼저 목 쪽에 찌르기가 들어갈 테니까 한 번 막아보세요. 8/17 쪽 햣.” 그 말과 동시에 레이미의 검 끝이 강렬한 기세로 범석의 목 쪽을 파고들었다. 회심의 일격으로 방금 전 그의 교만을 손봐줄 의도도 충만히 들어있는 공격이었다. 챵. 휙. 그렇지만 그녀의 의도는 어처구니없이 빗나갔다. 범석의 검 끝이 까딱 움직이더니 검면을 쳐 방향을 약간 흐트러뜨린 것이다. 덕분에 검은 헬멧을 스치듯 지나쳤을 뿐 전혀 데미지를 주지 못했다. 레이미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공격 방향을 가르쳐줬다고는 하나 자신의 온힘이 담긴 검격을 손목을 약간 트는 동작만으로 가볍게 피하다니 믿기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우연일지도 모르는 일. 그 다음 테스트를 통해 정확히 확인해 보기로 했다. “흠흠. 실력은 좀 있으시네요. 그럼 이번에는 실제 대련으로 들어가겠어요. 각오하세요.” “음. 얼마든지.” 대답이 나오기가 무섭게 레이미가 상단 내려치기 들어갔다. 간결하고 빠른 동작으로 충격을 주기보다는 상대의 다음 동작을 견제하는 데에 목적이 있는 공격이었다.9/17 쪽 이를 본 범석이 검을 튕기듯 슬며시 올려 검세를 막고는, 몸을 파고들어 어깨로 그녀를 슬쩍 밀어 중심을 흐트러뜨렸다. 그리고 손잡이 부위로 살며시 가슴 쪽을 밀어 뒷걸음질을 치게 만들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가로 베기. 레이미가 당혹해하며 급히 검을 내려 막았다. 깡. 서로의 검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녀는 다음으로 이어지는 범석의 공격에 대비해 급히 몇 걸음을 뒤로 물리며 떨어졌다. 그만큼 지금의 상황은 위험했다. 그렇지만 그는 가볍게 검만 흔들어대고 있고 있을 뿐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마치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처럼 말이다. “왜. 공격을 안 하시죠?” “테스트니까 죽자 살자할 필요는 없잖아.” 여유가 한껏 묻어나오는 대사였다. 이에 레이미는 지금의 상황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좀 더 범석의 실력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는 서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뒤이어 이어지는 레이미의 기합소리. 순간 검이 출렁거리듯 흔들리더니 마치 코브라처럼 범석을 향해 쏘아져 갔다. 그녀의 필사기로 마치 그 모습이 요동치는 뱀과 같10/17 쪽 다하여 ‘스네이크스워드’라고 명명한 기술이었다. 깡. 휘이익. 하지만 그녀의 회심의 일격은 그 빛을 보지 못했다. 범석이 칼자루로 검 면을 톡 쳐서 방향을 틀어놓은 까닭이다. 덕분에 빈 공간을 기세 좋게 휘두른 레이미가 그만 중심을 잃고 앞으로 몸을 기울어졌다. 절체절명의 순간. 범석이 가볍게 검만 내지르면 승리를 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이어지는 공격이 없었다. “뭐해 레이미. 제대로 해야지.” 잠시 그를 묵묵히 바라보던 레이미가 자신의 검을 검 집 안에 넣었다. 잠깐이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를 볼 때 더 이상의 대련은 의미가 없었다. 정교한 힘의 배분, 쓸데없는 움직임이 없는 간결한 동작. 그리고 검세 하나하나에 세월을 알 수 없는 노련미까지....... 마치 어느 유명 프로검투사가 장난치러 이 테스트에 응하고 있다는 의심까지 들 정도였다. 레이미가 차분히 눈빛으로 범석을 바라봤다. “당신은 정체가 도대체 누구죠?” “테스트생.”11/17 쪽 장난말처럼 들리지만 솔직한 답변이었다. 그가 현재 내세울 만한 정체는 자신의 이름인 ‘범석’과 방금 말한 ‘테스트생’뿐인데, 전자를 말했다가는 더 장난처럼 들릴 터였다. 하지만 레이미가 이런 그의 사정을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농담하지 마세요.” “농담 아냐. 정말 테스트를 받으러 왔어.” 레이미가 심사가 좋지 않은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정체를 숨기려는 듯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말하기 싫어하는걸, 계속 캐물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휴~ 좋아요. 그럼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갓 사회에 진출했으니 꽤 젊다고 할 수 있지. 그런데 그걸 왜 물어?”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범석이 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왔고, 그 동안 꾸준히 검술을 익혀 왔다고 한다면 지금의 실력이 이해되던 까닭이다. 물론 그의 외모가 늙은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그는 신체개조시술을 받았다.그 시술을 받으면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신체나이가 스물 정도로 변모하게 되어 있었다. “거짓말 마세요. 그럼 기껏해야 십 수 년을 익혔을 뿐일 텐데, 어떻게 29년간 프로생12/17 쪽 활을 한 저를 이렇게 몰아붙일 수 있는 거죠?” 뜨끔한 범석이 말을 얼버무렸다. “그, 그야. 네가 몇 시간 동안 테스트를 진행하느라 심신이 지쳐서 그런가 보지.” “물론 그렇기는 하죠. 하지만 제가 그 정도도 계산하지 않고 이러는 것 같나요? 분명 범석님은 신체개조시술을 받기 전에 상당한 세월동안 검술을 익힌 기인이었을 것에요.” 뭔가 제대로 사고가 터졌다고 생각했는지 범석의 이마에서 살짝 식은 땀방울이 맺혔다. 저리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하는데, 어떤 변명을 통하겠는가? 하지만 그의 또 다른 명칭은 이바구범석 혹은 입범석이었다. 이 정도의 난관은 난관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레이미. 네가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검은 산수가 아니다. 몇 년 더 익히고 덜 익혔는가에 따라 일률 단편적으로 경지가 벌어지는 것이 아니란 얘기야. 실상은 검술에 대한 열정과 농도가 실상 더 큰 차이를 벌리지. 너 한 번 솔직히 말해 봐. 검이 중요하냐? 아님 주인을 만났으면 하는 엘프로서의 마음이 더 중요하냐?” 레이미로서는 선택의 여지도 없는 질문이었다. 검이 더 중요했다면 점심식사로 그런 어처구니없는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았을 터였다. 검을 다루는데 있어 강인한 신13/17 쪽 체는 필수. 완벽에 가까운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다양한 음식을 통해 좀 더 많은 영양소를 섭취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야. 주, 주인님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죠.” 범석이 입 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 말했다. “난 틀리다. 나 검보다 중요한 것이 세상에 없다. 실력만 늘 수 있다고 한다면 목숨도 걸었어. 그런 내가 열정에서 떨어지는 너한테 질 것 같냐?” “그건.......” 말하다 말고 레이미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럴싸한 그의 거짓에 넘어가 더 이상 할 말을 잃은 탓이다. 그녀는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와 같았다고 크게 자책했다. ‘오. 됐다. 넘어갔어. 크크크.’ 무난히 넘어갈 듯하자 범석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변명이 통하지 않았으면 늘어놓아야 다른 껀덕지가 딱히 없었던 까닭이다. 이제야 마음이 놓인 범석이 웃으며 자신의 테스트 결과에 대해 질문했다. “레이미. 어때 그럼 이제 합격 시켜주는 거지?”14/17 쪽 그 말에는 동의할 수가 없었던 레이미가 슬며시 고개를 흔들었다. “당연히 불합격이죠.” 뜻밖의 말이 들려오자 범석이 눈을 동그랗게 말아 올렸다. 테스트 시험관까지 이겼는데 불합격이라니? 너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는 혹시 레이미가 이번 일로 억하심정까지 생겼는지 의심스러워졌다. “무슨 소리야? 내가 왜 떨어져?” “당연하잖아요. 범석님이 이 강좌를 들어서 뭐하시게요?” “그냥 프로검투사도 되고. 겸사겸사 쓸 만한 팀 동료도 구하고” 레이미가 크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휴~ 이 전문 강좌는 프로검투사로서의 실력과 소양을 닦는 강좌에요. 하지만 범석님은 이미 그 수준을 훨씬 넘어섰어요. 즉 이 강좌를 들어봐야 시간낭비이니, 그 동안 저희 센터 헬스장에서 체력단련을 하는 편이 훨씬 나아요. 그리고 팀 동료를 구한다는 얘기는 또 뭔가요?” “으음. 아마추어 팀을 창단해서 올 6월 중순에 열리는 GA컵에 참여하려고.” “GA컵에 참여한다고요? 지금 팀원이 몇 명 있는데요?”15/17 쪽 “으음. 나까지 두 명. 하나는 잘만 하면 출전 못할 수도 있고. 큰 부상을 당해 지금 치료를 받고 있거든.” “아니 그런 상황에서 GA컵을 어떻게 나가요. 게다가 한 달이 좀 넘게 남았을 뿐이잖아요.” “그래서 팀원을 구하려고 여기 왔잖아.” 레이미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팀을 창설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서는 GA컵에서 좋은 성과를 얻기란 힘들었다. 인원만 채운다고 좋은 팀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동안 훈련을 수행해야 했고, 팀워크를 위한 작업도 필요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범석의 실력이 제법 출중하니 어떻게든 될 듯도 싶었다. “좋아요. 정 없으면 제가 아는 수강생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그럼 이제 강의를 들으실 필요는 없는 거죠?” 그가 고민할 것도 없이 고개를 주억였다. 레이미가 검투사를 소개시켜준다면 굳이 이곳에 머물 이유는 없었다. 나머지 시간을 체력단련이나 팀 창설 준비에 사용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었다. “좋아. 그렇다면 나야 고맙지. 그럼 너만 믿는다.”16/17 쪽 이 후 범석은 레이미와 함께 도장 내 널브러져 있던 슈트와 무구를 정리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기 전 그녀의 휴대통신번호를 알아내 전자수첩에 기입했다. 다음 또 갑니다.17/17 쪽 집에 돌아가기 전 그녀의 휴대통신번호를 알아내 전자수첩에 기입했다. 다음 또 갑니다.17/17 쪽 < -- 스포츠 도박 -- > 범석은 팀 창설을 위해 여러 가지를 조사하고 다니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 세계에서는 도박에 대해 한결 관대했는데, 덕분에 스포츠 도박도 크게 성황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가 이기기를 기원하며 주술처럼 판돈을 걸었고, 전문 도박사들은 자료와 정보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베팅을 해 큰돈을 벌었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수수료는 해당 스포츠협회의 자금줄이 되어, 리그를 운영하고 프로팀을 지원하는 등 스포츠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범석이 이 스포츠도박에서 관심을 갖느냐? 그건 얼마 후에 열릴 리마시티춘계육상대회 때문이었다. 육상은 인기가 없어 프로리그로까지는 정착되지는 않았지만, 단순한 기록경쟁으로 인한 도박의 용이성 때문에 세계 최고 수준의 도박스포츠로 정착되어 있었다. 그래서 대회기간동안 많은 판돈이 오고 갔고, 이곳에서 큰돈을 벌기 위한 도박사들의 노력과 애환은 가히 눈물이 겨울 정도였다. 범석은 요걸 따먹자는 생각이었다. 물론 전문화된 도박사나 베팅전문회사를 모두 제치고 그가 큰돈을 벌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나, 이번 리마시티육상대회 단 한 번에 한에서는 그 어느 누구보다 돈을 딸 가능성이 많았다. 바로 범석의 민첩이 92나 되어 스피드에 관한한 이 도시 내 어느 누구보다 빨랐는데, 그 정보를 아는 사람이 바로 당사자인 그뿐이라는 것이다. 만약 여기서 많은 자금을 마련하게 된다면 범석은 보다 훌륭한 검투사로 팀원을 구성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난감한 문제에 직면했다. 한 경기에 베팅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10만 크랑뿐이라는 점이다. 상당한 금액이기는 했지만 많은 돈을 벌려는 그로서회1/10 쪽 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판돈이 적다면 수입 또한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비너스와 레이미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비록 엘프들이 반려동물 쯤으로 취급되지만, 개나 고양이와 달리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금융거래를 할 수 있었다. 그녀들의 도움이 있다면 자그마치 30만을 한꺼번에 지를 수 있었다. 결국 범석은 레이미를 찾아가 자신의 생각을 밝혔고, 목적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에 수입이 많으면 그 돈으로 주인이 되어주겠다고 말하자 대번 넘어왔던 탓이다.모든 준비를 완료한 범석은 지역 내 육상연맹에 자신의 이름을 등록하고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약간의 테스트를 받았다. 대회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 참가자는 일정 기록이 넘어야만 참가자격이 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이때 최소한의 기록만으로 참가자격테스트를 통과했다. 만약 여기서 좋은 기록을 냈다가는 다른 도박사들에게 이 사실이 알려질 터,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이 자명했다. “좋아 오늘 참 날씨 좋군.” 리마메인스타디움의 드넓은 필드에는 봄의 햇살을 한껏 머금은 잔디들이 스스로의 녹음을 뽐내고 있었다. 그 주위를 도는 트랙에는 짧고 몸에 착 달라붙는 핫팬츠와 셔츠를 입은 엘프들이 가볍게 몸을 풀기 위해 가벼운 뜀뛰기를 하고 있었다. 봄 치고는 따듯한 날씨. 기록 경쟁을 하는 육상대회를 열기는 참으로 좋은 날이었다. 범석은 목에 걸려있는 수건으로 땀을 닦는 척 하며 주위를 살폈다. 거의 속내의 차림2/10 쪽 의 엘프들이 연신 앞을 지나다는데, 이를 무시할 그가 아니었다. “범석님. 곧 베팅시간이에요.” 트랙 옆 긴 벤치에 앉아있던 레이미가 손을 흔들며 그를 부르고 있었다. 이제 곧 베팅을 시작할 시간인 것이다. 잔디에 앉아있던 그가 슬그머니 일어나 엉덩이에 묻은 잔디를 털어내었다. “지금 몇 시지?” “8시 55분이요.” 그 말을 들은 범석이 리마메인스타디움으로 관객석 쪽을 바라봤다. 이미 삼삼오오 짝을 이룬 사람들이 손에 신문과 서류철을 들고 오며, 무언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 보였다. 아무리 봐도 오늘 베팅전략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제 관객들도 모이기 시작하는군.” “네. 이제 경기 시작까지 한 시간 정도 남았으니까요.” 오늘 경기의 시작은 10시로, 첫 종목은 200M 트랙경기 예선 1조 경기였다. 100M, 200M, 400M종목을 참가한 범석에게도 해당하는 경기로, 여기서 많은 수입을 기대하고 있었다. 첫 종목 첫 경기이기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테니, 베팅되는 금액도 3/10 쪽 많을 것이라 생각됐다. “캬. 그래도 운이 좋았어. 관심이 집중되는 첫 경기에 내가 출전하게 되었으니까 말이야.” “그러게요. 조사해 보니까 이런 경기에는 평균적으로 총 베팅 액이 900만 크랑 정도 된다고 나왔어요. 예선전 치고는 많은 금액이죠.” 그 말을 하고 레이미가 공중으로 3D입체 영상을 띄우고 베팅사이트로 들어가는 인터넷창을 열었다. 범석은 전자수첩에 계산기 화면을 불러와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한 종목당 그가 걸 수 있는 최대 금액은 30만 크랑. 8명이 뛰니 확률적으로 그가 일등으로 들어왔을 때 벌 수 있는 금액이 총 240만 크랑 정도 되었다. 하지만 이는 단지 확률상일뿐 여러 여건상 수입은 더욱 변하게 되었다. 도박사들이 트랙을 뛰는 선수 모두에게 똑같은 액수로 베팅을 하지 않을뿐더러, 또 범석 나름대로의 베팅 전략이 있기 때문이다. “레이미. 첫 경기에 최대한 베팅금액 올려서 계속 클릭해. 시작하자마자 반드시 내 쪽의 베팅액을 최대한 크게 만들어야 해.” 범석의 계획은 처음에 자신에게 30만 크랑을 베팅하는 것이었다. 간단해 보이는 전략 같지만 나름의 심리전이 숨어있었다. 사실 도박사들이 베팅할 때에는 여러 가지 사항으로 인한 승률을 꼼꼼히 따지기 마4/10 쪽 련이었다. 선수의 기록, 컨디션, 날씨, 심지어는 트랙의 상태까지 살핀 후, 각 선수별로 1등할 확률을 산정해 베팅 포메이션을 잡았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우승할 확률이 극히 적은 선수에게 베팅이 몰리다면, 과연 도박사들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다른 우승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에게 베팅을 몰아넣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범석이 바로 이를 노린 것이다. 그의 경우에는 알려진 기록이라는 것이 개인 참가자에게 주어지는 테스트기록뿐이고 그것도 간신히 턱걸이 수준이라, 그에게 기대를 거는 도박사를 있을 리가 없었다. 거기다가 베팅 시작되자 30만 크랑이라는 거금이 몰린다면, 척보아도 기대수입이 크게 떨어지는 바, 누구도 그에게 베팅을 하지 않을 터였다. 그럼 자연스레 예상되는 수입이 크게 늘어나게 되어 있었다. 시침이 9시를 가르치자, 레이미에게서 조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범석님 베팅 됐어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좋아. 그럼 오전에 열릴 내 200M경기와 400M경기에 30만 크랑씩 배팅해.” “네. 알겠어요.” 뒤이어 레이미가 허공에 떠올라 있는 가상키보드로 각각 30만 크랑씩 베팅했다. 이5/10 쪽 로서 오전에 참가할 모든 경기에 대한 베팅을 마쳤다. 물론 오후에 있을 준결승과 결승도 있지만 오전 경기의 기록결과에 따라 조 배분이 다르게 나누어지니 지금으로서는 베팅할 수가 없었다. 범석은 잠시 모니터링을 하다가 트랙으로 나갔다. 좀 더 지켜보고 싶었지만, 현재로서는 시합을 대비해 몸을 풀어놓는 것이 좋았다. - 10분후 200미터 예선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시합에 참가할 1조 선수는 출발선 앞에 대기해 주십시오. 방송 멘트에 스트레칭에 한창이던 범석이 허리를 꼿꼿이 펴고는 출발선 앞으로 걸어갔다. 그를 뒤따르듯 걸어가는 많은 엘프들. 200M 트랙경주의 나가는 선수들로, 자신의 차례가 곧 올 테니 미리 준비하려는 것이다. “200M 예선 1조 선수들! 모두들 트랙으로!” 그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준비하고 있는 몇몇의 엘프가 앞으로 나섰다. 범석은 슬그머니 경쟁자들의 정보 창을 살폈다. 특별한 의미는 없었고 같이 뛰게 될 상대의 능력을 확인하려는 의도였다. 육상은 기술이 간단했기 때문 신체 스텟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는 스포츠로 분류되었다. 특히 트랙경기는 그 정도가 더 심해 정보 창만 확인해보면 상대가 대략 몇 초대에 뛰게 될지 대충 나올 정도였다. 뭐 딴에는 이미 베팅을 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확인해 본들 소용이 없었지만, 사람6/10 쪽 의 마음이란 것이 그런 게 아니었다. ‘좋아. 모두가 안심할 수준이야.’ 달리기에 주가 되는 스텟은 민첩과 근력 체력. 이중에서 가장영향을 받는 것이 민첩이었는데 같이 뛰는 7명 모두 70대 미만이었다. 하긴 지역정부 대회도 아닌 한낱 도시 대회에서 범석을 넘어설 괴물 같은 자가 튀어나올 리가 만무했다. 범석은 힐끗 트랙 밖에서 순번을 기다리는 다른 엘프들의 무리를 바라봤다. 그리고 금발의 머리를 곱게 따 목덜미가 훤히 보일 정도로 머리 올린 여인에 시선을 집중했다. 아겔리아라는 엘프로 현재 다윈약품소속의 실업선수였다. 그녀가 얼마 전 기록한 100M 기록은 자그마치 5초275. 거의 범석의 기록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주의를 기우려야 했다. 특히나 그녀는 100M, 200M, 400M, 400M계주를 뛰는 단거리주자여서 범석과 같은 라인선상에서 뛸 가능성이 아주 많았다. 삑 “1조. 모두 제자리에.” 그 말에 범석이 황급히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스타팅블록 위에 양발을 얹고는 상체를 앞으로 굽혀 두 손을 바닥에 대었다. 그 때 멀리서 레이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7/10 쪽 “범석님! 37대 1이에요!” 그 말에 스타팅 준비 중이던 범석이 환히 웃었다. 전략이 정확히 맞아 들어갔기 때문이다. 아무리 첫 경기라지만 총 베팅금액이 1000만 크랑이 넘어간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전자음소리. 띠띠띠. 띵! 그 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1조의 선수들이 발을 박차며 튀어나갔다. 아주 짧은 순간에 끝날 경기. 하지만 범석에게는 천만 크랑 이상의 거금이 걸린 아주 중요한 경기였다. ‘하하하. 좋아 이길 수 있어!’ 어느 새 가득 찼는지 관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요동치는 심장소리와 채찍질처럼 힘차게 역동하는 두 다리. 범석은 시시각각 전해져 오는 신체 신호에 아랑곳없이,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었다. 한 참 여력을 두고 뛰고 있음에도 전력질주를 하는 1조 선두와 동일 선상에 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것이다.8/10 쪽 이대로 골라인까지 가서 스퍼트를 한다면 이변이 없는 조 1등은 맡아놓은 당상이었다. “이햣!” 순식간에 마지막 15미터 지점까지 도착한 범석이 골을 향해 대시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함께 달리던 엘프주자가 놀라 그 뒤를 힘껏 쫓았지만 따라잡지 못했다. 10미터, 5미터, 그리고 골인! 3D 전광영상 최상단에 보이는 그의 이번 200m 예선 기록은 11초019였다.일등임을 확신한 범석이 환호성을 질러대며 주먹 쥔 양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허리의 감겨져 있는 흰 테이프를 온 몸에 둘둘 말고는 관중석 쪽을 보며 방방 뛰어다녔다.뒤이어 트랙 바깥쪽 포토라인을 통해 뒤쫓아 온 레이미가 범석을 향해 뛰어오더니 얼싸 안았다. “범석님! 자그마치 1110만 크랑이에요. 1110만 크랑요!” 사실 수수료 5%와 베팅비 30만 크랑 빼면 1015만 크랑정도 되었다. 하지만 이 돈만 해도 레이미 몸값의 삼분지 일이 가볍게 넘는 수준. 주인을 모실 수 있다는 희망에 사로잡힌 그녀는 너무나도 기쁠 수밖에 없었다.9/10 쪽 “레이미. 우린 해낸 거야! 하하하!” “흑흑. 그래요.” 연신 승리의 포즈를 잡는 범석. 그리고 그 품에 안긴 레이미는 닭똥 같은 눈물을 그렁그렁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관중석의 분위기는 무척 좋지 못했다. 알지도 못하는 어떤 별 거지 깽깽한 것이 1등을 하는 바람에 큰돈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썩을 것들이 월드 대회에서 세계기록으로 우승한 양 눈앞에서 알짱거리며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다. “야! 이 자식아! 빨리 들어가!” “그래! 조 예선 따위에서 1등 한 놈이, 이게 뭔 놈의 난리야!” 관중석의 흉흉한 분위기를 감지하자 범석이 진정을 하고 주위를 살폈다. 그랬더니 아뿔사. 관중석의 분노는 물론이고 진행자로 보이는 한 남자는 다음 경기를 진행해하니 빨리 나가라며 마구 손짓을 해대고 있었다. 또 같이 뛴 선수들 중 하나는 돌았냐는 눈초리로 자신들을 바라보며 귓가에다 검지를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이제야 예선경기에서 너무 기분을 냈다고 생각한 그가 레이미를 다독이며 급히 트랙을 빠져나갔다.10/10 쪽 을 빠져나갔다. 다음 또 갑니다.10/10 쪽 < -- 스포츠 도박 -- > ‘후후. 이번에는 아주 운이 좋았어.’ 범석은 포토라인 밖에서 앉아 레이미와 함께 이번 베팅에 대해 분석했다. 베팅에 참가한 도박사는 총 2만 1천명. 총 베팅금액은 1210만 크랑으로 평균 1명당 576 크랑정도 베팅을 했다는 뜻이 되었다. 과연 경마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도박 전문 스포츠라 불리는 육상다웠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한다.’ 그는 관중석을 바라봤다. 대부분 가득 찬 것으로 보아 지금 이곳에 모인 관중은 총 65000명 정도. 이중 3분지 1 가까이가 이번 경기에 베팅을 했다. TV를 보며 네트워크를 통해 베팅을 하는 자도 있어 그 수는 꽤 줄어들겠지만, 그렇다고 확연히 눈에 뜨일 정도는 아닐 터였다. 즉 여기서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베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그건 레이미의 다음 말에서 증명되고 있었다. “범석님 큰일이에요. 400M 3조 예선 경기에서 저희 베팅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요.”회1/12 쪽 하긴 200M 예선에서 조 1위를 한 전적이 생겼으니, 400M에서의 베팅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1등으로 들어왔지만 200미터 예선전 기록이 좋지 않은 바람에 그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육상 연맹이 측에서 조를 배정할 때 좋은 기록의 보유자를 후위 조에 배정하는 관례가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대로 넋 놓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아까 200미터 경기 후 봤을 때 28 대 1이었던 것이 현재는 13대 1까지 떨어졌던 것이다. 뭔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수익률이 점점 떨어질 터였다. 범석은 곧 레이미에게 말해 약통에서 의료용 테이프를 꺼내 오른쪽 발목에 둘둘 감았다. 그리고 ‘나 다쳤소.’ 광고하듯 그라운드 뻔질나게 돌아다녔다. “범석님. 정말 이래도 되나요?” “뭘 말이야?” 레이미가 범석의 테이핑 된 발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잘못하면 사기도박으로 잡혀 들어갈 수도 있다고요.” 얼토당토하지도 않다는 듯 범석이 손사래를 쳤다. “설마 이거 가지고 사기도박이라고 하겠냐? 한 번 주위를 살펴봐. 나처럼 테이핑한 얘들 잔뜩 널려있으니까.”2/12 쪽 하긴 눈에 확 띌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수 범석과 같이 관절부위에 테이핑을 한 엘프들이 보였다. “하긴 그렇지만....... 그래도.......” “걱정하지 마. 내가 무슨 쩔뚝거리며 싸돌아다닌 것도 아니고, 그저 좀 느낌이 좋지 않아 맸다고 하면 돼.” “그, 그렇기는 하지만.......” 하등 상관없다는 듯 레이미의 어깨를 도닥인 범석이 그녀가 들고 있는 전자수첩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은 배당률이 몇 대 몇이야?” “지금 15 대 1까지 회복했어요.” 붕대를 매기 전에 비하면 상당히 오른 편이지만, 그렇게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하긴 지난 200M예선 경기에서 1050만 크랑 이상을 땡겼던 그로서는 400만 크랑 정도의 돈이 크게 보일 리가 없었다. “400M 예선 1조 선수들! 모두들 트랙으로!”3/12 쪽 뒤이어 진행자의 호령이 들려오자 범석은 400미터 출발 선상이 있는 트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기대수익치가 적다지만 나름 큰돈이니 열심히 뛰어야 했다. 얼마 후 범석은 400M 예선 3조 경기에 출전해 조 1위를 달성했고, 398만 크랑을 벌어들였다. “레이미. 이제 식사하러가자. 배고프다.” 예선전이 모두 끝난 시간은 대략 1시쯤. 그 때가 되자 트랙 안은 제법 썰렁했다. 예선전을 통해 준결승전 출전자들이 결정된 터라, 떨어진 선수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거나 추리닝 차림으로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준결승에 진출하게 된 범석은 점심식사를 하러 가기 위해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장내 방송에서 범석을 부르는 방송소리가 들려왔다. - 오늘 200M, 400M 준결승에 진출한 오범석 선수는 조직위원회 사무실로 찾아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범석 선수는 조직위원회 사무실로 찾아와주십시오. 여러 번 반복해서 들려주었기 때문에 듣지 못할 리가 없었다. 생뚱맞은 표정으로 범석이 레이미를 바라봤다. “레이미. 왜 나를 찾는 거지?”4/12 쪽 “글쎄요. 혹시?” 의문을 표시하는 레이미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시상식도 아닌데 출전선수를 부르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왜. 뭔 일인데?” “혹, 혹시 저희가 사기도박한 일이 걸린 것 아닌가 해서요.” “그게 왜 사기도박이야. 정정당당한 승부에서 얻어진 합당한 과실일 뿐이지.” 하지만,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사실을 숨기고 왜곡하는 것을 사기라 부르는 것이 맞았다. 범석도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지만, 스스로의 잘못을 인지할 만큼 그리 선량하지 못했다. 현실이면 모를까 게임이니 더욱 그러했다. 덕분에 할 말을 잃은 레이미가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하, 하지만.......” “됐어. 너무 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아닐 거다.” 하고 범석이 발길을 조직위원회 사무실 쪽으로 돌렸다. 불렀으니 이유라도 들어봄 심산이었다. 그는 관중석 밑 터널형 복도를 돌아 조직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돌았다. “여긴가?”5/12 쪽 조직위원회 사무실은 의외로 단출했다. 한 30평 남짓의 공간에 책상 몇 개에 사무를 보는 몇몇 사람들이 분주히 돌아다닐 뿐이었다. 범석은 그 중 서류철 하나 들고 있는 여인을 붙잡아 물었다. “저기요. 불러서 왔는데요.” “누구신데요?” “오범석이라고 합니다.” 그 때 근처에 있던 책상에서 한 사무원이 의자에 일어나더니 그를 불렀다. “오범석씨 이쪽입니다.” 범석이 물끄러미 그 사내를 바라봤다. 30대쯤 보였는데 하얀색 와이셔츠에 푸른색 점퍼를 걸치고 있었다. 또 그 뒤에는 2명의 엘프가 서있는데, 정갈한 제복을 입은 것이 아무래도 이곳 리마메인스타디움의 보안요원들 같았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은 레이미가 슬며시 다가와 속삭였다. “범석님. 조심하세요.” “훗. 조심은 무슨.”6/12 쪽 하등 상관없다는 듯이 범석이 그 앞에 가 편한 자세로 앉았다. 사무원은 보안요원인 엘프에게 커피심부름을 시키고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어 앉아 그를 바라봤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해리슨이라고 합니다. 오범석씨 본인 맞으시죠?” “아. 네 맞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해리슨이 책상위로 깍지 낀 양팔을 올려놓았다. “그 얘기는 파견 나온 경찰분이 오시면 얘기하겠습니다.” 순간 실내 분위기가 삭막해졌다. 경찰까지 대동한다는 말을 들으니, 현 사태가 결코 만만한 상황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레이미는 순간 겁을 먹고 고개를 푹 숙였다. 찔리는지 몸이 절로 움츠러드는 모양이다. 허나 범석의 표정은 평온하다 못해 여유가 넘쳤다. 이런 일을 대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상태였다. 탈칵. 문고리가 젖히는 소리와 함께 한 경찰정복을 입은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얼굴 전체에 피곤함이 한껏 묻어나오는 인상이었다. 그런데 그를 바라보는 범석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고 있었다. 마치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았기 때문이다. 그 경관도 마찬가지인지 고개를 살짝 옆으로 갸우뚱거렸다. 이7/12 쪽 러기를 잠시 경관이 주먹으로 손뼉을 딱하고 내리쳤다. “아! 그 돈 많은 난동꾼!” 그 말이 힌트가 됐는지 범석도 경관의 정체를 알아챌 수 있었다. 게임 접속 첫날 원형경기장에서 난동을 부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자신을 취조하던 수사관이었다. 범석이 슬며시 경찰복 상단 좌측에 새겨져 있는 이름표를 보고는 인사했다. “아. 렉스터경위님 아니십니까?” “아. 그래. 그런데 네가 웬일이야?” 이쯤 되자 해리슨이 궁금한 표정으로 일어나 렉스터를 쳐다봤다. “서로 아시는 분이십니까?” “아. 쟤는 얼마 전에 제가 근무하는 경찰서에 끌.......” 범석이 급히 그 대화에 끼어들었다. 사소한 일이지만 경기장에서 난동을 부리다 잡혀왔다는 소리를 했다가는, 자칫 조직위원회 측에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다. “하하하. 진즉에 찾아뵙고 인사드렸어야 했는데. 덕분에 저희 비너스가 무사히 살아8/12 쪽 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치료센터에 입원해서 회복 중에 있고요.” “응? 비너스? 치료센터?” 범석이 재빨리 설명했다. “네. 전에 부상당해 앰뷸런스로 경찰서에 실려 온 엘프가 있었지 않았습니까? 비너스가 바로 그 아이입니다.” “오! 그래? 용케도 살았네.” “네. 당시 경위님께서 머뭇거렸다면 아마 죽었을 겁니다. 치료센터에 도착했을 때도 꽤 늦은 상태였거든요.” 과거를 연상한 렉스터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행동으로 한 생명을 살렸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하하하. 그랬군. 하여간 그때 자네도 수고 많았어. 그 큰돈을 들여 갈데없는 엘프를 살렸으니까.” 가만히 듣고만 있던 해리슨이 아까의 질문을 다시금 되물었다. “혹시 서로 아시는 분입니까?” “네. 압니다. 전에 엘프 하나가 큰 부상을 당해 경찰서로 왔는데, 쟤가 자비를 들여 9/12 쪽 살려놨죠.” 그 말에 범석이 씩하고 웃었다. 자신의 정체가 경기장 난동꾼에서 훌륭한 자선가로 변모한 까닭이다. “아. 그래요?” “그때 우리도 쟤 아니었으면 참 곤란해질 뻔했을 겁니다. 하하하.” 한참을 화기애애하게 웃던 렉스터가 물끄러미 범석의 복장을 바라봤다. 추리닝 차림의 모습을 보니 분명 관전하러 온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응원을 온 사람이 저런 복장으로 경기장을 찾아왔을 리가 없었다. 그건 눈썰미가 좋은 수사관이 아니라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너 이 대회 참가하러 왔어?” “네. 오늘 200M, 400M 예선전에 참가해 모두 1위로 통과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준결승전을 준비 중에 있고요.” “아. 그래? 이거 육상계의 유망주라는 얘기네. 이거 대단하데 리마시티 육상계에 경사가 나겠어.”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이었다. 렉스터는 전형적인 축구광으로 다른 스포츠에는 하등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오늘 대회 준결승에 진출 하는 선수가 32명이나 된다는 사실10/12 쪽 을 알지 못했다. 그저 축구에서 준결승하면 단지 4개 팀만이 해당되니 그런 줄 아는 것이다. 사실 수사과에 근무하는 그가 이곳에 잠시 지원 나온 것도, 원한다면 언제든 VIP석에서 축구를 관람할 수 있다는 후배경관의 꼬드김 때문이었다. 그만큼 축구에 관해서는 죽고 못 사는 양반이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범석이 딴 소리를 해댔다. 이거 그대로 인정했다가는 육상계에 뼈를 묻어야할 일이 생길지도 몰랐다. 육상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진로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글쎄요. 제가 굳이 육상을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아니 그럼 왜 이 대회에 참가하는 건데?” 사기도박을 하러 왔다고 할 수 없던 그럴싸하게 말을 지어냈다. “지금 저는 직업으로 삼을만한 스포츠종목을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차례로 경험해보면서 재능을 확인해 보는 중이고요. 이번 육상대회도 그런 맥락으로 출전한 겁니다.” 그 말에 렉스터의 눈이 번뜩였다. 모든 스포츠의 재능은 하나로 귀결된다는 말이 있다. 어떤 스포츠종목에서 재능을 보인다면 다른 종목에서 그에 준하는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 있는 범석은 육상에서 그 소질을 보이며 좋은 결과를 내고 있었다. 뛰고 11/12 쪽달려야 하는 축구에서 주력은 뗄 수 없는 필수재능. 범석이 축구를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만약 운이 좋아 프로선수라도 되는 날이면, 서내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 다른 동료들에게 자랑하고 다닐 수 있었다. “혹시. 너 축구할 맘 없어? 딱 봐도 축구체질이던데. 아는지 모르겠지만 이래봬도 내가 축구에 관해선 반 전문가야.” “하하하. 그쪽도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참. 한 번 믿어봐. 내 말이 맞는다니까.” 계속되는 무리한 권유에 범석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격이었다. 다음 또 갑니다.12/12 쪽 계속되는 무리한 권유에 범석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격이었다. 계속되는 무리한 권유에 범석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격이었다. < -- 스포츠 도박 -- > 그 때 문이 열리며 커피잔을 한 아름 들고 있는 엘프 보안요원이 들어왔다. 이때까지 대화에서 소외되고 있던 해리슨이 자리를 정리하고 모두를 불러 세웠다. 이제부터 잡담은 그만두고 자신의 업무를 수행해야할 시간이었다. “모두들 여기 앉으시죠. 할 얘기가 많습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렉스터가 범석을 쳐다봤다. 지금까지는 대화를 나누느라 잠시 잊고 있었지만, 그가 이곳에 온 것은 불법도박에 대한 법률적 자문을 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범석이 그저 선수로서 이곳에 볼 일을 있어 왔나 생각해서 반갑게 정담을 나눴는데, 지금 분위기를 보니까 그가 바로 불법도박의 혐의자 같았기 때문이다. “야! 그 놈이 바로 너였냐?” “뭘 말입니까?” “하여간. 그런 게 있다. 일단 앉자.” 다들 자리에 착석하자 해리슨이 전자서류를 띄우고는 주변을 쭉 둘러보았다. “사실은 오늘 베팅 시스템에서 경고를 알려왔는데, 바로 오범석씨에 대한 내용이었회1/11 쪽 습니다.” “저에 대한 내용이요? 구체적으로 무슨 경고였습니까? 잘 알아듣게 설명해 주십시오.” “한 마디로 말해서 불법적인 베팅의 위험성이 있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얼토당토하지 않다는 표정을 지은 범석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럴 리는 없습니다. 제가 왜 사기 도박을 합니까?” 요것 봐라 하는 식으로 해리슨이 범석을 노려봤다. 현재 협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베팅 시스템은 고도의 인공지능 기능이 탑재된 프로그램으로 불의한 도박행위를 100% 탐지 보고하는 기능이 있었다. 거기에 이름이 올라와 있다는 것은 분명 베팅에 무슨 조작이 있다는 뜻이었다. 해리슨이 시스템에서 뽑아온 자료를 근거로 얘기를 시작했다. “오범석씨의 기록을 살펴보니까. 보름 전 개인 출전 테스트 당시 200M 기록이 11초 630이었던 것이, 오늘 보니 11초 019로 크게 단축됐더군요. 자그마치 0.611초나 말입니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기록을 그만큼 단축시킬 수 있는 겁니까?” “하하하. 절대 불가능하죠. 기록이 그만큼 떨어질 수는 있어도 말입니다.” “그런데 왜 그런 일이 발생했습니까?” “제가 방금 전에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기록이 떨어질 수는 있다고 요. 테스트 당시 2/11 쪽 제가 발목을 약간 접질려서 컨디션이 좋지 못했습니다.” 말을 하는 본새로 보아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한 해리슨이 침을 꿀꺽 삼켰다. “아. 그런 불상사가 있으셨군요. 그럼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셨겠네요?” 여기서 갔다고 했다가는 분명 병원진료 기록을 살펴보자고 할 터. 거짓이 드러나게 되어 있었다. 범석이 바보가 아닌 이상 고개를 저어야 함이 당연했다. “아뇨.” “아니 왜요? 다치셨으면 치료를 받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닙니까?” “참나. 세상 살기 바빠 죽겠는데, 어떻게 발목 약간 접질렸다고 바로 병원에 튀어갑니까? 해리슨님은 그런가 보죠?” 그건 해리슨도 가지 않기를 마찬가지였다. 직장에서 이리저리 치이다보면 약간 아픈 일로 병원에 직행하기란 정말로 어려웠다. “흠흠. 하긴 저도 굳이 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범석씨는 대회를 앞둔 육상선수가 아닙니까? 대게의 선수들은 약간이라도 다치면 팀닥터나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던데요?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런가요? 전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냥 평범한 일반인이었던 터라, 그런 인식이 없3/11 쪽 었습니다. 사실 트랙에서 달려보는 것도 개인출전 테스트 당시가 처음이었고 오늘 두 번째입니다. 하하하.” 몰랐다는 데에 어쩌겠나? 사실 서류에서 보면 범석의 육상선수로서의 경력은 말대로 확실히 짧았다. 당연히 이를 가지고 그를 더 이상 채근할 수가 없었다. “하긴. 뭐 그럴 수도 있죠. 그럼 다음으로 넘어갑시다. 범석님은 왜 자신이 경기에서 승리한다는 데에 10만 크랑이나 되는 거금을 베팅하신 겁니까? 소유 엘프까지 합치면 20만 크랑이 되는군요.” “왜요?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그런 법은 없었다. 프로경기와는 달리 아마추어 같은 경우에는 대다수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단승식에 한해서 선수 자신에게 베팅하는 한 부정의 소지가 거의 없었다. 돈을 잃기 위해 일부로 지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법은 아마추어 선수가 스스로에게만 돈을 거는 행위에 대해서는, 허용하는 한도금액까지 얼마든지 베팅할 수 있게 허가하고 있었다. “아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단지 너무 자신의 실력에 대해 관대한 듯 보여서요.” “당연한 것 아닙니까? 자기 자신에게 관대한 것은 모든 인간의 본성입니다만......” 고개를 저은 해리슨이 범석의 발에 묶인 테이핑을 보더니,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그4/11 쪽 가 저 테이핑을 한 장면 때문에 400M 3조 예선에서의 베팅률이 크게 변동한 사실을 기억해낸 것이다. “그런데. 혹시 그거 아십니까? 도박사들이 베팅을 할 때 부상당한 선수를 피한다는 것 말입니다.” “그래요?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저 발목에 묶인 테이핑말입니다. 범석님이 200M 1조 예선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이후 배당율이 크게 불리하게 흘러간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저 테이핑이 묶인 장면이 관객과 시청자에게 비쳐진 이후 다시 배당률이 어느 정도 회복했고요. 혹시 이를 노리고 일부로 저 테이핑을 한 것은 아닙니까?” “아 그런 일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정말 그건 우연입니다. 아까 말씀드렸죠? 전에 발목을 접질렸던 적이 있다고 말입니다. 신경성인지 모르겠지만 사실 오늘 200M미터 예선 경기 직후 조금 그 부위가 욱신거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혹시 몰라 테이핑을 했고요. 왜 문제 있습니까?” 전혀 문제가 없었다. 운동선수가 혹시 모를 부상위험에 대비해 테이핑을 하는 것은 너무도 흔한 일이었다. 뜨거운 커피를 훌쩍 들이켜 마신 해리슨이 들고 있던 종이컵을 꽉 쥐어 구겨 버린 후 휴지통에 버렸다. 아무래도 사기베팅을 했다는 심증이 가는데 증거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어떻게 저리 잘 가져다 붙이는지, 억측조차 못할 지경이었다. 그가 이번에는 곁에 앉아 있는 렉스터를 바라봤다. 수사관인 그의 자문을 얻기 위해5/11 쪽 서였다. 자신으로서는 범석의 범법 사실을 증명할 도리가 없었다. “렉스터 경위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까지 곰곰이 듣고만 있던 렉스터가 묘한 표정을 짓더니, 해리슨의 전자서류를 빼앗아 들었다. 지금까지 들어본 대화로는 특별히 의심할 사항이 없지만, 자료와 맞추다 보면 뭔가 튀어나올 수도 있었다. 가만히 서류를 보던 그가 범석이 수입 부분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오늘 벌어들인 돈이 서민인 자신으로서는 꿈도 못 꿔볼 엄청난 금액이었다. “휴. 두 게임 뛰고 474만 크랑이라....... 또 소유 엘프인 비너스가 베팅한 금액까지 합치면 그 배가 되는군. 확실히 미심쩍긴 해.”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듯 보이자 해리슨 채근하듯 물었다. “그렇죠? 이 정도면 충분히 경찰에서 조사해 볼만한 내용 아닙니까?” 그렇지만 렉스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의심이 좀 가기는 하지만 벌어들인 금액가지고 죄의 유무를 따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가 해리슨을 향해 조용히 입을 열었다.6/11 쪽 “금액이 너무 큰 점이 문제지만 혐의점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증거는 물론 증인도 없고요. 방금 전 얘기를 들어봤을 때 정황증거도 확실치 않아요. 이 상황에선 내가 무리하게 조서를 꾸며 검찰에 올린다 해도 바로 불기소처분 될 겁니다.” “그, 그렇습니까?” “네. 솔직히 말해서 나로서는 쟤가 사기도박을 했다는 생각 자체가 아예 안 듭니다.” “하, 하지만 일반인이 한 경기당 20만 크랑이라는 돈을 막 뿌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그건 쟤가 좀 헤퍼서 그랬을 겁니다. 전에 처음 만났을 때 보니까, 즉석에서 수십 만 크랑씩 막 꺼내 쓰더라고요.” 아무래도 비너스의 치료비에 대한 얘기인 것 같았다. 범석이 잽싸게 대화에 끼어들었다. “정확히 60만 크랑입니다.” “그래요. 60만 크랑. 해리슨씨는 혹시 60만 크랑을 이 자리에서 바로 꺼내 쓸 수 있습니까?” 60만 크랑이라면 해리슨의 거의 3년치에 가까운 봉급이었다. 살 떨려서 절대로 그럴 수는 없었다. “그, 그렇지는 못하겠지만요.......”7/11 쪽 “그런데 쟤는 그걸 하는 놈이라고요. 일반적인 상식으로 넘겨 집어서는 안 됩니다.” 해리슨이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경찰까지 이리 말하니, 그런가보다 생각되는 것이다. 하긴 60만 크랑을 마구 써대는 작자가 20만크랑을 부담스러워할 리가 없었다. “그, 그렇군요. 네 그럼 알겠습니다. 그럼 경위님 말을 믿고 이번 일은 여기서 종결짓겠습니다.” “네. 잘 생각하셨습니다.” 모든 일이 원만히 해결되자 실내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해리슨은 괜히 의심해서 미안하다며 범석에게 사과했고, 그는 괜찮다며 능청을 떨었다. 잠시 이렇게 덕담을 나눈 범석은 레이미를 데리고 조직위원회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이때 그 뒤를 렉스터가 조용히 뒤따르며 미심적은 말 한마디를 던졌다. “그런데 너 다음 경기에서도 지금보다 기록이 단축된다든가 그러는 것 아니겠지?” 갑작스런 렉스터의 돌출된 발언에 범석이 뜨끔했다. 잘 끝났나 싶었는데 새롭게 위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역시 수사관의 직감이란 무서웠다. 여유로운 척 표정을 지은 그가 몸을 풀며 말했다.8/11 쪽 “당연히 기록이 단축되겠죠.” “너. 설마......?” 얼토당토하지 않다며 범석이 마구 손사래를 쳐댔다. “그런 거 아닙니다. 원래 중요한 결승을 앞두고 예선전 준결승전에서는 설설 뛰며 체력을 비축하는 하는 건, 누구라도 구사하는 전략입니다. 특히 저는 200M, 400M, 100M를 다 뛰기 때문에 더욱 그래야 하고요.” “아. 그런가? 그런데 하여간 결승을 갈 자신은 있기는 하냐?” 그 말에 범석이 어떻게 대답할까 살짝 고민을 했다. 만약 사실대로 말한다면 앞으로의 수입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렉스터도 사람인 이상 돈에 관심이 있을 터, 분명 자신에게 베팅을 할 것이 자명한 탓이다. 하지만 한 편 곰곰이 생각해보면 별 상관없을 것 같기도 했다. 준결승전부터는 관객들의 관심도가 높아져 총 베팅액이 크게 오르는 반면, 그가 베팅할 한도액은 여전히 30만 크랑이었다. 즉 렉스터가 끼어들어도 수입에는 큰 변동이 없다는 얘기다. 입을 막는 차원에서 또 비너스를 얻게 해준 은혜 갚음으로 가르쳐줘도 무방할 것 같았다. “결승만 가겠습니까? 솔직히 경위님한테만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자신도 있습니다.”9/11 쪽 렉스터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 “저, 정말이냐?” “네. 제 200M 최고 기록이 10초 461입니다. 이 도시 최고 주자인 아겔리아보다 0.1초 앞서는 기록입니다.” 눈이 시뻘게진 렉스터가 주위를 살피더니 그와 비너스, 레이미를 한적한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진한 돈 내음을 맡은 탓이다. 세상에서 돈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노, 농담 아니지?” “제가 경위님을 모시고 농담할 군번입니까. 당연히 진담입니다.” “그럼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 명이야?” “글쎄요. 저 빼고는 없을 걸요.” 렉스터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까지 독수공방해온 세월이 올해로 몇 해던가? 지금 엘프를 한 타스로 사서 주지육림을 이룰 기회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을 경찰 기동타격대로 키워 일을 시키면 평생 편안히 놀고먹을 수도 있었다. “야. 그런데 나 좀 너한테 베팅 좀 해도 되겠냐?”10/11 쪽 “뭐. 상관없죠.” “네 수입이 떨어지는 데도?” “아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전 돈 때문에 이번 경기에 출전한 게 아닙니다.” 부들 손을 떤 렉스터가 범석의 어깨를 팍 하고 한 번 내리쳤다. “좋아! 그럼 적금 깨서 다 너한테 올인 한다. 대신 절대 거짓말이면 안 된다. 알았지?” “아참 거짓말이면 깨신 적금 제가 다 물어드리겠습니다. 아니 지금 드릴까요?” 렉스터의 표정이 볼만할 정도로 환해졌다. 이렇게까지 말하니 더 이상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됐다. “됐어. 그 정도까지 말해줬으면 됐어. 그럼 나 은행 좀 다녀와야 하니 간다.” “네. 안녕히 가십시오. 아참 그리고 베팅은 베팅타임 시작되자마자 바로 하십시오. 그래야 수입이 좋습니다.”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렉스터가 자리를 횅하니 떠나갔다. 그 만큼 마음이 급했던 탓이다. 일생일대의 중대한 기회가 지금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은행도 다녀와야 하고, 베팅을 위해 여러 가지 파악해두어야 정보도 많았다.11/11 쪽 렉스터의 표정이 볼만할 정도로 환해졌다. 이렇게까지 말하니 더 이상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됐다.가 없다고 생각됐다. 렉스터의 표정이 볼만할 정도로 환해졌다. 이렇게까지 말하니 더 이상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됐다.가 없다고 생각됐다. < -- 스포츠 도박 -- > 1시 반이 되자 오후에 열릴 준결승 조 편성이 3D전광판에 계시되었다. 범석은 현재 준결승 200M는 2조 7위, 400M는 1조 6위로 랭크되어 진출되었는데, 이를 볼 때 괜찮은 수입이 예상되었다. 기록 순위가 낮으니 그에게 베팅할 도박사는 적을 테고, 그럼 당연지사 기대수입은 높아지게 되어 있었다. 범석은 다시 베팅시간이 되자 각각 30만 크랑씩 베팅하고는 다가올 경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어 200미터 준결승이 시작되기 전, 그는 자신에 대한 베팅비율이 29대 1임을 확인하고는 트랙에 섰다. 다시금 이어지는 출발 소리와 함께 그는 달렸고, 또다시 조 1위를 하며 797만 크랑을 손에 거머쥐었다. 이렇듯 순항을 하던 그였지만 400M 준결승에서 예상치 못한 일에 발목을 잡혔다. 1등을 해 360만 크랑의 돈을 벌기는 했지만 결승 진출에 실패한 것이다. 출발 바로 직전 스트레칭을 하던 기록 1순위의 선수가 부상을 당해 출전을 못했던 탓에 다른 조막만한 선수들과 경쟁을 벌였는데, 그만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아슬아슬하게 조 1위를 해버린 것이다. 덕분에 기록 최종순위 8위 안에 들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고 결승에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육상은 조 일, 이 위가 무조건 올라가는 승자승의 원칙이 아닌 기록경기였다. “레이미 200M 결승경기는 베팅 비율이 얼마야?” “자, 자그마치 53 대 1이에요. 지금도 계속 오르고 있고요.”회1/14 쪽 한가로이 잔디에 앉아 있던 범석과 레이미는 200M 결선을 앞두고 베팅 전략을 대해 논의 하고 있었다. 그런데 결승전이라서인지 아님 아겔리아등 다른 유력단거리선수들의 유명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만큼의 베팅비율이 화면에 나타나고 있었다.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범석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어떻게 할까? 여기서 끝을 낼까?’ 현재 범석의 주력은 결승 1위로 진출한 아겔리아에 비해 아주 약간 앞서는 수준이었다. 그런데다가 스타팅 기술이나 체력에서 약해 100M나 400M의 경우 그녀를 이긴다는 보장을 전혀 할 수 없었다. 100M는 비교적 짧은 탓에 스타팅 기술에 영향을 많이 받았고 400M는 너무 긴 탓에 체력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범석이 그녀를 이길 가장 적당한 경기는 조금 후 열릴 200M 결승이라 할 수 있었다. 뭐 오늘 200M 결승을 뛰고, 내일 열릴 100M도 그냥 뛰면 되지 않겠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렇기야 하겠지만 베팅액을 생각해 보면 전혀 아니었다. 만약 오늘 아겔리아를 물리치고 200M미터에서 우승한다면, 내일 베팅 비율은 처참할 정도로 떨어지게 되었다. 누구도 육상계의 샛별인 아겔리아를 이긴 자신 말고 다른 자에게 돈을 거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아마 예선전과 준결승전에서는 단지 몇 천 크랑의 수익으로 끝날 수도 있고, 결승전에서는 20~30만 크랑이면 벌면 잘 받는 편이 될 터였다.2/14 쪽 그래서 지금 그가 선택할 수 있는 2가지 시나리오는 오늘 처참하게 깨진 다음 내일 100미터를 노리는 것과 오늘 200미터에서 우승을 한 다음 여기서 끝을 내는 일이었다.범석은 이 같은 사실을 레이미에게 설명하며 의견을 구했다. “레이미 네 생각은 어때?” “제 생각에는 오늘 200M에서 우승을 한 다음 끝을 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건 왜?” “어차피 400M는 탈락하셨으니까 안 되고, 100M는 스타트 때문에 아겔리아라는 선수에게 경쟁력에서 밀릴 수도 있다고 했잖아요?” “음. 그래.” “어차피 범석님은 200M미터 결승까지 진출했기 때문에, 내일 100M 예선전 준결승의 수입은 적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 돈을 노리려고 오늘 황금 같은 기회를 지나쳤다가 내일 100M결승에서 져버리는 날이면 가장 큰 수입원인 결승전 베팅이 허무하게 끝이 나버려요. 즉 더 얻을 돈은 적은 데, 잘못되었을 때 얻지 못할 돈은 크다는 것에요.” 그럴듯하게 들리기에 범석이 고개를 주억였다. “그러니까 네 말은 사소한 이득에 위험을 감소하지 말자는 거지?” “네. 그리고 저희는 조직 위원회로부터 부정 베팅의 의혹을 받았어요. 그런 상황에3/14 쪽 서 오늘 형편없이 졌다가 내일 기적을 일으키듯 이기기라도 해보세요. 당장에 다시 의심의 눈길을 보낼 것에요.” 하긴 그랬다. 오늘 200M에서 우승한 후에는 체력안배를 위해 예선전과 준결승에서 슬슬 뛰었다고 말해도 통하겠지만, 오늘 결승전을 망쳐놓고 내일 100M 경기를 우승한 다음에는 얘기가 달랐다. 100M든 200M든 우승의 의미는 같았고 하루의 휴식시간까지 있어 체력안배의 변은 억지였다. “그래. 좋아. 여기서 끝내자.” “네. 잘 생각하셨어요.” 위이잉. 위이잉. 그 때 이들의 머리위로 금속으로 된 새 같은 것이 날아들었다. 몸체 주둥이에 커다란 렌즈 같은 달린 것이 방송용 카메라로 보였다. 공중에 떠있던 놈은 전후좌우 방향 바꿔 가면 범석을 찍고 있었다. 아마도 200M 결승에 오른 선수들을 촬영하려는 듯 보였다.범석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버드 카메라는 이후 몇 바퀴 더 주위를 돈 다음 다른 선수가 머물고 있는 장소로 날아갔다. “자. 가자. 방송 카메라가 날 찍고 간 것을 보니까. 아무래도 결승전이 곧 시작되려나 4/14 쪽 보다.” 그 말이 나오기가 방송에서 200M 결승에 참가할 선수들을 호출하고 있었다. 범석은 제자리 뛰기와 무릎 굽히기를 몇 번 반복하며 몸을 풀고는 경주가 시작될 스타트라인을 향해 서서히 걸음을 옮겼다. 서서히 모이는 8인의 결승주자들. 역시 최강의 주역들답게 몸동작 하나하나에서 프라이드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가 이번에는 스타트라인 중앙에 서있는 아겔리아를 바라봤다. ‘역시 유명인이라 틀리군.’ 지금 그녀는 각 지역방송국의 버드 카메라들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다. 태어 난지 5년 만에, 육상을 시작한 지는 2년 만에 지역정부대회 내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톱주자였다. 덕분에 이런 그녀의 성장에 수많은 육상협회 관계자와 지역 언론들은 항시 시선을 집중했고, 언젠가는 세계를 제패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니 지역 언론들에게 큰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했다. ‘좀. 한산해졌군.’ 범석이 아겔리아 쪽으로 서서히 걸어갔다. 어차피 스쳐지나가는 인연이 될 테지만, 잠시 인사라도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5/14 쪽 “아겔리아. 안녕.” 그녀의 시선이 범석에게 집중되자 남아있던 모든 카메라 따라 그를 향했다. 덕분에 공중을 수놓는 각 방송사의 3D중계 영상에 일제히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인사나 나누자고 왔다가 졸지에 세간의 집중을 받은 범석은 당혹스러움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 안녕하세요. 그런데 누구시죠?” 크고 뾰족한 귀를 쫑긋쫑긋하는 아겔리아. 아무래도 범석을 알지 못하는 듯싶었다. 하긴 이 대회에서 수많은 경주에 참가하는 그녀가 아무리 결승이라고 해도 기록순위 6위에 랭크된 그를 일부로 기억할 리가 없었다. “누, 누구긴. 그냥 네가 모르는 사람이다.” 농담같이 들리는 말에도 아겔리아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아 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아. 별거 아니야. 그냥 앞으로 열심히 해서 훌륭한 육상선수로 자라라고.”6/14 쪽 아겔리아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네. 응원 감사드려요.” “그리고 혹시 몰라서 얘기하는데. 오늘 나에게 질지도 모르거든, 하지만 너무 실망하지마라. 딱 오늘 뿐이니까.” 괜히 해볼 말이지만 반향이 너무 컸다. 어느새 그 장면이 찍혔는지 3D 전광판에서 일제히 범석의 얼굴과 그 대화가 여러 번 반복되며 나왔다. 그리고 자막에 ‘인간 남자가 아겔리아에게 도전을 해오다.’라는 멘트가 연신 떠올랐다. 이를 본 관중들은 환호성을 보내며 그 용기를 찬사하는 듯 조롱하거나, 너 따위 것이 아겔리아에게 상대나 되겠냐고 하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양쪽 모두 범석에게 달갑지 않은 반응. 괜히 말했다싶은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의 레인 쪽으로 걸어갔다. 그렇지만 그 발언은 관중의 관심만 끌었던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어째서인지 아겔리아의 크고 똘망똘망한 오드아이가 계속 범석을 향해 있었다. 승부욕이 강한 그녀로서는 만인 앞에서 자신에게 도전을 걸어온 그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모두 스타트라인에.” 잠시 후 진행자가 앞으로 나오자 사위가 조용해졌다. 침묵의 성원을 보내는 관객들을 뒤로한 채 8명의 200M 주자들이 스타트라인에 섰다. 잠시 발목운동을 하는 주자들. 곧 이어지는 진행자의 ‘제자리에’ 신호에 양발을 스타트 블록에 가져다 고정시켰7/14 쪽 다. 범석은 바로 주문을 하듯 자신의 특성을 발동시켰다. “위대한 의지.” - 특성 ‘위대한 의지’가 발동됩니다. 150분 동안 모든 스텟이 +10이 오릅니다.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바로 전 경기장을 울릴 만큼의 전자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맞추어 주자들이 숨을 크게 들어 마시고는 호흡을 멈췄다. 띠띠띠. 띵! 출발 신호와 동시에 주자들이 일제히 앞으로 튕기듯 튀어나갔다. 이를 뒤따르는 몇 대의 버드 카메라들이 서로 경쟁을 하듯 선수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찍어대고 있었다. ‘좋아! 스타트는 거의 동시야!’ 염려했던 스타트에서 손해를 보지 않았음에 범석은 한껏 고무되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승리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물론 현재 보기에는 아겔리아를 비롯한 다른 주자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지만, 그건 안쪽 라인을 배정 받았던 탓, 코너를 돌면 회복될 8/14 쪽 거리였다. 이윽고 들어선 코너라인. 앞서가던 다른 주자와 거리가 급속도로 줄어들더니, 하나 둘씩 범석의 뒤로 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쭉 뻗은 직선라인에 들어설 때쯤에는 그의 앞에서 달리는 주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 아겔리아 조차도 그 보다 두여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서 뒤쫓을 뿐이었다. “아! 저거 뭐야!” “말도 안 돼! 이건 사기야!” 이 광경을 바라보던 관객을 경악한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겔리아가 웬 이름도 모를 사내에게 뒤쳐져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이들에게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예 몇몇은 아겔리아와 저 사내가 짜고 사기도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범석과 아겔리아의 뒤에 뛰는 주자들은 까마득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달리고 있었고 점점 더 거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를 볼 때 그녀가 일부로 천천히 뛰고 있지 않음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어떻게!’ 관객들 못지않게 놀란 이는 바로 아겔리아였다. 지역정부대회도 아닌 단지 한낱 시 대회에서 자신이 누군가의 등을 바라보며 달릴 줄은 상상도 못한 탓이다. 하지만 패배를 용인할 수 없던 그녀는 사력을 다해 다리에 채찍질을 가했다.9/14 쪽 서서히 거리를 좁혀오는 아겔리아. 그렇지만 이 희망은 얼마가지 못했다. 종반전이 다가오자 그가 스파트를 내며 점점 더 앞으로 치고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거의 다 왔다.’ 한 템포 한 템포 마다 강렬한 대지의 진동이 일어나며 범석을 앞으로 밀어내었고, 스스로 만들어낸 바람의 장벽은 허무하게 베어지며 그의 전진을 허락했다. 아무 것도 거칠 것이 없는 상황에서 그는 결국에는 골라인을 통과했고, 200M 결승 경기는 이렇게 끝이 났다. 가슴에 둘린 테이프를 손바닥으로 움켜진 범석이 허공을 장식하고 있는 3D 전광영상들을 바라봤다. 대부분 200M 우승의 주인공인 그의 이름과 함께 10초592라는 기록이 적힌 메시지가 대부분이었는데, 범석의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닌 55 대 1의 잭팟이 터졌다는 베팅 공지였다. 즉 그가 이번 경주를 통해서 수수료 빼고서도 1538만크랑의 거금을 벌었다는 소리였다. 이로서 그가 오늘 번 돈은 모두 합쳐 순수 4107만 크랑. 기존의 가지고 있던 자금을 합치면 4546만크랑이었다. 이 돈이면 레이미를 사고도 2000만 크랑이 넘게 남았다. “크크크. 이젠 됐어.” 그 말을 한 동시에 멀쩡했던 걷던 범석이 다리를 쩔뚝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영화 ‘10/14 쪽 유주얼 서스펙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카이저소제가 걷는 장면을 반대로 돌리는 느낌이었다. 그는 잠시 그 상태로 걷더니 앞으로 고꾸라지듯 넘어졌다. 그리고 고통에 겨운 얼굴로 뒤로 드러누워 다리를 움켜잡았다. 뒤이어 격정에 겨워 뛰어오던 레이미가 놀라 황급히 그에게 다가갔다. “버, 범석님. 왜 그러세요?” “바, 발목이.......” “발목이 왜요?” “바, 발목이 하나도 안 아파.” 레이미가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겉으로는 온갖 아픈 척을 다하더니 입으로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하고 있던 탓이다. “범석님 도대체 아프다는 것에요. 안 아프다는 것에요?” 그때 방송용 버드 카메라들이 일제히 범석에게 향했다. 200M 우승자인데다가 갑작스럽게 고통을 호소까지 하니 그만한 관심꺼리가 없었다. 레이미에게 살짝 윙크를 한 그가 입을 귓가에 가져다대었다. “쉿 조용. 다른 사람이 듣는다.”11/14 쪽 무언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레이미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아니 그에 발맞추어 손수 의료상자까지 가져오더니, 별 의미도 없이 발목에 붕대를 감았다.그런 그들에게 다가오는 아겔리아가 복잡한 심정이 들었는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많이 다치셨나요?” 범석이 한껏 찡그린 얼굴로 아겔리아를 바라봤다. “아니. 전에 다친 데가 통증이 와서. 달리다가 다친 것은 아니야.” “그래도 병원에는 가보셔야죠.” “됐어. 그리 많이 아픈 것도 아니야.” 뒤이어 들것을 가지고 의료요원들이 다가왔다. 이런 그들을 범석이 별것 아니라고 하며 손사래를 쳐 내쫓았다. 그리고 레이미의 부축을 받아 일어서려는 찰라 아겔리아가 또 다시 질문을 던졌다. “혹시 내일 100M도 뛰시나요?” “글쎄. 참가 신청은 해놨는데, 아무래도 힘들겠어.” “그렇군요. 그럼 200M미터 지역정부대회에는 나가실 건가요?”12/14 쪽 200M 지역정부대회에 나갈 수 있는 자는 이번 시 대회에서 1위에서 3위 까지 한 선수였다. 즉 범석이 이 대회에 나가기만 한다면 2위를 한 아겔리아는 다시 한 번 그와 승부를 벌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범석은 그 대회에 나갈 마음이 없었다. 그가 지금까지 꿀꺽한 돈 4000만 크랑이 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육상경기에 참여한 이유가 없었다. 이미 오늘 기록이 세상 모든 도박사에게 알려졌을 테니, 앞으로의 기대수입은 껌값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까 말했잖아. 오늘이 네가 나에게 지는 마지막 날이라고. 이제 달리지 않을 테니까 너랑 만날 일 없어.” “아니 왜죠? 이렇게나 재능이 넘치시면서요.” “재능이 무슨 상관이야.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요?” “응. 나는 검투사가 될 거야. 그러니 날 이기고 싶으면 그쪽으로 오든가 아니면 신경 꺼.” 그러자 의외로 아겔리아가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다시 만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현재 아겔리아가 소속된 다윈약품은 신약개발에 실패해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고, 돈이 될 만한 회사 자원을 닥치는 대로 내다팔고 있었다. 그런데 센트롤리그에 소속된 어느 검투팀에서 아겔리아의 천부적인 재능을 탐내 구매의사를 보내오고 있었다. 그들이 제시한 몸값은 5000만 크랑. 다른 육상실13/14 쪽 업팀에서 결코 제시할 수 없는 거금으로, 현재의 경영난을 크게 해소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당연히 경영진들의 선택은 판매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단지 엘프인 아겔리아의 육상에 대한 열정과 돈도 안 되는 팬들의 성원 보다는 회사의 생존에 더 큰 가치를 둔 탓이다. 이런 상황에 마지막으로 출전한 육상 대회. 이곳에서 함께 뛰고 심지어는 자신을 이긴 저 사내가 같은 무대로 간다고 한다. 그녀로서는 무척 반가울 수밖에 없었고 다음의 만남이 기대되었다. “네. 알겠어요. 그럼 나중에 봬요.” 의미모를 말을 남기고 뒤돌아서는 아겔리아. 범석은 영문을 몰랐지만 이내 신경을 끄고 레이미와 비너스의 부축을 받으며 행사장 쪽을 향해 걸어갔다. 400M 결승 이후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하려는 것이다. 그 때 주어지는 우승 상금 30만 크랑. 푼돈이지만 없는 것보다 나으니 받아두려는 생각이었다.다음 또 갑니다.14/14 쪽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하려는 것이다. 그 때 주어지는 우승 상금 30만 크랑. 푼돈이지만 없는 것보다 나으니 받아두려는 생각이었다.다음 또 갑니다.14/14 쪽 < -- 트레이드 -- > “레이미. 어때 기대 돼?” 지금 범석과 레이미는 허비시티로 향하는 플라잉버스에 몸을 싣고 있었다. 허비시티는 248만의 시민들이 사는 중규모급의 도시로, 외곽에 위치한 수많은 산업단지와 테크노타운으로 크게 발전하고 있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왜 그곳을 가느냐? 바로 레이미가 소속되어 있는 드래곤나이츠팀이 그 도시를 연고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범석은 그곳에서 레이미를 사, 주종의식을 거쳐 자신의 여인으로 만들 참이었다. 그리고 이는 레이미의 평생의 소원으로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지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네.......” 벌겋게 달아오른 레이미의 볼을 바라보며 범석이 슬며시 그녀의 어깨위에 팔을 올렸다. 이제 완연히 자기 연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인지 레이미도 거부하는 몸짓을 보이지 않았다. 오늘 트레이드가 완료되는 즉시 그는 바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할 주인이었다. 창밖을 내려다 본 레이미가 소리치듯 말했다.회1/10 쪽 “다 왔어요!” 잠시 후 플라잉버스가 도착한 허비시티의 중심가였다. 버스에서내린 그들은 근처 유흥가 거리에서 택시를 잡았다. 드래곤나이츠팀의 클럽사무국과 연습캠프가 차려진 곳이 도시 외곽의 한적한 곳이라 플라잉 버스가 다니지 않았다. 이렇듯 이들이 몇 분을 다시 이동해 도착한 곳은 황량한 벌판이라고 표현할 만한 외진도로였다. 그 근처에는 숙소로 보이는 3층 적색벽돌건물과 사무실로 보이는 2층의 시멘트건물, 실내 체육관이 보였는데 그 앞으로 푸른색의 인조잔디로 된 원형의 운동장이 펼쳐져 있었다. 택시에서 내린 범석이 굳게 닫힌 정문의 푯말을 살폈다. ‘드래곤 나이츠 GC.' ‘드래곤 나이츠 글라디에이토리얼 바우트 클럽’의 약자로 목적한 장소가 맞는 듯 보였다. 범석은 곧 정문에 달려있는 인터폰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는 말을 걸었다. “저기요.” - 무슨 일이십니까? 대답이 오자 범석이 바로 용건을 밝혔다.2/10 쪽 “검투사 트레이드 건 때문인데요. 담당자와 면담을 했으면 좋겠습니다만......” - 아 그러십니까? 혹시 미리 약속은 잡아놓으셨나요? 범석이 순간 앗차했다. 기대를 하고 있는 레이미를 위해 급하게 왔던 터라, 먼저 연락을 취해 약속을 잡았어야 한다는 것을 잊은 것이다. 저녁 식탁에 올라갈 어물전 꼴뚜기를 구입하려는 것도 아니고, 2500만 크랑의 거래를 하면서 이리 서두른다는 것은 협상에 좋지 않은 결과를 미칠 터였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가기도 뭐했던 터라, 그가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 “미처 생각지를 못해서 약속을 잡지는 못했습니다만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 그럼 무슨 스카우트 건 때문에 오셨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제가 담당자와 연락해 보겠습니다. “현재 리마시티 데몬 스포츠센터로 파견 나가 있는 레이미라는 검투사를 영입을 하려는데, 논의를 했으면 합니다.” - 그러십니까? 그럼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인터폰소리가 끊어지자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 레이미가 다가왔다. “죄송해요. 제가 아침에 서두르지만 않았어도.......” “괜찮아. 어차피 서로 좋자고 하는 트레이드다. 설마 선약을 안 했다고 협상 자체를 무산시키겠냐.”3/10 쪽 잠시 후 범석의 말이 맞기라도 한 듯 인터폰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안녕하십니까. 트레이드 담당자인 아놀드 팀장입니다. 저에게 용건이 있으시다고요? “네. 저는 오범석이라고 합니다. 검투사인 레이미의 영입을 원하고 있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들어와서 협의를 하시죠. 찰칵. 정문이 서서히 열리며 본관 건물로 이어지는 쭉 뻗은 콘크리트 도로가 시선에 펼쳐졌다. 뒤이어 나타나는 사각 형태의 4인승 무인 카. 범석과 레이미가 올라타자 먼지를 일으키며 빠르게 사무실 건물로 달려갔다. “어서 오십시오. 오범석님.” 무인 카에서 내려서는 범석을 향해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금발의 사내가 두 팔을 벌리며 환대를 하고 있었다. 목소리로 보아 방금 전에 대화를 나눈 아놀드라는 사내 같았다. “혹시 아놀드 팀장님?”4/10 쪽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네. 저도 반갑습니다.” 뒤이어 레이미도 인사했다. “오랜만이에요. 아놀드 팀장님.” 이제야 그녀를 본 아놀드 환하게 웃었다. “그, 그래 정말 오랜만이야. 리마시티를 떠나고 나서 못 봤으니 한 일 년이 넘었지? 하여간 반갑다.” 레이미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간혹 업무보고를 위해 종종 이곳 사무실로 찾아왔을 때 몇 번 스치듯 그에게 인사했던 것이다. 팀에 많은 공을 세운 자신을 잊고 있다는 점이 좀 섭섭하기는 했지만, 이번 트레이드에 영향을 미칠 사람이니, 기분을 상하게 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가 좀 더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네. 저도 반가워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놀드가 사무실 건물로 들어가는 현관문을 열었다.5/10 쪽 “자자. 일단 들어가시죠. 레이미도 빨리 들어오고.” 아놀드의 안내로 범석과 레이미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현관을 지나 짧은 복도를 따라 들어선 곳은, 낮은 사각의 탁자 하나와 각 양 옆으로 긴 소파가 배치되어 있는 작은 응접실이었다. 각각의 소파에 서로를 마주보듯이 앉은 아놀드는 인터폰을 통해 누군가에게 차 심부름과 함께 레이미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그리고 범석을 바라보며 서글서글한 웃음을 난발했다. “하하하. 이런 그러고 보니 어느 프로 팀에서 오셨는지 묻지를 않았군요.” “음. 프로 팀에서 온 건 아닙니다. 갓즈나이츠라는 아마추어 팀에서 왔습니다.” 의아했는지 아놀드가 눈을 번뜩였다. 프로 팀도 아니면서 프로검투사인 레이미를 사겠다니 이해가 되지 않은 탓이다. 물론 아마추어 팀이라는 명색이 있지만, 그런 팀에서 프로검투사를 살만한 충분한 구매력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혹시나 뜨내기손님이 아닌가 여긴 아놀드가 미간을 일그러트리며 입을 열었다. “실례하지만 혹시 레이미를 구매할 여력이 있으신지 묻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녀 정도라면 족히 500만 크랑은 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만한 자금 여력이 있으신지요?”6/10 쪽 순간 범석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그어졌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지만 아놀드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도 못한 금액이 튀어 나왔던 탓이다. 자신이 알기로는 드래곤나이츠팀에서 설정한 레이미의 몸값은 2500만 크랑. 지금 그가 제시한 가격과 5배 가량의 차이가 있었다. 큰돈을 아낄 수 있는 아주 황금 같은 기회. 범석이 바로 내질렀다. “아 그렇습니까? 제가 예상했던 금액과 크게 차이가 없군요. 그럼 서로 의견을 조율할 필요 없이 500만 크랑으로 당장에 계약하시죠.” “예, 예옛?” 실없이 던진 몇 마디에 협상이 급속도로 진전되자 아놀드가 크게 당황했다. 방금 전에 말한 금액은 레이미의 경력과 실력, 나이를 감안했을 때 아주 합리적으로 제시한 금액이라지만 장사를 하다보면 에누리라는 것이 있었다. 파는 입장인 그에게 좋은 일이지만, 상대가 이리저리 재지 않고 바로 질러오니 뭔가 일이 잘못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요? 혹시 레이미를 팔 의향이 없으신 겁니까?” 물론 그렇지는 않았다. 현재 드래곤나이츠 팀은 그동안의 자구노력으로 상당한 수준의 검투사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시즌 우승 가능성은 물론 승격 가능성까지 점칠 수 있어, 팀 내 리빌딩 작업을 서서히 시작할 필요가 있었다. 센트롤 리그에 올라갔을 때 그해 팀을 리그에 생존시키기 위한 작업을 말이다.7/10 쪽 덕분에 많은 자금이 필요해졌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레이미와 같이 전력 외로 분류된 검투사들을 파는 일이었다. “아. 그건 아니지만....... 갑작스레 계약을 하자고 하시니......” 똑똑똑. 마땅히 할 말이 없던 아놀드가 노크소리에 즉각 반응했다. “들어오세요.” 끼이익. 열리며 들어온 사람은 사무원 복장을 한 엘프였다. 그녀의 어깨춤에는 A4지만한 전자 서류를 끼고 있었고 두 손에는 그윽한 향내를 풍기는 홍차가 담긴 접시가 들려있었다. “가져오시라고 하신 서류와 차입니다.” “그래. 어서 서류는 주고 차는 손님들에게 대접해." 가볍게 인사한 엘프 사무원이 전자서류와 차를 내려놓고는 바로 문밖을 나갔다. 아놀드는 범석에게 차를 권하고는 레이미의 정보가 담긴 서류를 슬며시 읽어 내려갔다. 그러다가 팀에서 설정한 그녀의 몸값을 보더니 소파가 흔들릴 정도로 벌떡 일어8/10 쪽 났다. 자그마치 2500만 크랑이나 기입되어 있었던 탓이다. 그것도 감독의 허락 없이는 절대 협상 금지라는 옵션까지 있어 자신 마음대로 이 트레이드를 진행해 나갈 수 없었다. 순간 과거의 일을 떠올린 아놀드가 심할 정도로 이를 갈았다. 지금까지는 신경을 끈 탓에 잊고 있었지만 전에 이 내용을 본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당시 너무 황당한 몸값으로 감독과 잠시 언쟁을 벌인 적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레이미였다. “왜요? 뭐 문제라도 있습니까?” 걱정스런 투의 범석의 말에 아놀드가 과할 정도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저히 레이미의 몸값이 2500만 크랑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도 그 가격을 보자마자 이리 놀랐는데, 사러온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런지 충분히 예상되던 바였다. 듣자마자 바로 자리를 박차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아, 아닙니다. 그리 큰 문제는 아니고요. 잠시 착오가 있었습니다.” “착오요?” “아. 네. 레이미에 대한 매각 협상을 진행하려면 저희 팀 감독님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범석이 긴장을 했는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별 멍청한 놈을 만나 협상이 잘 풀리는가 싶더니, 감독이라는 의외의 복병을 만나야 한다9/10 쪽 는 것이다. 이거 잘못하다가는 처음 그대로 2500만 크랑 모두를 뱉어내야 하는 것 아닌지 걱정도 들었다. “아. 그러십니까? 그럼 지금은 협상을 진행시킬 수 없다는 말입니까?” 아놀드가 다급히 손을 흔들었다. 범석은 바로 계약을 맺자고 할 정도로 구매력이 있는 손님이었다. 레이미 정도의 검투사를 자신들만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이대로 보냈다가 다른 팀의 검투사를 구입한다면 그만한 손해도 없었다. 또 그는 다른 프로팀에서 온 것도 아닌 아마추어팀을 창단할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경쟁 팀에게 전력이 되는 검투사를 파는 것을 극구 꺼려하는 이적시장의 생리상, 범석은 그야말로 천금과도 같은 고객이었다. 자신들은 센트롤 리그를 준비하는 단계의 팀이고 그는 겨우 아마추어팀을 만들려는 단계이니 경쟁관계가 성립될 리가 없었다. “아, 아닙니다. 여기서 차를 드시면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마침 감독님이 트레이닝 센터에 계시니 제가 잠깐 의견조율을 하고 오겠습니다.” 그리고서는 아놀드가 부리나케 응접실을 빠져나갔다. 이를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본 범석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홀짝거렸다.10/10 쪽 본 범석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홀짝거렸다. 다음 또 갑니다.10/10 쪽 < -- 트레이드 -- > “레이미 이거 어쩐 일이지. 담당자가 네 몸 값이 2500만 크랑인줄을 모르는 모양인데.” “글쎄요. 저로서도 영문을 알 수가 없네요. 분명 감독님께서 제 몸값이 그 금액으로 책정됐다고 하셨거든요.” “감독이?” “네.” 순간 그의 미간이 심할 정도로 찌푸려졌다. 트레이드 사무 담당자는 모르는 일을 감독이 그녀에게 그리 말했다면, 2500천만 크랑의 몸값 책정을 한 사람은 감독일 확률이 컸다.무슨 영문인줄 모르지만 이대로 그를 만난다면, 협상 진행에 큰 난관이 있을 듯 보였다. “쩝. 아무래도 감독이 네 이적협상에 큰 장애물이 될 것 같다.” “아니 왜요?” “보아하니 그 몸값을 책정한 사람은 감독일 가능성이 커. 그런데 그 금액이 시장가의 5배가 될 정도로 터무니가 없다는 점이 문제야. 즉 잘만 생각해보면 감독은 널 팔기 싫어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회1/12 쪽 딴에는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시장가의 몇 배나 되는 몸값의 검투사를 그 어느 팀이 사가겠는가? 그것도 전성기가 지나 은퇴를 바라볼 시점에 놓인 자신을 말이다. 하지만 사람 좋고 자신을 친딸처럼 아끼시는 감독이 자신의 앞길을 막을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지금이야 타 지역으로 나가 얼굴 볼 일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과거에는 마음속을 탁 터놓고 얘기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다. 그리고 내부방침으로 자신이 처음 강사로 파견 나갈 때에는, 문 앞까지 손수 배웅하며 곧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위로해 주었을 정도였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제가 바란다면 꼭 팔아 주실 것에요. 겉으로 무뚝뚝해 보여도 저에게는 무척 상냥하게 대해 주셨어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범석이 다소 경계심을 누그러뜨렸다. 엘프들이 가장 바라는 바는 주인을 만나 모시는 것. 둘이 친하다면 그녀의 이런 갈망을 모른 척 하기란 힘들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 범석은 앞으로 벌어질 협상변수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하나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탁자의 차가 차갑게 식었을 무렵. 또 다시 응접실 문이 열렸다. 바로 감독과 얘기하러 갔던 아놀드였다. 그는 다소 당혹해 하는 표정을 지었는데, 그 뒤에는 운동복 차림의 사내 하나가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백발에 턱수염을 덥수룩 기른 60대 쯤 보이는 자로, 서글서글한 눈매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를 본 레이미가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이했다.2/12 쪽 “빈센트 감독님! 안녕하세요.” 따뜻한 미소를 머금은 빈센트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어서와 레이미. 그 동안 고생 많았지?” “아니에요. 염려해주신 덕분에, 잘 지냈어요.” 왠지 짠한 분위기에 범석이 미심적인 눈초리로 빈센트를 쏘아봤다. 저 영감탱이가 혹시 레이미에게 흑심을 품고 몸값에 그딴 수작을 부렸나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내자식은 젊던 오늘내일하는 늙탱이이건 간에 다 도둑놈이요 늑대였다. 결국 보다 못한 범석이 자리에 일어서서 다정한 둘의 해우를 막아섰다. “흠흠.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범석이라고 합니다.” 생뚱맞은 얼굴을 한 빈센트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그를 바라봤다. “자네가? 레이미를 영입하겠다는 그 사람인가?” “네. 그렇습니다.” 빈센트가 범석의 위아래를 꼼꼼히 살피듯 쳐다봤다. 그리고 소파 한편에 털썩 주저3/12 쪽 앉아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는 긴 호흡을 내쉬었다. “휴~ 자네도 그리 서있지만 말고 빨리 앉게.” “아. 네.” 범석이 제자리에 엉덩이를 붙이자 레이미와 아놀드도 제자리를 찾아 앉았다. 잠시 이들 간에 적막감이 감돌았다. 그렇지만 곧 빈센트가 분위기를 깨며 용건을 꺼냈다. “아놀드의 말을 빌어보자니 자네 아마추어 팀을 창단한다고?”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아마추어 팀의 검투사로 사용하기에는 레이미가 너무 과분한 것 아닌가?” 그 말은 전적으로 옳았다. 레이미 정도의 능력이면 에어리어리그에서는 주전 급 검투사로 자리 매김할 수 있고, 와이드리그에서는 팀 전력에 따라 다르지만 충분히 후보 검투사로도 활용이 가능했다. 이런 검투사를 아마추어 선수로 활용하기에는 아까운 측면이 있었다. 게다가 아마추어 경기 중 프로출신 검투사가 나갈 수 있는 시합은 여름철에 시작되는 GA컵과 초봄에 열리는 승격 토너먼트 대회, 그리고 가을에 열리는 지역 새미프로대회뿐이라 활용도가 극히 떨어졌다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전 제 팀을 아마추어에만 머물게 하지 않을 겁니다.”4/12 쪽 “아마추어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면?” “네. 승격 토너먼트를 통해 프로팀으로 성장시킬 겁니다. 그러니 레이미 같은 뛰어난 검투사를 영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빈센트가 수염이 들썩거릴 정도로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이 바라던 답변이 이게 아닌 것이다. “흥. 프로팀? 자네 엘프들에게 프로팀의 의미가 어떤 것인 줄 아나?” “글쎄요. 레이미의 말로는 꽤 불행한 삶이라고 하더군요.” 순간 빈센트가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 하지만 옆에 앉아있는 아놀드의 눈치가 보였는지 뚜렷한 반응을 내보이지 않은 채, 그저 거친 기침을 내뱉을 뿐이었다.그가 아놀드의 허벅지 툭툭 치며 말했다. “자네는 잠시 나가 있게.” “지금요? 하지만 이적 협상중이 아닙니까? 담당자인 제가 어째서?” “그러니까 이자도 끌고 가. 밖에 나가서 둘이 실컷 협상을 하든 말든 하란 말이지. 난 지금 당장 레이미와 할 말이 있으니까.” “하지만....... 굳이 나갈 필요까지야.......” “그럼 내가 나갈까?”5/12 쪽 워낙 막무가내로 우기기에 아놀드는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내 빈센트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은 범석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따라나섰다.응접실에서 단 둘이 남은 빈센트와 레이미. 먼저 빈센트가 안타까운 눈빛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섭섭했던 게냐?” “무슨 말씀이신가요?” “내 말은 너를 경기에 내보내지 않아 섭섭했냐고 묻는 게다. 그래서 저런 얼토당토하지 않는 팀에라도 들어가서라도 시합에 나가려는지 묻는 것이고.” 레이미가 황급히 두 손을 흔들었다. 그녀가 범석의 검투사 팀에 들어가려는 이유는 그저 주인을 모실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전 그저 저분이 마음에 들어서 가려는 것뿐이에요.” “저 놈팽이가 마음에 든다고?” 볼을 붉게 물들인 레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빈센트가 턱수염이 휘날릴 정도로 한 숨을 푹 내셨다. “휴~ 레이미. 이번 이적 건은 포기하고 내년 봄 까지만 기다리면 안 되겠냐?”6/12 쪽 화들짝 놀란 레이미가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왜요?” “사실 너를 후보 검투사에라도 충분히 기용할 수 있음에도, 이리 밖으로 내 돌린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다.” “무슨 이유요?” 두 손을 깍지 낀 채 턱에 가져다 댄 빈센트가 연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레이미와 그가 만나 된 시기는 14년 전 이 드래곤나이츠팀이 에이리어리그에서도 강등되어 프로딱지가 떼어진 어느 날이었다. 당시 팀은 또다시 에어리어리그로 올라가기 위해 여러 개혁을 시행했는데, 그 중 하나가 어느 유명 검투사팀에서 코치로 있던 빈센트를 감독으로 데리고 온 일이었다. 하지만 강등으로 인해 팀의 분위기가 극도로 좋지 못했고, 많은 능력 있는 검투사들이 다른 프로팀으로 이적해 떠나간 터라, 그로서도 팀을 재건하기란 참으로 요원한 일이었다. 그런 때에 큰 힘이 되어준 검투사가 바로 레이미였다. 한 창 물이 올라 있던 그녀는 승격 토너먼트에서 당연 군계일학의 실력을 보였고, 그 해 팀을 에어리어리그로 다시 진출시키는 데에 큰 일조를 했다. 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리그경기에서도 충실히 그 역할을 다해, 13년이 지난 지금 팀은 와이드리그로 진출하고 다시금 센트롤 리그를 바라볼 만큼 전력을 향상시켰다. 이에 빈센트는 그녀에게 자그마한 사례를 하기로 했다. 바로 엘프들이 가장 바라는 주인을 찾게 해주는 일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레이미가 팀의 재산으로 잡혀 있다는 7/12 쪽 점이다. 함부로 싼 가격에 일반인에게 넘겼다가는 감사에 걸려 곤욕을 당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프로팀의 생리상 일반인을 상대로 한 거래는 극구 꺼려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보인다고 며칠을 고민하자 한 가지 방도를 찾아낼 수 있었다. 바로 30살이 넘고 팀 전력 외로 구분된 후 2년 안에 트레이드를 못시킨 검투사에 한해, 워커옥션마켓에 내놓을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이 있던 것이다. 워커옥션마켓이란 스포츠클럽이나 공공단체 등에서 나온 나이 든 엘프를 경매로 판매하는 시장으로, 가격이 아주 저렴하게 형성되는 터라 연인을 구하려는 일반인이 대거 참여하고 있었다. 덕분에 경매에 나온 엘프들 중 많은 수가 꿈에 그리던 주인을 만나게 되었다. “무슨 뜻인지 알았지? 넌 이제 몇 달만 기다리면 주인을 모시고 싶어 하는 네 꿈이 이루진다. 그러니 이번 트레이드 건은 그만 여기서 포기해라.” 빈센트가 자신을 위해 이렇듯 애를 써준 점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그러나 주인을 모시고자 하는 그 꿈은 바로 눈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바로 범석이 자신의 주인으로 자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님. 이렇게 신경 써 주시니 정말 감사해요. 하지만 감독님께서 곤란함을 무릅쓰시면서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으세요.” “그, 그게 무슨 말이냐? 주인을 섬기는 게 싫다는 말이냐?” “아니오. 범석님께서 제 주인님이 되어 주신다고 했어요.”8/12 쪽 그 말에 놀란 눈을 한 빈센트가 엄지를 들어 응접실 문 쪽을 가리켰다. “방금 나간 그 놈팽이 말이냐?” “네. 그 분요.” 빈센트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참 말인지 미심쩍었기 때문이다. “아까 그놈은 프로검투사팀을 만든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렇다면 주식회사 형식으로 만들 테고, 펀딩으로 자금을 모우기 위해 인지도가 높은 너를 팀의 자산으로 삼으려고 할 텐데.” “그건 불가능하데요.” “불가능해? 뭐가 불가능하다는 게냐? 우리 팀은 물론 다른 프로 검투사 팀이나 다른 스포츠 팀도 모두 그런 방식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어.” “하지만 자기는 고결한 성자가 아니라서 그럴 수 없다고 했어요. 말로는 자신의 여인들로만 이루어진 하렘 팀을 만든다고 그러시던데요.” 빈센트가 놀란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정말 그렇다면 참으로 이상적인 팀이었다. 엘프로서는 주인을 모실 수 있어 행복하고, 팀은 소속 검투사로부터 절대적인 충성을 받으니 전력향상에 크게 도움이 됐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문제 하나가 있었다. 팀에서 소용이 다하거나 필요 없는 엘프를 9/12 쪽 처지 곤란하다는 점이다. 일반 팀 같은 경우에는 판매를 해 자금을 충당하겠지만 범석이 말한 팀은 그게 불가능했다. 주종의식을 맺은 엘프는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주인과 영영 이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 그럼 트레이드를 해올 수는 있어도 트레이드를 보낼 수는 없을 텐데. 팀에서 쓸모를 다한 엘프를 어떻게 해결한다고 하더냐?” “코치로 활용하거나, 현역 검투사의 매니저. 그도 아니면 청소를 시키거나 경비, 식순이로 쓰면 된다고 하던데요.” 빈센트가 피식하고 웃었다. 딴에는 프로검투사를 지내 프라이드가 강할 엘프들을 청소부나 식순이로 활용한다니 제법 웃긴 것이다. 자신의 팀 엘프라면 크게 반발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주인의 명령을 충실히 받드는 존재들. 주인만 모실 수 있다면 그딴 자존심쯤은 얼마든지 휴지통에 버리고 기꺼운 마음으로 빗자루와 식칼을 들 터였다.빈센트가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에 빠져들었다. 다름 아닌 수 년 전에 구매한 한 엘프에 대한 내용이었다. 오스칼. 자신이 팀에 강력히 주장해 영입할 만큼 대단한 재능을 타고난 엘프였다. 이에 보육시설에서 겨우 말과 글을 배울 때인 3년 전. 800만 크랑의 거금을 들여 샀고, 전담코치를 보내 영재교육까지 시켰다. 그런데 작년 팀에 참가하자마자 연달아 큰 사건 사고를 터트리며 골칫덩어리로 전락해 버렸다. 상대편 검투사와 싸우라고 시합에 내보내면 어느새 관중석에 튀어가 관객의 멱살을 10/12 쪽 잡았고, 밤에는 몰래 유흥가에 가서 술을 퍼먹으며 주객들과 주먹다짐을 했다. 또 팀 내 다른 검투사들과의 불화는 일반사고, 언젠가는 팀의 법인카드를 훔쳐 도박장에 가서 도박을 하다 걸린 적도 있었다. 덕분에 그녀를 극구 영입하자고 건의했던 빈센트는 곤란한 지경에 빠져들었다. 물론 아마추어리그까지 떨어진 팀을 13년 만에 센트롤 리그를 바라보는 강팀으로 성장시켰다는 공로 때문에 경질위기에 처하지는 않았지만, 한시바삐 오스칼을 처리하라는 행정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이런 팀이라면 그 아이도 제 기량을 다 발휘할 텐데.’ 충성심이 강한 엘프가 그처럼 삐뚤어지는 이유는 단 한 가지로 귀결되었다. 바로 주인을 모실 수 없다는 절망감이었다. 대게의 경우는 어느 정도 지나면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고 운명에 수긍하지만, 아주 간혹 정신력이 약한 엘프는 주인을 모시고 싶다는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오스칼처럼 어긋난 행동을 하게 되어 있었다. 이를 볼 때 문제아 엘프를 올바르게 선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생각해볼 것도 없이 바로 주인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계통에서 어느 정도 일하다보면 그 방법이 무척 어려운 일임을 대번 알 수 있었다. 만약 그런 식으로 풀어주다가 보면, 이를 본 다른 멀쩡한 엘프들도 주인을 만나기 위해 똑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일으키려고 할 것이 자명한 탓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해당 팀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 테고, 끝내는 해체를 해야 하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팀에서 계속 보유하고 있으면서 야생마 길들이듯이 굴복을 시키던지, 아니면 정신병을 11/12 쪽 핑계로 일부 정신치료센터에다 감금시키고 있었다. 현재 소속팀에서 빈센트에게 원하는 방식이 바로 후자였다. 그로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방법으로, 만약 그렇게 했다가는 그 아이는 수십 년을 철창 안에서 살아야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뜻밖에 좋은 해결방법이 등장했다. 바로 범석이란 자가 만들 팀에 파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아이는 주인을 모실 수 있게 되고 결국에는 엘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착실한 삶을 살아갈 것이 분명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로서, 범석은 재능 넘치는 검투사를 얻게 되어 좋고, 자신은 얼마간의 이적자금과 과거 그녀를 선택한 것이 옳은 판단이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었다. 생각을 모두 마친 빈센트가 서서히 감았던 눈을 떴다. 다음 또 갑니다.12/12 쪽 생각을 모두 마친 빈센트가 서서히 감았던 눈을 떴다. 다음 또 갑니다.12/12 쪽 생각을 모두 마친 빈센트가 서서히 감았던 눈을 떴다. 다음 또 갑니다. 생각을 모두 마친 빈센트가 서서히 감았던 눈을 떴다. 다음 또 갑니다. < -- 트레이드 -- > “레이미. 방금 나간 그자가 너를 꼭 사겠다고 했느냐?” “네.” “그럼. 네 몸 값 2500만 크랑 쯤은 준비했겠지?” 순간 당황한 레이미가 눈알을 빙그르르 굴렸다. 사실을 솔직히 말한다면 빈센트가 범석에게 2500만 크랑 그대로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 탓이다. 비록 감독과 친하기는 하지만 주인이 될 그에게 해가 될 짓은 죽어도 못했다. 될 수 있으면 자신의 몸값을 최대한 낮춰 부담을 줄여주고 싶었다. “저. 그, 그게, 특별히 그 금액을, 준비 했다기보다는.......요.” 말을 더듬는 그녀를 보며 빈센트가 한쪽 입 꼬리를 올렸다. 반평생이 넘게 수많은 엘프들을 지켜보며 살아온 그가, 지금 레이미의 심중을 꿰뚫어 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말해 주면 네 몸값을 350만 크랑으로 줄여줄 수도 있다.” 그럼 처음 제시된 500만 크랑 보다 150만 크랑이나 줄어든 액수였다. 레이미가 급격히 자세를 바꿔 고개를 끄덕였다.회1/10 쪽 “네. 그 정도 돈은 준비해 왔어요.” “역시 그랬군. 음 좋아. 그럼 다들 들어오라고 해. 협상을 마무리 지을 테니까 말이야.” 그러자 레이미가 바로 일어나 부리나케 문 쪽으로 달려갔다. 이제 정말 주인을 맞이할 수 있는 순간이 도래한 것이다. 그녀는 밖에서 하릴없이 먼 산만을 바라보고 있던 범석과 아놀드를 불러들였다. 자리에 앉아 주변의 눈치를 보던 아놀드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감독님. 레이미와 무슨 얘기를 나누신 겁니까?” “음. 별것 아니네. 그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물었을 뿐이네.” “그것뿐입니까?” “뭐. 다른 내용도 있지만 사적이고 사소한 일이라 자네가 알 필요는 없네.” 대충 말문을 튼 아놀드가 본격적으로 궁금한 사항을 물었다. “그, 그런데 방금 전 레이미가 그러는데, 감독님께서 이번 트레이드를 긍정적으로 추진해 나가실 것이라고 했는데. 사실입니까?” “음. 그럴 참이지.” 아놀드가 슬며시 범석의 눈치를 살피더니 귓속말로 조용히 중얼거렸다.2/10 쪽 “서, 설마. 서류에 기입되어 있는 그 가격 전부를 부르실 요량을 아니시겠지요. 아마 그랬다가는 단번에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겁니다.” “아닐세. 자네의 체면을 봐서, 또 팀 내 자금 확보를 위해서 합리적인 금액을 제시할 참이네. 한 600만 크랑 정도.” 목소리가 컸던지 레이미가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감독이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한 탓이다. 600만 크랑은 아까 자신에게 말한 액수인 350만 크랑보다 배 가까이 상승된 금액이었다. “빈센트 감독님! 설마.......!” 이런 그녀의 옷깃을 범석이 꽉 움켜잡고는 자리에 앉혔다. 600만 크랑이 아까 언급된 액수 보다는 높은 액수임에는 확실하지만, 처음 예상했던 2500만 크랑 보다는 턱없이 낮은 금액이었다. 반드시 레이미를 사야할 입장인 범석으로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협상에는 에누리라는 묘미가 있었다. 아직은 서로 얼굴 붉힐 때가 아니었다. 손을 깍지 낀 그가 아놀드를 바라봤다. “아까 말씀하신 금액보다 100만 크랑이 상승된 금액이군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3/10 쪽 여기에 대해 아놀드는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사실 그는 이 자리에서 600만 크랑이 언급된 데에 대해서 크게 놀라고 있었다. 옹고집장이 빈센트가 자신의 체면을 위해 이 정도 선까지 양보할 줄은 전혀 몰랐다. 이제 아놀드는 감독 편이었다. “아까는 대략의 가격을 언급했을 뿐이지, 실제 레이미의 몸값을 정확히 평가한 금액이 아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일선에서 팀을 지휘는 감독님께서 더 확실히 파악하고 있을 터. 전 빈센트감독님의 지금의 의견에 이견이 없습니다.” 이제 바톤은 저 영감탱이로 넘어갔다. 범석이 이번에는 빈센트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감독님께서 600만 크랑을 제시하셨는데, 그 이하로는 거래할 마음이 없으신 겁니까?” “단일 거래에 한에서는 절대 그 이하로 레이미를 트레이드를 시킬 의향이 없네. 절대로.” 범석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완고하게 가격인하를 거부하는 듯 보이지만, 한 편으로는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던 탓이다. “그럼 단일 거래가 아니라면 협상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지. 자네가 또 한명의 검투사를 데려갈 의향이 있다면 레이미를 350만 크랑에 4/10 쪽 넘겨줌세.” 파격적으로 낮아진 금액에 범석이 호감을 보였다. 어차피 레이미와 비너스만 가지고 팀을 구성할 수는 없는 법이니, 다른 검투사들을 더 구입해야만 했다. 가격 대비 능력만 괜찮다면 또 다른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옆에서 듣던 아놀드는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다중 거래를 한다지만 레이미의 몸값을 350만 크랑으로 산정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지금이야 전력 외로 구분되어 타지 스포츠센터에 파견 나가 있다지만, 과거 에어리어리그 시절 때는 엄청난 활약을 하며 많은 프로팀에게 관심을 받았다. 솔직히 500~600만 크랑의 몸값만 제시해도 그녀를 사갈 에어리어리그팀은 널렸다고 할 수 있었다. 이런 거래를 성사시켜 위에 보고를 드렸다가는 큰 책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감독님! 너무 쌉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십시오.” 들은 채 만 채도 하지 않은 빈센트가 계속 범석과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단. 거래할 검투사는 내가 정하겠네. 다른 검투사라면 이런 파격적인 가격인하는 없을 걸세.” 그 말에 범석은 난감한 기색을 여지없이 드러내보였다. 만약 그가 제시하는 검투사의 능력이 턱없이 떨어지거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면, 자신이 사야 될 이유가 5/10 쪽 전혀 없었다. 하지만 레이미의 몸값을 350만 크랑으로 낮추는 길이니, 확인해 볼 필요는 있었다. “고민이 되는 군요. 혹시 그 검투사의 이름을 알 수 있겠습니까?” “오스칼이라는 아이일세.” 옆에서 듣던 아놀드의 표정이 또다시 급변했다. 오스칼은 처치 곤란한 골치덩어리로 팀 분위기를 해치는 주범이었다. 지금 팀이 잘나가는 이때에, 반드시 제거해야할 썩은 사과였다. 다른 검투사들이 그녀에게 동조되어 말썽을 피우기 시작한다면 지금의 분위기는 여지없이 깨져버릴 수 있었다. 그래서 그동안 클럽에서는 그녀를 처리하라고 계속 압력을 넣었고, 이를 반대하는 빈센트 감독으로 지금까지 없던 팀 내 불화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감독이 오스칼을 제거하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 그것도 앞으로 정신치료센터에 들어갈 병원비까지 합치면 마이너스 몸값이 될 그녀를, 트레이드 명목으로 자금까지 확보하면서 말이다. 여러 가지 측면을 봤을 때, 레이미 몸값에서 마이너스 된 150만 크랑은, 달게 감수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아마도 이번 거래를 성사시키면 자신은 위로부터 큰 상찬을 받을 터였다. 아놀드는 다시 한 번 감독의 딸랑이가 되기로 했다.“그렇다면 저도 감독님의 의견에 찬성하는 바입니다. 흠흠.”6/10 쪽 얼굴표정을 가다듬으며 헛기침을 연발하는 아놀드를 바라보며 범석이 미심적인 눈빛을 날렸다. 지금까지 보건데 그는 클럽의 이익에 충실한 자로, 그런 자가 갑자기 찬성을 하고 나섰다는 점은 오스칼이라는 엘프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바였다. 거래하는 입장에서 상대가 이득을 취한다면 그만큼 자신에게는 손해가 되는 법, 뭔가 꺼림칙했다. 하지만 외지인인 그가 그 연유를 알 수 없었다. 범석은 하는 수 없이 레이미에게 조용히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그녀는 29년간 이곳 드래곤나이츠에서 활약을 해왔으니 팀 사정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을 터였다. 그는 잠시 모두에게 양해를 구한 후 레이미를 일으켜 응접실 구석으로 가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레이미. 오스칼이 누구냐?” “제가 데몬스포츠센터로 파견 나가있는 동안 팀에 들어온 아이인데, 언니들이나 동생들이 말하기를 성질이 포악하고 크고 작은 말썽을 자주 일으켜, 팀에서 제거하려고 벼르고 있는 중이라고 했어요.” “그래? 또 다른 얘기는?” “그런데 빈센트 감독님이 애지중지하고 있어서, 아직까지 무사히 클럽에 잔류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네 생각은 어때? 내가 영입하는 게 좋겠냐?” 그녀가 멀리 아놀드와 빈센트의 눈치를 보더니, 범석의 귓가에 대고 뭐라 속삭였다.7/10 쪽 “아주 좋은 기회이니 반드시 영입하셔야 해요. 엘프 보는 눈이 좋은 빈센트감독님께서 극구 데려온 아이였고, 전에 또 듣기로는 홀로 몇몇 2군 검투사와 싸워 큰 부상을 입혔다고 했어요. 자신은 멀쩡하고요. 그렇다는 얘기는 상당한 실력의 소유자라는 얘기에요.” “괜찮겠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엘프들이 정신적으로 문제를 겪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예요. 바로 주인을 모시지 못할 때 말이에요. 하지만 범석님은.......” 알아들었다는 듯 범석이 대화를 끊었다. 지금의 대화만으로도 이 트레이드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은 충분히 깨달을 수 있었다. 문제가 되는 정신적 문제는 레이미의 말마따나 자신이 한 번 눌러주면 해결 되었다. 이제 남은 일은 그 오스칼이라는 엘프를 만나 직접 그 능력을 확인해 보는 일뿐이었다. 범석이 레이미를 데리고 다시 자리에 가 앉았다. “좋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좋은 방향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럼 오스칼이라는 검투사를 만나보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그 말에 아놀드는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마치 혹을 때줄 호구 도깨비를 만난 혹부리영감이 된 심정이었다. 그는 급히 인터폰을 눌러 누군가에게 오스칼을 데리고 오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다시 한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인내심이 극8/10 쪽 한에 이를 때쯤 한 엘프가 급히 응접실 안으로 들어왔다. “저, 저기 아놀드님.” 짜증이 난 아놀드가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뭐야! 왜 아직까지 오스칼은 안 데리고 오는데! 아직도 못 찾았어!” “저, 저기 찾기는 찾았는데요.” “찾았는데 뭐!”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싶은 사람이 직접 오라고 고집을 부리고 있어요.” 이가 부서져라 악문 아놀드가 자신의 머리칼을 꽉 움켜잡았다. 범석이 아무리 호구라도 이런 장면까지 보였으니 협상이 물 건너갔다고 생각한 탓이다.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한 그는 화가 머리꼭지까지 치미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럼 뭐해! 경비를 대동해서라도 당장에 끌고 와야지!” “실은 그 경비들이 오스칼에게 모두 당해 근처 치료센터로 실려 갔어요.” 이 소리를 들은 범석이 입이 찢어져라 웃음보를 터트렸다. 그 성깔이 마음에 든 탓이다. 아무리 스포츠라지만 검투는 검을 들고 상대를 쓰러트려야하는 경기였다. 그 정도 깡다구쯤은 가지고 있어도 나쁘지 않았다. 그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9/10 쪽 “하하하. 그럼 저희가 가죠. 한 번 얼굴이라도 보고 싶군요.” 실낱같지만 협상의 물꼬가 아직 틔어져 있음을 느낀 아놀드가 다시 표정을 가다듬었다. “저,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귀쟁이도 인재를 얻으려고 삼고초려를 했다는데, 그 정도 못가겠습니까. 산책 삼아 걷는 셈 치죠.” “그, 그리 이해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자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그 말을 하고난 아놀드가 엘프사무원을 채근하듯 앞장세웠다. 그 뒤를 범석과 레이미가 뒤따랐고, 소파에 앉아 가오를 세우고 있던 빈센트도 곧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응접실을 빠져나온 이들은 사무실 건물을 나와 훈련캠프 뒤뜰 쪽으로 향했다. 다음 갑니다.10/10 쪽 미가 뒤따랐고, 소파에 앉아 가오를 세우고 있던 빈센트도 곧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응접실을 빠져나온 이들은 사무실 건물을 나와 훈련캠프 뒤뜰 쪽으로 향했다. 다음 갑니다.10/10 쪽 미가 뒤따랐고, 소파에 앉아 가오를 세우고 있던 빈센트도 곧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응접실을 빠져나온 이들은 사무실 건물을 나와 훈련캠프 뒤뜰 쪽으로 향했다. 다음 갑니다. < -- 트레이드 -- > 엘프사무원이 안내로 도착한 곳은 군데군데 벤치가 놓여 있는 넓은 정원이었다. 훈련으로 피로가 쌓인 검투사들이 휴식을 취하기 위한 장소로, 길가를 따라 이어지는 정원석과 한 눈에 봐도 정취가 풍기는 몇 그루의 소나무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다만 눈에 거슬리는 풍경도 있었는데, 몇몇 잔디밭에 굴러다는 진압봉과 정원석에 묻어있는 약간의 핏자국이 그것이었다. 아마도 오스칼을 부르러 갔던 경비들에게서 비롯된 흔적 같았다. “저 나무 위에 있어요.” 엘프 사무원이 손으로 가리킨 곳은 개중 가장 높이 솟아올라있는 한 그루의 소나무였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Y'자 모양으로 자라난 그 소나무의 굵은 가지 위로 누워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범석이 자세히 보기 위해 천천히 다가갔다. ‘햐~ 대단한데.’ 그보다 약간 작은 듯 보이는 것으로 보아 키는 한 180쯤 되어보였다. 따스한 바람에 휘날리는 검은 머리카락은 대낮에 강렬한 태양빛을 받으며 비단실처럼 반짝였다. 착 달라붙는 검은 가죽핫팬츠와 가죽조끼 안으로 숨겨져 있는 몸매는 미려하고 육감적회1/14 쪽 인 곡선을 보이고 있었고, 군데군데 찢어진 검은 레깅스로는 엷은 회색빛의 허벅지피부가 여실하게 드러나 있었다. 마치 판타지 세계에서 종종 등장하는 다크엘프를 보는 듯싶었다.그가 얼굴을 확인해 보기 살금살금 걸어갔다. ‘역시다. 역시. 하하하.’ 완곡하게 흐르는 이목구비와 오똑 날카롭게 솟아올라있지만 아담한 코. 회색톤 피부 사이로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앵두 같은 입술. 눈은 감고 있어 자세히 확인 할 수는 없지만, 짙게 드리워져 있는 쌍꺼풀과 짙고 얇은 뻗은 눈썹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흡족했다. 범석이 이번에는 그녀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정보창을 열었다.이름 : 오스칼.구분 : 엘프(4년).소속 : 드래곤나이츠 GC.명성 : 130.악명 : 1890.H유무 : 무.스테미나 : 9700/9700.2/14 쪽 사회성 : 12, 근력 : 91+10, 체력 : 89+10.민첩 : 76+10, 균형감각 : 93+10, 지능 : 64.정신력 : 9. 판단력 : 65, 재주 : 36.운 : 58.현재기량/잠재능력 : 582/952.특성 : 탁월한 신체.특이사항 : 현재 드래곤나이츠에 소속되어 있으나,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키며 팀 내 골치 덩어리로 취급됨. ‘얘, 얘는 지금 가진 돈 모두를 질러서라도 꼭 사야한다.’ 952의 잠재능력. 솔직히 말해서 비너스보다 높은 잠재능력을 가진 엘프를 또다시 만나리라고 상상도 못해봤다. 전 세계를 통틀어 확인해보면 간혹 있을지 모르겠으나 지난 3개월에 가깝게 게임을 해오는 동안 처음 보는 잠재능력이었다. 물론 현재기량이 582로 생각보다는 낮았지만, 이것도 정신적인 면이 극히 모자라서였지 신체적인 부분에서는 환상을 초월했다. 민첩을 제외한 모든 신체능력이 90을 넘거나 하나만 모자란 것이다.3/14 쪽 게다가 ‘탁월한 신체’라는 특성은 비록 육체적인 스텟에만 +10을 올려 주는 한정성이 있지만, 자신이나 비너스처럼 시간이나 때에 영향을 받지 않는 영구성 옵션이 붙어, 언제나 고른 능력을 보여주는 장점이 있었다. 이에 신체만 놓고 본다면 그녀는 이미 월드리그에서도 수위급에 해당하는 검투사 수준에 올라섰다고 말할 수 있었다. 떨리는 몸을 진정시킨 범석이 뒤로 다가오는 빈센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얘 몸값이 얼마입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빈센트가 바로 대답했다. “레이미와 함께 650만 크랑이면 되네.” 생각보다 엄청나게 낮은 가격에, 범석이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고개를 주억였다. 거래인 이상 협상을 통해 가격을 더 다운시킬 수도 있겠지만, 만약 이리저리 재다 불발이라도 되면 그만한 손해가 없었다. 몇 푼 아끼기 위해 이런 좋은 기회를 날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당장 싸인 하겠습니다. 서류를 준비해 주십시오.” “잘 생각했네. 절대로 후회할 일은 없을 걸세.” 우려했던 거래가 급작스럽게 성사단계에 이르자, 아놀드는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지 4/14 쪽 못했다. 저 쓰레기를 치우는데 300만 크랑이나 들어오다니, 재활용 측면에서 봤을 때 이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표정을 감추기 위해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그가 곤히 자고 있는 오스칼을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야. 오스칼 빨리 일어나! 네가 갈 새로운 팀의 단장님께서 오셨다. 빨리 인사해야지!” 서서히 떠지는 오스칼의 눈. 각각의 회색빛과 검은색의 눈빛이 날카로울 정도로 차가워보였다. 그녀는 슬며시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여 범석를 비롯한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봤다. “뭐야. 감독하고 넥타이들 똘마니네. 나 지금 피곤해서 자야하거든. 나중에 보자고.” 급격한 표정변화를 겪은 아놀드가 범석의 눈치를 한 번 살피고는, 오스칼을 마구 흔들어 깨웠다. “이 자식이! 당장 일어나지 못해! 네 새로운 단장이 이곳에 왔단 말이다! 빨리 일어나 인사하란 말이다!” 순간 그녀의 몸이 회전을 하더니 가지에 걸터앉은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갑작스럽5/14 쪽 게 아놀드의 멱살을 잡으며 들어올렸다. 허공에서 컥컥 거리며 몸을 바동거리는 그에게, 오스칼이 음산함이 한껏 묻어나는 투로 얘기했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새로운 단장?” “그, 그래. 너는 이, 이제 우리 팀에서 나, 나가야 한다. 저 분이 너, 너를 사기로 했단 말이다. 컥컥.” 그녀의 살벌한 시선이 순간 범석을 향했다. 그리고 계속 그를 노려보면서 들고 있던 아놀드를 근처 바닥으로 집어 던져버렸다. 우당탕탕 한 참을 구른 아놀드가 목을 움켜잡으며 연신 기침을 토해냈다. 이런 그에게 관심조차 가지지 않은 채 오스칼이 나무 밑동 부위에 놓여있는 요상한 물체를 집어 들었다. 길이가 2미터쯤에 폭이 한 뼘 반 정도나 되는 거대하고 흉물스러운 검이었다. 한 손으로 그 거검을 잡은 그녀가 스산할 정도의 발걸음으로 범석을 향해 걸어갔다. “네가 감히 나를 사겠다고 했냐?” 주인이 될 그가 위험에 빠졌음을 느낀 레이미가 급히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아무 무기도 가지지 않은 상태였다. 범석이 이런 그녀의 등을 떠밀며 옆으로 밀쳤다. 비록 저 거검에는 날이 없지만 슈트가 없는 상태에서 맞으면 진검과 다름없을 정도의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앞으로 자신의 여인이 될 그녀에게 그런 위기를 감수하게 할 수는 없었다.6/14 쪽 “레이미. 위험하다. 비켜서 있어!” “하지만 범석님.......” “나는 괜찮다. 너는 빨리 빈센트감독님과 저기 아놀드씨를 피신시켜. 명령이다.” 범석은 아직은 주인이 아니지만 거의 주인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명령을 어기기란 엘프로서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레이미는 당혹해하는 빈센트와 아직까지 엎드려 거친 호흡을 내뿜고 있는 아놀드를 데리고 훈련장 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곳에 동료 검투사들이 있을 테니, 도움을 청하려는 것이다. 이를 본 오스칼이 호기로운 표정으로 범석을 바라봤다. “오호. 나를 혼자 상대하시겠다.” 범석이 근처에 굴러다니는 진압봉을 하나를 발견하고는 서서히 몸을 움직였다. “그만하지. 너 이러면 후회한다.” “어쭈. 이제는 객기까지 부리네.” 그가 발로 진압봉을 튕기고는 오른 손으로 낚아채듯 잡았다. “후후. 그게 앞으로 주인이 될 사람에게 할 말이냐?”7/14 쪽 전의를 불태우는 오스칼이 비웃음을 흘리며 점점 더 그에게로 다가갔다. 범석이 말한 주인이라는 뜻을 잘못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처지에서 주인을 맞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꿈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새로 가야될 검투사 팀의 감독이나 단장쯤으로 알아듣고 있었다. “호호호. 내가 그런 말에 쫄 줄 알았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냥 가라. 그럼 몸 성히 보내 줄 테니까.” “너야말로 그만 해라. 나 성질 더럽거든. 이쪽 세상에서는 더 그래. 그러다 너 평생 고생한다.” 그 말에 오스칼의 이마의 힘줄이 꿈틀거렸다. 지금까지 자신 앞에서 저런 광오한 말은 한 자는 없었다. 아무로 단단히 혼을 내줄 필요성이 있어보였다. 그녀가 검을 쥐지 않은 손을 꽉 쥐고는 범석을 향해 발을 박찼다. “네가 자초한 일이다!” 두려울 만치 강력한 주먹이 내질러졌다. 힘이 한껏 담겨있지만 아직 범석을 깔보고 있던 탓인지 그리 빠르지 않은 편이었다. 덕분에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리는 몸동작으로 가볍게 피할 수 있었다.8/14 쪽 “흥. 그걸로 뭘.” 범석에게서 튀어나온 여유로운 한 마디.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오스칼이 바로 그의 측면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맞았다가는 바로 즉사할 수 있는 공격이기에 그는 황급히 몸을 숙일 수밖에 없었다. 휭 하는 소리와 함께 상상할 수도 없는 오한이 엄습해 왔다. 범석이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서며 동그랗게 뜬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가 자신을 죽이려했다는 사실에 놀란 탓이다. 엘프는 주인을 위해서나 자신의 정절을 지키기 위함이 아닌 다른 상황에서는 절대 인간의 목숨을 해할 수 없었다. “너 방금 나 죽이려고 한 거냐?” 그렇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녀가 정신력이 크게 나쁘다고는 하나 판단력과 지력은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다. 첫 번째 주먹을 쉽게 피하자 그가 보통 인간이 아님을 알게 되어 그런 공격을 가했을 뿐이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타격을 가하기전에 검을 멈춰 세우면 됐다. 지금의 공격은 순수하게 겁을 주고자 한 행동이었다. “어라 쫄았나 보네. 그럼 그냥 가. 안 잡을 테니까.” 열이 받을 대로 받은 범석이 가란다고 갈 리가 없었다. 그는 양손에 침을 딱 뱉고는 전체에 촉촉한 기운이 배일 때까지 싹싹 비볐다.9/14 쪽 “가긴. 이제부터 나도 진짜로 한다. 너 조심해라.” 진압봉을 꽉 움켜진 범석이 좌우 지그재그로 달려 나갔다. 오스칼은 혼란스럽게 고개를 휘젓다가 진압봉이 날아오자 바로 검을 내리쳤다. 겁을 주어 몸을 뒤로 물리게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그는 더 나아가 오스칼의 품속까지 파고들었다. 쿵하고 바닥을 깊게 찍은 거검이 시끄러울 정도로 울려댔다. 이미 범석은 거검의 손잡이를 잡고 있던 그녀의 옆에 위치해 있었다. 절대 안전 지역이자 오스칼에게 크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위치였다. 범석이 바로 옥죄듯 그녀의 양팔을 부여잡고는 무릎으로 옆구리를 연타했다. 퍽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극심한 통증을 느낀 오스칼이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하지만 공격이 채 닫기도 전. 허리를 탄력 있게 옆으로 비켜 숙인 그가 그 반동으로 엎어치기를 했다. 검 손잡이를 잡은 채로 포물선을 그리던 그녀가 중심을 잡고는 무사히 땅 위로 안착했다. 그리고 박혀있던 거검을 뽑아들고는 앞을 향해 강하게 내질렀다. ‘이런!’ 오스칼의 검 끝이 몸 쪽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오자 범석이 상체를 뒤로 젖히며 진압봉으로 들어 올리듯 막아 위로 흘렸다. 끼깅하며 진압봉에서 쇳가루가 튐과 동시에 그의 몸이 한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졌다. 범석은 순간 양손으로 바닥을 집고 회전10/14 쪽 을 해 착지하고는 왼쪽 팔뚝 부위로 그녀의 복부를 강타했다. 그리고 바로 충격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오스칼의 다리를 힘껏 걷어찼다. 퍽 하는 소리와 뒤로 넘어가는 그녀가 한 손으로 공중제비를 돌더니 다시금 사뿐히 내려섰다. 그리고 뒤로 튕기듯 몇 발자국 물러서고는 검을 곧추세웠다. 마치 들고양이와 같은 움직임으로, 보고 있던 범석으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였다. ‘완전히 동물이야. 동물. 공격은 먹히지만 결정타가 전혀 들어가지를 않아. 만약에 검술만 저리 엉성하지 않았다면.......’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오스칼의 검격이 들어왔다. 그는 50센티가 겨우 넘을까 말까한 짤막한 진압봉을 종횡무진 휘두르며 맞서 싸웠다. 하지만 끔찍하리만큼 거대한 저 검을 상대하기에는 들고 있는 무기가 너무나도 빈약했다. 어느새 꼿꼿했던 진압봉은 반달형으로 휘어져 그 기능을 다하고 있었다. “햐앗!” 진압봉에 어깨를 맞은 오스칼이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검을 내리 꽂았다. 범석은 몸을 돌려 황급히 피하고는 주변에 있던 소나무 뒤로 몸을 피했다. 순간 강하게 가로방향으로 휘둘러지는 오스칼의 검에 범석을 막아주고 있던 소나무가 파쇄 되듯 부러져 쓰러졌다. 이 어처구니없는 장면을 목도한 범석은, 놀란 표정을 지을 틈도 없이 몸을 날려야 했11/14 쪽 다. 오스칼이 바닥에 쓰러진 소나무의 가지에 묻힌 그를 향해 거검을 휘두른 것이었다. 바닥을 구르는 범석의 몸 위로 아직까지도 생생한 소나무 잎들이 따끔거리듯이 떨어져 내렸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몸을 털어낸 그가 마침 떨어져 있던 또 하나의 진압봉을 나머지 한손에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오스칼이 서있는 자리 멀리 뒤편을 바라보더니,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레이미를 필두로 슈트를 입은 일단의 무리들이 우루루 몰려오고 있었던 탓이다. 아무래도 드래곤나이츠팀 소속의 프로검투사들 같았다. “빨리 범석님을 구해주세요.” “뭐하고 있어! 저 흉악한 년을 잡아서 무릎을 꿇리란 말이다.” 레이미의 부탁과 아놀드의 명령을 들은 프로검투사들이 원형의 진을 짜며 오스칼을 둘러쌌다. 그녀는 옥죄어 오는 포위를 향해 검을 마구 휘둘러댔다. “야! 너희들. 나중에 죽을 줄 알아. 다들 물러나지 못해!” 하지만 이들은 와이드리그에서도 수위에 올라있는 프로검투사들이었다. 그깟 협박에 넘어갈 정도로 허술하지 않았다. 아니 한 번쯤은 버릇을 단단히 고쳐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터라 오늘의 사태가 너무 반가웠다. 그 동안은 팀의 불화를 염려한 클럽의 제지로 대놓고 싸움을 걸 수는 없었지만, 지금은 클럽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아놀드의 허락이 떨어진 상태였다.12/14 쪽 곧 몇몇의 검투사들이 들고 있는 검을 세우고 돌진해 들어갔다. 기다렸다는 듯이 맞받아치는 오스칼. 그러나 아무리 신체적으로 뛰어난 그녀라도 한 손이 여러 손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순식간에 그녀는 팔과 다리를 부여잡는 검투사들로 인하여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뒤이어 시작되는 구타로 입술에서 피가 튀고 온 몸에 멍이 들기 시작했다.보다 못한 범석이 아놀드에게 선처를 구했다. “모두 그만하라고 하십시오. 이 정도면 됐습니다.” “아닙니다. 저희 클럽을 위해서도 지금 단단히 버릇을 들여 나야 합니다.” “귀하 클럽 위해서요? 아까 제가 분명 산다고 했을 텐데요.” 물 건너갔다고 생각한 거래가 눈앞에서 아른 거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놀드가 급히 모두를 향해 손을 뻗었다. 더 이상 상품에 손상을 주는 행위는 사는 범석의 입장이나 파는 그의 입장에서나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모두 손을 멈춰!” 아쉬운 하며 검투사들이 손을 멈추자, 그가 몇몇 서있는 이들에게 장비실에 비치된 구속구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일부 엘프들이 말썽을 부릴 때를 대비해 구비해 놓은 것으로, 이제는 상품을 포장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게 되었다. 곧 오스칼은 입에 재갈이 물리고 팔과 다리가 포박된 채 어딘가로 끌려갔다.13/14 쪽 “자. 이제 나머지 협상을 마저 끝마치시죠.” 모든 포장을 마친 아놀드가 급히 범석과 빈센트를 모시고 응접실로 갔다. 구매 의사를 보이고 있는 이때에, 빨리 팔아치울 요량인 것이다. 그는 엘프사무원이 가져온 이적서류를 펼쳐 완벽하게 작성을 하고는 범석의 앞에 내밀었다. 이적 종료 일자를 바로 내일 앞뒀다고 생각할 정도로 빠른 진행이었지만, 단장, 감독, 담당자인 아놀드의 사인까지 기입되어 있는 완벽한 형태의 서류였다. 범석도 이번 협상을 질질 끌기를 원하지 않았던 터라, 사인과 함께 그 자리에서 바로 650만 크랑을 넘겨주고 모든 트레이드를 마무리했다.다음 또 갑니다.14/14 쪽 650만 크랑을 넘겨주고 모든 트레이드를 마무리했다.다음 또 갑니다.14/14 쪽 650만 크랑을 넘겨주고 모든 트레이드를 마무리했다.다음 또 갑니다. < -- 트레이드 -- > 범석을 태운 플라잉택시가 원룸 베란다에 안착했다. 난간 문이 양 옆으로 열리자 먼저 레이미가 내리고 그 뒤로 온 몸이 포박되어 있는 오스칼을 안아들은 그가 내렸다. 핏발 선 눈동자로 노려보는 그녀의 눈에는 살기까지 번들거렸다. 범석이 얄미울 정도로 비웃는 표정을 짓고는 오스칼의 콧등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음음음...... 음읍.” 그녀의 바동거리는 몸부림은 범석의 몸이 격렬하게 흔들릴 정도로 거셌다. 마치 트롤 낚시로 방금 막 잡은 대형 청새치를 한 아름 안아든 기분이었다. 그는 놓칠 세라 급히 거실로 들어갔다. 난간은 추락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레이미 빨리 따라와.” 레이미가 뒤따라 들어가자 침대 위에 누인 오스칼의 하체 밑에서 자리 잡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의미인지 대충 깨달은 그녀가 긴장한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32년간 기다려온 의식의 순간이 지금 바로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가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며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회1/10 쪽 “여, 여기에 누울까요?” 대답할 필요도 없이 범석이 바로 그녀를 끌고 안고는 침대위로 쓰러졌다. 그리고 충혈 된 눈으로 그 위에 올라타고는 입고 있는 스커트와 치마를 과감히 벗겨 내렸다. 하나 둘씩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천 쪼가리들. 얼마 안 있어 레이미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이 되어 있었다. 곧이어 자신의 옷을 벗어 던진 범석이 가슴팍까지 치솟아 올라있는 애물을 선보였다. 상당한 크기였지만 엘프들의 몸은 그를 받아들일 만큼 심유했던 터라 별반 상관할 바가 못 됐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오스칼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지금 벌어지는 광경이 무엇을 뜻하는지 대략 짐작하고 있는 것이다. 엘프학교를 다니면 누누이 배웠던 일로, 엘프들이 가장 바라고 고대하던 주종의식이었다. 그녀는 아까 범석에 싸운 일을 떠올리자 머리가 새하얘지는 느낌을 받았다. 감히 주인이 될 사람을 해치려고 검을 휘두르다니, 자신의 객기가 너무나 원망스러워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꿈틀거리며 범석의 앞으로 기어갔다. “으읍. 읍읍음음. 흠응.” 갑작스런 오스칼의 요상한 행동에 범석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눈물에 콧물까지 흘려대며 자신의 하체 아래에서 머리를 계속 조아리고 있던 탓이다. 그리고 계속 무언가를 말하려는 하는 것 같은데 재갈이 물려있어 무슨 뜻인지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2/10 쪽 “왜 그래? 어디 아파?” “응읍. 음음읍. 흥흥.” 갑갑했던 범석이 그녀의 입을 채운 재갈을 풀어주었다. 단지 입이 자유로워지는 것으로는 난동을 부릴 수는 없었다. “그래 한 번 말해봐.” “헝엉엉엉. 주인님. 흑흑. 죄송해요. 흑흑. 용서해 주세요. 엉엉엉. 제발 저도 같이 의식을 치러주세요. 어엉어엉.” 그 말을 한 오스칼이 몸을 돌려 무릎으로 하체를 세운다음, 엉덩이 부위를 그의 시선 쪽으로 쭉 내밀었다. 자신도 범해달라는 제스처였다. 어차피 그녀도 오늘 끝장을 내려고 했던 범석은 하등 고민할 필요 없었다. 바로 손을 내밀어 오스칼의 하체를 간신히 가리고 있는 가죽핫팬츠의 허리띠를 끄르고는 찢어진 레깅스와 팬티를 함께 잡아 무릎부위까지 벗겨 내렸다. 여실히 드러나는 검은 숲속의 균열이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어떻게 할까?’ 그는 오스칼을 자유롭게 풀어줄까 고민했다. 순종의 몸짓을 보여준 터라 난동을 부3/10 쪽 릴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왠지 구속되어 있는 저 모습에서 진한 색감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는 왠지 이대로 플레이를 진행시켜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결정을 한 범석이 바로 그녀가 상체에 걸치고 있는 가죽 재킷과 셔츠를 양쪽으로 잡아당겨 과감하게 찢어버렸다. 그 충격에 브라에 가린 오스칼의 탱탱한 가슴이 출렁거렸다. 그는 말라가는 입술을 혀로 한 번 다신 다음 부드러운 손길로 남아있던 브라를 끌어내렸다. “자 누구부터 시작할까?” 범석의 장난스러운 멘트에 그녀들이 서로의 힙을 과시하듯 내밀며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근력이야 오스칼이 훨씬 위였지만 구속되어 있던 터라, 레이미도 절대 밀리지 않았다. 이러기를 잠시 두고만 볼 수 없었던 범석이 레이미를 들어 오스칼의 위에 포갰다. 서로 싸울 것 없이 둘을 한꺼번에 공략하자는 의도였다. 가슴과 음부를 서로 맞댄 그녀들은 서로를 어색하게 바라봤지만 주인의 무언의 명령이었기에 순순히 그 자세를 유지했다. 범석은 레이미의 다리를 쫙 벌려 공간을 확보한 다음 오스칼의 묶여진 두 다리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양 허벅지 사이에 애물을 통과시키고는 레이미의 배꼽 쪽에 그 끝을 가져다 대었다. 스으윽, 스윽.4/10 쪽 곧이어 범석의 허리동작과 함께 살 비비는 소리가 실내로 번져나갔다. 오스칼의 허벅지 살과 레이미의 뱃살이 그의 애물에 이리저리 밀리며 진한 마찰음을 흘려대고 있는 것이다. 범석은 기분이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들의 전혀 아니었다. 드디어 주종의식을 수행하나 했더니, 엄한 곳에서만 그의 애물이 노닐고 있었다. “범, 범석님. 흑흑. 제발 와주세요. 흑흑.” “범석님. 제발.” 그녀들의 간곡한 부탁에 범석이 이내 애물을 뽑아내었다. 자신의 약간의 즐거움을 위해 자신의 사랑하는 엘프들의 애간장을 태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주종의식이 끝이 나고 나면 자신의 모든 행위를 아낌없이 받아들일 터, 나중으로 미룬다고 하더라도 딱히 해될 것은 없었다. “알았어.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해줄게.” 범석이 바로 오스칼의 다리를 내렸다. 그리고 앞으로 좀 전진해 엎드린 자세로 있던 레이미의 녹음이 우거진 균열로 애물을 가져다대었다. 이미 그곳에는 진하고 끈끈한 애액이 한줄기 주룩 흐르며 오스칼의 배위로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자. 시작한다.”5/10 쪽 그 말과 함께 팽배해져 확장되어져 있던 애물이 레이미의 심유한 동굴 속으로 침입을 시작했다. 서서히 확장되는 계곡입구에서 강렬한 저항이 느껴졌다. 두텁고 꽉 막힌 것이 정복하기 쉽지 않을 듯 보였다. 군침을 삼킨 범석이 정복의 쾌락을 만끽하기 위해 몸을 앞으로 힘껏 밀었다. “아윽!! 읍!! 이를 악문 그녀의 입가에서 짧은 비명소리가 새어나왔다. 터져 나오는 핏물은 그의 허벅지까지 튈 정도로 파괴적이었다. 레이미는 초야의 고통으로 시선으로 보이는 오스칼을 꽉 껴안았다. 이를 잠시 바로 본 범석이 그녀의 부들거리는 허벅지를 꽉 부여잡고는 지금껏 닫혀있던 신비의 동굴 안을 향해 계속 애물을 침투시켰다. 그리고 뿌리 끝이 레이미의 힙에 닿을 무렵, 귀두 끝으로 완전히 막혀있는 벽이 느껴졌다. ‘오. 역시 엘프들인가?’ 범석의 애물은 전작을 플레이 하던 때보는 축소했지만 여전히 일반 인간이 받아들이기 버거울 정도로 거대했다. 그런데 이런 물건을 완전히 후벼 넣었음에도 불과하고 심유한 레이미의 안은 충분히 받아드리고 있었다. 비너스에게도 비슷한 현상을 경험했던 그로서는 엘프들 모두가 이토록 깊은 음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6/10 쪽 피식 웃은 범석이 그녀의 녹음의 머리칼을 꽉 부여잡고, 자신 쪽으로 당겼다. 정복의 현상이 일어나나 확인하려는 것이다. 역시나 예상대로 녹색과 붉은색으로 나누워져 있던 오드아이가 서서히 녹색으로 통일되어져 가고 있었다. “레이미. 이제 너는 내거다.” 통증으로 인한 것인지 감격에 겨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레이미의 눈시울이 적셔지고 있었다. “흑. 네 물론이에요. 이제 저의 몸과 마음은 모두 주인님의 것이에요. 흑.” “좋아. 그럼 이제부터 너의 몸을 탐해주겠다.” “흑. 주인님이 원하시면 얼마든지요.” 이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범석이 침대가 삐걱거릴 정도로 몸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허리를 밀었다 끌어내리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레이미의 신체가 움찔움찔 움직였다. 가뜩이나 찢어지고 상처 난 처녀지가 이리저리 쓸려대니 통증이 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주인을 위해 몸을 바치는 일이니 그녀는 기꺼운 마음으로 감수했다. 푹퍽. 푹퍽. 행위는 기계적이지만 부드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여유가 있던 범석은 한 쪽 손을 떼7/10 쪽 어 밑에 깔려있는 오스칼의 음핵을 서서히 문지르기 시작했다. 레이미와 자신의 사랑 놀음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그렇게 처량하게 보일 수가 없었다. 정말 이럴 때는 분신체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고민이 되었다. “헉헉. 오스칼 잠시만 기다려, 레이미가 끝나는 대로 너도 의식을 치러줄게.” “네. 제, 제발요. 흑.” 갑작스럽게 레이미의 육벽이 단단히 조여져 왔다. 마치 주인을 놓치기 싫다는 질투의 표명 같았다. 덕분에 진입이 곤란해진 범석은 꽉 꼬집듯 그녀의 힙을 잡아 중심축을 마련하고는, 행동축이 되는 허리에 더더욱 힘을 주었다. 푹. 퍽. 푹. 퍽. 레이미가 괴로운 듯 눈썹을 찡그렸다. 압력이 더욱 거세지자, 아픔의 강도가 배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 모두가 균열에 있는 힘껏 힘을 주고 있는 그녀가 자초한 일이었다. “헉헉. 좋아. 레이미 계속 그렇게 힘을 줘.” “아윽. 네, 네. 아악!!” 레이미는 큰 고통에 휩싸인 반면 범석은 날아갈 듯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처녀8/10 쪽 의 수축성과 엘프의 힘으로 조이는 질감에 애물이 터져나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미 그의 물건은 용광로 속에서 달궈진 쇳덩이처럼 뜨거웠다. 푹퍽. 푹퍽. 푹퍽. 지금껏 볼 수 없는 질척거림에 서로의 접합면에서는 요란한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마음속 깊은 곳으로 부터 미칠 것 같은 애정이 끓어오르는 레이미는, 뇌리로 계속 전해져 아픔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범석의 움직임에 맞춰 힙을 흔들어댔다. “아윽. 아읍. 주, 주인님이 너무 좋아요! 아앙!” 이들의 격렬한 몸동작을 바로 밑에서 바라보는 오스칼은 초조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자신의 배 위로 뚝뚝 떨어지는 애액과 풍겨 나오는 육향, 그리고 레이미의 울부짖는 교성소리. 이 3박자가 훌륭한 교향곡이 되어 오감을 자극하며 괴롭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언젠가 끝나고 내 차례가 오겠지, 스스로를 위로해봤지만 전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좀 더 깊은 흥분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녀는 앞으로 주인이 될 범석에게 힘껏 손을 뻗어보려 했지만, 속박을 하고 있는 구속구로 무위에 그치게 되었다. 결국 미약한 정신력의 오스칼은 또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흑흑. 범석님. 제발 저도요. 흑흑.” “헉헉. 잠시만 기다리래도.”9/10 쪽 아무리 오스칼이 보챈다고 하더라도 레이미와의 교접을 멈출 수는 없는 일이었다. 최초의 의식을 서둘러 치르기란 상당히 미안한 일이었다. 좀 더 시간을 두며 서로의 교감을 나눌 필요가 있었다. 푹퍽. 푹퍽. 푹푹퍽퍽. 사방으로 찢어질 듯이 팽배해진 레이미의 계곡 사이에서 몇 줄기의 핑크빛의 실선이 새겨지고 있었다. 애정의 윤활제와 처녀지의 핏물이 계속되는 행위에 뒤섞여 밖으로 흘러나온 것이다. 장난기가 돈 범석이 이를 손바닥으로 긁어모아 땀방울이 맺혀있는 레이미의 등허리에 대고 찰싹찰싹 묻혀댔다.다음 또 갑니다.10/10 쪽혀있는 레이미의 등허리에 대고 찰싹찰싹 묻혀댔다.다음 또 갑니다.10/10 쪽 < -- 트레이드 -- > “아악! 아. 주, 주인님. 뭔가 이상한 느낌이....... 아앙!” 레이미의 무릎이 부들부들 흔들렸다. 체력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하반신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미미하게 감흥에 몸을 주체할 수 없었던 탓이다. 그녀는 난생처음 경험하는 그 감각을 좀 더 받아들이기 위해 범석 쪽으로 몸이 바짝 붙였다. “좋아 간다.” 흡사 욕정에 쌓인 동물처럼 흥분한 범석이 갑자기 레이미의 번쩍 들어 올리고는 근처 벽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작은 벽걸이 시계 밑에 그녀를 붙이고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몸놀림을 선보이며 허리를 흔들어댔다. 푹퍽푹퍽푹푹퍽퍽. “아악. 주, 주인님 너무 기분이 좋아요. 더 세게 해주세요. 아윽!! 아앙.” 공중에 떠있는 레이미의 발끝이 부르르 떨려왔다. 벽면에 붙은 큰 가슴은 이리저리 쓸리며 붉은 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졌고, 입 안에서 거침 호흡이 연신 뿜어져 나왔다. 중력에 영향인지 아니면 하체 안을 들쑤시는 애물 때문인지 그녀의 꽃잎에서는 끊임회1/10 쪽 없이 끈적끈적한 무언가가 바닥으로 툭툭 떨어져 내렸다. “아아! 주, 주인님. 제 몸이 망가져도 좋아요. 부디....... 아응!!” 애꿎은 벽면을 긁던 레이미의 눈이 초점을 잃기 시작했다. 복 박치는 애정의 감정과 짜릿한 계곡의 신호가 합쳐지며 뇌 속이 진탕이 되는 느낌이었다. 이런 기분을 모르고 32년간을 프로검투사로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회의를 느꼈다. 힘겹게 고개를 돌린 그녀가 짐승처럼 욕정을 풀어대는 범석을 그윽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자신의 순정을 가져간 사랑스러운 존재인자 앞으로 남은 생 동안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 함께 할 주인. 레이미는 힘겹게 두 팔을 뒤로 넘겨 그의 목을 휘어 감았다. “아아! 이, 이제 제 모든 것은 주인님 것에요. 주, 죽는 순간까지도 주인님과 함께 할 것에요. 아아!” 추호의 거짓도 없는 진실이었다. 먼저 생을 다하기 전까지는 언제나 범석을 모실 것이며, 그가 죽는 순간 무덤 안까지 따를 터였다. 엘프로서의 사명은 항시 주인과 함께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갸륵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범석은 행위의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었다. 레이미의 목소리에 혼미한 기운이 어려 있음에, 충분히 기분을 만끽시켰다고 단정한 탓이다. 어차피 오늘 한 번의 행위만으로 끝날 것도 아니니 이대로 방출한다고 해도 2/10 쪽 그리 나쁠 것 같지는 않았다. 격렬한 움직임 끝에 그는 레이미의 계곡 안 끝까지 애물을 묻고는 모든 동작을 정지시켰다. 그리고 깊고 깊은 옹달샘 안이 가득 넘치도록 자신의 뜨거운 분신체를 사정없이 뿌려댔다. “아아. 주, 주인님. 따듯해요.” 레이미가 눈을 지그시 감아 하체 안을 가득 메운 뜨거운 감각을 탐닉했다. 주인이 주는 선물을 고이고이 간직하려는 듯 그녀는 다리를 꼬아 입구를 닫았다. 하지만 이내 사정없이 애물을 뽑는 범석으로 쭉 한 줄기 떨어지는 애정의 산물을 그만 놓치고 말았다. 그는 이런 레이미를 바닥에 고이 내려놓았다. 힘없이 널브러지는 그녀를 두고 범석은 벌겋게 출혈된 눈으로 다시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눈물로서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랑스러운 존재가 아직 남아있었다. “오스칼. 다음은 네 차례다. 준비 됐지?” 요동을 치며 범석에게 기어가던 오스칼이 그만 침대에서 쿵하고 떨어졌다. 아플 만도 하지만 그녀는 간절한 눈빛을 더해 바닥을 기고 또 기었다. “흑흑. 범, 범석님. 범석님. 범석님. 흑흑.”3/10 쪽 자신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불러대는 그녀를, 범석이 꽉 껴안아 들어올렸다. 잘빠진 몸매지만 큰 키답게 무게가 좀 나갔다. 그는 침대위로 오스칼을 눕힌 후 하체 부위를 유심히 살폈다. 그런데 구속구로 양쪽 다리가 꽁꽁 묶여있던 터라 음부가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이 상태로는 행위를 이어갈 수 없는 일, 그가 다리를 붙잡고 최대한 앞쪽을 압착시켰다. 부드럽게 접히는 허리로 무릎이 가슴 위에 여유롭게 닿았다. 이를 볼 때 오스칼은 상당한 유연성의 소유자 같았다. “휴. 완전히 폴더폰이네. 대단한데.” “흑. 포, 폴더폰이라니요?” “음 그런 게 있어. 그냥 네 유연성이 아주 좋다는 말이야.” 대략 칭찬으로 알아들은 그녀가 살며시 미소를 머금었다. 눈물을 뚝뚝 흘려대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 것이 덩치답지 않게 너무도 귀여워 보였다. 잠시 이를 지켜본 범석이 간신히 노출된 검은 숲의 균열 속을 헤치며 자신의 애물을 가져대었다. 레이미와의 정사로 붉은 기운이 사방에 덕지덕지 묻어있어 잠시 씻을까도 생각해봤지만, 어차피 오스칼을 범하고 나면 같은 꼴이 될 것이 확실할 터, 그냥 생략하기로 했다. “자. 그럼 시작한다.” 침을 꿀꺽 삼킨 오스칼이 고개를 주억였다.4/10 쪽 “네. 제발 빨리 오세요. 흑.” 그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범석이 신체의 하중을 하체 쪽으로 집중시켰다. 서서히 심연의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타이타닉처럼 그의 애물이 점점 그녀의 내부로 침입하기 시작했다. ‘오. 이거 장난 아닌데.’ 구속구로 인해 꽉 다물어진 오스칼의 음부는 마치 철옹성처럼 그의 진입의 거부하고 있었다. 처녀지의 저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양 사방에서 옥죄는 압력에 범석의 애물은 터져 나갈듯 한껏 부풀어 올랐다. 아무래도 이번 행위는 고난의 행군이 될 공산이 컸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일, 그가 양손으로 오스칼의 허벅지와 어깨를 함께 꽉 감싼 안은 후 허리에 있는 힘껏 힘을 주었다. “꺄윽! 아읍.” 아래로부터 이어지는 통증에 그녀가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물었다. 곧 범석의 분신체는 계곡을 보호하고 있는 얇은 막을 쭉 늘어트리더니, 결국에 가서는 사정없이 허물어뜨렸다. 서서히 균열 밖으로 흘러나오는 붉은 선혈이, 이내 몇 줄기의 실선이 되어 오스칼의 힙을 타고 침대보로 똑똑 떨어져 내렸다.5/10 쪽 “엉엉엉. 주, 주인님! 어엉엉.” 드디어 주인을 모셨다는 감격에 그녀가 기쁨의 울음을 터트렸다. 이 오피스텔에 오기까지 상상치도 못했던 일이 이렇게 자신의 앞에서 벌어지고 있음에 지금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도 못할 정도였다. 어느새 오스칼의 회색빛의 한쪽 눈이 서서히 짙어지며 나머지 한쪽 눈인 검은 눈동자와 동일한 색으로 변모해 갔다. 이런 그녀의 머리칼을 살짝 쓸어 올린 범석이 계속 힘을 주어, 보다 깊은 계곡 안으로 자신의 애물을 점점 침몰시켰다. 이내 그의 하체로 오스칼의 까칠한 어둠의 숲이 느껴졌다. 물건이 뿌리 끝까지 박혀 완전한 결합을 이루었다는 뜻이다. 범석은 바로 허리를 강하게 튕기며 본격적인 행위에 들어갔다. 푹. 퍽. 푹. 퍽. “아윽. 주, 주인님. 저, 전 아파도 상관없으니까....... 마, 마음껏 즐겨주세요. 아악!! 물론 그로서는 배려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지금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는 것은 옥죄어오는 압력에 움직임에 어려움이 있어서 일뿐이지, 부드러운 행위를 이어가고자 함이 아니었다. “좋아. 네가 원한다면 그러기로 하지. 뭐.”6/10 쪽 범석이 있는 힘껏 몸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레이미 때와 비교해봤을 때 그리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특유의 요상한 자세로 그 압력은 훨씬 배가 되어 있었다. 덕분에 죽어나는 것은 오스칼이었다. 압착하듯 그의 애물을 머금은 계곡에서 상상도 할 수 만큼의 메아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던 것이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윤활제가 아니었다면 아마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쭉쭉 쥐여 짜듯 밀려다니는 처녀지로 그녀의 음부는 이미 시뻘건 핏물로 뒤덮이고 있었다. 푹퍽. 푹퍽. 푹퍽. ‘이거 어떻게 하지. 지금 상태라면 얼마 안가서 작업이 끝나겠어.’ 연신 전후운동을 하던 범석의 얼굴에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히 묻어나오고 있었다. 귀두로 계속해서 압력이 전해지자 벌써부터 신호가 올라오고 있었던 까닭이다. 이거 자칫 잘못했다가는 토끼신세를 못 면할 것 같았다. 하지만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거친 그가 이대로 무너질 리가 없었다. 그는 머릿속으로 온갖 잡생각을 떠올리며, 뇌리로 전해지는 온갖 감각을 철저하게 차단시켜 버렸다. “아악! 꺄륵! 주, 주인님. 아악!!” 오스칼은 점점 배가 되는 통증에 온몸을 좌우로 뒤틀어댔다. 정신력이 약한 그녀가 7/10 쪽 이처럼 참아내고 있는 까닭은 모두가 주인인 범석을 모시고 있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다른 여타 엘프와 마찬가지로 오스칼 역시 주인을 위한다는 명목은 그 어떤 일 보다 최우선 과제였다. 죽음까지도 함께할 생각인데 이깟 아픔 참아내지 못할 것이 하등 없었다. 아마 지금 이리 꽁꽁 묶여있지만 않았다면 허리를 움직여 그의 감흥을 도왔을 터였다. 푹퍽. 푹퍽. 푹푹퍽퍽. 결합부에는 연신 육질을 비비는 추잡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계곡 벽면의 연동에 이끌려 범석은 수컷의 본능을 여지없이 풀어대고 있었다. 허리는 점점 가속되어져 갔고, 꾸물떡거리는 애물은 어김없이 그녀의 내부를 밀어제치며 진탕으로 만들어갔다. 머리를 좌우로 마구 흔드는 오스칼로 비단실처럼 빛나는 머리칼이 그의 얼굴을 여지없이 강타했다. 따끔거리는 했지만 이 또한 행위의 묘미, 기꺼운 마음으로 감수하고 있었다. “으아아아!!” 괴성을 질러대며 허리를 흔들어대는 범석이었다. 분출의 욕구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으니, 그 전에 최고의 감각을 끌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잠시 후 범석은 깊게 찌르는 동작과 함께 모든 행위를 멈춰 세웠다. 그리고 고통으로 지쳐있는 오스칼의 얼굴을 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8/10 쪽 “아. 주, 주인님의 따뜻한 기운이 느껴져요.” 사정으로 인한 뜨거운 물결에 오스칼이 짜릿한 기분을 받았다. 내부를 가득 흐르는 주인의 기운에 감격해 말랐던 눈물이 다시 나오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감동은 잠시 잠깐, 그녀는 갑작스런 범석의 행동에 크게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가 오스칼의 묶인 몸을 공중으로 번쩍 들어 올리더니, 제자리에 서서 허리로 마구 음부를 쳐대는 것이다. 다시금 시작되는 행위에 그녀는 환희에 가까운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 한 번으로 끝낸 레이미와는 달리 자신은 이번이 벌써 두 번째. 그 만큼 주인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고 지레짐작을 했던 것이다. 뭐 범석으로서는 그저 계속 즐기고자 한 행동이지만, 그녀는 이 일로 큰 착각에 빠져들었다. 푹푹. 퍽퍽. 푹퍽. 범석의 애물이 오스칼의 안을 전후좌우로 휘저었다. 방금 전 방사한 양이 워낙 많았는지 서로의 접합면에서는 과할 정도로 많은 애정의 애액들이 쏟아져 내렸다. 흥건히 젖어가는 거실바닥에서 쾌쾌한 냄새가 흘러나오며 오피스텔 안을 퍼져나갔다. “헉헉. 좋아. 오스칼. 이제부터가 진짜다.” 한 동안 이어지는 정사로 오스칼은 곤죽이 되어 갔다. 범석은 이제 하체에서 비롯되9/10 쪽 는 신호를 참지 않고 바로바로 둑을 열어버렸다. 싸고 또 싸고 계속 싸는 중에 그녀의 온몸이 끈적거리는 오욕의 찌꺼기들로 더럽혀져 갔다. 점점 흐려지는 의식을 부여잡으려고 오스칼은 발버둥을 쳐댔지만 그의 끊임없는 공략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떨구었다. 한껏 기분이 올라 이대로 멈출 수 없었던 범석은 그녀를 내려놓고 침대 근처에서 간절한 눈빛으로 애정을 갈구하는 레이미에게 다가가 다시금 교접을 시작했다. 하~ 계속 올리니 지치네요. 반쯤 남았는데요. 그건 내일이나 모래쯤에 올리겠습니다. 아참 그리고 퍼펙트 월드는 전투장면보다는 선수들을 트레이드하고 돈을 모아 검투사팀을 성장시키는 일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물론 적게 나오는 편은 아니지만, 참여하는 경기를 모두 표현했다가는 ^^;;;;;;; 하여간 그 점은 양해해 주십시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10/10 쪽 다. 아참 그리고 퍼펙트 월드는 전투장면보다는 선수들을 트레이드하고 돈을 모아 검투사팀을 성장시키는 일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물론 적게 나오는 편은 아니지만, 참여하는 경기를 모두 표현했다가는 ^^;;;;;;; 하여간 그 점은 양해해 주십시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10/10 쪽 < -- 워커옥션마켓 -- > “흐음~ 냄새 좋군.” 혼잣말을 중얼거린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에이프런을 걸친 그의 엘프들이 열심히 식재료를 다듬으며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구수하게 풍겨 나오는 된장찌개 냄새. 범석이 좋아하는 줄 알고 레이미가 인터넷에서 요리법을 찾아 이렇게 준비하고 있었다. 처음이라 요상한 요리가 만들어질 법도 하지만, 풍미로 보아 전혀 아니었다. 엘프들은 엘프학교에서 지내는 3년간 글과 회화 이외에도 주인을 모시기 위한 다양한 잡기를 배웠는데 그 중 가장 중요시 되는 과목이 바로 요리였다. 당연히 허투루 된 요리가 나올 리가 없었다. 쾅. 우당탕탕. “꺄아악!” 냄비의 추락과 함께 사방으로 밥풀조각들이 튀었다. 범인은 오스칼. 뜨겁게 달궈진 냄비를 맨 손으로 잡았다가 저리 사고를 친 것이다. 그녀는 과거 엘프학교 시절 드래곤나이츠 감독이 보낸 코치에게 검술 영재교육을 받은 터라 다른 소양과목을 익히지는 못했다. 덕분에 검술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하는 것이 없었다.회1/10 쪽 “이런 오늘 아침은 된장찌개만 먹어야 하냐?” 천만의 말씀. 이미 레이미가 미리 만들어 놓은 빵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돌리고 있었다. “염려마세요. 오늘 먹으려고 새벽에 빵을 만들어 놨어요.” 그 말에 범석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음식에 상성이라는 것이 있는 법. 된장찌개에 빵은 너무 어울리지를 못했다. 물론 세상에는 그런 악성 취향을 지닌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이를 사실대로 말했다가는 그녀들이 울고불고 죄송하다며 난리를 피울 터, 일단 오늘 아침만큼은 취향을 바꿔 보기로 했다. “그러지. 뭐. TV보고 있을 테니까 다 되면 불러.” “예. 편히 쉬고 계세요.” 범석이 TV를 향해 손짓하자 허공에 화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침 TV프로그램이 종료됐는지 한창 광고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는 채널을 돌렸지만 다음으로 이어지는 선전내용에 손가락을 멈췄다. 바로 워킹옥션마트에 대한 얘기로, 오늘 오전 10시부터 경매를 시작하니 많은 성원을 바란다는 내용이었다.2/10 쪽 ‘워킹옥션마트라? 드래곤나이츠팀 감독이 레이미를 보내려고 했던 곳인가?’ 며칠 전 레이미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빈센트에 대한 내용과 그녀를 워킹옥션마트에 보내려했던 사실을 들었다. 스포츠클럽이나 공공단체에서, 노화되어 쓸모가 다한 엘프들을 일반인 및 여러 단체를 상대로 경매형식으로 판매하는 시장인데, 종종 이곳에서 쓸 만한 능력의 엘프를 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궁금한 마음에 범석이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레이미를 불렀다. “레이미. 이리 좀 와봐.” 불안하지만 레이미가 자신이 맡고 있는 요리를 오스칼에게 맡기고 황급히 거실 쪽으로 달려왔다. “주인님. 왜요?” “혹시 워킹옥션마트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 오늘 열린다고 하는데 괜찮으면 한 번 가보게.” “아. 워킹옥션마트요.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노화된 엘프들을 판매하는 시장이에요. 그리고 인공지능이 탑재된 중고 기계나 플라잉 카도 판매 돼요. 즉 중고이되 스스로 일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는 모든 것이 판매된다고 보면 되요.” “으음. 그런데 여기 정말 괜찮은 엘프가 나오고 그러냐?”3/10 쪽 레이미가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주억였다. 워커옥션마켓은 모든 스포츠클럽에 소속된 엘프들의 꿈의 무대이기에 모를 리가 없었다. “예. 많이는 아니지만 간혹 나오곤 해요.” “왜? 클럽에서 괜찮은 엘프를 시장에다 내놓을 리가 없잖아.” “그렇기는 하죠. 하지만 저희 엘프는 인간처럼 생각도 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그래서 적정나이가 들면 워커옥션마트에 가기 위해 잔머리를 쓰죠. 근력이나 체력이 떨어진 척 하고, 간혹 잦은 부상을 호소한다든가 그런 것 말이에요. 그럼 클럽에서는 소용이 다했다고 판단하고 그 시장에 내보내게 되죠.” 듣고 나름 이해가 되는 바였다. 스포츠클럽은 팀의 유지를 위해 소속된 엘프를 일반인에게 절대 판매하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모든 소속 엘프들이 그 예를 바탕으로 어떻게 해서든 주인을 만나려고 꼼수를 쓸 것이 때문이다. 하지만 쓸모없는 엘프를 평생 데리고 있는 일은 클럽이나 엘프에게나 모두 좋지 못할 터, 반드시 예외조항이 필요했다. 바로 특정나이 이상이 되면 워커옥션마켓에 판매할 수 있다는 조항이 그것으로, 클럽마다 기준이 천차만별이지만 대충 30~45살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이 시기에 도래한 엘프들이 과연 어떤 행동을 보일까? 그건 보지 않아도 눈에 선했다. “그렇겠어. 엘프들은 주인을 모시는 일을 지상 최대의 과제로 삼으니까.”4/10 쪽 “하지만 괜찮은 능력의 엘프들이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그건 왜?” “저나 범석님이 아시는 내용을 해당 클럽에서 모를 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그 나이가 되어 평균치보다 급격하게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생기면 다각도로 조사해서 진실 여부를 가려요. 거기서 대부분이 실패하고 그대로 팀에 잔류하게 되죠.” “훗. 하긴 클럽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테스트쯤은 거치겠지.” “그래도 한 번쯤은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정말 똑똑하고 치밀한 성격의 엘프들은 몇 해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서 결국에는 소정의 목적을 이루니까요.” 결정을 내린 듯 범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좋은 엘프를 구할 지도 모르는 일, 한 번 쯤은 구경삼아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좋아. 식사하고 한 번 둘러보지. 자 빨리 밥 먹자.” 그의 보챔에 레이미가 곧바로 주방으로 가 나머지 요리를 완성시켰다. 곧 식탁에는 된장찌개를 시작으로 김치, 나물, 너비아니, 조기찜, 불고기등의 한식으로 푸짐하게 차려졌다. 범석의 식성에 맞추려고 엘프들이 노력한 것이다. 다만 이 반찬에 주식으로 빵을 먹어야한다는 점이 고욕이지만 말이다. 식탁에 빙 둘러앉아 식사를 마친 그들은 집을 나섰다. 하지만 서로 목적한 방향은 틀렸다. 범석은 당연히 워커옥션마켓으로 갔지만, 레이미와 오스칼은 따로 떨어져서 데몬 스포츠센터로 향했다. 아직 레이미가 스포츠센터를 그만두지 못했던 까닭이다. 5/10 쪽 물론 처음에는 오스칼과 비너스의 교육을 위해 나오게 하려 했지만, 센터사장이 극구 만류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수강생들이 그녀의 명성을 보고 왔는데, 그녀가 갑작스럽게 스포츠센터를 나가게 되면 검투 전문반 운영에 큰 차질을 빗기 때문이다. 결국 범석은 센터사장과 협의 해 자신을 엘프들을 무료 수강해주는 조건으로 다음 달까지 강습을 해주기로 했다. - 최종 종착지인 엘링턴시티입니다. 모든 승객들을 빠트린 짐이 없나 확인해 주시고 안전하게 내려주십시오. 범석이 도착한 곳은 델로이 광역정부의 중심도시인 엘링턴시티의 고속버스터미널이었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바로 이 도시에 있는 시민문화회관에서 이번 워커옥션마켓이 열리기 때문이다. “휴. 복잡하군.” 발판을 내려온 그가 수없이 뜨고 내리는 다른 플라잉버스와 인파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터미널외부로 나가는 인도 양옆으로는 식당가와 선물코너가 줄지어 들어서 있었고, 저 멀리에는 수백여 층이 넘어보는 호텔과 빌딩이 하늘 높이 줄 모르고 치솟아 올라 있었다. 1040만 명이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도시의 번화가이니 어쩌면 이 정도의 풍광은 당연해보였다.6/10 쪽 이리 저리 치이며 외부인도에 도착한 범석이 전자수첩을 꺼내 조작하기 시작했다. 플라잉 택시를 부르기 위해 위치정보를 기입하는 것이다. 얼마 후 그의 앞에 노란색 플라잉 택시가 내려섰다. “엘링턴 시민문화회관.” - 알겠습니다. 손님. 택시 안에서 범석은 조급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시계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워커옥션마켓이 열리는 시간은 오전 10시. 앞으로 채 30분도 남지 않았다. 뭐 플라잉택시의 속도라면 아무리 길어봐야 몇 분이면 도착하지만, 경매에 참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다. 좋은 엘프를 구하기 위해 경매에 앞서 시간을 두고 꼼꼼히 살펴보는 일은 아주 중요했다. - 손님 엘링턴 시민문화회관 도착했습니다. 요금은 32크랑입니다. 미리 띄어놓은 정산메뉴의 버튼을 누른 범석이 급히 차문을 열고 튀어나갔다. 엘링턴 시민문화회관에 들어간 그가 좌우를 살피며 경매장을 찾았다. 하지만 이곳은 시민을 위한 여러 다른 편의시설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위치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는 수 없이 그가 로비 중앙에 데스크로 걸어갔다. 안내를 보는 정복의 엘프가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7/10 쪽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기 워커옥션마켓이 열리는 곳이 어딘 줄 알아?” “저기 엘프 판매시장과 인공지능 산업용품 판매시장이 있는데 어느 쪽을 안내드릴까요?” “엘프 판매시장으로.” 엘프 안내원이 양손으로 한쪽 복도를 가리켰다. “이쪽으로 쭉 가시다가 좌측으로 돌면 바로 나옵니다.” “알았어. 고마워.” 가볍게 답례 인사를 범석이 발걸음을 빨리해 안내원이 가리킨 복도로 들어섰다. “여기구나.” 범석의 눈앞에 2개의 팻말이 나타났다. 하나는 엘프 경매장이고 또 하나는 엘프 대기실이었다. 구입에 앞서 엘프의 능력을 확인하려고 생각하던 범석은 대기실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자자. 차례로 줄을 서주십시오.”8/10 쪽 갈색 톤의 양복을 입은 사무원의 안내멘트를 들으며 대기실 안으로 들어온 범석의 시선으로 넓은 로비가 들어왔다. 그곳에는 각 번호표가 붙은 좌석에 100명 정도의 엘프들이 앉아있었는데, 주변에는 그녀들을 살펴보는 경매참가자로 북적였다. 줄을 따라 처음 도착한 곳에 앉아있는 엘프는 103번의 번호표를 배정받고 있었다. 그는 바로 정보창을 열어 능력치를 확인했다. ‘뭐야. 완전히 퇴물이네.’ 얼굴은 20대 초반으로 보이지만 46세나 먹은 엘프였다. 엘프의 평균수명이 100년임을 볼 때, 거의 반평생을 살아왔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게다가 능력치도 낮아 활용가치가 극히 떨어졌다. 미모는 괜찮지만 범석은 볼 것 없이 다음으로 넘어갔다. 그가 이곳 워커옥션마켓을 찾은 이유는 검투경기에 나갈 쓸 만한 검투사가 구매하러 온 것이지, 식순이를 사러 온 것이 아니었다. ‘얘도 아니고.’ 다음인 102번 엘프는 프로농구 선수출신이었다. 나이는 39살로 방금 전 엘프 보다는 적지만, 능력치도 고만고만하고 결정적으로 검투사가 아니어서 퇴짜를 놓았다. 저 나이의 엘프에게 검술을 새로 가르쳐 검투경기에 투입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9/10 쪽 ‘참나. 왜 다들 이 모양이냐.’ 번호가 줄어들수록 범석의 표정에는 실망감이 그득했다. 대부분이 나이가 들고 체력과 근력이 떨어져 검투경기에 내보내기 힘들었고, 간혹 괜찮다 싶으면 여지없이 다른 스포츠에 특화되거나 공공단체에 있던 사무용 엘프였다. 역시나 레이미의 말대로 쓸 만한 검투사를 찾기란 좀 힘든 것 같았다. 오늘 남은 모든 분량을 쏟아 붙기로 했습니다. 그럼 즐겁게 감상부탁드립니다.10/10 쪽 오늘 남은 모든 분량을 쏟아 붙기로 했습니다. 그럼 즐겁게 감상부탁드립니다. 오늘 남은 모든 분량을 쏟아 붙기로 했습니다. 그럼 즐겁게 감상부탁드립니다. 오늘 남은 모든 분량을 쏟아 붙기로 했습니다. 그럼 즐겁게 감상부탁드립니다. < -- 워커옥션마켓 -- > ‘젠장. 괜히 왔네. 우리 비너스 문병이나, 팀 창설 작업이나 할 걸 잘못했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마지막 좌석에 도착한 범석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1번 좌석이 비어 있던 탓이다. 번호표가 메겨져 있다는 것은 분명 그에 해당하는 엘프가 있었다는 뜻, 어디로 갔는지 궁금했다. 그는 근처에서 서성거리고 있던 한 사무원을 불러 세웠다. “저기요. 여기 엘프 어디 갔습니까?” 한 번 넌지시 좌석 번호를 바라본 사무원이 바로 대답했다. “아. 아마 경매장에 불려 갔나보죠. 지금 막 경매가 시작됐거든요.” “아 그래요?” 범석이 전자수첩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 시간 10시 3분. 확실히 경매가 시작되었을 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엘프 대기장이 아까보다는 훨씬 썰렁하기는 했다. 그는 이대로 집으로 갈까 아님 나머지 1번 엘프도 확인해볼까를 두고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대로 갔다가는 찜찜한 마음을 금할 수 없을 터, 일단 확인정도는 해보기로 회1/9 쪽 했다. 잠시 정보창 한 번 살펴보는 일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리가 없는 것이다. 범석은 곧바로 대기장을 빠져나가 경매장을 찾아들어갔다. - 자. 현재 델로이 와이드리그의 캡틴 베어즈팀의 후보 프로검투사로 활동하고 있는 에르피나를 소개합니다. 모두들 큰 관심 부탁드립니다. 진행자의 멘트소리와 함께 푸른색 머릿결의 한 엘프가 걸어 나왔다. 손에는 60~70센티 짜리 숏소드와 작은 방패를 차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검투사였음을 선보이게 하기 위한 연출 같았다. 그녀는 패션쇼무대를 연상되게 하는 중앙통로를 걸으며 검을 휘두르고 방패로 막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이런 그녀를 바라보는 경매참가자들의 분위기가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뭐야. 별거 아니잖아.’ 에르피나는 척 보기에도 움직임이나 몸 상태가 좋지 못했다. 자신감이 결여된 듯 귀는 축 늘어져 땅을 향하고 있었고, 몸동작은 코끼리 걷는 것 마냥 굼떴다. 피부는 창백하게 보일 정도로 새하얗고, 어딘가 다쳤는지 다리를 약간 절름거리는 것 같았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드는 점은 미모가 여타 엘프보다 뛰어나다는 점이다. 길게 뻗은 두 다리는 군살이 없이 미끈했고, 잘록한 허리는 상체와 하체의 굴곡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듯 부드러운 라인을 그렸다. 걸을 때마다 찰랑거리는 푸른색의 머릿결은 실내조명을 받으며 유난히 윤이 났고, 적당한 길이의 목선은 미려한 이목구비와 맞물리2/9 쪽 며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냈다. 문제는 좀 가슴이 작다는 것인데, 범석에게는 딱 맞는 취향이니 하등 나쁠 것이 없었다. ‘어떻게 하지. 살까?’ 보기에는 그리 유능한 검투사 같지는 않지만, 외모를 보니 갈등이 생겼다. 어차피 식순이도 필요하다는 추접한 변명이 범석의 머리를 가득 메웠다. 결국 고뇌에 찬 표정을 지으며 서서히 경매무대 쪽으로 걸어갔다. 일단 확인이라도 해보자는 것이다. - 자 이제 에르피나의 입찰을 시작하겠습니다. 즉시구입가는 150만 크랑에 시작가는 45만 크랑입니다. 원하시는 모든 분들은 모두 입찰 버튼을 눌러주십시오. 진행자의 입찰 시작 멘트를 들은 범석이 화들짝 그녀의 정보창을 열었다.이름 : 에르피나.구분 : 엘프(31년).소속 : 캡틴 베어즈 GC.명성 : 760.악명 : 0.H유무 : 무.3/9 쪽 스테미나 : 7500/7500.사회성 : 68, 근력 : 73, 체력 : 75.민첩 : 75, 균형감각 : 77, 지능 : 86.정신력 : 78. 판단력 : 84, 재주 : 76.운 : 75.현재기량/잠재능력 : 767/771.특성 : 날카로운 눈썰미.특이사항 : 28년간의 프로생활 동안 다크 제우스팀과 아쿠아리스 피쉬팀을 거쳐 캡틴베어즈팀에 이적했다. 주로 중견과 후미를 맡았음. 잦은 부상과 극심한 체력저하로 결국에는 워킹옥션마켓의 거래품으로 전락. ‘이런 속았다!’ 그의 표정에는 당혹함이 가득했다. 에르피나의 능력치를 보자 지금의 고민들이 모두 헛된 것임을 알게 된 탓이다. ‘그뿐만 아니라 은퇴를 한 후에도 아주 유용해.’4/9 쪽 그녀의 또 장점중 하나가 날카로운 눈썰미라는 특성을 지녔다는 점이다. 이는 상대의 능력치와 재능을 5% 범위 이내에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으로, 플레이어의 정보창 확인과 거의 비슷한 기능을 지녔다고 할 수 있었다. 비록 평가를 하려면 5분 이상을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는 큰 단점이 있기는 하나, 하루 정도면 한 팀의 주요선수들을 모두 살펴볼 수 있을 터, 범석의 검투사 영입 노가다를 크게 줄여줄 수 있었다. - 자 50만 크랑 나왔습니다. 더 없습니까? 계속되는 경매 진행에 범석의 마음이 급해졌다. 그는 재빨리 근처 빈 경매좌석에 엉덩이를 붙이고는, 책상 위로 삐쭉 나와 있는 커넥터를 정보수첩에 부착했다. 천천히 올라가는 경매프로그램 다운로드 메시지. 이를 지켜만 봐야 하는 범석은 발을 절로 동동 굴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모든 다운로드를 마치고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려는 순간, 진행자의 잔혹한 멘트가 흘러나왔다. - 경매 종료입니다! 당첨자는 마지막 입찰금 73만 크랑을 내주신 제임스씨입니다. 앞으로 나와서 에르피나를 데려가 주십시오. 주먹을 불끈 쥐고 앞으로 나서는 20대 후반의 금발의 사내를 보며 범석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었다. 에르피나 정도의 능력이면 대충 5/9 쪽 잡아도 몸값이 3500만 크랑. 잠시 굼뜬 행동으로 엄청난 이득을 한 순간에 날려버린 것이다.범석이 장내가 떠나가도록 주먹으로 탁자를 힘껏 내리쳤다. 빠직하고 부셔져 내리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나무파편이 튀었다. 이를 바라본 경매진행자가 그를 향해 날카로운 멘트를 쏘아댔다. - 경매 중 난동을 부리면 안 됩니다. 계속 이러시면 보안요원을 불러 소정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습니다. 이제야 정신을 차린 범석이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대로 쫓겨났다가는 에르피나를 얻을 기회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낙찰된 그녀의 몸값은 아주 저렴한 가격인 73만 크랑. 다소 돈을 쓰면 새로 주인이 된 제임스를 설득할 수 있어도 보였다. “죄송합니다. 최근에 신체개조시술을 받아서 힘을 주체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실수였지 말썽을 부릴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 흠흠. 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나가시면서 파손된 물품을 변상하신다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겠습니다. “네. 확실히 물어드리겠습니다.” 경매 진행자가 범석을 향하고 있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실수인데다가 파손된 물품을 변상하겠다고 하는데 더 이상 추궁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앞으로 진행6/9 쪽 해야할 경매가 아직 잔뜩 남아있었다. - 그럼 2번 엘프를 데리고 나오겠습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범석은 경매에 관심을 끊고 제임스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앞으로 나올 엘프들은 일일이 확인해 쓸모가 없음을 확인 터라 하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그는 제임스가 에르피나를 데리고 경매장에 나가자 그 뒤를 쫓았다. “저기요. 제임스님. 잠시 할 말이 있는데요.” 범석의 부름에 회관 복도를 거닐고 있던 제임스가 걸음을 멈췄다. “네. 무슨 일이십니까?” “저기 좀 부탁이 있어서 그러는데요. 잠시 대화 좀 나눌 수 있을까요? 근처 찻집으로 제가 모시겠습니다.” 비록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저리 간곡하게 말하는 데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제임스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긍정에 가까운 답변을 했다. “대화를 나누는 것은 어렵지는 않지만, 찻집으로 가는 건 무리가 있겠군요. 경매장에 아직 중요한 볼 일이 남아 있어서요.”7/9 쪽 옆에 에르피나가 서 있음을 보고 범석이 수긍의 몸짓을 보였다. 그는 경매에 당첨되었을 뿐이지, 아직 마켓 측과 그녀에 대한 소유권 이전 및 대금지불을 하지 못한 상태일 것이기 때문이다. 근처를 쭉 둘러본 범석이 복도 끝에 위치한 자판기가 놓인 휴게실을 확인하고는 한쪽 손으로 가리켰다. “그럼 저쪽에서 얘기하시죠.” 그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한 제임스가 바로 말했다. “네. 그러시죠.” “감사합니다. 그럼 가시죠.” 제임스가 즉시 휴게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범석은 그런 그의 뒤를 따르면 표정을 면밀하게 살폈다. 거래를 시작하려면 상대의 기분이나 상태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완전히 내가 속았어. 어떻게 저렇게 180도로 달라질 수가 있지.’ 에르피나의 걷는 모습을 바라본 범석이 혀를 끌끌 차댔다. 아까와는 완전 딴판의 모8/9 쪽 습으로, 절뚝거리기는커녕 걷는 걸음걸이마다 힘이 넘쳤고, 특유의 커다란 두 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뾰족이 서있었다. 아무래도 경매장에서 보인 허술한 모습은 팀 관계자를 피해 일반인 주인을 얻기 위한 연기였던 것 같았다. 이 워커옥션마켓에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간혹 자신처럼 괜찮은 엘프를 찾기 위해 찾아오는 스포츠클럽 관계자도 있었다. ‘내가 왜 엘프가 주인을 찾기 위해 수작을 부린다는 것을 간과했을까.’ 이 내용은 레이미로부터 누누이 들은 내용으로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경매장에서 보인 에르피나의 행동에 속아 잠시 갈등을 했고, 그 짧은 시간으로 인해 경매에 참가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생겼다. 결국 그 일이 빌미가 되어 지랄 맞은 성격의 범석이 생전 처음 보는 제임스에게 저자세로 몸을 숙여야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휴게실에 도착한 범석이 황급히 주머니에서 10크랑짜리 동전을 두개 꺼내 자판기에 투입하고는, 스포츠 음료 3개와 2크랑의 거스름을 받았다. “자자. 드시죠. 에르피나 너도 마시고.” 시원한 음료수 캔을 받아든 제임스가 목이 탔는지 바로 뚜껑을 따고 급히 몇 모금을 들이마셨다. 아무리 에르피나를 싼 가격에 샀다고는 하지만, 일반인인 그가 수십 만 크랑을 질러댔으니 긴장을 할만 했다. 물기가 촉촉이 묻은 입가를 닫아낸 제임스가 범석을 바라봤다.9/9 쪽 크랑을 질러댔으니 긴장을 할만 했다. 물기가 촉촉이 묻은 입가를 닫아낸 제임스가 범석을 바라봤다.에고에고 이런 실수를......... 한편을 쏙 빼먹었네요. 읽으신분 다시 확인해 주세요.9/9 쪽 크랑을 질러댔으니 긴장을 할만 했다. 물기가 촉촉이 묻은 입가를 닫아낸 제임스가 범석을 바라봤다.에고에고 이런 실수를......... 한편을 쏙 빼먹었네요. 읽으신분 다시 확인해 주세요. 크랑을 질러댔으니 긴장을 할만 했다. 물기가 촉촉이 묻은 입가를 닫아낸 제임스가 범석을 바라봤다.에고에고 이런 실수를......... 한편을 쏙 빼먹었네요. 읽으신분 다시 확인해 주세요. 크랑을 질러댔으니 긴장을 할만 했다. 물기가 촉촉이 묻은 입가를 닫아낸 제임스가 범석을 바라봤다.에고에고 이런 실수를......... 한편을 쏙 빼먹었네요. 읽으신분 다시 확인해 주세요. < -- 워커옥션마켓 -- > “자. 그럼 용건을 말씀해 주시죠. 제가 사정이 급해서 여기서 지체할 틈이 별로 없습니다.” 에르피나를 힐끔 한 번 쳐다본 범석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는 사실 앞으로 검투사팀을 창단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로를 목표하는 전문적인 팀으로 육성할 계획이기 때문에 많은 능력 있는 검투사가 필요합니다.” 그 말을 들은 에르피나가 갑자기 귀를 축 늘어뜨리더니, 온 몸에 힘을 뺐다. 프로검투팀을 목표한다는 말에 바로 연기에 들어간 것이다. 이를 본 제임스가 안심하라는 투로 그녀의 등을 토닥이고는 범석을 향한 시선에 힘을 잔뜩 불어넣었다. “그래서요?” “네. 그래서 에르피나를 제가 다시 구매를 했으면 합니다. 넉넉히 쳐서 150만 크랑을 드릴 테니,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150만 크랑이면 방금 전 경매가격의 2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충분히 고민해봄직 하겠지만 제임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바로 손을 내저었다.회1/10 쪽 “말도 안 되는 소리. 절대 팔 수 없습니다.” “저, 저. 그럼 200만 크랑을 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그래도 팔수 없는 건 팔 수 없습니다.” 더 들어볼 것도 없다는 듯이 제임스가 몸을 돌려, 휴게실을 빠져나갔다. 범석이 급히 쫓아가 그의 팔뚝을 부여잡았다. “그럼 250만 크랑을 드리겠습니다.” “안됩니다. 절대 팔 수 없으니 포기하십시오.” 계속되는 실랑이 속에 에르피나의 몸값은 점점 더 상승해갔다. 300만이 되고 400만 되고 500만이 되었음에도 제임스는 언제나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500만이면 유명 도심지에 그럴싸한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금액. 이토록 완고하게 거절하는지 범석은 이해할 수 없었다. “조, 좋습니다. 그럼 700만 크랑을 드리겠습니다.” 엄청나게 상승된 몸값에 제임스가 순간 몸을 멈칫했다. 팔자를 고칠 수 있는 금액은 아니었지만, 그 정도면 평생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마음의 흔들림을 느꼈는지 에르피나의 표정에는 근심과 불안한기색이 역력히 묻어나오고 있었다.2/10 쪽 “제, 제임스님.......” 떨리는 에르피나의 음성을 들은 제임스가 한 번 길게 호흡을 했다. 그리고 마음의 짐을 덜어놓은 듯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에르피나 걱정하지 마. 절대 너를 저자에게 파는 일은 없을 거야.” 그 말에 에르피나가 눈물이 글썽일 정도로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지켜보고 있던 범석에게는 절망에 가까운 선고였다. 이런 큰돈까지 거절하는 모습에 짜증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녀의 몸값이 지금 부른 가격보다 높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검투사클럽관계자도 아닌 일반인인 제임스가 그런 내용을 알 리가 만무했다. 분명 무슨 연유가 있을 터, 궁금한 마음에 그가 언성을 높이며 물었다. “제임스님. 도대체 왜 팔지 않겠다는 겁니까? 제시한 금액이 성이 안차서 이러시는 겁니까?” 차분한 표정을 지은 제임스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금액 때문에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에르피나가 보통 엘프였다면 진즉에 당신에게 팔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녀는 제가 사랑하는 연인의 친구입니다. 당신 같으면 그런 3/10 쪽 에르피나를 함부로 팔겠습니까?” “그, 그건......” 범석이 순간 할 말을 잊어버렸다. 그런 상황에서라면 자신도 팔기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뭐 개중에는 돈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그럴 작자도 있겠지만 그는 분명 아니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지 잠시 손을 뻗어보는 범석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바람도 매정하게 등을 돌리는 제임스로 무산되어 버렸다. 결국 그는 점점 멀어져만 가는 에르피나를 뒷모습을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아! 미치겠네! 내가 왜 조금만 더 서두르지 못했을까! 아니 왜 경매장 앞에서 고민을 했냐고!” 엘링턴시민문화회관의 로비에 들어선 범석이 머리카락을 부여잡으며 자신의 실수를 자책했다. 아침 식사만 빨리 끝냈어도, 좀 더 서둘러 뛰어왔어도, 그리고 경매장에서 아무 갈등 없이 그대로 정보창을 확인 했어도......... 에르피나는 확실히 그의 몫이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지 그녀는 제임스라는 엉뚱한 놈에게 떨어진 것이다. 뭐 마음가짐이 올곧은 듯 보여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놈 같기는 했지만, 범석이 에르피나의 친부가 아닌 이상 이런 사실은 위안거리도 되지 못했다. “아! 정말! 얄미운 에르피나. 왜 그런 연기를 해서 경매 최종가를 73만 크랑으로 만들었냐고! 조금만 더 올랐어도 내가 참여할 기회가 있었잖아!”4/10 쪽 이제 범석의 원망은 에르피나에게까지 번졌다. 그녀가 본래의 모습을 보였다면 좀 더 경매가 치열해졌을 테니, 그만큼 시간이 지연됐을 터였다. 그럼 그도 입찰버튼을 누를 여유가 생겼을 것이고 결국에는 자금적으로 여유가 있는 자신이 에르피나를 소유할 수 있었을 터였다. 그녀의 판매종료 시점이 그가 경매프로그램을 띄우는 시간과 동일했던 이유에서였다. 당시 범석에게 필요했던 시간은 단지 버튼 한 번 누를 정도의 찰라의 순간이었다. “젠장! 젠장할!” 로비에서 소리치며 방방 뛰는 범석을 주위에 모인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볼만 하지만, 의외로 의연했다. 아니 관심도 없다는 양 로비 한쪽에 비치된 TV앞에 모여 심각한 얼굴로 웅성웅성하고 있었다. 간혹 절망에 찬 표정을 지으며 머리채를 뜯으며 그보다 더욱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르는 사람까지 보였다. 왠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범석이 상념을 접고 그들 앞으로 다가갔다. - 연방정부는 이번 금융위기를 맞이하여 즉각적이고 단호한 개혁조치와 함께 다른 일선은행들에 피해가 번지지 않도록 공적자금을 지원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실업사태에 대비해 공공부분에 막대한 정부자금을 투입할 것이며....... “이게 뭐야 결국에는 망한 거야?”5/10 쪽 “간당간당 한다더니 결국에는 폭삭 망했군.”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대화를 나누는 중년의 신사의 뒤에서 범석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갈색 톤의 양복을 차려 입은 중년의 신사가 고개를 저어대며 말했다. “TNB은행이라고 알지?” TNB 은행이라면 전 세계 금융계열 순위 3위에 해당하는 대형은행이었다. 주로 예금업무와 증권 채권을 다뤘는데 최근에 파생금융상품의 사업 분야를 확장하며 크게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곳에다 돈을 비치하지는 않았지만 워낙 유명세를 타는 은행이라 범석도 잘 알고 있었다. “네. 알고 있습니다만 무슨 일이죠.” “근래 금융계가 심각하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글쎄 오늘 돌연 TNB은행이 파산을 했다고 하더군. 파생금융상품에 잘못 손댔다고 하는데, 덕분에 지금 난리도 아니야.” 이를 뒤받침하며 다른 중년 신사가 말했다.6/10 쪽 “다 그 마르코 렉스라는 자 때문이네. 원래 TNB사는 본업인 여, 수신업무에 주력을 했는데, 그가 파생금융상품으로 막대한 이득을 올리자 은행에서 적극 지원을 했지. 그런데 그 놈이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몰래 비밀계좌를 만들어 불법으로 대량거래를 했다는 거야. 결국 최근의 금융위기설에 맞물려서 탈이 났지. 그 작자가 건드린 파생금융상품이 주가가 오를 때나 현상유지를 하면 큰돈을 벌지만, 기준치 이상으로 떨어지면 막대한 손해를 입는 상품이거든.” “도대체 얼마나 큰 손실을 입었기에 대형은행인 TNB은행이 망했다는 겁니까?” “놀라지 말게 자그마치 5860억 크랑일세.” 범석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워낙 큰 액수라 가치를 환산하기도 힘든 금액이었다. 그 정도 손실이면 TNB은행이 아니라 그 할애비가 와도 파산을 막지 못할 터였다. “아, 아니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은행에서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파생금융상품에 손을 댈 리가 없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지. 그런데 아까 말했지 않나. 그 썩을 작자가 비밀계좌를 만들었다고. 놈이 자신의 입김으로 입사시킨 소유 엘프들에게 말해 대량의 은행 자금을 그 계좌에 숨겨놨다는 거야. 당연히 감사에 걸릴 리가 없으니 마음껏 지랄을 떨어놨지.” “그럼 금융당국은 뭐하고요? 그 정도라면 막대한 거래가 있었을 텐데, TNB은행에 이 사실을 알렸어야 할 것 아닙니까?” “물론 알렸지. 그런데 이미 거래를 끝마쳤으니 결국 버스는 떠났다고 말할 수 있었7/10 쪽 지. 결국 은행 중역들은 그의 불법 사실을 알고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어.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졌다가는 불안감에 싸인 예금주들이 대량으로 자금으로 인출해 갈 테니, 더욱 위기에 처하게 되니까 말이네. 그리고 그 동안 은행에 큰 이득을 가져다 준 렉스를 믿었기도 하고. 사실 성공만 한다면 이번 거래로 은행이 얻게 될 이득은 천문학적인 수치에 가까웠거든. 만년 3등의 자리에서 금융계 최고의 자리로 오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만큼 말일세.” 이해를 하는지 범석이 수긍의 몸짓을 지었다. 침묵만 한다면 위험해도 막대한 과실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양심껏 고백해 은행을 말아먹을 경영자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었다. “휴. 그렇군요.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뭐긴 앞으로는 고통의 세월이지. 자네도 올해나 내년은 죽었다고 생각하고 조용히 지내야 할 거야. 이런 경매에 참여해서 돈 쓸 생각일랑 하지를 말고.” “왜요? 단지 은행 하나가 망한 것뿐이지 않습니까?” 피식 웃은 중년의 사내가 범석의 어깨를 툭툭 도닥였다. “자네 말대로 단지 그것뿐이면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은행들 간의 연관성을 보면 절대로 아니네. 보통 은행들은 안전을 위해 여러 금융상품들을 다른 은행과 맞물려 보유하고 있거든. 그런데 평소에는 하등 관계가 없던 것이 이처럼 대형은행이 하나 8/10 쪽 무너져 버리면 막대한 불량자산으로 돌변해 목줄을 압박해오지. 마치 어깨동무를 하던 상대가 쓰러지면 같이 넘어지는 것처럼 말일세.” “그럼 다른 은행도 위험하다는 얘기입니까?” “자네 뉴스를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왜 정부에서 멀쩡한 은행들에게 공적자금을 지원한다고 하겠는가? 다 위험해질 줄 아니까 미리부터 설레발치는 게지.” 왠지 불안감에 휩싸인 범석이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은행들이 위험한 것과 제가 경매를 참여하지 말아야하는 것과 무슨 관계입니까?” “이런 갑갑한 청년하고는. 은행이 위기에 처했어. 불량자산이 넘쳐나고 이를 막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 그럼 은행이 어떤 행동을 취하겠나?” 경제 지식이 적은 범석이라도 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글쎄요. 어떻게 해서든 돈을 구하려고 하겠죠.” “그렇지. 그런데 은행이 이 상황에서 자금을 쉽게 구할 방법이 무엇이겠나? 바로 시중에 풀어놓은 자금을 회수하는 일이야. 소위 말해 은행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의 주머니를 사정없이 짜는 거지. 그럼 시중에 도는 자금이 마를 테고, 이는 소비위축을 초래해. 그럼 기업의 매출이 급감할 것이고,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투자를 줄이고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들을 자르지. 그리고 직업을 잃은 소비자들은 더더욱 허리띠를 졸9/10 쪽 라매는 악순환이 펼쳐지는 거야.” “그, 그렇군요.” “그러니 이제 자네도 속 차리고 집으로 돌아가게. 여기서 얼쩡거려봐야. 하등 좋을 것 없어. 단 자네가 돈이 많다면 지금처럼 좋은 기회도 없겠지만.......” “그건 왜 그렇습니까?” “물건을 어느 때보다 싸게 살 수 있거든. 특히 이런 중고시장에서는 말일세. 기업이나 개인이 경제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보유한 부동산이나 자산을 말도 안 되는 싼 가격에 시장에 내놓을 테니까.” 중년의 사내들의 조언을 들은 범석은 머리가 깨져나갈 것 같았다. 너무나도 복잡한 경제얘기가 봇물처럼 나오니 듣고도 머릿속에 새겨지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가 지금 기억하고 있는 내용은 마지막으로 들은, 물건을 아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얘기뿐이었다. 하지만 에르피나사건으로 구매욕구가 현저히 떨어진 범석으로서는 하등 관계없는 말이었다.다음 또 갑니다.10/10 쪽 중년의 사내들의 조언을 들은 범석은 머리가 깨져나갈 것 같았다. 너무나도 복잡한 경제얘기가 봇물처럼 나오니 듣고도 머릿속에 새겨지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가 지금 기억하고 있는 내용은 마지막으로 들은, 물건을 아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얘기뿐금 기억하고 있는 내용은 마지막으로 들은, 물건을 아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얘기뿐이었다. 하지만 에르피나사건으로 구매욕구가 현저히 떨어진 범석으로서는 하등 관 중년의 사내들의 조언을 들은 범석은 머리가 깨져나갈 것 같았다. 너무나도 복잡한 경제얘기가 봇물처럼 나오니 듣고도 머릿속에 새겨지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가 지금 기억하고 있는 내용은 마지막으로 들은, 물건을 아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얘기뿐 중년의 사내들의 조언을 들은 범석은 머리가 깨져나갈 것 같았다. 너무나도 복잡한 경제얘기가 봇물처럼 나오니 듣고도 머릿속에 새겨지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가 지금 기억하고 있는 내용은 마지막으로 들은, 물건을 아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얘기뿐금 기억하고 있는 내용은 마지막으로 들은, 물건을 아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얘기뿐이었다. 하지만 에르피나사건으로 구매욕구가 현저히 떨어진 범석으로서는 하등 관 < -- 워커옥션마켓 -- > “쩝. 집에나 가야겠다.” 소리가 나올 정도로 푸념을 떤 범석이 로비를 떠나갔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이유가 없던 탓이다. 현재로는 말처럼 집으로 가서 쉬거나 스포츠센터에 가서 체력 단련을 하는 것이 이득일 것 같았다. 복도를 걷는 그의 주변에는 다급하게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사람들로 그득했다. “저기요! 뉴스 들으셨죠! 이 상태로 가다가는 저희 엘프를 팔 수 없습니다. 거래가를 다운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뭐라고요? 판매가를 반절로 낮추라고요? 단장님 그럼 손실이 너무 큽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하긴 그렇기는 하겠군요.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벌써부터 불황의 여파가 사방으로 퍼지는 것 같았다. 마치 패닉에 걸린 듯 사람들은 우왕좌왕했고, 각 클럽의 거래담당자는 어떻게 해서든 요번기회에 자신들의 엘프를 팔아볼 요량으로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이미 경매전광판에는 좀 전의 반값에 내놓다는 메시지가 수두룩 나왔고, 반의반도 안 되는 가격에 올린다는 내용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엘프를 무척 싼 가격에 구매할 수는 좋은 기회. 그러나 생각과 달리 경매참가자들은 더 볼 것도 없다는 양 짐을 꾸려 밖으로 속속히 빠져나가고 있었다.회1/11 쪽 “여긴 어디냐?” 인파의 틈에 묻혀 범석이 빠져나온 곳은 엘링턴 시민문화회관 뒤뜰 광장에 마련된 인공지능 산업용품 경매시장이었다. 플라잉 카나 산업용 기계를 판매하는 시장으로, 보통 때 같으면 쓸 만한 장비를 구하려는 산업체 직원들로 넘쳐나야 했지만 오늘만큼은 좀 틀렸다. 경매에 참가하는 사람들보다 근처 도로에서 택시를 잡는 사람들이 더 많을 정도로 한산했다. 그리고 몇몇 남은 경매참가자도 물품 구입에는 관심이 없는 양, 손에 전자수첩하나 꺼내놓지 안은 채 뒷짐을 지거나 팔짱만 끼고 있었다. ‘오라. 여기서 중고 플라잉 카를 파는가보네.’ 하늘에 정지한 채 순번을 기다리는 경매용 플라잉 카들을 범석이 관심어린 눈초리로 바라봤다. 자가용 플라잉 카만 있었다면 더욱 빨리 경매장을 찾아왔을 터, 에르피나를 구매할 충분할 시간을 벌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 탓이다. 그는 외부로 빠져나가는 행렬들 틈을 벗어나 인공지능 산업용품 경매장으로 향했다. 가격만 적당하다면 하나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됐다. 현실 세계든 게임 세계든 기동성 확보는 무척 중요한 일이었다. “뭐야. 왜 이렇게 덩치가 커.”2/11 쪽 서서히 경매장 중앙으로 내려서는 한 대의 플라잉 카를 바라보며 범석이 눈살을 찌푸렸다. 대형 급에 해당하는 플라잉 카로 촘촘히 박혀있는 의자들이 창가너머로 보이고 있었다. 부피가 작은 자가용 플라잉 카를 구매하고자 생각했던 그로서는 관심이 가질만한 차량이 아니었다. - 자. 이번 물건은 블루버드모터스에서 제작한 RT-7입니다. 좌석 수는 37석에, 내장된 강력한 반 중력 기동장치로 최대 속도 마하 5까지 낼 수 있어, 전 세계 어느 곳이든 7시간 안에 승객들을 편안히 모실 수 있는 고성능 익스프레스 플라잉 버스입니다. 즉시 구매 가는 400만 크랑에 응찰 시작 가는 125만 크랑입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활기찬 경매 진행자의 노고에도 반응은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다들 무관심한 눈초리로 바라볼 뿐 그 누구도 경매에 참여하는 자가 없었다. 이렇게 2분여 가량이 지나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경매 진행자가 기운 빠진 몸짓으로 낙찰봉을 무겁게 휘둘렀다. 통통. - 이번 물건은 아무도 경매에 참여하지 않은 관계로 유찰 처리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물건 내려와 주십시오.3/11 쪽 그 다음 물건은 대형 트럭이었다. 직사각형에 가까운 뭉툭한 몸체와 널찍한 수납공간을 자랑하는 수송용 차량으로, 현재 운수회사나 개인 운수업자로부터 가장 인기를 끄는 차종이었다. 하지만 유명세와 낙찰은 별 관계가 없는 듯, 얼마 지나지 바로 유찰 처리가 되어버렸다. - 다음 물건은....... 계속 경매물품으로 플라잉 버스와 트럭들이 번갈아 내려왔다. 상당수가 가격대비 썩 괜찮은 물건들이지만 나오는 족족히 유찰되며 다음으로 넘어갔다. 역시 이곳에도 경제위기의 한파가 몰아치는 듯 보였다. “이거 오늘 다들 왜이래.” 경매 과정을 낱낱이 지켜보고 있던 범석이 한 마디 푸념을 내뱉고 있었다. 경매가 계속 유찰되어서가 아니었다. 나오는 상품이 모두가 대형차종으로 그가 원하는 자가용 플라잉 카가 아니었던 까닭이다. 이렇게 가만히 서 있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자꾸 요상한 물건만 나오니 짜증이 났다.열심히 손부채를 하는 그에게 한 중년의 사내가 다가왔다. “젊은이. 왜 자꾸 유찰이 되니까 이상한가? 그건 다 이유가 있어서네. 사실은 말이네. 오늘 TNB은행이.......”4/11 쪽 지금 같은 상황에서 알고 있는 내용을 계속 들으면 더욱 스트레스만 쌓이는 일이었다. 그가 손사래를 치며 바로 대답했다. “네. TNB은행이 망했다는 거 압니다. 그리고 앞으로 큰 경제위기가 온다는 사실도요.” “아니 그럼 왜 푸념을 떠는 거지?” “승용차를 살려고 하는데 계속 이상한 트럭이랑 버스만 나오잖습니까. 이 더운 날 기다리기도 힘들어 죽겠는데요.” 그 말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중년의 사내가, 갑자기 웃음보를 터트리더니 우악스러운 손바닥으로 범석의 등허리를 찰싹찰싹 때렸다. 그의 무지에 기겁을 할 정도로 놀란 것이다.사실 이곳에서 판매되는 플라잉 카는 산업체에서 나오는 대형의 차종뿐이었다. 일반 승용차는 시장에 풀리는 수량도 많고, 필요로 하는 구매자도 많기 때문에 따로 전문 경매시장을 열어 팔고 있었다. 그런데 일반 승용차를 사기 위해 이곳까지 와서 죽치고 있는 젊은이가 있으니, 당연히 웃길 수밖에 없었다. 그 중년의 사내가 지금의 내용을 조리 있게 알아듣도록 얘기했다. “하하하. 알겠나? 여기는 자가용 플라잉 카를 팔지를 않아.”5/11 쪽 무안했던지 범석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창피하기도 하고 오늘 일진이 왜 이러나 푸념도 나왔다. 에르피나는 딴 놈에게 빼앗겼지, 오늘 불황기를 맞이하여 앞으로의 게임 플레이가 막막하게 됐지, 이제는 뭣 모르고 자가용 플라잉 카를 사려다 망신도 당했다. 역시나 이런 날은 일찌감치 집에 들어가 발 닦고 잠을 자는 게 최고였다. “그, 그렇군요. 제가 큰 착각을 한 것 같습니다. 하여간 정보를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무슨. 감사는....... 이제 알았으니까 여기서 헛고생이랑 하지 말고 이만 다른 곳으로 가보게.”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범석이 이제 집으로 가려는 순간, 하늘에서 다음 경매 물품으로 예상되는 날렵한 유선형 모양의 큰 플라잉 카가 내려왔다. 지금까지 보아온 어떤 버스나 트럭보다 훨씬 큰 놈으로, 전장은 15M가량 되었고 전고가 5미터 가량 그리고 전폭은 4.5미터 정도 되었다. 마치 평수 넓은 2층짜리 건물을 보는 듯싶었다. “오! 저건 ARON101이잖아. 저런 물건도 나오는군.” 범석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ARON101을 바라봤다. 차량 외부에 칠해진 도장 위로 많이 본 형태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던 탓이다. 검투사로 보이는 캐릭터를 짓밟고 서6/11 쪽 있는 커다란 하이에나의 모습이었는데, 아무래도 리마시티에 연고를 두고 있는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의 마스코트 같았다. 게임에 처음 접속할 당시, 그 팀의 프로 마지막 경기를 지켜보았던 터라 잘 알고 있었다. “아. 저건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GC팀의 마스코트 같은데요.” 방금 전 대화를 나눴던 중년의 사내가 힐끔 그를 쳐다봤다. “아! 그 아마추어리그로 강등되었다는 그 팀. 자네 그런 허접한 팀까지 알고 있는 것을 보니 검투경기 광팬인가 보군?” “아뇨. 광팬이라기보다는 저희 리마시티에 연고를 둔 팀이라 우연찮게 한 번 봤습니다.” “하하하. 그래? 하여간 자네도 리마시티 검투팬이라면 참 열불 났겠어.” “뭐 그렇죠. 일단 연고팀이 아마추어리그로 떨어졌으니, 기분이 좋을 건 없죠.” 중년의 사내가 마구 손사래를 쳐댔다. “그 정도가 아니지. 원래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은 리그 중상위권은 꾸준히 지키고 있는 팀이었잖아. 그런데 소속된 그룹 차원의 전략 때문에 팀이 완전히 망가졌고. 자네 팬이었으면서도 그것도 몰라?” “하하. 그렇게 관심을 두고 보지 않아서요. 그런데 그룹차원의 전략은 또 무슨 말입7/11 쪽 니까?” “음. 원래 그 팀이 소속된 그룹이 하이에나엔터테이먼트사라는 곳인데 TV제작물과 영화, 게임을 비롯한 스포츠 사업 분야에 진출하고 있지. 그런데 작년인가 제 작년인가 소속 검투사팀 중 하나가 운이 좋게도 월드리그에 진출한 거야. 안착만 한다면 막대한 이득과 그룹의 명성을 보장해주는 데, 그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잖아?” “그렇긴 하겠죠.” “그래서 그룹 차원에서 전 사업팀에 자금을 차출해서 대대적인 팀 개편에 들어갔는데,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이 그 희생물이 됐어. 팀의 주력 검투사를 닥치는 대로 팔아 마련한 자금을 그룹에다 고스란히 바쳤으니, 팀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잖아. 결국에는 올해 아마추어리그로 강등되고 말았지. 쯧쯧.” 이해가 된 듯 고개를 주억인 범석이 손가락으로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팀 버스로 보이는 ARON101을 가리켰다. “그럼 저 플라잉 카도?” “아마도 마지막까지 쥐어짜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 프로에서 강등되어 아마추어리그로 떨어진데다가 괜찮은 소속팀 검투사는 다 팔거나 빠져나갔고, 이제는 소속 팀 버스까지 경매에 내놓고 있으니 이제 끝장났다고 볼 수 있겠지.” 연고지 팀이 망가졌다는데 범석의 표정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경쟁자의 불행은 곧 자신의 행복.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이 사라진다면 앞으로 리마시티에 연고지를 두8/11 쪽 게 될 프로검투사팀은 자신의 팀이 유일해질 터였다. 그렇다면 보다 많은 팬을 확보할 테고 껄끄러운 더비전도 벌인 필요가 없으니 하등 나쁠 것이 없었다. 물론 앞으로 만들어질 그의 팀이 내년 봄에 열리는 승격토너먼트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승격을 했을 때에 한한 일이지만, 미리 김칫국을 마신다고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은 없었다. ‘이거 프로팀이 되려면 어차피 팀 버스가 필요할 텐데.’ 범석이 유심히 눈빛으로 ARON101을 바라봤다. 지금도 당장 4명이라 한 플라잉 택시에 타도 별 불편은 없었지만. 앞으로 계속 대량의 검투사를 영입하면 불편 차원을 떠나 이동에 큰 장애가 생기게 되었다. 이를 볼 때 내년 봄에 열리는 승격토너먼트 경기 이전에 이런 버스 하나는 반드시 필요해 보였다. 다만 한 가지 고민이라면 저 차량이 쓸데없이 크다는 점이다. “저기 그런데 저 플라잉 버스 왜 이렇게 큰 겁니까? 척보아도 수백은 탈 수 있어 보이는 데요.” “수백 명? 아마 기껏 30명이 좀 넘게 탈거야.” “아니 왜요? 보아하니 복층 구조에 면적도 상당히 넓은 것 같은데요.” “원래 ARON101이 대량의 승객을 나르기 위해 만들어진 플라잉 버스가 아니거든. 자세한 내용은 경매장에서 알아서 소상히 가르쳐줄 터이니 자세히 들어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이크를 붙잡은 경매진행자가 상품 설명을 시작했다.9/11 쪽 - 다음 경매물품은 ARON101입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 물건은 여느 다른 플라잉 버스와는 차원을 달리합니다. 첫째로 강력한 외부장갑과 밀폐성으로 대기권 외부에서 항해할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플라잉 카입니다. 진공 상태에서 계속 추진을 하면 속도의 한계가 없다는 사실쯤은 아시죠? 그래서 이 ARON101에는 한계속도 표시가 없습니다. 다만 매뉴얼에 나온 바로는 대충 전 세계 어느 곳이든 2시간 이내에 이동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둘째로 ARON101에는 고급 승용차와 맞먹을 정도로 안락한 실내공간을 제공합니다. 이건 3D 영상을 보면서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경매진행자가 사인을 보내자 곧 공중으로 3차원 입체 영상이 떠올랐다. 차량 내부를 보여주는 듯싶었데, 버스 안이라고 보기보다는 왠지 어느 고급 주택의 거실처럼 보였다. 좌석은 층당 17석이 고작이었고, 전자동식으로 구조가 침대로 바뀌는 터라 편안한 잠자리로 활용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천장 양쪽 구석내부에는 길게 이어지는 회전식 컨베이와 기계팔이 달려있어, 원하면 언제나 음료나 음식을 즐길 수 있었고 각 좌석마나 하나씩 배치된 개인 네트워크컴퓨터는, 최종 전략회의 점검 시 유용하게 쓰일 듯했다. - 자 이 안락함을 보셨습니까? 그런데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ARON101안에는 아론이라는 고성능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어, 여행 중 승객의 불편함10/11 쪽 이 없도록 갖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고성능의 플라잉 버스의 가격이 얼마냐? 자그마치 즉시 구매가 2100만 크랑에 경매 시작가 680만 크랑입니다. 이 자리에서 감히 말하겠는데, 이번 기회를 놓치시면 절대 이만한 플라잉 버스를 어디에서도 구입할 수 없다고 이 경매인이 확실히 보장합니다. 자 모두들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과감히 응찰 버튼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장황한 경매진행인의 말이 끝난 후, 모두의 시선이 하늘 위에 떠있는 3D 영상에 집중했다. 응찰자와 응찰가가 표시되는 화면이었는데, 왠지 고요할 정도로 잠잠했다. 너무나 고가의 물품이기 때문에 모두들 응찰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같았다. ARON101은 이동회의실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선수 컨디션을 생각하는 프로클럽, 그리고 고비용 여행팩키지를 기획하는 여행사에서나 필요로 하는 플라잉 버스였다. 그만큼 구입고객이 한정되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게다가 갑자기 닥친 불황의 여파는 고급품에 대한 소비심리를 바짝 마르게 했다. 이제는 꼭 써야할 돈도 아끼고 아껴야할 판이었다. ‘정말. 비싸네. 도저히 못 사겠어.’ 유일한 구매 욕구를 가진 범석도 거의 포기상태에 이르고 있었다. 무척 탐이 제품이지만 이동 좀 편하게 하자고 최소 680만 크랑이나 되는 돈을 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 정도면 레이미 같은 검투사 1명을 더 영입하고도 남았다.11/11 쪽 다. 그 정도면 레이미 같은 검투사 1명을 더 영입하고도 남았다. 다음 또 갑니다. 담 태우고요.11/11 쪽 다. 그 정도면 레이미 같은 검투사 1명을 더 영입하고도 남았다. 다음 또 갑니다. 담 태우고요. < -- 워커옥션마켓 -- >- 자. 모두들 망설이지 말고 입찰 해주십시오. 자 없습니까? 여전히 경매참가자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이제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 경매진행자가 손을 휘저으며 다음 플라잉 카를 내려 보내라고 말했다. 그리고 ARON101이 하늘로 치솟으며 장내를 빠져나가려는 순간 정장을 차림의 한 젊은 사내가 경매대로 뛰어 올라갔다. 그는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진행자와 대화를 나누더니, 나중에는 멀리 사라져가던 ARON101을 향해 마구 손짓하며 불러 내렸다. - 음음. ARON101에 대한 입찰을 다시 하겠습니다. 그 말에 참가자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웅성웅성 떠들어댔다. 이미 유찰된 물건을 바로 당일 경매에 재입찰하는 경우가 지금껏 한 번도 없었고, 가령 그러하더라도 과연 팔리지가 의문이었다. - 자 다들 조용해 주시고요. 이번 입찰은 소유주의 요청에 따라 지금과 아주 다른 방식으로 입찰을 하겠습니다. 바로 구매가를 여러분이 써주시는 겁니다. 그럼 소유주께서 그 가격을 보고 판매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합니다. 언뜻 보면 입찰자에게 불리한 제의였다. 소유주가 언제든 퇴짜를 놓을 권리를 가지회1/12 쪽 게 되므로 구입을 원하는 입찰자는 자신이 부를 수 있는 최대한의 금액을 불러야했던 탓이다. 하지만 지금은 입찰자가 전무한 상태였다. 이를 볼 때 지금의 제스처는 제시금액이 웬만하다면 극구 수용하겠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할까? 그냥 해.’ 어차피 제시하는 일에는 돈이 나가지 않았다. 그는 장난 반 혹시나 하는 마음 반으로 전자수첩에 숫자를 기입해 나갔다. 그리고 입찰 버튼을 누르는 순간, 진행자의 고성 소리가 들려왔다. - 오범석씨! 장난하지 마십시오. 고작 200만 크랑이라니요! 그러나 그 장난이, 장난이 아니게 됐다. 그 얘기가 나오자마자 다른 입찰자들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들고 있던 전자수첩을 소리가 날정도로 접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나름 사용처가 있을 일반 중고 플라잉 버스를 100만 크랑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부담이 되어 계속 유찰이 되는데, 하등 쓸모도 없는 최고급 플라잉버스를 구입하기 위해 그 두 배의 가격을 지를 사람은 여기 아무도 없었다. 이 모습에 진행자가 이마에 흐르는 진땀을 닦으며, 소유자인 그레이트하이에나즈팀의 관계자를 바라봤다. 그들도 범석이 제시한 금액에 당혹스러웠는지 쉬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 후 어딘가로 전화를 한참 하던 소유주가 진행자를 향해 어렵사리 고개를 주억였다.2/12 쪽 - 자. 그럼 결과를 발표해드리겠습니다. 이번 ARON101의 입찰 건은 오 범석씨로 변경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오범석씨 나와 주셔서 대금을 지불하시고 물건을 받아 가시기를 바랍니다. 거의 포기 상태에 있던 범석은 지금의 결과가 믿기지 않았다. 자그마치 최저 입찰가의 1/3가격뿐이 되지 않는 가격이었다. 아무리 사치품이라지만 이 정도면 거의 공짜나 다름없었다. 그는 자신의 여인들을 태우고 푸르른 대기권을 내려다보며 여행을 할 생각에 사로잡히며 경매대 쪽으로 걸어갔다. “아, 안녕하십니까. 오범석씨 되십니까?” 그의 앞에 선 자는 갈색 머리톤의 정장을 착용한 사내였다. 보아하니 아까 진행자와 대화를 나누던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의 관계자 같았다. 환한 미소를 지은 범석이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네. 그렇습니다.” “바, 반갑습니다. 그럼 거래를 시작하시죠. 200만 크랑을 전송해주시면 됩니다.” 사내는 소개조차 하지 않고 바로 거래를 신청하고 있었다. 그 만큼 현재의 상황이 당3/12 쪽 혹스러운 탓이다. 이 ARON101은 3년 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GA컵에 참가하는 하이에나그룹 하위리그 소속의 검투사 팀원의 컨디션을 대비해, 자신이 팀이 대표로 구입한 장비였다. 물론 그룹에서 많은 지원이 있었다지만 클럽에서도 구입에 막대한 출혈을 감수했었다. 그런데 이런 고가의 장비를 200만 크랑이라는 똥값에 팔게 됐으니, 가슴이 쓰라릴 수밖에 없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범석은 서글서글한 표정으로 바로 송금버튼을 눌렀다. 이윽고 그의 전자수첩 화면에 ARON101에 대한 소유권 이전 서류가 날라 왔다. “이제 된 겁니까?” “아직 아닙니다. ARON101에 입력되어 있는 소유자 데이터를 지우고 범석님께서 새로 기입하셔야 합니다.” “그렇군요. 그럼 가시죠.” 한쪽 빈터로 걸어간 정장의 사내가 ARON101을 호출해 근처 뜰에 내리게 했다. 그리고 측면 하단에 달린 자동문이 열리자 올라서더니 범석을 불렀다. “따라 들어오시죠.” 아무 말 없이 따라 들어간 범석이 널찍한 내부 공간과 세련된 내부디자인에 크게 감탄을 했다. 침대를 연상케 하는 큼지막한 좌석하며 각각에 비치된 소형 컴퓨터와 3D 영상기. 그리고 하나하나 장인의 손길이 닿은 듯 보이는 실내장식등. 무엇하나 마음4/12 쪽 에 안 드는 구석이 없었다. “햐. 좋군요. 사길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정장의 사내가 큰소리로 누군가를 불렀다. “아론!” 그러자 실내 중앙에 인간 남성모습을 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매부리코에 쫙 찢어진 두 눈. 등이 약간 구부정한 것까지 참으로 간사하게 생기기 이를 데가 없었다. -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아론. 이제부터 너에 대한 소유권 이전에 대한 시스템 작업을 할 것이다. 준비하도록.” 아론이 바로 비명 섞인 말투로 소리쳤다. - 주인님. 말도 안 됩니다. 제게 마음이 들지 않는 부분이 얘기해 주십시오. 즉각 시정하겠습니다. “하라면 빨리 해! 지금 새로운 주인이 되실 분이 기다리신다. 시간이 없다.”5/12 쪽 힐끔 범석을 쳐다본 키드가 쪼르르 정장의 사내에게 달려와 귀에다 속삭이듯 말했다. - 설마 저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놈이 제 새로운 주인은 아니겠죠? “맞다.” 순간 날아갈 듯한 범석의 기분이 바로 휴지통에 처박혀버렸다. 귓속말처럼 보이지만, 아론의 질문은 실내 스피커를 통해서 나오는 말이라 그도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바로 해체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들어간 200만 크랑이 아까워 간신히 참는 중이었다. - 주인님. 제발 절 저딴 작자에게 보내지 말아주십시오. 사실 제가 소속팀 엘프에게 얼마나 인기가 많습니까? 그러니 팀의 사기진작을 위해서라도....... 제발....... “이미 끝난 얘기다.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상태라 절대 되돌릴 수 없다.” - 그, 그게 저, 정말이십니까? “그래. 이미 판매대금을 지불 받았고, 소유권 서류도 양도한 상태다.” 그렇다면 이미 저 검은 머리칼의 사내가 자신의 주인이 되었다는 뜻이었다. 오만가지 인상을 쓴 아론이 갑자기 홀로그램 가래침을 만들더니 정장의 사내 발 앞에 내뱉었다.6/12 쪽 - 퉷. 그럼 진즉에 말해야 할 것 아니야! 하마타면 주인님께 실례를 범할 뻔했잖아. 하여간 눈치는 없어서가지고....... 쯧쯧. 그러니 팀이 그 모양 그 꼴이 났지. “뭐야!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노기에 찬 정장의 사내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론이 범석에게서 달려가 손을 박박 비벼댔다. - 아이고. 주인님! 주인님 같은 훌륭한 분을 뵙기를 정말 학수고대했습니다. 앞으로 성심성의껏 모실 테니, 어여삐 봐주십시오. 키드의 행동변화에 범석이 당혹스러웠는지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이거 화를 내야 될지 앞으로 잘해보자고 말해야할 지 분간이 안 갔다. 하지만 지금은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잔말 말고 소유권 이전 시스템작업이나 시작해.” - 어이구. 저를 일반 핫바지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이미 벌써 끝내놓은 상태이고, 외부에 전자페인트로 칠해진 고양인가 갠가 하는 이상한 그림까지도 완벽히 지워놨습니다. 그 말과 함께 천장에서 기계 팔이 내려오더니 전 주인인 정장의 사내의 뒷덜미를 사정없이 움켜잡았다. 그리고 컨베이 벨트를 따라 출입문 쪽으로 이동하더니 그대로 7/12 쪽 밖으로 휙 하고 던져버렸다. 창밖을 통해 우당탕탕 흙바닥을 구르는 사내를 보던 범석이 아론을 향해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 보냈다. “너 설마 나중에 나한테도 저러는 건 아니겠지?” - 천부당만부당한 소리입니다. 제가 어떻게 주인님께 저런 행동을 하겠습니까. 그저 주인님이 계시는 이 실내 공간 안이 저 더러운 자식의 호흡으로 오염될까봐 잠시 손을 본 것뿐입니다. 하하하. 아론의 간사한 아부에 범석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같은 꼴이 날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추궁할 수는 없는 법, 그가 길게 호흡을 하며 노기를 가라앉혔다. “조, 좋아. 일단 믿어주지. 그런데 네 모습 좀 바꾸면 안 되겠냐? 영 보기에 거슬린다.” - 네 원하시면 바로 바꿀 수 있습니다. 바로 아론의 홀로그램 영상이 뭉치고 흩어지기 반복하며 모습을 바꿔갔다. 헌앙한 젊은 사내, 지팡이를 짚은 나이든 노인. 그리고 천진난만한 아이와 잘 빠진 몸매를 한 엘프의 모습 등등. 이중 범석이 선택은 당연히 맨 후자였다. “좋아. 엘프로 해.”8/12 쪽 -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서비스 샷도 보여드릴까요? “무슨 서비스 샷?” - 다 아시면서....... 자신의 모습을 금발의 엘프로 완전히 변모시킨 아론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하의를 슬그머니 벗어 내렸다. 곧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금색의 음모가 모습을 드러내자, 범석이 손을 뻗어 제지시켰다. “멈춰!” - 아뇨 왜요? 다들 좋아하시던데요. 물론 범석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론은 홀로그램으로만 그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라 공략을 하지 못했다. 집으로 가면 자신을 위해 옷을 벗어줄 엘프들이 있는데, 이런데서 정심을 낭비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난 필요 없다. 그냥 그 모습을 하고 조신하게 행동하면 만족한다.” - 네. 알겠어요. 주인님 뜻대로 하겠어요.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아론의 표정과 행동이 몰라볼 정도로 조심해졌다. 지금껏 범석이 지닌 기우 한꺼번에 날려버릴 정도로, 정말 지금의 아론이 방금 전까지의 그였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9/12 쪽 이에 범석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음 명령을 내렸다. “자. 아론 이제 집으로 가야하니까 준비하도록 해.” - 네. 그럼 주인님의 집의 위치를 말씀해 주십시오. 근처 아무 자리에 앉은 그가 망설임 없이 바로 대답했다. “리마시티 남부 그린바이오 오피스텔 7224호실이다.” - 확인했어요. 지금 중앙교통관제센터와 통신을 해 이동루트를 설정 중에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아론의 눈이 순간 좌우로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관제센터와 연결을 해 가장 빠르고 안정한 루트를 확보하고 있는 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업을 마쳤는지 이제 그녀가 된 아론이 몸체를 지면에서 떼고 서서히 상승시키고 있었다. - 이제 출발할 것에요. 잊으신 일이나 물건이 없는 지 확인해 주세요. “없....... 멈춰!”그의 외침에 아론이 다시 몸체를 지면으로 내렸다. 그녀의 홀로그램 영상이 범석의 옆으 로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10/12 쪽 - 무슨 일이세요. 주인님. “조용히 잠시만 기다려봐.” 범석은 두터운 외부창문으로 보이는 두 남녀를 보며 의문에 가득 찬 눈빛을 짓고 있었다. 금발의 젊은 청년과 푸른색 머릿결의 엘프여인인데,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제임스와 에르피나처럼 보였다. - 주인님. 뭐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너 혹시 저기 걸어가는 저 사람들 모습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어?” 범석의 손가락 끝을 바라본 그녀가 고개를 주억였다. - 네. 저에게는 주차 시 차체 주변의 외부환경정보를 얻기 위한 작은 버드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어요. 이를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해요. “그래? 그럼 저 자들의 모습을 자세히 확인 시켜줘.” - 쉬운 일이에요. 맡겨만 주세요. 곧이어 아론의 천장 전면부에 달린 작은 출입문에서 벌새크기의 작은 버드카메라가 날갯짓을 하며 앞으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리고 범석이 가리킨 두 남녀의 주변을 돌며 그 모습을 촬영해 아론에게로 보냈다. 이내 범석이 앉은 좌석에 설치된 개인컴퓨터에서 영상정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11/12 쪽 역시나 예상한 바와 같이 제임스와 에르피나로 그들의 손에는 3개의 편의점 도시락이 담긴 흰 봉투가 들려있었다. “음. 역시 제임스와 에르피나야. 그런데 아직까지 여기서 뭐하고 있지?” 지금 시간은 정오가 약간 넘은 시각. 아까 에르피나의 경매가 완료가 된 시간이 10시가 조금 넘은 시점이었으니까, 충분히 소유이전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어도 남을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아직까지 이 경매장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설마 갑작스런 불황기를 맞아. 에르피나의 구입이 망설여졌나?’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됐지만 아까 제임스의 행동으로 미루어보아 전혀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에르피나가 연인이 친구라며 700만 크랑도 포기했는데, 경제위기를 맞이했다고 구매를 취소할 리가 없었다. 범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방금 전까진 에르피나를 포기한 상태였지만, 이리 눈에 밟히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그녀를 잃은 일이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일단 다시 한 번 부딪혀 본다고 해 될 일이 하등 없었다. 그는 아론을 잠시 대기시키고 밖으로 뛰쳐나갔다.12/12 쪽 다음 또 갑니다. 하하하 21편을 쏙 빼먹고 올렸습니다. 21편 다시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12/12 쪽 < -- 워커옥션마켓 -- > 제임스와 에르피나가 도착한 장소는 경매용 엘프 대기장이었다. 그 안에는 오후에 판매할 엘프들이 30여명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그들은 그 중 가장 뒷줄에 앉아 있는 엘프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범석이 아까 스치듯 확인해본 폴리아라는 검투사 출신의 엘프로, 나이도 많고 신체능력도 급격히 떨어져있어 별로 신경도 쓰지 않은 여인이었다.그런 폴리아가 그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양 반가이 맞이했다. “제임스님. 오셨어요.” 이에 제임스가 손에든 봉투를 슬쩍 들며 말했다. “어 그래. 우리 왔어. 폴리아. 그 동안 많이 배고팠지?” “아니에요. 여기 앉으세요.” 폴리아가 이미 빈 좌석이 된 엘프 대기석 두 개를 가져와 제임스와 에르피나를 앉혔다. 도시락 봉투를 에르피나에게 건네주고 자리에 앉은 그가 폴리아의 두 손을 으스러져라 꽉 잡았다. “폴리아. 좋은 소식이 있어.”회1/10 쪽 “뭔데요?” “사실 오늘 터진 TNB은행 사건으로 네 경매 판매가가 크게 하락했어. 즉시 구매가가 110만 크랑에 시작가가 33만 크랑이었던 것이, 60만에 18만 크랑으로 크게 줄었어. 게다가 지금 모두가 줄줄이 유찰되는 바람에 운만 나쁘지 않는다면 충분히 18만 크랑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아.” “정말인가요?” 폴리아의 표정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제임스가 자신과 에르피나를 사기 위해 준비한 돈이 250만 크랑이었다. 그런데 그 중 110만 크랑이 집을 담보로 은행에 빛을 내어 마련한 자금이었다. 만약 자신이 18만 크랑으로 팔린다면 에르피나를 산 가격 73만 크랑을 합쳐 총 91만 크랑이 되었다. 그럼 빌린 은행 빚을 갚더라도 49만 크랑이 남으니 제임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터였다. “하하하. 이제 우리 셋이서 행복하게 사는 일만 남았어. 뭐 경제사정이 좀 어렵지만 설마 평생을 가겠어. 하하하.” 도시락 뚜껑을 열어 제임스와 폴리아의 무릎에 올리던 에르피나가 동조하듯 말했다. “그래요. 언니. 우리 같이 제임스님을 앞으로 잘 모셔요. 아까 보니까 언니 말대로 정말로 좋으신 분 같아요. 글쎄 아까 저를 700만 크랑이나되는 거금을 주고 사겠다는 2/10 쪽 클럽관계자가 있었는데, 언니 때문에 저를 팔지 않았어요. 어찌나 고마운지 눈물이 다 나올 정도였어요.” 폴리아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제임스를 바라봤다. 자신과 에르피나를 위해 700만 크랑을 포기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은 탓이다. 물론 제임스의 성정은 그동안 같이 지내오면서 충분히 겪은 일이지만, 그 거금 앞에서 평정을 유지할 줄은 몰랐다. 잔잔한 감동에 그녀의 눈가가 어느새 촉촉이 물들기 시작했다. “고, 고마워요. 저희들을 위해 그렇게까지 해주셔서요.” “뭘. 폴리아를 위해서인데 그 정도도 못해주겠어. 자. 뭐해 빨리 식사해야지.” 제임스가 나무젓가락을 쪼개 폴리아에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에르피나를 바라보며 같이 들라고 하고는 가지런히 놓여있는 샌드위치 하나를 집어 살짝 입안에 머금었다. 식사를 막 시작한 그들은 과거얘기를 반찬삼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었다. 폴리아는 원래 실로니아 에어리어리그의 아쿠아리스 피쉬팀 소속의 검투사였다. 능력이 그리 출중하지는 못해 붙박이 주전까지는 못됐지만, 특유의 성실함과 팀에 대한 충성도로 여느 주전검투사들보다 팬들로부터 큰 각광을 받았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인간 꼬마아이가 찾아왔다. 10살이 좀 넘었을 법한 아이었는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사인지와 펜을 공손히 내미는 소년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차분히 앉아서 사인을 해주고 얼마 안 되는 용돈을 털어 근처 다과점에서 과자도 사3/10 쪽 주었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은 세월이 지나면서 서로의 대한 애정으로 발전해갔다. 야밤에 몰래 클럽 연습캠프 담장 사이에서 대화를 나누는 가하면 간혹 시합이 나가면 제임스는 목청껏 응원을 하며 힘을 북돋아주었다. 이러기를 15년. 이제 나이가 들어 더 이상의 소용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아쿠아리스 피쉬팀이 폴리아를 팀에서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그녀를 사기위해 꾸준히 돈을 모으고 있던 그는 그 소식을 듣고 당장에 클럽으로 달려갔다. 이제야 서로의 애정이 결실을 맺을 때가 왔다고 생각한 것이다.하지만 아쿠아리스 피쉬팀 관계자는 나름 괜찮은 액수를 제의하는 그의 제안을 일언지하 거절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일반인에게는 소속팀 엘프를 팔 수 없다는 스포츠클럽의 관례가 그 이유였다. 이미 워커옥션마켓이란 구멍으로 나이가 들면 꼼수를 부리는 엘프들이 부기기수인데 또 다른 탈출구 만들어 팀의 기강을 해칠 이유가 없었다. 만약 이 사실이 팀 내 엘프들에게 알려지면 그녀들은 자신의 구입을 빌미로 팬들을 곤란하게 할 것이 빤히 보였다. 팬들의 사랑으로 먹고사는 스포츠클럽으로서는 극구 피해야할 일로, 원래 몸값의 몇 배가 되는 큰돈을 제시하지 않는 한 몰래 워커옥션마켓에 내놓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제임스의 열성은 이런 스포츠클럽의 의지를 넘어섰다. 귀찮았는지 아니면 폴리아에 대한 그의 애정에 감동을 했는지, 한 클럽관계자가 그녀가 워커옥션마켓에 판매되는 일자를 몰래 귀띔을 해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초조하게 경매날짜를 기다리는 그는 폴리아로부터 뜻밖의 부탁을 들었다. 바로 에르피나도 사줄 수 없느냐는 내용이었다.4/10 쪽 사실 에르피나는 22년 전, 친정팀인 다크 제우스팀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아쿠아리스 피쉬팀으로 이적을 해왔다. 그녀는 오스칼처럼 주인에 대한 열망으로 사고를 치고 다니며 소속팀을 골머리를 앓게 만들었는데, 아쿠아리스 피쉬팀이 그녀의 재능에 탐을 내자 소속팀이 싼 값에 팔아버린 것이다. 하지만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 새지 않을 리가 만무한 법, 이적을 해온 이후에도 꾸준히 말썽을 피며 클럽 관계자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에 팀은 당시 가장 성실했던 폴리아에게 그녀를 팀에 적응시키라고 명령했다.이렇게 서로 만난 그녀와 에르피나는 금세 친해졌다. 폴리아가 특유의 사교성으로 그녀의 아픈 마음을 치유해줬던 것이다. 그녀들은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가장 큰 관심사가 바로 워커옥션마켓이었다. 주인을 얻을 유일한 탈출구이니 에르피나는 대화 끝에 곧장 그에 대한 얘기를 화제로 삼았다. 이때 폴리아가 팀 선배언니들로부터 배운 꼼수를 그녀에게 전수해주었다. 워커옥션마켓으로 판매될 나이가 들기 전 몇 해 전부터, 서서히 체력과 근력이 떨어진 척 연기를 하고 잦은 부상을 호소하면 보다 빨리 클럽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착실하게 팀 생활을 하며 클럽관계자의 신뢰를 얻어야한다는 얘기도 같이했다. 결국 에르피나는 그녀의 말을 근거로 지금까지의 행동을 180도로 바꾸었다. 피땀 어린 노력으로 실력을 키워나갔고, 팀에는 무한한 충성을 보였다. 경기 때마다 앞장서서 상대팀과 싸웠고, 팀 관계자들에게는 항시 깍듯한 예우를 보냈다. 이러기를 몇 해. 그녀는 리그 내 수위에 이르는 검투사로 성장하며 수많은 상위리그 팀들로부터 잦은 러브콜을 받았다. 그리고 얼마 후 현재의 소속팀으로 이적을 했다.5/10 쪽 바로 캡틴 베어즈라는 검투사팀으로 젊고 활기가 넘치는 엘프검투사를 선호하는 팀이었기에, 워커옥션마켓으로 소속 선수를 보내는 주기가 빨랐다. 이를 볼 때 에르피나의 입장으로서는 참으로 안성맞춤인 팀이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이때부터는 몸을 아끼지 않고 싸워나갔다. 시합만 끝나면 여기저기 다쳐 치료를 받기 일 수였고, 어떤 때는 큰 부상을 당해 몇 개월가량을 치료센터에서 보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팀은 보물이 들어온 양, 기껍게 대했다. 부상으로 시합에 빠질 때가 좀 많기는 했지만, 시합 때마다 투지를 불사르듯 싸우는 그녀의 모습에 팬들로부터 큰 성원을 받았던 탓이다. 에르피나가 시합을 하는 날이면 항시 그녀의 배번 12번 티셔츠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이는 클럽에 큰 이득을 가져다주었다. 이렇게 10여년이 지난 어느 날. 이제 때가 됐다고 생각한 에르피나는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서서히 근력과 체력이 떨어진 척 연기에 들어갔다. 한 해, 두 해가 지나며 점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팀은 그녀가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속은 어떨지는 모르지만 겉으로는 항시 팀을 위해 전심전력하는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결국 연기를 시작하고 6년이 지난 오늘 날, 소속팀은 그녀가 쓸모를 다했다고 오판했다. 간혹 엘프 중에는 30살 쯤에도 급격한 노화를 겪는 예도 있었고, 잦은 부상으로 그 정도가 더 심화된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이렇게 꿈에 그리던 워커옥션마켓의 예비모임에 온 에르피나는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바로 과거 자신을 친절히 대해주던 폴리아였다. 이 둘은 반가운 마음에 많은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 중 제임스에 대한 내용도 나왔다. 언뜻 사람 좋아 보이는 그에 대6/10 쪽 한 일화를 들으며 에르피나는 부러운 시선을 보냈고, 나중에 가서는 어떻게 같이 모실 수 없냐고 은근슬쩍 부탁했다. 이에 폴리아도 마음이 맞는 그녀와 같이 살고 싶은 마음에 제임스에게 같은 부탁을 했고, 사랑하는 연인의 부탁을 쉬이 거절하기 힘들었던 그가 집을 담보로까지 하며 돈을 빌려와 오늘 이렇게 구입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 것이었군. 진즉에 말하지 그랬어. 크으.” 대기실 밖에서 이들의 과거사를 들은 범석은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들의 사랑과 주인을 얻기 위한 열정에 감동을 받은 것은 물론 아니었다. 에르피나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남아있음을 알고 기쁨의 감탄사를 내지르는 것뿐이었다.그는 이번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명심 또 명심하며 경매장으로 달려가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 장내에 계신 참가자 여러분. 이제 오늘의 오후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이번에 선보일 74번 엘프를 소개하겠습니다. 블루 다이아먼즈 소속의 투수로 활약을 했던 제니양입니다. 즉시 구매가는 93만 크랑에 경매 시작가가 30만 크랑 입니다. 모두들 관심 깊게 지켜봐주십시오. 휘장이 걷히며 야구복을 입은 한 엘프가 등장했다. 날씬한 몸매에 상당한 미인으로 보통 때 같으면 큰 관심을 받았을 터였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경매참가자들의 시선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하긴 20석 안팎을 겨우 채우는 지금 상황에서, 그 어떤 엘7/10 쪽 프가 나오더라도 지금의 분위기를 전환시키기란 참으로 힘들었다. 무대 위에서 온갖 투구 폼을 선보이던 그녀는 결국에 가서는 주저앉아 눈물을 터뜨렸다. 고대하던 꿈의 무대에 와서 이렇게 다시 소속팀으로 발걸음을 돌려야하니 서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모습에 동정표를 얻었는지 입찰 카운트 하나가 딸랑 올라갔다.간만에 나온 응찰에 경매진행자의 목소리가 활기차졌다. - 자! 30만 크랑이 나왔습니다. 더 없습니까! 그러나 고작 그뿐이었다. 이 상황에서 경쟁을 붙여가며 고가에 엘프를 살만한 사람은 없었다. 그렇지만 일단 거래는 거래였다. 선택을 받은 제니는 무대 쪽으로 올라오는 자신의 주인을 향해 날아갈듯 달려가 기쁨의 포옹을 나누었다. - 자 그럼 다음은 75번 엘프입니다. 그녀는....... 다음으로 이어지는 대부분의 경매는 일사천리로 체결되었다. 제니의 예를 뒤에서 지켜본 엘프들이 같은 방식으로 무대 위에서 눈물을 터트려 참가자들의 환심을 샀던 것이다. 어떤 엘프는 무대에 나오자마자 울먹이는 바람에 2번의 응찰을 받는 기염도 토했다. 역시 남자들은 여인의 눈물에 약한 동물이었다. - 자 그럼 다음은 97번 엘프인 폴리아입니다. 아쿠아리스 피쉬팀에서 42년간을 프8/10 쪽 로검투사로서 활동해온 검술의 달인입니다. 나이는 현재 45살로 좀 많은 듯 보이지만 여전히 탄력 있는 몸매와 탄탄한 힙은 여느 다른 엘프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드디어 범석이 기대하고 고대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즉시구매 버튼에 손가락을 미리부터 가져다대었다. 물론 계속 베팅을 하며 제임스의 애간장을 태우고 싶은 마음도 좀 있었지만, 그가 갑자기 즉시거래 버튼을 누르면 자신은 완전히 새가 되었다. 약간의 복수를 위해 에르피나를 되찾을 기회를 무산 시킬 수는 없었다. - 자 그럼 입찰에 들어가겠습니다. 즉시판매가는 60만 크랑에 거래시작가는 18만 크랑입니다. 모두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활성화되는 응찰버튼. 범석은 추호의 지체함 없이 바로 즉시구매 버튼을 눌러버렸다. 순간 3D 전광판에는 60만 크랑으로 거래가 체결되었음과 그 옆으로 주인이 될 범석의 이름이 나타났다. 이를 바라보는 경매진행자의 표정이 정말 가관이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즉구거래가 이뤄질지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그것도 오늘 나온 경매물건 중 하급에 속하는 나이 많은 폴리아이니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당황한 얼굴 표정을 한 이들이 있었다. 바로 제임스와 에르피나였다. 지금까지의 경매결과로 볼 때 여유롭게 살 줄 알았던 폴리아를 그만 다른 자에게 빼앗겨 버린 탓이다. 그것도 응찰 버튼을 채 누르기 전에 말이다.9/10 쪽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정신을 차린 경매진행자가 손을 번쩍 들며 고성을 내질렀다. “축하합니다! 60만 크랑에 폴리아가 낙찰됐습니다. 주인이신 오범석씨 올라 주십시오!” 차분한 모습을 한 범석이 서서히 몸을 일으켜 경매장 무대로 올라갔다. 그는 시퍼렇게 물들어가는 폴리아의 얼굴을 보며, 잔인할 정도의 만연한 미소를 입가에 그렸다. 다음 또 갑니다.10/10 쪽 게 물들어가는 폴리아의 얼굴을 보며, 잔인할 정도의 만연한 미소를 입가에 그렸다. 다음 또 갑니다.10/10 쪽 게 물들어가는 폴리아의 얼굴을 보며, 잔인할 정도의 만연한 미소를 입가에 그렸다. 다음 또 갑니다. < -- 워커옥션마켓 -- > “후후. 자 빨리 가자. 네가 앞으로 할 일이 많다.” 몸을 벌벌 떠는 폴리아의 손목을 꽉 부여잡은 그가 무대 중앙 길을 따라 경매장을 빠져나갔다. 이제는 정말 여기서의 볼일이 모두 끝이 났으니 더 이상 죽치고 있을 필요 없었다. 아니 아직 한 가지가 남긴 남았다. 바로 누군가의 간절한 부름을 받는 것이었다. “저기! 오범석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복도를 몇 발자국이나 걸었다고 벌써 기다렸던 호출이 재깍 날아왔다. 목소리로 들어보아 분명 제임스가 분명했다. 그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던 범석과 폴리아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제임스님!” “여어. 이게 누구십니까. 제임스씨 아니십니까?” 처음에는 ‘님’자를 붙이 것과 달리 이제는 ‘씨’로 한 단계 격하된 호칭을 부르는 그였다. 아까야 자신이 을의 입장에 서있을 때였고, 지금은 자신이 갑이었다. 즉 거래의 키를 그가 쥐고 있다는 뜻이다.회1/12 쪽 역시나 을의 입장으로 전락한 제임스가 개의치 않고 바로 용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저, 저기 오범석님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러는데 잠시 시간을 내줄 수 있겠습니까?” 전자수첩을 꺼내 의미 없이 시간을 확인한 범석이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손사래를 쳤다. 제임스의 마음을 급하게 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였다. “이만 가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습니다. 다음에 인연이 되면 뵙는 것으로 하죠.” “잠시 만요. 아주 잠시면 됩니다.” 사정을 하듯 팔뚝을 부여잡자 범석이 신경질을 부리며 뿌리쳤다. “제임스씨! 분명 저희의 대화는 아까 모두 끝난 걸로 알고 있는데요.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지금. 저는 에르피나를 그 거금을 주고 다시 살 맘이 없습니다. 그러니 냉수 먹고 속 차리십시오.” “아니. 에르피나를 사달라고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저기 지금 같이 있는 폴리아에 대한 얘기를 하자는 겁니다.” 범석이 폴리아의 팔뚝을 잡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얘기했다. “이 엘프를요? 왜요?”2/12 쪽 “제가 그녀를 다시 샀으면 해서요.” “다시 사요? 얼마에 사실 요량이시인데요?” “170만 크랑이면 어떻겠습니까? 방금 전 사신 금액의 3배 가까이 되니 범석님에게 큰 이득이지 않습니까?” 그 말에 범석이 피씩하고 웃었다. 아까 들은 바로는 그가 가진 돈은 177만 크랑이 전부였다. 거래 초기부터 대부분의 자금을 오링하다니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었다. “후후. 살 때는 고작 60만 크랑이 들었지만, 전 폴리아의 가치를 제임스님이 제시한 금액보다 훨씬 더 크게 잡고 있습니다. 그러니 절대 팔 수 없습니다. 그럼 이만.” 범석이 바로 뒤로 돌아서자, 제임스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와 그 앞을 막아섰다. “그, 그럼 도대체 얼마를 원하시는 겁니까?” 범석이 바로 손가락 세 개를 폈다. “300만 크랑이요? 그럼 며칠만 더 여유를 주십시오. 제가 은행에서 돈을 더 빌리든 집을 팔던지 해서라도 꼭 나머지 130만 크랑을 더 준비해 놓겠습니다.” “아참. 아마추어처럼 왜 그러십니까? 설마 제가 폴리아를 300만 크랑에 팔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3/12 쪽 “그, 그럼?” “당연히 3000만 크랑입니다.” 기겁한 표정을 지은 제임스가 목청껏 소리쳤다. “아니! 어떻게 폴리아가 3000만 크랑이나 간다는 겁니까! 말도 안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사면 그만입니다. 그럼 볼 일이 끝났으니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제임스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는 그를 이번에는 에르피나가 막아섰다. 제임스와 폴리아의 관계를 알고 있는 그녀로서는 이대로 범석을 보낼 수는 없었다. “범석님. 폴리아 언니를 데려가서 어쩌시겠다는 거죠? 범석님은 경기에 나갈 검투사를 구하려는 것이잖아요. 언니는 나이가 들어 프로시합에서 그리 활약을 못할 것에요.” “누가 시합에 내보낸데?” “그, 그럼 왜 언니를 사가는 거죠?” “허수아비 검투사라고 너도 잘 알지?” 허수아비 검투사는 아주 간단히 말하면 샌드백과 비슷하다고 보면 됐다. 이들은 주로 나이가 들어 힘을 소진한 검투사들이나 일반 저가의 엘프가 그 대상이 되는데, 경4/12 쪽 기에 앞서 소속 검투사의 사기를 고취시키기 위해 일방적으로 맞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노년의 엘프들에게는 코치나 클럽관계인으로 빠지는 경우보다 더 끔찍한 말년으로, 워낙 잔인한 처사라 보통의 검투사팀에서는 대부분 채택하고 있지는 않았다. 약간의 승률상승을 위해 팬들 중 많은 수를 차지하는 엘프 애호가의 눈 밖에 날 수는 없었던 탓이다. 사실 프로에서 잔뼈가 굵은 에르피나나 폴리아도 아주 간혹 있다는 얘기만 들었지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 “알고 있어요. 그런데 설마.......” “맞아. 그녀는 3000만 크랑 어치의 가치를 하기 위해 평생 동안 허수아비 검투사로 살아야 할 거야. 당연히 죽을 때까지 주인을 모실 수는 없을 거야. 후후.” 그의 잔인한 연기에 에르피나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쩌면 저리 나쁜 인간이 있을까 화가 치밀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힘으로 제압하고 싶지만, 엘프인 그녀가 합당한 이유 없이 인간을 공격했다가는 상당한 사법적 조치를 받게 되었다. 간신히 화기를 누른 에르피나가 그를 죽일 듯이 쏘아보며 말했다. “그런 짓을 하면 팬들로부터 큰 원성을 듣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시나요? 그럼 댁 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손해가 있을 텐데요?” “팬? 우리 팀은 그딴 거 없어. 다만 승리를 간절히 바라는 물주만 있을 뿐이지.” 하긴 그 말도 틀리지 않았다. 팀이 아직 창설되지도 않았으니 팬이 있을 리가 만무했5/12 쪽 고, 범석이 돈을 대니 물주는 존재했다. 하지만 그녀로서는 프로검투사팀이 그런 식으로 팀 운영을 해나간다는 사실을 들어본 역사가 없었다. “거짓말 마세요! 그런 식으로 팀을 운영하는 프로팀을 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누가 우리 팀이 프로팀이래? 내가? 아니 네가 그랬냐?” “무, 무슨 소리인가요?” “우리 검투사팀은 내년 프로를 목표하고 있지만 아직 프로팀은 아니야. 지금은 GA컵과 내년 봄에 열리는 에어리어리그로 가는 승격토너먼트를 대비해 많은 돈을 들여 뛰어난 검투사를 뽑아가는 과정에 있을 뿐이지. 그러니 네가 모를 수밖에.......” 그렇다면 충분히 모를 수도 있었다. 에어리어리그로 향하는 승격토너먼트를 준비하고 있다면 분명 아마추어팀. 아무리 에르피나가 프로생활을 오래했다지만 그런 세세한 곳까지 알고 있을 턱이 없었다. 절망감에 빠져있는 제임스와 폴리아를 한 번씩 바라본 그녀가, 무언가 결심한 듯 이를 악물었다. “조, 좋아요. 그렇다고 치고, 아까는 왜 저를 사려고 했던 것이죠.” “말했잖아. 뛰어난 검투사를 구하고 있다고.” “하지만 저는 이미 팀에서 쓸모를 다해, 이곳 워커옥션마켓까지 온 처지에요. 절대 당신이 생각하시는 뛰어난 검투사가 아니라고요.”6/12 쪽 “후후. 처음에는 나도 그런지 알았지. 그런데 저 제임스에서 팔리자마자 갑자기 기운이 넘치는 행동을 보이는 네 모습을 보고, 아차 했다는 것 아니야. 그때서야 엘프들이 주인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실이 떠오른 거야. 나도 참 멍청했지. 오늘 이 자리에 온 이유가 그런 엘프가 있나 살펴보러 온 것인데, 눈앞에서 놓쳐버렸으니 참으로 내 자신이 한심했어.” “마, 말도 안돼요. 엘프들은 주인을 만나면 없던 기운도 다시 차린다고요. 어떻게 그것만 보고 제가 뛰어난 검투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거죠?” “당연히 그것만 보고는 모르지. 다만 무대에서는 부상당한 척 약간 다리를 절던 네가, 실상 저 제임스씨를 만나자마자 멀쩡하게 걸어가는 거야. 연기가 아닌 다음에야 그런 일이 벌어질 리가 없잖아.” 정확한 지적이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은 한 부상당한 몸이 한 순간에 나을 수는 없었다. 자신의 실수를 자책한 에르피나가 할 말이 없는 듯 입을 꽉 다물었다. 하지만 저자가 자신을 이리 높게 평가하고 있으니,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에는 나쁘지는 않았다. “조, 좋아요. 인정하겠어요. 하지만 한 가지만 물을게요. 혹시 폴리아 언니를 사신 것이 혹시 저희들의 대한 내용을 알고 그러신 건가요?” “무슨 내용?” “혹시 저를 얻기 위해 미행하시다가 아까 저희가 대기실했던 얘기를 듣고,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이 아닌 지 묻는 것에요.”7/12 쪽 정곡을 찔러오자 범석이 순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왜 그런 생각을 했지?” “방금 전에 범석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자신이 이곳 워커옥션마켓에 찾아온 이유가 뛰어난 검투사를 찾아왔다고요. 그런 분이 폴리아 언니 같이 팀에 도움이 안 되는 검투사를 굳이 사갈 리가 없잖아요. 그것도 저희들에게 몸값으로 3000만 크랑이나 되는 거금을 부르며 되팔기를 난색을 보이면서요. 솔직히 말해서 제임스님께서 처음 제시한 금액이면 지금이라도 경매장에서 언니보다도 뛰어난 검투사를 몇 명 더 구입할 수 있잖아요.” 범석으로서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잡아 뗄 수도 있겠지만, 여기까지 말이 나온 이상 구차해 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솔직히 모든 사실을 밝히기로 했다. “흠흠. 뭐 알면 얘기가 빠르겠네. 맞아 너를 우리 팀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수작을 건거야. 물론 미행은 안했지만 우연찮게 그 얘기를 들은 것도 사실이고.” 그 말이 기폭제가 되었는지 제임스가 달려들어 범석의 멱살 꽉 움켜잡았다. 이 상황에서 화를 내지 않을 자가 세상에 아무도 없었다. “너 이 자식! 감히 그딴 수작을 펴!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8/12 쪽 “제임스님. 그만하세요. 저자를 성정을 보건데, 제임스님이 폭력을 휘두르시면 그를 빌미로 더욱 무리한 요구를 해올 것에요.” 범석이 난감한 눈으로 제임스를 만류하는 에르피나를 바라봤다. 이거 아무래도 단단히 찍힌 듯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주종의식을 거치면 충실한 자신의 여인으로 변모하겠지만, 그녀에게 자신이 나쁜 주인으로 인식되기는 싫었다. “야. 그렇지는 않아. 나는 성격상 누군가에게 맞는 걸 정말 싫어해. 그러니 절대 맞는 일도 없으니, 이를 빌미로 협박할 일도 없어.” “너 이 자식! 계속 그렇게 깐죽거릴래!” 자신을 놀리고 있다고 생각한 제임스가 분을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날렸다. 범석은 방금 전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바로 그의 주먹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멱살을 잡은 손까지 마저 붙잡고는 양옆으로 비틀었다. 워낙 강인한 힘이었기에 이를 바라보는 에르피나는 그가 개조인간임을 대번 알게 되었다. “제임스님 위험하니 물러서세요. 저자는 개조인간이에요.” “개조인간?” 순간 제임스가 몸을 뺐다. 보통 인간인 그가 개조인간을 힘으로 제압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9/12 쪽 황망한 표정을 지은 제임스의 앞에 에르피나가 서서 방어태세를 갖추었다. 혹시나 범석이 그를 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려하는 사태까지 번지지를 않자, 이내 몸에서 힘을 풀었다. “좋아요. 그럼 한 가지만 더 물을게요. 혹시 저와 폴리아언니를 교환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급작스러운 그녀의 의지표명에 제임스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분명 에르피나도 주인을 찾고자 하는 본능이 있을 텐데, 이리 자신들을 위해 희생해 주려고 하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생각 같아서는 절대 그녀를 보내고 싶지는 않지만 이대로 사랑하는 폴리아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 그는 묵묵히 범석의 대답을 지켜보기만 했다. “물론이지. 원래 목적이 그거였으니까.” “네. 알겠어요.” 에르피나가 이번에는 제임스를 바라봤다. “제임스님 이제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다행이 저 분이 거래할 마음이 있으신 듯 보이니, 제임스님께서 결정해 주세요.” “괘, 괜찮겠어?”10/12 쪽 에르피나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냈다. 기껏 빠져나온 고통의 굴레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일이니, 그녀로서도 달가울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제임스와 폴리아를 갈라놓을 수는 없었다. “사, 상관없어요. 그러니 저에 대한 염려는 하지마세요.” “에, 에르피나 미안해. 난 절대 폴리아를 포기할 수 없어.” “네. 다 이해해요. 전부 제가 박복한 탓이죠. 그럼 서로 얘기를 나누세요.” 송구스러운 마음에 간신히 고개를 주억인 제임스가 딱딱해진 표정을 하고 범석과 대면했다. “보셨죠? 에르피나 저렇게 착한 엘프입니다. 만약 그녀를 불행하게 했다가는 절대 용서 못할 겁니다.” “물론입니다. 약속하건데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사실 저희 팀의 엘프검투사는 그 어떤 팀보다 행복한 여건 하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말 뿐이었지만 약간의 마음의 위안을 받는 제임스였다. “조, 좋습니다. 그럼 에르피나와 폴리아를 서로 바꾸기로 하죠.” 그는 미안한 마음에 에르피나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범석을 데리고 근처에 11/12 쪽 있는 경매사무실을 찾아갔다. 그리고 서로의 엘프를 교환하겠다는 전자양도계약서에 사인을 하고는 모든 거래를 끝마쳤다. 의기양양 에르피나를 데리고 키드에게로 간 범석은 주변으로부터 엄청난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자신을 보며 큭큭 거리는 행인들의 모습에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범석은, 이내 아론이 있는 뒤뜰로 가자 그 연유를 알고 대노를 해버렸다. 아론의 외장에 전자페인트로 꽃잎 만발한 풍경 중앙에 뽀샤시한 자신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아래에는 ‘친애하는 우리 새로운 주인님을 환영합니다.’라는 닭살 같은 멘트까지 써져있었다. 그는 당장 안으로 들어가 아론에게 당장 지우라고 명령하고는, 급히 엘링턴시민문화회관을 빠져나갔다. 다음 또 갑니다.12/12 쪽 화회관을 빠져나갔다. 그는 당장 안으로 들어가 아론에게 당장 지우라고 명령하고는, 급히 엘링턴시민문화회관을 빠져나갔다. 그는 당장 안으로 들어가 아론에게 당장 지우라고 명령하고는, 급히 엘링턴시민문화회관을 빠져나갔다. 그는 당장 안으로 들어가 아론에게 당장 지우라고 명령하고는, 급히 엘링턴시민문화회관을 빠져나갔다. < -- 워커옥션마켓 -- > 참으로 주변은 조용하고 한적했다. 항시 시끄럽게 지나다니는 플라잉 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간혹 들려오는 행인의 목소리도 없었다. 그저 검은 도화지에 무수히 많은 광점을 찍어놓은 듯한 풍경과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둥그스름한 푸른 색체의 지면이 지금 범석이 머물고 있는 장소가 결코 범상한 지역이 아님을 알게 해 주었다. - 주인님. 완전한 무중력상태에 들어갔어요. 활동에 불편함이 있을 테니, 주의를 기우려주세요. 그를 태운 아론은 현재 대기권 밖을 나가 빠르게 항진하고 있었다. 바로 무중력 공간을 형성시키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높은 고도에 올라있어도 지구의 중력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무중력 상태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약간의 관성력이 필요했고, 이에 빠른 이동은 필수였다. “어. 그래. 알았다.” 범석이 자신의 몸을 좌석에 고정시키는 안전벨트를 풀었다. 그러자 몸이 붕 날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약간 공중으로 떠올랐다. 신기한 모양인지 그가 몸을 이리저리 뒤틀자 서서히 위쪽으로 더 올라갔다. 곧 천장에 닿은 범석의 얼굴로 촉촉한 물기의 기운이 느껴졌다.회1/13 쪽 “웬 물방울이지?” 그는 궁금한 마음에 이 물기가 올라오는 원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바로 뒷좌석에 앉아 있던 에르피나로, 이 좋은 풍경을 앞에 두고도 뭐가 그리 슬픈지 눈물을 뚝뚝 흘려대고 있었다. 워커옥션마켓에 오고도 주인을 모시지 못한 자신의 처지가 서러운 모양이었다. 그는 한 숨을 푹 내쉬고는 천장을 발로 차 에르피나에게로 날아갔다. “에르피나. 왜 그래?” 범석의 부름에도 그녀는 반응하지 않고 묵묵히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러다가 얘 하나 잡겠다고 생각한 그가 빨리 자신의 의도를 실천하고자 생각했다. 지금 대기권을 나와 무중력 공간에 들어선 이유가 아론에 대한 성능 테스트도 있었지만, 이런 특이한 상황에서 에르피나를 공략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더욱 컸다. 범석이 슬며시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슬쩍 혀로 훑었다. “버, 범석님!” 방금 전 그의 행동의 의미를 알 리 없는 에르피나가 몸을 움츠리며 얼굴을 피했다. 이에 몸을 좀 더 앞으로 디밀어 시선을 붙인 범석이 그녀의 좌석의 왼쪽 하단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미세한 기계음과 함께 등받이가 뒤로 넘어가더니 침대로 변2/13 쪽 모했다. 졸지에 그에게 깔린 자세가 된 에르피나가 당황해 발버둥을 쳤다. “가만히 좀 있어봐. 네가 그렇게 움직이면 내가 다음 작업으로 못 들어가잖아.” “버, 범석님 갑자기 왜 이러세요!” “뭐긴 너나 나나 다 좋자고 이러는 거지. 후후.” 그녀를 응시하던 범석이 비릿한 웃음을 흘려대며 입고 있던 반팔 와이셔츠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는 에르피나의 부드러운 손을 움켜잡고는 자신의 하의 속에 넣어 부풀어 오르는 애물을 만지게 했다. “서, 설마.......” 이 정도까지 했으니 그의 의도를 모를 리가 없었다. 꿈에도 그리던 주종의식 지금 시작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그녀가 몸에 힘을 빼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자신을 마음대로 하라는 뜻이었다. 아무리 사악한 사람이라도 주인이라면 그 어떤 자보다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엘프의 마음이었다. 이에 범석이 살며시 약한 키스를 하고는 혀를 내밀어 얼굴 전체를 핥아댔다. 그리고 그녀가 입고 있던 브라우스 단추를 차근차근 끄르기 시작했다. 곧 무중력의 작용으로 안전벨트 사이로 삐죽 나온 에르피나의 상의가 좌우로 하늘하늘 휘날렸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과감히 등 쪽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가리던 마지막 천 쪼가리를 벗겨냈다. 탱글탱글 흔들리는 뽀얀 가슴 중앙에서 콩알만 한 돌기가 솟아3/13 쪽 올랐다. 침을 꿀꺽 삼긴 범석이 이빨로 상처가 날 정도로 잘근잘근 물어뜯었다. “에르피나 기분이 어때? 좋아?” 계속되는 가슴 애무에 에르피나가 몸을 이리저리 뒤틀어댔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새어나오는 밀액으로 하체를 가리고 있던 바지가 촉촉이 젖어오고 있었다. 역시 엘프답게 벌써부터 주인을 맞이할 준비를 끝마친 것이다. 이를 확인한 범석이 그녀의 치마를 동여매던 허리띠를 끌러 팬티와 함께 사정없이 벗겨내 버렸다. 확연히 들어나는 푸른색의 음모가 마치 어느 깊은 숲속의 자연림을 연상케 했다. 다만 그 숲이 비에 젖은 듯 끈끈한 무언가로 뒤범벅이 되어 요상한 암내를 풍겨대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뭐 그래도 자연의 냄새인 것은 피차 마찬가지이니 별 상관할 바가 못 됐다. “범석님. 이, 이제 와주세요. 부디 제 주인님이 되어 주세요.” 고개를 젖힌 에르피나가 슬그머니 허리를 들어올렸다. 31년간을 참아왔던 그녀였지만 더 이상의 인내는 발휘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좋아. 네가 원한다면.” 그 말을 한 동시에 범석이 자신이 입고 있는 바지와 팬티를 벗어던졌다. 그리고 작게 4/13 쪽 피어난 핑크빛의 꽃봉오리에 자신의 물건을 가져다 대었다. 이제 침입의 준비를 모두 마친 그가 먼저 에르피나의 입술에 얼굴을 가져대고는 깊은 키스를 했다. 서서히 침입을 시도하는 범석의 혀를 그녀는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드렸다. 하지만 하체에서 비롯되는 침입만큼은 어쩔 수 없이 저항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주인을 받아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도 처녀의 상징을 스스로 벌어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에 대한 몫은 반드시 범석의 것. 그는 허리의 힘을 주며 천천히 애물을 전진시켰다. “으읍. 아읍.” 파괴의 통증으로 그녀가 소리를 질렀지만 맞대고 있던 범석의 입에 막혀 의미 없는 메아리가 되었다. 이런 애처로운 사정을 아는지 모르지 그가 징그럽게 꿈틀거리는 애물로 처녀의 성지를 처참하게 찢어버렸다. 순간 압력에 밀려 분출된 새빨간 선혈이 무중력 공간을 붕붕 떠다녔다. “아압....... 읍흠.” 서서히 푸른색의 눈으로 변모해가는 에르피나의 눈동자에서 한 줄기 물방울이 솟아올랐다. 이제 주인을 모시게 됐음에 그동안의 서러움이 가슴 깊은 곳에서 분출되어 나온 탓이다. 이제 됐다. 정말 됐다. 스스로에게 위안을 했지만 범석의 향한 간절한 애정에 맞물려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자제할 수가 없었다.5/13 쪽 더 이상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그녀가 양팔로 범석의 허리를 꽉 부여잡았다. 덕분에 그들의 접합면에 푹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가 깊게 들려왔다. 에르피나의 돌출 행동을 예상하지 못했던 범석의 몸이 당겨지면서, 자연스럽게 애물 끝이 깊은 계곡 속 밑바닥까지 침범되어 버린 것이다.졸지에 삽입과정을 마친 그가 입을 떼고 투덜거렸다. “야. 갑자기 당기면 어떻게 해.” “흑흑. 죄송해요. 제가 너무 감정에 겨워서요.” 그 말에 범석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가장 고대하던 첫 삽입이었지만 울고 있는 그녀를 더 이상 탓할 수가 없었다. “휴~ 어쩔 수 없지. 자 그럼 시작한다.” “흑흑. 네. 마음껏 저를 안아 주세요.” 그가 예비동작을 위해 허리를 뒤로 빼더니 곧 세차게 흔들기 시작했다. 더 이상 주인을 실망시킬 수 없었던 에르피나는 하체에서 비롯되는 고통에도 필사적으로 입술을 깨물어 잡았다. 괴로운 듯한 그 표정이 불쌍하다고 생각됐지만 한 여인의 처녀성을 빼앗았다는 정복감에 모른 척 허리운동을 계속했다. 사실 엘프들에게는 배려보다는 주인의 기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큰 행복으로 다가오게 되어 있었다.6/13 쪽 푹. 퍽. 푹. 퍽. 쭉쭉 밀리고 들어가는 애물의 작용에 핏물과 애액이 방울이 지며 사방으로 튀겼다. 이미 범석의 하체는 불게 물들어 그 고유의 색의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왠지 지금껏 보아온 다른 엘프보다 많은 첫선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남녀 간의 사랑 놀음으로 죽는 경우는 복상사 빼고는 없다고 믿은 그가 과감하게 점점 행위의 정도를 높여갔다. “아윽. 읍. 주, 주인님. 흑흑. 너무 기, 기뻐요.” 푹퍽, 푹퍽, 푹퍽. 살들의 마찰음이 실내 안에 가득 메웠다. 그는 허리를 좌우로 흔들어대며 에르피나의 속 이곳저곳을 골고루 비볐다. 그럴수록 자극을 받은 꽃봉오리에서는 짙은 꿀물을 사정없이 뿌려댔다. 끼긱 요란한 소리를 질러대는 침대형 좌석으로 범석은 불안감을 느꼈다. 그저 완충작용을 하는 것뿐이지만 이를 모르는 그는 부셔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됐다. 오늘 샀는데 바로 손상시키기는 너무도 아까운 일이었다. 범석이 급히 좌석 좌측에 위치해 있던 버튼을 찰칵하고 눌렀다. 바로 안전벨트를 푸는 장치였다.7/13 쪽 “아음. 아아! 주인님. 아프지만 몸이 붕 뜨는 느낌이에요.”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었다. 피스톤 작업에 의한 율동으로 몸이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상관없다는 양 범석은 질겅질겅 소리가 나도록 마구 허리를 흔들어대며 상큼한 기분을 만끽했다. 압박을 가하듯 조여 오는 짜릿한 맛이 그의 감성을 크게 자극하고 있었다. 쿵. 천장에 닿은 충격으로 범석의 허리가 옆으로 삐쭉 엇나갔다. 다행히 빠지지는 않았지만 움직임이 순간 정지했다. 무중력의 공간을 별로 경험하지 못했던 그가 격렬한 몸동작까지 하니 균형을 잡기란 무척 어려웠다.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는 에르피나를 향해 범석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 이런 곳에서는 처음이라.......” 순간 에르피나의 눈빛이 흔들렸다. 주인이 미천한 종인 자신에게 사죄를 하니 몸 둘 바를 모르는 것이다. 어느새 눈물이 멈춘 그녀가 간곡한 투로 얘기했다. “아, 아니에요. 절대 그런 말씀 마세요. 제발.” “후후. 알았어. 그럼 다시 시작했다.”8/13 쪽 그녀의 흐트러지는 푸른 머릿결을 쓸어 올린 범석이 다시 허리 운동을 시작했다. 방금 전 경험이 있기에 좀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심연의 동굴 속을 탐색해 나갔다. 이런 그의 행위를 에르피나는 자신의 신체로 기꺼이 감수해 주었다. 푹퍽. 푹퍽푹퍽. 에르피나의 좁고 청조한 균열은 그의 커다란 애물을 받아드리며 진한 선혈을 계속해서 흘려댔다. 파괴된 처녀지에서 아직까지도 출혈이 멈추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이토록 비벼대며 쥐여 짜는데, 마를 틈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아윽. 주인님. 제 모두를 가져가 주세요. 아악! 아응.” 그 말이 범석의 귓가에 울리며 가슴속 깊은 곳까지 자극했다. 아무래도 에르피나는 아픔만이 아닌 좀 더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그는 심호흡으로 행위를 가다듬은 후, 빠르게 허리를 진동시켰다. 푹퍽푹퍽푹퍽푹푹. “으응....... 으응응응...... 아악! 주인님! 너무나 사랑해요. 응응.”9/13 쪽 가중되는 아픔과 쾌감에 에르피나가 한 눈에 봐도 미끈하게 잘 빠진 양다리로 범석을 허리를 꽉 부여잡았다. 그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였다. 덕분에 중심을 잡기가 한층 수월해진 범석이 이를 지지대삼아 더더욱 애정의 율동에 열을 올렸다. “아앙! 주인님! 아응. 아앙!!” 난폭할 정도로의 침탈행위가 계속 되고 있었다. 그녀는 어느새 적응이 되었는지 힙을 그의 동작에 맞춰가며 같이 흔들어댔다. 아픔은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지만, 이로서 주인에게 기쁨을 안겨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푹퍽. 푹퍽. 푹푹퍽퍽. 찰싹 거리는 살 부딪히는 소리가 범석의 뇌리를 크게 자극했다. 에르피나의 허리를 잡고 있던 그의 양 손이 어느새 얼굴 쪽으로 이동하더니 삐죽 솟아올라있던 커다란 두 귀를 꽉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최대한 기어를 올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빠른 몸동작으로 그녀를 유린해 나갔다. 사방에는 애액과 핏물이 뒤섞인 액체들이 튀며 붕붕 떠다녔고, 에르피나는 하체로부터 전해져오는 진한 감흥에 온몸을 뒤틀어댔다. “아앙!! 주, 주인님. 더 이상은....... 머리가 새하얘져요. 아앙!! 주인님!!” 의식의 끝에 다다른 그녀가 양팔을 들어 범석의 목 줄기를 꽉 부여잡았다. 이대로 정10/13 쪽 신을 잃었다가는 주인이 선사하는 사랑의 증표를 느끼지 못할 경우가 생기니 최대한 버티려는 것이다. 하지만 본능을 이성으로 제압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 서서히 에르피나의 눈이 감겨져 갔다. “아아!! 제, 제발 제 안에다 아앙! 주, 주인님의 모든 사랑을 쏟아주세요!! 아앙!!” “헉헉. 알았어. 기다려.” 푹퍽푹퍽푹퍽. 처녀의 피로 질척거리는 에르피나의 뜨거운 계곡 벽은 삽입을 하는 것만 익어버릴 것만 같았다. 덕분에 사정의 징조가 뇌리로 끊임없이 전해져 오고 있었다. 강한 쾌감에 절정으로 향하는 길을 고속으로 질주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내 참기를 거부한 범석이 추악한 욕망과 더불어 자신의 액화된 분신들을 사정없이 방출했다. “아앙!! 주, 주인님!!” 철철 흘러오는 따듯한 감각을 받은 그녀가 한 방울이라도 허투로 흘릴세라 몸을 최대 붙여 자신의 체내로 모두 받아들였다. 그러나 움찔움찔 계속해 토해져 들어오는 애액으로 에르피나의 계곡 안은 이내 가득 차 버렸다. 결국 서로의 사랑의 접합면에서는 탁하고 끈적거리는 우윳빛 액체가 끊임없이 새어나왔다. 이제야 사정을 멈춘 범석이 그윽한 눈빛을 짓는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꽉 껴안았다.11/13 쪽 “에르피나. 아까 그렇게 제임스라는 놈에게 가고 싶어 했는데 어때? 보내 줄까? 후후.” 짓궂진 그의 말에 에르피나 기겁을 하며 고개를 흔들어댔다. 주종의식까지 한 엘프는 몸과 마음 모두가 주인을 향하게 되어있었다. 그녀는 범석에게 미움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울상을 지었다. “흑. 주, 주인님. 제발 그런 말 마세요. 저는 평생 주인님만을 바라볼 것에요. 제발 아까의 일은 잊어주세요. 흑흑.” 범석이 손가락으로 에르피나의 코를 튕겼다. “농담이야. 설마 내가 힘들게 얻은 너를 그 자식에게 보내겠냐? 너는 앞으로 평생 내 여인으로 살아야하고, 또 우리 팀에 들어와 열심히 검투사 생활을 해야 돼. 알았지?” “흑. 네. 전 주인님의 명이라면 무엇이든 들어드릴 것에요. 언제나 주인님을 위해 몸을 드릴 것이고, 검투경기에 나가서는 몸이 부셔져라 뛰며 주인님의 기대에 부흥할 것에요.” “그래.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다. 그럼, 또 시작하자.” “네? 뭘요?” “뭐긴 방금 네가 약속했잖아. 내가 원하면 네 몸을 준다고....... 왜 거짓말이었어?”12/13 쪽 에르피나가 황급히 다리를 벌려 음부를 드러냈다. “아, 아니에요. 빨리 제 몸을 탐해주세요. 제 몸은 언제나 주인님 것에요.” 피식 웃은 범석이 다시금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미 그녀의 심연의 균열은 온갖 더러운 물기로 그득했지만, 모두가 자신의 분신이요 사랑스러운 에르피나의 분출물이었다. 당연히 가릴 것이 없었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다음 또 갑니다.13/13 쪽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다음 또 갑니다. 다음 또 갑니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다음 또 갑니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다음 또 갑니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이후로 이들은 아론이 지구를 수없이 도는 동안까지 행위를 이어나갔다.< -- 입단 테스트 -- > 미하일 치료센터 정문 앞. 범석은 단출한 외출복을 입은 비너스와 함께 걸어 나오고 있었다. 수술 후 3주가 지난 지금. 그녀는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 ‘이제 시작하는 거야.’ 비너스를 바라보는 그의 눈길에는 뿌듯함이 연신 묻어나오고 있었다. 현재 그가 소유한 엘프는 모두 넷. 그 중 셋은 프로에서 활약을 한 적이 있는 출중한 실력자들이었다. 이제 비너스까지 퇴원을 했으니, 어느 정도 팀의 윤곽은 갖춰졌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얼마 전 팀 창단을 위해 인터넷에 검투사모집공고를 냈고, 오늘 오후에 데몬스포츠센터 검투도장에서 테스트를 하기로 했다. “이제 가시는 건가요?” 뒤쪽에서 들려오는 여인의 목소리에 범석이 고개를 돌렸다. 다름 아닌 수잔이었다. 그녀는 흰 가운의 주머니에 두 손을 파묻듯 넣고는 방긋 미소를 짓고 있었다. 병실에서 비너스를 범한 사건으로 한 동안은 소원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차차 관계를 회복해 작별인사를 나눌 정도는 되었다. 인간 여성은 호감도의 작용으로만 공략이 가능하니, 그동안 범석이 열심히 수작을 걸었던 터였다.회1/12 쪽 “네.” “이제 못 보는 건가요?” 천만에 말씀. 집요한 범석이 자신의 눈길에 포착된 여인을 포기할 리가 만무했다. 이미 전에 대화를 나누다가 연락처를 따놓은 상태였다. “글쎄요. 어차피 비너스의 건강검진도 받아야 하니, 다시 한 번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이대로 헤어지기 섭섭했는데 잘됐네요. 그럼 그 때 봬요.” 그 사이 공중을 선회하던 아론이 지면으로 내려서기 시작했다. 차문이 자동으로 열리자 범석이 비너스를 먼저 태우고는 수잔을 향해 작별을 고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네. 들어가세요.” 고개를 한번 까닥거린 범석이 아론의 안으로 들어갔다. 서서히 하늘로 오르던 그가 창가 너머로 보이는 수잔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렇게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 좀 아쉬운 모양이었다. 곧이어 아론이 서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치솟고는, 빠르게 앞으로 날아갔다.2/12 쪽 “비너스. 자 따라와.” 범석의 인도로 비너스는 4층의 검투장에 이르렀다. 그 안에는 레이미의 호령에 맞추어 검을 휘두르는 수강생들의 열기로 그득했다. 그리고 뒤로 대련을 펼치는 에르피나와 오스칼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신기한 듯 안쪽을 둘러보는 비너스를 이끌고 뒤쪽 슈트보관실로 찾아갔다. 슈트를 입지 않고 도장에 들어섰다가는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자. 여기서 슈트로 갈아입어. 그래야 도장에 들어갈 수 있어.”“네. 주인님.” 큼지막한 슈트를 두 개 꺼낸 범석이 그녀에게 건네주고는 탈의실로 안내했다. 엘프 전용 탈의실이었지만 그는 비너스를 따라 같이 들어갔다. 지금 시간에는 엘프들이 옷을 갈아입으러 찾아올 리가 만무했고, 그녀는 슈트를 착용하는 방법을 몰랐다.범석은 캐비닛을 열고 비너스가 벗어낸 옷가지들을 차곡차곡 걸어두었다. 그리고 속내의만 입고 있는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을 매만지며 슈트를 입혀주었다. “비너스. 입히는 걸 잘 봐둬. 나중에는 네가 직접 착용해야 하니까.” “네.” 슈트로 완전히 온몸을 가린 비너스의 머리에 범석이 헬멧을 씌워주고 나서는 무기3/12 쪽 진열실로 찾아들어갔다. 쭉 늘어서있는 검과 창, 방패들을 보며 그가 고민이 역력한 눈빛을 지었다. 이번 선택에서 비너스가 앞으로 어떤 검투사로 성장할지가 결정이 되었다. 무척 중요한 선택의 기로이니 백번이라도 심사숙고해야 했다. ‘으음. 비너스를 어떻게 키워나갈까?’ 검투경기의 포지션은 각각 선봉, 중견, 후미로 나누워져 있었다. 선봉은 가장 선두에 서서 상대의 진영을 무너뜨리고, 치열한 접전을 벌여야하니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검투사들이 맡게 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중견은 경기를 조율하고 선봉이 적 진영을 무너뜨리면 적절한 움직임을 통해 분단된 적을 효율적으로 각계격파를 해야 하니, 다재다능하고 영리한 플레이를 수행해 나갈 수 있는 검투사가 맡아야 했다. 후미는 깃발 검투사인 대장과 수호검투사들이 위치하는 포지션으로, 대장의 생존을 가장 우선시해야 했던 탓에 방어적 성향이 높은 검투사들이 그 포지션을 차지했다. 현재 범석의 엘프들의 포지션은 이러했다. 오스칼은 강인한 힘과 공격성을 지닌 관계로 선봉에 세웠다. 레이미는 프로생활 내내 중견을 맡았으니 당연히 중견이었고, 에르피나는 꼭 한 번 대장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후미에 세웠다. 이를 봤을 때 팀 성격상 비너스는 가장 숫자가 많이 필요한 중견에 넣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팀의 필요에 의해 그녀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훗날을 위해 좋지 못했다. ‘지금까지 봐온 결과로 비너스는 꽤 조용하고 얌전한 성격이었어. 당연히 선봉은 안 되고, 중견 또한 맞지를 않아. 그렇다면 확실히 후미 쪽이 좋을 것 같기는 한데.......'4/12 쪽 범석은 비너스의 포지션을 후미 쪽으로 완전히 못을 박았다. 그렇다면 후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검방 검투사가 적당했다. 그는 곧 방패가 놓여있는 진열대로 가서는 큼지막한 타워실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한 손 검을 꺼내러 갈려고 할 찰라 걸음을 멈짓했다. ‘아무리 후미 쪽에 검방 검투사들이 주를 이룬다고는 하지만, 굳이 순리대로 갈 필요는 없잖아. 검투경기에 나서다 보면 후미 쪽은 대장을 지키기 위해 거의 공격에 나서지를 않아. 그럴 바에야......’ 범석이 다시 뒤로 돌아 같은 타워실드를 하나 더 꺼내들었다. 비너스를 듀얼실더로 키우면 어떨까 싶은 것이다. 지금까지 이 게임을 지켜본 결과 그런 류의 검투사는 한 번도 본적이 없지만, 과거 다른 온라인 게임을 하며 듀얼실더를 플레이 한 적이 있었다. 미약한 공격력으로 레벨업은 극히 힘들었지만, 다 키우고 나면 그만큼 강력한 존재도 없었다. 철통같은 방어력과 블로킹률로 몹이나 상대길드의 공격을 맞상대하며 버티는 그 모습은 마치 바닥에 뿌리를 깊게 박은 청동상을 연상케 했다. 결정을 내린 그는 비너스에게 두 개의 타워실드를 들려주고는 도장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주인님 오셨어요.” “어서 오세요. 주인님.”5/12 쪽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던 에르피나와 오스칼이 득달같이 입구로 달려 나가 범석을 마중했다. 엘프들에게 있어 주인의 등장만큼 반가운 일은 없었다. 그는 듀얼실드를 들고 있는 비너스를 앞장세우며 말했다. “다들 알지? 비너스 말이야.” 오스칼과 에르피나가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범석과 함께 자주 병문을 가 만났던 탓에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여어. 우리 비너스 왔네.” “비너스 어서와. 몸은 이제 괜찮아?” 환대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비너스가 환한 표정을 지었다. “네. 많이 나았어요. 언니들 그 동안 잘 계셨어요.” 멀찌감치 지켜보던 레이미가 잠시 수련생들에게 자율훈련을 주문하고, 냉큼 달려와 범석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비너스에게 다가가서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긋 미소를 지어 보냈다.6/12 쪽 “비너스. 몸은 이제 괜찮아?” “네. 많이 나았어요. 수잔 선생님이 운동도 해도 좋다고 했어요.” “잘됐네. 그럼 따라와. 우리 수련생들 틈에 껴서 같이 훈련하자.” 범석이 레이미의 어깨를 도닥이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비너스는 내가 가르칠 거야. 듀얼실더로 키울 것이거든.” “듀얼실더라니요? 그게 무슨 말이죠.” “말 그대로 두 개의 방패를 가지고 싸우는 검투사야. 공격력은 미미하지만 방어력은 아주 높으니까 대장을 지키는 후미로는 적당한 듯 보여서.” 레이미가 그럴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검투사계열이지만 의외로 전술적으로 효과가 높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체로 후미의 포지션을 맡고 있는 검투사는 셋 정도. 그중 하나는 대장검투사이니, 둘이 수호검투사였다. 그런데 이들은 극히 방어적 성향을 띄던 까닭에 공격을 나서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럴 바에는 완전히 방어에 치중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또 듀얼실더 하나만으로 대장검투사를 지키게 하고 나머지 수호검투사를 중견이나 선봉으로 교체한다면 팀의 공격력은 극히 높아지게 되었다. “으음. 확실히 나쁘지 않은데요. 가능만하다면 저희 팀은 다양한 전략전술을 사용하는 까다로운 팀이 될 수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기존에는 그런 류의 검투사가 없다는 7/12 쪽 점이 문제에요. 방향을 제시할 견본이 없으니,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어요.” “괜찮아. 전에 내가 해봤으니까. 그래서 내가 가르친다는 거야.” 레이미가 무표정으로 두 눈을 깜빡거렸다. 도대체 그의 한계를 어디까지인지 정말 몰랐다.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노련한 검술을 보여주더니, 이제는 검투계에 존재하지도 않는 듀얼실더도 해봤단다. 그것도 20살이 갓 된 나이에 말이다. 왠지 인간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아, 아. 그러세요. 그럼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 말은 들은 비너스가 좋아 어쩔 줄 모르겠는지 웃음꽃을 만발하게 피었다. 주인인 그가 가르침을 내려준다는 사실은, 그 만큼 오래 함께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엘프에게는 그만한 축복도 없었다. 이런 그녀를 데리고 범석이 도장 구석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말이 나온 김에 빨리 훈련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비너스. 앞으로 네가 쓸 무기는 들고 있는 두 개의 방패다. 무구가 두 개라 혹 어렵다고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상 초심자에게 가장 유리한 무기가 이거다.” “네. 알겠어요.”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는 비너스였다. 이에 살며시 미소를 지은 범석이 그녀가 들고 8/12 쪽 있는 방패들을 뚝뚝 치며 강의를 시작했다. “방패 다루면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움직임을 최소화 하는 거다. 따라해 봐 이렇게.” 하며 범석이 왼손을 적당히 쥔 채로 팔을 최대한 굽힌 다음 어깻죽지를 꽉 붙였다. 이에 비너스가 보고 똑같이 자세를 따라했다. “이, 이렇게요.” “그래. 그리고 오른 손에 든 방패는 공격도 겸해야하니 언제든 앞으로 뻗을 수 있도록 어깨와 수평 된 자세에서 대각선 45도 각도로 들어라. 아무리 방어력을 중시하는 듀얼실더지만 상대에게 언제든 타격을 먹을지 모른다는 위협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매 맞는 허수아비에 불과하지 않는다.” 설명이 어려웠던지 비너스의 검을 쥔 손이 엉성해 보였다. 하는 수 없이 범석이 일일이 손으로 만져가며 자세를 교정시켜 주었다. “이젠 됐나요?” “그래. 딱 그 자세에서 두 발을 어깨 넓이 정도로 벌린 다음 무릎을 살짝 굽혀.” 말대로 하자 비너스의 자세가 보기에도 그럴싸하게 변모했다. 만족스러웠는지 범석9/12 쪽 이 다음 과정으로 넘어갔다. “다음은 이동이다. 이동은 항시 왼발을 먼저 가고자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오른 발이 뒤따른다. 이렇게.” 그가 시범삼아 전후좌우 한 번씩 이동했다. 이를 집중해서 본 비너스가 그 자세 그대로 따라했다. 척 봐도 절도 있는 자세로, 보고 있는 범석의 눈을 즐겁게 했다. “그래 잘했다.” 계속된 칭찬에 기쁜지 비너스의 볼에 붉은 기운이 만연해졌다. 하지만 다음으로 이어지는 범석의 공격에 당혹해하며 방패를 든 팔을 들었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자세를 흐트러뜨린 그녀가 황급히 몸을 추슬렀지만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그의 검이 목 부위를 겨누고 있던 것이다. 실전이었으면 여기서 승패가 갈렸다고 볼 수 있었다. “시,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해요.” “미안해하기 보다는 지금 네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넌 방금 무리하게 팔을 드는 바람에 방패의 자세를 흐트러뜨렸다. 그래서 내 다음 공격에 목을 허락한 것이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방패를 든 손을 최대한 안정되게 고정시켜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10/12 쪽 “방패로 상대의 공격을 막을 때는 팔을 움직여 막는 것이 아닌, 네 몸의 중심을 이동시켜 막는 거다. 즉 허리와 다리를 이용하란 말이다.” 언뜻 의미를 알아들은 비너스가 굳은 표정으로 다시금 자세를 취했다. 이에 범석이 다시금 검을 내질렀다. 그녀는 움츠림이 좀 있었지만, 조언대로 살짝 허리만을 움직였다. 쿵하며 튕겨져 나가는 범석의 검. 그가 다시 검세의 방향을 바꿔 비너스의 머리를 공격했다. 하지만 안정된 자세로 방패를 쥐고 있던 그녀가 살짝 허리를 뒤로 젖혀 쉬이 막아냈다. 기특했던지 검을 바닥에 세운 범석이 조용히 박수를 쳤다. “잘했다. 그렇게 하는 거야. 이제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자.” 이제야 활기찬 표정을 찾은 비너스가 다른 방패를 들고 있던 오른손을 흔들었다. “주인님. 그러면 이제 공격하는 방법을 배우는 건가요?” 그 말에 범석이 슬며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었다. 생전 처음 무구를 만져보는 그녀에게 다양한 잡기를 가르치는 것보다는 한 가지 기술을 완벽하게 습득하게 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현재로서는 지금까지 배운 방패 막기를 복습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11/12 쪽 “아니. 공격하는 법은 나중에 배운다. 당분간은 방금 전에 배운 왼손방패 막기의 실전뿐이다. 알았지?” 공격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비너스는 바로 방패를 몸 쪽에 바짝 세웠다. 주인의 말을 충실히 따르는 것은 엘프의 본능이었다. 곧이어 범석의 공격이 시작되었고, 그녀는 중심이동을 통하여 적절히 막아나갔다.다음 또 갑니다.12/12 쪽 다음 또 갑니다.12/12 쪽 < -- 입단 테스트 -- > 오후가 되자 일단의 무리들로 도장 안이 북적였다. 200여명 조금 넘는 숫자로 모두 범석의 팀인 갓즈나이츠팀에 가입하러온 재야검투사들과 그 주인, 친지들이었다. 그런데 다들 당당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꽤나 실력이 출중한 듯 보였다. 범석이 연봉 15만 크랑을 제시하며 어느 정도 경력을 갖춘 자만을 모집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 해에 225만 크랑 정도가 소요되지만 그만큼 팀의 질은 월등히 높일 수가 있었다. ‘이 중에서 15명을 뽑아야 한다는 거지.’ 일반인을 제외하니 지원자는 대충 100여명정도로 보였다. 이 정도 숫자라면 정보창을 통해 발전성이나 실력을 상당부분 파악할 수 있었다. 한 명 확인하는데 1분씩만 따져도 대충 시간 반이면 끝났다. 그는 미리 마련한 탁자 옆 좌석에 비너스와 함께 앉았다. “자! 일단 면접과 수험표 배분이 있겠습니다. 지원자는 제 앞에 한 줄로 서주십시오.” 그러자 주인의 독촉을 받은 엘프검투사들이 일제히 한 줄로 섰다. 그녀들은 별다른 긴장을 하지 않은 채 차례로 범석의 앞에 앉았다. 질문도 그저 이름이나 집이 어디냐회1/11 쪽 는 간단한 내용뿐이니, 면접을 빙자한 수험표 배분쯤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면접은 그녀들의 실질적인 합격과 탈락을 결정하는 테스트였다. 범석이 해당 수험번호 옆에 O, X를 표기하면 테스트 진행인을 맡고 있던 오스칼과 레이미, 에르피나가 건성으로 몇 번 검을 맞댄 다음 전송되어져 온 내용에 따라 1차분 합격 여부를 결정하게 되어 있었다. “이름은?” “히나에요.” “집이 어디지?” “리마시티 중부 뷰티플아파트 3224호실이에요.” “원하는 포지션은?” “중견이에요.” 물끄러미 히나의 정보창을 확인한 범석이 번호와 이름을 기입하고는 몰래 그 옆 OX체크란에 O를 표기했다. 정보창을 확인해 본 결과 모든 능력치가 60대를 넘어섰고, 잠시나마 프로의 경력도 있어 주전으로도 꽤 유용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좋아 히나의 수험번호는 11번이다. 2번 시험감독관인 레이미에게 가보도록 해.” “네. 알겠어요.” 이렇게 한참을 면접 보는 가운데 뜻밖에 낯익은 인물이 앞좌석에 착석했다. 전에 워2/11 쪽 커옥션마켓에 들렸을 때, 제임스라는 자에게서 에르피나를 빼앗기 위해 자신이 구입했던 폴리아였다. 다만 문제는 좋지 않게 헤어져 이 자리에 나올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어. 폴리아 여기는 어떻게 왔어?” “에르피나에게서 듣고 왔어요.” 물끄러미 에르피나를 한 번 바라본 범석이 이내 다시금 대화를 이어나갔다. “연락은 하고 지내나 보지?” “네. 일단 걱정이 되었으니까요. 처음에는 당신이 꽤 나쁜 사람인줄 알았거든요.” “그래? 지금은?” “지금은 저나 주인님도 나쁘게 보지 않고 있어요. 에르피나 말로는 범석님은 절대로 주인 없는 엘프들을 팀에 영입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범석이 인정하며 고개를 주억였다. 특별히 그런 관념을 가지고 검투사들을 뽑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팀에 주인 없는 엘프들이 낄 자리는 없었다. 그가 주인 없는 엘프를 영입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시식을 해버리던 탓이다. “으음. 맞아. 우리 팀은 엘프의 불행을 바라지 않으니까.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주인 없는 엘프는 우리 팀에 존재하지 않을 거야.”3/11 쪽 “그래서 저와 주인님도 과거의 일은 잊기로 했어요. 범석님과 같은 사람들이 현재 스포츠시장의 이사장들이었다면 저희가 그 오랜 시간동안 가슴을 졸이며 살아갈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최소한 당신은 여타 프로팀 관계자들보다는 훨씬 인격자에요.” 그런 사악한 짓을 벌이고도 칭찬을 듣기란 처음이었다. 범석은 크게 코울림을 연발하고는 용건을 물었다. “크응. 그럼 오늘 이 자리에 온 이유는 뭐지?” “저도 이 팀에서 뛰고 싶어서요. 에르피나도 자주 만날 수 있고, 한 번 정도는 정말 즐기는 마음으로 검투경기에 임하고도 싶었어요. 그리고 주인님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 “왜? 제임스씨가 회사에서 짤렸냐?” “그렇지는 않아요. 경제위기 때문에 회사사정이 좋지를 않아, 근래의 급여가 잠시 밀렸을 뿐이에요. 그래도 많은 동료들이 퇴직을 당해 좀 걱정하시는 분위기셨어요.” 고개를 죽억인 범석이 두 말할 것도 없이 배정된 번호 옆에 ‘O'를 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 신체능력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수십 년간 프로생활을 해온 폴리아였다. 당장에는 주전 검투사로 활동할 수 있고, 훗날 프로로 올라가면 코치로 전환시켜도 됐다. “좋아. 원하는 포지션은?”4/11 쪽 “후미의 수호검투사에요.” “그래. 그럼 3번 시험관인 에르피나에게 가봐.” “네. 알겠어요. 잘 부탁드려요.” 폴리아가 자리를 떠나가자 뒤이어 계속해서 응시생 엘프들이 면접을 받으러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한 시간 후 면접이 끝나자 도장 내에는 이미 대부분의 응시생들이 자리를 빠져나간 상태였다. 범석에게 전송받은 정보를 통해 합격여부를 결정하니, 1차 테스트의 진행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금 28명만의 응시생들만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녀들은 축하를 해주는 주인과 포옹을 하며 합격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자 그럼 2차 테스트를 시작해 볼까?’ 두 번째 테스트는 남아있는 응시생들끼리 서로 대련을 시키는 일이었다. 정보창으로는 정확한 검술실력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진정한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련을 통해 얻어지는 데이터로 평가를 내려야 했다. 그러나 후미만큼은 오스칼과 에르피나에게 맡겨 테스트를 진행하도록 해야만 했다. 이들의 주요임무는 상대를 쓰러뜨리기 보다는 대장검투사를 보호하는 일이었기에, 방어능력을 최우선시해야 했다. “자. 2차 테스트는 후미를 제외하고는 서로의 대련을 통해 결정한다. 물론 승패가 합격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실력만 출중하다면 패배한 자도 합격될 수 있다. 그러5/11 쪽 니 최선을 다해 이번 대련에서 자신의 모든 기량을 뽐내도록. 다만 후미 포지션은 대련이 완료된 이후 오스칼과 에르피나로 하여금 따로 테스트를 진행할 테니 한 쪽에 빠져 있도록 해라.” 범석의 외침에 검과 방패를 동시에 든 6명 정도의 엘프가 무리에서 빠져나와 도장 구석으로 갔다. 그는 곧 자신의 엘프들에게 포지션별로 스케줄을 짜라고 명령했다. 이에 레이미가 응시생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대련에 들어갔다. ‘휴~ 나쁘지는 않은데 좀.......’ 2차 테스트에 들어간 응시생들은 하나같이 모두 출중한 기량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히나와 스테파니라는 검투사는 프로급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대다수는 아마추어검투사들에 비해 낫다는 것이지, 실력이 가장 떨어진다는 에어리어리그의 프로검투사들과 비교해 봐도 한 단계 낮은 수준이었다. 올해는 아마추어리그에게서 활동하니 어떻게든 팀을 이끌고 나갈 수 있겠지만 만약 내년 팀을 프로에 올라간다면 대대적인 팀 개편 작업을 불가피했다. ‘문제는 돈이야.’ 최하위리그인 에어리어리그에서 그것도 강등권을 전전긍긍 해매는 팀도 최소 수억 크랑을 간다고 했다. 프로라는 가치로 그런 큰 금액이 매겨진 탓도 있지만, 어느 정도 6/11 쪽 자산적가치도 포함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범석에게는 아직까지 3667만 크랑의 거금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일반 대중들이 봤을 때의 얘기이지 프로팀 창설 비용으로는 택도 없이 모자랐다. 게다가 이 돈도 이번에 들어갈 연봉 225만 크랑과 대회에 참석하기 위한 물리력반응슈트 구입비용 60만 크랑까지 빼면 대략 3400만 크랑뿐이 남지 않았다. ‘일단 최대한 대회를 출전해서 자금 장만하는 일이야.’ 갓즈나이츠가 올해 참여할 수 있는 대회는 여름에 열리는 GA컵과 가을에 열리는 세미프로컵대회. 그리고 내년 초봄에 개최되는 승격토너먼트대회였다. 여기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올려준다면 대회 상금만 1000만 크랑이 넘게 댕길 수도 있을 듯 보였다. 털컹. 그때였다. 한 백발의 젊은 인간여성이 헐레벌떡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염치없게도 도장 안이 떠나가도록 외쳤다. “저기요! 입단테스트를 시작한 건가요!” 아무래도 지각생인 듯 보였다. 범석은 긴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중요한 입단 테스트를 늦을 정도라면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아웃이었다. 당연히 테스트에 7/11 쪽 방해가 안 되도록 내쫓아야만 했다. “이봐. 입단 응시생 같은데 지금이 몇 시인 줄이나 알아? 거의 테스트가 끝나가는 상태라고. 그만 가봐.” 백발의 여인이 그를 송구스러운 표정으로 직시했다. “미안해요. 오늘 여기서 입단 테스트가 있다는 사실을 방금 전에야 봤어요. 확인하자마자 급히 서두르기는 했는데 이렇게 늦고 말았어요.” 범석도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방금 전에야 입단 테스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데에 어쩌겠나? 그리고 인간 여성치고는 꽤 괜찮은 외모가 왠지 마음에 끌렸다. 160정도의 키에 갓 20대가 되었을 법한 외모를 지녔고, 얼굴은 계란형에 머리칼과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뽀얀 하얀 색의 피부가 도드라졌다. 슈트 때문에 몸매가 가려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상당한 미인형이었다. “개조인간인가?” “네. 맞아요. 올해 시술을 받고 병원에서 막나왔죠.” 그렇다면 팀에 들어올 최소한의 조건은 갖추고 있는 상태였다.8/11 쪽 “검술 경력은?” “저, 저기. 그게....... 없어요. 솔직히 말하면 한 번도 검을 만져본 적이 없어요.” 너무 솔직한 답변에 범석이 기가 찼다. 아무리 아마추어라고 하지만, 자신의 팀은 세미프로팀이었다. 그래서 15만 크랑이나 되는 연봉을 제시하며 검투사모집공고를 냈고, 여기에 자격사항을 엄격히 두었다. 당연히 초심자는 영입불가였다. “혹시 모집공고나 우리 팀 사이트에 들려보고는 왔어?” “네 아주 자세히 봤어요. 그래서 여기 왔잖아요.” “그럼 초심자는 뽑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 텐데 무슨 염치로 왔지?” “그러지 말고 사정 좀 봐주세요.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잖아요.” “뭐라? 너랑 나랑 아는 사이라고?” “네. 저 엠마에요. 혹시 모르시겠어요?” 엠마고 애마부인이고 간에 그딴 이름은 게임을 시작한 이래 한 번도 들어본 역사도 없었다. 아니 백발의 머리칼을 한 개조인간 자체를 오늘에서야 처음 봤다. 그는 혹시나 붙어먹기 위해 수작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는 인상을 푹 찌푸렸다. “아니. 보아하니 오늘 처음 보는 사람 같은데. 어떻게 나를 안다고 그래? 나 본 적이 있어?” “혹시 같은 병원에 있지 않았나요?”9/11 쪽 병원은 아니지만 치료센터라면 비너스 탓에 오늘까지 종종 들리고는 했다. 하지만 그녀가 입원한 곳은 1인실. 다른 엘프환자나 그 주인을 만났을 이유가 없었다. “글쎄. 소유 엘프하나가 치료를 받을 일이서, 잠시 치료센터에 다닌 적이 있었지. 거기서 만났나?” “아뇨. 치료센터 말고요. 인간들이 다니는 병원이요. 사이트 인적사항에서 보니까, 범석님은 올해 성적 우수생으로 연방정부에서 주관하는 무료 신체개조시술을 받았다고 했는데, 잘못 기입된 건가요?” 범석이 속으로 뜨끔했다. 직접 플레이를 한 적은 없었지만, 설정 상 자신은 병원에서 신체개조시술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하, 하하. 그런 일이 있었지. 아 그래. 시술을 받으러 병원에 다닌 적이 있어. 잠시 깜빡했네.” “그럼 절 아시겠네요. 저도 연방정부에서 주관하는 무료 신체개조시술을 받았거든요. 그때 해당되는 사람은 모두 중앙국립병원에서 시술을 받았잖아요.” 범석이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과거설정을 부정할 수 있는 자가 나타난 때문이었다. 자칫 이 세계에 큰 혼란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일, 어이없는 엔딩을 피하10/11 쪽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고비를 넘겨야 했다. 범석은 모두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고는 도장 밖으로 나갔다. 다음 또 갑니다.11/11 쪽 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고비를 넘겨야 했다. 범석은 모두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고는 도장 밖으로 나갔다. 다음 또 갑니다.회11/11 쪽 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고비를 넘겨야 했다. 범석은 모두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고는 도장 밖으로 나갔다. 다음 또 갑니다.회11/11 쪽 < -- 입단 테스트 -- > “하하하. 무슨 소린지 도통 모르겠네. 너 나 알아?” “만나보면 알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저도 기억이 없네요. 혹시 시술을 받은 해가 올해가 아니라 작년이나 제 작년인가요?” 확신에 찬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는 엠마로, 범석은 더더욱 궁지에 몰렸다. 설정 상 자신이 시술을 받은 해가 바로 올해였고 정보기관 전산망에도 그리 기입되어 있었다. 만약 이 상황에서 그녀의 말대로 작년이나 제 작년에 받았다고 거짓을 말했다가는, 언젠가는 크게 들통이 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가 있었다. 그는 잠시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손등 부위장갑으로 닦아내었다. “아, 아니. 올해 신체개조시술을 받은 것이 틀림없어.” “하긴 오면서 몇몇 선배님들에게 통화를 해봤는데, 범석님이라는 이름 모르다고 하긴 했어요.” ‘뭐야. 그쪽까지 손을 뻗어놓고 나를 몰아 세운거야? 거짓말을 했다면 꼼짝없이 당할 빤했네. 그나저나 급하게 왔다면서 별 것 다 조사하고 왔네.’ 범석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엠마에 대한 정체를 모르니 도저히 어떠한 회1/12 쪽 말을 꺼내야 할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무슨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녀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기로 했다.이름 : 엠마 홀슨.구분 : 개조인간(0년).소속 : 없음.명성 : 21.악명 : 0.호감도 : 36.H유무 : 무.스테미나 : 6100/8200.사회성 : 48+10, 근력 : 63 체력 : 61.민첩 : 63, 균형감각 : 59, 지능 : 94+10.정신력 : 67+10. 판단력 : 78+10, 재주 : 37.운 : 45.현재기량/잠재능력 : 615/824.특성 : 탁월한 지식.2/12 쪽 특이사항 : 연방정부로부터 개조신체시술을 무료로 받은 자들의 모임인 흑사회의 회원. 제로스 은행에 사원으로 입사했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불황으로 권고사직 당함. ‘흑사회? 웬 마피아스러운 이름이냐? 젠장 하여간 제대로 걸렸군.’ 특이사항을 확인한 결과 그녀는 연방정부로부터 개조신체시술을 무료로 받은 자들의 모임인 흑사회의 회원이었다. 그런데 이 정보는 너무 단편적이라 어떤 수작을 펴야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완벽한 변명을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정보입수가 필수였다. ‘그나저나. 능력은 대단하네. 잠재능력이 824나 되다니, 이거 잘만 키우면 월드리그에서 후보로까지 활용 가능하겠는데.’ 어느새 그의 눈길은 위의 능력치 스텟으로 향하고 있었다. 신경을 끄기에는 엠마가 지닌 능력이 너무도 출중했던 탓이다. 신체 능력도 에어리어리그에 적응할 만큼 높은데다가 지식을 비롯한 정신적인 분야는 사회성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수준급 이상이었다. 거기다가 보유한 특성인 ‘탁월한 지식’ 비록 정신적인 부분에 한정된 스텟에만 적용되지만 영구히 10씩을 올려주는 터라, 언제나 고른 능력을 보일 수 있어서 좋았다.3/12 쪽 ‘어떻게 하지? 영입도 하고 싶고, 현재의 곤란한 상황에서 탈출도 해야 하고 말이야.’ 하지만 영입문제는 그리 걱정할 바가 못 됐다. 이 자리에 나왔다는 자체가 자신의 팀에 들어올 마음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은, 아무리 불황으로 다니던 은행에서 해고되었다고는 하나, 왜 갑작스럽게 검투사를 하겠다고 나섰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범석님은 누구세요? 연방정부에서 제공하는 무료개조시술을 받았으면서 왜 우리가 모르는 것이죠?” 화들짝 정보창을 닫은 범석이 헛기침을 연발하며 오히려 질문을 던졌다. “그 전에 하나만 묻겠는데. 너 혹시 흑사회 멤버냐?” “아 네. 그래도 흑사회가 뭔지 아시나 봐요?” “음. 얘기는 들어봤어. 연방정부로부터 개조신체시술을 무료로 받은 자들이 모임을 만들었다고 말이야. 그런데 흑사회에 대해 설명해 줄래? 나는 자세히 모르거든.” “그럴 리가 없는데요. 선배님들이 시술받은 병원에 와서 일일이 설명해줬을 텐데요?” “글쎄요. 난 있다는 얘기만 들었지, 자세한 얘기는커녕 선배가 직접 찾아오지도 않았어.”4/12 쪽 그의 보챔에 고개를 갸웃거린 엠마가 결국 흑사회에 대한 얘기를 나영하기 시작했다. 연방정부는 학생들의 학업능력 성취를 위해 매년 성적이 좋은 100명에 한하여 신체개조시술을 무료로 해주고 있었는데, 모두 같은 국가병원에서 시술을 시행하고 있었다. 덕분에 이들은 입원하는 동안 깊은 유대감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은 흑사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사회에 진출해서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특유의 천재성과 친목단체인 흑사회의 힘을 빌려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발휘했는데, 대다수가 공공기관, 기업, 은행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위직을 역임하고 있었다. “오. 대단한데. 그런데 왜 하필 이름이 흑사회냐?” “저희가 시술 받은 병원 앞에 고급 중식당이 있는데, 이름이 흑사회이에요. 그곳에서 매년 퇴원을 하는 후배들을 데리고 모임을 가졌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을 지었데요.” 흑사회의 멤버는 매년 배출되는 100명의 무료 신체개조를 받은 개조인간들뿐이었다. 매우 적은 수로 한 명, 한명이 너무도 소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선배들은 후배들이 배출되는 시기에, 직접 찾아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면서까지 그들을 조직에 끌어들였고, 사회에 진출하면 물신양면으로 돌보며 재능을 키워주었다. 그리고 선배들의 도움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이들은 다시 후배를 끌어드리는 식으로 조직을 유지시켜 나갔고, 수십 년의 세월동안 그 명성을 사회 전반에 널리 알리고 있었다.5/12 쪽 “오. 역사도 깊네. 얘기 잘 들었다.” “그럼 이제 설명해 주시겠어요? 어째서 같은 병원에서 시술을 받고 입원한 우리들이 서로 얼굴을 모를 수가 있는 것이죠?” 범석이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정보가 있으면 대처방법은 쉽게 생각해 낼 수 있었다. “서로가 전혀 다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그럼 무료시술을 받은 것이 아니란 말인가요? 아까는 받았다고 했잖아요. 저에게 거짓말을 한 건가요?” “아니. 무료시술은 받았어. 다만 너와 달리 학업성취에 의한 시술이 아니었고, 시술 받은 병원도 중앙국립병원이 아니라 다른 병원이었어.” “서, 성적이 아니라면 뭐로 받은 것이죠?” “검술이야. 연방정부에서는 학업성취도로만 신체개조시술을 무료로 해주는 사항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모양이야. 그래서 스포츠분야에서도 천재성을 발휘하는 학생을 찾았고, 시험 삼아 최초로 내가 그 예가 되었다. 그러니 우리가 서로를 알 리가 만무하지. 너희들을 무료시술해준 기관은 교육부였고, 나를 무료시술 해준 기관은 문화체육부였으니까.” 마음껏 지어내고 떠벌리는 범석이었다. 어차피 설정에만 어긋나지 않는다면 게임 6/12 쪽 시스템이 적당한 선에서 그 말을 진실로 둔갑시키게 되어 있었다. 그 만큼 플레이어의 존재를 숨기는 일은, 게임 내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그, 그런 일이 있었군요. 역시 정치계 일각에서 그런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군요.”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뚜렷하게 공식화 되지는 않았는데요........” 하며 엠마가 자세한 사항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흑사회의 사회적 위치는 그 적은 숫자에도 불과하고 아주 지대했다. 기껏 해야 만여 명이 넘지 않은 세력이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니, 이를 질시하는 자들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이런 그들을 와해시키기 위해 여러 수작을 걸어왔고, 흑사회는 자신들의 힘으로 이런 불온한 세력에 맞서서 조직을 지켜왔다. 그런데 최근에 붉어져 나온 소문은 흑사회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흑사회 조직원은 특유의 지적 능력으로 사무직에 진출해 성공가도를 달리는데, 굳이 예산을 낭비하며 개조인간화 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한 논의였다. 신체개조시술은 신체적 능력만 끌어올리는 것이지 지적능력을 상승시키지는 못했던 이유에서였다. 