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군) Wizard! Queen! Gun!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1) 2003-08-04 15:18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 여백의 美 -------------------------------------------------------------- 나는 보았다. 현실이된 악몽을. 나는 느꼈다. 좌절이라는 감정을. 나는 깨달았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그리고 나는 행동했다. - 대륙력 995년. 봄. 영광과 빛의 왕국 로데리안 왕성안. - 화려한 방이다. 보기에도 번쩍이는 화려한 갑옷이나 장검들이 벽마다 가득 걸려있었고 붉은색 또는 검은색으로된 천들이 칙칙한 회색빛의 돌들을 감싸 며 아름답게 치장되어 있었다. 바닥에는 맨발로 걸어다녀도 좋을만큼 푹신한 양탄자가 깔려있었고 윤이나는 고풍스러워보이는 가구들이 족히 수십평은 될 듯한 방안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거기다 바닥까지 내려오는 긴 천이 드러 워져있는 마치 예술품같은 침대는 엄청 튀는 이 방안에서도 독보적일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나는 방안의 풍경을 감상할 여유도 없었고 그럴 기분도 아니었다. 바로 내눈앞에서 재수없는 웃을 실실거리며 흘리고 있는 사내새끼 때문이었다. "이봐 아넬리안. 그만 포기하는게 어때? 그렇게 발버둥 쳐봐야 소용없어" "닥쳐라! 네가 내게 이런짓을 하고도 무사할줄 아느냐?" "큭큭. 그것참 앙탈도 심하면 애교로 봐주기 힘들어. 그만 순순히 말을 듣는 게 어때?" 나는 이를 악물었다. 젠장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내가 눈꼬리를 치켜올리 고 악을 써대도 꼼짝도 하지않는 사내는 대륙에서 세손가락안에 드는 강대국 인 로세니아의 공작가의 장남인 커트렌 폰 노베론이란 망할이름으로 불린다. 왠만한 미남은 얼굴도 못 들이밀정도로 잘생긴 녀석이지만 성격은 그야말로 개망나니. 하지만 불행하게도 잘난 가문과 뛰어난 검술실력 그리고 비상한 머리로 아직 30살도 되지않아서 왕국 정계에서 그의 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두각을 나타내는 녀석이었다. 이런! 저놈이! "가까이 오지마!" 그놈이 내쪽으로 한발짝 다가오는걸 본 나는 급히 옆에 있는 꽃병을 들어서 집어던졌다. 챙그랑. 아주아주 불행하게도 내가 던진 꽃병은 슬쩍 옆으로 피 한 커트렌을 지나서 벽에 맞고 운명을 달리했다. 되는일이 없다니까!!! "다가오지마! 죽여버릴거야!" "큭큭큭" 내가 악을 쓰는 모습이 기분좋은지 커트렌 녀석은 자꾸 웃어댔다. 망할! 누 구 열받아 죽는꼴을 보고싶은거얏! "그래 어디로 도망갈래? 설마 저 창을 뛰어넘어 도망치려는건 아니겠지? 여 긴 5층이라고." "경어를 써! 난 왕족이야! 네깟놈이 함부로할 신분이 아니란 말이야!" 완력으로 어찌해볼 상대가 아니었다. 거기다 이곳은 궁성내에서도 상당히 외진곳. 1층의 대형홀에서는 한창 무도회가 진행되고 있겠지만 중간에 슬쩍 빠져나온 커플들을 찾아다닐만큼 한가한 귀족도 없을테니 그야말로 사면초가 나 다름없었다. 아아…내가 미쳤지 왜 이런 재수없는 녀석에게 기댔을까? 평소와 다름없이 난 한껏 치장을 하고 지루한 무도회에 나갔다. 왠만해서는 별궁밖으로 나가지 않던 나였지만 무도회나 다른 연회가 있을때는 꼭 참석해 야했다. 억지로 말이다. 내 아버지는 이 나라의 국왕인 레테이온 1세였기에… 하지만 어머니는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자그마한 영지의 양녀였기에 나의 신 분은 태어날때부터 정해져버렸다. 정략도구로 말이다. 내가 왕비님의 딸이었 거나 최소한 이름있는 귀족가의 딸이었다면 이야기가 조금 틀려지겠지만 한 쪽이 천한 출신이다 보니 내 미래는 국가의 안녕을 위해서 희생되는 방향으 로 정해진것이다. 그렇기에 나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 나는 의 무적으로 무도회에 나가서 내 가치향상을 위해서 억지로 미소짓고 높은 귀족 들에게 아양을 떨어야 했다. 흙한번 파본적 없고 그렇다고 가사일을 해본적 도 없는 내가 공주라는 이름을 빼면 뭐가 남겠는가. 아무것도 없는 그저 무 력한 소녀일뿐이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다른 공주들보다 좀더 아름다운 외 모뿐이랄까? 아니 오히려 저주일지도 모른다. 그덕분에 난 확실히 다른데로 팔려나갈테니까. 재수없으면 타국으로 쫓겨나는 신세가 될지도… 그날도 다른 무도회때처럼 청해오는 많은 귀족남성들의 청을 받아서 몇번이 나 억지로 춤을 추고 잘 치장된 인형처럼 웃으면서 쓰잘데기 없는 잡담을 해 야했다. 지루하고 지겨운 그리고 역겨운 남자들 틈바구니속에서 나는 몇시간 을 서있어야 했고 또 늙은 대신들의 비위를 맞춰주며 귀를 버릴것 같은 쓰잘 데기 없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속으로 한숨을 삼켜야했다. 그렇게 무도회가 중반에 다다를때까지 입가에 경련이 일어날정도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맞춰 주던 나는 간신히 여자들보다 더 수다스러운 대신들과 노골적으로 내몸을 훓 어보는 기분나쁜 녀석들을 피해서 테라스도 도망쳤다. 그리고 거기서 커트렌 이 재수없는 놈을 만나게 된것이다. 평소에도 나쁜 소문이 끊이지 않는 이놈 을 피해서 도망쳤었는데 오늘은 그대로 딱 걸려버렸다. "좋은밤이군요. 레이디 아넬리안" "…네. 커트렌 공자님" "무척 피곤해 보이시는데 한잔 드시겠습니까? 피로가 좀 풀리것입니다." 커트렌은 그렇게 말하면서 내게 자신이 들고있던 잔을 넘겨주었다. 이녀석 의 입이 닿은것을 마시느니 차라리 독약을 마시고 싶었지만 어쩔수없었지. 뭐. 뭐라고 사양할 말이 있었어야지. 게다가 그때 난 꽤 목이 말라있었다. "고맙습니다. 공자님" 살짝 고개숙여 감사의 표시를 한 난 아무 의심도 없이 커트렌이 준 잔을 들 고 마셨다. 상큼한 레몬향이 입안에 퍼지면서 나의 갈증을 풀어주었기에 난 속으로 고마워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멍청한짓을 한 내 자신에게 화 가 날 정도였지만… 약한 도수의 레몬주를 마시고 그와 몇마디 나누는 사이 에 난 정신을 잃었다. 조금씩 혼미해지던 머리속이 어느순간 딱 멈춰버린것 이다. 그리고 다시 정신이 들었을때는 내가 잡혀온 바로 이곳이었다. 테라스에서 쓰러지면서 커트렌에게 기댔던 내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때는 이 곳 방안의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때까지는 그냥 피곤해서 그런것이라고 생각 하고 커트렌 그놈을 꽤나 신사적인 녀석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가 방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자 공작가의 문장이 그려진 제복을 입은 기사 두명이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나를 막아섰다. 그래도 명색이 왕족인데 그런 나 를 막아선 기사들에게 난 분노했고 두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비키라고 소리쳤 다. 하지만 기사들은 오히려 화를 내는 나를 붙잡고 다시 방안에 던지듯 돌 려놓은 다음에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신경질이 난 나는 화를 내면서 죄없는 의자를 발로 차고 난리를 피웠지만 밖은 잠잠할뿐이었고 얼마뒤에 들어온 커 트렌의 비틀린 미소를 접하게 되자 난 모든 상황을 깨닳을수 있었다. 난…아 니 내 몸은 로세니아 왕국의 국정을 휘어잡고 있는 노베른가에 팔려버린것이 다. 두손으로 돌로 조각된 매 장식을 들고 잠깐 상념에 잠겼던 나는 눈앞에 서 있는 사내녀석이 실실거리며 웃는 모습을 보고 다시금 분노에 빠졌다. 이것 저것 가릴것 없이 온힘을 다해서 매 장식을 들어올린 나는 그것을 힘껏 던졌 으나 그놈은 아주 여유있는 몸짓으로 슬쩍 피하더니 한쪽 다리를 뒤로빼고 몸을 살짝 숙이며 인사를 하는 여유까지 보여주었다. "로세니아에 축복을. 아주 활달한 말괄량이군 그래" "시끄럿!" "이봐 아넬리안. 아직도 네 처지를 자각 못했어? 어차피 내것이 될텐데 그렇 게 앙탈부릴 필요는 없잖아? 안그래?" "……" "그러니까 우리…" "다가오지마앗!!!" 캉! 손바닥만한 쇠접시가 내손을 떠나서 커트렌의 얼굴을 살짝 스친뒤 벽에 부딪쳤다. 큰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 떨어진 접시는 부드러운 양탄자 위에 조 용히 안착했고 침묵이 감돌았다. 그리고 그순간 커트렌의 표정이 바뀌었다. 방금전까지 여유있는 표정으로 실실대던 녀석이 살짝 긁힌 자신의 볼을 만져 본뒤 조금 배어나온 피를 보고 인상을 쓰기 시작한것이다. "이것이!!! 감히!" "가…감히는 내가 할말이얏! 꺄악!!!" 순식간이었다. 자기 손을 보던 커트렌놈이 갑자기 튕기듯 내쪽으로 뛰어와 날 뒤로 밀쳐버렸다. 그리고 중심을 잃고 쓰러지려는 날 침대쪽으로 집어던 졌다. 역시 사내의 힘은 세구나. 연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다 른 귀족여자들보다는 건강하다고 자부해온 나였지만 그가 밀면 미는대로 던 지면 던지는대로 나동그라지는 내몸이 저주스러울 정도였다. 화가 머리끝까 지난 커트렌은 침대위에 나동그라진 내위로 뛰어올라서 한손으로 내 가슴을 누르고 다른손으로 드래스를 잡고 힘을 썼다. 찌이익!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드레스는 그대로 재봉선이 쭉 찢어지면서 듣기싫은 소리를 냈다. 마치 내몸 이 갈라지는듯한 착각이 들정도였다. 제기랄! 씹어죽일 재단사 놈들! 다 죽여 버릴거얏! "웃! 제길" 갑자기 그놈이 자기 손을 감싸면서 내 몸위에서 떨어져나갔다. 반쯤 찢겨나 간 드래스사이로 풍성하게 보이기 위해서 넣어놓은 철사와 거기에 엉겨붙어 있는 핏자국이 보였다. 오~신이여 감사드립니다. 아니 이런일을 대비하여 방 어선을 만들어준 재단사들의 뛰어난(?) 머리에 감사해야할까? 꽤 심하게 긁 혔는지 피를 뚝뚝 떨구는 커트렌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욕지거리를 내뱉으 며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묶는동안 나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킨뒤 돌아서 있는 그를 피해서 문쪽으로 뛰어갔다. 아니 뛰어가려했다. "꺄아악!!" "어딜!" 머리끝에서 지독한 고통이 느껴지면서 내몸이 뒤로 당겨졌다. 커트렌자식이 내 길고긴 머리를 한손으로 움켜쥐고 당긴것이다. 눈물이 찔끔날정도로 아팠 다. 하지만 다시 침대로 밀려나 쓰러진 난 내위에 올라탄뒤에 일그러진 얼굴 로 날 노려보는 커트렌의 얼굴에 아프다는 감정보다는 무섭다는 생각을 하였 다. "이 계집이 오냐오냐 해주니까!!!" 철썩. 눈에서 불이 번쩍였다. 별이 보인다는게 이런것일까?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멍해진 머리와 점점 화끈거리는 볼. 그리고 눈앞에대고 악을 쓰며 욕 설을 내뱉는 무서운 사내. 저절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정신이 아득 해지면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고 속이 울렁거렸다. 쫘아악!!! 갑 자기 가슴부근으로 찬바람이 가해졌다. 그리고 그때서야 난 정신을 차렸다. 커트렌! 이 망할자식은 내 가슴팍에 손을 넣고 드래스를 그대로 찢어버린것 이다! 망할놈! 강간범! 죽여버릴테야!!! 발버둥을 치는 날 찍어누른 커트렌 자식은 억지로 내몸을 돌린뒤에 촘촘히 얽혀있는 등뒤의 끊을 풀기 시작했다. 안돼!. 이렇게 부서질순 없어! 난 온힘 을 다해서 그를 밀쳐내기 위해서 몸을 움직였다. 그래봐야 조금 들썩거리는 정도였지만 정말로 난 죽을힘을 다해서 반항했다. "큭큭큭" 싫어! 저소리! 재수없어! 미칠것만 같았다. 아니 벌서 미쳤는지도 모르겠다. 이성이라는건 저멀리 날아간지 오래인것 같았다. 그때 엎어진채 팔을 휘젓던 내손에 무언가 단단한게 잡혔고 난 정말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그것으로 저 재수없는 커트렌의 머리를 그대로 후려갈겼다. 퍼억! "크억…" 나르 누르던 육중한 몸이 사라지자 굉장히 홀가분해진 기분이 들었다. 몸을 돌리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침대가로 일어선 나는 손에 들린 무게감있 는 꽃병을 보았다. 혹시 이건 치한또는 강간범 퇴치를 위해서 침대가에 놓아 둔게 아닐까? 아…피다. 커트렌을 후려친 꽃병 밑부분엔 피가 뭍어있었다. 머 리가 깨졌겠군. 이럴때가 아니지 빨리 도망쳐야… "크흑…이…이이!!!" 양탄자위를 구르며 쓰러져있던 커트렌이 한손으로 피가 흐르는 이마를 쥐고 천천히 일어섰다. "아…" 무서웠다. 볼을 타고 흐르는 피를 한손으로 닦으며 인상을 쓰는 커트렌의 모습은 내몸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한시라도 빨리 저놈이 몸을 가누지 못할 때 이 지긋지긋한 방을 벗어나 도망쳐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난 독오른 뱀앞 의 개구리처럼 손가락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만 있었다. "천한 계집년 주제에!" 퍼억! "아아악" 고개가 홱하고 옆으로 젖혀졌다. 갑자기 돌아간 목에서 통증이 왔고 그다음 으로 얻어맞은 볼에서 아픔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 가느다란 두 다리는 겨 우 한번의 주먹질에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저항조차 할수없는 이 볼품없는 몸뚱아리. 싫다. 모든것이… 힘이 쭉 빠져버린 날 다시 침대로 던진 그놈은 질리지도 않는지 또다시 내 가 입고있는 드래스를 분해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미 걸레나 다름없는 겉 옷을 찢어서 던져버린 놈은 내 허리부근에 걸린 드래스를 옆으로 찢느라 얼 굴이 빨개졌다. 아니 흥분해서 붉어진것일까? 이젠 상관없겠지만…체념한것 일까? 난 정말 체념한것인가? 어차피 이렇게 될것이라는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이렇게 허무하게 내 인생을 정해버리고 순응해야 하는것일 까? 대자로 누워서 강간당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니 오히려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눈앞에서 열을 내며 내 드레스를 벗기려고 노력하는 사내의 모습이 오히려 우스워 보였다. 쫘아악. 옷감이 찢어지는 소리가 나면서 다리께도 시 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이제 끝났구나…난 눈을 감으려 했다. 그때 내 위에 올 라타서 상의를 벗고있는 커트렌의 허리춤에 꼽혀있는 단검이 눈에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손이 단검을 향해 뻗어나갔고 자기가 입고있던 튜닉을 위로 올 려서 벗고있는 커트렌은 그런 내 의도를 알아채지 못했다. 왼손에 단검의 손 잡이가 잡혔다. 나는 그것을 힘주어 잡고 위로 들어올렸고 단검은 아무소리 도 없이 빠져나와 내손에 쥐어졌다. 그리고 상의를 벗고 맨몸이 된 커트렌이 내손에 들린 단검을 보고 깜짝놀라는게 보였다. "너…" 나는 이를 악물었다. 말을 하면 의지가 약해질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두손으 로 단단히 쥔 단검을 힘껏 앞으로 내뻗었다. 푸욱…. 단검의 날이 절반이나 커트렌의 허리부근으로 파고들었고 난생 처음으로 사람을 찌른 난 그대로 지 독한 촉감을 느끼면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잠깐동안 자신이 찔린것을 자각하 지 못했던 커트렌은 놀란표정 그대로 뒤로 넘어갔고 그 덕분에 단검이 그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촤아악…뜨거운 피가 내몸에 튀었다. 그리고 두손으로 꽉 쥐고있는 단검의 검날을 타고 선홍색의 피가 내 배위로 점점이 떨어졌다. "아아아아악!!!" 푹신한 양탄자때문에 침대에서 떨어진 커트렌은 나에겐 아주 불행히도 목이 부러져 죽거나 하지않고 오히려 엄청난 성량을 자랑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 냥 조용히 죽어버리지…젠장…우습게도 난 첫 살인이 될뻔한 상황에서도 담 담한 심정이 되어서 마치 관찰하듯 바닥에 쓰러져 신음성을 내뱉는 사내를 내려다 보았다. 쾅! 문이 부서질듯 열리면서 아까의 그 기사들이 놀란표정으 로 뛰어들어왔다. 잠깐 동안 얼어붙은듯 방안의 광경을 바라보던 기사들중 한명은 급히 피를 흘리고있는 커트렌에게 달려왔고 다른 기사하나가 내게 달 려와 건틀렛을 낀 손으로 내손에 들린 단검을 쳐내고 발로 날 찼다. 퍽. 오늘 정말 동네북처럼 얻어맞기만 하는구나…난 갑자기 내 배를 파고드는 발길질 에 숨이 턱 막혀서 뒤로 쓰러졌고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정말 하루사이에 몇번을 기절하고 몇번을 얻어맞았는지 모르겠다. 다시 정 신을 차린 난 이전의 방과는 비교도 안되게 초라하고 작은 방안에서 다시 눈 을 떴다. 두팔은 뒤로 묶여있었고 도망치지 못하도록 다리는 쇠로된 사슬로 묶인채 말이다. 사슬은 바닥에 고정된 침대에 묶여있었다. 왜일까? 이것저것 생각해보았다. 난 피해자인데. 왜? 왜??? 나무로 막아놓은 창문틈사이로 햇살이 스며들어올때쯤 난 이유를 알수있었 다. 웃기게도 왕족인 나는 공작가의 자제를 암살하려다가 용감한 기사들에게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게 된것이다. 암살용의자로 말이다. 그나마 왕족이라고 차가운 지하감옥에 가두지는 않았지만…아. 또 있다. 내 전용 시녀중에 한명 이 내 시중을 들어준다는것과 식사가 그리 나쁘게 나오지 않는다는것 정도… 이정도면 교수형을 당할만큼 중죄를 지은 죄인치고는 좋은편일까? 후후후… 몇일을 갇혀있었다. 10평도 안되는 작은 방안에서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 는 몸을 가지고 나는 새장속에 갇혀버려 노래하기를 잊은 카나리아처럼 아무 것도 하지않고 조용히 있었다. 가끔 별궁에서 보았던 이름도 잘 기억안나는 내 시녀는 그나마 커트렌 공자가 죽지않았다고 전해주면서 불행중 다행이라 고 했다. 그래서 난 그 시녀에게 앞에 놓인 스프그릇을 집어던졌다. 생각해보 니 그 아이는 잘못한것도 없는데…아니야. 내 심기를 긁었으니 잘못한것은 맞지. 이런게 바로 귀족의 특권 아니겠어? 훗. 망할놈의 귀족. 망할 왕족. 그 따위게 다 뭐얏!!! 내가 이 작은 독방에 갇힌지 십여일이 되었을때 아버지. 그러니까 레테이온 국왕폐하께서 날 만나러 오셨다. 제대로 씻지도 못해 엉망인 얼굴로 침대위 에서 맞은 아버지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무기력하고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내 려다보았다. "몰골이 말이 아니구나" "죄인의 몸이라 치장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아바마마" "…쯧쯧. 어차피 그리될것 조금만 참을것이지…" "……" 갑자기 설움이 북받혀왔다. 친부에게 이런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살아야할까?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어버릴것을… 이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버 지…아니. 잘나신 국왕폐하께서는 계속 자기 할말만 했다. "수일내로 이곳에서 나가게 될것이다. 다행히 노베른 공작자제도 중상이긴 하나 죽지는 않았고 또 네게 행한 일도 있고하니 아마 그쪽에서도 조용히 넘 어가고자 할거다." 귀가 쫑긋섰다. 정말? 그렇다면…희망이 보였다. 나는 푹 숙이고 있던 고개 를 번쩍 들어서 주름진 국왕폐하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그다음에 국왕폐하가 한말은 전보다 몇배는 더한 절망감에 날 빠트렸다. "사고치지 않고 조용히 있었더라면 그래도 공작가의 귀부인이라도 됐을텐 데… 옆나라 크레센트에 이왕자가 성인식을 치뤘다고 하더구나. 네가 이곳에 갇혀있는 동안 혼담이 오고갔다. 그리고 귀족회의와 국무회의에서 만장일치 로 널 그곳으로 보내기로 했다." "…그런…" 충격. 저절로 입이 쩍 벌어질정도로 충격적인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국왕폐 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날 내쫓는다고? 이 나라에서? 여기서도 그렇게 멸 시에 찬 눈총을 받으며 살았는데 가본적도 없는 타국에서 남의 부인노릇이나 하다가 죽으라고? 왜? 내가 왜? "하여간. 그리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거라. 행여나 쓸데없는짓은 꿈에도 생각하지 말고." 할말을 마친 국왕폐하꼐서는 그대로 뒤도 안돌아보고 문밖으로 나가버렸 고…남겨진 난… "하…하하…아하하…" 눈물이 볼을 타고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아버지…아니. 고귀하신 국왕폐하게 다녀간지 또 하루가 지나갔다. 앞으로 2~3일만 있으면 난 타국으로 팔려가겠지. 하긴 원래 그렇게 되는건 당연했으 니까. 끼이익…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침대에 누워있던 나는 고개를 돌 려 문가를 바라보았고 곧이어 한손으로 쟁반을 받쳐든 소녀가 안으로 들어오 는게 보였다. 그동안 내 수발을 들어주느라 친해진 시녀. 이름이…예린이었던 가? "아침 식사이옵니다 공주마마." "치워!" "하지만…" "갖다버려!" 아무리 나라도 어딘가 화풀이 하지않고는 못배겼기에 난 그나마 가장 만만 한 - 그리고 유일한 - 상대에게 신경질을 부렸다. 어쩔줄 몰라하던 소녀는 내가 꿈쩍도 하지않자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식사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내 시녀라고 해도 우선은 감옥인 이 안에서 나랑 같이 있지는 못했기 에 에린은 내가 생리현상으로 부를때나 식사때외에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 다. 마악 예린이 밖으로 나가려고 할때 난 그녀를 불러세웠다. "예린!" "네? 마마" "가서 거울 가져와." "네에?" "거울! 거울 몰라? 가서 가져와" "하지만…" "시끄럿!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얏! 가져오라면 잔말말고 가져왓!" "네…마마" 에린이 자신없는 목소리로 대답한뒤 밖으로 나갔다. 꼬륵. 배에서 작은 소리 가 났다. 괜히 아침을 물린건가…그러고보니 어제부터 물도 안먹었네. 아버… 아니 국왕폐하께서 말씀하시고 나간뒤로 정신없이 울다보니까…하아. 정말 싫다. 이런 상황에서도 배고프다고 앓는소리를 하는 내몸이 정말 싫다. 하 긴…다 먹기위해 사는건데. 그런거겠지? 피식. 별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다 보니까 저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그만 일어나야지. 오늘은 세수라도 해야겠 다. 내가 몸을 일으키고 몇일동안 쭈그리고 있느라 굳은 몸을 푸는동안 거울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이 표현이 맞을것이다. 손에 드는 손거울을 가져오면 그 걸 내가 깨서 자해라도 할거라고 생각했는지 내 눈앞에 놓인 거울은 내 몸을 비추고도 남을정도로 커다란 전신거울이었다. 어차피 침대기둥에 양다리가 묶여있는 난 반대편에 세워진 거울까지 가지도 못할테고…집어던질거라곤 부 드러운 베게뿐이니 깰수도 없을테니까…누군지 머리는 좋네. 쳇. "……" 난 불안한 표정으로 거울옆에 서있는 에린을 무시한뒤 침대위에서 빠져나와 거울앞으로 다가갔다. 찰그랑. 찰그랑. 내가 앞으로 걸어갈때마다 내 발목에 채워진 쇠사슬이 바닥에 끌리면서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상관 없지 뭐. 거울앞에 선 나는 거울에 비친 내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여자 치고는 좀 큰편인 키와 늘씬하게 뻗은 두다리. 가느다랗고 새하얀 두팔. 엉덩 이까지 내려오는 길고긴 백금발머리. 국왕폐하는 곱슬인데 어머니가 아니라 서 그런지 내 머리카락은 길게 뻗은 직모였다. 숱도 많아서 여차하면 머리카 락으로 몸을 가리면 될정도로 넉넉해보였다. 이렇게 보니까 나도 꽤 예쁘네. 훗. 손을 들어 조금 여윈듯 들어간 볼을 매만져보고 봄의 새싹과 같은 빛인 연녹색 눈동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왕국 내에서도 찾기 힘든 미인이었다. 후후후. 그러니까 커트렌이 날 가지려고 납 치했고 또 죽이지않고 타국에 팔아넘기려는 것이겠지. 난 거울에 내몸을 이 리저리 비춰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물론 그안에 자살도 끼어있기는 했지만 이미 죽기엔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지배하고 있어서 우선 순위에서 많이 밀려있었다. 꽤 오랫동안 거울속의 나를 보며 여러가지 상념 에 잠겨있던 나는 속으로 작은 결심을 하고 거울옆에 서서 나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고있는 - 혹은 감시하고있는 - 에린을 불렀다. "이거 치워." "예? 예. 마마" "그리고 배고프니까 먹을거랑 씻을물도 가져와" "…예" 난 고개 숙여 예를 표한 소녀가 밖으로 나가면서 작게 안도하는 모습을 보 았다. 흥! 그래 너로써는 내가 살려는 의지가 있어야 안심이 되겠지. 갑자기 내가 자살이라도 해버리면 그 죄를 고스란히 뒤집어 쓸테니까! 일찍 잠이들었던 나는 아직 어두운 새벽에 눈을 떴다. "……" 조용히 상체를 일으킨 나는 어두운 방안을 이리저리 돌아보다가 거울이 있 던 자리에 눈을 고정시켰다. 아무것도 없던 방안에 갑자기 나의 모습이 나타 났다. 꿈인가? 아니면 환상? "너는 뭘 바라고 있지?" 내입에서 내가 생각해도 뜻을 알수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나의 환영은 측은 한 눈길로 나를 보고 있었다. 싫어! 그런 눈빛! "난 뭘 원했던것일까?" 권력? 명예? 뽐내고싶은 마음? 아니었다. 그저…다른 여자들처럼 평범한 로 맨스를 꿈꾸고 사랑하는 남편과 귀여운 내 아이들에게 둘러쌓여서 즐거운 오 후를 보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니 조금 수정해야겠군. 조금 돈이 많고 후처 랑 첩이 없는 귀족이겠지. 나같은 아이가 또 태어난다는건 싫으니까. 별로 가 망성은 없겠지만…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웃겼다. 하긴 할 줄아는거라곤 차마시고 춤추고 수다떠는것 밖에 없으니 평민들은 제외대상이 고 하급귀족은 이리저리 치일테니까 싫고 결국 남는건 왕궁에서 보았던 재수 없는 사내놈들 뿐이었다. 결국 나란 여자는 이정도였을까? "그렇다면…" 어차피 이런곳에서 죽을때까지 살아가야 한다면 차라리…차라리… "최고가 되겠어…" 힘이 없어서였던거야. 출생따윈 뒷전으로 두고. 최소한 내편을 몇이라도 만 들어뒀다면…아니 그냥 정계에서 조금 힘을 쓸만한 귀족이라도 하나 잡아뒀 더라면 이렇게 강간당할뻔하고 타국으로 팔려갈일은 없었을거야. 그러니까… 이건 모두 내가 힘이 없어서 이렇게 된거야. 난… "두번다시는 똑같은 실수는 하지않아." 난 손을 가슴에 대었다. 작게 맥박치는 심장이 느껴졌다. "지금까지의 아넬리안의 심장은 쥐면 부서질만큼 연약하고 작았어. 하지만… 오늘부터 난 그 어떤녀석이라도 함부로 건들지 못할 강인하고 강건한 심장을 가질거야. 강철의 심장을…" 눈물이 흘렀다. 이건 과거를 부정해서 흘리는 슬픔의 눈물일까? 아니면 앞 으로 펼쳐지게될 설레이는 미래를 기다리는 기쁨의 눈물일까? * * * 속으로 다짐하던 그날로부터 3일이 흘렀다. 이것은 아버지… 아니 지엄하신 국왕폐하로부터 내 미래가 결정되어진지 3일이 흘렀다는것을 의미한다. 이 날 난 자유를 구속받은뒤로 나갈수 없었던 이 방을 나섰다. 방에서 나온 내 가 처음 본것은 이십여명이나 되는 시녀들이었고 또 그뒤로 그 배는 많은 병 사들이었다. 흥. 내가 도망이라도 칠줄 알았나보지? 아니면 조심병이 도진 어 떤 할일 없는 자식의 작품이겠지. "이쪽으로…" 본궁의 시녀장쯤 되어보이는 중년의 시녀가 허리를 살짝 굽히면서 내가 갈 곳을 정해주었다. 거참 누가 보면 극진한 대접이라도 받는줄 알겠네. 속을 들 여다보면 죄인인데 말이야. 그렇게 신분에 맞지않는 황송한(?) 대접을 받으 면서 내가 끌려간곳은 대리석을 깎아 만든 매끈한 목욕탕이었다. 씻으란 말 이겠지? 역시나 내가 욕실 한구석에 서자 시녀들이 꿀에 모여드는 벌떼처럼 내게 달라붙었다. 순식간에 난 발가벗겨졌고 장미꽃잎이 둥둥 떠더니는 욕조 안으로 떠밀리듯 들어갔다. 그뒤로는 뭐…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손가 락 하나 까딱할 필요없이 시녀들은 날 깨끗이 씻겨주었고 목욕을 마치고 나 온 내앞에는 줄잡아 수십개는 될법한 레이스가 달린 드래스가 들어왔다. 이 번에도 역시나 시녀들이 팔이나 다리를 들어달라고 말할 때 빼고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편하구만. 알아서 씻겨주지 옷입혀주지. 거기다 분발 라서 치장해주지. 시녀중 하나가 붉은 장미즙을 가득 머금은 종이를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난 그것을 입술로 꼭 눌렀다가 떼었다. 조금뒤 내앞에 나온 전신 거울에는 피처럼 붉은 입술과 눈처럼 새하얀 소녀가 한참 미간에 주름 을 잡은채 노려보고 있는게 보였다. "……" 마음에 안들었지만…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난 참았다. 원래 힘없으면 참아야하는 법이다. 뒷배경도 없고 힘도 없으면서 반항해봐야 몰매 맞거나 목잘리는등 개죽음밖에 더 되겠어? 순순히 따라야지. 음. 그리 맞아. 내가 힘 을 키울때까지는 말이야. 아까보았던 시녀장이 보석함을 들고 내앞으로 다가 왔다. 딸칵.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보석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저건 얼마나 할 까? 한두개쯤 챙기면 꽤 돈이 될텐데… 난 한껏 치장된채로 또 어디론가 끌려갔다. 목이 뻐근하다. 어깨도 무겁고… 머리엔 무거운 은색 왕관을 차고 귀엔 새끼손가락만한 육각형 수정귀걸이를 차고 목에는 보석이 주렁주렁 달린 목걸이를 세개나 했다. 거기다 팔에도 손 목부터 팔꿈치까지 올라오는 긴 팔찌-무겁다. 그것도 더럽게 무겁다. 보석무 게일것이다. 순금이랑…-를 찼고 내 열손가락에는 모두 다른 색과 모양을 가 진 반지가 끼어져 있었다. 이정도면 걸어다니는 보석함이라고 해도 믿겠다. 젠장할… 뛰지도 못하겠잖아!. 아니 애초에 다른 드래스보다 배는 무겁고 바 닥까지 끌리는 드레스를 입고 뛴다는 발상자체가 잘못된것일지도 모르겠군… 혹시 이건 날 구속하기 위한 또다른 수의가 아닐까? 그렇다면 아마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수의겠군… 아…무거워. 머리도 아프고…젠장 어디까지 걸어가야 하는거야! 본궁은 무도회장외에는 가본적이 없단말이야!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시녀장의 뒤를 따라 어 디론가 걸어가는 난 앞서걷는 시녀장과 뒤따르는 십여명의 시녀들에게 한껏 화풀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내 가치가 바닥까지 떨어진 이마 당에 그녀들이 순순히 화풀이 대상으로 남아있어줄지도 의문이었고 무엇보다 이렇게 치장을 하고 날 끌고 가는것으로 보아 아마도 그날이 온듯했다. 난 직감적으로 그것을 깨닳고 이렇게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것이다. 예상이 맞았다. 내가 끌려간곳은 왕궁의 별실중에 하나였다. 별궁에 있는 내 방만큼 커다란 그방에는 네명의 남자들이 있었는데 그중 국왕폐하도 끼어있 었다. "오~ 왔구나! 아넬리안." "부르심을 받고 왔습니다. 아바마마" 부르심을 받긴! 억지로 끌고왔으면서! 만약 내가 싫다고 땡깡부렸으면 어떻 게 되었을까? 으음…그쪽도 궁금하네. 아! 이런 잡생각 할때가 아니지! 난 조 심스러운 발걸음으로 - 그러나 왕실예법에 맞게 우아한 걸음을 놀렸다- 방 안으로 들어가 국왕폐하에게 다가갔다. 폐하는 내가 가까이 다가오자 한손으 로 노란 수염이 가득난 턱을 쓰다듬으면서 미소를 지었고 그분의 반대편에 앉아있는 두 중년의 사내도 나의 위아래를 슬쩍 곁눈질하면서 요상한 미소를 지었다. 재.수.없.어. "그래. 앉거라 아넬리안" "예" 난 조용히 시동이 가져다 주는 의자에 앉았고 - 드래스때문에 앉기도 힘들 다. 무엇보다 풍성해보이는 치마단 밑에 숨겨진 둥그런 쇠테가 심각한 방해 를 했다 - 살짝 눈을 내리깔면서 국왕폐하의 눈치를 살폈다. "그래 소감이 어떤가? 자식자랑은 팔불출이나 하는거라지만 이래뵈도 내 아 이들중 아넬리안 만큼 절색의 미모를 자랑하는 아이도 없다네. 허허허" 사람좋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국왕폐하. 쑥스러운건가? 자기가 말해놓고 도? 흥이다. 자식을 팔아먹는 부모면서… "정말로 넋이 빠질정도 아름다운 분이시군요. 감탄하였습니다." 맞은편에 앉아있는 중년사내가 나를 보며 맞장구를 쳤다. 젠장할…마치 보 석감정하는 노인네같은 눈빛이잖아! 난 물건이 아니라고! 속으로 열이 확 뻗 쳤다. 당장이라도 폐하의 멋드러진! 