딴에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말이지만, 흑사회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의견이었다. 만약 이 소문대로 정책이 이어지고 연방정부에 의한 무료 신체개조시술이 사라진다면, 흑사회는 더 이상의 조직원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차츰 조직의 힘이 약해지다가 결국에 가서는 와해될 수밖에 없었다.7/12 쪽 “아니 그럼 다른 개조인간들을 회원으로 받아드리면 될 것 아니야?” “그건 안돼요. 그럼 흑사회의 창설의미도 희석되고, 조직의 단결력도 약해지게 되요. 저희의 힘의 근간은 부모의 도움 없이도 자신만의 힘으로 새로 태어났다는 끈끈한 유대관계에서부터 시작되니까요.” 이 사태를 맞이해 여러 고민을 한 흑사회는 한 가지 묘수를 떠올렸다. 올해 태어난 조직원의 일부 중 하나를 스포츠계통에 진출 시키자는 의견이었다. 그 주장이 흘러나온 데에는 자신들 조직원이 신체를 사용하는 직업에 종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니,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프로선수가 조직 내에서 나온다면 그들 주장을 충분히 반박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스포츠사업 쪽에는 자신들의 영역이 없으니, 이 기회에 그분야로까지 영향력을 넓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 이에 흑사회는 올해 기수 중 신체적으로 가장 탁월한 엠마를 스포츠계열에 진출시키기 위해 불황에 의한 권고사직 형태로 다니던 은행에서 나오게 하였다. “후후. 이해는 가지만 왜 하필 권고사직이냐? 그냥 나와도 됐을 텐데.” “그럼 3년 치의 연봉과 함께 소정의 위로금을 받을 수 있거든요. 그냥 사표를 던지면 입사한지 일 년이 안됐기 때문에 퇴직금도 못 받고요. 다 선배님들의 배려라고 할 수 있죠.” 고개를 끄덕인 범석이 이제까지와는 달리 눈에 힘을 주고 엠마를 노려봤다. 처지도 8/12 쪽 이해하고 잠재능력도 탐이 나기는 하지만, 눈으로 보지 않아도 훤히 드러날 실력으로 오늘의 입단 테스트에 참가했다는 사실이 너무도 뻔뻔해 보였다. “좋아. 다 이해해. 그런데 엠마씨는 오늘 무슨 까닭으로 이 자리를 찾아온 거냐? 설마 친분만 믿고 테스트에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겠지?” “그, 그건.......” 사실 그녀는 범석을 흑사회에 가입하지 않은 무료 시술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선배들이 열성을 다했다고는 하나, 간혹 이런 제의를 거절하고 스스로의 길을 가는 자들도 없지 않아 있었다.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꺼려하거나 원래부터 집안이 부자라서 가입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자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흑사회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해도, 같은 병원에서 장시간 함께 했었다는 인연이 있었다. 이에 엠마는 이를 빌미로 갓즈나이츠팀에 들어갈 수 있도록 청탁을 넣어보려고 했다. “청탁? 너희는 프로선수를 원하는 거잖아? 우리는 알다시피 갓 출범한 아마추어라고.” “그렇긴 한데. 프로 어느 팀이 저를 선수로 채용하겠어요. 스포츠계통은 흑사회의 입김도 작용하지 않는 영역인데요. 그래서 프로의 진출 가능성이 많은 아마추어팀을 찾다가 범석님의 팀을 발견한 것에요. 사이트에 나온 내용을 보니 갓즈나이츠팀에는 와이드리그에서 활약한 프로검투사가 다수 존재하고, 앞으로 프로팀을 지향한다고 9/12 쪽 적혀 있더라고요.” “그럼 너는 우리 팀이 프로로 진출하면 같이 묻어서 프로가 되려고 생각했던 거야?” 엠마가 마지못해 고개를 주억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염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흑사회의 일이 시급해진 지금. 한 시라도 빨리 자신이 프로에 입성할 필요성이 있었고, 갓즈나이츠팀은 그 조건에 가장 합당했다. 비록 서로 다른 병원에서 시술을 받아 인연은 없지만, 어쨌든 아무런 지원 없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개조인간으로 다시 탄생된 자였다. 어쩌면 같은 처치에 있는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지도 몰랐다. “네. 맞아요. 그런데 프로만 되어서는 안 돼요. 어떻게 해서든 경기에 출전해서 팀에 일정부분 수훈을 세워야 해요. 그래야 흑사회가 반박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거든요.” 범석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당장 전력으로 사용하기 힘들지만, 그녀의 잠재능력을 볼 때 언젠가는 팀에 큰 공헌을 할 만큼 성장할 터였다. 지금의 능력만을 내쫓기는 너무나 아깝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뭐. 딱한 사정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초보나 다름없는 엠마씨를 합격시킬 수도 없고, 명분만 있다면야 고려해도 나쁘지는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만약 저를 입단 시켜주면 흑사회에서 많은 도움을 줄 것에요. 상당한 액수의 기부금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 프로로 진출하면 괜찮은 기업스폰서를 구하기도 쉬워질 10/12 쪽 것에요.” 그럼 얘기가 달라졌다. 실력 있는 검투사를 뽑는 이유는 팀 전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이었다. 마찬가지로 돈을 장만하는 일 또한 전력강화의 한 예라고 할 수 있었다. 자금이 풍족하다면 뛰어난 검투사를 영입할 수 있었고, 소속팀은 그만큼 강해졌다. “그렇다면야 굳이 떨어뜨릴 이유가 없지. 일단 추가로 한자리 만들어 놓고 기부금 액수에 따라 입단여하를 결정하겠다.” “저, 정말인가요? 정말 감사드려요.” 대놓고 붙었다고 가정하는 엠마였다. 기부금의 액수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단서가 달리기는 했지만, 흑사회에서 그가 만족할 만큼의 자금쯤 조달 못할 리가 없었다. 이런 그녀를 보고 범석이 조심스레 한 마디 내던졌다. “그리고 오늘 나눈 대화는 팀원들에게 비밀이다. 알려지면 팀 분위기를 해칠 수 있는 요인이 돼. 넌 그저 연습생 신분으로 팀에 들어온 거야. 알았지?” “여, 연습생요? 그럼 시합에는요?” “아직 중요한 경기에는 못 보내지. 팀의 사활이 걸린 시합에 초보자인 너를 출전시킬 수는 없잖아. 단지 약한 상대를 만났거나 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많아졌을 때에는 출전시킬 수 있어. 또 네가 빨리 성장하도록 레이미에게 전문 교육을 받도록 해줄 거야. 그럼 언젠가는 우리 팀의 주전으로 활약하는 날이 오겠지.”11/12 쪽 그 정도면 엠마도 만족이었다. 검조차 잡아보지 못한 자신이 중요 시합에 나가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는데다가 발전을 위해 특별한 훈련스케줄을 마련해준다고 했다. 여느 다른 팀에 가도 이 이상의 대우를 받기란 힘들었다. “알았어요. 대신 종종이라도 출전시켜줘야 해요.” 고개를 끄덕인 범석이 그녀를 데리고 2차 테스트가 한창인 도장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는 응시생들의 대련을 끝까지 유심히 지켜보고는 합격한 15명의 검투사를 그 자리에서 발표했다. GA컵 시작까지 몇 주뿐이 남지 않은 상태라 합격자 발표로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그리고 며칠 간 범석은 몇 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바로 체육진흥공단을 비롯한 여러 국가기관과 사설 기업들이었는데, 신청도 하지 않은 지원금과 기부금을 제공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었다. 모두 합쳐 자그마치 1500만 크랑이나 되는 거금으로, 처음에는 꺼림칙했지만 이내 엠마와 흑사회를 떠올리고는 냉큼 받아 챙겼다. 다음 또 갑니다.12/12 쪽 로, 처음에는 꺼림칙했지만 이내 엠마와 흑사회를 떠올리고는 냉큼 받아 챙겼다. 다음 또 갑니다.12/12 쪽 < -- 흑사회와의 대면 -- > 완연한 초여름의 날씨였다. 어제 밤사이에 내린 비는 리마시티시민체육공원을 땅을 촉촉이 젖게 만들었다. 나무들은 싱싱한 푸른 잎을 뽐내듯 바람결에 흔들렸고, 운동장 곳곳에는 청소로봇들이 분주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이런 한 가운데 일단의 슈트를 착용한 수십의 무리들이 3열 횡대로 서서 검을 허공에 대고 휘두르고 있었다. “엠마! 검을 내지를 때 다리가 뒤틀린다. 확실히 고정하고 했지!” 범석이 그녀에게 다가가더니 들고 있던 검을 툭툭 쳤다. “죄, 죄송합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그래 가지고! 프로검투사 될 수 있겠어!” “열, 열심히 하겠습니다.” 범석이 고개를 돌려 레이미를 노려봤다. 그녀가 엠마의 훈련을 맡았기 때문이다. “레이미! 엠마를 확실히 가르치라고 했지! 검을 휘두를 때 하체의 움직임이 중요하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잖아! 확실히 기본기부터 숙달시켜!” “네, 넷. 며칠 내로 교정시켜 놓겠습니다.”회1/11 쪽 고개를 주억인 범석이 이번에는 멀리 서있는 비너스를 보고는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그녀는 각각의 손에 금속 뿔이 잔뜩 박혀있는 거대한 사각방패를 들고 있었는데, 휘두를 때마다 거친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 꽤나 위협적이었다. ‘후후. 누가 가르쳤는지는 모르지만 참 맛깔스럽게 성장시켰군.’ 스스로를 향해 칭찬을 날리며 혼자 실실 웃는 범석이었다. 비너스의 방패 기술을 가르친 이가 바로 그였다. 기분이 좀 좋아진 그가 계속해서 주변을 돌며, 팀 내 검투사들의 훈련을 도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정오가 거의 다다를 무렵. 모두를 향해 훈련종료를 선언했다. GA컵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이틀. 그 동안 주말에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강도 높은 훈련을 수행해 왔으니, 오늘 내일 정도는 훈련을 줄여 체력을 비축할 필요가 있었다. “자. 다들 오늘 훈련을 종료한다. 모두 주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 “네. 알겠습니다!”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은 생각지도 않은 휴식에 의기양양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동안 훈련으로 주인을 모실 기회가 많지 않아 적적했던 터라, 오늘의 휴식은 꿀맛 같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들은 준비해온 점심도 챙겨먹지도 않고 바로 입2/11 쪽 고 있던 슈트를 벗고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자자. 우리도 빨리 집으로 가자.” 범석의 엘프들이 얼굴에 홍조를 뿌리고는 일제히 주위로 몰려들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익히 알고 있는 것이다. 그녀들은 어떻게 해서든 범석의 사랑을 한 번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아론에게로 향하는 내내 몰래 연지와 분을 꺼내 발라댔다. 그때 어딘가에서 범석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범석님! 할 말이 있는데요!” 그가 가던 길을 멈추고 엠마를 돌아다봤다. “무슨 일인데?” “오늘 저녁에 혹시 바쁜 일 있으세요?” 이성에게 저녁시간을 묻는다? 그렇다면 혹시 데이트 신청일지도 몰랐다. 그 동안 계속 작업을 걸어 호감도를 올린 성과가 이제야 나타난다고 생각한 범석이 기대한 찬 표정을 지었다.3/11 쪽 “음. 글쎄. 따로 할 일은 없는데. 왜 그러는데?” “흑사회 선배님중의 한 분이 오늘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고 범석님을 초대했어요. 가능하신가요?” 범석의 미간이 슬쩍 꿈틀거렸다. 오랜만의 휴식시간에 노친네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이 짜증난 것이다. 그래도 자신의 팀에 많은 지원을 해준 흑사회의 조직원이니 대뜸 거절할 수도 없었다. 하여간 자신에게 1500만크랑이 되는 거금을 지원해준 존재들이었다. 언젠가는 한 번 만나서 인사를 드릴 필요가 있었다. “뭐. 그럼 가야지. 어디서 몇 시까지 가면 되는데?” “바람이 머무는 집 레스토랑으로 오후 6시까지 오시면 되요.” “좋아. 그때 가서 뵌다고 그래. 그럼 얘기는 다 된 거지?” “네. 그럼 전 준비할 것이 많아서 이만 가볼게요. 이따 호텔에서 봬요.” “그래 이따 보자.” 엠마는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돌아가는 발걸음이 너무도 가벼웠다. 범석도 이왕 이렇게 된 일, 마음 편히 흑사회 선배라는 작자를 만나기로 했다. 어차피 저녁때까지는 시간이 많았고, 기껏해야 식사 한번이니 그리 시간을 잡아먹지 않을 터였다. “자. 일단 타자.”4/11 쪽 맨 마지막으로 아론에 올라선 그는 갑작스레 앞에 서있던 오스칼을 확 덮쳤다. 탐스러운 힙이 눈앞에서 어른거리니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까닭이다. 범석은 우악스럽게 그녀의 하의를 끌어내리고는 바로 자신의 팽창한 애물을 꺼내 음부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무성한 검은 숲 균열 속에 거칠게 밀어 넣었다. 서서히 하늘로 치솟는 아론의 창문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옷을 벗고 범석에게로 가는 엘프들의 그림자가 눈에 띄었다. “바람이 머무는 집이라.......?” 하루의 해가 서쪽 하늘에 걸릴 무렵. 어느 고급레스토랑 앞에 범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서있었다. 훈련의 피로를 풀 겸 엘프들과 놀아야 할 이 저녁때 짝 빼입은 정장을 입고 이런 도심지의 한 공간을 헤매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일단 왔으니 들어가야겠지. 어차피 호감도 관리도 해야 하니까.’ 범석이 목을 꽉 끼는 넥타이를 약간 풀고 자동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휘황찬란한 레스토랑 분위기에 그가 잠시 한 눈을 팔았다. 반들거리는 푸른색의 대리석바닥도 모자라 그 위로 고급 양탄자가 실내 가득 깔려 있었다. 하늘 높이 천장에 달린 잘 세공된 투명의 샹들리에의 조명은 주변을 은은히 비쳐 환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냈고, 벽장식으로는 다양한 크기의 목조인형과 고풍스러운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내심 감탄스러워 하는 그에게 정장을 한 엘프가 다가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정중5/11 쪽 히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혹시 일행이 있으신가요?” “아. 일행이 있는데, 어디 앉아있는 줄은 모르겠네. 너무 넓어서 도통 찾을 수가 없어.” “아. 그러세요? 그럼 예약은 하고 오셨나요? 예약을 하셨으면 카운터 인명록에 남아있으니 금세 찾을 수 있어요.” 지금껏 살아오면 식당예약이란 자체를 해본 역사가 없던 그였다. “글쎄. 예약은 안했는데. 꼭 해야 되나?” “아뇨 상관은 없어요. 으음. 그럼 일행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말씀을 주시면 제가 카운터에 가서 확인해보고 말씀드릴게요.” “엠마라는 여성인데.” 그 엘프가 바로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 이런 회장님 손님이셨군요.” “회장님? 엠마가 여기 회장이야?” “아뇨. 엠마님은 저희 회장님의 후배에요. 먼저 와있으니까 저를 따라오세요.” “으음. 그래.” 6/11 쪽 엘프의 안내로 범석은 넓은 로비를 굽이굽이 돌아 중앙무대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테이블 앞까지 왔다. 그곳에는 고급 꽃 장식 원피스를 입고 있는 한 금발이 여인이 앉아있었는데, 무대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들을 차분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워낙 예쁘게 화장을 하고 꾸미고 있던 지라, 안내를 받지 않았다면 엠마인 줄 모르고 스쳐지나갔을 빤했다. “호. 이거 엠마가 맞는지 모르겠네? 다른 곳에서 만났으면 모르고 데이트 신청할 빤했다.” 범석의 목소리를 들은 그녀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머. 범석님. 오셨어요.” “마님이 부르시는데, 마당쇠인 내가 당연히 와야지. 후후.” “범석님도 참.......” 엘프종업원이 의자를 뒤로 젖히자, 그가 자리에 앉았다. “언제고 다시 이런 자리를 만들자고. 그때는 선배라는 자는 빼고 우리들끼리 오붓하게 말이야.”7/11 쪽 엠마가 손사래를 치며 깔깔 웃어댔다. 사실 이 게임 속 세상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사이는 거의 견원지간에 가까웠다. 여자들은 가정과 직장 등에서 자신들이 가져야할 자리를 차지한 엘프들을 미워했고, 남자들은 탁월한 외모와 충성심을 지닌 엘프들을 질투하는 여성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에 남자들은 인간여성과 어울리는 같은 남성들을 호모보다 더 심한 변태로 취급하기가 일수였다. 호모야 특이한 취향이기에 어쩔 수 없다지만 왜 멀쩡한 정신을 가지고 엘프보다 훨씬 못한 인간여성에게 애정을 쏟을 수 있냐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결혼이라는 관념은 물론, 자연적인 출산조차 사라지고 없는 상태였다. 게임 설정 상에 의하면 한 때 이 일로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 인류가 멸망에 직면할 빤한 적도 있다고 했다. 다행히 의무적인 인공수정과 특수 배양관을 의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만큼의 2세들이 태어나고는 있지만, 덕분에 남자와 여자와의 골은 더욱 깊어져갔다. 이젠 살비비고 살아야할 이유가 완전히 사라진 이유에서였다. 이에 연방정부에서는 일부다처제등과 같은 말도 안 되는 법률까지 제정하며, 어떻게 해서든 남녀간의 끈을 이어주려 했지만,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문화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범석이 데이트를 신청하는 멘트를 날리니, 엠마로서는 농담으로 알아들을 수밖에 없었다. “호호호. 농담도 잘하시네요.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주변에서 범석님을 변태라고 놀려댈 걸요.” “농담 아닌데. 난 엘프고 인간여성이고 안 따져. 변태라고 놀리면 어때? 자기 좋으면 8/11 쪽 되는 거지.” 말투로 보아 진실처럼 들리는지 엠마가 물끄러미 그를 직시했다. 여자로서 남자의 사랑의 갈구하는 것은 자연적인 본능이었다. 이성적으로 관심을 받는다는 사실은 무척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자들에게 또 하나의 본능이 있었다. “으음. 생각해 보고요. 갑자기 이러시니 저로서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요.” “그래. 곰곰이 잘 생각해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하며 범석이 씨익하고 미소를 지었다. 방금 전 대화로 호감도가 크게 올랐음을 정보창을 통해 확인했던 것이다. 공략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계속 수작을 걸다보면 언젠가는 자신의 품에 안길 날이 올 터였다. 그는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오늘 만나실 분이 이 레스토랑 회장님이셔?” “아 네. 맞아요.” 범석이 주변의 실내장식을 둘러보더니 그럴싸한 표정을 지었다. “꽤 부자인가봐. 이런 고급 레스토랑도 가지고 있고 말이야.” “꽤 아니라 아주 많이에요. 이런 레스토랑을 전 세계에 40여 군데를 가지고 계시거든요. 그리고 다른 체인점분야에도 다수 진출하셨고요.”9/11 쪽 그가 앞에 놓인 물 잔을 들어 벌컥 들이켰다. 그렇다면 상당한 부호로 예상되었다. “휴. 이거 대단한 사람을 만나나 본데. 부담스러운걸.” “부담 가지실 필요는 없어요. 차차 적응 되실 것에요.” “적응이 돼?” “네. 만나보시면 아시게 될 것에요.” 그 때 범석의 머무는 테이블로 30대 초반쯤 보이는 금발의 젊은 남성이 다가왔다. 그를 본 엠마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오셨어요. 루카스선배님.” “으음. 그래. 옆에 있는 자가 그 범석군이라는 아이인가?” “네. 맞아요.” 제법 젊어 보이는 자가 군이라는 호칭을 써가며 하대하자 범석이 미간이 좁혀졌다. 그러나 그가 곧 개조인간임을 떠올리고는 이내 이해했다. 개조인간은 엘프와 비슷한 신체를 가진 덕에 젊음의 시간이 매우 길었다. 대략 50세까지는 20대의 면모를 보이고 그 이후에서야 천천히 노년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지금 30대쯤 보였다면 대충 환갑에서 칠순정도 나이라고 생각하면 됐다.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마중하며 인사했다.10/11 쪽 “어서오십시오. 제가 바로 범석입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는 루카스라고 하네. 하여간 만나서 반갑네. 자자 그럼 자리에 앉지. 자네랑 할 얘기가 많아.”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본 범석이 자리에 앉았다. 오늘 이 자리에 나온 이유가 바로 대화였다. 무슨 이야기인 줄은 모르는지만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그는 의자를 바짝 붙이며 자세를 바르게 했다. 다음 또 갑니다.11/11 쪽 짝 붙이며 자세를 바르게 했다. 다음 또 갑니다.11/11 쪽 < -- 흑사회와의 대면 -- > 엘프종업원이 다가와 3D영상으로 된 메뉴판을 공중에다 띄웠다. “회장님. 주문하시겠습니까?” “난 오늘의 추천 정식으로 할게. 다들 어떤 요리로 할 거지?” 범석과 엠마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같은 걸로 먹죠.” 엘프종업원이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럼 고기는 어떻게 익혀드릴까요?” “난 레어로.” 엘프종업원이 바라보자 범석이 바로 대답했다. “웰던으로 하다가 요리사가 실수로 고기 태우는 경우가 종종 있지? 그렇게 하라고 해.” “그럼 육질이 상당히 퍽퍽하실 텐데요.”회1/10 쪽 “그게 내 취향이니까 어쩔 수 없지.” 이 레스토랑이 그 앞에 고급이라는 자를 괜히 붙인 것이 아니었다. 손님의 취향이 좀 특히 하더라도 충분히 맞출 수 있었다. 그녀는 곧장 메뉴판 한쪽에 마련된 비고버튼을 눌러 음성 메시지를 입력시켰다. 그리고 계속 질문을 던지며 빵과 스프, 음료, 디저트등등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도록 강요했다. 이에 농담까지 섞어가며 자연스럽게 대답하는 범석은 종업원이 떠나가자 루카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 그럼 하시고 싶은 얘기가 뭡니까?” “으음.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일단 우리가 우려하는 상황을 먼저 묻겠네. 엠마에게 물어보니까 자네가 소유한 엘프들이 와이드리그에서 프로생활을 했던 전적이 있다고 들었네. 그래서 어느 정도 프로리그로의 진출 가능성 보여 엠마가 자네 팀에 들어간 것이고 말일세. 그런데 우리가 자세히 알아보니 상황이 다르더군. 레이미라는 엘프는 소속팀에서 거의 버려졌고 오스칼이라는 얘는 성정이 포악해 처지 곤란한 엘프로 분류되었더군. 그리고 에르피나는 잦은 부상으로 노화가 심화 되어 워커옥션마켓으로 판매 되었고 말일세. 정말 이런 아이들을 데리고 프로로 진출할 수 있겠는가?” 범석이 심히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흑사회의 급한 사정을 알지만 자신의 뒤를 캐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약 더 깊게 파고들어 자신이 플레이어라는 사실2/10 쪽 을 알게 된다면 그만한 큰일도 없었다. “걱정하신 것과 달리 그녀들은 모두 현역 프로선수 못지않게 출중한 기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걱정이 되신다면 물려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엠마가 다른 좋은 팀을 찾아갈 수 있도록 아무 조건 없이 계약도 풀어주고 전에 받은 1500만 크랑도 그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럼 됐습니까?” 루카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오늘 만나자고 한 이유는 좀 더 건설적인 방향을 모색하자는 것이지, 판을 뒤엎자는 얘기가 아니었다. “그런 얘기가 아닐세. 나는 혹시 자네가 팀 전력을 보다 강화시킬 생각이 없냐고 묻는 것이네.” “팀 전력을 강화시키다니요?” “그러니까 자금을 투입해 실력 있는 프로 검투사를 영입하지 않겠냐는 것이네.” 그 점이라면 범석도 바라는 내용이었다. 실력 있는 검투사를 많으면 그만큼 팀 전력이 강화되니, 그로서는 하등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뭐. 그렇다면 저로서도 좋죠.” “그래서 말인데. 혹시 자네 팀을 주식회사 형태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그럼 우리 흑사회가 스포츠클럽에 투자한다는 목적으로 많은 자금을 지워해 줄 수 있3/10 쪽 네. 대략 자네가 51프로의 지분을 갖고 우리들이 49프로의 지분을 갖는다면 소유권의 변화도 없을 테니 한 번 생각해볼 만하지 않은가?” 곰곰이 생각해 볼 것도 없이 범석이 바로 거절의사를 보냈다. 팀을 주식회사로 전환해 버리면 앞으로 영입하는 모든 검투사들이 팀의 재산으로 분류가 된다. 즉 그가 마음대로 건들 수가 없으니, 앞으로 하렘팀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전면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절대로 안 됩니다. 그럼 팀의 운용이 제 구상과 전혀 다른 형태로 흘러가게 됩니다.” “왜지?” “저는 팀에 주인 없는 엘프를 끌어드릴 생각이 없습니다. 수십 년간 팀에 소속되어 노예처럼 살아가는 그녀들이 너무도 불쌍하니까요. 즉 우리 팀은 제 소유의 엘프나 주인 있는 엘프만이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절대 주식회사형식으로 운영할 수는 없습니다.” 루카스가 진하게 코 울음을 울려댔다. 범석이 너무 까다롭게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엘프와 살을 비비고 사는 그로서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지만, 이번 일은 흑사회의 존폐가 달렸다. 어떻게 해서든 엠마를 프로로 만들지 않으면 안됐다. “끄응. 굳이 그렇게 해야 하겠나?”4/10 쪽 “굳이가 아니라 반드시입니다. 이 사항에 대해서는 그 어떤 조건여하에도 협상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니었다면 내가 검투팀을 만들 이유도 없었으니까요.” 완강한 거부에 루카스가 난감함을 표시했다. 설득의 요지를 아예 없애버렸으니,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주인 있는 엘프만으로 주식회사 형식의 팀을 구성시킬 방법은 분명히 존재했다. 프로팀이라고 모두 주인 없는 엘프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팀의 주목적은 상위리그로의 진출과 해당 리그에 잔류하는 일이었다. 연봉지출이 아깝다고 능력이 출중한 주인 있는 엘프와 개조인간을 배제하기에는 그들 간의 경쟁이 너무나도 치열했다. 그래서 현재 프로팀에서 존재하는 검투사들은 주인 있는 엘프와 비주인 엘프의 비율이 거의 반반에 이르고 있었다. “그럼 주인 있는 엘프나 개조인간들만을 영입하면 되지 않겠나?” “하지만 연봉이 너무 나가지 않습니까? 팀 경영이 악화되면 다른 출중한 검투사를 영입하는데 큰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저희 팀의 목적은 에어리어리그에 진출하여 엠마를 프로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계속 팀을 성장시키며 와이드리그, 센트롤리그, 결국에 가서는 월드리그에 입성하는 것입니다.” “하~ 이 갑갑한 청년하고는....... 우리 흑사회가 도움을 줄 텐데 뭘 그리 걱정하나. 확실히 키워줄 테니, 한 번 믿고 우리를 따라주게.” “믿어 보라고요? 원래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법입니다. 지금이야 흑사회가 급하니 이리 말씀하시겠지만, 훗날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전 저대로의 5/10 쪽 계획대로 팀을 꾸려나갈 겁니다.” “그래? 무슨 계획인데?” 이렇듯 대화를 나누는 이들의 식탁에 첫 번째로 푸른색의 도자기 접시에 담긴 아뮤즈부쉬가 셋팅되었다. 한 입 꺼리도 안 되는 음식을 범석은 정말 한 입에 구겨 넣었다. 예의를 차리며 먹기에는 그의 기분이 너무 좋지 못했다. 잠시 동안 이어지는 적막의 시간. 이를 깨듯 범석이 느닷없이 말했다. “제 소유의 엘프로만 팀을 만들 겁니다. 그럼 연봉이 나갈 하등의 이유가 없으니,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기량의 검투사들을 영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결국에는 목표를 이룰 날이 오겠죠.” 루카스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말은 그럴싸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었다. 엘프들은 그 주인이 죽으면 그 슬픔을 못 이기고 결국에 가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죽게 된다면 팀 자체가 와해가 되었다. “참나. 그럼 자네가 죽으면 팀 자체가 없어지지 않나? 기껏 정성들여 키워놓았는데, 팀이 와해가 된다면 기분이 좋겠나?” 범석이 피식하고 웃었다. 현실이라면 모를까 여기는 게임 속이었다. 자신이 죽게 된다면 엔딩이 될 뿐 그 이상의 시간의 흐름은 없었다. 팀이 남아있어 봤자 그에게 돌아6/10 쪽 올 명예 따위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솔직히 말할 수 없는 일. 그는 나름의 연유를 만들어 둘러댔다. “죽으면 끝인데 미래를 왜 걱정합니까? 내가 있고 팀이 있는 것이지. 팀이 있고 제가 있는 겁니까?” “하지만 자네의 자식들은 얘기가 틀리지 않나? 아버지의 막대한 재산이 공중에서 사라져버리니까 말일세. 아마 무척 섭섭해 하며 제사도 지내지 않으려고 할 걸세.” 범석이 속으로 크게 비웃었다. 설득이 너무도 궁상맞았던 탓이다. “제 자식 일을 루카스님이 걱정하실 이유가 없습니다. 제가 올바로 잘 키우며 그럴 일 없도록 할 테니까요. 그리고 흑사회의 존립이유가 부모의 후광 없이 스스로 새로 태어났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왜 제 자식들에게만 부모의 후광을 보도록 강요하시는 겁니까?” 루카스가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그 말은 흑사회의 모토중 하나로 자신이 자식들에게 누누이 늘어놓는 잔소리였다. “뭐. 하긴 그렇기야 하지만.......” 마침 겉면이 바짝 탄 생선요리가 나오자 범석이 나이프와 포크를 가지고 살을 큼지7/10 쪽 막하게 발라내었다. 제법 탄력이 있고 윤기가 흐르는 것이 꽤 신선한 해산물 같았다. 그는 이내 포크로 집어 입안에 넣고는 맛을 음미했다. 이야기의 진행이 뜻대로 흘러가니, 기분이 좀 풀어진 모양이었다. “으음. 역시 비싼 요리라 맛은 나는군요.” 루카스가 눈을 지켜 뜨며 그를 노려봤다. 자신은 애가 타는데 저리 여유를 부리니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 앉은 이유는 식사를 하기 위함이니 그도 식사를 시작했다. “자네. 그럼 팀을 이대로 건성으로 키워나갈 셈인가?” “건성으로 키우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팀 운영 방침을 변경할 생각은 없습니다.” 루카스가 이를 악물었다. 꼬박꼬박 말대꾸는 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나로서도 흑사회모임에다 자네 팀이 우리의 일에 합당한 팀이 아니라고 보고할 셈이네. 그래도 괜찮겠지?” “그건 루카스님 마음일 뿐. 제가 관여할 문제가 아닙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전에 보내준 1500만 크랑을 그대로 뱉어내야 하는데도.”8/10 쪽 범석이 긴 한숨을 내쉬며 엠마를 바라봤다. 그녀는 대화가 원만히 풀어나가지 않자 걱정이 되는지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댔다. 갓즈나이츠가 흑사회의 일에 가장 적합한 팀이라고 상부에 알린 이가 바로 그녀였다. “쩝. 1500만 크랑은 전혀 아깝지 않은데, 엠마가 팀을 떠나야한다는 점이 무척 아쉽군요. 꽤 가능성이 있는 아이라서 말입니다. 잘만 키워나간다면 충분히 월드리그 후보급 검투사로도 성장할 수도 있거든요.” “훗. 얼마 전까지 검조차 잡아보지 못한 아이인데 뜬금없이 월드리그급 검투사라........ 혹시 자네가 우리의 지원을 아쉬워해서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아니고?” 역린을 건드린 탓인지 범석이 손에 들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식탁위에 내려놓았다. 이런 무례한 말을 들으면서까지 이 자리에 계속 있을 이유가 없었다. 차라리 집에 가서 된장찌개에 식빵을 말아먹는 것이 더 나았다. “좋습니다. 내일 당장 1500만 크랑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엠마의 계약도 해지시켜놓은 테니, 원하시면 언제든지 데리고 가십시오. 그리고 식사는 더치페이로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범석이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는 카운터로 나갔다. 그리고 당혹해하는 돈을 받기를 거절하는 종업원을 향해 고래고래 지으며 자신의 식대를 계산했다. 자그마치 2600크랑이나 됐지만 자존심 값만은 못한 금액이었다.9/10 쪽 다음 또 갑니다.10/10 쪽 < -- GA컵 -- >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마루아콜로세움은 꽤나 작아보였다. 지름 100M의 경기장은 일반적인 규격과 동일하지만 스탠드 관람석은 20000명의 관객이 겨우 들어갈 정도이니 그럴 만도 했다. 110000명이 동시에 입장할 수 있는 리마시티의 콜로세움을 보아왔던 그로서는 아담하게 여겨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주인님. 곧 마루아콜로세움 북쪽 광장에 착륙할 것에요. 내리실 준비를 하세요. 아론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범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오늘은 GA컵 1차전이 열리는 날. 자신들에게는 첫 시작이 되는 날이니, 기합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늘의 상대는 범석의 팀에게 전혀 위협이 되는 존재가 아니었다. 아무리 GA컵이 아마와 프로를 통합한 장이라고는 하나, 아마팀인 갓즈나이츠에게 첫 경기부터 프로 검투사팀과 붙게 하는 만행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일단 에어리어리그 팀과 붙는 4회전까지는 아마추어팀끼리 서로 경합을 벌여야 했다. 그런데 오늘 맞붙는 상대는 슈퍼 터틀즈라는 검투사 팀으로 아마추어경기 전적 승률이 4할도 안 되는 그저 그런 팀이었다. 대부분 세미프로 이상에, 프로이상의 능력을 지닌 검투사가 7명이나 있는 범석의 팀에게는 식후 간식거리도 되지 않았다. “자자. 오늘은 첫 시합이다! 상대는 별 것 아니지만, 절대 방심하지 말고 평소에 하던 대로 해!”회1/9 쪽 “옛!” “옛!”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일제히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들 역시 GA에 컵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검투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회이니 이곳에서 좋은 활약만 한다면 프로팀으로 스카웃 되는 일도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았다. 그녀들의 꿈은 주인을 위해, 당당한 프로로 거듭나는 일이었다. “착륙하면 모두 내린다! 먼저 1층부터 내리고 2층은 그 후에 내린다.” 출입문이 열리자 오스칼을 선두로 갓즈나이츠팀원들이 각자의 짐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내려갔다. 맨 마지막으로 내린 범석은 구경나온 몇몇의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마루아콜로세움 북쪽 출입구로 들어갔다. “갓즈나이츠 검투사팀이십니까?” 마중 나온 행사요원을 향해 범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대기실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2/9 쪽 행사요원의 안내로 갓즈나이츠팀원들이 도착한 곳은 전면이 두터운 유리창으로 막혀있는 더그아웃이었다. 범석은 중앙 맨 앞좌석에 짐을 내려놓고는 잠시 창문 너머로 보이는 스탠드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대략 4천명의 관중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휴. 꽤 많이 왔네. 아마추어들의 경기에는 승리하는 쪽이 입장 수입의 7할을 가져가게 되니까. 이기면 28만 크랑을 벌게 되잖아. 좋아 아주 좋아.’ 현실이라면 단지 아마추어들이 붙는 경기에 저리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 게임에는 스포츠도박이 활성화 되었다는 설정이 있었다. 아마추어 경기에도 많은 도박 금액이 걸려있는 만큼 도박사들의 호응도는 아주 좋았다. 그는 이번에 전광판 한쪽에 마련된 베팅관련 문구를 살폈다. 17 대 1. 갓즈나이츠 쪽에 걸린 금액이 17이라면 오늘 상대인 슈퍼터틀즈에게는 1이 걸려있었다. 즉 해당 엘프들을 모두 동원해 50만 크랑을 건다고 해도 기껏해야 3만 크랑도 벌지 못한다는 얘기였다. 아니 그 큰 금액이 걸림으로서 배당이 더욱 작아지니 기대수입은 훨씬 떨어질 터였다. ‘무서운 도박사 놈들. 언제 우리 팀 전력을 파악하고 저렇게 베팅 후려쳐 버렸냐? 아쉽네.’ 하긴 검투사협회 전산망에 검색만 하면 검투사의 모든 경력이 다 나오는데, 도박사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도 한 푼이라도 아쉬운 범석은 약간의 돈이라도 벌기 위3/9 쪽 해 자신의 엘프들을 모아 베팅하게끔 했다. 어제 치사한 흑사회 놈들의 수하들로 보이는 작자들이 지원팀 선정에 오류가 있다는 등 갖은 변명을 다해가며 1500만크랑을 다시 빼간 것이다. ‘이 놈의 흑사회 자식들 두고 보자. 아무리 돌려주겠다고 말했지만, 하루도 안돼서 한 푼도 남김없이 다 빼가.’ 범석은 곧 탈의실에서 슈트를 착용한 다음 잠시 작전회의에 들어갔다. 오늘 출전한 검투사는 선봉에는 오스칼과 스테파니외 1인. 중견은 자신과 레이미, 히나 외 3인. 후미는 에르피나를 대장으로 비너스와 폴리아가 수호검투사로 나갈 예정이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중견에 흑사회 출신의 엠마가 명단에 올라있다는 점이다. 흑사회의 작태가 괘심하기는 했지만, 그녀를 홀대할 수는 없었다. 에마의 성장가능성이 탐이 나니, 꼬셔서 자신의 팀으로 들여놓기 위해서였다. 공략을 해 호감도만 100으로 만들어놓으면, 그녀는 범석의 포로가 되어 그 어떤 말이라도 듣게 되었다. 설명 흑사회를 나오라고 해도 따를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엠마는 송구스러운 표정을 지으면 그 앞에 나아갔다. “버, 범석님. 정말 제가 나가도 되나요?” “음. 그래. 나는 네들 흑사회처럼 쪼잔하지 않다. 네가 우리 팀에서 나가는 그날까지 약속한 바는 지킨다. 그러니 단단히 준비하도록 해.”4/9 쪽 그 말을 한 범석이 속으로 크게 웃었다. 호감도 오르는 소리가 연신 귓가를 때리는 중이기 때문이다. “고, 고마워요. 최선을 다할게요.”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경기경험을 쌓는 일에 주력을 해. 그게 너에게 더 도움이 될 거다.” “네. 알겠어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경기 전 전략을 검토하는 사이. 장내 방송에서 검투사들의 입장을 종용하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 곧 경기가 시작되겠으니 갓즈나이츠팀과 슈퍼 터틀즈 검투사들은 입장을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입고 있던 은빛의 슈트를 다시 한 번 체크한 범석이 더그아웃 뒤쪽으로 난 쪽문을 열어, 출입구 터널로 나아갔다. 더그아웃에서는 직접적으로 경기장 외부를 볼 수 있는 유리창이 있기는 하나, 따로 출입문이 나있지는 않았다. 그는 외부의 빛이 미치지 않는 터널 안에 자신의 주전검투사들을 도열시키고는 대기를 했다. - 양 팀 모두 입장해 주십시오!5/9 쪽 방송이 나오자마자 선봉인 오스칼을 선두로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경기장 내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로 터져 나오는 환호소리. 단지 도박을 위해 찾아온 객들이지만, 출전하는 검투사들을 응원할 매너쯤은 가지고 있었다. “파이팅! 갓즈나이츠! 네들한테 돈을 걸었으니까 지면 안 된다!” 관중석 가장 앞좌석에 앉은 한 청년의 외침에 범석이 응대를 했다. “나도 우리 팀에게 돈 걸었어! 절대 안 져!” 목소리가 컸던지 그 근처에 앉아있던 관중들이 왁자지껄 웃어댔다. 범석은 손을 흔들고는 움푹움푹 발이 들어가는 지면을 바라다보았다. 모든 콜로세움은 지름 100m의 경기장의 규격이 따로 정해져 있지만, 그 지형을 어떻게 만들지는 홈팀과 관련기관의 의향에 따라 달랐다. 리마시티콜로세움 같은 경우는 거의 평지에 중앙에 냇가가 흐르는 모양인 반면, 이곳 마루아 콜로세움은 전 지대가 모래사장으로 되어있었다. 덕분에 리그전을 치르다 보면 홈팀이 자경기장의 지형적 이점을 살려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슈퍼터트즈와 우리의 전력 차는 지형적 이점으로 극복할 수는 없지.’ 콜로세움 중앙에 도착한 범석과 갓즈나이츠팀원들이 슈퍼터틀즈의 검투사를 향해 6/9 쪽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 보냈다. 검투는 상대를 쓰러뜨려야만 이기는 경기이니만큼 초반 기세싸움은 그날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 경기시작 1분전입니다. 준비하십시오!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이 일제히 삼각 형태로 진을 갖추었다. 추행진으로 가장 빠른 이동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번 전술을 어떻게 해서든 빠른 시간 내에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이었다. 곧이어 허공에 떠있는 전광판에서 시합개시를 알리는 전문이 뜨며, 초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삐이이이익! - 1라운드 경기 시작입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말이 터져 나오기가 무섭게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이 일제히 슈퍼 터틀즈의 진형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들은 방진을 짜며 막아서려고 했지만 선두의 선 오스칼이 과감히 검을 휘두르자 종잇장 찢어지듯 진이 흐트러졌다. 이 사이를 파고든 스테파니가 들고 있던 청룡도에 달린 고리로 15번을 단 슈퍼터틀즈 검투사를 잡아채고는 넘어뜨렸다.7/9 쪽 “잘했어 스테파니!” 뒤이어 범석이 빠르게 달려가 바닥에 쓰러진 15번 검투사를 안면에 카타나를 먹였다. 그녀는 서서히 굳어져가는 자신의 몸을 느끼며 경악에 가까운 표정을 지었다. 갓즈나이츠팀이 강하는 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당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미 자신의 팀원들은 늑대들에게 이리저리 몰리며 사냥당하는 양 때와 같은 꼴이 되어있었다. 삑! - 1라운드 경기가 끝났습니다! 시작한지 2분도 안 되는 시간입니다. 슈퍼 터틀즈 검투사들 너무 어이없이 당했는데요. - 그러게 말입니다. 거의 일방적이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겠군요. 하여간 갓즈나이츠 대단합니다. 특히 선봉에 있는 오스칼양의 힘은 과히 괴력이군요. 칼 한번 휘둘러서 저 튼튼한 방진을 흐트러뜨리다니요. 이번 라운드의 수운 갑은 당연히 오스칼양입니다. 장내 해설자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오스칼이 범석에게 다가가 귀를 마구 흔들어댔다. 그가 오늘 MVP가 자신의 엘프들 중에 나오면 극진한 애정표현을 해준다고 했다. 이대로라면 자신이 오늘 경기 MVP는 맡아놨으니 오늘 밤이 기대가 되었다.8/9 쪽 “주인님 저 어땠어요.” “후후. 그래 잘했다. 다음에도 이렇게만 해.” 잠시 더그아웃에 들어간 범석은 2라운드에는 대기하고 있는 교체검투사 7명을 모두 경기에 투입시켰다. 검투경기는 치열한 결투를 벌이는 경기. 그 어느 스포츠와 비교해 봐도 체력소모가 극심했다. 그래서 라운드마다 항시 검투사를 바꿀 수 있게끔 해. 체력 회복의 시간을 주었다. 결국 이번 2라운드는 범석을 포함한 모든 주력을 뺀 나머지로 시합에 임했다. 하지만 그래도 전력의 차이는 커, 슈퍼터틀즈팀을 5분 만에 완파하고는 3라운드로 넘어갔다. - 3라운드 시작입니다. 3라운드 시작소리가 들리자마자 오스칼이 또다시 날뛰었다. 이번 라운드만 활약을 한다면 오늘은 MVP는 자신이었다. 그녀는 거검을 마구 휘두르며 수퍼터틀즈의 검투사들을 추풍낙엽처럼 베어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6킬의 전적을 올린 오스칼은 바닥에 쓰러져 꼼짝 못하는 상대를 뒤로하고 득의양양 더그아웃으로 걸어갔다.9/9 쪽 에 쓰러져 꼼짝 못하는 상대를 뒤로하고 득의양양 더그아웃으로 걸어갔다.다음 또 갑니다.9/9 쪽 < -- GA컵 -- > 1차전 상대인 슈퍼터틀즈를 손쉽게 쓰러뜨린 갓즈나이츠는 2, 3차전도 3전 전승으로 승리를 했다. 특히나 3차전 상대인 에이션트 티라노즈팀은 같은 세미프로팀이지만 6명이 과거 프로에서 활동했던 전적이 있었던 터라 상대적으로 강팀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래서 도박 베팅률도 1.3 대 1로 갓즈나이츠가 질 것이라는 쪽의 여론이 우세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며 갓즈나이츠팀의 일방적인 승리로 돌아갔다. 이에 각 프로팀의 스카우트및 관계자들이 그의 팀에 시선을 주기 시작했다. 오스칼을 비롯한 몇몇 검투사들이 구미가 당긴 모양이었다. ‘후후후. 242만 크랑이라....... 이거 꽤나 쏠쏠한 걸.’ 범석은 3주 동안 통장에 쌓인 돈을 살펴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3차전까지 도박으로 인해 번 돈이 73만크랑. 입장 수입료는 99만크랑. 승리배당금이 70만 크랑해서 총 242만 크랑의 수입을 얻은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겨나간다면 수입은 더욱 늘어날 터였다. - 주인님. 로메오거리에 도착했어요. 아론의 말에 범석이 자리를 일어섰다. 오늘 렉스터경위와의 약속에 가기 위해서였회1/9 쪽 다. 전에 육상대회서 번 돈으로 엘프를 하나 장만해 신고식 겸 여러 중요한 대화를 나누자고 자신과 소유 엘프들을 점심식사에 초대한 것이다. “자 내리자.” 어느 복잡한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범석이 전자수첩에 나온 위치정보를 확인하고는 엘프들과 함께 중식당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장림원’이라는 간판이 걸려있는 고풍스러운 문 앞에 서고는 이내 안으로 들어섰다. “으응. 의외로 괜찮네.......” 그저 자장면에 군만두를 파는 일반 중식당을 예상했던 범석은 주위에 풍광에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벽면은 황금색 벽지로 도배되어있었고, 중국풍의 그림과 조형물이 실내를 가득 메웠다. 인체의 굴곡을 살려주는 섹시한 치파오를 입은 엘프들이 식탁사이를 이리저리 빠져나가며 손님을 접대하고 있었고, 실내를 퍼지는 그윽한 요리의 향기는 침을 샘솟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렉스터경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근처를 지나는 엘프종업원을 불렀다. “이봐. 렉스터경위님이 불러서 왔는데, 그분 아직 안 오셨어?” “혹시 실내에 안계신가요?”2/9 쪽 주위를 다시 한 번 훑어본 범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없네.” “그럼 룸에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한 번 확인해 보세요.” 하며 치파오를 입은 엘프종업원이 전자수첩을 꺼내 공중으로 화면을 띄었다. 그는 나열된 3개의 영상을 살펴보더니 이내 가장 중간의 것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곳에는 캐주얼 정장을 입은 렉스터가 한 금발의 엘프와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 계시네. 어디야?” 엘프종업원이 우측 벽면에 나있는 검은색 문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기 2번방에 들어가시면 돼요.” “응. 알았어. 고마워.” “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2번 문을 들어간 범석이 궁상맞게 앉아 있는 렉스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렉스터 경위님. 저 왔습니다. 오늘 무슨 날입니까? 꽤 깔끔하시네요.”3/9 쪽 “후후후. 네 덕분에 돈 좀 벌었으니. 이제 럭셜리 해져야지.” 범석이 그의 앞좌석에 앉자 레이미를 비롯한 엘프들이 그 주위에 포진하며 앉았다. “아참 전에 돈 벌면 경찰직 때려치운다고 하셨는데, 그만 두셨습니까?” 렉스터가 저번 춘계리마시티육상대회에서 도박으로 번 돈은 총 1700만 크랑이었다. 자그마치 일반급 엘프를 17명이나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원래는 그만 두려고 했지. 그런데 말짱 황이 되어버렸잖아. 쳇!”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엘프를 대량으로 사서 기동타격대로 키운 다음, 그 돈으로 평생 놀고먹는다고 하지를 않았습니까?” “젠장. 그게 말짱 꽝이 되어버렸다는 얘기야. 저번 TNB은행 사건 너도 알지?” TNB은행이라면 과거 세계 금융계열 3위에 해당하던 거대은행이었다. 고위간부인 마르코 렉스라는 자의 불법행위로 큰 빚을 지게 되어 얼마 전 쫄딱 망했는데, 이로 인해 전 세계경제가 지금의 위기에 봉착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다만 그 은행 사건과 렉스터가 경찰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가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은행이랑 경위님과 무슨 관계인데요?” “전에 육상대회에서 배팅을 위해 적금을 깨버린 후에는 관계가 없었는데, 최근에 생4/9 쪽 겨버렸어. 그 자식들 때문에 새로운 법안이 연방국회를 통과해 버렸거든.” “무슨 법안인데요?” “공공기관 및 은행 등에는 주인이 현직에 머무르고 있거나 5년 내 근무한 사실이 있으면 절대 그 휘하의 엘프를 채용할 수 없다는 법안이야. 휴~ 한마디로 새됐다고 할 수 있지.” 이제야 이해가 가는 범석이었다. 당시 TNB은행이 망하는 데는 마르코 렉스라는 자가 자사에서 근무하는 소유엘프에게 명령해 거대 자금을 불법계좌에 이체시킨 사실이 매우 컸다. 이런 그녀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일찌감치 렉스의 행위가 감사에 드러났을 터였고, 현재의 경제위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정부에서 이를 막는 법안을 들고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경찰도 공공기관의 일종. 이 법안에 따라 렉스터가 지금 경찰을 그만두더라도 향후 5년간은 휘하의 엘프를 기동타격대에 취직시킬 수는 없었다. 면전에 대고 웃을 수가 없었던 범석이 급히 화제를 돌렸다. “큭. 그런데 옆에 있는 엘프는 누굽니까?” “어. 헤라라고 하는데 과거 데블 스테이크이라는 프로팀에서 활약한 적이 있는 검투사다. 지난 워커옥션마켓에서 구입했지.” 다소 미심쩍은 눈빛을 짓는 범석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기로 렉스터는 상당한 축구광이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수사과에 근무하는 그가 공짜로 VIP석에서 축구를 관람5/9 쪽 할 수 있다는 현혹에 넘어가, 상을 당해 휴가를 떠난 후배대신 며칠 동안 리마시티메인스타디움 상주할 정도였다. 그런데 자신의 엘프를 검투사 출신으로 산다? 도저히 믿지 못할 말이었다. “설마요. 경위님은 축구광이시잖습니까? 축구선수를 사면 샀지. 설마 검투사출신을 샀겠습니까? 이거 못 믿겠는데요?” “야. 생각해봐라. 축구선수와 검투사중 누가 경찰 진압봉을 잘 휘두르겠냐? 난 내 엘프를 기동타격대로 키우려고 했지. 동네 조기 축구팀을 만들려고 한 건 아니야. 뭐 나중에는 생각해 봄직 하지만, 당장은 아니지.” 하긴 말을 들어보니 이해가 갔다. 전투를 수행하는 기동타격대로 축구선수출신보다는 검투사가 훨씬 어울렸다. “쩝 그렇기는 하겠네요. 그건 그렇고, 경위님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뭐긴. 너한테 부탁 좀 하려고 왔지?” 프로검투사 출신의 엘프를 데리고 오늘 자신에게 부탁을 하러 찾아왔다면, 그 다음 수순은 청탁이 분명했다. “혹시 헤라를 저희 팀에 넣어달라는 겁니까?” “역시 자네는 눈치가 빨라서 좋아. 사실 우리 헤라가 다시 한 번 검투사로 뛰고 싶어 6/9 쪽 하더라고. 어차피 경찰기동타격대 건은 물 건너갔으니, 이 아이 하고 싶은 걸 시켜야지. 아마 너한테도 큰 도움이 될 걸. 수사관 생활을 하며 키워온 안목으로 고르고 고른 아이이니까.” 그의 안목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검투사출신이라면 아무래도 쓸모가 많을 터였다. 그가 헤라의 모습 이모조모를 살피고는 정보창을 열었다. ‘오. 이거 뭐야. 나쁘지 않는데?’ 그녀의 능력치는 평균 60대를 넘고 있었다. 나이는 35세로 좀 많은 편이지만, 노화가 진행이 늦은 탓인지 에어리어리그 주전 프로급의 신체능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범석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정보창을 닫았다. 근래에 여러 일로 바빠 워커옥션마켓에 참가하지 않았는데, 그 사이 저런 괜찮은 엘프가 나왔던 것이다. 분명 에르피나와 같이 수작을 부려 프로팀을 빠져나온 엘프가 확실했다. 그는 억지로 미소를 짓고는 렉스터를 바라봤다. 만약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자신이 헤라의 주인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경위님의 부탁인데, 당연히 들어드려야죠. 이렇게 서로 돕고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하하하. 역시 너밖에 없어. 하여간 고맙다.” “아참. 그런데 혹시 포지션이 어디입니까?”7/9 쪽 “검투경기에도 포지션 같은 것이 있냐? 그냥 막 싸우면 되는 것 아니야?” 여전히 축구밖에 모르는 그였다. 결국 헤라가 직접 나서서 넌지시 자신의 포지션을 말했다. “무기는 롱스피어를 쓰고요. 주로 중견을 맡았어요. 선봉도 가끔 섰고요.” 롱 스피어는 긴 창을 의미했다. 공격력은 검보다 약하지만 넓은 면적을 카버할 수 있던 탓에, 선봉이 분단시킨 적 진영을 보다 널찍하게 흐트러뜨릴 수가 있었다. 마침 쓸 만한 창사가 없었던 범석으로서는 극구 영입해야할 존재였다. 그는 렉스터를 향해 영입조건을 제시했다. “좋습니다. 연봉 35만 크랑 어떻습니까?” 35만 크랑이면 렉스터의 연봉에 맞먹는 금액이었다. 그녀를 42만 크랑에 구입했던 그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조건일 수밖에 없었다. 1년 반만 뛰면 본전을 찾고도 남았다. “야. 아마팀인데 그렇게나 많이 줘도 되겠냐?” “많긴요. 프로출신인데 그 정도는 받아야죠. 저희 팀이 프로로 올라가면 더 올려줄 의향도 가지고 있습니다.”8/9 쪽 “캬. 역시 너는 멋진 놈이다. 배포가 쎄. 사내자식이 당연히 그래야지. 하하하.” 이러는 사이 엘프종업원들이 갖가지 요리를 가져와 식탁에 나열하기 시작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탕수육을 물론이요, 깐풍기, 탕수황화, 고추잡채, 양장피, 팔보채에 최상급 고급요리 측에 끼는 상어지느러미 탕까지 식탁을 푸짐하게 메웠다. 워낙 종류별로 많이 깔린 터라, 어느 요리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랐다. “야. 이거 너무 쓰시는 것 아닌가요?” “뭘 쓰긴. 기껏해야 4000크랑이 겨우 넘어갈 뿐인데. 네가 나한테 해준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지. 자 이거 받아. 내가 한 잔 따르지.” 고량주를 손에 쥔 렉스터가 뚜껑을 따고 그의 잔에 술을 따랐다. 범석은 황송한 듯 양손으로 받아들고는 잔을 식탁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건네받은 술병을 렉스터의 잔에 기우렸다. 이를 본 오스칼이 침을 꼴딱꼴딱 넘기며 손을 비벼댔다. 그 동안 범석의 명령으로 입에도 대지는 않고 있지만 실은 술을 무척 좋아했다. 이런 낌새를 느낀 그가 호탕하게 웃으며 고량주 병을 권했다. 다음 또 갑니다.9/9 쪽 웃으며 고량주 병을 권했다. 다음 또 갑니다.9/9 쪽 웃으며 고량주 병을 권했다. 다음 또 갑니다. < -- GA컵 -- > “야. 너희들도 마실래?” 레이미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주인님. 저희는 다음 경기를 대비해서 사양할게요.” 범석이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며 손을 흔들었다. 물론 음주가 경기력을 크게 저하시킨다고는 하나, GA컵 4차전까지는 열흘 이상이나 남았다. 그 동안은 1주간에 한 번씩 경기를 치렀지만 앞으로는 프로팀의 일정에 맞춰 격주 단위로 시합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오늘 술을 마셔도 충분히 회복할 시간은 되었다. “괜찮아. 우리들이 보통 인간도 아니고 시합 때까지는 회복이 가능하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연습에는 지장이 있어서요........” 하며 레이미가 술병에 손이 가는 오스칼을 노려봤다. 이를 본 범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후후. 레이미. 마시라고 그래. 어차피 GA컵은 우리가 죽자 살자 매달릴 대회가 아니야. 진정한 목표는 내년 봄에 열릴 승격토너먼트다. 아마추어가 프로로 올라가기 회1/9 쪽 위한 유일한 관문 말이야. 지금 너무 열정을 쏟아버리면 그 때가서 지친다고 특히나 정신력이 약한 오스칼은 더욱 그래.” 레이미가 결국 범석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별로 틀리지도 않았고, 주인의 말이니 거절하기 힘들었다. “네. 그럼 저희도 먹을게요.” 그러자 오스칼이 환하게 웃고는 다른 엘프들의 술잔에 고량주를 가득 넘치도록 따랐다. 이에 범석이 술잔을 하늘 높이 들고 렉스터를 바라봤다. “경위님. 그럼 첫잔이니 건배하시죠.” “건배라 좋지.” 렉스터가 범석의 술잔을 부딪치고는 목청을 높였다. “건배!” 사방에서 청량한 도자기 울림이 들려오더니 모두가 입안으로 술을 털어 넣었다. 오스칼은 감미로운지 연신 입을 다셨고, 오늘 술이 처음인 비너스는 타는 목에 어쩔 줄을 모르고 요리를 연방 주워 먹으며 입가심을 했다. 이를 흐뭇하게 바라본 레이미와 2/9 쪽 에르피나는 다시 모두에게 술을 따랐다. 한 동안 이어지는 술자리. 렉스터가 의자를 끌어 범석에게 다가갔다. “자. 이제부터 내가 하는 얘기는 은혜갚음으로 너에게만 해주는 것이니 그 누구에게도 비밀이다. 네 엘프들에게도 입 다물라고 해. 꼭 명심해. 알았지?” 무슨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고개부터 끄덕인 범석이 젓가락을 들어 고추잡채를 입안에 넣고 우적우적 씹었다. “우물우물. 네. 그러죠. 뭐.” “사실. 내가 근래에 지금의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까 고민하다가 인맥을 이용해 정보를 캐낸 다음 투자를 할 생각을 했다. 내가 이래봬도 각계 계층에 파견되어 있는 경찰관들과 남다른 유대관계를 맺고 있거든.” “네. 그런데요?” “요 근래에 정보국에 경찰 경호실에 파견 후배 놈 하나가 술을 먹으면서 귀담아 들은 한 가지 사실을 떠벌렸는데, 마이크로 엔지니어링사와 썬 에너지사 사이에 불온한 기운이 포착되었다는 거야. 글쎄 마이크로 엔지니어링사에서 산업스파이를 침투시켜 썬 에너지사의 최근 개발한 극소형 핵융합로의 설계도를 훔치려 했다고 하지 뭐야.” 마이크로 엔지니어링사는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 선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 3/9 쪽 기업체였다. 이들의 주로 생산하는 제품은 발전시설에 들어가는 거대 핵융합로와 대형건물의 자가발전에 사용되는 극소형 핵융로를 제작 판매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썬 에니지사는 그들의 경쟁업체로 규모는 작지만 막대한 연구 투자를 통해 최근에 그 이름을 알리고 있는 동일 업종의 기업이었다. “그런데. 그 회사들하고 저하고 무슨 관계인데요?” “야. 조용히 하고 끝까지 들어봐.” “뭐. 듣는 거야 어렵지 않죠. 네 계속 하세요.” “다행히 정보국 요원들이 나서서 산업스파이를 체포해 정보 유출은 막았지만, 중요한 정보는 마이크로 엔지니어링사에서 이에 포기하지고 않고 다른 수작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야. 그 제품이 워낙 뛰어나서 자칫 완제품이 출고되면 그 회사의 매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지.” “아니. 그런 나쁜 놈들이 있습니까? 남의 회사가 개발한 제품설계도를 훔치고, 이제는 또 다른 일을 벌이고 있다고요?” 렉스터가 그를 타박하듯 말했다. “야. 그런 도덕적인 얘기는 학교에서나 하고. 내 말 잘 들어. 중요한 얘기란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말씀하세요.” “이번에는 세무서 쪽에서 근무하고 있는 선배한테 들은 내용인데, 이번 경제위기 전 마이크로 엔지니어링사에서 쓸모없는 자회사들을 일제히 매각하고 막대한 자금을 4/9 쪽 확보했다는 거야. 그래서 세무서 공무원들이 몰래 조사에 들어갔는데, 글쎄 썬 에너지사를 강제 인수합병을 준비하기 위한 자금이었다고 하더라고.” 범석은 이제야 렉스터의 말길을 알아먹었다. 적대적 M&A에는 필연적으로 주가상승이 뒤따르는 법,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 “아. 그럼 저보고 썬 에너지사의 주식을 사라는 얘기입니까?” 그러자 얼토당토하지 않다는 듯 렉스터가 손을 마구 저어댔다. “거긴 절대로 아니야! 이번 경제위기 여파와 막대한 투자로 많은 빛을 져서인지 지금 명줄이 간당간당 한다고. 물론 그 최신의 기술이 접목된 그 극소형핵융합로만 개발 완료하고 판매를 시작하면 나아지겠지만, 알아보니까 생산시설을 준비해 놓기는커녕 제품개발도 완전히 끝내지 못했더라고. 그리고 같은 이유로 마이크로 엔지니어링사에서도 적대적 M&A를 포기했기 때문에, 투자메리트가 전혀 없어.” “아, 아니 투자를 하지 말라면, 그럼 왜 저에게 그런 얘기를 하십니까?” “아직까지 모르겠어? 네가 투자해야 할 곳은 바로 마이크로 엔지니어링사야.” 느닷없이 마이크로 엔지니어링사에 투자하라고 하니 이해가 가지 않는 범석이었다. “아니 왜요? 그 회사는 뭐 괜찮은 메리트라도 있습니까?”5/9 쪽 “당연히 있고말고. 이번 경제위기 전 썬 에너지사를 적대적 M&A를 하기위해 우연치 않게 확실한 구조조정을 했고, 막대한 자금까지 확보해 놓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지. 이 사실이 외부에 퍼지는 순간, 그 회사는 매일 상종가를 치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주가가 치솟는다. 지금 상황에서는 보유자금이 빵빵한 안전한 회사가 투자 일순위거든. 난 이미 가지고 있던 자금 다 꼴아 박았다. 넌 어떻게 할래?” 말을 듣고 보니 수긍이 갔다. 하루에도 몇 개씩 크고 작은 회사들이 문을 닫고 있는 이 상황에서, 절대 존립을 보장하는 회사만큼 투자가치가 빛을 발하는 회사는 드물었다. 게다가 같은 업종 중에서 매출 선두를 달리는 만큼 덩치가 큰 회사였다. 대마불사라는 말이 있듯이 그 이름값만으로도 안정성을 더 높일 터였다. ‘한 번 해봐. 지금 당장 돈 쓸 곳도 없잖아.’ 범석이 지금 소유하고 있는 자금은 3600만 크랑정도였다. 마땅히 영입할 만큼 마음에 드는 검투사가 찾지 못한 터였고, GA컵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야했기 때문에 이 자금은 당분간은 딱히 사용할 곳이 없었다. 그리고 경기회복을 위해 정부가 금리도 내린 터라, 이자도 별로 못 받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이 돈을 이대로 묻어두기는 참으로 아까웠다. 결심이 선 그가 황급히 전자수첩을 꺼내 주가지수를 살폈다. ‘휴. 주가지수가 7800대라........’6/9 쪽 경제 위기 전까지만 해도, 주가는 21000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도 금융 불안으로 인해 월등히 낮아진 탓에 그 정도였지, 일반적으로 30000~40000사이를 유지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즉 지금 주가는 평상시의 4분지 1뿐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그는 다시 마이크로 엔지니어링사의 주가정보를 화면 위에 띄었다. ‘뭐야. 엄청 떨어졌네. 정말 안전한 회사 맞아?’ 마이크로 엔지니어링사의 평균적인 주가는 주당 1200크랑 대였다. 그런데 지금은 168크랑까지 떨어져 있었다. 다행히 바닥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이 보여 더 이상 큰 폭으로 떨어질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경위님. 정말 이 회사 괜찮나요? 주가가 너무 떨어졌는데요?” “어. 그거 얼마 전에 같은 에너지 업종의 회사 둘이 폭삭 망했거든. 그리고 썬 에너지사도 불안하다고 계속 뉴스가 터져 나오고 말이야. 당연히 불안심리가 작용할 수밖에.” “으음. 그렇군요. 그런데 그 정보는 확실하죠?” “두말하면 잔소리지. 전혀 성격이 다른 두 곳의 주요국가기관에서 동시에 흘러나온 정보다. 이걸 못 믿으면 주식 투자 못하지.” 고개를 끄덕인 범석이 주식거래 메뉴를 띄운 다음 바로 매수버튼을 눌러버렸다. 사7/9 쪽 내는 지를 때는 질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 띠딩 마이크로 엔지니어링사 주식 21만주를 168크랑에 매수하셨습니다. 외부로 흘러나오는 매수 체결 메시지에 렉스터가 기겁을 했다. 한 번에 거래한 수도 대단하지만, 아무 거리낌 없이 수천 만 크랑이나 되는 돈을 투자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던 것이다. 하여간 돈 쓰는 배포만큼은 어느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다고 생각됐다. “참나. 너도 못 말릴 놈이다. 나도 가진 돈 모두 몰아넣었지만, 최소한 며칠간 장고의 고민 정도는 했다.” “어차피 할 건데 빨리 해야죠. 그래야 다른 일에도 집중을 하니까요. 알고 보면 저 할 일 많은 사람입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름의 계산이 저변에 깔린 행동이었다. 원래 경제란 불황기가 있다면 다시금 호황기도 맞이하는 법, 언젠가는 주가가 오르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범석이 살아가는 세상은 게임 속 공간이라 그 정도가 현실보다 대체적으로 규칙적이고 빨랐다. 100년도 안 되는 플레이기간을 마냥 불황기나 호황기속에서 살게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돈은 단지 게임머니일 뿐이지, 현실의 돈이 아니었다. “하하하. 하여간 한 배를 탄 동지가 됐으니, 또 한 잔 하자고.”8/9 쪽 “좋죠. 오늘은 쓰러질 때까지 마셔보죠.” 범석은 렉스터와 연신 건배를 하며 술을 들이켰다. 계속 빈 술병이 탁자위에 쌓여갈 수록 해는 점점 서쪽으로 저물어져 갔다. 점심시간에 시작된 술자리가 저녁 무렵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2차로 근처 고기 집에 들려 또 다시 술을 펐다. 그리고 3차, 4차가 이어지며 새벽녘이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갔다. 범석은 이제야 그가 항시 부스스한 모습으로 사는 지 이해가 되었다. 자신들은 개조인간에다 엘프라 알콜에 강하지만 렉스터는 일반 인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이리 술을 퍼마시니, 몸이 배겨날 재간이 없었다.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한 범석은 그가 걱정되어 한 가지 조언을 했다. 만약 이번에 많은 돈을 벌게 되면 신체개조시술을 받으라고 말이다. 개조인간이 된다면 그 좋아하는 술을 마음껏 마셔도 몸에 그리 큰 지장이 없었다. 그 말에 렉스터도 구미가 당기는지 깊은 동조를 표했다. 건전한 음주생활은 물론 생명연장의 꿈도 이룰 수 있었다.다음 또 갑니다.9/9 쪽 다음 또 갑니다.9/9 쪽 < -- GA컵 -- > GA컵 4차전 경기를 치루기 위해 범석을 비롯한 갓즈나이츠팀원들은 리마시티콜로세움으로 찾아갔다. 오늘 대전을 벌일 상대는 카라스코시티에 연고를 둔 킹 크랩즈라는 검투사팀이었다. 그들은 작년도 에이번드 에어리그에서 11위를 한 강팀으로, 범석도 큰 난관이 있으리라고 예상하고 승률을 5할 정도로 잡았다. 아무리 그가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다지만, 몇몇 엘프들을 제외하고는 상대에게 전력을 밀리고 있으니 쉬이 승리를 점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도 범석의 생각일 뿐 세간의 평가는 갓즈나이츠가 패할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아무리 아마추어팀들을 상대로 모두 3전승으로 올라왔다고는 하나, 프로팀에게는 힘들다고 예상한 모양이었다. 덕분에 오늘의 베팅 비율은 6.3 대 1로 갓즈나이츠에게 불리하게 적용되었다. ‘후후. 이기면 스포츠도박으로만 250만 크랑을 번다는 얘기지.’ 이뿐만 아니라 검투협회에서 주는 승리 수당 120만 크랑까지 받게 되니 총 370만 크랑의 수입을 얻는다는 소리였다. 물론 지면 베팅 비용을 생각해서 -50만 크랑이지만, 그는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그만큼 얻어지는 이득이 아주 컸다. 와글와글.회1/12 쪽 더그아웃에 도착한 범석은 군데군데 모여 있는 관중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11000석이나 되는 리마시티콜로세움에 저 정도 인원이 차있다면 족히 2만 가까이는 관람하러 왔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4차전부터는 아마가 아닌 프로의 룰을 적용받던 탓에 홈 어웨이 방식을 채용했다. 즉 저 관중에 대한 수입이 모두 자신에게 들어온다는 소리였다. 7차전까지는 입장권이 150크랑이니 총 합치면 300만 크랑이나 되는 거금이었다. ‘크크크. 역시 뭘 해도 대도시에서 해야 한다니까.’ 리마시티는 에이번드 지역정부의 핵심도시로 인구 780만 명이 살고 있었다. 게다가 올해 봄에 유일한 프로팀인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이 아마추어리그로 떨어져 근 일 년 간은 무주공산이 되었다. 여기서 내년 봄 열리는 승격토너먼트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프로로 입성하게 되는 날이면 많은 검투팬들을 확보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첫발을 내딛는 날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홈 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면 그만큼 프로에 진입했을 때 보다 많은 팬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슬슬. 준비를 해볼까.” 탈의실로 향하던 범석이 문뜩 더그아웃 벤치 맨 끝에 앉아있던 엠마에게 시선을 주었다. 아직 갈만한 마땅한 팀을 찾지 못했는지, 아직까지 갓즈나이츠팀에 머물고 있었다. 다만 어정쩡한 위치에 놓인 터라, 팀에 동화되지 못하고 저리 동떨어진 상태로 2/12 쪽 지내고 있었다.범석은 슬며시 그녀의 옆에 엉덩이를 가져다 붙였다. “여어. 엠마 뭐해?” “아, 아. 범석님.” “궁상맞은 표정 좀 짓지 마. 팀을 떠날 때까지는 너도 갓즈나이츠팀의 검투사야. 좀 어울리고 그래. 내가 우리 엘프들에게 말해 놓을 테니까 편안히 지내.” “아, 아니 괜찮아요. 지금 이대로가 편해요.” 범석이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계속 이 상태라면 여러모로 좋지 못했다. 가라앉은 기분 탓에 호감도 상승도 기대할 수 없을뿐더러, 그녀로 인해 팀 분위기가 깨질 수도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지금의 분위기를 호전시켜야 했고, 가장 좋은 방법은 엠마가 빨리 적당한 팀을 찾아 떠나는 일이었다. 그러면 원정 데이트로 호감도를 올려 공략을 완료할 수 있었고, 다시 팀으로 복귀시키면 만사해결이었다. “그런데 아직 이적할 팀은 못 구했어?” 미안한 표정을 지은 엠마가 주춤주춤 옆으로 물러났다. 그만큼 이 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염치가 없었다. “네. 여러 군데 알아보고는 있어요. 그런데 아직 마땅한 팀을 찾지 못하고 있어요.”3/12 쪽 “그래? 이상하네. 흑사회에서 막대한 지원을 해주니, 꽤 많은 팀이 원하고 있을 텐데.” “........” 말 못할 사연이 있는지 엠마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말하기 싫은 내용을 억지로 캐물을 수도 없는 일. 범석이 그녀의 어깨를 위로하듯 톡톡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여간 나가라고 보채지 않을 테니까. 그 동안은 편히 있어.” “네.” 이내 탈의실로 들어가 슈트를 갈아입은 그가 몸을 풀며 앞으로의 시합에 대비했다. 엠마의 일도 중요하지만, 당장에는 오늘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 신경을 써야만 했다. ‘반드시 주력들이 포함되는 1, 3, 5라운드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야 해. 우리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2, 4라운드는 당연히 패할 테니까.’ 하지만 1, 3, 5라운드를 모두 이긴다는 사실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뭐 차례로 1대 1로 승부를 겨룬다면 범석과 에르피나, 오스칼이 있기에 충분히 해볼 만했다. 하지만 검투경기는 단체전이었다. 스쿼드가 빈약한 갓즈나이츠였기에, 주력 검투사들이 철4/12 쪽 저한 견제를 당한다면 어이없이 무너져버리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었다. 이미 3차전을 거쳐 오는 동안 충분히 데이터가 쌓였을 테니, 오스칼과 데이지 에르피나 등에게 집중 마크가 들어올 것이 자명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나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별로 없을 것이라는 점이야.’ 그 동안 범석은 활약다운 활약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그의 킬데스 전적은 2/0로 종합점수가 2점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점수는 자신의 팀에서도 수없이 넘쳐난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1라운드에는 견제가 들어오지 않을 터, 마음껏 활개를 칠 수가 있었다. ‘문제는 3, 5라운드야. 1라운드에서 활약을 펼치면 나에게도 견제가 들어올 테니까 말이야.’ 범석의 실력 정도로만 둘 정도는 해 볼만 했다. 하지만 셋이 넘어간다면 얘기가 전혀 틀려졌다. 아무리 출중한 기량에 빠른 스피드를 지니고 있지만, 사방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오는 3개의 검을 제대로 막아낼 수는 없었다. 뭐 고만고만한 실력자라면 모르겠지만 오늘의 상대는 프로검투사들이었다. 분명 조직적이고 정교한 검격을 뿌려댈 터, 그로서도 당할 가능성이 컸다. ‘그래도 2승 1무 2패까지만 되어도 우리가 이길 수 있는데.......’5/12 쪽 원래 2승 1무 2패면 그 경기는 비기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GA컵은 토너먼트 경기라 다음 일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승부를 가려야했다. 이에 대회규정에서 5라운드가 끝난 직후 양 팀이 비기면 승부대결을 펼쳐 완전히 결착 짓도록 했다. 그런데 그 승부대결이라는 것이 갓즈나이츠에게 아주 유리하다는 점이었다. 각 팀에서 각각 5명씩의 대표검투사가 나와 한 명씩 차례로 대결을 펼치는데, 상대팀 모두가 행동불능상태에 빠지면 이기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주력이 강한 그의 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많았다. - 곧 경기가 시작될 것이오니 모든 출전 검투사는 입구에서 대기해 주십시오. 장내 방송 멘트가 흘러나오자 1라운드에 출전할 범석과 갓즈나이츠 팀원들이 입구 근처의 터널로 나갔다. 그리고 입장 신호와 함께 경기장 중앙을 흐르는 냇가까지 걸어갔다. 삐이이익! - 경기시작입니다! 시작 신호와 함께 오스칼을 비롯한 갓즈나이츠의 선봉진들이 중앙의 냇가를 단번에 넘어 돌진해 들어갔다. 이에 킹 크랩즈 검투사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진을 흐트러6/12 쪽 뜨렸다. 약팀은 대게 방진을 짜 방어를 하며 상대를 하나씩 쓰러뜨리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갓즈나이츠는 예상과 달리 자신들이 강팀이라고 시위하는 양 공격 진영을 짜 먼저 공격해오고 있었다. 방진에 대비했던 그녀들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모두들! 온다! 작전 변경이다!” 쾅하는 소음과 함께 킹 크랩즈의 진이 크게 흔들렸다. 오스칼의 혼신의 힘이 담긴 거검을 직격으로 맞았으니 데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프로답게 돌파는 허용하지 않았다. “집중해서 막아! 오스칼이라는 얘는 보통이 아니야!” 킹 크랩즈의 3번과 12번의 등번호를 단 검투사가 튀어나오더니 오스칼을 마크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검은 크고 강력하지만 검속이 느린 편이었다. 마구 활개 치게 나두면 진영에 큰 타격을 입히지만, 이렇듯 견제하며 빈틈을 노린다면 쉽게 쓰러뜨릴 수 있었다.그러나 이를 범석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가 바로 오스칼과 스테파니 사이를 파고들더니, 3번 검투사의 허리를 스쳐지나갔다. 퍽!7/12 쪽 강렬한 격타음과 함께 등번호 3번의 검투사의 몸이 허물어져갔다. 그녀는 자신의 뒤로 달리는 범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믿지 못할 표정을 지었다. 비록 오스칼에게 집중하느라 약간의 빈틈을 보였지만 일격에 자신을 행동불능 상태에 빠질 정도로 자신은 만만하지 않았던 것이다. - 오범석검투사. 대단합니다. 킹 크랩즈의 3번 검투사를 일격에 잠재우고 종횡무진 돌진해 들어갑니다! 킹 크랩즈 진영 앞에 도달한 범석이 견제를 하듯 검을 휘둘렀다. 따로 떨어진 12번 검투사를 고립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녀만 없애면 12대 10으로 갓즈나이츠가 이번 라운드를 쉬이 이끌어나갈 수 있었다. 그의 의도를 알았는지 헤라가 긴 창을 깊게 찔러 오스칼에게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던 12번 검투사의 복부를 강타했다. “범석님 해치웠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범석이 뒤로 빠지더니 오스칼이 그 자리를 메우며 기괴한 검풍을 일으키며 킹 크랩즈 진영을 유린했다. 작전이 실패해 2명의 검투사를 잃은 그들은 이판을 비기기라도 원하는 양 바로 방진을 짜 방어태세에 들어갔다.8/12 쪽 “모두. 제자리를 사수해. 절대 밀려서는 안 돼!” 그러나 그 외침은 음산한 소리를 내뿜는 오스칼로 검에 묻혀버렸다. 내리치는 일격에 진이 반으로 갈라지며 스테파니가 돌진해 들어갔다. 그 다음으로 중견들이 파고들며 완전히 벌려 버리자, 킹 크랩즈의 검투사들이 정확히 반으로 갈렸다. 방어만으로는 절대 오스칼을 막지 못한다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이때다 싶은 범석이 고함을 질렀다. “따로 떨어져 나온 얘들을 확실히 처리해! 아직 시간 많다!” 스테파니가 마침 몸을 피하지 못한 7번의 검투사를 청룡도 끝에 걸릴 갈고리로 잡아채고는 넘어뜨렸다. 이를 본 범석이 바로 검으로 내리쳐 해치우고는 멀리 뒤로 주춤거리는 킹 크랩즈의 대장을 향해 대시해 들어갔다. “대장이 위험하다. 수호검투사들 막아!” 급히 달려오는 2번과 4번의 검투사가 그의 앞을 방패로 막아섰다. 그렇지만 이는 킹 크랩즈팀의 실책이라 할 수 있었다. 범석에게 3명에게 검투사가 할당되었으니, 나머지 6명이서 11명의 갓즈나이츠팀 검투사들을 막아내야 했다. 아무리 그녀들이 프로였지만 2배에 가까운 전력을 제대로 상대할 수는 없었다. 차츰 하나 둘씩 정리되더니 종래에는 후미를 제외한 모든 킹 크랩즈 검투사들이 차가운 바닥에 누워 몸을 움직9/12 쪽 이지 못했다. “헉헉.” 범석이 숨을 가쁘게 몰아세우며 후미들과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검방 검투사라 공격력이 약하다지만, 혼자서 셋을 상대 하기란 무척 버거운 일이었다. 그는 뒤로 다가오는 다른 갓즈나이츠팀 검투사들에게 인계하고는, 물러나 휴식을 취했다. 체력수치가 유달리 떨어지는 범석으로서는 계속 이어질 라운드를 대비해 스테미너를 비축할 필요가 있었다. “뭐. 어차피 나머지 우리 애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그가 빠짐으로서 이제 11대 3이 되어버렸다. 검방이 아무리 방어에 특화되었다지만 4배의 차이를 극복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킹 크랩즈의 대장검투사는 오스칼의 거검을 정통으로 허리에 맞고는 하늘을 날았다. 삐이이익! - 대, 대단합니다! 말, 말도 안 됩니다! 예상을 깨고 1라운드는 갓즈나이츠팀의 일방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었을까요! - 네. 그건 킹 크랩즈의 검투사들이 오범석검투사에게 휘둘려서 그렇습니다. 초반에 10/12 쪽오스칼을 마크하러 들어간 2명의 검투사가 오범석검투사의 돌진에 둘 모두가 당해버린 터라, 수적으로 밀리게 되었죠.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킹 크랩즈는 또 한 번의 실수를 했습니다. 저 막강한 괴력의 오스칼검투사 앞에서 방진을 짠 것이죠. 누누이 말해 왔지만 그녀를 그냥 놔두면 진은 이미 무용지물이 된 것이나 다름이 없어요. 반드시 마크가 들어갈 필요가 있...... 와아아아! 와아아아! 해설자의 장황한 설명이 묻혀버릴 정도로 팬들의 함성소리는 컸다. 비록 갓즈나이츠가 아마추어라지만 리마시티를 연고로 둔 검투사팀이었다. 예상을 깨고 연고팀이 강력한 전력을 자랑하는 킹 크랩즈를 상대로 일방적인 승리를 따냈으니 통쾌하고 기쁠 수밖에 없었다. “잘했다! 갓즈나이츠! 계속 그렇게만 해!” “이번 경기 꼭 이겨라!” 범석과 갓즈나이츠팀원들이 팬들의 응원에 일일이 화답을 하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한 편 동쪽 편에 위치한 2000명의 원정팬들은 자팀의 어이없는 패배에 못마땅한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야유를 보냈다. 이에 킹 크랩즈 검투사들은 감히 얼굴을 들지 못하고, 조용히 경기장을 떠나갔다. 프로인 자신들이 아마추어 팀에게 완패했다11/12 쪽 는 사실은 어떤 이유로도 변명이 되지를 않았다.다음 또 갑니다.12/12 쪽 는 사실은 어떤 이유로도 변명이 되지를 않았다.다음 또 갑니다. < -- GA컵 -- > “1라운드 봤지? 쟤들 별것 아니다. 우리가 이기니까 부담 갖지 말고 경기에 임하도록 해.” 1라운드 후 휴식시간. 갓즈나이츠팀의 더그아웃은 기세등등한 분위기가 연출되어지고 있었다. 한 명의 피해도 없이 상대를 모두 쓰러뜨린 터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해있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갓즈나이츠팀의 전력이 킹 크랩즈를 크게 앞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범석은 겉으로 웃고는 있지만 웃는 것이 아니었다. 저들은 모두가 레이미급의 검투사들. 이번에 상대가 방심하고 운이 좋아 이리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었다. 지금껏 꽁꽁 숨겨놓은 자신이라는 카드를 열어보였으니, 저들이 그의 걸맞은 패로 응수해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한 가지 기대가 되는 것은 이번 패배로 킹 크랩즈의 기세가 크게 꺾였다는 점이다. 당분간은 정신이 없어 적절한 대책을 세우기 힘들지도 몰랐다. 이때를 파고들어 결정타를 먹인다면 의외로 쉽게 이번 경기를 따낼지도 몰랐다. “자! 이번 2라운드는 수비 위주로 나간다. 출전자들은 모두들 검방과 창을 들도록 해.” 2라운드 출전할 검투사들이 일제히 방패를 꺼내들었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 이번 라회1/13 쪽 운드는 비기는 쪽으로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지금 나가서 원형진을 짜 킹 크랩즈를 상대로 20분을 버틸 예정이었다. 범석이 화기애애한 표정으로 출입문을 2라운드 출전자 가운데 에르피나와 비너스를 불러 세웠다. 그녀들은 1라운드도 출전했었던 터라 몸의 상태나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었다. “에르피나. 비너스. 어때? 몸은 괜찮아?” “네. 1라운드에 거의 뛰지를 않아서 평상시 그대로의 체력을 유지하고 있어요.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전. 언제라도 뛸 수 있어요. 하나도 지치지 않았어요.” 비너스 자신만만한 표정에 그가 싱긋 웃었다. 비너스는 체력과 정신력 하나만큼은 월드리그 수준. 연속으로 라운드를 뛴다고 해도 무리가 있을 턱이 없었다. “그래. 에르피나. 네가 대장이니까 잘 통솔해서 적절히 싸워나가. 그리고 3라운드도 뛰어야 하니까. 안되겠다 싶으면 바로 행불상태로 빠져서 이번 라운드를 끝내버려. 우리 팀이 집중해야 라운드는 1, 3, 5라운야. 거기서만 이기면 이번 경기는 우리가 이겨. 알았지?” “네. 알았어요.” “그럼 가봐.”2/13 쪽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에르피나가 비너스를 데리고 경기장 입구 터널로 나아갔다. 잠시 후 콜로세움 안을 퍼지는 버저 소리로 2라운드 경기가 시작되었다. 2라운드는 예상대로 일방적으로 갓즈나이츠팀이 밀리는 형상되었다. 실력의 차이보다는 수비진형인 원형진을 짠 이유가 더 컸다. 원형진은 가장 중앙의 대장을 3명의 창사가 감싼 후, 또 다시 그 주위를 나머지 검방 검투사들이 빙 둘러 쌓는 3중 방어진형이었다. 둘레에 위치한 검방 검투사들이 굳건하게 진입을 막고, 중앙에 위치한 창사들은 긴 창끝으로 접근을 하는 상대를 견제했다. 덕분에 파고들기 상당히 까다로운 진형으로 무승부 이끌어낼 때 주로 사용했다. 다만 큰 단점 하나가 있었는데, 자칫 팬들로부터 크게 욕을 먹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원형진을 사용하면 경기 자체가 단편적이고 늘어지던 탓이다. 흥미진진한 장면을 보려고 150크랑의 돈을 내고 입장했는데, 그런 경기가 펼쳐지면 팬들로서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지.’ 그런데도 범석이 원형진을 채용한 이유는 자신들은 아마추어이기 때문이었다. 창설한지 두 달 정도인 아마추어팀이 에어리어리그 중간 순위를 달리는 팀과 붙어 승리한다는 자체가 큰 흥밋거리였다. 게다가 여기는 홈그라운드이니 팬들의 이해심은 넉넉했다. “좋아! 잘하고 있어!”3/13 쪽 범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 창사가 내지른 창 끝이 33번을 단 킹 크랩즈의 검투사의 다리에 직격을 한 탓이었다. 그 정도로는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든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다리 하나를 사용하지 못할 테니 진입을 시도할 수가 없었다. 즉 킹 크랩즈는 11명만으로 원형진을 뚫어야했다. ‘캬~ 저기에 오스칼만 있었어도 확실히.......' 범석이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오스칼을 아쉬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녀의 거검은 창을 능가하는 중거리 공격무기. 만약 창사의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다면 원형진은 더욱 굳건하게 유지시킬 수 있었다. 길게 찌르는 동작으로 견제도 가능하지만 크게 휘두르며 여러 상대를 동시에 위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정신력이 약하다는 큰 단점이 있었다. 체력은 비너스에 거의 육박할 수준이었지만, 정신력이 너무 약해 스테미너가 떨어지는 양이 너무 컸다. 덕분에 중간에 이리 휴식을 시켜주며, 기력을 회복시켜야 했다. ‘올해. 어떻게 해서든 오스칼의 정신력을 상승시켜야겠어. 그럼 비너스처럼 모든 라운드를 뛸 수 있게 되니, 팀 전력도 크게 상승돼.’ 범석이 이번에는 경기장에 나가있는 비너스를 근심스럽게 쳐다봤다. 뿔이 달린 커다란 방패를 두 개나 차고 있어 방어만큼은 확실히 특화되어 있지만, 그녀가 검투를 4/13 쪽 경험한지가 고작 두 달 정도였다. 언제 어디서 실수가 나와 팀을 위기에 빠뜨리는 경우가 생길지 모르는 일이었다. ‘후후. 뭐 별로 걱정할 필요는 없겠네.’ 하지만 실수가 나오기 위해서는 상대가 끊임없이 비너스를 공격해야만 했다. 그런데 킹 크랩즈의 검투사들이 몇 번 그녀의 방패를 두드려보고는 바로 그 방향으로의 진입을 포기해 버렸다. 거대 방패를 두 개나 들고 있었고, 검을 내리치자 씨알도 안 먹히고 바로 튕겨져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너스의 특성인 ‘금성의 환상’이 적용되는 시간. 그녀는 80이 넘는 근력으로 듀얼실드를 굳건하게 쥐고 있었다. 이 정도의 힘은 에어리어리그보다 한 단계 위의 리그인 와이드리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역시나 저들도 2라운드는 2진급이 나왔어. 이대로만 나간다면 비길 수 있겠어.” 지금 범석이 일말의 기대를 가지는 이유는 킹 크랩즈의 2진 역시 1진에 비해 실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검투경기는 3승만 하면 승리하는 경기. 대부분의 팀은 주력을 1, 3, 5라운드에 집중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2라운드는 2진급이 나오는 것이 보통이었고, 킹 크랩즈 역시 동일한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1라운드의 패전으로 킹 크랩즈의 사기가 크게 떨어져 있었다. 지금 저들은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적극성도 떨어지고 미묘하게 팀원들 간의 조직력에 금이 가있었다. 아무리 갓즈나이츠의 전력이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이들은 다5/13 쪽 년간 검투로 밥을 벌어먹고 산 새미프로들이었다. 여기에 수십 년간 프로생활을 하며 안목을 키운 에르피나의 지휘가 적절히 떨어지니, 쉽사리 방어진이 무너지지 않았다. 결국 시간은 허망하게 흘러 2라운드는 그렇다할 격전 없이 무승부로 결말이 났다. “잘했다. 에르피나!” 범석과 손뼉을 마주친 에르피나가 환하게 웃었다. 엘프에게 있어서 주인의 칭찬은 무엇보다 기쁜 일이었다. 그녀는 홍조로 물든 얼굴로 근처 벤치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리 피곤하지는 않았지만 또다시 3라운드를 출전하기 위해서는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는 편이 낳았다. ‘좋아. 이번 라운드만 우리가 이긴다면, 4차전은 무난히 통과한다.’ 3라운드가 시작되기 전 범석이 또 다시 갓즈나이츠 검투사를 이끌고 경기장 중앙의 냇가로 걸어갔다. 이번 라운드만 이기면 2승 1무로 그의 계획이 완성되었다. “자자. 모두 이번만 이기면 된다. 그럼 우리가 5차전으로 올라간다.” 진형의 정중앙에 선 범석이 동료검투사들을 독려했다. 경기 시작 전 사기를 끌어올림을 물론, 상대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검투경기는 어쨌거나 단체경기6/13 쪽 였다. 군중심리에 의해 팀 전력이 크게 좌지우지 될 수 있었다. 오스칼이 들고 있는 거검을 힘차게 들어 올리고는 호응을 해왔다. “이런 라운드도 우리가 이긴다! 나만 믿어!” 기세등등한 고함에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사기가 높아졌는지 무구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이 한껏 들어가 있었다. 곧이어 이어지는 시작 신호. 이번에는 빅 크랩즈 검투사들이 냇가를 건너 급격히 거리를 좁혀왔다. “돌격해 들어가! 작전대로 각자 맡은 상대 검투사를 확실히 마크하고!” 넓게 학익의 진을 그린 빅 크랩즈 검투사들이 갓즈나이츠를 포위했다. 공격을 한 지점에 집중하면 오스칼에게 막혀 무위로 돌아가게 된다는 사실을 빤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그녀들은 곧 등짝에 달려있는 짧은 창을 꺼내 투척했다. 휙. 휙. 휘휙. 동시에 십여 개의 창이 날아들었다. 추행진으로 밀집되어 있었던 갓즈나이츠는 쉽사리 몸을 피할 수가 없었던 덕에, 시작하자마자 팀원 중 하나를 잃어야 했고 몇몇은 일부 신체부위를 사용하지 못할 만큼의 큰 피해를 입었다.7/13 쪽 ‘젠장. 당했다! 언제 저 투창을 숨기고 있었지.’ 그는 땅에 떨어져 있던 단창들을 보고는 이를 악물었다. 길이가 60센티 정도로 짧아 등에 부착하고 있으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프로나 되는 작자들이 아마추어인 자신들을 상대로 이런 암수를 사용하다니 기가 막혔다. 우우우우! 우우우우! 관중석에서 비겁함에 야유를 보내고 있었지만, 킹 크랩즈 검투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돌진해 들어갔다. 프로인 이상 상대를 어떻게 해서든 제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녀들은 이번 첫 작전을 위해 경기규칙상 정해진 소유한도인 2개의 무구 중 하나를 포기하는 위험을 감수했다. 작전이 실패하고 상대가 자신들보다 상성이 좋은 무구로 사용해 공격해온다면 오히려 당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었다. 쾅. 창. 차창. 사방에서 검이 난무하는 난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스칼과 범석에게는 2명의 검투사가 배정되어 견제가 들어갔다. 그러는 사이 나머지는 비교적 약한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을 공략해 들어가며 하나씩 상대하기 시작했다. 8/13 쪽 ‘어쭈. 그랬단 말이지.’ 하지만 킹 크랩즈가 실수한 사실이 하나가 있었다. 바로 범석을 아직까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2명의 검투사만을 배정한 것이었다. 그것도 가장 젊고 실력이 떨어지는 얘들로만 말이다. 게다가 가소롭게도 그녀들은 포인트를 얻으려는지 둘이 경쟁하듯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피식 웃은 범석이 상하로 내치는 검격을 살짝 피한 후 17번 검투사의 손목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한 손에 들고 있던 카타나로 헬멧 부위를 세차게 가격했다. 쿵. 급격히 몸을 허물어뜨리는 17번 검투사의 복부를 걷어찬 그가, 곧바로 뒤로 빠져있던 8번 검투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는 순식간에 동료가 당하는 모습을 보았던 터라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렀다. “크윽. 어떻게 이런 실력자가....... 여기에.......” 범석의 날카로운 검격을 서너번 받은 8번 검투사가 힘에 겨운지 다리를 꼬며 넘어졌다. 그는 과감히 검을 세워 복부에 힘껏 꽂고는 3번과 12번 검투사에 둘러싸여 마크되고 있는 오스칼을 바라봤다. 그녀는 빠르고 간격한 상대의 공격에 일방적으로 밀9/13 쪽 리며 뒤로 주춤거리고 있었다. ‘바보 같은 오스칼 난전이 됐으면 거검을 버리고 허리에 차고 있는 롱소드를 꺼내야 할 것 아니야.’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범석이 몰래 뒤로 접근했다. 난전에서 기습은 큰 효과를 발휘했다. 아무리 뛰어난 검투사라도 뒤통수에 눈이 달리지 않았으니 등 쪽으로 날아오는 검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그는 카타나로 3번 검투사의 뒷목을 힘껏 내려쳤다. 쾅. “꺄아아악!” 갑작스런 행동불능 상태에 놀랐는지 3번 검투사가 소리를 질렀다. 이제야 범석의 등장을 알아챈 킹 크랩즈의 12번 검투사가 오스칼을 나두고 그를 공격했다. 하지만 혼자서 범석과 오스칼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검을 몇 합 나눠보지도 못한 채 12번 검투사는 차디찬 대지위에 몸을 뉘였다. “오스칼 거검은 버리고 롱소드를 꺼내들고 동료들을 도우러가!”10/13 쪽 범석의 외침에 오스칼이 거검을 땅에 내려놓고 허리에 차고 있던 롱소드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근처에서 있던 레이미에게 달려갔다. 그녀는 방금 전 창 투척공격이 왼팔을 못 쓰는 터라 고전을 하고 있었다. 범석도 바로 스테파니에게 달려가 상대하고 있던 6번의 검투사를 연합공격하기 시작했다. - 이런 대단합니다. 갓즈나이츠 형세를 역전하고 킹 크랩즈팀을 압박해 들어갑니다. 장내 아마운서의 입담이 고조되고 있었다. 초반에 암습을 당해 패색이 짙었던 갓즈나이츠팀이 범석의 활약으로 상황을 뒤집어 버린 것이다. 그에게 당한 킹 크랩즈 검투사들이 넷. 하지만 갓즈나이츠는 둘만을 잃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범석의 검 끝에 또 하나의 킹 크랩즈의 검투사가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들고 있었다. “얘들아 빠져서 진형을 만들어!” 킹 크랩즈의 대장검투사가 동료들을 다급히 불렀다. 이대로 가다가는 철저히 분파되며 모두 당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패배는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금 남은 전력으로는 범석의 움직임을 견제할 방법이 없었다. 예상하기로 그를 막기 위해서는 셋 정도의 검투사가 필요한데, 지금 남은 일곱에서 이 수를 빼버리면 넷뿐이 남지 않았다. 이들로는 나머지 10명의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오스칼. 스테파니! 돌진해서 진을 무너뜨려!”11/13 쪽 오스칼이 롱소드를 좌우로 흔들며 급조한 킹 크랩즈의 방진으로 뛰어갔다. 그녀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투명 안면실드에 그대로 드러내며 정신없이 뒤로 물러났다. 이미 전의를 잃어 싸울 의지가 없었던 것이다. 한 번 올린 기세가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창. 차창. 창. 경기장을 울리는 금속음이 계속해서 줄어갔다. 킹 크랩즈 검투사들이 사력을 다해 막으려고 했지만 거세게 몰아치는 갓즈나이츠의 공격 앞에서 차례로 무너져 내렸다. 지금의 모습으로 봐서는 혹독한 훈련을 쌓으며 치열한 프로리그의 경기를 수행하는 프로검투사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저 늑대 무리에게 유린당하는 양떼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헤라가 마지막 남은 수호검투사를 방패를 잡고는 뒤로 잡아끌었다. 킹 크랩즈의 대장 검투사가 막아서려고 나섰지만 이미 연이어 격타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은 대장 검투사도 스테파니에게 청룡도에 등짝을 크게 얻어맞고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 3라운드 경기 끝났습니다! 이로서 갓즈나이츠는 2승 1무로 5차전으로 가는 티켓을 거의 집어 들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12/13 쪽 길게 호흡을 가다듬은 범석이 팀원들을 이끌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이미 승리를 확정했다는 양 홈팬들은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고 있었다. 확연한 차이로 1, 3라운드를 이겼으니 다음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리라 믿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팬들의 그러한 예상에 보답할 생각이 없었다. 확신한 승리를 위해 남은 두 라운드를 버릴 참이었다. 주력을 쉬게 한 다음 승부대결로 들어가면 확실히 이기는데, 괜히 4, 5라운드에 심력을 쏟을 필요가 없었다. 다행히 이기면 바로 승리를 얻지만 지면 체력이 크게 손실되며 승부대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범석의 큰 약점은 체력 수치가 너무 낮다는 데에 있었다. 다음 또 갑니다.13/13 쪽 다음 또 갑니다. 다음 또 갑니다. 다음 또 갑니다. 다음 또 갑니다. 다음 또 갑니다. 다음 또 갑니다. < -- GA컵 -- > “자. 이제부터 나를 비롯한 에르피나, 레이미, 오스칼, 스테파니는 승부대결을 위해 쉰다. 그리고 엠마!” 벤치 한 구석에 앉아있던 엠마가 화들짝 일어섰다. “네, 네!” “다음 4, 5라운드에 출전시킬 테니 준비하도록 해.” 그녀가 놀랐는지 눈을 크게 떴다. 자신 같은 초보를 이런 중요한 경기에 출전시키다니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저, 정말 제가 출전해도 되나요? 아시다시피 전 검을 잡은 지 겨우 두 달이 됐을 뿐이에요.” “상관없어. 우리 비너스도 너와 비슷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많이 출전하고 있잖아.” 비너스는 방어에만 치중한 듀얼실더였다. 단순한 방패 막기 동작만을 수행하면 되니 그 짧은 시간에도 경기에 나갈 만큼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엠마는 얘기가 틀렸다. 복잡한 초식과 다양한 기술을 요하는 검술을 익혀야 했으니 한 달이라는 기회1/9 쪽 간 동안 만족할 만한 수준에 오를 수는 없었다. 그녀가 지금까지 훈련한 내용은 단지 기본적인 검세 동작과 몇 번의 대련이 고작이었다. “저와 비너스는 얘기가 틀리죠. 전 검술을 익히고 있잖아요. 아직 중요한 나갈 만큼 실력을 쌓지 못했어요.” “괜찮아. 4, 5라운드는 이길 마음이 없으니까. 그러니 마음 편히 경기에 임해.” 우물쭈물하던 엠마가 결국에 가서는 고개를 주억였다. 무척 부담스럽지만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다니 참가해도 무방할 듯싶었다. 그리고 검투계 대제전인 GA컵의 4차전에서 뛴다는 사실은 큰 영광이었다. 출전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흑사회 선배들과 동기들에게 크게 면을 세울 수 있었다. “네. 알았어요. 열심히 할게요.” 헬멧을 쓴 엠마가 자신의 롱소드를 정성스레 손질하기 시작했다. 이에 범석은 출전 횟수가 적은 팀원들만을 골라내 새롭게 출전명단을 작성했다. “자자. 부담은 갖지 말되 열심히 해. 져도 괜찮지만 아마추어인 우리가 이만한 자리에서 활약할 기회는 많지 않으니까 말이야.” 4라운드에 나설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이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가 말하지 않아2/9 쪽 도 오늘의 경기가 자기 PR을 위한 최적의 기회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잘만 하면 프로로 나갈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2라운드와 달리 방어진형이 아닌 공격 형태로 싸워도 되니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뽐낼 수 있었다.그녀들은 팀을 위해. 그리고 관람석에서 응원을 하고 있을 주인을 위해 경기장 쪽을 향해 달려 나갔다. ‘휴~ 역시나군.’ 하지만 본연의 실력은 투지로도 어쩔 수 없었다. 주력이 빠진 갓즈나이츠는 약하기 그지없었다. 엠마를 시작으로 하나씩 행동불능 상태에 빠지더니,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패전의 멍울을 안아야했다. 힘없이 되돌아온 그녀들은 범석의 보챔에 또다시 5라운드에 출전했고, 이번에는 더더욱 빠른 시간 안에 패해버렸다. 결국 양팀은 무승부가 되어 오늘 경기의 승패를 승부대결에서 결정하게 되었다. ‘좋아 승부대결이다.’ 범석은 에르피나, 레이미, 오스칼, 스테파니를 이끌고 경기장 한 가운데 나와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만연하게 미소가 피어있었는데, 왠지 자신감보다는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바로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시간이 온 때문이었다. 이미 지난 활약으로 경기 MVP는 따 놓은 당상이지만, 그는 이번 대결에서 상대 출전 3/9 쪽 검투사 5명을 혼자서 쓰러뜨려 언론과 팬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크게 어필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선봉의 자리에 자처하고는 가장 먼저 상대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들고 있던 카타나를 어깨에 걸친 범석이 짝 다리를 짚으며 다가오고 있는 킹 크랩즈의 3번 검투사에게 눈길을 주었다. “여어. 어서와. 첫 번째 재물.” 의미를 알아들었는지 그녀가 발끈 소리쳤다. “당신 대단한 줄 알지만, 전 그리 만만한 자가 아니에요! 아까는 경황이 없어 당했지만 지금은 다를 테니, 각오하세요.” “에고 무섭네. 그런데 각오하는 건 어렵지 않는데, 과연 그 실력이라는 것을 볼 수 있을 런지는 모르겠다.” 발끈한 3번 검투사가 들고 있는 롱소드를 힘껏 쥐었다. 그리고 승부대결 시작신호와 함께 검을 치켜들고 범석에게로 뛰어갔다. “햣!” 짧은 외침과 함께 롱소드의 궤적이 범석의 허리 부근에 다다랐다. 그는 이를 가볍게 4/9 쪽 카타나를 내려 막고는 3번 검투사의 가슴 부위를 어깨로 밀쳤다.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난 그녀가 곧바로 몸을 추스르며 검을 깊게 찔러갔다. 휘리릭.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쏘아져 오는 검끝을 몸의 중심을 이동하는 것만으로 피한 범석이 들고 있던 카타나로 3번 검투사의 허리를 강하게 강타했다. 퍽. 불쌍 사납게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는 그녀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범석을 쳐다봤지만, 그의 시선은 다음 출전자인 2위인 6번의 등번호를 단 킹 크랩즈의 검투사를 향하고 있었다. 이미 쓰러뜨린 상대에게 신경을 쓸 만큼 그는 연민이 많지 않았다. “뭐해! 안 나오고! 시간 없다! 나 빨리 가서 저녁 먹어야 해!” 6번의 검투사는 투명 안면실드 사이로 긴장한 표정을 역력히 드러내며,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팀 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가 범석에게 2번의 공격에 당해버렸다. 자신 또한 마찬가지이기에 이 자리에 나왔지만, 개중 가장 떨어지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다, 당신은 누구죠? 어째서 당신 같은 분이 아마추어 머물고 계신건가요?” 삐이이익!5/9 쪽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범석이 시작신호와 함께 검을 치켜들었다. 한 번 검을 맞대어 힘겨루기를 한 후 떨어진 이들은 여러 번의 검격이 오가는 접전을 펼쳤다. 안되겠다 싶은 6번의 검투사가 방어에만 치중한 탓이다. 이기지 못할 바에야 그의 힘을 최대한 빼게 해 후위 주자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마련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창. 차창. 창. 금속이 타는 냄새와 함께 시뻘건 불꽃이 사방에 튀었다. 극도로 밀리기는 했지만 6번 검투사는 범석을 상대로 선전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민첩과 검술에서 극명한 차이가 나던 탓에 그녀는 여러 번 그의 검격을 허용하고는 한쪽 팔과 다리하나를 못쓰게 되었다.범석은 짜증나는 표정을 지었다. 상대도 안 되는 것이 갖은 발악을 하며 자신을 귀찮게 굴고 있던 까닭이다. 이제는 움직이지 못하는 사지를 방패삼아 자신의 검을 막기까지 하고 있었다. “어쭈. 발악하네.” “저, 저는 2위이니까요.” 2위의 역할은 강한 상대를 맞이하면 5분을 버텨 무승부를 이끌어내든지 그도 안 되6/9 쪽 면 체력을 소모시키는 일이었다. 지금의 전술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었다. 이는 범석도 잘 알고 있는 사실. 더 이상 군소리 하지 않고 사정없이 검끝을 뿌렸다. 쿵. 그의 칼자루에 머리를 세차게 얻어맞은 6번 검투사가 땅을 굴렀다. 충격에 정신이 없어서인지 휘청거리며 겨우 일어서더니 머리를 마구 내저었다. 이때다 싶은 범석이 검을 짧게 휘두르며 그녀의 오른팔을 베어버렸다. 털컹 땅위로 떨어지는 롱소드. 이제 양팔 모두를 사용할 수 없는 6번 검투사는 절망어린 표정을 지었다. 범석의 공격을 막아낼 마지막 수단까지 사라져 버린 탓이다. “잘했다.” 가볍게 칭찬 한 마디를 던진 범석이 카타나를 강하게 내리쳤다. 자신에게 20여 합의 검을 휘두르게 할 정도의 투지가 대견하게 느껴진 것이다. 물리력반응슈트의 작용에 경직이 된 6번 검투사는 풀썩 쓰러지며 나머지 동료들에게 눈길을 주었다. 자신은 여기까지이니 뒤를 부탁한다는 듯이 말이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구경을 하던 관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환호성을 질러댔다. 다 이긴 경기가 승7/9 쪽 부대결까지 이어져 혹시나 지는가 싶었는데, 자팀의 선봉주자가 일방적인 공세로 벌써 둘이나 되는 킹 크랩즈의 검투사를 쓰러뜨렸다.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승리는 맡아놓은 당상이었다. “자. 다음 나와야지.” 이번에 나온 9번 검투사였다. 긴 창을 다루는 거구의 엘프였는데, 헬멧 이마부위에 원뿔을 붙여놓은 터라, 그 모습이 기괴했다. 그녀는 범석의 앞에 서고는 힘을 과시하듯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그리고 시합이 시작되자 바로 곧바로 무구를 버리고는 그를 향해 테클을 걸었다. 실력으로 안 되니 강인한 근력으로 그를 옴짝달싹 못하게 해 시간을 끌려는 의도였다.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그를 이번에 해치우지 못하면 팀은 패전의 멍울을 안아야만 했다. “바보 같은 것.” 하지만 범석은 체술 또한 자신있어하는 분야였다. 몇 번이나 무투사 케릭을 키워봤고, 심심할 때면 필드에 나가 몬스트들과 레스링을 하며 놀았다. 그는 바로 9번 검투사의 양팔을 부여잡고는 업어치기를 했다. 그리고 바로 당황한 채로 쓰러져있는 그녀의 목줄기를 검으로 과감히 그어버렸다. 경직 상태에 빠져든 9번 검투사를 놓아둔 채 범석이 다시금 다음 상대 검투사들을 노려봤다. 이제 저들은 14번 검투사와 1번 검투사만이 남은 상태였다. 그녀들은 안면8/9 쪽 가리개 사이로 긴장한 표정을 역력히 드러냈다. 1대1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로 홀로 맞서야하니, 절망감이 든 탓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서서히 몸을 일으켜 앞으로 나섰다. 와아아아! 와아아! 승부대결에서 범석이 홀로 다섯의 킹 크랩즈의 대표검투사들을 모두 쓰러뜨림으로 인해서 시합은 끝이 났다. 실로 놀라운 일로서 지역 일간지에 대서특필 될 만한 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아마추어가 프로를 상대로 이겼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혜성처럼 등장한 범석이라는 검투사는 승부대결에서 몇 번의 손짓만으로 에어리그 소속의 프로검투사 다섯을 모두 차례로 쓰러트렸다. 당연히 기사들로서는 갓츠나이츠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고, 그와 팀원들은 행사진행요원에 의해 콜로세움 한 편에 마련된 기자간담회장으로 안내되었다. 이번 편이 마지막입니다. 원래는 37편으로 끝을 내려고 했는데, 요번 편이 대략 2페이지 분량이 남아 있어서 하는 김에 마저 작성하고 이렇게 올리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퍼펙트월드는 일단 여기서 작업을 중지하고, 요청에 따라 킹판월에 집중할까 생각중입니다. 모두들 양해부탁드립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9/9 쪽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아참 추가로......... 스테파니가 궁금하신 분들이 많으신 모양인데요. 갸는 '입단 테스트'쳅터에서 잠시 이름만 언급된 인물로 다른 주인을 섬기고 있는 엘프입니다. 조만간 사라질 인물이니 별로 신경쓰지 마십시오.9/9 쪽 < -- GA컵 -- > 포토라인을 거치며 무수한 플래쉬 세례를 범석과 팀원들은 기자간담회장으로 갔다. 인터뷰에 참가하는 인원은 총 두 명으로, 감독과 경기 MVP가 그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 감독과 MVP는 모두 그였다. ‘나머지 하나를 누구로 고르지?’ 하지만 고민은 잠시고 선택은 빨랐다. 에이번드지역 내에 인지도를 많은 쌓은 레이미가 적당해 보였다. 수십 년간의 프로경력으로 인터뷰에 익숙한 점도 도움이 될 듯 보이기도 했다. 범석은 이내 그녀와 함께 간담회장 전면에 위치한 탁자로 가서 앉았다. 역시나 레이미를 알아본 몇몇 기자들이 인터뷰가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질문 공세를 날렸다. “레이미양! 오랜만이다! 한 동안 드래곤나이츠팀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 팀에 온 거야?” “네. 한 달 전쯤에 트레이드 되었어요.” “오. 그래? 그런데 오드아이가 아니네. 설마 주인을 얻은 거야?” “네. 여기 계신 범석님이 제 주인님이세요.”회1/12 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지역 언론사 기자들이 일제히 손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레이미는 과거 뛰어난 검술실력으로 이곳 에이번드 에어리어리그에서 눈에 띌만한 활약을 했었던 검투사였다. 물론 드래곤나이츠팀이 와이드리그에 올라선 이후 활동이 뜸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그녀를 기억하는 검투팬들이 아주 많았다. 그런데 그런 레이미가 주인을 얻었으며, 바로 그가 오늘 킹 크랩즈 검투사 다섯을 여유롭게 이긴 오늘의 주인공이란다. 분명 기사꺼리가 되었다. 모두 기입을 마친 한 기자가 궁금한 점이 있었는지 손을 번쩍 들며 범석을 바라봤다. “저기 범석검투사. 레이미가 트레이드 됐을 때의 상황을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네. 그러죠. 실은 그녀와 처음 만난 것은 데몬스포츠센터라는 곳이었습니다.” 하며 범석이 그녀와 만났을 처음 당시를 연상했다. 전문 강좌 수강을 하러 갔다가 스포츠센터에서 만난일. 그 직후 같이 편의점에서 식사를 하다가 삶은 콩과 생 브로콜리로 도시락을 기겁한 일. 그리고 드래곤 나이츠 팀에서 트레이드를 진행하다가 오스칼과 함께 자신의 엘프로 들인 등등........ 불법도박 당시만 빼고 제법 소상하게 설명했다. 그러자 몇몇 기자들이 불현듯 눈을 크게 뜨고는 동시에 손을 들었다. 오스칼은 경기에 얼마 나가지는 않았지만, 사고뭉치로 이 지역사회에서 꽤나 악명이 높은 검투사였다. 그런 엘프를 팀에 들였다니 실로 흥미로운 일이었다.2/12 쪽 “아니 그럼 오늘 선봉에 섰던 오스칼이 드래곤나이츠의 그 오스칼이었던 겁니까?” 범석이 주저함 없이 바로 고개를 주억였다. “네. 맞습니다. 보셨다시피 꽤나 유능한 검투사죠.” “제가 알기로는 검투사 쪽보다는 다른 의미에서 유능하다고 들었습니다만.........” 말뜻을 알아들은 범석이 손을 내리 저었다. “하하하. 이제 그런 사고 안칩니다. 주인인 제 말이라면 끔뻑 죽거든요.” “아니? 오스칼도 소유 엘프로 두셨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그렇다면 확실히 오스칼이 변화되었다고 판단 내릴 수 있었다. 그 어떤 엘프도 주인을 명을 거역하는 예는 없었다. 아마도 앞으로도 착실하게 팀 생활을 해나갈 것이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뭔가 요상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단지 두 명만 언급되었지만 몸값이 나름 나가는 프로 검투사들을 모두 소유 엘프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좀 이상했다. 세미프로를 표방하고 상당한 실력을 가진 터라 프로를 목표하는 줄 알았는데, 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닌 것 같았다. 이 시대의 프로팀은 거의 주식회사형태를 취하거나 아니더라도 펀딩을 해 주주를 모집하는 단계에 있었다.3/12 쪽 “저기 실례하지만, 혹시 갓즈나이츠팀의 목적이 뭡니까? 그저 순수 검투를 즐기는 아마추어의 모임에 불과한 겁니까?” “아닙니다. 저희는 확실히 프로가 목표입니다.” “네? 그런데 어째서 레이미양과 오스칼을 소유엘프로 두셨습니까? 펀딩을 해 주주를 모우기 위해서는 그들의 시선을 끌만한 팀의 자산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물론 그렇기야 하죠. 하지만 저는 프로를 목표하지만 팀을 주식회사형태로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갓즈나이츠팀을 구성하는 모든 검투사들을 따로 주인이 있는 엘프나 제 소유 엘프로 채울 것이니까요.” 아주 놀라운 일이었다. 아마추어가 프로로 입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설과 유능한 검투사들이 필요했는데, 여기에 필시 많은 자금이 소요되었다. 그래서 간혹 프로로 올라가는 순수 아마추어팀도 프로로서의 자격요건을 마련하기 위해 결국에 가서는 주식회사형태로 팀을 전환 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을 거부하는 팀이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만약 무사히 프로로 진입하기만 하면 프로스포츠계에 신선한 바람이 될 것이 자명했다. “재미있군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미리 확보되어야 하는데, 준비는 해놓으셨습니까?” “글쎄요. 그렇다할 자금은 아직 없습니다.”4/12 쪽 그 말에 기자들이 실망스러운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뜻이 가상하다만 이를 뒤받침 해줄만한 자금이 없다면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이에 몇몇 기자들이 지금까지 작성한 문서의 일부를 지우고 새롭게 문장을 써나가고 있었다. “레이미. 오늘 경기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였지?” 어느새 기자들의 관심은 오늘의 시합내용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쓸데 없는 일로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던 까닭이다. 오늘 시합결과만으로도 충분히 뉴스거리는 되었다. “아마도 3라운드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초반에 단창 투척 공격을 받아 저희 팀이 크게 흔들렸거든요.” “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이겼잖아. 내 생각에는 패배한 4, 5라운드가 더 힘들었을 것 같은데. 이 덕분에 승부대결까지 이어졌고 말이야.” 그건 기자가 갓츠나이츠팀의 인원구성을 자세히 몰라 착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에 레이미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저희는 3라운드를 승리하자마자 4, 5라운드를 내줄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2진급으로만 구성해서 4, 5라운드를 치렀고요. 우리는 확실한 승리를 위해 승부대결5/12 쪽 을 원했거든요.” “아니. 왜?” “전체적인 팀 전력으로 보면 저희와 킹 크랩즈의 크게 차이가 없지만 상위 다섯을 놓고 보면 저희가 크게 앞서고 있었어요. 그래서 4, 5라운드에 주력을 쉬게 해 체력을 비축시켜 승부대결을 준비했죠.” 자료를 뒤적인 기자가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승부대결에 나선 다섯의 갓즈나이츠팀의 검투사가 1, 3라운드는 뛰었지만, 5라운드에는 명단에 오르지 않은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확실히 그녀 말대로 의도성이 보였다. “으음. 그렇군. 그럼 상위 다섯이 킹 크랩즈팀의 대표 검투사들보다 강하다고 평가한 이유가 뭐였지?” “일단 시합 내용에서 알다시피 저희 팀에게는 출중한 실력의 지닌 주인님이 계시니까요. 그리고 그 외에도 오스칼과 에르피나도 든든히 뒤를 바치고 있었고요. 저는 이 둘 모두 와이드리그 주전으로 뛰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에르피나의 이름을 연거푸 중얼거린 기자가 고개를 살짝 들어올렸다. “레이미. 그 에르피나가 말이야. 혹시 캡틴 베어즈팀에 있던 그 에르피나야?” “네. 맞아요.”6/12 쪽 기자들이 황급히 메뉴하나를 더 띄워 에르피나에 대한 내용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곳 와이드리그 내에서 꾸준히 상위권 지키는 캡틴 베어즈팀에서 소속 검투사였다. 넘치는 투지와 열정으로 많은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결국에 가서는 전설이 되어 명예롭게 은퇴를 했다. 그런 엘프가 이 자리에서 언급되고 있으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자, 잠깐. 에르피나는 심각한 노쇠현상을 겪으며 결국에는 워커옥션마켓에 판매됐다고 하던데....... 설마 아직 옛날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거야?” 레이미가 눈동자를 도르르 굴렸다. 사실 그대로를 언론에다 말한다면 앞으로 워커옥션마켓으로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엘프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이 기사를 읽은 팀 관계자들이 좀 더 주의를 기울이며 엘프검투사를 바라볼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잠시 고심을 한 후, 나름 그럴싸한 변을 늘어놓았다. “네. 처음에는 부상과 체력난조를 보여 그리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장기간 휴식을 취하고 나니 서서히 기량을 회복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무리한 리그에서의 활동이 그녀를 지치게 만들었던 모양이에요.” 설득이 됐는지 몇몇 기사들이 고개를 주억였다. 에르피나는 항시 몸을 아끼지 않고 7/12 쪽 경기와 훈련에 임한 터라 충분히 단기적인 체력적인 문제를 겪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자들은 미심적인 눈빛을 날렸다. 워커옥션마켓에 가기 엘프들이 수작을 부린다는 사실을 떠올린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무리하게 표면화 시킬 수는 없었기에, 있는 그대로를 적어나갔다. “레이미. 혹시 다른 특이 사항이 있는 검투사는 없어?” “글쎄요. 스테파니와 히나등도 있어요. 이 둘 다 에어리어리그에서 프로로 활동한 적이 있어서인지, 모두 뛰어난 기량을 지니고 있어요.” “그 외에는?” “으음. 그 외에는 비너스가 있겠네요. 경력 자체가 워낙 짧은데도 훌륭히 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가 무척 기대되는 유망주에요.” 뒤쪽 맨 가장자리에 앉아있던 붉은 머리칼의 한 기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특이한 형태의 검투사이기에 관심이 갔기 때문이다. 방패를 두 개를 든 듀얼쉴더. 만약 성공적으로 자리매김만 한다면 검투계에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는 검투사가 탄생될 터였다. 게다가 오늘 경기 중에 굳건하게 방패를 들고 대장검투사를 지키는 그 모습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비너스의 구체적인 경력이 어떻게 되지? 오늘 보니까 나름 경기에서 활약을 하던데?”8/12 쪽 “올해 엘프학교를 졸업했고, 방패를 들은 지는 한 달이 조금 넘었을 뿐이에요.”기자석에서 연방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 정도면 초보 중에도 생 초보. 오늘 무난히 경기를 마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감탄스러운 일이었다. “대단하군. 아까 2라운드에서 원형진을 짰을 때 킹 크랩즈 검투사들이 비너스검투사쪽 만큼은 피하던데. 이거 어쩌면 대단한 수호검투사 우리 지역 내에서 탄생되는데.” “그러게 말이야. 잘만 훈련시키면 꽤나 훌륭히 성장할 거야. 그런데 아쉬워. 이런 아마추어팀에 있다는 사실이 말이야. 좀 더 시설 좋은 프로팀에 있었으면 성장이 그만큼 더 빠를 텐데.” 어느새 아쉬움을 토로하는 기자들이었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얘기는 그만큼 잠재능력이 높다는 얘기였다. 좋은 훈련시설을 바탕으로 실력을 쌓아나간다면 센트롤리그 이상의 상위리그의 검투사로 거듭나는 것도 꿈만은 아니었다. 확실히 이런 아마추어팀에 있기는 아까웠다. 기자들이 이번에는 일제히 범석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그가 주인이니, 비너스를 다른 프로팀에 이적시키는 것도 그의 의도에 의해 결정이 되었다. “범석검투사. 혹시 비너스를 프로팀에 이적시킬 마음이 없습니까?” “없습니다.”9/12 쪽 단호하게 거절하는 그로, 기자들이 실망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비너스가 훌륭히 성장해 센트롤리그나 월드리그등의 빅리거가 되면 이 지역사회의 큰 자랑거리가 되었다. 당연히 뉴스거리가 늘어나는바 기자들로서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아니 왜요? 훈련시설이 좋은 프로팀으로 가면 성장속도가 빠를 텐데요. 주인으로서도 좋은 일 아닙니까?”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그녀의 역할모델은 듀얼쉴더입니다. 그런데 이를 가르치고 지도할 사람은 저뿐이 없습니다. 당연히 다른 프로팀에 가봤자 지도할 코치가 없으니 성장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긴 듀얼쉴더는 너무나 생소한 역할분담이었다. 지도자가 없기에 이적해봐야 아마도 검방검투사로 다시금 거듭날 가능성이 아주 농후했다. 계속 듀얼쉴더로 밀고나가고자 한다면, 지도자가 있는 이 팀에 남는 편이 확실히 나았다. 이제 기자들의 모든 시선이 범석에게로 향했다. 과연 누구기에 오늘 프로팀을 상대로 엄청난 활약을 하고, 비너스에게 듀얼쉴더의 가르침을 내릴 수 있는지 무척 궁금했다. “오범석검투사께서는 오늘 킹크랩즈를 상대하며 총 8포인트를 올렸습니다. 게다가 접전 끝에 승부대결까지 가 5명의 상대 대표검투사들을 홀로 모두를 쓰러뜨렸습니다. 프로검투사를 상대로 그 같은 성적을 올리기는 힘든 일. 혹시 과거 어느 검투사팀에서 프로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까?”10/12 쪽 “아니요. 전혀 없습니다. 그저 사회생활 진출전에 검술에 관심이 많아 열심히 수련을 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올해 문화체육부에서 시범적으로 주관하는 체육장학생에 선출되어 신체개조시술을 받았고요.” 기자들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일제히 문화체육부의 사이트를 검색했다. 그리고 시범사업계획 중에 해당내용을 확인하고는 면밀히 살폈다. 그곳에는 오범석이라는 인물이 유일하게 적혀있었는데, 이를 확인한 기자들이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즉 그가 올해 사회에 진출한 학생 중에서 가장 천부적인 스포츠재능을 발휘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인물쯤이 되었으니, 오늘의 결과를 이끌어 냈다고 생각됐다. “휴~ 대단하군요. 이 정도 재능에다 오늘의 결과를 냈으니 많은 프로팀이 탐을 내리라 생각됩니다. 혹시 이적할 마음은 가지고 계십니까?” 범석이 전혀 주저함 없이 손을 흔들어댔다. “아닙니다. 저는 갓즈나이츠팀을 성장시키는데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내년 봄에 열리는 승격토너먼트대회에 참가해 팀과 함께 당당히 프로에 입성할 겁니다.”11/12 쪽 기자들이 너나할 것 없이 고개를 흔들어댔다. 범석이나 비너스나 그 재능이 너무 아까웠던 것이다. 당장에라도 프로팀에 나가면 에이번드 지역정부를 널리 알리는 뛰어난 검투사로 성장할지도 모르는데 이리 팀을 만들겠다고 고집인지 몰랐다. 그래도 민주사회에서 본인이 극구 하겠다는데 어쩌겠는가? 기자들은 아쉬움을 가슴 한 편에 묻어두고는 궁금한 점이나 기사가 될 만 한 내용을 계속 질문해 나갔다. 이에 범석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답변하며, 오늘의 기자간담회를 무사히 마쳤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12/12 쪽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 팀 내에 부는 트레이드열풍 -- > 4차전이 끝이 난 직후. 갓즈나이츠는 때아닌 트레이드열풍이 불었다. 이적 시즌을 맞이한 상당수의 프로팀이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를 탐내며 마구잡이로 트레이드신청을 해왔던 탓이다. 가장 인기를 구가한 검투사는 범석과 그 소유 엘프들이었다. 프로를 상대로 엄청난 활약을 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절대 이적시킬 마음이 없던 범석은 연락이 오는 족족히 일언지하에 거절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른 소속 검투사들에게도 이적 제의가 들어온다는 점이었다. 따로 주인을 모시는 그녀들로서는 자신의 명예와 주인에게 많은 금전적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프로팀으로의 진출은 극구 바라던 일이었다. 결국 팀 분위기가 헤이해질대로 해이해져버린 갓즈나이츠팀은 GA컵 6차전에서 작년도 지역대회 준 우승팀인 블랙 캣츠팀을 만나 1승 2무 2패로 깨졌다. 에르피나급의 검투사가 더러 껴있을 정도로 강력한 팀을 상대로 정신적으로 나태해진 갓즈나이츠가 이기기란 힘든 일이었다. 뭐 그래도 범석으로서는 나쁘지만은 않았다. 예상 외로 선전을 해 4, 5차전에서 프로팀을 이기는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에 수입도 짭짭해 그가 5, 6차전에서 총 695만 크랑을 벌었다. 4차전에서 번 돈 670만 크랑까지 합치면 1365만 크랑에 이르는 거금이었다. 여기에 몇몇 소속 검투사들의 트레이드가 지금 진행되고 있으니, 수입은 더 늘 터였다.회1/10 쪽 따르릉~ 따르릉~ 요란한 자명종 소리가 실내가 떠나가도록 울어댔다. 이윽고 침대 위에 엎어져 있던 범석이, 부스스한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눈을 뜨더니 자신의 밑에 깔려있는 녹색머리칼의 엘프를 잠시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나신의 레이미는 눈을 초롱초롱 빛을 내며 그를 꽉 껴안고 있었다. “레이미. 뭐해?” “저, 저기. 그게.......” 그녀는 머뭇거리더니 몸을 움찔거렸다. 그러자 꼿꼿이 서있는 자신의 애물이 레이미의 협곡 안을 관통하고 있음을 이내 느낄 수 있었다. 이에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제 밤 새 자신의 엘프들과 광란의 밤을 보내다가 피곤에 치쳐 그대로 잠이 든 기억이 떠오른 탓이다. “참나. 그러면 알아서 떼고 편히 자야지. 계속 이러고 있었던 말이야?” “어, 어떻게 주인님의 물건을 제가 함부로........”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돌리는 레이미를 바라본 범석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칭찬을 해야 할지 꾸중을 해야 할지 분간이 안가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밤 새 이러고 있었던 것은 참으로 기특하나, 너무도 융통성 없는 행동이 마음에 2/10 쪽 들지 않았다.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어제 못 다한 행위를 계속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범석이 시작을 위해 바로 허리를 슬며시 뒤로 뺐다. 그러자 하체로부터 뜨끔거리는 느낌이 이어졌다. 밤사이에 말라붙은 애액 덩어리가 얽히고설켜있던 까닭이다. 하지만 이런 방해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그가 계속 허리를 진동시켜 나갔다. 푹. 퍽. 푹. 퍽. 범석의 행위의 반동으로 침대 위로 누인 그녀의 잘빠진 몸이 들썩거렸다. 자신의 허리를 사용해 그의 애물을 흡입하듯 계속 빨아들이던 레이미가 소리 높여 신음을 흘려댔다. “아아! 하으응!! 하앙!! 주, 주인님. 행복해요! 계속 와주세요! 아앙!” 어느덧 흥건히 젖어 나오는 그녀의 애액으로 질퍽질퍽했던 반동이 부드럽게 흐르기 시작했다. 감싸듯 옥죄는 점막은 미끈거리듯 진행하는 그의 애물을 여과 없이 받아들였다. 범석의 탄탄한 가슴에 맞물려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레이미의 유두는 한없이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이제 탄력을 받은 그의 허리가 점점 더 속도를 높여갔다. 푹퍽. 푹퍽. 푹퍽.3/10 쪽 사방이 뻥 뚫린 일체형의 집안이라 그들의 행위는 주방에서 식사 준비를 하던 다른 엘프들에게까지 들려왔다. 어제 그토록 행위를 즐겼음에도 오스칼은 전전긍긍하며 식탁 위에 반찬을 올려놓고 있었고, 비너스는 부러운 양 침실 쪽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오늘의 메인 요리인 부대찌개를 담당하는 에르피나는 북받쳐오는 가슴의 떨림에 그만 설탕대신 소금을 잔뜩 뿌려댔다. “아앙! 주, 주인님의 물건이 너무 뜨거워요. 아아!! 그런데 기분이 너무 좋아요. 꺄륵!!” 이 소리를 멀리서 듣고 있던 오스칼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지 양 손으로 귀를 꽉 틀어막았다. 주인을 위해 따뜻한 밥상을 차리는 일도 엘프들에게는 큰 행복이지만, 가장 큰 환희는 뭐니 뭐니 해도 주인의 품에 안겨 교성을 내지르는 것이다. 정신력이 약한 그녀로서는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아아! 주, 주인님. 대, 대단하세요. 아앙! 어떻게 해요. 너무 조, 좋아요. 아앙!! 전 언제나 주, 주인님 곁에 있을 것에요. 아아!!” 행복에 겨웠는지 아님 쾌락이 절정이 달했는지 레이미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 맺히기 시작했다. 이를 가까이에서 보며 욕정을 불태우는 그가 자신의 애물이 더 깊이 안착시키며 좌우를 후벼댔다. 그녀는 새롭게 시작되는 미증유의 감각에 몸을 꼬며 범4/10 쪽 석을 꽉 안았다. 본능적으로 샘솟는 대량의 윤활제는 지금 레이미의 상태가 어떤지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푹퍽푹퍽. 푹퍽. 식탁 위에 모든 반찬의 배치를 마친 오스칼이 급한 마음에 렌지에서 서성이는 에르피나를 바라봤다. 그녀도 이제 끝이 났는지 양손에 두터운 면장갑을 끼고 냄비의 양 꽁다리를 잡고 식탁 쪽에 급히 옮겼다. 이제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생각한 에르피나가 오스칼과 비너스의 손목을 잡고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슬며시 눈치를 살피는 엘프들을 바라보며 범석이 침대 빈 공간 위를 툭툭 쳤다. 빨리 와서 누우라는 얘기였다. 그녀들을 환하게 웃으며 옷을 훌러덩 벗고는 침대 위로 사이좋게 누워 음부가 확연히 보이도록 힙을 내밀었다. 어느새 감각이 왔는지 범석이 자신의 애물을 레이미의 몸 속 깊이 침투시키고는 몸을 부르르 털어댔다. 계곡을 넘치도록 흐르는 따듯한 기운에 그녀는 살며시 눈을 감고 음미하기 시작했다. “좋아. 다음은 오스칼.” 밤새도록 레이미의 하체 안에 파묻혀 있던 애물을 과감히 뽑아버린 범석이 이번에는 자리를 옮겨 오스칼의 검은 숲 계곡 틈 사이로 난폭하게 찔러나갔다. 그녀는 행위가 시작되지도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흥분에 사로잡혀 발끝은 바들바들 떨었다. 그리5/10 쪽 고 범석의 허리를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이에 발맞추어 힙을 연신 흔들어대며 동조되어져 갔다. 미친 듯이 계속 허리를 움직여대는 범석으로 차례차례 그의 엘프들의 음부들이 새하얀 밀액으로 더럽혀져 갔다. 새벽의 일어나 몸을 씻은 수고가 허사로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래도 마냥 즐거운지 그녀들은 다시금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며 진득한 눈빛을 쉼 없이 보내고 있었다. “휴~ 너무 복잡한데.” 허공에 떠있는 영상화면을 보며 내년 봄에 열릴 승격토너먼트 대회에 대해서 알아보던 범석은, 의외로 복잡한 승강제도에 골머리를 싸고 있었다. 이 세계의 승강제는 3팀 승격 3팀 강등의 간단한 승강제를 유지하고 있는 현실의 유럽프로축구리그와는 완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상위리그와 하위리그의 프로팀의 숫자가 8배나 차이가 나 벌어지는 일이었다. ‘강등되기는 쉽지만, 승격되기는 정말 어렵네.’ 일단 매년 시즌 끝이 나면 해당리그의 18위 이하 3개 팀은 무조건 각각의 연고지역의 하위리그로 떨어지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8개의 하위리그에서 우승, 준우승을 한 16개 팀은 또다시 승격토너먼트를 거쳐서 최대 5개 팀까지 상위리그에 올라갈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재수가 없을 경우 한 팀도 승격되지 못하는 경우도 간혹 발생하고 6/10 쪽 있다는 점이다. ‘즉 여건에 따라 승격되는 숫자가 0~5개 팀으로 크게 변동된다는 얘기군.’ 만약 리그 1, 2위팀 모두가 승격 토너먼트를 통해 상위리그 올라가고, 해당리그로 강등되어 떨어져 내려오는 상위팀이 없다면 일단 2팀이 비게 된다. 여기다 해당리그에서 하위리그로 무조건 3팀이 떨어지니 합쳐서 총 5개 팀이 비었다. 이때가 바로 하위리그에서 5개 팀이 승격이 되는 해였다. 그리고 리그 내 1, 2위 팀이 모두 승격토너먼트대회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상위리그에서 강등되어 떨어지는 3팀 모두가 해당리그에 연고지를 두고 있는 팀이면, 아무리 하위리그로 3팀이 떨어진다고 해도 20팀의 숫자를 그대로 유지하게 되었다. 이때는 하위리그 팀이 승격토너먼트 대회에서 1위를 할지라도 해당리그에 진입하지 못했다. ‘참나 1년 동안 그 고생을 했는데 아무도 못 올라가면 너무 억울하잖아.’ 그래서 프로리그연합에서는 그런 팀들을 위해 소정의 보상정책을 피고 있었다. 바로 해당 승격토너먼트에서 1~3위까지의 팀에 한해서 상당한 금액의 보상비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뭐 어느 리그인가와 순위에 따라 천차만별로 지급되지만 최소 해당 리그 내 핵심급 선수를 살 수 있을 정도는 충분히 되었다. 이에 억울하게 탈락의 고배를 마신 그 팀은 다음 해에 보다 낳은 전력으로 승격에 재7/10 쪽 도전 할 수가 있었다. 승강제의 모든 사항을 살핀 범석이 검투프로연맹의 사이트를 화면 아래로 내리고 갓즈나이츠팀의 사이트를 띄었다. 그리고 이적요청 사항 메뉴를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휴~ 스테파니는 팀에 남아줬으면 하는데.’ 현재 진행되는 트레이드는 스테파니를 외에 2명의 소속 검투사에 대한 건이었다. 최고 제시 몸값은 스테파니는 255만 크랑이었고 나머지는 각각 87만 크랑과 91만 크랑이었다. 뭐 후자의 두 명은 그저 그런 검투사라 빠져나가도 별반 문제가 없지만 스테파니는 전혀 아니었다. 팀 내 랭킹 5~6위에 해당하는 실력자인 그녀가 이적한다면 팀의 전력이 크게 하락될 것은 불을 보듯 빤했다. 당연히 그로서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뭐. 할 수 없지. 다른 검투사를 트레이드해오면 되니까.’ 이 셋 모두를 팔면 범석은 추가적으로 433만 크랑의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이를 합친다면 가지고 있는 마이크로엔지니어링 사의 21만주를 제외하고도 총 1800만 크랑가량을 이적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돈이면 레이미급 검투사 셋을 구입할 수가 있었다.8/10 쪽 ‘하지만 모든 자금을 사용할 수는 없지. 내년 봄에 열릴 승강토너먼트를 통과해 프로에 진출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해지니까 말이야.’ 에어리어리그로 오르기 위해서는 리그경기에 참가할 검투사단을 구성하는 것만으로는 끝이 나지 않았다. 감독을 비롯한 다수의 코치진도 필요했고, 2군 경기에 나갈 또 다른 한 팀 분량의 검투사들도 갖추어야 했다. 거기다가 팀닥터와 훈련 캠프및 사무실과 사무인력등등....... 돈이 나갈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지금 이 자금을 마음에 내키는 대로 써댔다가는 내년 승강토너먼트를 통과하고도 프로로 진입을 못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었다. 그는 다시 이적메뉴를 내리고 주식 사이트를 띄웠다. ‘휴. 주당 가격이 172크랑이라........’ 범석이 마이크로엔지니어링사의 주식을 산 가격은 주당 168크랑. 지금의 주가는 그보다 4크랑이 오른 상태였다. 다 합치면 84만 크랑을 벌었다는 얘기지만 범석으로서는 그리 달갑지 않았다. 기대보다 수입이 낮은데다가, 계속 등락을 반복하기에 어느 경우에는 구입가보다 한 참 밑에서 놀 때도 있었다. 아무래도 마이크로엔지니어링사 대량의 자금을 보유하다는 소문이 시중에 퍼지지 않은 탓이려니 생각하고 있지만, 걱정스런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주식이 대박이 나지 않고서는 내년도 에어리어리그로의 진출은 물 건너 9/10 쪽 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승강토너먼트를 통과하더라도 리그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승강이란 절대 있을 수 없었다. 이에 그는 바로 1032만 크랑을 들여 마이크로 엔지니어링사 주식 6만주를 추가로 구입했다.============================ 작품 후기 ============================ 제일 걱정스런 회가 등장하는 군요. 바로 승강제도에 대한 이해의 난이도 때문입니다. 아마도 일반적인 승강제로 예상하고 계셨던 분은 매우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니다. 하지만 모르겠다면 그냥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나중에 여러번 승격을 할 테니 이 내용이 자연스레 설명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럼 모두들 편한밤 보내시고요. 다음에 뵙겠습니다.10/10 쪽 제일 걱정스런 회가 등장하는 군요. 바로 승강제도에 대한 이해의 난이도 때문입니다. 아마도 일반적인 승강제로 예상하고 계셨던 분은 매우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니다. 하지만 모르겠다면 그냥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나중에 여러번 승격을 할 테니 이 내용이 자연스레 설명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럼 모두들 편한밤 보내시고요. 다음에 뵙겠습니다.10/10 쪽 < -- 팀 내에 부는 트레이드열풍 -- > 8월 중순의 리마시티시민체육공원. 아침부터 찌던 날씨로 운동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바람 한 점 없던 탓에 인공 조성된 숲은 고요하기 이를 데가 없었고, 근처 호수에는 잔물결하나 일지 않았다. 간혹 보이는 건물사이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작금의 더위를 일깨워 주었고, 도로를 따라 산보를 하는 노인들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흥건히 맺혀 있었다. “자자. 훈련에 집중하자.” GA컵이 끝이 나고 사흘 만에 훈련에 참가한 갓즈나이츠팀은 해이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더운 날씨와 시민공원 내 구경나온 시민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에 팀 내에 부는 트레이드 열풍이 크게 작용해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이대로 두면 가을에 열릴 에이번드 세미프로 대회에 큰 지장이 일을 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물론 워낙 작은 대회이기에 우승을 해봤자 큰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내년 초봄에 열릴 승강토너먼트로 가는 길목에 열리는 대회라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세미프로대회에 나오는 모든 팀들이 승강토너먼트에서 갓즈나이츠팀과 격돌한 팀이었기에 승강여부를 가늠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결국 이대로 안 되겠다 싶은 범석이 축 늘어져있는 금발의 한 엘프를 바라봤다. “스테파니. 이리 와봐.”회1/11 쪽 스테파니가 들고 있던 청룡도를 내리고는 그에게 다가왔다. “네. 무슨 일이죠.” “이적 건 때문에 그러는데 나랑 잠시 얘기 좀 나누자.” 그 말에 그녀의 얼굴이 화사하게 피어났다. 프로팀에서 이적이 왔다는 얘기는 언뜻 들었는데, 범석이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사실 프로검투사와는 달리 아마추어검투사는 영입이 아주 간단했다. 복잡한 프로검투협회의 규약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 사회적 통념과 민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보통은 보따리 싸서 그냥 팀을 떠나면 되었고, 계약이 걸렸다고 한다면 해지 시 위로금조로 계약금의 두 배만 물어주면 되었다. 예를 들어서 조기 축구회를 다니던 어떤 아저씨가 이사를 이유로 부득이하게 팀을 떠나게 됐다. 그런데 소속 조기 축구회에서 팀 전력이 떨어진다고 그 사람을 이사 가지 못하도록 막을 수없는 이치와 동일했다. 하지만 그래도 상도의라는 것이 있었다. 만약 프로팀에서 새미프로를 표방하는 팀의 선수를 무리하게 데려간다면, 돈을 주고 선수들을 키워나는 새미프로팀으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프로연맹과 아마추어연맹은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이런 도리에 어긋나는 이적을 시행하는 프로팀에게 행정적 불이익을 주는 조항을 마련하고 있었다. 이에 스테파니도 어지간해서는 임의대로 프로팀으로 옮겨가지 못했다.2/11 쪽 “호, 혹시 저를 이적 시켜 주실 건가요?” “으음. 그럴 생각이야. 총 3명에게 이적 제의가 들어왔는데, 모두를 보내 줄 거야. 다들 우리 팀에서 뛰는 목적이 바로 프로로 가기 위해서잖아. 좋은 기회가 생겼는데 내가 앞길을 막아서야 쓰겠냐.” 스테파니가 곧바로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전에 뛰던 팀이 강등을 한 후 근 3년간을 아마추어에서만 뛰었다. 이제 그가 허락을 했으니 프로가 되어 주인에게 면을 세울 수가 있게 되었다. “범석님. 고맙습니다.” 고개를 주억인 범석이 주머니에 든 명함 몇 장을 꺼내 뒤적였다. 그리고 그 중 하나를 골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바로 데블 스네이크 검투사팀의 트레이드 담당자의 명함이었다. “그런데 연락이 온 프로팀이 한 곳 뿐이다. 여러 팀에서 이적 제의가 들어왔다고 뉘앙스를 풍겨났는데, 웬만큼만 튕기고 사인해라. 여기 아니면 갈 데가 없다. 그렇다고 먼저 연락하지는 말고. 내가 이적제의를 수락하면 바로 연락이 갈 테니, 그 때 이야기를 나누도록 해.” “네. 알겠어요. 정말 감사드려요.”3/11 쪽 “그래. 가봐.” 스테파니가 횅하니 운동 한편에 놓여있는 자신의 가방 쪽으로 달려갔다. 슈트를 입고 있던 탓에 명함을 따로 보관할 장소가 없었던 것이다. 훈련을 받다가 잊어버리면 그만큼 곤란한 일도 없었다. 따르릉. 따르릉. 흐뭇하게 스테파니의 활기찬 뒷모습을 바라보던 범석이 품안에서 울려대는 전자수첩을 꺼내들었다. 간이 액정화면에 특정 전화번호가 찍혀있는 것으로 보아, 전화가 온 모양이었다. 다만 생소한 번호라 범석으로서는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곧 수첩을 열어 통신용 홀로그램 영상을 띄웠다. “여보세요. 누구십니까?” 영상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30대쯤 보이는 호리호리한 사내였다. 그는 범석을 보자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 안녕하십니까? 저는 줄리앙이라고 합니다. 혹시 오범석씨 되십니까? “네. 맞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 사실 이적사항에 대해 한 가지 문의드릴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4/11 쪽 범석이 은근히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같아서는 그 어떤 이적문의도 달갑지 않았다. 이제 곧 세 명의 결원이 생기는 마당에 또 다른 팀원이 빠져나간다면 팀 분위기에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끊어버릴 수도 없는 일,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자신과 오스칼을 비롯한 소유 엘프의 이적문의가 대부분이었기에, 이쪽이라면 바로 거절할 수가 있었다. “어떤 이적 사항 말입니까?” - 팀 인터넷 사이트에서 보니까 엠마양이 방출로 되어있는데 확실한 내용인지 알고 싶습니다. 엠마라면 흑사회 일원으로 자신의 팀에 들어온 여인이었다. 중간에 흑사회와 트러블이 있어 범석이 계약을 파기시키고 방출명단에 올려놓았다. 즉 아무런 조건 없이 얼마든지 데려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엠마양에 관한 일은 저와 상의할 것 없이 바로 본인과 대화하시면 됩니다. 확인하셨다시피 방출명단에 올랐을 뿐만이 아니라, 얼마 전에 저희 팀과 계약관계도 종료되었습니다. 그럼 전 이만.” 통신을 끊으려는 순간 줄리앙이 손을 뻗었다.5/11 쪽 - 자, 잠깐만요. 아직 용건이 남았습니다. “아니 방금 전에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그녀는 맘대로 데려가셔도 됩니다. 아무런 뒤탈이 없다고요.” - 그게 데려가려고 하려는 것이 아니라, 범석씨께 몇 가지 궁금한 사항이 있어서 이렇게 전화를 드린 겁니다. 저는 사실 청년기업연합회의 회원입니다.“청년기업연합회? 그런 검투사팀도 있습니까?” - 하하하. 검투사팀이 아닙니다. 그저 젊은 경제인 연합회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범석이 이마에 굵직한 근육이 꿈틀거렸다. 바빠 죽겠고만 별 쓰잘데기 없는 것들이 전화를 걸어 신경을 긁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경제하시는 양반이 왜 저한테 전화를 해쌌는 겁니까? 그리고 엠마의 이적이 댁들이랑 무슨 상관이라는 것이고요?” 잠시 곤욕스런 표정을 줄리앙이 이내 입을 열었다. - 흐음. 얼마 전에 범석님께서 몇몇 기업체와 공공기관에서 지원금을 받으신 적이 있으시죠? 범석의 표정이 처참하게 구겨졌다. 그 사실을 안다는 것은 흑사회의 회원이라는 뜻. 6/11 쪽 그자들과는 더 이상 말도 섞기 싫었다. “야! 이 섞을 놈아! 다시 돌려줬잖아! 나 니들 흑사회랑 얼굴 마주하기도 싫거든. 다시는 연락하지 마라! 또 연락하면 쫓아가서 반쯤 죽여 놓는다! 알았어! 몰랐어!” - 자, 잠깐 뭔가 오해를 하시는 모양인데, 저희는 흑사회가 아닙니다. “그럼 누군데!” -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청년기업연합회라고요. 절대 흑사회와 관계 있는 곳이 아닙니다. 범석이 길게 심호흡을 하고는 심기를 안정시켰다. 격분한 나머지 너무 막나갔다고 생각한 탓이다. “아. 그래요? 그런데 왜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꺼내드는 겁니까?” - 내부고발로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서류도 없이 자금의 이동이 있자, 이를 이상히 여긴 어느 의식 있는 기업체 사원이 저희들에게 알려왔습니다. 범석이 속으로 비웃음을 흘려댔다. 그 사실을 믿기에는 자신이 한심하지가 않은 것이다. 내부고발을 하려면 경찰등 공공기관이나 언론사에다 하면 되지 어디 요상한 이름딱지가 붙은 단체에 할 필요가 없었다. 아무래도 뭔가 시커먼 속내가 풀풀 풍겨오고 있었다.7/11 쪽 “아. 그럼 더 이상 할 말이 없겠습니다. 저는 그 돈을 모두 돌려줬으니, 아무런 잘못도 없습니다. 그러고 경찰도 아닌 댁들하고 그 일로 대화할 필요성도 못 느낍니다. 이제 됐습니까?” - 뭔가 계속 오해를 하시는데, 저희가 무슨 추궁을 하자고 이리 전화 드린 것이 아닙니다. 아까 말한 대로 그저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자한 것뿐입니다. 확실히 무슨 꿍꿍이가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단 들어는 봐야했다. “말씀하세요. 대답할 수 있는 것이라면 하죠.” -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먼저 왜 엠마양이 그 팀에 붙어있는지를 묻고 싶습니다. 보아하니 흑사회와 사이도 좋지 않으신 것 같은데 말입니다. “뭐긴요. 일단 엠마는 우리 갓즈나이츠의 팀원. 특별히 연봉이나 식대가 나가는 것도 아니니 인간의 도리 상 매정하게 쫓아 보내기란 힘들죠.” - 아 예. 무슨 뜻인 줄 알겠습니다. 그럼 두 번째 질문을 드리죠. 지난 GA컵 4차전에서 그녀를 경기에 출전시켰는데, 그 연유가 뭡니까? 범석이 콧방귀를 진하게 뿜어댔다. 팀 내 일을 난생 처음 보는 작자가 관여하려고 하니 기분이 나빠진 탓이다. 하지만 얘기 못할 것도 없으니, 바로 대답했다. “당시 엠마는 4, 5라운드에 출전했는데, 사실 그 라운드는 포기한 라운드였습니다. 8/11 쪽 그러니 아무나 나가도 상관없기에 내보낸 것뿐입니다.” - 아 그렇군요. 그럼 특별히 흑사회를 위해, 그런 전략을 취하신 것은 아니라는 얘기군요. “저기요. 부탁인데요. 걔들 얘기 좀 꺼내지 말아주시겠습니까? 기분 상당히 나쁘거든요.” - 아 예 죄송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을 더 드리겠습니다. 이대로 엠마양을 계속 팀에 두실 예정입니까? 범석이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다셨다. 그 점은 정말 고민이었다. “글쎄요. 팀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나가줬으면 하는데, 계속 아무 말도 없이 남아있으니........ 쫓아내기도 좀 그렇고. 하여간 그 일 때문에 저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범석씨가 좀 과감히 나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보아하니 프로팀을 목표로 하시는데, 그리 정에 매달려서야 되겠습니까. ‘호오. 요것 봐라.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내.’ 조언을 하는 듯 보였지만, 실상 엠마를 내쫓으라는 수작처럼 보였다. 물론 오지랖이 넓은 놈일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는 그 전의 질문들이 너무 구차했다. 하지만 범석은 결코 티를 내지 않고 너스레를 떨었다.9/11 쪽 “그래서 언젠가는 우리팀원 모두를 제 연인들만으로 채울 겁니다. 그럼 타 팀으로 이적 갈 이유도 없으니, 인정에 메일 필요가 없죠. 하하하.” - 하하하. 재미있는 농담이시군요. “하하하. 농담 아닙니다.” 한 동안 이들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뭔가 줄리앙이 할 말이 남았는지 입을 꿈틀거렸지만 도저히 꺼내지를 못하고 있었다. 범석의 예상으로는 아마 엠마를 쫓아내달라는 부탁이 아닐까 생각됐다. 하지만 워낙 자신이 두루뭉술하게 행동한 터라, 그로서도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를 것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한 말을 언뜻 들으면 엠마를 내보낼 듯한 인상을 풍기기는 했지만, 다시 따져보면 계속 이대로 지내겠다는 말처럼도 해석할 수 있었다. - 그,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질문에 답변해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지금은 일단 뒤로 물러나는 듯 보였다. 범석도 바라는 바였기에 흔쾌히 쫓아 보내기로 했다. “감사는 뭘.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바로 전자수첩을 닫은 범석이 멀리 떨어져서 검을 휘두르는 엠마를 바라봤다. 요 작10/11 쪽 자들이 뭐하는 놈들이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이름 제법 거창하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작품 후기 ============================퍼펙월 연재를 한 주에 두번으로 올릴까 합니다. 비축분도 쌓이고 여유가 생겨서 가능할 듯 보입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리고요. 뜻깊은 휴일 보내십시오.11/11 쪽 < -- 팀 내에 부는 트레이드열풍 -- > “엠마! 이리 와봐.” 화들짝 놀라 멈칫거린 엠마가 검을 추스르고는 그에게 다가왔다. 아마도 기어이 쫓겨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머리를 푹 숙인 채로 범석의 앞에 섰다. “부, 부르셨어요.” “잠깐 긴히 대화할 내용이 있으니, 나를 따라와라.” “무, 무슨 내용인데요?” 가늘게 떨고 있는 엠마의 모습을 확인한 범석이 길게 한 숨을 내쉬었다. “휴~ 걱정하지 마. 나가라는 소리가 아니니까. 전에 말했듯이 네가 떠나겠다고 말할 때가지는 내보낼 생각이 없어. 그저 궁금한 점이 있어서 좀 물어보려는 거야.”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엠마가 표정을 풀었다. “네. 아는 내용이라면 뭐든 대답해 드릴게요.” “그래. 그럼 따라와.”회1/11 쪽 범석이 그녀를 데리고 아론의 내부로 들어갔다. 곧 탁자를 두고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앉은 그들 앞으로 아론의 기계 팔이 음료수 잔을 배달했다. 훈련으로 목이 탔던 엠마가 슬며시 들어 올리고는 한 모금 꿀꺽 삼켰다. 범석이 그런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가 단도직입적으로 말문을 열었다. “엠마. 실은 너 갈데없지?” 엠마가 마시던 음료를 풋 하고 뱉어냈다. 정곡을 찔러오는 그의 말로 당황했던 것이다. “그, 그게 무슨 말인가요?” “그렇잖아. 흑사회의 자금력 정도면 호감을 표시하는 팀이 많을 텐데, 아직까지 갈만한 검투팀이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되잖아. 벌써 2달이 훨씬 지난 이 상황에서 말이야. 아니면 네가 프로검투사가 되는 일을 흑사회에서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이 되는 데는데, 보아하니 그럴 것 같지도 않고. 솔직히 말해봐. 네 말에 따라 향후 팀 발전계획을 짜야하거든. 곧 떠날 것이라면 너를 빼고 플랜을 작성해야 하고, 아니면 포함을 시켜야 하니까.” 음료수 잔을 내려놓은 엠마가 물끄러미 그를 바라봤다.2/11 쪽 “저, 정말 저를 팀에 잔류시켜 주실 건가요?” “응. 원한다면 얼마든지. 나는 기분이 나쁘다고 우리 팀원을 함부로 내쫓는 몰인정한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어차피 너를 데리고 있어봐야 돈이 나가지도 않잖아.” “그 말씀 정말 고마워요. 하지만 쉽지는 않으실 것에요. 곧 어딘가에서 연락이 올 테니까 말이에요.” 의도된 방향대로 대화가 진행되고 있음에 범석이 바로 정곡을 찌르기로 했다. “아. 청년기업연합회 말이지? 한 번 왔었어. 직접적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너를 내보냈으면 하더라.” 뭔가 집히는 것이 있는지 엠마가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저, 정말요? 그래서 어떻게 대답하셨는데요?” “뭐. 네가 남아있겠다면 계속 팀에 잔류시키겠다고 말했지.” “그런데. 그들이 협박을 하거나, 무슨 지원약속을 하지 안했나요?” “전혀. 안하더라고. 그래서 나도 별로 신경 쓰지 않기로 했지.” “그, 그럴 리가 없는데요.” “그럴 리가 있어. 설령 네 말대로 협박을 하거나 지원약속을 했다고 해도 눈 하나 꿈쩍할 내가 아니고. 그러니 너는 놈들에 대해 솔직히 말하기만 하면 돼. 그 청년기업연합회의 뭐하는 곳인지 알아야 나도 대책을 세울 것 아니야.”3/11 쪽 우물쭈물 거린 엠마가 결심을 한 듯 기어이 입을 열었다. 자신을 이토록 생각해주는데, 사실을 숨겨 그의 뒤통수를 칠 수는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청년연합기업회에서 연락을 받은 이상, 이미 그는 한 대 제대로 먹은 것과 다름없었다. 청년연합기업회. 한 마디로 말해 흑사회와 적대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단체 중, 청년 기업인들로 형성된 모임을 말했다. 그들은 부모들로부터 얻은 막대한 지원과 재산을 바탕으로 경제계에 진출한 청년 기업가들로서, 다방면에서 흑사회와 경쟁을 하며 충돌을 빗어왔다. 바로 흑사회의 모토가 된 부모님의 지원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수성가했다는 자부심이 그 원인이었다. 흑사회의 눈에 그들은 그저 부모님의 젖을 빠는 어린애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무시를 했다는 거지? 참나 왜 사서 싸움을 걸고 그러냐? 흑사회가 먼저 잘못했네.” “대략. 그렇기는 하지만.......” 그런데 흑사회의 위력은 그들의 힘을 크게 앞질렀다. 천부적인 지적능력과 오래전부터 쌓아온 막강한 경제, 정치, 언론등의 사회적 인맥은 신생 경제단체인 청년연합기업회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여버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새끼가 다치면 그 어미가 분노한다는 것은 자연계의 만고의 진리. 본격적인 싸움은 그 이후부터였다. 사자 새끼가 약하다고 사자가 약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랜 사회적 경험과 막대한 재산, 인맥을 바탕으로 한 여러 경제인의 힘은 흑사회로4/11 쪽 서도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장 우려스러운 공격방식이 이번 경제위기를 틈타 학업성취별 무료신체개조시술제도를 폐기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뿌리를 잘라내 아래로부터 고사시키려는 의도이기에 흑사회로서는 사뭇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긴 명분상으로는 경제인단체가 앞서겠군.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에서 매년 수십억 크랑의 자금이 소요되는 제도를 진행시키기 힘들 테니까.” “네. 그 점이 그들이 내세우는 명분이에요. 하지만 자세히 파고들면 얘기가 틀려져요. 무료신체개조 시술이 시행되는 국립중앙병원은 연방정부의 소유의 병원이고 무료신체개조 시술이 비싼 이유는 시술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이 아닌 세금 때문이에요. 개조신체는 그 자체가 특권이기에, 연방정부에서 막대한 세금을 붙이고 있죠. 사실 실제 비용측면에서 따지고 보면 정부로서는 그리 무리한 지출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럼 됐잖아. 그 얘기를 토대로 정부관계자를 설득하면 흑사회의 면을 봐서도 폐기시키지 않을 것 아니야? 보아하니 나름 막강한 인맥을 쌓고 있는 듯싶은데.” “네. 그렇기야 하겠죠. 하지만 두 번째 명분에서는 저희가 크게 밀리고 있어요. 바로 무료신체시술을 시켜줘 봐야 하등 활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죠. 그래서 반박할 명분을 찾기 위해 제가 프로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고요.” 범석은 이제야 대략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거 게임초반부터 본의 아니게 고래들 싸움에 끼어들어 등이 터져나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지금의 그는 고5/11 쪽 작 아마추어 스포츠팀을 이끄는 이사장에 불과했다. “좋아. 그럼 놈들이 내거는 협박의 내용이 뭐야? 뭐 검투협회에 압fi력을 넣어서 대회에 참가시키지 못하게 한다든가 그런 거야?” 엠마가 바로 크게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런 건 절대로 불가능해요. 검투협회는 막강한 이권단체로 성장한 이 세계에서 가장 큰 메이저 스포츠협회이기 때문이에요. 그들이 두려워하는 존재는 바로 팬들. 만약 그런 사태를 벌여 언론지상에 오르내린다면 팬들로부터 막대한 지탄을 받다가 결국에 가서는 협회장의 목이 날아가게 되죠.” “하지만 인간일이라는 것이 꼭 법칙대로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잖아.” “네. 그렇죠. 하지만 저희 흑사회가 나서면 반드시 그렇게 돼요. 만약 제가 있는 팀이 그런 불이익을 당한다면 우리 흑사회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죠.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흑사회 선배님 중 한 분이 WBS방송사의 오너이자 사장님이세요.” 범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엠마를 바라봤다. WBS방송은 전 세계 방송권을 지닌 민영 방송으로 그는 물론이고 이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만한 메이저급 방송사였다. 뉴스는 물론 교양, 시사까지 전국에 인지도 있는 방송프로그램이 줄을 이었고 몇 가지 드라마는 그도 즐겨보고 상태였다. 그런데 이런 방송국의 오너가 흑사회란다. 이거 한 방 제대로 먹은 느낌이었다.6/11 쪽 “큼큼. 그래 그럼 뭐가 무서워서 다른 팀이 너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거야? 통 이해가 안가네.” “그건 제가 가야할 팀이 세미프로팀이라서 그래요. 그들은 언제나 프로진출을 원하고 있죠.” “그래. 그건 나도 잘 알아. 하지만 흑사회에서 자금을 지원해주면 그 돈으로 괜찮은 검투사를 영입할 수 있으니까, 프로진출이 그만큼 더 쉬워질 것 아니야. 안 그래?” “네. 알아요. 하지만 경제인 단체 중 일부가 상당한 전력의 프로검투사팀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에요. 만약 저를 받아준다면 경쟁팀에게 막강한 전력을 임대시켜줘 반드시 승격토너먼트에서 탈락의 고배를 맛보도록 해주겠다고 협박을 놓으니, 그들로서도 어쩔 수가 없죠.” 범석이 어두운 표정을 하고는 팔짱을 끼었다. 세미프로팀의 목적은 어떻게 해서든 프로로 진출하는 것이 목적. 그 경제인 단체의 협박은 제대로 먹혀들 터였다. 그리고 이는 자신의 팀에게도 해당되는 일.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흐음. 그렇겠군. 하지만 그건 세미프로팀에 해당될 뿐이지, 상대적으로 실력이 좋은 프로팀에게는 크게 해당되지 않잖아. 그런데 왜 너는 프로팀으로 직접 가는 방법은 생각하고 있지 않지? 그들도 돈이라면 환장할 텐데.” “그건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아무런 경력도 없다는 점이 문제에요. 프로팀에 가봐야 경기에 출전할 수 없을뿐더러, 저를 영입함으로서 그 팀에 큰 무리가 가기 때7/11 쪽 문이죠. 얼마 전까지 은행에서 근무했던 저를 떡하니 경기에 출전시켜 보세요. 팬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하지만 세미프로팀은 일단 명목상 아마추어팀이에요. 동네 구멍가계에서 일하는 엘프도 있을 테고, 민간 기업에 다니는 엘프도 있어요. 당연히 얼마 전까지 은행에 다녔다는 경력이 문제될 소지가 없죠.” “그야 그렇지만 돈이면 뭘 못해. 팬들도 많은 자금이 들어오면 팀이 이득이 된다는 것쯤은 알아. 전혀 이해 못할 것도 없다고.” “네. 그렇죠. 하지만 저희 흑사회가 설득할 사람은 팬이 아니라 정부관계자에요. 정확히 꼭 집어서 무료개조신체시술 제도의 존폐를 결정짓는 존재들 말이에요. 만약 제가 프로로 활동하는 일에 작위적인 냄새가 물씬 풍겼다가는, 신체개조에 대한 활용 예로 채택하지 않을 것이에요.” 제법 복잡한 상황에 범석이 골머리를 앓았다. 이거 무슨 싸움을 이리 머리 아프게 수행하나,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냥 진흙탕이 싸움이 훨씬 받아들이기 편할 것 같았다. “아니 씨. 다들 여인네 치마를 삶아 먹었나? 그냥 싸우면 되지. 뭘 이렇게 복잡하게 이것저것 재고 그래. 짜증나게 말이야.” “그건 어쩔 수가 없어요. 저들과 우리는 힘으로는 거의 우위를 가릴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싸움의 승패는 언제나 명분에서 결정 나요. 다만 이 스포츠계통에서는 저희가 발판이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밀리는 면이 있죠. 그래서 매사에 조심해야 해요.”8/11 쪽 고민할 것도 없이 범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저 덤비는 놈이 있으면 깨부수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자 하는 자가 있다면 친근히 지내면 그뿐이었다. 어차피 지금은 게임의 한 타이틀 속. 현실이 아니었다. 하다하다 안되면 다시 리플레이를 하면 그뿐이었다. 괜히 이리저리 남들 눈치 보며 스트레스를 쌓을 필요는 전혀 없었다. “좋아. 무슨 얘기인 줄 알았어. 그럼 결론적으로 엠마 너는 현재로서 갈 데가 우리 팀밖에 없다는 얘기지?” 엠마가 고개를 축 늘어뜨리며 대답했다. “네.” “그럼 계속 있어. 팀의 일원으로 확실히 인정해 줄 테니까 괜한 걱정으로 팀 분위기 흐트러트리지 말고.” 엠마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저, 정말요? 그럼 계속 갓즈나이츠팀에 있어도 되나요?” “그래. 단 나중에 배신을 때리고 다른 팀으로 무리하게 이적해 갔다가는 알지? 가만히 안 놔둔다.” “네. 염려마세요. 그런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놈들이 무척 방해를 걸어올 텐데9/11 쪽 요.” “상관없어. 그딴 사소한 방해공작쯤은 힘으로 깨서 부시면 된다. GA컵을 통해서 갓즈나이츠팀이 얼마나 강한지를 너도 봤잖아. 그리고 앞으로 전력을 꾸준히 상승시켜 나갈 테니 더욱 강해질 것이고.” 그 점은 엠마로서도 인정하는 바였다. 비록 에어리어리그의 프로팀이지만 2개팀을 완파시킨 데다가 6차전에서는 작년도 리그 준 우승팀인 블랙캣츠팀을 맞이해 거의 접전 끝에 패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모두가 뛰어난 실력을 지닌 범석과 그 휘하 엘프들로 인한 일로, 그 결과를 지켜본 흑사회멤버들도 크게 만족을 했다. 덕분에 범석과 트러블을 일으킨 루카스 선배가 다른 대선배들에게 크게 꾸중을 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거의 성사된 일을 파토 냈다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 범석의 호의로 흑사회는 한시름을 놓게 되었다. 가장 적당해 보이는 팀에 엠마가 팀원으로 무사히 안착을 했으니까 말이다.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 열심히 하게요.” “후후. 그래. 너는 잠재능력이 뛰어난 아이이니, 노력만 한다면 대단한 검투사로 성장할 거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대화를 끝낸 범석이 그녀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이제 팀 내 골칫거리 하나가 완전히 해결이 되었다. 엠마는 앞으로 갓즈나이츠팀 소속 검투사로 충실히 생활해 나갈 테고, 팀 내 분위기는 한 결 나아질 것이 확실했다.10/11 쪽 ============================ 작품 후기 ============================ 아 그리고 퍼펙트 연재 주기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매주 2회 분량에 금요일과 월요일 각각 1회씩 올리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11/11 쪽 < -- 팀 내에 부는 트레이드열풍 -- > 며칠 후 스테파니 외 2인의 소속 검투사가 팀을 떠나갔다. 100일 정도의 짧은 소속팀 생활을 했지만, 어느덧 정이 들었는지 그냥 보내기가 섭섭했다. 그래서 범석은 따로 회식자리를 마련해서 송별회를 열어주었고, 그녀들은 고마움에 눈물까지 흘려댔다. 자신들을 위해 이리 신경써주니 너무도 감사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들이 이토록 손쉽게 프로팀으로 옮겨갈 수 있는 이유도 모두 그 때문이었다. 원래 이적이 진행되면 한 푼이라도 더 얻어내기 위해 치열한 협상이 진행되는데, 여기서 이적제의가 철회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하지만 범석은 프로팀에서 처음 제시한 금액을 협상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고, 그녀들은 아무런 장애 없이 프로로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다 팀 분위기를 쇄신시키기 위해 벌인 고육책이었지만, 알 리가 없던 그녀들로서는 무척 고마울 따름이었다. ‘자. 이제 팀 분위기를 해칠 모든 요소는 제거했으니, 모자란 팀원을 채워 넣기만 하면 된다.’ 현재 갓즈나이츠 소속의 검투사는 모두 합쳐 18명이었다. 시합에 나가기 위해 필요한 수인 19명에 하나 모자란 수였다. 모두 스테파티외 2인의 검투사가 프로팀에 이적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862만 크랑이 있었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나간 인원을 충분히 보충할 정도는 되었다.회1/10 쪽 컴퓨터에 앉아 검투사 모집공고를 내려던 범석에게로 레이미가 다가왔다. “저, 저기. 주인님.” 마침 모집인원을 적고 ok버튼을 누르려던 범석이 몸을 돌렸다. “으음. 레이미. 그래 무슨 일이야?” “저기 빈센트감독님께서 오늘 주인님을 급히 뵈었으면 하는데 어쩔까요?” 빈센트라면 레이미와 오스칼이 전에 소속되어 있던, 드래곤나이츠의 감독이었다. 전에 그녀들의 트레이드를 진행하며 대화를 나누어봤기에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좀 과묵한 성격이기는 하지만 제법 사람 좋은 양반이었다. “그래? 무슨 일로 나를 보자고 하시는데?” “저기 급히 검투사 영입이 필요해서 주인님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고 하시는데요.” 범석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드래곤나이츠는 이곳 델로이광역정부를 기반으로 두고 있는 와이드리그의 우승후보팀이었다. 단지 아마추어팀에 불과한 갓즈나이츠에 손을 벌릴 만큼 허약한 팀이 아니었다. 물론 자신이나 몇몇 소유한 엘프들은 탐을 낼만하지만 결코 팔 의향은 없었기에 하등 상관없는 일이었다.2/10 쪽 “나는 만나봐야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레이미 그건 너도 잘 알잖아?” “그렇지만 이번 얘기는 좀 틀려요. 이적이 아니라 6개월짜리 단기임대로 추진하실 생각이시거든요.” 임대라면 소속선수들을 특정기간동안 빌려주고 그만한 대가를 받는 이적형태였다. 완전한 이적이 수행되지 않으므로 계약기간이 지나면 해당선수는 다시 팀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조건만 맞는다면 범석으로서도 전혀 손해날 일이 아니었다. 소속 검투사들이 와이드리그라는 대 무대에서 뛰게 되니, 경험은 물론 실력향상을 기대할 수 있었고, 적게나마 대가도 얻을 수 있으니 자금적인 측면에서 이득이었다. 그는 컴퓨터 내 달력을 확인했다. 오늘 날짜는 정확히 8월 30일. 내일이 지나면 모든 이적행위가 금지되었다. “너무 급박하게 협상을 진행하는 것 아닌가? 협상기간이 이틀뿐이 안 남았잖아.” “그래서 오늘 급히 뵙자는 것에요. 처리해야할 내용이 많으니까요.” 범석이 입을 다시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빈센트 감독에게는 신세진 일도 있으니, 한 번쯤 대화를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좋아. 그럼 가서 찾아뵙지. 몇 시까지 가면 되는데?” “오늘은 계속 훈련캠프에 머물고 계실 테니까. 언제든 괜찮다고 했어요. 하지만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와 달래요.”3/10 쪽 고개를 주억인 범석이 손으로 옷장을 가리켰다. 지금은 오늘 훈련을 위해 트레이닝복을 입은 상태라 이대로 찾아가면 큰 실례였다. 아무리 안면을 익히고 있다지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만 했다. “레이미. 옷장에서 양복하고 와이셔츠 좀 가져다줄래?” “네. 잠시 만요.” 레이미가 급히 양복과 잘 다린 셔츠를 꺼내왔다. 그리고 범석이 양팔을 벌리자 손수 옷을 벗기고, 양복을 착용시켰다. “그럼 레이미. 나는 빈센트 감독님을 만나고 올 테니까. 너는 오늘 훈련을 총괄해서 지휘해. 내가 없다고 허술하게 하지 말고.” “네 염려하지 마세요.” 대답을 들은 범석이 베란다로 가서 플라잉택시를 불렀다. 아론을 타고 갈 수도 있지만, 놈은 훈련을 마친 팀원들에게 편안한 휴식공간을 제공했다. 자신의 업무를 때문에 가져갈 수는 없었다. 그는 곧 바로 앞에 선 택시를 타고 드래곤나이츠팀 훈련캠프가 있는 허비시티로 향했다.4/10 쪽 - 손님. 드래곤나이츠팀 훈련캠프에 도착했습니다. 요금은 189크랑 입니다. 전자수첩을 찾기 위해 품안을 뒤지려던 범석의 귓가로 또다시 전자음이 들려왔습니다. - 정산되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서서히 열리는 택시의 문 앞에 낯이 익은 30대의 남성이 입 안 가득 사교성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바로 드래곤나이츠팀의 트레이드 사무 당당자인 아놀드였다. 전자수첩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방금 전 택시비 계산은 그가 한 듯 보였다. 범석은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 반갑게 그에게 다가가 악수를 나누었다. “여어. 오랜만입니다. 아놀드 팀장님.” “네. 오랜만입니다. 범석님. 자자. 빈센트 감독님이 기다리시니 빨리 들어가시죠. 오늘 협상할 내용이 많습니다.” 아놀드의 안내로 훈련캠프로 들어선 범석이 멀리 보이는 사무실 건물로 걸음을 옮겼다. “아참 그런데 갑작스럽게 저희 팀에게 임대를 요청하신 이유가 뭡니까?” “별 일은 아닙니다. 그저 팀 예비 전력을 확충하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임대요청입니5/10 쪽 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팀은 이번에 전승행진을 하며 올해 리그 우승으로 가는 길을 순탄하게 밟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어찌될지 모르는 일. 2진급 검투사를 많이 확보해 만약을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는 어떻게 해서든 우승을 한 후, 승격토너먼트에서 좋은 결과를 내 반드시 센트롤리그에 진입해야 하니까요.” 범석이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 말을 들어볼 때 드래곤나이츠에서 필요로 하는 검투사들은 만약을 대비한 백업요원들이었다. 이 상황에서 소속 검투사를 임대시킨다면 거의 경기에 참가할 수 없다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했다. 그럼 발전이 크게 없을 터, 그냥 팀에 남겨놓고 조직력 강화 훈련을 시키는 편이 훨씬 낳았다. 물론 약간의 자금이 아쉽기는 하지만, 갓즈나이츠팀의 진정한 목적은 내년 봄에 있을 에어리어리그의 무대를 밟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제의를 거절해야겠다고 결정한 범석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아. 그렇군요. 이거 부럽습니다.” “하하하. 부럽긴요. 센트롤리그. 멋진 무대이기는 하지만, 여기에 소속된 팀은 전 세계적으로 160개 팀뿐이 안 됩니다. 저희 팀이 운이 좋아 내년에 올라가더라도 그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끔직해집니다.” “그렇죠. 올라가기는 어렵지만 조심하지 않으면 바로 강등되어 떨어져버리니까요.” “그래서 최근에 막대한 자금을 들여 몇몇 실력 있는 검투사들을 영입할 계획에 있습니다. 올라간 이후에 팀 리빌딩작업을 하면 때는 늦거든요.”6/10 쪽 같은 생각이기에 범석이 고개를 주억였다. 아무리 해당리그에서 무적인 팀이라도 상위리그에 올라서면 대부분이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강등에 대한 두려움 속에 살아야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리부터 팀을 강화시켜놓지 않는다면 환희의 순간은 잠시. 그 해 바로 강등의 쓴잔을 맛봐야했다. 승격 직후 다음 해까지 상위리그에 머무르기 위해서는 그해 최소 리그 17위 이상의 성적을 거두어야했다. “네. 당연히 그래야죠. 힘겹게 센트롤리그에 올라갔는데 그해 바로 떨어지면 너무 허탈할 테니까요.” 어느새 사무실 건물에 도착한 범석과 아놀드가 현관을 지나 응접실 문 앞에 섰다. 전에 오스칼과 레이미를 트레이드를 하던 그 장소였다. “자 들어가시죠. 안에서 빈센트감독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놀드가 문을 열어젖히자 그는 사양하지 않고 먼저 들어갔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있는 노안의 사내를 바라보고는 허리 굽혀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빈센트 감독님.” “그래. 어서 오게. 마침 기다리고 있었네. 자 이리로 앉게나.” 7/10 쪽 급히 튀어나온 빈센트가 범석을 손수 이끌고 앞에 앉혔다. 이에 아놀드가 인터폰을 통해 차와 약간의 간식거리를 주문한 후, 빈센트의 옆에 앉았다. 잠시 흐르는 정적을 깨며 범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마음에 안 드는 임대제의라 빨리 진행하고 거절을 표시할 필요가 있었다. 서두르기만 한다면 오전 훈련에 참석할 수가 있었다. “빈센트감독님. 그럼 용건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으음. 그러지. 사실 말일세. 레이미에게 말했던 것처럼 자네 팀의 몇몇 검투사들을 우리 팀에서 임대 좀 했으면 해서 말일세.” “네. 그건 오면서 저기 아놀드팀장님께도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누굴 원하시는 겁니다.” 양손을 꽉 쥐고 빈센트 감독이 그의 시선을 직시했다. “자네. 오스칼. 에르피나. 이 셋일세.” 곰곰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범석이 그중 한 명을 제외시키기로 결정했다. 팀에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그가 빠진다면 앞으로의 팀 운영에 큰 차질을 빗게 되었다. “하하하. 전 안된다는 것쯤은 아실 텐데요. 제가 빠지면 팀의 구심점이 사라지게 됩니다.”8/10 쪽 빈센트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바로 아쉬움을 표시했다. “역시 안 되는 군. 사실 자네가 가장 탐이 났는데 말일세. 사실 자네가 활약한 GA컵 경기를 봤는데, 오줌을 지릴 빤했어. 하마타면 노망이 나서 시설로 실려 갈 빤했지. 후후후.” “과한 칭찬이십니다.” “절대 아니야. 내가 봤을 때 자네의 검술 솜씨는 이미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는 완숙의 경지에 올라섰어. 마치 과거 은퇴한 아멜리아가 현역으로 재등장을 했나 착각했을 정도였지.” 아멜리에는 30여 년 전 은퇴한 세계 검투계의 전설적인 검투사였다. 주로 채찍을 다뤘는데, 그 모습이 마치 SM플레이에 나오는 여인과 흡사해 SM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어있었다. 하지만 그 플레이는 상대팀에게는 공포에 가까웠다. 마치 뱀처럼 휘어들어와 몸을 포박한 후 내동댕이를 치는데, 그에 대한 충격 데미지는 아직까지 기네스북에 올라 깨지지 않고 있었다. 거기다가 그 막강한 파워채찍을 당하는 상대팀은 백이면 백 진을 무너뜨리다가 결국에 가서는 각계격파당해 모두 전멸을 당했다. 오죽했으면 그녀가 소속된 팀과 우승경쟁을 하던 타팀 감독이 그녀가 은퇴하기 전까지는 절대 자팀의 월드리그 우승은 없다고 자평할 정도였다.범석도 검투계에 몸을 담은 터라, 그녀에 대한 얘기는 수도 없이 들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9/10 쪽 “하하하. 아무래도 제 기분을 좋게 해서, 협상을 유리하게 진행하실 모양인데요. 저는 거기에 안 넘어갑니다. 하하하.” 그의 너스레에 빈센트가 피식하고 웃었다. “이런 걸렸나? 좀 아쉬운 걸.” “이제 농담은 그만 두시고 본격적으로 협상에 들어가시죠. 저희야 아마추어니까 상관없다지만, 드래곤나이츠는 내일이면 종료 아닙니까?” 하긴 빈센트감독의 입장에서는 이리저리 시간을 끌 여유가 없었다. 아마추어팀은 선수변동이 많아 이적기간에 상관없이 언제든 선수를 보충할 수 있지만 프로는 정해진 룰에 따라 이적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었다. 검투계를 예를 들었을 때 7월 초하루에서 8월 말일과 1월 한 달간이었다. 즉 내일이 지나면 드래곤나이츠팀은 소속 검투사를 영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작품 후기 ============================ 이거 계속 깨짝깨짝 올리니 감질맛이 나네요. 빨리 킹판월이 끝나야 여기에 매달릴 텐데요. 하하하. 그럼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10/10 쪽 ============================ 작품 후기 ============================ 이거 계속 깨짝깨짝 올리니 감질맛이 나네요. 빨리 킹판월이 끝나야 여기에 매달릴 텐데요. 하하하. 그럼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10/10 쪽 < -- 팀 내에 부는 트레이드열풍 -- > “그렇겠군. 그럼 본격적으로 협상에 들어가지. 사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검투사는 자네를 제외하고는 오스칼과 에르피나. 이 두 명일세. 경기 내용을 볼 때 그 얘들은 당장 와이드리그에 뛰어도 손색이 없어. 특히 에르피나 같은 경우는 자타가 인정하는 만큼 더더욱 그렇고.” 범석이 난감한 눈빛으로 빈센트를 바라봤다. 어쨌거나 자신에게 오스칼과 레이미를 싸게 넘겨준 인물인데, 거절하자니 약간 마음에 걸린 것이다. 하지만 출전보장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이 상황에서 그녀들을 드래곤나이츠로 임대 보낼 수는 없었다. “으음. 시간이 없으니 단도직입적으로 가부를 결정짓겠습니다. 사실 오면서 아놀드팀장님께 들은 내용이 있어,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상태입니다. 저로서는 약간의 금액적인 이득 때문에 그녀들을 임대 보낼 수는 없습니다. 정말 죄송하지만 그 점은 양해해 주십시오.” 빈센트감독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아니 왜인가? 에르피나양은 모르지만, 오스칼은 자네 아마추어리그에 뛰는 것보다야 우리 와이드리그에서 뛰는 편이 더 경험과 실력을 쌓으니 좋은 것 아니겠나?” “네. 그 점은 물론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예비전력이니 경기에 뛸 가능성이 그리 회1/11 쪽 많은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럴 바에야 차라리 조직력을 강화시키는데 시간을 들이는 편이 낫다고 생각됩니다.” 빈센트가 뜬금없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린가? 예비 전력이라니?” “저기 아놀드팀장님이 만약을 대비해 예비 전력 확충차원에서 이번 임대를 추진하신다고 하던데요.” 입술을 잘근 문 빈센트가 스파크가 튈 정도로 아놀드를 쏘아봤다. 팀을 위해 임대비용을 깎는답시고 또 되먹지도 않은 거짓을 말해 사람 곤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이리 급히 임대를 추진한 이유는 바로 어제 경기에서 주력 검투사 둘이 크게 부상을 당한 덕분이었다. 그래서 급히 전력이 될 만한 검투사들이 필요했는데, 이적기한이 이틀이 남은 이 시점에 어떻게 구할 방도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 팀에서 보유한 자금도 팀 리빌딩작업에 모두 소요될 터라, 즉시전력이 될 검투사를 영입하는데 쏟을 이적자금이 마땅히 없었다. 그러던 중 과거 데리고 있던 오스칼을 살펴볼 겸 갓즈나이츠팀이 치룬 GA컵 경기장면을 봤는데, 그녀는 물론 에르피나와 범석까지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에르피나는 같은 리그 내 캡틴베어즈라는 팀의 전설급 검투사로, 익히 그 기량을 알고 있었던 덕에 상당히 매력적인 임대대상이었다. 특히나 경기장면에서는 우려했던 체력하락을 전혀 볼 수 없어, 범석 다음으로 영입하고자 극구 원했었다.2/11 쪽 그런데 그런 아이를 예비전력으로 들인다니? 자신이라도 임대를 보내지 않을 터였다. 빈센트는 이에 대한 얘기를 자세히 말하며 양해를 구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검투사는 어제 부상당한 두 검투사를 대신해 즉시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노련한 검투사와 힘 있는 검투사일세. 자네가 시합에 내보내지 말라고 해도 내보내야할 입장일세.” 범석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창밖을 바라보는 아놀드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봤다. 속일 걸 속여야지 이렇게 대번 드러날 일을 놓고 거짓말을 했다니 기가 막힌 것이다. 기분이 상한 범석이 따지듯 물었다. “아니 그럼 아까 말한 내용은 도대체 뭡니까?” 할 말이 없는 아놀드를 대신해 빈센트가 나서서 말했다. “미안하네. 아마도 아놀드팀장이 착각을 한 모양일세. 자네가 이해를 해주게.” “아니 그 말을 믿으라고 하시는 겁니까?” “정말 미안하이. 자네가 이해해 주게. 그리고 우리가 좀 사정이 급하니 제발 오스칼과 에르피나를 임대해 주게.”3/11 쪽 범석이 화를 가라앉히고 빈센트를 바라봤다. 속았다고 하나 솔직히 지금의 상황에서 자신이 손해날 일은 없었다. 덕분에 이번 임대를 어느 정도 주도권을 가지고 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빈센트에게 신세진 일도 있으니, 이쯤에서 그만두고 협상을 계속 진행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됐다. “좋습니다. 그럼 출전경기 보장은 어디까지 해주실 겁니까?” “글쎄. 어제 다친 얘들이 선봉과 중견일세. 그리고 후미 쪽 검투사도 모자란 감이 있고....... 으음....... 선봉 얘는 전치 사개월에 적응기간이 한 달 정도 걸리니까 아무리 봐도 오스칼은 매경기에 출전해야 할 걸세. 아참 걔는 GA컵에 참여한 적이 있어서 우리 팀이 치르는 GA컵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은 잘 알겠지?” 그 점은 범석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아마추어라고 해도 같은 대회를 서로 다른 팀에 소속되어 치룰 수 없다는 사실은 아주 기본인적인 상식이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럼?” “오스칼은 최소 10경기를 보장해 주지.” 전체 리그경기는 팀당 매해 38경기씩 치른다. 리그가 8월 초에 이미 시작되었음과 6개월짜리 단기 임대임을 봤을 때 거의 매 리그경기마다 출전시킨다는 말과 동일했다. 당연히 범석으로서는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4/11 쪽 “네. 좋습니다. 그럼 에르피나는요?” “그 얘도 마찬가지일세. 그 얘는 중견과 후미 모두 소화할 수 검투사이니, 아마 오스칼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게 출전하지는 않을 것이야.” 그럼 범석으로서 출전경기 수에서는 특별히 불만족스러운 일은 없었다. 솔직히 에르피나는 워낙 경험이 많아, 그리 리그경기에 출전하지 않아도 기량을 유지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아니 나이가 들어 체력손실이 크니, 제한할 필요가 있을 정도였다. “그럼 에르피나는 8~10경기로 하시죠. 너무 많이 뛰어도 체력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수가 있으니까요.” 빈센트가 잠시 고민하는가싶더니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충분히 받아드릴 수 있는 제안이었다. 어제 경기에서 다친 중견 쪽 검투사는 부상정도가 보다 약해 12월쯤이면 리그 경기에 복귀할 수 있었다. “좋네. 그렇게 하도록 하지.” 출전경기 수를 보장한 범석이 뻔뻔스러운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동그라미 표시를 그렸다. 어느 성인의 모습을 흉내 내고자 하지는 않았을 테니, 아무래도 금전적인 문제를 꺼내려는 듯싶었다.5/11 쪽 “그럼 그 외에 제가 받게 되는 이득이 뭡니까? 설마 공으로 부려먹으려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그 점은 빈센트도 고민이었다. 팀의 리빌딩작업으로 보유한 현금은 아끼는 편이 좋았다. 그러니 돈보다는 다른 형태의 대가를 지불하는 편이 팀에게는 이득이었다. 다행히 갓즈나이츠팀은 선수층이 매우 얇아 그 의도가 제대로 먹혀들 수 있었다. “사실. 우리 팀에서는 팀 리빌딩 작업 때문에 자금을 아끼려고 하고 있네. 그래서 금액적인 부분을 제공하기보다는 현물로 지급하고 싶은 마음이 있네.” “가령요?” “우리 팀에서 효용을 다한 검투사가 가장 적당하겠지. 아마 자네 팀으로서는 상당한 전력이 되겠지만 말일세.” 범석으로서도 깊은 호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괜찮은 검투사를 얻는다면 내년 봄에 있을 승격토너먼트에서 보다 좋은 전력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괜찮은 제안이야. 드래곤나이츠는 와이드리그 1순위 우승후보. 전력 외의 검투사도 우리 팀에게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거야.’ 이에 그가 응하겠다고 말하려는 찰라. 응접실 문을 한 금발의 엘프여인이 들어왔다. 6/11 쪽 양장을 입고 손에 음료잔과 서류철을 들고 있는 것으로 사무직에 종사하는 엘프 같았다. 하지만 곧고 탄력 있는 몸매를 지닌 점을 볼 때 제법 운동을 한 듯도 보였다. 범석은 응큼한 시선으로 그녀의 신체를 고루고루 살폈다. 그 자태가 너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오. 꽤나 예쁜데. 몸매도 늘씬하고. 그리고 저 탄력있는 힙좀 봐. 캬 죽인다.’ 175센티 정도의 늘씬한 키에, 도색적인 눈동자 사이로 짙게 깔리는 쌍꺼풀. 피부는 들판에 피어난 목화처럼 새하얗고 이목구비 시작되는 수려한 곡선은 가녀린 목까지 부드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터져나갈 것 같은 가슴과 엉덩이는 걸음걸이마다 그의 시선을 어지럽힐 정도였다. 범석은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는 그녀의 정보창을 열어보았다.이름 : 다이아나.구분 : 엘프(41년).소속 : 드래곤나이츠.명성 : 1343.악명 : 0.H유무 : 무.스테미나 : 5300/5300.7/11 쪽 사회성 : 93, 근력 : 52, 체력 : 53.민첩 : 51, 균형감각 : 47, 지능 : 94.정신력 : 83. 판단력 : 97, 재주 : 2.운 : 91.현재기량/잠재능력 : 663/688.개성 : 위대한 지도자.특이사항 : 드래곤나이츠 소속의 검투사. 과거에는 팀에서 많은 활약을 했지만 5년 전부터 활용가치가 다해 2군 생활과 임대생활을 전전하다가 올해 은퇴 함. ‘미치겠군. 왜 저런 얘가 차나 나르고 있어. 대박이다!’ 올해 41세로 나이가 들어서인지 신체적인 능력이 꽝이라, 프로 검투사로는 거의 효용가치가 없었다. 기껏해야 세미프로팀 주전정도나 꿰찰 수가 있을까? 그리고 재주가 2라 가정활동에 절대 활용할 수가 없었다. 청소를 하면 집안 집기를 다 깨먹을 것이었고, 요리를 하면 필시 맹독성포션이 제작될 터였다. 그런데도 범석이 탐욕을 부리는 이유는 바로 지도자로 필요한 모든 스텟이 최소 90이 넘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위대한 지도자’라는 특성은 이사, 감독, 지방행정장관 8/11 쪽 이상의 지도자 계층에 위치하고 있다면 소속 조직원의 모든 능력치를 +3을 시켜주는 막강한 기능이 있었다. ‘얘를 우리 팀의 감독으로 영입하면 좋겠는데.’ 사실 에어리어로 올라가면 여러 스텝이 필요했는데, 그중 가장 중요시 되는 자들이 감독과 코치였다. 그런데 코치야 현역 검투사가 겸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별로 급하지는 않았지만, 감독은 반드시 따로 배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승격조건에 이에 대한 사항이 있었고, 경기 중 무선 통신을 통해 경기를 조율하는 지휘자가 반드시 존재해야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갓즈나이츠팀은 감독이 없어서 무작정 싸웠기에, 전력의 누수가 너무 심했다. 그래서 GA컵 6차전에서도 패한 이유 중에 팀 분위기가 흐트러진 이유도 있었지만 감독의 미비로 인한 요인도 제법 컸다. 당연히 그로서는 극구 영입해야할 인재라 할 수 있었다. 범석은 자신의 의도가 드러나지 않도록 표정을 관리한 후, 앞에 놓인 커피 잔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한 모금 마실 찰라, 희미한 커피향 뒤로 진한 걸레 빤 물의 맛이 느껴졌다. 슬그머니 다시 뱉어낸 범석이 조용히 잔을 내려놓았다. 이와 동시에 아놀드의 입에서 짙은 커피색 분무가 터져 나왔다. 풋 “캿 퉷. 다이아나! 너는 절대 커피타지 말라고 했지!”9/11 쪽 그의 노성에 기가 죽은 다이아나가 고개를 푹 숙였다. “죄, 죄송해요. 다른 사무 엘프가 없어서요. 그래서.......” “아니 그렇다고 이 중요한 자리에 네가 탄 커피를 가져오면 어떻게 해! 누구 죽일 일 있어! 그래 이번에는 또 뭘 탄 거야!” “저, 저기 건강을 생각해서 녹차와 함께 양배추 즙을 좀 섞었어요.” 아놀드가 자리를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아니 도대체 그걸 왜 섞는데! 정말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조심스럽게 커피 잔을 옆으로 민 범석이 생긋 웃으며 빈센트를 바라봤다. 그 역시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잔을 저리로 치웠다. “재밌는 엘프군요. 빈센트감독님 쟤는 누굽니까?” “다이아나라고 얼마 전에 2군에서 은퇴한 아이일세. 이번에 워커옥션마켓에 갔다가 퇴짜당하고 와 불쌍한 처지가 됐지.” “아. 근래에 경제사정이 어려워서 유찰되었나 보죠?” 난감한 표정을 지은 빈센트가 조용히 머리를 흔들었다.10/11 쪽 “아니. 경매인에게 차를 타줬다가 바로 쫓겨났네. 경매의 질이 떨어진다고 입찰에도 못 들어갔지. 큼큼.” “오 그래요? 참으로 특이한 엘프군요. 데리고 있으면 스릴이 넘쳐서 재미있겠습니다.” 아놀드가 콧김을 연신 뿜어대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후후. 아마 그럴 겁니다. 우리 팀이 되니까 그래도 밥을 먹여주는 거지. 다른 팀 같았으면 벌써 쫓겨났을 겁니다.” “그래도 제법 얼굴이 예쁘지 않습니까?” “얼굴만 예쁘다고 다 엘프입니까? 할 줄 아는 것이 있어야죠. 아마 누가 얼굴에 혹해서 데려가 봐야 그날로 소박맞기 딱 알맞을 겁니다. 아휴 저 식순이를 누가 안 데려가나? 이거 밥값이 아까워서야.” 범석이 귀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다이아나를 관심이 없는 양 슬며시 한 번 쳐다봤다.============================ 작품 후기 ============================ 오늘 킹판월 완료기한을 계산해 보니, 아무리 늦어도 9월 초쯤으로 완결을 맺으리라 11/11 쪽 ============================ 작품 후기 ============================ 오늘 킹판월 완료기한을 계산해 보니, 아무리 늦어도 9월 초쯤으로 완결을 맺으리라 예상됩니다. 그 때가 되면 퍼펙트월드에 집중할 테니, 연재 수도 늘 것 같습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11/11 쪽 < -- 팀 내에 부는 트레이드열풍 -- > “한 30만 크랑 정도면 제가 잠자리용으로 데려갈 수도 있는데요. 아무래도 안 되겠죠?” 그러자 아놀드와 다이아나의 고개가 동시에 팍하고 올라갔다. 그녀로서는 혹시나 주인을 얻을 수 있다는 마음에 기대를 한 것이고, 아놀드는 식충이를 제거하고 30만 크랑의 자금의 마련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한 탓이다. “정말 구매할 마음이 있으신 겁니까? 솔직히 여기서 밝히지만 쟤는 할 줄 아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네. 커피 맛을 보아 대충 압니다. 하지만 프로검투사로 오랜 경험이 있으니 충분히 아마추어팀의 검투사로 활용할 수 있어 보입니다. 물론 저희 팀이 운이 좋게도 프로에 올라가면 효용가치가 없어지겠지만, 그 때는 말씀한 바대로 잠자리용으로 전환시키면 되는 것이고요.” 그때 빈센트의 입에서 뜻밖의 소리가 튀어나왔다. “100만 크랑! 그 밑으로는 절대 안 되네!” 인상을 찡그린 아놀드가 급히 그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중얼거렸다.회1/11 쪽 “아, 아니 감독님. 도대체 왜이러십니까? 30만 크랑이면 요새 다이아나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워커옥션마켓에서 팔려나가는 가격보다 높습니다. 가뜩이나 팀에 자금이 모자란데, 구매의사가 있을 때 빨리 팔아넘겨야죠. 그렇게 비싼 값을 부르면 누가 사가겠습니까? 차라리 엘프시장에 가서 젊고 싱싱한 엘프를 하나 사고 말죠.” “쟤는 사가. 전부터 봤는데 왠지 엘프 보는 안목이 거의 수준급에 오른 놈 같았거든. 거의 나를 찜쪄 먹을 정도로 말이야.” 그 말에 범석이 길게 한 숨을 내쉬었다. 30만 크랑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출중한 능력의 감독을 얻는가 싶더니 저 늙다리 감독이 방해를 놓고 있었다. 한 푼이라도 아쉬웠던 그가 따지듯 물었다. “휴~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신 겁니까?” “전에 나에게서 오스칼을 사가지 않았나? 보통은 그 꼴을 당하고 사갈 생각을 못하지.” “무,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우연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우연? 그럼 워커옥션마켓에서 에르피나를 구입한 일은? 그리고 방패 두 개를 들고 싸우는 거 뭐시냐? 그래 비너스란 아이를 구입한 일은 또 뭐지? 솔직히 비너스를 아이가 경기에 참가하는 모습을 봤을 때 크게 놀랐어. 올해 고작 처음 방패를 든 아이가 그 정도의 실력을 보이다니, 대단한 성장성을 지니고 있는 엘프였지. 만약 어느 정도 경험을 더 쌓았었다면 이번에 동시에 임대문의를 요청했을 정도일세. 그리고 엠마라2/11 쪽 는 개조인간 여야도 비록 경기에서 일방적으로 당하기는 했지만,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어. 그런데 이 모든 검투사를 자네가 선택했다는 거야.” 범석은 이제야 빈센트가 엘프 보는 눈이 좋다는 레이미의 말을 새삼 떠올렸다. 사실 이 게임 내에서는, 게이머가 상대의 시스템 메뉴를 열어 그 정보를 확인하는 일은 생각처럼 특별한 기술이 아니었다. 에르피나의 특기처럼 잠시 바라보는 것으로도 상대의 능력치를 얻어낼 수 있는 능력이 존재했는가하면, 빈센트처럼 오랜 경험을 통해 안목을 갖추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과학적인 신체검사와 지력검사로 정확한 능력치를 뽑아낼 수 있는 테스트도 있었다. 그렇기에 범석도 쓸 만한 검투사들을 영입하는데 큰 에로사항을 겪고 있었다. 대부분의 능력 좋은 엘프들을, 스카우터가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대형프로팀에서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채가고 있기 때문이다. “좋습니다. 그렇다고 치고요. 왜 제가 다이아나를 그 비싼 값에 사간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아주 간단하지. 솔직히 저기 다이아나라는 아이는 지도자적 기질이 매우 풍부한 아이일세. 감독만 된다면 팀을 크게 강화시킬 수 있는 카리스마와 지도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지. 당연히 자네로서는 탐을 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사실 100만 크랑을 부른 것도 내가 지금 임대문제로 부탁할 처지에 있었기 때문이었지 아니었다면 그 몇 배를 불렀을 걸세.”3/11 쪽 그때 아놀드가 급히 나서서 따지고 들었다. 그 말이 한 치에 오차도 없는 사실이라도 변으로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스포츠팀과 엘프들의 상관관계 인해서였다. 모든 엘프들은 제조된 목적 때문에 남성을 크게 따르는 습성이 있었다. 그렇기에 거의 일반적으로 모든 프로팀들은 감독을 선임할 때 필시 그 대상을 선수경력이 있는 개조인간 남자로 못 박고 있었다. 주인을 얻지 못하는 엘프들이 대리만족 삼아 남자감독을 주인처럼 따르던 탓이다. 그러니 엘프를 감독으로 삼는 일은 어불성설. 지금 빈센트의 말에는 큰 오류가 있었다. 아놀드는 이 점을 주지시키며 그를 설득해갔다. “감독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스포츠클럽 관례상 감독은 필시 남자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알아. 하지만 저놈의 팀은 달라. 모두 주인이 있는 엘프만을 팀에 들인다고 했으니, 감독이 특별히 남자가 아니라도 상관이 없어. 즉 능력만 있으면 감독으로 선임할 수 있다는 뜻이야.” 범석으로서는 어이없는 웃음을 흘려댔다. 너무도 정확히 콕 집어내서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이리저리 재고했다가 다이아나의 이적이 취소되면 자신은 큰 손해. 어쩔 수 없이 100만 크랑 그대로를 바치기로 했다.그는 양손을 머리위로 바짝 올리며 대답했다. “하하하. 제가 완벽히 졌습니다. 100만 크랑을 드리겠으니, 다이아나를 저에게 넘겨4/11 쪽 주십시오.” “후후. 순순히 인정하니, 그렇게 하지. 자 그럼. 아놀드팀장 자네는 다이아나의 이적문서를 작성하도록 해. 나는 다시 본 협상을 진행해야 하니까.” 졸지에 100만 크랑을 번 아놀드가 웬 떡이냐며 이적문서를 작성해 나갔다. 그는 아직까지 다이아나가 왜 그런 가격에 판매되는지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다이아나는 범석의 옆 좌석에 찰싹 엉덩이를 붙이고 갖은 아양을 다 떨었다. 드래곤나이츠팀 검투사들은 레이미와 자주 연락하며 지냈기에 갓즈나이츠팀에 가면 꼭 주인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들에게 있어 갓즈나이츠팀은 워커옥션마켓 이상의 꿈의 무대였다. “범, 범석님. 이제 제 주인님이 되어주시는 건가요?” “당연하지. 나는 주인 없는 엘프는 안 써.” 이제 확답까지 받은 다이아나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볼을 꽉 꼬집었다. 하지만 통증이 오고 잠에서 깨지 않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현실이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주인이 될 범석의 어깨에 슬며시 머리를 기댔다. 반면 그는 빈센트와 눈치싸움이 한창이었다. 아무리 봐도 자신보다 한 수 위인 듯 보이니 매사에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자. 그럼 다시 본격적인 협상으로 들어가지. 나는 오스칼과 에르피아의 6개월 임대 5/11 쪽 조건으로 각각 280만 크랑과 390만 크랑을 제시하겠네. 출전 수당과 승리 수당은 게임당 각각 2만크랑, 포인트 수당은 5000크랑으로 하지.” 생각보다 높은 액수였다. 현재 드래곤나이츠팀의 최고 연봉자가 1100만 크랑을 받고 있는 점을 봤을 때, 어느 정도 대우를 해줬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마도 빈센트는 자신들을 아마추어팀이라 무시하지 않고 본연의 실력만으로 가치를 평가한 듯 보였다. 뭐 어느 정도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겠지만, 범석은 그대로 받아드리기로 했다. 이번 거래는 현물로 이뤄지니 빈센트가 제시한 금액은 모호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지금 그에게는 오스칼과 에르피나가 어떤 가치로 인정받는가보다는 어느 검투사를 영입할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 “으음.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현물거래이니 다 소용없는 얘기가 아닙니까? 어느 검투사가 거래의 물망에 오르느냐가 문제겠죠.” “후후. 하긴 그렇기도 하겠군. 자 그럼 이 서류를 보게.” 범석이 서류를 받아들고는 세세히 그 내용을 살폈다. 그 안에는 총 7명의 검투사가 있는데 그 모두가 현 에어리어리그팀 주전으로 뛰어도 별 손색이 없는 엘프들이었다. 대부분이 레이미 정도의 실력자인데다가 개중에는 평균 능력치가 60대 후반에 육박하는 검투사도 눈에 띄었다. 이런 검투사들을 전력 외로 구분시키다니 역시나 드래곤나이츠팀이라 생각됐다.6/11 쪽 서류를 접은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대팀에서 제시한 데이터만 믿고 검투사를 고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단 봐야겠습니다. 제가 좀 외모를 밝혀서요. 하하하. 곁다리로 뛰는 모습도 보고 싶고요.” “뭐. 그러지. 직접 얼굴도 못보고 검투사를 영입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자 가지. 지금쯤 다들 헬스트레이닝센터에 있을 걸세.” 범석과 빈센트가 나가자 그 뒤를 다이아나가 쫄레쫄레 따라갔다. 이에 혼자 있기가 멋쩍었던 아놀드가 잠시 서류기입을 멈추고 이들을 쫓아갔다. 사무건물을 나가 우측에 위치한 훈련 캠프를 찾은 이들이 헬스트레이닝센터로 들어갔다. 소속 검투사들이 기본적인 체력을 갈고 닦는 곳으로, 러닝머신과 벤치플러스등 여러 헬스기구가 줄줄이 나열되어 있었다. 범석은 이곳에서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엘프들을 바라다봤다. 대략 20명이 넘는 인원으로 정보를 보니, 아마도 2군 검투사쯤으로 보였다. ‘호오. 다들 한 몸매 하는데. 역시나 엘프들이야.’ 런닝머신에서 달리던 한 엘프가 그와 슬쩍 눈이 마주치더니, 속도를 한 단계 높이며 보다 빠르게 질주했다. 이를 시작으로 다른 엘프들도 훈련에 열성을 보이며 체력단련에 박차를 가했다. 오늘 갓즈나이츠팀에서 검투사를 영입하러 온다는 소식을 소문7/11 쪽 으로 들어 잘 알고 있었던 탓이다. 선택만 되면 주인을 얻을 수 있기에 그녀들은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 덕에 범석의 눈으로 한 엘프의 모습이 들어왔다. 화염과도 같은 붉은 머리칼을 지닌 엘프였는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한 움직임으로 벤치플러스에서 역기를 들고 있었다. ‘후후. 요것 봐라. 뭔가 있는가본데. 엘프가 감히 나를 보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 범석이 자세히 살피기 위해 그녀에게로 다가섰다. 깨끗하고 부드러운 순백의 피부. 그리고 갓 따온 잘 익은 자두 빛의 입술. 키는 엘프답게 커 한 170정도 되었고, 쫙 달라붙는 트레이닝복 사이로 비쳐지는 몸매는 완전히 예술이었다. 외모에서 흡족했던 그가 곧 에리카의 정보창을 넌지시 열어보았다.이름 : 에리카.구분 : 엘프(27년).소속 : 드래곤나이츠 GC.명성 : 810.악명 : 0.8/11 쪽 H유무 : 무.스테미나 : 7000/7000.사회성 : 60, 근력 : 71, 체력 : 70.민첩 : 71, 균형감각 : 72, 지능 : 73.정신력 : 72. 판단력 : 87, 재주 : 69.운 : 60.현재기량/잠재능력 : 705/736.특성 : 팀 분석의 대가.특이사항 : 8년 전 블루와이번즈GC팀에서 드래곤나이츠 GC팀으로 이적해옴. 그 동안 주전으로 활동해왔지만, 뛰어난 검투사의 영입과 서서히 떨어져가는 신체능력으로 후보를 거쳐 2군팀까지 전락했음. 주포지션은 중견으로 양손검에 특화되어 있다. ‘으음. 썩 괜찮은데.’ 나이는 27세로 전성기가 약간 지났지만 완숙한 검투사라고 할 수 있었다. 체력적인 조건은 대충 와이드리그팀 주전급이나 후보급 정도의 수치를 이루었고, 나머지 능력치도 괜찮은 편이었다. 그리고 판단력이 87이나 돼 경기 중 예상외의 사태가 발생했9/11 쪽 을 때, 크게 활약할 수 있어 보였다. ‘게다가 특성이 팀 분석의 대가라........’ ‘팀 분석의 대가’란 지정된 팀 전력을 전반적으로 평가할 수 능력으로, 상대팀의 장단점과 공략해야할 부분 그리고 검투사들의 단합도와 팀 충성도, 부상정도 등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아주 유용한 특성이었다. 아마도 은퇴한 이후 상대팀 전력 분석관으로 임명하면 큰 도움이 될 듯싶었다. ‘썩 괜찮아. 돈만 많다면 꼭 사고 싶은데.......’ 현재 범석의 검투사영입방침은 아주 뛰어난 잠재능력을 지닌 어린 엘프나, 나이가 들어도 은퇴 후 활용가치가 있는 노련한 엘프들이었다. 몸값도 저렴한데다가 당장 혹은 먼 훗날에 팀에 큰 기어를 할 테니, 아마추어리그에 머물고 있는 갓즈나이츠로서는 가장 효율적인 영입대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에리카는 그 범위 안에 극구 포함이 되는바 그로서는 무척 탐이 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정도의 검투사라면 족히 천만 크랑 후반에서 이천만 크랑 초반으로 몸값이 형성된다는 점이었다. 임대비를 포함해도 범석이 구매하기란 무리가 있었다.그 때 아놀드가 범석의 뒤로 다가오더니 살짝 한 마디 건넸다. “혹시 에리카에 관심이 가십니까? 아직 전력 외로 구분되지는 않았지만 대충 임대액10/11 쪽 에서 500~ 600만 크랑만 더 얹어 주신다면 못 팔 것도 없습니다.” 순간 범석과 빈센트의 시선이 동시에 그에게로 향했다. 한쪽은 호구를 바라보는 온화한 눈빛이었고, 또 다른 한쪽은 평생의 짐짝을 바라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었다.============================ 작품 후기 ============================이 더운 여름날 몸 건강히 잘 보내시고요. 뜻깊은 하루 되십시오.11/11 쪽 이 더운 여름날 몸 건강히 잘 보내시고요. 뜻깊은 하루 되십시오.이 더운 여름날 몸 건강히 잘 보내시고요. 뜻깊은 하루 되십시오.이 더운 여름날 몸 건강히 잘 보내시고요. 뜻깊은 하루 되십시오. < -- 팀 내에 부는 트레이드열풍 -- > 빈센트감독이 이마를 부여잡고 걸어와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댔다. 그의 느낌상 에리카는 현재 워커옥션마켓에 가기 위해 수작을 부리고 있다고 판단되었다. 지금까지는 긴가민가했지만 오늘의 행동을 보니 확신할 수가 있었다. 다른 엘프들은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갖은 애를 쓰는데, 그녀만큼은 차분한 상태로 기존의 훈련강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엘프들의 특성상 절대로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그리고 또 하나. 저 안목이 좋은 범석이 관심을 표했다는 점도 한몫했다. “에리카는 안 된다는 것쯤은 자네가 더 잘 알고 있겠지?” 혀를 다신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뭐만 할라치면 저리 방해를 놓으니 짜증스러웠다. “쩝. 하여간 감독님 때문에 뭐가 되는 일이 없습니다.” “어쩔 수 없지는 않나? 나는 드래곤나이츠팀의 감독인데.” 하긴 전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감독씩이나 되는 사람이 자팀의 해가 되는 일을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 아쉬운 기색을 얼굴에 새긴 범석이 에리카를 바라봤다. 그녀는 방금 전 주인을 얻을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에 거의 울상이 되어 가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그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 지금까지와는 달리 갖은 애를 써가며 역기를 들어올리기까지 했다. 회1/11 쪽 이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범석이 그녀에게로 다가가 물었다. “에리카. 나를 따라가고 싶어?” 에리카가 역기 받침대에 내려놓고는 벌떡 일어났다. “네. 주인님은 모시는 일은 제 평생의 소원이에요. 데려가만 주신다면 몸이 부셔져라 범석님을 위해 뛸게요.” “휴~ 그래. 하지만 잘 될지는 모르겠다. 빈센트감독님께서 저리 완강하시니.......” 그가 은근슬쩍 빈센트를 바라봤다. 엘프에게 약한 그가 지금의 대화를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던 탓이다. 역시나 심한 갈등을 느끼는지 연신 헛기침을 터트리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 번 해볼만하다고 생각한 범석이 일단 판을 벌려보기로 했다. 그는 에리카를 바로 옆에 세우고는 빈센트를 직시했다. “얼마를 추가하면 되겠습니까?” 그러자 반색을 한 아놀드가 급히 빈센트감독에게 다가가 조용히 입을 조잘거렸다. “감독님 웬만하시면 파시죠. 근래에 대형급 검투사영입을 준비하느라 팀 내 자금이 2/11 쪽 모자라지 않습니까? 어차피 팔아야할 자원들은 모두 시장에 내놓아야할 판국입니다. 구매자가 생겼을 때 얼른얼른 넘겨야죠.” 길게 심호흡을 한 빈센트가 물끄러미 에리카를 바라봤다. 아직 쓸모가 있는 검투사로 생각되지만, 저리 간절히 자신을 바라보니 마음이 크게 약해졌다. 그리고 아무래도 방금 느꼈다시피 그녀는 워커옥션마켓으로 가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미 팀에서 마음이 떠났다는 뜻. 데리고 있어봐야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물론 은퇴 후 스텝으로 보내겠다고 협박을 한다면 마지못해 경기에 나서겠지만, 매정하지 못한 그로서는 딱히 그럴 마음이 없었다. 그럴 바에는 가격만 어느 정도 맞는다면 팔아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결국 빈센트는 일단 협상제의가 응하기로 했다. “자네가 지금 제시할 수 있는 최대금액이 얼마지? 합당하다면 팔지.” 지금 범석에게 남아있는 자금은 주식을 제외하면 모두해서 862만 크랑. 여기서 다이아나를 구입할 비용 100만크랑을 빼면 총 762만 크랑이 전부였다. 하지만 앞으로 팀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얼마간에 자금을 남겨둬야 할 터. 그가 최대한 제시할 수 있는 금액은 대략 660만 크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이아나를 구입할 비용 100만크랑을 빼면 총 660만 크랑입니다. 그 이상이라면 저로서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3/11 쪽 빈센트가 지그시 눈을 감고 상념에 빠져들었다. 오스칼과 에르피나를 임대하기위해 내린 평가금액이 총 670만크랑이었다. 여기다 다시 지금의 660만 크랑을 합치니 총 1330만 크랑이 되었다. 많이 미흡하기는 하지만 절대로 받아드릴 수 없는 금액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녀가 갓즈나이츠에서 활약하는 장면이 자팀의 경영자에게 발견되었을 때였다. 그럼 너무 싼 가격에 에리카를 팔았다는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었고, 이에 따른 심한 질책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 묘수를 생각해낸 그가 아놀드를 쳐다봤다. 치사하지만 책임 떠넘기기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능력은 모자라지만 팀에 무한히 충성을 받치는 그는 경영자들로부터 큰 신뢰를 받고 있었다. 물고 들어가면 훗날에 있을지 모르는 추궁을 피할 수 있었다. “아놀드팀장. 나로서는 저 제의를 도저히 받아드릴 수가 없네. 하지만 트레이드를 나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행정담당자인 자네 생각은 어떻지?” 아놀드로서는 이번 트레이드는 대찬성이었다. 부상으로 팀 전력의 한축이 무너진 상황에서, 검투사자원을 충당하고 제법 큰 자금이 들어오는 이번 트레이드를 반대할 입장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이 지켜본 바로는 에리카의 신체능력은 정점을 지나 서서히 하락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나이로, 구매자가 생긴 이때에 빨4/11 쪽 리 떠넘기는 편이 낫다고 생각됐다. “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갓즈나이츠팀은 저번 트레이드 때부터 저희와 선린우호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팀 위기상황에서 이리 임대까지 허락해 주셨고요. 배려하는 측면에서 또 지속적인 관계유지를 위해 에리카의 이적을 허락하는 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여간 잘도 가져다붙이는 아놀드였다. 속은 보이지만 이 정도면 에리카를 트레이드시킬 명분이 되었다. 빈센트는 갈등하는 척 고개를 연방 좌우로 기우뚱거리더니, 결국에 가서는 허락을 표했다. “뭐 좋네. 트레이드 행정담당자인 자네의 의견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지. 나는 아무소리도 안할 테니, 에리카의 트레이드 건은 팀장의 주관 하에 추진하게.” “네. 감사합니다.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맺도록 하겠습니다.” 빈센트가 뒷짐을 지고 묵묵히 창문 너머 먼 산을 바라봤다. 더 이상 관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이에 아놀드가 흥에 겨워 범석과 에리카에게로 다가갔다. “자 이리로 따라오시죠. 작성할 서류가 많습니다. 에리카 너도 따라오고.” 웬 떡이냐 싶은 범석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빈센트감독을 면전에다 두고 그녀를 5/11 쪽 이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지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참으로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한 그가 에리카를 손목을 부여잡고는 얼른 아놀드를 따라나섰다. 응접실로 다시 돌아간 범석은 갖가지 제반서류를 작성하며 몇 가지 추가 옵션에 대해서 논의를 했다. 오스칼과 에르피나의 출근 교통편과 점심식대등과 같은 자질구레한 사항들이었다. 별것 아니기에 아놀드는 흔쾌히 드래곤나이츠에서 모두 부담하겠다고 말했다. 저녁 무렵. 오늘의 임대와 이적 트레이드를 완료시킨 범석은 아놀드와 헤어짐의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새롭게 자신의 엘프가 된 에리카와 다이아나를 데리고 뿌듯한 마음으로 드래곤나이츠 훈련캠프의 문을 나섰다. 붉게 물들어가는 석양을 바라본 그가 내려선 플라잉카를 타고 어디론가 날아갔다. 쏴아아아! 쏴아아아! 야시시한 침실의 정경이 한 눈에 보이고 있었다. 야한 분위기의 핑크빛 조명은 눈을 어지럽힐 정도였고, 중앙에는 방안 한가득 차지하는 널따란 원형의 물침대가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그 옆 선반 위에는 사각의 휴지가 놓여있었고, TV의 홀로그램영상에서는 한 건장한 남성이 엘프로 보이는 여인을 밑에 깔고 연신 허리를 돌려대는 장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분위기로보아 어느 러브호텔의 침실 같았다. 그때 한 편에 마련된 욕실에서 세 남녀가 서로의 몸을 닦아주며 나오고 있었다. 바로 범석과 새로운 그의 엘프들인 다이아나와 에리카였다. 나신의 그녀들은 긴장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에 홍조를 뿌려대며 범석을 뒤따라 침대로 갔다.6/11 쪽 “버, 범석님. 이제 시작할 건가요?” “그, 그렇죠? 정말로 하시는 거죠?” 긴장한 투로 말하는 다이아나와 에리카의 가녀린 허리를 범석이 양 팔뚝으로 꽉 껴안았다. 부드럽고 뽀얀 살결이 어찌나 부드러운지 범석의 하체가 벌써부터 반응을 하고 있었다. “당연하지. 아니라면 내가 이 러브호텔에 올 이유가 없잖아. 다 너희들과 오붓한 시간을 가지기 위해 온 거지. 자 다들 내 양 옆으로 앉아.” 그가 물컹거리는 물침대 위로 엉덩이를 붙이자, 다이아나와 에리카도 따라 앉았다. 범석은 번갈아 그녀들을 바라보고는 금빛 숲과 적빛의 숲으로 가려진 작은 균열로 손을 가져다 대었다. 까칠까칠한 숲의 기운을 만끽하는 그의 손끝으로 탄력 있는 저항이 느껴졌다. 앞으로 공략할 그녀들의 처녀지였다. 그는 손상이 가지 않도록 살며시 중지 부위로 비벼댔다. “으음. 아아.” 다이아나와 에리카가 자그마한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앞으로 주인이 될 자의 손길이 그리 따듯하고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소리와 뜨거워지는 7/11 쪽 몸의 열기. 그녀들은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수십 년간을 기다려왔지만 이 한 순간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다이아나와 에리카의 지금 가장 간절한 소망은 한 시라도 빨리 주인을 섬기는 일이었다. “버, 범석님. 이제 저희의 주인님이 되어 주세요.” 순간 범석이 에리카의 허리를 부여잡고는 자신의 품안으로 확 끌어당겼다. 저리 간절히 원하니 자비를 베푸는 셈치고 소원을 들어주려는 것이다. 그는 곧 상체를 앞으로 밀며 에리카를 뒤로 자빠뜨렸다. 엘프의 첫날에는 애무란 생략. 범석은 아직까지 꼿꼿이 서있는 애물을 그녀의 붉음 음모 안에 숨겨진 계곡 쪽에 대고 쓱쓱 비벼댔다. 한 시라도 빨리 주인을 얻고 싶어 하는 엘프들에게 애무를 하면 별 감흥을 못 느낀다는 사실을 그간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자 넣는다. 준비해라.” “네. 언제든 준비되어 있어요.” 서서히 하체 안을 파고드는 범석의 애물을 느끼며 에리카는 눈물을 흘렸다. 징그럽게 꿈틀대며 자신의 여린 처녀지를 거침없이 유린하며 아픔을 선사했지만, 그가 그리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눈에서 느껴지는 작은 전율. 분명 주인을 섬겼을 때의 신호가 분명했다.8/11 쪽 ‘아아. 사랑스런 내 주인님!’ 그녀는 간신히 고개를 들어 범석의 애물이 침투하는 자신의 음부를 바라봤다. 음모의 색깔보다 훨씬 진한 새빨간 진액이 그의 상징을 적시며 침대위로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비록 쓰라림이 동반되었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나는 거센 감동의 물결은 이를 뒤덮어버리고도 남음이 있었다. 기어이 몸 속 깊은 곳 막다른 길목에 닿은 애물을 느낀 에리카가 감정에 겨워 범석의 목줄기를 가녀린 두 팔러 꽉 껴안았다. “아윽!! 주, 주인님. 아아! 제가 주인님의 종이 되었어요. 흑흑. 평생 주인님만을 위해 살아갈게요. 아악!! 흑흑.” “후후. 당연히 그래야지. 자 이제 허리를 움직일 테니 많이 아플 거야. 참아야 한다.” “윽! 저는 염려마시고 마음껏 제 몸을 탐해주세요. 흑흑. 전 이미 주인님의 정액받이에 불과한 몸종일 뿐이에요. 흑흑.” 순간 범석이 허리에 진동을 넣으며, 계곡 속 깊은 곳에 마찰을 부여했다. 파괴된 성지가 그의 애물에 쓸려 다니며 고통을 선사했지만 에리카는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자신의 호소로 주인의 기분을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 탓이다. 에리카는 한 치라도 더 주인의 온기를 더 받아들이기 위해 간신히 다리를 꼬아 그의 허리를 감쌌다.9/11 쪽 푹. 퍽. 푹. 퍽. 서로의 살결이 닿는 접합면에서 비롯되는 소리와 함께 에르카의 몸이 상하로 크게 흔들렸다. 어느새 계곡 어딘지 모를 곳에서 비롯된 샘물이 흥건히 흘러나왔다. 한결 움직임이 편해졌던 범석이 좀 더 속도를 높였다. “헉헉. 역시 엘프는 대단해. 처녀임에도 불과하고 벌써부터 속 안이 이렇게 젖어오다니. 헉헉. 덕분에 마음껏 즐길 수 있겠어.” 질컹질컹, 그의 애물을 씹듯이 압력을 가하는 에리카는 그 말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주인에게 칭찬을 받게 되다니, 자신의 몸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아윽!! 저, 정말요? 하아항!!” “헉헉. 그럼 내 몸이 절로 네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헉헉.” 에리카의 귀가 날카로울 정도로 바짝 섰다. 이제껏 지내온 힘든 나날과 시름이 단번에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이렇듯 자신을 아껴주는 주인을 위해 허리를 흔들며 진행을 도왔다. 범석의 기분을 위해서라면 이 한 몸 부셔져도, 그녀는 행복했다.10/11 쪽 ============================ 작품 후기 ============================ 오늘부터 대충 저녁 8시쯤으로 올리던 시간대를 정확히 0시에 올리기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정확히는 전날 23시 57분이겠네요. 작품예약 아이템이 끝이 7자로 10분 단위당만 선택할 수가 있거든요. 그럼 다음 주 월요일에 새벽에 다시 찾아뵙습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 아참 연재가 많이 느리다고 토로하시는 분이 많을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사실 킹판월보다는 퍼펙월을 쓰는 것이 더 재미있더라고요. 하지만 많은 분들께 약속한 바가 있어서 어떻게든 킹판월을 완결시키야 합니다. 그것도 될 수 있으면 빨리요. 그리고 전에 예상으로는 9월 초순이라고 했었는데, 그건 아무리 늦어도 그 때까지 완결시키겠다는 뜻이었지. 딱히 그 때까지 쓰겠다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제 예상을 확실히 밝히자면 8월 초순이 완결시점이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가 되면 퍼펙트월드에 광참이 들어갈 터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11/11 쪽 가 있어서 어떻게든 킹판월을 완결시키야 합니다. 그것도 될 수 있으면 빨리요. 그리고 전에 예상으로는 9월 초순이라고 했었는데, 그건 아무리 늦어도 그 때까지 완결시키겠다는 뜻이었지. 딱히 그 때까지 쓰겠다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제 예상을 확실히 밝히자면 8월 초순이 완결시점이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예상을 확실히 밝히자면 8월 초순이 완결시점이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가 되면 퍼펙트월드에 광참이 들어갈 터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가 있어서 어떻게든 킹판월을 완결시키야 합니다. 그것도 될 수 있으면 빨리요. 그리고 전에 예상으로는 9월 초순이라고 했었는데, 그건 아무리 늦어도 그 때까지 완결시키겠다는 뜻이었지. 딱히 그 때까지 쓰겠다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제 예상을 확실히 밝히자면 8월 초순이 완결시점이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가 있어서 어떻게든 킹판월을 완결시키야 합니다. 그것도 될 수 있으면 빨리요. 그리고 전에 예상으로는 9월 초순이라고 했었는데, 그건 아무리 늦어도 그 때까지 완결시키겠다는 뜻이었지. 딱히 그 때까지 쓰겠다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제 예상을 확실히 밝히자면 8월 초순이 완결시점이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가 있어서 어떻게든 킹판월을 완결시키야 합니다. 그것도 될 수 있으면 빨리요. 그리고 전에 예상으로는 9월 초순이라고 했었는데, 그건 아무리 늦어도 그 때까지 완결시키겠다는 뜻이었지. 딱히 그 때까지 쓰겠다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제 예상을 확실히 밝히자면 8월 초순이 완결시점이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가 있어서 어떻게든 킹판월을 완결시키야 합니다. 그것도 될 수 있으면 빨리요. 그리고 전에 예상으로는 9월 초순이라고 했었는데, 그건 아무리 늦어도 그 때까지 완결시키겠다는 뜻이었지. 딱히 그 때까지 쓰겠다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제 예상을 확실히 밝히자면 8월 초순이 완결시점이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가 있어서 어떻게든 킹판월을 완결시키야 합니다. 그것도 될 수 있으면 빨리요. 그리고 전에 예상으로는 9월 초순이라고 했었는데, 그건 아무리 늦어도 그 때까지 완결시키겠다는 뜻이었지. 딱히 그 때까지 쓰겠다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제 예상을 확실히 밝히자면 8월 초순이 완결시점이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가 있어서 어떻게든 킹판월을 완결시키야 합니다. 그것도 될 수 있으면 빨리요. 그리고 전에 예상으로는 9월 초순이라고 했었는데, 그건 아무리 늦어도 그 때까지 완결시키겠다는 뜻이었지. 딱히 그 때까지 쓰겠다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제 예상을 확실히 밝히자면 8월 초순이 완결시점이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 그리고 전에 예상으로는 9월 초순이라고 했었는데, 그건 아무리 늦어도 그 때까지 완결시키겠다는 뜻이었지. 딱히 그 때까지 쓰겠다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제 예상을 확실히 밝히자면 8월 초순이 완결시점이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예상을 확실히 밝히자면 8월 초순이 완결시점이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가 되면 퍼펙트월드에 광참이 들어갈 터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전에 예상으로는 9월 초순이라고 했었는데, 그건 아무리 늦어도 그 때까지 완결시키겠다는 뜻이었지. 딱히 그 때까지 쓰겠다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제 예상을 확실히 밝히자면 8월 초순이 완결시점이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예상을 확실히 밝히자면 8월 초순이 완결시점이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가 되면 퍼펙트월드에 광참이 들어갈 터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가 있어서 어떻게든 킹판월을 완결시키야 합니다. 그것도 될 수 있으면 빨리요. 그리고 전에 예상으로는 9월 초순이라고 했었는데, 그건 아무리 늦어도 그 때까지 완결시키겠다는 뜻이었지. 딱히 그 때까지 쓰겠다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제 예상을 확실히 밝히자면 8월 초순이 완결시점이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가 있어서 어떻게든 킹판월을 완결시키야 합니다. 그것도 될 수 있으면 빨리요. 그리고 전에 예상으로는 9월 초순이라고 했었는데, 그건 아무리 늦어도 그 때까지 완결시키겠다는 뜻이었지. 딱히 그 때까지 쓰겠다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제 예상을 확실히 밝히자면 8월 초순이 완결시점이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가 있어서 어떻게든 킹판월을 완결시키야 합니다. 그것도 될 수 있으면 빨리요. 그리고 전에 예상으로는 9월 초순이라고 했었는데, 그건 아무리 늦어도 그 때까지 완결시키겠다는 뜻이었지. 딱히 그 때까지 쓰겠다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제 예상을 확실히 밝히자면 8월 초순이 완결시점이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 그리고 전에 예상으로는 9월 초순이라고 했었는데, 그건 아무리 늦어도 그 때까지 완결시키겠다는 뜻이었지. 딱히 그 때까지 쓰겠다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제 예상을 확실히 밝히자면 8월 초순이 완결시점이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예상을 확실히 밝히자면 8월 초순이 완결시점이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가 되면 퍼펙트월드에 광참이 들어갈 터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가 있어서 어떻게든 킹판월을 완결시키야 합니다. 그것도 될 수 있으면 빨리요. 그리고 전에 예상으로는 9월 초순이라고 했었는데, 그건 아무리 늦어도 그 때까지 완결시키겠다는 뜻이었지. 딱히 그 때까지 쓰겠다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제 예상을 확실히 밝히자면 8월 초순이 완결시점이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가 있어서 어떻게든 킹판월을 완결시키야 합니다. 그것도 될 수 있으면 빨리요. 그리고 전에 예상으로는 9월 초순이라고 했었는데, 그건 아무리 늦어도 그 때까지 완결시키겠다는 뜻이었지. 딱히 그 때까지 쓰겠다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제 예상을 확실히 밝히자면 8월 초순이 완결시점이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가 있어서 어떻게든 킹판월을 완결시키야 합니다. 그것도 될 수 있으면 빨리요. 그리고 전에 예상으로는 9월 초순이라고 했었는데, 그건 아무리 늦어도 그 때까지 완결시키겠다는 뜻이었지. 딱히 그 때까지 쓰겠다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제 예상을 확실히 밝히자면 8월 초순이 완결시점이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 그리고 전에 예상으로는 9월 초순이라고 했었는데, 그건 아무리 늦어도 그 때까지 완결시키겠다는 뜻이었지. 딱히 그 때까지 쓰겠다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제 예상을 확실히 밝히자면 8월 초순이 완결시점이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 < -- 팀 내에 부는 트레이드열풍 -- > 푹퍽. 푹퍽. 푹퍽. 그는 자신의 애물이 더욱 딱딱해짐을 느꼈다. 에리카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자신을 위해 온갖 기교를 부리며 애물을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신선한 감흥을 받았다. 막 처녀를 뗀 그녀는 마치 자신이 농염한 창녀인양 온 몸을 꼬아대며 그를 갈구하고 또 갈구했다. 너무 앞서나간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아주 좋았다. 자신이 에리카를 이리 유린하는 것은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지, 결코 새침때기 처녀를 어루만져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는 온갖 기교를 부려대며 에리카의 균열 속 점막을 마구 쑤셔대기 시작했다. “아윽!! 주, 주인님 사양 말고 저를 즐겨주세요. 아윽!! 전 주인님의 정욕을 모두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 있어요. 아앙!” 말은 저리해도 역시나 처녀임이 확실했다. 귀두를 감싸는 점막의 조임이 너무나 단단해, 통증이 올 정도였다. 덕분에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의 감미로운 쾌감이 그의 애물을 감싸오고 있었다. 범석은 보다 높은 감흥의 세계를 탐험하고자 더욱 거칠게 피스톤질을 해댔다. 푹퍽푹퍽. 푹퍽푹퍽.회1/11 쪽 에리카의 균열 안을 난폭하게 휘젓는 그의 애물이, 겉에 뭍은 초혈과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만큼 흥분의 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아아!! 주, 주인님의 물건이 제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요. 아윽!! 제 하체 속 끝이 밀려다니는 것 같아요. 하아항!! 그, 그리고 너무 뜨거워서 제 계곡 안이 다 타버리는 것 같아요. 아앙!!” 뭔가 느끼는지 에리카가 몸을 흐느적거렸다. 범석 휘하의 그 어느 엘프보다도 빠른 절정의 향연이었다. 그녀는 마구 움직여대는 범석의 허리에 온 몸을 맡기며 서서히 눈동자를 하얗게 뒤집혀 갔다. 끝없이 밀려오는 쾌락과 며칠 동안의 금식이 체력적인 부담이 된 모양이었다. 그녀는 뇌리를 파고드는 아늑한 기운에 점점 의식이 끈을 놓기 시작했다. ‘이런 안 되겠는데. 빨리 끝내야겠어.’ 푹퍽푹퍽푹퍽. 범석은 될 대로 하는 식으로 허리를 마구 흔들어댔다. 에리카가 정신을 잃기 전에 자신의 애정의 산물을 선사해 주기 위해서였다. 범석은 이내 애물 끝으로 느껴지는 짜릿한 감흥을 잡아내고는 그녀의 깊은 계곡 속에 뜨거운 밀액을 폭발시키듯 뿌려댔2/11 쪽 다. “아아. 주, 주인님. 주인님의 애정이 몸 안 가득 흘러넘쳐요. 아아!!” 계곡 안을 가득 메우는 따듯한 물결을 느낀 에리카가 몸을 파르르 떨어댔다. 그리고 자신의 사명을 모두 마쳤다고 생각했는지 눈을 스르르 감으며 하체를 감도는 애정의 흔적을 만끽해갔다. 그들의 접합부에서는 초야의 피가 섞인 다량의 핑크빛 애액이 에리카의 힙을 타고 뚝뚝 침대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때 다이아나가 범석의 옆에 바짝 섰다. 이제 자신의 차례가 왔다는 사실을 짐작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기다리는 동안 꽤나 달아올랐는지 금빛의 음모가 흥건한 윤활제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후후. 많이 기다렸지.” 에리카에게서 시뻘겋게 물든 애물을 뽑아낸 범석이 다이아나의 허리를 꽉 부여안고는 뒤로 넘겼다. 그리고 미려하게 뻗은 한쪽 다리를 어깨에 걸치고는 그녀를 옆으로 눕게 했다. 곧이어 다이아나의 균열 앞에 양물을 고정시킨 그가 금빛으로 흐르는 긴 머리카락을 꽉 움켜잡고는 허리를 밀어올리기 시작했다. “아읍.”3/11 쪽 쭉 늘어나던 처녀지가 압력에 못 이겨 힘없이 찢겨져 버렸다. 흐르는 핏물과 함께 서서히 그녀의 한 쪽 눈이 금빛으로 물들어져갔다. 41년간을 미뤄왔던 의식을 오늘 날에 마친 다이아나는 진한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얼마 전 워커옥션마켓에서 쫓겨난 날 얼마나 구슬피 울었던가? 그런데 상상지도 못한 기회가 느닷없이 찾아오더니, 결국에 가서는 꿈을 이루었다. 모두가 지금 자신의 처녀성을 앗아간 범석의 덕분이었다. “흑흑. 주, 주인님. 저를 사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정말 최선을 다해 뛸게요. 아윽!!” 완전히 돌입을 마친 범석이 그녀의 콧등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후후. 너는 많이 뛸 필요 없어. 지금까지 경기에 나간 경험을 되살려서 팀을 이끌어나가는 일에 주력하면 돼. 넌 우리 갓즈나이츠팀의 감독이 될 테니까.” “흑흑. 뭐든 상관없어요.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죽음까지도 함께할 수 있어요. 제발 저를 버리지만 말아 주세요.” 하며 감격한 다이아나가 자세가 불편한 와중에도 상체를 세워 그를 껴안았다. 덕분에 그의 애물이 기형적으로 꺾일 정도로 심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감촉이 괜찮다고 생각한 범석이 이 자세로 그대로 허리를 튕기기 시작했다. 푹퍽. 푹퍽. 푹퍽.4/11 쪽 “너를 왜 버려. 당연히 평생을 데리고 살아야지. 후후.” 그녀가 눈을 찡긋 감았다. 파괴된 처녀지가 뒤틀리는 계곡 안에 휘말려 연신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범석이 저리 좋아하니 능히 참아낼 수가 있었다. 다이아나는 좀 더 상체를 그에게 꽉 붙여 애물에 보다 강한 압력을 선사했다. ‘호오. 대단해. 이거 죽이는 자세인데.’ 범석이 풍성한 그녀의 금발에 얼굴을 묻고는 깊은 진자운동을 이어나갔다. 불편한 자세는 애물에 강한 자극을 선사했고, 이는 곧 견디기 힘들 정도의 쾌감으로 변화해 갔다. 처녀라는 신성한 대지를 거칠게 유린하는 소리는 어느새 바람을 타며 빠져나와 실내로 퍼져나갔고, 부드럽지만 팽배한 다이에나의 살단지는 연신 그의 분신을 쥐어짜듯 어루만지고 있었다. “아윽!! 주, 주인님. 아앙!! 제 몸을 마음껏 가지고 노세요. 아아!! 전 주인님의 비천한 종일뿐이에요. 아윽!!” 푹푹. 퍽퍽. 푹퍽푹퍽.5/11 쪽 어느새 접합면에서 새어나오는 육음이 보다 리드미컬하게 변화해 갔다. 범석이 허리의 기어의 속도를 한 단계 높인 이유에서였다. 이에 진한 고통을 호소할 만하건만 다이에나 짙은 교성음을 뿌려대며 그를 갈구했다. 주인에게 안겼다는 기쁨은 엘프에게 있어서 그 어떤 감각보다 우선했다. 그녀는 주인의 감촉을 몸에 새기려는 듯 양손으로 범석의 온 몸을 쓰다듬었다. “하아항!! 주, 주인님. 주인님! 아아!! 주인님이 느껴져요. 아윽!! 전 주인님만 있으면 돼요!! 하으앙!!” 범석이 이죽거리며 혀로 다이에나의 목덜미를 핥아댔다. 그러자 그녀가 달콤한 헐떡임을 뿌려대며 몸을 배배 꼬아댔다. 어느새 그녀의 목과 가슴언저리는 흘러나온 타액으로 뒤범벅이 되어갔다. 푹퍽푹퍽. 푹퍽푹퍽. 그는 질컹거리는 애물이 붉게 달아오르며 깊은 열기를 뿜어댔다. 가중되는 진한 감각에 범석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다이아나를 바라봤다. 이런 거친 몸동작과 기이한 자세에도 그녀는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 율동을 넣어 자신을 돕고 있었다. 하체에서는 진한 핏물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심한 고통이 느껴지리라 생각됐지만, 결코 상관하지 않는 듯 애정을 갈구했다.6/11 쪽 ‘그럼 당연히 상을 줘야겠지.’ 엘프에게 가장 큰 상급은 주인이 최고의 애정을 쏟는 일이었다. 몸을 탐하며 기분 좋은 표정만 지어도 그녀들은 자지러질 정도로 기뻐했다. 그러나 언제나 주인의 감정을 철저히 살피는 엘프들은 볼만 실룩거려도 지금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했다. 그렇기에 거짓된 연기는 절대로 안 됐다. 자칫 자신이 못나 주인이 배려를 한다고 착각할 수가 있었다. 결국 순수한 표정을 표현하기 위해 범석이 보다 빠른 피스톤운동으로 그녀의 몸을 유린해 갔다. 푹퍽푹퍽푹퍽푹퍽. 보다 과격해진 행위에 접합면에서 심할 정도로 핏물을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그들은 서로 붙어있는 몸을 놓을 줄을 몰랐다. 그는 보다 진한 감흥을 위해 현란한 허리동작을 수행했고, 다이아나는 그에 발맞추어 주인을 위한 봉사에 열의를 다하고 있었다. 어느덧 그녀는 하체에서는 피어나는 희미한 열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 성적인형으로 개발된 엘프에게 있어서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니 부과되는 통증 탓이었던지 늦었다고 할 수 있었다. 범석의 허리동작에 몸을 널뛰던 다이아나가 진한 교성을 내질렀다. “하으항!! 주, 주인님! 하아앙!! 이, 이상한 느낌이 와요. 아아!! 마치 붕 뜨는 기분이7/11 쪽 에요!! 아앙!!” 변화된 그녀의 신체는 금세 알아챌 정도였다. 색기 어린 표정하며, 가늘게 떠는 몸의 향연까지. 모두가 행위의 즐거움에서 비롯되었음을 범석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는 곧바로 다이아나를 뒤로 눕히고 나머지 한 쪽 다리를 어깨에 메었다. 아주 정상적인 체위로 행위는 편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고통을 줄여 다이아나에게 좀 더 깊은 감흥을 선사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강한 압력에 분출욕구가 치솟아 오른 때문이기도 했다. 갓 자신의 엘프가 된 그녀에게 주인이 조루라는 관념을 심어줄 수는 없었다. 푹퍽푹퍽푹퍽푹퍽. 부드럽게 이어지는 그의 행위가 다이아나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그윽하면서도 심유한 감각이 하체에서부터 끊임없이 뇌리로 쏟아져 들었다. 깊은 쾌락의 파도에 사로잡힌 그녀는 정욕으로 물든 눈빛으로 몸을 좌우로 틀어대며 지금의 감각을 만끽했다. “하으항!! 대, 대단해요! 하아앙!! 주인님의 격렬함이 몸 전체로 느껴져요. 아아!! 몸이 뜨거워 미칠 것만 같아요!! 아앙!!” 범석의 흔들림은 더욱 가속되고 있었다. 다이아나의 복숭아빛 두 가슴을 하체를 쳐8/11 쪽 대는 그의 움직임에 상하로 넘실거렸고, 금빛의 머리칼은 침대위로 흩어져갔다. 활처럼 휘어진 허리는 공중에 떠 바들바들 떨렸고, 항시 주인에게 맞춰져 있던 눈의 초점은 서서히 천장을 향했다. 푹퍽푹퍽. 푹퍽푹퍽. 퍽퍽. “어때. 이 주인의 주는 선물이!” 여린 손을 꽉 움켜쥐어 침대보를 뜯어내던 그녀가 거친 호흡과 함께 자신의 감정을 토해냈다. “아앙!! 가, 갈 것 같아요!! 아앙!! 머릿속이 온통 뒤죽박죽이 되었어요!! 하으항!! 주, 주인님!! 하아앙!! 다이아나의 끊어질 듯 말 듯한 소리를 들으며, 그는 눈앞에서 흔들리는 두 고깃덩어리 사이로 콧등을 파묻고는 좌우로 흔들어댔다. 그리고 마구 핥고 빨아대며 부드럽고 탱탱한 감촉을 느껴갔다. 작게 느껴지는 단단한 돌기. 그는 앞니로 꽉 깨물고는 잡아 뜯듯 당겼다. 이제 이 풍만한 가슴 또한 범석의 소유였다. ‘푸하하하. 이 맛에 엘프들을 안는다니까.’9/11 쪽 다이아나의 몸이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범석을 돕던 율동은 잠잠해졌고, 마구 터져 나오는 교성은 흥얼거림으로 뒤바뀌었다. 그리고 금빛의 두 눈동자는 어딘가로 사라졌는지 흰자위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상태였다. 절정에 달해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상황임을 깨달은 범석이 슬슬 행위의 끝을 향해 달리기로 했다. 그는 지금껏 참아왔던 인내를 풀고,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감촉을 뇌리 속에 전달시켰다. 덕분에 점점 커가는 떨림은 하체의 감각을 최고조로 이끌었다. 범석은 다이아나의 계곡 안에 뿌리까지 육봉을 묻고는 고동치는 진한 애액을 일제히 풀어헤쳤다. 부르르 떨리는 그의 몸을 느끼며 다이아나가 한 줄기 눈물을 눈가 사이로 흘렸다. 나이는 들었지만 주인의 욕정을 풀어주는 자신의 몸이 너무 자랑스러웠던 탓이다. 모든 사명을 마쳤다고 생각한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옆으로 떨궜다. 그날 러브호텔에서 새로운 엘프들과 신성한 의식을 마친 범석은 밤늦은 시간에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원래는 하룻밤 묵어가려고 했지만 생각해보니, 오늘 트레이드 결과를 다른 엘프들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았다. 레이미에게는 과거 팀동료였던 다이아나와 에리카를 만나게 해줘야 했고, 잠시 팀을 떠나가야 하는 오스칼과 에르피나에게는 따듯한 대화로 위로해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결국 그날 밤 범석의 오피스텔에는 만남의 기쁨과 잠시 헤어져야한다는 실의가 교차되며 요상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하지만 이내 출퇴근이 보장된 임대임을 표명하자 어두운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았다. 원정을 갈 때는 제외하면 언제든 저녁시간에 돌아올 수 있으니, 이별의 시간은 짧다고 할 수 있었다.10/11 쪽 ============================ 작품 후기 ============================ 오늘 뉴스를 보니까 태풍이 지났갔다고 합니다. 어쩐지 바람이 제법 많이 분다고 했습니다. 이거 영 세상을 등지고 글만쓰니, 이런 중요한 일도 모르고 지나가더군요. 에고에고 빨리 킹판월이 끝이 나야 인간생활을 되찾을 텐데요. ㅎㅎㅎㅎ. 자 그럼 저는 금요일 0시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11/11 쪽 ============================ 작품 후기 ============================ 오늘 뉴스를 보니까 태풍이 지났갔다고 합니다. 어쩐지 바람이 제법 많이 분다고 했습니다. 이거 영 세상을 등지고 글만쓰니, 이런 중요한 일도 모르고 지나가더군요. 에고에고 빨리 킹판월이 끝이 나야 인간생활을 되찾을 텐데요. ㅎㅎㅎㅎ. 자 그럼 저는 금요일 0시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11/11 쪽 < -- 휴양도시 오사하 -- > 범석의 원룸이 오늘 하루도 북적거렸다. 그를 비롯한 6명의 엘프들이 살기에는 집안이 너무 좁아터졌던 탓이다. 그래도 그 누구도 불평 한 마디 던지는 엘프는 없었다. 덕분에 주인과 살을 맞댈 기회가 그만큼 늘었던 연유에서였다. “자자. 오스칼. 에르피나. 빨리 짐 챙겨. 오늘 오후에 홈경기가 있다며.” 이미 원룸 앞 베란다에는 드래곤나이츠팀에서 보낸 팀 전용 플라잉카가 대기하고 있었다. 오스칼과 에르피나를 데려가기 위해서였다. 그녀들은 범석의 채근에 얼른 짐 보따리를 챙기고는 급히 플라잉카를 탔다. “주인님! 다녀올게요!” “그래. 오늘 경기도 열심히 해라.” 윙 소리를 내며 하늘 높이 날아가는 드래곤나이츠의 전용 플라잉카가 어느새 시선 멀리 사라져갔다. 이를 범석이 뿌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상념에 빠져들었다. 그녀들은 드래곤나이츠 소속 검투사로 지금까지 리그경기에 참가한 일은 두 번밖에 없었지만, 뛰어난 활약으로 지역 스포츠언론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노련한 경기운영이 빛을 발하는 에르피나는 현역 검투사들 못지않은 체력으로 팀이 승리하는데 일조를 했고, 오스칼은 특유의 강인한 힘으로 미친 듯이 상대진영을 무너뜨리는 회1/12 쪽 바람에 흑광우라는 엽기적인 별명까지 얻기까지 했다. 이에 언론들은 부상병동이라는 제목 하에 부르던 드래곤나이츠팀을 과거 보다 더 전력이 상승됐다는 논평으로 바꾸고는 올해의 우승전망에 전혀 이상이 없다는 투로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범석으로서는 그리 달가운 일만은 아니었다. 이 덕에 계속해서 자신에게 이적제의가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녀들의 임대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 임대를 원하는 팀들로 큰 골치를 앓았다. 그 시기에 에르피나와 오스칼을 또다시 임대를 보낸다면 내년 초에 열릴 승격토너먼트대회에서 큰 전력 손실을 안고 경기에 임해야 했다. ‘뭐. 어쩔 수 없지. 아무리 많은 돈을 주더라도, 팀에 프로딱지가 붙는 일보다 중요하지는 않으니까.’ 범석은 이내 베란다에 아론이 서자 그 안으로 탑승했다. 뒤이어 다이아나를 비롯한 나머지 엘프들이 뒤따랐다. 몇 분후 이들이 탑승한 아론이 오늘의 훈련장소인 리마시티체육공원에 도착했다. “자자. 다들 내리자!” 범석의 외침에 감독인 다이아나를 선두로 레이미, 비너스, 에리카가 차례로 아론에게서 내렸다. 이미 운동장에는 몇몇 소속팀원들이 가볍게 몸을 풀며 오늘 훈련을 준비하고 있었다.2/12 쪽 그는 근처 나무그늘에서 어정쩡하게 서있는 세 명의 엘프를 손짓으로 불렀다. “안드레아, 치리아, 미를리. 자 이쪽으로 와.” 그녀들은 이번에 새로 팀에 들어온 외부영입 검투사들이었다. 이적 건으로 소속 검투사들이 비자 범석이 팀 사이트와 검투사협회 사이트에 공고를 내 모집한 검투사들로, 모두가 다년간 프로경험이 있는 출중한 실력자들이었다. 특히나 치리아 같은 경우는 나이가 어린 반면 잠재능력이 높아 잘만 키운다면 와이드리그에서도 큰 활약을 할 것이라 예상되었다. 그런데 그녀들 같은 실력자가 갓즈나이츠 팀에 왜 들어왔느냐? 바로지난 GA컵에서 크게 활약을 해 명성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매년 리그전이 끝이 난 후 많은 프로팀들이 하위리그나 아마추어리그로 떨어지는 일이 발생되었다. 그럼 해당 팀은 자금 압박을 받아 소속검투사들의 연봉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협회는 해당 팀에게 징계를 하는데 가장 보편화된 방법이 마이너스승점제도였다. 이 페널티를 받는다면 더더욱 재승격도 힘들뿐더라 자칫 한 단계 아래의 하위리그로 떨어지게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대게의 프로팀들은 연봉이 들어가는 검투사와 계약을 할 당시, 팀이 강등을 당한다면 방출 혹은 연봉삭감사항을 꼭 기입하게 되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에어리어팀이 강등되어 아마추어리그로 떨어질 때였다. 리3/12 쪽 그 경기도 없거니와 기껏 참가할 수 있는 세 번의 대회에서는 쥐꼬리만한 상금밖에 기대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자금의 확보는 극히 어려웠다. 게다가 아마추어협회에서 주는 페널티는 엄청나 해당 팀으로서는 절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리그경기가 없는 상황이니 승점삭감을 할 수가 없을 터. 아예 가을에 열리는 새미프로대회와 봄에 열리는 승격토너먼트대회의 참가자격을 박탈해버리는 것이다. 결국 해당 팀은 눈물을 머금고 자산목록에 잡혀있는 검투사들을 제외한 연봉이 소요되는 팀원들 중 많을 수를 방출시켜야했다. 이에 팀에서 쫓겨난 프로검투사들은 다른 프로팀을 찾다가 여의치 못했을 때는 낮은 연봉으로도 승격가능성이 많은 세미프로팀에 들어가게 되었다. 바로 갓즈나이츠 같은 프로를 지망하는 검투사 팀에 말이다. 지금 언론의 평가로는 내년 초에 열릴 에이번드 에어리어리그로 가는 승격토너먼트에서 갓즈나이츠팀을 승격 제 일 순위 팀으로 올려놓은 상태였다. “안녕하세요. 이사장님.” 범석이 다이아나와 레이미를 이끌고 와 그녀들과 대면을 시켜주었다. “얘들아. 여기 있는 엘프들은 다이아나와 레이미라고 하는데, 우리팀의 감독과 코치다.” 안드레아를 비롯한 새로 들어온 팀원들이 다이아나와 레이미를 향해 인사했다.4/12 쪽 “안녕하세요. 전 안드레아라고 해요.” “저는 치리아라고 해요.” “저는 미를리고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미리 그가 언급을 한 적이 있었던 터라, 다이아나와 레이미가 친근하게 그녀들을 맞이했다. 이는 에리카와 비너스도 마찬가지. 초면임에도 불과하고 친근한 대화를 나누며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곧 이 같은 현상은 팀 전체로 퍼져나갔고, 범석은 훈련시간을 한 시간 뒤로 미뤄가면서까지 분위기를 띄웠다. 훈련도 무척 중요하기는 하지만, 팀원 간의 친목도보도 전력향상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자자. 훈련은 정각 10시에 시작한다.” 그때 그에게로 엠마가 뒷짐을 쥔 채로 슬그머니 다가섰다. “저, 저기. 범석님. 이거요.” 수줍어하는 모습의 그녀의 손에는 잘 갈무리가 되어 있는 편지봉투 하나가 들려있었다. 러브레터로 예상한 범석이 야릿한 시선을 한 채로 잽싸게 봉투를 낚아챘다.5/12 쪽 “오. 이게 뭐야. 설마 고백편지?” 그의 기대와는 달리 엠마가 연신 고개를 저어댔다. “호호호. 아니에요. 저희들이 주는 선물이에요.” “저희들? 선물?” “네. 저를 받아주셔서 고맙다고 흑사회 선배들이 범석님께 이리 선물을 준비했어요.” 범석이 실망 반, 흥분 반의 심정으로 봉투를 뜯어보았다. 러브레터가 아님이 무척 안타깝지만, 그 대단한 흑사회가 주는 선물이라니 기대가 되었다. 그는 이번에 새로운 팀원들을 들이며 1년 연봉으로 105만 크랑을 날리는 바람에 거의 무일푼의 신세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그저 오스칼과 에르피나가 벌어오는 출전수당과 승리수당으로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흑사회가 엠마를 받아줬다는 이유로 이리 선물을 보내왔다. 아마도 과거 1500만 크랑을 줬다 빼앗은 전적이 있으니, 이를 감안해서라도 아마 좀 더 성의를 보일 것으로 사료되었다. 그리고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는 순간. 범석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뭐, 뭐야? 2박 3일 리지호텔숙박권?’6/12 쪽 리지호텔은 오사하라는 유명 휴양지에 있는 숙박시설의 이름이었다. 오사하.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에메랄드빛의 바다와 넓은 백사장이 펼쳐진 있는 천연의 관광도시로, 다양한 휴양시설 및 도박시설로 휴양객들에게 크게 각광을 받고 있었다. 범석도 TV에서 이 도시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한 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흑사회에서 엠마를 받아드린 감사의 선물로 이 지역 호텔숙박권을 제시했다는 점이었다. 아예 주지를 말지. 이거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범석은 당장에라도 구겨서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엠마의 면전 앞이라 간신히 참았다. “이게 뭐니?” “리지호텔 2박 3일 숙박권이요.” 범석이 다시 한 번 숙박권을 확인보고는 미소를 짓고는 엠마를 쳐다봤다. “그럼 이 바쁜 와중에 나보고 휴양지에 놀러가라는 얘기야?” “그냥 놀러 가시라는 얘기는 아니고요. 자 이것도 받으세요.” 그녀가 주머니를 뒤지자, 범석이 일그러진 인상을 폈다. 그럼 그렇지 흑사회가 이따위 종이쪼가리 한 장으로 입을 싹 씻을 까닭이 없었다. 그는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녀가 주는 동그랗고 평평한 모양의 물건을 받아들었다.7/12 쪽 무슨 도박장에서 사용하는 칩 같았는데, 황금빛 테두리에 양면에 100크랑이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이건 또 뭐냐?” “오사하도시 전체에서 사용되는 돈과 같은 것이에요. 도박도 할 수 있고, 음식도 사먹고 게다가 놀이기구 같은 것도 탑승할 수 있어요.” 범석이 눈을 껌뻑껌뻑하며 그녀를 쳐다봤다. 돈 대용? 좋다 이거다. 그런데 100크랑 가지고 뭘 어쩌라는지 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적선하는 금액치고는 제법 크기는 했지만, 범석은 거지가 아니었다. “그, 그래서? 흑사회에서 이걸 나에게 주는 목적이 뭔데?” 엠마가 주위를 살피더니, 가까이 다가와 귓속말로 말했다. “사실 전에 범석님에게 1500만크랑이 크게 탈이 날 빤했어요. 다행히 다음날 수거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범석님이나 저희나 모두 큰일이 날 빤했다고요. 청년기업연합회에서 그 때의 일을 파악하고 공세를 취하려고 했거든요.” 그건 대략 범석도 눈치를 까고 있었다. 청년기업연합회와 흑사회와의 적대관계를 봤을 때. 놈들이 그런 불의한 행위에 잠자코 눈감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8/12 쪽 다. 분명 아마추어연맹에 이 행위를 알리고 자신들에게 큰 페널티를 부과하도록 수작을 부릴 가능성이 아주 농후했었다. “그런데?” “그래서 이렇게나마 성의를 보이는 것에요. 저희가 저번처럼 직접 큰돈을 안겨드리면, 아마 놈들이 이를 관계기관에 알려 제 프로경력을 무위로 만들려고 할 것에요. 돈을 주고 프로생활을 했다며 말이에요.”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지만, 범석으로서 무척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 만큼 현재 그의 주머니사정은 빈약했다. 물론 마이크로엔지리어링 사 주식을 27만주나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의 주가가 주당 164크랑으로 원금을 약간 까먹은 상태였다. 인간의 심리상 팔기가 꺼려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휴. 아무래도 에이번드 세미프로대회에 참가해야 자금사정이 좀 풀리겠군.’ 혀를 쩝 다신 범석이 간신히 미소를 지었다. 사정이 이렇다고 하는데 어쩌겠는가? 기분전환 겸 여름휴가를 떠나는 일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좋아. 그런데. 이 숙박권. 몇 명까지 투숙할 수 있어? 그리고 기한은 언제까지고?” “2명이고요. 모레부터 삼일간이에요.”9/12 쪽 음흉한 미소를 지은 범석이 엠마를 향해 진득한 눈빛을 날렸다. “우리 같이 갈까?” “그건 힘들 것 같아요. 저는 아직 실력이 미진해서 계속 훈련을 쌓아야 해요. 한 시도 아까운데, 휴가를 떠날 시간이 어디에 있겠어요? 그건 범석님도 잘 아시잖아요.” 혀를 쩝 다신 범석이 고개를 주억였다. 말마따나 그녀의 실력을 무척 부족한 상태였다. 최근에 기량이 좀 나아졌기는 했지만, 검을 잡은 지 채 세달 뿐이 안 되는데 뭘 기대할 수 있겠는가? 내년 초봄에 열릴 승격토너먼트대회에서 후보로라도 참가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을 통해 본연의 실력을 키워나가야 했다. ‘그럼 누구를 데려갈까?’ 소유 엘프를 차례로 떠올리던 범석이 일단 오스칼과 에르피나를 제외시켰다. 걔들은 드래곤나이츠에서 임대생활을 하고 있던 탓에, 2박 3일간이라는 시간동안 휴가를 떠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다이아나와 레이미 또한 안됐다. 자신이 자리를 비우는 상태에서 감독과 코치인 그녀들까지 없다면 제대로 된 훈련이 수행될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엘프는 에리카와 비너스뿐. ‘아무래도 비너스가 좋겠군.’10/12 쪽 에리카는 팀에 들어 온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반면 비너스는 팀 창단 때부터 함께 생활을 해온 탓에 그다지 문제가 없었고, 또 듀얼쉴더라는 특별한 역할분담을 맡기에 코치격인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제대로 된 훈련이 이뤄질 수가 없었다. 게다가 현재 팀 내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니, 포상차원으로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오사하의 해변에서 자신과 함께 피나는 훈련을 해야 했지만 말이다. 생각을 마친 범석이 막간의 휴식시간에도 방패를 열심히 휘두르던 비너스를 불렀다. “비너스 이리와!” 주인이 부르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운 비너스가 다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잽싸게 튀어왔다. “네. 주인님.” “비너스. 너는 내일모레 나와 오사하로 특별 전지훈련을 떠난다. 모래 위에서 힘들게 훈련을 할 테니, 단단히 준비하도록 해.” 그 말에 비너스의 표정이 화사하게 피어났다. 주인님과 단 둘의 훈련여행. 아무리 힘이 들어도 엘프인 그녀에게 그만큼 기쁜 소식이 없었다.11/12 쪽 “네. 확실히 준비할게요.” “좋아. 그럼 돌아가서 훈련 준비해. 이제 오늘 훈련을 시작할 테니까.” “네. 주인님.” 들뜬 걸음으로 팀원들에게 다가가는 비너스가 절로 찢어지는 입으로, 레이미와 다이아나에게 오늘 범석에게 들은 말을 자랑하듯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다. 며칠간 훈련에 빠져야하니, 감독과 코치인 그녀들의 허락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를 지그시 바라보던 범석을 향해 엠마가 가벼운 말투로 한 마디 툭 던졌다. “아참. 그리고 방금 전 칩은 꼭 슬롯머신에서 사용해야 해요. 꼭이요.” 이에 그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도박의 도시로도 널리 알려진 오사하에서 한 게임조차 하지 않고 온다는 자체가 실례였다. “뭐. 그러지.” 이후. 범석이 다이아나에게 다가가 훈련시작을 하라고 명하고 팀원의 대열로 들어섰다. 이제 감독이 생겼으니 그는 프로검투사와 이사장 일에만 힘을 쓰면 됐다.============================ 작품 후기 ============================12/12 쪽 “아참. 그리고 방금 전 칩은 꼭 슬롯머신에서 사용해야 해요. 꼭이요.” 이에 그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도박의 도시로도 널리 알려진 오사하에 이에 그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도박의 도시로도 널리 알려진 오사하에서 한 게임조차 하지 않고 온다는 자체가 실례였다. “아참. 그리고 방금 전 칩은 꼭 슬롯머신에서 사용해야 해요. 꼭이요.” 이에 그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도박의 도시로도 널리 알려진 오사하에 이에 그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도박의 도시로도 널리 알려진 오사하에서 한 게임조차 하지 않고 온다는 자체가 실례였다. “아참. 그리고 방금 전 칩은 꼭 슬롯머신에서 사용해야 해요. 꼭이요.” 이에 그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도박의 도시로도 널리 알려진 오사하에 이에 그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도박의 도시로도 널리 알려진 오사하에서 한 게임조차 하지 않고 온다는 자체가 실례였다. “아참. 그리고 방금 전 칩은 꼭 슬롯머신에서 사용해야 해요. 꼭이요.” 이에 그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도박의 도시로도 널리 알려진 오사하에 < -- 휴양도시 오사하 -- > 오사하 여객 터미널에 내린 범석과 비너스가 바리바리 싸들고 온 짐을 바닥에 내리고는, 주변 풍경을 연방 둘러보고 있었다. 청명하고 높은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 넓게 펼쳐진 야자나무 가로수 길사이로는 단출한 차림에 하이킹을 하는 관광객들이 보였고, 근처의 푸르른 해변 가에서는 수영복 차림의 엘프들이 주인과 함께 즐거이 모래사장 위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벌써 9월의 중순에 이른 계절이지만, 적도에 위치한 오사하는 아직 여름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찌는 더위에 목이 말랐던 범석이 마침 한 열대과일 주스가계에 서서 종업원 엘프를 불렀다. “여기 파인애플주스 두 개만 줘.” “네. 손님.” 종업원 엘프가 250cc정도 되는 종이컵을 두 개 꺼내 후 믹서에 간 파인애플주스를 담았다. 그는 먼저 나온 주스를 비너스에게 주고는 나머지 하나를 받아들고 말했다. “얼마지?” “두개 해서 120크랑입니다.”회1/11 쪽 그 말에 범석이 눈을 동그랗게 말았다. 아무리 생과일주스라지만 너무 비싼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유수의 대형 휴양지. 어느 정도는 바가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100크랑짜리 지폐를 두 장을 꺼내 건네주었다. “그런데 말이야. 여기서 리지호텔까지 멀어?” “리지 호텔이라면 중앙길 좌측으로 5km쯤 가시면 되요.” 그 정도 거리라면 도보로 가기에는 제법 멀다고 할 수 있었다. 거스름돈을 받던 범석이 계속 질문을 던졌다. “교통편은 어떻게 되지?” “30분마다 한 번씩 오는 호텔 전용 플라잉카도 있고요. 근처에서 택시도 많이 서니, 이를 이용해도 되고요. 하지만 저 같으면 여행기간 동안 자이로보드를 빌려서 이동하겠어요. 저 아름다운 해변의 경치를 플라이카를 타고 빠르게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깝잖아요.” 제법 그럴싸한 얘기에 범석이 수긍을 하며 고개를 주억였다. 기껏 유명 휴양지에 놀러 와서 경치구경을 하지 않는 것이 말이 안됐다. 그는 손에 든 과일주스를 단숨에 들이켰다. 신선한 과일향과 파이애플 특유의 톡소는 맛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캬~ 좋군. 알았어. 그런데 자이로보드는 어디서 빌리지?”2/11 쪽 “여객터미널 우측으로 쭉 100m만 올라가시면 돼요.” “알았어. 고마워.” 종이컵을 구겨 가계 앞에 마련되어 있는 휴지통에 버린 범석이 짐을 들어 올리고는 비너스와 함께 여객터미널을 나갔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길을 틀어 자이로보드 대여점을 찾아갔다. 우우웅! 우우웅! 자이로보드는 바퀴가 없는 오토바이쯤으로 생각하면 됐다. 공중에 대략 50센티쯤 떠서 평행으로만 이동을 하는데, 찻길이 없는 이 게임의 환경상 이동속도가 극악하게 느릴 수밖에 없었다. 기껏해야 시속 20km 정도로 인간이 걷는 속도보다 빠르기는 하지만, 힘껏 달리는 속도보다는 훨씬 느리다고 할 수 있었다. 하긴 주로 인도나 근처공원에서 타고 다니는데, 그 이상의 속도를 내는 것도 문제가 좀 있기는 했다. “아저씨. 자이로보드 빌리는데 얼마입니까?” 범석의 부름에 꽃문양 티셔츠를 입은 한 대머리 중년의 사내가 슬리퍼를 질질 끌며 다가왔다. “어느 놈으로 타려고?”3/11 쪽 그가 쭉 보더니 하늘색 빛깔의 한 자이로 보드를 골랐다. 연인이 탈 수 있게끔 좌석이 2개가 있었는데 뒤쪽에 널따란 짐칸이 달려있어, 이동에 큰 불편이 없을 듯 보였다. “이 놈으로 하죠. 얼마입니까?” “한 시간에 90크랑. 하루 통째로 빌리면 400크랑이야.” 잠시 고민하던 범석이 1000크랑짜리 지폐를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틀만 빌리겠습니다.” 넙죽 돈을 받아든 대여점 주인이 주머니에서 구깃구깃한 100크랑짜리 지폐 2개를 건네주며 말했다. “시간이 되면 자동적으로 이곳으로 돌아오니 따로 반납하러 올 필요는 없어. 그냥 길가에 세워놓기만 해.” “네. 알겠습니다.” 범석이 비너스와 나누워 들고 있던 가방들을 싣자 그 넓었던 짐칸이 가득 찼다. 훈련을 위해 준비해온 연습용무구들과 슈트가 주요원인이었다.4/11 쪽 그는 앞쪽 좌석에 앉고는 비너스에게 손짓했다. “비너스 뒤에 타.” “네. 주인님.” 그녀가 뒤쪽 안장에 타고는 범석의 허리를 꽉 부여잡았다. 이에 그가 자이로보드에 곧 시동이 걸고는 공중으로 상승시켰다. 웅웅 소리는 내는 소리 앞에 천천히 앞으로 이동하는 자이로보드가 중앙 하이킹 길을 들어서더니 나름 속도를 내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휘이이잉. 휘이이잉. 시원한 바람을 온 몸으로 받으며 이동하는 그들이 해변가 도로로 들어서고 있었다. 인간에 적응한 갈둘기들이 먹이를 보채듯 자이로보드를 따라왔고, 동네 사람으로 보이는 어느 청년은 근처 나무에 올라가 양자수를 따고 아래에다 조심하라며 고함을 쳐댔다. 좌측의 해변 가에서는 선탠을 하며 몸을 태우는 엘프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고, 지나는 하이킹 여행꾼들은 서로의 눈길이 닿을 때마다 반가이 손을 흔들었다. “비너스 좋지?” 비너스는 작금의 상황이 너무도 행복했다. 주인과 단둘이 여행을 온 것도 꿈만 같은5/11 쪽 데, 이리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보드하이킹을 즐기고 있었다. 정말 이 시간이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히 들었다. “네. 좋아요.” “하지만 독하게 훈련시킬 테니 단단히 각오해 둬.” 이 좋은 분위기에 여지없이 찬물을 껴안는 범석이었다. 하지만 뭐가 그리 좋은지 비너스는 표정 한 번 바꾸지 않고 히죽거려댔다. 놀러 다니던 훈련을 하던, 그와 함께라면 전혀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네. 열심히 할게요.” 얼마 후 전면에 리지호텔이 모습을 드러냈다. 범석이 탄 완곡한 곡선을 그리는 도로를 돌아 호텔입구에 멈춰서는 순간, 짧은 여행길이 끝을 고하고 있었다. 그와 비너스가 자이로보드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대기하고 있던 엘프 벨보이들이 급히 다가와 짐을 꺼내 미리 구비해온 카에 실었다. “어서 오십시오. 리지호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응. 그래.” 범석은 가볍게 몸을 푸는 동작을 하며 호텔 전경을 살펴봤다. 대략 5층 정도로 그다6/11 쪽 지 높지는 않았지만, 타원형을 그리며 넓게 퍼져있는 것으로 보아 제법 많은 손님을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곳곳에 솟아있는 열대나무들과 광장으로 이어지는 넓은 수영장, 간이 골프장들은 이 호텔이 제법 고급스러운 숙박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듯 보였다.고개를 연신 끄덕인 범석이 자이로보드를 또 다른 엘프벨보이에게 맡기고 호텔 안으로 들어섰다. ‘오. 괜찮네. 흑사회 애들이 제법 신경을 썼는데.’ 내부는 그야말로 휘항 찬란했다. 광장이라고 표현할 만한 로비의 천장은 5층까지 이어져 있었고, 중앙에는 시원한 물줄기를 무수히 뿌려대는 분수가 있었다. 바닥에는 고급스럽고 두터운 양탄자로 깔려있었고, 주변의 벽면에는 꽃장식이나 작은 목공예품들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그는 연방 신기한 듯 주변을 구경하며 카운터로 갔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무얼 도와드릴까요.” 제법 정중히 인사하는 카운터 직원으로 범석은 새삼스러운 눈빛을 지었다. 그가 지금 입고 있는 복장은 면 티에 단순한 반바지 차림이었고 타고 온 차량은 대여한 자이로보드였다. 이런 고급호텔을 들어오는 행색으로는 적당하지 않았지만, 입구의 벨보이부터해서 너무도 친절하게 굴었다. 보통 도심지의 고급호텔이라면 진즉에 쫓겨나7/11 쪽 고도 남음이 있었다.하지만 이곳은 휴양지였다. 아무리 졸부에 거부라고 할지라도 놀러 와서까지 양복에 갑갑한 넥타이는 메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곳 호텔직원들은 복장을 보며 사람을 가리지는 않았다. “방을 얻으러 왔는데. 기간은 2박 3일이야.” “어떤 방으로 드릴까요?” 이에 범석이 품안을 뒤적거리며 엠마에게 받은 봉투를 꺼내 내밀었다. “선물로 받은 숙박권인데. 어떤 방을 얻을 수 있지?”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한 카운터직원중 하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어딘가로 급히 전화연락을 했다. 그러자 잠시 후 30대쯤으로 보이는 지배인 한 명이 달려오더니 범석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오, 오셨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절 기다려요? 왜요?” “아이고. 하여간 잘 오셨습니다. 자 이리로 오십시오. 제가 먼저 방까지 안내해드리기 전에 미리 인증을 받으셔야합니다.”8/11 쪽 아무래도 흑사회가 단단히 신경을 썼다고 생각한 범석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었다면 단순히 손님을 맞이하며 이리 유난스러운 접대를 할 리가 없다고 생각된 까닭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받아야 하는 바, 범석이 고개를 주억였다. “네. 그러죠. 뭘 하면 되죠?” 이에 지배인이 핑크빛을 발하는 작은 인증기구를 내밀었다. 아무래도 지문 인식 시스템이라고 생각한 범석이 엄지를 대 등록하고는 비너스의 것도 찍었다. 그러자 지배인이 다시 카운터에 나와 그를 이끌고 근처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인도하더니, 5층으로 데려갔다. 카펫 길이 펼쳐진 복도 길을 거닐며 501호실이라는 명패가 달린 문 앞에서 선 지배인이 양손으로 도어록을 가리켰다. “아까 지문을 인식하셨으니, 지금 누르시면 문이 열릴 겁니다.” 범석이 엄지를 대 문을 열자, 몽환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방 안의 모습이 드러났다. 넓은 실내 공간을 가득 메우듯 수많은 장식구들이 늘어서 있었고, 전면 유리로 된 창문 밖에는 넓게 펼쳐진 오사하의 에메랄드빛의 바다가 탁 튀이듯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널따란 침대에는 앙증맞은 베개가 2개가 눈에 띄었고, 그 앞 탁자에는 작은 바구니 안에 담겨져 있는 포도주와 갖가지 간식거리에 놓여있었다.9/11 쪽 “오 제법 좋은데요. 꽤 마음에 듭니다.” “네. 저희 호텔에서 자랑하는 VIP룸입니다. 범석님처럼 귀한 고객님에게만 특별히 오픈하고 있습니다.” 범석이 은근슬쩍 벨보이가 가져온 가방을 바라봤다. 저 안에는 갈아입을 옷과 훈련용 도구 외에도 버너와 컵라면이 있었다. 호텔식당과 휴양지 식당의 식사비용이 비싸다는 사실을 알고 준비해 놓은 2박 3일간의 식량이었다. 그런데 이런 VIP룸에서 궁상맞게 컵라면을 끓여먹을 생각하니, 자신이 그렇게 한심스러울 수가 없었다. “아, 아. 그렇습니까? 참으로 고맙습니다.” 그때 지배인이 품안에서 카드를 꺼내더니 내밀었다. “이 카드는 저희호텔 식당과 룸서비스는 물론 오사하휴양지의 모든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VIP전용 카드입니다. 대금은 손님을 저희 호텔로 초대하신분이 부담할 테니, 마음껏 쓰십시오.” “아. 그래요.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범석이 잽싸게 카드를 받아들었다. 공짜인데 양잿물이라도 못 마시랴? 그는 득의의 10/11 쪽 표정을 지으며 냉큼 품안에 갈무리를 했다. “아참. 그리고 그 분께서 알려드리라는 전문이 있었습니다.” “뭔데요?” “그게 좀 이상한 것이........ 저희 호텔 카지노는 로비에서 지하로 내려가면 있다고 합니다.”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끄덕였다. 이해를 못할 말이지만 빨리 지배인을 내쫓고 비너스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들 가보십시오.” “네. 그럼 지내시다가 불편한 점이 있다면 연락 주십시오. 즉각 올라와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정중히 허리를 굽힌 지배인이 뒤돌아서서 떠나갔다. 이내 범석은 문을 닫고는 비너스를 허리를 꽉 안아들었다. 그리고 입고 있던 반바지와 팬티를 동시에 내리고는 그대로 넘어뜨렸다.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체력단련을 하려는 의도였다?============================ 작품 후기 ============================11/11 쪽 ============================ 작품 후기 ============================ 아. 오늘 참 비 많이 내립니다. 근래에 태풍이다 장마다하며 꽤나 쏟아지는데, 홍수피해가 클까 걱정입니다. 그럼 모두들 여름비 조심하시고요. 전 금요일 0시에 다시 찾아 뵙습니다.11/11 쪽 < -- 휴양도시 오사하 -- > 쾅. 콰쾅. 쾅. 한가로운 해변 모래사장 위. 범석과 비너스는 두툼한 슈트를 껴입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덕분에 낭만으로 가득차야 할 해변은 거친 타격음이 시끄럽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하지만 주변을 지나는 관광객들은 새로운 볼거리에 관심이 간다는 양 주변을 배회하며 구경하고 있었다. “비너스! 제대로 못해! 두 팔을 확실히 허리에 붙이고, 두 발은 단단히 지면에 고정시키란 말이야!” “넷!” 범석이 순간 그녀의 안을 파고들었다. 놀란 비너스가 방패를 곧추세우고 힘껏 밀었지만 그는 좌측으로 빠르게 이동하며 다시 진입을 시도했다. 쾅하는 소리와 뒤로 쭉 밀리던 범석이 입가에 가득 미소를 지었다. 이번의 방어는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이동하는 힘으로 오른손에 잡혀 있던 방패를 잡아 빼려고 했는데, 그녀가 바로 몸의 중심을 이동하더니 그대로 차징을 시도해 밀어내었던 것이다. 아무리 듀얼쉴더가 익히기 쉬운 역할 분담이라지만 이토록 발전했다는 사실은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뜻이었다. 아무래도 다음 단계로 성장시켜도 큰 무리가 없회1/14 쪽 어보였다. “좋아. 비너스. 오늘 부터는 공격기술도 익힌다. 하지만 지금의 방어자세가 무너진다면, 즉각 과거의 방어일변도 연습스케줄로 돌아갈 테니, 단단히 각오해둬.” 비너스가 밝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이제 공격기술도 배운다는 소리도 기뻤지만, 주인에게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던 것이다. “네. 열심히 할게요.” “그래 좋다. 그럼 그 이전에 내가 시범과 함께 이론을 가르쳐줄 테니 방패를 내게 주고 제자리에 앉아라.” “네. 여기요.” 비너스가 방패를 건네주고 앉자 범석이 자세를 잡았다. 좌측 발끝을 전면에 우측 발끝을 약간 오른쪽 45도 기울인 형태로 그녀가 매일 잡던 딱 그 자세였다. “일단 시범을 보이기 전에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하지. 듀얼쉴더의 공격에서 가장 큰 약점이 뭐겠냐?” 처음 받아보는 질문이었지만, 비너스가 쉽사리 입을 열었다. 누누이 잡아오는 방패라 그 정도 질문에는 대답할 수 있었다.2/14 쪽 “힘과 스피드가 모자랄 것 같아요.” “이유는?” “일단 방패의 면적이 넓으니까 공기의 저항을 많이 받잖아요.” 그 말에 범석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훌륭하다. 정답이다. 그래서 듀얼쉴더의 공격은 공기의 저항과 상대와의 거리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성공여부가 달려있다고 말할 수 있다.” 주춤주춤 율동을 넣으며 앞으로 이동하던 그가 공중에다 차례로 양손으로 어퍼컷을 먹였다. 휙휙. “바로 이 자세다. 복싱의 인파이터 이동자세로 상대의 품안을 파고들고는 이렇게 어퍼컷을 먹여 방패의 모서리로 턱을 강하게 가격하는 거지. 짧은 거리를 최대한 공기저항 없이 타격할 수 있으니, 방패로도 능히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비너스가 눈알을 도르르 굴리더니 입을 열었다.3/14 쪽 “상대가 뒤로 빠르게 도망치면요?” “상관없다. 그럼 네 곁에 있는 대장검투사를 지키게 되었으니, 훌륭히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있겠지.” 검사들처럼 멋진 공격기술을 연상하고 있던 비너스로서는 왠지 실망감이 들었다. “혹시 다른 기술은 없나요?” 고개를 주억인 범석이 허리에 부드러운 율동을 넣더니, 잽싸게 잽을 넣었다. “이건 빠르게 상대를 견제는 잽이다. 그리고 이건 스트레이트와 훅이다.” 곧 그가 방패를 곧추들어 강하게 스트레이트와 훅을 먹였다. “하지만 훅과 스트레이트를 사용하면 네 몸이 열리기 때문에, 상대의 공격에 노출된다. 그러니 될 수 있으면 사용하지 마라. 듀얼쉴더의 최대 목적은 어디까지나 단단한 방어력으로 대장을 보호하는 데에 있으니까.” “아, 아. 네~ 그런데 주인님. 왠지 권투와 흡사한 것 같은데요?” “그래. 확실히 권투다. 특히 인파이터와는 거의 동일하다고 할 수 있지.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보다 듀얼쉴더가 훨씬 더 덜 활동적이라는 점이다. 만약 권투처럼 주먹을 쭉쭉 뻗어버리면 자연스레 빈틈이 커지게 되어 있으니까. 종합하자면 듀얼쉴드는 극4/14 쪽 한으로 절제된 인파이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에 비너스가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혹시 좀 더 멋지고 대단한 공격방법은 없나요?” 그 말에 범석이 빠른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콩하고 찍었다. “네 생각은 알겠다만 그런 건 없어! 화려함만을 찾는 격투기가 있다면, 그건 쇼프로그램에서나 등장할 만한 쓰레기 무술이다! 적을 쓰러뜨리는데 가장 효과적인 공격방법은 콤팩트하면서 강약이 혼재된 공격이다. 특히나 듀얼쉴더는 더욱 그래!” “죄. 죄송해요.” 이마를 비빈 비너스가 귀를 축 늘어뜨렸다. 그가 노기를 뿜어내자 기가 팍 죽어버린 것이다. 이에 범석이 긴 한숨을 쉬며 그녀의 옆에 앉았다. 비너스는 무척 착실하지만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윽박지르면 훈련의 효과가 크게 떨어지게 되었다. “휴~ 비너스 듀얼쉴드는 폼도 안 나고 세간에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지만, 팀에는 무척 중요한 존재다. 그러니 멋을 찾기보다는 팀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를 생각해. 그러다보면 남들에게 크게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다.”5/14 쪽 “네. 알았어요. 주인님 말대로 열심히 할게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은 범석이 가방 안에서 전자수첩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 시각은 오후 1시. 점심때가 지났다고 할 수 있었다. 훈련에서 가장 필수사항은 체력을 회복할 휴식. 범석이 바로 가방을 어깨에 메었다. “비너스. 밥 먹으러 가자. 훈련은 이따 3시부터 시작한다.” 이후 이들은 리지호텔로 돌아가 뷔페식당을 찾아가 푸짐하게 식사를 했다. VIP카드를 받은 덕에 고급정식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시간을 절약하고 푸짐하게 먹는 데는 뷔페만한 것도 없었다. 기껏 오사하에 와서 훈련과 식사만 하다가 가기에는 아까운 면이 있었다. ‘자 이제. 뭐를 할까?’ 식사를 마치자 오후 훈련까지 대략 한 시간 가량이 남았다.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짧다고 생각하면 무척 짧았다. 잠시 해변에서 수영을 치며 놀까도 생각했지만, 체력안배를 위해 갖는 휴식시간을 때우기 위해서는 적당치 않은 놀이였다. 그리고 해변의 낭만을 즐기는 스케줄은 내일 오후로 정해져 있었다. 이에 결국 그는 이 짬나는 시간을 카지노에서 때우기로 했다. 카드를 쥐고, 주사위를 6/14 쪽 굴리는 일에 그리 체력이 손실될 이유가 없었던 탓이다. 범석은 곧 비너스를 데리고 호텔 로비를 통해 지하로 내려갔다. “으음. 낮 시간이라서 그런가?” 낮 시간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호텔 카지노는 좀 한산한 편이었다. 몇몇 도박을 즐기는 손님들이 주변을 배회하고 있지만, 차분히 카드를 보며 딜러와 농담 따먹기를 하거나 조용히 슬롯머신 앞에서 레버를 당길 뿐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연출하고 있지 않았다. 곧 카운터로 가 3000크랑을 칩으로 바꾼 그가 옆에 비치되어 있던 서비스용 음료잔을 들고는 주위를 살폈다. 적당한 놀잇감을 찾기 위해서였다. “뭐를 할까? 비너스 너 블랙잭이 뭔지 알아?” 그녀가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그럼 룰렛은?” “몰라요. 전 이런 곳을 처음 와봤어요.” 하긴 범석도 처음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룰은 대충 알지만 카지노에서 직접 와서 놀7/14 쪽 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막연히 어떻게 해야 한다고 자신감 있게 말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의 시선이 릴형태로 된 슬롯머신으로 향했다. 게임 규칙을 몰라도 칩만 넣고 레버만 당기면 기계가 알아서 판단해주니, 따로 머리를 싸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괜히 어려운 게임에 목매 아까운 휴식시간을 다 날릴 이유가 없었다. “비너스 저리로 가자.” 슬롯머신이 쭉 나열된 장소를 훑어보던 범석이 근처에서 게임을 즐기던 한 노년의 신사를 보더니, 그 옆자리로 갔다. 아무리 슬롯머신의 룰이 간단하다가는 하나, 처음이니 모르는 점이 있을지도 몰랐기에 조언자가 필요했다. 그는 가볍게 노신사에게 눈인사를 한 후 주머니에 있던 칩 중 절반을 비너스에게 넘겼다. 그리고 100크랑짜리 칩을 하나 넣고 레버를 당겼다. 털컥. 무언가 걸리는 느낌을 받은 범석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레버를 아무리 당겨도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이에 옆 좌석에 앉아 있던 노신사가 그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자네 슬롯머신 처음인가?”8/14 쪽 범석이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아. 예. 그렇습니다.” “역시 그렇군. 자네. 앞에 놓인 판넬에 있는 단추들이 보이지?” 그가 노신사가 가리킨 판넬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흰 색으로 된 단추가 몇 개 보였는데, 영어로 ‘Bet One Credit.’, ‘Cash Out.'등의 글귀가 쭉 적여 있었다. “아. 예. 그렇네요.” “좋아. 그럼 슬롯머신을 얼마다 즐기다 갈 거지?” 범석이 손에든 칩을 선보이며 말했다. “이 정도요.” “그럼 다 기계 안에다 넣게.” “다요? 전 한꺼번에 모든 돈을 걸 생각이 없는데요.” “그건 나도 아네. 저 앞에 베팅버튼으로 원하는 금액을 지정할 수 있으니 염려 말게.” “아. 그래요? 하하하. 제가 잘 몰라서요.”9/14 쪽 하며 범석이 가진 칩 모두를 기계 안에 넣었다. 이를 슬며시 훔쳐본 비너스도 뒤따라 갖은 모든 칩을 투입했다. “자. 그럼 저 버튼을 눌러 배팅하게. 다만 한 번 배팅 시 10크랑이 소요되니 이 점 명심하고.” “아. 네.” 범석이 배팅 단추를 한 번 눌렀다. 그러자 노신사가 레버 쪽에 눈길을 주며 당기라고 조언했다. 이에 그가 가볍게 손잡이를 당겼다가 놓으며 기계에 스핀을 주었다. 타다다닥. 기계음와 함께 화면이 어지러이 돌아가더니, 잠시 후 차례로 빠와 오렌지, 빈칸이 차례로 나열되었다. 이를 본 노신사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쯧쯧. 꽝이네 다시하게.” 난감한 표정을 지은 범석이 노신사에게 다시 물었다. 뭘 어떻게 해야 게임에서 이기게 되는지 도통 모르던 탓이다. “저기요. 어떻게 해야 제가 돈을 따는 겁니까?” “저기 기계 위에 그림판이 있으니 참조하게.”10/14 쪽 범석이 고개를 들어 노신사가 가리킨 또 다른 판넬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문양과 함께 각각의 배당률이 적힌 글귀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을 끈 것은 머신 맨 꼭대기에 홀로그램 영상으로 떠있는 21만 크랑이 넘는 금액 표시였다. 상당한 금액이었기에 범석이 놀란 눈으로 노신사를 바라봤다. “아니. 저 돈은 뭡니까? 설마 뭔가 당첨되면 주나 보죠?” “으음. 이 슬롯머신을 통해 일정 문양을 만들어내면 잭팟이 터지는데, 그럼 저 금액을 주지.” “아. 그래요? 호오. 대단하네요.” “그리고 한 번 저기도 보게.” 이번에 노신사가 검지로 가리킨 곳은 카운터를 위에 홀로그램영상이었다. 그곳에는 2개의 수치가 위 아래로 나열되어있었는데, 아래 화면에는 227만 크랑이 적혀 있었고, 위의 화면에는 3279만 크랑의 수치가 적혀 있었다. 입이 떡 벌어질 금액이기에 범석이 급히 물었다. “저, 저 상금은 또 뭡니까?” “음. 227만 크랑이 적혀 있는 금액은 이 호텔 카지노 슬롯머신 전체를 통틀어 터지는 잭팟이고, 3279만 크랑이 적혀 있는 금액은 이 근방 모든 카지노를 통틀어 터지는 연합잭팟이지. 물론 이들도 특정 문양이 만들어졌을 때 터지네.”11/14 쪽 배팅을 하고난 범석이 레버를 다시 돌렸다. “도대체 어떤 문양입니까?”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네. 특정 문양 세 개가 함께 떠야하는 방식도 있고, 불특정 문양인 경우도 있으니까.” 범석이 화면에 뜬 오렌지과 투빠와 조각난 수박을 보고는 실망한 눈빛을 지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꽝이 된 것이었다. “아~ 하여간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군요.” “물론이지. 아니라면 저런 잭팟 상금이 만들어질 리가 없겠지.” 노신사의 말에 고개를 주억인 범석이 오른 편에 앉아있던 비너스를 쳐다봤다. 그녀는 자신과 노신사의 대화만을 유심히 엿들을 뿐, 아직 게임을 시작하지 않고 있었다.============================ 작품 후기 ============================ 캬. 어느새 50화가 왔네요. 일단 먼저 제가 자축하겠습니다. ㅎㅎㅎㅎ. 사실 퍼펙트월드를 쓰게 된 동기는 아주 우연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막연히 킹판월은 극도의 먼치킨을 목표로하고 쓴 습작이라, 이번에는 뭔가 능력이 최대한 억제된 글을 쓰고 싶었었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중에 알려진 소재로는 힘들겠다고12/14 쪽 요. 그래서 새로운 소재를 찾았고, 스포츠로 정했습니다. 제가 야구와 축구를 무척좋아하기도 했지만, 슛돌이를 쓸 생각이 아니면 먼치킨이 들어갈 여지가 없더라고요. ㅎㅎㅎㅎ. 일단 처음에는 야구와 축구 중 뭘 할까 고민하다하다가 문뜩 걱정이 들었습니다. 워낙 대중적인 스포츠라 저보다 많이 알고 계신 분이 상당수 계실 것이고, 문제제기 꽤 많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유명은 하되 룰이 간단하고 독자분이들이 잘 모르는 스포츠를 선택하려 했습니다. 바로 육상이나 수영이었죠. ㅋㅋㅋㅋ. 하지만 워낙 플레이시간이 짧고 단편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어 포기했습니다. 또 등장 히로인이 적어 팀 성장을 기반으로 둔 제 생각에 많이 위반되고요. 그러다가.......... 어느날 TV에서 러셀크로우의 글레디에이터를 보고는....... 손뼉을 쳤습니다. 모든 독자분들이 알고 있을 만한 스포츠인데다가 고대 로마시대의 경기이고 당시의 룰도 특별히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서 내 마음대로 창작해 쓸 수 있겠더라고요. 그리고 검투경기를 기반으로 해서 엘프를 등장시키면 어떨까 고민했고, 그럴싸한 설정을 만들자니 생명공학기술이 발전한 미래의 세계를 바탕으로 뒀습니다. 또 이 설정 때문에 물리력반응슈트가 탄생된 것이고요. 뭐 이쯤 되니까 세계관이 대충 뼈대가 잡혔습니다. 하여간 퍼펙트월드는 이런 식으로 탄생되었다는 점만 알아주십시오. 하하하.13/14 쪽 그럼 앞으로도 많은 사랑부탁드리고요. 전 월요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14/14 쪽 회14/14 쪽 < -- 휴양도시 오사하 -- > “비너스 뭐해? 너도 한 게임 해야지.” “아. 네. 주인님.” 비너스가 급히 코인을 기계 안에 넣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에는 100크랑짜리 칩이 15개가 들어 있었는데 유난히도 하나만 누런빛이 두드러졌다. 뭔가 이상했던 범석이 확인하려다가, 이내 전에 엠마가 준 100크랑짜리 황금칩을 떠올리고는 그만두었다. ‘설마 엠마가 가짜칩을 줬겠어.’ 하지만 이런 걱정도 비너스가 황금칩을 넣자, 바로 접었다. 기계에서 투입금액이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비너스 할 줄 알지?” “네. 방금 전에 봐서 잘 알아요.” “그럼 한 번 해봐.” 비너스가 조심스레 베팅 버튼을 한 번 눌렀다. 그런데 웬걸. 기계가 오작동을 하며 최대 배팅금액으로 설정되는 것이 아닌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은 범석이 자리에서 회1/12 쪽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고장이 난 기계에서 게임을 할 수 없으니, 투입한 돈을 물어달라기 위해서였다. 그때 갑작스럽게 슬롯머신에 스핀이 먹더니 화면이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야. 비너스. 함부로 게임을 시작하면 어떻게 해!” 범석의 외침에 그녀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저, 전 아무 것도 안했는데요. 막 혼자 움직였어요.” 그 말에 그의 인상이 더더욱 찌푸려졌다. 엘프인 비너스가 주인인 자신에게 거짓을 말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범석은 멀리서 음료수 쟁반을 들고 지나가는 검은 색 정장을 입은 한 엘프직원을 발견하고는 마구 손짓을 해댔다. “잠깐 이리로 와 볼래!” 그와 눈을 마주한 엘프직원이 카운터에 쟁반을 두고 급히 걸어왔다. “손님. 무슨 일이신가요?” “그게. 말이지 이 슬롯머신을 하는데........”2/12 쪽 범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기계의 화면이 멈췄다. 그와 함께 눈이 부실 정도의 사이킥 조명이 일제히 빙글빙글 돌며, 스피커에서 축하 메시지와 신나는 음악이 마구 뿌려졌다. - 축하드립니다! 손님께서 연합 잭팟을 터트리셨습니다! 상금은 3281만 크랑입니다! 그가 눈을 깜빡거리더니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흠흠........ 너무 열중을 해서 지금 목이 말라. 음료수 좀 달라고.” 우루루루루. 비너스의 주위로 카지노직원들이 모여들더니 준비해온 폭죽을 일제히 터뜨려댔다. 마찬가지로 게임을 즐기던 손님들까지 다가오더니 연신 덕담 한 마디씩을 내던졌다. “오. 축하해. 엘프가 주인을 위해 한 건 했네.” “대단해. 저 엘프가 행운의 여신이군.” 비너스는 쑥스러운 듯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뭔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주인님을 위해 대단한 일을 했다는 사실쯤은 알 수 있었다.3/12 쪽 이런 그녀에게 카운터직원 하나가 다가갔다. “이봐. 이름이 뭐지?” “비, 비너스요.” “주인님이 누구야?” 비너스가 손가락으로 옆 좌석에 앉아있던 범석을 가리켰다. “이 분이요.” 카운터직원이 그에게 다가갔다. 엘프의 금전적 행위는 모두 주인의 몫. 범석에게 상금을 건네기 위해서였다. “세금을 제외한 잭팟 상금이 모두해서 3117만 크랑입니다. 칩으로 드릴 수 없으니, 직접 온라인으로 전송하려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도 3117만 크랑이라는 거금을 칩으로 받을 생각이 없기에 개인용 전자수첩을 꺼내 내밀었다. “네. 그러시죠.”4/12 쪽 카운터직원이 즉석에서 금융거래화면을 띄워 범석에게 상금 전액을 넘겨주었다. 그는 거의 텅 빈 잔고에 막대한 수치가 아로새겨지는 모습에 입이 찢어지도록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라면 에르피나급 검투사를 하나 더 구입할 수 있을 금액. 팀은 더욱 성장하게 되었다. ‘하하하. 이런 행운이 나에게 오다니! 하하하! 하하? 하? 서, 설마....... 그 황금코인?’ 순간 범석이 뇌리 속을 무언가가 강렬하게 스쳐갔다. 엠마가 준 황금칩과 오늘 아침 호텔에 도착하자 지배인이 귀띔해준 전언. 그리고 오늘 기계의 오작동. 그는 곧 이 상금이 엠마를 받아준 데에 대한 흑사회의 고마움의 표시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했다. 바보가 아닌 이상 확률이 극히 낮은 잭팟이 우연찮게 자신에게 터졌다기보다는, 흑사회가 수작을 부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 당연했다. ‘호오. 역시 흑사회군. 정식으로 돈을 주지 못하니까. 이런 식으로 해결한다 이거지. 후후후. 하지만 약간 찜찜하네.’ 거금이 생겼다는 점에서 크게 기뻐할 노릇이었지만, 카지노 손님의 입장에서는 전혀 아니었다. 어느 누구도 수작이 담겨있는 기계에서 도박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리는 없었다. 그는 직원들과 손님들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자 조용히 케쉬아웃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노신사가 힐끔 그를 바라보며 얘기했다.5/12 쪽 “젊은이. 이제 그만하게? 얼마 하지도 않은 것 같던데?” “하하하. 곧 훈련시간이 다 되어서요.” “아. 그래? 하여간 대단한 절제심을 지닌 친구로군. 보통은 그런 큰 잭팟을 터트리면 당분간 슬롯머신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하는데.” “하지만 계속 빠지면 패가망신을 당하겠죠. 도박의 승률은 언제나 잃는 쪽이 높게 마련이니까요.” 멋쩍은 표정을 지은 범석이 전자수첩을 펴고는 주식정보 창을 열었다. 현 팀 구성은 충분히 내년 초에 열릴 승격토너먼트를 충분히 통과할 전력이 되었다. 아직은 자금의 여유가 있으니 주식에 투자해 미래를 대비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이를 묵묵히 살펴본 노신사가 혼잣말을 하듯 입을 열었다. “주식도 도박과 마찬가지이지. 정부라는 주최측에서 세금을 거둬가니, 승률은 반에 못 미치게 되어 있지.” “후후. 그렇기는 하죠. 하지만 도박과는 달리 오랜 경험이나 특별한 정보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죠.” 하며 범석이 마이크로엔지니어링사의 주식 가격을 살펴봤다. 현재 주당 가격은 157크랑. 원금에서 벌써 11크랑이나 빠진 상태였다. 인상을 찌푸린 그가 곧바로 19만주를 대량 구매해버렸다.6/12 쪽 - 마이크로엔지어링사의 주식을 주당 157크랑으로 19만주를 구매하셨습니다. 주식 거래 메시지 내용을 엿들은 노신사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범석을 쳐다봤다. 계산해보면 방금 전 딴 대부분의 잭팟상금을 주식에 투자했음을 알 수 있었다. “자, 자네. 미쳤나? 어떻게 그 많은 자금을 모두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가?” “후후. 지를 때는 질러야죠. 어차피 언젠가는 경제는 살고 주가는 회복할 것 아닙니까? 그럼 전 큰돈을 벌게 되고요. 안 그렇겠습니까?” “그, 그야 그렇지만........ 만약 그 회사가 망하면 어쩌려고 하는가? 단숨에 빈 털털이가 될 텐데. 그리고 내가 소문을 듣기로는 마이크로엔지니어링사가 좀 위험하다고 하던데.” 철렁 가슴을 내려앉은 범석이 황급히 노신사를 바라봤다. 전 재산이 들어간 마이크로엔지니어링사가 위험하다니....... 그 보다 귀가 솔깃하는 소리는 없었다. “무슨 소리입니까? 마이크로엔지니어링사가 뭐 잘못되기라도 했나요?” “잘은 모르지만 근래에 대량의 직원들을 명예퇴직 시키고 있다고 하더군. 이를 봤을 때 아무래도 회사자금사정이 어려운 것이 분명해. 그리고 에너지관련 기업들이 불안하다는 소문이 장내에 파다하게 퍼졌다네. 그런 주식은 함부로 건드리는 것이 아니야.”7/12 쪽 그 말을 들은 범석이 피식하고 웃었다. 이미 그도 렉스터를 통해 이 소문을 익히 들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후후. 상관없습니다. 다른 기업은 몰라도 마이크로엔지니어링사는 안 망합니다. 아마 직원들을 명예퇴직 시키는 일도, 작금의 경제위기를 핑계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직원들을 솎아내기 위해서 수작을 부리는 중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후후후. 걔들이 자금사정이 어렵다고요? 지나가는 개가 웃겠습니다.” “아니 왜 자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슬롯머신 돈 통에 든 칩을 모조리 긁어내 주머니 속에 넣은 범석이 싱긋 웃었다. “글쎄요. 왜일까요? 말씀드리고는 싶지만, 비밀로 하기로 해서요. 하하하. 그럼 저는 이만 훈련 때문에 가보겠습니다.” 이 말을 남기고 비너스와 함께 횅하니 사라지는 그를 노신사가 유심히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후. 품에든 전자수첩을 꺼내 홀로그램 화면을 띄운 후 어딘가로 통신연결을 시도했다. 몇 번의 대기음이 울린 다음 화면에, 인상을 구긴 금발의 30대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뭐가 그리 화가 나는지 책상을 연신 주먹으로 두드리고 있었다.8/12 쪽 - 젠장. 누구야! 노신사가 푸근한 미소를 손을 흔들었다. “나네. 윈킨스.” 금발의 30대 남성이 표정을 가다듬고 자리를 정돈했다. - 아. 회장님. 휴가 중에 저에게 무슨 일이십니까? “후후. 별일은 아니야. 켐블러 자네에게 좀 조언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 아. 네. 그렇습니까. 회장님의 조언이라면 당연히 들어야죠. 네. 말씀하십시오. “으음. 마이크로엔지니어링사 주식구매 담당이 자네지?” - 네. 그렇습니다. “잘 되어가고 있나?” 켐블러가 안색을 파리하게 만들더니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 휴우~ 실은 약간 문제가 생겼습니다. 오늘 물량 털기를 위해 내놓은 대량의 주식을 방금 전에 누군가 쏙 하니 빼먹어갔습니다. 그것도 20만주 가까이를 단번에 말입니다. 전에도 몇 번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을 봤을 때, 누군가 저희와 같은 정보를 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9/12 쪽 “그래? 그럼 그 작자가 대충 어떤 놈 같은가?” - 글쎄요. 투자패턴을 보아할 때 그리 전문가 티가 나지 않습니다. 알면 그 많은 주식을 그렇게 단번에 못 사가죠. 아마도 정보를 문 졸부쯤으로 예상됩니다. 윌킨스가 바로 질문을 던졌다. “그럼 앞으로 투자전략은?” - 물량 털기를 그만두고 대량매집에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됩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알 정도라면 이미 시장에 소문이 퍼졌다는 얘기가 아닙니까? 더 이상 시간을 끌 여유가 없습니다. 윌킨스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댔다. “아니. 나는 좀 더 물량 털기를 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는데.” - 아니 어째서입니까? “방금 전에 자네를 열 받게 했던 자식이 바로 내 옆자리에 있었어. 아예 대놓고 마이크로엔지니어링사 주식 19만주를 대량으로 사가더군. 확실히 전문가 티는 나지 않았는데, 뭔가 뒷 배경이 있는 놈 같았어.” - 저, 정말입니까? “음. 그래. 놈이 오사하의 호텔카지노에서 잭팟을 터트렸는데, 기계의 오작동에 의해 벌어진 일이었어. 아무래도 오사하의 호텔카지노가 여러 기업단체나 정부의 검은 10/12 쪽 비자금을 조성시키는 일을 한다는 소문이 맞는 것 같네.” 켐블러가 손을 깍지 끼고 고민에 빠져들었다. 윌킨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방금 전 대량으로 주식을 매집해간 사람은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관련 정부 단체에서 직접 정보를 받은 1차 수급자일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오사하에서 검은 비자금을 챙겨갈 정도의 인물이니 말이다. 하지만 상대는 비전문가. 언제 싼 입을 나불거려 자신을 곤란에 빠트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아무래도 전 그대로 대량매집에 들어갈까 생각중입니다. “아니 왜지?” - 주식은 도박이 아닙니다. 잭팟을 터트리기 위해 모험을 걸 수는 없습니다. 수입이 약간 적어지더라도 안전하게 먹는 편이 낫다고 생각됩니다. 윌킨스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말했다. “후후. 당연히 그래야지. 인생이 길고, 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많으니까 말이네. 주식시장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아주 간단해. 오래 살아남는 것이지. 대박을 노리며 무리한 위험을 감수하다가는 언젠가는 이 계통에서 사라지게 되네. 이번 경제위기를 초래한 렉스 그 작자처럼 말이네. 주식시장? 거기는 정글이야. 썩은 고기라도 확실히 처먹는 자만이 살아남게 되지. 그런 면에서 볼 때 자네는 훌륭한 선택을 한 게야.”11/12 쪽 켐블러가 길게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 윌킨스가 물량 털기를 종용했던 것이 바로 자신에 대한 시험이었음을 눈치 챌 수 있었던 탓이다. 그는 항시 푸근함으로 직원을 상대하고 있지만, 아니다 싶으면 바로 단칼에 목을 베어버리는 매정함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아마 조언대로 허투루 행동했다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책상과 의자가 사라지는 상황이 벌어졌을 지도 몰랐다. - 네. 그 말씀 꼭 명심하겠습니다. “좋네. 그럼 수고하게나. 나는 계속 휴가를 즐겨야하니까. 후후후.” 미소를 지은 윌킨스가 통신을 끊고는 바로 레버를 당겼다. ============================ 작품 후기 ============================ 휴~ 비축분이 없으니, 매일 글을 올릴 때마다 아슬아슬합니다. 최근에 킹판월을 하루에 2편이 올리는 바람에 비축분이 쌓이지도 않고요. ㅠㅠ. 기껏 쌓아놔도 무슨 일만 생기면 바로 날아가 버리니....... ㅠㅠ. 그래도 최선을 다해 연재주기는 맞추겠습니다. 그럼 편한 하루 보내시고요. 전 금요일 새벽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휴~ 비축분이 없으니, 매일 글을 올릴 때마다 아슬아슬합니다. 최근에 킹판월을 하루에 2편이 올리는 바람에 비축분이 쌓이지도 않고요. ㅠㅠ. 기껏 쌓아놔도 무슨 일만 생기면 바로 날아가 버리니....... ㅠㅠ. 그래도 최선을 다해 연재주기는 맞추겠습니다. 그럼 편한 하루 보내시고요. 전 금요일 새벽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 휴양도시 오사하 -- > 따뜻한 오후의 햇살과 싱그러운 바다 바람이 불어왔다.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소리는 귀를 후빌 정도로 청명했고, 엘프들과 노니는 주인 남성들의 외침은 경쾌하기 그지없었다. “야! 패스해!” 이내 펑하는 소리와 함께 공중을 난 풍선공이 하이킹도로에 떨어져 통통 튕기고 있었다. 마침 슈트를 껴입고 로드웍을 하던 범석이 공을 주워 모래사장에서 비치발리볼 놀이를 하는 원주인에게 던져주었다. “고맙습니다!” “아뇨. 뭘요.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그가 잠시 부러운 표정을 짓고는, 계속해서 뛰기 시작했다. 휴양지 오사하에서의 훈련. 솔직히 즐겁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었다. 비너스도 있겠다. 실컷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오늘의 땀은 내일의 빵빵한 능력치로 보답되는 바, 미래를 위해서는 힘들더라도 훈련에 매진해야했다. “자. 비너스. 잠시 멈추고 몸을 푼다.”회1/12 쪽 “네. 주인님.” 비너스가 곧바로 범석의 옆에 서고는 가볍게 몸 풀기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허리를 좌우로 돌리고 무릎 굽히고 펴기를 하며 뭉친 근육을 이완시켜 나갔다. 그러다가 뒤쪽 건물에 시선을 멈춰 세우더니,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비너스 뭐해! 딴 데 신경 쓸 겨를이 어디에 있어!” “아, 아. 죄송해요. 잠시 인사를 나눈다는 것이.......” “인사? 누구?” “저, 저기요.” 그녀가 검지로 가리킨 곳은 유리 칸막이 안으로 엘프가 가득 들어차 있는 건물이었다. 아마도 저 중 누군가가 비너스에게 손짓을 한 모양이었다. 범석은 관심어린 표정으로 잠시 바라보더니, 건물 쪽을 향해 걸어갔다. 바로 저곳이 엘프시장이었던 탓이다. ‘으음. 엘프시장이라........’ 3년 과정의 엘프학교를 수료한 엘프는 일반인들에게 판매를 되는데, 대게가 바로 저 엘프시장에서 판매되었다. 물론 그가 필요로 하는 능력 좋은 엘프들은 수료를 마치기도 전에 유수의 프로팀에서 중간에서 채가고는 있지만, 개중 비너스처럼 조용하고 2/12 쪽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엘프들은 그 촘촘한 그물망을 빠져나와 일반인들에게 팔리는 경우가 있었다. 경험 삼아 한 번쯤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됐다. 스으윽. 알루미늄샷시문을 부드럽게 열며 범석이 엘프시장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의 인테리어장식은 화려했다. 대낮이라 아직 켜지지는 않았지만 화려한 형태의 샹들리에가 천장에 쭉 나열되고 있었고, 건물 안 곳곳에는 열대식물로 보이는 화분들이 놓여 있었다. 카운터는 고급원목으로 되어 있었는데 겉면에 화려한 문양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이중 단연 그의 눈길을 끈 장식물은 다수의 남성손님들을 관심 깊게 지켜보고 있던 어여쁜 엘프들이었다. ‘휴. 