수염을 왕창 뽑아버리고 눈앞에서 싱글 거리는 두 인간들의 면상을 후려갈기고 싶다는 욕구가 왕창왕창 피어났다. 서글픈 내인생이여… 차와 함께 다과가 들어오고 난 물품감정사-무슨 이름이라고 했는데 흘려들 었다. 아니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표정관리하는데도 바쁜데 무슨…-녀석 의 면상을 가끔 바라보며 웃음짓고 가끔 말대답 해주었다. 시간이 어떻게 흘 러갔는지도 모르게 그렇게 정신없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난 피곤하 다는 핑계를 대며 폐하의 허락을 받고 방을 나왔다. 쿵… 내 바로 뒤에서 문 이 닫혔다. "후우…" 절로 한숨이 나오는구나. 그래도 첫인상이 나쁘지는 않았겠지? 꼴을 보아하 니 저 두 인간들이 이번에 혼담을 들고나온 크레센트국의 사신들이겠지? 그 렇다면 우선은 좋은 관계를 가지는게 좋겠어. 그래야 나중을 기약하기라도 하지… 그렇게 난 자신을 위로하면서 시녀가 끄는대로 짐짝처럼 끌려갔다. 또 이틀이 지났다. 그동안 난 에린을 통해서 몇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이번에 크레센트국에서 온 사신들은 몇가지 국가사안을 처리하는 도중 그나 라 이왕자가 성인식을 치뤘다는 이야기를 했고 또 의례적으로 우리나라에 혹 시 좋은 신부감 없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냥 예의상 물어본것일것이다. 정식 으로 신부감을 구하려고 했다면 그 나라 국왕 친필 서한이라도 보냈겠지. ''거 우리나라에 잘생긴 왕자가 이번에 어른이 됐는데 그쪽에 참한 신부 없 소?'' ''성격은 좀 아니지만 외모는 받혀주는 아이가 있다오. 가져가실라오?'' ''오~ 그래요? 그럼 한번 보기나 합시다'' 뭐…이렇게 된것일것이다. 시기도 딱 내가 사고(?)친 그 때쯤이었고 내 처 리에 골머리를 앓았을 국왕폐하께서는 슬쩍 떠본 크레센트 사신에게 은근한 말로 날 추천했을테고… 노베른가가 꽉 잡고 있는 원로회의랑 귀족원에서는 당연히 만장일치로 날 추천했을것이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우선 혼담 이야기가 나왔으면 후보로 한두명을 뽑아야 하는데 여기에 걸리면 시집은 다 간거다. 상대쪽에서 혼담을 깨주면 그보다 좋을수 없지만 그도 아니면 몇달 또는 몇년씩 그나라에서 부를때까지 딸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 시집도 못보 낼테고 말이야. 나처럼 흠이 있는 왕족이 아닌 다른 공주를 보낼리가 없고. 그렇다고 평민을 내보낼수도 없지않은가? 이름도 없는 하급귀족의 딸 역시 마찬가지고… 남은건 좀 산다하는 집의 숙녀인데 역시나 그들도 질색을 할거 다. 하긴 나라도 귀한딸을 타국에 보내는데는 반대다. 시집보낸다고 해서 자 기집에 도움이 되는것도 아닐테고 그렇다고 보상이 나오는것도 아니니까 말 이야. 그렇게 난 뽑혔고 지금 내앞에서 분주히 짐을 싸는 에린의 모습에서 이게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걸 절감했다. 크레센트국의 사신들의 마음에 든것인지 아니면 국왕폐하께서 골칫덩이인 날 빨리 처분하기 위해서인지 난 사신들이 돌아가는 행렬에 끼어서 크레센트로 가게 되어있었다. 덕분에 내주위는 굉장 히 분주해졌지만 정작 당사자인 난 담담한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가질수 있었다. 왕비와 후궁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왕궁밖으로 도망치듯 나가버린 어머니. 오늘따라 그녀가 뼈에 사무치도록 그리우면서도 맹렬한 살 의가 끓어올랐다. 어머니가 조금만 못생겼어도…아니면 국왕폐하의 눈에 들 지 않았었더라면… 그도 아니라면 하다못해 끝발이라도 있는 중견귀족의 딸 이라도 되었더라면… 아쉬움과 괴로움이 몸을 뒤덮었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때 내 방안에서 짐을 나르던 에린이 조심스럽게 내 게 다가오는게 보였다. "저…마마…" "왜?" "시…시간이 다되어서…" "그래서?" "예? 예…그래서 이제 나가셔야…꺄악!!" 콰장창! 에린의 머리위로 내가 던진 꽃병이 살짝 스치고 지나간뒤에 그뒤에 있는 벽에 맞고 박살이 났다. 네가 불나는 집에 아주 기름이 들이붇는구나. 눈에서 불이 났다. 난 그자리에 쪼그리고 앉아서 부들부들 떠는 에린을 노려 보면서 소리를 질렀다. "너!!!" "죄…죄송합니다! 마마!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마마!!" 난 침대위에 놓여있던 손거울을 머리위로 들어올렸다가 주저앉은채 두팔로 머리를 감싸며 떨고 있는 내 시녀를 보고 거울을 침대위를 던져버렸다. 저애 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한순간 열받아서 이성을 잃었나보다. 떨고있는 시녀 를 내버려둔채 난 일그러졌던 얼굴을 몇번 매만진뒤에 옷매무새를 확인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신경질을 부린다고 풀릴것도 아닌데 열내봐야 나만 손해니 까. 그런 내 모습에 적응이 안되는지 에린은 아직도 오들오들 떨면서 내 눈 치만 보고 있었다. 눈에 거슬려. 젠장할. "에린!" "예?예! 마마!" "앞장서" "예?" 나보다도 두살이나 어린 소녀는 놀란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았다. 그런 소녀 앞에 난 두발로 당당히 선뒤에 가슴을 펴고 턱짓을 했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 린 에린은 날 데리고 방을 나섰다. 이번엔 전에 보였던 그많은 시녀들과 병 사들은 코빼기도 안비쳤다. 가끔 내 짐을 나르는 하인들이 보이긴 했지만… 훗. 원래 이런거라고. 인간들의 대우란 상대의 지위고하에 달린거니까… 라고 마음속으로 위로해봐도 전혀 기분이 풀어지지 않는단말이야! 지금의 내처지 에 눈물이 찔끔난다. 다시금 내가 이나라를 떠나난다는게 절실하게 느껴졌다. 아주 치가 떨리는구만. 제에에길!!! "……" 난 아무말 없이 그런대로 왕실품격에 맞는 쓸만한 - 척보기에도 화려하고 멋드러진 - 마차에 올랐다. 내가 왜 또 신경질을 부리냐고? 생각을 해보자. 어찌되었건 딸네미가 타국으로 시집가는데 아버지라는 작자가 코빼기는 고사 하고 사람을 시켜서 몸조심하라는 말한마디 없었다면 어떤 기분일지… 아니 폐하뿐만 아니다. 내가 마차에 오를때까지 왕족은 고사하고 무도회장을 꽉꽉 메우는 귀족들중 단한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내 앞에 보인건 빨리 출발하자 고 재촉하는 품위없는 마부하나랑 내 전속시녀였다는 이유만으로 타국까지 같이가게 되어버린 에린 뿐이었다. 이애도 운이 없군. 상전 잘못 만나서 외국 행이라니… 아마 내 시녀들중 가장 돈없고 배경없는 애일거다. 내 전속 시녀 6명중 이애가 뽑혔으니까. 그렇다는것은…나랑 같은 처지라는걸까? 흐음…조 금 잘대해주는게 어떨까? 으음. 난 마차안을 두리번거리며 어쩔줄 몰라하는 에린을 보고 그 생각을 접어야 했다. 이마에 ''날 괴롭혀주세요''라고 써져있는 것 같잖아! 오른손이 제멋대로 움직이려고 발광한다. 마차안에는 단 둘뿐이 니 아무도 모를거야! 하지만…아무 잘못도 안한 불쌍한 아이인데… 같은처지 가 아니야! 저앤 일하러 가는거고 난 팔려가는거야! 내가 더 불쌍해! 그래 도… "으…" 난 인상을 쓰면서 한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러자 부드러운 카펫을 발로 조심스럽게 꾹꾹 누르면서 좋아하던 에린이 갑자기 깜짝 놀라더니 조심스러 운 눈치로 날 힐끔거렸다. "뭘봐?!" "아…아닙니다 마마!!" "기분나쁘니까 고개 숙이고 있어! 넌 보기만해도 기분나빠!!!" "예! 예! 마마!" 에린이 고개를 푹 숙였다. 목뒤가 보일정도로…잘하면 내가 앉아있는 의자 에 고개를 쳐박을수도 있겠네. 안돼. 참자. 아무리 골려주세요 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아이라도 맞으면 아플거야. 괴롭힘 당하면 힘들테고… 난 두눈을 질 끈 감았다. 그래야 내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화풀이용 소녀가 안보일테니까. 때마침 마차가 출발하는듯 덜컹거리는 충격이 전해져왔기에 난 팔짱을 낀채 눈을 감았다. 자 이제 출발이다 젠장할. ---------------------------------------------------------------------- 전에 올렸던 Queen`s Heart입니다. 본래 취지는 야하지 않으면 쓰지않는다! ...라는 취지였지만 역시 15금이하까지 떨어질 공산이 다분합니다. 그려려니...해주시길. 그래도 우선은 18금 표제를 붙입니다. 어느정도 쉬었고 또 스토리 구상도 적당히 끝났기에 전에 공언한대로 다음편 을 연재합니다. 연재주기는...솔직히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역시나 될대로 되라...일지도 -_-; 가우군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2) 2003-08-04 15:19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악몽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원래 사신행렬에는 사신단뿐만 아니라 별별 잡다한것들이 다 붙는다. 정식 외교사절이라면 그나라의 이름있는 예능인과 장인들을 데리고 다니는 법이고 또 수십에서 수백에 달하는 병사들을 몰고다니는게 일상사였다. 그런고로 사 신단 뒤에는 용병을 고용하는 경비의 절감과 손쉽게 국경을 통과하는등의 이 익때문에 많은수의 상인들이 뒤따른다. 이번에 우리나라에 온 크레센트국 사 신단에도 수많은 혹이 달려있는건 당연한 일일것이다. 원래 그런거라니까… 사신단 일행이 시종들까지 합쳐서 20여명. 기사들과 병사들이 150명. 거기다 옵션으로 딸려온 예능인들이 30여명. 그리고 사신단 무리를 따라 우리나라까 지 쫓아온 직업정신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간 큰 상인무리가 또 200여명. 근 400명이나 되는 대규모 인파들이 내가 타고있는 마차를 따라서 수도를 벗어 나 길게 뻗은 벽돌길을 따라 가고 있었다. 내가 탄 마차는 왕성을 빠져나오 자 곧바로 도시외각으로 달렸고 거기서 전에본 그 사신단 일행중 한명과 잠 깐 얼굴을 본뒤 출발하였다. 그리고 마차는 지금도 쉬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평평한 가도이기에 망정이지…쿵. 젠장. 혀 깨물었다. 마차를 몰고있는 마부 자식 목을 베어버릴까보다!!! "흐응…앗! 죄…죄송합니다!" 창밖을 내다보면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던 에린이 내가 인상을 쓰자 우선 머 리를 조아리며 죄송하다는 말부터 했다. 얘가 누굴 악당으로 생각하는거야? 아니면 날 물먹이려는거야? 콱 한대 쥐어패고 싶네!!! "뭐가?" "예??" "뭐가 죄송하냐고?" "그…그게…" "죄송한것도 모르면 입닥치고 있어." "예…마마" 에린의 목소리가 기어들아갈듯 조그맣게 흘러나왔다. 난 잘못없어. 난 떳떳 해. 틀린말 한건 아니잖아. 안그래? 난 가끔 흔들리는 마차안에서 자꾸 일그 러지려는 표정을 바로하기 위해서 애썼다. 팔짱을 낀채 마차를 탄다는거…생 각보다 힘들다. 빨리 어디 들어가서 편히 쉬고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샘솟 았다. 지루했다. 그것도 엄청나게 지루했다. 돌아버릴 정도로 말이다. 겨우 왕성을 출발한지 반나절밖에 안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난 지루함에 몸을 떨어야 했다. 어떻게 이렇게 할일이 없는거냐.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소설책이라도 보고싶 었지만 책들은 전부 내뒤에 따라오는 마차에 몇겹이나 포장되어 있으니 지금 달랠수도 없고… 하긴… 마차가 너무 덜컹거려서 책읽기도 힘들겠다. 이거 고급마차 맞아? 아니면 그놈의 마부가 초보인건가? 내 시녀인 에린은 수도 를 나서는게 처음인지 신기한 눈으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지만 그게 그거인 창밖의 풍경은 내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지루함만 더해줬 지… 쓰읍… 그냥 아까생각대로 에린이나 골리면서 갈까? 아니야. 그렇지 않 아도 내 편도 없는데 저애까지 날 어려워하면 안되지. 으음…차라리 잠이라 도 왔으면 좋겠는데. 창밖으로 햇볕이 자꾸 눈을 괴롭게해서 잠도 안온다. 미치겠다아아!!! "아!" 때마침! 시기적절하게 에린이 탄성을 터트렸다. 오호라! 신이여 감사합니다! "뭐야?" "예? 아…저기…" "버벅대지 말고 말을 해. 넌 왜그렇게 숫기가 없니?" "그게…아마 마을에 도착한듯 합니다. 마마" "응?" 난 마차에 난 창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옆에서 에린이 당황해서 뭐라고 말 을 한듯하지만 내귀엔 안들어왔다. 이 지루함을 달래줄 새로운 놀거리가 생 겼는데 뭘 마다하겠는가? 우후후… 난 밖을 내다보았다. 음… 생각보다 꽤 큰 마을인가보네? 2층건물도 많고 가끔 3~4층쯤 되어보이는 커다란 건물들도 보였다. 거기다 길에는 마차들과 말. 그리고 인간들로 붐비고 있었다. 하늘 엔… 아직 해가 기울지도 않았는데…잠깐 쉬었다 가는걸까? 그런 내 궁금증 을 가까이 다가온 크레센트 기사가 풀어주었다. "마마. 오늘은 이곳에서 쉬었다 간다고 하옵니다. 조금만 참으시면 곧 깨끗한 여관으로 모시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말을 탄 상대는 절도있는 동작으로 고개를 살짝 숙인뒤 마차앞으로 달려나 갔다. 음… 역시 사신단이라고 하니까 일반 백성들은 알아서 고개를 숙이고 길을 터주는군. 권력이란 좋은거라니까. 쳇. 마을치고는 규모가 꽤 큰 이 곳은 젠트라는 마을이라고 한다. 수도근교에 있는 여러 마을중에서 가장 발전한 곳으로 가도위에 만들어진 마을이란다. 조만간 도시로 승격된다나? 마을 자체가 가도를 따라 이동하는 상인이나 여 행자들을 위해 생겨난것이라 오가는 인간들도 많았고 또 그만큼 여관이랑 식 당도 많았다. 시끌시끌한 시장도 넘쳐났고 말이다. 길가에는 빈곳을 찾기 힘 들정도로 빽빽히 들어선 노점상들이 있었고 말똥을 치우느라 분주히 돌아다 니는 인부들도 보였다. 우…냄새. "창문을 닫을까요? 마마?" 내가 인상을 쓰며 손으로 코를 가리자 에린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아냐 됐어. 어차피 내릴텐데 빨리 적응하는게 낮겠지." "예. 마마" 난 고개를 조아리며 행렬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주민들을 슬쩍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지저분하고 더러워보였다. 하긴 왕궁에서 저런 복장을 할만한 인간이 있을리도 없고 또 있다해도 극성스러운 시종들과 하인들에게 붇잡혀 순식간에 새하얀 종이처럼 변했을것이다. 이건 자신할수 있었다. 결벽증에 가 까운 시종이라는 종족은 더러운걸 절대 참아넘길수 없을테니까 말이다. 한손 으로 턱을 괸체 쓸데없는 잡생각을 하는동안 어느새 마차는 깨끗한 외관을 갖춘 한 여관앞에 멈춰섰다. 돈도 많은가보네. 재질을 보아하니 분명히 나무 인데 벽이 온통 새하얀색이다. 저거 도색하는데 꽤 많이 깨졌겠는걸? 그보다 흰색이라니. 주인이 미친건 아닐까? 이런 먼지가 풀풀 날리는 지저분한 마을 에서 순백의 여관을 유지하려면 청소비도 장난아니겠다. 끼이익… 내 반대편 쪽에 있는 마차문이 작은 소리를 내면서 열렸다. 난 창밖에서 시선을 거두고 내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에린에게 턱짓으로 먼저 나가라고 했다. 그러자 에 린은 나랑 있었던게 꽤나 힘들었는지 노골적으로 살겠다는 표정으로 날듯이 뛰쳐나갔다. 저것이!!! "내리시지요. 마마." 쳇. 두고보자 에린. 참으려고 했는데…아무래도 교육이 좀 필요하겠어! 난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마차밖으로 나왔다. 언제 준비했는지 붉은 양탄 자가 마차입구부터 여관의 현관까지 주욱 깔려있다. 흠. 먼지가 날리는 흙바 닥과 너무 대조적이잖아? 난 사쁜히 양탄자 위를 걸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고급 여관답게 실내장식도 왕궁만큼이나 화려했다. 정말 돈이 많은가보 네? 혹시 이 여관 주인은 귀족이 아닐까? 아니면… "어서오십시오. 순백의 여관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내 앞에 반백의 중년사내가 거의 직각으로 허리를 꺾으면서 인사를 했다. 주인인가? 아니 지배인이겠지? 이쪽이던 저쪽이던 나랑은 상관이 없지만 나 는 예의상 살짝 고개를 끄덕인뒤 안으로 들어갔다. 음. 식사는 그런대로 괜찮군. 아니 맛있는 편이라고 해두지 뭐. 내게 배정된 방도 그런대로 전에 살던 별궁의 내방만큼 품위가 있고… 젠장. 이 내가 여 관방신세라니… 하다못해 귀족가의 저택이라도…아니지…참자. 지금의 내겐 이 정도도 과분한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그게 정신건강에 좋으니까. 끓어오 르는 속을 누르고 창밖을 내다보자 해가 뉘엿뉘엿 지고있었다. 아… 결국 이 렇게 한일도 없이 하루가 저무는구나. 저녁준비를 하는지 여관방에서 내다본 건물들에서는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부럽…아니지. 내가 왜 평민들따위를 부러워해? 말도 안돼! 쿵! "…마마?" 뒤에서 에린이 조심스럽게 날 부른다. 아… 이마야. 어질어질하네. 너무 세 게 박았나? 난 내 이마와 진한 키스를 한 창턱에서 몸을 돌리고 내 뒤에 서 있는 에린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왜?" "저…저기…" "……" "그게…" 버벅댄다. 아주 몸을 비비꼬네. 누가보면 달팽이랑 친구하는줄 알겠다. 한심 하긴… 내가 아무말 없이 자기를 노려보자 에린이 굉장히 당황한듯 어쩔줄 몰라한다. 흐흥…이렇게 놀리는것도 재미있네? "……" "……" 침묵이 감돌았다. 그런 침묵이 부담스러웠는지 에린은 아무말도 안하고 노 려보는 내 눈치를 보며 어쩔줄 몰라하다가 갑자기 풀썩 주저앉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빌기시작하는게 아닌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마마! 제발!" "…지겹다. 너" "…네?" "맨날 똑같은 말밖에 못하냐? 니가 구관조냐?" "예…예?" "됐다. 됐어. 용서해줄테니까. 가서 차나 타와" "예! 마마!" 급히 일어선 에린은 긴 치마를 휘날리며 방을 나가버렸다. 아아…그렇게 노 골적으로 살았다는 표정을 지으면 더 괴롭혀 주고싶어지잖아! 좀 표정관리좀 하고 살아라! 이 맹한것아! 저런걸 누가 데려갈지…쯧쯧. 하긴 아직 애니 - 나도 아직 소녀지만… - 차차 나아질지도… 15분이 흘렀다. …… 15분이다. 아악! 신경질나! 이 맹한것은 도대체 차를 끓여오는거야? 아니면 찻잎을 따서 말리고 있는거야? 내가 했어도 열잔은 더 가져왔겠다! 이것을 그냥!!! 끼이익…문소리가 들린다! "왜 이렇게 늦어! 이 맹한것아!" 난 앙칼진 목소리로 빽 소리치며 침대위에서 내 분풀이 대상이 되고 있던 오리털이 들어있을 두툼한 베개를 들고 문가로 힘차게 집어던졌다! 그리고 ''꺄악''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당황하는 에린의 표정을 상상하면서 속으로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이런…장난이 조금 지나치시군요." "…에?" 내가 던진 베게는 문으로 들어서는 사내의 손에 아주 손쉽게 잡혔고 그는 내개 다가와서는 친절하게 그걸 내손에 쥐어주었다. 으…어떻해!!! 얼굴이 화 끈거렸다! 아마 거울이 내앞에 있다면 새빨개진 내얼굴이 비춰지겠지? "후후. 방금전 행동은 정숙한 행동에는 맞지 않는것 같은데요. 공주마마" "…누…누구세요?" "이런 죄송합니다. 제가 결례를 범했군요. 공주마마. 전 대니어드 드 워렌 자 작입니다. 크레센트 국 남부에 있는 작은 도시를 맡고있는 자작이지요. 그리 고 이번에 영광스럽게도 사절단에 끼게 되어서 두 귀하신분들을 모시고 있습 니다" "…그래서요?" 진정…진정…진정해야되. 음…조금 속이 가라앉는다. 그리고 이제서야 내 앞 에 선채 미소를 짓고있는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나이는…대충 스물 대여섯 쯤? 늙은이네. 흥.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다갈색머리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하늘처럼 푸르른 눈동자와… "흠흠…" 내가 자기를 빤히 쳐다보니까 쑥스러웠나보지? 왠 헛기침이람? "무슨 용건인가요? 전 피곤하거든요?" "예. 마마. 익숙하지 않은 마차여행에 피로가 쌓였을것이라 생각되옵니다." "그러니 용건만 말하세요" 빨랑 용건만 말하고 나가! 라고 소리칠수는 없지. 그래도 머리는 좋아보이 는 얼굴이니 알아들었겠지. 음… 여러모로 불편하다. 타국사람이라는건… 아 니면 내 신분이 낮아서 그렇겠지… -도대체 그래도 국왕의 딸인데 내 처지 가 이게 뭐야? 정말… - 내가 침착해지자 이번엔 그가 조금 당황했다. 아… 내 변화가 너무 빨랐나? "예. 앞으로의 일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로세니아 왕국 내의 도시를 일 곱군데를 거칠 예정이고 중간중간에 마을등을 지나갈것입니다. 여정 중간에 사고만 없다면 야숙은 하지 않아도 될것같으니 그점은 염려마시길 바랍니다. 아마 2주쯤 걸릴것이라 예정됩니다. 그리고 국경을 넘어서면 헤르틴 공국을 지나서 저희 모국으로 가게 됩니다. 거기서는 일정을 좀 짧게 잡아서 곧바로 수도로 곧장 향할것입니다. 대략 3주일 정도면 저희 왕국의 왕성에서 편하게 쉬실수 있을테니 그동안 조금 힘드시더라도 참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군…3주뒤라…응? 뭐가 그렇게 오래걸리지? 내가 알기로는 못해도 10 일이면 도착할 거리일텐데? 천정을 보면서 날짜 계산을 하던 난 고개를 내린 뒤 워렌 자작을 바라보았다. "3주씩이나 걸려요?" "예? 아…예. 그렇습니다. 저희 사신단만 따로 이동한다면 열흘 정도면 되겠 지만 뒤로 줄줄이 딸린 상인들도 있으니까요. 그리고…그들에게 물건을 팔 시간정도는 줘야되지 않겠습니까?" 그가 후후 하고 웃는다. 잘생긴 워렌 자작이 웃으니까… 왠지 열이 받는걸? 이건 커트렌 그자식 때문이야! 전혀 다른 사람인데도 잘생긴 미남이 웃는 모 습을 보니까 열받아! "…제가 무슨 실수라도 했습니까?" "아니에요." 커트렌 그자식을 생각하는동안 인상을 썼나보다. 일정이 늦어져서 내가 화 를 낸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워렌 자작이 내 눈치를 살피는게 눈에 보였다. "…일정을 조금 빡빡하게 잡으면 좀더 일찍 도착할수도 있습니다만…" "됐어요. 그것때문이 아니니깐. 근데 왜 사신단 행렬에 상인무리들이 뒤따르 게 두는거죠?" "예? 그거야 그들로써는 안전하고 편하게 외국으로 나갈수 있으니까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돈들여서 호위병들을 구할 필요도 없고 국경을 넘기위해 복잡한 서류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니까요. 거기다 세관에서도 우대해준다고 합니다." "음…그렇군요. 그래서 저렇게 줄줄이 따라온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대신 약간의 세금과 상납금을 바치긴 합니다만 그들로써는 몇배는 이득일것입니다. 알다시피 상인무리를 노리는 자들은 깔렸으니까요" "아아… 그렇군요. 왕성에도 들어오지 못하는 낮은 계급의 인간들이 사신단 행렬에 끼어있어서 조금 이상했는데 그런거였군요" "후후. 그쪽으로 관심이 많으신듯합니다. 공주마마" 이 인간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난 단지 궁금한걸 물어본것 뿐인데. 내가 변명거리를 찾고 있을때 때마침 에린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맹한 얼굴 을 한채 두손으로 은쟁반을 들고 들어오는걸 보니까 또 속에서 열이 받는다. 내가 뭐라고 한마디 하려고 할때 워렌 자작이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에린 에게 다가가서 그애가 들고있는 쟁반을 받아들더니 싱긋 웃는게 아닌가? "이런이런… 연약한 소녀가 들기엔 조금 무겁지 않나요? 후훗" 우…느끼한 미소! 나한테 저런 수작을 부렸다면 당장 주먹을 날렸을텐데! 아악! 저놈 때문에 에린을 혼낼 타이밍을 놓쳤잖아! "에린. 왜 이렇게 늦은거야? 기다렸잖아." 으으…끓는다! 눈물이 쏙 빠지게 골려줄수 있었는데에! 이런 힘빠진 목소리 로 말해봐야 코웃음도 안나오겠다! 워렌 자작이 있는 앞에서 큰소리를 낼수 도 없고… 운이 좋았다고 해야겠군! 쳇. 쌓인다. 쌓여. "죄…죄송합니다. 마마. 마마꼐서 좋아하시는 찻잎이 포장지 안에 들어있어서 찾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부디 용서를…" "그래 알았다." 난 나가보라고 에린에게 손짓했다. 어차피 괴롭혀줄수도 없는거 그냥 선심 써서 용서해주지 뭐. 기회는 많으니까 그보다는 지금 눈앞에서 생글거리며 에린에게 수작을 부리고 있는 저 놈의 자작이라는 인간이 더 문제니까. "할말은 다 끝난건가요? 워렌 자작님?" "예? 아! 죄송합니다. 아름다운 소녀가 눈앞에 있으니 정신을 못차리겠군요. 하하하" 호호호…헹이다! 머리카락이 부드럽네. 좋은 향기가 나네. 옷이 참 귀엽네. 아주 노골적으로 난 지금 당신을 꼬시고 있소! 라고 말하고 있는 워렌 자작 을 보면서 난 눈꼬리를 살짝 치켜떴다. "제 아이가 마음에 드신것 같군요. 자작님. 그런데… 저 아이보다 제 외모가 떨어지나요?" "무슨! 그런 섭한 말씀을! 당연히 공주마마의 미모가 훨씬 낫지요" "그런데 제겐 왜 그런 칭찬의 말씀 한번 안해주시죠?" 난 질투에 몸을 떠는 소녀처럼 - 그렇게 연기한건데. 실제로 조금은 질투했 는지도 모른다 -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워렌 자작 이 하하 웃으면서 능숙한 솜씨로 쟁반을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찻잔을 내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절도있는 동작으로 차를 따랐다. 쪼르르르… 향긋한 민 트향이 물씬 풍겨나왔고 내 앞에선 워렌 자작은 한손으로 가슴을 가린뒤 허 리를 숙이며 말했다. "드시지요. 공주마마. 비록 제가 손수 끓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열과 성을 다해서 따른것이랍니다." 흐으으음… "흥!" 난 삐진 아이처럼 고개를 홱 돌리며 팔짱을 끼었다. 그러자 그는 내게 아부 를 하면서 자리에 앉았고 조용히 방한구석에 공손히 서있는 에린을 보며 윙 크를 하는게 아닌가? 이 인간이!!! "제 질문에 대답이나 해주시죠?" "하하… 제가 어찌 감히 공주마마의 미모를 평가하겠습니까? 더군다나 전…" "…뭐요?" 워렌 자작이 뜸을 들이자 나도 모르게 내 눈이 그의 웃고있는 얼굴을 바라 보게 되었다. "전 임자있는 몸은 안건드리는 주의거든요. 하하…" "…오래살겠군요." "그렇지요? 역시 전 장수할것같습니다. 하하하." 골치가 아파온다. 난 기분을 전환할겸 찻잔을 들어서 차를 한모금 마셨다. 싸한 향이 입안에 퍼진다. 아…좋아. 내 앞에 앉아서 차를 마시는 날 물끄러 미 바라보고 있던 워렌 자작은 내 표정이 풀리자 또 싱긋 웃는다. 그러고보 니 이 인간 다른 남자들처럼 나랑 에린을 비교해서 어느쪽이 낫다는 말을 안 했네? 역시… 워렌 자작의 정체는 바람둥이였어! 이건 분명해! 내 전제산을 걸고서 장담할수 있어! "에린. 너도 피곤할테니 그만 가서 쉬어" "예 마마." 에린이 내 말을 듣고 밖으로 나가자 그가 대놓고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에 린 단속좀 잘해야겠어. 아직 열넷밖에 안된 아이인데 벌써부터 남자를 알게 되면 피곤할테니까. 무엇보다 유일한 내 소유의 아이가 망가지면 난 누구를 가지고 놀라고! "저…저희 왕국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으십니까?" "음…대충 서적에 나와있는 정도요. 넓고 풍요로운 국토를 가지고 있고. 백 성들이 엄청나게 많고. 돈도 많고. 그리고 질좋은 포도주를 만든다는것 정 도?" "예. 그렇군요. 다 맞는 말씀입니다. 하나…" 단 둘이 남게된 자리에서 처음으로 그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약간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아아…이제야 본론인가보네. "공주마마께서 저희 왕국에 시집오시게 되신다면…아마 그렇게 될것으로 생 각됩니다만. 몇가지 알아두셔야 할것이 있습니다. 현재 크레센트 국에는 세 분의 왕자전하가 계십니다. 첫번째 일왕자 전하이신 브래드릭 전하. 그리고 이번에 성인식을 맞으신 이왕자 전하이신 로이드 전하. 그리고 삼왕자이신 마틴 전하. 이렇게 세분이십니다." "흐음…" 지금 그가 말하고 있는건 아무래도 크레센트국 왕실 이야기겠지? 알아두면 나중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새겨들어야지. "아넬리안 공주마마께서 결혼하시게 될 분은 아마도 이왕자 전하이거나 삼왕 자 전하이실것입니다." "잠깐만요! 내 상대가 아직 정해진게 아니에요?" 이게 무슨소리야? 이미 정해진게 아니었어? 거기서도 또 품평회를 가져야 하는건 아니겠지? "아! 물론 우선은 이왕자 전하이신 로이드 전하와 만나게 되실것입니다. 일 왕자 전하께서는 이미 작년에 결혼을 하시어 올 가을에는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다는 소문이 있으니까요. 그러니 자연히 마마의 부군이 되실분은 로이 드 전하이거나 마틴 전하시겠지요." "……" 오…신이여! 난 아직 남편도 정해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으로 팔려 가고 있답니다. 정말 신이 있다면 한대 후려갈기고 싶다! 아니 우선은 국왕 폐하이신 아버님의 면상을 쳐야할까? 아니면 이 모든걸 알고있음에도 불구하 고 날 추천한 귀족녀석들을 족쳐야 할까? "마마?" "…계속 말씀하세요" 내가 인상을 쓰자 워렌 자작도 에린처럼 조심스러운 말투로 날 대했다. 뭐…당연한거겠지만 "예. 그럼. 이건 대외비입니다만 도착하시면 남이 되실분도 아니고 어차피 아셔야할테니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저희 크레센트국의 왕실에는 아직 왕 세자분이 책봉되시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일왕자이시자 가장 지지세력이 많 으신 브래드릭 전하가 후궁의 소생이기 때문입니다." …그놈의 후궁. 보나마나 국왕이 속도위반 했겠지 뭐. 아니면 왕비를 총애 하지 않았다던가. 왠지 심사가 뒤틀린다. "브래드릭 전하는 속을 알수없는 분이기에 뭐라고 말씀을 못드리겠지만 아마 도 다음대 왕의 자리에는 오르기 힘드실것 같습니다. 물론! 이건 제 생각입 니다만… 그리고 로이드 전하는 너무 심약하신 분이라 군주의 자질이 마틴 전하보다 떨어지는듯 합니다. 마틴 전하는… 성격이 조금 난폭하시긴 하지만 군주가 되신다면 국가를 부강하게 하실수 있을듯…합니다. 아마도요" "…그러니까 삼왕자에게 시집가라고요? 제게 선택권이나 있나요?" 난 진심으로 그에게 물었다. 워렌 자작을 똑바로 노려보면서 말이다. 그러 자 그가 잠시 생각하는듯 하다가 내게 말했다. "아마…없을것입니다. 저희쪽도 예정외의 사건으로 조금 놀랐으니까요. 그저 예의상 물어본것뿐인데 이렇게 일찍 마마를 모시고 본국으로 돌아갈줄은 몰 랐으니까요" 물론 그렇겠지. 당신네 나라가 후계자 싸움에 골머리를 앓듯이 우리나라도 이것저것 문제가 많다고 그리고 나 역시 그 문제거리중 하나였고 말이다. 그 러니까 이렇게 도매급으로 팔려나가는거지. "어느분이 마마를 선택하실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말씀을 드리자면 혹시라도 이왕자 전하이신 로이드 전하가 마음에 드신다면…그분을 잘 보살펴 드리십시오." "…남편을 따르고 내조하는게 아내의 몫이 아닌가요? 당연한 말씀을 하시네 요" "하하… 이거 제가 한방 먹었군요. 아직 어리신 공주마마의 입에서 그런 심 오한 말씀이 나올줄은 몰랐습니다." 뭐하자는거야? 지금. 나랑 말장난하자는건가? 어차피 난 선택권도 없다며? 그냥 거기가서 호의호식 하면서 자식이나 낳아주고 인형처럼 사고치지 않고 조용히 살아주면 그만 아닌가? 타국의 왕녀인 나보고 뭘 어쩌라고? "그저 많은것은 안바라겠습니다. 로이드 전하는 외로움을 많이 타시는 분입 니다. 부디 두분이 행복하실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니 두분은 닮은점이 있으 니 분명히 행복해지실수 있을것입니다." "……" 무슨소리인지 모르겠다. 이해가 조금은 가는듯 하면서도 또 아무것도 이해 가 가지 않았다. 뭘 행복해지라는건지 이왕자가 외로운거랑 나랑 무슨상관인 지…아. 남편이 힘들어하는데 나만 대놓고 놀러다닐수는 없겠구나. 그런걸 까? 나중에 시간나면 생각좀 해봐야겠다. 내가 그렇게 머리를 굴리고 있자 워렌 자작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시게요?" "예. 마마. 너무 오랫동안 숙녀의 방에 있는것도 신사의 도리가 아니지요." "실례라는걸 알고있으면서 할말은 다하고 가는군요." "하하. 아무래도 제가 싫으신가보군요. 마마. 조금 섭섭합니다." "…흥." 난 다만 잘생기고 느끼하고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남.자.를 싫어하는것 뿐이라고. 당신만 싫어하는게 아니니까 너무 그렇게 섭섭한 표정을 짓지 말 란 말이야. "앞으로… 자주 뵙게 될것입니다. 마마. 아직 아셔야 할게 많으니까 천천히 가면서 알려드리지요." "…그래요. 워렌 자작님. 호의에 감사드리지요." "대니어스…아니 댄이라고 불러주십시오." "…댄 " 내가 그의 애칭을 작게 중얼거리자 그는 만족했는지 씨익 웃으면서 내게 인 사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달칵. 문이 열리는게 보였다. 