꽤 많네.’ 넓은 실내 공간답게 내부에는 엘프들이 참 많았다. 500평이 넘을 듯 보이는 건물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으니 당연했다. 어림잡아도 대략 500정도? 그녀들은 가지런히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남자손님이 지날 때마다 간절한 눈빛을 담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비너스를 데리고 맨 우측서부터 차례로 엘프들을 훑어나갔다. ‘일단 여기서는 능력치를 볼 필요가 없어. 갓 엘프학교를 졸업한 얘들이 뭘 할 줄 알3/12 쪽 겠어. 그러니 잠재능력만 보면 돼.’ 잠재 능력만 확인하면 된다면 검색은 빨랐다. 그저 창을 열고 지정된 위치에 있는 수치만 보고 닫으면 그뿐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은 기껏해야 10여초정도? 범석은 재빨리 자리를 이동을 하며 하나하나를 살폈다. ‘627이라........’ 두 번째 줄 중간에 이른 범석이 한 금발의 엘프를 보고는 발걸음을 망설였다. 잠재능력이 627이면 잘만 키우면 에어리어리그 프로검투사로 자라날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서는 절대 만족할만한 수치가 아니기에 그냥 넘어갔다. 그녀가 모든 성장을 마쳤을 때쯤은 자신은 그보다 높은 리그에 팀을 올려놓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됐던 탓이다. 그럼 이 금발의 엘프는 하위리그로 대여만 보내야 할 터. 귀중한 초기자금을 사용하면서까지 구입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저를 선택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앞으로 잘 모실게요.” 한 부유한 복장을 한 30대 남성 손에 이끌려 카운터로 가는 엘프를 보자 범석이 눈길이 돌아갔다. 혹시나 좋은 엘프이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던 탓이다. 그러나 따라가다 말고 이내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무리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는 옛말이 있지만, 정4/12 쪽 보창의 수치까지 바뀌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잠재성장은 너무도 평범해 500을 간신히 넘을 뿐이었다. ‘얼굴은 괜찮지만, 저런 능력치의 엘프를 사기에는 돈이 아깝지.’ 그는 신경을 끄고 계속해서 돌며 엘프들을 살펴나갔다. 중간 중간 미모가 출중한 엘프들이 눈에 띄어 망설여졌지만, 그저 잠자리를 위한 일에 돈을 낭비할 수 없었던 터라 질끈 눈을 감고 넘어갔다. 한참을 돌아 마지막 엘프까지 도착한 범석이 상심한 낯빛을 지었다. 한 시간 넘게 공을 들여 500명이나 살펴봤는데, 쓸 만한 엘프를 발견하지 못했다. 혹시나 해서 산 복권이 꽝으로 판정받았을 때의 기분이랄까? 어차피 별 기대는 않았지만, 실망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하긴 괜찮은 얘들이라면 이미 다른 프로팀에서 낼름 먹어 갔겠지. 엘프시장까지 나오겠어.’ 범석이 뒤따르던 비너스의 손목을 잡고 외부 출입문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카운터를 스쳐지나가는 순간, 외부 창가 쪽에 한 엘프 하나가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주 특이하게도 검은 피부에 백발의 머리카락을 지녔는데, 쭉 뻗어 나온 다리가 길고 탄력 있어 보였다.5/12 쪽 ‘어라. 저기 하나가 더 있었네. 그런데 백발이라........’ 엘프들과 잠자리를 하면 오드아이었던 눈이 동일한 색으로 변모하는 데, 그 색이 머리칼의 색과 일치했다. 그렇기에 백발을 한 엘프들은 손님들에게 그리 인기가 없었다. 양쪽 눈이 흰자위로 뒤덮이는 모습이 마치 귀신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뭐 개중에 그런 모습을 매력적으로 여기는 특이성향자가 있어 팔리기는 하지만, 아주 극소수라 가격대가 아주 저렴하게 형성되었다. 그런데 백발의 엘프를 가장 눈에 잘 띄는 카운터 근처에다 배치해 놓다니, 좀 이상한 감이 들었다. ‘그래도 한 번 확인해봐야겠군.’ 외모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범석이 여기 엘프시장에 들린 이유는 능력이 출중한 엘프를 찾기 위해서였다. 잠재능력만 괜찮다면, 사지 않을 유가 전혀 없었다.그는 백발의 엘프의 곁으로 다가가 천천히 모습을 살폈다. ‘오. 상당히 괜찮은데.’ 그래도 역시 엘프라는 명함을 가진 여인답게, 외모 하나만큼은 환상적이었다. 까만 톤의 피부는 모공이 보이지 않은 정도로 부드러웠고, 타이트한 복장으로 표현된 몸매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얼굴은 전체적으로 계란형을 이루었고, 이목구비에서 목선6/12 쪽 까지 이어지는 미려한 곡선은 확 껴안아 혀로 핥아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들게 했다.입술은 약간 두텁지만 검은 바탕에서도 두드러질 정도로 선명한 붉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외모에서 합격점을 내린 범석이 바로 정보창을 열어보았다.이름 : 마틸다.구분 : 엘프(3년).소속 : 오사하 엘프시장.명성 : 143.악명 : 0.H유무 : 무.스테미나 : 7500/7500.사회성 : 55, 근력 : 73, 체력 : 75.민첩 : 79, 균형감각 : 81, 지능 : 62.정신력 : 74. 판단력 : 75, 재주 : 12.운 : 48.현재기량/잠재능력 : 624/936.7/12 쪽 특성 : 어둠의 종식자.특이사항 : 현재 오사하 엘프시장에 소속된 엘프. ‘뭐야! 어떻게 이런 애가 엘프시장까지 나온 거야!’ 범석이 놀라 만큼 그녀의 정보창의 내용은 한 마디로 장난이 아니었다. 기본적인 신체적인 능력은 와이드리그 핵심급 검투사에 이르렀고, 재주를 제외한 나머지 능력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중요한 사실은 잠재능력이 936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 정도의 수치는 범석으로서도 오스칼 이후로 처음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특기는 어둠의 종식자였다. 태양빛이 없는 곳이라면 올 능력치 +10이 상승하는 특기로, 흐린 날이나 밤만 되면 신체능력이 센트롤리그 주전 검투사급에 해당하는 엽기적인 수치로 오르게 되었다.예상하는 바로는 제대로 키우기만 한다면 월드리그에서도 핵심급 검투사로 성장할 것으로 보였다. ‘마틸다라? 그런데 이상하네. 왜 엘프시장에서 팔리는 엘프가 이름이 있는 거지? 원래 이름은 최초로 구매한 주인이 정해주는 건데.’ 그렇다면 벌써 주인이 있을 수도 있는 일. 범석은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8/12 쪽 리 엘프시장에 떡하니 진열되었다는 것은 판매되는 상품. 실망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혹시 처음 구매한 주인이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 중간에 반품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발의 엘프이고, 아직 처녀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아 그 가능성은 아주 농후했다. 그는 떨리는 마음으로 정보창을 닫고 마틸다에게 질문을 던졌다. “야. 네 이름이 뭐냐?” 그녀가 한번 물끄러미 범석을 바라보고는 바로 대답했다. “마틸다에요.” “아 그래? 혹시 잘하는 거 있어? 요리나, 청소 같은 것 말이야.” “그런 건 못해요.” 그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대게의 엘프들은 주인들에게 귀여움을 받기 위해, 요리나 청소만큼은 엘프학교에서 확실히 배우고 나왔다. 그런데 그런 기본적인 사항을 못한다니 좀 이상했다. 물론 오스칼과 다이아나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녀들은 프로팀에서 지정을 받아 검투훈련에 매진했거나 아니면 재주의 수치가 극악해 어쩔 수 없이 못하게 된 경우였다. “그래? 이상하네. 요리나 청소를 못하면 주인에게 별로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너 설9/12 쪽 마 주인을 얻기 싫은 거야?” “아니요. 주인님을 꼭 섬기고 싶어요. 하지만 전 백발에다 피부까지 까매요. 그렇기에 외모로는 다른 엘프들에게 뒤쳐지니, 경쟁력을 갖기 위해 다른 능력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어요.” 역시나 엘프다운 답변이었다. 외모를 극복하고 주인을 섬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교양과목인 요리와 청소를 포기하다니........ 한편 그는 과연 마틸다가 어떤 능력을 개발해 주인의 환심을 사려고 했는지 무척 궁금했다. “그럼 잘하는 게 뭐야?” “검술요. 3년 내내 전 검만 휘둘렀어요.” 범석이 멍한 눈빛으로 마틸다를 바라봤다. “아, 아니. 왜? 검술을 익히는 것과 주인을 얻는 것과 무슨 상관인데.” “그건........” 하며 그녀가 자신의 지난 과거를 연상했다. 마틸다가 배양캡슐에서 탄생한 직후, 엘프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할 때의 얘기였다. 당시 그녀는 3개월 심화언어교육과정을 거친 후라 인간의 말을 언뜻 알아들을 수가 있었는데, 그만 학교 화장실에서 결코 들어서는 안 될 얘기를 몰래 엿듣게 되었다.10/12 쪽 바로 수돗가에서 손을 씻던 선생님들이 자신은 외모 때문에 주인을 얻기 힘들 것이라는 걱정 어린 말이었다. 본능 상 주인을 간절히 원하는 마틸다로서는 아주 충격적인 일로, 며칠 동안 자리보전하고 누워 있을 정도로 크게 상심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TV에서 한 엘프검투사가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 별로 관심을 두고 보지 않았는데, 그녀가 헬멧을 벗자 얘기가 틀려졌다. 그 엘프검투사 또한 자신처럼 백발의 머리칼에 흰자위의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잠시 후 화면에 등장한 주인이 그녀의 어깨 위로 한 팔을 올리며 자신의 엘프가 최고라는 양 사랑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정말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이에 마틸다는 급히 일어나서 선생님들을 찾아갔다. 어째서 방송에 나온 백발의 엘프검투사가 주인에게 극진한 사랑을 받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인간 주인이 돈을 좋아하기 때문이야. 프로검투사들은 주인에게 상상할 수도 없는 많은 재산을 안겨 주거든.” 그 말은 들은 마틸다는 어둠속에서 광명을 본 기분이었다. 주인에게 많은 돈을 벌어다주면 사랑을 받는다? 아주 세속적인 말이었지만 그녀에게 있어서는 유일한 희망이 되었다. 그래서 바로 그날부터 학교 내에 있는 검투서클에 들었고, 피나는 노력 끝에 3년 후 전력이 극히 떨어지는 교내 검투팀을 광역정부에서 주관하는 엘프학생배 검투대회에서 준우승을 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그해 준우승에도 불과하고 광역대회 최고 검투사상까지 받았다. 11/12 쪽 ============================ 작품 후기 ============================ 아 깜빡했습니다. 진즉에 올려야 했었는데, 제가 날자를 착각해서요. 그런데 아무도 관심은 커녕 문의도 안 하시더군요. ㅠㅠ. 약간 섭섭했습니다. ㅠㅠ.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월요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작품 후기 ============================ 아 깜빡했습니다. 진즉에 올려야 했었는데, 제가 날자를 착각해서요. 그런데 아무도 관심은 커녕 문의도 안 하시더군요. ㅠㅠ. 약간 섭섭했습니다. ㅠㅠ.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월요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 휴양도시 오사하 -- > ‘정말 이상하네. 그렇다면 엘프시장에 올 아이가 아닌데.’ 범석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학생대회라지만 지역대회도 아닌 광역대회에서 최고 검투사상까지 받은 엘프를 다른 프로검투사팀에서 두고 볼 리가 없었다. 아마도 엘프학교에 돈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 영입하려 했을 터. 학교장이 미치지 않고서야 이곳 엘프시장으로 보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가령 그렇다고 해도 프로팀에서 아직까지 이 자리에 그녀를 남겨 둘리가 없었다. 그 때 누군가가 그의 등을 두드렸다. “저기요. 비켜 주실래요. 걔는 아까 제가 찜해놓은 얘에요.” 기분 나쁜 표정을 지은 범석이 고개를 팩하고 돌렸다. 어디서 자신의 엘프에게 집적대냐는 것이다. 이미 그는 마틸다가 얼마이든 구입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얘가 내가 사려고 했다고. 저리 가시지.......” 거칠게 말하던 범석이 말꼬리의 톤을 한층 떨어뜨렸다. 다름 아닌 상대가 어여쁜 여인이었기 때문이었다.회1/13 쪽 ‘어라 얘는 누구지.........?’ 범석이 물끄러미 자신의 앞까지 달려온 금발의 여인을 바라보며 탐심어린 눈빛을 지었다. 키는 165센티 정도 되었나? 똘망똘망 깜빡이는 동그란 눈에는 쌍꺼풀이 짙게 깔려 있었고, 들판에 피어난 목화처럼 새하얀 피부에 수려한 곡선을 그리는 이목구비는 그의 심금을 울리게 하기 충분했다. 타이트한 여성용 양장에 드러난 몸매는 가녀린 목선과 얼울릴 정도로 꽤 날씬한 보였다. 여러모로 볼 때 범석의 취향에 맞는 여인이 분명했다.그는 정보창을 열고 내용을 확인했다.이름 : 레베카 채플린.구분 : 개조인간(7년).소속 : 채플린가명성 : 14.악명 : 0.호감도 : 32.H유무 : 무.스테미나 : 8200/8200.2/13 쪽 사회성 : 36, 근력 : 84 체력 : 82.민첩 : 83, 균형감각 : 82, 지능 : 73.정신력 : 77. 판단력 : 75, 재주 : 74.운 : 78.현재기량/잠재능력 : 744/889.특성 : 애정의 힘.특이사항 : 채플린의 딸. 검투사 출신인 아버지로부터 어렸을 때부터 검술 영재교육을 받음. 최근에 본업으로 바쁜 아버지로 혼자서 검술을 익히고 있음. 현재 채플린가문의 검투사팀을 구성할 예정임. ‘허허. 오늘 무슨 날이냐 이렇게 대단한 얘들만 눈에 띄고.’ 사회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치가 수준급에 올라있었다. 특히 신체적 능력이 아주 뛰어났는데 대부분이 80대를 너끈히 넘었다. 솔직히 능력치만 본다면 센트롤 리그에 뛰고 있는 주전 검투사들 못지않은 수치였다. 게다가 잠재능력은 889는 아주 희소한 수치로 앞으로의 훈련여하에 따라 월드리그에서도 큰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그리고 레베카의 특성은 ‘애정의 힘’으로, 시선이 닿는 곳에 연인이 있다면 모든 능력치가 +7이 상승되는 옵션이 있었다. 범석의 ‘위대한 의지’보다는 수치상 다소 떨어3/13 쪽 지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연인만 경기 장소에 있다면 언제든 발동되기에 효용이 크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특이사항에 새로운 검투사팀을 구성할 예정에 있다는 점을 봤을 때, 영입은커녕 아무래도 경쟁자가 될 공산이 커보였다. “말씀 드렸잖아요. 제가 먼저 골랐다고요.” 고운 음성이 간드러지게 흘러나왔지만, 범석은 정신을 차리고 따지듯 물었다. “댁이 찜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건데? 증거 있어?” “증거는 없지만, 얘는 알 것에요. 아까 분명 마틸다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자신은 광역정부주관의 엘프학생배검투대회 최고 검투사상까지 받았다고요. 한 번 물어보세요.” 정확한 내용이었기에 범석이 속으로 뜨끔했다. 괜히 마틸다에게 질문을 했다가 예라고 대답하는 날이면 자신이 곤란해지게 되었다. 결국 그는 윽박질러 무마시키기로 했다. “아니 설령 그렇다고 해도 무슨 상관인데? 그럼 그때 안사가고 왜 지금에 와서 이러는데?” “그건 믿기지 않아서 그랬어요. 그런 상까지 받은 얘가 엘프시장에 나올 리가 없으4/13 쪽 니까요. 그래서 확인하고 오느라, 잠시 저쪽에서 검색하고 와서 그랬어요.” “그럼 그때는 살 마음이 없었다는 얘기잖아. 먼저 사려고 마음먹은 사람이 임자지. 이제껏 딴 데 가있다가 지금 와서 달라고 하면 내가 오냐 가져가십시오. 이럴 줄 알았냐?” 틀린 소리가 아니었기에 레베카가 입을 꾹 다물었다. 솔직히 편의점에서 어느 상품을 들고 카운터로 가는 상대에게 내가 찜한 물건이니 돌려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이도 비슷한 경우이니, 명분에서 자신이 크게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재능 넘치는 엘프를 놓칠 일. 레베카는 그를 설득하기로 했다. “좋아요. 그럼 제가 양보해주는 조건으로 그녀의 가상주인으로 삼아드릴게요. 그리고 그녀로 인한 소득에서 10%를 당신의 소유로 인정해드리겠어요. 그럼 만족하시겠죠?” 가상주인. 한 마디로 여성이 엘프를 구입할 수 있게끔 만들어놓은 법적 제도장치였다. 엘프가 주인으로 인정하는 자는 바로 남성들 뿐. 하지만 경제활동을 하며 주인에게 돈을 벌어다주는 그녀들을 남성들만의 소유로 할 수는 없었다. 가만히 나두다가는 남녀 간에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크게 벌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초기에 구입비용으로 많은 돈을 치르기는 하지만, 한 사람이 버는 돈과 두 사람이 버는 돈은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성에게 남성과 같은 소유권을 인정해 준다면, 엘프들에게는 정5/13 쪽 말 못할 짓이었다. 평생을 주인 없이 살아야하는 절망감은 그녀들을 죽음으로까지 몰아넣을 수 있는 심각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엘프보호법에 의거하여 여성이 엘프를 살 때는 어느 한 남성을 지정해 가상주인으로 삼아야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그리고 그 대가의 한도는 대상 엘프로부터 얻는 총수입의 10%라고 못 박혀 있었다. 지금 레베카는 법정 최대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범석에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로서는 당연히 받아드릴 수 없는 제안이었다. 잘만 키운다면 팀에 막대한 도움이 될 엘프를 그깟 수입금 10%를 받는 조건으로 넘길 수는 없었다. “지금 장난해? 내가 그런 권리 받자고 이 얘를 너에게 넘기리라고 생각해? 난 얘가 얼마든 주인이 될 의향도 있고, 돈도 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레베카가 오른쪽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전자수첩을 꺼냈다. “좋아요. 그럼 얼마를 드리면 만족하시겠어요. 500만 크랑? 1000만 크랑? 원하시는 금액을 말씀주세요.” 그 말에 범석이 입이 벌어질 정도로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얼마나 썩어나가기에 그런 큰 돈을 즉석에서 내놓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마틸다 정도의 능력이면 지금 가진 재산을 모두 풀어서라도 사야할 인재. 그 돈에 넘어갈 수는 없었다.6/13 쪽 “내가 돈 받자고 이러는 줄 알아? 너는 마틸다의 가치를 아직 모르는 모양인데. 얘는 적어도 수천만 크랑의 값어치가 나간다고.” 하며 범석이 마틸다의 손목을 부여잡고는 카운터로 향했다. 그러자 레베카가 대뜸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그의 앞길을 막았다. 아무리 광역정부주관의 엘프학생배검투대회 최고 검투사상을 받았다지만, 그 금액이면 너무 과한 면이 있었다. “뭐, 뭐라고요? 수천만 크랑요? 그 정도면 와이드리그의 핵심급 검투사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쯤은 아시고 하는 말씀이신가요?” 범석이 입고 있던 슈트를 툭툭 치며 말했다. “당연히 알거든. 나도 이 바닥에서 굴러먹는 사람이야. 왜 그래.” 그때 카운터로 돌아온 직원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손님들. 걔 마틸다 건들지 마세요. 이미 소유주가 정해진 얘에요.” 순간 한 참을 다투던 범석과 레베카가 멍하니 있더니, 곧 정신을 차리고 급히 카운터 직원에게 달려갔다.7/13 쪽 “무, 무슨 소리입니까? 주인이 있다는 말입니까? 아직 오드아이인걸 보면 아직 주인이 없을 텐데요.” 카운터직원이 얼굴을 새하얗게 변색시킨 범석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네. 아직 주인은 없습니다만, 소유주는 정해졌습니다.” “그게 누굽니까?” 카운터직원이 엄지를 들어 뒤쪽에 있는 포스터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엘라임 투기장 개장기념 투기대회라는 글귀가 적여 있었는데, 검투부분의 상품으로 마틸다가 떡하니 걸려있었다. 투기대회. 한 마디로 두 선수가 나와 1대 1로 대결을 펼쳐 승패를 결정짓는 경기였다. 다만 비너스가 경험한 지하투기대회와 다른 점은 안전규범을 지켜 합법적으로 사업승인이 났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투기 종목은 두 가지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하나는 맨주먹으로 겨루는 무투대회였고, 또 하나는 검 등의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검투대회였다. “자, 잠깐? 그럼 마틸다가 대회 상품입니까? 혹시 이 얘의 가치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알고나 하시는 말입니까?” “네. 저도 사장님께 들어서 자세히 알고 있습니다. 저희 사장님의 아버님께서 마틸다가 다닌 엘프학교와 여기 엘프시장을 소유하고 있는 오너분이시거든요. 그런데 그8/13 쪽 분 말씀으로는 이 근방 프로팀에서 죄다 구매를 하러왔다고 하더군요. 적게는 700만 크랑을 부르고 많게는 2000만 크랑까지 외치는 프로팀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왜 안 판 겁니까?” “이번에 새로 개장할 투기장 때문입니다. 저희 회장님께서는 엘라임 투기장을 세계적인 투기대회가 열리는 최고의 투기장으로 만들고 싶어 하십니다. 그래서 홍보차원에서 막대한 돈을 들여 개막대회에 참가시킬 유명선수를 모집했습니다. 그런데 유명 무투선수들은 대거로 모을 수 있었지만, 검투부분에 참여할 선수를 구하기란 거의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뛰어난 실력과 유명세를 지닌 선수들은 전부 자금력이 풍부한 프로 검투팀에서 스카웃을 해버렸으니까요. 그러다가 결국 회장님께서 마틸다를 상품으로 내놓은 겁니다. 그 아이를 얻기 위해 각 검투프로팀에서 유명한 현역 검투사를 대거로 참가 시킬 테니까요. 덕분에 저희들로서 꽤 이득을 봤습니다. 프로이상의 검투사가 근 90명 가량이 참가했거든요. 참고로 여기에는 센트롤리그의 주전급 선수도 하나 껴있습니다.” 범석은 회장이라는 자의 면상을 좀 보고 싶었다. 그 배포와 사업수단에 놀란 탓이다. 마틸다의 최고제시금액은 2000만크랑. 큰돈이지만 90으로 나누면 고작 22만 크랑 뿐이 되지 않았다. 리그전이 치열한 지금 이때에 출중한 실력의 프로검투사를 그 돈으로 초빙해올 수는 없는 일. 머리가 보통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내 그가 마틸다를 바라봤다. 왜 자신에게 저 사실을 숨겼는지 묻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긴 한숨을 쉬고는 포스터로 시선을 돌렸다. 엘프란 주인을 얻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존재. 절대 저 대회의 상품이 되어 프로검투팀의 소유가 되고 싶지는 9/13 쪽 않았을 터였다. ‘토너먼트 경기 시작시간이 오일 후라........ 다행히 접수 마감일은 오늘까지네. 좋아 나도 참가한다.’ 범석의 결정은 빨랐다. 자신이 얼마만큼 올라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마틸다의 잠재능력을 본 이상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좋습니다. 저도 참가하겠습니다. 접수는 어디서 하죠?” 뒤이어 레베카도 말했다. “저도 참가하겠어요. 접수 시켜줘요.” 범석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모습이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이 둘을 지그시 바라본 카운터 직원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렇습니까? 접수는 여기서도 하기는 하지만........ 그런데 어쩌죠. 이 대회에 참석할 수 있는 선수들은 유명프로팀의 검투사들이나, 그에 준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혹시 프로검투사들이십니까?”10/13 쪽 범석이 고개를 젓고는 바로 대답했다. “프로는 아닙니다. 하지만 프로검투사 이상의 실력을 가졌다고 자부합니다.” “그것 가지고는 모자랍니다. 저희들이 참고할 만한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기껏 올려놓은 대회의 질을 아무나 받아들여 떨어뜨릴 수는 없으니까요.”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자료는 프로검투협회에 저장되어 있었다. 이에 범석이 곁에 있던 비너스를 끌어당기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 소유의 아마추어팀이 올해 GA컵 6차전까지 진출했습니다. 물론 그때 저와 여기 비너스도 참가했습니다.” GA컵은 아마와 프로가 아울어지는 대회 6차전까지 올라갔다면, 꽤나 실력이 있는 팀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아 그래요? 대단하시군요. 그럼 한 번 경기장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네. 팀 이름은 갓즈나이츠고요. 제 이름은 오범석입니다. 한 번 검색해 보십시오.” 카운터직원이 이내 홀로그램 영상에 인터넷을 띄우고는 프로검투협회 사이트에 들11/13 쪽 어가 갓즈나이츠팀의 4차전부터 경기하이라이트 살폈다. 이때부터 프로와 시합을 하기에,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예였다. 그리고 그가 후반부 있는 승부대결을 보자 바로 화면을 내렸다. 혼자서 에어리어리그 중위권 프로검투사 다섯을 별로 힘을 안들이고 다 넉 다운을 시키는 장면이 나오는데, 고민하고 자시고 할 게 없었다. 그리고 비너스는 좀 활약이 약하지만 특이한 듀얼쉴더라는 역할 분담 때문에 관객에게나 초청한 TV방송팀 카메라에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습니다. 범석님과 비너스. 모두 접수를 받겠습니다. 시합 일은 5일 후. 엘라임 투기장입니다. 그리고 모래 참가선수 간담회가 투기장 사무소에서 있으니, 반드시 참석해 주십시오.” “네. 당연히 참석하겠습니다.” 카운터직원이 이번에는 레베카를 바라봤다. “손님께서도 참가하신다고 하셨죠? 참고할 만한 자료가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그, 그런 자료는 없는데요. 꼭 있어야 하나요?” “네. 그렇습니다. 저분께 말씀드렸다시피 이 대회는 수준이 무척 높습니다. 결코 실력이 검증 안 된 검투사를 경기에 내보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도 충분히 실력이 있어요.” “말 가지고는 뭘 못합니까? 만약 아가씨의 접수를 받았다가 경기가 어이없이 끝나면 12/13 쪽 제가 사장님에게 크게 혼이 납니다. 다른 말 말고 그냥 돌아가십시오.” “정말 자신 있다니까요. 한 번만 실력을 드러낼 기회를 주세요. 그럼 아실 것이에요.” 이들이 실랑이를 하는 모습을 보며 범석이 엘프시장을 빠져나갔다. 경기는 삼일 후. 여러 가지 준비할 사항이 많았다. 호텔 투숙기간도 늘여야 했고, 같이 참가하는 비너스의 공격능력도 향상시켜야 했다. 그리고 잠시 잊고 있었지만, 오늘 얻게 된 자금에 대해 엠마에게 감사도 표해야 했다. ============================ 작품 후기 ============================ 휴. 오늘은 약간 햇볕이 내리 쬐네요. 아주 따갑더군요. 며칠만 이러면 제법 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 같습니다. 그냥 흐린날씨만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게, 제 바람입니다......... 그럼 모두들 앞으로 다가올 더위 조심하시고요. 전 금요일 새벽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휴. 오늘은 약간 햇볕이 내리 쬐네요. 아주 따갑더군요. 며칠만 이러면 제법 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 같습니다. 그냥 흐린날씨만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게, 제 바람입니다......... 그럼 모두들 앞으로 다가올 더위 조심하시고요. 전 금요일 새벽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휴. 오늘은 약간 햇볕이 내리 쬐네요. 아주 따갑더군요. 며칠만 이러면 제법 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 같습니다. 그냥 흐린날씨만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게, 제 바람입니다......... 그럼 모두들 앞으로 다가올 더위 조심하시고요. 전 금요일 새벽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 휴양도시 오사하 -- > 시합 당일. 범석은 오사하 해변 동쪽에 위치한 엘라임 투기장을 찾아갔다. 그저 단순한 개장기념 투기대회로 여겼던 범석은 입구부터 벌어지는 이벤트 행사에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주차장에는 선수들의 이동전용차량으로 보이는 알록달록한 플라잉버스가 주룩 늘어서 있었고, 2곳의 돔형 거대 경기장까지 이어지는 길 양옆으로는 끈이 달린 풍성들이 무성히 하늘로 솟아있었다. 거리에는 레이싱걸 입을 법한 야시시한 복장을 한 수많은 엘프들이 무지개 빛 양산을 쓰고 지나가며 분위기를 띄웠고, 참가 선수들로 보이는 무투사와 검투사들은 광장 잔디에 앉아 각자 가지고 온 장비를 체크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대로변 한 복판에는 공중을 날아다니는 버드카메라와 가족단위로 이동하는 관람객들로 번잡함을 보이고 있었다. “휴~ 투기장 개장기념대회라 무시했는데, 보니 보통 대회가 아닌가 보네.” “그, 그러게요.” 비너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용한 성격인 그녀가 대회장 분위기를 보고 기가 죽은 모양이었다. 이에 범석이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비너스를 바라봤다. “긴장하지 마. 전에 GA컵에도 많은 관객을 상대로 경기를 했었잖아. 그때와 똑같아.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면 돼. 그러다가 잘 되면 좋고, 아니면 또 좋은 경회1/12 쪽 험이 됐으니 좋지. 그러니 마음을 편히 가지면서 경기에 집중해.” “하, 하지만 주인님께서는 꼭 마틸다라는 엘프를 가지고 싶어 하셨잖아요? 그런데 제가 초반에 떨어져서 주인님께 실망을 드리면.......”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네게 기대하는 부분은 프로를 상대로 홀로 싸우면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는 일이야. 마틸다를 얻는 일은 나에게 기대하는 부분이고. 그러니 각자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기만 돼.” 그 말이 위로되었는지 비너스의 떨림이 크게 줄어들었다. “네. 알았어요. 최선을 대해서 주인님께 좋은 경기모습을 보여드릴게요.” “후후. 그래. 그럼 빨리 경기장을 찾아가자. 준비할 사항이 많으니까.” 그들은 2개의 경기장으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서로 헤어졌다. 비너스는 A조이기에 1번 경기장에서 경기를 해야 했고, 범석은 B조니까 2번 경기장으로 가야만 했다. 그는 다시 한 번 비너스 힘내라고 응원하고는 2번 경기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출전 선수들은 준비해 주십시오. 곧 경기가 시작됩니다.” 출전선수 대기실. 선수로 보이는 엘프들 틈에 껴있던 범석이 헬멧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입고 있던 슈트를 계속 손질했다. 자신의 순번은 아직 멀었으니, 그 틈에 장비가 이상이 없는지 체크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이 슈트는 주최 측에서 제공한 장비이기2/12 쪽 에, 혹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손상 부위가 있을 수 있었다. “자. 그럼 B-01 선수와 B-02 선수 분들은 경기장으로 나오십시오.” 행사진행인의 말에 그의 전면 부위에 앉아 있던 금발의 엘프와 우측 멀리 앉아있던 흑발의 엘프가 일어서서는 밖으로 나섰다. 이에 출전선수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전자수첩을 꺼내서는 홀로그램 영상을 띄웠다. 이번 대회는 주최측이 거금을 주고 초청한 지역TV방송사에서 중계를 하기 때문에, 방금 나간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볼 수가 있었다. 아마도 화면을 통해 낯선 상대의 전력을 파악할 요량인 듯 보였다. 역시나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프로답다고나 할까? 하지만 범석은 여전히 장비를 손질하는 여념이 없었다. 그가 걱정하는 선수는 단 하나. A조에 소속된 힐리스라는 검투사였다. 그녀는 이곳 오사하를 연고로 두고 이르스센트롤리그에 소속된 블랙로즈팀의 주전 검투사였다. 센트롤리그 검투사는 한 번도 맞상대해 적이 없으니, 약간은 긴장이 되었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는지 출입문 밖과, 다른 출전선수들의 전자수첩에서 일제히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요시간은 1라운드당 3분에 휴식시간은 1분씩. 총 4라운드를 수행하는 1차전의 최대 플레이 시간은 16분이었다. 하지만 검투경기는 한 번의 제대로 된 검격으로 승패3/12 쪽 가 가늠되기에, 그 이전에 끝나기가 다반사였다. 잠시 후 청명하게 울려 퍼지던 금속음은 이내 잦아들었고, 경기가 종료되었다. “자 그럼. 두 번째 경기 출전자 나오십시오.” 대기열은 급속도로 빠르게 줄어들었다. 대략 2~3회전만으로 경기가 끝나버리니 당연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범석은 느긋하게 등을 벽에 기대로 편안 자세로 앉았다. 1회전 상대가 그저 에어리어리그 하위팀 주전급 검투사라 긴장할 필요성도 없었고, 가장 마지막경기에 배정 받은 탓에 시간도 많이 남아돌았다. - 자 그럼 A조 11번째 경기를 속행하겠습니다. 이번 출전선수는 여러분들이 고대하시는 블랙로즈팀 소속의 힐리스선수와 일반 참가자인 레베카선수입니다. 자. 선수들 입장하십시오. 근처에서 들려오는 TV방송 소리에 범석의 귀가 쫑긋 세워졌다. 자신이 주의를 기우리고 있던 선수의 시합이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힐리스는 부전승으로 2차전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었나?’ 지난번 간담회가 열렸을 때 이번 출전 선수들은 간단한 대진표추첨을 했었다. 당시에도 범석은 힐리스를 주시하고 있었던 터라, 그녀가 1차전 경기를 면제받는 장면을 4/12 쪽 분명히 보았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1차전 경기에 출전하다니. 그는 궁금한 마음에, 또 전략 탐색 차원에서 전자수첩을 꺼내 TV홀로그램 영상을 띄웠다. 다행히 아직 경기가 시작되지 않았는지, 화면상의 힐리스는 라운드 우측 옆에 서서 가볍게 몸을 푸는 자세만을 취하고 있을 뿐이었다. ‘얘는 또 왜 나온 거야?’ 화면이 상대 선수인 레베카로 향해지자, 범석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며칠 전에 엘프시장에서 본 개조인간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저번 간담회 때 나오지를 않아, 참가신청이 거절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역시. 돈과 빽의 위력인가? 참나 돈 없는 놈 서러워서 살겠나.’ 알아보니 레베카의 가문인 채플린가는 에이번드 지역정부 바로 옆에 붙어있는 아르칸이라는 지역에서 상당한 규모의 사업을 일구는 입지적인 가문이었다. 전자, 플라잉카, 조선등의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거대 기업체였고, 전문스포츠웨어와 건설, 유통업, 식품쪽도 나름 인지도가 있었다. 모두를 합치면 세계 재계 순위 10위권 정도? 당연히 채플린가문의 자금과 빽이라면, 이런 개장기념대회쯤이야 뒷구멍 출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별로 상관이 없을 듯도 보였다. 아무래 개장기념대회라 주최측의 입김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TV에 방영되는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노골적으로 편파적인 판정을 5/12 쪽 내리기 힘들었다. 특히나 검투부분은 서로 비겨 판정까지 가는 경우가 거의 없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후후. 게다가 상대가 센트롤리그 선수라........ 그럼 끝났지 뭐.’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범석이 편히 다리를 꼬며 경기를 관람했다. 곧이어 공이 울리고 힐리스와 레베카가 서로의 검을 들고 상대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뒤이어 이어지는 레베카의 검격이 공간을 가르며 빠르게 앞으로 날아갔다. 창. 까아앙. 창. 끼이잉. 연이어 터져 나오는 청명한 금속음. 힐리스와 그녀의 사이에서는 계속해서 불꽃이 터져 나오며, 경기장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어, 어라? 제법 하네.’ 일방적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 두 여인의 결투는 거의 막상막하로 진행되고 있었다. 대등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 검을 맞대도 누군가 뒤로 밀리는 모습을 볼 수 없었고, 공중을 수놓은 검형을 볼 때 경험에서 나오는 검술의 센스도 거의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기교면에서는 레베카가 상당히 앞서는 것으로 생각됐다. 검끝이 요상하게 변화되는 것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상하좌우로 꿈틀거6/12 쪽 리고 있었다. ‘뭐야? 둘이 짰나? 으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 차츰 검세가 난잡해지고 빠른 템포로 흐르자 힐리스가 무척 당혹해하며 수세에 밀리고 있었다. 혹시 둘이 모종의 거래가 오갔는지 의심을 해봤지만, 지금의 움직임을 봤을 때는 절대 아니었다. 이들이 경기장에서 펼치는 수준은, 과거 와이드리그에서 큰 활약을 했던 에르피나보다 높았다. 땡하고 울리는 소리와 1라운드 종료 벨과 함께 두 여인이 자신들의 좌석으로 돌아갔다. 레베카는 여유가 있게 의자에 앉는 반면 힐리스는 지쳤는지 헬멧까지 벗어가며 거친 호흡을 내뱉고 있었다. 만약 이것이 연기라면 힐리스는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감이었다. “쳇. 아무래도 레베카가 결승전 상대가 되겠군.” 승패의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바, 범석의 예상이 정확히 맞아 떨어질 것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그러나 1라운드의 경기결과를 봤을 때 레베카의 승리는 확정적이었다. 힐리스가 그녀의 괴이한 리듬에 전혀 적응하고 있지 못하니, 사소한 실수만 나와도 승패는 결정이 나게 되어 있었다. 게다가 승부의 시간은 단지 16분. 그 안에 저 요상한 검술의 정체를 알기란 무척 힘든 일이었다. 역시 예상이 맞았는지 2라운드 중반쯤에 정확히 이마를 격타당한 힐리스가 바로 행7/12 쪽 동불능 상태에 빠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이거. 나도 조심을 해야겠는데. 자칫하다가는 당할 수 있겠어.’ 사실 기본적인 신체능력과 검의 숙련도면에서 이 둘은 거의 막상막하의 힘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리 승패가 손쉽게 결정이 난 이유는 바로 레베카가 보유하고 있는 이상한 리듬이었다. 검의 강약과 변화가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 정확히 검을 맞대어 막기가 무척 힘들어 보였다. 그러다보면 상대 검투사는 무리하게 몸을 움직여야 했고, 극심한 체력손실을 유발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저 정도 실력이면 충분히 결승전에 오를 터. 난관이 예상이 되었다. “자. 그럼 B-63 선수와 B-64 선수 분들은 경기장으로 나오십시오.” 진행자의 호출에 범석이 장비를 정돈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B-64의 선수가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그는 허리에 찬 카타나를 비스듬히 세우고는 출입문을 향해 걸어갔다. 우와와와! 우와와와! 장내에 가득 찬 관객들이 선수의 등장과 함께 고함을 질러댔다. 돔형 천장에 달려있는 조명은 뜨거울 정도의 밝은 빛으로 중앙의 경기장을 비추고 있었다. 지나는 길목8/12 쪽 마다 가지각색의 레이저가 하늘을 수놓았고, 출입문 바로 위쪽 공간에서 출전할 선수들의 활약장면이 하이라이트영상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경기장 쪽으로 향하던 범석이 문뜩 고개를 들어올렸다. 베팅결과가 화면에 나오던 탓이다. 1.8 : 1. 자신에게 불리한 베팅금액이었지만, 나름 만족스러웠다. 자신의 경기 장면을 봤다면 절대로 상대에게 돈을 거는 멍청한 도박사는 나오지 않을 터였다. 예상키로는 오늘 경기장에는 도박사보다는 일반 가족 나들이 관객이 많이 온 듯싶었다. 덕분에 이번 승리로 그가 벌어들일 돈은 총 39만 크랑. 제법 쏠쏠하다고 볼 수 있었다. ‘으음. 39만 크랑이 어디냐. 후후.’ 사각의 링 위에 올라선 범석이 경기장 중앙으로 가서, 올라오는 상대선수를 바라봤다. 엘라야라는 엘프로, 에어리어리그에 소속된 썬더 제우스팀의 주전급 검투사였다. 미리 정보를 파악해보지는 않았지만, 들고 나오는 무구를 보아하니 양손검을 주무기를 삼는 듯싶었다. 이윽고 그녀가 올라오자 심판이 다가와 둘을 링 가운데 세웠다. “링 밖으로 3회 나가면 실격패를 당하니 조심해라.” 검투부분의 투기대회에는 사방을 막는 로프가 없었다. 검을 휘두를 시 걸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이 링에 걸려 패한다면 그만큼 우스운 얘기도 없었다.9/12 쪽 대신 실수로 놓친 검이 관람객을 다치게 할 수도 있으니, 관람석 전면은 튼튼한 투명 강화아크릴판으로 막고 있었다. “그럼 파이트!” 시합 시작을 알린 심판이 급히 링에 아래로 빠져나갔다. 뒤이어 사방으로 터져나가는 푸른색의 불꽃. 엘라야가 기습적으로 뻗은 검을 그가 쳐낸 때문이었다. 창. 캉. 창. 계속되는 그녀의 일방적인 공격에 관중들이 무릎을 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베팅률은 범석이 2배 가까이 많지만,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이 지역 출신의 엘라야에게 돈을 걸었던 탓이다. 그에게 돈을 건 자는 일부는 돈이 많은 전문적인 도박꾼뿐이었다. ‘으흠. 너무 분위기를 띄워줬나?’ 코너까지 밀린 범석이 그녀의 옆을 스치면서 어깨로 툭하니 밖으로 밀었다. 우당탕탕 게 다리를 짚으며 링 밖으로 나간 엘라야가 바로 심판의 경고를 받았다. “엘라야. 경고 1회!”10/12 쪽 어두운 낯을 한 그녀가 머뭇거리며 링으로 복귀했다. 경기 전 비디오를 보고 상당히 강한 자라고 예상했는데, 역시나 맞았던 것이다. 암만 봐도 GA 4차전에 올라 작년 지역 프로순위 11위 팀의 핵심급 검투사 다섯을 여유롭게 이긴 장면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됐다. 하지만 프로검투사로서 아마추어에게 당할 수는 없는 일. 반드시 이겨야 했다. 관중들은 범석이 어떤 실력자인지 아직 모르니, 지며 상당한 야유가 쏟아질 터였다. 심판의 경기재개신호를 받은 엘라야가 조심스레 링을 돌고 있었다. 처음의 기습작전이 실패했으니, 이제 지공으로서 상대의 실수를 노리려는 모양이었다. ‘으음. 이번에는 느슨하게 가려는 모양인가?’ 그렇지만 범석으로서는 결코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이번 대회는 3일간 7경기를 치워야하는 빠듯한 일정이니, 체력안배가 무척 중요했다. 괜히 시간을 끌며 정심과 체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범석이 빠른 동작으로 그녀를 향해 카타나를 내질렀다. “햣!” 스텝을 밟으며 피한 엘라야가 들고 있던 롱소드로 작은 궤적을 그리며 그를 공격했다. 아주 작지만 그녀의 허리가 열려있는 모습을 확인한 범석이 날렵한 동작으로 어깨차징으로 밀쳤다. 그리고 잠시 중심이 흐트러진 사이, 바로 카타나를 올려치며 정11/12 쪽 확히 목 부위를 강타시켰다. 서서히 경직상태에 빠져든 엘라야의 몸이 앞으로 기울여졌다. 경기가 종료되었음을 깨달은 범석이 뒤로 물러났다. 쓰러진 상대에게 손을 대는 일은 비신사적인 행위로 간주되어 반칙패가 선언되는 경우가 있으니, 그럴 의도가 없음을 심판에게 어필할 필요가 있었다. 곧이어 심판이 튀어나와 둘 사이를 가로막고는 시합 종료를 알렸다.============================ 작품 후기 ============================ 계속 간당간당하게 올리네요. 이번 회는 간신히 어제야 끝을 맺었습니다. ^^;;;; 에고 빨리 킹판월이 끝나야 신경을 쓸 텐데요. 8월만 되면 좋은 날이 오겠죠. 하하하. 그럼 전 월요일 새벽에 다시 찾아뵙습니다. 좋은 주말들 보내십시오.12/12 쪽 ============================ 작품 후기 ============================ 계속 간당간당하게 올리네요. 이번 회는 간신히 어제야 끝을 맺었습니다. ^^;;;; 에고 빨리 킹판월이 끝나야 신경을 쓸 텐데요. 8월만 되면 좋은 날이 오겠죠. 하하하. 그럼 전 월요일 새벽에 다시 찾아뵙습니다. 좋은 주말들 보내십시오.12/12 쪽 < -- 휴양도시 오사하 -- > “주인님! 여기요!” 오후 시합 스케쥴로 진행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범석이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바로 비너스였다. A경기장에서 먼저 시합을 끝내놓을 터라, 먼저 와서 기다린 모양이었다. 가볍게 손을 흔든 그가 다시 진행인을 바라봤다. “오후 시합 시작시간은 3시입니다. 2시간 남짓 남았으니 식사는 가볍게 하시고, 2시 40분까지는 출전자대기실로 오셔야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용건을 마친 범석이 관람석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비너스에게 다가갔다. 꽤나 밝은 표정을 짓는 것으로 보아 1차전은 무사히 통과한 모양이었다. “주인님. 제가 하는 시합 보셨죠? 저 잘했죠.” 범석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힐리스와 레베카의 시합만을 생각하다가, 그만 그녀의 시합을 봐야한다는 사실을 그만 잊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못 봤다고 말하면 귀를 축 늘어뜨리며 실망을 표할 터. 범석이 애써 해맑은 표정을 지어 보냈다.회1/13 쪽 “아주 잘했어. 네가 내 엘프라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다. 하하하.” 주인에 칭찬에 기분이 좋은지 비너스가 방긋방긋 웃어댔다. 그리고 함께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내내 자신의 시합내용을 몇 번이고 자랑했다. 좀 귀찮기는 했지만 지은 죄가 있던 범석은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그녀의 등을 다독였다. “뭘 먹어야 하나?” 엘라임투기장 밖, 거리로 나온 범석이 주위를 둘러보며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근처의 식당들 대부분이 관람객들로 보이는 손님들로 만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멀리 가자니 오후 시합에 늦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근처 편의점에서 셋트 도시락을 사, 엘라임 투기장으로 돌아왔다. 경기장건물 앞 야외에 나무로 그늘진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으니, 그곳에서 비너스와 함께 오붓하게 식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자. 먹자.” 긴 벤치 위에 비너스와 나란히 앉은 범석이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감자고로케와 조각난 몇 점의 돈까스, 야채샐러드와 김치등. 군침이 돌 정도로 맛깔스러운 반찬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좀 뜨끄미지근한 점이 문제지만 50크랑짜리 식사치고는 괜찮은 편2/13 쪽 이었다. 그는 나무젓가락과 프라스틱 수저를 하나씩을 비너스에게 건네주고는 밥을 한 술 퍼서 그 김치하나를 얹고는 입안에 넣었다. 와작 씹히는 청량한 느낌에 범석이 절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제법 맛있네. 그치?” 고로케를 한입 머금은 비너스가 고개를 주억였다. “네. 맛있어요.” 그 때 이들에게로 한 노신사가 다가왔다. 손에 편의점용 도시락이 하나 들려있는 것으로 보아 식사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는 범석의 바로 옆에 앉고는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냈다. “여어 이게 누군가? 행운의 여신과 그 주인이 아닌가?”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 노신사를 바라본 범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며칠 전 호텔카지노에서 자신에게 슬롯머신 게임 법을 가르쳐준 자였기 때문이다. 당시 긴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잭팟 당첨이라는 큰 경험 속에 함께 기억하고 있던 터라 잘 알고 있었다.3/13 쪽 수저를 내려놓은 범석이, 윌킨스가 내민 손을 붙잡아 악수를 했다. “반갑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무슨 일이십니까?” “그냥 재밌는 행사가 있다고 소개하기에 한 번 놀러와 봤지. 카지노에서만 노닐기도 따분해서 말일세. 뭐니뭐니해도 도박은 스포츠도박이 최고가 아닌가?”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많이 따셨습니까?” 윌킨스가 도시락 뚜껑을 열며 말했다. “아니 별로. 자네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손해 볼 빤했지.” “아 저에게도 거셨습니까?” “으음. 그래도 딴에는 아는 사람인데, 걸어줘야지. 덕분에 여기서 4만크랑 가량을 벌어 손해를 만회했지.” 자신의 승리로 4만 크랑을 벌었다고 한다면, 1인당 한도 액수인 10만 크랑을 걸었다는 얘기였다. 제법 큰돈이었기에, 그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절 뭘 믿고 그런 큰돈을 거셨습니까?” “뭐. 자네의 운을 믿었지. 슬롯머신에서 잭팟을 터뜨리기가 그렇게 쉬울 줄 아나.” 범석이 비너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4/13 쪽 “제가 잭팟을 터트린 것이 아닌데요? 요기 비너스가 했는데요.” “후후. 하긴 그렇기도 하겠군. 하지만 운만 보고 자네에게 건 것은 아니네. 나름 이유가 있어서였지.” “이유요?” “베팅률 말일세. 자네는 아마추어인데, 프로인 상대보다 배팅비율이 높게 먹여지는 것이 아닌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당연히 후자에 걸 텐데 말일세. 그렇다면 전문 도박사들이 대거 자네에게 돈을 걸었다는 뜻. 나도 과감히 투자했지. 스포츠도박에서는 전문도박사들을 따라가는 것이 돈을 버는 지름길이니까.” 당연한 얘기이지만 단순히 배팅율 하나만을 보고 거기까지 유추했다는 사실에 무척 놀라웠다.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 범석이 그의 정보창을 열어 확인했다. ‘오. 윌킨스금융지주의 회장이라........’ 윌킨스금융지주사는 금융 계열순위 2위에 링크된 거대 금융사였다. 윌킨스은행, 윌킨스투자증권등의 알만한 금융기업을 줄줄이 늘어서 있었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TNB은행의 매각입찰에 관심을 표하는 얼마 안 되는 거대 자본기업 중 하나였다. 게다가 윌킨스의 능력 또한 눈이 돌아갈 정도였다. 체력적인 면에서는 바닥을 기지만, 판단력과 운등 기타 스텟에서 대체적으로 극을 달리고 있었다. 자칫 밉보였다는 앞으로의 플레이가 곤란할 것 같았다.5/13 쪽 황급히 정보창을 닫은 범석이 최대한 정중히 대답했다. “하하하. 그러려니 넘겼을 상황에서 돈을 벌 찬스를 찾아내시다니, 대단하십니다.” “후후. 대단하긴 뭘. 자네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 동그랗게 눈을 뜬 범석이 말했다. “제가 뭘 말입니까?” “당연하지 않은가? 아무리 하위리그 소속이라고는 하지만, 프로검투사를 그렇게 간단히 제압하다니 말일세. 설마하며 마음을 졸인 내가 한심해질 정도였지.” “하하하. 별 것 아닙니다. 그냥 운이 좋았지요.” 당치도 않다는 듯 윌킨스가 손을 저어댔다. “운이긴. 하도 이상해서 살펴봤더니, 상당한 실력자인 것 같던데. 한낱 아마추어팀을 GA컵 6차전까지 올려놓았을 정도이니 말일세.” “아 그건 전부 제 엘프들이 출중한 탓입니다. 데리고 있는 얘들이 좀 실력이 출중합니다.” “으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던데. 내가 이래봬도 검투 메니아야. 내 눈으로 보기에는 GA컵 4차전에서 승부대결에서 보인 실력이나 오늘의 결과를 봤을 때. 확실히 보통 실력이 아니야.”6/13 쪽 이렇게까지 조사하고 왔다면 더 이상 겸양을 떠는 일은 실례였다. 이에 범석이 호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네. 한 실력 합니다. 사람이 한 우물만 파다보면, 구멍이 깊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도 무작정 검만 팠더니, 이 정도 실력으로 올라서더군요. 노력에는 다 그만한 보상이 따르는 법 아니겠습니까?” “후후. 그렇지. 특히나 자신을 갈고 닦는 일에는 더더군다나 그렇지. 그래서 자네가 마음에 드네.” “좋게 봐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푸근한 미소를 지은 윌킨스가 말했다. “그런데 말일세. 자네에게는 프로제의가 들어오지 않나? 제법 많이 들어오리라 생각되네만.......” “네. 많이 들어오는 편입니다. 아주 귀찮을 정도죠.” “그런데 왜 프로로 가지 않았지? 검술을 익히는 것은 그저 자기만족뿐인가?” “아닙니다. 저도 프로를 목적하고 있습니다. 다만 프로팀의 제의를 극구 거절하는 이유는 바로 제 나름대로의 프로팀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지금 내년 승격토너먼트에 제 팀을 참가시킬 예정입니다.” “그래? 승격할 가능성은 많고?”7/13 쪽 “제법 그런 편입니다. 업계에서 현재 저희 팀을 승격 제1순위로 올려놓고 있으니까요.” “으음. 그럼 슬슬 펀딩작업도 준비해야 하겠군. 승격이 된 이후에 하면 늦을 테니까.” 이에 범석이 고개를 내리 저었다. 자신은 절대 팀을 주식회사형태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 “아니요. 저는 개인사업체로 팀을 운용할 겁니다.” “아니 왜?” “저는 주인 없는 엘프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니까요?” “아니. 그럼 연봉을 많이 줘야하니, 팀 운영에 큰 차질을 빚을 텐데? 괜찮겠나?” “그래서 개인사업체로 하겠다는 겁니다. 그럼 다른 팀의 엘프를 스카웃해 제 엘프로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 연봉 걱정은 크게 줄어들게 아닙니까?” 턱을 가볍게 쓰다듬은 윌킨스가 미심적인 눈초리로 그를 바라봤다. 소싯적에 프로팀 펀딩작업에 관여한 적이 있었던 터라, 범석이 하는 말이 얼마나 허황된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가지고 있는 돈이 많다면 아니지만 말이다. “그럼 팀 구축 자금은 가지고 있나?”8/13 쪽 “지금 대략 총 자산이 7500만 크랑 정도 됩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윌킨스가 바로 손을 내리 저었다. 거금이기는 하지만 그 돈으로 텍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절대 프로로 못 올라가. 프로팀을 창단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닐세. 내 예상으로는 최소한 2억 크랑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프로리그 규정에 합당한 훈련캠프는 가지고 있는가? 그럼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하면, 잘 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 “없습니다. 방금 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총 자산이 7500만 크랑이라고요.” 윌킨스가 멍하니 범석을 바라봤다. 아무리 젊은이가 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지만, 이건 너무 무대뽀였다. 프로팀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꿈으로만 만들어질 수는 없었다. “그럼 올해 승격토너먼트에 통과하고 나서 돈이 없어서 프로팀에 올라가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래도 지금의 생각을 그대로 유지할 텐가?” “네. 전 절대로 팀을 주식회사형식으로 만들 의향은 없습니다. 그냥 우승 상금만 받고 일 년 꿇고 말죠.” 이마를 부여잡은 윌킨스가 크게 한 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내년 스포츠계에 엄청9/13 쪽 난 사건이 터지리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펀딩만 하면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는 프로진출을 포기한 아마팀은 지금껏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최소한 하루간은 전 세계 뉴스지상에 화젯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 “자, 자네 미쳤나? 돈이 싫어? 팀이 프로로만 가면 호주머니에 돈이 잔뜩 쌓인단 말일세.” “하하하. 돈이 싫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저 순위의 문제죠. 전 돈보다는 엘프들과 알콩달콩 사는 것이 더 좋을 뿐입니다.” 윌킨스가 다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오지랖이 넓은 편이 아니지만, 이 불쌍한 중생하나 구제해 보려는 것이다. 저자의 총 자산은 7500만 크랑. 근래에 경제사정이 어려우니 잘하면 이 돈으로 나름 쓸 만한 훈련캠프쯤은 장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를 담보를 했을 때 빌려줄 수 있는 금액은 최대한 5000만 크랑정도였다. 암만 봐도 이 돈으로는 절대로 프로팀을 만들 수 없을 터. 괜히 돈을 빌려줬다가는 이도저도 안되다가 괜한 사람 빛에 허덕이는 삶을 살게 만드는 꼴이 되었다.물론 그가 프로팀으로 승격되면 얘기는 틀려졌다. 개인사업체라면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나눠줄 필요가 없으니, 자금은 풍족히 남아돌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차입금이 많아도 충분히 이자를 감당할 여력이 되었다. 그러나 아마추어팀이 프로로 올라갔을 때 괜히 펀딩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큰 강등의 위험을 안고 있는 갓 프로에 올라갈 팀에게 막대한 자금을 빌려줄 금융권이 아무10/13 쪽 도 없었던 탓이다. 막말로 강등이 되면 돈 나올 구석이 없는데, 이자를 어떻게 감당하고 원금을 어떻게 갚겠는가? 그렇기에 너나할 것 없이 펀딩을 해 최대한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이었다. ‘방법이 없네. 방법이........’ 순간 윌킨스의 머릿속이 번뜩였다. 며칠 전에 그가 대량으로 마이크로엔지니어링사의 주식을 산 기억이 났던 탓이다. 그 회사의 주식은 자신의 증권회사에서 전략적으로 매수할 예정이었기에, 조만간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었다. “자네. 혹시 전에 마이크로엔지니어링사 주식을 사지 않았나?” “네. 샀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몇 주를 가지고 있는지 물어봐도 되나?” 별로 숨길 일도 아니었기에 범석이 바로 대답했다. “예. 지금 정확히 46만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윌킨스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예상보다 보유주식 수량이 많기는 하지만, 너무도 애매했다. 정확히 얼마나 오를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를 믿고 돈을 꿔주기란 힘든 면이 있었다.11/13 쪽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그가 품안에서 명함을 꺼내 범석에게 넘겨주었다. 지금은 도와줄 방도가 없으니, 훗날 여력이 된다는 연락이라도 해보라는 생각에서였다. 아무리 불쌍한 중생을 구제해보겠다고 했지만, 굳이 자신이 무리를 해가며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 “자. 이건 내 명함일세.” 공손히 받아든 범석이 애써 놀란 척을 했다. 윌킨스의 정체를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 사실을 알릴 이유가 없었다. “오. 정말 그 윌킨스그룹의 회장이십니까?” “그런 건 묻지 말고. 지금 자네가 알아둬야 할 사항이 있네.” “네. 뭐든 말씀하십시오.” “나중에 돈이 필요하면 연락하게. 그럼 휘하직원을 내가 소개시켜 주지. 대신 자네가 가진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7할 이상은 못 꿔주니까. 그리 알게.” 빚지고는 못사는 성미인 범석으로서는 하등 상관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호의를 베풀어주는데, 바로 면전에서 거절할 수는 없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자금이 필요하면 말씀드리지요.” “그래. 그리고 또 한 가지. 그 마이크로엔지니어링주식은 연말까지 절대로 팔지 말12/13 쪽 게.” “아. 네. 저도 그럴 생각입니다.” “좋네. 그럼 용건은 끝이 났으니, 밥이나 먹세. 쓸데없는 일에 머리를 썼더니 배가 고프구먼.” 하며 윌킨스가 수저를 들어 도시락을 펐다. 이에 범석과 비너스도 뒤따라 수저를 들어 밥을 먹었다.============================ 작품 후기 ============================ 어제 오늘 판도라TV에서 애니만 봤더니, 비축분이 말라버렸습니다. ㅠㅠ. 그래도 소득은 있었습니다. 새로운 세계관 하나를 구상했거든요. 아무래도 정리만 될 수 있다고 한다면 쓸만한 소재로 탄생될 것 같습니다. 그럼 전 다음에 뵙는 것으로 하고요. 모두들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13/13 쪽 어제 오늘 판도라TV에서 애니만 봤더니, 비축분이 말라버렸습니다. ㅠㅠ. 그래도 소득은 있었습니다. 새로운 세계관 하나를 구상했거든요. 아무래도 정리만 될 수 있다고 한다면 쓸만한 소재로 탄생될 것 같습니다. 그럼 전 다음에 뵙는 것으로 하고요. 모두들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회13/13 쪽 < -- 휴양도시 오사하 -- > 오후에 벌어진 2차전경기. 수많은 관중들의 열광 속에 벌어진 이 경기에서 안타깝게도 비너스가 탈락을 하는 불운을 맛봐야 했다. 사실 불운보다는 실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단지 몇 개월 방패를 들었다고 프로검투사들을 이긴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솔직히 1차전도 듀얼쉴더라는 생소한 포지션에 상대가 어리둥절하다가 불의의 일격을 당해 패했을 뿐이었지, 데이터를 확보한 2차전의 프로검투사에게는 결코 상대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범석은 사정이 달랐다. 짧게 승부를 내 상대에게 제대로 된 데이터도 제공하지 않았을 뿐더러, 실력 면에서도 월등히 앞섰다. 그는 2차전은 물론이고 다다음날 열린 3, 4, 5차전도 가뿐히 승리해 준결승에까지 진출하였다. ‘젠장. 휴가를 와서까지 이 꼴을 당해야하다니.......’ 엘라임 투기장 선수대기실에 도착한 범석은 짜증스러운 낯빛으로 자리에 철버덕 앉았다. 그제 열린 3, 4, 5차전 경기 후. 이곳의 수많은 프로팀들로부터 무수히 많은 영입제의를 받았던 탓이다. 다수의 프로검투사를 몇 번의 칼질로만 쓰러뜨렸으니, 프로팀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했다. 문제는 이들의 호출 러쉬가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는 점이었다. 프로팀 스카웃 관계자에게는 단 한두 통의 연락이지만, 범석은 수십 번을 반복해 거절해야 했으니 귀찮을 수밖에 없었다.회1/12 쪽 그 때 그에게로 한 여인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저 기억나시죠.” 물끄러미 바라본 범석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대회의 최대 경쟁자인 레베카였기 때문이다. 보통 여인 같으면 어떻게든 꼬셔보려고 친근히 말을 붙여보겠지만, 그녀만큼은 사정이 달랐다. 팀에 꼭 필요한 마틸다를 얻기 위한 최대의 장애물이기도 했고, 또 가문의 힘으로 이번 대회에 뒷구멍으로 참가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불편한 기분을 음성에 담아 말했다. “아 그래. 기억나. 그런데 무슨 일이지?” “별 뜻은 아니고요. 앞으로 같이 경기를 잘해 보자고요.” “같이 잘해보자? 우리 둘 중 마틸다를 얻는 사람은 단 한 명이야. 누군가는 잘못되어야 한 명이 소정의 목적을 얻을 수 있다고.” 퉁명스러운 그의 반응에도 레베카가 살가운 말투로 얘기했다. “호호호.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요. 서로의 이득이 맞는다면, 충분히 둘 모두가 소귀의 목적을 얻을 수 있죠.” “둘 모두가 목적한 바를 얻는다? 지금 장난해?”2/12 쪽 “장난이 아니라 진심이에요. 범석님께서 지금 마틸다를 얻으려고 이 대회에 참가하신 거잖아요.” 당연한 소리이기에 범석이 고개를 주억였다. “그렇지. 하지만 너도 마틸다를 얻으려는 거잖아.” “네. 그렇기는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마틸다의 능력이 필요한 거죠.” “그래서 나에게 마틸다를 양보하겠다는 뜻이야? 아니라는 얘기야?” “네. 시합에서는 봐드릴 수 없지만, 제 조건을 들어주신다면 마틸다를 양보해 드리겠어요.” 범석이 찌푸려져 있던 눈살을 폈다. 솔직히 생소한 형태의 검술을 구사하는 레베카는 좀 상대하기 곤란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자칫 자신도 1차전 때 그녀와 맞상대했던 힐리스처럼 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됐다. 이런 상황에서 마틸다를 양보하겠다고 하니 귀가 솔깃해졌다. “으음. 조건이라. 그게 뭐지?” “아주 간단해요. 사실 저는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새로 검투사팀을 창단할 예정에 있어요. 할아버지께서는 가문 소속의 유명 검투프로팀을 가지고 싶어 하시기 때문이죠. 그래서 내년 봄에 열릴 승격토너먼트에 참가해 프로팀으로 만들 예정이에요.”3/12 쪽 그 말에 범석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채플린 가문이라면 쉬이 프로팀을 구매할 수 있을 텐데, 왜 아마추어부터 시작하려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냥 프로팀을 사면되지. 왜 굳이 아마추어부터 시작하려는데?” “아주 간단해요. 완전무결한 가문의 팀을 만들기 위해서죠. 몇 개의 크고 작은 프로검투팀을 소유하고는 있지만, 할아버지께서 마음에 들어 하시는 팀이 없으시거든요.”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팀을 리빌딩해서 완전무결하게 만들면 되잖아.” “그런 뜻이 아니에요. 저희 할아버지는 팀명에 채플린 세 글자를 넣고 싶어 하세요. 하지만 전에 구매한 프로팀은 팬들의 성화로 팀명을 바꿀 수가 없었죠. 그러니 새로 처음부터 시작하려는 것이에요.” 맞는 얘기였다. 팀명은 그 이름에 항시 성원하는 보내는 팬들의 자존심이었다. 소유주가 임의대로 자신의 이름을 넣겠다고 한다면 큰 충돌을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채플린가문으로서는 새롭게 팀을 창단하는 편이 보다 수월하게 가문의 검투팀을 가지는 방법이었다. 이미 처음부터 굳어진 이름이라면, 팬들이 왈가왈부할 사항이 없었다. “좋아. 그런데 그게 네가 내건 조건이랑은 무슨 상관이지?” “아주 많아요. 할아버지께서는 내년에 꼭 팀이 에어리어리그로 승격하기를 바라세요. 또 계속 발전해 종래에는 월드리그에 진출하기도 원하시고요. 그래서 능력 있는 4/12 쪽 검투사가 많이 필요하죠. 범석님 같은 분이요.” 범석이 표정을 와락 구겼다. 결국은 또 영입제의였기 때문이다. 지난 며칠간 짜증이 날대로 난 그로서는 고깝게 들릴 리가 없었다. “후후. 결국 내가 너희 팀에 입단하면 마틸다를 양보하겠다는 거네.” “네. 그리고 마틸다도 함께요. 물론 범석님과 그녀에게도 합당한 연봉을 드릴 예정이에요. 원하시는 금액이 있으면 부담 없이 말씀해 주세요.” 그가 간신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지? 그 조건은 처음부터 어긋나 버렸어. 나는 너희 팀에 갈 의향이 전혀 없어. 물론 마틸다도 마찬가지고.” “아니. 왜요?” “나도 너와 마찬가지로 팀을 만들어 내년 승격토너먼트대회에 참가할 것이거든. 그러니 너희 팀에는 당연히 갈 수가 없지.” 레베카가 무척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범석을 절대 영입대상명단에 올려놓고 있었던 탓이다. 사실 처음 그의 플레이를 볼 때는 제법 괜찮은 검투사라고밖에 평가하지 않고 있었다. 프로검투사들을 간단히 제압해나가는 모습이 신기하기는 했지만, 자신도 그 정5/12 쪽 도는 능히 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TV로 지켜본 아버지의 연락을 받자 얘기가 틀려졌다. 아버지는 현재 채플린스포츠사의 사장이기는 했지만, 과거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유명월드리그 프로팀의 주전으로까지 활약했을 정도로 검투에 조예가 깊었다. 그런데 이런 아버지께서 그가 신체적인 면에서 좀 미비할 뿐, 검술실력에서는 완전무결한 경지에 이르렀으니 극히 조심하라는 조언을 한 것이다. 그래도 여기까지라면 그저 그러려니 넘길 수 있었다. 아무리 아버지라도 인간이기에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엘프연인인 아멜리아까지 가세해 그를 높게 평가하자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과거 월드리그 팀 동료이자, 전 세계 검투계의 전설로 남은 입지전적인 엘프검투사였다. 결국 레베카는 지난 며칠 간, 채플린그룹산하 모든 검투프로팀관계자를 통해 범석에 대해 알아봤고, 아버지와 아멜리아의 말이 전혀 틀리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당연히 그녀로서는 범석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신체능력만 키운다면 쟁쟁한 월드리그급 검투사가 될 자가 바닥에 굴러다니는데, 줍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인간은 돈이라면 뭐든 하는 존재.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믿었다. “저기. 얼마면 되겠어요?” “말했잖아. 난 내 팀을 프로로 올릴 생각이라고. 결코 너희 팀에 갈 마음이 없어.” “좋아요. 그럼 제가 제시하죠. 4년 계약에 1억 2천만크랑. 계약금으로 4000만 크랑을 드리죠. 이 연봉이면 출중한 검투사를 영입해 소유한 팀을 충분히 프로로 올리실 수 있잖아요.”6/12 쪽 계약금 4000만 크랑이면, 레이미급 검투사를 6~7명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4년 연봉인 1억 2천크랑은 갓즈나이츠가 프로로 올라갔을 시 필요한 나머지 금액과 맞먹었다. 가히 센트롤리그 핵심 급 검투사에게 해당하는 연봉수준으로, 기껏해야 아마추어리그에서 전전하는 범석에게 줄만한 돈이 결코 아니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그가 이 제의를 받아드리는 순간, 팀의 프로진출은 훨씬 수월해 진다는 점이었다. 좋은 검투사를 영입할 수도 있고, 이 연봉을 저당 잡혀 은행권에서 팀을 프로로 올리기 위해 자금을 빌릴 수가 있던 까닭이다. 하지만 범석은 전혀 받아드릴 생각이 없었다. 자신이 없는 하렘팀이 무슨 소용이라는 말인가? 만년 아마추어팀으로 머물고 말지. 그딴 짓은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뭐든 돈으로 해결을 보려는 레베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여인의 밑에서 프로검투사생활을 하면 무척 피곤해질 것 같았다. “됐다. 그만해라. 너희 팀에는 죽어도 안 간다.” “아니 왜죠? 저희 팀이 아마추어팀이라고 우습게 보이시나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출중한 검투사들을 계속 영입될 테니, 몇 년 안에 만족만한 리그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에요.” “그럼 됐네. 걔들이나 데리고 놀아. 애꿎은 나를 귀찮게 하지 말고.” 레베카가 당혹스러운 눈으로 범석을 바라봤다. 돈도 싫다 명예도 싫다. 도저히 원하는 바를 알 수가 없었던 탓이다.7/12 쪽 “그럼 도대체 뭘 원하시는 거죠?” “내 팀인 갓즈나이츠에 뛰는 것. 그 외에는 없다.” “아니 왜요? 훈련시설이 좋나요? 아니면 좋은 코치진이라도 있나요?” “그딴 것 없어. 지금 우리 팀은 시민체육공원 운동장에 훈련을 하고. 따로 전문적으로 지정된 코치도 없다.” 레베카가 한 참 동안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아무리 자신의 팀이라지만 그도 프로를 지망하는 검투사인데, 왜 굳이 그런 곳에서 몸을 담으려고 하는지 몰랐다. 만약 그가 자신의 팀에 들어온다면 센트롤리그팀급의 고급훈련캠프와 유능한 코치진의 가르침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이 안에서 훈련을 한다면, 범석은 훗날 세계적으로 널리 이름을 떨치는 검투사가 되리라 예상되었다. “뭘 원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자신의 재능을 썩히는 거죠? 저희 팀에 오시면 첨단훈련시설과 경험 많은 코치진의 조언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어요. 그럼 많은 팬들로부터 각광을 받는 뛰어난 검투사가 되실 수가 있어요.” 범석이 피식하고 웃었다. 물론 그녀의 말대로 많은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검투사가 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이 게임을 하는 목적은 꽃 같은 여인네들에게 쌓여 즐겁게 플레이하는 것. 팬들의 성원 하나로 자신의 하렘팀을 포기하고, 타팀에서 검을 휘두르는 일을 할 수가 없었다.8/12 쪽 “후후. 최신훈련시설? 팬들의 성원? 다 좋지. 그런데 뛰어난 검투사가 되기 위해서는 그딴 것 다 필요 없어. 즐겁게 검을 휘두를 장소만 있으면 그뿐이지. 나는 내 팀에서 뛰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어째서 당신 팀만이 좋다는 거죠? 저희 팀에 한 번 와 보고나 그런 말 하시는 건가요? 당신같이 행동하는 걸 남들은 편협함이라고 지칭하죠.” “편협 좋아하네. 그럼 너희 팀에 있는 모든 엘프검투사들과 앞으로 영입할 모든 엘프검투사들을 내 침실에다 넣어라. 그럼 비교할 껀덕지가 생기니까 한 번 생각해보지.” 레베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너무 도가 지나친 제의를 해오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말한 조건을 들어준다면 자신의 팀은 아주 큰 손해를 입게 되었다. 바로 주인 없는 엘프와 주인 있는 엘프의 몸값 차이 때문이었다. 주인이 없는 엘프는 연봉을 줄 필요가 없는 바, 몸값은 당연히 비싸질 수밖에 없었다. 능력대비 세배정도의 차이로, 범석의 조건대로 한다면 팀 소유의 모든 엘프들의 가치가 대략 3분지 1로 떨어지게 되었다. “지, 지금 농담하시나요? 제가 그 조건을 따르리라고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안하겠지.” “그런데 왜 그런 조건을 거시나요?” “우리 팀은 그러거든. 네가 아는지 모르겠지만, 갓즈나이츠팀의 검투사들은 모두 주9/12 쪽 인 있는 엘프들만 있어. 트레이드해온 모든 검투사들은 그 즉시 내 밤 시중을 드는 엘프로 만들고, 나머지들도 다른 남성을 주인으로 섬기는 엘프들이지.” 레베카가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지,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누가 그런 손해를 사서 감수한다는 거죠? 말도 안 돼요.” “난 감수해. 그런 팀에서 뛰어야지 행복하니까. 내가 조언하는데 세상은 돈이 전부가 아니야. 행복을 얻기 위해서 돈이 필요한 거지, 돈을 얻기 위해 행복을 파는 짓은 정말 멍청한 행동이야.” 레베카가 할 말을 잃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댔다. 이렇게까지 확고히 말하니, 더 이상 설득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포기를 한 그녀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당신이 그리 말하니, 영입제의를 거두겠어요.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하세요. 오늘은 결코 행복하지 않을 것이에요. 제가 마틸다를 데려갈 테니까요.” 범석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후후. 그건 네 생각이고. 싸워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지.” “딴에는 그렇겠군요. 하지만 단단히 각오해두시는 편이 좋을 것이에요. 전 절대로 10/12 쪽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아니까. 걱정하지 마.” 레베카가 허무한 표정을 짓고는 뒤돌아섰다. 탐이 나는 검투사였는데, 이대로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운 것이다. 하지만 아직 마틸다가 남았다. 잠시 휴가를 즐기러왔다가 우연찮지 않게 만난 잠재성 높은 엘프검투사. 오늘 반드시 우승을 해 그녀만큼은 어떻게든 자신의 팀에 끌어들어야 했다. 그녀는 자리에 앉고는 다음 상대의 정보를 살피며 미리 짜놓은 전략을 검토해나갔다. 잠시 후 선수 대기실 문이 열리며 경기진행인이 들어와 호출했다. “자자. 준결승전 시작입니다. 레베카양과 제이나양 나오십시오.” 힐끔 범석을 바라본 레베카가 자신의 상대 검투사인 제이나와 함께 진행인을 따라갔다. 이에 그는 슬그머니 전자수첩을 꺼내 TV화면을 켰다. 레베카를 확실히 이기기 위해서는 전에 본 힐리스와의 결투에서 선보였던 요상한 리듬을 파악했다. 아니라면 결승전에 큰 고전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이나는 레베카의 상대가 전혀 아니었다. 단지 10여 합을 겨루더니, 뒷덜미에 검을 맞고 앞으로 꼬꾸라져 버렸다. 이 상태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란 불가능한 일. 범석은 바로 화면을 돌려 전에 저장해놨던 그녀와 힐리스와의 1차전 경기를 복기했다.11/12 쪽 ============================ 작품 후기 ============================ 휴. 요사이 퍼펙트월드가 잘 안써지네요. 속도는 나쁘지 않은데, 내용이 좀 이상한 것 같습니다. 킹판월 말미의 글분위기가 퍼펙월에 가미되는 듯 해서요. 아무래도 저에게는 동시 연재가 무리인 모양입니다. 휴~ 그럼 여러분들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시고요. 전 월요일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 휴양도시 오사하 -- > 범석의 준결승전 상대는 힐라라는 엘프로, 요하힘와이드리그에 소속된 씨 옥토버스팀의 주전 검투사였다. 주특기가 검방이라 그로서는 상대하는 데 꽤나 애를 먹었다. 방어에 특화가 되었기에 웬만한 공격은 아예 씨알도 먹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범석은 수십 합을 투자해 그녀의 자세를 무너뜨리고서야 겨우 쓰러뜨릴 수가 있었다. 이로서 그는 오후에 있을 결승경기를 지친상태에서 참가해야했다. “주인님. 여기 땀 닦으세요.” 경기를 끝내고 내려오는 범석을 비너스가 수건을 가지고 나와 마중했다. 헬멧을 벗은 그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었다. “휴~ 고마워.” “자. 이것도 드세요.” 그녀가 내민 스포츠드링크를 벌컥벌컥 들이마신 범석이 근처에 보이는 상품진열대쪽에 눈길을 주었다. 그곳에는 컵 모양의 트로피와 함께 마틸다가 다소곳이 앉아있었다. 결승전 당일 날이라 시상식을 위해 주최측에서 데리고 나온 모양이었다. 근처 탁자위에 빈 컵을 내려놓은 범석이 그녀에게 다가갔다.회1/11 쪽 “여어. 마틸다. 그 동안 잘 지냈지.” 그를 잠시 바라본 마틸다가 다시금 경기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링 안에서는 무투경기 준결승을 시행하기 전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행사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별 관계도 없는 이런 행사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범석을 쳐다보기도 싫었기 때문이다. 전에 엘프시장에서 있었던 레베카와 벌인 실랑이와 이번 대회 접수장면을 보고는 그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주인 없는 검투사로 삼으려는 검투팀 관계자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당시 마틸다에게 주인이 되어 주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시죠. 여기는 관계자 외 접근금지지역에요.” 범석이 그녀의 뒤를 스쳐가는 몇몇의 관객을 보고는 말했다. “굳이 그런 것 같지만은 않은데.” “자꾸 이러시면 경기 진행인을 불러 쫓아내겠어요.” 냉랭한 마틸다의 말투에 그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너. 내가 싫어?”2/11 쪽 “네. 싫어요. 우리 엘프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이니까요.” “내가? 내가 왜 엘프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거지?” “얼마 전에 겨우 안 사실이지만, 프로 검투팀이라는 곳에서 저 같은 엘프를 데려다가 수십 년 동안 주인이 없는 상태에서 부려먹는다고 했어요. 당신도 똑같은 사람이잖아요.”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한 범석이 검지로 목덜미를 벅벅 긁어대며 난감함을 드러냈다. “난. 그럴 생각이 없는데.” 순간 마틸다의 고개가 그를 향해 팩 돌아갔다. “그, 그게 무슨 소리죠?” “우리 팀도 검투팀이 맞긴 맞는데, 절대 주인 없는 엘프를 영입 안 해. 그래서 너를 우승상품으로 받는다면, 내 밤 시중을 드는 엘프로 만들 것이고.” 그녀가 눈동자를 파르르 떨어대더니,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닌지 싶어 질문을 던졌다. “그, 그럼 범석님께서 제 주인님이 되어 주신다는 말인가요?”3/11 쪽 범석이 곁에 있던 비너스를 내세우며 말했다. “비너스를 봐. 얘도 검투사인데, 나를 주인으로 섬기고 있어. 너도 내게 오면 주인을 섬기게 될 거야.” 마틸다가 비너스의 양쪽 눈이 동일함을 보고는 환희에 찬 표정을 지었다. 범석은 이번 결승전에 출전하는 검투사. 여기서 그가 이긴다면 자신은 주인을 얻게 되었다. 그 동안 주인을 얻고자 한 힘든 검술수련이 역으로 자신을 얽매였다는 사실에 크게 후회했는데, 이제는 상황이 딴판으로 흘러갔다. 그녀는 간절한 눈빛을 담아, 범석을 바라봤다. “범석님. 오, 오후에 결승경기를 하시죠?” “응. 그래.” “꼭 이기셔서 제 주인님이 되어 주세요. 부탁드릴게요.” 그녀의 부드러운 허벅지 살결을 바라본 범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엘프를 놓친다는 것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후후후. 당연하지. 나도 그럴 참이다. 대신 밤 시중을 잘 들어야 한다.” “네. 물론이에요. 범석님께서 주인님만 되어 주신다면, 정성을 다해 모실게요.”4/11 쪽 범석이 마침 자신에게 다가오는 행사진행요원을 보더니 뒤로 물러났다. 괜한 일로 주최측과 트러블을 일으킬 필요가 없었다. “후후. 그래. 그럼 이따 결승전 이후에 다시보자.” 마틸다가 자신의 흰 머리카락이 휘날리도록 일어나, 뒤돌아서는 그를 향해 외쳤다. “네. 꼭 기다릴게요!” 범석이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자리를 빠져나갔다. 잠시 행사진행요원과 눈씨름이 있었지만, 차분한 표정으로 응대함으로 마무리했다. 이후 그는 비너스와 함께 휴게실에서 일찌감치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마무리한 후, 오후 경기에 대비했다. - 자. 이대 기대하시고 고대하시던 검투부분 결승전이 벌어지게 되겠습니다. 예상과 달리 이번 결승에 출전한 선수들은 모두 일반참가자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센트롤리그 프로검투사를 비롯한 수많은 프로검투사를 단숨에 제압하고 올라온 군계일학의 실력을 지닌 검투사들입니다. 과연 이들이 어떤 경기를 펼칠지는 관객여러분들의 눈으로 직접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오범석 선수의 입장입니다! 모두 우레와 같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5/11 쪽 와아아아! 와아아아! 어두운 입장도로 끝에 일제히 조명이 비춰지자 슈트를 껴입은 범석과 곁에서 보조하는 비너스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다. 그는 비너스와 함께 현란한 싸이킥조명과 레이저 조명의 향연이 된 길을 걸으며, 성원을 보내는 관객들에게 일일이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그리고 링에 다다르자 비너스가 들고 온 카타나를 뽑아들고는 차분하게 계단을 밟았다. - 다음 선수는 레베카양입니다. 입장과 동시에 환영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결승전 상대인 레베카의 입장. 하지만 범석의 시선은 상품진열대에 앉아있는 마틸다를 향하고 있었다. 주의를 기울여할 만큼 대단한 실력자였지만, 얼굴 한 번 본다고 데이터가 모이는 것은 아니었다. 차라리 자신을 향해 귀여운 환호를 보내는 마틸다의 얼굴을 보며, 투지를 불사르는 편이 더욱 이득이었다. “범석님! 꼭 이기세요!”6/11 쪽 마틸다를 향해 가볍게 미소를 날린 범석이 이제야 레베카를 바라봤다. 그녀는 필승을 다짐한 듯 날카로운 눈매로 그를 시선을 맞대응했다. 잠시 이들의 눈싸움이 지켜본, 중년의 심판이 링 중앙으로 불러 모았다. “링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것 알지?” “네.” “그래 좋아. 이번 경기는 결승전이니까. 투지가 넘치는 결투를 벌여야 해. 만약 뒤로 빼는 감이 있다면 바로 경고가 들어갈 테니,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네. 알겠습니다.” 대답을 들은 심판이 링밖에 서있는 행사요원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바로 뒤로 물러나며 외쳤다. “파이트!” 순간 레베카 범석의 복부 쪽에 검을 깊숙이 찔러갔다. 그는 들고 있던 양손 카타나를 회전 시키며 막아내고는 강한 불꽃이 튀길 정도로 검을 강하게 맞대었다. 이어지는 검과 검의 힘겨루기. 근력에서 딸리는 범석이 형편없이 밀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역시 힘에서는 여지없이 밀리는군.’7/11 쪽 생각은 짧고 행동은 빨랐다. 그는 바로 스텝을 밟으며 옆으로 빠져나왔다. 자신에게 불리한 힘 대결을 굳이 이어나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볼 이유가 없던 레베카가 빠르게 따라붙어 검으로 범석이 머무는 공간에 널찍한 사선을 그었다. 놀란 범석이 황급히 허리를 기울여 간신히 피하고는 계속 뒤쪽으로 물러났다. 기세를 잡았다고 생각한 레베카가 검을 마구 휘저어대며 그를 압박해 갔다. 창. 휙. 창창. ‘역시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 이러다가는 자칫 내가 당하겠어.’ 휙휙 스치는 검압 속에 갇힌 범석은 아찔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펼치고 있는 검술은 기본 괴리를 벗어난 생소하고 파격적인 초식이었다. 강하게 내리치는 동작인 줄 알고 힘을 주어 막으면 흐르듯 넘어가 다음의 날카로운 공격으로 이어졌고, 약하다 싶어 허투루 막는다면 여지없이 몸 쪽까지 검이 밀렸다. 그러면서도 검술의 완성도 또한 높아 역공을 취하기도 쉽지 않았다. 마치 검형 자체가 넘실거리는 너울과도 같은 느낌이랄까? 약간이라도 허투루 몸을 움직였다가는 기괴하게 꺾이는 검 끝에 그대로 당해버릴 것 같았다. “어떻게 된 일이죠? 무척 강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요.” 그녀의 조롱어린 언사에 범석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결코 대꾸하지 않았다. 확실히 8/11 쪽 지금까지의 대결에서 자신이 크게 밀린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검 한번 제대로 뻗어보지 못했는데, 무슨 할 말이 있을까? 그러나 소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그녀의 약점을 하나 발견한 것이다.이 기괴한 리듬의 검세를 연속해서 뿌리기 위해서는 극한의 기교가 필요했다. 갑자기 힘을 넣고 빼는 등의 행동을 하니, 근육에 무리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시간만 끈다면 몹시 지칠 테니, 점점 상대하기가 수월해 터였다. 창. 차창. 창. 깡. 그는 그저 날아오는 검을 쳐내는 데만 집중했다. 아슬아슬할 정도로 레베카의 검이 스쳐지나갔지만, 한 치의 두려움도 없이 흐름을 읽는데 집중했다. 검투경기에 승리를 위해서는 상대의 몸을 검으로 내리쳐야 했다. 당연히 체력 손실 말고도 또 다른 공략수가 필요했고, 그것은 바로 이 리듬을 깰 수 있는 묘리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으음. 이건 검술에서 나올 리듬이 아니야. 뭔가 다른 무구를 기반으로 둔 것 같아. 아마 레베카는 전에 다른 무기를 다뤄보고 검술에다 적용시킨 것이 분명해. 뭐지? 창인가? 아니야. 창치고는 너무 변화무쌍해. 그럼 삼절곤인가?’ 범석이 바로 고개를 저었다. 삼절곤 또한 변화가 심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리고 전체를 손잡이로 삼고 마디까지 있는 삼절곤은 검술에 적용하기 힘든 면이 9/11 쪽 있었다. 그때 레베카의 검이 그의 면전으로 빠르게 날아왔다. 섬뜩할 정도로 날카로운 공격이라 범석이 급히 카타나를 올려 막았다. 하지만 그녀의 검은 결코 멈추지 않고 끝이 내리깔리며 범석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끼이익. 헬멧으로 길게 이어지는 기스자국. 간담을 쓸어내린 범석이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자칫 한 치만 밑으로 향했어도 그는 곧바로 행동불능 상태에 빠졌을 터였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고는 레베카를 바라봤다. ‘참나. 확실히 막았는데. 어떻게 거기서 검이 휘면서 뻗어 나와.’ 도무지 알 수 없는 공격에 범석이 혼란스러움에 빠져 들었다. 방금 전 공격은 결코 자신의 몸을 스치지 말아야했다. 날아오는 검면을 정확히 막아 각을 꺾어놓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의문은 잠시, 연속적으로 날아오는 레베카의 현란한 공세에 다시 바삐 몸을 움직여야 했다. 휙. 창. 깡깡.10/11 쪽 요란한 금속음이 끊임없이 튀어나왔다. 일방적인 수세에 몰린 범석은 긴장한 표정을 역력히 드러내며, 링 주위를 뒷걸음질을 쳐댔다. 자칫 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기이한 검술의 원인을 파악하지 않는다면, 자신은 언제고 실수를 범해 패하게 되었다. 느낌에 의지해 검을 나누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다시금 길게 뻗어 나오는 레베카의 검이 그의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범석은 허리를 꼬며 검면을 가져대어 막았다. 하지만 다시 휘어지듯 안쪽을 파고는 검 끝에, 황급히 손목을 틀어 검의 각도를 넓혔다. 스으윽. 왼쪽 팔뚝 부위를 스치는 날카로운 감각. 뒤로 몇 보 물러난 범석이 왼손을 쥐고 폈다. 다행히 물리력방응슈트가 완전한 결정타로 인식하지 않았는지, 약간 뻣뻣하기는 하지만 손을 움직일 수가 있었다. 다소 안심을 한 그가 미심적인 눈빛으로 레베카를 쳐다봤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이번 공격도 뭔가 큰 괴리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요번주. 주말 부터 1일 1회 연재가 가능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럼 그때까지 기다려주시고요. 모두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그럼 전 다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11/11 쪽 ============================ 작품 후기 ============================ 요번주. 주말 부터 1일 1회 연재가 가능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럼 그때까지 기다려주시고요. 모두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그럼 전 다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11/11 쪽 < -- 휴양도시 오사하 -- > ‘확실해. 레베카의 검이 분명히 휘어져 들어왔어.’ 이상한 기분이 든 범석이 그녀의 검을 주시했다. 절대 검으로는 이런 변화가 일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심하다 할 정도로 떨리는 검끝을 보고는 눈을 반짝였다. 그녀의 검은 투 핸드 소드. 보통의 금속으로 만들어졌다면 저런 흔들림은 발생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저 검이 이 리듬의 원인 중 하나인 것 같군. 특수한 금속 재질 때문에 검 면이 휘어지게 한이 분명해. 후후후.’ 범석이 싱긋 웃었다. 중요한 데이터를 하나 얻어냈으니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휘는 무구중 기괴한 변화를 일으키는 무기를 찾으면 그녀의 특이한 검술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일단 연검은 아니야. 좀 비슷하게 보이지만 레베카는 검술에는 연검 특유의 촐싹거리는 면이 없어. 뭐랄까 육중하고 길게 뻗어 나가는 기분이랄까? 마치 채찍처럼 말이야. 그, 그래 채찍! 채찍이다!’ 범석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의 검 세 하나하나를 파악하고 종합해 본 결회1/10 쪽 과, 레베카가 검술에서 묻어나오는 특이한 형태의 움직임은 바로 채찍이었다. 그동안 경험한 게임에서 무수히 상대해봤기에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검과 채찍의 조합. 바로 레베카의 특이한 검술의 정체였다. 이제 모든 데이터가 갖춰졌으니, 적절히 상대하는 일만 남았다. 땡땡 땡. 1회전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 범석이 아쉬운 듯 혀를 다시며 뒤돌아섰다. 이미지가 생생하게 잡혀 있는 지금이 테스트하기 가장 좋은 시기였던 탓이다. 하지만, 그깟 1분 동안 상황이 달라질 리가 없었다. 그는 비너스가 가져온 원형 의자에 앉고는 정면에서 휴식을 취하는 레베카를 노려봤다. ‘기괴한 리듬의 정체는 알았지만, 그래도 조심을 해야 해. 레베카는 본연의 실력만으로도 충분히 센트롤 리그 급 검투사와 맞먹을 정도니까.’ 잠시 후 시간이 됐는지 심판이 둘을 링 중앙에 세웠다. 그리고 서로의 검을 맞닿게 한 후 뒤로 물러서며 2라인드를 시작시켰다. 차창. 다시금 맞부딪쳐지는 검으로 사방으로 작은 불꽃들이 튀겼다. 힘껏 뒤로 물러선 범2/10 쪽 석이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검 끝을 과감하게 올려쳐서 튕겨냈다. 이에 레베카가 흠칫 놀라 더 이상의 전진을 멈추고 주위를 맴돌았다. 조금 전 그가 다른 때와는 달리 검 끝 부위를 막았던 까닭이다. ‘설마. 눈치를 챈 건가?’ 연질로 된 자신의 검을 막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끝 부분을 막는 일이었다. 그럼 휨이 최대한 줄어들어 변칙적인 공격을 수행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단지 1라운드에 자신 검술의 정체를 파악한 자는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다. 그만큼 검술 자체가 완성도가 높았고, 들고 있는 검은 채플린 사의 기술이 총 집약된 뛰어난 무구였다. 그녀는 혹시 우연인가 싶어 연속적으로 검을 휘두르며 범석을 압박해 들어갔다. 차창. 창. 캉. ‘여, 역시 맞아. 확실히 눈치챘어.’ 변화가 적은 검 중앙보다 빠르게 흐르는 검끝을 막기가 더욱 힘든 일. 수십 합을 같은 방식으로 막아내는데, 인정하지 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레베카는 불안한 눈빛으로 범석을 바라봤다. 아버지와 아멜리아밖에 모르는 자신의 검술을 단지 3분 만에 파악하다니, 그의 재능이 너무도 두려웠다. 만약 그가 뛰어난 3/10 쪽 신체능력만 있었다면, 이리 접전으로 이끌고 나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됐다. “대단하군요. 제 검술을 파악하다니요. 어떻게 아셨죠?” “어떻게 알긴. 네 검과 변화만 보면 대충 답이 나오는 거지. 하여간 나도 놀랐다. 검과 채찍을 섞어 새로운 검술을 만들어 내다니 말이야.” 레베카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칭찬은 고맙지만, 이 검술은 자신이 창안해 낸 것이 아니었다. 오랜 기간 월드리그 검투사로 활동해왔던 아버지와 연인 엘프인 아멜리아가 고심 끝에 개발해 내, 자신에게 전수해 준 것이었다. “제가 창안하지는 않았어요. 제 아버지와 연인 엘프가 만들어냈죠.” “그래? 대단하신 분들이군. 그래도 상당히 익히기 까다로웠을 텐데, 여기까지 능숙하게 다루는 너도 꽤 재능 있어 보인다.” “고마워요.” “후후. 고맙긴 사실대로 말했을 뿐인데. 자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지. 너무 길게 끌어봐야 좋지 않다고. 자 간다.” 느슨했던 범석의 검 격이 순간 현란하게 변모하며 그녀를 향해 쏘여졌다. 바짝 긴장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레베카도 추호도 밀리지 않고 검을 종횡무진 휘두르며 맞상대했다.하지만, 데이터를 얻은 범석의 검과 맞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가 특유의 빠4/10 쪽 른 속도로 압박을 가하자,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범석의 민첩은 90대 중반 즈음에 병기는 나름 가벼운 편인 카타나인 반면, 그녀의 검은 무게가 나가는 투 핸드 소드였다. 그의 검을 일일이 막기 위해서는 공격을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차창. 창. 캉. “히얏!” 범석이 양손으로 가볍게 쥔 카타나가 완만한 궤적을 그렸다. 빠른 타이밍 다음에 이어지는 느린 검 격에 레베카의 검 세가 일순 흐트러졌다. 그의 검에 예측한 방향과 전혀 다른 곳으로 흘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허리를 뒤틀어 간신히 막고는, 다급히 거리를 벌렸다. 중심을 잃은 중에 이어지는 상대의 공격은 치명적이니, 일단 피하고 보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기다렸다는 듯이 범석이 검이 성난 파도와 같이 밀려 들어왔다. 창. 맞부딪힌 검에서 번뜩이는 불꽃이 일어나며 레베카의 안면실드를 사정없이 때렸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에 거의 다다른 채 멈춰 있는 범석의 검에 놀라며 황급히 밀어내고는 계속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좋아지지 않았다. 상하좌우로 날아드는 그의 검에 극한까지 몸을 움직이며 피해야 했기 때문이다.5/10 쪽 ‘안 돼. 스피드에서 내가 전적으로 밀려. 대결을 파워 위주로 이어나가야 내게 가능성이 있어.’ 그러나 한 번 빼앗긴 주도권을 다시 찾아오기란 무척 힘든 일이었다. 특히나 자신보다 강한 상대에게서 더더욱 그러했다. 지금으로서는 버티다가 공이 울리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새롭게 수를 짤 수가 있으니, 지금보다 한결 나은 대결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녀는 사력을 다해 검을 휘두르며 범석의 압박을 버텨나갔다. 때땡. 2라운드가 끝이 나자 레베카가 가쁜 호흡을 내쉬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단지 3분의 격전이었지만, 정신이 번쩍 나는 아찔한 순간의 연속이라 크게 지친 상태였다. 그녀는 의자에 축 늘어진 몸을 기대고는 밝게 내리쬐는 조명등을 실눈으로 바라봤다. 아까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열기가 지금은 그리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곧이어 1분간의 휴식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심판의 호출로 다시금 그녀는 링의 중앙으로 나아가야 했다.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자칫 실수했다가는 내가 당해.’6/10 쪽 2라운드를 일방적으로 몰아쳤지만 범석은 결코 안심하지 않았다. 승부가 쉽게 갈리는 검투경기에서 이토록 길게 라운드를 이끌고 나간다는 사실은, 그녀와 자신의 실력이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얘기를 뜻했다. 약간의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상황이 역전되어 패배를 당할 수도 있었다. 그는 레베카와 한 번 검 끝을 맞대고는 심판의 신호와 함께 3라운드 경기를 시작했다. 창. 차창. 캉. 주도권을 얻기 위한 이들의 싸움은 치열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덕분에 3라운드는 1, 2라운드와는 달리 대등한 형태로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형세는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여지고 있었다. 범석의 검 세에는 여유가 묻어나오는 반면 레베카는 급격한 체력소모로 검 끝을 자꾸 흐트러뜨리고 것이다. 그녀의 사용하는 변형검술은 체력소모가 극심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헉헉........” 간신히 힘을 내어 빠르게 달려가 검을 휘두르는 레베카. 아주 무난한 정석적인 공격이었기에 범석은 쉽사리 막을 수도 있었지만, 몸을 피해 궤적에서 비켜났다. 위험할 수도 일이었지만, 지금의 그녀로서는 별다른 연속동작을 취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고, 또 좀 더 체력을 깎아내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었다. 검이 중간에서 막히7/10 쪽 는 것과 완전히 휘둘러지는 것과는 체력소모 자체가 틀렸다. 창. 차창. 창. 중반쯤 흐르자 레베카의 움직임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일단 방어일변도 나가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서였다. 비록 밀리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가 실수했을 때 밀어붙일 힘을 남겨놓아야 했다. 지금으로서는 승리할 방법은 그 수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본 범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이제 끝났군. 힘든 경기였다.” “헉헉. 아직 이에요. 검투경기는 일격 싸움. 언제라도 기회를 잡으면 상대를 능히 쓰러뜨릴 수 있죠. 당신이라도 말이에요.” 그가 콧방귀를 끼며 검을 휘둘러댔다. “흥. 검술은 상대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격투술. 투지를 잃는 순간 승패는 결정 난다. 그리고 기회는 잡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넌 지금 이 두 가지를 모두 잊고 있다. 그러니 결코 나를 이길 수 없다.” 냉정한 목소리와 함께 쏘여지는 범석의 검 격에 그녀가 매우 놀라 움찔거렸다. 그의 눈빛에서 쏘아지는 살기에 몸이 제대로 가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레베카는 온 힘을 8/10 쪽 다해 검을 내리쳤지만 빠르게 이동하며 궤적을 바꾸는 검 끝을 따라잡지 못했다. 이내 범석의 검이 그녀의 검을 휘어 감싸더니 세차게 퉁겨졌다. “안 돼!” 쾅하는 소리와 바닥에 부딪힌 투 핸드 소드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더니 경기장 밖으로 나뒹굴었다. 범석이 레베카의 검 특유의 탄력을 이용해 손과 손목에 강한 충격을 줬던 탓이다. 보통 때라면 충분히 부여잡을 수 있었지만, 체력비축을 위해 칼자루를 허술하게 잡고 있었던 터라 쉽사리 공략을 당했다. 그녀는 자신의 목줄기에 닿은 차가운 검을 느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상대에게 바란 실수를 자신이 저질렀다니 어이가 없었던 탓이다. 범석 같은 실력자를 상대로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경기 종료! 승리 오범석 선수!” 우와와와! 우와와와! 심판의 경기종료 신호와 함께 관중의 환호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3라운드의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들이 보여준 긴박감은 여느 검투 경기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명승부였다. 그리고 관중은 아니지만 개중에는 환희의 눈물을 흘리는 자도 있었다. 바로 마틸다9/10 쪽 였다. 프로에 진출해서 절망스러운 세월을 보내나 싶었는데, 백마를 탄 왕자처럼 나타난 훌륭한 주인님이 자신을 구원해 주었던 것이다. 그녀는 격한 감정에 바로 링 위까지 달려 나와 범석의 품에 안겼다. “버, 범석님! 이제 범석님이 제 주인님이 되어주시는 거죠?” 상심한 레베카를 잠시 바라본 범석이 싱긋 웃으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물론이지. 앞으로 마틸다 너는 나를 섬기는 엘프가 될 거야.” “흑흑. 정말 고마워요. 앞으로 잘 모실게요.” 마틸다의 눈 설과도 같은 머릿결을 쓰다듬는 그에게로, 몇몇 행사요원이 다가와 둘러쌌다. 검투 부분 경기가 모두 끝이 났으니 시상식을 할 차례였던 것이다. 그들은 링 위로 1, 2, 3숫자가 써져 있는 상자를 가지런히 놓은 후 범석과 레베카, 3, 4위전에서 승리한 힐라를 세우고는 사진을 찍어댔다. 그리고 잠시 후 회장쯤으로 보이는 노년의 신사가 올라오자, 간단한 시상식을 치르며 상장과 부상을 안겨주었다.============================ 작품 후기 ============================ 오늘 부터 퍼펙월드 1일 1참 들어갑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비축분이 쌓이면 그날 쓴 분량 모두를 올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10/10 쪽 ============================ 작품 후기 ============================ 오늘 부터 퍼펙월드 1일 1참 들어갑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비축분이 쌓이면 그날 쓴 분량 모두를 올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10/10 쪽 < -- 휴양도시 오사하 -- > 불그스름한 노을을 바라보며 범석과 비너스, 마틸다가 금빛해변을 거닐고 있었다. 트렁크 수영복과 흰색과 붉은빛의 비키니로 치장한 그들은, 한산한 모래사장 위에서 희희낙락 즐거운 담소를 나누었다. 그가 관광객들이 빠져나간 주변을 바라보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내일이면 돌아가야 할 텐데, 비너스에게 해변에 발을 담글 기회조차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마틸다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수련에만 매진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하하. 비너스 미안하다. 즐거운 휴가에 수련만 하게 해서.” 그 말에 비너스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댔다. 엘프들의 가장 즐거움은 주인과 함께 일. 열흘 가까이 주인과 함께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매우 큰 행복이었다. “아니에요. 주인님이 옆에 계셔서 무척 즐거웠어요.” 흐뭇한 미소를 지은 범석이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자신의 옆으로 확 끌어당겼다. 그리고 왼쪽에 있던 붉은색 비키니를 입고 있던 마틸다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마틸다. 호텔에 돌아가는 대로 내 엘프가 될 텐데, 지금 기분은 어때?”회1/12 쪽 허리를 감싸오는 느낌을 받은 마틸다가 가슴을 두근거렸다. 앞으로 주인이 될 자의 손길이 그리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오늘 아침만 해도 전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 지금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었다. “해, 행복해서 꿈을 꾸는 것만 같아요.”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려대던 범석이 옆에 보이는 갯바위를 보고는 걸음을 멈춰 세웠다. 바닥에 깔린 부드러운 모래와 널찍한 바위틈 사이로 비쳐오는 붉은 빛의 석양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내고 있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신비한 아름다움에 그는 절로 음심이 동했다. 어차피 치러야 할 일, 이곳에서 마틸다를 안으면 좋을 듯싶었다. 다행히도 주변을 둘러보니 근처를 지나는 관광객도 없었다. 결정을 내린 범석이 마틸다를 손목을 끌며 바위틈 속으로 쏙 하니 들어갔다. “아무래도 호텔까지 갈 필요가 없겠다.” 석양을 등지고 있던 범석이 그녀를 와락 껴안고는 옆의 갯바위 쪽으로 밀었다. 수영복을 꿰뚫듯 불끈 튀어나온 무언가를 본 마틸다가 생기 넘치는 눈빛을 지었다. 기대하던 의식의 순간이 왔음을 눈치챈 것이다. 그녀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범석에게 자신의 신체를 맡겼다.2/12 쪽 “언제든지 와주세요. 저는 범석님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후후. 알았다.” 범석이 비너스에게 망을 봐달라고 부탁한 후, 마틸다를 모래사장 위로 쓰러뜨렸다. 그리고 바닥에 한 올 한 올 흐트러지는 백색의 머릿결이 쓰다듬은 다음, 그녀의 붉은색 비키니 상의를 거칠게 내렸다. 이내 탄력 있게 흔들리는 풍만한 가슴살이 한눈에 들어왔다. 거무스름한 피부에 핑크빛 유실. 범석이 양손으로 문지르며 그녀의 입에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 “으읍. 읍.” 그의 혀가 입안으로 파고들자 마틸다가 긴장한 듯 살짝 깊은 호흡을 내쉬었다. 검은빛의 피부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하의 비키니의 음부부위에 짙은 물기가 새겨져 나오고 있었다. 성노로 창조된 엘프 특유의 본능이 표면화되고 있었던 탓이다. ‘오. 피부가 예술인데, 가슴이 손바닥에 착 감겨 오는 것 같아.’ 범석은 양손으로 전해져오는 그녀의 피부 감촉에 진한 감동을 느꼈다. 지금까지 경험한 그 어떤 여인과 엘프보다 부드럽고 감미로워 마치 자칫 손이 미끄러져 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손가락 사이로 살결이 튀어나올 정도로 쥐어짜듯 움켜잡고는 풍만한 감촉을 감상했다.3/12 쪽 “으읍. 읍.” 몸 안에서 솟아오르는 끓어오르는 충동에 마틸다가 몸을 배배 꼬았다. 애무도 좋지만, 그녀가 진정 원하는 것은 빨리 주인을 섬기는 일이었다. 이는 범석도 충분히 알고 있는 내용. 이제 본격적으로 그녀를 처녀성을 가져가기로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애무로 충분히 여체를 감상했으니, 이제는 마틸다의 몸을 즐겨도 좋을 듯싶었다. 범석은 그녀를 세우고는 갯바위에 양손을 집은 채로 엉덩이를 쭉 내밀도록 했다. “이, 이제 시작할 건가요?”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는 마틸다가 긴장한 투로 얘기했다. 범석은 짙은 미소를 짓고는 그녀의 하체를 가리고 있던 비키니를 무릎 부위까지 쭉 벗겨 내렸다. 이윽고 드러난 설원의 숲 속이 그의 음심을 자극했다. “흐흐흐. 당연하지. 기대해라.” 트렁크 수영복을 벗어 던진 범석이 마틸다의 길게 뻗은 두 다리를 손으로 어루만지고는 백색의 음모 안에 숨겨져 있는 균열에 손가락을 가져다대었다. 그리고 검은빛의 음순을 살짝 벌리고는 그 안에 자리 잡고 있던 조갯살을 드러내 보였다. 붉은 실핏4/12 쪽 줄이 그물처럼 엉겨 있는 속 살 안에 있는 처녀지. 이를 살짝 눌러 탄력을 확인한 그가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아내고는 마틸다의 뒤에 섰다. ‘후후후. 부드럽고 촉촉한 것이 맛이 죽이겠어.’ 한껏 기대감에 부푼 범석이 투명한 꿀물을 흘려대는 꽃망울에 흉측하게 생긴 애물을 가져다대고는 몇 번을 문질러댔다. 그리고 천천히 체중을 실어 진입을 시도했다. ‘아아. 드디어. 주인님의 것이.......’ 압력으로 입구가 벌려지는 느낌을 받은 마틸다가 등줄기로부터 전해져 오는 애정의 본능에 몸을 파르르 떨어댔다. 이윽고 쭉 늘어나는 처녀지에 그녀는 갯바위를 손톱으로 긁어댔다. 아픔으로 인해서가 아닌 주인을 맞이하는 순간이 곧 도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통이 되며 굵직한 물건이 하체 내부로 침입해 옴이 느껴지자, 환희의 눈물을 흘려댔다. “흑흑. 주, 주인님........ 어떻게 해요. 주인님이 정말 좋아서 가슴이 아려 와요!! 아윽!!” 그 말이 터져 나오기가 무섭게 범석이 마틸다의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고개를 젖혔5/12 쪽 다. 주인의 되었다는 증거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 이런 진짜 무섭네.’ 서서히 흰자위와 동화되는 눈동자에 범석은 약간이지만 겁을 집어먹었다. 석양이 지며 찾아오는 어둠 속에서 유난히 빛을 내는 흰 눈이 꼭 귀신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비릿한 미소를 짓고는 그대로 애물을 관통시켰다. 이 또한 색다른 색감이 있어, 나쁘지만은 않았다. 푹퍽. 푹퍽. 푹퍽. 연속되는 전후동작과 함께 침강과 융기를 반복했다. 애물을 흥건히 젖게 만든 핏물이 밖으로 함께 끌려나왔다가 다시 밀려 음부에 맺히더니, 방울이 되어 모래사장으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는 마틸다 성지의 감촉을 느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처녀의 옥죔이 애물을 감싸며 진한 쾌감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촉촉하게 젖어드는 애액으로 부드러운 진행이 가능하게 했지만, 핏물은 역으로 방해하고 있었다. 이 상반된 감각이야 말로 처녀의 특권. 범석은 소중히 다루려는 듯 느린 리듬으로 허리를 움직여댔다. “흑흑. 아윽!! 주, 주인님. 아응!! 아악!! 아아!!”6/12 쪽 마틸다는 작지만,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러나 범석은 결코 행위를 멈추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도 최대한 배려를 하고 있을뿐더러, 곧 엘프의 본능이 깨어나 끝도 알 수 없는 쾌락에 휩싸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였다. 이미 그의 애물에 거쳐 간 엘프만도 벌써 여섯이나 되었다. 푹퍽. 푹퍽. 푹퍽. 검은빛의 마틸다의 피부에서 주옥같은 땀방울이 맺히더니,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진행되는 애물의 감촉이 그녀 내면에 웅크리고 있던 엘프의 본능을 깨우기 시작한 것이다. 마틸다가 가늘게 뜬 눈으로 범석을 바라보며 한쪽 손을 뻗어왔다. “흑흑. 아아!! 아윽!! 주, 주인님!! 제 몸이 이상해요. 마치 붕 뜨는 느낌에요. 아앙!!” “후후. 엘프들은 다 그래. 조금만 있으면 기분이 좋아질 거다.” 점점 상승하는 허리의 움직임과 함께 육벽이 물결치듯 출렁대며 야릿한 소리를 흘려대고 있었다. 멀리 동편에서 떠오르기 시작한 달은 음탕하게 뒤엉켜 쾌락을 갈구하는 이들에게 은은한 빛을 내렸고, 마침 음부에서 흘러나온 분홍빛 액체에 맞은 작은 게 한 마리는 후드득 다리를 움직이며 다시 자신의 보금자리로 도망쳐 들어갔다. 7/12 쪽 푹퍽푹퍽. 푹퍽푹퍽. “아앙!! 주, 주인님. 어떻게 이런 기분이........” 상승하는 야릿한 감각에 마틸다가 상체를 크게 뒤로 젖히고는 흰 머리칼이 휘날리도록 고개를 흔들어댔다. 주인의 받아들였다는 감동과 그의 교묘한 허리 놀림이 신비한 엘프의 여체를 서서히 일깨우고 있었던 것이다. 육욕에 지배된 그녀는 창녀 된 사명감에 범석의 동작에 동화되어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 좋은데. 우리 마틸다 대견해.” 범석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하자 마틸다는 마치 주인에게 사랑을 받는 암캉아지가 된 양 귀를 펄럭였다. 눈물이 범벅된 얼굴에 웃음꽃까지 피어 있으니 그 모습이 가히 볼 만 했다. 그는 삐죽삐죽 웃음을 흘리며 여전히 허리를 흔들어댔다. 푹퍽푹퍽. 푹퍽푹퍽. 푹퍽. 애정의 소음이 달콤한 선율이 되어 마틸다의 귓전을 때렸다. 주인과 자신의 몸이 만들어내는 이 소리에 좀 더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어 올랐다. 그녀는 엘프학교에서 배운 바대로 옥문에 힘을 주어, 침입해 들어오는 애물에 억압을 가미시켰다. 8/12 쪽 “아앙!! 주, 주인님. 아앙!! 하앙!!” 압력이 강해지자 범석은 좀 더 과격하게 몸을 흔들어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서로의 접합면에서는 기괴한 육질의 연동소리가 계속 흘러나옴과 동시에, 거친 행위로 포말이 끓기 시작했다. ‘역시 엘프들은 남자를 위해 태어난 생명체다워.’ 그는 기특하게도 자신을 위해 애쓰는 마틸다의 살결을 문질렀다. 촉촉한 땀방울이 묻어나오는 검은 피부는 그의 손길을 따라 뽀드득 소리를 내며 진하게 울려대고 있었다. 범석은 길게 뻗은 그녀의 미려한 허벅지의 감촉까지 감상한 다음, 격렬한 몸동작으로 마틸다의 계곡 안을 짓밟아 나갔다. 이 탐스러운 여체가 자신의 것임에 심히 감동을 받은 탓이다. 푹퍽푹퍽푹퍽푹퍽. 푹퍽푹퍽. “후후. 마틸다! 네 몸을 마음껏 즐겨주마!” 잔상이 생길 정도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그의 허리와 함께 엉덩이를 내어주고 있는 마틸다도 덩달아 흔들렸다. 중력으로 말미암아 바닥을 향해 뾰족이 꼭지를 세운 9/12 쪽 가슴살은 격렬하게 출렁이고 있었고, 질척거리는 소리와 함께 교접면에는 핑크빛으로 결합한 애정의 잔재들이 튀겨져 나왔다. 주인의 흥분을 하체로 받아내는 그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따끔거리는 아픔이 동반되지만, 주인의 격렬한 사랑을 받는 사실은 충분히 환희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아앙!! 주, 주인님!! 아앙!! 전 주인님의 종이에요!! 아앙!! 마음껏 다뤄주세요!! 하아앙!!” 흥분으로 가득 찬 범석이 마틸다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양손으로 반죽 다루듯 주물러댔다. 손아귀 꽉 들어찬 그 탄력이 색감을 자극하고 있던 탓이다. 인간의 만들어낸 최고의 여체가 그에게 진한 감흥을 안겨주고 있었다. 범석은 교접면에서 흘러나오는 음란한 냄새를 한껏 들이키며 마구 허리를 흔들어댔다. 오감으로 전해져오는 쾌락이 열병이 되어 그의 열정을 달아오르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푹퍽푹퍽푹퍽푹퍽. 푹퍽푹퍽. 바닥을 지탱하고 있던 마틸다의 두 다리가 마구 떨려왔다. 입가에는 미처 수습하지 못한 침에 주르륵 흘러내렸고, 눈빛은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다. 주인의 애정에 도저히 정신을 추스르지 못할 상태까지 빠져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허물어지면 범석10/12 쪽 이 크게 실망할 터, 그녀는 안간힘을 써가며 버티고 또 버텨나갔다. “하아앙!! 주, 주인님!! 하앙!!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 같아요!! 하아앙!! 으아앙!!” 마찬가지로 그도 계속되는 자극에 찔끔찔끔 새어나올 정도로 절정에 이른 상태였다. 마틸다의 살단지 속의 압박감과 부드러운 감촉은 정말 참아낼 수 없는 분출욕구를 이끌어내고 있었다. 이내 그는 깊숙이 애물을 찌른 채 동작을 멈추고는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마틸다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바라봤다. “흐흐. 이제 네 살단지 속을 내 애액으로 더럽혀 주마.” “아아! 네. 제발 제 안에 주인님의 애정을 쏟아주세요.” 그 말을 들으며 범석이 하체의 힘을 풀어 뭉쳐 있던 백탁의 분순물을 폭발하듯 쏟아내었다. 음부로 스며드는 뜨거운 감촉을 받은 마틸다가 즐거운 사명을 완수했다는 생각에 진득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내려 자신의 하체에서 뚝뚝 떨어져 내리는 묘한 색의 잔해물을 보고는 감동 어린 눈빛을 지었다. 이제 자신은 진정한 엘프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아. 주, 주인님 정말 기뻐요. 제가 이렇게......”11/12 쪽 감탄사를 내뱉기도 그녀는 말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범석이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고개를 젖히더니, 바로 입안으로 찌꺼기가 잔뜩 묻어 있는 애물을 쑤셔 박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임무는 끝이 났지만, 범석은 오늘 행위를 끝낸 것이 아니었다. 이윽고 또다시 흔들리는 그의 허리와 함께 마틸다가 감격어린 눈빛으로 혀를 돌려댔다. 입안에서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가 풍겨 나오고는 있지만, 또다시 주인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던 것이다. 그녀는 위아래 구멍으로 행위의 잔재들을 꾸역꾸역 흘려대며 봉사에 몰두해갔다.============================ 작품 후기 ============================ 역시 휴식이 좋습니다. 오랜만에 웹서핑을 하며 아주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특히 오늘 찾은 여기 http://speller.cs.pusan.ac.kr/urimal-spellcheck.html 사이트 정말 오타대마왕인 저에게는 도움이 되는 사이트입니다. 잘못된 철자나 띄어쓰기를 대부분 찾아주더라고요. 다만 좀 고지식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까요. 참고로 행정기관이 권장한 '유린하다'의 순화된 표현이 '짓밟다'라고 했는데, 아무리 문장을 살펴봐도 좀 과격해지는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권장한 공무원들이 잘못된 건지? 사이트가 잘못된 건지......하여간 독자 여러분들 중에 글을 쓰시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면, 이 사이트를 참조하시면 많은 도움이 될듯 싶습니다.12/12 쪽 하여간 독자 여러분들 중에 글을 쓰시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면, 이 사이트를 참조하시면 많은 도움이 될듯 싶습니다. 그럼 전 내일 또 찾아뵙는 것으로 하고 이만 물러나보겠습니다. 모두들 그럼 즐거운 여름날 보내십시오.12/12 쪽 하여간 독자 여러분들 중에 글을 쓰시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면, 이 사이트를 참조하시면 많은 도움이 될듯 싶습니다. 그럼 전 내일 또 찾아뵙는 것으로 하고 이만 물러나보겠습니다. 모두들 그럼 즐거운 여름날 보내십시오.회12/12 쪽 펴봐도 좀 과격해지는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권장한 공무원들이 잘못된 건지? 사이트가 잘못된 건지......하여간 독자 여러분들 중에 글을 쓰시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면, 이 사이트를 참조하시면 많은 도움이 될듯 싶습니다. 그럼 전 내일 또 찾아뵙는 것으로 하고 이만 물러나보겠습니다. 모두들 그럼 즐거운 여름날 보내십시오.회12/12 쪽 < -- 갓즈나이츠의 새로운 보금자리 -- > 겨울이 찾아왔다. 12월 말쯤에 내린 함박눈은 리마시티 전체를 흰 설원의 땅으로 변모시켰다. 무릎까지 쌓인 눈으로 교통대란이 일어 날만 했지만, 사람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편안한 출근길을 맞이하고 있었다. 하늘을 나는 플라잉카가 대지에 쌓인 눈에 영향을 받을 리가 없었다. ‘쳇 오늘은 공을 쳐야겠군.’ 하지만 일과를 시작하지 못하는 자들도 있었다. 바로 범석이 그 예였다. 리마시티체육공원의 야외운동장에서 캠프를 차린 갓즈나이츠팀에게 이만한 눈은 훈련할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란 지장이 되었다. ‘쩝. 날씨까지 추워 훈련도 제대로 못 하는데. 눈까지 이렇게 펑펑 쏟아지니……. 휴~ 프로팀들은 실내 훈련장이 있어서, 오늘 같은 날에도 꾸준히 체력을 단련할 텐데.’ 난간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던 범석이 고개를 저으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괜히 궁상맞게 하늘을 바라보는 것보다야, 편안한 휴식으로 마음을 안정시키는 낮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어차피 오늘 하루 시청에서 보낸 열선 차들이 체육공원 내에 있던 눈을 전부 녹여 증발시킬 터이니, 내일이면 훈련을 재계할 수 있었다.회1/11 쪽 “휴~ 이 좁은 집도 어떻게 해야겠군.” 거실에 들어선 범석이 순간 긴 한숨을 내쉬었다. 좁은 원룸에 자신을 포함해서 8명이나 살고 있으니, 갑갑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이다. 그는 옆에 있던 소파에 앉더니, 3D홀로그램 TV를 켰다. 방송프로그램을 시청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가상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부동산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자신도 좁은 집구석이 갑갑하넷에서 제공하는 부동산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자신도 좁은 집구석이 갑갑하기도 하고, 최근에 배관수리를 하러 왔던 관리사무소 직원이 거주자가 너무 많다고 투덜대고 간 적이 있었다. 원래 이 원룸은 겨우 최대 2인이 머물도록 설계된 집이었으니, 조만간 여덟 식구가 편안히 머물만한 안식처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자 볼까?” 범석이 TV 화면에 시선을 집중하고는, 쭉 펼쳐진 메뉴에 매물로 나온 주택들을 살펴나갔다. ‘109제곱미터 아파트가 330만 크랑이라…….’ 오래된 아파트이기는 하지만 주거공간이 넓어 자신들의 살기에는 적당한 보금자리 같았다. 그리고 가격도 적당해 지금의 자금이라면 넉넉히 구매할 수 있을 듯도 보였다. 현재 지금 그가 가진 현금재산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211만 크랑과 지난여름 오사하회2/11 쪽 의 투기대회에 참여해 스포츠 도박으로 번 돈 272만 크랑. 그리고 가을 무렵 에이번드 세미클럽검투대회를 통해 마련한 자금 287만 크랑 까지 합쳐서 총 760만 크랑이었다. ‘휴. 그나저나 이제 스포츠 도박도 못해 먹겠구나.’ 범석은 지난가을에 열린 에이번드세미클럽컵검투대회를 떠올리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 당시 갓즈나이츠팀은 여타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그런데 이 시기 그가 번 돈은 고작 287만 크랑으로, 오사하에서 스포츠 도박만으로 딴 돈 272만 크랑보다 고작 10만 크랑이 좀 넘게 벌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오사하에서 참가한 경기는 투기장 개장 기념대회이기에 세미프로대회보다 명성이나 인지도 면에서 크게 떨어질뿐더러, 대회 상금인 마틸다를 포함시키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이리 벌이가 차이 나지 않은 이유는 갓즈나이츠팀의 전력이 지역사회의 도박사들과 일반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물론 명성이 올랐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하겠지만, 이제 자신의 팀에 베팅해서 돈을 버는 행위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점이 무척 아쉬웠다. ‘쩝. 어쩔 수 없지. 다 팔자인걸…….’ 하지만, 중요한 자금처가 사라졌음에도 그리 걱정되지 않았다. 그에게는 마이크로3/11 쪽 엔지니어링 사 주식 46만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주식의 주당 가격은 284크랑으로 모두 합치면 1억 3000만 크랑이 넘어갔다. 게다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가 아직 시장에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꾸준히 상승곡선을 타고 있기에, 앞으로도 크게 상승할 여지가 남아 있었다. 상념을 접은 범석이 계속해서 부동산정보를 확인하려는 순간, 에르피나가 슬그머니 다가와 옆 소파에 앉았다. “저, 저기. 주인님…….” 그가 넌지시 화면을 내리고 에르피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가 넓적다리가 훤히 드러날 정도의 청반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눈요기에는 좋지만 에리피나는 9시까지 오스칼과 함께 드래곤나이츠팀의 훈련캠프에 참가해야 하므로, 지금 이런 복장으로 있어서는 안됐다. 지금 시각은 8시 20분. 빨리 훈련복으로 갈아입고 출발해야 했다. “뭐야. 너 이러고 있으면 어떻게 해. 빨리 준비하고 훈련받으러 가야지.” “저기. 팀 전체가 오늘부터 휴가에요. 지금 동절기 휴식시즌이잖아요.” 그 말에 범석이 멋쩍은 웃음을 흘려댔다. 이 게임에서는 현실과는 달리 휴가 시즌이 대략 하절기 11주, 동절기 3주로 나뉘어 있었다. 선수들의 극심한 체력저하와 부상을 막으려는 조치이기도 했지만, 너무 긴 휴가로 경기력이 저하되는 것을 피하려는 의4/11 쪽 도도 있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월드컵 등의 지역대표대회를 열기도 했다. “아. 그렇군. 깜빡했네. 후후후.” 범석이 순간 에르피나의 허리를 끌어당기고 청반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근래에 좀 소원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으니, 이참에 회포를 풀자는 의도였다. 그는 촉촉한 감촉의 음부 속에 손가락을 침투시키고는 꼼지락거리며 자극을 선사했다. “아아. 주인님....... 저기 할 말이 있어요. 으음.” 가쁜 호흡을 내쉬는 에르피나를 바라보며 범석이 얘기했다. “뭔데?” “저기 제임스님이 주인님을 뵙자고 해요.” 제임스라면 현재 갓즈나이츠의 팀원 중 한 명인 폴리아의 주인으로 과거 워커옥션마켓에서 잠시 인연이 있었다. 다만, 좀 악연이라는 점이 문제랄까? 당시 악랄한 수작으로 에르피나를 그에게서 빼앗아온 전적이 있기에, 만나기가 꺼려졌다. 범석이 그녀의 반바지를 동여매던 허리띠를 끄르며 말했다. “그런데 그 얘기를 네가 해? 내일 훈련 때 폴리아가 하면 되지.”5/11 쪽 “그게 좀 급하신가 봐요. 원래는 오늘 훈련 때 폴리아언니가 얘기하려고 했는데, 아시다시피 오늘 훈련이 취소됐잖아요.” “아. 그렇군. 근데 제임스씨가 왜 나를 보자고 하는 거지?” 반바지가 벗겨지며 푸른빛 음모에 쌓인 균열을 여실히 드러낸 에르피나가 그의 이끌림에 소파 위에 누웠다. “아아. 그냥 사업상 할 얘기가 있다고 하세요. 하아!!” 범석이 지퍼를 열어 높이 솟아오른 애물을 꺼내고는 그녀의 음부 안에 과감히 쑤셔 넣었다. 그리고 허리를 흔들며 진한 교접을 시작했다. 물결치는 야릿한 육음에 서서히 모여드는 레이미와 다이아나를 포함한 그의 엘프들. 잠시 그녀들을 미소로 응대한 범석이 다시 에르피나에게 눈길을 돌렸다. 푹퍽. 푹퍽. 푹퍽. “사업상의 얘기? 무슨 사업?” “그, 그건 저도 자세히는 몰라요. 그저 급히 내일쯤 뵙자고 한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이에요. 하아앙!!” 범석이 거친 허리 질로 그녀의 육질을 탐닉하며 고민에 들어갔다.6/11 쪽 제임스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전에 워커옥션마켓에서 경험한 바로는 특별히 사업할 만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지나칠 정도로 순진했고 정이 많은 작자가 사업을 제대로 할 리가 없었다. 아무리 봐도 다니는 회사일로 만나자고 했을 공산이 컸다. 아니면 찾아가서 뜯어말려야 했다. “그래? 제임스가 무슨 일을 하지?” “지, 지금 제우스건설 기획실 과장으로 있으세요.” 제우스건설은 에이번드 지역을 터전으로 삼는 제우스그룹의 한 계열사였다. 세계적으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지역 내에서는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는 건설사였다. 다만, 최근의 경제위기로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 종종 지역 언론사 경제면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아. 그래서 폴리아가 우리 팀에 들어와서 검투사로 뛰는구나. 근래에 건설사들은 모두 사정이 좋지 않으니까.” “하아. 네 맞아요. 아아!!” “으음. 뭐 좋아. 까짓것 만나지. 전에 본의 아니게 신세를 졌으니, 대화 정도는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살단지 속을 과격하게 후벼오는 애물을 감촉을 받자, 에르피나가 허리를 활처럼 굽7/11 쪽 히며 교성을 내질렀다. “아아!! 네. 그, 그럼 약속을……. 하아앙! 약속을 잡아 드릴게요. 아앙!! 하아앙!!” 대화를 마친 범석이 본격적으로 허리를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이에 에르피나는 좌우로 몸을 뒤틀어대며 주인의 향취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이윽고 절정에 오른 범석이 그녀의 살단지 속에 진한 백탁의 액체를 쏟아내었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거실에서 안절부절 서성이는 오스칼을 덮치고는 바로 옷을 벗겨 내렸다. 또다시 이어지는 교성 소리. 그는 이날 오랜만에 맞이하는 한가한 시간을 엘프들에게 성은을 베푸는 일에만 몰두를 했다. 윙윙. 위이잉. 다음 날 로메오거리에 도착한 범석이 아론에서 내려 주변거리를 살폈다. 약속장소인 위스돔하우스를 찾기 위해서였다. 커피 등의 차와 간단한 요깃거리를 파는 카페체인점이었는데, 대화를 나누기에 적당해 이곳에서 제임스와 만나기로 했다. 그는 소크라테스가 그려진 간판의 2층 건물을 보고는 이내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8/11 쪽 그가 내부로 들어서자 카운터 종업원들이 인사를 하기도 전에 금발의 사내가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며 반기고 있었다. 제임스임을 안 범석이 손을 맞잡았다. “아. 네. 제임스 씨 오랜만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자 이리로 오시죠.” 그의 안내로 범석은 한가한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검은 목재 탁자 위에 레이스무늬 면포가 깔려있었는데, 그 위로 반쯤 비어있는 물컵으로 보아 오래전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시계를 보고 약속시각에 늦지 않음을 확인한 범석이 먼저 말을 걸었다. “오래 기다리셨나 봅니다.” “하하. 예. 늦지 않으려고 서두르다 보니 좀 일찍 도착했습니다.” “아. 예.” 그때 엘프종업원이 다가와 인사를 하더니, 탁자 위에 메뉴판을 올려놓았다. 범석은 형식적으로 뒤적뒤적 거리더니, 결국에 가서는 커피를 골랐다. “커피 둘 주십시오.” 엘프 종업원에 주문을 마친 제임스가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입을 열었다.9/11 쪽 “범석님. 최근에 갓즈나이츠팀이 꽤 잘나간다고 들었습니다. 폴리아의 말로는 GA컵에는 6차전까지 오르고, 가을 열린 세미프로컵대회에는 우승까지 차지했다고요. 특히나 세미프로컵 대회에서는 팀의 주력인 오스칼과 에르피나가 빠졌는데도 그런 성과를 내시다니 대단하십니다.” “후후. 운이 좋았죠.” 겸양을 떨고 있지만 범석은 속으로 당연한 일이라 치부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들의 전력은 단판 승부에서라면, 에어리어리그 우승권 팀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실력이었다. 뭐 긴 리그전을 수행하다 보면 선수층 얇아 겨우 중위권 팀 정도에 머물겠지만, 몇 경기 만에 우승의 향방이 결정되는 토너먼트경기라면 얘기가 틀렸다. “하하하. 그런데 최근의 언론지상에서 나오는 얘기를 보니 내년 봄에 열릴 승강토너먼트경기에서 유력한 우승후보라고 하더군요. 이 점을 볼 때 운만은 아니신 것 같습니다만........” “네. 뭐 그렇죠. 우승까지는 모르지만 승격이 되는 3위까지는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곧 펀딩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승격이 결정된 이후로 미루면 때는 늦으니까요.” 범석이 약간 인상을 찌푸렸다. 최근 그 일로 창업브로커들이 부리나케 드나들며 펀10/11 쪽딩을 종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식회사형 팀에 관심이 없던 그로서는 참으로 귀찮은 일로, 여기까지 와서 듣자니 짜증스러웠다. “휴~ 펀딩할 마음은 없습니다. 혹시 폴리아에게 저희 팀의 특징에 대해서 듣지 못하셨습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제임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뜻이 좋아도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었다. 한 예로 범석이 뛰어난 실력으로 프로리그 진출권을 따도 프로협회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즉각 박탈되어 다른 팀에게 권리가 넘어가게 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펀딩을 하지 않는 것은, 프로로 아예 진출하지 않겠다는 뜻과 동일했다.============================ 작품 후기 ============================ 여유가 있으니 참 좋네요. 웹서핑도 하고 소설책도 읽고 또, 다른 여가생활도 하고요. 그런데 너무 나태해져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한 며칠만 더 쉬다가 비축분 작업에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모두들 편한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1/11 쪽 따도 프로협회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즉각 박탈되어 다른 팀에게 권리가 넘어가게 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펀딩을 하지 않는 것은, 프로로 아예 진출하지 않겠다는 뜻과 동일했다.따도 프로협회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즉각 박탈되어 다른 팀에게 권리가 넘어가게 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펀딩을 하지 않는 것은, 프로로 아예 진출하지 않겠다는 뜻과 동일했다.따도 프로협회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즉각 박탈되어 다른 팀에게 권리가 넘어가게 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펀딩을 하지 않는 것은, 프로로 아예 진출하지 않겠다는 뜻과 동일했다.따도 프로협회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즉각 박탈되어 다른 팀에게 권리가 넘어가게 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펀딩을 하지 않는 것은, 프로로 아예 진출하지 않겠다는 뜻과 동일했다.게 권리가 넘어가게 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펀딩을 하지 않는 것은, 프로로 아예 진출하지 않겠다는 뜻과 동일했다.따도 프로협회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즉각 박탈되어 다른 팀에게 권리가 넘어가게 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펀딩을 하지 않는 것은, 프로로 아예 진출하지 않겠다는 뜻과 동일했다. < -- 갓즈나이츠의 새로운 보금자리 -- > “하지만, 펀딩을 해 자금을 끌어 모으지 않는다면 프로에 진출하지 못할 것 아닙니까? 프로에 진출하면 여러 돈 들어갈 구석이 많을 테니까요.” “하지만 자금만 있다면 굳이 펀딩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 말에 제임스가 바로 극도의 관심을 표명했다. “그, 그럼. 프로협회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만족시키게 할 만한 자금이 있다는 얘기입니까?” 골똘히 생각해 본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부족한 면이 많았지만, 지금의 주식과 이를 담보로 은행권에서 대출한다면 잘하면 채울 수도 있다고 생각됐기 때문이었다. “글쎄요. 어렵겠지만 상당 부분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면 어떻게든 해결될 듯도 보입니다.” “아. 대충 얼마의 자금으로 프로로 진출하시려는 겁니까?” “으음. 2억 크랑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순간 눈빛을 반짝인 제임스가 뜬금없이 전자수첩을 꺼내 화면에 켜고는 어느 한 시설의 조감도를 펼쳐보았다. 산지와 계곡을 끼고 있는 여러 채의 건물들이 보였는데, 회1/12 쪽 그 사이의 도로를 소년소녀들로 보이는 군중들이 어지러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가 범석이 보는 앞에 홀로그램 영상을 선보이고는 입을 열었다. “저기. 한 번 이 조감도를 봐주십시오.” “네.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네. 이 화면은 저희 제우스건설에서 한 산 정상에다 개발 중이었던 최신시설의 청소년수련캠프의 모습을 입체화해놓은 조감도입니다. 대지면적 7만 제곱미터에 사방이 푸른 숲 속이라 조망도 그만입니다. 게다가 한 10여 분만 내려가면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어, 여름철 더위를 식히며 휴식하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범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봤다. 다 좋은데, 청소년수련캠프와 자신이 무슨 관계냐는 것이다. “저기. 제임스 씨.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제가 이해가 안 갑니다. 원하는 바가 뭡니까?” “간단히 말해서 매입하시라고 겁니다.” “매입요? 제가 청소년 해양 캠프를 왜 매입을 합니까?” “바로 이 무인도의 행정구역이 바로 리마시티이기 때문입니다. 즉 용도를 전환해서 갓즈나이츠팀의 훈련캠프로 사용해도 된다는 말입니다.” 이에 범석이 관심 어린 표정으로 조감도를 바라봤다. 어차피 훈련캠프는 프로협회2/12 쪽 에서 제시하는 프로 진출 팀의 중요요건 중 하나였고, 현재 갓즈나이츠에게도 꼭 필요한 시설이었다. 눈비가 와서 훈련을 중단되는 일은 이제 사양하고 싶었다. 화면을 자세히 훑어본 그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으음. 그런데 숙소건물이 너무 많은 것 아닙니까? 족히 천여 명을 들어갈 수 있을 듯 보이는데요. 저희 팀은 그 정도 검투사도 없을뿐더러, 대부분이 출퇴근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괜히 건물로 가격만 상승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그 점은 염려하지 마십시오. 단지 조감도 상의 그림일 뿐, 실제는 틀립니다. 지금은 그저 기반 다지기 공사와 배수시설 공사등 기초공사만 완료되어 있을 뿐입니다. 건물은 건축되지 않았으니, 충분히 원하시는 대로 용도변경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가능해 보임직도 했다. 납득을 한 그가 다음 질문에 들어갔다. “그럼 전기시설과 상수도 시설은 어떻게 됩니까? 산이라 쉽지 않을 텐데요.” “그 점도 염려 마십시오. 근처에 대형 핵융합발전소가 있어 전기 시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 상하수도 시설은 물론 지하수를 퍼 올릴 수 있는 펌프 시설까지 모두 완비된 상태입니다. 지금으로서는 건물만 올리면 만사 다 해결됩니다.” “아 그래요? 그런데 검투훈련장을 만들 수 있겠습니까? 산지라서 꽤 경사면이 있을 텐데요?” “그도 상관없습니다. 주변이 산지일 뿐, 청소년 수련 캠프가 있는 장소는 해발 350미터의 고원지대라 원하신다면 최대 5개의 훈련용 경기장을 꾸밀 수가 있습니다.”3/12 쪽 범석이 팔짱을 끼며 의미심장한 눈으로 제임스를 바라봤다. 지형적으로 우려스러운 부분은 없지만, 한 가지 중대한 문제가 남았던 탓이다. “아무리 산지라지만 7만 제곱미터라면 제법 넓군요. 그런데 과연 제가 구입할 능력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시다시피 훈련캠프 하나 장만하는 일로 모든 자금을 소모할 수는 없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추천해 드리는 겁니다. 가격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저렴해요?” “네.” 하며 제임스가 사정 얘기를 늘어놓았다. 사실 경제위기가 발생한 직 후, 모든 건설업계가 그렇지만 지금 제우스건설도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경제가 어려워 일반인들의 부동산에 대한 구매욕구가 상당히 저조해졌고, 은행들도 경제위기의 여파가 심한 건설사에 대한 대출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자금을 끌어당겨야 할 터, 가장 좋은 방법이 불량자산을 매각해 현금화시키는 일이었다. 예기치 않은 자금을 확보하는 일이었고, 자산의 축소로 세금의 부담을 줄일 수 있기에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건설사들의 불량자산은 고가의 땅이나 건물들이 대다수였다. 제조업과 달리 세금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산소각을 할 수는 없으니, 어떻게든 싸게라도 판매하는 4/12 쪽 편이 이득이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시기에 이만한 매물을 구매할 수 있는 매입자를 쉽사리 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제우스건설은 사내의 모든 인적자원을 총 동원하여 구매자를 찾는 일에 혈안일 수밖에 없었다.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범석이 마침 종업원이 가져온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그를 향해 말했다. “그래요? 그럼 가격은 대체 얼마라는 얘기입니까?” “글쎄요. 그건 어느 정도 규모로 훈련장캠프를 구성시키느냐에 따라 틀립니다.” 납득할 수 있는 얘기이기에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규모가 커질수록 들어가는 자재와 투입되는 노동력이 증가하니, 가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골몰히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이내 대답했다. “에어리어 프로검투리그에서 제시하는 최소한의 훈련캠프시설들로 건설해 주십시오. 협회 사이트에서 나와 있으니, 한 번 확인해 보시면 알 겁니다.” 제임스가 프로협회 사이트를 열어 확인했다. 60명 규모의 숙소 및 식당, 기타 의료실, 체력단련실, 훈련도구 비치실, 사무실, 경비실. 100인이 널찍하게 들어가 훈련할 수 있는 실내체육관. 그리고 프로규격에 걸맞은 훈련용 경기장 하나와 야간 조명시설 등등…….5/12 쪽 모든 검색을 마친 그가 이 같은 내용을 본사 영업팀과 설계팀 쪽으로 전송했다. 그는 단지 기획실 과장으로, 건축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이리 영업에 발 벗고 나서고는 있지만, 자신의 업무가 아니니 자세한 답변을 할 수가 없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본사에 관계자에게 요구사항을 전했으니, 곧 대략적인 예상가를 알려올 겁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오랫동안 커피만 홀짝거리는 사이, 연락이 왔는지 수신 메시지 아이콘에 불이 들어왔다. 제임스가 급히 검지로 클릭해 내용을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저기 범석님. 설계팀에서 연락이 왔는데, 자세한 것은 설계를 끝내봐야 알겠지만, 대략 1억 1,000만 크랑정도는 지불하셔야 한다고 합니다. 그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범석이 난색을 보였다. 대지 면적에 비해 싸기는 했지만, 훈련 캠프 하나 갖추는데, 1억 1,000만 크랑을 투자할 수가 없었다. 훈련캠프만 갖춘다고 프로팀 요건이 완료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아~ 그런 곤란하겠습니다. 그 정도 금액을 당장에 제가 조달할 수가 없고, 훈련캠프에 그만큼 투자할 수도 없습니다.”6/12 쪽 “그렇습니까? 그럼 얼마 정도면 구매가 가능하시겠습니까?” “전 훈련 캠프 구입에 최대 8,000만 크랑을 잡고 있습니다.” 제임스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1억 1000만 크랑도 최대한 깎고 깎아서 나온 금액. 영업과 설계의 문외한인 그라도 3,000만 크랑을 깎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쯤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 본사와 연락을 취해 설계팀과 영업팀과 오랫동안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난 후 그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범석을 쳐다봤다. “저, 저기. 범석님. 아무래도 협상을 잠시 뒤로 밀어야겠습니다.” “왜요? 힘들다고 합니까?” “아뇨. 그게 아니라 저희 본사 영업본부장님이 지금 이 자리로 오시겠다고 합니다.” “영업본부장요? 그럼 적어도 이사급 이상의 임원이 아닙니까? 그런 분이 여기 왜 오십니까?” 사실 그의 의문 자체가 잘못되었다. 1억 1,000만 크랑 정도의 공사가 구멍가게 아이스크림도 아니고, 영업부서직원도 아닌 일개 기획팀과장이 처리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됐다. 지금 같은 시기가 아니더라도, 구매자가 구입욕구를 드러낸 이상 관련 부서 고위직 책임자가 와서 담판을 져야 옳았다. 설명을 마친 제임스가 양해를 구하듯 말했다.7/12 쪽 “본부장님께서 30분 후쯤에 도착하신다는 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범석이 시각을 확인했다. 지금 시각은 오후 3시 30분. 30분쯤 기다린다고 문제 생길 것은 없을 듯 보였다. “뭐. 네. 30분쯤이야 기다릴 수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결국 이들은 커피를 리필 한 후, 또다시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분침이 12시를 가리킬 무렵. 카페 문이 열리며 한 5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정장차림의 남성이 급히 들어왔다. 날카로운 눈매와 검은색 피부가 유난히 돋보이는 그가 잠시 주위를 훑어보더니, 제임스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다가왔다. “제임스과장. 수고가 많았네. 그래 구매자분이 누구 신가?” 제임스가 범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이십니다.” 그를 잠시 바라본 영업본부장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만한 덩치의 계약을 하기에는 그의 인상이 너무 젊어 보였다. 그러나 이 시대에는 나이가 어려 보인다고 무조8/12 쪽 건 무시를 할 수가 없었다. 신체개조를 해서 젊음을 유지하는 자본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손을 내밀며 인사와 함께 자신의 소개를 했다.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제우스건설 영업본부장인 가르시아라고 합니다.” 악수하며 범석이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전 갓즈나이츠 이사장인 오범석이라고 합니다.” 대뜸 그의 모습을 확인한 가르시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검투경기 애호가인 그가 리마시티를 연고를 두며 최근에 명성을 날리는 갓즈나이츠팀을 모를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팀의 이사장이 센트럴리그 주전급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도, 스포츠신문 지상에 나온 전문가의 사설을 읽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근래에 들어와 갓즈나이츠팀을 응원하는 중이었다. 그전에는 그레이트하이에나즈팀을 응원했었지만, 갖은 구설수에 오르며 그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준 탓에 가차 없이 갈아탔다. 다른 지역도시의 팀에 자금을 보내기 위해 자 팀의 검투사와 자산을 무차별적으로 파는 행위를, 그로서는 인내하며 바라볼 수가 없었다. “아. 그럼 이번에 만들어질 훈련캠프가 갓즈나이츠팀의 훈련캠프가 되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9/12 쪽 가르시아가 환한 미소를 지어 보냈다. 제우스건설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갓즈나이츠팀의 훈련캠프를 만들지 모른다니, 뿌듯한 감정이 들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그는 결코 자신이 팬이라는 사실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았다. 응원팀은 응원팀이고 사업은 사업이었다. 괜히 사실관계를 밝혀 협상에 지장을 초래할 수는 없었다. 그는 종업원에게 차를 시키고는 범석의 바로 앞에 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수하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니, 저희가 제시하는 금액과 범석님께서 제시하는 금액이 많은 차이를 보인다고 하더군요. 대략 3,000만 크랑 정도 된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금 꽤나 곤란해하고 있습니다.” “8,000만 크랑까지 제시하셨는데, 그 이상은 정말 불가능하시겠습니까?” “네. 불가능합니다. 8,000만 크랑이 넘어가면 저로서는 다른 훈련캠프를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혹시 요구하신 건축물 및 시설을 간소화할 생각은 없겠습니까?” “불가능합니다. 제가 제시한 내용이 바로 프로리그에서 제시하는 훈련캠프의 조건입니다.”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린 가르시아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부지를 축소하는 일뿐이었다. 하지만 이는 자사로서 피하고 싶은 입장이었다. 그 땅의 모든 배수시설 및 기반시설이 모두 일체화 된 상태인데다가, 두메산골의 자투리땅을 따로 판매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10/12 쪽 “그럼 이렇게 하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어떻게요?” “일단 저희가 700만 크랑정도 가격을 낮춰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범석님께서 8,000만 크랑을 지급하시면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무이자로 2년 정도 유예기간을 드릴 테니, 그때 납입하십시오. 어떻습니까?” 범석이 갈등 어린 표정을 지었다. 구매한다면 2,300만 크랑이라는 빚을 떠안게 되지만, 넓은 부지의 훈련캠프를 소유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팀이 발전해 훈련시설을 더 필요를 할 때, 부담 없이 확장시킬 수 있었다. 팀이 계속 성장한다면 2군 훈련경기장이나, 8세 이하 경기훈련장 등, 많은 부가시설을 지어야만 했다. ‘어차피 에어리어리그에만 머물 수는 없잖아. 괜히 나중에 확장공사를 못해 발을 동동 굴리는 것보다야, 지금 약간 무리를 하는 편이 낫겠지. 2,300만 크랑이 거금이기는 하지만, 프로로 올라간다면 1년 안이라도 충분히 매울 수 있는 돈이야.’ 결심한 범석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가르시아를 바라봤다. 훗날을 위해서 지금 조금 무리를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탓이다. “좋습니다. 일단 부지를 보고 결정해야겠지만, 그 정도 조건이라면 저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습니다.”11/12 쪽 무릎을 탁 친 가르시아가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 거래만 성사되면 불량자산을 매각해 세금을 줄일 수 있을뿐더러, 자사에는 당장에 8,000만 크랑이라는 자금이 들어오게 되었다. 그럼 혹시 있을지 모르는 정부의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조건이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이 계약을 성사시키기에 앞서 범석님께서 2,300만 크랑에 대한 지급 보증인을 세워주셔야 합니다.” “보증이요?” “네. 만약 범석님께서 나머지 금액을 갚지 못했을 때, 이를 대신 지급해줄 사람 말입니다.” 순간 범석의 얼굴에 난처함이 묻어나왔다. 부모자식 간에도 난색을 표하는 보증을 과연 자신을 위해 서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게다가 그는 이 게임을 접속한 지 겨우 반년이 됐을 뿐이었다. 곤란한지 범석이 계속해서 손을 꼼지락거렸다. ============================ 작품 후기 ============================ 무료데이 모두 즐겁게 보내셨습니까? 하루라 약간 짧은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이런 날도 종종 있었으면 합니다. 전 오늘 어디 다녀와서 밤 1112/12 쪽 ============================ 작품 후기 ============================ 무료데이 모두 즐겁게 보내셨습니까? 하루라 약간 짧은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이런 날도 종종 있었으면 합니다. 전 오늘 어디 다녀와서 밤 11시 쯤에야 보기 시작했습니다. ㅠㅠ. 억울합니다. ㅠㅠ. 그럼 모두들 태풍 조심하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 갓즈나이츠의 새로운 보금자리 -- > “저기 혹시 보증을 서줄 사람이 없는데, 제가 매입할 훈련캠프를 담보로 하시면 안 됩니까?” 이 말에 가르시아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자사의 1순위 불량자산을 다시 담보를 잡자니 그로서는 꺼려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서였다. 이 청소년 수련 캠프는 주택이나 아파트 등과는 달리 구매자가 매우 한정되어 있어 쉽게 현금화시킬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특히나 프로검투팀의 훈련캠프로 변경시킨 후이라면, 정말 구매할 자가 나올지가 의문이었다. 프로 규약 상 해당 프로팀은 주 훈련캠프를 연고지역에 두고 있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리마시티에는 프로검투팀이 현재 아무도 없었다. 당연히 새롭게 또 용도변경을 해야 하니 자연스레 자산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갓즈나이츠팀이 프로리그에 입성한다면 만사 해결될 노릇이었지만, 아직 프로팀이 아닌 이상, 앞일은 모르는 일이었다. “사실 1억 1,000만 크랑에 땅값으로 매겨진 부분은 3,500만 크랑 정도밖에 되지를 않습니다. 나머지는 금액은 60인의 숙소와 사무실 건물, 기타 부수적인 시설과 경기장 조성 등에 들어가는 비용입니다. 그런데 프로검투팀의 훈련캠프가 워낙 특수한 시설이라, 재판매를 위해서는 상당 부분 철거하고 재건축에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특수성 안고 구매할 매입자는 거의 없으니, 당연히 저희로서는 꺼려질 수밖회1/14 쪽 에 없습니다.” “그럼 담보는 안 된다는 겁니까?” 가르시아 머뭇거리며 쉽게 입을 떼지를 못했다. 이번 거래는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터, 정 안된다면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담보로 해결 봐야 했다. 하지만 최대한 다른 형태의 거래방식을 찾아야했다. “안 된다고 보기보다는……. 아!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어떻게 말입니까?” “담보를 훈련캠프로 국한 시키는 것이 아니라 갓즈나이츠팀의 주식으로 하는 겁니다. 갓즈나이츠팀은 뛰어난 검투사들이 많으니, 충분히 구매자가 나올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범석이 바로 손을 흔들어댔다. 주식을 담보로 한다는 것은 즉 팀을 주식회사형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선행조건이 있었다. 그 짓을 하지 않으려고 이 짓을 하는데, 그가 제안을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거래를 안 하면 안 했지, 그건 절대로 안 됩니다. 저는 펀딩할 마음이 없으니까요.” 가르시아가 뜬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펀딩도 하지 않고 어떻게 아마추어팀의 이사장인 그가 공사대금을 지불할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2/14 쪽 “아니. 그럼 이번 구매대금인 8,000만 크랑을 어디서 구하시려고 합니까? 꽤 거금인데 말입니다.” “은행권에서 빌리려고 합니다.” 가르시아가 어이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지금 같은 시기에 이만한 부동산 구입비용을 빌려줄 금융회사가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그것도 아마추어리그에서 노니는 갓즈나이츠팀에게 말이다. 만약 가능한 일이라면, 제우스건설이 이리 어려움을 당하지도 않았다. 한낱 아마추어팀에게 이런 거금을 빌려줄 은행이, 제법 인지도가 있는 제우스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지 않을 리가 없었다. “지금 농담하십니까? 어느 은행이 범석님에게 그 많은 돈을 빌려줍니까?” “제가 가진 자산을 담보로 하면 됩니다.” “자산요?” “네. 1억 3,000만 크랑어치의 주식이 있습니다.” 주식이라면 현금화가 쉬운 자산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대표적인 위험자산이었다. 제법 큰돈이기는 하나 지금 같이 어려운 시기에 이를 담보로 쉽사리 대출해줄 은행은 많지 않았다. “그게 가능합니까?”3/14 쪽 물론 범석으로서는 가능하다고 생각됐다. 전에 오사하에서 만난 윌킨스금융지주사의 회장인 윌킨스가 보유한 주식과 부동산의 7할까지는 돈을 꿔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설마 그 대단한 양반이 한 입 가지고 두 말을 하리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네. 은행관계자로부터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고 구두 약조를 받았습니다.” “은행 관계자요? 어느 은행 말입니까?” “윌킨스금융지주사입니다.” 윌킨스금융지주사라면 전 세계 금융순위 2위에 해당하는 금융사로,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이번 불황의 여파를 맞이하여 위기는커녕, 성장의 주춧돌을 삼고 있을 정도로 자금을 풍부히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은행이 위험성이 높은 주식을 바탕을 단지 아마추어검투팀인 이사장에게 8,000만 크랑이라는 돈을 꿔준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만약 정말 누군가가 대출해준다고 구두 약속을 했다고 해도, 웬만한 끗발이 아니고서는 쉽게 돈을 내어줄 수는 없었다. 대출서류를 상급자에게 올라가는 즉시 바로 반려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으음. 대출은 확실히 됩니까? 일이 잘못되어 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글쎄요. 제법 한자리하는 양반이니, 딴소리는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4/14 쪽 …….” “약조하신 분의 직책이 어떻게 되는데요? 본사 임원이라도 됩니까?” 범석이 잠시 고민에 들어갔다. 사장은 CEO이기에 임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회장은 특별히 임원인지 아닌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대충 그게 그거니, 이내 고개를 주억였다. “네. 맞습니다.” 가르시아가 다소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8,000만 크랑 정도의 거금이라도 본사 임원 정도의 입김이라면 충분히 대출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다시 후지급금 문제로 돌아가, 얘기를 마저 끝내기로 했다. “아. 그렇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시죠. 주식을 통한 보증은 절대 안 된다고 하셨죠?” “네. 말씀드린 바대로 절대 불가합니다.” “그럼 보증보험을 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워낙 거금이라 지불할 보험납부액이 많기는 하지만, 껄끄러운 보증인을 세우지 않아도 되니, 제법 많이들 애용하고 있습니다.” 보증보험이라면 보험금을 내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것도 2,300만크랑에 대한 보험5/14 쪽 이었고, 그는 금융거래가 적어 신용도가 극히 낮은 상태였다. 분명히 많은 보험금을 내야 할 터, 범석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곧 8,000만 크랑을 대출하면 그에 대한 막대한 이자도 물어야 할 터, 더는 쓸데없는 일로 자금을 지출시키지 말아야했다. ‘쩝. 어떻게 하냐. 가만 생각해 보니, 보증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데…….’ 그의 머릿속으로 흑사회라는 단어가 스치고 있었다. 현재 흑사회와 자신은 공동 운명체. 모두가 갓즈나이츠팀이 프로리그로 올라서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훈련캠프를 장만하는 일도, 그 일환 중 하나였다. 오늘 거래만 완료되면 프로검투협회에서 요구하는 조건 중 반은 해결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프로진출권을 따고 나서 준비해도 별문제가 없는 사소한 것들이었다. “잠시 어디 좀 연락할 곳이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얼마든지 하십시오.” 범석이 이내 전자수첩을 걸어, 엠마를 호출했다. 화면 상에 나온 그녀는 훈련에 열심인지 이 추운 겨울날에도 땀을 흘려대고 있었다. - 어머. 범석님. 왜 오늘 훈련에는 왜 참가하지 않으셨어요? “으음. 우리 팀 훈련캠프 매입 건 때문에 말이야.”6/14 쪽 엠마가 눈동자를 빛내며 말했다. 흑사회의 멤버로서 또 한낱 시민체육공원에서 훈련하는 갓즈나이츠의 팀원으로, 훈련캠프가 생긴다니 반갑기 그지없었다. - 정말이요? 그럼 이제 내년 봄 승격토너먼트에서 프로 진출권을 따도 거의 문제가 없겠네요. 훈련캠프 장만하는 일이 가장 많은 자금과 시일을 소모하니까요.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런데 좀 문제가 있어서 말이야.” - 왜요? 자금이 모자라나요? “좀 그렇기는 한데. 해결됐어. 다만, 지급 보증인이 필요하다네.” - 지금 보증인요? 보증인만 있으면 해결되나요? “어. 그래. 단지 자금의 덩치가 커서 부담스러워. 2,300만 크랑나 되니까. 그래서 누군가 보증을 서줄 수 없나 해서.” 엠마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흑사회에서 그까짓 푼돈 보증 정도 서주지 못할 리가 만무하지만, 이 사실로 대립 중인 경제인단체가 문제 제기를 하면 곤란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될 수 있으면 흑사회와 갓즈나이츠의 관계는 깨끗이 하는 편이 좋았다. 하지만 안 된다고 하기에는, 훈련캠프의 매력이 큰 것은 사실이었다. 그동안의 경기성적으로 흑사회에서는 갓즈나이츠팀이 내년에 충분히 에어리어리그로 진출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와이드리그 우승권 팀에서 크게 활약하는 오스칼과 에르피나에, 나머지 중에서도 현 에어리어리그 프로급 실력자가 6명이나 있었고, 센트럴리그 주전급 검투사로까지 7/14 쪽 평가받는 범석까지 있었다. 이런 막강한 팀이 단지 아마추어팀들이 모이는 승격토너먼트에서 떨어지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부분은 바로 리그진출권을 따내도 프로협회에서 제시하는 승격조건을 충족시키는 못하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었다. 범석이 워낙 완강하게 펀딩을 거부하고 있었던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지금 그가 승격조건 중 가장 어려운 훈련캠프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었고, 단지 2,300만 크랑의 지급 보증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었다. 솔직히 이 문제만 해결이 난다면 다른 승격조건쯤은 억지로라도 맞출 수가 있는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이번 계약이 좋은 결과로 결말나도록 흑사회가 애쓸 필요가 있었다. 그녀는 잠시 양해를 구한 후, 루카스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는 이번 흑사회의 위기에서 자신을 프로검투사로 만드는 일을 총 책임지고 있으니, 먼저 문의를 해야만 했다.잠시 그와 심각한 대화를 나눈 엠마가 다시 범석에게 연락을 취했다. - 저기 범석님. 잠시만 기다리시면 안 돼요?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 그게 아니라. 루카스 선배님이 그쪽으로 가시겠데요. 루카스라면 ‘바람의 머무는 집’ 체인점등 여러 요식업 체인점을 보유하고 있는 흑사회의 멤버였다. 전에 만났을 때 언쟁을 했던 그로서는 달갑지만은 않은 손님이었다. “그 사람이 왜 오는데. 보증이라도 서주겠데.”8/14 쪽 - 자세한 것은 모르고요. 루카스선배님이 해결해 주시겠데요. 범석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언제 온다는데?” - 장소만 말씀해 주시면 바로 가실 테니, 최소 한 시간 내에는 도착할 실 것에요. 그렇다면 대충 6시까지는 온다는 소리였다. 그는 가르시아를 바라보며 양해를 구하듯 얘기했다. “어쩌시겠습니까? 퇴근 시간에 가까울 것 같은데, 만나 뵐 수 있겠습니까?” 가르시아가 전혀 상관이 없다는 양 고개를 주억였다. 회사가 어려운 와중에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칼퇴근을 주장할만한 배포 좋은 셀러리맨은 거의 없었다. “물론 상관은 없습니다만, 2,300만 크랑의 지급 보증인이 되시려면 그만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계셔야 합니다. 가능하신 분입니까?” “아마 그 정도는 될 겁니다. 제법 부자니까요.” “아. 그렇다면 반드시 만나 뵈어야죠. 빨리 오시라고 하십시오.” 무심히 고개를 끄덕인 범석이 엠마에게 지금 자신이 머무는 카페의 이름과 위치를 9/14 쪽 설명했다. 그리고 6시가 못되어 카페 안으로 30대의 남성 한 명이 들어왔다. 그는 누군가를 찾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범석을 보자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범석군. 또 이렇게 보는군. 참 반갑네. 그동안 잘 있었나?” 넉살 좋게 안부를 묻는 루카스로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마중했다. 껄끄러운 상대였지만, 도움을 주러 온 상대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네. 오랜만입니다. 자 이리로 오십시오.” 그의 안내로 자리에 착석한 루카스가 가르시아와 제임스를 힐끔 바라보더니, 얘기했다. “이 사람들이 훈련캠프 건설해 주겠다는 건설사 직원인가?” “네. 그렇습니다.” 가르시아가 품 안에서 명함을 꺼내더니, 루카스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제우스건설 영업본부장인 가르시아라고 합니다.”10/14 쪽 이에 루카스도 명함 한 장을 꺼내 선보였다. “나는 윈드하우스사의 회장인 루카스네.” 명함을 받은 가르시아가 고개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윈드하우스사의 회장 루카스. 윈드커피전문점과 윈드랜드등의 세계 유수의 요식체인점기업을 거느린 그를 이런 허름한 카페에서 만나리라고는 결코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했다. “루, 루카스회장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광은 무슨, 빨리 자리에나 앉게. 대체 여기서 무슨 얘기가 오고 갔는지 궁금하군.” 가르시아가 이마를 훔치고는 범석의 눈치를 살폈다. 어떻게 생겨먹은 작자이기에, 지급보증인으로 이런 거물을 세우냐는 것이다. 그는 긴장을 풀기 위해 길게 심호흡을 하고는 계약 내용을 차근차근 설명해나갔다. “그래서 지금 2,300만 크랑에 대한 지급보증인이 필요한 겁니다.”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인 루카스가 범석을 바라봤다.11/14 쪽 “자네 8,000만 크랑은 확실히 빌릴 수 있는 것이 맞나?” “그야. 저도 모르죠. 빌려주신다는 분이 모르쇠로 일관하면 저도 대책이 없죠. 그런데 그분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볼 때. 모르는 척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루카스가 불안한 눈빛을 지어 보냈다. 긍정적인 말투였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었던 까닭이다. 이번 훈련캠프계약은 흑사회로서도 중요한 사항. 그런 불안요소를 남겨둬서는 안 됐다. “좋네. 그나저나 언제 대출받으러 갈 것이지?” “글쎄요. 제가 미적거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오늘 계약만 성사된다면 바로 내일 출발할 겁니다.” “그래? 그럼 나도 내일 따라가도록 하지.” “루카스님이 왜요?” “왜긴. 이번 일은 우리로서도 중대한 문제니까 그렇지. 하여간 그리 알도록 하게.” 귀찮기는 하지만 별 상관없는 일이기에 범석이 고개를 주억였다. “쩝. 마음대로 하십시오.” 대답을 들은 루카스가 다시 가르시아를 쳐다봤다. 이제 계약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12/14 쪽 던 것이다. “자네. 꼭 지급보증인을 세워야 하나?” “아, 아. 네.” “그런데 문제가 있어서 난 갓즈나이츠팀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서는 절대 안 되네. 즉 계약문서의 지급보증인란에 이름이 올라서는 안 된다는 말이지. 대신 내가 최근에 계획하고 있는 1억 크랑 규모의 피자전문점 본점 건설 건을 자네 회사에 일임하겠네. 이곳의 공사비에 2,300만 크랑을 추가시키고, 8,000만 크랑만으로 이번 계약을 마무리했으면 하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가르시아로서는 당연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후지급으로 예상하고 있던 2,300만 크랑을 바로 받을 수 있는데다가, 따로 공사를 더 맡아 실적을 올릴 수가 있었다. 제우스건설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물론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저희로서는 바랄 것이 없습니다.” “후후. 마음에 들어할 줄 알았네.” 환하게 미소 짓는 루카스를 바로 옆에서 바라본 범석이 멍한 눈을 지어 보냈다. 자신은 피 말리는 협상을 해도 안 되는 일을, 루카스는 단 한 마디로 해결을 해버렸다. 역시나 사람은 돈이 많아야 몸이 편했다.13/14 쪽 ============================ 작품 후기 ============================ 휴~ 근래에 들어와서 느끼는 건데. 아무래도 모기들인 진화를 한 것 같습니다. 4년 처음 글을 쓸데와는 전혀 다릅니다. 당시에는 하루에도 몇 마리씩 하직하게 만들었는데, 요새는 손뼉이 스치지도 않네요. 아니 슬쩍만 쳐다봐도 날개짓을 하면서 도망가는데,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입니다. 아무래도 진화론이 맞긴 맞나봅니다. 50억에 가까운 인류가 손뼉으로 모기들을 잡아댔으니, 충분히 뉴타입모기들이 탄생된 것도 이해가 갑니다. 크크크. 그럼 모두들 오늘 하루 모기 조심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4/14 쪽 그럼 모두들 오늘 하루 모기 조심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오늘 하루 모기 조심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 조 추첨식 -- > 다음날 범석은 윌킨스에게 전화를 걸어, 8,000만크랑에 대한 대출을 문의했다. 다행히 윌킨스가 치매에 걸리지 않았는지 오사하에 있던 일을 금세 떠올리고는, 약속한 바대로 그에게 리마시티 내에 있는 윌킨스 은행의 지점장을 소개해주었다. 이에 범석은 루카스와 함께 윌킨스 은행 리마시티지점에서 가서 8,000만크랑의 대출 계약을 완료했다. 연 4.3%에 거치기간 없이 10년 내 원금상환이 조건으로, 나쁘지 않은 대출계약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모두가 범석이 신용등급이 낮고, 윌킨스의 입김이 작용한 때문이었다. 대게는 몇 년간 거치기간을 두어 원금에 대한 이자를 꼬박꼬박 물려야 했지만, 워낙 범석의 신용도가 낮고 담보가 불안한 터라 해당 지점장으로서는 빨리 원금을 회수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 윌킨스가 직접 전화를 걸어 압력만 넣지 않았어도, 지금 시기에 주식담보대출은 절대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8,000만 크랑을 대출받은 범석은 본격적으로 훈련캠프 건설작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드디어 봄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찾아왔다. 사람들은 겨울 내 몸에 걸쳤던 두툼한 외부를 잘 개어 장에 잘 보관하고, 얇은 점퍼와 긴 소매 셔츠를 꺼내 옷장에 걸어놓았다. 봄날의 주말. 아직 경제위기의 여파가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인데도 사람들은 가족·회1/11 쪽 친지나 엘프들을 대동하고 봄나들이에 여념이 없었다. 없는 놈만 없을 뿐이지, 있는 놈들은 그간의 상승한 주식과 부동산으로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범석이었다. 아직 보유한 주식을 매도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마이크로 엔지니어링의 주가가 435크랑으로 보유자산이 총 2억 크랑으로 크게 늘어 있었다. 얼마 전에 경제언론에서 터져 나온 마이크로엔지니어링사의 대량의 자금 보유설 때문이었다. 이제 이 자금만으로도 그는 빠듯하게나마 프로팀의 요건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범석은 기분 좋게 봄날 나들이를 떠나기는커녕, 모든 갓즈나이트 팀원들과 리마시티 중심가에 있는 리마시티시민문화회관의 대공연장에 와 있었다. 오늘이 바로 에이번드 에어리어리그로 가는 승격토너먼트 조 추첨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휴~ 사람도 참 많네.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이 모든 사람을 다 물리쳐야 한다는 말이지.” 대공연장은 조 추첨을 위한 인사들로 그득그득 차있었다. 124개 참가팀 검투사들과 촬영하러 온 방송 스텝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번 승격 토너먼트는 아마추어 행사이기는 하지만, 내년에 프로로 진출하는 3개 팀을 가리는 자리이기에, 지역 언론이나 아마추어팀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곁에 앉아 있던 다이아나가 군중과 범석을 번갈아 바라보며 얘기했다.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어차피 저희 시드 팀이니까요.”2/11 쪽 갓즈나이츠는 작년 가을에 개최되었던 에이번드세미프로컵대회에서 우승을 한 전적이 있었기에, 현재 시드 팀에 등록되어 있었다. 이에 치열한 예선전을 거칠 필요 없이 32강전부터 승격토너먼트에 참가하게 되었고, 4연승만 한다면 거의 확실하게 프로진출권을 따낼 수가 있었다. 그리고 상위리그인 델로이와이드에서, 목표하는 에이번드리그로 강등되어 오는 팀이 없기에 3연승만 하더라도, 같은 4강전 패자와 패자부활전을 통해 진출권을 노릴 수가 있었다. 여기다가 지금 와이드리그로 가는 승격토너먼트에 참가하는 에이번드리그의 우승, 준우승팀이 좋은 성적을 거둬 와이드리그로의 승격만 성공한다면, 자신들의 승격 가능성은 훨씬 높아지게 되었다. “하긴. 뭐 그렇지.” “하지만 방심해서는 안 돼요. 32강전부터 붙은 팀들은 제법 강자 측에 속하니까요.” 32강부터 붙는 팀들은 작년도 세미프로컵대회에 우수한 성적을 올린 16개 팀과 치열한 접전 끝에 4차전까지 오른 강팀이었다. 이들 중 대게는 세미프로팀이거나 전에 에어리어리그에 소속되어 있다가 강등되어 온 팀으로, 무척 뛰어난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아무리 갓즈나이츠팀이라도, 방심하다가는 자칫 패배해 탈락의 굴욕을 맛볼 수가 있었다. 승부의 결과는 신이 아니고서야 모르기 때문이다.3/11 쪽 “괜찮아. 검투경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둥근 공을 사용하지는 않잖아. 후후후.” 하지만 범석이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검투는 골이나 점수로 승부를 겨루는 게임이 아니라 바로 상대를 쓰러뜨렸을 때 승리하는 경기였다. 덕분에 전력과 전략에서 뒤떨어지는 팀은 보다 상위팀에게 승리하기 그만큼 더 어려웠기에, 기적은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즉 자신들만 멍청한 짓만 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다른 경기 참가팀에게 패할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는 얘기였다. - 자자. 모두 정숙해 주십시오. 곧 있으면 조 추첨이 있을 예정이니. 팀의 대표 두 분께서는 미리 앞으로 나와 대기해 주십시오. 조 추첨 진행자의 외침에 순간 장내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아직 승격토너먼트를 시작되려면 열흘이나 기다려야 했지만, 오늘의 조 추첨은 토너먼트 초중반의 승률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주요한 행사였다. 만약 첫 경기에 운 나쁘게 강팀을 만나게 되면 바로 탈락해버리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으니, 참가자 모두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자. 다이아나 나가자. 추첨은 네가 해야 하니까.” 원래 조 추첨자는 팀 주장인 범석이 맡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조 추첨은 무척 중요한 행사이며 운에 크게 좌우되었다. 확률적으로 따지고 보면 운 능력치가 가장 4/11 쪽 높은 다이아나가 하는 것이 옳았다. 그와 다이아나는 이내 장내의 모든 시선을 받으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가장 우승확률이 높은 팀의 관계자라,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범석은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카메라에 살짝 윙크하고는 연단 바로 아래 대표자 좌석으로 가 앉았다. “다이아나.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추첨 잘해야 한다.” “호호호. 염려 마세요. 요리나 청소를 빼면 옛날부터 전 운이 좋은 편이었어요. 특히나 오늘같이 중요한 날이면 더욱 그랬고요.” “하하하. 그래 너만 믿는다.” 그때 뒤에서 한 남성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후후후. 이번만큼은 그 운도 소용이 없을 거다.” 범석의 휙 하고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자의 면상을 확인했다. 다짜고짜 시비를 걸어오니 분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그는 팔짱을 끼고 시시덕거리던 금발의 사내를 향해 작게 말했다. “넌. 뭔데 시비냐?” “오호. 나를 잊은 건가? 이거 섭섭한데. 정말 모르겠어?”5/11 쪽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좀 낯익은 듯 보였다. 하지만 정확한 정체를 알 정도는 아니었다. “당연히 모르지. 세상 살기 바쁜 내가 쓰잘데기 없이 네 면상을 왜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데?” 능글맞은 미소를 사내가 작은 힌트를 주었다. “엠마. 방출문의. 하면 떠오른 사람이 없어?” “엠마? 네가 엠마를 어떻게 알아? 그리고 방출문의는 또 뭐야?” “이런.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군. 전에 GA컵이 끝난 직후. 내가 직접 네게 화상통신을 넣어, 엠마를 언제 방출시킬지 물었는데, 정말 기억 안 나?” 정확한 시기와 용건을 언급되자 범석이 가물가물했던 이자에 대한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다. 줄리앙. 바로 흑사회와 대립하고 있는 청년연합회의 일원으로, 화상 통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엠마를 팀에서 쫓아내도록 종용한 적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별 연락이 없어 신경을 끄고 지냈는데, 이렇게 바로 면전에서 보니 상당히 껄끄러웠다. 하지만 주눅이 들 그가 아니었다. 이내 범석이 화기애애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줄리앙이구나. 겨우 기억났다. 미안하다. 그런데 단지 화상 통화를 한 번 했을 6/11 쪽 뿐인데, 초면에 반말을 까다니 너 참 예의가 없는 놈이구나.” “그럼 이딴 짓을 벌인 너에게 존대라도 해줄지 알았냐?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개망신을 당한 줄이나 알아?” “무슨 개망신을 당해. 우리는 별다른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잖아. 안 그래?” 줄리앙 할 말이 없는 듯 입술만 지그시 깨물고 있었다. 말 그대로 그렇다 할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이유에서였다. 당시 범석은 은연중에 엠마를 나가줬으면 바라고 있었고, 이에 자신은 용건을 꺼내지 않고 통신을 끊었었다. 그가 조만간 엠마를 팀에서 내쫓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알아본 바로는 엠마는 계속해서 갓즈나이츠팀의 일원으로 열심히 훈련을 받고 있고, 범석은 흑사회와 붙어먹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 사건을 맡았던 줄리앙은 다른 회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고, 명예회복 차원에서 오늘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다. 그의 아버지가 바로 하이에나그룹의 총수로 많은 프로검투팀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이번 일에는 적격이었다. “휴. 좋아. 그때는 내가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으니, 이해하고 넘어가지. 그럼 여기서 똑똑히 말하지. 좋은 말 할 때 엠마라는 검투사를 팀에서 쫓아내라. 그럼 지금까지의 일은 없던 것으로 해주지.” 범석이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7/11 쪽 “흥. 지랄하고 자빠졌네. 내가 왜 멀쩡한 우리 팀원을 쫓아내야 하는데?” “안 그러면 후회할 일이 생길 테도?” “후회? 난 그딴 짓 안 하고 살거든.” “하지만 이번에는 틀릴걸. 내가 이번 대회에서 네놈의 팀이 완전히 박살이 날 것이거든.” “그게 쉬울까? 설마 우리 팀 전력을 모르고 하는 말은 아니겠지?” 줄리앙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후. 설마 네놈의 팀 하나 파악하지 못하고 내가 이렇게 큰소리를 칠까? 너 혹시 하이에나그룹이라고 알아?” 하이에나그룹이라면 TV 제작물과 영화, 게임을 비롯한 스포츠사업분야에 진출하고 있는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였다. 비록 아마추어리그로 강등되었지만 리마시티를 연고로 둔 그레이트 하이아나즈팀이 바로 그 회사 검투사업부의 프로검투사 팀이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잘 알지? 그런데 왜?” “다행이네. 그 회사에서 조만간 네놈 팀을 뭉개버릴 거야.” “후후. 하이에나그룹이 왜 나를?” “바로 내가 이번에 그레이트하이에나즈 팀에 새로 온 단장이거든. 그룹 힘을 동원해 8/11 쪽 네놈의 팀을 박살을 내기 위해서 왔지. 두고 보라고.” 범석의 안색이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하이에나그룹의 프로검투팀들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위권에 맴돌고 있지만, 월드리그에서 활약하는 팀이 하나 있었고, 꽤 이름이 알려진 센트럴리그 팀도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외에도 하위리그에 속하는 와이드리그나, 에어리어리그팀들은 손가락으로 셀 수정도로 무수히 많았다. 만약 이런 이들이 총력을 다해 이번에 있을 승격토너먼트대회에서 방해한다면, 고전 차원을 떠나 암울한 상황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하이에나그룹은 이익을 추구하고, 주주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주식회사. 단지 아마추어팀을 상대로 큰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전력을 쏟을 리가 만무했다. 또 설령 아니더라도 그레이트 하이아나즈팀을 준결승 미만에서 만날 가능성은 8분지 1. 재수가 없는 한, 승격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어느새 여유를 되찾은 범석이 그의 어깨를 툭툭 내리치며 말했다. “그래 봐야 점박이 개 때들이지. 만나는 즉시 펄펄 끓는 솥단지에 넣어 푹 삶아 맛있게 드셔 주마. 기대해라.” “후후. 좋아. 기대하고 있지. 대신 후회하지 마라. 크크크.” 그때 근처를 서성이던 한 흑발의 PD 한 명이 이들이 대화하는 장면을 목도하고는 다가왔다. 최근 리마시티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갓즈나이츠팀 이사장과 작년까지 리마시티 유일의 프로팀이었던 그레이트 하이아나즈단장이 다정스레 대화하고 있으9/11 쪽 니 관심이 갔던 탓이다. “안녕하십니까. WBC 에이번드지국의 이안PD라고 합니다. 잠시 질문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얼마든지 그러십시오.” 이안 PD가 대답한 줄리앙을 보더니 질문을 던졌다. “저기 줄리앙님. 새롭게 그레이트하이아나즈팀의 단장으로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소감 한마디 부탁해도 될까요.” 복장을 단정히 한 줄리앙이 접대용 미소를 한가득 입에 물고 PD를 쳐다봤다. “소감이라고 할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저 팀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말씀만을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근래에 하이에나그룹에서 그레이트하이에나 팀의 자금을 타 팀으로 전용하다가 결국에는 작년 이맘때쯤 강등했습니다. 덕분에 많은 팬이 그레이트하이에나즈 팀을 질타하며 등을 돌렸죠. 신임 단장님께서는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겁니까?” 멋쩍은 표정을 짓는가 싶던 줄리앙이 차분하게 대답했다.10/11 쪽 “아. 다 알려진 사실이니 발뺌은 하지 않겠습니다. 신임 단장으로서 그룹을 대신해 진정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으음. 사죄로 끝날 일은 아닐 텐데요. 그만큼 리마시티 검투팬들의 분노는 크니까요.” “하하하.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룹 총수의 아들인 저 줄리앙이 온 겁니다. 확실히 행동으로 리마시티 검투 팬들의 상처 난 마음을 아우르기 위해서 말입니다.” “오. 그렇습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보상하실 생각이십니까?” 범석을 힐끔 한 번 바라본 줄리앙이, 카메라에 시선을 돌리고는 또박또박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작품 후기 ============================ 하하하. 좀 늦었습니다. PC에 자꾸 이상한 선전 사이트가 계속 떠서 포멧좀 하느라고요. 이상한 사이트 자체를 들어가지 않는데, 계속 이러네요. 이놈들 때문에 몇 달에 한 번씩은 꼭 포멧을 하네요. 하여간 여러분도 이런 링크 사이트 조심하십시요. 그럼 전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11/11 쪽 ============================ 작품 후기 ============================ 하하하. 좀 늦었습니다. PC에 자꾸 이상한 선전 사이트가 계속 떠서 포멧좀 하느라고요. 이상한 사이트 자체를 들어가지 않는데, 계속 이러네요. 이놈들 때문에 몇 달에 한 번씩은 꼭 포멧을 하네요. 하여간 여러분도 이런 링크 사이트 조심하십시요. 그럼 전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11/11 쪽 < -- 조 추첨식 -- >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은 재작년에 월드리그로 올라간 다크 하이에나팀을 위해 본의 아니게 큰 희생을 치렀습니다. 이에 저희는 리마시티 검투 팬들을 위로하기 위해 대대적인 검투사 보강과 자금을 쏟아 부어, 그레이트 하이에나를 이 지역 최고의 명문팀으로 성장시킬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미 다크 하이에나즈팀의 후보와 2군 출신의 검투사 두 명을 임대해 왔음은 물론, 와이드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던 5명의 검투사가 이번 승격 토너먼트부터 그레이트 하이에나팀에서 새롭게 편입될 것입니다. 그리고 3억 크랑을 따로 투자하여 최신식의 훈련 시설과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출 계획입니다.” 이안 PD가 놀라 입을 다물 줄을 몰랐다. 다크 하이에나즈팀은 월드리그 진출 팀으로 아무리 2군과 후보라도 대게 센트럴리그 주전급 검투사와 비슷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여기에 와이드리그 주전급 검투사들 5명까지 포함한다면 그 전력은 어마어마했다. 아마 역대 최강의 아마팀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대, 대단한 소식이군요. 그런데 믿기지 않아서 질문하는데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입니다. 그래서 그 일환으로 먼저 제가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 단장으로 온 것입니다.” 이안 PD가 카메라맨에 범석의 모습을 비추게 했다. 그의 똥 씹은 표정이 가히 볼만회1/11 쪽 했기 때문이다. “더비 팀인 오범석검투사는 그레이트하이에나즈 팀의 전력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흠흠. 줄리앙님의 호언장담이 사실이라면, 꽤 막강한 전력이 되겠군요.” 범석이 마음도 추스를 시간도 주지 않고 PD가 계속 질문을 던졌다. “아무래도 양 팀의 전력상 승강토너먼트기간에 한 번쯤은 맞부딪칠 것으로 예상하는데, 자신은 있으십니까?” 그로서도 당장에는 뾰족이 대책을 세울 수가 없었다. 센트럴리그 주전급 검투사 2명과 와이드리그 주전급 검투사 5명에 기존에 남아있는 그레이트하이에나 팀 전력까지 포함된다면 가히 무적이라 평가할 수 있었다. 아마도 붙게 된다면 십중팔구는 처참하게 깨져나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방송화면에서 결코 주눅이 든 모습을 보여서는 절대로 안 됐다. 팬들은 응원팀이 미리부터 패배를 시인하는 모습을 절대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간신히 표정을 가다듬고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후후. 아시다시피 저희 갓즈나이츠팀도 만만치 않습니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알겠지만, 충분히 저희 팀이 이기리라고 믿습니다.”2/11 쪽 “호오. 자신감이 대단하시군요. 한 번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내 방송에서 추첨식 진행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자자. 이제 조 추첨이 있을 예정이니, 시드 팀을 제외한 각 팀의 대표께서는 연단으로 올라와 주십시오. 아쉬움을 드러낸 방송사 스텝들이 자리를 떠나갔다. 아무리 방송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공공행사의 진행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조 추첨도 중요한 촬영 대상 중 하나였다. 와아아아! 아아~ 추첨이 시작되자 곳곳에서 희비가 교차했다. 환호를 부르는 자들은 괜찮은 조에 소속된 검투사 팀의 일원이고, 멍한 표정을 짓거나 우거지상을 지은 자들은 상대적으로 강팀이 속한 조에 배정을 받은 팀이었다. 하지만, 차분한 분위기 속에 조 추첨을 관망하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 안타깝게 시드 팀에는 올라서지 못했지만, 스스로 강하다고 자평하는 팀들이었다. 얼마 후 일반 팀의 추첨이 거의 끝나가자 다시 장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 자. 곧 시드 팀의 추첨이 있겠습니다. 해당 팀들을 나와서 미리 대기하십시오.3/11 쪽 “다이아나. 우리 차례다.” “제르미아. 우리 차례다.” 마침 자리에서 일어서던 범석이 줄리앙의 음성을 듣고는 뒤돌아섰다. 마땅히 그를 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제르미아라는 여성이름에는 관심이 갔다. 그는 줄리앙에게로부터 몇 자리 떨어져서 앉아있던 한 엘프를 보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오. 괜찮은데.’ 제르미아는 핑크빛의 긴 생머리가 유난히 돋보이는 아름다운 엘프였다. 키는 175가 좀 넘은 편이고, 도도한 자태와 자신감 넘치는 오드아이의 눈빛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얼굴은 완벽한 계란형인데다가 눈썹은 짙고 날카로웠으며, 굴곡이 확연히 드러날 정도의 완벽한 몸매를 소유하고 있었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 범석의 그녀의 정보 창을 열었다. 어차피 훗날 한 번쯤은 맞붙게 될지 모르니,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이름 : 제르미아.구분 : 엘프(8년).소속 : 그레이트하이에나즈GC(임대 중).4/11 쪽 명성 : 3714.악명 : 0.H유무 : 무.스테미나 : 8212/8400.사회성 : 72, 근력 : 96, 체력 : 94.민첩 : 88, 균형감각 : 86, 지능 : 72.정신력 : 75. 판단력 : 76, 재주 : 70.운 : 74.현재기량/잠재능력 : 803/948.특성 : 태양의 여신.특이사항 : 다크 하이에나GC팀의 유망주이자 2군 소속의 검투사. 태어나자마자 다크 하이에나즈팀에 팔려, 엘프학교에 다니기 이전부터 검술 조기교육을 받음. 양손 검을 주로 다루며 중견의 포지션을 맡고 있음. 길거리에서 파는 핫도그를 무척 좋아함. 말해야 입만 아픈 능력치였다. 신체능력은 전부 80대 중반을 넘어섰고, 정신적 능력도 평균적으로 70대 중반쯤 되었다. 게다가 태양의 여신이라는 특징은 여름철인 6~95/11 쪽 월과 맑은 날에는 모든 능력치 +10이 되는 옵션이 있었다. 즉 여름이나 맑은 날이면 오스칼 보다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말이었다. 물론 8살 밖에 되지 않은 유망주라는 점을 봤을 때 검술실력이 약간 미비할 수는 있겠지만, 태어나자마자 조기교육을 했다고 하니 그렇게 떨어지지는 않을 터였다. ‘이런 얘들을 둘이나 상대해야 한다니 돌아가시겠군.’ 예상키로 제르미아는 바로 자신에게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라 사료됐다. 유망주라 검술능력이 약간 떨어지겠지만, 능력치는 상상을 초월하던 탓이다. 물론 겨루게 된다면 힘겹게나마 막을 수 있을 듯 보였지만, 월드리그 팀 후보급의 실력자가 하나 더 있다고 하니 자신 혼자서는 결코 상대가 되지 않았다. 팀원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일방적으로 밀리다가 처참하게 패배할 공산이 컸다. ‘누가 좋을까. 오스칼 아니면 에르피나 뿐인데.’ 팀원 중에 가장 뛰어난 실력자 둘을 떠올려봤지만, 암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오스칼은 강한 신체능력을 갖춘 대신 정신능력과 검술이 떨어졌고, 에르피나는 뛰어난 검술 능력을 발휘하는 대신, 신체능력이 많이 낮은 편이었다. 그리고 이들 중 하나를 파트너로 삼는다면 나머지 와이드리그 주전급의 검투사 5명은 누가 막겠는가? 지금으로서는 결코 4강 전 미만에서 만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6/11 쪽 ‘그나저나. 제르미아 같은 검투사가 우리 팀에 들어오면 참 좋은 텐데.’ 적으로 만났음에 근심이 되기도 하지만, 범석으로서는 제르미아가 무척 탐이 났다. 당장 센트럴리그에 진출해도 큰 활약을 할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잠재능력이 948이나 되어 아직 개발할 소지가 145포인트나 남아 있었다. 어느 정도 조련만 되면 월드리그에서도 충분히 핵심급 검투사로 활약할 수 있었다. 만약 이런 검투사가 갓즈나이츠팀에 들어온다면, 월드리그 진출이라는 원대한 꿈에 상당한 기여를 할 터였다. 그는 황급히 전자수첩을 꺼내 다크 하이에나팀의 선수목록을 검색했다. 일단 몸값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려는 의도였다. ‘뭐야? 4억 1,000만 크랑!’ 4억 1,000만 크랑이면 레이미급 검투사를 70명가량을 구입할 수 있는 거금이었다. 게다가 경쟁 팀에게는 바가지를 씌운다는 프로의 통념상, 그 금액이 더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지는 않았다. 더는 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 범석이 전자수첩을 덮고는, 다이아나를 데리고 추첨이 한참 진행되고 있는 연단을 걸어갔다. 흔히 회자하는 말로 지금의 자금력으로는 제르미아의 신발끈도 구입할 수가 없었던 탓이다. 이런 그들을 뒤따라온 줄리앙이 히죽 비웃으며 재수 없는 말 한마디를 툭 하니 던졌다.7/11 쪽 “크크크. 부디 초반에 우리를 만나는 불행이 없기를 바란다.” 이를 철저히 무시한 범석이 긴장하는 다이아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마음 편히 가져. 어차피 이 중에 우리를 상대할 팀을 별로 없어.” “하, 하지만. 만약 중간에 그레이트하이에나즈 팀과 만나게 되면 그만한 큰일도 없잖아요.” “그건 우리의 선택사항이 아니야. 이후에 추첨할 쟤들 몫이지. 그러니 상관하지 마.” “네, 네 알았어요. 마음을 편히 가질게요.” - 블랙 스네이크즈팀은 Ab조 시드를 뽑았습니다. 축하합니다. 다음은 갓즈나이트팀의 조 추첨이 있겠습니다. 진행자의 멘트와 달리 블랙 스네이크즈의 대표는 죽을상을 짓고 있었다. Ab조가 꽤 어려운 조에 해당했던 탓이다. 지난가을에 열렸던 세미프로컵대회에서 안타깝게 시드에 오르지 못한 세미검투팀이 2곳이나 있었고, 나머지들에 중에도 상당히 까다로운 팀이 몇몇 포진하고 있었다. 이런 조에서 16강에 8강, 4강까지 가기란 무척 요원한 일이었다. “자. 다이아나. 가자.” 8/11 쪽 범석과 다이아나가 블랙 스네이크즈 대표를 제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이번에는 자신들이 제비를 뽑을 차례였던 것이다. 이내 다이아나가 긴장을 풀고자 심호흡을 하고는 랜덤 추첨기 버튼에 엄지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화면이 마구 회전하며 눈으로 글자를 분간하지 못할 시점에 이르자 과감히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띠디디. 띠딩! 화면이 멈추자 홀로그램 전광판 화면에 ‘Cc조 시드’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 갓즈나이츠팀은 Cc조 시드입니다. 축하합니다. Cc조는 최상의 조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프로진출 전적이 있는 팀은 아예 전무했고, 나름 뛰어난 실력을 지닌 세미프로팀도 한 팀밖에 없었다. 이를 봤을 때 8강까지는 무사통과라 할 수 있었다. 이를 본 다이아나가 제자리에 팔짝팔짝 뛰며 지금의 심정을 표현했다. 단지 버튼을 누르는 행위로, 주인과 소속팀에게 큰 도움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호호호. 제 운이 어때요? 나쁜 편은 아니죠?” “그래 잘했다. 덕분에 8강까지는 편하게 안착할 수 있겠다.” 이런 그들을 슬며시 바라본 블랙 스네이크즈팀이 지금까지의 실망스런 표정을 지우9/11 쪽 고는 다소 편안한 얼굴로 자신의 팀원들을 향해 걸어갔다. 조금 전까지 자신들이 극구 원했던 Cc조가 순식간에 지옥의 조로 변한 탓이다. 세간에서 평가로는 에이번드 아마추어리그에서 갓즈나이츠를 상대할 팀은 아무도 없었다. 이래서 조 추첨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자자. 갓즈나이츠팀 관계자 여러분. 너무 좋아만 하지 마시고 일단 자리로 돌아가십시오. 다른 팀들도 계속 추첨을 해야 합니다.” 행사 진행 인에게 권고를 받은 범석과 다이아나가 환호하는 갓즈나이츠 팀원들을 향해 걸어갔다. 이 기쁨을 모두와 함께 나누기 위해서였다. 그는 다이아나와 팔짱을 낀 채로 한쪽 손을 번쩍 들고는 하이파이브 제스처를 취했다. -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은 Ca조 시드입니다. 축하합니다. 장내방송에 범석이 우거지상으로 짓더니 높이 들었던 손을 내렸다. Ca조라면 8강에서 맞붙는 상대. 재수가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최소 4강 안에는 들어야 승격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에서 이는 무척 우려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한 번 맞붙어 저 밉상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아 있지만, 저런 강팀을 승격으로 가는 길목 바로 앞에서 만나는 일은 정말 사양하고 싶었다. 그는 뒤를 돌아서서 아직 추첨 대에 서 있는 줄리앙과 제르미아를 쳐다봤다. 놈은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비웃음을 흘리며 자신에게 조롱을 보내고 있었다.10/11 쪽 ‘젠장. 저 줄리앙 자식. 입을 확 찢어 버릴라!’============================ 작품 후기 ============================ 크으. 아무래도 요번주 금요일부터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꽤나 바쁠 것 같습니다. 이상하게 약속이 단체로 밀려버렸네요. 이거 넋놓고 놀았더니, 단번에 태클이 들어오네요. ㅋㅋㅋㅋ. 일단 최대한 1일 연재는 지켜보도록 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도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양해 부탁드리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즐거운 여름 보내십시오. 11/11 쪽 네요. ㅋㅋㅋㅋ. 일단 최대한 1일 연재는 지켜보도록 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도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양해 부탁드리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즐거운 여름 보내십시오. 네요. ㅋㅋㅋㅋ. 일단 최대한 1일 연재는 지켜보도록 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도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양해 부탁드리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즐거운 여름 보내십시오. < -- 에이번드 승격토너먼트 -- > 갓즈나이츠는 32강 상대는 사우스 데빌즈라는 세미프로 팀이었다. 빠른 발을 이용해 치고 빠지는 전법을 구사하기에, 발이 느리다면 상대하기가 여간 곤란한 팀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는 아마추어팀의 관점으로 봤을 때의 얘기지, 갓즈나이츠팀에게는 해당하지 않았다. 한 예로 사우스 데빌즈팀 중 범석의 속도를 능가하는 검투사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에이번드 육상계 최고의 유망주인 아겔리아를 물리치고 200미터 단거리에서 우승한 전적이 있을 정도의 민첩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전에 세미프로컵 대회에서 맞붙어 본 전적이 있어, 결코 걱정할 만한 팀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오스칼과 에르피나가 없었음에도 불과하고, 3 대 0 스코어에 퍼펙트로 경기를 마감했었다. 즉 3라운드를 진행하는 동안 한 명의 손실도 없이, 상대를 완전히 제압했다는 뜻이었다. 문제는 역시 8강에서 맞붙을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이었다. 아직 시드 팀 경기가 시작되지 않은 덕에 100퍼센트 맞붙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 전력으로 중간에 떨어질 리가 없으니 8강이 벌어지는 경기장에서 마주 설 가능성이 매우 컸다. 다만, 걱정스러운 일은 아직 놈들을 상대할 방법이 뾰족이 없다는 것이다. ‘휴~ 이놈의 줄리앙 자식. 분명히 추첨에서 장난친 것이 확실해.’ 추첨식 때 있었던 자신감 넘치는 그 모습과 8분지 1의 확률에서 우연히 자신의 팀과 회1/14 쪽 붙게 된 일. 그리고 결정적인 단서는 추첨 시스템 관리자가 최근에 백만 크랑에 호가하는 최고급 플라잉 카를 현금으로 구입한 일이었다. 암만 봐도 미심쩍은 일로, 이를 봤을 때 줄리앙이 뭔가 수작을 부린 것이 틀림없었다.하지만 부지불식간에 뒤통수를 맞은 터라 지금으로서는 딱히 다른 방도가 없었다. 흑사회가 그 시스템 관리자의 뒤를 캐본다고 했지만, 현금으로 뇌물을 줬다면 딱히 증명할 도리가 없었다. “주인님 식사하세요.” 레이미의 부름에 범석이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거실 한 편에 모여서 자신을 기다리는 엘프들을 향해 빙그레 웃고는 가장 상석의 의자에 앉았다. 비록 자리가 좁기는 했지만, 곧 이 생활도 끝이라고 생각하니 아쉽기도 했다. ‘곧 여기도 이제 끝이구나.’ 얼마 안 있으면 범석은 새롭게 지어질 팀 훈련캠프숙소로 거처를 옮겨야 했다. 지금 훈련캠프 중 외부 검투훈련장은 모두가 완공된 상태였고, 건물들도 막바지공사에 들어가고 있었다. 계약 당시 이미 기반공사가 완료된 상태였기에, 건설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지난 1년간 지내온 원룸을 한번 쭉 살피고는 수저를 들었다. 그리고 모든 식사를 마친 후 부푼 기대감을 안고 아론을 탑승했다. 오늘부터는 지긋지긋한 시민체육2/14 쪽 공원을 떠나 자신들만의 훈련캠프에서 훈련할 수가 있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으음. 너무 허허벌판인데.’ 창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훈련 캠프는 불모지에 가까웠다. 한 참 건물이 올라가는 중앙과 우측에 조성된 훈련경기장을 제외한 대부분이 잡초가 자라나는 풀밭이니 어쩌면 그리 느껴지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주변으로 펼쳐진 숲과 계곡의 풍경과 조용한 환경 탓에, 탁 트인 마음으로 훈련에 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또 팀이 성장해나감과 동시에 계속 개발을 할 것이기에, 지금과 같은 허허벌판과도 같은 분위기는 곧 사라질 터였다. “자. 내리자.” 어느새 훈련 경기장 앞에 아론이 내려서자, 그와 엘프들이 일제히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파릇파릇 자라난 잔디를 밟으며 새로운 자신들의 새로운 훈련장을 감상했다. 지름 100M의 원형의 운동장에 사방으로 세워진 야간조명탑. 전면에는 아직 시멘트가 마르지 않은 더그아웃이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조깅을 위한 트랙이 마련되어 있었다. 뭐 건물 공사현장에서 들려오는 툭탁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지만, 시민체육공원에 산책 나온 주민들의 시선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었다.3/14 쪽 “주인님. 너무 좋아요. 이제부터 여기서 훈련을 하는 거죠?” 비너스가 훈련장을 뛰어다니며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에 범석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지. 우리 훈련장인데.” 몸이 근질근질했는지 오스칼과 에르피나가 가져온 슈트를 껴입고는 훈련장 한 편으로 걸어갔다. 그녀들은 지난 6개월간 드래곤나이츠에서 항시 같이 활동했던 탓에 제법 친분을 쌓은 상태였다. 그리고 팀 내 이인자 자리를 놓고 다투기에, 종종 실전을 불사하는 대련을 하곤 했다. 이를 바라보는 범석에게로 다이아나와 레이미가 다가왔다. “주인님. 그런데 오늘 다른 팀원들이 좀 늦네요.” 범석이 시계를 보더니 별것 아니라는 양 고개를 흔들었다. 훈련장도 바뀌었고 아직 훈련이 시작되려면 약간 남았으니 충분히 도착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뭐. 곧 다들 오겠지. 저 봐 오잖아.” 그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에서 두 대의 플라잉 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인근4/14 쪽 에 사는 주민은 거의 없으니, 팀원들이 분명했다. 이윽고 근처 벌판에 한 대가 내려서더니, 한 엘프가 걸어 나왔다. 안드레아로 작년 GA컵 이후에 갓즈나이츠에 합류한 검투사였다. 그녀는 범석과 다이에나를 보더니 정중히 인사하고는 훈련장 한 편에 섰다. 그리고 또다시 내려서는 플라잉카 한 대. 곧 문이 열리더니, 팀원인 헤라와 함께 웬 남성이 황급히 뛰어내렸다. 바로 그녀의 주인인 렉스터경위였다. 그를 발견한 범석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말했다. “하하하. 안녕하십니까? 렉스터경위님. 경위님 덕분에 제가 큰돈을 벌었습니다. 한가해지면 한 잔 근사하게 쏠 테니까 꼭 시간을 내주십시오.” 렉스터경위가 소개해준 마이크로 엔지니어링사의 주식으로, 그는 근래에 큰돈을 벌게 되었다. 벌써 주당 가격이 484크랑에 육박하며, 증권계좌의 수치를 2억 2천만으로 만든 상태였다. 당연히 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런 그를 향해 렉스터가 다급히 소리쳤다. “야. 지금 좋아만 할 때가 아니야. 혹시 네 팀에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생기지 않았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근래에 잘 나갑니다. 승격토너먼트 8강에서 강한 상대를 만나 좀 암울하기는 하지만요.” “그거 말고. 혹시 소속 검투사들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못 느꼈느냐고?”5/14 쪽 “글쎄요. 모두 부상도 없고, 체력도 일반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상한 낌새는 못 느꼈는데요.” 렉스터가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그것 말고. 조금 전 아침 나한테 프로팀에서 연락이 왔다. 혹시 헤라를 자신들 프로팀으로 이적시킬 수 없냐고 말이다. 1년 단기 계약이지만 연봉을 자그마치 150만 크랑이나 준 덴다.” 헤라는 에어리어리그에서도 주전으로 뛸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 세미프로컵 대회에서 그녀의 활약을 본 프로팀이 충분히 영입제의를 해올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긴 헤라 정도면, 프로팀에서 탐을 낼 만도 하겠죠. 그만큼 능력이 되니까요. 그런데 경위님. 설마 배신을 때리고 다른 팀으로 이적 보내는 건 아니겠죠?” “당연히 아니지! 내가 그깟 푼돈 가지고 네 뒤통수를 때리겠냐.” 어느새 150만 크랑의 돈을 푼돈 취급하는 렉스터였다. 그가 보유한 마이크로 엔지니어링사의 총 주식 수는 14만 주. 자그마치 6,800만 크랑에 육박하는 금액이었다. 최고급 주택을 몇 채를 살 수 있는 돈으로 이제 렉스터는 앞으로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는 범석의 공이 너무도 지대했다는 것이다. 그가 만약 6/14 쪽 전에 열린 리마시티하계육상대회에서 정보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스포츠도박으로 큰돈을 벌 수 없었고, 지금에 와서는 기껏해야 백만 크랑도 안 되는 금액만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터였다. 당연히 150만 크랑이라는 연봉으로 범석을 배신할 수는 없었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나중에 프로에 올라가면 신세도 갚을 겸 헤라에게 많은 연봉을 제공하겠습니다.” “아이 씨.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까. 헤라에게 연락 온 프로팀이 스카이 엘젤스라는 팀인데, 걔들이 무슨 제의를 했는지 알아?” “무슨 제의를 했는데요?” “바로 일주일 내로 너희 팀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자신들 팀에 들어오라는 거야. 위약금은 물어준다고 하면서 말이야.” 순간 범석은 아찔한 느낌이 받았다. 무슨 프로팀인 줄은 모르겠지만, 일주일 내로 자신의 팀과의 계약을 파기하라는 조건을 내걸었을 봤을 때, 뭔가 구린내가 풍겨왔다. 일주일 후면 자신이 한 창 승격 토너먼트에 열을 내고 있을 시기였다. 그가 급히 훈련장에 있던 안드레아를 향해 소리쳤다. “안드레아! 이리와 봐!” 도구를 정리하고 하고 그녀가 다가와 범석의 앞에 섰다.7/14 쪽 “네. 무슨 일이세요?” “혹시 프로팀에서 네게 연락 온 적이 없었어. 가령 일주일 만에 우리 팀과 계약을 파기하라는 말 같은 것 말이야.” 머뭇거림 없이 안드레아가 대답했다. “네. 어제저녁에 제 주인님이 그런 말을 했었어요. 무슨 엔젤스라는 프로팀에서 영입 제의가 들어왔다고요.” 범석이 얼굴을 시퍼렇게 물들였다. 헤라에 이어 안드레아까지 마수가 뻗어왔다면 확실히 누군가 작업을 거는 것이 확실했다. “서, 설마. 우리 팀을 떠나려는 것은 아니겠지?” 안드레아가 주저 없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아뇨. 주인님께서도 처음에는 관심이 있었는데, 한 해 최소 10경기의 리그경기를 보장해달라는 조항을 넣어달라고 하자 상대가 난색을 보였데요. 그것도 제시한 연봉의 반만 받겠다고 했는데도 말이에요. 그래서 뭔가 수작이 느껴져서 바로 그 자리에서 단호하게 거절을 했데요.”8/14 쪽 안드레아의 주인은 자수성가해 이 리마시티에 몇몇 사업체를 지니고 있는 부호였다. 그녀를 범석의 팀에 넣은 이유는 단지 자신의 엘프가 프로팀에 뛰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지, 결코 돈이 문제가 아니라고 했을 정도였다. 연봉 몇 푼 더 받겠다고 굳이 출전도 보장 못 하는 프로팀에 이적을 보낼 리가 없다고 생각됐다. 핵심멤버중 하나를 지켰음에 범석은 다소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지켜야 할 팀원이 부지기수였다. 그는 다이아나와 레이미를 비롯한 모든 소유 엘프들을 부르고는 팀원들에게 연락을 취하라고 명령했다. ‘도대체 어떤 팀이기에 이런 간덩이가 부은 짓을 하는 거야!’ 아무리 자신들이 아마추어팀이라고는 하나, 연봉을 지급하는 세미프로팀인 이상 프로팀에서 소속 검투사들을 함부로 채어갈 수는 없었다. 도의상의 문제가 있어 팬들에게 큰 질타를 받을뿐더러, 프로검투협회에서 해당 팀에게 행정적 처분을 내림과 동시에, 막대한 벌금을 물리기 때문이다. 얼마 안 되는 아마추어 검투사 몸값을 아끼려고 그런 위험을 감수할 프로팀은 아무도 없었다. ‘분명히 그 줄리앙 놈일 거다. 어떻게든 우리 갓즈나이츠팀을 떨어뜨리려고 할 테니까. 이 자식을 그냥!’ 입술을 잘근 물은 범석이 전자수첩을 꺼내 들었다. 한시가 급한 마당에 자신만 이리 9/14 쪽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든 최대한 팀원들을 건져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의 승격 토너먼트 일정에 큰 자질을 빗게 되었다. ‘일단. 주전 검투사들부터 지켜야 해.’ 현재 범석이 뇌리 속에서 꼽는 주전 검투사들은 자신의 엘프들과 안드레아, 헤라, 치리아, 미를리, 히나, 폴리아 등이었다. 이 중 안드레아와 헤라는 지켰고, 폴리아는 자신과 사업관계로 맺어 있는 제임스가 주인이니 안심이 됐다. 문제는 치리아와 미를리, 히나. 이들만큼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켜야 했다. 프로급 실력을 지닌 그녀들이 없으면 가뜩이나 걱정되는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과의 8강전이 더욱 어려워지게 되었다. 범석이 먼저 치리아에게 전화 연락을 넣었다. 그녀는 와이드리그에 뛸 만큼 뛰어난 잠재능력을 보유하고 있기에 최우선적으로 지켜야했다. - 여보세요. 아. 범석님이시네요. 치리아가 통신 영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범석이 바로 용건을 밝혔다. “치리아. 오늘이나 이 근래에 이상한 연락을 받지 못했어? 영입 제의 같은 것 받지 않았냐고?” - 그, 그걸…….10/14 쪽 치리아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몸을 빼고 있었다. 살살 눈치를 살피기도 하고, 시선도 마주하지 못한 채 빙빙 돌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뭔가가 있다고 생각한 범석이 그녀를 다그치며 말했다. “너. 설마 그쪽으로 가려는 것 아니겠지?” - 저, 저기. 그게. 많은 연봉 탓에 저희 주인님께서 꽤 관심을 보이셔서요. 정말 죄송해요. “야!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며칠 후면 승격토너먼트 32강전에 출전해야 하는데, 팀을 떠나면 어쩌자는 거야!” - 그렇기야 하지만, 이런 기회가 그리 흔히 오지는 않아서요. 길게 한숨을 내쉰 범석이 아무 말 없이 화면 속의 치리아를 바라보기만 했다. 주인의 마음이 기운 이상 그녀를 설득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엘프들은 주인의 뜻에 절대 복종 하는 존재였다. 그때 그의 귓가로 비너스의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황 종료요. 주인님 걱정하지 마세요!” 범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를 노려봤다. 지금은 장난칠 기분이 아니었다.11/14 쪽 “뭐가 상황종료라는 거야!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줄이나 알아! 팀이 공중 분해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네. 그게 종료됐어요.” 그가 표정을 풀고는 급히 비너스에게 다가갔다. “그게 무슨 소리야? 어떻게 해결이 돼?” “저기 조금 전에 히나 언니에게 연락을 해봤는데요. 스카이 엔젤스라는 프로검투팀이 없데요. 어제 하도 이상해서 검색을 해봤는데, 야구팀이고 그것도 얼마 전에야 만들어진 신생 아마추어팀이래요. 그래서 지금까지 장난 전화로 알고 있었데요.” 멍한 표정을 지은 화급히 창을 하나 더 열어 스카이 엔젤스라는 팀을 찾았다. 역시나 그녀의 말대로 프로검투협회에 등록도 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좀 더 자세히 검색해 봐도 아마추어야구팀 딸랑 하나만 나와 있을 뿐이었다. 하긴 팬들의 질타와 프로검투협회에서 페널티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딴 짓을 벌일 프로팀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도 막대한 연봉까지 줘가면서 말이다. 그가 허탈한 모습을 하고는 화면 속의 치리아를 바라봤다. 방금 전 대화를 엿들었던지 그녀는 파리한 얼굴로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있었다. “뭐해! 빨리 훈련장으로 튀어오지 못해!” - 네, 네. 알겠어요.12/14 쪽 영상이 끊어지자 범석이 옆에서 관망만 하던 렉스터를 바라봤다. 이렇게 금세 드러날 거짓으로 자신의 팀을 흔든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다. 뭔가 다른 수작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수사관이니, 뭔가 느끼는 바가 있을지 몰랐다. “경위님.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왜 갓즈나이츠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수작을 부렸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렉스터가 턱을 괴며 고민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으음. 일단 먼저 장난전화를 떠올려 봤는데, 아무래도 너무 악의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진 일이라,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수작을 부린 것치고는 너무 허술해.” “혹시 저희 팀 조직력을 해치려고 이런 짓을 벌였을까요?” “글쎄다. 이런 해프닝으로 조직력이 깨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뭔가 다른 수작이 가미된 것 같다.” “가령이요?” “흐흠…….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네 팀의 신뢰관계에 해당하는 내용일 거다. 이번 사건에 그런 요지가 담겨있거든.” 가만히 생각해본 범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번 수작은 트레이드라는 명목13/14 쪽 으로 갓즈나이츠의 신뢰관계를 공략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문제는 어떤 이유에서 놈들이 이런 짓을 벌였는지 통 알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는 따듯한 시선으로 모여 있는 갓즈나이츠팀원들을 바라봤다. 알 수 없는 이번 사건으로 하나 얻은 소득은, 정말 믿을 만한 팀원들이 누군지는 알았다는 것이다.============================ 작품 후기 ============================ 휴. 오늘 좀 덥네요. 매미울음소리도 시끄럽고요. 이제야 좀 여름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 동안은 너무 비가와서요. 그런데 너무 여름이 늦게 찾아온 것 같습니다. 오늘은 8월 11일, 대부분 직장인들의 휴가가 끝났을 테니까요. 그럼 다들 좋은 여름날 보내시고요. 저는 또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14/14 쪽 휴. 오늘 좀 덥네요. 매미울음소리도 시끄럽고요. 이제야 좀 여름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 동안은 너무 비가와서요. 그런데 너무 여름이 늦게 찾아온 것 같습니다. 오늘은 8월 11일, 대부분 직장인들의 휴가가 끝났을 테니까요. 그럼 다들 좋은 여름날 보내시고요. 저는 또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14/14 쪽 < -- 에이번드 승격토너먼트 -- > 리마시티 콜로세움의 상공. 진행을 멈춰선 아론이 서서히 지면을 향해 내려서고 있었다. 그 안에 타고 있던 범석이 약간은 긴장된 모습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갓즈나이츠팀의 에어리어리그로 가는 승격토너먼트 최초의 경기이자 32강전이 오늘 여기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승격으로 가는 첫 번째 단추이기에 어떻게든 오늘 시합을 기분 좋게 마무리해야 했다. ‘오늘 여유롭게 승리를 해야 해. 그리고 이 기세를 8강전까지 이끌고 가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을 격파해야 하고.’ 아론이 남쪽 주차장에 내려서자 범석과 갓즈나이츠팀원들이 일제히 하차해 콜로세움을 향해 걸어갔다. 마침 관람 차 찾아왔던 사람들이 그 행렬을 신기한 듯 쳐다보다가, 이내 성큼성큼 다가와 사인지와 펜을 내밀었다. 지난 일 년 동안의 활약으로 리마시티의 검투 팬들에게 어느 정도 갓즈나이츠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모양이었다. 특히나 반년 간 델로이 와이드리그에서 활약했던 오스칼과 에르피나는, 유명세가 높아 팬들의 집중적인 성화를 받아야 했다. 잠시 후. 시계를 바라본 아직 몰려있는 팬들을 향해 소리쳤다. 아직 경기가 시작되려면 멀었지만, 준비할 것이 많아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중요한 경기가 있어 이만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미처 예상치 못해 여러분의 성원에 회1/12 쪽 모두 보답하지 못한 점 참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시합이 끝나는 대로 다시 간이 사인회를 열겠으니, 경기를 관람하시며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 말에 일부 팬들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물러섰다. 미처 사인을 받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시합이 끝난 후 사인회를 연다니 기회는 또 있었다. 그들은 그때를 기약하고는 갓즈나이츠팀을 순순히 보내줬다. 이런 군중을 헤치며 지나가는 범석이 팀원들을 대동하고 콜로세움 안으로 들어섰다. “갓즈나이츠팀 검투사님들 어서 오십시오. 자 이리로 가시면 됩니다.” 행사진행 인의 안내로 갓즈나이츠팀원들이 해당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GA컵과 에이번드 세미프로컵 당시 몇 번 들려본 적이 있어 길은 잘 알고 있었지만, 다른 특이사항이 있을지 모르지 진행 인의 도움을 받는 편이 나았다. 이내 동쪽 더그아웃에 도착한 그들이 한 편에 마련된 도구 실에 짐을 정돈한 후 슈트를 착용했다. 경기 전에 몸풀기 운동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들은 스텐드 아래로 속속히 모여드는 관중을 바라보며 가볍게 몸을 풀며 앞으로 있을 32강전에 대비했다. ‘오늘은 이기고 지느냐가 문제가 아니야. 어떻게 이기느냐가 문제지. 확실히 초전박살을 내 팀의 사기를 끌어올려야 해.’2/12 쪽 여유롭게 허리를 돌려가며 몸 상태를 확인하던 범석이, 전광판을 보더니 눈을 휘둥그레 떴다. 버릇대로 오늘 경기의 베팅률을 살펴봤는데, 말도 안 되는 수치가 기재되어 있었던 탓이다. 3.7 대 1. 물론 갓즈나이츠 쪽의 수치가 높기는 했지만, 오늘 붙을 사우스 데빌즈 전력 차와 이곳이 자신들의 연고지인 리마시티콜로세움임을 봤을 때 말도 안 되는 베팅률이었다. 그는 오늘 최소한 7대 1은 넘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우스 데빌즈 팀은 과거 세미프로컵 대회에서 자신들에게 3 대 0 스코어로 처참하게 깨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뭔가 있다고 생각한 범석이 급히 에리카를 바라봤다. 그녀는 팀 분석의 재능이 있으니, 작금의 상황을 금세 파악할 수 있었다. “에리카! 이리 와봐!” “네. 주인님.” “당장에 사우스 데빌즈팀의 전력을 분석해와.” “왜요? 전에는 볼 필요도 없는 팀이라고 하셨잖아요.” “상황이 달라졌다. 뭔가 이상하니 빨리 파악하고 와.” 이 말에 에리카가 급히 들고 있던 무구를 내려놓고 더그아웃으로 달려가 사우스 데빌즈팀의 정보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얼굴을 시퍼렇게 물들이고3/12 쪽 는 급히 달려왔다. “주, 주인님. 큰일 났어요!” 역시나 한 범석이 심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무슨 큰일?” “지난 경기 이후. 사우스 데빌즈팀의 주력 검투사들이 대거로 교체되었어요. 총 12명 새로 들어왔는데, 모두가 얼마 전까지 하이에나그룹의 소속의 에어리어프로팀에서 뛰던 검투사들이었어요.” 짜증스러운지 범석이 이를 악물었다. 보아하니 이번에도 줄리앙이 벌인 짓이 분명하다고 생각된 것이다. 아마추어팀은 소속 선수들의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기에, 대회 기간 중에도 언제든 팀원을 새로이 충원할 수 있었다. 이사나 피치 못할 개인 사정으로 팀원이 떠났을 때, 팀 전체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아마추어협회에서 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놈은 이 맹점을 이용해 갓즈나이츠의 경쟁팀에게 하이에나그룹의 검투사들을 대거 참여시킨 듯 보였다. ‘미치겠네. 아마추어 규약에 어긋나는 짓도 아니니, 협회 측에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따져 봐야 소용도 없고.’4/12 쪽 아마추어협회가 이런 불합리한 사건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음에도, 규제하지 않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자금이 달리는 아마추어팀에서 프로선수들을 임대하기란 어려웠고, 설령 막대한 자금을 들여 프로 선수를 임대해 와도 별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프로로 진출하는 팀들을 선별하는 자리. 실력 있고 자금능력이 되는 팀이 올라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에 아마추어협회는 같은 해의 승격토너먼트대회에 참여한 적이 있는 선수를 제외하고는, 대회기간 중 팀원 구성에 그 어떠한 제약도 가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단지 12명이라면 우리 팀의 체력을 손실시키려는 것이 분명해. 내가 줄리앙 같아서 이걸 노렸을 테니까.’ 범석이 이리 생각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아무리 에어리어리그에서 활동하던 프로급 검투사들이라고는 하지만, 단지 12명을 가지고는 갓즈나이츠의 상대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의 팀은 선수층이 얇아 극심한 체력 소모 시 교체할 멤버가 그리 마땅하지 않았고, 승격토너먼트대회는 일정이 빡빡해 일주일에 2회씩 경기가 진행되었다. 줄리앙이 충분히 생각해 낼만한 노림 수였다. “다이아나. 이리 와봐.” 범석이 다이아나를 불렀다. 이왕 이렇게 된 일, 남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지금5/12 쪽 으로서는 줄리앙 놈의 의도에 넘어가지 않도록 자구책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했다. 그는 작금의 상황을 설명하고는 다이아나에게 자문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프로급 검투사들이 12명 더 들어왔다고 패할 일은 없지만, 체력이 손실될 가능성이 커. 우리는 8강 전을 대비해서 어떻게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 “그럼 이렇게 하죠. 주력을 2, 4, 5라운드에서 뛰게 하고 후보들을 1, 3회전에 뛰게 하는 것이에요. 분명 저들은 1, 3, 5라운드에 주력을 포진할 테니, 저희는 단지 5라운드에만 상대의 주력과 싸우면 돼요.” 범석이 근심스러운 낯빛을 하며 말했다. “괜찮을까? 자칫 라운드 승수에 밀려서 우리가 역으로 당해버리는 수가 있잖아. 그리고 우리 주력이 4, 5라운드를 연달아 뛰니 그만큼 체력 손실이 클 수가 있고.” “하지만 저희 팀의 후보도 만만치 않아요. 일곱 명 다 상당한 수준이고 나머지 다섯은 저희 주전으로 채워지게 돼요. 이 정도 전력이면 하위급 프로팀과 맞붙어도 충분히 해볼 만해요. 게다가 저들은 팀에 들어 온 지 사흘이 넘지를 않았어요. 그 시간 내에 조직력을 가다듬기란 어려운 일.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간다면 절대 지지는 않을 것이에요. 그리고 저희 주력이 4, 5라운드를 동시에 뛰는 것도 별문제가 없을 듯 보여요. 상대의 비주전들이 나오는 4라운드를 이른 시간 내에 제압해 버리면 그만큼 체력 소모도 적고 긴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6/12 쪽 수긍한 듯 범석이 고개를 주억이었다. 검투경기는 1라운드 20분, 총 5라운드 합쳐 100분을 뛰게 되었다. 그리고 라운드 중간에 10분씩의 휴식 시간이 있어, 한 게임당 총 140분의 시간이 소모되었다. 이에 4라운드에서 5분 만에 상대를 모두 쓰러뜨린다면 5라운드 시작시각까지 25분가량을 쉬게 되니, 충분히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다. 게다가 1, 3라운드를 뛰는 후보와 몇몇 주전들이, 한 번이라도 이기거나 모두 비기게 된다면 5라운드를 뛰지 않아도 됐다. “좋다. 그렇게 하자. 그럼 스트레칭이 끝나면 다들 불러서 변경된 전략을 설명해줘.” “네. 알았어요.” 대화를 마친 범석이 다시 몸풀기 운동에 들어갔다. 어차피 포지션이나 특별한 전략 변경 없이, 플레이하는 라운드만 바꿀 뿐이니 세세한 회의를 진행할 필요가 없었다. 스트레칭이 모두 끝나고 변경된 전략을 설명해도 늦지 않았다. “다들 무슨 얘기인 줄 알겠지? 확실히 착오가 없도록 해. 절대로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의 수작에 놀아나서는 안 돼.” 다이아나의 말에 더그아웃에 있던 갓즈나이츠 팀원들이 이를 바득바득 갈며 고개를 끄덕여댔다. 그녀들도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이 자신들을 견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며칠 전 장난전화는 그녀들로서 절대 용납하지 못할 일7/12 쪽 이었다. 자신들이야 모르지만, 주인까지 우롱했음에 큰 분기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그녀들은 오늘 반드시 이기겠다고 다짐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출전 준비를 서둘렀다. 이를 본 범석이 다이아나와 함께 미리 작성해놓은 1라운드 출전자 명단을 단말기를 통해 조직위원회 사무실로 전송했다. 그리고 미안한 듯 벤치 한편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엠마에게 다가갔다. “지금 뭐해?” 엠마가 송구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갓즈나이츠팀까지…….” “상관없어. 네 탓이 아니니까. 다 그 빌어먹을 줄리앙 놈이 요상한 짓거리를 벌이고 있는 탓이지.” “하, 하지만 저희 흑사회의 일만 아니었어도…….” 범석이 전혀 상관없다는 양 고개를 저어댔다. “어차피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이 있는 거야. 근자에 나는 흑사회에게 도움을 받았고, 오늘날 보답을 하는 거지. 좀 수지타산이 안 맞지만, 감수해야겠지.” “그, 그럼 계속 저를 팀원으로 받아주실 건가요?”회8/12 쪽 “당연하지. 내가 자존심 죽이고 그 줄리앙 자식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는 없잖아. 어떻게든 콧대를 꺾어놔야지.” 엠마가 다소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그간 범석이 자신을 쫓아내면 어쩌나 약간은 걱정하고 있었다. 그럴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줄리앙의 방해공작이 그만큼 노골적이었다. 프로진출이라는 목적하에 눈 딱 감고 자신을 팀에서 방출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정말 고마워요.” “후후. 그렇게 고마우면 언제고 단둘이 오붓하게 저녁 식사를 하자고. 너 근래에 너무 훈련에만 매진하는 것 같아. 좀 인생도 즐길 줄 알아야지.” “호호호. 당분간은 안 돼요. 시합에 나가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빨리 실력을 키워야 하니까요. 계속 팀에 짐이 될 수야 없죠.” 범석이 전혀 그렇지 않다는 듯이 손을 흔들어댔다. 지금 그녀는 끊임없는 노력과 레이미의 지도로 꽤 높은 성장을 이룩했다. 아직 검술적인 능력이 많이 모자라지만, 높은 잠재능력을 바탕으로 성장한 신체능력이 이를 보충해 주고도 남았고, 전술이해 능력도 높아 팀플레이에 상당한 도움을 주리라 예상되었다. 이를 봤을 때, 당장 갓즈나이츠팀의 후보에 올려도 전혀 문제 생길 것이 없었다. “아니야. 네 실력 많이 늘었어. 이제 안심하고 후보로 기용할 만큼 말이야.”9/12 쪽 하지만 그녀에게는 큰 단점이 하나가 있었다. 바로 자신의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었다. “에이. 저 기분 좋아하라고 하시는 말인 줄 다 알아요.” “참나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었다면 오늘같이 중요한 날, 너를 후보에 올려놨겠어?” 엠마가 물끄러미 그를 쳐다봤다. 아직 범석의 배려로 출전하는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던 이유에서였다. “그, 그럼. 흑사회와의 의리 때문에 저를 후보로 경기에 참가시키는 것이 아니었어요?” “물론이지. 아무리 첫 시합이라지만, 32강전이야. 상대를 너무 만만히 봐서도 안 된다고. 특히 한 번 지면 탈락하는 토너먼트에서는 더욱 그렇지.” 엠마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어떤 경우라도 칭찬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녀가 감사의 뜻을 표하려는 순간, 누군가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바로 안드레아였다. “엠마님 죄송해요.” “괜찮아. 그런데 어디 가?”10/12 쪽 그녀가 손에든 전자수첩을 보이며 말했다. “네. 주인님에게서 연락이 와서 잠시 나가서 통화 좀 하려고요.” “아. 그래. 다녀와.” 이에 범석도 한마디 했다. “안드레아. 얼마 후에 1라운드가 시작될 테니까 빨리 와야 해. 아무리 2라운드부터 출전하지만, 1라운드를 보면서 상대의 전략을 눈여겨봐야지.” “네. 금세 다녀올게요. 시합을 잘하라는 안부 연락이니까 얼마 안 걸려요.” “그래. 다녀와라.” 허리를 숙인 안드레아가 빠른 걸음으로 더그아웃을 빠져나갔다. 이를 잠시 바라본 범석이 눈길을 다시 엠마에게로 돌렸다. “그러니까. 엠마. 너무 주눅 들어 하지 마. 자신감 결여는 시합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검투는 상대를 쓰러뜨리는 경기야.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결코 상대를 이기지 못해. 실수해도 좋고, 금세 행동불능에 빠져도 좋으니까, 시합에 나간다면 마음껏 후회 없이 싸워야 해. 알았지?”11/12 쪽 엠마가 다부진 얼굴로 고개를 주억이었다. “네. 알았어요. 범석님의 말대로 마음껏 싸울게요.” “으음. 그래. 대신 너무 정신 놓고 싸우다가 팀킬은 하지 마라. 크크크.” 농담임을 안 그녀가 빙그레 웃었다. “네. 염려 마세요. 저는 색맹이 아니라 팀 색상 정도는 구분해요.” “그래. 그럼 1라운드. 잘 부탁한다.” 이 말을 한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멀리 좌측 벤치에 앉아 있는 치리아를 바라봤다. 며칠 전 장난전화 사건으로 팀을 떠나려고 했던 점이 무척 미안한 모양인지, 계속해서 팀에서 동떨어진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타 주인 소유의 엘프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검투사이기에 이대로 놔두다가는 팀 전력에 큰 손실이 날 터. 어떻게든 어르고 달랠 필요가 있었다.그는 치리아에게 다가가 갖은 농담과 위로로 기분전환을 시켜 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활기찬 모습을 한 그녀는 팀에서 가장 친한 미를리를 옆에 앉아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과거의 일로 이사장인 범석이 화가 나지 않았음을 알았으니,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12/12 쪽 았으니,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작품 후기 ============================ 자. 그럼 저는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좋은 여름 보내십시오.12/12 쪽 < -- 에이번드 승격토너먼트 -- > - 곧 경기가 시작되겠으니 갓즈나이츠팀과 사우스 데빌즈 검투사들은 입장을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내 방송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은빛의 슈트를 껴입은 엠마를 비롯한 1라운드 출전자들이 입구 터널로 나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입장을 선언을 순간, 대장인 에르피나를 선두로 팀원들이 일제히 경기장 안으로 나아갔다. 우와와와! 우와와와! 일만이 넘어가는 관중의 함성소리가 콜로세움을 가득 메웠다. 이들 중 대부분은 리마시티에 연고를 두고 있는 팬들. 이들의 응원은 갓즈나이츠에게 향하고 있다. “갓즈나이츠! 실력을 보여줘라!” “너희만 믿는다! 갓즈나이츠!” 이내 전광판 화면에 몇몇 팬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다가, 곧 사우스 데블즈의 검투사들의 확대된 모습이 비쳤다. 곧이어 터져 나오는 팬들의 야유 소리. 이를 더그아웃에서 똑똑히 목도한 범석이 방긋 미소를 지었다.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욕지거리로 그녀들이 주눅 들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홈경기는 이래서 좋았다.회1/14 쪽 “저, 저기. 주인님. 큰일 났어요.” 다급한 다이아나의 목소리에 그가 고개를 돌렸다. “무슨 소리야? 뭐가 큰일이 나?” “저기 사우스 데빌즈팀 검투사들의 등번호를 보세요.” 범석이 물끄러미 전광판 화면을 바라봤다. 그녀들의 등번호는 거의 한 자리 수나 10번대로, 기존에 사우스 데빌즈 토박이들이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하이에나그룹의 검투사는 단지 다섯 명뿐.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이번 1라운드를 후보들로 채워버렸다.예상과는 전혀 다른 경기운영에 범석은 당혹해 했다. 대부분의 검투팀은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보통 1, 3, 5라운드에 주전을 투입시켰다.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상대도 변칙 전략으로 나오는 건가?” “네 그런 것 같아요. 아마 이번 라운드를 무승부로 만든 후, 다음 라운드에 주력을 배치해 이기려는 의도일 것이에요.” “그럼 나중에 라운드 승수에서 밀리게 되잖아?” “아니죠. 저희처럼 4, 5라운드를 주전이 뛸 수도 있으니까요. 저들은 2, 4, 5라운드를 따내려는 것이 확실해요. 그럼 한 번만 저희 주전을 이기면 승리하니까요.”2/14 쪽 범석이 암담한 눈빛을 지었다. 체력을 아끼려고 잔머리를 쓰다가 이거 된통 당하게 생긴 탓이다. 1라운드에 출전한 자신의 팀원들이라면 충분히 저들을 이길 만도 했지만, 무승부를 생각하고 보낸 탓에 방패를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은 모두 검방의 역할 분담을 맡겼다. 당연히 공격력은 크게 약화 될 수밖에 없었고, 상대를 압도적으로 밀어붙이기에 모자람이 많았다. “휴~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어쩔 수 없어요. 방어에 특화시켜 내보냈으니, 이번 라운드는 예정대로 무승부를 만들 수밖에요. 그리고 출전자 명단은 다시 짜야할 것 같아요. 상대팀 주력과 계속 붙을 수는 없는 일이니, 출전 순번을 바꿔야죠.” “으음. 우리 주전이 2, 3, 5라운드를 뛰자는 건가?” “예. 맞아요.” “그런데 아무리 상대 후보전력의 실력이 떨어진다지만, 프로 검투사들을 상대한 직후 곧바로 맞붙기에는 체력적인 부담이 있지 않을까?” 다이아나가 어두운 낯빛을 지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어요. 사우스 데빌즈팀 주력과 2번 이상을 붙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3/14 쪽 “쩝. 그야 그렇지만……. 휴~ 알았다. 그렇게 하도록 해.” “네. 알았어요.” 다이아나가 곧바로 감독 석으로 돌아가 출전명단을 새롭게 짜기 시작했다. 그 사이 심판의 호각소리와 1라운드 경기가 진행되었다. 양 팀 모두 무승부만을 목적으로 했기에, 시합 내용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간혹 진형을 튼튼히 해 돌입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리 치열한 접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듯 20분은 허무하게 흘러갔고, 1라운드는 서로 비긴 채 막을 내렸다. “자자. 다음은 2라운드다. 사우스 데빌즈 놈들은 모두 프로급 검투사들이니, 확실히 조심하고. 알았지!” “네!” 범석이 입장 터널로 나가자 2라운드 출전 팀원들이 뒤를 따랐다. 그는 햇살이 비추는 입구를 바라보고는 손에든 카타나를 굳게 쥐었다. 아직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와 붙는 8강까지는 오늘 경기 외에도 한 경기 더 이겨야 했지만, 이미 싸움은 시작이 되었다. 어떻게든 놈이 보낸 프로검투사들을 통쾌하게 이겨, 승격으로 향한 길에 불을 밝혀야 했다. - 양 팀 검투사. 모두 입장해 주십시오!4/14 쪽 “자. 시작이다! 나가자!” 범석이 콜로세움이 떠나갈세라 고함을 치며 투지에 불을 지폈다.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검투는 팀의 사기에 큰 영향을 받게 되었다. 기세에서 상대에게 밀린다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고전을 하기 마련이었다. 다행히 팀원들은 저번 사건으로 하이에나그룹에게 원한이 맺혔는지, 눈을 이글이글거릴 정도로 분기를 표하고 있었다. 그들의 지원을 받은 사우스 데빌즈팀을 그 연장 선상에 두고 있던 모양이었다. 곧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시내를 한가운데로 두고 상대 팀과 시선을 마주했다. 범석이 대부분 검방을 들고 나온 사우스 데빌즈 팀 검투사를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흠. 사우스 데빌즈는 이번에도 무승부로 나올 모양이군. 우리가 상대니, 당연히 저런 전략을 취하겠지.’ 아무리 상대가 에어리어리그 프로검투사로 이뤄졌지만, 자신들과 맞서기에는 한참 모자란 면이 있었다. 센트럴리그 핵심급 검투사로 평가받는 자신이 있을 뿐만 아니라, 와이드리그 주전급 전력인 에르피나, 오스칼, 에리카가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비너스와 폴리아, 마틸다를 제외한 나머지 전력도 에어리어리그 프로급 검투사 실력을 지닌 출중한 검투사들이었다.5/14 쪽 이를 봤을 때 저들의 무승부 전략은 옳은 판단이라 할 수 있었다. - 자.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양 팀 모두가 2라운드에 주전을 배치했군요. 경기가 무척 재미있게 진행되어 가고 있습니다. - 네. 그렇습니다. 전략 싸움이 너무 치열한데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갓즈나이츠가 유리한 것 같습니다. 사우스 데빌즈가 그들의 주력을 피해 후보들을 치려고 했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아마도 사우스 데빌즈 벤치가 꽤 근심에 쌓여 있을 것 같습니다. 장내 방송으로 흘러나오는 해설자의 말에 범석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남의 사정도 모르고 저리 편하게 말하니, 고깝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지금 갓즈나이츠의 전략은 철저히 어긋나고 있었다. 삐익! - 경기 시작합니다! 장내 방송과 함께 범석이 오스칼과 안드레아의 뒤를 따르며 빠르게 앞으로 대시해갔다. 그리고 경기장 중앙을 흐르는 시내에 이르자 힘껏 점프해 검을 휘둘렀다. 쾅. 콰쾅.6/14 쪽 맹렬한 격돌 음과 함께 사우스 데빌즈의 진형이 크게 일렁거렸다. 오스칼의 거검의 충격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극도로 밀집한 상태였던 데다가 검방들을 앞에 세웠던 탓에, 약간의 흐트러짐만 있었을 뿐 진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모두 돌격해서, 선봉을 도와!” 레이미의 외침과 동시에 갓즈나이츠의 중견들이 앞다투어 달려들었다. 그녀들은 맡은 바 소임대로 두 명씩 짝을 지어 선봉의 뒤를 받쳐주었다. 연이어 질러대는 검 끝과 창끝이 공중을 수놓으며 사우스 데빌즈팀 검투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차창. 쿠쿵. 쾅. 일방적인 갓즈나이츠팀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사우스 데빌즈팀은 방진을 짠 채 철저히 방어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손에는 검을 들고 있었지만, 상대의 검 격을 막는 데만 사용할 뿐, 절대 자신들을 향해 내뻗지 않았다.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은 범석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무승부를 노린다지만 이건 좀 너무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런. 얘들은 무승부가 목적이 아니야.’7/14 쪽 보통 시간을 끌 목적이라면 이따금 공격을 해주며 상대에게 위협감을 줘야만 했다. 그럼 그만큼 동작에 신중을 기하게 되고, 자연스레 공세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사우스 데빌즈의 검투사들은 마음대로 공격을 해보라는 식으로, 최소한의 견제 동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러다 보면 언젠가는 방진에 구멍이 뚫리게 되고, 허무하게 무너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유는 단 한 가지. 마음껏 공세를 퍼붓게 해 체력을 소모하게 하려는 의도가 틀림없었다. ‘전략이 어긋나자, 체력을 소모시키는 작전으로 변경했군. 쳇. 꼬여도 단단히 꼬였어.’ 범석으로서 지금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사우스 데빌즈의 의도에 넘어가 주는 일이었다. 체력을 소모를 아끼고자 이번 판을 무승부로 이끌고 간다면 2무로 되고, 자칫 상대 주전과 2번 더 맞붙는 경우가 생길 수가 있었다. 반드시 이번 판에 승리해 최악의 경우의 수를 피해야 했다. 그는 자신의 뒤로 붙은 마틸다와 레이미와 함께 사우스 데빌즈 19번 검투사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집단 전에서 승리할 수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상대의 숫자를 줄여, 수적 우세로 밀어붙이는 일이었다. 콰쾅. 창. 깡.8/14 쪽 “진을 유지해야 해! 갓즈나이츠는 공격력이 강한 팀이야! 돌파당했다가는 그대로 끝이야! 맡은 바 임무를 확실히 수행해!” 범석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서 방패를 앞세운 검방들이 오밀조밀 모여들었다. 아무리 그라고는 하나 이런 방어진 속에서 단번에 상대 검투사를 쓰러뜨릴 수는 없었다. 아니 겹겹이 쌓이는 방패와 한손 검의 숲 속으로, 제대로 팔을 뻗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갓즈나이츠에는 범석만 있지는 않았다. 그에게 검방들이 몰리자, 오스칼이 느슨해진 방어진의 틈을 돌파하고는 진형의 중앙에서 거검으로 아름다운 반원형의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꺄아악!” 온 힘을 기울여 검과 방패를 휘두르던 사우스 데이즈의 검투사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일부는 제대로 일격을 맞았는지 바닥을 나뒹굴며 경직 현상을 일으키고 있었다. 범석은 뻥 뚫린 공간으로 이동하고는 오스칼과 함께 진의 결합을 막았다. “오스칼 잘했다!” 그와 등을 맞댄 오스칼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9/14 쪽 “호호호. 뭘요. 여유죠. 와이드리그에서는 이보다 더한 방진도 뚫었다고요. 호호호.” 겸손인지 자랑인지 모를 그녀의 말에 범석이 피식하고 웃었다. 지금의 활약으로 주전의 체력 소모 걱정을 크게 덜게 되었으니, 지금의 활약은 칭찬받아야 마땅했다. 방진은 강한 상대를 돌파를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는 진형이지만, 한 번 돌파를 당하면 걷잡을 수없이 무너져 내렸다. 방진의 위력은 방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구성원들 간의 연계에서 나오던 탓이다. 이를 증명하듯 에리카가 이끄는 중견들이 사우스 데빌즈의 분단된 한쪽 진영을 포위 공격하며 가차 없이 쓰러뜨리고 있었다. “모두 모여야 해!” 뾰족한 톤의 대장의 외침에 흩어져 있던 사우스 데빌즈의 검투사들이 진을 결합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범석과 오스칼의 견제를 뚫기란 어려운 일. 이들의 의도는 무위가 되며 더더욱 곤란한 지경에 빠져들었다. 모이기 위한 노력이 또다시 틈을 만들어냈고, 이때를 놓치지 않고 갓즈 나이츠의 중견들이 가차 없이 뒤를 쳐버리던 탓이다. “아악!!”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 들은 21번 검투사를 옆에 젖혀 두고 에리카와 마틸다가 범석10/14 쪽 에게 달려갔다. 아직 하나가 더 남기는 했기는 다른 동료가 충분히 쓰러뜨릴 수가 있다고 믿은 것이다. “주인님. 이쪽은 대충 정리되었어요.” 슬며시 뒤를 돌아본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남은 하나도 레이미와 치리아를 비롯한 나머지 중견들의 일방적인 공격에 사지를 움직이지 못할 지경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사우스 데빌즈의 숫자는 대장 검투사를 포함한 다섯. 이제 승리는 결정이 난 것과 다름없었다. 그는 비릿한 웃음을 보이며 32번을 단 검투사를 향해 다가갔다. 등 뒤에 홀로그램 형태의 깃발을 단 것으로 보아 대장 검투사가 확실했다. 그녀만 쓰러뜨리면 1라운드 종료. 돌아가 편히 쉴 수 있었다. “후후후. 이제 끝이다.” 그가 다가옴을 본, 32번 검투사가 남은 나머지 동료 넷과 눈빛을 교환했다. 뭔가 수작이 있을 듯 보였지만, 12대 5의 상황에서 상대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범석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검을 곧추세웠다. “다들. 11번 작전을 수행한다. 모두 시작해!”11/14 쪽 순간 남은 다섯의 사우스 데빌즈의 검투사들이 들고 있던 무구들을 일제히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곧바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승부를 포기하고 도망을 선택한 것이다. ‘뭐, 뭐야. 이것들은.’ 범석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원형경기장 담장 쪽을 향해 달려가는 그녀들을 바라봤다. 검투경기에서 도망도 훌륭한 시간 끌기 전략이었다. 어찌 됐건 20분이 지난 시점에 대장검투사가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들지 않았으면 해당 라운드가 무승부가 되니,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물론 팬들에게 단단히 욕을 먹기는 했지만, 승격과 강등이 좌우되는 경기나 지금처럼 한 번 떨어지면 끝인 토너먼트에서는 대다수의 약팀들이 그 유혹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2라운드를 시작한지 겨우 7분 남짓이 지난 시간이었고, 갓즈나이츠는 현재 12명이 남아 있었다. 아무리 지름 100미터 경기장을 도망쳐다닌다고는 하나, 남은 시간 안에 대장 검투사를 잡지 못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다리도 빠르지 못한 것이 전문적인 뜀 새도 아니었다. 이를 봤을 때 저들은 분명히 마지막까지 갓즈나이츠의 체력을 손실시키려는 의도인 것이 확실했다. ‘이거 너무 노골적이잖아.’ 짜증이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미 다 이긴 경기를 약간의 체력을 아끼고자 무승부12/14 쪽 로 만들 수는 없었다. 그는 뒤에 서 있는 치리아를 바라봤다. 그녀는 궁사의 소양도 갖추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 꽤 유용했다. “치리아! 활을 준비해. 나머지들은 대장 검투사를 포위하며 압박해 들어가고.” 치리아가 들고 있던 양손 검을 칼집에 꽂고는 등에 메고 있던 궁을 꺼내 화살을 죄었다. 그리고 천천히 대장 검투사를 향해 서서히 걸음을 옮겼다. 이에 범석이 그녀의 옆에 호위하듯 섰다. 궁을 들었을 때는 직접 공격에 매우 취약해지므로 누군가 항시 옆을 지키고 있을 필요가 있었다. 곧 범석을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원형경기장 벽에 등을 맞대고 붙어 있는 32번 검투사를 포위해 들어갔다. “잡아!”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갓즈나이츠의 팀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이에 32번 검투사가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벽을 타고 우측으로 돌자, 오스칼이 잽싸게 앞길을 막은 것이다. 그녀는 팀 내에서 범석 다음으로 발이 빨랐다. 이에 다른 사우스 데빌즈의 검투사들이 구원하러 달려들었지만, 소용없었다. 빨리 달리기 위해 모든 무구를 버린 상황에서 갓즈나이츠의 주전 검투사를 상대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 곧 일방적인 밀리다가 하나씩 행동불능상태에 빠져들었다.13/14 쪽 얼마 후에 32번 검투사도 치리아의 화살에 허벅지를 적중 당하고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뒤이어 이어지는 무지막지한 오스칼의 검 격을 끝으로 2라운드가 종료되었다.============================ 작품 후기 ============================ 새로운 하루가 시작됩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되시고요. 전 내일........ ;;;; 글쎄요. 자신이 없어요. ㅠㅠ. 좀 늦을 것 같습니다.14/14 쪽 < -- 에이번드 승격토너먼트 -- > 2라운드를 승리로 마감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범석과 주전 검투사들이 일제히 헬멧을 벗어 던진 후, 벤치에 등을 편히 기대고 앉았다. 10분 남짓의 시간 안에 경기를 끝내기는 했지만,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렀던 탓에 많이 지쳤던 모양이었다. 그들은 수건으로 이마 사이로 흘러나오는 땀을 닦거나, 몸을 늘어뜨리며 달콤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그리고 15분쯤이 지난 후……. ‘뭐, 뭐야! 왜 또 쟤들이 나와!’ 전광판에 나타난 3라운드에 출전할 검투사 명단을 본 범석이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도 주력들이 나와 자신들을 맞이하고 있었던 탓이다. 그는 당혹해하며 다이아나를 쳐다봤다. “다이아나 어떻게 된 일이야? 왜 저들이 또?” 그녀도 어이가 없는지 안색을 파리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사우스 데빌즈가 전혀 뜻밖의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쎄요. 이럴 리가 없는데요.”회1/13 쪽 “혹시 1무 1패라. 1승이 필요해서 그런가? 쟤들은 3라운드에 우리 후보가 나올 줄 철석같이 믿고 있을 것 아니야. 주전이라면 우리 후보들을 이길 수가 있잖아요.” “절대로 아니에요. 저들의 내놓은 전략은 2라운드에서 주전이 1패를 내어주는 순간 끝이 났어요. 변칙 전략이 성공하려면 주전들이 참가하는 모든 라운드를 이겨야 했으니까요. 그리고 사우스 데빌즈가 이번 라운드를 먹어가더라도, 다음 라운드에 나올 후보들이 우리 주전과 맞붙게 돼요. 그럼 당연히 1패를 안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죠. 지금 저들이 취할 전략은 후보끼리 격돌시켜 최소 1승 1무 이상을 따게 하고, 주전들로 저희 주력과 맞붙여 무승부 작전으로 나가는 일이에요. 그게 더 가능성이 많으니까요.” 이해가 가는 바였지만, 그로서는 납득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야 그렇기 하겠지. 그런데 저들이 지금 다시 변칙 전략을 들고 나왔잖아. 그 이유가 뭐냐고?” “대충 짐작 가는 바는 있어요.” “뭔데?” 주위를 살핀 그녀가 범석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고는 조용히 말했다. “저희 주전들이 출전하는 라운드를 미리 알고, 주력을 배치해 체력을 소모하려는 생각일 것이에요. 평소라면 그저 아마추어팀의 전략적 오류라고 평가했겠지만, 지금 2/13 쪽 저희가 처한 현실에서는 충분히 그럴 가능성도 있어요.” 그가 다이아나의 손목을 끌고 더그아웃 밖으로 나갔다. 지금 나오는 말이 그만큼 심각한 내용이었던 탓이다. “무슨 소리야? 그럼 저들이 우리 전략을 읽고 있다는 얘기잖아.” “네. 맞아요. 처음 저들이 변칙전략 카드를 꺼내 들었을 때는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이 연달아 겹치니 좀 의심스러워요. 범석님도 잘 아시잖아요. 전에 추첨식 때 사건을요.” 아무래도 추첨 시스템 관리자가 줄리앙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정황을 말하는 것 같았다. 충분히 이번에도 같은 방식을 사용할 수도 있는 일, 지금 같은 일이 벌어지고도 남음이 있었다. 떡고물을 주워 먹은 심판이나 시스템관리자 등의 조직 위원회 인사가 자신들이 전송한 출전자 명단을 사우스 데빌즈 팀에게 넘겨줬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추첨식과 달리 뇌물을 먹여야 할 자도 많았고, 추첨식 때의 일을 교훈 삼아 이번에는 흑사회가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고 있었던 탓이다. 지금 승부를 조작할 만한 모든 인사에게 정보원을 붙임은 물론, 금융거래 내역까지 철저히 살피는 중이었다. 만약 줄리앙이 이번에도 같은 행위를 저지른다면 백이면 백, 만천하에 드러났을 터였다.3/13 쪽 “으음. 일리는 있지만……. 아닌 것 같다. 조작을 위해서는 매수해야 할 사람도 많고, 흑사회가 이번에 눈에 불을 켜고 살피고 있다고.” “휴~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단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희 전략이 조직위원회를 통해 사우스 데빌즈팀에 넘어가는 일쯤은 충분히 막을 수 있으니까요.” “막아? 어떻게?” “마감 시간인 5분 전에 맞추어 명단을 올려보는 것이에요. 그럼 명단을 전해줄 틈이 없을 테니, 상대 팀이 저희 전략을 알 수 없을 것 아니에요.” 명단 제출 마감시각은 전광판에 뜨는 시간과 동일했다. 만약 이때까지 출전선수명단을 보내지 않으면, 전 라운드를 뛰었던 검투사들이 그대로 다시 뛰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자칫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주전들이 연달아 세 라운드를 뛰는 엄청난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에 범석이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겠어? 클릭 타임을 놓치면 우리가 큰일 난다고.” “그렇기는 하지만, 조심하면 돼요.” 긴 한숨을 내쉰 범석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시간을 보다가 클릭을 하는 것이 무슨 대단한 작업이 아닌 탓이다. 다이아나가 초등학생이나 저지를 법한 실수를 하리라 생각되지 않았다.4/13 쪽 “그래. 정 걱정스럽다면 마음대로 해. 네가 감독이니까.” “네. 알겠어요. 그리고 4라운드도 저희 주전이 출전하는 것으로 하시죠.” “4라운드에 또? 그럼 주전들이 크게 지치게 되잖아. 지금 그걸 피하려고 이 짓을 하려는 것이 아니야?” “상관없어요. 제가 착각을 해서 후보로 올리면 되니까요.” 범석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조금 전에 건의한 내용은 만약에 있을지 모르는 줄리앙에 포섭된 조직 위원회 인사들의 시선을 회피하고자 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수작을 막는 일은, 5분전에 명단을 제출하는 일로도 충분했다. “무슨 의미야?” “방금 전에 주인님께서 말씀하셨잖아요. 줄리앙이 이번에는 조직위원회 인사들을 구워삶을 수 없다고요. 하지만 그 외에도 정보가 새나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에요.” 조직위원회가 인사가 아닌 상황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팀 전략을 외부에 알릴 자는 단 한 존재밖에 없었다. “서, 설마 우리 팀원 중에 첩자가 있다는 뜻이야?” “장담은 못하겠지만,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요.”5/13 쪽 깊게 가라앉은 눈빛을 지은 범석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돈에는 장사가 없는 법. 팀원 중 하나가 매수되지 않았다고는 보장하지 못했다. 만약 그녀의 말이 현실화되면, 정보유출이나 팀킬 등의 사건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 앞으로의 토너먼트경기 진행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위험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한 번 짚고 넘어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좋아. 알았다. 한 번 해봐. 단, 다들 모르게 해라. 알려지면 팀 분위기가 정말 엉망이 될 수 있으니까.” “네. 그건 저도 알고 있으니, 염려하지 마세요.” 대화를 마친 범석이 안에 들어가 급히 헬멧을 쓰고, 무구를 챙겼다. 곧 경기 시작되니 서둘러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이내 방송에서 입장 멘트가 나오자, 그는 주전 검투사들과 함께 경기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콜로세움 중앙의 시내 앞에 서고는 사우스 데빌즈 검투사들을 노려봤다. ‘자. 일단 이번 판은 무승부로 가야겠지.’ 범석은 이번 판에 굳이 승리할 생각이 없었다. 1승 1무인 상황에서 연이은 라운드를 출전하는 지금, 무리하게 체력을 소모하면서까지 승리를 갈구할 필요가 없었다. 무승부라도 충분했고, 사우스 데빌즈의 의도를 파악하는 일에 이번 라운드를 소모하는 6/13 쪽 것도 괜찮다고 생각됐다. 만약 저들이 진정 이번 경기에서 이길 목적이라면 막강한 자신들 주전을 상대로 비기려 할 테고, 체력 소모가 목적이라면 라운드 막판까지 시간을 끌다가 그 후 어물쩍거리는 자신들을 향해 총공격을 감행할 터였다. 그가 오스칼 옆으로 다가가 귓속말로 소곤댔다. “오스칼. 라운드 후반쯤에 쟤들이 시내를 넘어 총공격을 감행해 올지 모른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가 착지하기 전에 단번에 쓸어버려. 단 아무도 모르게 하고. 알았지?” “네. 알았어요.” 곧 경기가 시작되고, 양 진영은 대치상태에 들어갔다. 긴 지루함의 시간. 간혹 공격을 감행하려는 시도가 보였지만, 시내 가까이에 이르자 뒤로 물러서며 관중의 탄성 소리를 유도해 냈다. 우우우. 우우우. 관중의 야유 소리가 경기장 안을 가득 메웠다. 서로 견제만 할 뿐 싸우지 않으니 경기가 지루해질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사실은 대부분 관중의 노기가 사우스 데빌즈에 쏠렸다는 점이었다. 갓즈나이츠는 홈팀이기도 했고, 비록 무의미한 동작이지만 시내를 따라 좌우로 움직이며 공격의 틈을 노리는 행동을 보였던 7/13 쪽 이유에서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갓즈나이츠는 공격을 하려고 하는데, 사우스 데빌즈의 방어에 막혀 감히 도강을 시도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뭐하냐! 사우스 데빌즈! 공격을 안 할 것이면 갓즈나이츠가 시내를 넘어가게 해라!” “사우스 데빌즈! 그딴 식으로 싸울 거면 당장에 때려치워라!” 단 한 번도 검을 맞대지 않은 상황에서 15분이라는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갔다. 이제 슬슬 사우스 데빌즈가 공격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범석이 오스칼의 옆에 항시 옆에 붙으며 만약을 대비했다. 단지 우려뿐이지만, 상대가 기습을 감행해오면 공으로 승수 하나는 챙길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사우스 데빌즈 진영에서 총 공세 명령이 떨어져 내렸다. “모두 공격해!” 일제히 시내를 넘으려던 상대 검투사를 바라본 범석이 옳다구나 했다. 칼자루를 힘껏 쥔 그가 앞서 달리는 오스칼의 뒤를 따르며 착지를 하려는 사우스 데빌즈 검투사들을 향해 대시했다. 휘이잉. 퍼퍼퍽.8/13 쪽 소름 끼치는 파공음과 함께 오스칼의 거검이 공중에 큰 반원을 그렸다. 공격범위 안에 든 23번 검투사와 28번 검투사가 방패로 막았지만, 발이 땅이 닿기도 전에 충격을 받은 터라, 여지없이 바닥에 내팽개치듯 우당탕 굴렀다. 이에 영문을 모르고 따라온 중견들이 함께 달려들어, 쓰러져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녀들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착지하고 무릎을 굽히고 있던 21번 검투사가 범석의 카타나에 가슴 쪽을 깊이 베이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착지 동작의 빈틈을 노린 터라 방패를 들이댈 틈도 없이 당해 버렸다. 졸지에 셋의 동료를 잃은 데다가 철저히 진을 흩트리고 있던 사우스 데빌즈의 검투사들은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의 공격에 우왕좌왕하며 점점 시내 쪽으로 밀리게 되었다. 창. 차창. 창. 사방에서 불똥이 튀며 난전이 계속되었다. 범석이 잽싸게 측면으로 이동하며 사우스 데빌즈의 틈을 파고들더니, 39번 검투사의 뒤로 돌아 목줄기를 그대로 그어버렸다. 서서히 몸을 경직되는 그녀를 두고 범석이 시내에 무릎까지 발을 담그고 있던 대장 검투사를 공략해 들어갔다.9/13 쪽 “안 돼! 저자를 막아!” 후미의 검투사들이 방패를 들이밀며 그를 막아섰다. 순간 3대 1의 상황이 되어버린 범석은 지체할 것 없이 뒤로 몸을 뺐다. 다른 먹이들이 많은데, 일부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 “범석님. 잘 물러나셨어요!” 날카로운 음향을 흘러대며 날아온 화살 하나가 좌측에 선 한 검투사의 옆구리를 정확히 격타했다. 후미들이 그에게 정신을 쏟는 사이, 치리아가 멀리서 활시위 튕겼던 모양이었다. 시내 한가운데서 무릎을 꿇는 후미 검투사를 보던 35번 검투사 황급하게 부축하고는 뭍으로 빠져나왔다. 충분히 공격해 경기를 끝내 버릴 수도 있었지만, 범석은 묵묵히 바라만 볼 뿐이었다. 물속에서는 숨구멍이 막히므로 행동불능에 빠진 검투사를 뭍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경기규정에서는 이런 행동을 상대방이 방해하지 않도록 규정해 놓고 있었다. “모두 해치워!” 동료를 뭍에 내려놓고 대장 검투사가 뒤로 물러나자, 이때다 싶은 범석이 바로 공격을 감행했다. 오스칼이 뒤를 따르던 탓에, 이번에는 수적으로 꿇릴 것은 없었다.10/13 쪽 쾅. 콰쾅. 쾅. 공중에서 검과 방패가 연거푸 맞부딪혔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은 후미와 대장인 35번 검투사였다. 아무리 방어에 특화되었다고는 하나, 오스칼의 무지막지한 거검에는 버티지 못하고 이리저리 몸이 퉁겨져나가고 있었다. 도저히 버틸 수 없었든지 하나 남은 후미의 검투사가 동료를 불렀다. “얘들아 도와줘!” 그러나 이미 동료들은 차디찬 바닥에 쓰러져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남은 사우스 데빌즈의 검투사들은 대장인 35번 검투사와 그녀, 단둘이었다. 검투경기에서 한 번 수적으로 밀리기 시작하면 어지간해서는 전황을 뒤집기 어려웠다. 한 명이 행동불능이 되는 순간, 다른 누군가는 2명의 적과 맞상대를 해야 했던 까닭이다. 이렇게 또다시 하나가 쓰러지면 점점 피해가 누적되어 결국에 가서는 패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사실 초반 도강 시 3명의 동료가 쓰러졌을 때, 사우스 데빌즈팀은 방진을 구성해 수적 열세를 극복해야 옳았다. “가자. 가서 이번 라운드를 끝내자.”11/13 쪽 레이미의 외침과 동시에 중견들이 시내 속에 발을 담갔다. 35번 검투사가 검과 방패를 잠시 내리더니, 다시 굳게 쥐었다. 2라운드처럼 도망을 가려고 했지만, 가까이에서 치리아가 활을 겨누고 있었던 탓이다. 만약 여기서 무구를 내려놓고 등을 돌린다면 바로 여지없이 화살을 맞아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들었다. 최대한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이대로 갓즈나이츠 검투사들과 상대해야 함이 옳았다. 사우스 데빌즈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었다. 그녀는 관중석 어딘가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남은 후미검투사와 공격을 감행했다. 창. 차창. 퍽! 위세도 당당히 돌진한 것에 비하면 사우스 데빌즈의 대장과 후미는 발악조차 못한 채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들었다. 아무리 검방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지만 12 대 2인 상황에서 무수히 날아오는 검 끝을 모두 쳐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곧이어 전광판에 3라운드 종료 메시지가 뜨며, 장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 3라운 경기 끝났습니다. 처음에는 지루하게 흘러가는 듯 보였으나 결국에 가서는 격렬한 승부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 그런데 이번에는 사우스 데빌즈팀의 실수가 컸어요. 끝까지 방진을 유지하며 시간을 보냈다면 충분히 무승부를 얻어낼 상황이었는데, 왜 공격을 감행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12/13 쪽 -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그 점이 좀 이상했습니다…….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대화를 들은 범석이, 미간을 깊게 파고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속 내용을 모르는 그들조차 이상한 낌새를 눈치를 챘다는 사실은, 자신이 우려하는 내용이 진실일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였다. 과연 줄리앙이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찾아내 미연에 방지해 놓을 필요가 있었다. 가뜩이나 힘겨운 8강전을 불안요소까지 떠안고 임할 수는 없었다.============================ 작품 후기 ============================ 크윽 결국 30분 정도 늦었습니다. ㅠㅠ. 아무래도 내일은 더 늦을 듯 보입니다. 아마 동트기 전이나 오후 쯤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내일이 피크라서요. 하지만 모래부터는 다시 평소로 돌아갑니다. ^^;;;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럼 보람찬 광복절 맞이하시고요. 집문앞은 아니더라도, PC에 네이버 화면을 켜놓아 태극기를 한 번쯤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전 내일 같은 시간이 아니더라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13/13 쪽 동트기 전이나 오후 쯤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내일이 피크라서요. 하지만 모래부터는 다시 평소로 돌아갑니다. ^^;;;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럼 보람찬 광복절 맞이하시고요. 집문앞은 아니더라도, PC에 네이버 화면을 켜놓아 태극기를 한 번쯤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전 내일 같은 시간이 아니더라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13/13 쪽 < -- 에이번드 승격토너먼트 -- > “자. 다음도 주전이 출전할테니 다들 명심하고 있어.” 다이아나가 4라운드 출전 명단을 발표하자, 일부 주전들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같은 검투사들을 3라운드 연속해서 출전시키는 예는 극히 드물었고, 지금은 3라운드까지 2승 1무의 성적을 거둔 상태였다. 굳이 체력손실을 각오하며 무리한 전략을 수행할 필요가 없었다. 이에 미를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따지듯 물었다. “감독님. 왜 저희 주전들이 4라운드를 나가야 하는 거죠? 체력소모를 각오하면서까지 그런 전략을 취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어요.” “간단해. 사우스 데빌즈 팀이 조금 전 2회 연속 주전을 시켰기 때문이지. 분명히 저들도 우리와 같은 입장일 터. 4라운드에서 후보들이 포함된 2진급을, 5라운드에는 주전을 출전시킬 가능성이 극히 커. 그러니 이번 4라운드에서 오늘 경기를 끝내자는 거야. 휴식 없이 후보를 상대하는 것과 한 라운드를 쉬고 주전과 싸우는 것에는 그리 체력소모의 차이는 없으니까.” 듣기에는 그럴싸한 말이었다. 후보보다 주전이 상대하기가 까다롭기에, 소모되는 체력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4라운드를 뛰나 한 회 쉬고 5라운드를 뛰나, 피차일반이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승부만 하나만 더 기록해도 자신회1/12 쪽 들이 16강전에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자신들 후보가 4라운드에 출전해서 좋은 성과를 내면, 주전들이 5라운드에 나갈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 후보가 무승부만 기록하면 5라운드를 치를 필요가 없잖아요. 아무리 봐도 감독님의 전략에는 모순이 있어요.” “그래. 맞아. 이번 경기만 놓고 본다면 내 선택이 잘못됐음은 분명한 사실이야. 하지만, 오늘 경기에 참여하는 후보들은 상당수가 검방에 특화된 아이들이고, 8강전에 나갈 예정이야. 오늘 이들의 체력을 보존시킨 일이 도움되어, 일주일 후에 있을지 모르는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와의 경기에서 상대 주전에게 1무승부만이라도 올린다면 승부대결까지 끌고 갈 가능성이 상당히 커져. 2, 4라운드에 출전하는 우리 주전들이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의 후보들을 상대로 2승을 올릴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승부대결까지 간다면 우리 팀이 4강에 진출할 가능성은 절반 정도야.” 이해한 듯 미를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대일 승부가 주를 이루는 승부대결에서는 상위 5명의 실력이 승패를 결정하게 되었다. 물론 그레이트 하이아나즈팀에게는 센트럴리그 주전급 검투사 둘과 와이드리그 주전급 검투사가 3명을 출전시킬 수 있어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이쪽에는 범석을 비롯한 오스칼, 에르피나, 에리카등이 있었다.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었다. “그렇군요. 8강전을 대비한 전략이라는 것이군요.” “그래. 맞아.”2/12 쪽 미를리가 수긍을 하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러자 범석이 일어나 다이아나에게 전략에 군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그저 명단 제출 바로 5분 전까지 시간을 끌기 위해서였다. 지금 그녀가 말한 전략은 그저 4라운드에 주전을 출전시키기 위한 변명이었을 뿐, 실제로는 실수하는 척하며 주전 대신 2진급 명단을 올릴 계획이었다. 상대를 속이기 위해서는 실수가 나올만한 다급한 상황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다이아나. 다른 주전은 모르겠지만 나나 레이미는 체력이 약해서 4회전은 빠졌으면 좋겠는데. 괜히 무리했다가는 16강전이나 8강전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으음. 그렇기는 하겠어요. 네. 말씀대로 할게요.” “그리고 나와 레이미가 빠짐으로써 비는 주전 포메이션에 후보 중 누군가를 포함해야 하는데, 누가 좋겠어?” “글쎄요? 일단 레이미가 비는 중견 쪽은 엠마님이 적당하겠어요. 그녀의 체력은 저희 주전만큼 뛰어나니까요. 그리고 주인님이 빠진 선봉에는 누구를 세울지가 고민이네요. 전부가 중견이나 후미 쪽 검투사라서요.” 범석이 자신의 뒤에 가리킨 마틸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는 공격성향이 강한 중견을 담당하고 있었다.3/12 쪽 “그럼 마틸다를 선봉에 세우고 다른 누군가를 중견으로 넣으면 어때?” “네. 나쁘지 않은 생각이에요. 마틸다는 중견이기는 하지만 선봉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으니까요.” “그럼 빨리 새로운 명단을 만들도록 해.” 문뜩 시계를 바라본 다이아나가 서둘러 단말기를 향해 달려갔다. 명단 제출 마감 시각까지 채 20여 초도 남지 않았던 탓이다.그녀는 다급한 척 입술을 움직여댔다. “아,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지금 시각이 20초밖에 남지 않았어요!” “뭐야! 벌써! 빨리 명단을 고치고 올리도록 해!” 잠시 단말기를 조작하며 명단을 보낸 다이아나가 울상을 지으며 범석을 바라봤다. 연기에 들어간 것이다. “어, 어떻게요. 급하게 처리하다 보니, 실수로 2진 명단을 보냈어요.” “정말? 그럼 어떡해?” 송구스러운 표정을 지은 다이아나가 고개를 푹 숙였다. “죄, 죄송해요. 아무래도 이번에는 2진들이 출전해야 할 것 같아요. 고치려고 해도 4/12 쪽 이미 명단 제출시각이 종료됐어요” “그럼 8강전 전략은?” “아무래도 큰 틀은 변하지 않겠지만 세세한 부분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이내 범석이 서서히 4라운드 출전명단이 표시되는 전광판에 눈을 돌렸다. 마음속으로 자신들의 연기가 헛된 일이 되기를 바라는 기원을 담고서 말이다. 그동안 함께 해왔던 팀 동료가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무척 서글픈 감정이 들 것 같았다. 그러나 곧 전광판에 다시 사우스 데빌즈 팀의 주전 명단이 떴고 범석은 자신의 바람이 여지없이 빗나갔음을 알게 되었다.손아귀를 꽉 쥔 그가 눈가를 파르르 떨어댔다. ‘젠장. 5분 전에 맞춰서 명단을 보냈으니, 확실히 조직위원회 측 문제가 아니야. 다이아나의 말대로 팀 내 스파이가 존재할 가능할 가능성이 많아. 아니고서야 사우스데빌즈가 지금 같은 경기운영을 할 이유가 없어.’ 이번 라운드의 특수성상 절대 주전을 내보내서는 안 됐다. 한 라운드만 무승부가 되더라도 지는 경기에서, 후보들로 자신들의 주전과 맞붙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물론 주전을 4라운드 연속해서 보낼 의도였다면 가능한 전략이었지만, 그랬다가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극심한 체력적 부담을 안고 갓즈나이츠의 주전들과 맞붙어야 했다. 차라리 이번 라운드는 2진 대 2진 대전으로 승수를 쌓고, 5라운드에 주전 대 주전으로 마지막 기회를 노리는 편이 훨씬 나았다.5/12 쪽 범석이 표정에 각인된 우려를 지우고는 웃는 낯을 지었다. 낌새를 차렸다는 사실을 일부러 외부에 드러낼 필요가 없었던 이유에서였다. 괜히 허튼수작을 부렸다가는 누군지 모를 첩자가 눈치를 채고 행적을 지울 수도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역정보를 흘려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나갈 수 방법도 사라지게 되었다. 지금으로서는 모르는 척해주는 것이 상책이었다. “후후. 다이아나. 네 실수 덕에 우리가 편하게 됐다. 쟤들이 이번에도 주전을 내보냈네.” 다이아나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그러게요. 그런데 저들이 왜 이번 라운드에 주전을 내보냈는지 이해가 안 돼요. 무척 체력소모가 심할 텐데요.” “뭐 사우스 데빌즈팀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 우리는 그저 이번 라운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만 고민하면 돼.” “네. 그러는 편이 낫겠어요.” 다이아나가 곧바로 팀원들을 바라보고는, 간략한 전략회의에 들어갔다. 이번에 출전할 검투사들은 팀 내 후보들과 후미를 비롯한 일부 주전들이었다. 비록 사우스 데빌즈에서 프로들로만 구성된 주전을 내보냈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저들은 지난 2라운드를 연속해서 뛰었기에 무척 지친 상태였지6/12 쪽 만, 이쪽은 단 한 경기만을 뛰었을뿐더러 상당시간 푹 쉬었다. 게다가 다이아나의 특성인 ‘위대한 지도자’로 모든 능력치가 +3이 된 상태라, 능력치 면에서도 그리 밀리지가 않았다. 무승부를 원한다면, 충분히 목적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자 그럼. 다들 알겠지? 이번 라운드는 무승부로 나간다. 모두 열심히 해서 이번 라운드에 16강행을 결정 짖자.” “넷!” 출전 검투사들이 일제히 헬멧을 착용하고는 더그아웃 밖으로 튀어 나갔다. 잠시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그녀들은 입장신호가 떨어지자, 바로 경기장 중앙으로 나섰다. 그리고 당혹스럽게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우스 데빌즈의 검투사를 향해 서늘한 느낌의 무구의 끝을 겨누었다. 곧이어 4라운드가 시작되었고,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은 방패를 들이대며 방진을 구성했다. ‘후후후. 좋아 잘하고 있어.’ 무승부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에르피나가 출전 검투사들을 훌륭하게 지휘하며 사우스 데빌즈팀의 주전들이 도강을 못하도록 적절히 견제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저들은 이번 라운드를 승리해야 할 입장이었다. 얼마 후 무리하게 시내를 넘어와 총공격을 감행해 왔다.7/12 쪽 “모두 원형진을 짜.” 충분히 기회를 노려 몇몇을 제거할 수 있었지만, 에리피나는 뒤로 검투사들을 물리고는 원형진을 짰다. 이번 라운드의 목적은 무승부. 괜히 공격을 감행했다가 피해를 보면 전략에 큰 차질을 빚게 되었다. 차라리 극방의 진형인 원형진을 구성하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편이 나았다. 차창. 퍼퍽. 창. 갓즈나이츠가 짠 원형진의 위력은 아주 대단했다. 8명의 검방에 둘러싸인 2명의 창사와 한 명의 궁사로 구성된 공격조가 견제를 해 나가자, 사우스 데빌즈팀의 검투사들은 감히 진입을 시도하지 못했다. 공격을 감행하려고 하면, 앞길이 방패에 막힘과 동시에 창끝과 화살이 여지없이 날아왔던 탓이다. 결국 사우스 데빌즈팀은 다수의 진입시도를 통해 몇몇 동료검투사를 잃고는 자포자기 상태에 들어갔다. 서로 얼굴을 본지 겨우 3일밖에 안 되는 그녀들이, 에르피나가 지휘하는 원형진을 뚫을 만큼의 조직력을 보유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곧 이번 라운드는 무승부로 마무리되었고, 갓즈나이츠는 16강 진출권을 얻게 되었다. ‘반드시 그 첩자가 누군지 알아야 해.’8/12 쪽 범석은 이날 돌아가자마자 몰래 엠마와 이 일을 상의하고 흑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들의 정보력이라면 첩자가 누구인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만한 짓을 하려면 분명히 그 주인에게 상당한 금품이나 이득이 오갔을 가능성이 농후했으니, 미심쩍은 면이 반드시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는 한 가지 작업을 더 수행했다. 바로 새롭게 팀에 합류할 검투사를 찾는 일이었다. 만약에 있을지 모르는 첩자를 대신해 시합에 참가할 팀원이 필요하기도 했고, 어차피 프로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지금의 배가 되는 수의 검투사들을 갖춰야만 했다. 범석은 전에 여유가 있을 때마다 에르피나와 함게 틈틈이 발품을 팔아 작성해 놓은 영입명단을 살피고는, 해당팀에게 일제히 영입제의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한 통의 긍정적인 답신을 받게 되었다. ‘으음. 레이메이를 740만 크랑을 제시한다면 팔겠다고……. 그런데 전에 볼 때보다 몸값이 많이 떨어졌네. 전에는 1100만 크랑을 불러서 포기했었는데.’ 레이메이는 4년 차 엘프로, 칼리라는 도시에 연고를 둔 블랙 스완팀에 소속되어 있었다. 잠재성장능력이 838이나 되어 훈련만 제대로 시킨다면 월드리그 후보급까지 성장할 수 있기에 제법 탐심을 흘릴 적이 있었다. 다만, 문제는 대체로 능력치가 떨어지는데다가, 지력의 수치가 너무 낮아 성장 속도가 무척 느리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그만한 성장능력에 비해 가격이 아주 저렴했고, 모자란 지력 또한 학습을 통해 성장시킬 수가 있으니 충분히 영입 할만 했다.9/12 쪽 그는 곧바로 담당자와 약속을 잡은 후, 아론을 타고 칼리를 향해 날아갔다. 대부분의 다른 팀들은 너무 낮은 제시가격에 바로 캔슬메시지를 보내온 터라, 지금으로서는 레이메이만이 유일한 영입대상이었다. ‘으음. 저기군.’ 블랙 스완팀의 훈련 캠프는 다른 스포츠팀과 마찬가지로 도시 외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에는 길게 늘어서 있는 인도가 보이기는 했지만, 돌아다니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황량한 들판뿐인 이곳에 행인들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는 아론을 훈련 캠프 왼편에 있는 주차공간에 착지시키고는 지면에 발을 디뎠다. 이런 그를 향해 경비로 보이는 엘프가 전동차를 타고 다가왔다. “저기 무슨 일로 저희 훈련 캠프에 오신 건가요?” 경비 엘프의 말에 범석이 바로 대답했다. “나는 갓즈나이츠팀의 이사장인데. 검투사를 트레이드 하기 위해, 담당자를 만나러 왔다.” “아 그러세요? 그럼 잠시만 확인해 봐도 되나요?” “음. 편할 대로 해.”10/12 쪽 경비 엘프가 바로 사무실로 전언을 넣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그리고 트레이드 담당자와 잠시 교신을 한 후, 곧바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범석님. 제가 카일님께 안내해 드릴 테니 따라오세요.” “으음. 그럼 부탁하지.” 경비엘프가 그를 전동차에 태우고는 사무실 건물로 향했다. 이미 전갈을 받았는지 카일이 문 앞까지 나와 마중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이적시즌이 임박해왔지만, 수백만 크랑이 오고 가는 거래를 무신경하게 넘길 수는 없었다. 그는 길게 늘어선 머리를 한 번 쓸어 올리고는 오른손을 내밀었다. “어서 오십시오. 범석님. 실제로 뵙는 것은 오늘 처음이죠?” 확실히 얼굴을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8세 이하 경기에서 레이메이를 처음 본 후 메일로 몸값을 문의한 것이 전부였다. 이에 범석이 차분히 악수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그렇습니다. 두 번 정도 메일을 주고받았을 뿐이니까요.” “하하하. 그렇군요. 하여간 자세한 얘기는 들어가셔서 하지요. 아무래도 서로가 제시한 몸값이 격차를 보이니 조율할 내용이 많을 것 같습니다.” “아 네. 아마도 그렇겠죠.”11/12 쪽 범석이 수긍한 표정으로 지으며 그의 뒤를 따랐다. 현재 레이메이에 대한 몸값으로 자신은 600만 크랑을 제시한 상태였고, 블랙 스완팀에서는 740만 크랑을 제시했다.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140만 크랑의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데, 사실 지금 그가 가진 현금자산은 약 626만 크랑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될 수 있으면 빨리 영입해야 할 처지에 있다는 점도 난항이 예상되었다. 분명히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힐 필요가 있었다. “자. 여깁니다. 먼저 들어가십시오. 저는 레이메이를 데리고 다시 오겠습니다.” 카일이 안내한 곳은 간의 회의실쯤으로 보이는 실내였다. 전자칠판으로 보이는 백색의 보드가 삼각대 위에 걸쳐 있었고, 그 앞으로는 여섯 정도가 자리할만한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었다. 범석은 전자칠판 우측에 홀로 자리하고는 그와 레이메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작품 후기 ============================하아. 엄청 늦었습니다. 제가 지방 내려갔다가 아침에서야 겨우 올라와서요. 부랴부랴 쓰기 시작했는데, 결국에는 지금 올리게 되는군요. ^^;; 문제는 다음 편도 좀 늦을 것 같다는 점입니다. OTL....... 지금 부터 써도 자정까지는 완료 못할 것 같아서요. 하여간 양해 부탁드리고요. 전 최대한 보다 일찍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12/12 쪽 하아. 엄청 늦었습니다. 제가 지방 내려갔다가 아침에서야 겨우 올라와서요. 부랴부랴 쓰기 시작했는데, 결국에는 지금 올리게 되는군요. ^^;; 문제는 다음 편도 좀 늦을 것 같다는 점입니다. OTL....... 지금 부터 써도 자정까지는 완료 못할 것 같아서요. 하여간 양해 부탁드리고요. 전 최대한 보다 일찍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십시오.12/12 쪽 < -- 에이번드 승격토너먼트 -- >끼이익. 털컥.요란한 경첩소리와 함께 회의실 문이 열렸다. 카일이었다. 그는 안으로 들어서고는 밖에 서 있는 누군가를 손짓해 불렀다.“레이메이. 안으로 들어와.”그 말에 범석으로 시선으로 한쪽 허벅지가 확연히 드러나는 적색의 치파오를 입은 한 엘프가 모습이 나타났다. 긴 흑발의 머리칼에 흑색과 적색의 눈빛을 하고 있었데, 호리호리한 몸매와 가냘픈 목선이 175센티 정도의 큰 키와 어우러지니 참으로 탐스러워 보였다. 게다가 내리깔리는 눈매와 도도해 보이는 높은 콧날은 한층 더 미모를 돋보이게 했고, 백옥처럼 반들거리는 하얀 피부는 살짝 만지기만 해도 미끄러져 버릴 것만 같았다.‘호오. 괜찮은데. 아주 마음에 들어.’외모에서 합격점을 내린 범석이 그녀의 정보창을 열어보았다. 전에는 헬멧을 쓴 상태의 모습만을 봤기 때문에, 특별히 외모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동명이인일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니, 과거에 본 그 레이메이가 맞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이 세회1/13 쪽 계에는 워낙 많은 NPC가 존재하기에, 같은 이름을 가진 자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이름 : 레이메이.구분 : 엘프(4년).소속 : 블랙 스완GC.명성 : 286.악명 : 0.H유무 : 무.스테미나 : 6001/6100사회성 : 52, 근력 : 62, 체력 : 61.민첩 : 59, 균형감각 : 55, 지능 : 18.정신력 : 61. 판단력 : 58, 재주 : 51.운 : 48.현재기량/잠재능력 : 525/838.특성 : 아탈란타의 현신.특이사항 : 엘프학교시절 블랙 스완팀에 영입되어 검투사 영재교육을 받음. 성장이 느려 팀에서 주목을 받지 못함.2/13 쪽 ‘으음. 맞군.’간신히 에어리어리그 주전 프로급 검투사에 이르는 능력치. 838의 높은 잠재능력. 그리고 창 계열의 무구를 들었을 때 모든 능력치 +7이 되는 ‘아탈란타의 현신’이라는 특기를 보아 할 때, 확실히 과거에 잠시 봤던 레이메이가 확실했다.곧바로 창을 닫은 그가 자신의 앞으로 자리하는 카일을 바라봤다. 대화할 여건이 마련되었으니,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고자 하는 의도였다. 한참 승격토너먼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있어서 시간은 금과도 같았다.“자. 그럼 협상을 시작할 볼까요.”그러자 카일이 앉은 의자를 앞으로 끌고는 전자서류를 뒤적거렸다.“네. 그러시죠. 그런데 범석님께서 저희에게 제시한 금액이 600만 크랑이었죠?”“네. 그렇습니다. 참고로 그쪽이 제시한 금액은 740만 크랑이었습니다.”모를 리가 없던 카일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140만 크랑이나 차이가 나는군요. 이를 봤을 때 쉽게 절충안을 찾기가 무척 어3/13 쪽 렵겠습니다. 아무래도 여러 번 만남을 가지며 이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겠습니다.”“아니 왜요?”카일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단 제가 담당자이기는 하지만, 혼자 모든 일을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범석님께서 가격을 제시할 때마다 단장님께 허가를 받아야만 하니, 그에 대한 시간이 필요합니다.”범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금 트레이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가 없었다. 좀 더 가격이 붙더라도 당장에 영입하는 편이 나았다.“그렇다면 제가 곤란합니다. 저는 모래 있을 경기에 투입할 검투사가 필요하니까요. 그러니 이른 시간 내에 이적결정을 내려야 합니다.”카일은 범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 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은 이적시즌이 열리기 전이었고, 대부분 리그가 끝이나 휴가시즌을 보낼 때였다. 물론 몇몇 강팀들이 리그에서 우승이나 준우승한 후 승격토너먼트를 치르고 있기는 했지만, 규칙상 이적시즌이 아닌 한 영입을 못 하니 경기에 투입할 수는 없었다.“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오늘 검투사를 영입해서 4/13 쪽 모레 경기에 투입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혹시 연습시합을 말씀하시는 겁니까?”“아닙니다. 에어리어리그로 가는 승격토너먼트경기에 출전시키려고 합니다.”그러자 묵묵히 앉아만 있던 레이메이가 인상을 일그러뜨리고는 의자가 뒤로 끌릴 정도로 벌떡 일어났다. 에어리어리그를 목표한다는 사실은 프로가 아니란 뜻이기 때문이다.“그럼. 아마추어팀에서 오셨다는 말인가요!”“응. 그래. 세미프로이기는 하지만, 아마추어경기에 참가하니 아마추어라고 할 수 있지.”그녀가 카일을 쏘아보며 노기를 표했다. 주인 없이 오랜 세월 프로생활을 해나가야 한다는 사실도 억울한데, 이제는 명성조차 없는 아마추어팀에 가라고 하니 화가 났다.“카일님! 저는 절대 아마추어리그로 갈 수 없어요! 어떻게 프로인 제가 아마추어로 갈 수가 있나요!”그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범석을 쳐다봤다.현재 프로스포츠계는 많은 엘프애호가의 반대를 직면하고도, 팀의 금전적 이익을 위해 연봉이 들지 않는 주인 없는 엘프를 선호하고 있었다. 이런 행위는 엘프보호법에 5/13 쪽 극히 반하는 일이지만, 법의 맹점을 이용해 이 제도를 유지해 나가고 있었다. 바로 소매상 조항이 그것이었다.상품이란 팔릴 수도 있고, 팔리지 않고 재고로 남을 수도 있는 일, 보유기간을 특별히 정해놓을 수는 없었다. 즉 소매상 권리만 얻어 놓으면 엘프를 평생 보유하고 있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였다. 물론 이 때문에 연방정부에서는 일정 기간 거래가 없으면 소매상 허가가 취소되는 조항을 넣었지만, 트레이드를 하거나 노동력을 착취하고 쓸모없어진 엘프선수를 워커옥션마켓에 내놓아 판매해 실적을 올리면 되는 일이니 하등 소용이 없었다.하지만, 엘프의 의지에 반해서 함부로 트레이드 시키는 일은 엘프보호법에 저촉이 되었다. 애견센터에서 여건상 강아지를 좁은 철창 형태의 우리에 가둬놓고 판매하는 것은 허락되지만, 먹이를 주지 않거나 괴롭히면 동물보호법에 저촉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만약 강압적으로 범석에게 레이메이를 넘겼다가, 심적 고통을 받았다고 행정기관이나 엘프애호단체에게 신고라는 하는 날이면 팀은 큰 곤욕을 치르게 되었다.“으음. 저기 범석님. 레이메이가 이리 강경하게 나오니, 협상 자체가 어렵겠습니다. 물론 그녀를 설득할 조건을 제시한다면 모르겠지만요…….”범석이 레이메이에게 슬쩍 눈길을 준 후,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레이메이를 설득할 수 있으니, 계속 협상에 임하시죠.”6/13 쪽 “설득할 수 있다니요? 어떻게요?”“솔직히 설득할 자시고도 없습니다. 저희 팀은 주인 없는 엘프를 절대 쓰지 않으니까요.”도무지 이해할 수 없던 카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주인 없는 엘프를 쓰지 않다니요?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말 그대로입니다. 레이메이가 저희 팀에 오는 순간, 바로 저를 주인으로 섬기게 된다는 말입니다.”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레이메이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멀어졌던 꿈을 이룰 수 있는 순간이 왔는데, 명예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주인만 섬길 수 있다면 무구 대신 주방 칼을 들어도 상관이 없었다. 그녀는 이내 눈가에 살기를 담아 카일을 노려봤다. 만약 이번 트레이드를 취소시킨다면 각오하라는 뜻이었다. 멋쩍은 표정을 지은 그가 떨리는 음성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아, 아니. 그럼 몸값이 3분지 1 이하로 떨어질 텐데 상관없습니까?”“상관없습니다. 엘프들의 주인에 대한 충성심은 이를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으니까요.”카일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주인을 향한 엘프의 절대적인 마음은 경기력에 영향을 7/13 쪽 미치게 되어 좋은 성과로 이어지기 마련이었다. 당장 블랙 스완팀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팀 내에는 반절 정도가 연봉이 지급되는 주인 있는 엘프가 있는데, 대게가 비슷한 신체능력을 지닌 주인 없는 엘프에 비해 경기에서 활약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훈련에도 열성을 다하기에 성장성도 극히 높아,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프로팀에서 다소간의 이득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주인 있는 엘프를 영입하는 것이었다. 재정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일단 리그에서 살아남고 봐야 했다. “하긴 그렇겠군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자 그럼 협상을 계속하실까요. 누누이 말했지만 저는 별로 시간이 없습니다.”범석은 협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데도 계속해서 시간을 재촉했다. 레이메이의 잠재능력을 봤을 때 저들이 제시한 740만 크랑은 무척 낮은 가격인데다가, 실제로도 재고 자시고 할 시간이 없었다. 만약 잘못 술수를 부리다가 협상이 미온적으로 진행된다면, 그녀의 영입을 훗날로 미뤄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었다.“좋습니다. 그럼 그쪽에서 제시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말씀 주십시오.”“지금 제시할 수 금액은 600만 크랑까지입니다. 그 이상은 저로서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카일에 표정에 고심의 흔적을 진하게 새겨넣었다. 그가 레이메이의 이적제의를 협상 8/13 쪽 테이블에 올린 이유는 앞으로 있을 이적시즌을 대비해 자금을 마련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팀 내에서 레이메이의 가치를 낮게 보고 있음도 한몫했다.과거 블랙 스완팀에서 그녀를 영입했을 당시 550만 크랑이라는 돈을 엘프학교에 제공했다. 새로 태어난 엘프치고는 신체능력이 무척 뛰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3년간 영재교육을 하게 하고 팀에 들인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원하는 만큼의 성장을 하지 못했다. 신체능력은 에어리어리그의 하위급 주전 검투사 수준으로 올랐을 뿐이었고, 전문적으로 익히던 창술은 겨우 세미프로급에 이를 정도였다. 이에 팀은 그녀가 기껏해야 에어리어 리그 프로검투사 수준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는, 1,100만 크랑에 이르렀던 몸값을 740만 크랑까지 다운시킨 상태였다.그러나 600만 크랑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계속 판매되지 않고 이대로 시간을 보낸다면 몸값이 낮아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에는 이 정도 금액으로 거래할 수는 없었다. 사실 740만 크랑도 훈련비와 초기 구매비용을 생각해봤을 때, 간신히 손해를 벗어나는 수준이었다.“글쎄요. 600만 크랑을 계속 고집하신다면 저로서도 딱히 이번 거래를 추진할 수가 없습니다만…….”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레이메이가 살기를 담은 눈매로 그를 쏘아봤다. 주인을 얻을 기회를 단지 140만 크랑의 차이로 놓치기에는 너무나 억울했다. 그녀는 카일의 발을 지그시 밟고는 협박하듯 말했다.9/13 쪽 “죽지는 않으시겠지만, 앞으로 두 다리로 걸어 다니실 수는 없을 것이에요. 제가 실수를 해서 창을 놓칠 때는 강맹한 힘이 담기거든요.”카일이 침을 꿀꺽 살피고는 레이메이의 눈치를 살폈다. 말투에 뼈가 있는 것이 절대 협박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연방 헛기침을 토해내고는 다시 협상안을 제시했다.“흐흠. 그럼 700만 크랑 정도라면, 어떻겠습니까?”700만 크랑이라면 전보다 40만 크랑이 낮아진 가격이었다. 급한 사정에 이 정도 가격 인하를 이뤄냈다면 전혀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하지만, 그는 정말 지금 당장은 600만 크랑 이상을 제공할 수가 없었다.“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지금은 돈이 없어서 600만 크랑 이상을 부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100만 크랑에 대해 두 달 정도 유예기간을 준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용의가 있습니다. 그때는 제가 어느 정도 자금 사정이 풀리니까요.”카일이 그와 레이메이를 연달아 바라보며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100만 크랑 정도라면 까짓것 두 달 유예기간 두지 못할 리는 만무하지만, 갓즈나이츠팀은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팀이었다. 수입이 없는 팀이 100만 크랑이라는 돈을 쉽게 갚을 수 있을 리가 만무할 테니, 확실한 보장이 있기 전까지는 트레이드를 성사시킬 수가 없었다.10/13 쪽 “말씀하신 제의는 충분히 받아 드릴 수는 있지만, 100만 크랑이라는 돈을 어떤 방식으로 갚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를 않습니다.”“일단 승격에 성공하면 프로협회에서 승격보조금이 나옵니다. 일단은 여기서 100만 크랑을 드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확실히 프로로 승격하면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관례상 프로협회는 우승팀에게는 600만 크랑, 준우승팀은 300만 크랑, 3위 팀은 150만 크랑을 제공하게 되어 있었다. 말대로 승격만 된다면 100만 크랑 정도는 쉬이 갚을 수 있었다.하지만, 카일은 콧방귀를 끼며 거절 의사를 표했다. 일정으로 보아 지금쯤 에어리어 승격토너먼트는 겨우 16강에 들어설 시기였다. 확실히 올라간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그 큰돈을 유예시켜 줄 수는 없었다.“지금 그 말을 믿고 제가 100만 크랑을 유예시켜 드리리라고 생각하십니까?”“물론 아닙니다. 만약 승격이 안 되면 제 주식의 일부를 팔아 메워 드릴 겁니다.”“보유한 주식의 일부요? 대체 얼마나 있으신데요.”“개인 정보라 자세히는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프로협회가 제시하는 승격요건을 맞출 수 금액 이상입니다. 100만 크랑 정도라면 충분히 갚고도 남음이 있는 돈이라고 할 수 있죠.”프로협회에서 제시하는 승격요건을 맞추려면 적어도 2억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11/13 쪽 것이 이 계통의 통설이었다. 그렇다면 100만 크랑 정도는 쉽게 갚을 수 있으리라 예상되었다. 승격에 성공하면 승격보조금으로 갚고, 실패하면 승격을 대비해 준비해놓은 자금 중 일부를 내놓으면 그만이었다.“좋습니다. 그럼 범석님을 믿고 오늘 당장 이번 거래를 매듭짓겠습니다. 만족하시겠습니까?”“물론입니다. 빨리 거래가 성사될수록 저는 좋으니까요.”“그럼 저는 서류작업과 윗분들에게 결제를 위해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예. 알겠습니다.”카일이 곧 나가 이적관련 문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서류들에서 단지 금액과 갑을 관계만 변경하면 되었던 탓에 그리 오래지 않아, 단장실로 향할 수 있었다.단장의 결제를 받는 일은 너무도 쉬었다. 설정 가격에서 40만 크랑이 다운되었지만, 700만 크랑에 성장성이 극히 낮은 레이메이를 판매할 수 있다니 만족이었다. 이 정도 금액이면 괜찮은 팀 내 후보급 검투사를 영입할 수 있었고, 주전급 영입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결국, 범석은 오후쯤에 되자 600만 크랑을 넘기고, 레이메이에 대한 모든 거래를 완료시켰다. 12/13 쪽 ============================ 작품 후기 ============================ 그냥 하루 확 밀었습니다. 너무 시간에 쫓기다 보면 글이 엉망이 될 듯싶어서요. ^^;;;;; 나중에 비축분이 쌓이면 확실히 보상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그럼 모두들 오늘 하루 편안히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13/13 쪽 < -- 에이번드 승격토너먼트 -- > “자. 올라와라.” 아론의 안으로 먼저 들어간 범석이 레이메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주인의 호의를 받아들인 그녀는 붉은색 하이힐이 신겨져 있는 다리로 차분히 계단을 밟으며 내부로 들어섰다.옆을 스쳐 지나갈 때 풍겨오는 그윽한 향기. 아무래도 서류를 작성하고 거래를 하는 사이 단단히 치장한 모양이었다. 씩 한 번 웃은 그가 레이메이를 데리고 근처 좌석으로 가 앉았다. “아론 출발해.” - 네. 알겠어요. 이윽고 서서히 공중으로 상승한 아론이 빠르게 리마시티를 향해 날아갔다. 창가 사이로 흰 구름이 계속해서 스쳐 가는 광경이 보일 무렵, 범석이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흑진주와 같이 반짝이는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치파오 치맛자락 옆으로 살짝 드러나 있는 허벅지 살을 보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길게 뻗은 미려한 다리가 그리 탐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는 레이메이가 앉은 좌석 등받이를 뒤로 넘기고는 그 위로 올라탔다. 회1/13 쪽 “우리. 레이메이 참 예쁜데. 한 번 속살도 예쁜지 봐야겠다.” 긴장하며 얼굴을 붉게 물들인 그녀가 가쁜 호흡을 내쉬었다. 자신의 갈라진 치마 속으로 침투하는 범석의 손길을 느꼈던 탓이다. “네, 네. 제 몸은 범석님의 것이에요. 얼마든지요.” 서서히 내려가는 꽃무늬 팬티와 함께 치파오의 치마 부분이 옆으로 완전히 접혔다. 덕분에 노출된 하체에서 작게 피어난 검은 숲 속의 꽃봉오리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범석은 이제 저 속살이 자신의 애물로 짓밟히게 된다고 생각하니 벌써 흥분이 되었다. 그는 모든 옷가지를 벗어 던지고는 두 손으로 우악스럽게 레이메이의 치파오의 상체부위를 마구 찢어대기 시작됐다. 마음은 급한 데, 이국적이고 생소한 옷이라 벗겨 내는 방법을 잘 몰랐던 탓이다. 이윽고 여실하게 드러난 그녀의 가슴살이 상하로 진동하며 범석의 시선을 자극했다. “흐흐흐. 기쁜 마음으로 레이메이 너를 가져가 주마.” 육욕으로 가득 찬 그가 우뚝 솟은 애물을 레이메이의 음부 바로 앞에다 가져다 대었다. 주인의식을 앞둔 엘프에게 애무는 금물. 바로 행위를 시작하려는 것이다.2/13 쪽 “버, 범석님…….” 레이메이가 자신의 하체 밑으로 자세를 잡는 그를 보고는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욕망으로 가득 찬 그의 눈빛은 핏줄이 설정도로 충혈되어 있었다. 이제 평생을 기다리던 주인의식의 순간이 도래하고 있었다. 그녀는 미려하게 뻗은 두 다리로 범석의 허리를 감싸고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 하체를 사정없이 쩔러 들어오는 기괴한 물체를 느껴지자 미간을 찡그렸다. 내부를 가리고 있던 얇은 살결이 쭉 늘어나며 약간의 통증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윽고 탄성은 한계까지 이르고 짧고 극심한 고통과 함께 격렬한 감정의 변화가 레이메이의 뇌리 속을 파고들었다. 주인을 맞이하여 진정한 엘프가 되었다는 신호였다. 그녀는 가슴 깊은 곳에서 비롯되는 진한 감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짙고 투명한 액체를 눈가 사이로 흘렸다. “흑흑. 주, 주인님. 주인님을 모시게 되어 정말 기뻐요. 흑흑.” 범석이 미소를 띤 얼굴로 손을 뻗어 레이메이의 눈시울을 닦아주었다. 어느새 그녀의 한쪽 눈이 검게 물들어가며, 다른 한쪽과 동일한색으로 변모해갔다. “후후. 그래. 이제부터 잘 부탁한다.” “흑흑. 네. 주인님의 말씀이라면 무엇이든 따를 것이에요.”3/13 쪽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뻗는 레이메이. 범석은 그녀와 시선을 마주하며 허리를 밀어 천천히 애물을 관통시켜나갔다. 흘러나오는 핏물로 진행이 좀 퍽퍽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의 몸을 즐기는데 아무 상관이 없던 탓이다. 아니, 애물에 더욱 많은 자극을 줄 수 있으니 그로서는 반길만한 일이었다. 이내 뿌리까지 완전히 파묻은 범석이, 줄줄 새어나오며 가죽 시트를 적시고 있는 선혈을 잠시 감상했다. 그리고 그것을 흥분의 방아쇠로 삼은 그가, 음욕으로 가득 찬 신체를 고삐가 풀린 듯 전후로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푹퍽푹퍽. 푹퍽. 누구도 범접하지 않았던 레이메이의 부드러운 속살이, 범석의 흉측한 애물에 짓밟히며 실내 안을 가득 넘쳐 흐를 정도로 진한 육음을 터트려댔다. 격렬하게 파고들고 빠져나오기를 반복하는 그의 물건은 서서히 핏빛으로 물들어 갔고, 찢겨 넝마로 변한 치파오는 둘 사이에서 흘러나온 혼합물로 흥건히 젖어가고 있었고, “아윽! 하윽!!” 극심한 마찰과 함께 짓이겨지는 파괴된 처녀지로, 레이메이는 톤이 높은 신음을 흘려댔다. 하지만, 범석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물결 치듯 허리를 흔들며 그녀의 몸속 깊은 곳까지 애물을 출입시켜나갔다. 엘프란 주인들을 위하여 목숨도 아끼지 않는 4/13 쪽 존재. 함부로 행위를 멈췄다가는 주인을 실망 시켰다며 자괴심에 빠져들 수가 있었다. 레이메이를 위한다면 배려 없이 마음껏 즐기다가 몸속에 자신의 씨앗을 마음껏 뿌려야 했다. 푹퍽. 푹퍽푹퍽. 레이메이가 어느 순간, 몸을 뒤척이기 시작했다. 통증이 감각이 서서히 줄어들고, 하체에서 비롯된 이상하고 야릿한 신호가 계속해서 뇌리를 파고들었다. 주인의식 수행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각으로, 몸을 점점 달아오르게 하는 것이 기분 좋은 느낌을 선사하고 있었다. 점점 몸이 달아오른 그녀가 거친 숨을 내쉬면서 범석의 거친 행위에 몸을 맡겼다. “으음. 으읍. 아윽!” 레이메이가 신음을 죽인 채, 풍만한 가슴이 출렁일 정도로 헐떡거렸다. 두 눈의 초점은 흐릿해져 갔고, 주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촉촉이 젖어들고 있었다. 하체에는 핑크빛 포말이 일정도로 강렬한 삽입이 계속되었지만, 어느새 아픔은 환락의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전혀 상관없는 감각으로 전락해버렸다. 어느새 둥글게 말려진 그녀의 발끝이 서서히 떨리기 시작하며 몸 전체로 퍼져 나갔다.5/13 쪽 “하아 ……하아……하아 …… 으으음…!!” 찢긴 치파오가 바닥에 흘러내리도록, 범석의 행위가 짐승의 그것 마냥 과격해져 갔다. 격렬한 움직임으로 온몸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난폭한 피스톤운동은 튼튼한 이음쇠로 고정된 좌석을 요란할 정도로 삐걱거리게 할 정도였다. 지금 그에게는 오직 레이메이의 몸을 어떻게 즐길까로 가득 차 있었다. 푹퍽푹퍽. 푹퍽푹퍽. 푹퍽. 레이메이의 탄력 있는 엉덩이가, 범석의 치댐에 추잡한 물결이 일으켰다. 활처럼 휘어진 등은 바르르 떨리고 있었고, 검붉은 색의 유실이 달린 풍만한 두 가슴이 상하로 출렁거렸다. “레이메이 어때? 지금 기분이?” “아아! 주, 주인님……. 하아!” 그녀는 범석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힘겹게 끄덕일 뿐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표현이었지만, 충분히 그녀의 기분을 알 수 있을 듯했다. 입가에 미소를 건 범석이 질겅거리는 음부의 소리를 연주하며 애물을 압박해오는 느낌을 감상해나갔다. 좁은 입구와 엘프학교에서 이론으로만 배웠을 법한 어색한 기교. 핏물로 말미암아 까슬 거리는 마찰과 흡입하듯 빨아들이는 흡착력. 이 모두가 레6/13 쪽 이메이가 처녀였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적극성이 몸에서 배어 나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주인을 위한다는 마음이 영향을 미친 듯싶었다. “아앙!! 주, 주인님……. 아아!! 전 여, 영원히 주인님만을 위해 살 것이에요!!” 그 말과 동시에 꽃봉오리의 빨아들이는 흡입력이 강해졌다. 마치 음부를 완전히 흡착시키려는 느낌이었다. 너무나도 강렬한 자극과 뜨거운 내부의 열기로 애물이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엘프의 본능이 처녀라는 한계를 넘어 그녀를 요물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짜릿한 감각에 범석의 고개가 절로 뒤로 젖혀졌다. ‘역시. 엘프는 엘프군 아주 훌륭해.’ 신비한 여체에 대한 찬사를 터뜨린 그가 욕망의 젖은 눈빛으로 레이메이를 바라봤다. 남자의 욕망을 극한까지 이끌어내는 엘프의 몸. 수없이 경험해왔지만 언제나 새로운 맛으로 절로 감탄을 터뜨리게 하고 있었다. 어느 때는 풋풋한 시골처녀와 같은 맛을 보이는가 하면, 어느 순간에 돌변해 마치 욕정에 휩싸인 암캐와도 같은 몸짓을 보여주고 있었다. “으읏. 우리 레이메이 대단한데.”7/13 쪽 “아아!! 저, 정말요?” “크으. 그래. 기분 좋아.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그녀가 황홀한 눈빛으로 범석을 쳐다봤다. 주인에게 칭찬을 받다니, 엘프에게 이만한 상급도 없었다. 감동한 레이메이가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며 그의 추잡한 행위에 리듬을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푹퍽푹퍽푹퍽푹퍽. 푹퍽. 범석의 허리 진동이 부드러워지고 빨라졌다. 다량으로 흘러나오는 윤활제로 움직임이 편해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미끈거리는 감촉과 촉촉한 질감이 애물을 감싸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이질감을 선사하고 있었다. 어느새 서로의 접합 면에서는 거친 바람 소리가 아닌, 묘할 정도로 은은한 음률이 흘러나왔다. “아아!! 하아!! 하아앙!! 아앙!!” 레이메이가 상체를 들어 요염하게 물든 눈빛으로 범석의 하반신과 유린당하는 자신의 음부를 바라봤다. 동물처럼 허리를 흔들어대는 모습과 핏물이 흥건한 애물의 색채가 가히 보기에는 좋지 않았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1년 전 프로검투사가 되며 포기했던 꿈이 오늘 이루어졌던 탓이다. 엘프학교에서는 그 누구도 프로선수가 되면 주인을 맞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8/13 쪽 주지 않았다. 엘프학교에 커다란 금전적 이득을 가져다주는 사업이기에, 선생님들과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고 외부의 출입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었던 탓이다. 그래서 그녀는 블랙 스완팀에서 자신을 영입한다는 사실을 듣자, 크게 기뻐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해버렸다. 프로가 되어 많은 돈을 벌면 주인에게 예쁨을 받게 된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모진 훈련 수행하고 블랙 스완팀에 들어간 레이메이는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을 맛봐야 했다. 첫날 저녁 무렵 선배검투사 언니에게서 프로팀의 소유가 된 엘프들은 워커옥션마켓에 가기 전까지는 절대 주인을 모실 수 없다는 들은 탓이다. 이에 그녀는 자신을 팀에 데려온 스카우트에게 달려가 행패에 가까운 질타를 쏟아내며, 왜 자신을 이 꼴로 만들었는지 따졌다. 그러나 그자의 입에서는 사과는커녕 너무도 말이 흘러나왔다. 닥치고 팀 생활을 착실히 해나가지 않는다면, 훗날 워커옥션마켓에 보내지 않고 영원히 팀에 남겨 두겠다는 협박이었다. 결국, 레이메이는 항복을 하고 자신의 처지에 순응했다. 화풀이하는 일이 결코 주인을 얻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계속 행패를 부렸다가 괘씸죄에 걸려 워커옥션마켓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자신은 영원히 주인을 얻을 수 없었다. 이후 그녀는 수십 년 지나면 주인을 맞이할 수는 희망만을 가슴 안에 품고 하루하루를 근근이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1년이 갓 넘은 오늘. 뜻밖에도 주인을 얻게 되었다.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가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레이메이는 마치 왕자님에게 춤 신청을 받은 신데렐라의 심정으로, 12시가 되면 꿈이 깨게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하체에서 희미하게 느껴지는 통증과 진하게 전해오는 야릿한 쾌감은 지금이 결코 꿈이 9/13 쪽 아님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과 같은 환희를 안겨준 주인에게 거듭 감사를 표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음부에 힘을 주어 애물에 자극을 주었다. 푹퍽푹퍽푹퍽푹퍽. 푹퍽푹퍽. “하앙! 하아! 아앙! 주, 주인님. 하아!!” 레이메이의 거무스름한 눈동자가 항시 범석을 직시하고 있었다. 표정에는 육욕을 넘어 황홀함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는 살며시 레이메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애정 어린 눈빛을 보냈다. 이제 자신의 엘프가 되어버린 그녀는 항시 자신을 갈망하며 영원히 따를 터, 그 충성심에 미리 자그마한 보상을 선사하고자 함이었다. 어느덧 레이메이의 시선이 흐릿해지며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꿈을 이뤘다는 성취감과 주인의 과격한 애정. 그리고 계속해서 쏟아져 들어오는 쾌락의 감각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범석의 몸을 꽉 부여잡고 절정을 순간을 만끽해갔다. “아아! 주, 주인님! 하앙!! 하아!! 도,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요!! 하악!!” 이는 그도 마찬가지였다. 충만한 육벽의 감촉으로 사정감이 등골을 타고 뇌리로 쏟10/13 쪽 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쏟아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최상의 분출감각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범석은 계속해서 애물에 연한 그녀의 감촉을 부여하며 마지막으로 가는 행위를 선보였다. 푹퍽푹퍽푹퍽푹퍽. 푹퍽푹퍽. “크으. 레이메이. 기다려.” “하아!! 제발. 주인님! 하아앙! 하앙!” 잔상이 남을 정도로 흔들리는 피스톤 운동과 함께 범석이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절정의 파도가 아랫배에서 요동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여러 번 작게 반복해서 속삭이다가, 극한보다 좀 더 지났을 무렵. 과감하게 둑을 열어젖혀, 뜨거운 백탁의 성액을 레이메이의 음부 안으로 힘껏 터뜨려 버렸다. 쾌감의 물결에 쌓여 몸을 부르르 떠는 범석이,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내부로 들어온 주인의 씨앗의 여운을 감상하는 그녀를 바라봤다. “레이메이. 어때 감상이?” “헉헉. 제가 주인님을 섬겼다는 사실이 꿈만 같아요. 앞으로 주인님을 위해 갓즈나이츠팀에서 열심히 뛸 거에요.” “후후.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한다.”11/13 쪽 하며 그가 차창 밖을 내려다봤다. 낯익은 도심 풍경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리마시티에 거의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여전히 애물을 레이메이의 음부 안에 꽂은 채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레이메이. 너 글은 읽을 줄 알아?” 그녀가 시선을 돌리며 우물쭈물했다. 약간은 읽을 줄 알지만, 대부분의 글귀를 기묘한 모양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레이메이는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을 주인 앞에 드러내야 한다는 사실에 어쩔 줄을 몰랐다. “저, 저기 그게 잘은 못 읽어요. 검투 영재교육을 받아서, 학교공부를 등한시했거든요.” 그럴 줄 알았다는 양 범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엘프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최소한 지력이 40 이상이 나와야 하는데, 그녀는 18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작정 훈련만 수행하다가 머리가 돌이 되었다는 얘기였다. 당연히 코치가 전해주는 훈련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을 리가 없으니, 훈련성과인들 제대로 나올 리가 만무했다. 확실히 레이메이는 일단 공부에 매진시키는 것이 좋다고 생각됐다. 일단 지력 30만 되도 검투에 관련한 모든 사항을 이해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12/13 쪽 “으음. 그래. 그럼 레이메이 너는 이번 승격토너먼트가 끝나는 대로 과외 선생님을 붙여줄 테니까. 착실히 공부해야 한다. 알았지?” “네. 주인님이 원하신다면 열심히 할게요.” 기특하다는 듯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은 범석이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첫날인 만큼, 레이메이에게 많은 애정을 쏟아부을 필요가 있었다. 곧 실내 안은 거친 육음과 교성으로 가득 메워져 갔다.============================ 작품 후기 ============================ 참. 이상하네요. 갑자기 선작수와 조회수가 확 늘어버렸습니다. 순위도 상위권 안에 들고요. 30위권에서 놀다가 갑자기 이러니 영 적응이 안되네요. ^^;;;;; 처음에는 암마 찾아봐도 없기에 100위권 밑으로 떨어진줄 알았습니다. ^^;;;;; 전날 한 편 제낀게 문제가 된 것 같아서 걱정도 많이 됐고요. 하하하. 후후 그래도 기분은 좋습니다. 저도 글쟁이의 한 명으로서 독자님들에게 관심은 무척 힘이 되니까요. ^^. 그럼 전 또 열심히 글을 쓰러가봐야겠습니다. 모두들 뜻깊은 하루 되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 작품 후기 ============================ 참. 이상하네요. 갑자기 선작수와 조회수가 확 늘어버렸습니다. 순위도 상위권 안에 들고요. 30위권에서 놀다가 갑자기 이러니 영 적응이 안되네요. ^^;;;;; 처음에는 암들고요. 30위권에서 놀다가 갑자기 이러니 영 적응이 안되네요. ^^;;;;; 처음에는 암마 찾아봐도 없기에 100위권 밑으로 떨어진줄 알았습니다. ^^;;;;; 전날 한 편 제낀게 ============================ 작품 후기 ============================ 참. 이상하네요. 갑자기 선작수와 조회수가 확 늘어버렸습니다. 순위도 상위권 안에 들고요. 30위권에서 놀다가 갑자기 이러니 영 적응이 안되네요. ^^;;;;; 처음에는 암 < -- 에이번드 승격토너먼트 -- > 갓즈나이츠의 16강전 상대는 윈드 시걸즈팀이었다. 시드를 받은 세미프로팀이었지만, 개중 약해 손쉽게 상대할 수 있는 팀이었다. 하지만, 하이에나그룹에서 13명의 검투사를 임대해주니 얘기가 달라졌다. 출전자 19명이 전부 현역프로이거나 과거 프로출신의 검투사로 메워져 버린 탓이다. 이에 범석은 16강전에 첩자를 이용한 기만전술이 아닌 통상적인 전략으로 임했다. 주전급과 2진급이 거의 비슷한 수준의 전력이었기에, 출전 순서 변경으로 인한 이득이 거의 없었던 이유에서였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내부첩자를 안심시키는데, 이번 경기를 소모하는 편이 나았다. 그래도 이날 갓즈나이츠는 라운드 전적 2승 2무로 16강전을 무사히 통과했다. 와글와글. 와글와글. 금방이라도 빗줄기가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우중충한 날씨였다. 낮게 깔린 잿빛 구름은 5월의 포근함을 앗아가며 주변에 냉기를 뿌리고 있었다. 하지만, 리마시티 콜로세움의 열기는 뜨거웠다. 오늘이 바로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16강전이 벌어지는 날이던 탓이다. 아무리 그간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고는 하지만, 새롭게 변모한 팀전력은 팬들에게 부푼 꿈을 안겨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이런 인파들을 헤치며 범석이 다이아나와 함께 매표구를 향해 걸어갔다. 그도 오늘 경기를 참관하러 이곳을 찾아왔던 것이다. 8강전을 3일 앞으로 둔 이 시점. 훈련도 회1/12 쪽 좋지만, 적팀의 전력을 눈으로 직접 보는 일도 무척 중요했다. 물론 TV화면을 통해 봐도 상관없는 일이지만, 실제 눈으로 경기를 보는 것과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그는 곧 25장의 표를 구매하고는 멀리 떨어져서 한자리에 모여 있는 갓즈나이츠 팀원들을 불렀다. “야. 다들 이쪽으로 와! 인파들이 많으니까 서로 헤어지지 않도록 조심들 하고!” “네. 주인님. 지금 가요.” 짧게 대답한 레이미가 팀원들을 이끌고 그에게 다가갔다. 먼저 다이아나에게 표 한 장을 건네 범석이 다가오는 순서대로 팀원들에게 표를 나누어 주었다. “자. 잘 간수 해라.” 위잉. 위잉. 위잉.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범석이 손을 멈칫하고는 먼 하늘을 바라봤다. 모습으로 보아 분명히 구급차. 그의 얼굴에 잔뜩 기대감이 서리고 있었다. 혹시나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원 중에 부상자가 생겼나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이내 범석이 실망한 기색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냈다. 지금은 경기 시작 전이었고, 입구를 통해 부유식 들것에 실려 나오는 환자는 엘프가 아닌 바로 일반 남성이2/12 쪽 었다.그가 혀를 쩝 다시며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환자의 옆에 있는 검은 머칼의 의사를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말아 올렸다. ‘으음? 수잔 씨가 왜 여기 있는 거지? 협회의 부탁으로 파견 나왔나?’ 수잔은 미하일 치료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외과의사로, 과거 비너스가 큰 부상을 당했을 때 치료해 준 적이 있었다. 초기에는 문병 겸해서 관심을 두고 공략을 시도했지만, 근래에 팀 관리 때문에 바빠 차츰 잊혔던 여인이었다. 이렇게 우연하게 다시 만나게 됐으니, 잠시 인사를 나누며 다시 관계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었다. 범석이 뒤돌아서서 팀원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이아나와 레이미는 나머지 팀원들을 데리고 먼저 관람석에 가 있어. 나 지금 갈 데가 있다.” “네.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다녀오세요.” 갓즈나이츠 팀원들에서 떨어져 나온 범석이 수잔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 마침 공중으로 뜨는 응급 플라잉 카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범석이 슬며시 뒤로 다가가 행인인 척 말을 걸었다. “누가 다치기라도 했나 보죠?”3/12 쪽 계속 응급차만을 바라보는 수잔이 대답했다. “네. 스텐드로 올라가는 층계에서 관중 한 명이 발을 헛디뎌서 좀 다쳤어요.” “이런. 어쩌다가 그런 일이……. 많이 다쳤습니까?” “으음. 글쎄요. 뼈는 이상이 없지만, 발목 부위가 부어오르는 것을 봐서는 아마도 근육 쪽에 손상이 있는 것 같아요. 자세한 것은 MRI진단기로 봐야 아는데, 여기 의무실에는 없더라고요.” “아. 그렇군요. 그런데 수잔 씨께서는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 수잔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제야 범석을 바라봤다. “저, 저기 누구? 아! 범석님이시군요!” 범석이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었다. 치료센터를 나간 이후로 일 년 가까이 보지 못했는데, 단번에 알아보고 있는 것이다. 꽤 관심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하하하. 기억하시는군요. 혹시 저에게 마음이 있으셨던 것 아닙니까?” “호호호. 아니에요. 어디서 많이 뵌듯한 분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기에 관심 깊게 지켜보다가 알았을 뿐이에요. 워낙 과거에 일로 충격을 받아서 쉽게 떠올렸죠. 치4/12 쪽 료센터에서 그것도 치료 중인 엘프와 주종의식을 치른…….” 범석이 수잔의 입을 막고는 주위에 살폈다. 그때의 일은 절대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됐다. 만약 누군가의 듣고 방송에 제보했다가는 토픽감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개망신당해야 했다. 다행히 주변에 보는 눈이 없을 확인한 그가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수잔씨. 그 일은 비밀로 해주십시오. 알려지면 제가 얼굴을 못 들고 다닙니다.” “호호호. 네. 걱정하지 마세요. 환자의 비밀을 지키는 일은, 저희 의사들의 불문율이니까요.” 미소를 지은 범석이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그것참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제가 경기를 하는 모습은 언제 보셨습니까?” “네. 32강전에요. 그때도 제가 담당 구급의였거든요.” “아. 그래요? 그런데 왜 아는 척을 하지 않으셨습니까?” 멋쩍은 표정을 지은 수잔이 살짝 웃었다. “그냥요. 경기하시는 데에 방해되는지 싶어서요. 스포츠선수들은 경기 전에 신경이 5/12 쪽 많이 예민해지잖아요. 집중도 해야 하고요.” 그가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경기 전에는 시합에 집중하다 보면 신경이 예민해지기 일쑤였다. “아. 네. 그렇군요. 하긴 경기 전에는 다 그렇죠.” “그런데. 범석님. 오늘은 경기가 없을 텐데, 왜 콜로세움을 찾아오신 건가요?” “경쟁팀 전력 탐사차원에 왔습니다. 오늘 붙을 양 팀 중 하나를 8강전에 만나게 되거든요.” 곰곰이 대진표를 계산해보던 수잔이 돌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정말 오늘 승자가 갓즈나이츠와 맞붙네요. 으음. 그런데 참 고민이 많으시겠어요. 얘기를 듣기로는 오늘 출전하는 팀 모두가 강팀이라고 하던데요.” “하하하. 네. 그래서 부탁인데 간혹 경미한 부상자가 생기면 바로 4주 진단만 내려서 치료센터에 보내주십시오. 다음 경기에 못 나오게 말입니다.” “호호호. 농담도 참……. 어차피 치료센터에서 검진하면 바로 드러날 일인데요.” “하하하. 그렇겠군요.” 미소로 응답한 수잔이 시계를 한번 힐끔 쳐다봤다.6/12 쪽 “그런데 저와 이렇게 대화를 나눠도 되나요? 조만간 경기가 시작될 텐데요.” “저는 상관없습니다. 혹시 수잔씨 바쁘신 일이라도 있습니까?” 물론 바빴다. 부상자를 응급차에 실어나르느라 이렇게 밖으로 나왔을 뿐, 지금도 여전히 업무시간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시합이 열리면 불의의 사태를 대비해 항시 의료실에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아. 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의료실로 가봐야 해서요.” 그가 안타까운 빛을 얼굴에 새겼다. 헤어지면 언제 또 만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뒤돌아서기가 못내 아쉬웠다. 그녀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다시 연락을 취할 수 있을 만큼 친분을 만드는 편이 좋았다. “아 그렇겠군요. 이거 바쁜 분을 계속 붙들고 있었네요. 그런데 죄송하지만 잠시 5분만 계속 대화 좀 나눴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시간이 되십니까?” “으음. 5분 정도라면 시간이 나긴 하는데요. 그 이상은 힘들어요.” 범석이 손으로 경기장 앞에 조성된 간이 공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저기서 차나 한잔하시며 계속 대화를 나누죠.” “네. 그러시죠.”7/12 쪽 그녀를 데리고 공원으로 간 범석이 긴 벤치 옆에 놓인 자판기에서 3크랑짜리 고급커피를 뽑아 건네주었다. 한 모금을 마신 수잔이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런데 그때 제가 치료한 엘프가 비너스죠?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네. 맞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보다시피 언제 그랬다는 양 펄펄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사실 당시 꽤 위험했었거든요. 상처는 별것 아니었지만, 치료시기를 놓쳐 출혈이 너무 많았어요.” “네. 저도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철렁거립니다.” 범석이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려다 말고, 느닷없이 질문을 던졌다. “그나저나 수잔씨는 여기 리마시티 콜로세움에 무슨 일입니까? 치료센터에 요청이 들어와서 파견 나오신 건가요?” “........” 그 말에 찹찹한 감정이 들었는지, 수잔이 멍하니 커피잔 안에서 이는 물결을 바라봤다. 얘기하자면 너무도 길었다. 그녀가 근무하던 미하일치료센터의 원장은 꽤 돈을 밝히던 인사였다. 원무과에 자8/12 쪽 신의 조카를 실장으로 세워놓고는 그로 하여금 돈이 될 만한 환자만을 받도록 직접적으로 명령하는 가하면, 의사를 닦달해 사소한 병에도 고가의 약재를 투여해 치료비를 상승시키도록 했다. 거기다가 세금 포탈은 물론,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는 일도 아까운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월급을 깎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환자가 병원에 실려 오는 일이 생겼다. 가난하고 나이 든 주인을 모시고 있던 늙은 엘프였는데, 크게 다쳐 긴급한 수술을 요하는 상태에 빠져 있었다. 다행히 그날은 원장과 조카가 세미나를 이유로 자리를 비운 터라, 수잔이 친하게 지내는 한 원무과 여성직원과 공모해 몰래 무료로 치료해주었다. 하지만, 이 비밀은 오래가지 못했다. 몰래 이 장면을 본 원장 소유의 간호사 엘프가 이를 고해바친 것이다. 결국, 이 일로 수잔은 원장에게 크게 꾸지람을 들었고, 중간에 열이 받은 그녀는 버럭 대들고는 치료센터를 그만두었다. 돈만 아는 원장의 얼굴이 꼴도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후후. 좀 참지. 그랬습니까?” “범석님께서 그때 상황을 몰라서 그래요. 얼마나 화가 나는지. 정말 참을 수가 없었어요. 글쎄 원장이 돈 없는 인간은 무조건 게으른 자이니, 죽어 없어지는 게 세상을 위한 일이라는 것이에요. 이게 말이 돼요.” “이런 그런 몸쓸 사람이 있나. 게다가 부상당한 자 엘프지 인간이 아니지 않습니까?” “호호호. 제가 바로 그 말을 했다가 싸움이 대판 붙었죠. 쓸데없이 말꼬리를 잡는다9/12 쪽 고 원장이 크게 화를 냈거든요. 저도 덩달아 맞받아 쳤고요.” 결국, 미하일 치료센터를 나온 수잔은 다른 치료센터를 상대로 구직 활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원장이 꽤 좀스러웠는지, 그녀가 가는 곳마다 가진 비방을 다 늘어놓으며 취직을 방해했다. 나름 리마시티에서 잘나가는 원장이었던지, 수잔은 쉽사리 일할 자리를 찾지 못했고 이래저래 반년 동안 백조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직업소개소에서 아마추어 검투협회에서 이번 승격토너먼트 동안 일할 엘프와 개조인간 전문 외과의사를 모집한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고, 다른 일자리를 찾기 전에 생활비나 벌어볼 겸 이곳에 와서 진료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었다. “아? 그럼. 지금은 따로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입니까?” “네. 그렇죠. 조만간 취업해야 하겠지만요.” 범석이 턱을 괴며 유심히 수잔을 바라봤다. 전에 살펴본 바로 그녀는 꽤 출중한 의사였다. 어차피 프로로 올라가게 되면, 팀 닥터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법. 이 기회에 스카우트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잔을 공략 못 한 이유는 얼굴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장소에서 지내다 보면 정이 들고 애정이 싹틀 터, 언젠가는 살을 비비며 뜨거운 밤을 보낼 수 있었다. 결심한 범석이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로 했다. “수잔씨. 혹시 당장 오라는 치료센터는 있습니까?”10/12 쪽 “아직은 없어요. 있었으면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지 않겠죠.” “그럼 저기. 부탁이 있는데요. 열흘 정도만 더 기다려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건 왜요?” “실은 열흘 정도면 저희 팀이 프로로 승격될지가 확실히 결정됩니다. 만약 프로로 올라가게 되면 저희는 반드시 팀 닥터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 자리를 수잔씨가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뜻밖의 영입제의에 수잔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번 승강 토너먼트가 끝나는 즉시 백조 생활로 돌아가기에 무척 솔깃한 제안이기도 했지만, 몇 번이나 봤다고 자신을 중요한 팀 닥터의 자리에 앉히겠다니 그 연유가 궁금했다. “저를 팀 닥터로 생각하시는 이유가 뭐죠? 사실 범석님은 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지는 않잖아요. 경력이나 자격증 그리고 인적사항 같은 것 말이에요.” “간단합니다. 저번 비너스를 치료한 일로, 전 누가 뭐래도 수잔씨를 꽤 유능한 의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격증이야 치료센터에 다니셨으니 분명히 가지고 계실 터이고, 경력이야 실력을 인정하니 별 따질 이유가 안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인적사항은 가난한 주인을 둔 엘프를 무료로 치료해 주실 정도이니, 따로 서류를 보지 않아도 아주 심성이 곱고 양심 있는 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고요. 그러니 더 주저할 필요가 없지요” 막힘없이 술술 풀어내니 수잔으로서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아니 자신을 높게 평가11/12 쪽 해주니, 기분까지 좋았다. 어차피 이대로 계속 백조생활을 하는 것보다야, 팀 닥터라는 새로운 경력을 쌓는 일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괜히 오지랖을 넓히다가 원장과 다투는 일도 싫었고, 자질구레한 검진을 제외하고는 그렇다 할 일이 없으니 몸도 편할 터였다. 그렇다면 문제는 단 하나였다. “저기. 급여는 얼마 정도나 주실 건가요?” “글쎄요. 저도 급작스럽게 제시한 일이라 딱히 생각을 해보지 않아서요. 한 연봉 40만 크랑 정도면 어떻겠습니까? 여기에 식비, 교통비 드리고 원하신다면 머물 숙소도 제공하겠습니다.” 40만 크랑이면 전에 다니던 미하일치료센터보다 5만 정도 적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여러 옵션에 숙소제공까지 합치면 더 낫다고 할 수 있었다. 대게 원룸의 월세가 매월 3천~4천 크랑 정도 하고, 식비나 교통비에 의한 지출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따져보면 수잔으로서도 결코 나쁜 조건이라 할 수 없었다. “그럼 그 제의는 프로팀으로 승격됐을 때만 유효하시는 거죠?” 그 말에 범석이 곰곰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승격되면 반드시 영입해야 하지만, 승격이 못돼도 그녀를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연봉 40만 크랑이 아까워 마음에 드는 여인을 놓칠 정도로 그의 주머니 사정은 빈약하지 않았다.12/12 쪽 까워 마음에 드는 여인을 놓칠 정도로 그의 주머니 사정은 빈약하지 않았다.============================ 작품 후기 ============================2연참 들어갑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12/12 쪽 < -- 에이번드 승격토너먼트 -- > “아니요. 승격 여부에 관계없이, 꼭 저희 팀에 모시고 싶습니다. 올해 탈락이 되더라도, 내년 내후년이라도 계속 도전을 할 테니까요.” “그래도 괜찮으신가요? 프로로 승격되지 못하시면 제 급여가 부담되실 텐데요.”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충분한 자금은 마련되어 있습니다. 한 천 년 정도는 문제없이 채용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데,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수잔은 그의 제의를 받아들이기로 완전히 마음을 굳혔다. “좋아요. 그럼 범석님의 영입제의를 받아 드릴게요.” “네. 그럼 이번 단기 아르바이트가 끝나는 즉시 저를 찾아오십시오. 연락을 안 주시면 제가 집까지 쫓아갈 테니 반드시 오셔야 합니다.” “호호호. 네 알았어요. 꼭 찾아갈게요. 아참! 그리고 혹시 팀에 사무를 볼 사람이 필요하지 않으신가요?” 느닷없는 이어지는 그녀의 질문에 범석이 관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승격만 된다면 사무직원들도 대거 뽑아야 했다. 산적한 사무업무처리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프로승격 조건 중에 사무직원에 사항도 언급되어 있었다.회1/12 쪽 “네. 승격만 된다면, 몇 명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혹시 여성직원도 되나요?” 여자라면 정말 반길 노릇이었다. 하렘 검투팀을 위해서는 남자들이 들어올 여지를 최대한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 내 세상에서 남성들이 엘프들에게 빠져, 여자들을 꺼린다는 설정이 있지만 그래도 어떤 변태 같은 작자가 있어서 중간에 연인 후보들을 채어 갈지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입니다. 왜 소개해 주실 분이라도 계십니까?” “네.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어떤 불쌍한 엘프를 돕기 위해 한 원무과 여직원과 함께 무료 진료를 해줬다고요. 저랑 친한 아이인데 최근까지 미하일 치료센터에서 일하다가 그만두고 나왔어요. 그때의 일로 원장 조카에게 단단히 찍혀서 더는 다니기 어렵다면서 말이에요.” 관심이 갔던 범석이 노골적으로 외모에 대해 물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예쁠수록 그의 마음은 흡족할 터였다. “아 그래요? 예쁩니까? 설마 뚱뚱한 것은 아니겠죠?” 수잔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왜 남자인 범석이 여성의 외모에 관심 두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말 못할 일도 아니었고, 이름도 묻기 전에 그 같은 질2/12 쪽 문으로 한 것으로 보아 채용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 같기도 했으니, 솔직히 대답하기로 했다. “몸매는 연약할 보일 정도로 마른 편이에요. 얼굴은 꽤 미인형이고요.” “오. 그렇습니까? 그럼 승격토너먼트가 끝이 나는 대로 한 번 같이 오시죠. 면접을 본 뒤에 어지간하면 채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겠습니다.” 수잔이 환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 탓에 직장을 잃고 하염없이 집에만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는데, 이제 걱정을 덜게 되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프로 검투팀의 사무직이라면 썩 괜찮은 자리였다. “고마워요. 그럼 나중에 꼭 한번 같이 갈게요.” “네. 꼭 기다리겠습니다.” 그녀가 시계를 힐끔 쳐다보더니,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직장을 얻는다는 생각에 하염없이 얘기를 나눴더니, 그만 5분이 훨씬 지나버린 탓이다. 아무리 기간제 아르바이트이고 곧 떠날 자리라지만, 한 번 맡은 일이니 소홀히 여길 수가 없었다. “저기. 범석님.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곧 경기가 시작될 것 같아요.” “아. 그래요? 그럼 가보십시오. 저도 경기를 관람해야 하니, 곧 올라가 봐야 합니다.” “그럼 나중에 뵐게요. 꼭 이번에 승격토너먼트에서 원하시는 성적을 거두시기를 바3/12 쪽 라요.” 그 말을 하고 난 수잔이 바로 경기장 입구를 달려나갔다. 이에 범석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득의의 표정을 지었다. 졸지에 공략할 여성 2명이 눈앞에 나타난 탓이다. 한 명은 얼굴도 못 봤지만, 마른 편이라고 하니 어느 정도 외모만 받쳐주면 꾀어 볼 참이었다. 그는 가슴이 작고 마른 체형의 여인을 무척 좋아했다. “여기인가?” E3-2라는 안내표지판 앞 입구 계단에 선 범석이 자신의 입장권을 확인했다. E3-2-077번. 번호를 봤을 때 자신의 좌석으로 가는 입구가 확실해 보였다. 그는 차분히 계단을 밟고 올라가 눈앞에 벌어지는 광경을 바라봤다. ‘휴. 대단하군. 역시 리마시티 터줏대감다워.’ 범석의 좌석 쪽은 스노우 트롤즈팀의 응원석이었다. 덕분에 멀리 앞에 있는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응원단이 한눈에 보였고, 그 위용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점박이 물결이 가득 좌석을 흘러넘치는데, 세어보지 않더라도 그 수가 족히 2만은 넘는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GA컵도 아니고 이런 인파가 몰려들었다는 얘기는 그레이트 하이에나의 명성과 두터운 팬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4/12 쪽 그래도 그에게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8강전이 바로 이 리마시티에서 열리는데, 자신들이 홈팀 배정을 받은 탓이다. 그렇다면 입장 수입의 7할을 받아가니, 수입이 꽤 짭짭할 듯 보였다. 피식 한 번 웃고 난 범석이 좌석 배치를 보고 팀원들을 찾아갔다. “어서 오세요. 주인님.” 레이미가 벌떡 일어나 마중하자, 범석이 어깨를 눌러 자리에 앉혔다. 경기장 입구에서 각 팀의 검투사들이 입장하고 있었던 탓이다. 곧 시합이 벌어질 터, 괜히 쓸데없이 인사를 받다가 경기장면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좌석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가만 앉아 있어. 곧 시합이 되니까 집중하도록 해.” “네. 알겠어요.” 자리에 그가 중앙 시내에서 진형을 이루며 서 있는 양 팀 검투사들을 바라봤다.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은 추행진으로 언제든지 돌격할 태세를 마련해놓은 상태였고, 스노우 트롤즈팀은 미리부터 방진을 짜며 앞으로 있을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후후. 불쌍한 스노우 트롤즈팀.’ 5/12 쪽 사실 범석과 줄리앙과의 대립에서 가장 피해를 본 자를 손에 꼽자면 바로 저 스노우 트롤즈팀이었다. 작년에 이맘때 강등되어온 팀으로 비록 에이번드 에어리그 하위팀이었으나, 아직 보유한 자금이 많아 현재까지 큰 전력 누수 없이 프로팀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에 세간에서도 이번 년도 승격 제1순위 팀으로 지목하고 있을 정도였고, 작년 가을 세미프로컵대회 결승에서는 오스칼과 에르피나가 빠진 갓즈나이츠를 크게 고생시킨 전적도 있었다. 그런데 웬걸. 이런 강팀이 지난달 열린 조추첨식에서 아주 멋들어지게 Cb시드를 뽑아버린 것이다. 덕분에 승격을 위해서는 막강한 전력의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와 갓즈나이츠를 연달아 깨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고, 이 소식을 접한 주주들이 일제히 주식을 팔아 팀 자산가치가 1억 크랑 미만으로 떨어지는 암울한 사태를 겪기도 했다. 솔직히 범석이야 흑사회의 원조라도 받지만, 이들은 추첨 한 번 잘못한 죄로 아무것도 모른 채로 저리 당하기만 하고 있었다. 하여간 이번 대회 가장 불운한 팀을 말하라면 바로 스노우 트롤즈라 할 수 있었다. - 자! 경기 시작됩니다! 장내 방송과 함께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이 중앙의 시냇물을 건너 스노우 트롤즈팀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선두의 선 이는 다크 하이에나후보 출신 로리아라는 검투사였고, 그 뒤를 제르미아가 바짝 따르며 보조하고 있었다. 곧이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양 진형이 서로 교차하며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아주 잠시뿐 로리아와 제르미아의 연합 공격에 스노우 트롤즈팀의 진형이 6/12 쪽 무너지며 한가운데가 뻥하니 뚫려 버렸다. 월드리그 후보 검투사와 2군 검투사가 적극성을 가지고 공격하는데, 아무리 에어리그 하위팀 급 전력이라도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게다가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에는 와이드리그 주전급 검투사가 다섯이나 더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괜히 보러왔나.’ 산산이 무너져내리는 스노우 트롤즈팀을 바라보는 갓즈나이츠 팀원들의 표정에 두려움이 잔뜩 묻어나오고 있었다. 딴에는 나름 강팀이라고 평가하고 있던 경쟁팀이 상대조차 되지 않고 있으니, 자신감을 잃어버린 모양이었다. 아무리 주전력이 두 명이나 빠졌다고 하나, 지난번 세미프로컵대회에서 그들과 맞붙었을 때 겨우 2승 1무 1패로 간신히 이겼을 뿐이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잘 됐다고 생각됐다. 8강전의 상대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팀원들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지금이야 겁을 집어먹고 있는 모습이 좀 불안해 보이기는 했지만, 갓즈나이츠의 특성상 전혀 우려할 필요가 없었다. 주인을 위해서라면 죽음조차도 불사하는 엘프들이, 상대 팀이 좀 강하다고 전의를 누그러뜨리는 한심한 작태를 보일 리가 없었다. 그녀들은 주인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어떻게든 그레이트하이에나즈를 쓰러뜨리고 프로가 되려고 할 터였다. ‘후후후. 줄리앙 기다려라. 주인 있는 엘프들의 무서움을 사흘 후에 반드시 보여주7/12 쪽 마.’ 그때 누군가가 범석의 어깨를 톡톡 도닥거렸다. 고개를 돌려 엠마임을 확인한 그가 자리를 살며시 일어나며 말했다. “뭐해. 엠마. 경기 안 봐?” “지금 급히 할 말이 있어요.” “뭔데?” 그녀가 주변에 앉아 있는 팀원들을 살피고는 입을 귀에 가져가 작게 속삭였다. “흑사회에서 조금 전에 연락이 왔는데요. 역시 범석의 생각이 맞았어요. 무슨 뜻인 줄 아시겠죠.” 거하게 헛기침을 연발한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앞으로 엠마와 나눌 대화는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됐다. 범석은 다이에나와 레이미에게 팀원의 관리를 맡기고, 엠마와 함께 경기장 내 조용한 곳으로 향했다. “그래. 흑사회에서 뭐라고 하는데?” “일단 먼저 정보를 늦게 파악해서 미안하다는 말부터 전해 달래요. 금융정보나 정보원들의 미행으로는 이상한 점을 전혀 발견할 수 없어서 쉽사리 찾을 수 없었데요.”8/12 쪽 하긴 흑사회가 뒤에 있는데, 줄리앙 놈이 어설프게 움직였을 리가 만무했다. 놈들과 흑사회는 힘은 백중지세. 명분에서 밀려버리면 여지없이 당하게 되었다. “으음. 알겠어. 그런데 스파이가 대체 누구야?” “놀라지 마세요. 안드레아래요.” 범석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드레아의 주인은 몇 개의 사업체를 가진 재력가. 몇 푼의 돈 때문에 그딴 짓을 벌일 리가 만무했다. 전에 장난전화 사건 때도 흔들리지 않고 휘하 엘프를 팀훈련에 참가시킨 몇 안 되는 주인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녀만큼은 아니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안드레아의 주인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그자가 뭐가 부족해서 이딴 짓을 하는데. 혹시 잘못 안 것 아니야?” “아니 확실해요. 몰래 통신사에 직원을 매수해서 줄리앙과 그 수행원들이 소유한 통신번호를 따 광고전화인 척 통신을 넣었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안드레아였어요. 목소리를 녹화한 후. 음성비교기로 몇 번이나 살펴봤고, 통신기의 신호가 항시 그녀가 위치하는 장소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닐 가능성은 극히 드물어요.” 줄리앙과 그 수행원의 통신번호를 가지고 있다? 엠마가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이 아니라면 안드레아가 첩자일 가능성이 아주 농후했다. 게다가 그녀가 원흉이라면 전에 9/12 쪽 걸려온 장난전화도 이해가 되었다. 줄리앙이 안드레아의 주인을 매수한 후 신뢰를 쌓게 하려고 그런 수작을 부렸을 수가 있었다. 확실히 그날 이후 자신은 그녀에 대한 믿음이 한층 더 높아졌다. “도대체 안드레아의 주인은 이딴 짓을 벌인 거래!”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최근에 무리하게 수백 명의 청소용원직원을 모집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 이번 거래의 대가로 어느 대형 빌딩의 청소대행을 맡게 되는 것으로 사료돼요.” 수백 명이 동원될 청소대행이라면 한해 대충 1억 크랑이 넘는 매출을 기록할 터였다. 안드레아의 주인이 아무리 부호라도 그런 제의에 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줄리앙. 이 자식. 제법 잔머리를 굴리는데.’ 솔직히 이번 일로 줄리앙 측은 손해날 일은 없었다. 빌딩 청소야 전문 청소대행업체가 수행해야 했으니, 어차피 소요될 자금이었다. 이를 안드레아의 주인을 매수하는 데 사용했으니, 따로 돈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 즉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자신을 엿 먹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분한 표정을 지은 그가 엠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엠마. 혹시 줄리앙을 칠 방법이 없을까?”10/12 쪽 “글쎄요. 워낙 조심하고 있어서 꼬리를 잡기 어려워요. 만약 청소용역 건수가 실제로 안드레아의 주인에 넘어간다면 한번 물고 늘어질 수 있는데, 이미 버스가 떠난 뒤잖아요. 그리고 경제인 단체에서 자신들과 별로 관계없는 다른 사업가의 빌딩을 소개해준 형식이라면, 그도 안되고요. 현재로서는 흑사회에서 딱히 도와줄 방법이 없어요.” “통신기 문제는? 남의 통신기를 가지고 있는데, 문제가 생길 요지가 없어?” “그것도 안 돼요. 안드레아가 길가에서 주웠다고 말하고, 줄리앙 쪽에서도 실수로 잊어버렸다고 하면 끝나니까요.” “엠마. 어떻게 통신기가 우연히 경쟁팀 검투사에게 넘어갈 수가 있느냐고? 경찰들이 과연 믿겠어.” “글쎄요. 아시다시피 이번 승격토너먼트 대회에서 양 팀 모두 리마시티 콜로세움을 홈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잖아요. 검투사 대기실은 물론 탈의실, 더그아웃까지 모두 공유하고 있다는 얘기죠. 이곳에서 통신기를 잃어버리고 주웠다고 한다면 경찰들로서도 어쩔 수가 없어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니까요.” 짜증이 나는지 범석이 머리를 박박 긁어댔다. 열이 뻗쳐 죽겠는데, 지금으로서는 딱히 줄리앙 놈을 작살 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뭐 쫓아가 쥐어패는 방법도 있지만, 그랬다가는 오히려 자신이 당하게 되었다. 지금으로서는 다른 방도를 찾아보는 편이 나았다. “알았다. 이번 일은 내가 처리하겠다. 엠마 너는 흑사회에게 연락해서 정보를 가져11/12 쪽 다줘서 고맙다고 전해라.” “네. 알았어요.” 긴 한숨을 내쉰 범석이 그녀를 데리고 다시 팀원들에게 돌아갔다. 줄리앙을 제대로 한 방 먹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8강전에서 승리해 승격고지에 올라서는 일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전력을 파악하는 데에 온 힘을 쏟을 필요가 있었다. 승격을 위해서는 반드시 그들을 이겨야 했다.============================ 작품 후기 ============================ 많은 독자분들이 순위권 진입을 이유로, 연참을 강요하시더라고요. 고민을 하다가 한 번 무리해보기로 했습니다. 뭐 무사의 한님의 35추천도 쪼매 탐이 났고요. 하하하. 요새는 왠지 추천이 끌리더라고요. 근래에 하도 하위권에서 놀다가 선작 느는 것을 포기했더니 말입니다. 하하하. 아. 그런데 2주간 놀다가 피치를 올리려니 잘 안되네요. 그래서 좀 늦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리고요. 전 또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좋은 주말 되십시오.12/12 쪽 아. 그런데 2주간 놀다가 피치를 올리려니 잘 안되네요. 그래서 좀 늦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리고요. 전 또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좋은 주말 되십시오. < -- 에이번드 승격토너먼트 -- > 스노우 트롤즈는 3전 전패를 하며 16강에서 탈락하는 아쉬움을 맛봐야 했다. 강력한 전력으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그레이트 하이아나즈팀에게는 승격 제1순위라고 불리는 그들도 결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 모습을 하나에서 끝까지 지켜본 범석은 무거운 마음을 안고 경기장을 빠져나와야 했다. 처참하게 무너지는 스노우 트롤즈의 모습에 자신들의 미래가 겹쳐 보였던 탓이다. 갓즈나이츠의 전력이라면 어느 정도 상대해 볼만 하지만, 승리의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약간의 전략적 미스가 나와도, 승격의 길목 바로 앞에서 걸음을 돌려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그가 긴 한숨을 푹 내쉬며 뒤따라오는 다이아나를 바라봤다. 그녀도 충격을 받았는지 도무지 입을 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이아나. 오늘 경기를 본 소감이 어때?” “휴~ 화면으로 보는 것과는 판이하게 틀려요.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은 그 강함도 무섭지만, 거기에서 나오는 자신감 또한 무시 못해요. 절대 질 리가 없다고 생각하니, 추호의 긴장감도 없이 자신이 가진 본연의 실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어요. 8강전에서 이 기세를 꺾지 못하면, 경기가 무척 힘들어질 것이에요.” “그래? 그럼 그 기세만 꺾으면 우리가 이길 수도 있다는 소리네?” “네. 그렇다면 승률이 무척 높아져요. 저들의 대다수 주전이 주인 없는 엘프검투사들이기에, 기세만 꺾고 나면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없는 그저 그런 강팀으로 변질하게 돼요. 이 틈을 노린다면 충분히 무너트릴 수 있어요.”회1/12 쪽 승리의 가능성을 점치는 다이아나의 말에 범석이 깊은 관심을 표했다. “그래? 기세를 꺾는 방법은 없어?” “아주 간단하지만 어려운 방법이 하나 있기도 해요.” “뭔데” “바로 1라운드에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의 주력을 보기좋게 깨버리는 것이에요. 그럼 저들은 패배라는 두 글자가 뇌리 속에 박히며, 전의를 잃게 돼요. 믿고 있던 주력이 깨져 충격을 받은 데다가 검투계의 징크스 하나가 떠오르며 사기가 크게 떨어질 테니까요.” 아마도 그녀는 첫 라운드를 진다면 그 경기에서 지게 된다는 징크스를 말하려는 것 같았다. 사실 이 속설은 징크스보다는 진실에 가까웠다. 확실히 통계상 첫 라운드를 이긴 팀이 7할 이상으로 그 경기에서 승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첫 라운드를 따게 되면 2승 혹은 전무나 1승 2무만 해도 이기지만 1라운드를 빼앗긴 팀은 나머지 4라운드에서 3승을 하거나 2승 2무 이상의 전적을 올려야 승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전끼리 붙는 첫 라운드에서 패했다는 사실은, 운이 아주 나빴거나 아니면 실력이 떨어진다는 얘기. 후자라면 당연지사 이어지는 라운드에서도 같은 결과를 맞이할 터. 더욱 승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2/12 쪽 “휴~ 그런데 그게 가능하겠냐? 주전끼리 붙게 된다면 비기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네. 그 점은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어렵다는 것이에요. 실력 대 실력이면 당연히 저희가 밀릴 테니까요. 아마도 처음에 생각한 대로 비기기 전략으로 나가다가 승부대결에서 결착을 짓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찹찹한 심정이 들었던 범석이 아무 대답도 없이 멀리 콜로세움을 빠져나가는 군중들을 바라봤다. 대부분 점박이 무늬의 티셔츠를 입고, 입가에 가득 미소가 걸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의 팬들이 분명해 보였다. 8강전에서 자신의 주머니를 불려줄 사람들이기는 했지만, 또 다른 적이 될 터이니 곱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은 리마시티의 터줏대감이니까.’ 이내 아론이 주차된 북쪽 광장에 그가 팀원 모두를 안에 태웠다. 이제 8강전까지 삼일밖에 남지 않았으니, 돌아가 푹 쉬어야 했다. 적절한 휴식은 팀전력을 크게 상승시켰다. 마지막으로 계단으로 올라갈 찰라. 그의 통신구에서 요란한 호출음이 들려왔다. 전자수첩을 꺼내 들어 발신자를 확인한 범석이 아론의 메인 카메라 쪽을 바라봤다. 호출자가 다름 아닌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다.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통신을 연결했다.3/12 쪽 “이게 무슨 해괴한 짓이야. 그냥 말하면 되지.” - 호호호. 아주 긴요한 얘기라서요. 잠시 주인님과 단둘이 대화 좀 나눴으면 하는데요. 범석이 첫 번째 계단을 밟던 발을 바닥에 내리고는 뒤로 몇 보 물러났다. “무슨 얘기인데?” - 조금 전에 좋은 정보를 얻어냈어요. 주인님에게 무척 도움이 되는 정보에요. “그래? 무슨 정본데?” - 조금 전. 내장된 주차용 버드카메라로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의 탈의실을 엿보고 있었는데, 한 팀원이 멋대로 팀을 이탈하는 장면이 목격했어요. 그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또 아론의 못된 버릇이 나온 탓이다. 그녀는 기계답지 않게 여인들을 무척 밝혔는데, 자주 상대 팀 탈의실을 엿보며 몰래 카메라를 찍어 내장하고는 했다. 몇 번 지우고 경고를 줬는데, 오늘 또 같은 짓을 벌인 모양이었다. “아론. 너 절대로 그딴 짓 벌이지 말라고 했지! 너 자꾸 이러면 확 시스템을 교체해 버린다!” - 자, 잠깐 그러시면 안 되죠. 제가 주인님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는데요. “그럼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니야!” - 요사이는 안 해요. 정말 믿어주세요.4/12 쪽 “그럼 걔들 탈의실을 왜 봤는데?” - 다른 뜻은 없었어요. 그저 주인님께 도움이 될까 싶어서 정보를 캐고 있었던 것이에요. 범석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화면 속의 그녀를 바라봤다. “확실해?” - 네 맞아요. 전 순수하게 주인님을 위해 나섰을 뿐이에요. 요사이 힘도 없으신 게 아마도 놈들 때문에 그런 것 같아서요. 보아하니 팀 내에 스파이도 있는 것 같고요. 순간 그가 눈을 부릅떴다. 그 정보를 아는 자는 자신과 엠마. 그리고 자신의 엘프들 뿐이었다. 아론에게는 절대 이 같은 사실을 발설하지 않았다. “너. 그 얘기는 어디서 들었어?” - 경기장에서 우연히 주인님과 엠마님께서 하시는 대화를 엿들었죠. 호호호. 범석이 이마를 손으로 싸매며 그녀를 노려봤다. “너. 이제 나까지 스토킹을 하냐? 이제는 남자에게까지 관심이 가느냐고?” - 절대로 아니죠. 저는 순수한 엘프들 밖에 관심이 없어요. 남자라면 트럭을 가져다줘도 사양이에요.5/12 쪽 하긴 아론의 엘프사랑은 도가 지나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결코, 남색에 빠질만한 성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버릇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계라지만 자신의 엘프에게 음심을 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니 기분이 나빴다. “너 설마? 내 엘프들에게 찝쩍대는 것은 아니겠지?” 화면 속의 그녀가 서둘러 손을 흔들어댔다. 조금을 넘어 무척 관심이 가지만, 목숨은 소중한 법이었다.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로 범석은 자신의 여인을 건드는 자를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자칫 잘못 관심을 뒀다가는, 바로 포멧 후 새 시스템의 인스톨이었다. - 절대. 아니에요. 저도 목숨 귀한 줄은 알아요. “그래? 좋아 일단은 믿어주지. 하지만, 제대로 한 번 걸려 봐. 그때는 없다.” - 아. 예. 알겠어요. 염려 푹 붙들어 매세요. “그리고 상대 팀 엘프들을 염탐하는 짓도 하지 마! 걸리면 우리 팀이 엄청난 페널티를 먹게 되니까. 알았지?” - ……. 아론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건 도저히 자신이 없었던 탓이다. 안된다고 몇 번이고 6/12 쪽 다짐을 해봐도 결국에 가서는 버드카메라가 상대팀 탈의실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범석이 다그치듯 되물었다. “알았어! 몰랐어!” - 네. 아, 알았어요. 대신 장거리용 소형 버그카메라를 달아주세요. 그럼 상대 팀 탈의실을 엿보는 일은 없을 것이에요. 범석이 미심쩍은 눈빛을 지었다. 장거리용 소형 버그카메라를 달아주면 관음증의 활동 범위가 더욱 넓어지기 때문이다. “너. 무슨 의도로 그런 장비를 달아달라는 거야?” - 별 뜻은 없어요. 그저 혼자 심심할 때 훈련캠프의 자연경관도 구경하고, 또 경기가 있는 날이면 도심지 이곳저곳도 구경하려고요. 솔직히 제가 타팀 탈의실을 훔쳐보는 것도 지금의 버드카메라로는 갈 곳이 없어서 그랬을 뿐이에요. “확실해? 그럼 장거리용 소형 버그카메라를 달아주면 절대로 다른 팀의 탈의실로 가 몰래카메라를 찍지 않는 거지?” - 물론이죠.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에요. “좋아. 나중에 팀이 프로로 올라간다면 몇 대 구비해 놓지. 대신 오늘 같은 일이 또 벌어지면 각오해.” - 네. 염려하지 마세요. 다시는 콜로세움 내 탈의실을 엿보지 않을 것이에요. 저는 이제 자연을 사랑하고 싶어요.7/12 쪽 하며 아론이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장거리 소형 버그카메라만 구비해 놓으면 위험하게 상대 팀 탈의실로 가 관음증을 폭발시킬 필요가 없었다. 세상은 넓고 엘프들은 많으니까 말이다. 솔직히 이 근처 아파트 욕실만 뒤져봐도 순수한 자연체의 모습을 한 엘프들이 수두룩 나올 터였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범석이 아론의 본체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괜히 쓸데없는 얘기로 시간을 너무 낭비했으니, 빨리 돌아갈 필요가 있었다. - 자, 잠깐만요. 주인님. 그냥 가시게요? “그럼 가야지. 여기서 뭐 해.” - 아까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의 한 엘프 검투사가 몰래 팀을 이탈했다고 말이에요. “왜 자유를 찾기 위해, 도망이라도 쳤어? 그렇다면 아주 기쁜 소식이기는 하지.” - 으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금 야외 요식 노점상들 쪽으로 홀로 걸어가고 있어요. “그럼 뭐라도 사 먹으려고 그러는가 보지. 나 바빠서 일일이 그런 곳에 신경 쓸 틈이 없다.” - 하지만, 혼자 있다고요. 혼자. 저희도 놈들 속에 스파이를 심을 좋은 기회라고요. 무슨 뜻인지 대충 알아먹은 그의 눈빛이 순간 크게 발했다. 사실 갓즈나이츠는 한 번 검투사를 영입하면 큰 손실을 보게 된다. 범석이 그날 바로 꿀꺽해 몸값을 3분지 1 밑으로 급 다운을 시켜버리던 탓이다. 하지만, 이런 큰 단점8/12 쪽 에 반비례해 장점 또한 상존하고 있었다. 엘프들의 충성도및 경기에 참여하는 적극성이 높다는 사실과 다른 팀의 엘프검투사들에게 절대적으로 이적하고 싶어하는 팀 1순위가 되었다는 점이다. 레이메이만 해도 처음에는 아마추어팀이라고 꺼렸지만, 팀의 특성을 말해주자 곧바로 태도가 돌변해 트레이드 담당자를 협박하면서까지 극구 이적하려 했다. 바로 엘프들의 주인을 얻고 싶어하는 본능 때문이었다. 이는 다른 엘프검투사들도 마찬가지. 영입조건으로 스파이 일을 부탁하면 기꺼운 마음으로 협조할 터였다. “아론. 혼자 돌아다닌다는 그레이트 하이에나의 엘프검투사가 누구지?” - 영상을 대조해 보니까 제르미아로 판단돼요. 그 말을 듣자마자 범석이 인상을 찌푸렸다. 가장 좋지 않은 상대가 작업대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제르미아는 월드리그 소속의 다크 하이에나팀 2군 검투사였다. 외모에서나 잠재능력 면이 무척 마음에 들어 영입하고 싶었지만 4억 1,000만 크랑이라는 엄청난 몸값 때문에 포기하고 있었다. 이번 작업은 영입을 조건으로 벌이는 일이니, 그 막대한 이적비용이 부담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몸값이야 몇 번만 사고를 치도록 유도하면 반이 아니라 반의반으로도 깎일 수 있었으니 상관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자주 이런 짓을 벌인다면 보면 협회나 상대팀에게 의심을 받아 훗날 크게 당하는 수가 있지만, 이번처럼 상대가 더러운 수작을 부려온다면 얘기가 달라졌다. 잘만 한다면 걸릴 이유가 없었고, 설령 눈치를 까더라도 놈들도 찔리는 게 있으니 같이 죽자고 하지 않은 이상 다른 행동을 취하지9/12 쪽 는 않을 터였다.결심한 범석이 홀로그램으로 되어 있는 아론을 바라봤다. 하이에나그룹에 적지 않은 손실을 입힐 수 있고, 자신의 팀이 무사히 승격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기에는 그는 선량하지 않았다. 눈에 눈, 이에는 이.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옛말이 바로 범석의 인생 지표였다. “좋아. 아까 제르미아가 요식 노점상들 쪽에 있다고 했지?” - 네. 핫도그 노점상 앞에서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침을 흘리고 서 있는데, 이유는 자세히 모르겠어요. 그가 풋 하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전에 정보 창을 통해 그녀가 핫도그를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얼마나 좋아했으면 그 짧은 특이사항 난에 기재가 되어 있겠느냐는 것이다. “알았다. 내가 한 번 제르미아를 만날 볼 테니까. 안내해줘.” - 네. 알겠어요. 범석이 아론의 몸체에서 배출되어 나온 버드카메라를 따라 북쪽으로 길을 잡았다. 곧 야외 노점 분식 거리에 도착한 그가 멀리 핫도그 판매대 앞에서 서성이는 제르미아를 확인할 수 있었다.10/12 쪽 “아론. 찾았다. 그만 팀원들을 데리고 먼저 훈련 캠프로 돌아가 있어. 안드레아에게 내 행적이 걸려서는 안 되니까.” - 네. 알겠어요. 아론과의 볼 일을 마친 범석이 휘적휘적 거닐며 그 핫도그 판매대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제르미아를 못 본 척 핫도그 노점상 주인에게 주문했다. “핫도그를 하나에 얼마입니까?” “개당 20크랑입니다.” 그가 바로 지갑에서 100크랑짜리 지폐 2장을 내밀며 말했다. “그럼 10개만 주십시오.” “어이구 이렇게나 많이요. 그럼 제가 서비스로 1개 더 드리죠.” 오래간만에 통 큰 손님을 만난 노점상 주인은 수제 소시지가 담긴 핫도그 샌드위치를 정성껏 싸 봉투에 담았다. 범석은 살며시 곁눈질로 뒤에서 서성이는 제르미아를 감시했다. 자신을 알아보고 도망치지 않는지 걱정이 들었던 탓이다. 하지만, 그녀는 꿈에도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양,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핫도그 샌드위치가 잔뜩 담긴 봉투를 부러운 듯 바라보기에 여념이 없었다.11/12 쪽 ‘야! 내가 핫도그보다 못하냐!’ 8강전에서 쓰러트려야만 하는 적인데, 핫도그에 정신에 팔려 지척에 두고도 몰라보니 딴에는 섭섭했다. 이거 잘만 하면 핫도그 때문에 주인을 팔아넘기는 최초의 엘프가 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 들 정도였다.============================ 작품 후기 ============================ . 요번 쳅터 무척 길어지네요. 벌써 10여편이나 됐습니다. 이러다가 20편 찍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괜히 제목 잘못 정해서 소제목란이 보기에 않좋아졌습니다. 이거 예쁘게 꾸미는게 제 글쓰는 취미중 하나인데요. ㅠㅠ. 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 보내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12/12 쪽 . 요번 쳅터 무척 길어지네요. 벌써 10여편이나 됐습니다. 이러다가 20편 찍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괜히 제목 잘못 정해서 소제목란이 보기에 않좋아졌습니다. 이거 예쁘게 꾸미는게 제 글쓰는 취미중 하나인데요. ㅠㅠ. 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 보내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 보내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괜히 제목 잘못 정해서 소제목란이 보기에 않좋아졌습니다. 이거 예쁘게 꾸미는게 제 글쓰는 취미중 하나인데요. ㅠㅠ. 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 보내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 -- 에이번드 승격토너먼트 -- > “손님. 여기 있습니다.” “아. 예. 그럼 수고하십시오.” “네. 안녕히 가십시오.” 품 안 가득 봉투를 든 범석이 그 안에 든 핫도그 하나를 꺼내며 제르미아에게 다가갔다. “자. 먹어.” 화들짝 놀란 제르미아가 그제야 범석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뒷걸음질을 쳤다. 사흘 후면 상대할 팀의 에이스를 몰라볼 리가 없었던 것이다. 보통 때 같으면 벌써 자리를 피하고도 남았을 터였지만, 범석의 손에서 아른거리는 핫도그에 도저히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올가미 속 꿀단지 앞에서 갈등하는 곰과 같은 모습이었다. “어, 어떻게 당신이 여기에…….” “내가 뭐? 난 핫도그 먹으면 안 돼?” “그, 그건 아니지만…….” 짜증스런 표정을 지은 범석이 손안에 든 핫도그를 흔들었다.회1/13 쪽 “먹을 거야? 말 거야?” 제르미아가 잠시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쟁팀에서 검투사가 주는 음식을 받아먹어도 되는지 고민이 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기껏 몰래 팀에 빠져나와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워낙 급히 나왔던 터라 깜빡 잊고 지갑과 전자수첩을 두고 왔기에, 지금 수중에는 가진 돈이 없었다. 본능에 지배된 그녀가 냉큼 손을 뻗어 그의 손에서 핫도그를 빼앗아 갔다. 그리고 고민이 역력한 눈빛을 지으며 핫도그와 범석을 번갈아 바라봤다. “저, 정말 먹어도 되나요?” “먹어! 돈 안 달래!” 그러자 그녀가 핫도그 샌드위치를 게걸스럽게 입속으로 구겨 넣었다. 매우 처량해 보일 정도, 며칠 굶은 걸신처럼 보였다. 이내 범석이 한적한 자리를 찾아 주변을 살폈다. 남들이 자신을 소유 엘프를 굶기는 나쁜 주인으로 여길까 봐 걱정이 들었고, 그녀와 긴 대화도 나누어야 했던 탓이다. 때마침 멀리 보이는 작은 공원을 본 그가, 핫도그 하나를 다시 꺼내 제르미아의 앞에다 살랑살랑 흔들며 유인했다. “자. 할 말이 있으니까 따라와라.”2/13 쪽 여지없이 꼬리를 흔들며 제르미아가 따라나섰다. 딱 그 모습이 된장이 발릴지 모르고 먹이를 든 행인들을 따라가는 누렁이와 흡사했다. “그,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저와 할 말이 뭔가요?” 공원 한 벤치 앞에 도착한 제르미아가 꾸물대며 범석의 눈치를 살폈다. 핫도그 때문에 따라오기는 했지만, 그녀로서는 절대 그와 대면해서는 안 됐다. 벤치에 털썩 앉은 범석이 핫도그 샌드위치가 담긴 봉투를 옆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뭐. 별일은 아니야. 그냥 얘기나 나눠보자는 거야.” “무슨 할 얘기요. 저는 특별히 할 말이 없을 텐데요.” “상관없어 특별한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야. 그냥 우연히 만났으니 같이 핫도그나 먹으며 소소한 얘기나 좀 나누자는 것뿐이야. 혼자 있기 심심하니까.” 봉투 안의 내용물로 입맛을 다신 제르미아가 벤치 한쪽에 살며시 기댔다. 그런 일이라면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잠시 시식시간을 가지며 대꾸만 해주면 충분한 일이었다. 그녀가 염치없이 핫도그를 하나 꺼내더니 한 입 베어 물었다. “우적우적. 말씀하세요. 들어는 드릴게요.”3/13 쪽 대화할 분위기를 만든 범석이 슬슬 작업을 개시하기로 했다. “제르미아. 그런데 핫도그 노점상 앞에는 입맛만 다시고 있었냐? 혹시 팀에서 용돈도 안 줘?” “아니요. 제가 몰래 빠져나오느라 깜빡 잊고 지갑과 전자수첩을 가지고 오지를 않아서요. 용돈은 충분히 줘요.” “그럼 다시 가서 가져오면 되잖아. 노점상 앞에서 꽤 오래 머물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다시 돌아가면 매니저 언니들에게 이끌려서 바로 팀으로 가야 하거든요. 그럼 당분간 핫도그를 못 먹게 돼요.” “왜? 그냥 매니저에게 사오라고 시키면 되잖아.” “그게 좀 힘들어요. 팀에서 지정된 식단 외에는 절대 못 먹게 하거든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월드리그 팀들은 검투사들에게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음식만을 먹여요. 핫도그 같은 영향이 불균형한 군것질거리는 절대 못 먹게 하죠.”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월드리그 정도에 이르게 되면 팀은 검투사 관리에 만전에 기할 수밖에 없었다. 최고 몸값의 엘프가 70억 크랑에 이르는데, 음식 잘못 먹여서 탈이 나버리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해당팀에서는 엘프의 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가 있으니 엘프애호가들의 질타도 피할 수 있었다.4/13 쪽 “그렇겠군. 월드리그 엘프들은 꽤 몸값이 비싸니까. 팀에서 그만큼 정성을 쏟겠지.” “네. 그래서 저도 힘들어요. 사실 그레이트하이에나팀에 오고 나서 안 일인데. 하위리그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치사하게 먹는 것 가지고는 뭐라고 하지는 않거든요.” “후후. 그런 면이 좀 있지. 팀 재정 문제도 있고, 몸값 자체가 싸니 특별히 터치할 이유도 없고. 또 사실 먹는 음식을 통제해서 얼마나 경기력에 도움이 되겠어? 그냥 골고루 잘 먹이면 그뿐이지.” “그러게 말이에요. 월드리그팀들은 정말 소소한 것 하나까지 간섭해서 무척 피곤해요.” 미소를 지은 범석이 이제 대화를 다음 순서로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제르미아. 너 검투사 생활을 한 지는 몇 년이나 됐어.” “글쎄요. 한 5년 됐죠. 하지만, 검술을 배운 지는 8년가량 됐어요. 다크 하이에나즈 팀에서 제가 태어나자마자 바로 훈련 코치를 붙여주었으니까요.” “아. 그래? 그런데 왜 네가 아마추어리그에서 뛰는 거지? 아무리 2군이라지만 월드리그 검투사단에 소속되어 있잖아. 자존심 안 상해?” 제르미아가 전혀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어댔다. 팀에서 자신을 이곳에 보내면서 한가지 약조를 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은퇴날짜를 30살로 해준다는 내용으로, 이제 그녀는 적게 잡아도 2~3년은 일찍 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 스포츠선수로 뛰5/13 쪽 고 있는 엘프들에게는 충분히 자존심을 버릴 정도로 탐이 날 만한 제의였다. “주인님을 빨리 만날 수 있는데 이깟 자존심이 무슨 소용이에요.” 범석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의도가 제대로 먹혀들어가리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단지 은퇴날짜를 30살로 줄여준다는 얘기에 프로로서의 자존심까지 내팽개치며 아마추어 검투사로 뛰는데, 그보다 더 빨리 주인을 얻게 해준다고 말하면 무슨 짓이라도 벌일 터였다. “역시 그랬어. 어쩐지 이상하다고 했지. 그런데 말이야. 과연 그들이 30살 은퇴 약속을 지킬까? 프로팀은 필요에 의해 선수들을 사고팔기도 하는데, 만약 네가 다른 팀으로 이적 갔을 때 그 약속이 유효할 수 있겠어?” 그 점은 제르미아로서도 걱정이 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딱히 다른 방도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뭐. 다른 팀에 이적 갈 때, 이 같은 계약조항을 넣어주지 않으면 절대 안 간다고 버티면 되니까요.” “으음. 그래도 되겠군. 그런데 30살에 풀어준다고 했지?” “네.” “그럼. 아직 22년이나 남았네. 좀 힘들겠어.”6/13 쪽 직접적으로 숫자를 언급하자 제르미아는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군대 열 번만 다녀오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딱 그 심정일까? 그녀는 절로 나오는 한숨을 참지 못하고 땅이 꺼지라 밖으로 내뱉었다. “휴~ 그래도 다른 팀 동료에 비하면 꽤 잘 풀린 편이니 위안을 삼아야죠. 저희 팀에 검술 능력이 뛰어난 언니가 하나가 있는데 40살이 되도록 팀에서 뛰고 있어요.” 대충 분위기를 띄웠다고 생각한 범석이 이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제르미아에게 여러 명의 매니저가 붙은 듯 보이니, 지금쯤 행방불명이 됐다는 사실을 알고 찾으려 들 것이 분명했다. 빨리 끝내고 종적을 감출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제르미아 너 은퇴기간 좀 더 단축될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이겠어?” “몇 년이나요?” “글쎄? 몇 년인지는 지금으로서는 나도 잘 모르겠어. 우리 갓즈나이츠팀이 언제 프로에 진출해서 자금을 모으는가에 따라 달라지겠지.” 순간 제르미아의 눈빛이 파르르 떨려왔다. 언뜻 듣기에 따라서는 범석이 자신을 영입하려고 한다는 의미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갓즈나이츠는 절대 주인 없는 엘프를 영입하지 않는 검투팀. 갈 수만 있다면 자신은 행복한 엘프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다.7/13 쪽 그녀가 몸을 돌리며 범석을 똑바로 직시했다. “서, 설마. 저를 영입하시려고 하시려는 건가요?” “그래. 쑥스러운 얘기지만 전에 조추첨식에 네 자태를 보고 한 눈에 반했거든. 그래서 언젠가는 꼭 너를 내 밤 시중을 드는 엘프로 만들고자 다짐했다.” 전혀 틀리지 않는 말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제르미아의 도도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꼭 안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었다. 다만, 몸값이 너무도 비싸 도저히 엄두를 못 내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에 진실함을 느꼈는지 제르미아가 한껏 고무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주인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탓이다. “하, 하지만 제 몸값은 버, 범석님이. 감당할만한 수준이 아닐 텐데요. 자그마치 4억 1,000만 크랑이나 되요…….” “사실 그게 문제야.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비싸. 하지만, 우리 팀이 프로로 진출하고 총력을 다해 돈을 모은다면 충분히 가능할 듯도 보여. 또 운이 좋아 네 몸값이 떨어지고 하이에나그룹에서조차 떠난다면 그 기간은 더욱 빨라질 수 있고. 그러니 너무 실망하지 마. 몇 년 안에 내가 주인이 되어줄 테니까.” 확실히 제르미아의 몸값이 비싸기는 했다. 그러나 아무리 하위리그라지만 프로팀에서 총력을 기한다면 영입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에어리어 리그팀 중 하위팀이라고 8/13 쪽 해도 매해 입장 수입료가 최소 6,000만 크랑 이상이 되었고, 방송수입에 광고수입, 유니폼판매와 스폰서비 등등해서 대게 입장료 수입 이상을 추가로 얻고 있었다. 물론 팀 운영비와 주주들에게 주는 배당금을 제외하면 별로 남지 않았지만, 갓즈나이츠는 후자를 제외하니 꽤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터였다. 이를 봤을 때 마음만 먹는다면 적어도 6~7년 안에 그녀를 영입할 수도 있었다. “노, 농담 아니시죠?” “당연히 아니지. 몇 년만 기다려 봐. 그럼 침실에서 나와 함께 나신으로 뒹구는 네 모습을 확인할 테니까.” 제르미아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꿈이 바로 몇 년 앞으로 앞당겨졌던 탓이다. 그리고 자신이 작업해서 몸값을 다운시키고 그의 경쟁팀인 하이에나그룹 소속의 검투팀에서만 나간다면 그 기간은 훨씬 짧아졌다. 어느새 먹던 핫도그 샌드위치를 내려놓은 그녀가 떨리는 시선을 모아 범석을 바라봤다. 주인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 바로 눈앞에 보이고 있으니 감격스러운 것이다. 제르미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흑. 버, 범석님을 주인님을 모실 날을, 저 항상 준비하고 기다릴게요.” “그래. 그리 말해주니 나도 기쁘다. 하지만, 오래 걸릴지도 모르니까 꾹 참아야 한다. 막상 이번 승격 토너먼트에서 떨어지면 기다림의 시간이 일 년이 늘어날 테니까.”9/13 쪽 그녀가 고개를 마구 저어댔다. 자신을 위해서나 주인 될 자인 범석을 위해서나, 갓즈나이츠가 올해 승격토너먼트대회에서 탈락의 고배를 맛보는 일이 절대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됐다. “그럴 리가 없어요. 갓즈나이츠는 올해 반드시 승격될 것이에요. 아니어도 제가 그렇게 만들 것이에요.” 의도가 제대로 먹혀들어갔다고 생각한 범석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역시나 엘프들은 주인이란 이름 앞에서는 너무나 단순한 존재였다. “어떻게? 설마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짓을 벌이려는 것은 아니지? 그럼 내가 절대 용납 못 해.” 제르미아가 몽롱한 눈빛을 지었다. 사람이 어쩌면 이렇게 양심적일 수가 있는지 감탄스러웠던 것이다. 이미 콩깍지가 씐 이상, 그녀는 범석을 항시 좋게만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범석님께서 양심에 걸릴 필요는 없어요. 저들은 그보다 더한 짓을 벌이고 있으니까요.” “더한 일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사실 제가 줄리앙과 그 측근들이 하는 짓을 알고 있어요. 같이 온 로리아언니가 그 10/13 쪽 일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주워들은 얘기가 있어요.” 아무래도 줄리앙의 그간 벌여온 수작을 말하는 것 같았다. 이미 알고 내용이었지만, 만약을 대비해 눈치챘다는 사실을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대체 무슨 짓을 벌이는데?” “여러 가지 있는데 가장 악질적인 수작이 바로 갓즈나이츠의 검투사 한 명을 매수한 것이에요.” 범석이 놀라는 척 입을 벌렸다. “저, 정말이야? 그게 누군데?” “그건 신경 쓰지 않아서 듣지 못했어요. 다만, 아는 내용은 8강 전이 벌어지는 날. 그 첩자가 범석님을 실수하는 척 팀킬을 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만약 그레이트하이에나즈 팀이 지게 되더라도 갓즈나이츠는 절대 승격할 수 없게 작업해 놨어요. 매수된 그자가 고의로 금지약물을 복용해 갓즈나이츠팀을 반칙패 시키기로 했거든요.” 그가 이번에는 정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후자의 얘기는 전혀 들을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줄리앙 이 자식! 정말 추잡하게 노네! 이거 모르고 넘어갔다가는 된통 당할 뻔했잖11/13 쪽 아.’ 현실에서도 그렇지만, 이 게임에서도 약물복용에 대한 페널티는 아주 컸다. 프로라면 1군이든 2군이든 누군가가 약물복용을 한 후 경기를 치르다 걸리면 바로 해당 선수는 한 달간 경기 출전 금지에 팀은 승점 -3점이라는 제재를 받게 되었고, 순수성을 강조하는 아마추어리그는 더 심해 해당 선수는 1년간 선수자격 박탈과 팀은 참가한 대회 무조건 탈락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즉 갓즈나이츠가 이번 대회에서 승격할 가능성은 제로였다는 뜻이었다. “그래.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에서 이딴 식으로 나간다 이거지. 그럼 나도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맞아요. 단단히 혼쭐을 내줘야 해요.” 범석이 지그시 시선을 모으며 그녀를 쳐다봤다. “제르미아. 혹시 갓즈나이츠가 승리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어?” “말씀만 하세요. 성심성의껏 도와드릴게요.” “고맙다. 그럼 경기중에 이렇게 해줘.” 그가 제르미아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대고는 작게 속삭였다. 이번에 8강전에서 도와줄 내용과 이후 다크 하이에나팀으로 돌아갔을 때 몸값을 떨어뜨리는 방도에 대한 얘기12/13 쪽 였다.마음을 다잡은 그녀는 모든 내용을 끝까지 들고는, 결연한 표정으로 반드시 범석을 위해 갓즈나이츠팀이 이기게 해주겠노라고 약조했다.============================ 작품 후기 ============================ 오늘 오랜만에 개인 날씨였는데, 그리 덥지 않더라고요. 작년만 해도 더위에 좀 고생한 기억이 있는데요. 이러다가 여름을 모르고 한 해를 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여름에는 좀 더워야 제맛인데요. 그럼 다들 편안한 여름날 보내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또 찾아뵙습니다.13/13 쪽 에는 좀 더워야 제맛인데요. 그럼 다들 편안한 여름날 보내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또 찾아뵙습니다.에는 좀 더워야 제맛인데요. 그럼 다들 편안한 여름날 보내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또 찾아뵙습니다.에는 좀 더워야 제맛인데요. 그럼 다들 편안한 여름날 보내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또 찾아뵙습니다. < -- 에이번드 승격토너먼트 -- > 범석은 8강이 벌어지기 전에 약물복용 사실을 검사할 수 있는, 체내 약물검출기를 구매했다. 아주 간편하게 머리카락을 뽑아 약물복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장비로, 승격조건에 포함된 의료기기이기도 했다. 물론 검사 후 약물을 복용한다면 소용이 없었지만, 그 이전이라면 확실히 걸출해 낼 수 있었다. 이제 제대로 걸리기만 한다면 아무런 의심 없이 안드레아를 출전명단에서 제외할 수가 있었다. 사흘 후. 만반의 준비를 마친 갓즈나이츠팀은 8강전을 치르기 위해 리마시티 콜로세움을 향해 날아갔다. ‘드디어 8강전이라 이거지. 이거 결승보다 더 떨리니…….’ 거대한 콜로세움이 자리 잡은 도심의 한가운데. 진행을 멈춰선 아론이 서서히 지면을 향해 내려서고 있었다. 그리고 안에 타고 있던 범석이 두터운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야외훈련장을 내려서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앞으로 펼쳐질 연습경기가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오늘 그는 이곳 리마시티 콜로세움에서 올해의 승격 여부를 결정하는 경기를 벌이게 되었다. 그는 문뜩 자신의 정보창을 열었다.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상태를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회1/12 쪽 이름 : 오 범석.구분 : 개조인간(1년).소속 : 갓즈 나이츠 GC.명성 : 410.악명 : 0.스태미나 : 5420/5500.사회성 : 68, 근력 : 63, 체력 : 55.민첩 : 92, 균형감각 : 73, 지능 : 50.정신력 : 56. 판단력 : 75, 재주 : 47.운 : 65.현재기량/잠재능력 : 644/1000.특성 : 위대한 의지.특이사항 : 게임 내 주인공으로 사회에 진출한 1년생 사회인이다. 갓즈나이츠팀을 이끌고 있으며, 현재 에이번드 에어리어리그로 가는 승격토너먼트를 참가 중에 있었다. ‘으음. 역시 전문적인 훈련시설이 없어서 신체능력 발전이 더디군.’2/12 쪽 근 1년이 지나는 동안 범석의 신체 능력치는 크게 변화가 없었다. 전문적인 트레이닝 시설 없이 시민체육공원에서 운동장에서 그저 전술훈련과 검술 훈련 쪽에만 매진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훈련시설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정신적인 능력치들은 어느 정도 상승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1년간 상승한 총 능력치의 합은 28이었다. ‘쩝. 뭐 이제부터 훈련캠프에서 전문적인 훈련을 쌓으니 나아지겠지. 아니야. 지금 가지고는 모자라. 여건이 되는 한 훈련시설을 센트럴리그 급 정도로 맞출 필요가 있겠어.’ 센트럴리그급 훈련시설을 맞추려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코치가 15명 정도가 필요했고, 신체지수를 계측할 수 있는 고가의 의료장비들과 여러 훈련 장비들이 추가로 필요했다. 또 1군과 2군, 8세 이하 팀 훈련장, 훈련생 팀 등 총 4개의 경기훈련장을 갖출 필요가 있었고, 전문적인 훈련건물과 숙소 또한 새로이 건설해야 했다.대충 적게 잡아도 들어가는 초기 비용만 2억 크랑. 지금의 자금력으로서는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휘하의 잠재력 높은 엘프들을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성장시키려면, 최대한 여건이 되는 대로 하나씩 갖춰나가야만 했다. 퉁.3/12 쪽 둔탁한 소리를 내며 아론이 지면에 내려서자 범석이 정보창을 닫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제는 잡생각을 지우고 오늘 열릴 8강전에 정심을 쏟아야만 했다. 그는 좌석에 앉아 있는 휘하 검투사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쳤다. “자! 이제 시작이다. 모두 내릴 때 당당히 허리를 펴! 다들 알았지!” “넷!” “그리고 오늘의 승자는 바로 우리다! 절대 주눅이 들어 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넷!” 우렁찬 팀원들의 외침에 범석이 흐뭇하게 웃으며 출입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는 팀원들의 등을 일일이 두드려 격려한 후 가장 마지막으로 차에서 내렸다. ‘휴. 오늘 인파 장난이 아닌데.’ 주차장을 나선 범석이 그 앞을 지나다니는 인파를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단순히 승격토너먼트 8강전이라고 보기에는 그 열기가 너무 뜨거웠다.매표소 앞에는 점박이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고, 하늘 위로는 플라잉 택시들이 날아다니며 손님들을 내리고 있었다. 아직 경기가 시작되려면 한 4/12 쪽 시간 넘게 남은 상황에서 이리 분주할 정도면, 오늘 관객이 어느 정도 들어찰지 익히 예상되었다. ‘뭐. 더비전이니까. 사람이 많을 만하지.’ 현재의 팀 명성으로 관객을 몰이할 수는 갓즈나이츠는 12,000명 정도. 그레이트 하이에나즈는 23,000명 정도 되었다. 즉 오늘 경기에 관람할 관객 수는 대충 잡아도 35,000명가량 된다는 소리였다. 홈 배정을 받은 범석으로서는 많은 돈을 벌 기회지만,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아무리 같은 리마시티 내 살고 있지만, 더비 전의 특성상 경기 자체가 과열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팬들끼리 소요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고, 흥분한 관객들의 투척사건으로 경기가 지연될 수 있었다. 특히나 훈련 캠프의 위치로 나타나는 팬층의 구성이 좀 우려스러웠다. 갓즈나이츠는 비교적 생활 수준이 떨어지고 토박이들이 많은 서부의 구 도심지 지역 쪽 팬들이 많았고,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은 금전적으로 풍요롭고 이주민들이 많은 동부의 신 도심지 쪽의 팬들이 많았다. 이에 지역색깔이나 빈부격차로 비롯되는 갈등이 무척 커, 만약 이번 경기에서 서로에 대한 잠재적인 적의가 폭발해버리는 순간, 리마시티 콜로세움은 난장판이 될 터였다. ‘쩝. 아무 일 없겠지. 설마 아마추어대회에서 난리를 치겠어.’ 다소의 걱정을 접은 범석이 팀원들을 이끌고 경기장 내로 들어섰다. 단지 아마추어 5/12 쪽 경기에서 죽자사자할 정도로 싸울 리도 없었고, 소요사태가 일어나도 보안요원들이 알아서 진압해 줄 터였다. 지금은 그저 오늘 경기에서 어떻게 이길지만 고민하면 될 뿐이었다.배정된 더그아웃으로 온 범석이 짐 정리를 모두 마치고 모두를 불러세웠다. 곧 오늘 경기에 참가할 19명의 명단을 조직위원회에 제출해야 했는데, 그전에 반드시 안드레아를 솎아내야 했다. “자 모두 줄을 서서. 하나씩 내 앞으로 나와라. 곧 약물복용 여부를 테스트하겠다.” 그러자 한 엘프가 버럭 하며 앞으로 나섰다. 바로 안드레아였다. “범석님! 왜 갑자기 약물 테스트를 하는 거죠! 저희를 못 믿는 건가요!” 제대로 잡아냈다고 생각한 범석이 한쪽 입꼬리를 추어올렸다. “당연히 믿지. 하지만, 너무 믿어서 문제야. 너희는 모두 주인 있는 엘프들. 주인을 위해 프로가 되려면 오늘 시합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데 상대가 막강한 실력의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이야. 그래서 승리를 위해 충분히 약물을 복용할 수 있다고 믿었다. 게다가 승격요건을 갖추기 위해 체내 약물검출기를 구매했는데, 그냥 놀리기도 아깝잖아.” “하, 하지만…….”6/12 쪽 “뭘 하지만이야. 머리카락만 뽑으면 될 일을. 나온 김에 안드레아 너부터다.” 주춤거리던 그녀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주변의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머리카락을 뽑았다. 이를 받아든 범석이 작은 유리용기에 넣고는 체내 약물검출기를 작동시켰다. 윙하고 돌아가는 커터로 산산조각이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기계 내부로 들어갔다. 곧이어 이어지는 요란한 신호음. 범석이 디스플레이를 살피자 R-ray복용 여부를 확인하는 메시지가 정확히 뜨고 있었다. R-ray. 복용 시 전체 능력치를 +1 올려주고, 2%의 확률로 잠재능력을 -1이 되는 약물이었다. 능력치 상승량도 그리 높지 않고 부작용도 적지만, 일단은 금지약물. 조직 위원회 측에서 알게 된다면 바로 반칙패로 탈락하게 되어 있었다.분기를 간신히 감춘 범석이 그녀를 쏘아봤다. “이런. 벌써 한 명이 나왔네. 안드레아. 약물복용이 잘못된 짓인 줄은 알고 있겠지?” “그, 그게…….” “확인된 이상 어쩔 수 없다. 안드레아 너는 앞으로 두 달간 출전금지다. 오늘 경기는 코치로만 참가해야 하니 슈트를 벗어라.” “네…….” 안드레아가 간신히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뒤로 물러나 슈트를 벗기 시작했다. 약물 복용이 탄로 났으니, 빼도 박도 못했다. 원래는 큰 징계를 받아야 할 일. 2개월 출전7/12 쪽 금지에 코치로 경기에 참여하는 감지덕지해야 했다. 이를 슬쩍 바라본 범석이 계속해서 다음 팀원들을 불러서 약물복용검사를 했다. 의미 없는 행동이었지만, 그녀를 속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안드레아는 코치로 경기를 참관하며 위장정보를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에게 전해줘야 했으니, 의심스러운 행동은 가급적 피해야 했다. 얼마 후 모든 약물복용테스트를 끝낸 범석이 팀원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몸을 풀었다. - 장내와 TV로 경기를 지켜보는 시청자 여러분. 여기는 리마시티 콜로세움입니다. 오늘은 에이번드 승격토너먼트 8강전을 중계하겠습니다. 아나운서는 저……. 인사 멘트를 시작한 장내 아나운서가 곧이어 양팀의 검투사를 소개하는 순서를 가졌다. 이에 더그아웃 앞에서 막바지 몸풀기를 하던 검투사들이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고 전광판에 얼굴이 표시될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상당수가 프로로서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쇼맨십 정도는 발휘할 수 있었다. 이내 해설자의 양 팀에 대한 전력분석 시간을 가진 후 마이크가 다시 아나운서로 넘어갔다. 그는 전광판에 뜬 베팅률을 주시하더니 이에 관해 입을 열었다. 스포츠 도박은 검투협회의 돈줄. 이들에게 보수를 받는 아나운서는 선전 겸 꼭 한 번 이상은 스포츠도박에 대해 언급하게 되어 있었다.8/12 쪽 - 자. 지금 베팅률은 4.2 대 1로 그레이트하이에나즈 팀이 크게 앞서는군요. 전력의 차이가 그만큼 큰 것일까요? 아니면 다수를 차지하는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팬들의 열의가 포함된 것일까요. - 아마도 양쪽 다겠죠.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그레이트하이에나즈 팀이 유리하다는 것쯤은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니까요. 그리고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팬들의 열성은 옛날부터 꽤 알아주지 않았습니까. 자팀의 승리를 기원하기 위해 기꺼이 주머니를 열었을 겁니다. 더그아웃에서 이 내용을 들은 범석이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은 인건비도 나오지 않아 접고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짭짤한 수입이 예상되어 그도 90만 크랑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기기만 한다면 그가 얻을 돈은 270만 크랑. 쓸만한 주인 있는 엘프검투사를 영입할만한 자금이었다. 게다가 입장료 수입과 승리수당까지 합치면 배로 늘어날 테니, 앞으로의 팀 운영자금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터였다. ‘후후. 줄리앙 잘 받아 먹어가 마.’ 범석이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 더그아웃 앞에 서 있는 등번호 22번을 단 검투사를 바라봤다. 바로 제르미아로, 오늘 안드레아와 함께 자신에게 승리를 안겨다 줄 행운의 여신이었다. - 자 양 팀 검투사들 입장 준비해주십시오.9/12 쪽 호명소리와 함께 범석의 심호흡을 내쉰 후 주전들과 함께 경기장 입구 터널 쪽으로 나아갔다. 이번 라운드는 양 팀 주력 간의 대결. 반드시 이겨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의 전의를 꺾어놓을 필요가 있었다. 이내 그는 입장 신호와 함께 경기장 중앙의 시냇가를 향했다. 그리고 방진으로 도열하고 있는 팀원들을 향해 목청껏 소리쳤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번 라운드만 우리가 따내면 4강전은 우리가 간다!” 와아아아! 우우우! 그의 외침이 관중석까지 들렸는지 환호와 야유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갓즈나이츠 팬들은 그 용기에 찬사를 보내는 반면,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팬들은 그 객기를 조롱했다. “갓즈나이츠! 꼭 이겨라! 내년 프로리그에서 보자!” “웃기지 마라! 네놈들이 과연 그레이트 하이에나즈를 이길 것 같으냐!” 요란한 소음을 틈타 범석이 팀 진영을 빠져나와 따로 한쪽 편에 섰다. 프리롤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프리롤. 한 마디로 자유롭게 활동하며 경기를 풀어나가는 포지션으로, 전황을 살피10/12 쪽 다가 정신없이 자팀의 본진을 공격하는 상대 팀의 뒤를 기습하는 일을 주로 수행했다. 주로 아주 뛰어난 실력의 검투사가 맡는 역할로,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상당한 피해를 보거나, 시합에 집중하지 못해 프리롤을 운용하는 팀에게 휘둘리다가 라운드를 망치게 되었다. 하지만, 라운드 초기에 프리롤검투사를 잡기만 한다면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밀어붙일 수가 있으니, 전황이 크게 유리해졌다. ‘자. 그레이트 하이에즈. 어떤 선택을 할 거지?’ 프리롤을 대응하는 방식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비교적 실력이 떨어지는 검투사로 프리롤을 견제한 후, 전력으로 상대의 본진을 무너뜨리는 방법이었고, 또 하나는 공세를 늦추고 프리롤 검투사를 제거하기 위해 충분한 전력을 투입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양쪽 모두다 최소한 로리아나 제르미나 중 하나는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범석을 상대로 다른 검투사들을 내보내면 먹이를 던져주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역시나 제대로 조사를 했는지, 로리아와 제르미아가 무리에서 떨어져나와 범석의 건너편에 섰다. ‘먼저 나를 제거하시겠다? 나쁘지 않은 패군.’ 그녀들은 센트럴리그 주전급 정도의 실력자. 이 둘이 마음먹고 나선다면 그라고 해도 패할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 백여 합을 겨뤄야 겨우 이길 수 있는 상대 둘이 연합 11/12 쪽 공격을 해오는데, 무슨 방법으로 상대하겠는가? 게다가 그녀들은 완숙한 경지의 프로이자 오랫동안 함께 생활해오며 호흡을 맞춰왔다. 실수를 바랄 수가 없으니, 운에도 기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이 뒤에 있는 이상 패배란 절대 있을 수 없었다. ‘후후후. 줄리앙 똑똑히 봐라. 그레이트 하이에나 팀이 어떻게 무너지는 줄을 말이다. 아마 기겁을 할 거다.’ 잔뜩 미소를 지은 범석이 멀리 보이는 서편의 VIP석을 바라봤다. 햇볕을 반사시키는 유리창 때문에 내부가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저 안에 줄리앙이 편한 의자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고 있을 터였다. 그는 오늘 경기를 완전무결하게 이겨, 기어이 놈의 똥 씹는 표정을 보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작품 후기 ============================ 궁금해서 그런데요. 퍼펙트월드 설정이 어렵습니까? 간혹 이해를 힘드시다는 분이 많더라고요. 제가 풋볼매니저를 플레이한 경험이 있어서 이를 모티브 삼아 썼던 것이라, 이 게임을 모르는 사람은 잘 모를 수도 있겠다 생각되기도 하고, 또 설명이 미비해서 그렇다고 생각되기도 하고요. 아. 그렇다고 풋볼매너저 할 생각마십시오. 3대 게임 금기중 하나입니다. 유럽에서12/12 쪽 이라, 이 게임을 모르는 사람은 잘 모를 수도 있겠다 생각되기도 하고, 또 설명이 미비해서 그렇다고 생각되기도 하고요. 아. 그렇다고 풋볼매너저 할 생각마십시오. 3대 게임 금기중 하나입니다. 유럽에서는 아마 이혼사유 순위권 안에 들었다죠. ㅎㅎㅎㅎ.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맞이하시고요. 전 또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 뵙겠습니다. 12/12 쪽 < -- 에이번드 승격토너먼트 -- > 삐이익! 호각소리와 함께 1라운드 경기가 시작됐다. 하지만, 양 팀 모두 시내를 중앙에 두고 서로 견제하기만 할 뿐 그렇다 할 공격을 감행하지는 않았다. 로리아와 제르미아가 범석을 제거하러 진형을 빠져나간 일로, 지금 갓즈나이츠와 그레이트 하이에나즈는 백중세에 놓여 있었던 탓이다. 함부로 공격해 들어갔다가는 큰 피해를 보고, 라운드를 상대 팀에 내어주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었다. “호오. 아무래도 우리의 승패 여부에 따라 1라운드의 승자가 가려지겠군. 참 재밌게 돌아가네.” 범석의 비아냥에 시내 너머에 있는 로리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마치 자신들을 무시하는 말투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이봐요. 설마 저희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죠? 만약 그런 생각이시면 냉수 마시고 속 차리세요. 월드리그 주전 검투사라도 우리 둘의 연합공격을 결코 막을 수 없어요.” “그야 그렇지. 하지만, 난 이길 수 있어. 자료화면을 통해 너희의 약점과 버릇을 모두 파악했거든. 조심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끝나버릴 거다.”회1/12 쪽 로리아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만약 자신들에게 순식간에 패배할 만큼의 약점이 있었다면, 소속팀에서 파악하고 있지 못할 리가 없었다. 다크 하이에나 팀에는 수많은 행동분석가와 코치가 있어 항시 자신들의 플레이를 보고 잘못된 버릇을 찾아 알려주고는 했다. “말도 안 돼요! 저희에게 약점이 있었다면 팀에서 먼저 알았을 것이에요.” “그럼 다크 하이에나즈팀의 안목이 없다는 뜻이겠지. 무식해서 모른다고, 너희의 약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크크크. 한 번 덤벼보라고 확인시켜 줄 테니까.” 이를 악문 로리아가 제르미아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단단히 혼내줄 필요가 있겠다. 절대 사정을 봐주면 안 된다.” “알았어요. 언니.” 대답한 그녀가 범석을 살며시 바라보더니, 싱긋 웃었다. 이로써 앞으로 자신이 벌일 이적행위는 그만이 눈치챌 수 있는 약점으로 둔갑 될 터였다. 이제는 신호에 따라 주저 없이 행동하면 됐다. “자. 시간이 없으니 빨리 시내를 건너오라고. 절대 막지 않을 테니까.”2/12 쪽 진심이었지만 로리아는 절대 믿지 않았다. 여기서 속아 함부로 넘어가다 당하면 자신만 바보가 되었다. 도강은 반드시 최대한 착지의 안전성이 보장될 때 시도해야 했다.그녀가 제르미아에게 손짓을 하며 바짝 붙으라고 했다. 동시에 들어가면 서로 보호해줄 수 있으니, 만약의 기습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다. “제르미아 곧 건너간다. 내가 셋 할 때 넘어가는 거다. 저자는 보통이 아니니까 조심해야 해. 자칫하면 당하는 수가 있어.” “염려 마세요. 제가 뒤를 확실히 봐 드릴게요.” 로리아가 가볍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자 그럼 카운트한다. 하나. 둘. 셋!” 발구름을 해 단숨에 10여 미터에 가까운 시내를 넘은 로리아가 범석을 쳐다봤다. 좋은 기회였는데 아무런 공격도 하지 않고 기다리고만 있는 모습이 너무 이상했기 때문이다. 도강 시 공세를 취하면 높은 확률로 상대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었다.그녀는 굽혔던 다리를 펴고는 범석을 노려봤다. “왜. 공격을 가하지 않는 거죠?” “쓸데없는 일이니까. 약점만 이용하면 손쉽게 제거할 수 있는데. 굳이 도강을 막을 3/12 쪽 필요는 없잖아. 시간도 없고 말이야. 크크크.” 그녀가 불안한 낯빛을 지었다. 자신감 넘치는 그의 말투에서 뭔가가 분명히 있다고 판단한 탓이다. 아니었다면 자신과 제르미아를 앞두고 저런 여유를 보일 수는 없었다. “조심해. 제르미아.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네. 언니. 언니도 조심하세요.” 로리아가 양손에 검을 그에게 겨누고는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를 보좌하듯 제르미아가 측면으로 이동하며 포위를 시도했다. 누가 봐도 위급한 상황임이 불과한데도 범석은 한발 더 나아가 스스로 그녀들의 공격범위에 몸을 위치시켰다. 연합 공격을 정면에서 맞서겠다는 뜻이었다. “간이 크시군요. 저희를 동시에 상대하겠다니 말이에요.” “말했잖아. 빨리 너희를 해치우고 본진을 도우러 가야 한다고. 그럼 자 시작하자고.” “좋아요. 하지만, 후회하실 것이에요. 햣!” 검 끝에 기세를 한껏 실은 로리아가 빠르게 다리를 교차하며 그에게 달려나갔다. 급속도로 다가오는 그녀를 본 범석이 들고 있던 카타나를 곧추세우고 온몸에 힘을 주었다. 검을 맞부딪치며 일어날 충격에 대비하고자 함이었다. 근력에서 20이 훨씬 넘4/12 쪽 게 차이 나는 그로서는, 로리아의 힘을 감당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물론 ‘위대한 의지’를 사용한다면 현격하게 그 차이를 줄일 수가 있지만, 혹시 있을 모르는 승부대결을 위해 잠시 아껴둬야 했다. 차창. 콰쾅. 첫 번째 검격으로 범석의 다리가 지면에 긴 자국을 일으키며 뒤로 밀려 나갔다. 뒤이어 이어지는 공세와 수세 속에 주변으로 붉게 달아오른 금속파편 조각이 흩어져갔다. 척 보기에는 로리아가 극히 유리해 보였다. 강인한 힘에 범석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며 간신히 맞대응하는 형세였다. 하지만, 속으로 파고 들어가면 얘기가 전혀 달랐다. 밀리는 와중에도 그의 검 끝이 항시 목줄기를 파고 들어갈 것처럼 날카로운 기세를 뿜어대고 있었던 것이다. 월드리그에서 활동하던 그녀가 그간의 기교나 경험을 다 내팽개치고 무작정 힘으로만 몰아붙이고 있던 이유는, 여기서 공세를 늦췄다가는 이어져 들어올 반격에 자신이 역으로 당할 수도 있었던 탓이다. 이에 로리아가 근처에 있던 제르미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제르미아! 빨리 와서 저자의 측면을 공격해!” 뒤이어 제르미아도 공격에 가담했다. 가뜩이나 힘에서 밀리는데 양쪽에서 검이 날아오자 범석은 정신없이 두 팔을 휘둘5/12 쪽 렀다. 제르미아와는 미연에 내통을 하기로 약조를 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는 어느 정도 전력을 다하기로 약조되어 있었다. 무작정 허투루 행동했다가는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에서 눈치를 채고 그녀를 출전 스쿼드에서 제외할 수도 있었다. 그럼 범석은 이번 경기를 승리로 이끌 좋은 패 하나를 잃게 되었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스텐드 아래 앉아 있던 관중이 일제히 일어나 함성을 질러댔다. 본진들은 미적거리며 움직임을 거의 멈추고 있지만, 프리롤끼리 이어지는 격전이 제법 흥미로웠던 탓이다. 알만한 사람들은 이번 에이스끼리의 대전에서 승리한 팀이 이번 라운드를 따간다는 사실쯤은 잘 알고 있었다. “갓즈 나이츠! 이겨라! 박쥐 같은 외지인들에게 절대 밀리면 안 돼!”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저 더러운 서부의 가난뱅이 앞잡이 녀석들을 단번에 쓸어버려!” 순간 관중석이 시끌벅적해졌다. 시합의 열기를 넘어 서로의 지역색에 대한 감정싸움으로 번져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경기장 너머로 보이는 상대 팀 팬들을 향해 갖은 욕설을 퍼부어대며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던 적의를 내뿜어댔다. 이에 조직위원회 측은 급히 보안요원들을 양 팀 간의 경계선에 배치해 만약을 대비했다.6/12 쪽 - 이런 시합 분위기가 너무 고조되는데요. 순수함을 강조하는 아마추어 경기에서 이러면 안 되죠. - 하하하. 원래 리마시티 스포츠 팬들의 다혈질적인 성향은 전 세계에서도 유명합니다. 이미 프로에 진출해 있는 야구나 축구의 더비 경기에서도 같은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간에는 검투팀이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밖에 없어 잠잠했지만, 갓즈나이츠팀이 만들어졌으니 앞으로는 달라지겠죠. - 그렇지만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 한 팀은 무조건 승격에서 제외되지 않습니까? 그럼 당분간은 서로 더비전을 치를 일도 없고요. - 그렇죠. 그렇기에 앙금은 더해지리라고 생각됩니다. 승격 탈락의 원인이 상대 팀이 되니까요. 참고로 작년 그레이트 하이에나즈를 강등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블랙 캣츠팀이 원정온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의 야유에 고생하고 있죠. 후후후. 해설자의 설명이 도화선이 됐는지 양 팀 응원 관중의 일부가 벌떡 일어나 상대편 팬 진영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들은 서로가 입던 점박이 유니폼과 은색의 셔츠를 벗고 이동한다는 점이었다. 이를 본 보안요원들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주시했다. 하지만, 아무런 폭력행위도 보이지 않았던 탓에 막을 수는 없었다. 뒤이어 터져 나오는 함성. 이동해 온 팬들이 손에 들고 있던 유니폼과 셔츠를 찢고 짓밟는 퍼포먼스를 하자, 양 팀 관중이 환호성을 질러댄 것이다. 박쥐 같은 외지인이라든지 냄새나는 가난뱅이 동부 놈들이라는 외침을 곁에서 듣기가 곤욕스러웠던 일부 타지 팬들이 응원팀을 교환하는 장면이었다. 이내 이런 분위기는 점점 양 팀 관중7/12 쪽 석에 급격히 번져나가더니, 심하리만큼 지역색으로 무장한 팬들 무리로 갈리게 되었다. “갓즈나이츠! 놈들을 작살 내버려!”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절대 지면 안 돼!” 관중의 열띤 야유와 응원 속에서 범석이 검을 휘둘러 나갔다. 입에서 거친 호흡이 뿜어나오는 것으로 보아 꽤 지친 모양이었다. 빈틈을 노리며 거세게 밀어붙이는 로리아와 절제는 됐지만, 간간이 이어지는 제르미아의 검세는 그를 꽤 곤욕스럽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러다가는 로리아를 제거하기 이전에 그가 먼저 기운을 다할 듯싶었다. ‘이런. 잘못하다가는 내가 당하겠어. 기만 작전은 여기서 그만두고, 빨리 끝낼 필요가 있겠어.’ 범석이 은근슬쩍 제르미아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쯤하고 로리아를 제거하자는 것이었다. 그녀는 알았다는 듯이 살짝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점점 범석의 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언니! 잠시만 혼자 맞상대해줘. 저자는 내가 끝장낼게.” “알았어! 조심해!”8/12 쪽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로리아가 그에게 급전근해 검을 마음껏 내질렀다. 오랫동안 팀에서 함께 생활해오던 동료에게 배신당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곧 그녀는 범석과 검을 교차하고는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 선 제르미아를 보고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한 탓이다. “죽어라!” 제르미아의 찢어지는 음성에 범석이 급히 몸을 돌렸다. ‘죽어라’라는 외침. 바로 로리아의 가슴에 검을 꽂을 테니 몸을 피하라는 신호였다. 그는 급격히 허리를 뒤틀어 검격이 날아올 방향에서 몸을 피했다. 휘이익! 퍽! 빠르게 날아간 검 끝이 정확히 로리아의 가슴을 강타했다. 입고 슈트가 크게 일렁거릴 정도의 충격에 그녀는 믿기지 않은 표정으로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이를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연기하는 제르미아. 범석이 바로 검을 틀어 그녀의 목줄기를 세차게 그어버렸다. 와아아아! 와아아아!9/12 쪽 이 장면을 똑똑히 목도한 갓즈 나이츠 팬들에게서 힘찬 함성이 터져 나왔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지만, 범석이 순식간에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에이스 둘을 동시에 해치웠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라운드는 분명 갓즈나이츠가 가져갈 공산이 컸다. “역시! 우리의 에이스다! 아주 잘했다.” “오범석! 너밖에 없다!” 피식 웃으며 본진 쪽으로 걸어가는 범석이, 행동 불능 상태에 빠진 로리아의 지척에 이르더니, 잠시 걸음을 멈췄다. “제르미아를 원망하지 마라. 다 너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 네게는 확연히 눈에 띄는 버릇이 하나 존재하기에, 그녀가 공격할 시점을 눈치챌 수 있었다. 크크크. 그럼 다음 라운드에도 부디 잘 부탁한다. 네 덕분에 편안히 승격 좀 해보자.” 말을 끝까지 들은 그녀가 창백한 얼굴을 했다. 아까까지는 그저 늘어놓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당하고 나니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월드리그 핵심급 검투사라도 자신들을 이리 간단히 해치울 수는 없었다. “자. 주인님이 이기셨다. 모두 힘을 내 공격해라!”10/12 쪽 로리아와 제르미아가 쓰러뜨리고 다가오는 범석을 보자, 갓즈나이츠의 사기가 크게 올랐다. 아직 상대에게는 와이드리그급 검투사 다섯이나 남아 있지만, 수적인 면에서 앞서는 자신들이 밀리리라고는 생각되지는 않았다. 아니 곧 범석이 프리롤을 수행할 테니, 저들은 적어도 둘 이상의 검투사를 외부로 빼야 했다. 그렇다면 전력비는 최소 11대 8로 자신들이 크게 유리해졌다. 얼마 후 예상대로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진영에서 38번과 46번의 등번호를 단 검투사들이 빠져나와, 그의 앞길을 막아섰다. 둘 다 와이드리그급 검투사로 본진은 크게 약화 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기회라고 생각한 에르피나가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지금이야! 모두 돌격해!” 선봉이었던 오스칼이 마틸다가 도강을 시도했다.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검투사들이 막으려고 급히 앞으로 나섰지만, 음산한 소리를 내며 허공을 흐르는 거검에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섰다. 이윽고 에리카를 비롯한 중견들과 후미들이 선봉의 지원으로 도강에 성공하고는 일제히 달려들었다. 차창. 창. 깡!11/12 쪽 그레이트 하이에나즈는 밀려오는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적으로 밀리는데다가 진형 구성에도 불리해 어쩔 수 없었다. 상대의 공세를 막기에는, 지금의 추행진은 적절하지 못했다.그녀들은 결국 죽을 둥 살 둥 팔을 휘저으며, 간신히 버티기만 할 뿐이었다. “모두 막아야 해! 빨리 진을 방어진으로 바꾸고.” 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다. 오스칼의 들고 있던 거검을 마구 휘두르자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진형도 깨져나가고 있었다. 남아 있는 3명의 와이드급 검투사들이 분전하며 앞을 막아섰지만, 겹겹이 날아오는 검 끝에 뒷걸음질을 물러서야만 했다. 패전에 기운에 쌓인 이때 14번을 단 한 검투사가 에리카의 검에 허벅지를 맞고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주변에서 동료들이 도우려 했지만, 마틸다와 레이메이가 진입을 가로막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곧 14번 검투사는 달려드는 중견에 포위되어 허무할 정도로 쉽게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들었다.============================ 작품 후기 ============================ 아참. 빨리 비축분 작업을 해야하는데. 계속 놀게 되네요. 매일 한 편씩 맞추는 것도 힘들 지경입니다. 이래서 쉬면 안되는데요. ㅠㅠ. 킹판월이 끝났다는 분위기에 그만 휩쓸려서요. ㅠㅠ. 아무래도 정신무장을 철저히 하고 키보딩을 해야겠습니다. ㅎㅎ12/12 쪽 힘들 지경입니다. 이래서 쉬면 안되는데요. ㅠㅠ. 킹판월이 끝났다는 분위기에 그만 휩쓸려서요. ㅠㅠ. 아무래도 정신무장을 철저히 하고 키보딩을 해야겠습니다. ㅎㅎㅎ.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힘들 지경입니다. 이래서 쉬면 안되는데요. ㅠㅠ. 킹판월이 끝났다는 분위기에 그만 휩쓸려서요. ㅠㅠ. 아무래도 정신무장을 철저히 하고 키보딩을 해야겠습니다. ㅎㅎㅎ.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 -- 에이번드 승격토너먼트 -- > “모두 모여! 이대로라면 끝장이야!” 42번의 등번호를 단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대장 검투사가 소리를 버럭 질러댔다.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자팀 검투사들을 수습하지 않으면 1라운드는 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갓즈나이츠의 파상적인 공격 속에서 이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뒤로 물러나도 곧바로 달려들어 거검을 날리는 오스칼로 인해 간신히 모이던 진이 여지없이 부서지기 일쑤였다. 이를 잘근 물은 42번 검투사가 오스칼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안 되겠다! 저 아이부터 없애!” 이에 15번 검투사와 31번 검투사가 그녀에게로 달려나갔다. 그러나 수적 우위를 보이는 갓즈나이츠에서 이를 두고 보기만 할 리가 없었다. 곧바로 마틸다와 레이미가 가세하더니, 오히려 압박하며 밀어붙였다. 차창. 창. 깡! “꺄아아아!!”회1/13 쪽 사방에서 번뜩이는 검격에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검투사들이 차례로 픽픽 쓰러졌다. 솔직히 이번 1라운드는 에이스인 로리아와 제르미아를 잃고, 또다시 범석을 막기 위해 38번과 46번 검투사가 진에서 이탈했을 당시, 끝이 났다고 볼 수 있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두세 명의 적에게 겹겹이 싸여 조직적인 공격을 당하면 쉽사리 상대하기 어려웠다. 이는 범석에게도 마찬가지. 와이드리그급의 검투사인 38번과 46번 검투사를 맞아 지금 꽤 고생하고 있었다. 추호의 머뭇거림 없는 연합공격이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쳇. 미치겠네. 아무래도 프리롤을 포기해야겠어.’ 버티기만 한다면 까짓것 상대하지 못할 쏘느냐만, 이대로라면 극심한 체력 손실이 예상되었다. 차라리 동료들과 가세해 함께 상대하는 편이 나았다. 다행히 지금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본진은 철저히 무너져 소생할 가능성이 없는 상태였다. 지금 38번 46번 검투사가 가세한다고 해도 전황은 달라지지 않을 듯 보였다. 생각을 정리한 범석이 곧바로 뒤로 물러서더니, 한창 마무리 작업을 수행하는 팀원들을 향해 냅다 줄행랑을 쳤다. “레이미! 미를리! 나를 도와라!” 힐끔 그가 쫓기는 모습을 본 레이미와 미를리가 급히 진형을 빠져나와 38번, 46번 2/13 쪽 검투사에게 달려들었다. 이제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본진은 서너 명만이 남은 상태. 다른 팀원에게 맡겨도 그리 큰 문제는 없었다. “주인님. 수고하셨어요.” 바로 뒤돌아선 범석이 레이미를 보며 싱긋 웃었다. 하지만, 바로 달려드는 38번 46번 검투사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검을 내질러야 했다. 차창. 창. 캉. 2명의 팀원이 가세하자 상황은 판이해졌다. 비록 레이미와 미를리가 상대보다 실력이 떨어지지만, 어느 정도 대적할 수 있는 수준은 되었다. 여기에 후위로 빠져 있던 범석이 빈틈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공격을 날려대는 터라, 충분히 차이를 극복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는 범석이 마음만 먹는다면 손쉽게 이들을 해치워버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적극적인 공세를 감행하지 않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앞으로의 경기를 위해 앞으로 계속 프리롤 역할을 맡게 될 자신의 체력을 보존할 필요가 있었고, 또 1라운드가 곧 있으면 끝나기 때문이다. - 1라운드 경기 끝났습니다! 예상을 뒤엎고 갓즈나이츠가 손쉽게 승리를 했습니다.3/13 쪽 장내 아나운서의 방송멘트에 범석이 검을 내려놓고 뒤를 돌아봤다. 에르피나가 이끄는 팀원들 외에는 그 누구도 서 있지 않은 것을 보아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대장 검투사를 잡은 것이 분명했다. 그는 여전히 앞에서 씩씩거리는 38번과 46번 검투사를 보며 싱긋 웃고는 더그아웃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와아아아! 갓즈 나이츠 최고다! 다음에도 그렇게만 해!” “우우우우! 운이 좋았을 뿐이다. 다음 라운드에는 그런 요행이 없을 테니 좋아하지 마라!” 요란한 팬들의 성화를 받으며 범석이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겨우 10분 남짓이 흘렀을 뿐이었지만, 그는 무척 지친 상태였다. 프리롤을 수행하며 4명의 상대 검투사와 차례로 맞붙었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번 라운드에는 ‘위대한 의지’도 사용하지 않은 상태라, 평상시보다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의 벤치에 덥석 주저앉고는 심호흡으로 가쁜 숨을 가라앉혔다. ‘일단 1승이다. 이제 2승째를 올릴 차례다.’ 범석은 2라운드에서도 승수를 쌓을 셈이었다. 1라운드의 패전으로 적의 기세가 한 층 꺾이기는 하겠지만, 좀 더 몰아세울 필요가 있었다.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에서 초반 2패를 안게 된다면, 불안 차원을 넘어서 공황에 빠지게 되었다. 그다음 세 번의 4/13 쪽 라운드에서 1패나 2무만 한다면 바로 경기가 끝이 나기 때문이다. 그는 시선을 돌려 안드레아를 불렀다. 1라운드의 행운의 여신이 제르미아였다면 2라운드는 바로 그녀였다. “안드레아. 다이아나와 함께 이쪽으로 와봐.” “네. 범석님. 무슨 일이시죠.” 범석이 다급히 다이아나와 함께 다가온 그녀를 보며 말했다. “으음. 별것은 아니고 2라운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물어보려는 거야.” “글쎄요. 이번에는 정석대로 2진을 내보내는 것이 어떨까 싶은데요.” “2진은 왜?” “1라운드를 수행한 후 주전들이 무척 지쳐 보이니까요.” 그가 이번에는 다이아나를 바라봤다. “다이아나. 감독으로서 네 생각은 어때?” “네. 저도 2진을 내보내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주전을 내보내 2승을 얻으면 좋겠지만, 아시다시피 저희는 저들에 비해 체력적인 면이 떨어지잖아요. 만약 주력을 내보냈다가 비기기라도 하는 날이면 앞으로의 라운드가 힘겨워질 테니까요.” “그렇지? 하긴 나도 헛물이 나오도록 싸우는 통에, 무척 지쳤다. 일단 이번 라운드는 5/13 쪽 쉬는 편이 좋겠다. 그럼 다이아나 1라운드에 참가하지 않은 팀원과 후미. 그리고 일부 주전들을 포함 시켜서 2진을 구성하도록 해. 난 빼고 말이야.” “네. 알겠어요.” 결정을 지은 범석이 모두를 돌려보낸 후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열심히 2진급 명단을 작성하는 다이아나를 보고 싱긋 웃었다. 그 옆에서 유심하게 지켜보는 안드레아의 모습도 보였던 탓이다. 이제 그녀가 저 명단을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에 전해주는 순간. 바로 2승이었다. 약간 지쳤다지만 자신들 주력이 놈들의 2진을 이기지 못할 리가 없었다. 얼마후 스쿼드 작성 작업을 마무리되자 안드레아가 슬그머니, 뒤쪽으로 빠져나와 전자수첩을 꺼내 들었다. 이를 본 범석이 휘파람을 불며 일어나 탈의실 문쪽으로 다가갔다. 그곳에 단말기에 전원을 공급해주는 플러그가 있었던 탓이다. 그는 다른 팀원들이 보지 않는 틈에 바로 코드를 뽑아버리고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간신히 명단 제출 시간까지 30초가 남았을 때, 다이아나가 비명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주인님! 단말기가 고장 났나 봐요! 아무리 조작해도 화면이 안 켜져요.” 범석이 유유히 일어나 그녀에게 걸어갔다. “무슨 소리야? 잘 만져 봐. 이상이 생길 리가 없잖아. 시합 전에 항시 전산시스템 운6/13 쪽 영자가 와서, 고장 여부를 살핀다고.” “하지만, 진짜 안 켜져요.” 이때 탈의실 문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비너스가 소리쳤다. “주인님. 여기 전원 코드가 빠졌어요!” “정말이야? 빨리 연결해! 시간 없어!” 이윽고 다시 켜지는 단말기 화면. 부팅 하는 동안 전전긍긍 거리던 다이아나가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이미 명단 제출 시간이 지났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기 위한 무언의 표현이었다. 그렇다면 규칙에 따라 주전이 다시 2라운드에 출전해야 했다. “주인님. 어떻게 해요. 제출 시간이 넘었어요. 아무래도 이번에는 주전이 나가야 할 것 같아요.” 뜻하는 바 결과를 얻었지만, 범석이 팀원들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이번 사건이 사고였음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안드레아를 이번 한 번만 이용하기에는 아까운 면이 있었다. “도대체 누구야! 지나다닐 때 조심해야지! 그리고 코드가 뽑혔으면 다시 끼워놔야 할 것 아니야!”7/13 쪽 “…….” 아무 말 없이 고개만 푹 숙이는 팀원들을 본 범석이 표정을 풀었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계속 노기를 뿜어내, 타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코드를 뽑은 것은 자신이었고, 괜히 분위기를 다운시켜 1라운드의 승리로 급격히 상승한 사기를 다시 떨어뜨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전광판에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2진급 명단을 떠있음을 본 범석이 흥겹게 박수를 쳐대며 격려를 해댔다. “자자. 과거의 일은 어쩔 수 없으니, 모두 잊도록 해라. 운이 좋게도 상대 팀에서 2진급을 내보냈다. 자 모두 힘을 내서 2라운드도 승리하자. 그럼 2승으로 승격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넷!” 승격 가능성을 언급하자 팀원들이 언제 그랬다는 양 들뜬 얼굴을 했다. 프로가 되어 당당히 주인님 앞에 설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진 탓이다. 이번 2라운드만 승리를 한다면, 프로의 꿈은 바로 발 앞에 놓이게 되었다. “자! 나가자!” 손을 번쩍 들어 기세를 돋운 범석이 헬멧을 착용하고 밖으로 나섰다. 이제 이번 라운8/13 쪽 드만 제대로 잘 풀어나간다면 그레이트 하이에나팀은 끝장이었다. 초반에 2패를 안으면 팀 분위기가 극악으로 달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들 대부분은 주인 없는 엘프들이라, 자신들과 달리 기필코 승리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없었다. “여어. 이게 누구야? 로리아. 또 만났네.” 경기장 중앙으로 와 다시 프리롤 역할을 맡은 범석이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로리아를 보고는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이에 반해 그녀는 불안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며 들고 있던 검 끝을 살며시 떨어댔다. 자신의 버릇이 노출되어 2진급 경기에 나섰는데, 다시 범석을 만나게 된 것이다. 1라운드처럼 어이없게 당할 수 없던, 로리아가 간신히 용기를 내어 그를 노려봤다. “이번에는 아까처럼 되지 않을 것이에요.” “후후. 그게 쉽게 될까? 너는 이미 내게 약점이 노출되었다고. 그 버릇이 나오는 순간 끝이야.” 그녀가 이를 부득하고 갈았다. 남의 약점을 가지고 놀리고 범석이 너무 얄미웠던 탓이다. “도대체 내게 무슨 버릇이 있다는 거죠!” “글쎄 뭘까? 뭐 당장에 고칠 수는 없으니, 힌트 정도는 줘도 되겠지. 네 버릇은 정신9/13 쪽 을 집중할 때 은연중에 나오고 있어. 다만, 자세히 비디오 플레임 하나하나를 판독하기 전에는 찾을 수 없다는 점이 문제랄까? 덕분에 우리 팀에서 결투 중에 네 버릇을 알아챌 수 있는 정도의 실력자는 나밖에 없지. 그러니 나 이외에 상대를 만나면 안심해도 돼.” 로리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두루뭉술한 내용으로 자신의 버릇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범석도 이 이상은 말할 수가 없었다. 없는 버릇을 무엇으로 설명하겠는가? 그가 이처럼 떠벌이는 이유는, 그저 로리아에게 불안감을 심어주어 결투를 유리하게 이끌고 가기 위함이었다. 그녀가 만약 조언대로 정신집중을 하지 않고 취하는 동작 하나하나를 의심한다면, 너무도 손쉽게 해치울 수가 있었다. 정신이 흐트러진 상황에서 이길 만큼 범석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아는지 모르는지 로리아가 검을 상단에 세우며 전투준비에 들어갔다. 평소와는 다른 검식을 취해 버릇을 제거하려는 의도였다. “좋아요. 이번에는 아마 다를 것이에요. 이제까지와는 다른 형태로 당신과 싸울 테니까요.” “뭐. 상관없지. 하지만, 네 버릇은 본능 차원에서 비롯되는 약점. 쉽사리 고칠 수가 없을걸.” “그건. 두고 보면 알 일이죠.”10/13 쪽 범석이 경기시작 카운트 장면을 흘낏 본 후 검을 중단에 세웠다. “하긴. 네 말대로다. 경기 중에 알 일을 지금 말해봐야, 내 입만 아프지. 이번에도 네 도강을 막지 않을 테니, 얼마든지 건너와 봐라.” 로리아가 피식하고 웃었다. 지금은 2진급과 함께 나온 상황. 2라운드의 목적은 무승부였다. 자신이 일부러 도강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장난하세요. 제가 왜 넘어가야 하죠.” 삐익! 경기 시작 신호와 함께 범석이 좌측을 향해 힘껏 뛰었다. 시냇물을 사이에 두고 뒤따라 달리던 로리아가 눈을 크게 떴다. 지금까지는 모르고 있었지만, 그의 스피드가 장난이 아닌 탓이다. 월드리그의 후보로 활동하고 있는 자신조차 따라잡을 수 없다니, 이건 말이 안 됐다. 얼마후 경기장 좌측 외벽에 거의 다다른 범석이 힘껏 점프해 도강했다. 그러나 미처 따라오지 못한 그녀는 별다른 공격을 취하지 못했다. 로리아는 그를 해치울 좋은 기회를 허무하게 놓쳐버렸다는 사실에, 무척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어, 어떻게 그렇게 빠를 수가 있죠?”11/13 쪽 “원래부터 빨랐어.” 범석의 검이 맹렬한 기세로 공간을 갈랐다. 갑작스러운 공격이었지만 이미 태세를 갖추고 있던 로리아가 가볍게 검을 내리치며 공격 방향을 꺾어놓았다. 그러나 이미 막힐 줄 알고 있었다는 듯 그의 검이 기괴하게 휘어지며 그녀의 하복부를 향해 날아갔다. 힘보다는 부드러움과 속도에 기인한 공격이기에 로리아는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자칫 힘으로 맞대응하다가는 예상치 못한 변초에 당한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녀가 취한 자세는 상단. 방어보다는 공격에 주안점을 둔 자세라 막기보다는 피하는 편이 나았다. 휭. “받아요!” 범석의 검이 안면 앞을 스쳐 가자, 로리아가 발을 박차고 검을 내질렀다. 거의 반사적인 공격이라 무척 빠르고 위력적이지만, 범석은 쉽사리 검을 맞대어 막을 수가 있었다. 거리를 둔 상태에서 날아온 터라, 대응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던 탓이다. ‘훗. 역시 제법이군. 하지만, 너무 조심하고 있어.’ 그녀는 상단의 동작으로 범석을 대적하고 있었다. 공격 위주의 자세이기에 언제든 12/13 쪽 상대를 갈라버릴 듯한 기세를 담고 있어야 하지만, 몇 보나 떨어진 채로 자신을 견제하고만 있을 뿐이었다. 한 마디로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대지만, 꼬리를 가랑이 밑으로 감춘 형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어색함은 본연의 실력을 떨어뜨리거나 실수를 유발하기 쉬운 법. 그 틈을 노린다면 반드시 해치울 수 있었다. 어느덧 여유가 생긴 범석이 한 참 전투를 수행 중인 본진 쪽을 바라봤다.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도 이미 도강을 하고는,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2진급 검투사를 밀어붙이는 상황이었다. 굳이 가지 않아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빠른 승리를 위해서는 자신이 가서 상대의 본진 후위를 흔들어 놓을 필요가 있었다. 어찌 됐든 주전은 한 더 싸워야 하니, 경기 시간을 줄여 체력소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작품 후기 ============================ 오. 요사이 롯데가 잘 나가네요. 오늘 12 : 4. 그것도 기아를 상대로요. 후덜덜. 반면 LG는 ㅠㅠ. 아무래도 LG는 플레이오프와 그리 인연이 없나 보네요. 그럼 모두들 편한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13/13 쪽 ============================ 작품 후기 ======================================================== 작품 후기 ============================ 오. 요사이 롯데가 잘 나가네요. 오늘 12 : 4. 그것도 기아를 상대로요. 후덜덜. 반면 주전은 한 더 싸워야 하니, 경기 시간을 줄여 체력소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작품 후기 ============================주전은 한 더 싸워야 하니, 경기 시간을 줄여 체력소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작품 후기 ======================================================== 작품 후기 ============================ 오. 요사이 롯데가 잘 나가네요. 오늘 12 : 4. 그것도 기아를 상대로요. 후덜덜. 반면 주전은 한 더 싸워야 하니, 경기 시간을 줄여 체력소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작품 후기 ======================================================== 작품 후기 ============================ 오. 요사이 롯데가 잘 나가네요. 오늘 12 : 4. 그것도 기아를 상대로요. 후덜덜. 반면 주전은 한 더 싸워야 하니, 경기 시간을 줄여 체력소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작품 후기 ============================ 주전은 한 더 싸워야 하니, 경기 시간을 줄여 체력소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작품 후기 ============================주전은 한 더 싸워야 하니, 경기 시간을 줄여 체력소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작품 후기 ============================주전은 한 더 싸워야 하니, 경기 시간을 줄여 체력소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작품 후기 ======================================================== 작품 후기 ============================ 오. 요사이 롯데가 잘 나가네요. 오늘 12 : 4. 그것도 기아를 상대로요. 후덜덜. 반면 주전은 한 더 싸워야 하니, 경기 시간을 줄여 체력소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작품 후기 ======================================================== 작품 후기 ============================주전은 한 더 싸워야 하니, 경기 시간을 줄여 체력소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작품 후기 ============================주전은 한 더 싸워야 하니, 경기 시간을 줄여 체력소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작품 후기 ============================주전은 한 더 싸워야 하니, 경기 시간을 줄여 체력소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작품 후기 ============================주전은 한 더 싸워야 하니, 경기 시간을 줄여 체력소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작품 후기 ============================주전은 한 더 싸워야 하니, 경기 시간을 줄여 체력소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작품 후기 ============================주전은 한 더 싸워야 하니, 경기 시간을 줄여 체력소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작품 후기 ======================================================== 작품 후기 ============================< -- 에이번드 승격토너먼트 -- > ‘자. 요리를 끝냈으니, 슬슬 잡숴볼까. 후후.’ 기세와 자신감을 완전히 꺾어버리고 어색한 동작까지 이끌어냈으니 이미 끝난 대결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직도 힘의 차이라는 불리함이 있지만, 저런 흐리멍덩한 자세에서 제대로 발휘될 리도 없었다. 게다가 그는 곧 ‘위대한 의지’를 사용할 예정이었다. 그렇다면 근력의 차이가 10대 초중반이 되니, 극심하게 밀리는 경우는 생길 수 없었다. ‘호오. 아냐 아냐. 여기서 시간 차 카운터 공격을 테스트해 보는 것이 좋겠어.’ 카운터공격. 간단히 설명해서 받아치기 기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범석의 카운터 공격은 절대 단순한 받아치기 기술이 아니었다. 검격을 날리는 순간에 예기치 않은 속도의 변화를 주어, 상대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하는 고난도의 기술이었다. 전에 플레이하던 게임에서 긴 시간을 투자해 연마했기에, 제법 자신감도 있었다. 다만,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위대한 의지’라는 특성이 전보다는 속도 변화가 다소 적어, 제대로 성공할지 의문이라는 점이었다. ‘뭐. 상관없지. 어차피 위대한 의지도 발동시켜야 하니까. 생각난 김에 연습하는 셈 치지.’회1/14 쪽 작정한 그가 로리아와의 거리를 급격하게 줄이며 검을 휘둘렀다. 상대를 몰아세워 수를 앞서나간다면, 카운트 공격의 성공확률은 그만큼 높아졌다. 창 차창 창 연이어 무구들이 격돌하며 사방으로 찢어질 듯한 금속음을 뿌려댔다. 높은 민첩에서 나오는 범석의 쾌검은 제대로 집중을 못 하는 로리아를 당황스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버릇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동작과 자세를 살피는 통에, 제대로 반응하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호오. 그런다고 버릇이 나오지 않을까!” “절대로 안 나와요! 저는 십수 년을 센트럴리그에서 활약한 검투사에요. 자신을 스스로 살펴볼 능력쯤은 가지고 있다고요.” 연거푸 달아오른 금속 파편이 터져 나왔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힘에 강철 무구들도 버티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어느새 이들의 검은 잔 상처가 아로새겨지며, 금속 특유의 윤택이 사라지고 있었다. 쾅. 콰쾅.2/14 쪽 우연히 날아온 그녀의 검격에 범석의 몸이 주르르 뒤로 밀려다. 아무리 수세에 몰리고는 있지만, 로리아의 힘은 무시 못했다. 그라도 실수를 했다는 바로 급소를 맞고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들 수 있었다. 검술에는 기교와 기술도 필수였지만 이를 뒷받침해주는 힘도 중요했다. ‘이런, 이런. 빨리 체력 단련을 해 힘을 키우든가 해야지. 이거 위험스러워서……. 쳇.’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범석을 결코 입 밖으로 내뱉거나 티를 내지는 않았다. 상대의 기를 살려주는 일을 사서 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정심을 쏟아 검을 휘두르며 카운터 공격을 날릴 시기를 재 나갔다. 이윽고 날아오는 강맹한 한 수. 잔영이 길게 늘어져 보일 정도로 빠른 일격이었지만, 카운터를 날리기 아주 알맞을 만큼 너무 정직하기도 했다. 호기라고 생각한 타이밍을 맞춰 검을 든 두 손을 뻗었다. “위대한 의지!” - 띠딩. 플레이어의 모든 능력치가 +10 증가합니다. 까아앙. 쾅.3/14 쪽 육중한 양손 검을 타고 들어간 카타나의 검 끝이 로리아의 왼쪽 어깨 한가운데를 강타했다. 그 충격에 그녀는 자세를 흐트러뜨리며 뒤로 물러서게 되었다. 그리고 서서히 왼팔이 축 늘어지며 움직임을 멈췄다. 물리력반응슈트가 관절부위를 강하게 압박하던 탓이다. 로리아가 깜짝 놀라 계속해서 뒷걸음질을 쳤다. 양손검을 다루는 그녀에게 한쪽 팔을 잃는다는 것은, 곧 극심한 전투력 하락을 뜻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범석이 비웃음을 흘려대며 경직된 자세로 서 있는 로리아에게 걸어갔다. 비록 노렸던 가슴 언저리가 아닌 어깨에 맞기는 했지만, 충분히 그녀의 정신을 빼놓을 수 있는 성과라 할 수 있었다. “뭐긴. 뻔하지. 똑같은 말 계속하게 하지 말고. 덤비기나 해.” 하지만, 로리아로서는 지금 그를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양손이 멀쩡할 때도 밀렸는데, 한 손만 남은 상황에서 뭘 어쩌란 말인가? 아마도 순식간에 당하지만 않아도 다행이었다. 이내 굳은 얼굴을 한 로리아가 뒤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팬들 앞에 창피한 일이지만, 차라리 도망을 다니며 체력을 낭비하게 하는 편이 훨씬 이득이라고 생각됐다.4/14 쪽 ‘호오. 그랬단 말이지. 하지만, 내 앞에서는 쓸데없는 발버둥이지.’ 범석이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하고 웃었다. 그는 민첩이 92인데다가 위대한 의지로 +10이 더 상승해 있었다. 도망쳐봐야 따라잡는 일은 너무도 손쉬웠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그녀를 경기장 한구석에 몰아놓고는, 좌측으로 방향을 바꾸며 튀자 바로 뒤를 쫓았다. “꺄아아악!” 줄행랑을 치던 로리아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는 그의 모습을 보자 기겁했다. 웬만한 스프린터보다 빠른 질주에 바로 뒤를 잡혀 버린 탓이다. 이대로라면 무방비 상태로 등을 내어줄 수도 있는 일. 그녀는 발을 멈추고 검을 마구 휘저어댔다. “햐앗!” 좌우로 날아드는 검 끝을 피한 범석이 칼자루를 꽉 부여잡고 빠르게 다가섰다. 로리아가 다급히 몸을 뒤틀었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다. 교묘하게 휘어져 들어오는 카타나의 검날 부위가 오른쪽 허벅지를 정확히 강타하며 스쳐 지나간 것이다. 서서히 경직되어 가는 오른쪽 다리를 본 그녀가 당혹해하며 발을 끌었다. “로리아 이제 끝이다!”5/14 쪽 그는 로리아의 곤궁함에 전혀 개의치 않고 검을 강하게 내려쳤다. 상대편을 쓰러뜨려야 이겨야 하는 검투경기에서 배려라는 자체가 우스운 얘기였다. 창. 깡. 연속적으로 날아오는 카타나에 로리아의 검이 사방으로 튕겨져나갔다. 아무리 근력이 높다지만 한 손으로 양손의 힘을 능가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지금 그녀가 든 검은 무게가 나가는 양손검이었고, 범석은 전보다 강해진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몇 번의 맞붙임이 있었던 직후, 그녀의 검이 카타나에 휘말리더니 하늘 높이 치솟아올랐다. 지렛대 원리의 반탄력이 가미되자 바로 퉁겨져 나가버린 것이다. “아, 안 돼!” 빈손이 된 로리아가 화급히 허리에 차 있던 다른 검을 꺼내려는 순간, 시퍼런 검날이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이 큰 빈틈을 바로 앞에서 놓칠 만큼 범석은 녹록하지 않았다. 행동불능 상태에 그녀는 자신이 이리 처참하게 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지, 멍한 눈빛을 지으며 쓰러져갔다. 이제 여기서 머뭇거릴 이유가 없던 그가 한 창 전투가 벌어지는 본진을 바라봤다. 이 짧은 시간에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검투사들은 만신창이가 된 채, 전멸로 향해 치닫고 있었다.6/14 쪽 “아무래도 저쪽도 거의 끝나가는 것 같군. 로리아. 그럼 다음 라운드에도 또 부탁해.” 하며 범석이 잽싸게 본진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의 머릿속에는 서둘러 이번 라운드를 종료시키고 쉬자는 생각밖에 없었다. 2라운드를 연속해서 뛰는 일은 자신이나 팀 주전들에게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긴 휴식을 통해 마지막 최종전을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이내 범석의 기습을 당한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은 정신없이 무너지다가 결국에 가서는 패배를 당했다. 이로써 갓즈나이츠는 2승. 이제는 1승만 올리면 4강전에 진출하게 되었다. 우와와와! 우와와와! 경기장 내에는 갓즈나이츠 팬들의 열띤 함성만이 들려오고 있었다. 반면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팬들은 야유를 보내야 한다는 것도 잊은 채, 그저 망연자실한 표정만을 짓고 있었다. 2라운드 결과 2패를 안은 시점에서 무슨 할 말을 하겠는가?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며 응원하는 팀이 역전 승리를 일궈내기만을 기원할 뿐이었다. 이를 더그아웃 투명 아크릴 칸막이로 바라본 범석이 싱긋 웃으며 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7/14 쪽 “자자! 이제 1승이나 2무만 남았다. 지금처럼만 하면 충분히 따낼 수 있는 승수이니 염려하지 마라!” “넷!” 대답하는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의 목소리에 흥분이 가득 묻어나오고 있었다. 눈앞에 승격이 보이고 있으니, 감격에 겨울 수밖에 없었다. 그녀들은 서로의 손을 꽉 지금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때가 아니다. 비록 상대의 기세가 크게 약화 되었다고는 하나, 실력 면에서는 여전히 우리를 앞선다.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 “네. 알겠어요!” 고개를 주억거린 범석이 손짓을 해 다이아나와 레이미, 안드레아를 불러냈다. 3라운드 명단을 작성하기 위해서였다. “다이아나. 3라운드의 스쿼드 구성을 어떻게 하기로 했지?” “글쎄요. 제 생각에는 이번에 주전이 나가야 할 것 같아요.” “무슨 소리야? 지금 주전들은 무척 지쳤다고.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야?” “네. 주인님 말씀이 백번 옳아요. 저는 물론이고 검투경기를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우려를 표할 것이에요.” “그런데. 왜 이런 변칙 전략을 꺼내 들고자 하는 거지.”8/14 쪽 다이아나가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테니까요. 지금 저들은 4강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3전 전승을 해야 하는데, 나머지 세 라운드 모두에 주전을 참가시키기에는 체력적인 무리가 따라요. 그러니 저희의 2진급 검투사들의 출전이 확실시되는 3라운드에, 자기네들 2진을 넣으려고 할 것이에요. 저들 구성원은 모두가 프로급 이상이라 객관적으로 봤을 때 2진 간의 전력에서 크게 앞서요.” 하긴 갓즈나이츠의 2진은 무척 약한 면이 있었다. 후보급 7명 전부가 세미프로 수준의 실력이었고, 포함되는 다섯의 주전 중 셋이 거의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후미였다. 당연히 에어리어리그 프로급 이상의 검투사로만 구성된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2진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를 봤을 때, 그레이트 하이에나즈는 주전을 무리시키지 않기 위해, 한 번쯤은 2진대 2진의 대결 카드를 집고 싶어할 터였다. “그렇겠군. 그래서 이번 라운드에 무리해서라도 주전을 보내 경기를 끝내자는 거지? 2라운드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2진급이 나올 테니까.” “네. 맞아요.” 범석에 레이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9/14 쪽 “레이미 네 생각은 어때?” “글쎄요. 나쁘지 않다고 봐요. 2라운드를 먼저 따낸 이상, 한 번쯤 모험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돼요. 운이 나빠 전략이 실패하면 2승 1패. 성공하면 바로 4강 진출이니까요.” “으음. 모험이라……” 말끝을 흐리던 범석이 안드레아를 바라봤다. “안드레아 내 생각은 어때? 일단 오늘은 너도 코치이니, 의견을 한 번 제시해봐.” “글쎄요. 저는 범석님의 말대로 2진을 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2승을 따놓은 이상 굳이 모험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혹시 모르는 일이니 주전들의 체력을 아껴야죠.” “그래? 그럼 2 대 2네. 자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렇다면 감독의 말에 따르는 편이 좋겠지. 다이아나. 일단 네 생각대로 스쿼드를 짜도록 해.” 다이아나가 흔쾌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알겠어요.” 범석이 다시금 안드레아를 바라봤다.10/14 쪽 “아무래도 감독이 다이아나니까. 감독 말대로 하자. 이해할 수 있지?” 아쉬운 기색을 한 그녀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수긍했다. “네. 그러죠. 그런데 범석님. 한 가지 질문 좀 드려도 돼요?” “음. 해봐. 뭔데?” 손을 꼼지락거린 안드레아가 용기를 내 기어이 입을 열었다. “저, 저기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로리아양을 어떻게 그렇게 손쉽게 제압하셨어요? 무슨 버릇이 있다고 하는데, 그건 또 뭔가요?” 순간 자리를 떠나려던 레이미와 다이아나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쏘아봤다. 너무 노골적으로 첩자 질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난 것이다. 범석의 명으로 참고는 있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는 듯 보였다. 이를 눈짓으로 만류한 그가 안드레아를 바라봤다. 어차피 없는 얘기. 떠벌인다고 하등 해가 될 것이 없었다. “뭐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대답해 주지. 로리아는 결정적인 순간, 오른쪽 눈과 어깨가 미세하게 흔들려. 그래서 아까 1라운드 때와 2라운드 때 내게 당한 거지. 하지만, 본능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단시간의 노력으로 고칠 수 없다. 즉 오늘만큼은 그녀11/14 쪽 는 내 밥이 된다는 얘기지. 후후후.” “아. 그렇군요. 그래서 이전 라운드에서 쉽게 이기셨군요.” “그래. 그럼 궁금한 점이 풀렸어?” “네.” 그녀가 바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더니, 사방의 눈치를 살폈다. 아무래도 메시지를 보낼 타이밍을 엿보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쉽사리 전자수첩을 꺼낼 수는 없었다. 안드레아의 행동이 얄미운지, 범석의 엘프들이 치근거리며 방해를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화장실을 들린다는 핑계로 더그아웃을 빠져나갔다. ‘후후. 계속 잘 보내라. 한 번 어깨에 깁스하고 오른쪽 눈에 안대를 한 로리아의 모습을 보고 싶다.’ 피식 웃은 범석이 다이아나에게 신호를 보냈다. 지금 이때 후보 명단을 작성하라는 것이었다. 사실 그는 2승을 올린 지금, 주전들의 체력을 크게 손상하면서까지 연 세 라운드를 출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기면 다행이지만, 체력적인 문제로 패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손해가 막심했기 때문이다. 괜히 본 경기에서 끝낼 일을, 승부대결까지 질질 끌고 갈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주력들을 2라운드 연속으로 쉬게 할 수는 12/14 쪽 없었다. 만약 그녀들이 이번 라운드까지 출전하지 않는다면 4, 5라운드를 연속해서 뛸 수 있는 체력을 비축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최종전을 저들의 주력과 맞붙을 가능성이 많은바, 그로서는 당연히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로리아가 수작에 놀아났고 제르미아가 자신의 편이라고는 하지만, 쉬운 2진을 나두고 싱싱한 체력의 주력과 맞붙을 필요는 없었다. 그가 계획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4라운드에서 2진과 맞붙어 이번 경기를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주인님. 여기 명단 어때요?” 다이아나가 가져온 명단을 보던 범석이 수긍을 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후보 7명과 후미인 에르피나, 비너스, 폴리아. 그리고 창사인 헤라와 레이메이등 총 12명이었다. 원형진을 만들기에 적합한 멤버로, 방어전을 통해 상대를 지치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으음. 괜찮아. 다만, 헤라와 레이메이는 다음 라운드에 많이 뛰어야 할지 모르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해. 안 되겠다 싶으면 곧바로 행동불능상태에 빠져서 푹 쉬라고 하고.” “네. 알겠어요.” 그녀가 돌아가자 얼마 후에 안드레아가 돌아왔다. 시계를 잠시 바라본 범석은 아직 13/14 쪽 시간이 안 되었음을 알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에게 2진 출전소식을 알리는 일은 명단제출 마감시각 바로 전이었다.============================ 작품 후기 ============================ 오늘 살며시 대항해시대를 건들여 봤는데, 자꾸 땡기네요. ㅎㅎㅎ. 아무래도 지워야 할 듯요. 가뜩이나 진도도 안나가는데, 겜까지 했다가는 ........ 후덜덜.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4/14 쪽 ============================ 작품 후기 ============================ 오늘 살며시 대항해시대를 건들여 봤는데, 자꾸 땡기네요. ㅎㅎㅎ. 아무래도 지워야 할 듯요. 가뜩이나 진도도 안나가는데, 겜까지 했다가는 ........ 후덜덜.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4/14 쪽 ============================ 작품 후기 ============================ 오늘 살며시 대항해시대를 건들여 봤는데, 자꾸 땡기네요. ㅎㅎㅎ. 아무래도 지워야 할 듯요. 가뜩이나 진도도 안나가는데, 겜까지 했다가는 ........ 후덜덜.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 -- 에이번드 승격토너먼트 -- > “아차. 안드레아. 할 말이 있다. 빨리 이리와 봐.” 범석의 부름에 안드레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무슨 일이신데요?” “별일은 아니고. 출전 명단이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출전 명단이 변경되었다니요?” “으음. 잠시 네가 나가 있는 사이에 고민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네 말대로 2승을 올린 상태에서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이아나에게 2진 명단을 올리라고 했어. 알고 있어라.” 안드레아가 더그아웃 오른쪽 벽면에 비치되어 있던 벽시계를 바라보더니, 파리한 얼굴빛을 지었다. 출전 명단 제출 시간까지 30초도 남지 않은 까닭이었다. “저, 정말인가요? 그런데 왜 지금에 와서야 말씀 주시는 거죠?” “으음. 아까 얘기해 주려고 했는데, 자리에 없더라고. 그런데 어디 다녀온 거야?”회1/13 쪽 안드레아의 표정이 볼만할 정도였다. 본의 아니게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에게 계속 잘못된 정보만을 전해주고 있으니, 당혹스러울 만도 했다. 그녀는 엉덩이를 들썩거리더니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이미 늦었지만 변경된 내용을 전해줘야만 했다. 이를 본 범석이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모두에게 소리쳤다. “이번에는 2진들이 나간다. 방어로 일관할 테니, 확실히 준비해놓도록 해.” “넷!” 우렁찬 대답 뒤로 다이아나가 이번에 출전할 명단을 불렀다. 호명 받은 검투사들은 헬멧을 어깨춤에 끼고는 미리 준비해놓은 무구들을 들고 밖으로 걸어나왔다. 완전무장을 한 그녀들은 전의를 다진 후, 입장하라는 장내 방송소리와 함께 경기장으로 나갔다. ‘후후후. 아주 잘 속아 넘어가 주고 있어. 이러면 나야 편하지.’ 로리아가 없다는 점이 다르지만, 예상대로 그레이트 하이아즈팀은 주력을 출전시키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들은 이제 연속 세 라운드를 주전들로만 싸워야 하거나, 아니면 4라운드에 2진을 출전시켜야 했다. 후자가 되면 최상의 결과가 되지만, 전자만 돼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무리 뛰어난 무위를 가지고 있더라도 세 라운드를 연달아 뛰게 되면 체력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2/13 쪽 그는 다이아나 곁에 다가가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다이아나. 이번 라운드의 목적을 잘 알고 있겠지?” “네.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의 체력을 소모 시키는 일이잖아요. 에르피나는 물론 다른 팀원들에게 잘 주지시켰고 제가 모니터링 하며 적절히 명령을 내릴 것이니 염려하지 마세요.” “그래. 그럼 잘 부탁한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범석이 차분히 경기를 감상했다. 얼마후 경기시작 호각신호와 함께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검투사들이 일제히 도강하기 시작했다. 이에 갓즈나이츠는 뒤로 물러나 원형진을 짜고는 그녀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창. 쾅. 콰쾅. “모두 공격해 들어가! 적 진영을 무너뜨려야 해.” 앙칼진 제르미아의 목소리와 함께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검투사들이 돌진해 들어갔다. 위태위태한 적이 몇 번이나 있을 만큼 강력한 공세였지만, 2진들은 여하튼 잘 막아내고 있었다. 에르피나가 적절한 명령이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힘에 밀려 외곽의 원형이 움푹 파이는 것으로 보아 불안함이 없지 않아 있었다.3/13 쪽 어느새 범석의 시선이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이번 라운드에서 2진이 이른 시간 내에 허물어지게 된다면 작전에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 쾅. 쾅. 거센 방패를 두드리는 소리가 더그아웃 투명 아크릴 칸막이를 뚫고 실내까지 파고들고 있었다.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주력들이 어떻게든 원형진을 뚫으려 검을 마구 휘둘러 댔다. 갓즈나이츠의 2진들이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진형의 이곳저곳에 뜻하지 않은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다행히 결정적인 순간에 제르미아가 남모르게 도와주고 있어 버티고는 있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었다. 범석이 시계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겨우 5분 넘은 시점. 만약 지금 무너져내린다면 3라운드를 내준 보람도 없이, 상대 주력들은 싱싱한 체력을 유지할 터였다. ‘최소 10분만 버텨라. 10분만.’ 서서히 움직이는 듯한 초침은 그의 마음을 더욱 조급히 했다. 잠시 잠깐 시계를 보는 사이에도 원형진은 점점 더 와해 되어가고 있었다. 노도와 같이 밀려드는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공세는 그만큼 막강했다. 물론 4라운드에서 상대의 2진급과 싸우게 된다면 이런 걱정은 허사로 돌아가지만, 미래의 일을 알 수 없으니 최대한 체력을 낭비하게 하는 편이 나았다.4/13 쪽 “버텨야 해! 우리가 시간을 끌면 주전들이 편해져. 그럼 우리는 승격과 함께 프로가 되는 거야!” 그 말이 도화선이 된 듯 갓즈나이츠의 2진들의 움직임이 기민해졌다. 그리고 이는 팀원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어, 이전보다 방어진이 더욱 굳세어졌다. 프로가 된 후 주인이 기뻐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절로 힘이 나던 탓이다. 갓즈나이츠의 장점 중 하나인 승리에 대한 열정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주인님을 위해 절대 질 수 없어!” “그래. 오늘 이겨서 반드시 프로가 돼야 해!” 갑자기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검투사들이 흠칫하며 잠시 뒤로 물러났다. 비록 미약한 실력을 지녔지만, 프로생활을 해오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투지가 뿜어져 나오던 탓이다. 생소한 적의 변화에는 일단 주의를 기울이고 봐야 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갓즈나이츠 진형을 새로 재정비하는 시간을 벌어줄 뿐이었다. “뭐해! 공격해! 이번 판 비기면 우리는 끝이야!” 다급하게 소리치는 대장검투사의 명령에,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검투사들이 다시 달려들었다. 만약 이번 판이 무승부가 된다면 자신들은 다시 1무만 내어줘도 패하게 5/13 쪽 됐고, 나머지 라운드를 모두 이겨도 갓즈나이츠에게 유리한 승부대결을 펼쳐야 했다. 쿵쾅. 콰쾅. 둔탁한 소리와 함께 격렬하게 진동하는 방패. 그 뒤에 서 있던 헤라와 레이메이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다가오는 상대 팀 검투사를 향해 창끝을 찔러대고 있었다. 이를 총 지휘하는 에르피나가 사위를 살피며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상대팀의 위력적인 공격에, 원형진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진형이 기이한 형태로 일그러졌기 때문이다. 이러다가는 곧 검방의 장벽이 뚫리고 팀은 전멸로 갈 터였다. 그녀는 전광판 시계를 한 번 바라보고는 눈빛을 가늘게 떴다. 10분의 시간이 조금 넘은 시점이니, 목적한 바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었다. 어차피 패할 라운드. 이제 다음 작전으로 넘어가도 무방하리라 보였다. 그녀가 레이메이를 향해 힘껏 소리쳤다. “레이메이! 최종 작전을 수행해!” 명령을 받은 그녀가 사방을 훑어보더니, 한 엘프를 찾았다. 22번 등번호를 단 제르미아였다. 그녀들은 살짝 시선을 마주해 은밀한 신호를 보내고는 진형 좌측으로 모여들었다. 바로 그곳에 비너스가 있기 때문이었다. 레이메이가 동년 생 친우인 그녀에게 속삭이듯 말했다.6/13 쪽 “비너스. 작전 시작이다. 어떻게 하는 줄은 알지?” “어. 알아. 걱정하지 마.” 대화를 마친 순간 제르미아의 검이 비너스의 방패 사이를 지나 정확히 이마에 꽂혔다. 옆에 있던 한 갓즈나이츠의 검방 검투사 놀라 검을 휘두르려고 했지만, 레이메이가 내지른 창끝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미소로 고마움을 화답한 제르미아가 그 검방 검투사와 레이메이를 공격해 치명적인 타격을 안겨주었다. 우와와와! - 역시 제르미아입니다. 몸값을 제대로 해주는군요. 세 명의 팀원이 동시에 녹다운이 돼버리자, 갓즈 나이츠의 진형이 급소도로 무너져 내렸다. 우레와 같은 팬들의 성원을 받는 제르미아가 곧 진의 중앙에 지척에 이르자 검을 내질렀다. 헤라가 막으려고 급히 이동을 해왔지만, 에르피나의 발끝에 다리가 접질려 그대로 나동그라졌다. 눈짓으로 감사를 표한 제르미아가 쓰러져 있는 헤라의 등에 검을 꽂고는 그녀에게 달려나갔다. 창. 차창. 쾅.7/13 쪽 진형이 철저히 무너져 내림에도 에르피나가 미소를 지으며 방패와 검을 휘저어댔다. 작전이 너무도 잘 들어맞아 벌써 제르미아의 검에 쓰러진 동료가 넷이나 됐다. 이제 자신만 쓰러 준다면, 제르미아는 5킬에 대장 검투사까지 쓰러뜨리는 큰 공을 세우게 되었다. ‘이걸로 이제 된 거야.’ 물론 오늘 경기를 위해서라면 이렇게 일부러 당해주는 것은 좋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더 버티면 그만큼 상대의 체력을 깎아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껏 치가 떨리도록 당한 범석이 오늘의 승리만으로 줄리앙에 대한 복수를 마무리할 리가 없었다. 그는 그레이트 하이에나팀뿐만 아니라, 하이에나그룹의 자랑인 다크 하이에나즈팀도 몰락시킬 참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그 누구도 그녀가 매수된 사실을 눈치채서는 안 됐다. 이에 에르피나는 생색내기로 몇 번 검을 맞대고는 교묘하게 급소를 내어주었다. 퍽. 3라운드를 승리로 이끈 제리미아가 주먹 쥔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팬들은 그녀의 활약에 크게 감동하여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비록 약한 2진들을 상대로 얻어낸 승리였지만, 2패 후 맞이하는 달콤한 승8/13 쪽 리였다. 3전승을 해야 한다는 것과 2전승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엄연히 달랐다. “역시 최고다! 제르미아! 다음 라운드도 부탁한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범석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려졌다. 2진으로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주력을 10분 넘게 상대했으니, 나쁘지 않은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돌아오는 출전 검투사를 일일이 반긴 후, 다시금 코치진들을 모았다. 물론 안드레아도 포함이었다. “자. 다음은 어떤 전술로 나갈까?” 다이아나가 바로 대답했다. 미리 짜인 각본이 있으니, 머뭇거릴 이유가 전혀 없었다. “제 생각으로는 또다시 2진을 꾸려 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아니 왜? 통상 전법상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에서도 2진이 나올 것 같은데. 만약 그러면 저들이 원하는 대로 될 뿐이잖아.” “네. 주인님 말이 맞긴 하는데요. 통상 전법상 저희는 이번에 주력이 나가야 해요. 그렇기에 저들은 절대 주전이 나올 수밖에 없죠. 2진을 내보냈다가 지면 바로 경기가 끝이 나니까요.”9/13 쪽 그럴싸한 표정을 지은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으음. 그럼 이번 라운드도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주력의 체력을 깎아 먹는 데 사용하자는 거야?” “네. 맞아요. 그러면 저희는 5라운드에서 극도로 지친 상대의 주력이나 2진들과 맞붙게 되니, 그만큼 승률이 높아져요.” “하지만, 만약 5라운드에서 패전을 하게 되면 이대로 탈락이잖아. 그냥 4라운드에서 끝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아니요. 4라운드라면 저희가 체력적 열세에서 싸워야 해요. 라운드 출전횟수가 동일 한 데다가, 저들의 기본적인 신체능력이 우리보다 앞서니까요. 만약 이 불리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패했다가는 5라운드에 극심한 어려움에 빠질 수 있어요.” 그가 레이미를 바라보며 자문했다. “레이미 네 생각은 어때?” “으음. 나쁘지 않다고 봐요. 우연히 로리아의 버릇을 알아내 초반 2라운드를 저희가 따냈지만, 그래도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전력은 우리를 크게 앞서요. 최소한 체력적인 면에서 우위를 갖는 편이 낫다고 생각돼요.” 범석이 안드레아를 돌아봤다.10/13 쪽 “안드레아. 네 생각은?”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다른 스포츠와 달리 검투는 강팀이 이길 공산이 무척 큰 경기에요. 불리한 싸움을 두 번 하는 것보다야, 유리한 싸움을 한 번 하는 편이 낫다는 얘기죠. 두 분 말씀대로 이번에도 2진을 내보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열심히 귀 기울이는 척을 한, 범석이 뿜어져 나오는 미소를 간신히 참았다. 안드레아 이리 말하고 있다면,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에서도 4라운드에 2진을 내보기를 바라고 있다는 얘기였다. 하긴 주력의 3라운드 연속 출전은 저들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1라운드에서 처참 깨진 이미지가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는 상황에서, 체력적 부담을 안고 주전 대 주전의 대결을 수행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었다. “뭐. 다들 그렇게 말한다면, 그러는 편이 좋겠지. 그럼 다음도 2진을 내보낸다. 다들 불만 없겠지?” “네.” 다아아나가 코치진들을 이끌고 황급히 단말기 옆 탁자로 가 명단 작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주전을 출전시킬 예정이었기에 별 의미 없는 행동이라 할 수 있겠지만, 안드레아를 낚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4라운드 출전을 위해 눈을 감고 쉬고 있는 사이, 한 여인의 째지는듯한 비명이 들려왔다.11/13 쪽 “꺄아아악! 말도 안 돼!” 슬그머니 눈을 뜬 범석이 피식하고 웃었다.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2진과 갓즈 나이츠 주전의 이름이 나란히 나열되어 있는 전광판의 출전자 난과 놀란 듯 몸을 부들 떨며 일어나 있는 안드레아를 봤기 때문이다. 그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대뜸 다이아나에게 따지듯 물었다. “감독님! 어떻게 된 일이죠! 논의한 내용과 전혀 다르잖아요. 왜 저희 주전이 출전하고 있는 거죠?” 다이아나가 범석을 바라봤다. 사실관계를 밝혀도 되냐는 무언의 질문인 듯 보였다. 이에 출전하기 위해 헬멧과 무구를 챙긴 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허락을 받은 그녀가 안드레아를 똑바로 직시했다. “아주 간단해. 4라운드에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에서 2진을 내보낼 예정이었기 때문이지.” “도대체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에서 2진을 내보낸다는 것은 어떻게 알죠? 설마 저희 팀에서 첩자를 숨겨 놓은 건가요?” “아니. 하지만,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에서는 보냈지. 다행히 우리를 뒤에서 돕는 사람들이 정보를 알려와 진작 알아챘고, 적에게 매수된 그녀를 통해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어 오늘의 결과가 일어나게 했어. 어때 이제 이해 가지? 우리 팀을 떨어뜨리기 12/13 쪽 위해 약물까지 복용한 너라면 절대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순간 갓즈 나이츠의 팀원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안드레아의 등에 와 박혔다. 대화하는 내용과 분위기를 살펴볼 때,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에서 첩자를 심어놓았고, 그자가 바로 안드레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팀원들이 분기를 뿜어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자신들을 배신했다는 사실이 용납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모두 그만! 지금은 4라운드 승리가 우선이다. 아직 경기 끝나지 않았다!” 범석의 외침에 멈춰선 팀원들이 입구 터널로 발길을 옮겼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이번 라운드는 무척 중요했다. 2승인 지금 한 번의 승리는, 곧 4강 진출을 뜻했기 때문이다.============================ 작품 후기 ============================ 아. 그러고 보니 곧 추석이네요. 어렸을 때는 무척 기다리는 날이었지만, 지금 그닥........ 후후후. 조카들 용돈 주는 거야 과거에 받은 것이 있으니, 흔쾌히 주겠지만 가족친지들이 합창하듯 장가 가라는 소리는 영........ ;;;; 후우~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아. 그러고 보니 곧 추석이네요. 어렸을 때는 무척 기다리는 날이었지만, 지금 그닥........ 후후후. 조카들 용돈 주는 거야 과거에 받은 것이 있으니, 흔쾌히 주겠지만 가족친지들이 합창하듯 장가 가라는 소리는 영........ ;;;; 후우~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 -- 에이번드 승격토너먼트 -- > 경기장 중앙에 선 갓즈나이츠의 주전들이 날카로운 눈매로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2진들을 바라봤다. 오늘의 사건과 함께 그동안 저들이 벌여온 작태가 떠오르자 분기를 참을 수 없었던 탓이다. 그녀들은 들고 있는 검과 창을 꽉 쥐며 경기 시작시각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삐이익! 경기시작 신호와 함께 오스칼을 선두로 범석과 마틸다가 도강을 시도했다. 이를 뻔히 보고도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검투사들은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지금 구성한 방진이 흐트러트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도강을 방해하기 위해 몇몇 검투사를 전진배치했다가 당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이번 라운드는 필시 패할 수밖에 없었다. ‘후후. 방진이라……. 무승부를 노리는 모양이군. 하지만, 뜻대로 될까?’ 튼튼한 방진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능숙한 검방 검투사가 많이 필요했다. 반면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은 대부분 공격성향이 높은 검투사로 스쿼드를 구성해 놨다. 아무리 뛰어난 검투사라도 익숙지 못한 무기를 사용하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실수가 잦을 수밖에 없었다. 이 틈을 강인한 힘을 지닌 오스칼이 파고들고, 자신이 기술적으로 도움을 준다면 충분히 분단시켜버릴 수가 있었다.회1/15 쪽 다만, 조심해야 할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진형 중앙에서 서서 팀원을 지휘하는 로리아였다. 오랫동안 검투사 생활을 해왔으니, 방진에도 능숙할 테고, 동료에게 보호되니 잡기도 쉽지 않을 터였다 “모두들 돌격해 들어간다! 절대로 물러서지 마라!” “넷!” 갓즈나이츠의 돌진을 정면에서 받아낸 방진이 크게 일렁거렸다. 뒤이어 온 힘이 담긴 오스칼의 일격이 충돌지점을 강타했다. 쾅하는 소음과 함께 18번을 단 검투사가 뒤로 쭉 밀려났다. 하지만, 뒤에 자리 잡고 있던 로리아가 지지를 해준 탓에, 진형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모두. 집중해! 한치라도 실수했다가는 바로 진이 무너지게 돼!” 로리아의 다급한 음성에 동료 검투사들이 더욱 밀집하며 진형을 공고히 했다. 비록 숙련되지 못한 무구를 들고 있지만, 특유의 단결력으로 극복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과거부터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에 몸담으며 함께 호흡해온 사이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점점 뒤로 밀림은 물론, 간신히 가다듬은 진형에도 다시금 금이 가기 시작했다. 모두가 이번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서 나오는 차이로 이런 결과가 발생하게 되었다. 주인을 위해 프로가 돼야 한다는 사명감을 지닌 엘프와 프로리그에 올라가도 그저 명예만을 얻는 엘프의 정신상태가 같을 2/15 쪽 수는 없었다. 게다가 지금 갓즈나이츠 팀원들은 안드레아의 건으로 극심한 분노에 휩싸인 상태였다. 창. 차창. 콰쾅. 쾅. 궁지 몰려 있던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진형에 기어이 사단이 터져 나왔다. 12번 검투사가 오스칼의 거검을 막기 위해 방패를 위로 들이댈 때, 범석이 재빠르게 무릎 부위를 베어버린 탓이다. 그녀는 경직되어는 다리로 쩔뚝거리며 뒤로 물러났지만 레이메이가 긴 창으로 발을 걸자 그대로 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이때다 싶은 그가 곧바로 검을 거꾸로 쥐고 12번 검투사의 복부를 힘껏 찍었다. “끼아악!!” 한 명의 행동불능으로 비게 된 전방으로 중앙의 검투사 하나가 앞으로 나가 메웠다. 방진을 깨기 어려운 점 중 하나가 바로 손실된 인원이 꾸준히 채워지기 때문이다. 하나 혹은 둘이 당하면 중앙에 있는 검투사가 이를 채우면 되었고, 셋이 당하면 9명이 정 삼각형을 이루면 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한 명을 잃어도 다시 8명이 2열 횡대로 다시 방진을 구성하면 그뿐이었다. 그렇기에 방진을 깨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돌파를 통해 철저히 분단시키는 일이었다.3/15 쪽 “어떻게든 돌파해야 해! 모두 힘을 내!” 범석의 호령에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일제히 방진 중앙 두드렸다. 분노와 투지로 가능 찬 공격에 큰 충격을 받았음에도 그레이트 하이에나즈는 뒷걸음질을 칠 뿐 진을 흩트리지 않았다. 어설픈 진형과 무구라는 단점을, 오랜 프로리그 생활 동안 몸속으로 익혀왔던 경험으로 극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의외로 쉽지 않음을 느낀 그가 후미에 있는 비너스를 불러냈다. 그녀는 듀얼실더로 방어에 특화되었지만, 오후 3시가 훨씬 넘은 지금 ‘금성의 환상’의 특성으로 팀 내 3번째의 근력 보유자가 되었다. 돌파가 지지부진한 지금 뒤쪽에만 머물기에는 아까운 면이 있었다. “비너스. 가장 선두에 서서 적진을 돌파해.” “제가요? 전 후미인데요.” “상관없어. 지금은 네 힘과 방어력이 필요하다.” “네. 알겠어요.” 비너스가 양쪽 방패를 겹치고는 앞을 향해 무작정 달려나갔다. 단순한 돌파시도였지만 아주 효과만점이었다. 거검을 휘둘러 뚫는 오스칼과는 달리 직접적으로 몸을 밀어 비집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쾅. 콰쾅. 쾅.4/15 쪽 “얘는 또 뭐야! 어서 해치워!” 저돌적으로 파고드는 비너스의 돌파에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검투사들이 당혹스러워했다. 지금까지 경기를 플레이해오면서 이렇게 무식하게 방진에 달려드는 검투사는 처음 봤다. 평소라면 얼씨구나 간단히 해치워버렸겠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자신들이 휘두르는 검과 창을 양손에 든 대형 타워실드로 손쉽게 막아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공격할 구석도 보이지 않았다. 호기라고 느낀 범석이 오스칼과 마틸다를 향해 소리쳤다. “오스칼, 마틸다! 지금이다! 비너스의 뒤를 밀어줘.” 그녀들이 바로 비너스의 등 뒤로 가 힘껏 밀기 시작했다. 범석을 비롯한 중견의 다른 검투사들은 그녀들이 포위되지 않도록 접전을 펼치며 압박해 갔다. 서서히 벌어지는 방진의 입구. 지금까지는 강한 힘을 지닌 로리아 뒤를 받쳐졌기에 버텼지만, 비슷거나 혹은 훨씬 높은 근력을 지닌 셋이 동시에 밀자 더는 어쩔 수가 없었다. “아, 안 돼! 밀린다!” 결국, 로리아가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넘어갔다. 그러자 앞뒤로 위치한 서넛의 5/15 쪽 검투사들도 도미노처럼 같이 넘어지며 방진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돌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범석의 시선은 로리아에게 박혀 있었다. “방진을 돌파는 나중이다! 먼저 바닥에 쓰러진 얘들부터 없애!”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몸을 일으키려는 로리아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만 제거하면 4라운드는 승리한 것이 다름없었다. 지금껏 오스칼이 갖은 애를 썼음에도 돌파하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그녀가 뒤에서 꿋꿋이 받쳐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뭐해! 쓰러진 동료를 구해!” 대장 검투사의 명령에 그레이트 하이에나의 검투사들이 방진을 와해시키며, 앞으로 달려나왔다. 진형을 무너뜨리는 일은 무척 위험한 일이었지만, 로리아가 당하는 순간 이번 라운드가 끝임을 잘 알고 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자신들만으로는 오스칼을 앞장세운 갓즈나이츠의 돌파를 견뎌내기 어려웠다. 차창. 창. 쾅, 콰쾅. 치열한 난전이 사방에서 벌어졌다. 사방을 바라보며 머뭇거리던 비너스가 급히 에르피나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방진이 무너진 이후의 명령은 듣지 못했으니,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려는 생각에서였다.6/15 쪽 에리카는 바닥에 쓰러져 있던 28번 검투사를 해치우고는 범석에게 달려갔다. 로리아를 제거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었기에, 뒤를 받쳐줄 필요가 있었다. “지금이다! 여기서 경기를 끝내자!” 고함을 내지른 범석이 몸을 일으키려는 로리아를 계속 압박해 나갔다. 7번을 단 검투사와 13번을 검투사가 달려들었지만, 에리카와 마틸다에게 맡기고는 그녀에게만 집중했다. “야앗!” 로리아가 들고 있던 방패를 휘저으며 계속 바닥을 기었다. 그가 발 빠르게 공격하며 도저히 일어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 그녀의 등 쪽으로 음산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오스칼이 자신이 맡고 있던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검투사를 해치우고 가세를 한 것이다. 이에 로리아가 방패를 들이대어 막았지만, 언 발에 오줌을 누는 어리석은 짓에 불과했다. 거검의 강력한 물리력에 방패가 퉁겨져 나가자 범석이 바로 카타나로 목을 그어버렸다. “꺄아아악!”7/15 쪽 서서히 몸을 경직시키는 그녀가 동료를 바라봤다. 이미 대부분이 쓰러지고 대장 검투사와 몇몇이 포위된 채로 일방적인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척 봐도 패전을 면하기는 어려운 일, 지그시 눈을 감았다. 할 만큼 했으니 이제 포기할 때였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나머지도 다 쓸어버려!” 남아 있던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검투사들이 필사적으로 버티려고 했지만, 이내 하나씩 차디찬 바닥에 쓰러졌다. 뻥 뚫린 공간을 뚫고 무수히 날아오는 검 끝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얼마후 마지막 남은 대장 검투사조차 쓰러지자, 경기 종료를 알리는 방송 아나운서의 멘트가 들려왔다. - 대단합니다. 전력상 불리함을 안았던 갓즈나이츠가 4라운드 경기결과 3승 1패로 4강전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우와와와! 벌떡 일어나 환호를 보내는 갓즈나이츠의 팬들의 함성으로, 장내에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경기 시작 전 만에도 과연 이길 수 있을까? 걱정했을 만큼 막강한 전력의 그레이트 하이에나즈를 깨고 4강전에 진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승리를 간절히 바라는 팬들로서,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8/15 쪽 “잘했다! 꼭 4강전에서 이겨 프로리그에 진출해라!” “갓즈나이츠! 통쾌하게 잘해줬다. 동부의 이방인 놈들의 콧대를 아주 잘 꺾어줬다.” 응원소리를 들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범석이 동쪽 응원석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부글부글 끓는 눈으로 쏘아보는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팬들을 놀리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관중석 맨 꼭대기 VIP룸에서 방방 뛰고 있을 줄리앙에게 조롱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오늘의 승리로 그는 1년간 아마추어리그에 푹 썩어야 했고, 흑사회의 치려는 의도가 무산되었다. 아마도 꽤 열이 받았으리라 생각됐다. 그는 입구까지 나와 마중을 하는 다른 팀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짐을 챙기고는 바로 경기장 밖을 나섰다. 사흘 후에 4강전이 있으니, 빨리 돌아가서 오늘의 쌓인 피로를 풀어야만 했다. 저벅. 저벅. 외부인 출입금지 푯말이 붙어 있는 경기장 복도. 걸음을 분주히 옮기던 범석이 팀원의 수가 한 명 모자라는 것을 보고 다이아나를 바라봤다. 다름 아닌 안드레아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드레아는 어디 갔어?”9/15 쪽 그녀가 긴 한숨을 내쉬더니, 자신이 아는 바를 간략히 설명했다. “휴~ 주인님과 주전들이 경기하는 사이에, 먼저 짐을 싸들고 돌아갔어요. 만류해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그냥 보내줬어요. 괜히 남아 있던 다른 동료 검투사들과 불화라도 일어나는 날이면, 문제가 생길 요지도 있고요.” “으음. 그래? 잘했어. 솔직히 엘프가 무슨 죄가 있겠냐. 다 그 줄리앙과 주인의 잘못이지.” “하긴 그래요. 엘프들은 주인의 명령이라면 뭐든 하니까요. 그런데 말인데요. 안드레아를 어쩌실 건가요? 아마추어검투협회 측에 고발하실 건가요?” “글쎄?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서 시끄럽게 만들 필요는 없겠지. 물증이 없으니 역으로 우리가 당할 수도 있으니 말이야.” 그때 어딘가에서 낯설지 않은 한 남성의 목소리가 그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봐. 잠시만 멈춰보지.” 제자리에 선 그가 느릿하게 걸어오는 한 젊은 남성과 수행인으로 보이는 정장 입은 몇몇 인사들을 보더니 미간을 지그시 모았다. 결코, 대면하고 싶지 않은 상대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여어. 줄리앙. 여기까지 무슨 행차 신가? 지금 준비해 놓은 샴페인을 깨기도 모자랄 10/15 쪽 판국일 텐데.” 조롱 어린 말투에 줄리앙이 자신도 모르게 손을 불끈 움켜쥐었다. 하지만, 목적을 위해서 잠시 노기를 가라앉힐 필요가 있었다. “농담할 기분이 아니다. 할 말이 있으니 따라와라.” “훗. 할 말이 있으면 여기서 간단명료하게 해. 너와 달리 나는 4강전 준비 때문에, 아주~ 할 일이 많거든.” “여기서 할 말이 아니다.” “그럼 나중에 전화로 해. 뭐 받을지는 의문이겠지만……. 후후후.” 자리를 뜨려는 그를 줄리앙이 붙잡았다. “좋다. 그럼 다른 팀원들을 먼저 보내라. 그건 괜찮겠지?” 물끄러미 그를 한 번 바라보고 난 범석이 자신 소유의 엘프와 엠마를 제외한 모두를 먼저 보냈다. 무슨 얘기를 지껄이는지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됐지. 이제 말해봐.” 줄리앙이 슬며시 엠마에게 눈길을 주었다. 앞으로 할 얘기는 흑사회 멤버인 그녀가 11/15 쪽 들어서 좋을 것이 없었다. “저 아이는? 쟤가 있으면 곤란한 얘기인데.” “후후. 그렇게 곤란하면 하지 마. 누구 덕분에 나 무척 피곤해서, 집에 얼른 가고 싶다.” “내가 아니라 네가 곤란하다는 거다.” 범석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럴 일 없을 테니, 네가 지레짐작으로 염려할 필요 없다.” “그래?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내가 원하는 바를 얘기하지. 당장에 흑사회와 손을 떼고 엠마를 팀에서 쫓아내라.” 그가 입가에 비웃음을 한껏 머금었다. 다 끝난 마당에 그딴 헛소리를 짓거리니 어이가 없었다. 이미 둘 사이에는 앙금의 골이 깊이 파여 있었다. 줄리앙은 모르지만, 당했던 범석은 절대 여기서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후후. 농담하지 마. 내가 왜 애꿎은 엠마를 쫓아내야 하지?” “네게 아주 큰 선물이 돌아갈 테니까. 들어보면 꽤 만족할 것이다.” 걱정스러웠는지 엠마가 다가와 그의 옆에서 섰다. 인간이란 자신의 이익에 약한 법, 12/15 쪽 혹시나 배신할까 두려웠다. 이에 등을 두드리며 안심시킨 범석이 줄리앙을 노려봤다. 그는 게임상의 이득을 위해 자존심을 팔 생각이 전혀 없었다. “무슨 선물인지 모르지만, 안 푸는 것이 네 자존심을 위해 좋을 거다. 지난 사건들로 나 지금 상당히 열이 받은 상태거든.” “네게 수억 크랑이 생기는 일인데도? 구미가 당기지 않나?” “훗. 수억 크랑?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려면 당장 꺼져라. 하이에나그룹 전체를 줘도 사양한다.” 줄리앙이 눈을 가늘게 떴다. 말하는 투로 보아 이제 회유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탓이다.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무척 후회할 텐데?” “후회? 너나 하지 마라. 내가 근래에 뒷골 당기는 일을 너무 많이 당해서, 그 대가를 확실히 치르게 해줄 생각이니까. 오늘 경기는 시작에 불과하니, 단단히 각오해 둬라.” 줄리앙이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기껏해야 아마추어 검투팀을 운영하는 자가, 하이에나그룹의 후계자인 자신에게 선전포고를 하니 우스웠다. 마치 하룻강아지에게 짖음을 당하는 호랑이가 된 기분이었다.13/15 쪽 “세상 물정을 아예 모르는 놈이군. 좋아. 확실히 뭉개 주마.” “능력은 되고? 이번 일 처리를 보아하니, 제법 병신 짓 좀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안드레아를 이용해 뻘짓거리하는 건 아주 예술이었어. 덕분에 나야 편했지만…….” 줄리앙이 안면을 붉으락푸르락 만들며 뒤로 돌아섰다. 패장이 된 지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장담은 훗날 제대로 한 방 먹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았다. “나, 나중에 두고 보자. 반드시 오늘 일을 후회하도록 해주마.” “후후후. 기대하고 있겠다. 하지만, 될 수 있으면 오늘처럼 얼굴은 비추지 마라. 기껏 기껏 먹은 밥 얹히기는 싫으니까.” 발길을 멈칫거렸다가 다시 떠나가는 줄리앙의 몸이 심히 떨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 이런 수모를 당해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는 입술이 찢어질 정도로 꽉 깨물고는 어딘가로 사라져 갔다. 이를 가만히 지켜본 범석이 휘하 엘프들과 엠마를 데리고 곧장 아론에게로 향했다. 3일 후에 있을 4강전을 위해 오늘 푹 쉬며 체력을 회복해야 했다.============================ 작품 후기 ============================14/15 쪽 오늘 무척 덥네요. 입안에 땀띠 나는 줄 알았습니다. ㅎㅎㅎ. 며칠만 있으면 9월에 추석인데, 이렇게 더워서야........ 이거 아무래도 기후가 완전히 맛이 갔나 봅니다. 정작 여름에는 시원하고 말입니다. 그럼 날이 선선해지는 그 날까지 더위 조심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또 찾아뵙겠습니다.15/15 쪽 < -- 프로리그를 준비하다 -- > 4강전에 붙은 상대는 윈드 포스팀이었다. 2년 전까지 에이번드 에어리어리그에서 활약했던 검투 팀이지만, 자금난으로 많은 검투사를 내보냈던 탓에 그리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게다가 이번에는 줄리앙이 그 어떠한 수작도 부리지 않아, 부담 없이 이길 수가 있었다. 하이에나그룹 놈들이 조용해 약간 불안하기는 했지만, 이날 범석은 갓즈나이츠팀과 함께 환호를 올리며 자축했다. 이번 승리로 에이번드 에어리어 리그 진출이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그는 자신이 보유한 마이크로 엔지니어링사 주식 46만주를 주당 519크랑으로 모두 처분했다. 경제 여건이 풀리고 있어 좀 더 오를 듯도 보였지만, 프로진출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당장에 자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결승전 종료된 시점에서 2주가 흐른 후에 프로검투협회에서 평가단이 찾아오는데, 그때까지 모든 요건을 갖추지 못한다면 진출권 자체가 물 건너가게 되었다. 자금을 마련한 범석이 가장 먼저 훈련캠프를 지으면서 발생한 8000만 크랑의 빚과 레이메이를 영입하며 생긴 100만 크랑의 미지급금을 갚았다.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그는 빚지고는 못하는 성미였다. “이제 다 지었네.” 느지막한 저녁 무렵. 야외훈련을 모두 마친 그가 휘하 엘프와 엠마를 데리고 훈련 캠프 한편에 있는 사무실 건물로 찾아갔다. 오늘 하루 공사장이 조용해서 혹시나 했는회1/14 쪽 데, 조금 전 제임스에게서 모든 공사가 마무리되었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그는 새로운 보금자리에 한껏 기대를 안고 문 앞에 섰다. 스르르. 아무런 소음도 없이 열리는 자동문. 안으로 들어서자 짙은 벽면 도색제 냄새가 풍겨왔다. 그리고 자동으로 켜지는 LED 조명 빛이 복도를 밝게 비추었다. “괜찮은데.” 그가 먼저 들린 곳은 1층의 좌우로 뻗은 복도였다. 네다섯 명이 한꺼번에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었는데, 의료실과 자료실. 시청각실 등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압력 센서로 자동으로 작동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간 범석이 널찍한 회의실과 사무실 등을 감상하고는 다시 3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자신의 집무실이 될 이사장실을 끝으로 한 마디 감상평을 늘어놓았다. “아무래도. 사무용 가구나 집기를 사려면 돈 좀 들겠는데. 또 인테리어도 다시 해야 하고.” 새로 지은 건물이었니, 내부가 텅 비어 있음은 당연했다. 이 안을 채워 넣으려면 많은 돈이 들어갈 터,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그저 집 안살림을 꾸미는 일과 널따란 3층 2/14 쪽 사무실 건물 전체를 채우는 일이 같을 수는 없었다. 그는 다시 밖으로 나가 3층으로 된 숙소 건물로 향했다. “이런. 이런.”숙 소 건물 또한 사무실 건물과 다르지 않았다. 샤워실을 겸비한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그 무엇하나 구비 되어 있지 않았다. 침대나 전자레인지, TV, 냉장고등을 배치하려면 상당한 돈이 들어가리라 생각됐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팀원 모두가 주인을 모시는 엘프이기에 출퇴근을 원한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3층. 즉 자신과 휘하 엘프들이 머물 침실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꾸밀 이유가 없었다. 그가 뒤를 따라온 엠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엠마. 너는 어떻게 할래? 출퇴근으로 할래? 여기서 지낼래?” 엠마가 물끄러미 방 안을 둘러보더니 관심 어린 눈빛을 지었다. 25제곱미터에 이르는 방 안에서 혼자 지내게 되니 불편함은 없을 보였고, 지금 지내고 있는 원룸의 월세도 아낄 수 있었다. 게다가 언제든지 원하면 훈련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범석과 휘하 엘프들에게 검술 수련을 받을 수 있으니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었다. “제가 여기서 지내도 괜찮겠어요?”3/14 쪽 “물론이지. 어차피 지어놓은 건물인데 최대한 이용해야지. 어때?” 하지만, 한 가지 꺼려지는 점이 있었다. 3층 전체는 범석과 그 엘프들이 이용하기로 했으니, 자신은 2층이나 1층 숙소에서 홀로 지내게 될 터. 약간은 무서울 듯싶었다. “그, 그런데 저 혼자만 있기가 좀…….” “상관없어. 수잔씨나 사무직원 중 몇몇이 머물 테니, 그리 적적하지는 않을 거야.” “그래요? 그렇다면 여기서 지낼게요.” 범석이 그녀의 온몸을 훑어보더니 싱긋 미소를 지었다. 사실 엠마와 만난 지 근 1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보통 여인이라면 충분히 떡을 치고 남을 시간이었지만, 워낙 훈련과 집밖에 몰라 통 가까워질 틈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같은 건물에서 지내게 되니 빠르게 호감도를 쌓을 수 있는바, 공략이 그만큼 쉬워질 터였다. “좋아. 그럼 함께 잘 지내보자.” “네.” 한 명의 여인을 어둠의 구렁텅이로 인도한 범석이 또 다른 여인을 떠올렸다. 바로 수잔이었다. 확실히 얘기된 바는 없었지만, 그녀도 숙소를 이용하고 싶어하던 눈치였다.4/14 쪽 ‘일단 수잔씨도 올 것 같고. 아참 그녀가 사무직원 한 명을 소개해 준다고 했지. 일손도 부족한데 빨리 보내달라고 해야겠어.’ 그가 황급히 전자수첩을 꺼내 들었다. 원래는 수잔이 먼저 연락하기로 약조되어 있었지만, 사정이 급한 마당이니 따질 겨를이 없었다. 앞으로 많은 집기를 구매하고 이에 대한 서류 작성을 해야 하는데, 그는 도저히 짬을 낼 시간이 없었다. 승격 준비를 해야 했고, 막상 내일 모래가 바로 승격 토너먼트 결승전 날이라, 훈련에도 매진해야 했기 때문이다. 범석이 초조한 얼굴로 화면을 뜨기를 바라며, 전자수첩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 여보세요. 어머 범석이세요? 화면 속의 수잔은 머리카락이 촉촉이 젖어 있었다. 아무래도 조금 전 샤워를 마친 모양이었다. 왠지 음심이 동했지만, 통신상으로는 그 어떠한 행동도 취할 수가 없으니, 마음을 가다듬고 대화를 시작했다. “네.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 네. 덕분에요. 일단 먼저 승격 축하해요. TV로 봤는데 꽤 대단했던 것 같았어요. “별것 아닙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 아니던데요. 월드리그의 후보와 2군 검투사를 단번에 해치우는 분이 계시는데, 어떻게 운이 좋다고만 말할 수 있나요.5/14 쪽 아무래도 1라운드에서 제르미아와 로리아를 동시에 쓰러뜨린 장면을 말하는 듯 보였다. “하하하. 아닙니다. 그때는 로리아라는 검투사의 단점을 파악하고 있어서 그랬을 뿐입니다. 다른 때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 호호호. 그것도 다 실력이죠. 그런데 무슨 일로 연락 주셨나요? 혹시 팀 닥터 때문인가요? 그 점이라면 염려 마세요. 전에 말씀드린 대로 꼭 갓즈나이츠팀으로 갈게요. “그렇습니까? 듣던 중 반가운 소리입니다. 반드시 좀 와주십시오. 그리고 참. 전에 말씀 주신 사무 여직원에 대한 얘기는 어떻게 됐습니까?” - 아. 에스더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꼭 면접을 보고 싶다고 내게 조를 정도이니, 아마도 원하신다면 충분히 채용하실 수 있을 것이에요. 알고 봤더니 걔가 대단한 검투 팬인데다가, 범석님을 무척 좋아하고 있더라고요. 작년 GA컵에서 활약하는 장면을 본 후로, 정말 반했데요. 그렇다면 나쁘지 않았다. 갓즈나이츠와 자신의 팬이면 그만큼 이적행위를 할 가능성이 작으니, 안심하고 일을 맡길 만했다. 최근 하이에나그룹과 충돌로 될 수 있으면 믿을 만한 사람으로 뽑는 편이 나았다. “그래요? 잘됐네요. 그럼 혹시 내일쯤 면접 보러 올 수 있는지 여쭤 볼 수 있겠습니까?”6/14 쪽 - 내일요? 글쎄요.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아마도 가능할 것이에요. 걔도 직장을 잡지 못해 쉬고 있으니까요. “그럼 꼭 좀 와달라고 말해 주십시오. 제가 사정이 급합니다. 여러 사무업무를 처리해야 하는데 딱히 마땅한 사람이 없습니다.” - 아 그래요? 알겠어요. 그럼 오늘 당장 연락해 볼게요. “네. 감사합니다. 잘 좀 부탁합니다.” 안도한 범석이 약간의 하직인사를 나눈 후,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숙소를 나가 마지막으로 실내훈련장을 대충 살피고는 휘하 엘프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훈련캠프로 다시 찾아간 범석은 훈련장 한 편 벤치에서 다소곳이 앉아 있는 한 여인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깔끔한 여성정장차림이었는데, 허리까지 길게 늘어선 금발이 꽤 인상적이었다. 훈련캠프로 찾아올 만한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은 터라, 그는 혹시나 수잔이 소개해준다는 에스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하고 가까이 다가섰다. “혹시. 에스더양?” 범석을 단박에 알아봤는지, 그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혔다. “안녕하세요. 이사장님. 에스더라고 해요.”7/14 쪽 “반가워. 나는 오범석이라고 해.” “네. TV에서 뵈어서 잘 알고 있어요. 몇 번 경기장에서도 뵈었고요.” “아. 그래?” 하며 그가 유심히 에스더의 외모를 자세히 살폈다. 신고 있는 하이힐을 제외하면 키는 한 160센티 정도가 되었나? 몸매는 듣던 대로 꽤 마른 편이었고, 꽉 끼는 브라우스를 입었음에도 가슴의 볼륨은 완만해 보였다. 얼굴은 달걀형의 상당한 미인이었는데, 화장해서인지 입술이 무척 붉어 보였다. 눈동자는 잔잔한 물결이 이나 착각할 정도로 푸르렀고, 피부는 무척 희고 고았다. ‘역시 수잔씨의 말대로네. 정말 예뻐. 이 정도면 안을 때, 꽤 맛깔나겠어.’ 외모에서 합격점을 내린 그가 곧바로 정보창을 열어보았다. 채용하기로 한 이상 별 의미 없는 행동이었지만, 그래도 어떤 업무에 특화된 여인인지 알아두면 인사에 도움이 되었다.이름 : 에스더 브르넷.구분 : 인간(20년).소속 : 없음.명성 : 31.8/14 쪽 악명 : 0.호감도 : 72.H유무 : 무.스테미나 : 580/600.사회성 : 81, 근력 : 5, 체력 : 6.민첩 : 13, 균형감각 : 7, 지능 : 82.정신력 : 66. 판단력 : 80, 재주 : 74.운 : 68.현재기량/잠재능력 : 482/593.특성 : 거래의 귀재.특이사항 : 미하일 치료센터의 원무과 직원이었음. 현재는 구직활동 중임. ‘오. 대단한데. 어떻게 이런 아이가 단지 병원 원무과에서 근무하는 거지?’ 사무원으로 필요한 스텟 중 정신력을 제외하고는 사회성, 지능, 판단력이 80대를 넘어섰고, 개조인간이 아닌 일반인간의 잠재능력이 680으로 한정되어 있음을 봤을 때 보유한 593은 꽤 높은 편이었다.9/14 쪽 게다가 거래의 귀재라는 특성은 정말 대단했다. 비록 단일거래에 국한해 단 한 번뿐이지만, 발동 시 5%의 가격상승 및 인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가 막힌 옵션이 있었다. 만약 몸값이 1000만 크랑 하는 검투사를 영입해올 때, 그녀가 한 번 특성을 발휘하는 것 만으로도 950만 크랑으로 구매해 올 수 있다는 말이었다. 아마도 단장이나 특정 구매담당자에 앉히면 팀 자금을 크게 아낄 수 있으리라 예상되었다. ‘거기다가 호감도가 72라……. 아무리 팬이라지만 제법 높은데. 이런 식이면 훗날 팬클럽 하렘도 가능하겠는데. 후후후.’ 이 정도의 호감도라면 힘들기는 하지만, 분위기나 여건에 따라 함께 잠자리를 즐길 수도 있는 수치였다. 다른 여성팬들도 마찬가지 경우라면, 잘만하면 하렘의 영역을 크게 넓힐 수 있었다. “저기요. 이사장님? 괜찮으세요?” 그녀의 질문에 화들짝 정보창을 닫은 범석이 머리를 긁적였다. “미안. 네가 워낙 아침 일찍부터 와서 놀랐거든.” “그, 그래요? 그럼 제가 실례를 범한 건가요? 수잔언니께서 급하다고 최대한 일찍 가라고 해서요……. 죄, 죄송해요.”10/14 쪽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너무 부지런해서 마음에 들어서 그래. 또 수잔씨의 말대로 예쁘기도 하고.” 얼굴이 붉게 물들인 에스더가 살짝 고개를 내렸다. 살아오면서 남자에게 이런 말을 듣기는 처음이었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열렬히 성원하고 있는 검투사라, 그리 가슴에 와 닿을 수가 없었다. “저, 저기……. 그게.” 귀여울 정도로 꾸물거리는 그녀를 보고 난 범석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온종일 이렇게 수작만 걸 수가 없었다. “자. 그럼 이제 면접 볼까.” 에스더가 훤히 뚫려 있는 훈련경기장과 광야를 보더니 말했다. “여기서 보나요?” “응. 원래는 번듯한 사무실에서 해야 하겠지. 그런데 지금 집기 같은 것이 하나도 들어가지를 않아서, 신문지를 깔고 앉아야 해. 그래서 내부 인테리어나 여러 OA가구와 숙소에 들어갈 집기들을 구매하고 설치 감독할 사람이 필요해서 너를 급히 채용하려는 거야.”11/14 쪽 “아. 그렇군요. 그럼 면접내용은 뭔가요?” “글쎄? 면접까지 볼 필요가 있겠어? 솔직히 밝히지만 난 네가 참 마음에 들어. 게다가 이것저것 잴 시간까지 없고 말이야.네 생각은 어때?” 그녀의 얼굴이 맑은 날 햇살처럼 환해졌다. 수잔이 채용될 가능성이 많다고 언급해줘 약간은 기대했지만, 이처럼 쉽게 될 줄은 몰랐다. 엘프들이 존재하는 이 세계에서, 여성이 좋은 직장을 얻기란 쉽지 않았다. “저, 정말이요? 그럼 저를 뽑아주시는 건가요.” “응. 내가 이 아침부터 허튼소리를 할 이유가 없잖아. 그럼 시간도 없으니, 연봉이나 대우문제로 들어가지. 얼마를 받고 싶어?” 에스더가 손을 꼼지락거리며 고민에 들어갔다. 될 수 있으면 많이 받으면 좋겠지만, 이 때문에 채용이 물 건너가면 참으로 곤란해졌다. 그동안의 실직 생활로 월세를 내는 일도 버거웠고, 당장에 쓸 생활비도 없었다. 그녀는 결국 미하일 치료센터에서 받던 급여내용을 꺼내 들며 얼버무렸다. “전, 전에는 15만 크랑을 연봉으로 받았거든요. 그 정도 수준이면 만족해요.” 15만 크랑이라면 평균적인 여성 초년생 직장인의 연봉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그저 도심지 외곽 원룸에 살며 집세를 내고 생활비를 쓰다 보면 몇 푼 안 남는 그저 그런 12/14 쪽 금액이었다. 아주 싸게 좋은 인재를 채용할 기회였지만, 범석의 생각은 달랐다. 막말로 그녀만 있다면 매해 수백만 크랑의 팀 자금을 아낄 수 있는데, 괜히 푸대접하다가 다른 팀이나 기업에서 헤드 헌팅을 해가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게다가 능력치도 제법 좋아, 어느 정도 업무경험만 쌓는다면 충분히 단장의 능력도 발휘할 수 있었다. 충성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확실히 대우해주는 편이 좋았다. “연봉 30만 크랑에, 식대 및 숙소 제공. 어때?” 이에 에스더가 믿기지 않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이 제시한 연봉보다 2배나 많고, 식대와 숙소까지 제공한다고 했다. 그녀로서는 결코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한 조건이었다. “저, 정말. 30만 크랑이나 주시는 건가요? 설마 제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니죠?” “잘못 듣긴. 맞아. 대신 함부로 사표를 내던지거나 하면 안 된다. 알았지?” 그건 에스더가 할 말이었다. 절대로 이런 대우 좋은 직장을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네. 물론이에요. 그리고 앞으로 열심히 일할게요.” “후후. 그래.”13/14 쪽 에스더를 영입한 범석이 곧바로 업무지시를 내렸다. 당장 급한 사무실과 숙소를 꾸미는 일은 물론, 훈련기구나 의료장비등 승격에 필요한 장비 구매 건도 포함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그녀가 이끌 사무요원 모집도 부탁했다. 프로팀의 승격요건을 채우기 위해서는 최소 6명의 사무인력이 필요했는데, 범석은 이 인력을 모두 아름다운 여성들로만 채울 참이었다.============================ 작품 후기 ============================휴~ 덥네요. 빨리 좀 가을이 와야할 텐데요. 몸이 축 늘어지니까 컨디션도 안좋고요. 아무래도 올해는 가을은 여름보다 더울 것 같습니다. ㅎㅎㅎㅎㅎ. 그럼 모두들 무더위 조심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14/14 쪽 ============================ 작품 후기 ============================휴~ 덥네요. 빨리 좀 가을이 와야할 텐데요. 몸이 축 늘어지니까 컨디션도 안좋고요. 아무래도 올해는 가을은 여름보다 더울 것 같습니다. ㅎㅎㅎㅎㅎ. 그럼 모두들 무더위 조심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14/14 쪽 < -- 프로리그를 준비하다 -- > 자이언트 돌핀즈와의 결승 전. 이번에도 줄리앙은 아무런 수작을 부리지 않았다. 좀 이상하기는 했지만, 일단 승격이 결정 났으니 놈이 다른 행동을 취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는 이만 걱정을 접었다. 그리고 3승 1무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당당히 승격토너먼트 대회에서 우승을 따냈다. 이번 대회 기간 그가 번 돈은 대회상금 310만 크랑, 입장 수입료 650만 크랑. 그리고 8강전에서의 스포츠도박금 270만까지 합쳐 총 1230만 크랑이었다. 여기에 프로 진출권을 확정하면 프로검투협회에서 따로 승격보조금 600만 크랑이 제공되니, 수익은 더욱 높아질 터였다. ‘이 돈을 어쩔까?’ 이 정도 자금이면 레이미급 검투사 셋을 살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팀 전력이 올라가게 되니, 내년에 있을 에이번드 에어리어 리그전에 많은 도움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범석의 최종목표는 월드리그 진출이었다. 에어리어 리그나 와이드리그에 쓰고 은퇴시킬 검투사보다는 능력대비 몸값이 매우 비싸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유망주를 영입하는 편이 장기적으로는 더욱 이득이었다. 이에 그는 지금 마련된 자금을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잠재능력이 높지만 저렴한 검투사를 찾기 위해서는 많은 공을 들여 살펴볼 필요가 있었는데, 당장은 승격요건을 맞추는 일이 더 급했던 탓이다. 어차피 승격평가단으로부터 승격 여부를 가늠한 후에는 2달간의 하계 회1/12 쪽 이적시즌이 열리니, 개인 소유의 검투사 영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일단 새롭게 검투사들을 모집해야겠지.’ 일단 승격요건을 맞추는 데에 가장 주안점을 둘 사항은, 새로운 검투사단의 구성이었다. 프로검투협회에서는 최소 1군 검투사 24명, 2군 검투사 24명을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었는데, 현재 범석이 데리고 있는 현역 검투사는 딱 24명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안드레아는 지난 대회기간 동안 껄끄러운 상황이 발생해 이적을 보낼 테니, 23명으로 줄어들 실정이었다. 게다가 여기에 네 명의 후보 검사들이 다른 프로팀에 좋은 영입제의를 받아 마음이 흔들리는 중이었다. 모두가 다이아나의 특성인 ‘위대한 지도자’로 벌어진 일로, 모든 스텟이 +3이 되어 버리니 다른 프로팀에서 경기내용만 가지고 괜찮은 신체능력의 보유자로 평가한 모양이었다. 이에 범석은 보낼 사람은 다 보내버리기로 했다. 주인이 돈에 눈이 버렸는데, 팀 동료라는 인정을 강조하며 엘프를 설득해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갓즈나이츠도 당당히 승격했던 탓에, 재야에 묻혀 있는 능력 좋은 검투사들이 대거 가입을 요청해왔다. 개중 실비아와 릴리스라는 검투사는 충분히 에어리어리그 주전급 검투사로 평가될 정도로 뛰어난 실력자였다. ‘자. 그럼 얼마씩을 연봉을 줘야 할까?’ 프로가 되었으면 그만한 대우를 해줘야 함이 옳았다. 아마추어 때야 돈이 없어 적은 2/12 쪽 연봉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지만, 많은 돈을 버는 프로로 올라가는 이상 확실히 대우를 해줘야 했다. 그리고 아마추어 계약을 하면서 프로에 진출하면 상당 금액 연봉을 올려주겠다고 약조된 바가 있었다. 그는 곧바로 과거의 계약서를 찾아 연봉 지급 계획을 짜나갔다. 일단 치리아에게는 팀 내 최고연봉인 150만 크랑을 주기로 했다. 실력도 뛰어난데다가 성장 가능성까지 커, 지금은 물론 와이드리그까지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인재였던 탓이다. 그리고 미를리는 120만 크랑을 주고, 안면이 있는 렉스터를 주인으로 모시는 헤라는 약간 더 보태 팀 내 2위급 연봉인 130만 크랑을 주었다. 히나는 105만을 주었고, 폴리아와 엠마는 정분을 생각해서 약간 더보태 각각 70만 크랑씩을 지급했다. 또 이번에 새롭게 팀에 합류한 실비아에게는 95만을, 릴리스는 100만 크랑을 주기로 했다. 그 외 나머지 후보급 팀원 8명에게는 대략 평균 60만 크랑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리고 모집을 통해 뽑은 2군 검투사 24명에게는 평균 20만 크랑 정도의 연봉약속을 하고 3년 계약을 맺기로 했다. 이때 들어간 계약금은 1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1,800만 크랑이었다. 범석이 다음으로 한 일은 사무직원과 관리직원을 뽑는 일이었다. 아무리 검투팀으라고는 하지만 검투사만 가지고 팀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레이드를 담당할 직원도 있어야 했고, 회계나 인사업무를 처리할 사람도 필요했다. 그리고 검투사및 직원들 점심도 책임질 지원도 필요했고, 청소나 경비를 볼 사람들도 있어야 했다.3/12 쪽 그는 결국 엘프 간호사 하나와 엘프 경비요원 다섯을 뽑고, 식사준비를 해줄 영양사 2명과 사무직원 다섯과 청소직원 여섯을 새롭게 뽑았다. - 주인님 훈련 캠프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에 내려선 아론이 흥겨운 말투로 얘기하고 있었다. 최근에 범석이 업무지원을 위해 자가용플라잉카와 무인전동카를 대량으로 사들인 탓이었다. 그녀는 왠지 대장이 된 기분에, 근래 기분이 무척 상승한 상태였다. “자. 다 왔다. 모두 내리자.” 범석의 명령에 다이아나와 레이미를 비롯한 휘하 엘프들이 일제히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주위를 살펴보더니, 아론의 뒤에 안착한 짐칸 달린 플라잉카로 다가섰다. 그 안에는 여러 명의 엘프들이 타고 있었는데, 모두 ‘고른 이사짐 센터’라는 마크를 가슴에 달고 있었다. 다이아나가 차창 너머로 보이는 한 엘프를 바라보더니 얘기했다. “저기 숙소 보이시죠? 일단 그 앞에 차를 내리시고, 3층으로 짐을 옮기시면 돼요.” “네. 알겠어요.” 그 말과 동시에 고른 이사짐센터의 플라잉카가 공중으로 약간 상승하더니 숙소 옆4/12 쪽 에 다시 내려섰다. 그리고 범석과 엘프들은 캠프 내에 비치되어 있던 무인 전동 카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짐을 옮기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사짐센터 직원과 합심해 대충 두서너 번 오르내리자 바로 끝이나 버렸다. 작은 원룸에 배치되어 집기들이었고, 쓸모가 없어진 볼품 없는 장롱이나 싱크대들을 다 두고 왔던 탓이다. 그는 이사짐센터 직원을 배웅하고는 휘하 엘프들과 함께 새로운 보금자리로 찾아갔다. “이제부터 여기가 우리가 살 집이다.” 숙소 3층의 공간은 광활하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오르는 계단을 제외하고는 20여 개의 작은 방과 그 앞의 복도까지 모두 하나의 공간으로 엮어버렸던 이유에서였다. 덕분에 앞으로 범석과 소유 엘프들이 기거할 공간에는 갖가지 편의 시설이 설치될 수 있었다.넓 은 욕실과 곳곳에 배치된 10여 대의 홀로그램 TV. 가볍게 운동을 할 수 있는 헬스기구와 방 안을 화려하게 꾸며놓는 여러 장식품. 공간 한쪽 구석에는 언제든 맛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널찍한 주방이 있었고, 잠을 청할 편한 침대도 15개가량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공허하게 비어 보일 정도이니, 얼마나 넓은지 지레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엘프들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구경하며, 앞으로 범석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꿈에 젖어들었다.5/12 쪽 “오스칼 언니. 이리 와봐요. 욕실 정말 신기해요.” 비너스의 부름에 오스칼이 욕실로 따라들어갔다. 쭉 나열해 있는 샤워기와 족히 수십은 한꺼번에 몸을 담근 수 있는 욕조. 그녀가 감탄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와! 진짜 넓네. TV에서 보던 부잣집 욕실보다 훨씬 넓고 화려해.” 오스칼이 황급히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내렸다. 욕조를 처음으로 사용하는 영광을 누리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비너스와 알몸이 된 채로 샤워하고는 찰랑거리는 욕조 물에 슬며시 발끝을 담갔다. 그렇지만 뒤에서 누군가가 껴안는 바람에 첫 개시를 비너스에게 양보해야 했다. 첨벙. “우리 오스칼. 엉덩이도 참 탐스럽기도 하네.” “주, 주인님.” 그녀를 안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범석이었다. 열린 욕실 문으로 오스칼과 비너스의 나신의 모습이 보이자 음욕이 솟구쳐 들어왔던 것이다. 그가 오스칼의 음부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싱긋 웃었다.6/12 쪽 “어때? 지금 괜찮겠지?” “네, 네. 주인님이 원하시면 얼마든지요.” 범석이 슬며시 입고 있던 추리닝과 속옷을 벗어 던지고는 그녀와 함께 욕조로 들어갔다. 대략 눈치를 챈 비너스가 가까이 다가와 그의 옆에 다소곳이 앉았다.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범석은 한번 시작하면, 절대 다른 모든 엘프들을 모두 안을 때까지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이를 본 그가 싱긋 웃으며 욕조 물속의 계단에 앉고는 오스칼을 엉덩이 부위를 애물 위로 고정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그는 자신의 애물로 오스칼의 물에 잠긴 칠흑빛 숲을 살며시 몇 번 비비더니 갑작스럽게 좀 더 뒤쪽 부위로 이동시켰다. 오늘만큼은 좀 더 색다른 부위로 공략하려는 의도였다. 지금까지는 부상의 위험 때문에 피해왔었지만, 오늘부터 하계휴가에 들어가니 꺼릴 것이 없었다. “주, 주인님. 거, 거긴…….” “왜 싫어?” “아, 아니요. 주인님이 원하시면 마음대로 하세요. 전 주인님이 좋아하시는 일이라7/12 쪽 면 뭐든지 좋아요.” 씩 한쪽 입꼬리를 올린 범석이 그대로 작게 피어난 오스칼의 뒤쪽 국화 안으로 그 큰 애물을 욱여넣기 시작했다. 서서히 확장되어 가는 국화에서 붉은 선혈이 새어나와 욕조 안을 번져갔다. 난생처음 겪는 에널 행위에 더 버티지 못하고 약간 상처가 난 모양이었다. 상당한 아픔이 밀려왔지만, 그녀는 양팔로 욕조 물을 휘저으며 참고 또 참았다. ‘이런 안 되겠는걸. 역시 너무 빡빡해.’ 뒤쪽 동굴은 좁은데다가 행위에 필요한 윤활제도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 진입과 함께 욕조의 물이 스며져 들어가니, 퍽퍽하기 이를 때가 없었다. 하지만, 한번 시작했으니, 멈추고 싶지는 않았다. 오늘 이 강렬한 압박감을 성이 난 자신의 애물에게 선물로 선사해줘야 했다. 출렁. 출렁. 허리 운동이 시작되었지만, 그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다만, 바들바들 몸을 떠는 오스칼과 거칠게 이는 물결이 지금의 상황을 알려줄 뿐이었다. “으읍!”8/12 쪽 그녀는 상당한 고통이 하체에 주어짐에도 불과하고 안간힘을 써내며 인내했다. 눈의 흰자위는 충혈되어 붉은 기운을 띄웠고, 눈가에서는 작고 투명한 액체가 글썽거리고 있었다. 그의 커다란 물건을 받아들이기에는 그녀의 뒤쪽 심연의 동굴은 너무도 연약하고 훈련이 되어 있지를 않았다. “으윽!! 너무……. 읍……. 퍼. 아읍!!” 기어이 새어나온 외침에 범석이 오스칼을 바라봤다. “오스칼 괜찮겠어? 정 아프면 그만둘게.” “아윽!! 아, 아니에요. 전 주인님이 이렇게 사랑해주는 것만으로 행복해요. 계, 계속하세요. 꺄윽!” 역시 엘프답게 주인의 기분을 먼저 생각하는 그녀였다. 염치는 없지만 허락했으니 그는 계속 허리를 움직이며, 하체에서 비롯되는 신비한 감각을 만끽해 갔다. ‘휴. 대단한데. 역시 오스칼이야.’ 오스칼의 뒤쪽 동굴 괄약근의 조임은 상상을 초월했다. 밖으로 나와 있는 애물의 부위는 터져나갈 듯 한껏 부풀어 있었고, 안쪽으로 들어간 부위는 과연 그의 물건이 의9/12 쪽 심될 정도로 압축되었다. 역시나 팀 내 최고의 신체능력자답다고나 할까? 게다가 그녀의 관능미는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할 정도였다. 글래머 스타일의 확연히 드러나는 몸매에, 탱글탱글하고 풍만한 가슴. 손으로 어루만질 때 느껴지는 하얀 살결의 감촉은 너무나 부드러웠고, 풍겨 나오는 향긋한 여체의 내음은 코끝을 찡하게 할 정도였다.이런 환상적인 여인이 자신을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도 감동적이었다. 그는 허리를 흔듦과 동시에 혀를 내밀어 오스칼의 피부를 핥아갔다. “꺄륵! 꺄악! 아윽! 아아!!” 그의 상징이 출입을 반복하면서 그녀의 뒤쪽 공간도 크게 확장되었다. 구멍 안의 부드러운 감촉은 그의 애물을 감싸며 새로운 맛을 안겨 주고 있었고, 계속되는 압착은 애물이 뿌리째 뽑혀 나갈 것 같은 쾌감을 안겨주었다. 철렁. 철렁. 오스칼이 양팔과 양 다리로 범석의 몸을 꽉 부둥켜 감싼 채,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미지의 통증에 절로 몸부림이 쳐졌고, 꼿꼿이 세우고 있던 허리는 점점 힘이 빠지며 앞으로 기울여졌다. 그러나 그의 표정을 본 순간, 축 늘어져 있던 오스칼의 큰 귀가 하늘 높이 번쩍 들려졌다. 자신을 유린하는 범석의 표정에서 진한 쾌락의 증거가 진10/12 쪽 하게 새겨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이 이렇게 기뻐하는데, 엘프인 그녀가 고통인들 달게 감수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아윽. 꺄악!! 주인님. 제, 제발 제 몸을 마음껏 즐겨주세요. 꺄윽!! 아윽. 아악!!” 집요하게 허리를 돌려대던 범석이 앞니를 세워 뾰족하게 서 있는 오스칼의 가슴 돌기를 잘근 물었다. 흔들리는 풍만한 살결 함께 아른거리는 암적색의 유실이 그리 맛나 보일 수가 없었다. 비록 인간이 아니라 신선한 우유는 받지 못하지만, 흘러나오는 땀방울의 짠맛은 그의 침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런. 역시 무리를 했나.’ 강렬한 억압 탓인지 그의 분신체가 버티지 못하고 찌릿한 방출의 욕구를 뇌리로 쏘아 보내고 있었다. 아직은 그 강도가 약해 좀 더 연장할 수는 있었지만, 범석은 이만 끝내기로 했다. 애달플 정도로 고통에 겨워하는 그녀를 보자 행위를 더는 이어나가기가 미안했던 탓이다. 이윽고 그는 오스칼의 뒤쪽 동굴 깊은 곳까지 자신의 물건을 묻고, 과감히 둑을 열어젖혔다. “아아!! 주, 주인님.” 어널 안을 가득 메운 따듯한 감촉에 오스칼이 그윽한 눈으로 범석을 바라봤다. 주인11/12 쪽 의 애정의 증표를 받는 일은 엘프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런 그녀를 범석이 다정스레 흐트러진 머리를 빗겨주었다. 욕조 물 안으로 희뿌옇게 흩어지는 백탁의 액체와 붉은 핏물로, 오스칼이 얼마나 자신을 위해 애써준 지를 알 수 있었다. “오스칼 수고했다. 이제는 내가 너를 위해 봉사해 주마.” 범석 그녀의 입술에 살며시 키스했다. 그리고 슬며시 어널 쪽에 꽂혀 있던 애물을 뽑아내고는 흑빛 숲 사이 균열 쪽에 가져다 대었다. 이곳이라면 그동안의 애정행각으로 충분히 적응되어 있으니, 그나 오스칼이나 모두 즐거운 감흥을 받게 되어 있었다. 범석은 삽입이 편하도록 손가락으로 그녀의 음순을 젖히고는 과감히 자신의 애물을 침투시켰다. 그리고 새로운 열락의 세계를 향해 마음껏 허리를 진동시키기 시작했다. 어느덧 오스칼의 입가에는 조금 전까지의 고통 섞인 비명이 아닌 쾌락의 신음이 퍼져 나오고 있었다.============================ 작품 후기 ============================ 휴. 아슬아슬하게 올립니다. 어제 일이 있어서 글을 못썼더니, 충격이 큽니다. 이거 비축분이 쌓일 틈이 없네요. ㅎㅎㅎ. 빨리 컨디션이 회복되면 좀 여유가 있을 텐데요. 그럼 모두들 편한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작품 후기 ============================ 휴. 아슬아슬하게 올립니다. 어제 일이 있어서 글을 못썼더니, 충격이 큽니다. 이거 비축분이 쌓일 틈이 없네요. ㅎㅎㅎ. 빨리 컨디션이 회복되면 좀 여유가 있을 텐데요. 그럼 모두들 편한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 프로리그를 준비하다 -- > 범석이 승격을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가운데, 승격평가단 방문 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충 모든 요건을 갖추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안함은 남아 있어 있었다. 바로 줄리앙이 수작이 부려올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번 평가작업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불합격 판정을 받는다면, 승격이 물 건너가게 되었다. 만약 놈이 평가단에 뇌물을 안겨주어, 낮은 점수를 부여해 버린다면 자신과 갓즈나이츠는 에어리어리그 진출권을 빼앗겨버리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같은 운명공동체에 있는 흑사회가 총력을 다해 이번 평가단 명단을 입수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평가 당일까지 비밀로 하게 되어 있지만, 돈 앞에 장사란 없는 법. 여러 루트를 통해 명단을 확보하리라 생각됐다. 그럼 그 인사들의 주위를 살피며, 혹시나 있을 불법적인 행위를 막을 수 있었다. 똑. 똑. 똑. 범석이 업무를 보는 이사장실 문을 누군가 두드리고 있었다. 한참 화면을 통해 에스더가 올린 회계보고서를 살피고 있던 그가 문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말했다. “그래. 들어와.” 이내 목재로 된 문이 열리며 흰 가운을 입은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며칠 전부회1/13 쪽 터 팀 닥터로 근무하고 있는 수잔이었다. 뒷짐을 쥔 손에 서류봉투가 팔랑거리는 것으로 보아, 업무차 찾아온 듯 보였다. 그녀는 시선을 휘휘 저으며 범석이 머물고 있는 책상으로 다가왔다. “저기요. 범석님. 건의할 내용이 있는데요.” 범석이 바로 앞에 놓인 의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 네. 그러세요? 일단 앉아서 얘기하시죠.” 수잔 의자를 끌어와 앉고는 그를 표정을 슬며시 살폈다. “저기. 이 봉투의 내용물 좀 봐주겠어요.” “이게 뭡니까?” “저희 팀 의료실에 꼭 필요한 물품이라서요. 구매 좀 부탁하려고요.” 아무 생각 없이 내용물을 꺼내본 범석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안에 사진이 담긴 팸플릿이 몇 장 있었는데, 척 보기에도 고가의 의료장비처럼 보였다.그는 책상 위에 완전히 펼쳐 보이고는 수잔을 쳐다봤다. “이게 무슨 장비입니까?”2/13 쪽 “MRI 전신 진단기와 로봇팔 시술대에요. 검진과 외과적인 시술이 필요할 때 사용되는 의료장비죠. 아마 이 장비를 들여놓으면 훈련 중 다친 검투사를 다른 치료센터에 이송할 필요없이 즉시 치료할 수 있으니, 회복 기간이 그만큼 빨라지게 될 것이에요. 알아보니 센트럴리그 검투 팀들은 대부분 한 대씩 장만하고 있더라고요.” 범석이 팸플릿을 들어 자세히 살펴봤다. 검투 경기는 다른 경기와 달리, 과격하고 위험한 무기를 들고 싸우는 스포츠였기에 외과적 부상이 잦은 편이었다. 비록 승격요건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한 대쯤 장만해 놓으면 도움이 될 터였다. “얼마입니까?” “견적을 뽑아보니까 MRI 전신 진단기는 350만 크랑 정도 하고, 로봇팔 시술대는 700만 크랑 정도 한다고 했어요.” 그가 난감한 표정으로 턱을 괴었다. 총 1050만 크랑. 이 돈이면 쓸만한 에어리어리그 주전 검투사 둘을 구매할 수 있는 돈이었다. 약간의 쓸모를 위해 사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지금은 의료시설보다는 훈련시설을 센트럴리그급으로 맞추거나, 쓸만한 검투사를 사들여야 할 때였다. “으음. 글쎄요. 꼭 굳이 지금 살 필요가 있겠습니까? 아시다시피 저희 검투 팀의 인원은 1, 2군 합쳐봐야 48명이지 않습니까? 잘해야 한 달에 몇 번 사용되는 일로, 이런 큰 자금을 사용할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만…….”3/13 쪽 “그렇지 않아요. 저희 팀에게는 무척 필요한 장비에요.” “어째서입니까?” “제가 스포츠 의료 실태를 조사 봤는데, 주인 있는 엘프들은 꽤 부상가능성이 크다고 나왔어요. 대략 보통의 구단 소유의 엘프보다 7할가량이 더 높더라고 하더라고요. 왜냐하면, 주인을 위한다는 마음에 좋지 않은 몸으로도 억지로 참고 경기에 나서기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해요.” 하긴 그랬다. 엘프들은, 주인을 위하는 마음이 극진해 몸을 아끼지 않고 경기에 임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덕분에 경기에서 큰 활약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무리로 말미암은 심심치 않게 부상이 발생했다. 다른 프로팀은 모르지만 전부 주인 있는 엘프만을 채용하는 범석으로서는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점이었다. 며칠 휴식을 줘서 막을 부상을 몇 주나 몇 달간의 병원치료로 감수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의 장비로 그런 부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겁니까?” “네. MRI 전신 진단기의 인공지능 검진 프로그램이 몸에 얼마나 무리가 갔는지 판단해 알려주거든요. 한 예로 이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센트럴리그 팀은 주인 없는 엘프와 주인 있는 엘프 간의 부상 발생률 차이가 거의 없어요. 피로로 비롯되는 부상을 미연에 검진하고 휴식을 주니까요.” 그렇다면 구매할 가치가 있었다. 가뜩이나 소속 검투사 인원도 적은데, 대량으로 부상자가 발생해버리면 큰 문제가 발생했다. 최소한 MRI 전신 진단기 정도는 조만간 4/13 쪽 구매하는 편이 나을듯싶었다. “좋습니다. MRI 전신 진단기는 한 번 심각하게 고려해보겠습니다. 그런데 로봇팔 시술대는 왜 구매해야 합니까?” “그 이유도 간단해요. 엘프는 의료보험이 안되기 때문이죠. 범석님도 비너스를 전에 입원했을 때 얼마나 많은 돈이 들었는지 잘 아시잖아요.” 그말에 수긍이 간다는 듯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실 엘프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기에,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을 앓게 되면 큰돈이 들게 마련이었다. 과거 비너스를 치료할 때도 수술과 몇 주가량 입원만으로도 60만 크랑이 나왔었고, 자잘한 치료에도 수천에서 수만 크랑이 소요되기가 일 수였다. 이를 봤을 때 몇 년만 운용한다면 본전을 뽑을 듯도 보였다. “으음. 그렇겠군요. 그런데 이 장비만 갖추면 치료센터만큼의 진료 효과를 볼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에요. 사실 범석님께서 프로 요건을 맞추기 위해 구매하신 의료장비들이 대부분 검진을 위한 장비들인데, 제가 전에 다닌 미하일 치료센터보다 신형인데다가 종류도 다양해, 월등한 검진결과를 산출해 낼 수 있어요. 특히나 신체능력측정기나 피로도 측정기 등은 대형 치료센터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장비죠.” 신체능력측정기나 근육 이완기는 의료장비보다 훈련장비에 가까웠다. 훈련 후 성과 5/13 쪽 측정이나 피로도를 측정하는 장비로, 프로 승격 조건 중 훈련장비 부분에 껴 있었다. 다만, 이 장비를 다룰 자가 팀 내에는 수잔밖에 없기에 의료실에 배치해 놓은 상태였다. ‘어떻게 하지? 구매해야 하나?’ 필요한 장비들이기는 하나 워낙 큰 비용이 들기에 여전히 망설여졌다. 이 돈의 2배 정도의 돈만 있으면 쓸만한 유망주 하나를 건질 수도 있었다. 당연히 구매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여간 고민이 아니었다. 하지만, 구매하지 않자니 수잔이 마음에 걸렸다. 저리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보아, 호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털컹! 갑작스레 문을 거칠게 열리며 슈트를 껴입은 한 여인이 급히 이사장실로 뛰어들어왔다. 바로 엠마였다. 그녀는 얼굴에 다급한 표정을 짓고는 빠른 걸음으로 범석과 수잔이 대화하는 자리로 다가섰다. “범석님. 큰일 났어요!” “무슨 소리야. 다짜고짜 큰일이라니?”6/13 쪽 엠마가 급히 품 안에든 전자수첩을 꺼내 들고 메일 창을 열어보았다. “지금 저희 흑사회에서 승격평가단 명단을 확보했는데, 아무래도 경제인 단체 쪽에서 뭔가 수작을 부린 듯 보인다고 해요.” 범석이 메일 창을 시선으로 끌고 와 한 번 살피고는 말했다. “어떤 수작? 혹시 놈들이 평가단에 뇌물이라도 제공했나?” “그건 아직 파악되고 있지 않아요. 다만, 평가단 인원 구성이 이상하다고 해요.” “평가단 구성이 어떻게 이상해?” “그게…….” 하며 엠마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승격 평가단은 총 6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검투사단 구성부분, 코칭 및 기타 지원 인력부분, 훈련시설부분, 의료 관련 부분, 준비금 부분 등을 감찰하는 프로 검투 협회 인사 다섯과 혹시나 있을 부정 여부를 감찰하기 위한 외부인 인사 하나였다. 이들은 각자 맡은바 분야에서 채점을 매기는데, 프로 검투 협회 직원은 분야당 10점씩을 부여할 수 있었고, 외부인 인사는 모든 부분에 2점씩을 할당할 수 있었다. 이때 나오는 총 점수를 모두 합산해 60점. 모든 승격조건을 완비하더라도, 이 점수 중 36점을 넘어가지 못하면 승격이 물 건너가게 되었다. 하지만, 별로 걱정이 않아도 되었다. 요건만 맞는다면 평가단이 후한 점수를 매겨, 7/13 쪽 총점 미달로 탈락 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데 이중 외부인 인사가 바로 글로리아라는 극렬 여성인권 단체의 수장이라는 점이에요. 그녀는 여성들의 권익이 떨어진 데에는 엘프들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고, 그녀들을 극도로 싫어해요.” “그래? 그런데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야? 우리는 단지 스포츠클럽이라고. 원래부터 일반 여성들이 낄 자리는 없었어. 여성의 권익이랑 아무 상관 없어.” “네 맞는데요. 글로리아라는 사람이 통 그런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그렇죠. 제법 사교계에 알려진 인물이라 전에도 종종 평가단 외부인사로 초빙되었는데, 승격 해당팀에게 올 0점을 줘서 스포츠 관계자들을 곤욕스럽게 했데요.”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설마 검투사가 엘프란 이유 하나만으로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였단 말이야?” “확실한 것은 모르지만, 그간의 행동으로 볼 때 가능성이 농후해요.” 범석이 인상을 푹 구겼다. 글로리아라는 여인이 전부 ‘0’점을 준다면 총점의 6분지 1이 까진다는 말이었다. 그로서는 꺼림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너무 마음쓰지 않아도 좋을 듯 보였다. 전에 알아본 바로는 승격요건만 맞췄다면 대게의 평가단 인사들이 대충 8~9점을 안겨준다고 했다. 즉 관례대로 점수를 8/13 쪽 안겨 준다면 충분히 프로진출권을 따내고도 남음이 있었다. “휴~ 다른 평가단의 점수가 있으니까,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아니에요. 그쪽도 무척 심각한 상황이에요.” “뭐가 심각한데?” “다른 인사의 반대에도 글로리아를 평가단에 넣자고 극구 우긴 사람이 바로 로스라는 자인데, 바로 하이에나그룹이 속한 계파의 일원이에요. 그리고 그자도 이번 평가단 일원으로 참여했고요.” 그가 멍한 시선으로 엠마를 쳐다봤다. 만약 그자까지 0점을 안겨준다면 갓즈나이츠는 겨우 40점 만점에서 시작해야 했다. 만약 다른 평가단 인사들이 5점만 깎아버린다면 진출권 박탈이었다. “말도 안 돼! 그럼 잘못하면 진출권이 박탈될 수도 있다는 소리잖아!” “네.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무척 크다고 생각돼요.” 범석이 황급히 평가단 명단을 살피며 로스라는 이름을 찾았다. 그러자 준비금 평가인사로 당당히 올라 있는 그의 사진과 약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하이에나그룹의 스포츠계열 부서에서 근무한 전적이 있었던 자로, 확실히 놈들의 입김에 놀아날 만한 작자로 생각됐다.9/13 쪽 “미치겠군. 사흘 후가 평가단 방문일인데, 이거 빼도 박도 못하게 뒤통수를 맞게 생겼잖아!” 엠마가 걱정스러운 시선을 지어 보냈다. “그래도 일단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나요. 다른 인사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으면 가능성은 있잖아요. 알아보니 다른 평가단들은 그쪽과는 다른 계파 사람들이라고 했어요. 제대로 된 조건만 갖춘다면 아마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돼요.” 모든 조직이 그렇지만, 프로 검투 협회도 크고 작은 계파로 나누어져 있었다. 이들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잦은 충돌을 빚고 있었기에, 대개는 사이가 좋지 못했다. 상대의 몰락이 자신들에게는 더욱 많은 이권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서로 싸우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익을 위해 계파가 나누어진 만큼 어떠한 이권이 예상되었을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손을 맞잡기가 일수였다. 만약 줄리앙 쪽에서 다른 평가단 인사들의 계파에 뭔가 많은 양보를 하며 도움을 요청했다면, 충분히 받아들이고 점수를 박하게 줄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야 하겠지만……. 다른 평가단 인사들도 놈들의 수작에 넘어갔다면 어떻게 하지?”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잖아요.”10/13 쪽 하긴 프로의 목전에서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최대한 많은 점수를 얻어내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쳇. 트레이드를 위해 아껴둔 돈 다 까발려야 한다는 뜻이네.’ 현재 범석이 보유한 자금은 총 1억 3,523만 크랑이었다. 승격을 위해 필요로 하는 준비금이 1억 크랑임을 봤을 때 총 3523만 크랑의 여유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남겨 둔다면 준비금 부분에서 많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겠지만, 알다시피 이 부분을 평가하는 자가 바로 하이에나그룹으로부터 조종을 받는 로스라는 자였다. 놈이 미친 척 좋은 점수를 줄 리가 없으니, 최대한 다른 요건을 맞추는 데 사용하는 편이 좋았다. 이에 그가 수잔을 바라봤다. 그녀가 요청한 MRI 전신 진단기와 로봇팔 시술대는 고가이기는 하지만, 팀에 무척 도움이 되는 장비였다. 게다가 의료관련 평가에서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었고, 그녀의 호감도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이번 기회에 장만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수잔씨. MRI 전신 진단기와 로봇팔 시술대를 구매하려고 하는데, 언제까지 팀 내에 들여올 수 있겠습니까?” 수잔이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 났다. 장비를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은 좋은 일이나, 팀이 위기인 마당에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11/13 쪽 “으음. 내일이라도 당장 가능해요. 다만, 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문제지만요.” “상관없습니다. 의료실 옆에 휴게실을 제2의료실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어차피 다른 층에도 휴게실은 있고, 주변이 산지인지라 쉴 공간은 많으니 괜찮을 겁니다.” “네. 알겠어요. 그럼 제가 장비 판매 담당자에게 말해 당장에 가져오도록 하겠어요.” “네. 대신 수잔씨께서 직접 사지 마시고, 에스더를 통해 사십시오. 꼭 에스더여야 합니다.” 유난히 에스더를 강조하는 범석이었다. 그녀의 특성은 모든 거래에서 5%에 해당하는 금액을 깎을 수 있는 ‘거래의 귀재’. 이번 의료장비 건에서 50만 크랑 이상을 아낄 수 있었다.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괜히 수잔에게 사게 해서 일반 직장인 2년 치가 넘는 연봉을 하늘에 날릴 수는 없었다. “네. 알겠어요. 꼭 에스더를 통해 구매하도록 할게요.” “그럼 빨리 가서 구매하도록 하십시오. 단 사흘 안으로 장비가 갖춰져야 합니다.” “네. 염려 마세요.” 이사장실을 급히 빠져나가는 수잔의 뒷모습을 바라본 범석이 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엠마와 함께 깊은 대화를 나누며, 사흘 후에 있을 평가단 방문에 대비해 깊은 논의를 했다.12/13 쪽 ============================ 작품 후기 ============================ 아. 빨리 가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덥네요. 그래도 다행인 점은 지난 피크가 되었을 7월 하순과 8월 중순까지 비오는 날씨 덕에 선선해다는 겁니다. 아니었으면 전 지금쯤.......... 크크크. 그럼 모두들 편한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찾아뵙습시아. ^^/13/13 쪽 ============================ 작품 후기 ============================ 아. 빨리 가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덥네요. 그래도 다행인 점은 지난 피크가 되었을 7월 하순과 8월 중순까지 비오는 날씨 덕에 선선해다는 겁니다. 아니었으면 전 지금쯤.......... 크크크. 그럼 모두들 편한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찾아뵙습시아. ^^/ < -- 프로리그를 준비하다 -- > “자. 모두 이쪽으로 버드 카메라를 날려! 그리고 작가들은 대본 체크 확실히 하고, PD들은 모두 이리 와서 촬영 계획을 마무리 하도 해!” 평온했던 갓즈나이츠 훈련장은 때아닌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늘 위로는 수십 대의 버드 카메라가 벌떼처럼 날아다녔고, 기술팀 스텝들로 보이는 자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훈련장 곳곳에 방송장비를 설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작가들은 유심히 대본을 읽으면 혹여 잘못된 부분이 있는 찾아 나갔고 PD는 모여 최종적으로 촬영계획을 점검했다. 모두가 WBS방송사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로, 이번에 특별 편성된 ‘세계 스포츠계의 5대 유망주.’라는 프로그램을 촬영하기 위해서, 오늘 갓즈나이츠팀을 찾아왔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검투를 비롯한 야구, 축구 및 다른 유명 스포츠의 유망주를 찾아 세상에 선보이는 일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예능 방송인인 해밀턴의 진행하에, 검투를 다루는 회에서는 전설적인 활약으로 검투계에 한 획을 그은 아멜리아가 출연하게 되었다. 그런데 왜 이 프로그램을 갓즈나이츠 훈련장을 찍느냐? 바로 범석이 검투계 5대 유명주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승격토너먼트에서 월드리그 팀의 후보인 로리아와 2군인 제르미아를 동시에 쓰러뜨린 일도 있었지만, 아멜리아가 그를 극구 추천했던 것이 큰 원인이 되었다. 일단 겉으로 그랬다.회1/12 쪽 “하하하. 자네, 아멜리아는 어떻게 알고 있었나?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네.” 호탕하게 웃는 루카스를 바라보는 범석의 표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꼭두새벽 녘부터 찾아와 자신의 옆에서 이리 시끄럽게 수다를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움을 주러 온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지만, 자신의 하렘영역에 더러운 남정네의 발길이 새겨지는 자체가 기분 나빴다. “전에 오사하에서 열린 투지장개장기념 대회에서 채플린가의 여식과 한 번 붙은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때 눈여겨봤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 그런가? 하여간 잘됐어. 아멜리아가 추천해 주는 바람에 우리도 큰 무리 없이 이번 일을 추진할 수 있었으니까.” 주변을 둘러본 범석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휴~ 그런데 사흘 만에 잘도 이런 프로젝트를 만드셨습니다. 아주 놀라 돌아가실 지경입니다.” “후후. WBS방송사 사장님 우리 흑사회의 회원이니, 이 정도야 무리야 아니지.” “하긴 위에서 까라는데, 밑에 직원이 까야지 별수 있겠습니까? 원래 봉급쟁이들만 불쌍한 거죠.” “쩝. 세상일이 다 그런 거지 뭐. 자네는 그저 눈 딱 감고 이번 촬영을 잘만 활용하면 되네.”2/12 쪽 범석이 팔짱을 끼며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방송사 스텝들을 바라봤다. “그나저나 오늘 일 잘되겠습니까?” “그럼 당연히 잘 되고말고. 이 많은 카메라가 있는데, 감히 누가 엉뚱한 짓을 벌여. 게다가 곧 있으면 지방 방송국과 언론사에서 대거로 기자들이 파견 나오기로 했고, 유명 스포츠분쟁 소송전문 변호사들이 승격평가단을 따라다니며 철저히 감시할 걸세. 그들 인사가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은 다음에야, 절대 점수를 박하게 주지 못해.” 하긴 이 많은 카메라 렌즈와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수작을 부리기란 무척 어려웠다. 공신력 있는 영상증거와 증인들이 줄줄이 나올 테니 말이다. 그리고 범석의 이름은 WBS방송사의 전파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갈 예정이었다. 전 세계 512개 지역 정부 중 단 5명이 선정되는 영광되는 자리에 올랐다가는 것만으로도, 지역사회로서는 큰 이슈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 지역 방송사와 언론사도 기자들도 바로 이 영광된 자리를 취재하기 위해서 급히 오는 중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엉뚱한 수작을 부린다? 사회적으로 큰 질타를 받을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절대 불가능했다. 게다가 항시 옆에서 스포츠 소송 전문 변호사들이 눈을 부라리며 지켜보고 있을 예정이었다. 줄줄이 소송을 당하지 않으려면 몸조심해야 했다. “뭐. 확실히 그렇기는 하겠습니다.”3/12 쪽 “하지만, 오늘 오는 변호사들 초빙 비용은 일단 자네가 대야 할 걸세. 우리 흑사회가 끼어들었다는 정황을 최대한 줄여야 하니까 말일세. 대신 조만간 지난 승격토너먼트 대회와 이번 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몇 배로 보상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범석이 바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무리 유명 변호사들이라고 하나, 단지 하루 초빙하는 비용이 그리 많을 리가 없었다. 충분히 팀 자금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네. 그러겠습니다. 그럼 이제 문제는 글로리아라는 여성 인권 단체장과 그 로스라는 자뿐이군요.” “으음. 글로리아 여사가 좀 걱정이기는 하지만, 로스는 염려하지 말게. 그자는 오늘 못 와.” 범석이 눈을 동그랗게 말아 올리며 말했다. “아니, 어째서요?” “원래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놈 없어. 조사해 보니 개인비리가 아주 많더군. 그래서 오늘 아침에 경찰에 급히 연행되어 조사를 받고 있지. 아마도 평가단에는 다른 인물로 채워져 올 걸세.” 범석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무척 다행인 일이기는 하나, 너무 막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4/12 쪽 “그런데 괜찮겠습니까? 혹시 이 일로 뒤에서 조정하는 경제인 단체에서 앙심을 품고 흑사회를 공격할 수 있지 않습니까?” “후후후. 걱정하지 말게. 이미 놈들과는 오래전부터 전쟁 중이야.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 마당에, 우린들 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깟 잔챙이 하나 처넣는 것으로 뭘? 나대면 바로 팔불출 되는 거지.” “아. 그렇습니까? 그럼 이번 일로 제가 걱정할 것은 없다는 말씀으로 알아들어도 되겠습니까?” “이번일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야. 나를 비롯한 일부 회원이 흑사회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스포츠계통으로 본격 진출할 예정이거든. 이미 지난 일 년간 막대한 자금의 펀드를 준비해놓고, 올해 대대적인 프로 검투팀 매입에 들어갔네.” 범석이 걸음을 멈춰 세우고는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이지. 혹시 자네 블랙 캣츠팀이라고 아나?” 블랙 캣츠팀이라면 그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게임 시작 첫날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와 그 팀과의 경기를 지켜본 적이 있었고, 지난 GA컵 6차전에서 자신의 갓즈나이츠를 이긴 전적이 있는 에이번드 에어리어리그 내 유력한 우승 후보팀이었다.5/12 쪽 “네. 알고 있습니다. 혹시 서, 설마?” “그래. 올해 부로 흑사회 소속의 검투 팀이 됨과 동시에, 내가 이사장으로 역임하게 될 걸세. 그리고 이외에도 십여 개 정도의 검투 팀들이 또 우리 손에 들어올 예정이라네. 아마도 이를 바탕으로 스포츠계통에서도 전쟁이 시작될 것일세.” “그런데 가능하겠습니까? 흑사회는 스포츠기업계통의 진출이 처음이라 인맥이나 기반 면에서 놈들에게 크게 뒤지지 않습니까?” “그게 좀 걱정이기는 하지만, 대비해놓은 상태일세. 이미 프로검투협회의 한 계파와 손을 잡기로 약속되어 있고, 대대적인 인맥 쌓기 작업도 시작하고 있지. 게다가 우리는 경제인 단체처럼 다른 스포츠 계통에는 아직 손을 대지 않을 예정일세. 프로 검투 협회에서 집중해서 싸울 테니, 전력누수도 없지.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싸움일세.” 범석이 다소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흑사회가 전면에 나서서 막아준다면, 앞으로의 행보가 훨씬 수월해질 터였다. “아 그렇군요. 그럼 흑사회는 앞으로 어떻게 하실 요량이십니까?” “일단 이 근처 지역에 더 구매할 만한 다른 에어리어리그 프로팀이 있는지 물색해볼 예정일세.” “10여 개 팀이나 있는데, 더 구매하신다고요?” “으음. 그래야지. 우리 흑사회가 검투계에 진출하는 목적은 스포츠계통에 세력을 키우자는 거야. 어차피 월드리그 팀이나 에어리어리그 팀이나 협회장 선거에서 단 한 표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상위리그 팀을 살 이유가 없지. 또 알아보니 에6/12 쪽 어리어리그 팀이 투자 대비 수입도 좋고 말일세.”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바는 바였다. 세력 싸움에서 가장 쉽게 이기는 방법은 그 조직의 수장을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갈아버리는 일이었다. 그럼 다양한 이권이나 주요 직위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으니, 편안히 상대와 싸워나갈 수 있었다. 또 에어리어리그 팀을 집중적으로 구매하는 일도 자금운영상 긍정적인 면이 있었다. 상위리그 팀이 돈을 많이 벌기는 하지만, 투자 대비 효율로 볼 때는 하위 리그 팀이 훨씬 나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에어리어그 주전급 검투사의 몸값이 500만 크랑에서 3000만 크랑 사이인데 반해, 와이드리그 검투사의 몸값은 1500만 크랑에서 1억 5,000만 크랑 가까이에 이르렀다.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전 세계 검투팀이 자그마치 만 곳이 넘습니다. 얼마나 많은 하위리그 팀을 구매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들 표로는 협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언론에 많이 노출되는 상위리그 팀을 이용해 대세몰이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도 맞는 얘기였다. 막말로 흑사회가 막대한 자금을 퍼부어 100여 곳의 에어리어그리 팀을 구매한다고 해도, 협회에 행사하는 표는 전체의 100분지 1도 되지 않았다. 이들로서는 검투계에 큰 영향권을 행사하기란 어려웠다. 확실히 유명 검투팀을 보유하면서, 여론몰이로 공략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특히나 WBS방송사 같은 든든한 빽7/12 쪽 이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자네 말이 틀리지는 않지만, 아직은 본격적으로 놈들과 전면전을 벌일 시기가 아니네. 우리는 지금 겨우 한 발을 내민 상황일세. 일단 이 지역 검투 계를 우리 손아귀에 확실히 놓고, 이를 기반으로 서서히 밀고 올라갈 필요가 있어. 지금은 그저 자네의 갓즈나이츠팀의 바람막이가 되어주는 일과, 이번에 손잡은 검투계의 계파들에게 표를 던져주며 놈들을 견제하는 전략으로 나가는 편이 좋네.” 수긍이 가는지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한 예로, 아무리 돈이 많고 유명한 빌 게이츠라도 아무런 기반 없이 FIFA협회에 들어와서는, 마음에 안 든다고 곧바로 현 회장인 블레터에게 대규모 전쟁을 벌일 수는 없는 법이었다. 있을 수도 없는 얘기지만, 만약 정말 그랬다가는 실컷 처 발리다가 결국에 가서는 희대의 병신으로 전락하게 될 공산이 무척 컸다. 차라리 그의 터전인 미국에서 기반을 쌓으면서 블레터와 적대하는 다른 세력에 힘을 보태는 편이 훨씬 나을 터였다. 이는 흑사회도 마찬가지. 지금은 자기 세력을 구축하는 일에 온 힘을 쏟아야 할 때였다. “그렇군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굳이 놈들과 전면전을 치르지 않아도, 나중을 위해 보유한 팀을 상위팀으로 올리는 작업을 수행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특별히 해가 될 일은 없으니까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도 충분히 공감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네. 그래서 이번에 8/12 쪽 사들인 팀 중 블랙 캣즈팀을 비롯한 그 외 2개 팀을 올 시즌 와이드리그에 도전시킬 참일세. 그리고 최소한 하나쯤은 올릴 참이고.” “어떻게 말입니까?” 그의 질문에 루카스가 바로 설명을 시작했다. 이번에 흑사회에서 와이드리그에 진출시키려는 팀은 모두 델로이 광역정부 내에 연고를 두고 있는 에어리어리그 최상위 팀들이었다. 원래부터 뛰어난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가, 추가로 상당수의 와이드리그 주전급 검투사를 영입할 투입할 예정이니 더욱 강해질 터였다. 게다가 세팀 모두가 같은 광역정부 내에 있으니, 큰 이변이 없는 한 내년 초봄에 열릴 델로이 와이드리그로 향하는 승격 토너먼트에 흑사회 소속의 검투팀 셋을 진출시킬 수 있었다. “그럼 한 팀이라도 승격할 확률이 최소한 5할은 되겠군요.” “그렇지. 대게 1위에서 3위 팀까지가 상위리그에 올라가니, 계산상으로는 그렇게 나오지. 하지만, 조금 전에 말했다시피 이들 팀에는 상당수의 와이드리그 주전급 검투사들이 투입할 계획이네. 원래부터 우승권을 다투는 팀에 이 정도 전력이 추가된다면 거의 와이드리그 중위권 팀 전력이 돼버리지. 당연히 진출 가능성은 더욱 커질 걸세.” “그렇군요. 그다음은 어쩌실 겁니까?” “으음. 한 팀이라도 와이드리그에 오르는 순간, 우리는 대량의 센트럴리그 주전급 검투사들을 구매해 그 팀에 투입할 걸세. 그러다가 일 이년 조직력을 가다듬는 시간9/12 쪽 을 가진 후 바로 센트럴리그에 도전할 계획에 있지.” 범석이 부러운 눈빛으로 루카스를 바라봤다. 자신은 돈이 없어 유망주를 키워 사용할 생각을 하는데, 그는 조직의 막대한 자금으로 고가의 검투사를 자판기 뽑듯이 구매해 팀을 성장시켜 나가려 하고 있었다. 솔직히 질투가 나지 않는다면 인간이 아니었다.그는 혹시나 떡고물이 떨어질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그럼 혹시 승격하고 난 이후에 쓸모가 없어지는 검투사는 어떻게 됩니까? 막대한 돈을 들여 능력 좋은 검투사를 들여온다고 했으니, 잉여의 검투사가 꽤 나올 것 같은데요.” “으음. 그런 아이들은 하위리그에 있는 우리 소유의 다른 팀에 보내야지. 그럼 그 팀의 전력이 강해지니 또 상위리그로 올라갈 가능성이 그만큼 많아지지 않겠는가?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 흑사회가 이 검투계에서도 경제인 단체에 맞먹는 힘을 보유하게 되는 날이 오겠지.” 혹시나 했던 범석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혀를 다셨다. 하지만, 공짜를 너무 바라면 머리가 벗겨지는 법. 그만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까지 수천만 크랑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받았고, 엠마가 자신의 팀에 있는 한 꾸준히 지원을 받게 될 터였다. 굳이 남우세스럽게 손을 벌릴 이유가 없었다.10/12 쪽 우우웅. 우우웅.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전동음에 그가 고개를 돌려 먼 하늘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무수히 많은 플라잉카가 몰려오고 있었는데, 겉에 그려진 회사로고 표시로 보아 지역 방송국과 언론사의 기자들로 예상되었다. “아무래도. 기자들이 찾아오는 모양입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던 루카스가 옷깃을 가다듬으며 뒤로 한발 물러섰다. WBS방송국 직원들은 흑사회의 하수인이니 상관없다지만, 저들 기자는 달랐다. 괜히 사진이라도 찍혀 언론지상에 범석과 관계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으음. 그렇군. 그럼 나는 이만 돌아가 보겠네. 저들에게 얼굴이 알려져 봐야 득 될 것은 없으니까.” “네. 그러십시오.” “그럼 내가 없어도 오늘 일쯤은 잘 처리할 수 있겠지?” “네. 사람들 협박하고 어르고 달래는 일이 제 주특기입니다. 이 정도 무대가 마련되었는데,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바보죠. 안심하고 들어가 보십시오.” “알겠네. 그럼 뒷일을 부탁하겠네.”11/12 쪽 하며 루카스가 빠른 걸음으로 훈련 캠프 앞 광야에 세워놓은 자신의 플라잉 카로 다가갔다. 범석은 곧 내려서는 지역언론사 기자들에게 반가이 마중하고는, 화급히 던지는 그들 질문에 차근차근 정성스럽게 대답해 나갔다. 이들은 오늘 승격에 큰 도움을 줄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작품 후기 ============================ 아. 근래에 왜 자꾸 일이 생기나 모르겠습니다. 틈만 나면 사람을 불러내네요. 아무래도 킹판월을 마무리하며 계속 집에만 있었더니, 그 휴유증이 돌아오나 봅니다. 뭐 언젠가는 나아지겠죠. 하하하. 그럼 모두 편한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작품 후기 ============================ 아. 근래에 왜 자꾸 일이 생기나 모르겠습니다. 틈만 나면 사람을 불러내네요. 아무래도 킹판월을 마무리하며 계속 집에만 있었더니, 그 휴유증이 돌아오나 봅니다. 뭐 언젠가는 나아지겠죠. 하하하. 그럼 모두 편한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작품 후기 ============================ 아. 근래에 왜 자꾸 일이 생기나 모르겠습니다. 틈만 나면 사람을 불러내네요. 아무래도 킹판월을 마무리하며 계속 집에만 있었더니, 그 휴유증이 돌아오나 봅니다. 뭐 언젠가는 나아지겠죠. 하하하. 그럼 모두 편한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 -- 프로리그를 준비하다 -- > 우우웅. 회색빛을 승합 플라잉 카가 갓즈나이츠 훈련캠프의 주차장으로 내려서고 있었다. 어느덧 바닥에 안착하자 전면 측면 쪽으로 난 문이 바깥쪽으로 밀려나며, 안에서 몇몇 인물들이 내려서고 있었다. 거만하게 어깨를 펴고 있던 그들은 훈련캠프 내에 펼쳐진 방송 스텝과 기자들의 장사진에 기가 죽은 듯 감히 출입문을 내려서지 못하고 한참을 머뭇거렸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이내 더욱 당황스러운 일이 그들에게 닥쳐왔다. 훈련 캠프에 모인 자들이 일제히 다가오고 있었던 탓이다. 오늘의 주인공인 범석이 마중을 나가니, 촬영차 취재차 온 방송 스텝과 기자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했다. 그는 당혹스러워하는 승격 평가단 일행을 향해 반가이 미소를 지어 보냈다. “안녕하십니까? 평가단 여러분. 어서 오십시오.” 플라잉 카 입구에 서 있던 반백 머리칼의 한 사내가 그에게 다가가더니 물었다.회1/14 쪽 “안녕하시오. 난 고든이라고 하오. 이번 갓즈 나이츠팀의 승격 평가를 하러 온 일행의 대표요.” “네. 반갑습니다. 저는 갓즈나이츠팀의 이사장인 오범석이라고 합니다. 오늘 모쪼록 잘 좀 부탁하겠습니다.” “알겠소. 그런데 지금 모인 기자들과 저 촬영 진들은 뭐요?” 범석이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하. WBS방송국에서 프로그램 하나를 계획했는데, 제가 출연진 중 하나로 선정됐습니다. 그리고 저희 지역 기자분들은 오늘 촬영을 취재하러 왔고요.” WBS방송이라면 전 세계를 아우르는 메이저 방송국. 평생에 한 번 보기도 어려운 그들이 외지에 속하는 이곳 리마시티까지 그를 찾아온 이유가 자못 궁금했다. “아니. 무슨 연유로 출연하게 되신 거요?” “후후. WBS방송국에 올 년도 전 세계에서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를 다섯을 선정했는데, 부끄럽게도 제도 포함이 되었습니다.” 지역 검투계를 전 세계에 알릴 기쁜 소식이었지만, 고든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오늘 일이 외부로 알려진다면 큰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에 승격평가단은 명목상일 뿐, 실제로는 평가할 의미가 없었다. 각 계파의 2/14 쪽 윗선들이, 이미 협의로 갓즈나이츠팀을 프로팀에서 탈락시키기로 예정했던 이유에서였다. 이에 금지 외부인사인 글로리아를 평가단에 넣는 무리수를 벌였고, 각 계파가 파견한 자신들은 미리 지정한 점수를 머릿속에 완벽하게 입력시켜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 갑작스럽게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이번 일을 주도했던 로스라는 자가 출근 전 경찰에 체포되어 끌려가는 바람에 부랴부랴 뭣도 모르는 새로운 인사를 끌어 들어야만 했고, 협조적이었던 한 유력 계파의 평가단원은 이번 일에 손을 떼겠다고 당당히 그 의지를 밝혀왔다. 여기에 이제는 메이저방송사의 촬영 진과 지역 언론 스포츠기자들까지 잔뜩 몰려 자신들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다. 고든으로서는 작금에 상황에 어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할 뿐이었다. “흐흠. 그, 그렇소? 정말 축하하오.”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런데 꼭 굳이 오늘 촬영을 해야 했소. 알다시피 오늘은 중요한 승격평가가 있는 날이 아니요. 다른 날로 밀어도 될 것을……. 쯧쯧.” “그 점은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WBS방송국에서 시간이 없다며 굳이 오늘 촬영하겠다고 엄포를 놔서요. 힘없는 제가 어떻게 거절하겠습니까? 양해해 주십시오.” 가볍게 사죄를 청한 범석이 자신의 뒤에서 서성이고 있는 몇몇 정장차림의 사내들3/14 쪽 에게 눈짓을 줬다. 그러자 곧바로 그들이 곧바로 고든을 겹겹이 싸기 시작했다. “아, 아니 이 자들은 도대체 누구요?” “이번에 고용한 스포츠분쟁 전문 변호사들입니다. 제가 승격평가작업이 뭔지를 몰라서, 초빙했습니다. 프로리그로 올라가는 일이 처음이라 여러 가지 조언을 받으려고 말입니다.” 고든이 변호사들을 쓱 한 번 훑어보더니,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말을 그럴싸했지만, 그의 의도를 모를 리가 없었다. 지금껏 수많은 승격평가를 해왔지만, 이렇듯 줄줄이 소송 전문 변호사를 대동한 승격팀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아마도 자신들의 모의를 사전에 알고, 협박을 해오는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흠흠. 하지만, 변호사까지야. 우리가 다 알아서 할 일을…….” “아. 그러셨습니까? 이거 그럼 괜한 짓을 했군요. 통 이런 일이 처음이라, 실수했습니다. 모르고 벌인 일이니, 넓으신 아량으로 양해해 주십시오. 하하하.” 고개를 저은 고든이 불편한 기색을 하며 걸어가자, 뒤이어 한 중년의 사내가 다가왔다. 그는 주위를 살피더니, 정중한 말투로 귓속말을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에 검투사구성부분을 맡은 브라이언라고 합니다. 확실히 만점을 드리겠으니, 여기에서만큼은 안심하십시오. 하지만,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4/14 쪽 미 저와 한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점수를 박하게 주기로 협의가 된 상태입니다.” 이렇듯 호의적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흑사회가 손을 잡았다는 한 계파의 인물 같았다. 그렇다면 10점은 확실히 맡아놓은 당상, 이제는 26점만 남았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나머지 한 명은 누구입니까?” “로스라는 자가 오늘 아침에 체포되며 부랴부랴 새로 넣은 인사인데, 멜빈이라는 자입니다. 자금 쪽을 평가할 수 있는 자가 없어서, 아무 계파에도 소속되지 않은 일반 사무직원을 데리고 왔습니다. 설득만 할 수 있으시다면, 높은 점수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정확히 누구죠.” 브라이언이 마침 나오고 있는 한 금발의 젊은 사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잘 부탁하겠습니다.” 하며 범석이 멜빈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자신을 향해 집중되는 시선과 카메라가 부담스러운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5/14 쪽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범석이라고 합니다.” “아, 아. 네. 저는 멜빈이라고 합니다.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가볍게 악수한 범석이 최대한 선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꽤 젊으신 분이 평가단에 참가한 것을 보니, 제법 이 지역 프로협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으시나 봅니다.” “아, 아닙니다. 사무실에서 회계업무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불러서 나왔습니다. 원래는 다른 분이 오시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게 어디입니까. 다들 인정을 하니, 이런 기회도 찾아오는 것이겠죠. 하여간 오늘 모쪼록 공정한 평가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멜빈이 스쳐 지나가자, 뒤쪽으로 여성용 정장을 잘 차려입은 한 여인이 플라잉 카에서 내려섰다. 대략 갓 20세가 됐을법한 나이로 초여름의 화사한 햇볕에 유난히 빛이 나는 은발이 꽤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작고 둥근 귀를 보지 못했다면, 엘프라고 착각할 뻔했다. ‘이, 이 여인은 누구지?’ 범석은 멜빈을 쫓아가 설득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6/14 쪽 었다. 키는 한 160센티 정도 됐나? 유난히도 맑고 푸른 색채를 띠는 눈동자는 영롱한 에메랄드를 연상케 했고, 잘 세공한 도자기처럼 부드럽게 이어지는 이목구비는 간드러진 목선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꽉 끼는 정장에 드러난 몸매는 여리게 보일 만큼 마른 편이라 범석의 마음에 쏙 들었다. 다만, 약간의 불만은 가슴은 상당히 풍만한 편이라는 점이다. 그는 왠지 가슴 큰 여자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다. 그래도 이만하면 공략해볼 가치가 있는 여인. 그가 살짝 정보창을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이름 : 글로리아 브리킷.구분 : 개조인간(16년).소속 : 레인보우사(레인보우 여성 인권단체).명성 : 2109.악명 : 5682.호감도 : 17.H유무 : 무.스테미나 : 4198/4200.사회성 : 91+5, 근력 : 43 체력 : 42.민첩 : 47, 균형감각 : 51, 지능 : 87+5.정신력 : 91+5. 판단력 : 92+5, 재주 : 94+5.7/14 쪽 운 : 100+15.현재기량/잠재능력 : 738/756.특성 : 행운의 경영자.특이사항 : 엘프에게 푹 빠진 한 남성을 흠모하다가 좌절한 후, 엘프를 극히 싫어하게 됨. 이후 자그마한 원룸 임대업을 시작으로 지금의 레인보우사를 일구어냈다. 현재 레인보우 여성 인권단체를 창설해 열성적인 여성 인권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뭐, 뭐야? 이 여자가 글로리아야!’ 그저 앙칼지게 생긴 중년 아줌마쯤으로 생각해왔던 범석으로서는 제법 놀라고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여인이 그 깐깐한 글로리아라니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정보창에 거짓이 기재될 리도 없었고, 개조인간이라니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개조인간의 큰 장점 중의 하나가 시술 후 상당기간, 20대 초반의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흠흠. 그래도 능력치는 좋네.’8/14 쪽 신체적 능력치는 낮은 편이지만, 정신능력은 지능을 제외하고는 모두 90을 넘어선 상태였다. 여기에 ‘행운의 경영자’라는 특성으로 행운은 +15, 그 외 모든 정신적 능력치는 +5 추가로 상승해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자수성가로 리마시티 내 최대 부동산기업인 레인보우사를 일구어냈고, 지역정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강력한 여성 인권단체의 수장까지 역임하고 있었다. 만만히 보다가는 분명히 큰코다칠 터였다. 슬그머니 창을 내린 범석이 글로리아에게 다가가 가볍게 인사를 청했다. “안녕하십니…….” 그러나 그녀는 냉랭한 기운을 뿜어대며 본체만체 그대로 지나쳐버리고 있었다. 이에 머쓱해진 범석이 팔짱을 낀 채로 가만히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다봤다. 예상했던 대로 상대하기가 보통 깐깐한 것이 아니었다. 이러다가는 10점이 그대로 허공이 날아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계파 간의 이해득실이 없는 외부인사라, 마음만 돌린다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데다가, 왠지 저 도도한 여체에 자신의 깃발을 꽂아버리고 싶던 도전심이 불끈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자. 그럼 일단 시작해볼까.’ 그는 일단 첫 번째 평가를 받기 위해 의무실로 향했다. 그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가 바로 의무부분이었다. 여기서 주도권을 쥔 후, 평가단을 정신없이 몰아붙일 참9/14 쪽 이었다. “자. 여기입니다.” 범석이 평가단과 촬영 진을 이끌고 들어온 곳은 제2 의무실이었다. 이 안에 바로 로봇팔 시술대와 MRI 전신 진단기가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서류에 한 줄 기재해 보여주는 것보다야 이렇듯 직접 보여주는 편이 효과가 좋았다. 이내 먼저 들어온 카메라맨 하나가 의무실 전경을 쭉 찍더니, 평가단 일행을 향해 돌아섰다. 이에 대기하고 있던 수잔이 입가에 가득 미소를 머금고는 범석과 평가단 일행을 마중했다. “자. 어서 들어오세요. 여기는 저희 갓즈나이츠가 자랑하는 제2 의료실이에요.” 그의 말에 내부 전경을 바라본 고든이 당혹스러워하며 옆에 서 있는 흑발의 사내를 바라봤다. 알프레드라는 자로, 이번에 의료부분을 평가하는 담담자였다. 척 봐도 내부에 비치된 의료장비가 꽤 고가임을 알 수 있는바, 만약 그가 의료부분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가는 앞으로의 작업이 철저히 엉망이 되어버렸다. 역시나 예상대로 알프레드는 꽤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장비들은 뭡니까?” “흠흠. 네. 최신형 로봇팔 시술대와 MRI 전신 진단기입니다. 워낙 고가의 물건이라 10/14 쪽 일반 에어리어리그 팀들은 구매할 생각도 못하는 장비입니다.” 고든이 슬며시 그를 향해 조용한 귓속말을 던졌다. “가능하겠습니까?” 알프레드가 수잔을 넌지시 바라보며 얘기했다. “글쎄요. 이런 고가의 물건까지 들여놓을 정도라면 아무래도 의료장비 쪽은 흠잡을 곳이 없을 듯 보입니다. 하지만, 염려하지 마십시오. 다른 쪽에 눈을 돌리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알프레드님만 믿겠습니다.” 고개를 주억거린 알프레드가 형식 삼아, MRI 전신 진단기를 살펴보고는 다시 고든에로 발길을 옮겼다. 이미 계획한 바가 있으니, 더 살펴봐야 시간만 아까웠다.그때 PD로 보이는 한 사내가 장내에 있는 모든 카메라맨들에게 그를 찍게 하고는 급히 길을 막아섰다. “저기요. 이번에 갓즈나이츠의 의료부분을 평가하는 승격평가원이 맞습니까?” “아, 예. 그렇습니다.” “제가 봐도 갓즈나이츠의 의료설비 부분은 꽤 훌륭한 듯 보이는데, 평가 담당자님은 11/14 쪽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네. 제가 봐도 의료설비는 무척 훌륭해 보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분명히 높은 점수가 매겨지겠군요.” 알프레드가 그 PD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다. 범석을 촬영하러 왔으면 그만 찍으면 되지, 왜 자신에게까지 와서 이렇게 꼬치꼬치 질문을 던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러나 장내에 모든 카메라와 기자들의 시선들이 몰려 있으니, 대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수잔의 눈치를 살피더니 간신히 입을 열었다. “글쎄요. 높은 점수를 힘들겠습니다. 아무리 장비가 훌륭하더라도, 운용하는 사람이 실력이 떨어지면 모두 헛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앞으로 나서려던 수잔을 막은 범석이, 알프레드에게 다가섰다. 여기서 그녀가 나서봐야 득 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연인 후보를 깎아내는 행동을 하니, 화가 나 견딜 수가 없었다. 지금 그의 표정에는 노기가 잔뜩 묻어나오고 있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희 팀 닥터가 뭐가 잘못되었기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십니까?” “그, 그게. 이곳에 오기 전에, 한 번 갓즈 나이츠의 팀 닥터인 수잔의 경력을 살펴본 적이 있었소. 그런데 전 직장에서의 평가가 무척 낮음을 확인했소. 치료센터의 물품12/14 쪽 을 함부로 빼돌리다가 강제 퇴직을 당했다니, 안 봐도 뻔하지 않소?” 아무래도 미하일 치료센터에서의 일을 언급하는 듯 보였다. 그때의 상황을 들어 잘 알고 있던 범석이 대뜸 콧방귀를 끼며 그를 쏘아봤다. “흥. 아니 직접 훔치는 장면을 보셨습니까? 아니면 증거가 있느냐고요?” “그,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인사기록에 그렇게 나와 있었소.” “그럼 증거가 없다는 얘기 아닙니까? 승격 평가원이면 아무런 증거 없이 남을 함부로 모함하고, 이를 빌미로 공적인 업무에 영향을 미치게 해도 되는 겁니까? 그리고 제가 알아본 바로는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이번에 삼고초려 끝에 팀 닥터로 모셔왔고요. 원하신다면 한 번 조만간 시간을 내, 증거 증인 다 까놓고 자세히 논의해 볼 의향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강경하게 나가는 범석으로 알프레드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확실히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증거도 없는 사실을 가지고, 공적인 업무에 영향을 미치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물론 평상시라면 직위로 밀어붙여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워낙 주변의 시선이 많았던 터라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었다.============================ 작품 후기 ============================13/14 쪽 어제 약속한 바대로 리그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일단 리그는 총 4가지로 구성되어 있었다.1. 월드리그 : 전 세계를 아우르는 최상위 리그로,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참가하는 팀은 20팀 밖에 없고요.2. 센트럴리그 : 전 세계 8개 중앙정부에 각 하나씩 있는 리그로, 참가하는 프로팀은 160개 팀입니다.3. 와이드리그 : 전 세계 64개 광역정부에 각 하나씩 있는 리그로, 참가하는 프로팀은 1280개 팀입니다.4. 에어리어리그 : 전 세계 512개 지역정부에 각 하나씩 있는 리그로, 참가하는 프로팀은 10240개 팀입니다.5. 아마추어리그 : 각 지역정부 별로 열리고 아마추어 간의 대전입니다. 숫자는 미확인 입니다. ^^;;;;;;그럼 내일은 관할 정부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모두들 편안한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14/14 쪽 인 입니다. ^^;;;;;;그럼 내일은 관할 정부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모두들 편안한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14/14 쪽 < -- 프로리그를 준비하다 -- > “무,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알프레드가 주눅이 들어 하자, 범석은 기회가 왔음을 깨달았다. 승기를 잡았을 때 한꺼번에 몰아쳐야 하는 법. 숨 돌릴 틈이 준다면 상대가 반격해 올 수도 있었다. 그는 글로리아를 떠올리고는 한 가지 좋은 묘수를 생각해 냈다. 평가단에 분쟁을 일으켜 두 개의 난제를 한꺼번에 풀어내는 방도를 말이다. 그는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를 간신히 가라앉히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그럼 알면서 그런 소리를 하신 겁니까? 혹시 미심쩍어서 드리는 질문인데, 저희 팀 닥터가 여자라서 그런 겁니까? 간혹 남자 중에 이런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여자라면 일단 학부터 띠는 그런 사람들 말입니다.” 알프레드가 당혹스러워하며 손사래를 쳤다. 글로리아의 앞에서 자신이 광적인 여성 혐오자로 비치면 무척 곤란한 사태가 발생했다. 지금은 잠잠히 있지만, 여성 인권에 관계된다면 길길이 날뛰는 여인이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요. 말도 안 되오! 댁이나 증거도 없는 말을 하지 마시오.” “그럼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 팀 의료부분이 낮은 평점을 받아야 하는지를 말입니다.”회1/14 쪽 “그, 그거야…….” “거 보십시오. 제대로 말을 못하지 않습니까!” 이쯤 되자 고든이 앞으로 나서서 범석을 만류했다. 단순히 승격 여부는 판단하는 자리에서 너무 민감한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회 뿌리 깊이 박힌 남녀 간의 갈등의 골은 무척 심각해, 연방정부에서도 이를 막고자 특별법까지 제정해놓고 엄격한 대처를 하고 있었다. 만약 지금 모인 메이저급 방송사 직원과 기자들이 오늘 일에 의혹 제기를 한다면, 에이번드지역 프로검투협회는 큰 곤욕을 치르게 되었다. “그런 일은 절대 없소. 뭔가 그대가 단단한 착각한 모양이오. 이쯤하고 다음으로 넘어갑시다.” 하지만, 글로리아가 납득할 수가 없었는지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여성 인권의 문제에 대해서는 결코 타협이 없는 여인이었다. 진실 여부를 떠나 알프레드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이상, 이대로 넘어갈 수가 없었다. “아니. 고든님. 그게 무슨 얘기죠? 왜 이런 중대한 사태를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건가요? 전 알프레드님의 확실한 해명이 없는 한, 절대로 물러설 수가 없어요.” 일이 단단히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안 고든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솔직히 말하자니 2/14 쪽 오늘 자리에 모인 언론사들의 시선이 무서웠고, 그렇다고 거짓을 말하자니 궁색했다. 그가 날카로운 눈으로 범석을 쏘아보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단순한 세력 간의 싸움에 사회적인 이슈를 가미시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다니, 제법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는 일단 의료부분에서는 패배를 시인하고, 한발 물러나서는 것이 낫다고 생각됐다. 만약 사태가 커져 글로리아가 그에 편에 선다면, 갓즈나이츠에게 갈 점수는 20점이 되었다. 어차피 빼앗길 점수 7~8점에 끝을 내고, 지금의 위기를 모면하는 편이 좋았다. “글로리아님이 지금 착각하고 계십니다. 아마도 알프레드님이 갓즈나이츠의 팀 닥터의 과거 행적을 오인하고 그리 말했을 뿐일 겁니다. 이제 조사한 인사기록이 잘못되었음을 알았으니, 이를 반영해 합당한 점수를 매기게 될 겁니다.” 글로리아가 멋쩍어하는 알프레드를 쳐다봤다. “고든님의 말이 맞나요?” “아, 아. 예 맞습니다. 그저 온라인으로 확인했던 터라, 그 정보가 잘못되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하, 하하.” “그래요? 알겠어요. 일단은 믿고 넘어가 드리죠.” 이야기가 잘 풀려나감을 확인한 고든이 범석을 쳐다봤다.3/14 쪽 “어떻소. 이제 만족하오?” 그가 흡족한 표정으로 바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슈를 더 크게 부각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지만, 앞으로 기회는 아주 많았다. 지금은 승격평가단을 기세에 눌렀다는 것과 의료분야에서 좋은 점수를 얻게 되었다는 점에 만족해도 좋을 듯싶었다. “네. 오인이었다니, 저로서도 더는 문제 삼지는 않겠습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는 법이니까요.” 길게 한숨을 내쉰 고든이 평가단을 이끌고 급히 의무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다른 평가원들에게 절대로 기자나 WBS방송국 PD들에게 점수에 대한 언급을 피하라고 단단히 주지시켰다. 이번 의료실에 벌어졌던 사태가 알프레드가 PD의 질문에 순순히 대답해 준 데에 기인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실수였다. 모여서 논의하는 시간 동안 멜빈이 소외되어 있었던 탓이다. 이 틈은 범석에게 황금 같은 기회였다. “멜빈씨는 장래 희망이 뭡니까?” 그의 뚱딴지같은 질문에, 멜빈이 어색한 눈빛을 지었다. 채용면접을 보는 것도 아니고, 오늘 처음 본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받을 줄을 몰랐다.4/14 쪽 “아니. 그건 왜 물어보시는 겁니까?” “뭐. 별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저 적적하니 대화라도 나누자는 겁니다. 왜? 말씀해주시기 곤란합니까?” “아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별 내용도 없고요.” “그럼 한 번 말씀해 보십시오.” 의미 없이 고개를 끄덕인 그가 조용히 자신의 희망을 말했다. “으음. 뭐 직장인이 별 게 있겠습니까? 안정되고 연봉 많은 직장을 다니면서 능력을 인정받아 높은 자리에 앉고, 차근차근 모은 돈으로 마음에 드는 엘프를 사서 인생을 편안히 사는 것이죠.” 의외의 소탈한 꿈에 범석이 피씩 웃었다. 이 정도면 흑사회에서 충분히 처리해 줄 수 있는 희망 사항이었다. “후후. 그렇습니까? 지금 그렇지 않은가 보죠?” “으음. 글쎄요. 제가 특별히 유력한 계파를 등에 업은 것도 아니니 출세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봉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니라 엘프를 구매하는 일도 요원합니다. 쩝 생각 같아서는 다른 직장을 찾고 싶은데, 경제 여건상 그도 힘드니…….” “아 그렇습니까? 아 잠시만 이리로 따라오십시오.”5/14 쪽 범석이 근처에 보이는 시청각실의 문을 급히 열어젖히고, 그를 강제로 이끌고 들어갔다.창가에 두터운 커튼이 쳐져 어두운 실내. 그가 방문을 잠그자 멜빈이 당혹스러워했다. “아니. 이게 무슨 짓입니까?” “쉿. 조용히 하십시오. 이제부터 제가 하는 말을 남들 귀에 들어가서는 절대 안 됩니다. 모두 다 멜빈씨와 제가 좋자고 하는 얘기이니, 한 번 잠자코 들어보십시오.” 심각하게 굳어 있던 멜빈이 표정을 일순간 가라앉았다. 분위기로 보아 자신에게 해가 될 일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휴~ 좋습니다. 일단 무슨 얘기인지는 들어 보겠습니다. 말씀하십시오.” “네. 이해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사실 이번 승격심사에서 저희 팀은 승격에서 탈락이 되게 되어 있습니다.” “왜요? 승격요건이라도 맞추지 못했습니까?” “아닙니다. 승격요건은 확실히 맞춰놓았습니다.” 멜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회계업무를 하고 있지만, 몇 년간 에이번드 프로검투협회에서 굴러먹던 그였다. 승격요건만 맞춘다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진출권6/14 쪽 을 따낸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럴 리가요. 지금까지 승격요건을 맞춘 팀은 모두다 상위리그 진출권을 얻습니다. 뭔가 착각하고 계신 것 아닙니까?” “네. 원래 관례가 그렇다는 것쯤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저희 팀에게 적의를 가진 한 유력 계파가 다른 계파들을 설득해서, 수작을 걸고 있죠. 조금 전에 의무실에 있었던 충돌도 그런 맥락에서 일어난 겁니다.” 하긴 좀 그런 면이 있었다. 알프레드라는 자가 고가의 의료장비를 갖춘 갓즈나이츠팀을 어떻게든 깎아내리려는 모습도 이상했고, 범석이 이곳 에어리어리그를 총 관장하는 에이번드지역 프로검투협회와 강력하게 충돌을 빚은 점도 이해 가지 않았다.확실히 밑바탕에 그만한 알력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됐다. “네. 그래서 제게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아주 간단히 말해서 양심을 지켜달라는 겁니다. 다른 계파에 휘둘리지 말고 정직하게 점수를 매겨주기를 바란다는 말이죠.” 멜빈이 무척 꺼리는 표정을 지었다. 승격 평가단이 지금까지의 관례를 어겨가며 갓즈나이츠를 떨어뜨리려고 하는 점을 봤을 때, 이번 사건은 아주 중대한 이권이 얽히고설킨 것이 확실해 보였다. 계파도 없는 자신이 함부로 나대다가는 눈 밖에 나서 조직에서 도태될 수도 있었다.7/14 쪽 “그, 글쎄요. 저로서는 딱히……. 아시는지 모르지만 전 협회 내에서 힘도 못 쓰는 그저 그런 일반 회계사무직원에 불과합니다. 자칫 다른 계파들에게 밉보였다가는 바로 잘려나갈 수가 있습니다. 이점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범석이 손에 쥐고 있던 쪽지 하나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가 이런 반응을 내보이리라는 것쯤은 이미 짐작을 했었다. “이 종이를 받으십시오.” “이게 뭡니까?” “제가 아는 어느 분의 비밀 연락번호입니다. 한 번 연락해 보십시오.” “이 사람이 누군데요?” “윈드하우스사의 대표인 루카스회장님입니다.” 윈드하우스의 루카스 회장이라면 멜빈도 잘 알고 있었다. 도심지 번화가라면 언제나 눈에 띄는 커피 전문점과 햄버거 전문점이 바로 그자 소유의 사업체였다. 풍문으로는 전 세계 정치, 경제계를 큰 세력을 뻗치고 있는 흑사회의 멤버라고도 했다. “아, 아니. 정말입니까?” “네. 물론입니다.” “그런데 왜 이분 전화번호를 제게……?”8/14 쪽 “점수를 매기기 전에 한 번 연락을 해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멜빈님의 장래를 위해서, 또 양심을 위해서 무엇이 옳은 결정인지 판단해 주십시오.” 긴장했는지 쪽지를 받아든 멜빈의 손이 심하게 떨려왔다.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이번 승격 평가가 단순히 눈에 벗어난 검투팀을 따돌리려는 의도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랬다면 이런 거물급 인사의 전화번호가 자신의 손까지 들어올 리가 없었다. “범석님. 이번 사건은 대체 뭡니까?” “자세히는 말씀드릴 수가 없지만, 정치, 경제, 언론 분야에서 일어나는 거대 세력 간 싸움의 연장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요? 그럼 제가 우연하게 그 싸움에 끼어들었다는 겁니까?” “후후. 네. 아주 제대로 끼어들다 못해 중심부에 들어와 계십니다.” 멜빈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또다시 물었다. “만약 제가 이 제의를 거절하면 어떻게 됩니까?” “WBS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에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실린 겁니다. 악의적인 평가로 선량한 한 프로진출팀을 탈락시켰다고 말입니다. WBS방송사가 이곳에 온 주목적이 바로 멜빈씨를 비롯한 승격평가단을 감시하는 일입니다.” “그, 그럼 저 WBS방송사가 범석님의 배경 중 하나입니까?” “네. 확실히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9/14 쪽 그 말에 멜빈이 안색을 파리하게 만들었다. 이런 거대방송사까지 관여되는 일이니,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이다. “제가 양심껏 채점하면요?” “그 과정이 좀 힘드시겠지만, 참고 견디시면 든든한 배경을 등에 달게 될 겁니다. 인생 핀다는 얘기죠.” 잠시 고민해보던 멜빈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양심도 지키고, 인생에 큰 도움이 될만한 백그라운드를 얻는 일이었다. 여기서 마다하면 자신만 바보가 되었다. “좋습니다.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고 좋은 방향으로 결정을 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긍정적인 답변에 범석이 밝은 표정을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멜빈의 설득으로, 승격 가능성이 한층 더 커지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꼭 좀 부탁하겠습니다.” “네. 염려하지 마십시오.” 손을 맞잡고 난 그들이 몰래 따로 떨어져서, 다음 평가가 이루어지는 2층으로 올라10/14 쪽 갔다. 만약을 위해서 자신들이 서로 짰다는 사실을 승격평가단이 눈치채게 해서는 안 됐다. 범석은 잠시 화장실에 들려 손을 씻은 후, 사무실로 들렸다. 이번 평가순서는 코칭 및 기타 지원인력을 체크하는 자리로, 그가 가장 자신 없어 하는 분야였다. 사무인력을 비롯한 기타 지원인력은 어느 정도 갖췄던 탓에 상관없지만, 코치 부분에서 문제가 좀 있었다. 겨우 숫자만 맞춰놓은 상태였고, 감독인 다이아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현역 검투사를 겸임하고 있으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긴급히 코치인력을 모집했지만, 사흘이라는 짧은 기간이기에 면접도 보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얘기가 틀렸다. 의외의 협조자가 자신을 극구 도와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PD들의 질문에 말씀을 못하시는 거죠! 설마 이번에도 낮은 점수를 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겠죠!” “그, 그게 아닙니다. 승격 평가 작업은 기밀이라, 발표가 있는 날까지는 함부로 언론에 노출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무슨 소린가요! 아까 의무실에서는 확실히 밝혔잖아요!” “그야 그때는 알프레드님께서 실수하신 겁니다. 그리고 정확히 부여할 점수를 말씀하지는 않았습니다.” 입술을 잘근 깨문 글로리아가 고든을 노려봤다.11/14 쪽 “그럼 저에게만이라도 이번 점수가 어떻게 될지를 대략적인 설명을 해주세요. 저는 평가단의 일원이기도 하고, 여러분을 감사할 직무가 있는 외부 인사에요. 충분히 들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그게 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고든이 손에 쥔 손수건으로 이마를 훔쳤다. 자료를 보고 이번에는 확실히 점수를 깎을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 글로리아가 완전히 재를 뿌려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인은 바로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여성들이었다. 사무원 전 직원이 여자인데다가, 단장 대리라고 있는 자가 바로 에스더라는 여성이었다. 거기다가 하다못해 청소직과 영양사에도 남자란 아예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이에 자신들이 한 PD의 집요한 질문을 극구 거절하자, 그녀가 날뛰기 시작했다. 의료실 사건과 연계시켜 이번 평가작업을 여성 차별적인 행위라고 오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말씀해 주실 수 없다는 건가요? 역시 제 생각이 맞는 모양이군요.” “아, 아닙니다. 절대로 그런 일 없습니다.” “그런데 왜 저에게 숨기는 거죠? 저도 오늘 승격평가에 대해서는 관계자란 말이에요.” 고든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탁 까놓고 이해를 구하고 싶지만, 여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계파 간의 모의로 죄 없는 승격팀 하나를 탈락시켰다는 내용이 외부12/14 쪽 에 알려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프로검투계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휩싸이게 되었다. 당연히 외부인사에게 함부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는 글로리아를 초빙하자고 우긴 로스가 원망스러웠다. 덕분에 자신들은 여성 차별적 사고방식으로 억지로 승격자격을 박탈하려는 협잡꾼으로 되게 생겼다. 오늘의 내용이 WBS방송사와 지역 언론에서 터져 나오고, 여성 인권단체들이 피켓을 들고 에이번트 프로검투협회 앞에서 장사진을 친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작품 후기 ============================ 이 세계의 정부는 연방정부, 중앙정부, 광역정부, 지역정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연방정부란 전 세계를 아우르는 거대 정부로 단 한 곳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행정부와 국회의 연합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거든요. 두 번째 중앙정부는 연방 정부 밑에 있는 8개의 분할된 행정부죠. 굳이 우리나라로 따지면 도정도 되겠네요. 다만, 인구 면에서나 땅덩어리 면에서나 중국을 훨씬 넘어가니,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세 번째 광역정부입니다. 중앙정부 밑에 있는 8개의 분할 행정부죠. 전 세계에 64개 정도가 있고, 면적 면에서는 한 우리나라의 12 배정도 되고 인구는 네 배가량 되겠습니다. 네 번째는 지역정부입니다. 최소 정부로 한 와이드리그 내 8곳이 있습니다. 면적은 우리나라의 1.5배 정도에 인구는 반절 정도입니다. 전 세계에 걸쳐 512곳이 있습니13/14 쪽 다. 그럼 내일 뭐할까요? 하여간 정해지면 쓰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편한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4/14 쪽 다. 그럼 내일 뭐할까요? 하여간 정해지면 쓰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편한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 -- 프로리그를 준비하다 -- > “저기 그, 그게 아니라……. 알겠습니다. 글로리아님께서 저희 평가단을 감찰하시는 분이니, 솔직히 말씀드리죠. 이번에도 관례대로 높은 점수가 나올 겁니다.” “정말인가요?” “네. 물론입니다. 지금까지는 저희의 평가작업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서 말씀드리지 않았을 뿐입니다.” 글로리아가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알겠어요. 그럼 그리 알고 있겠어요.” 고든이 바로 앞까지 다가와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맨을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이것으로 이제 꼼짝없이 최소 6점을 줘야만 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아까 의료실 사건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고득점을 줘야 한다니, 참으로 난감했다. 평가단원 중 하나인 브라이언까지 갓즈나이츠의 편이 된 이상 벌써 22점 이상을 빼앗긴 상태였다. 게다가 예상과 달리 글로리아가 이들 팀에 호감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상당한 점수가 플러스 될 것이 분명했다. 다시 이런 일이 또 발생 된다면, 언론을 물론 여성단체의 극성을 각오해야지만 갓즈나이츠를 떨어뜨릴 수 있었다. “글로리아님. 이제 앞으로는 나서지 마십시오.”회1/13 쪽 “왜요?” “계속해서 저희의 평가사항이 언론에 알려지지 않습니까? 원칙상 점수 발표는 일주일 후인 발표일까지 기밀로 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네. 알겠어요. 협조해 드리죠.” “휴~ 네. 감사합니다.” 긴 한숨을 내쉰 고든이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바라봤다. 시침과 분침이 맨 꼭대기에 이른 것으로 보아, 점심시간이 다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의 찹찹한 기분을 풀 겸 일단 평가작업을 멈추고 식사를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그가, 모두를 향해 얘기했다. “자자. 잠시 평가업무를 멈추고, 이제 식사하러 갑시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출출한 참이었습니다.” 고든이 먼저 앞장서자, 평가단원들이 뒤를 따랐다. 이에 범석이 접대용 미소를 짓고는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자자. 저를 따라오십시오. 제가 괜찮은 장소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물끄러미 그를 바라본 고든이 거부의 의사를 표했다. 식사 접대 정도야 받아도 상관없는 일이지만, 될 수 있으면 갓즈나이츠팀과 연관되어서는 안 됐다. 자신들은 오늘 2/13 쪽 이 자리에 좋은 의미로 찾아오지 않았다. “괜찮소. 우리는 따로 식사하기로 하겠소.” “하하하. 매정하게 왜 이러십니까. 식사 정도야 대접받을 수도 있는 노릇 아닙니까?” “하지만, 규정상 그 어떤 대접도 받지 못하게 되어 있소. 그러니 더는 권유하지 마시오.” “쩝. 그렇습니까? 그럼 고든님께서 절 사주십시오. 그건 괜찮지 않겠습니까?” 그가 황당한 눈으로 범석을 쳐다봤다. 세상 살다, 승격평가단인 자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해 달라는 프로팀 이사장은 난생처음 봤다. 몰지각한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는 모르지만, 참으로 뻔뻔해 보였다. 그렇지만 이대로 매정하게 거절하려니 자신의 인격 또한 같이 하락할 것 같았다. 고든은 손짓으로 따라오게 하고는 길을 재촉했다. 근처 시내까지 가는 길은 아론을 타고 이동했다. 평가단이 타고 온 승합 플라잉카는 좌석도 좁고 불편해, 범석이 부득불 우겼던 탓이다. 그는 글로리아와 앞좌석을 반대로 돌리고는 타고 가는 내내 수다를 떨어댔다. 평가 점수도 탐이 났지만, 호감도를 올려 공략해볼 심산이었다. 초반 호감도를 쌓는 일은 대화만큼 좋은 것이 없었다. “자. 이리로 들어가시지요.”3/13 쪽 평가단원과 범석이 찾아간 곳은 로메오 거리에 있는 장림원이라는 중식당이었다. 전에 렉스터에 찾아와보고 괜찮은 듯 보여 범석이 추천한 것이다. 가격도 저렴한 편인데다가 실내 분위기도 좋아 꽤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고, 따로 방이 있어 대화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자리에 앉은 범석이 치파오를 입고 들어온 엘프종업원에게 갖가지 요리를 잔뜩 주문했다. 이를 못마땅하게 바라본 고든이 노기를 목소리에 담아 얘기했다. “잠깐. 이게 무슨 짓이오? 그렇게 요리를 많이 시키면 어떻게 하오!” “후후. 상관없습니다. 이 요리는 제가 주문했으니, 제가 계산하겠습니다. 고든님께서는 평가단원들의 식사만을 계산하시면 됩니다.” 고든이 탁자를 덮고 있는 식탁보를 꽉 움켜쥐었다. 어쩐지 이상한 술수를 부리며 따라오나 했다. 같은 식탁에 푸짐하게 올라오는 요리를 다른 평가단이 먹지 않을 리가 없으니, 절로 대접이 되는 것이었다. 그는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는 다른 평가단원에게 눈짓을 줬다. 절대로 다른 요리에는 손도 대지 말라는 무언의 협박이었다. 이를 본 범석이 아랑곳하지 글로리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일단 지금은 깐깐한 그를 설득하기보다는 가능성 있는 점수부터 확실히 확보하는 편이 좋았다. “그런데 글로리아님.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처음에 볼 때 여신이 강림하는 줄 알았습니다.”4/13 쪽 아주 노골적인 아부였지만, 듣기에 달콤했는지 글로리아가 밝게 미소를 지었다. 남성에게 이렇듯 외모에 대한 칭찬을 듣기란 무척 어려운 일었다. “호호호. 참나. 농담도 잘하시네요.” “아니. 절대 농담이 아닙니다. 아까 뵙고 제가 첫눈에 반했다는 것 아닙니다.” 글로리아가 이마 아래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한 번은 모르겠지만 계속되니 놀리는 것으로 착각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여건상 남자가 여성에게 이런 성적 친밀감을 드러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자꾸 이러시면 저 화를 낼 것이에요.” “화를 내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정말 저는 진심입니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지금 데이트신청을 하고 싶습니다.” 