어라? 저 인간이! 누가 타고난 바람둥이가 아니랄까봐! "에린! 여기 치워!" 아아… 저 대니어스인지 댄인지… 얼굴만 반반한 바람둥이는 내 방에서 나 서자마자 방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에린에게 수작을 걸었다. 누가 줄줄 알고? 흥이다! 얼굴이 약간 빨개진 에린과 아쉬운듯 에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발 걸음을 돌린 워렌 자작을 보면서 나는 다짐했다. 절대 에린은 남한테 주지 않겠다고 말이다. * * * 워렌 자작이 가고난뒤 나는 일찍 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내 방옆에 작은 시 녀방에 머물고 있는 에린을 내 침대 밑에 이불깔고 자라고 억지로 명령해서 내 옆에 붙여놓았다. 음…짚이 들어간 침대가 더 나을까? 아니면 양탄자위가 좋을까? 모르겠군 어디 내가 자봤어야 비교를 하지. 나중에 한번 확인해 봐 야겠다. "으음…" 침대 밑에서 에린이 작게 웅얼거리면서 잠꼬대를 한다. 피곤했겠지. 아마 도… 슬쩍 침대 밑을 내려다보니 에린은 두터운 요에 - 내 침대에 깔려있는 것과 같은거다. 내가 시켜서 바닥에다 재우는건데 이정도는 해줘야지 - 적응 이 잘 안되는지 자꾸 몸을 비비 꼬면서 몸을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음… 왜 잠이 안오는걸까? 피곤하긴 한데… 잠이 안온다. 졸려야 정상인데. 지금은 밤 인데. 그래서 잠을 자야하는게 맞는데… 에잇 몰라! 스륵. 난 이불을 걷어 젖히고는 조용히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왔다. 바닥에서 자고 있는 에린을 밟지않도록 조심하면서 의자까지 걸어간 나는 거기에 앉아 서 유리창밖을 내다보았다. 아무런 장식도 표식도 없는 투명한 창 사이로 울 듯한 표정의 내모습이 흐릿하게 비쳤고 그 뒤로 어두컴컴한 마을의 풍경이 보였다. 심심하면 가끔씩 치고박으면서도 서로가 없으면 불편한 관계. 바로 크레센 트 국과 로세니아 국의 관계이다. 로세니아는 험한 로젠산맥을 등뒤로 끼고 있어서 철과 구리등의 실생활에 필요로 하는 광산들이 많았고. 크레센트 국 은 변변한 철광조차 찾기 힘들지만 그만큼 넓고 넓은 - 말그대로 광활한 - 곡창지대를 가지고 있다. 양국은 서로의 영토를 탐내지만 상대의 힘이 생각 외로 만만치않기에 국교를 맺고 무역을 한다. 거기다가 북쪽으로는 좀 못살 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무시할수 없는 케센국이 버티고 있으니 크게 한판 벌일수도 없다. 곰과 호랑이가 싸우면 사냥꾼만 횡재하는 법이니까. 서 로 치고받으면서도 뒤로는 밀을 사오고 무기를 내다판다. 웃기는 관계지. 훗. 크레센트국에 판 철광석과 무기는 적병들에게 배급될테고 그 무기로 우리나 라 병사를 죽이겠지?. 반대로 그 나라에서 판 밀은 우리 병사들을 배불리 먹 일테고. 힘이난 우리 병서들은 적병을 죽이는데 밥먹은 힘을 다할테니 말이 야. 별 웃기지도 않는 놈들이라니까. 하긴 이젠 나랑 상관없잖아. 어차피 난 죽을때까지 로세니아인이고 크레센트에 팔려가니까. 어딜가도 환영받지 못할 건 뻔한걸. 주르륵… "칫. 왠 눈물이람…" 난 쓸데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소매를 쓱쓱 닦아낸뒤에 마실거라도 없을까 해서 의자에서 일어났다. 내일도 지루하고 지루한 마차여행이 계속될테니 좀 늦게 잔다해도 상관없겠지. 에린이 떠다놓은 작은 물잔에서 물을 따라마신 난 괜히 방안을 배회하면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잘 닫혀있는 서랍을 빼꼼 열 어보는등 쓸데없는 짓을 하면서 돌아다녔다. 내 방밖에는 기사들이나 병사들 이 경비를 서고 있을테니 밖으로는 못나가겠고 심심하긴 한데 잠은 안오고. 그래서 뭔가 시간죽일거라도 없을까해서 방안을 뒤지기 시작한것이다. 그렇 게 한참을 내가 쓸데없는 짓에 열을 올리고 있을때 갑자기 벽뒤에서 쿵. 하 는 육중한 소리가 났다. 오호라! 사건이 나를 부르는구나! 제발… 좀 충격적 이고 강렬한 걸로 부탁해! 지루해 죽겠거든! 난 급히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 았다. 당연히 문앞에 지키고 있을줄 알았던 병사들이 없다. 벌써 처리된걸까? 흠…이거 생각보다 위험할지도 모르겠는걸? …너무 강렬했다. 젠장. 내방에서 나온 난 조금 열린 옆방의 방문을 보고 살짝 안을 들여다보았다. 방안에는… 망할 덴녀석이 뭐라고 꿍시렁거리면서 침대에 앉아있는게 아닌 가… "덴?" "젠장할…제기랄…제…엇? 공주마마? 여기엔 어쩐일로…" "그건 내가 묻고싶은 말인데요? 내가 알기로 이방은 에린이 쓰기로 했던 시 녀방 아니던가?" 난 열려있는 방문을 밀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들어오면서 문을 살짝 열어놓는건 잊지않았고. 혹시나 도망칠일이 있다면 조금 열어놓는편이 나으 니까. "아하하하… 그게…" 우물쭈물거리면서 머리를 긁적이는 대니어스 자작. 아니 댄. 이녀석 무슨생 각으로…설마? "설마 댄. 당신 에린을 노린거였어요?" "예?! 서…설마…당치도 않습니다!!!" "흐음…" 두손을 휘휘 저으면서 고개를 도리질치는 사내. 쬐애끔도 신용이 가지않는 다. 역시 에린을 노리거였군. 난 미약한 불빛에 번들거리는 이 남자의 식은땀 을 보면서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렸다. "이봐요. 대니어스 자작! 에린은 이제 겨우 14살이라고요! 아무리 여자에 굶 주려있다해도 그렇지! 어떻게 저런 아이를 건드릴 생각을 할수 있죠? 당신은 양심도 없어요? 네?" "어…억울하옵니다" 털썩. 댄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떨구면서 정말로 억울하다는 말투 로 말한다. 그런다고 내가 믿어줄것 같았나? 바보아냐? 이시간에 여자방에 숨어들었으면 뻔한거 아니겠어? 알만한 사람은 다… 흠흠. 난 순진해서 잘 모르지만. 정말로 몰라. 음음. 도서관에 그런 책들이 비치되어있는줄은 난 정 말 몰랐다고. 이게 아니지 "이봐요. 전혀 안 억울한 얼굴로 억울하다고 하면 믿어주고 싶어도 못믿겠다 고요. 알아요?" "예? 그…그럴 리가" 덴은 자기 얼굴을 만지작거리면서 진짜로. 진심으로 정말로 억울하다고 계 속 되뇌였다. 훗. 이래서 사내놈들이란… 겉으로는 아닌척하지만 뒤로는 할짓 못할짓도 못가리고 덤벼든다니까. "당.장. 이방에서 나가요! 가서 자던잠이나 주무시지요? 네? 소문내면 그 낮 짝도 들고다니기 힘들껄요?" "예. 예예. 지…지금 당장…" 내옆을 지나쳐 허둥지둥 빠져나가는 덴. 느끼하다는 표현을 받아 마땅한 잘 생긴 얼굴이 엉망이 되어서 도망쳤다. 하긴 내 시녀를 건들려다가 들켰으니 당황할만도 하겠지. 훗. 그러게 날 너무 물로봤다니까. 자랑은 아니지만…음. 그냥 자랑이지만 이래뵈도 눈치하면 나 아니겠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갈고 닦은 눈치로 아직까지 목을 온전히 붙이고 있으니까 말이야. 내가 눈치없이 둔하게 굴었다면 벌써 옜날에 실크줄에 목메달았을걸? "아하하하하하~" 허둥거리다가 엎어지고 턱을 부여잡고 뛰어가는 덴의 뒷모습은 꼭 광대의 그것같았다. 뺀질거리는 얼굴에 통쾌하게 한방먹인 난 다시 내방으로 돌아왔다. 아니 내 가 빌린방인가? 뭐 아무려면 어때? 세상모르고 자고있는 에린은 아직도 잘 자고 있고… 정말 누굴 닮아서 저렇게 잘도잘까? 오늘 자기한테 무슨일이 일 어 날뻔했는지 알기나 할까? "쳇." 왠지 입맛이 썻다. 괜히 쫓아버린걸까? 재수없는 바람둥이같이 보이지만 덴 정도라면 나한테도 꽤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는데… 시녀하나와 맞바꾸었더라 면 나한테 손해는… 이런 무슨생각을 하는거야! 꽁 "미친.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데." 난 자기머리를 한번 더 쥐어박고 흐릿한 달빛이 새어들어오는 방안을 몇 번 거닐다가 다시 침대위로 올라갔다. 이제 자야지. 아무리 내일도 지겨운 마차 여행이 계속된다지만 하품하면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은 아무래도 왕족의 모 습이 아니니까 말이야. "자자. 자야지. 잘거야. 잠들어라." 나는 나에게 명령하듯 중얼거리면서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은 안온다. 미치겠다아! 왜 잠이 안오는거지? 꿈많은 소녀가 잠을 못잔다는건 잘나가는 바람둥이에게 여자가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바람둥이… 바람 둥이… 바람둥이의 대표주자는 커트렌. 망할자식. 망할자식의 동료는 데니어 스. 커트렌은 부인킬러 데니어스는 소녀킬러. 소녀…소녀는 에린. 에린은 내 시녀…내 유일한 전속시녀는 에린… "헉!" 벌떡. 얼굴에 찬물을 맞은 듯 정신이 확 들었다. 이럴수가… 덴. 이 망할자 식! 그자식이 원한건… "나에 대한 정보였어! 이런! 망할놈!" 자자. 침착하자. 침착. 침착. 아무리 잘나가는 외교관이라해도 남의 나라 왕 궁에서 나에 대한 정보를 빼낼수는 없지. 암. 콩가루 왕궁이라도 그건 불가능 하지. 자기집의 치부를 함부로 떠벌리고 다닐수는 없을테니까. 뒤로야 호박씨 깐다고 여기저기 인간들을 심어놓기는 했겠지만 그렇다해도 단편적인 정보라 면 모를까 좀더 심층적인 정보는 나오지 않았을테지. 이건 국가 안보니 뭐니 그런걸 떠나서 자존심 문제니까. 그렇다고 내 입에서 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 올리도 없지. 그렇지않아도 기분 더러운데 내 약점이 될지도 모를 이야기를 떠들어댈 리가 없잖아. 내 외향적인 모습이야 알수있겠지만 나의 능력이나 배경같은건 알아낼수 없었을테고… 그렇다면 남은건 하나. 내 시녀였던 에린. 이애를 꼬셔서 잘만 설득시키면 내가 모르던 일까지도 모조리 캐낼수 있을게 뻔하잖아! 이런 간단한 원리를 이제야 생각해내다니. 바보.바보.바보! "하아…괴롭히면…안되겠네…" 이젠 적응이 되었는지 새근거리며 잘도 자고있는 에린을 내려다본 난 조그 맣게 중얼거렸다. 잘해줘야겠다. 이제부터라도… "쳇. 그럼 이제 누굴 괴롭히며 이 분한 속을 푼다… 아아아…몰라. 잠이나 자 야지. 내일일은 내일 해뜨고 생각하자고" 다시 자리에 누운 난 눈을 감았다. 궁금증이 모두 풀리고 나자 금세 잠이 온다. 뭐야 내 정신머리라는건 도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쿠울…" * * * "화창도 하도다" 하늘이… "광활도 하도다" 대지가… "지겹도다" 인생이… "마마?" 창턱에 턱을 괴고 중얼거리는 날 보며 에린이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내 눈치 를 살핀다. "왜?" "아…저어…" "왜에에에?" "그…그게…" "왜 불렀는데? 왜에?" "저…저기…" 더듬더듬 속터져라. 속터져.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샘솟는 다. 그낭 한번 사고쳐봐? 으휴… 그럴수도 없지. 만약 잘못되어서… ''흑흑'' ''아름다운 소녀여. 왜 이런곳에서 울고있나?'' ''왕녀님이 때렸쪄요. 흑흑.'' ''저런. 이 댄님에게 안기렴. 이 내가 그대의 아픔을 치유해주마'' …우웩. 상상이라도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댄 그자식이라면 하고도 남지. 그리고 절대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기도 하고 말이야. 이때쯤 다독거려줘 야겠지? 심술은 아무한테나 부릴수있지만 그것도 상대를 봐가며 부려야 하는 법이니까 말이야. "점심때야?" "아…아니옵니다. 마마" "그럼 잠깐 쉬었다 간데?" "그…그게…" "그럼 심심해서 불렀어?" 심통난 목소리로 말하니까 에린은 더욱더 움츠러드는 모습으로 고개를 푹숙 이고 모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심심해 하시는 것 같아서…" "심심해." "…예에?" "심심하다고. 나 심심해. 어떻게 해줄래?" "그…그게…" 후후후. 1승. 이겼다…가 아니잖아. 왜이렇게 삐뚤어진거지? 그래도 예전엔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아아. 보이는건 벌판뿐이요. 푸른 하늘뿐이니 정말 심심하기가 바다와 같구 나 에린" "네? 마마" "나 심심해." "……" 마차여행도 벌써 일주일째다. 이 말뜻은 내가 마차를 타고 가면서 에린을 말로 괴롭히는것만 벌써 열네번…아니지 아직 오후가 아니니까 열세번째라는 거다. 에린은 그만 괴롭히고 이제 덴이나 불러서 놀려볼까? 으음… 그녀석도 이제 슬슬 날 피하는 기색이던데… 하긴 에린이 자고 있던 시녀방을 덮친이 후로 매일같이 불러다가 은근슬쩍 그때일을 상기시키며 가지고 놀았으니까 당연한건가? 좀더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괴롭히는거였는데…혼자 생각을 하 고있다보니 어느샌가 내 팔은 가느다란 내 턱을 괴고 얼굴은 벌써 창밖을 내 다보고 있었다. 이젠 습관이 된거 같아. 할 일이 없으니 지나가는 풍경만 지 루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 안되겠다. 이러다가 머릿속에 든것까지 모조리 날아갈 것 같아. 난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있군. "이봐요."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고 내가 큰소리로 말하자 저 앞에 마부석근처에 있던 기사가 내쪽을 돌아보았다. 각진 콧수염을 기른 얼굴을 보니 아저씨겠지? "기사아저씨. 워렌 자작좀 불러주세요." "…예" 인상쓴다. 인상썼다. 저게 왕족한테 인상쓰네? 아무리 이름뿐인 왕족이라고 해도 말이지…하긴 우리나라 사람도 아니니 소용없지만. 그런데… 아저씨가 아니었나? 왠지 무지 화난다는 표정이… 흠. 워렌 자작은 금방왔다. 하긴 이맘때쯤 지루함에 몸부림을 치다가 부르니 당 연하겠지. 학습능력이 있는 인간이라면 내가 부를때쯤 근처에 있을테니까. 그 런데 말을 타고왔네? 이런. 마차안으로 불러들여야 마음놓고 말로 괴롭혀주 는데 말이야. 말을 타고있으면 무슨 바쁜일이 그렇게 많은지 자기가 불리해 지면 급한일이 있어서 어쩌구하면서 말을 몰아서 사라져버리는데… 역시 이 인간도 학습능력이 있군. "무슨일이십니까? 마마?" "심심해요." "예…하하하" 난처한 얼굴이 됐다. 됐다. 훗. 저 인간이 난처한 모습을 보이면 왠지 모르 게 기분이 좋아진단 말이야. 그런데 덴 이 자식. 또 내 뒤에 있는 에린을 슬 쩍 넘겨다보네? 고개를 홱 돌려보니 에린이 볼을 붉게 물들이면서 고개를 살 며시 내려깐다. 이것들이! "에린!" "네! 마마" "눈깔아. 고개 숙여. 귀막아!" "네에" 작은 목소리. 실망스러운가보다. 이게 다 너를 이 바람둥이로부터 지키려는 거야.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 그 노골적으로 실망스럽다는 표정은 뭐야! 콱! "자. 워렌 자작님." "예에…말씀하시지요" "오늘도 크레센트국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예에… 그럼 오늘은 저희 나라의 주요 수출품에 대해서 말씀드리지요." "에에. 좀더 재미있는것좀 알려줘요. 가령 군사숫자라던가… 군에서 보유한 식량의 양이라던가 중요 거점요새라던가 그런거 많잖아요?" "하…하하…" 덴 녀석. 고개를 설래설래 젓는군. 하긴 국가기밀이겠지? 흠. 하지만 맨날 쓸데없는 음악이 어떻니 그림이 어떻니 조각이 좋네 나쁘네 하는것들보다는 흥미롭지 않나? 아닌가? 으음. "흠흠. 아시다시피 저희 크레센트국은 이 대륙의 절반의 인구를 먹여살릴만 큼 풍요로운 국가입니다. 개방된 평야와 광활하게 펼쳐진 농지덕분에 저희 왕국의 백성들은 타 국가의 백성들보다 좋은 생활을 영위하고 있지요. 그덕 분에 저희 왕국이 3대 강국에 들수있었던것이고요." "음. 그렇겠네요. 우리나라에서 수출된 엄청난 양의 무기들이 귀국의 병사들 을 무장시켜 줄테니까요." "…크흠. 풍요로운 대지의 은혜를 입은 저희 나라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강산 을 가지고 있으며…" "일년 평균 40회의 국지전이 일어난다죠? 아마? 평화롭고 아름다운 강산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자꾸 시비를 거는거에요? 궁금해요." 난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덴의 얼굴이 일그러지는게 한 대 칠 거같은 기세인데…긁적긁적. 그만할까? "그런데요." "예. 마마" "크레센트 국의 인구가 얼마나 되요?" "음. 대략… 국가에 소속된 주민만 800만명정도 됩니다. 거기다 노예라던가 농노 같은 하층민들도 있으니 한 천만명쯤 되겠군요. 아. 그렇다고 북적북적 댄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살기좋은곳이 사방에 널려있기 때문에 한곳에 옹 기종기 몰려있지는 않지요." 이건 우리 로세니아 왕국 수도를 빗댄건가? 확실히 수도근교의 인구를 합치 면 100만명쯤 되었지? 옹기종기라… 음. 우리나라 전체인구가 600만명쯤 되 던가? 이것도 타국에 비하면 많은 숫자인데. 크레센트는 그 두배는 되네. 그 러니 강국이라는 소리를 듣지. 크레센트가 로세니아를 지배하게 된다면 대륙 정벌쯤은 장난이겠군. "그렇네요. 넓게 넓게 퍼져있으니 지킬곳도 많겠어요." "그렇…지요" 끄응.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게 그냥 당하고만 있지 왜 은근슬쩍 말돌려 서 놀리래? 흥이다. "하지만 저희의 자랑은 곡창지대도 인구도 아니랍니다. 대륙에서 가장 예술 이 발달한 국가. 그것이 저희 크레센트국의 자랑이지요. 문화의 선두주자라고 나 할까요? 우후후 그에 반해…" 내 얼굴을 힐끔거린다. 호오? "그래요. 우리나라는 옜날부터 무식하게 검만 휘둘렀죠. 뭐. 그건 사실이죠. 그런데 79년전 남로젠 협곡 정벌전…" "침략전입니다!" "…뭐. 명칭이야 아무려면 어때요. 하여간 그 전투로 크레센트는 전장을 우회 한 별동대에게 수도까지 포위되는 수모를 겪었다죠?" "비겁하게 협정을 깨고 침범한 로세니아의 악행은 세상이 다 알고있습니다!" 네에네에. 하여간 사내들이란 애국심이라는걸로 똘똘 뭉쳐서 말이야. 자기가 태어나기도 수십년전 일을 가지고 괜히 열낸다니까. 에에. 뭐 이렇게 단순하 니까 재미있는거기도 하지만 말이야. 우훗. 난 씩씩거리는 덴을 노려봤다. 지 그시. 오래오래. 생각대로 데니어스 드 워렌. 줄여서 덴의 표정은 분노에서 아차하는 표정으로 그리고 금세 내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 이 내게 언성을 높이는거에요? 네? 호오. 워렌 자작. 크레센트 에선 자작과 왕족이 동급인가보죠? 아무리 내가 타국의 왕족이라해도 말이에 요. 망국의 왕녀도 아닌데 이렇게 괄시받을수 있는건가요? 네?" 웃는 표정은 필수. 그래야 덴놈에게 좀더 강한 압박감을 줄수있을테니까! "그…그것이. 죄…죄송합니다. 마마. 제가 실언을…" "정벌전이죠?" "예?" "정.벌.전.이.죠.?" "예. 그렇습니다. 예." 고개를 돌리는 덴. 아마 부들부들 떠는 주먹을 움켜쥐고 피눈물을 삼키고 있겠지? 훗. 재미있어라. "저…저는 이만. 일이 있는지라…" "어머나~ 어제도 그제도 그그제도 저랑 이야기만 나누면 일거리가 생기네요. 저어엉말~ 바쁘신가봐요. 제가 바쁜분 붙잡아두고 너무 실례했나보네요. 그럼 가보세요. 호호" "……" 뿌득하는 이가는 소리가 들린다. 훗. 그러게 누가 에린 대신 찍히래? 나중에 이용해 먹는건 이용해 먹는거고 지금 당장은 놀려먹어야지. 불쌍한 에린 대 신 말이야. 훗훗. 30분쯤 지났다. 다각다각. 덜컹덜컹. 주변 경관은…변함없다. 젠장. "심심해…" 왠지 아까부터 자꾸 에린이 눈을 피하는 것 같은데… 어쩌지? 에린의 기대 에 보답해서 골려줘야 하나? 아니면 앞으로의 관계를 위해서 참아야 하나? 아으~ 괴롭다… 누가 골려줄 인간좀 보내줘어어어… "젠장 이놈의 마차는 말썽도 안 일으키네. 콱 고장이나 나라!" 덜커덩. 쿠당. 갑자기 마차가 덜컹 거리며 바닥으로 쑥 내려앉았다. 욱. 혀 깨물뻔 했잖아! 뭐야? "뭐야?!" 절로 화난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그 짧은 시간동안 짜증이 쌓인건가? 반쯤 기울어진 창밖으로 내다보니 내 코앞으로 둥근 마차바퀴가 데굴데굴 구르며 지나간다. 어라라라? "마차가 부서졌다!" "안에 계신 분들은…" "누가 빨리 안으로 들어가봐!" "공주마마 괜찮으십니까?!" 나… 마법사인가봐. 아니면 점술가인가? 소동은 금방 진정되었다. 부서진 마차에서 내린 나는 에린과 함께 다른 사 신이 타던 마차에 올라탔고 그 사신아저씨는 뒤따라오던 행렬중 꽤 부유한 상인의 마차를 향해 투덜대면서 갔다. 음 그럼 그 부유한 상인은 누구의 마 차를 빼앗아타게 될까? 궁금하네. 부서진 마차는 수십명의 병사들이 개미떼 처럼 달려들어서 가도에서 벗어난 길가로 치웠고 마차를 수리할줄아는 직공 들이 떼로 덤벼들어 마차축을 뜯어내내. 인장을 다시칠하네 하면서 수선을 부렸다. 그러는 사이에 내가 탄 마차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해서 그들이 작 업을 끝나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뭐. 알아서 잘 쫓아오겠지. 저들은 모 두 크레센트 왕국민이니 이 먼 타국에서 뼈를 묻을 생각은 없을테니까. 그렇 게 또 지루한 마차여행이 계속되었다. 지루해… 특히 이번엔 내 짐도 없어서 볼만한 책도 없었다. 있다해도 덜컹거리는 마 차안에서 두터운 종이책을 들고 읽을만큼 인내심이 깊은 나도 아니지만… 문 제는 심심한거다. 무언가 사건이라도 났으면 꽉 막힌 속이 뻥 뚤릴 것도 같 은데 전혀 아무런 꺼리도 보이지 않으니 내가 이렇게 답답해하는것이고… 푸 념만 늘어난다. 푸념이 계속 생겨난다. "심심해…지루해…" 몸이라도 배배꼬으면 좀 나아질까? 하지만 그것도 창밖으로 보이는 호위 기 사들이나 내 앞에 앉아서 졸고있는 - 간도 크게 말이다. - 에린에게 보이면 호의적인 눈빛을 받기는 힘들테니까 참아야 한다. 발가락이라도 꼼지락 거려 볼까? 내가 깔고앉은 쿠션은 얼마나 들어갈까? 음…이 카페트는 얼마나 푹 신한거지? "으…" 절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이건 에린이 했던거랑 똑같잖아! 내가 시녀랑 동 급이란 말이냐! 이런!!! 결국 내가 할수있는것이란 지루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면서 길가에 지나 가는 여행객의 숫자를 세거나 마차옆에서 달리고 있는 말의 갈기털 수를 세 거나 - 의외로 어렵다. 움직이니까 - 하는 사소한 소일거리였다. 무언가해야 지 이러단 지루함 때문에 머리에 곰팡이가 필것같아. 이런 생산성이랑은 거 리가 먼 쓸데없는 잡생각을 하면서 가다보니 어느새 석양이 깔리기 시작했고 마차 주위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부산스러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아…드디 어 도착했구나.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고 가도를 바라보니 저멀리 주황빛으로 물든 지평선 너머로 높다란 돌벽이 흐릿하게 보였다. 이렇게 하루가 가는구 나… ''주홍빛 저택''이라는 괴팍망칙한 여관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을 해뒀는지 나 와 사신단 일행은 그 고급 여관안으로 들어갔다. 척 보기에도 저택임이 분명 한 이 여관은 아마도 몰락 귀족의 집을 사들여서 개조한 것 같다. 이런경우 가 많지는 않지만 또 적지 않으니 별로 특별할 것도 없지. 숙박비가 다른곳 보다 열배이상 비싸다거나 제대로된 차림이 아니면 아예 받아주지도 않는것 같은 사소한 일들은 나랑은 상관없다. 왜냐하면 난 ''왕족''이니까. 훗. 그래그 래 난 왕족이지. "이름뿐인…" "예?" 내 짐을 들고 졸졸 따라오던 에린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아니야. 신경꺼." "예. 마마" 어쨌든 난 왕족이니까 프라이드를 가져야지. 고귀한 혈통을 이어받은 고귀 한 몸이 아니겠어? 그에 걸맞는 대우도 받아야하고 말이야. 저택의 커다란 홀에는 제복을 입은 시종들이 2열로 주욱 늘어서서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지배인으로 보이는 늙은 사내가 ''어서오십시오''라고 말하자 좌우에 늘어서 있 던 시종들이 고개를 조아린다. 이거이거…프라이드는 잊어도 되겠는걸? 왠만 한 귀족…아니 최소한 부.유.한 후작가 정도는 되야지 이런 환영행사를 꾸밀 수 있겠는걸? 어쨌든 실권을 쥔 사신단의 수장보다 직위가 높은 내가 작게 고개를 끄덕여서 답변을 하자 시종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내 드래스 자락을 잡아준다. 집을 들어준다. 방으로 안내한다. 하면서 수선을 떨어댔다. 내 좌우 로 과일 바구니와 찻잔세트를 든 잘생긴 시종 둘이 뒤따르고 바닥에 질질 끌 리는 드래스 자락을 잡아준 시종이 조심스럽게 내뒤를 따른다. 역시…이정도 는 되야지 돈 쓰는 맛이 나지않겠어? 우리 왕궁에서도 이정도는 아니라고… "훌륭한 곳이군요. 기억해두지요." "영광입니다." 내 뒤를 따라서 2층으로 오르는 덴과 이야기를 하던 지배인이 고개를 숙이 며 대답한다. 거의 혼잣말이나 다름없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곧바로 반응하는 게 이런 일에 익숙한 것 같다. 하긴 척보기에도 귀족들만 상대하는 여관일테 니 귀족들의 속성쯤은 착실히 꿰고 있겠지. 그리고 안내된 내방은 내가 별궁 에서 쓰던 방들보다 화려하고 배는 커다란 방이었다. 왠지 나 초라해지는… 내 프라이드는 어디로 가야하는걸까? -여기 덴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자에서 일어선 덴은 살짝 고개숙이면서 예를 취 한뒤 말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네. 수고하세요." 난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를 배웅했다. 문가에 서있는 에린에게 눈짓을 주기 전에 말이다. 에린도 오랜 여행을 하다보니까 간이 점점 붓는지 이젠 덴이 오면 문밖이 아니라 문가에 서있는다.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면서…그래. 골려 달라 이거냐? 누구는 팔려가는 몸이고 누구는 한창 로맨스에 물든 청춘이라 는거지? "에린!" "네넷? 마마" "차 다시 끓여와. 과자도." "네!" "늦은 시각에 간식은 좀 삼가하심이…" "어머~ 걱정마세요. 먹어도 살찌는 체질은 아니니까. 그런데 아직 안가셨어 요?" "…예. 쉬십시오" 덴녀석. 입맛을 다시면서 문을 열고 나간다. 흥이다! 라고 다시 말해주지. 저녀석 나가면서 ''사랑에는 역시 장애물이…''어쩌고 중얼거리는데 한번 쓴맛 을 보여주어야 하는거 아닌지 몰라. 자~ 이제 잠이나 잘까? 한밤중. 사방은 깜깜했다. 반쯤 열린 창문사이로 흐릿한 달빛이 들어오고는 있었지만 촛불도 없고 기름등잔도 없으니 방안은 어두컴컴했고 뜀뛰고 굴러 다녀도 충분할 만큼 커다란 방안은 반대쪽 벽이 보이지도 않을정도로 어두웠 다. 그런데 난 왜 자꾸 밤에 깨는걸까? 지겹다. 아직도 나약한 마음을 버리지 못한건가? "우웅…" 내 침대 밑에서 에린이 작게 뭐라고 중얼거린다. 잠꼬대겠지? 설마하니 덴 녀석 꿈을 꾸는건 아닐까? 나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린이 깨지 않 도록…하지만 이녀석… 이해할수 없다. 시녀란 원래 그런건지 아니면 에린만 의 특징인지는 몰라도 내가 이렇게 밤늦게 깨어서 돌아다녀도 한번도 안깨어 난다. 자는척 하는 걸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때 에린이 히죽히죽 웃으 면서 중얼거렸다. "힛…덴님…" …키득거리면서 잠꼬대를 하고 있는 에린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아파온다. 그런 바람둥이 같은 녀석을 좋아하다니. 머리가 어떻게 된거 아니야? 아니면 단순한 동경일까? 에린은 시녀니까…평민의 아이겠지. 그것도 딸을 팔아야 하는… 얼마나 받았을까? 그녀의 아버지는. 나처럼 어디 땅덩어리까지는 아 닐테고 한가족이 일이년쯤 먹고살만한 돈을 얻었을까? 흥청망청 써버리면 한 달도 안가겠지? 그럼 또 딸을 낳아서 팔아야 하나? 훗. 웃긴다. "너도 나와같은 신세구나." 중얼거림. 하지만 내 말을 들어줄 아이는 지금 꿈속에서 멋진 왕자님과 데 이트를 하고 있겠지? 그것도 왕궁에서 수도없이 보고 꿈꿔왔을 그런 멋진 왕 자님 말이야. 에린이 정식 시녀라면 아주 어릴때 들어왔겠지 대여섯살? 그 쯤? 그정도는 되야 다른 잡다한 파리들이 안붙을테지. 그리고 ''교육''하기도 좋고말이야. 결국 이 아이도 나랑 틀릴게 없는건가? "…정말. 삶이란 왜이렇게 피곤한 건지…" 이제 겨우 열여섯인 내가 할말은 아닌듯하지만. 뭐 상관없겠지. 누가 듣는것 도 아니고… 술이라도 마실까? 어둠에 적응되고나니까 앞이 조금 보이기 시 작한다. 흐릿한 실루엣뿐이었지만 그걸로 충분하지 뭐. 뭐가 어디있는지는 아 까 들어올때 대충 봐뒀으니. 난 벽을 더듬으면서 천천히 방안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벽에 걸려있는 와안들을 찾을수 있었다. 마치 벌집모양으로 되어있는 옷장처럼 생긴 작은 와인 창고를 열어젖히고 거기서 대충 아무거나 끄집어냈 다. "가볍잖아. 쳇" 빈 병. 이건 누가 마셨을려나. 귀족이겠지 뭐. 빈 병을 대충 비어있는 자리 에 꼽아넣은뒤 난 다시 다른 병들을 꺼냈다. 몇개를 꺼내서 확인한 뒤에야 반쯤 차있는 와인병을 꺼낼수 있었고 병 주둥이에 깊숙히 꼽혀있는 코르크 마개를 입으로 뽑아냈다. 스퐁~. 싸한 와인향이 내코를 찌른다. "불량소녀야. 한밤중에 일어나서 술이라니. 삶에 찌든 중년 아저씨 같잖아." 나는 병입구에 입을 대고 와인을 조금 마셨다. 와인 특유의 싸한 맛과 함께 코를 찌르는 알콜향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이거 독한거 아닌지 몰라. 내일아 침에 일어나서 숙취를 호소하면 에린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왠지 호기심을 자극하는걸? 꿀꺽. 목을 타고 와인이 몸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찌르르한 감각 과 함께 화끈한 무언가가 몸속으로 들어갔다가 온몸으로 퍼지는 느낌이 든 다. 목으로 불이라도 뿜어져 나올만큼 뜨거운 무언가가 뱃속에서 꿈틀대는 느낌 그러면서 주변이 몽롱해지고…왠지 기분좋아…이래서 어른들은 술을 마 시는건가? 크하! 좋다. 좋아! "이힛. 이히힛. 딸꾹" 세상이 돈다. 빙글 빙글. 몸이 저절로 건들건들 거린다. 내손에 들린 와인병 엔 이젠 밑바닥에서만 찰랑거리는 소량의 포도주만 남아있었다. 그걸 마저 처리하려던 난 내볼에 병입구를 갖다댄걸 느꼈다. 취한건가. 입에서는 무언가 나도 알아들을수 없는 말들이 중얼중얼 새어나오고. 마치 내몸이 내몸이 아 닌듯한 느낌이 든다. 분명 머리로 손을 들어라 하면 내손은 눈앞에 나타나는 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괴상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꼭 인형극을 할때 쓰는 꼭 두각시같다. 머리가 움직여라. 하고 말하면 그걸 들은 조종사가 실로 연결된 내몸을 조종하는것처럼 말이다. 괴팍한 망상. 진짜 취했나보군. 뭐 어때? 나 도 쌓일만큼 쌓였다 이거야. 취해서 주정좀 부린다고 여기서 날 때릴 사람도 말려줄 사람도 없는걸? 유일하게 나에게 간섭할수 있는 여자애는 지금 저기 서 세상모르고 자고 있으니까. 아아. 업어가도 모른다는 말은 에린에게 쓰면 딱이겠군. 목이 마르다. 기계적으로 술병을 입에 댄다. "얼레?" 포도주가 몇방을 나왔을뿐이었다. "벌써 다마신건가…딸꾹" 빈 병을 대충 옆에다 집어던졌다. 어차피 카페트 위니까 깨지거나 하지는 않겠지. 내일을 위해서 치우긴 해야하는데 귀찮아. 어떻게든 되겠지. 내가 술 마신다고 에린이 뭐라할수 있는것도 아니고 말이야. 난 허우적댔다. 벽을 짚 으면서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다시 와인병들을 꺼냈다. 아니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힘들게 와인병을 꺼내면 허무하게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러길 몇번이 나 했을까? 나는 간신히 묵직한 와인병 하나를 품에 안다시피해서 집어들었 고 이내 바닥으로 풀썩 주저앉아서 차가운 돌벽에 등을 기댔다. 서늘한 한기 가 몸속으로 들어오자 정신이 조금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양 손은 와인병으로 향하는걸 보니 아직 술이 모자른가보다. 하지만 난 병안에 들어있을 와인을 마시지 못했다. 아니 향기도 맡지 못했다. 이녀석은 단단하 게 밀봉되어 있는건지 병입구에 질긴 가죽으로 단단하게 매듭지어져 있었고 그걸 떨리는 손으로 풀어내고 나니까 병속으로 들어가있는 코르크 마개가 보 였던 것이다. 손톱으로도 안되고 이빨로도 안된다. 내 손에 들린 병안에서 차 가우면서도 뜨거운 와인을 마시려면 병목이라도 잘라내야 하지만… "젠장!" 난 거칠게 그것을 집어던졌다. 바닥에 떨어지 와인은 퉁~ 소리를 내면서 카 페트 위를 구르다가 다른 병과 부딪쳤는지 쨍~ 하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에린이 부스스한 몰골로 몸을 일으켰지만 눈을 몇번 비비고 두리번거리다가 다시 풀썩 쓰러져서 잠이 들었다. 내가 반대쪽 벽에 기대 자기를 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이래서야 원… 흰옷을 입고있는 에린이 풀썩 쓰러져서 엎드린채 자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 보던 나는 슬슬 졸음이 몰려오는것을 느꼈다. 연신 하품이 나오고 빨리 수마 속으로 자신을 던져달라는듯 나른한 기분이 온몸에 퍼져나간다. 하지만 왠지 무언가가 모자른다는 느낌. 그렇다고 다시 몸을 일으켜서 와인병을 꺼내기도 귀찮다. 침대가까지 걸어 - 아니 기어간다는 표현이 맞을것이다 - 가자니 그 것도 역시 귀찮고 그냥 벽에 기댄채로 자고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샘솓았다. 하지만 내일아침 눈을 떴을때를 생각해보면 역시 그걸 안될말. 