순간에 장내의 시선에 그에게 쏠렸다. 겉치레의 말이라고 치기에는 너무 정도가 심했다. 일부는 아예 혐오적인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이에 당황한 글로리아가 급히 말을 돌렸다. “흐흠. 그나저나 어째서 갓즈나이츠에는 여성인력들이 많은 거죠? 오늘 보고 꽤 놀랐어요. 다른 사업장에서는 정부 정책으로 어쩔 수 없이 채용하고 있는데, 여기는 모5/13 쪽 두가 여성들이더라고요. 정말 여성부에 건의해서 상을 주고 싶을 정도에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하지만, 상을 받을 만큼은 아닙니다. 다 제 욕심 때문에 뽑은 것이니까요.” “욕심? 무슨 욕심요?” “뭐. 능력도 좋으니 마음에 들었고, 외모도 만만치 않게 아름다우니까요. 솔직히 칙칙한 남자들보다야 아리따운 여성들을 옆에 두는 편이 낫지 않습니까? 하하하.” 이쯤 되자 글로리아는 그의 말이 농담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아무리 여성과 남성 간의 사이가 벌어졌다지만, 세상이 넓다 보니 종종 범석과 같은 이상성애자들이 존재했다. “서, 설마? 여성에게 관심 두는 이상성애자세요?” “이상성애자라니요? 왜 남자가 여자에게 관심을 두는 것에 왜 ‘이상’이라는 글자를 붙이시는 겁니까? 그건 당연한 자연현상입니다. 태고로부터 인간이 역사를 이어온 것도 다 남녀 간의 애정 때문입니다. 이런 행위가 정말로 이상하다면, 저희는 모두 변태의 자손이 됩니다.” 글로리아가 그의 답변에 도저히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 말이 바로 모든 여성이, 엘프에게 푹 빠진 남자들에게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주변의 눈치를 살필 이유가 없다는 듯 적극적으로 동조하기 시작했다.6/13 쪽 “맞아요. 남성이 여성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하하하. 이제야 이해를 해주시는군요.” 그러자 지금껏 참고 있던 고든이 버럭 소리쳤다. 듣자 듣자하니 말하는 본새가 가관이었다. 이 세계의 관념에 사로잡혀 있던 그로서는 범석의 말이 본심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예상하건대 승격 점수를 얻기 위한 수작이 분명하다고 생각됐다. “앞으로 식사할 자리에서 너무하는 것 아니오? 이제, 그만 하시오! 정 이런 식이면 협회에 재소하겠소.” 범석이 대뜸 그를 쳐다보며 쏘아댔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남자가 아름다운 여인에게 관심 있다고 표현하는 일이 뭐가 잘못이라는 겁니까?” 확실히 잘못은 아니었다. 법적으로도 남자가 여자에게 관심을 표명하는 일은, 극구 권장하고 있었다. “흠흠. 진심이라면 문제 생길 것이 없지만, 그게 아니잖소! 남자가 여자에게 관심을 둘 리가 있겠소? 다 승격 점수를 높게 얻어가려는 수작일 줄 내가 모를 것 같소?” “승격 점수를 제가 왜요? 원래 관례상 승격조건만 갖춘다면 높은 평점을 받고 다 통7/13 쪽 과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왜 제가 굳이 점수를 얻으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겠습니까?” 이를 악 물은 고든이 그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능구렁이 같은 저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오른 탓이다. “그럼 한 번 증거를 보여주시오! 정말 여자에게 관심을 두는 자인지를 말이오!” 이에 응큼한 미소를 지은 범석이 글로리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고든님께서 성화 시니,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잠시만 양해 부탁합니다.” “아, 아니. 무슨…….” 그녀가 말을 끝까지 하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범석이 바로 입을 맞춘 후, 진한 키스를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원한다면 바로 추행죄로 고발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지만, 장벽을 넘어 침투해 자신의 입안을 휘젓는 그의 혀가 감미로워, 감히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아예 그가 입을 떼자 아쉬운 감정까지 들 정도였다. 여성이 남자에게 이런 적극적은 애정공세를 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녀는 발그레 물든 얼굴을 푹 숙이고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8/13 쪽 “자. 어떻습니까? 이제 믿으시겠습니까?” 멍한 표정을 지은 고든이 제자리 풀썩하고 앉았다. 저런 혐오스러운 장면을 면전에서 목격하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는 더는 추궁하지 못하고 묵묵히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문제 제기를 계속하다가는 그 어떤 못 볼 꼴을 보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이윽고 흐르는 잠시간의 정적. 이는 곧 요리를 들고 들어오는 종업원으로 깨어졌다. 곧이어 방 안 탁자에는 갖가지 중국요리로 가득 메어졌다. “그럼 맛있게 드십시오.” 공손히 머리를 숙이고 나가는 엘프 종업원에게 시선을 던진 범석이 젓가락을 들었다. 하얀 김을 내뿜는 팔보채가 그리 맛깔스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그는 큼지막한 새우를 하나 들어 입안에 넣어 우걱우걱 씹고는 모두를 향해 말했다. “자자. 다들 드시죠.” 고든을 눈치를 살피는 평가단원들. 그때 이외의 인물 하나가 당당히 젓가락을 들고 앞에 있던 요리를 집어 들었다. 바로 멜빈이었다. 너무도 뜻밖이라 고든이 눈을 날카롭게 뜨며 쏘아봤다.9/13 쪽 “멜빈. 대체 무슨 짓인가?” 그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고든을 쳐다봤다. “상관없지 않습니까? 규정상 과한 접대를 받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1인당 500크랑 이하는 예외 규정으로 들고 있습니다. 보아하니, 그 금액은 넘지 않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네. 지금 내 말이 말 같지를 않나! 누가 규정을 따지자고 했는가!” 그의 외침에도 전혀 주눅이 들어 하지 않고 멜빈이 당당히 대꾸했다. 범석의 협조자가 되기로 약속했으니, 확실히 의지를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이미 그는 오면서 몰래 렉스터와 통화를 하고는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왜. 그러십니까? 평상시에는 이런 대접 잘도 받지 않습니까? 혹시 갓즈나이츠팀에 무슨 억하심정이라도 계십니까? 아니면 이번 평가작업에 불이익을 줄 테니, 미안해서 그러십니까?” “자네. 이런 식으로 나가면 당장에 평가단에서 교체하는 수가 있어!” “왜요? 제가 갓즈나이츠에게 높은 점수를 줄까 봐 그러십니까? 그런데 어째죠. 이미 저는 모든 평가작업을 마쳤습니다.” 고든이 표정이 파리하게 색으로 굳어졌다. 규정상 평가작업을 마친 상태의 평가단10/13 쪽 원을 교체할 수는 없었다. 평가에 외압을 가미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자, 자네. 언제 평가를 마쳤나? 우리는 아직 준비금 평가작업에 들어가지 않았네.” “오면서 간단히 체크 했습니다. 그저 통장에 잔금을 확인하는 일뿐인데, 시간이 걸리게 뭐가 있겠습니까. 고든님은 그리 아시고 다른 평가작업에만 몰두하시면 됩니다.” 도전적인 말투에 그는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멜빈은 평소에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직원이었기에, 자신이 데리고 온 인물이었다. 절대 이렇게 버럭 대들 사람이 아니었다. “멜빈 자네. 나를 따라오게. 지금 할 말이 있네.”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설령 퇴직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지금의 점수를 달리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전 불의에 굴하지 않고, 제 양심대로 행동하겠습니다.” 사태의 위중함을 깨달은 고든이 눈을 질끈 감았다. 멜빈이 갓즈나이츠로 마음이 돌아섰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 작업은 여기서 종말을 고할 수가 있었다.물론 아직은 갓즈나이츠가 승격 평점을 모두 얻은 것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두 명의 동조가 있는 마당이니, 저들은 얻은 점수는 겨우 기껏해야 30점에 불과했다. 승격에 이르는 36점에 이르지 못하니, 자신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탈락시킬 수 있었다.11/13 쪽 문제는 갓즈나이츠팀을 불합격을 시키기 위해서는 자신들 계파가 막대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리아에게 고득점을 약속했던 의료부분과 코칭 및 기타지원인력부분을 2점 이하의 극악한 점수를 안겨줘야 했는데, 이는 곧 여성단체의 극심한 반발을 가져올 터였다. 그리고 범석이 이끌고 온 변호인단은 가만히 있겠는가? 이번에 찍은 WBS방송국의 필름을 증거로 전방위적인 법정 소송을 제기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또 오늘 참석한 모든 언론인은 때를 만난 물고기처럼 작금의 사태를 비중 있게 다루며 이번 모의에 참가한 계파를 일방적으로 까댈 터였다. 여기에 다른 동조한 다른 계파 승격평가인사가 지레 겁을 먹고 배신한다면, 그야말로 끝장이었다. “크흠. 크흠” 긴장했던 탓인지 고든이 마른 기침을 연속적으로 뿜어대고 잇었다. 이를 유심히 바라본 범석이 이때다 싶어 마지막 결정타를 날리기로 했다. “아참. 아까 브라이언님에게 들었는데, 아침에 로스라는 자가 경찰에 끌려갔다면서요.” “그렇소. 그건 왜 묻소?” “참 우연도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오늘 같은 날 경찰서에 끌고 가고 말입니다. 덕분에 그분은 이번 평가작업에 아무런 책임도 없을 테니까요. 제법 똑똑한 사람이 분명해 보입니다. 반면 여기 계신 여러분은 참 순진도 하시고요.”12/13 쪽 그 말에 머리가 번쩍한 고든이 기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말대로 확실히 로스와 그쪽 계파는 이번 사태를 통해 하등 문제 생길 이유가 없었다. 즉 정작 이번 일을 주도적으로 벌인 작자들이 그 책임에서 벗어난다는 뜻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일타쌍피의 계략. 로스쪽 계파는 약간의 이득을 이용해 갓즈 나이츠는 물론, 자신들 계파에 큰 타격을 주려는 의도일지도 몰랐다. 그는 잠시 양해를 구한 후 알프레드를 비롯한 다른 협조자들을 불러서 밖으로 빠져나왔다. 서로의 윗선에다 사실 관계를 알리고, 지금의 작업을 중지시켜야만 했기 때문이다. 홀로 발을 빼는 것보다야, 모두가 빼는 편이 모양새가 좋았다.============================ 작품 후기 ============================오늘은 프로리그와 행정기관의 연관관계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프로리그는 월드리그 1, 센트럴리그 8, 와이드리그 64, 에어리어리그 512개가 있습니다.정부조직은 연방정부 1, 중앙정부 8, 광역정부 64, 지역정부 512개가 있고요.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해당 프로리그는 각 행정분할 정부 조직별로 하나씩 존재하고 있습니다. 즉 연방정부에는 월드리그가, 각 중앙정부별로 하나씩의 센트럴리그가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는 와이드리그나 에어리어리그도 마찬가지13/13 쪽 센트럴리그가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는 와이드리그나 에어리어리그도 마찬가지입니다.이제 대충 이해하시겠죠? 그럼 내일은 리그외 컵대회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행복한 주말을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 -- 프로리그를 준비하다 -- > 승격평가가 이루어진 날부터 정확히 일주일 후. 갓즈나이츠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로 기어이 에어리그리그 진출권을 당당히 얻었다. 범석이 렉스터에게 부탁을 해 별 조사 없이 로스를 곧바로 풀어준 일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경찰이 집까지 들이닥쳐 체포해 갈 만큼 중대한 사태에, 하루도 안 돼 아무 일 없다는 듯 무사히 방면되었다는 사실을 고든 비롯한 다른 계파 인사들이 의심의 눈치로 바라본 탓이다. 덕분에 에이번드지역 프로검투협회는 계파 간의 갈등이 훨씬 깊어졌지만, 범석으로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리그를 대비해 할 일이 많아, 그런 소소한 일에 상관할 여유가 없었다. 승격이 결정된 이후 범석은 메인 스폰서를 찾아다녔다. 가슴팍이 좀 지저분해지기는 했지만, 막대한 자금이 들어오기에 반드시 선정할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WBS에서 방송된 ‘세계 5대 유망주’에 그가 뽑혔던 터라, 지역 기업체들의 신청이 봇물이 터져 그리 고생할 필요는 없을 듯 보였다. 그는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제우스그룹을 메인스폰서로 선정했다. 서로의 이득이 절묘하게 상충했기 때문이다. 제우스그룹은 사정이 어려운 제우스건설에 합법적으로 막대한 자금과 일거리를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범석은 훈련캠프를 더욱 좋은 시설로 확충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이에 갓즈나이츠는 2년 계약으로 9000만 크랑에 가량의 자금을 메인스폰서인 제우스그룹을 통해 받아냈고, 다시 이 돈을 제우스건설을 통해 훈련캠프 확장공사를 하는 일에 모조리 투입했다.회1/14 쪽 이 일로 갓즈나이츠는 조명시설이 달린 훈련경기장을 1개와 일반 훈련 경기장 2개를 더 추가하게 되었고, 최첨단 시설이 완비된 체육관 하나와 8세 이하 유망주들이 머물 숙소 하나를 새롭게 보유하게 되었다. 이로써 갓즈나이츠는 훈련장비를 제외한 외형적 설비로는 거의 센트롤리그 프로검투팀급의 훈련시설에 근접하게 됨은 물론, 8세 이하 팀과 검투 아카데미를 운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쿵쾅. 쿵쾅. 맑고 화창한 오후.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플라잉 카가 확장공사가 한창인 갓즈나이츠의 훈련캠프 주차장에 내려서고 있었다. 이내 먼지를 휘날리며 내려선 플라잉 카의 문이 열리며 붉은색 하이힐을 신은 한 금발이 여인이 미려하게 뻗은 다리를 내밀어 대지위에 섰다. “으음. 나쁘지는 않네. 전에는 몰랐는데, 제법 능력이 있어.” 공사현장과 훈련캠프 전경을 바라본 그 여인이 솔직한 감상평을 내뱉었다. 비록 지금은 기초공사만 진행되고 있지만, 다 완성이 된다면 훈련캠프가 어떤 면모를 갖출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4개의 경기훈련장과 우뚝 솟게 되는 건물들. 일반 에어리어 리그팀으로 이런 시설을 갖추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위이이잉. 끼이잉.2/14 쪽 그녀가 주변 경관을 살펴보는 가운데, 주차장으로 에스더가 탄 무인 전동차가 섰다. 손님을 마중하러 나온 것이다. 그녀는 급히 걸음을 옮겨 다가서고는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세요. 레베카님. 갓즈나이츠에 오실 걸 환영해요.” 에스더의 정중한 인사에 레베카가 맑은 미소를 얼굴에 머금고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갓즈나이츠의 단장 대리인 에스더양 맞죠?” “네. 맞아요.” “반가워요. 그런데 이사장님께서 어디 계시나요?” “지금 헬스장에서 운동하시다가, 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샤워실로 가셨어요. 먼저 응접실에 가 계시면 곧 오실 것이에요.” “아. 그래요?” “네. 그럼 저를 따라오세요. 응접실까지 안내해 드리겠어요.” “알았어요. 잘 부탁해요.” 에스더와 레베카가 승차하자, 무인 전동차에 요란한 기계음을 내며 사무실 건물로 빠르게 달려갔다. 이내 그녀들은 자동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더니, 2층의 응접실로 향했다.3/14 쪽 “자. 드세요.” 소파에 앉아 에스더가 타온 커피를 받아든 레베카가 새삼스러운 눈빛을 지었다. “아니. 단장 대리께서 직접 커피도 타세요?” “아. 예. 프로진출 작업으로 준비할 것이 많아 다들 바빠서요. 거의 다 외근 나간 상태거든요.” 커피를 한 모금 머금은 레베카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레베카도 소속팀인 채플린 위스퍼를 올 시즌 에어리어 리그에 올리고 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충분히 그 고충을 절절히 이해하고 있었다. “하긴 그렇죠. 스폰서들도 찾아야 하고, 또 홈 경기장도 물색해야 하고. 정말 바쁘기는 하죠. 하지만, 지금 시기만 지나면 곧 나아질 것이에요.” “네. 그래야죠. 지금 같아서는 정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에요.” 그때 응접실 문이 열리며 훈련복 차림을 한 범석이 들어왔다. 부랴부랴 오느라 빗질도 제대로 하지 못한 터라, 머리는 더벅머리가 되어 있었다. 그는 채 마르지도 않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올린 후 에스더와 레베카가 앉아 있는 자리로 다가섰다. “레베카. 오래간만이네. 오사하에서 벌어진 투기대회 때 이후로 오늘이 처음이지?”4/14 쪽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진중한 눈빛을 지었다. “네. 그래요. 그때는 무척 신세를 많이 졌어요. 언젠가는 반드시 예전의 패배를 만회할 것이에요.” “후후. 능력이 있으면 마음대로 해. 대신 오늘은 아니라는 것 잘 알지?” “네. 오늘은 사업상 왔으니, 사업 얘기만 해야죠. 지금은 서로 바쁠 때이니, 시간 낭비할 틈이 없잖아요.” 에스더의 옆자리에 앉은 범석이 전면에 있는 레베카를 똑바로 직시했다. “그래. 오늘 찾아온 이유가 아버지께서 경영하는 채플린 스포츠사의 일 때문이라고 했나?” “네. 맞아요.” “그런데 채플린 스포츠에는 사람이 없나? 왜 채플린 위스퍼팀 단장인 네가 왔지?” “아버지께서 꼭 갓즈나이츠팀과 계약을 맺고 싶어 하시는데, 안면을 익힌 제가 가는 것이 좋다고 하셔서요. 그리고 저도 채플린스포츠의 이사 중 한 명이에요.” 그가 양 손가락을 꽉 쥔 자세에서 다리를 꼬았다. “그렇군. 그런데 구체적으로 무슨 계약을 맺으러 온 거지?”5/14 쪽 “간단히 설명하자면 후원계약을 맺자는 것이에요.” “후원 계약? 혹시 장비 스폰서를 맺자는 얘기인가?” “네. 맞아요. 갓즈나이츠 팀에서 저희 채플린 스포츠의 용품을 이용해 달라는 것이에요.” 장비 스폰서는 물리력 반응 슈트나 무구들을 일절 무료로 대주고, 팀 엠블럼이 가미된 유니폼이나 여러 응원도구를 판매 대행해주는 일을 수행했다. 어찌 보면 메인 스폰서보다 더욱 많은 돈이 들어오는 핵심적 스폰서로, 선정에 신중을 기하는 편이 좋았다. “장비 스폰서라……. 하지만 채플린 스포츠는 좀 인지도가 낮지 않나?” 범석의 직설적인 질문에 레베카가 바로 인정했다. 아무리 채플린 스포츠가 유명한 채플린가문의 소유기업체이기는 하지만, 업계 순위 4위로 그다지 인지도가 있지는 않았다. “네. 맞아요. 말씀대로 인지도가 낮은 편이죠. 하지만, 전에 저와 경기를 해봐서 잘 알듯이 기술력은 타사에 비해 뛰어나요. 솔직히 범석님께서도 초반에 저에게 고전하셨잖아요.” 하긴 당시 휘어지는 그녀의 양손 검에 꽤 고전했었다. 검 끝이 몇 번 아슬아슬하게 6/14 쪽 신체를 스쳐 지나가기도 했고, 1라운드는 완전히 레베카의 페이스에 놀아났다. 그런 검을 만들다니, 확실히 기술력은 좋아 보였다. “으음. 그렇지. 확실히 고생했지. 하지만, 장비 스폰서를 고르는 일에 인지도를 무시할 수는 없지. 팀 티셔츠에 채플린스포츠 마크보다는 라피테나, 텐시브사 것이 들어가는 편이 팬들로서는 더 만족스러울 테니까. 일반인들이 상품을 살 때는 왠지 있어 보이는 제품을 더 선호하잖아.” 라피테와 텐시브사는 스포츠용품 판매 업계 1, 2위에 해당하는 기업이었다. 명품으로 인정받는 제품을 출시하는 회사로, 사람들은 이 기업의 로고가 들어간 스포츠화나 스포츠 의류 등을 무척 선호하고 있었다. 팬들에게 팀 엠블럼이 새겨진 티셔츠를 팔아 이득을 챙기려는 범석으로는 당연히 이들 회사와 장비 스폰서 계약을 맺고 싶을 수밖에 없었다. “네. 그렇기는 해요. 하지만, 통계상 스포츠팀의 엠블럼 제품 판매는 전혀 관계가 없는 얘기에요. 팬들은 스포츠용품 제작사 마크를 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를 보기 때문이죠. 그들이 정말 중요시하는 내용은 등번호와 팀 엠블럼이에요.” “그런가? 하지만, 같은 값이면 일반인들이 선호하는 유명 스포츠용품사의 제품을 사용하는 편이 낫잖아.” “맞아요. 같은 값이면 확실히 그편이 낫겠죠. 그러나 같은 값이 아니라면 달리 생각7/14 쪽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어차피 팬들에게 더욱 좋은 질의 제품을 제공할 수 있고, 갓즈나이츠는 더 많은 이득을 챙기니 좋은 일이잖아요.” 범석이 팔짱을 낀 자세로 등을 소파에 붙였다. 그렇다면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도 나쁘지 않았다. 이윤의 극대화는 곧 팀 전력의 극대화로 나타났다. “확실히 네 말은 틀리지 않아. 나로서도 이득을 많은 편이 좋으니까. 그럼 구체적으로 그쪽의 제의가 뭔지 한 번 말해봐.” “일단. 시즌경기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무료로 제공하겠어요.” “그건 당연한 얘기고. 그 외의 것이 말해야지.” “네. 또 여기에 4년 계약 시 후원 비용으로, 2,400만 크랑을 드리겠어요.” 그 말대로라면 한 해당 600만 크랑을 지원금으로 제공한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후원금이 팀 엠블럼 제품을 팔고 들어오는 수입금의 선급금형식이라면 그다지 메리트가 없었다. “혹시 선급금 형식인가?” “아니에요. 순수 스폰서 비용이에요.” 나쁘지 않았기에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 년에 600만 크랑이 추가로 들어오니 팀을 성장시키는 데에 무척 도움이 되었다. 다만, 4년이라는 기간이 마음에 걸렸다.8/14 쪽 “마음에 들지만 4년이면 너무 긴데?” “하지만, 저희가 추가로 스폰서 비용을 드리는 이유는 갓즈나이츠와 오랜 기간 동업자 관계를 맺기 위해 서에요. 이 기간을 줄인다면, 저희로서는 후원비를 크게 깎을 수밖에 없어요.” 뜻밖에 강경한 자세로 나오자 그가 잠시 뒤로 물러서기로 했다.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런데 그 기간 내에 우리 팀이 강등이라도 되면 어쩌라고 그런 제의를 하는 거지?” “그런 일은 절대로 벌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어째서?” “저를 이긴 검투사가 존재하는 팀이 어떻게 강등되겠어요. 그리고 저희 아버님과 아멜리아도 갓즈나이츠 팀 구성을 보고 매우 놀라워했어요. 주전만큼은 에어리어리그 최강팀이라고 말이에요.” “그래서 올해 우리 팀이 와이드리그에 올라갈 것을 예측하고 이런 제의를 해오는 것인가?” 어색한 미소를 지은 레베카가 손을 흔들었다. “아니.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아요. 사실 갓즈나이츠팀은 올해 승격토너먼트에 올라9/14 쪽 갈 전력은 되지 않아요.” “그건 왜지?” “후보가 너무 빈약하잖아요. 갓즈나이츠팀은 솔직히 범석님을 비롯한 몇몇 검투사만 부상을 당해도 전력이 크게 다운돼요. 그리고 리그전 38경기에, GA컵, 리그컵. 거기다가 지역대표로 검투사가 차출되기라도 하는 날이면 겨울에 되기에 되기 전에 모든 주전이 곤죽이 되어버려요. 그런 상황에서 와이드리그진출이라니요? 정말 힘든 일이에요.” 이는 범석도 잘 알고 있었다. 지난 2~3주간의 승격 토너먼트 기간을 보내며 주전들이 얼마나 많은 체력적 손실이 있었는지 봐왔던 것이다. 그런데 프로로 올라가면 그런 스케줄을 1년 내내 수행해야 했다. 무리하다가는 피곤으로 말미암은 부상이 발생할 터. 상당수의 경기를 후보들만이나 2군 검투사들을 잠시 올려 치러야만 했다. 그럼 당연지사 전적은 떨어질 테고, 승격 토너먼트에 진출하기 위한 등수로 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에 범석도 대충 프로리그에 치를 준비가 거의 끝나는 대로 잠재성 있고 쓸만한 검투사를 영입해올 작정이었다. “하긴 그렇지. 확실히 이번 년 도에는 승격할 수는 없어. 쓸만한 전력이 크게 모자라니까. 아마도 와이드리그로의 승격은 좀 기다려야 할 거야.” “네. 맞아요. 하지만, 저희와 계약을 맺는다면 그 기간은 훨씬 줄어들 것이에요. 후원 비용도 넉넉히 주는 데다가, 팀 엠블럼 제품 판매에서 더욱 많은 이득을 챙겨갈 수 있10/14 쪽 으실 테니까요.” “팀 엘블럼 판매대금에서? 어째서지?” “저희 채플린 스포츠에서는 갓즈나이츠팀에서 총 매출액의 65%를 드릴 것이에요.” 그가 속으로 깊은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라피테와 텐시브사에서 제시한 배분금액은 58%와 60%. 즉 800크랑짜리 티셔츠 만장만 팔아도, 최대 56만 크랑의 이득이 더 돌아온다는 말이었다. 충분히 해볼 만한 거래라고 할 수 있었다. “으음. 나쁘지 않군.” “거기다가 팀이 승리한 후, 인터뷰에서 저희 제품의 우수성을 알려준다면 20만 크랑의 추가적인 보너스를 제공해 드릴 것이에요.” 그 말에 범석이 마음을 더욱 굳혔다. 제품 홍보 전도사만 자처한다면 한 해 수백만 크랑의 수입이 추가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만큼 팀 자금 사정에 여유가 생길 수 있었고, 검투사를 영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여러 조건을 봤을 때, 채플린 스포츠를 장비스폰서로 선정하는 편이 좋았다. “괜찮군.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물어봐도 되나?” “네. 답해 드릴 수 있는 사항이라면 말씀드릴게요.” “솔직히 말해서 타사와 비교해도 너무 현격한 차이가 나는 제의라 왠지 의심스러워. 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야?”11/14 쪽 “물론이에요. 확실히 전략적인 이유가 가미되어 있기는 해요.” “뭐지?” “채플린가의 자부심을 위해서죠.” 마침 커피를 마시려던 범석이 바로 탁자 위에 잔을 내려놓고 레베카를 바라봤다. 가문의 자존심과 이번 거래가 무슨 상관인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흐음. 그게 무슨 소리야? 너희 가문의 자부심이 이번 계약에 왜 끼어들지?” “상관이 있어요. 저희 가문은 최고만을 추구하고 있기에, 채플린 스포츠도 업계 1위를 목표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를 위해 일단 검투경기 부분에서 타사를 제치고 인지도 1위를 만들 생각이에요.” “어떻게?” “10년 내로 센트럴리그 팀 60곳, 월드리그 팀 9곳에 저희 제품을 납품할 목표를 세우고 있어요. 여기에 갓즈나이츠도 포함되어 있죠.” 범석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후후. 즉 우리가 10년 내로 센트럴리그에 진입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는 얘기군.” “네. 제 아버님과 에밀리아가 그렇게 믿고 있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첫째로 뛰어난 실력을 지닌 범석님이 계시고 성장성 높은 엘프 검투사도 많으니까요.”12/14 쪽 그가 바로 탁자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좋은 후원계약을 놓치고 싶지도 않았고, 인정을 받으니 기분이 좋아진 탓이다. 범석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생기면 한없이 꿍해지지만, 역이면 넓은 마음씨로 상대를 대했다. “좋아. 알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지.” “그럼 저희와 계약을 맺어주시는 건가요?” 범석이 옆에 소외되어 있던 에스더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건 내가 협의할 사항이 아니지. 여기 단장 대리인 에스더와 협상을 마무리 지으라고.” “에스더씨와요?” “응. 당연하잖아. 여기 팀의 대표는 여기 에스더라고. 나는 단지 오너인 이사장뿐이라고. 그럼 잘 협의해서 좋은 방향으로 결정 내도록 해.” 하며 범석이 바로 응접실을 빠져나갔다. 좋은 거래이기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얻으려면, 에스더가 협의를 하게 하는 편이 좋았다. 그녀는 5%의 추가 거래이득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레베카는 에스더와 세부적인 협상을 진행해야 했고, 스폰서 비용은 2520만 크랑에, 팀 엠블럼 용품 판매액은 68.25%에, 브랜드 홍보비용은 1회당 21만 크랑으로 13/14 쪽 합의를 봐야 했다.============================ 작품 후기 ============================오늘은 리그외 컵경기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GA컵 : 프로를 비롯한 아마추어의 모든 검투팀이 참가는 컵 대회입니다. 토너먼트 형식이고 리그전 다음으로 인기를 구가하는 대회입니다. 리그컵 : 해당 리그의 20개팀이 참여하는 대회로서 인지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월드컵 : 512개 지역정부 대표팀이 치루는 대회로, 현실에 월드컵같은 의미와 인지도가 있습니다. 그리고 챔스리그나 아챔리그 같은 것은 없습니다. 솔직히 월드리그가 이런 대회를 대체하거든요. 여기서 나오는 월드리그는 유럽축구를 예를 들어볼 때, 레알, 바셀, 맨유, 첼시, 이런 팀들이 한데 모인 장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4/14 쪽 그리고 챔스리그나 아챔리그 같은 것은 없습니다. 솔직히 월드리그가 이런 대회를 대체하거든요. 여기서 나오는 월드리그는 유럽축구를 예를 들어볼 때, 레알, 바셀, 맨유, 첼시, 이런 팀들이 한데 모인 장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4/14 쪽 그리고 챔스리그나 아챔리그 같은 것은 없습니다. 솔직히 월드리그가 이런 대회를 대체하거든요. 여기서 나오는 월드리그는 유럽축구를 예를 들어볼 때, 레알, 바셀, 맨유, 첼시, 이런 팀들이 한데 모인 장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리고 챔스리그나 아챔리그 같은 것은 없습니다. 솔직히 월드리그가 이런 대회를 대체하거든요. 여기서 나오는 월드리그는 유럽축구를 예를 들어볼 때, 레알, 바셀, 맨유, 첼시, 이런 팀들이 한데 모인 장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 -- 첫 번째 이적 시즌 -- > 메인 스폰서와 장비 스폰서를 구한 범석은 기타 서브 스폰서를 찾으러 다녔다. 경기장 내 선전 간판과 홈 사이트의 후원사를 채울 기업과 공공단체들로, 금액은 적지만 다수를 선정할 수 있었기에 제법 큰 자금이 되었다. 이에 그는 리마시티에서 150만 크랑, 윌킨스 은행에서는 120만 크랑, 에이번드 지역정부에서는 180만 크랑, 델로이 광역 정부에서는 105만 크랑, 제우스건설에서는 40만 크랑, 아바함 식품에서는 55만 크랑, 채플린 전자에서 140만 크랑, 채플린 조선에서는 120만 크랑을 얻어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글로리아가 경영하는 레인보우사에서는 자그마치 500만 크랑의 비용을 할당받았다. 그래서 올해 범석은 서브 스폰스에서 얻은 수입은 1410만 크랑. 여기에 승격보조금 600만 크랑이 추가되니 갓즈나이츠의 총 자금은 1억 7,056만 크랑에 이르렀다. 범석은 일단 이 돈으로 일부를 할애에 리시시티 콜로세움을 임대했다. 일 년간 순수 시즌 홈경기 19경기 비용 총합이 1,330만 크랑으로, FA컵과 리그컵까지 포함되면 얼마나 더 많은 자금이 소요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상당한 거금이라 아깝기는 했지만, 경기장이 없다면 시즌 경기를 치를 수가 없으니 눈물을 머금고 계약해야만 했다. 어쩐지 리마시티에서 150만 크랑이나 되는 스폰서 비용을 순순히 지급 하나 했다. 그리고 7월 갓즈 나이츠는 본격적인 연습경기시즌을 맞이했다. 모두 7회의 시합으로 이 중 3경기를 홈경기장에 치러야 하는 바람에 또 210만 크랑이 경기장 대여료로 나가게 되었다.회1/15 쪽 하지만, 비용이 나가면 그만큼의 이득이 돌아오는 법. 갓즈나이츠는 시즌권 판매와 팀 엠블럼 제품 판매로 상당한 수입을 얻었다. 19경기 모두를 관전할 수 있는 일반 시즌권은 총 1,800크랑에 총 14,000매가 판매되었고, 프리미엄 시즌권은 총 3,500크랑에 500매가 판매되었다. 합산하자면 이번 시즌권 판매의 총수입은 2,695만 크랑에 이르렀다. 그리고 팀 엠블럼 제품 판매도 호조를 보여, 1,092만 크랑의 수입이 있었다. 이에 추가로 3,787만 크랑의 수입을 얻어 범석은 보유자금을 1억 9,303만 크랑으로 늘렸다. 이제 범석은 이 거금으로 7월부터 시작되는 이적시즌을 대비하게 되었다. 물론 1년간 검투사 및 직원 연봉과 기타 팀 운영비용을 생각하면 모두를 사용할 수는 없지만, 제법 괜찮은 검투사를 구매할 수 있어 보였다. 아침녘. 갓즈 나이츠 훈련장 대회의실. 범석과 일부 팀 직원과 스텝들이 모여 열띤 논의를 하고 있었다. 이번 시즌을 대비한 팀 운영 전략과 검투사 트레이드 방안을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바로 이사장인 범석이었다. “현재 우리가 보유한 총 자금은 1억 9,303만 크랑이다. 일단 이 자금 중 우리가 최대한 운용할 수 트레이드 비용을 산출하고자 한다. 에스더 1년간 우리가 앞으로 치러야 할 팀 운영 자금이 얼마나 되지?” 2/15 쪽 범석의 바로 우측에 서 있던 에스더가 전자 서류 가장 윗줄의 항목을 쭉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일단 검투사들 연봉이 총 1188만 크랑이 소요돼요.” “그래? 원래 1800만 크랑 아니었나?” “네. 계약상으로는 맞는데요. 전에 선금급 형식의 계약금으로 1년 치 연봉을 제공했잖아요. 그러니 2년 치 연봉을 3년으로 나누기 때문에 이 정도 금액이 나오는 것이에요.” 이는 그도 전에 직접 관여한 바가 있어, 잘 알고 있었다. “맞아 그랬지. 그럼 이들의 복지비용은?” “점심식대 제공 및 교통비, 처후개선비를 합치면 대략 300만 크랑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여기에 경기별로 받는 출장수당 및 포인트 보너스 부분까지 합치면 훨씬 높아지고요.” 범석이 좌측에 앉아 있는 다이아나를 바라보려다 말았다. 출장수당 및 포인트 보너스 부분은 이번 시즌 팀이 어떤 성적을 목표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되었다. 당연히 감독과 논의가 있는 후에야 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이후에 논의할 내용이니 지금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3/15 쪽 “으음. 그렇군. 다른 지원 인력에는 얼마나 들어가지?” “그리고 직원들 연봉과 기존의 스텝 연봉과 이번에 새로 고용한 코치진 여섯까지 합치면 한 해 총 대략 650만 크랑이 들어가고 식비 및 주거제공 등의 기타 복지비용으로 150만 크랑이 들어가요. 그래서 기타 인건비로는 총 800만크랑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돼요.” 그럼 일단 올해의 인건비로는 최소 총 2288만 크랑이 들어간다는 소리였다. 제법 많은 돈이 소비되는 터라 범석은 약간 마음이 쓰라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다른 잡비등은?” “일단 행사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가요. 경기 때마다 이벤트추첨을 통해 팬들에게 상품을 나눠줘야 하니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아요.” “대충 얼마 정도 하는데?” “일단 보통의 에어리어리그를 기준으로 하면 홈경기가 열릴 때마다 대충 30만 크랑이 소요된다고 해요. 19경기를 수행해야 하니, 570만 크랑 정도가 들겠죠.” 범석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570만 크랑이면 레이미급 검투사를 하나 영입할 금액이었다. “제법 많이 드는군.” “어쩔 수 없어요. 팬서비스 차원에서 이 정도 자금은 당연히 투입해야 해요.”4/15 쪽 “그럼 다른 비용은?” “전기사용료, 수도 사용료등등 훈련장 유지보수비 등등으로 500만 크랑을 산정하고 있어요.” “다 합치면 1270만 크랑이 든다는 얘기네.” “네. 그리고 여기에, 지난 수입에 대한 세금으로 총 866만 크랑을 내야 해요.” 범석이 진한 코 울음을 냈다. 지금까지 산정된 소요될 자금만 해도 벌써 4224만 크랑. 경기장 사용료까지 포함되면 6000만 크랑 가까이 되었다. 그는 이제 프로협회에서 승격팀에게 1억 크랑의 준비금을 요구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 정도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야지만, 프로팀을 운영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럼 이제 1억 5,079만 크랑이 남았군. 아니 전에 살던 원룸이 150만 크랑에 팔렸으니 총 1억 5229만 크랑이군.’ 이제 별 잡스러운 부분에까지 신경을 쓰는 그였다. 그만큼 소요되는 자금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내년에는 어떻게 하나?’ 올해는 그런대로 메인 스폰서와 장비 스폰서 비용으로 말미암아 어느 정도 이득은 챙긴 상태였다. 문제는 둘 다 2년 계약과 4년 계약으로 받은 비용이었기에, 내년에는 5/15 쪽 이런 자금을 기대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분명히 여기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했다. 그가 에스더를 바라보며 다시금 얘기했다. “에스더. 혹시 올해 수입을 창출한 부분이 더 없어?” “으음. 그건 찾아보면 아주 많아요.” “어떻게?” “일단 팀 엘블럼 제품 판매 수입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에요. 솔직히 저희 팀은 신생팀이라 여기에 대한 수입이 무척 적었어요. 만약 팬들이 만족할만한 성적이 올린다면 추가로 많은 제품이 판매되고, 여기에 대한 수입이 들어오리라 예상돼요. 그리고 팬들의 관심이 더 높아지니, 스폰서도 더 붙겠죠.” 이에 범석이 다이아나를 쳐다봤다. 이제 대화의 배턴이 그녀에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팀 성적을 예상하고 결정하는 일은 팀 감독의 고유권한이자 의무였다. “다이아나. 올해 팀 성적 예상치가 어떻게 되지?” 다이아나가 주저 없이 바로 대답했다. “일단 그전에 올해 팀이 나아가 바를 정해야 해요. 강등 탈출에 주안점을 둘지. 아니면 중위권 진입에 둬야 할지, 아니면 우승권에 도전해 와이드리그로 향하는 승격 토너먼트를 목표할지를 말에요.”6/15 쪽 “그래?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제 예상으로는 중상위권이 고작인 것 같아요. 주전은 강하지만 믿을 만한 후보 전력이 너무 없어요.” 이해한다는 듯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현재 갓즈나이츠 팀에서 쓸모있는 전력은 그의 휘하 엘프들 몇몇과 헤라, 히나, 치리아, 미를리, 그리고 새로이 이번에 들어온 실비아와 릴리스 뿐이었다. 이들만 가지고는 절대 이번 시즌 훌륭한 성적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럼 목표는 중상위권 진입인가?”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목표를 좀 낮추는 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돼요.” “왜지? 리그성적이 좋으면 팬들의 호응도가 높아지니까 수입이 그만큼 늘 것 아니야?” “네. 그렇죠. 하지만, 다른 곳에서도 수입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어요.” 수입은 곧 팀 발전의 기반. 범석이 관심 어린 눈빛을 지었다. “어떻게 수입을 늘린다는 거지?” “FA컵, 리그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에요. 이 경기들은 시즌권이 해당하지 않기에, 팬들은 150크랑의 입장료를 내고 관전해야 해요. 즉 홈경기 한 경기당 2만씩의 관중이 들어오면 300만 크랑의 수입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말이에요. 거기다가 협7/15 쪽 회에서 주는 대회상금도 엄청나요.” 하긴 범석이 작년 GA컵 4차전에서 6차전까지 얻은 대회상금만 435만 크랑이었다. 여기에 2회만 홈 경기만 치루면 600만 크랑이 추가로 들어오니, 잘만 한다면 높은 수입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됐다. “으음. 그렇군. 그런데 GA컵과 리그컵에 집중하다 보면 시즌 성적이 좋지 못할 텐데, 팬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네. 그럴 것이에요. 그렇기에 약간의 전략을 가미해야죠.” “어떻게?” “저희 팬들이 주로 찾는 홈경기에는 주전들을 출전시켜서 반드시 승리하는 쪽으로 하고, 원정경기는 후보와 2군들로 구성시켜 출전시키는 것이죠.” 대충 의도를 깨달은 범석이 한마디로 요약해 말했다. “한 마디로 원정경기를 포기하자는 거지?” “네. 원정경기는 팬들의 관심도가 그만큼 적으니까요.” “하지만, 원정경기를 모두 포기해 버리면 시즌 성적이 너무 나쁘지 않을까? 자칫 재수 없으면 강등될 수도 있다고.” “아니요. 갓즈나이츠의 전력상 마음만 먹는다면 강등은 피할 수 있어요. 제가 예상하기로 홈경기 19경기 중에서 충분히 승점 40점을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8/15 쪽 다이아나가 승점 40점을 유난히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이 승점만 얻어내면 강등될 가능성이 10% 미만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어떤 리그에서도 40점을 얻고 강등되는 팀은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했다. 특히나 에이번드 에어리어리그는 상위권과 하위팀의 전력 차가 더욱 커, 그 가능성은 더욱 낮았다. “하지만, 그 정도의 성적을 못 올리면?” “그럼 다 포기하고 겨울 휴가 시즌 이후에는 원정경기도 전력을 다해 뛰어야죠. 그리고 저희 전력으로는 GA컵 9차전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봐요. 당연히 그 이후로는 여유가 생기니 그만큼 시즌경기에 집중할 수 있죠.” 9차전 이후에는 와이드리그팀이 GA컵에 참여하기에, 갓즈 나이츠로서도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그 이상으로 올라서는 것은 힘들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럼 늦가을부터는 리그경기에 더욱 충실히 임할 수 있으니, 승점은 자연스레 높아질 터였다. “그렇군. 그럼 성적 저조로 인한 팬들의 성화만 잠재우면 되겠군.” “그도 간단히 해결할 수 있어요. 솔직히 저희의 전략을 팬들에게 알려 양해를 구하는 것이죠.” 범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9/15 쪽 “으음. 글쎄. 양해를 구한다고 이해하겠어?” “양해와 동시에 큰 목표를 제시하면 돼요. 즉 내년 시즌에는 리그 내 2위를 해서 와이드리그로 향하는 승격토너먼트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것이에요. 그래서 올해는 검투사 영입 자금을 마련 위해 이런 전략을 어쩔 수 없이 채택했다고 한다면 이해해줄 것이에요.” 확실히 그 목표가 가능만 하다면, 팬들은 충분히 이해하고 남음이 있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상위리그에 올라가게 된다면, 팬들로서는 참으로 뿌듯한 일이었다. “그런데 가능하겠어?” “네. 어떻게든 내년 겨울까지 쓸만한 전력 다섯 이상을 구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경기에 나갈 후보전력이 월등히 강해지니, 뒤따라 주전이 소화할 라운드도 적어질 테니까요. 그리고 주인님께서 이번에 제우스그룹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으며 훈련시설을 크게 확충한 것과 6명의 코치진을 영입한 일로, 오스칼이나 비너스, 레이메이, 마틸다, 엠마님이 많은 성장을 할 것이에요. 당연히 저희 팀 전력도 뒤따라 상승할 테니, 충분히 해볼 만한 시도라고 볼 수 있어요.” 확실히 경기에 나갈 후보들이 강하면 그만큼 주전들은 편해졌다. 후보가 1승을 보태주면 주전은 2승만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범석이 데리고 있는 재능있는 검투사들이 성장한다면, 그 또한 도움이 되었다. 이들 요건이 잘만 조화된다면 내년 시즌 와이드리그 진출을 노려봄 직했다.10/15 쪽 ‘그렇다면 쓸만한 검투사를 영입하는 일만 남았군. 문제는 돈이군.’ 현재 그가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은 1억 5,229만 크랑이었다. 상당한 자금이기는 하지만, 이 돈 모두를 이적자금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혹시나 있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남겨놓아야 했고, 제르미아를 위로할 자금이 필요했다. 제르미아는 현 레드하이에나팀 소속 검투사로, 잠시 그레이트하이에나팀에 임대되었다가, 주인이 되어주겠다는 그에게 설득되어 갓즈나이츠팀의 승격에 혁혁한 공을 세운 엘프검투사였다. 다만, 그녀가 실망하고 배신을 하면 대책이 서지 않다는 점이었다. 과거의 일을 언론과 프로검투협회에 알리는 순간, 갓즈나이츠는 끝장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자신이 주인이 되기 위해 정성을 쏟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위로해야 줘야 했고, 이를 위해 통장에 1억 크랑 정도는 보유하고 있어야 했다. 범석이 원형의 탁자 전면에 앉아 있는 에르피나를 바라봤다. 그녀는 현역 검투사이기는 했지만, 팀에 하나밖에 없는 스카우트이기도 했다. “에르피나. 잠재성 있고 당장에 경기에 투입할 만한 검투사 하나를 싸게 구할 방도가 없을까?” 에르피나가 바로 자신이 아는 지식 그대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11/15 쪽 “일단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엘프가 그 대상이 될 수 있어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말썽을 자주 부리면 몸값은 떨어지게 되어 있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의 방법은 올해 강등된 팀의 검투사를 영입하는 것이에요. 상위리그에서 추락한 팀은 급격히 나빠지는 자금 사정에, 많은 검투사를 판매할 수밖에 없어요. 이 기회를 노린다면 재능있고, 능력 출중한 검투사를 싸게 구입할 수 있어요.” 당연한 얘기이기에 범석이 한치의 토도 달지 않고 수긍했다. “그럼 적당한 인물이 누가 있을까?” 그녀가 전자수첩에 띄어져 있던 메뉴화면을 바꾸더니, 한눈에 내용을 읽고 말했다. “뷰티플 하피 팀의 비올렛이에요. 뷰티플 하피팀은 올해 하이른 센트럴리그에서 와이드리그로 떨어진데다가 팀 내 보유한 빚도 많아, 은행에서 상환독촉까지 받고 있어요. 자금이 급히 필요하니, 어느 정도 금액만 맞는다면 충분히 영입해 올 수 있다고 생각돼요.” 뷰티플 하피팀의 비올렛이라면 전에 600만 크랑의 제의를 보냈다가 바로 퇴짜를 맞은 엘프 검투사였다. 하기야 당장에 에어리어리그에서 활약할 능력이 있고, 성장 잠재력이 900대 초반에 이르는 검투사인데 그 돈으로는 영입하겠다고 생각한 자체가 무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보다 자금이 풍부한데다가, 뷰티플 하피팀이 자금난에 12/15 쪽 처해 있으니 충분히 시도해볼 만했다. “좋아. 그럼 에르피나. 다이아나와 상의해서 한 번 영입을 추진해봐. 그리고 영입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서 다른 검투사도 알아보고.” “예. 알겠어요.” 대답을 들은 범석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곧 있으면 체력훈련시간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갓즈나이츠의 최대 약점이 바로 그의 체력과 근력 수치가 낮다는 점이었다. 이것만 극복한다면 팀전력이 크게 상승하니, 꾸준히 훈련할 필요가 있었다. 이후 모든 회의 참석자들이 본연의 업무를 위해, 회의장 밖을 나섰다.============================ 작품 후기 ============================ 오늘의 설명할 내용은 승격제도입니다. 이 게임 내에 가장 어려운 설정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에 말씀 드렸다시피 상위리그와 하위리그의 수적 차이는 8배나 됩니다. 당연히 유럽의 승강제를 그대로 채용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죠. 그래서 제가 새롭게 하나를 구상했는데, 제법 어렵더라고요. 하하하. 그럼 일단 (가)와이드리그 밑에 A, B, C, D, E, F, G, H라는 에어리어리그가 있다고 치죠. 그리고 여기서 리그 경기가 끝이 나고 (가)와이드리그에서 a, b, c, 라는 팀이 강등됩니다고 치시죠. 그런데........13/15 쪽 a팀은 A에어리어리그의 지역 도시의 연고를 두고 있습니다. b팀은 B에어리어리그의 지역 도시의 연고를 두고 있습니다. c팀도 B에어리어리그의 지역 도시의 연고를 두고 있습니다. 라는 설정이 있다고 봅시다. 그럼 a팀은 A에어리어 리그로 강등되어 갑니다. b팀과 c팀은 B에어리어리그 강등되어 가죠. 그럼 첫 번째 A에어리어리그 상황을 알아보죠. 상위 리그에 한 팀이 떨어져 내려왔으니, 그해 하위리그인 아마추어리그로 세팀이 떨어진다고 해도 총 18팀이 존재하게 됩니다. 이때 그해 아마추어리그에서 승격할 팀은 총 2팀 밖에 안되죠. 그럼 두 번째 B에어리어리그 상황을 알아보죠. 상위 리그에 두 팀이 떨어져 내려왔으니, 그해 하위리그인 아마추어리그로 세팀이 떨어진다고 해도 총 19팀이 존재하게 됩니다. 이때 그해 아마추어리그에서 승격할 팀은 총 1팀 밖에 안되죠. 그럼 세 번째 C, D, E, F, G, H의 상황입니다. 이곳에는 상위리그 팀이 강등되어 내려온 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그 해 3팀이 아마추어리그에서 승격되어 올라올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쉬운가요? 하지만, 여기서 한 번 더 꼬였습니다. 바로 A, B, C, D, E, F, 14/15 쪽 G, H라는 에어리어리그에서는 그해 승격 토너먼트를 거쳐 3개 팀이 상위 리그인 (가)와이드리그로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이때 거치는 승격토너먼트는 각 리그의 1, 2위 팀인 16개 팀이 치르게 됩니다. 일단 여기서 우연히 C에어리어 리그 팀 우승 준우승팀이 모두 와이드리그로 승격됐다고 치죠. 그럼 에어리어 리그로 강등된 세팀까지 합치면 리그내 남은 팀은 15팀 밖에 없습니다. 이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아마추어팀 중에서 5개 팀이 C에어리어 리그로 올라가 20팀을 채웁니다. 또 A에어리어리그 팀 중에 한 팀이 우연히 (가)와이드리그로 올라갔다고 칩시다. 그럼 강등되어 온 a팀과 셈셈이 되면서 17팀이 리그에 잔류하게 됩니다. 그럼 아마추어리그에서 3팀이 오르며 20팀을 채우게 되죠. 이제 이해하시나요? 그래도 안되신다면, 그냥 읽어주십시오. 계속 승격이 되며 이같은 상황이 언급될 테니, 언젠가는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15/15 쪽 또 A에어리어리그 팀 중에 한 팀이 우연히 (가)와이드리그로 올라갔다고 칩시다. 그럼 강등되어 온 a팀과 셈셈이 되면서 17팀이 리그에 잔류하게 됩니다. 그럼 아마추어리그에서 3팀이 오르며 20팀을 채우게 되죠.어리그에서 3팀이 오르며 20팀을 채우게 되죠. 또 A에어리어리그 팀 중에 한 팀이 우연히 (가)와이드리그로 올라갔다고 칩시다. 그럼 강등되어 온 a팀과 셈셈이 되면서 17팀이 리그에 잔류하게 됩니다. 그럼 아마추어리그에서 3팀이 오르며 20팀을 채우게 되죠. 또 A에어리어리그 팀 중에 한 팀이 우연히 (가)와이드리그로 올라갔다고 칩시다. 그럼 강등되어 온 a팀과 셈셈이 되면서 17팀이 리그에 잔류하게 됩니다. 그럼 아마추어리그에서 3팀이 오르며 20팀을 채우게 되죠. 또 A에어리어리그 팀 중에 한 팀이 우연히 (가)와이드리그로 올라갔다고 칩시다. 그럼 강등되어 온 a팀과 셈셈이 되면서 17팀이 리그에 잔류하게 됩니다. 그럼 아마추어리그에서 3팀이 오르며 20팀을 채우게 되죠. < -- 첫 번째 이적 시즌 -- > 비올렛의 영입은 아주 순조로운 편이었다. 처음에 뷰티플 하피팀에서 4,000만 크랑을 제시해 난항을 겪기는 했지만, 관심을 접고 다른 검투사를 영입하려 하자, 태도를 180도로 바꿔 2,400만 크랑까지 몸값을 낮춰 제시했다. 그들로서는 아직 쓸모없고 미래를 알 수 없는 유망주를 데리고 있기보다는, 당장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일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최종적으로 2,280만 크랑으로 합의를 보고, 며칠 후 메디컬 테스트와 체력 테스트를 받기 위해 갓즈나이츠 훈련캠프를 들리기로 했다. 덜컹. 덜컹. 사방이 거울로 꽉 막힌 실내 안. 천장에 달린 LED 조명등이 대낮 못지않게 사위를 밝히고 있었다. 주변에는 웨이트기구와 러닝머신들이 쭉 나열되고 있었고, 그 위로는 갓즈나이츠팀의 엘프검투사들이 땀을 흘려대며 체력을 단련하고 있었다. 요란한 전동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러닝머신 벨트 위. 범석이 거친 호흡을 연방 뿜어대며 달리고 있었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마치 유명한 현역선수가 빠르게 단거리를 질주하는 것처럼 보일 만큼 매우 격렬해 보였다. 하지만, 개조인간인 범석으로서는, 이 속도쯤이야 조깅 정도의 기분만을 느낄 뿐이었다. “후훕. 훅. 훅.”회1/26 쪽 - 긴급속보입니다. 레인보우 호텔에 웬 엘프괴한이 침입해, 인질 한 명을 잡고 농성 중에 있습니다. 현재 경찰 기동대가 출동해 대치하고 있지만, 인질의 목숨을 염려해 당장은 진입을 포기한 상태입니다. 일단 현장에 나가 있는……. 갑작스러운 뉴스속보에 범석이 러닝머신의 파워 스위치를 끄고 뒤로 물러섰다. 사회면 기사에 관심을 둘 그가 아니었지만, 엘프가 인질을 잡고 농성하고 있다니 제법 흥미가 동했던 탓이다. 엘프는 천성이 착해 저런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아주 드문 일이었다. 그리고 레인보우호텔이라면 전에 승격평가단으로 참가한 글로리아의 소유 호텔이었다. 당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목을 두르고 있던 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내었다. ‘저게 무슨 일이냐? 극렬 여성 인권 단체에서 또 난리를 치겠네.’ 극렬 여성 인권 단체. 여성으로 구성된 이익집단으로, 여성들의 권익과 위치를 차지한 엘프들을 세상에서 몰아내야 한다며, 극성 시위를 벌이는 여성단체들을 의미했다. 대표적인 예가 글로리아로, 만약 범석이 팀의 지원인력 모두를 여성으로 채워놓지 않았으면 큰 위기에 처했을 만큼 대부분 외골수적 성향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같은 강력 범죄를 엘프가 저질렀고, 그 장소가 글로리아가 있는 레인보우호텔이다? 그녀들에게 이만한 호기도 없었다.2/26 쪽 ‘뭐. 경찰들이 알아서 하겠지. 내가 뭐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그냥 훈련이나 계속해야겠다.’ 뉴스속보가 끝나자 범석이 러닝머신의 파워를 다시 켰다. 너무 무관심하다고 생각될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그로서는 딱히 관여할 바가 없었다. 경찰도 아니니 뜯어말릴 수도 없었고, 인질극이 벌어지는 장소까지 굳이 찾아가 구경할 만큼 한가하지 않았다. 물론 글로리아가 걱정되기는 했지만, 설마 1명의 인질이 그녀는 아니라고 생각됐다. 결국, 그는 바삐 다리를 움직이며 체력단련에 집중했다. 그리고 한 시간쯤이 흘렀나? 러닝머신 판넬 위에 올려져 있던 전자수첩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또다시 멈춰선 범석이 전자수첩을 열어 통신 화면을 띄웠다. “누구십니까?” - 범석아! 큰일 났다! 빨리 와서 우리 좀 도와줘! 다짜고짜 화면 속에서 소리를 팩 지르는 인물은 바로 렉스터경감이었다. 얼마 전에 인사발표에서 경감으로 승진하고, 현재 수사계 계장으로 임명되어 있었다. 최근에 주식으로 큰돈을 벌어 사표를 던지려고 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승진해 머물고 있3/26 쪽 었다. 얘기로는 서장이 곧 편한 보직으로 빼준다고 해서, 남았다고 했다. “아. 렉스터경감님. 무슨 일입니까?” - 너 뉴스 봤어? “무슨 뉴스요.” - 레인보우호텔에 엘프 괴한이 들어와서, 인질을 잡고 있다는 뉴스 속보 말이야! 조금 전에 본 뉴스라 그도 기억하고 있었다. “네. 봤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 네가 얘 좀 어떻게 해줘야겠다. 뜬금없는 소리에 그가 눈을 크게 떴다. “아니 그게 무슨 얘기입니까? - 실은 말이야……. 하며 렉스터가 사건 내용을 설명했다. 지금 레인보우호텔에서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엘프는 과거 지하투기장에서 체포해온 엘프 무투사였다. 범죄 조직에 의해 전문적인 싸움꾼으로 키워져 상당히 잔인한 성정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지하 무투계에서는 그 누구도 상대할 자가 없는 대단한 무력의 소유자였다. 다행히 전에는 먼저 잡은 4/26 쪽 범죄자들에게 만류시키게 만들어 손쉽게 체포할 수 있었지만, 워낙 강인한 힘에 처음에는 무척 고전했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엘프를 교화하기 위해 데리고 있던 엘프교화소에서 상당한 골치를 앓고 있던 모양이었다. 참다못해 주인을 얻으면 잠잠해질까 싶어 일반인에게 판매했는데, 그만 구매자를 반쯤 죽이고 탈출했다는 것이다. 결국, 경찰이 기동대를 출동시켜 체포하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다. 그사이 레인보우 호텔 연회장에 난입해 에이번드지역의 유력 인사를 인질로 삼고 난리를 치고 있었다. “아니? 엘프가 주인 될 자를 반 죽여 놔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 걔가 좀 그래. 지난번 체포된 범죄조직에게 철저히 세뇌를 당해 다른 인간들을 절대로 안 믿어. 하지만, 구매자를 죽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확실히 엘프의 본능은 남아 있어. 너도 엘프는 자신을 해치려고 하지 않는 한 절대 인간을 죽이지 않는 것 잘 알잖아. “잘 알 알죠. 그런데 혹시 저보고 그 엘프를 잡아달라는 겁니까?” - 그렇지. 범석이 곤란한 표정으로 목덜미를 긁적였다. “그런데 민간인 제가 나서도 되겠습니까? 기동타격대를 투입시켜 체포하면 될 것 아닙니까?” - 걔들 다 당했어.5/26 쪽 그가 어이없다는 듯 헛바람을 진하게 내뱉었다. “허허. 몇 명이나 당했는데요. 죽었어요?” - 20명이다. 죽지는 않았지만, 상당수 장기간 치료센터 신세를 지어야 할 중증 부상을 입었다고. “그, 그게 말이 됩니까? 20명이 그렇게 당할 정도라면 저도 어쩌지 못합니다. 아니 정말 그런 엘프가 있기나 있는 겁니까?” - 좀 그렇게 됐어. 워낙 싸움에 능한 아이였고, 힘도 아주 장사야. 게다가 한두 사람이 겨우 들어갈 진입로로 기동타격대를 유인했던 터라, 우리가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한 면도 있었다. 물론 그런 지리적인 이점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해 보임직도 했다. 한두 명씩 각개격파를 한다면, 20명이라고 상대 못 할 것도 없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 엘프가 상당한 무위를 지닌 능력자라는 전제가 있어야 했다. “하여간 대단한 엘프 같군요. 20명의 기동타격대를 전멸시켰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 아이참. 지금 그런 소리 할 시간 없어. 이 일 때문에 우리 서장이 무척 난감한 사태에 빠졌단 말이야. “그래요? 하긴 좀 곤란하기는 하겠네요. 기동 타격대 스물을 동시에 잃었으니 말입니다.”6/26 쪽 - 좀 곤란한 정도가 아니야. 지역 언론사라는 언론사들은 다 와서 카메라를 들이대지, 어떻게 왔는지 주변으로 엘프애호가들이 장사진을 치고는 절대 죽이지 말라고 시위를 벌이고 있어. 그런데 지금 그 얘를 제압할 기동타격대는 다 당한데다가, 서장은 언론에다 자신이 이번 일을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큰소리를 빵빵 질러댔어. 더 미치겠는 건 인질이 에이번드지역의 유력 인사인 글로리아여사라는 점이야. 범석이 인상을 팍 구겼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글로리아가 인질로 잡혀 있는 것이다. 그녀는 승격평가단으로 참여해 자신에게 큰 도움을 주었고, 올해 갓즈나이츠팀에 500만 크랑이나 되는 후원금을 준 유력 스폰서였다. 게다가 상당한 미모를 지니고 있어, 공략해 볼 의지까지 있었다. “렉스터경감님! 저, 정말. 글로리아님이 붙잡혀 있다는 말입니까?” - 그렇다니까. 이거 정말 된통 걸렸어. 엘프애호가와 여성인권단체가 맞물려 버렸으니, 사건이 무척 커진다고. 그런데 우리 경찰서의 기동타격대는 모두 당해 손 놓고 있어야 하니, 미치겠다는 거 아니야. “그럼 다른 경찰서 쪽에 지원을 부탁하면 되지 않습니까?” - 그건 서장님이 망설여서 안 돼. 곧 승격심사가 있어서 어떻게든 자신의 손으로 해결하고 싶어해. 그래서 언론에다가 그렇게 뻥뻥 장담했고 말이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어? 범석으로서 갈등하고 자시고도 없었다. 글로리아를 구해야 했고, 렉스터와 인연이 7/26 쪽 있으니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작전 중에 죽여야 해. 범석이 바로 손을 내리 저었다. 그 예쁜 엘프를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한다니,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말도 안 됩니다. 전 엘프를 못 죽입니다.” - 하지만, 이번 건은 어쩔 수 없어. 서로 이견을 달리하는 시민단체가 쌍으로 물려버렸단 말이야. 걔가 살아 있으면 우리가 골치 아파. 법률상으로는 특별한 사유 없이 강력 범죄를 일으킨 엘프는 죽이게 되어 있는데, 그러면 엘프애호가들을 들고 일어나. 그 반대면 여성 인권 단체들이 난리를 칠 테고. “그래도 전 못합니다. 인질만 구하는 쪽으로 하겠습니다.” 화면 속의 렉스터가 주변을 한 번 살피더니, 조용히 말했다. - 죽이지 않는다면 도와줄 거야? “네. 물론입니다.” -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때? 서장에게 말해 내가 시간을 끌 테니까, 현장에서 그 아이를 덮쳐서 휘하 엘프로 만들어. 그리고 시체로 위장하도록 명령해서, 들것에 실려 8/26 쪽 나오도록 해. 그다음에는 우리가 다 알아서 꾸며 줄 테니까. “그 얘를 저에게 주겠다는 얘기입니까?” - 그래. 그가 무척 관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지리적 이점이 있다고는 하나, 20명이나 되는 엘프 경찰 기동타격대를 쓰러뜨린 능력자였다. 잘만하면 쓸모있는 검투사로 키울 수도 있을 듯 보였다. 물론 일부인사들과 글로리아에게 얼굴을 팔렸다는 점이 문제지만, 수잔에게 말해 성형수술을 시키면 됐다. 전에 확인해 봤을 때, 로봇팔 시술대 프로그램에는 분명히 성형수술 메뉴도 있었다. “좋습니다. 제가 맡죠. 그런데 그 얘의 특기가 뭡니까?” - 그런 것 대답할 시간 없어. 빨리 와야 해. “하지만, 그 얘의 능력을 알아야, 제 엘프를 얼마나 또 누구를 데려갈지 결정할 것 아닙니까.” 얼핏 그럴싸하게 들리기에 렉스터가 바로 대답했다. - 확실히는 모르겠는데 검과 맨손 싸움에 능통해 보여. 우리 얘들이 전부 검술 형태의 몽둥이질을 맞으며 밀리다가 꺾기 기술로 관절이 다 아작났거든.9/26 쪽 그렇다면 당장에도 검투사로 활용할 수 있어 보였다. 검은 검투경기에서 주를 이루는 무기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얘들을 준비해서 곧장 가겠습니다.” - 그래. 빨리 와라. 아차! 네 엘프 중 비너스를 데려가면 도움이 되겠다. “비너스가요? 왜요?” - 예전에 비너스를 다치게 한 얘가 걔야. 한 번 붙어 봤으니, 대충 잘 알 것 아니야. 그 일화는 게임 첫째 날로 이어졌다. 이날 범석은 리마시티 콜로세움에서 그레이트하이에나 팀의 팬과 충돌을 벌였다가 경찰서로 끌려갔다. 여기서 당시 경위였던 렉스터를 만나 조사를 받고 있었는데, 때마침 기동타격대가 지하 투기장을 급습하고 범죄자들을 줄줄이 이끌고 바람에 무사방면 되었다. 그리고 잠시 화장실을 들렀다가 밖으로 나갔을 때, 경찰서로 온 응급차의 모습에 이상히 여겨 구경을 갔다가 부상당해 사경을 헤매는 비너스를 발견했다. 이후 곤란해하는 렉스터와 협의 봐 그녀의 치료비를 대주기로 마음먹었고, 미하일 치료센터로 이동했다. 그리고 현재 갓즈나이츠 팀 닥터이자 당시 담당외과의였던 수잔이 수술해 완벽하리만큼 치료했다. 그런데 수잔이 수술실에서 나오며 던진 명제가 있었다. 바로 비너스를 해친 범인에 대한 내용이었다. 범석은 여기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한 가지 결과를 도출해냈다. 비너스를 다치게 한 범인은 무척 잔인한 성정에 다수를 상대로 홀로 싸워 이길 수 있는 대단한 실력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린 그가 대뜸 렉스터를 보며 얘기했다.10/26 쪽 “알겠습니다. 지금 곧 가겠습니다.” - 그래. 고맙다. 통신을 끊은 범석에 근처 바벨에서 근력을 단련 중인 비너스를 급히 바라봤다. “비너스. 잠깐 이리 와라.” 그녀가 바벨을 받침대에 쿵 내려놓고 급히 다가왔다. “네. 주인님.” “너 예전에 나와 처음 만나기 전에, 지하투기장에서 누군가와 싸우다 크게 부상당한 적이 있었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였지만 범석의 부탁이니 바로 떠올리고는 대답했다. “네.” “상대가 어떤 자였지?” “붉은 머리칼을 한 엘프였어요. 이름은 다프네였고요.” “강하냐?” “네. 무척 강했어요. 당시 저를 포함해 넷이 덤볐는데, 순식간에 모두 당했어요.”11/26 쪽 그 정도라면 상당히 실력의 엘프가 맞다는 얘기였다. 아무리 나머지 엘프들이 비너스처럼 싸움에 초짜라도, 좁은 링 안에서 넷을 순식간에 쓰러뜨리기란 쉽지 않았다. “어떤 방식으로 싸웠는데?” “양손에 철근과 야구방망이를 하나씩 들었어요. 둘 다 자유자재로 다루며 저희를 일방적으로 몰아세웠어요.” “그럼 쌍검사라는 얘기군.” “네. 그런 듯 보였어요. 그리고 체술도 상당히 뛰어났고, 힘이 무지막지했어요.” 오스칼을 슬며시 바라본 범석이 다시 조용히 물었다. “오스칼과 비교해 봤을 때 누가 힘이 더 세냐?” “으음. 그녀가 월등히 센 것 같았어요.” 범석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근력만 따지고 본다면 오스칼은 월드리그 탑 클라스에 해당했다. 검술 경지가 좀 떨어짐에도 불과하고, 힘으로만 와이드리그 핵심급검투사 수준에 오를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비너스는 다프네라는 엘프가 그런 그녀보다 훨씬 힘이 세다고 말하고 있었다. 범석으로서는 절대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수치상 그렇게 나올 수가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12/26 쪽 “혹시 착각한 것 아니야?” “글쎄요. 착각했을 수도 있어요. 전에는 제가 무척 겁먹은 상태였거든요.”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겁을 집어먹은 상태에서는 지나가던 날벌레에도 화들짝 놀라는 법이었다. 마음이 여린 비너스가 살벌한 지하 투기장의 무투경기에 주눅이 들어 잘못 판단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모르는 일. 단단히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괜히 섣불리 나섰다가, 소속 검투사가 부상이라도 당하는 날이면 큰일이었다. 가뜩이나 스쿼드 구성도 간당간당하는데, 여기에 주요 검투사 하나가 빠지면 앞으로의 리그운영에 큰 차질을 빚게 되었다. 그는 즉각 오스칼, 에르피나, 마틸다, 비너스, 에리카들을 데리고 현장인 레인보우호텔로 출동했다. 이 정도의 전력이라면 그 어떤 무지막지한 엘프라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믿었다.============================ 작품 후기 ============================오늘은 작년 한 해 인물 발전 사항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이름 : 오 범석.구분 : 개조인간(1년).13/26 쪽 소속 : 갓즈 나이츠GC.명성 : 410.악명 : 0.스태미나 : 5500/5500.사회성 : 68, 근력 : 63, 체력 : 55.민첩 : 92, 균형감각 : 73, 지능 : 50.정신력 : 56. 판단력 : 75, 재주 : 47.운 : 65.현재기량/잠재능력 : 644/1000.특성 : 위대한 의지.설명 : 본편의 주인공입니다. 여자를 무척 밝히죠. 아주 밝힙니다. 지난 일 년간 발전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훈련시설이 좋지 못해서요. 하지만, 최근에 훈련시설을 확장해서, 발전도 높아질 예정입니다.14/26 쪽 이름 : 비너스.구분 : 엘프(4년).소속 : 갓즈 나이츠GC.명성 : 98.악명 : 0.H유무 : 유.스테미나 : 9400/9400.사회성 : 28, 근력 : 72, 체력 : 94.민첩 : 69, 균형감각 : 63, 지능 : 69.정신력 : 92. 판단력 : 66, 재주 : 42.운 : 40.현재기량/잠재능력 : 635/936.특성 : 금성의 환상.설명 : 범석의 첫번째 엘프입니다. 지하투기장에 투입되었다가 큰 부상을 당하고 그의 엘프가 됩니다. 조용하고 말이 거의 없습니다. 올해의 발전성은 듀얼실드 활용도만 높아졌고, 스텟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15/26 쪽 이름 : 수잔 리.구분 : 인간(24년).소속 : 없음.명성 : 330.악명 : 0.호감도 : 34.H유무 : 무.스테미나 : 981/1000.사회성 : 57, 근력 : 9, 체력 : 10.민첩 : 12, 균형감각 : 11, 지능 : 72.정신력 : 54. 판단력 : 90, 재주 : 74.운 : 71.현재기량/잠재능력 : 460/513.특성 : 자애의 의술.설명 : 갓즈나이츠의 팀닥터입니다. 과거 미하일치료센터에 근무했을 적 비너스를 16/26 쪽 치료해 준 적이 있죠. 불쌍한 환자를 보면 두고 보지 못한다는 점이 흠입니다. 백조 기간이 길었던 터라 판단력 1이 오른 것 빼고는 그리 오르지 않았네요.이름 : 레이미.구분 : 엘프(33년).소속 : 갓즈 나이츠 GC.명성 : 454.악명 : 0.H유무 : 유.스테미나 : 6131/6500.사회성 : 62, 근력 : 64, 체력 : 65.민첩 : 73, 균형감각 : 64, 지능 : 70.정신력 : 60. 판단력 : 71, 재주 : 51.운 : 41.현재기량/잠재능력 : 621/623.17/26 쪽 특성 : 철저한 가르침.설명 : 드래곤나이츠소속의 검투사였습니다. 전력 외로 구분되어 잠시 스포츠센터에 강사로 파견나갔다가 범석을 만나고 주인으로 섬긴 케이스입니다. 사회성 1이 오르고 끝이군요. 나이가 있어서 신체능력 상승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잠재능력도 거의 다 개발된 상태이고요. 아무래도 차후에도 발전성은 없을 것 같습니다.이름 : 오스칼.구분 : 엘프(5년).소속 : 갓즈 나이츠 GC.명성 : 580.악명 : 1890.H유무 : 유.스테미나 : 10000/10000.사회성 : 21, 근력 : 92+10, 체력 : 90+10.민첩 : 78+10, 균형감각 : 94+10, 지능 : 64.18/26 쪽 정신력 : 19. 판단력 : 66, 재주 : 37.운 : 59.현재기량/잠재능력 : 621/952.특성 : 탁월한 신체.설명 : 드래곤나이츠 소속 검투사였는데, 제법 팀에서 말썽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범석에게 싸게 팔리게 되죠. 아주 막강 성장력에 신체능력도 대단하죠. 정신력을 비롯해 작년 한 해 성장성은 다른 휘하 검투사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반년 간 드래곤 나이츠에 임대가 있어서 말이죠.이름 : 에르피나.구분 : 엘프(32년).소속 : 갓즈 나이츠 GC.명성 : 760.악명 : 0.H유무 : 유.19/26 쪽 스테미나 : 7500/7500.사회성 : 69, 근력 : 73, 체력 : 75.민첩 : 75, 균형감각 : 77, 지능 : 86.정신력 : 79. 판단력 : 84, 재주 : 76.운 : 75.현재기량/잠재능력 : 770/771.특성 : 날카로운 눈썰미.설명 : 워커옥션마켓에서 판매되는 도중 범석을 주인으로 섬기게 됩니다. 얼마 전까지는 범석을 제외하고는 팀내 에이스였지만 오스칼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지난 년도 발전성은 그 닥 없네요. 잠재능력이 거의 개발되서요. 앞으로도 발전성은 없습니다.이름 : 엠마 홀슨.구분 : 개조인간(1년).20/26 쪽 소속 : 없음.명성 : 21.악명 : 0.호감도 : 36.H유무 : 무.스테미나 : 6300/6300.사회성 : 50+10, 근력 : 64 체력 : 63.민첩 : 64, 균형감각 : 60, 지능 : 94+10.정신력 : 68+10. 판단력 : 80+10, 재주 : 40.운 : 46.현재기량/잠재능력 : 629/824.특성 : 탁월한 지식.설명 : 흑사회에 멤버로, 범석을 같은 병원에서 개조신체시술을 받은 동기생으로 착각하고, 도움을 받고자 팀에 들어오죠. 착각이었지만 범석은 그녀의 성장성을 보고 데리고 있기로 합니다. 작년 한 해 발전성은 신체 능력 조금하고, 정신력 판단력, 운이 올랐네요. 제법 오른 축에 속합니다.21/26 쪽 이름 : 다이아나.구분 : 엘프(42년).소속 : 갓즈 나이츠 GC.명성 : 1360.악명 : 0.H유무 : 유.스테미나 : 5300/5300.사회성 : 94, 근력 : 52, 체력 : 53.민첩 : 51, 균형감각 : 47, 지능 : 95.정신력 : 84. 판단력 : 98, 재주 : 8.운 : 92.현재기량/잠재능력 : 674/688.특성 : 위대한 지도자.설명 : 드래곤나이츠의 검투사였죠. 다만 나이가 들어서 워커옥션마켓에 나갔는데 요리나 청소 등의 재능이 없어 팀으로 되돌아오게 됐습니다. 그런데 범석이 감독으22/26 쪽 로서의 능력을 간파하고 영입해 갔죠. 이름 : 에리카.구분 : 엘프(28년).소속 : 갓즈 나이츠 GC.명성 : 812.악명 : 0.H유무 : 유.스테미나 : 7100/7100.사회성 : 61, 근력 : 72, 체력 : 71.민첩 : 72, 균형감각 : 73, 지능 : 76.정신력 : 73. 판단력 : 87, 재주 : 70.운 : 61.현재기량/잠재능력 : 716/736.23/26 쪽 특성 : 팀 분석의 대가.설명 : 드래곤나이츠 검투사입니다. 전성기 말미 수준에 이르고 있으나 워커옥션마켓에 가기 위해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가, 범석에게 간파되고 휘하 엘프가 됩니다. 아직 젊음을 유지하고 있던 터라 어느정도 발전을 했습니다. 그리고 발전성도 좀 남았고요.이름 : 마틸다.구분 : 엘프(4년).소속 : 갓즈 나이츠 GC.명성 : 143.악명 : 0.H유무 : 유.스테미나 : 7500/7500.사회성 : 57, 근력 : 74, 체력 : 76.민첩 : 80, 균형감각 : 82, 지능 : 64.정신력 : 76. 판단력 : 75, 재주 : 18.24/26 쪽 운 : 49.현재기량/잠재능력 : 653/936.특성 : 어둠의 종식자.설명 : 오사하에 갔다가 건진 엘프검투사입니다. 엘프학교 검투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냈다가, 그만 한 투기장 개장대회의 상품으로 내걸립니다. 그러다가 그 대회에 참가한 범석을 주인으로 섬기게 됐습니다. 올해의 발전성은 다른 휘하 엘프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이름 : 레이메이.구분 : 엘프(4년).소속 : 갓즈 나이츠 GC.명성 : 289.악명 : 0.H유무 : 유.스테미나 : 6100/610025/26 쪽 사회성 : 52, 근력 : 62, 체력 : 61.민첩 : 59, 균형감각 : 55, 지능 : 18.정신력 : 61. 판단력 : 58, 재주 : 51.운 : 48.현재기량/잠재능력 : 525/838.특성 : 아탈란테의 현신.설명 : 블랙 스완팀의 검투사였는데, 안드레아의 배신으로 범석이 급히 영입한 검투사입니다. 창이 주특기이고요. 영입한지 얼마 안되서 발전성을 언급할 도리가 없습니다.그럼 모두 편한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26/26 쪽 사입니다. 창이 주특기이고요. 영입한지 얼마 안되서 발전성을 언급할 도리가 없습니다.그럼 모두 편한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26/26 쪽 사입니다. 창이 주특기이고요. 영입한지 얼마 안되서 발전성을 언급할 도리가 없습니다.그럼 모두 편한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 -- 첫 번째 이적 시즌 -- > “으음. 여기군.” 레인보우호텔의 광장 앞. 저녁 햇살의 광채에 유리로 된 빌딩 외면이 붉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가운데 분수를 기점으로 둘러쳐진 노란색 저지선 띠 뒤로는, 근처에서 구경나온 사람들과 카메라맨, 기자들로 혼잡하기 그지없었다. 그 옆으로는 피켓을 든 엘프애호단체가 있었는데,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경찰의 과격진압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지켜보고 있었다. 인파를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범석이 뒤따라 온 휘하 엘프들에게 손짓을 하며 보채고 있었다. “빨리 와. 시간 없다.” 그의 부름에 에르피나를 선두로 엘프들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네. 지금 가요.” 얼마쯤 지나자 그들은 엘프 경관을 하나를 볼 수 있었다. 저지선 바로 앞에서 인파들을 막고 있었는데, 범석을 보자 대뜸 소리쳤다.회1/16 쪽 “물러나세요. 이 이상은 관계자 외 출입금지에요.” “렉스터 경감님이 급히 호출해서 만나러 왔다. 지금 빨리 불러줘. 시간 없다.” 엘프 경관이 그를 똑바로 직시했다. “누구 신데, 경감님을 찾으시죠?” “알 필요 없다. 지금 빨리 경감님이나 모셔와.” 의심스러운지 그녀가 미심쩍은 눈빛을 던졌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무전기로 임시 관제센터에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몇 마디를 나누고는 화들짝 놀라 범석의 손매를 이끌었다. “저, 저기. 저를 따라오세요. 지금 렉스터경감님께 안내해 드릴게요.” “그래. 부탁한다.” 엘프 경관이 안내한 곳은 호텔 광장에서 제법 떨어져 있는 한적한 골목길이었다. 그곳에는 경찰마크가 그려져 있는 플라잉 버스가 한 대가 서 있었는데, 전면을 제외하고는 모두 밀폐되어 있었다. 이내 엘프 경관이 뒷문을 두드리자, 활짝 열리며 렉스터 경감이 나왔다. “범석아! 빨리 안으로 들어와!”2/16 쪽 열린 문으로 안쪽을 바라보니, 갖가지 진압봉과 슈트가 진열되어 있었다. 그가 의아한 표정으로 엘프들과 안으로 들어서고는 문을 닫았다. “경감님. 상황이 어떻습니까?” “똑같지 뭐. 그 얘는 지금 인질을 잡고 있고, 우리는 손 놓고 있고. 그나저나 잘할 수 있지?” “잘하고 자시고 있겠습니까. 그저 엘프 하나 잡는 일인데요. 문제는 저 넓은 호텔 안에서 다프네를 어떻게 찾는가죠.” “그건 걱정하지 마라. 호텔 CCTV 시스템이 우리 관제센터에 넘어온 상태다. 걔가 어디에 있든지 간에, 실시간으로 네게 알려줄 수 있다.” 그럼 훨씬 수월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솔직히 오면서 수십 층 높이의 호텔 안에서 다프네를 어떻게 찾을까 무척 고민했었다. “다행이네요. 그럼 금세 처리할 수 있겠네요.” “그래. 그럼 나는 나가 있을 테니, 여기 기동타격대 슈트와 헬멧을 착용해라. 검투경기에서 착용하는 슈트보다 간편하니, 입기는 어렵지 않을 거다.”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비밀리에 경찰 일을 하면서 신분을 들어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자신은 전에 전 세계 방송을 타, 제법 얼굴이 알려진 상태였다.3/16 쪽 “네. 알겠습니다.” 렉스터가 나가자, 범석과 휘하 엘프들이 급히 옷을 갈아 있고는, 취향에 맞는 무구를 골랐다. 범석은 중간 크기만 한 진압봉을 두 개 착용해 허리에 꽂았고, 비너스는 투명 강화 아크릴로 된 방패 두 개를 집어들었다. 오스칼은 키 만한 진압봉 세 개를 들려다가 그의 제지로 두 개는 중간 것으로 교체했다. 좁은 실내에서 싸움이 벌어지니, 긴 진압봉을 행동에 극히 방해되었다. 그리고 에리카는 범석과 같은 무장을 했고, 에르피나는 진압봉 하나와 방패를 들었다. “주인님. 다 됐어요.” “그래? 그럼 나가자.” 기동타격대 슈트와 헬멧으로 온몸을 가린 범석이 플라잉 버스에 내렸다. 그리고 앞에서 초조하게 서성거리는 렉스터의 어깨를 툭툭 내리쳤다. “뭘 그리 걱정하십니까? 제가 나서니 다 잘 될 겁니다.” 긴 한숨을 내쉰 그가 불안한 표정으로 범석을 바라봤다.4/16 쪽 “진짜 잘해야 한다. 문제 생기면 우리 서장이나 나는 불명예 퇴직이라고. 즉 퇴직금도 못 받고 쫓겨난다는 말이야.” “후후. 돈도 많은 양반이 왜 그런 걱정을 하십니까?” “며칠 전이라면 나도 당연히 걱정 안 했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뭐가 다른데요. 그 돈 다 날려 먹기라도 했습니까?” 렉스터가 마이크로엔지니어링 주식을 판 가격대는 641크랑이었다. 즉 근 9000만 크랑에 해당하는 돈을 손에 거머쥐었다는 얘기였다. 아무리 헤픈 사람이라도 이 큰돈을 며칠 만에 바닥낼 수는 없었다. “당연히 아니지! 하지만, 내 꿈이 사라진단 말이야.” “경감님의 꿈이요? 경감님의 꿈은 엘프들을 사서 평생 놀고먹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건……. 없을 때 얘기고. 진짜 꿈은 따로 있어.” “그래요? 뭔데요.” “프로 축구팀 운영.” 그 말에 범석이 풋 하고 헛웃음을 내뱉었다. 축구라면 죽자사자하는 양반이니, 충분히 그러고도 남음이 있었다. 엘프를 사서 평생 놀고먹겠다는 것도, 바로 마음 편히 축구 관람을 하기 위해서였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일과 축구팀을 운영하는 일이 무슨 상관인지 통 매치를 시킬 수가 없었5/16 쪽 다. 이에 범석이 호텔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질문을 던졌다. “후후. 오늘 일이랑 축구팀을 운영하는 것과 무슨 상관인데요.” “아주 간단해. 이번 일만 잘 해결되면 우리 서장이 무사히 경무관으로 승진해서 연방경찰청 홍보정책실 실장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나도 같이 가지.” “오 그래요? 중앙부서로 간다니 정말 축하해야 할 일이군요. 어떻게 하다가 그렇게 잘 풀린 겁니까?” 렉스터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올린 보고서가 서장을 통해 중앙으로 올라갔는데, 연방경찰청장님께서 흡족해하시며, 일의 추진을 우리에게 맡긴다고 했다.” “무슨 일인데요?” “연방경찰청 홍보를 위해 프로스포츠팀을 운영하는 일이지.” 범석이 바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많은 공공기관이 홍보를 위해 프로팀을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경찰청만큼은 철저히 그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었다. 법을 수호해야 할 경찰이 편법으로 팀을 운영하는 프로팀을 보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내가 제출한 보고서대로 하면 가능해.” 6/16 쪽 “어떻게요?” “순수하게 주인 있는 엘프선수만 채용하는 거지. 그럼 편법적 운영을 할 필요가 없잖아.” 범석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렉스터를 바라봤다. 왠지 자신의 팀 운영 방식을 베낀듯한 느낌이 들었던 탓이다. “혹시 이거 저작권 침해 아닙니까? 저작권 침해도 불법입니다.” “아니야. 그저 모티브를 삼았을 뿐이야. 내용을 자세히 살피면 전혀 달라.” “어떻게 틀린 데요?” “너는 너 혼자 엘프검투사를 영입해 혼자 이익을 독식하지만, 내가 제안한 보고서대로 하면 능력이 출중한 엘프를 주인으로 둔 모든 경찰에게 막대한 연봉이라는 이득이 돌아가지. 그리고 그 모인 돈으로 다시 엘프 선수를 영입해 팀에 참여시키며 전력을 키워나가게 되는 거야.” 모든 이라는 얘기는 했지만, 결국 렉스터가 독식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막대한 몸값의 엘프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경찰은 렉스터 말고는 거의 없었다. “쳇. 그게 그거죠.” “뭐가 그게 그거야. 엄연히 수입을 얻는 주체가 틀린 데.” “휴~ 알겠습니다. 뭐 특허도 낸 적이 없으니, 아무나 사용하면 그뿐이죠. 그나저나 7/16 쪽 경감님이 축구팀을 운영한다는 건 또 뭡니까?” “아까 말했잖아. 나도 서장을 따라 홍보 정책실로 간다고. 연방경찰청장님은 이사장이 되고, 서장은 홍보정책실 실장을, 나는 단장이 되는 거지. 후후후.” 어느새 렉스터는 걱정스러운 기색은 완전히 지우고, 핑크빛 미래만을 꿈꾸고 있었다. 어쩐지 저 양반이 때려치우겠다는 경찰직을 아직 붙잡고 있는가 했다. 아무리 힘에 부쳐도 꿈이 눈앞에 있으니, 쉽게 사표를 던지지 못할 터였다.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거린 그가 멀리서 번쩍거리는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레인보우호텔 정문 앞에 섰다. “자. 도착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막 꿈에서 깨어난 렉스터가 바로 말했다. “내가 지금 관제실로 가 신호를 보낼 테니, 그때 안으로 들어가서 작전을 수행해.” “아. 네 알겠습니다.” 관제실로 가려던 렉스터가 할 말이 남아 있는지 다시 뒤돌아섰다. “아차. 깜빡 잊고 말하지 않았는데, 오늘 일은 절대 비밀이다. 만약 외부에 새어나가도 우리는 철저히 부정할 테니, 그리 알도록 해.”8/16 쪽 “후후후. 걱정하지 마십시오. 확실히 기밀을 지키겠습니다.” “좋아. 그럼 잘 부탁한다.” 손짓으로 안심하라는 의사표시를 한 범석이, 잠시 후 신호가 떨어지자 엘프들을 데리고 호텔 로비로 들어서고 있었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는 기자들은 새로운 경찰 기동타격대진입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카메라를 들이댔고, 조잘거리던 앵커들은 서장의 모습이 보이자 너도나도 달려나가 이번 작전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윽고 안으로 진입한 범석이 주변을 낱낱이 살펴봤다. ‘으음…….’ 5개 층의 한쪽 부분을 뻥 뚫어놓아서인지 로비의 천장은 넓기 그지없었다. 레인보우호텔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방에서 퍼져나오는 조명은 은은하기 그지없었고, 광장 중앙의 널따란 분수에는 시원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러한 화려함 속에서 범석은 삭막함을 넘어 으스스한 느낌까지 받았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그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그의 귓가로 전자음이 섞인 렉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범석아. 지금 다프네는 56층 전망 휴게실에 있다. 그곳에 가려면 로비 중앙 쪽에 있는 상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편이 빠르다.9/16 쪽 이에 범석이 헬멧에 부착된 마이크에 입을 대고 말했다. “비상계단은요?” - 비상계단은 중앙 엘리베이터 바로 옆과 건물 왼쪽, 오른쪽 끝에 각각 위치하고 있다. 왜 56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게? “미쳤습니까? 56층까지 걸어가게요.” - 그런데 왜 그걸 물어? “일단 55층까지 이동한 후 비상계단으로 56층에 올라가려고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기습을 당하면 곤란한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으음. 그렇군. 렉스터가 쉽사리 그의 의견에 동조했다. 확실히 퇴로가 확보되지 않은 엘리베이터는 위험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게다가 안이 협소해 무구를 휘두를 공간도 부족했다. 반면 비상계단은 공간도 넓고 퇴로가 확보되어 있어, 만약의 기습에 대처하기 좋았다. “그럼 곧 진입을 시도하겠습니다. 변동사항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 알았다. 범석이 휘하 엘프들을 데리고 중앙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곳에는 총 10곳의 엘리10/16 쪽 베이터가 있었는데, 그중 5곳이 고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였다. 문제는 그 모든 엘리베이터가 56층에 처박혀 있다는 것이다.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야 하는 시간이 있으니, 다프네가 대비할 시간이 충분할 듯 보였다. ‘제법 머리는 있는 모양인데. 이런 수작까지 가미하고 말이야.’ 우연히 5곳의 엘리베이터 모두가 56층에 고정되어 있기란 무척 어려운 일, 작위적인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이를 봤을 때 다프네는 다른 침입 경로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하고 있을 가능성이 무척 컸다. ‘그렇다면, 비상계단 쪽도 안심하지 못해. 아무래도 조심해야겠어.’ 범석이 곧바로 모든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56층에 동시에 도착하게 해 그녀에게 혼란을 주려는 의도였다. 띠딩. 스르륵. 엘리베이터 모두가 1층에 안착하자, 그가 문을 열고 휘하 엘프들로 하여금 56층 버튼을 누리게 했다. 그리고 가장 오른쪽 가상자리에 있는 엘레베이터에 올라타고는 55층과 56층을 동시에 눌렀다.11/16 쪽 “다들 이쪽으로 와.” 엘프들이 안으로 들어서자 밖에서 다른 엘리베이터들의 문소리가 차례로 들려왔다. 타이밍을 재던 그가 곧바로 닫힘버튼에 손을 떼었다. 서서히 바뀌기 시작하는 LED층 수 표시. 이내 빨라지더니, 50층 대까지 순식간에 카운트가 되어 버렸다. 띠딩. 털컹. 이내 열리는 문과 함께 어두운 55층 복도가 시야에 들어섰다. 그는 살펴볼 겨를 없이 문을 잽싸게 닫고 우측을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다프네가 눈치채고 비상계단 쪽을 막으면, 진입에 어려움에 따르게 된다. 될 수 있으면 빨리 56층에 오른 후, 유리한 지역을 선점할 필요가 있었다. “빨리 와. 지금 진입한다!” 비상계단을 통해 56층 입구에 도착한 범석이 문을 활짝 열고 복도로 나갔다. 그는 시야에 들어온 복도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다프네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쥐새끼 하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범석은 일단 다프네가 있다던 56층 전망 휴게실을 향해 가기로 했다. “선두는 내가 선다. 오스칼과 비너스를 후미 쪽을 확실히 마크하고 에르피나와 마틸12/16 쪽 다는 내 뒤를 따른다. 그리고 에리카는 선두와 후미가 벌어지지 않도록 확실히 확인해.” “네. 알겠어요.” 임무를 하달받은 엘프들이 각자의 자리로 가 대형을 짰다. 범석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서서히 전망 휴게실 쪽으로 향했다. 휘이잉! 휘이잉! 전망 휴계실 입구에 이를 무렵 범석은 귀가 멍해질 정도로 강한 바람을 맞이했다. 사방이 밀폐된 호텔 건물 안에서 바람이 불리가 없을 터, 그는 바로 인상을 찌푸리고는 급히 휴게실 안으로 들어갔다. “젠장 할! 놓쳤다!” 바닥을 뻥하니 뚫린 한쪽 창과 텅 빈 실내공간. 그리고 창가에 살짝 튀어나온 뾰족한 유지조각 위로는 작은 옷조각 하나가 바람결에 나풀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외벽을 타고 위층으로 이동했다고 생각한 범석이 급히 렉스터를 호출했다. “경감님. 지금 전망휴게실의 유리창이 깨져 있습니다. 혹시 아래쪽으로 유리조각이 떨어지지 않았습니까?”13/16 쪽 - 응. 조금 전에 떨어졌다. 그런데 왜? “혹시 누군가 창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까?” - 아니 라이트로 확인 중인데, 전혀 없었어. “그럴 리가요. 여기 유리창 옆에 찢어진 옷자락 같은 것이 걸려 있습니다.” 렉스터가 바로 질문을 던졌다. - 피는? 고개를 내밀어 확인해본 범석이 바로 부정을 표했다. “없는데요.” - 그럼 아니야. 옷자락에 찢길 정도인데, 상처를 입지 않을 리가 없어. 그리고 날카로운 부위에 옷이 걸리며 쭉 짖어지고 말지, 통째로 헝겊이 떨어져 나가지 않아. 설령 떨어져 나갔더라도 바닥에 떨어지고 말지, 유리창에 걸리지도 않고. 그때 위에서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범석은 급히 휘하 엘프들에게 손짓으로 조용히 하라고 명령하고는 천장을 바라봤다. 고급스러운 푸른색의 텍스가 겹자 형태로 되어 있었는데, 일부분이 보기 싫을 정도로 짙은 먼지에 지저분해진 상태였다. 고급호텔에서 근무하는 호텔리어들이 이런 흉물스러운 광경을 있을 리가 만무할 터, 뭔가 수상한 느낌이 들었다.14/16 쪽 그는 진압봉을 꽉 쥐고는 엘프들과 함께 주위를 포위했다.============================ 작품 후기 ============================ 오늘은 능력치와 현재능력, 잠재능력 간의 상관관계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능력치는 총 10가지로 되어 있는데 신체능력과 정신능력으로 나누어져 있죠. 신체 능력 : 근력, 체력, 민첩, 균형 감각 등 4가지. 정신 능력 : 사회성, 지능, 정신력 판단력, 재주, 운 등 6가지. 여기서 현재기량은 현재 개발된 모든 능력치의 합이 되고, 잠재능력은 앞으로 개발할 수는 총 능력의 합이 됩니다. 그런데 근력이나 체력등의 신체능력 스텟은 개조인간과 엘프들은 100까지 올릴 수 있지만, 평범한 인간들은 20까지밖에 올리지 못합니다. 물론 정신적인 능력은 인간이나, 엘프, 개조인간이나 100씩이 다 올라가고요. 그래서 잠재능력의 최대치는 개조인간, 엘프는 1000이 되고, 인간은 680이 됩니다. 여기서 한가지 말씀드리자면 현재능력이나 잠재능력은 나이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으며 성장과 퇴보를 반복한다는 겁니다.15/16 쪽 현실에서 나이가 들면 체력이 급속히 떨어지듯 이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정 나이가 되면 신체능력을 개발하기 무척 어려워지죠. 그러다가 어느 한계점부터는 잠재능력과 현재능력이 급속도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일반 프로팀에서 이런 엘프들을 워커옥션마켓에 판매하는 겁니다. 그리고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간혹 떨어집니다. 대표적인 예가 중증부상이나 약물복용이죠. 일정확률로 떨어지기는 하지만, 젊은 나이에도 충분히 잠재능력이 하락할 수 있습니다. 아참 한 가지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 있네요. 그 어떠한 게임에도 아이템이 빠질 수 없듯이 이 게임에도 아이템이 존재합니다. 전에 안드레아가 먹은 R-ray라는 금지약물이 그 같은 경우죠. 마찬가지로 현실의 잃은 잠재능력을 회복시키는 아이템이 있습니다. 다만, 무척 비싸다는 점이 문제인데, 아직 가격은 정하지 않았습니다. 하하하하.16/16 쪽 아참 한 가지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 있네요. 그 어떠한 게임에도 아이템이 빠질 수 없듯이 이 게임에도 아이템이 존재합니다. 전에 안드레아가 먹은 R-ray라는 금지약물이 그 같은 경우죠. 마찬가지로 현실의 잃은 잠재능력을 회복시키는 아이템이 있습니다. 다만, 무척 비싸다는 점이 문제인데, 아직 가격은 정하지 않았습니다. 하하하하.16/16 쪽 아참 한 가지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 있네요. 그 어떠한 게임에도 아이템이 빠질 수 없듯이 이 게임에도 아이템이 존재합니다. 전에 안드레아가 먹은 R-ray라는 금지약물이 그 같은 경우죠. 마찬가지로 현실의 잃은 잠재능력을 회복시키는 아이템이 있습니다. 다만, 무척 비싸다는 점이 문제인데, 아직 가격은 정하지 않았습니다. 하하하하. 아참 한 가지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 있네요. 그 어떠한 게임에도 아이템이 빠질 수 없듯이 이 게임에도 아이템이 존재합니다. 전에 안드레아가 먹은 R-ray라는 금지약물이 그 같은 경우죠. 마찬가지로 현실의 잃은 잠재능력을 회복시키는 아이템이 있습니다. 다만, 무척 비싸다는 점이 문제인데, 아직 가격은 정하지 않았습니다. 하하하하. < -- 첫 번째 이적 시즌 -- > “오스칼. 셋을 세면 천장을 부숴라.” 범석의 조용한 목소리에 오스칼에 등에 꽂고 있던 장봉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의 입을 뚫어지라 주시하며 신호를 기다렸다. “하나, 둘, 셋!”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그녀가 연약한 천장의 텍스를 장봉으로 힘껏 부숴버렸다. 쿵 하는 소리와 힘없이 허물어져 내리는 천장과 함께 은발의 여인을 붙잡고 있던 한 붉은 머리카락의 엘프 하나가 바닥에 사뿐히 착지했다. 붙잡혀 있는 인질의 모습을 확인한 범석이 이내 글로리아임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글로리아님!” 입이 막혀 있어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는 있지만, 글로리아의 표정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게다가 번데기처럼 밧줄로 칭칭 감긴 몸은 공포에 절어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손에든 진압봉을 꽉 움켜쥐고 다르네를 향해 달려들었다. “꼼짝 마! 움직이면 이 인간 여자를 죽인다!” 회1/16 쪽 다프네의 외침에 범석이 순간 멈칫거렸다. 여린 목줄기를 겨누고 있는 시퍼런 과도를 발견한 탓이다. 엘프의 본능 상 아무런 이유 없이 인간을 해치지 못한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감히 달려들 생각을 못했다. 자칫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정말 생명이 위험해질 수가 있었다. “이봐. 인질을 잡다니 치사한 것 아니야?” 그녀가 주위를 포위하는 범석의 엘프들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상관없다. 나는 이곳만 무사히 빠져나가면 된다.” 엘프가 인간에게 반말이라니……. 아무래도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생각했다. 엘프학교에서는 학생인 엘프들에게 그 어떠한 상황이라도 인간들을 깍듯이 대하라고 누누이 가르치고 있었다. “너 엘프학교 안 다녔지?” “그게 지금 상황에서 무슨 상관이지!” “뭐. 상관이야 없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지만, 범석은 표정에 우려스러움이 가득 했다. 착하고 순2/16 쪽 진한 현재의 엘프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본능도 본능 나름이지만, 엘프학교 교육이 무척 많은 영향을 끼쳤다. 즉 다프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탄과 같은 존재라는 얘기였다. “거기 가만히 있어. 한 발이라도 움직이면 이 여자의 목숨은 없어.” 다프네가 글로리아를 질질 끌고 입구 쪽으로 향했다. 지금 가진 무기는 이 작은 과도뿐이라, 여섯이나 되는 경찰 기동타격대를 제압할 수 없다고 판단 내린 탓이다. 물론 천장 쪽에 이전에 침입한 타격대로부터 빼앗은 타격봉이 있기는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꺼내기란 무리였다. 점프하는 순간 인질은 경찰들에게 넘어감은 물론, 자신은 집중적인 공격을 받게 되었다. 일단 최소한 지형적으로 유리한 입구까지는 나가야 했다. 그곳은 진입로가 좁아서 충분히 여럿을 상대할 수가 있었다. 이윽고 원하는 장소에 도착한 다프네가 글로리아가 바닥에 내려놓고는 범석을 도발했다. 구출하러 오려는 순간 제압해 무구를 빼앗아 모두를 해치워 버릴 속셈이었다. “자. 이제 와보시지. 지금이라면 충분히 인질을 구출할 수 있지 않을까?” 여유만만한 그녀의 모습에 범석이 피식하고 웃었다. 의도가 대충 무엇인지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런 어쭙지않은 수작에 당할 자신들이 아니었다. 아니 글로리아가 속박에서 풀려난 만큼 구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3/16 쪽 “우리를 너무 만만히 본 것 아니야?” “호호호. 그래? 내가 겁나서 이러는 거야? 좋아 여기 과도도 버려주지.” 다프네가 한 술 더 떠 손에든 과도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깟 칼로 경찰들의 슈트를 꿰뚫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던 탓이다. 차라리 상대가 방심하게 맨손으로 있는 편이 나았다. 아무리 슈트가 단단하다고는 하지만, 관절꺾기까지 막을 수 없었다. ‘이게 나를 아예 호구로 보네. 아무래도 버릇을 좀 고쳐놔야겠어.’ 이에 범석이 오른손을 들고는 검지와 약지를 펼쳐보았다. 오스칼과 비너스가 연합해 돌진해 들어가는 신호였다. 이내 그녀들이 방패와 진압봉을 들고 한데 뭉쳤다. “돌진해서 밀어버려!” 명령과 동시에 양쪽 방패를 세운 비너스와 그 뒤에선 오스칼이 힘껏 내달리기 시작했다. 급격히 거리를 좁혀오는 그녀들로 다프네가 사뭇 긴장했지만, 결코 뒤로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저깟 경찰 기동타격대 둘을 상대하지 못할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곧 쿵 하는 충돌소리와 함께 복도까지 퉁겨져 나뒹굴었다. 오스칼과 비너스의 힘에 여지없이 밀려버린 것이다. 벽에 등을 지탱하고 간신히 몸을 일으킨 4/16 쪽 다프네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 말도 안 돼. 내가 단지 둘에게…….” 그 사이 에르피나와 에리카, 마틸다가 측면에 붙으며 그녀를 포위했다. 이 모습을 본 범석이 옆에 떨어져 있던 과도를 들어 글로리아에게 다가갔다. 보아하니 자신이 나설 만큼 강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데리고 온 휘하 엘프 다섯이면 충분히 제압하고도 남음이 있어 보였다. 이윽고 이어지는 타격소리와 함께 다프네의 신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꺄아아악!” 퍽. 퍼퍽. 퍽. 이제 완전히 신경을 끈 범석이 글로리아를 바라봤다. 밧줄에 포박된 모습이 오묘하리만큼 끌리기는 했지만, 이내 헬멧을 치며 정신을 바로 했다. 지금은 음심을 발동할 때가 아니었다. 간신히 동요를 잠재운 그가 무릎을 굽혀 앉은 후, 밧줄에 과도의 날을 가져다 대었다. “곧 풀어 드리겠습니다.”5/16 쪽 “고,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어요. 누구 신지는 모르겠지만, 이 은혜를 잊지 않겠어요.” 강인한 힘으로 밧줄을 단번에 끊어버린 범석이 말했다. “후후. 은혜라고 말할 것까지 있겠습니까? 그저 전에 주신 도움을 작게나마 갚았을 뿐입니다.” 그 말에 글로리아가 두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 범석임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경찰 기동타격대는 엘프들의 전유물이었다. 강인한 힘과 체력으로 범인을 잡아야 하니, 엘프 만한 적합 자를 찾기란 어려웠다. 물론 개조인간들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알다시피 신체개조시술은 수천만 크랑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그만한 부자가 이런 위험하고 봉급이 적은 일을 할 리가 없으니, 절대 인간들이 낄 자리가 없었다. 거기다가 그는 남자이고 신세를 졌다는 정황을 늘어놓고 있었다. 인간 남성 중에 자신과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범석이 유일했고, 헬멧 속에서 울리는 목소리 또한 정확히 일치했다. “혹시 범석씨?”6/16 쪽 범석이 씩 웃으며 검게 음영이 드리워진 안면실드를 들어 올렸다. 정체를 드러내려는 의도가 제대로 먹혀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생명의 은인이란 명분으로 글로리아를 공략은 한 층 더 앞당길 참이었다. 물론 비밀을 새어나가서는 안 되지만, 도움을 받은 그녀가 외부에 노출 시킬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후후. 네 맞습니다.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어, 어떻게 여길……?” “훈련 중에 글로리아님께서 인질로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구하기 위해 부랴부랴 달려왔습니다. 다행히 경찰에 아는 사람도 있고 그들 또한 사정이 좋지 못한 터라, 이렇게 기동타격대로 위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절 구하기 위해 이 위험한 곳을 찾아오셨단 말인가요?”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범석이 고개를 바로 주억거렸다. 굳이 부정해, 호감도 상승을 억제할 이유가 없었다. “네. 물론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지만, 저는 글로리아님을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날 그 자태를 뵙고 한눈에 반했다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감동한 글로리아가 그의 품에 안겨왔다. 그녀는 지금껏 남자에게 이런 따듯한 배려를 받아본 역사가 없었다. 여자로 살면서 그간에 겪어온 서러움이 한순간에 녹아 내7/16 쪽 려가는 느낌이었다. “저도 마찬가지에요. 전에 첫 만남 이후, 범석씨의 모습이 한시도 뇌리 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어요.” 옷감 사이로 느껴지는 그녀의 온기에 하체가 슈트를 꿰뚫을 만큼 불끈 솟아올랐지만, 범석이 간신히 참고 몸을 일으켰다. 당장은 다프네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비록 일방적으로 밀리기는 했지만, 다섯 명이나 되는 자신의 엘프를 맞이하여 훌륭히 선전하고 있었다. 충분히 팀에 도움이 될만한 실력자라 할 수 있었다. 그때 그의 뒤에서 커다란 파괴음이 들려왔다. 쾅! 우직! “꺄아아악!” 급작스럽게 들려오는 비명에 범석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에리카가 저만치 널브러져 몸을 휘청거리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프네와 오스칼의 힘 대 힘 대결에 그의 눈을 휘둥그레 말아 올렸다. 양손을 맞잡은 오스칼의 몸이 점점 뒤로 끌리며, 밀려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오, 오스칼이 밀리다니 말도 안 돼!’8/16 쪽 다행히 비너스가 가세해 멈췄지만, 가히 믿기지 않은 힘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안 되겠다 싶은 범석이 글로리아를 바라보고는 다급히 외쳤다. “글로리아님! 저쪽 중앙 엘리베이터를 타고 밑으로 내려가십시오.” 그녀도 눈이 있던 터라, 작금의 상황을 지켜볼 수 있었다. “괘,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습니다. 우리 여섯이 모이면 그 어떤 전설적인 검투사가 와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글로리아님께서는 빨리 내려가십시오. 여기 계시면 제가 신경이 쓰여 마음 놓고 싸울 수가 없습니다.” 글로리아가 급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싸움도 못하는 자신이 이 자리에 계속 머물어봐야 도움될 것이 없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는 편이 좋았다. “알았어요. 그럼 몸조심하세요.”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 참! 그리고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도 비밀로 해주십시오. 경찰들은 물론이고 저도 큰 곤란한 사태를 당합니다.”9/16 쪽 그 정도도 모를 만큼 글로리아는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알았어요. 그럼 가볼게요.” 급히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려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본 범석이 바닥에 놓여 있던 진압봉을 잡고는 다프네를 향해 달려나갔다. “햐아앗!” 그의 일갈과 동시에 검은 빛의 진압봉이 앞으로 쭉 뻗어 나갔다. 이에 오스칼과 손을 맞잡고 있던 다프네가 급히 뒤로 물러서며 봉의 궤적에서 몸을 피했다. 그리고 급히 손을 풀고 범석에게 달려들었다. “죽어라!” 뛰어오는 그녀의 흰자위가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마치 그 모습이 성난 들소와 같아, 범석은 약간이지만 두려움에 휩싸였다. 몸을 피할 곳 없는 협소한 복도 안에서, 강인한 힘을 가진 다프네를 상대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맞대응을 포기하고 바로 스텝을 밟아 옆으로 비켜났다. 쿵!10/16 쪽 다프네가 벽에 부딪히자 마치 트럭이 들이받은 듯 지축이 크게 울렸다. 뒷걸음질을 치던 범석이 인상을 쓰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너무도 사기적인 힘에 짜증이 났던 탓이다. 자칫 저 몸통 박치기에 제대로 당하는 날이면 그 누구라도 무사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저런 대단한 엘프가 곧 자신의 휘하에 들어온다니, 한편으로는 기대도 되었다. 그가 다른 엘프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자자. 시간 없다. 경감님께서 아무리 시간을 끌어주신고는 했지만, 한도가 있다. 잽싸게 처리하고 나가자.”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오스칼을 비롯한 휘하 엘프들이 다프네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반항이 심해져 잠시 고전하기는 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평소대로만 하면 단지 한 명에게 다섯이 밀리지는 않았다. 게다가 그녀들은 하나같이 전문적인 검투사 훈련을 쌓았고, 힘은 일반 프로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다. 아무리 상대가 강하다고 해도 그녀들의 조합을 당해내지는 못했다. 곧 에르피나가 타이밍을 재더니, 눈짓으로 모두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래! 덤벼. 오늘 여기서 모두 박살을 내주겠어!”11/16 쪽 다프네가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접근하는 엘프들에게 위협을 주었다. 붉은 눈자위에서 살벌한 살기가 흘러나왔지만, 그녀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공격한 기회 엿보았다. 주인인 범석의 명령이 떨어진 이상, 설령 죽음을 당할지언정 반드시 그녀를 제압해야 했다. “지금이야! 한꺼번에 팔, 다리를 잡아!” 에르피나의 외침과 함께 그의 엘프들이 진압봉과 방패를 내려놓고 일제히 달려들었다. 오스칼은 그녀의 오른쪽 다리를, 비너스는 왼쪽 다리를, 양팔은 각각 에리카와 마틸다가 붙들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에르피나는 머리를 꽉 부여잡았다. “이거 안 놔! 빨리 놔!” 다프네가 발버둥을 치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아무리 힘이 세도 다섯의 힘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결국, 버티다 못한 그녀의 몸이 허공으로 들려 올려졌다. 이를 본 범석이 5614호실이라고 적혀 있는 한 방문을 강제로 부숴 열고는,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포근한 침대가 있는 방이 옆에 있는데, 굳이 복도에서 일을 치를 필요가 없었다. “자. 이쪽으로 들어와.”12/16 쪽 이내 그의 엘프들이 득달같이 방안으로 들어섰다. 다프네가 문틀을 부여잡으며 안간힘을 썼지만, 그대로 우직 뜯어져 나가며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이제 밥상을 차려짐을 안, 범석이 헬멧의 무전기로 렉스터를 불렀다. “경감님. 상황종료입니다. 지금 막 생포했습니다.” - 그래? 잘했다! 너라면 해낼 줄 알았다. “후후. 뭘요. 엘프 하나 생포하는 일인데요. 그런데 글로리아님은 무사히 내려가셨습니까?” - 그래 조금 전에 나왔다. 지금 경찰들의 호위 하에 인근 병원으로 가셨다. “그래요? 그럼 그쪽은 안심해도 되겠네요.” 렉스터가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열었다. - 범석아 그런데 언제까지 끝낼 수 있겠냐? “그건 왜요?” - 지금 기자들이 아주 성화다. 인질을 구출했는데 작전 성공 여부를 알려주지 않으니 관제실까지 와서 진을 치고 있다. 될 수 있으면 좀 일찍 좀 끝내주면 좋겠는데……. “으음. 얼마나 주실 수 있는데요?” - 한 10분 정도.13/16 쪽 10분이면 빠듯하기는 했지만, 못할 것도 없었다. 사실 엘프들과의 주종의식은 삽입과정을 마치는 순간 끝이 났다. 그러니 정 급하면 끊고 나와도 상관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때까지 끝을 내죠. 그럼 10분 후에 올라오십시오.” - 알았다. 그럼 그때 보자. 통신을 끊어지자 범석이 안을 들여다봤다. 이미 다프네는 휘하 엘프들에게 포박된 채 침대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즉 주종의식을 의한 모든 준비과정이 완료되었다는 뜻이었다.그는 음흉한 미소를 얼굴 가득 품고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작품 후기 ============================ 자 오늘은 스텟별 기능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사회성: 뭐랄까? 한 조직에 동화되는 능력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 수치가 낮으면 조직에서 소외당하는 경우가 생기고, 높으면 지도자 혹은 통솔자로서 높은 위력을 발휘합니다. 2. 근 력: 힘의 척도를 나타냅니다. 3. 체 력: 스테미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능력치입니다. 4. 민 첩: 달리는 속도나 공격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입니다.14/16 쪽 5. 균형감각: 어떠한 자세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능력입니다. 너무 낮으면 몸의 균형을 잃고 실수를 연발하죠. 6. 지능: 지식을 습득하거나 유지하는 데 필요한 능력의 척도입니다. 7. 정신력: 참고 인내하는 능력입니다. 모자라면, 훈련하다가도 금세 몸이 늘어져 버리죠. 8. 판단력: 어떠한 상황에서 얼마나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가의 능력입니다. 검술이 뛰어나도 이 수치가 떨어지면 상대의 검의 궤적을 잘못 판단해 당하기 십상입니다. 9. 재주: 청소나 요리등의 기술적 능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10. 운: 행운을 나타내는 척도입니다. 높으면 어떠한 위급한 상황에서도 무사히 부상을 피할 수 있고, 낮으면 길을 지나가도 돌부리에 발가락 부러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테미나입니다. 스테미너는 체력스텟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데, 아주 중요한 수치입니다. 만약 스테미너 5000의 A엘프와 10000의 B엘프가 있다고 치죠. 그런데 두 엘프가 같은 일을 하고 4000과 9000로 떨어졌습니다. 그럼 모든 체력을 제외한 근력, 민첩, 균형감각이 효율성이 퍼센트 비율로 떨어집니다. 즉 5000의 A엘프가 근력 100일 때 10%가 떨어졌으니, 90의 근력밖에 쓰지 못하는 반면, B라는 엘프는 5%밖에 떨어지지 않았으니 95의 근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정신력 스텟이 중요한 작용을 합니다. 스테미너가 떨어지는 수치를 15/16 쪽 줄여줄 뿐만이 아니라, 깎여진 스테미너의 양으로 비롯되는 페널티를 완화 시켜주죠.즉 근력 100이었던 A라는 엘프가 정신력이 100일 때, 스테미너 손상에 의한 페널티를 완화해 90이었던 근력을 다시 95로 바꿔줍니다. 그리고 B라는 엘프는 97.5로 바꿔주고요. 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스텟의 연관관계도 복잡한 내용이라 알면 머리 아픕니다. 나머지는 그냥 그려려니 보십시오. ^^;;;;; 그럼 모두들 편안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6/16 쪽 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스텟의 연관관계도 복잡한 내용이라 알면 머리 아픕니다. 나머지는 그냥 그려려니 보십시오. ^^;;;;; 그럼 모두들 편안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6/16 쪽 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스텟의 연관관계도 복잡한 내용이라 알면 머리 아픕니다. 나머지는 그냥 그려려니 보십시오. ^^;;;;; 그럼 모두들 편안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스텟의 연관관계도 복잡한 내용이라 알면 머리 아픕니다. 나머지는 그냥 그려려니 보십시오. ^^;;;;; 그럼 모두들 편안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 -- 첫 번째 이적 시즌 -- > “그럼 한번 드셔 볼까?” 헬멧을 벗어 옆에 탁자에 내려놓은 범석이 침대 위로 올라가 다프네를 깔아뭉갰다. 이미 포기를 했는지 그녀의 눈빛이 서서히 제 색깔을 찾아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왠지 크게 지쳤는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어 있었고, 온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마침 슈트 상의를 벗어내던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얼마 싸우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상관없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의 애물에게 다프네의 처녀성을 선사하는 일이었다. 마저 바지까지 벗어 버린 범석이 그녀의 몸 전체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아까는 전투를 벌이는 터라 자세히 그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역시 엘프네. 정말 예뻐.’ 홍염과도 같은 붉은 머리칼과 푸른색과 붉은빛의 오드아이. 살결은 눈송이처럼 흰 편이었고, 이목구비는 무척 부드러워 보였다. 선홍빛의 입술은 작으면서도 도톰했고, 콧날은 뾰족하리만큼 오똑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푸른 색회1/14 쪽 의 옷깃 사이로 비치는 목선 부위가 까만 것이다. 이에 그가 지체없이 다프네의 상의를 우악스러운 손으로 찢으며 서서히 나신으로 만들어갔다. “꺄아아악! 너, 너 뭐하는 거야!” 범석은 그녀의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멍하니 눈만 깜빡거렸다. 상체가 완전히 문신으로 도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운무가 가득한 하늘에서 용과 호랑이가 싸우는 모습이었는데, 너무도 정교하게 그려져 실제 사진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양 어깨선과 골반 밑부분은 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쌍놈의 지하투기장 새끼들! 엘프 몸이 도화지냐! 하지만……. 나쁘지는 않네.’ 그가 입안에 고인 군침을 꿀꺽 삼켰다. 강인하고 도도한 모습에 이런 문신까지 새겨져 있으니, 색감이 진하게 동했던 탓이다. 이런 엘프도 하나쯤 갖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 범석의 눈에 어느새 호감이 진하게 새겨져 갔다. ‘후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야꾸자 엘프 얻은 셈 치지 뭐. 후후.’ 그는 본격적인 공략에 다프네의 정보창을 열어보았다. 앞으로 자신의 팀에서 뛸 검투사이니, 능력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2/14 쪽 이름 : 다프네.구분 : 엘프(9년).소속 : 없음.명성 : 1288.악명 : 3542.H유무 : 무.스테미나 : 4522/9400.사회성 : 66, 근력 : 87+10, 체력 : 84+10.민첩 : 87+10, 균형감각 : 98+10, 지능 : 78.정신력 : 82. 판단력 : 85, 재주 : 49.운 : 96.현재기량/잠재능력 : 812/988.특성 : 투지의 광전사.특이사항 : 과거 지하 투기장의 무투사였음. 엘프 교화소와 1년 간 갇혀 지내다가, 외부로 팔렸음. 주인이 될 자를 폭행해 제압하고 탈주 중임.3/14 쪽 ‘뭐야. 어째서 이런 얘가 오스칼을 힘으로 밀어붙인 거지?’그녀의 순수한 신체적인 능력치 수준은 센트롤리그 주전급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물 론 특성 탓인지 모든 신체능력이 +10이 되었지만, 여전히 오스칼보다는 한 단계 떨어지는 능력이었다. 아까와 같은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는 혹시나 싶어 다프네의 특성정보를 살펴봤다. ‘오라. 이거였군.’ 그녀의 특성은 ‘투지의 광전사’로, 평소에는 모든 신체능력을 +10을 시켜주는 기능이 있었다. 이점까지만 봤을 때는 오스칼과 동일한 특징을 보이고 있지만, 한 가지 발동 옵션이 더 달렸다는 점이 특이했다. 바로 하루에 한 번 10분간 모든 정신능력을 -10을 시키는 대신 근력과 균형감각을 +30을 시켜주는 엽기적인 기능이었다. 다만, 한 가지 커다란 페널티가 상존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발동종료 후, 남은 스테미너 중 정확히 절반을 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당 경기를 출전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회복을 위해서는 보름가량 휴식을 줘야만 했다. ‘그래도 나쁘지 않아. 정말 이겨야 할 중요한 경기 마지막 라운드에서 사용하면 큰 도움이 돼.’4/14 쪽 평소에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될 옵션이었지만, 승격이 결정되거나 강등이 결정되는 경기 마지막 라운드에서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되었다. 운명을 건 시합이기에, 검투사 하나를 보름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큰 대수가 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검투사 전력이 탄탄해지면, 한 명 정도 빠진다고 해도 별 상관이 없으니 자주 써먹어도 무리가 없었다. ‘뭐, 뭐야! 잠재능력이 988이나 돼!’ 보면 볼수록 다프네는 능력은 대단해 보였다. 자신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본 그 어떠한 엘프보다 잠재능력이 뛰어났다. 게다가 현재기량도 812나 돼, 검술실력만 어느 정도 보장된다면 당장에도 엄청난 경기력을 보일 터였다. 그녀가 얻는다면 갓즈나이츠는 막강 선봉진을 구축하게 되었다. 오스칼과 그녀, 그리고 자신이 합류한 선봉은 센트럴리그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수준이었다. ‘반, 반드시 내가 가져야 한다. 그럼 갓즈나이츠의 장래는 밝아.’ 그는 황급히 창을 닫고 다프네를 가랑지 아래로 깔아뭉갰다. 심하게 요동치며 반항을 했지만, 다른 엘프들의 꽉 붙잡혀 있었고, 스테미너가 반 넘게 까인 터라 그를 떨어뜨리지는 못하고 있다.5/14 쪽 “제, 제발 하지 마!” 그녀의 사정에도 범석의 손길은 거침없었다. 바로 하체를 덮고 있던 바지를 쭉쭉 찢어발기며, 완전한 나신으로 만들고 있었다.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붉은 음모 속의 작은 균열. 그는 검지와 중지로 음순을 젖히고는 실핏줄이 얼기설기 엉켜 있는 핑크빛의 꽃봉오리를 드러내도록 했다. “호오. 우리 다프네. 아래쪽은 더 예쁘네.” “정겹게 부르지 마! 이 치사한 자식아! 빨리 저리 비켜!” 입가에 흐르는 침을 손매로 닦아낸 범석이 바로 어쭙지않은 변을 늘어놓았다. “어쩔 수 없다. 내가 주인이 되지 않는 한, 너는 죽는다. 원래 경찰들이 너를 죽이려고 하는 것을 내가 간신히 뜯어말렸다고.” 비록 창조된 생명체이기는 하나, 생명을 가진 이상 목숨이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거부의 몸짓을 보였다. 지하 투기장 조직원들이 자신에게 세뇌시키듯 전해준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엘프는 인간과 교접하면, 자유의지를 잃고 결국에는 평생 노예로 살아가야 한다는 얘기였다. 프라이드로 관철된 무투사 인생에서 그런 굴욕적인 삶은 절대 거부하고 싶었다. 그래서 전에 주6/14 쪽 인의식을 치를 기회가 있었음에도, 주인 될 자를 반쯤 죽여놓고 탈출을 감행했다.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고 말겠어! 어서 죽여!” 당연히 그럴 수가 없던 범석이 곧바로 애물을 부여잡고는 작게 피어 있는 다프네의 균열에 그 끝머리를 겨냥했다. 마구 반항을 하는 바람에 진입은 쉽지 않았지만,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정확히 끼어맞추고는 허리에 힘을 넣을 수 있었다. “자. 이제 시작이다.” 천천히 전진하자 맞닿은 상당한 저항. 그녀가 음부를 꽉 움츠리며 범석의 진입을 철저히 막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던 그가 우격다짐으로 애물을 쑤셔 넣으며 여린 살결의 장막을 쭉 늘려나갔다. 이제 이 장해물만을 넘어서면 다프네는 자신의 노예가 되었다. “제발! 하지 마! 아윽!” 길게 터져 나오는 비명과 함께, 교접면 사이로 붉은빛의 액체가 맺히기 시작했다. 탄성의 한계점까지 이른 다프네의 처녀성이 여지없이 찢겨 나간 것이다. 이와 동시에 범석이 몸이 크게 일렁거렸다. 갑자기 음부의 조임이 사라지자, 잔뜩 힘을 넣었던 애물이 푹 꺼지는 소리와 함께 뿌리 끝까지 침입해 들어간 것이다.7/14 쪽 그 의미를 모를 리가 없던 범석이 그녀의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역시 엘프군. 주인의식이 끝나자마자 바로 몸을 순순히 내어주네.’ 다프네의 푸르렀던 한쪽 눈이 서서히 붉은빛으로 변화해 가고 있었다. 이제까지의 격렬한 저항은 어디로 갔는지, 신랑의 품에 안긴 새색시 마냥 얌전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본능으로 말미암았는지 투명한 물방울이 눈에 서서히 맺히기 시작했다. ‘내, 내가 도대체 왜 이러지.’ 그녀는 마음속으로 이는 심경의 변화에 당혹해했다. 범석의 애물이 관통된 음부로부터 시작한 야릿한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와 뇌리에 커다란 충격을 선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하늘로 붕 뜨는 느낌으로, 전에 조직원과 들었던 주인의식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다프네는 엘프배양소에서 탄생 된 직후, 엘프학교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지하투기장 조직원에게 판매되었다. 어차피 한 번 쓰고 버려질 1회용 지하 무투사에게 큰돈을 들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3년간의 학교교육을 받은 엘프보다는, 엘프배양소 직원을 매수해 불법적으로 구매하는 편이 싸게 먹혔다. 하지만, 경기에 투입하자 얘기하자 얘기가 달라졌다.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그녀가 당시 나름 인지도가 있는 무투사를 처참하게 깨버린 것이다. 당연지사 지하 투기장 조직은 그녀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되었고, 전문적인 훈련을 시켜 진정한 무투사8/14 쪽 로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도 엘프라는 점이었다. 분명히 주인을 무척 그리워할 테니, 이대로 놔두다가는 많은 반발이 있으리라 예상되었다. 지하 투기장들끼리도 무투사를 고가에 사고팔기에, 주인 없는 엘프를 무척 선호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엘프학교를 거치지 않아 인간주인과 엘프와의 상관관계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다른 엘프들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원하는 정보만을 심어주면 간단히 해결되었다. 결국, 지하 투기장 조직원들은 의도된 왜곡교육으로 다프네에게 인간주인에 대한 혐호감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푹퍽. 푹퍽. 푹퍽. 이윽고 시작되는 범석의 허리놀림에 그녀는 뭔가 지금의 지식이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징그러워할 하체에서 노니는 애물의 느낌이 그리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다프네는 가슴속에 솟구쳐오르는 감격을 도저히 추스르지 못하고 마음의 동요를 일으켰다. “아아. 주, 주인님…….” 미묘한 각도로 애물을 출입시키던 범석이 살며시 한쪽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 이제 그녀가 자신의 엘프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흡족할 수밖에 없었다.9/14 쪽 “다프네. 이제 나에게 순종할 마음이 생겼어?” “네…….” 범석의 눈짓을 받은 다른 엘프들이 손을 놓고 뒤로 물러섰다. 주인의 즐거운 행위를 방해 놓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 순간, 자유의 몸이 된 다프네가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그의 품에 안겨왔다. 도저히 지금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탓이다. 그녀는 스스로 허리를 흔들며 촉촉이 젖어 있는 살단지로 범석의 애물에 자극을 넣기 시작했다. 푹퍽푹퍽. 푹퍽푹퍽. 서로의 교접면에 격렬한 마찰로 인한 핏빛의 포말이 일고 있었다. 둥그스름한 형태의 그녀의 우유빛 두 가슴은 출렁거리며 범석의 코끝을 연방 스쳐지나 다녔다. 천연의 붉은색 머리카락은 거친 형태로 하늘 위를 수놓았고, 내부를 후비는 애물은 한계까지 파고들며 빠져나오기를 계속 반복했다. 그는 여전히 흘러나오는 짙은 선홍빛의 액체를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지었다. “다프네. 아프지 않아?” 어느새 상위 자세로 행위를 이어가는 다프네가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약간 따끔거10/14 쪽 리기는 했지만, 이 정도의 느낌을 아픔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지하투기장에서는 이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결투를 벌여나가야 했다. “아앙!! 아아!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아!!” 중이 고기맛을 알면 절간에 빈대도 남아나지 않는 옛말처럼 그녀는 요염한 눈빛으로 지금의 행위를 탐닉해나가고 있었다. 마치 교태를 부리는 발정난 암캐의 몸짓이랄까? 하등 나쁠 것이 없던 범석은 행위를 멈추었다. 다프네가 스스로 움직여 애물에 자극을 선사하고 있으니, 자신이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푹푹퍽퍽. 푹퍽푹퍽. 여유가 생긴 그가 문신이 새겨져 있는 다프네의 두 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피부의 느낌과 함께 전해져는 오는 촉촉한 땀방울이 손아귀를 착 들러붙게 하고 있었다. 범석은 엄지로 핑크빛 유실을 문지르며 탄력감 넘치는 풍만한 살결을 움켜쥐었다. ‘호오. 대단한데. 장난이 아니야.’ 물컹거리는 그녀의 속살이 애물을 녹여 내리려는 듯 착 휘어 감쌌고, 빙글빙글 돌리며 진행되는 허리에는 기교가 넘쳐났다. 출입과 함께 뻐금거리는 음부에는 짙은 색11/14 쪽 채의 핏물과 함께 끊임없이 애정의 액체가 흘러나왔고, 그 안에서 퍼져나오는 음탕한 육음은 실내 전체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파르르 떨리는 짜릿한 경련. 본능에 휩싸인 다프네는 맛이 간 창녀처럼 그를 갈구하고 또 갈구하고 있었다. “아앙!! 아아!! 하응 아아!! 어, 어떻게 이런 느낌이……. 아앙!!” 범석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서서히 풀려가고 있었다. 온몸을 휘감아 들어오는 쾌감과 감동에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다. 어느덧 다프네의 율동은 더욱 과감해지며 더욱 격렬한 행위를 이어지고 있었다. ‘으윽. 이런……. 벌써 시간이…….’ 문뜩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바라본 범석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렉스터와 약속한 10분이 거의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창 열기에 휩싸인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그만둬야 할 때였다. 경찰이 침입했을 때, 다프네는 죽은 척을 하고 있어야 했다. 그는 억지로 애물에 자극을 주어 분출의 욕구를 이끌어내었다. 그래도 첫날밤인데 마침표는 찍어줘야 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드는 그녀의 마찰력에 용이하게 느낌을 뇌리 속에 전달할 수 있었다. 그는 곧 애물 속에 응축되어 있던 뜨거운 밀액을 사정없이 뿌려댔다.12/14 쪽 “다프네. 이제 끝내야 할 때다. 지금, 시간이 없다.” 하체로 따듯한 물결이 일고 있지만, 그녀는 계속 허리를 흔들었댔다. 주인의 온기를 좀 더 만끽하고 싶은 엘프 본능의 발로였다. “아아!! 제발 주인님. 전 계속 주인님 품속에 안기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 준비를 하지 않으면, 영영 너와 나는 헤어지는 경우가 생길 수가 있다.” 순간 다프네가 율동을 멈추고, 그를 쳐다봤다. 이미 주인의식을 치른 엘프에게 있어, 주인과의 영원한 이별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 그게 무슨 얘기인가요? 왜 제가 주인님과 헤어져요.” “이번 인질 사태로 너는 안락사로 결정되었다. 아무리 엘프가 인간에 가까운 존재라고 해도 인간을 해치려는 행동은 사회에서 용납하지 못한다.” “하지만, 전 그녀를 죽일 의도 없었어요?” “증명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내 말대로 하면 넌 산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내 옆에 있게 될 것이고.” “어, 어떻게요?” “경찰들이 들어왔을 때. 일단 죽을 척을 해라. 그럼 언론지상에는 너는 작전 수행 중 죽게 된 것으로 되고, 새로운 신분으로 나를 모시게 된다.”13/14 쪽 그렇게만 된다면 다프네로서는 바랄 바가 없었다. “알았어요. 주인님 말대로 따를게요.” “후후. 그래. 그럼 경찰들이 올라오기 전에 얼른 준비하자.” 이윽고 애물을 뽑아낸 범석이 침대 시트로 그녀의 음부 사이로 흘러나오는 혼탁한 핑크빛 액체를 닦아내었다. 그리고 옷장 속에 있는 옷가지들을 꺼내 그녀에게 입혀 주었다. 자신이 소유한 엘프의 나신을 경찰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곧 다프네를 엘리베이터 앞에 눕힌 후, 올라올 경찰들을 기다렸다.============================ 작품 후기 ============================ 오늘은 화폐인 크랑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몇몇 독자분들께서는 대략 짐작한 것으로 생각는데, 1화에서 잠시 커피자판기 이벤트로 크랑에 대한 가치를 언급했습니다. 괜히 설명으로 1크랑은 얼마다 언급하기가 좀 추잡해 보여서요. 하하하하. 워낙 다른 소설에도 많이 쓰인듯 보였고요. 이 게임 내에서 1크랑의 가치는 현실에서 80~120원 사이입니다. 이 점 참조해 주시고요. 오늘 모두 편안한 하루 보내십시오. 그럼 전 내일 같은 시간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14/14 쪽 트로 크랑에 대한 가치를 언급했습니다. 괜히 설명으로 1크랑은 얼마다 언급하기가 좀 추잡해 보여서요. 하하하하. 워낙 다른 소설에도 많이 쓰인듯 보였고요. 이 게임 내에서 1크랑의 가치는 현실에서 80~120원 사이입니다. 이 점 참조해 주시고요. 오늘 모두 편안한 하루 보내십시오. 그럼 전 내일 같은 시간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14/14 쪽 < -- 첫 번째 이적 시즌 -- > 레인보우호텔의 인질사건은 에이번드지역 내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극렬 여성단체 일원 중 하나인 글로리아가 인질로 잡히고, 엘프 애호가들이 보는 앞에서 강력 범죄를 일으키는 엘프가 사살되는 사건이 일어났으니 조용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 이슈는 생각만큼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엘프 애호가들이 슬그머니 발을 빼버렸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강력범죄를 일으킨 엘프는 안락사시키게 되어 있었고, 경찰은 그녀를 생포하려다 20여 명 가까이 부상당한 상태였다. 이런 중대 사태에 보호해야 할 엘프가 죽음을 당하고 없으니, 명분에서 달리는 엘프 애호론자로서는 굳이 쟁점화시켜 문제를 크게 만들 필요가 없었다. 또 여기에 엘프가 인질사건을 일으켰다는 사실이 세간에 널리 퍼져봤자 좋을 일이 하등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 덕분에 렉스터는 쉽사리 서류를 위조해 범석에게 다프네를 인도할 수 있었다. “다프, 아니 라피네. 안녕.” 범석의 음성에 얼굴에 붕대를 둘둘 감고 있던 한 붉은색 단발머리의 엘프가 의료실 침상에서 벌떡 일어섰다. “주인님! 오셨어요.” 범석은 귀를 팔딱거리며 간절한 눈빛을 짓는 라피네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여줬다.회1/12 쪽 “어때. 의료실은 지낼만해?” “네. 편해요. 수잔님도 잘해 주시고요.” 침대 위에 걸터앉은 그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오 그래? 그런데 필요한 것이나 먹고 싶은 것은 없어?” 그녀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댔다. 범석만 옆에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없어요. 전 주인님 곁에만 있으면 돼요.” “후후. 이럴 때는 솔직히 말하는 거다. 그래야 나도 기분 좋게 네게 선물도 하고 그러지. 빨리 말해봐.” 라피네가 꼼지락거리더니 서서히 입을 열었다. “그럼. 쌍검이 가지고 싶어요. 두께는 반 뼘 정도 되고, 검신 길이는 1미터 50 정도 되는 검으로요.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제품이니, 쉽게 구입하실 수 있으실 것이에요.” “왜? 훈련이라도 하게?” “네. 빨리 주인님을 위해 검을 휘두르고 싶어요.”2/12 쪽 그때 뒤에서 카랑카랑한 수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돼! 지금 함부로 움직이면 얼굴이 흉 질 수 있어. 당분간은 훈련 금지야.” 그녀가 뒤로 다가오는 모습을 본 범석이 양손을 벌린 채 어깨를 으쓱거렸다. 팀 탁터의 소견이 이러니 이사장인 그도 어쩔 수가 없었다. “후후. 검을 사줄 수 있지만, 당장에 훈련은 불가능하겠다.” “하, 하지만…….” 수잔이 원형의 의자를 침대 옆으로 가져와 긴 한숨을 쉬었다. “휴~ 라피네. 인간 남성들은 예쁜 여인들을 좋아한단다. 그런데 훈련을 하다가 얼굴에 문제라도 생겨봐. 당장에 주인이 범석님이 싫어하실걸. 그러니 잠자코 내 말대로 해.” 라피네가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로서 주인에게 예쁨을 받고자 하는 욕구는 창조로부터 비롯된 본능이었다. “네. 알았어요. 수잔님 말씀대로 할게요.”3/12 쪽 흡족한 미소를 지은 수잔이 이번에는 그를 쳐다봤다. “범석님도 이리 아시고. 절대로 라피네를 무리하게 해서는 안 돼요. 알았죠?” “예. 알겠습니다.” 그녀가 라피네의 환자복 사이로 살짝 드러난 검은색 문양을 보더니 다시금 말했다. “그런데 범석님. 라피네는 어디서 데려온 아이인가요? 왜 상체에 저런 문신이 새겨져 있는 것이죠?” 범석이 움찔했다. 라피네의 진정한 정체는 얼마 전 레인보우 호텔에서 글로리아를 인질 삼아 경찰과 대치했었던 다프네였다. 그렇기에 당연히 외부에 정체가 알려져서는 안 됐고, 성형수술을 통해 외모를 바꾸게 되었다. 하지만, 이도 안심이 안 되었던지 명성치가 대폭 깎임에도 불과하고, 이름까지 바꿔 라피네라 부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조심하고 있는 마당에, 아직 자신의 여인이 아닌 수잔에게 그녀의 과거를 솔직히 말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렉스터가 꾸며준 내용대로 읊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엘프시장에서 사온 아이입니다. 나이가 먹도록 안 팔려서, 안쓰러워서 사왔죠.” “엘프 시장에서 사온 아이의 몸에 저런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는 말인가요?”4/12 쪽 “네. 전에 한 구매자가 사갔다가 저렇게 만들고 반품했다더군요. 그래서 9살이 되도록 팔리지가 않았습니다.” 하긴 저런 문신이 그려진 엘프가 팔릴 리가 없었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어느 엘프시장에서 구매하셨어요?” “글쎄요. 장사가 안돼 폐점하는 한 엘프시장에서 사왔는데요. 신경을 쓰지 않아서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왜 알아다 드릴까요?” 수잔이 바로 손사래를 쳤다. 그저 사소한 호기심에 시작된 질문에 그런 수고까지 끼치게 할 수는 없었다. “아니에요. 그럴 필요까지 있나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말이데요.” 그녀가 얼버무리자, 범석이 바로 다른 화두를 꺼내 들었다. 라피네의 얘기를 오래 끌고 가봐야 좋을 것이 없었다. “그나저나 비올렛에 대한 메디컬 테스트 준비는 잘 되어 가십니까? 아마도 얼마 안 있어 도착할 텐데요.” 비올렛이라면 이번에 갓즈나이츠에서 새로 영입해오는 전도유망한 기대주였다. 제5/12 쪽 법 명성도 높은데다가, 팬들의 기대치도 높아 영입만 된다면 팀에 상당한 도움을 주게 되었다. 리그경기에서도 제법 쓸모 있고, 팀 엠블럼 제품 판매에 많은 기어를 하리라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네. 저희 쪽은 잘되어 가고 있어요. 아니 준비할 일도 별로 없죠. MRI 전신 진단기에 눕히고 한 번 스캔하면 되니까요. 그럼 세균성, 바이러스성 질환을 제외한 신체적 이상 유무를 자동으로 다 알려줘요.” 검투사의 건강상태 유무를 잠시간의 장비운용으로 모두 파악하니 참 편한 세상이었다. 정말 저번에 무리해서 고가의 의료장비를 갖추기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검투사의 건강 유무도 쉽게 체크할 수 있고, 라피네의 성형수술도 남모르게 할 수 있었다. “그렇군요. 참 편리한 기계군요. 그런데 의료실에 더 필요한 장비 없습니까? 가격만 맞는다면 구매해 드리겠습니다.” “글쎄요. 웬만한 장비들은 모두 갖춰져서 특별히 필요한 것은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제안할 점이 있기는 있는데요…….” “제안요? 뭡니까?” “사실 장비들이 워낙 놀고 있으니, 이 점이 좀 안타까워요. 꼭 필요하기는 하지만, 자주 사용되는 물건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전자장비라 너무 사용하지 않으면 쉽게 고장 나고요. 그래서 다른 용도로 활용했으면 해서요.”6/12 쪽 하긴 그랬다. MRI 전신 진단기는 경기 후 검투사단 전원이 스캔 받는 2시간 이외에는 사용될 일이 거의 없었고, 로봇팔 시술대는 라피네의 성형수술 외에는 계속 작동을 멈춘 상태였다. “어느 용도로 말입니까?” “예. 서비스 차원에서 팬들 소유의 엘프들에게 무료검진을 해주는 것이에요.” 가당치도 않은지 범석이 손을 흔들며 난색을 보였다. 뜻은 가상하지만, 만약 그랬다가는 난감한 사태를 맞이할 가능성이 아주 컸다. “그건 안 되겠습니다. 수잔씨도 알다시피 일반 치료센터의 엘프 검진비는 가계에 부담될 만큼 비쌉니다. 만약 저희가 무료검진을 시행한다면 너도나도 팬이라고 자처한 다음 훈련 캠프로 찾아올 겁니다. 그렇다면 의료실은 금세 북새통이 되고 저희 검투사들이 치료받을 시간이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네. 그럴 것이에요. 하지만, 시즌권에 1회 검진권 한 장을 덧붙이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저희 지역 아마추어 검투팀에게 몇 장씩 나눠주고요.” 그가 관심이 가는 듯 수잔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이거 제법 남는 장사라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1년 시즌권의 가격은 1800크랑. 일반 치료센터의 검진비용이 그 이상으로 드는 것을 봤을 때, 팬이 아니더라도 진료를 받기 위해 시즌권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7/12 쪽 나올 터였다. 그러다 보면 수중에 경기를 구경을 올 테고, 자연스레 팬층은 두터워질 터였다. 다만, 문제라면 팬들이 늘어나게 되면 지금의 시설과 인력으로는 대처할 수 없고, 일반 팬들이 훈련캠프에 들락날락 거리면 훈련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만, 좀 무리가 따르겠습니다. 지금이야 모르겠지만, 팬들의 수가 많아지면 수잔씨와 엘프간호사 한 명 가지고는 모자랄 겁니다. 그리고 솔직히 검진만 가지고는 로봇팔 시술대로 사용될 일이 없을 것 아닙니까?” “그 문제는 범석님께서 새로운 사업으로 진출할 의향이 있으시다면 충분히 해결돼요.” “새로운 사업이라니요? 무슨 사업요?” 그러자 수잔이 바로 자신이 계획한 바를 늘어놓았다. 바로 스포츠 의료사업 분야에 대해서였다. 엘프를 활용한 프로 스포츠가 활성화되며, 신체능력이 탁월한 엘프들의 몸값은 기하급수적으로 비싸졌다. 한 예로 월드리그 최고 검투사의 몸값이 70억 크랑을 호가하는 점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프로팀들은 이 소중한 자산을 지키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마다하지 않았고,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 전문 의료법인이 성행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그녀는 의료 인력을 확충하고 전문적인 의료법인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스포츠 의료 사업에 뛰어들고자 원하고 있었다. 만약 이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게 된다면, 큰돈을 벌 수 있을뿐더러, 갓즈나이츠팀의 검투사들8/12 쪽 이 안심하고 진료받는 환경이 조성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범석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뭔 놈의 여자가 배포가 이리 큰지, 무슨 얘기만 나오면 거창하게 돈 들어갈 구석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말이 좋아서 의료법인이지, 거대전문치료센터를 세우고 의료인력을 충원하는 일이 한두 푼 들어갈 사업이 아님은, 의료분야의 문외한이라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자, 잠깐만요. 너무 앞서 가시는 것 아닙니까? 이런 사업을 펼치려면 돈도 돈이지만, 전문화된 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대체 뭘 믿고 이런 사업을 추진하시려는지 제가 통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먼저 작게 치료센터를 지어 저희 팬들의 엘프와 에이번드 지역 내에 있는 아마추어 엘프검투사들을 대상으로 시작하자는 것이에요. 그들은 낡은 장비를 착용하고 안전시설이 미비한 훈련장에서 연습하다가 크게 다치는 경우가 많아요. 게다가 진료비도 없기에 일반 치료센터에서 보통의 치료를 받거나, 자연치유력에 맡겨 성장잠재성을 깎아 먹는 경우가 허다하고요. 당연히 숙련되지는 않지만, 일반 치료센터보다 진료서비스가 좋고 가격까지 저렴한 저희 치료센터를 찾아오지 않겠어요? 그러다 보면 노하우가 쌓이게 되고 입소문을 타며 인지도가 쌓이겠죠.” 범석이 약간이지만 긍정적인 신호를 외부로 드러냈다. 비록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겠지만, 팬 서비스차원에서 또 지역 검투계에 기여 하는 차원에서 시행한다면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게다가 팬들의 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고, 치료를 병행하게 되니 적게나마 수입이 예상되었다. 당연히 전혀 나쁘다고만 치부할 수만은 없9/12 쪽 었다. 그리고 인지도가 쌓이면 훗날 많은 스포츠클럽을 상대로 큰돈을 벌 수 있었다. “필요로 하는 장비와 인력은요?” “1년에 몇 명을 예상하시는데요?” “한 4만 명 정도로 상정해 주십시오.” “그럼 일단 인원은 지금 의료실 인력을 포함해서 6명의 의사와 12명 가량의 엘프간호사가 필요해요. 그리고 진료실 6곳과 수술실 둘, 8인 입원실 6곳도 있어야 하고요. 또 MRI진단기 두 대와 로봇팔 시술대에 부수적인 진단장비가 더 필요해요.” 범석이 곰곰이 고민해봤다. 많은 사람이 오고 갈 테니 일단 치료센터는 훈련캠프 외부에 짓는 편이 좋았다. 이에 시청에서 인근의 땅을 구매하고 3층짜리 건물을 새로 지어야 했다. 이뿐만 아니라 새롭게 의료장비까지 추가 구매해야 하니, 모두 합치면 초기비용만 대략 4,500만 크랑이 소요될 것이라 예상되었다. 그리고 추가되는 의료인력으로 발생하는 한 해 인건비가 500만 크랑정도 되었다. 올해만 근 5,000만 크랑이 드는 엄청난 사업으로 범석으로서는 크게 부담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이 의료 팬서비스사업으로 시즌권이 2만 매가 더 팔려나간다면? 그럼 갓즈나이츠 팀은 매해 3,600만 크랑의 수입이 추가로 발생 되었다. 여기에 환자들은 시즌권을 구매했으니 경기장으로 구경 올 테고, 분위기에 휩싸여 팀 엘블럼 제품에도 눈길을 돌릴 터였다. ‘이거 잘만 하면 초기 투자비용을 일 년 안에 뽑을 수 있겠는데. 나쁘지만은 않아.’10/12 쪽 홍보만 잘되면 절대 손해 볼 사업이 아니었다. 자신 같아도 비싼 일반 치료센터를 찾아가기보다는, 시즌권을 구매해 더욱 좋은 시설에서 싸게 치료를 받고 싶을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지역 의료계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이었다. 자신들 밥그릇이 줄어드는 데 그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무시해도 별 상관이 없을 듯 보였다. 이 사업의 표면적인 명분은 시즌권을 구입한 팬에게 서비스하는 차원이고, 또 지역 아마추어스포츠팀을 위한 사회 기여차원에서 벌이는 일이기도 했다. 즉 일반환자는 거의 받지 않으니, 지역의료계에서 반발할 명분이 미약하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솔직히 이곳 세상의 엘프 치료센터의 진료비용은 너무 비쌌다. 단지 MRI 전신 스캔 한 번 받고 의사의 말 몇 마디를 듣는 것만으로 수천 크랑을 지불해야 하니, 일반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의료계의 눈치를 살피기 위해 자신이 이 좋은 사업을 미적거릴 이유가 없었다. 결정을 내린 범석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한 번 추진해 보겠습니다. 수잔씨께서는 이에 제반사항에 대해서 좀 더 알아봐 주시고, 보고를 올려 주십시오.” 수잔이 활기차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냥 마음속에 담아놓고만 있던 계획이 실제로 실천되다니, 꿈만 같았기 때문이다. 11/12 쪽 “네. 알겠어요. 확실히 세세히 조사한 후 보고 드리겠어요.” 시계를 확인한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비올렛이 올 때가 되었기에 이만 훈련장으로 나가봐야 했다. “그럼 전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비올렛이 올 때가 다되어서요.” “아. 그렇군요? 그럼 가보세요. 저도 메디칼 테스트를 진행할 준비를 하고 기다릴게요.” 고개를 주억거린 범석이 라피네에게 손을 흔들고 의료실 문을 나섰다.============================ 작품 후기 ============================ 이제 추석 시즌이 다가왔습니다. 아무래도 조카들의 본격적인 침략이 예상됩니다. ㅠㅠ. 용돈도 용돈이지만, 이 자식들이 게임하자고 삼촌인 저를 방에서 쫓아내곤 합니다. 줘 팰 수도 없고, 일단 하루치 정도는 비축분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추석 맞이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니다. ^^12/12 쪽 요.” 고개를 주억거린 범석이 라피네에게 손을 흔들고 의료실 문을 나섰다.요.” 고개를 주억거린 범석이 라피네에게 손을 흔들고 의료실 문을 나섰다. 고개를 주억거린 범석이 라피네에게 손을 흔들고 의료실 문을 나섰다. < -- 첫 번째 이적 시즌 -- > 갓즈나이츠 훈련캠프 상공 위. 날렵하게 생긴 소형 플라잉 카 한대가 공중을 회전하며 주차장에 안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라임색 머리칼을 한 엘프와 정장을 차려입은 한 30대의 사내가 앉아 있었다. 어느덧 주차장 위로 자리를 잡은 플라잉 카가 서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자자. 비올렛 다 왔다. 여기가 바로 갓즈나이츠 훈련캠프다.” 비올렛의 안색은 파리하게 질려 있었다. 머릿속은 복잡한지 사내의 말에도 대답할 생각도 못했고, 잔뜩 긴장했는지 몸은 살며시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도 그런 것이 오늘 테스트가 자신의 인생에서 무척 중요한 날이기 때문이다. 갓즈나이츠의 영입제의. 트레이드 담당자가 처음 언급했을 때는, 아예 콧방귀도 끼지 않았다. 비록 8세 이하 팀에 소속되어 있지만, 갓 에어리어리그에 올라온 신생팀에 이적할 만큼 그녀의 자존심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의가 있자마자 바로 손사래를 치며 거부하고는 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잠시 침대에 누워 눈을 붙일 찰라, 뭔가 께름칙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갓즈나이츠팀이라는 이름을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 탓이다. 그런 신생팀의 이름을 자신이 들어볼 리가 없는데, 이름이 흐릿하게나마 떠오르니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옆 방에 기거하는 아는 엘프언니에게 혹시 들어본 적 있느냐고 질문을 던졌다.회1/14 쪽 ‘아. 전에 TV에서 나왔잖아. 검투계 세계 5대 유망주 중의 한 명이 그 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이 말을 듣고 잠시 곱씹어 보던 비올렛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도 WBS방송사의 그 프로를 본 기억이 났던 것이다. 당시 그녀는 그 방송을 보며 무척 불만을 표시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성장성이 훌륭하다고 칭찬을 한창 받던 시기이라, 자신도 저 프로에 출연해 유명세를 탔어야 옳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모두가 와이드리그로 강등되어 떨어진 팀으로 자신이 손해를 봤다고 방송을 보는 내내 투덜거렸고, 주변에서 같이 TV를 시청하던 다른 엘프검투사들에게 눈총을 샀다. 그러던 중 한 개조인간 사내가 나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나왔다. 처음에는 갓 에어리어 리그에 올라온 신생프로팀의 검투사라 어이없는 표정으로 봤지만, 그 뒤로 나온 두 명의 월드리그 후보 검투사와 2군 출신 검투사를 동시에 해치우는 장면을 보고는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아무리 자만심에 차있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저런 활약을 할 수 있다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더욱 놀라운 사건은 그다음이었다. 바로 그가 소속되어 있는 갓즈나이츠팀은 절대 주인 없는 엘프를 팀에 두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이에 자신은 물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주인 없는 엘프검투사들은 방송이 끝날 때까지 입을 다문 채, 그 방송을 또다시 리플레이하고 또 리플레이하면 지켜봤다. 그만큼 갓즈나이츠 팀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2/14 쪽 그런데 그 팀에서 온 제의를 자존심을 세우느라 거절하고 말았다. 비올렛의 입장에서 천추에 남을 실수가 아닐 수 없었다. 그녀는 계단에서 구를 정도로 급히 사무실로 달려갔고, 극구 가겠다고 간절히 부탁했다. 다행히도 트레이드 담당자가 거절의사를 보내지 않아, 오늘 이 자리로 찾아올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발목이야.’ 비올렛이 살며시 눈을 내리깔며 왼쪽 발목을 바라봤다. 당시 서두르다가 계단을 구른 것이 탈이 난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타박상이려니 했지만, 점점 부어오른 것이 심상치 않았다. 그래서 의료실의 지인에게 몰래 진료를 했고, 발목 근육이 약간 손상되어 있음을 알았다. 말로는 2주간 치료와 더불어 휴식을 취하면 완치된다고 했지만, 이 때문에 오늘 메디컬테스트에서 떨어진다면 그녀는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되었다. 보통 프로팀은 부상자의 영입을 극히 꺼리고 있었다. 당장 경기에 활용하지 못할뿐더러, 후유증으로 성장에 지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사정을 해서 며칠간 진통제주사를 맞으며 버티고는, 이 자리까지 찾아오게 되었다. “비올렛. 뭐해. 내려야지!” 사내의 외침에 그녀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어 올렸다.3/14 쪽 “아. 알겠어요.” “빨리 나가. 지금 갓즈나이츠 관계자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다.” “아. 예.” 눈치를 살핀 비올렛이 열린 차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부상당한 왼쪽 다리가 아스팔트에 올려졌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걸음을 옮겼다. 마취로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었기에 걷는 일쯤은 전혀 무리가 없었다. ‘대단해! 전혀 갓 에어리어리그로 올라온 팀답지 않아.’ 사위를 빙 둘러보던 그녀가 심히 감탄스러운 낯빛을 지었다. 푸른 녹음의 자연경관도 마음에 들었지만,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훈련캠프의 모습이 아주 흡족했기 때문이다. 완공만 된다면 지금 소속된 뷰티플 하피팀의 훈련시설에 못지않을 터, 자신이 성장하는 데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정말 엘프검투사인 그녀에게 환상적인 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위이잉. 털컥. 이윽고 앞에 선 무인전동차. 안에 타고 있던 검은 머리칼의 남성과 슈트를 차려입은 녹색 머리칼의 엘프가 차분히 내리더니 그들 앞에 섰다.4/14 쪽 “뷰티플 하피팀에서 나오신 분이 맞습니까?” 그의 모습을 본 비올렛이 밝은 표정을 짓더니,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오늘부터 자신의 주인이 될지도 모르는 자였다. “안녕하세요. 비올렛이라고 해요.” “응. 그래 반갑다.” 범석이 싱긋 웃으며 그녀의 외모를 차근차근 살펴봤다. 키는 제법 커 180센티 정도 가량 되었고, 라임색 머리칼은 허벅지 아래까지 늘어져 찰랑거리고 있었다. 꽉 끼는 청바지와 블라우스 아래로 드러난 볼륨 있는 몸매는 엘프 특유의 색감을 여지없이 표출하고 있었다. 라임색 눈과 검은색 눈 사이로 흐르는 굴곡은 콧날 부위에서 솟아올라 특유의 도도한 느낌을 선사했는데, 달걀형의 얼굴선과 그렇게 어울릴 수가 없었다. ‘사진보다 나은데, 괜찮아.’ 이제 정보창을 확인하려던 그에게 비올렛과 함께 온 사내가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트레이드 업무를 맡고 있던 고든이라고 합니다.”5/14 쪽 멋쩍은 표정으로 메뉴 창에서 시선을 내린 범석이 악수를 하였다. “아, 예. 안녕하십니까. 오 범석이라고 합니다.” “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갓즈나이츠의 이사장이자 전도유망한 검투사라고 말입니다. TV에서 보니 활약이 대단하시더군요.” “하하하. 별것 아닙니다. 다만,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웃고는 있지만, 그의 내심 기분은 그리 좋지 못했다. 같은 얘기도 한두 번이지 만나는 사람마다 겸손을 떨려니, 미칠 노릇이었다. 이거 괜히 TV방송에 출연했나 후회가 들 정도였다. “혹시 저희 팀으로 오실 의향은 없습니까? 범석님 정도면 상당한 연봉을 약속해 드릴 수 있습니다만…….” 인상이 일그러지는 것을 간신히 참은 범석이 말했다. “후후. 그럴 수는 없죠. 이사장이나 되는 자가 다른 팀을 위해 뛸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하하하. 그런가요? 이거 안타까운데요.” 그가 무인전동차를 손으로 가리켰다.6/14 쪽 “자. 그럼 비올렛의 테스트를 하러 가시죠. 어차피 서로의 의향이 맞았으니, 빨리 트레이드를 끝내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렇군요. 자. 가시죠.” 고든이 얼른 무인전동카 위로 올라탔다. 지금 한가하게 대화를 나눴지만, 팀 사정은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었다. 이틀 후 상당 금액의 어음이 돌아오는데 이를 막지 않으면, 팀 내에 모든 엘프와 자산에 붉은색 딱지가 붙게 될 수도 있었다. 반드시 오늘 거래를 완료시켜 자금을 확보해 놓고 있어야 했다. 곧이어 범석과 레이미가 뒤따라 타자, 무인전동차가 빠르게 훈련경기장으로 질주해갔다. 끼이익. 훈련경기장 옆 벤치에 차가 서자 범석을 비롯한 일행이 모두 내렸다. 그는 옆에 보이는 간이 탈의실을 손으로 가리키며 비올렛을 바라봤다. “비올렛. 저기서 슈트를 갈아입고 나와. 곧 대련을 시작한다.” 비올렛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7/14 쪽 “체력 테스트는 하지 않나요?” 범석이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전에 정보창을 통해 체력 수치가 월등히 높다는 점을 확인한 터라, 굳이 시간을 허비해까지 측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 시간에 정보창을 통해 볼 수 없는 검술의 완성도를 세세히 살펴보는 편이 좋았다. “체력 테스트는 생략하기로 한다. 수집한 데이터와 경기 영상을 보고 대충 파악했다.” 비올렛이 크게 안도한 눈빛을 지었다. 발목을 다친 지금, 가장 부담이 되는 테스트가 바로 체력 테스터였다. 장기간 트랙을 돌아야 하니, 손상된 근육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다. 득의의 표정을 지은 그녀가 가져온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탈의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잠시 후, 백색 바탕에 검은색 체크무늬의 슈트를 입고는 다시 나왔다. “준비 됐어요.” 고개를 주억거린 범석이 옆에 있는 레이미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레이미. 대련 준비해.” “네.”8/14 쪽 그녀가 곧바로 벤치 위에 놓여 있던 헬멧을 착용하고는 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경기훈련장으로 걸음을 옮기며, 비올렛을 불러냈다. “비올렛. 이쪽으로 와.” 그녀의 앞에 선 비올렛이 길게 심호흡을 하고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있을 평가에서 잘 부탁한다는 의미였다. 그녀는 곧 자신의 애병인 양손 검을 꺼내 들고 날카로운 눈매를 쏘아 보냈다. “자. 오세요.” 레이미가 바로 발 빠른 행동으로 스텝을 밟으며 검을 내질렀다. 에르피나에게 얻은 정보에 의하면 비올렛은 미비한 검술을 특유의 힘과 체력으로 극복하는 타입이라고 했다. 자칫 리듬을 내어줬다가는 상대적으로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자신이 당할 수 있었다. 숙련된 검술로 공세를 펼치며 압박할 필요가 있었다. 차. 휙. 차창. 창. ‘이런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 이러다가는 내가 당하겠어.’9/14 쪽 옆을 스쳐 지나가는 검풍 속에 갇힌 비올렛이 아찔한 느낌을 받았다. 쏟아지는 공격이 모두 정교한 검세가 담겨 있어, 막아내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 자신은 발목까지 이상이 있는 상태였다. 진통제로 통증은 많이 완화되어 있지만, 움직임까지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결국, 그녀는 계속 발을 뒤로 질질 끌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를 본 레이미가 고성을 내질렀다. 지금의 대련은 검술 실력을 알아보는 테스트의 일환. 불리하다고 몸을 빼면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 “비올렛! 뭐하는 거야! 제대로 하지 못해! 테스트 중에 도망가면 어쩌자는 거야!” 마른 침을 꿀꺽 삼킨 비올렛이 억지로 발을 옮기며, 공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하체가 받쳐주지 않은 검격에 힘인들 제대로 실릴 리가 없었다. 창. 손쉽게 막은 레이미가 뒤로 멀찌감치 물러서더니, 그녀를 노려봤다. 에르피나에게 듣던 정보와는 완전히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특유의 강한 힘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검격을 내지르는 동작 또한 엉성하기 그지없었다. “비올렛! 정말 할 마음이 있는 거야! 너 우리 팀에 오기 싫어?” “아, 아니에요. 몸도 풀리지 않는데다가, 잠시 긴장해서 그래요. 다음부터는 잘할게10/14 쪽 요.” 미간을 지긋이 모은 레이미가 다시 검을 중단에 세웠다. 하긴 급하게 대련을 시작하느라 몸을 풀 겨를이 없기는 했었다. “좋아.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 줄게. 하지만, 다음에도 이러면 나쁘게 평가할 수밖에 없어. 알았지?” “네. 알겠어요. 조, 조심할게요.” 비올렛이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몸에 투지를 불어넣었다. 만약 여기서 범석에게 잘못 보인다면, 주인을 얻을 수 있다는 꿈은 수십 년 세월 저편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지금은 없던 힘도 뽑아내 테스트에 임해야 할 때였다. “자 간다!” 레이미의 외침을 신호 삼아, 비올렛이 힘차게 몸을 날렸다. 무릎에 잔뜩 힘을 불어넣은 터라, 이번에는 전과 달리 강맹한 힘을 검에 주입할 수 있었다. 어느새 급격히 접근한 그녀가 레이미를 향해 힘차게 팔을 휘둘렀다. 창!11/14 쪽 서로의 검이 교차하며 붉은빛의 불똥이 사방으로 튀었다. 힘에서 밀린 레이미가 잠시 주춤거렸지만 능숙하게 신형을 왼쪽 측면으로 옮기며 기세를 흘려버렸다. 그렇지만 비올렛이라고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바로 검을 가로로 눕혀 그녀의 허리 쪽을 향해 세차게 휘저었다. 차창. 창. 창. 힘과 기교의 대결. 비올렛은 연방 강력하고 맹렬한 타격을 수시로 질러댔고, 레이미는 능숙한 몸놀림으로 회피하며 날카로운 공격을 날렸다. 겉보기에 두 엘프의 대련은 막상막하의 양상으로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이를 보던 고든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범석을 바라봤다. “어떻습니까? 저희 비올렛 대단하지 않습니까? 5살 나이에 저런 실력을 보이는 검투사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당장에도 에어리어 리그경기에 출전시킬 수 있고, 잘만 키우신다면 훌륭한 검투사로 성장할 것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그는 못마땅한지 고개를 내리 저었다. 전에 본 움직임과 전혀 달랐던 탓이다.경기장에서 보이던 자연스러운 이어지는 동작은 어디로 가고 지금은 어깨와 무릎에 힘을 주는 동작이 자주 보였다. 또 검형도 중간마다 끊기며 리듬도 흐트러뜨리고 있었다. 지금은 백중지세를 이루고 있지만, 레이미가 이 사실을 눈치를 챈다면 금세 상12/14 쪽 황을 달라질 터였다. “글쎄요. 지금 이 실력이 전부라면 리그에서 그다지 활약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만…….” 고든이 쌍심지를 켰다. 그가 꼬투리를 잡아 또 몸값을 깎으려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팀 자금 사정으로 유망주를 싸게 파는 것도 아까워 죽겠는데, 여기서 더 가격을 다운시킬 수는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얘기하지 마십시오. 상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테스트 시험관으로 나왔다면 상당한 실력의 검투사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리 막상막하로 잘 싸우고 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겁니까?” “지금이야 그렇지만, 레이미가 약점만 파악하면 쉽게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약점이라니요? 그게 뭡니까?” “비올렛은 아주 고약한 버릇이 있습니다. 왼쪽 발목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무릎으로만 힘을 전달한다는 것이죠. 이래서는 빠르게 이동하는 상대를 적절히 대처하지 못합니다.” 고든이 바로 손을 내리 저었다. 그런 티가 나는 약점을 오랫동안 그녀를 지켜보는 행동분석가와 코치진이 모를 리가 없었다.13/14 쪽 “말도 안 되는 억지입니다. 제가 트레이드 담당자라고 무시하시는 것인지 모르지만, 저희 팀은 작년까지 센트럴리그에 머물고 있었던 강팀입니다. 그런 버릇 하나 파악 못 하고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 말을 들은 범석이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주억거렸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장기간 함께 지내온 팀 스텝들이 이 정도로 티가 나는 버릇을 파악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혹시나 한 그가 한창 대련 중인 레이미와 비올렛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작품 후기 ============================ 추석 음식 준비가 한창입니다. 참 냄새는 좋은데, 왠지 신경에 거슬립니다. 저 음식을 먹으러 올 분들의 얼굴이 떠오르니, 벌써부터 스트레스를 받아서요. 제사 때문에 잠시 피난 가 있을 수도 없고요........ ㅠㅠ 그럼 모두들 좋은 추석 맞이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뵐 수 있을런지........ 하여간 찾아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14/14 쪽 ============================ 작품 후기 ============================ 추석 음식 준비가 한창입니다. 참 냄새는 좋은데, 왠지 신경에 거슬립니다. 저 음식============================ 작품 후기 ======================================================== 작품 후기 ============================ 추석 음식 준비가 한창입니다. 참 냄새는 좋은데, 왠지 신경에 거슬립니다. 저 음식============================ 작품 후기 ============================ 추석 음식 준비가 한창입니다. 참 냄새는 좋은데, 왠지 신경에 거슬립니다. 저 음식 < -- 첫 번째 이적 시즌 -- > “대련 종료! 둘 다 이쪽으로 와!” 검을 맞대던 레이미와 비올렛이 힘을 뺀 후,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검을 칼집에 꽂고는 범석에게 다가갔다. “주인님. 무슨 일이세요. 아직 테스트가 한 참인데요.” “으음. 잠시 확인해 볼 것이 있다.” 가볍게 대답한 그가 비올렛의 앞에 섰다. “너. 어디 부상당한 데 있어?” 기겁한 비올렛이 양손을 마구 흔들어댔다. 어떻게 낌새를 챘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거의 타결단계에 있다지만, 부상을 숨기고 트레이드를 시도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갓즈나이츠에서 협상테이블을 접을 수 있었다. “아, 아니요. 부상이라뇨. 절대로 그런 일 없어요.” 딱딱하게 안색이 굳은 고든이 범석의 앞에 서더니 따지듯 말했다.회1/14 쪽 “이제는 부상 타령입니까? 혹시 범석님께서는 이번 거래를 하고 싶지 않은지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왜 비올렛을 책잡지 못해서 안달이십니까?” 그가 고든의 어깨를 밀고는 비올렛의 정보창을 열었다.이름 : 비올렛.구분 : 엘프(5년).소속 : 뷰티플 하피즈GC.명성 : 1432악명 : 203.H유무 : 무.스테미나 : 6480/8800(주의가 요하는 부상).사회성 : 66, 근력 : 81, 체력 : 88.민첩 : 82, 균형감각 : 81, 지능 : 67.정신력 : 81. 판단력 : 77, 재주 : 49.운 : 58.현재기량/잠재능력 : 705/917.2/14 쪽 특성 : 검신의 의지.특이사항 : 뷰티플 하피즈GC팀의 유망주. 최근 센트럴리그에서 와이드리그로 떨어진 팀에 불만이 많았으나, 갓즈나이츠팀에 이적제의 받고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현재 주의를 요하는 부상을 입은 상태이다. ‘이게 뭐야! 어째서 이딴 일이!’ 비올렛의 능력은 아주 대단했다. 모든 신체능력이 80대를 훨씬 넘어서고 있었으며, 검투경기에 필요한 여러 정신능력도 수준급에 올라 있었다. 잠재능력도 흔히 볼 수 없는 수치로, 자그마치 917이나 됐다. 게다가 ‘검신의 의지’라는 특성는 검을 소유하고 발동 시 150분간 모든 스텟을 +10 시켜주는 대단한 옵션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범석이 왜 짜증을 내느냐? 바로 부상당했다는 메시지 문구와 전에 확인해 볼 때보다 1 떨어진 잠재능력 탓이었다. 분명히 지금 입고 있는 부상 때문이라고 생각한 그가 바로 정보창을 닫고 그녀를 쏘아봤다. “비올렛! 무릎 아래 슈트를 벗어라!” 소스라치게 놀란 그녀가 사시나무 떨듯이 떨었다.3/14 쪽 “아, 아니. 왜 갑자기…….” “잔말 말고 벗으라면 벗어!” 그의 노성에 움찔한 비올렛이 슈트 오른쪽 다리 부분을 매만졌다. “그쪽 말고! 왼쪽!” “하, 하지만 여긴…….” 범석이 망설이는 그녀를 다그쳤다. “나를 바보로 알아! 그쪽 다리 부상당한 것 다 아니까. 잔말 말고 하라는 대로 해!” 확신에 찬 그의 음성에 비올렛이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부상당한 일에 걸렸으니,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한 탓이다. 그녀는 서러움에 울먹이며 천천히 이음쇠를 끌러 내렸다. 한순간의 실수로 주인을 얻을 기회를 놓쳤으니,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양말까지 벗은 그녀가 시퍼렇게 부어 있는 발목 부근을 드러내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이에 범석이 고든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4/14 쪽 고든의 안색은 핏기를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비록 모르고 있었던 일이지만, 증거가 저리 확실하니 잡아뗄 명분이 없었다. 고든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오, 오해입니다. 저는 비올렛이 저런 부상을 입었는지 꿈에도 모르고 있습니다.” “누가 부상 여부를 따지자고 했습니까! 어떻게 관리를 하기에 소속 검투사 저런 부상을 입었는데도 모르고 있는지를 묻는 겁니다!” “그, 그건…….” 할 말이 없던지 고든이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리 팀이 와이드리그로 강등되고 뒤숭숭한 상황이라지만, 프로팀이나 되어서 검투사를 관리를 제대로 못 했다는 사실은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이에 범석이 레이미를 바라보며 급히 소리쳤다. “레이미. 빨리 의무실로 가서 수잔씨에게 부유식 들것을 가지고 이쪽으로 나와보라고 해. 부상자가 있다고 말이야.” “네. 알았어요.” 짧게 대답한 레이미 곧바로 무인 전동차를 타고 사무실 건물로 빠르게 나아갔다. 잠시 후 그녀가 수잔과 함께 나오자, 범석은 급히 비올렛을 부유식 들것에 실어 의료실로 이동했다. 일단 잠재능력이 1 떨어진 점은 안타까운 일지만, 문제가 더는 발생하5/14 쪽 지 않도록 빨리 치료할 필요가 있었다. 우우웅. 따딱따딱. 제2 의료실 안. MRI 전신 진단기 위에 누운 비올렛의 위로 스캔 장치가 지나다니며 초음파를 쏘아대고 있었다. 그녀의 몸 내부상태를 정밀히 검진하는 중이었다. 그 앞에서 초조하게 서성이던 범석이, 컨트롤 판넬 위로 떠오르는 홀로그램 화면의 글귀 보고는 수잔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어떻습니까? 심각한 부상입니까?” “원래는 심각한 부상이 아니었어요. 다만, 치료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한데다가 무리까지 해 상처가 많이 덧났죠. 게다가 염증 증세까지 있어서 좀 치료기간이 길어질 듯 보이는데요.” “얼마나요?” “한 3~4주 정도요.” 3~4주 후면 정규리그가 시작될 시점이었다. 무리한다면 개막전에 출전시킬 수 있을 듯 보이지만, 조직력도 가다듬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를 경기에 내보낼 수는 없었다. 손발 안 맞을 테니, 불협화음이 생길 테고, 이는 경기력 하락을 가져왔다. ‘젠장 할. 올 이적시즌에 영입한 얘들은 개막전에 다 못쓴다는 얘기잖아.’6/14 쪽 범석이 이번에 들인 검투사들은 라피네와 비올렛이었다. 그런데 한 명은 옆 의료실에 누워 있고, 또 한 명은 여기에서 3주 진단을 선고받고 있었다. 그로서는 참으로 짜증 나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비올렛의 잠재능력 하락이었다. 단지 1밖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찝찝한 감정이 물씬 풍겨올 정도로 신경이 쓰였다. 말하자면 지존검을 득템 했는데 다른 사람들 것보다 공격력 1이 모자랐을 때 드는 느낌이 딱 지금의 심정이었다.눈살을 찌푸린 그가 다시금 물었다. “으음. 혹시 후유증에 대한 위험은 없습니까?” “네. 며칠간 방치한 흔적으로 보아, 그 가능성은 작지 않아요. 아무리 작은 상처라도 즉각 치료하지 않으면 후유증 확률은 무척 높아지거든요.” 역시나 자신이 잘못 보지 않았다. 확실히 그녀의 잠재능력은 다운되었다. 하지만, 비올렛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에 비너스 또한 부상을 장시간 방치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라피네도 격렬한 지하 투기장에서 많은 경기를 치렀기에, 다소 잠재능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었다. “저기. 그럼 비너스도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 아닙니까?” “네. 아마도요. 그 아이도 이와 비슷한 경우였고, 부상 정도가 심했기에, 확실히 후유7/14 쪽 증이 있었을 것이에요.” “그런데 왜 그때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의 추궁에 수잔이 곤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일반 엘프들은 스포츠계통에 종사하는 선수들과 달리 약간 후유증이 있더라도 일상생활에는 하등 문제가 없어요. 전문적인 치료로 후유증까지 치유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얘기죠. 그래서 일반 치료센터에는 후유증 치료를 병행하지 않아요.” “아니 왜요? 같은 값이면 하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같은 값이 아니니까 문제죠. 후유증 치료는 일반인이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료비용이 무척 고가에요.” 대략 느낌이 온 범석이 긴장한 눈초리로 그녀를 쳐다봤다. “대략 얼마 정도 합니까?” “치료센터마다 차이가 있는데, 아무리 못해도 검진비만 5만 크랑이 들고 1회 후유증회복 시술을 받는데 60만 크랑 정도 들어요. 그리고 후유증이 심하면 여러 번에 걸쳐 시술을 받아야 하니 그 비용은 몇 배나 추가될 수가 있어요.” 범석이 거친 헛기침을 품었다. 일반인이 단지 잠재능력 조금 회복하기 위해 그 큰 비용을 들일 리가 없었다. 차라리 좀 더 보태 엘프시장이나 워커옥션마켓에서 다른 엘8/14 쪽 프를 구매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그 비용을 들여 엘프의 후유증을 치료할 사람은 몇몇 거부와 고가의 엘프를 거느리고 있는 스포츠팀밖에 없었다. “흐흠. 아니 뭔데 그렇게 비쌉니까?” “전문 장비와 약품이 필요하고, 고급 의료인력이 투입되니까요. 그리고 이용자의 수도 한정되어 있고요.” “도대체 무슨 장비와 약이 필요한데요?” 수잔이 전자수첩을 꺼내 가상문서를 띄우더니 범석에게 보여줬다. “여기 문서에 있는 물품이 바로 그 장비와 약품들이에요.” 후유증 검진과 치료에 필요한 물품들에는 P-Cure와 캄솔루션, 정밀 MRI 전신 진단기, 신체 회복 캡슐이 필요했다. P-Cure는 하루간 신체를 움직일 수 없게 하는 대신, 10%의 확률로 손상된 잠재능력을 +1 올려주는 주사제였다. 정밀 MRI 전신 진단기는 일반 MRI 전신 진단기의 기능과 함께, 후유증의 정도와 위치를 정확히 감지해 알려주는 검진기능이 있었다. 그리고 신체 회복 캡슐은 하루간 이 안에 있으면 치료 효율 +30% 상승하는 효능이 있었다. 또 캄솔루션은 신체 회복 캡슐에 들어가는 용액이었다. 범석이 문뜩 아까 수잔과의 대화 중에 나온 스포츠 전문 의료법인에 대해 떠올렸다. 혹시나 이 물품이 포함되어 있으면, 자금을 크게 아낄 수 있었다.9/14 쪽 “수잔씨. 아까 스포츠 전문 의료법인에 대해 얘기를 나누지 않았습니까? 혹시나 이 약품과 장비들이 포함되어 있습니까?” “아니요. 워낙 고가라 포함하지 않았어요. 아까 말씀드린 장비와 약품들은 그저 병을 진단하고 후유증의 정도를 낮추는데, 필요한 물품들이에요. 회복은 못 시키죠.”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범석이 넌지시 물었다. “그, 그래요? 그럼 이 장비와 약품들을 구매하는데 어느 정도 비용이 듭니까?” “제가 알아본 바로는, 정밀 MRI 전신 진단기는 900만 크랑 정도 하고요. 신체 회복 캡슐은 1200만 크랑. P-Cure와 캄솔루션은 1회분에 각각 1만과 2만 크랑이에요.” 무척 부담되는 금액이었기에 범석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댔다. 그 정도 자금이라면 비올렛을 한 명 더 사올 수가 있었다. 당연히 그로서는 구매에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상한 점도 있었다. 고가의 장비와 약품이 들어가지만, 검진 비용 5만 크랑과 1회 시술 비용 60만 크랑은 너무 도가 지나쳤다. 물론 정밀 MRI 전신 진단기와 신체 회복 캡슐 구매에 고비용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한 번 들여놓으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소요되는 비용은 약품 값 3만 크랑이었다. 즉 스포츠 전문 치료센터는 치료비로 원가 대비 20배의 비용을 착복한다는 얘기였다. 생각해보니 폭리도 이런 폭리도 없었다.10/14 쪽 “장비의 가격이 무척 비싸기는 하지만, 이거 스포츠 전문 치료 센터에서 너무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닙니까?” “물론 그렇지만, 전문인력이 투입되고 시술에 실패할 가능성도 크니까요. P-Cure의 투여로 후유증증상이 완화될 가능성은 1할 밖에 안 되고 신체 회복 캡슐을 사용해도 겨우 4할이에요. 여기에 정밀 MRI 전신 진단기로 후유증 부위를 정확히 찾아내 주사제를 투입해도 7할밖에 안 돼요. 즉 2회 이상, 투여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니 그만큼 원가는 올라가죠.” 그래도 10배 이상이었다. 그것도 가장 진료비가 싼 전문 스포츠 치료센터가 그러하다니, 더는 말할 바가 못 됐다. 하지만, 전문성도 있고 이용자가 한정되었으니 억지로나마 수긍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지금은 이런 쓸데없는 얘기로 낭비하고 있을 틈이 없었던 것이다. 일단 비올렛의 손상된 잠재능력을 올릴 방도를 찾는 편이 좋았다. “수잔씨. 아무리 봐도 자금 관계상 그 장비들을 들여놓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적당한 전문 스포츠 치료센터 하나만 소개해 주십시오.” 한참 동안 손을 꼼지락거리던 수잔이 굳게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제가 치료하도록 해주세요.”11/14 쪽 그 말에 범석이 곤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지금 보이는 의지 표명은 곧 저 비싼 장비를 사달라는 말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아니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 많은 자금을 투자할 여력이 없습니다.” “그렇게 많이 투자하지 않으셔도 돼요. 범석님께서 전에 사주신다는 MRI 전신 진단기 한 대를 정밀 MRI 전신 진단기로 전환해 주시면 되니까요.” 순간 범석의 뇌리가 찌릿할 정도로 번뜩였다. 노멀 MRI 전신 진단기 한 대의 가격은 350만 크랑. 이 장비를 정밀 MRI 전신 진단기로 전환해 구매하면 550만 크랑만이 추가될 뿐이었다. 그런데 이 장비만 갖추어도 수잔이 있는 한 전문 스포츠 치료센터에 근접하는 효율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시술 시 치료 성공 확률 50% 상승이라는 그녀의 특성인 ‘자애의 의술’ 덕분이었다. P-Cure 투여로 손상된 잠재능력 1을 올릴 가능성은 10%이고, 정밀 MRI 전신 진단기로 정확한 후유증 부위에 투여하면 40%의 확률이 된다. 여기에 치료의 은사가 포함되면 60%로 상승하니, 그다지 나쁘지 않은 효율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신체 회복 캡슐을 사용하지 않으니 캄솔루션을 소모될 이유가 없었다. 즉 원가가 3분지 1로 다운된다는 말이었다. ‘확률상으로 따져봐도 그리 나쁘지 않아. 또, 다른 검투사들의 후유증 유무도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봤을 때, 550만 크랑은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야.’12/14 쪽 지금 확실히 잠재능력이 손상되었으리라 예상되는 팀원은 비너스, 라피네등이었다. 특히나 비너스는 죽음에 임박할 정도로 중증 부상을 입은 데다가 당시 장기간 방치해 놓은 정황이 있어, 상당량 깎였으리라 예상되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몇 번이나 시술을 받아야 할지 모를 터, 족히 수백만 크랑은 깨질 듯 보였다. 그러느니 차라리 이번에 눈 딱 감고 550만 크랑을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됐다. 이 장비만 마련되면 비너스는 물론 열악한 환경에서 경기를 치러온 온 다른 검투사들의 후유증 유무도 살필 수가 있었니, 치료를 통해 팀 성장성을 높일 수 있었다. “좋습니다. 구매하도록 하겠습니다. 아까 말씀 주신 계획을 변경해 보고를 올리도록 하십시오.” “네. 조만간 확실히 조사해서 알려 드릴게요.” 이 말을 하고 난 수잔이 옆에 서 있는 간호사 엘프를 불러 비올렛을 부양식 들것에 실었다. 검사가 끝이 났으니 이제 의료실을 옮겨 치료를 시작할 참이었다. 이런 그녀의 모습을 잠시 바라본 범석이 고든에게 시선을 던졌다. 비올렛의 건도 해결될 듯 보이니, 막바지에 이른 이적협상을 이제 매듭지을 필요가 있었다.============================ 작품 후기 ============================오늘은 나온김에 부상 정도에 대한 설정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13/14 쪽 1. 경미한 부상 : 타박상이나, 피부가 찢어지는 부상, 감기정도가 이에 해당합니다. 생명의 위험은 전혀 없습니다.2. 주의가 요하는 부상 : 인대가 늘어가더니, 근육 손상정도가 되겠네요. 생명의 위험은 거의 없지만, 간혹 후유증이 발생합니다.3. 심각한 부상 : 뼈가 부러지거나, 탈골 됐을때가 해당되겠습니다. 생명의 위험은 거의 없지만, 후유증 유발이 예상됩니다.4. 중대한 부상 : 가만히 나두다가는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부상입니다. 상당 수치의 잠재능력이 떨어지는 후유증이 발생됩니다.5. 위급한 부상 : 생명이 경각이 달린 상태이죠. 출혈이 심각하거나, 심장이 멈췄을 경우, 호흡불능상태가 여기 해당되게 되겠네요. 급격한 잠재능력 하락이 발생됩니다.그럼 모두 남은 한가위 즐겁게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4/14 쪽 5. 위급한 부상 : 생명이 경각이 달린 상태이죠. 출혈이 심각하거나, 심장이 멈췄을 경우, 호흡불능상태가 여기 해당되게 되겠네요. 급격한 잠재능력 하락이 발생됩니다.그럼 모두 남은 한가위 즐겁게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4/14 쪽 < -- 첫 번째 이적 시즌 -- > 비올렛에 대한 협상은 금세 끝이 났다. 범석이 처음에 약속한 2,280만을 모두 지급하기로 합의를 본 탓이 컸다. 마음 같아서는 비올렛의 부상을 핑계 삼아 깎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에스더 특성의 고약한 페널티 옵션 탓에 그럴 수가 없었다. ‘거래의 귀재’를 사용하면 최종적으로 5%의 거래이득이 있기는 했지만, 발동시키고 난 후 가격협상을 더 진행하려고 했다가는 상대가 무조건 거래를 무산시키게 되어 있었다. 이에 그의 선택지는 단둘뿐. 약속한 금액을 주고 비올렛을 영입하는 일과 이번 거래를 무산시키는 일이었다. 결국, 범석은 잠재성장능력이 뛰어난 그녀를 놓칠 수 없었기에, 전자를 선택했다. 저벅. 저벅. 둥그스름한 달이 뜬 야심한 밤. 사무실건물로 향하는 오솔길 사이로 범석이 홀로 한가로이 산책하고 있었다. 단출하고 편한 추리닝을 입고 있었는데, 자꾸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것이 좋은 의도는 아닌 듯싶었다. 그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멀쩡한 길을 놔두고 풀벌레들이 요란하게 울어대는 잡초밭을 지나 건물 앞으로 다가섰다. 스으윽.회1/14 쪽 도어록이 범석의 신체신호를 감지했는지 자동문이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 범석이 득의의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레 안으로 잠입했다. “크크크. 원래 몰래 먹는 사과가 맛있는 법이지.” 알 수 없는 말을 흥얼거린 그가 진입로에서 좌측으로 꺾어 제1 의무실이라는 푯말이 적인 문앞에 섰다. 그리고 슬며시 열고는 안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안에는 환자복을 입은 라피네와 비올렛이 침대에 걸터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들 자니?” 그녀들은 범석의 기척이 느껴지자 후다닥 일어났다. “주인님!” “범석님!” 그가 다가오려는 라피네와 비올렛을 만류하듯 손을 내리 저었다. “아니야. 오지 마. 내가 갈게.” 묘한 미소를 지은 범석이 비올렛이 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그녀는 자리를 급히 치우2/14 쪽 고, 옆으로 이동해 범석이 앉을 자리를 마련했다. “여기 앉으세요.” “으음. 고마워.” 살며시 궁둥이를 붙인 그가 슬며시 비올렛 발목 부위의 깁스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어때. 발목은 괜찮아?” “네. 많이 나아졌어요.” 범석이 피식하고 웃었다. 치료를 시작한 지 하루도 안 되어 호전되었다고 말도 안 됐다. 그러나 주인 될 자를 배려하는 엘프의 마음이니, 여과 없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훗 그래? 다행이네. 하지만, 조심해야 해. 여기서 더 덧나면 치료기일이 늘어나니까 말이야. 빨리 나아서 경기에 출전해야지.” “네. 빨리 몸을 회복해서, 갓즈나이츠팀을 위해 열심히 뛸 것이에요. 기대해 주세요.”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한다.” 고개를 마구 주억거린 비올렛이 촉촉한 눈초리로 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3/14 쪽 “그, 그런데, 언제 저를 종으로 삼아주신가요?” “글쎄. 언제쯤이 좋을까? 부상이 다 낳기만을 기다리려면 너무 시간이 걸리고……. 그렇다고 지금 하기에는 수잔씨의 잔소리가 또 걸리고 말이지. 어떻게 한다.” 범석이 슬그머니 오른쪽 팔을 그녀의 어깨 위로 올렸다. 말을 이렇게 했지만, 사실 수잔의 잔소리쯤은 능히 한쪽 귀로 흘려버릴 수 있었다. 또 이미 전에도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한 번 제대로 일을 벌인 터라, 그녀도 대충 그러려니 넘어갈지도 모른다고 애써 자위했다. 그는 손을 비올렛의 환자복 옷깃 속에 침투시키고는 탄력감 넘치는 가슴을 꽉 부여잡고 주물러댔다. ‘오. 좋은데. 살결이 아주 예술이야.’ 손바닥 사이로 흐르는 부드러운 감촉을 느낀 범석이 그녀를 침대 위로 넘어뜨렸다. 이 야심한 밤 문병을 하러 왔을 리가 만무한 일. 마음 먹은 일은 얼른얼른 실천하려는 것이다. 괜히 시간을 끌다가 수잔이 걸리면, 만사가 엉망이 되었다. 그는 귀가 빨개지도록 부끄러워하는 비올렛의 얼굴을 혀로 핥아대며, 천천히 환자복의 단추를 풀어나갔다. “범, 범석님…….”4/14 쪽 어느새 비올렛의 상체는 완전히 발가벗겨져, 하얀 속살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이에 범석이 목덜미를 지나, 가슴 쪽에 혀를 이동시키고는 봉긋 솟아있는 검붉은 색의 유실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왼손으로 허리에 찰싹 붙어 있던 환자복 하위와 팬티를 동시에 아래로 쭉 내렸다. “자. 우리 비올렛 조개 좀 살펴볼까.” 심술궂은 말에 그녀는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살며시 다리를 벌리며 순응했다. 그는 매끈거리는 허벅살을 한 번 쓰다듬고는 라임색음모가 무성히 자라있는 균열 쪽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섬세한 손짓에 서서히 좌우로 벌어지는 음순. 이내 촉촉하고 끈적거리는 속 살 사이로 여리디여린 장막이 느껴졌다. 그는 말라버린 목을 축이기 위해 군침을 꿀꺽 삼키고는 손가락으로 비벼댔다. 자칫 손상이라는 되는 날이면 애물에게 참으로 미안한 일이기에, 손길은 무척 조심스러웠다. 이윽고 손을 흠뻑 적실 정도로 음액이 흘러나오자, 그가 싱긋 웃었다. 이제 본격적인 행위를 시작할 됐음을 깨달은 탓이다. 범석은 곧바로 추리닝을 벗어던지고는 비올렛의 위로 올라탔다. 엘프의 큰 장점이자 단점이 바로 첫날에 애무가 전혀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범석의 행동을 본 비올렛이 눈가를 파르르 떨며 말했다. “이제. 시작하실 건가요?”5/14 쪽 “물론이지. 우리 팀은 절대 주인 없는 엘프를 들이지 않아. 비올렛 너도 우리 팀에 온 이상, 빨리 주인을 얻어야 해.” 범석이 바로 그녀의 다리를 왼쪽 다리를 어깨 위에 올리고는 옆으로 눕혔다. 그러자 기묘하게 비틀어져 있는 균열로부터 흐르는 진한 꿀물이 완곡한 힙선을 타고 내림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살며시 애액의 줄기에 애물의 버섯갓 부위를 가져다 대어 문지르고는 천천히 천연의 성지 쪽으로 이동시켰다. 꿀꺽. 비올렛이 긴장한 듯 마른 침을 삼키고 있었다. 수십 년이라는 인내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주인을 얻는 순간이, 지금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진료실에서 치료를 받을 때 고든이 와서 트레이드가 무사히 완료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는 정말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부상당한 검투사를 영입하기 꺼리는 영입시장의 성격상, 이 같은 아주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자신이 부상을 숨기고 있었기에, 갓즈나이츠에서 협상 자체를 무산시킨다고 해도 전혀 도덕적인 문제를 안지 않았다. 그런데 갓즈나이츠는 이번 일을 따지지 않고, 자신을 영입하는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그녀로서는 이 같은 결정을 내려준 범석이 참으로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버, 범석님. 오늘 정말 고마워요. 저를 영입해 주셔서요.”6/14 쪽 “고맙기는 뭘. 대신 앞으로 내 말 잘듣고, 팀을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한다.” “네. 범석님을 위해 뭐든 할게요.” 비올렛의 대답한 순간, 커다랗게 자라난 애물이 심연의 동굴 속에 고이 간직된 처녀의 상징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그러나 약간 놀랐는지 그녀가 음부가 조이는 바람에 붉은 버섯 부위가 살짝 눌려 찌부러지고 있었다. 약간 파고 들어간 상태이기는 하지만, 아직 처녀지를 파괴하지 못한 상태였다. 더 이상의 진입이 힘들다고 판단한 그가 비올렛의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후후. 그전에 힘부터 풀어야지. 이래서는 주종의식을 치르지 못해.” “죄, 죄송해요.” 화들짝 놀란 그녀가 계곡 속에 가해진 힘을 풀었다. 긴장 탓에 잠시 힘을 주었을 뿐 절대 그를 거부하고자 한 행동이 아니었다. 이에 저항이 많이 완화된 음부 사이로, 수평으로 자리 잡은 그의 애물이 서서히 파고들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늘어나는 그녀의 처녀지가 이윽고 더 버틸 수가 없는지 가늘게 찢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강한 진입과 함께 그 탄력성을 잃고 막혀 있던 공간의 문을 열어젖혔다. “아윽!”7/14 쪽 신음이 터져 나오기가 무섭게 비올렛은 한쪽 눈가가 화끈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엘프의 순결을 상징하는 오드아이가 동일한색으로 변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이제 그녀는 평생 범석을 주인으로 모셔야 하는 운명이었다. 어느새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북받쳐 오르는 본능의 감정으로 그녀는 눈가에 진한 눈물 자국을 새겼다. “주, 주인님. 흑흑.” 비올렛의 부름에 그가 서글서글한 눈빛을 지었다. “이제. 너는 내 엘프다. 알았지?” “흑흑. 네. 저는 주인님을 평생 모실 종이에요.”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건 범석이 그대로 허리를 밀어, 끝까지 애물을 관통시켰다. 약간 뿌리 부분이 남아 있었지만, 물건의 앞부분이 안쪽에 닿아있는 감촉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는 접합면으로 흘러나오는 진한 핏물을 손가락으로 만져 혀로 맛을 음미하고는 허리를 서서히 흔들기 시작했다. 푹. 퍽. 푹퍽.8/14 쪽 “으읍! 읍.” 손상된 처녀지가 여지없이 눌리며 쓸려 다니는 느낌이 애물의 기둥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그는 아주 부드럽고 느린 동작으로 척박한 처녀지를 어루만지듯 개간해나갔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즐길 때가 아닌 탓이다. 어차피 남성의 성적도구로 태어난 엘프의 본능이 살아나는 순간, 통증은 사라지니 그때 가서 마음껏 유린해도 상관없었다. “아파?” “흑흑.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아직 그녀는 주인을 얻었다는 감정에 휩싸여 어쩔 줄을 모르는 듯 보였다. 하지만, 점점 눈물이 말라감을 보니 곧 때가 다다른 듯 보였다. 엘프들은 이 시기가 지나가면 본능이 깨어나며, 천하의 우물로 변모하게 되었다. 그는 손으로 촉촉하게 젖은 비올렛의 눈가를 닦아주며 허리의 속도를 높였다. 푹퍽. 푹퍽푹퍽. “아윽!! 윽!! 아윽!!” 너무 이른감 있었나? 그녀가 약간이지만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걱정스러운 기색9/14 쪽 을 지은 범석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비올렛의 볼을 매만지며 말했다. “정. 아파서 못 참겠으면 말해.” “아, 아니에요. 아프지 않아요. 읍!!” 그녀는 기특하게도 인내의 몸짓을 보이고 있었다. 애물이 안으로 파고들어 갈 때마다 괴롭다는 듯이 허리가 들썩이고 있지만, 그의 시선이 닿아있는 얼굴에는 약간의 찡그림만 있을 뿐 거의 변화가 없었다. 아니, 한 술 더 떠 빨아들이듯 애물을 조이며 가벼운 압박감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는 활처럼 휘어 있는 비올렛의 허리 사이로 한쪽 팔을 밀어 넣고는 꽉 부여잡았다. 그리고 자기 쪽으로 힘껏 끌어당기고는 강렬한 피스톤질을 시작했다. 너무도 간질 맛이 나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어차피 엘프들은 주인의 쾌락을 위해서는 이깟 고통쯤은 기꺼이 감수하는 존재였다. 푹퍽푹퍽. 푹퍽푹퍽. “아윽. 아악!! 아윽!!” 그녀의 입가에서 새어나오는 신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범석이 과격하게 행위를 이어나갔다. 한쪽으로 기울여진 풍만한 가슴은 격렬하게 흔들리며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마구잡이로 살단지를 마찰시키는 애물에는 방울이 맺힌 핏물이 줄줄 흐르고 있10/14 쪽 었다. 어깨의 걸쳐진 다리를 부들부들 떠는 비올렛. 하지만, 범석은 전혀 쉴 틈도 없이 애물을 사정없이 출입시켜 나갔다. ‘흐흐흐. 아주 좋아. 크크크.’ 계곡 안쪽으로부터 질퍽질퍽 흘러나오는 핑크빛의 액체가 접합부에 모이더니, 실처럼 이어지며 시트 위로 뚝뚝 떨어져 고이고 있었다. 이를 보는 그는 근심하기보다는 감흥에 젖어들고 있었다. 침대에 잔재가 남아 수잔이 잔소리해댈 테지만, 처녀 한 명이 자신에게 유린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한가지 사실을 잊고 있는 모양이었다. 엘프검투사는 처녀성을 잃는 즉시 몸값이 3분지 1 이하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비올렛의 처녀성을 앗아가는 동시에 1520만 크랑을 허공에 날리고 있었다. “아~ 주, 주인님. 몸이 이상해요. 아아!!” 서서히 비올렛의 표정이 변모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움찔거림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몸 전체에서 잔 떨림이 일어나고 있었다. 범석은 손이 닿아있는 피부의 열기를 느끼고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슬슬 엘프의 본능이 깨어나고 있음을 느낀 것이다. 이제는 자신만이 아닌 그녀도 욕정에 휩싸여 지금의 행위를 즐길 것이 분명했다. 그는 이제껏 보이지 않은 허리 동작으로 비올렛의 여린 음부를 마구 파헤치기 시작11/14 쪽 했다. 푹퍽푹퍽. 푹퍽푹퍽. 푹퍽푹퍽. 터져 나오는 바람 소리와 함께 의료실 안으로 추잡한 내음이 잔뜩 퍼져 나가고 있었다. 징그러울 정도로 꾸물거리는 애물은 꽃잎처럼 피어난 그녀의 계곡 안을 파고들며 안에 고인 꿀물을 밖으로 끄집어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때 비올렛이 상체를 일으키며 그의 품에 안겨왔다. 가슴 속에서 피어오르는 애정의 격정에 못 이긴 모양이었다. 덕분에 미묘하게 뒤틀린 계곡으로 애물의 진행은 밑에서 배꼽 쪽으로 찔러 올려지는 형태로 변화했다. 행위가 힘겨워지기는 했지만, 가히 나쁘지 않은 감촉이기에 범석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 그녀의 어리광을 받아주었다. “후후. 우리 비올렛. 느낌이 어때?” “하아아!! 굉장해요. 어떻게 이런 일이……. 하아앙!! 하아!!” 격정에 겨운지 그녀가 머리를 뒤로 젖히며 가녀린 목덜미를 여실히 모여주고 있었다. 온몸에는 짙은 땀이 흘러나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고, 절로 흔들리는 힙은 그의 진행에 발맞추어 율동하고 있었다. 출렁이는 가슴살은 무엄하게도 주인의 얼굴을 연방 쳐댔고, 행위의 잔해물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음부는 진한 육음을 터뜨려대고 있었다.12/14 쪽 ‘어. 이거 심상치 않은걸. 자세가 너무 나빴나?’ 한 참을 허리를 흔들던 범석은 하체로부터 전해져오는 진한 기운에 당혹스러웠다. 방출의 신호가 격류와 같이 애물을 강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빠른 신호로, 아무래도 압박감 심한 자세를 계속 유지한 탓 같았다. 하지만, 방출해도 계속 행위를 이어나가면 되는 일. 그는 참지 않기로 했다. 아무리 빠른 방사라고 엘프가 그 주인에게 실망스러운 눈빛을 던지는 일은 없었다. 범석은 그 자세에서 그녀를 꽉 껴안고는 바로 침대 위로 넘어졌다. 그리고 자신의 애물을 빈틈없이 조여오는 비올렛의 살단지 속으로 백탁의 흉액을 거침없이 뿌려댔다. “아아!! 주인님의 뜨거운 액체가 제 안에 흘러요. 아아!!” 그녀는 하체 안에서 물결 치는 범석의 애정에 몸을 파르르 떨어댔다. 자신에게 절대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이 순간이 지금 이 자리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비올렛은 감동에 젖은 눈으로 하얀색의 의무실 천장을 뚫어지리라 바라보며 오늘의 환희를 되뇌기 시작했다.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여전히 뻣뻣이 서 있는 그의 애물이 다시금 진행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윽고 비올렛의 음부에서는 요란히 육음이 다시금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날 범석은 날이 새도록 몇 번이나 방사를 이어나갔고, 결국에는 아침녘 일찍 의무13/14 쪽 실로 찾아온 수잔에게 현장을 포착당하는 사태까지 맞이했다.============================ 작품 후기 ============================ 아. 한가위가 끝이 났습니다. 대규모 조카군대들도 후퇴를 했네요. 지갑은 비었지만 참 안심이 되는 순간입니다. 하하하. 하지만, 내년에 있을 구정........ 휴~ 뭐 미래 일을 벌써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겠죠. 그럼 모두들 편안한 하루 맞이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14/14 쪽 < -- 개막전 경기 -- > 범석이 스포츠 전문 치료센터 건설에 예산으로 잡은 자금은 5,000만 크랑이었다. 예상보다 적은 돈으로 에스더의 노력도 있지만, 제우스건설에서 그동안의 거래로 건설대금을 약간 다운시킨 점이 한몫했다. 그는 곧장 공사에 들어감과 동시에 여성으로만 의사 5명을 뽑고, 엘프 간호사 6명과 인간 여성 간호사 5명을 추가 모집공고를 냈다. 그리고 범석은 갓즈나이츠팀을 이끌고 이어지는 연습경기시즌을 수행했다. 총 7전을 치러 3승 1무 3패의 결과를 얻었는데, 세미프로팀도 2팀 껴 있었음을 볼 때, 꽤 많은 패전 수를 기록했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성과는 별로 나쁘지는 않은 편이었다. 1무 3패가 모두 2군과 후보들로만 구성한 경기에서 발생했고, 주전이 출전한 경기는 모두 승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가지 득이 더 있다고 말한다면 바로 짭짤한 수입이었다. 이 기간 홈경기는 총 3번으로, 경기당 평균 만 명이나 되는 관객들이 찾아와 그에게 285만 크랑이나 되는 거금을 안겨주었다.그리고 이 기간에 범석은 많은 수입을 추가로 얻었다. 첫째는 바로 프로검투협회에서 경기방송권에 대한 계약금으로 50만 크랑으로 전해준 일이었다. 비록 큰돈은 아니지만, 계약금은 단지 계약금일 뿐. 갓즈나이츠팀이 팬들에게 인기를 끌어 시청 건수가 올라간다면 수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 터였다. 두 번째는 언론과 홈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팀이 최첨단 시설의 치료센터 법인을 세우고 시즌권을 구매 시 1회씩의 무료검진과 해준다는 말을 흘리자 시즌권 판매가 적회1/12 쪽 지만 호조를 보인 일이었다. 총 3,000매로 세금을 빼니 513만 크랑어치였다. 그리고 이 한 달간 팀 엠블럼 제품 판매로 156만 크랑의 수입을 추가로 얻었다. 세 번째는 검투사 이적에 대한 수입이었다. 안드레아 외 4명을 다른 프로팀으로 보내며 840만 크랑의 몸값을 받아챙긴 것이다. 이에 범석의 여유자금이 총 9,793만 크랑으로 늘어났다. 퍼퍼퍼펑! 퍼퍼퍼펑! 리마시티 콜로세움의 하늘 위로 무수히 많은 불꽃이 쏘아 올려지고 있었다. 그사이를 스쳐 가는 플라잉 카들은 오색구름을 수놓고 있었고, 경기장에서는 수영복과 비견할만한 행사복을 입은 엘프들이 지나다니며 경기장의 열기를 고조시켰다. 그리고 스텐드 아래 관중석 담장에서는 갓즈나이즈 팀 엠블럼인 빛의 날개를 등에 단 기사문양이 그려진 깃발들이 불어오는 바람결에 거침없이 휘날리고 있었다. ‘역시 돈을 들인 보람이 있군.’ 더그아웃에 서서 외부의 풍경을 바라보는 범석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행사로 300만 크랑이라는 자금을 소모했지만, 이만한 분위기를 연출하니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오늘은 바로 개막전임과 동시에 갓즈나이츠의 프로 첫 데뷔무대가 펼쳐지는 날이었다. 이에 기대심리가 작용해 많은 지역민이 경기장을 찾아올 것이라 예상했고, 그는 2/12 쪽 거금을 투자해 그들의 시선을 끌고자 했다. ‘그나저나 많이도 왔네. 최소한 오만명은 넘을 것 같은데.’ 현재 110,000석을 자랑하는 리마시티 콜로세움은 절반 가까이 차 있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 정도의 팬들이 출입한다면 갓즈나이츠는 풍족한 자금 속에서 팀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중 많은 수는 개막전의 분위기에 휩싸여 찾아온 일반 관람객에 지나지 않았다. 입고 있는 옷이 팀 엠블럼 셔츠가 아닌 일반 외출복임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관객은 관객. 오늘 그에게 많은 수입을 가져다줄 것이 분명했다. 시즌권이 17,000장 팔려나간 중에, 5만 관중이 들어왔다는 얘기는 최소 33,000명 이상이 일반권을 구매했다는 뜻, 대략 470만 크랑의 순수입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이 돈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뒤돌아서고는 소속 팀원들을 바라봤다. 이들이 오늘 어떤 플레이를 펼쳐주느냐에 따라, 다음 홈경기에 찾아올 팬들의 수가 크게 차이 날 터였다. “자자. 곧 경기가 시작된다. 모두 준비 철저히 하도록 해!” “넷!” 팀원들이 장비를 챙기는 사이, 범석이 근처에 앉아 있던 라피네에게 다가갔다. 얼마 전에야 퇴원하는 바람에 팀훈련을 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지만, 프리롤이라면 충분히 3/12 쪽 소화할 듯 보여 오늘 출전명단에 올렸다. “라피네. 좀 무대가 커서 긴장되지?” 라피네가 도리도리 고개를 저어댔다. 비록 이런 큰 무대의 경기는 처음이지만, 전에 지하 투기장 손님들 앞에서 무수히 싸워온 터라 그다지 긴장감은 없었다. “아뇨. 괜찮아요.” “그래? 다행이네. 그런데 오늘 잘할 수 있겠어?” “네. 물론이에요. 자료화면을 봤는데, 오늘 상대할 검투사들은 별로 강해 보이지 않은 듯 보였어요. 한둘쯤은 금세 해치워버릴 수 있어요.” 오늘 상대할 팀은 파이어 피닉스즈팀으로 작년도 에이번드 에어리어 리그 순위 3위에 해당하는 강팀이었다. 매년 우승후보로 점치고 있고, 검투사층도 두꺼워 상대하기 여간 까다로운 팀이 아니었다. 그런데 라피네는 그런 검투사들을 두고 전혀 거리낌 없이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로서는 당연히 믿음직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후후. 그래. 그럼 오늘 너만 믿겠다.” “네. 염려 마세요.” 뒤돌아서려던 범석이 우려스러운 표정을 가득 짓고 다시금 말했다.4/12 쪽 “참! 체술은 써도 되는데, 고의로 상대 팀 검투사들을 부상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 알고 있지? 괜히 관절기술 써서 팔다리를 부러뜨리면 바로 퇴장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약간 자신이 없었다. 시합의 열기에 휩싸이다 보면 절로 나오는 동작이라, 고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야 같은 팀원과 범석을 상대로 해서 그럭저럭 넘어갔지만, 적으로 인식되는 타팀을 상대로는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네. 주의하도록 할게요.” “휴~ 그래. 꼭 조심해라.” 불안한 듯 긴 한숨을 내쉰 범석이 이번에는 다이아나에게 다가섰다. 감독으로서 이번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묻기 위해서였다. “다이아나. 이번 경기는 어떤 전략으로 나갈 거지?” 한참 1라운드 명단을 작성하던 다이아나가 키보딩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 “통상적인 전략으로 나갈 생각이에요. 약간 변화는 있겠지만요.” “어떤 방식으로?”5/12 쪽 “프리롤을 운용한 추행진으로 철저히 공격해서 분쇄할 것이에요. 아무리 상대가 강팀이라고 해도 주인님과 라피네가 있는 저희 주전들을 막아낼 수 없어요. 개막전이고 하니 화끈하게 끝내 팬들을 기분 좋게 집으로 돌려보내야죠.” 마음에 들기에 범석이 바로 찬성을 표했다. 자신도 오늘만큼은 확실히 팬들에게 어필 하는 경기를 하고 싶었다. 승리의 확실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중의 눈을 즐겁게 해 다시금 경기장을 찾게 하는 일도 중요했다.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해.” 그가 바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출전준비를 서둘렀다. 오늘 출전한 검투사는 선봉에, 범석, 오스칼, 마틸다외 1명이었고, 중견에는 레이미, 에리카, 레이메이, 헤라, 치리아, 미를리, 릴리스, 엠마, 히나외 1인이었다. 그리고 후미에는 실비아, 에르피나, 비너스, 폴리아였으며, 프리롤에 라피네가 배정되었다. 상당수가 프로급 실력에 해당하는 검투사들로, 오늘 하루 경기에서만큼은 에어리어리그 내 최강의 전력이라고 평가해도 너무한 감은 전혀 없었다. 그렇지만, 이런 갓즈나이츠를 우승 후보로 꼽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라피네의 존재를 모를뿐더러, 선수층이 너무 얇아 부상이나 체력 소진으로 주력 검투사중 누군가가 빠지게 된다면 전력이 크게 다운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 장내와 TV로 경기를 지켜보는 시청자 여러분. 여기는 리마시티 콜로세움입니다. 6/12 쪽 오늘은 51/52년도 에이번드 에어리어리그 개막경기를 중계하겠습니다. 오늘 맞붙을 양팀은 홈팀인 갓즈나이츠와 원정팀인 파이어 피닉스즈팀으로, 출전검투사로 홈팀 갓즈나이츠는 ……. 아나운서의 장황한 설명을 이어짐을 확인한 범석이 카타나를 쥐어 허리에 꽂았다. 이제 저 멘트가 종료되면 경기 준비신호가 떨어지게 되고, 입장 터널로 나가야 했다. 그리고 최소 5분 후에는 오늘의 개막전 시작되었다. “자자. 1라운드에 출전한 팀원들은 미리 더그아웃 입구 쪽에 대기하고 있어라!” 그의 외침에 라피네를 비롯한 1라운드 출전 검투사들이 헬멧과 무구를 어깨와 허리춤에 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후 입장 대기신호와 함께 더그아웃을 나가, 입구 터널에 줄 맞춰 섰다. - 양 팀 모두 입장해 주십시오! 동시에 범석과 오스칼을 선두로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이 2열 종대로 경기장 중앙으로 나아갔다. 보무도 당당한 모습에 홈팬들은 일제히 일어나 환호를 보냈다. “갓즈나이츠 잘해라! 파이어 피닉스즈 별것 아니다. 주눅만 들지 않으면 지지 않는다!”7/12 쪽 “오범석 너만 믿는다! TV에 나온 만큼만 하면 이길 수 있다!” “절대로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 같은 꼴은 나지 마라! 오늘 반드시 이겨서 올해 꼭 에이번드 에어리그 내에 살아남아야 한다!” 팬들의 응원에는 간절함이 한껏 담겨 있었다. 작년 한 해 에이번드 지역의 수도인 리마시티에서 프로 검투팀이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은 검투팬들에게 큰 수치나 다름없었다. 다행히 갓즈나이츠가 올라와 면을 세우기는 했지만, 올해 갓 승격해 온 신생팀이기에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작년 한 해 아마추어리그 때부터 꾸준히 갓즈나이츠를 응원해온 열성팬들은 뜻밖에 편안한 자세에서 관전하고 있었다. 승격토너먼트 경기를 통해, 갓즈나이츠의 전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 갓즈 나이츠팀과 파이어 피닉스즈팀이 중앙 시내를 사이로 마주하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군요. 강팀인 파이어 피닉스즈팀이 방진을 구성하고 있는 반면, 갓즈 나이츠는 공격 진형에 프리롤까지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아마운서의 발언 뒤로, 해설자가 웃음소리를 흘려대며 말했다. - 후후후. 당연한 현상입니다. 사실 주력만 놓고 봤을 때는 갓즈나이츠 팀이 파이어 피닉스즈팀을 약간 앞서니까요. 갓즈나이츠에는 이미 널리 알려진 오범석 검투사를 8/12 쪽 비롯한 오스칼, 에르피나와 같은 출중한 검투사들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다른 주전 검투사들도 상당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고, 홈팀이라는 이점도 있습니다. 당연히 파이어 피닉스즈팀으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죠. - 오 그럼. 갓즈나이츠팀이 승리한다는 말입니까? - 글쎄요. 경기 결과는 끝이 나기 전에는 확답해 드릴 수는 없지만, 지금 전광판에 나온 배당률을 보시면 아실 겁니다. 이 말과 동시에 관중의 시선이 일제히 전광판으로 향했다. 현재의 배당률은 2.1 대 1로 갓즈나이츠 팀이 크게 앞서고 있었다. 아무리 홈팀이라는 이점이 있다지만, 이런 현격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갓즈나이츠가 그만큼 강팀이라는 반증이었다. 어느새 기대감으로 가득 찬 홈팬들이 웅성웅성 거리며 오늘 결과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자자. 주변에 신경 쓰지 말고. 모두 경기에 집중해. 이번 라운드를 반드시 따내야 한다!” 범석의 외침에 긴장감이 가득 차 있던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정신을 차리고 파이어 피닉스즈 진영을 노려봤다. 확실히 지금은 외부의 반응에 신경 쓰고 있을 틈이 없었다. 어떻게든 승리를 따내 응원 나온 주인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녀들은 손에 든 무구를 만지작거리며 경기가 시작되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다.9/12 쪽 삐이익! - 자! 경기 시작입니다! 아나운서의 멘트와 함께 양 진영이 크게 일렁거렸다. 갓즈나이츠는 도강을 위해 적절한 지형을 찾아 나섰고, 파이어 피닉스팀은 이를 막고자 끈질기게 이동하며 앞을 막아섰다.이에 범석이 이를 잘근 깨물었다. 이놈의 홈경기장이라는 것이 홈팀인 자신들에게 불리한 지형으로 만들어져 있으니 짜증이 난 것이다. 그냥 평지였으면 그대로 돌진하면 됐는데, 중앙의 시내로 공격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아마도 전에 주로 리마시티 콜로세움을 애용하던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 탓에 이런 지형이 만들어진 듯싶었다. ‘아무래도 시청에다 얘기해, 이 시내 좀 없애 달래야 하겠어.’ 그러는 사이, 프리롤을 수행하고 있던 라피네가 도강에 성공해 상대 진형 쪽으로 넘어갔다. 바로 앞에 파이어 피닉스즈의 15번 검투사가 마크하고 있었지만, 전혀 상관하지 않는 눈치였다. 아니 그녀가 다가오려 하자 들고 있던 쌍검을 동시에 휘두르며 위협적인 공격을 퍼붓기까지 했다. “죽어랏!”10/12 쪽 차창. 창. 캉. 상륙을 허락한 파이어 피닉스즈의 15번 검투사가 일방적으로 뒤로 밀려 나갔다. 힘이면 힘, 검술이면 검술. 자신보다 월등한 능력으로 공격을 해오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녀는 사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지만, 도저히 이 위기를 모면할 방도가 보이지 않았다. “너, 넌 대체 누구야?” 15번 검투사의 떨리는 음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라피네가 힘껏 검을 뻗었다. 지하 투기장의 무투사로 활동해 온 그녀는 상대와 절대 말을 섞지 않은 습관이 있었다. 잔인하게 쓰러뜨려야 할 적에게 말을 걸어 정을 붙일 만큼 지하 투기장은 한가한 곳이 아니었다. 휙. 쾅. 창. “도, 도저히 나 혼자는 안 돼! 도와줘!” 가공할 만한 연격에 15번 검투사는 절망감 어린 표정으로 동료들을 불렀다. 몇 수 나눠보지도 않았지만, 워낙 현격한 차이로 자신은 도저히 상대할 수 없음을 깨달았11/12 쪽 던 탓이다. 그녀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동료 하나가 더 필요했다. 그렇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다. 그 짧은 외침의 순간 라피네가 몸쪽으로 파고들어 우악스러운 팔뚝으로 그녀의 양팔을 옥죄듯 부여잡은 것이다.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검 끝을 본 15번 검투사가 눈을 질끈 감았다.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지금 상황에서 이 공격을 막을 수는 없었다. 퍽. 강맹한 타격에 널브러지듯 바닥을 튕겨 나가는 상대의 모습을 본 라피네가 싱긋 웃었다. 오늘 주인에게 은밀한 사랑을 받을 생각 하니, 벌써 기분이 좋아졌다. 다른 엘프들에게 듣기로는 경기 MVP만 되면 그날 하루 범석과 진한 밤을 보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MVP를 위해서는 하나 가지고는 모자랐다. 그녀는 곧 방향을 돌리고는 파이어 피닉스즈 본진 쪽을 향해 내달렸다.============================ 작품 후기 ============================프로리그 진행 방식에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리그에 소속된 팀은 언제나 20팀입니다. 경기수는 38경기. 자신의 팀외 나머지 19팀과 홈경기 어웨이 경기를 2경기씩을 치러야하니 이 숫자가 나오는 겁니다. 참 많12/12 쪽 19팀과 홈경기 어웨이 경기를 2경기씩을 치러야하니 이 숫자가 나오는 겁니다. 참 많죠? 하지만 유럽의 프로축구팀도 같은 경기수를 소화하니, 설정상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다고 봅니다.그럼 모두들 편안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 개막전 경기 -- > 와아아아. 와아아아. 새로운 신성의 등장은 리마시티 팬들에게 크나큰 환희로 다가왔다. 그 이름은 라피네. 그녀의 활약은 실로 대단했다. 마크맨을 단번에 제압한데다가 이제 상대 팀의 후미를 공략하며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었다. 이에 파이어 피닉스즈는 급히 두 명의 검투사를 요격 보냈지만, 제압하기는커녕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하고 있었다. “이때다! 넘어!” 적진이 흐트러짐을 감지한 범석이 일제히 도강 명령을 내렸다. 이에 그를 위시한 오스칼 마틸다가 시내를 뛰어넘고는 달려드는 파이어 피닉스즈 검투사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차창! 차창! 창!! “모두 뒤로 물러서서 진형을 유지해!” 11번을 단 대장검투사의 명령으로 파이어 피닉스즈 팀 검투사들이 9명으로 정방진회1/14 쪽 을 구성했다. 이미 대다수의 갓즈나이츠팀 검투사들은 도강에 성공한 탓에, 이제는 방어진을 유지하며 시간을 끌 수밖에 없었다. 그녀들은 사방으로 방패와 창끝을 들이대며 적의 공격에 대비했다. ‘캬. 부러운데.’ 범석은 약간이지만 저들에게 감탄했다. 분명히 대다수 주전의 주력 무기가 따로 있을 터인데, 검방을 능숙하게 다루고 있었던 탓이다. 역시 프로팀 검투사라고나 할까? 경험이 짧아 각자의 무기에만 전문화된 갓즈나이츠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승기를 잡은 이때에 빨리 이번 라운드를 끝내 버려야 했다. 올해의 긴 시즌 경기를 소화해 내기 위해서는 될 수 있으면 경기 시간을 줄여, 체력을 안배하는 편이 좋았다. 그는 곧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더니, 에르피나를 향해 소리쳤다. “에르피나 네가 지휘해서 상대 팀 본진을 공략해! 나는 따로 행동한다.” “네. 알았어요.” 프리롤로 역할을 바꾼 범석이 한창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라피네에게 달려갔다. 그녀는 유리한 형세로 7번 검투사 3번 검투사를 잘 상대하고 있지만, 압도적으로 밀어붙이지는 못하고 있었다.2/14 쪽 이에 그는 라피네를 도와 요격 나온 파이어 피닉스즈의 검투사를 해치운 후, 본진으로 복귀할 참이었다. 오스칼과 함께 그녀가 앞장서서 길을 뚫는다면, 저런 방진쯤은 금세 무너뜨릴 수가 있었다. “요격 간 애들 조심해! 뒤쪽에서 한 명이 접근한다!” 몰래 뒤를 노리려던 의도가 상대 팀 대장검투사의 외침에 무산되었다. 채 닿기도 전에 3번 검투사가 뒤로 빠져 범석을 향해 검 끝을 겨누고 있었다. 기습에는 실패했지만, 그리 상관없는 듯 보였다. 그녀들이 맞상대할 존재들은 범석과 라피네였다. 그는 카타나를 깊게 뒤로 젖힌 후, 반탄력을 이용해 3번 검투사를 향해 강하게 내리쳤다. 쾅. 움찔하는 3번 검투사. 동시에 범석의 검이 기묘하게 꺾이며 허리 쪽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녀가 안간힘을 쓰며 방패를 내려 막았지만, 그 뒤로 날아오는 로우킥에 무릎 부위를 맞고 휘청거렸다. 이에 그가 3번 검투사의 검을 든 손목부위를 잽싸게 낚아채고는 힘껏 껴안았다. 그리고 바로 다리를 걸어, 엎어치기로 바닥에 냅다 꽂아버렸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구르는 3번 검투사. 여전히 한쪽 팔을 잡고 있었던 범석이 목줄기에 검을 가져가 그대로 그어버렸다.3/14 쪽 - 오범석검투사. 역시나 세계 5대 유망주 중 한 명답습니다. 상대 검투사를 단번에 해치워 버렸습니다. - 하지만, 라피네 검투사도 대단하네요. 지금 남아 있는 7번 검투사를 일방적으로 몰아치고 있어요. 오범석검투사와 라피네 검투사의 조합. 정말 무섭군요. 과연 누가 있어 저들을 막을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지네요. 장내 방송을 뒤로하고 범석이 7번 검투사를 뒤쪽을 공격해 들어갔다. 그녀는 이미 동료인 3번 검투사가 당한 사실을 알고 대비하고 있지만, 이 둘의 합격을 제대로 막을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결국, 뒤로 계속 물러나다 자기 발에 걸려 뒤로 넘어졌고, 라피네의 검에 복부를 정확히 강타당하고는 천천히 행동불능 상태로 빠져들었다. “자. 라피네 본진으로 귀환한다.” “네. 주인님.” 그녀는 범석을 뒤따라 본진에 복귀했다. 비록 조직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선봉에 서서 길을 뚫는 쯤은 충분히 수행할 수 있었다. 라피네는 곧 오스칼과 페어를 짜고, 쌍검을 휘두르며 파이어 피닉스즈팀의 중앙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뚫리면 안 돼! 막아!” 너무도 위력적인 공격에 대장인 11번 검투사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튼튼하게 방진4/14 쪽 을 짜고 있지만, 갓즈나이츠의 선봉이 안으로 파고들며 진을 흐트러뜨리고 있었다. 자신이 단창을 끝을 날려대며 견제를 하고 있지만, 범석의 교묘한 수에 막혀 무위로 돌아가기 일 수였다. 이 상태로라면 금세 돌파를 당하고 자신들은 뿔뿔이 흩어질 것이 자명했다. “안 되겠어. 뒤로 물러나야 해!” “안 돼! 그랬다가는 우리는 정말 끝장이야! 그대로 막아!” 파이어 피닉스즈 팀의 명령계통이 혼란되고 있었다. 일부 검투사들이 대장 검투사에게 반기를 든 탓이다. 빤히 뚫리는 상황에서 버티라고 하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15번 검투사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프로 순위 3위에 드는 자신의 팀이 아무리 적진이라지만 갓 올라온 승격팀을 상대로 방진에다 후퇴까지 하다 깨지면, 그만한 망신도 없었다. 물론 뒤로 물러나 승리를 점칠 수 있다면, 체면 불고하고 그리할 터였다. 그렇지만 지금도 뚫리는데 뒤로 물러난다고 안 뚫릴까? 자신들이 다리가 있어 뒤로 물러날 수 있을 듯이, 갓즈나이츠도 다리가 있어 전진해 올 것임은 당연한 이치였다. “이때다! 모두 파고들어!” 혼란으로 상대 팀의 진형에 미세하게 금이 갔음을 눈치챈 범석이 돌격을 명령했다. 이에 오스칼과 라피네가 진중을 파고들고는 서로의 등을 맞대 좌우로 검을 힘차게 5/14 쪽 휘둘렀다. 윙하는 살벌한 파공음과 함께 몇몇 파이어 피닉스즈 검투사들이 퉁겨져 나갔다. 다행히 방패로 막아 행동불능상태까지 빠져들지는 않았지만, 진형이 무너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이 사이를 마틸다를 선두로, 범석과 팀원들이 일제히 돌진해 들어갔다. “안 돼. 다시 빨리 모여!” 하지만, 때는 늦은 상태였다. 이미 진형은 갈가리 찢기고 난전 상태로 돌입하고 있었다. 차창. 창. 깡! 쾅. “모두 해치워 버려!” “응전해서 최대한 시간을 벌어!” 사방에서 튀는 불꽃과 요란한 금속음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형세는 파이어 피닉스팀이 일방적으로 밀리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검방으로 무장해 상대의 공격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수적으로나 실력 면으로나 모두 뒤처지고 있어 지금의 난관을 극복하기란 어려웠다. 특히나 범석과 라피네가 다시 뭉쳐 하나씩 동료들을 제거하고 있기에,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로 달리고 있었다.6/14 쪽 “도, 도저히 안 되겠어!” 파이어 피닉스팀의 검투사들이 계속해서 쓰러져나가자, 15번 검투사의 눈빛에 절망스러움이 한껏 풍겨 나왔다. 이대로라면 필멸. 그녀는 급히 물러선 후, 방패를 내려놓은 다음 뒤를 향해 줄행랑쳤다. 창피하기는 했지만, 시간을 끌어 비겨보기라도 할 심산이었다. 우우우! 우우우! 관중석 이곳저곳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응원팀인 갓즈 나이츠가 저랬다면 입 다물고 있겠지만, 알다시피 파이어 피닉스팀은 원정팀이었다. 타 팀의 비겁한 수작에 응원을 보낼 팬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 사이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서넛만 남은 상대팀을 항해 종횡무진 검과 창을 휘둘러대며, 행동불능상태를 이끌어냈다. “자. 이제 하나다. 빨리 잡고 이번 라운드를 끝낸다.” 범석의 명령이 터져 나오기가 무섭게, 라피네가 빠르게 15번 검투사를 향해 내달렸다. 그녀의 민첩 스텟은 87+10. 범석도 특성을 발동시키지 않는다면 그 뛰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결국, 마지막 남은 15번 검투사는 그녀에게 목줄기를 부여 잡히고는 그대로 바닥에 뒹굴었다.7/14 쪽 와아아아! 와아아아! “대단하다! 갓즈 나이츠!” “에이번드 에어리어리그 내 민폐다! 그런 실력을 갖췄으며 빨리 와이드리그로 꺼져버려라!” 관중의 열화같은 응원을 받으며 갓즈나이츠팀의 검투사들이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아무리 홈 경기라지만 작년 리그 순위 3위 팀을 이리 처참하게 깨버렸으니, 팬들이 흥분할 만도 했다. 리마시티 팬들은 자 연고지 검투팀이 이렇듯 속 시원히 경기를 풀어나가는 장면을 처음 봤다. 범석이 환호하는 팬들에게 손을 몇 차례 흔들고는 벤치로 돌아와 자리에 풀썩 앉았다. ‘휴~ 끝났군. 참. 오늘 놈들도 시합이 있지? 확인해봐야겠군.’ 범석이 옆에 놓여 있던 가방을 끌고 와 무릎에 올리고는 지퍼를 열었다. 안에는 잡다한 물건들이 잔뜩 어지럽게 놓여 있는데, 그가 집어든 물건은 전자수첩이었다. 갓즈나이츠와는 관계없지만, 반드시 확인해 볼 경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급히 홀로그램 TV 화면을 불러오고는 차분히 관전하기 시작했다.8/14 쪽 ‘으음. 여기도 경기를 진행하는군.’ 화면 속에 나오는 장면은 하얀색 바탕에 검은 점박이 무늬가 박혀 있는 슈트를 입고 있는 검투팀과 녹색 민무늬의 슈트를 입고 있는 검투팀 간의 경기 장면이었다. 바로 월드리그 개막전 중 하나인, 다크 하이에나즈팀과 헬 드라이어즈의 경기였다. 그런데 범석이 왜 관심을 두느냐? 바로 오늘 경기에 제르미아가 출전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지난 승격토너먼트 대회 때 자신이 영입해주기로 약속했던 엘프 검투사로, 함께 그레이트 하이에나팀에 왔던 로리아의 슬럼프로 최근에 후보로 올라선 상태였다. ‘라운드 전적이 2승 1무 1패라고?’ 4라운드까지 끝난 지금 다크 하이에나즈 팀이 헬 드라이어즈팀을 상대로 2승 1무 1패로 앞서 나가고 있었다. 놈들은 월드리그에서 하위권 팀에 속해 있지만, 홈경기장이라는 이점으로 올해 갓 승격되어온 약팀인 헬 드라이어즈팀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만약 이 상태로 5라운드에서 무승부 이상을 펼치게 된다면, 경기종료 후 소중한 승점 3점을 얻게 되었다. ‘후후후. 아주 좋아.’ 다크 하이에나팀은 줄리앙의 아버지가 회장으로 있는 하이에나즈 그룹 소속의 월드9/14 쪽 리그 팀이었다. 아무리 제르미아가 뛰고 있다고는 하나, 그들에게 잔뜩 앙금이 있던 범석으로서는 하등 좋아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그가 이리 미소까지 지으며 좋아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제르미아가 자신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흑사회가 돕는 이상, 오늘 놈들의 승리는 절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가방에서 또 다른 전자수첩을 꺼내 들었다. 소유자가 명기되어 있지 않은 전자수첩으로, 전에 제르미아에게 준 같은 전자수첩과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었다.범석은 통신 메뉴를 열어 그녀와 은밀한 통화를 짧게 나뉘었다. 오늘 제르미아가 해줘야 할 일이 있었다. ‘줄리앙 이 자식. 한번 톡톡히 엿 좀 먹어 봐라.’ 전자수첩을 닫은 범석이 근처에 있던 엠마에게 다가갔다. 후보인 그녀는 2라운드에 출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다. “엠마. 작전에 들어간다.” 마침 검을 손질하고 있던 그녀가 멀뚱멀뚱 범석을 쳐다봤다. “작전이라니요?” “점박이 개 잡기. 몰라?”10/14 쪽 그 말을 듣자마자 엠마가 주의를 살피더니 벌떡 일어나 그에게 작게 속삭였다. “그래요? 지금요?” “응. 당장. 지금 무척 급해. 30분도 채 안 남았어.” “알았어요. 바로 처리해 드릴게요.” 전자수첩을 챙겨서 급히 탈의실 안으로 들어가는 엠마를 본 범석이 생끗 웃었다. 이제 곧 흑사회의 조정을 받는 어느 약국의 주인이 협회 쪽에 금지약물을 사간 한 엘프가 경기에서 뛰고 있다고 신고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 경기규칙상 소속팀의 누군가가 금지약물을 복용하면, 해당 검투사는 최소 1개월간의 출전금지를 당하고, 팀은 승점 -3점의 페널티를 선고받게 되어 있었다. 게다가 해당 경기는 무조건 몰수패였기에, 오늘 다크 하이에나즈팀은 총 -6점이 깎기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다. 하위팀들은 1, 2점에도 강등이 결정되는 일이 빈번함을 볼 때, 이 페널티 점수는 다크 하이에나팀에게 커다란 데미지를 안겨줄 것이 분명했다. 물론 약물 복용으로 말미암아 제르미아의 성장 잠재성이 깎이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곧 만들어질 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으면 그뿐이었고, 오늘 일로 그녀의 몸값이 크게 떨어질 테니 영입도 그만큼 손쉬워질 터였다. ‘자. 그럼 일단 이 일은 제르미아와 흑사회에 맡기는 것으로 하고, 나는 경기에 집중해 볼까?’11/14 쪽 2라운드에 출전할 검투사는 후미에 비너스, 폴리아, 에르피나. 중견에는 엠마를 비롯한 미를리, 릴리스, 레이메이, 에리카외 1인. 선봉에는 오스칼과 마틸다외 1인. 그리고 프리롤의 라피네였다. 일부 실력이 떨어지는 팀원들이 껴 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나쁜 전력은 아니었다. 아무리 못해도 파이어 피닉스즈팀의 2진을 상대로 무승부 정도는 거두리라고 생각됐다. 얼마 후. 2라운드가 시작되었고, 그는 차분히 벤치에 앉아서 차분히 2진들의 경기를 관전했다. ‘으음. 쟤들은 또 방어야.’ 파이어 피닉스즈팀이 2라운드에 채용한 전법은 원형진이었다. 한 겹만 뚫으면 되었기에 방진보다 돌파는 쉽지만, 원형의 중앙에 있는 창사들로 그리 만만치 않았다. 무리하게 뚫으려다 보면 2중 3중의 창끝이 날아오는 탓에 진입하다가 크게 당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세간에서 방어진법으로 방진보다 원형진을 우위에 두고 있었다. 다만, 단점이 하나 있는데, 진이 이동이 상당히 힘들다는 점이었다. 사각으로 촘촘히 대열을 맞추는 방진은 이동 중에도 진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원형진은 한 겹의 줄이 원형으로 이루어져 있던 탓에, 진을 움직이게 된다면 균열이 벌어질 수 있었다. 이때 공격 측에서 진입해온다면 금세 뚫릴 위험성이 있었다. 덕분에 갓즈나이츠의 2진은 쉽사리 도강을 해, 파이어 피닉스즈팀을 향해 돌진할 수 있었다.12/14 쪽 오늘은 GA컵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GA컵은 모든 아마추어 검투팀과 프로검투팀이 한 장소에서 자웅을 겨루는 축제의 장입니다. 문제는 워낙 많은 팀들이 참가해서 한꺼번에 승격토너먼트를 치르고 끝낼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1년 내내 토너먼트를 진행해야 했고, 총 21차전의 경기가 벌어지게 됩니다.1. (1, 2, 3차전) : 이때는 아마추어팀만이 치루게 됩니다. 시즌 전 봄에 치뤄지는 것이 보통입니다.2. (4, 5, 6, 7차전) : 이때에는 1,2,3차전에서 살아남은 아마추어팀과 에어리어 리그팀이 한데 뭉쳐서 경기를 진행합니다.3. (8, 9, 10, 11차전) : 7차전에서 올라온 팀과 와이드리그팀이 각축전을 벌이게 됩니다.4. (12, 13, 14차전) : 11차전에서 올라온팀과 센트럴리그팀이 각축전을 벌이게 됩니다.5. (15차전) : 14차전에서 올라온 팀과 작년도 월드리그 우승, 준우승팀을 제외한 모든 월드리그팀이 각축전을 벌이게 됩니다.13/14 쪽 6. (16, 17, 18, 19, 20, 21차전) : 15차전에서 올라온 팀과 작년도 드리그 우승, 준우승팀이 참가해 각축전을 벌여 최종 우승팀을 나옵니다.이 이상 안에 들어가니 복잡하니, 더 이상은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편안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14/14 쪽 < -- 개막전 경기 -- > ‘역시. 우승권에 드는 프로팀이라서 그런가? 아마추어 시절처럼 쉽지는 않네.’ 파이어 피닉스즈의 원형진은 무척 견고했다.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진입을 시도하려고 할 때마다, 적절한 공세와 방어로 물리치고 있었다. 라피네와 오스칼의 연합공격이라면 충분히 뚫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조직력이 가다듬지 못해서인지 서로 엇박자가 나며 공격력에 누수가 생기고 있었다. 하지만, 의외의 인물이 공세의 물꼬를 텄다. 바로 비너스였다. 양쪽 방패를 앞에 세우고 돌진해 들어가자 상대팀 검투사들이 아직 대응하지 못하고 진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아무리 창끝을 날려대도 그대로 방패에 모두 튕겨져나가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에 기회라고 생각한 오스칼이 바로 뒤를 받쳐주자 그대로 중앙을 뚫려버렸다. “돌진해 들어가!” 더그아웃까지 들려오는 에르피나의 목소리에 갓즈나이츠 2진들이 무너진 진형을 안을 파고들었다. 몇몇 파이어 피닉스즈 검투사들이 막고자 뚫린 입구 쪽으로 달려들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중앙 쪽으로 들어온 라피네가 종횡무진으로 쌍검을 휘두르며, 위협하자 제자리걸음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었다. 결국, 원형진은 갈가리 찢겨나가고 일방적인 갓즈나이츠의 공세가 시작되었다.회1/13 쪽 “꺄아아악! 안 돼!” 사방에서 파이어 피닉스즈 검투사들의 뾰족한 고성이 들려왔다. 사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지만, 흩어진 그녀들이 뭉쳐서 연합공격을 해대는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이에 얼마 안 가 라피네의 손에 대장 검투사가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들었고, 2라운드도 갓즈나이츠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엠마의 손에 두 명의 상대팀 검투사가 당했다는 것이었다. 비록 지능적인 플레이로 주워 먹기 식으로 얻어낸 포인트였지만, 일단은 포인트이니 기록에 남게 되었다. ‘후후. 흑사회 땡잡았네. 엠마가 프로 첫 출전에 2포인트나 얻었으니까 말이야.’ 흑사회가 간절히 원하는 바는 바로 엠마의 프로진출과 함께 눈에 띌만한 성과를 얻는 일이었다. 당연히 오늘의 2킬은 그들로서는 천금과 같은 포인트라고 할 수 있었다. 프로에 진출했다는 명함 하나보다는 가시적인 기록이 포함된 자료가 훨씬 정부관계자를 설득하는 데에 유리했다. 범석이 잠시 시계를 바라보고는 뭔가를 결심한 눈초리를 지었다. 2라운드가 워낙에 일찍 끝나 후보들의 체력이 많이 남아도니, 엠마를 3라운드에서도 뛰게 할 참이었다. 아직 주전급 실력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짬이 날 때마다 출전기회를 많이 줘 성장의 기틀을 마련해 주는 편이 좋았다. 2/13 쪽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이아나에게 다가갔다. “다이아나. 엠마를 다음 3라운드에도 출전시켰으면 하는데.” “엠마님을요?” 범석의 주의를 살폈다. 팀에 자신의 엘프만 있다면 모를까. 무리한 출전 종용은 편애로 비치며, 다른 엘프검투사들의 불만을 유발할 수 있었다. “응. 그래. 2포인트를 올렸는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영 알 수 없어서 말이야. 원래는 그런 실력이 아니잖아. 그래서 옆에서 지켜보며 우연인지 아니면 센스인지 같이 플레이하며 살펴보게.” 곰곰이 고민해보던 다이아나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도 프로생활을 하며 실력이 떨어지면서 상당수 포인트를 올리는 검투사를 자주 봐왔다. 그런 검투사들의 특징은 지능적이고 판단력이 무척 높다는 점인데, 엠마도 비슷한 스타일을 지니고 있었다. 2라운드를 따내 경기가 편하게 흘러가고 있으니, 투입해 시험을 해보는 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됐다. 못해봐야 경기 시간이 길어지는 일뿐이었고, 잘만 하면 예기치 않은 주전급 검투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좋아요. 그렇게 할게요. 저도 엠마님의 플레이를 확인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 그럼 그렇게 명단을 짜줘.”3/13 쪽 그 말을 하고 난 범석이 더그아웃 입구로 가, 들어오는 2진급 검투사를 일일이 마중했다. 그리고 헬멧을 벗으며 들어오는 엠마에게 3라운드 출전소식을 알리고는 철저히 준비를 주문했다. 통상 전략에서 3라운드 출전은 곧 주전의 기회를 준다는 뜻, 엠마는 무척 긴장한 눈초리로 자신의 벤치로 가 앉았다. 단번에 주전의 자리를 꿰찰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지만, 잘만하면 그 길이 무척 짧아질 수 있었다. 삐이익! - 자 3라운드 경기가 시작됩니다! 중앙의 시내를 마주하고 서 있던 갓즈나이츠가 시내 너머로 날카로운 눈초리를 쏘아내며, 도강을 시도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파이어 피닉스즈팀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공격적인 포메이션을 짜고 있었다. 이미 2패를 떠안은 상황에서 더 이상의 무승부작전은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승리뿐이었다. ‘잘됐네. 확실히 뭉개버리고 승점 3점을 따낸다.’ 갓즈 나이츠가 올해 목표하는 점수는 40점이었다. 낮다면 낮은 점수지만, 높다고 생4/13 쪽 각하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이 점수에 이르기 위해서는 총 13승 2무의 전적이 필요했다. 시즌 초반 원정경기를 포기한 갓즈나이츠에게는 어려운 목표가 될 수 있기에, 오늘 경기를 확실히 매듭짓고 승점을 챙기는 편이 좋았다. 그가 바로 뒤돌아서서 엠마를 바라봤다. “엠마. 잘 따라와야 한다.” “네. 알겠어요.” 그녀가 범석의 뒤로 바짝 붙었다. 이번 3라운드에서의 임무가 바로 그와 페어를 짜서 싸우는 일이었다. 범석은 갓즈나이츠의 에이스였기에 중요한 모든 경기에 참가해 활약하고 있었다. 만약에 그와 쌍을 이뤄 좋은 전술옵션을 만들어 낸다면 간혹 주전으로 뛸 기회가 생기게 되었다. 당연히 엠마로서는 무척 좋은 기회이니, 열성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시선을 돌려 프리롤을 수행하는 라피네에게 집중했다. 오늘의 키플레이어는 그녀였기에,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에 따라 본진이 어떤 전술로 나갈지 결정되었다. 세세히 행동을 살피고, 미리 준비해야만 팀플레이를 훌륭히 소화해 낼 수 있었다. ‘으음. 마크맨이 두 명이나 붙어 있네. ’ 이미 도강을 마친 라피네는 두 명의 검투사는 맞붙고 있었다. 꽤 치열한 접전을 벌이5/13 쪽 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상대 팀에서 제법 능력 있는 검투사들을 투입시킨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본진이 크게 약화 되어 있을 터. 주 전투 무대가 이쪽이 될 공산이 컸다. 엠마는 바로 도강을 준비하고는 범석을 쳐다봤다. “모두 도강한다!” 그 말이 터져 나오기가 무섭게 범석을 위시한 갓즈나이츠의 선봉이 땅을 박찼다. 바로 이를 뒤따라 도강을 한 엠마가 급히 범석의 뒤에 따라붙고는 파이어 피닉스즈의 공격에 대비했다. 그녀는 검술실력이 극히 떨어지기에, 홀로 상대 팀 주전과 붙는 일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항시 그와 붙어 다니며 연계 플레이를 수행할 필요가 있었다. 창. 차창. 창. 캉! “오스칼! 마틸다! 앞으로 돌진해서 우리 중견들이 들어올 공간을 마련해!” 오스칼과 마틸다가 손에 쥔 검을 마구 휘저으며 서서히 공간을 넓혀갔다. 이에 먼저 에리카와 레이메이가 건너와 급히 전방으로 달려가 선봉들을 도왔다. 그 사이 범석을 따라다니던 엠마는 두 명의 검투사를 맞이하여 크게 고전하고 있었다. 아직 모든 팀원이 넘어오지 못한 상태라 수적 열세에 빠지는 것은 당연했다. 다행히 범석이 옆에서 돕고 있어서 버티고는 있지만, 이 상황이 길어진다면 어이없게 당6/13 쪽 하는 일이 발생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 뒤로 넘어온 치리아와 미를리가 가세하며 적의 공격을 분산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휴. 다행이네.’ 어느덧 한 명의 파이어 피닉스즈 검투사와 상대하게 된 엠마는 여유를 되찾았다. 여전히 위협적인 검 끝이 날아오기는 했지만, 둘보다는 확실히 나았다. 그녀는 방어자세로 일관하며 여전히 버티기는 데에만 사력을 다했다. 눈에 띄는 활약을 위해 능력 이상의 행동을 보인다면 당하게 된다는 사실쯤은 모를 리가 없었다. 검투 경기에서는 시종일관 밀려도 마지막 순간에 상대의 몸에 검을 꽂는 자가 승리하게 되어 있었다. ‘차분히 방어로 나가며, 기회를 엿봐야 해. 저번 라운드처럼 하면 충분히 포인트를 얻을 수 있을 거야.’ 잠시 후 엠마가 노리는 기회는 찾아왔다. 범석과 상대하던 8번 검투사가 시종일관 밀리며 자신 쪽을 향해 등을 보이고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그녀가 검술실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등 뒤에서 날리는 검을 상대가 막을 수 없을 터였다. 문제는 지금 한창 공격해오는 2번 검투사였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으니, 짧지만 그 빈틈을 놓칠 리가 없었다.7/13 쪽 ‘어떻게 하지? 좋은 찬스인데.’ 엠마의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데스 포인드가 쌓이는 것은 프로검투사로서 좋지 않지만, 하나의 킬 포인트와 맞바꾼다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세간에서 한 검투사를 평가하는데 살펴보는 기록은 출전경기 수와 라운드, 그리고 킬 포인트였다. 데스 포인트는 그 이후의 참고자료에 불과했다. 맞바꿀 보장만 있다면 충분히 시도해 볼 만 했다. 그리고 잘만 하면 굳이 킬 포인터를 쌓지 않아도 됐다. 데스 포인트에 해당하는 전신 행동불능 상태는 머리나 몸통 등의 주요 급소부위만 맞았을 때 일어났다. 결정을 내린 그녀는 슬며시 자리를 이동하며 8번 검투사를 공격하기 가장 적당한 자리를 위치했다. 그리고 2번 검투사의 공격으로 검이 퉁겨나가는 척하며 온 힘을 다해 8번 검투사의 등을 가격했다. 퍽. 휘청거리며 앞으로 기울여지는 8번 검투사의 모습을 볼 겨를도 없이 엠마가 날아오는 2번 검투사의 검에 왼팔을 가져다 대었다. 이윽고 전해져오는 강력한 물리력의 충격으로 그녀의 왼팔이 축 늘어졌다. 한쪽 팔을 내어주고 킬 포인트 하나를 올리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그녀는 오른팔만으로 검을 회수한 후에 이어질 공격에 대비했다. 그러나 다음은 없8/13 쪽 었다. 2번 검투사가 엠마를 완전히 제압하기 위해 검에 반동을 실은 시점에, 범석이 그 옆을 스쳐 지나간 것이다. 퍼퍽. “엠마. 꽤 하는데. 덕분에 둘을 동시에 처리했어.” 몸을 허물어뜨리는 2번 검투사를 슬며시 바라본 엠마가 흐뭇한 표정을 짓고 범석의 뒤를 쫓았다. 이로써 3포인트를 올린데다가 그의 인정까지 받았으니 앞으로 리그 경기에 참가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최근까지 그녀는 배 이상으로 늘어난 팀원들로 과연 자신이 리그 경기에 출전할 수 있을지 근심하고는 했었다. 차. 차앙. 쾅. 창. 오스칼의 검격을 받은 4번의 등번호를 단 검투사가 중심을 잃은 채 퉁겨져 나갔다. 강력한 힘이 담긴 거검을 일반 에어리어리그의 프로 검투사가 감당하기란 무리가 있었다. 물론 오랫동안 프로생활을 했다는 경험이 있기는 했지만, 그 세월 동안 이런 무지막지한 힘의 소유자를 만난 적이 없기에 하등 소용이 없었다. “이만 편하게 뒤로 자빠지시지!”9/13 쪽 연달아 좌우로 휘젓는 오스칼의 거검에 타격력에 4번 검투사의 몸이 공중으로 붕붕 떠다녔다. 충격으로 데미지가 쌓인 팔은 잘 움직이지도 않았다. 주위의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이미 대다수가 당해 바닥에 누워 있어 불가능했다. 그리고 간혹 남아 있는 동료들도 도움을 갈구하는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그녀의 사각으로 엠마가 다가서고 있었다. 비록 한쪽 팔은 못 쓰지만 검을 내지르는 정도는 가능했다. 그녀는 타이밍을 재고 있다가 오스칼이 거검에 내리치는 시점에 4번 검투사의 옆구리에 검을 찔러넣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휘청이며 넘어지는 4번 검투사. 느닷없는 스틸에 어이가 없던지 오스칼이 뾰로통한 표정으로 엠마를 쳐다봤다. 그녀가 흑사회를 위해 포인트를 간절히 원하는 만큼, 오스칼도 MVP를 위해 포인트가 필요했다. 최근에 들어온 라피네로 얼마 전에야 간신히 에르피나에게 빼앗은 팀 내 이인자 자리가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 “엠마님! 저 얘는 제 몫이었다고요!” “미안. 나중에 주급 타면 맛있는 것 많이 사줄게.” 염치는 있던지 엠마가 사과의 말을 던지고 자리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범석이 향하는 또 다른 사냥터로 달려갔다. 본진은 그런대로 정리되어 가고 있지만, 라피네가 있는 곳에는 아직 둘이나 상대 팀 검투사가 남아 있었다. 오늘 도합 4포인트를 얻기는 했지만, 아직 그녀는 배고팠다.10/13 쪽 와아아아! 와아아아! 리마시티 콜로세움에서 열린 갓즈나이츠대 파이어 피닉스즈팀간의 개막전 경기는 일방적인 스코어인 3대 0으로 갓즈나이츠가 승리했다. 전문가들이 이미 익히 예상하고 있었지만,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많은 팬은 오늘의 승리가 믿기지 않은 듯 환호하고 있었다. 작년 리그 순위 3위이자 매년 우승후보로 분류되는 파이어 피닉스즈였다. 그런 팀을 시종일관 밀어붙이더니 오늘과도 같은 통쾌한 승리를 이끌어 내였다. 팬들은 콜로세움을 빠져나가며 도란도란 얘기를 꽃피우며 한껏 갓즈나이츠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다이아나감독! 오늘 소감 좀 얘기해줘!” “저기! 라피네양! 대체 어디서 활동했기에 그런 실력을 갖추고 있지? 혹시 전에 속했던 프로팀이 어딘지 말해 줄 수 있어!” “엠마씨! 잠시 이쪽 좀 보세요! 사진 좀 찍게요!” 복도를 지나치는 동안 범석과 갓즈나이츠 팀원들은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나 오늘 MVP로 선정되리라 생각되는 라피네와 지능적인 플레이로 5킬을 스틸(?)한 엠마에게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에 범석이 나서서 손을 휘저으며 기자들에게 소리쳤다. 여기서 일일이 질문에 답11/13 쪽 변하다가는 끝도 없었기 때문이다. “자. 질문은 기자 간담회실에 받겠습니다. 모두 길 좀 열어주십시오.” 그럼에도, 불과하고 기자들은 끝없이 따라붙으며 계속 자신들의 용무를 봤다. 기자간담회실에 간다고 해도 질문할 수 있는 내용은 극히 일부였다. 기회가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답변을 얻어내는 것이 좋았다. 결국, 범석은 억지로 힘으로 밀어붙여서야 간신히 간담회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작품 후기 ============================ 오늘은 리그컵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리그컵이란 해당 리그에 소속되어 있는 20개 팀이 맞붙어 최종 승자를 가리는 대회입니다.이 대회는 토너먼트 경기방식으로 시행되는데, 총 5차전을 치릅니다. 1차전 하위 12개 팀 중 6개팀 선출 2차전 1차전 승자 6팀과 작년도 리그 순위 3~8위팀이 차지한 팀까지 합쳐 총 12개 팀이 붙어 6개팀을 선출합니다. 3차전 2차전에서 올라온 6개 팀과 작년도 순위 1,2위팀이 참가해 8강전을 치룹니다. 4차전 4강전이죠. 5차전 결승전입니다.12/13 쪽 그런데 실제 경기는 10게임을 치릅니다. 1차전당 홈과 어웨이도 2번 경기를 치러서 라운드를 많이 가져간 팀이 이깁니다. 그리데, 문제는 홈경기와 어웨이 경기를 통해 1대 1일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농후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대회에서는 홈, 어웨이경기 총 10라운드 전적에서 가장 많은 라운드 승수를 가져가는 팀이 승자가 됩니다. 그래서 홈이든 어웨이든 첫 번째 경기에서는 무조건 5라운드를 모두 소화해 내야 합니다. 그럼 모두 편한 하루 보내시고요. 전 주말인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 -- 개막전 경기 -- > 와아아아. 와아아아. 새로운 신성의 등장은 리마시티 팬들에게 크나큰 환희로 다가왔다. 그 이름은 라피네. 그녀의 활약은 실로 대단했다. 마크맨을 단번에 제압한데다가 이제 상대 팀의 후미를 공략하며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었다. 이에 파이어 피닉스즈는 급히 두 명의 검투사를 요격 보냈지만, 제압하기는커녕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하고 있었다. “이때다! 넘어!” 적진이 흐트러짐을 감지한 범석이 일제히 도강 명령을 내렸다. 이에 그를 위시한 오스칼 마틸다가 시내를 뛰어넘고는 달려드는 파이어 피닉스즈 검투사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차창! 차창! 창!! “모두 뒤로 물러서서 진형을 유지해!” 11번을 단 대장검투사의 명령으로 파이어 피닉스즈 팀 검투사들이 9명으로 정방진 을 구성했다. 이미 대다수의 갓즈나이츠팀 검투사들은 도강에 성공한 탓에, 이제는 방어진을 유지하며 시간을 끌 수밖에 없었다. 그녀들은 사방으로 방패와 창끝을 들이대며 적의 공격에 대비했다. ‘캬. 부러운데.’ 범석은 약간이지만 저들에게 감탄했다. 분명히 대다수 주전의 주력 무기가 따로 있을 터인데, 검방을 능숙하게 다루고 있었던 탓이다. 역시 프로팀 검투사라고나 할까? 경험이 짧아 각자의 무기에만 전문화된 갓즈나이츠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승기를 잡은 이때에 빨리 이번 라운드를 끝내 버려야 했다. 올해의 긴 시즌 경기를 소화해 내기 위해서는 될 수 있으면 경기 시간을 줄여, 체력을 안배하는 편이 좋았다. 그는 곧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더니, 에르피나를 향해 소리쳤다. “에르피나 네가 지휘해서 상대 팀 본진을 공략해! 나는 따로 행동한다.” “네. 알았어요.” 프리롤로 역할을 바꾼 범석이 한창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라피네에게 달려갔다. 그녀는 유리한 형세로 7번 검투사 3번 검투사를 잘 상대하고 있지만, 압도적으로 밀어붙이지는 못하고 있었다.2/14 쪽 이에 그는 라피네를 도와 요격 나온 파이어 피닉스즈의 검투사를 해치운 후, 본진으로 복귀할 참이었다. 오스칼과 함께 그녀가 앞장서서 길을 뚫는다면, 저런 방진쯤은 금세 무너뜨릴 수가 있었다. “요격 간 애들 조심해! 뒤쪽에서 한 명이 접근한다!” 몰래 뒤를 노리려던 의도가 상대 팀 대장검투사의 외침에 무산되었다. 채 닿기도 전에 3번 검투사가 뒤로 빠져 범석을 향해 검 끝을 겨누고 있었다. 기습에는 실패했지만, 그리 상관없는 듯 보였다. 그녀들이 맞상대할 존재들은 범석과 라피네였다. 그는 카타나를 깊게 뒤로 젖힌 후, 반탄력을 이용해 3번 검투사를 향해 강하게 내리쳤다. 쾅. 움찔하는 3번 검투사. 동시에 범석의 검이 기묘하게 꺾이며 허리 쪽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녀가 안간힘을 쓰며 방패를 내려 막았지만, 그 뒤로 날아오는 로우킥에 무릎 부위를 맞고 휘청거렸다. 이에 그가 3번 검투사의 검을 든 손목부위를 잽싸게 낚아채고는 힘껏 껴안았다. 그리고 바로 다리를 걸어, 엎어치기로 바닥에 냅다 꽂아버렸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구르는 3번 검투사. 여전히 한쪽 팔을 잡고 있었던 범석이 목줄기에 검을 가져가 그대로 그어버렸다.3/14 쪽 - 오범석검투사. 역시나 세계 5대 유망주 중 한 명답습니다. 상대 검투사를 단번에 해치워 버렸습니다. - 하지만, 라피네 검투사도 대단하네요. 지금 남아 있는 7번 검투사를 일방적으로 몰아치고 있어요. 오범석검투사와 라피네 검투사의 조합. 정말 무섭군요. 과연 누가 있어 저들을 막을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지네요. 장내 방송을 뒤로하고 범석이 7번 검투사를 뒤쪽을 공격해 들어갔다. 그녀는 이미 동료인 3번 검투사가 당한 사실을 알고 대비하고 있지만, 이 둘의 합격을 제대로 막을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결국, 뒤로 계속 물러나다 자기 발에 걸려 뒤로 넘어졌고, 라피네의 검에 복부를 정확히 강타당하고는 천천히 행동불능 상태로 빠져들었다. “자. 라피네 본진으로 귀환한다.” “네. 주인님.” 그녀는 범석을 뒤따라 본진에 복귀했다. 비록 조직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선봉에 서서 길을 뚫는 쯤은 충분히 수행할 수 있었다. 라피네는 곧 오스칼과 페어를 짜고, 쌍검을 휘두르며 파이어 피닉스즈팀의 중앙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뚫리면 안 돼! 막아!” 너무도 위력적인 공격에 대장인 11번 검투사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튼튼하게 방진4/14 쪽 을 짜고 있지만, 갓즈나이츠의 선봉이 안으로 파고들며 진을 흐트러뜨리고 있었다. 자신이 단창을 끝을 날려대며 견제를 하고 있지만, 범석의 교묘한 수에 막혀 무위로 돌아가기 일 수였다. 이 상태로라면 금세 돌파를 당하고 자신들은 뿔뿔이 흩어질 것이 자명했다. “안 되겠어. 뒤로 물러나야 해!” “안 돼! 그랬다가는 우리는 정말 끝장이야! 그대로 막아!” 파이어 피닉스즈 팀의 명령계통이 혼란되고 있었다. 일부 검투사들이 대장 검투사에게 반기를 든 탓이다. 빤히 뚫리는 상황에서 버티라고 하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15번 검투사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프로 순위 3위에 드는 자신의 팀이 아무리 적진이라지만 갓 올라온 승격팀을 상대로 방진에다 후퇴까지 하다 깨지면, 그만한 망신도 없었다. 물론 뒤로 물러나 승리를 점칠 수 있다면, 체면 불고하고 그리할 터였다. 그렇지만 지금도 뚫리는데 뒤로 물러난다고 안 뚫릴까? 자신들이 다리가 있어 뒤로 물러날 수 있을 듯이, 갓즈나이츠도 다리가 있어 전진해 올 것임은 당연한 이치였다. “이때다! 모두 파고들어!” 혼란으로 상대 팀의 진형에 미세하게 금이 갔음을 눈치챈 범석이 돌격을 명령했다. 이에 오스칼과 라피네가 진중을 파고들고는 서로의 등을 맞대 좌우로 검을 힘차게 5/14 쪽 휘둘렀다. 윙하는 살벌한 파공음과 함께 몇몇 파이어 피닉스즈 검투사들이 퉁겨져 나갔다. 다행히 방패로 막아 행동불능상태까지 빠져들지는 않았지만, 진형이 무너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이 사이를 마틸다를 선두로, 범석과 팀원들이 일제히 돌진해 들어갔다. “안 돼. 다시 빨리 모여!” 하지만, 때는 늦은 상태였다. 이미 진형은 갈가리 찢기고 난전 상태로 돌입하고 있었다. 차창. 창. 깡! 쾅. “모두 해치워 버려!” “응전해서 최대한 시간을 벌어!” 사방에서 튀는 불꽃과 요란한 금속음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형세는 파이어 피닉스팀이 일방적으로 밀리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검방으로 무장해 상대의 공격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수적으로나 실력 면으로나 모두 뒤처지고 있어 지금의 난관을 극복하기란 어려웠다. 특히나 범석과 라피네가 다시 뭉쳐 하나씩 동료들을 제거하고 있기에,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로 달리고 있었다.6/14 쪽 “도, 도저히 안 되겠어!” 파이어 피닉스팀의 검투사들이 계속해서 쓰러져나가자, 15번 검투사의 눈빛에 절망스러움이 한껏 풍겨 나왔다. 이대로라면 필멸. 그녀는 급히 물러선 후, 방패를 내려놓은 다음 뒤를 향해 줄행랑쳤다. 창피하기는 했지만, 시간을 끌어 비겨보기라도 할 심산이었다. 우우우! 우우우! 관중석 이곳저곳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응원팀인 갓즈 나이츠가 저랬다면 입 다물고 있겠지만, 알다시피 파이어 피닉스팀은 원정팀이었다. 타 팀의 비겁한 수작에 응원을 보낼 팬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 사이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서넛만 남은 상대팀을 항해 종횡무진 검과 창을 휘둘러대며, 행동불능상태를 이끌어냈다. “자. 이제 하나다. 빨리 잡고 이번 라운드를 끝낸다.” 범석의 명령이 터져 나오기가 무섭게, 라피네가 빠르게 15번 검투사를 향해 내달렸다. 그녀의 민첩 스텟은 87+10. 범석도 특성을 발동시키지 않는다면 그 뛰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결국, 마지막 남은 15번 검투사는 그녀에게 목줄기를 부여 잡히고는 그대로 바닥에 뒹굴었다.7/14 쪽 와아아아! 와아아아! “대단하다! 갓즈 나이츠!” “에이번드 에어리어리그 내 민폐다! 그런 실력을 갖췄으며 빨리 와이드리그로 꺼져버려라!” 관중의 열화같은 응원을 받으며 갓즈나이츠팀의 검투사들이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아무리 홈 경기라지만 작년 리그 순위 3위 팀을 이리 처참하게 깨버렸으니, 팬들이 흥분할 만도 했다. 리마시티 팬들은 자 연고지 검투팀이 이렇듯 속 시원히 경기를 풀어나가는 장면을 처음 봤다. 범석이 환호하는 팬들에게 손을 몇 차례 흔들고는 벤치로 돌아와 자리에 풀썩 앉았다. ‘휴~ 끝났군. 참. 오늘 놈들도 시합이 있지? 확인해봐야겠군.’ 범석이 옆에 놓여 있던 가방을 끌고 와 무릎에 올리고는 지퍼를 열었다. 안에는 잡다한 물건들이 잔뜩 어지럽게 놓여 있는데, 그가 집어든 물건은 전자수첩이었다. 갓즈나이츠와는 관계없지만, 반드시 확인해 볼 경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급히 홀로그램 TV 화면을 불러오고는 차분히 관전하기 시작했다.8/14 쪽 ‘으음. 여기도 경기를 진행하는군.’ 화면 속에 나오는 장면은 하얀색 바탕에 검은 점박이 무늬가 박혀 있는 슈트를 입고 있는 검투팀과 녹색 민무늬의 슈트를 입고 있는 검투팀 간의 경기 장면이었다. 바로 월드리그 개막전 중 하나인, 다크 하이에나즈팀과 헬 드라이어즈의 경기였다. 그런데 범석이 왜 관심을 두느냐? 바로 오늘 경기에 제르미아가 출전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지난 승격토너먼트 대회 때 자신이 영입해주기로 약속했던 엘프 검투사로, 함께 그레이트 하이에나팀에 왔던 로리아의 슬럼프로 최근에 후보로 올라선 상태였다. ‘라운드 전적이 2승 1무 1패라고?’ 4라운드까지 끝난 지금 다크 하이에나즈 팀이 헬 드라이어즈팀을 상대로 2승 1무 1패로 앞서 나가고 있었다. 놈들은 월드리그에서 하위권 팀에 속해 있지만, 홈경기장이라는 이점으로 올해 갓 승격되어온 약팀인 헬 드라이어즈팀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만약 이 상태로 5라운드에서 무승부 이상을 펼치게 된다면, 경기종료 후 소중한 승점 3점을 얻게 되었다. ‘후후후. 아주 좋아.’ 다크 하이에나팀은 줄리앙의 아버지가 회장으로 있는 하이에나즈 그룹 소속의 월드9/14 쪽 리그 팀이었다. 아무리 제르미아가 뛰고 있다고는 하나, 그들에게 잔뜩 앙금이 있던 범석으로서는 하등 좋아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그가 이리 미소까지 지으며 좋아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제르미아가 자신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흑사회가 돕는 이상, 오늘 놈들의 승리는 절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가방에서 또 다른 전자수첩을 꺼내 들었다. 소유자가 명기되어 있지 않은 전자수첩으로, 전에 제르미아에게 준 같은 전자수첩과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었다.범석은 통신 메뉴를 열어 그녀와 은밀한 통화를 짧게 나뉘었다. 오늘 제르미아가 해줘야 할 일이 있었다. ‘줄리앙 이 자식. 한번 톡톡히 엿 좀 먹어 봐라.’ 전자수첩을 닫은 범석이 근처에 있던 엠마에게 다가갔다. 후보인 그녀는 2라운드에 출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다. “엠마. 작전에 들어간다.” 마침 검을 손질하고 있던 그녀가 멀뚱멀뚱 범석을 쳐다봤다. “작전이라니요?” “점박이 개 잡기. 몰라?”10/14 쪽 그 말을 듣자마자 엠마가 주의를 살피더니 벌떡 일어나 그에게 작게 속삭였다. “그래요? 지금요?” “응. 당장. 지금 무척 급해. 30분도 채 안 남았어.” “알았어요. 바로 처리해 드릴게요.” 전자수첩을 챙겨서 급히 탈의실 안으로 들어가는 엠마를 본 범석이 생끗 웃었다. 이제 곧 흑사회의 조정을 받는 어느 약국의 주인이 협회 쪽에 금지약물을 사간 한 엘프가 경기에서 뛰고 있다고 신고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 경기규칙상 소속팀의 누군가가 금지약물을 복용하면, 해당 검투사는 최소 1개월간의 출전금지를 당하고, 팀은 승점 -3점의 페널티를 선고받게 되어 있었다. 게다가 해당 경기는 무조건 몰수패였기에, 오늘 다크 하이에나즈팀은 총 -6점이 깎기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다. 하위팀들은 1, 2점에도 강등이 결정되는 일이 빈번함을 볼 때, 이 페널티 점수는 다크 하이에나팀에게 커다란 데미지를 안겨줄 것이 분명했다. 물론 약물 복용으로 말미암아 제르미아의 성장 잠재성이 깎이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곧 만들어질 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으면 그뿐이었고, 오늘 일로 그녀의 몸값이 크게 떨어질 테니 영입도 그만큼 손쉬워질 터였다. ‘자. 그럼 일단 이 일은 제르미아와 흑사회에 맡기는 것으로 하고, 나는 경기에 집중해 볼까?’11/14 쪽 2라운드에 출전할 검투사는 후미에 비너스, 폴리아, 에르피나. 중견에는 엠마를 비롯한 미를리, 릴리스, 레이메이, 에리카외 1인. 선봉에는 오스칼과 마틸다외 1인. 그리고 프리롤의 라피네였다. 일부 실력이 떨어지는 팀원들이 껴 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나쁜 전력은 아니었다. 아무리 못해도 파이어 피닉스즈팀의 2진을 상대로 무승부 정도는 거두리라고 생각됐다. 얼마 후. 2라운드가 시작되었고, 그는 차분히 벤치에 앉아서 차분히 2진들의 경기를 관전했다. ‘으음. 쟤들은 또 방어야.’ 파이어 피닉스즈팀이 2라운드에 채용한 전법은 원형진이었다. 한 겹만 뚫으면 되었기에 방진보다 돌파는 쉽지만, 원형의 중앙에 있는 창사들로 그리 만만치 않았다. 무리하게 뚫으려다 보면 2중 3중의 창끝이 날아오는 탓에 진입하다가 크게 당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세간에서 방어진법으로 방진보다 원형진을 우위에 두고 있었다. 다만, 단점이 하나 있는데, 진이 이동이 상당히 힘들다는 점이었다. 사각으로 촘촘히 대열을 맞추는 방진은 이동 중에도 진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원형진은 한 겹의 줄이 원형으로 이루어져 있던 탓에, 진을 움직이게 된다면 균열이 벌어질 수 있었다. 이때 공격 측에서 진입해온다면 금세 뚫릴 위험성이 있었다. 덕분에 갓즈나이츠의 2진은 쉽사리 도강을 해, 파이어 피닉스즈팀을 향해 돌진할 수 있었다.12/14 쪽 ============================ 작품 후기 ============================ 오늘은 GA컵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GA컵은 모든 아마추어 검투팀과 프로검투팀이 한 장소에서 자웅을 겨루는 축제의 장입니다. 문제는 워낙 많은 팀들이 참가해서 한꺼번에 승격토너먼트를 치르고 끝낼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1년 내내 토너먼트를 진행해야 했고, 총 21차전의 경기가 벌어지게 됩니다.1. (1, 2, 3차전) : 이때는 아마추어팀만이 치루게 됩니다. 시즌 전 봄에 치뤄지는 것이 보통입니다.2. (4, 5, 6, 7차전) : 이때에는 1,2,3차전에서 살아남은 아마추어팀과 에어리어 리그팀이 한데 뭉쳐서 경기를 진행합니다.3. (8, 9, 10, 11차전) : 7차전에서 올라온 팀과 와이드리그팀이 각축전을 벌이게 됩니다.4. (12, 13, 14차전) : 11차전에서 올라온팀과 센트럴리그팀이 각축전을 벌이게 됩니다.5. (15차전) : 14차전에서 올라온 팀과 작년도 월드리그 우승, 준우승팀을 제외한 모든 월드리그팀이 각축전을 벌이게 됩니다.13/14 쪽 6. (16, 17, 18, 19, 20, 21차전) : 15차전에서 올라온 팀과 작년도 드리그 우승, 준우승팀이 참가해 각축전을 벌여 최종 우승팀을 나옵니다.이 이상 안에 들어가니 복잡하니, 더 이상은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편안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14/14 쪽 < -- 개막전 경기 -- > ‘역시. 우승권에 드는 프로팀이라서 그런가? 아마추어 시절처럼 쉽지는 않네.’ 파이어 피닉스즈의 원형진은 무척 견고했다.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진입을 시도하려고 할 때마다, 적절한 공세와 방어로 물리치고 있었다. 라피네와 오스칼의 연합공격이라면 충분히 뚫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조직력이 가다듬지 못해서인지 서로 엇박자가 나며 공격력에 누수가 생기고 있었다. 하지만, 의외의 인물이 공세의 물꼬를 텄다. 바로 비너스였다. 양쪽 방패를 앞에 세우고 돌진해 들어가자 상대팀 검투사들이 아직 대응하지 못하고 진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아무리 창끝을 날려대도 그대로 방패에 모두 튕겨져나가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에 기회라고 생각한 오스칼이 바로 뒤를 받쳐주자 그대로 중앙을 뚫려버렸다. “돌진해 들어가!” 더그아웃까지 들려오는 에르피나의 목소리에 갓즈나이츠 2진들이 무너진 진형 안을 파고들었다. 몇몇 파이어 피닉스즈 검투사들이 막고자 뚫린 입구 쪽으로 달려들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중앙 쪽으로 들어온 라피네가 종횡무진으로 쌍검을 휘두르며, 위협하자 제자리걸음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었다. 결국, 원형진은 갈가리 찢겨나가고 일방적인 갓즈나이츠의 공세가 시작되었다.회1/13 쪽 “꺄아아악! 안 돼!” 사방에서 파이어 피닉스즈 검투사들의 뾰족한 고성이 들려왔다. 사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지만, 흩어진 그녀들이 뭉쳐서 연합공격을 해대는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이에 얼마 안 가 라피네의 손에 대장 검투사가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들었고, 2라운드도 갓즈나이츠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엠마의 손에 두 명의 상대팀 검투사가 당했다는 것이었다. 비록 지능적인 플레이로 주워 먹기 식으로 얻어낸 포인트였지만, 일단은 포인트이니 기록에 남게 되었다. ‘후후. 흑사회 땡잡았네. 엠마가 프로 첫 출전에 2포인트나 얻었으니까 말이야.’ 흑사회가 간절히 원하는 바는 바로 엠마의 프로진출과 함께 눈에 띌만한 성과를 얻는 일이었다. 당연히 오늘의 2킬은 그들로서는 천금과 같은 포인트라고 할 수 있었다. 프로에 진출했다는 명함 하나보다는 가시적인 기록이 포함된 자료가 훨씬 정부관계자를 설득하는 데에 유리했다. 범석이 잠시 시계를 바라보고는 뭔가를 결심한 눈초리를 지었다. 2라운드가 워낙에 일찍 끝나 후보들의 체력이 많이 남아도니, 엠마를 3라운드에서도 뛰게 할 참이었다. 아직 주전급 실력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짬이 날 때마다 출전기회를 많이 줘 성장의 기틀을 마련해 주는 편이 좋았다. 2/13 쪽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이아나에게 다가갔다. “다이아나. 엠마를 다음 3라운드에도 출전시켰으면 하는데.” “엠마님을요?” 범석의 주의를 살폈다. 팀에 자신의 엘프만 있다면 모를까. 무리한 출전 종용은 편애로 비치며, 다른 엘프검투사들의 불만을 유발할 수 있었다. “응. 그래. 2포인트를 올렸는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영 알 수 없어서 말이야. 원래는 그런 실력이 아니잖아. 그래서 옆에서 지켜보며 우연인지 아니면 센스인지 같이 플레이하며 살펴보게.” 곰곰이 고민해보던 다이아나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도 프로생활을 하며 실력이 떨어지면서 상당수 포인트를 올리는 검투사를 자주 봐왔다. 그런 검투사들의 특징은 지능적이고 판단력이 무척 높다는 점인데, 엠마도 비슷한 스타일을 지니고 있었다. 2라운드를 따내 경기가 편하게 흘러가고 있으니, 투입해 시험을 해보는 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됐다. 못해봐야 경기 시간이 길어지는 일뿐이었고, 잘만 하면 예기치 않은 주전급 검투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좋아요. 그렇게 할게요. 저도 엠마님의 플레이를 확인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 그럼 그렇게 명단을 짜줘.”3/13 쪽 그 말을 하고 난 범석이 더그아웃 입구로 가, 들어오는 2진급 검투사를 일일이 마중했다. 그리고 헬멧을 벗으며 들어오는 엠마에게 3라운드 출전소식을 알리고는 철저히 준비를 주문했다. 통상 전략에서 3라운드 출전은 곧 주전의 기회를 준다는 뜻, 엠마는 무척 긴장한 눈초리로 자신의 벤치로 가 앉았다. 단번에 주전의 자리를 꿰찰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지만, 잘만하면 그 길이 무척 짧아질 수 있었다. 삐이익! - 자 3라운드 경기가 시작됩니다! 중앙의 시내를 마주하고 서 있던 갓즈나이츠가 시내 너머로 날카로운 눈초리를 쏘아내며, 도강을 시도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파이어 피닉스즈팀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공격적인 포메이션을 짜고 있었다. 이미 2패를 떠안은 상황에서 더 이상의 무승부작전은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승리뿐이었다. ‘잘됐네. 확실히 뭉개버리고 승점 3점을 따낸다.’ 갓즈 나이츠가 올해 목표하는 점수는 40점이었다. 낮다면 낮은 점수지만, 높다고 생4/13 쪽 각하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이 점수에 이르기 위해서는 총 13승 2무의 전적이 필요했다. 시즌 초반 원정경기를 포기한 갓즈나이츠에게는 어려운 목표가 될 수 있기에, 오늘 경기를 확실히 매듭짓고 승점을 챙기는 편이 좋았다. 그가 바로 뒤돌아서서 엠마를 바라봤다. “엠마. 잘 따라와야 한다.” “네. 알겠어요.” 그녀가 범석의 뒤로 바짝 붙었다. 이번 3라운드에서의 임무가 바로 그와 페어를 짜서 싸우는 일이었다. 범석은 갓즈나이츠의 에이스였기에 중요한 모든 경기에 참가해 활약하고 있었다. 만약에 그와 쌍을 이뤄 좋은 전술옵션을 만들어 낸다면 간혹 주전으로 뛸 기회가 생기게 되었다. 당연히 엠마로서는 무척 좋은 기회이니, 열성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시선을 돌려 프리롤을 수행하는 라피네에게 집중했다. 오늘의 키플레이어는 그녀였기에,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에 따라 본진이 어떤 전술로 나갈지 결정되었다. 세세히 행동을 살피고, 미리 준비해야만 팀플레이를 훌륭히 소화해 낼 수 있었다. ‘으음. 마크맨이 두 명이나 붙어 있네. ’ 이미 도강을 마친 라피네는 두 명의 검투사는 맞붙고 있었다. 꽤 치열한 접전을 벌이5/13 쪽 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상대 팀에서 제법 능력 있는 검투사들을 투입시킨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본진이 크게 약화 되어 있을 터. 주 전투 무대가 이쪽이 될 공산이 컸다. 엠마는 바로 도강을 준비하고는 범석을 쳐다봤다. “모두 도강한다!” 그 말이 터져 나오기가 무섭게 범석을 위시한 갓즈나이츠의 선봉이 땅을 박찼다. 바로 이를 뒤따라 도강을 한 엠마가 급히 범석의 뒤에 따라붙고는 파이어 피닉스즈의 공격에 대비했다. 그녀는 검술실력이 극히 떨어지기에, 홀로 상대 팀 주전과 붙는 일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항시 그와 붙어 다니며 연계 플레이를 수행할 필요가 있었다. 창. 차창. 창. 캉! “오스칼! 마틸다! 앞으로 돌진해서 우리 중견들이 들어올 공간을 마련해!” 오스칼과 마틸다가 손에 쥔 검을 마구 휘저으며 서서히 공간을 넓혀갔다. 이에 먼저 에리카와 레이메이가 건너와 급히 전방으로 달려가 선봉들을 도왔다. 그 사이 범석을 따라다니던 엠마는 두 명의 검투사를 맞이하여 크게 고전하고 있었다. 아직 모든 팀원이 넘어오지 못한 상태라 수적 열세에 빠지는 것은 당연했다. 다행히 범석이 옆에서 돕고 있어서 버티고는 있지만, 이 상황이 길어진다면 어이없게 당6/13 쪽 하는 일이 발생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 뒤로 넘어온 치리아와 미를리가 가세하며 적의 공격을 분산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휴. 다행이네.’ 어느덧 한 명의 파이어 피닉스즈 검투사와 상대하게 된 엠마는 여유를 되찾았다. 여전히 위협적인 검 끝이 날아오기는 했지만, 둘보다는 확실히 나았다. 그녀는 방어자세로 일관하며 여전히 버티기는 데에만 사력을 다했다. 눈에 띄는 활약을 위해 능력 이상의 행동을 보인다면 당하게 된다는 사실쯤은 모를 리가 없었다. 검투 경기에서는 시종일관 밀려도 마지막 순간에 상대의 몸에 검을 꽂는 자가 승리하게 되어 있었다. ‘차분히 방어로 나가며, 기회를 엿봐야 해. 저번 라운드처럼 하면 충분히 포인트를 얻을 수 있을 거야.’ 잠시 후 엠마가 노리는 기회는 찾아왔다. 범석과 상대하던 8번 검투사가 시종일관 밀리며 자신 쪽을 향해 등을 보이고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그녀가 검술실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등 뒤에서 날리는 검을 상대가 막을 수 없을 터였다. 문제는 지금 한창 공격해오는 2번 검투사였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으니, 짧지만 그 빈틈을 놓칠 리가 없었다.7/13 쪽 ‘어떻게 하지? 좋은 찬스인데.’ 엠마의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데스 포인드가 쌓이는 것은 프로검투사로서 좋지 않지만, 하나의 킬 포인트와 맞바꾼다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세간에서 한 검투사를 평가하는데 살펴보는 기록은 출전경기 수와 라운드, 그리고 킬 포인트였다. 데스 포인트는 그 이후의 참고자료에 불과했다. 맞바꿀 보장만 있다면 충분히 시도해 볼 만 했다. 그리고 잘만 하면 굳이 킬 포인터를 쌓지 않아도 됐다. 데스 포인트에 해당하는 전신 행동불능 상태는 머리나 몸통 등의 주요 급소부위만 맞았을 때 일어났다. 결정을 내린 그녀는 슬며시 자리를 이동하며 8번 검투사를 공격하기 가장 적당한 자리를 위치했다. 그리고 2번 검투사의 공격으로 검이 퉁겨나가는 척하며 온 힘을 다해 8번 검투사의 등을 가격했다. 퍽. 휘청거리며 앞으로 기울여지는 8번 검투사의 모습을 볼 겨를도 없이 엠마가 날아오는 2번 검투사의 검에 왼팔을 가져다 대었다. 이윽고 전해져오는 강력한 물리력의 충격으로 그녀의 왼팔이 축 늘어졌다. 한쪽 팔을 내어주고 킬 포인트 하나를 올리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그녀는 오른팔만으로 검을 회수한 후에 이어질 공격에 대비했다. 그러나 다음은 없8/13 쪽 었다. 2번 검투사가 엠마를 완전히 제압하기 위해 검에 반동을 실은 시점에, 범석이 그 옆을 스쳐 지나간 것이다. 퍼퍽. “엠마. 꽤 하는데. 덕분에 둘을 동시에 처리했어.” 몸을 허물어뜨리는 2번 검투사를 슬며시 바라본 엠마가 흐뭇한 표정을 짓고 범석의 뒤를 쫓았다. 이로써 3포인트를 올린데다가 그의 인정까지 받았으니 앞으로 리그 경기에 참가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최근까지 그녀는 배 이상으로 늘어난 팀원들로 과연 자신이 리그 경기에 출전할 수 있을지 근심하고는 했었다. 차. 차앙. 쾅. 창. 오스칼의 검격을 받은 4번의 등번호를 단 검투사가 중심을 잃은 채 퉁겨져 나갔다. 강력한 힘이 담긴 거검을 일반 에어리어리그의 프로 검투사가 감당하기란 무리가 있었다. 물론 오랫동안 프로생활을 했다는 경험이 있기는 했지만, 그 세월 동안 이런 무지막지한 힘의 소유자를 만난 적이 없기에 하등 소용이 없었다. “이만 편하게 뒤로 자빠지시지!”9/13 쪽 연달아 좌우로 휘젓는 오스칼의 거검에 타격력에 4번 검투사의 몸이 공중으로 붕붕 떠다녔다. 충격으로 데미지가 쌓인 팔은 잘 움직이지도 않았다. 주위의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이미 대다수가 당해 바닥에 누워 있어 불가능했다. 그리고 간혹 남아 있는 동료들도 도움을 갈구하는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그녀의 사각으로 엠마가 다가서고 있었다. 비록 한쪽 팔은 못 쓰지만 검을 내지르는 정도는 가능했다. 그녀는 타이밍을 재고 있다가 오스칼이 거검에 내리치는 시점에 4번 검투사의 옆구리에 검을 찔러넣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휘청이며 넘어지는 4번 검투사. 느닷없는 스틸에 어이가 없던지 오스칼이 뾰로통한 표정으로 엠마를 쳐다봤다. 그녀가 흑사회를 위해 포인트를 간절히 원하는 만큼, 오스칼도 MVP를 위해 포인트가 필요했다. 최근에 들어온 라피네로 얼마 전에야 간신히 에르피나에게 빼앗은 팀 내 이인자 자리가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 “엠마님! 저 얘는 제 몫이었다고요!” “미안. 나중에 주급 타면 맛있는 것 많이 사줄게.” 염치는 있던지 엠마가 사과의 말을 던지고 자리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범석이 향하는 또 다른 사냥터로 달려갔다. 본진은 그런대로 정리되어 가고 있지만, 라피네가 있는 곳에는 아직 둘이나 상대 팀 검투사가 남아 있었다. 오늘 도합 4포인트를 얻기는 했지만, 아직 그녀는 배고팠다.10/13 쪽 와아아아! 와아아아! 리마시티 콜로세움에서 열린 갓즈나이츠대 파이어 피닉스즈팀간의 개막전 경기는 일방적인 스코어인 3대 0으로 갓즈나이츠가 승리했다. 전문가들이 이미 익히 예상하고 있었지만,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많은 팬은 오늘의 승리가 믿기지 않은 듯 환호하고 있었다. 작년 리그 순위 3위이자 매년 우승후보로 분류되는 파이어 피닉스즈였다. 그런 팀을 시종일관 밀어붙이더니 오늘과도 같은 통쾌한 승리를 이끌어 내였다. 팬들은 콜로세움을 빠져나가며 도란도란 얘기를 꽃피우며 한껏 갓즈나이츠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다이아나감독! 오늘 소감 좀 얘기해줘!” “저기! 라피네양! 대체 어디서 활동했기에 그런 실력을 갖추고 있지? 혹시 전에 속했던 프로팀이 어딘지 말해 줄 수 있어!” “엠마씨! 잠시 이쪽 좀 보세요! 사진 좀 찍게요!” 복도를 지나치는 동안 범석과 갓즈나이츠 팀원들은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나 오늘 MVP로 선정되리라 생각되는 라피네와 지능적인 플레이로 5킬을 스틸(?)한 엠마에게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에 범석이 나서서 손을 휘저으며 기자들에게 소리쳤다. 여기서 일일이 질문에 답11/13 쪽 변하다가는 끝도 없었기 때문이다. “자. 질문은 기자 간담회실에 받겠습니다. 모두 길 좀 열어주십시오.” 그럼에도, 불과하고 기자들은 끝없이 따라붙으며 계속 자신들의 용무를 봤다. 기자간담회실에 간다고 해도 질문할 수 있는 내용은 극히 일부였다. 기회가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답변을 얻어내는 것이 좋았다. 결국, 범석은 억지로 힘으로 밀어붙여서야 간신히 간담회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작품 후기 ============================ 오늘은 리그컵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리그컵이란 해당 리그에 소속되어 있는 20개 팀이 맞붙어 최종 승자를 가리는 대회입니다.이 대회는 토너먼트 경기방식으로 시행되는데, 총 5차전을 치릅니다. 1차전 하위 12개 팀 중 6개팀 선출 2차전 1차전 승자 6팀과 작년도 리그 순위 3~8위팀이 차지한 팀까지 합쳐 총 12개 팀이 붙어 6개팀을 선출합니다. 3차전 2차전에서 올라온 6개 팀과 작년도 순위 1,2위팀이 참가해 8강전을 치룹니다. 4차전 4강전이죠. 5차전 결승전입니다.12/13 쪽 그런데 실제 경기는 10게임을 치릅니다. 1차전당 홈과 어웨이도 2번 경기를 치러서 라운드를 많이 가져간 팀이 이깁니다. 그리데, 문제는 홈경기와 어웨이 경기를 통해 1대 1일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농후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대회에서는 홈, 어웨이경기 총 10라운드 전적에서 가장 많은 라운드 승수를 가져가는 팀이 승자가 됩니다. 그래서 홈이든 어웨이든 첫 번째 경기에서는 무조건 5라운드를 모두 소화해 내야 합니다. 그럼 모두 편한 하루 보내시고요. 전 주말인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13/13 쪽 < -- 에이번드 프로협회에 몰아치는 대립 -- > 간담회장에서 기자들이 주로 질문한 내용은 라피네가 과연 누구고 어디서 왔느냐는 것이었다. 스포츠 기자의 눈으로 볼 때 확실히 그녀는 센트럴리그 주전에 해당하는 실력자. 자신들이 그 이름과 활약상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 안 됐다. 이에 범석은 렉스터가 꾸며준 내용으로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얼마 전에 문을 닫은 엘프시장에서 구매를 했고, 뛰어난 검술은 홀로 익힌 결과물이라고 말이다. 당연히 그 말이 믿기지 않았는지 기자들은 계속 집요하게 질문을 던졌고, 그는 여전히 똑같은 말만을 되풀이하며 사실 관계를 숨겼다. 자료상으로도 그렇게 나와 있을뿐더러, 실제로 기자들이 조사한다고 아무것도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엘프 시장의 주인과 일가족들은 지난 늦봄에 정비 불량으로 인한 플라잉 카 사고로 모두 명을 달리했고, 워낙 작은 규모의 상점이라 직원 또한 두지 않았다. 게다가 일가친척 또한 없는데다가, 주변 이웃과 교통도 거의 하지 않아 기자들이 캐묻고 다닌다고 터럭이라도 나올 건더기가 없었다.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질문은 엠마에 관한 얘기였다. 비록 활약상이 좋지 못해 MVP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팀 내 최고 킬 수를 올린 터라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야구에서 홈런이 축구에서 골이 있듯이, 검투 경기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킬 포인트였다. 이에 범석은 마이크를 엠마에게 돌리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그녀는 흑사회의 입장 상 얼굴과 이름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었기에,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더 TV에 비춰주게 하는 편이 나았다. 다행히 제법 똑똑했던 그녀는 오늘의 소감과 활약 내용을 소상회1/13 쪽 하고 또박또박 잘 설명 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어진 질문사항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오늘 승리에 대한 비결이었다. 여기에 대해 범석은 팀원들 간의 단합이 잘된 탓이라고 간단히 정리해서 대답했다. 가장 무난한 답변이기도 했고, 소속 검투사들의 사기를 올리는 일이니 그다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리고 또 승리의 요인을 한 가지 더 들었다. 바로 장비가 우수성이라고 말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저 채플린 스포츠사 제품을 선전하고 21만 크랑을 받아챙기기 위해서였다. 어찌 보면 별 금액이 아닌 듯 보이지만, 차근차근 모으면 그게 다 목돈이었다. “휴~ 여기를 또 오는군.” 개막전 경기를 끝마치고 범석이 에스더와 다이아나를 대동하고 함께 찾은 곳은 다름 아닌 레이보우 호텔이었다. 다름 아닌 오늘 이 장소에서 에이번드 프로검투팀 고위 관계자들이 모여, 만찬을 열기 때문이다. 표면상으로는 에이번드 검투계를 어떻게 발전할지를 논의하는 자리라고 하지만, 실상 살펴보면 기자들 및 대내외 인사들을 초빙하고 놀고먹는 그저 그런 파티였다. 경기를 치러 피곤함이 쌓인 터라 참가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첫해부터 모난 짓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억지로 걸음을 옮겼다. 게다가 글로리아도 만날 테니, 호감도 상승작업 삼아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됐다. 그녀는 지역 내 유명인사인데다가 이 호텔의 주인이었다.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어도 같은 공간 내에 있으니 충분2/13 쪽 히 만날 수 있었다. “자. 오범석이사장님 여기 좀 보십시오.” 호텔문에 들어서려던 범석이 고개를 돌리자 요란한 플래쉬 소리가 들려왔다. 장사진을 치고 있던 지역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과 영상을 찍고 있는 것이다. 그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잠시 포토 타임을 가졌다. 그리고 잠시 후 뒤로 새롭게 등장한 한 노신사를 보고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억지로 끼어 맞추면 장인에 가까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빈센트감독님 오랜만입니다.” “여어. 범석군 아닌가? 반갑네.” 빈센트 감독은 레이미와 오스칼, 다이아나, 에리카를 갓즈나이츠에 공급해준 드래곤나이츠의 명감독이었다. 이전에도 유명했지만, 이번에 팀을 센트럴리그에 올려놓아 지역 사회는 물론,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었다. 아마추어리그까지 추락했던 드래곤나이츠를 14년 만에 전 세계에 160개 팀밖에 없는 센트럴리그 팀으로 변모시켰으니, 그 위명은 대단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그는 거의 끝나가던 플래쉬 세례를 전보다 더 심하게 다시 받아야 했다. 센트럴리그 팀 감독과 세계 5대 유망주 반열에 오른 범석이 악수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기자들이 열의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3/13 쪽 “그나저나 축하합니다. 이번에 센트럴리그에 올라가셨다고요.” “축하는 무슨 축하. 지금 죽겠네. 오늘 가서 삼대 떡으로 깨지고 왔어. 이거 영 면이 안서서야.” “그래도 센트럴리그에 오른 게 어디입니까?” “아니야. 사실 승격은 내년 정도에 했어야 옳았어. 검투사층이 너무 얇으니, 무슨 대책을 세울 수 있어야지.” 범석이 바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갓 승격한 팀은 언제나 질적으로 차원이 달라진 리그전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쓸만한 검투사도 없고 경험도 미천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프로의 세계는 냉정한 법. 자신의 힘으로 버티지 못한다면 바로 강등하게 되었다. “그렇겠군요. 참 힘들겠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프로세계가 다 그런 걸 말입니다. 어떻게든 살아남는 수밖에요.” “그렇지. 어떻게든 올해는 잘 넘겨 봐야지. 그런데 말이야. 오면서 자네팀 시합을 봤는데 꽤 재밌는 아이가 새로 들어와 있더군. 누군가?” 능글맞게 묻는 빈센트의 질문에 범석이 긴장한 눈빛을 지었다. 엘프보는 눈이 플레이어 뺨치는 저 양반이 라피네의 능력을 몰라볼 리가 없었다. 사정도 급한 마당이니, 탐을 내며 임대해 달라고 조를 것이 분명해 보였다.4/13 쪽 “아. 라피네 말입니까? 걔는 안됩니다. 혼자 검술을 익혀서 조직력이라는 자체도 모르고, 실전경험도 미천해서 실수도 잦습니다. 다행히 오늘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차차 경기하다 보면 상대 팀이 눈치채고 적절한 대책을 가지고 나올 겁니다.” 빈센트 감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그는 경기를 보면서 어떻게 9살의 나이에 저런 기교와 힘이 넘치는 검술을 펼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 약간 정석적인 면이 모자랄 뿐, 그녀가 가진 기술은 오랫동안 실전을 통해 닦아온 완숙한 경지에 가까운 쌍검술이었고, 체술도 무척 뛰어나 접근전에서도 큰 위력을 발휘했다. “나는 절대 혼자 익히지 않았다고 생각되네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아이가 펼치는 검술은 실수가 나오고 자시고 할 수준이 아니야. 아니 왠지 실수를 꺼리는 분위기까지 튀어나오고 있어. 게다가 장비 없이 맨몸으로 싸워왔는지 상대의 검이 몸쪽으로 스치는 것은 극히 두려워했지. 뭐랄까? 지하투기장에서 잔뼈가 굵은 무투사와 같은 느낌이랄까? 다들 쉬쉬하지만, 간혹 지하투기장의 무투사들이 프로검투계로 데뷔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 범석이 인상을 팍 구겼다. 한 경기를 보고 여기까지 유추해내다니, 정말 상종 못 할 인간 같았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저도 지하투기장을 들려봐야겠군요. 괜찮은 검투사 한 명이 5/13 쪽 있는지 보게요.” “에이. 사실 볼 게 못 돼. 걔들은 아무 엘프나 막 가져다 쓰기 때문에 성장성이 높은 얘들은 별로 없어. 뭐 간혹 괜찮은 얘들이 있기는 한데, 가격이 무척 비싸. 차라리 일반 검투팀에서 영입해오는 편이 훨씬 싸게 먹히지.” “아. 그렇습니까? 그럼 안 되겠네요. 그럼 전 이만…….” 그 말을 한 후 은근슬쩍 빠져나가려던 범석의 옷깃을 빈센트가 꽉 부여잡았다. “어딜 가나? 아직 할 말이 남았네.” “뭐 말입니까?” “뭐긴. 1년만 꿔달라는 거지. 다 알면서 왜 이러나.” 역시나 한 범석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휴~ 저희도 올해 갓 승격해서 검투사층이 모자랍니다. 한 명이 아쉬울 때란 말입니다.” “오. 그래서 오늘 파이어 피닉스즈팀을 그리 처참하게 깨버렸나? 내가 볼 때 자네팀은 에어리어리그 내에서 천하무적이야. 선수층만 두텁다면 올해라도 충분히 우승권은 물론 와이드리그도 넘볼 수 있는 수준이지. 한두 명쯤 빈다고 탈 날 것도 없어.” “그 한두 명이 비면 탈이 난다니까요. 저희는 팀 스쿼드가 빈약해서 한 명이 빠지면 그만큼 충격이 큽니다.”6/13 쪽 “그럼 채우면 되지 않나? 내가 리그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2군 검투사나 후보 검투사들을 대거로 임대해 줌세. 에어리어리그에서 제법 통하는 얘들이니 괜찮을 게야. 어때? 다섯이면 되겠는가?” 다섯 정도면 팀에 큰 활력소를 넣을만한 숫자였다. 교체할 전력이 많아지니, 장기간 치러지는 리그경기를 무난히 소화해낼 수 있었다. 물론 팬들이 우려를 표할 수 있지만, 완전 이적이 아니라 임대이기에 그리 문제 생길 일도 없었다. 게다가 라피네가 센트럴리그에서 활약함으로 얻어지는 경험과 명성은 무시 못했다. 만약 그녀가 해당 리그에서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돌아오는 날이면, 갓즈나이츠의 팬층도 더욱 두터워졌다. “그런데 저희 팀은 주인 없는 엘프 안 쓰는 것 잘 아시죠?” “물론이지. 자네도 잘 알 텐데. 우리 팀이라고 주인 없는 엘프만 데리고 있지 않다는 것 말이야.” “그럼 라피네와 다섯을 1년 동안 맞바꾸는 겁니까?” “후후. 거기에 오스칼까지 붙여주면 금상첨화지. 아직 실력은 모자라지만 교체자원으로 쓰기에는 적당하거든.” 범석이 바로 손을 흔들었다. 오스칼까지 빠지면 갓즈나이츠의 선봉진이 무너지게 되었다. 지금 팀 내에서 선봉에 설 만한 검투사는 자신과 라피네, 오스칼, 마틸다외 1인밖에 없었다. 게다가 마틸다는 원래 중견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후보 수준의 검투7/13 쪽 사였다. 즉 범석이 혼자서 선봉을 챙겨야 한다는 소리였다. “말도 안 됩니다. 오스칼까지 보내면 저희 팀은 믿을만한 선봉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됩니다.” “아니지. 우리 팀에서 보낼 얘들 중 넷이 선봉이거든. 하나는 후미고.”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 볼 만 했다. 갓즈나이츠는 중견은 튼튼 하지만 선봉과 후미가 빈약했다. 여기에 적당한 자원이 다섯이 들어오게 된다면 팀 스쿼드는 그만큼 튼튼해졌다.문제는 연봉으로 따져봤을 때 자신이 크게 손해 보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센트럴리그 경기에 참가하는 검투사 둘이 에어리어리그급 검투사 다섯보다 연봉이 못할 리가 없었다. “그래도 힘들겠습니다. 저희가 수지가 안 맞습니다.” “그건 우리가 1200만 크랑 정도 더 붙여주는 것으로 하면 되지 않겠나? 어때 괜찮지?” 범석이 관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 금액이면 모자란 연봉차이를 대충 채울 정도는 되었다. “나쁘지는 않군요.”8/13 쪽 “그렇지?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 선택 옵션이 있어.” “또 다른 옵션이라니요?” “바로 자네가 우리에게 1000만 크랑을 주는 것이지. 그럼 내가 작년 겨울 우리 팀에서 영입한 유망주 한 명을 더 붙여줌세. 완전 이적으로 말일세.” 그 말에 그의 눈빛이 크게 일렁거렸다. 빈센트 감독이 유망주라고 지칭하는 아이라고 한다면, 믿고 구매해 볼 만 했기 때문이다. “괜찮은 애입니까?” “말하나 마나지. 아직 나이가 어려 간신히 에어리어리그 경기에 투입할 정도의 수준이지만, 성장성은 무척 뛰어나. 아마 자네도 보면 탐을 낼 수밖에 없을걸.” “그래요? 그런데 그런 아이를, 왜 저희 팀에 파시려는 겁니까?” “실은 우리 팀에서 필요한 전력은 당장 리그경기에 내보낼 만한 검투사들일세. 그래서 남은 이적 기간 안에 주전급 검투사 하나를 더 영입해야 하는 실정일세. 그런데 지금 약간 돈이 궁해서, 팔 자원은 다 팔아야 하는 상황이야. 유망주야 또 찾으면 그만이지만, 한 번 리그에서 강등되면 다시 오르기란 너무나 어렵지.” 하긴 코앞에 강등이라는 낭떠러지가 있는데, 하늘 멀리 반짝이는 별을 올려다보며 걸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자신이 빈센트감독의 입장이라고 해도 충분히 그리할 터였다.9/13 쪽 “그렇군요. 좋습니다. 그럼 후일에 그 아이를 보고 결정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날 때 저희 팀으로 보내주십시오.” “알겠네. 그리하도록 하지. 자 그럼 들어가세. 오늘 모임은 좀 귀찮기는 하지만, 푸짐하게 먹고 마실 수는 있지. 게다가 중요한 건 공짜라는 거야. 후후후.” “아. 그렇습니까? 공짜 좋죠. 자 들어가시지요.” 범석과 빈센트감독이 호텔 안으로 들어서자, 기자들이 바삐 움직이며 자기네 언론사로 급히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지금 엿들은 갓즈나이츠와 드래곤나이츠간의 협의 내용은 충분히 스포츠신문 1면에 실릴만한 핫뉴스거리였다. “빈센트감독님. 이쪽으로 오시지요.” 뻥 뚫린 높은 천장 아래 로비로 무수히 많은 인사가 지나가고 있었다. 물줄기를 뿌려대는 분수도 시원한 느낌이 물씬 풍겨왔고, 은은한 조명 빛은 실내 공간을 화려하게 바꿔주고 있었다. 처음 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전에 삭막함은 어디로 사라지고 고급스럽고, 동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 나오고 있었다. 라피네가 일으킨 인질사건으로 왔을 때는,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아 으스스한 기분까지 들었을 정도였다. 빈센트가 그의 뒤를 따르며 한 마디 툭 던졌다. “자네. 여기 와본 적이 있는가? 제법 지리를 아는군.”10/13 쪽 “하하하. 네. 제가 이 호텔의 회장님과 잘 알고 지내는 사이입니다.” “오 그래? 글로리아여사를 잘 안다는 이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분께서 저희 팀에 500만 크랑의 스폰서 지원도 해주고 있습니다.” 빈센트가 감탄스러운 눈빛을 지었다. 갓즈나이츠의 메인스폰서는 제우스그룹. 그렇다면 분명히 서브스폰서일 텐데, 500만 크랑의 스폰서 지원은 과한 면이 있었다. “대단하군. 에어리어리그팀이 그런 서브스폰서 지원을 받다니 말일세. 아니지. 프로 검투팀이 그 글로리아여사에게 스폰서 지원을 받았다는 자체가 신기한 일이지. 아무래도 상당히 친분이 있는 모양이군.” “뭐. 그렇기야 하죠.” 범석이 다이아나, 에스더, 빈센트를 로비 중앙 엘리베이트에 태우고는 6층 버튼을 눌렀다. 오늘 벌어질 개막전 뒤풀이행사가 바로 6층 대연회장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작품 후기 ============================ 오늘은 엘프가 소비자까지 판매되는 내용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엘프 배양소 : 엘프를 만들어내는 공장입니다. 배양 캡슐이라는 곳에서 엘프를 배양해내는데, 이곳에서 태어난 엘프는 바로 엘프학교로 직행하게 됩니다.11/13 쪽 2. 엘프 학교 : 갓 태어난 엘프에게 말과 글. 그리고 인간사회에서 생활하는 법과 주인에게 사랑받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여기서 3년 간 지낸 엘프는 엘프시장에 판매되죠. 3. 엘프 시장 : 엘프 학교에서 공급받은 엘프는 판매는 장소입니다. 오사하처럼 대형매장도 있고, 몇몇 엘프 만을 판매하는 소규모 판매점도 있습니다. 위의 3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엘프보호법상 불법으로 당국에 제재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프로팀들이 능력 좋은 엘프들을 엘프학교에서 졸업하자마자 직접 자신의 팀으로 데려오는 경우가 아주 빈번히 발생합니다.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프로팀들이 3번의 엘프 시장에 대한 면허도 취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원래는 불법이지만 이 맹점을 이용해 엘프를 주인 없는 상태에서도 팀에서 보유할 수 있는 겁니다. 프로팀은 엘프 시장이고 주인 없는 엘프는 그저 팔리지 않은 재고일 뿐이니까요. 그래서 연방정부가 제재를 가하기 위해 일정 기간 판매매출이 없는 엘프 시장은 폐지하는 법률을 제정하기는 했지만, 유명무실해졌죠. 트레이드나 나이가 든 엘프를 워커옥션마켓에 판매하면 그뿐이니까요. 문제는 범석의 팀이 여기서 크게 걸린다는 점입니다. 엘프 학교에서 엘프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엘프시장 자격을 취득해야 하는데, 취득하더라도 판매를 할 수 없으니,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자격이 취소될 테니까요. 아직 설명드리지는 않았지만, 이 점이 바로 범석이 엘프 학교를 기웃거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원래는 12/13 쪽 나중에 따로 설명드리려고 했는데, 워낙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아서 일단 언급하겠습니다. 그런데 참 연방정부도 멍청하죠? 프로팀이 엘프시장 자격을 취득하지 못하게 법률을 제정하면 되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다 그런 겁니다. 국민인 엘프애호론자가 난리를 치니 겉으로 하는 척하지만, 이권 관계가 있으니, 속으로는 손 놓고 있는 거죠. 하하하. 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 -- 에이번드 프로협회에 몰아치는 대립 -- >스으윽.범석과 일행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호텔직원으로 보이는 엘프 하나가 다가오더니, 안내를 시작했다. 둥그스름하게 휘어지는 복도를 따라 도착한 곳은 목조 재질로 만들어진 넓은 문이었다. 호텔직원의 이내 손수 문을 열어주자 안의 전경이 한눈에 보였다.전면 상측에 ‘51/52년도 에이번드 지역 프로팀 개막 축하연’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그 아래 넓은 실내에는 레이스 달린 흰 천이 덮여 있는 검은색 원목식탁이 끝도 없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단으로 향하는 비단길 양편으로 수많은 인사가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다만, 한가지 이상한 점은 저 많은 사람 중에 정확히 비단길 사이로 반이 갈린 채 넘나드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었다. 아니 아예 시선까지 던지고 있지 않았다.그때 멀뚱멀뚱 서 있는 범석에게로 손짓하는 사람이 있었다.“범석군! 이쪽이네!”그를 부르는 자는 다름 아닌 루카스였다. 윈드하우스사 회장이자 흑사회의 멤버 중 하나로, 얼마 전에 블랙 캣츠팀을 인수하고 검투팀 이사장으로 올라섰다.이에 범석이 반갑게 다가가 인사했다.회1/12 쪽 “오랜만입니다. 루카스님.”“후후. 오래간만이기는. 그런데 이분은 혹시?”루카스가 빈센트를 바라보며 의문을 표시하자 범석이 바로 대답했다.“네. 드래곤나이츠의 빈센트감독입니다. 서로 인사 나누시지요.”루카스가 입가에 잔뜩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일단 에이번드 지역 검투계에 몸담은 터라, 빈센트 감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빈센트감독님이시군요. 이렇게 뵙게 되니 영광입니다. 최근에 프로 검투계에 발을 담갔지만, 감독님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습니다.”“흐흠. 그런데 뉘신지?”“저는 이번에 새로 블랙캣츠의 이사장이 된 루카스라고 합니다.”생각이 난 듯 그가 악수했다. 최근에 에이번드 프로팀들이 외부 자본에 많이 팔리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블랙 캣츠도 소유주가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었다.“아. 그렇습니까? 하여간 반갑습니다.”“자. 이리로 따라오시지요. 제가 모시겠습니다.”2/12 쪽 “네 알겠습니다.”빈센트가 그를 따라 우측 테이블들 쪽으로 가자, 왠지 좌측 테이블에 앉아 있던 인사들이 크게 우려하는 눈치였다. 영문을 몰랐지만, 특별히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범석이 휘하 엘프들을 데리고 뒤를 쫓았다.“자.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자네도 이쪽에 앉게나.”루카스가 안내한 테이블에는 먼저 2명의 낯선 젊은 인물이 먼저 앉아 있었다. 6인용 테이블이었기에 범석은 근처에서 의자 하나를 가져와 쭉 펼쳐 놓았다. 그리고 음료컵이 담긴 쟁반을 들고 지나가는 웨이트리스 엘프에게서 모든 주류 및 음료를 빼앗아, 탁자 위에 하나씩 올려놓았다.“빈센트 감독님. 자 샴페인 한 잔 드시죠.”“그래. 고맙네.”목이 탔는지 빈센트가 샴페인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건배하려던 루카스가 멋쩍은지 슬며시 잔을 내려놓았다. 피식 웃은 범석이 다시 잔에 샴페인을 채워주며 말했다.“그런데 루카스님. 앞에 계신 두 분은 누구십니까?”“아. 이 사람들 말인가? 씨 돌핀즈와 그로우 울프즈의 단장들일세.”3/12 쪽 씨 돌핀즈와 그로우 울프즈팀이라면 이곳 에이번드 에어리어리그 내 검투팀들로, 제법 건실한 검투사단 스쿼드로 매해 리그에서 중위권을 차지하는 팀들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알고 있기로 그곳 단장들은 저리 젊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물론 신체 개조 시술을 받아 젊음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자들의 옷 입는 스타일과 헤어 모양으로 봤을 때 그리 나이 들어 보이지는 않았다.“이상하군요. 그 팀의 단장님들은 제법 나이가 있다고 들었는데요.”“그랬었지.”“그랬었지라면?”“그로우 울프즈팀과 씨 돌핀즈의 주식 51%를 우리 흑사회가 인수했네. 이미 임시 주총을 통해 이사장이 바뀌었고, 이들도 어제부로 단장으로 임명됐지.”불연 듯 승격평가단 방문일 때의 대화를 떠올린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당시 루카스가 이 근방 에어리어리그 팀을 더 구매한다고 들었는데, 아마도 그 일을 완료한 모양이었다.“아. 그럼 이분들도 흑사회분들입니까?”“그렇네. 제 작년 신체개조시술을 받은 우리 흑사회의 신입회원들이지. 엠마와는 1년 선배쯤 될 걸세. 이제 이들이 흑사회의 스포츠 계통 진출의 첨병이 되고, 자네팀을 보호하는 버팀목이 되어 줄걸세.”4/12 쪽 두 명이 동시에 일어서더니 명함을 꺼내 범석에게 건네주었다.“안녕하십니까. 이작이라고 합니다. 엠마로부터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안녕하십니까. 제로스라고 합니다. 이렇게 뵙게 되니 반갑습니다.”범석이 서둘러 명함을 꺼내 건네주며 말했다.“네. 반갑습니다. 저는 오범석이라고 합니다. 현재 갓즈나이츠의 이사장이자, 검투사로 뛰고 있습니다.”“예.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도 하이라이트를 통해 활약하는 모습을 잘 지켜봤습니다.” 인사로 나누고 자리에 앉은 범석이 아리송한 눈초리로 루카스를 바라봤다. 일단 반갑게 맞이했지만, 단장치고 나이가 너무 어렸던 탓이다. 아무리 똑똑하기로 유명한 흑사회의 멤버라고 하더라도 저런 젊은 나이에 제대로 일 처리를 해낼 수 있을지 미심쩍었다. 하지만, 어차피 자신도 젊은 나이에 이사장 자리에 앉아 있고 당사자가 바로 면전 앞에 있는 상황이라 이 일만큼은 입을 다물기로 했다.“루카스님. 그런데 저희가 이렇게 동석해도 괜찮겠습니까? 보는 눈이 있는데 말입니다.”5/12 쪽 “상관없네. 어차피 우리 둘 다 에이번드 프로협회에 소속된 인사이지 않은가? 같은 모임을 하는 자들이 중요행사에서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뭐가 대수라고 딴죽을 걸겠는가? 너무 교류하지 않아도 이상하게 보일 수 있어.”이해가 된 듯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사는 친척지간이라도 추석날 모여 제사를 지낸다고 이상하게 여기는 자는 세상에 아무도 없었다. 이도 마찬가지. 따로 공식적인 모임에서 만났으니 왈가불가할 문제는 아니었다.“딴에는 그렇군요.”“그런데 자네 전에는 무척 잘해줬더군. 덕분에 일이 편하게 됐어.”“잘해주다니 뭘요?”“승격 평가단과의 일 말이네. 덕분에 고든및 일부 중립 인사들이 우리에게 돌아섰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건가?”아무래도 점심식사시간에 잠시 수작을 부린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당시 범석은 로스라는 자가 경찰서에 끌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토대로 고든에게 이간질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 후, 일은 제대로 풀리게 되었고, 무사히 프로진출권을 따내게 되었다.그는 슬며시 빈센트와 에스더를 바라봤다. 이들이 보는 앞에서 너무 깊은 속사정 얘기를 나눌 수는 없었다.6/12 쪽 “뭐. 우연히 로스라는 자가 경찰서에 끌려갔기에, 미심쩍어 한 번 입밖에 내뱉어봤을 뿐입니다. 당시 저도 뵈는 것이 없었죠. 