어찌되었건 지금의 나는 정숙하고 예절바른 - 덴에게는 이미 볼장 다봤겠지만 - 왕녀이 니 품위는 지켜야… "하암…" 품위고 나발이고 졸리다. 나중일은 나중에 생각하지 뭐. 난 눈을 감았다. 쿵. 바닥이 울리는 미약한 진동에 난 깜짝 놀랐다. 잠이 깬건가? 무의식적으 로 창밖을 내다보니 검은 하늘에 약간 푸른른 색이 감돈다. 새벽인가보군. 그 때였다. "끄으으…" 내 방밖에서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잘못들었나 싶었 지만 분명히 그리고 똑똑히 들었다. 신음소리다. 그것도 낮게 깔리는 고통스 러운 소리! 마음속에서 본능이 외치고 있었다. 위험! "스으읍…" 숨을 크게 들이쉰다. 가슴이 한껏 부풀어오르는 느낌을 받으면서 난 숨이 턱 막힐 정도로 크게 슴을 들이쉬었고 곧이어 입으로 공기를 내뱉었다. 아주 청량한 목소리와 함께 "꺄아아아아아아아아…콜록. 콜록." 눈물이 찔끔났다. 귀도 멍멍하고. 이거 손해가 더 큰것같은데? 그래도 효과 는 탁월! 엎드린채 잘자고 있던 에린이 튕기듯 일어서면서 놀란표정으로 두 리번 거리는게 보일정도였으니까. 거기다 내 방 밖에서 고함소리와 비명소리 가 한데 어우러진 소리가 들려왔다. 목적은 달성한건가? 쾅! 나무로 된 문이 벌컥 열렸다. 오오~ 빠른데? 크레센트 기사들은… "…암살자?" 이건 생각밖이어는데? 어쩌지? 내 눈앞에 에린만한 작은 키의 검은옷을 입 은 암살자가 숏소드와 단검을 든 자세로 서 있었던것이다. 보통 이럴땐 도망 가는거 아니야? 왜 방안으로 들어오는거야? 이게 아닌데… "……" 당연하겠지만 상대는 아무말도 안했다. 오직 광택하나 없는 회색의 검들을 가슴높이로 들어올렸을뿐. 예상이 빗나간 나는 급히 몸을 일으키며 - 다행히 취했던 몸은 잠깐(?) 졸은 사이에 많이 좋아진듯 했다 - 바닥에 굴러다니는 빈 병을 들어올렸다. 조금만 시간을 벌면 된다. 조금만… 피싯. 옷감이 찢기 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내 목 부근을 스치고 지나갔다. 단검? 상대의 한손 이 비어있는것을 보아서 단검이 맞나보네. 땡. 하는 금속 부딪치는 맑은 소리 가 등뒤에서 울려퍼진다. "누…누구냐?" 호기롭게 외치고 싶지만. 솔직히 무서워. 나보다 작아보이는 상대인데도 엄 청나게 커다란 거인같다. 으…심장이 멎어버릴것같은 기분이야. 볼을 타고 식 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게 느껴질정도로 온몸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털이 온통 곤두서는 느낌. 미칠것같아. 눈꺼풀이 살짝 감겼다 다시 떠진다. 그리고 다시 떠진 내눈앞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일색인 암살자의 모습이 사 라졌다. "응?" 까앙! 내손에 허술하게 들려있던 와인병이 비명과 같은 소리를 내면서 저만 치 날아간다. 귓가로 들리는 서걱하는 소리와 함께 가슴께에 불에 지지는듯 한 통증이 느껴졌다. 다리힘이 쭉 빠지는 느낌과 함께 나는 그대로 털썩 주 저앉았다. 몸이 벌벌 떨려온다. 무서워…무서워… 머리속은 온통 하나로 통일 된 감정에 비명을 질러댔다. 시선을 가슴께로 향하자 흰색 잠옷사이로 검은 색으로 보이는 따뜻한 무언가가 줄줄 흘러내린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올리자. 아까부터 아무말도 하지않고 있는 - 당연하겠지만 - 그 암살자가 내 앞에 서서 숏소드를 두손으로 잡으면서 거꾸로 쥐었다. 나…죽는건가? "꺄아아아악!!!" 늦어! 에린의 비명소리가 귓가에 어른거리긴 했지만 너무 늦잖아! 보통은… 보통은…이런생각은 천국가서나 해야겠군. 눈을 질끈감았다. 이를 꽉물면서… 무언가가 바람가르는 소리. 이렇게 죽는구나. 검에 꼬치꿰이듯 꿰인채 볼품 없는 몰골로… 마음속으로 죽는다. 죽는다.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때 내 귓가 로 살가르는 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퍼억! "…으윽" 낮고 짧은 비명소리. 하지만 내건 아니다. 난 살며시 눈을 떴다. 내 앞에 보 이는 검은 바지. 그리고 작은 다리. 탱. 하는 소리가 내 옆에서 들렸다. 고개 를 돌리니 아까 암살자가 쥐고 있던 숏소드였다. 뭐가 어떻게 된거지? "왕녀님! 괜찮으십니까?" "암살자다!" "어서!" 암살자의 등뒤로 기사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아~ 천상의 노래가 저런건 가? 고개를 들어올리니 그 키 작은 암살자는 자신의 등뒤를 보고 있었다. 달 려오는 기사들과 나를 사이에 두고 갈등하는건가? 그렇다면 이때… 퍼억! "커흑…" 나의 배가 찌르르 울리는 느낌과 함께 숨이 턱하고 막히는 기분…이 아니라 실제로 숨이 막혔다. 뭐가 어떻게 되는건지 모르고 난 그대로 모로 쓰러졌고 내 몸위로 무언가가 날아올라 지나가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난 넓고 넓은 방을 가로질러 나에게 뛰어오는 간편한 셔츠 차림의 - 혹은 달랑 얇은 속옷차림의… - 기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숨을 헐떡였다. 내장이 꼬이는 느낌이야! 아파!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면서 귓가를 적셨지만 고통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 죽여버릴거야 저 암살자 자식!!! "왕녀님!" 누군가 내 상체를 들어올린다. 눈물로 흐릿한 해진 눈앞에 내가 소녀킬러라 고 공언했던 사내의 모습이… "…데…덴" "왕녀님! 괜찮으십니까? 누가 의사를!!! 어서!" "하악…더럽…아니 무지하…게 아…프긴 하지만 괜…쿨럭…" 떠듬떠듬 말하는중 무언가가 목줄기를 타고 올라온다. 그리고 내 입에서 뜨 끈한 덩어리가 뿜어져 나오면서 날 안아든 덴의 가슴팍을 적셨다. 피…인가? 머리가 어질어질 한게… 꼭 술에 취한듯한 느…낌… -------------------------------------------------------------- 2편...초반부이니 될수있으면 신속연재...일지도. 아마도. maybe... 가우군 [Queen`s Heart] 2장 재생(Rebirth) (1) 2003-08-04 15:20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2장. 재생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2장. 재생(Rebirth) 아넬리안 황비님? 그분에 대해서 묻고 싶다고? 좋아. 까짓거 가르쳐 주지. 뭐. 어차피 알만한 사람은 다알고 모를만한 사람도 다 알게 되는거니까. 그래 톡까놓고 이야기 한다고. 나. 황비님만 40년을 모셨어. 40년이야. 40년! 내 평 생을 바쳤다고! 그런 내게 황비님이 지난주에 무슨짓을 했는지 알아? 황궁소 속의 열살도 안된 꼬맹이 시종에게 내이름으로 러브레터를 보냈어! 물론 무 단이야! 무단이지! 열살이면 내 손자뻘이란 말이야! 내나이가 몇인데!!! 한창 끓어오르는 청춘도 아니고 말이야! 거기다 난 정상이라고! 그런 내게 황비님 이 그런짓을 했어! 그러니 내가 술안마시게 생겼나? 응? 뭐? 강하고 아름다 우며 현명하고 정숙? 하하하… 맞는말이야. 맞긴 맞지. 그것도 아넬리안 황비 님의 모습중 하나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공.직.에서만이야! 사생활 은…끔찍해! 황궁을 지키는 기사중 최고의 엘리트라면 당연히 로얄가드! 번 쩍이는 백금갑옷을 입고 수많은 아가씨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그 멋진 엘 리트들인데 요즘 젊은 녀석들은 그 로얄가드가 되는걸 기피한다고! 왠줄 알 아? 왜 젊은 혈기가 끓어넘치는 녀석들이 고귀한 레이디의 손길을 뿌리치고 국경으로 도망가고 요새도시로 도망가는줄 알아? 그게 다 황비님의 장난에 질려서야! 녀석들이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내 바지를 부여잡고 애걸복걸을 한다고! 제발…좌천좀 시켜달라고 말이야!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초대 로얄가드 단장인 크렌 드 마트레인 후작님과의 대담…을 가장한 술 주정에서 발췌 - 대륙력 995년. 봄. 국경도시 훼렌스안의 여관 ''주홍빛 저택''안 - 누군가 내 머리속에 손을 집어넣고 마구 헤집어넣은듯 한 기분이 든다. 머 리가 깨질듯한 두통과 함께 난 서서히 정신이 드는걸 느꼈다. 귓가로 누군가 가 두런두런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중 내가 아는 목소리가 있음을 몇분 이 지난뒤에야 알아챈 나는 여기가 천국이 아님을 깨달았다. ''…살아났군'' 죽어버렸어도 상관없었는데. 어차피 내 가치는… "으음…" 절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입안이 바짝바짝 말랐고 목뒤가 타는듯한 느 낌. 겪어보니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다. "마마!" 이 목소리는 에린인가? 눈을 뜨려고 했다. 정말 평소에는 잘 느껴지지도 않 던 눈꺼풀의 무게기 이렇게 무거운지 난 오늘 처음 알았다. 힘겹게 한쪽 눈 을 뜨자 안개가 낀듯 흐릿한 주홍색 천정이 눈에 들어왔다. 몇번 눈을 깜빡 이면서 조금 기다리자 시야가 깨끗해지는것을 느꼈다. 그리고 내 눈앞에 붉 게 충혈된 눈으로 날 내려다보는 에린이 보였다. "마마! 정신이 드세요? 네? 마마?" 아아…당장이라도 울듯한 표정이군. 아니 벌써 울었으니 저 표정은 당연한 건가? "…에린…" "네? 마마! 말씀하세요!" "……" "마마?" "…시…끄러. 머리…울리니까…소리치지…마…" 고개도 돌리기 힘들다. 목뒤가 뻣뻣해서인가? 난 쥐어짜듯이 말하면서 에린 을 노려보았다. 에린은 웃고 있었다. 이 계집애가 드디어 돌은건가? 아니 미 쳤다고 해야하나? 음… 손가락 하나 까딱하긴 힘들어도 머리속은 잘돌아가는 군. "깨셨습니까? 마마" "…덴?" "예. 걱정했습니다. 벌써 3일이나 지났거든요." "…에린…물" 조금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목소리. 거기다 끝이 갈라져서 새된 소리가 흘 러나온다. 몸이 안좋긴 안좋은가보네. 내가 물이라고 말하자 에린은 뭐가 그 렇게 좋은지 히죽거리면서 문을 향해 뛰어갔다. 내가 살아나서 그렇게 좋은 가? 하긴 여기서 내가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저앤 갈데도 없을테니까. "좋은 시녀를 두셨더군요." "……" 시끄럽고 귀찮고 어벙하고 말귀 못알아먹고 굼뜬 시녀라면 하나 알고 있지 만… "3일동안 거의 자지도 않고 마마를 간호했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인데도 불 구하고 참 대단하더군요. 마치…사랑하는 연인을 간호하는 아름다운 여인처 럼…" 변태! 이놈은 변태다! 그것도 바람둥이 변태! 최고 저질인데다가 약에 쓸데 도 없는 변태! 한손으로 턱을 괴고 멍한 표정으로 벽을 바라보면 묘한 미소 를 짓는 덴. 이놈도 내쫓아버리고 싶어! 내가 이빨을 뿌득가는사이에 에린이 물병을 들고 뛰어왔다. 찰랑거리는 물이 물병에서 튀어나와서 에린의 옷을 적셨지만 전혀 개의치않는 표정이군. 저거…에린 맞아? 누가 에린의 탈을 쓰 고 있는거 아니야? "여기요! 마마!" 내가 누워있는 침대까지 뛰어온 -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 에린 은 물병을 내게 들이밀었다. "…물…마시다 숨막혀 죽…으라고? 끄응. 아파…" 몸의 감각이 서서히 돌아오면서 온몸의 뼈마디가 쑤신다. 내가 인상을 쓰자 에린은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하다가 덴이 뭐라고 소근거리자 고개를 끄덕이 고는 내게 다가와서 가느다란 팔로 상체를 일으켜주었다. 이런 어린애한테 도움을 받다니 아넬리안아 너도 죽을때가 다된게로구나. 아니 이미 한번 죽 었던가? 뭐 상관없지만서도… 꿀꺽. 물병속에 들어있는 물이 입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시리도록 차가운 물은 내몸속으로 퍼지면서 기분좋은 청량감을 느 끼게 해주었고 좀전까지 남아있던 짜증과 불만이 조금은 사라진듯한 기분이 들었다. "…푸우…그만! 날 익사시킬 셈이야?" "네? 네? 앗. 죄송합니다! 마마!" …죽을뻔했다. 진짜로. 숨막혀서. 정말 저런녀석이 내 유일한 시녀라니. 내가 불쌍해. 진심으로 말이야. 그래도 에린 덕분에 좀 살것같다. 난 다시 푹신한 침대에 눕혀졌고 고개를 돌려서 침대가에 서있는 덴을 바라보았다. 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라면 내 의도를 알아챌만큼 눈썰미가 좋으니까. "암살자는…" "놓쳤군요." "잡았습니다만?" "……" 그럼 잡았다고 하던지! 왜 뜸을 들이는데? 지금 환자를 약올리는거야? 뭐 야? 시원한 물 덕분에 차가워졌던 머리에 다시 열기가 치솟는게 느껴진다. "…그래서요?" "아…네. 뭐. 암살자니 당연하겠지만 배후는 캐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죽었나요?" "아직은 살아있습니다." 허…허탈한 감정이…저놈 일부러 그러는거야. 그동안 나한테 당한걸 지금 앙갚음하겠다는 의도인게 분명해! "그렇다면 그를 제앞에 데리고 와주세요." "그녀…입니다만?" 싱글거리는 덴. 아니 데니어스 드 워렌 자작! 이자식! 두고보자! 이건 고의 가 분명해! 심증 물증 모두 있어! 부들부들 떨리는 내 입가를 느긋한 표정을 바라보던 덴 자식은 나한테 살짝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춘뒤에 방을 빠져나갔 다. 짜증이 마구마구 샘솟는다! 으아악!!! "이이이…" 나의 오른손이 본능적으로 머리맡에 놓여있는 베게를 들어서 덴이 나간 문 가로 그것을 집어던졌다. 반도 못가서 바닥에 떨어졌지만. "으극…" 그리고 그 댓가로 난 온몸의 뼈마디가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귓가로 들으면 서 다시 기절해버렸다. 잠든게 아니다. 기.절.한거다. 또다시 내 귀에 두런두런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난 이번엔 눈을 뜨 지 않았다. 대신 귀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자네. 도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건가? 저 아…흠흠. 왕녀님의 신변에 문 제가 생기면 자네 목으로 끝나지 않아!" "그래. 이번 사신단의 실무자는 워렌 자작 자네가 아니었나? 경비를 어떻게 세웠길래 저런 상처를 입게 만드는겐가? 응?" "면목없습니다." 호오. 상관에게 깨지는 전형적인 부관의 모습이로군. 원래 상관들은 아무것 도 안하면서 이래라 저래라 시키는 법이고 부관은 그걸 부하들에게 전달하는 게 일이지. 하지만 요즘 상관들은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던가? 명령하는것도 귀찮다고. 웟사람의 권리만 챙기고 의무는 모두 밑에 사람에게 떠넘긴다. 거 기에 따르는 책임도 함께. 역시 인간은 출세하고 봐야한다니까. "후우…지나간일은 할수없고. 왕녀님의 건강은 어떤가?" "좀전에 잠깐 정신이 드셨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자고 있는거지?" "피곤하셨나봅니다." "피곤? 3일이나 내리 잠만 잔 사람이? 덕분에 우리 일정이 얼마나 헝크러졌 나? 응?" "죽음과 맞서서 사투를 벌이신것입니다. 남자도 참기 힘든 고통을 이겨내고 살아난것입니다. 그정도 무리를 하셨으니 좀 피곤하신거겠죠." "흥! 뭐가 거창하게…어차피 팔려가는 주…" "쉬잇. 목소리를 좀 낮추십시오. 잘못해서 다른이의 귀에라도 들어가면…" "흠흠. 그렇군. 하여간 여행엔 무리는 없겠나?" 나를 가리키는 말이겠지? 당연하겠지만서도… "확신할수는 없지만…아마도 하루나 이틀정도는 더…" "이런…쯧쯧. 안그래도 바쁜 여정이건만…" 으윽…눈썹이 꿈틀거렸다. 입도 잠깐 실룩거렸는데. 나 깬거 알아챘을려나? 그나저나 저 외교관이라는 저 두녀석 정말 맘에 안드는 소리만 골라서 하는 데? 뭐? 바쁜 여정? 열흘이면 갈 거리를 두배로 늘려서 잡아놓고 뭐라고? 지금 사람 인내심 시험하는건가? 거기다 뭐? 거창? 나 죽었다 살아났는데 한다는 소리가 고작 이따위인거야? 크아악! 열받는다! "으으음…" 난 입으로 작은 신음소리를 내보내면서 몸을 돌렸다. 덴 녀석들에게 등을 보인채 난 새빨갛게 달아오른 - 열기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나보다 - 얼 굴을 가린채로 온정신을 귀로 집중했다. 몇분간 방안은 조용했다. 하지만 내 가 잠결에 뒤척인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다시 외교관 녀석들이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덴도 외교관인데. 몽땅 싸잡아서 말해버려도 되는걸까? 뭐…우리 나라 외교관도 아닌데 어때? 상관없지. "하여간 돌아가서 문책당할 각오를 단단히 하게. 그리고 왕녀님이 깨어나면 바로 연락하고. 그럼." "예." 짧은 덴의 대답소리를 끝으로 그들간의 대화는 끝났고 곧이어 방문이 열렸 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작은 한숨소리… 덴도 보기와는 다르 게 힘든일이 많은가보네. 응? 등뒤에서 인기척이… "후우…" "히익!!!!" 귓가에 뜨거운 입김이… "무슨짓이얏!" 난 화들짝 놀라서 몸을 일으켰다. 고개를 돌리니 싱글거리는 덴이 얼굴이 아주 가까이… 코가 닿을만큼이나 가까이 있었다! 우와아아아!!! "꺄악!" 이불을 목위까지 끌어올린 나는 급히 침대 반대편으로 기어가서 입꼬리를 말아올린채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있는 덴을 노려보았다. 표독스럽게 - 또 는 성깔있어보이게 - 그를 노려보았지만 느믈느믈한 덴 녀석은 전혀 동요하 지 않는듯한 얼굴로 나를 보면서 웃고 있었다. "몸놀림을 보니 이제 멀쩡해졌나보군요." "……으으…" 뿌드득. 이가 갈린다. 이자식! 감히! "다…당신. 지금 누구한테 뭔 수작을 부린건지 알기나해?" "네." "그…그럼! 당신이 날 희롱했다고 말해서 목이 잘리게 만들어버릴거얏!" "목까지 붉어지셨습니다. 마.마."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덴. 패주고 싶다. 패주고 싶다. 패주고 싶다. 패주고…저 잘난 면상이 돌바닥에 떨어진 늙은호박처럼 되게 만들어주고 싶 다앗! "나한테 무례를 범하고도 용서를 받을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요?" 반말이 튀어나올뻔 했네. 예절에 어긋나잖아. 난 뒷말을 급히 바꾸면서 덴을 노려보았다. 내 딴에는 싸늘한 눈초리로 노려본건데. 저놈은 얼굴에 철판을 깐건지 히죽거리는걸 멈추지 않는다. 왠지 혼자 열내는것 같아. 손해보는듯한 느낌이 마구 드는건… 내말에 잠깐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생각하는''듯'' 하던 덴은 다시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예. 마마라면 용서해주실겁니다. 분명히." "……" 저…저…기가 막혀서 말도 안나와! 내가 반쯤 입을 벌리고 어이없어 하는걸 보면서도 덴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자기할말만 했다. "마마의 몸에 생긴 검상은 그리 심각한 상처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고귀하신 레이디의 몸에 상처가 난다는것 자체가 인류에 대한 크나큰 손실이요 모독인 지라 상처자국 하나 없이 치료했습니다만. 암살자들이 쓰는 무기엔 언제나 독이 묻어있다는것을 잠시 간과해서 큰 과오를 범할뻔 했습니다." "…독?" 하긴 그렇겠지. 암살자들은 목표를 확실하게 죽여야 하니까. 암살자들이 쓰 는 무기에 독이 묻혀져 있는건 당연한거다. 그들은 대련을 하는것도 결투를 하는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거기다 그 독이 부패독이어서 치료가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앞 여관 에 고위 프리스트가 묵고 있어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분이 없었다면 아 마도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것입니다." 부…부패독? 왜 그런걸… 부패독은 여러종류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게 시 체가 썩을때 나오는 독이다. 흔히들 시독이라고 부르는것! 확실히 독으로 사 용할수 있는 물건이긴 했지만 다른 치사성 독물 - 사자도 5초만에 저세상을 보내버린다던지 하는… - 에 비해서 위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편이다. 그보다 는 그 독에 걸렸을때 입는 후유증이 몇배는 위험하지. 부패독이 살속에 파고 들면 상처부위가 부패하기 시작해서 고름과 진물이 흘러나오고 살이 썩어들 어가기 시작하면서 몸속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니까. "…끔찍해" "네. 그렇습니다. 위험하기도 위험하지만 여타 다른 독과는 다른 부패독만의 특징은 지독하지요" 만약 내 얼굴에 상처가 났다면…자칭 로세니아 최고 미녀는 한 일주일쯤 뒤 에 로세니아 최고 추녀로 탈바꿈했을거다. 인간의 형상이 아닐테니까. 절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죽기보다는 추한 몰골이 되어서 평생 고생하라는 뜻인 가? 만약 내가 독에 당해서 얼굴이 봐주기 힘든 모습이 된다면…국가간의 혼 담건은 물건너가 버릴테고 난 높은 담장으로 둘러처져있는 수녀원이나 아래 를 내려다보기 무서울만큼 높다란 탑꼭데기로 유배되겠지. "도대체 누가……" "배우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제 추측입니다만 어쩌면 저희 본국에서 보낸 암 살자일지도…" "네? 설마…" "아닙니다.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확실합니다. 마마께는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역시 왕족과 결혼할 상대는 자국의 고위귀족가에서 나오는게 정당한 순리가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벌써 알려졌다고요? 이제 겨우 일주일이 좀 지났을텐데?" "원래 정보는 빨리 퍼지고 빨리 도는 법입니다." …그런가? 하긴 소문은 정말 빨리 퍼지지. 그 넓은 왕궁에서도 누가 연애를 한다거나 아이를 가졌다는 소문은 단 하루만에 수도안에 쫘악 퍼질만큼 확산 속도가 빠른법이니까. "그러므로 앞으로 좀더 경비에 신경쓰겠습니다. 마마에게 불행한 사고라도 일어난다면 양국간의 관계가 굉장히 나빠질테니까요." "……" "조금있다가 아까 말씀드린 암살자를 끌고오겠습니다. 쉬고 계십시오." "…그러죠." 덴은 자신있는 표정으로 - 꼭 오랫만에 도전을 받은 챔피언 같은 얼굴이다 - 나에게 인사를 하면서 방을 나갔다. 하지만 당신은 틀렸다고. 나에게 암살 자를 보낼만한 인간은… 그것도 나를 완벽하게 망가트리고 싶어하는 인간은 이 로세니아에 있는 인간이 분명해. "커트렌 폰 노베른" 날 이꼴로 만들고 죽음까지 몰아넣은 인간. 나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고 또 한 나도 진심으로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인간. 그놈이야! 여자의 직감으로 말하건데 그놈이 분명해! 죽여버리겠어! "복수하겠어. 힘을 길러서. 천천히 조금씩 괴롭히다 죽이겠어!" 난 이를 갈면서 복수를 다짐했다. 신이여 이 죄많은 소녀를 용서하소서. 난 당신을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의상 이런말은 해야하겠지? 신의 이름으로 복수를 다짐한다. 커트렌! 네놈은 내손으로 죽여버릴테다. 잠도 안온다. 하긴 삼일이나 내리 잤다고 했으니 잠이 올리가 없겠지. 그렇 다고 일어나서 방안을 헤집고 다닐만한 기력도 없으니 이것도 피곤한 일이 다. 지루해 죽겠는데 몸은 안움직이고 그렇다고 불러다가 노래라도 부르게 만들만한 인간도 없고 말이야. 덴 녀석은 조금뒤에 온다고 하더니 두어시간 - 내 느낌상 그정도 된듯 했다 -이 지나도록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는다. "…에린. 에린!" "네…네! 마마!" 내방 옆에 딸려있는 작은 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에린이 헐레벌떡 뛰어온다. 맨발인것 같은데? 양탄자가 깔려있으니 상관없겠지만… "홍차! 우유 듬뿍담아서!" "네!" 에린이 생글거리면서 힘차게 대답한다. 저게 내가 자길 구박할 힘이 없다는 걸 알아챈건가? 왠지 기력넘쳐보이는게… "그리고…" "네? 또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니까 다시 부른거 아니야!" "네. 마마" 짜증이 팍 난다. 저녀석이 싱글거리니까 왠지 기분나쁘잖아! 남은 아파죽겠 구만! "가서 덴…아니 워렌 자작좀 불러와." "네!!!" …싱글거리면서 뛰어가는 에린의 발걸음이 매우 가벼워 보이는건 내눈만의 착각인가? 아니면… 설마 아무리 변태에 바람둥이라해도 어린애한테까지 마 수를 뻗히지는 않겠지? 왠지 자신이 없어지는데? 워렌 자작은 에린이 부르러 간뒤 얼마지나지 않아서 내눈앞에 나타났다. 그 의 옆에는 완전무장을 한채 - 두터운 가죽튜닉에 번쩍이는 하프플레이트 갑 옷 거기다 롱소드와 카이트 실드까지. 저기에 투석기만 있으면 공성전하러 가도 될것 같은 모습이다 - 뒤따르는 기사와 그 기사의 손에 거칠게 끌려들 어오는 작은 몸집의 소년? 소녀? 아마 소녀겠지? 덴 녀석이 그.녀.라고 칭하 며 나를 놀렸으니까. "암살자?" "네." "…어리군요" "그만큼 더 위험하지요. 방심하게 되니까." 덴의 말대로 내눈앞에 있는 소녀는 암살자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삼기엔 여 러모로 모자라 보이는 아이였다. 부엌칼이라도 쥐어봤을지 궁금할정도로 어 린아이. 열살이나 되었을까? 밤에 보았을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밝은데서 보 니까 정말 왜소해보인다. 하지만 그때는 나보다 배는 커다란 거인처럼 보였 었는데… 양팔뿐만 아니라 팔목까지 몇겹의 튼튼한 밧줄로 묶여있고 양발에 는 쇠사슬로 급조한 수갑처럼 보이는게 채워져있었다. 가슴쪽으로 모여진 두 손에는 마로 만든 질긴 천쪼가리가 몇겹으로 둘둘 묶여져서 손가락 하나 움 직이지 못하게 만들어놨다. 저래서야 밥이라도 먹을려면 누가 떠먹여줘야 하 겠군. 나는 덴에게 소녀를 내앞으로 데려오게 시켰다. 쩔그럭 거리는 쇠사슬 을 질질 끌면서 내앞에 끌려와 꿇어앉혀진 소녀는 잡힌 몸 답지않게 나를 정 면으로 노려보았다. "이름은?" "……" "이자식! 감히! 어느안전이라고!" 퍽! "크으…" 나를 노려보던 그 소녀는 등뒤에 서서 감시하던 기사의 발길질에 얼굴을 바 닥에 쳐박았다. 손이 없으니 그대로 쳐박는수밖에. 여자한테 너무하는거 아니 야? 그런데 이 아이가 여자아이라는건 어떻게 알았지? 겉으로보기엔 남자아 이인지 여자아이인지 알아보기 힘든데. 기사의 거칠은 손길에 암살자 소녀는 다시 나를 바라볼수 있게 되었다. 코끝이 붉은걸보니 꽤나 아팠겠는걸? 아무 리 양탄자라고 해도 온 힘을 다해 쳐박으면 굉장히 아플거다. 돌바닥이니까. "이름은?" "……" 역시나 대답이 없다. 난 다시 소녀를 발로 차려는 기사를 손짓으로 제지하 고는 그 아이를 노려보았다. 마주 노려보던 소녀는 어느새인가 슬그머니 고 개를 숙이고는 입을 꽉 다물었다. 무릎을 꿇린채 고개를 숙이니 남자처럼 짧 은 머리가 내눈에 들어온다. 불타오르는듯한 붉은색 머리카락과 붉은 빛이 도는 눈동자를 가진 그 소녀는 마치 야생고양이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에린은 마치 귀족가의 저택에서 키우는 흰털이 복실복실한 애교많은 -…이라고 하 긴 힘들지만 - 애완 고양이라면 이 아이는 야생의 본능으로 살아가는 길들 여지지 않은 고양이 같다. 소녀의 뒤에 서있는 기사에게 손짓하자 그가 붉은 머리카락은 한움큼 움켜쥐고는 뒤로 당겼다. 으… 무지하게 아프겠는걸? 실 제로도 굉장히 아픈지 소녀의 입에서 작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올려진 소녀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아까전 나를 노려보던 눈빛 이 많이 죽어있었다. 내눈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소녀를 노려보고 있었고 내 입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천천히 열렸다. "이름은?" "……" "워렌 자작." "예. 말씀하십시오." "됐으니까 데려가요." "심문은 끝나신 것입니까?" "심문이고 뭐고 할게 있을까요?" 애초부터 암살자가 입을 열길 바란다는것 자체가 잘못이겠지. 비밀엄수야 말로 암살자의 기본자세이니까. 난 아직도 소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있는 그 기사에게 손짓했다. 그제서야 소녀에게 손을 뗀 크레센트 기사는 소녀의 뒷덜미를 잡고 거칠게 잡아당겼고 작은 신음소리를 내뱉은 소녀는 흔들리면 서 들어올려졌다. 그 기사의 뒤로 고개만 빼꼼내민 에린이 덴 녀석의 뒷모습 을 보면서 얼굴을 붉히는게 보인다. 으… 저 맹한데다 눈치조차 없는것이 어 떻게 그 험하디 험한 왕궁에서 살아남았는지 몰라. 시녀장이 치매라도 들린 건가? 에린녀석 덴을 보고는 싶은데 방안 분위기가 험악해서 쭈뼛거리는게 다 보인다. 저녀석도 교육이 필요하겠어. 자리에서 일어나면 좀 괴롭혀야지. "그럼 저희는 물러가겠습니다. 푹 쉬십시오. 마마" "그래요." 나는 관심없다는듯이 손을 내저어서 빨리 나가라고 재촉했다. 그때 지금까 지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소녀가 갑자기 말을 했다. "…렌…" "뭐?" "…카렌." 카렌? 그게 이름인가? "네 이름이 카렌이냐?" "……" 소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흠.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꾼거지? "그래? 그럼 카렌. 나이는?" "…열세살." "흠. 좋아.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는데. 넌 암살자라는 직업이 좋아?" "……" 머뭇거리는군. 하긴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면 나라도 잠깐은 당황하겠지 만… 난 눈동자가 떨리고 있는 카렌을 지그시 바라보면서 웃었다. 소녀는… 아니 카렌은 꽤 오랫동안 멍한 표정으로 천정을 올려다보다가 이내 나를 똑 바로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좋았어! "워렌 자작. 제볼일은 끝난것 같군요. 데려가도록 하세요." "예. 마마." "아참! 그리고 거기 기사아저씨" 어라? 저 카렌을 들고있는 기사의 안면근육이 꿈틀거린 느낌이… 거기다 비 어있는 왼손을 부들부들 떠는데? "마마! 미천한 자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에? 뭔소리를 하는거야? 저녀석? 털썩. 그의 손에 들려있던 소녀가 바닥에 떨어졌다. 저 애도 갑자기 태도가 변한 기사의 모습에 놀랐는지 의아해하는 표정이다. 머리에 쓰고있던 투구까지 벗어서 겨드랑이에 낀 그녀석은 나를 노려보면서 성큼 다가왔다. "크렌!" "죄송합니다! 워렌님! 하지만 전 교수형을 당하더라도 할말은 해야하겠습니 다! 아넬리안 마마!" 뭐…뭐야! 무섭잖아! 가까이 다가오지마! …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솔직히 몸 이 굳어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내가 있는 침대가까지 성큼성큼 걸어 와서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울분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전! 이제 겨우 스물두살입니다! 거기다 아직 레이디의 손조차 잡아본적 없 는 숫총각이란 말입니다! 억울합니다! 정말 억울합니다!" "크렌! 너 이녀석!" 시뻘개진 얼굴의 덴이 목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치는 크렌이라는 그 기사의 팔을 잡더니 방밖으로 끌고나갔다. 뭐야? 이상황은… "저…마마" "응?" "이 아이는 어떻게 할까요?" 어느새인가 방안으로 들어온 에린이 쭈볏거리면서 누에고치처럼 꽁꽁 묶여 있는 소녀를 가리켰다. 방밖에서는 덴의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불쌍한 하급자 하나가 또 성질더러운 상관한테 깨지는구나. "홍차나 한잔 더 타와. 음. 네것하고 카렌이라고 했던가? 이 아이꺼까지 같 이" "예"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뭐. 상관없겠지. 하지만 좀 억울한걸? 아저씨라고 한번 한걸 가지고 목에 핏줄을 세우면서 악을 써대다니 말이야. 나중에 화풀 이라도 해야지 원. 이거 복수거리도 안되는 자잘한 복수할게 점점 늘어나잖 아? 우유가 듬뿍 들어간 진한 홍차를 마시면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아아~ 살것 같은 기분. 역시 홍차는 머리를 맑게 해주는것 같아.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마셔." 내 앞에서 에린이 카렌에게 찻잔을 기울여주고 있다. 카렌의 양손은 아직도 단단히 묶여있는 상태였기에 - 그렇다고 내가 함부로 풀어줄수도 없다. - 에 린이 나한테도 안하던 차 시중을 들어주고 있는것이다. 저애 오늘 호강하는 군 훗. 그건그렇고 몸이 나으면 또 마차를 타야겠군. 우~ "아!" "예? 뭐라고하셨나요?" "아니야. 아무것도." 에린이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이내 카렌에게 찻잔을 들이밀었다. 처음엔 작 은 몸짓으로 거부하던 카렌도 이젠 잘 마시네? 차차 적응하겠지. 그건 그렇 고 아까 그 크렌이라는 기사. 왠지 어디선가 본듯한 얼굴이었는데 생각해보 니까 내 마차 바로 옆에서 날 호위하던 기사였다. 그것도 마차에 달린 창문 바로 옆이었기 때문에 매번 덴 녀석을 부르러 갔었던 기사였을껄? 그 기사한 테 부탁할때 늘 ''아저씨''라고 했으니… 쌓인걸까? 쌓였겠지. 음. 그런거군. 역 시… ----------------------------------------------------------------------- ....양으로 승부! 쇼부다! 가우군 [Queen`s Heart] 2장 재생 (2) 2003-08-04 15:20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2장 재생(Rebirth).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그뒤 카렌이라는 아이는 씩씩거리면서 들어온 덴이 끌고가 버렸다. 그리고 나서는 심심함의 연속. 하긴 늘상 심심하긴 했지만 말이야. 창밖을 내다보니 밖이 어둑어둑해지는걸 봐서 저녁때가 다됀것 같았다. 으음… 또 이렇게 하 루가 가는구나. 늘 생각하는거지만 정말 난 아무것도 안하고 사는것 같단말 이야. 무언가 미칠정도로 매진하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저녁 식사는 어떻게 할까요? 마마" "알아서 가져와." "네." 공손히 대답한 에린은 내 눈치를 살피면서 문밖으로 나갔다. 에린이 나갈때 보니까 기사들이랑 병사들이 복도에 서있던데 저 사람들은 피곤하지도 않은 가? 뭐. 직업이겠지만서도… 우아악! 에린이 가져온 저녁식사라는걸 집어던져버리고 싶은 욕망이 가슴속 에서 끓어오른다! 뭐야? 이건! 스푼으로 아무리 휘저어봐도 걸리는게 하나없 는 희멀건 스프라니! 거기다 간도 안돼있어! 그것도 모잘라서 쓴맛이 지독하 게 난다! 이런걸 먹으라는거야? "…에린" "죄송합니다. 마마! 하지만 벌써 삼일이나 제대로 식사를 못하셔서 부담되는 음식은 드시면 안된다고 신관님이 말씀하셨어요." "그렇다고 이런걸 나보고 먹으라는거야?" "하지만…" "하참. 정말… 내꼴이 왜 이렇게 된거지" 이름뿐이긴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왕녀인데다가 17년동안이나 왕궁에서 살 아왔다. 매일같이 산해진미를 맛본건 아니지만 그래도 잘먹고 잘살아왔기에 나의 미각은 꽤 까다로운편에 속할것이다. 그런 내게 이따위 돼지죽이나 다 름없는걸 먹이려는거냐? 응? "……" 에린녀석 내가 노려보자 고개를 푹숙인다. 하긴 저녀석도 조금 맛봤을테지? 원래 그런법이니까. "뭐. 좋아. 먹으라면 먹어줘야지. 가서 벌꿀이라도 좀 가져와. 뜨거운물에 진 하게 타서. 설탕도 넣고!" "네!!" 후다닥 달려나가는군. 내가 그렇게 무섭게 구는건가? 음… 난 뜨거운 스프 를 천천히 식혀가면서 조금 떠먹어봤다. 절로 미간사이에 주름이 지는 맛. 거 기다 먹으면 먹을수록 쓴맛이 진해진다. 도대체 뭘 넣고 만들어야 이런맛이 나는거야? 으… 도저히 먹고싶은 마음이 안들게 만드는 물건(?)이었지만 그 래도 먹어야겠지? 스푼으로 휘젓고 입으로 후후 불어서 좀 식은 스프를 난 한손으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코를 꽉 쥔뒤에 그대로 마.셔.버. 렸.다. "…크학!" 속이 울렁거린다. 넘어올것같아! 눈물이 절로 글썽거리네. 한손으로 입을 막 고 신경질적으로 스프그릇을 내려놓자 에린이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찻잔을 들고 들어왔다. 내가 막 신경질을 부리려는 찰나. 에린의 뒤로 또다른 사람들 이 우르르 몰려와서 난 고개를 돌려버렸다. 표정관리 표정관리 표정관리. "마마. 여기… 그리고 신관님과 덴님이 오셨는데…" 라고 하면서 우물쭈물거리는 에린. 이것도 날 놀리는건지. 한대 쥐어…아니 지 한대정도로는 부족해 두어대! 하니 수십대!.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는건 중 얼거리는거고. 나는 이제 지겹게보아왔고 앞으로도 지겹게 보게될 덴 녀석의 면상을 힐끔 바라본뒤 그의 옆에 서있는 신관을 바라보았다. 음. 중년이란 저 런 사람을 말하는건가? 굵은 얼굴선과 진갈색의 짙은 눈썹. 세월의 풍파가 스쳐지나간 주름진 이마… 등등은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190cm는 될 법한 거대한 장신. 에린의 허리만큼이나 두꺼운 팔뚝. 누가보면 신관이라기보 다는 투핸드소드를 휘두르는 워리어라고 생각하겠군. "아넬리안 마마. 일전에 도움을 주신 신관님이십니다." "귀하신분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빛의 영광과 함께하시길…"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고개숙여 예를 표하는 그 신관 아저씨. 이번엔 아저 씨 맞겠지?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시 는지…" "하하하. 저희같은 미천한 신도에게 무슨 이름이 있겠습니까? 고귀하신 빛과 영광의 비젠님께서 하사하신 테세온 이라는 세례명만이 있을뿐입니다." 비젠? 그러고보니 그의 가슴팍에 그려진 문양이 보인다. 워낙 관심이 없던 터리 잊고 있었지만 빛과 영광의 신 비젠은 로세니아의 국교다. 비젠의 본단 이 로세니아에 있을정도였으니까. 특히나 왕족들이 비젠신을 열광적으로 찬 양하는데 이는 왕을 신의 대리인으로써 다른 우메한 민중들을 지도해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게 해준다는 교리때문이다. 실제로는 영~ 아니지만. 권력을 쥔자들에겐 우려먹기 좋은 교리이니 어느 나라가 싫어할까. 하지만 신도들은 많다. 그것이 신의 힘을 강하게 해주는것이겠지. "네. 테세온 신관님. 이 목숨을 구해주셔서 거듭 감사드립니다." 나양 죽던 살던 상관없지만 그래도 예의는 예의니까. 그래도 이 아저씨 는 속세의 때가 덜 탄것같다. 눈을 보면 알수있거든. 왕족을 구해주는 매 우 이득이 되는 ''헌신적인'' 행위를 하고도 테세온이라는 신관은 별로 자 랑하는 기색이 없다. 당연한 일을 했다는듯한 표정이랄까? "몸은 괜찮아지셨습니까? 당하신 독의 성격이 워낙 악랄한것이라 후유증 이 좀 남아있을지도 모르니 당분간 푹 쉬시는것이 좋습니다." "네에…" 라고 대답한뒤 덴을 힐끔 쳐다봤다. 말은 안하지만 덴 녀석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짓는걸로 봐서 이 이상 여정을 미루면 또 깨질것 같은데? 엄살이 라도 좀 부려볼까? 내가 어디를 아프면 좋을까? 라고 머리속으로 굴리고 있을때 테세온이라는 신관이 내게 다가와서 나의 이마에 그 커다란 손을 올려놓았다. "Cure Disease" 신관의 손이 빛나면서 새하얀 빛무리가 내 몸을 타고 침대밑으로 흘러내리 는게 보였고 - 마치 빛의 폭포같았다 - 몸이 전보다 훨씬 가뿐해지는걸 느 꼈다. "몸이 약해지면 건강할때는 감히 다가오지도 못하는 잡병들이 들어서는 법입 니다. 지금은 어떠신지요?" "음…가쁜하네요. 당장 여행을 떠나도 되겠어요. 후훗." "하하하. 그거 참 씩씩한 말씀이시군요. 하지만 좀전에도 말씀드렸듯이 당분 간은 공기좋고 조용한곳에서 요양을 하시는게 좋습니다." "시간이 된다면… 생각해보도록 하죠." 테세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흠. 아무래도 돈좀 모이면 비젠 교단에 헌금이라 도 해야겠는걸. 어쨌든 목숨을 빛졌으니까. 그는 미소를 지으며 - 왠지 푸근 한 미소라는걸 짓는다. 마치 막내딸을 보는 아버지의 눈빛? - 나를 천천히 살펴보다가 잠깐 ''실례''한다는 말을 하고는 양 무릎을 꿇은채 눈을 감았다. 굳게 쥔 두손을 가슴높이까지 끌어올린 그는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끊임없 이 중얼거리다가. 천천히 눈을 뜨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Divination. 네가 가는곳에 검이 있고 네가 가는곳에 빛이 있나니. 너의 길 이 곧은길이 될것이다." "…예?" "잠시 점쟁이 흉내를 내봤습니다. 하하하." "…에에?" 성직자가 점쟁이가 되기도 하던가? 음? "뜻은 저도 모릅니다. 전 그저 그분의 말씀을 입으로 옮기는것뿐입니다." "예언…이라는것이군요. 신탁이라고 해야하나요?" "그런건 아무래도 좋지않습니까? 왕녀 마마. 하지만 예언이란 언제나 지나간 다음에야 예언이라는것을 알수있으니 결국 자기위안 정도밖에는 되어주질 못 하지요." "그런가요?" "갑자기 머리속에서 예언을 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례를 무릎쓰고 실례했습니다. 그럼 마마 부디 무리하지 마십시오." "예." 난 고개숙여 예를 취하는 그에게 살짝 목례를 해주었다. 신관은 그렇게 갑 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돌아가버렸다. 그리고 나서 남은건 식어버린 꿀물 뿐… 한모금 마셔보니 얼마나 진하게 탔는지 단맛에 혀가 마비되는 느낌이 다. 에린 이녀석! 넌 적당히라는 단어를 다시 배워야돼!!! 괴상한 예언을 듣고 싱숭생숭한 기분으로 침대에 누우니 별별 잡생각이 다 든다. 오늘 내내 한일이라고는 침대에 누워서 시중받으면서 소리지른것뿐이 군. 내일은 좀 건설적인 일을 해야할텐데… 빨리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왕족 이 될 - 솔직히 아직 얼굴도 모르는 그 아이가 왕이 될 확률은 드워프와 코 볼트가 어깨동무하고 노래를 부르며 맥주를 퍼마실정도로 확률이 낮다 - 나 의 아이를 키우면서 살아가야겠지? 그게 당연한거고… 근데 검이니 빛이니 길이니 하는 소리를 들으니까 머리가 복잡해진다. 여자의 일생이라는건 다 거기서 거기인데 뭔놈의 빛이고 검이야? 나중에 잘생긴 사내아이 잘키워서 명성이 자자한 기사라도 만들라는건가? 에이~ 몰라. "알게뭐람. 난 지금까지 신전문턱에 들어가본적도 없다고." 무도회가 있는날에는 치장준비로 하루종일. 없는날은 여러가지 예법수업등 으로 시간을 보내던 내가 그런 호사스러운 외출을 해봤어야지. 심란한 마음 으로 침대위를 뒹굴고 있었더니 어느새인가 에린이 촛불하나만 남겨놓고 방 안의 불을 전부껐다. 벌써 잘시간이야? 뭐가 이렇게 빨라? 누가 내 시간을 떼어가는건가? 등뒤에서는 에린이 낑낑거리면서 이불을 가져와 바닥에 까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제도 그제도 에린은 내 침대밑에서 쿨쿨 잘도 잤었지? 암살자가 들어온 날도 잘만 퍼잤고… 괴씸해! "…후우. 마마. 주무세요?" "……" "주무시나 보네. 그래도 건강해져서 다행이야. 안녕히 주무세요. 마마" 왠지… 코끝이 찡해온다. 누가 내 가슴을 난도질 한것처럼 아픔이 밀려오는 게 느껴진다. 별것도 아닌 일상적인 밤인사에 감동하다니. 이건 내가 아니야. 아니. 저것이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는걸거야. 그래서 내 환심을 사려고 일부 러 저러는거야. 아마 내가 깨어있는것도 알면서 일부러… "…추해" 에린이 듣지 못하도록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 난 이미 알고있었지. 인정하 려 하지않았을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머리속으로 숫자를 세기시작했다. 가 슴속에서 무언가 둥글게 뭉친것이 꽉 들어앉아서 나를 괴롭게 했지만 참았 다. 눈가가 축축한걸 보니 벌써 눈물을 흘린건가? 정말 꼴볼견이라니까… 속으로 백을 센뒤에 다시 백을 더 세고 난 눈을 떴다. 잠옷 소매로 눈가를 쓱쓱 문지른 난 미약하게 빛을 발하고있는 촛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에린" 약간 어눌하고 목이 잠긴 목소리. 내 목소리 같지 않은 소리였다. "에린." 다시 불러봐도 내 밑에 있는 소녀는 깰줄 모르고… "에린!!! 에린!!!" 이라고 소리친뒤에야 난 볼수 있었다. "네? 네?" 반쯤 잠에 취해 눈을 게슴치레하게 뜨고 있는 멍한 표정의 소녀를 말이다. 겨우 이백을 세는동안 저렇게 잠에 취하다니. 정말 인간이 맞는지 궁금해지 는건 왜일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에린의 머리속을 열어봐야지. 음… 엽기 적인가? "가서 불꺼. 눈부셔." "……" "에린!" "네? 네. 알겠습니다. 마마! 당장 점심식사를…" "…불꺼." "…네" 비척비척 일어난 에린이 촛불이 켜져있는 테이블로 비틀거리면서 걸어간다. 그리고 테이블을 지나쳐서 벽쪽으로 걸어가더니 맞은편 벽에 머리를 박고 졸 기 시작한다. "에리인!!!" "네엣?" 몸을 떨면서 깜짝 놀라는 에린. 저건 아무리 잘봐주려해도 너무 맹한데다가 바보같아! 전속시녀고 뭐고 당장 바꿔버릴거야!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겠어! 내일 당장!!! "불끄라고!" 내 고함소리에 깜짝 놀라서 두리번거리던 에린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황급히 테이블로 뛰어가더니 촛불을 후~ 하고 불어서 꺼버렸다. 넓은 방안에 는 그제서야 검은 어둠이 깔렸고 에린이 휘적거리면서 - 당연히 어두우니 아무것도 안보일것이다 - 침대가로 기어와서는 자기 이불속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3일동안 내내 간호했다고 했던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난 머 리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결심했다. "에린." "……" "에린!" "…네? 마마. 또 시키실 일이라도…" "올라와." "네?" "귀먹었어? 두번 말하게 하지 말란 말이야!" "네에…" 목이 쉬겠다. 도대체 몇번을 말해야 알아먹는거야? 한번 말해서 알아들으면 좀 좋아? 아우~ 속터져! 세명이 뒹굴러도 될만큼 커다란 침대의 모서리에 어 린이 조심스럽게 기어올라왔고 눈이 어둠에 적응했는지 흐릿한 에린의 모습 이 보였다. 얼굴 표정을 못보는게 유감이었지만… "누워. 거기서 자." "…네?" 팰까? 아니야. 그래도 패버리는게 속이 시원하겠는데… 하지만… 패버리자! 그래도… 아우!!! 정말! 짜증이 마구 끓어오르는구나! 신경질이 난 나는 에린 에게 등을 돌려버렸다. 머뭇거리며 날 보는듯하던 에린은 내가 아무말도 없 이 돌아눕자 우물쭈물 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이불속으로 들어왔다. 사락하는 옷감소리가 들려오고 내 옆에서 작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잠을 잘때는 늘 혼자였다. 아주 어릴때 날 버리고 도망가버린 어머니 덕분 에 난 따뜻한 부모님 품속이라는걸 상상해본적도 없다. 뭔가 아는게 있어야 지 상상이라도하지. 그래도 내가 아플때 내 옆에서 날 돌봐주던 유모에 관한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독감에 걸려서 앓아누웠을때 밤새도록 날 간호하다 가 내 침대맡에 엎드려 자고있는 유모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안심이 되었 던지… 십년도 더 된 일인데 왜 지금에서야 생각나는거지? 이유는 나도 모르 겠다. "…휴우" 에린의 작은 한숨소리. 불편한가? 불편하겠지. 이런 푹신한 침대에서 단 하 루라도 자본적이 있을까? 없겠지. 겨우 시녀주제에. 후후… 비참해라. 상대적 인 행복감을 맛보고 싶은건가? 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에린의 어깨쯤으로 생각되는 곳을 살짝 만지니 작게 몸을 떤다. 무서운걸까? 내가 무섭게 했던가? 내 손길을 피하지도 못하고 뿌리치지도 못하는 에린은 작게 몸을 떨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움직임도 보여주지 않았다. "아…저기…" "입닥쳐. 조용히해." 침묵. 난 침대가로 다가가서 당황해 하면서 몸을 일으키려는 에린을 등뒤에 서 껴안았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아~ 그러고보니 맹세를 했는데. 내일 이애를 딴데로 보내버리고 새로운 시녀를 찾아야 하나? 음… 뭐 맹세란 깨지 라고 있는법 아니겠어? 영원히 계속되는 맹세는 없다고. 우선 보류라고 해두 지 뭐. 보류야 보류. 에린아 에린아. 넌 모르겠지? 까딱 잘못했으면 넌 내일 길거리로 쫓겨날뻔 했다는걸 말이야. 나한테 빛이 있다는걸 기억해두렴. 아 아~ 난 너무 마음 착한 주인같다니까. 잠이 쏟아진다. 나보다 세살이나 어린 아이인데도 불구하고 이애의 온기를 느끼고 있으니까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 늘밤은 편안히 잘수 있을것같은 기분이 든다. 늘어지게 잤다. 자버렸다. 그래도 늦잠은 안자는 편인 나인데. 정오가 지나 서 햇살이 따가워지는 오후까지 자버렸다. 그것도 대자로 뻗어서… "일어나셨습니까?" "에?" 고개를 들어보니 덴이 날 내려다보고 있다. "숙녀의 침실에 함부로 들어오는건 예법에 어긋날텐데요?" "하하하. 미인은 잠꾸러기라고 합니다만. 조.금. 오래 주무시는군요." 말속에 뼈가 있어. "그렇다해도 이렇게 함부로 허락도 없이 들어와도 되요?" "그점은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럼 준비해주십시오. 시간이 좀 늦긴했지만 아무 래도 오늘 출발해야 할것같습니다." "…뭐. 그러죠" 새벽도 아니고 오전도 아닌 오후에 여행길에 오른다는건 상식밖이지만 내가 뭔 힘이 있나. 그냥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지. 지루하고 지루하며 또한 매우 지루한 여행길이 다시 시작되었다. 내가 탄 마차는 전보다 훨씬 엄중한 호위를 받으면서 가도를 따라 달렸다. 가끔 고개 를 내밀고 - 크렌이라는 기사가 날 잡아먹을듯 노려본다. 얌전히 쳐박혀 있 으라는 뜻인가? - 앞을 내다봐도 허허벌판만이 보일뿐 눈에 들어오는게 없 다. 가끔 가도를 딸 걸어오던 여행자들이 병사들의 협박에 길가로 내몰리는 게 보였다. 이전같았으면 그저 길을 내어주는것으로 끝났겠지만 몇일전의 일 이 있은뒤로는 이렇게 내가 탄 마차 주변 몇미터안에는 기사와 병사뿐이었 다. 심지어 사신단 일행을 뒤따르는 상인들 마저도 내 주위로는 얼씬도 못하 고 있었다. 완전 감옥이라니까. 덴 녀석은 다른 암살자의 침입을 우려해서인지 이전보다 훨씬 힘든 일정으 로 움직였다. 마을이나 도시가 나와도 한밤중이 아니면 잠깐 휴식을 취한뒤 바로 이동했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행렬을 멈췄다. 그 사신단의 두 인간들이 덴의 말으 듣는게 신기할정도로 힘든 강행군이었다. 그나마 마차라도 타고 있는 나야 그럭저럭 버틸만 하지만 하루종일 말에 올라타있는 기사들이나 창 을 들고 쫓아오는 병사들은 하루 일정이 끝나면 거의 대부분이 피로에 쩔은 표정으로 자리에 주저앉곤 했다. 그래도 그렇게 힘든 강행군 덕분에 우리는 단 5일만에 로세니아 국경을 통과했고 크레센트 국과 로세니아 접경사이에 있는 작은 공국. 아넬국으로 들어갈수 있었다. 아넬 공국은 원래 북방의 강국 케센의 영토였다. 우리 로세니아와 크레센트 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던 케센으로써는 두 나라가 손을 합쳐서 자기네를 칠지도 모른다는 우려덕분에 그나라의 영토중 일부를 마구 떼어내서 공국을 만들었다. 덕분에 아넬 공국처럼 모국인 케센과는 접경을 마주하고 있지않지 만 우리 로세니아와 크레센트 국의 사이에 끼인 나라도 생길수 있는것이다. 두나라의 완충지대로서의 역할을 했고 또 전쟁이 나면 아넬 공국의 영지를 통과할 확률이 높은데 이렇게되면 모국인 케센이 가만히 있지않을것이다. 실 익은 둘째치고 체면문제니까 말이다. 과거 120년전 케센국의 확장정책 덕분 에 북부의 영토를 상당수 잃은 로세니아와 크레센트는 서로 손을 잡고 케센 국을 밀어붙인적이 있었다. 연합은 성공적이었고 케센국의 군대는 대패하여 북부로 밀려났다. 하지만 양국간의 전리품과 영토문제로 내분이 심화되자 케 센은 차라리 그곳을 중립국으로 만들자는 의견을 냈고 다른 두 나라덕분에 섯불리 움직일수없던 로세니아와 크레센트는 동의했다. 이에 케센이 자신들 이 점령한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그곳에 공왕을 파견했고 다른나라에서도 각 자 멋대로 공왕을 보냈다. 처음 공국분쟁이 있을때는 삼국의 국경선사이에 무려 34개의 공국이 있었지만 차차 통합되고 흡수되면서 지금은 달랑 네곳밖 에 안남았다. 그 네곳중 하나가 우리가 지나고 있는 아넬 공국이다. 공왕은 케센의 왕족 중 하나라는데 이런 조그만 나라의 왕이 누구인지따윈 관심없다. 거기다 지 금의 공왕의 친 로세니아파라니까 더더욱 나랑은 상관없지. "여기 왕도 피곤하겠군." "네? 마마. 시키실 일이라도 있나요?" "아니야. 혼잣말이야." 꾸벅꾸벅 졸고있던 - 나도 이렇게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 에린이 화들짝 놀라면서 물었지만 난 대충 대꾸했다. 하도 맹한꼴을 많이 보다보니까 이젠 저런 모습을 봐도 놀리고 싶은 생각도 안든다. 인간이라면 발전이라는게 있 어야지 말이야. 경치나 볼까하고 닫혀있는 목재 창문을 열었다. "……" 부리부리한 눈으로 날 노려보는 인간 하나. 일자로 굳게 닫힌 입술이나 말 위에서 날 내려다보는 폼이나. 어디하나 마음에 드는구석이 없는 기사였다. 클넨이었지? 이름이… 맞던가? 아니던가? 근데 이 사람이 경치좀 볼려고 하 니까 말을 몰아서 마차 옆에 찰싹 붙어버리네. "위험합니다. 창문을 닫아주십시오. 마마" "……" 라고 말하면서 쓰고있던 투구의 바이져 - 안면가리개 - 를 탁 소리나게 내 려버린다. 저러면 표정을 못보잖아! 우쒸! 지금 시비걸고 있는거 맞지? "호오…위험이라. 어디서부터의 위험을 말하는거죠?" "…위험합니다. 창문을…" "이봐요. 기사 아.저.씨. 내가 묻는거 안들려요?" 그 기사의 고개가 홱하도 돌더니 날 쳐다본다. 투구를 써버렸으니 눈동자도 잘 안보이네. 뭘 생각하는지 어딜 보는지를 알아야지 효과적으로 놀려먹을텐 데. 원래 사람을 파악하고 놀려먹을때는 상대의 얼굴을 잘 살피는게 기본이 건만… 덴녀석이 교육한건가? "전! ……크렌입니다. 크렌 드 마트레인 남작. 아저씨가 아닙니다" 아아~ 크렌이었군. 크렌은 강하게 내뱉던 말꼬리를 슬며시 내리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긴 주변에 보는눈이 많고 듣는귀도 많으니까. 함부로 열 낼수야 없었겠지. "네네. 마트레인경. 그보다 제 질문엔 대답하지 않을거에요? 언제까지 이동감 옥에 가둬둘거죠?" "그건…제 소관이 아닙니다." "그럼 그 소관을 가진 사람좀 불러주시죠?" "…워렌 자작님은 지금 공무로 바쁘십니다. 조금뒤 휴식시간에…" 씨익 웃었다. 훗. 원래 말싸움이라는건 목소리 높은사람이 이기는법! 말도 안되는 소리라도 우기면 이긴다! "그 워렌 자작님은 얼마나 바쁘시길래 5일동안 얼굴한번 보지 못할수 있죠? 일부로 피하는게 아니라면 우연히라도 볼수 있었을텐데…안그래요?" "…그게…소관이 아닌…지라…" 떠듬거리기 시작했다. 이건 너무 쉽잖아? 나는 최대한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봐요. 그놈의 소관인지 소갈인지는 내 알바가 아니라고요. 그보다 중요한 건 날 언제 이 답답한 감옥에서 내보내줄건지라고요. 모르는 가서 알아봐 주 는 조그마한 번거로움도 감수못해요? 네?" "하…하지만…근무중에는 근무지를 이탈할수 없…" "나참! 그정도 융통성도 없어요? 하여간 기사들은 무식해서 문제라니까…" 난 팔짱을 끼며 투덜거렸다. 그러면서 슬쩍 그를 쳐다보니 몸을 미세하게 떨고 있는게 보였다. 철컹. 갑자기 크렌이 투구의 바이져를 올리고는 시뻘개 진 얼굴로 날 노려보았다. "뭐에요? 불만이라도 있어요?" "…아닙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워렌 자작님을 곧…" 그는 이를 뿌득 갈면서 말을 몰아서 마차 앞쪽으로 몰고갔다. 단순하기도 해라. 몇분뒤 덴녀석이 크렌을 혼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충 내용을 들어보니 암 살자의 위협에서 아직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근무중에 함부로 움직인데 대한 훈계정도인것 같았다. 약간의 소란스러움을 끌고 덴과 크렌이 내 앞에 나타 났다. 역시 덴녀석도 말위에 올라탄 상태라 날 내려다본다. 왠지 마음에 안드 는걸? 난 고개를 마차밖으로 내밀고는 덴에게 손짓했다. "워렌 자작님. 오랫만이군요." "예. 마마. 요즘 조금 바쁜일이 있어서…" "그래요? 별로 바빠보이지 않는데…혹시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피할려고 멀찌 감치 도망가 있는건 아니고요?"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마마." "아니면 말고요." 난 순순히 물러섰다. 그리고는 창턱에 턱을 괴고는 천천히 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바라보고있던 덴은 얼마간 내가 타고있는 마 차를 따라 말을 몰다가 참지못하겠는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용건이 있어서 저를 부른게 아니었습니까?" "아. 맞다.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 알려달라고요." 덴 녀석의 표정이 팍~ 구겨졌다. 오호호~ 역시 놀리는 재미가 있는 인간이 야. 가끔 아픈데를 찌르긴 하지만 저뒤에 있는 크렌녀석보다는 훨씬 재미있 는걸? "그런 일이라면 아무나 시키시면 될일을… 기사를 시켜서 저를 부를 필요는 없지않았습니까?" "어머? 전 워렌 자작님을 부른 기억이 없는걸요?" "…예?" "전 단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 알려달라고만 했을뿐이라고요." 덴이 옆에서 말을 모는 크렌을 노려보았다. 저런 저걸 어쩌나 또 한바탕 깨 지게 생겼는걸? 하지만 난 거짓말 한게 아니라고. 융통성을 보이라고 했지 몸소 시범을 보이라고는 안했으니까. 후훗. "그…그게…" 크렌녀석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뭐라고 변명을 하려고 하는 폼이지만 덴의 눈총에 입만 뻐금거릴뿐 말도 못하고 있었다. 이제 슬슬 결정타를 먹여 야겠지? "전 누구라도 상관없다고요. 워렌 자작님이 직접 올줄을 몰랐지만. 저기 있는 기사 아.저.씨.라도 상관없고 좀 미안하지만 저쪽에 걷고있는 병사분들이라도 상관없다고요. 중요한건 이 망할 이동감옥이 언제쯤 멈추냐는것이죠!" "…앞으로 세시간쯤…입니다. 조금만 참으…시면…" 크렌을 노려보는 시선을 거두지않은채 덴은 떠듬거리며 - 또한 주먹을 꽉 쥔채 이를 갈면서 - 대답했다. 그정도면 충분하지. 암암. 목적은 완수했으니 까. 아아~ 시원해라. "네에~ 그럼 계속 수고해주세요." 라고 말해준 난 덴 녀석이 뭐라고 하기전에 창문을 탁! 소리나게 닫았다. 불쌍한 기사하나가 또 상관에게 깨지겠구나. 그래도 난 거짓말은 안했다고 정말이야! 밖에서 고함소리와 구령소리 그리고 작은 신음소리가 간간히 들려 왔지만 나랑은 상관없으니 깨끗하게 무시. 잠이나 잘까? 밤이다. 원래대로라면 깨끗한 여관에서 두발 쭉 뻗고 쿨쿨자야하것만 나랑 에린은 마차안에 틀어박혀서 - 결국 이 망할 이동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잠자리나 준비하는 신세가 되었다. 대충만든티가 팍팍 나는 맛없는 저녁을 대충 먹어치우고 의자에 누우니 눈만 말똥말똥해질뿐 잠이 쏟아질 기미는 보 이지 않았다. 그건 에린도 마찬가지인지 내 옆에 누워서 작은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에잇! 잠도 안오는데 누워있어봐야 살만찌지. 산책이나 해볼까? "에린!" "네?" "마차에서 나오지말고 여기있어. 나가면 죽을줄 알아!" "…네" 입을 삐죽인다. 저 계집의 뒷통수를 한대 후려치고 나가? 말어? 고민일세. 마차 밖은 삼엄…하지 않았다. 병사들은 화톳불앞에 삼삼오오 모여서 잡담 을 하거나 밀봉된 가죽주머니를 마시고 있었고 기사들은 주변의 평지 - 밀 밭의 절반과 가도의 절반을 점거했다 -에 친 막사에 들어갔는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내가 마차밖으로 나오자 마차 주변에 경비를 서고있던 병사들 이 서로 내 눈치를 보면서 주저했는데 아마도 함부로 마차밖에 나오면 안된 다고 말하고 싶은거겠지? 하지만 내 지랄맞은…이 아니라… 조금 나쁜 성격 때문에 말도 못꺼내는거 같다. 이럴땐 선수필승! "잠깐 볼일이 있어서 나왔어요. 금방 돌아올테니 걱정마세요." "죄송합니다만 그렇게는…" 이마에 주름살이 몇개나 있는 중년의 고참병이 다른 병사들의 손에 떠밀려 서 내앞으로 밀려나왔다. 아마도 선임병이겠지? 난 내앞을 떠억하고 가로막 는 그 늙은 병사를 올려다보면서 눈꼬리를 치켜세웠다. "지금 누구의 앞을 막고 있는건지는 알고있나요?" "예? 예…그게…" "흠. 지금은 로세니아의 왕족이지만 얼마뒤면 크레센트의 왕족이 되죠. 당신 어느나라 사람이에요? 그리고 직위가 어떻게 되죠?" "…다녀오십시오." 그 병사는 고개를 숙이면서 옆으로 비켜섰다. 역시 권력이란 좋은거라니까. 내뒤로 마차옆에서 경비를 서던 병사둘이 멀찌감치 떨어져서 쫓아오고 있었 지만 난 무시했다. 행동의 자유를 얻었는데 이정도쯤은 감수해야지. 내 처지 를 생각하면 말이야. 내 뒤를 쫓아오는 병사들의 연약한 심장을 위해서 야영 지 외각으로 가는것은 자제하고 난 목표물을 찾아서 야영지 이곳저곳을 돌아 다녔다. "어억?" "어머나…죄송해요. 하던일 계속하세요. 호호호" 지나가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천막의 휘장을 치고 들어갔는데. 내가 상상 하던거랑은 달리 별일 아니었기에 난 웃음으로 얼버무리면서 잽싸게 빠져나 왔다. 남자둘이 서로 발을 주물러주고 있는 광경은 별로 보기좋은게 아니니 까. 병사들이 쓰는 넓은 천막도 한번 열어제쳐보고 야식을 만드는 당번병에 게 다가가서 설탕과 흰빵을 달라고 졸라보기도 하고 피곤한지 꾸벅꾸벅 조는 외각 경비병을 고참병에게 고자질하기도 하는등. 나는 야영지 주변을 바쁘게 돌아다녔다. 그리고 결국 야영지 한구석에서 목표물을 찾아내었다. 크렌 드 마트레인 남작이라고 했던가? 작위가 있으면서도 이렇게 기사직을 수행하는걸로 봐서는 영지가 없는 귀족인가보네. 인간은 계속 늘어나지만 땅 은 한정되어 있는법라 작위가 있는 귀족이라해서 모두 영주가 되는건 아니 다. 그 별볼일 없어보이는 궁상맞은 기사는 야영지 외각에 있는 돌덩어리위 에 엉덩이를 걸친채 한손으로 턱을 괸 자세로 궁상을 떨고 있었다. 아마 덴 녀석에게 찍힌걸 후회하고 있는거겠지?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여기 계셨군요." "…아…" 무언가를 생각하던 그는 내말에 고개를 돌려서 날 보더니 입을 열고 뭐라고 우물거리다가 날 외면해버렸다. "어머~ 너무하셔라. 숙녀를 외면하다니 기사의 예.의.가 아니지 않나요?" "…이익!" 갑자기 크렌이 벌떡 일어나더니 내게 등을 돌리고는 야영지 쪽으로 저벅저 벅 걸어갔다. "이봐요. 정말 그렇게 무시하기에요? 네?" "…왕녀마마 미천한 기사따위에게 커다란 관심을 보여주셔서 무한한 영광입 니다만. 전 마마께서 관심을 가지실만큼 대단한 인물이 아니니 신경쓰지 말 아주십시오" 호오~ 요는 ''귀찮으니까 날좀 가만히 내버려둬.''라는건가? 단단히 삐졌나보 네. 그렇지만 그럴수야 없지. "그래요? 움. 부탁이 있어서 발아프도록 찾은건데… 안되겠네. 어쩌지…" 최대한 침울하고 실망한듯한 목소리로 난 중얼거렸다. 너무 크게 말하면 뻔 히 속들여다보이는 소리가 되고 너무 작으면 못듣고 갈수있으니 여기서 중요 한건 바로 목소리의 크기! 이게 포인트다. "…부탁이라 하시면…어떤…?" 크렌이 돌아봤다. 그럼그렇지. 훗. 난 입가에 걸리는 미소를 살짝 손으로 가 린뒤 넓적한 돌바닥위에 앉았다. 그리고는 크렌에게 손짓한뒤에 돌바닥을 몇 번 탁탁 쳤다. "……" 인상을 찌푸리면서 고민을 하던 크렌은 어쩔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몇번 설 래설래 저은뒤 내 옆에 앉았고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했다. "저…검을 배우고 싶어요." "……예?" "검술을 배우고 싶다고요!" "……농담이라면 좀 심하십니다." "불행히도 진담이라면?" "농담보다 질이 더 나쁘군요." 크렌은 날 노려보면서 말했다. 이젠 황당하다는 그의 표정에는 계급도 직위 도 신경쓰지 않는듯한 눈빛을 보였다. 아마 내가 여자가 아니었으면 한대 쳤 을듯한 뭐 그런분위기랄까? 그래도 이정도에 물러설수야 없지. 암암. "제몸 하나정도는 지킬수 있게 검술좀 배운다는데 그게 뭐가 나빠요? 네?" "…왕녀마마께서 직접 검을 드실 상황이라면 검술을 배우셨어도 별로 도움이 안될것입니다.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지켜드릴테니 다른 정.숙.한. 숙녀분들처 럼 꽃꽃이나 자수같은것에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 그렇게 말한 크렌은 더이상 할말이 없다는듯이 몸을 일으키더니 터덜터덜 걸어가버렸다.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리면서 가는 크렌. 난 속으로 맹세했다. 크렌 드 마트레인 남작. 당신만큼은 말이야. 내가 죽는날까지 괴롭혀주겠어. 훗. 감히 이 몸을 깔봐? 두고보자!!! 다음날. 마차는 전날과 같이 가도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했다. 아넬 공국의 가도는 로세니아의 넓은 돌길과는 달리 겨우 마차 한대가 간신히 지나갈만큼 좁았고 또 바닥에 깔아놓은 돌들도 울퉁불퉁하게 솟아있어서 돌길을 따라가 는건지 황무지를 내달리는건지 알수없었지만 참을수 밖에… "약자의 설움이란거겠지" "네? 마마?" "시끄럿! 혼잣말에 참견하지마! 아니면 귀를 크게 열어놓고 있던지! 묻지마! 짜증나! 귀찮아! 열받잖아!" "네…마마" "고개숙여! 콱 때려줄까보다!" 익숙한 자세로 고개를 숙이는 에린. 그러게 남의 혼잣말에 왜 끼어들래? 또 덴녀석을 생각하고 있었겠지. 에린과도 오래있지는 않았지만 저녀석 이전에 비해서 많이 멍해졌어. 특히 덴녀석과 만난뒤로 그게 더 심해진것 같다니까. 우쒸~ 진짜 화난다. 내 앞에서 로맨스니 어쩌니 하는 인간들이 있다면 모조 리 박살내버릴테얏! 로세니아 왕궁 서고에서 본 전략전술학이라는 책에 대국은 국가의 도로망을 잘 정비하고 소국은 멀쩡한 가도도 때려부순다고 하던데. 그게 정말인가보다. 정오가 좀 지난 시각부터 마차는 흙길을 달리고 있었다. 비라도오면 완전 진 창이 되어버릴텐데도 돈이 없는건지 아니면 일부로 그런건지 사람이 걷기에 도 힘들정도로 피곤한 가도가 이어졌다. 