협회에서 어떻게든 저희 팀의 프로진출권을 박탈하려고 했었으니까요.”그 말을 들은 빈센트감독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뭐야? 협회에서 자네팀의 프로진출권을 박탈하고 했었단 말인가?”“네. 그렇습니다. 다행히 외부 평가단 인사로 온 글로리아님께서 보다 못해 나서서 막아주시는 바람에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었으면 저희 팀 올해 프로진입은 불가능했습니다.”글로리아라면 극렬 여성단체의 수장으로 무척 엘프를 미워했다. 그래서 그녀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프로팀도 못마땅히 여기고 있었고, 승격평가단원으로 참가할 때마다 모두 0점을 줘 입방아에 오르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오죽했으면 스스로 나서서 프로검투팀을 옹호하고 나섰을까? 당혹스러워한 빈센트가 되물었다.“아니 협회에서 그 열혈 글로리아를 승격평가단원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그녀가 자네팀을 도왔다고?”“네. 맞습니다. 그때의 친분으로 지금까지 자주 교류하며 교분을 쌓고 있습니다.”“아니. 승격평가단이 뭐 어쨌기에, 그녀가 자네를 도왔는가?”“아주 간단히 예를 들어 드리죠. 저희 갓즈나이츠의 의료시설에 대해 아시죠?”7/12 쪽 물론 신문 지상에서 들어 알고 있었다. 단순한 프로팀 의료시설이 아닌 거의 전문 스포츠 의료법인이 탄생 되고 있다고 말이다. 빈센트도 그 소식을 듣고 얘가 지금 뭐하는 짓인가? 의아해한 적이 있었다.“으음. 알고 있네. 그런데 자네 너무했어. 팀 내 소중한 자금을 그런 식을 허비하고 있다니,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네.”“네. 그게 다 저번 승격평가단 방문으로 말미암아 벌어진 일입니다. 당시 승격평가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미리 알아내고, 의료시설 쪽 장비를 대거 구매했습니다. 그쪽에서라도 점수를 많이 받으려고 말입니다. 그런데 스포츠 전문 법인을 건립할 정도의 의료장비로도 높은 점수를 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하도 어이가 없었던지 글로리아님이 나서서 막아줘서 겨우 무사했고요.”빈센트가 멍한 눈빛을 지었다. 그런 황당한 의료시설을 갖췄는데도, 그 글로리아가 나설 만큼 짠 점수를 주려고 했다니 뭔가 진한 수작이 느껴졌다. 그도 검투계에 오래 몸담았던 탓에 승격평가 당시 어느 정도 승격요건만 맞춘다면 꽤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한 예로 글로리아가 전에 승격평가단에 참가해 올 0점을 줬음에도 지금까지 승격에서 탈락한 팀은 아무도 없었다.“대체 이유가 뭔가? 협회에서 그런 수작을 폈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게 아닌가?”“아주 간단합니다. 저들이 원하는 바를 제가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8/12 쪽 “뭘 원했는데?”“엠마라는 저희 팀원을 아무런 이유 없이 내쫓으라고 했습니다. 당시 저로서는 아무런 도덕적 문제도 없고, 검투에 열성을 다하는 그녀를 쫓아낼 수 없었죠. 그래서 그 일환으로 제재가 들어온 겁니다.”“호, 혹시 엠마라는 아이가 무슨 범법자이거나,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나? 과거 약물복용을 했다는 등의 일 말이야.”“아뇨. 전혀 없었습니다. 그저 평범한 은행원이었다가 명퇴를 당하고 검투계에 발을 들여놨을 뿐입니다. 다만, 로스쪽 계파의 중요인사에 눈밖에는 난 모양입니다.”현 연방프로검투 협회는 총 7개의 계파로 나누어져 있었다. 현 연방검투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브라힘의 계파. 부회장직에 올라 있는 쿠퍼쪽 계파. 또 같은 부회장직에 있는 루이스쪽 계파. 그리고 잡다하게 분류된 다비드 계파, 안젤라 계파, 요한슨 계파, 리처드 계파 등이 있었다. 이중, 로스는 가장 큰 줄기라고 할 수 있는 이브라힘 계파에 소속되어 있었다.그런데 문제는 한 검투사를 영입하고 방출하는 하는 일은, 계파 차원을 떠나서 해당 프로팀의 고유권한이라는 점이었다. 아무리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더라도, 아무런 죄도 없는 검투사를 함부로 쫓아내라 말라 할 계제가 아니었다.빈센트감독이 멀리 좌측 테이블 쪽에 앉아 있는 로스를 쏘아봤다. 보통의 감독이라면 현 연방프로검투 회장 라인을 두려워해 주눅이 들어 했겠지만, 그는 달랐다. 지금껏 독불장군으로 살아오며 누구에게도 머리 숙인 역사가 없었다.그때 루카스가 급히 나섰다. 범석이 판을 벌여놓았으니, 잔칫상을 차릴 참이었다.9/12 쪽 “그래서 오늘 한 번 확 뒤집어엎고자 합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또 저희 에이번드 지역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것 아닙니까?”빈센트감독이 당연하다는 고개를 주억거렸다.“물론이지요. 저런 놈들은 단단히 혼이나 봐야 정신을 차라지 않겠습니까. 그래 블랙 캣츠 이사장님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십니까?”“현 에이번드 협회장인 바이트씨를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브라이언씨를 추대할 생각입니다.”바이트는 로스와 같은 계파였고, 브라이언은 쿠퍼쪽 계파의 일원이었다. 연방협회 내 일, 이인자 자리를 놓고 다투는 거대 계파들로, 브라이언이 협회장직에 오른다고 연방협회에서 에이번드 지역에 불이익을 가하지는 못할 터였다. 그러나 지금은 협회장 선거가 있는 날이 아니었다. 정식적으로 교체하기 위해서는 족히 2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그런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지금은 협회장직을 교체할 시기가 아니잖습니까?”“네. 그렇습니다. 그러나 예외규정이 있습니다. 해당 지역 프로팀 다섯이 발의하고 협회 의원 다섯 이상이 상정 한다면 임시투표를 하게 됩니다. 여기서 3분지 2 이상의 득표를 한다면 협회장을 교체할 수 있습니다.”10/12 쪽 빈센트감독으로서는 그런 자세한 협회의 규칙을 몰랐다. 그래도 이리 자신감 있게 말하니, 그런 조항이 있는가보다 했다.“으음. 그런데 그게 쉽게 되겠습니까?”쉬운 차원을 떠나서 이미 처리를 해놓은 상황이었다. 자신들 이외에도 7개 팀을 후원계약을 명목으로 설득해놨고, 전에 로스에게 당했다고 생각한 고든과 승격평가단원 및 몇몇 의원들을 포섭했다. 문제는 3분지 2 이상의 득표인데, 이는 이슈를 키워놓고 차차 설득해나가면 충분히 해결될 듯 보였다.“예. 안건을 상정할 만큼의 인원은 충분히 모았습니다. 문제는 이슈를 만들 특별한 건더기가 없다는 겁니다.”“없기 왜 없습니까? 갓즈나이츠팀이 당한 내용을 알리면 되지 않습니까?”“그게, 저희를 도와주겠다는 의원 중 상당수가 그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되어 있습니다.”“아니 당시 일에 관여한 자들이 루카스이사장을 돕는다고요? 어째서 그런 일이……?”“사실 그들도 로스에게 속은 겁니다. 그자는 이번 일을 주도했지만, 책임을 다른 자들에게 떠넘기려고 승격평가일 당일 고의로 경찰서로 갔습니다. 이에 다른 참여 의원들이 중간에 눈치를 채고, 갓즈나이츠를 승격시켰던 것이고요.”11/12 쪽“아니 이런 못된 작자가 있나. 그런 못된 짓거리를 벌이고도 자신은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남들에게 떠넘기려고 했다니……. 도저히 가만둬서는 안 될 작자로군요.”“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이브라힘의 계파에서 저지른 일입니다. 로스는 단지 하수인에 불과할 뿐이지요.”“하긴 그 나물에 그 밥이기는 하겠지요.”============================ 작품 후기 ============================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 것으로 보아 가을이 왔나 봅니다. 낙엽도 지고 은행도 따다보면 겨울이 오고 또 해가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내년 무더위 다시 찾아오게 되는 날 퍼펙도 월드도 끝날 것 같습니다. 날짜세어보니 딱 그렇더라고요. 물론 연참하면 더 빨라질 도 있는데, 요새 노는데 취미가 들어서요. ㅎㅎㅎ;;; 에고 그럼 저는 이제 맨유대 첼시의 축구를 보러가겠습니다. 모두들 편한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보면 겨울이 오고 또 해가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내년 무더위 다시 찾아오게 되는 날 퍼펙도 월드도 끝날 것 같습니다. 날짜세어보니 딱 그렇더라고요. 물론 연참하면 더 빨라질 도 있는데, 요새 노는데 취미가 들어서요. ㅎㅎㅎ;;;빨라질 도 있는데, 요새 노는데 취미가 들어서요. ㅎㅎㅎ;;; 에고 그럼 저는 이제 맨유대 첼시의 축구를 보러가겠습니다. 모두들 편한 하루 보내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 것으로 보아 가을이 왔나 봅니다. 낙엽도 지고 은행도 따다보면 겨울이 오고 또 해가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내년 무더위 다시 찾아오게 되는 날 퍼펙도 월드도 끝날 것 같습니다. 날짜세어보니 딱 그렇더라고요. 물론 연참하면 더 빨라질 도 있는데, 요새 노는데 취미가 들어서요. ㅎㅎㅎ;;;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 것으로 보아 가을이 왔나 봅니다. 낙엽도 지고 은행도 따다보면 겨울이 오고 또 해가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내년 무더위 다시 찾아오게 되는 날 퍼펙도 월드도 끝날 것 같습니다. 날짜세어보니 딱 그렇더라고요. 물론 연참하면 더 빨라질 도 있는데, 요새 노는데 취미가 들어서요. ㅎㅎㅎ;;;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 것으로 보아 가을이 왔나 봅니다. 낙엽도 지고 은행도 따다보면 겨울이 오고 또 해가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내년 무더위 다시 찾아오게 되는 날 퍼펙도 월드도 끝날 것 같습니다. 날짜세어보니 딱 그렇더라고요. 물론 연참하면 더 빨라질 도 있는데, 요새 노는데 취미가 들어서요. ㅎㅎㅎ;;;보면 겨울이 오고 또 해가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내년 무더위 다시 찾아오게 되는 날 퍼펙도 월드도 끝날 것 같습니다. 날짜세어보니 딱 그렇더라고요. 물론 연참하면 더 빨라질 도 있는데, 요새 노는데 취미가 들어서요. ㅎㅎㅎ;;;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 것으로 보아 가을이 왔나 봅니다. 낙엽도 지고 은행도 따다보면 겨울이 오고 또 해가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내년 무더위 다시 찾아오게 되는 날 퍼펙도 월드도 끝날 것 같습니다. 날짜세어보니 딱 그렇더라고요. 물론 연참하면 더 빨라질 도 있는데, 요새 노는데 취미가 들어서요. ㅎㅎㅎ;;;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 것으로 보아 가을이 왔나 봅니다. 낙엽도 지고 은행도 따다보면 겨울이 오고 또 해가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내년 무더위 다시 찾아오게 되는 날 퍼펙도 월드도 끝날 것 같습니다. 날짜세어보니 딱 그렇더라고요. 물론 연참하면 더 빨라질 도 있는데, 요새 노는데 취미가 들어서요. ㅎㅎㅎ;;;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 것으로 보아 가을이 왔나 봅니다. 낙엽도 지고 은행도 따다보면 겨울이 오고 또 해가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내년 무더위 다시 찾아오게 되는 날 퍼펙도 월드도 끝날 것 같습니다. 날짜세어보니 딱 그렇더라고요. 물론 연참하면 더 빨라질 도 있는데, 요새 노는데 취미가 들어서요. ㅎㅎㅎ;;;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 것으로 보아 가을이 왔나 봅니다. 낙엽도 지고 은행도 따다보면 겨울이 오고 또 해가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내년 무더위 다시 찾아오게 되는 날 퍼펙도 월드도 끝날 것 같습니다. 날짜세어보니 딱 그렇더라고요. 물론 연참하면 더 빨라질 도 있는데, 요새 노는데 취미가 들어서요. ㅎㅎㅎ;;;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 것으로 보아 가을이 왔나 봅니다. 낙엽도 지고 은행도 따다보면 겨울이 오고 또 해가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내년 무더위 다시 찾아오게 되는 날 퍼펙도 월드도 끝날 것 같습니다. 날짜세어보니 딱 그렇더라고요. 물론 연참하면 더 빨라질 도 있는데, 요새 노는데 취미가 들어서요. ㅎㅎㅎ;;;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 것으로 보아 가을이 왔나 봅니다. 낙엽도 지고 은행도 따다보면 겨울이 오고 또 해가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내년 무더위 다시 찾아오게 되는 날 퍼펙도 월드도 끝날 것 같습니다. 날짜세어보니 딱 그렇더라고요. 물론 연참하면 더 빨라질 도 있는데, 요새 노는데 취미가 들어서요. ㅎㅎㅎ;;;보면 겨울이 오고 또 해가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내년 무더위 다시 찾아오게 되는 날 퍼펙도 월드도 끝날 것 같습니다. 날짜세어보니 딱 그렇더라고요. 물론 연참하면 더 빨라질 도 있는데, 요새 노는데 취미가 들어서요. ㅎㅎㅎ;;;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 것으로 보아 가을이 왔나 봅니다. 낙엽도 지고 은행도 따다보면 겨울이 오고 또 해가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내년 무더위 다시 찾아오게 되는 날 퍼펙도 월드도 끝날 것 같습니다. 날짜세어보니 딱 그렇더라고요. 물론 연참하면 더 빨라질 도 있는데, 요새 노는데 취미가 들어서요. ㅎㅎㅎ;;;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 것으로 보아 가을이 왔나 봅니다. 낙엽도 지고 은행도 따다보면 겨울이 오고 또 해가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내년 무더위 다시 찾아오게 되는 날 퍼펙도 월드도 끝날 것 같습니다. 날짜세어보니 딱 그렇더라고요. 물론 연참하면 더 빨라질 도 있는데, 요새 노는데 취미가 들어서요. ㅎㅎㅎ;;;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 것으로 보아 가을이 왔나 봅니다. 낙엽도 지고 은행도 따다보면 겨울이 오고 또 해가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내년 무더위 다시 찾아오게 되는 날 퍼펙도 월드도 끝날 것 같습니다. 날짜세어보니 딱 그렇더라고요. 물론 연참하면 더 빨라질 도 있는데, 요새 노는데 취미가 들어서요. ㅎㅎㅎ;;;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 것으로 보아 가을이 왔나 봅니다. 낙엽도 지고 은행도 따다보면 겨울이 오고 또 해가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내년 무더위 다시 찾아오게 되는 날 퍼펙도 월드도 끝날 것 같습니다. 날짜세어보니 딱 그렇더라고요. 물론 연참하면 더 빨라질 도 있는데, 요새 노는데 취미가 들어서요. ㅎㅎㅎ;;;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 것으로 보아 가을이 왔나 봅니다. 낙엽도 지고 은행도 따다보면 겨울이 오고 또 해가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내년 무더위 다시 찾아오게 되는 날 퍼펙도 월드도 끝날 것 같습니다. 날짜세어보니 딱 그렇더라고요. 물론 연참하면 더 빨라질 도 있는데, 요새 노는데 취미가 들어서요. ㅎㅎㅎ;;;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 것으로 보아 가을이 왔나 봅니다. 낙엽도 지고 은행도 따다보면 겨울이 오고 또 해가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내년 무더위 다시 찾아오게 되는 날 퍼펙도 월드도 끝날 것 같습니다. 날짜세어보니 딱 그렇더라고요. 물론 연참하면 더 빨라질 도 있는데, 요새 노는데 취미가 들어서요. ㅎㅎㅎ;;; < -- 에이번드 프로협회에 몰아치는 대립 -- > 잠시 뜸을 들인 루카스가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그래서 저희가 현 에이번드 협회장의 비리를 문제 삼아, 임시투표를 열고자 합니다. 힘을 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떤 비리 말이오?” “조사해보니 협회 자금을 유용한 정황이 발견됐습니다. 아무래도 그 자금이 아브라힘 회장 쪽으로 넘어간 것 같은데, 그 문제까지 꺼내 들었다가는 싸움이 크게 번질 테니, 일단 개인비리로 몰고 갈 겁니다.” 빈센트가 심히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딴 짓거리를 벌이고도 이제는 협회자금까지 유용해 이브라힘에게 받쳤다고 한단다. 그로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감독인 그로서는 한계가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감독은 그저 얼굴마담일 뿐, 실질적인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협회투표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는 팀 내 대표라고 말할 수 있는 단장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리 힘이 없습니다. 도와드리려고 해도 특별히 가지고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투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나서서 따질 발언권도 없습니다.” “상관없습니다. 빈센트 감독님께서는 저희 옆에 계시며, 동조한다는 반응만 보이시회1/12 쪽 면 됩니다. 그것만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그렇습니까? 그 정도는 기꺼이 해 드릴 수 있습니다.” 루카스가 입가에 미소를 걸었다. 빈센트감독은 이 지역 내의 유명인사라, 동조를 표명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명분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팀 차원의 지지가 있다면 더욱 효과를 발휘했다. 드래곤 나이츠는 프로검투경기가 생긴 이후 에이번드지역 최초의 센트럴 리그팀이었다. 그만큼 이 지역에 끼치는 영향력은 무척 크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혹시 드래곤나이츠의 이사장님과 단장님은 오시지 않았습니까?” “아. 예. 그분들은 안 오실 겁니다. 이사장은 따로 사업을 경영하시기에 팀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단장은 그분의 둘째 아드님이신데 오늘 하이른 센트럴리그의 단장모임이 있어 부득하게 불참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이사장님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십니까?” “드래곤운송이라는 대규모 운송사업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은 왜 묻는 겁니까?” “아닙니다. 그저 궁금해서 물어봤을 뿐입니다.” 손사래를 치며 어물쩍 넘긴 루카스가 득의의 표정을 지었다. 운송업을 하고 있다면 올해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피자전문점의 식재료 운송을 맡기거나, 다른 흑사회멤버의 운송일을 건네주며 협조를 구할 수 있었다. 아니 이참에 자신들 편으로 끌어들여 2/12 쪽 두고두고 활용하는 편이 좋았다. - 자. 이제 51/52년도 에이번드 지역 프로팀 개막 축하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장내에 계신 여러분은 준비된 음식들을 마음껏 드시며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멘트 직후, 미리 대기하고 있던 클래식 음악가들의 트리오 연주가 시작되었다. 장내에 퍼지는 음악 소리와 함께 일제히 들어오는 엘프 호텔리어들이 음식들이 담긴 은빛의 수레들을 끌며 원형의 탁자 위로 차곡차곡 놓기 시작했다. 즐거운 축제의 시간. 여느 때 같았으면 실컷 먹고 마시며 올해의 리그전을 예상하는 잡담들이 화기애애 오고 갔을 테지만, 오늘 장내에는 극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대략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알고 있었으니, 음식이 제대로 입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그때 좌측 편에 앉아 있던 한 인사가 범석이 있는 테이블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갈색 머리칼의 호리호리한 체형을 지니고 있었는데, 범석도 아주 잘 알고 있던 자였다. 영 껄끄러웠는지 그가 헛기침을 연방 터트려댔다. 밥 먹는데 옆에서 누가 응가를 한다면 과연 이런 기분이 들까? 긴 한숨을 내쉰 범석이 수저를 내려놓고 날카로운 눈빛을 날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이네. 어때 무지렁이 자식이 프로에 올라와서 뛰는 소감이?” 비꼬는 말투에 범석이 바로 되받아쳤다.3/12 쪽 “후후. 그건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나? 그래서 자격도 안 되면서 오늘 이 자리에 와서 김칫국을 마시는 것이고. 안 그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여긴 빈센트감독이 넌지시 물었다. “범석군. 이 자는 누군가?” “네. 그레이트 하이에나즈단장인 줄리앙이라고 합니다. 지난 승격토너먼트 당시 8강전에서 저희에게 깨지고, 지금 아마추어리그에 머물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자가 엠마를 팀에서 쫓아내라고 했습니다.” 범석의 고자질에 빈센트가 살벌한 눈매로 줄리앙을 쳐다봤다. 감히 남의 팀의 검투사 운용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다 못 해, 협회까지 움직여 장난질을 친 주인공이 저렇게 새파란 젊은 놈이라니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레이트 하이에나즈는 작년까지 에이번드 에어리어리그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작년 봄에 아마추어리그로 강등했다고 들었다. 오늘 개막전 축전 만찬에 참가할 수 있는 인사들은 프로팀 관계자들뿐. 아마추어팀 단장인 그는 오늘 참가대상에서 제외였다. 빈센트가 목소리 톤을 가라앉히고 점잖게 말했다. “아마추어팀의 단장인 자네가 오늘 개막 축하연에 왜 찾아온 건가?”4/12 쪽 “특별 초대손님으로 왔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은 작년까지 여기 에어번드 에어리어리그에서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충분히 자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빈센트가 거하게 콧방귀를 꼈다. 그렇게 따지다 보면 지금 아마추어리그에 있는 세미프로팀 대다수가 오늘 이 자리에 찾아왔어야 했다. “낄 자리 안 낄 자리 전혀 구분을 못 하는 작자로군. 알지는 모르겠지만, 작년 자네팀과 함께 강등된 팀이 2팀이나 더 있고, 올해도 3팀이 강등해 내려갔어. 자네 말대로라면 그들은 왜 이 자리에 못 왔겠는가? 새파랗게 젊은 놈이 칠칠치 못하게 특권의식에 찌들어 있어서는……. 쯧쯧. 어쩌다 에이번드 프로검투협회가 이렇게까지 썩었는지. 한심하군. 한심해.” 얼굴을 벌겋게 물들인 줄리앙이 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그의 조롱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그럴싸한 명분을 가져다 붙이며 따져오니 할 말이 없었다. 말 그대로 지금 아마추어리그에는 프로로 활동한 전적이 있던 팀이 부지기수 존재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에이번드지역 검투계에 큰 신망을 받고 있는 빈센트감독을 자신의 라인쪽으로 끌어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흑사회 놈들이 본격적으로 나서서 도발해오는 마당에, 인맥조차 밀려버린다면 앞으로의 싸움이 힘겨워졌다. 최대한 정중한 자세로 이 자리에서 그를 모시고 나가야만 했다.5/12 쪽 “그, 그렇지만, 저희는 와이드 리그급 검투사 다섯에 나머지들도 이곳 에어리어리그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실력자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예상하건대 충분히 이곳 에이번드 에어리어 리그 내에서 우승을 다툴 수 있는 전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강등팀과는 전혀 상황이 틀립니다.” “그래서? 그런 전력으로 올해는 왜 못 올라왔나? 아직 젊어서 잘 모르는가 본데. 프로는 결과로 말하는 거야. 아무리 뛰어난 전력이 있더라도 17위 이상 순위에 못 들면 강등되어 떨어지는 것이고, 아무리 허접한 전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해당 리그에서 우승한 후 승격 토너먼트를 통과하면 바로 승격이야. 그 정도 전력으로 아마추어 승격 토너먼트에서 떨어지고 한다는 소리가 고작 프로리그에서라면 우승할 수 있다고? 나 같으면 창피해서 아무 말도 못 하지.” 줄리앙이 할 말이 없는 듯 애꿎게 손만 만지작거렸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프로는 결과로 말하는 법이었다. “저기. 빈센트 감독님. 저는 감독님과 말다툼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계속 용건을 말하려는 순간 줄리앙이 고개가 범석에게로 팩하니 돌아갔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그저 TV 뉴스화면을 키웠을 뿐이었지만, 그곳에 들려오는 멘트는 무척 심각한 내용이었다.6/12 쪽 - 오늘 벌어진 개막전에서 헬드라이어즈팀을 2승 2무 1패로 승리한 다크 하이에나즈 팀 일부 검투사들이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나 월드리그 내 큰 파문이 예상됩니다. 이로써 다크 하이에나즈팀은 오늘 경기에서 패배를 기록할 뿐만 아니라 추가로 페널티로 마이너스 승점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다크 하이에나즈팀은 3년 전 우연히 월드리그에 진출하고 하이에나즈 그룹의 얼굴로 등극한 검투팀이었다. 전 세계에 20개 팀밖에 없는 월드리그팀을 소유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회사의 인지도가 크게 상승하는바, 어떻게든 월드리그에 계속 안착시키기 위해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지금까지 겨우겨우 리그에 잔류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보옥과도 같은 다크 하이에나즈팀에 약물복용 파동이 일어났다. 세월이 지나면 팬들 사이에서 잊힐 일이지만, 승점 하락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가뜩이나 하위권에서 맴도는데, 개막전 경기가 끝난 직후 -3점을 달고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은 팀에 큰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화급히 자신의 전자수첩을 열어 TV뉴스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난 검투사는 총 3인으로 울리스, 엔드라, 제르미아로 판명 났습니다. 이에 관계 당국은 팀 차원의 조직적인 약물복용 장려가 있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조사를 착수하기로 결정 내렸습니다. 줄리앙의 표정이 파리하게 물들어져 갔다. 한 명도 아닌 세 명이나 걸렸으니 빼도 박7/12 쪽 도 못했다. 잘못하면 고의성이 인정되어 마이너스 승점이 더 늘어날지도 몰랐다. -3점의 페널티는 일상적으로 먹이는 페널티일 뿐이지, 상황에 따라 더 큰 페널티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울리스와 엔드라를 이름을 곱씹으며 분기를 표시했다. 모두다 주인 있는 엘프들로 아마도 주전에 올라 주인을 기쁘게 할 요량으로 약물을 복용한 듯 보였다. ‘이래서 주인 있는 엘프를 쓰면 안 된다니까! 걔들은 주인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한단 말이야! 그런데 또 제르미아는 왜 약물을 복용한 거야! 미치겠군!’ 줄리앙이 급히 전자수첩을 닫고 몸을 돌렸다. 지금은 이 작은 에이번드지역 상황에 신경 쓰고 있을 틈이 없었다. 어떻게든 각계각층의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해 협력을 받은 다음, 이번 위기를 극복해야 했다. 다크 하이에나즈가 이번 일로 강등하게 된다면, 회사는 큰 데미지를 입게 되었다. 그는 급한 발걸음으로 서둘러 연회장을 떠나갔다. 이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본 범석이 루카스에게 작게 속삭였다. “세 명이나 걸렸군요.” “그러게 말이네. 준치를 낚으려는 채비에 대어가 낚인 꼴이군.” “아마도 제르미아가 걸리자, 전체 팀원을 대상으로 약품검사를 진행했나 봅니다.” “그렇겠지. 규칙이 그러하니까.” “그래도 저희에게 해가 될 것은 없겠죠?”8/12 쪽 “좋으면 좋았지 탈이 날 이유는 없지. 덕분에 제르미아에 대해서도 덜 미심쩍게 여기겠지.” 이들의 귓속말에 빈센트감독이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아니. 지금 무슨 얘기를 나누나?” 범석이 바로 손사래를 쳐댔다. 이번 건수는 흑사회와 자신만 아는 대외비, 굳이 빈센트에게까지 알릴 필요는 없었다. “별것 아닙니다. 줄리앙을 좀 걱정했을 뿐입니다. 딴에는 그룹의 대표 스포츠팀인데, 그런 꼴이 났으니, 저로서도 안타깝습니다.” “안타깝긴 뭐가 안타까운가? 그딴 짓을 벌이는 놈들이 소속 검투사들에게 약물인들 복용시키지 못하겠나? 수작을 부리다가 된통 걸린 게지.” “뭐. 그럴 수도 있죠. 후후후.” 이들이 대화하는 사이 루카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빈센트 감독도 끌어들였으니, 본격적으로 작업할 시기가 찾아왔다. 그는 멀리서 식사를 하는 브라이언과 고든에게로 가 탄핵을 시작하라고 알렸다. 그리고 잠시 후…….9/12 쪽 “현 에이번드 프로검투협회장인 바이트씨를 고발합니다! 그는 협회의 자금을 빼돌려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비리에 연류되어 있습니다. 나 고든은 도저히 이 사실을 묵과할 수 없는바 여러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바이트씨를 탄핵하고자 합니다!” 순간 장내가 떠들썩해졌다. 에이번드지역 프로검투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바이트에 대한 탄핵은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인사들과 언론사 기자들에게 큰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기다렸다는 듯이 로스가 일어나 소리쳤다. 이미 브라이언을 비롯한 몇몇 인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점은 정보를 통해 알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증거도 없이 그런 소리를 지껄이지 마시오!” 고든이 바로 품에서 전자수첩을 꺼내 머리 위로 흔들어 보였다. “믿기지 않는다면 내가 확보한 증거서류들을 전송시켜 드리겠소! 충분히 증거가 될 것이오!” “그걸 여기 계신 분들이 믿을 것 같소! 분명히 댁들이 꾸며낸 증거가 확실하오!” 질타가 서로 오가는 가운데, 범석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협회 안에서 이전투구 하는 일은 흑사회에게 맡는 일이니, 그가 따로 나설 입장이 못됐다. 뭐 표 하나 10/12 쪽 던져주는 일이 있기는 했지만, 그 정도의 일은 단장 대리인 에스더가 해도 됐다. “에스더. 너는 이 자리에 남아 있다가 루카스님이 표가 필요하다면 동조를 표해줘. 나는 따로 할 일이 있으니까.” “아. 네. 그런데 무슨 일이신데요.” “응. 별일은 아니고, 여기에 온 김에 글로리아님을 만나서 인사라도 하게.” “네. 알았어요. 그럼 다녀오세요.” 범석이 빈센트의 양해를 얻어낸 후, 자리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마침 복도를 지나는 연미복 차림의 한 남성 호텔직원에게 글로리아의 집무실을 알아낸 후, 그 앞까지 찾아갔다. “여긴가?” 이미 야심한 밤이 되었는지, 외부 창문 밖으로는 어두운 하늘이 펼쳐지고 있었다. 다들 퇴근했는지 사무실 일부는 불이 꺼져 있었고, 지나다니는 사무원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혹시나 글로리아도 퇴근했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한 범석이 회장비서실 문을 똑똑 노크했다. “들어오세요.”11/12 쪽 고운 여인의 목소리에 범석이 문을 슬그머니 열고 들어갔다. 안에는 업무를 보는 여성 비서들이 몇몇 보였는데, 그를 보자 자리에서 살며시 일어서고 있었다. 그는 정면에 회장실이라고 써져 있는 문패가 달린 문을 보더니 조용히 물었다. “혹시 글로리아회장님 계십니까?” “네. 안에 계세요. 그런데 누구시죠?” 비서들이 매우 경계하는 눈초리를 하고 있었다. 글로리아가 외부시찰 중에 한 포악한 엘프에게 인질이 된 일이 겨우 한 달이 넘은 시점이었다. 당연히 낯선 외부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작품 후기 ============================ 아. 날씨가 쌀쌀해진 탓인지, 어제부터 감기기운에다 복통까지 겹쳐 컨디션이 영 아니네요. 아무래도 오늘은 약간만 글을 쓰고 푹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모두들 변절기 날씨 조심하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12/12 쪽 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작품 후기 ============================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한 엘프에게 인질이 된 일이 겨우 한 달이 넘은 시점이었다. 당연히 낯선 외부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한 엘프에게 인질이 된 일이 겨우 한 달이 넘은 시점이었다. 당연히 낯선 외부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한 엘프에게 인질이 된 일이 겨우 한 달이 넘은 시점이었다. 당연히 낯선 외부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작품 후기 ============================한 엘프에게 인질이 된 일이 겨우 한 달이 넘은 시점이었다. 당연히 낯선 외부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작품 후기 ============================한 엘프에게 인질이 된 일이 겨우 한 달이 넘은 시점이었다. 당연히 낯선 외부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한 엘프에게 인질이 된 일이 겨우 한 달이 넘은 시점이었다. 당연히 낯선 외부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한 엘프에게 인질이 된 일이 겨우 한 달이 넘은 시점이었다. 당연히 낯선 외부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한 엘프에게 인질이 된 일이 겨우 한 달이 넘은 시점이었다. 당연히 낯선 외부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한 엘프에게 인질이 된 일이 겨우 한 달이 넘은 시점이었다. 당연히 낯선 외부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한 엘프에게 인질이 된 일이 겨우 한 달이 넘은 시점이었다. 당연히 낯선 외부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한 엘프에게 인질이 된 일이 겨우 한 달이 넘은 시점이었다. 당연히 낯선 외부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 -- 에이번드 프로협회에 몰아치는 대립 -- > “저기. 프로 검투팀인 갓즈나이츠의 이사장인 오범석이라고 합니다.” 물끄러미 그를 바라본 한 금발의 비서 여인이 눈을 동그랗게 말아 올리며 급히 다가섰다. 전에 TV에서 본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오늘만 해도 회장인 글로리아가 그의 경기를 볼 때 살짝 눈여겨보기도 했었다. “아. 범석님이시군요. 그런데 여기를 어떻게 오셨죠……?” “오늘 이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차 왔다가, 글로리아님을 뵈러 왔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안에다 말씀드릴까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범석이 대답했다. “예. 부탁합니다.” “알겠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녀가 인터폰을 누르고 글로리아와 대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잠시 후 허락이 떨어졌는지 회장실 문고리를 부여잡고는 살며시 열었다. “자. 안으로 들어오시랍니다.”회1/14 쪽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안으로 들어서자 업무용 책상에서 급히 일어서는 글로리아를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옷깃을 정돈하더니, 황급히 마중 나왔다. “어서 오세요. 범석씨. 어떻게 여기까지…….” “어떻게 라니요. 행사차 왔다가 인사라도 할 겸 찾아왔습니다.” “아 그래요? 이쪽으로 와서 앉으세요.” 그를 근처 응접용 소파로 안내하는 글로리아를 바라보며 비서여인이 말했다. “회장님. 차를 내올까요?” 그러자 범석이 손사래를 흔들었다. 여기까지 찾아와서 차 대접만 받고 갈 수는 없었다. 딴에는 생명의 은인인데, 최소한 식사 대접 정도는 받아야 했다. 그래서 오늘, 연회식장에서 잘 차려진 요리에 제대로 손도 대지 않았다. “아닙니다. 차는 다른 곳에 가서 마실 예정입니다.” “다른 곳이라요?” “글쎄요. 그건 글로리아님께서 결정하실 일이죠. 하하하.”2/14 쪽 범석의 너스레에 글로리아가 흐뭇하게 웃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럼 나가서 드시겠어요?” “네. 호텔 어디에 전경이 좋은 식당이 있으면 안내해 주십시오. 오늘 거하게 대접받으러 왔으니까 단단히 각오하셔야 합니다.” “호호호. 알겠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글로리아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옷걸이로 가, 걸려 있는 손가방을 어깨에 메었다. 어찌 보면 범석과의 첫 번째 데이트가 될 수 있으니,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영문을 모르는 비서에게 지나가는 말투로 얘기했다. “그러면 다들 퇴근해.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그 말에 금발의 여인이 밝은 표정을 지었다. 오늘 회장인 글로리아가 이 늦은 시간까지 퇴근하지 않고 있기에 자신들도 아직 집으로 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오늘 일과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네. 회장님.” 분주하게 책상을 정리하는 비서들을 스치며, 범석과 글로리아가 밖을 나섰다. LED3/14 쪽 등이 비치는 복도를 지나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녀가 입을 열었다. “범석씨 전에는 무척 고마웠어요. 덕분에 목숨을 구했어요.” “하하하. 고맙긴요. 다 절 위해서 한 일입니다.” 뜬금없는 눈빛으로 글로리아가 그를 바라봤다. “어째서 그 일이 범석씨를 위한 일이죠?” “아주 간단합니다. 글로리아님께서 그때 변고를 당했으면, 제 마음이 무척 아팠을 겁니다. 연모하는 여인을 잃는다는 것은 저에게 큰 고통이니까요.” 그녀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순진한 표정으로 노골적으로 애정을 갈구해오니, 어찌할 바를 몰랐던 탓이다. 가히 기분은 나쁘지 않았지만, 부끄러워 계속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던 글로리아가 말을 돌렸다. “저, 저기. 식사를 뭐로 하시겠어요.” “후후. 아무거나 다 잘 먹습니다. 다만, 분위기 좋고 오붓하게 식사할 장소라면 좋겠습니다.” “그, 그래요? 그럼 호텔 스카이라운지 식당으로 있는데 가시겠어요?” “네. 그러죠.”4/14 쪽 “그럼 잠시만요.” 하며 그녀가 황급히 엘리베이터의 단추를 눌렀다. 범석과 대화하느라 지금까지 엘리베이터를 불러야 한다는 사실은 잊고 있었다. 이내 자동문이 열리자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 맨 꼭대기 층의 버튼을 눌렀다. 이윽고 층수를 나타내는 LED숫자 표시가 급하게 카운트 되더니, 89층에 이르렀을 때 멈췄다. “자. 여기에요. 내리세요.” 내려서자마자 바로 앞으로 온통 사방이 유리 칸막이로 된 고급스러운 식당이 하나 나왔다. 하늘 위로는 노란빛을 머금은 보름달이 밝게 내리 비취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작은 별들이 끝도 없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 아래로 노닥이며 식사를 하는 신사들과 엘프들이 있었고, 단체로 왔는지 몇몇 여인들이 웃음꽃을 피우며 수다를 떨어댔다. 밤의 정취가 물씬 풍기지만 조명으로 밝은 실내. 범석과 글로리아가 길게 뻗은 대리석바닥 길을 함께 걸어갔다. 그러자 한 여성 호텔직원이 후다닥 다가오더니 거의 90도의 자세로 허리를 숙였다. “어, 어서 오세요. 회장님.” 5/14 쪽 그 호텔직원은 자못 긴장하는 기색을 하고 있었다. 글로리아가 이곳에 찾아오는 이유는 시찰일 경우가 많았으니, 뭔가 꼬투리를 잡히지 않나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여기 조용한 실내 있지?” “아. 예. 안쪽으로 들어가시면 VIP전용 룸이 있어요.” “지금. 손님이 와 있어?” “아니요. 지금은 비어 있어요.” 방긋 웃은 글로리아가 바로 말했다. “잘됐네. 그럼 그 방으로 안내해줘. 중요한 손님이 와서 말이야.” 힐끔 범석을 바라본 호텔 여성직원이 양손으로 우측 사잇길을 가리켰다. “네. 알겠어요. 그럼 안내 드릴게요. 따라오세요.” “음. 고마워.” 호텔직원의 안내를 받은 범석과 글로리아가 스카이라운지 식당을 빠져나가 긴 통로를 지났다. 원통형의 유리로 둥글게 막혀 있는 길이었는데, 그 끝에 이르자 고풍스러운 목재 문이 하나 나왔다.6/14 쪽 그리고 그 문이 열리는 순간. 범석이 눈앞에 펼쳐지는 널찍한 방안 구조를 보고 심히 감탄스러운 눈빛을 지었다.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유리 칸막이는 어떤 이음새도 없이 일체형으로 이뤄져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바닥에 깔린 양탄자는 푹신하고 화려하기 그지없었고, 방 전체가 호텔 건물 밖으로 툭 나와 있는지 사방으로 시야를 가리는 물체는 무엇하나 보이지 않았다. “호오. 대단한데요. 이런 곳은 처음 와봅니다.” “그래요? 마음이 드셨다니 다행이에요. 자 이쪽으로 와서 앉으세요.” 글로리아의 인도를 받으며 중앙에 있는 탁자로 간 범석이 길게 나열된 의자 중 하나에 착석했다. 그 앞자리를 차지한 글로리아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범석씨. 뭐로 하시겠어요.” “글쎄요. 격식 있는 건 별로 안 좋아해서요. 전 그냥 가볍게 먹고 배를 채울만한 음식이 좋습니다. 대신 양은 많이요. 하하하.” 농담 어린 그의 식사주문에 생긋 웃은 글로리아가 호텔직원에게 말했다. “말씀하신 종류로 여기 상이 가득 차도록 가져오도록 해. 그리고 최상품 고급 포도주 서너 병도 준비해오고.” “네. 알겠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7/14 쪽 정중히 인사를 한 호텔직원이 나가자, 범석이 대화를 시작했다. “아. 그래. 전에는 무척 놀라셨죠? 부지불식간에 그런 일을 당하셨으니…….” “예. 그때는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어요. 정말 당시는 아이를 낳지 않았다는 사실이 참으로 후회스럽더라고요. 제 핏줄을 이어받은 자식이 있다면 유산을 받을 테니 지금껏 쌓아놓은 재산이 허공에 날아갈 일이 없으니까요.” 그가 새삼 놀란 표정을 연기했다. 정보창으로 확인한 결과 글로리아는 아직 처녀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직 인공수정을 받아 아이를 낳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물론 인공캡슐로 아이를 가지는 방식도 있지만, 이는 남성들이 선호할 뿐이지 여성은 자연분만을 주로 했다. 그래야 자식을 얻는 기분이 난다나? 이를 봤을 때 범석은 그녀가 아직 아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쯤은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그대로 말할 수 없기에, 범석은 지금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 “아. 그래요? 아이가 없으십니까?” “예. 아직요. 바쁘게 살다 보니까 자식을 낳고 키울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그렇군요. 그럼 이제 그런 일도 당하셨으니, 곧 아이를 낳으시겠군요.” 그 말에는 글로리아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다른 여성들도 그렇지만, 그녀도 꼭 8/14 쪽 자연산 아기를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연산 아기. 남녀 간의 애정 속에서 자연적으로 잉태되는 아기를 말하는데, 이 시대에서는 천연 기념물적인 존재라 할 수 있었다. 바로 엘프의 창조와 남녀 간의 갈등으로 말미암아 비롯된 일이었다. 남자들은 여자를 사회구성원의 일부로 생각할 뿐이지, 절대 애정을 쏟을 대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글쎄요. 또 일이 바쁘다 보니 차일피일하네요. 하지만, 곧 시간을 내서 가져야죠.” “아. 네. 언제쯤에 가지실 예정이십니까?” 글로리아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왜 이런 개인적인 질문을 집요하게 던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딴에는 은인의 질문이니, 매몰차게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글쎄요. 이번 달은 좀 안 되고 다음 달이나 다다음달쯤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뭐 더 길어질 수도 있지만요.” “아. 그렇습니까?” 범석이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속마음은 아주 다급했다. 아이를 낳으려면 인공수정을 해야 하니, 결국에는 그녀의 몸속에 다른 남성의 씨앗이 들어가게 되었다. 무척 찝찝한 일로, 어떻게 그녀의 공략을 빨리 마무리했다. 물론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이를 믿고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에 그가 계속 대화를 9/14 쪽 시도하며 친밀도 올리는 작업을 수행해 나갔다. 이러는 사이, VIP룸으로 일단의 호텔직원들이 음식을 가지고 와 나열하기 시작했다. “회장님. 주문하신 요리가 나왔습니다.” 이름은 알 수 없는 요리가 여럿 섞여 나왔지만, 맛깔스럽기 그지없어 보였다. 연갈색의 투명한 소스가 뿌려진 어패류 요리하며, 진한 육수가 우러나오는 스테이크. 붉은빛을 반짝이는 해물 섞음 요리와 초밥, 스파게티 등등……. 과연 이 음식들을 다 먹을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여기에 놀라운 사실 하나는 식탁 중앙에 88년산 포도주가 떡하니 놓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이 게임의 시간상 51년도임을 봤을 때, 족히 반세기가 훨씬 넘어가는 고급포도주라는 말이 됐다. 포도주는 네임벨류와 연식별로 그 가격차이가 천지차이임을 볼 때, 매우 고가라고 예상되었다. 그는 포도주병을 들고 직원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아니. 이 포도주는 얼마나 합니까?” “네. 88만 크랑입니다.” 즉 이 포도주 10병이면 에어리어리그 주전급 검투사를 영입해올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가 소유한 자금을 볼 때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하루 식사 대용으로 마시기에는 분명히 아까운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10/14 쪽 그가 영 아니라는 표정으로 글로리아를 바라봤다. “이거 너무 대접이 과하신데요. 깨질까 봐 만지기도 부담스럽습니다.” “너무 마음쓰지 마세요.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니까요.” 글로리아가 포도주병을 들더니, 바로 라벨을 따버렸다. 그렇다는 얘기는 이 포도주의 상품적 가치는 사라졌다는 뜻, 88만 크랑이 허공에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범석이 하는 수없이 빈 포도주잔을 앞에 내밀었다. “뭐. 그렇다면 한 잔 마시겠습니다.” 글로리아가 직원에게 직원들에게 나가라고 눈짓을 준 후, 포도주병을 들어 천천히 잔을 채웠다. 그리고 반쯤 따랐을 때쯤 범석이 바로 낚아채 그녀의 잔도 채웠다.글로리아가 잔을 높이 들며 말했다. “자. 그럼 우리 건배할까요?” 털컥 문소리와 함께 모든 직원이 나가는 모습을 본 범석이 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그녀의 옆 좌석으로 이동했다. “건배보다는 저희 색다르게 술을 마셔보지 않으시겠습니까?”11/14 쪽 “색다르게 라니요?” “자료를 찾아보니 엘프가 창조되기 이전에 사랑하는 남녀가 술을 마실 때 이런 식으로 마셨다고 하더군요.” 그녀가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사랑하는 남녀가 건배하는 방법이 따로 있었다는 매우 흥미로웠다. “그래요? 어떻게요? 한 번 해보세요.” “그럼 실례를 범하겠습니다.” 쭉 포도주를 한 모금 입안에 머금은 그가 갑작스럽게 글로리아의 입에 키스를 시도했다. 당황스러웠던 그녀가 몸을 빼려고 했지만, 강인한 두 팔에 꽉 부여 잡혀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 이윽고 비집고 들어가는 입술 사이에서 시큼한 포도주 액이 스며 들어갔다.글로리아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결국에는 그의 무례한 행동에 순응했다. 범석의 우악스러운 애정표현이 그리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한참 동안 그들의 입속에는 혀의 움직임과 함께 고급 포도주의 액체가 물결 쳤다. “어떻습니까? 맛이?” 화끈 달아오른 얼굴을 할 글로리아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12/14 쪽 “범석씨. 전에도 그랬지만, 왜 자꾸 저에게 이런 짓을…….” “후후. 전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글로리아님의 자태에 반했다고요.” 그녀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범석을 바라봤다. 전에도 이런 식으로 자신을 우롱하려는 자가 심심치 않게 있었던 탓이다. 아무리 남자가 여성을 혐오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자들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저는 안 믿어요.” “뭘 믿지 않는다는 겁니까? 그럼 제가 거짓말이라도 하는 줄 아시는 겁니까?” “그럼 정말 저를 좋아한다는 말인가요?” “물론입니다. 한번 안아보고 싶어 미치겠습니다. 아니 반드시 제 여자로 만들 겁니다.” 글로리아가 뚫어지라 그를 표정을 살폈다. 지금껏 살아온 인생의 안목으로 진실 여부를 파악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쳐다봐도 거짓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저, 정말인가요?” “네. 그래서 아까 글로리아님이 인공수정으로 아기를 가진다고 할 때, 무척 짜증이 났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여성의 몸에 남의 씨앗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미칠 것만 같았으니까요.”13/14 쪽 “그럼 저에게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인가요?” 음흉한 미소를 지은 범석이 슬며시 탁자의 위의 음식들을 한쪽으로 치워버렸다. 이왕 이렇게 된 일. 분위기도 좋겠다, 여기서 끝을 내버리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바로 글로리아를 껴안은 후 텅 비어버린 식탁 위로 올려놓았다.============================ 작품 후기 ============================ 이 놈의 감기가 잘 안떨어지네요. 벌써 삼일째 머리가 띵한 가운데 글을 쓰니, 제대로 써진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좀 심하기라도 하면 핑계대고 며칠간 푹 누워있겠지만, 그것도 아니고요. 하하하. 하여간 빨리 날씨에 적응해야할 텐데요. 이거 나이가 드니 영 환절기가 힘겨워집니다. 하하하.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4/14 쪽 이 놈의 감기가 잘 안떨어지네요. 벌써 삼일째 머리가 띵한 가운데 글을 쓰니, 제대로 써진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좀 심하기라도 하면 핑계대고 며칠간 푹 누워있겠지만, 그것도 아니고요. 하하하. 하여간 빨리 날씨에 적응해야할 텐데요. 이거 나이가 드니 영 환절기가 힘겨워집니다. 하하하.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4/14 쪽 < -- 에이번드 프로협회에 몰아치는 대립 -- > “아뇨. 있습니다. 오늘 그럴싸한 대접을 받는 겁니다. 당신의 몸으로 말입니다.” 하며 범석이 그녀가 입던 블라우스의 단추를 끄르기 시작했다. 이에 글로리아가 상체를 세우고는 지긋한 눈을 떴다. 실은 그녀도 범석의 이런 행동이 싫지는 않았다. 이 시대에서 한 여인이 남성에게 사랑받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진심 어린 마음으로 자신의 몸을 탐내는 범석을 거부했다가는 언제 또 남성에게 애정을 받아보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심정으로는 오늘 열락의 밤을 통해 이 지긋지긋한 처녀 딱지를 떼어버리고 싶었지만, 오늘만큼은 전혀 달랐다. 자신이야 어차피 각오한 일이니 괜찮지만, 그에게 큰 부담을 안겨줄 수도 있는 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도의상 반드시 밝힐 필요가 있었다. “아, 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저는 위험한 날이에요. 무슨 뜻인지 아시죠? 저희 사이에 아이가 태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예요.” “아. 그러십니까? 후후.” 범석이 바로 밝게 웃었다. 태고 이전 생명체가 탄생이래 수컷이 암컷을 안는 이유는 바로 2세를 보기 위함이었다. 이런 순수한 본능의 가치를 실현함과 동시에, 조만간 수유 플레이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반드시 오늘 사력을 다해 그녀의 배를 불리게 회1/12 쪽 하여야 했다. 다만, 아이가 태어난 점이 문제였는데, 현 시대상황에서 볼 때 별로 걱정할 바가 못 됐다. 이 게임 내에서는 혼인이라는 개념은 있지만, 관념은 없었다. 모두가 독신으로 살아가고 아이도 협의에 의해 편부모 밑에서 자라났다. 그런데 자연적으로 태어나는 아이는 대게의 여인들이 자신들이 키우기를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그가 양육할 필요가 없으니, 별로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물론 만에 하나 글로리가가 포기한다면 자신이 키워야 하겠지만, 휘하의 엘프들은 알아서 잘 돌봐줄 터이니 걱정한 이유가 전혀 없었다.이런 생각에 글로리아의 옷을 벗겨가는 그의 손길이 무척 급해졌다. “아, 아이가 생기는데도 괜찮으신가요?” “괜찮기만 하겠습니까? 저도 원합니다. 글로리아님과 저와의 아기라 생각만 해도 무척 기쁩니다. 반드시 일 년 후 귀여운 아이를 낳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흐흐흐.” 어느새 나신이 된 글로리아가 범석을 꽉 안았다. 요새 같은 세상에 자연산 아기를 낳기를 간절히 원하는 남성이 있을 줄을 몰랐다. 이렇게 올곧고 바른 정신을 가진 사내라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어줄 수 있었다. “저도 범석씨의 아이를 간절히 원해요.” 그러나 완벽하게 올바른 사내는 아닌 것 같았다. 지금 그가 자신의 다리를 모으더니 2/12 쪽 음부 위로 포도주를 쏟고 있었던 것이다. “자. 그럼 미래의 우리 아이를 위해 한잔하겠습니다.” 슬며시 고개를 숙인 범석이 입을 그녀의 은빛 숲에 가져다 대더니 고여 있는 자주 빛의 술을 쭉 빨아들였다. 이 모습이 약간은 당황스러웠지만, 글로리아가 곧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전위적인 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자신의 몸을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가 돈만을 바라는 자였다면, 잠자리만 마친 후 후딱 도망쳤을 터였다. “맛있어요?” “후후. 당연하지 않습니까? 최고급 술에, 술잔은 가치도 따질 수 없는 글로리아님의 몸이 아닙니까?” “호호호. 그래요? ” “하지만, 술만 마셨더니 영 속이 개운치가 않네요. 후후후.” 하며 범석이 글로리아를 뒤로 눕히고는 몸 위로 차례 차례로 음식물을 올려놓기 시작했다. 풍만한 양 가슴 사이에는 스파게티를, 쏙 들어간 배 위에는 해물요리를, 그리고 양쪽 허벅지 위로로는 초밥과 스테이크를 푸짐하게 올려놓았다. 몸 전체로 음식물이 푸짐하게 쌓여 있는 모습을 본 그녀가 방긋 웃었다.3/12 쪽 “이번에는 제 몸이 식기가 되는 건가요?” “후후. 물론입니다.” 이내 글로리아의 무릎에서 올라선 범석이 혀로 핥으며 쌓인 음식들을 차근차근 시식하기 시작했다. 간질거리는 느낌에 자극을 받은 그녀는 가뿐 호흡을 내리 쉬었다. 남자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 이토록 기분이 좋은지도 지금껏 상상도 하지 못했다. “범석씨. 마음껏 저를 가져가 주세요.” 흡. 쩝. 흐읍. 한참 동안 그녀의 몸을 휘저은 범석의 입이 가슴 사이에 놓인 스파게티를 쪽 빨아들였다. 그리고 탱글탱글하고 뽀얀 가슴을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고는 글로리아를 바라봤다. 그녀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후후. 글로리아님 이제 제겁니다.” 짧게 소유권을 주장한 범석이 글로리아의 목 줄기서부터 가슴까지 혀로 핥아 내려가며 덕지덕지 묻어 있는 소스를 말끔히 지워버렸다. 이내 다시금 포착된 융기된 두 개의 큰 봉우리. 그는 정상 쪽의 자주 빛 돌기를 이를 살짝 머금고는 잘근잘근 씹었다.4/12 쪽 “으음. 범석씨. 조금 아파요. 좀 살살 좀 해주세요.” 살며시 웃은 범석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짓고는 좀 더 강하게 물고는 잡아 뜯듯 돌기를 당겼다. “악. 제발 살살요.” “후후. 알았습니다.” 그가 가슴 한가득 입에 머금고는 혀를 이용해 돌기를 살살 문질렀다. 이에 감흥을 받았는지 글로리아가 몸을 살짝 떨며 사랑스러운 소리를 흘렸다. “아아. 네. 그렇게 부드럽게요.” 범석이 슬며시 손을 뻗어 그녀의 음부 속에 손을 넣고는 꼼지락 비벼댔다. 그리고 은빛의 숲 속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돌기를 찾아내고는 손가락으로 슬슬 문질렀다. “으음.” 짧은 신음 소리와 함께 글로리아가 몸을 꼬았다. 자신의 음밀한 부위에 남정네의 손길이 닿는 자체만으로도 너무나도 감미로운 기분이었다. 엘프들에게 철저히 그 자리5/12 쪽 를 빼앗긴 이 시대의 여인으로는 절대로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어느덧 그녀는 범석으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아내고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진정으로 자신을 원하는지도 확인해보고 싶었다. 글로리아는 죽을 정도의 부끄러움을 감수하며 새하얀 두 허벅지를 벌려 음부를 한껏 드러냈다. 그가 일반 남성처럼 야망으로 말미암아 자신을 안는 것이라면 분명히 이 모습을 보고 혐오스러운 기색을 드러낼 것이 확실했다. “오호. 과감하신대요. 우리 글로리아님이 벌써 하고 싶나 봅니다. 그럼 저도 지금 실컷 즐겨야겠습니다.” 범석이 전혀 사양하지 않고 바지를 벗어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른 애물을 꺼내 들었다. 과연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아주 거대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글로리아는 이를 걱정스러워 하기는커녕, 감격에 찬 눈빛을 내보이고 있었다. 범석이 지금까지 한 말이 사실로 증명된 탓이다. 그는 자신의 치부를 보고는 결코 혐오스러워한다든지 징그러워하는 모습을 절대 보이지 않았다. 아니 더 나아가 흥분하며 안달 내기까지 하고 있었다. 정말로 자신의 몸을 원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이제 범석을 절대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글로리아는 간절한 눈빛을 담아 자신의 하체 밑에 자리를 잡은 그에게 손을 뻗었다. “버, 범석씨 전 준비되어 있어요. 오늘 제 몸을 당신께 드릴게요.” “후후. 네. 이제부터 글로리아님은 제 여자입니다.”6/12 쪽 하며 범석이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는 근처 전망이 좋은 창가로 다가가 야경을 바라보는 자세로 섰다. 멀리 조명 빛이 가득한 한 높은 빌딩을 바라본 글로리아가 문뜩 유리창 사이로 희미하게 비치는 자신의 음영을 쳐다봤다. 완전히 나신으로 변해있는 채 양 무릎은 범석의 팔에 들려 있어 발끝이 공중에서 대롱거리고 있었다. 게다가 확연히 드러난 음부 사이에는 붉게 발기된 커다란 애물이 흉측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곧 저 물건이 자신의 몸을 파고든다는 생각을 하니 겁이 났지만, 한 편으로는 기대가 돼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고개를 뒤로 범석을 그윽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이제. 시작해 주세요. 전 준비됐어요.” 식사를 빙자한 애무에 잔뜩 고조되어 있었던지 글로리아의 은빛음모는 새어나온 음액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이에 범석이 그녀를 번쩍 들어 균열의 입구를 애물의 버섯 부위에 맞췄다. “자. 그럼 이제 곧 글로리아님과 저는 한몸이 되는 겁니다.” 하며 범석이 작은 균열 앞에 위치시킨 애물을 천천히 위로 전진시켰다. 이내 느껴지는 작은 저항. 그는 정복의 쾌락을 맛보기 위해, 매우 느리게 늘려나갔다.7/12 쪽 “아윽!!” 짧은 외침을 터트리는 동시에 글로리아가 창가에 비친 자신의 음영을 살폈다. 천천히 음부를 파고드는 그의 거물을 한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이윽고 버섯갓 부위가 모두 묻혔을 때쯤. 그녀는 극심한 아픔을 맛보아야 했다. 탄성의 극한에 이른 처녀지가 서서히 찢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내 툭하는 몸의 신호와 함께 서로의 접합면에서는 붉은빛의 선혈이 쭉 흘러나오며 아래 카펫 위로 톡톡 떨어졌다. 그동안 간직해오던 소중한 처녀성이 깨져나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글로리아는 약간 인상을 일그러뜨릴 뿐 전혀 개의치를 않았다. 지금의 아픔을 큰 축복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자. 이제 글로리아님은 제 여자가 된 겁니다. 이제 즐기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가 계속 글로리아의 동굴 속을 탐색해 들어갔다. 그리고 완전히 끝에 다다를 무렵, 아직 약간 밖으로 나와 있는 자신의 애물을 볼 수 있었다. 엘프들과 달리 인간 여성들은 수태를 위한 생체기관이 있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그리 깊지 않았다. ‘참나. 이번 게임에서는 꽤 줄였는데. 쩝 뭐 그래도 하는 수 없지.’ 범석은 이내 허리에 온갖 힘을 주고는 뿌리 끝까지 안쪽에 쑤셔 넣었다. 덕분에 글로8/12 쪽 리아는 자궁을 밀어내는 이물질로 커다란 고통을 맛보아야 했다. “아악!! 버, 범석씨. 너무 아파요!!” “원래. 처음에는 다 아픈 겁니다. 참으십시오.” 이상한 말로 얼버무린 범석이 허리를 진동을 넣으며 행위를 시작했다. 은밀한 곳에서 끝없이 터져 나오는 바람피리 소리가 스카이라운지 밀실 안을 퍼져나기 시작했다. 푹퍽. 푹퍽. 글로리아는 필사적으로 이를 악물고 범석의 애물을 받아들였다.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지금의 고통이 처녀의 특권으로 인식한 까닭이다. “아윽!! 아악!! 아, 아프지만, 범석씨를 위해서라면 참아낼 수 있어요. 아윽!!” 범석의 애물이 진퇴를 거듭할수록 누적되는 통증의 양은 늘어만 갔다. 파괴된 처녀지와 계속되는 자궁으로의 자극. 게다가 터져나갈 듯이 팽배해진 계곡의 입구에서 계속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남자의 사랑을 받으며 이토록 뜨거운 밤을 경험한다는 사실은 여인으로서 큰 행복이었다. 세상에는 한 번도 남자에게 애정을 받지 못하고 명을 다하는 여자들로 그득했다. 이깟 고통 때문에 행위의 중단9/12 쪽 을 외친다면 너무도 배부른 소리라 할 수 있었다. 푹퍽. 푹퍽. 푹퍽. “우리 글로리아님 아주 맛있습니다. 내 애물이 터져나가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장난스럽게 재잘대며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범석이었다. 꽉 조이는 처녀의 육질로 말미암아 큰 압력이 애물에게 뜨거운 열기를 선사하고 있었기 탓이다. 게다가 육벽의 부드러움은 그를 진한 감흥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엘프들과는 아주 판이한 맛으로, 이러다가는 인간 여인에게 더욱 빠져들 것 같았다. ‘아 왜. 남자들은 엘프만 좋아하지. 글로리아를 볼 때 일반 여인들도 정말 괜찮은데. 그리고 편식은 몸에 좋지도 않고 말이야.’ 글로리아는 진한 아픔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건만, 그는 자신의 쾌락만을 논하고 있었다. 어차피 게임의 목적은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한 일. 단지 NPC에 불과한 그녀를 배려한다는 것은, 가증스러운 사치에 불과했다. “아윽!! 아아! 버, 범석씨 뱃속에서 뭔가가 느껴져요. 아윽!!” 어느 정도쯤 시간이 지나자 글로리아는 하체 속에서 피어오르는 한 줄기의 짜릿한 10/12 쪽 전류를 감지할 수 있었다. 개조인간이라는 특출한 신체가 범석의 거물에 이내 적응하자,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감춰져 있던 작은 감흥이 솟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은 심한 통증으로 종종 그 감각을 놓치고는 있지만, 행위를 지속할수록 점점 커지며 그녀의 온몸을 휘감기에 이르렀다. “아아!! 버, 범석씨. 저, 저 어떻게요. 몸이 점점 달아올라요. 아윽!!” 푹푹. 퍽퍽. 푹퍽푹퍽. 글로리아는 하체를 휘젓는 애물을 느끼며 고개를 창가 쪽으로 돌렸다. 하늘 떠있는 별들이 하늘하늘 거리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런 낭만적인 장소에서 뜻하지 않게 연인의 애정을 듬뿍 받는다니, 너무나도 꿈만 같았다. ‘난 범석씨의 사랑을 받는 소중한 여인이 된 거야. 어떻게 해서든 이 행복을 지켜내겠어.’ 살 마찰 소리가 추잡하게 울렸다. 가슴 속 깊이에서 흘러나온 감정에 휘둘린 글로리아가 두 팔을 뒤로 젖혀 자신을 범하는 범석의 물줄기를 휘어 감고 힙을 흔들었다. 이런 교태가 넘치는 움직임으로 그에게 더욱 깊은 맛을 선사했다. 푹푹퍽퍽. 푹퍽푹퍽.11/12 쪽 글로리아는 계속되는 행위에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윽고 그 정도는 더 심해져 혼미함에 앞이 가물가물하듯 흔들렸다. 범석도 하체에서 끊임없이 보내오는 신호에 허리의 움직임을 더욱 빨리하며, 마지막으로 가는 행보에 불을 지폈다. 터져 나오는 육음과 함께 글로리아의 음부는 포말화 된 이물질이 튀기며 더럽혀졌다. 얼마 후 절정에 다다른 범석은 글로리아의 계곡 안 깊숙한 곳에 애물을 파묻고 욕정의 산물을 마구 쏟아내었다. “버, 범석씨. 뱃속이 따듯해요.” 뜨거운 애액의 흐름을 몸소 느끼며 글로리아는 눈을 감았다. 행위의 여운을 느끼고자 함이었다. 정말 오늘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감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범석이 또다시 허리를 흔들며 새로운 열락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오늘 글로리아의 몸속에 마음껏 씨앗을 뿌려 원샷원킬의 묘리를 실천할 셈이었다.============================ 작품 후기 ============================ 아. 이제좀 감기가 떨어졌네요. 아무래도 몸이 적응을 한 모양입니다. 열도 많이 내리고 띵한 느낌도 없습니다. 하루만 더 지내면 완전히 떨어져나갈 것 같습니다. 그럼 모두 환절기 몸살감기 조심하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작품 후기 ============================ 아. 이제좀 감기가 떨어졌네요. 아무래도 몸이 적응을 한 모양입니다. 열도 많이 내리고 띵한 느낌도 없습니다. 하루만 더 지내면 완전히 떨어져나갈 것 같습니다. 그럼 모두 환절기 몸살감기 조심하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 새로운 경쟁자 -- > 레인보우호텔에서 벌어진 사태는 에이번드 프로검투협회에 큰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협회장인 바이트의 비리사실은 모든 증거자료가 갖춰진 채 언론을 통해 세간에 알려졌고, 검투팬들의 이목을 의식해 급히 열린 임시 투표에서는 곧바로 브라이언이 차기 협회장으로 선임되었다. 이로써 에이번드지역은 쿠퍼계파가 장악함과 동시에, 흑사회는 스포츠사업 진출의 소중한 교두보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범석의 작업으로 촉발된 다크 하이에나즈의 약물복용사건은 연일 언론지상에 터져 나오며 세간을 시끌벅적하게 했다. WBS방송의 주도하에 언론매체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이슈화를 시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전 국민이 이번 사태에 시선을 집중하였고, 하이에나그룹은 눈물을 머금고 제르미아를 비롯한 세 명의 검투사를 징계 형식으로 센트럴리그 팀에 아주 저렴하게 판매했다. 팀 전력에 어느 정도 무리가 오는 이적이었지만, 이 후보 세 명을 데리고 있음으로 고의성을 인정받아 페널티 승점을 추가로 받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지금 다크 하이에나즈 팀이 무죄를 입증할 방법은 해당 검투사들을 소속팀에서 내쫓는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가라앉은 팀 분위기로 3주간 벌어진 경기에서 전패를 당하며 리그 최하위로 내려앉은 것이다. 다행히 시즌 초반에 터져 나온 문제라 해결할 여지는 있었지만, 여기에는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런데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이 사건으로 정작 가장 큰 피해를 본 팀이 바로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이라는 점이었다.회1/11 쪽 리그 경기가 3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다크 하이에나즈팀의 승점 -3점. 이대로라면 분명히 강등될 테니 쓸만한 검투사를 영입할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그런데 제일 만만한 곳이 바로 아무런 수입도 없으면서 막강한 전력을 지니고 있는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에이번드 지역을 흑사회에게 넘겨줘 전략적 가치까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결국, 하이에나그룹은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을 해체해 버리는 강수를 두었고, 그 팀원과 자금을 모조리 이적시장에 뿌려버렸다. 하지만, 이런 무리수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따르는 법이었다. 그들 팀을 철석같이 믿고 응원하던 리마시티의 검투팬들이 이런 행위를 용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전에는 자금을 빼내가 팀을 강등의 수렁에 빠뜨리더니, 이제는 팀 자체를 지워버렸다.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던 리마시티 검투팬들의 시위로 하이에나그룹 본사 앞은 연일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즈음. 갓즈나이츠는 리그경기와 컵대회를 무난히 수행해 나가고 있었다. 리그 경기는 2승 1패로 승점 6점을 얻어 중간 순위 집계 5위를 하고 있었고, GA컵은 세미프로팀과 붙은 4차전을 무사히 통과했다. 그리고 리그컵 1차전 원정경기에는 작년 순위 15위 팀인 울트라 크라켄즈를 라운드스코어 3대0으로 승리해 2차전 진출의 전망을 크게 밝혔다. 이 기간 범석이 벌어들인 돈은 리그컵과 GA컵에서는 720만 크랑, 리그경기에서는 150만 크랑이었다. 여기에 전문 스포츠 의료센터가 건립완료된 것에 기대심리가 작용했는지 시즌권이 3,000매가 더 팔려나갔고, 팀 엠블럼 제품 판매도 호조세를 보여 164만 크랑의 수입을 올렸다. 이에 그는 새롭게 1,495만의 수입을 얻어 팀 유용자금2/11 쪽 을 1억 1,530만 크랑으로 늘렸다. “참나. 미치겠네. 이건 무슨 또 일이냐.” 점심을 먹은 후 잠시 이사장실에 들려 네트워크상에 뜬 스포츠 언론기사를 보던 범석이 짜증스러움이 역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름 아닌 갓즈나이츠와 드래곤 나이츠 간의 트레이드 이슈에 대한 내용 때문이었다. 물론 뉴스에 그러한 사실이 유포되었다고 당사자인 자신이 문제가 될 리 없지만, 덕분에 갖은 날파리들이 끼어들었다는 점이 골치 아팠다. 채플린 위스퍼 팀에 울티마 치타즈, 웨스트 윙즈팀등등……. 여기에 고춧가루를 팍팍 뿌리려는 듯 레드 하이에나즈팀까지 가세해 난리법석을 쳐대니, 정작 이슈의 대상자였던 범석이 수저를 내려놓는 사태가 발생 되었다. 모두가 엘프검투사를 보는 눈이 날카로운 빈센트감독이 보장하고, 유난히 뛰어난 검투사를 잘 찾아내는 범석이 관심을 뒀다는 내용이 언론지상에 퍼졌기 때문이다. ‘이놈의 하이에나그룹. 다크 하이에나즈가 망가졌으면 거기나 신경 쓸 일이지. 여기에는 또 왜 기웃거려. 그나저나 이름이 고리아였다고?’ 이미 그에게는 과거형이 된 고리아였다. 경쟁이 붙어 몸값이 9,000만 크랑까지 육박한 지금, 범석으로서는 절대 구매할 마음이 없었던 탓이다. 그 돈이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성장성이 괜찮은 엘프를 둘 이상을 살 수 있었다. 괜히 쓸데없이 경쟁심을 불3/11 쪽 태워 그 큰 자금을 소모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관심을 두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기에, 그는 고리아의 경기 영상을 띄워 조용히 감상했다. 자신에게 올 빤한 엘프였으니, 한 번 지켜보기라도 하자는 의도였다. ‘으음. 뜻밖에 현재기량이 썩 괜찮네.’ 고리아는 7살의 나이답지 않게 힘과 기교면에서 꽤 수준급에 올라 있었다. 검세 하나하나에 부드러움이 한껏 담겨 있었고, 검격에는 강맹한 기세가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이 정도면 적어도 에리카와 맞붙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볼 수 있었다. 감탄한 범석이 의자에 등을 찰싹 붙이고, 진중한 눈빛을 지었다. ‘으음. 빈센트 감독님이 착각하셨나? 이 정도면 에어리어리그급 검투사 실력이 아닌데……. 훨씬 수준이 높아.’ 전에 빈센트 감독이 이적을 제안하면서 이적 보낼 애는 간신히 에어리어리그 경기에 투입할 수준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암만 봐도 고리아는 와이드리그급 주전 검투사에 가까웠다. 물론 검투사소개 영상이었기에 그럴싸하게 꾸며져 나왔을 수도 있었지만, 검을 휘두를 때 흘러나오는 세밀한 노련미는 절대 속일 수가 없었다. “하긴 이 정도나 돼야지. 유망주가 9,000만 크랑을 받지.”4/11 쪽 그때 책상 위에 놓인 무선 인터폰에서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사장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전자수첩의 화면을 내린 범석이 말했다. “누군데?” - 렉스터경감님이라고 하십니다. 렉스터경감은 얼마 전 발령을 받고 연방정부의 중추도시인 알파라스로 간 그의 친인이었다. 이미 작별인사차 술좌석도 한 차례 치렀기에, 느닷없는 방문이 이상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범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인터폰에 입을 가져다 대고 말했다. “그래? 중요한 손님이니까 정중히 모시고 들어오도록 해.” - 네. 이사장님. 인터폰의 붉은 불이 끊긴 얼마 후, 이사장 문이 열리며 말끔한 정장차림의 렉스터가 들어왔다. 이에 범석이 밝은 표정을 일어나 맞이했다.5/11 쪽 “여어. 렉스터경감님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이제는 통 못 뵐 줄 알았는데요.” 그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손을 마구 저어댔다. “으음.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이제는 아니다.” “네? 그럼 알파라스로 가신 게 아니었습니까?” “갔지. 하지만, 다시 이쪽으로 발령났다.” “아니 왜요? 경찰청이 홍보차원에서 프로팀을 만든다는 계획이 취소되기라도 했습니까?” “취소되긴. 너무 우라지게 잘 풀려서 문제지. 휴~” 안색이 무척 좋지 않은 것으로 보아, 뭔가 사연이 단단히 있는 모양이었다. 범석이 곧 렉스터경감을 응접용 소파에 앉힌 후 넌지시 바라봤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신데요?” “휴~ 그게 말이다…….” 긴 한숨을 내신 렉스터에게서 신세 한탄이 터져 나왔다. 처음 알파라스의 연방경찰청으로 인사이동을 한 렉스터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열성적으로 일하며, 축구팀 창설계획을 짜나갔다. 평생의 꿈을 이루는 순간이었으니, 아무리 술 좋아하고 빤질빤질한 그도 절로 의욕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6/11 쪽 그리고 중앙의 고위경찰간부들을 모셔놓고 브리핑하는 날. 렉스터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완벽한 축구팀 창설계획에 감탄을 표시했던 한 간부가 그런 사항은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질문을 했는데, 그만 친인 중에 범석이라는 프로검투팀 이사장과 휘하에 헤라라는 프로검투사기 있어서 손쉽게 알아냈다고 아주 당당하게 말한 것이다. 이후 브리핑이 열리던 시청각 회의장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참석한 경찰 간부 중에 검투팬들이 많았는지, 축구팀보다는 검투팀을 만드는 것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은연중에 튀어나왔고, 수긍한 대부분의 다른 간부들이 동조를 표하는 것이다. 가만히 따지고 보니 그편이 초기 비용도 적게 들고, 경찰의 강인한 이미지를 표출하기에도 좋았다. 스포츠팀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큰 비용이 요구되는 부분이 바로 선수단을 구성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전국의 경찰서에 있는 기동 타격대 중에는 과거 프로검투사생활을 해왔던 엘프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워커옥션마켓에서 구매된 엘프들이 그 주인의 경제적 도움을 위해 과거의 경력을 살려 경찰 타격대로 많이 지원을 해왔던 탓이다. 이런 얘들이 전 세계 경찰서에 5만이 넘게 깔려 있는데, 이중 쓸만한 검투사들이 없을 리가 없었다. 선별을 통해 최정예로 꾸린다면 분명히 일반 프로팀에 버금가는 전력을 구성시킬 수 있었다. 이에 렉스터의 축구팀 단장의 꿈은 저 멀리 황천길로 향했고, 경찰 간부들의 의도대로 검투팀이 창설되게 되었다. 한 참을 듣던 범석이 터져 나오는 웃음보를 간신히 참으며 말했다.7/11 쪽 “큭. 그렇습니까? 그런데 리마시티는 왜 다시 오시게 된 겁니까?” “뭐. 기반 문제지. 알아보니 대부분의 중추 도시들은 프로팀들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더라고. 그런데 유독 여기 리마시티만큼은 갓즈나이츠외에는 다른 프로 검투팀이 없는 거야. 게다가 이번에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이 해체되는 와중에 훈련캠프장이 아주 저렴하게 시장에 나오기도 했고 말이야.” 범석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쳐다봤다. 그렇다면 경찰청에서 앞으로 만들 검투팀이 자신의 갓즈나이츠와 더비팀이 된다는 소리였다. 서부지역과 동부지역 팬들 간에 앙금에서 비롯된 열성적인 응원을 볼 때, 매년 최소 2경기 만큼은 상당한 소란 속에서 치러야 했다. “경감님. 너무 하신 것 아니십니까? 왜 하필 리마시티입니까? 빤히 이곳 분위기를 아시면서요.” “당연히 알지. 내가 여기서 몇 년을 짠밥 먹었는데, 설마 모를 리가 있겠냐? 하지만, 더비 팀이라고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야. 좀 시끄럽기는 하지만, 덕분에 돈은 많이 벌잖아. 후후후.”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리마시티에서 만큼은 더비전의 열기는 뜨거웠다. 단지 아마추어경기인 지난 승격토너먼트대회 그레이트하이에나즈와의 8강에서도 족히 4만 가까이 찾아와 열띤 응원을 했을 정도였다.8/11 쪽 “하긴 그렇군요. 더비 전만 열리면 관중이 바글바글 찾아와서는 경기장을 가득 메울 테니까요. 어차피 서부 지역민들이 응원하는 저희 팀을 동부 주민들이 응원할 리도 만무하니, 한 팀쯤 더 들어온다고 문제 생길 것은 없겠죠. 아! 그런데 경감님. 리마시티를 연고지로 삼았다면 결국 아마추어팀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소리네요.” 렉스터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팀이라고는 갓즈나이츠밖에 없는 리마 시티에 연고를 두겠다는 얘기는, 곧 새롭게 팀을 창설한다는 얘기였다. “응. 맞다. 일단 아마추어리그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결정 났어. 홍보차원의 일에 초반부터 막대한 자금을 투여할 수 없으니, 일단 지켜보며 조율하자는 얘기지. 그리고 앞으로 꾸려질 전력이라면, 이변이 없는 한 승격토너먼트대회 정도는 손쉽게 통과할 수 있을 것도 하고.” “오 그래요? 자신감 대단하시네요.” “그만큼 전력이 되니까. 전 세계 기동타격대에 소속된 프로검투사 출신 5만에서 40명을 추린 전력이야. 나이는 좀 들었지만, 너희 팀 에르피나나 우리 헤라 같은 얘들도 잔뜩 있다고. 그리고 코치진도 막강하고 말이야.” 하긴 5만이나 되는 숫자 중에서 개중 나은 40명을 골랐으니, 오죽할까? 워커옥션마켓을 가기 위해 수작을 부리는 엘프가 있다는 점을 봤을 때, 상당한 전력이 모였으리라 생각됐다.9/11 쪽 “아. 이거 겁나는데요. 앞으로 더비 팀이 될 경쟁자가 그렇게 막강하다니 말입니다.” “후후. 그렇지? 내가 봐도 우리 팀 무섭다.” 뜻밖에 활기찬 모습에 범석이 의아해했다. 프로축구팀 단장직이 물 건너갔으니 기운이 빠졌을 줄 알았는데 제법 힘이 넘치고 있었다. “그런데 꽤 팀에 열성을 다하십니다. 원래 경감님은 검투경기에 별로 관심이 없지 않았나요?” “그랬지. 그런데 청장님께서 이번에 만들 검투팀이 제대로 본 궤도에 올라간다면 프로축구팀도 만들어 보겠다고 하셨어. 그러니 열심을 다해야지. 프로에 올라가고 자금이 쌓이면 축구팀을 만들 여력이 생기니까. 후후.” “아. 그래요? 잘됐네요. 꿈이 완전히 허공에 날아가지는 않아서요.” “그렇지. 뭐.” 고개를 주억거린 범석이 천천히 그를 쳐다봤다. “아. 그런데 오늘 저희 팀에는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아차! 내 정신 봐라. 정작 해야 할 얘기를 하지 않았네. 오늘 너에게 한 가지 부탁할 일이 있다.” “네. 뭔데요. 말씀해보십시오.” “헤라를 우리 팀에 넘겨라.”10/11 쪽 느닷없는 이적에도 범석은 별로 놀라지 않는 표정이었다. 헤라는 렉스터의 소유엘프. 앞으로 더비 팀이 될지도 모르는 상대 팀에 자신의 엘프를 선수로 뛰게 하는 단장은 없었다. 자신 같아서도 아마도 빼내오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헤라는 갓즈 나이츠의 주력 중 한 명이었다. 지금 다른 팀으로 이적해간다면 팀에 끼치는 영향이 아주 지대했다. ‘쩝 그렇다고 안 보낼 수도 없고.’ 렉스터가 알파라스로 전근 가는 날. 헤라는 울적한 기분에 휩싸여 한동안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었다. 주인과 떨어져 지낸다는 사실이 엘프들에게는 큰 슬픔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뜻밖에 렉스터와 항시 함께 보낼 기회가 지금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분명히 기뻐서 날뛸 것이 확실한데, 여기서 매정하게 이적제의를 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작품 후기 ============================ 모두들 편한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좋은 가을날 되시십시오.11/11 쪽 ============================ 작품 후기 ============================ 모두들 편한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좋은 가을날 되시십시오.11/11 쪽 < -- 새로운 경쟁자 -- > “쩝. 원하신다면 보내드려야겠죠. 그런데 공짜로 데리고 가시려는 것은 아니시겠죠?” “당연히 아니지. 프로팀의 검투사를 무료로 데려간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얘기지.” 그래도 몸값은 받아챙길 수 있다는 생각에, 범석이 한시름을 놓았다. 아무리 헤라가 나이가 많다고는 하지만, 신체능력도 괜찮고 뛰어난 노련미를 지니고 있는 유능한 검투사였다. 이 정도의 프로검투사를 다시 찾으려면 큰돈이 들 터, 무료로 줬다가는 팀에 부담되었다. “그래? 얼마 정도 주실 생각이십니까?” “글쎄다. 축구라면 대충 알겠지만, 검투 쪽은 자세히 모르겠으니……. 그래 네가 한번 제시해봐라, 너는 검투사를 많이 영입해봤으니 대충은 알 것 아니야. 단 내가 모른다고 사기 치면 안 된다.” 범석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정 때문에 많이 부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적게 부르자니 팀에 해가 되었다. 그는 일단 적정 가격을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올해 헤라의 나이는 36살. 기껏해야 검투사 생활을 2~3년 하면 많이 했다. 이런 검투사들은 몸값도 많이 떨어져서, 대충 120만 크랑 정도를 받는 게 보통이었다. 범석은 여기에 렉스터와의 인연 값으로 20만 크랑을 더 공제하기로 하고, 올해 계약금으회1/13 쪽 로 나간 130만 크랑 다시 플러스 알파 시켰다. “230만 크랑만 주십시오.” “230만 크랑? 그렇게 싸? 걔 연봉이 130만 크랑이잖아.” “원래 헤라 정도 실력에 제가 약간 신경을 쓰면 그 정도 연봉이 나옵니다. 다만, 몸값이 싼 이유는 나이가 좀 많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오랫동안 뛸 수 없으니, 팀으로서는 구매에 망설일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몸값은 떨어지죠. 사실 원래는 100만 크랑으로 잡았는데, 올해 드린 계약금 130만 크랑을 포함해서 그 정도 가격이 된 겁니다.” 렉스터가 이해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프로축구에서도 그런 일이 비일비재로 일어나고 때문이다. 나이가 든 엘프가 몸값이 떨어지는 일은 거의 순리와 같은 얘기였다. “그렇군. 그럼 230만 크랑으로 흥정을 마치기로 하지.” “네. 그러시죠. 그럼 혹시 렉스터님 거래 계약서 가지고 오신 것 있습니까?” “아니. 없어. 이런 일을 해봤어야 준비를 하지.” “아 그래요? 그럼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하며 범석이 전자수첩에 저장된 이적계약서 양식을 불러와서는 가상키보드를 치기 시작했다. 거래날짜와 이름. 몸값만 기재하면 됐기에, 작업하는데 그리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2/13 쪽 그는 곧 완성된 계약서를 한 장 복사해, 렉스터에게 전송했다. “거기에 사인난에 전자인증만 하시면 됩니다.” “오. 그래. 벌써? 난 복잡하고 시간이 꽤 걸릴 줄 알았는데.” “뭐. 잡다한 옵션을 넣으면 복잡한데, 지금은 단순히 원하는 금액과 엘프검투사를 맞교환하는 일뿐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 양식만 가지고도 됩니다.” 사인난에 전자인증을 마친 렉스터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 “이 양식. 우리도 사용해도 되지? 처음 팀이 만들어져서 이런 소소한 것이 하나도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말이야.” 범석이 바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신도 드래곤 나이츠에서 가져온 계약서를 약간 변형해 사용하는 중이었다. 한 다리 더 걸쳐간다고 문제 생길 일은 없었다. “상관없습니다. 쓰십시오.” “그래. 고맙다. 아 참! 혹시 다른 양식은 더 없냐?” “뭐. 검투사 연봉 계약서나, 세금 관련 양식. 프로팀을 운영하면서 필요한 서류는 다 있습니다.” “후후후. 미안하지만 그것도 내게 좀 다 넘겨라. 우리 팀에도 사무직원이 있기는 한데, 이런 쪽에는 경험이 없어서 말이야. 하하하.”3/13 쪽 범석이 쉬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마음 그렇지 못했다. 경쟁팀 창단작업을 돕고 있는 자신이 좀 한심해 보였던 탓이다. 그렇다고 별것도 아닌 일로 렉스터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할 수가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제가 저희 사무직원들에게 얘기해 메일로 전송해 드리라고 하겠습니다.” “아. 그래? 고맙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으마.” 그 말에 범석은 한결 편안한 마음을 가졌다. 렉스터는 항시 스스럼없이 부탁해오기는 했지만, 항시 이후로 상당한 대가가 뒤따랐다. 자신이 이번에 갓즈나이츠를 무사히 프로로 올릴 수 있음에도 그의 공이 지대했다. 만약 렉스터가 마이크로엔지니어링사의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프로로 오르기 위해 자금을 장만하기 어려웠을 테고, 어쩌면 그대로 아마추어에 남아 있었을지도 몰랐다. “자. 그럼 다 끝난 겁니까?” “글쎄. 필요한 용건은 다 끝났지. 다만, 네게 조언받을 게 좀 있는데 말이야.” 범석이 손가락을 깍지 끼며 렉스터를 쳐다봤다. “네. 말씀하시죠.”4/13 쪽 “혹시. 괜찮은 유망주 아는 얘 하나 없어?” “네? 그걸 왜 저 한에게 물어봅니까?” “뭐긴. 지금 드래곤 나이츠의 검투사인 고리아의 인기가 천정부지로 솟고 있잖아. 알아보니, 다 빈센트 감독이 추천하고 네가 영입하겠다고 선언한 장면이 언론에 노출돼서 그런다고 하더라. 그…….” 범석이 바로 손사래를 치며 말을 끊어버렸다. “그 기사 다 뻥입니다. 솔직히 저는 그 애 얼굴이랑 이름을 언론지상에서 알았을 뿐, 그날 이후로 드래곤나이츠의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습니다. 물론 당시에 얘기는 나오기는 했지만, 보고 영입한다고 했지. 관심을 표명한 것이 아닙니다.” “아니. 그래도 네 안목을 믿으니까 언론지상에 그 난리를 쳤을 것 아니야.” 그가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실 비너스부터 해서 사고뭉치 오스칼, 워커옥션마켓에 구한 에르피나, 거기에 이번에는 엘프시장에서 사왔다고 하던 라피네까지 연속적으로 펑펑 터뜨리자, 언론지상에서 자신의 검투사 보는 안목을 상당히 높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물론 칭찬이야 고맙지만, 이런 소문 때문에 팀 운영에 큰 애로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잠재성 높은 검투사만 영입하려 들면 상대 팀에서 일단 난색을 보이며 대상이 된 엘프를 다시 한번 쳐다보니, 제대로 이적인들 될 리가 없었다. 웃돈을 더 안겨준다면 마지 못하는 척 넘겨줄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자금 사정으로는 너무 부담스러웠다.5/13 쪽 “휴~ 저도 그 일 때문에 골치 아픕니다. 덕분에 검투사 영입하기 너무 어렵거든요. 아무래도 이 근처 팀이 아닌 멀리 다른 중앙정부 쪽을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렉스터가 조심스러운 어조로 조용히 말했다. “그러지 말고 우리 연합하는 것이 어때?” “연합이라니요?” “겉으로는 더비 팀인 척하지만, 속으로는 손을 잡자는 거지.” “어떻게요?” “일단 네가 내게 괜찮은 검투사 둘을 소개해 줘.” “둘이나요? 왜요?” “그럼 내가 그 둘을 사서 네게 하나를 구매한 가격에 넘겨주지. 그럼 넌 싸게 정말 원하던 유망주를 얻을 수 있고. 나도 쓸 만한 애를 하나 구하게 되는 일이니 좋고 말이야.” 범석이 그럴싸한 표정을 지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어차피 거의 쓸모없어진 영입 명단. 렉스터에게 약간 공유해서 이득을 챙기는 편이 나았다. 이제 갓 탄생 되는 아마추어팀에 바가지를 씌우려는 팀은 없을 터였다. 그리고 그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거래가 2번 이루어지니 에스더를 중간에 끼워 넣어 10퍼센트 이상 깎아버릴 방법도 있었다.6/13 쪽 “괜찮은 생각인데요? 그런데 더비 팀인데 서로 검투사를 나누면 팬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가만히 안 있겠지. 하지만, 아직 더비 팀 관계가 성립 안 됐잖아. 너희 갓즈나이츠는 프로팀이고, 우리 쪽은 단지 갓 태동하는 아마추어 팀이라고. 아직 한 번도 서로 붙은 적이 없으니, 라이벌 관계가 성립될 리가 없지. 그리고 우리는 개인자격으로 구매하는 것이지, 팀에서 사들이는 게 아니야. 너도 알잖아. 우리 팀이 검투사 영입 방침을 말이야.” 렉스터가 고안한 팀의 트레이드방식은 팀에서 검투사를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주인이 사들여 팀과 계약을 맺는 방식이었다. 좀 복잡한 작업이 들어가지만, 법을 수호해야 한다는 경찰의 이미지상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었다. 게다가 연봉이라는 명목 아래 막대한 돈을 지급하니, 해당 경찰관계자에게 큰 부를 안겨다 줄 수 있었다. 문제는 한 번 검투사를 잘못 영입하면 개인이 입는 피해가 지대하다는 점이었다. 기껏 큰돈을 들였는데, 기대치 이하의 실력을 보여 낮은 연봉을 받게 된다면 해당 주인은 속이 쓰라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렉스터가 어떻게든 싸고 쓸만한 유망주를 얻기 위해, 범석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최소 한두 명 정도는 싸게 영입할 수 있을 것 같은데.’7/13 쪽 사정이야 어떻든 간에 렉스터와 손을 잡는다면 자신 또한 이득이었다. 물론 그가 훨씬 큰 이득을 보기는 하지만, 남이 잘되는 꼴이 보기 싫다고 자신의 이익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렉스와는 전부터 동업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한 번 손을 잡아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뭐. 경감님과 저 사이에 재고 자시고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서로 도우면서 사는 것이죠.” “후후후. 고맙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으마.” “하하하. 당연히 그러셔야죠. 그런데 어떻게 갚으실 요량이십니까?” “뭐. 일단은 누가 괴롭히면 얘기해라. 아주 깡그리 보내버릴 테니까. 요사이 내가 인맥이 질적으로 깊어졌거든. 경무관 밑으로는 만날 시간도 없을 정도야.” 범석이 무척 관심이 가는 듯 환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좀 잠잠해졌지만, 줄리앙의 집요한 스토킹을 받고 있기에 공권력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했다. 아무리 경제인 연합회가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연방경찰청의 중앙 고위관료들과 싸우려 들기에는 껄끄러운 면이 많았다. 여기에 흑사회까지 옆에서 지원사격을 해온다면, 자신의 안전은 크게 보장되었다. “오~ 그렇습니까? 대단하시네요. 나중에 꼭 좀 부탁합니다.” “하하하. 그래 어려운 일 있으면 확실히 말해라.”8/13 쪽 그 말에 범석이 즉시에서 작성한 명단 중 쓸만한 애들로 두 명을 뽑아내었다. 모두 800대 중후반에 이르는 잠재능력을 갖춘 엘프들로, 제대로 성장만 해준다면 센트럴리그 검투사 이상으로 자라날 수 있는 유망주였다. 그렇다면 렉스터는 많은 자금을 바탕으로 연방경찰청 중앙 고위 관료들을 매수할 터. 결국, 그 힘이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었다. 게다가 지금 줄 뇌물은 돈도 들지 않을뿐더러, 절대 금융거래에도 나오지 않았다. 즉 완전범죄에 해당하니 그 어떠한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자. 얘들을 먼저 영입해보시죠.” 홀로그램 화면을 주시하며 렉스터가 말했다. “괜찮은 얘들이냐?” “네 물론입니다. 제가 확실히 확인하고 권해 드리는 얘들입니다. 훈련시설을 잘 갖추고, 괜찮은 코치진만 있다면 10년 안에 센트럴리그 주전급까지 성장할 겁니다.” 렉스터가 환하게 웃으며 그를 쳐다봤다. 센트럴리그 주전급이 받는 연봉은 대략 1000만 크랑 이상 단위. 나이 어린 유망주라 향후 수십 년간은 활동할 테니. 말대로라면 자신에게 최소 수억 크랑의 돈을 벌어다 주게 되었다. “확실해?” “확실하다마다요. 대신 중앙청에 건의해 훈련시설을 좀 확장해 달라고 하십시오. 아9/13 쪽 무리 코치진이 유능해도 조잡한 훈련시설로는 성장이 그만큼 느려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후후. 알았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하마. 그럼 이중 하나를 네게 주면 되는 거지?” 그건 아니었다. 범석은 찍은 얘들은 잠재성장 능력이 적어도 800후반이 넘는 엘프들이었다. 지금 건네준 명단은 그저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뇌물에 불과했다. “아닙니다. 지금 얘들은 렉스터님이 팀을 창단한 데에 드리는 선물입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제 키워보십시오.” “그래? 괜찮겠어?” “네. 제가 필요한 검투사는 겨울 이적시장 때 들여올 수 있거든요. 몇 번 들쑤셔났더니 너무 몸값이 올라서, 좀 기다리셔야 합니다.” “후후. 알았다. 하여간 일단 이 애들은 잘 받겠다. 그리고 겨울 이적시장 때 확실히 내가 가교 역할을 해줄 테니까 필요한 검투사가 누군지 얘기만 해.”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럼 이제 끝난 겁니까?” 렉스터가 잠시 머뭇거리더 고개를 흔들어댔다. “아니 아직 한 가지 남았어.” “또 저희가 협의 볼 내용이 있는 겁니까?” “응. 그래. 아직은 아니지만, 내년 우리가 승격토너먼트를 통과하면 더비 팀이 되잖10/13 쪽 아. 그때 어떤 관계를 맺을래?” “그야. 지금처럼 잘 지내면 되지 않을까요?” 그가 살그머니 미간을 찌푸렸다. “에이 그럼 재미없지. 일단 겉으로는 서로 치고받고 싸워야 팬들이 흥이 나서 날뛰지.” “스토리마케팅을 하자는 겁니까?” “그렇지. 바로 그거야. 알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서로 연기해서 적대설정을 만들면 지역언론이 집중하게 돼. 그럼 팀 인지도도 무척 높아지고, 흥행에도 도움이 된다고. 즉 더비 전을 통해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야. 그리고 서로의 팀이 강등의 위험에 있을 때, 슬며시 도움을 줘도 별 의심을 받지 않을 수도 있고. 어때 해볼래?” 범석이 곰곰이 고민해 볼 것도 없이 찬성을 표했다. 미국의 프로 레스링인 WWE도 이러한 스토리 마켓팅으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검투경기에서도 통용되지 않으라는 법이 없으니, 한 번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걸리면 큰코다치게 되지만, 자신과 렉스터만 입을 다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까짓 것 해보시죠. 그럼 뭐로 시작할까요?” “그건 일단 골몰히 고민한 다음에 정해야지. 극적인 스토리를 넣어야 하니까 말이11/13 쪽 야. 후후.” 차분히 자세에서 수긍을 표시한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용건이 끝났으니 마무리를 지을 필요가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럼 헤라를 만나러 가시지요. 아마 오늘 이적 얘기를 들으면 무척 기뻐할 겁니다.” “그래. 아마도 우리 헤라가 목을 빼며 기다리고 있을 거다. 자. 어디로 가면 되냐?” “네. 절 따라오시면 됩니다.” 범석이 이사장실 문을 열고 나가 렉스터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소속 검투사들이 쉬고 있는 휴게실을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곧 점심시간이 끝나가니 훈련을 위해 나가봐야 했기도 했다. 그는 곧장 훈련건물 안에 마련된 쉼터를 찾아가서는 헤라를 만나 오늘의 트레이드 건을 얘기해주었다. 이미 렉스터의 연락을 받아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매우 기뻐 어쩔 줄을 모르는 눈치였다. 범석이 주전으로 구분되어 있는 자신을 혹시나 놔주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얼마 후, 급히 가방을 챙긴 그녀는 팀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그동안 정들었던 갓즈나이츠를 떠나갔다.12/13 쪽 ============================ 작품 후기 ============================ 아. 오늘 한화와 두산........ 김준호........ 이거 웃을수도 없고........ 9회말 동점성 안타에서 그런 엄청난 이중 스라이딩이 일어나다니요. 아마도 길이길이 두고 회자될 명장면(?) 같습니다. 크크크.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13/13 쪽 < -- 린 -- > 지역 언론지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고리아의 트레이드 건은 결국 레드 하이에나즈의 승리로 돌아갔다. 채플린 위스퍼팀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1억 2000만 부르자, 곧바로 3천만을 덧붙여 1억 5000천을 제시했던 탓이다. 이에 잠시 채플린 위스퍼 팀이 잠시 고민을 하는 사이, 드래곤나이츠에서 즉각 레드 하이에나즈팀에 고리아를 이적시켜 버렸다. 자신들도 검투사 영입으로 돈이 시급히 필요한데다가, 이적 종료기한이 거의 다 되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괜히 몇 푼 더 받자고 시간을 보냈다가 이 좋은 트레이드 건수가 취소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겨우 와이드리그 주전으로 뛸 수 있을까 말까 한 무명의 유망주를 팔아 1억 5,000만 크랑을 장만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자자! 모두 수고했어. 다들 해산해서 집으로 돌아가!” 저녁 해가 저물 무렵이었다. 오늘의 조직력 훈련을 모두 마친 다이아나가 검투사단 전원을 모으고는 해산을 명령했다. 모래 있을 FA컵 5차전을 위해서는 오늘내일 무리한 훈련일정은 금물이었다. 이에 밝은 표정을 지은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서로 다독이며, 샤워장이 있는 훈련건물로 향했다. 아무리 매일 만나는 주인이지만, 훈련으로 지저분해진 몸으로 대면할 수는 없었다. 항시 샤워로 몸을 깨끗이 하고 돌아갈 필요가 있었다.회1/13 쪽 “다이아나. 우리도 돌아가자.” 범석과 그 휘하의 엘프들이 향한 곳은 숙소건물이었다. 3층 전체를 뻥 뚫어 만든 거처에 가면 얼마든지 씻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니, 굳이 다른 엘프들과 함께 샤워장으로 갈 이유가 없었다. 그는 훈련경기장 외곽의 벤치 위에 놓인 가방을 들더니 안에 들어 있는 전자수첩을 꺼내 확인했다. 훈련시간 동안 혹시 외부에서 전화연락이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간이 화면 상단에 여러 개의 수신 표시를 보고는 화면을 켰다. 같은 번호가 여러 번 찍혀 있었는데, 바로 빈센트감독의 통신 번호였다. ‘으음? 빈센트 감독님이 왜 연락을 했지? 혹시 라피네와 오스칼의 임대 건 때문인가?’ 비록 어제 고리아가 레드 하이에나즈 팀으로 이적 갔지만, 라피네와 오스칼의 임대 요청이 물 건너가지는 않았다. 그녀에 대한 영입은 그저 선택의 한 가지였을 뿐, 또 다른 선택 사항이 있었다. 바로 이 둘과 다섯의 드래곤 나이츠 2군 및 후보 검투사 5명과 맞교환 형식으로 임대를 진행하는 일이었다. 여기서 범석은 따로 1,200만 크랑을 더 받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왜 인제야 연락을 하신 거지? 말이 나온 지가 벌써 3주나 지났는데 말이야.’2/13 쪽 이적 종료기한은 나흘 후인 금요일이었다. 거래할 시간으로는 충분히 남아 있기는 했지만, 사정이 급한 드래곤 나이츠에서 3주나 아무 연락을 취해오지 않았다는 점이 이상했다. 현재 그들 팀은 네 경기가 진행된 지금 1승 3패를 하고 있었다. 아직 리그 초반이라 강등을 논한 단계는 아니지만, 빈약한 스쿼드를 봤을 때, 시급히 전력이 될만한 검투사를 영입해야 함이 옳았다. 이리 허송세월을 보내며 시간을 까먹을 때가 아니었다. 덕분에 범석은 지금까지 임대 건이 취소된 줄로만 알고 있었다. 레인보우의 호텔 일 이후 가타부타 말이 없으니, 그리 생각할 만했다. 솔직히 고리아라는 엘프가 영입대상이었다는 사실도 언론을 통해 알았을 정도였다. “뭐. 확인해보면 알겠지.” 범석이 손짓으로 기다리고 있던 휘하의 엘프들을 먼저 숙소로 보내고, 전자수첩을 열었다. 그리고 바로 빈센트감독에게 연락을 취했다. - 범석군. 자네인가? 하하하. 반갑네. 난 또 전화를 받지 않기에, 그동안 연락을 하지 않아 화가 난 줄 알았네. 화면에 뜨자마자 빈센트감독이 넉살 좋게 말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약간 화가 나 있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3/13 쪽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먼저 임대제의를 해오신 분이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으시고 말입니다.” - 미안하게 됐네. 사정이 있어서 말이네. “설마 고리아의 이적 문제 때문에 그러신 겁니까?” - 으음. 알고 있군. 하긴 지역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썩했는데, 자네가 모를 리가 없겠지.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전 도저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 기사에 나온 대로네. 자네와 나 사이에 트레이드 얘기가 언론에 퍼졌고, 이 때문에 주변 프로팀이 대거 몰려들어 고리아를 데려가려고 난리를 쳤지. 그리고 어제 레드 하이에나즈에 1억 5천만 크랑에 최종 타결이 났고. 어두운 안색을 표정에 드러낸 범석이 화면 속의 그를 묵묵히 쳐다봤다. 레드 하이에나즈는 줄리앙이 소속되어 있는 하이에나그룹 소유의 와이드리그 검투팀이었다. 그러한 곳에 뛰어난 유망주 하나가 넘어갔다는 사실이 그리 기분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얼마나 대단한 성장성을 지녔기에 그 큰 금액으로 이적이 성사된 것인지 알고 싶었다. “그런데 1억 5,000만 크랑이면 제법 큰돈인데, 어째서 레드 하이에나즈에서 사간 겁니까? 저는 통 이해가 안 갑니다.”4/13 쪽 - 글쎄. 나도 이해가 안 가네. 얘기를 나눠보니 꽤 자네팀을 견제하고 있더군. 논의가 있을 때마다 꼭 갓즈 나이츠에서는 얼마를 제시했는지 물어보더군. 범석이 짜증스러운 눈빛을 지었다. 그렇다는 얘기는 이번 이적 건도 갓즈 나이츠에 대한 하이에나그룹의 도발임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익히 예상은 했지만, 그로서는 참으로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언론에 트레이드 사실이 알려질 때마다 옆에서 장난질을 쳐올 터, 어려움이 예상되었던 것이다. ‘쩝. 큰 상관은 없겠지. 우리 팀과 이적협상하는 팀은 그 사실을 언론에다가 알리기 싫어할 테니까.’ 트레이드를 하다 보면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이적내용을 언론에 흘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갓즈 나이츠만큼은 상대 팀에서 이러한 전략을 쓸 수가 없었다. 만약 해당 엘프 검투사가 이적 사실을 언론기사를 통해 알게 된다면, 이적을 위해 난리를 쳐댈 테고 팀은 어쩔 수 없이 싼 값에라도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이적이 취소된다면, 그 엘프검투사가 다음으로 취할 행동은 너무도 자명했다. ‘어. 그런데 고리아는 어째서 순순히 레드하이에나로 간 거지?’ 불연 듯 떠오른 생각에 범석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언론에서 그렇게 때려댔는데, 고리아가 아무런 거부 행동도 없이 레드하이에나로 갔다는 사실이 이상했다. 보통의 5/13 쪽 엘프라면 팀을 뒤집어엎어서라도 갓즈 나이츠에 가려고 했을 터였다. “아. 그런데. 고리아가 레드하이에나로 순순히 가던가요?” - 뭐. 그렇지. 나이가 많다면 모를까……. 어린 검투사로서는 2군에서 뛰는 것보다야 하위리그라도 주전으로 뛰는 것이 미래를 위해 낫지 않겠는가? “감독님. 제 말뜻이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 팀에 오기로 된 아이가, 그런 이유로 순순히 다른 팀으로 갈 리가 있겠습니까? 사고를 쳐도 엄청 쳤겠죠. 아마도 오스칼 저리가라였을 걸요.” 이에 빈센트 감독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 후후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자네 팀으로 갈 검투사는 딴 얘인데, 고리아가 난리를 칠 이유가 없지. 범석이 눈을 동그랗게 말아 올리며 말했다. “저희 팀에 올 검투사가 고리아가 아니었다고요?” - 응. 사실 지난겨울 우리 팀에 들어온 나이 어린 검투사는 2명이었지. 하나는 자네도 잘 알고 있는 고리아였는데 아놀드팀장이 극구 추천해서 데려왔었고, 또 하나는 내가 눈여겨봐서 데리고 온 린이라는 엘프지. 내가 자네에게 추천했던 아이가 바로 린일세.6/13 쪽 “아니. 그럼 왜 언론지상에서 고리아가 주목받은 겁니까?” - 나도 잘은 모르겠네만, 고리아는 2군 경기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반면, 린은 8세 이하 팀에서 고요히 묻혀 지내서 그랬겠지. 스포츠 언론들이 다 그렇지 않은가? 모르면 일단 눈에 띄는 아이부터 질러보는 것 말일세. 허탈한 표정을 지은 범석이 말했다. “그럼 레드 하이에나즈에서 엉뚱한 아이를 데려갔다는 말입니까?” - 그렇지. 겉보기에는 아주 그럴싸한 쭉정이를 가져갔지. “쭉정이라뇨?” - 원래 고리아는 탄생 때부터 뛰어난 신체능력을 갖췄지만, 내가 볼 때 성장성은 거의 제로였네. 물론 만고의 노력 끝에 뛰어난 검술실력을 습득한다면 모르겠지만, 본연의 능력만큼은 잘해야 센트럴리그 후보급이 될 정도야. 그 이상은 절대 힘들지. 그런 아이라면 절대 1억 5,000만 크랑에 판매될 리가 없었다. 그 정도의 자금이라면 하위급의 센트럴리그 주전 검투사를 구매할 수 있는 큰돈, 간신히 후보급에 오를만한 유망주에게 투자할 수는 없었다. “혹시 이거 사기 아닙니까? 그런 아이를 그 큰돈에 판매하다니요.”- 이적에 사기가 어디 있는가? 안목이 있으면 싼값에 검투사를 사가는 것이고, 아니면 손 해를 보는 게지. 그리고 난 처음에 언론에다 고리아는 분명히 아니라고 말했어. 7/13 쪽 그 말을 믿지 않은 언론과 기사만 보고 덜컥 사간 놈이 등신이지. 어느새 범석의 얼굴에 만연한 미소가 번져갔다. 따지고 보니 자신에게 해가 될 일은 없었다. 아니 레드 하이에나즈가 허튼짓을 하다가 큰 손해를 봤다는 뜻이 되니, 무척 기분 좋은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놈들의 불행은 바로 그의 행복이었다. “하하하. 딴에는 그렇군요. 맞습니다. 하여간 이번에 이적시장에서 대박 나신 일. 정말 축하드립니다.” - 후후. 그러게 말일세. 덕분에 이번 겨울에 쓸만한 주전 검투사 하나를 더 구매할 수 있을 보여 안심일세. 지금 팀 꼴이 말이 아니거든. 잠시 뜸을 들이던 범석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나저나 어째서 지금에야 연락을 주신 겁니까? 지금 라피네와 오스칼이 급히 필요하신 것이 아니었습니까?” - 음. 맞네. 그런데 이번 고리아의 언론기사로 호구들이 몰려든 때문에 연락하기가 좀 그랬어. 따로 자네와 협상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자들에게 포착되는 날이면, 이번 대박 거래를 망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네. 그가 가만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실 고리아의 몸값이 그리 올라간 이유는 자신과 빈센트의 대화내용이 언론에 노출된 탓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자신들이 따로 협상을 8/13 쪽 진행해 린에 대한 거래가 이루어진다면? 보나 마나 고리아를 노리던 팀들이 눈치채고 몸을 뺄 것이 확실했다. 고리아를 비싸게 팔고 싶었던 빈센트로서는, 이적이 완료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고 싶었을 것이었다. “그렇군요. 그럼 언제 린에 대한 이적을 진행하실 겁니까? 지금 이적기한 마감까지 나흘밖에 안 남았습니다. 오늘 해가 지면 사흘이고요. 그리고 저는 GA컵 5차전 경기 때문에 모래는 시간이 없습니다.” - 그건 나도 알고 있네. 그래서 내일 아침 일찍 만나서 이적을 마감 짓고 싶어서 전화했고. 어때 시간이 괜찮겠는가? 범석이 차분히 긍정을 표했다. 자신도 내일이 아니면 시간이 나지 않았다. “네. 그럼 내일로 하시죠.” - 알겠네. 그럼 내일 내가 직접 찾아가지. “감독님이 직접요?” - 으응. 자네와 협상하는데, 아놀드 그 작자를 보낼 수야 없지 않은가? 된통 당하고 올 것이 눈에 선한데 말일세. 범석이 아쉬운 듯 혀를 다셨다. 확실히 아놀드가 협상 책임자로 온다면 무척 편했다. 그는 팀을 위해 열심을 일하지만, 엘프 보는 눈이 완전히 꽝이라 쥐고 흔들 수가 있었다.9/13 쪽 “뭐. 안타깝지만 그러십시오. 내일 아침 시간을 비워 놓겠습니다.” - 그래. 그럼 그리 믿고 내일 가겠네. 수고하게나. 그 말을 하고 난 빈센트가 통신을 끊었는지, 홀로그램 화면이 하얗게 변색되었다. 이에 범석이 전자수첩을 잘 갈무리해 품에는 넣고는 급히 사무실 건물로 걸어갔다. 지난번 레인보우 호텔에서 대충 협의가 도출되기는 했지만, 빈센트가 직접 온다고 하니 단단히 준비해둬야 했다. 다음 날 아침 빈센트 감독이 약속대로 일단의 엘프검투사들을 대동하고 갓즈나이츠의 훈련 캠프를 찾아왔다. 총 6명이나 되는 숫자로 이번 협상이 무사히 끝을 맺으면, 그녀들은 올해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로 뛰게 되었다. 물론 이들과 맞대여 되는 라피네와 오스칼로 잠시 전력이 크게 하락하겠지만, 그다지 나쁘지만은 않았다. 이번 임대를 곁들인 이적으로 그는 많은 이득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라피네와 오스칼은 수준 높은 센트럴리그를 뛰는 동안 많은 경험을 쌓을 테고, 더 강해진 모습으로 내년에 돌아올 터였다. 여기에 선봉이었던 마틸다를 다시 제 포지션인 중견으로 보낼 수 있으니 얼마 전에 나간 헤라의 공백을 채울 수 있었다. 그리고 린이라고 하는 새로운 유망주를 팀에 들여 팀을 성장성을 더 높일 수 있었다. “빈센트 감독님. 어서 오십시오.” “범석군. 반갑네.”10/13 쪽 간단한 악수로 인사를 나눈 범석이 뒤로 도열한 검투사들을 바라봤다. 린을 찾기 위해서였다. ‘쟤가 린이구나.’ 범석은 그녀를 아주 손쉽게 찾아냈다. 6명 중 유일하게 주인 없는 엘프가 린 혼자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주인을 얻지 못한 엘프의 눈은 오드아이였다. ‘외모는 아주 훌륭한데.’ 천천히 린의 외모를 뜯어본 범석이 매우 깊은 호감을 표시했다. 키는 엘프답게 제법 커 175센티 가량쯤 되어 보였고, 유난히 긴 금발의 생머리는 허리 밑까지 내려와 찰랑거리고 있었다. 두 눈은 아주 맑았는데 금빛과 푸른빛의 오드아이였고, 미간 사이에서 이어지는 콧날은 부드럽고 높았다. 그리고 간드러지게 흐르는 이목구비는 가녀린 목선과 잘 어릴 정도로 미려했고, 늘씬한 몸매는 그의 애간장을 태우게 할 정도였다. 범석은 그녀의 주변을 원형을 돌며 살피고는 만족감을 표시하고는 빈센트에게 물음을 던졌다. “빈센트 감독님. 얘가 린이라는 아이입니까?”11/13 쪽 “그렇네.” 역시나 한, 범석이 다시 린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매우 긴장했는지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었다. 감독님에 배려로 엘프의 꿈이라고 할 수는 주인을 얻을 기회가 눈앞까지 왔지만, 범석이 고개 흔드는 순간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린으로서는 지금 이 순간이 무척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작품 후기 ============================ 오늘은 성장도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에도 본문 중에 언급 했지만, 성장성은 몇 가지 요인에 차이가 납니다. 첫째로 잠재능력의 수치에 의해 성장성이 차이가 납니다. 만약 현재기량이 500의 엘프가 A와 B, 각각 둘이 있을 때. A는 잠재능력이 600이고 B는 1000이라고 한다면, 후자인 B가 빠르게 성장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게임 내의 프로팀 관계들은 가파르게 성장하는 엘프를 유망주로 생각하기 마련이죠. 두 번째는 능력치의 수치에 의해 성장성이 차이가 납니다. 같은 잠재능력을 보유했더라도 낮은 능력치를 가진 엘프가 훨씬 빠르게 성장합니다. 한 예로 근력 60을 지닌 엘프와 90을 지닌 엘프가 있을 때. 근력 60인 엘프가 더 빠른 수치 상승을 볼 수 있다12/13 쪽 는 얘기입니다. 셋째는 엘프의 열성입니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자신을 개발하는 엘프가 그렇지 않은 엘프보다 빠른 것은 당연한 얘기니까요. 넷째는 경험입니다. 많은 경기를 통해 경험을 쌓은 엘프들은 판단력이나 사회성 등의 정신적인 능력치가 상승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신체능력도 좀 오르고요. 다섯째는 주변 환경입니다. 딱 꼬집어서 말하면 훈련시설과 체력 코치진 같은 것 말입니다. 이런 환경이 없으면 성장성이 극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범석이 훈련시설 확충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겁니다.모두들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13/13 쪽 다섯째는 주변 환경입니다. 딱 꼬집어서 말하면 훈련시설과 체력 코치진 같은 것 말입니다. 이런 환경이 없으면 성장성이 극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범석이 훈련시설 확충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겁니다. 다섯째는 주변 환경입니다. 딱 꼬집어서 말하면 훈련시설과 체력 코치진 같은 것 말입니다. 이런 환경이 없으면 성장성이 극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범석이 훈련시설 확충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겁니다. 다섯째는 주변 환경입니다. 딱 꼬집어서 말하면 훈련시설과 체력 코치진 같은 것 말입니다. 이런 환경이 없으면 성장성이 극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범석이 훈련시설 확충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겁니다. 다섯째는 주변 환경입니다. 딱 꼬집어서 말하면 훈련시설과 체력 코치진 같은 것 말입니다. 이런 환경이 없으면 성장성이 극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범석이 훈련시설 확충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겁니다.입니다. 이런 환경이 없으면 성장성이 극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범석이 훈련시설 확충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겁니다.입니다. 이런 환경이 없으면 성장성이 극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범석이 훈련시설 확충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겁니다. < -- 린 -- > “이름이 린이라고 했지?” 범석의 질문에 린이 자세에 힘을 주고 즉각 대답했다. “예.” 경직된 모습에 피식 웃은 범석이, 슬며시 그녀를 직시했다. 영입을 위해서는 일단 능력을 알아볼 필요가 있으니 정보창을 열어볼 요량이었다. 아무리 빈센트의 안목을 믿는다고는 하지만, 그도 실수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이름 : 린.구분 : 엘프(5년).소속 : 드래곤 나이츠GC.명성 : 82악명 : 0.H유무 : 무.스테미나 : 7821/7900.회1/14 쪽 사회성 : 55, 근력 : 77, 체력 : 79.민첩 : 72, 균형감각 : 75, 지능 : 72.정신력 : 73. 판단력 : 77, 재주 : 42.운 : 61.현재기량/잠재능력 : 683/894.특성 : 신장의 야성.특이사항 : 드래곤 나이츠GC팀의 유망주. 주 무기는 언월도이며 선봉의 포지션에 특화되어 있음. ‘훗.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군. 아주 좋아.’ 그녀의 신체적 능력치는 와이드리거에 육박하고 있었고, 기타 여러 능력치로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잠재능력은 894나 되어 성장만 제대로 시킨다면 월드리그에서 교체요원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발동 시 150분간 모든 능력치가 +8이 되고, 모든 동료의 체력과 근력을 +1 시켜주는 ‘신장의 야성’이라는 특성은 아주 매력적이었다. 아무리 따져봐도 그녀에게 투자되는 2,200만 크랑이라는 자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아니 그 배가 된다고 해도 필시 구매해야 할 유망주였다.2/14 쪽 “어떤가? 마음에 드나?” 느닷없는 빈센트의 질문에 범석이 정보창을 닫고 표정을 가다듬었다. 일단 영입하기로 마음먹었지만, 굳이 안달이 났다는 분위기를 풍길 필요가 없었다. “네. 외모는 무척 마음에 듭니다.” “외모만?” “크음. 자세히 테스트를 해봐야 알겠지만, 그 외의 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그의 너스레를 간파한 빈센트가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걸었다. “역시 자네는 대단해. 그저 슬며시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가 대충 어떤 얘인지 대번 판단하다니 말이야. 그 방법을 나 좀 가르쳐주게.” 식겁한 표정을 한, 범석이 양손을 마구 흔들었다. 사실대로 답변하기에는 너무나 예민한 질문이었다. “하, 하하. 제가 그런 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저 살펴보니 군살 없고, 눈빛도 총명한 것이 괜찮다 싶어서 그런 것뿐입니다.”3/14 쪽 “오. 그래? 외모만 보는 것으로 상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군. 역시 자네는 보통이 아니야. 나도 오래간 프로검투사 생활을 해오고, 지도자의 길을 걸어왔지만 자네 정도의 수준까지 되지는 못했는데……. 하여간 범인은 천재를 따라갈 수 없나 보군. 참으로 부러우이.” “아니.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그냥 겉보기에 괜찮아서 그랬을 뿐입니다. 정확히 판단을 위해서는 테스트를 통해 봐야 합니다.” 범석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번 쭉 살펴본 빈센트가 바로 입을 열었다. “혹시 자네 테스트를 핑계로 우리 린이의 몸값을 깎으려는 의도는 아니겠지? 만약 1크랑이라도 낮추려고 했다가는 그냥 처음에 얘기한대로 이쪽에서 1,200만 크랑을 주고 이 대여건을 마무리하는 수가 있어. 알다시피 우리 팀은 고리아의 이적으로 돈아 아주 많다네.” 그의 융통성 없는 협상안에 범석이 진한 코울음을 울려댔다. 벼랑 끝 전술을 써오니 어떻게 가격을 낮춰볼 도리가 없었다. 물론 자신도 마찬가지로 임대건 자체로 무위로 돌리겠다고 압박을 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 되겠지만, 그랬다가 이적이 물 건너가 버리면 자신은 극심한 손해를 입게 되었다. ‘역시 빈센트감독님은 만만치 않아. 쩝 어쩔 수 없지.’4/14 쪽 솔직히 린과 같은 유망주를 이만한 가격에 사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전에야 드래곤 나이츠에서 자금 사정이 급해서 어쩔 수 없이 내민 카드였지만, 고리아를 트레이드 한 후 1억 5,000만 크랑을 벌었으니 사정이 판이해졌다. 아마 감독이 라피네와 오스칼을 대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면, 협상 자체가 없던 일로 됐을 공산도 컸다. 이때는 자신이 한발 물러서는 편이 좋았다. 어차피 에스더가 있기에 5퍼센트 만큼은 확실히 깎을 수 있었다. “일단 가격협상은 차후로 밀고 여러 옵션을 얘기하죠. 어차피 저도 별로 깎을 마음이 없으니까요.” “아. 그래? 역시 자네라면 그 돈을 주고 살 줄 알았지. 후후후.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린을 파는 일은 우리 팀으로서는 큰 손해야. 솔직히 말해 전에 린에게 자네팀으로 보내겠다는 말만 넌지시 건네지 않았더라도, 이번 이적 협상을 무마시킬까 무척 고민해봤을 걸세.” 범석이 입맛을 다시고는 계속 협상을 진행했다. 빈센트가 고민하고 있는 듯 보이니, 빨리 이 거래를 마무리 지으려는 것이다. 도장이 찍히고 돈이 오고 가는 순간 린은 자신의 엘프였다. “일단 계약 기간은 1년간이죠?” “그렇지. 내 생각에는 대충 내년 시즌이 끝나는 시점으로 하는 것이 좋겠네.”5/14 쪽 그럼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이었다. 지금은 벌써 시즌이 시작된 지 한 달이 거의 다되어 가는 시점이었다. “으음. 예.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그런데 여기서 약간의 융통성을 가미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융통성? 어떤 방식으로?” “양 팀 사정 여하에 따라 겨울 이적 시장 때, 충분한 보상비와 함께 상호 임대계약을 해지하도록 하는 겁니다.” 범석의 제안에 빈센트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드래곤 나이츠에게는 하등 좋을 것이 없는 옵션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겨울 이적 시장 때 라피네와 오스칼을 데려가 버린다면 자신은 봄 시즌에서 출전 검투사 구성에 난항을 겪게 되었다. “으음. 곤란한 얘기군. 그런데 왜 그런 옵션을 넣으려는 게지?” “사실 오스칼과 라피네가 있을 때는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혹여나 운이 좋지 않을 경우, 저희 팀이 강등될 위험에 빠질 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여기에 대해 대비를 하고 싶습니다.” 빈센트가 차분한 시선을 그에게 던졌다.6/14 쪽 “내 생각에는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네만. 갓즈나이츠는 솔직히 오스칼과 라피네가 빠졌다고 강등할 팀이 아니야. 자네가 있을뿐더러 에리카와 에르피나등 쓸만한 얘들도 다수 있잖은가? 게다가 이번에 우리 팀의 2군과 린도 영입했고 말이네.” “네. 그 점은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올해 저희 팀은 리그경기보다 GA컵과 리그컵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원정경기에는 2군과 후보를 주축으로 참가시킬 예정이죠.” 빈센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무리 갓즈나이츠가 강팀이라고는 하지만, 원정 경기를 포기하면 강등의 위험에 빠질 수가 있었다. 어쨌든 리그 38경기 중 절반인 19경기가 바로 원정경기였다. “아니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하려는 게지?” “이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적 자금? 무슨 이적 자금?” “내년 시즌에 와이드리그로 가는 승격 토너먼트대회에 도전할 수 있을 만큼의 검투사를 영입하려고 합니다.” 빈센트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GA컵과 리그컵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면 많은 자금이 팀에 유입되게 되었다. GA컵과 리그컵의 상금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세계는 스포츠 도박이 활성 되었는데, 여기서 나오는 이익금이 상당수 해당 스포7/14 쪽 츠협회에 흘러들어 갔다. 이곳 에이번드지역 프로협회만 해도 한 해 도박으로 얻는 수입은 대략 3억 크랑 정도. 이 자금의 6할 가량이 소모되는 명목이 바로 GA컵과 리그컵의 상금이었다. 그래서 에어리어리그 프로팀을 기준으로 했을 때, GA컵 7차전까지 승리를 하게 되면 받는 상금만 총 1,370만 크랑이었다. 이 정도의 금액이라면 젊고 실력이 출중한 에어리어리거 하나를 구매하고도 남았다. 게다가 이런 컵대회는 리그경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연히 시즌 권이 통용되지 않으니 막대한 입장 수입도 예상되었다. “흐음. 즉 자네 말뜻은, 리그경기를 소홀히 여기는 대신, 컵대회를 통해 수입을 늘리겠다는 얘기지?”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에 원하는 승수를 쌓지 못한다면, 라피나와 오스칼을 데려가 리그 경기에 투입시키려는 의도고?” “네. 맞습니다.” 빈센트가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렇다면 굳이 라피네와 오스칼을 데려갈 필요가 없지 않은가? 위험하다 싶으면 우리 팀 검투사들을 대여해 가게. 싼 가격에 필요한 만큼 넉넉히 내어줌세.” 그럴싸한 표정을 지은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드래곤 나이츠는 갓 센트럴리그8/14 쪽 로 올라간 승격팀. 이러한 팀의 특징은 쓸모있는 자원은 빈약하지만, 잉여자원은 극히 많이 남아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쓸모없는 자원들이 에어리어리그로 온다면 상당한 활약을 할 수 있었다. 이들은 그저 센트럴리거로서 자격 미달일 뿐이지, 프로의 실력을 지니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괜찮은 생각이군요. 그럼 우려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꼭 좀 도와주십시오.” “알겠네. 염려하지 말게. 그럼 다른 내용은 없는가?” “뭐. 있겠습니까? 그저 출전수당이나, 포인트 수당이 얼마쯤인지 대략 얘기하면 그뿐이겠죠.” 하며 범석이 라피네와 오스칼. 그리고 이번에 임대되어 들어올 드래곤 나이츠의 검투사에 대한 출전 수당 및 포인트 수당에 대해 논의했다. 일단 라피네는 출전 수당은 9만크랑에 포인트 수당은 2만 4천 크랑으로 결정 봤다. 이진급으로 가는 오스칼은 3만 크랑에 8,000크랑으로. 그리고 갓즈 나이츠로 임대되어 오는 다섯의 검투사는 거의 비슷한 실력을 보이기에 모두 출전 수당 6,000크랑에 포인트 수당 1,500크랑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자. 그럼 대충 끝이 난 것 같군. 어떤가?” 그 말에 곁에 서 있던 린이 얼굴에 잔뜩 미소를 피어 올렸다. 여기서 수락의 멘트가 나오는 순간, 자신은 주인을 모시는 엘프로 거듭나게 되었다.9/14 쪽 이 모습을 힐끔 바라본 범석이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얘기지만, 여기서 종결시킬 수는 없었다. “글쎄요. 제가 결정권자가 아니라서 당장에는 사인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아니. 자네가 결정권자가 아니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네. 저희 팀에는 에스더라는 단장 대리가 한 명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전 단지 일개 소속 검투사일 뿐이니, 그녀의 재가가 필요합니다. 곧 호출하겠으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빈센트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범석이 이사장이라고는 하지만, 팀의 대표인 단장은 결코 아니었다. 한 단계 더 거쳐 가기는 하지만, 큰돈이 오가는 계약이니 확실한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었다. “그렇군. 알겠네. 내 잠시 기다림세.” “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다 확실히 하자는 것이데.” 살며시 한쪽 입꼬리를 올린 범석이 단장실에 있는 에스더를 불러냈다. 이제 그녀가 특성만 한 번 발동하고 나면 이번에 합의된 금액은 5%가 줄어들게 되었다. 소소한 돈이기는 하지만 잘만 쌓아놓으면 큰 보탬이 되었다. 얼마 후. 급히 도착한 에스더가 그를 바라보며 얘기했다.10/14 쪽 “이적 협상은 다 끝났나요?” “응. 이 금액으로 합의 보기로 했어.” 범석이 협의 된 내용을 화면으로 띄우고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소상히 설명했다. 이를 잠시 묵묵히 경청하고 난 에스더가 자신의 특기인 ‘거래의 귀재’를 발동시키고는 빈센트를 직시했다. “그럼 저희가 1,000만 크랑을 드리면 되네요.” “그렇지.” “그런데 정말 이대로 이적을 합의 봐도 되나요?” “왜? 협상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겐가?” “아니. 협상 내용을 떠나서 이 금액은 전에 언론을 통해 공개된 금액과 완전히 동일 하잖아요.” “그게 무슨 상관인가?” “뭐긴요. 저희 팀과 드래곤 나이츠의 트레이드는 사항은 지역 언론사에 큰 관심거리에요. 그래서 전에도 그 난리가 났고요. 아마도 기자들이 어떻게든 이 합의 내용을 알아내고는 언론지에 실을 게 분명할 걸요. 안 그런가요?” 그 말에 빈센트가 바로 긍정을 표했다. 이적 내용은 비밀이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다 세어나가게 되어 있었다. 팀 내 언론 담당자가 기자들과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하기 11/14 쪽 위해 몰래 기삿거리로 던져주기 때문이다. 이는 드래곤 나이츠도 마찬가지. 이미 고리아의 이적금이 1억 5,000만 크랑이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전 지역민에게 알려졌다. “그렇겠지. 그게 뭐가 문젠가?” “만약 고리아를 사간 레드 하이에나팀이 이 기사를 보고 속았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3주 전 언론기사의 내용과 전혀 금액이 틀리지 않으니, 원래 거래 당사자가 린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잖아요. 그래도 괜찮나요?” 빈센트가 얼굴을 색이 변한 만큼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고리아는 성장성이 좋지 못해, 이대로 그저 그런 검투사로 남을 공산이 아주 컸다. 그럼 비싼 값에 사간 레드하이에나는 그날의 결정을 크게 후회할 테고, 어떻게든 물리고 싶어할 터였다. 그런데 만약 지금 협상 내용이 기사로 나간다면? 분명히 이를 빌미삼아 추궁해올 것이고, 자신의 팀은 난감한 사태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부정을 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치솟는 몸값에 입을 굳게 다물었기에 완전히 죄가 없다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지금은 좀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협의 금액을 조정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 팀 사정에서 1억 5,000만 크랑을 다시 되돌려주기에는 무리가 뒤따랐다. “범석군. 아무래도 가격 협상 가격을 달리해야 쓰겠네.”12/14 쪽 익히 예상했던 바이기에 범석이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노회한 빈센트라도 에스더의 특성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어떻게요?” “자네가 우리에게 건네줄 금액을 890만 크랑 정도로 했으면 좋겠네.” 설정대로 정확히 5%가 깎인 금액이었다. 여기서 더 깎으려 들다가는 페널티로 거래가 취소될 테니, 범석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저야 손해날 일이 없으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참. 그리고 원래부터 린이 거래대상이었다는 사실도 비밀로 해주게. 오늘 거래는 단지 고리아를 대신해 어쩔 수 없이 싼 값에 그녀를 데려가는 것뿐이네. 이 점만 약속해 주면 오늘 임대된 아이들의 출전수당과 포인트수당 중 5%를 우리 팀에서 내어 주겠네.” 당연히 튀어나올 말이었기에 범석이 바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뭐. 그렇게까지야. 네. 알겠습니다. 감독님께서 원하시니 들어 드려야지요. 그럼 계약서를 다시 작성해야겠습니다.” “그래. 꼭 좀 부탁함세.”13/14 쪽 그가 에스더를 바라보고는 싱긋 미소를 지어 보냈다. 어찌나 기특한지 너무도 예뻐 보인 것이다. 오늘 그녀로 말미암아 아낀 돈은 최소 110만 크랑. 몇 마디의 대화로 연봉가치의 몇 배의 일을 해냈다고 볼 수 있었다. 범석은 곧 계약서를 완전히 수정보고 에스더의 전자사인과 함께 오늘의 거래를 끝마쳤다.============================ 작품 후기 ============================ 주말 잘 보내셨습니까? 내일 부터 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됩니다. 모두 보람차게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14/14 쪽 주말 잘 보내셨습니까? 내일 부터 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됩니다. 모두 보람차게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셨습니까? 내일 부터 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됩니다. 모두 보람차게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 작품 후기 ============================ 주말 잘 보내셨습니까? 내일 부터 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됩니다. 모두 보람차게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 작품 후기 ============================ 주말 잘 보내셨습니까? 내일 부터 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됩니다. 모두 보람차게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 -- 린 -- > 해가 저물어가는 느지막한 저녁 시간이었다. 긴 하루의 훈련일정을 마친 범석이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몸은 노곤했지만, 그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협상을 마치고 오후부터 새로이 훈련에 참가한 린 때문이다. 오늘 그녀의 처녀성을 가져간다고 생각하니, 쌓인 피로가 단번에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저벅. 저벅. 숙소 3층으로 올라간 범석이 휘하 엘프를 대동하고 욕실로 향했다. 땀에 절어 있으니, 일단 씻기 위해서였다. 그는 비치된 수납장 옷을 훌러덩 벗어 던지고는 한쪽에 비치된 샤워기로 향했다. “자. 다들 씻자.” 나신의 된 주인을 바라본 휘하 엘프들이 주춤거리더니, 일제히 오늘의 주인공인 린을 바라봤다. 그녀는 낯이 설은 지, 주춤거리기만 할 뿐 욕실 안을 어울려 들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레이미가 슬며시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회1/14 쪽 “린. 어서 들어와. 오늘 주인님을 모시려면 빨리 씻어야지. 설마 냄새나는 몸으로 주종의식을 치르려는 것은 아니겠지?” 당연히 그럴 수 없었던 린이 얼른 들어와 욕실 안에 있는 옷장 옆에 섰다. 그녀는 슬그머니 새로운 동료들의 눈치를 살피고는 목에 메어져 있던 빨간 나비넥타이를 풀었다.그리고 푸른색의 흰색의 블라우스를 덮고 있던 조끼를 벗으려는 순간, 욕실 안쪽에서 범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린. 그냥 들어와.” “네? 지금이요? 아직 옷을 입고 있는데요…….” 샤워기의 물세례를 받고 있는 범석의 모습을 바라본 레이미가 급히 그녀의 등을 밀었다. 그의 애물이 불끈 솟아올라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마음이 동했음을 깨달았던 탓이다. 이때는 순서도 절차도 없었다. 그저 먼저 눈에 보이는 대로 덮칠 뿐이었다. “린. 주종의식을 치르고 싶으면, 빨리 안으로 들어가. 아니면 다른 얘들이 먼저 주인님의 품에 안기게 될 거야.”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지만 린이 급히 범석에게 다가섰다. 눈치는 빠르지 않지만, 대충 무슨 말인 줄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입고 있던 검은색 가죽 핫치마를 매만2/14 쪽 지며 물이 튀는 범석의 샤워대로 다가섰다. “네. 버, 범석님. 저 왔어요.” 범석이 아무 말 없이 린을 지그시 쳐다봤다. 그리고 잠시 샤워기를 잠그고는 그녀에게로 다가섰다. “역시 예쁘네. 오늘 참 즐겁겠어.” 어느새 그의 손길이 그녀의 드러난 허벅지를 흐르고 있었다. 입고 있는 긴 검은색 롱 스타킹이 까슬까슬하기는 했지만, 치마 속의 맨살을 만지자 그리 부드러운 수가 없었다. 그는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깊게 끄덕였다. 이를 긴장한 눈으로 바라본 린이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키며 말했다. “지, 지금 시작하신 건가요?” “음. 그럴 생각인데. 왜 싫어?” 그녀가 급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댔다. 주인의식을 치르는데 장소를 구별할 이유가 없었다. 범석이 원한다면 때와 장소를 구별하지 않고 품에 안길 수 있었다. “아, 아니요. 범석님이 원하는 대로 하세요.”3/14 쪽 피식 웃은 범석이 치마 속에 자리 잡은 팬티의 끈을 잡고는 한꺼번에 무릎까지 내렸다. 그리고 안쪽에 피어 있는 작은 꽃망울을 손가락 끝으로 매만지며 비벼댔다. 이내 촉촉하고 끈적거리는 물기가 스며 나오자 범석이 그녀의 허리를 꽉 껴안고는 잡아당겼다. “역시. 엘프네. 만지기가 무섭게 벌써 반응이 오고 말이야. 꽤 오늘 맛깔나는 하루를 보낼 수 있겠어.” 이런 수치스러운 비아냥에도 린은 감동 어린 눈빛을 지었다. 얘기로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정말 자신을 안으려고 하는 범석이 존경스러워졌다. 오늘 그가 자신의 몸값으로 내놓은 돈은 2,090만 크랑. 주인의식을 치르는 즉시 1,400만 크랑 가까이가 허공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세상에 어떤 인격자가 있어 이런 행위를 하겠는가? 그녀는 이런 좋은 주인을 만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기뻤다. “으음. 범석님…….” 범석이 발을 들어 그녀의 무릎에 걸려 있는 순면 색의 팬티를 밟아, 발목 아래로까지 내렸다. 그리고 바로 차가운 타일 바닥에 넘어뜨리고는 그 위로 올라탔다. 축축한 물 기운이 등으로 스며들었지만, 린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감격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런 그녀의 볼을 매만지며 범석이 꼭 끼는 핫치마를 위로 젖혀 음유한 4/14 쪽 상징을 외부로 드러나게 했다. 무성한 금빛의 음모를 천천히 쓸어내린 그가 린을 쳐다봤다. “후후. 좋아. 이제 너를 내 엘프로 맞이하겠다. 기대해라.” “가, 감사합니다. 저도 기쁜 마음으로 범석님을 주인님으로 모시겠어요.” 범석이 이빨로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끄름과 동시에 불끈 솟아있는 애물을 음부에 가져다 대었다. 끝으로 미끈거리는 음액과 까슬한 음모를 잠시 감상한 그가 허리를 깊게 누르며 미궁 속 탐험에 들어갔다. ‘크크크. 역시 이때가 제일 기대된단 말이야.’ 살짝 끝 부분이 묻힐 때쯤 연약한 저항이 느껴지고 있었다. 인간 여성의 것보다는 질긴 편이지만, 한 번만 힘을 주면 곧바로 파괴될 테니 별로 상관할 바가 못 됐다. 범석은 곧 능숙한 자세로 애물을 밀어붙이며 그녀의 처녀지를 서서히 늘려나갔다. “후후. 어때? 지금 기분이?” 장난스러운 그의 질문에 린은 어찌할 줄을 몰랐다. 드디어 주인을 모시겠다는 환희와 뜸을 들이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 교차하며 복잡미묘한 감정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내 범석의 묵직한 물건이 비집고 들어오5/14 쪽 더니, 그녀의 성지를 무참히 짓밟아 버린 것이다. “아윽!!” 아픔으로 린의 허리가 활시위처럼 위로 향해 휘어지고 있었다.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한 줄기의 핏물은 이내 타일바닥에 떨어져 내리며, 물기와 함께 사방으로 번져나갔다. 계속해서 똑똑 떨어지는 파괴의 상징을 바라본 범석이 부드럽게 허리를 밀며 안쪽 깊숙한 곳까지 애물을 전진시켰다. ‘캬. 너무 부드러운데. 장난이 아니야.’ 처녀라 버겁기는 했지만, 진입은 비교적 순조로운 편이었다.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점액질의 양이 상당했던 터라, 큰 저항 없이 그의 애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타 엘프들도 그렇지만, 린의 몸은 개중에도 더욱 뜨거웠다. 이제 완전히 내부의 끝과 애물을 대면시킨 범석이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린. 이제 너는 내 엘프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흑흑. 네. 죽을 때까지 전 주인님만을 모실 것이에요.” 강렬한 주인의식의 여파로 린의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흐느껴댔다. 서로 다른 색의 눈빛은 어느새 금빛으로 동화되며 그에게 초점이 맞춰졌고, 감격에 겨6/14 쪽 워 떨리는 미련한 양팔은 그의 목줄기를 감싸고 있었다. 범석은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혀로 핥아내고는 허리에 진동을 넣기 시작했다. 푹퍽. 푹퍽. 가벼운 진행을 시작하는 애물에게로, 따듯한 그녀의 육벽의 살결이 느껴졌다. 꽉 끼고 질퍽거렸지만, 부드럽게 진행되는 행위 속에서 사랑스러운 압박감이 전해져 왔다. 초야의 아픔으로 힘겨웠지만, 그녀는 범석을 위해 정성을 쏟아내고 있었다. “우리. 린. 아주 기특한데. 나를 위해서 이런 기교도 부리고 말이야.” 통증으로 얼굴을 찡그리고 있던 린이, 바로 귀를 팔딱이며 범석에게 꽉 안겨왔다. 주인의 칭찬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린은 볼로 그의 얼굴을 비비적거리며 귀여운 애교를 부렸다. “윽. 저, 전.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그 말을 하고 난 그녀가 탄력 있는 엉덩이를 흔들며, 은은한 율동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약간 리듬감이 어긋났지만, 그의 애물로 진한 쾌감이 선사 되고 있었다. 이에 범석이 반쯤 벗겨져 내린 그녀의 블라우스 속에 얼굴을 묻고 입으로 브래지어를 물어 위로 젖혔다. 그리고 허리의 연동작업마다 출렁거리는 가슴의 유실을 입으7/14 쪽 로 머금고는 쭉쭉 빨아대기 시작했다. 푹퍽. 푹퍽. 푹퍽푹퍽. 추잡한 육음이 서로의 교접 면에서 끝없이 흘러나왔다. 그의 애물은 처녀지를 개척이라도 하려는 양 강력한 찌르기로 이곳저곳을 후비며, 내부를 조교시켜 나갔다. 아직 난폭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찢어진 성지가 마찰을 일으키기에 린은 진한 아픔을 느껴야만 했다. “아윽. 아악!” “린. 아파?” 화들짝 놀란 린이 아무렇지도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확실히 아프기는 했지만, 그가 즐기는데 방해를 하고 싶지 않았던 탓이다. 지금 그녀는 주인을 기분을 풀어주는 육변기에 불과했고, 그것이 바로 엘프의 창조의 의미이자 본능이었다. “아, 아니에요. 전, 전. 괜찮아요. 아읍.” 순간 그녀의 살단지가 살아 움직이기라도 한 듯이 수축작업을 시작했다. 그간에 보이던 희미했던 연동은 점점 한층 더 격렬해지면서, 겹합부에 고여 있던 핏물 섞인 음8/14 쪽 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뒤이어 이어지는 추잡한 육음이 실내를 퍼져 나며, 숨죽이며 행위를 지켜보는 다른 엘프들의 귓가를 요란하게 때려댔다. 푹퍽푹퍽. 푹퍽푹퍽. 범석이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린을 쳐다봤다. 자신을 위해 갖은 애를 쓰는 모습이 기특해 보였던 탓이다. 물론 주인을 위하는 엘프의 본능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이 자신에게 사랑받고자 교태를 부리는 모습이 그리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이내 그가 두 팔로 우악스럽게 그녀의 상체를 꽉 끌어안고는 난폭한 피스톤질로 신비로운 여체를 탐하기에 이르렀다. 자신의 기분도 풀겸, 린의 애정에 호응을 하기 위해서였다. “아아! 주인님! 아아!! 아읍! 아아!!” 한동안 인내로 일관해오던 그녀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간혹 이어지던 눈가의 떨림도 점점 사라지고 있었고, 신체에서는 무언지 모를 열기가 서서히 솟아나오고 있었다. 몸은 민감해졌는지 범석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움찔거렸고, 내뱉은 음성에서는 쾌감의 잔재가 묻어나왔다. 주인을 얻은 엘프의 두 번째 성징이 깨어나고 있음을 깨달은 범석이 두 손으로 그녀의 몸을 쓰다듬으며 자신의 온기를 주입했다.9/14 쪽 “어때. 뭔가 느껴져?” 그의 품에 찰싹 붙어 있던 린이 그윽한 눈망울을 지어 보냈다. “네. 주인님. 하아……!! 아아……! 느, 느껴져요.” 점점 쾌락의 신호가 커지며 그녀의 몸을 잠식해갔다. 파괴된 처녀지의 아픔은 흘러나오는 신비한 감각에 가로막혀 더는 린을 괴롭히지 못했다. 어느덧 뜨겁게 젖은 그녀의 살단지가 범석의 애물을 단단히 고정시키며 진한 여운을 선사하기 시작했다. ‘확실하군. 이제 그녀는 아픔을 느끼지 못해.’ 지금 린은 지그시 자신을 쳐다보며 스스로의 다리를 더욱 넓힘과 동시에 애물이 휘어질 만큼 계곡 입구를 조이고 있었다. 통증이 느껴진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었기에, 범석은 이제 거리낌 없이 그녀의 여체를 즐기기로 했다. 가볍게 미소를 지은 그가 허리에 격렬한 리름을 주입하고는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푹퍽푹퍽. 푹퍽푹퍽푹퍽. “아앙!! 주, 주인님!! 아아! 대단해요! 어, 어떻게 이런 느낌이!! 하아응!! 하앙!!”10/14 쪽 그의 애물이 내부를 휘저을 때마다 린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신체를 떨어댔다. 주인의 온기에서 비롯되는 짜릿한 쾌락이 뇌리에 전해지며, 몽롱한 기분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깊은 열락의 세계에 움푹 빠져든 의식은 범석의 과격한 행위에 행복한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녀는 어떻게든 주인 애정을 더 받아내고 그 고운 힙을 들썩거렸다. “린. 이것이 바로 주인을 얻은 엘프의 환희다. 잘 기억해 둬라.” 린이 대답을 하려 했지만, 헐떡거리는 숨으로 입 밖으로 내뱉지를 못했다. 그렇지만 주인의 질문에 답하지 않는 일은, 큰 죄악. 그녀가 간신히 고개를 주억거리며 수긍의 몸짓을 보였다. “하아아!! 네. 하응!! 아아!! 하아앙!!” “후후후. 그래.” 범석은 기특한 듯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육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진한 황홀감이 애물로부터 끊임없이 전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뜨거운 숨결을 내뿜으며 흥분한 몸짓으로 휘적거리는 린은, 그의 정복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11/14 쪽 푹퍽푹퍽. 푹퍽푹퍽푹퍽. “아아!! 하아앙!! 하응!! 주, 주인님. 아아아!! 하아앙!” 가녀려 보이는 린의 꽃잎이 철저히 유린 되어가고 있었다. 흉측한 그의 애물은 흘러나온 음액을 덕지덕지 묻히고 그녀의 하체를 빠르게 들락거리고 있었다. 집요하게 허리를 돌려대는 모습이 가히 보기 좋지 못했지만, 린은 그윽한 눈길로 범석을 바라봤다. 수십 년간을 주인 없이 살아야 할 자신을 영입해 주인을 자처해 주고, 지금 이런 극락과도 같은 쾌락을 선사해주는 그가 그리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으윽. 이거 안 되겠는데.’ 범석이 미간을 찡그릴 정도로 곤욕스러워했다. 애물로부터 전해져 오는 방출의 욕구가 참을 수 없을 지경까지 이르른 것이다. 오늘 너무 열을 내 허리를 흔든 탓도 있지만, 린의 정성어린 기교도 한몫했다. 하지만, 기껏 분위기가 고조된 지금 방출할 수는 없었다. 그는 허리에 힘을 잔뜩 주고는 둑을 가로막았다. “아아!! 주인님! 몸이 부서질 것 같아요!! 아앙!! 하아앙!” 요염하고 음란하게 꿈틀거리는 린의 몸으로 기껏 닫혀 놓았던 뚝이 점점 허물어져 내리고 있었다. 애물의 끝에서는 움찔움찔 새어나온 액체가 그녀의 계곡 안으로 스12/14 쪽 며들고 있었다. 이런 이질감에 린이 그의 애물을 계곡으로 가득 머금고는 간절한 눈빛을 지어 보냈다. 범석이 절정감에 다달은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제발 제 안에 주인님의 씨앗을 마음껏 뿌려주세요. 전 주인님의 종일 뿐이니 신경 쓰실 필요가 없어요.” 잠시 머뭇거린 범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마음만 먹는다면 오늘 내내 그녀에게 애정을 쏟아줄 수 있으니, 지금 참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좋아. 마음껏 뿌려주지. 하지만, 끝이 아니다.” 범석이 곧바로 린의 가녀린 허리를 꽉 부여잡고는 하체를 몸쪽에 밀착시켰다. 그리고 그동안 참고 있던 욕정의 산물을 거침없이 계곡 안으로 퍼부어댔다. “아아!! 주인님. 주인님의 뜨거운 애정이……!” 고개를 뒤로 젖힌 린이 눈을 스르르 감고는 계곡 안을 흐르는 백탁의 진액을 음미했다. 최초로 얻은 주인의 애정이 그리 감격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이제 진정한 엘프로서 범석을 평생 곁에서 모시겠다고 다짐에 또 다짐을 했다. 그리고 이윽고 또다시 범석의 진자운동이 시작되자 기쁜 마음으로 허리를 흔들며 그 욕망에 동조해갔다.13/14 쪽 ============================ 작품 후기 ============================ 아이고 갑자기 약간 더워진 것 같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아무래도 시원하게 샤워좀 해야 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편안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4/14 쪽 < -- 가을시즌 -- > 청명한 9월 중순의 하늘이 드넓게 펼쳐지고 있었다. 리마시티 콜로세움 앞 광장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며, 매표소와 경기장 입구에 긴 줄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하나의 소재로 이야기꽃을 만발하고 있었다. 바로 오늘 맞붙는 갓즈나이츠와 네추럴 페어리즈의 경기결과를 예측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들 팬은 결국 한가지 결과만으로 대화를 귀결시키고 있었다. 당연히 갓즈나이츠가 승리한다는 것이었다. GA컵 6차전에서 갓즈나이츠와 맞붙는 네추럴 페어리즈는 작년 에이번드 에어리그 순위 17위 기록한 약팀이었다. 대전 운이 좋아 6차전까지 올라오기는 했지만, 언제 아마추어 리그로 떨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허약한 팀이었다. 그런데다가 지금 리그 경기 6경기를 치른 이 시점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어, 이번 경기에 2군과 후보만을 구성시켜 출전시켰다. 리그경기에 집중하려고 하는 의도로, 이런 상황에서 갓즈나이츠가 진다고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갓즈나이츠는 이번 시즌 6전 3승 3패로, 주력이 출전한 홈경기에서는 절대 패한 역사가 없었다. 그렇기에 팬들의 신뢰도는 무척 높았다. 더그아웃 벤치에 앉아 있던 범석이 옆에 앉아 있던 린을 바라봤다. “린. 오늘 갓즈 나이츠의 이름으로 처음 출전이지? 긴장되지 않아?” 무척 긴장됐다. 예전에도 경기경험이 있었기는 했지만, 8세 이하팀이라 관중도 거의 회1/13 쪽 없었고 주인을 위해 승리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없었다. 지금처럼 떨리는 심정으로 경기에 참가해 보지는 못했다. “네. 조, 조금요. 하지만, 최선을 꼭 주인님께 승리를 선물로 바쳐 드릴게요.” “그래? 한 번 잘해 봐.” 범석이 이번에는 좌측에 앉아 있는 비올렛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도 갓즈나이츠 검투사로 출전하기는 처음이었다. 린 보다도 근 한 달을 일찍 들어오기는 했지만, 영입 당시 입은 부상치료와 체력 회복훈련으로 아직 경기에 참여하지 못했었다. “비올렛. 너는 지금 기분이 어때?” 비올렛이 바로 자신감 넘치게 대답했다. 그녀는 작년 반 년간 다른 에어리어리그로 임대되어 뛴 적이 있었던 터라 충분한 경험을 쌓고 있었다. 그리고 원래부터 약간 자만심에 높은 아이라, 환경이 변했다고 주눅이 들어 하지 않았다. “염려 마세요. 오늘 제가 네추럴 페어리즈팀을 완전히 제기불능 상태로 만들어 놓을 것이에요.” 가만히 팔짱을 낀 범석이 린과 비올렛을 번갈아 바라보며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녀들의 실력을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포지션이 뒤바뀐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2/13 쪽 원래 선봉의 자리는 어느 정도 과격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 포지션을 있는 린이 좀 유약한 면을 보이고 있었다. 반면 어느 정도 냉정함을 하고 있어야 하는 중견 포지션의 비올렛은 우려스러울 정도로 설쳐대는 면모를 보였다. 게다가 그녀들의 신체능력은 각각 70대와 80대로 비올렛이 많이 앞서고 있었다. 선봉은 어느 정도 강인한 힘이 필요하고 중견은 기교가 필요하다는 점을 봤을 때도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였다. ‘어떻게 한다? 아무래도 이 둘의 포지션을 바꿨으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급작스럽게 포지션을 바꿨다가는 혼동이 올 테고…….’ 하지만, 그녀들의 나이는 현재 5살. 아직 어리고 전도유망했다. 고치기 어려운 성격을 바꾸느니, 아예 올해 포지션 교체 작업을 하는 편이 나았다. 그리고 오늘 상대할 팀은 리그 최하위를 달리는 네추럴 페어리즈인데다가, 후보와 2진으로만 구성된 검투사단을 출전시키고 있었다. 쉽게 이길 수 있는 시합이니, 그녀들의 포지션 변화에 대한 장단점을 실전에서 테스트해보기 아주 적당한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결심한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감독석에 앉아 있던 다이아나에게 다가갔다. “다이아나. 포지션에 변화에 대한 건의가 있는데.” 마침 명단을 작성하며 고민하고 있던 그녀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3/13 쪽 “포지션 변화라니요?” “으음. 그게 린과 비올렛의 포지션을 서로 뒤바꾸면 어떨까 싶어서 말이야.” 다이아나가 힐끔 린과 비올렛을 보고는 고민에 빠져들었다. 자신도 그녀들의 포지션 변화를 생각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리그경기가 벌어지는 기간이라, 갑작스러운 포지션 이동은 피하고 싶었다. 자칫 적응하지 못하고 연계 플레이에 문제가 생긴다면, 팀 전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그리고 팀 포지션 변화는 깊이 있는 이론교육과 함께 다양한 실전 훈련을 겸비해야 했다. 당장 수행하기는 확실히 무리가 있었다. “좋은 생각이시기는 하지만, 굳이 지금 바꿀 필요가 있을까요? 이번 겨울 휴가 시즌에 시작해도 늦지 않잖아요. 지금은 전혀 포지션 변경훈련도 받지 않은 상태이라 분명히 무리가 있을 것이에요.” “나도 알아. 그래서 극히 상대가 약한 오늘 하려는 거야. 과연 포지션을 변화를 했을 때 어떤 장단점이 있나 확인해보고, 변경 여부를 결정하려고 말이야. 대충 감이 오기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 한, 저 아이들의 걸맞은 포지션을 알 수는 없잖아.” 그렇다면 다이아나로서도 반대할 마음이 없었다. 상대도 상대니만큼 오늘 하루라면 한 번쯤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됐다. “네. 그런 의도라도 저도 찬성해요. 사실 저도 그녀들의 포지션 변화를 계획하고 있4/13 쪽 었어요. 오늘 한 번이라면 테스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돼요.” “그래. 그럼 오늘 출전명단에 변화를 넣어줘.” “네. 알겠어요. 아! 그런데. 린과 비올렛은 오늘 처음이라 2진 명단에 넣을 건데 괜찮겠어요?” 범석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포지션 변경 여부를 세세히 살피기 위해서는 자신이 직접 가까이에서 살피는 편이 나았다. 2진이라면 2라운드에 출전하니, 1라운드에 참가하는 자신과 같이 뛸 수 없었다. 그렇지만 뜻밖에 간단한 해결책이 있었다. “그럼 나도 2진에 넣어줘. 옆에서 지켜보게 말이야.” 다이아나가 주저 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범석이 빠진다고 하더라도 패할 갓즈나이츠의 주력이 아니었다. “네. 그렇게 하도록 할게요.” “그래. 그럼 잘 부탁해.” 하며 목적한 바를 이룬 범석이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때 흰 가운을 입고 있던 수잔이 다가와 비올렛 옆에 섰다. 팀닥터로서 부상 후 오늘 경기에 처음 출전하는 그녀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서였다. 일단 경기출전을 허락했지만, 꾸준히 관찰하며 부상이 재발하는 일을 막아야 했다.5/13 쪽 “비올렛. 발목은 어때?” 비올렛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전에 부상당했던 왼쪽 발목을 빙글빙글 돌려 보였다. 이제 완전히 회복했다는 의사표시였다. “아주 괜찮아요. 충분히 뛸 수 있어요.” “그래? 다시 한 번 보자.” 그 말에 비올렛이 짜증스러운 눈빛을 지었다. 지금은 슈트를 착용하고 있어서, 쉽게 발목을 내보일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옆에 있던 범석의 날카로운 눈매를 보자 얼른 왼쪽 무릎 아래의 슈트를 벗어냈다. “어때요? 괜찮죠?” 자신감 넘치는 비올렛의 대답답게 발목은 무척 양호한 상태였다. 딱딱하게 걸리는 부분도 없었고,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잘 돌아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권총형 MRI진단기로 전혀 이상이 없음을 판별한 수잔이 안심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이 정도면 염려 없네.” “거봐요. 괜찮다고 했잖아요. 괜히 벗으라고 해서, 귀찮게…….”6/13 쪽 수잔이 구시렁거리는 그녀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경기 때 문제가 당장 얘기하도록 해. 저번처럼 꾹 참다가 염증까지 유발하게 하지 말고.” “알았어요. 그럴게요.” 수잔이 비올렛의 어깨를 두드리고 자리를 떠나려는 순간. 범석이 조용한 목소리로 불러세웠다. “아 참. 수잔씨.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는데요.” 그녀가 다시 뒤돌아서고는 범석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신데요?” “으음. 비올렛의 후유증을 언제쯤 살펴볼 수 있겠습니까? 비너스나 라피네도 좀 봐야 하는데요.” 아무래도 정밀 MRI전신 진단기에 관해 묻는 것 같았다. 이에 수잔이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그대로 대답했다.7/13 쪽 “아마 곧 장비가 들어올 테니, 빨리 진단을 할 수 있을 것이에요. 그럼 자연스럽게 치료도 가능하고요.” “정확히 언제쯤이요?” “한 열흘 후쯤이요?” 범석이 미간을 찌푸렸다. 예산을 집행한 지가 언젠데, 아직 장비가 들어오지 않는다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왜 이렇게 늦는 겁니까? 벌써 한 달이 넘은 시점입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워낙 고가의 전문 의료장비라 업체에서 선주문 후 생산하거든요.” 그렇다는 데에 어쩌겠는가? 범석이 긴 한숨을 내쉬고 다시 물었다. “휴~ 그럼 열흘 후가 되면 치료 가능하게 되는 겁니까?” “네. 물론이에요. 다만, 제 생각에는 겨울 휴가시즌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돼요.” “아니 왜요?” “휴유증 치료를 위해서는 P-Cure를 주사 받아야 하는데, 일주 간은 치료받은 부위에 무리를 줘서는 안 돼요. 즉 지금 했다가는 해당 검투사는 최소한 한두 경기를 쉬어야 한다는 얘기에요. 그래서 다른 프로팀은 후유증 치료를 여름, 겨울의 휴가시즌이8/13 쪽 나 검투사가 심신이 지쳐서 휴식기가 필요할 때 시행하죠.” 범석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그렇다면 수잔의 의견에 동조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드래곤 나이츠에서 다섯이나 되는 검투사를 공수해 왔지만, 아직 갓즈나이츠는 검투사층이 빈약했다. 휴가시즌에 치료해도 되는 일을 굳이 지금 해서, 전력을 낭비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군요. 예 알겠습니다. 수잔씨 말대로 이번 겨울 시즌에 치료하죠.” “네. 다만, 정 궁금하시면 진단만큼은 예정대로 열흘 후에 해도 돼요. 몸을 초음파로 스캔하는 일뿐이니, 특별히 문제 생길 일은 없으니까요.” “아. 그래요? 그럼 그때 수고 좀 해주십시오.” 수잔이 기꺼운 마음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수고는요. 팀닥터로서 당연히 할 일인데요. 그럼 이제 용건은 끝난 건가요?” 특별히 다른 궁금한 사항은 없었지만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었던 범석이 새로운 화두를 꺼내 들었다. 호감도 상승을 위해서는 꾸준히 말을 섞는 편이 좋았다. “아.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지금 치료센터 운영사항은 어떻습니까?”9/13 쪽 수잔이 씁쓸히 웃으며 겸염쩍어했다. 그 얘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었다. “그, 그게 겨우 현상 유지를 하는 중이에요. 검진비가 무료인데다가 치료 또한 저렴하게 시행하고 있어서, 그리 이문이 남지 않아서요.” “아. 그래요? 그럼 수입도 본 궤도에 올랐다는 얘기네요. 아주 잘 됐습니다.” 뜻밖에 말에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게 괜찮은 건가요?” “물론입니다. 전에 말했다시피 저는 치료센터에서 이익을 남길 생각은 그리 없습니다. 팬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이고, 시즌권 판매 수입을 늘리려는 전략 차원이었습니다. 아직 전문 스포츠 의료센터로 성장하지 않은 지금 특별히 큰 이득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싸게 치료비를 물다가 팬들의 원성을 사면 팀 명성에 지장이 오니까요. 앞으로도 괜한 부담으로 수입을 올리려고 하지 마시고, 지금처럼 현상유지만 해주십시오.” 안심되는지 그녀의 표정이 편안해졌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되어 부담감을 가졌는데, 범석이 이리 생각한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아니 팬들 서비스차원에서 현상유지만 하면 된다고 하니, 수입이 어느 정도 늘게 되면 일부 가정사정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무료진료를 시행할 수도 있어 보였다.10/13 쪽 ‘정말. 갓즈나이츠에 오기를 잘했어. 이제 진료비가 없다고 불쌍한 환자들을 쫓아내지 않아도 돼.’ 가벼운 마음가짐을 한 수잔이 가볍게 인사를 하고 조용히 자리를 떠나갔다. 곧 경기가 시작될 테니,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불의의 사태에 대비해 의료석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경기장에 나온 이상 그녀는 갓즈나이츠의 팀닥터였다. 얼마 후 요란한 호각소리와 함께 GA컵 6차전 1라운드 시합이 시작되었다. 라피네와 오스칼이 빠진 선봉 진에는 드래곤 나이츠에서 임대해온 엘프검투사 셋이 뛰고 있었다. 모두 같은 팀에서 오랫동안 호흡해온 동료였기에, 손발이 척척 맞고 있었다. “자. 가자. 우리가 저런 얘들에게 밀릴 리가 없어! 가차없이 돌격해!” 이내 선봉진의 돌격과 함께 갓즈나이츠 주력들이 도강하고는 적진형을 향해 진입을 시도했다. 네추럴 페어리즈팀 검투사들은 방진을 구성하고 막아섰지만, 상황은 좋지 못했다. 이들은 모두 팀 내 경쟁에서 밀려 후보나 2군으로 지내는 검투사들이었다. 결코, 정예로 구성된 갓즈나이츠를 막아낼 수는 없었다. 이윽고 노기가 섞인 함성을 내지르면 돌입하는 갓즈나이츠의 선봉진들에게 방진은 철저히 무너지며 뿔뿔이 흩어져버렸다.11/13 쪽 “다들 각개격파해!” 에르피나의 고함을 뒤로하며 에리카가 달려나가 종횡무진 검을 휘둘렀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격타음과 함께 네추럴 페어리즈 팀의 검투사들이 하나둘씩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들며 차디찬 바닥에 쓰러져갔다. 너무도 어이없이 당하는 모습에 원정 팬들 중 일부가 실망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고는 소리쳐 분발을 촉구했다. “뭐해! 네추럴 페어리즈! 가서 싸우란 말이야!” 하지만, 전의를 잃을 대로 잃은 네추럴 페어리즈 검투사들에게 그런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었다. 지금은 그저 쏟아져 들어오는 검격을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힘겨울 지경이었다. 그만큼 양 팀 간의 전력 차이는 너무도 컸다. 차창. 창. 창. 깡! 갓즈나이츠의 연이은 맹공이 가차없이 이어졌다. 수많은 검 끝과 창끝이 교차하며 네추럴 페어리즈팀 검투사를 처참할 정도로 짓밟았고, 결국에 가서는 모두가 제대로 반항조차 못하고 쓰러지고야 말았다. 경기 시작 후 5분도 채 안 되어 끝이 난 1라운드 경기에서 갓즈나이츠 입은 피해는 고작 선봉 하나가 오른쪽 다리 하나를 못 쓰게 된 것뿐이었다. 거의 완전무결한 승리로, 홈팬들은 열광에 가까운 환호로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12/13 쪽 을 응원했다.============================ 작품 후기 ============================ ㅋ. 오늘 지옥의 빵공장이라는 인터넷 우스개소리를 봤는데, 정말 지옥 같겠더라고요. 그곳에서 일하던 분의 얘기가 소개됐는데, 소설이 따로 없네요. 직원들 유일한 취미가 그 회사 상품인 빵봉지 담긴 무슨무슨 스티커를 모우는 일이라고 합니다. 우스개 소리인데, 전혀 웃기지가 않네요;;;;;;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 -- 가을시즌 -- > “자자. 이제 2진이 출전할 차례다. 린! 비올렛! 따라와라.” 범석의 호출에 린과 비올렛이 헬멧을 쓴 후 각자의 무기를 챙겼다. 그리고 뒤를 바짝 따르며 출입구 터널로 나아갔다. ‘오늘 잘해야 해. 그래서 주인님에 인정을 받을 해.’ 갓즈나이츠 검투사로 최초로 출전하는 경기인지라 그녀들의 표정에는 비장함이 묻어 나왔다. 주인인 범석에게 실력을 어필할 필요가 있었던 탓이다. 그가 막대한 돈을 들여 자신들을 구매했으니, 그에 따르는 활약을 해야만 했다. 그게 바로 프로검투사의 자세이자, 주인 모시는 엘프의 본분이었다. 하지만, 범석은 오늘 린과 비올렛에게 기대하는 바는 크지 않았다. 그녀들은 기껏해야 에어리어 프로 검투사급의 실력자. 수천만 크랑의 몸값을 해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린. 비올렛. 오늘 너무 무리하지 마라. 그저 새로 할당한 포지션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우리 팀 특성을 잘 파악해서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파악하면 돼. 괜히 나대다가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들면 오늘 출전한 의미가 사라진다. 알았지?”회1/12 쪽 린과 비올렛이 동시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딴에는 프로검투사로 2년을 보냈으니, 그의 주문이 무언지는 충분히 알아들 수가 있었다. “네. 주인님.” “좋아. 그럼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출전 전 전의를 가다듬도록 해.” “네.” 짧게 대답한 그녀들이 자신들 포지션 동료들이 모인 곳으로 가서 줄을 섰다. 이에 범석도 중견의 자리로 돌아가 경기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오늘은 린과 비올렛을 살펴볼 요량으로 경기에 참가하기에, 상대와 정신없이 격전을 벌이는 선봉에 서서는 안 됐다.잠시 후. 장내 방송에서 출전 신호를 알려왔다. - 자. 양 팀 모두 경기장 중앙으로 나오십시오. 동시에 발을 맞춰 경기장으로 들어서는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에게로 팬들의 여유 있는 응원소리가 들려왔다. “갓즈나이츠. 살살해라. 양민 학살은 보기가 안 좋다!” “오범석! 왜 네가 2진으로 나오냐! 가뜩이나 약한 애들 기죽일 일 있냐!”2/12 쪽 봐주라는 멘트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상대 팀 원정팬들을 골리려는 수작이었다. 리마시티의 검투팬들은 다혈질적인 면이 많아서, 자주 원정온 상대팀에게 저런 식의 도발을 자주 하고는 했다. 이를 충분히 알고 있던 범석이 손짓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괜히 싸움이라도 붙는다면 하등 좋을 일이 없었다. - 자. 모든 검투사들이 중앙 시내를 앞두고 서로 마주 보고 있습니다. 이제 호각 신호와 함께 6차전 제2라운드 경기가 시작되겠습니다. 과연 오늘 경기에서 이기고 7차전에 오를 팀이 누구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아나운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호각소리와 함께 2라운드 경기가 시작되었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언제 돌격해 들어가는 거지?’ 선봉에 서 있는 비올렛이 동료 선봉 검투사들의 행동을 세세히 살폈다. 그녀들은 모두 드래곤나이츠에서 오랫동안 검투사 생활을 해왔던 엘프들로, 새롭게 선봉 포지션으로 온 비올렛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그녀는 검 손잡이를 꽉 움켜쥐고는 언제든 뒤따라 도강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엿보았다. 하지만, 다른 선봉진들은 전혀 시내를 건널 생각을 하지 않고 적진을 살펴보기만 했3/12 쪽 다. “얘.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 일단 상황을 살피자.” “그래. 내가 보기에도 뭔가 숨기는 것이 있는 것 같아.” 옆에서 이들의 대화를 엿들은 비올렛이 네추럴 페어리즈의 진형을 살펴봤다. ‘뭐야? 왜 쟤들이 봉시진을 짜고 있지?’ 상대 팀이 지금 구성하고 있는 진형은 놀랍게도 봉시진이었다. 추행진보다 심한 극강 공격력을 자랑하는 팀 전술이었는데, 자팀이 월등히 전력이 앞서나 필시 승리가 요구될 때 간혹 사용되었다. 단지 2라운드 시작시점에서 전력이 크게 떨어지는 네추럴 페어리즈에서 채용할 진형이 절대 아니었다. ‘정말 봉시진인가? 쟤들이 그런 진형을 짤 리가 없잖아.’ 앞에 삼각형 모양에 배치된 6명과 그 뒤로 가로 형태로 한 줄을 이룬 4명의 검투사. 그리고 최종적으로 꼬리에 붙어 있는 두 명의 검방으로 완전한 화살표 모양을 이루는 것을 봤을 때 확실히 봉시진이 맞았다. 그렇다면 이제 상대 팀은 도강을 시도해 갓즈나이츠의 진형을 돌파한 후 대장인 에르피나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들 터였다. 그런데 이 봉시진에는 큰 약점이 있었다. 6명의 선봉으로 말미암아 가장 위력 있는 4/12 쪽 공격력을 자랑하는 대신, 후미 하나와 이를 지원하는 중견의 수가 4명밖에 없어 대장 수호에 취약하다는 점이었다. 만약 상대 팀의 기습조가 우회해 후미를 쳐버린다면 정작 자신들 대장이 당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었다. 이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비올렛이 한 금발의 동료 선봉 검투사에게 다가가 질문을 던졌다. “언니. 지금 쟤들이 뭐하는 건가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아직 공격을 감행 오지 않고 상황만 살피는 것으로 보아 우리 선봉들이 넘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그래서 넘어가면요?” “그럼 우리 선봉진들을 무시하고 도강한 다음 에르피나 대장을 노리겠지. 선봉이 없으니, 뚫어야 할 진형도 그만큼 얇아지니까.” 비올렛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의 말대로 선봉진이 넘어가면 확실히 갓즈나이츠의 진형은 얇아졌다. 하지만, 이쪽에는 범석과 에리카, 에르피나등의 막강한 전력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저들이 의도한 대로 손쉽게 뚫릴 리가 만무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희가 당할 리는 없잖아요.” “물론 그렇지. 하지만, 주의한다고 해가 될 것은 없잖아.” 그때 뒤에 바짝 붙어 있는 범석이 네추럴 페어리즈의 진형을 살핀 후, 앞으로 나섰5/12 쪽 다. 확실히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지금 그녀들은 정석적인 봉시진이 아닌, 변형 봉시진을 채용하고 있었다. 배치된 등번호를 확인해봤을 때 정작 선봉진은 중견에 가 있고, 중견을 봐야 할 애들이 선봉에 자리 잡고 있었다. “모두 조심해라. 확실히 꿍꿍이 수작이 있다.” 고개를 주억거린 비올렛 이하 선봉진들이 세심히 앞을 살피며 경기를 느슨하게 이끌어나갔다. 상대의 의도를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몸을 움직였다가는 자신들이 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출전한 네추럴 페어리즈 검투사들은 2군에 후보로만 구성된 검투사 중에서도 2진에 속하는 허약한 전력을 지니고 있었다. 한 라운드의 시간이 20분으로 한정되어 있으니, 이들을 상대로 마냥 시간을 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에 비올렛이 범석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어떻게 하죠? 쟤들이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가 전광판 시계를 바라보더니 긴 한숨을 내쉬었다. 대치 상태로만 보낼 시간이 벌써 5분. 아무래도 네추럴 페어리즈에서 넘어올 생각이 없는 모양이니, 자신들이 넘어가야만 했다. 즉 상대의 의도에 빠져들어야 한다는 소리였다. ‘어쩔 수 없지. 이대로 시간을 보내다가 비길 수는 없으니까.’6/12 쪽 범석이 눈짓으로 선봉들을 향해 도강을 명령하고는, 중견들을 향해 소리쳤다. “자. 단단히 준비해. 분명히 뭔가가 올 거다!” 일제히 점프하며 시내를 넘어가는 갓즈나이츠의 선봉. 그녀들을 공격할 만했지만, 네추럴 페어리즈의 검투사들은 아예 무시하고 역으로 시내를 건넜다. 그러는 와중에 대장 검투사는 모든 무구를 버린 뒤를 향해 줄행랑을 쳤고, 그녀를 보호해야 할 유일한 후미인 23번 검투사는 방패를 버린 채 공격대에 가세하고 있었다. 11명의 노도와 같은 돌진. 범석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검을 곧추세웠다. 대장을 혼자 내버려두고 모두가 공격한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네추럴 페어리즈의 대장 검투사는 비올렛을 포함한 세 명의 선봉에게 공격을 당해야 했다. “됐다! 중견들 모두 작전대로 해!” 7번 검투사의 외침이 있자마자 선두에서 달려오던 네추럴 페어리즈의 중견들이 모두 들고 있던 무기들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범석이 비웃음었지만, 얼마 안 가 상황은 180도로 급변했다. 네 명의 중견들이 맨몸으로 뛰어들며 태클을 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다급히 검을 휘둘러 달려드는 13번 검투사의 머리를 정확히 강타했지만, 돌진7/12 쪽 해오는 물리력까지는 막지 못했다. 그대로 엉켜오는 그녀의 양팔에 붙잡혀 뒤로 발라당 넘어갔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갓즈나이츠 중견 진형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에리카는 물론, 미를리, 릴리스 엠마, 린등이 상대의 자살 성 태클 공격을 받고 바닥에 엎어지거나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이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여섯의 선봉들이 에르피나가 위치한 후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에 폴리아가 방패를 앞세우며 앞을 막아섰지만, 뒤따라온 유일한 상대 팀 후미인 23번 검투사의 태클에 잡혀 옆으로 밀려나며 고목이 쓰러지듯 넘어갔다. 이제 남은 검투사는 비너스와 에르피나 뿐. 갓즈나이츠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콰쾅. 쾅! 쾅! 이어지는 연타소리. 여섯이나 되는 선봉의 공격을 받는 비너스와 에르피나는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지만, 그런대로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태클 공격을 받고 뒤로 바닥에 쓰러졌던 범석을 비롯한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다시 일어나, 가세하기 위해 검을 들었다.이를 살핀 7번 검투사가 모든 동료를 향해 외쳤다. “뭣들 해! 모두 달려들어!” 그러자 태클을 시도했던 중견들 중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들지 않은 검투사들이 계8/12 쪽 속해서 손을 뻗어 다른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의 발길을 붙잡았고, 선봉 중 2명이 일제히 비너스를 태클해 뒤로 밀어버렸다. 이에 에르피나까지 길이 환히 열렸고, 나머지 네 명의 선봉 중 둘이 몸을 던져 그녀의 양쪽 팔을 꽉 부여잡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날카로운 검격이 에르피나의 복부를 강타할 찰라. 강한 쇳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불꽃이 튀었다. 태클 전에 13번 검투사를 이미 행동불능 상태로 빠뜨렸던 범석이 급히 달려들어 막은 것이다. 그는 곧바로 에르피나를 붙잡고 있었던 32번 검투사와 27번 검투사에게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그의 등 뒤로 2명의 상대 검투사가 공격을 가해왔던 것이다. 차창. 깡. 창! 범석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사이 에르피나가 몸을 비틀고 튕겨나며, 자신을 부여잡고 있는 32번 검투사와 27번 검투사를 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그녀들은 자신들의 무기조차 내팽개쳐 버린 채, 에르피나를 꽉 부여잡은 상태였다. 당연히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비켜!” 퍽! 퍽!9/12 쪽 둔탁한 격타음과 함께 비너스에게 태클 걸었던 네추럴 페어리즈의 선봉 둘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녀가 방패의 모서리로 엉겨붙어 있던 둘의 복부를 강타해 버린 것이다. 다행히 그녀는 커다란 타워실드 두 개로 몸을 가리고 있었던 덕에 정확한 태클이 용이하지 않았다. 덕분에 자유로운 상태에서 태클러들을 견제할 수 있었고, 지금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비록 기습을 당해 뒤로 밀리기는 했지만, 허접한 검투사 둘에게 힘으로 당한 그녀가 아니었다. “비너스! 잘했어. 빨리 이쪽으로 와서 에르피나를 도와!” 범석의 다급한 외침에 비너스가 황급히 뛰어왔다. 그리고 에리피나의 오른팔을 붙잡고 있던 32번 검투사의 뒤통수를 향해 방패를 냅다 휘둘렀다. 살벌한 파공음이 전해지자, 32번 검투사가 급히 팔을 놓고 옆으로 빠졌다. 비록 방패공격이기는 했지만, 워낙 강맹한 힘이 담겨 있어 제대로 맞았다가는 자칫 행동불능 상태에 빠질 위험성이 있었다. 차라리 뒤로 빠져서 다음을 기약하는 편이 나았다. 그녀는 마침 바닥에 떨어져 있던 숏소드를 들어 비너스에 대적했다. 쾅. 콰쾅. 쾅. 그러는 사이 오른쪽 팔이 자유로워진 에르피나가 자신의 왼팔을 부여잡고 있는 27번 검투사를 향해 검을 휘둘러 떼어놓았다. 그런 다음 곧바로 달려들어 공격을 시작10/12 쪽 했다. 이 모습을 곁눈질로 슬쩍 바라본 범석이 긴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이제 위기 상황을 벗어났음을 알았던 까닭이다. 여전히 여섯이나 되는 네추럴 페어리즈 검투사들에게 연합공격을 받고 있지만, 자신과 에르피나 비너스 셋이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믿었다. 게다가 지금 주변을 정리한 갓즈나이츠의 중견들이 속속히 지원을 해오고 있었다. “얘들아! 빨리 에르피나 언니와 주인님을 도와!” 초반 태클러의 역할을 맡았던 23번 검투사를 홀로 상대해 쓰러뜨린 에리카가 린과 함께 범석의 곁으로 섰다. 이제 5대 6의 상황. 숫자상으로도 밀리지 않은 터라, 그는 한결 편안한 상태에서 싸움에 임할 수 있었다. 차차. 창. 창. 쾅. “꺄아아악!” 뾰족한 비명과 함께 27번 검투사가 쓰러졌다. 린의 언월도에 그대로 뒤통수를 격타 당한 것이다. 동시에 범석도 최종 공격조 중 하나인 4번 검투사를 허리를 갈라, 행동불능 상태에 빠트렸다. 이러한 현상은 사방에서 벌어지며, 네추럴 페어리즈의 기습작전은 서서히 진압되어 갔다. 그리고 얼마 후 경기장 종료를 알리는 호각소리가 경11/12 쪽 기장을 가득 메웠다. 비올렛을 비롯한 선봉들이 상대 팀 대장 검투사를 잡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무기까지 버리고 줄행랑을 쳤지만, 비올렛의 특성 도합 90이 넘는 민첩에는 벗어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와아아아! 스텐드에는 관중의 환호 소리가 퍼져 나왔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갓즈나이츠에게 이런 위기상황을 선사하다니 네추럴 페어리즈 검투사들이 대단해 보였던 것이다. 이는 범석도 마찬가지였는지, 한참 동안 헛웃음이 튀어나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아무리 승패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다지만, 프로리그 최하위팀 2군의 2진에게 이런 수모를 당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다행히 이겼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평생의 수치로 남을만한 경기를 오늘 기록할 뻔했다.============================ 작품 후기 ============================ 아. 죄송한 말씀 하나만 드리겠습니다. 제가 내일 1박 2일 동안 따뜻한 남쪽으로 가야할 일이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양 이틀 중 하루는 연재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작품 후기 ============================ 아. 죄송한 말씀 하나만 드리겠습니다. 제가 내일 1박 2일 동안 따뜻한 남쪽으로 가야할 일이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양 이틀 중 하루는 연재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 가을시즌 -- > 갓즈나이츠와 네추럴 페어리즈와의 GA컵 6차전 경기는 라운드 스코어 3대 0으로 갓즈나이츠가 완승했다. 그러나 표면상 만으로만 그렇지, 범석에게 많은 교훈을 줄 정도로 간담이 서늘해지는 장면도 있었다. 미식축구에서나 나올 법한 태클 기술로 중견을 잠시 무너뜨린 후, 선봉이 돌진해 후미를 치는 전략. 아마도 범석이 초기에 13번 검투사를 제거하지 않았다면 갓즈나이는 2라운드를 꼼짝없이 내줘야 했을 터였다. 아주 흥미로운 상황으로 그에게는 아주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약팀이라고 해도 자율성이 높은 검투경기의 룰만 잘 이용한다면 충분히 강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되니, 제법 흥미가 동했다. 이날 범석은 다이아나에게 얘기해 일주일에 한 시간씩 소속 검투사들에게 태클 교육을 하도록 하고, 50만 크랑을 들여 그에 관한 훈련 장비를 마련했다. 강팀에게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전략이니, 갓즈나이츠의 것으로 만들어놓으려는 의도였다. 아직은 쓸모없다고 생각되지만, 언젠가는 필요로 할 날이 찾아올지 몰랐다. 프로의 세계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고, 다시 같은 전략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이 전략을 습득하고 있는 편이 나았다. 광활한 평지가 이어지는 하늘 위. 검은색의 플라잉카 한 대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그 안에 타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말쑥한 정장차림의 범석이었다. 오늘 새롭게 팀을 창설하는 실버 호크즈의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리 외모에 신경을 썼다. 그저 신생 아마추어팀에 불과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 상당수 저명인사가 찾아오기에 부담회1/12 쪽 이 되었다. 실버 호크즈는 이번 연방경찰청에서 야심에 찬 계획하에 창단되는 검투팀이었다. 그래서 오늘 참석하는 인물 중에는 연방 경찰청장을 비롯한 고위급 경찰 관계자와 이 지역에서 제법 내놓으라는 인사들이 대거 참가하고 있었다. 에이번드 검투계의 얼굴마담 격인 빈센트 감독은 물론, 현 블랙 캣츠 이사장이자 윈드하우스사의 대표인 루카스와 지역 유력 정치인등등. 이거 초대된 자들의 명단을 보면 갓즈나이츠팀의 이사장이라는 명함이 정말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휴~ 고작 아마추어 검투팀 창설에 무슨 인사들이 이렇게 대단한지. 그나저나 경감님은 이게 무슨 봉변이래.” 그의 푸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에스더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그런데 왜 아마추어 검투팀 창단식에 그 많은 사람이 모여서 축하를 해주는 거죠?” “뭐긴. 연방경찰청장님이 직접 행사에 참관하니, 어떻게든 안면을 익혀보려고 지역 정치가와 기업인들이 대거 행사 참여 의사를 알려왔기 때문이지. 덕분에 조촐했던 창단식이 에이번드지역 사교장으로 변모해 버렸고.” 이해한 에스더가 피식하고 미소를 지었다. 하긴 연방경찰청장이 방문을 해오니, 지역 내 유지들이 관심을 두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이런 고위급 인물이 세계 총 512개나 2/12 쪽 되는 지역정부 중 하나인 에이번드지역으로 찾아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호호. 그렇네요. 그럼 범석님도 한 번 연방경찰청장님을 만나보시죠.” “됐다. 일없다. 내가 그 짓을 해서 뭐하냐? 분명히 갖은 날파리들이 주변에 윙윙 날아다닐 텐데. 난 그냥 음식이나 먹고 튈란다.” “왜요? 렉스터경감님에게 부탁하면 한 번쯤 주선해주실 텐데요.” “그래서 싫다는 거야. 그 양반은 다 좋은데 좀 자판기 기질이 있어.” “자판기 기질요?” 범석이 바로 대답했다. “응.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으려면 반드시 동전을 투입해야 하지. 뭐 품질이 워낙 좋아 동전만 낼름 삼키지는 않지만, 목도 마르지 않는데 일부러 주머니를 뒤질 필요는 없잖아.” “아~” 대충 알아먹은 에스더가 입을 꾹 다물었다. 분위기상 자신이 깊이 파고들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사이 타고 있던 플라잉카가 리마시티 내 체육 부지에 있는 실버 호크즈 훈련캠프에 도착했다.3/12 쪽 - 이사장님.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무미건조한 전자음성과 함께 플라잉 카의 차 문이 활짝 열렸다. 고가의 아론이라면 친근하게 알려왔겠지만, 범석은 이 목소리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 아론의 음성에는 엉큼한 톤이 섞여 있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을 상하게 했다. “자. 나가자.” “네. 이사장님.” 에스더가 입고 있던 회갈색 정장을 정갈히 가다듬고, 차 밖으로 나왔다. 일단 갓즈나이츠의 대표 중 하나로 찾아왔으니, 차림에 신경 쓸 필요가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에이번드 지역 내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이 자리를 함께 있었다. 절대로 그들 앞에서 갓즈나이츠팀에 누가 되는 일을 해서는 안 됐다. ‘후후. 그래도 잘해놨군. 역시 경감님이야.’ 급하게 행사규모를 키운 것치고는 꽤 화려한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경기훈련장 둘레에는 접이식 천막시설이 쭉 늘어서 있어 언제든 원하면 쉴 수가 있었고, 단 앞으로는 잔뜩 좌석이 배치되어 있어 내빈객들이 편안히 행사를 지켜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리고 훈련장 곳곳에는 만국기와 현수막이 걸어놓아 분위기를 한층 업시켜 놓았다.4/12 쪽 ‘어쭈. 이동식 고급 식당도 마련해 놨네.’ 이동식 고급 식당은 아론과 같은 고급 플라잉 카였는데, 2층에 조리를 하는 주방이 마련되어 있어 1층으로 찾아오는 손님에게 음식을 제공했다. 주로 야외행사에서 많이 부르는데, 제법 가격이 비싼 것이 문제였다. 그래도 자신의 돈이 나가는 일이 아니었으니, 범석으로서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에스더. 우리 식사나 하러 가자.” 물끄러미 그를 바라본 에스더가 바로 대답했다. “경감님을 뵙지 않아도 되나요?” “괜찮아. 오늘의 주인공인데 좀 바쁘겠어? 경찰 고위 관계자와 지역 인사들을 만나느라고 정신이 없을 텐데, 괜히 옆에서 한 몫 거들 필요는 없겠지. 그냥 지나가다 얼굴을 보면 손 한번 흔들어주면 끝나는 일이야. 이런 말도 있잖아.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결혼식에 찾아가면 악수만 하고 헤어져야 한다고.” 에스더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결혼이라는 단어가 너무도 생소하게 다가왔던 탓이다.5/12 쪽 “결혼식이라면 혹시 옛날의 남녀가 그……? 앗차한 범석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 게임 내에서는 남녀 간의 혼사 관념이 없던 까닭에 이런 말을 해봤자 이해하지 못했다. “아. 그런 게 있어. 상대가 바쁠 때는 아무리 친해도 생까주는 게 예의라는 뜻이야. 그냥 우연히 만나뵈면 인사하고, 아니면 내일쯤 전화해서 수고하셨다고 안부만 전하면 돼.” “으음. 그렇군요. 알았어요. 그럼 식사하러 가시죠.” 에스더가 수긍을 하고 바로 범석을 따라 이동식 식당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차 문 앞에 이르자, 마침 밖으로 나와 손님을 안내하는 웨이터가 다가왔다. “식사하시러 오셨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럼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자리로 모시겠습니다.” 웨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서자 제법 눈에 익은 내부가 시선으로 들어왔다. 아무래도 자주 타고 다니던 아론과 흡사한 것이, 년식만 다를 뿐 같은 ARON101 제품 같았다. 덕분에 껄끄러운 마음이 든 범석이 불안감을 가지고 웨이터가 안내하는 식탁으로 걸어갔다.6/12 쪽 그때 멀리서 한 노신사가 그를 불러세웠다. “범석군. 여기네!”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범석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바로 빈센트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렉스터를 통해 초대받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넓은 훈련캠프에서 이렇듯 우연히 만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 빈센트 감독님. 반갑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웨이드가 정중히 다가와 물었다. 언제 손님들이 몰려올지 모르니, 일단 동행인이라면 같이 앉히는 편이 좋았다. 오늘 내빈객들이 무척 많은 데 비해, 이동용 식당 플라잉 카는 5대밖에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같은 일행분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럼 동석하시겠습니까?” 빈센트를 바라본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감독은 지금 혼자 청승맞게 앉아 냉수만 홀짝이는 중이었다. 영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그런 그를 두고 따로 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7/12 쪽 “뭐. 그러죠. 뭐.” 웨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빈센트 감독의 앞좌석에 앉은 범석이 가볍게 안부를 물었다. “그래 리그전은 잘 치르고 계십니까?” “암. 자네가 대여해 준 라피네와 오스칼로 간신히 가시방석에서는 피했네.” 그저 예의상 던지는 빈말이 아니었다. 그녀들의 합류로 선봉진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프리롤까지 돌릴 수 있어 근래에 제법 승수를 챙기고 있었다. 그래서 현재 드래곤나이츠는 9전 2승 1무 6패로 리그 순위 16위에 올라 있는 상태였다. 강등권인 18위 팀과는 승점 2점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그래도 2승을 최근에 올린 탓인지 제법 마음이 편했다. “잘됐습니다. 드래곤나이츠가 잘해 주셔서 센트럴리그에 살아남아 주셔야죠. 그래야 저희가 에이번드 프로검투계가 편해지는 것 아닙니까?” 빈센트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드래곤 나이츠가 센트럴리그에 잔류해야 에이번드 검투계가 편안해졌다. 그간 에이번드는 센트럴리그팀이 없어서, 연방검투협회에서 은연중에 많은 무시를 당하고 있었다.8/12 쪽 “그래야지. 그럼 내년에도 라피네와 오스칼을 대여해주면 어떻겠는가? 에이번드 프로검투계를 위해서 말이네.” 범석이 바로 딱 잘라 말했다. “당연히 안 됩니다. 내년 시즌에는 저희 팀도 와이드리그에 진출해야죠.” “이제 사회 초년생인 뭘 그리 급한가? 그냥 천천히 올라오면 되지. 우리 드래곤 나이츠도 와이드리그에 오르기 위해서 4년을 허비했네.” “그야. 사정이 틀리죠. 저희는 현재 능력이 되니까요. 지금 스쿼드에서 쓸만한 얘들 몇 명만 더 들여놓으면, 충분히 노릴 수 있습니다.” 입을 쩝 다신 빈센트가 고민할 필요도 없이 수긍하는 표정을 지었다.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의 실력은 표준 편차가 심하기는 하지만, 범석과 라피네등의 아주 특출한 검투사가 이를 메우고도 남음이 있었다. 게다가 실력이 떨어지는 얘들도 성장성이 무척 높아, 올해와 내년 프로리그를 경험하다가 보면 상당한 실력자로 거듭날 터였다. 모자라는 인원만 채운다면 충분히 와이드리그에 도전해 볼 능력이 되었다. “하긴 그렇네만, 너무 서두르는 것도 그리 좋지는 않아. 만약 무리해서 와이드리그에 올라갔다가 그해 다시 떨어져 보기라도 하게? 그 뒷감당을 어찌하려는 겐가? 차9/12 쪽 분히 전력을 갖춰놓은 후 올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네.” “아. 감독님 왜 이러십니까? 감독님이 해낸 일을 저라고 못할 리가 있겠습니까?” “내가 한 일? 분명히 조금 전에 나는 와이드리그에 올라서기 위해 4년이 걸렸다고 말할 줄 아는데.” “물론 그렇죠. 하지만, 저희는 주식회사가 아닙니다.” 빈센트가 잠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 말이 전혀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의 프로팀들은 강등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거나 상위리그 진출의 야망을 보이지 한, 주주들에게 한 해 순수입금의 3~4할 정도를 배당금으로 나눠주고 있었다. 그런데 갓즈나이츠는 개인 소유의 팀이라 이런 쓸데없는 자금이 낭비되는 일이 없었다. 그만큼 검투사 영입에 더욱 많은 돈을 쏟아 부을 수 있으니, 빠르게 전력을 상승시킬 수 있었다. “그렇군. 확실히 갓즈나이츠는 우리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겠어. 이거 왠지 부러운걸.” “하하하. 뭐 덕분에 초반에 좀 출혈이 심했습니다.” 넉살이 넘치는 대답에 빈센트가 편안한 미소를 짓고는 창밖을 내다봤다. 그리고 할 말이 있는지 그의 시선을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보니 자네에게 긴히 전해줄 말이 있네.”10/12 쪽 “전해줄 말이요? 네. 말씀하십시오.” “사실 이번에 내가 자네를 에이번드 지역 대표 검투사로 추천했네.” 마치 물을 마시려던 그가 식탁 위에 다시 물컵을 내려놓고 빈센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에이번드 대표 검투사라면, 에이번드의 이름을 가슴에 새기고 월드컵등의 지역정부 대항전에 나가는 검투사였다. 프로검투사의 길을 걷는 자들에게는 인생에 다시없는 큰 영광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자신이 대표팀에 뛰어봐야 하등 좋을 것이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명성을 쌓고 몸값이 올라가는 이득이 있기는 하지만, 알다시피 그는 갓즈나이츠외의 프로팀에서 전혀 뛸 마음도 없었고, 연봉을 받아 챙기는 것도 아니었다. 굳이 명성을 쌓아 유명 리그 프로팀에게 관심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즉 괜한 귀찮은 일에 휩싸일 뿐이라는 것이다.그럴 바에야 차라리 편안히 엘프들과 노닐거나, 다른 체력훈련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편이 나았다. “으음. 왜 굳이 부탁도 드리지도 않았음에도, 저를 추천하신 겁니까?” “일단 실력이 되니까.” “일단이라고 하신다면 다른 의도가 있다는 뜻입니까?” 빈센트가 눈알을 빙그르르 돌리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11/12 쪽 “전혀 없는 것은 아니네만, 개인적인 욕심이라 말하기가 곤란하이.” 범석이 그의 유심히 살피더니, 이내 이해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소속팀 검투사의 대표팀 차출을 어떻게든 줄여보고자 하는 의도이시군요.” 빈센트 감독이 곧바로 인정했다. 이렇게 꼭 집어 얘기하니, 부정할 수가 없었다.사실 대표팀의 일원은 그 지역정부 내에서 가장 실력이 출중한 검투사로 구성하게 되어 있었다. 월드컵에 출전할 자들을 제비를 뽑아서 선출할 수는 없던 노릇이기 때문이다.그런데 그 대표 검투사로 선출될 자들이 대다수 센트럴리그에서 활약하는 드래곤나이츠의 소속 검투사라는 점이었다. 올해 갓 승격되어 하위권에 팀이 맴돌고 있던 감독의 입장에서는 여간 부담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그 인원을 줄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었고, 그 방편으로 뛰어난 실력을 지닌 범석을 추천했다.============================ 작품 후기 ============================ 좀 늦었습니다. 기차편이 없어서 좀 늦게 도착해서요. 짧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잘 놀다 왔습니다. 편안한 곳에서 잠도 자고, 맛난 음식도 많이 먹었습니다. 그리고 바닷가12/12 쪽 ============================ 작품 후기 ============================ 좀 늦었습니다. 기차편이 없어서 좀 늦게 도착해서요. 짧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잘 놀다 왔습니다. 편안한 곳에서 잠도 자고, 맛난 음식도 많이 먹었습니다. 그리고 바닷가에 가서 유람선도 타고요. 다만, 너무 놓아서 좀 피곤한 점이 문제네요. 하하하.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12/12 쪽 < -- 가을시즌 -- > “뭐. 부정하지는 않겠네. 나로서는 타 팀 소속인 자네가 대표검투사로 출전하면 그만큼 이득이 되니까.” “그렇지만, 소속팀 검투사가 대표팀이 되어도 리그전을 못 뛰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의 말도 전혀 틀리지 않는 말이었다. 대부분의 대표 검투사가 해당 지역정부 내 최고 리그에서 뛰는 팀의 검투사임을 고려해 봤을 때, 월드컵등의 지역정부 대항전을 시즌 중에 벌일 수는 없었다. 만약 그랬다가는 대표 검투사가 대거로 차출 팀은 거의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리그를 수행해야 했기에, 큰 곤경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국가대항전은 겨울과 여름의 한가운데 있는 휴가시즌에 열리게 되었다. 이를 볼 때 겉으로 보기에는 소속 검투사가 차출되어가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신체적으로 뛰어난 엘프라도 한계가 있었다. 장기간 리그를 수행한 후 지친 몸을 쉬어야 하는데, 대표검투사로 차출되어 휴가시즌까지 경기를 치르다 보면 육체적 피로는 극에 달했다. 그렇기에 빈센트로서는 어떻게든 대표팀으로 보내야 할 소속 검투사를 줄이고 싶었다. “자네도 이제 프로이니 잘 알 텐데. 휴가시즌의 중요성을 말이야.” “물론 압니다. 하지만, 다른 센트럴리그팀도 마찬가지일 것 아닙니까? 어차피 그들 팀의 검투사들도 지역 대표로 뛸 공산이 클 테니까요.”회1/13 쪽 “그야 그랬네만, 감독인 내 마음은 그렇지 않지. 특히 강등의 위험 속에서 팀을 운영해나가야 할 때는 더더욱 그렇고.” 그렇게 말한다면야 범석도 딱히 답변할 내용이 없었다. 다른 팀보다 유리한 고지에서 경쟁하고 싶은 마음은, 프로팀의 감독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뛰어난 검투사를 영입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것이었다. “하긴. 그렇겠습니다만, 그렇다고 왜 굳이 저를 끌고 들어가십니까?” “할 수 없지 않은가? 대표팀에 끌어들일 만한 작자가 자네뿐이 없는걸. 아무리 내 사정 삼아 추천했지만, 대표팀을 망가뜨릴 수는 없잖은가?” 범석이 머리를 긁적이며 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까짓것 못할 일도 아니었지만, 하려니 좀 귀찮았다. “휴~ 아이 참 감독님도. 제 사정도 좀 생각해 주셔야죠. 저도 우리 팀을 위해, 휴가 시즌에는 쉬어야 합니다.” “너무 그리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게. 자네에게도 무척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도움이요? 어떤 도움이요?” “뭐긴. 자네가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명성을 쌓으면, 그만큼 팬들이 리그 경기에 몰려들 것 아닌가? 라피네와 오스칼도 같이 추천했으니까 자네들 셋이면 제법 끌어모을 수 있을걸.”2/13 쪽 그 점에 대해서는 범석으로서도 관심이 갔다. 근래에 시즌권 판매가 저조해 팀 수입이 급감한 상태였다. “정말입니까?” “그렇고말고. 일부 팬 중에는 소속팀보다는 한 검투사에게 팬심을 쏟는 자도 만만치 않게 있지. 그래서 일부 유명한 대표팀 엘프들은 부호인 팬들의 눈에 띄어 일찌감치 주인을 얻는 경우도 많고.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네만, 과거 나와 같은 리그에 뛰던 개조인간 남자검투사 중에 흔하지 않은 이상성애자가 한 명 있었다네. 바로 엘프보다는 인간 여성을 좋아했던 자였지. 엘프들은 너무 순종적이라서 싫다나? 하여간 그 작자도 지역 대표 검투사였는데, 꽤 많은 인간 여성들을 후리고 다녔지.” 그 점에 관해서는 범석도 큰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에스더를 통해 여성팬이 응원하는 남성 검투사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다고 알고 있지만, 이리 직접적으로 예를 들어 말하니 실감이 났던 것이다. “저, 정말입니까?” “물론이지. 게다가 그자는 별로 노력도 하지 않았다네. 그저 가만히만 있어도, 그를 좋아하는 여성팬들이 때만 되면 알아서 다리를 벌렸지. 놈의 자식을 얻기 위해서 말이네. 아마도 그 작자의 2세가 적어도 전 세계에 수천 정도는 될 걸세.”3/13 쪽 범석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직시했다. 혹시나 감언이설로 자신을 속이려 하는 것이지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자신이 인간 여성을 밝힌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혹시 제 취향을 미리 아시고, 지어낸 얘기는 아니시겠지요?” “뭐. 자네를 설득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한다는 자체가 취향을 알고 있다는 얘기겠지. 하지만, 지어낸 얘기는 절대 아닐세. 놈에 대한 일례는 과거 언론 기사를 찾아보면 다 나올 텐데, 내가 왜 거짓을 말하겠나?” 그때 범석의 옆자리에 가만히 얘기를 듣던 에스더가 자리를 일어섰다. “저, 저기 이사장님. 전 잠시 몸이 안 좋아서 산책 좀 다녀올게요.” “아니 왜? 곧 식사가 나올 텐데?” “그게 아침을 먹을게 소화가 잘 안 돼서요.” 고개를 주억거리던 범석이 순간 식겁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실수를 해도 단단한 것이다. 엘프만 상대하다 보니, 인간 여성이 질투심이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인간 여성들은 자신의 자리를 빼앗은 엘프들을 무척 싫어하는 존재이지만, 특별히 질투심을 갖지는 않는다. 엘프들은 필요에 의해 창조된 상품. 그저 인간 남성들의 생체 자위도구쯤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뭐, 이런 인식 차이 때문에 남녀 간4/13 쪽 의 사이가 크게 벌어지기는 했지만, 인간 여성이 인공적으로 창조된 엘프를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기란 무리가 있었다. 그렇기에 한 남성이 엘프를 몇 명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남자가 집안에 콘돔 몇 개 비치하고 있다고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좋아하는 남성이 다른 인간 여성에 관심을 둔다면 얘기가 극명히 달라졌다. 엄연히 자신과 동등한 인격체였기 때문이다. 이는 범석도 게임 설정정보를 통해 충분히 알고 있는 일. 다급히 일어나 자리를 떠나려는 에스더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그녀는 과거부터 자신의 열성적인 팬으로 지금 데리고 있는 여인 중에서도 특히나 높은 호감도를 보이고 있었다. 특정한 이벤트가 없어서 아직 공략하지는 못했지만, 질투를 보이고도 한참이나 남음이 있을 정도는 되었다. 만약 오늘 빈센트와 나눈 대화에 상처를 입고 팀을 떠나간다면, 범석이 겪을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일단 다른 여인들을 받아들여도 용납한 수준이 되는 호감도 100까지는 극히 조심해야 했다. “아. 에스더 잠깐 자리에 앉아 있어 봐. 일단 내가 이사장이라도, 팀 내에서는 단장 대리인 네가 대표야. 빈센트 감독님이 소속팀의 검투사를 대표팀으로 추천했다는 데에 대한 입장 표명쯤은 해야지.” 에스더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일단 대리 꼬랑지가 붙어 있기는 했지만, 자신이 팀 대표인 것은 맞았다. 빈센트가 소속된 드래곤나이츠팀을 위해 갓5/13 쪽 즈나이츠 검투사인 범석을 임의대로 대표팀에 추천했다고 하니, 견해를 밝혀야 함이 옳았다. “그, 그렇겠군요. 네 알겠어요.” 에스더가 무심한 눈빛을 빈센트 감독에게 던졌다. 그는 대화의 방향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약간 당혹해하는 눈치였다. 전에 린의 이적 건 때도 그렇고, 이번에 그렇고, 굳이 에스더를 앞장세우려는 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범석군. 일단 당사자인 자네의 의견이 중요하지, 왜 에스더 단장 대리를 끌어들이려고 하는가?” 범석이 마구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팀 대표는 에스더입니다. 당연히 단장의 의견을 들어봐야죠.” “그건 나도 아네. 하지만, 대표팀 문제는 검투사 개인의 결정이 선행되어야 하네. 소속팀의 입장은 그다음 문제고 말이네.” 그가 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대답했다.6/13 쪽 “물론입니다. 하지만, 대표 검투사가 별로 탐탁지 않습니까?” 뚱딴지같은 소리에 빈센트가 눈을 크게 떴다. 확실히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조금 전까지 대표팀에 많은 관심을 보였었다. “아니. 자네 대표 검투사가 되려고 결심했던 것이 아니었는가? 내가 보기에는 그리 비쳤는데.” 에스더의 눈치를 슬며시 살핀 범석이 일단 입에 침부터 발랐다. “물론 팀을 소유한 이사장으로는 관심이 있습니다. 팬들이 늘어나면 당연히 갓즈나이츠의 수입이 늘어나니까요.” “그런데?” “하지만, 의도가 너무 불순해 보입니다. 아무리 제가 인간여성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지만, 아무나 막 사귀지는 않습니다. 이성적 관심을 얻기 위해서 대표팀에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말에 빈센트가 미심쩍은 눈초리를 지었다. 암만 봐도 저럴 사람이 아닌데, 계속 엉뚱한 소리가 입에서 튀어나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까도 이상성애를 가진 남성 개조인간 대해 얘기할 때, 분명히 그의 눈동자가 광채가 일정도로 빛이 났음을 확인했다.7/13 쪽 하지만, 빈센트가 허투루 나잇살을 처먹을 것이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프다며 어두운 얼굴을 하던 에스더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보자 뭔가 연유가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으흠. 그렇군. 자네의 뜻은 충분히 이해하는 바이네. 그런데 이거 곤란한걸. 벌써 협회에다 추천의견을 올렸는데……. 그것도 오래전에 말일세. 혹시 달리 생각해 줄 수는 없는가?” “글쎄요. 저는 특별히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습니다. 대표팀으로 참가하면 팀의 수입이 느니 좋고, 아니라면 차분히 휴식을 취하다가 틈틈이 미비한 체력단련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으니 그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팀의 대표인 에스더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바턴은 이제 에르다에게로 넘어간 상태였다. 이에 빈센트가 차분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용의를 물었다. “범석군의 생각이 저러한데.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에스더가 대답했다. “글쎄요. 팀이 그렇게 사정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확실히 말씀드릴 수 없어요. 강등의 위험성을 안고 팀의 주축인 이사장님을 대표검투사로 차출당하게 할 수는 없으니8/13 쪽 까요.” “그래? 갓즈나이츠의 성적이 어떠헌한데?” “지금 3승 2무 4패로 리그 내 12위를 달리고 있어요.” 그렇다면 승점 11점을 얻고 있다는 소리였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 같은 성과를 올린다면 강등은 피하겠지만, 자칫 삐꺽거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점수였다. “이중 자네들 주력이 나선 경기에서는?” “3승 1무요.” “대단하군. 올해 라피네와 오스칼이 빠진 상태에서도 그렇다면, 내년도에는 천하무적이라 불리만 하겠어.”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저희 팀에 이사장님이 계시는 한 절대 패배란 없어요.” 너무도 자신감 넘치는 그녀의 답변에 빈센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검투는 단체경기. 아무리 범석이 대단하다지만, 혼자서는 승리의 향방을 결정할 수는 없었다. 주전력이 이끌어 낸 3승 1무라는 성적도 에리카나 에르피나와 같은 경험 많고 뛰어난 검투사 뒤를 받쳐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범석이 있는 한 절대 패배란 있을 수 없다? 이 정도까지 치켜세운다면 이사장에 대한 아부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빈센트가 이내 범석을 바라봤다. 단장이라면 매우 중요한 자리인데, 이런 햇병아리를 세웠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팀을 자신의 마음대로 휘두르기 위해 임명을 했다9/13 쪽 면, 혼쭐을 내 고쳐야 했다. 하여간 그는 자신의 딸과도 같은 레이미와 오스칼, 다이아나, 에리카, 린을 데려간 사위 비스름한 존재였다. ‘얼씨구. 이 자보게.’ 범석은 마치 바람을 피우다가 걸린 남편처럼 에스더의 눈치를 단단히 살피고 있었다. 이 장면만 놓고 본다면 확실히 그가 에스더를 쥐고 흔든다고는 절대 생각할 수가 없었다. ‘후후후. 아무래도 이 둘이 서로 마음에 있는 모양이군.’ 지금까지의 상황을 살펴보면 분명해 보였다. 마음껏 인간 여인을 안을 수 있다는 말에 흥분한 수캐처럼 날뛰던 그가 갑자기 대표팀 차출에 난색을 보인 것 하며, 어두운 기색으로 힘없이 나가려던 에스더가 갑작스럽게 기운을 차리다 못해 자기 서방을 챙기는 것처럼 이리 대놓고 칭찬 일색을 던지는 것까지……. 아니라면 손에 장을 지졌다. 그리고 아무리 팀 대표가 단장이라지만, 엄연한 팀의 주인은 이사장이었다. 검투사 개인의 입장도 중히 여기는 대표팀 선출에서, 당사자인 범석이 그녀에게 저리 꼼짝하지 못할 이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빈센트가 피식하고 웃었다. 상황이 이렇다면 설득은 너무 편했다.10/13 쪽 “그래. 알겠네. 그럼 다시 대표팀 선출 건으로 넘어가지. 내 생각에는 아무리 봐도 범석군을 대표팀으로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어째서죠?” “당연하지 않은가? 그가 대표팀으로 뛰며 명성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팀의 명성도 오른다네. 그럼 팬 몰이를 하게 되고, 결국 범석군은 돈을 벌어 부자가 되지. 하지만, 만약 에이번드의 이름을 빛낼 자리를 그저 편히 쉬자고 거절을 해보게? 아마도 팬들이 대번 화를 내며, 뒤돌아설걸. 그럼 자연스럽게 수입은 적어지고 범석군은 빈털터리 신세가 되겠지.” 너무나 뻔하리만큼 과장된 표현이었지만, 에스더가 몸을 움찔거렸다. 듣고보니 어쨌든 대표팀 호출제의를 거절하면 해가 된다는 사실쯤은 알 수 있었다. 팀을 관장하는 단장 대리로서 또 한 사람의 범석을 흠모하는 열렬한 팬으로서 “그, 그게. 저기…….” 빈센트가 바로 말을 끊으며 얘기했다. “어차피 대표팀에서 호출이 오면 별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검투사를 보내줘야 옳네. 한 예로 우리 팀을 좀 보게나. 주력 모두와 후보 일부를 대표팀에서 부르는데도, 내가 특별히 거절을 표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왜냐하면, 우리 프로팀은 에이번드지역 지역민의 팬심을 먹고 살기 때문이네. 그런데 자네팀은 범석군 단 한 명일세. 보내11/13 쪽 지 않는다면 팬들로부터 큰 비난을 당할걸세.” 에스더가 곤란한 표정으로 범석을 쳐다봤다. 자신이 어찌 결정해야 할지 모르던 탓이다. 과거로부터 극성 검투 팬이기는 했지만, 그녀는 단지 2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이었다. 범석으로 말미암아 단장대리에 올라 있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중요결정을 내리기에는 연륜이 부족했다. 이에 범석이 차분한 눈빛으로 빈센트를 바라봤다. “알겠습니다. 대표팀에서 부른다면 가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그런 이상한 이유를 들어서 대표 검투사팀을 권하지 마십시오. 제가 참 난감합니다.” 대충 알아들은 빈센트가 호탕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내가 잠시 노망이 들어 그런 소리를 했나 보이. 그럼 꼭 대표팀으로 가리라 믿겠네.” 긴 한숨을 내쉰 범석이 이제 에스더에게 자신의 대표팀 참가의 당위성을 역설하며 설득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그가 여성 팬들을 위해 가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던 터라, 그녀는 그다지 거부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 아니 범석을 위해서는 꼭 대표팀에 가야 한다고 하니, 종래에는 극구 찬성을 하고 나섰다. 그녀는 이제 범석의 인격을 믿었다.12/13 쪽 ============================ 작품 후기 ============================하하하. 전 박지성 축구 보러 갑니다. 그럼 주말 잘 보내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13/13 쪽 ============================ 작품 후기 ============================하하하. 전 박지성 축구 보러 갑니다. 그럼 주말 잘 보내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13/13 쪽 < -- 가을시즌 -- > 6만의 관람석을 자랑하는 시오트시티 콜로세움의 야경은 참으로 쓸쓸해 보였다. 서서히 하나씩 꺼져가는 야간 조명등 하며, 가로등 불을 은은하게 비추는 가로수의 가지는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스산해 보일 정도로 흔들리고 있었다. 콜로세움 밖까지 이어져 있는 붉은 보도블록 길은 누군가 버리고 간 쓰레기로 가득했고, 물줄기를 뿌리지 않는 분수대는 어두운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비출 정도 잔잔했다. 이 사이를 은빛의 추리닝을 입은 일단의 무리들이 지나고 있었다. 바로 범석과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었다. 다만, 어깨가 축 처져 있고 맥이 없이 것이, 상당히 힘이 빠져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휴~ 이렇게 철저하게 당할 줄이야.” 범석이 무심코 내뱉은 푸념이 팀 전체로 퍼져 나가며 우울한 분위기가 더욱 깊었다. 오늘 열린 GA컵 8차전 경기. 한 마디로 자신들이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철저히 느끼해 준 쓰디쓴 승부였다. 다름 아닌 대전 상대였던 씨 모비딕스이라는 팀에게 패배했기 때문이다. 검방을 하나 내세워 범석을 견제하고 아주 짧은 시간에 다른 검투사들을 쓸어버리는데, 도저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분전이라도 했다면 어떻게든 위안을 삼아봤을 터였다. 하지만, 라운드 스코어 3대 0이라는 결과는 정말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아무리 씨 모비딕스팀이 델로이 와이드리그의 우승 후보라고는 하지만, 자신감에 차있던 범석에게는 이만한 충격도 다시 회1/13 쪽 없었다. 옆에서 뒤따르던 레이미가 그를 위로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주인님. 오늘은 어쩔 수가 없었잖아요. 상대가 워낙 강했을 뿐이니까 너무 신경 쓰지는 마세요. 저희에게는 내년도 또 내후년도 있잖아요.” 하긴 씨 모비딕스는 너무도 강했다. 센트럴리그급 검투사만 장작 네 명에 주전에서 후보까지 상위급의 와이드급 검투사들로 꽉 차있었다. 믿을 만한 전력이 범석을 비롯한 에르피나와 에리카뿐인 갓즈나이츠로서는 도저히 어찌해볼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래도 안타깝지. 하위급 와이드리그 검투사팀과 맞붙었으면 한번 해볼 만…….” 범석이 말을 중간에서 끊어버렸다. 따지고 보면 이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겉으로 보기에는 에어리어리그 상위팀과 와이드리그 하위팀 간의 차이는 별로 크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와이드리그의 하위권을 차지하는 팀이, 갓 승격해온 팀이나 얼마 안 되는 팀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하지만, 깊숙이 따지고 들면 눈에 띌 정도로 현격한 차이가 났다. 바로 예상수입의 증가에 따른 유상증자가 그 원인이었다. 와이드리그로 승격하게 되면 시즌권 판매와 팀 엘블럼 제품판매, 스폰서수입이 배 2/13 쪽 이상으로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다. 입장료가 150크랑에서 350크랑으로 급격히 뛸 뿐만이 아니라, 언론에 많은 노출이 되어 스폰서 수입이 상당 부분 증가하였다. 이에 주식가격도 연동하며 급격하게 치솟을 수밖에 없는 일, 해당팀은 대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주가 상승분의 일부를 팀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이때 승격팀이 얻는 자금은 이전 팀 가치의 5할 가량으로, 최소 수억 크랑의 자금이 유입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돈의 대부분이 바로 잔류를 위한 검투사 영입에 사용하기에, 팀 전력은 크게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즉 아무리 와이드리그 하위팀이라고 해도 갓즈나이츠로서는 힘겨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주인님. 목표한 8차전까지는 왔잖아요. 그것도 라피네와 오스칼이 없는 상태에서 말이에요.” “쩝 뭐. 그야 그렇지만…….” 갓즈나이츠가 초기에 잡은 목표치는 7차전 통과였다. 비록 오늘 8차전에서 패배하기는 했지만, 뜻하는 목표는 모두 다 이루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이에 범석은 GA컵 5차전에서 8차전까지 치르는 동안 GA컵 입장 수입 510만 크랑을 얻었고, GA컵 대회 상금으로는 1,250만 크랑을 받았다. 여기에 시즌권 1,500매가 추가로 판매되어 270만 크랑의 수입이 발생했고, 시즌 경기 일반입장료 420만 크랑과 팀 엠블럼 제품 판매 81만 크랑, 리그컵 입장 수입 및 대회 상금 345만크랑까지 합쳐 이 기간 팀 내 유입된 자금은 2,876만 크랑이나 되었다. 물론 세금으로 144만 크랑이 3/13 쪽 나가고, 대회 행사비용 및 검투사 수당으로 504만 크랑이 소모되었지만, 그래도 2,228만 크랑의 순수입을 얻은 상태였다. 하지만, 오늘의 완패는 범석을 크게 걱정시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갓즈나이츠는 다른 승격팀과 달리 유상증자를 할 수 없던 탓에, 와이드리그 진입 시 큰 어려움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뭐 오스칼을 비롯한 몇몇 휘하 엘프들의 성장력이 무척 뛰어나기에 2년 정도면 어느 정도 와이드리그에서 활약할 만했지만, 다른 소속 검투사들은 전혀 아니었다. 대게가 성장성이 제로에 가깝기에 치리아를 제외한 대부분이 후보나 2군으로 내려앉을 공산이 컸다. 이를 볼 때 조만간 뾰족한 수를 내지 않는다면, 와이드리그 승격 후 무척 고생할 것이 빤했다. ‘미치겠군. 지금의 돈으로는 턱도 없고.’ 지금 범석이 보유한 자금 1억 3,747만 크랑으로 영입할 수 있는 와이드리그급 실력을 지닌 유망주 검투사의 수는 대략 한둘이 고작이었다. 그 정도로는 팀 전략 강화에 한계가 있는 법, 에어리어 리그에 머물고 있을 때 대량의 유망주들을 영입해 키워서 사용하는 편이 나았다. 에이리어 리거급 유망주 검투사는 대략 2,000만 크랑에서 4,000만 크랑 안팎이라, 지금의 자금으로도 충분히 5명가량을 영입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제르미아야.’ 지난 승격 토너먼트 당시 범석은 제르미아의 도움으로 손쉽게 그레이트 하이에나를 4/13 쪽 깨고 에어리어리그로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정상 그녀를 반드시 영입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본디 제르미아의 몸값은 4억 크랑 이상. 지금은 약물복용사태와 팀 내 불화로 크게 떨어지기는 했지만, 아직 2억 크랑 가까이나 되는 몸값을 유지하고 있었다. 덕분에 가까운 시일 내에 많은 자금을 소모해야 하니, 유망주 구매에 큰 지장이 있으리라 사료됐다. ‘뭐.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머릿속을 비워버린 범석이 모두를 향해 외쳤다. “자. 집으로 가자!” “네.” 활기차게 대답한 팀원들이 어깨를 당당히 폈다. 패배로 얻은 상심보다는 주인을 본다는 기쁨이 더욱 컸던 탓이다. 원정 경기를 위해 하루 전에 이곳 시오트로 온 탓에 그녀들은 이틀 동안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곧 이들은 주차장으로 급히 걸어서 가, 안착해 있는 아론의 내부로 탑승했다. 그리고 갓즈나이츠 훈련캠프가 있는 리마시티를 향해 쏜살같이 사라져갔다. GA컵 8차전에서 패배한 갓즈나이츠는 리그 경기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아직 리그컵 대회가 남아 있기는 했지만, 근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꼴이라, 그다지 무리가 가지 않5/13 쪽 았다.이에 갓즈나이츠가 리그경기 18차전까지 올린 성적은 총 8승 3무 7패로 리그 내 8위로 자리매김을 했다. 그렇다는 얘기는 승점이 27점이라는 뜻. 이제 강등을 피할 안정권인 40점까지는 123점이 남은 상태였다. 앞으로 치를 20경기에서 4승 1무만 하면 되니, 거의 잔류를 확정 지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다다다. 다다다닥. 촬영장비가 잔뜩 설치된 넓은 실내 공간. 수십의 무리들이 바삐 장비를 나르며 설치하고 다녔다. 모든 카메라 렌즈와 조명이 향한 곳에는 화려하게 꾸며진 거주공간이 공간이 보였는데, 고급스러운 침대와 갖가지 전자기기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어두움이 깔린 촬영장의 뒤편에는 범석과 휘하엘프들이 편한 의자에 앉아 손에 든 대본을 열심히 탐독해 나갔다. 이들을 슬며시 바라본 한 중년의 사내가 잔뜩 열이 받은 기색으로 스텝들을 야단치고 있었다. “도대체 이 얘는 왜 안 와! 주인공들은 다 와서 저리 대본을 읽으며 준비하고 있는데, 얼굴 잠시 비치는 조연이라는 얘가 촬영 시작 시각 30분이 넘도록 나타나지 않는 게 말이 돼! 야! 연락은 해본 거야!” 중년의 사내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은 한 금발의 청년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6/13 쪽 “저, 저기 그게. 출발하기는 일찍 했는데, 오다가 자가용 플라잉 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늦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게 말이 돼! 세상천지에 플라잉 카가 한 대뿐이야! 택시를 타고 오면 그뿐이잖아!” “저도 그렇게 말했는데. 지금 매니저가 플라잉카를 손보고 있다는 엉뚱한 말만 해대는 통에…….” 기가 찬 듯 중년의 사내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야. 걔 미친 것 아니냐? 아님 똘아이냐? 택시 타고 오라는 대도 버티고 있어?” “글쎄요. 택시 탈 여건이 안된다고 얘기하는 둥, 통 이해를 못 할 말만 하고 있습니다.” 터져 나오는 울화를 참지 못한 중년의 사내가 제자리에서 발을 굴렀다. “도대체 이 얘를 왜 섭외한 거야!” “그, 그게. 좀 출연료도 싸고 시청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신인을 찾다 보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대로 정신이 박힌 아이를 섭외해야 할 것 아니야!” “죄, 죄송합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서…….”7/13 쪽 거칠게 호흡을 내뿜은 중년의 사내가 고성을 내질렀다. “너. 당장 다른 연예 기획사에게 연락해서, 30분 내로 신인배우 하나만 보내달라고 해!” “네? 아무나요?” “그럼 이 상황에서 어쩌자는 거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잖아! 누가 와도 그런 미친년보다는 훨씬 낫겠지!” 잠시 꾸물거린 금발의 청년이 잽싸게 어디론가 떠나갔다. 이를 본 중년의 사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대고는 표정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편한 좌석에 앉아 이곳을 향해 시선을 던지는 범석을 향해 걸어갔다. “저기 범석씨. 아무래도 CF촬영을 30분 후로 미루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급히 출연진을 교체해서 말입니다.” 시계를 잠시 바라본 범석이 대답했다. “뭐.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오고 있다고 하니, 조금만 기다리시죠.” “안됩니다. 그런 정신머리 없는 신인을 쓸 수는 없습니다.” 혀를 쩝 다신 범석이 무심코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늘 CF촬영의 감독은 그였으니, 8/13 쪽 출연진 교체작업을 자신이 왈가불가할 명분이 없었다. “그럼 30분만 기다리면 되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어떻게 양해 좀 부탁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기다리죠.” “아. 감사합니다.” 다소 안심하는 표정을 지으며 중년의 사내가 뒤돌아섰다. 프로검투사라 제법 과격할 줄 알았는데, 꽤 이해심이 넓어 다행이었다. 유명세를 탄 연예인들 같은 경우라면 버럭 성질을 내며 추궁하기가 일 수였다. 이때 다이아나가 범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주인님. 괜찮으시겠어요?” “그럼 괜찮아야지 어쩌겠어? CF감독이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고, 출연진 한 명이 스케줄을 구멍 내서 벌어진 일인데.” “하지만, 저희가 오후 훈련시간에 참가하지 못하잖아요.” 그 점이 좀 걸리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 CF촬영은 메인 스폰서인 제우스그룹에서 부탁해온 터라, 범석으로서도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CF촬영으로 받는 출연료는 3,200만 크랑이었다. 제법 큰돈으로 모두가 세계 5대 유망주로 선정된 범석과 센트럴리그에서 활약하는 라피네와 오스칼 덕분이었다. 9/13 쪽 하지만, 이런 거금의 CF가 쉽게 들어올 리가 만무한 일. 포기하기에는 너무도 아까웠다. “뭐. 오늘 하루 쉬지. 어차피 오랫동안 리그를 수행하느라 지쳤을 테니 소속팀 전원에서 하루쯤 휴가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범석의 말도 틀리지 않기에 다이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전반기 시즌 동안 리그경기다, GA컵이다 뭐다 하며 꽤 강행군을 했었다. 하루쯤 훈련을 쉰다고 해도 그리 해가 될 것은 없었다. “네. 그도 그렇네요. 그럼 전 다른 팀원들에게 오늘 오후에도 연습이 없다고 말하고 올게요.” “그래. 빨리 연락하고 와. 혹시나 연락이 늦으면 훈련을 나오는 애들이 있을지 모르니까.” “네. 알겠어요.” 다이아나가 급히 품 안에서 전자수첩을 꺼내 들고는 촬영장 문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잡이를 잡으려는 순간,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활짝 열렸다. 깜짝 놀란 그녀가 뒤로 물러나자, 그 사이를 뚫고 한 핑크빛 머리카락을 한 여인이 급히 뛰어들어오더니 모두를 향해 허리를 바짝 숙였다.10/13 쪽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너무도 당찬 목소리에 범석이 시선이 절로 돌아갔다. ‘뭐, 뭐야 쟤는?’ 오면서 비를 홀딱 맞았는지 핑크빛 머리칼 여인은 물에 빠진 생쥐 마냥 흠뻑 젖어 있었다. 신고 있는 힐 달린 검은 구두에는 진흙이 잔뜩 묻어 지저분하기 이를 데가 없었고, 머리카락은 이리저리 엉켜 있어 볼품이 없어 보였다. CF감독은 그 모습이 어이가 없었는지 그녀에게 다가가서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넌 누구냐? 여기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다.” 그녀가 또다시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카렌이라고 해요. 오늘 CF촬영 차 왔어요.” “CF찰영? 너 설마 플라잉 카가 고장 나서 늦겠다고 바로 그 얘냐?” 카렌이 옷차림새를 단정하게 하고 대답했다.11/13 쪽 “정말 죄송해요. 차가 중간에 고장이 나는 바람에…….” 바로 CF감독이 인상을 찡그리며 손가락으로 문밖을 가리켰다. “당장 집에 가.” 카렌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당혹스러워했다. “네? 가라뇨?” “벌써 다른 애로 섭외를 마쳤다. 이제 네가 출연할 자리는 없다.” 그녀가 감독의 옷깃을 붙잡으며 사정하며 말했다. “안, 안돼요. 전 오늘 이 CF에 꼭 출연해야 해요.” “훗. 꼭 출연해야 한다는 애가 지금이 몇 시인데 이제야 오냐? 너처럼 책임감이 없는 아이를 절대 내 카메라 앞에 세울 수 없으니 빨리 이 자리에서 꺼져라.” “그, 그게 사정이 있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러니 제발…….” “사정? 택시를 타고 오면 되는 일을 차를 고치겠다고 버티던 애가 사정이 있다고? 지금 나보고 이해하라고 하는 말이냐?” 카렌이 얼굴을 새하얗게 물들이고는 감독을 쳐다봤다. 오늘 CF일을 맡지 못한다면 12/13 쪽 정말 큰일이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사정 얘기를 하기로 했다.============================ 작품 후기 ============================하하하. 좀 늦었습니다. 어디 좀 다녀오느라고요. 근래에 왜 이렇게 바쁜지........ 일단 수정은 봤지만, 아무래도 오늘도 오타가 많을 것 같군요. 부디 샅샅히 살펴서 알려 주십시오. 하하하. 그럼 모두들 편한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 -- 가을시즌 -- > “저, 저기 택시비가 없었어요.” 너무도 황당한 말에 감독이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대충 천 크랑만 있어도 택시비는 떡 치고도 남음이 있었다. 감독은 그녀가 거짓말을 한다고 굳게 믿었다. “택시비가 없었다고? 너 지금 나 열 받으라고 장난치는 거지?” “절대 아니에요. 정말 돈이 없었어요.” “그럼 네가 소속된 연애기획사는 뭐 하고 있던 건데? 전자수첩을 있을 테니, 온라인으로 송금받을 수 있었을 것 아니야!” “그게……. 근래에 사정이 좋지 못해서 저희 기획사에도 돈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 CF를 꼭 맡아야 해요. 안 그러면 저희 기획사 망해요.” CF감독이 이마와 목을 동시에 부여잡았다. 그저 배경화면으로 나오는 애라 아무 스텝에서 무심코 맡겼더니, 이거 거지새끼를 섭외해 왔던 것이다. 살다 살다 택시비조차 없는 연애기획사는 처음 봤다. 그는 문쪽을 향해 한 손을 저어대며 카렌의 등을 밀었다. “야. 나 열 받게 하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가라. 이미 다른 애 불렀으니까 네가 회1/14 쪽 나올 자리 없다.” “안 돼요. 오늘 꼭 출연해서 돈을 벌어가야 해요.” 이들의 실랑이를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던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택시비가 없어서 늦을 정도로 사정이 급하다는데, 야박하게 내쫓다니 너무해 보였던 모양이었다. 그는 차분히 걸어가 CF감독을 불렀다. “감독님. 사정도 딱해 보이니, 그냥 저 애를 끼고 하시죠.” 감독이 난처한 표정으로 뒤돌아섰다. “그게 좀 곤란합니다. 이미 다른 기획사에다 연락을 취했습니다.” “그건 저도 옆에서 들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 됐으니 다시 취소할 수도 있는 얘기가 아닙니까?” “그렇기야 하지만……. 하여간 이 애는 촬영에 큰 차질을 주었으니 혼쭐을 내야 합니다.” “차질을 빚기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CF촬영이 늦어져서, 오후에 있을 훈련까지 모두 취소시킨 상태입니다. “그러니 더더욱 혼을 내야죠. 범석씨를 곤란하게 했으니 말입니다.”2/14 쪽 범석이 짜증스러운 낯빛을 지었다. “서로의 잘잘못을 논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저도 감독님의 사정을 봐서 손해를 감수한 만큼, 감독님도 그녀에게 아량을 베풀어 달라는 겁니다. 솔직히 촬영이 늦어진 원인은 이 아이에게 있지만, 책임은 감독님에게 있는 것 아닙니까? 하여간 감독님은 이번 CF촬영의 총 책임자시니까요.” 감독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양 입을 다물었다. 원론적으로 따지고 들어오니 대꾸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카렌을 섭외한 쪽은 자신들이었으니, 이로 말미암아 발생한 범석의 시간적 피해는 모두 감독인 자신에게서 비롯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 그렇기야 하지만…….” “어차피 고의로 저지른 행동도 아니니 이해하고 넘어가시지요. 딱한 처지의 저 여인을 내쫓아버리면 제가 기분이 좋지 못해서 그럽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감독이 이내 알아들은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피해 당사자인 범석이 이리 말하니, 자신이라고 매정하게 굴 수가 없었다. “쩝. 알겠습니다. 그럼 저 아이를 끼고 촬영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됐습니까?” “후후. 잘 생각하셨습니다.”3/14 쪽 의외의 구원을 받은 카렌이 밝은 표정으로 감독에게 나아가 허리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내게 고마워하지 마라. 여기 계신 범석씨가 아니었으면 바로 내쫓아버렸을 테니까.” 카렌이 다시 범석을 향해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였다. “도,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런데 분장실에서 옷 좀 갈아입고 와야 하겠다. 이 상태에서 촬영은 힘들 테니까.” 하긴 그녀의 몰골은 말도 아니었다. 물기를 머금은 탓인지 화장이 지워져 사방으로 번져 있었고, 머리카락은 떡 진 듯 엉클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촬영을 위해서는 단단히 손질을 봐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카렌은 분장도구를 챙겨오지 못했다. 사무실에 있기는 하지만, 빨간 딱지가 붙어 있어 밖으로 반출할 수가 없었다. “저, 저기 그게 갈아입을 옷과 분장도구가 없어서요. 지금 압류상태거든요.” 이 말을 듣고 기가 막힌 표정을 지은 감독이 마침 지나가는 스텝 한 명을 불러세웠4/14 쪽 다. 저 상태에서 촬영에 참가시킬 수는 없으니, 좀 손질을 볼 필요가 있었다. “이봐. 이 얘를 분장실로 데려가. 그리고 사람을 붙여서 치장 좀 시키고.” “예. 알겠습니다.” 바로 대답을 한 스텝이 카렌을 데리고 촬영장 밖에 있는 분장실로 데려갔다. 이제 끝이 났다고 생각하고 감독이 안도하는 순간, 또다시 촬영실 문이 열리며 제복을 입은 경찰 2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감독을 향해 걸어가 질문을 던졌다. “저기 실례하겠습니다. 혹시 여기 웬 백발의 노인과 핑크빛 머릿결의 한 여인이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글쎄요. 왜 그러십니까?” “다름이 아니라. 이자들이 길가에 고장 난 플라잉 카를 무단으로 세워놓고 플라잉 택시를 탔는데, 요금도 내지 않고 그냥 도망갔다고 합니다. 목적지가 여기라고 하던데, 혹시나 해서요.” 대충 감이 온 감독이 너무도 어이가 없던지 헛웃음을 흘려댔다. 참으려고 해도 이건 해도 해도 너무했다. “후후후. 그자들이 택시비를 떼어먹고 도망쳤다는 얘기군요.”5/14 쪽 “네. 그렇습니다. 여기 택시 안에 탄 사진이 있으니 한 번 보십시오.” 사진을 확인한 감독이 문밖으로 걸어나가더니, 주변을 살펴봤다. 한 명은 분장실에 있으니, 또 한 명인 백발의 노인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멀찌감치 화장실에서 세욕을 하고 나오는 한 노인을 발견하고는 눈을 부라렸다. 바로 사진 속의 나머지 한 인물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저기. 거기 노인 양반. 이리 좀 와보십시오!” 그를 본 노인이 급히 다가왔다. “아니 무슨 일이시오?” “혹시 카렌을 데리고 오신 분 맞습니까?” “아. 그렇소이다. 내가 그 아이의 매니저요.” 감독이 엄지로 경찰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경찰들이 당신들을 잡으러 왔습니다. 어쩌시겠습니까?” 뜨끔한 노인이 슬슬 뒷걸음질을 쳤다. 지은 죄가 있으니 경찰이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6/14 쪽 이를 멀찌감치에서 지켜보던 경찰들이 황급히 뛰어왔다. 사진 속 인물이 도망치려는 시늉을 보이고 있으니 치안 공무원으로서 그를 체포할 의무가 있었다. 그들은 노인의 옷깃을 붙잡고는 사무적인 말투를 내뱉었다. “저기. 파출소에 좀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아니. 이 양반들이. 내가 거길 왜 가나?”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택시비를 띠어 먹고 도망쳤다고 말입니다.” “그, 그게 좀 사정이 있어서 그러네. 나중에 다 갚아…….” 이들의 실랑이를 옆에서 바라본 범석이 고개를 도리도리 젓더니 지갑에서 500크랑 지폐를 꺼내 앞으로 나섰다. 어차피 도와줬으니, 끝까지 뒤를 봐주려는 것이다. “저기요. 잠시만요. 급한 사정 때문에 피치 못하게 벌어진 실수인데, 파출소까지 갈 필요가 있겠습니까?” “급한 사정요? 그게 뭔데요?” 경찰에 질문에 그가 돈을 넘겨주며 바로 대답했다. “네. 지금 중요한 촬영이 있는데, 저 노인분이 데리고 온 한 출연자가 지각했습니다. 그래서 바삐 오다가 잠시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것이고요. 그러니 여기 택시비를 받고 그냥 없던 일로 하시지요.”7/14 쪽 지폐를 받아든 경찰이 노인의 옷깃을 붙잡고 있는 손을 놓았다. 정말인지 거짓인지는 모르지만, 돈을 받은 이상 그들도 괜한 일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택시회사 측도 이런 사정을 들으면 충분히 이해해 주고 넘어갈 일이었다.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이거 실례했습니다.” “실례는요 무슨, 이쪽이 실수했는데요. 그저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잘 좀 처리해주십시오. 그리고 이건 오시느라고 수고하셨으니, 점심값을 하라고 드리는 겁니다.” 하며 범석이 따로 천 크랑짜리 지폐를 꺼내 경찰들 호주머니에 깊게 찔러주었다. “뭘. 이런 것을요. 하여간 잘 받겠습니다.” 냉큼 돈을 받아챙기는 경찰들이었다. 지금 온 인원이 둘이었으니 1,000 크랑은 뇌물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직자 윤리 조항 상 1인당 500 크랑까지의 식사 접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네. 그럼 일들 보십시오. 저희는 촬영 때문에 바빠서요.”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들 하십시오.”8/14 쪽 경찰이 떠나가는 모습을 본 노인이 다소 안심하는 표정을 짓고는 범석에게 다가갔다. “젊은이. 고맙네. 오늘의 도움은 결코, 잊지 않겠네.” “괜찮습니다. 이제 들어가시지요. 카렌이 나오는 대로 곧 촬영이 시작될 테니까요.” 그러자 노인이 주춤거리며 들어가기를 꺼렸다. 그도 카렌과 마찬가지로 비에 흠뻑 젖어서인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이대로 촬영장에 들어갔다가는 여러모로 민폐를 끼치게 되니, 그냥 이 자리에서 기다리는 편이 나았다. “젊은이 나는 괜찮네. 그냥 저기 화장실이나 휴게실에 있을 테니, 너무 마음쓰지 말게.” “아니. 그래도 매니저시니, 카렌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셔야죠. 제가 저희 팀 엠블럼 추리닝을 하나 가지고 있으니 갈아입고 오십시오.” 하며 범석이 비너스를 시켜 추리닝을 가져오도록 했다. 노인은 멋쩍어했지만, 결국에는 추리닝을 받아들고 화장실에서 대충 옷을 갈아입었다. 자신도 카렌이 촬영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범석은 감독을 따라 촬영장으로 향했다. 이제 카렌이 오는 대로 CF촬영이 시작되니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9/14 쪽 “자자. 카메라 테스트 완료했지?” “네!” “좋아. 그럼 조명팀 조명 다시 확인해봐.” “네! 알겠습니다.” 스텝진이 분주한 가운데, 범석이 셋트 위에 섰다. 오늘 CF는 제우스그룹에서 새로 시작하는 대규모 부동산 임대사업의 알리는 선전 프로그램이었다. 이에 그와 휘하 엘프들은 화려하게 꾸며진 실내 공간 안에서 호화로운 삶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어필해야 했다. 단지 18초 분량이라 대사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만큼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내용을 알려야 하므로 세심한 표정 연기가 필요했다. ‘뭐 편안히 내 집에 왔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범석이 셋트장에 마련된 침대와 전자기기를 만지작거리는 사이, 깔끔한 양장차림을 한 여인이 서류철을 한 손에 들고 안으로 들어섰다. 바로 카렌이었다. 그녀는 오늘 범석과 휘하엘프들을 셋트로 꾸며진 방안을 안내하는 직원 배역을 맡고 있었다. “왔으면 빨리 셋트로 올라가!” 감독의 버럭하는 외침에, 카렌이 다급한 걸음으로 셋트장으로 갔다. 이를 싱긋 바라10/14 쪽 보던 범석이 그녀가 가까이 이르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까 비에 흠뻑 젖은 모습을 봤을 때는 몰랐지만, 지금 막상 치장한 모습을 보니 외모가 보통이 아니었던 탓이다. 160정도의 키에 축 처져 있었던 핑크빛 머리카락은 걸음걸이마다 탄력 있게 출렁거렸다. 상아를 조각해 만든 것 같은 이목구비는 부드럽고 여리기 그지없었고, 사파이어 빛의 푸른 색의 눈동자는 유난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꽉 끼는 사무용 정장으로 드러난 몸매는 아주 마른 편이었는데, 가슴과 힙은 두드러질 만큼 굴곡이 져 있었다. ‘대단하군. 역시 연예인라서 그런가?’ 외모에 관심이 갔던 범석이 이내 카렌의 정보창을 열어보았다.이름 : 카렌 레퍼드.구분 : 인간(18년).소속 : 레퍼드 기획.명성 : 22.악명 : 0.호감도 : 58.H유무 : 무.스테미나 : 630/700.11/14 쪽 사회성 : 89, 근력 : 6, 체력 : 7.민첩 : 9, 균형감각 : 11, 지능 : 74.정신력 : 88. 판단력 : 65, 재주 : 91.운 : 77.현재기량/잠재능력 : 517/618.특성 : 천상의 메아리.특이사항 : 과거 유명 가수였던 할아버지의 연예 기획사인 레퍼트 기획 소속 가수로 활동 중. 기획사의 재정 악화로 현재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는 중. ‘뭐야. 엄청난데. 어떻게 이런 얘가 다 있지?’ 카렌은 18살이라는 제법 어린 나이에도 능력치가 아주 훌륭했다. 가수로서 꼭 필요한 재주는 91이었고, 연예인으로서 중요 역할을 담당하는 사회성과 정신력도 80대 후반에 달해있었다. 게다가 잠재능력도 618이나 돼, 장래가 촉망되었다. 하지만, 정작 범석이 놀란 이유는 다름 아닌 그녀의 특성인 ‘천상의 메아리’라는 특성이었다. 노래를 부를 때 재주+20, 사회성+15, 정신력+15을 시켜줌은 물론, 지켜보는 시청자나 관중 수의 1,000분의 1만큼의 명성을 얻는 엽기적인 특성으로, 만약 WBS와 같은 전 세계 방송파에서 노래하게 된다면 곧바로 명성치가 만 땅에 오름과 12/14 쪽 동시에 전 세계 유례가 없는 대스타가 될 터였다. ‘문제는 나에게 전혀 쓸모없다는 사실이야. 아쉽네.’ 범석이 연예기획사 사장이었다면 바로 눈이 뒤집어질 노릇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프로검투팀 이사장이었다. 카렌을 사용할 곳이라고는 그저 경기 전 행사에서 노래를 부르게 하는 일뿐이었으니, 하등 그녀의 능력을 탐낼 만한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지. 외모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공략하는 데에 있어서 쓸모가 있음과 없음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저 침대에서 구르며 성적 만족감을 얻는다면 바로 그것이 이유였다. 이 정도의 미모라면 검투에 관련하지 않은 여인이라도 충분히 시간을 할애해 공략해 볼 가치가 있었다. 그는 셋트 위에서 서성이는 카렌에게 다가가 친근히 말을 붙였다. “카렌이라고 했지?” “네. 그런데 오빠는 범석님이시죠? TV에서 검투경기를 할 때 종종 뵈었어요.” 오빠. 이 얼마나 짜릿한 단어이던가? 범석이 바로 입을 잔뜩 찢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13/14 쪽 ============================ 작품 후기 ============================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이제 런닝차림으로는 지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모두들 환절기철 감기 조심하십시오. 그럼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모두들 보람찬 하루 보내십시오.14/14 쪽 < -- 가을시즌 -- > “하하하. 그래. 지금 갓즈나이츠에서 활약하고 있지. 너는?” 보조개가 들어갈 정도로 배시시 미소를 지은 카렌이 대답했다. “저는 할아버지께서 대표로 있는 레퍼드 메니지먼트사에서 가수로 활동하고 있어요.”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범석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오. 가수? 그럼 노래 잘 부르겠네.” “네. 물론 잘 불러요.” 뻔뻔한 대답이지만 그는 카렌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일단 그녀는 프로 가수. 이 정도도 자신감쯤은 가지고 있어야 했다. 범석도 누군가가 검술에 대하여 같은 질문을 한다면, 같은 대답을 할 터였다. “대단한 자신감인데. 언제 한 번 기회를 줄 테니, 불러봐라.” “기회요?” “그래. 나중에 우리 팀 홈 경기에 있을 때 시격자로 초대할 테니까. 그때 불러봐. 물회1/14 쪽 론 보수도 주마.” 시격자라고 함은 경기 시작 전에 초대 손님으로 나와 특정 검투사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야구로 치면 시구였고, 축구로 치면 시축이었다. 다만, 보통 유명 연예인이나 사회인사들이 주로 했기에, 아직 무명인 카렌이 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제, 제가 나가도 되나요?” “상관없어. 간혹 팬 중의 한 명을 선출해 하는 때도 있거든. 내가 단장에게 잘 말해 둘 테니까 연락을 기다리고 있어. ” “정말요? 그런데 오빠가 말한다고 단장님께서 저를 시격자로 부를까요? 오빠는 단순히 검투사잖아요. 그런 팀 경영적인 일에 깊숙이 상관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범석이 게슴츠레하게 뜬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조금 전에 자신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한 내용이 아무래도 예의상 내뱉는 인사치레였음을 깨달은 탓이다. 에이번드지역에서 어느 정도 검투에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자신이 갓즈나이츠의 이사장이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귀엽고 예쁘니 모든 것이 용서됐다. “응. 내가 갓즈나이츠팀의 이사장이기도 하거든.”2/14 쪽 카렌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프로 검투팀의 이사장이라면 상당한 부자라는 뜻. 가난에 찌들어 사는 그녀로서는 무척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부러움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바로 시격자로 참여하면 받을 돈이었다. 갓즈나이츠는 그의 재산이지만, 시격자로 나서고 노래를 불러 받는 보수는 바로 자신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게 되었다. “와. 정말요! 그럼 제가 시격자로 갔을 때 보수도 많이 주겠네요.” “글쎄다. 일단 주긴 주는데, 네가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다.” “어, 얼마나 주실 건데요?” 범석이 턱을 괴며 곰곰이 고민해 봤다. 보수는 시격자가 누구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이라면 평균적은 15만 크랑을 주었고, 일반 평범한 시민이라면 3,000크랑 정도를 지급하고 있었다. 카렌은 무명 연예인이기에 대충 5천에서 일만 크랑 정도만 줘도 별 탈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앞으로 대스타로 자라날 성장성을 가진 여인. 곧이곧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약간 배려를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됐다. “글쎄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 “어떻게요?” “보통은 일만 크랑을 주겠지만…….”3/14 쪽 그 말에 카렌의 입에서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일만 크랑이라면 족히 봉지라면 2,000개가량을 살 수 있는 돈이었다. 그렇다면 할아버지까지 포함, 1년을 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녀가 초조한 눈빛으로 범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그럼 깎일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요?” “아니. 일단 일만 크랑을 내뱉었는데, 매정하게 깎을 수 있겠냐? 여건에 따라서 더 올려준다는 얘기지.” “도, 도대체 얼마나요? 또 제가 뭘 하면 되죠?” 범석이 바로 한 손을 쫙 펴며 말했다. “오만 크랑을 주지. 대신 나를 평생 오빠로 삼아라.” 몸을 부들부들 떤 카렌이 촬영장 뒤편에 서 있는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그리고 장내가 떠나갈세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할아버지! 다음 일감 맡았어요! 범석오빠가 제가 시격자로 나서면 오만 크랑을 준 데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노인이 급히 걸어왔다. 이를 본 범석이 의아한 표정으로 4/14 쪽 카렌을 쳐다봤다. “저분이 네 할아버지인 레퍼드씨야? 매니저가 아니었어?” “할아버지 맞아요. 매니저이시기도 하고요.” “네. 할아버지는 연예기획사 사장님이라며?” “사장이시기도 해요. 저희 기획사에는 저와 할아버지밖에 없어요.” 당황스러워하는 그에게 레퍼드가 다가왔다. “자, 자네. 정말 우리 손주에게 일감을 준다고 했나? 그것도 5만 크라이나 되는 거금에 말이네.” “아 네. 거금까지는 아니지만, 맞습니다.” 레퍼드가 셋트까지 올라가 범석의 손을 꽉 부여잡았다. “정말 고맙네. 오늘 자네에게 무척 신세를 졌는데, 이런 배려까지 해주다니……. 어떻게 이 신세를 갚을지…….” “뭘요. 일을 시키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뿐입니다. 이렇게 무안하리만큼 감사를 받을 만큼은 아닙니다.” “아니네. 정말 고마우이. 그 돈이면 한동안 우리 조손이 편안히 지낼 수 있다네.”5/14 쪽 ‘나. 이거 참. 무슨 말을 못하겠네.’ 범석이 겸연쩍어하는 사이 촬영준비가 완전히 끝났는지 감독이 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저기 노인 양반! 빨리 내려가세요! 곧 촬영이 시작됩니다!” “아. 아. 이거 미안하이. 내가 잠시 흥분을 했네. 이제 내려가겠으니 촬영을 시작하게.” 레퍼드가 내려가 음영이 진 뒤쪽으로 돌아가자, 감독이 바로 CF촬영을 시작했다. 촬영은 이날 해가 지는 저녁까지 이어졌다. 단지 18초에 해당하는 분량이었지만, 감독이 마음에 들 때까지 찍어대니, 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범석은 단지 몇 마디의 대사와 지정된 연기를 수백 수천 번을 반복해야 했고, 촬영이 끝날 때쯤 극심한 노곤함에 빠져들어야만 했다. 하긴 아무리 CF가 얼굴을 파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3,200만 크랑을 버는 게 그리 쉬울 리만은 없었다. “자자.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돌아들 가십시오.” 감독의 파장 멘트를 들은 범석이 긴 한숨을 내쉬며 셋트장을 내려섰다. ‘쳇. 이러면 아까 카렌이 늦지 않았어도, 오후 훈련은 못 했잖아.’6/14 쪽 지금 시각은 정확히 오후 6시. 카렌이 늦은 시간이 40분 남짓임을 봤을 때, 확실히 이번 촬영만으로도 충분히 오늘 훈련을 공쳐야만 했었다. 왠지 제우스그룹의 홍보팀 담당자에게 속은 기분이 들었지만, 이미 끝난 일이니 특별히 뭐라 말할 수도 없었다. 그저 출연료만 받고 내일부터는 일상생활로 돌아가면 되었다. 그는 오늘 함께 출연한 휘하 엘프들을 바라보며 크게 소리쳤다. “자. 오늘은 특별히 수고했으니, 저녁은 레인보우호텔 뷔페에서 한다.” “와아아아!” 개중 오스칼의 외침이 가장 컸다. 범석 소유의 엘프가 된 뒤로 거의 술을 마시지 못했는데, 외식할 때면 알딸딸한 기분이 들 때까지 마시는 것이 허락되었다. 특히나 오늘같이 그가 큰돈을 벌어 기분이 좋을 때는 더욱 그러했다. 이내 그녀를 비롯한 엘프들이 범석의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범석군. 그럼 우리는 이만 가보겠네. 나중에 꼭 좀 연락을 주게나.” 카렌과 동행한 레퍼드가 자리를 떠나가려는 범석에게 다가와 하직인사를 고하고 있었다. 이에 범석이 그를 향해 정중한 자세로 얘기했다.7/14 쪽 “아니. 그러지 마시고 저희와 함께 식사하러 가시죠. 제가 한턱내겠습니다.” “레인보우 호텔에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레퍼드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고급호텔에는 드레스 코드라는 복장 제한이 있는데, 지금 그가 입고 있는 추리닝은 대다수 호텔에서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물론 입고 온 옷이 있기는 했지만, 비에 젖어 꾸깃꾸깃하고 오랫동안 빨지를 못해 심한 냄새가 풍겼다. “그게 좀 복장이 이래서…….” “상관없습니다. 호텔 지하로 내려가면 쇼핑거리가 있는데, 거기서 간단히 기성복을 맞춰 입으시면 됩니다.” 레퍼드가 더욱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택시비로 없어서 무임승차를 할 정도인데, 옷을 사입을 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를 모를 리 없던 범석이 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한 벌 맞춰 드리겠습니다.” 레퍼드가 손을 마구 저어대며 난색을 보였다.8/14 쪽 “아니 그렇게까지 신세를 질 수는 없네. 지금까지 해준 것만 해도 너무도 고마운 것을…….” “하하하. 너무 사양하지 마십시오. 이번 식사 초대는 다음에 카렌을 시격자로 초대하는 일을 논의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업무에 관계되기도 했으니, 그 정도 편의는 봐 드려야죠.” 카렌이 할아버지의 옷깃을 부여잡았다. 오늘 마침 돈이 똑 떨어져서 저녁 식사거리가 마땅치 않았다. 물론 이번 CF출연료가 나온다면 좀 사정이 나아지겠지만, 당장에는 지갑이 텅 빈 상태였다. “할아버지. 저희 가요. 이번 일 꼭 맡아야 하잖아요.” “하, 하지만……. 너무 폐가…….” 범석이 억지로 레퍼드의 팔뚝을 잡아끌었다. 어떻게든 오늘 이들과 인연의 끈을 만들어 카렌 공략에 대한 발판을 마련해야 했다. “이렇게 뵙게 된 것도 다 인연 아닙니까? 자 가시죠.” “아. 안 되는데……. 휴. 알겠네. 그럼 또 한 번 신세를 짐세.” 레퍼드가 기어이 수락하고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이렇게까지 권유하는데 거절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었다. 게다가 가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런 식사초대는 가급적 9/14 쪽 응하는 편이 좋았다. 이들은 곧 아론을 불러 탑승한 후 레인보우호텔로 향했다. “우와. 대단해요. 저 이런데 처음 와봐요.” 호텔 로비로 들어선 카렌이 신기한 듯 사방을 훑어보았다. 지나가다가 종종 외관을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안까지 들어온 적은 처음이었다. 그래도 촌티를 내려고 하지 않은지 그리 촐싹거리지는 않고 있었다. “자. 2층으로 올라가자.” 길게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에 오른 범석과 일행이 2층에 있는 뷔페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그러자 깔끔한 정장 차림의 엘프호텔리어가 다가오더니 공손히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예약은 하셨습니까?”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까 아론을 타고 오면서 예약을 마친 상태였다. “응. 얼마 전에 했어.” “그럼 성함이?”10/14 쪽 “오범석이라고 하는데.” 깜짝 놀란 엘프종업인이 화급히 허리를 숙이며, 근처에 보이는 한 룸을 양손으로 가리켰다. “자. 저를 따라와 주십시오.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레인보우 호텔의 회장이라면 바로 글로리아였다. 최근에 몸이 좋지 못해 휘하 직원들에게 잠시 경영을 맡겼다고 했는데, 오늘은 출근은 한 모양이었다. “그래. 글로리아님이? 이거 빨리 가서 뵈어야겠는데. 근래에 통 소원해서 말이지.” 말투에는 여유가 넘쳤지만, 범석은 꽤 곤란한 심정이었다. 글로리아를 만난다는 사실은 무척 반갑지만, 앞으로 공략할 예정인 카렌에게 그녀를 보인 점이 좀 부담스러웠다. 인간 여성들 간에는 질투심이 있어, 동시 공략을 위해서는 매사에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쩝. 어쩔 수 없지. 바로 앞까지 와서 그냥 갈 수는 없으니까.’ 그가 이내 모두를 데리고 엘프종업원의 뒤를 따랐다.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아직 카렌과의 관계는 그저 오빠 동생 사이였기에 그리 문젯거리가 될 일이 없었다.11/14 쪽 “자. 이쪽으로 들어가시죠.” 범석이 엘프 종업원이 손수 열어준 문으로 들어서자, 20인 석쯤 되어 보이는 넓은 방이 나왔다. 그 안에는 임신복을 입은 한 여인이 있었는데, 그를 보자 급히 일어나 반가이 다가섰다. “범석씨. 어서 오세요.” “하하하. 오랜만입니다. 글로리아님. 혹시 기대하고 이곳 호텔에 예약했는데, 결국 뵙는군요.” 글로리아가 한쪽 손으로 입을 가리고 기분 좋게 웃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범석의 말투 속에서 그녀를 간절히 보고 싶었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호호호. 범석씨도 참.” 그가 은근슬쩍 글로리아의 배를 바라봤다. 임신복을 입어서인지, 아니면 아직 4개월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모르지만, 예비 엄마로서의 티가 별로 나지 않았다. 범석과 보낸 뜨거운 밤. 그녀는 막대한 방사량으로 결국 원하는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그나저나 아이는 잘 크고 있습니까?”12/14 쪽 “네. 물론이에요. 오늘 아침에도 병원에 다녀왔는데,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데요.” “그것참 다행입니다. 그럼 몇 달 후면 엄마가 되시겠군요.” “네. 모두가 범석씨 덕분이에요. 언제 꼭 신세를 갚을게요.” 범석이 주위를 살핀 후 그녀의 귓가에다 작게 속삭였다. “될 수 있으면 몸으로 해주십시오. 둘째도 만드셔야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글로리아가 그의 가슴을 두드렸다. “아이 범석씨도 참. 자자. 다들 이쪽으로 와서 앉으세요.” “하하. 네.” 범석이 그녀의 옆으로 앉자 휘하 엘프들과 레퍼드, 카렌이 차례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이에 글로리아가 좌석에 한편에 마련되어 있는 스위치를 눌렀다. 이윽고 탁자에 비치되어 있던 레일이 서서히 원형을 그리듯 움직이더니, 그 위로 갖가지 음식물이 담긴 접시들이 나타나 회전하기 시작했다. 스테이크가 담긴 접시 하나를 빼어 들은 범석이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13/14 쪽 “호오. 뷔페는 직접 음식물을 가져다 먹는 줄 알았더니, 굳이 그렇지는 않군요.” 글로리아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바로 대답했다. “이곳은 여닫이문이 있기에 접시를 들고 다니기 불편하니까요.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회전 초밥처럼 자동화 시스템을 설치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역시 고급 호텔이라,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었다. 괜히 호텔 식당이 비싼 것이 아니었다. “그렇군요. 역시 레인보우 호텔입니다.” “호호호. 별것 아니에요.”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던 글로리아가 레퍼드와 잠시 시선을 마주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면이 많이 익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한 참 동안 기억을 더듬더니 기어이 레퍼드의 신분을 떠올리고야 말았다.============================ 작품 후기 ============================ 휴. 겨울 맞이 집안 대청소를 했더니, 삭신이 다 쑤십니다. 청소까지는 별것 아니었는데, 여름 옷 잘 개서 집어 넣고, 겨울 옷 꺼내고, 이불도 다 바꾸고, 휴~ 이 가을 날 14/14 쪽 ============================ 작품 후기 ============================ 휴. 겨울 맞이 집안 대청소를 했더니, 삭신이 다 쑤십니다. 청소까지는 별것 아니었는데, 여름 옷 잘 개서 집어 넣고, 겨울 옷 꺼내고, 이불도 다 바꾸고, 휴~ 이 가을 날 땀 삐질했습니다. 하하하.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ㅎㅎㅎ.14/14 쪽 < -- 가을시즌 -- > “혹시 레퍼드씨 아니세요?” 레퍼드가 머리를 긁적이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여기서 자신의 과거를 아는 사람을 만날 줄은 미처 몰랐던 탓이다. 뭐 밝혀진다고 해도 문제 생긴 것은 없지만, 왠지 드러내기가 겸연쩍은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크음. 그렇다네. 잘도 나를 알아보는군.” “모를 리가 있나요. 오십 년 전만 해도 팬들에게는 거의 신과 같은 존재였는데요.” 범석이 눈을 깜빡깜빡 거리며 글로리아를 바라봤다. 도대체 원래 몇 살이기에 오십 년 전 인물을 기억하느냐는 것이다. 이놈의 개조인간들은 정보창에 시술을 받은 직후의 나이만 기재되어, 실제 나이를 정확히 구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궁금한 내용은 레퍼드의 정체였다. 거의 비루먹는 초로의 늙은이가 과거에는 거의 신과 같은 존재였다고 하니,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정보창에 보면 대충 유명한 가수라고 했지만, 자세히 나오지 않아 알 수 없었다. “글로리아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레퍼드님이 과거에 연예인이었다는 말입니까?” “네. 당시에는 샹송이 전 세계를 강타했었는데, 레퍼드씨가 그 유행을 중심에 서서 주도했을 정도로 대단한 스타였어요. 하여간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가수라고 할 회1/11 쪽 수 있죠.” 범석이 새삼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레퍼드를 바라봤다. “정말이십니까?” “쑥스럽지만, 그렇다네.” “이거 정말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괜찮네. 어차피 다 과거사고 나도 특별히 자랑하고 싶지는 않았다네. 사실 몰라주기를 더 바랐지.” 과거 전 세계의 최고 가수라고 불리던 자라고 하더라도 지금은 거의 거지와 같은 신세였다. 누군가 알아보기라도 하면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글로리아가 주책없이 지금 근황에 대한 질문을 던져댔다. 양장점에서 그럴싸한 옷을 맞춰 입었던 탓에, 지금 그의 사정을 알 리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지내세요? 은퇴하고 난 뒤에도 연예매니져먼트 사업에 뛰어들어 크게 성공을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레퍼드가 크게 기침을 연발하며 불편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그 기억만큼은 절대 떠올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오늘 크게 신세를 진 범석의 지인이자 과거 자신의 팬이었다. 매몰차게 질문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2/11 쪽 “그, 그게 일이 여의치가 않아 손을 떼게 되었네. 크흠.” “아? 왜요? 제가 알기에는 꽤 잘나갔다고 알고 있었는데요. 영입하는 가수나 배우마다 대박을 치며 회사를 유명한 연예매니지먼트사로 성장시키셨잖아요? 그러다가 얼마 후에는 회사명도 바꿨다고 하던데, 그게 어디였더라…….” “아무래도 하이에나 엔터테이먼트로 바뀐 얘기를 하는 모양이군.” 글로리아가 손뼉을 짝 쳤다. “맞아요. 하이에나 엔터테이먼트요. 아마 당시에 언론에서 꽤 떠들썩했었죠.” 그러자 범석의 표정이 아주 볼만해졌다. 하이에나그룹이라면 자신의 적인 줄리앙의 가계가 경영하는 그룹. 그 회사의 대표가 지금 앞에 있는 레퍼드라니? 도저히 작금의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조금 깊게 생각하자 뭔가 사연이 있음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수억 크랑의 돈을 펑펑 써대는 줄리앙과 택시비조차 없어서 쫓겨 다니는 최고경영자가 도저히 매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줄리앙의 성은 분명히 레퍼드가 아니었고,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로는 그룹 총수는 따로 있었다. ‘확실히 뭔가 사연이 있는 것이 분명해.’ 3/11 쪽 역시나 예상이 맞았는지 글로리아가 얼굴을 새하얗게 변색시키고 있었다. 그때의 언론 기사를 떠올리고는 자신이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질문을 던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죄, 죄송해요. 워낙 오래전 얘기라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실례를 범했어요.” 레퍼드가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괜찮네. 다 그럴 수도 있겠지. 나는 별로 개의치 않네.” 글로리아가 입을 다물고는 마침 레일을 타고 앞으로 지나가는 캐러멜 시럽 하나를 집어들었다. 설탕이 많이 들어가 임산부인 그녀로서는 꺼려야 할 음식이었지만, 워낙 당황스러워 잠시 잊었던 것이다. 글로리아는 곧 포크로 한쪽 면만을 약간 베어 먹은 다음 옆으로 치워버렸다. 그때 범석이 차분한 눈빛으로 레퍼드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그런데 레퍼드님. 어떻게 하다가 하이에나그룹으로 이름이 바뀐 겁니까?” 글로리아가 슬며시 손을 내려 그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이 이상 캐묻지 말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범석은 하등 상관하지 않고, 계속 레퍼드를 직시했다. 하이에나그룹과 자신은 적대관계. 사소한 내용까지 파악하고 있을 필요가 있었다.4/11 쪽 이에 레퍼드가 조용히 말했다. “꼭 들어야겠나?” “예. 무리가 안 된다면 설명해 주십시오. 저로서는 꼭 알고 싶은 내용입니다.” 긴 한숨을 내쉰 레퍼드가 한 참을 뜸을 들이더니, 기어이 입을 열고야 말았다. 말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오늘 범석에게 많은 배려를 받았으니 그에 대해 보답을 해줄 필요가 있었다. 얘기는 가수생활을 은퇴하는 시점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레퍼드는 뜻하지 않은 성대결절이라는 병명으로 가수로서의 삶에 종지부를 찍었다. 물론 발달 된 의료기술로 충분히 치료 가능했지만, 최고의 자리에서 떠나고 싶은 자긍심과 기나긴 연예계 생활에 지쳐 은퇴를 결심하게 되었다. 이렇게 범인으로 내려앉은 그는 참으로 평온한 삶을 살았다. 그동안 벌어놓은 돈도 많았고, 매달 들어오는 음반 사용료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평소에 꿈꿔왔던 세계 일주여행도 떠날 수 있었고, 과거에 자신이 좋아했던 여러 프로스포츠경기도 원 없이 즐길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레퍼드에게 가요계 선배 한 명이 찾아왔다. 별로 유명세는 타지 못했지만, 워낙 대인관계가 좋고 넉살도 좋아 연예계서 꽤 좋은 평가를 받던 인물이었다. “그 사람이 바로 지금 하이에나그룹의 명예 회장으로 있는 마이어라는 자일세.”5/11 쪽 마이어는 대뜸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바로 같이 연예매니져먼트 회사를 설립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얘기였다. 당시 오랜 휴식으로 따분한 삶을 살았던 그로서는 꽤 귀가 솔깃한 제안이었다. 비록 명예욕과 지친 심신으로 연예계를 떠났지만, 평생 몸담아오던 그 장소가 그립지 않으면 거짓말이었다. 게다가 경영자로 참여하는 일이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지도 않아도 되니 그리 고되어 보이지는 않았다. 레퍼드는 결국 그의 집요한 설득에 넘어가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투자해 연예매니지먼트사인 레퍼드 기획을 설립하게 되었다. “아니 전 재산을 투자했다고요? 참으로 간도 크십니다.” “당시에는 아직 젊었기에 겁이 없었지. 그리고 전에 가수로서 순탄하게 정상의 자리를 차지해 왔던 터라, 자만심이 가득했을 때이고…….” 하지만, 걱정과 달리 레퍼드 기획은 승승장구하며 크게 성장해 나갔다. 얼굴마담인 그의 인지도와 대인관계가 좋은 마이어의 경영적인 능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던 탓이다. 곧 소속 연예인들은 전 세계의 방송가를 휘저으면, 회사에 많은 부를 가져다주었다. 그러던 중 회사의 회계를 맡아보는 한 직원이 몰래 투서를 보내왔다. 전무로 있던 마이어가 막대한 자금을 유용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메일이었다. 그러나 이때 레퍼드는 사실 관계를 따지기보다는 모르는 척 눈을 감는 길을 선택했다. 비록 대표이사 6/11 쪽 명함은 레퍼드가 가지고 있었지만, 경영적인 측면은 모두 마이어가 맡고 있기에 그가 사표를 내고 나간다면 회사가 큰 곤경에 빠져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차피 당시 회사는 몇 년간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어, 자금이 풍족한 상태였다. 괜히 비리사실을 외부에 표출시켜 언론에 질타를 당할 이유가 없었다. “도대체 왜 그러셨습니까? 살이 썩었으면, 고통을 수반하더라도 확실히 도려냈어야죠.” “휴~ 그랬어야 했는데. 당시에는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잘 나가는 회사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네. 그리고 부정한 금액도 그리 크지 않았고 말이네.” 이렇듯 몇 해가 지나는 동안 회사는 더욱 성장해 전 세계에서 알아줄 만한 거대 연예메니지먼트사로 성장했다. 이에 언론은 회사의 대표이사로 있던 레퍼드를 새롭게 조명하며 뛰어난 경영인으로서 주목하기 시작했다. 가수로서의 성공은 물론 은퇴 후에 설립한 회사까지 십 년도 안 되는 기간에 업계 수위에 드는 연예매니지먼트사로 성장시켰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영광의 스포트라이트를 다시 받는 이 순간. 그는 등 뒤로 다가오는 어둠의 손길을 느끼지 못했다. 바로 최고라는 먹이가 담긴 흉악한 덫이었다. “최고요? 덫이요?” “그렇다네. 나는 경영인으로서도 최고가 되고 싶었지. 누군가 내 앞에 있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못했어. 당시 레퍼드 기획은 업계 순위 5위 정도에 이르고 있었는데, 그 7/11 쪽 점이 내내 마음에 걸렸지.” 그때 마이어가 그에게 다가가 한가지 제안을 했다. 바로 회사를 업무를 다변화해서 이에 대한 시너지효과로 업계 선두 기업들을 공략하자는 전략이었다. 워낙 선두 기업들의 위세가 대단해 단숨에 치고 올라갈 수가 없던 터라, 레퍼드는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전력을 내밀었는데, 관심을 보입니까?” “간단히 얘기해서 영화나 드라마제작사, 프로스포츠팀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덩치 싸움으로 들어가자는 것이었지. 대게 기업 평가를 할 때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지 않나? 바로 그걸 노린 게지.” “그래요? 그런데 사업확장에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회사가 잘 나갔다고 하지만, 분명히 무리가 있었을 텐데요.” “그렇지. 하지만, 전혀 방도가 없는 것도 아니었지.”사 업확장 자금을 조달하는 일은 뜻밖에 손쉬웠다. 당시 레퍼드기획에 관심이 있던 투자사가 있었는데, 마이어의 설득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주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물론 필연적으로 유상증자를 통해 회사 지분을 넘겨줘야 했지만, 기존에 주식 대부분이 자신과 마이어가 가지고 있어 충분히 방어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결국, 레퍼드는 회사 지분의 30%를 넘겨주는 대신, 자금을 지원받아 몇몇 에어리어 리그급 프로스포츠팀을 구매해 회사의 덩치를 키웠다. 이런 식으로 차차 레퍼드 기8/11 쪽 획은 점점 성장했고, 종래에는 업계 최고의 자리를 넘보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영광의 순간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순간.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그의 면전 앞에서 벌어졌다. 주총이 열리는 날. 마이어와 투자사가 공모해 그를 대표이사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회사에서 쫓아냈던 것이다. 여기에 레퍼드 기획이라는 간판까지 내리고 현재의 하이에나 엔티테이먼트사라는 이름까지 올려버렸다. 이에 화가 난 레퍼드는 복수의 칼날을 뽑아들었다. 투자사야 하이에나 같은 놈들이니 이해할 수 있지만, 믿고 신뢰하던 마이어의 배신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주식을 처분한 후에, 새롭게 연예매니지먼트사를 건립해 그와 대적해 나갔다. 그는 경영적인 면이 모자랄 뿐이지, 재능있는 꿈나무를 찾아 발굴하는 일은 누구보다 뛰어났기에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미 최고의 자리에 오른 하이에나그룹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회사에서 어느 정도의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이 탄생 되는 족족히 막대한 자금력으로 쏙쏙 뽑아 가 버리니 도저히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새로 건립한 회사는 나락으로 빠져들었고, 그는 거의 빈털터리 신세가 되어 주저앉게 되었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이 하이에나그룹과 관련된 나의 과거라네. 이제 만족하겠는가?”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이에나 엔티테이먼사가 이런 배경으로 탄생 되었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 큰 수확이었다. 물론 이 일로 놈들을 쓰러뜨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도덕적인 면에 흠집을 낼 수 있었다.9/11 쪽 “네. 잘 들었습니다.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런데 자네가 왜 나 같은 늙은이의 과거에 관심을 두는가? 통 이해할 수가 없네.” “으음. 글쎄요. 뭐라 설명해 드리면 좋을까요. 사실 레퍼드님의 과거사보다는 하이에나그룹에 관심이 있어서 물었다고나 할까요.” “왜 자네가 하이에나그룹에 대해서 알려는 게지?” “간단히 말해서 그들과 저와는 적대적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팀을 운영해오면 많은 충돌이 있었거든요.” 그 말에 레퍼드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하이에나그룹 자체도 거대한 기업이지만, 그들의 뒤에는 막대한 힘을 지닌 경제인단체가 버티고 있었다. 과거 복수심에 사로잡혀 있던 자신이 일방적으로 놈들에게 당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기껏해야 프로검투팀을 운영하는 자가 맞상대할 만한 작자들이 아니었다. “자네. 아무래도 실수를 하는 듯 보이는군. 그들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내가 전에 싸워봐서 잘 알고 있다네.” “물론 그렇기야 하죠. 하지만, 세상에는 그들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그 경제인 단체가 대단해도 전 세계를 통틀어 망라해보면 그저 티클과도 존재일 뿐입니다.” “그, 그게 무슨 말인가?” “놈들과 비견할 만한 세력이 많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런 존재 중 하나가 저를 뒤10/11 쪽 에서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관심이 가는 듯 레퍼드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자신을 이처럼 처참하게 몰락시킨 상대와 싸우고 있는 자들이 있다니, 너무도 궁금했다. “그, 그게 누군가?” “흑사회입니다. 지금 하이에나그룹이 가입된 경제인단체와 사활을 걸고 싸우는 존재들입니다.” 흑사회라면 레퍼드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직접적으로 연예계에 관련되지는 않았지만, 상당수의 방송국과 언론사들이 그들 손에 장악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등 사회 전반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들었다. 충분히 그 빌어먹을 경제인단체와 한 판 뜰만 한 상대였다.============================ 작품 후기 ============================ 어제 이어 오늘 방정리를 하는 구석에서 사물함 하나가 나왔습니다. 열어봤더니 자격증이 수북하게 쌓여 있더군요. 소싯적에 따놓은 것들인데, 제법 많더라고요. 여러 기사자격증과 기능사 자격등등...... 하다못해 한식조리사 자격증까지 있더라고요. 하하하. 정말 옛날에는 뭐든 열심으로 살았는데요. 근래에 들어와서는 왜이렇게 허투11/11 쪽 기사자격증과 기능사 자격등등...... 하다못해 한식조리사 자격증까지 있더라고요. 하하하. 정말 옛날에는 뭐든 열심으로 살았는데요. 근래에 들어와서는 왜이렇게 허투루 사는지....... 쯧쯧. 아무래도 과거의 제 자신을 거울삼아 열심히 글을 써야할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1/11 쪽 기사자격증과 기능사 자격등등...... 하다못해 한식조리사 자격증까지 있더라고요. 하하하. 정말 옛날에는 뭐든 열심으로 살았는데요. 근래에 들어와서는 왜이렇게 허투루 사는지....... 쯧쯧. 아무래도 과거의 제 자신을 거울삼아 열심히 글을 써야할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 -- 가을시즌 -- > “대단하군. 흑사회라면 충분히 놈들과 상대해볼 만하겠지. 그런데 자네도 흑사회의 멤버던가?” 범석이 지체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레퍼드가 그를 진지한 눈을 바라보며 입을 달싹거렸다. 이거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분간이 안 서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상대를 조롱하는 말투처럼 들릴 수도 있기에, 함부로 입을 열기가 좀 어려웠다. 하지만, 자신을 잘 대해준 사람이니 인생의 조언쯤은 해줘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됐다. “그런데 그들이 자네를 무슨 연유로 돕지?” “간단합니다. 제가 그들이 곤란해 부분을 해결해 주고 있습니다. 아주 중대한 문제로요.” “그럼 그 중대한 문제 사라지는 즉시 자네는 흑사회에게 도움을 줄 만한 일이 있는가?” 범석이 곰곰히 고민해 볼 필요도 없이 고개를 저어댔다. 엠마에 관한 일이 해결되면 회1/12 쪽 그 대단한 흑사회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청할 내용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아마도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흑사회를 신뢰하지 말게. 그들은 필요가 다하는 순간, 자네를 떠날 공산이 크네. 그리고 그 이후 아무것도 의지할 것이 없는 자네는 하이에나그룹과 그 배경이 되는 경제인 단체에게 철저하게 당할 것이네.” 찜찜한 기분이 들었던 범석이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어째서입니까?” “아주 간단히 설명해 줄 수 있지. 인간이란 족속은 원래 은혜는 여건에 따라 잊지만, 원한은 절대 못 잊는 법이거든. 내 때도이랬지. 적대시하고 있던 하이에나그룹은 어떻게든 나를 몰락시키려고 갖은 수를 다 써왔지만, 과거에 내가 은혜를 베풀었던 자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나를 외면했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범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죠. 인간이란 원래 다 그러니까요.” “하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네.” “그렇겠죠. 간혹 의리를 지키는 사람도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죠.”2/12 쪽 레퍼드가 바로 손을 휘휘 저어댔다. “그런 사람들을 말하려는 게 아니야. 바로 흑사회나 경제인 단체등과 같은 이 사회의 꼭대기에 선 자들을 말하려는 게지. 그들은 이런 은원관계가 상당히 모호해. 평소에는 서로 죽일 듯이 으르릉거리며 싸우다가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철천지원수와도 손을 맞잡을 만한 도량이 있지. 뭐 덕분에 그렇게 성공 가도를 달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네의 입장에서는 등 뒤에서 꽂히는 비수가 될 게야.” 그 말이 가히 기분 좋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범석은 어렵사리 나마 수긍했다. 사실 근래에 흑사회가 프로검투계에 발을 들여놓아, 자신의 필요성이 많이 희석되었기 되었다. 전에야 특별한 발판이 없어서 갓즈나이츠에만 의지해야 했지만, 이제는 에이번드 지역을 장악한 터라 그럴 필요가 없었다. 지역 내 괜찮은 아마추어팀에 남모르게 지원해 프로로 올린 다음 엠마를 이적시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범석도 이에 위기감을 느끼고, 따로 렉스터등과 같은 인물과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백번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도 이에 대한 대비는 서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것참 다행이군. 하지만, 빨리하는 편이 좋을 게야. 등 뒤에서 날아오는 칼날은 언제 꽂힐지 알 수 없거든.” 범석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가진 3/12 쪽 자금력으로 원하는 검투사도 마음대로 영입하지 못하는데, 경제인단체 같은 조직과 상대할 힘을 만들 여력이 있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흑사회라는 장막이 없는 상태에서 저들이 압박해 온다면, 자신은 권투장 샌드백처럼 이리저리 치이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반드시 혹시나 있을 사태에 대비해놓고 있어야 했다. ‘그래. 나 혼자서는 힘들어. 그들처럼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하나의 세력으로 묶을 필요가 있어.’ 현재 범석의 친인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기껏해야 여기 같이 앉아 있는 글로리아와 현재 실버 호크즈의 단장으로 있는 렉스터가 고작이었다. 둘 다 무시 못할 인사이기는 하지만, 이들만으로 세력을 만들어봤자 경제인단체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좀 더 도움이 될만한 많은 인사가 포함되어야만 했다. 그는 넌지시 레퍼드를 바라봤다. 비록 지금은 비루먹는 신세지만 제법 능력도 출중한 뿐 더러 어느 정도의 인지도까지 있었다. 게다가 데리고 있는 카렌은 스타기질을 다분히 타고난 최고의 연예계 꿈나무였고, 하이에나그룹에 다시 없을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잘만 키워나간다면 충분히 도움이 될만한 협력자가 될 터였다. “아참. 저야 그렇다 치지만, 레퍼드님은 이제 어쩌실 요량입니까? 근래의 사정이 꽤 어려우신 것 같던데요.” 앞날을 생각하니 막막하기 그지없었기에, 레퍼드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4/12 쪽 그는 사실 최근까지 홀로 유유자적 다락방 늙은이로 살아가고 있었다. 과거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배신감은 삶의 희망을 모조리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동 보호센터에서 고아를 한 명 데리고 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다름 아닌 지금까지 연락을 끊고 살았던 아들이 얼마 전에 불의의 사고로 죽었는데, 카렌이라는 늦둥이 딸이 한 명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런 대인 관계없이 혼자 살아가는 레퍼드에게 혈육이란 무척 귀찮은 존재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보육원에 보내라고 매정하게 거절했지만, 센터직원의 설득으로 며칠만 같이 지내게 되었다. 마침 보육시설에 빈자리가 없어, 카렌이 잠시 기거할 장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혈육이란 것이 정말 무서웠다. 며칠 함께 지내다 보니, 그만 정이 들어 버렸던 것이다. 사근사근 행동하며 비위를 어찌나 잘 맞추는지 그리 귀여워 보일 수가 없었다. 아무리 과거 쫄딱 망했다고는 하지만, 가족 한 명 건사할 정도도 되었기에 결국 그는 카렌을 맡아 키우기로 했다. 이렇게 몇 년을 함께 생활하는 가운데, 레퍼드는 그녀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다. 자신의 핏줄인 탓인지, 음악에 상당한 재능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연예계의 쓰고 단맛을 확실히 맛보았기에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카렌의 성장성은 이대로 사장이 되게 하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면이 있었다. 그래서 일 년 전 마지막 남은 전 재산과 일부 빚을 끌어들여 내렸던 레퍼드 기획이라는 간판을 다시금 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나 세상의 인심은 참으로 무서웠다. 아무리 오랜 기간 두문불출했다지만, 자신이라는 존재는 이미 연예계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찾아간 방송관계자와 연예관련 종사자마다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콧방귀를 끼며 카렌의 방송출연에 난색을 보이던 것이다. 이에 회사는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했고, 일 년도 안 되어 전 직원5/12 쪽 이 떠나감은 물론, 빚으로 말미암아 사무실과 집. 그리고 모든 집기까지 압류딱지가 붙은 상태가 되었다. 물론 이번 CF 출연과 범석의 배려로 어느 정도 상황은 나아지겠지만, 그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했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네. 앞날만 생각하면 정말 막막하이. 나야 살만큼 살아 괜찮지만, 카렌이 어찌 될지 정말 걱정이네. 평생 그 빚을 갚기 위해 힘겹게 살아야 할 터인데…….” “도대체 빚이 얼마기에 그렇습니까?” “글쎄. 대충 300만 크랑 정도 될걸세.” 범석이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를 그렸다. 300만 크랑이 무척 큰돈이기는 하지만, 자신에게는 그리 부담 없는 금액이었다. 막상 오늘 CF출연으로 번 돈이 3,200만 크랑으로, 이 중 10분지 1만 투자해도 레퍼드 기획은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 사실을 일부러 여기서 얘기해 손해를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으음. 300만크랑이라면 무척 큰돈이군요. 시 외곽의 아파트 한 채를 너끈히 사고도 남을 돈이니까요.” “그렇지. 게다가 고리로 빌려서 이자를 갚기도 힘이 겹네.” “아 그래요? 그런데. 레퍼드 기획이 현재 주식회사입니까?” “아니네. 나 같은 늙은이에게 투자할 자들이 있어야 주식회사로 만들지. 그냥 개인 6/12 쪽 소유의 조그마한 회사일 뿐일세.”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바로 말했다. “그럼 투자자만 있다면 주식회사 형태로 돌릴 수 있다는 말이겠군요.” “그렇지. 지금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지 않은가……. 서, 설마 혹시 자네가?” “네. 그럴 의향으로 질문을 드린 겁니다.” “어, 얼마 정도나 투자할 생각인가?” 그가 골똘히 생각해보고는 대답했다. “레퍼드 기획의 15퍼센트의 주식을 주는 대신 600만 크랑을 투자하겠습니다. 그리고 카렌을 WBS방송사의 유명 가요프로그램에도 출연시켜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레퍼드가 노안을 초롱초롱 빛냈다. 600만 크랑이면 지금 자신들을 억누르고 있는 빚을 모두 갚고도 300만 크랑이나 되는 돈이 남았다. 게다가 WBS방송사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방송사였다. 이곳의 가요프로그램에 진출할 수 있다면, 카렌의 대외 인지도는 무척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거의 망해가는 회사주식 15퍼센트를 주고 그만한 도움을 받는다면 정말 남는 장사라고 할 수 있었다.7/12 쪽 “그, 그게 정말인가?”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600만 크랑 정도야 이번 CF 촬영 후 받는 돈 중 일부를 할애하면 그뿐이었고, WBS방송 출연은 지금 자신의 협조를 받는 흑사회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그뿐이었다. 최근에 엠마를 후보에서 주전 겸 교체자원으로 전환했던 터라, 그들의 자신에 대한 만족감은 무척 컸다. “물론입니다. 어쩌시겠습니까?” “나야. 당연히 그 제의를 받아들 수밖에 없지. 어차피 오늘내일 망할 회사가 아닌가? 15퍼센트 정도는 당장에 줌세. 그런데 궁금한 점이 하나 있는데, 어째서 우리 레퍼드 기획에 투자할 생각을 하는가? 자네라면 우리의 처지를 잘 알게 아닌가?” 거지와 같은 신세라는 것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카렌은 한번 전 세계 방송을 타게 되면 일약 대스타로 떠오를 재능이 있었다. 그렇다면 CF촬영 한 건만 하더라도 적어도 수천만 크랑에서 많게는 수억 크랑을 벌었고, 레퍼드기획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자신은 일부를 받을 수 있었다. 여기다가 그녀는 레퍼드와 혈연관계에 있던 탓에, 다른 연예매니지먼트사로 자리를 옮길 리도 없었다. 즉 연예계를 은퇴할 때까지 레퍼드 기획의 자산으로 남는다는 소리였다. 아무리 따져봐도 이만큼 남는 장사가 없었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카렌의 재능을 믿습니다. 오늘 함께 CF를 찍어봐서 8/12 쪽 아는 데. 꽤 재기가 넘치더라고요. 기회만 준다면 충분히 대스타로 거듭날 재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을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글로리아가 레퍼드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레퍼드님. 저도 투자해도 되나요?” “뭐. 자네도 우리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겐가? 얼마나?” “800만 크랑에, 아는 지역 방송국을 통해 카렌을 비롯한 소속 연예인을 출연시켜 드리겠어요. 대신 범석씨와 동등하게 주식의 15프로를 주세요.” 믿기지 않았는지 레퍼드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다 쓰러져가는 회사의 주식 30프로에 거금 1,400만 크랑이 눈앞에서 어른거리고 있었다. 게다가 여의치 않았던 방송출연까지 기회까지 찾아왔다. 여기서 거절을 했다가는 자신만 바보가 되었다. “나, 나야 당연히 고맙지. 그런데 어째서 우리 회사에 그 거금을 투자하려는 겐가? 솔직히 자네는 우리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지 않나?” “아니에요. 예전에 팬이었기에, 레퍼드님의 능력을 잘 알고 있어요. 물론 손녀분인 카렌이 어떤 아이인 줄은 모르지만, 전 범석씨의 안목을 믿어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범석씨의 안목은 이 지역 사회에서도 꽤 정평이 나 있거든요. 영입하는 검투사마다 대박을 치고 있어서 말이에요. 카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9/12 쪽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범석과 인연의 끈을 더욱 돈독하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더욱 컸다. 같은 회사의 대주주로 있다면, 매년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그와 만남을 가질 기회가 생겼다. 이를 모르는 레퍼드는 갑작스럽게 닥친 복에 행복에 겨워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워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와중에 이런 큰 기회가 자신에게 찾아왔다. 그로서는 범석과 글로리아가 참으로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차, 참으로 고맙네. 반드시 재기에 성공해, 자네들에게 꼭 보답하겠네.” 범석이 호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 반드시 그러십시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염려 말게. 내가 지금은 몰골이 이래 봬도 한때 잘나가던 대스타요. 유명 매니지먼트사를 경영한 자일세. 자네들이 이리 뒤에서 지원해준다면 필시 성공할 수 있다네.” 한참 미소를 머금던 범석이 갑자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렉스터가 떠오른 탓이다. 워낙 돈 욕심이 많은 인사라 자신과 글로리아 이번 투자로 큰돈을 벌게 되며 상당한 배앓이를 할 것이 분명했다. 투자하라고 보채지는 않더라고, 최소한 귀띔이라도 해놓을 필요가 있었다. “저기. 그런데 또 다른 투자자를 받으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확답은 전혀 못 드리겠10/12 쪽 지만, 저희와 같은 15퍼센트 지분 분할에 한 800만 크랑을 투자를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특별히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그래 봐야 외부로 빠져나가는 지분은 45퍼센트에 불과해 경영권은 지킬 수 있었다. 솔직히 범석의 제의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빚만 갚아준다면 회사를 통째로 넘겨줄 의향도 있었다. “물론이네. 돈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말일세.” “하하하. 감사합니다. 워낙 그분이 잘 삐지는 성격이라, 따돌리면 후환이 무섭습니다. 일단 문의라도 해봐야 합니다. 하하하.” 하며 범석이 품 안에서 전자수첩을 꺼내 렉스터에게 연락을 취했다. 일단 예의상 투자 용의를 묻기 위해서였다. 상황은 얘기하면 거절할 가능성이 크겠지만, 전혀 상관없었다. 말 그대로 지금은 나중에 후환을 미연에 제거하기 위한 제스처일 뿐이었다. - 당연히 해야지! 그러나 아주 반응이 뜨거웠다. 그는 지금까지 범석의 말대로 해서 전혀 손해 본 역사가 없었다. 특히나 저번 여름에 조언대로 새로 영입해온 엘프검투사들이 주위를 놀라게 할 정도로 높은 성장성을 보이고 있는 터라, 그의 안목에 크게 감탄하는 중이었다. 이제 범석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11/12 쪽 결국, 레퍼드는 이날 총 2,200만 크랑을 투자받아 본격적으로 레퍼드 기획을 키울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작품 후기 ============================ 오늘 애플의 스티븐 잡스씨께서 돌아가셨다고 하더군요. 사실 저희가 이렇게 PC에 앉아서 소설을 읽고, 게임도 하고, 인터넷도 하는데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이 바로 그분입니다. 그분이 애플2라는 퍼스널 컴퓨터를 시중에 내놓음으로서 개인용 컴퓨터시대를 열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전까지는 IBM을 필두로한 값비싼 중대형 컴퓨터 시장만이 존재해 일반인이 컴퓨터를 조작한다는 자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얘기해서 이분이 지금의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한 시대의 거성이 세상을 떠나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참......... 이런 분의 죽음을 젖히고 오인해 가슴노출 이슈가 네이버 검색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뭐 하긴 개인의 관심사를 제가 따질 이유가 없겠죠. 전산과 게임관련 일에 종사했던 저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관점은 전혀 다를 수가 있으니까요. 하하하.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1위를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뭐 하긴 개인의 관심사를 제가 따질 이유가 없겠죠. 전산과 게임관련 일에 종사했던 저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관점은 전혀 다를 수가 있으니까요. 하하하.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 대표팀 호출. -- > 싸라기눈이 강풍을 타고 피부를 따갑게 내리치는 오전 녘이었다. 범석과 라피네, 오스칼이 플라잉 카에서 내려, 널따란 경기장이 펼쳐져 있는 훈련캠프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에이번드 검투대표팀 훈련캠프라.’ 커다란 철창문 옆 명패를 바라본 범석이 기분 좋은 미소를 한껏 머금었다. 대표팀 소집. 이 겨울 휴가 시즌에 똥줄 빠지게 뛰어야 한다는 점이 귀찮기는 했지만, 자신들이 대표검투사가 된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었다. 비록 오늘의 테스트를 거쳐 최종적인 38명 안에 들어야 하지만, 모두 통과만 된다면 지역민들에게 갓즈나이츠라는 각인되며 높은 명성 상승이 예상되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팬들이 증가하며 수입도 늘어날 터였다. ‘이번에 참가할 경기들이 월드컵 3차전 예선이라고 했지.’ 이번 겨울 휴가기간 동안 열린 대표팀 경기는 월드컵 예선 3차전이었다. 32팀이 참가하는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총 4번의 예선전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번에 치를 경기들은 그 중간에 해당하였다. 문제라면 에이번드 검투 역사상. 이 3차전을 통과한 예가 없었다는 것이다. 총 128개 지역정부의 대표검투팀이 참가하는 이번 회1/13 쪽 예선전에서, 센트럴리그팀 하나 보유하지 못한 에이번드지역이 통과를 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지역팬들이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바로 드래곤나이츠가 센트럴리그로 올라서며 검투사층이 매우 두터워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64개 팀이 참가하는 최종 예선전에 오르기란 무척 어려운 일. 많은 운을 뒤따라줘야 가능한 희망이었다. ‘후후후. 하지만, 내가 대표팀 검투사가 되었다는 자체가 에이번드에 운이 따라줬다는 것이지.’ 범석은 지금 자신감에 충만해 있었다. 대표검투사 38명. 그리고 오늘 소집되는 인원 60명의 경쟁을 뚫고 충분히 주전을 꿰찰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가상시간으로 수백 년간 게임을 접해오면서 쌓아온 검술이 어디에 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좀 신체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걱정이지만, 지난 여름휴가와 가을시즌 동안 충분히 단련을 해왔기에 많이 나아진 편이었다. 이에 그는 자신의 정보창을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이름 : 오 범석.구분 : 개조인간(1년).소속 : 갓즈 나이츠GC.2/13 쪽 명성 : 4410.악명 : 0.스태미나 : 6243/6500.사회성 : 70, 근력 : 67, 체력 : 65.민첩 : 93, 균형감각 : 77, 지능 : 55.정신력 : 61. 판단력 : 77, 재주 : 49.운 : 66.현재기량/잠재능력 : 680/1000.특성 : 위대한 의지.특이사항 : 갓즈나이츠의 이사장이자 주력 검투사. 현재 에이번드 대표팀의 부름을 받고 대표팀 훈련캠프를 찾아가는 도중임. ‘후후. 제법 많이 성장했어.’ 반년 동안의 노력으로 범석의 스텟은 전보다 눈에 띌 정도로 상승해 있었다. 