흙먼지가 자꾸 마차안으로 들어와서 창문까지 닫고 멍한표정으로 천정만 올려다보고 있던 난 뭔가 사건이라도 벌 어지길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심심해 미칠것 같았으니까! 그러면서 덴과 크렌 - 추가되었다 - 과 에린을 골탕먹일 계획을 짜고는 있었지만 실행에 옮길때까지는 역시 심심했기에 지루함에 몸을 떨었다. 그때 밖에서 ''대열정 지''라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왔고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창문을 열고 밖을 쳐다보니 병사들이 가도에서 벗어나 횡대로 모이는게 보였 고 기사들과 기병들이 내 마차 옆으로 주욱 늘어서는게 보였다. "무슨일이에요?" 언제나처럼 크렌이 내 마차옆에 있었기에 - 말을 걸어도 대답도 안하긴 했 지만… - 난 물었다. "전방에 많은 병력이 모여있다고 합니다. 위험할수도 있으니 마차안에 숨어 계십시오." "…아아" 탁. 순순히 창문을 닫은 난 마차 밖으로 던질만한게 없을까 찾아보다가 두 런두런하는 소리에 마차벽에 귀를 댔다. 그때 마차문이 열리면서 덴녀석이 반쯤 몸은 안으로 들이밀었다. "…뭐하십니까?" "아? 하하하…그냥…그게…" "아넬 공국의 왕이신 덴스턴 공왕전하께서 왕림하셨습니다. 잠시 인사라도 나누시죠" "네? 아…네. 뭐. 그러죠." 공왕이? 날? 왜? 라고 해봐야 소용없겠지? 난 에린에게 몸단장을 받은뒤 우아한 걸음걸이로 마차에서 내려왔다. 언제 깔아놨는지 흙바닥에는 넓찍한 양탄자가 깔려있었고 내가 내려오자 배가 산만한 늙은 아저씨가 날 보며 허 허 하고 웃고 있었다. 옅은 적발의 노친네는 화려한 옷에다가 머리엔 금으로 된 왕관까지 쓰고 있었기에 그가 누구인지는 금방알아챌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먼저 인사를 올려야하는거야? 아니면 누가 중재해줘야 하나? "허허. 참 아름다운 아가씨로고." "공왕전하. 로세니아의 왕녀이신 아넬리안 폰 로세니아 양이십니다."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이옵니다. 전하." 풍성한 드래스 자락을 양손으로 살짝 쥐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 러자 공왕도 마주 인사를 하면서 예를 취했고 서로간의 인사가 끝난뒤 우리 는 화려한 대리석 테이블 - 분명히 공왕이 가져왔을거다 - 에 앉았다. 주변 으로 흰색 장막이 쳐지고 그뒤로 수십명의 병사들과 기사들이 그 누구의 침 입도 용납하지 않겠다는듯이 주변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앉아있는 안에서는 시종들이 홍차잔을 돌리고 있었다. "갑자기 이렇게 찾아와서 미안하오." "처음엔 깜짝 놀랐습니다. 전하. 하늘을 찌를듯한 엄청난 군세가 앞을 떡 가 로막고 있으니 마치 높게솟은 철벽을 보는것 같더군요." "하하하. 거참 재미있는 말이구려. 하지만 어디 크레센트의 병사들만 하겠 소?" 저게 그 유치하고 재미없고 짜증난다는 외교용어인가? 하여간 외교관이라는 작자들은 도통 이해할수가 없다니까. 난 내앞에 놓인 차만 홀짝이면서 대화 에 끼어들지 못하고 있었다. 덴 녀석과 이야기를 하고있는 - 다른 외교관 녀 석들은 잠깐 얼굴만 비추고 가버렸댄다. 그놈들 외교관 맞나? 아니면 덴녀석 한테 맡겨도 된다고 생각한건가? - 공왕은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음을 머금은채 이것저것 물었고 덴은 그 나름대로 대답하면서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만 지루하고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고 있었지만…차라리 마 차 안에서 잠이나 한잠 더 자는게 나을뻔했잖아! 제길 난 왜부를거야. 내가 인형이냐! "그런데…아넬리안 왕녀는 어느 왕자님의 비가 되시는것이오?" "그게…" 처음으로 덴 녀석의 말문이 막혔다. 잠시 뜸을 들이던 덴은 묵묵히 입을 다 물고 있는 공왕과 나를 한번씩 힐끔 바라본뒤 말문을 열었다. "로이드 왕자 전하이시거나 마틴 전하시겠지요. 전 말단 외교관이라 자세한 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소? 허허…참 복이로구려. 양국의 우위를 다질수 있는 기회이니 말이 오" "예." "두 나라가 평화롭게 지내면 우리 아넬도 평화로와지겠구려. 좋소! 내 병사 오백명으로 국경까지 호위해드리리다." "그렇게 까지 안하셔도…말씀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아니오. 혹여나 공국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있으면 내 어찌 얼굴을 들 고다닐수 있겠소. 아무 걱정마시오. 국경까지는 내 무슨일이 있어도 안전하게 아넬리안 왕녀를 데려다 주겠소." "그렇게까지 말씀해주신다면 영광이옵니다. 공왕전하." "그럼 바쁜 일정이 될테니 난 이만 돌아가겠소. 부디 무사히 여행을 마치길 바라오. 그리고 아넬리안 왕녀." "예. 전하." "부디 행복한 생활을 누리시구려. 허허. 참 왕녀를 보고 있으니 시집간 딸이 보고싶군. 이래서 늙으면 주책이라는가보군. 허허허" 공왕은 실없는 소리를 해대다가 손을 내저으면서 일어섰다. 유쾌한 아저 씨…일까나? 첫인상과는 꽤 틀린걸? 하지만 저 뚱뚱한 모습을 보니 별로 존 경하고싶지는 않다. 역시 남자던 여자던 잘생기고 잘나고 봐야하는법! 공왕 과 짦은 티타임을 가진뒤 사신단 행렬은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무서워서 피하던 덴이 왠일로 내가 타고 있는 마차안으로 들어 왔다. 진짜 왠일이지? "마마. 잠시 드릴말씀이…" "하세요." 심드렁한 내목소리에 약간 당황하던 덴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에린을 힐 끔 바라보았다. 내보내라는건가? "에린. 귀막아." "네. 마마." 두 손으로 귀를 꼭 막는 에린. 이럴때보면 귀엽다니까. 저런다고 안들릴리도 없는데 말이야. 거기다 두눈은 맞은편에 앉은 덴녀석의 얼굴을 힐끔힐끔 바 라보고 있었고 볼에는 붉게 홍조가 물들었다. 병이야 병. "그럼…" "공왕때문이죠?" "예. 대충은 그렇습니다. 공국에서 병력을 파견할것은 예상했었지만 공왕이 직접올줄은 몰랐습니다." "워낙 작은 나라라서 왕이 할일이 없나보죠 머." "하하. 그럴수도 있겠군요. 하여간 공왕이 몸소 여기까지 온것은 케센의 입김 이 불어서일것입니다." "……" 케센. 북방의 강호. 로세니아와 크레센트 양국과 거의 비등한 세력을 가진 나라. 호시탐탐 남방진출을 노리고 있는 나라. 그리고 아넬 공국의 배경이 되 는 나라. "케센 국으로써는 로세니아와 크레센트가 혈연으로 이어져 맹방이라도 되면 위험하니까요. 경비를 좀더 강화하겠습니다. 그러니 국경을 넘을때까지 좀더 조심해주십시오. 좀 불편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러죠" 혈연이라…하긴 대륙내에서 손꼽히는 로세니아와 크레센트가 손을 잡는다면 남방의 여러 연합국가들이나 작은 소국따윈 금세 평정되어버리겠지. 우선 케 센을 먼저친뒤에…자잘한 나라들을 쓸어버리면 통일 제국을 세울수도 있겠 네. 그럼 난 제국의 초석이 되는건가? 훗.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어. 하지만 역시 이름없는 조연보다는 무대위에서 주목받는 주연이 되야겠지? 제국을 세 운다해도 내손으로! 남의 손아귀에서 노는 꼴은 죽어도 안해! "내일이면 국경에 도착하니 그때까지만 참으시면 됩니다. 그럼 전 이만 물러 가겠습니다." "그러세요. 아참.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죠?" "누구…아! 암살자 소녀말입니까?" "네." "지금 단단히 묶어서 마차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본국에 돌아가면 배후를 캐 볼 예정입니다." 저런. 그러면 안되지. 그럴리야 없겠지만 배후가 나와버리면 내가 골치아파 지거든. "심문할때 저도 동석시켜주세요." "예? 하지만…숙녀분이 보실만한것이 아닙니다." "부탁이에요." "허나…" "대니어스 드 워렌 자작." "예. 마마." "명령이라고 정정하죠. 타국의 이름없는 왕자비라고 해도. 당신보다는 직위가 높겠죠? 명령이에요. 동석시켜주세요. 그리고 제가 동석하지 않았을때는 절대 그아이를 건들지마세요. 이것 역시 명령이에요." "예. 마마." "누가 뭐라고 하면 내 명령이라고 말하세요. 당신에겐 책임이 없으니까." "예. 마마." 마차의 창문을 열고 밖을 빼꼼히 내다보니 전날보다 배는 될법한 크레센트 국 병사들이 보였다. 그리고 크레센트 병사들 옆으로 아넬 공국의 병사들이 보였다. 저거 좀 피곤하겠는걸? 언제 적이 될지 모르는 아군은 눈앞에 보이 는 적군보다 훨씬 무서운 법이지. 덴이 골머리좀 썩겠군. 그래도 나랑은 상관 없다네. 혹시나 아넬 공왕이 미쳐서 사신단 행렬을 공격한다해도 말이야. 난 로세니아의 왕녀. 왕궁안에 있을때는 별볼일없었는데 막상 밖으로 나와보니 내 가치도 장난아니더라고. 만약에 공왕이 내 몸에 위해를 가하면 로세니아 는 체면때문에라도 아넬 공국을 밀어버리겠지. 사신단을 잃은 크레센트 역시 마찬가지고. 아마도 아넬 공국을 지나는동안은 안전할것 같다. 그보다는 크레 센트에 들어가서가 더 문제일것 같은데? 역시 검술이라도 배워둬야겠어. 내 몸 하나쯤은 지킬만한 기술이 있어야지. 이거 원 겁나서 어디 살겠냐고. ----------------------------------------------------------------------- 양이다! 양으로 승부다! 시간은 상관없다! 우오오오오오~~~~~ (라면서 자기최면중) 가우군 [Queen`s Heart] 3장 크레센트 (1) 2003-08-04 15:21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3장 크레센트.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3장. 크레센트 크레센트 제국? 아아. 뭘 묻고 싶은건지 알겠군. 어떻게 대륙을 통일했느냐 하는것이겠지? 그건 간단해. 유능한 인재들이 많았으니까. 제국이 대륙을 통 일하는건 원래 정해져있던것이라고. 그걸 이상하게 보는쪽이 이상한거지. 물 론 그중 가장 유능한건 당연히 나겠지만 말이야. 하하하. 이거 좀 쑥스러운 걸?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제국 재상이자 3대 공작가의 수장인 대니어스 드 워렌 공작님과의 대담… 을 가장한 이젠 지겨워진 자화자찬중에서 발췌 - 대륙력 995년. 봄. 크레센트 국경 요새도시 밴튼 - 내가 로세니아의 성을 떠난지 2주가 지났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빨리지나 갔는지 나도 모르겠지만 어느새인가 난 집떠나온지 반개월가까이 되었고 이 제 남의 집에 도착할때까지 얼마 안남았다. 드디어 크레센트 국경을 넘어섰 거든. 드디어 주위 풍경은 별로 바뀐게 없지만 남의 나라에 도착했다고 하니 왠지 설움이 북받혀올랐다. 아넬 공국을 지날때는 아무런 감흥도 없었는데 말이야. "다녀왔습니다. 마마." "응. 그래. 그앤 잘있지?" "네. 마마. 이젠 식사도 꼬박꼬박 잘먹고 말도 잘들어요." 누가 들으면 애완동물이라도 키우는줄 알겠네. 비슷하긴 하지만 말이야. 그 카렌이라는 아이. 당연하겠지만 나랑 에린의 말만 듣고 언제부터인지 모르겠 지만 우리가 주는것만 먹었다. 나야 귀찮게 왔다가다할리 없으니 카렌의 뒷 바라지도 모두 에린의 책임이었지만 저녀석은 귀찮지도 않은지 아주 부지런 하다. 가끔 내가 시킨일도 까먹일정도로 말이야. 맹한데다 정까지 많으니 출 세하긴 글렀구나. 넌. 쯧쯧. "…저. 시키실일이라도?" "없어." 내가 째려보니까 또 겁먹었나보지? 난 마차안으로 들어온 에린을 무시하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넬 공국의 병사들은 국경에서 모두 돌아갔고 대신 크 레센트의 병사들이 내 마차주위에 몰려들었다. 일개 사신단 일행을 거의 천 명에 가까운 병사들이 호위하는건 전적으로 나때문이겠지? 이거 출세했다고 해야하나? 하루동안 크레센트 왕국을 가로지르며 내가 느낀 감상은 참으로 광활하다는 것이다. 산지와 평야가 절반정도의 비율로 되어있는 우리 로세니아와는 틀리 게 크레센트의 영지는 대부분이 평야였고 산이라고 있는것들도 로세니아에서 보기엔 언덕도 못될만큼 낮은게 대부분이었다. 간간히 보이는 작은 숲과 넓 게 펼쳐진 밀밭. 그것이 내가 본 크레센트의 모습이었다. 하긴 인간들도 참 많다. 곧게 뻗어있는 가도 주위로 이제 파릇파릇한 싹이 나기 시작한 밀밭에 서 김을 매고있는 농부들의 모습을 쉽게 볼수 있었으니까. 지루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니 덴 녀석이 내 마차옆에서 말을 몰고 있었다. 그녀석보다 더 직위가 높은 녀석이 왔다고 하던데 잠깐 얼굴만 본뒤로는 어디 쳐박혀있는지 알수도 없다. 아마 사신단의 높은 녀석들과 잡담이나 나누고 있겠지. 평소때 라면 덴녀석이나 놀리면서 마음을 풀겠지만 지금은 심란한 기분을 감출수가 없어서 ''복수''도 못하고 있다. 아아~ 정녕 하늘은 나를 버린걸까? 여정은 별일없이 종장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하긴 여행마다 사건이 터진다 면 어디 피곤해서 여행을 다닐수나 있겠어?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크레센트 국에도 산적이나 야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네들이 길을 가로막고 협박하는 건 소수의 여행자나 상인들이지 이렇게 대규모로 움직이는 사신단을 털만한 베짱으 가진 녀석이 있을리도 없고 말이야. 그렇다고 몬스터라고 불릴만한 녀석들이 튀어나와 승산도 없는 싸움을 해댈만한 지형도 아니고. 완전히 지 루함 그자체라니까. 봐도 봐도 똑같아보이는 주변 풍경이나 말상대도 안해주 는 기사들이나 말이야. 괜히 짜증만 더 난다. 내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있는 에린이나 괴롭혀버릴까보다. 우이씨~ "카라덴이다!" "대열 정비! 대열 정비!" "깃발을 들어라! 기수 앞으로!" 갑자기 밖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궁금해진 내가 고개를 빼꼼 내미니까 크렌을 등에 달고있는 덴 녀석이 마차 가까이로 말을 몰고 왔다. 앞을 바라 보니 병사들이 대열을 맞춘다 장비를 점검한다 하고 부산을 떨고 있었고 수 십개는 될것같은 높다란 장대에 십여개의 깃발듯이 나부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앞으로 높다란 돌 성벽과 함께 뾰족한 첨탑을 대여섯개나 가지고 있 는 커다란 건물이 보였다. "수도인 크롬발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요새도시 카라덴입니다." "아아. 그곳이군요." 난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예전 로세니아가 크레센트의 수도를 포위 했을때 카라덴 요새를 점령하지 못하고 우회했다가 호되게 당한 역사가 있었 다. 크레센트의 수도를 포위하기 위해 카라덴 요새를 포기한 로세니아군은 그뒤에 요새에서 쏟아져나온 크레센트군에게 뒤를 공격당해서 크게 패했지. 결국 로세니아 원정군은 그 패배를 기점으로 군을 물리고 도망쳤고 말이야. 수도 가까이에 있는 요새들은 목에 걸리 가시와 같다니까. 점령하자니 피해 가 크고 지나치자니 뒤가 불안하게 되니까. 30분쯤 지나자 마차는 카라덴 요새앞까지 다가갔다. 멀리서 볼때는 금방 도 착할것 같더니만 꽤 걸리네. 마차를 천천히 몰아서 그런가? 그건 그렇고 저 요새 진짜 단단해 보인다. 거의 10여m는 될법한 높다란 성벽에 검은색 돌을 빼곡하게 쌓아놓은 성벽은 왠만한 공성무기로는 흠집도 못줄것같은 인상을 주었고 그 요새의 넓이도 장난아니게 넓었다. 거기다 가도가 요새의 바로 옆 을 통과해서 지나가기 때문에 적군이 여길 피해서 지나가려면 몇km는 우회 해야 할것 같았다. 흠. 거기다 요새 주변에는 작은 마을까지 있는걸 보니 먹 을거 걱정은 안하겠군. 평시엔 근처 농지에서 농사를 짓다가 전쟁이 일어나 면 요새안으로 들어가겠지? 역시 유명한데는 이유가 있군. 사신단 행렬은 요새앞에서 잠깐 멈췄다. 호위를 위해서 붙어있던 병력들이 요새로 들어가고 다시 단촐한 행렬이 된 사신단 일행은 후미에 붙어있던 상 인들마저도 떼어버리고 빠른 속도로 수도를 향해 이동했다. 그 상인들은 저 요새에서 세금과 상납금을 바치고 다시 수도로 향한다고 하니 앞으로 볼일은 없겠군. 하긴 상인들과 내가 무슨 인연이 있다고 보겠냐만은… 사신단 행렬에 끼어있더 보병들마저 모두 돌려보내고 그 자리에 기사들과 기병들을 끼워넣은 행렬은 빠르고 가도를 달렸다. 이제 가까워졌으니까 빨리 가자는건가? 주변 풍경이 휙휙~ 소리를 내면서 뒤로 빠르게 지나갈정도로 빠 른 속도였다. 시험삼아서 머리르 밖으로 내밀었다가 내 머리카락이 얼굴을 마구 때리는 바람에 난 얼얼한 볼을 만지면서 덴 녀석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그래도 보고 싶은걸 어떻하라고… 뭐가 그렇게 보고 싶었냐하면 당연히 크레 센트국의 수도인 크론발이지. 듣기로는 야트막한 언덕을 깎아내고 거기에 커 다란 도시를 세웠다고 하던데… 우와아아아~~ 대단해! 정말 대단해! 결국 보고 말았다. 내가 자꾸 고개를 내 밀고 밖을 내다보니까 불안해진 덴 녀석이 행렬의 속도를 줄였고 난 그 기회 에 창박으로 머리를 내밀고 앞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보았다. 거의 지평선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도시를 말이다. 어떻게 쌓았을지 궁금할 정도 로 길게 뻗은 외성벽. 그리고 여기서도 보이는 수없이 많은 건물들. 그 건물 들을 배경으로 우리 로세니아 왕성과 맞먹는 커다란 왕궁이 눈에 들어왔다. 새하얀 백색의 왕궁은 말 그대로 언덕위에 떡하니 올라가 있었는데 내성벽에 둘러쌓인 왕성의 모습은 동화책에서나 보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회색의 석 재를 사용해서 칙칙해보이는 우리 로세니아의 궁과는 틀리게 화사해 보이는 걸? "마마! 위험합니다.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아아…알겠어요" 쳇. 좋았는데 말이야. 덴 녀석 미워할테다. 그런데…이이상 어떻게 더 미워 하지? 지금 미워하는걸로도 충분히 덴 녀석을 열번쯤 죽이고도 남는데… 마 차가 다시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꽃비가 내린다. 거대한 나팔소리와 함게 웅장한 소리를 내면서 열린 커다란 성문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성벽위에서 그리고 3,4층의 높은 건물위 에서 꽃잎을 가득 담은 주민과 병사들이 환성을 지르면서 꽃잎을 뿌리고 있 었다. 나쁘지는 않군. 뭐… 그래도 귀가 아플정도다. 그런 함성소리 사이로 덴녀석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웃어주십시오." 쳇. 뭐가 좋다고 웃냐고. 내가 기분좋겠냐? 아무리 이렇게 환대를 해준다해 도 말이야. 그래도 별수없지. 슬쩍 덴이 비켜서자 길가에 죽 늘어선 시민들이 날 보면서 손을 들고 환성을 지르는걸 볼수 있었다. 난 입꼬리를 올리면서 손을 흔들어주었고 날 보고있던 시민들이 더욱 커다란 - 마치 비명같은 - 함성을 질러댔다. 저기 서있는 인간들은 내가 누군지나 알까? 어차피 궁에서 사람들을 풀어서 동원한걸테니 오늘 저녁식사에 다른나라의 높은 사람이 왔 더라 하는 정도로 끝날지도… 열렬한 환영을 받으면서 내성문까지 도달한 마차는 지체없이 안으로 들어갔 다. 마차는 푸르른 나무들과 화사하게 피어있는 꽃들로 가득한 긴 정원을 지 나서 거대한 왕성문앞에 멈춰섰다. 드디어 도착했다. 결국 여기까지 왔군. "후아~" 작게 심호흡을 한뒤 난 에린이 열어주는 마차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갔다. 역시나 바닥에는 언제 깔았는지 모를 붉은 양탄자가 깔려있었고 두줄로 죽 늘어선 시종들과 병사들이 눈앞에 보였다. 의기소침해지면 안되지. 겨우 이런 걸 가지고 말이야. 어깨를 펴고. 눈에 힘을 주고. 자. 가자 오늘부터 여기가 내 새로운 전쟁터다. 궁중악단의 웅장한 배경음을 뒤로 나는 왕궁의 넓은 홀로 향했다. 물론 나 만 간건 아니지. 내 앞으로는 사신단 일행과 덴 녀석들이 걷고 있고 내 뒤로 는 열댓은 될법한 시종들과 시녀들이 내 발걸음에 맞춰서 뒤따르고 있었으니 까. 수백명이 춤추고 난리를 쳐도 넉넉할만큼 넓은 홀에는 의외로 사람이 별 로 없었다. 하긴 외국에 갔다가 돌아온 사신단 일행을 맞이할만큼 한가한 귀 족들이 많을리는 없으니까. 그래도 좀 기분나쁜데? 시내를 가로지를때의 그 많은 환영인파는 뭐야? "아넬리안 폰 로세니안 왕녀님과 흉켈 드 마테니온 후작 각하. 그리고 프로 겐스 드 미노스 백작께서 입장하십니다." 내가 지나가자 문옆에서 대기하던 시종이 큰소리로 소리쳤다. 거참 목소리 도 크다. 홀안이 쩌렁쩌렁 울리네. 여기서도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어야 할 까? 시선이 모두 나에게 집중되었으니까 말이야. 덴 녀석이 슬그머니 내 왼쪽으로 다가와서 섰다. 홀중앙까지 나아간 나는 다른 사신단 녀석들이 - 이름을 들었는데 금세 까먹었다. 나 머리가 나쁜걸 까? - 무릅을 꿇으면서 국왕에게 예를 표했고 다음으로 내 차례가 돌아왔다. 두손으로 드래스 자락을 붙잡고 살짝 고개를 숙이면서 왼발을 뒤로 뺀다. 자 연스럽게 몸이 숙여지고나서 조금뒤 이전과 같은 자세로 돌아온다. 지겹도록 배운 왕실예법. 여기서도 써먹게 되는군. 타국이니 좀 틀릴지도 모르지만 기 본은 같을테니 통하겠지 뭐. 그 증거로 주변에서 오오~ 하는 작은 탄성소리 가 들려오니까 말이야. 이렇게 국왕에 대한 예를 갖추고 난뒤에야 난 크레센 트국을 다스리는 국왕의 면상을 볼 수 있었다. 평범한 외모네? 왕이면 뭔가 좀 특출난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이리보고 저리봐도 그저그런 외 모인걸. 곱슬곱슬한 백금발이나 흔하디 흔한 갈색 눈동자나 말이야. 그렇다고 풍체 - 좋게 표현해서 - 가 좋은것도 아니고. 빼빼 마른것도 아니고 아무리 봐도 특별한 모습을 찾아볼수가 없다. 저렇게 특징이 없으니 지나가다 마주 치면 또 까먹을지도 모르겠는걸? 앗. 눈이 마주쳤다! 황급히 고개를 숙이자 국왕의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먼 길을 오느라 수고 많았네. 아넬리안 왕녀. 내집처럼 생각하고 푹 쉬도록 하게." 우리보다 약간 높은 단위에 멋드러진 - 눈에 확띄는 - 의자를 가져다가 놓 고 거기에 앉아있던 국왕은 손벽을 딱하고 쳤다. 그러자 우리들 뒤에서 대기 하던 시종들중 몇명이 내게 다가와서 공손히 갈곳을 가르쳐주었고 난 그들의 뒤르 따라서 홀을 나섰다. 등뒤로 사신단 일행이 우리나라와 협상한 결과를 보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쳇. 뭐냐. 벌써부터 짐짝취급이냐? 이거 냉대하는 거 맞지? 맞을라나? 맞겠지 뭐. 시녀들을 따라서 간곳은 왕실 동쪽에 있는 작은 별궁이었다. 내가 쓸 넓은 방이 두개이고 서재에 작지만 쓸만한 정원까지 딸려있는 말그대로 왕궁을 축 소해놓은듯한 곳이었다. 몇명 들어갈것 같지는 않지만 댄스홀까지 있으니까 말이야. 갖출건 다 갖추어놓았네. 나를 그곳까지 안내해준 시녀들은 별궁앞에 공손한 자세로 서있는 네명의 시녀들에게 나를 떠넘기고 가버렸다. 그러고보 니 옷 색깔이 좀 틀린걸? 모양은 같은데 말이야. 색으로 시녀들의 직위와 신 분을 표시하는건가? "귀하신 분을 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마마." "그대의 이름과 신분은?" "백합궁을 관리하고 있는 시녀장 에레니아 드 플로란스 남작부인입니다. 이 아이들은 궁에서 교육받은 시녀들로 왼쪽부터 제시, 죠안, 제린입니다." "음. 에린은 아직 안왔나? 나랑 같이 온 내 시녀 말이야." "예. 마마. 아마 마마의 짐을 옮기는 중일것입니다." 짊을 옮긴다…라. 그보다는 짐을 검사하고 있다는게 맞지 않나? 별로 걸릴 것도 없고 뒤끝이 찜찜할만한 것도 없으니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좀 기분나 쁜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땡깡부리면 내일 아침 침실위에서 싸늘한 시체가 될수도 있으니 참아야겠지? "아넬리안. 아넬리안 폰 로세니아. 앞으로 얼마동안이나 신세를 질지는 모르 지만 그때까지 잘 지내자고. 제시, 그리고 죠안" "네. 마마." 조금 나이가 들어보이는 시녀가 대답했다. 저애가 제시이고. 그옆이 죠안이 고. 에이~ 뭐가 이렇게 헤깔리는거야? 진짜. "둘은 가서 에린을 도와줘. 맹한데다가 멍청한 아이니까 헤메고 있을게 뻔해. 그리고 제린이라고 했나?" "네. 마마" "홍차 한잔 부탁해. 그리고 플로란스 부인?" "말씀하십시오. 마마." "난 오늘 여기 도착해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대충 내가 알아둬야할것들부터 알려줘. 날씨 좋네. 정원에 티 테이블을 놓고 차를 마시면 기분 좋을것 같군"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말 잘듣는다. 시녀장은 시녀 둘을 본궁으로 보내고 제린과 함께 흰색으로 도색한 목제 티 테이블을 꺼내놓고 의자를 두개 가져다 놓았다. 좀 썰렁해보 이는 정원을 감상하던 나는 준비가 끝나자 슬며시 테이블로 다가가서 앉았고 곧바로 진하게 탄 홍차가 내 앞에 놓여졌다. 내 맞은편에 앉은 시녀장은 우 선 차를 한잔 마셔본뒤 흠흠하고 헛기침을 했다. "무엇부터 알려드릴까요? 마마. 제가 아는 한도내에서라면 뭐든지 말씀드리 겠습니다." "그야 당연히 이왕자와 삼왕자의 근황이지. 내가 오는 사이에 열렬한 열애설 이라던가 약혼 소문같은 내가 무척 기뻐할만한 사건은 없었어?" "예. 마마. 두분 모두 여자에는 그리 관심을 가지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어느 분이 되실지는 모르지만 두분 왕자님 모두 훌륭하고 좋으신 분이시니 분명히 행복하실것입니다." 행복같은 소리. 둘다 약혼이라도 해버리면 어쩌면 돌아갈수 있을지도 모른 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역시 확률적으로 봐도 희박하겠지? 그나마 바람안핀다 니 다행이네. 그런데 둘다 나보다 어리지 않던가? 가만…로이드라는 이왕자 녀석이 16살이고 마틴이라는 녀석이 15살이었으니… 젠장. 나보다 어린 꼬맹 이랑 결혼해야 하는거야? 정말 뭐가 이래? 인생이 꼬여도 한참 꼬였다니까. 대충 한시간정도 티타임을 가지면서 이 왕궁내에서 돌아가는 일을 들었다. 아직 모두 파악한것은 아니지만 진짜 로세니아나 크레센트나 왕궁안은 똑같 은가보다. 하긴 왕성이라는곳 자체가 더럽고 추악함이 가득한곳이지만. 거기 다 예법같은건 짜증나게 많은곳이고 말한마디에 목이 잘릴수도 있는곳이기도 하고 말이야. 뭐. 예전에 로세니아에서 살던때랑 거의 비슷하니 여기서도 그 럭저럭 적응해 나갈수 있을것 같지만 말이야. 한참 대화를 가장한 수다를 떨 어대던 플로랜스 남작부인이 갑자기 입을 다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갑자 기 시녀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지는걸 보고 난 급히 몸을 돌려서 뒤를 바 라보았다. 그곳에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다갈색 머리에 군청색 눈동자를 가지 고 있는 소년이 두명의 호위 기사를 대동한채 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누 구? "미천한 백합궁의 시녀장이 고귀하신 마틴 왕자전하를 뵙습니다." 아아. 고맙군. 나도 빨리 얼굴과 이름을 외워야겠다. "왕자전하를 뵙습니다." "고개를 드시오." 젊은…아니 어린놈이 나한테 손짓을 하면서 말하는 폼이 아주 아랫사람을 대하는듯한 태도다. 키도 나보다 작은게 말이야. 저걸 한대 쥐어패버릴까? 속 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확하고 솟아올랐다. 그것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데 나한테 다가온 마틴 녀석은 나를 위아래로 이리저리 쳐다보면서 흠~ 하고 소 리를 낸다. 내가 물건이냐? "외모는 그럭저럭 되는군." "전하도 외모는 그럭저럭 합격점이십니다." 난 똑같이 맞장구 쳐주었다. 물건이나 상품이 될려고 여기까지 온게 아니란 말이지. 어디 한번 해보자고 나도 갈때까지 간 몸이라 이거야. 나의 대답에 깜작 놀란듯한 표정을 짓던 삼왕자는 이내 하하하. 하고 마구 웃어제꼈다. 그 의 등뒤에 서있던 두 기사가 어쩔줄 몰라하는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이야. 한참을 웃던 마틴 왕자는 옷소매로 눈가를 몇번 훔치더니 - 그렇게 웃겼던 가? - 목소리를 가다듬은뒤 태도를 바꾸며 물었다. "그 자리에 앉아도 되겠소?" "원하시는대로 하십시오." 왕자는 어깨를 쫙 편 자세로 당당하게 나를 지나쳐 내 맞은편에 있는 의자 에 앉았고 나도 뒤따라서 앉았다. 그의 등뒤로 두명의 호위기사들이 나를 노 려보았지만 가볍게 무시해주었고 제린을 불러서 홍차를 다시 끓여오라고 시 켰다. 마틴 드 크레센트. 덴 녀석의 말로는 현 왕비인 피오나 드 위크 왕비의 친 자라고 했다. 성격은 좋은편이 아니지만 - 이라는 엄청나게 순화된 표현을 했다. 한마디로 덴자식 나에게 사기친거다 - 현 왕비라는 어마어마한 뒷배경 을 가지고 있는지라 귀족들이나 다른 왕자들에게도 곧잘 시비를 건다고 한 다. 그런 녀석을 눈앞에 두고있자니 속이 불편해져왔다. 무엇보다 내 신랑감 후보중 하나가 아닌가? "여기 식사는 마음에 드시오?" "그럭저럭 입에 맞더군요." "그렇다면 다행이군. 어차피 이곳에 살아야 할테니 말이야. 미리 적응해두는 편이 좋겠지. 안그렇소?" "…예" 저…저자식! 열다섯살짜리 꼬맹이 맞어? 말하는투가 완전히 애늙은이잖아! 거기다 저 능글맞은 미소! 어린놈이 벌써부터 싹수가 보인다! 보여! "뭐. 대충은 알겠지만서도…" 슬며시 운을 떼는 마틴 왕자. 이리보고 저리봐도 밉게만 보인다. 실제로는 꽤 잘생긴 소년인데도 불구하고 첫인상이 개판이니 다른 모습이 이쁘게 눈에 들어올리가 있을까? "난 왕이 될몸이오. 어마마마도 그렇게 말씀하셨고 또 나 자신도 왕이 될것 이라 생각하고 있소." "…제게 바라시는것이 무엇입니까?" "간결해서 좋군. 크레센트와 로세니아라… 서로 멀리 떨어져있는 상대도 아 닌데 너무 오랫동안 서로에게 이를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하지않소? 아넬리안 양?" 야…야…야아아앙? 저절로 미간에 주름이 지는게 느껴진다. 두살이나 어린 애한테 내가 이런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하나? 이거 확 뒤엎어버릴까? 저녀석 의 양볼을 꽉쥐고 쭈욱 늘어트리면 소원이 없겠다아! "글쎄요. 저같은 소녀가 뭘 알게습니까?" "하하. 하긴 숙녀분과 나누기엔 좀 지루한 대화겠군. 하지만 내가 왕이 된다 면 크레센트와 로세니아는 서로 손을 잡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협조할것이 오. 그렇게 만들겠소. 그럴 자신도 준비도 되어있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주먹까지 불끈 쥐어가면서 강하게 연설하던 마틴 녀석이 갑자기 손가락으로 볼을 긁는 시늉을 했다. 거기다 얼굴까지 살짝 붉히기 시작했다. 무언가 심상 치않은 느낌이… "나…나와…결혼해주시겠소?" "…네에?" 머리속에서 무언가가 퍼엉~하고 터져버렸다. 무슨 헤괴한 소리냐 이게! 저 런말이 겨우 열다섯짜리 꼬맹이한테서 나올법한 말이더냐? 하~참. 세상이 어 떻게 돌아가길래 애가 결혼운운하는 소리를 할수있는거야? 응? 이봐 신아저 씨! 인간한테 관심이 있으면 좀 설명좀 해달라고! 말문이 턱하고 막힌덕에 - 다행이 입에 머금은 찻물을 뿜어내는 불행한 사 태는 막았지만… - 난 아무말도 못했고 그덕분에 주변의 분위기는 싸한 냉 기만 감돌았다. 무언가 말을 해야하는데…솔직히 내가 뭔 말을 하겠냐고? 응? 저 마틴이라는 멍청이는 내가 무슨 로세니아의 잘나가는 왕족인줄 아나 본데 말이야. 애초에 온실의 화초처럼 곱고곱게 기른 자기딸을 외국으로 내 몰 부모가 어디있냐고. 조금만 생각해도 알수있는건데 말이야. 바보 아니야? 하긴 저녀석이 원하는건 내가 아니라 내뒤에 있는 로세니아라는 배경일수도 있겠다. 아니 그쪽이 더 타당하지. "죄송하지만…그건 제가 결정한 사안이 아닌것 같습니다. 전하." "음…그런가. 하긴 그럴수도 있겠군." 다시 애늙은이 자세로 돌아왔다. 뭐냐 저놈은… 만약의 가정이지만 저놈의 왕이되면… 진짜 피곤하겠다. 여러나라가…그리고 여러인간들이 말이야. 의외 로 유능한 왕이 될지도 모르겠는걸? 명군어쩌구는 몰라도 최소한 자기나라를 말아먹을 무능한 왕은 아닐거야. 어쩌면 역사서에 이름을 남길 왕이 될지도 모르지. 칭송일지 혹평일지야 알수없지만… 그걸알면 벌써 점쟁이노릇하고 있겠다. 내가 침묵을 지키고 있으니까 마틴 녀석이 불편했는지 흠흠하고 헛 기침을 한뒤에 찻잔을 들었다. 그리고는…한번에 쭈욱 들이켰다. 세상에 홍차 를 저렇게 마시는법이 어디있어?! 차를 다마신 삼왕자는 그대로 몸을 일으켰 고 어쩔수없이 나도 따라서 일어섰다. "그럼 조만간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겠소. 그때까지 내집처럼 생각하고 푹쉬 길 바라오." "예. 전하. 멀리 나가지는 않겠습니다." "그럼…" 짧게 인사를 마친 마틴 삼왕자는 씨익 웃으면서 - 자기딴엔 멋지게 보이려 고 했을거다. 하지만 내겐 재수없음 그자체였다 - 돌아서서 가버렸다. 그 아 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하더니 인삿말까지 똑같네. 혹시 이게 황실 예절은 아 니겠지? 마틴 삼왕자가 가버린뒤 얼마지나지 않아서 에린이 제시와 죠안의 도움을 받으며 별궁으로 들어왔다. 그리 많은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잖은 부피의 옷가지들과 몇가지 책들 그리고 내가 즐겨쓰던 화장품등이 들어있는 짐보따 리를 등에 진 에린은 내게 예를 표한뒤 한뒤 내방으로 들어갔고 다른 두 시 녀들도 같이 따라들어갔다. 방을 꾸미는거야 에린에게 맏겨도 되겠지. 길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기있는 시녀들보다는 나를 잘아니까 말이야. 흐음… 따분 해. 아직 해도 지지 않았으니 벌써부터 침대속으로 들어가 뒹굴수도 없고 그 렇다고 마땅히 할일이 있는것도 아니고… 에린녀석이나 닥달할까 하다가 그 것도 관뒀다. 첫날부터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다른 시녀들에게 내 이 미지가 나쁘게 비춰질테니까 말이야. 눈치하나는 기가막히게 빠른 시녀들이 니 - 에린은 시녀로서는 절대 불합격이다 - 조만간 내 성격을 속속들이 파 악하겠지만 그래도 첫인상은 중요한법이니까. 할게 없으니 따분하고 일을 벌 이자니 남의 동네이고 하니 역시 할수있는것은 따분한 표정을 지으면서 조신 하게 티 테이블이나 긁는게 전부였다. 남들이 보기에 조신한지 어떤지는 모 르겠지만… 지루함에 몸을 떨고있을때 - 시녀장인 에레니아 남작부인도 어디론가 사라 졌다. 별궁꾸미기에 동참한건가? - 마침 잘 아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러니까…한번 얼굴이라도 보십시오. 예의가 아니겠습니까?" "아참! 귀찮게!" "전하…목소리가 크십니다." "흠흠…" 덴이다! 그리고… 다른 목소리는 아직 엣된게 소년인것 같은데… 전하라면? 이거야 너무 쉽잖아. 내가 몸을 일으키자 어느새 다가왔는지 제린이 내 옷매 무새랑 머리모양을 손질해주었다. 그리고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구겨진 드 래스 자락을 손을 펴주었고 어느정도 단장이 다되자 역시 소리없이 뒤로 물 러났다. 흠. 이게 제대로된 시녀의 몸가짐이지. 역시 에린은 아직 한참을 더 배워야한다니까. 눈치라곤 약에 쓸래도 찾을수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속으로 에린을 씹고있는동안 별궁의 정문에서부터 이어지는 돌길위로 능글맞은 덴 녀석과 청년티가 조금씩보이는 소년이 들어왔다. 검은 머리에 검은눈. 특이하 네. 그래도 역시 잘생겼군. 왕족은 모두 미남미녀만 있는건가? 으음… 난 상 념을 접으면서 다가오고 있는 두 남자들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활짝 웃으면 서 입을 열었다.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로이드 왕자전하." "어?" 생각이 표정으로 다 들어난다. 단순한 녀석일세… 놀랍다는 표정을 짓고있 던 로이드 왕자는 덴녀석이 옆구리를 툭툭 친다음에야 정신을 수습했다. 그 리고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흠흠. 만나서 반갑소. 이름이…" "아넬리안. 아넬리안 폰 로세니아입니다. 왕자전하" "아…그렇군. 아넬리안이라… 좋은이름같군. 앉으시오" 티테이블까지 다가간 로이드 왕자는 자기가 먼저 앉고나서야 자리를 권했 다. 이거이거… 아무리 왕자라해도 말이야. 숙녀에게 앉아보라고 권하지도 않 다니. 예절이 부족해. 정말 예절이 부족해. 이왕자나 삼왕자나 왜 다 이런인 간들뿐인거야. "예. 그럼…" 조금 기분이 나빴지만 화낼수야 없는법. 나도 따라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제린이 불쑥 나타나서는 로이드 왕자와 나 그리고 언제 의자를 가져왔는지 왕자의 옆자리에 앉은 덴 녀석에게 홍차를 내려놓고 테이 블 중앙에 갓구운듯 아직도 향이 좋은 쿠기바구니를 놓은뒤 물러섰다. 꽤 멀 리까지 떨어져서 서있는것을 보니 정말 교육은 잘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 다. 최소한 5~6m는 되겠는걸? 그정도 거리면 크게 떠들지 않는한 아무리 귀 가 좋더라도 말소리를 정확하게 알아듣기는 힘들지. "……" "……" 후룩. 침묵뿐인 티 테이블. 찻잔을 들어서 적당히 식은 홍차를 한모금 마셔 보았다. 꽤 괜찮은걸? 에린보다 백배는 낫군. 그나저나 무슨 이야기라도 해야 하는거 아니야? 내가 말하리? 역시 이놈의 왕자도 제대로된 인간이 아니야! 꽤 긴 침묵이 이어진덕분에 난 막 입을 열려고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로 이드 왕자가 행동하는것이 아닌가? "잠깐 실례하겠소." 라고 말한 로이드 왕자는 덴 녀석이 들고온 두꺼운 책을 들더니 읽기시작했 다. 책을 보기 시작했단 말이다. 이 나를 앞에두고! 어떻게…어떻게! 그래 내 가 로세니아의 왕족이니 뭐니하는건 그렇다치자! 그리고 내 신랑감후보중 하 나라는것도 그렇다 치자말이다! 하지만 숙녀를 앞에두고 책이나 보고있는것 이 세상에 어느나라 예법이난 말이야! 왼쪽 눈썹이 부르르 떨린다. 테이블밑 에서는 내 두 주먹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고 입가에 가느다란 경련이 일어난 다. 으아아아!!! 누가…누가… 나좀 말려줘! 제발! "잠시 실례…전하…전하아…" 왕자옆에 앉아서 안절부절못하던 덴 자식은 내 표정을 보고는 황급히 고개 를 숙이며 사과한뒤 로이드 왕자에게 작게 속삭였지만 왕자녀석…요지부동이 다. 독서 삼매경이라는 말이 딱 저릴때 쓰이는거구나…하하…허탈해라. 덴 녀석은 간절하게 불러대면서 안잘부절 못했고 로이드 왕자는 철저하게 무시한채 책만보고 있었다. 그리고 난 그런 그들을 보면서 작게 하품을 했다. 처음의 긴장감따윈 이미 저하늘로 날아간지 오래였고 남은건 소외된자의 지 루함뿐이었다. 이거 성질나는데 확 엎어버릴까? 응? 이 생각 벌써 두번째아 닌가? "에잇! 워렌 자작! 당신은 왜 허구한날 나한테 찾아와서 귀찮게 하는거야? 응? 다른 귀족들처럼 마틴한테나 가라고! 뭘 얻어먹을게 있다고 나한테 들러 붙는거야!" 타악! 강하게 책을 덮은 로이드 왕자가 빽하고 소리쳤다. 놀래라… 심장이 쿵쿵 뛰잖아! 왜 갑자기 소리는 지르고 그러는데? 중간에 끼어있는 덴 녀석 은 나와 로이드 왕자의 눈치를 살피면서 울상을 지었고 짜증이 난다는 표정 으로 덴을 노려보던 왕자는 이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나를 한번 힐끔 본뒤에 자기앞에 놓인 찻잔을 들었다. 그리고… 단숨에 마셔버렸다. "소리를 질러서 미안하오. 아넬리안…왕녀." 나를 부를 호칭이 마땅히 생각 안났나보지? 왕녀라…흐음… "그럼. 편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내집처럼 생각하고 편히 지내시오. 난 바빠 서 이만…" "전하! 전하아…" 덴 녀석이 애원하며 매달리건 말건 로이드 왕자는 그대로 그 두꺼운 책을 든채 아무 꺼리낌없이 별궁밖을 향해 걸어나갔다. 뒤따르던 덴 녀석은 내게 미안하다는듯 연신 몸을 굽신거리면서 사과했고 왕자가 별궁밖으로 나가버리 자 뭐라고 소리치면서 뒤쫓아가버렸다. 아아~ 골치아파. 제대로된 인간은 없 는거냐? 여긴? 저녁식사는 간소한편이었지만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다. 제시가 요리를 잘한 다고 하던데… 나중에 칭찬이라도 해줘야지. 특히 과일 샐러드가 맛있었어. 밤에 조금더 만들어달라고 해볼까? 느긋하게 식사를 마치고나서 2층에 있는 내방으로 들어온 나는 로세니아에서 살던 내 방과 비슷한 분위기를 보고는 작게 미소지었다. 에린도 쓸모가 있을때가 있구나. 비록 완전히 같을수야 없 지만 비슷한 색조에 비슷한 장식들 그리고 벽 한면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있 는 넓은 테라스가 내맘에 쏙들었다. 1층에 있는 내 침실은 - 정확히는 두번 째 침실 - 테라스가 없어서 뭔가 밋밋해보였는데 여긴 놀기에도 좋고 놀다 가 지치면 침대로 기어들어가 자면 되니 그것도 맘에 들고 말이야. "하아… 무언가 피곤한 하루였어" 국왕과 왕자들. 지금의 나로써는 감히 올려다보기도 힘든 높은 위치의 인간 들인데 실제로 만나보니까 뭐랄까… 좀 어긋났다고 해야하나? 예상과는 많이 틀렸다. 괜히 기분이 찝찝해지기에 나는 창가로 걸어가서 커다란 창문을 활 짝 열어제쳤다. 대여섯쌍의 남녀가 왈츠를 추어도 충분할정도로 넉넉한 넓은 공간이 나를 맞이하였고 어느새 하늘에는 새하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후우…" 테라스 끝의 난간을 붙잡고 작게 숨을 들이켰다.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니 머리가 좀 맑아지는듯한 느낌…인데 테라스 아래쪽…그러니까 정원 한구석에 서 두런두런하는 소리가 들린다. 귀를 귀울여보니 사람이 수근거리는 소리였 다. 이거 소리질러야 하는건가? "거기 누구야!" …라고 생각하기전에 입이 먼저 움직여버렸다. 내 목소리에 제린과 에린 - 침착한 제린에 비해서 에린은 허둥대는 모습이 보였다 - 이 내게로 뛰어왔 고 1층에서는 에레니아 남작부인과 다른 두 시녀들이 급히 정원쪽으로 뛰어 가는게 보였다. 와~ 교육이 잘된거야? 빠릿빠릿한게 진짜 대단한걸? 거기다 별궁밖에서 경비를 서던 병사들이 뛰어오는지 철컹거리는 소리까지 들려왔 다. 이거 이렇게 소동을 벌여놨는데 사실은 환청이거나 하면… 왠지 끔찍한 상상이… "거봐요. 들켰잖아요." "이런이런…" 다행히 환청은 아니었나보다. 정원 한구석에서 두 남녀가 수풀을 헤치고 기 어나왔으니까 말이야. 뭐야 저것들은? 내 바로 옆까지 다가온 제린이 촛불이 가득켜진 촛대를 들고있어서 난 내 눈앞에 나타난 남녀를 자세히 관찰할수 있었다. 사내는 멀리서 보기에도 꽤 커다란 키에 아주 짧은 머리를 하고있었 고 헐렁하고 간소해보이는 옷을 입었지만 다부진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 리고 여인쪽은 사내쪽과는 틀리게 아주 긴 백금발의 생머리를 가진 귀여워보 이는 여인이었는데 샐쭉한 표정을 지으면서 사내에게 핀잔을 늘어놓고 있었 다. "누구세요?" …라고 묻는것이 내 입장에서는 당연한거겠지? 그런데 대답은 엉뚱한데서 들려왔다. 아래층에서 정원으로 뛰쳐나온 시녀장이 그 사내를 보더니 깜짝놀 라면서 소리친것이다. "브래드릭 왕자전하!" "아…들켰네?" 아…아아? 정말 대책이 안선다. 저기서 애정놀음 - 이라고 판단되는 몰골 - 을 하고있는 인간이 크레센트국의 1왕자인 브래드릭 왕자라고? 거참… 이동 네… 정말 사람사는데 맞아? 사람을 얼마나 놀래켜야 속이 시원한거야? 왕자가 왔다니 손님입장인 난 또 아래층으로 내려가야했다. 내가 1층에 도 착해서 가장 먼저 본것은 여인을 둘러싸고있는 시녀들이었다. 직업의식이 무 엇인지 새집이나 다름없는 몰골에 온몸에 나뭇가지며 나뭇잎을 잔뜩 붙이고 있는 일왕자는 내버려둔채 여인쪽을 먼저 단장시키고 있는것이다. 그것도 아 주 능숙하게… 시녀장인 에레니아 남작부인은 일왕자의 시선을 가리고 서서 설교를 늘어놓고있었고 다른 두 시녀는 그사이에 같이있던 여인 - 이 여인 도 필시 무슨 내력이 있을것이다. 장담한다 - 의 차림새를 봐주고 있었다. 시녀장에게 한참 설교를 듣고있던 브래드릭 왕자는 내가 내려오자 아주 호탕 하게 웃었다. "하하하하!!! 이것참 초면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왕녀님." "…정원에 숨어계실줄은 몰랐습니다." "아하하…그게 그렇게 됐군요" 뭐가 그렇게 된건데? 그리고 일왕자는 결혼했다고 하지않았던가? 여긴 왜 온거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생겨났다. 때마침 시녀들의 마수(?)에서 풀려난 여인이 눈꼬리를 치켜뜨면서 일왕자에게 다가가더니 화가 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길래 제가 미리 연락하고 찾아오자고 했잖아요!" "하지만…" "뭐가 하지만이에요! 네?" "하지만 말이야.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안그래?" 씨익 웃는 일왕자 전.하.였다. 우하하하~ 맞아 잠시 깜박했구나. 이 왕궁엔 제대로된 인간이 없었지. 제길… "그런데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용무로 오셨는지…" "아… 그게 여기있는 엘린이 이번에 로세니아에서 오시는 왕녀님에게 많은 관심을 보여서요. 그래서 늦은시간에 실례했습니다." "예? 저를요?" "예. 뭐…자기딴엔 신경쓰였나본데. 음…거 있잖습니까? 이번에 오시는 왕녀 님이 우리나라 왕자랑 결혼한다는 소문… 그래서 질…커헉!" 봤다. 그리고 들었다. 뻐억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아작나는 소리! 한손 으로 입을 가린채 호호호 웃고있는 엘린이라는 여자. 오른팔 팔꿈치로 브래 드릭 일왕자의 명치를 정말 온힘을 다해서 후려쳤다. 진짜로! 그 증거로 일 왕자의 얼굴색이 시퍼렇게 변하면서 컥컥거리고 있었다. "우리 전하는 농담도 잘하시죠? 호호호…" "아…예" "그럼 저희는 이만…다음에 정식으로 찾아뵐께요. 내집처럼 생각하시고 편히 쉬세요. 저도 그랬답니다. 호호호… 그럼 이만" "네에" 뭐 할말이 있나. 간다는데 보내줘야지. 손수건이라도 흔들어줄까? 거의 바닥 을 구를듯한 자세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브래드릭 왕자의 옆구리를 한손 으로 꼬집으면서 - 확실하게 두눈으로 봤다 - 엘린이라는 여자는 끝까지 웃 는 얼굴로 별궁을 나갔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나는 시녀장을 불렀다. "그 숙녀분은 누구지? 일왕자전하와 친한것 같던데…" "네? 모르셨습니까? 미노스가의 장녀이시자 브래드릭 전하의 부인이신 엘린 왕자비이십니다. 현숙하고 정숙하신 숙녀중에 숙녀시죠" "아아…이제 더 찾아올사람 없겠지? 난 잘테니까 별일없으면 깨우지마" "예. 마마. 편히 쉬십시오." 숙녀중에 숙녀라…하하하…건장한 사내의 명치를 정확하게 가격해서 숨쉬기 힘들정도로 만드는 여자가? 하여간…제대로된 인간이 없다. 정말로… 나 잘 해나갈수 있을까? 자신감이 팍팍 줄어드는걸? ----------------------------------------------------------------------- 야하지 않으면 쓰지않는다!... By Sir.Dk 금언이자 명언 -_-/.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현실은 여전히 냉엄한법! 뭐...야하게 써봐야 얼마나 쓰겠습니까. 그저 다섯페이지에 한번씩 정사씬을 넣고 열페이지에 한번씩 살인씬을 넣으면 그걸고 충...쿨럭 (위의 예시는 일본 모 추리소설들중 일부 소설의 성향임을 미리 밝힘) (추가로 인기가 매우 좋았다고함 -_-/) 하아. 요즘 릴이라는 게임에 빠져서 폐인생활하고 있습니다. 어찌될지는 하늘만이 알겠지만 그래도 연재하는걸 잊은것은 아닙니다. 다만.... ...다만....다만.... 늦어질뿐입니다!!!! 우호호호홋~ 가우군 [Queen`s Heart] 3장 크레센트 (2) 2003-08-04 15:22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3장 크레센트.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크레센트 왕국. 이 대륙내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힘이 강한 나라. 라고 하 지만 세력비는 우리 로세니아와 비등비등 하다. 군사력으로만 따지만 케센이 가장 강하긴 하지만 그 동네는 워낙 춥고 배고픈 동네인지라 타국으로 원정 을 나와 장기전을 벌일 여력이 거의 없기에 크레센트 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 는것이다. 전쟁은 병사만으로 할수있는게 아니라고 책에 쓰여있었으니까 맞 는 말이겠지. "심심해…" 난 읽고있던 책을 침대위에 대충 집어던지고 넓은 침대위를 데굴데굴 굴러 다녔다. 평소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이 왕궁안에서 내가 할수있는 일은 없다. 전혀. 하나도 없다. 정식으로 가족이 된것도 아니고 - 물론 그쪽 도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 아직까지는 손님 신분인지라 별궁밖으로 마음대로 나다니지도 못한다. 그저 기다릴뿐… 침대위에서 데굴데굴 굴러다 녀봐도 심심함은 금할길이 없었다. 결국 할일이 없던 나는 아까 집어던졌던 책을 다시 줏어들었다. "흐음…크레센트의 건국왕같은건 관심없고…" 파라락. 누가 들으면 눈을 부라리면서 화낼만한 내용이지만 - 여긴 크레센 트니까 - 난 로세니아인이라고. 책의 중간쯤을 펼친 나는 아까 읽던 부분을 마저 읽기 시작했다. "사실 군사적 입장에서 봤을때 크레센트 국의 지형적 요건은 매우 불리하다. 광대한 영토를 지켜줄 어떠한 지형적 우위점도 없는 평탄한 대지는 농사를 짓기에는 매우 유리하지만 적군의 진격을 막는데는 더 없이 불리하다. 거기 에다 대륙의 중앙에 위치한 지리적 불리함은 이 나라가 아직까지 버티고 있 는것은 신의 은총이라 할수있다. 사면이 타국의 국경선으로 이어진 크레센트 국은 언제나 외세의 침입을 대비해야 했다. 그 덕분에 자연적으로 발생한것 이 수천에서 수만명의 병사들을 장기간 주둔시킬수 있는 요새도시이다. 크레 센트국에는 상당히 많은 숫자의 요새도시들이 있고 전략적 가치가 사라진 요 새도시들은 일반 농경도시로 탈바꿈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다량의 병사들을 빠른 시간안에 목적지까지 보낼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 크레센트국은 비나 눈 에도 별 무리없이 진군할수 있는 튼튼한 가도를 거미줄처럼 온국토안에 만들 었고 자국내에서의 기동력을 살리고 적군의 기동력을 죽이기 위해서 가도 주 변에는 요새도시나 그보다 규모가 작은 요새들과 정규군 주둔지들이 생겨났 다. 또한 병수의 우위를 위하여 귀족은 물론이고 일반 평민 그리고 노예들에 게까지 강제적인 징집기한을 두는 국가는 오직 크레센트국 뿐이다. 이는 타 국에 비해서 병사들의 무장도와 훈련도를 떨어트리지만 타국보다 월등히 많 은 군사력으로 이를 보완하였다. 더욱이 무서운점은 크레센트국은 그 많은 병사들을 먹여살릴만큼 부유한 국가라는것이다. 흐응…" 침대위에서 발을 흔들면서 책을 보던 나는 향긋한 냄새에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가져다 놓았는지 향긋한 홍차와 함께 쿠키바구니가 침대위에 놓여있 었다. 이젠 좀 질린다. 기척이 없는것도 어느정도지 눈을 잠깐 뗐다가 돌리면 어느새인가 왔다간 흔적만 남아있다. 혹시 저 시녀들은 모두 소리없이 걷는 훈련을 받은게 아닐까? 도둑들 처럼 말이야. 바스락. 아직 따뜻한 쿠키를 입 에 넣었다. 고소한 맛이 올라오는걸로 봐서 보리로 만든것인가보다. 잘구웠 네. 한손으로는 연신 쿠키를 집어먹으면서 나는 다시 책으로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병력의 분산은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았다. 특히 중소 요새들의 귀족 들이 서로 작당하여 연합하는 모습은 자주 볼수 있었는데 이는 병사들을 자 신의 불순한 의도에 끌어들인 귀족들의 반란을 가져왔다. 과거 크레센트 역 사에는 군사를 이용한 직접적인 반란및 내전은 셀수 없을정도로 많이 일어났 다고 적혀있다. 당시 일부 역사가들은 적군에게 죽은 병사보다 동족에게 죽 임을 당한 병사의 숫자가 더 많다고 주장할 정도인 것이다. 이에 7대 국왕으 로 등극한 프로텐스 국왕은 각지방의 중소 영주들의 사병숫자를 대폭적으로 축소시키는 동시에 왕실에서 정규군 병사들을 지휘할 장군들을 직접 임명하 는 방식을 취하였다. 당연히 자신들의 기득권을 빼앗긴 귀족들은 연합하여 내전을 일으켰으나 병력의 수와 질에서 차이가 나는 반란군은 겨우 1년도 못 가고 지리멸렬하고 말았다. 그후 귀족들의 권한은 약화되었고 왕권은 유래를 찾아볼수 없을정도로 강화되었다. 약화된 귀족들은 행정관료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역사에 등장하였으나 과거와 같은 권세를 누리기는 힘들었고 절대왕 정이 자리잡았다. 크레센트 국의 특징이라 함은 왕은 물론이고 대귀족조차도 세금과 병역의 의무를 지는것으로 유명하다. 가진자는 가진만큼 내놓아야한 다는 프로텐스 국왕의 유지에 따라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신체 건장한 청년 은 누구나 병역의 의무를 지어야 했다. 어쩌면 이러한 책임의식 덕분에 크레 센트국이 지금의 커다란 왕국을 세우고 유지해왔는지도 모른다. 크레센트 국 민은 자신이 국가에 납부한 세금이 자신들을 지켜줄것이라 굳게 믿었고 군인 으로 징집된 청년들이 주변국들의 불순한 의도를 억눌러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게 해줄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라… 이거참. 몇백년전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야?" 확실히 내 기억으로도 크레센트국이 최고로 확장했을때가 프로텐스 국왕때 라고 생각된다. 그당시 크레센트국은 북방의 케센을 상당히 북쪽까지 밀어버 리고 우리 로세니아국의 영토를 절반이나 점령할정도로 강력했다. 남방의 소 국들은 모두 공물을 바친다. 공녀를 보낸다 정신없었기도 하고… 하여간 대 륙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붙을정도로 강한 힘을 가졌던 크레센트국은 프로텐 스 국왕사후 억눌러졌던 귀족들의 연이른 반란과 점령지의 주민들이 일으킨 폭동, 그리고 패전국들의 연합군에 밀려서 강대한 권세를 채 다 누리기도 전 에 지금의 몰골이 되었다. 프로텐스 국왕이 통치하던 40여년간은 최고의 힘 을 자랑하는 제국에 가까운 국가였지만 강력한 통치자가 사라지자마자 모든 힘을 잃고 자멸해버린것이다. "음음…역시 권력은 한곳에 집중하면 않좋군." 여기선 성군으로 추앙받는 프로텐스 국왕이지만 다른국가에서는 침략자로 이름을 드높인 왕이지. 거기다 귀족들의 목을 수도없에 베어버린 왕이기도 하고. 대단한 왕이지만 뒷마무리가 그저그랬으니 결국 실패한 인생이지 뭐. 자기만 잘 먹고 잘살았다고 장땡인게 아니니까. 덕분에 대륙 최강국이라던 크레센트는 3대 강국으로 명성이 추락했고 우리 로세니아는 그덕분에 약소국 신세를 면했지. 지금은 당당히 어깨를 견주는 대국이 되었지만. "마마. 마마…" 응? 에린인가? "왜?" "궁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오늘 오찬에 마마를 초대하신다고 하옵니다." "누구 이름으로 부른건데?" "…국왕폐하이십니다." "폐하께서? 흐음…" 에린녀석 내가 말꼬리를 흐리자 몸을 작게 떤다. 날 힐끔거리는걸로 봐서 내눈치를 보나본데 또 뭔 꼬투리를 잡혀서 혼나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는것 같다. 꼬투리 잡을거야 뭐 있긴하지만서도…지금은 그럴기분이 아니란 말씀. 갑자기 왜 부른거지? "알았어. 준비해" "예. 마마" 별로 재미없던 책은 구석으로 집어던져버렸다. 어차피 시간때우기로 읽던거 라 손에서 내던지고 나니까 금세 관심이 식어버렸는걸… 제시가 가져온 청동 대야에 손을 넣어보니 미지근하다. 거기다 장미향이 은은히 나는걸로 봐서 향수라도 넣었나? 방 한구석에서는 제린이 내가 입고갈 드래스를 몇벌인가 꺼내놓고 있었고 바보같은 에린은 그저 내 등뒤에서 서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맹한것. 나를 몇년이나 시중들었는데 단 이틀된 다른 시녀들보다도 못하냐. 정말이지…빨리 갈아치워버려야 된다니까! 대충 씻고 - 긴머리는 정말 짜증난다. 머리를 감을때마다 완전 중노동이다 - 제린이 골라놓은 드래스중 가장 화사한 연분홍빛 드래스를 입은뒤 시녀장 이 가져온 보석함에서 귀걸이와 목걸이를 찬뒤 내가 로세니아 왕성에서 받아 온 루비가 박힌 팔찌를 차고나서 화장을 하자 오찬시간까지 얼마 안남았다. 치장하는데만 벌써 두시간이 다 지나갔네. 정오가 다되가는 시각이잖아! "에린! 에린!" "네! 마마!" 크레센트 왕국의 시녀복으로 갈아입은 에린이 내앞으로 쪼르르 달려온다. "왕궁 지리는 다 외웠겠지?" "예? 그게…" 고개를 푹 숙이면서 우물쭈물거린다. 이러니 내가 골려주고 싶어지는게 당 연하지! 이 맹한것! "멍청아! 지금까지 뭘한거야! 너 그러고도 내 전속 시녀라고 할수있어! 엉?" "죄송합니다. 마마! 용서를…" "마마. 오찬에 늦겠습니다." 쳇. 에린 너 시녀장한테 감사하라고! "할수없지. 제린. 안내해. 그리고 죠안과 에린은 뒤에 서고. 이런걸 내가 일일 히 말해줘야 되는거야?" 짜증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정말! 이 맹한것! 내일도 우물거리면 당장 거 리로 내쫓아버리겠어! 이건 진심이라고!!! 제린의 안내를 받아 본궁으로 들어가는길은 참 멀었다. 어제는 몰랐는데 뭔 놈의 왕궁이 이렇게 넓은지 길 잊어먹기 딱 알맞다. 앞서서 걸어가던 제린도 중간에 잠깐 길을 잃었는지 당황했지만 뒤따르는 죠안이나 에린이 무언가 눈 치채기전에 다른곳으로 날 안내해서 사태를 수습했다. 관록이라는건가? 능숙 하게 대처하는걸? 대략 20여분정도 부지런히 걸어서 도착한곳은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때 보았 던 거대한 홀이었다. 시종들만 간간히 보이는 그 넓은 - 혹은 썰렁한 - 홀을 지나친뒤 길다란 복도를 지나 대연회장으로 들어가자 길고긴 테이블과 거기 에 빽빽하게 앉아있는 사내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오~ 어서 오게. 왕녀."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국왕폐하" "어서 앉게나. 어서" 핸드릭스 국왕이 이미 와있었다. 완전 지각이야! 거기다 다른 수십명의 귀 족들이 날 노려보는걸로 봐서 늦어도 상당히 늦은거같다. 제린의 시중을 받 으면서 국왕의 옆자리로 안내된 나는 우아한 자세로 의자에 앉았다. 곧이어 시종이 차가운 음료와 함게 냉수를 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가지런히 정렬 되어있는 은제 포크와 나이프. 그리고 빈 그릇이 보인다. 아직 에피타이져(전 채요리)도 안나왔네. 저 국왕아저씨의 보챔은 내가 반가워서일까? 배고파서 일까? 심히 의심스러운걸? "자자. 뭐 대충 소문으로 들어서 알겠지만 내 직접 소개하도록 하지. 아넬리 안 양일세. 아넬리안 폰 로세니안." "귀한분들을 뵙게되어서 영광입니다." 난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다른 귀족들에게 인사했다. 이것도 예의라고. 아무 리 왕족이 아닌 일반 귀족들이라해도 국왕과 함께 식사를 한다는것은 궁내에 서 상당한 실권을 가진자들이라는 뜻이니까. 내가 고개를 숙여 먼저 인사를 건내자 몇몇 귀족들이 헛기침을 하면서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저 인간들은 날 싫어하는 쪽이겠지? 기억해두자. 그리고 내 맞은편에는… 맙소사. 브래드 릭 일왕자? 거기다 그 옆엔 로이드와 마틴까지. 마틴 녀석 나랑 눈을 마주치 자 배시시 웃으면서 손까지 흔든다. 어린녀석이 어디서!!! 전채 요리로 나온 샐러드와 훈제 닭고기는 눈물나게 맛있다. 무슨 소스를 썼는지 시면서도 아주 단맛이 나는 드래싱 소스는 내 마음에 쏙 들었고 소금 만으로 간을 한 닭살은 겨우 한입거리였지만 담백한 맛이 입안에 가득 맴돌 정도로 훌륭했다. 이거 만든 주방장 솜씨가 아주 뛰어난걸? 뒤이어 나온 완 두콩 스프는 깔끔한 뒷맛에 빠져버렸고 차게 식혀서 나온 레몬 쥬스를 마시 면서 난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만큼 훌륭했거든. 국왕폐하도 식사가 마음에 들었는지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면서 입을 열었다. "오늘 식사는 아주 마음에 드는군. 예쁜 숙녀분이 옆에 있어서 그런가? 허허 허" …노인네가 주책이야…라고 하면 목이 뎅겅…이겠지? 하지만 주책은 주책인 걸? 국왕폐하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왕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는걸 봐도 알수있다. 그러고보니 핸드릭스 국왕폐하의 취미가 지나가는 시녀 건드리기 라고 들었던 기억이… 설마. 저렇게 평범하고 점잖아 보이는 사람이 그런 취 미가 있을려고… "호호호. 마치 공주님같네요. 어머. 공주님이 맞던가." "공주는 공주지. 암. 내 슬하에 공주가 없었는데 오늘 딸하나가 생긴 기분이 구려" "영광입니다. 폐하" 딸같은 시녀를 건드린다는 소문이… 흠흠. 뭐 원래 위에 있는 자들은 마음 대로 바람피고 깽판부려도 다 무마가 되는법이니까. 그 갈아마실 커트렌 자 식만 봐도 알수있지. 암. 그런데 여기 분위기가 좀 이상한걸? 내가 끼어있으 니 당연히 좀 불편한 자리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자기네들끼리 소근거리거나 하는건 있을만도 한데 모두 벙어리라도 된건지 입을 꾹 다물고 식사에만 열 중하고 있다. 이거 참… "……" 문득 시선이 느껴져서 식탁 맞은편을 바라보니 로이드 이왕자가 날 바라보 다가 눈길을 돌린다. 뭐야. 나한테 뭐 할말이라도 있었던건가? 할말이 있으면 말을 하던가. 말이지…괜히 사람을 노려보고 그러는데? "그런데… 아넬리안 왕녀" "예? 예. 폐하." "그대가 보기엔 저 세 아들녀석중에 어떤 녀석이 마음에 드는가? 뭐… 세 녀 석 다 그리 떨어지는 녀석들은 아니네만…" "…저. 그게…" 으아!!! 저 늙은이 - 중년 아저씨. 노친네. 늙은이. 착실히 단계를 올리고 있 다. 독심술을 쓰는자가 있다면 확실히 단두대감이다 - 이런자리에서 왜 그런 질문을!!! 누굴 죽이려고 물어보는거얏! "허허. 내 질문이 너무 짖궂었나?" "폐하. 세분 왕자님들 모두 뛰어나니 왕녀로써는 누굴 선택해야 할지 혼란할 것이옵니다." "그런가? 하긴 그렇겠군." 왕비의 말에 국왕폐하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손으로 수염을 쓰다듬었다. 때마침 생선요리가 들어오고 있는 중이라 화제는 그럭저럭 넘겼지만 분위기 는 영 아니올시다. 가 되어버렸다. 아니 저 케센 북방의 툰드라 지방만큼이나 냉냉해졌다! 생각같아서는 눈앞에 놓인 도미찜을 난도질하고 싶지만 예법이 몸에 밴 내 가 그런짓을 할수 있을리가 없잖아! 최대한 기품있고 우아하게 살점을 잘라 낸 나는 포크로 그것을 입안에 가져갔고 살짝 씹었다. 음? 이거 진한 육즙이 배어나오는걸? 환상적이다! 기품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접시위에 올려져있는 도미를 두손으로 들고 뜯어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맛있다! 정말 맛있 어! 눈가에 눈물이 밸정도로 맛있다. 그런데 국왕폐하께서는 이 내가 도미맛 을 보는게 마음에 안드는지 - 그럴 의도는 없었겠지만… 타이밍이 정말… - 또 말을 걸었다. "그런데 식은 언제쯤 올리는게 좋을까? 역시 뜨거운 여름보다는 봄이나 가을 이 낮겠지?" 툭… 으앗! 실수로 포크를 떨어트렸다. 다행히 테이블위에 떨어져서 소리가 안났기에 망정이지 잘못했으면 여기있는 사람들 시선을 모조리 끌 뻔했잖아. 국왕폐하는 자기가 말을 꺼내놓고도 쑥스러운지 껄껄 웃으면서 왕비의 핀잔 을 듣고있었고 내 옆이나 다른 자리에 앉은 귀족들은 식사에 열중하느라 못 본듯했다. 휴…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맞은편에 앉은 로이드 이왕자가 날 보다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떨구며 포크를 든다. 뭐야! 저 놈! 불만있으면 말로…할만한 자리가 아니군. 그래도 심히 기분나쁘다! 그뒤로 메인 요리들이 줄줄이 나왔지만 이제는 두려워지기까지한 국와의 툭 꺼내놓는 말과 로이드 이왕자의 태도가 걸려서 무슨맛으로 먹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간신히 디저트를 먹어치우고 - 그래도 다 먹은걸로 봐서 꽤 맛있었 나보다 - 오랜지 쥬스를 마시고 나니 좀 살것같았다. 정식 요리는 여기서 끝 이니까. 이제 별궁으로 갈수있다. 제발 그냥가게 해줘! 이런 자리 죽어도 다 시 참석하고 싶지않아! "흠. 맛있었는가? 아넬리안 왕녀" "예. 폐하. 이런 훌륭한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군. 이 늙은이를 상대하느라 피곤했을테니 이만 가 서 쉬게" "먼저 자리를 뜨는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데…왕자들이나 귀족들중 단 한명도 자리에 서 안일어난다. 먼저 일어선 나만 괜히 머쓱해졌잖아! 뭐야. 소외감이 팍팍 밀려오는걸? "이리로…" 내 의자를 뒤로 빼준 시종이 공손히 나에게 말했다. 난 국왕에게 예를 취한 뒤 그 시종을 따라서 대연회장을 빠져나왔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제린과 에린들을 볼수 있었다. 이 애들은 밥이나 먹었을려나? 아니지 그게 아니지. 지금 중요한건 내 시녀들이 식사를 했는지 걸렀는지 하는게 아니야. "마마. 별궁으로…" "쉿." 제린의 입을 막아버린 난 복도를 돌아보았다. 문 옆에 경비병 두명이 있었 지만 그들은 제외. 상관없으니까. 복도에 돌아다니는 시종은 없고. 나를 데리 고 나온 시종도 문앞에서 돌아갔다. 좋아! "…마마. 엿듣는것은 품위에 어긋나는…" "닥쳐." 관록있는 제린도 내 살벌한 말투에 꼬리를 내렸다. 나는 눈을 부라려서 시 녀들과 경비병들이 내게 등을 보이게 만든뒤 두터운 나무문에 귀를 대었다. 역시나. 안에서는 ''타국에서 온 출신도 불분명한…'' ''고귀한 혈통에 누가 되 는…'' 어쩌구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역시나. 나는 불청객인것이지. 뭐… 이로 써 마틴 삼왕자는 떨어져나간것 같은걸? 삼왕자는 현 왕비의 자식이고 자기 파벌도 빵빵하게 키워놓은것 같으니 잘나가는 귀족가의 숙녀를 부인으로 맞 이하겠지. 그게 귀족들을 다루는 정석이기도 하고… 하지만 역시 기분나쁜건 나쁜거다. 여기까지와서도 짐짝 취급이라니 17년동안 쌓아왔던 자존심이 와 르르 무너지는듯한 기분이랄까? 무너질 자존심이랄것도 별로 없지만서도… "마마아…" 울상을 짓는 에린을 노려봐준 나는 다시금 귀를 문에 가져다 대었다. 내 남 편이 누가될지 정해지는 중요한 판국에 지금 품위가 문제야? 어라? 마틴 왕 자가 큰 소리로 떠드는걸? 소리치는거야 상관없지만 그 내용이 문제잖아! ''아넬리안 왕녀를 소홀히 대하면 로세니아와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그 틈을 타서 케센이 끼어둘수 있다. 그렇기에 난 아넬리안 왕녀와의 결혼을 추진하 겠다'' 라는 요지다. 이럴수가… 이건 완전 선전포고다! 눈앞에 단두대가 아른 거리는걸? 아니면 독살당할까? 