정신적인 능력도 제법 높아졌고, 신체능력은 민첩을 제외하고는 그전과 월등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특히나 갖은 정성을 쏟았던 체력 수치만큼은 10이 올라 고질적인 체력3/13 쪽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시킨 상태였다. 모두가 초반에 막대한 투자를 통해 훈련시설을 확충한 일과 초반에는 스텟이 잘 오른다는 게임 설정 탓이었다. 이제는 그는 ‘위대한 의지’를 사용하면 여느 와이드리그급 검투사 못지않은 신체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범석이 이번 대표팀 참가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신체능력이 받쳐주니, 센트럴리그급 검투사를 맞상대해도 예전과 같은 부담감은 많이 줄어들었다. “자. 들어가자.” 범석과 라피네 오스칼이 훈련캠프 안으로 들어서자, 엘프 경비원이 나와 길을 막았다. 그는 곧 대표팀호출 메시지와 신분증을 제시하고 출입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무인전동차를 타고 스텝진이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일단 왔으니, 최소한 감독에게 인사를 할 필요가 있었다. “자. 이제 올라가자. 감독실이 3층이란다.” 안내판을 보고 감독실이 3층에 있음을 확인한 범석이 긴장한 표정으로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었다. 과연 대표팀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던 탓이다. 언론 기사를 통해 그 이름과 성향은 대충 들어 알고 있었지만, 사람은 직접 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었다.4/13 쪽 이때 오스칼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그를 바라봤다. “그런데 주인님. 저희 대표팀 감독이 제법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했는데, 괜찮을까요?” 에이번드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사람은 클라크라는 자였다. 언론이나 TV에서 본 바로는 상당히 냉정하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라고 생각됐다. 한 예로 드래곤나이츠 소속의 한 유명 검투사가 있었는데, 주인 탓에 잠시 훈련에 늦은 관계로 아예 이번 대표팀 호출에서 제외해버렸다. 팀 분위기를 해치는 존재는 그 누구도 대표팀 검투사로 뛸 수 없다나? 그래도 감독으로서의 능력은 제법 괜찮아, 스쿼드가 나쁜 에이번드지역 검투사들을 데리고 나름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범석이 곧 전자수첩을 꺼내 간이화면을 바라봤다. 지금 시각은 정확히 9시. 대표팀 소집 시간인 10시까지 아직 한 시간이나 남은 상태였다. “뭐. 이 정도로 일찍 왔다면, 별로 책잡힐 일도 없겠지. 그래도 다들 감독님을 뵈면 깍듯이 인사하고, 쓸데없는 짓거리는 절대 하지 마라.” “네. 주인님.” 오스칼과 라피네의 대답을 들은 범석이 길게 뻗은 복도를 따라 감독실 문 앞에 섰다. 그리고 길게 심호흡을 내쉰 후, 가볍게 주먹을 쥐고 노크했다.5/13 쪽 똑똑똑. - 들어와. 한 사내의 무미건조한 목소리에, 범석이 문고리를 젖히고 문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책상에 앉아서 업무를 보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클라크였다. 신체개조 시술을 받아서인지 30대의 면모를 지니고 있었는데, 짧게 커트한 갈색 머리칼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는 범석이 들어왔음에도 시선 한 번 마주치지 않고 디스플레이된 정보를 정리해 나가고 있었다. “누구지?” “오늘 있을 대표검투사 테스트에 참가하러 온 오범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저희 갓즈나이츠 팀 소속의 오스칼과 라피네도 왔습니다.” “그래? 소집 시간이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 일찍 왔군. 그런데 무슨 일이지?” “별 뜻은 없습니다. 그저 인사라도 드릴 요량으로 찾아왔습니다.” 클라크가 이제야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내리고 그를 쳐다봤다.6/13 쪽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대표팀 검투사라면 본연의 실력과 지역사회에 봉사하겠다는 의지를 성실한 행동으로 표현하면 될 뿐이야. 이런 인사치레는 전혀 필요 없다.” 냉랭한 감독의 목소리에 범석이 간담을 쓸어내렸다. 이거 예상대로 보통 인사가 아님을 아니었다. 그는 데리고 온 오스칼과 라피네를 대동하고 감독실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그리고 그녀들의 허리를 꾹꾹 찔러대며 인사를 종용했다. “아, 안녕하세요. 갓즈나이츠팀에서 선봉으로 뛰고 있는 오스칼이라고 해요. 현재 드래곤나이츠에 임대되어 뛰고 있어요.” “전 라피네에요. 프리롤과 선봉을 맡고 있고, 오스칼과 마찬가지로 드래곤나이츠에 임대되어 있어요.”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린 클라크가 그녀들을 바라봤다. “경기 영상을 통해 봐서 잘 알고 있다. 제법들 하더군. 아마도 대표팀에 들어오면 자기 몫쯤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가, 감사합니다.” 클라크가 다소 안심하고 있는 오스칼에게 시선을 집중했다.7/13 쪽 “그런데 오스칼. 너는 나도 감탄할 정도로 피지컬은 좋지만, 검술 능력이 무척 떨어진다. 차차 나아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아직 주전으로 뛰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아마도 이번 월드컵 예선 3차전에서는 후보로 뛸 공산이 클 것이다.” 순간 뻘쭘해진 오스칼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보통 때 같으면 자신을 무시한다고 난리를 쳐댔겠지만, 이미 드래곤나이츠에 임대되어 센트럴리그를 경험한 터라 가슴 깊이 실감하고 있었다. 후보로 뛰며 활약하고는 동안, 검술실력이 모자라 손쉽게 상대 팀 검투사들에게 당해 행동불능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네. 알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노력 중이에요.” “그래. 훌륭한 마음가짐이다. 너는 잘만 성장한다면 훗날 분명히 에이번드를 빛낼 위대한 검투사로 거듭날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도록 해라.” “칭찬 감사합니다.” 클라크가 이번에는 라피네에게 고개를 돌렸다. “라피네. 너는 피지컬과 검술능력. 뭐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뛰어난 검투사다. 그런데 포지션 이해력이 너무 부족해. 검투 경기가 단체 경기임을 봤을 때, 너를 주력으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후보와 교체자원으로 사용할 테니 그리 알고 있도록 해.” “아……. 네. 알겠어요.” “하지만, 올해 포지션 이해도를 높인다면 내년부터는 주전으로 채용될 수 있다. 그8/13 쪽 러니 열심히 하도록 해.” “네. 명심하겠어요.” 고개를 주억거린 클라크가 이 둘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그리고 오늘 있을 테스트에서 너희 둘은 빠져라.” 의미를 알 수 없던 오스칼과 라피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 모인 60명은 지정된 테스트를 수행하고 대표팀 검투사로서 적합한지 시험을 하게 되어 있었다. 이런 테스트에 빠지라는 얘기는 대표팀 검투사에 탈락했다는 말로 해석될 수가 있었다. 이에 범석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감독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 라피네와 오스칼이 대표팀 검투사가 될 수 없다는 말입니까?” 클라크가 바로 쏘아대듯 말했다. “정 반대다. 이 얘들은 센트럴리그에서 뛰며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대표팀 경기가 일주일 후에 시작되는데, 괜한 테스트로 체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조직력 훈련을 수행하는 편이 낫지.” “그렇다면 대표팀 검투사로 이미 뽑혔다는 말입니까?”9/13 쪽 “그렇다. 이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이미 상당수의 드래곤나이츠 검투사와 일부 와이드 리그에서 큰 활약을 펼친 검투사들 몇몇은 테스트 면제되었다. 오늘 있을 테스트는 그저 모자란 대표검투사들의 숫자를 채워넣기 위한 잔챙이들의 도토리 키재기일 뿐이다.” 그 말에 범석이 약간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오스칼과 라피네가 확실히 대표팀 검투사로 낙점받았다는 사실은 다행이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뚜렷이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거 자칫 잘못하다가는 그 도토리 키재기 테스트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영 찝찝했다. 지금까지는 당연히 일로 받아들였기에 상관없지만, 감독의 말하는 본새를 보아하니 테스트를 받는 검투사들은 완전히 떨거지 취급을 받고 있었다. “잠깐. 저도 테스트를 받아야 합니까?” “아니다. 너도 테스트 면제다.” 역시나 한 범석이 밝은 표정을 지었다. 하긴 WBS방송사에서 주관하는 세계 검투계 유망주 오인에 뽑힌데다가, 그동안 펼친 활약이 있는데 떨거지 취급을 받을 리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열심히 해라.”10/13 쪽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어디로 가면 되겠습니까?” 그 말에 클라크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너희는 테스트를 받을 필요가 없으니, 훈련경기장에 나갈 필요가 없다. 오스칼과 라피네는 따로 대표팀 모임이 있으니, 제1회의실로 가라. 단 오범석. 너는 체력단련실로 가서 특별한 언급이 있을 때까지 체력단련에 매진한다.” 묘한 느낌을 받은 범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비교적 다른 검투사에 비해 피지컬이 모자란다고는 하지만, 따로 모임이 있는 상태에서 혼자 체력단련실에 가서 운동하고 있으라니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 왜 저만 체력단련실에 갑니까?” “그럼 시설 좋은 대표팀 훈련캠프에 와서 놀기만 하고 갈 건가? 차라리 네게 모자란 체력단련을 하는 편이 좋겠지.” “자, 잠깐요. 제가 논다는 얘기는 또 무슨 소리입니까?” “간단하다. 네가 대표팀에서 와서 할 일이 없다는 얘기다.” 눈을 휘둥그레 뜬 범석이 이마에 굵은 힘줄을 새겨넣었다. 클라크의 말에는 자신을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겠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11/13 쪽 “잠깐. 그렇다면 제가 그저 대표팀의 잉여자원이라는 것입니까?” “아니. 너는 대표팀에서 뿌리 뽑아야 할 썩은 사과다. 잉여자원이라? 아주 과분한 직무지.” 범석이 급히 걸어가 감독의 안면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날렸다. “지금 장난하십니까? 그렇다면 왜 저를 대표검투사로 호출했습니까?”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너는 어째서 내가 너를 대표 검투사로 선출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지?” 얼토당토않은 소리에 황당한 표정을 지은 범석이 목청을 높여 물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제가 뭐 어째기에 이러십니까?” 클라크가 양손을 깍지끼고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솔직히 말한다면 난 자네를 대표팀에 부를 생각이 없었어. 검술 실력은 나름 뛰어난 듯 보였지만, 행동거지가 아예 글러 먹었거든. 팀 내에 에리피나라는 경험 많고 훌륭한 대장 검투사가 있는데, 단지 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겨우 1~2년 검투경기를 경험한 새파란 풋내기가 팀을 좌지우지 움직이는 모습이 아주 우스웠지. 그래서 아는 선배감독이 갓즈나이츠를 상대로 버리는 경기를 한다기에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내 12/13 쪽 전략대로 경기를 풀어나가 달라고 말이야. 혹시나 실력만큼이나 뛰어난 경기 운영능력이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테스트 결과 영 꽝이었다. 겨우 세미프로 실력을 갓 벗어난 프로를 상대로 그 막강한 전력이 패배 직전까지 가더군.”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네추럴 페어리즈와의 GA컵 6차전 경기를 기억하나?” 그 경기라면 갓즈나이츠가 라운드스코어 3대 0으로 승리했다. 2라운드에서 불의의 자살성 태클 공격받아 패배 직전까지 가기는 했지만, 간신히 수습해 결국에는 승리로 이끌었다.============================ 작품 후기 ============================ 아 참. 박주영 이상하네요. 국대에서는 골도 잘 넣고 활약 좀 하는 데. 꼭 소속팀에 돌아가면 헤매니........ 하여간 모두들 좋은 주말 보내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 작품 후기 ============================ 아 참. 박주영 이상하네요. 국대에서는 골도 잘 넣고 활약 좀 하는 데. 꼭 소속팀에 돌아가면 헤매니........ 하여간 모두들 좋은 주말 보내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 -- 대표팀 호출. -- > “네. 기억납니다. 2라운드에서 저희가 좀 고생을 했죠.” “그 라운드가 너를 테스트하기 위한 일환이었다. 그럼 대충 이해가 가겠나?” 범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까지 얘기했는데 이해하지 못하면 바보였다. 어쩐지 당시 네추럴 페어리즈팀이 이상한 변칙전략으로 나오나 했었다. 그쪽 감독은 원래 정석적인 플레이로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기를 좋아했다. “어쩐지 이상하다 했습니다. 감독님이 입김이 네추럴 페어리즈에서 그런 전략으로 나오게끔 했군요. 그런데 그게 저를 대표팀 검투사로 뽑은 것과 무슨 상관이라는 겁니까?” “당시 경기 때처럼 네 영향력이 미치는 팀은 아무리 강해도 그딴 허접한 팀에게 당하는 별 볼 일 없는 팀으로 변모한다. 그래서 너 같은 작자를 반드시 대표팀에서 솎아내야 하는데, 그게 여의치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바로 드래곤나이츠 빈센트 감독을 비롯해 협회장 브라이언씨와 여러 에이번드 프로검투 의원들이 자네를 대표팀 검투사로 뽑으라고 집요한 압력을 넣고 있기 때문이지.” 말을 들어본 범석이 대충 상황이 짐작될 수 있었다. 소속 팀 검투사를 차출에 난감해하던 빈센트 감독이 자신을 극구 추천한 사실과 흑사회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협회장인 브라이언과 여러 의원이 압력을 넣은 일이 오늘의 사태를 만들어낸 것 같았다. 저 회1/14 쪽 깐깐한 양반이 감독으로서 고유권한인 검투사 선출에 관련해 외부인사들이 왈가불가했으니 기분이 상할 만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이 왜 당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는 대표팀 차출을 귀찮아했으면 했지. 극구 오고자 음흉한 수작을 부린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착각입니다. 전 대표팀에 오기 위해 이상한 수작을 벌인 일이 없습니다.” “안 했다? 지금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는 소리인가?” “믿고 안 믿고는 감독님 상관이지만, 저는 확실히 그런 일 없습니다. 제 짐작으로는 그분들 나름의 사정으로 그런 일을 벌였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이를 감독님이 모르고 있을 뿐이죠.” “무슨 사정?” “그건 직접 가서 들으십시오. 애꿎은 저 가지고 뭐라고 하지 마시고요.” 클라크가 책상 위에 놓인 단말기를 덮고 그를 쳐다봤다. “뭐 상관없는 일이겠지. 하여간 너는 계속 체력단련실에 머물고 있어라.” 그렇다면 절대 사양이었다. 경기출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대표팀에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차라리 소속팀으로 돌아가 검투사 영입에 신경 쓰는 편이 좋았다. 올겨울 이적시장에서 범석은 최소한 한 명 이상의 유망주를 영입해야 했다.2/14 쪽 “그럴 필요가 뭐가 있겠습니까? 아무래도 경기에 나가지 못할 것 같으니, 그냥 대표팀을 나가게 해주십시오.” 클라크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혼자 도망가겠다고? 나가고 싶으면 네 스스로 사의를 표하고 돌아가라. 일단 나는 에이번드지역 검투사협회에서 월급을 받는 대표팀 감독이라 협회의 제의를 함부로 무시할 수 없다.” 그건 범석이 안 될 말이었다. 대표팀 호출을 검투사 개인이 아무런 이유 없이 거절했다가는 팬들로부터 큰 질타를 받게 되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그랬다가는 제가 받을 팬들의 원성이 어느 정도가 될지 뻔히 아실 것이 아닙니까?” “그럼 닥치고 체력단련실에 가서 조용히 피지컬 훈련이나 하고 있어!” 범석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혼자 잘난 척 고고한 척 다하고는 결국에 가서는 협회의 눈치를 봐서 못 자르겠단다? 뭐 이런 좀팽이 같은 작자가 다 있는지 황당할 따름이었다. 출세지향적이면서 자존심만 쎈 작자들이 보이는 경향이 이자의 말과 행동에서 그대로 배어 나오고 있었다. 이런 자들이 바로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면모를 보이는 아주 훌륭한 찌질이라고 할 수 있었다.3/14 쪽 “좋습니다. 가라면 가겠습니다. 대신 체력 코치 좀 그럴싸한 사람으로 붙여주십시오. 어차피 체력훈련이 필요한 찰라에 아주 잘 됐습니다.” 한 치도 지지 않고 쏘아대는 범석이었다. 이에 클라크가 책상 서랍에서 한 뭉텅이의 종이철을 꺼내더니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좋다. 그 정도는 해주지. 대신 이것이나 가져가라.” 종이철을 집어든 범석이 냉랭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게 뭡니까?” “백지로 된 외출증이다. 직인이 찍혀 있으니, 언제든 원하는 때 날짜와 시간을 기재하고 밖으로 나가라. 그편이 서로 얼굴 볼일이 없으니까 좋겠지.” 손에 힘을 꽉 쥐어 외출증 뭉치를 구겨버린 범석이 살기 어린 눈빛을 띠었다. 군발이라면 좋아 미쳤을 일이지만, 지금의 그로서는 전혀 아니었다. 대놓고 무시하고자 하는 의도였으니, 이런 자유이용권이 반가울 리가 없었다. “크윽. 쓸 일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잘 받겠습니다.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4/14 쪽 범석이 몸을 팩 돌려 감독실 문을 빠져나가자, 오스칼과 라피네가 뒤를 향해 한 번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더니, 뒤따라 나갔다. 이를 묵묵히 잠시 바라본 클라크가 다시 단말기를 조작해 홀로그램 영상을 띄우고는 작업을 시작했다. 실내 훈련장 건물 내에 위치한 체력단련실은 꽤 널찍했다. 모두가 외부 경기장에 훈련을 나가 한적 감이 감도는 이곳에서 범석이 바벨 벤치에 누워 역기를 들고 있었다. 철봉이 휘어질 정도로 제법 무게감이 나가기는 했지만, 그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다. 그동안의 근력 단련으로 어느 정도 힘이 몸에 붙었기 때문이다. 이 옆에서 서류화면을 띄우고 지켜보던 한 은빛 머리칼의 엘프가 범석을 향해 말했다. “됐어요. 이제 저기 런닝머신으로 가세요.” 역기를 걸이에 올려놓은 범석이 상체를 일으키고는 은빛 머리칼의 엘프를 바라봤다. 그녀의 이름은 엘린. 과거 와이드 리그에 뛰다가 워커옥션마켓에서 주인을 얻고 작년부터 대표팀 체력코치로 활동하고 있었다. 나이가 든 탓에 신체능력은 무척 떨어지기는 하지만, 1인에 한해서 신체관련 훈련 효율 2배라는 특성이 있어 개인지도 체력코치로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그녀가 바로 클라크가 보내온 범석 전담 코치라는 점이었다. 알고 보냈는지 모르고 보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로서는 무척 도움이 되었다. 대표팀에서 있는 한 달이라는 기한 동안 그녀로 말미5/14 쪽 암아 두 달간의 체력 훈련을 받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알았어.”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런닝머신으로 가자, 엘린이 바로 말했다. “그리고 30분 후, 시청각 교육실로 가시는 것 아시죠? 한 20킬로 완주 후에 안마기에서 몸을 잠시 풀고 이동하시면 될 것이에요.” 한 가지 더 이해되지 않는 점은 클라크가 부탁하지도 않은 전문 전술코치를 붙여줬다는 점이다. 대표팀 검투사들의 체력훈련시간에 그쪽으로 가있는 식으로 말했지만, 이 중요한 시기에 따로 개인 코치를 붙여줬다는 사실은 그로서 통 이해되지 않았다. ‘이 자식. 도대체 목적이 뭐야.’ 런닝머신에 올라선 범석이 속도게이지를 높이고는 뜀박질을 시작했다.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따르는 도리밖에 없었다. 여기서 화를 내고 튀어 나갔다가는 클리크에게 지게 된다는 사실쯤은 알 수 있었다. 지금 품 안에 있는 외출증이 바로 그 증거였다. 그는 자신이 대표팀 캠프를 떠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6/14 쪽 띠리리리. 띠리리리. 한 참을 뛰고 있었나? 그의 품 안에서 요란한 호출음 소리가 들려왔다. 런닝머신 내 거리 게이지가 20에 가까웠을 본 범석이 바로 스위치를 끄고는 내려와 전자수첩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자동 안마기로 걸어가며 통신을 연결했다. “누구십니까?” - 여어. 범석아. 오랜만이다. 다름 아닌 렉스터였다. 기분이 좋지 못했지만, 티를 낼 수 없기에 밝은 표정으로 응대했다. “아. 경감님이시군요.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 뭐긴 네가 대표팀 검투사가 되었다기에 축하해주러 연락했지. 범석이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화면 속의 렉스터를 응시했다. 지금은 전혀 축하를 받을 입장이 아니었다. “축하는 무슨 축하입니까. 그저 허울뿐인 대표팀 검투사인데요.” - 허울뿐이라고? 그럴 리가 있나? 내가 옛날에 내가 아니야. 이제 어엿한 검투팀의 단장이라고. 네가 어느 정도의 실력가라는 것쯤은 충분히 알 수 있단 말이야. 그런데 7/14 쪽 어떻게 네가 허울뿐인 대표팀 검투사가 될 수 있겠냐? 자동 안마기에 몸을 뉘인 범석이 스위치를 컨 다음 장비를 작동시켰다. “휴~ 그럴 일이 있습니다. 하여간 경기에는 못 나갈 것 같습니다.” - 왜? 대표팀 감독에게 찍히기라도 했냐? 보아하니 에이번드 검투대표팀 감독이 좀 까칠한 작자 같은데. “후후후. 좀이 아닙니다. 장난 아니게 까칠합니다.” - 하하하. 그래? 그럼 네가 고생이 많겠다. “고생까지는 하지 않습니다. 감독 얼굴을 볼 일이 있어야 고생을 하죠. 그냥 체력단련과 전술 교육만 받아야 하니, 좀 따분할 뿐입니다.” - 그럼 됐네. 딱 네게 필요한 훈련이잖아. 그냥 잠시 죽었다 생각하고 한 달만 푹 썩고 와라. “네. 네. 그렇지 않아도 저도 그럴 참입니다.” 싱글싱글 웃던 렉스터가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이번에 연락을 준 이유는 안부르 묻기 위해서보다는 다른 목적이 있어서였다. - 그런데 범석아. 그나저나 이번 겨울 이적 시장은 어쩔 거냐? 한 달간 대표팀에 콱 박혀 있으면 이적은 완전히 공치는 거잖아? “글쎄요. 뭐 에스더가 알아서 잘할 겁니다. 같이 잘 협조해서 진행해 보십시오.”8/14 쪽 - 아. 그래. 그럼 이번에도 쓸만한 유망주 하나 주는 거지? 그럴 참이었기에 범석이 주저 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차피 그에게 넘겨줄 유망주들은 성장성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 영입할 의향이 없는 얘들이었다. 차라리 훗날 자신에게 큰 도움을 줄 그에게 떡밥 삼아 뿌려놓는 편이 좋았다. “그럼 드려야지요. 아주 쌈빡한 얘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하하하. 고맙다. 그럼 그 애와 함께 네가 원하는 유망주를 영입해 넘겨주면 되지. “네. 대신 거래 당시 에스더에게 마지막 거래를 맡기십시오.” - 그건 왜? “걔가 다른 건 몰라도 물건 깎는 건 아주 선수입니다. 아마 구매비용을 무척 줄여줄 겁니다.” - 오 그래? 그럼 내 엘프를 살 때도 부탁해도 되겠냐? 에스더가 물품을 깎을 때 들이는 시간은 찰라에 불과했다. 그녀는 이런 트레이드 경력이 적으니, 경험도 쌓을 겸 돕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네. 제가 말해 놓을 테니, 나중에 부탁하십시오.” - 그래. 알았다. 그럼 난 바빠서 이만 끊는다. 욕 좀 봐라. “하하하. 네 알겠습니다.”9/14 쪽 범석이 통신을 끊으려고 할 찰라. 렉스터가 급히 입을 열었다. - 아참. 깜빡 잊고 있었는데 말이야. 너 그 소식 아냐? “무슨 소식요?” - 걔가 누구였더라……? 이름이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하여간 걔가 방출 명단에 올랐데. 다짜고짜 걔라고만 얘기하니, 범석인들 알 리가 없었다. “아. 도대체 걔가 누군데요.” - 거 있잖아. 작년쯤인가 우리가 리마시티 육상대회 때 도박으로 돈을 벌 때 네 경쟁자로 나선 애 말이야. 그 말에 범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때 자신의 경쟁자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애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설마 아겔리아 말입니까!” - 그래! 아겔리아! 이제야 생각나네. “그, 그 아겔리아가 방출됐다는 말입니까?” - 엘프가 어떻게 방출되겠냐! 그저 판매를 위해 명단에 올랐다는 얘기뿐이지.10/14 쪽 그가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어찌 됐건 방출 딱지가 옆에 붙었다면 몸값은 자연스럽게 다운되었다. 아겔리아는 성장성도 아주 죽여주지만, 특히나 길게 뻗은 다리에서 나오는 색감이 정말 끝내줘 언젠가 꼭 안아보고 싶었던 여인이었다. 다만, 지금까지 넋 놓고 있었던 이유는 워낙 육상계에서 유명세를 탔던 터라, 몸값이 무척 비쌌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런데 아겔리아가 왜 방출된 겁니까?” - 과거 육상을 하던 때를 못 잊고 계속 달리기 훈련에만 매진하니, 팀 관계자들도 어쩔 수 없었나 봐. 게다가 그런 모습을 측은히 여긴 엘프 애호론자들이 소속팀 문 앞에 가서 피켓시위까지 하고 있으니, 죽을 맛이겠지. 아겔리아가 전에 육상계에서 좀 유명 했냐? “아 그래요? 그런데 도대체 지금 아겔리아의 몸값이 얼마입니까?” - 으음. 글쎄다. 나도 관심이 있어서 슬쩍 봤는데, 3,500만 크랑이라고 한 것 같던데. 그럼 단연코 사야 했다. 이로서 갓즈나이츠의 최고 이적 금액이 갱신되겠지만, 전에 확인한 그녀의 성장성과 특성을 봤을 때 전혀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잘만 키운다면 역대 최강의 대장검투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 “후후후. 그렇군요.” - 그런데 범석아. 혹시나 해서 묻는데 걔 괜찮냐? 괜찮으며 내가 한 번 구매해보게.11/14 쪽 범석이 바로 고함을 내질렀다. “안됩니다. 걔는 제가 찜했습니다!” - 아. 자식하고는 귀청 떨어질 뻔했네. 걔가 그렇게 대단한 아이냐? 렉스터의 질문에 범석이 바로 서둘러 변을 토해냈다. 경쟁자는 한 명이라도 줄이는 편이 좋았던 탓이다. “물론 상당히 좋기는 하지만, 제가 더 관심을 두는 쪽은 외모입니다. 걔가 얼마나 다리가 길고 잘 빠졌는데요. 안으면 진짜 죽여줄 것 같더라고요.” - 뭐? 외모 때문에 그 비싼 돈을 들여 산다는 거야? “에이. 능력도 되니까 사려는 겁니다. 전에 경감님께 소개해 드린 애들만큼은 성장성이 있습니다.” 이해가 갈만했는지 렉스터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가 소개해준 엘프들은 모두 비싼 값이기는 했지만, 높은 발전성을 보이는 탓에 그의 눈을 무척 즐겁게 하고 있었다. 그 정도만 된다고 한다면 3,500만 크랑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 으음. 이거 아까운데. 아겔리아가 우리 애들만 하다면 3,500만 크랑이 그리 비싼 편은 아니라는 얘기잖아. “에이. 경감님 왜 그러십니까? 곧 소개해 줄 아이도 그 정도 성장성이 있습니다. 그12/14 쪽 리고 아겔리아는 명성 때문에 가격에 훨씬 나가는 것뿐이니, 경제성도 그리 좋지 못합니다. 정 탐이 나시면 제가 쓸 만한 애들 둘을 소개해줄 테니, 걔들을 영입하십시오.” -오 그래? 걔들은 어떤데? “지금 데리고 계신 애들과 동등한 수준입니다. 몸값도 마찬가지고요.” 그렇다면 렉스터로서도 당연히 불만이 없었다. 어차피 아겔리아는 범석이 전에 소개해준 애들 2배에 가까운 몸값을 형성하고 있었다. 지금 그의 주머니 사정상 그녀를 사게 되면 먼지가 날리게 되니, 같은 능력이라면 인지도가 떨어져도 둘을 사는 편이 경제적이었다. - 그래. 좋아. 그럼 네 말대로 아겔리아는 포기하지. 대신 확실한 애들로 소개해 줘야 한다? 범석이 흔쾌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앞으로 소개해줄 아이들은 자신의 기준에 합당하지 않을 뿐이지, 일반적으로 볼 때는 매우 성장성이 출중한 아이들이었다. 훗날 렉스터도 충분히 만족해할 터였다. 이에 범석이 그에게 두 명에 대한 명단을 넘겨준 후, 곧바로 아겔리아 소속팀의 사이트에 들어가 트레이드 담당자에게 구매의향 메시지를 보냈다.13/14 쪽 ============================ 작품 후기 ============================휴 역시 윤석민이네요. 1실점 완투승. 1차전에서 이렇게 해주면 팀은 편하죠. 아무래도 1차전에서 패한 SK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좀 고생좀 할 것 같습니다.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4/14 쪽 ============================ 작품 후기 ============================휴 역시 윤석민이네요. 1실점 완투승. 1차전에서 이렇게 해주면 팀은 편하죠. 아무래도 1차전에서 패한 SK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좀 고생좀 할 것 같습니다.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 작품 후기 ============================휴 역시 윤석민이네요. 1실점 완투승. 1차전에서 이렇게 해주면 팀은 편하죠. 아무래도 1차전에서 패한 SK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좀 고생좀 할 것 같습니다.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 -- 대표팀 호출. -- > 추운 겨울의 깊은 밤이었지만, 리시시티 대표팀 훈련 캠프 앞 포장마차에는 밝은 빛을 비추며 성업을 하고 있었다. 무척 한적한 곳이라 오고 가는 손님들이 없을 법도 하지만, 포장마차 주인을 전혀 상관이 없다는 듯 문을 열어젖히고 있었다. 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시즌 동안에는 기자실에서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과 카메라맨들이 야식과 술을 주문하기에 짭짤한 수입을 얻었다. 이내 포장마차주인이 잘게 썬 육포와 베이컨과 함께 술 한 병을 마침 찾아온 손님들에게 대접했다. “자. 나왔습니다. 드십시오.” 이내 갈색 머리칼의 사내가 쟁반을 받아들고 옆에 앉아 있는 노신사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빈센트 감독님. 자 받으십시오.” “고맙군. 자네도 받게” 빈센트가 술병을 받아들고 그의 잔에 술을 채웠다. “감사합니다.”회1/13 쪽 “감사는 무슨. 술좌석에서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일은 당연하지. 자 건배하세.” 잔을 맞부딪친 빈센트가 단순에 술을 비우고는 베이컨 한 조각을 집어 먹었다. “그나저나 클라크. 대표팀 감독이 이번에 몇 년째지?” “얼마 전에 5년이 지났습니다.” “꽤 오래 하는군. 자네 정도라면 일반 프로팀에서도 영입제의가 많이 올 텐데. 관심이 없나?” 양손으로 술을 따른 클라크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댔다. “글쎄요. 전 대표팀 감독자리가 마음에 듭니다. 프로팀에는 전혀 갈 마음이 없습니다.” “훗. 별일이군. 남들은 대표팀을 맡으면 부담스러워서 어떻게든 발을 빼려고 하는데. 그리고 여기 에이번드에서는 연봉을 그다지 많이 주는 편이 아니지 않은가?” “뭐. 돈이야 프로검투사생활을 할 때 많이 벌어났습니다. 별로 쓸 일도 없으니, 대부분 남아 있고요. 아니 감독 연봉으로 계속 늘고 있어 주체를 못할 지경입니다.” “하하하. 그런가? 옛날에도 짠돌이로 유명했는데, 지금도 그런 모양이군.” “뭐. 천성이 그리 쉽게 바뀌지는 않으니까요.” 입을 쩝 하고 다신 빈센트가 그를 묵묵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겸연쩍은 클라크가 얼2/13 쪽 굴을 매만지며 물음을 던졌다. “왜 얼굴에 밥풀이라도 붙어 있습니까?” “아니. 진상 좀 자세히 구경하려고 그러네.” “후후. 감독님도 참. 제 얼굴에 볼 게 뭐가 있다고 이러십니까?” “생김새야 별 볼 일 없지. 그 소갈머리가 어떻게 되어 먹은 지 궁금해서 이러는 것뿐이네.” 클라크가 차분하게 깔린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혹시 할 말이라도 있으십니까?” “몰라서 묻는가?” 클라크가 앞에 놓인 술잔을 들고는 쭉 들이켰다. “범석 때문에 그러십니까?” “그러네. 우리 애들이 연락을 해왔는데, 완전히 대표팀에서 내놓았다고 하더군. 사실인가?” “글쎄요? 아마도 대충은 그럴 겁니다.” “휴~ 도대체 왜 이러나? 그럼 대표팀으로 추천해준 내 입장이 뭐가 되겠는가? 한 번 의도라도 말해 주게나?”3/13 쪽 가만히 양손을 깍지 낀, 클라크가 빈센트에게 시선을 내던졌다. “대답 드리기 전에 먼저 묻을 것이 있습니다. 빈센트감독님은 왜 범석을 대표팀으로 추천하신 겁니까?” “실력이 되니까 추천했지. 솔직히 우리 팀에서도 걔를 이길 검투사가 없어. 즉 에이번드 최고의 검투사라는 얘기야. 아마도 월드리그 주전급 검투사가 아니라면 걔를 이기는 자는 별로 없을걸.” “아니요. 아마도 지금은 월드리그 주전급 검투사도 그 아이를 상대하기 버거울 겁니다.” “그런가? 어째서?” “올해 상반기에 그 아이의 피지컬이 크게 올랐습니다. 근래의 시합 내용을 보니 알겠더라고요. 아마 전성기 때 저라도 함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겁니다.” 빈센트가 꽤 놀란 눈을 했다. 클라크는 과거 월드리그에서 활약했던 핵심급 검투사로, 검투계 역사에 그 발자취를 선명히 남겼을 만큼 대단한 실력자였다. 그런 그가 전성기 얘기를 꺼내며 난색을 표할 정도라니, 새삼 범석의 실력이 대단해 보였다. “오 그래? 그럼 더욱 대표팀으로 사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저도 물론 사용하고 싶습니다. 상당히 유용한 공격 옵션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월드컵 3차전 경기부터는 대부분의 팀이 강한 근력을 지닌 센트럴리그급 검투사들로 4/13 쪽 채워집니다. 여기에 대표팀 경기에는 필연적으로 거친 피지컬 싸움이 이어집니다. 특히나 각 팀의 에이스들에게는 그 정도가 훨씬 심해지죠. 그런데 현재 그 아이의 신체능력으로 그 막강한 근력의 상대 검투사들의 집중견제를 버텨낼 수 있을까요?” “자칫 힘에서 밀려 부상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 “그건 감독님이 더 잘 아실 것 아닙니까? 만약 감독님이라면 걔를 막으려고 할 때 어떤 전술을 쓰겠습니까?” 쓴웃음을 지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만약 범석이 상대 팀에 있다면 체면 불과하고 근력이 뛰어난 소속팀 검사 몇몇으로 거친 태클로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 다음에 제거할 터였다. 기술적으로 완성되었지만, 신체적인 면에서 열악한 면모를 보이기 때문이다. 괜히 쓸데없이 마크맨 따위를 붙였다가는 얼마 안 가 수적 열세 속에서 싸워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힘으로 제압하려고 하겠지. 하지만, 굳이 부상당한다는 보장이 없지를 않나? 어차피 검투경기는 서로 쓰러뜨리는 경기라 부상위험성이 언제나 상존하고 있어.” “네. 틀린 말씀은 아니십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아이는 개조인간으로서의 나이가 겨우 한 살이 넘은 시점이라는 겁니다. 지금은 발전해야 할 시기이지, 높은 부상의 위험성을 안고 월드컵에 나서서 활약해야 때가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걔는 달라. 어디서 배워먹었는지 모르지만, 검술 자체 하나만은 세계 최강이야. 여기서 더 발전하기란 어려워.”5/13 쪽 클라크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전 계속 신체적 측면을 말하는 겁니다!” 빈센트가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범석의 신체능력은 논하자면 마땅히 할 얘기가 없었다. 이에 클라크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 아이는 검술 실력도 무척 뛰어나지만, 피지컬적인 성장성 면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단합니다. 지난 반 시즌 동안에 리그를 보낸 결과로 근 와이드리그 검투사급 신체능력까지 향상됐고, 컨디션이 좋을 때는 그 이상 가는 능력을 보여줄 때도 있습니다. 즉 이대로만 성장해나간다면 몇 년 후에는 신체적으로도 결격 사유가 없는 전무후무한 검투사로 태어난다는 말입니다. 괜히 지금 무리하게 월드컵에 참가시켜 수준 높고 거친 대표팀끼리의 피지컬 싸움에 휘말리게 할 수는 없습니다. 자칫 부상이라도 당하는 날이면 성장에 필요한 기한이 더욱 길어질 테니까요.” “그래 백번 이해하네. 하지만, 자네는 대표팀 감독이지 그 아이를 거느리고 있는 프로팀 감독이 아니야. 범석군이 만족할 성장을 이루었을 때 자네에게 얻어질 득이 무언가?” 클라크가 진지한 표정으로 바로 대답했다.6/13 쪽 “월드컵 본선 진출입니다.” 빈센트가 끙하고 코 울음을 질러댔다. 클라크는 에이번드가 낳은 최고의 검투사이지만, 한 가지 말 못할 한이 있었다. 바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가 뛰어난 실력을 갖췄고 충만한 의욕이 있었다지만, 주변에서 이를 받쳐주지 못했기에 경기만 나가면 철저히 견제를 당하다가 결국에는 패배를 쓴맛을 안고 물러서야 했다.얼마간 대표팀 코치를 하며 홀로 분투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던 터라, 빈센트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보나마나 이번 월드컵은 포기하고, 다음번 월드컵을 노리겠다는 의도겠군.” “네. 아무리 드래곤나이츠에서 센트럴리그에 올라 상당한 실력의 검투사가 대거 유입되었다고는 하지만, 전력상으로 볼 때 저희는 3차전 예선팀 중 겨우 3위 실력밖에 안 됩니다. 여기를 간신히 통과하더라도, 4차 예선전에 진출한 막강한 다른 지역 검투팀과 경쟁해 본선에 진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럴 바에야 다음 월드컵을 목표로 하는 편이 좋습니다.” 4차 예선전은 512개 지역정부 중 64개 지역정부의 대표팀이 참가하는 예선전이었다. 즉 열 개의 대표팀 중 가장 강한 하나가 살아남아 경쟁을 벌이는 장소라는 얘기다. 비교적 약한 에이번드 대표팀이 이곳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기적7/13 쪽 에 가까운 운이 필요했다. “그럼 다음 월드컵 때는 가능한가?” “네. 드래곤 나이츠가 계속 센트럴리그에 남아주고 범석을 비롯한 갓즈나이츠팀이 성장해준다면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빈센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갓즈나이츠의 소속된 검투사중 상당수는 자신도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대단한 성장 잠재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금 드래곤 나이츠에서 임대되어 뛰고 있는 오스칼과 라피네는 물론, 비너스, 마틸다, 비올렛, 린 등등. 만약 이들이 잘 성장해, 몇 년간을 센트럴리그에 활약한 드래곤나이츠 검투사들과 한 팀을 이룬다면 그야말로 전혀 부족함이 없는 검투대표팀이 구성될 수 있었다. 월드컵 본선진출도 가히 꿈만은 아니라 할 수 있었다. “그렇군. 가능하겠어. 갓즈나이츠 애들은 이상하게 잠재성장성이 좋으니까.” “게다가 범석은 개조인간이자 남자입니다. 엘프들이 본능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최고의 주장감이라는 겁니다. 한 번 그 아이를 중심으로 팀이 뭉치고 시합에 나간다고 해보십시오? 그 위력은 더욱 배가될 것입니다.” 빈센트가 포크를 들고 안주를 뒤적거리며 말했다. “음. 자네의 뜻을 충분히 알겠네. 그럼 왜 범석을 굳이 대표팀으로 받아들였나? 어차8/13 쪽 피 경기에 참가시키지 않을 목적이라면 소속팀에 그대로 놔둬도 될 것을…….” “한 번 옆에서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2달이라는 기간 동안 얼마나 성장하는지를 말입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다음 월드컵대회의 플랜을 짜나갈 생각입니다.” 빈센트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니 그런 생각이면서, 왜 굳이 놈의 신경을 박박 긁는 겐가?” “사실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범석은 무척 자존심이 강해서 절대 지고는 못사는 성미입니다. 그래서 누르면 누를수록 크게 탄력을 받으며 높게 튀어 오르게 되죠. 하지만, 갓즈나이츠에서는 그 아이가 왕입니다. 누군가 자극을 줄 자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제가 해주기로 했습니다.” “휴~ 그러다 반발심에 대표팀에 뛰쳐나가려면 어쩌려고?” “절대 그럴 리가 없습니다. 대표팀 숙소를 빠져나가는 순간 나에게 패한다는 강박관념을 심어주었으니, 순순히 훈련을 받으며 조용히 지낼 겁니다.” “어떻게?” “말이 나온 김에 무한 외출증을 즉석에서 끊어주었습니다. 분명히 그 아이는 제가 대표팀에서 내보내려고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여간 이놈의 심보하고는……. 쯧쯧쯧.” 소리가 날 정도로 혀를 끌끌 차던 빈센트가 저 멀리 어둠 속으로 무심코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대표팀 훈련캠프 담장을 넘는 인영을 보고는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썩거9/13 쪽 렸다. “자, 잠깐. 저게 뭔가?” 그가 손으로 가리킨 바라본 클라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멀어서 잘은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 훈련캠프 안에서 담치기를 해 밖으로 나오는 모습임이 확실해 보였다. “설마 도둑?” “도둑은 아닐 게야.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이 없지 않은가? 게다가 밖으로 튀어나왔는데 도망을 치지 않고 저리 빤히 서서 허공만을 바라보겠나?” 빈센트의 말이 맞아 보였다. 확실히 도둑치고는 행동거지가 좀 이상했다. 게다가 대표팀 훈련캠프는 외부보안 시스템이 철저히 되어 있었다. 누군가 밖에서 침입해오는 순간, 바로 엘프경비원들이 총출동해 바로 체포를 해버렸을 터였다. 외부침입자가 볼일을 보고 저리 여유롭게 밖으로 나올 정도로 허술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팀 내 이탈자 같습니다.” “하긴 그렇겠군. 내가 대표팀 코치로 있을 때 간혹 엘프들이 주인을 보고 싶다며 저리 탈출을 감행했지. 자 어쩌겠나?” “어쩌긴요. 일단 잡아야죠. 혹시 다른 팀에서 보낸 염탐꾼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설령 팀 이탈자라도 가만히 놔둘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10/13 쪽 “하긴 그렇겠군. 자 가세나. 저리 잡아달라고 서 있는데, 놓칠 수야 없지.” 포장마차 주인에게 500크랑짜리 지폐를 던져준, 클라크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비록 지금은 나이가 들어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했지만, 역대 에이번드 최강의 검투사였다. 일반 좀도둑에게 당할 그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리고 빈센트도 프로리그에서 상당기간 굴러먹었던 전적이 있었다. “아이 씨. 왜 이렇게 안 와. 남들이 보면 큰일인데.” 에이번드 훈련 캠프 담장 앞에 선 범석이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먼 하늘을 바라봤다. 담을 넘어오기 전에 부른 콜택시가 예정된 시간이 넘도록 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젠장. 아겔리아만 아니었어도…….’ 그는 어제 렉스터에게서 아겔리아가 방출명단에 올랐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녀를 무척 탐냈던 범석으로서는 누군가 채어 갈세라 그 즉시에서 바로 소속팀인 레드 폭시즈팀에 구매 문의를 넣었다. 그런데 뜻하지도 않게 레드 폭시즈팀의 반응이 무척 뜨거웠다.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그녀를 팀에 두고 있을 수만은 없는지, 아니면 문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는 엘프애호단체가 부담스러웠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당장에 트레이드를 진행하자고 연락이 온 것이다. 아겔리아가 보통 엘프라면 그냥 에11/13 쪽 스더에게 영입을 맡겼겠지만, 그녀는 잘만 성장시킨다면 최강의 대장검투사로 올라설 만한 출중한 성장성과 특성을 보이는 엘프였다. 자신이 직접 거래에 참가해 만약에 있을지 모르는 변수에 철저히 대처할 필요가 있었다. 문제는 지금 그가 대표팀 감독하고 보이지 않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훈련캠프를 빠져나가는 순간, 감독이 어떤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볼 줄 빤히 아는데 외출증을 끊어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대표팀의 소집해제가 되는 날 반드시 한 장도 사용하지 않은 외출증 뭉치를 그의 면전 앞에 던져야 했다. ‘그래도 다행이야. 레드 폭시즈팀가 우베이시티에 있어서.’ 우베이시티는 에이번드와 같은 중앙정부 내에 있기는 하지만, 동쪽에 끝에 자리 잡고 있어 시차가 4시간 정도 빨랐다. 즉 지금 에이번드가 거의 새벽 한 시가 다되어 가지만 우베이시티는 지금 새벽 5시라는 것이다. 게다가 야간 고속 플라잉 버스를 타면 1시간 이내 거리이니, 그쪽 시각으로 새벽 6시쯤에 도착했다. 그럼 잠시 2시간 정도 그 근처를 배회하다가 정각 8시쯤에 도착할 에스더와 함께 들어가 이적협상을 벌인 후 곧장 돌아오면 에이번드는 아침녘이었다. 이후에는 새벽 운동을 나갔다 들어오는 척 정문으로 들어오면 아무 일도 없게 되었다. 범석은 이번 작전을 위해 오늘 휴식 시간에 경비실에 가서 CCTV의 위치및 감시용 버드카메라의 충전 대기시간을 파악한 후, 가장 적절한 시간과 위치에서 담치기를 감행했다.12/13 쪽 ============================ 작품 후기 ============================ 캬. 역시 SK입니다. 감독석에 야신이 없음에도 저력을 보이네요. 아무래도 준플레이오프는 끝까지 봐야 결말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 -- 대표팀 호출. -- > “크크크. 뭐? 절대 대표팀을 나갈 일이 없다고 했나?” 어둠 속 저편. 담장 음영에 숨어서 빈센트의 비아냥거림을 듣는 클라트가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자신만만하게 대표팀에 남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범석이 담장을 넘어 외부로 빠져나와 저리 서성이고 있었던 탓이다. 멀리서 플라잉 택시가 서서히 다가오는 것으로 보아 분명히 완전히 이 지역을 빠져나가려는 의도가 확실해 보였다. “이걸 그냥!” 화가 머리꼭지까지 올라 튀어 나가려는 순간 빈센트가 옷깃을 부여잡았다. “자네. 가서 뭐 어쩌려고?” “대표검투사가 야밤에 몰래 대표팀 훈련캠프를 나가는데, 가만히 두란 말입니까?” “물론 맞는 얘기지. 하지만, 무한 외출증 끊어줬다며? 튀어 나갔다가 외출증 던져주고 가면 어찌할 텐가? 크크크.” 그럼 클라크로서는 받아들고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줘야 할 입장이었다. 그는 입술을 잘끈 깨물고 다시 음영 속으로 몸을 숨겼다. 지금 딱히 나서서 막을 명분이 없기에 회1/12 쪽 이대로 탈출을 감행하도록 가만히 놔둘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막을 방도가 없겠습니까?” “당연히 없지. 자네가 자충수를 둘 걸 나보고 어찌하란 말인가? 지금으로서는 저 아이가 어디로 가는지 파악하고 변명거리를 만들어 놓는 편이 좋을 걸세.” “어째서요?” “잘 생각해보게. 아마도 자네와 범석군의 불화는 대충 기자들도 눈치챘을 게야. 지금은 양쪽 모두 조용히 있어서 가시화시키지 못하고 있지만, 만약 저 아이가 대표팀을 무단으로 떠나갔다는 소식이 알려져 보게. 득달같이 달려들어 쪼아될 걸. 그럼 자연스럽게 팀 분위기는 엉망이 되고 이번 예선 3차전은 보나 마나 한 얘기가 되겠지. 그리고 언론은 다시 이번 패전을 팀 스쿼드 문제가 아닌 자네의 지도력 문제로 귀결하려 들걸세.” 하며 빈센트가 손바닥으로 스스로의 목을 그었다. 즉 클라크가 대표팀 감독에서 잘릴지도 모른다는 의사표시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자네는 범석군에게 무한 외출증을 끊어줬네. 즉 어디로 갔는지만 알면 그다지 문제 될 일이 없지. 그저 기자들의 질문에 범석군이 외출증을 끊고 어디로 갔다는 얘기하고, 내가 나중에 잘 설득해서 입만 맞춘다면 간단히 끝이 날 일이지.” “아니. 그렇다면 지금 설득해 주시면 될 것 아닙니까?”2/12 쪽 “에이. 그게 아니지. 열이 받아서 야밤에 대표팀 담장을 넘은 아이가 설득한다고 들어먹겠는가? 좀 시간이 지나 차분히 마음을 진정시킨 다음 차근차근 진행해야지. 지금 설득했다가는 역효과만 나게 되네.” 클라크가 수긍했는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긴 화가 머리꼭지까지 오른 상황에서 무슨 얘기인들 통할까? 지금은 잠자코 지켜보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는 곧바로 주자창에 서 있는 자신의 승용차를 불러냈다. 지켜보기 위해서는 그가 어디로 가는지 따라갈 필요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뒤를 쫓기로 하죠.” “잘 생각했네.” 그 사이 범석은 도착한 플라잉 택시에 몸을 싣고 어두운 밤하늘로 사라져갔다. 이에 클라크와 빈센트가 자가용 플라잉 카로 뒤를 쫓으며 때아닌 추격전을 벌였다. “후후. 벌써 아침이네.” 우베이시티 시외 터미널에 도착한 범석이 멀리 밝아오는 동창을 보고 무척 신기한 눈빛을 지었다. 새벽 1시쯤에 출발해서 한 시간 정도 이동했을 뿐인데, 벌써 해가 떠올랐고 시계는 이미 시차에 맞춰 아침 6시를 찍고 있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슬립한 기분이랄까? 덕분에 신체시계가 잘못 작동됐는지 출출한 기분이 들었3/12 쪽 다. 시간도 많이 남은 터라, 그는 곧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간단한 아침을 먹었다. 이런 모습을 유리창 너머로 바라본 클라크가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빈센트감독님. 어째서 저 아이가 이곳까지 왔습니까?” “글쎄. 아무리 봐도 단단히 삐진 모양이야.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 이 먼 우베이 시티까지 오다니……. 아예 대표팀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는 보군. 아니었다면 우리들의 눈길이 닿지 않은 이곳까지 올 까닭이 없지.” 얼굴이 시커멓게 타들어간 클라크가 다급히 말했다. 범석의 대표팀 차출을 고사하는 순간, 자신의 모든 계획은 철저히 틀어지게 되었다. 앞으로 대표팀은 그를 중심으로 재편할 참이었다. “그, 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으음~ 아마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걸세. 설득할 때 제법 공을 들여야 하고.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마땅히 할 일이 없네. 일단 미행하면서 기분이 풀어진 기색이 보이면 설득해 대표팀으로 데려가고, 아니라면 어디에 머무는지만 파악하고 그냥 돌아가야겠지.” 클라크가 편의점 안쪽을 유심히 바라봤다. 지금 범석은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여성직원과 즐겁게 웃으며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었다.4/12 쪽 “왠지 기분이 풀린 듯도 보이는데요?” “에이 아니지. 우베이 시티까지 도망쳐올 정도인데 벌써 풀렸겠는가? 아마도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애를 쓰는 것뿐이겠지.” “하지만, 저 표정이 화가 난 것으로 절대 보이지 않습니다만…….” “아니 내 말이 맞대도. 정 의심스러우면 자네가 한 번 들어가 보게. 단! 그 이후에 벌어질 사태는 난 절대 책임질 수 없네.” 이렇게까지 말하니 클라크로서도 감히 범석을 만나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괜히 들어갔다가 불같이 화를 내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간다면 그다음부터는 전혀 대책이 없었다. 일단은 잠자코 사태를 파악하는 편이 좋았다. “휴~ 알겠습니다. 이대로 기다려보지요.” 그 사이 모든 식사를 마친 범석이 편의점을 나와 터미널 외부에 있는 택시 승강장으로 갔다. 그리고 마침 서 있는 택시를 타고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이에 빈센트와 클라크가 뒤따라 택시에 올라타고는 시급히 뒤를 쫓았다. 이후 꼬박 10분을 이동해 도착한 곳은 최종 목적지인 레드폭시즈팀의 훈련캠프였다. 범석은 떠나가는 택시를 뒤로하고 훈련캠프 정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굳게 닫혀 있는 모습을 보고는 갖은 인상을 찌푸렸다.5/12 쪽 ‘젠장. 꼼짝없이 기다리게 생겼네. 날씨도 추워죽겠구먼…….’ 하긴 지금은 아침 7시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훈련 시작 시각이 한참이나 남아 있으니, 문이 열려 있을 리가 만무했다. 게다가 지금은 시즌경기가 없는 겨울 휴가철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기도 뭐했다. 한 시간 있다가 이 앞에서 에스더와 만나기로 했으니, 특별히 그 시간 동안 가 있을 만한 장소가 없었다. 결국, 그는 발을 동동 구르며, 근처 아크릴 칸막이로 사방이 막혀 있는 플라잉 버스 정류장에 들어섰다. 여기서 대충 한 시간을 떼어볼 요량이었다. 위이잉. 위이잉. 범석이 들어오자 정류장에서 기기에서 따뜻한 스팀이 흘러나왔다. 무척 반가운 일로, 이제 밖에서 추위에 떨 이유가 없었다. 이 세계는 수소발전과 핵융합발전으로 전기를 싸게 생산할 수 있었기에, 이런 한적한 버스정류장에도 난방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몸이 따듯해진 범석이 벤치에 등을 찰싹 붙이고 한가로이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다. 털컹.6/12 쪽 10여 분쯤 지났을까? 시계가 정확히 7시를 가리킬 때쯤. 레드폭시즈팀 훈련캠프의 문이 활짝 열리고 있었다. 이에 잠시 엉덩이를 띄우던 범석이 다시 주저앉았다. 트레이드 담당자가 출근하기로 약속한 시간이 8시이니, 굳이 일찍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아서라 괜히 먼저 들어가 기다리고 있으면 자칫 이쪽이 안달이 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럼 거래에 손해가 생길 수 있고. 어차피 에스더를 만나야 하니 여기서 기다리는 편이 낫겠지.’ 그렇게 신경을 끄고 멀리 시민체육공원 쪽으로 시선을 돌릴 찰라. 안에서 한 엘프가 걸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제법 큰 키에 금발을 머리 위로 땋아 올린 엘프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으음. 아겔리아도 금발인데. 머리도 땋아 올렸고 말이야.’ 엘프 중에 금발은 무척 흔한 편이었고, 딴에는 검투사도 운동선수라 저런 식으로 머리를 땋아 올린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유독 긴 다리와 늘씬한 체형이 마치 아겔리아와 매우 흡사해 혹시나 싶었다. ‘어떻게 할까? 아겔리아면 잠시 만나볼까?’ 범석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팀과 몸값 협상을 하는 도중 검투사를 만나는 일이 프로7/12 쪽 협회에서 제공하는 트레이드 규칙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특히나 갓즈나이츠의 경우는 먼저 검투사에게 찾아가 영입의사를 밝히면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었기에 부정 이적협상 시 부과되는 페널티의 양이 더 클 터였다. 아겔리아처럼 주인 없는 엘프검투사들은, 갓즈나이츠에 가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는데, 소속팀을 무척 곤욕스럽게 만드는 사고도 예사로 저지를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자신이 이적협상을 하기 전 아겔리아가 만났다가 외부에 알려진다면, 갓즈나이츠는 상당한 애로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그녀가 지금 벌이는 팀 내 사고가 바로 자신이 부추긴 것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정체를 숨긴다면 별 탈이 없어 보였다. 지금 가방에는 혹시나 탈출 시 필요할까 싶어서 챙겨온 모자와 마스크, 선글라스가 있었다. 이것들로 얼굴을 가린다면 그 누구도 자신을 알아볼 수 없었다.범석은 곧 철저히 위장하고는 밖으로 나섰다. ‘오. 역시 아겔리아가 맞네.’ 아겔리아는 조깅 도로 한편에 서서 몸을 풀고 있었다. 주력용 전문 스포츠화를 신고 제대로 스트레칭을 하는 것으로 보아 마음먹고 달려볼 심산인 듯 보였다. 범석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몰래 뒤로 다가가 그녀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그동안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기 위해서였다.8/12 쪽 이름 : 아겔리아.구분 : 엘프(6년).소속 : 레드 폭시즈 GC.명성 : 4469.악명 : 0.H유무 : 무.스테미나 : 8099/8100.사회성 : 58, 근력 : 82, 체력 : 81.민첩 : 87+10, 균형감각 : 87, 지능 : 78.정신력 : 75. 판단력 : 73, 재주 : 61.운 : 64.현재기량/잠재능력 : 812/979.특성 : 바람의 정령.특이사항 : 과거 다윈약품 소속의 스프린터. 작년 여름 하이른 센트럴리그 소속의 레드 폭시즈GC로 영입되어 2군 검투사로 활동 중. ‘오. 많이 발전했는데. 레드 폭시즈 팀에서 아주 제대로 훈련을 시킨 모양이야. 이제 9/12 쪽 나도 주력으로는 아겔리아를 따라잡기 어렵겠어. 후후후.’ 전에 70대 초반에 이르고 있었던 근력과 체력은 80대 초반쯤에 다다르고 있었고, 민첩과 균형감각도 10 가까이 올라 87을 기록 중이었다. 그리고 다른 정신적인 능력도 고루고루 성장해 범석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올라 있는데다가, 그동안 큰 부상도 없었는지 잠재능력도 979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보이는 스텟만으로는 아겔리아가 범석보다 빠르지는 않아 보였다. 현재 그의 최대 민첩은 93+10. 아겔리아의 현재 민첩 스텟으로는 도저히 상대가 안 됐다. 하지만 ‘바람의 정령’이 있기에 얘기가 전혀 달라졌다. 이 특성은 평소에는 민첩을 +10 상승시켜주는데, 발동 시 150분 간 모든 스텟을 추가로 +9 시키는 기능이 있었다. 즉 그녀는 한순간에 민첩이 +19가 되어 106에 이른다는 것이다. 가히 엄청난 특성으로, 제대로 성장시킨다면 스피드에 관한 한 세계 최강이 될 수 있었다. ‘흐흐흐. 이런 아이가 대장 검투사 된다면. 아주 죽여주지. 최고의 뜀새가 될 수 있거든.’ 뜀새는 속칭 발 빠른 대장검투사를 의미하는 검투계의 은어였다. 검투 경기는 반드시 대장 검투사를 잡아야만 이기는 경기라, 뜀새가 있다면 상대편 팀은 여간 곤욕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기껏 오랜 시간을 투자해 승기를 잡더라도, 요놈의 뜀새가 남은 시간 동안 지름 100미터의 경기장을 요리조리 빠져 다니며 도망친다면 다잡은 경기를 놓칠 수도 있었다.10/12 쪽 물론 포획도구인 그물을 대거 준비하면 되지만, 2종류의 무기를 초과해 지닐 수 없다는 제약 탓에 전술 변화에 큰 난항을 겪게 되었다. 게다가 그물은 한 번 던진 후 수습하기도 어려웠고, 제대로 완성된 뜀새들은 이런 그물 투척을 여유롭게 피해 다니기에 굳이 잡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런데 아겔리아는 이런 뜀새의 능력도 최고일 뿐만이 아니라, 다른 능력 또한 출중했다. 만약 그녀가 특정 무구에 전문화되고 많은 경기 경험을 쌓아, 갓즈나이츠의 대장 자리를 굳건히 지켜준다면 그만큼 든든한 일도 없었다. 정보창을 닫고 흡족한 표정을 지은 범석이 아겔리아의 옆으로 다가가 가볍게 말을 걸었다. “야. 거기서 뭐하냐?” 마침 골반 관절을 풀던 아겔리아가 그 큰 눈망울을 깜빡이며 물끄러미 그를 바라봤다. 얼굴을 온통 선그라스와 모자, 마스크로 철저히 가렸던 탓에 감히 그가 범석임을 알아보지 못했다. “왜 그러시죠?” “지나가야 하는데 네가 길을 막고 있으니까 그렇지.” 그녀가 좌우를 둘러보았다. 이곳 조깅 도로는 폭이 넓어 몇 사람이 함께 어깨동무하며 지나가도 될 정도였다. 충분히 비켜서 걸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11/12 쪽 하지만, 굳이 따져 물으려니 시비가 걸릴 듯 보여 길을 비켰다. “자. 지나가세요.” 옆을 스쳐 지나가는 척한 범석이 되돌아보며 질문을 던졌다. “잠깐. 너 복장을 보니까 요기 레드폭시즈팀 검투사 같은데, 맞아?” “네. 맞아요. 그런데 왜 그걸 물으시는 거죠?” “왜긴. 검투사가 스프린터나 신는 전문 스파이크를 신고 있으니까 그렇지.” 그 말에 아겔리아가 꽤 놀란 눈으로 범석을 쳐다봤다. 일반인이 일반 조깅화와 스프린터 전문 스파이크를 구별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세히 관찰하면 밑창이나 굴곡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만, 그는 단지 스쳐 지나가면서 바라봤을 뿐이었다.============================ 작품 후기 ============================ㅠㅠ. 오늘 야구를 안하네요. 한 참을 기다렸는데 ;;;;;;; 뒤늦게서야 월요일인줄 눈치 챘네요. 하하하. 그럼 모두들 편한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작품 후기 ============================ㅠㅠ. 오늘 야구를 안하네요. 한 참을 기다렸는데 ;;;;;;; 뒤늦게서야 월요일인줄 눈치 챘네요. 하하하. 그럼 모두들 편한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 대표팀 호출. -- > “혹시 전에 육상을 해보신 적이 있으세요? 혹은 육상관계자세요?” 아겔리아의 집요한 질문에 범석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으음. 전에 잠시지만 육상을 해본 적 있어. 시대회지만 시합에도 나가봤고. 뭐 지금은 사정상 그만뒀지만…….” 그녀가 밝은 표정으로 일어나 범석의 앞에 섰다. 전에 육상선수를 했던 사람을 우연히 만났다니, 너무도 반가웠다. “시 대회 시합에 나갈 정도면 개조인간이시겠네요?” “으음. 그래.” “혹시 어느 시 대회에 나가셨나요? 종목은요? 최고 기록은요?” 범석이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질문을 곧이곧대로 밝혔다가는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하는 수없이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뭐. 자랑할만한 대회가 아니라서 그렇고, 그냥 200미터와 400미터에 출전해서, 400미터는 떨어지고, 200미터는 우승했어.”회1/13 쪽 아겔리아가 환하게 웃으며 귀를 팔딱거렸다. 아무리 시대회지만 200미터를 우승했다면 손으로 꼽히는 스프린터라는 얘기였다. “그럼 지역정부 대회도 나가셨겠네요.” “거긴 사정이 있어서 안 나갔어.” “아니 왜요? 원래 결승 3위까지는 지역정부 대회에 나가잖아요.” “알아.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다 사정이 있는 거지. 그걸 다 일일이 어떻게 말하냐? 그냥 신경 꺼라.” 아겔리아가 입을 열려다가 다시 닫았다. 시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도 지역정부 대회에 나가지 못했다는 것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는 뜻. 괜히 남의 사생활을 캐물을 필요가 없었다. 만약 좋지 못한 이유였다면, 초면에 큰 실례를 범하는 일이었다. “아. 그렇군요. 알았어요. 더는 묻지 않을게요.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로 지나가세요?” “으음. 그냥 운동이나 할 겸 나왔지.” 그녀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곳은 레드 폭시즈팀의 앞길이기도 하지만, 우베이시티의 체육부지 중 일부이기도 했다. 그래서 시청 관할의 축구장이나 야구장 등 여러 스포츠시설이 있었고, 이처럼 운동을 하러 나오는 시민이 많이 있었다.2/13 쪽 “그렇군요. 그럼 저하고 경주를 해보실래요? 시 대회 200미터 우승자라면 어느 정도 실력이 있을 듯 보이는데요.” 범석이 난색을 보이며 손을 흔들었다. 보나 마나 자신이 지리라는 것쯤은 빤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1년이 넘게 스타트 연습도 해본 적도 없었고, 그녀의 민첩은 지금 자신을 약간 웃돌고 있었다. 보나 마나 출발부터 뒤지다가 결국에는 점점 거리가 벌어지며 패배를 할 터였다. 전문분야는 아니지만, 전에 이겼던 상대에게 진다는 사실은 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아니. 됐어. 육상을 그만둔 지도 오래됐고. 또 지금 내가 신은 운동화는 너처럼 전문 스파이크도 아니잖아. 그냥 잠시 조깅이나 하다 갈란다.” 아겔리아가 급히 옆에 놓인 가방 속을 뒤적거리더니, 운동화 하나를 꺼내 들었다. 스포츠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다용도 운동화였다. 그녀는 꼭 시대회에서 우승했다고 하는 범석과 경주를 해보고 싶었다. 지금 입장에서 자신이 지금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알고 보기 위해서는 그만한 경쟁자를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팀 내에는 육상을 전문으로 익힌 스포츠인이 아무도 없었다. “그럼 저도 이걸 신고 달릴게요.”3/13 쪽 집요한 아겔리아의 보챔에 범석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간절한 기색이 역력히 묻어 나오는 그녀의 표정을 보자 거절하기가 좀 힘들었다. 결국, 그가 긴 한숨을 내쉬고는 모자를 벗고 옆에 섰다. “휴~ 좋아. 그럼 저기 보이는 야외 주차장 입구까지만이다.” 범석이 손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본 아겔리아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 정도 거리라면 약 100여 미터. 경주구간으로는 딱 알맞았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그의 옆에서 출발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선글라스와 마스크는 안 벗으세요?” “으음. 내가 눈에 병이 있어서 선글라스를 벗으면 안 돼. 강렬한 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면 실명할 수 있거든. 그리고 마스크도 일부로 벗을 이유가 없잖아. 어차피 100미터 호흡은 필요 없으니까.” 빤한 거짓말이지만 알아들어 먹은 듯 아겔리아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눈병은 육상선수 은퇴의 원인으로 생각했고, 5초대에 경기가 끝나는 100미터 경주에서 호흡을 해 자세를 흐트러트리는 스프린터는 없으니 마스크도 상관없었다. “네. 알았어요. 그럼 우리 시작해요.”4/13 쪽 헛기침을 연발한 범석이 그녀의 옆에서 스타팅 자세를 취했다. “출발신호는 어떻게 하지?” “그냥 먼저 셋 세고 출발하세요. 그럼 알아서 제가 뒤따라 뛸게요.” 그가 피식하고 웃었다. 아겔리아의 스펙이 자신보다 좋기는 하지만, 그리 많이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게다가 5초대에 결판이 나는 100미터 경주에서 상대에게 스타트의 이점을 준다는 것은 큰 페널티였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이번 경주의 승리는 자신의 차지였다.범석이 곧 속으로 ‘위대한 의지’를 외치고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출발!” 몸을 튕기며 앞으로 달려나가는 범석이 초반 기세를 살려 크게 앞서 나갔다. 여유만만하게 있던 아겔리아는 출발하고서야 이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엄청난 스피드로 바람을 가르며 달려나가는데, 도저히 스타트의 갭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점점 거리는 좁히고 있지만, 100미터의 짧은 구간에서 앞지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 대체 누구지?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분명히 유명한 스프린터였을 거야. 그럼 내가 모를 리가 없어.’5/13 쪽 지금 자신의 기록이면 중앙정부 대회에 결선에 오를 정도라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약간 스타트에서 이득을 봤다고, 자신이 도저히 어쩌지 못할 지경까지 앞서나가고 있었다. 이런 자라면 꾸준히 육상계 소식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자신이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녀는 이내 한 인물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이 정도의 실력자라면 전 세계 육상계를 통틀어 아주 일부만이 속했다. 게다가 육상 선수로 흔하지 않은 개조인간이라는 사실과 검은 머리칼까지 지니고 있었다. ‘서, 설마 범석님. 그럼 절대 질 수 없어!’ 아겔리아가 이를 악물고 다리에 힘을 주었다. 지금까지 레드 폭시즈의 관계자들의 눈치를 받으면서까지 주력에 집중한 이유가 무엇이던가? 작년 춘계 리마시티 육상대회에서 자신을 이기고 200미터에서 우승을 한 범석 때문이었다. 당시 그녀는 사력을 다했지만, 결국 그에게 엄청난 거리 차이로 지고 말았다. 그래서 그와 다시 대결을 벌이기 위해 기꺼운 마음으로 프로검투팀인 이곳 레드 폭시즈팀으로 이적을 왔다. 뭐 와서 보니 그게 쉽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뜻하지 않게 오늘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아겔리아는 곧 팔을 빠르게 전후로 흔들며 사력을 다해 뒤쫓았다. 한 보, 한 보 전진할 때마다 거리가 좁혀졌지만, 그만큼 결승점도 가까워졌다. 그리고 거의 어깨를 나란히 할 때쯤. 범석이 뛰는 것을 멈추고 제자리에 섰다. 100미터 완주에 필요한 5초의 시간은 찰나와도 같은 순간에 불과했다. 그는 먼저 목표한 주차장 6/13 쪽 입구에 도착했고, 아겔리아는 또 패배의 굴욕을 맛봐야 했다. “어때 내가 이겼지?” 범석이 생글생글 웃어댔다. 승리는 언제 경험해도 달콤했다. 특히나 상대가 자신보다 강하다면 더욱 그러했다. 이 모습을 본 아겔리아가 억울했는지 제자리에서 팔짝 뛰었다. 간절한 마음으로 목표했던 상대를 이길 수 있던 이 기회를 한순간의 자만심으로 놓쳐버린 탓이다. “이건 무효에요. 다시 뛰어요!” “승부에 무효가 어디 있어? 패배했으면 패배를 인정해.” “범석님이 먼저 정체를 숨겼잖아요. 뛰기 전에 알았으면, 제가 절대 질 리가 없었어요!” 뜨끔했는지 범석이 슬며시 뒤로 물러섰다. 어떻게 자신인 줄 알았는지 모르지만, 지금 정체가 밝혀져서는 절대 안 됐다. “아, 아니야. 범석이라니 말도 안 되는 얘기 하지 마.”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쓴다고 제가 모를 줄 알아요?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시 대회 200미터 경주에서 우승하고 400미터에서는 떨어진 데다가 지역정부대회에는 나가지 않았다고요. 이 육상계에 그런 전적이 있고, 개조인간에다가 검은 머리칼을 지녔7/13 쪽 으며 이 정도 실력을 갖춘 사람은 범석님 빼고 아무도 없어요.” 이렇게까지 말하니 범석은 더는 오리발을 내밀 수가 없었다. 결국, 살며시 선글라스를 내리고 그녀를 쳐다봤다. “하하하.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이거 내가 실수를 했는데.” “모를 리가 없죠. 항상 범석님을 이기는 날을 고대하면 달렸으니까요. 그러니 빨리 다시 달려요. 이번에는 꼭 이기겠어요.” 그건 범석이 사양할 일이었다. 다시 승부를 하면 정말 지게 되었다.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는 크게 성장해 있었다. “그건 안돼. 네가 내 정체를 안 이상 더는 여기 있을 수가 없어.” “아니 왜요?” “그것도 말 못해. 나중에 실컷 같이 뛰어줄 테니까 잠시만 잠자코 있어. 절대 나를 만났다는 소리를 소속팀에게 얘기하지 말고.” “정말 만났다는 얘기를 하지 않으면 원하는 만큼 같이 뛰어줄 것인가요?” 범석이 순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번 이적협상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그녀는 갓즈나이츠팀의 일원이자 자신의 휘하 엘프가 되었다.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승부 해줄 수 있었다.8/13 쪽 “그래. 그러니 절대로 나를 다시 봐도 아는 척해서는 안 된다. 알았지?” 잠시 고민을 하던 아겔리아가 살짝 눈을 깜빡거렸다. 그와 다시 승부를 겨룰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정도 기다려주지 못할 리가 없었다. “알았어요. 그럼 언제쯤 같이 달릴 수가 있나요?” “뭐. 오늘이 될 수도 있고 며칠 후가 될 수도 있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곧 이라는 점은 약속해 줄 수 있어.” 그 말을 하고 난 범석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위장해도 걸린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지금은 그녀의 곁에 떨어져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레드 폭시즈팀의 앞마당이니 언제든 관계자의 눈에 띌 수 있었고, 곧 있으면 트레이드 담당자가 출근할 예정이었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본 아겔리아가 잠시 몸을 푸는 척하더니, 다시 팀 숙소를 향해 걸어 들어갔다. 오늘 아침 운동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좀 아쉽기는 했지만, 언제든 범석과 또다시 승부를 겨룰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호오. 대단하군. 이런 수준 높은 뜀새가 둘이나 있었다니.”9/13 쪽 멀리서 이들의 경주 장면을 지켜본 빈센트가 턱을 괴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월드리그급에서 나올법한 뜀새의 달리기가 바로 앞에서 펼쳐졌던 탓이다. 그것도 둘이나 되었고, 하나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범석이었다. 같이 이 모습을 보았던 클라크가 발을 동동 굴렀다. 이번 주력 대결로 그의 포지션이 아주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자료 화면으로 봐서 그가 빠르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니 저런 빠른 발을 가지고 명령하기를 좋아하는 얘가, 왜 선봉과 중견만 하는 겁니까! 원래 대장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글쎄. 그렇기야 하네만, 저 검술 솜씨를 대장에다 처박아 두기는 아깝지.” 하긴 대장 검투사는 장기로 따지자면 장군과도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함부로 검을 휘두르며 상대 팀 검투사와 전투를 벌여서는 안 됐다. 하지만, 대장의 최종적인 목적은 생존. 부득이하게 상대와 맞선 상태에서 승리를 점할 수 있는 뛰어난 검술도 대장 검투사가 꼭 갖추고 있어야 할 덕목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뛰어난 검술실력과 빠른 발을 갖추고 있는 이가 흔하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닙니까? 아시지 않습니까? 대장 검투사는 그 어떤 포지션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렇지. 그런데 자네가 왜 상관인가?” “저 얘가 대표팀에 들어올 아이니까 그렇죠. 가뜩이나 우리 에이번드 대표팀에 대장10/13 쪽 역할을 맡을 아이가 마땅치 않았는데, 저 얘가 대장을 맡으면 후방이 무척 든든해지니까 그렇죠.” 빈센트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지금 대표팀의 대장을 맡은 아이가 바로 드래곤 나이츠 소속의 검투사였다. “왜? 우리 아이가 마음에 안 드나? 그럼 그냥 소속팀으로 데리고 가지 뭐.” 앗차한 클라크가 손을 휘저어댔다. “아니 그런 것이 아니고요. 좀 더 좋은 옵션이 있으니, 활용하자는 겁니다.” “범석이 말인가?” “네. 그럼 범석 말고 누가 있겠습니까?” 빈센트가 레드 폭시즈 훈련캠프 안으로 들어가는 아겔리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얘는?” 클라크가 상당한 탐심 어린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솔직히 달리는 속도 하나만을 봤을 때는 아겔리아가 좀 앞섰다. 중반 이후로 급격히 벌어진 차이를 좁혀가는 모습을 보면 능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검술 솜씨야 어떨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대장 11/13 쪽 검투사로서 훌륭한 자질을 갖췄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크음. 검술 솜씨와 기타 여러 능력만 뒤를 받쳐준다면 꽤 훌륭한 대장검투사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빠른 발만 가지고는 대장을 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나이도 어린데다가 잠재능력이 무척 뛰어나다면?” 그렇다면 다 필요 없었다. 지금은 막상 빈약해도 차차 성장해나가면서 채울 수 있었기에 최고의 대장 검투사 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아주 출중한 대장검투사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확실히 잠재능력이 뛰어난 아이입니까?” “물론이지.” “아니. 그걸 어떻게 압니까?” “간단해. 저 아이가 원래 우리 에이번드 출신의 아이였거든. 다윈약품 출신의 스프린터였는데, 성장성이 탐나 제 작년에 우리 팀에서 영입하려고 했었지.”“아니 그런데 왜 영입을 하지 않았습니까?” 빈센트가 입을 쩝 하고 다셨다.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아쉬워 미칠 지경이었다. 그는 아겔리아의 성장성을 오스칼의 위에 올려놓을 정도로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12/13 쪽 ============================ 작품 후기 ============================ 오늘도 SK가 이겼네요. 역시 죽어도 공명인가요? 아니면 부자는 3대는 간다는 옛날이 맞는 건가요? 야신께서 나갔음에도 해줄 때는 해주네요. 반면 기아는 기세가 꺾어서 걱정이네요. 하여간 야구는 가을 플레이오프 시즌이 제일 재미있어요. ㅎㅎㅎ. 그럼 모두들 편한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겟습니다.13/13 쪽 ============================ 작품 후기 ============================ 오늘도 SK가 이겼네요. 역시 죽어도 공명인가요? 아니면 부자는 3대는 간다는 옛날이 맞는 건가요? 야신께서 나갔음에도 해줄 때는 해주네요. 반면 기아는 기세가 꺾어서 걱정이네요. 하여간 야구는 가을 플레이오프 시즌이 제일 재미있어요. ㅎㅎㅎ. 그럼 모두들 편한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겟습니다.13/13 쪽 < -- 대표팀 호출. -- > “비쌌거든. 다윈약품 육상실업팀에서 1억 5천 크랑을 부르는 거야. 그래서 포기하고 신경을 끄고 있었는데, 작년 여름인가 모회사의 경영난에 때문에 5,000만 크랑에 여기 레드 폭시즈팀에 팔렸어. 당시에는 아주 배 아파 죽는 줄 알았네.” 클라크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검투사 영입에 천재라고 불리는 빈센트가 저리 탐심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뛰어난 잠재능력의 엘프라는 뜻이었다. 그런 아이가 먼 이곳 우베이 시티로 팔려왔다니, 대표팀 감독으로서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 정도로 대단한 아이였다면 계속 신경을 쓰면서 노리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어쩔 수 없었네. 거기 다윈 약품 얘들이 실업팀 소속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가치의 관념이 전혀 없었어. 아무리 유망주라지만 검술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를 검투팀에 1억 5천만 크랑에 팔 생각을 하다니……. 후후. 그래서 버럭 신경질을 내고 대화의 창을 완전히 닫아버렸네.” 이해가 가는지 클라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1억 5천만 크랑이면 와이드리그에서 뛸 수 있는 실력에 최상급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유망주를 살 돈이었다. 그 돈으로 빠른 발만 갖춘 육상 선수를 살 이유가 전혀 없었다.회1/12 쪽 “그렇군요. 저 같아도 약간 화가 났을 겁니다. 그래도 대화의 창을 완전히 닫아버린 건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덕분에 레드 폭시즈팀과 이곳 그레일 지역의 프로검투협회만 좋은 일 시켜줬고요.” “아니 딱히 그렇지도 않아.” “아니 왜요? 아겔리아가 높은 잠재능력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뭐해?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데. TV에서 보니 그 아이 때문에 소속팀인 레드 폭시즈팀이 제법 시끄러운 모양일세. 그래서 마지못해 방출명단에 올려 싸게 내놓았고 말이야. 그것도 3,500만 크랑에 말이네.” 그 말에 클라크가 상당한 관심을 표출했다. 그렇다면 충분히 사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됐다. 미래 에이번드 대표팀의 대장 검투사가 될만한 엘프가 3,500만 크랑이라면, 무척 이문이 남는 장사였다. “그럼 다른 팀에서 데려가기 전에 얼른 영입해 가지 않고 뭐하십니까?” “휴~ 자네. 내가 조금 전에 한 말을 어디로 들어먹은 겐가? 분명히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을 않았나? 싸다고 내가 냉큼 저 아이를 영입해 보게. 지금 레드 폭시즈팀이 겪는 난항을 우리 드래곤나이츠가 짊어지게 되네.” “난항이라뇨?” “아겔리아가 육상에 대한 열정을 계속 보이자, 엘프 애호가들이 와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네. 그녀가 원하는 대로 육상을 하게 놔두라고 말일세. 그런데 문제는 그 아이를 데리고 오면 우리 팀이 그 꼴을 당해야 한다는 게야. 게다가 싸다고는 하지만, 2/12 쪽 3,500만 크랑이 누구네 집 개 이름인가? 만약 이대로 그녀가 육상에만 열정을 보인다면, 우리는 그냥 그 큰돈을 허공에 날리는 되네. 그런 위험을 감수할 바에야 차라리 당장 필요한 검투사를 영입해 오는데, 자금을 더 보태는 편이 훨씬 낫네. 지금 우리 드래곤나이츠는 센트럴리그에서 살아남아야 할 때지, 경기에 투입할 수도 없는 유망주를 큰돈 들여서 데리고 올 때가 아니네. 있던 유망주도 팔고 있는데, 영입해 오라고? 당치도 않는 소리지.” 클라크가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꾹 다물었다. 확실히 지금 드래곤나이츠의 사정상 비싼 몸값의 유망주를 영입해 오기란 무척 어려운 면이 있었다. 올해 갓 승격해 온 프로팀들은 어떻게든 그 시즌 강등을 피하는 일이 최우선 순위였다. “그렇군요. 그런데 저런 유망주가 다른 지역팀에 간다고 생각하니, 저로서는 무척 아쉽습니다.” “아쉬울 것 없어. 다시 우리 에이번드로 돌아올 테니까.” 클라크가 반가운 기색을 하며 그를 쳐다봤다. “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주억거린 빈센트가 바로 뒤로 돌아섰다. 날씨도 춥고 피곤하니 빨리 돌아가서 아랫목에 등짝을 지지며 잠이나 잘 생각이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3/12 쪽 하룻밤만 지새워도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자. 그럼 돌아가세나.” “어디를 말입니까?” “자네는 대표팀에, 나는 내 소속팀에 돌아가지 어디를 가겠나?” 클라크가 범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쟤는 어쩌고요?” “방금 전에 말했지 않는가? 아겔리아가 우리 지역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말일세.” “아니 그 아이가 저희 지역으로 돌아오는 일과 범석이 대표팀에 복귀하는 것이 무슨 상관입니까?” 빈센트가 따뜻한 버스정류장에서 몸을 뉘인 범석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범석의 가장 무서운 점이 뭔 줄 아나?” “글쎄요. 아마도 검술이 아닐까요? 전 그 정도의 검술을 구사할 수 있는 자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지를, 쟤를 보고서야 처음 알았습니다.” “그렇기도 하지. 하지만, 저놈의 정말 무서운 점은 바로 엘프검투사를 보는 눈이 아주 죽여준다는 것이네. 전에 내가 린이라는 소속 검투사를 판 적이 있는데, 테스트도 없이 바로 안달을 내더군. 자세히는 그 연유를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범석군은 겉으4/12 쪽 로 드러난 근육의 발달 정도나 골격만 보고도 성장성을 유추할 수 있다고 생각되네. 그런데 그런 애가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네. 바로 아겔리아는 상당한 유망주를 싸게 내놓은 레드 폭시즈팀 앞마당에 말일세. 과연 저놈이 대표팀을 탈출하다가 여기를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중일까? 텍도 없는 소리지.” 클라크가 그의 옷깃을 부여잡으며 물었다. “그럼 아겔리아를 영입하기 위해 대표팀을 탈출했다는 얘기입니까?” “당연한 소리를 왜 묻나? 아니라면 왜 저놈이 갈 데도 볼 곳도 없는 이곳에서 계속 죽치고 앉아 있겠나? 보나 마나 아겔리아를 영입하기 위해서 저리 궁상을 떠는 게지.” 하긴 여기는 우베이시티의 체육부지로 특별히 볼만한 풍경이 없었다. 추운 겨울의 새벽 날씨 속에서 굳이 이곳까지 와서 저리 앉아만 있을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그럼 저희는 뭡니까?” “뭐긴 야밤에 헛짓거리한 것이지.” 클라크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대표팀 탈출이니 아닌 그저 검투사를 영입하기 위해 빠져나온 것뿐이라니……. 찬바람이 거세게 부는 이 겨울날, 땀이 삐질 나올 정도로 긴장한 자신이 너무도 우스워 보였다.5/12 쪽 그는 꽉 쥔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범석을 노려봤다. 당장 쫓아가서 대표팀이 그렇게 우습게 보이냐 따지고 들고 싶지만, 자신이 해놓은 일이 있으니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막말로 범석은 외출증 한 장을 뜯어서 던져주면 그만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오늘의 일로 훗날 대표팀의 대장검투사를 맡을 아이가 에이번드에 유입되어 온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자신의 죄도 있으니, 한 번쯤은 눈을 감기로 했다. “휴~ 비, 빈센트 감독님. 가시죠.” “크크크. 그래 잘 생각했네. 아마도 얼마 안 있어 아무 일 없다는 듯 능청을 떨며 돌아올 테니 염려하지 말게.” 입술을 잘끈 깨문 클라크가 빈센트를 따라 긴 조깅 도로를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범석의 시선이 닿지 않는 멀찌감치 떨어진 장소로 이동하고는 콜택시를 불러 시외 터미널로 향했다. 한편, 버스정류장 안에서 기다림을 갖던 범석의 앞으로 거대한 2층 구조의 플라잉 버스 한대가 내려서고 있었다. 바로 아론이었다. 아무래도 에스더가 타 있을 것으로 예상한 그가 얼른 문 앞으로 다가갔다. 곧이어 나오는 그녀가 범석을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이사장님. 오랜만이에요. 대표팀생활 무척 힘드시죠?”6/12 쪽 범석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면에서는 확실히 힘들기에 딱히 부정할 수만은 없었다. “뭐. 그렇지 뭐. 그런데 이적서류들은 다 준비했어?” 에스더가 전자수첩을 꺼내 보여주었다. “네. 여기에 다 담아 가지고 왔어요. 그럼 이제 들어가실 건가요?” 시간을 본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8시가 다 되어 가니, 이제 곧 들어가야만 했다. 레드 폭시즈팀 트레이드 관계자와 만날 시간이 바로 8시였다. “으음. 그래야지. 자 들어가자.” 범석이 먼저 앞장을 서자, 에스더가 뒤를 따르며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이사장님. 오늘 거래가 잘 될 것 같나요?” “글쎄? 아마도 잘되지 않을까? 지금 레드 폭시즈팀은 아겔리아를 방출 명단에 올린 상태야. 이는 그들이 제시한 몸값 3,500만 크랑이면 확실히 판매하겠다는 뜻이야. 그리고 나도 3,500만 크랑이면 충분히 지급할 용의가 있고. 즉 벌써 양 팀 간에 뜻이 맞7/12 쪽 아버렸으니, 문젯거리가 생길 이유가 없다는 얘기지. 아마 다 잘 될거야.” “그런가요? 하지만, 알아보니 이곳 트레이드 담당자가 여간내기가 아니라고 했어요.” 범석이 피식하고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여간내기가 아니라, 여간내기 할아버지라도 이번 경우는 어쩔 수 없어. 방출 명단에 올려 판매 용의를 외부에 알렸다는 것은, 이미 팀 내부에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아겔리아를 판매하기로 방침을 세웠다는 뜻이야. 아무리 관계자라고는 하지만, 트레이드 담당자 독단으로 좌지우지할 수는 없어.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기껏해야 최대한 제시가에 가까운 금액을 받아내려고 노력하는 것뿐이야.” 에스더가 이해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외부에 판매한다고 알리게 되면 곧 해당 소속 검투사에 대한 몸값은 크게 하락하게 되었다. 팀에서 필요 없다는 것은, 어딘가에 반드시 결격사유가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겔리아 같은 경우는 이미 언론을 통해 그 결격사유가 만방에 알려진 상태였다. 검투사로서 적응하지 못하는 정신적 문제에, 그녀를 옹호하는 엘프애호가들의 피켓 시위까지……. 솔직히 말해서 갓즈나이츠 팀 외에 그 많은 돈을 내고 사겠다는 팀이 존재할지 의문이었다. 3,500만 크랑이면 쓸만한 유망주 둘을 살 수도 있는 금액이었다. “그렇겠네요. 레드 폭시즈팀에서는 반드시 아겔리아를 팔아야 할 입장이니까요.”8/12 쪽 “바로 그거야. 잘 생각해봐. 우리 사정에 맞춰 업무 시작도 아닌 이 시간에 트레이드 담당자가 일찍 출근해 협상을 진행하는 이유가 뭐겠어? 바로 그만큼 사정이 급하다는 얘기야.” “그럼 이사장님. 아겔리아의 몸값을 더 깎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건 좀 더 고민해볼 문제였다. 물론 그렇게만 된다면야 팀 내 자금을 아낄 수 있으니 하등 나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아겔리아는 무척 성장성이 좋기에, 영입하지 못하면 갓즈나이츠로서는 큰 손해였다. 즉 레드 폭시즈팀이 꼭 아겔리아를 팔아야 하는 처지이듯이, 자신도 반드시 그녀를 영입해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가격 다운을 시도해보기는 하겠지만, 큰 모험을 걸 입장이 못됐다. 그리고 또 하나. 대표팀 참여로 이번 트레이드에 범석이 관여할 시간이 겨우 두 시간 남짓이라는 점이었다. 에이번드지역에서 동이 틀 무렵까지 돌아가야 하니, 협상을 오래 끌고 갈 수가 없었다. “글쎄. 시도는 해보겠지만, 만족할 만큼은 깎지 못할 것 같다. 우리도 아겔리아를 반드시 영입해야 할 입장이거든. 또 시간도 없고 말이야.” “그렇겠군요. 그래도 아쉽네요. 잘만하면 꽤 몸값을 깎을 수도 있을 듯 보이는데요.” “뭐. 어쩔 수 없지. 우리 사정이 이런데.” 레드 폭시즈 훈련 캠프 정문에 다다른 범석이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서로 대화를 나누며 트레이드 전략을 짜나가는 것도 좋지만, 일부러 상대 팀의 훈련캠프 내9/12 쪽 에서 주절주절 떠들 필요는 없었다. 괜히 다른 이들이 듣고 트레이드 담당자에게 자신들 사정이 알려진다면 거래에 큰 불이익이 따랐다. 이들은 곧 경비원에게 방문 목적을 말하고 대기하고 있던 무인 전동카에 탑승했다. 그리고 오늘이 격전지가 될 사무용 건물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어서 오십시오. 갓즈나이츠 관계자 여러분. 저는 레드 폭시즈팀의 트레이드팀 과장인 엘리오트라고 합니다.” 엘리오트는 대략 40대 중반쯤의 면모를 지니고 있었는데, 서글서글하고 얼굴과 제법 펑퍼짐한 몸매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걸을 때마다 뒤뚱거리는 모습이 범석으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나게 할 정도였다. “후후. 저는 갓즈나이츠의 이사장인 오범석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단장 대리인 에스더라고 하고요.” “하하하. 예. 반갑습니다.” 서로 악수를 한 엘리오트가 넌지시 범석을 바라봤다. “그런데 아무래도 꽤 저희 아겔리아가 무척 탐이 나는 모양입니다. 단장 대리인 에스더님에 이사장이신 범석님까지 오셨으니 말입니다. 이거 제가 송구스러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10/12 쪽 아무래도 전초전이라고 생각한 범석이 바로 연기에 들어갔다. 자신들을 치켜세우는 듯 보였지만, 실상 아겔리아의 가치를 높이려는 수작이었다. “하하하. 겉모습만 보면 그렇지만 실상 보면 전혀 다릅니다. 저희 팀은 올해 갓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승격해 온 팀이라 아직 팀 정비가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주식회사 형태가 아닌 개인회사라 투자도 받지 못해 자금 사정이 그다지 좋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렇듯 저희가 직접 발로 뛸 수밖에 없고요.”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저희 아겔리아를 영입할 생각을 하신 겁니까?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아겔리아의 몸값이 3,500만 크랑이나 나갑니다.” 이거 초반부터 만만치 않음을 느낀 범석이 잔뜩 긴장했다. 맹점을 찔러오니 대략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물러나면 이어지는 협상에서는 큰 장애물로 작용하게 되었다. 확실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수긍할 만한 핑곗거리를 읊어놔야 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아겔리아와 저는 좀 안면이 있습니다. 같은 에이번드지역 육상계 출신이라서 말입니다. 그런데 TV에서 보니 그녀가 여기에 와서 무척 고생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측은지심이 들어 무리를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고생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TV를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그 아이는 달리고 싶어할 뿐. 저희가 특별히 그녀를 못살게 구는 것은 아닙니다.”11/12 쪽 “글쎄요. 제가 아겔리아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곁에서 본 바로는 그녀는 달리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합니다. 그걸 못하게 한다면 바로 괴롭히는 꼴이 되겠죠.” 엘리오트가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들을 곤욕스럽게 하는 엘프애호가의 주장이 그의 입에서 그대로 튀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품 후기 ============================ 결국 SK가 이겼네요. 기아에서는 에이스 윤석민이 나왔지만, 1차전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 시점이라 아무래도 무리였던 모양입니다. 덕분에 롯데만 곤란하게 됐습니다. 하루 더 쉬는 Sk와 맞붙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하여간 SK는 늦가을 야구가 무섭습니다. 그럼 모두들 편안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12/12 쪽 결국 SK가 이겼네요. 기아에서는 에이스 윤석민이 나왔지만, 1차전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 시점이라 아무래도 무리였던 모양입니다. 덕분에 롯데만 곤란하게 됐습니다. 하루 더 쉬는 Sk와 맞붙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하여간 SK는 늦가을 야구가 무섭습니다. 하여간 SK는 늦가을 야구가 무섭습니다. 그럼 모두들 편안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결국 SK가 이겼네요. 기아에서는 에이스 윤석민이 나왔지만, 1차전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 시점이라 아무래도 무리였던 모양입니다. 덕분에 롯데만 곤란하게 됐습니다. 하루 더 쉬는 Sk와 맞붙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하여간 SK는 늦가을 야구가 무섭습니다. 결국 SK가 이겼네요. 기아에서는 에이스 윤석민이 나왔지만, 1차전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 시점이라 아무래도 무리였던 모양입니다. 덕분에 롯데만 곤란하게 됐습니다. 하루 더 쉬는 Sk와 맞붙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하여간 SK는 늦가을 야구가 무섭습니다. 하여간 SK는 늦가을 야구가 무섭습니다. 그럼 모두들 편안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결국 SK가 이겼네요. 기아에서는 에이스 윤석민이 나왔지만, 1차전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 시점이라 아무래도 무리였던 모양입니다. 덕분에 롯데만 곤란하게 됐습니다. 하루 더 쉬는 Sk와 맞붙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하여간 SK는 늦가을 야구가 무섭습니다. 하여간 SK는 늦가을 야구가 무섭습니다. 그럼 모두들 편안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 -- 대표팀 호출. -- > “뭐. 따지고 보면 그렇기도 하겠죠. 하지만, 갓즈나이츠는 검투팀이 아닙니까? 3,500만이라는 큰돈을 들여 그녀를 육상선수로 키우려는 의도는 분명히 아닐 테지요. 그렇다면 대회에 보낼 것도 아닐 테고요.” 범석이 기다렸다는 바로 대답했다. 아까 아겔리아에게 들은 내용이 있기에 여기에 대한 적절한 답변이 있었다. “아무래도 엘리오트씨가 착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녀는 결코 육상대회에 나가고 싶어 저러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경쟁하고 싶어하는 상대와 달리고 싶어할 뿐입니다.” “아니 그걸 범석님께서 어떻게 알고 단정하십니까?” “마지막으로 그녀와 달리 춘계 리마시티 육상대회에서 그녀에게 직접들은 내용입니다. 당연히 모를 리가 없지요.” 엘리오트는 입이 바짝 마르는 기분을 느꼈다. 다음에 튀어나올 말이 뭔지 모르지만, 예감 상 피해야 한다는 사실이 여실히 느껴졌다. 범석의 입가에 새겨지고 있는 희미한 미소가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그가 옷깃을 여미며 발을 동동 굴렀다.회1/11 쪽 “아. 이거 추운 날 손님을 계속 밖에 세워 뒀군요. 이거 죄송합니다. 다음 얘기는 안에서 들어가서 하시죠.” 출입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는 엘리오트를 바라보며 범석이 내심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대화가 다음으로 넘어갔다면 아겔리아가 경쟁하기를 원하는 자가 자신이라고 당당히 밝히고 영입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밝힐 참이었다. 그렇다면 레드 폭시즈팀은 무척 부담을 느끼고, 자신과의 거래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임할 수밖에 없었다.바로 영입 전략에는 언론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위와 같은 사실이 피켓시위를 벌이는 엘프애호가들의 귀에 들어간다면, 그들은 아겔리아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트레이드가 되도록 종용을 할 테고, 레드 폭시즈팀은 부담감을 안고 범석과 이적협상을 벌여나가야 했다. 물론 범석의 사정상 언론에다 아겔리아의 영업사실을 알릴 수는 없지만, 엘리오트에게 압박을 주는 패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다. “휴~ 그러시지요. 계속 밖에 서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범석은 에스더를 데리고 엘리오트의 뒤를 따라 굽이굽이 길을 걸었다. 얼마 후 도착한 곳은 3층의 작은 응접이었다. 좁기는 했지만 세 명이 들어갈 자리는 충분히 되었고, 좌석 또한 편안해 보여 대화하기에는 좋은 장소 같았다. 엘리오트는 그런 범석과 에스더를 자리에 앉힌 후, 잠시 밖으로 나가 커피 석 잔을 2/11 쪽 타와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이거 죄송합니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사무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서요. 저도 제법 커피를 잘 타니 드실 만하실 겁니다.” “하하하. 상관없습니다. 저는 별로 차맛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해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논의에 들어가도록 하죠. 범석님께서는 아겔리아를 얼마에 영입할 예정이십니까?” 뜨거운 커핏물을 입김으로 식힌 후 한 모금 쭉 들이킨 범석이 대답했다. “뭐 사는 입장이 다 그렇지 않습니까? 어차피 같은 물건이니 싸게 구매하는 편이 좋죠.” “후후후.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거래가 다 그렇지 않습니까? 범석님께서 싸고 사고 싶어하는 만큼, 저희도 적정 가격에 판매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그렇군요. 서로의 입장이 다르니, 이견이 날 수밖에요. 그럼 일단 귀하 팀에서 제시하신 3,500만 크랑부터 거래를 시작하는 것으로 하죠.” 엘리오트가 가당치도 않다는 듯 손사래를 쳐댔다. “에이. 저희가 아겔리아를 구매할 때 든 비용이 5,000만 크랑입니다. 게다가 일 년 반 동안 훈련시킨 비용이 있는데 3,500만 크랑은 너무 적죠.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3/11 쪽 시면 저희로서는 기쁘기 한량이 없겠습니다.” 범석이 순간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며 마시던 커피를 소리가 나도록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아무래도 자신을 호구를 여기고 덤터기를 씌우려는 수작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들이 외부에 고시한 아겔리아의 몸값은 3,500만 크랑이었다. “후후. 이거 당혹스럽군요. 철석같이 3,500만 크랑인 줄 알고 온 저만 바보가 된 느낌입니다. 레드 폭시즈팀은 항시 그런 식으로 거래를 해오시나 보죠?”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이번 거래를 통해 갓즈나이츠에서 얻는 이득이 너무도 크니, 여기에 대해 배려해달라는 뜻입니다.” “저희의 이득이 크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득의의 미소를 지은 엘리오트가 바로 대답했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갓즈나이츠팀은 주인 없는 엘프검투사를 절대 팀에 들이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영입하는 애들은 전부 다 주인 있는 엘프들이거나 아니더라도 모두 범석님의 휘하 엘프로 만들더라고요.” “그래서요?” “그래서긴요. 즉 아겔리아도 범석이 휘하 엘프로 들일 테니, 고분고분 말을 잘 들을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검투 훈련도 제대로 받을 테고, 엘프 애호가의 반발도 당연히 없겠죠. 즉 저희가 겪는 어려움이 하등 전가될 이유가 없으니, 이거 거의 공짜나 다름 4/11 쪽 아겔리아를 채어 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를 바라보는 저희로서는 내심 억울할 수밖에 없죠.” 범석이 경직된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차분히 가져다 대었다. 에스더가 아까 말할 바와 같이 역시 여간내기가 아니었다. 이거 아무래도 갓즈나이츠에 대해 단단히 조사한 것으로 보이니, 상당한 공을 들여야 원하는 가격에 이번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을 듯싶었다. “하아~ 말씀 너무 잘하셨습니다. 거래란 한쪽이 큰 이득을 취하면 다른 한쪽이 큰 손해를 보는 법, 이에 대한 보정이 반드시 필요하겠죠.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입니다. 자 그럼 우리 한 번 심도 있게 서로의 손실을 바로잡아보실까요?” 자신의 의견이 관철됐음에도 엘리오트는 가히 좋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레드 폭시즈 입장과 반대되는 이해당사자인 범석이, 자신의 수작에 저리 단번에 설득되어 낚이니 불안한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얼토당토않은 얘기라며 반발을 하는 해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래도 일단 패를 보지 않는 한, 내막을 알 수는 없는 일. 이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하하하. 이해해 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럼 얼마로 보정해 주시겠습니까?” “제가 2,500만 크랑에 아겔리아를 사겠습니다.”5/11 쪽 엘리오트가 잘못 들었나 의심하며 자신의 귀를 후볐다. 2,500만 크랑이라면 자신들이 아겔리아를 시장에 내놓은 가격보다 1,000만 크랑이 다운된 금액이었다. “혹시 저와 장난치시자는 겁니까? 어째서 2,500만 크랑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내미시는 겁니까?” “서로가 최대한 손해를 보지 않게 거래가를 바로잡자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거래란 서로가 최대한 손해 보지 않는 방향으로 성사되어야 뒤끝이 좋으니까요.” “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상도의를 아는 엘리오트님이라 말씀드리는 것이지만요. 사실 저도 죽겠습니다. 일단 팀 규정상 주인 없는 엘프를 갓즈나이츠에 들일 수가 없는데, 막상 제 휘하로 들이자니 몸값이 3분지 1 토막으로 나버리는 겁니다. 즉 아겔리아의 몸값 3,5000만 크랑 중 근 2,400만 크랑이 허공으로 사라진다는 소리입니다. 게다가 한 번 사들였다가 성장성이 좋지 못하면, 되팔지도 못하니 다 날리게 되죠. 그러니 제발 제 사정 좀 봐서 싸게 넘겨주십시오.” 엘리오트가 거칠게 기침을 토해내며 난감해했다. 이거 한번 찔러봤다가 본전도 못 챙긴 꼴이 되었다. 그의 말대로 주인 있는 엘프의 몸값은 크게 다운되니, 이번 거래로 범석은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크흠. 생각해 보니 그런 사정이 있으셨군요. 그렇다고 2,500만 크랑으로 드리자니, 저희의 손실이 너무 크군요. 일단 저희는 아겔리아를 5,000만 크랑에 사들였으니까6/11 쪽 요. 좋습니다. 까짓것 딱 4,500만 크랑에 내어 드리기로 하죠.” 선심을 쓴 듯 보이기는 하지만, 바가지 가격은 여전했다. 그들이 타팀에 제안한 가격은 분명히 3,500만 크랑이었다. 뭐 아겔리아를 그 가격에 살 수 있다고 한다면 싼 편이기는 하지만, 왠지 당하는 느낌이 들어 절대 수긍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엘리오트님은 거래를 하기 싫은 모양입니다. 서로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시자고 해놓고 자기주장만 하시는군요.” “절대 아닙니다. 아시고 오신지 모르겠지만, 아겔리아의 성장성은 무척 높습니다. 아마도 적당한 훈련시설과 코치진만 배정해 놓으신다면 충분히 월드리그급 검투사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희 현장 스텝들이 모두 입을 모아 보장하고 있으니 확실할 겁니다.” 그건 범석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전문 검투 훈련을 받지 않아, 검술 부문에서는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하지만, 신체적인 면에 한해에서만큼은 곧 월드리그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거래에 해가 될 수 있으니 이 같은 사실을 엘리오트 앞에서 실토할 수 없었다. “아니 판매 당사자의 말을 그대로 믿은 바보 같은 구매자가 세상천지에 어디에 있습니까? 그런 말을 한다고 제가 옳다고나 그 가격에 사갈 줄 알았습니까?”7/11 쪽 “그렇기야 하지만, 저는 지금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호? 그렇습니까? 그런데 그런 대단한 엘프검투사를 왜 파실 생각을 하셨습니까?” “그야. 정신적인 문제와 엘프 애호가의 시위 때문에 이러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월드리그에서 활약할 만한 성장성을 지닌 엘프를 3,500만 크랑에 판다고요? 사람의 심리상 확신하셨다면 그렇게 못 하죠. 최소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 크랑이 왔다갔다하는 일인데 말입니다.” 하긴 조금 전에 내놓은 스텝진들의 의견은 모두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들이었다. 데이터를 근거했으면 좀 낫기는 했지만, 아겔리아는 체력측정조차 거절하고 그냥 달리기만 할 뿐이라 초창기 자료밖에 없었다. 즉 범석의 앞에 내밀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는 말이다. 게다가 그 자료도 아겔리아가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완벽한 증거가 되지 못했다. 환상적인 데이터가 나오더라도 나중에 가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검투사들이 되는 엘프들이 상당수 있었다. “물론 특별히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확신하건대, 아겔리아의 높은 성장성은 제가 보장합니다. 쩝 좋습니다. 그럼 이러시죠. 일단 3,500만 크랑에 넘겨 드리기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훗날 아겔리아가 센트럴리그에서 10경기 이상 뛰게 된다면 저희에게 1,000만 크랑을 주는 옵션을 붙이는 겁니다. 자 어떻습니까?” 겉으로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아겔리아가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한다8/11 쪽 면 레드 폭시즈에서 1,000만 크랑의 손실분을 떠안으니, 구매자인 범석은 3,500만 크랑만을 손해 보면 그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아겔리아가 훗날에 가서는 아주 뛰어난 검투사가 되리라 100퍼센트 자신하고 있었다. 센트럴 리그에서도 분명히 뛰게 될 테니, 범석은 도합 4,500만 크랑을 고스란히 물어줘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볼 때 그의 입장에서 지금 엘리오트의 제안은 아까의 제의와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를 대놓고 말할 수 없으니 갑갑할 나름이었다. “그런 제의를 하는 것으로 봐서는 엘리오트님은 아겔리아의 성장성을 크게 본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근거를 제시할 수 없을 뿐이지 저희는 확실히 그녀가 월드리그급 검투사로 거듭나리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5,000만 크랑이나 되는 돈을 주고 샀고요.” “좋습니다. 그렇게 자신하시니 그럼 제가 새로운 제의를 하겠습니다. 일단 아겔리아를 100만 크랑에 저에게 넘겨주십시오. 그리고 차후에 아겔리아가 검투사로 월드리그에 진출해 1경기라도 소화해 낸다면 2억 크랑을 드리겠습니다.” 아예 막 나가는 범석이었다. 아무리 월드리그에 출전하는 단서가 붙기는 하지만, 단 한 경기 출전에 2억 크랑의 주겠다는 제의는 큰 무리수였다. 하지만, 그가 이런 제의를 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초기 영입 비용으로 100만 크랑이라는 극악한 금액으로 조건을 내세워 엘리오트의 옵션 제의를 백지화시키려는 의도였다. 물론 허락한다면 곤란한 일이지만, 그래도 절대 레드 폭시즈팀에 2억 크랑이 나가는 일은 없었다.9/11 쪽 솔직히 아겔리아는 최상의 대장검투사로서 자라날 요건을 갖추고 있었지만, 최고의 육상 스프린터로 자라날 자질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제대로만 키우면 민첩이 119가 되어버리니, 이런 그녀의 민첩 스텟을 능가할만한 자가 세상에 또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게다가 성장도 979나 되었다. 당연히 뒤를 받쳐주는 신체능력과 정신능력도 극한으로 올릴 수가 있으니, 반드시 역사에 남을만한 스프린터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리고 뭐든 스포츠가 다 그렇듯이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른다면 그만한 대접을 받는 법이었다. 그녀가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우승이라도 하는 날이면, 곧바로 막대한 상금과 스폰서 및 CF 제의가 들어오게 되었다. 이 돈이 월드리그급 검투사에 못지않을 리가 없으니, 범석은 주머니를 두둑이 채울 수 있었다. 또 하나 생각해 볼 점은, 그녀는 6년간 꾸준히 달리기만을 연습해왔다는 것이다. 그만큼 검투사라로서 완성되기보다 스프린터로서 완성되는 기간이 훨씬 짧으니, 더욱 빠른 시간내에 원하는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마지막으로 범석이 얻을 이득은 그녀가 검투사로서 월드리그에 출전하지 않으니, 소속팀인 레드 폭시즈팀에 초기 구입비용 100만 크랑만 줄 뿐, 추후에 있을 옵션으로 2억 크랑을 물어줄 이유가 하등 없다는 것이다. 즉 엘리오트가 이 제의를 수락하더라도 그로서는 별 손해 볼 일이 없었다. “이거 너무 곤란한 제의를 하시는군요. 2억 크랑이 무척 큰돈이기는 하지만, 당장에 100만 크랑만을 받아서야…….” “왜요? 워낙 자신 있어 하시니, 그런 제의를 드리는 것뿐인데요. 솔직히 아겔리아가 10/11 쪽 검투사로서 월드리그에 출전만 하면 2억 크랑이 생기지 않습니까? 그쪽에서 몇 배나 남는 장사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딸랑 100만 크랑을 받아서는 제가 팀 경영진을 설득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들은 당장에 들어오는 돈만을 봅니다.” “그래요? 경영진은 얼마나 받기를 원하시는데요?” 엘리오트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기밀사항을 거래당사자인 범석에게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거래하면서 상대에게 자신의 내부사정을 밝히는 일은 멍청한 짓이라 할 수 있었다.============================ 작품 후기 ============================ 아. 미치겠습니다. 프리미어의 작품 하나를 몇 편 봤는데, 갑자기 급댕기네요. 이거 로맨스도 쓰고 싶기도 하고요. 하하하하. 이래서 제가 다른 글을 잘 못봅니다. 한 번 괜찮은 작품을 읽게되면 아 나도 이런 것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거든요. ㅎㅎㅎ. 일단 퍼펙월드가 끝나는 그날까지는 참아야할 것 같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1/11 쪽 아. 미치겠습니다. 프리미어의 작품 하나를 몇 편 봤는데, 갑자기 급댕기네요. 이거 로맨스도 쓰고 싶기도 하고요. 하하하하. 이래서 제가 다른 글을 잘 못봅니다. 한 번 괜찮은 작품을 읽게되면 아 나도 이런 것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거든요. ㅎㅎㅎ. 일단 퍼펙월드가 끝나는 그날까지는 참아야할 것 같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1/11 쪽 < -- 대표팀 호출. -- > “글쎄요. 그건 워낙 민감한 문제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대신 몸값을 3,000만 크랑으로 내리는 대신, 차후에 1억 크랑을 주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범석이 꿍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지금 장난하십니까? 왜 거래를 할 때마다 가격을 올리십니까? 누굴 호구로 보십니까?” “하지만, 범석님께서 아겔리아가 월드리그 경기에 출전하는 것으로 조건을 올리지 않았습니까?” “호오. 말씀 잘하셨습니다. 즉 그 말인즉슨 슨 아겔리아가 월드리그급 검투사로 성장할 수 없다는 뜻이 되겠군요. 단지 한 게임 출전에 추후 제가 제공해야 할 금액이 1,000만 크랑에서 1억 크랑으로 오른 것을 보면 말입니다.” “아닙니다. 갓즈나이츠는 소속 검투사를 다른 팀에 이적을 시키지 않지 않습니까? 즉 팀과 함께 올라가야 하니, 그 가능성이 무척 떨어지지 않습니까?” 범석이 바로 반박했다. “왜. 우리 팀이 함께 올라가야지만, 월드리그에 출전한다는 겁니까? 갓즈나이츠는 소속 검투사를 다른 상위팀에 임대하기도 합니다.”회1/13 쪽 “물론 압니다. 하지만, 범석님께서 1억 크랑을 물어줄 생각을 하고 임대를 하시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범석로서도 할 말이 없었다. 확실히 1억 크랑을 제시하고 임대를 추진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이쯤에서 옵션계약을 무마시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에이. 그러지 마시고, 옵션 계약은 다 빼시죠.” “아니 왜요?” “너무 서로의 의견에 대한 갭이 크지 않습니까? 그냥 일괄 계약으로 하죠. 그편이 의견접근이 훨씬 쉽겠습니다. 솔직히 옵션계약은 헷갈리기도 하고 단서가 붙으니 아겔리아가 완벽히 내 휘하 엘프가 된 것 같지 않아서 찝찝합니다.” 엘리오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긴 지금은 일괄 계약 쪽이 더 타결에 가까운 상태였다. “그럼 4,500만 크랑으로 거래를 보시겠습니까?” “그건 안될 말입니다. 거래를 안 하면 안 했지 그 가격에는 아겔리아를 살 수는 없습니다. 원래는 3,500만 크랑으로 판매되는 엘프를 단지 우리 팀이 주인 없는 검투사를 채용 안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가격에 구매해 버리면, 차후에 다른 거래에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겁니다. 앞으로도 많은 검투사를 사야 하는데, 계속 이런 식으로 당한2/13 쪽 다면 천만 크랑이 아니라, 수억, 수십억 크랑의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내가 아겔리아의 인연 때문에 이런 황당한 거래에 연연하고 있지만, 그 정도의 손해를 감수할 수 없습니다.” 뜻밖의 강경한 자세에 엘리오트가 움찔거렸다. 지금 아겔리아를 구매하고자 원하는 팀은 갓즈나이츠가 유일했다. 그가 포기해버리면 자신들로서는 그녀를 떠맡길 팀이 마땅히 없었다. 아무래도 지금은 한 보 물러서야 할 때라고 생각됐다. 사실 지금까지 계속 높은 몸값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내심, 이 가격에 팔리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엘리오트의 목적은 일단 처음에 크게 불러 3,500만 크랑에 최대한 근접한 금액을 받아내는 일이었다. “흐흠. 그런 어려움이 있으셨군요. 좋습니다. 그럼 4,000만 크랑은 어떻습니까? 이것도 최대한 편의를 봐 드린 겁니다.” 범석이 바로 콧방귀를 껴버렸다. 그 가격도 그로서는 절대 납득할 만한 금액이 아니었다. “4,000만 크랑이나, 4,500만 크랑이나 저희로서는 받아 드릴 수 없습니다.” “이것 참 곤란하군요. 그렇게 딱 잘라 말하니, 저로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럼, 생각하고 계신 금액을 말씀해 주십시오. 아까와 같이 황당한 금액을 제시하지만 않는다면 제가 최대한 맞춰 드리겠습니다.”3/13 쪽 아까 범석이 제시한 금액은 2,500만 크랑이었다. 그가 이 금액을 제시한 이유는 그저 엘리오트의 억지를 분쇄하기 위해 꺼냈을 뿐, 실제로 이 가격으로 아겔리아를 구매할 의도는 아니었다. 그는 3,500만 크랑만 되도 충분히 거래할 마음이 있었다. “3,000만 크랑 어떻습니까?” 엘리오트가 길게 코울음을 울려댔다. 이 정도의 금액이라면 자신이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같은 삼 천만 단위이기는 하지만, 차이가 나는 500만 크랑은, 아겔리아에게 책정한 몸값의 거의 2할에 가까웠다. “그 가격대라면 저희로서는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3,800만 크랑 어떻습니까?” 범석이 살짝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만족스러운 가격은 아니지만, 서로의 의견이 절충되어 감을 느낄 수 있었던 탓이다. “몇 번이고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이 거래에서 절대 다른 팀에 비해 비싼 가격으로 아겔리아를 구매해 갈 수 없다고 말입니다. 좋습니다. 3,200만 드리겠습니다.” “3,600만.”4/13 쪽 “3,250만.” 엘리오트가 묘한 눈빛으로 범석을 쳐다봤다. 이대로 가다가는 3,500만 크랑 밑에서 거래될 것이 자명한 탓이다. 지금 그가 부를 금액은 3,500만 크랑이고, 범석이 내밀 패는 더 밑이었다. 이럴 때는 상대가 원함 직한 가격을 한 번에 때려 확실히 굳힐 필요가 있었다. “3,450만. 그 이하는 절대로 아겔리아를 넘겨줄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이들 사이에서 정적이 감돌았다. 엘리오트는 더는 논할 이유가 없다는 듯 다부진 얼굴로 시선을 피하고 있었고, 범석은 방금 그가 말한 말이 진심인지를 파악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더는 모험을 걸 수 없었던 범석이 시계를 바라보는 척했다. 나쁘지 않은 금액이니 이다음부터는 에스더에게 맡기고, 자신은 거래에서 빠질 생각이었다. 괜히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 버린다면 협상 자체가 물 건너가 버릴 수가 있으니, 이쯤에서 끝낼 필요가 있었다. “아.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암만 봐도 저는 급히 나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엘리오트가 급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5/13 쪽 “아니 무슨 소리를 하십니까? 거래 도중에 그냥 가시다니요?” “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급한 볼일이 있어서 오랫동안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고요. 그래서 이 아침에 만나 거래를 시작한 것이고요.” “대체 급한 볼일이 뭡니까? 아겔리아를 구매하는 일보다 중요하다는 말입니까?” “뭐. 그렇지는 않지만, 될 수 있으면 빨리 들어가 봐야 합니다. 제가 저희 에어번드 시각으로 어제 자정을 좀 넘어서 대표팀 훈련캠프를 탈출했는데, 지금쯤 돌아가지 않으면 여지없이 걸리게 됩니다. 그러니 양해 좀 부탁합니다.” 엘리오트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조사를 통해 범석이 대표팀에 발탁된 줄은 알았지만, 오늘 거래를 위해 훈련캠프를 탈출했으리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못했다. “그, 그럼 거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어떻게 되긴요. 대충 의견접근이 된 듯 보이니, 나머지 사항은 저기 에스더가 다 알아서 할 겁니다. 아마도 좋게 결말날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러자 엘리오트가 에스더를 바라보고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까다로운 범석이 사라지고 저 어린 여자아이가 상대된다고 하니, 한 편으로는 다행스럽다고 생각됐다. 아니 괜히 방금 전에 3,450만 크랑을 꺼냈나 싶기까지 했다. 조금만 더 시간을 끌었으면 혼자 있을 에스더의 혼을 빼내 더 큰 금액을 받아낼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 탓6/13 쪽 이다. “그럼 어쩔 수 없겠지요. 가보십시오.” 고개를 주억거린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에스더를 쳐다봤다. “에스더. 이번 거래 확실히 성사시켜야 하니, 너무 우리 주장만 하지 마. 알았지?” “네. 알겠어요. 걱정하지 마시고 가보세요.” “그럼 수고해라.” 그가 급히 응접실 문을 열고 나가자, 에스더가 방긋 웃으며 엘리오트를 쳐다봤다. 그리고 자신의 특성인 ‘거래의 귀재’를 발동시키고는 대화를 시작했다. 부리나케 에이번드 대표팀 훈련캠프로 도착한 범석이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열심히 제자리 뛰기를 했다. 새벽 조깅을 나갔다 들어오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땀은 흘리지 않더라도 지친 기색을 몸에 새겨놔야 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몸에 열기가 휩싸이자 그는 발을 빨리하며, 훈련캠프 정문을 향해 달려나갔다. ‘휴~ 에스더가 잘해야 할 텐데.’ 에스더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거래가 완료되었을 것이라 믿지만, 왠지 걱정되는 것7/13 쪽 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만큼 아겔리아는 갓즈나이츠의 미래를 위하여 꼭 필요한 존재였다. 팀이 센트럴리그로 가면 에르피나는 은퇴를 하고 팀 스카우터로 활약해야 해야 하는데, 그 뒤를 이을만한 아이는 아겔리아 외에는 없었다. “하긴 에스더 정도면 잘하겠지.” 일단 에스더를 믿기로 했다. 단지 제시된 가격에서 자신의 특성을 사용해 금액만 깎는 일인데, 이를 못할 리가 없었다. 괜한 걱정이라고 생각한 범석이 정문 쪽을 서 있는 한 엘프경비원에게 손을 흔들고, 훈련 캠프장 안으로 들어섰다. “오 범석.” 순간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톤 낮은 한 남성의 목소리. 모습은 확인하지 않았지만, 범석이 급격히 인상을 찡그렸다. 엘프들이 주를 이루는 대표팀 훈련 캠프에 남자들은 거의 없는 바, 자신의 부른 자가 감독임을 대번 직감한 탓이다. 물론 사무직원이나, 협회 임원들도 있기는 했지만, 자신을 딸랑 이름 석 자로 부르는 자는 없었다. 그가 긴 한숨을 내쉬며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감독님이시군요. 무슨 일이십니까?” “어디를 다녀오나?” “글쎄요. 보면 모르십니까?”8/13 쪽 “입고 있는 옷과 표정을 보니, 꼭 아침 조깅이라도 다녀온 듯한 모습이군.” 범석이 살며시 미소를 던지며 말했다. “그렇게 봐주시면 고맙고요.” 인상을 찡그린 클라크가 손짓하며 불렀다. “이쪽으로 와 봐라.” 달리는 자세로 그대로로 종종걸음을 다가간 범석이 바로 말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별로 얼굴 보고 싶지 않다면서요.” “그렇기는 한데. 할 얘기가 있다.” “하십시오. 귀가 안 먹었으니 충분히 들을 수 있습니다.” 가만히 팔짱을 낀 클라크가 그를 직시했다. “너는 오늘부터 2진의 팀 전술 훈련과 조직력 적응훈련에 참가한다.” 범석이 자신이 잘못 들었나 의심스러운지 귀를 후볐다. 전술 훈련과 조직력 적응 훈9/13 쪽 련은 모든 대표팀 검투사들에게 아주 기본적인 일정이기는 했으나, 지금까지 그에게는 예외로 되어 있었다. “그걸 제가 왜 받습니까? 왜 경기라도 출전시켜 주실 생각입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범석이 고개를 클라크의 면전 가까이로 내밀었다. “혹시 뭐 잘못 드셨습니까? 아침부터 왜 이렇게 쉰 소리를 하십니까?” “왜 싫은가?” 굳이 말하자면 싫지는 않았다. 왠지 클라크가 자존심을 굽혀온다는 느낌을 받아 기분도 좋았고, 어차피 대표팀 검투사가 되었으니 경기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뭐. 검투사가 감독님이 까라면 까야겠죠. 네. 훈련에 참가하겠습니다.” “대신 포지션은 대장 검투사다. 잘할 수 있겠지?” 순간 범석이 표정을 와락 구겼다. 자신은 지금껏 대장을 맡아 경기를 플레이해본 적이 없었다. 대표팀 경기가 장난도 아니고, 검투사에게 익숙지 못한 포지션을 맡으라고 하다니, 혹시 감독이 제정신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10/13 쪽 “지금 장난하십니까? 전 지금까지 선봉과 중견 외에 그 어떤 포지션도 소화해 본 적이 없습니다. 또 따로 대장 포지션에 대한 깊이 있는 학습을 받아 본 적도 없고요. 그런데 대장검투사를 하라고요?” “상관없다. 네가 대장 검투사로 가서 할 일은 그저 가만히 팀원들에게 보호를 받고 있다가 위급해지면 똥줄 빠지게 줄행랑을 것뿐이다. 딱 네게 어울리는 역할모델이라 할 수 있지.” ‘아니 이 작자가 한 번 해보자는 거야. 뭐야! 말끝마다 시비야!’ 범석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기껏 한다는 소리가 죽치고 있다가, 팀이 위급해지면 도망치란다? 대표팀 경기에서 약팀이 자주 쓰는 전법이기는 하지만, 실제 주역이 되는 범석으로서는 못마땅할 수밖에 없었다. 통상 이 전술을 채용하게 되면 상대팀으로 만만치 않게 질타를 당했는데, 그 대상 되는 자가 바로 감독과 실제 주인공이 되는 대장검투사였다. 즉 범석이 스스로가 엄청난 욕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홈 원정 총 6경기로 결말을 짓는 월드컵 예선전에서 한 경기, 한 경기가 너무도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 반드시 비겨야 할 경기에서 나 잘난 맛에 전면전을 펼치다가 당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지역 팬들에게 면목이 서지를 않았다. 당연히 누군가는 반드시 이 역할을 맡아서 수행해야 했다. “좋습니다. 뭐.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왜 굳이 제가 해야 합니까? 조금 전11/13 쪽 에 말씀드렸다시피 전 대장은커녕 후미도 해본 역사가 없습니다.” “그렇게 궁금하면, 작년 늦봄에 열린 춘계 리마시티 육상대회를 떠올려 봐라.” 아무래도 200미터 경기에서 아겔리아를 따돌리고 우승한 때를 말하는 듯싶었다. 당시 불법도박으로 돈을 번 일이 있어서 극구 숨기고 있었는데, 어떻게 저 작자가 눈치챘는지 의문이었다. 지금껏 그 어떤 기자들도 작년 여름 200미터 우승자와 자신을 연관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휴~ 그건 또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주 간단했다. 다른 사람들은 연관을 시켜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클라크는 아겔리아라는 공통분모를 알고 있었기에 금세 찾아낼 수 있었다. 그때 우승으로 범석은 잠시 언론 노출된 적이 있어, 아겔리아와 함께 검색을 해보면 대번 나오게 되었다. 육상계의 기대주인 그녀를 우연하게 시대회에서 이긴 작자로 말이다. “우연히 알게 되었다. 과거 스포츠 전자신문을 검색해 보는데 뜻하지도 않은 육상 면에서 보기도 싫은 네 낯짝이 떡하니 나오더군.” 범석은 더는 뺄 수 없음을 깨달았다. 뜀새의 역할은 바로 가장 발 빠른 자가 감수해야 할 역할. 자신이 가장 적격자라 할 수 있었다. 알려지지 않다면 모를까, 감독의 알아차린 이상 맡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고사를 했다가는 자신만 속 좁은 놈이 되었12/13 쪽 다. “알겠습니다. 까짓 것 해보죠. 그럼 이제 가도 됩니까?” “그래. 알아들었으면 가봐라.” 범석이 돌아서서 훈련 건물로 걸어가자 클라크가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훗날을 위해 한 번쯤 대표경기를 경험해 보게 하는 것이 어떨까, 약간 고민이 되었는데 의외의 기회가 찾아온 탓이다. 대장 검투사는 후미를 비롯한 여러 동료 검투사들에게 철저히 보호받던 탓에 부상의 위험이 크게 적었다.============================ 작품 후기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온수물을 틀지 않으면 샤워하기도 부담스럽네요. 모두들 감기 조심하고요. 전 내일 다시 찾아뵙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주말 맞이하기를.........13/13 쪽 ============================ 작품 후기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온수물을 틀지 않으면 샤워하기도 부담스럽네요. 모두들 감기 조심하고요. 전 내일 다시 찾아뵙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주말 맞이하기를.........13/13 쪽 < -- 월드컵 3차전 예선 -- > 얼마 전에 전해온 에스더의 말을 빌려보면 아겔리아의 영입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거래 가는 3,277만 크랑. 협상 테이블을 빠져나오기 전 엘리오트와 최종협상한 3,450만 크랑에서 정확하게 5%가 빠진 금액이었다. 대표팀 참여로 아겔리아를 안을 수 없다는 점이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이제 그녀가 자신의 엘프가 됐다는 소식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에스더는 또 다른 영입을 위해 렉스터와 함께 분주하게 사방을 돌아다닌다고 했다. 영입 가시권에 포착된 검투사는 헤스티아로, 아겔리아보다는 성장성이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또래 나이치고는 제법 뛰어난 검술 실력을 갖추고 있어 당장에도 크게 쓸모가 있는 엘프검투사였다. 아울러 갓즈나이츠에서 외부로 이적해가는 검투사도 발생했다. 중견을 맡고 있던 미를리로, 얼마 전에 아르칸 지역 정부의 메사시티를 연고로 둔 플라워 시스터즈팀에서 330만 크랑의 이적 제의가 들어오자 예의상 문의를 해봤는데, 극구 가겠다고 보채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녀가 모시는 주인의 고향이 메사시티였던 탓이다. 이에 범석은 에스더에게 원한다면 보내주라고 했다. 소속 검투사의 수가 모자라기는 하지만, 굳이 가겠다는 사람을 붙잡을 그가 아니었다. 결국, 최종 거래가는 347만 크랑으로 결정 났고, 미를리는 원하는 대로 주인의 고향 팀에 가게 되었다. 한 편. 범석이 뛰고 있는 에이번드 검투 대표팀은 월드컵 3차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진행된 홈 어웨이경기 5경기 중 2승 1무 2패로 간신히 라운드포인트에 회1/12 쪽 앞서 조별 순위에서 불안한 2위를 지키고 있었던 탓이다. 지금 에이번드팀 이외 다른 대표팀의 조 순위는 무로바가 5전 전승으로 1위를 달리고 있었고, 이오닉이 2승 1무 2패로 3위로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4위는 랜드닉으로 5패의 전적을 얻어 이미 예선 탈락을 확정 지은 상태였다. 그런데 한 가지 우려스러운 일은 에이번트 대표팀이, 마지막 6번째 경기에서 비록 하위권이기는 하지만 월드리그 팀 하나가 포함된 조 1위 팀인 무로바를 홈으로 불러들여 싸우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3위 팀인 이오닉대표팀은 강적인 무로바와의 모든 경기를 마친 터라, 현재 5패를 달리고 있는 랜드닉 대표팀과 원정에서 맞붙게 되었다. 덕분에 근래에 들어와 에이번드 검투계의 분위기는 말이 아니었다. 드래곤나이츠의 센트럴리그 출전으로 최초로 월드컵 최종예선에 오르는가 기대를 모았는데, 기대에 영 못 미치고 있었다. 그래서 지역 언론은 이미 3차전 탈락을 은근히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물론, 자조적인 목소리로 엄밀히 분석하며 에이번드 대표팀은 아직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힘든 전력이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팬들은 아직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운이 좋아 에이번드 대표팀이 무로바를 이길 수도 있는 일이고, 아니더라도 이오닉대표팀이 운이 나쁘게도 랜드닉대표팀에게 패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에 마지막 경기가 열리는 리마시티콜로세움의 11만 좌석을 가득가득 메우며 마지막 희망을 불태우고 있었다. 리마시티 콜로세움 상공위. 2대의 플라잉 버스가 서서히 주차장을 향해 내려서고 있었다. 주위에는 온통 그들을 기다리는 현지 팬들과 기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선두 차량에서 클라크를 필두로 대표검투사들이 내려오자, 주변에서 커다란 함성이 들려왔2/12 쪽 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이번에 반드시 이겨라! 그럼 최종예선이다!” “오늘 5,000크랑이나 걸었어! 꼭 이겨야 해!” 뒤이어 후위 차량에서 내려서던 범석이 입을 삐쭉 내밀고는 구시렁거리며 속삭였다. ‘아마. 그 돈 다 날릴 거다. 쳇.’ 월드컵 3차 예선 내내 그의 심기는 무척 좋지 못했다. 마지막 경기가 되도록 그가 출전한 경기는 전무. 즐거운 기분일 리가 없었다. 솔직한 얘기지만, 대표팀 경기가 열릴 때마다 자신이 참가하지 에어리어 대표팀이 패하기를 은근히 바라기까지 했다. 이거 괜히 클라크의 꼬임에 빠져 똥줄 빠지게 전술훈련과 팀 조직력 훈련에 참가한 것이 후회될 정도였다. 그는 선두 차량 문 앞에서 주전 검투사들의 어깨를 도닥거리며 내보내고 있는 감독을 쏘아봤다. ‘이게 뭐야. 우리 예쁜 아겔리아도 독수공방시키고.’3/12 쪽 범석은 아겔리아를 떠올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제 시간 나는 틈에 갓즈나이츠 훈련 캠프에 있는 휘하 엘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자신을 간절히 갈구하는 아겔리아의 촉촉한 오드아이를 보고는 대표팀 소집에 응한 일을 크게 후회했다. 만약 가만히 팀에서 죽치고 있었다면 지금쯤 아겔리아를 비롯한 휘하 엘프들의 정성스러운 봉사를 받으며 환락을 순간을 보내고 있었을 터였다. 그는 킁하고 콧김을 불고는 뒤따라 나온 라피네와 오스칼을 향해 말했다. “자. 가자! 여기서 죽치고 있으면 뭐하냐.” 그때 접근 금지선이 밖에 있던 한 아가씨 한 명이 보안요원들이 쌓은 장벽을 뚫고 황급히 뛰어왔다. 손에 펜과 수첩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인을 받으려는 것이 분명했다. 역시나 홈팬밖에 없다고 생각한 범석이 방긋 웃으며 반가이 양팔을 벌렸다. 리마시티는 범석이 터줏대감이었다. “라피네. 너 정말 대단하더라. 나 정말 반했어. 여기에 사인 좀 해줄래.” 범석을 스치며 지나간 여성팬이 라피네의 앞까지 뛰어가 팬과 수첩을 내밀었다. 그녀는 지금껏 항시 대표팀의 프리롤 포지션을 전담했던 터라, 매번 경기에 참가했다. 덕분에 팬들로부터 확실히 각인을 받았고, 제법 인기가 크게 상승한 상태였다. 이를 본 범석이 방긋 웃으며 꽉 쥔 주먹을 부들거렸다. 짜증은 용솟음쳤지만, 자신의 4/12 쪽 엘프인 라피네에게 향했으니 티를 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항시 주인의 눈치를 살피는 엘프가 지금 그의 상태를 몰라볼 리가 없었다. “저, 저기 사양할게요. 곧 대표팀 경기라,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곧 뒤따라온 보안요원이 시무룩해 있는 여성 난입관중을 붙들고는 접근 금지선 밖으로 밀어내었다. 이를 고소하게 바라본 범석이 라피네와 오스칼에게 손짓을 하고는 대표팀 이동행렬에 끼어들었다. 그들은 사방에 취재진들과 팬들로 둘러싸인 금지선 길을 따라 콜로세움 내부로 들어섰다. “자. 대표팀 여러분 이쪽으로 따라오시지요.” 30대쯤의 행사 진행복을 입은 한 사내가 클라크를 비롯한 대표팀 검투사들을 좌측 복도로 안내했다. 항시 이곳에서 경기를 진행하던 탓에, 범석은 곧 검투사 대기실로 가리라는 것을 알았다.운명의 순간. 이제 여기서 클라크가 명단을 발표하면, 범석의 이번 겨울 대표팀 여정의 향방이 결정 났다. 출전 검투사 19명에 호명되면 경기에 투입되는 것이고, 아니라면 바로 소집해제였다. 지금의 심정으로는 도저히 관중석에 앉아 대표팀경기를 바라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차라리 자신을 간절히 기다리는 아겔리아에게 가 열정의 밤을 선사하는 편이 나았다.5/12 쪽 잠시 후 홈팀 대기실. 에이번드 대표팀 감독인 클라크와 범석을 비롯한 소속 검투사 38명이 한자리에 모여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특히나 클라크는 중앙에 서서 주위를 소속팀 검투사들을 하나씩 똑바로 직시하며 열변을 토해내고 있었다. “모두 잘 들어라. 지금 우리는 조별 예선에서 2위를 달리고 있지만, 3위인 이오닉 대표팀과는 라운드포인터에서만 앞설 뿐이었다. 게다가 우리가 맞상대할 팀은 강력한 월드컵 본선 진출팀으로 예상되는 무로바지역 대표팀이고, 이오닉은 조별 예선 최약체 팀인 랜드닉 대표팀과 맞붙게 된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오닉대표팀이 패하기 바라기란 무척 어려운 일. 우리가 오늘 반드시 이번 경기에 승리를 거둬야지만, 최종 예선전에 참가할 수 있다. 모두 사력을 다해 무로바를 깨뜨려라! 알겠나!” 클라크가 고성으로 대화의 마침표를 찍자, 자리에 앉아있던 에이번드 대표팀 검투사들 크게 소리쳐 대답했다. “넷!” 고개를 끄덕인 클라크가 전자수첩을 펼치며 말했다. “자. 그럼 이제부터 경기에 참가할 19명의 명단을 부르겠다.”6/12 쪽 순간 사위가 조용해졌다. 이번 경기에서 패하게 된다면 에이번드 대표팀은 차출은 3년 후 새롭게 시작되는 다음 월드컵 예선 1차전에서나 가능했다. 주인을 위해, 혹은 명성으로 말미암아 자신을 사갈 부호주인을 찾기 위해, 어떻게든 이 마지막 경기에 참가해야 했다. “일리스. 주력의 선봉으로 출전한다.” 그러자 원형 중앙에서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앉아 있던 한 흑발의 엘프가 손을 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얼마 전에 드래곤나이츠로 영입되어 온 엘프로, 현재 대표팀 에이스를 맡고 있었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으로는 모자라다! 사력을 다해라!” “네, 넷! 알겠습니다.” “좋아. 앉아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일리스가 옆에 있던 금발의 엘프를 쳐다보며 앉았다. 같은 시기에 영입되어온 동료 검투사로 나이는 좀 많지만 출중한 실력으로 현재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었다. 다음으로, 그녀가 지명되리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멀시. 후미의 대장으로 출전한다.”7/12 쪽 그러자 일리스가 바라보고 있던 금발의 엘프가 벌떡 일어났다. “네. 감독님! 총력을 다해 경기에 임하겠습니다.” “좋다. 앉아라. 다음은 이자벨라!” “넷.” 붉은 머리칼의 한 엘프가 일어서자 클라크가 바로 말했다. “주력의 중견으로 출전한다!” “넷. 사력을 다해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겠습니다.” 긴장된 순간이 계속해서 흘러갔다. 한 명, 한 명이 호명될 때마다 사방에서는 환희와 실망이 교차해갔다. 특히나 2진에 속할 7명을 부를 때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주전들은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강한 실력을 지녀 거의 확실시 되었지만, 후보들의 솜씨는 다들 고만고만해 누가 뽑힐지를 예상하기 어려웠다. “라피네! 프리롤 역할로 출전한다!” 범석의 눈치를 살핀 라피네가 슬그머니 일어나 소리쳤다.8/12 쪽 “넷.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다. 다음은 오스칼!” “넷.” “너는 2진의 선봉에 선다.” “넷. 힘껏 경기에 임하겠습니다.” 오스칼이 앉자 범석의 얼굴이 볼만할 정도로 일그러졌다. 이제 남은 인원은 단둘뿐. 또다시 관중석 신세를 져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실력이라도 떨어진다면 스스로를 탓하겠지만, 암만 봐도 지금 대표팀 검투사들에서는 자신을 따를 실력자가 없었다. “다음은 에이레네.” “넷.” “2진의 중견이다.” 에이레네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첫날 경기에서 큰 실수를 범해, 감독의 눈 밖에 난 줄로 알았는데 뜻밖에 자신을 다시 호명해 준 것이다. 이오닉과의 홈경기에서 그녀는 선봉을 뒤따라 달리는 도중에 다리가 접질려 크게 넘어졌었다. 덕분에 중견들의 돌격진형이 엉망이 되어 때맞춰 도강하지 못했고, 먼저 넘어간 선봉들이 크게 당해 그 라운드에서 패배를 기록하게 되었다. 이 여파로 다시 그 경기를 비기게 되어, 오늘날 팀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냈다.9/12 쪽 하지만, 오늘 다시 경기에 출전하니, 자신에게 실망한 팬들과 주인 앞에 명예회복을 할 수 있었다. 에이레네는 허리를 90도로 굽혀가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가, 감사합니다. 오늘 경기. 반드시 이겨 명예회복을 하겠습니다.” “후후. 좋다. 앉아라.” 에이레네가 앉자 클라크가 잠시 입을 꾹 다물었다. 마지막 한 명의 출전 검투사였기에, 주변의 시선이 너무도 뜨거웠던 탓이다. 그러나 이대로 시간을 끌 수만은 없는 일. 결국, 입을 열어 누군가를 호명했다. “마지막으로 오범석! 후미 및 대장의 백업요원으로 출전한다.” 별반 관심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엉덩이를 천천히 땐 범석이 성의 없이 오른손을 들었다. “뭐. 호명됐으니 일단은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의 느슨한 말투에도 클라크가 아무런 질책 없이 고개를 돌렸다. 입가에 살며시 그어진 미소로 크게 기뻐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던 탓이다.10/12 쪽 “자. 그럼 지금 호명한 19명의 검투사들은 곧 있을 경기를 대비해 장비와 무구를 철저히 손질하고 점검해라. 그리고 오늘 경기에 안타깝게도 참가하지 못한 검투사들은 차후를 기약하며, 동료들의 선전을 기원해 주기를 바란다.” “넷!” “네~” 힘찬 대답과 시무룩한 대답이 교차하는 가운데, 클라크가 뒤로 돌아서서는 문밖을 나섰다. 이제 여기서 자신의 할 일을 끝이 났으니, 이만 더그아웃으로 가려는 것이다. 오늘 경기는 무척 어려워질 테니, 사전에 준비할 것이 아주 많았다. 이후 출전준비를 모두 마친 범석을 비롯한 19인의 출전 검투사들이 각자의 슈트와 무구를 매고 자리를 떠나갔다. ‘크크크. 드디어 오늘 출전한다 이거지. 무로바 기다려라. 처참하게 무너뜨려 버릴 테니까.’ 더그아웃 벤치 앞에 자신의 짐을 내려놓던 범석이 혼자 히쭉거리며 웃고 있었다. 최초로 출전하는 대표팀 경기가 기대된 탓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월드리그급 검투사가 상당수 포함되어있는 무로바였다. 지금 자신의 실력을 평가하기에 이만큼 좋은 상대도 없었다.이런 그를 감독석에 앉아서 바라보던 클라크가 손짓을 하며 불렀다.11/12 쪽 “이봐. 오 범석. 이리 와봐.” 기분 좋게 웃고 있던 범석의 얼굴이 티가 날 정도로 구겨졌다. 오늘의 옥의 티가 바로 자신이 앞으로 벌일 활약 중 일부가 저자의 공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왜요?” “할 얘기가 있으니, 와 봐라.” 투덜거리며 다가간 범석이 감독석 옆에 앉았다. 그리고 클라크가 앉은 자리를 살피고는 더욱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앉은 자리가 바로 갓즈나이츠의 감독인 다이아나가 앉는 그 자리였던 탓이다. 왠지 저 밉상인 감독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듯 보여 기분이 나빴다.============================ 작품 후기 ============================ 휴. 뭔 놈의 비가 이렇게 꼬질꼬질 오는 건지요. 하아~ 아까는 천둥 번개 땜시 깜짝깜짝 놀랐습니다. 번개와 천둥이 동시에 처버리는 데 아주 살벌하더라고요. 그게 바로 코 앞에서 친다는 얘기니까요. 그럼 모두들 비오는 날씨속에 번개 조심하시고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12/12 쪽 깜짝 놀랐습니다. 번개와 천둥이 동시에 처버리는 데 아주 살벌하더라고요. 그게 바로 코 앞에서 친다는 얘기니까요. 그럼 모두들 비오는 날씨속에 번개 조심하시고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12/12 쪽 < -- 월드컵 3차전 예선 -- > “무슨 일이십니까?” 홀로그램 영상 위로 떠오른 서류를 뒤적거리던 클라크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경기 과연 누가 이기겠냐?” 범석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객관적으로 따져봤을 때, 상당수의 월드리그급 검투사가 포함된 무로바가 자신들 에이번드대표팀을 이길 것이 너무도 자명했다. “다들 무로바대표팀이 이길 것으로 예상할 겁니다.” “난 네 생각을 물었다.” “저도 대체로 무로바대표팀이 이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클라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잘만하면 우리가 이길 수도 있다는 말로 들리는군.” “어차피 12대 12이 붙는 경기. 누가 이긴들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다만, 상대가 유독 강해 부담스러울 뿐이죠.”회1/12 쪽 화면을 내린 클라크가 그를 똑바로 직시했다. “후후. 그럼 상대의 강함을 지우면 우리가 이기겠군.” “그럴 수만 있다면 가능하겠죠.” “좋아. 그럼 한 가지 문제를 내겠다. 상대는 월드리그급 주전급 검투사 11명이 포함되어 있고, 나머지들도 우리 주력과 비슷한 실력을 가진 검투사들로 채워져 있다. 여기서 우리가 이길 방도는?” 감독의 질문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무로바를 이길 방법을 묻는 것이었다. 원래 그들은 13명의 월드리급 주전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동안의 격전으로 운이 나쁘게도 2명이 부상당해 엔트리에서 빠져 11명이 된 상태였다. 팔짱을 낀 범석이 넌지시 상대팀 더그아웃 쪽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검투경기에서는 기세 싸움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강팀이라도 기세에서 밀려버린다면 약팀에게 패하기도 하죠.” “후후. 그게 쉽다면 하위팀 감독들이 고생할 필요는 없겠지.” “물론입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만큼은 쉽습니다.” “왜지?” 범석이 차분히 대답하기 시작햇다.2/12 쪽 “첫째. 일단 우리는 홈팀입니다.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에 힘입으니, 기세가 오를 수밖에 없는 반면 무로바는 정반대의 상황이죠. 둘째. 무로바는 지금 5전 전승을 달리며 최종예선 진출은 물론 조 1위까지 확정 지은 상태입니다. 굳이 이번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셋째. 월드리그급 검투사들의 몸값이 무지 비싸다는 겁니다. 이런 쓸데없는 경기에서 부상이라도 당하게 하는 날이면, 소속팀으로부터 엄청 욕을 먹게 되죠. 그런데 벌써 2명이나 아작내버렸습니다. 여기에 또 한 명을 추가시키기가 대표팀 감독으로도 무척 부담스러울 겁니다.” “후후. 그렇군. 그래서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나가야 하지?” “거친 플레이로 밀어붙여야죠. 아니 그 차원을 떠나 1라운드에서 무로바 주력 검투사 중 하나를 반드시 치료센터로 실려 보내야 합니다. 그럼 무로바의 대표팀 감독은 굳이 이번 경기에서 이기려 들지 않고, 자팀 검투사 보호에 들어갈 공산이 큽니다. 즉 소극적인 게임 플레이로 나간다는 것이죠. 그럼 자연스럽게 우리 에이번드가 기세에 묻힐 수밖에 없으니 저희의 승률은 그만큼 상승합니다.” 클라크가 난감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고의로 상대팀의 검투사를 부상시키라는 말도 좀 그랬고, 설령 실천하려고 마음먹어도 그다지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경기에 참가하는 검투사들은 모두가 슈트로 몸을 완벽히 보호하고 있었는데, 불량품이나 아니면 장기간 사용해 낡지 않았다면 아무리 강한 힘의 엘프가 무구를 휘둘러도 꿰뚫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다음 방법은 관절꺾기였는데, 출중한 기량의 월드리그급 검투사를 상대로 기술이 제대로 먹혀들어갈 가능성도 무척 낮았고, 고의적으로 이 같은 플레이를 실행했다가는 해당 검투사도 퇴장당해 팀에 큰 부담이 되었다. 3/12 쪽 당연히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과격한 방법이지만, 나쁘지 않군. 하지만, 너도 잘 알 텐데. 노골적인 관절기술은 바로 퇴장감이라는 것을 말이야.” “관절 기술 외에도 다른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방법.” 범석이 싱긋 웃었다. 라피네의 무투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그녀는 실전과 같은 지하투기장을 전전하며 상대를 완벽하게 쓰러뜨리기 위한 여러 기술을 완벽히 몸에 체득하고 있었다. “타격기를 이용한 뇌진탕입니다. 다만, 최악의 경우 당하는 상대가 약간 위험한 상태로 빠져들 수도 있습니다. 후후후.” 이런 그를 향해 클라크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봤다. “너무 잔인한 방법이지 않나?” 범석이 하등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습니다. 명단을 살펴보니 무로바 대표팀 주전 검투사 중 다행히도 개조인간 남4/12 쪽 성이 하나가 껴 있더군요. 선봉을 맡고 있는 자인데 중앙의 시내를 건너올 때 확 보내버리면 됩니다.” 클라크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표정을 찡그렸다. 범석으로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그로서는 남자 개조인간은 부상시켜도 되다는 얘기를 전혀 납득할 수가 없었다. “부상을 당하는데, 남자와 엘프가 무슨 상관이 있어!” “그럼 안 하시면 됩니다. 저도 별로 할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승률은 크게 떨어질 겁니다.” 끙하고 고개를 돌린 클라크가 짝다리를 하며 경기장을 쳐다봤다. 스텐드 하단을 가득 메운 팬들의 열기와 응원소리가 더그아웃 강화아크릴 칸막이를 지나 귓가를 후비자 마음이 약해진 그가 다시 되돌아 봤다. “잘못하면 죽나?” “뇌진탕만 가지고는 죽지 않습니다. 대부분 얼마 있다 깨어나고, 최악의 경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워낙 비싼 몸값이라 면밀하게 병원에서 검진할 테니, 일찌감치 발견하고 급히 손을 써서 치료할 겁니다.” 하긴 현대 의학기술로는 즉사가 아니고서야 죽는 일은 거의 없었다.5/12 쪽 “그럼 죽을 가능성은 아예 생각해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군. 방법은?” “라피네에게 놈의 턱을 정확히 몇 대 가격할 기회를 마련해 주면 됩니다.” 그렇다면 테클로 쓰러뜨린 후, 두 명의 검투사로 목표가 된 상대의 옴짝달싹 못하게 붙잡으면 그뿐이었다. “의외로 간단하군. 정말 가능해?” 고개를 가볍게 주억거린 범석이 라피네를 손짓으로 불러냈다. 그리고 아무도 들리지 않게끔 조용히 말했다. “라피네. 전에 상대를 뇌진탕에 걸리게 만들 수 있다고 했지?” “글쎄요. 워낙 정교한 기술이라,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제게 상대의 턱을 제대로 3연타를 가할 수 있는 상황을 준다면 높은 확률로 실행할 수 있어요.” 가능하다는 말에 클라크가 급히 자리에 일어서서 말했다. “실전에서도 충분히 통용되나?” 라피네가 미소로 긍정을 표했다. 자신의 무투기술은 모두 실전을 바탕으로 했다.6/12 쪽 “네. 실전에서 자주 사용 봤어요. 상당수 통하기도 했고요.” “좋아. 그럼 라피네. 너는 1라운드에 출전해 선두에서 달려오는 한 검투사를 향해 그 기술을 사용해라.” “라피네. 개조인간 남자 검투사다. 다른 아이는 절대로 안 된다.” 범석이 대화에 끼어들자 클라크가 살짝 노려 보고는 다시 말했다. “어때 라피네. 자신 있나?” “네. 제대로 타격할 시간만 벌어준다면요.” “그건 염려하지 마라. 확실한 기회를 주마.” “네. 알겠어요. 해보겠어요.” “그래. 그만 자리로 돌아가 편히 쉬고 있어라.” 라피네가 자신의 벤치로 돌아가자 클라크가 진지한 눈빛으로 리마시티 콜로세움의 경기장 전경을 계속해서 살폈다. 원래 그는 이번 월드컵 대회는 이번 3차전 진출로 만족하려 했다. 자신의 월드리그 경력과 그간의 대표팀 성적으로 감독의 자리가 위태롭지 않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다음번 월드컵에서 확실한 전력으로 본선 진출을 노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3차전 조별 예선을 수행하며, 욕심이 샘솟듯 피어올랐다. 솔직히 최종 예선에 나간다고 해도 지금 전력으로는 본선에 진출의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지만, 7/12 쪽 대표팀 검투사들에게 전 세계 64개 강팀이 맞붙는 최종예선전을 경험해줄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를 밑거름 삼아 다음 월드컵을 대비할 수 있을 터, 본선 진출의 희망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경기를 이겨야 했다. 물론 이오닉 팀이 랜드닉 대표팀을 상대로 패전한다면 최종예선에 자동진출하겠지만, 워낙 약팀이라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마치 저번 월드컵 때의 에이번드 팀을 보는 듯하다고나 할까? 게다가 5전 전패로 예선 탈락이 확정되었으니, 열의도 그다지 높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지금으로서 클라크가 선택할 길은, 범석의 제시한 전략으로 상대의 기세를 확 꺾어버린 후 무승부 작전으로 나가다가 한 라운드에서 승리해 경기를 가져가는 것이었다. 생각을 마친 클라크가 더그아웃이 울릴 정도로 박수를 쳐대고는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작전 변경이 있다! 1라운드에 출전할 주력들은 모두 여기로 모여라!” 그러자 벤치 곳곳에 앉아 있던 주전들이 일어나 다가왔다. 그는 전자수첩으로 경기장 전경을 홀로그램 화면으로 띄우고는 차근차근 방금 구상한 작전을 설명해 나갔다. 이를 들은 대표팀 검투사들은 어쩔 줄을 몰라 웅성거렸다. 워낙 해괴망측한 전술이라 도무지 감독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던 탓이다. 오랜 기간 검투사생활을 해왔던 멀시도 이런 전략을 수행해 본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작전 자체는 워낙 간단했기에, 어렵지 않게 감독의 뜻에 따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들은 이내 고개를 주억8/12 쪽 거리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이번 작전을 깊이 되뇌며 몇 번이고 복기했다. 그리고 화려한 경기 전 행사를 마친 얼마 후. 장내 아나운서의 방송 멘트가 들려왔다. - 월드 최종예선으로 가는 마지막 6번째 경기. 에이번드 대 무로바 대표팀간의 경기를 오늘 중계방송해 드리겠습니다. 열정의 에드번드냐? 아니면 강자의 면모를 갖춘 무로바이냐? 오늘의 승패가 흥미진진 예상되는 가운데, 양 팀의 운명적이 대결이 곧 시작되겠습니다. 해설 위원님 오늘 경기를 어떻게 보십니까? - 글쎄요. 객관적인 볼 때는 상당수의 월드리거가 포함된 무로바가 승리하리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홈팀의 이점과 승리의 대한 갈망이 더욱 간절한 에이번드도 만만치 않으리라 예상됩니다. 아마도 승패는 막상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오. 그렇다면 흥미진진한 경기가 예상할 수 있겠군요. - 글쎄요. 그건 동시간 대에 벨로나시티 콜로세움에서 열리는 이오닉과 랜드닉 경기를 꾸준히 살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초반에 랜드닉팀이 이오닉 팀을 크게 이긴다면, 에이번드 팀으로서도 굳이 무리하며 싸우기보다는 비기려 할 것이고, 전력을 보전하고 싶은 무로바도 이에 호응해 느슨한 경기를 펼쳐나가리라 예상됩니다. 하지만, 그 반대가 되어 이오닉이 랜드닉팀을 상대로 라운드 승수를 쌓아나간다면 에이번드팀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죠. 그때는 아마도 양 팀 간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아주 볼만한 경기내용이 펼쳐질 겁니다. - 아. 그럼 경기내용을 위해서는 이오닉이 이겨야 하겠군요.9/12 쪽 순간 관중석 팬들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아나운서석으로 한없이 쏟아져 들어갔다. 물론 이들이 돈을 내고 경기를 관람하러 들어왔지만, 아주 볼만한 경기 내용이 펼쳐지다가 에이번드 대표팀이 떨어지기보다는, 좀 느슨한 플레이를 하더라도 자 지역팀이 최종 예선전으로 올라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당연히 조금 전 아나운서의 발언이 꼬깝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해설자가 급히 마이크를 잡고 수습을 하기 시작했다. - 아. 그렇지만 제가 알아보니, 랜드닉 대표팀이 전패로 고향 땅을 밟을 수 없다며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이오닉이 강팀이라도 승리가 그다지 쉽지는 않을 겁니다. - 큼큼. 그렇군요. 하여간……. 아나운서가 하려던 말을 끊고 양 팀 출전 터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양 검투사들이 이미 나와 경기 시작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던 탓이다. 이에 그가 전광판에 뜬 명단을 읽어내려가며, 1라운드에 출전할 검투사들을 간략히 설명해나갔다.그리고 얼마 후. 긴 호각소리와 함께 에이번드와 무로바의 대표팀 주력들이 서서히 입장을 시작했다. - 양 팀 검투사 입장!10/12 쪽 서서히 경기장 중앙으로 걸어간 양 팀 검투사들이 시내를 앞두고 상대를 날카로운 눈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긴장감이 감도는 이 순간. 응원하러 나온 팬들이 쥐죽은 듯 숨죽여 바라보며 에이번드 대표팀의 승리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었다.이런 전경을 멀리 더그아웃 안에서 살펴보던 범석이 클라크를 쳐다봤다. “그런데 감독님 저는 언제 출전시켜 줄 겁니까?” 팔짱을 낀 채로 다리를 꼰 클라크가 잠시 대답을 미루었다. 오늘 경기에 반드시 승리하기로 결심했으니, 언제 그를 투입할지 예상할 수가 없었던 탓이다. 게다가 범석의 성미 상, 언제 어디서 튀는 행동을 해 경기의 흐름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몰랐다. 뭐랄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나 할까나? 실력은 참 인정해 줄 만했지만, 감독으로서는 영 골치 아픈 존재였다. 하지만, 그를 내보내지 않으면 총 18명으로 경기를 진행해야 하는 무리를 감수해야 했다. 언제고는 한두 번 내보내 다른 검투사를 쉬게 해야 했다. “글쎄.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겠지?” “혹시 극적인 상황에 내보내 승리의 모든 영광을 저에게 돌려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글쎄. 패전 처리가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 중인데.” 범석이 삐쭉 입을 내밀며 말했다.11/12 쪽 “경기 전 패배를 예측하는 일은 감독으로서 할 일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일도 대표팀 검투사가 갖출 덕목이 아니다. 특히나 오늘 같은 상대로 두고 말이야.” “후후후. 하지만, 주눅이 든 상태에서 이길 수 있는 상대도 아니죠.” 그를 쳐다본 클라크가 흰 이를 드러낼 정도로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무로바 대표팀은 어설픈 마음가짐으로 상대할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는 바로 경기장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곧 1라운드가 시작될 테니, 범석과 농담할 시간이 없었다.============================ 작품 후기 ============================ 하아. 9회말 무사에 1, 3루. 외야 플라이 한 방이면 역전후 게임 끝. 막강 화력 롯데가 이걸 못해주네요. 그리고 결국에는 10초 홈런 한 방에 무너지고요. 역시 야구는 끝까지 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이 매력입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하아. 9회말 무사에 1, 3루. 외야 플라이 한 방이면 역전후 게임 끝. 막강 화력 롯데가 이걸 못해주네요. 그리고 결국에는 10초 홈런 한 방에 무너지고요. 역시 야구는 끝까지 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이 매력입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 월드컵 3차전 예선 -- > 삐이익! - 네. 경기 시작합니다. 경기가 시작되자 라피네를 선두로 나머지 선봉들이 발목이 잠긴 만큼 시내로 들어가, 무로바 대표팀 검투사들의 도강을 견제했다. 그 뒤로 중견들이 따라붙으며 지원할 준비를 했고, 대장인 멀시를 비롯한 후미들이 바짝 붙어서는 진을 구성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추행진의 형태. 무로바의 검투사들은 이게 웬 떡이냐며 공격할 태세를 만반이 갖추고 있었다. 전력 차가 확연히 나는 와중에도 에이번드팀이 방어진이 아닌 추행진을 선택하자, 이번 라운드를 쉽사리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추행진은 전형적인 공격진으로 적진을 돌파하는데 큰 효율을 발휘하지만, 반대로 상대의 돌파에는 취약한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이에 득의의 표정을 지은 무로바 검투사들이 좌우로 빠르게 이동하며 도강의 기회를 엿보았다. “이때야! 선봉 돌격해!” 잠시 에이번드 검투사들이 움찔하며, 미처 자신들의 이동을 따라붙지 못한 사이 무로바의 선봉 검투사들이 점프해 도강을 시도했다. 하지만, 틈을 보인 것은 에이번드 회1/12 쪽 팀의 기만동작.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라피네. 지금이다!” 순간 라피네를 제외한 선봉과 중견들이 건너온 세 명의 무로바 검투사들을 향해 태클을 시도해 넘어뜨렸다. 그리고 대장인 멀시와 후미들이 뒤이어 도강해 오는 무로바의 중견들을 막아갔다. 라피네는 일리스와 동료 하나에게 잡혀 넘어져 있던 목표인 7번 검투사를 깔아뭉개고는 꽉 쥔 양쪽 주먹으로 턱의 끝 부위를 연달아 타격했다. 퍽. 퍽. 퍽. 허리에 잔뜩 탄력감을 실은 정확한 3번의 주먹질. 옴짝달싹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어지는 엄청난 힘의 타격으로 7번 검투사의 고개가 기이하게 좌우로 젖혀져 갔다. 그리고 잠시 후 경기장 안을 울리는 요란한 기적소리와 함께 전광판의 시간이 멈추었다. 바로 경기정지를 알리는 신호였다. 제대로 공격이 먹혀들었다고 생각한 라피네가 비릿한 미소를 짓고는 7번 검투사의 몸을 꽉 부여잡고 있는 일리스와 동료 검투사의 어깨를 툭툭 쳤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룰이 비교적 단출한 검투 경기에 있어서, 이처럼 경기 진행을 강제로 멈추게 하는 일은 부상자의 발생 말고는 좀처럼 없었다. 분명히 7번 검투사는 의식을 잃었고, 착용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센서가 이런 그의 상태를 의료진들에게 알린 것이 확실2/12 쪽 했다. 이내 무로바 팀 입장터널 입구에서 긴급히 의료진이 튀어나오는 모습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호호호. 됐어. 보냈어.” 서서히 일어서서 떨어져 있던 무구들을 주운 에이번드 검투사들이 일제히 무로바 검투사를 향해 비릿한 웃음을 날려보냈다. 이번 부상자 발생이 고의였음을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그때 막 도착한 의료진들이 7번 검투사의 헬멧을 벗기고는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마구 진행자 측에 손을 휘젓고는 부양식 들것에 태웠다. 이 모습을 바라다본 무로바 검투사들이 격양된 시선으로 에이번드 검투사들을 쳐다봤다. - 이거 암만 봐도 이상한데요. 무로바 대표팀 7번 검투사의 부상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해설자의 발언 뒤로 아나운서의 질문이 뒤이었다. - 예사롭지 않다니요. 무슨 뜻입니까? - 아무래도 이번 부상은 고의성이 엿보이고 있어요. - 왜요. 제가 보기에는 룰을 어긴다든가 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만…….3/12 쪽 - 네. 맞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태클 공세와 멀시 검투사를 비롯한 후미들이 유기적으로 상대 중견의 도강을 견제한 점은 무척 조직적인데 반해 쓰러트린 상대 선봉에 대한 공격이 너무나 어설펐습니다. 태클로 쓰러뜨렸는데, 왜 라피네가 자신의 쌍검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주먹질만을 사용합니까? 검으로 꼼짝 못하는 7번 검투사의 복부를 찌르면 바로 행동불능 상태가 되며 킬 포인트 하나를 올릴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게다가 기민하게 움직였다면 다른 태클러들에게 잡힌 다른 선봉들을 모두 없앨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주먹질로만 일관했죠. 그리고 어찌 된 영문인지 얼마후 7번 검투사가 부상으로 실려갔습니다. 아나운서가 들릴 정도로 침을 꿀꺽 삼켰다. 만약 고의로 부상을 입혔다고 한다면 문제가 상당히 커졌다. - 그럼 이번 전술의 목적이 무로바 검투사를 부상시키는 것이었단 말입니까? - 글쎄요. 제가 라피네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큽니다. 지금 무로바에서 가장 꺼리는 일이 부상자 발생이니까요. - 하지만, 사고가 아닌 이상 주먹으로 가격하는 일로 상대를 부상시킬 수는 없지 않습니까? 너무 무리한 해석이 아닙니까? - 글쎄요. 그렇기는 하지만, 포퍼먼스가 큰 주먹질로 시선을 유도한 다음 암중에 다른 수를 썼을 수도 있죠. 가령 7번 검투사를 붙잡고 있던 태클러들이 몰래 관절기를 사용한 식으로 말입니다.4/12 쪽 그러나 마침 자세한 리플레이 화면이 떠오르자 해설자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태클러들이 한 일이란 고작 7번 검투사의 양쪽 팔과 어깨를 무릎과 양손으로 지면에 누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 행동만 가지고는 에이번드에서 반칙을 범했다고 추측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의료진에서 보내온 부상원인은 뇌진탕이었다. 검투계 역사상 고의로 뇌진탕을 일으킨 예는 한 번도 없었다. 검투사들은 주로 검을 다루었기에 맨손기는 그다지 능통하지 못했다. - 에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습니다. - 그, 그렇군요. 제가 아무래도 잘못 예상한 듯 보입니다. 곧 무로바에서 교체 검투사 하나를 더 내보내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양 진영이 시내를 앞두고 진형을 구성했다. 1라운드가 재개되자 지루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무로바 팀에서 감히 공격해 올 생각을 못하던 탓이다. 현재 무로바는 3명의 주력 검투사가 부상을 당한 상태인데, 모두 한 월드리그 프로팀에서 차출해 온 검투사들이었다. 또다시 부상 검투사가 발생했을 시에는 해당팀은 4명의 주력이 빠진 상태에서 봄철 리그를 수행해나가야 했다. 가뜩이나 하위에서 전전긍긍하는 팀인데, 더는 소속 검투사를 희생시키게 만들 수는 없었다. 아무리 무로바 주민들을 위한다지만, 쓸모없는 경기를 위해 무로바 지역정부의 자랑거리인 월드리그 검투팀을 센트럴리그로 강등시킬 수는 없었다. 이는 해당 프로팀에게도 손해일 뿐만 아니라 대표팀에게도 많은 피해를 안겨다 주었다. 강등은 곧 많은 주력 검투사5/12 쪽 들의 유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게다가 암만 봐도 이번 부상은 고의로 예상되었다. 다만, 반칙성이 아니어서 따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무로바 감독의 선택은 승부를 피하는 일뿐이었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1라운드가 싱겁게 무승부로 끝이 났지만, 팬들은 환호를 보내며 에이번드팀의 주력들을 응원했다. 지금 이오닉과 랜드닉과의 경기도 1라운드를 비긴 상태라, 이대로만 간다면 월드컵 최종예선진출도 꿈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남은 라운드가 많기에 긴장의 끈은 풀지 않고 있었다. “모두 잘했다. 안으로 들어와 쉬어라.” 클라크의 치하에 에이번드의 주력 검투사들이 의기양양 벤치로 가 앉았다. 이번 전술의 주인공이었던 라피네는 귀를 팔랑거리며 범석의 옆으로 와서 알짱거렸다. 주인의 칭찬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모를 리가 없던 범석이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잘했다. 라피네. 덕분에 에이번드 팀이 크게 유리해졌다. 이제 무로바의 공세는 무척 무뎌지게 될 거다.” “뭘요. 그저 주먹을 몇 번 날렸을 뿐인데요. 호호호.”6/12 쪽 “후후. 하지만, 아무나 날릴 수 없는 주먹이니 문제지.” 주종 간의 화기애애한 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클라크가 범석을 불렀다. “오범석. 이리와 봐.” 라피네의 등을 도닥인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감독에게로 걸어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클라크가 멀리 경기장 정경을 훑어보더니 말했다. “네가 보기에는 이 경기장의 지형이 어떠냐? 가운데로 시내가 지나고 있으니, 공격 측에서는 무척 불리하겠지?” 물론이었다. 전에 범석도 리그전을 치르며 도강에 실패해 몇 번 곤욕스러운 일을 당하기도 했고, 한 번은 주력으로 해당 경기에서 패한 적이 있었다. 정말 맘먹고 상대팀이 견제를 한다면 정말 경기운영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얼마 전에 시청에 가서 지형을 바꿔달라고 했지만, 대표팀 사정으로 불가능하다고 통고를 받고 반포기를 한 상태였다.7/12 쪽 “네. 공격 측이 도강할 때 큰 빈틈이 생겨버리니, 저번 라운드와 같은 상황이 빈번하게 벌어집니다. 그래서 여기를 홈 콜로세움으로 삼는 저희 갓즈나이츠팀으로서는 여간 곤욕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지형을 교체해 볼까도 생각 중인데 네 생각은 어때?” 범석이 뜬금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이곳 리마 콜로세움은 갓즈나이츠의 홈경기장이기도 하지만, 대표팀의 주 경기장이기도 했다. 비교적 약팀에 속하는 에이번드 대표팀이 사용하기에, 이처럼 약팀에게 유리한 지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정작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가, 교체하자고 제의를 해오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번 라운드도 중앙의 넓은 시내 없었다면, 라피네를 활용한 전략이 쉽게 성공하지 못했을 터였다. “도대체 이유가 뭡니까? 원래 대표팀의 편의로 지형을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닙니까?” 클라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180도로 바뀌었다. 드래곤나이츠가 센트럴리그에 진출함으로서 실력 있는 검투사들이 대표팀에 유입되고 있었고, 갓즈나이츠에서 범석을 비롯한 라피네, 오스칼 같은 검투사들이 계속 추가 지원될 터였다. 즉 이제는 강팀에게 유리한 지형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얘기였다. “그랬지. 하지만, 상황이 뒤바뀌었다. 드래곤나이츠의 센트럴리그 진출을 시작으로 에이번드 팀은 점점 강팀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금의 지형이 앞으로 우리 대표팀에8/12 쪽 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지형을 약간 바꿔보려고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떻지?” 범석으로서는 전혀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현재 갓즈나이츠이 주력은 에이번드 지역 내 최강. 굳이 불리한 지형을 안고 싸울 필요가 없었다. “바꾸면 저로서도 나쁠 것이 없습니다.” “으음. 그래? 다행이군. 그럼 시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겠지. 자 그럼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널따란 중앙의 시내를 바라본 범석이 턱을 괴며 말했다. “글쎄요.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저 시내를 없애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비용도 그렇지만, 미래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저 시내를 없앨 수는 없다. 괜히 육지로 메웠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다시 파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규정상 지형의 변화는 4년에 1회만이 가능하다.” 하긴 군발이 삽질시키는 일도 아니고, 시에다 계속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굳이 시내를 없애지 않더라도 공격진에 유리한 지형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9/12 쪽 “그럼 다리를 하나를 놓죠. 그럼 공격측이 진형을 무너뜨리지 않고 일제히 공격해 들어갈 수 있으니, 불리한 상황은 많이 없어질 겁니다.” 클라크가 동조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방어측이 다리의 입구를 막으면 여전히 곤란하기는 했지만, 점프를 해 시내를 건너편보다는 공격 측에 훨씬 유리한 지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군. 다리가 적당하겠군. 좋아 그럼 같이 시에다 건의해볼까?” “후후후. 저야 좋죠. 그런데 언제쯤 하려고 합니까?” “글쎄.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요번 대표팀 경기가 끝나자마자 하는 것이 어떨까?” 범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 경기가 끝이 난 후 열흘 후쯤에는 리그가 시작되었다. 다리를 건설할 시간으로는 촉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사히 월드컵 최종예선에 올라간다면, 지금의 지형이 에이번드팀에 극히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었다. “그런데 공사기일이 가능하겠습니까? 이번 경기가 끝나면 열흘 후에 리그전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월드컵 최종예선전에 올라간다면 저희보다 강팀만 모일 테니, 지금의 지형이 유리할 테고요.” 클라크가 피식 웃었다. 지금 그가 리마시티 콜로세움의 지형을 바꾸고자 하는 의도10/12 쪽 는 최종라운드에서 승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표팀 검투사들에게 새로운 지형 속에서 최종예선전에 나올 강팀과 맞서 싸우는 요령을 익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괜히 다음 회 월드컵쯤에서 부랴부랴 지형을 바꾸는 것보다는, 이편이 본선 진출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었다. “상관없지 않을까? 다리 건설이야 조립식 철제 다리로 만들면 하루면 되니까. 그리고 우리 에이번드가 최종라운드에 출전한다고 쳤을 때 과연 우리 팀이 이길 만한 경기가 있을까? 대다수 무로바 같은 강팀인데다가, 종종 약팀이 있어도 이오닉과 같은 팀인데, 여기서 에이번드가 살아남기는 어렵지. 그럴 바에야 차라리 다음 월드컵을 대비하는 경험의 장으로 삼는 편이 낫지.” “뭐. 그야 그렇지만, 굳이 지레짐작 최종예선전을 포기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운이 좋아 통과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네 말도 맞다. 미리부터 포기할 이유는 없겠지.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수가 필요하다. 6게임 모두 비겨봐야 승점은 단지 6점. 이런 팀이 조별 예선에서 통과한 예는 거의 없다. 만약 우리가 꼭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무승부만 펼쳐도 본선에 출전하는 강팀을 이 홈에서 만나면 어떻게 할 텐가?” 그럼 대책이 없었다. 상대 팀은 무리하게 도강할 이유가 없으니, 결국에는 에이번드가 넘어가야 했다. 그럼 그 경기의 승패는 보나 마나 패배였다. 무승부 작전을 펼치기 위해 유리한 홈경기장의 지형이 홈팀의 발목을 잡게 된다는 말이다.11/12 쪽 “물론 그렇지만, 그런 일이 쉽게 일어날까요?” “비슷한 경우가 오늘 당장에 일어나지 않았나? 만약 이오닉이 다음 라운드에서 랜드닉팀을 꺾고 승리한다면 우리가 넘어가 무로바를 쓰러뜨려야 한다. 아니면 최종예선 진출은 없지.” 할 말이 없던지 범석이 입을 꾹 다물었다. 확실히 이번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는 최소 한 라운드 이상을 가져가야 했다. 다행히 1라운드 작전으로 무로바의 공세를 무디게 하기는 했지만, 자신들이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저 넓은 시내는 큰 장애물로 다가올 것이 확실했다.============================ 작품 후기 ============================오. 오늘은 롯데가 이겼네요. SK에게 안된 일이지만, 너무 빨리 끝나면 재미없죠. 플레이오프 전은 뭐니뭐니해도 마지막 경기에서 피터지게 양팀이 싸우는 장면이 제일 재미있습니다. 하하하.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작품 후기 ============================오. 오늘은 롯데가 이겼네요. SK에게 안된 일이지만, 너무 빨리 끝나면 재미없죠. 플레이오프 전은 뭐니뭐니해도 마지막 경기에서 피터지게 양팀이 싸우는 장면이 제일 재미있습니다. 하하하.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 월드컵 3차전 예선 -- > 2라운드에는 치열한 접전이 일어났다. 1라운드의 느슨한 경기 운영으로 체력을 아낀 에이번드팀이 주력을 다시 내보낸 것에 반해, 무로바팀은 정석대로 2진급을 출전시켰던 이유에서였다. 이에 클라크는 출전 검투사들에게 방진을 구성시키고 뒤로 물러나도록 명령했고, 편하게 도강을 한 무로바의 검투사들이 총 공세를 강행했다. 쾅. 콰쾅. 창. 창.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병장기 두드리는 소리로 팬들은 무척 긴장하며 바라봤다. 비록 2진급이기는 했지만 2라운드를 출전한 무로바 검투팀은 에이번드팀의 주력 전력보다 강했던 탓이다. 4인의 월드리그급 주전 검투사와 8인의 센트럴리그 주전급 전력. 솔직히 이 정도의 전력을 따로 구성시켜 팀을 만들어도, 이번 조별 리그에서 충분히 조 1위로 올라 설만 했다. 하지만, 이런 이들의 공세에도 에이번드의 방진은 쉽사리 뚫리지 않았다. 아니 더 나아가 전진을 하며 무로바 검투팀을 시내까지 밀어붙이기에 이르렀다. 출전한 무로바의 2진들은 감독의 명령으로 몸을 최대한 사리고 있기에, 기세에서 형편없이 밀리고 있었다. 그리고 2명의 무로바 검투사들이 에이번드의 기민한 연합 공격에 당하자, 클라크가 총 공세를 명령했다. 무척 위험한 일이기는 했지만, 반드시 1승이 필요한 시점에서 지금 같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기세에서 앞서는 와중에 전력차이를 회1/13 쪽 숫자의 극복할 수 있으니, 충분히 승리를 점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의도는 맞아떨어졌는지 무로바의 2진은 쉽사리 무너졌고, 에이번드는 소중한 라운드 승수를 챙길 수 있었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관중석의 열화같은 환호를 받으며 에이번드 주력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더그아웃에 돌아왔다. 2라운드 전적 1승 1무. 이제 3무 이상만 한다면 최종예선전에 자력으로 진출하게 되었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희망을 품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얼마 후에 좋지 못한 소식이 리마시티 콜로세움으로 전해져 왔다. 이오닉 대표팀이 2라운드에서 손쉽게 랜드닉 대표팀을 깨며 같은 1승 1무로 경기를 이어나간다는 소식이었다. 그렇다는 얘기는 이변이 없는 한 이번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최종예선전에 오를 수 있다는 뜻. 에이번드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다음으로, 이어지는 3라운드. 1, 2라운드의 주전 출전으로 2진급을 내보냈던 에이번드 팀은 무로바의 주력을 만나 처참하게 깨져버렸다. 라피네를 출전시켜 부상에 대한 위협을 선사했지만, 워낙 전력 차가 크게 났던 탓에 쉬이 도강을 허락했던 것이다. 그다음은 보지 않아도 빤한 일. 조직화된 강력한 무력에 에이번드의 2진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고, 결국 3라운드를 내주고야 말았다. 이 사이 이오닉은 또다시 라운드 승수를 챙기며 2승 1무가 되었다.2/13 쪽 그리고 4라운드. 에이번드는 주력을 출전시켜 무로바의 2진과 맞붙었다. 그러나 아까의 운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지루한 공방전 속에 무승부를 기록하는 일로 만족해야만 했다. 이로써 에이번드팀은 1승 2무 1패로 마지막 5라운드에서 무로바의 주력과 맞붙어 승리를 따내야 하는 상황에 빠져들었다. 바로 이오닉이 4라운드에서 랜드닉을 깨고 승점 3점을 플러스한 덕분이었다. 이제 에이번드가 최종 예선전에 오르는 길은 5라운드에서 승리하는 길뿐이었다. “오범석. 준비해라.” 시합 내내 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범석이 활기차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4 라운드까지 출전시키지 않아 이번 경기도 지난 경기 때와 마찬가지로 단순 관람객이 될 줄 알았는데, 드디어 호출을 받은 것이다. “출전하는 겁니까?” 클라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현재까지 주력은 총 3라운드를 뛰었다. 이제 5라운드까지 뛰어야 하니 총 4라운드라고 할 수 있었다. 분명히 다들 지친 상태일 텐데, 여기서 실력이 출중하고 체력이 빵빵한 범석을 제외하기란 감독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나 최종라운드로 가느냐 마느냐는 중차대한 순간에 말이다. 그간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음으로 부상 위험성을 최대한으로 줄여놨으니, 경험 삼아 한 번쯤 내보내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됐다.3/13 쪽 “그렇다. 그런데 플랜3 작전 기억하고 있지?” 범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훈련 때 목구멍에서 신물이 튀어나오도록 연습했던 터라 잘 알고 있었다. “네. 알죠.” “그럼 그대로 실천해라. 반드시 이번에 승리해야 한다.” 이에 범석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제가 알기에는 플랜3 작전은 무승부를 목표한 작전인데요.” “알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승리를 따내는 일은 네가 생각해라. 상황을 봐가며 적절히 대처하라는 말이다. 무슨 뜻인 줄 알겠지?” 범석이 가볍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차피 모든 경기가 미리 계획한 작전대로 풀려나가지 않았다. 무수한 돌발 사태 속에서 이를 견지하고 헤쳐나가는 일은 경기에 참여하는 검투사의 몫이었다. “뭐. 일단 최선은 다해보겠습니다.”4/13 쪽 대답을 들은 클라크가 더그아웃이 울릴 정도로 쩌렁쩌렁 소리쳤다. “자! 마지막 5라운드다. 지금 전적은 1승 2무 1패. 너희가 무로바의 상대로 이 정도까지 해줬다면, 능히 칭찬을 받고 남은 일이다. 하지만, 칭찬만이 아닌 최종예선전의 진출이라는 영광을 얻고 싶다면 여기서 더욱 힘을 내줘야 한다. 현재 이오닉이 랜드닉을 상대로 승리하고 최종예선전의 길목 바로 앞에 선 상태이다. 우리가 그들을 제치고 최종예선전에 가기 위해서는 이번 라운드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 알겠나!” “넷!” “자. 그럼 5라운드에 출전할 명단을 부르겠다. 잘 듣도록 해라. 먼저 오범석. 대장 검투사에 선다.” 범석이 손을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클라크가 이번에는 멀시를 쳐다봤다. 그녀는 4라운드까지 대장을 맡고 있었다. 범석이 대장이 됐으니, 포지션 변경이 필수였다. “멀시. 이번에는 후미에 선다.” “넷.”5/13 쪽 고개를 주억거린 그가 계속해서, 명단에 나온 검투사들을 호명했다. 이번에 클라크가 선출한 출전 검투사들에는 오스칼과 에이레네도 포함이 되었다. 그간 3라운드를 뛰며 주력들이 크게 지친 터라, 몇몇을 제외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출중한 기량의 후보들이 있기는 했지만, 다 실력이 고만고만했다. 괜히 어정쩡한 실력자를 출전시키기보다는 전술에 걸맞게 힘과 스피드에서 강점을 보이는 검투사들을 뽑는 편이 나았다. 그래서 오스칼까지 명단에 포함되어 갓즈나이츠의 출신 검투사 셋 모두가 이번 5라운드에 모두 출전하게 되었다. 얼마 후 전광판에 양 팀의 출전명단이 뜨며 마지막 5라운드의 시작을 예고했다. 무로바 측의 출전 검투사들의 이름을 확인한 에이번드의 검투사들이 다소 밝은 표정을 지었다. 월드리그 주전급 검투사가 6명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나머지들은 다들 후보이기에 근 2진급의 출전 명단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크흠. 다행이군. 무로바 감독이 안정적으로 이 경기를 끝내려는 모양이야.” 클라크의 혼잣말에 숏소드 형태의 쌍검을 챙기던 범석이 대꾸했다. “무척 기쁘신 모양입니다. 혼잣말까지 하는 것을 보니까요.” 클라크가 거칠게 기침하며 대답했다. “크흠. 솔직히 주전들 모두가 나오는 편보다야 나으니까. 저 정도면 2진급이라고 표6/13 쪽 현해도 될 만하니, 잘하면 이기겠지.” “하지만, 저희도 일부 지친 주전이 빠졌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하던 말을 멈춘 클라크가 먼 하늘을 바라봤다. 하마터면 범석을 칭찬하는 뉘앙스를 풍길 뻔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에 바뀐 검투사 중에는 완력의 오스칼과 기술과 스피드의 범석이 포함되어 있어 그다지 전력이 떨어졌다고 평가할 수 없었다. 아니 지금부터 수행해야 할 전술을 볼 때, 지금의 멤버가 최상의 포메이션이라고 스스로 자부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그에게 한다? 죽어도 못했다. 처음에는 에이번드 최고의 검투사를 아끼는 마음에 그를 홀대해 왔지만, 지금은 범석의 자만심을 꺾고자 하는 의도가 더 컸다. 물론 검투사가 어느 정도 자신감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그동안 겪어본 결과, 그는 얄미울 정도로 잘난 척을 하고 있었다. “뭐. 완력이 센 오스칼과 스피드와 힘을 동시에 겸비한 에이레네가 있으니, 전술을 소화하는 데에는 이보다 더한 검투사 구성은 없다. 물론 네가 제대로 꼬랑지를 말고 도망칠 수 있느냐가 문제지만…….” “크크크. 그럴 일은 없습니다. 도망만 다니면, 아무 잘해봐야 무승부. 그럼 에이번드는 여기서 월드컵과 바이바이 해야 합니다. 설마 감독님은 그걸 바라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7/13 쪽 너무나 정곡을 찌른 터라 클라크가 끙하고 코울음을 내더니, 자리를 피했다. 확실히 범석의 말대로 이번 라운드는 절대 비겨서는 안 됐다. 결국, 그는 애꿎은 검투사를 고래고래 소리쳤다. “자. 모두 입구 터널로 나가라!” 클라크의 외침과 동시에 출전 검투사 12명이 장비를 챙기고 더그아웃 문을 나섰다. 가장 마지막으로 나간 범석은 무덤덤한 얼굴로 나가서는 줄 맨 끝에 섰다. 곧이어 출전신호가 떨어지고 이들은 관중의 응원소리를 들으며 경기장을 나갔다. “지면 탈락이다! 반드시 이겨라!” “아까처럼만 해! 그럼 이길 수 있다.” 마침내 경기장 시내에 자리를 잡은 범석이 입을 삐쭉 내밀었다. 이길 수 있다는 말이 쉽게 나오는 관중의 응원이 너무나 속 편해 보였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무로바에서 이번 5라운드에 대거 주전급을 제외했지만, 월드리그급 주전급 검투사 여섯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을 모두 물리치고 승리를 일구기란 참으로 어려웠다. 그가 곧 모두를 모이라고 말한 후 간단한 작전지시를 내렸다. 충분히 훈련한 전술이었지만, 이번 라운드를 반드시 승리해야 하니 약간의 변형이 필요했다. “자. 이번 우리의 작전은 플랜3까지 있다는 것 잘 알지?”8/13 쪽 “네.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요.” “하지만, 플랜 3작전은 무승부 전략이다. 반드시 이겨야 할 지금 상황에서 곧이곧대로 밀고 나갈 수는 없다. 중간에 여건을 봐서 다른 형태로 전력으로 변경할 테니, 그때가 되면 모두 우왕좌왕하지 말고 내 말대로 확실히 따르도록 해.” “넷.” 고개를 주억거린 범석이 곁에 한 푸른색 머리칼의 엘프를 바라봤다. 바로 마카라는 엘프였는데, 현재 에이번드 주전의 선봉을 맡고 있었다. “마카. 네가 플랜 1-1의 중추가 되는 것 알지? 확실히 자폭해야 한다.” “넷. 염려 마세요.” 범석이 이번에는 중견에 서 있는 두 엘프를 바라보고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했다. 리베와 테라피라는 엘프로 플랜 1-2와 3의 중추가 될 아이들이었다. 범석은 그녀들과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누고 계속해서 다른 에이번드 검투사들에게 이번 작전에 대해 다시 한 번 주지시켰다. “좋다. 다들 알겠지. 그럼 곧 경기가 시작될 테니, 모두 진형을 짜며 선다.” 작전지시를 모든 마친 범석이 팀원들과 함께 진을 구성하며 섰다. 그런데 범석은 홀로그램 깃발을 등에 단 대장이면서도 선봉들 바로 뒤에 서는 무리수를 선택했다. 대9/13 쪽 장이 잡히면 시합에 패하기는 했지만, 작전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장인 그도 전투에 참여해야 했다. 후미까지 다른 공격진과 함께 전투를 수행하면, 지금 벌어지는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대등한 전투를 벌여나갈 수 있었다. 물론 무로바의 후미가 가세하면 달라지지만 지금 그들은 안정적인 플레이로 경기를 진행해 나가려 하고 있었다. 결코, 무리하게 후미를 전진시키지는 않으리라 생각됐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범석으로서는 하등 나쁠 것이 없었다. 그때는 바로 총 돌진해 대장을 해치우면 그만이었다. “뭐야? 쟤들 돈 것 아니야? 대장을 선봉 바로 뒤에 배치 시켰어.” “그러게. 햇병아리들도 안 하는 짓을 하다니, 지고 싶어서 환장한 모양이네. 단숨에 끝내주지.” 무로바 검투사들의 조롱에도 범석은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자만은 곧 방심을 낳는 법. 기분은 나빴지만 하등 해 될 것이 없었다. 이윽고 머리 위로 3D전광판 화면이 떠오르며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긴장한 양팀 검투사들은 그 시간이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 특히나 월드컵 경기 출전인 범석은 더욱 그러했다.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그가 억지로 큰소리를 질러댔다. “자! 곧 시작이다! 단단히 준비해! 맡은 바 임무는 확실히 수행하고! 다들 알았지!” “네. 염려 마세요!”10/13 쪽 곧이어 카운터가 0이 되며 찢어지도록 울리는 전자음이 경기장 전체로 퍼져 나갔다. 기다렸다는 듯이 무로바의 검투사들이 좌우로 빠르게 이동하며 도강할 틈을 노렸다. 이를 에이번드팀은 반 박자 느린 템포로 따라붙으며 쉬이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플랜3 작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선두가 반드시 도강해, 공격해 들어와야 했다. 하지만, 1라운드의 기억이 생생한 터라, 무로바는 쉽게 넘어올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틈이 보여 도강해 넘어갔다가 선봉이 크게 당할 뻔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접전 속에 주장인 7번 검투사를 부상으로 잃어 전력이 크게 다운되기까지 했다.이런 낌새를 느낀 범석이 진의 이동을 일부러 늦춰 확실한 도강을 기회로 만들어 주었다. “모두 넘어가!” 기회를 잡은 무로바 검투사들이 너도나도 힘껏 도약하며 시냇물을 넘었다. 그러나 이는 에이번드 팀에게도 기회였다. “지금이다!” 그의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좌측으로 이동하는 팀원들. 오스칼이 먼저 앞으로 달려가 들고 있던 거검으로 허공을 널찍하게 그었다. 한껏 힘이 들어갔으나 그저 위11/13 쪽 협을 위한 공격이기에 누구도 그녀의 검에 당하는 자들은 없었다. 하지만, 의도는 충분히 먹혀들어갔다. 바닥에 착지한 무로바 검투사들은 몸을 움찔거리며 잠시 동작을 멈추던 것이다. 영상으로 봐와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위협적인 검격이 약팀 에이번드에서 나오다니 여전히 믿기지가 않은 모양이었다. 오스칼의 파워 넘치는 검격은 월드리그 내에서도 수준급에 이르고 있었다.============================ 작품 후기 ============================오늘은 월드컵 조별 예선 통과 방법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승패를 가리는 한 개조에는 총 4개 팀이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 홈, 원정 합쳐 총 6경기를 통해 상위 예선전이나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다툽니다. 일단 1승은 3점, 무승부는 1점으로 해서 가장 많은 점수를 차지한 팀이 1위가 되고 그 다음 팀이 2위가 되어 상위 예선전이나 월드컵 본선에 진출합니다. 나머지 3, 4위는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요. 그런데 여기서 승점만으로는 승부가 갈리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때 사용하는 방법이 라운드포인트입니다. 검투경기를 하다보면 먼저 승리 요건를 채워 3라운드 째나 4라운드 째에 승부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여기서 적은 라운드 승수로 승리하는 팀은 강팀이라는 뜻이 되니, 승점이 동률시 라운드포인트가 적은 팀이 올라갑니다. 여기서도 순위가 갈리지 않는다면 다음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킬, 데스 포인트를 합12/13 쪽 산하여 높은 포인트를 기록하는 팀이 올라갑니다. 또 여기서도 순위가 갈리지 않는다면 그 다음에는 해당 팀간의 전적을 평가해서 높은 승률을 올릴 팀이 올라갑니다. 여기서 또 갈리지 않으면 어웨이에서 적은 라운드로 승리한 팀이 올라갑니다. 또 여기서도 우위를 가릴 수 없다면 양팀 간의 킬, 데스 포인트를 따지고, 그 다음으로는 복불복 뽑기로 합니다. 하하하.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 -- 월드컵 3차전 예선 -- > “이때다! 플렌1-1을 시행해!” 순간 오스칼이 또다시 상대의 측면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번도 조금 전처럼 위협적이라 무로바 검투사들은 그 궤적을 피해 몸을 양쪽으로 날렸다. 2대 10으로 완전히 나누어진 그녀들을 향해 범석의 팀원들이 일제 달려나갔다. “히얏, 햣." 7명이 모인 곳으로 홀로 달려든 마카가 들고 있던 양손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진의 결합을 철저히 막아섰다. 행동불능상태에 빠져도 상관없기에, 몸을 돌보지 않는 강력한 검격을 연속적으로 퍼부어댈 수 있었다. 이번 작전에서 그녀의 할 일은 넓은 공간을 커버하며 다수의 상대 검투사들의 진로를 잠시 막는 일이었다. 그러나 혼자서는 10명의 상대를 막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에 플랜1의 2, 3을 맡은 리베와 테라피가 달려나가 몸을 아끼지 않고 마카의 검망을 빠져나온 무로바 검투사들을 향해 달려나갔다. “여기서부터는 못 간다!” 그 사이 범석은 홀로 따로 떨어져 있던 무로바의 선봉 둘 중 하나와 상대하고 있었회1/12 쪽 다. 13번의 등번호를 달고 있었는데, 검을 맞부딪칠 때마다 손목이 욱신거리는 것이 상당한 힘의 소유자 같았다. 오스칼 보다는 약간 못했지만, 검격 하나하나에 상당한 기교가 가미되어 있기에 상대하기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이거 자칫 실수했다가는 파워에 밀려 자신이 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됐다. ‘크윽. 역시 월드리거인가?’ 범석이 쌍검을 휘두르며 13번 검투사와 홀로 다투는 사이, 플랜1에 중추로 삼은 검투사를 제외한 모든 에이번드 검투사들이 무로바의 5번 검투사를 집중공략했다. 작전 플랜3의 목적 중 하나는 다소 자팀의 검투사가 희생당해도, 상대팀의 수를 줄여놓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후 라운드 후반기에 들어갔을 시, 뜀새의 활동 폭이 그만큼 넓어지고 그만큼 무승부가 될 공산이 아주 커졌다. 하지만, 이는 정석적인 플랜3의 목표. 반드시 승리를 해야하는 에이번드 팀으로서는 전략에 약간 변형이 있었다. 바로 그 대상이 되는 자들을 월드리그 주전급의 검투사로 한정시켰다는 점이었다. “모두들 빨리 저 5번 검투사를 없애! 오스칼은 전면에서 압박해 가고 나머지 나와 기습을 노려!” 멀시의 명령에 따라 일제히 범석의 팀원들이 5번 검투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도 일단은 월드리그의 주전 검투사라 무척 강하기는 했지만, 8명의 조직적인 집중공격 앞에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지 여지없이 밀리고 있었다. 연속되는 오스칼의 검격2/12 쪽 에 신경 쓰다 보면 사방에서 번뜩이는 검이 날아와 팔과 다리를 썰고 지나갔다. 결국, 그녀는 뒤에 몰래 다가온 멀시의 길게 찌르는 검에 등짝을 맞고는 앞으로 고꾸라지듯 자빠졌다. “꺄아악.” 짧은 비명과 함께 서서히 몸이 굳어져 가는 무로바의 5번 검투사가 다른 동료가 모여 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들은 이미 마카를 쓰러뜨리고 돌진해오는 중이었다. 물론 후위에 있던 리베와 테라피가 막고는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이를 힐끔 바라본 범석이 크게 소리쳤다. “오스칼! 나가서 막아!” 동시에 오스칼이 달려가 다가오는 무로바 팀의 검투사들을 향해 길게 거검을 휘둘렀다. 소름이 끼치는 소리에 잠시 전진을 멈춘 그녀들을 향해, 리베와 테라피가 방패를 높이 쳐들며 뛰어들었다. 마카가 당했으니 이번에는 그녀들이 중추의 역할을 맡을 차례였다. 뭐 중추라 봐야 자살 공격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콰쾅. 쾅. 쾅. 상대의 공격을 방패로 막아선 리베와 테라피는 팔뚝을 울리는 진동에 어쩔 줄을 몰3/12 쪽 라 했다. 비록 오스칼이 뒤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월드 리거급 4명이 포함된 다수의 무로바 검투사를 막으려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오늘의 승리를 위한 일이라고 마음을 다잡고는 뼈가 부서져라. 방패 질을 해댔다. 윙. 윙. 윙. 오스칼이 리베와 테라피를 방패막을 뚫고 다가오는 일부의 무로바 검투사들을 향해 거검을 마구 휘두르며 진로를 막아섰다. 원래는 범석과 함께 나머지 하나를 완전하게 끝내야 했지만, 만약 공격 중에 그녀들이 들이닥친다면, 이번 계획은 아주 물 건너가 버리게 되어 있었다. “주인님! 버티기 어려워요! 빨리 끝내세요!” 그렇지 않아도 끝내는 중이었다. 아무리 월드리거라도 멀시를 비롯한 7인의 동료에게 지원을 받는 범석이 쓰러뜨리지 못할 리가 없었다. 곧 13번 검투사는 짧게 내지른 그의 검격에 목줄기를 강타당하고는 바로 무릎을 꿇었다. “됐다. 모두 빠져!” 급히 몸을 빼는 오스칼. 하지만, 리베와 테라피는 적진 깊숙이에서 포위되어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라, 도저히 본진으로 합류할 수 없었다. 이제 구원을 갈 동료가 없던 4/12 쪽 무로바 검투사들이 적의 숫자를 줄이는 일에 우선을 뒀는지, 일제히 그녀들을 향해 달려든 것이다. 결국, 리베와 테라피는 서로의 등을 맞붙인 채 쏟아져 들어오는 검격을 외로이 막아내야 했다. ‘쳇. 리베와 테라피는 안 되겠군.’ 범석은 전혀 개의치 않고 몸을 돌렸다. 어차피 그녀들은 중추의 역할로 어차피 희생을 담보로 하고 있었다. 지금은 빨리 진을 구성해 이후의 공격을 대비하는 일이 중요했다. 그녀들을 구하면 좋겠지만, 자칫 난전으로 발전될 수 있고, 비교적 전력이 약한 에이번드가 크게 당할 가능성이 컸다. 당장은 모험을 걸 때가 아니었다. “자. 이제 플랜2로 들어간다. 모두 경기장 외곽으로 급히 이동한다.” 범석은 나머지 팀원들을 데리고 경기장 끄트머리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등 쪽을 장벽에 의지해 철저히 배수의 진을 치려는 의도였다. 뚫리면 바로 몰살이 되지만, 후위를 막을 필요가 없기에 상대의 공격을 보다 효율적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일단 여기까지는 의도대로 됐어. 세 명이나 희생당했지만, 선봉의 월드리거 둘을 해치웠으니까 말이야. 문제는 여기서부터 어떻게 승리를 향하는 기세를 붙잡는 거야.’ 본래의 작전대로라면 여기서 최대한 시간을 끌다가 진이 거의 무너질 때쯤 오스칼5/12 쪽 이 파워 넘치는 검격을 휘둘러 길을 뚫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범석은 그 사이를 빠져나가 경기장을 누비며 타임오버까지 시간을 끌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무승부가 되어 에이번드는 탈락의 고배를 맛보아야만 했다. 반드시 승리할 다른 묘수를 찾아내야 했다. ‘일단 상대의 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해. 특히나 저 3번, 6번, 8번, 11번은 반드시 제거해야 해.’ 범석이 언급한 이들은 모두 월드리그에서 주전으로 뛰는 엘프검투사들이었다. 비교적 빠른 발과 상당한 검술 실력 그리고 강인한 힘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범석에게 위협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다. 어차피 제거할 바에는 저들을 없애는 편이 좋았다. ‘후후. 사실 3번만 제거하면 되지. 저 애가 대장 검투사이니, 제거하면 경기 끝이니까.’ 범석이 고민하는 하는 동안 폭풍 같은 검격들이 밀려오며 방패막을 거세게 두드리고 있었다. 오스칼이 뒤쪽에 서서 상대적으로 긴 장검을 찔러대며 견제를 하고는 있지만, 무로바의 검투사들은 여유롭게 피하고는 다시 공격을 개시했다. 이미 그녀가 능숙한 검사가 아님을 경기 시작 전 코치진들부터 누누이 들은 상태였다. 한껏 탄력을 담아 휘두르는 거검은 위협적이었지만, 이처럼 코너에 몰려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에서 내던지는 어설픈 검격에 맞은 자는 이 중에 아무도 없었다.6/12 쪽 투퉁. 쾅. 콰쾅. 언제든지 방패벽이 무너질 수 있는 균열이 사방에서 포착되고 있었다. 여기에 시간은 점점 흘러 8분을 향하고 있었다. 아직 반이 넘게 남기는 했지만, 일초가 아까운 이 마당에 이렇게 넋 놓고 당하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그간 쏟아 부은 공격으로 무로바팀이 크게 지쳤다는 것이다. 에이번드가 방패막 뒤에서 여유롭게 휴식하며 체력을 비축한 점을 봤을 때 충분히 플러스로 요소로 작용한 터였다. 뭐 천재일우의 기회까지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이를 이용한다면 충분히 승리를 향한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어 보였다. 그는 곧바로 헬멧 내 무선 통신을 이용해 모두에게 작전을 하달했다. - 자. 지금 상대는 무리한 공격을 하느라 체력이 소진된 상태다. 그리고 우리가 그동안 그렇다 할 반격을 하지 않은 탓에 방심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곧 우리는 이를 노리고 전격적인 기습을 가할 예정이다. 방법은 2인 1조가 되어 한 사람이 자살 테클로 목표한 상대팀 검투사를 쓰러뜨린 후, 뒤를 따르는 자가 바로 검을 내질러 확실히 제거한다. 목표는 6번과 8번 11번. 2인 3개 조가 공격진이 된다. 그리고 나머지들은 나를 따라 공격조를 측면에서 지원한다. 범석이 목표한 상대 검투사들은 모두 월드리그 주전급 검투사였다. 다소 희생을 치르는 한이 있어도 그녀들을 반드시 제거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진과 포지션을 7/12 쪽 무시하고 싸우고 터라, 이후의 싸움은 난전이 될 공산이 컸다. 만약 월드리그 주전급 실력을 지닌 그녀들이 여기서 활개를 친다면 에이번드 팀은 허무하게 무너질 터였다. 물론 3번이 빠지기 했지만, 그녀는 대장인 탓에 후미와 함께 뒤로 빠져 있는 상태였다. 여건상 지금으로서는 딱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이내 공격조와 지원조를 구분해서 알린 후, 적절한 시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모두 변형 플랜3를 시작해!” 순간 지원조인 오스칼이 단호하게 가장 앞으로 나서 검을 횡으로 큼지막하게 그렸다. 갑작스러운 강력한 공격에 무로바 검투사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이때 생긴 틈을 이용해 공격조 중 일부가 6번, 8번, 11번의 검투사를 향해 과감히 태클을 걸었다. 먼지가 일정도로 지면으로 쓰러진 이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몸싸움을 시작했다. 그사이 공격조의 암살 임무를 맡은 팀원들이 공격을 개시했다. “후미는 모두 전투에 가세해!” 대장인 3번 검투사의 외침으로, 뒤에 떨어져 있던 무로바의 후미들이 일제히 앞으로 달려나왔다. 지금 공격에 참여하는 검투사들은 모두 일곱 명. 에이번드에서는 후미에 대장까지 전투에 가세하고 있으니 숫자상으로 밀리고 있었다. 게다가 갑작스러운 기습을 당해 당황하고 있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었다. 황급히 지원하지 않는8/12 쪽 다면 도리어 자신들이 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범석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 곧바로 달려드는 후미들을 제치고 대장인 3번 검투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위험한 일이기는 했지만, 자신이 미끼가 되어 후미를 발을 묶으려는 것이다. 쾅. 범석의 발길질을 방패로 막은 3번 검투사 손에 든 한 손 검을 길게 뻗었다. 간담이 서늘하게 할 만큼 워낙 날카로운 공격이었기에 범석은 반격은커녕 손에든 쌍검으로 막기에도 급급했다. 그 사이 전진하던 후미들이 돌아와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공격진이 위험에 빠지기는 했지만, 자신의 대장을 먼저 보호하는 일이 그녀들의 우선적인 임무였고, 공격을 가한 상대가 에이번드의 대장인 범석이었다. 저자만 제거하면 이번 라운드는 무로바의 승리였다. 차. 차창. 깡! 창! “젠장할!” 의도대로 되었지만, 범석은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다. 후미와 대장의 시선을 끄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자신이 홀로 상대하기에는 상당히 버거운 면이 있었다. 그는 빠른 발로 스텝을 밟으며 겨우겨우 무로바 후미들의 공격을 막아냈다.9/12 쪽 그때 지원조 중 하나였던 라피네와 오스칼이 뛰어와 전투에 합세했다. 난전의 와중에 4명의 동료가 행동 불능 상태가 되었지만, 목표한 상대를 모두 제거했기에 지원을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어디서 우리 주인님을 공격해!” 쾅. 오스칼의 거검을 방패로 막은 후미들이 뒤로 쭉 밀려 나갔다. 이에 포위망에 열리게 되었고, 범석은 무사히 전투지역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어느덧 여유를 찾은 그가 멀시와 일리스를 바라봤다. 그녀들은 네 명의 무로바 검투사들에게 둘러싸여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2배나 되는 상대를 맞상대하며 분전을 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당할 공산이 컸다. 안 되겠다 싶은 범석이 오스칼과 라피네에게 소리쳤다. “이제 나는 됐어! 멀시와 일리스에게로 가!” 잠시 머뭇거린 그녀들이 몸을 빼 일리스와 멀시를 향해 달려나갔다. 포위에서 벗어난 범석이 당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한 탓이다. 그가 마음먹고 도망을 친다면 그 누구도 뒤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무로바의 대장과 후미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금 도주하는 10/12 쪽 그만 해치우면 라운드를 끝낼 수 있다는 욕심에 전력을 다해 쫓기 시작했다. “어이. 쫓아와 봐라. 나만 잡으면 경기 끝이라고!” 한동안 추격전이 계속되었다. 무로바의 후미와 대장이 바로 뒤를 바짝 뒤쫓는 형세를 취하며 아슬아슬한 추격전을 연출해나갔다. 하지만, 사실 작금의 상황은 말이 안 됐다. 범석은 달리는 데 필요한 균형감을 살리기 위해, 전용무기인 카타나를 포기하고 무게가 동등한 짧은 쌍검을 두 손에 나란히 쥐고 있었다. 반면 무로바의 대장과 후미들은 그보다 훨씬 느린 발을 지녔음에도 공기저항이 심하고 균형감이 없는 검방을 들고 있었다. 지금 범석은 단지 그들을 무로바 검투사들에게서 떼어놓으려고 유인하는 것뿐이었다. ‘좋아 이 방향이다. 여기가 딱 사각이다.’ 팬들이 열광하는 스텐트 담벼락에 거의 도착한 범석이 한껏 미소를 지으며 한창 오스칼과 라피네와 격전을 벌이는 무로바 검투사들의 등을 바라봤다. 그녀들은 검을 휘두르는데 열을 올리고 있어, 기습을 가한다면 손쉽게 쓰러뜨릴 수도 있어 보였다. 담장 아래 선 그가 급히 뒤돌아서고는 뒤쫓아오던 무로바의 3번 검투사와 후미를 맞이했다. “얘들아! 저자를 포위해서 잡아!”11/12 쪽 하지만, 이 넓은 공간을 셋이서 포위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범석은 여유롭게 한쪽 빈터를 향해 먼지를 일으키며 미끄러지듯 슬라이딩을 해 피한 후 오스칼과 라피네가 싸우고 있는 반대편 담장 쪽을 향해 힘차게 질주했다.============================ 작품 후기 ============================ 오늘 오랜만에 만화방에 가서 바쿠만이란 만화를 봤습니다. 만화가의 성공을 다루는 만화 같은데, 처음에는 소재가 그닥 댕기지 않아서 그냥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히카루의 바둑과 데스노트의 작가가 그린 만화라 절로 손이 가더라고요. 하하하. 전작은 워낙 재미있게 잘봤거든요. 시간이 없어서 5권까지 봤는데, 아무래도 내일 가서 나머지도 섭렵해야 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는 만화 같은데, 처음에는 소재가 그닥 댕기지 않아서 그냥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히카루의 바둑과 데스노트의 작가가 그린 만화라 절로 손이 가더라고요. 하하하. 전작은 워낙 재미있게 잘봤거든요. 시간이 없어서 5권까지 봤는데, 아무래도 내일 가서 나머지도 섭렵해야 겠습니다.일 가서 나머지도 섭렵해야 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런데 히카루의 바둑과 데스노트의 작가가 그린 만화라 절로 손이 가더라고요. 하하하. 전작은 워낙 재미있게 잘봤거든요. 시간이 없어서 5권까지 봤는데, 아무래도 내일 가서 나머지도 섭렵해야 겠습니다.일 가서 나머지도 섭렵해야 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는 만화 같은데, 처음에는 소재가 그닥 댕기지 않아서 그냥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히카루의 바둑과 데스노트의 작가가 그린 만화라 절로 손이 가더라고요. 하하하. 전작은 워낙 재미있게 잘봤거든요. 시간이 없어서 5권까지 봤는데, 아무래도 내일 가서 나머지도 섭렵해야 겠습니다.일 가서 나머지도 섭렵해야 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 -- 월드컵 3차전 예선 -- > “뭐……. 뭐야! 우리가 속았다! 저자는 뜀새야!” 3번 검투사는 당혹스러워 어쩔 줄을 몰랐다. 다시 쫓아가기 위해 뒤를 돌아서는 그 짧은 시간에, 벌써 십여 미터 앞을 질주하며 달려가고 있었다. 이 정도의 스피드라면 월드리그급 뜀새에서나 볼 수 있는 주력이었다. 그녀는 어리벙벙한 표정을 짓고는 그의 등을 바라보며 달리기 시작했다. ‘어쭈! 아예 나 잡숴 달라는데.’ 라피네와 다른 동료를 상대하는 무로바 검투사들은 뒤쪽으로 범석이 다가오는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시야가 좁은 헬멧을 착용한 채 등까지 보이고 있는데다가, 전면에는 접전을 벌이는 적까지 있으니 다른 상대의 근접을 알아차리기란 무척 어려웠다. 이를 바라보던 3번 검투사가 눈치채고 무선통신으로 급히 위험을 알리려 했다. 하지만, 때는 늦은 상태였다. 100미터는 5초에 주파하는 범석은 인식의 속도보다 빨리 동료의 뒤에 바짝 다가가 있었다. “햣!"회1/14 쪽 범석이 그 즉시 높이 점프해 일리스가 맡고 있던 상대의 목줄기를 힘껏 걷어찼다. 그리고 그 반동으로 더 높게 뛰어올라 멀시의 방패를 한참 두드리는 블루 와이번즈 검투사의 뒤통수를 오른손의 숏소드로 힘껏 내리쳤다. 쾅. 우탕탕탕. 쿵쿵. “꺄아아악!” 충격으로 여지없이 바닥을 구르는 무로바 검투사들. 그 중 검에 맞은 하나는 이미 경직형상이 일어나며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도 누운 채로 멀시와 일리스의 합격을 받아내며 고전을 하고 있었다. 이를 힐끔 바라본 범석이 뒤돌아서서 3번 검투사와 무로바의 후미를 향해 달려나갔다. 바닥에 쓰려져 있는 상대 검투사를 잡을 때까지만 저들만 막아낸다면 양 팀 간의 수적 차이는 동등해졌다. 즉 아까 실력이 출중한 월드리그 주전급 검투사를 해치우기 위해 감수한 손해를 만회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무로바와 에이번드의 전력 차는 전혀 없는바, 충분히 승리를 따낼 수가 있었다. “어이 이쪽으로 오라고. 후후.” 범석의 앞에 도달한 3번 검투사가 갈팡질팡했다. 그를 잡는 일과 바닥에 쓰러져 2명의 적에게 공격을 당하는 동료도 구원하는 일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갈등이 생2/14 쪽 긴 탓이다. 그녀는 이미 중요한 신체부위인 오른쪽 팔을 베어 부분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든 상태였다. 지금 구해도 전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반면 범석을 이대로 놔두면 조금 전과 같은 기습을 수행하며 자신들을 계속 괴롭힐 터였다. 하지만, 그를 쫓기에도 무리가 따랐다. 워낙 빠른 발을 가져 자신들로서는 절대로 잡을 수 없었고, 이대로 후미 모두가 그를 쫓는다면 이곳 전황은 악화일로로 향하게 되었다. 남은 동료 2명이 멀시를 비롯한 4명의 에이번드 검투사를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얘들아. 저자는 나에게 맡기고, 다른 동료와 합세해!” 그러나 이를 두고 볼 범석이 아니었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는 검투사를 막아서며 양손에 든 숏소드를 교차시켰다. “어이 어디를 가시나? 나만 잡으면 네들이 이긴다고.” “저리 비치지 못해요! 햣!” 날카롭게 쏘아져 오는 검이 면전을 향해 날아왔다. 한 손 검이라 쌍검을 교차해 쉬이 막을 수 있었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실드차징까지는 힘들었다. 이내 범석은 쿵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쭈룩 밀렸다. “칫.”3/14 쪽 중심을 흔들리는 범석을 노리며 또 다른 한 명의 무로바 후미 검투사가 쳐올리듯 검을 휘둘렀다. 한껏 힘이 실린 모습을 본 그가 순간적으로 몸을 옆으로 빼며 격전의 공간을 빠져나왔다. 하나라면 모를까 노련미가 가미된 강력한 검격이 연속해서 들어오자 쉽사리 상대하기가 어려웠다. 단지 두 번의 검격이었지만 그는 마음속 깊이 남아 있는 한 홀의 경시 감조차 모두 지워버렸다. 역시 상위리그의 검투사들답게 실력이 꽤 출중했다. ‘대단해! 역시 상위리그 검투사들다워. 단지 둘 뿐인데, 내가 이리 밀리다니 말이야. 센트럴 리그에 가면 저런 얘들이 수두룩하단 말이지. 후후후.’ 지금껏 상대적으로 실력이 떨어지는 자신들의 갓즈나이츠의 팀원들과 대련을 펼쳐왔던 그로서는, 새로운 신세계에 대한 열망이 끓어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자그마한 움직임에도 한껏 긴장을 쏟아 부어야 했고, 날아오는 검끝 하나하나에는 소름이 돋을 만큼 강렬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마치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지는 전쟁터 한가운데 선 기분이랄까? 그는 한시라도 빨리 이들이 활약하는 상위리그에 진출하고 싶다는 욕구가 한없이 샘솟았다.하지만, 이런 낭만적인 감정도 잠시. 3번 검투사가 가세하지 머릿속에서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모두 저자를 없애. 그럼 경기 종료야!”4/14 쪽 3번 검투사의 무거운 공격을 막아낸 범석의 몸이 쭉 밀려났다. 그동안 많은 신체단련을 해왔지만 아직까지 상위리그 검투사의 힘을 막아내기는 힘에 겨웠다. 이런 그의 약세를 본 무로바 검투사들이 단번에 달려들어 맹공을 쏟아냈다. 곧 서로의 검이 공중에서 부딪치며 연신 불꽃을 사방에 뿌려댔다. 창. 창. 캉. “범석님. 쓰러져 있는 얘를 해치웠어요! 피하세요!” 바닥에 넘어진 상대팀 검투사를 기어이 해치운 멀시가 범석을 향해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이에 그가 빠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전투 공간을 벗어나더니, 바로 뒤로 돌아 내달리기 시작했다. 남은 동료와 연합해 나머지 무로바 검투사와 맞상대할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그건 일부러 어려움을 자처하는 일이었다. 자신이 도망을 가면 최소한 2명은 따라붙을 터, 다른 팀원들이 손쉽게 전투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방금 같이 뒤로 몰래 접근해 손쉽게 상대 검투사를 제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은 무로바도 그간의 경기경험으로 충분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다들 각개 전투를 멈추고 방진을 구성해. 이대로 무승부 작전으로 나간다.”5/14 쪽 3번 검투사의 명령에 남은 5명의 무로바의 검투사들이 방진을 구성했다. 워낙 수가 적어 엉성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일단 방진은 방진이었다. 게다가 그녀들은 하나같이 모두 검방을 들고 있었다. 행동불능으로 쓰러진 에이번드 검투사들의 무구들을 주워들었던 탓이다. 규칙상 경기장 내에 검투사들은 2가지 무구를 초과해 들고 들어갈 수는 없지만, 경기 도중 입수한 무구는 들어도 상관없었다. ‘쳇. 그냥 싸워주면 안 되나.’ 한 참을 달리던 범석이 아쉬워하며 다시 돌아왔다. 기껏 난전을 통해 전력 차를 동등한 수준으로 만들었더니, 상대가 농성을 선택했다. 시간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이는 무척 우려스러운 상황이었다. “자. 시간 없다. 우리도 진을 짜고 공략해 들어간다.” 범석은 남아 있는 팀원과 함께 간단한 돌격진형을 짜고 진입을 시도할 준비를 했다. 5대 5의 상황에 시간은 채 5분이 남지 않았다. 미적거릴 시간이 없으니, 빠른 결정이 필요했다. 그는 선두에 오스칼과 라피네 일리스를 앞세우고 돌진을 시도했다. “모두 돌격해!”6/14 쪽 뾰족한 화살 모양의 끝 부분에 위치한 오스칼이 손에 든 검을 힘차게 내리쳤다. 쾅하는 끔찍한 음향과 함께 무로바의 진형이 크게 출렁거리며 슬며시 틈이 벌어졌다. 이를 본 범석이 급히 진입을 시도하려 했지만, 바로 방패벽이 세워지며 봉쇄된 탓에 뒤로 걸음을 물릴 수밖에 없었다. 콰지직! 쾅! 오스칼이 연신 거검을 휘둘렀지만, 무로바의 검투사들은 서로 힘을 모아 방패를 들이대며 거뜬히 막아내고 있었다. 전해져 오는 물리적 충격은 대단했지만, 그녀들은 상위 리그를 뛰며 오스칼과 같은 검투사를 자주 경험하고 있었다. 방패를 들고 이 정도도 막지 못할 실력이었다면 월드컵 본선 진출 유력 후보인 무로바 대표팀에 선출되지도 못했다.그러나 이런 그녀들도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종류의 검투사가 에이번드에는 둘이나 있었다. 바로 지하무투계에서 명성을 떨치던 라피네와 수많은 게임을 섭렵해 오며 다양한 잡기를 익힌 범석이었다 “라피네. 무투기를 시전해 한 명씩 낚아챈다.” 주인의 의도를 눈치챈 라피네가 손에든 쌍검을 바닥에 꽂고는 범석의 뒤에 바짝 붙었다. 그녀는 검술에서는 취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맨손 격투술에서는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7/14 쪽 “주인님 준비됐어요.” “좋아 그럼 기회를 봐서 함께 들어간다.” 곧이어 오스칼의 거검이 한 무로바 검투사의 방패를 두드리자 범석이 옆에 있던 2번을 달고 있던 검투사를 향해 검을 쭉 뻗었다. 쾅! 여지없이 부딪히며 튕겨져 나오는 범석의 검. 하지만, 그의 입가에는 잔잔히 미소가 새겨져 있었다. 범석에게 방패를 향하고 있었던 터라, 2번 검투사는 측면 아래에서 침투해 들어오는 라피네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곧 자신의 손목을 잡는 우악스러운 손길을 느끼고는 비명을 내질렀다. “뭐야!~” 라피네의 엎어치기 기술에 걸린 2번 검투사의 몸이 허공을 나르더니 일리스의 바로 앞으로 엎어져 버렸다. 워낙 부지불식간에 당한 일이라, 낙법도 시행하지 못해 큰 충격을 받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마침 뒤로 물러나 있었던 일리스는 뜻하지 않은 먹이감을 보고는 손에 든 클라이모어로 과감하게 내리찍었다.8/14 쪽 “좋아! 앞으로 넷이다! 힘을 내라!” 2번 검투사가 완전히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들었음을 본 에이번드 검투사들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무로바의 진형을 공격해 들어갔다. 이제 남은 수는 단지 넷. 이들로는 완벽히 대장 검투사를 보호할 수가 없었다. 삼각 형태로 대장을 둘러싸 봤자 사방이 빈틈이었다. 이제 무로바의 대장 검투사는 외부로 튀어나와 한쪽을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 “햐앗! 받아라!” 허리에 잔뜩 힘을 준 오스칼이 탄력을 이용해 맹렬히 거검을 휘둘렀다. 무로바의 검투사는 방패로 막으려 했지만, 한 사람이 준 지금 효과적으로 완벽히 맞받아치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내 방진은 한쪽이 크게 벌어졌고, 범석이 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반대편의 오스칼과 대적하고 있던 3번 검투사의 뒷목을 꽉 움켜잡았다. “이제. 끝이다!” 무중력을 공간을 날듯 3번 검투사의 몸이 공중에서 긴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다른 무로바의 검투사들이 구원하기 돌아서려고 했지만, 일리스와 멀시, 라피네라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곧 이들은 서로 부둥켜안으며 육탄전을 벌였다.9/14 쪽 쾅. 이내 땅을 구르는 3번 검투사. 범석이 바로 그녀의 위로 올라타고는 손에 든 검으로 사정없이 목을 그어버렸다. 삐이익! 긴 호각소리가 경기장 안을 퍼져 나갔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신호로, 범석이 멀쩡했으니 에이번드 팀이 이번 마지막 5라운드에서 승리했다는 뜻이 되었다. 라운드 스코어 2승 1패 2무. 이로써 에이번드의 대표팀은 봄 시즌이 끝난 후 열리는 최종 예선전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검투계에 변방에 해당하는 에이번드로서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오늘 콜로세움을 찾은 검투 팬들의 인식에 깊이 남을만한 경기가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사위는 너무나 고요하다 못해 정적까지 흐르고 있었다. 기뻐 날뛰어야 할 관중은 3번 검투사가 쓰러질 당시만 잠시 환호를 보냈을 뿐,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뚫어지라 에이번드 대표팀 검투사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니 몇몇 팬들은 관람석 앞으로 나와 손가락을 입에 대고, 자중을 촉구하고 있었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간 범석이 투덜거리며 들고 있던 검을 검집에 꽂았다. “뭐야. 기분 찝찝하게 말이야. 이겼으면 응당 기뻐해야지.”10/14 쪽 그때 환한 낯빛을 한, 멀시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아. 범석님은 모르시나 보죠?” “뭘. 몰라?” “에이번드 지역 스포츠팬들의 전통이에요. 대표팀 경기에서 큰 활약을 벌인 선수들에게 예의를 표하고 있는 것이죠.” 범석이 머리 위로 물음표를 그리고는 그녀를 쳐다봤다. “예의?” “네. 오늘의 승리를 검투사들이 만끽하기 전에 절대 자신들이 먼저 즐길 수 없다는 뜻이죠. 전에 에이번드 대표팀이 처음으로 월드컵 예선 3차전에 처음으로 오른 적이 있는데, 관중들이 이런 포퍼먼스를 취했다고 들었어요.” “그래? 그럼 어떻게 해야지?” “동료 검투사들이 모두 모일 때, 가볍게 환호를 하면 돼요.” 어느덧 행동불능을 당했다가 몸을 일으킨 에이번드 검투사들이 속속히 범석에게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12명 전원이 몰려들자 범석이 시선을 날리며 천천히 주먹 쥔 손을 슬그머니 올리기 시작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영 쑥스럽기는 했지만, 프로로서 관중의 열망에 화답하는 일은 당연한 의무였다. 곧 범석의 비롯한 모든 에이번드 대표팀 검투사들의 팔이 하늘을 향해 쭉 뻗자 스텐11/14 쪽 드에서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잘했다. 에이번드! 최종 예선전 진출이다!” “반드시 이길 줄 알았다!” 팬들은 스텐드 관람석 아래까지 내려와 투명 아크릴 장벽을 흔들어댔다. 검투사의 검이 넘어가 관중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한 시설물이기에 무척 튼튼히 제작됐는데, 워낙 많은 사람이 흔드니 버티지 못하고 일부가 앞으로 기울여지고 있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보안요원들이 급히 뛰쳐나와 자제를 촉구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최초로 최종예선에 올랐다는 기쁨에 지금 관중들은 패닉에 빠져 그녀들의 만류를 듣지 못하고 있었다. 이 사이를 달리며 에이번드 대표팀의 검투사들이 서로 얼싸 안고 손을 흔들며 지금의 기분을 만끽했다. 경기에서 직접 참여해 승리를 쟁취한 그녀들이 기쁨이 팬들보다 못할 리가 없었다. 이들은 한 참동안 경기장 안을 누비며 승리의 축전을 즐겼다. 어느덧 환희의 시간이 모두 지나가자, 범석은 더그아웃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승리의 기쁨보다 더 중요한 사명이 소속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동안 대표팀 생활로 처녀 딱지를 떼어주지 못한 아겔리아를 마음껏 안는 일이었다.12/14 쪽 “후후. 아까는 정말 잘 도망치더군. 이참에 대장으로 나서는 것은 어때? 제법 소질이 있어 보이는데.” 클라크가 더그아웃 문을 열고 들어간 그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범석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됐습니다. 후미에게 보호되며 검 한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는 대장을 왜 합니까.” “왜. 오늘은 마음껏 날뛰었지 않았나?”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죠. 우리 팀에서 대장을 했다가는 몇 년 안에는 제가 검을 휘두를 일이 없을 겁니다.” 수긍이 간다는 듯 클라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그가 소속된 갓즈나이츠는 워낙 강한 팀이라 에어리어 리그에 있는 한, 대장 검투사의 할 일은 극히 제한될 터였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그럼 4년 안에 대표팀에 확실한 대장감 한 명 데리고 와.” 범석이 바로 고개를 저어댔다. 휘하 엘프 중에 대표팀에 나설 만큼 성장할 만한 대장검투사는 아겔리아가 유일했는데, 지금껏 검도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초보였다. 4년 안에 대표팀에 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13/14 쪽 “4년 안에는 힘듭니다.” “가능해. 난 다른 건 안 바라니까. 너보다 빠르고 제 몸 하나 건사할 줄 알면 돼.” 그럼 가능해 보임직도 했다. 비록 다루기 쉬운 병기인 양손 방패를 들고 있지만, 비너스도 팀 내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었다. 아겔리아도 양손 방패를 들게 한다면 자신의 몸쯤은 지킬 수준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이 사실을 클라크에게 말하기는 싫었다. 의미모를 미소를 입가 걸은 범석이 그를 한 번 바라보고는 더그아웃을 빠져나갔다.============================ 작품 후기 ============================ 좀 늦었습니다. 야구 좀 보느라고요. 하하하. 플레이오프전이라 저로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네요. 하여간 오늘 롯데의 승리로 5차전까지 가게 되었으니, 하루 더 즐겁게 보낼 수 있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찾아뵙겠습니다.14/14 쪽 좀 늦었습니다. 야구 좀 보느라고요. 하하하. 플레이오프전이라 저로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네요. 하여간 오늘 롯데의 승리로 5차전까지 가게 되었으니, 하루 더 즐겁게 보낼 수 있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찾아뵙겠습니다.14/14 쪽 < -- 춘계 시즌을 대비하다 -- > 경기 직후 갓즈나이츠로 돌아가려던 범석은 의외의 복병들로 발길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해단식 전에 열린 협회의 직원들이 마련한 만찬회가 그 원인이었다. 협회 의원과 대표팀 스폰서,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대거 참가한 이 파티에서 마지막 경기의 주인공인 범석이 빠질 수는 없는 일. 예의상 참가를 했고, 술을 퍼마시다 보니 결국 새벽녘까지 자리를 지키게 되었다. 결국, 해단식은 다음 날 아침으로 미루어졌고, 아겔리아의 공략도 하루 지연되게 되었다. “아이고 머리야.” 해가 근 남쪽 꼭대기 이를 오전 무렵. 범석은 라피네와 오스칼과 함께 갓즈나이츠 주차장에 도착해 숙소로 향하고 있었다. 걸음을 걷는 데는 무리가 없었지만, 어제 마신 술로 머리가 상당히 지끈거리는지 그는 이마를 계속해서 매만지고 있었다.걱정된 듯 뒤를 따라오던 오스칼이 입을 열었다. “주인님. 괜찮으세요?” “아. 괜찮아. 그나저나 너는 괜찮냐?” 범석은 신기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그런 것이 오스칼은 어제 만찬회에 참여해 자신의 옆에 앉아 말술을 마셨다. 사양 없이 따라주는 술마다 목구회1/14 쪽 멍으로 넘겼으니, 그보다 많은 술을 마셨을 터인데 외견상으로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뭐. 저야 전에도 드래곤나이츠에서 매일, 이 정도로 술을 마셨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원래 체력이 좋잖아요. 호호호.” 하지만, 그녀의 체력은 특성 도합 100을 훨씬 넘어가고 있었다. 아직 60대를 겨우 넘은 범석과 같은 수는 없었다. “휴~ 하긴 그렇군.” 고개를 주억거린 그가 마침 도착한 무인 전동차를 타고 숙소건물로 향했다. 숙소 3층으로 돌아온 범석은 텅 빈 방을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정오 녘 가까운 시간에 체력단련 스케줄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수긍했다. 휘하 엘프들은 지금쯤 모두 훈련캠프 안에서 피지컬 훈련을 수행하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실내 한편 침대 위에서 곤히 자는 엘프 하나가 보였다. 뒤를 돌아누워 있어 누군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금발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었다. “누구지?”2/14 쪽 그때 뒤에 서 있던 오스칼이 말했다. “아! 아마도 아겔리아일 것이에요. 레이미 언니에게 전화가 왔었는데요, 주인님을 기다리느라 아침녘까지 잠자리에 들지 못했데요.” 범석이 음흉한 눈빛을 빛냈다. 오붓하게 그녀를 안을 기회가 뜻밖에 찾아온 탓이다. 같이 있는 오스칼과 라피네만 내보내면 이 넓은 실내 공간 내에 자신과 아겔리아 단둘뿐이었다. “그래 알았다. 그럼 오스칼과 라피네는 일단 체력 단련실로 가서 기다리고 있어. 나는 할 일이 있으니, 한 한 시간 정도 있다가 따라가지.” “아. 네. 그럼 이따가 뵐게요.” 그 말을 하고 난 오스칼이 살며시 라피네의 손목을 끌고 밖을 나섰다. 주인의 명령이기도 했고, 눈빛을 보면 대충 범석이 무슨 일을 벌이려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괜히 오붓한 둘 만의 시간을 방해할 필요는 없었다. ‘자. 그럼 시식해 보실까.’ 이제 홀로 남은 범석이 살금살금 아겔리아가 잠들고 있는 침대로 다가가서는 그 옆에 걸터앉았다.3/14 쪽 그녀는 잠들기 전까지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는지, 잠옷이 아닌 예쁜 체크무늬 스커트에 레이스 달린 흰 블라우스를 입은 상태였다. 이불 위로 살짝 드러난 긴 다리에는 검은색 롱스타킹이 신겨져 있었고, 헝클어진 금빛의 머리칼은 무지개색의 리본이 매어져 있었다.아무래도 첫날밤 준비를 철저히 한 듯 보여 범석은 약간 미안해졌다. 해단식이고 만찬회고 다 마다하고 돌아왔으면, 아겔리아를 이토록 기다리게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는 급히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내렸다. 술기운과 수면부족으로 많이 피곤하기는 했지만, 첫날밤을 또 뒤로 미룰 수는 없었다. 그녀는 벌써 3주나 범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허어! 얘 봐라. 누가 업어가도 전혀 모르겠네.” 아겔리아는 깊이 잠이 들어 있던지 그의 손길이 스타킹 위를 스치고 있음에도 반응하지를 않았다. 범석은 하는 수 없이 그녀의 옷을 손수 벗기기 시작했다. 설마 이 와중에 깨어나지 않을 성 싶으냐는 것이다. 하지만, 블라우스를 벗기고 스커트가 발끝 사이로 내려져도 전혀 눈을 뜰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안 되겠군. 아무래도 좀 과격하게 나가야겠어.’ 범석이 곧바로 아겔리아의 물방울 모양 팬티가 보이는 스타킹 부위를 과감히 손으로 움켜쥐고 북 뜯어내 버렸다. 워낙 연약한 재질이라 쉽게 찢어졌지만, 충분히 반응4/14 쪽 이 갔는지 그녀가 놀라 눈을 번쩍 떴다. “훗. 드디어 일어났네.” 화들짝 몸을 일으킨 아겔리아가 거의 나신이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당혹스러워했다. 그러나 같은 알몸이 되어 있는 범석의 모습을 보자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지 눈치챌 수가 있었다. “버, 범석님.” 그가 아겔리아의 길게 뻗은 다리를 계속 쓰다듬으며 말했다. “오래 기다렸지? 미안해. 사정이 있어서 말이야.” 그녀가 범석의 부드러운 손길에 몸을 파르르 떨어대더니 와락 안겨왔다. 이제 드디어 주인을 얻게 된다는 생각에 감정에 못 이긴 탓이다. “범석님. 정말 제 주인님이 되어주시는 거죠?” “당연하지. 우리 팀에 3주간 있었으니, 알 것 아니야. 갓즈나이츠에는 주인 없는 엘프를 절대 안 써.”5/14 쪽 하긴 아겔리아는 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지난 3주 동안 그의 휘하 엘프에게 누누이 되물어 확인했었고, 범석과 통화를 하며 몇 번이고 다짐을 받았다. 그래도 아직 믿지 못하는 이유는 그가 자신을 안음으로 입을 손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엘프 검투사의 몸값은 주인이 있느냐 없는가에 따라서 상당한 차이가 났다. “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주인님을 모실 수 있다니 믿기지 않아요.” 피식 웃은 범석이 한쪽 팔로 그녀의 갸녀린 허리를 꽉 껴안았다. 계속 확신을 못하니 행동으로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후후. 그럼 당장 내 엘프로 만들어주지. 그럼 믿겠지?” 범석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아겔리아의 몸을 서서히 뒤로 넘겼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찢어진 스타킹 안쪽에 있는 물방울 문양의 팬티를 살짝 옆으로 젖히며 금모가 뒤덮인 음부가 확연히 드러나도록 했다. 이에 눈을 살며시 감은 아겔리아가 긴장한 듯 몸을 조금씩 떨어대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아무래도 그냥 시작해야겠지?’ 범석은 바로 그녀의 길게 뻗은 두 다리를 어깨에 걸치고는 작게 피어난 꽃봉오리 앞에 불끈 솟아오른 애물을 위치시켰다. 3주간을 기다리게 했으니, 애무로 애간장을 태6/14 쪽 우기에는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럼 시작한다. 처음에는 아플 테니 참아라.” “네, 네. 가, 각오하고 있어요.” 떨리는 아겔리아의 음성 뒤로 범석이 허리를 밀어붙였다. 이윽고 닿는 부드러운 얇은 살결. 음흉한 미소를 지은 그가 애물을 돌진시켜 단숨에 찢어버렸다. “아윽!” 이내 접합 면에서 축축한 물기가 흐르는 것을 느낀 범석이 눈을 아래로 내리깔아 살펴보았다. 역시나 예상대로 그녀의 음부 사이에는 새빨간 선혈이 새어나오며 옆으로 젖혀진 물방울 팬티와 스타킹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 또 하나의 처녀성을 앗아갔다는 생각에 진한 감흥을 받은 범석이 아겔리아를 진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아겔리아. 기분이 어때?” 아겔리아의 오드아이는 어느새 금빛으로 일체화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눈가에는 투명한 빛의 눈물이 고운 볼을 타고 쭈룩 흘러내리고 있었다. 주종의식을 치르는 엘프의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이제 그녀는 범석을 주인으로 섬기는 엘프가 되었다.7/14 쪽 “흑흑. 주, 주인님. 제가 주인님을 모실 수 있다니 너무 꿈만 같아요.” 아겔리아는 두 팔을 뻗어, 이제 주인이 되어 버린 경쟁자의 얼굴을 매만졌다. 그저 함께 달리고 싶었을 뿐인데, 그는 자신을 사들여 아예 휘하 엘프로 만들고 이리 몸을 탐하고 있었다. 참으로 꿈만 같은 일로, 그녀는 자신의 원하는 바를 모두 얻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녀가 바라던 일은 엘프로서 주인을 섬기는 일과 범석과 함께 달리는 일이었다. “자. 그럼 계속 들어간다.” 서서히 파고드는 애물을 느낀 아겔리아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파괴된 처녀지가 쭉 밀리는 탓에 통증이 배가 되었던 탓이다. 그러나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주인에게 안긴다는 것은 그 어떤 고통도 극복할 정도로 행복한 일이었다. 그녀는 격정에 겨워 어깨에 걸쳐있는 두 다리로 범석의 목덜미를 꽉 조였다. “아~ 주, 주인님. 아윽!” 아겔리아의 살단지 속으로 침투하던 애물이 전진을 멈추었다. 계곡 속 끝 부위에 닿은 느낌이 전해진 탓이다. 이제 모든 삽입과정을 마친 범석은 허리를 뒤로 쭉 한 번 빼더니, 경진 된 아겔리아의 양어깨를 꽉 누르고는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8/14 쪽 푹. 퍽. 푹퍽. 신성한 처녀지를 파헤치듯 왕복하는 애물의 작용에 핏물과 애액이 방울지며 사방으로 튀었다. 대부분은 젖혀진 팬티와 스타킹으로 흡수되고 있지만, 침대보와 범석의 사타구니 쪽으로도 많은 양의 선혈이 묻고 있었다. 아겔리아는 왠지 그간 경험한 다른 엘프들보다 흘리는 피의 양이 많은 보였다. “아겔리아. 괜찮아? 피가 너무 나온다.” 활처럼 허리를 휜 아겔리아가 통증으로 찡그리고 있는 얼굴을 마구 저어댔다. 행여나 범석이 자신을 걱정하며 행위를 중지할까 두려웠던 탓이다. 엘프는 단지 주인의 욕구를 받들기 위해 창조된 존재. 범석이 자신의 몸을 염려하여 행위를 멈춘다면 그만큼 서글픈 일이 없었다. “아윽. 사, 상관하지 마세요. 전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 그래. 알았다.” 범석은 전혀 미안한감 없이 허리를 마구 흔들어댔다. 어차피 문제가 있었어도 아겔리아의 첫날밤을 이대로 끝을 낼 생각은 없었다. 이깟 피 좀 흘린다고 죽을 일도 없었고, 이미 들끓어 오른 정복욕을 잠재우기도 어려웠다. 조금 전의 질문은 그저 예의상 9/14 쪽 내뱉은 말일뿐 다른 의미는 없었다. 푹퍽. 푹퍽. 푹퍽. ‘오호. 장난이 아닌데.’ 아겔리아의 내부에서 느끼는 압박감은 심상치 않을 정도였다. 역시나 처녀랄까? 좁은 입구와 한껏 수축해 있는 내부가 진한 압력을 선사하고 있었다. 게다가 부드럽고 여린 살결이 애물을 감싸며 신선한 감각을 전해주고 있었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후후. 우리 아겔리아. 참 맛있네. 자주 애용해야겠어.” 범석의 반인격적인 발언에 아겔리아가 기뻐 그 큰 귀를 팔딱거렸다. 말에 전혀 예의를 찾아볼 수 없었지만, 주인이 자주 안아주겠다는데 싫어할 엘프가 없었다. “아윽! 아아!! 아~~~~~! 아악!!” 아픔으로 계속 배가 들썩거렸지만, 아겔리아는 범석을 봉사하는 일에 여념이 없었다. 허리는 서서히 움직이며 그의 행위에 호응해 갔고, 애물이 출입을 반복하는 계곡 입구에는 잔뜩 힘을 주어 압박감을 배가시키고 있었다.10/14 쪽 이에 기분이 좋아진 범석이 출렁거리는 그녀의 풍만한 두 가슴을 꽉 부여잡고는 강렬한 허리 운동을 이어나갔다. 푹퍽푹퍽. 푹퍽. 푹퍽.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아겔리아의 흐트러짐이 눈에 띄었다. 약간이지만 경직된 몸은 풀어지고 있었고, 일률적인 내부의 압박감은 이제 한발 더 나아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선사하고 있었다. 통증으로 일그러져 있던 얼굴은 점차 밝은 빛을 띠어가고 있었고, 조여졌던 다리가 서서히 벌려지며 그의 애물을 따뜻이 맞이해 나가고 있었다. 엘프의 제2차 성징이 깨어나는 신호라고 생각한 범석이 허리를 전후좌우로 비틀며 갖은 기교를 그녀의 몸 안으로 쏟아내었다. 이제 곧 아겔리아는 뜨거운 여체를 지닌 진정한 엘프로 태어나게 되었다. “으음. 으으. 으앙. 아! 주인님. 이, 이상한 느낌이…….” 아겔리아는 몸이 하늘로 붕 뜨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껏 뇌리를 지배해오던 통증의 신호는 점차 번져오는 환희의 감각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고, 쾌락의 본능으로 자연스럽게 몸이 떨려왔다. 그녀는 범석의 욕정이 가득 담긴 행위에 과감히 응하며 허리를 연동시켜 나갔다.11/14 쪽 푹퍽푹퍽. 푹퍽푹퍽. 점차 결렬해지는 범석의 허리의 진동에 아겔리아의 금발이 침대보 위에서 마구 춤을 추었다. 어깨 위에 걸쳐진 여린 발끝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무의미하게 띄어진 금색의 눈동자는 자신의 몸을 탐하는 주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여리게 뻗은 손가락으로 범석의 등 짝에 붉은 자국을 내며 지금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아아. 주인님. 어, 어떻게 이런 기분이……. 아아!! 하아앙!!” 아겔리아의 두 눈의 초점이 서서히 흐려져 가고 있었다. 이를 또렷한 눈빛으로 직시하는 범석이 옅은 미소를 입가에 새기고는 흐트러져 있던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이런 아름다운 여인이 평생을 자신을 위해 살아간다는 사실이 그렇게 흡족할 수가 없었다.그는 아주 간결하고 폭발적인 허리 동작으로 지금의 심정을 마음껏 외부로 표출해 나갔다. 푹퍽푹퍽. 푹퍽푹퍽. 푹퍽. 푹퍽. 잠시 후 범석의 뇌리로 배설의 욕구가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너무 기분을 만끽한 탓에, 조절하지 못하고 즐기는 데만 정심을 쏟은 탓이었다. 너무 일찍 끝내는 감이 12/14 쪽 있어서 망설여졌지만, 어차피 아겔리아도 절정에 올라 몽롱한 상태에 빠져 있으니, 전혀 문제 생길 것이 없었다. 이 이상 더 진행했다가는 그녀는 또다시 잠자는 공주가 되어 있지도 않은 왕자님을 기다릴 터였다. 그는 바로 애물을 아겔리아의 계곡 깊은 곳에 묻고는 거침없이 수문을 열어젖혔다. 순간 뜨겁고 추잡한 내음의 애액이 그녀의 안으로 퍼붓듯 쏟아져 들어갔다. “아아!! 주인님의 애정이 몸속으로 흘러요. 아아!!” 여전히 그녀의 음부에 애물을 꽂은 상태로 있던 범석이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후후. 아겔리아. 어때 기분이?” “저, 정말 꿈만 같아요.” 겸연쩍은 미소를 지은 범석이 시선을 돌렸다. 이제부터 할 얘기는 그녀에게 참으로 미안한 일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앞으로 너는 우리 팀의 대장 검투사로 뛰어야 하거든. 그래서 육상만 할 수는 없을 거야. 괜찮겠어?” 아겔리아가 전혀 상관없다는 양 그를 촉촉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지난 3주 동안 갓즈나이츠에서 지내오며 이미 검투사로서 살아갈 다짐을 하고는 계속 검술 훈련에 매13/14 쪽 진하고 있었다. 주인과 함께 뛴다면 육상 트랙이든 콜로세움 경기장이든 기꺼이 받아 드릴 준비가 되었다. “전 주인님을 위해 검투사가 될 것이에요. 갓즈나이츠에 온 첫날부터 검술훈련을 받고 있는 걸요.” “오. 그래? 기특한데.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네. 옆에서 두고 봐 주세요. 최고의 검투사가 되어 주인님의 은혜에 보답해 드릴게요.” 익히 예상은 했지만 아겔리아의 다짐이 고마웠던 범석이 다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엘프들에게 주인의 애정은 최고의 상급이니, 이만한 대가도 없었다. 이날 그는 훈련을 나가 있는 엘프들이 돌아올 때까지 아겔리아와 진한 운우지정을 나누었다.============================ 작품 후기 ============================ 아 그런데 근래에 계속 글이 잘 안써지네요. 스토리 구상도 잘 안되고, 써놓은 글도 마음이 안듭니다. 날씨는 참 글쓰기 딱 좋은데 왜 이렇게 컨디션이 떨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 같습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 맞이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4/14 쪽 아 그런데 근래에 계속 글이 잘 안써지네요. 스토리 구상도 잘 안되고, 써놓은 글도 마음이 안듭니다. 날씨는 참 글쓰기 딱 좋은데 왜 이렇게 컨디션이 떨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 같습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 맞이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4/14 쪽 < -- 춘계 시즌을 대비하다 -- > 어느 토요일 오전. 간밤에 내린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변색시키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내고 있었다. 앙상하고 메마른 나무 위에는 겨울을 잊은 듯 산새들이 날아와 지지배배 울어대고 있었고, 하늘은 언제 눈을 쏟아냈다는 양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기운을 뽐내고 있었다. 갓즈나이츠 훈련 캠프의 한 오솔길. 범석과 에르다가 무릎까지 쌓인 눈을 힘겹게 밟으며, 사무실 건물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보통은 무인 전동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지만,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지금 작동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그가 갖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에스더. 아무래도 열선차를 하나 구매해야겠다.” 열선차는 대략 대당 300만 크랑하는 고가의 전문차량으로 하단에 달린 열선으로 눈을 녹이는 작업을 수행했다. 꽤 고가이기는 하지만, 눈만 내리면 야외 훈련은커녕 이렇듯 이동도 힘겨우니 한 대쯤 갖추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특히 갓즈나이츠의 훈련 캠프는 산지에 자리 잡고 있던 탓에, 한 번 눈이 내리면 쌓이는 양도 장난이 아니었다. “아. 네. 오늘 당장 구매를 신청해 놓을게요.”회1/12 쪽 “그래. 그리고 헤스티아의 영입 건은 어떻게 되어 가냐?” 헤스티아라면 렉스터와 함께 에스더가 영입을 시도하는 검투사였다. 작년 여름에 범석이 영입제안을 했지만, 소속팀인 파이어 라이언스팀이 난색을 보여 잠정 연기했었다. 검투사 영입에 소질을 보이는 그가 찔러 대니, 소속팀에서 잠시 두고 볼 요량으로 데리고 있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블루 버드즈의 단장인 렉스터에게 부탁해, 우회영입을 시도할 참이었다. 다행히도 최근에 파이어 라이언스 팀이 고가의 검투사를 영입할 방침이어서 판매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문제가 발생했다. 메사 컴벳즈라는 와이드리그 팀과 경쟁이 붙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가격상승은 불을 보듯 빤한 일. 범석으로서는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글쎄요. 분위기를 보니 메사 컴벳즈도 그리 높은 가격을 부르지 않은 듯 보여요. 잘만 한다면 영입할 수 있을 것이에요.” “그래도 모르니 다른 쪽도 한 번 살펴봐. 미를리가 얼마 전에 타 팀으로 이적을 가서 중견의 자리가 비니, 반드시 충원해야 해.” “네. 알았어요.” 걸음을 옮기던 범석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2/12 쪽 “아 참. 또 한 명 영입해야 할 엘프가 있다.” “누군데요?” “엘린이라는 아이인데 지금 대표팀에 소속되어 있는 코치야.” 엘린은 범석이 대표팀 체류 기간 동안 전담코치로 있던 엘프였는데, 1인에 한해서 신체관련 훈련 효율 2배라는 특성이 있어 영입해오면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당장 그의 전담 체력코치로 둘 수 있는 노릇이었고, 엠마처럼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소속 검투사에게 배치해 이른 시일 안에 체력수치를 크게 성장시킬 수도 있었다. “대표팀 코치라면 꽤 몸값이 나가지 않을까요?” “그렇지는 않아. 재작년부터 연수형태로 코치로 들어왔는데, 급여가 아주 싸다고 들었어. 잠시 대화를 나눠봤는데, 어느 정도만 연봉을 맞춰주면 주인에게 의향을 물어본 후 우리 팀으로 들어온다고 했어.” “연봉을 얼마를 원하는데요?” “한 35만 크랑정도.” 35만 크랑이면 에스더의 연봉보다 5만 크랑이나 많은 급여로, 꽤 큰 지출이라 할 수 있었다. “꼭 필요한 코치인가요?” “음. 체력코치로 이만한 인물도 별로 없어.”3/12 쪽 “그래요? 하지만, 저희 팀에는 체력코치가 있잖아요?” 갓즈나이츠에 소속된 코치는 모두 6명. 이 중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체력코치가 없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범석이 고르고 골라 뽑은 덕에 능력도 무척 뛰어났다. 지금 자금 사정으로는 영입해도 별 무리가 없지만, 굳이 또 한 명의 체력코치를 영입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기는 한데, 그녀는 특정 검투사를 전담하는 개인지도 체력 코치로 영입할 참이야. 한 사람을 대상으로 체력 지도할 때는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거든. 일단 내 생각에는 2군팀 체력지도 코치로 역임시키며, 주력 검투사 한 명을 전담시킨 생각이야.” 이사장인 범석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에스더로서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의 영입활동은 언제나 성공적이었던 탓에, 신뢰가 가기도 했다. “으음. 예 알겠어요. 그럼 영입을 추진해보도록 할게요.” “그래. 그럼 잘 부탁해. 아! 그리고 조만간 네 연봉도 올려줄 테니까 그리 알고 있어.” 에스더가 화들짝 손사래를 쳤다. 비록 대리라는 글귀가 따라붙기는 하지만, 젊은 여성인 자신에게 팀 내 단장을 역임시켜줬을 뿐만 아니라 많은 연봉까지 주고 있었다. 4/12 쪽 또 다른 배려받자니, 염치가 없었다. “괘, 괜찮아요. 전 지금의 직위와 급여에 만족해요.” “아니. 네가 어느 정도 업무에 익숙해졌으니, 조만간 대리 꼬리를 뗄 생각이다. 그럼 그만큼 품위유지를 할 필요가 있으니, 지금의 급여로는 모자란 면이 있어.” “그, 그럼 제가 이제 완전히 단장이 되는 건가요?” “응. 단장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워둘 수 없으니, 네가 수행을 해야지. 지금까지 해온 일을 보니 단장직을 수행해도 별로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순간 에스더의 얼굴이 밝은 미소가 떠올랐다. 부담스러운 일이기는 했지만, 번듯한 단장의 자리를 거절할 사람은 없었다.그녀는 바로 허리를 정중히 숙이고 범석의 뜻을 받아들였다. “네. 앞으로 열심히 할게요.” - 띠딩. 에스더의 호감도가 88로 상승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를 통해 상당량의 호감도가 상승했음을 안 범석이 득의의 미소를 입가에 한가득 새겼다. 이 정도로 좋아할 줄 알았으니, 진작에 줄 것을 괜히 시간을 끌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88이면 이제 2만 올리면 언제 어떤 경우라도 에스더를 공략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꽤 높은 편이라 약간만 분위기를 맞춰주면 충분히 밤을 5/12 쪽 지새울 정도는 되었다. 그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에스더에게 말을 걸었다. “에스더. 오늘 업무 시간 이후에 할 일 있어?” “아니요. 무슨 맡기실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일은 아니고 가볍게 저녁 식사나 같이 하자고. 네 단장 승진 기념으로 말이야.” 그녀가 주저 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늘의 기쁨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었는데, 범석도 함께라면 무척 즐거울 것 같았다. 하지만, 딱 한 사람이 마음에 걸렸다. 전 직장부터 함께해온 수잔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갓즈나이츠에 소개해준 장본인이고, 룸메이트이니 오늘의 기쁨을 함께 나누어야만 했다. 평소에는 좋은 언니인데, 이런 자리에 빼놓으면 약간 삐지는 경향이 있었다. “저기 수잔 언니도 데려가도 되죠? 언니 덕에 제가 갓즈나이츠에 올 수 있었으니까요.” 범석이 눈알을 굴리며 난처해했다. 에스더를 공략하기 위해 마련하는 자리인데 타인이 끼면 불편했다. 게다가 그가 의료실에서 비너스뿐만 아니라 비올렛까지 공략한 탓에 수잔의 호감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녀는 엘프의사라는 직무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기에, 그런 작태를 벌인 그를 좋게 보지 않았다. 아마도 그동안 고가6/12 쪽 의 의료장비를 구매해주고, 의료법인을 설립해 주지 않았다면 팀을 떠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면전 앞에서 에스더까지 공략한다? 여성들 간의 질투심을 생각해 볼 때 극구 피해야 할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일단 공략에 성공하고 호감도가 극에 이를 때까지, 에스더와의 관계를 알지 못하게 하는 편이 좋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제의를 거절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같은 숙소에서 머물고 있는 사이인데, 빼버리면 소외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도 호감도 하락을 가져오니, 좋지 못할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어차피 한 여인에 만족한 그가 아니었기에, 잠시 공략을 뒤로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수잔을 데리고 갈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됐다. “으음. 당연히 같이 가야지. 이따 네가 말해놓도록 해.” “네. 알았어요. 제가 사무실에 가는 대로 연락을 취해 놓을게요.” 고개를 끄덕인 범석이 계속 눈을 헤치고 사무실 건물로 향했다. 그날 저녁 범석은 수잔과 에스더를 데리고 리마시티의 유흥가인 로메오거리로 향했다. 연초에다 주말까지 겹친 덕에 길가에는 외식을 나온 사람들로 그득그득 넘쳤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 많은 인파가 잠시 발길을 멈추고 그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던 것이다. 대충 감이 온 범석은 마침 길옆에 있던 안경점에 들어가서 선글라스를 사서 다시 밖을 나섰다. 변장도 +20의 값비싼 안경이라 행인들의 시선이 크게 줄어 있었다.7/12 쪽 “휴~ 이제는 함부로 밖도 나오지 못하겠네.” 혼잣말에 곁을 따르던 수잔이 한마디 거들었다. “그러게요. 아마도 대표팀에서 활약한 때문일 것이에요. 그러니 앞으로는 조심하셔야 해요. 괜히 좋지 않은 스캔들에 휘말렸다가는 팀에 누가 될 수 있어요.” 범석이 피식하고 웃었다. 이 시대의 스캔들에는 성적인 추문은 거의 없었다. 신체 건장한 남성이 엘프들을 데리고 다니는 일이 문제 생길 리도 없었고, 남녀 간에 애정행각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니 거의 다뤄지지가 않았다. 대충 폭력사태나 약물 복용 정도나 신문지상에 오를까? 하지만, 유명 선수면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거리가 될 수 있으니, 매사에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하긴 그렇죠. 어떤 문제가 발생해 저를 곤욕스럽게 할지 모르니까요.” “특히나 이사장님께서는 더 조심해야 해요. 스포츠기자들이 이사장님의 성적 편향을 대충 아니까, 꽤 주시하고 있을 것이에요.” “왜요? 남녀 관련 스캔들은 거의 터지지 않는 것 같던데요.” “그야. 남성들이 일반 여성에게 관심을 두지 않으니까 그렇죠. 하지만, 이사장님은 틀리잖아요. 남녀 간에 애정행각을 벌이는 일은 남자들에게 있어서는 동성애자들의 커밍아웃보다 더 심각한 사태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당연히 뉴스거리가 되고도 남음8/12 쪽 이 있죠.” 범석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다면 참으로 곤란했다. 남들이 자신의 성적 취향을 아는 일은 별로 상관하지 않겠지만, 특정 여성과 애정행각을 벌이는 장면이 언론에 노출됐다가는 다른 여자들을 공략하는데 많은 애로상황이 발생했다. 한 예로 에스더와 사랑놀음을 하는 일이 신문지상에 알려지고, 이를 글로리아가 본다면 대략 난감한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터지지도 않은 스캔들을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범석이 멀리 식당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자. 쓸데없는 생각은 마시고 식사나 하러 가시죠. 이리 걱정만 하다가는 밥도 못 먹겠습니다. 하하하.” 그때 에스더가 나서서 말했다. 오늘의 주인공은 그녀였으니, 단단히 쏠 채비를 하고 온 상태였다. “저기. 제가 아는 식당이 있는데 가시겠어요?” “어딘데? 맛있어?” “네. 조금만 가면 철판구이를 아주 잘하는 집이 있어요.” “철판구이? 무슨 철판구이인데?” “뷔페식 철판구이에요. 자신이 먹고 싶은 재료만 말해주면 알아서 구워줘요. 해물을 9/12 쪽 먹고 싶으면 해물구이를 해주고, 고기를 먹고 싶으면 고기를 구워주고요. 아마 국수 요리도 될 것에요.” 범석이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차피 특별히 갈만한 장소도 없기에 그녀가 추천하는 식당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됐다. “그래. 그럼 그쪽으로 가지.” 에스더가 안내한 곳은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풍겨오는 식당이었다. 요리사가 직접 철판 옆에서 서서 조리를 해주고 있었는데, 가격이 비싼데도 대다수 자리가 꽉 차있는 것으로 보아 꽤 인지도가 있는 요리집 같았다. 그가 에스더의 안내로 한 테이블에 앉자 전담 엘프요리사가 가볍게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손님.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범석이 에스더를 바라봤다. “여기 뭘 잘해?” “글쎄요.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지만 다 맛있어요. 취향에 맞는 걸 드시면 돼요.” 메뉴판을 열어보고 살펴보던 수잔이 놀란 눈을 하고 에스더를 쳐다봤다.10/12 쪽 “얘. 여기 너무 비싸다. 스테이크 한 조각에 150크랑이야.” “괜찮아요. 단장이 된 기념으로 제가 쏘는 거니 마음껏 드세요.” “아니. 그래도 그렇지…….” 범석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수잔씨. 곧 에스더의 연봉이 올라가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그, 그래요?” 수잔이 다소 안심을 하고 메뉴를 계속 살피기 시작했다. 사실 자신들의 모든 주거비용과 식대를 갓즈나이츠팀에서 부담하고 있어, 따로 돈 들어갈 일이 없었다. 이에 통장의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으니, 오늘같이 뜻깊은 날 잠시 사치를 누려도 상관없었다. “모듬요리로 먹는 것이 어때?” 마침 다른 메뉴판을 뒤적거리던 범석이 동조를 표했다. 스테이크와 해물등 다양한 식재료를 맛볼 수 있어 괜찮아 보였던 것이다. 1인분에 800크랑이라 부담이 되겠지만, 어차피 자신의 지갑에서 나갈 돈이 아니었다.11/12 쪽 “그래 모듬요리로 먹자. 에스더 괜찮겠지?” 에스더가 바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솔직히 이것저것 시키며 먹는 것보다야 깨끗하게 모듬으로 먹고 끝내는 편이 훨씬 저렴했다. 그녀는 곧 엘프요리사에게 모듬 3인분과 500cc맥주 석 잔을 주문했다. 잠시 후. 모듬 요리의 첫 번째 코스인 조개구이가 철판 위에서 구워지자 범석이 수잔을 돌아다봤다. “그런데 수잔씨. 소속 검투사들의 후유증 치료가 어떻게 되어갑니까?” 수잔은 겨울휴가시즌 초기 갓즈나이츠 검투사 전원을 대상으로 후유증 유무를 검사했다. 원래는 의심이 가는 비올렛과 라피네, 비너스만을 대상으로 하려 했지만, 재야검투사가 주류를 이루는 팀 특성상 아무래도 다른 검투들에게도 휴우증이 발발했을 가능성이 너무도 컸기 때문이다. 후유증 치료에는 많은 돈이 들므로 아마추어리그나 에어리어리그에서 활동한 검투사가 치료받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랐다. 역시나 그녀의 예상대로 팀 내에는 후유증으로 성장성을 깎아 먹은 검투사 상당수 나왔다. 그래서 대표팀에 가 있던 범석에게 급히 보고를 올렸고, 모두 치료를 하라는 업무지시를 받았다.============================ 작품 후기 ============================12/12 쪽 ============================ 작품 후기 ============================ 에고에고. 오늘 야구를 안하네요. 우천으로 내일으로 연기됐는데,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하하. 그런데 내일 할 일도 많은데 정확히 2시에 한다네요. ㅠㅠ. 저 그때 바쁜데요. ㅠㅠ. 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 춘계 시즌을 대비하다 -- > “네. 잘 되어가고 있어요. 하지만, 문제는 비너스와 라피네에요.” “걔들이 왜요?” 후유증 치료에서 잠재능력 1을 올리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대략 일주일이었다. 그런데 비너스의 잠재능력 손상이 12이나 되었다. 실패할 확률이 근 40%임을 산정해 봤을 때 그녀의 예상 치료완료 기간은 대략 17주. 겨우 한 달이 넘는 겨울 휴가기간에 모든 치료를 완료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라피네 같은 경우는 단지 3만 까였지만, 이번 겨울휴가를 대표팀 활동으로 보낸 탓에 치료시기가 모자랐다. “아무래도 라피네는 올해 다가올 여름 휴가시즌에도 치료를 계속 병행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비너스는 상당기간 더 치료해야 하고요.” 마침 구워진 조개를 접시에 담아 입안에 쏙 넣은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리적으로 안되는 일을 보챌 수는 없었다. “뭐 그렇게 하도록 하죠. 비너스 같은 경우는 시즌 중에 휴식을 취해야 할 때가 있으면 계속하도록 하고요.”회1/13 쪽 은근한 눈빛으로 그를 슬쩍 바라본 수잔이 혼잣말하듯 말했다. “캄숄루션이 투입된 신체회복 캡슐 안에서 치료받으면 기간이 반으로 줄어들고, 성공률도 느는데요.” 맥주를 마시던 범석이 놀라 풋하고 뱉어냈다. 뭔 놈의 여편네가 이리 돈 나갈 구석을 찾지 못해 안달인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후유증에 대한 치료기간이 줄어들고 성공률이 높아지면 그도 하등 나쁠 것이 없었지만, 장비 하나를 구매하기 위해 1,200만 크랑을 소모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그리고 지금 시기만 지나면 다음부터는 후유증 치료를 위해 따로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었다. 후유증이 발생할 정도의 부상이라면, 상당기간 요양이 필요했고, 그 시기에 치료하면 그만이었다. “아. 그 장비는 훗날 팀 사정이 좋아지면 구매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장은 무리가 있습니다.” 범석이 난처해하자, 에스더가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단장인 그녀로서는 당장 필요하지 않은 의료장비 구매를 위해, 팀 보유자금의 10분지 1가량을 투자할 수는 없었다. “언니. 그건 이사장님 말이 맞아요. 지금 팀 사정으로 그 의료장비를 사는 것은 정말 2/13 쪽 무리에요.” 에스더까지 나서서 만류하니, 수잔도 어쩔 수가 없었다. “쩝. 내가 뭐 당장 사달라고 했니.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뿐이지.” 안도의 한숨을 내쉰 범석이 윙크로 에스더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무리 은근한 투였지만, 수잔이 계속해서 구매를 요청했으면 그로서도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공략을 위해서는 그녀의 부탁을 매정하게 거절하기란 어려웠다. 범석이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술잔을 들었다. “자. 건배 한 번 합시다. 에스더의 대리 딱지를 딴 기념으로 말입니다.” 높게 치솟은 범석의 맥주잔을 에스더와 수잔이 호응하며 잔을 맞붙였다. 축하의 자리였으니, 건배는 빼놓을 수 없었다. “건배. 에스더 축하해.” “고마워요. 언니.” 간단히 덕담을 나눈 그들이 한 모금 쭉 들이키고는 다시 탁자에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접시 위로 쌓이는 새우구이를 집어먹고는 계속 화기애애한 대화를 이어나갔다.3/13 쪽 잠시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술을 입에 대고 있던 에스더가 곁눈질로 옆좌석을 바라보더니, 살며시 범석의 허리를 꾹 하고 찔렀다. “이사장님. 몰래 오른쪽 좌석을 보세요.” 그 말에 그가 안주를 챙겨 먹는 척하며 옆좌석을 살폈다. 그곳에는 한 은빛 머리카락의 여인이 앉아서 철판 국수 요리를 주문해 먹고 있는데, 식탁 위에 카메라를 감춰진 가방을 올려놓고는 렌즈 쪽을 자신들에게 돌려놓고 있었다.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방 속에 계속 손을 움푹 집어넣고 있는 것으로 보아 가능성은 무척 낮았다. “팬인가?” “팬은 아닌 것이에요. 팬이라면 다가와 사인을 달라거나, 인사를 했겠죠.” 그렇다면 두 가지 부류로 구분할 수 있었다. 하나는 언론사 기자였고 또 하나는 유명인의 사진을 찍어 언론사에 팔아먹는 파파라치였다. 다만, 기자는 당당히 신분을 밝힐 수 있으니, 저리 몰래 촬영하지는 않을 터였다. “그럼 아무래도 파파라치인 모양이군. 이거 곤란하게 됐는데.” “언제 따라붙은 거죠? 저희 훈련 캠프는 산간 오지에 있어, 파파라치가 접근하기 어렵잖아요. 그리고 나올 때 뒤로 따라붙는 차량도 없었고요.”4/13 쪽 “으음. 아마도 아까 거리를 활보할 때 따라붙었나 보지. 우연히 이 거리에서 봤을 수가 있잖아.” “그, 그럼 어떻게 하죠? 왠지 찝찝해요.” 범석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귀찮지만, 어쩔 수 없지. 괜히 싸움이라도 붙는 날이면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사진만 찍고 갈 모양이니, 이대로 놔두지 뭐.” “그래도 기사를 어떻게 쓸지 모르잖아요. 가령 저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이사장님의 성적 취향을 문제 삼을 수도 있잖아요.” “상관없어. 너는 갓즈나이츠 단장이고, 수잔씨는 팀 닥터잖아. 그리고 오늘은 네 단장 역임 축하회식자리고. 지금 모습을 보고 그런 엉뚱한 기사를 썼다가 만약 우리가 문제 제기라도 해버리는 날이면 도리어 그쪽이 당한다고. 그러니 안심해.” “그렇기는 하겠네요. 그럼 모르는 척하실 건가요?” 힐끔 은빛 머리카락의 여인을 바라보던 범석이 약간 고민 어린 눈빛을 지었다. 얼굴을 돌리고 있어 미모는 알 수 없지만, 앉아 있는 자태가 수려한 것이 꽤 괜찮은 몸매의 소유자 같았다. 이대로 스쳐 지나가는 인연으로 만들기보다는, 얼굴만 괜찮다면 한 번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글쎄. 어쩔까? 일단 확인해보고 결정하지. 잠시만…….”5/13 쪽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서서히 파파라치 여인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그녀가 놀란 듯 카메라를 가방 속 깊은 곳에 밀어 넣더니, 재빠르게 지퍼를 닫아버렸다.이에 그가 묵묵히 허리를 숙이고는 여인의 옆모습을 살폈다. ‘오. 괜찮은데. 딱 내 스타일인데.’ 여인의 콧날은 높고 세련되었다. 칠흑색의 눈빛은 푹 빠져들 것만 같이 청명했고, 목선에 드러난 피부는 하얗고 부드러워 보였다. 키는 160센티 정도 됐을까?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는 한 손으로 꽉 품어 안을 정도였고, 갸름한 달걀형의 얼굴형태는 미려하기 그지없었다. 가슴은 약간 윤곽이 보이기는 했지만, 꽤 작은 편에 속했다. 예쁘고 마른 체형에 작은 가슴. 범석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 여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공략을 결심한 그가 정보창을 열어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이름 : 나탈리 테일러.구분 : 인간(20년).소속 : LKS방송.명성 : 12.악명 : 0.호감도 : 49.6/13 쪽 H유무 : 무.스테미나 : 774/800.사회성 : 72, 근력 : 5, 체력 : 8.민첩 : 11, 균형감각 : 7, 지능 : 82.정신력 : 78, 판단력 : 80, 재주 : 70.운 : 62.현재기량/잠재능력 : 475/603.개성 : 흥미로운 호응도.특이사항 : LKS방송의 이사장겸, PD에 기자에 운영자. 작년 친구들과 LKS방송을 개설했지만, 모두가 떠나가고 홀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로메오거리에서 손수 제작한 악세사리를 팔아 사이트 운영자금을 조달하고 있음. ‘오. 대단한데! 이런 의외의 장소에서 엄청난 인재를 보다니!’ 그저 인간에 불과했지만, 능력치는 제법 괜찮았다. 운과 재주를 제외한 모든 정신적인 능력이 수준급에 올라 있었고, 성장성도 좋아 잠재능력이 603이나 됐다. 하지만, 이점만 가지고는 범석이 놀란 이유가 전혀 없었다. 드물기는 하지만, 이런 인재를 전7/13 쪽 혀 보지 못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탐욕의 시선을 보내는 까닭은 바로 ‘흥미로운 호응도’라는 특성으로, 그녀가 소속된 조직에서 생산되는 상품, 물건, 제작물등의 호응도가 +20% 상승하게 된다는 옵션 탓이었다. 즉 그녀가 갓즈나이츠로 영입된다면 관중과 경기 방송 시청률이 2할 가량 오른다는 얘기였다. 팀 자금을 확보 차원에서 반드시 영입해야할 인재라고 할 수 있었다. 살며시 미소를 지은 범석이 최대한 차분한 말투로 얘기했다. “누군데. 우리를 찍는 거지?” 나탈리가 화들짝 가방을 아래로 내렸다. “무, 무슨 소리죠. 사진을 찍다니요. 그런 일 없어요.” “아 그래? 그럼 기자나 파파라치가 아니라는 얘기야?” “저, 절대 아니에요. 그냥 전 식사하러 왔을 뿐이에요.” 범석이 그녀 앞에 놓인 철판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소스로 잘 버무려진 스파게티가 지글지글 끓고 있었는데, 확실히 이것만 봐서는 식당 손님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가방 속에 있는 카메라를 빼앗아 내용을 확인하면 증거를 찾아낼 수 있지만, 그는 굳이 그런 행동까지 취해가며 탓할 생각이 없었다. 그의 목적은 영입이지, 추궁이 아니었다.8/13 쪽 “그래? 그럼 합석할 필요가 없네.” “합석이라니요?” “응. 기자라면, 같이 앉아서 식사라도 하며 담소를 나누려고 했지. 네가 아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언론과 친해져서 하등 나쁠 것이 없는 사람이거든.” 나탈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쳐다봤다. “그, 그게 정말인가요?” “으응. 어차피 갓즈나이츠 팀 내에 중대한 일이 있어서, 언론에 알리고 싶었거든.” “중대한 일이라뇨?” “일반인에게 먼저 흘릴 내용이 아니다. 신경 꺼라.” 나탈리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주머니를 마구 뒤졌다. 갓즈나이츠는 비록 에어리어리그에 머물고 있지만, 에이번드 대표팀 3명을 배출한 명문 클럽이었다. 이런 팀의 중대한 정보라면 충분히 뉴스거리가 되었다. 그녀는 안주머니에 있던 명함 한 장을 찾아 꺼내더니, 범석에게 쭉 내밀었다. 그곳에는 LKS방송 이사장이라는 명함이 찍혀 있었다. 이를 받아든 범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사장?”9/13 쪽 명함을 화들짝 다시 빼앗은 나탈리가 다시 뒷주머니를 뒤지더니, 기자라는 직함이 적혀 있는 명함을 꺼내 들었다. “아니. 이게 진짜에요. LKS방송의 기자인 나탈리 테일러라고 해요. 꼭 좀 인터뷰를 부탁해요.” 피식하고 웃은 범석이 명함을 지갑 속에 넣었다. 정보창으로 봐서 알고 있었지만, 혼자서 방송사의 이사장, 기자를 다해 먹다니 참으로 재밌는 일이었다. “LKS방송이라……. 처음 듣는 언론사군.” “저, 저. 그게 작년에 새로 건립해서 그래요.” 나탈리가 슬그머니 그의 눈치를 살폈다. 이 시대는 몇몇 전 세계 방송권을 지닌 메이저급 방송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인터넷을 기반으로 방송을 송출하고 있었다. 지역에 할당된 주파수로 특정 영역의 시청자를 끌어모으는 것보다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망으로 방송하는 편이 훨씬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사업자등록과 사이트 개설 능력만 있다면 누구든 방송사를 건립할 수 있었고, LKS방송 같은 아주 작은 방송사가 난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뭐 대게는 시청자의 호응을 받지 못해 조용히 사라지지만, 운이 좋아 대외적으로 크게 알려진다면 대형 메이저급 방송사 못지않게 성장하는 경우도 있었다.10/13 쪽 하지만, LKS방송은 그저 일일 접속자 수가 겨우 수백을 넘는 아주 작은 인터넷 방송사였다. 범석 같은 거물이 취재에 응해 줄지 의문이었다. “그렇군. 고생이 아주 많겠어. 새로 건립한 방송사는 기존 방송사에 그늘에 가로막혀 별로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진다고 들었는데. 그래. 하루 접속자 수가 얼마나 되지?” 나탈리가 슬그머니 손가락 8개를 폈다. 원래는 훨씬 적었지만, 사실 그대로를 말할 수가 없었다. “팔천이면 무척 적군.” 나탈리가 고개를 마구 저어댔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주억거리고 싶었지만, 범석이 사이트를 접속해 확인해보면 금세 드러날 거짓이었다. 지금 LKS방송은 회선이 느려 동영상 정보는 아예 취급하지도 못하고 있었고, 텍스트정보도 그저 기존에 나온 언론기사를 짜깁기해 올려놓기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도 사이트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악세사리를 제작 판매하고 있던 탓에 며칠째 업데이트를 못하고 경우가 수두룩했다. 그런데 접속자수가 8000이나 된다? 그 누구도 믿지 못할 말이었다. “팔백요.”11/13 쪽 예상보다 훨씬 낮은 수치임에도 범석은 전혀 실망하지 않은 눈치였다. 그가 인터뷰 때문에 나탈리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운영하는 방송사가 이렇게 구멍가게보다 못한 수준이라면 영입하기 훨씬 쉬워질 터였다. “팔백이라? 그걸로 운영이 되냐? 그런 방송사라면 광고 수입도 아예 없을 텐데?” “광고는 없지만 뭐 대충 운영은 돼요. 제가 제작한 악세사리를 팔며 자금을 충당하고 있거든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꽤 잘 팔려요.” 하긴 ‘흥미로운 호응도’란 특성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2할가량의 매출상승이 더 있으니, 악세사리 판매가 무척 수월할 터였다. 확실히 보면 볼수록 탐이 나는 여인이었다. “자. 그럼 자리를 옮기자.” “자리를 옮기다니요?” “뭐긴. 조금 전에 내가 말했잖아. 합석해서 인터뷰하자고 말이야.” 나탈리가 밝게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범석 같은 유명인이 보잘것없는 자신에게 인터뷰해준다니, 전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에이번드 내에서 쟁쟁한 위명을 떨치는 프로검투사였다. “그, 그게 정말인가요?”12/13 쪽 “후후. 그럼 내가 뜨신 밥 먹고 쉰 소리를 하겠냐? 관심 있으면 빨리 옆자리로 와.” 활짝 미소를 지은 나탈리가 앞에 있는 엘프요리사가 조리한 스파게티를 접시에 담아 들고 범석의 자리로 이동했다. 그리고 같이 있던 에스더와 수잔에게 가벼운 목례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LKS방송의 나탈리라고 해요. 만나뵈어서 반가워요.” “아. 네. 안녕하세요. 수잔이라고 해요.” “네. 전 에스더라고 해요.” 에스더가 난감한 눈빛으로 범석을 쳐다봤다. 옆 좌석에 앉아서 카메라를 몰래 들이대는 것도 찝찝한데, 이리 데리고 오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작품 후기 ============================ 오늘 플레이오프전 결정이 났네요. SK의 8대 4승. 얘들 왜이렇게 가을에 강한지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박정권요. 연타석 투런 홈런으로 롯데를 기를 팍 죽여버리데요. 허허허. 그리고 오늘 롯데. 아쉬운 장면이 너무 많았습니다. 에러도 많고 기회도 살리지 못하고요. 그러면 당연히 지죠. 허허허. 그럼 모두들 편한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르겠습니다. 특히나 박정권요. 연타석 투런 홈런으로 롯데를 기를 팍 죽여버리데요. 허허허. 그리고 오늘 롯데. 아쉬운 장면이 너무 많았습니다. 에러도 많고 기회도 살리지 못하고요. 그러면 당연히 지죠. 허허허. 그럼 모두들 편한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 -- 춘계 시즌을 대비하다 -- > “저기 이사장님. 어째서……?” “아. 알고 봤더니, 파파라치가 아니라 기자더라고. 언론에 알릴 일도 있고, 이리 데리고 왔지.” “언론에 알릴 일이라뇨?” “뭐긴. 네가 단장이 된다는 얘기지.” 그 말에 나탈리가 가방에서 카메라를 급히 꺼내 들었다. 여성이 프로스포츠팀의 단장이 되는 일은 흔하지 않았다. 물론 기존에 단장대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지만, 대다수 스포츠 언론은 범석이 차후에 인지도 있는 인물을 데려와 단장으로 앉힐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에스더는 나이도 어리고 스포츠계통에서는 금녀의 벽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에스더가 단장이 된다는 사실은 믿기지 않았다. “정말 에스더씨가 갓즈나이츠의 단장이 되나요?” “응. 오늘부로 결정 났어.” “어째서 그런 결정을 내리신 거죠?” “뭐긴 자금관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지.” “하지만, 단장이라는 자리가 자금관리 능력만 갖추고는 모자라잖아요. 폭넓은 인간회1/12 쪽 관계와 인지도. 장기간의 경력 등등……. 갖추고 있어야 할 교양이 한둘이 아니라고요.” 물론 그렇기는 했지만, 에스더에게는 아주 중요한 요건을 만족하고 있었다. 바로 예쁜 여자라는 점으로, 이는 범석이 생각하는 단장 조건의 마지노선이었다. 그런데 이놈의 스포츠계에는 이 조건을 만족할 수준의 인물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전문성을 갖춘 여성도 별로 없었고, 간혹 있더라도 쭈글쭈글 주름이 잔뜩 끼인 중년의 아줌마들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언론이나 당사자의 앞에서 떠벌릴만한 정보가 아니었다. “상관없다. 그런 요건은 단장자리에 앉아 있으면 언젠가는 채워진다. 중요한 사실은 내가 에스더를 신뢰하고 있고, 그녀라면 안심하고 팀을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지. 그리고 내가 바로 갓즈나이츠의 전권을 가지고 있는 이사장이다.” 이렇게까지 말하니 나탈리로서는 할 말이 없었다. 팀의 주인이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데에 외부인인 자신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가 에스더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자 그럼 에스더씨. 사진을 한 장 찍어도 되죠? 예쁘게 찍어드릴테니 잘 좀 포즈를 취해 주세요.”2/12 쪽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에스더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언론을 통해 자신이 갓즈나이츠의 단장이 된다는 사실을 알려서 나쁠 것은 없었다. 그녀는 옷맵시를 단정하게 하고 정자세를 취했다. “네. 준비됐어요. 찍으세요.” “너무 딱딱해요. 표정과 몸에 들어간 힘을 푸세요. 탁자에 팔을 대고 턱을 괸후 차분하게 미소를 짓는 편이 좋겠어요.” 에스더가 어색해하며 그녀가 말한 대로 자세를 취했다. “이, 이렇게요?” “네. 그럼 찍을게요.” 몇 번의 플래시 터지고 나탈리가 좌석을 가져와 옆으로 앉았다. 에스더와 할 얘기가 많았던 탓이다. 그녀들은 단장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소감 등의 소재를 나열하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를 바라보던 수잔이 범석에게 조용히 물음을 던졌다. “그런데 이사장님. LKS방송이 어디에요? 저는 처음 듣는데요.” “아. 작년쯤에 만들어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방송사라고 합니다. 그다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니, 수잔씨는 모를 겁니다.”3/12 쪽 수잔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유명하지 않다면 자신이 모를 수가 있었다. 그만큼 세상에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방송사가 많았다. “그렇군요. 그나저나 오늘 같은 개인적인 자리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아주신 거죠? 자칫 저희가 나누는 개인적인 대화가 언론에 노출될 위험이 있잖아요.” 범석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했다. “상관없습니다. 이따가 전자신문 지상에 올릴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을 분명히 주지시킬 겁니다.” “그래도 혹시나 나쁜 마음을 먹고 올릴 수도 있잖아요.”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들어보니 LKS방송은 하루 수백 접속밖에 없는 아주 작은 방송사라고 합니다. 시청자들이 그다지 주목을 하지도 않을뿐더러, 만약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도 저희가 부정을 표하면 흐지부지될 겁니다.” 그리고 나탈리를 영입 완료하면 100%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자, 잠깐요. 수백 접속밖에 안 된다고요? 그런데 어째서 인터뷰를 받아 드린 거죠? 그런 방송사라면 굳이 저희가 따로 자리를 할애할 필요가 없잖아요.”4/12 쪽 목소리가 컸는지 나탈리가 듣고 수잔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물론 지금은 작지만, 언젠가는 크게 키워 세계에서 알아줄 만한 방송사로 만들 것이에요. 그래서 오늘 저희 방송사와 인터뷰한 사실을 자랑스럽게 해 드릴 것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냉랭한 목소리에 수잔이 입을 다물었다. 조금 전에 자신이 한 말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당사자 앞에서 할 말은 아니었다. 분명히 실례가 되는 언사라고 할 수 있었다. “그게 아니에요. 전 그저…….” 그러자 범석이 나탈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슬슬 영입을 위한 작업에 들어가려는 것이다. “오호. 대단한 자신감인데. 그래 그게 언제지? 정말 궁금하네.” “그, 그게…….” 그녀가 난감한 얼굴을 하고 입을 굳게 닫았다. 직원은 딸랑 자기 혼자에다 회선용량이 모자라 동영상 정보도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텍스트정보조차 며칠씩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고, 그런 와중에 유지비를 벌기 위해 자신은 악세사리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었다. 수많은 군소 방송사가 난립하며 피 터지는 경쟁을 하는 이 세5/12 쪽 계에서 LKS방송사가 성장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사실 명함만 방송사일뿐, 개인 홈페이지와 다를 바가 없는 상황이었다. “왜? 자신 없어?” “아뇨. 자신 있어요.” “그럼 언제인지 말해봐. 참 궁금하네.” 나탈리가 당당한 표정을 하고는 뻔뻔스럽게 말했다. “제가 신이 아닌 다음에야 그걸 어떻게 알아요. 운이 좋다면 빨리 성장할 테고, 아니라면 늦겠죠.” “그야 그렇지. 하지만, 네가 세워놓은 사업계획이 있을 것 아니야? 언제쯤 무슨 프로젝트를 진행해 방송사를 얼마큼 키워놓겠다는 것 말이야. 설마, 사업하는 사람이 이런 계획도 없이 막무가내로 회사를 키우지는 않겠지?” 그녀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정곡을 찔러온 탓에, 대꾸할 말을 쉽게 찾지를 못했다. 장사해 돈을 벌랴, 사이트의 자료를 업데이트를 하랴 바쁘게 살아가는 탓에, 그런 계획을 세울 여유가 없었다. “다, 당장은 없지만, 나중에 꼭 세울 것이에요.” “이런. 나중에 하겠다? 이런 말은 실패자나 할 변명인데. 아무래도 힘들겠어.”6/12 쪽 범석은 호감도의 하락이 빤히 보임에도 나탈리를 노골적으로 조롱하고 있었다. 영입을 위해서는 그녀가 지금 하는 소꿉장난 식의 방송사업을 그만두도록 하는 것이 먼저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얼마나 무모한 행동을 하는지 인지시킬 필요가 있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나탈리는 격한 반응을 여지없이 쏟아내었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실패자요?” “으음. 아닌가? 하긴 아직 LKS방송사를 운영하고 있으니, 실패예비자라는 표현이 옳겠지.” “뭐에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범석이 그녀를 똑바로 직시하며 물었다. “설마 너는 LKS방송이 성공하리라고 믿는 거냐?” “당연하죠! 제가 꼭 그렇게 만들 것이에요!” 길게 한숨을 내쉰 그가 질문을 던졌다. “좋아. 그럼 한 가지만 묻지. LKS방송의 직원이 몇 명이나 되지?”7/12 쪽 나탈리가 입술을 꽉 깨물면서 대답했다. “저 혼자에요! 하지만, 방송사에 수입이 생기면 그 돈으로 직원들을 뽑을 것이에요.” “좋아 그럼 직원들을 뽑을 만큼의 수입은 어떻게 창출할 예정이지?” “그야. 시청자들이 관심을 둘만 한 방송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제공하면 되죠. 그럼 자연스럽게 조회수가 올라가고 광고가 들어오겠죠.” “그래 좋아. 그럼 그런 방송프로그램을 너 혼자 어떻게 만들 건데?” “왜 못 만들어요! 노력만 한다면 충분히 만들 수 있죠.” 범석이 피식 웃었다. “그래. 만고의 노력 끝에 만들었다 치자. 그다음 볼거리는?” “또 만들면 되죠.” “네가 질 좋은 방송프로그램을 만드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얼만데?” 나탈리가 손으로 셈을 하며 말했다. “뭐. 며칠 투자하면 만들 수 있겠죠.” “지금 장난하냐? 그런 프로그램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튀어나와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까 말까인데. 며칠에 하나씩? 시청자들이 그 시간을 기다리겠어? 다른 유수의 방송사로 채널을 돌리다가 결국에는 LKS방송이 뭔지도 잊어버리겠지.”8/12 쪽 확실히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냉혹한 시청자의 눈이 LKS방송과 같은 작은 방송국에 오래 머무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상관없어요.” “뭐가 상관이 없다는 거지? 시청자들이 없으면 자금 유입이 없을 테고, 결국에 가서는 방송국이 망할 수밖에 없잖아.” “아니요. 범석님께서 방금 하신 말씀은 틀려요.” “뭐가 틀린다는 거지?” “LKS방송이 건립된 지가 올해로 일 년째에요. 그런데 단 한 번도 자금 유입이 없었죠. 그런데도 유지되고 있잖아요.” 범석이 짜증스러운 낯빛을 지었다. 그걸 자랑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한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 네가 다른 일을 해서 자금을 충당하니까 그렇지. 솔직히 누군가 서버비용과 회선 비용을 공짜로 대주지는 않을 것 아니야.” “맞아요. 지금 LKS방송국은 제가 직접 제작한 악세사리를 팔아서 번 돈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그렇기에 절대 LKS방송은 망하지 않아요. 전 평생토록 LKS방송국과 함께 할 테니까요.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문 닫게 하지 않을 것이에요.”9/12 쪽 무모하리만큼 황당한 나탈리의 발언에 범석이 당혹해했다. 이거 어린애 떼를 쓰는 것도 아니고, 그걸 말이라고 하니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계속 일을 해 유지비를 조달한다면 LKS방송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음은 맞았다. “흐흠. 뭐 그렇다면 유지는 되겠지. 하지만, 인생을 허비하면서까지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는 방송국에 굳이 목을 맬 필요가 있을까?” “인생의 허비요? 천만의 말씀이에요!” “무슨 뜻이지?” “전. LKS방송과 함께 있는 지금이 제일 행복해요.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고 재미있어서 절로 흥이 날 정도로 말이에요. 그런데 인생의 허비라니요? 말도 안 되죠.” 범석이 다소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LKS방송에 대한 사랑이 도가 지나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녀에 대한 영입계획이 상당히 힘겨워질 수가 있었다. 아무래도 설득을 위해서는 일단 우회했다가 다양한 정보를 가지고 새로이 접근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됐다. ‘먼저 LKS방송국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겠지. 지금 나탈리를 묶고 있는 밧줄이 바로 이놈이니까.’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켜 긴장된 마음을 이완한 범석이 새롭게 대화를 모색해 나갔다.10/12 쪽 “쩝. 네가 행복하다면 내가 할 말이 없지. 그런데 LKS방송국이 어떻게 설립된 거지?” “그건 갑자기 왜 묻는 거죠?” “네가 하도 애정을 보이기에 궁금해서 그렇지. 보통이라면 일찌감치 접고 다른 직업을 찾을 테니까.” 그 말에 나탈리가 입을 열었다. 범석이 자신의 인터뷰를 허락했으니, 그 정도 얘기 못 해 줄 리가 없었다. 그녀가 LKS방송과 인연을 맺었을 때는, 4년 전 처음으로 전문학교에 입학한 시기였다. 당시 나탈리는 TV에서 본 드라마에 감명을 받아 방송과를 희망하고 있었는데, 성적이 그리 좋지를 못해 많은 유명 방송인을 배출한 유수의 전문학교로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온 곳이 바로 여기 리마시티에 있는 한 전문학교의 방송과였다. 리마시티는 에이번드 지역의 중추도시이기는 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지방에 속하는 지역이라 그다지 높은 성적이 아니더라도 방송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부푼 꿈을 안고 처음 학교에 등교한 그녀는 처음 교내에 있는 방송부에서 서클 활동을 시작하려고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그저 방송인들 중에 교내 방송부에서 부활동을 했던 자들이 심심치 않게 있었기에, 이런 경력이 자신의 꿈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부를 찾는 이는 나탈리만이 아니었다. 그녀 외에도 80명 정원의 방송과 신입생 절반에 방송부에 관심을 둔 다른 과의 학생까지 근 100명의 지원자 모여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교내 규칙에 한 서클당 정해진 수용인원이 있기에, 신입부원을 20명11/12 쪽 밖에 모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녀는 방송부의 희망이 꺾였고, 같이 떨어진 과친구들과 함께 자신들을 위로하기 위한 군것질 파티를 열었다. 그러던 중 한 친구가 은연중에 흘린 말이 자리에 모인 모든 친구의 관심을 끌었다. 새로운 서클을 만들자는 얘기였는데, 그 목적이 바로 방송사의 건립이었다. 방송인 꿈이었던 이들에게는 상당한 매력적인 제안으로, 어린 마음에 즉각 각자의 전자수첩을 꺼내 건립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런데 뜻밖에 방송사 건립의 진입 장벽은 무척 낮았다. 서버와 회선, 그리고 방송 프로듀서 3급 자격증만 갖추면 되니, 지금 모인 햇병아리들 몇 명으로도 충분히 건립할 수 있었다. 뭐 그 이후에는 치열한 경쟁이라는 무시무시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지만, 부푼 꿈에 젖은 이들에게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이렇듯 나탈리와 친구들은 방송사 건립이라는 꿈을 안고 새로운 서클을 만들었고, 차근차근 필요한 요건들을 준비해나갔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서버 구입비용과 회선 대여비용을 장만하는가 하면, 꾸준히 공부하며 프로듀서자격증 취득준비도 차근차근 진행해 나갔다. 또 밤중이면 친구 자취방에 모여 앞으로 만들어질 프로그램과 방송사를 성장시킬 사업계획도 짜나갔다. 너무 거창해서 현재 상황에서는 적용이 불가라는 점이 문제였지만, 부푼 꿈을 논의해가는 과정이 너무나 즐거웠던 그들로서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이렇듯 한해 한해가 지나고 3년 째가 되었고, 아이들은 자라 성숙한 어른이 되었다.============================ 작품 후기 ============================12/12 쪽 ============================ 작품 후기 ============================전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모두들 편한 하루 되십시오. 12/12 쪽 < -- 춘계 시즌을 대비하다 -- > 당시 서클 부서원은 두부류로 나누어져 잦은 싸움을 하고는 했다. 한쪽은 현실을 직시하고 방송사 건립을 반대하는 쪽이었고, 한쪽은 그동안의 노력을 생각해서 일단 창업이라도 해보자는 쪽이었다. 이렇게 다투기 시작한 싸움은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었고, 반대를 표한 이들이 서클을 떠나는 사태로까지 번져갔다. 가능성이 없는 일에 매달려 인상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은 부서원들은 얼마 후 LKS방송국이 건립하였다. 비록 서클이 반 토막이 나기는 했지만, 그간의 노력으로 모은 돈과 자격증이면 충분히 인터넷 방송국을 설립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부푼 꿈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서비스를 시작한 나탈리와 친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첫날 서비스에서 수천 접속 수를 기록한 이래 계속해서 꾸준히 줄어들더니, 수백에서 계속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 접속률도 부원들의 클릭으로 비롯되었고, 타인의 접속 수는 거의 수십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한 친구가 지역 방송국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일이 발생했다. 3년 전 LKS방송사를 건립을 최초로 건의하고 서클을 이끈 장본인으로, 남은 친구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떠나가는 그를 만류하는 사람은 나탈리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른 친구들은 이미 자신들이 얼마나 무모한 계획을 실행하고 있는지, 깊이 깨닫고 있었던 탓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이 치열한 방송시장에서 하루에 한 시간 분량의 동영상과 일부 텍스트 자료를 서비스하는 일로 살아남기란 불가회1/11 쪽 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부원들은 한데 모여 논의를 했다. LKS방송의 간판을 내리고 각자의 길로 가자는 얘기였다.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LKS방송사의 건립과 운영한 일이 소중한 경력이 되어 대부분이 졸업쯤에서 지역 방송사의 응시시험에 무난히 합격한 이유에서였다. 이미 부원들은 LKS방송을 지나간 추억쯤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에 나탈리는 극구 반발하고 나섰다. 3년이 훨씬 넘어가도록 품어왔던 즐거웠던 꿈이 이대로 무너져 내리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다수 의견을 그녀 혼자서 거스를 수는 없었다. 결국, 친구들은 모든 장비와 주식을 나탈리에게 저렴한 가격에 인계하고 각자의 길로 떠나갔다. ‘이거 완전히 동화책 속을 사는 똥꼬집쟁이군. 당장은 영입하기 어렵겠어.’ 이야기를 모두 들은 범석이 난감한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친구들이 다 떠나가는 마당에 홀로 남아서 방송사를 지킨 열정은 칭찬해 주고 싶지만, 작게나마 세상의 쓴맛을 본 상태에서도 이처럼 LKS방송에 매달리는 그녀가 과연 자신의 제의를 받아들이려 할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홀로 사이트를 운영하며 온갖 고생을 하고 있음에도 밝은 표정으로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상당시간 공을 들여야겠어. 그리고 오늘은 그 기반을 마련하는 일에 집중해야겠어.’2/11 쪽 범석은 일단 직접적인 영입제의는 피하고, 크게 우회하기로 했다. 일단 공략에 주안점을 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됐다. 공략을 통해 호감도를 극으로 만들면 영입은 너무도 쉬었다. “그래? 대단하네. 친구들은 다 포기했는데, 혼자 방송사를 운영하고 말이야. 힘들지는 않아?” 나탈리가 뜬금없는 듯 미묘한 시선으로 그를 쳐다봤다. 갑작스럽게 친절해진 말투가 이상해 보였다. 그래도 칭찬을 받으니,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아. 네. 약간은 고되지만, 그다지 상관없어요. 일이 재미있으니까요.” “뭐 자신이 흥이 난다면 된 거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그러잖아. 그래 지금 방송으로 얻는 수입은 어때?” “방송으로 얻는 수입은 거의 없어요. 단지 제가 제작하는 액세서리 제품을 인터넷으로도 판매하는데, 선전링크를 걸어 약간 효과를 보고 있어요.” 범석이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빚은 없어? 회선비용과 서버실 임대로 돈이 장난아니게 들어갈 텐데?” “네. 빚은 없어요. 제가 갚을 능력이 안 되니, 될 수 있으면 빚을 안 지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서버회선 용량을 줄이고, 서버도 자취방에서 운영하고 있어요.”3/11 쪽 범석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댔다. 전자제품들은 기후에 많은 영향을 받는데, 특히나 서버 같은 안정성이 중요시되는 제품은 더욱 그러했다. 될 수 있으면 냉난방이 시설이 제대로 된 전문 시설에 설치할 필요가 있었다. “으음. 그럼 쉽게 고장 날 텐데 괜찮겠어? 자칫 서버가 나가기라도 하는 날이면, 큰일이잖아. AS를 받거나 서버를 새로 구입하는데 꽤 큰 비용이 들 것 아니야?” “하긴 그렇지만, 당분간은 어쩔 수 없어요. 뭐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서버실을 빌릴 여건이 안 되고 있으니까요.” 범석의 눈이 돌연 빛이 났다. 갓즈나이츠에 팀 사이트를 서비스하기 위한 서버실이 있었는데, 거의 텅 비어 있던 터라 또 한 대의 서버를 설치해도 그다지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트래픽에 비해 회선용량도 충분해 하루에 수백 접속 정도가 추가된다고 해도 거의 상관이 없었다. 이를 빌미로 한다면 충분히 인연의 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됐다. 하지만, 그녀가 거절할 수 없는 확실한 요건이 마련될 때까지 이 제의는 뒤로 미루기로 했다. “나탈리. 너 액세서리를 판다고 했지?” “네. 이곳 로메오 거리에서 노점으로 팔고 있어요.” “하루에 얼마 정도 벌기에 LKS방송이 유지되는 거냐?”4/11 쪽 민감한 질문이었기에 그녀가 대답을 망설였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수입을 밝히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건 왜 물으시죠?” “별 뜻은 없어. 그냥 비용만 맞는다면 내가 다른 일자리를 소개해 주려고 말이야.” 나탈리가 바로 양손을 들어 휘휘 저어댔다. 자신이 다른 직장을 갖게 되면 LKS방송의 면허가 취소되었다. “아뇨. 고맙지만 사양하겠어요. 제가 다른 직장을 들어가게 되면 LKS방송 유지에 필요한 자격증이 효력을 잃어요.” “아. 그 점은 걱정하지 마. 그저 아르바이트일 뿐이니까.” 그렇다면 들어 봄직 했다. 아르바이트라면 따로 회사조직에 속할 이유가 없으니, 자격증의 효력이 상실하지 않았다. 솔직히 지금 하는 액세서리 제작판매도 아르바이트라 말할 수 있었다. “어떤 아르바이트인데요?” “그저 갓즈나이츠의 팀의 잡무를 도와주는 일이야. 대신 시급 100크랑을 주지. 토요일, 일요일 휴무에 하루 8시간의 근무시간. 어때 괜찮지 ?”5/11 쪽 나탈리가 무척 관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시급 100크랑이면 아르바이트자리치고 제법 대우가 좋은 편이었다. 그녀가 지금 액세서리를 판매해 버는 돈이 하루에 대략 800크랑 미만 임을 볼 때, 거의 비슷한 수준의 수입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범석의 제시하는 아르바이트는, 주말에는 쉬고 하루에 8시간씩밖에 일하지 않았다. 그 시간에 사이트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쓰면 훨씬 많은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 “정말요?” “응. 여기다가 서버실을 무료로 대여해 주고, 트래픽에 무리가 없는 한 회선도 공짜로 공유해주지. 또 원한다면 팀 내 숙소가 있으니, 의식주도 모두 해결해 주고, 일과 후와 주말에 팀 소속 플라잉 카도 대여해 준다.” 그럼 정말 환상적인 제안이었다. 급여도 괜찮은데다가 그녀를 힘들게 했던 여러 난제가 한꺼번에 해결되었다. 생활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곳이 바로 회선비용과 의식주였는데, 이를 해결해버리면 그만큼 더 많은 돈을 LKS방송에 투자할 수 있었다. 게다가 차량까지 빌릴 수가 있으니, 기동성을 가지고 취재에 임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 한 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세상천지에 이런 좋은 아르바이트자리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역사가 없었다. 사실 범석이 유명 프로 검투사에 이사장만 아니었어도, 사기꾼으로 의심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6/11 쪽 “아주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왜 저에게 이렇게 잘해 주시는 거죠? 범석님과 저는 오늘 처음 만났을 뿐이잖아요.” 나탈리가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범석이 속으로 뜨끔했다. 단번에 현혹이 될만한 좋은 조건을 제시하려다 보니, 그녀가 의심스러워할 정도로 너무 과도한 배려를 해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다시 주워담을 수 없었다. 물론 매몰차게 제의를 거둬들이면 그만이지만, 그럼 나탈리의 인연이 끊어지게 되었다. 이럴 때는 다른 목적 바를 꾸며내 안심을 시켜줄 필요가 있었다. 일정한 대가를 요구하는 조건은 배려라고 할 수 없었다.범석은 렉스터경감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럴싸한 변과 함께 나탈리를 끌어들인 전략을 생각했는데 그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미안한 일이기는 했지만, 그동안 해준 것도 많으니 좀 이용해도 양심의 가책을 느낀 이유가 없었다. “그런 말은 끝까지 들어본 후에나 해야지. 사실 내게는 다른 의도가 있다. 조금 전 아르바이트 제의는 그저 네가 호감을 사서 목적을 이루려는 것뿐이지.” 역시나 한 나탈리가 눈빛을 풀었다. 어쩐지 아주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고 했다. 하기야 처음 만난 자에게 이런 좋은 조건으로 아르바이트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어떤 의도이신데요?”7/11 쪽 “사실 나는 어느 투자 클럽에 소속되어 있다. 뭐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연예매니지먼트사 한 곳에만 투자한 상태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괜찮은 기업을 찾아서 계속 투자할 예정이지. 그런데 막상 오늘 네 얘기를 들어보니, 방송 쪽 분야로 영역을 넓히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투자한 연예매니지먼트사와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니까. 대신 주식은 상당수 양보해야 한다.” 그녀가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투자만 받는다면 주식을 양보하는 것쯤은 문제가 아니었다. 돈이 있다면 외부 제작사에게서 프로그램을 사올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방송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럼 자연스럽게 시청률은 높아지고, 광고가 따라붙게 되었다. 물론 실패하고 그대로 무너질 수도 있지만, 도전해 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었다. “서, 설마 저희 LKS방송에 투자하시려고요?” “응. 일단 나는 무척 관심이 간다. LKS에 대한 네 애정으로 보아, 투자금을 가지고 홀라당 나르지는 않을 것 같고, 열정으로 보아 성공 가능성도 점쳐지니까.” “정말요? 아시겠지만, 저희 LKS방송사는 거의 홈페이지와 다름없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을 뿐이에요. 투자한 금액을 모두 날릴 공산이 커요.” 그건 범석이 바라는 바였다. 그가 지금 세운 전략은 나탈리를 높이 날아 올렸다가 떨어뜨려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이자는 것이었다. 실패의 쓴맛을 오지게 씌워 절망감을 한껏 느끼게 한다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갓즈나이츠로 들어올 공산이 컸다. 물론 투8/11 쪽 자금을 날리는 불상사가 생기겠지만, 그녀가 자신의 휘하로 들어온다면 그 손해를 메우고도 훨씬 남음이 있었다. 나탈리가 갓즈나이츠로 들어오는 순간 한 해 팀 매출이 2할가량 증가했다. “상관없다. 나의 투자 패턴은 위험을 감내하되 수입은 극대화한다는 것이지. LKS방송 같이 작은 방송사라면 적은 금액으로도 상당수의 주식을 받을 수 있으니, 성공 시 투자 대비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다.” “그래도 너무 위험하지 않나요?” “그래서 투자클럽의 회원들과 함께 투자하며 위험을 분산하지. 그럼 내가 투자해야 할 비용이 줄어들어 큰 손해를 회피할 수 있고, 상당수의 자금이 투입되니 기업이 성장할 가능성은 무척 커지게 돼.” 언뜻 그럴싸한 소리였기에 나탈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수 투자자가 동시에 투자하면 이득은 줄겠지만, 투입될 자금 대비 감수해야 할 손해는 적어졌다.왠지 믿음이 갖던 그녀가 극도의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떤 투자클럽이세요?” “글쎄. 그냥 사교적인 모임이라서 딱히 이름은 없어. 회원이라고 해도 나를 비롯해 블루 버드즈의 렉스터단장과 레인보우사의 글로리아회장이 전부니까.” 나탈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렉스터단장은 잘 모르지만, 레인보우사의 글로리아9/11 쪽 는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맨몸으로 거대 부동산 기업을 일구어낸 글로리아회장은 에이번드지역 내에서 살아가는 많은 여성기업가의 귀감이었다. 나탈리도 그녀의 성공사례가 적힌 전자책을 사서 읽어본 적이 있었을 정도였다. “그럼 그 글로리아회장님께서 저희 LKS방송에 투자해 주신다는 건가요?” 범석이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는 글로리아를 끌어들일 생각은 없었다. 암만 생각해봐도 망할 공산이 큰데, 사랑스러운 연인의 돈을 투자하게 할 수는 없었다. 물론 그녀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2할가량 더 시청률 이득을 보겠지만, 이 한 가지만으로 치열한 방송계의 경쟁을 뚫고 살아남기란 무척 어려웠다. “글쎄. 일단 얘기는 해보겠지만, 투자할지는 모르겠다.” “저. 그분께 투자받고 싶어요. 꼭 좀 소개해주세요.” 난감한 듯 얼굴을 쓸어내린 범석이 어쩔 수 없는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단 투자문의를 하고 거절하면 다행이고, 아니라면 훗날 이 빚을 갚으면 되었다. 그리고 어차피 그녀는 돈이 많으니 몇백만 크랑쯤 날려도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뭐. 그러지 뭐. 그럼 며칠 후에 간단한 투자 설명회를 열어줄 테니까. 확실히 준비해 놔.”10/11 쪽 “알았어요. 열심히 준비해 놓을게요.” 이제 나탈리의 공략과 영입의 교두보를 열어둔 범석이 본론으로 돌아와 에스더의 단장 축하회식을 시작했다. 불청객이 한 명 끼기는 했지만, 수잔과 에스더는 허물없이 나탈리를 대하며 회식을 즐겼다. 어차피 며칠 후면 갓즈나이츠의 숙소에서 생활할 테니, 이웃사촌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녀들은 어느새 죽이 맞더니 언니 동생하며 호감을 표시했다.이들은 철판구이로 가볍게 식사를 마치고는, 근처 유흥가 술집에서 2차에 3차, 4차까지 뻗을 때까지 술을 마시며 즐겁게 노닐었다.============================ 작품 후기 ============================ 오. 오늘 삼성 투수진 죽이네요. 2점 리드라면 상당히 불안한 점수인데, 끝까지 틀어막네요. 아무래도 이번 한국 시리즈는 투수전이 될 것 같습니다. 막강 투수진을 보유한 삼성과 SK가 만났으니까요. 하하하.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1/11 쪽 오. 오늘 삼성 투수진 죽이네요. 2점 리드라면 상당히 불안한 점수인데, 끝까지 틀어막네요. 아무래도 이번 한국 시리즈는 투수전이 될 것 같습니다. 막강 투수진을 보유한 삼성과 SK가 만났으니까요. 하하하.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1/11 쪽 < -- 춘계 시즌을 대비하다 -- > “에고. 이게 무슨 꼴이냐.” 범석의 등과 품 안에는 한 명씩의 여인이 들려 있었다. 에스더와 수잔으로, 기분을 낸다는 것이 이리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퍼마셨다. 그래도 나탈리가 유흥가 근처에 있는 자취방에서 기거해서 다행이었지, 아니었다면 세 명을 통째로 업어 나를 뻔했다. 훈련캠프 주차장으로 내린 범석이 무인전동차를 기다리는 동안 등에 업혀 있던 수잔에게서 기괴한 행동이 튀어나왔다. “우웩.” 등을 따라 흘러내리는 퀴퀴한 냄새의 덩어리들에 그가 오한을 떨어댔다. 하지만, 이는 시작이었다. 곧 범석의 팔뚝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에스더 또한 쌍으로 토악질해댔다. “아휴~ 가지가지들 한다. 작작 좀 처먹지.” 온몸에 오물로 뒤덮인 범석이 무인전동차가 도착하고 있음에도 걸어서 숙소 쪽으로 향했다. 지금 차에 탔다가는 내일 청소를 나온 아가씨들이 고생하게 되었다. 쿠션 의회1/14 쪽 자에 이물질이 묻으면 잘 닦이지도 않았다. 그럴 바에야 좀 멀어도 걷는 편이 나았다. 숙소에 도착한 범석이 현관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갔다. 자동으로 켜지는 등의 불빛을 의지해 에스더의 방을 찾은 범석이 일단 그녀들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냥 가자니 몰골들이 장난이 아니었고, 자신이 씻기자니 남녀가 유별했다. ‘어떻게 할까? 엘프들을 깨워서 씻기게 할까?’ 지금 그의 휘하 엘프들은 모두 잠자리에 들었을 터였다. 늦어질 듯해서 아까 전화를 넣어서 먼저 자라고 말해놓았던 탓이다. 물론 깨우면 간단히 해결이 날 노릇이지만, 범석은 주저하고 있었다. 에스더와 수잔은 팀 내에서 유독 친분을 과시하며 업무시간 외에는 항시 함께 다녔다. 덕분에 에스더의 호감도가 90대에 가깝도록 공략할 기회를 쉽사리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수잔이 저리 뻗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따지고 보면 지금이 그녀를 공략할 아주 좋은 적기라 할 수 있었다. 탐욕스러운 눈빛을 지은 범석이 수잔을 끌어 방구석에 눕혀놓고, 에스더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오물이 묻어 있는 여성코트를 벗겨 내고는 등에 둘러업고 욕실 안으로 들어섰다. 1인실 치고는 욕실이 무척 넓었다. 한 사람이 몸을 편안히 뉘일 수 있는 욕조와 샤워2/14 쪽 시설까지……. 비싼 몸값의 엘프들이 살아야 할 원룸이었기에, 범석이 제법 공을 들인 탓이다.그는 일단 수도꼭지의 버튼을 눌러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기 시작했다. 겨울이라 내부에 한기가 들기에, 따뜻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자. 그럼 우리 에스더 씻을까? 자자 일어나.” 침을 꿀꺽 삼킨 범석이 정신을 놓고 있는 에스더의 볼을 철썩철썩 약하게 때렸다. 아무리 호감도가 높다지만 지금 상황에서 덮쳐버리면 내일이 걱정되었다. 일단 공략을 하더라도 의사는 물어봐야 했다. 이윽고 살며시 눈을 뜬 그녀가 범석을 보더니 갑작스레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좌우를 살피더니 양변기 쪽으로 기어가 또다시 토악질을 시작했다. ‘미치겠군. 이거 덮쳐야 해. 말아야 해.’ 고개를 도리도리 저은 범석이 에스더의 등을 토닥이며 인상을 찌푸렸다. 과연 이 상태라면 공략을 진행해야 할지 의문이었다. 행위 중에 이런 불의의 사태가 또다시 발생한다면 문제가 아주 컸다. “휴~ 에스더 괜찮아?”3/14 쪽 그녀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범석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네. 괜찮아요. 이, 이사장님은요?” “나야. 상관없지. 개조인간이니까.” 하긴 개조인간의 신체능력은 무척 뛰어나 웬만한 알콜로는 취하지는 않았다. 그도 만만치 않게 마셨지만, 약간 알딸딸한 느낌이 들 뿐이었다. “부러워요. 저는 어지러워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는데요.” “부러워할 필요 없어. 언젠가는 너도 개조신체를 얻게 될 테니까.” 뜬금없는 그의 말에 에스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개조신체는 수천만 크랑의 거금이 드는 수술로, 재력가가 아닌 자신이 받기에는 무리가 뒤따랐다. 솔직히 지금 받는 급여를 평생 쓰지 않고 모아도 수술비를 장만할 수 없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인가요? 제가 개조신체를 얻게 되다니요.” 컵에다 물을 담아 그녀에게 넘겨준 범석이 빙그레 웃었다. “간단해. 훗날 내가 돈을 벌면 너에게 신체개조시술을 받도록 해준다는 얘기야.”4/14 쪽 컵에 담긴 물로 입을 부시던 에스더가 황급히 뱉어내고 그를 직시했다. “아, 아니 왜요? 신체개조시술을 받으려면 큰돈이 들잖아요?” 물론 많은 돈을 들기는 했다. 하지만, 자신의 여인이 나이가 들어 주름이 찬 모습을 보기보다는 까짓것 수천만 크랑 투자해서라도 시술을 해주는 편이 나았다. 신체개조시술을 받으면 젊음을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혀 아깝지 않아. 네가 개조신체를 가지면 오래 살 테고, 그럼 우리가 함께할 시간이 길어지잖아. 나 평생을 너와 함께 하고 싶다.” 에스더가 눈을 파르르 떨었다. 아무리 술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지만, 사랑 고백임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나. 어떻게. 하필 오늘 같은 날…….’ 그녀는 당혹스러워 어쩔 줄을 몰랐다. 속으로 범석을 연모하고 있었기에, 정말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지만, 하필 좋지 몰골을 보인 오늘 이런 고백을 들으니 창피했던 것이다. 에스더는 오늘 마음껏 술을 마시며, 정신 줄을 놓은 자신이 그리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아니었다면 과감히 그의 품에 안겨 지금의 심정을 표현했을 터였다.5/14 쪽 “자, 잠시만요. 이사장님. 저. 그게…….” 범석이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그녀를 직시했다. “왜? 너는 내가 싫어?” “그, 그런 것은 아니지만…….” 속사정을 대충 눈치를 챈 범석이 에스더를 확 끌어안았다. 그녀는 어쩔 줄 모르며 몸을 파르르 떨어댔다. 여기서 거절을 했다가는 자칫 그가 실망하고 마음을 돌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 탓이다. 범석이 에스더의 블라우스 단추를 끄르기 시작했다. 거부하는 몸짓이 없으니, 공략을 시도해도 된다고 생각됐다. 어느새 그녀의 신체를 가리고 있던 옷조각들이 한 장, 한 장 벗겨져 내려가더니, 타일 바닥 위로 널브러지고 있었다. “자. 그럼 씻자.” 어느새 두 남녀는 나신인 된 채 서로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수많은 물 갈래를 토해내는 샤워기에 서서 격정적으로 부둥켜안았다. 샤워 물로 가글을 한 범석이 그대로 에스더와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알콜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지만, 지금 기분에서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환락의 기대감은 그 어떤 악취도 어느 향료보다 더 그윽한 향취로 변모시키는 법이었다.6/14 쪽 이들은 서로의 몸에 비누칠을 하며 애무 아닌 애무를 시작했다. 거품으로 쌓인 범석의 손길이 그녀의 금빛음모를 스치고 있었다. 이에 뒤질세라 에스더의 여린 손이 불끈 솟아있는 애물을 위로하듯 비벼대고 있었다. “아. 제가 이사장님의 품에 안길 수 있다니 믿기지 않아요.” 에스더는 자신의 두 다리 사이로 범석의 성난 애물을 끼고 그 감촉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나신이 된 채 범석을 갈구하는 그녀에게는 부끄러움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술에 취해 정신이 혼미한 중에 애정의 갈증까지 몰아치니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그녀는 몽롱한 정신 탓에 마치 꿈속에서 헤매고 있는 기분이었다. “후후. 꿈이 아니니까 염려하지 마라.” 싱긋 미소를 지은 범석이 탄력이 넘치는 그녀의 힙을 부여잡고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자리를 옮기고는 따뜻하게 데워진 욕조 속에 몸을 담갔다. 잠시 서로를 바라본 이들은 또다시 깊은 키스를 주고받으며 애정을 표시했다. 탈칵. 갑작스럽게 열리는 욕실 문. 강렬한 키스로 서로의 타액을 교환하던 범석과 에스더가 긴장한 시선으로 문쪽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벌거벗은 몸을 휘청거리는 수잔이 7/14 쪽 흐릿한 눈빛을 하고는 욕실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에 범석의 품 안에 안겨 있던 에스더가 다급히 옆으로 몸을 뉘이며 작게 속삭였다. “이, 이사장님. 수잔 언니가 있었어요?” 난감한 표정을 지은 범석이 어쩔 줄을 모르는 그녀를 꽉 껴안았다. “그, 그게 이따가 옆 방에 옮기려고 했는데, 미처…….” “어떻게 해요. 큰일이에요!” 큰일인 줄은 범석도 잘 알고 있었다. 나신을 한 수잔의 모습은 과히 볼만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절대 사절이었다. 그녀가 에스더와 자신의 관계를 눈치챘으니, 앞으로 공략은 극악한 난이도로 떨어질 터였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일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에스더라도 먼저 챙겨야 했다. “어떻게 하긴. 우리가 연인 사이라고 말한다면 수잔씨도 어쩔 수 없는 거지.” “그,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술 취한 날 수잔 언니의 잠버릇을 말하는 것에요. 이사장님은 당해보지 못해서 잘 모르세요.” “무슨 잠버릇?” 에스더가 욕조의 커텐을 슬그머니 닫았다. 정신이 없는지 다행히 수잔은 아직 자신8/14 쪽 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샤워 중이었는데, 잘만 한다면 이대로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에스더가 범석의 입가를 손가락으로 가린 후 조용히 말했다. “수잔 언니는 다 좋은데. 잠버릇이 무척 고약해요. 전에 한 번 같이 잤다가 큰일이 날 뻔했어.” “무슨 큰일?”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일단 지금은 조용히 하세요.” 쏴아아. 쏴아아. 쏟아지는 샤워기의 물길이 단단한 타일바닥을 연방 때리고 있었다. 아까 에스더와 함께 맞을 때는 그렇게 낭만적으로 들리더니, 지금 그리 으스스하게 느낄 질 수가 없었다. ‘제발. 그냥 가라. 괜히 욕조에 몸을 담그겠다고 커튼을 젖히지 말고.’ 잠시 긴장의 시간이 후, 샤워기 꼭지 잠기는 소리가 들려 왔다. 범석은 눈을 감은 채 수잔이 그냥 발길을 돌리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이대로 몸만 닦고 돌아가기만 하면 오늘 일은 걸리지 않았고, 그럼 앞으로 공략이 무난해졌다. 이때 에스더가 발버둥을 쳐댔다. 자리가 불편했는지 몸이 자꾸 욕조에서 미끄러지9/14 쪽 고 있었던 탓이다. 범석이 급히 잡으려고 했지만, 때는 늦은 상태였다. 바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물속으로 푹 잠겨버렸다. 그리고 확 젖혀지는 욕조의 커튼. 그의 얼굴로 수잔의 음영이 드리워졌다. “음냐. 누구야!” 그녀와 시선이 마주친 범석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수잔씨. 깨어나셨네요.” 에스더가 살그머니 상체를 세우더니, 범석이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는 양 품에 안겼다. “언, 언니.” 게슴츠레하게 눈을 뜬 수잔이 한참 동안 이들을 직시하더니, 방긋 웃었다. “호호호. 뭐야. 이사장님하고 에스더잖아. 다들 내 방에서 뭐해요?” 그녀의 표정은 영화에서 보던 광녀처럼 한껏 풀려 있었다. 입가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고, 눈빛은 풀려 흐리멍덩해 보였다. 암만 봐도 술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10/14 쪽형상이었다. 범석이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대답했다. “아. 여긴 수잔씨의 방이 아닙니다. 에스더의 방입니다.” “아 그래요? 뭐 상관없죠. 호호호. 에스더의 방이 내 방이고, 내 방이 에스더의 방이죠.” 범석은 수잔의 상태가 뭔가 이상하다는 점을 느꼈다. 나신의 몸으로 남녀가 이렇게 껴안고 있는 모습을 봤는데, 부끄러워 뛰쳐 나기는커녕 당당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보통의 여인이라면 아무리 술에 취해도 이쯤에서 정신을 차릴 터였다. “수잔씨. 그런데 괜찮으십니까?” 수잔씨 배시시 웃고는 욕조 속으로 한쪽 발을 담갔다. “괜찮거나 말거나. 두 분이 아주 재미있는 놀이를 하시네요. 언제부터 둘이 이런 사이셨어요? 호호호.” 검은색 음모에 쌓인 균열을 보자, 범석이 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으로 가라앉아 있었던 애물이 다시금 솟아오를 정도로 그는 뇌리는 음욕이 가득 차갔다. 애써 힘을 빼려고 했지만, 본능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11/14 쪽 이때 에스더가 범석과 수잔의 사이를 상체로 가리고는 그녀를 쏘아봤다. “언니! 지금 뭐하는 것이에욧!” “호호호. 에스더 너도 참. 이런 재미난 일이 있다면 나도 불러어야지. 치사하게스리…….” 수잔이 히쭉 웃으며 만류하려던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더니 몸으로 깔아뭉갰다. “언니 제발 이러지 마요!” “얘는 튕기기는 전에 우리 같이 즐겼으면서! 같이 놀자.” 에스더가 범석을 보더니, 울상을 지었다. 당시의 일은 절대 그가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깊은 관계까지는 맺지 않았지만, 술에 취해 외로움에 취해 서로 애무하는 추태를 벌인 적이 있었다. 다음 날 일어나 둘 다 크게 후회하기는 했지만, 그 후로도 술에 취해 수잔과 함께 자는 날이면 꼭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녀가 다짜고짜 덮쳐왔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님. 저희는 그런 사이가 아니에요.” “호호호. 얘 빼는 것 봐. 네 음모에 난 검은 점을 내가 알고 있는데.” 흠칫 놀라 에스더가 반사적으로 범석의 시선에서 하체를 피했다. 하지만, 이는 수잔12/14 쪽 이 말이 사실이었음을 증명하는 행동이었다. 그런 점이 없었다면 당당히 사실을 밝히지, 이리 몸을 빼지는 않을 터였다. 결국, 그녀가 눈물을 글썽이며 자리를 벌떡 일어났다. 연모하는 그의 앞에서 수치스러운 과거가 낱낱이 밝혀졌으니, 도저히 염치가 없었던 것이다. 에스더는 능글맞게 웃고 있는 수잔을 쏘아보며 원망 어린 말투를 쏘아댔다. “흑흑! 언니 오늘 일은 절대 용서하지 것에요! 다시는 저 아는 척하지 마세욧!” 자리를 떠나려는 그녀를 범석이 급히 손목을 부여잡았다. 왠지 그는 여성들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무척 관대했다. 에스더가 걱정하는 것처럼 실망감을 표시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처녀성은 유지되어 있었다. 그다지 깊은 관계가 아니었음을 충분히 알만했다. “에스더. 어디 가는 거야?” 그녀가 울먹이며 범석을 바라봤다. “흑흑. 이, 이사장님. 미안해요. 전의 일은 본의가 아니었어요.” 범석이 최대한 너그럽게 미소를 짓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에스더를 꽉 껴안았다.13/14 쪽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러가지 볼 거리가 있어서 글을 쓰는데 무척 난관이 많았습니다. 서울시 선거에다 야구에 새벽에는 축구까지요. 하하하하. 이런 날이 매일 있으면 제가 괴로운데요. ㅎㅎㅎㅎ.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4/14 쪽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러가지 볼 거리가 있어서 글을 쓰는데 무척 난관이 많았습니다. 서울시 선거에다 야구에 새벽에는 축구까지요. 하하하하. 이런 날이 매일 있으면 제가 괴로운데요. ㅎㅎㅎㅎ.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4/14 쪽 < -- 춘계 시즌을 대비하다 -- > “그런 건 상관없어. 네가 나를 좋아하기만 하면 돼. 에스더. 내가 싫어?” 에스더가 푹 숙인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정말 좋아해요. 흑흑.” “그럼 된 거야. 과거가 무슨 상관이야.” “그, 그럼 용서해 주시는 건가요?” “용서의 문제가 아니지. 솔직히 그렇게 따지고 보면 법률상으로 인정하는 일부다처제도 문제가 있고, 남자가 단지 창조물인 엘프와 잠자리를 드는 일도 문제가 있지. 이 모두가 용납되는 세상이니, 당연히 여자가 여자를 사귀는 일도 문제가 없어야지. 안 그래?” 별 요상한 잣대를 다 들이대는 범석이었다. 일단 공략을 위해서는 자괴감을 느끼며 도망치려는 에스더를 붙잡아야 했다. 그때 수잔이 잽싸게 범석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 “호호호. 그럼 3P 플레이도 용납해야겠네요” 범석이 당황하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솔직히 바라고는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고개회1/13 쪽 를 끄덕였다가는 에스더의 호감도가 크게 떨어지게 되었다. 그럼 공략은 당분간 물 건너가 버렸다. “그, 그건 암만 봐도 좀 무리가 있습니다.” “호호호. 왜요? 제가 마음에 안 드나요? 전에 보니 이사장님께서 저를 꽤 좋아하시던 것 같은데요. 항시 저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는 했잖아요.” 그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그녀들의 눈치를 살폈다. 참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절대 아니라고 한다면, 수잔의 호감도가 떨어지고, 긍정을 표한다면 에스더의 호감의 호감도가 떨어졌다. 이거 정말 대답하기 곤란한 문제라고 할 수 없었다. “그, 그게. 말이죠. 업무상 관계하다 보니 절로 드는 감정이라, 저도 어쩔 수 없지만 서도. 그래도 좋아한다고 표현하기에는 아직 제 심정을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싫어하지만은 않지만…….” 횡설수설하는 범석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본 수잔이 나긋이 말했다. “그럼 됐어요. 저도 오늘 함께 안아주세요.” 범석이 바로 손을 마구 저어댔다.2/13 쪽 “자, 자꾸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에스더가 옆에 있는데요!” “에스더는 상관없어요. 어차피 쟤도 저랑 뜨거운 밤을 보낸 적이 있는데, 이사장님의 외도를 용납하지 못하면 소갈머리가 좁은 거죠.” 하며 수잔이 상체를 숙이고는 커다랗게 자라난 그의 애물을 붙잡고 혀로 살짝 핥았다. 범석이 어쩔 줄 모르며 당혹해하는 사이 에스더가 급히 그의 품에 안겨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 낌새로 보아 범석이 수잔도 좋아한다는 사실을 느낀 것이다. 보통은 수치심을 느껴야 하지만, 술에 취해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고, 연모하는 이를 다른 여인에게 빼앗길 수 없다는 질투심이 크게 한몫했다. 그리고 자신도 수잔과 밤을 함께 보낸 적이 있는데, 범석이 다른 여인을 안는다고 화를 낼 수가 없었다. 한참을 봉사를 받은 그가 지금이 보통 기회가 아님을 깨달았다. 내일 술이 깬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자명하지만, 커다랗게 자라난 음욕으로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는 양팔로 수잔과 에스더의 허리를 꽉 부여잡은 후 욕실을 나가 침대로 향했다. 그리고 푹신한 쿠션에 그녀들을 한데 내려놓고 그 위로 올라탔다. 이 모습에 수잔이 다리를 벌리며 꺄르륵 웃어댔다. “호호호. 우리 이사장님 너무 급하신가 봐요. 좋아요. 오늘 우리 함께 진하게 놀아봐요.”3/13 쪽 조롱 어린 수잔의 말투가 범석의 귓가를 후벼 팠다. 그는 우악스러운 양팔로 그녀들을 동시에 꽉 껴안고는 수잔의 흑빛 숲에 숨겨진 균열에 커다란 애물을 가져다 대었다. 그의 애물은 상당한 크기로 일반 인간 여성이 담아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범석은 오늘 자신을 곤란하게 만든 그녀에게 대가를 톡톡하게 치르게 할 속셈이었다. ‘후후. 수잔. 계속 웃음이 나오나 보자.’ 그는 아무런 애무 없이 행위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흥분으로 젖은 수잔과 에스더가 서로의 몸을 부드러운 손길로 더듬으며 애무를 하고 있었다. 이미 그녀들은 취기의 몽롱함과 남자의 애정을 받는다는 기대감 속에서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범석이 수잔의 음부를 쓰다듬는 에스더의 손을 애물로 옆으로 치운 다음 곧바로 돌진을 시작했다. “자. 이제 갑니다.” 흥분으로 새어나온 미끈거리는 애액을 머금은 거물이 균열을 좌우로 벌리며 침투해 들어갔다. 이내 닿은 수잔의 신성한 처녀지를 느낀 범석이 허리를 힘을 집중하고는 서서히 늘려나갔다. 동시에 그녀의 입에서 작은 통증의 외침이 들려왔다. “아윽!”4/13 쪽 하지만, 수잔의 표정은 고통으로 일그러지기보다는 밝은 빛이 감돌고 있었다. 처녀에게는 흔하지 않은 일이기에 범석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정복심에 정신이 팔려 있어 그녀의 이상징후를 파악할 겨를이 없었다. 범석은 탄력이 극한 이르렀을 무렵. 그대로 허리를 밀어 넣으며 얇은 살점을 발기발기 찢어버렸다. 주르륵 흘러나오는 핏물이 애물을 뒤덮는 모습을 본 그가 수잔을 올려다봤다. “수잔씨. 괜찮습니까?” 수잔은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지금의 느낌을 음미하고 있었다. 범석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자극이 뇌리를 몰아치고 있었다. 음부에서 시작된 통증이 그리 짜릿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지 범석을 꽉 껴안았다. “이, 이사장님. 어, 어떻게 이런 느낌을 주실 수 있는 거죠?” 범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초야에 고통에 힘들어할 수잔이 저리 쾌감에 절은 표정을 짓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수잔씨. 어디 아프세요?”5/13 쪽 아프긴 아팠다. 문제는 그 아픔이 쾌락으로 변모해 몸을 휘감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사장님. 제발 빨리 와주세요. 빨리요.” 그녀의 보챔에 범석이 신경을 끄고 진입작업을 계속 수행했다. 영문을 모르겠지만, 저리 간절히 바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점점 팽배해져 가는 음부에서 진한 기운이 스며들어오자 수잔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 찢어진 처녀지가 밀리는 통증과 한계까지 늘어난 음부의 고통으로, 그녀는 이제껏 경험해 본 적이 없었던 매혹적인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뭐야. 설마 수잔씨가 마조히스트?’ 마조히스트라 함은 사디스트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물리적인 고통을 즐기는 한 부류의 통칭이었다. 의학계에서는 정신병의 일종이라고 하지만, 범석은 심각한 성향의 변태로 인식하고 있었다. 당혹스러운 그가 급히 애물을 돌진시켜 삽입과정을 모두 마쳤다. 일단 확실치 않으니 행위를 이어나가며 확인 과정을 거치자는 것이다. 범석의 애물은 일반 여성이 담기는 거대했기 때문에, 조심하지 않는다면 수잔은 상당한 고통을 받게 되었다. “자. 이제 시작합니다.” “네. 제발 빨리 와주세요.”6/13 쪽 범석이 바로 수잔의 양어깨를 꽉 부여잡고는 허리를 과격하게 흔들기 시작했다. 무척 통증이 심하겠지만, 그녀의 성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푹퍽푹퍽. 푹퍽푹퍽. 그녀의 가녀리고 청조한 꽃잎에 흉측하고 거대한 애물이 인정사정없이 출입을 시작했다. 강력한 찌르기가 살단지의 이곳저곳을 후벼댔고, 결합부에서는 핏물이 튀기며 두 남녀의 사타구니와 침대의 시트를 빨갛게 물들여갔다. 상당히 난폭한 행위였기에 처녀성을 유지하고 있던 수잔은 극심한 고통을 받았어야 옳았다. 하지만, 그녀는 충만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음부를 관통하는 그의 애물을 사랑스럽게 바라볼 뿐이었다. 격렬한 흥분의 신호가 그로부터 비롯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매혹적인 눈빛을 지으며 범석을 바라봤다. “아아! 대, 대단해요! 아! 이사장님! 멋져요! 아앙!! 하아앙!!” 수잔이 정욕을 이기지 못하고, 범석의 품에 상체를 던졌다. 그리고 허리를 흔들며 관능적인 몸놀림으로 그의 행위에 동조해갔다. 이 모습을 바라본 그가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었다. 암만 봐도 그녀가 마조히스트가 맞아 보였던 탓이다. 이런 여인을 처음이었기에, 범석은 앞으로 어떻게 호감도 작업을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내 상념을 접고 수잔의 맛을 느끼는 데에 정7/13 쪽 심을 쏟았다. 일단 지금은 자신을 욕구를 채우는 일이 중요했다. 그는 경쾌하게 허리를 흔들며 질퍽거리는 좁은 동굴로 성난 물건을 출입시켜나갔다. 푹퍽푹퍽. 푹퍽푹퍽. 푹퍽. “수잔씨 기분이 어떻습니까?” “아! 너무 좋아요. 하아앙! 미칠 것 같아요! 하아!! 남자와의 관계가 이렇게 짜릿할 줄은 몰랐어요! 아아!! 하아앙!!” 수잔의 교성이 실내를 메아리쳤다. 이마에는 서서히 땀이 송골송골 맺혀가고 있었고, 표정에는 음탕한 미소가 한가득 새겨져 있었다. 평소의 엘프의사다운 지적인 면은 어디로 가고 한 마리의 암캐로서 사내의 욕정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그녀는 부들 떨리는 다리로 범석의 허리를 꽉 부여잡았다. 혹시나 그가 행위를 멈추고 에스더에게로 향하면 어쩌나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기분을 계속 만끽하기 위해서는 절대 그를 다른 여인에게 양보해서는 안 됐다. “후후. 이제 자세를 바꾸겠습니다. 기대하십시오.” “하아아!! 아아!! 네. 마음대로 하세요. 하아!! 아아!!” 허락을 받은 범석이 수잔의 허리를 부여잡고는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침대 올라선 다음 옆의 벽에 그녀의 등을 찰싹 붙이고는 지금껏 보이지 않았던 빠른 동작으로 여8/13 쪽 린 꽃잎을 유린해 나갔다. 푹퍽푹퍽. 푹퍽푹퍽. 푹퍽. 거칠게 휘날리는 수잔의 흑발이 범석의 얼굴을 마구 쳐대고 있었다. 찌르는 동작마다 출렁이는 거유는 그의 가슴을 간질였고, 허공에 뜬 수잔의 발끝은 심할 정도로 요동쳤다. 깊은 환희 속을 빠진 듯 눈을 서서히 뒤집는 수잔이 그의 등을 손톱으로 긁어대며 밭 전자를 새겨나가고 있었다. 덕분에 약간 따끔하기는 했지만, 범석은 전혀 개의치를 않았다. 여인에게 진한 만족감을 주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차피 내일 그녀에게 치료를 받으면 금세 아물게 되었다. 그때 에스더가 다가와 범석을 등 뒤에서 꽉 껴안았다. 그와 수잔이 보기에도 흥분될 만큼 진한 여운을 나누자, 기분이 이상해진 탓이다. 그녀는 작디작은 가슴으로 범석의 온몸을 비비며 거친 사내의 살결을 만끽해 나갔다. ‘호오. 아주 기분이 죽이는 데.’ 수잔의 몸은 엘프처럼 타고난 명기는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옥죔으로 기분이 무척 좋았다. 흐르는 꿀물의 양도 많아 빠르게 허리를 돌리는 데에 무리가 없었고, 터져 나오는 진득한 교성소리에 귀까지 즐거웠다. 여기에 가장 그를 만족하게 하는 일은 전혀 배려할 필요없이 마음껏 여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처녀의 통9/13 쪽 증과 행위의 고통이 바로 그녀에게 진한 쾌감을 주고 있으니, 과격한 플레이를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푹퍽푹퍽. 푹퍽푹퍽. 푹퍽푹퍽. “아아!! 이사장님. 하아앙!! 아아!! 뭔가 또 이상한 느낌이 전해져 와요!!” 수잔이 또 다른 쾌락의 신호에 몸을 배배 꼬았다. 여인이 사내에게 느낄 당연한 신호가 그녀의 몸을 휘감고 있었고, 들끓어 오르는 욕정에 정신이 혼미해져 가고 있었다.범석은 그녀가 정신을 잃을세라 머리끄덩이를 세차게 부여잡고 흔들었다. “후후. 벌써 가면 안 됩니다.” 희미하게 뜬 눈으로 그를 바라본 수잔이 허물어져 가는 상체에 힘을 주어 꼿꼿이 세웠다. 그의 말대로 이대로 행위를 멈출 수는 없었다. 천상을 누비는 듯한 이 감각을 좀 더 만끽해야 했다. 하지만, 곧 그녀는 다시 흐느적거리며 범석에게 기대어갔다. 극한에 도달한 의식을 추스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아아. 이, 이사장님. 아아! 오늘 너무 행복했어요. 아앙!!” 기어이 양팔과 두 다리를 쭉 늘어뜨리는 수잔이 기나긴 수면기에 들어갔다. 광란의 10/13 쪽 술자리와 오늘의 첫 경험은 그녀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한 모양이었다. 이를 본 범석이 실망스러운 눈빛을 지었지만, 행위는 멈추지는 않았다. 축 늘어져 압박감이 사라졌어도, 마찰감은 여전히 애물에 신선한 감촉을 선사하고 있었던 탓이다. 그는 수잔의 몸이 마구 흔들릴 정도 허리를 쳐댔다. 정신을 잃은 여인의 안는 맛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 푹퍽푹퍽. 푹퍽푹퍽. 푹퍽푹퍽. 한참 동안 이어지는 잔인한 허리 움직임이 서서히 느려지고 있었다. 어느덧 애물에서 절정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었던 탓이다. 그는 축 늘어져서 침까지 흘려대고 있는 수잔을 우악스럽게 껴안고는 허리를 최대한 앞으로 밀었다. 그리고 그 안 깊숙한 곳에 있는 작은 옹담샘 속에 끝을 맞추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윽고 범석과 수잔의 접합 면에서는 붉은 기운을 머금은 백탁의 액체가 쭉쭉 밀려 나오더니 침대 아래로 줄기를 이루며 떨어져 내렸다. ‘캬아~ 좋다.’ 방출의 쾌감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범석이 수잔을 내려놓았다. 좀 더 즐기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에스더를 더는 기다리게 할 수 없었다. 흥분으로 축축이 젖은 그녀의 음부가, 자신의 침범을 간절히 바라는 듯 보였다. 11/13 쪽 “많이 기다렸지.” 나긋한 그의 음성에 에스더가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애정이 마음속에서 들끓어 올랐지만,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심정을 말로 장황하게 설명하는 일을 포기하고, 그대로 범석의 품에 안기며 짧게 대답했다. “이사장님. 제발 제 남자가 되어 주세요.” “당연히 그래야지.” 범석이 에스더를 데리고 침대 아래로 내려와 진한 키스와 함께 간결한 동작으로 부드러운 살결에 애무를 가하기 시작했다. 수잔과 달리 그녀는 섬세하니, 조심스럽게 다룰 필요가 있었던 탓이다. 그는 에스더를 바닥에 쓰러뜨리고는 서로 부둥켜안은 채 방 안을 누비며 진한 탐닉의 시간을 가졌다. “으읍. 읍. 읍.” 애정으로 충만감을 느낀 에스더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범석의 손길이 자신의 신체를 누비고 다니자, 흥분으로 심장이 요란하게 요동쳤다. 이것이 사내에게 안겼을 때의 느낌이라는 사실에 그녀는 진한 행복감을 느꼈다. 여성이 남자에게 이토록 진한 사랑을 받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녀는 고운 손을 오므려 커다랗게 발기된 그의 애물을 붙잡고 마찰을 가했다. 수잔과의 행위로 진득한 오물이 묻어 있었지만, 12/13 쪽 범석을 위한다는 충실감으로 개의치 않았다.============================ 작품 후기 ============================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범석을 위한다는 충실감으로 개의치 않았다.============================ 작품 후기 ============================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범석을 위한다는 충실감으로 개의치 않았다.============================ 작품 후기 ============================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 -- 춘계 시즌을 대비하다 -- > 흥분에 휩싸인 에스더가 범석의 애물을 음부에 가져다 대고는 두 허벅지로 정성스럽게 비벼댔다. 붉게 물들고 혈관이 툭 튀어나와 그다지 볼품은 없지만, 그의 신체 일부라고 생각하니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후후. 우리 에스더 몸매가 죽이는 데.’ 범석의 손길이 그녀의 가슴을 스치며 작게 솟아있는 탄력 있는 두 살덩어리를 매만졌다. 한쪽 팔로 모두 감싸질 정도의 마른 몸매와 작은 가슴. 그가 최상으로 쳐주는 여인의 신체였다. 가녀린 몸에서 나오는 교태와 몸부림이 성적 흥분감을 더욱 배가시켜주기 때문이다. 범석은 허리가 동강이 날세라 꽉 껴안으며 에스더의 여체를 감상했다. “춥. 줍. 흡.” 열정적인 키스와 애무가 서로의 몸을 달아오르게 하고 있었다. 이미 에스더의 꽃봉오리에는 길게 이어지는 투명한 꿀물이 허벅지를 지나 바닥까지 흐르고 있었다. 꽤 많은 양으로 이쯤이면 안아도 별 무리가 없을 듯 보였다. 입을 살짝 뗀 범석이 에스더의 금발을 쓰다듬으며 말했다.회1/13 쪽 “에스더. 우리 시작할까?” 지그시 눈을 감은 에스더가 살며시 두 다리를 벌렸다. “네. 저는 언제든지 이사장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요.” “후후. 그래.” 범석이 애정 어린 그녀의 표현에 방긋 미소로 화답하더니, 살며시 그 위로 올라탔다.이에 에스더가 가녀린 두 다리를 과감히 벌리더니, 그의 허리를 둘러쌌다. 낯뜨거운 행위라 할 수 있었지만, 취기와 애정의 열기에 휩싸인 그녀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 눈치였다. 에스더는 이미 한 사내를 간절히 갈구하는 음녀로 변모한 지 오래였다. 그녀가 두 팔을 범석을 향해 쭉 뻗어 뒷덜미를 휘감았다. “이사장님. 제발 제 남자가 되어 주세요.” “그럼 당연히 내 여자로 만들어야지. 언제나 너를 볼 때마다 오늘을 연상하고는 했다.” 그가 작게 피어난 에스더의 꽃봉오리에 애물을 가져다 대고는 쓱쓱 문질러 비벼댔다. 기대감에 가득 찬 표정을 한 그녀가 몸을 파르르 떨며, 가쁜 호흡을 내쉬었다. 초야의 아픔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긴장됐지만, 범석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감내2/13 쪽 하리라 생각됐다. 그리고 조금 전 수잔이 열정에 겨워 기절하는 장면을 본 터라, 통증은 그다지 심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잔은 단지 고통을 즐기는 이상성애자일 뿐이라 평범한 여성인 에스더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곧 범석이 거물이 작디작은 균열을 꿰뚫고 침입해 들어오자 눈이 툭 불거져 나올 정도로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입구가 더는 확장되지 못할 정도로 팽배하게 침입해오는 느낌에 상당한 통증을 받았던 탓이다. “아악!!” 기어이 파고드는 거물이 여린 에스더의 처녀지를 쭉 늘리며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찔끔 눈물을 흘린 그녀가 범석의 몸을 부둥켜안고 인내의 안간힘을 써댔다. 하지만, 절대 피하거나 움츠리는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아픔으로 말미암아 연모하는 사내의 여자가 될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사이, 툭 하는 느낌과 함께 에스더의 처녀지가 파괴되었다. 주르륵 흘러나오는 핏물이 자신의 힙을 타고 흘러내리는 느낌을 받은 그녀가 물기가 맺힌 시선으로 범석을 바라봤다. “이, 이제. 제가 이사장님의 여인이 된 거죠?” 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이제 넌 평생 나를 기억해야 할 거다. 소중한 네 처녀성을 가져간 남자니까.”3/13 쪽 “그리고 평생 함께할 남편이고요.” 대범한 그녀의 주장에 범석이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남편을 얻는 일은 이 세계 여인에게는 사치였지만, 그에게만큼은 예외였다. 현실과 달리 몇 명의 아내를 둬도 상관없는 세상이니, 전혀 꺼릴 필요가 없었다. “그래. 네가 원한다면 언젠가는 남편이 아니라 그 이상도 되어주마.” 감격에 겨운 에스더가 그를 확 껴안았다. 인간 여성으로 태어나 남성에게 처녀성을 바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인데, 결혼까지 할 수 있다고 한단다? 이만한 축복도 흔치 않았다. 하지만, 하나를 이루면 또 하나의 욕심이 생기다는 것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이었다. “그럼 아이도 낳게 해주세요.” “당연히 낳아야지. 아니 평생 애만 낳도록 해주마. 후후후. 그러니 언제든 내가 원하면 안겨야 한다.” “물론이에요. 전 언제나 이사장님만 바라보며 살 것이에요.” 살며시 에스더의 볼에 키스한 범석이 허리를 천천히 밀어 계곡의 바닥까지 애물을 침몰시켰다. 뿌리 쪽 부분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이만 관통작업을 마치기로 했다. 일부러 구겨 넣어 그녀에게 큰 고통을 안겨줄 필요가 없었던 탓이다. 에스더는 엄연히 4/13 쪽수잔과 달랐다. “그럼 에스더 시작한다.” “네. 어서 저에게 이사장님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세요.” 범석이 천천히. 그리고 느린 동작으로 반복작업을 시작했다. 최대한 배려를 하고 있었지만, 이제 갓 여성으로 태어난 에스더에게는 버거운 아픔이 전해졌다. 찢어질 것 같은 계곡의 입구에서 그의 애물이 마찰을 일으킨 때마다 허리를 활처럼 휘며 경직시키고 있었다. 푹퍽. 푹퍽. 푹. 퍽. “괜찮아?” “아윽! 네. 괜, 괜찮아요. 상관하지 마세요. 마음껏 저를 안아 주세요. 아악!” 힘들어하는 표정을 보니, 범석이 쉽사리 허리의 속도를 높이지 못했다. 그녀는 갓즈나이츠의 발전에 큰 일익을 담당해야 하는 여인이니, 소중히 다룰 필요가 있었다. 흥분에 못 이겨 작살을 내버리면, 막상 지금 진행 중인 헤스티아의 영입 건이 크게 차질을 빚었다. 당연히 다정다감한 행위로 후유증을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뭐. 잘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5/13 쪽 “아니. 너는 내 소중한 여인이니, 함부로 대할 수 없어.” 에스더가 촉촉한 눈망울을 하고 그를 쳐다봤다. 속마음이야 어떻고 간에 소중하다는 말을 들었으니, 감동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지금의 심정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몰라, 그저 포근히 범석에게 안겨갔다. “아윽! 이사장님. 이제 저는 이사장님만을 바라보며 살 것이에요.” 그가 에스더의 목덜미와 눈까지 이어지는 선을 혀로 핥으며 애정을 표시했다. 그리고 허리의 기어를 약간 높이며, 신선한 옥죔이 가미되는 여인의 동굴을 개척해나갔다. 푹퍽. 푹퍽. 푹퍽. 부드러운 선율의 교접음이 실내 안을 퍼져 나갔다. 아주 조심스러운 피스톤 작업이라, 에스더는 별 무리 없이 범석의 욕구를 자신의 여체로 받아낼 수 있었다. 그래도 통증이 전혀 없지는 않았는지 간혹 몸을 움찔거리고 있었다. 이에 그가 한쪽 손으로 에스더의 작게 솟아나온 음핵을 살살 문지르며 애무를 선사했다. ‘확실히 처녀는 조이는 맛이 있어서 좋아.’6/13 쪽 과격한 행위를 이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심상치 않은 압박감으로 애물로 꽤 좋은 느낌이 전해지고 있었다. 좁은 입구뿐만이 아니라, 내부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살결의 자연스러운 조임은 깊은 감동을 자아내게 하고 있었다. 아무리 능숙한 창녀라도 이런 느낌을 전해주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그는 에스더의 수줍은 처녀성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아직도 아파?” “아윽! 아, 아뇨. 전 괜찮아요.” 거짓말이었다. 범석의 애물이 안으로 파고들 때마다 에스더는 괴롭다는 듯이 힙을 들썩거리고 있었다. 이를 모를 리가 없었지만, 그가 허리의 움직임을 높이며 진한 육음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병에 걸린 병아리처럼 파르르 떠는 에스더의 여체를 보자, 음욕이 뿜어져 나왔던 탓이다. 푹퍽. 푹퍽푹퍽. 푹퍽. “미안. 에스더.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도저히 못 참겠어. 좀 힘들겠지만 참아.” 요란하게 흔들리는 범석의 허리동작과 아울러 그녀의 표정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과격한 행위로, 내부가 진창이 되어가는 듯 통증이 밀려들었7/13 쪽 던 탓이다. 하지만, 결코 그를 원망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그렇게 달콤하게 들려올 수가 없었다. 이 아픔은 단지 연모하는 사내에게 주는 선물의 대가일 뿐이었다. “아악!! 이사장님! 전 괜찮으니 마음껏 즐겨주세요! 아윽!” 터져 나오는 에스더의 외침 속에 애절한 갈망이 묻어나고 있었다. 행위의 즐거움은 아니었지만, 그를 넘어서는 행복감의 표출이었다. 애정 어린 범석의 속삭임이 그녀를 감동하게 했던 모양이었다. 푹퍽. 푹퍽푹퍽. 푹퍽. 고통의 신호가 그녀의 뇌리를 휘어 감쌌다. 갓 여문 청조한 꽃봉오리는 범석의 과도한 움직임에 피폐해져 갔고, 이리저리 밀리는 초야의 살점에서 비롯된 여러 갈래의 진한 핏줄기가 고운 힙을 타고 방바닥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에스더는 더 나아가 그의 행위에 발맞추어 허리를 흔들며 기묘한 마찰력을 선사하고 있었다. 자신을 침범하는 사내가 너무도 사랑스러워 이깟 아픔에 개의치 않은 것이다. 에스더는 고통과 함께 스며오는 그의 애정이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었다. ‘아. 이사장님…….’8/13 쪽 에스더가 가늘게 뜬 눈으로 자신을 유린하는 사내를 바라봤다. 허리를 흔드는 그의 모습에서는 진한 흥겨움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자신의 몸이 범석에게 크나큰 즐거움이 된다는 사실에 그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아윽. 이, 이사장님. 너무 행복해요. 오늘이 평생토록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하윽!!” “후후. 그래. 네 말대로 이루어질 거다. 넌 내 영원한 반려자니까.” 그 말에 에스더가 붕 날아가는 듯한 감각을 받았다. 그리고 이 느낌은 지금껏 그녀의 몸을 지배하고 있던 통증을 서서히 가라앉더니, 미세한 향취를 선사하기 시작했다. 흥분으로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고, 신체는 원인 모를 열기가 뿜어져 나와 호흡을 힘들게 했다. 볼은 홍조를 띠었고, 정신은 혼미해져 가는지 눈이 살짝 풀렸다. “으윽. 이, 이사장님. 이, 이상한 느낌이 와요. 아아!!” 그녀가 남녀 간의 운우지정을 느껴가고 있다고 생각한 범석이 부드러운 동작으로 허리를 흔들었다. 덕분에 거칠었던 행위는 잠잠해졌고, 직선적인 움직임은 운율을 타듯 탄력적으로 변해갔다. 푹퍽. 푹퍽. 푹퍽푹퍽. 잠시 후. 에스더는 그의 기교로 말미암아 진한 여운을 온몸을 만끽할 수 있었다. 사9/13 쪽 시나무처럼 떨리던 신체는 잔잔한 물결을 연상하듯 흐느적거렸고, 통증으로 찌푸려 있던 미간은 황홀감을 표출하고 있었다. 음부에서 새어나오던 진한 핏물은 알 수 없는 투명하고 끈끈한 액체와 결합 되어 그 색을 바라고 있었고, 그 고운 피부에는 애정의 열기에서 비롯된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갔다. “에스더 어때 느낌이?” 흐린 초점으로 흰자위를 한껏 드러낸 비너스가 애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아아!! 이사장님. 너무 좋아요. 아앙! 제 몸이 어떻게 된 것 같아요. 하아앙!! 아앙!!” 절정을 표시하는 에스더로 범석이 다시금 허리를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충분히 기교가 가미된 동작이었기에 그녀의 음부에서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듣기 좋은 선율이 이어지고 있었다. 마치 나비가 춤을 추며 꿀물을 뽑아내는 모습이랄까? 그는 지금껏 쌓아온 경륜을 모두 발휘해 에스더의 몸을 공략해 나가고 있었다. 푹푹퍽퍽. 푹퍽푹퍽. “아앙!! 아아!! 아아!! 아흥!!”10/13 쪽 에스더는 더는 대답하지 못할 정도로 깊은 열락의 세계 속에 빠져들었다. 아픔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뇌리 속을 잠식해 들어오는 진한 절정에 느낌에 전혀 상관없는 감각이 되어 버렸다. 그녀는 몽롱해져 가는 정신을 간신히 추스르고는 범석을 향해 힘없이 손을 뻗었다. 진정으로 받고 싶은 선물이 있었던 탓이다. “아아!! 이사장! 제발 제 몸속에 이사장님의 씨앗을 뿌려주세요!!” 범석이 서서히 정신을 잃어가는 그녀를 향해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외부방출? 피임도구 착용과 마찬가지로 그가 꺼리는 행위 중의 하나였다. 짜릿한 질내사정 감과 맞바꿀 만한 방출형태는 이 세상에 그 어디에도 없었다. 뭐 아이가 태어날 공산이 컸지만, 충분히 건사할 능력이 있으니 상관하지 않았다. “후후. 에스더 아까 너에게 말했잖아. 평생을 애만 낳게 해준다고. 그러니 염려하지 마.” 그는 곧이어 열정적으로 엉덩이를 흔들며 마찰을 극대화 시켰다. 에스더의 정신이 혼미해 있으니 시간이 없었다. 호감도 작업을 위해 정신이 있을 때 원하는 대로 자신의 씨앗을 뿌려줘야만 했다. 이내 하체에서 피어오르는 찌릿한 방출 욕구에 범석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녀의 깨끗한 처녀지는 자신의 욕정의 산물로 더럽힐 생각을 하니 정복감에 충만해졌다. 그는 힘없이 늘어지는 에스더를 확 끌어안고는 책상다리로 앉은 무릎 위로 올11/13 쪽 려놓았다.이에 그녀가 입을 범석의 귓가에 가져다 대고는 희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사장님. 이제 주시는 건가요?” “그래.” 짧게 대단한 그가 에스더의 몸 안을 깊숙하게 관통하고 있던 애물의 뚝을 과감히 터뜨려버렸다. 이내 물결 치는 뜨거운 감각이 그녀의 처녀지를 휩쓸고 지나다 못해, 압력에 못 이겨 붉은 핏물과 함께 교접면 사이로 삐죽삐죽 새어나왔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 에스더가 기쁨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몸으로 범석의 신체를 비벼댔다. 간절히 바라는 선물을 받았기는 했지만, 좀 더 그의 많은 부분을 받아들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사장님. 저희 이대로 잠들어요. 내일 아침에 이사장님의 품 안에서 눈을 뜨고 싶어요. 그래서 오늘의 기쁨이 결코 꿈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고 싶어요.” 피식 웃은 범석이 여전히 애물이 꽂혀 있는 채로 침대 위로 올라섰다. 오물로 몸이 흠뻑 젖어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하루 정도 목욕을 하지 않아도 죽지 않으니, 그녀의 소원대로 오늘의 흔적은 내일까지 남겨놓으려는 것이다. 그는 곧 정신을 잃고 있는 수잔의 옆에 눕고는 에스더를 품에 안고 깊은 애정의 눈길로 쳐다봤다. 한참 동안 이어지는 직시 속에 그녀가 가물가물해지는 의식을 참지 못했는지 먼저 12/13 쪽눈을 감았다. 취기와 애정의 행위로 말미암은 피곤함이 뇌리를 잠식했던 탓이다. 이에 범석도 뒤따라 깊은 잠을 청하며 내일로 향하는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작품 후기 ============================ 오늘 경기는 SK가 삼성을 2:1로 이겼네요. 휴~ 무슨 축구경기도 아니고......... 2점만 넣으면 이기니......... 축구도 2골이면 불안해서 감독이 좌불안석인데....... SK랑 삼성 투수진들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ㅋㅋㅋ 아무래도 내년도도 양팀이 가을 시즌 2자리는 맡아놓은 것 같습니다. 휴 이놈의 LG 크윽. 그럼 모두들 즐거운 주말 맞이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만 넣으면 이기니......... 축구도 2골이면 불안해서 감독이 좌불안석인데....... SK랑 삼성 투수진들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ㅋㅋㅋ 아무래도 내년도도 양팀이 가을 시즌 2자리는 맡아놓은 것 같습니다. 휴 이놈의 LG 크윽. 그럼 모두들 즐거운 주말 맞이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 -- 춘계 시즌을 대비하다 -- > 늦은 아침. 창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강한 햇살에 범석이 슬며시 눈을 떴다. 그의 품에는 에스더가 안겨 새근새근 잠이 들어 있었는데, 하체로 그녀의 촉촉한 음부 속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오고 있었다. 밤새 삽입한 상태에서 잠을 청했던 것이다. 나신으로 이불을 덮고 있던 에스더의 모습에 음욕이 솟은 범석이 애물을 서서히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리를 흔들 찰라. 뒤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살며시 돌렸다. ‘뭐. 뭐야?’ 놀란 듯 범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름이 아니라 수잔이 침대맡 벽에 등을 기댄 자세로 앉은 채로 상체를 푹 숙여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었던 탓이다. 잠을 자는 자세가 분명히 아니었으니 깨어 있음이 확실했다. 그가 슬그머니 에스더의 음부에서 애물을 뽑아내고는 상체를 일으켰다. “수잔씨. 괜찮아요?”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계속 얼굴을 들지 않았다. 움찔하는 반응이 있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들은 듯 보였는데, 이리 묵묵히 있으니 불안하기 그지없었다.회1/12 쪽 ‘이런. 3P 플레이의 저주가 오는가 보군. 젠장 할.’ 호감도가 극에 다다르지 못한 상태에서 두 인간 여인을 동시에 안는 행위는 큰 무리가 뒤따를 수 있었다. 해당 여성에게 있어서 상당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기에, 호감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당사자인 수잔이 자신을 떠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일은 그녀가 자처한 일이었다. 비록 술기운을 빌리고 자신이 극구 거절하지 않은 면이 있지만, 일차적인 문제는 수잔에게 있었다. 뻔뻔한 얼굴을 한 범석이 수잔의 옆으로 앉아 어깨 위로 팔을 슬그머니 올렸다. “수잔씨. 어제 무척 즐거웠습니다.” 수잔이 순간 그의 팔을 딱하고 쳤다. “비켜욧!” 냉랭한 반응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범석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이거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 듯 보였다. 그때 에스더가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깨어버린 모양이었다. 범석은 그녀 또한 수잔과 비슷한 반응을 보일까 두려워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2/12 쪽 “이사장님. 일어나셨어요.” 밝은 표정으로 다가오는 에스더에, 그가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아. 에스더 일어났네.” 그녀가 범석의 품에 꼭 안기더니 입을 살짝 내밀었다. 모닝 키스를 원하고 있던 것이다. 그는 수잔의 눈치를 살피고는 살짝 입을 맞추었다. “다. 나가!” 거칠게 쏘아붙이는 수잔. 에스더가 눈을 흘기며 쏘아봤다. “언니. 왜 이래요!” 수잔이 고개를 쳐들더니, 수라와 같은 표정으로 고성을 내질렀다. “어젯밤 일을 몰라서 물어!” “당연히 알죠. 왜 몰라요. 빤히 알면서 언니야말로 왜 이러는데요!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언니가 화를 낼 일이 아니잖아요!”3/12 쪽 수잔이 할 말이 없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어제 일이 또렷하게 기억이 나고 있던 터라, 자신이 어떤 잘못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술만 취해 자주 사고를 쳤는데, 미치는 일은 다음 날 아침 추호의 남김이 없이 모두 기억이 난다는 것이다. 덕분에 범석의 품에 안겨 갖은 교성을 내지르는 자신의 모습이 뇌리 속에 똑똑히 각인되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네가 말렸어야 할 것 아니야!” “뭐. 언제 언니가 말린다고 들어먹었어요! 그리고 솔직히 어젯밤 언니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곤란한 줄이나 알아요! 이상한 말을 꺼내서 자칫 이사장님과 헤어질 뻔했다고요! 정작 화를 내야 할 사람은 언니가 아니라 바로 나에욧!” 수잔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확실히 어제 자신이 에스더에게 너무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애정을 나누는 두 연인의 앞에서 그녀의 추문을 여지없이 밝혔으니, 참으로 못할 짓을 했다. 그것도 자신의 주정으로 벌어진 음탕한 사건을 말이다. “알았어. 미안해. 그런데 부탁인데 이사장님과 함께 나가 있어 줘. 잠시 생각할 것이 있어서 그래.” “뭘. 나가요. 여기는 제 방인데요.” “알아! 그런데 언니가 부탁하는데 그것 하나 못 들어줘!” 이쯤 되자 범석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거 자칫 잘못하다가는 싸움이 크게 번져 의4/12 쪽 가 상할 수 있다고 생각됐다. “자, 잠깐. 수잔씨 우리 이성적으로 생각합시다.” “뭘 이성적으로 생각해요!” 그를 바라보는 수잔의 눈초리가 유난히 날카로웠다. 개조인간에다 검투사까지 하는 자가, 자신을 뿌리치지 않고 처녀성을 앗아갔다는 사실에 분기를 느끼고 있었던 탓이다. 범석이 자제만 했어도, 오늘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게 아니라……. 너무 감정적으로 흘러가니, 잠시 차분히 대화를 나누자는 겁니다.” “그렇게 차분하신 분이 어젯밤에 그런 일을 벌인 거죠! 왜 저를 안았느냐고요!” 뻘쭘한 범석이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내며 말했다. “그, 그게 수잔씨가 하도 원하기에, 진심으로 알아서 그랬습니다. 오늘 이렇게 화를 낼 줄 짐작했다면 결코, 어제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하여간 말을 잘하는 그였다. 입술을 잘끈 깨문 수잔이 자리를 벌떡 일어나 침대를 내려가더니, 방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옷가지를 주섬주섬 주웠다. 그리고 팬티를 입으려는 찰라 음부에서 흘러나오는 핑크빛의 진액을 보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어젯밤 5/12 쪽 범석과 나눈 정사가 기억났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는 흥분으로 갖은 교성을 내질러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참으로 민망해 얼굴을 들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곧장 옷을 챙겨 입고 문밖을 뛰쳐나갔다. ‘어떻게 한다. 이거 큰일인데.’ 단단히 노기를 표시하고 뛰쳐나간 수잔으로 범석은 크게 우려를 표했다. 그녀는 팀닥터일 뿐만 아니라, 새로 건립한 의료법인의 원장이었다. 사표라도 던지는 날이면 그로서는 무척 곤란했다. 게다가 능력도 좋아, 그만한 의사를 새로 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하지만, 막상 벌어진 일이니 그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은 어떻게든 수잔을 다독여 팀에 남도록 해야만 했다. 그러면 언제고 호감도를 올려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긴 한숨을 내쉰 범석이 에스더의 손을 맞잡고 욕실로 향했다. 수잔에 대한 걱정으로 여인을 안은 마음이 싹 사라졌으니, 씻고 오늘의 일과를 시작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이 어디를 가지 않았다. 서로의 몸을 씻겨주는 사이, 음욕이 솟아났던 그가 에스더를 욕실 바닥에 눕히고 바로 떡을 치기 시작했다. 그 일이 있었던 후 며칠이 지났다. 범석은 헤스티아의 영입 건으로 무척 바쁜 나날이 보내는 중이었다. 미를리의 이적은 중견의 전력 부족으로 다가왔고, 그 대안으로 가장 효율적인 영입이 바로 그녀였다. 비록 파이어 라이언즈팀이 센트럴리그에 소속되6/12 쪽어 있던 탓에 단지 2군 팀에서 뛰고는 있지만, 에어리어리그로 온다면 수준급 팀에서 에이스로서 활약할 만큼 발군의 실력을 보유한 검투사였다. 분명히 팀 전력을 크게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리라 예상되었다. 다만, 한 가지 갑갑한 사실은 자신이 절대 전면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가 책상 앞에 서 있는 에스더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그래. 헤스티아의 영입은 어떻게 되어가지?” “네. 지금 렉스터경감님이 제시한 금액은 2,400만 크랑인데 반해 파이어 라이온즈 팀에서는 2,800만 크랑을 부르고 있어요.” “400만 크랑이나 차이를 보이는군. 그래 경쟁하는 메사 컴벳즈의 제시 금액은 어때?” 전자서류를 한 장 넘긴 에스더가 대답했다. “확실치는 않지만, 최근에 언론에 발표된 내용에 의하면 2,200만 크랑이라고 했어요.” “그럼 우리가 제시한 금액보다 200만 크랑이 떨어진다는 얘기인데……. 그 정도 차이면 우리에게 올 가능성이 무척 많겠어.” “네 물론이에요. 게다가 메사 컴펫즈는 제시한 금액 일부를 옵션화 시켰어요. 약 500만 크랑 정도인데, 헤스티아가 시즌 10경기를 뛰게 된다면 주기로 했죠.”7/12 쪽 그럼 더욱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 파이어 라이온즈 팀은 새로운 검투사의 영입을 위해, 급전이 필요한 상태였다. 그래서 유망주인 헤스티아를 팔고 있는데, 여기에 500만 크랑을 옵션으로 제시해 버리면 그들로서는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이적 후 당장에 들어오는 돈이 고작 1,700만 크랑이니, 헤스티아를 파는 의미가 많이 희석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암만 봐도 헤스티아쪽으로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었어. 내가 파이어 라이온즈팀이라고 해도 메사 컴벳즈의 그런 제의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으니까.” “네. 그리고 파이어 라이온즈팀이 구체적인 영입 협상 사실을 언론에 미리 알린 일로 크게 화를 내며 메사 컴벳즈에 대한 협상 창구를 닫아놓고 있는 상태에요. 이를 봤을 때 저희와 이적협상을 맺을 가능성이 무척 커졌다고 볼 수 있어요.” 범석이 피식하고 웃었다. “후후. 하긴 덕분에 우리와의 협상에서 손해를 보게 되었으니 당연히 화를 낼만하겠지. 경쟁자의 제시 가격을 우리가 알았으니, 좀 곤란하겠어?” “네. 그렇죠.” “좋아. 그럼 우리 쪽에서 제시가를 2,500만 크랑을 올려 이번 협상을 단숨에 끝내는 것이 어때?” 에스더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반대를 표시했다.8/12 쪽 “아니에요. 저희는 이대로 기다리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그래? 이유는?” “며칠 후면 이적 마감 시간이 도래하니, 파이어 라이온즈팀은 안달이 낼 것이에요. 이른 시간 내에 자금을 장만해 검투사를 보강해야 하는데, 마땅한 자금공급원이 바로 우리밖에 없어요. 그러니 저희가 먼저 안달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돼요.” “하지만, 이적 마감 시간은 우리에게도 적용돼. 자칫 늦어 헤스티아를 영입해 오지 못한다면 춘계 시즌이 힘들어져.” “그렇기는 하지만, 저희 팀은 현재 리그 내 9승 3무 7패로 7위를 달리고 있어요. 지금의 팀원으로 춘계 시즌을 시작해도 강등될 염려가 없다는 뜻이죠. 반면 파이어 라이온즈팀은 해당 리그에서 15위로 랭크되어 있는데, 강등권인 18위 팀과는 겨우 승점 2점 차이에요. 이번 이적기간 동안 쓸만한 검투사를 영입해 팀 전력을 보강하지 못하면 자칫 강등될 위험이 있다는 얘기에요. 급한 불이 저들 발등에 떨어졌는데, 저희가 서두를 이유는 없다고 생각돼요.” 양손을 깍지 낀 범석이 장고의 고민에 들어갔다. 과연 에스더에 말대로 기다리는 편이 좋겠는지, 아니면 좀 더 돈을 들여서라도 헤스티아를 확실히 영입해야 하는지를 선택하기 위해서였다. 헤스티아. 범석이 볼 때 참으로 탐을 날 만한 물건이었다. 성장성도 제법 높은 데다가 검술 실력도 뛰어나 지금은 물론 나중까지 크게 활용가치가 있었다. 2,400만 크랑에 100만 크랑을 더하더라도 충분히 구매할 만한 수준은 되었다. 하지만, 에스더의 9/12 쪽 의견도 틀리지는 않았다. 100만 크랑이 무슨 얘들 껌 값도 아니고, 허투루 쓸 수는 없었다. 게다가 파이어 라이온즈팀이 원하는 가격은 2,800만 크랑으로 서로 400만 크랑의 갭이 있었다. 지금 자신이 안달을 내 협상 가격을 올렸다가는 그들이 사태를 오인하고, 더 많은 몸값을 받으려 버틸지도 몰랐다. 따르릉. 따르릉. 한참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갈등하는 사이, 범석의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인터폰에서 벨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그는 잠시 잠념을 멈추고, 기기를 조작해 통신화면을 띄웠다. 화면 속에는 삐쩍 마른 몸에 적발의 사내가 접대성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디서 언뜻 본 자 같았지만, 기억이 잘 나지는 않던 범석이 질문을 던졌다. “네 오범석입니다. 누구십니까?” - 안녕하십니까? 파이어 라이온즈의 트레이드 담당자인 이단이라고 합니다. 혹시 기억하고 계십니까? 올 시즌 전에 헤스티아의 이적 건으로 뵙지 않았습니까? 범석이 눈알을 도르르 굴렸다. 갑작스럽게 파이어 라이온즈에서 연락을 해오니 당혹스러웠던 탓이다. 지금 헤스티아의 영입을 블루 버드팀의 렉스터경감에게 맡겨놓았기 때문에, 자신은 저들 팀과 직접적으로 대화할 내용이 없었다.10/12 쪽 “흐음. 아. 네. 반갑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 다름이 아니라 긴히 뵙고 대화할 내용이 있어서 그럽니다. 범석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글쎄요. 뭐 대화를 나누는 일이야 어렵지 않지만,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뵙자는 겁니까?” - 혹시나 아직 헤스티아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여쭤보려는 겁니다. 그 말에 범석이 심장이 덜컹 내리는 앉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의 문의로 모든 계획이 완전히 뒤죽박죽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현재 범석은 렉스터를 통해 헤스티아를 영입할 방침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블루 버드팀에서 그녀를 영입한 다음 다시 갓즈나이츠로 재영입을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지금 헤스티아의 소속팀인 파이어 라이온즈에서 자신에게 영입 문의를 해왔다. 여기서 거절을 하고 계획대로 밀고 나간다면 큰 문젯거리가 발생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하지? 여기서 거절했다가 며칠 후 블루버드 팀에서 헤스티아를 홀라당 데리고 오면 저들이 미심쩍은 눈으로 우리를 바라볼 텐데.’ 그렇다면 역시나 긍정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전에 자신이 저들과 벌인 협상에서 헤스티아의 몸값을 3,000만 크랑까지 불렀다는 것이다. 만약 파이어 라11/12 쪽 이온즈에서 이 금액을 목표하고 연락을 취했다면 난감한 사태가 발생하였다. “네. 관심은 무척 갑니다만…….” - 오? 그렇습니까? 그럼 조만간 한 번 뵙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 보시죠. 그때 에스더가 급히 옆에서 배경음향을 넣었다. “이사장님. 저희 팀은 얼마 전에 거금을 투입해 아겔리아를 영입했잖아요. 헤스티아를 데려오기에는 좀 자금이 모자라요.” 적절한 시기의 적절한 도움이었다. 이로써 범석은 3,000만 크랑을 그대로 제시할 필요가 없었다. 아겔리아의 영입이라는 사건으로 현재 갓즈나이츠팀은 헤스티아를 전에 제시한 가격으로 지급할 능력이 없는 상태로 변모했다. 살며시 미소를 지어 에스더에게 감사를 표시한 범석이 화면 속의 이단을 바라봤다.============================ 작품 후기 ============================휴. 정말 오늘은 볼만한 거리가 많았습니다. 맨유와 에버튼경기. 아스날과 첼시 경기. 그리고 SK와 삼성. 하마타면 못 올릴 빤했네요. ㅎㅎㅎㅎㅎ. 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 되시고요. 전 내일 또다시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작품 후기 ============================휴. 정말 오늘은 볼만한 거리가 많았습니다. 맨유와 에버튼경기. 아스날과 첼시 경기. 그리고 SK와 삼성. 하마타면 못 올릴 빤했네요. ㅎㅎㅎㅎㅎ. 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 되시고요. 전 내일 또다시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 춘계 시즌을 대비하다 -- > “사실. 저희 팀은 거금을 주고 아겔리아라는 검투사를 한 명 영입했습니다. 그래서 헤스티아를 구매할 비용이 모자랍니다.” 어두운 안색을 한 이단이 입을 열었다. - 그럼 헤스티아에 대한 영입을 진행할 수 없다는 말입니까? “아뇨. 영입할 마음은 있습니다. 다만, 자금 사정으로 전에 제시한 몸값으로는 영입이 불가능합니다.” 희망이 엿보이자 이단이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대며 말했다. - 얼마 정도면 트레이드를 진행하시겠습니까? “흐음. 딱히 얼마 정도라고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2,000만 크랑 대 초반쯤으로 예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 이상이면 저희로서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 정도면 블루 버드팀에서 제시한 금액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경쟁팀이 많으면 그만큼 검투사 몸값의 상승을 가져오니, 갓즈나이츠와도 트레이드를 진행해도 나쁘지 않으리라 보였다.회1/13 쪽 - 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내일 한 번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시간이 나십니까? “물론입니다. 근래에 바쁜 일이 없어서 충분히 시간을 낼 수가 있습니다.” 이단이 잠시 시간을 살피더니, 바로 말했다. - 혹시 오늘 오후에 시간이 되십니까? 이적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저희로서는 최대한 빨리 일을 진행해 나가고 싶습니다. “네. 됩니다. 지금 서둘러 준비하고 가면 한 3시쯤 되겠군요.” - 잘됐군요. 그럼 그때 한 번 뵙기로 하시죠. “네. 그럼. 3시에 뵙기로 하겠습니다.” 가볍게 목례로 인사한 범석이 통신을 끊었다. 그리고 앞에 서 있는 에스더를 바라보며 자문을 구했다. “에스더. 이거 난감하게 됐는데. 아무래도 파이어 라이언스에서 거래처를 다변화할 의향인 모양이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에스더가 생각해 둔 바가 있는지 바로 대답했다. “지금 상황은 나쁘다고만 볼 수 없어요. 잘만 생각해보면 아주 호기라고 볼 수 있2/13 쪽 죠.” “아니 왜?” “우리가 영입의사를 밝힌 이상. 블루 버드팀에서 헤스티아를 재영입 해온다고 하더라도, 문제 생길 일은 없어요. 원하는 검투사였기에, 약간 웃돈을 얹어주고 다시 데려왔다고 우기면 되니까요. 게다가 저희는 이중으로 거래를 트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영입할 가능성이 커지게 될 뿐만 아니라, 양쪽에 거래정보를 파악할 수 있기에 협상에도 유리한 고지를 밟게 돼요. 파이어 라이언스의 의도를 그만큼 쉽게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죠.” “하지만, 파이어 라이언스에서 지금 우리에게 문의를 넣은 것처럼 다른 팀에게도 연락해 영입을 진행해 나갈 수 있잖아. 그럼 자칫 헤스티아를 빼앗길 수 있다고.” 에스더가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었다. “그럴 가능성은 무척 낮아요. 검투사들은 특별히 몸값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거래된다면 바로 그 가격이 몸값이죠. 그런데 문제는 거래 시 먼저 의향을 비춘 쪽이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헤스티아를 좋은 가격에 판매하려는 파이어 라이언스에서는 쉽게 다른 팀에 연락을 넣지 못해요. 지금 문의를 해온 이유는 과거 저희가 높은 가격을 제시한 적이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에요.” 범석이 뿌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동안 열심히 가르친 보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판매하는 쪽에서 특정검투사를 다른 팀에게 제시한다는 사실은 지금 자신들 3/13 쪽 사정이 급하다거나, 해당 검투사가 팀 내에서 필요 없다는 뜻이었다. 어느 쪽이 되었든 사는 쪽에서는 몸값을 크게 낮추게 되었다. 헤스티아를 비싼 값에 넘기고 싶어하는 파이어 라이언스로서는 쉽게 선택할 방법이 아니었다. “좋아. 그럼 네가 생각하는 영입 전략을 말해봐.” “아주. 간단해요. 저희나 블루 버드팀에서 마지노선을 정해놓고, 가격을 동결시키는 것이에요. 물론 우리가 약간 가격을 높게 가져가서 될 수 있으면 헤스티아가 갓즈나이츠 쪽으로 오게 해야겠죠. 차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없어지니까요.” “한 마디로 담합을 하자는 얘기군.” “네. 저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니까요.” 범석이 쉽사리 고개를 주억거렸다. 헤스티아를 블루 버드에서 영입하나 갓즈나이츠에서 영입하나 모두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갔다. 괜히 경쟁을 붙여 손해를 입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담합은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당연하고도 유일한 전략이었다.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럼 나는 준비하고 파이어 라이언스로 갈 테니까. 에스더 너는 렉스터경감님께 연락을 취해 거래가를 계속 동결시키라고 해.” “네. 알겠어요.” 대답을 들은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부터 할 일이 제법 많았기에, 바삐 몸을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범석은 이사장실 한 편에 놓인 옷걸이에서 양복 상의와 외투4/13 쪽 를 껴입은 다음 밖을 나섰다. 범석이 급한 걸음으로 사무실 건물을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문 앞 길가에서 잠시 기다리더니, 무인 전동차가 오자 바로 몸을 실었다. 주차장까지는 거리가 꽤 되기에 빠른 이동을 위해서는 이처럼 차를 이용하는 편이 나았다. 그때 한 여인이 손을 흔들며 급히 달려왔다. 바로 나탈리로 어제 갓즈나이츠로 이사를 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이사장님. 잠시만요! 할 얘기가 있어요!” 무인 전동차의 시동을 끈 범석이 그녀를 쳐다봤다. “무슨 말? 나 지금 바쁘니 간단명료하게 말해.” 바로 앞까지 도착한 나탈리가 길게 심호흡을 하더니 그의 면전에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를 들이댔다. “아무거나 말씀 주시면 돼요.” 그가 날카로운 시선을 나탈리에게 던졌다. 기껏 바쁜 사람 세워놓고 아무 말이나 하란다. 당연히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5/13 쪽 “지금 장난하냐? 용건이 있으면 똑바로 말해.” “용건은 있는데. 제가 특별히 할 얘기는 없는데요.” “그게 무슨 소리야! 용건은 있는데 할 얘기가 없다니! 지금 나 바쁘거든. 이따가 다녀와서 얘기하자.” 범석이 무시하고 무인 전동차를 출발시키려고 하자, 나탈리가 급히 옆좌석으로 뛰어올라 앉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그가 일단 주차장 쪽을 향해 차의 머리를 돌렸다. 이를 본 그녀가 급히 카메라를 올리더니, 질문을 던졌다. “저기. 어디 가시나 보죠?” “으음. 잠시 히스시티에 가.” “히스 시티요? 거기가 어디에 있는데요?” “웰링엄 지역정부 내에 있는 대도시 중 하나야.” 웰링엄 지역정부라면 나탈리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이 제법 맛이 좋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오. 그래요? 와인이라도 사오시게요?” “내가 미쳤냐? 와인을 사러 그 먼 곳까지 가게.” “그럼 무슨 일로 가시는 건가요?”6/13 쪽 “아. 히스시티를 연고로 두고 있는 파이어 라이언스 팀에 가려고.” “왜요?” “뭐긴 검투사 한 명을 영입하려고 하는 거지.” 이에 나탈리가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며 매달려 갔다. “정말이에요! 그럼 저도 같이 가요.” “아니. 네가 왜 따라오는데. 조금 전에 말했잖아. 나는 놀러 가는 게 아니야.” “저도 마찬가지에요. 일하러 가는 것이에요.” “일? 무슨 일?” “방송 프로그램 촬영요.” 뜬금없는 말에 범석이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니 무슨 방송 프로그램을 찍는데 거기를 따라가. 설마 너 이상한 짓거리 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아니에요. 아주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에요.” “글쎄 그게 뭔데!” “갓즈나이츠 24시요. 즉 갓즈나이츠팀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을 시청자들에게 알리는 프로그램이에요.”7/13 쪽 그가 기가 막힌 표정을 하고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아무리 LKS방송이 구멍가게 방송사라고는 하지만 팀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이 외부로 그대로 방영되면 곤란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정작 이번 헤스티아의 트레이드 건이 방송을 타게 된다면, 피닉스 라이언스 팀이 화를 낼 것은 물론, 자칫 하이에나그룹이 영입전선에 뛰어들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극구 말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프로그램이면 당연히 먼저 나에게 알렸어야지!” “헤헤. 그게 어제 자다가 생각났거든요. 그렇지 않아도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아니.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한 건데?” “그야 제가 갓즈나이츠에서 머무르고 있으니, 갓즈나이츠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쉽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잖아요. 그리고 프로 검투팀이 겪는 희로애락을 방영하면 시청자들의 반응도 괜찮을 것 같고요.” 범석이 사정하듯 말했다. “저기. 나탈리. 우리도 우리 나름이 사정이 있거든. 외부에 발설해서는 절대 안 되는 민감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단 말이야. 특히나 오늘 같은 트레이드 건은 거래가 성사되기 전까지는 절대 방송에 내보내서는 안 돼. 이건 상대 팀에 대한 예의야.” “그럼 거래가 종료되고 나서 방송하면 되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거래 장소에 방송인을 데려가면 내 입장이 어떻겠냐?”8/13 쪽 “정체를 숨기면 되잖아요.” “야!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정체를 숨긴다고 숨겨 지냐!” 나탈리가 넉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러네요. 그럼 제가 파이어 라이언스 담당자에게 잘 말해서 양해를 구해볼게요.” 범석이 지끈거리는 이마를 부여잡았다. “잘 말하고 자시고 간에 방송인인 너를 데려가는 자체가 실례란 말이야!” 나탈리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힘없는 모습을 보였다. 아주 괜찮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작부터 반대에 부딪혀 시도도 못 해보게 생겼다. 그녀는 최대한 간절한 표정을 담아 범석을 바라봤다. “정말 안 돼요?” “당연히 안 되지!” 순간 나탈리의 눈가에 투명한 물기가 촉촉이 배어 나왔다. 이를 본 범석이 화들짝 놀라 손을 흔들었다. 여자의 눈물.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수순은 바로 호감도 하락이었9/13 쪽 다. 그녀를 꼭 영입해야 하는 범석으로서는 극구 피해야 할 일이었다. “알았어! 알았어! 협조해 줄게. 단 파이어 라이언스의 담당자가 반대한다면 절대 촬영 금지다! 그리고 앞으로 방영될 우리 팀 관련 프로그램들은 사전에 모두 검열을 받아야 한다. 알았지!” 나탈리의 얼굴이 바로 화사한 웃음꽃이 피었다. “네. 알았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악수를 청하는 그녀에의 손을 맞잡은 범석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다가 자신이 여자들에게 이리 휘둘리는지 한심스러워 보였다. 근래에 얼음장 같은 반응을 보이는 수잔에다가, 이제는 나탈리까지. 한시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는 곧이어 도착한 주차장에서 내린 후, 아론에 탔다. 다른 플라잉 카도 있었지만, 히스시티까지 제시간에 가려면 초고속 이동이 가능한 아론이 적격이었다. 히스시티는 낮고 평활한 지형에 자리 잡고 있었다. 도시 한복판을 폭 100미터 정도의 작은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줄줄이 놓인 고풍스러운 돌다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알려진 바로는 겨울은 춥고 눈이 많이 내린다고 했는데, 오늘만큼은 기후도 포근하고 그다지 쌓인 눈도 없었다. 파이어 라이언스의 훈련캠프 주차장에 내린 범석이 근심스러운 표정을 하고는 파이10/13 쪽 어 라이언스 팀 사무실 건물로 향했다. 이거 헤스테아에 대한 영입협상보다는 나탈리의 촬영을 허락받는 일이 더욱 걱정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범석님.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건물 문 앞까지 나와 마중을 나온 이단이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이에 범석이 악수하며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또 뵙는군요.” 이단이 뒤따라온 나탈리를 보더니 질문했다. “하하하. 네. 그런데 옆에 계신 숙녀분은 누구십니까? 못 뵈었던 분이시군요.” 범석이 대답하기도 전에 나탈리가 바로 명함을 꺼내더니, 그의 앞에 내밀었다. 이번에는 프로듀서라는 직함이 적혀 있는 명함이었다. 아무리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너무한 면이 있었다. 그녀는 항시 주머니에 수십 가지에 이르는 명함이 있는데, 개중에는 액세서리 세공사라는 명함까지 있었다. 용하게 프로듀서 글귀가 적혀 있는 명함을 찾았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였다. “안녕하세요. LKS방송의 프로듀서인 나탈리라고 해요.”11/13 쪽 “네? LKS방송요?” 이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LKS방송이란 사명은 들어본 역사가 없었던 탓이다. “네. 리마시티에 있는 지역 방송사에요.” 나탈리의 대답에 그가 이제야 납득을 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방송사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먼 지역에 있는 리마시티의 방송사까지 자신이 파악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충분히 모를 만도 했다. “아. 그러셨군요. 하여간 반갑습니다.” “네. 저도요.” “으음. 그런데 LKS방송에서 저희 팀은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아. 근래에 저희 방송사에서 갓즈나이츠에 대한 촬영을 시작했거든요. 프로 검투팀에 대한 소소한 얘기들을 시청자들에게 전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오늘 범석님께서 검투사 이적 건으로 이곳 팀으로 오신다고 해서 촬영차 따라왔어요.” 그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지은 이단이 범석을 바라봤다. 양 팀 간의 긴밀한 트레이드 협상 건을 외부에 알린다는 사실이 껄끄러웠기 때문이다. “저기. 범석님. 이러시면 저희가 곤란합니다.”12/13 쪽 그건 범석도 곤란하기 마찬가지였다. 그가 촬영을 없던 일로 하겠다고 대답하려는 순간 나탈리가 바로 나서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 트레이드가 끝나는 그날까지 절대 방송에 내보거나 외부에 알리지 않겠어요.” 그렇다면 다행이기는 하나, 모든 세상 일이 사람 뜻대로 해결되지는 않았다. 어느 순간에 새어나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면 상관이 없지만, 어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 “네. 그래서 기밀을 지키기 위해 아무도 모르게 저 혼자만 왔어요. 촬영팀과 작가 모두 오늘 일을 전혀 모르고 있죠. 절대로 비밀을 지킬 것을 약속드려요.” 하긴 촬영하는 행색치고는 좀 이상했다. 프로듀서 딸랑 하나가 카메라를 들고와서 촬영하는 일은 본 적이 없었다. 이토록 나탈리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 믿어도 좋을 듯싶었다.============================ 작품 후기 ============================ 아무래도 감기 기운이 있어서 오늘은 일찍 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다지 일상에는 문13/13 쪽 ============================ 작품 후기 ============================ 아무래도 감기 기운이 있어서 오늘은 일찍 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다지 일상에는 문제가 없지만, 지금 관리를 잘못하면 큰 병치레를 해서요. 모두들 늦가을 감기 조심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 작품 후기 ============================ 아무래도 감기 기운이 있어서 오늘은 일찍 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다지 일상에는 문제가 없지만, 지금 관리를 잘못하면 큰 병치레를 해서요. 모두들 늦가을 감기 조심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 -- 춘계 시즌을 대비하다 -- > “흐흠. 뭐. 그렇다면야 안심이 되지만, 협상이 결렬되면 리마시티 시청자들이 좋지 않은 시선으로 저희 팀을 바라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 점이 좀 염려되는군요.” “걱정하지 마세요. 첫회 방송에 내보낼 내용이라, 협상이 결렬되면 오늘 촬영분은 제 임의대로 폐기할 것이에요. 시청자들은 주인공이 난관을 뚫고 성공하는 장면을 보고 싶어하지, 실패하는 장면을 보고 싶어하지 않아요. 바로 채널을 돌려 버릴 것을 빤히 아는데, 첫회 방송부터 어두운 얘기를 담을 수는 없죠.” 협상 타결까지 비밀을 지키고 실패 시 폐기라는 조건이라면, 파이어 라이언스에 해가 될 일은 없었다. 촬영에 협조해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아니 자신의 얼굴이 TV에 나온다고 생각하니 은근히 기대되었다. “뭐. 알겠습니다. 일단 촬영에 관한 일은 단장님의 재가를 받아야 하니, 허락을 받은 후 협조 여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고마워요. 호호호.” 이단이 범석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자. 그럼 자리가 마련되어 있으니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회1/13 쪽 넌지시 나탈리를 바라본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뭔 놈의 여자가 저리 넉살이 좋은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하지만, 일단 걱정되는 부분이 해결되어 안심되었다. 어쨌든 촬영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녀의 호감도가 떨어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터였다. ‘그나저나 파이어 라이언스에서 왜 촬영을 허락한 거지. 만약 실수로 영입이 실패한 장면이 방송을 타면 무척 곤란한 상황에 빠질 텐데.’ 갓즈나이츠는 주인 없는 엘프검투사들의 선망의 팀이었다. 아마도 그 어느 월드리그 팀보다 가고자 하는 열망이 더 클 터였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 실패 장면을 헤스티아가 본다면? 아마도 길길이 날뛰며 소속팀을 난장판으로 만들거나, 팀 훈련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것이 빤했다. 아무리 협상이 결렬되면 촬영분을 폐기한다고 말했지만, 곧이 믿고 감수할 만한 위험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등 상관없다는 듯 그가 곧 이단의 안내로 2층에 있는 응접실로 올라갔다. 어차피 방송에 내보낼 내용은 자신이 검열할 테니, 문제가 되는 부분을 삭제하면 그만이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촬영 건 때문에 잠시 단장님을 뵙고 허락을 받고 오겠습니다.” “네. 그러십시오.”2/13 쪽 이단이 다시 응접실을 나가자, 범석이 실내 중앙에 있는 긴 소파에 몸을 편히 기대고 앉았다. 이 모습을 본 나탈리가 카메라를 들이대고는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범석님. 좀 더 진지한 표정을 지으세요. 긴박한 이적 협상을 앞두고 그런 편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못해요.” 그가 콧방귀를 껴댔다. 다른 때면 몰라도 오늘의 협상은 편한 마음가짐을 가져도 별로 상관없었다. 헤스티아의 영입을 위해 협상하는 팀이 몇이나 되는 줄은 모르겠으나, 가장 유력한 두 팀이 자신의 영향권 안에 들어 있었다. 그만큼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으니, 이번 협상은 한결 용이하게 풀려나갈 터였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외부인에 가까운 나탈리에게 솔직히 밝힐 수는 없었다. “이깟 일로 긴장하면 팀을 어떻게 운영하냐?” “하지만, 범석님께서 그러시면 시청자들의 호응도가 떨어진다고요. 좀 더 긴박한 상황을 만들어야, 재미가 있다고요.” 범석이 인상을 와락 구겼다. 여기까지 데리고 와준 것만 해도 황송해야 할 텐데, 연기까지 하란다. 물론 까짓것 못할 것도 없지만, 자신이 긴박한 표정을 지으면 이단이 오인하고 헤스티아에 몸값을 올리려 할지도 몰랐다. 팀 자금 사정을 위해서는 절대로 안 될 말이었다.3/13 쪽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아무리 재미를 위해서라지만, 진실을 완전히 왜곡해서는 안 되지. 내가 왜 여기서 긴장한 표정을 지어야 하는데?” “그럼 오늘 검투사 영입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소리인가요?” “중요하지. 그런데 목을 맬 필요는 없어. 세상천지에 검투사가 헤스티아 한 명뿐이냐? 이미 다방면에 뻗어놓아 차선에 차차선책도 마련해 놓은 상태란 말이야. 한 검투사 영입에 목을 매는 것은 영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니까 말이야. 나는 그저 능력 대비 가장 가격이 저렴한 검투사를 고르면 돼.” 그 말에 나탈리가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다. “그렇다면 다른 팀과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네요.” “물론이지. 이 계통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니까.”“혹시 그 팀들이 어디 어디인지 말씀 주실 수 있어요? 그리고 해당 검투사의 이름은요?” 범석이 버럭 소리쳤다. “당연히 말해 줄 수 없지! 걔들 이름이 방송에 언급되면 소속팀들의 입장이 장난 아니게 심각해진다고!” “아니 왜요?” “몰라서 물어! 우리 팀은 주인 없는 엘프를 절대 안 써. 그래서 처녀성을 유지하고 있4/13 쪽 는 엘프검투사라면 간절히 영입되기를 원하지. 그런데 팀에서 무리한 요구를 해서 우리 팀과의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사실을 TV를 통해 알아봐! 그 엘프 검투사들이 무슨 짓을 벌일지 너무도 빤하잖아. 만약 네가 이 정보를 캐려고 하는 수작이 느껴진다면, 촬영이고 나발이고 다 쫑 날 줄 알아.” 대충 이해가 간 나탈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엘프는 항시 주인을 원하는 존재들이기에, 눈앞에서 그 기회를 놓친 사실을 알게 된다면 크게 화를 내게 되었다. 그렇다면 해당팀은 큰 난관에 빠지게 될 터, 앞으로 범석과의 거래 시 난색을 보일 것이 뻔했다. 갓즈나이츠로서도 큰 손해이니,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 그렇군요. 네 알겠어요. 여기에 대해서는 여쭤보지 않을게요.” “아니 물어보지 않는 차원을 떠나서 그 어떤 경우든 절대 외부에 발설하면 안 돼. 알았지!” “네. 그럴게요.” 길게 한숨을 내쉰 범석이 대화를 끊고 마침 탁자 위에 놓여 있던 다과 바구니에서 사탕을 집어 와득 깨물었다. 이를 보던 나탈리가 별말 없이 다시 그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냉랭한 분위기가 표출되는 모습이 마치 헤스티아의 영입에 대해 심각성을 가지는 것처럼 보였다. 개인적인 시선이었기에 아닐 수도 있지만, 자막에 간단한 멘트를 넣는다면 시청자들은 다 그리 생각할 터였다. 얼마 후 응접실로 이단과 한 푸른색 머리칼을 한 엘프가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애5/13 쪽 꿎은 사탕만 작살을 내던 범석이 놀란 눈을 하고 문쪽을 바라봤다. 180센티가량의 제법 큰 키에, 풍만한 가슴. 날카로운 시선에 마치 정교한 전신조각상을 보는 듯한 완벽한 몸매. 그리고 부드러운 이목구비가 흐르는 미인형의 얼굴까지. 바로 전에 확인했던 헤스티아였다. ‘아니. 이단. 저 작자가 미쳤나? 여기가 어디라고 헤스티아를 데리고 들어와.’ 과거 다른 팀과 협상 중에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당시에는 갓즈나이츠의 특색을 상대 팀 트레이너 담당자가 몰랐을 때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팀 칼라를 확실히 밝히며 주의하라고 언질을 넣은 상태였다. 다른 의도가 없었다면 이러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가 혹시나 해서 헤스티아의 정보창을 열었다. 너무나 믿기지 않은 사태가 벌어진 터라, 그녀가 확실한지 약간 의심이 갔기 때문이다.이름 : 헤스티아.구분 : 엘프(7년).소속 : 파이어 라이언스 GC.명성 : 194.악명 : 0.H유무 : 무.6/13 쪽 스테미나 : 7700/7700.사회성 : 42, 근력 : 71, 체력 : 77.민첩 : 72, 균형감각 : 74, 지능 : 65.정신력 : 69. 판단력 : 71, 재주 : 43.운 : 60.현재기량/잠재능력 : 644/896.특성 : 굳건한 충성심.특이사항 : 현재 파이어 라이언스에 소속되어 있음. ‘역시 맞잖아.’ 헤스티아의 신체능력은 기껏해야 와이드리그 검투사급의 평균치에 해당하였다. 하지만, 검술 능력만큼은 또래와 비교하면 아주 높은 수준에 올라 있었다. 모두가 엘프학교 시절 파이어 라이언스팀에 영입되면서, 체력보다는 검술에 매진했던 일이 주요했다. 그녀는 단순 반복 작업인 체력 훈련보다는 다양한 기교와 센스가 필요한 검술 측면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 덕분에 피지컬 측면을 중요시하는 유망주 이적시장에서 좀 소외된 편이기는 했지7/13 쪽 만, 본연의 뛰어난 실력으로 나쁘지 않은 몸값이 책정되었다. 여기까지라면 범석이 큰 관심을 표하지 않았을 터였다. 잠재능력이 높기는 하지만, 900이 약간 안되어 훗날 월드리그에서 주전으로 쓰기에는 모호한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아주 괜찮은 장점이 있었다. 바로 ‘굳건한 충성심’이라는 특성으로, 주인이 시야에 보이는 곳에 있을 때 모든 능력치가 +10이 되는 옵션이었다. 즉 휘하 엘프로 삼는다면 당장에 와이드리거급의 수준 높은 검투사로 재탄생될 뿐만이 아니라, 언제나 자신과 뛰는 경기에서 항시 특성 효과가 발휘되기에, 꾸준한 향상된 경기능력을 보여 줄 수 있었다. 충분히 훗날 주전으로 사용해도 별 무리가 없었다. “자. 헤스티아. 따라와라.” 이단이 그녀를 데리고 범석의 맞은 편에 앉았다. 그러자 헤스티아가 정중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주인이 될지도 모르니 예의를 다하려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헤스티아로 해요.” “그래 반갑다. 나는 오범석이라고 한다. 갓즈나이츠의 이사장이지.” “네. 들어서 잘 알고 있어요.” 범석이 난감한 시선으로 이단을 쳐다봤다. “아.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헤스티아를 이 자리에 데려와도 상관없습니까?”8/13 쪽 그가 살며시 입꼬리를 올리더니 말했다. “저희는 괜찮습니다. 개의치 마십시오.” 말인즉슨 이단이 실수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범석이 슬그머니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전후 관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헤스티아는 이미 자신의 것이 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후후. 결국, 협상 대상자가 블루 버드팀과 우리 갓즈나이츠 뿐이라는 얘기군. 그리고 이미 2,400만으로 매각하기로 결정을 봤고 말이야.’ 그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표면상 경쟁자인 블루 버드팀은 렉스터경감이 단장으로 있는 프로검투팀으로, 갓즈나이츠와 마찬가지로 주인 없는 엘프를 채용하지 않았다. 법을 준수해하는 경찰이 편법으로 팀을 운용하는 타 프로팀을 따라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기에 양 팀만이 거래대상에 올라 있고, 2,400만 크랑으로 이번 거래를 마칠 의향이라면 헤스티아를 지금 이 자리에 데리고 와도 전혀 상관이 없었다. 블루 버드팀이 지금 현재 거래가로 2,400만 크랑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자신과의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헤스티아를 블루 버드팀에 넘기면 되기에 파이어 라이언스로서는 전혀 문제 생길 일이 없었다.9/13 쪽 ‘이거 협상을 시작도 해보지 않고, 결말이 나보기는 처음이군.’ 하지만, 내심을 그대로 밖으로 표출할 수는 없었다. 블루버드팀과 자신이 담합을 했다는 사실이 당사자들에게 알려진다면, 모든 거래는 물 건너가게 되었다. 그는 다시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흐흠. 뭐. 그렇다면야, 별다른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협상을 시작하시죠. 귀하 팀에서 원하는 헤스티아의 몸값은 얼마입니까?” “일단 저희는 2,800만 크랑을 제시하겠습니다. 전에 범석님께서 제시하신 3,000만 크랑에서 200만 크랑이 낮춰진 금액이니 만족스러우실 겁니다.” ‘만족은 개뿔이 만족이야! 이미 2,400만 크랑으로 결정이 난 것을 빤히 아는데!’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범석은 결코 티를 내지 않고 아무런 표정의 변화없이 차분한 말투로 얘기했다. “으음. 배려해주신 점은 감사하지만, 아까 통화하면서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자금 사정이 그리 좋지 못합니다. 기껏 제시할 수 있는 돈이 2,000만 크랑 초중반 대인데, 2,800만 크랑을 제시하시면 저희로서는 받아 드릴 수 없습니다.” “아. 그렇다고 하셨죠. 으음. 이를 어쩐다. 그럼 2,600만 크랑은 어떻습니까? 이 정도10/13 쪽 면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아서라도 해결을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확연히 떨어진 몸값에 범석이 지금의 예상이 전혀 틀리지 않음을 확신했다. 내심 2,400만 크랑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면, 푸념 한마디에 200만 크랑이나 가격을 인하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범석이 손을 흔들며 난색을 보였다. 좋은 가격이기는 했지만, 상대가 원하는 가격을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2,600만 크랑을 곧이곧대로 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아니 왜요? 헤스티아를 이만한 가격에 살 수 있다면 갓즈나이츠에게는 큰 이득입니다.” “하지만, 저는 굳이 빚을 져가며 살 마음은 없습니다. 오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왔을 뿐이지 무리를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범석의 강경한 자세로 일관했다. 이미 결론이 난 협상을 질질 끌며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이에 이단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뜻밖에도 헤스티아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오인한 탓이다. 하긴 반년 전에 거절당했으니, 그녀에 대안을 다른 팀에서 찾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막무가내로 협상에 임할 리가 없었다. 지금 이단의 선택지는 단 두 가지였다. 하나는 협상을 파토낼 각오로 똑같이 강경하게 나가거나, 아니면 범석이 원하는 가격을 알아낸 다음 최대한 맞춰주는 일이었다.11/13 쪽 잠시 고민을 하던 그가 결국 후자를 선택했다. 헤스티아를 빨리 팔아야 안정된 자금으로 지금 소속팀이 노리는 검투사의 영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그, 그럼 얼마를 예상하고 계십니까?” “최대한 2,450만 크랑입니다. 하지만, 이도 확실치 않습니다. 워낙 급박하게 진행되는 트레이드라, 자금 사정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저희 팀 단장이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으니 내일쯤에야 결말이 나올 겁니다.” 이단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착각한 때문이었다. 범석의 말에서 갓즈나이츠는 헤스티아를 영입하면서 바닥까지 짜냈다는 뉘앙스가 풍기고 있었다. 강경하게 밀고 나갔다면 분명히 이번 협상은 그대로 하직을 고할 공산이 컸다고 생각됐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2,450만으로 예상하고, 내일 협상을 재개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워낙 낮은 가격이라 저로서도 윗분들과 상의를 해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내일은 저희 팀 단장을 보내겠습니다. 제가 급히 할 일이 좀 있어서요.” 이단이 바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2군을 검투사를 파는데, 상대가 이사장이든 단장이든 모두 황송했다.12/13 쪽 “네. 알겠습니다.” 범석이 이단과 악수를 청하고 바로 밖을 나섰다. 단 10분도 안되는 이적 협상이었지만, 꽤 결과는 좋았다. 모두가 블루 버드팀과 담합을 해 파이어 라이온즈 팀의 원하는 가격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나탈리는 워낙 짧은 시간에 끝나는 통에 꽤 실망한 눈치였다. 10분 찍은 분량으로 한 시간의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작품 후기 ============================오늘 로써 2011년 야구가 모두 끝났네요. 하하하. 아. 이제 무슨 재미로 살죠. 하하하.그럼 모두들 좋은 일주일 시작하시고요. 전 내일 또다시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 작품 후기 ============================오늘 로써 2011년 야구가 모두 끝났네요. 하하하. 아. 이제 무슨 재미로 살죠. 하하하.그럼 모두들 좋은 일주일 시작하시고요. 전 내일 또다시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 -- 춘계 시즌을 대비하다 -- > 다음 날 이어진 헤스티아의 영입은 대성공이었다. 블루 버드를 통하지 않고 직접 갓즈나이츠로 트레이드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격 또한 저렴한 2,327만 크랑으로 거래를 끝마쳤다. 모두가 블루 버드가 전날 그녀의 구매비용을 100만 크랑을 다운시켜 2,300만 크랑을 제시한 일과, 에스더의 특성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자자. 어서 내려와.” 해가 떨어진 저녁 무렵. 주차장에 내려앉은 소형 플라잉 카 안에서, 에스더와 헤스티아가 내려서고 있었다. 협상 완료 즉시 현금을 바로 지급하고, 바로 데려와 버린 것이다.헤스티아가 훈련캠프 전경을 둘러보더니, 놀란 표정을 했다. “에스더님. 훈련 캠프가 꽤 잘 갖춰져 있네요.” “응. 이사장님께서 많은 자금을 투자해서 지으셨으니까……. 그러니 앞으로 네가 훈련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거야.” 헤스티아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주인을 얻게 됐을 뿐만이 아니라, 이렇듯 좋은 시설에서 훈련할 수 있다니, 기뻤던 것이다. 내실은 겉보기로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이 정도면 근 센트럴리그 검투팀급의 훈련캠프라 할 수 있었다.회1/13 쪽 그녀가 앞을 향해 걸어가는 에스더를 뒤따랐다. “지금 범석님께 가시는 건가요?” “아니. 먼저 욕실로 가야지.” “욕실요?” “당연하지. 그럼 지금 이 몸으로 이사장님을 모실 거야? 깨끗이 씻어야 할 것 아니야?” 하기야 장시간을 이동했던 터라, 몸이 개운치 않았다. 이 상태에서 주인님을 모시다니 절대 안 될 말이었다. 주종의식을 치르는 자리이니, 최대한 청결한 신체로 임해야 했다. “네. 씻으러 가야죠.” 에스더와 헤스티아가 곧 도착한 무인 전동차를 타고 훈련 캠프 내에 있는 목욕시설을 찾아갔다. 그리고 둘이 모두 함께 들어가 몸을 깨끗이 씻은 후 준비된 정갈한 복장을 입고 사무실 건물로 향했다. 이 시간 때면 범석이 훈련을 마치고 사무 업무를 보고 있기에, 그곳에 있을 공산이 컸다. “에스더. 그래 어서 와.”2/13 쪽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양팔을 벌려 마중하자, 에스더가 급히 달려가 안겼다. 지금은 업무 시간 외, 그녀는 이제 단장이 아닌 범석의 연인이었다.가볍게 키스를 나눈 이들은 서로 진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헤스티아를 데려왔어요. 몸도 깨끗이 씻겨놨어요.” 그도 눈이 있으니, 함께 들어온 헤스티아를 보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범석이 촉촉한 물기가 서려 있는 그녀의 금발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후후. 그래 수고 많았다.” “수고는요. 다 이사장님을 위해서 한 일인데요. 자 그럼 언제 시작할 건가요?” 음욕이 가득한 눈빛을 한 범석이 에스더의 허리를 꽉 휘어잡아 활처럼 상체를 뒤로 휘게 하였다. “당연히 당장 해야지. 네 목욕한 모습을 보니까 도저히 못 참겠다.” 그녀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빙그레 미소 지었다. 범석에게 안기는 일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 그가 훈련을 마친 후 업무를 보는 자리에서, 항시 나신으로 임하며 몸을 내어주고 있던 탓에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에스더는 범석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옷을 벗어 내렸다. 얼마 후 완전한 3/13 쪽 나체로 변모한 그녀가 멀뚱멀뚱 서 있는 헤스티아를 불렀다. 엄연히 오늘의 주인공은 그녀였다. “헤스티아. 뭐해? 어서 이사장님을 모실 준비를 해야지.” 헤스티아가 곧바로 다가와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녀 또한 주인을 모시는 데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그 사이 에스더는 범석의 허리띠를 끌러 바지를 내린 다음, 한껏 솟아오른 애물에 입을 가져다 대어 혀를 놀리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진행은 애물의 버섯갓 부위를 자극했고, 범석의 애물은 극한으로 팽창해 나갔다. 그러자 헤스티아도 다가와 똑같이 무릎을 꿇고는 에스더와 함께 봉사를 시작했다. 주인에게 봉사하려는 마음이 인간의 애정보다 못할 리가 없었다. “낼름. 낼름. 춥춥.” 두 여인의 기교를 애물 끝으로 전해 받은 범석이 흥분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하체 쪽에서 바라봤다. 마치 커다란 아이스크림을 빠는 것처럼 달콤하다는 표정을 지은 그녀들은 추호의 부끄러움도 없이 애무를 가미하고 있었다. 추켜올려 뜬 눈은 항시 범석을 향해 직시하고 있었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입에서는 걸쭉한 타액이 흘러나와 그의 애물을 적시고 있었다.4/13 쪽 “오. 좋은데. 하지만, 지금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알지?” 에스더가 즉각 무릎 발로 뒤로 물러났다. 오늘의 주가 될 여인이 헤스티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의 구강 행위는 그저 시작 전 애물에 긴장감을 주려 했을 뿐이지, 범석을 자신이 모시려던 의도가 절대 아니었다. 그녀는 눈치 없이 기교를 부리는 헤스티아를 데리고 응접용 소파에 눕혔다. “헤스티아. 이사장님을 잘 모셔야 한다.” “네. 에스더님.” 대답한 헤스티아가 상의를 벗어 내리며 다가오는 범석을 바라봤다. 잘 단련된 우람한 체구가 눈에 보이자 긴장한 듯 마른 침을 살짝 삼켰다. 비록 주인을 섬기면 죽기로 충성을 바치는 엘프지만, 그 대상이 저리 건장하고 젊은 사내라면 정말 기대되는 일이었다. 엘프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직장생활을 하며 10년 정도 돈을 알뜰히 모아야 했기에, 엘프들의 주인은 거의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인 경우가 많았다. 젊고 싱싱한 시절이 지난 이후이니, 뜨거운 몸을 가진 엘프들을 만족하게 하기에는 좀 모자란 면이 있었다. 옷을 완전히 벗은 범석이 소파 옆 탁자에 앉고는 손으로 그녀의 턱을 움켜잡았다. “역시 괜찮아. 이 정도라면 안을 때 꽤 맛깔나겠어.”5/13 쪽 헤스티아가 슬며시 한쪽 다리를 바닥에 내려 음부를 드러냈다. 빨리 주종의식을 치러달라는 시위였다. 이에 범석이 턱을 잡고 있던 손을 목선 선부터 가슴을 지나 푸른색 음모가 자리 잡은 음부까지 쓸어내리며 피부를 감상했다. 그리고 오돌 솟아있는 음핵을 엄지로 비벼댔다. “으음. 아음.” 즉각적으로 튀어나오는 신음에 범석이 한쪽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 역시나 엘프다 싶었던 것이다. 남자의 손길이 닿는 것만으로 이리 자지러지고 있었다. 그는 슬며시 고개를 옆으로 눕혀 균열을 덮고 있던 음순을 젖히고는 내부의 숨겨져 있는 조개살을 손가락으로 꼼지락거리며 감상했다. 그리고 탄력감 있게 쑥 들어가는 얇은 살결의 처녀지를 느끼고는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이제 주종의식을 치를 때가 온 것이다. 장난삼아 애를 태우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지만, 불끈 솟아올라 시위를 벌이는 애물 탓에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헤스티아의 몸 위로 올라타고는 작게 피어난 꽃봉오리 앞에 버섯갓 부위를 겨냥했다. “헤스티아. 이제 시작한다.” “네. 전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어요.” 범석이 바로 미려한 자태로 쭉 뻗어 있는 그녀의 두 다리를 어깨 위에 걸쳐 올리고는 6/13 쪽 애물의 끝으로 음핵을 몇 번 쓱쓱 비볐다. 그리고 균열의 입구에 가져대고는 허리에 앞으로 서서히 밀기 시작했다. ‘오. 질긴데.’ 쭉 늘어나는 처녀지가 애물의 침입을 막고 있었다. 엘프들의 처녀지가 인간의 여인보다 질기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헤스티아는 특히나 더 심했다. 조금 전 만져보며 입구 꽉 막혀 있음까지도 확인했는데, 상황이 이렇다면 결과는 단 하나였다. ‘훗. 아무래도 소파를 교체해야겠네.’ 힘껏 침입을 시도하는 애물이 기어이 헤스티아의 성지를 찢어버렸다. 순간 퍽하고 튀는 핏물이 교접면과 그의 가랑이를 흠뻑 적셨다. 흥건히 흘러내리는 초혈을 보며 범석은 역시나 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헤스티아 괜찮아?” 그녀는 이를 잘근 물고 인내의 몸짓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깟 아픔은 그동안의 외로움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사실 주인을 얻지 못해 시름의 세월을 사는 다른 동료 검투사들을 생각해보면 지금의 고통은 큰 행복이라 할 수 있었다.7/13 쪽 “흑흑. 전 괜찮아요. 주인님. 아니 주인님을 모시게 되어. 너무나 기쁘고 감격스러워요.” 헤스티아의 오드아이가 하나로 동일화 되어갔고, 짙게 맺은 이슬이 볼을 타고 소파 위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진정한 주인을 맞이하게 되는 엘프만의 감정 변화가 뇌리에 각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제 사명감이 아닌 진실한 마음으로 범석을 주인으로 여기고 있었다. 범석을 손을 뻗어 헤스티아의 얼굴을 매만졌다. “나도 네가 내 휘하의 엘프가 되어 기쁘다.” 그는 곧바로 허리를 쭉 밀어 넣으며 관통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최초의 진동을 넣으며 그녀의 속살의 느낌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푹퍽. 푹퍽푹퍽. 푹퍽. 오묘한 육음이 벌려진 입구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초야의 피가 유난히 많던 탓에 다른 때보다 질척거리고 깊은 소리였다. 이렇듯 몇 번의 마찰이 있자, 헤스티아가 짧게 신음을 내뱉었다. 신성한 주종의식이기에 참아보려고 했지만, 하체에서 전해져오는 통증은 그녀를 무척 힘들게 하고 있었다.8/13 쪽 “아윽. 아악! 주, 주인님! 흑흑.” 눈물과 핏물로 범벅된 헤스티아가 몸을 요란하게 좌우로 비틀어댔다. 그럴수록 범석의 허리운동은 더 강해지고, 빨라졌다. 자신의 가랑이 밑에서 신음을 하는 여인을 보니, 정복감에서 비롯되는 음욕이 거침없이 솟아오르던 탓이다. 그는 헤스티아의 상체는 양팔로 꽉 누르고는 격정에 겨운 몸놀림으로 마구 유린했다. 푹퍽푹퍽. 푹퍽푹퍽. 푹퍽. 촉촉한 기운이 한껏 묻어나오는 호수 같은 푸르스름한 눈동자. 투명한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하는 백옥같이 하얀 피부. 허리를 쳐댈 때마다 파르르 떨리는 여체는 요염하기 그지없었고, 마찰이 일어나는 애물에는 끈적거리고 감미로운 감각이 전해져 있었다. 남성의 욕구를 받아내기 위한 탄생한 엘프답게 그녀의 몸은 녹아내릴 듯한 뜨거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캬아. 헤스티아. 역시 네 몸은 최고다. 가히 예술이야.” “아윽! 저, 정말요!! 아악!!” 초야의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던 헤스티아의 귀가 번쩍 치켜 올려졌다. 주인의 칭찬이 그렇게 달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이깟 아픔이 주인에게 사랑받는 기쁨보다 앞설 9/13 쪽 수는 없는 일. 그녀는 범석의 애물이 내부를 파고들 때마다 요염한 몸짓으로 허리를 연동시켜 나갔다. 푹퍽푹퍽. 푹퍽푹퍽. 푹퍽. 강렬한 마찰음 내며 범석의 애물이 징그러울 정도로 꿈틀거리며 헤스티아의 처녀지를 진창으로 만들어갔다. 하지만, 헤스티아는 자신이 몸이 어떻게 되어가듯 상관없이 범석을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아픔으로 약간 찡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주인을 향한 열망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흥분으로 몸을 부르르 떤 그가 헤스티아의 허리를 양팔로 꽉 부여잡고는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 사무실 벽면에 등을 찰싹 붙이고는 힘껏 허리를 튕겼다. 뚝뚝 떨어져 내리는 핏물로 카펫이 젖어가고 있지만, 범석은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조금 전 소파까지 버려놨는데, 그깟 헝겊 쪼라기에 연연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이사장실은 드나드는 사람은 휘하의 엘프들과 에스더 뿐, 좀 지저분해도 전혀 상관없었다. “아아!! 주인님! 마음껏 저를 휘저어 주세요!! 아윽!!” 헤스티아의 풍만한 가슴이 그의 허벅지가 쳐댈 때마다 출렁거렸다. 범석의 어깨에 걸려 하늘 높이 솟아있는 발끝은 바르르 떨려오고 있었고, 탄력감 넘치는 힙과 전신을 흐르는 살결에는 잔잔한 일렁임이 일어났다. 아울러 끈적거리고 걸쭉한 살소리와 10/13 쪽 체내에서 흘러나오는 진득한 육향은 범석의 오감을 자극하며 진한 욕망을 외부로 분출하게끔 했다.그는 헤스티아가 망가뜨릴세라 더욱 강렬한 피스톤 운동을 이끌어냈다. 푹푹퍽퍽. 푹퍽푹퍽. 푹퍽. ‘후후. 이제야 반응이 오는군.’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던 헤스티아의 표정이 서서히 풀어지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 내고 있었다. 경직되었던 몸은 흐느적거렸고, 격렬하게 흔들리는 고개와 함께 출렁이던 푸른색의 머릿결은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게다가 메말랐던 신음까지 비음을 내며 잔잔히 흘러나왔다. “아아!! 주, 주인님!! 아아!! 아윽!! 아앙!! 이, 이상한 느낌이 와요.” 범석이 살짝 그녀의 목덜미를 머금고는 혀로 핥았다. 그리고 점점 위쪽을 향하더니 거친 호흡을 내뿜어내는 입술에 강렬한 키스를 퍼부었다. 곧 서로는 격정적으로 혀를 꼬며 타액을 섞어나갔다. 이윽고 정사에서 나오는 묘한 감정은 이들을 격정에 휩싸이게 하였고, 심연 속의 욕망을 이끌어 냈다. “읍. 으흡. 흡.”11/13 쪽 범석과 헤스티아의 손길이 서로의 살결을 흐르고 있었다. 새로운 휘하 엘프의 대한 애정과 주인을 모든 것을 느끼고 싶어하는 욕구가 합쳐지며, 진한 애무의 시간을 만들어내는 듯 보였다. 푹푹퍽퍽. 푹퍽푹퍽. 푹퍽. 기나긴 열정의 시간으로 헤스티아의 뇌리가 격정의 소용돌이 속에 잠식돼갔다. 전신의 피부는 오돌오돌 일어나며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완연히 흐려진 눈가는 더는 범석을 향하지 못하고 있었다. 온몸이 흐느적거리며 휘청거려, 그가 중심을 지탱하기 어려울 지경까지 이르고 있었다. 쾌락의 파도 속에서 헤매고 있는 범석은 이제 끝을 볼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계속 진행해 나갈 수 있었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헤스티아가 뻗어버릴 수도 있었다. 오늘 그녀를 마음껏 즐겨볼 심산인 범석으로서는 절대 안 될 말. 약간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됐다. 그리고 계속되는 음유한 마찰로 말미암아 하체에서 끊임없는 분출욕구가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헤스티아. 간다.” 의미를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헤스티아가 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이내 둑이 열리며 12/13 쪽 터져 나오듯 쏟아져 들어오는 따듯하고 감미로운 느낌에 살며시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지금껏 꿈꿔오던 주인에게서 비롯되는 욕정의 산물을 자신의 몸으로 받아냈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고, 고마워요. 주인님. 오늘의 느낌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에요.” 범석이 기특하다는 듯 살며시 헤스티아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소파 쪽으로 데려와 다시 눕힌 후 조용히 말했다. “그럼 헤스티아 잠시 쉬고 있어라.” “네. 주인님.” 대답을 들은 그가 바로 뒤돌아서서 탁자 너머 반대편 소파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에스더에게 향했다. 막간을 이용해 오늘 헤스티아에 영입 성공에 대한 상찬을 내리려는 생각에서였다. 게다가 날짜를 보니, 오늘부터 그녀의 가임기간이 시작되었다. 빨리 어머니로 재탄생시켜 수유 플레이를 개척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거칠게 에스더를 덮치더니, 시뻘건 핏물로 젖어 있는 애물을 삽입하고는 개처럼 허리를 흔들어댔다. ============================ 작품 후기 ============================13/13 쪽 ============================ 작품 후기 ============================ 휴~ 이번 화는 공략 장면이 무척 많았네요. 덕분에 스토리 진행이 안 됐습니다. 아무래도 다음 쳅터는 H씬이 적을 것 같습니다. 그럼 모두들 편한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 -- 블랙 캣츠와의 시즌경기 -- > 춘계 시즌이 시작되었다. 9승 3무 7패, 리그순위 7위를 달리는 갓즈나이츠는 홈경기를 위해 리마시티 콜로세움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의 상대는 흑사회 멤버중 한 명인 루카스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블랙 캣츠팀으로, 리그 순위 1위에 확고히 올라 있을 정도로 강력한 팀이었다. ‘휴~ 오늘 이길 수 있을까?’ 지난해 치렀던 블랙 캣츠와의 원정경기에서 갓즈나이츠는 라운드스코어 3대 0으로 완벽하게 깨졌다. 후보 및 2진급만을 출전시켰기도 했지만, 워낙 상대가 강한 이유도 있었다. 지난 시즌에도 최종 집계 리그순위 2위를 한 팀에, 이번 시즌 경영진이 바뀌며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어 상당수의 실력 있는 검투사가 보강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와이드리그 주전급으로 평가받는 검투사을 12명이나 보유하고 있어, 현재의 갓즈나이츠로서는 승리를 장담하기는커녕 비기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으음. 라피네와 오스칼이 있었다면 해볼 만할 텐데.’ 현재 블랙캣츠 주력 검투사들보다 앞서거나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실력자는 범석, 에르피나, 에리카, 헤스티아가 전부였다. 이들로서는 불리한 전력을 극복할 수는 없지만, 현재 센트럴리그급 실력자로 평가받는 라피네와 그에 준하는 실력자로 알려진 회1/12 쪽 오스칼이 있다면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 드래곤나이츠에서 활약하고 있기에, 오늘 경기의 출전은 불가능했다. 즉 지금 그의 바람은 불어왔다가 곧바로 사라지는 따스한 봄바람처럼 의미가 없다는 뜻이었다. - 주인님. 곧 리마시티 콜로세움 북쪽 광장에 착륙합니다. 내리실 준비를 하십시오. 아론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범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오늘은 춘계리그가 시작되는 첫째날. 아무리 불리하더라도 우중충한 마음으로 임할 수 없었다. 그는 잔뜩 기합이 들어간 목소리로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자자. 오늘은 첫 시합이다! 비록 상대가 강하지만, 절대 주눅이 들지 말도록 해! 겁을 먹으면 이길 경기도 지게 된다! 알았나!” “옛!” “옛!”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일제히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낸 사람은 바로 아겔리아와 헤스티아였다. 범석을 모신 이후로 첫 시합이니,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아겔리아는 검술실력이 부족해 당분간은 경기에 참여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 강팀을 만나 뜀새의 역할로 출전하게 되었다. 당연히 불안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는 일. 목청껏 소리쳐 마음의 흔들림을 지우려 하고 있었다.2/12 쪽 리마시티 남쪽 주차장에 아론이 완전히 안착하자 범석이 또다시 소리쳤다. “자자. 모두 내린다! 먼저 1층에 탑승한 주전부터 내리고 2층의 후보는 그 뒤에 내린다. 나가는 즉시 팬들이 있을 테니, 어깨들 쫙 펴고 당당하게 걸어라!” 출입문이 열리자 범석이 내림과 동시 다이아나가 따라 내렸다. 그리고 레이미를 선두로 짐을 든 검투사들이 일제히 밖으로 빠졌다. 그러자 주변에서 그녀들을 향해 일제히 함성이 터져 나왔다. 오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찾아온 팬들이 월드컵 3차 예선의 영광을 만들어낸 주인공을 확인하기 위해 몰려든 탓이다. “우와. 갓즈나이츠팀이다!” “저기 오범석 검투사님도 있어!” “정말이야! 나 팬인데. 사인 좀 받아도 될까?” 몰려드는 군중들에 둘러싸인 갓즈나이트 팀원들은 사인을 해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직 경기 시간까지는 한 참 남아 있으니, 그 정도 여유는 있었다. 이내 범석도 아론에서 내려 그녀들의 행사에 동참했다. “범석님. 여기다가 사인해주세요.”3/12 쪽 단연 인기를 구가하는 사람은 바로 범석이었다. 갓즈나이츠에서도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갖춘데다가 대표팀 검투사로 참가해 월드컵 3차전 예선전 마지막 경기에서 큰 활약을 해 팬들의 뇌리에 깊게 와 닿아 있었다. 특히나 간혹 방송에서 엘프에 못지않게 인간 여인들도 좋아한다는 멘트를 흘린 터라, 여성들에게는 웬만한 유명 지역 남성아이돌그룹 급 이상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는 미리 준비해온 매직펜으로 등을 내밀고 있는 금발의 한 여성의 셔츠에 크게 자신의 사인을 그렸다. “자 다됐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합니다.” 사인을 받은 금발의 여성이 셔츠를 훌러덩 벗어 확인하고는 기쁜 듯 동료에게 달려갔다. 이를 본 근처에 있던 미모의 붉은 머리칼 여성 팬이 경쟁심이 생겼는지 가슴을 들이밀며 한쪽 눈을 살짝 깜박였다. “저는 여기다 해주세요.” 주변의 눈치를 살짝 살핀 범석이 잠시 주저하더니, 바로 봉우리를 이루는 가슴에다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그녀의 미모가 마음에 들었던 탓이다. 잠시 후 사인을 마친 그는 한발 더 나아가 꼭지가 있을 듯 보이는 부위에 손가락으로 숫자를 그리며, 귓속말로 속삭였다. 워낙 대범한 모습에 혹시나 싶은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 여성은 공략하기가 극히 어4/12 쪽 렵지만, 이처럼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여인은 쉬이 쓰러뜨릴 수도 있었다. 맞는다면 안는 것이고, 아니라면 농담이었다고 얼버무리면 그만이었다. “정말 아름다우시군요. 반했습니다. 잠시라면 상대해 드릴 수 있는데, 관심이 있으면 연락 주십시오.” 뜻하지 않은 멘트에 당황한 그 여성 팬이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농담으로 생각됐지만, 처음 받아보는 남성의 관심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저, 정말로 연락드려도 되나요?” “물론입니다. 원하시면 지금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저기 아론에게 명령해 놓을 테니, 몰래 들어가십시오. 곧 저도 뒤따라 들어가겠습니다. 하하하.” 혹시나 싶은 붉은 머리칼의 여성이 슬며시 앞으로 가더니 활짝 열려있는 아론 문 안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곧 아기를 얻기 위해 돈을 주고 일반 남성의 기본형질을 구매해 인공수정을 할 참이었다. 그렇다면 어차피 버려질 처녀성. 자연산 아기를 낳는데 소모해도 하등 나쁠 것이 없었다. 게다가 상대는 전 세계 5대 유망주 검투사에 오를 정도로 우량한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의 기본형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데, 오늘 쓸모없는 처녀성을 내어주면 공짜로 받게 되었다. 주머니 사정도 그리 좋지 않았는데, 오늘 큰 횡재를 했다.5/12 쪽 - 후후. 들어갔군. 이게 웬 횡재냐. 역시 사람은 유명하고 봐야 해. 크크크크. 그녀가 아론 안에 들어갔음을 확인한 범석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 사인을 해 나갔다. 최근의 인기로 뜻하지 않은 처녀를 날로 꿀꺽 삼키게 되었다. 느닷없는 먹잇감에 벌써 흥분되어 애물이 터져 나갈 지경이었다.그는 대충 사인을 마친 후, 가지러 갈 것이 있다며 다시 아론으로 들어갔다. “아론. 모든 창문의 블라인드를 내려.” - 네. 알겠어요. 주인님. 아론의 창문이 검게 변색 되어감을 확인한 범석이 조금 전 들어간 붉은 머리칼의 여성을 찾았다. 그녀는 1층 좌석 맨 끝에 앉아 있었는데 그를 확인하자 일어나 반가이 손을 흔들었다. “여, 여기에요. 범석님.” “하하하. 계셨군요.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앞으로의 정사가 긴장되는지 그녀가 떨리는 음성을 말했다. “세, 셀리. 셀리라고 해요.” “아. 예. 셀리씨. 제가 바빠서 빨리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괜찮습니까?”6/12 쪽 “아. 네. 상관없어요.” 그러자 그녀가 앉아 있던 좌석의 등받이가 뒤로 넘어 침대로 변했다. 셀리는 깜짝 놀라 일어서려고 했지만, 범석이 위로 올라타 양 어깨를 누르며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옆으로 젖혀 허락을 표시했다. “자. 그럼.” 그의 거친 손동작에 차츰 나신으로 변해가는 셀리가 바닥에 떨어진 셔츠에 적힌 ‘오범석’이라는 사인을 뇌리에 각인시켰다. 앞으로 태어날 자연산 아기에게 아비의 이름을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범석님. 오, 오늘 저 위험한 날이에요.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제가 알아서 잘 키울 테니까 제발 부담 갖지 마시고 와주세요. 전 꼭 자연산 아기가 가지고 싶어요.” 마침 팬티를 벗기던 범석은 피식 웃었다. 어차피 이 게임세상에서는 현실과 같은 가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남성과 여성이 결혼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 대부분은 편부편모의 슬하에서 자라던 탓에, 주도해서 낳지 않은 이상 한쪽 부모는 양육의 의무가 없었다. 즉 그녀를 탐해도 별 부담이 없다는 얘기였다.7/12 쪽 “후후후.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아기를 가질 때까지지 한 컷 안아 드리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범석이 꺼내 들은 애물을 셀리의 음부를 가져다 대고는 힘껏 밀어 넣었다. 이내 닿은 처녀지가 묵중한 그의 물건에 짓눌리며 철저히 찢겨져 나갔다. 그녀의 부드러운 힙은 어느새 붉은 초혈로 줄기가 여러 갈래 새겨지고 있었다. “아윽!! 아. 아파요!! 아악!!” “참으십시오. 처음은 무척 아픕니다.” 균열을 최대한 팽창시키며 침입해 들어가는 애물로 셀리는 지금까지 경험할 수 없었던 고통을 맛보아야 했다. 그의 애물은 일반 여성이 감당하기는 힘겨운 거물. 그녀는 범석의 어깨의 걸쳐진 두 다리를 부들부들 떨어댔다. 하지만, 경험이 없던 셀리로서는 그의 애물 크기로 이리 고통스러운 줄을 몰랐다. 그저 주변에 널리 알려진 상식인, 첫날밤의 통증으로 인식하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이를 악물고 범석의 침입을 끝까지 받아내고야 말았다. 푹푹퍽퍽. 푹퍽. 아론 안을 퍼지는 요란한 소리. 범석은 뜻하지 않은 먹이에 침을 줄줄 흘려대며 허리를 놀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게다가 셀리는 자신의 아기를 가지고자 자처하고 있었8/12 쪽 다. 종족 번식의 모든 수컷 짐승의 첫째가는 원초적 본능. 인간도 짐승의 일종임에 변함이 없듯이, 그녀를 탐하는 범석도 이에 벗어날 수는 없었다. “아윽!! 악!! 너, 너무 아프지만 전 참을 수 있어요. 그의 애물이 셀리의 가녀린 배 위로 새겨질 정도로 거칠게 휘몰아쳤다. 입구가 더는 견딜 수가 없는지, 약간 찢어지며 새로운 핏물을 흘려댔다. 이를 범석이 봤지만, 배려를 위해 행위를 멈출 수는 없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통증의 약화가 아닌 자신의 진한 애액이었다. “아윽! 아악! 전 제발 제 안에 당신의 애액을 마구 뿌려주세요. 범석님의 아이를 가지고 싶어요! 아악!” “헉헉. 물론입니다. 가득 넘치도록 몇 번이고 싸드리겠습니다.” 그의 말은 한 치도 틀리지 않는 진실이었다. 그는 얼마 후 신호가 오자 참지 않고 바로 셀리의 계곡 속으로 자신의 분신체를 마구 퍼부었다. 그리고 이도 모자라다고 느꼈는지 이후로도 피스톤질을 반복하며 몇 번이고 그 안에 자신의 선물을 쏟아내었다. “아아!! 제, 제 자궁까지 범석님의 애액이 가득 넘쳐요. 아아. 너무 고마워요.”9/12 쪽 행위가 끝나 자신의 음부를 확인한 셀리가 감격에 마지않았다. 한 방울이라도 셀까 두려워 입구를 꽉 부여 닫았지만, 내부의 압력에 못 이겨 계속해서 하얀 밀액이 줄줄 세고 있었다. 살짝 그녀의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한 범석이 부드러운 눈빛을 지었다. “어떻게 만족하십니까?” “네. 물론이에요. 분명히 저는 오늘 이후를 아기를 가지게 될 것에요. 여자의 느낌이 그리 말해 주고 있어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리고 만약 부족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다시 찾아와 주십시오.” 철저한 애프터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한 범석이었다. 셀리는 원하는 아기를 가지게 되고, 그는 또 마음껏 즐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서로 좋은 일이니, 특별히 꺼릴 이유가 없었다. “혹시 아기의 이름은 어떻게 지었으면 하나요? 꼭 좀 말씀 좀 주세요.” 갑작스런 난감한 질문에 범석이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보지는 않은 아이 이름을 뱉어내려니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결국, 그는 떠오르는 대로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첫째는 지금 글로리아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으니, 두 번째를 뜻하는 단어가 포함된 이름이었다. 간혹 옛날 사람들은 자식을 얻었을 때 이런 식으로 지었다고 10/12 쪽 들은 적이 있었다. “셀리씨가 키우실 테니까 성은 셀리님이 정하시고요. 이름은 남자라면 이천이라고 하시고 여자라면 이홍이라고 하십시오.” “이천 사이런스, 이홍 사이런스라……. 괜찮은 이름 같아요. 꼭 그렇게 지을게요.” 무턱대고 떠벌인 이름이 마음이 든다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이제 할 일이 끝난 범석은 셀리를 자리에 놔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첫 번째 토너먼트 경기가 열리는 날. 가서 준비할 사항이 너무도 많았다. “그럼 전 바빠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론에게 말해 놓을 테니 셀리씨께서는 나중에 주변이 한가해 지면 빠져나가시면 됩니다.” “네. 그러세요. 오늘같이 중요한 날 저를 위해 시간을 내 주셔서 참 고마웠어요. 나중에 범석님이 출전하는 경기에 우리 아이와 함께 항상 응원하러 갈게요. 오늘 경기 행운을 빌어요.” “네. 감사합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만족감이 가득한 표정을 한 범석이 주섬주섬 옷을 껴 있고, 아론을 빠져나갔다. 여전히 자신의 엘프와 팀원들은 팬들에게 싸여 사인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전자수첩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고는 주변을 향해 소리쳤다.11/12 쪽 “중요한 경기 때문에 이만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미처 예상치 못해 여러분의 성원에 모두 보답하지 못한 점 참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시합이 끝나는 대로 다시 간이 사인회를 열겠으니, 경기를 관람하시며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 말에 일부 팬들이 아쉬운 듯 물러섰다. 미처 사인을 받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시합이 끝난 후 사인회를 연다니 기회는 있었다. 그들은 그때를 기약하고는 갓즈나이츠팀을 순순히 보내줬다. 이런 군중을 헤치며 지나가는 범석을 차창 너머로 보고 있는 셀리가 그윽한 눈빛을 지어 보냈다. 이로써 갓즈나이츠팀의 1호 열성팬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아니 잘만 따지고 보면 둘일지도 몰랐다. 좀 세월이 흘러야 하지만 말이다.============================ 작품 후기 ============================아. 이쯤 되면 항시 배고프네요. 아무래도 편의점에 가서 햄버거나 사먹어야 겠습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작품 후기 ============================아. 이쯤 되면 항시 배고프네요. 아무래도 편의점에 가서 햄버거나 사먹어야 겠습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 블랙 캣츠와의 시즌경기 -- > 슈트를 입고 더그아웃에 앉아 있던 범석이 관중석을 살펴봤다. 워낙 경기장이 넓어 드문드문 앉은 것처럼 보이지만, 대략 35,000이 훨씬 넘어가는 수였다. 최근에 리그 경기에 집중해 승수를 많이 쌓은 일과 범석을 비롯한 오스칼과 라피네의 대표팀 활약으로 관객이 크게 늘었던 것이다. - 후후후. 좋아. 아주 좋아. 팬들아 계속 늘어나라. 팬의 증가는 곧 팀 수입이 증가한다는 얘기이니, 그로서는 무척 반길 만한 일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110,000만 석이 모두가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반만 차도 회계장부에서 볼만한 풍경이 연출될 터였다. 그가 방긋방긋 웃으며 외부 풍경을 살피는 사이. 그 앞으로 하얀 가운을 입은 수잔이 스쳐 갔다. 한눈에 봐도 냉랭한 분위기로 아직 과거의 처녀성 탈취사건에 대한 분기를 가라앉히지 못한 모양이었다. 범석이 표정을 가다듬고 손을 흔들었지만, 그녀는 못 본 척 스쳐 지나갔다. 팀닥터라는 사명감에 참관하고 있지만, 아직 그와 대화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이에 범석이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너무하잖아. 솔직히 내가 잘못한 것이 뭐야? 그저 원하는 대로 안아준 것뿐이잖아. 그리고 에스더와 오붓한 시간을 방해한 사람이 정작 누군데.’회1/11 쪽 그는 수잔을 대할 때면 항시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솔직히 암만 생각해도 자신이 잘못한 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에스더와 욕실에서 애정놀음을 한 점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 방은 엄연히 그녀의 방이었다. 사랑놀음이 무슨 범죄행위도 아니고 당사자의 방에서 치러지는 일이니, 잘못이라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수잔은 즐거운 애정의 시간을 깨뜨리고 당혹해하는 자신에게 안겨왔다. 그전까지 범석은 그녀를 어떻게 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그의 잘못이란 술을 먹고 주정을 떤 일에 호응했다는 일뿐인데, 왜 자기만 악한이 되어야 하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암만 객관적으로 살펴봐도 사태의 원인 중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분은 오할이 넘지 않았다.하지만, 이대로 수잔과 평생 말을 붙이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는 손목을 매만지며 수잔에게 걸어갔다. “수잔씨. 손목이 뻐근해서 그런데 봐줄 수 있겠습니까?” 가만히 그를 묵묵히 바라본 수잔이 가방에서 권총형 MRI진단기를 꺼내 손목을 살폈다. 그와 대화를 나눌 생각은 없지만, 팀닥터인 이상 소속 검투사의 부상 진단 요청을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범석의 손목 부위를 세심하게 살핀 후,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상 없어요.”2/11 쪽 그건 범석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은 그저 말을 붙어볼 요량으로 꾀병을 부리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좀 쑤시고 아픈 느낌이 드는데 왜 그럴까요?” “신경성이에요. 정 아프시면 일단 오늘 경기에서 부상자 명단에 올릴 테니, 이따가 팀 훈련캠프에 돌아가서 정밀진단을 해봐요.” 범석이 손을 마구 흔들었다. 중요한 오늘 경기에 빠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뭐. 그럴 정도는 아닙니다. 검진은 받되 시합에는 나가는 것으로 하죠.” “그건 안돼요. 제 눈으로 살필 수 있는 부상이라면 출전 여부를 생각해 보겠지만, 아시다시피 검진이 되고 있지를 않아요. 혹시나 무리해서는 안 되는 부상일지 모르니 출전을 피해야 해요.” “제 생각에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수잔이 앙칼진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그럼 이사장님이 의사인 저보다 의학적 지식이 많다는 얘기인가요?” “그, 그건 아니지만……. 오늘 시합이 중요하고……. 또 통증이 아닌 그저 뻐근한 느낌만 들어서요…….”3/11 쪽 “하는 수 없군요. 계속 출전하시겠다고 한다면, 전 팀닥터의 직권으로 이사장을 부상명단에 올리겠어요.” 팀닥터는 부상당한 검투사를 부상자명단에 올려 출전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이는 검투사 보호차원에서 감독의 의견보다 우위에 두고 있기에, 수잔이 만약 직권으로 명단에 올린다면 범석은 그 어떤 경우라도 경기에 참가할 수 없었다. 이거 괜히 한 번 말을 붙어보려다가 본전도 못 건진 상황에 빠진 꼴이 빠진 그가 손목을 마구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아. 이제 괜찮네요. 아무래도 신경성인가 봅니다.” “신경성이 아닐 수도 있어요. 그러니 제 말대로 하는 편이 좋겠어요.” 그때 구원의 신호가 의외의 장소에서 터져 나왔다. 다이아나의 앞에 있던 구내전화에서 호출벨이 울리는 것이다. 따르릉. 따르릉. “잠시만요. 전화 좀 받겠습니다.” 범석이 다이아나가 받기 전에 냉큼 달려가 링크 버튼을 눌렀다. 그 모습을 바라본 수잔이 살며시 콧방귀를 끼었다. 꾀병인 줄 진작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엘프와 달리 인간4/11 쪽 은 상황에 따라 있지도 않은 병증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었다. 이때는 환자가 곤란해할 만한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되었다.화면에 뜬 사내가 범석을 보며 다짜고짜 말했다. - 여어. 범석군 오래간만이군. 다름 아닌 루카스회장이었다. 뒤편으로 보이는 실내의 모습이 낯에 익은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리마시티콜로세움 VIP석인 듯 보였다. 범석도 한 번 저 자리에 앉아서 경기를 관람한 적이 있기에, 잘 알고 있었다. “아. 루카스회장님. 안녕하셨습니까?” - 그래. 그런데 우리 엠마는 잘 지내고 있나? 물론 그녀는 잘 지내고 있었다. 그다지 큰 부상 없이 꾸준히 경기에 참가하며 활약하고 있었고, 오늘도 출전할 예정이기에 근처 벤치에 착석해 있었다. 사실 엠마는 낮은 검술실력으로 세간에서 그다지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하여간 갓즈나이츠의 주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출전 경기 수가 여느 검투사 못지않았고, 지능적인 플레이에서 나오는 킬 수가 팀 내 수위에 올라 있었다. 이에 최근에 자주 언론지상에 이름이 오르내렸고, 흑사회는 크게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었다. 덕분에 경제인 단체와 벌이는 모종의 싸움에서 크게 우세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던 탓이다. 엠마의 예로 무료신체개조 자들이 스포츠계통으로 나갔다는 명백한 전례를 만들어서인5/11 쪽 지, 놈들의 명분이 크게 떨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번 싸움이 흑사회의 승리로 끝이 날 공산이 컸다. “네. 그렇습니다만, 바꿔 드릴까요?” - 아니야. 그럴 필요까지는 없네. 종종 응원 삼아 연락을 하고 있으니까.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무슨 일로 연락을 주셨습니까?” - 뭐 겸사겸사. 온 김에 안부라도 물으려고 했지. 그런데 어때 오늘 우리 팀과 싸워볼 만하겠는가? 범석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글쎄요. 블랙 캣츠가 워낙 강팀이라 장담은 못하겠지만, 저희 팀도 만만치 않으니 쉽게는 지지 않을 겁니다.” 화면 속의 루카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갓즈나이츠는 강팀으로 인정해 줄 만했다. 시즌 초반 GA컵에 집중하느라 패전이 많았지만, 그 후로는 승승장구를 달리며 9승 3무 7패로 리그 내 7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 기세로 계속 치고 올라온다면 다음 시즌에 와이드리그로 진출하는 일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았다. - 후후. 하긴 우리 감독도 그러는데, 자네 팀은 영 껄끄럽다고 하더군. 실질적인 리그 2위 전력팀이 자네들이라며 영 자신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어. 라피네와 오스칼6/11 쪽 이 빠졌기는 했지만, 드래곤 나이츠에서 노련한 검투사를 몇몇 임대해 왔고, 특히나 자네 때문에 전력을 짜기 곤욕스럽다고 해. “그뿐만 아니죠. 이번에 들여온 헤스티아라는 아이가 있는데, 걔 장난이 아닙니다. 힘이면 힘. 검술이면 검술. 절대 꿇리지 않습니다. 승리는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오늘 블랙캣츠팀은 고생 좀 해야 할 겁니다. 5라운드까지 끌고 가면서 확실히 체력을 빼놓을 테니 각오하십시오. 하하하.” 루카스가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하하하. 그러지 말게. 우리 블랙 캣츠팀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이번 연도에 와이드리그를 진출하는 것이야. 오늘 같은 쓸데없는 경기에 괜한 체력낭비는 피하고 싶네. “어쩔 수 없습니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니까요.” - 하긴 냉정하기는 하지. 그런 묘미로 스포츠경기가 인기를 끄는 것이니까. 하지만, 계산적이기도 하지. 목표가 있으면 이를 이루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하기도 하니까. 범석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말에 뼈가 있음을 느낀 탓이다. “설마 봐달라는 겁니까?” - 전혀. 우리가 신세를 지고 있는 마당에 그런 부탁을 할 수야 있나. 절대 그런 일은 없네.7/11 쪽 하긴 지금 상황에서 져달라고 말한다면 염치가 없는 일이었다. 범석이 흑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는 있지만, 이를 훨씬 능가할 만큼의 큰 손해를 감수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막대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경제인 연합회와 청년기업연합회를 적대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럼 방금 말씀하신 뜻은 뭡니까?” - 혹시 자네 리그 내 2위에 올라서고 싶은 마음이 없느냐고 묻는 것이네. 리그에서 2위를 한다면 승격토너먼트 진출이라는 엄청난 특혜가 뒤따랐다. 그리고 여기서도 좋은 성적을 올린다면 해당 팀은 다음 시즌부터 승격해 상위리그에서 뛰게 되었다. 범석으로서는 상당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소리를 하십니다. 프로팀의 목적은 항시 상위리그 진출과 하위리그로의 강등을 면하는 일입니다.” - 하긴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자네에게 한가지 조언해 줄 것이 있네. “네. 말씀하십시오.” - 글쎄 어제 우리 감독이 한가지 팀 전략을 보고하러 왔는데, 제법 재미있는 소리를 늘어놓더군. “어떤 내용입니까?” - 별 내용은 아닌데 자네 팀에게는 꽤 유리한 전략이었지.8/11 쪽 하며 루카스가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재 블랙 캣츠팀은 19전 18승 1무로 승점 55점을 얻은 상태였다. 반면 2위에 랭크된 피스 그리핀즈는 11승 4무 4패로 승점 37점을 얻고 있었고, 3위인 파이어 피닉스즈팀은 11승 3무 5패로 36점의 승점을 보유하고 있었다. 근 20점 가까이 나기에 이번 년도 우승은 블랙 캣츠팀이 맡아놓은 당상이라고 평가해도 하등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블랙 캣츠의 목적이 리그 1위가 아닌 와이드리그 진출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19경기의 리그전과 리그컵을 수행하다 보면 소속 검투사들의 체력이 극도로 떨어지는데, 이는 그 후 있을 승격 토너먼트경기에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게다가 센트럴리그로 갓 올라간 드래곤나이츠가 강등권 인근에서 놀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만약 이 팀이 강등되어 오기라도 하는 날이면 델로이 와이드리그로 승격할 수 있는 팀은 고작 2팀. 그만큼 승격토너먼트의 경쟁이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블랙 캣츠팀은 2위 팀과 승점 18점을 벌려놓은 상태였다. 체력이 극도로 소모될만한 껄끄러운 경기 몇 번을 포기하더라도 리그 1위를 차지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세상 일이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렇게 노닐고 있다가 갑자기 2, 3위 팀인 피스 그리핀즈와 파이어 피닉스즈팀이 연승가도를 달리며 치고 올라오면 난감한 사태가 발생하였다. 아직 리그전은 19경기나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범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후후. 좋으시겠군요. 그런 쓸데없는 걱정도 다 하시고 말입니다. 승점 18점이면 6승 9/11 쪽 차이입니다. 아무리 19경기가 남아났다고 해도 쉽사리 뒤집힐 만한 승수가 아닙니다.” - 물론 그야 그렇지. 하지만, 만약을 대비한다고 해서 하등 나쁠 일은 없지 않은가? 돈도 들지 않는 일인데 말일세. “물론 그야 그렇죠.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입니까?” - 아주 간단하네. 이 불안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블랙 캣츠 감독이 제시한 전략은 치열한 2위 쟁탈전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사실 범석이 방금 말한 바와 같이 6승 차이는 그렇게 쉽게 뒤집을 만한 승수가 아니었다. 아마도 지금쯤 피스 그리핀즈와 파이어 피닉스즈팀은 2위를 목표하며 잔여 경기에 대한 전략을 짜고 있음이 분명할 터였다. 여기에 새롭게 유력한 팀을 올려보내면 2위 쟁탈전은 더욱 가열될 테고, 블랙 캣츠팀은 한결 수월하게 와이드리그로 향하는 승격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새롭게 2위 쟁탈전에 추가시킬만한 팀을 찾던 도중 가장 유력후보로 떠오른 대표적인 존재가 바로 갓즈나이츠였다. 갓즈나이츠는 9승 3무 7패로 승점 30점을 얻은 상태인데, 블랙 캣츠와는 25점이나 차이가 있어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피스 그리핀즈와 파이어 피닉스즈팀과는 고작 7점과 6점 차이밖에 나지 않아 충분히 2위 쟁탈전에 가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주력 전력도 좋아 언제든지 마음만 먹는다면 상위팀들을 깰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었다. 만약 갓즈나이츠가 2위를 노리며 치열한 접전 끝에, 지금의 2, 3위 팀을 10/11 쪽 쓰러뜨린다면 블랙 캣츠는 다소 편안한 플레이로 승격토너먼트를 대비할 수 있었다. 현재 갓즈나이츠는 피스 그리핀즈와는 홈 경기를 남겨 뒀고, 파이어 피닉스즈팀과는 원정경기를 앞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오늘 경기를 저희가 이겨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요. 오늘 패배하면 그만큼 2위 쟁탈전에서 멀어지니까요.” - 물론 그렇지. 그래서 감독이 이리 말하더군. 오늘은 팀 내에 있는 유망주를 대거 참여시켜 경험을 쌓게 한다고 말이야. 괜히 껄끄러운 자네팀과 혈전을 벌여 체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하던데……. “그럼 경기가 재미없어질 텐데요?” - 어차피 우리 블랙 캣츠의 원정경기 아닌가? 자네 팀이 승리하면 홈 경기장의 팬들은 좋아하겠지. 그리고 자네 팀도 전에 우리 요르데 시티로 원정왔을 때 별 시답지 않은 후보와 2군 애들로 리그경기를 치르지 않았나? 그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이해하게. 보복이라기보다는 은혜갚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막강 팀인 블랙 캣츠를 상대로 쉬운 승리를 따낸다면 갓즈나이츠로서는 이득이 되면 됐지, 손해날 일이 전혀 없었다.============================ 작품 후기 ============================11/11 쪽 ============================ 작품 후기 ============================모두들 편한 하루 되십시오. 전 내일 같은 시간에 또다시 찾아뵙겠습니다.11/11 쪽 ============================ 작품 후기 ============================모두들 편한 하루 되십시오. 전 내일 같은 시간에 또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 블랙 캣츠와의 시즌경기 -- > “뭐. 저희야 나쁘지는 않지만, 나중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닙니까?” - 그럴 일은 없네. 우리는 표면상으로 그저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것뿐이니까. 그리고 에이번드 에어리어 리그를 관장하는 협회는 바로 에이번드 프로검투협회이네. 범석이 무의미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에이번드 프로검투협회는 흑사회가 꽉 잡고 있었으므로,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는 한 블랙 캣츠에 대한 제재는 없었다. 루카스는 바로 흑사회의 멤버이자, 에이번드 프로검투협회의 암묵적인 수장이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거 블랙 캣츠팀 너무 건방진데. 2위를 자기 취향에 맞는 대로 결정하겠다니 말이야.’ 기분이 좀 나쁘기는 했지만, 한 팀의 수장으로 이번 제의 받아들여야 함이 옳았다. 아니 받지 않는다고 해도, 블랙 캣츠가 저리 나오는 이상,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블랙 캣츠의 출전 검투사를 그가 선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쯤이면 이미 출전자 명단이 협회 측에 통고 되어 있어, 부상 등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좀 있으면 그대로 전광판에 게시될 터였다. 범석이 저들의 의중 벗어나는 방법은 단 하나. 이번 경기에 고의로 패하는 일뿐이데, 홈경기장을 찾은 팬 앞에서 그런 작태를 벌일 수는 없었다.회1/11 쪽 ‘쳇. 리그 7위라 일찌감치 강등권을 벗어나 좋아했더니, 블랙 캣츠팀의 꼭두각시가 돼야 한다니……. 이게 승자가 아닌 자의 비애인가?’ 긴 한숨을 내쉰 그가 손가락셈을 하며 경우의 수를 따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일단 의도대로 놀아주려는 것이다. 이미 그의 팔과 다리에 붙어 있는 끈은, 블랙 캣츠 감독의 손에 쥐어진 막대에 연결되어 있었다. ‘흠. 그래도 가능성이 적은 편은 아니군.’ 현재 갓즈나이츠는 2, 3위 팀과의 경기가 하나씩 남아 있는 데다가, 블랙 캣츠팀도 홈인 요르데 콜로세움으로 이들 팀을 불러들여 한 경기씩 맞붙게 되었다. 만약 이 경기 모두 승리한다면 지금의 승점 차는 각각 1점과 0점 차이로 줄어든다. 갓즈나이츠도 충분히 2위를 노려볼만한 뜻이다. 물론 다른 상위팀이 치고 올라간다는 전제가 배제된 상태에서 도출될 결과였지만, 앞으로 남은 경기 19경기가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 모르니 충분히 해볼 만한 목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 올해의 팀 전략을 완전히 180도 바꿔야 한다는 건데.’ 범석이 올 초에 세운 계획은 일단 강등을 면하는 차원에서 GA컵과 리그컵에 집중해 자금을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GA컵이야 8차전에서 탈락을 했으니 해당 사항이 없지2/11 쪽 만, 아직 리그컵이 아직 남아 있었다. 지금 상위권 팀과 많은 점수가 뒤진 상황에서 2위를 노리고자 한다면, 이 리그컵을 포기해야 할 터. 그만큼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2위에 오른다고 가정해 본다면? 아마도 리그컵을 포기하며 발생하는 손해를 몇 배나 보상받을 수 있을 터였다. 토너먼트 전을 통해 와이드리그로 진출하면 말할 나위가 없지만, 토너먼트 과정에서 들어오는 수입이 장난이 아닌 탓이다. 델로이 광역정부 내에 있는 최강 16개 팀의 맞붙는 축제의 장이라, 제법 관중이 드는 편이었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확실히 블랙 캣츠팀에서는 2진을 출전시키는 겁니까?” - 그렇다네. 우리 감독이 자네팀이 올라와 줘야 2위 쟁탈전이 자신의 뜻대로 전개된다고 하며, 2진급을 내보냈어. 그리고 우리 팀 다음 상대가 리그 2위를 달리는 피스 그리핀즈야. 이 팀을 확실히 쳐야 앞으로의 일정이 편한데, 하필 이번 시합이 자네들이야. 그리고 주중에 리그컵도 껴 있고 말이야. 괜히 오늘 원정경기를 통해 체력을 손실시키기 싫다는 것이지. 범석이 피식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자신은 블랙 캣츠 감독의 장깃말이었다. “훗. 팔자도 좋다고 전해주십시오.” - 뭐 저축해놓은 승수가 많으니, 여유를 부리는 것이겠지. 우리 감독으로서는 시즌 3/11 쪽 종료 후 벌어지는 승격 토너먼트에서 최대한의 전력으로 임하고 싶을 테니까. 범석이 혀를 쩝 다시며 말했다. “그럼 저희가 훗날 벌어지는 피스 그리핀즈와 파이어 피닉스즈 경기를 이겨 드리면 되는 겁니까?” - 으음. 그러면 우리의 어깨가 한결 편해지기는 하겠지. “뭐. 알겠습니다. 어차피 저희로서는 그들 팀을 사력을 다해 깨버려야 하니까요.” - 하하하. 고맙군. 그럼 할 얘기는 끝이 났으니, 이만 끊겠네. 범석이 고개를 끄덕이자 바로 화면에서 루카스가 사라졌다. 그는 가만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손바닥을 깍지 끼고 고민을 시작했다. 2위 쟁탈전. 비록 블랙 캣츠팀이 차려놓은 밥상이지만, 수저를 들지 않기에는 너무 맛깔스러웠다. 그리고 이번 일은 블랙 캣츠 감독의 팀 전략 차원에서 나온 부산물이었다. 매 경기를 모두 죽자사자 뛰다가는 리그 38경기와 GA컵, 리그컵 모두를 소화할 수 없는 일. 감독은 최종 목적을 위해 몇몇 경기에서 주전을 빼 휴식을 취하게 함과 동시에 후보나 2군을 해당 경기에 투입해 새로운 전력을 찾아보는 것도 생각해 봐야 했다. 여기에 최적의 상대로 갓즈나이츠가 낙점되었을 뿐이니, 하등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또 갓즈나이츠로서는 2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피스 그리핀즈와 파이어 피닉스즈를 사력을 다해 깨야 함도 당연했다. 한 가지 찝찝한 점이 있다면 2위 자리를 블랙 캣츠팀의 입맛대로 정하겠다고 하는 4/11 쪽 건방짐이었다. 짜증이 나기는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고 반드시 결과로 말해야 법. 리그 7위에 머무르고 있는 갓즈나이츠나 2, 3위인 피스 그리핀즈, 파이어 피닉스즈등이 왈가불가할 수 없었다. 자존심이 상할 것이었으면, 진작에 리그경기에 사력을 다해 블랙 캣츠에서 절대 저런 어이없는 전략이 들고 나올 수 없도록 눌러줬어야 했다. 만약 자신의 팀이 1위에 올라서 있거나, 바로 코밑을 쫓고 있었다면 그들은 아마 다른 전략을 취했을 터였다. ‘블랙 캣츠. 다음에 두고 보자.’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구를 세심한 손길로 닦기 시작했다. 반드시 이번 년도 리그에서 2위를 차지해, 승격토너먼트에 진출하려는 것이었다. 그럼 결승전에서 블랙 캣츠팀을 만나 오늘 상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었다. 승격토너먼트에서 해당 리그의 1, 2위 팀이 만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승을 다투는 자리여야 했다. 잠시 후. 외부 스텐드가 시끌벅적해졌다. 전광판에 표기된 블랙 캣츠의 명단에, 주전은 단지 3명만이 포함되어 있었고 나머지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검투사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던 탓이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관중은 블랙 캣츠가 갓즈나이츠를 무시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뭐하는 거냐! 블랙 캣츠! 장난하냐!” “갓즈나이츠! 저 건방진 자식들을 작살 내버려!”5/11 쪽 뒤이어 이어지는 출전을 종용하는 장내 방송소리에 범석이 입고 있던 은빛의 슈트를 다시 한 번 체크하고는, 출입구 터널로 나아갔다. 그는 외부의 빛이 미치지 않는 터널 안에 자신의 주전검투사들을 도열시키고는 목청껏 소리쳤다. “오늘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어떤 라운드든 절대 패배나 무승부는 용납하지 못한다. 이번 경기에서 어이없는 플레이를 하는 얘들은 따로 진지한 면담이 있을 테니, 알아서 하도록!” 그러자 범석의 휘하 엘프들이 손에 쥔 무구를 불끈 쥐었다. 주인의 음성에서 은근한 분기를 감지한 탓이다. 영문을 모르겠지만, 그 상대는 분명히 블랙 캣츠팀. 그를 화내게 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했다. - 양 팀 모두 입장해 주십시오! 방송이 나오자마자 범석을 선두로 1회전을 전담할 갓즈나이츠팀 주전들이 경기장 내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로 환호소리가 터져 나왔다. “파이팅! 갓즈나이츠!” “범석님! 사랑해요!” 범석은 환호 소리 속에서 낯익은 한 여인의 목소리를 듣고는 손을 흔들었다. 오늘 자6/11 쪽 신의 가랑이 밑에서 교성을 내지른 셀리였다. 아무리 블랙 캣츠팀의 농간으로 말미암아 찝찝한 기분에 휩싸여 있지만, 충분히 화답해줄 정도의 연분은 있었다. ‘그나저나. 이 다리가 그 다리군.’ 경기장 중앙까지 간 그가 앞으로 보이는 긴 철재 조립식 다리를 바라봤다. 대표팀 감독인 클라크와 협의해 지난 휴가기간의 긴급히 설치한 다리로, 앞으로 이곳을 통해 도강할 수 있으니 비교적 손쉽게 적과 상대할 수 있었다. 뭐 강팀과 만나면 불리한 구조물로 변모하지만, 확실한 사실은 오늘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는 허리에 차고 있던 카타나를 뽑아 손에 쥐고는 만지작거렸다. 빨리 경기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눈치였다. - 삐익! 경기시작! 경기 시작 신호와 함께 범석에게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모두 돌격해! 초전에 깨버린다!” 일제히 다리를 건너는 갓즈나이츠의 선봉이 도강을 막고 있는 블랙 캣츠 팀과 맞부딪쳤다. 아무리 2진들과 일부 주전만이 참가하기는 했지만, 그녀들은 만만치 않았다. 3열 종7/11 쪽 대로 서서 입구를 꽉 틀어막으니 쉽사리 길이 열리지 않았다. 현재 블랙 캣츠 팀을 구성하는 검투사 중에는 지난 시즌 팀이 2위를 하는데 주전으로서 큰 공헌을 했지만, 새로이 들어온 막강한 실력의 검투사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후보로 물러선 이들도 다수 존재했다. 이들이 세 명의 주전 검투사들을 뒤에서 보좌해 주니 갓즈나이츠로서도 상대하기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창. 창창. 깡깡. 창. ‘젠장. 여기서 지면 개망신인데.’ 범석이 곁에 있는 헤스티아를 바라봤다. 지금의 방어전략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상대의 후방으로 넘어가 뒤를 칠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면 블랙 캣츠팀은 대장 검투사를 보호하기 위해 진을 흐트릴 테고, 이 틈에 본진이 밀어붙일 수 있었다. 비록 갓즈나이츠가 젊은 엘프가 많아 노련함에서 밀리지만, 힘으로는 상대할 자가 없었다. 사소한 균열만 생겨도 이런 방어진쯤은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었다. “헤스티아. 내 뒤를 바짝 쫓아라. 둘이 프리롤을 시행한다!” “네. 알았어요!” 그가 바로 다리 난간을 타고 아래로 점프했다. 그리고 첨벙거리는 발자국소리를 내며 헤스티아와 함께 상대의 영역으로 침범했다. 이를 블랙 캣츠팀의 대장 검투사가 8/11 쪽 보기는 했지만, 감히 요격팀을 꾸리기가 망설였다. 뒤를 따르는 낯선 엘프는 모르겠지만, 범석은 한둘로는 절대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의 리그전으로 그는 같은 리그 검투사들에게 두려움의 존재로 인식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대로 후방을 내어줄 수는 없는 일. 블랙 캣츠의 대장 검투사 주전급 검투사인 동료 셋을 따로 불러 뒤를 마크하도록 했다. 이들은 모두 와이드리거급의 실력자로 충분히 범석을 상대할 수 있다고 믿었다. “됐어! 블랙 캣츠의 저항이 약해지고 있어!” 하지만, 블랙 캣츠의 결정은 명백히 실수였다. 갓즈나이츠에는 범석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비록 오스칼과 라피네가 다른 팀으로 임대되어 갔다고는 하나, 수준급의 실력을 지닌 에리카, 에르피나가 있었고, 드래곤 나이츠에서 임대되어온 노련한 선봉진도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소속 검투사 대부분이 피지컬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곧 방어진은 뒤로 계속 밀리더니 결국 블랙 캣츠는 다리의 입구를 내어주고야 말았다. “이때야! 모두 공격해 들어가!” 갓즈나이츠의 전광석과 같은 돌진이 블랙 캣츠팀의 진영을 발기발기 찢어발겼다. 긴 포물선을 그리는 수많은 검끝이 날카로운 금속음을 내며 사방에서 부딪히고 있었다. 난전이 되어 버린 상황에서 질과 양에서 뒤처지는 블랙 캣츠팀이 상대가 될 수 없9/11 쪽 었다. 그녀들은 이리저리 밀려다니며 범석을 요격 나간 주전들이 돌아오기를 기원했다. “헤스티아! 확실히 한 애를 맡아! 그럼 나머지는 내가 해결한다!” 14번 검투사를 맡고 있던 헤스티아가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아무리 그녀가 또래에 비해 높은 검술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지만, 7년간 익힌 검술로 수십 년간 프로 리그에서 활약한 검투사를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범석에게 범접을 당한 후,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는 항시 특성이 발동되고 있었다. 지금 모든 능력치가 10이 늘어나 있으니 월등한 신체능력으로 14번 검투사를 상대할 수 있었다. 창창. 창창. 창창. “너 도대체 누구야!” 14번의 앙칼진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검을 부딪칠 때마다 튕겨져나가는 바람에 제대로 된 검술을 구사할 수가 없었다. 간혹 반탄력을 이용해 기습적으로 검을 뻗어보기는 하지만, 여지없이 막힘과 동시에 반격이 자신을 엄습해 왔다. 이 정도라면 결코 자신의 밑이 아니었다. 그녀는 걱정스럽게 범석을 상대하고 있는 동료 검투사를 바라봤다. 저 둘이 그를 잠시 막는 사이, 자신이 뒤를 따르는 헤스티아를 빨리해치우고 연합공격에 가세해야 10/11 쪽 하는데 뜻하지 않게도 일이 쉽게 풀리지 않고 있었다. 본진이 철저히 밀리는 와중이라 한시가 급한데, 이렇듯 헤스티아만 붙잡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결국, 14번 검투사는 무리하게 안쪽을 파고들며 그녀를 공격하기에 이르렀다. 힘에 밀려 계속 외야를 돌다가는 이 승부는 절대 끝이 나지 않았다. 어떻게든 상대를 압도할 만한 계기를 만들어야 했다. 창. 차창. 창. 깡. 정교하고 세련된 검격이 연방 헤스티아에게 쏟아져 들어왔다. 버거울 정도로 기교 넘치는 공격이었지만, 그녀는 효과적으로 검면을 대며 튕겨냈다. 과거 있던 팀에서 수없이 센트럴리그 주전급 검투사와 맞상대해봤기에, 이 정도 공세쯤은 많이 경험해봤고 충분히 막아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왠지 서두르는 면이 있어서, 빈틈이 아주 많았다. 곧 14번 검투사의 무리한 공격이 강인한 힘에 밀려 궤도에서 멀찌감치 벗어났다. 이에 기회라고 여긴 헤스티아가 짧고 빠르게 검을 내리쳐 그녀의 오른쪽 팔을 강타했다.============================ 작품 후기 ============================근래에 날씨가 너무 따듯하네요. 늦가을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요. 이걸 어떻게 봐야 할지요.11/11 쪽 ============================ 작품 후기 ============================근래에 날씨가 너무 따듯하네요. 늦가을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요. 이걸 어떻게 봐야 할지요. 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 맞이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11/11 쪽 ============================ 작품 후기 ============================근래에 날씨가 너무 따듯하네요. 늦가을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요. 이걸 어떻게 봐야 할지요. 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 맞이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 -- 블랙 캣츠와의 시즌경기 -- > “꺄아아악!!” 충격으로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 검이 바닥을 굴렀다. 불의의 일격을 받아 오른팔이 경직된 14번 검투사가 놀란 표정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허리에 차고 있던 한손검을 뽑으려는 순간, 바로 헤스티아의 검이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어, 어떻게…….” 행동불능 상태로 빠져들며 무릎을 꿇는 14번 검투사를 스치며 헤스티아가 당당히 말했다. “뭐긴. 내 앞에서 그렇게 서두르면, 날 잡아 잡숴 달라는 얘기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본 14번 검투사가 이제야 소속팀 감독이 오늘 이런 전략을 가지고 나왔는지 이해가 되었다. 아무리 급한 마음에 빈틈을 보였다지만, 자신을 이렇듯 쉽사리 쓰렸다는 사실은 상대가 그만큼 강자라는 뜻이었다. 이런 검투사들이 즐비한 갓즈나이츠이니, 모든 주전급 검투사를 오늘 경기에 출전시켰다고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럼 당연히 체력은 극히 소모될 테고, 앞으로 있을 리그컵과 다음번 벌어질 피스 그리핀즈와의 일정이 힘겨워질 수 있었다. 어차피 몇몇 팀은 건너뛰회1/12 쪽 려 했으니, 이중 갓즈나이츠를 선택한 일은 옳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들 팀과는 승점 25점을 벌여놓은 터라, 앞으로 있을 잔여경기에서 절반만 승리를 챙겨도 순위가 뒤바뀌는 일은 없었다. 창. 차창. 창. 깡. “헤스티아. 잘 왔다. 저 7번 검투사를 막아!” 7번 검투사와 11번 검투사를 동시에 상대하며 치열한 접전을 벌이던 범석은 헤스티아의 증원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아무리 근래에 체력적으로 성장했다고 하나, 두 명의 블랙 캣츠팀의 주전 검투사를 상대하려니, 조금 버거웠다. “얘. 조심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7번과 11번 검투사가 서로 독려하며 범석과 헤스티아를 맞상대해갔다. 하지만, 이들의 공격을 쉽사리 막아낼 수는 없었다. 강인한 힘과 검술로 압박해 들어오는 헤스티아를 범석이 뒤에서 보좌하며 치명적인 검격을 연속적으로 뿌려대고 있었던 탓이다. 7번 검투사가 절망적인 시선으로 본진을 바라봤다. 거의 지리멸렬 상태에 빠진 터라 구원을 가야 하는데, 정작 자신들도 도움이 간절했다. 아무래도 이번 판을 패하리라고 생각한 그녀가 11번 검투사와 의미심장한 눈빛을 마주했다. 감독이 알려준 작전2/12 쪽 을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쟤들 뭐하려는 거지?’ 갑작스럽게 과감한 공격을 퍼붓는 7번과 11번 검투사의 행동에 범석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잔뜩 힘이 들어간 강맹한 검격이 연속적으로 뿌려지고 있지만, 사방에서 빈틈이 노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연의 신체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힘이 아닌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식의 공격이라면 아무리 강한 검세이라도 손쉽게 응수할 수 있었다. 무리한 동작에는 반드시 그만큼의 예비동작이 필요했고, 이는 대적하는 자에게 큰 호기를 선사했다. 그는 자신의 머리로 뻗어오던 11번 검투사의 검격을 스텝을 밟으며 피하고는, 곧바로 목줄기에 검끝을 날렸다. 그녀의 검은 무리한 공격으로 크게 회전하고 탓에 빈틈이 너무도 컸다. 퍽. 이내 휘청거리며 쓰러지는 11번 검투사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범석에게 손쉽게 당하기는 했지만, 작전은 성공이었다. 이 모습에서 불안감을 느낀 그가 황급히 7번 검투사를 상대하는 헤스티아를 바라봤다. 혹시나 지금의 어이없는 행동이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탓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난타전 속에 7번 검투사가 헤스티아에게 손쉽게 당하는 모습을 보자, 대략 사태를 직감했다.3/12 쪽 ‘이 자식들이 서, 설마…….’ 아무리 헤스티아가 강하다는 하나, 블랙 캣츠팀의 7번 검투사가 저리 어이없이 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지금까지 싸워본 결과 7번 검투사는 그녀보다 약간 우위의 실력을 지녔다. 황당하리만큼 무모한 공격을 퍼부으며 손쉽게 당하는 7번 검투사와 11번 검투사. 상황을 몰랐으면 멍청한 애들이었다고 혀를 찰 일이었지만, 루카스로부터 블랙 캣츠 감독의 대략적인 전략을 들은 그는 지금의 의도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바로 패전이 짙어지자, 체력을 아끼려고 일부러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든 것이었다. 이를 부득 간 범석이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바닥에 내팽개쳤다. 아무리 저쪽 감독이 서로 득이 되자고 꺼내놓은 패지만, 해도 해도 너무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그가 경기가 끝나지도 않았음에도 더그아웃 쪽으로 발길을 돌려버렸다. 이 이상의 경기가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곧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입구 터널에 다다를 무렵 경기는 끝이 났다. 에리카가 본진에 끼어든 헤스티아와 함께 마지막 남았던 대장검투사를 해치워 버린 탓이다. 무척 다행한 일로 덕분에 범석은 퇴장 사태를 면했다. 시합 중 해당 검투사가 임의대로 경기장을 빠져나가면 규칙상 퇴장을 당하게 되었다. 다이아나가 급히 달려와 범석을 맞이했다. 분위기상 그가 심기가 매우 불편해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4/12 쪽 “주, 주인님. 무슨 일이세요? 왜 갑자기……?” 긴 한숨을 내쉰 범석이 손사래를 치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알 필요 없어. 그런데 블랙 캣츠팀의 감독이 도대체 누구야!” 경쟁팀의 감독을 모를 리가 없던 그녀가 바로 대답했다. “롭스라는 사람이에요.” “롭스? 뭐하던 작잔데!” “삼 년 전까지 이르스 중앙정부 내에 있는 올레스 워리어즈팀의 감독이었어요. 그러다가 작년 여름 새롭게 블랙 캣츠팀의 감독으로 왔고요.” “그래? 삼 년 전에 감독을 그만둔 이유가 뭐야?” 다이아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글쎄요. 자세한 내용은 모르는데, 경영진과 큰 충돌이 있었데요.” “왜? 성적이라도 좋지 않았어?” “아뇨. 팀 스쿼드에 비해 성적은 꽤 좋은 편이었어요. 다만, 소문으로는 경영진과의 의견이 맞지 않았다고 해요. 경영진들은 돈을 벌기 위해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경쾌한 경기를 원했는데, 롭스감독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적만 올리면 된다5/12 쪽 고 주장했데요. 그러다가 극단적인 수비지향적 경기로 무승부를 계속 펼치다가 팬들의 원성을 샀고, 결국 경영진들이 해임 통고를 받았다고 해요.” 자신이 벤치에 앉은 범석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결국, 성적 지상주의자라는 얘기군.” “예. 맞아요. 하지만, 감독으로서의 능력이 출중해서 지휘하는 팀마다 제법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했어요.” 정말 흑사회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 인사랄 수 있었다. 그들의 신조는 단지 능력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는 롭스가 예뻐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쩐지 아까 통화에서 루카스가 살갑게 자신의 감독을 언급 하나 했다. ‘쳇. 아무리 프로가 결과로 말한다지만, 이런 자에게 절대 지고 싶지 않은데……. 문제는 이기는 것도 기분이 더럽다는 거야. 져주기 위해 검을 저따위로 휘두르는 애들과 싸워봐야 흥이 날 리가 없잖아.’ 범석은 긴 한숨을 내쉬고는 근처에 앉아 있던 아겔리아를 미묘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루카스회장의 조언을 듣고 참가시키지 않으려고 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180도로 바뀌었다.사실 블랙 캣츠팀이 오늘 자신들과 전심으로 싸우기가 껄끄러워 이런 황당한 전략을 6/12 쪽 꺼내 들었지만, 이겨서 하등 나쁠 것은 없었다. 2진급을 투입시켜 1승을 챙긴다면 블랙 캣츠는 체력의 소모도 줄이면서도, 우승할 확률도 높일 수 있었다. 범석으로서는 결코 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왠지 롭스의 전략에 고추가루를 뿌리고 싶었다. 아겔리아는 다리만 빠를 뿐 검술 실력은 아마추어만도 못하기에 정면승부를 시킨다면 분명히 이번에 내보낼 2진에게 큰 짐이 될 터였다. 그럼 잘만하면 2, 4라운드를 내줄 수 있을 테고, 3, 5라운드에서 놈들의 주력과 싸울 수 있었다. 이때, 범석은 7번, 11번, 14번 검투사를 20분 내내 가지고 놀면서 진을 쏙 빼버릴 예정이었다. 단지 세 명이라도 그녀들은 모두가 블랙 캣츠팀의 주요전력이니, 약간이지만 저들에게 체력적인 부담을 안겨줄 수 있었다. 뭐 쪼잔한 전술이라 할 수 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지금 머릿속을 휘젓는 화를 풀 길이 없었다. “다이아나. 다음에는 아겔리아를 출전시킨다.” 다이아나가 슬며시 아겔리아의 눈치를 살피고는 대답했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블랙캣츠팀의 저런 스쿼드를 들고 나온 이상, 정석대로 힘으로 밀어붙이면 이길 수 있어요. 그리고 아겔리아는 단지 뜀새의 역할로 데려왔을 뿐인데, 지금 상황에서는 뜀새가 필요 없고요.” “알아. 그래서 뜀새로 사용할 생각이 없어.”7/12 쪽 다이아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뜀새의 목적이 아니라면 패전처리용밖에 없었다. “서, 설마 이번 경기를 고의로 지시게요?” “아니. 이번 경기에서 질 마음은 없다. 다만, 이번 2라운드를 어렵게 가져가려는 것뿐이지.” “아니 왜요?” “오늘 경기에 나온 블랙 캣츠 주전 3명과 2번 싸우기 위해서지. 이번 라운드에서 이겨버리면 1번밖에 못 싸울 공산 크잖아.” 다이아나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쉬운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려는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혹시 다른 말 못할 사연이 있으신가요?” “그래. 있어. 그러니 부탁해.” 그렇다면 어쩔 수가 없었다. 주인인 그가 소망하는데, 아무리 감독이라도 휘하 엘프인 다이아나가 거절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네. 알겠어요. 뜻대로 할게요. 그런데 주인님. 저희 팀은 2진급이라도 강하다는 것 아시죠? 아겔리아 제외한 모두가 에어리어리그 주전급의 실력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블랙 캣츠팀에서 변칙이 아닌 정석대로 2진급을 꾸려 내보내면, 저희가 질 가능성은 8/12 쪽 그다지 많지 않아요. 저들은 이번에 대거 유망주를 경기에 투입했고 이번 라운드에 이변이 없는 한 모두 나올 것이에요.” 범석이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갓즈나이츠는 아직 검투사층이 두텁지는 않지만, 그간의 노력으로 경기에 내보낼 숫자만큼은 괜찮은 전력으로 채워넣었다. 유망주가 다수 낀 블랙 캣츠팀의 2진에게 이기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건 나도 잘 알아. 그래서 아겔리아를 끼라는 거야.” “하지만, 그 방법보다는 애들에게 지라고 귓뜀하는 편이 더 확실할 텐데요. 그렇게 할까요?” 그가 바로 손을 흔들었다. 목적을 위해 검투사들에게 고의로 지라고 한다면 자신도 롭스라는 자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일단 경기에 나선 이상 최선을 다하게 해야 했다. 그가 화를 내는 이유는 바로 7번 검투사와 11번 검투사가 제대로 싸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전까지는 그저 남의 손에 놀아난다는 사실에 짜증을 났을 뿐이었다. “됐어.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하여간 아겔리아는 끼고, 최대한 빈약한 스쿼드를 짜도록 해.” “네. 알겠어요.” 감독석으로 돌아간 다이아나가 2라운드 출전명단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번 라운9/12 쪽 드는 패배를 위한 검투사 구성이었기에, 최대한 실력이 떨어지는 팀원들로 스쿼드를 구성했다. 그리고 곧이어 시작되는 2라운드. 입장하는 갓즈나이츠의 2진을 본 관중이 큰 소리로 환호성을 질러댔다. 지역 내 유명인인 아겔리아의 재등장에 반가움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장내의 아나운서도 지금의 광경을 TV에 앞에 모여든 시청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세세한 설명을 깃들이며 열변을 토해내고 있었다. 비록 육상계는 떠나기는 했지만, 그녀는 전 세계의 육상계를 제패할 유망주로 지역민들에게 주목받은 적이 있었다. - 아겔리아입니다. 그 아겔리아가 오늘 리마시티 스타디움이 아닌 이곳 리마시티 콜로세움에서 그 모습을 보였습니다. 잠시 멋쩍은 표정으로 걷던 아겔리아가 스타본능을 잊지 않았는지, 관중과 날아드는 버드 카메라를 향해 능숙한 모습으로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응원소리는 더욱 높아져 갔고, 그녀를 알고 있던 많은 팬이 이름을 부르며 애정을 표시했다. “하하하. 아겔리아! 오늘 잘해라!” “절대로 지면 안 된다!” 하지만, 이들 중 오늘 아겔리아가 활약하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언론 기사를 통해 검술 실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녀의 출전10/12 쪽 은 그저 갓즈나이츠의 팬서비스 차원쯤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얼마후 중앙의 시내에 선 아겔리아가 손에든 양손방패를 꽉 쥐고, 비너스의 뒤에 섰다. 범석이 없을 때는 그녀가 바로 양손 방패술을 가리키는 스승이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출전하는 검투 경기가 그렇게 긴장이 될 수가 없었다. “비너스. 잘 부탁해.” “네. 언니. 제가 확실히 막아 드릴 테니까 염려 마세요.” 삐이익! 경기 시작 신호와 함께 양팀이 다리 위에서 충돌을 빚었다. 밀고 밀리는 몸싸움이 계속되었지만, 결국 기세를 잡은 쪽은 갓즈나이츠였다. 힘으로 블랙 캣츠팀을 다리 너머로 밀어 도강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이다. 그때 블랙 캣츠팀의 진형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돌파가 아닌 의도적인 분단이었기에, 갓즈나이츠의 선봉들이 돌진하지 않고 뒤로 물러섰다. 혹시나 요격팀을 꾸려 후방을 칠 의도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모두 대장을 확실히 보호하고 기습에 주의해!” 역시나 생각이 맞았는지, 블랙 캣츠 검투사들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는 다시 진을 하11/12 쪽 나로 뭉쳤다. 지금 갓즈나이츠의 2진의 가장 큰 약점은 아겔리아. 블랙 캣츠로서는 충분히 시도할만한 노림수였다. 창. 차창. 창. 깡. 다시금 정면에서 충돌을 빚은 양 팀이, 치열한 접전을 벌여나갔다. 하지만, 범석의 의도와 달리 갓즈나이츠의 2진이 서서히 압박을 가하며 전황을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가고 있었다. 역시나 본연의 실력은 어쩔 수 없는 듯 보였다. 잠시 후. 블랙 캣츠의 2진은 하나둘씩 쓰러져 갔고 결국 2라운드의 승리도 갓즈나이츠에게로 돌아갔다. ‘쩝 어쩔 수 없지. 1라운드만 엿 먹이는 수밖에.’ 하지만, 이도 범석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가 단단히 노리던 7번, 11번, 14번 검투사 모두가 3라운드 출전명단에 제외된 것이다. 2패 후 더는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주전력을 보전시키려는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범석으로서는 약이 오를 대로 오를 수밖에 없었다. 곧 3라운드는 광분을 장으로 변했고 블랙 캣츠팀은 불쌍할 정도로 처참하게 깨져버렸다.============================ 작품 후기 ============================12/12 쪽 참하게 깨져버렸다.============================ 작품 후기 ============================모두들 편안한 주말 보시고요. 전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12/12 쪽참하게 깨져버렸다.============================ 작품 후기 ============================모두들 편안한 주말 보시고요. 전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 -- 투자설명회 -- > 어느 일요일 저녁 무렵이었다. 범석은 나탈리와 함께 깔끔한 옷차림을 하고는 레인보우호텔 로비 앞에 서 있었다. 오늘 글로리아와 렉스터경감. 그리고 레퍼드와 카렌이 모이는 조촐한 모임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 착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안내를 위해 일찌감치 기다리고 있던 한 호텔리아의 안내를 받으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나탈리. 어때 사업 설명회는 잘할 수 있겠어?” 그녀가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늘은 존경하는 글로리아의 면전 앞에서 자신의 방송사업에 투자설명회를 하는 날. 허투루 임할 리가 없었다. “네, 네.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열심히 준비해왔어요.” “그래? 그럼 다행이네. 글로리아가 제법 깐깐해서 고생 좀 할 거야.” 사실 글로리아가 범석에게 깐깐한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가 승격평가 작업 때였는데, 당시 팀 내 지원부서를 모두 여성직원으로 뽑은 터라 호감을 얻었었고, 두 번째에는 생명의 은인으로서 그가 등장했기에 깊은 애정을 얻었다. 그리고 세 번째 만남에서는 서로 깊은 사랑놀음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 진한 정을 쌓았다.회1/12 쪽 당연히 범석은 글로리아의 사업가적 기질을 볼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세간에 떠도는 평은 많이 들었다. 특유의 깐깐하고 철두철미한 일 처리로, 맨몸으로 시작해 거대 부동산 그룹을 일궜다는 일화는 에이번드 지역 내에 전설과도 같은 얘기였다. “네. 저도 알고 있어요. 이미 각오하고 있어요.” “그래. 그럼 행운을 빈다.” 짧은 대화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와 나탈리는 푹신한 카펫이 깔린 복도를 지나 작은 연회실로 안내되었다. 안에는 레이스 달린 흰 천이 덮여 있는 긴 식탁 하나와 그에 걸맞은 좌석들이 좌우로 배치되었는데, 앞으로는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전자칠판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한 편에 티가 날 정도가 배가 부른 한 여인이 있었는데, 불편한 몸을 일으키며 반가이 범석을 맞이했다. 바로 글로리아였다. 그녀와 첫날밤을 보낸 지 어느덧 근 6개월. 뱃속의 아이가 많이 자라있었다. “범석씨.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하하. 글로리아님. 오랜만입니다.” “네. 정말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너무 소원해서 제가 좀 섭섭했어요.” “하하하. 죄송합니다. 제가 근래에 좀 바빠서요. 요새는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지경입니다.”2/12 쪽 글로리아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그가 바쁜 생활을 한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 리그경기에 월드컵에다가 이사장으로 사무업무까지 보느라 한창 바쁜 나날을 보냈을 터였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범석은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영상통화를 주며 안부를 물었다. 섭섭하다는 얘기는 말뿐이었지, 실제로는 무척 고마워하고 있었다. 그녀가 범석의 옆에 바짝 붙어 있는 나탈리를 바라봤다. “아, 예. 그러셨군요. 그런데 이 아이가 그 아이인가요?” “네. LKS방송의 이사장인 나탈리라고 합니다.”그가 등을 밀자 나탈리가 급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나탈리라고 해요.” “네. 전 글로리아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네. 저도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그녀를 유심히 훑어본 글로리아가 무의미한 한 마디를 던졌다. “그런데 꽤 나이가 젊군요. 혹시 나이가?” “네. 올해로 20이에요.”3/12 쪽 그렇다면 완전히 사회초년생이라는 뜻이었다. 이런 아이가 작지만, 방송사를 운영한다고 하니 믿기지가 않았다. “정말인가요?” “네. 맞아요.” “으음. 그렇다면 놀라운 일이군요. 아마도 꽤 힘들었을 텐데요.” “아뇨. 방송사 건립이 제 꿈이니, 몸이 고달파도 힘든 일은 없어요.” 글로리아가 기특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신도 젊은 시절 돈을 벌어 부자가 되겠다는 희망에, 힘든 삶을 산적이 있었다. 그래서 결국은 성공했고, 오늘날 레인보우 그룹의 총수가 되었다. 그녀는 젊은 시절 가장 중요한 덕목은 꿈에 대한 열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요. 젊은 시절 자신의 꿈을 찾아 열심히 노력하는 일도 무척 중요해요.” 존경하는 사업가로부터 격려를 받은 나탈리가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네. 감사합니다.” 미소를 지은 글로리아가 범석과 나탈리를 자리로 안내했다.4/12 쪽 “자. 그럼 이리로 와서 앉으세요. 일단 다른 분들이 오실 때까지 간단히 음료와 다과라도 즐기시죠.” 의자에 편안히 앉은 이들이 정겹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렉스터 경감과 카렌, 레퍼드가 차례로 연회석을 찾아들었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정감 어린 덕담을 나눈 이들이 오순도순 모여 서로의 관심사를 얘기했다. “레퍼드님. 카렌의 음반작업은 잘되어 갑니까?” 범석의 질문에 레퍼드가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를 비롯한 글로리아, 렉스트의 투자로 최근 손녀에게 음반작업을 시켜줄 수가 있었다. 게다가 노래가 나오기만 한다면 곧 전 세계 방영권을 지닌 WBS의 유명 가요 프로그램 출연하게 되었으니,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손녀라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카렌이 노래를 부를 때면 간혹 섬뜩섬뜩한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그러네. 순조롭게 진행되어 곧 음반이 나올걸세.” “잘됐습니다. 이제 카렌이 스타가 될 일만 남았군요.” 아주 자신 있게 말하는 범석이었다. 정보창을 통해 특성을 확인한 그는 카렌의 성공을 백 퍼센트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레퍼드로서는 예의상 덕담을 던져준다고 생각했다. 과거 연예계에 몸담았던 그로서는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5/12 쪽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투자자들 앞에서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기에 큰 소리로 호언장담했다. “하하하. 고맙네. 당연히 그래야지. 누구 손녀인데. 확실히 방송만 타게 해주게. 자네가 투자한 돈이 몇 배나 불어날 걸세.” “후후. 몇 배 가지고 되겠습니다. 수십 수백 배로 늘어야죠.” 레퍼드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농담이 과하다고 생각이 들은 모양이었다. 그러려면 레퍼드기획이 세계적인 연예매니지먼트사로 거듭나야 했는데, 카렌 혼자가 성공한다고 투자자금이 그 정도로 뻥튀기되지는 않았다. “그 정도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되네만……. 이거 부담이 되는걸.” “뭘요. 레퍼드님이 회사만 잘 키워나가신다면 그깟 일쯤이 뭐가 어렵겠습니까? 카렌의 재능을 알아봤듯이, 다른 유망주들을 캐내 훌륭히 성장시킨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허허. 그렇게 되나? 알겠네. 확실히 그리 만들어 줌세. 이리 보여도 내가 바로 레퍼드일세. 레퍼드. 하하하.” 레퍼드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연회장을 안을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지금 비록 초로한 노인에 불과하지만, 과거 세계적인 대스타에, 하이에나그룹의 모체였던 레퍼드기획을 만들어낸 적이 있었다. 그깟 일 못해낼 리가 없다고 생각됐다.6/12 쪽 이에 범석과 렉스터, 글로리아가 밝게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주식들이 금덩이가 되어 돌아온다고 하는데, 기분 나빠할 리가 없었다. 이들은 곧 들어온 식사를 맛나게 나누며 즐겁게 대화를 이어갔다. 잠시 후 나타리를 힐끔 쳐다본 렉스터가 아무도 들리지 않을 만큼 은근한 목소리로 범석에게 질문했다. “범석아. 그런데 LKS방송에 투자해도 전혀 상관이 없겠냐? 너에게 언질을 받고 확인해봤는데, 영 아닌 것 같더라. 이거 완전히 소꿉놀이 수준이야.” 마침 고기를 썰어 오물오물 씹던 그가 뜨끔했는지 슬그머니 수저를 내려놓았다. 사실 그도 같은 렉스터와 같은 의견이었다. 아무리 나탈리가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카렌이 있는 레퍼드기획과는 전혀 상황이 틀렸다. 그녀는 유명 대중 방송에서 노래만 한다면 성공이 보장됐지만, 나탈리는 아니었다. 단지 작성한 프로그램의 호응도가 20% 상승할 뿐이니, 이 치열한 방송계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극히 작았다. 지금도 그 특성이 발휘되고 있지만, LKS방송은 수백의 접속자 수만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렉스터의 자금도 끌어들이려는 범석이 솔직히 심정을 늘어놓을 수는 없었다. 그의 목적은 나탈리에게 실패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준 이후, 자신의 품 안에 끌어들이는 일이었다. “네. 맞습니다. 지금은 소굽놀이 수준일 뿐이죠.” “그런데 왜 그런 방송국에 투자할 생각을 했냐? 망할 공산이 무척 큰데 말이다.”7/12 쪽 “물론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는 합니다. 하지만, 성공 시 손에 떨어질 과실은 장난이 아니죠.” 그걸 렉스터가 모를 리가 없었다. 방송사는 연예기획사와 달리 덩치가 무척 컸다. 어느 정도의 인지도만 쌓아도, 투자금은 기아급수로 늘어난 이득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 계통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자리에 모인 셋의 자금으로는 크게 부족했다. 하루 24시간 방송이 아닌 단지 낮시간만 채워도, 소요되는 비용이 천문학적인 숫자로 늘어날 터였다. 기껏 천만 크랑이 넘는 자금으로는 얼마 못 가 방영되는 모든 프로그램을 내려야 했다. “그걸 몰라서 묻냐? 우리들의 자금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니 문제지. 방송사는 가수 한 명이 성공하면 명맥을 유지하는 연애매니지먼트사와는 차원이 달라. 이거 아무래도 실패할 공산이 너무 크다.” “뭐. 그렇기야 하겠죠. 하지만, 전 나탈리의 재능을 믿습니다. 당연히 그런 어려움쯤은 극복해 내리라고 생각됩니다.” 범석의 거짓된 신뢰감에 렉스터 영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안목을 믿지만, 방송사의 일은 한 사람의 재능 가지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야. 너. 솔직히 말해봐 무슨 꿍꿍이 수작이 있지? 혹시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야?”8/12 쪽 역시나 감이 좋은 렉스터였다. 단번에 핵심을 찌르며 범석을 곤란하게 하고 있었다. “절, 절대로 아닙니다. 순수하게 투자가 목적입니다. 크흠.” 묘한 시선으로 그를 훑어본 렉스터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단 앞으로 있을 투자 설명회에서 자세한 가능성을 타진해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지금까지 범석이 나서서 잘못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휴~ 좋아. 네가 그렇게 말하니, 일단 설명회를 한 번 보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 “네. 그러도록 하시죠.” 범석이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방송사가 성공할지는 모르지만, 이번 투자설명회라면 얘기가 달랐다. 나탈리가 준비를 허투루 해왔을 리도 만무하고, 호응도 상승의 특성이 있기에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쯤은 매료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됐다. 아니었다면 그가 수백만 크랑을 희생시킬 각오를 하면서 극구 영입하려 들지 않았을 터였다. 이윽고 이들은 모든 식사를 마치고는 간단한 티타임을 가졌다. 이제 본격적인 투자설명회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머뭇거리던 나탈리가 범석의 눈짓을 받더니, 곧장 나가 전자칠판 컨트롤러에 자신의 전자수첩을 연결했다. 그리고 타이틀 글귀가 써져 있는 첫 화면이 뜨자 허리를 909/12 쪽 도 굽혀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LKS방송사의 나탈리라고 해요.” 카렌이 기운차게 손뼉을 쳐댔다. 두 살 터울의 또래에 같은 여성이라는 이점으로 식사시간을 통해 제법 친해진 모양이었다. “나탈리 언니. 잘해!” 가볍게 눈웃음으로 화답한 나탈리가 첫 번째 장을 넘겼다. 현재 LKS방송사의 운영형태와 자금 현황에 대한 얘기였다. “저희 LKS방송은 제 혼자의 힘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어요. 사원도 없을뿐더러, 운영자금은 제가 아르바이트를 한 비용으로 조달하고 있죠.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엉성하기 그지없어요. 그리고 지금 보유한 자금은 대충 2만 크랑 정도 돼요. 제 총 재산이죠.” 역시나 한 렉스터가 손바닥으로 안면을 쓸어내렸다. 이거 생각한 것보다 정도나 더 심했다. 그는 그래도 사원 몇 명 정도는 있을 줄 알았다.렉스터가 바로 손을 들고 질문했다.10/12 쪽 “그래. 지금까지 방송사에 소요된 자금은 얼마지?” “글쎄요. 자세히 계산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어요. 경리자료까지 정리하기에는 제가 너무 바빴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랴, 사이트자료갱신을 하랴……. 어차피 저 혼자 하는 일이니, 아예 작성할 생각을 하지 않았죠. 헤헤.” 넉살 좋게 웃는 모습에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투자를 받은 후에도 이런 식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면, 참으로 곤란했다. “크흠. 아마도 앞으로는 무척 신경을 써야 할 거다. 네 돈이 아닌 우리의 투자금으로 회사를 꾸려나갈 테니까.” “네. 그 점은 염려 마세요. 최근에 범석님께서 시간이 많이 나는 아르바이트를 주셔서 여유가 생겼어요. 그리고 투자를 받고 방송업무에만 집중하면 더 많이 날 테니, 자금 관리쯤은 할 수 있을 것이에요.” 렉스터가 바로 머리를 마구 긁어대며, 범석을 쳐다봤다. 이거 해도 해도 너무한 것이다. 방송사의 대표라는 작자가 회계 업무를 스스로 하겠다는 마인드가 어느 구석에서 나오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탈리는 회사를 경영하고 프로그램 제작에만 열을 올려도 부족했다. “야. 범석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확실히 재능이 있는 아이가 맞긴 맞냐?”11/12 쪽 범석도 마찬가지 생각이기에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긍정을 해버리면, 렉스터의 투자는 물 건너갔다. 그를 끌어들여야 자신의 손실이 줄었다. “아이 왜 이러십니까? 끝까지 한 번 들어보시고 얘기하자고요.” “끝까지 들어보나 마나지. 방송사 운영이 애들 장난이 아니고……. 나는 암만 봐도 영 아닌 것 같다.” 나탈리가 거칠게 헛기침을 내뱉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자신을 무시하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이에 렉스터가 입술을 닫고 조용히 하자 계속해서 투자설명회를 이어나갔다. 할 말은 많지만 일단 다 듣고 나서 얘기할 참이었다.그녀가 바로 화면을 다음으로 넘겼다.============================ 작품 후기 ============================ 아. 오늘 좀 늦었습니다. 잠시 깜빡 졸아서요. 하하하하. 일요일이라 푹 쉰다는 것이 너무 쉬어버렸네요. 하하하하. 그럼 좋은 아침 맞이하시고요. 전 오늘 자정쯤에 또다시 찾아오겠습니다.12/12 쪽 ============================ 작품 후기 ============================ 아. 오늘 좀 늦었습니다. 잠시 깜빡 졸아서요. 하하하하. 일요일이라 푹 쉰다는 것이 너무 쉬어버렸네요. 하하하하. 그럼 좋은 아침 맞이하시고요. 전 오늘 자정쯤에 또다시 찾아오겠습니다.12/12 쪽 < -- 투자설명회 -- > “다음은 LKS방송의 올해 성장전략에 대해 말씀드리겠어요. 저희는 올해 총매출액을 1,800만 크랑으로 잡고 있어요.” 렉스터가 느닷없이 표정을 돌변시켰다. 1,800만 크랑이 총매출액이 푼돈이 아니었으니, 투자자로서 관심이 갔던 것이다. “그래? 어떤 식으로 1,800만 크랑을 벌어들일 것이지?” “간단해요. 전 제작한 프로그램당 시청가격을 5크랑으로 책정할 것이에요. 그리고 해당 프로그램당 10,000명의 시청자들이 시청하게끔 목표했고요. 5크랑에 10,000명의 시청자의 수, 여기다 365일을 곱하면 근 1,800만 크랑이 산출되어 나오죠.” 잠시 손가락 셈을 한 렉스터가 수긍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 맞아 그 정도의 매출액이 나오기는 하는군.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말이야……?” 나탈리가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얘기했다. “네. 말씀해보세요.”회1/12 쪽 “왜 하필 365를 곱하지? 하루에도 방송프로그램이 몇 개나 있을 것 아니야? 그렇다면 변수가 더 높아져야지.” “아니에요. 365가 맞아요. 하루에 하나씩의 프로그램만이 내놓을 것이니까요.” “그게 무슨 뜻이지?” “저희는 모든 시간대를 포기하고, 저녁 9시 타임 대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킬 참이에요.” 이에 렉스터가 흥미롭다는 듯 손가락을 깍지꼈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방송사 운영방식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방송사는 크건 작든 간에 24시간 방송이나, 심야시간 외 모든 방송 시간에 방송을 송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재밌군. 이유는?” “아주 간단해요. 저희 방송사는 아직 전체 프로그램을 개발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죠. 되지도 않는 일을 하며 정심을 낭비하기보다는 같은 시간대에 질 높은 프로그램을 방영해서 시청자들의 환심을 사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외주사의 프로그램을 구매해 서비스하는 방법도 있지 않나?” 나탈리가 바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론 있죠. 문제는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돈이 필요한데, 지금 저희 LKS방송은 그런 역량이 없다는 점이에요.”2/12 쪽 “그럼 다른 방송사에 비해 경쟁력이 뒤떨어지지 않을까?” “네. 맞아요.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는 타사보다 저희가 유리한 입장에 서 있을 수는 없죠. 하지만, 저희는 인터넷을 기반을 둔 방송국이에요. 특정 시간대에 시청률이 높으면 좋지만,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서비스되니 시청자들이 언제든 원할 때 해당 프로그램을 볼 수 있어요. 차별성 있고 질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계속 쌓아놓고 홍보만 잘한다면, 시청자의 방문 수는 꾸준히 늘게 돼요.” “하지만, 하루 한 시간 방영이라는 점이 아무래도 마음이 걸리는데. 채널이 고정될 수 없으니, 시청자의 충성도 떨어질 것 아니야.” 나탈리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훗. 시청자에게서 충성도를 따져요? 그들은 자신들이 재밌게 보는 프로그램 이외에는 관심이 없어요. 지난 시간대에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 방영돼도 다음 프로가 형편없으면, 바로 채널을 돌려버리죠. 그리고 이 세상에……. 아니, 이곳 에이번드지역만 따져도 100여 개에 가까운 인터넷방송사가 있어요. 아마도 이 이름 모두를 외우는 시청자는 아무도 없을 걸요. 그들은 원하는 프로그램만 등록해놓고 시간대가 되면 링크시켜서 볼 뿐이에요. 인지도를 따질 정도의 방송사라고 한다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메이져급 공중파 방송사와 재계 순위 수십 위 안에 드는 일부 대형 인터넷 방송사뿐이에요. 나머지들은 쓸데없는 고정관념에 빠져 회사자원을 낭비하는 멍청이들뿐이죠. 채널 선택이 방만할 만큼 비대해진 현재 시점에서 방송사가 선택한 경영전략은 양이 아니라 질이에요.”3/12 쪽 왠지 자신에게 멍청한 질문을 했다는 식으로 들려 약간 기분이 나빠진 렉스터였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도 나탈리 말한 것처럼 일부 대형방송사 이외에는 이슈로 떠오르는 특정 프로그램만 검색 사이트를 통해 찾아가서 시청하지, 특별히 채널을 고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다. 솔직히 에이번드 지역 내에 인터넷 방송사가 100개나 된다는 사실조차 처음 들어보는 일이었다. “그렇군.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야. 좋아. 그럼 그 질이라는 것을 어떻게 채울 거지? 아무리 푼돈 5크랑이라도, 시청자들은 쉽게 지갑을 열지 않아.” “그 점이 문제에요. 아무리 하루 한 시간대에 회사의 역량을 모두 집중한다고는 하지만, 이는 무척 어려운 일이에요. 저희는 신생 방송사이기에 다른 회사에 비해 경쟁력이 극히 떨어지니까요. 그래서 투자자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우리들의 도움? 무슨 도움?” 잠시 진지한 표정으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본 나탈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얼마 전부터 저는 갓즈나이츠의 숙소에 머물면서 한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어요. 바로 실제 프로 검투팀의 일상과 애환을 담는 코믹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죠. 갓즈나이츠는 대표팀 검투사인 범석님과 오스칼, 라피네등이 있어 제법 지역 검투팬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다고 생각돼요. 하지만, 이 소재만으로는 일주일 전체를 카바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좀 더 다양한 소재가 필요했고, 블루 버드즈팀의 프로 4/12 쪽 진출기와 레이보우 호텔의 일상. 그리고 카렌의 스타탄생도 생각해봤어요. 만약 도와만 주신다면 회사 주식 1%씩을 더 얹어 드리겠어요.” 렉스터를 비롯한 다른 이들이 관심을 표시했다. 블루 버드즈 팀은 경찰청을 홍보하는 프로팀이었기에, 좋은 쪽으로만 이야기가 흘러간다면 방송에 출연하는 일은 극구 반길 일이었고, 레퍼드로서는 신인에 속하는 카렌이 홀로 방송사를 찾아가는 것보다야, 줄줄이 지역 방송국 인력을 대동하고 돌아다니는 편이 대형 방송사 PD들의 시선을 끄는 일에 도움이 되니 적극적으로 임하고 싶었다. 그리고 글로리아는 젊은 여아가 뭔가를 해보겠다고 저리 적극적인 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렉스터가 호감을 보이며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있는 범석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거 괜찮은데? 제법 잘 통할 것 같다.” 문제가 바로 그거였다. 다른 프로그램도 제법 괜찮아 보였지만, 카렌 건은 아주 예술이었다. 그녀는 음반이 나오는 대로 WBS방송국의 유명 가요프로그램에 출연하고, 곧 세계적인 대스타로 거듭나게 되었다. 상당수의 시청자가 과거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표명할 터. 카렌의 성공기에 대한 프로그램이 나온다면, 대박을 칠 것이 빤했다. 나탈리가 처절하게 실패하기를 원하는 범석으로서는 절대 안 될 말이었다. “그, 그게 좀 그렇지 않을까요? 저희야 뭐 그렇지만, 블루 버드즈팀은 몇 달 후면 승격 토너먼트에 참가하지 않겠습니까? 괜히 방송촬영이다 뭐다 하면서 검투사들의 신5/12 쪽 경을 예민하게 만들면 문제가 있을 듯 보입니다.” 그 말을 들은 나탈리가 급히 렉스터에게 다가와 말했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훈련을 방해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에요.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 출연자의 일상은 담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훈련하는 장면만 내내 보내지는 않아요. 같은 장면이 계속 반복되면 시청자들은 싫증 내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희의 포커스는 검투사로의 모습이 아닌 그 이후의 일상적인 생활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일이에요. 당연히 훈련장면은 별로 들어가지도 않을뿐더러, 있더라도 먼발치에서 망원렌즈로 살짝살짝 잡고 끝낼 것이니 안심하세요. 정 의문스러우시다면 범석님에게 여쭈어 보세요. 갓즈나이츠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촬영하고 있으니 저희의 촬영이 얼마나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쯤은 아실 것이에요.” 렉스터가 물끄러미 그를 쳐다봤다. “범석아. 정말 그러냐?” 범석이 곤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그녀 말대로 촬영은 훈련에 거의 지장을 주지 않고 있었다. 그가 그러한 일이 발생하면 칼같이 화를 내며 쫓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래에는 요령이 붙었는지 검열을 할 때 보면 언제 찍어갔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장면이 수두룩 눈에 뜨이고 있었다.6/12 쪽 ‘어떻게 하지? 이거 거짓을 말하자니 호감도가 하락할 테고, 그렇다고 진실을 말하자니 나탈리의 지금 발상이 너무도 위험하고. 어쩔 수 없지. 일단 블루 버드즈팀의 촬영은 포기하자. 카렌 건보다 성공률은 무척 낮으니까.’ 범석이 호감도 관리를 위해 사실 그대로를 말하기로 했다. 지금 집중해서 거절을 표하게 만들어야 할 대상은 바로 카렌이었다. 그녀에 대한 방송프로그램은 대박 그 자체였다. “뭐. 그렇기는 합니다만……. 저희와 렉스팀경감님 팀에는 차이가 있을지 모르니까요. 뭐 마음대로 하십시오. 블루 버드즈팀을 경영하는 분은 경감님이시니까요.” 그 말에 렉스터 경감이 바로 마음을 굳혔다. 프로그램이 성공만 한다면 그다지 큰 방해 없이 자팀을 홍보하는 일인데다가, 주식의 1%를 추가로 받을 수 있었다. 그로서는 여러모로 득이 되는 일이니 하등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좋아. 그럼 나중에 촬영팀을 꾸려서 우리 팀에도 보내도록 해.” “네. 고마워요. 열심히 해서 꼭 막대한 이득으로 돌려 드릴게요.” 카렌에게로 발길을 돌린 나탈리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이로써 렉스터의 투자가 거의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그램의 촬영 하며 지분의 1%를 준다는 얘기는 7/12 쪽 투자를 받기 위한 하나의 떡밥이기도 했다. 이상하게 인간은 자신의 재산에 절대로 잃고 싶은 않다는 욕망을 부과시키고는 했다. 렉스터는 이 1%의 주식을 위해, LKS방송에 자금을 투자할 공산이 컸다. 그녀가 카렌에게 다가서자 급히 범석이 나섰다. “나탈리. 카렌은 정말 안돼. 음반 준비로 지금 무척 바쁜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괜히 촬영으로 정신을 팔리면 안 돼.” 카렌이 바로 양손을 저으며 말했다. “범석님. 저는 상관없어요. 지금 거의 음반 준비도 끝이 나고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거든요. 좀 여유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자 레퍼드도 나서서 덧붙여 말했다. “걱정하지 말게.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더 바라고 있는 일이네. 카렌은 신인이야. 한 번이라도 더 카메라에 노출되면 그만큼 득이 되네. 그리고 WBS방송국을 찾아갈 때, 촬영진들을 줄줄이 데리고 다니면 그쪽 PD도 남달리 보겠지. 생짜 초보가 아닌 지역정부 내에서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쌓은 가수로 볼 테니까 말일세.” 이거 말 한 번 제대로 꺼내보지 못하고, 카렌 건을 넘겨준 범석이었다. 당사자들이 8/12 쪽 저리 바라고 있다면, 방해는커녕 만류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묵묵히 시선을 돌렸다. 시선 바로 앞에서 나탈리가 카렌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호호호. 이젠 카렌 너는 우리 LKS방송의 1% 지분이 있는 대주주야. 앞으로 잘 부탁해.” 말만 들어도 배가 불러오는 소리였다. 얼마 전까지 거의 빌어먹으며 지내던 자신이 범석을 만난 이후로 음반도 내고, 이제는 작지만 한 방송사의 대주주가 되었다. 어린 나이의 그녀로서는 마냥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헤헤. 네. 잘 부탁드려요. 나탈리 언니.” 그때 렉스터가 자리를 일어서며 손뼉을 몇 번 쳐댔다.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그녀의 꼬임에 넘어간 듯 보였다. 형사 생활을 해오면서 쌓아온 직감인지, 아니면 나탈리의 특성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왠지 성공에 대한 느낌을 물씬 받고 있었다. “자자. 그럼 투자금을 정합시다. 좀 위험한 듯 보였지만, 괜찮은 투자처 같습니다.” 글로리아가 자리에 앉은 채 묵묵히 고개를 주억거렸다.9/12 쪽 “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저리 열정적으로 임하는 나탈리씨의 모습의 보니 왠지 예감이 좋아요. 범석씨는 어떠세요?” 죽을상을 한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 투자설명회는 그에게서 비롯된 일이었다. 여기서 반대를 표했다가는 자신만 실없는 사람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그럼 지금은 투자금을 줄이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하는 편이 좋았다. 회사 성공 요인 중에서 자금의 차지하는 부분이 무척 컸기 때문이다. 아무리 원대한 꿈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자금이 없이는 아무것도 못했다. “뭐. 제가 반대할 이유는 없죠. 아시다시피 이번 투자설명회는 제 소개로 열리지 않았습니까?” “호호호. 그렇군요. 물어보나 마나 한 얘기를 꺼냈네요. 그럼 투자금을 얼마씩으로 하실 건가요?” “글쎄요. 대략 15% 선에서 500만 크랑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500만 크랑이면 레퍼드기획에 투자한 자금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아무리 세 명이 모인다고는 했지만, 1,500만 크랑에 불과했다. 무척 큰돈이기는 했지만, 방송사를 운영해 나가는 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았다. “너무 적지 아닐까요? 회사가 작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제법 큰 비용이 들 텐데요.”10/12 쪽 “네. 그래서 많은 자금을 투자할 수는 없는 겁니다. 매력적인 투자처이지만, 위험이 너무 큽니다. 여러분에게 그 이상의 자금을 투자하시라고는 제가 감히 말씀드릴 수 없을 정도로요.” 곁에 앉아 있던 렉스터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던 이유에서였다. 가능성이 엿보이지만, 그렇다고 많은 자금을 투자할 만큼 유망하지는 않았다. 위험이 있으면 그만큼 투자 대비 이득이 커야 했다. “그렇습니다. 저도 범석군과 같은 생각입니다.” 그들의 의견이 이렇다면 글로리아로서도 도저히 투자금을 늘리라고 말할 수 없었다. 범석과 렉스터는 자신처럼 거부가 아니기에, 투자할 돈에는 한계가 있었다. “알겠어요. 그렇게 하도록 하죠.” 그 말을 곁에서 들은 나탈리가 황급히 나섰다. “투자금이 너무 적어요. 1,500만 크랑으로는 이것저것 필요한 장비를 사면 LKS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년이 약간 넘을 뿐이에요. 성공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2~3년 간은 버틸 자금이 필요해요.”11/12 쪽 이에 글로리아가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냈다. 사업을 하는 자신이 그쯤을 모를 리가 없었다. 범석에게는 애석한 일이지만, 이에 대책은 충분히 마련해놨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2,000만 크랑을 무이자로 빌려 드릴게요.” 동시에, 나탈리와 범석의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그녀는 막대한 자금을 확보했다는 사실에 안심한 것이고, 범석은 자신의 마지막 의도까지 철저히 빗나갔음에 황당했던 것이다. 이날 범석과 렉스터는 500만 크랑에 LKS주식 16%씩을 인계받았고, 글로리아는 추가로 2,000만 크랑을 빌려주며 16%를 받았다. 그리고 카렌도 곁들어 1%의 주식을 받게 되며 모든 투자설명회가 끝이 났다.============================ 작품 후기 ============================ 아. 어제 술을 잔뜩 퍼마셨더니, 아직까지도 정신이 멍합니다. 글도 잘 안써지고요. 아무래도 술은 글쓰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나 봅니다. 그렇다고 마시지 않을 수도 없고요. 하하하. 그럼 모두들 편안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아. 어제 술을 잔뜩 퍼마셨더니, 아직까지도 정신이 멍합니다. 글도 잘 안써지고요. 아무래도 술은 글쓰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나 봅니다. 그렇다고 마시지 않을 수도 없고요. 하하하. 그럼 모두들 편안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아. 어제 술을 잔뜩 퍼마셨더니, 아직까지도 정신이 멍합니다. 글도 잘 안써지고요. 아무래도 술은 글쓰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나 봅니다. 그렇다고 마시지 않을 수도 없고요. 하하하. 그럼 모두들 편안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 -- 2위 쟁탈전 -- > 에이번드 에어리어 리그는 치열한 양상을 띠며 과열되고 있었다. 25경기 결과 블랙 캣츠팀은 22승 1무 2패로 확고한 1위를 굳히고 있었고, 2위는 15승 5무 5패 파이어 피닉스즈팀이 차지하고 있었다. 3위는 최근 6경기에서 3승 2무 1패를 기록한 피스 그리핀즈가 올라 있었고, 4위는 14승 4무 7패를 달리는 갓즈나이츠가 차지했다. 이제 범석이 2, 3위에 올라서기 필요한 추가 승점은 각각 5점과 3점. 파이어 피닉스즈팀이 자신과 블랙 캣츠팀과 한 경기씩을 남겨두고 있다는 사실과, 피스 그리피즈팀이 자신과 한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봤을 때, 딱히 따라잡지 못할 점수는 아니었다. 만약 이 경기들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면 갓즈나이츠는 당당히 2위의 자리에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신경 써야 할 점은 이 세 팀만이 2위 쟁탈전에 가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오늘 원정에서 맞붙게 되는 아웃힐 고스트즈라는 팀이 현재 성적 12승 9무 4패로 5위로 올라서 있었는데, 루카스회장의 말로는 블랙 캣츠의 감독인 롭스가 2위 쟁탈전 후보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는 얘기는 이후에 있을 경기에서 2진급을 내보내 져줄 수도 있다는 말. 오늘 확실히 깨 놓지 않는다면 갓즈나이츠는 다시 5위로 순위가 떨어질 수도 있었다. 지금 이들 간의 승점 차이는 고작 2점밖에 되지 않았다. ‘으음. 여기가 아웃힐 콜로세움이군.’회1/11 쪽 아웃힐 콜로세움은 도심에 중앙에 자리 잡고 있지만, 제법 전원적인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주변에는 고층 아파트 몇 개만이 덩그러니 솟아올라 있을 뿐, 사위는 뻥 뚫려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120만명의 주민들이 살아가는 아웃렛 시티는 대표적인 일차 산업 도시로 광업, 농업 및 수산업이 발달해 있었다. 동편에 있는 항구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만 나간다면 고가에 거래되는 물고기가 잡히는 어장이 넓게 형성된 해역이 나왔고, 도시 서편 외곽은 넓게 펼쳐진 밀밭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플라잉카로 2분 정도 거리에는 아웃힐이라는 산이 하나 있었는데, 예로부터 세계적인 금 생산지로 유명했다. 아론에게서 내린 범석이 검투사단을 이끌고 콜로세움 정문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힐끔힐끔 쳐다보는 현지 검투 팬들이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원정경기를 떠나면 으레 겪는 일로, 일일이 신경을 쓰다 보면 컨디션을 망치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리고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보안요원들이 나와 겹겹이 호위하고 있던 탓에, 사고가 터질 리도 없었다. 그들은 어둑어둑한 복도를 지나 검투사 대기실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경기 시작시각 1시간 전에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출전 준비를 서둘렀다.다이아나가 4만 석의 좌석이 팬들로 미어터지는 스텐드를 힐끗 쳐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오늘 경기는 갓즈나이츠가 4위 자리를 확고히 지키기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2/11 쪽 그녀가 특유의 달변으로 팀원들의 투지를 돋우고 있는 사이, 맨 뒷좌석으로 가서 앉은 범석이 전자수첩을 꺼내 화면을 켜놓고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곧 WBS에서 뮤직라인이라는 가요프로그램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다른 일에 신경 써서는 절대 안 되지만, 오늘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프로그램 중간 정도에 신인이 나와 곡을 발표하는 순서가 있는데, 바로 카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곧 화면을 내리고 다이아나의 말을 경청했다. 아직 후반부 가요순위를 발표하는 도중이라, 카렌의 차례가 돌아오려면 시간이 좀 남은 상태였다. “자. 그럼 모두들. 출전 준비를 마치고 모두 자리로 돌아오도록!” 다이아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팀원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탈의장으로 향했다. 범석도 짐을 들고 따로 떨어져 있는 간이 탈의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출전자 중에는 릴리스, 실비아, 치리아등의 외부 엘프도 있기에, 같은 탈의실을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때 다이아나가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주인님. 오늘 프리롤을 뛰어 주셔야 한다는 것 아시죠?” 다시 짐을 내려놓은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웃힐 콜로세움의 경기장에는 도시의 상징인 아웃힐을 상징화해놓은 언덕과 바다를 연상하게 하는 큰 호수가 양편에 3/11 쪽 하나씩 있었다. 덕분에 이 지형을 이용해 갖가지 전략을 수행할 수 있어, 상대가 어떤 식으로 공략해 올지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중앙의 평지를 통해 일상전을 펼칠 수가 있는가 하면 언덕에 올라 농성을 취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아웃힐 고스트즈는 수중전도 능해, 호수 안으로 상대로 끌어들인 다음 전투를 벌이는 상황도 떠올려봄 직했다. 그런데 만약 평지가 아닌 호수나 언덕을 저들이 선점하고 전투를 벌여나간다면 골치 아픈 일이 발생했다. 갓즈나이츠는 리그경기 경험이 적기에, 이런 특정 지형에서의 전투에 큰 약점을 보였기 때문이다. 될 수 있으면 경기가 시작되는 평지에서 끝을 내버리거나, 최소한 수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당분간 아웃힐 고스트즈를 평지에 잡아두어야 했는데, 선택지가 두 곳이니, 여간 곤란한 점이 아니었다. 한쪽을 틀어 막아버리면 뒤에 있는 다른 지형을 선택하면 그뿐이었다. 이에 발 빠르고 뛰어난 실력을 지닌 누군가가 프리롤을 수행하며 아웃힐 고스트즈의 한쪽 진로를 잠시 막아야만 했다. 그렇다면 본진은 반대편 진로를 선택할 수 있었기에, 급작스러운 적의 이동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역할을 맡을 사람으로 가장 적당한 인물은 범석이었다. 그는 수세적인 자세로 임한다면, 다른 동료 검투사들이 꼬리를 잡을 때까지 상대의 발길을 늦출 수 있었다. 물론 아웃힐 고스트즈에서 그의 견제를 위해 검투사를 보낸다면 작전에 차질을 빚지만 이도 상관없었다. 범석을 요격하기 위해서, 딸랑 하나만 보내지 않을 터, 그들을 제거해버리면 수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맞이하니 나쁘지 않았다.4/11 쪽 “음. 알고 있어.” “잘해 주셔야 해요. 주인님께서 실수하시는 날이면, 저희는 오늘 곤란한 결과를 맞이할 수 있어요. 아웃힐 고스트즈는 이번 시즌 홈에서 패한 일이 없을 정도니까요.” 그 말에 범석이 피식하고 웃었다. 확실히 다이아나의 말대로 아웃힐 고스트즈는 올해 홈에서 절대 패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치른 홈 12경기 중 8경기가 무승부였다. 승리를 거두기 어려운 지형이었기에, 강팀은 물론 비교적 약팀인 경우에도 심심치 않게 무승부가 펼쳐진 탓이다. 모두가 승격보다는 무조건 강등을 피해 보고자 하는 아웃힐 고스트즈팀의 보수적인 전략으로 말미암은 것으로, 리그 내 속설로는 아웃힐 원정에서 승리한 팀이 그해 승격토너먼트에 진출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지난 추계 시즌 리그 최강팀 블랙 캣츠팀이 유일하게 기록한 무승부가 바로 아웃힐 콜로세움에서 벌어진 원정경기였으니 말하나 마나였다. 현재 그가 막아야 할 루트는 아웃힐 언덕이 있는 서쪽. 이곳에 먼저 오른 팀이 비기고자 마음먹었다면 바로 그 라운드는 대체로 무승부였다. 언덕 꼭대기는 3미터 정도의 절벽이 원형으로 둘려 있었는데, 이 위에서 상대를 대적하면 무적에 가까웠다. 하지만, 발 빠른 범석이 이곳을 아웃힐 고스트즈에게 고스란히 넘겨줄 리가 만무했다. “후후. 걱정하지 마. 놈들은 절대 서쪽 언덕에 오르지 못할 테니까. 놈들이 그쪽으로 오를 낌새를 보인다면 바로 내가 달려가서 먼저 차지할 테니 걱정하지 마. 너는 다른 팀원들이 저들이 동쪽 호수 안으로 들어가는 일을 막는데, 주안점을 둬. 사실 그쪽이 더 큰 문제니까.”5/11 쪽 이곳 콜레세움에서 유독 무승부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이 언덕 때문만이 아니었다. 동쪽에 보면 가슴 아래까지 차오르는 호수가 있었는데, 수중전에 능한 아웃힐 고스트즈에게는 최상의 지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초반에 이 지역을 손쉽게 넘겨준다면, 갓즈나이츠는 그 라운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승리를 따내기 위해 호수에 뛰어들다가는 노련한 수중전의 명수들의 칼 앞에 처참하게 당하게 되었다. “네. 그 점은 염려하지 마세요. 전력상으로 저희가 앞서니 손쉽게 진입할 수는 없을 것이에요.” “으음. 자. 그럼 문제는 역시 1승인가?” 다이아나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죠. 저희가 먼저 라운드 승수를 쌓는다면, 아웃힐 고스트즈는 공세를 취할 수밖에 없어요. 그럼 전력상 앞서는 저희가 평지전을 통해 저들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죠.” “그럼 어차피 올릴 승수, 1라운드에서 먹어가는 편이 낫겠지?” “네. 그편이 경기를 펼쳐나는데 편하니까요. 하지만, 무리해서는 절대 안 돼요. 괜히 1라운드를 내어줬다가는 아웃힐 고스트즈에게 휘둘리다가 이번 경기에서 패할 수 있어요.” “알았다. 그 점은 염려 마라.”6/11 쪽 그녀의 어깨를 툭툭 도닥인 범석이 탈의실로 들어가 검은색 줄무늬가 그려진 은색의 원정용 슈트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 자. 다음 순서는 에이번드에서 온 신인 카렌양의 ‘강인한 여인’입니다. 벤치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던 범석이 밝은 표정으로 화면을 주시했다. 카렌의 신곡 발표 순서였기 때문이다. - 안녕하세요. 카렌이에요. 손을 흔들고 나온 카렌이 활달한 몸동작으로 서포트라이트 비치는 무대 중앙으로 뛰어와서는 마이크를 잡았다. 새로운 스타탄생이 예견되는 이 순간. 더그아웃 내로 무정한 방송 멘트가 들려왔다. - 곧 경기가 시작됩니다. 1라운드 출전 검투사들은 입장 출구에 서주십시오. 일그러진 얼굴을 범석이 잠시 망설이더니, 그녀가 노래하려는 순간 화면을 내렸다. 카렌이 가수로서의 꿈을 이뤄나가듯이, 그는 갓즈나이츠를 리그 2위 자리에 오르도록 노력해야 했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TV 프로그램을 위해, 중요한 오늘 경기를 망칠 수는 없었다.7/11 쪽 그는 벤치 옆에 놓아둔 카타나과 활을 챙겨 들고 밖을 나섰다. 보통 때라면 두 개의 카타나를 챙겼을 터였지만, 이번 경기는 지형의 특성상 하나는 활을 챙기는 편이 좋았던 것이다. 사실 활은 지름 100미터의 공간 안에서 전투를 벌이는 검투경기에서 주요한 무기가 되지 못했다. 화살통에서 살을 꺼내는 동작에 죄고 당기는 동작. 그리고 겨냥하고 쏘는 등의 많은 과정이 필요했던 탓이다. 아무리 서로의 진형이 경기장 끝과 끝에 자리 잡고 있더라도 뛰어난 신체를 보유한 엘프라면 충분히 면전까지 달려가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게다가 한 사람당 8발의 화살만 소지할 수 있어, 무한정 쏘아댈 수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지형적 특성 때문에 아주 활용도가 높았다. 여의치 않은 경우가 발생하여 주요 지역을 아웃힐 고스트즈에게 선점당했을 경우, 활은 상대를 공격하거나 끌어내리는 데에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일정 공간 안에 다수가 머물러야 하는 언덕 위 절벽이나, 몸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호수에서는 빠르게 날아오는 화살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자. 그럼 가볼까.’ 그는 1라운드 출전 검투사들을 입구 터널에 세운 후 치리아에게 다가섰다. 팀 내에서 가장 활을 잘 쏘는 검투사로서, 오늘 아주 유용한 카드가 될 터였다. “치리아. 될 수 있으면 동료들을 의지하며 전면전을 피하도록 해. 만약의 경우, 네 활 8/11 쪽 솜씨가 필요하니까.” 그녀가 알았다는 듯이 바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곳으로 오면서 감독인 다이아나를 통해 누누이 들었던 말이었다. “네. 알겠어요.” 대답을 들은 범석이 맨 앞으로 서서 입장신호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출전을 종용하는 구내방송이 들려오자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우우우~ 갓즈나이츠 오늘은 네놈들의 제삿날이다!” “우리 아웃힐 고스트즈가 네놈들의 뼈를 발라버린 것이다!” 갓즈나이츠에게로 홈팬들의 심한 야유가 쏟아졌다. 역시나 원정경기다운 주변 풍경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범석은 누르면 누를수록 강하게 튕기는 용수철과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자신에 대한 욕은 분기와 투지로 변해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 ‘두고 봐라. 너희가 응원하는 아웃힐 고스트즈가 어떤 수모를 당하는지를 말이다.’ 중앙의 평지에서 서로 마주한 갓즈나이츠와 아웃힐 고스트즈가 근접무기를 꺼내 대9/11 쪽 치상태를 유지했다. 중앙을 기점으로 서로 10m가 떨어진 곳에서 경기가 시작되기에, 초반에는 근접무기를 상대해야만 했다. 범석이 진에서 떨어져서 좌측으로 이동하는 순간, 긴 호각소리가 들려왔다. 삐이익! - 경기 시작합니다! 순간 아웃힐 고스트즈가 동쪽을 향해 빠르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발 빠르고 뛰어난 실력을 지닌 범석이 아웃힐이 있는 서쪽을 마크하자, 호수를 기반으로 싸울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곧 그들의 앞을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막아서고 있었다. 팀원들 상당수가 뛰어난 피지컬을 보유하고 있었던 탓에 이동 속도가 빠른 면도 있지만, 작전상 동쪽을 마크하기로 사전에 계획되어 있어 전혀 주저함 없이 달렸던 이유도 컸다. 이내 이들은 큰 충돌을 일으키며 격전에 들어갔다. 창. 차창. 깡! “모두 해체 진형으로 만들어!” 아웃힐 고스트즈의 대장인 7번 검투사가 크게 소리치며 동료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10/11 쪽 렸다. 비교적 강한 전력을 지닌 갓즈나이츠를 손쉽게 상대하려면 이른 시간 내에 호수 안으로 진입할 필요가 있었다. 이대로 평지에서 전투를 벌이다가는 자신들이 크게 당할 공산이 매우 커졌다. 순간 아웃힐 고스트즈의 진형이 정확히 둘로 나누어졌다. 호수로 진입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이들은 각기 갓즈나이츠의 진형을 좌우로 퍼져 포위진형을 만들기 시작했다.이에 에르피나가 큰 소리로 팀원들을 향해 외쳤다. “우리도! 해체진영을 만들어!” 이윽고 갈라지는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각기 떨어져 나간 아웃힐 고스트즈의 검투사 무리를 마크했다. 가만히 놔두다가는 양편으로 갈라진 아웃힐 고스트즈는 서로 연동하며 호수로 진입하게 되었다. 종종 써먹는 전략이었기에, 다이아나가 진작부터 예상하고 대비해 놓았다.============================ 작품 후기 ============================ 요새 글이 중구난방이 되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글 전체를 한 번 살피는 시간을 가져야할 듯싶습니다. 저도 인간지리만 전에 쓴 내용이 망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럼 모두들 편한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1/11 쪽 ============================ 작품 후기 ============================ 요새 글이 중구난방이 되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글 전체를 한 번 살피는 시간을 가져야할 듯싶습니다. 저도 인간지리만 전에 쓴 내용이 망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럼 모두들 편한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1/11 쪽 ============================ 작품 후기 ============================ 요새 글이 중구난방이 되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글 전체를 한 번 살피는 시간을 가져야할 듯싶습니다. 저도 인간지리만 전에 쓴 내용이 망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럼 모두들 편한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 -- 2위 쟁탈전 -- > 차창. 창. 창. 깡. 멀리서 양 진영의 전투 장면을 살펴보던 범석이 땅을 박차며 내달리기 시작했다. 아웃힐 고스트즈 검투사들의 움직임으로 보아, 서쪽으로 이동이 없을 듯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언덕쪽 길을 마크하기보다는 프리롤 역할을 수행하며 상대의 후방을 치는 편이 효과적이었다. “오범석이 온닷!” 아웃힐 고스트즈의 검투사들이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서쪽 길을 막을 줄 알았던 범석이 공세를 취하러 온다는 사실이 사뭇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세계 5대 유망주로 오른 인물이자, 지난 월드컵 3차 예선전 마지막 경기에서 큰 활약을 해 에이번드 대표팀을 최종 예선전에 올린 뛰어난 검투사였다. 이 와중에 뒤를 친다는 큰 위협이니 되니, 호숫가로 진입하기 전까지, 어떻게든 막아야만 했다. 곧 7번 검투사가 실력이 출중한 동료 둘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작년과 재작년 팀이 야망을 품고 와이드리그에서 영입한 검투사들로 현재 팀의 에이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너희들. 빨리 저자를 막아.”회1/12 쪽 순간 3번과 11번 검투사가 진형을 빠져나와 뒤로 다가오는 범석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지척에 이르자 온 힘을 다한 검격을 내지르며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히햣!” 범석의 헬멧으로 기괴한 파공음 내는 검 끝이 스쳐 지나갔다. 날카롭고 강한 위력이 담긴 이 검세에, 살결이 쭈뼛 서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 정도의 솜씨라면 에어리어리그급 검투사 수준은 아닌바, 흥이 난 그가 살며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이런 아이들을 둘이나 동시에 상대해 쓰러뜨릴 생각을 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후후. 제대로 된 먹잇감을 던져주는군.’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3번 검투사의 위세 등등한 검날이 범석 가슴의 바로 앞을 스쳐 갔다.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들었을 만큼 강력한 공격이었지만, 왠지 어색한 면이 있었기에 가볍게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뒤이어 허리 쪽을 파고들어 오는 11번 검투사 회심의 공격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정도였다. 조금 전 3번 검투사 검격은 단지 자신을 뒤로 물러나게 하려는 의도였을 뿐, 진정한 공격이 이번이었음을 능히 알아챌 수 있었다. 범석은 화급히 몸을 날려 땅바닥을 뒹굴어서야,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나려타곤의 묘리로 간신히 살아남은 그가 잠시 뒤로 물러나 헛웃음을 흘려댔다. 이2/12 쪽거 졸지에 개망신을 당할 뻔했기 때문이다. ‘이거 제대로 된 연합공격을 가해오는데. 리그 5위가 그저 운뿐이 아닌 모양이야.’ 사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아웃힐 고스트즈는 그리 강팀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리그 중하위권 정도에, 보통은 강등권을 겨우 벗어난 수준이랄까? 인구 120만을 기반으로 한 도시에 5곳의 프로스포츠팀이 밀집해 있기에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삼 년 전 모회사였던 고스트사의 식품 가공사업 부분에서 큰돈이 벌리자 상황이 달라졌다. 평소에 검투경기를 좋아하던 그 회사 사장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뛰어난 실력의 검투사를 다수 영입해왔고, 이로 말미암아 성적이 좋아지자, 지역민에게 큰 호응을 받아 팬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팀 수입도 자연스럽게 늘어났고, 이 자금이 계속해서 검투사 영입에 재투자되자 어느새 강팀의 면모를 갖추게 되며 올해 2위 쟁탈전에 끼어들 정도까지 성장했다. ‘지형만이 아니라, 검투사들의 수준도 높아. 하긴 올해 12승을 챙긴 팀인데 만만치 않을 테지. 정말 조심해야겠어.’ 마음속에 남아 있던 터럭의 자만심을 털어버린 범석이 검 손잡이 꽉 부여잡았다. 상대의 듀엣공격이 만만치 않았으니, 정심을 쏟아 상대해야만 했다. 창. 차창. 창.3/12 쪽 범석이 미친 듯이 평야를 질주하며 3번 검투사와 11번 검투사에게 검을 날렸다. 특유의 빠른 스피드를 장점 삼아 압박하려는 의도였다. 곧 검의 현란한 부딪침과 동시에 금속 파편이 튀겼고, 눈을 어지럽힐 정도의 신형이 무수한 잔영을 만들어냈다. “역시. 갓즈나이츠의 에이스야. 조심해!” 섬뜩한 카타나의 끝이 어깨 위를 스치자 3번 검투사가 마른 침을 삼킬 정도로 긴장한 몸짓을 취했다. 예상대로 범석의 공세는 대단했다. 다행히 동료인 11번 검투사와 연합하며 막기에 버틸 수 있었지, 자신 혼자였다면 진작에 차가운 바닥에 몸을 눕혔으리라 생각됐다. 그녀는 더더욱 동료와 몸을 가깝게 붙이며 날아오는 검날을 힘겹게 쳐냈다. ‘안 되겠어. 이러다가는 우리가 당해.’ 전투상황을 관망하던 아웃힐 고스트즈의 대장검투사가 표정에 걱정스러운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아직 당한 동료들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밀리는 형세로 보아, 이대로라면 자신들이 1라운드에서 패배할 공산이 커졌다. 그렇다면 승리를 따내기 위해 계속해서 다음으로 이어지는 라운드에서는 공세를 취해야 할 터, 상대가 원하는 평지 전투가 주가 될 터였다. 그렇다면 결국에 가서는 전력이 떨어지는 자신들이 당하게 될 공산이 컸다.4/12 쪽 ‘어쩔 수 없어. 어차피 이대로 있다가는 당하니, 모험을 걸어볼 수밖에…….’ 입술을 꽉 깨문 7번 검투사가 마이크에 입을 대고 모두를 향해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짧게 간결하지만 의미심장한 말투였기에, 모든 동료들이 그 의미를 알아챌 수 있었다.그리고 이어지는 카운트. “셋……. 둘……. 하나……. 모두 뿔뿔이 산개해서 호수로 뛰어들어!” 순간 모래알처럼 흩어진 아웃힐 고스트즈 검투사들이 넓게 퍼져 나가며 호수 쪽으로 내달렸다. 진형과 포지션을 무시한 질주만을 동작이라 갓즈나이츠의 검투사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들을 일일이 뒤쫓기 위해서는 진형을 무너뜨려야 했는데, 이는 고정관념에 철저히 위반되는 일이었다. 검투 경기에서 진형의 붕괴는 곧 각개격파라는 처절한 결과를 의미했다. “뭐해! 빨리 쫓아가 잡아!” 에르피나의 뾰족한 외침에 뒤를 쫓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다. 대다수의 아웃힐 고스트즈의 검투사들은 호수 안으로 진입해 새로이 진형을 짜고 있었다. 다행히 발 빠른 비올렛과 마틸다가 무의식중에 진형을 빠져나가 13번 검투사를 붙잡지 않았5/12 쪽 다면 모두를 놓칠 뻔한 상황이었다. 에르피나는 하는 수없이 13번 검투사를 제거하는데 모든 팀원을 투입시켜야만 했다. ‘이런 젠장 할…….’ 범석도 두 눈을 멀거니 뜨며 3번, 11번 검투사를 놓쳤다. 치열한 접전 중이라 방심한 탓도 있었지만, 교묘한 연격 전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저했던 이유가 더 컸다. 그리고 이곳이 워낙 호수 쪽에 가까운 지역이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손을 써 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는 황당한 표정으로 에르피나를 향해 걸어갔다. “이게. 무슨 경우냐?” “죄, 죄송해요. 상대가 진형을 무너뜨리며 산개해 호수로 달려갈 줄은 몰랐어요.” 예측하지 못했던 일은 범석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본진은 하나의 검투사라도 잡았지만, 자신은 빈손이었다. 즉 그녀를 탓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나간 일이니 됐어. 지금은 아웃힐 애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만 생각해.” 에르피나가 무심히 호수 쪽을 바라봤다. 지금 아웃힐 고스트즈의 검투사들은 호수 6/12 쪽 중앙에서 방진을 구성한 채, 간신히 코끝만 나올 정도로 물속에 깊이 몸을 담근 자세로 서 있었다. 그리고 전면에 검방들을 앞세워, 만약에 있을 화살 공격에 대비했다. “아무래도 활을 쏴서 끌어내야 할 것이에요.” 범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댔다. 간신히 머리 반만 내민 사물을 활로 쏴 맞히기도 무척 어려운 일인데, 전면이 방패로 막혀 있었다. 물론 물에 잠겨 있는 하단부를 맞추면 간단해 보일런지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물에는 표면 장력이 있었다. 지금 이 각도에서 화살을 쐈다가는 냇가에서 돌팔매 장난을 할 때처럼 튕겨 하늘로 치솟아 오를 것 같았다. 게다가 운이 좋아 파고든다고 해도 방패가 물속 깊숙한 곳까지 잠겨 있어, 피해를 줄지 미지수였다.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힘들듯 보이는데?” 에르피나도 눈이 있기에 범석이 말하는 바를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지금 보유한 장비로 수행할 수 있는 전술은 활을 이용한 원거리 공격뿐이었다.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은 수중전에 극도로 약해 호수 안으로 들어갔다가는 필패였다. “어쩔 수 없어요. 저희가 호수 안쪽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7/12 쪽 긴 한숨을 내쉰 범석이 활을 꺼내더니 에르피나에게 넘겨주었다. 그녀는 검과 방패를 들고 나온 터라, 규정상 다른 무구를 더 챙겨 나올 수 없었다. “에르피나 활 쏠 줄 알지?” “네. 약간요. 그런데 왜요?” “네가 내 활을 사용하라고. 난 활을 잘 쏠 줄 몰라.” 에르피나가 놀란 눈으로 범석을 쳐다봤다. 검술은 물론 모든 무투기와 검투경기에 필요한 갖은 잡기를 섭렵하고 있는 그가 활을 쏠 줄 모른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주인님 정말 활을 쏠 줄 모르세요?” 범석이 거칠게 헛기침을 내뱉었다. 설마 쏠 줄이야 모르겠느냐마는 다만, 맞지 않아서 문제였다. 수많은 게임을 섭렵해오며 그는 단 한 가지 소양을 익히지 못했는데, 그게 바로 궁사 직업이었다. 몇 번은 건들려 봤지만, 이전에 경험한 게임에서 자신이 쏜 화살이 목표물이 아닌 다른 적이 맞아 죽는 장면을 보고는 다시는 잡아보지 않았다. “알지. 다만, 화살이 원하는 장소로 날아가지 않아서 문제지.” 여전히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은 에르피나가 활을 받아들었다. 하긴 인간이 완결 무결한 존재일 수는 없었다.8/12 쪽 그녀는 곧 활을 든 동료 검투사 여덟을 학익진 형태로 세우고는 시위에 화살을 먹였다. “모두 조준해!” 이윽고 에르피나를 포함한 아홉 명의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이, 찰랑찰랑 거리는 물결 위로 얼굴만 내밀고 있는 아웃힐 고스트즈 검투사를 향해 일제히 둥그스름한 촉 끝을 겨누었다. 코만 물 위로 내민 모습들이 볼썽사나울 정도로 우스워 보였지만, 다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번 화살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면, 이번 라운드가 무승부로 끝나리라는 사실쯤은 다들 잘 알고 있었다. “발사!” 동시에 활시위가 튕기며 9개의 화살이 직선거리로 빠르게 날아갔다. 퉁. 퉁. 퍽. 둔탁한 소리를 내며 공중으로 튀고, 방패에 부딪히는 화살들. 예상했던 대로 이번 공격은 아웃힐 고스트즈팀에게 아예 데미지를 안겨주지를 못했다. 그녀들의 수중진형도 견고한 이유도 있었지만,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은 경험이 짧아 활을 잘 다루는 자가 적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정확하게 안면 쪽으로 날아간 화살이 단 2개밖에 안 9/12 쪽 된다는 점을 보면 잘 알 수 있었다. 이를 보고 있던 범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어댔다. ‘환장하겠군. 이거 꼼짝없이 비기게 생겼잖아. 내일부터 일주일간은 수중전 훈련을 빡빡하게 시켜야겠어.’ 범석은 팀원들에게 수중전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점이 그렇게 후회될 수가 없었다. 갓즈나이츠 훈련 캠프는 리마시티 콜로세움 경기장과 거의 같은 구조로 되어 있기에, 중앙을 지나는 넓은 시내가 있었다. 충분히 수중전을 연습시킬 수 있는 여건이 되었지만, 신체단련과 주요 무구 숙련훈련 등으로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로 수중전 훈련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다른 경쟁팀들도 갓즈나이츠가 수중전에 약하다는 사실을 파악할 테니, 시내를 도강하기보다는 아웃힐 고스트즈처럼 물속에 들어가 무승부를 유도할 터였다. 그럼 홈에서 무승부가 나올 공산이 커질 테고, 갓즈나이츠는 2위 쟁탈전에서 멀어질 터였다. 휘이익. 휙휙. 어느덧 화살 통이 거의 비어감을 본 범석이 에르피아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뒤로 물러나라고 말했다. 이번 라운드는 어쩔 수 없으니, 이만 무승부로 끝내려는 생각에서였다.10/12 쪽 결국, 갓즈나이츠는 홈팬들의 야유와 조롱을 들으며, 나머지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야만 했다. 좀 더 숫자를 줄여놨으면 한 번 시도해보겠지만, 상대가 11명이라면 공격 감행 시 자신들이 오히려 당할 공산이 크다고 생각됐다. 1라운드가 끝이 난 후, 갓즈나이츠의 더그아웃에서는 긴급회의가 벌어지고 있었다. 1라운드의 무승부는 라운드 하나를 비겼다는 차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숫자를 하나 줄였음에도 수중전을 회피했다는 사실은 갓즈나이츠가 물에 약하다는 사실을 적에게 알려준 꼴이 되었다. 만약 아웃힐 고스트가 이 점을 계속 물고 늘어진다면 오늘 경기가 매우 어려운 양산으로 흘러갈 수 있었다. 범석이 찹찹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서쪽은 포기하고 동쪽진로를 집중해 막는 편이 낫겠다. 호수보다는 언덕 쪽이 훨씬 상대하기 편하니까.” 다이아나가 바로 동조를 표했다. “네. 맞아요. 언덕은 절벽이 좀 마음에 걸리지만, 최소한 화살 공격은 효과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고저 차라는 지형적인 문제와 활 능숙도 때문에 우리가 원거리 공방전에서 철저히 밀릴 거야. 이를 확실히 대비해야 해.”11/12 쪽 그 점에 대해서는 그녀도 어쩔 수가 없었다. 이미 서쪽 루트는 열어주기로 했으니 아웃힐 고스트즈의 검투사는 손쉽게 언덕으로 오를 터였고, 활을 능숙하게 다루는 일은 한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으로서는 무구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일단 대장과 후미들 모두 듀얼실드를 착용하죠.” 좋은 생각이었기에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갓즈나이츠는 듀얼실더의 유용성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모든 후미와 대장에게 교양으로라도 익히게 했다. 이제 대다수가 능숙하게 듀얼 실드를 다룰 수 있으니, 실전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었다. 후미와 대장 모두 듀얼 실드를 착용하고 나간다면 6개의 방패로 장벽을 쌓을 수 있으니, 적의 화살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 작품 후기 ============================ 하하하. 오늘 PC가 나갔습니다. 아주 기쁩니다. 단단히 준비해놨거든요. 자료는 D드라이브에 담아놓고 있었고, 하드카피 해놓은 것이 있어 10분만에 복구를 해버렸습니다. 하하하.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하하하. 오늘 PC가 나갔습니다. 아주 기쁩니다. 단단히 준비해놨거든요. 자료는 D드라이브에 담아놓고 있었고, 하드카피 해놓은 것이 있어 10분만에 복구를 해버렸습니다. 하하하.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2/12 쪽 < -- 2위 쟁탈전 -- >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엄폐할 곳이 넓어지니 그만큼 불리한 원거리 전에서 득을 보겠지.” “네. 하지만, 문제는 다음이에요. 승수를 쌓기 위해서는 아웃힐 고스트즈가 철저히 방비하고 있을 언덕을 점령해야 하는데, 가파른 진입로와 정상 쪽에 있는 3미터의 절벽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어요.” 범석이 착 가라앉은 눈빛으로 경기장 서쪽에 있는 언덕을 바라봤다. 간신히 십 수명이 오를 만한 절벽 위 정상이 보였는데, 과연 저곳을 어떻게 오를지가 고민이었다. 점프해 오르는 순간 공중에서 무수한 검끝과 창끝이 날아오를 테니 어이없이 당할 공산이 컸고, 무사히 절벽 위로 착지하더라도 12명의 힘에 밀려 쉽사리 추락할 것이 분명했다. “글쎄. 저길 어떻게 공격해야 하나?”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1라운드 때처럼 프리롤을 돌려야 할 것 같아요. 이번에는 두 명으로요.” “두 명? 누구누구?” “주인님과 치리아요.” 그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치리아는 나름 나쁘지 않은 검술 실력을 지녔지만, 에이회1/13 쪽 리어급 검투사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기껏해야 활을 아주 잘 쏜다는 장점만이 있을까? 뛰어난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프리롤에 다른 팀원들을 다 젖혀두고 그녀의 이름이 오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그렇다 치지만, 치리아는 왜?” “우리 팀에서 활을 제일 잘 쏘니까요.” 범석의 의미심장한 눈으로 다이아나를 쳐다봤다. “혹시 저격을 노리는 거야?” “네. 근접전이 벌어지는 와중에 몰래 기습적으로 화살을 날리면 한둘쯤은 쉽사리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럼 주인님 쪽으로 상대의 검방이 배치될 테니, 본진이 더욱 쉽게 진입을 시도할 수가 있어요.” 수긍한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돌발사태가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납득갈만한 전략이었다. “그렇기는 하겠지. 좋아 그럼 나는 치리아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면 되냐?” “네. 치리아의 화살 공격에 위협을 느낀 아웃힐 검투사들이 요격을 나올 수 있으니까요.”2/13 쪽 범석이 피식하고 웃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군. 내려오기만 한다면야 놈들을 확실히 작살을 내버릴 수가 있으니까.” “그러게요. 사실 저도 아웃힐 고스트즈가 그런 전략을 꺼내 들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때 구매방송에서 입장대기를 알리는 멘트가 들려왔다. 이에 범석을 비롯한 주전들이 자리에서 모두 일어났다. 1라운드 대부분을 멍하고 서 있기만 했었기에 거의 체력을 허비하지 않았다. 충분히 2라운드를 뛸 능력이 되었다. 이는 아웃힐 고스트즈도 마찬가지. 1라운드 출전 검투사들이 그대로 2라운드에 출전했다. 아웃힐 콜로세움에 또다시 전운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관중석에서는 귀청이 떠나갈 정도로 함성이 터져 나왔고, 경기장 중앙에서 서로 마주 보는 자세로 서 있는 갓즈나이츠와 아웃힐 고스트즈의 검투사들에게서는 전에 없던 투지가 샘솟고 있었다. 이윽고 전광판 화면에 숫자가 역으로 카운터가 되자 범석이 홀로 본진을 빠져나와 동쪽으로 이동했다. 지금은 단지 호수 쪽의 이동만 막으면 되었기에, 치리아와 함께 행동할 필요는 없었다. 삐이익!3/13 쪽 카운터가 0에서 멈추자 2라운드 경기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들려왔고, 양 팀 검투사들이 일제히 달려나와 한 차례 충돌을 빚었다. 크게 출렁이는 양 진영. 하지만, 바로 아웃힐 고스트즈검투사들이 서쪽으로 진로를 잡는 바람에, 싱거울 정도의 검 나눔만 있었을 뿐, 격전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흥. 한치의 주저도 없이 언덕 쪽으로 향하는군.’ 범석의 입가가 묘하게 일그러졌다. 아웃힐 고스트즈의 보수적인 팀 전략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신이 따로 떨어져나와 동쪽을 막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1라운드에서 큰 이득을 본 호수를 단번에 포기해버리다니 조심스러워도 너무 조심스러웠다. 저들은 갓즈나이츠보다 전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하여간 리그 5위 자리에 올라 있는 강팀이었다. ‘너무 급격히 팀 전력이 강화되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직 과거 강등권에서 전전하던 버릇을 버리지 못했어. 쟤들은 분명히 이번 2위 쟁탈전에서 떨어져 나갈 거야.’ 매 경기 상대를 쓰러뜨려야 하는 승격토너먼트 경기와는 달리, 프로리그는 38경기를 통해 얻은 승점으로 순위가 매겨졌고 이를 통해 승격과 강등이 결정되었다. 이에 해당 리그에서 경쟁하는 20개 팀은 자신들의 전력을 분석해 그해 목표를 정하게 되는데, 강팀은 상위리그로 승격하는 일을 매진하고, 약팀은 하위리그로 강등되어 가는 일을 피하는 데 주안점을 두게 되었다.4/13 쪽 그런데 승격을 위한 토너먼트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20개 팀 중 상위 2개 팀에 포함되어야 하는 반면, 강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상위 17개 팀에만 속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목표가 다르니 강팀과 약팀의 전체적인 전술이 크게 달라졌다. 강팀은 꼭대기 두 자리 중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승점이 많은 승리를 원했고, 약팀은 강등을 피할 점수를 얻기 위해 상대적으로 강한 팀과는 비기기를 원했다. 지금 아웃힐 고스트즈의 행태가 딱 후자의 모습으로, 상위 리그진출을 노린다면 결코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2위 이상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자신보다 높은 등수의 팀과 맞붙었을 때, 회피하기보다는 치명적인 패배를 안겨주어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도록 노력해야 했다. 아니라면 2위 이상의 성적은 결코 넘볼 수 없는 순위였다. ‘훗. 저런 애들에게 패할 수는 없지.’ 어느덧 아웃힐 고스트즈 검투사들이 언덕 절벽 위로 오르자 범석이 본진으로 귀환했다. 이제 원거리 공방전이 펼쳐진 테니 방패막에 의지할 필요가 있었다. 휙. 펑. 퍼펑. 휙. 원거리 공방전은 갓즈나이츠에게 크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비록 긴 장창을 준비하느라 상대보다 2개가 적은 7개의 활을 준비했지만, 두 배나 많은 6개의 방패막이 큰 효용을 발휘한 것이다. 아무리 지형적인 불리함과 활 능숙도 미비라는 단점이 있었지만, 방패로 물샐 틈 없이 진형을 싸고 있었으니 화살에 맞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5/13 쪽 절벽 위는 사방이 뻥 뚫려 있고, 지대가 좁아 마땅히 몸을 움직여 피하기도 어려웠다. 즉 아웃힐 고스트즈 검투사들은 날아오는 화살을 3개의 방패만으로 막아야 한다는 소리였다. 결국, 점점 데미지가 싸이더니 4번을 단 검투사 하나가 가슴 부위에 화살을 막고 절벽 아래로 하염없이 떨어졌다. “좋아! 하나 떨어뜨렸다! 계속 쏴!” 갓즈나이츠는 상대적으로 적은 원거리 무기만을 지니고 나왔지만, 퍼붓는 화살의 양은 훨씬 많았다. 갓즈나이츠가 쏜 화살은 적 방패에 튕겨 절벽 아래로 떨어지거나 하늘로 치솟아오르는 데 반해, 아웃힐 고스트즈가 쏜 화살들은 여지없이 지면에 박히거나 갓즈나이츠 진형 바로 아래 떨어지고 있었다. 약간만 이동하면 무수히 재활용 화살을 챙길 수 있으니, 쏘는 양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규정상 지닐 수 있는 화살의 수가 8개로 정해져 있기에, 원거리 공방전은 금세 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주인님. 이제 고지전이 펼쳐야 해요.” 에르피나의 작전지시에 범석이 치리아를 데리고 진을 이탈했다. 그의 어깨 달린 화살 통에는 4개의 화살이 꽂혀 있었다. 이번 양동 작전에 아껴둔 화살들이었다. 범석은 본진이 천천히 전진하는 사이, 빠르게 경기장을 언덕 반대편으로 이르렀다.6/13 쪽 “치리아. 우리의 첫 번째 과제는 적이 방심하는 사이에, 저격해 피해는 주는 일이다. 그러니 일단 활을 쏠 수도 있다는 정황을 상대에게 들켜서는 안 돼. 그러니 지금은 후방 기습조인 것처럼 행동할 필요가 있어. 알았지?” 손에든 양손 검을 꽉 쥔 치리아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알았어요.” “그래. 그리고 저격할 때 될 수 있으면, 3번과 11번 검투사를 노려라. 아까 상대해 봤는데 꽤 출중한 검술실력을 보유하는 것으로 보이더라, 이 애들을 먼저 보내버리면 경기를 풀어나가기 훨씬 쉬워질 거다.” 치리아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자신의 생각하는 바를 말했다. “저기. 차라리 대장 검투사를 노리는 편이 어떨까요?” “물론 가능하다면 대장을 저격해야겠지. 하지만, 전투가 벌어지면 후미나 다른 검투사들에게 둘러싸일 테니 쉽지는 않을 거다. 그때는 3번과 11번이다. 알았지?” “네. 그렇게 하도록 할게요.” “자. 그럼 가자.” 범석이 바로 일어나 달려나갔다. 이미 본진은 준비해온 4m짜리 장창 을 든 마틸다와 레이메이를 앞세워 공략을 시작하고 있었다.7/13 쪽 “모두들. 기회가 생기면 과감히 올라가!” 에리피나의 외침에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이 분주해졌다. 장창 끝을 찔러 대는 속도도 빨라졌고,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진입을 시도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경기에 나서기 전 다이아나는 치리아의 저격이 시작되는 시점까지 절대 절벽 위로 오르지 말라고 지시했었다. 지금은 그저 후위를 노리는 범석과 치리아의 활동 폭을 넓혀주려는 기만동작에 불과했다. 이를 모르는 아웃힐 고스트즈의 대장이 본진 진입로 쪽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검투사들을 배치했다. 갓즈나이츠 별동대에는 범석이 끼어 있기는 했지만, 이 때문에 10명으로 구성된 본진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지형적 이점으로 지금의 2명으로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고 믿었고, 설령 아니더라도 바로 지척이니 금세 지원을 나갈 수 있었다. 창. 펑. 퍼펑. 창. 차창. 치열한 장창 간의 접전이 계속되었지만, 양 팀 모두 피해는 경미했다. 아웃힐 고스트즈 지리적인 이점이 있었고, 갓즈나이츠에는 세 명의 듀얼 실더로 효과적인 방어를 수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본 범석이 치리아를 데리고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제 저격을 시도할 참이었다.8/13 쪽 “치리아. 지금이다. 준비해.” 안면 실드 사이로 의미심장한 표정을 드러낸 치리아가 그의 뒤쪽으로 몸을 숨긴 다음 활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범석의 화살 통에 꽂혀 있는 화살 두 개를 뽑더니 하나를 시위에 걸고 천천히 당겼다. 이를 6번을 단 검투사가 봤지만, 특별한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치리아의 행동이 수상쩍기는 했지만, 범석의 몸에 가려져 있었던 탓에 무슨 행동을 취하는지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관중석에서 한 편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뭐해! 갓즈나이츠에서 저격을 시도하잖아! 빨리 막아!” 열이 받은 범석이 이를 질끈 깨물고 소리가 난 스텐드 방향을 노려보는 사이 치리아가 황급히 몸을 돌리더니, 영문도 모른 채 본진을 공격하는 11번 검투사를 겨누었다. 그리고 과감히 시위를 튕겨 날카롭게 화살을 쏘아 보냈다. 퍽! 정확히 옆구리에 화살을 맞은 11번 검투사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는 서서히 행동 불능상태에 빠져들었다. 이에 치리아는 기뻐할 틈도 없이 또다시 손에 쥔 나9/13 쪽 머지 화살을 시위에 먹였다. “후미들 뭐해! 갓즈나이츠가 저격한다!” 6번 검투사가 고래고래 소리를 쳐댔다. 관중이 다짜고짜 소리칠 때는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11번 검투사가 저격당하는 장면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 이제 모를 리가 없었다. “무슨 소리야! 저격이……. 헉!” 뒤를 돌아 6번 검투사를 바라보던 15번 검투사가 절벽 아래로 급히 몸을 날렸다. 자신을 향해 화살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워낙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를 본 에르피나가 근처에 있던 헤스티아와 린을 향해 소리쳤다. “빨리 저 애를 잡아!” 곧바로 튀어 나간 헤스티아와 린이 15번 검투사를 향해 사정없이 검을 휘둘렀다. 이 검투사만 잡는다면 수적 비율이 12 대 9가 되었다. 그럼 공략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었니, 이번 라운드에서 승리할 공산이 커졌다.10/13 쪽 차. 창창. 창. 캉. 헤스티아와 린의 공세를 받는 15번 검투사가 뒷걸음질을 치며 서서히 절벽에서부터 멀어져갔다. 구원도 바랄 수 없는 처지라 홀로 분전을 하고 있지만, 그녀들의 파상공세에 여지없이 밀려나고 있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범석까지 달려오고 있으니, 거의 절망적인 상황에 빠졌다고 할 수 있었다. 그때 그녀의 눈길에 이상한 장면이 포착되었다. 갓즈나이츠의 본진에서 레이미가 활을 가지고 살짝 튀어나오더니 치리아쪽을 견제하는 후미 하나의 등을 향해 그 끝을 겨누고 있었다. 또 다른 저격이라고 생각한 15번 검투사가 고함을 질렀다. “위험해! 저격은 뒤에도……!” 퍽. 하지만, 모든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15번 검투사는 범석의 칼에 목덜미를 맞고는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레이미의 손끝에서 벗어난 화살을 보면서 몸을 경직시켰다. 곧 기괴한 파공음을 내며 날아간 화살이 노리던 후미의 등판을 정확히 가 맞았다. 우우우우! 우우우우!11/13 쪽 관중석이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화살이 떨어져 근접전을 시도하는 척하며 몰래 저격으로 자팀의 검투사를 셋이나 해치운 갓즈나이츠의 행동에 열이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도 잠시.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갓즈나이츠의 파생공세에 처참하게 유린당하는 아웃힐 고스트즈를 보고는 금세 입을 닫아버린 채 얼이 빠진 표정을 지었다. “모두 해치워! 여기서 끝을 낸다!” 에르피나의 호기로운 외침이 절벽 위에서 쩌렁쩌렁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점점 포위해 오는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에게 아웃힐 고스트즈 검투사들은 차례로 쓰러져갔다. 몇몇은 대장 검투사와 함게 절벽 아래로 뛰어내려 호수로 도망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갓즈나이츠가 수상전에 경험 없는 검투사들이 많다지만, 에르피나, 레이미, 에리카와 드래곤 나이츠에서 임대되어온 경험 많은 검투사들이 껴 있었다. 여기에 범석까지 포함되었으니, 몇몇 검투사가 수중전을 펼친다고 기울어져 가는 전세를 역전 시킬 수 없었다. 곧 이들은 하나둘씩 행동불능이 된 채 물가로 끌려나왔다. 우우우우! 우우우! 2라운드를 승리로 마치고 돌아오는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의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다. 라운드 스코어 1승은 곧 평지 전을 의미하는바, 이제 패배할 일은 거의 없었다. 평지 전 정면 승부에서 갓즈나이츠를 이길만한 팀은 리그 내 1위를 달리고 있는 블랙 12/13 쪽 캣츠가 유일했다. 결국, 갓츠나이츠는 2승 2무의 라운드 스코어로 까다로웠던 오늘 경기를 승리로 마감시켰다.============================ 작품 후기 ============================ 빼빼로 데이입니다. 주변에서 이번에는 천년에 한 번 있는 날이라고 선전하더군요. 제가 천년까지는 살아보지 않았지만, 하여간 소싯적에는 이런 날 없었는데요. ^^;;;;; 언제 갑자기 생긴건지........ 쩝. 문제는 공평하게 서로 빼빼로 나누면 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오늘 지갑이 가벼워질 우리네 남성분들을 위해 심심한 조의를 빕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빼빼로 데이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13/13 쪽 언제 갑자기 생긴건지........ 쩝. 문제는 공평하게 서로 빼빼로 나누면 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오늘 지갑이 가벼워질 우리네 남성분들을 위해 심심한 조의를 빕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빼빼로 데이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빼빼로 데이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언제 갑자기 생긴건지........ 쩝. 문제는 공평하게 서로 빼빼로 나누면 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오늘 지갑이 가벼워질 우리네 남성분들을 위해 심심한 조의를 빕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빼빼로 데이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빼빼로 데이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언제 갑자기 생긴건지........ 쩝. 문제는 공평하게 서로 빼빼로 나누면 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오늘 지갑이 가벼워질 우리네 남성분들을 위해 심심한 조의를 빕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빼빼로 데이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빼빼로 데이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언제 갑자기 생긴건지........ 쩝. 문제는 공평하게 서로 빼빼로 나누면 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오늘 지갑이 가벼워질 우리네 남성분들을 위해 심심한 조의를 빕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빼빼로 데이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빼빼로 데이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언제 갑자기 생긴건지........ 쩝. 문제는 공평하게 서로 빼빼로 나누면 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오늘 지갑이 가벼워질 우리네 남성분들을 위해 심심한 조의를 빕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빼빼로 데이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 -- 새로운 위기 -- > 세리에시티는 엘라임 지역정부 내에 위치한 대도시로, 전 세계의 금융사가 몰려 있는 금융의 메카였다. 인구 980만 명의 풍부한 인적 자원과 증권거래소, 기타 정부의 금융지원시설들이 몰려 있어 금융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한결 편했던 이유에서였다. 세리에시티 하늘을 가로지르던 한 검은색 고급 플라잉 카가 LHN금융지주라는 간판을 단 거대 빌딩 꼭대기 위에 서고는 천천히 내려섰다. 그리고 옥상 주차공간에 안착하더니 그 안에서 강풍에 갈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줄리앙이었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자조적인 목소리로 혼잣말했다. “여기가 LHN금융지주의 본사라는 말이지.” LHN금융지주. 여신 업무는 물론 투자증권, 보험등 금융업에 관련해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 있는 거대 금융회사였다. 줄리앙이 이러한 곳을 찾은 이유는 학창시절 함께 지냈던 동창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친우를 만난다는 반가움이나 기대감이 추호도 서려 있지 않았다. ‘휴~ 정말 보기 싫은 애인데.’ 잠시 어린 시절을 떠올린 줄리앙이 인상을 찌푸렸다. 긴히 부탁할 내용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지만, 오랜만에 볼 동창의 얼굴을 떠올리니 왠지 신물이 넘어오는 듯했다. 회1/13 쪽 정말 자신의 사정만 급하지 않았다면 정말 만나기가 꺼려지는 인사였다. 음흉하고 잔인하기까지 한 그 친구의 성정은 학창시절 내내 학교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갔을 정도로 대단했다. “쩝. 어쩔 수 없지. 지금은 내 입장이 곤란하니, 도움을 받을 수밖에.” 그는 내부로 들어가는 출입문을 발견하고는 곧장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바로 앞에 서는 순간, 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내부에서 어두운 선글라스와 검은 양복 착용한 건장한 사내 둘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한쪽 귓가에 이어폰이 착용한 모습을 보니, 보안 요원 같았다. “누구십니까?” 줄리앙이 바로 대답했다. “난 하이에나엔터테이먼트 사에서 나온 줄리앙이라고 한다. 과거 동창이었던 발바르씨를 만나러 왔다.” 순간 보안요원의 표정과 몸이 경직되었다. 발바르는 이곳 LHK금융지주의 총수였다. 그분의 동창이라면, 보통 방문객이라 할 수 없었다. 생각보다 무척 젊다는 점이 의심스러웠지만, 뒤늦게 신체 개조 시술을 받았다면 충분히 이런 모습을 하고 있을 수 있2/13 쪽 었다. “저, 저기. 혹시 회장님을 찾아오신 겁니까?” 줄리앙이 심하리만큼 고개를 흔들었다. LHK금융지주의 회장이 자신과 같은 사람을 쉽게 만나줄 리가 만무했다. “아니. 그분의 손녀를 만나러 왔다.” 보안요원들이 다소 긴장된 자세를 풀었다. 발바르 회장에게는 자식들이 많기에 손녀 또한 적지 않았다. 그 중 하나라면 자신들이 너무 조심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 그렇습니까? 구체적으로 어느 분을 찾아오셨습니까? 회장님의 손녀분 중에서 본사 내에서 근무하시는 분이 좀 됩니다만…….” “정보통제실 실장인 아울라를 찾아왔다.” 순간 보안요원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결코, 만나고 싶지 않은 여인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라는 잔인한 성격은 본사 내에서도 아주 유명했다.초창기 때 한 직원이 불합리한 업무상의 이유로 따지고 든 적이 있었는데, 바로 그 자리에 서 목을 자른 일화는 아주 유명했다. 뭐 여기까지라면 성질 더러운 직장 상사쯤으로 인식했겠지만, 아울라는 이후로도 그 직원이 새로이 취직하는 회사마다 압력을 3/13 쪽 넣어 온전히 사회생활을 못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갖가지 술수를 부려 거의 거지 신세로 만들었다. 결국, 그 직원이 찾아와 무릎을 꿇고 용서해달라고 사정사정해 멈추었지만, 이 일은 회사 내 다른 직원들에게 크나큰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한 번 밉보이면 나락까지 떨어질 각오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보안 요원이 근처에 보이는 CCTV를 힐끔 쳐다봤다. 정보통제실의 업무 중 하나가 바로 사내직원의 행동을 감시하는 일이었다. 말로는 금융업의 특성상 기밀유지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아울라가 지금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절로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저, 정말 아울라실장님의 동창이십니까?” “물론이다.” 확실에 찬 그의 표정에 보안요원들이 정중한 자세로 그를 출입구 안쪽으로 안내했다. “자. 그럼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제가 정보 통제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때 CCTV 마이크에서 전자음이 섞인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어이. 너희들 뭐하는 거지?4/13 쪽 침을 꿀꺽 삼킨 보안요원들이 극도로 긴장한 눈초리로 CCTV를 바라봤다. 직원들이 기밀 엄수 업무에 미비점을 드러낼 때마다 들려오는 이 목소리를 모를 리가 없었다. 오늘 처음 듣기는 했지만, 소문으로는 이 목소리를 들은 후 무사히 넘어간 직원들이 없다고 했다. 최소한 시말서 한 장 쓸 각오쯤은 해야 했다. “아. 아. 저. 그게 이분이 아울라님의 동창분이라고 해서요. 아, 아닙니까?” - 내 동창이 맞다. 다소 편해진 얼굴을 한 보안요원이 허리를 굽실거리며 말했다. “아. 그래서 정중히 모셔가려고 했습니다.” - 정중히? 그런데 보안절차를 왜 안 밟지? 분명히 외부 인사 방문 목록에 기재되어 있는 자가 아닐 텐데. 보안요원들이 앗차하며 화급히 품 안에 있는 전자수첩을 꺼냈다. “그, 그렇지 않아도 하려고 했습니다. 다만, 바깥 날씨가 추워 먼저 안으로 들인 겁니다. 위험인물 같지도 않았고요.” - 그래? 확실해? “네. 물론입니다.” - 좋아. 그럼 모든 보안 절차를 마친 후 정보통제실로 데리고 와.5/13 쪽 “네. 알겠습니다.” 길게 한숨을 내쉰 보안요원들이 전자수첩을 통해 줄리앙의 이름을 확인했다. 그리고 내부 방문자 명단에 올라 있지 않음을 즉각 확인하고는 바로 입을 열었다. “방문자 명단에 없으시군요. 보안절차를 밟으시겠습니까? 아니면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시겠습니까?” 이를 악문 줄리앙이 CCTV쪽을 노려봤다. 만나기로 약속해놓고 방문자 명단에 올리지 않아 자신에게 이런 수모를 주다니 화가 난 것이다. 하지만, 급한 불이 떨어진 발등의 주인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일단 숙이고 들어오라는 거지. 건방진 년. 옛날이랑 하나도 변하지 않았군.’ 과거 학창시절 아울라를 경험했던 줄리앙은 지금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충분히 알아챌 수 있었다. 부탁할 내용이 있으면 머리를 숙이고 들어오고, 그러기 싫다면 귀찮게 하지 말고 돌아가라는 뜻이었다. 물러날 입장이 아니었던 줄리앙이 떨리는 음성을 극도로 자제하며 말했다. “으득. 알았다. 보안절차를 밟겠다.” “좋습니다. 전자수첩을 비롯한 모든 전자장비를 꺼내놓고, 양팔을 벌리십시오.”6/13 쪽 그가 품 안에 있던 전자장비들을 모두 꺼내 앞으로 내놓았다. 그러자 보안요원들이 압수해 캐비닛에 비치해놓고, 철저한 몸수색을 시작했다. 이후 줄리앙은 갖가지 신분조회 절차를 거친 이후에서야 간신히 엘리베이터의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줄리앙님. 여기입니다.” 보안요원이 안내한 곳은 다름 아닌 건물 6층의 어느 철제문 앞이었다. 스피커폰 외에는 아무런 전자장비도 달리고 않고 손잡이만 있는 것으로 보아, 자동문이 아닌 힘으로 열고 닫는 미닫이문 같았다. 동행한 보안요원이 스피커폰에 입을 가까이 대고 말했다. “줄리앙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이내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한 사무직원이 나와 마중했다. “어서 오십시오. 줄리앙님. 실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가볍게 눈짓인사를 하고 떠나가는 보안요원을 바라본 줄리앙이 사무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정보통제실 안으로 들어갔다.7/13 쪽 내부는 다른 사무실과 모습이 사뭇 달랐다. 전자서류가 펼쳐져야 할 책상 위에는 건물 내 어느 공간이라 생각될 만한 실내가 보이고 있었고, 그 앞에서는 직원 하나가 딱딱한 자세로 앉아 유심히 화면을 관찰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줄리앙이 피식하고 웃었다. ‘학교 다닐 때는 그렇게 잘난 척을 하더니, 겨우 경비실 대장인가?’ 하지만, 이런 비아냥거림은 결코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아울라의 더러운 성정이 무섭기도 했지만, 재계에 널리 소문으로 퍼져 있는 발바르회장과 그녀의 돈독한 친분관계가 그 이유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회장은 손녀인 아울라를 끔찍이 아낀다고 했다. 그렇다는 얘기는 그녀만 움직인다면, LHN금융지주사를 움직일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괜히 쓸데없는 말을 입밖에 내뱉어 아울라와 척을 질 수는 없었다. “자. 들어가시지요.” 고급 무늬의 목재문이 열리자 업무용 책상 앞에 앉아 전자서류를 뒤적거리는 은발의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키는 165센티가량 되었는데, 화장기가 없음에도 새하얀 피부와 붉게 물들어 있는 입술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몸매는 아주 여린 듯 말라 있었으며, 검은 태 안경 안으로 비치는 눈빛은 그윽할 정도로 투명해 보였다. 상당한 미인형이지만, 줄리앙은 전혀 관심 없다는 양 투정을 부렸다.8/13 쪽 “아울라. 오랜만에 보는 친구에게 이럴 수가 있는 거야? 내가 지금 얼마나 큰 망신을 당하고 온 줄이나 알아?” 아울라가 두 눈을 날카로울 정도로 치켜세우며 말했다. “친구? 일 년에 한 번 있는 동창모임 외에는 연락 한 번 안 하는 애가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거야? 그리고 우리는 별로 친하지도 않잖아?” 줄리앙이 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말이 전혀 틀리지도 않았고, 목소리에 왠지 냉기가 물씬 풍겨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라는 한 번 앙심을 품고 덤비면, 무릎을 꿇고 싹싹 빌기 전까지는 끝이 나지 않았다. 여기서 괜히 자존심을 세우다가는 인생이 괴로워졌다. 그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알았다. 내가 다 잘못했다. 다음에는 종종 연락하고 그럴게.” 다시 눈을 차분히 하게 깐 아울라가 입을 열었다. “그래. 무슨 부탁으로 찾아왔어? 네가 나에게까지 사정하러 왔다면, 보통 곤란한 일이 아닐 텐데 말이야.”9/13 쪽 “뭐. 그건 차분하게 앉아서 얘기하지. 뭐 의자라도 없냐?” 하며 줄리앙이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넓은 실내 공간에도 자신이 앉을만한 좌석은 마땅히 없었다. “그냥. 서서 얘기해. 내 사무실에는 나 이외에는 누구든 서 있어야 해.” 줄리앙이 투덜거리며 그녀에게 다가섰다. “야. 네 할아버지가 와도 이럴 거냐?” “우리 할아버지는 손녀 업무실까지 손수 찾아오실 정도로 한가하신 분이 아니셔. 그리고 그 외에는 내가 좌석을 권할 정도의 인물은 없고.” “훗. 그럼 네 아버지는?” “아버지도 마찬가지야. 할아버지 외에는 모두가 LHN그룹을 후계자를 두고 경쟁하는 경쟁자들이야. 아버지라는 이유로 고개를 숙였다가는 후계구도경쟁에서 바로 도태되어 버리지.” 줄리앙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직접적으로 피를 나누어준 아버지에게도 대립각을 세우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도 차갑게 느껴졌던 탓이다. 역시나 소문대로 LHN그룹은 살벌한 동네였다.10/13 쪽 “매정하군.” “매정? LHN금융지주사는 돈을 만지는 기업이야. 냉정함을 갖추지 못하면 회사를 운영해 나갈 수 없어. 친구라고 넙죽 돈을 내어주고, 혈육이라고 굽실거리는 인간이라면 LHN의 주인이 될 수는 없지. 아무래도 네가 아직 급하지 않아 계속 헛소리를 짓거리는 모양인데. 볼일이 없으면 그냥 돌아가. 난 바쁘니까.” 말끝마다 무시하는 발언에 줄리앙은 화가 머리끝까지 솟았지만, 꾹 참고 그녀에게로 다가섰다. 목적한 바를 이룰 때까지는 절대 이 사무실을 떠날 수는 없었다. ‘이런. 수첩을 두고 왔지…….’ 그는 품 안에서 전자수첩을 꺼내려다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자초지종을 얘기하려면 전자수첩에 있는 데이터가 필요했는데, 아까 보안보원에게 빼앗겼다. “어, 어떻게 하지. 아까 보안요원에게 전자수첩을 맡겼는데. 지금 다시 가서 가져올 테니, 네가 얘기 좀 해줘. 보안요원들이 워낙 깐깐해서 말이지.” 뒤돌아서려는 그를 아울라가 불러세웠다. “갈 필요 없어. 대충 얘기만 하면 내가 여기서 다 알아볼 수 있으니까.” “야. 내 자료를 네가 어떻게 찾아볼 수 있다는 거냐? 몰라서 그러는데 내 전자수첩은 11/13 쪽 특수 보안 칩이 걸려서 내가 아니면 절대 전원도 켤 수 없어.” “상관없어. 네깟 애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할 리가 없으니까. 아니 우리 쪽이 훨씬 정확할 테니, 네 자료는 폐기해 버리는 것이 좋을 거야.” 줄리앙이 부들거리는 손을 뒤로 감췄다. 지금의 감정을 그녀에게 드러내서는 절대 안 됐다. “휴. 좋다. 그럼 대충 말로 설명하지. 나는 작살내고 싶은 놈이 하나있다.” 살짝 콧방귀를 뀐 아울라가 바로 전자서류를 접더니 이상한 문양만이 그려지는 화면을 띄웠다. 그리고 가벼운 손짓으로 가상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리더니, 바로 입을 열었다. “갓즈나이츠팀의 이사장인 오범석이라는 자 말하는 거야?” 뜨끔한 줄리앙이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은 그녀에게 절대 범석과의 적대관계에 대해서 말한 역사가 없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아냐?” 아울라가 엄지로 기호화된 화면을 가리켰다.12/13 쪽 “여기 나오니까 알지. 흑사회와 경제인 단체의 충돌에서 너와 오범석이라는 자가 대리전을 펼쳤다고 하던데.” 줄리앙이 눈을 비비며 디스플레이된 가상 화면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그저 이상한 문자와 문양들의 집합체뿐이었다. “뭐야? 안 나와 있는데?” “당연하지. 네 눈에는 보이지 않으니까. 지금 내가 쓰고 있는 특수 안경으로 보지 않으면 이 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 줄리앙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장치가 있다는 것쯤은 신문지상에서 언뜻 들어 알고 있었다. 화면으로 디스플레이되는 정보를 외부인이 알 수 없도록 하는 장치로, 보안이 생명인 특수 업종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작품 후기 ============================모두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그럼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보안이 생명인 특수 업종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작품 후기 ============================모두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그럼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13/13 쪽 < -- 새로운 위기 -- > “그렇군. 그럼 나도 그 안경 하나만 줘봐. 구경 좀 해보자.” 비릿한 미소를 지은 아울라가 그를 쳐다봤다. “너에게 보여줄 내용이었으면 이런 화면으로 띄었겠니?” “아 참나. 그깟 정보 가지고 왜 이래. 다 나에 관한 내용일 것 아니야.” “그렇지. 하지만, 여기에는 네가 모르는 너에 대한 내용도 있어. 알고 싶다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 말도 안 된다며 줄리앙이 버럭 소리쳤다. “야! 어떻게 나에 대한 내용을 내가 모르냐!” “후후. 원래 인간이란 자신을 주관적으로 판단하기 나름이야. 그래서 아무리 이성적인 자라도 자신에 관해서는 남들이 평가하는 객관적인 생각과는 아주 딴판으로 결론을 맺지. 아주 긍정적으로 말이야. 내가 친구로서 조언하건대, 절대 너에 관해서는 네 생각에 의지하지 마. 인생을 망치는 지름길이 될 테니까.” 그가 눈동자가 흔들릴 정도로 관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자신에 대한 대외적인 평가라니? 꼭 알고 싶었다.회1/13 쪽 “그래. 나에 대해 뭐라고 나왔는데.” 아울라가 쫙 핀 손바닥을 내보이며 말했다. “몇 번이나 말해. 알고 싶다면 대가를 지불하라고.” 길게 한숨을 내쉰 줄리앙이 말했다. “휴~ 뭘 주면 되는데?” “뭘 줄지를 네가 말해. 그럼 그 가치만큼 알려주지.” 줄리앙이 주머니에서 백지수표를 꺼내 금액란에 5자 하나와 0자 5개를 그리고는 북 찢어 앞으로 내밀었다. “여깄다. 50만 크랑이다. 빨리 뭐라고 나왔는지 얘기해.” 여유로운 손짓으로 수표를 받아챙긴 아울라가 바로 대답했다. “간단해. 너 병신 찐따래.”2/13 쪽 줄리앙이 양손으로 탁자를 힘껏 내리쳤다. “뭐라고! 지금 뭐라고 했어!” “훗. 그럼 사회초년생 애한테 휘둘리다 나에게 온 사람을 남들이 뭐라고 평가할까?” “야! 그건 그 자식 뒤에 흑사회가 있어서 그런 것이고!” “흑사회? 네 뒤에는 경제인단체와 청년연합기업회가 있었잖아. 그리고 정보에 의하면 오범석이라는 아이는 흑사회에게 그다지 의지하지 않고 대부분을 자신의 손으로 해결한 반면, 너는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고 나왔어. 그럼 할 말 없는 것 아니야?” 그가 이를 악물었다. 그렇다면 자신의 관점으로도 할 말이 없었다. “저, 정말이야?” “그래. 흑사회가 지원한 것은 약간의 자금과 몇몇 사전 작업뿐이야.” 줄리앙이 자금이 지원되었다는 말에 눈빛을 반짝였다. 그 사실만 알아도 흑사회와 범석에게 결정타를 먹일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자신들이 밀리는 이유는 범석의 제삼자 설이 정부관계자에게 먹혀들었던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엠마의 활약상이 본연의 실력으로 일구어낸 성과라 판단하였고, 자신들의 의견이 묵살 되었다. 자금이 지원됐다는 사실을 정확한 증거와 함께 알린다면, 지금의 열세를 바로 역전시킬 수가 있었다.3/13 쪽 “흑사회가 놈에게 자금을 지원했다고?” “으음. 확실하지 않지만, 정황이 있어.” “뭔데?” “그건 말할 수 없지.” 줄리앙이 다시 수표 뭉치를 꺼내 들며 말했다. “돈이 필요해? 원하는 대로 줄 테니 꼭 좀 알려줘.” “이건 돈 문제가 아니야. 그러니 포기해.” “야! 뭔데 그렇게 비싸게 굴어.” “비싸게 굴 수밖에 없지. 이 사실을 알려주면 우리 은행과 흑사회가 척을 질 수가 있어. 가뜩이나 밑에서 윌킨스금융지주가 치고 올라와 할아버지 심기가 불편한데, 여기다 이번 일로 흑사회의 자금이 은행에서 빠져나가 버리면 원인 제공자인 나는 후계자 지위에서 바로 탈락이야.” 줄리앙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야! 그럼 우리 경제인 단체는 안 껄끄럽나!” “그야. 껄끄럽지.” “그런데 왜 흑사회는 싸고돌면서 우리는 무시하는데!” “그건 간단해. 아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흑사회와 경제인 단체간의 싸움에서 우리 4/13 쪽 은행권은 중립을 지키기로 했어. 그런데 내가 이 정보를 네게 가르쳐 주게 되면 그 의미를 훼손하게 되는 데 반해, 침묵하면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되지. 즉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난 아무런 책임질 일이 없다는 거야.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우리 LHN은 흑사회나 너희나 다 껄끄럽지만, 도전해 온다면 얼마든지 받아줄 힘이 있다는 거야.” 아울라의 살벌한 시선을 받은 줄리앙이 바로 꼬리를 내려버렸다. 흑사회도 버거워 죽겠는데, 여기에 LHN을 더할 필요는 없었다. “야. 그러지 말고 가르쳐 줘. 절대 비밀로 할 테니까. 설마 내가 네 성격을 아는데 함부로 일을 열겠냐? 그러니 이번에 딱 한 번만……. 응. 제발…….” “아니. 절대로 안 돼. 네 입이 아니더라도, 이번 일은 흑사회에게 새어나가게 되어 있어. “야. 말도 안 되는 얘기 하지 마. 여기 일을 그자들이 어떻게 아냐?” 아울라가 무심한 눈초리로 그를 쳐다봤다. “지금껏 그렇게 당해왔으면서도 아직 흑사회를 무시하니? 사실 우리는 이번 싸움에서 흑사회가 승리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어. 뭣 때문인지 아니?” “뭐, 뭔데?” “흑사회는 정보력 하나만큼은 세계 최강이니까. 아마 지금쯤 너와 나와 만난 사실을 5/13 쪽 파악하고 그 대책을 세우고 있을걸.” “그, 그게 정말이야?” “그래. 별로 비밀도 아니라서 네게 얘기하는데, 할아버지께서 왜 나를 경비실이나 다름없는 이곳 정보통제실로 보낸 줄이나 알아?” “그,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할아버지께서 흑사회의 정보력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지. 그래서 나에게 그들의 정보기관과 맞먹는 정보단체를 만들라고 하시면서 이곳에 보내셨어. 정보를 얻는 자가 곧 미래를 지배하고, 미래를 지배하는 자가 바로 승자니까. 여기 정보통제실은 명목상 사내 기밀 유지를 규율하는 일을 하지만, 실제는 대외 정보를 파악하고 경영진들에게 조언하는 일이 주 업무야.” 어쩐지 아울라를 귀여워하는 발바르회장이 왜 이런 경비실에 처박아 놓는가 했다. 확실히 신뢰가 가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기는 그 정보가 너무 탐이 났다. “야. 그러지 말고 얘기 좀 해줘라. 솔직히 지금 여기에는 우리밖에 없잖아. 흑사회도 의심만 할 뿐이지, 정확히 네가 관계되었다는 사실은 모를 것 아니야.” “그렇겠지. 하지만, 이 정보는 네게 필요 없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울라가 유심히 화면 안을 쳐다봤다. 흑사회가 범석에게 자금을 건네준 방식은 오6/13 쪽 사하의 어느 도박장. 문제는 이 자금 전달방식이 재계는 물론, 정계 꼭대기까지 이어지는 비리의 핵심 루트라는 점이었다. 만약 줄리앙이 여기를 들쑤시고 다닌다면, 사회 각개계층에서 상당한 제재가 가해진다. “그 흑사회가 허투루 일을 처리했을 것 같니? 이쪽 라인을 건들면 너는 죽어. 이 자금은 범석이라는 자를 지원하기 위한 돈이기도 하지만, 너희의 목줄을 끊어놓으려는 함정이기도 해. 그러니 잔말 말고 모른 척해. 아무리 탐스럽고 향기로워도 쥐덫에 걸린 치즈에다가 코를 들이미는 게 아니야.” “말도 안 돼! 흑사회 그놈들이 벌인 수작에 우리가 당할 것 같아!” 아울라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네가 모르는 내용이 있으니, 말해주지. 지금 경제인 단체가 흑사회와 대등한 싸움을 벌이는 이유는 놈들이 아직 자존심을 버리지 않아서지, 너희가 잘나서가 아니야. 흑사회가 자존심을 버리고 행동의 폭을 조금이라도 넓히는 순간, 너희는 끝장이야.” 그녀가 말하는 행동의 폭이라 함은 매해 우수한 성적으로 무료 신체 개조 시술을 받은 100여 명에 대해서만 신입회원으로 받는 회칙을 말했다. 전 세계에서 손을 꼽는 수재들이기는 했지만, 집도 절간도 없기에 조직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니 후배양성이라는 명목 아래 키우고 지원해줘야 하니, 기존 회원들에게 많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흑사회가 이 폭을 넓혀 자수성가한 기업인까지 포함한다면 그 세7/13 쪽 력은 비약적으로 커지게 되었다. 그런데 멍청하게도 저들은 이런 사태의 기폭제가 될 만한 싸움을 지금 벌여나가고 있었다. 만약 이번 충돌에서 경제인 단체가 이겨 매해 100여 명에게 제공하는 무료 신체 개조 시술 정책이 없어지면, 흑사회는 살아남기 위해 회원 선출방식을 달리할 테고, 이는 곧 조직의 확장을 가져왔다. 즉 지금 경제인 단체가 하는 짓은 적인 흑사회를 괴멸시키는 정책이 아니라 자폭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모든 설명을 마친 아울라가 타박하듯 쏘아댔다. “알았냐? 이 등신아. 그러니 이번 싸움에서는 물러나. 이번 싸움에서 너희가 이기는 순간 너희가 죽는 거야.” 그녀의 새로운 해석에 줄리앙은 그저 마른 침만을 꿀꺽 삼킬 뿐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정말 흑사회가 자존심을 버리고 회칙을 바꾸는 순간, 경제인 단체는 큰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흑사회가 자수성가한 기업인까지 끌어들여 조직을 확충시킨다면, 자신들은 지금의 대등함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휴~ 아, 알았다. 그 정보는 포기하도록 하지.” “흥. 아주 바보는 아니네.” “하지만, 범석 그 자식만은 가만둘 수가 없다.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내가 당한 게 너무 많아.”8/13 쪽 화면을 은근슬쩍 바라보더니 아울라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긴. 지지리도 많이 당했네. 나 같아도 열이 받았을 거야.” “그래. 그래서 네가 부탁이 있다.” “무슨 부탁?” “네. 힘과 머리를 빌려줘. 놈을 작살내고 싶다.” “말했을 텐데. 우리는 흑사회와 척을 지고 싫지 않다고. 보아하니 내가 그 애와 붙으면 흑사회가 나서게 되어 있어. 알다시피 이번 싸움의 중추가 범석이라는 아이이거든.” 줄리앙이 그녀의 안면에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대고는 말했다.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으니, 네게 도움을 청하는 거야.” “왜? 네 뒤에는 경제인단체와 청년연합기업회가 있잖아.” “하지만, 그들이 슬슬 발을 빼려고 하고 있어. 사실 이제야 말하지만, 조직은 이번 싸움을 계속해나갈 의지가 없어. 범석, 그놈이 엠마라는 아이를 계속 데리고 있는 바람에 거의 패배 직전까지 갔거든. 그래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새로운 전선을 그려나가고 있고, 자연스럽게 그 자식의 일이 뒷전으로 밀려났어. 즉 지금으로서는 나 혼자 싸워야 한다는 거야.” “간도 크군. 그 애를 건드리면 흑사회가 나서는 걸 빤히 알면서 혼자 덤비겠다고?”9/13 쪽 “그래서 너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것 아니야. 제발 빼지만 말고 나 좀 도와줘. 흑사회가 나서지 않게 하면서 그 자식을 엿먹이는 방법이 어딘가에는 있을 것 아니야.” 턱을 괴고 가만히 그를 한참 동안 쳐다본 아울라가 방긋 미소를 지었다. “하긴. 잘만 찾아보면 그런 방법이 어딘가에는 있겠지.” 줄리앙 눈을 번쩍 뜨며 소리쳤다. “정말 있어! 어떤 방법인데!” “대충 감이 오는 건 있는데, 아직은 몰라. 확답은 세세한 정보를 살펴본 후에야 대답해 줄 수 있어.” “그럼 뭐해. 빨리 확인해봐.” “알았어. 기다려봐.” 아울라가 다시 화면을 정리하고는 새로운 정보창을 열었다. 이번에는 범석에 대한 금융 정보로, 그가 쓴 지출과 수입등의 금융정보 일체가 정확히 디스플레이되고 있었다.그녀는 상단에 나와 있는 재산 목록을 보더니, 작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얘 장난이 아닌데. 보유자금이 1억 3천만 크랑이나 돼.”10/13 쪽 “왜? 돈으로 작살나게?” 아울라가 가까이 붙이는 줄리앙의 얼굴을 손으로 쭉 밀었다. “말도 안 되는 얘기 하지 마. 몇 번이나 말했어. 직접적으로 범석이라는 아이를 건드릴 수는 없다고 말이야. 게다가 이 애는 빚이 하나도 없고, 팀은 개인 소유야. 금융사인 우리가 제재를 가할 건덕지는 그 어디에도 없어.” “그럼 어떻게 하려고 하는데?” “기다려봐 지금 찾고 있으니까.” 그녀는 보안 1등급 정보 중 개인 관련 메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연방 정부 중앙정보기관의 고위급 관료를 매수해 얻어낸 데이터베이스로 전 세계 국민의 세세한 정보가 이 안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점차 범석의 내부를 파헤칠수록 아울라는 뭔가 꺼림칙 느낌을 받았다. 사회 진출 이전의 정보가 어이없을 정도만큼 빈약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력에는 탄생한 날과 거쳐온 간단히 정부보육시설만 나와 있을 뿐, 부모나 연관된 인물이 전혀 링크되어 있지 않았다. 게다가 좀 더 들어가려고 하면 여지없이 접근금지 표시가 뜨고 있었다. 이 정도의 프로텍트가 걸려 있는 인물이라면 정부의 고위급 인사나, 주요 임무를 띠고 민간에서 활동하는 중앙정보부원밖에 없었다. 그녀가 다급한 표정으로 줄리앙을 쳐다봤다.11/13 쪽 “주, 줄리앙. 얘 도대체 누구야?” “누구긴 갓즈나이츠팀의 이사장이지.” “거짓말하지 마! 지금 내가 검색하는 데이터베이스는 연방 중앙정보부 부부장의 ID로 검색되는 모든 국민의 정보가 담겨 있단 말이야. 여기서까지 프로텍트가 걸려 있다면 범석이라는 자는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얘기야! 적어도 정부의 중요인물이거나 연방 중앙정보부 부장의 즉석 비밀요원이라는 뜻이야!” 아울라는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범석은 그저 게임 내 주인공이기에, 중앙시스템이 게임 내 케릭터가 정보를 검색하는 것을 막고 있을 뿐이었다. 그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연방 중앙정보부의 부장도 절대 검색할 수 없었다.하지만, 줄리앙이 이를 알 리가 없었다. “에이. 아니야. 전산상 오류가 난 것이겠지. 그런 중요 정부요인이 할 일이 없어서 프로 검투팀을 운영하고 있겠어? 스포츠 클럽은 돈을 버는 일 외에는 정부나 연방 중앙정보부에 관여할 내용이 없어.” 아울라가 화급히 범석의 금융정보창을 다시 열었다. 돈을 번다는 사실에서 혹시나 싶었던 것이다. 간혹 정부 기관들은 불법 비자금을 구하기 위해 비밀스러운 작업을 하고는 했는데, 혹시나 범석이 그에 관련된 일을 하는 요원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암만 검색해봐도 그런 정황은 보이지 않았다. 비자금을 상납하게 되면 어색한 금융거래가 나오기 마련인데, 그의 금융정보는 너무나 깨끗했다.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