그도 아니면 한밤중에 암살자가 … "크흠흠" 누군가 헛기침을 하면서 내 어깨를 툭툭 친다. "누구얏!" "…죄송합니다만…" 백발의 하얀 노인이 길게 기른 콧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날 물끄러미 바라보 고 있었다. "에에?" "왕성 총 시종장이신 맨허틴 드 웰슨 자작이십니다." 제린이 슬며시 다가와서 속삭였다. 그러자 내 앞에 뻣뻣하게 서있던 시종장 이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인사를 했다. "아아…" "마마. 돌아가실 시간이니다만…" 정중한 말솜씨를 뽐내면서 복도를 슬며시 가리키는 시종장은 부드럽지만 단 호한 눈빛으로 나를 이곳에서 내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뭐…물러나야겠 지? 더 듣고싶기는 하지만 할수없지. "에린. 가자" 무안해진 나는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시종장의 옆을 지나쳤다. 아쉽게도 결 과는 듣지못해서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개를 치켜세웠지만 나머지 는 에레니아 부인이나 덴녀석을 통해서 들어야할것 같다. 으음… 그런데 시 종장이 어떻게 내가 엿듣고 있는줄 알고서 찾아온거지? 누군가에게 내가 엿 듣고 있는걸 들켰나? 아니면… 누군가 가서 이야기 했다거나… 유력한 용의 자 셋이 내 앞뒤에서 숨죽인채 걸어가고 있다. 으음… 다시 별궁으로 돌아가다가 문득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앞서서 걸어가던 제린이 멈춰서서 나를 돌아보았지만 난 아무말도 안하고 가만히 서있었다. "마마?" "에린!" "네넷? 마마!" "그 애 어디있지?" "예?" "그 아이 있잖아. 카렌이라고 했던가? 그애" "아… 그 아이는 궁에 들어오면서부터 못봤습니다. 마마." "찾아." "…예?" "찾아서 데려와." "하…하지만 마마." 어쭈. 저것이 이젠 말대꾸까지 하네? 자아. 오른손을 올리고 주먹을 꽉쥔뒤 에. 꽁. "더 맞기 싫으면 빨리가서 찾아와. 아니면 어디 쳐박혀있는지라도 알아가지 고 와" "네네. 마마. 히잉" 에린녀석 눈물을 글썽이면서 나를 가로질러 복도 끝으로 뛰어간다. 후우~ 바보. "죠안. 가서 저 덜떨어진애좀 도와줘. 그리고 이 근처에 볼만한 정원 있어?" "예. 마마. 후원에 왕족 전용 화원이 있습니다." "안내해" 제인의 눈치를 받은 죠안은 두손으로 치마자락을 쥐고 에린이 달려간 방향 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제린은 공손한 자세로 나를 후원으로 안내했다. 역 시… 이런게 바로 권력이란 말이지. 말한마디로 사람을 부리는것. 과거 어떤 사람이 말했었지. ''권력가란 일반 평민이 평생을 바쳐 이루는것을 단지 말한 마디로 해내는 자''라고 말이야. 자~ 기다리는동안 꽃구경이나 갈까? 제린을 따라서 10분쯤 걸어가자 왕궁 뒷편의 넓은 화원이 나왔다. 화원은 낮은 벽돌담으로 막혀있었는데 화원으로 통하는 입구에는 작은 목재 막사가 있었고 두명의 병사가 할버드를 든채 서있었다. 처음에 나와 내 시녀들이 다 가가자 허가받지 못한자는 들어갈수 없다고 뻣뻣하게 굴던 경비병들이었지만 내가 눈썹을 꿈틀거리자 내 눈치를 보던 제린이 급히 병사들에게 다가가서 내 신분과 왕자비 - 이점을 강조했다 - 가 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리자마 자 입구를 막고있던 할버드는 슬그머니 병사들의 팔사이로 돌아갔다. 한쪽 발을 구르며 경례까지 붙이는 병사들 사이로 고개를 빳빳히 들고 들어서자 정원사로 보이는 늙은사내가 슬며시 길가 풀숲사이에서 나타났다. "마음에 드시는 꽃이 있으시면 미천한 소인에게 언질해주십시오. 예쁘게 다 듬어서 바치겠습니다." 내 옆에 나타나자 마자 허리를 푹 꺾으면서 늙은 정원사가 말했다. 꽃을 함 부로 꺾지말라는 경고인가? 훗. 그정도쯤이야 지켜주지. 무려 17년간이나 왕 실 예법을 갈고 닦은 몸이란 말이야. 천박하게 화원의 조화를 망치는 짓꺼리 는 안해. 그런건 골이 비고 겉멋만 잔뜩든 계집들이나 하는짓이지. 아니면 조 화로움속에 숨어있는 미학을 모르는 천치들이거나. 내가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이자 그 정원사는 황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뒷걸음질로 물러섰고 내가 구불구불한 화단길을 따라서 걷는동안 화단 주변 에서 일하던 젊은 정원사들을 모조리 끌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흠 눈치 도 빠르군. 그나저나 상당히 멋들어진 화단이다. 새하얀 대리석 블록을 따라 서 붉은색 연녹색 분홍색의 꽃들이 가지런히 피어있었고 시선을 조금 멀리두 면 보기에도 시원해보이는 푸르른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무들 사이로 새하얀 내성벽이 보였고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니 나무 너머로 단단해 보이는 돌벽이 눈에들어왔다. 그 위에서 오락가락하는 수비병들은 엄지손가 락만하게 보이는걸로 봐서 그 크기가 어느정도인지 짐작할수 있었다. 말로 표현하자면 우라지게 넓고 지랄맞게 크다. …라는 말은 숙녀가 내뱉을 말이 아니지. 속으로만 생각해야겠다. 그나저나 좀 걸었더니 다리가 아픈걸? 이 드 래스라는 물건은 입고 있는것 자체만으로도 체력을 상당히 소모하는것이니까 말이야. 하긴 드래스야 말로 숙녀들의 전투복이 아니겠어? "흐음…" "마음에 드십니까 마마?" "그럭저럭."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시면 쉬실곳이 있습니다." "응" 저 제린이라는 시녀. 그리 나이들어보이지는 않는데 - 기껏해야 20대 중반? - 상당히 노련하다. 겨우 하루만에 내 성격을 파악했는지 내 눈치만 보고도 내가 뭘 원하는지 금방 알아챈다. 정말 비교상대라고는 에린뿐이지만 너무 비교가 되잖아. 내가 데리고온 아이가 다른집(?) 아이보다 떨어진다는건 굉 장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괜스리 심술이 날정도로 말이야. 실수라도 하면 당장에라도 한바탕 소란을 피우겠지만 모든지 척척 다 잘해내내 뭐라고 할수 도 없고…우이씨. 이게 다 에린탓이야! 멍청하고 맹한것 같으니라고! 별궁에 돌아가서 두고보자! 제린의 말대로 좀더 걸어들어가니 새하얀 테이블보가 정갈하게 놓여있는 작 은 공간이 나왔다. 담쟁이 덩굴들이 봄날의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고 있었고 싱그러운 풀내음과 꽃향기가 주변을 맴도는 상당히 마음에 드는곳이었다. 이 런 좋은데를 왕족들만 드나든단 말이야? 다른 사람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 가? "홍차. 진하게" "예. 마마" 내가 자리에 앉아서 말하자마자 제린은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들고서 는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정말 잽싸다니까. 눈만 떼면 사라진다. 저것도 기 술이야. 음음. 홍차가 나오려면 시간이 좀걸리겠지? 물 끓이는데도 시간이 필 요할테고. 한손으로 턱을 괴고 눈앞에 보이는 연보라빛의 이름모를 꽃을 보 고 있노라니 마음이 흐믈흐믈 해지는 느낌이다. 꽃사이를 날아다니는 크고 작은 나비들과 붕붕거리면서 나비들과 속도 경쟁을 벌이는 꿀벌들. 저 꿀벌 을 보고 있으니 꿀이 먹고싶어진다. 홍차에 달디 달은 벌꿀이나 많이 넣으라 고 할껄 그랬나? 하긴 이정도로 커다란 화단이니 양봉장도 있겠지. 눈치 빠 른 제린이라면 알아서 할지도. 그나저나… 혼자 있으려니 지루한걸?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화단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때 등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제린이 이제야 왔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돌렸고 소리를 낸 장본인과 시선을 딱 마주쳤다. "……" "…아…" 제린인줄 알았던 상대는… 로이드 이왕자였다. 저 인간 책벌래라던데 도서 관에서나 쳐박혀 살지 이런 화단엔 왜 오는거야? "…거긴. 내 자리인데…" "예.예? 아… 실례했습니다. 이왕자전하." "음…" 내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고개를 숙이자 그제서야 로이드 왕자는 고 개를 까딱이면서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는 다시금 옆구리에 끼고있던 책을 펼치더니 내겐 시선하나 안주고 책만 파기 시작한다.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리는건 환청일까? 이놈의 이왕자라는 자식은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에 안든다. 내가 싫은건지 아니면 원래 태도가 이런건지 노골적으로 나를 무시하는 폼이 정말 짜증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만든다. 문제는 그 무시하는 폼이 너무나 자연스럽다는 것! 이것때문에 화낼타이밍을 몇번이고 놓치는것이다! 하! 참나. 정말 많이도 참는다 아넬리안. 바뀌기로 한날이후로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살기로 다짐 했는데 그 다짐이 벌써 흔들리기 시작한다. 샤락…샤락… 책장 넘어가는 소리만 귓가에 들려온다. 이미 이왕자는 내가 자기앞에 앉아있는지도 잊어먹었는지 나를 완.전.히. 무시한채 자기만에 세계 에 빠져들었고 그런 그를 잡아먹을듯 노려보던 나도 제풀에 지쳐버려서 이제 는 넋놓고 두꺼운 책에 열중하는 저 이왕자의 검은 머리를 바라만보고 있었 다. 무언가 외로운듯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그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게 막 는듯한 분위기. 내 눈에 비친 로이드 이왕자는 상처입은 새끼고양이 같았다.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그 누구의 접근도 거부하는 의시많고 악에 받친 새끼고양이 말이다. "응?" "아…음" 내 시선을 느껴서인지 로이드 이왕자의 새까만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괜히 무안해진 나는 턱을 괴고 있던 손을 슬그머니 내리면서 고개를 돌렸고 그러면서도 힐끔거리면서 그의 눈치를 살폈다. 나를 빤히 바라보던 이왕자는 이내 관심을 잃었는지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그때마침 제린이 찻잔이 올 려져있는 쟁반을 들고 테이블쪽으로 걸어왔다. 그러다가 나와 함께있는 로이 드 이왕자를 보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호. 숙달된 시녀도 놀랄때가 다 있군. 그래도 노련한 시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것을 말해주듯 금세 평소 모습으로 돌아간 제린은 조심스럽게 테이블로 다가와서는 찻잔을 내려 놓고 홍차를 따랐다. 쪼르르르… 문제는… 제린이 놓아둔 찻잔의 위치가 나 와 로이드 이왕자의 중간쯤이라는거다. 제린도 이왕자의 출현은 예상못했는 지 찻잔을 달랑 하나만 가져왔고 그녀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였는지 아니 면 일부로였는지 테이블 정 중앙에 찻잔을 내려놓고 홍차를 따른것이다! - 후자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 나 삐둘어졌다. 흥! - "흠" 책을 읽던 로이드 이왕자는 찻잔에 홍차가 가득차자 아주 자연스러운 태도 로 손을 내뻗어서 찻잔을 들었고 책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채 한모금 마셨다. "흐음. 괜찮군." …라고 말하면서 찻잔을 자기 앞에 내려놓는다. 찻잔받침까지 끌어가서 내 려놓는 폼이 아주 자연스럽다. 쥐어패고 싶을정도로 말이다. "…어?" 내가 노려보는 폼이 자못 심각했는지 로이드 이왕자녀석이 다시 홍차 한모 금을 마신뒤 내려놓다가 나와 안절부절 못하고있는 제린을 보면서 약간 당황 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 이제야 상황이 파악된건가? 저녀석 남의 차를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가져가 서 마시고는 한다는 말이 겨우 미안이란다. 하참. 내가 어디가서 꿀리는 배경 도 아니고 말이야. 정말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는걸. 찻쟁반을 든채 어쩔줄 몰 라하던 제린은 내가 노려보자 급히 정원한켠으로 달려갔고 - 아마도 찻잔을 가지러 갔으리라 - 그때까지 무심하던 로이드 왕자도 나한테 조금 미안하다 는 표정을 지었다. "실수했네. 사과하지." 라고 말한뒤 슬며시 손으로 찻잔을 내쪽으로 조금 밀어낸 로이드 왕자는 내 눈길을 피하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원래 그런 성격인지 얼굴색 하나 안 변 한채 다시 책을 보기 시작했다. 지겹다 저인간. 내 동생이라도 된다면 그대로 엎어놓고 발로 자근자근 밟아버릴텐데… 제발 살려달라고 빌때까지 말이야. 헉헉거리는 숨을 내뱉으면서 제린이 달려왔다. 품안에 찻잔세트를 들고 급 히 뛰어오는데 용케도 넘어지지도 않고 잘오네? 에린 같았으면 두어번은 구 르고 넘어져서 깨진 찻잔을 들고 다시 뛰어가야 했을텐데. 크게 헐떡이면서 달려온 제린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내 앞에 찻잔을 놓고 조금 식은 홍차를 따 랐다. 그리고 소매 끝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내서 내 앞에 내려놓고는 손수건 으로 닦은 티스푼을 찻잔받침에 내려놓았다. "……" 스륵…스륵… 내 눈이 한손으로 가슴을 잡은채 조심스럽게 숨을 고르면서 헐떡이는 제린과 무심한 눈길로 책장만 넘기는 로이드 이왕자사이를 오가다 가 내 앞에 놓인 홍차로 돌아왔다. 그 옆에 놓인 작은 유리병에는 황금색 - 이라고 표현되는 - 벌꿀이 가득 들어있었고 그제서야 난 마음이 조금 풀리 는걸 느꼈다. 뭐…이정도로 용서해줄까? 내가 유리병에 꼽혀있는 코르크 마 개를 뽑고 제린에게 손짓하자 그녀는 공손히 고개를 숙여보인뒤 슬그머니 내 시야에서 안보이는곳으로 사라졌다. 조금 짜증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화창한 날씨에 화내봐야 내 손해이니 느긋하게 즐겨나 볼까? 홍차를 두잔이나 마시고 느긋하게 먼하늘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을 때쯤 - 한마디로 지루함에 몸을 떨고 있을때 - 에린과 죠안이 돌아왔다. 내 옆에 앉아있는 로이드 이왕자 때문에 잠깐 움찔했던 에린은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와서 작게 속삭였다. "카렌이 있는곳을 찾았습니다. 마마" "그래? 그럼 가자" 저런 무뚝뚝함이 흘러넘치다 못해 차오르는 왕자따위와 있느니 차라리 별궁 으로 돌아가 침대에서 뒹구는게 낫겠다. 그런 생각에 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데도 저놈의 망할 왕자자식은 나한테 눈길한번 안준다. 정말 자존심에 금이 쫙쫙가버린다. 잘근잘근 씹어버리고 싶어!!! "가는가?" "…예. 이왕자 전하" 내가 마악 몸을 일으켜서 시녀들을 부르려고 할때 그 무겁디 무거운 로이드 이왕자의 입이 열렸다. 새로운 발견인걸? 석상인줄 알았던 물체가 인간이었 다니! "조심해서 가도록." 역시 책에서 눈길하나 안떼고 말하는 로이드 이왕자. 도대체 어떤 삶을 살 아야 저렇게 싸가지없음이 철철넘치는 재수없는 성격이 나올수 있는거야? 나 보다 한살이나 어린것이 - 무려 한살이다! 무려 12개월이고! 무려! 360일이 다! - 저정도로 재수없는 성격이 될려면 굉장히 불우하다 못해 비참한 생활 을 해야 할거다. 장담한다. 라고 하지만 정말… 끓어오른다! "그래도 나중에 전하의 부인이 될지도 모르는 여성에게 너무 무관심 하신게 아닙니까? 전하?" 우웃. 머리보다 입이 먼저 움직였다. 본심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 말에 책 을 보던 로이드 이왕자는 갑자기 책을 탁소리나게 닫더니 나를 물끄러미 올 려다본다. 재수없는 왕자지만 맑아보이는 검은 눈동자는 마음에 드는걸? "…당분간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될거야." "……" "가봐. 귀찮게 하지말고" 라고 말한 이왕자 자식은 다시 책을 펼쳐들더니 독서를 시작한다. 으으…저 절로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내려치고 싶다. 후려패고 싶다. 걷어차고 싶다아 아아!!! 마음에 든다고 했던거 취소! 취소! 취소오!!! "마마…" 내게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말을 건내는 에린. 이것이 겁을 상실했구나. 이걸 쥐어패버려? 눈물이 찔끔나도록? 흠흠. 여기선 안되지. 우선 이 화원부터 나 서고 나서…죽었어!!!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이왕자 전하." 내가 살짝 고개숙여서 인사하자 이 망할놈의 왕자는 책에서 눈도 안뗀채 고 개만 까딱거리며 답변했다. 이 무시당한 원한 차후에 갚을테닷! 두고보자! 뿌 드득!!! 이를 벅벅 갈면서 화원을 나선 나는 에린의 안내 - 실제로는 죠안이었지 만…- 를 받아서 왕성 지하에 있는 감옥까지 발걸음을 옮겼다. 왕성이라는데 가 워낙 삼엄하기에 그곳에 중죄수를 쳐박아두면 왠간해서는 빼돌리기 힘들 다. 왕성이란 그 나라의 수도이자 정신적 상징이기에 이곳을 침범한다는것은 그 국가와 적이 되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을 정도니까 말이야. 그렇기에 내가 가는곳의 경비는 삼엄하기 이를데가 없었다. 에린의 안내를 받으면서 걸어가던 나는 세곳의 경비초소와 네명씩 짝을 이룬 경비병들의 의아한 시선 을 받으면서도 마치 내집처럼 - 국왕도 자기집처럼 편하게 지내라고 하지 않았던가! - 당당한 걸음으로 지하감옥 앞까지 왔다. 여기서 두명의 기사들 이 나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무엄하다''라는 말과 함께 로이드 왕자에게 받았 던 분노를 상기하면서 미간에 주름을 잡자 순식간에 길이 생겨났다. 훗. 감히 누구의 앞을 막으려는거야? 오늘 난 기분이 최악이라고 괜히 내 눈앞에서 얼 쩡거리다간 어디 한군데 내놓을 각오해야 할거다. 흥! 아직 낮인데도 불구하고 지하로 통하는 계단에는 몇미터마다 횃불이 걸려있 었다. 햇빛이 들어올 창이라곤 단 하나도 없는데다가 사방이 돌로 된 복도였 기에 분위기는 음침 그자체였고 아래서부터 불어오는 작은 미풍을 타고 역한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마마. 여기…" 등뒤에서 제린이 공손히 손수건을 내게 바쳤다. 난 한손으로 제린이 건내준 수건을 들어서 코를 막고는 인상을 쓰면서 좀더 아래로 내려갔고 꽤 긴 계단 을 통해서 아래로 내려가자 계단이 끝나면서 어린애 팔뚝만한 굵은 쇠창살문 이 나타났다. "뭐야? 아직 밥때가 아닐텐데?" 철창너머로 머리가 절반쯤 벗겨진 중년의 사내가 고개를 내쪽으로 들이밀면 서 물었다. 건방지게 의자에 앉아서 고개만 내쪽으로 내민 그녀석을 난 지그 시 노려보았다. 졸린듯한 눈으로 멍하니 날 바라보던 그 녀석은 내가 여자라 는것과 내 옷차림이 예사롭지않다는것을 무려 1분이나 지난뒤에야 깨닳았고 쿠당탕거리면서 바닥에 넘어졌다. 그리고 오뚝이처럼 순식간에 벌떡 일어나 더니 허리를 푹 꺾었다. "무…무례를…" "됐어. 문이나 열어" "예? 하…하지만 이곳은 인가받지않으면 들어가실수 없습니다. 죄…죄송합니 다" "흠…" 저녀석 내가 누군지나 알까? 모른다는데 10골드 건다. 단지 내 옷차림만 보 고 저렇게 반응하는걸테지. "열어." "죄송합…" "말했다. 열라고. 문.열.어" "허…허나…" 연신 굽신거리면서 나에게 죽을죄를 졌다는 표정을 짓는 철창너머의 녀석은 그래도 문을 열 생각은 하지않고 죽여달라고 빌기만한다. 오냐 그래 오늘 시 체하나 치워보자. 젠장할! 오늘 정말 무슨 날인가? 왜이렇게 사람을 짜증나 게 만드는 일만 생기냐!!! "후우…" 나는 속에서 올라오는 한숨을 길게 내뱉은뒤 그녀석에게 이리오라고 손짓했 다. 그러자 손으로 자기를 가리키던 녀석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우물쭈물 거리면서 내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엉덩이를 뒤로 한껏뺀채 내쪽으로 주 춤거리며 다가오는걸 보니 마치 오리가 뒤뚱거리는것 같지만…안웃겨. 오히 려 짜증만 더 나게 만든다. 창살너머까지 다가온 그녀석은 나를 보면서 비굴 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런다고 봐줄줄 알아? 덥썩! "어어?" 쾅! 내 두팔이 창살너머에 있는 사내자식의 멱살을 움켜잡았고 한발로 창살 끝을 밀면서 힘을 주자 건장한 체구인 그녀석이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내쪽 으로 딸려오다가 철창에 얼굴을 쳐박았다. "크악!!" 두손을 허우적대면서 작게 비명을 지른 놈의 머리카락을 한손으로 움켜쥔 난 반항할 생각조차 못하는 불쌍한 사내녀석의 머리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겁에 질린 그의 두눈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 "당.장. 열어. 임무를 충실히 하다가 지금 당.장. 목이 잘리던지 나중에 문책 을 받아서 목이 잘리던지 빨리 선택해!" "으으…" 턱. 나는 사내를 잡고있던 손에 힘을 빼면서 그를 밀었고 연약한 내 힘에도 힘없이 밀려난 그는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주저앉았다. 창살너머의 그자는 공 포에 질린 표정으로 부들부들 떨다가 허둥대면서 자기가 앉아있던 책상으로 기어갔다. 그리고는 책상을 짚고 비틀거리며 일어나서는 열쇠꾸러미를 들고 내쪽으로 걸어와 급히 창살문을 열었다. 끼이이이익… 나는 당당한 걸음으로 창살안쪽으러 걸어들어갔다. 그자는 내게 단단히 겁을 집어먹었는지 내가 안 쪽으로 들어서자 벽에 바짝붙은채 고개를 땅에 쳐박았다. 누가보면 잡아먹는 줄 알겠네. "직책은?" "예? 예. 왕실 지하감옥 간수입니다." "간수장은 있겠지? 가서 데리고와" "예!" 살것같다는 표정을 지은 그녀석은 급히 책상 맞은편에 있는 나무문으로 뛰 어들어갔다. 흠…감옥이라. 처음보는군. 하지만 습하고 음침한데다가 지독한 악취까지 나는곳이라 별로 정붙이고 싶은 생각은 안드는곳이네. 문득 등뒤를 돌아보니 제린과 에린들이 꽤 멀찍히 서서 자기네들끼리 작게 수근거리다가 내 시선을 받고는 화들짝 놀라서 어쩔줄 몰라한다. 저것들이 남 등뒤에서 욕 을 하다니. - 자기들 끼리 이야기하다가 내 시선에 놀란다면 분명히 내 욕을 하고 있었을것이다. - 나중에 돌아가서 두고보자. 난 이를 뿌득 갈면서 철창 문 맞은편에 있는 강철문을 노려보면서 복수를 다짐했다. 한 5분쯤 기다리자 서너명의 사내들이 내가 기다리고 있는 이 작은 철문과 철창 사이의 복도인지 방인지 애매한곳으로 뛰어왔다. 들어온 녀석들 모두가 머리가 붕뜬걸로 봐서는 자다가 뛰쳐나온것 같았다. 난 그녀석들을 노려보다 가 소리쳤다. "간수장이 누구인가? 앞으로 나와!" 내 외침에 사내놈들중 하나가 앞으로 나오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미천한것들이 고귀하신분을 뵙습니다." "…이름과 직위는?" "제프쉬 드 브로크슨 남작입니다. 직위는 왕실 지하감옥을 총책임지는 간수 장의 역할을 맡고있습니다." 그나마 이놈은 예절이 뭔지를 좀 아는 녀석 같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내 눈치를 살피던 녀석이 슬며시 고개를 들어서 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싶었나보지? 30대 중반? 후반? 어쩌면 더 젊을수도 있겠군. 나 는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살피면서 나를 관찰하는 사내를 노려보다가 철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두말하기 싫다. 열어." "허나…이곳은 중죄인을 감금하는곳으로 인가받지않으신 분들은 들어가실수 가 없…" 쾅! 온힘을 다해서 발로 철문을 걷어찼다. 덕분에 내 앞에서 쫑알대는 간수 장의 입을 막을수는 있었지만… 더럽게 아프다. 눈물이 찔끔날정도로… "인가? 누구의 허락을 말하는거야! 그렇게 일찍 죽는게 소원인가?" 라고 소리치자 간수들중 하나가 급히 내 옆으로 뛰어와서 철문을 열어준다. 후~ 말이자 사람이 말로하면 좀 들어달란말이야. 발을 옮길때마다 눈물나도 록 아프잖아! 이자식들! 네놈들도 내 복수목록에 넣어두겠어! 감옥이라고 하면 무언가 특별한게 있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별볼일 없었다. 길고긴 복도와 그 좌우로 나있는 나무문들 뿐인것이다. 문제는 그런 나무문 이 한두개가 아니라 횃불의 빛이 닿는곳에만 대충 20개가 넘는다는것이지. 저걸 언제 일일이 다 확인할까? 난 철문 뒤에서 내 눈치를 살피는 녀석들중 간수장을 턱짓으로 불러냈고 비척거리면서 다가온 그에게 물었다. "어제 암살자 소녀가 하나 들어왔을거다. 안내해" "…예?" "귀 먹었어? 두번 말하게 하지말란말이야! 난 오늘 매우 기분이 나쁘다고!" "아…예. 죄송합니다. 잠시만…" 굽신거리면서 내게서 도망치듯 빠져나간 간수장은 다른 간수들을 모아놓고 무엇인가를 물었고 얼마뒤에 나와 내 시녀들을 안내해서 길고 긴 복도를 걸 어갔다. 가면서 보니까 나무문에는 대충 휘갈겨 쓴 숫자들이 표시되어있었는 데 간수들은 이걸로 죄수을 구분하는것 같았다. 내 예상이 맞았는지 맨앞에 서 걸어가던 간수장은 ''63번 63번''하고 작게 중얼거리다가 나를 63번이라는 숫자가 써진 나무문앞까지 데려다주었다. "이곳입니다." "……" 내가 문가에 서자 언제 줏어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횃불하나를 들고 내뒤를 따르던 제린이 내 옆으로 다가와서 감옥안쪽을 비추었다. 눈높이에 맞춰서 뚤려있는 창에는 두터운 쇠창살이 박혀있었기에 감옥안에 들어있는 인간이나 기타등등이 밖으로 나오는것은 막았지만 내 시선을 막을수는 없었다. 하지 만… 비었잖아? "이봐. 아무도 없는걸?" "예? 그럴리가…" 놀란 간수장이 급히 내 옆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았지만 그도 역시 아무것도 찾지못했다. 급기야는 열쇠를 들고 63번 감옥문을 열고 간수장이 안으로 들 어갔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다. 나도 모르게 눈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는 걸? 이걸 늘씬하게 패버려? "이봐." "이럴리가 없는데… 이럴리가 없는데… 아! 어쩌면…" "어쩌면?" "네. 아마도 고…문실에 있을지도…" 라고 말하면서 슬며시 말꼬리를 내린다. 완전이 고양이 앞에 쥐같다. 남작이 라해도 귀족이니 눈치는 어느정도 있을테고 지위높아보이는 내가 몸소 찾아 와서 죄인을 찾는데 그가 고문실에 들어가있더라. 아주 좋아하거나 아주 불 쾌해하거나 둘중 하나일것이다. 불행히도 나는 후자였던것 같다. 나도 모르게 간수장을 죽일듯이 노려보다가 안내하라고 짧게 외쳤으니까.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불쾌한 악취가 코를 찌르는 복도를 따라서 감옥 반대 편에 있다는 고문실로 걸어가는동안 나는 기분 나쁘게 만드는 악취속에서 다 른 느낌의 냄새를 맡을수 있었다. 그것은 피 냄새… 전에 가슴을 찔린자리가 뜨끔하는 느낌이 드는건 기분탓이겠지? 그 고문실이라는곳으로 다가갈수록 진한 피냄새는 그렇지 않아도 안좋았던 내 기분을 그야말로 최악으로 바꿔놓 았다. "이쪽이옵니다." 이제는 내게 간이라도 빼줄듯이 굽선거리는 간수장을 잠깐 노려본 나는 다 른 감옥문보다 더 튼튼해 보이는 고문실의 문을 힘껏 열어제쳤다. 쫘아악~ 간수인지 고문관인지 온몸이 근육질 덩어리로 되어있는 사내 녀석 하나가 힘껏 채찍질을 하고 있었다. 근 4~5m는 되어보이는 긴 채찍을 힘차 게 휘두를때마다 채찍끝은 마치 뱀처럼 꿈틀거리면서 벽 한구석을 후려갈겼 다. 아니 벽에 붙어있는 고깃덩어리를 후려쳤다. 고깃덩어리! 그래 내 눈앞에 드러난 현실은 저 표현이 딱 맞았다. "멈춰!" "…어?" 씨근덕 거리면서 상체를 벗은채 죽자고 채찍질을 하던 고문관 녀석이 내 외 침에 손을 멈추었다.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그 고문관은 움찔거리다가 내 뒤 에서 따라들어오는 간수장의 태도를 보고는 벽 한켠에 공손히 물러섰다. 내 가 묵고 있는 방만큼이나 넓은 고문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뭐 풍경이라 고 표현할만한건 없지만… 수많은 고문기구들이 빽빽하게 늘어서있고 발디딜 틈조차 없을정도로 많은 죄수들이 수십명의 고문관들에게 고문을 당하는 광 경…이 아니라. 넓기만 더럽게 넓은 빈 공동에 달랑 간수하나와 죄수하나가 있을뿐이다. 그 달랑 하나뿐인 죄수라는게 기분나쁘게도 내가 마음에 들어하 는 아이라는게 문제였지만… 흐릿한 횃불이 고문실안을 비추고 있었지만 거리가 좀 멀었기에 카렌 - 으 로 추정되는… - 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갈수록 피냄새가 진하게 피어올랐고 바닥은 축축한 붉은물이 흥건했다. 찰박거리면서 소녀가 매달려있는 곳까지 다가간 나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으득…" 애초에 감옥에 갇히고 고문실로 끌려왔다는 소리를 들었을때 어느정도 예상 은 했지만… 이건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정도다. 카렌. 나를 죽이려고 했었 던 암살자. 그 아이가 지금 내 눈앞에 있었다. 타오르는듯한 붉은 머리카락은 그보다 더 진한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벌거벗은 소녀의 몸은 그야말로 붉은 핏줄기와 푸르른 멍으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채찍 자국이 없는데가 없었고 곳곳이 푸른 멍으로 가득했다. 양 다리는 공중에 떠 있었는데 카렌의 양손목에 차여져있는 두꺼운 수갑이 그녀의 몸을 단단히 물 고 있었다. 체중을 그대로 받은 카렌의 양 어깨는 시퍼렇다 못해 보라색으로 변해있었고 소녀의 열 손가락은 기이한 각도로 꺾여있었다. 채찍질에 부어오 른 상처에서는 연신 피가 흘러나와 몸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손을 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떨구고 있는 소녀의 턱을 잡고 들어올렸다. 오 른쪽 눈가는 퉁퉁 부어있었지만 왼쪽 눈은 그나마 괜찮은지 머리색과 같은 붉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는게 보였다. 소녀의 눈에 맑은 액체가 고이다가 퉁퉁부은 턱선을 타고 내려와 내손을 적셨다. "아…으…어…" 카렌은 몸을 가늘게 떨면서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입안도 헐었는지 괴상한 발음만 새어나왔다. 거기다 입속에서 핏덩어리가 한움큼이나 튀어나와 내 손 을 적셨다. "마마. 손을…" "입닥쳐" 손수건을 든 제린이 내 옆에 다가와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내가 으르렁 거리자 금세 물러났다. 끼어들지 말란말이다. 그래도 내가 왔다는게 안심이 되는지 카렌은 히죽거렸다. 그 퉁퉁부운 얼굴로 웃어봐야 기괴한 몰골밖에 안되지만. 그정도쯤은 봐주지 뭐. 카렌의 턱을 들고있던 손을 내린 나는 몸을 돌린뒤 간수장의 훈계(?)를 받고있는 고문관을 노려보다가 소리쳤다. "당장가서 왕실의원과 성직자 불러와. 그리고 이 아이를 당장 풀어줘! 어서!" "예!. 마마" 쯧. 제린이 하는말을 들었나보군. 간수장은 고문관녀석에게 카렌을 풀어주라 고 말한뒤에 급히 고문실을 뛰쳐나갔다. 에린이 어디서 가져왔는지 얇은 모포를 가져와서는 수갑에서 풀려난 카렌을 덮었다. 그리고는 손수건으로 카렌의 얼굴을 닦아주면서 작은 소리로 말하는 데 잘 들리지는 않는다. 그보다 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어디다 풀어야 할까? 저기서 겁에 질린채 떨고있는 고문관녀석에게? 아니면 문뒤에서 고문실 안을 힐끔거리는 간수녀석중 하나에게?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만만한 에린녀석이 나 괴롭힐까? 음. 우선 나가야겠다. 피냄새와 악취가 새삼스럽게 역겹게 느껴 졌다. 구역질이 날것같아. 현기증도… 지하감옥에서 카렌을 꺼내온 나는 제린과 죠안에게 카렌을 업으라고 시킨 뒤에 별궁으로 돌아갔다. 시녀장인 에레니아 남작부인이 괴상한 냄새를 풍기 며 소매에 피를 묻히고 돌아온 나와 완전 시체나 다름없는 몰골의 카렌을 보 고 놀라서 뛰어다녔지만 무시. 무시. 우선 씻고보자. 역겨움을 참을수 없어. 당장이라도 토할것 같아. 내가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에린이 내 머리를 수건으로 말려주면서 말했다. "헨켄 드 시켈 백작님과 대니어스 드 워렌 자작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래? 얼마나 됐지?" "대략 20여분쯤…" "알았어." 목욕을 하면서 생각해봤다. 누구에게 이 식지도 않는 분노를 풀어야 할지 를… 나는 간편한 일상복으로 갈아입은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1층 거실에 는 댄자식과 헨켄 백작이라는 녀석이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내가 내려오자 둘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마마" "저도 만나서 반갑군요. 성함이?" "헨켄 드 시켈 백작입니다. 외교부 정보과를 맡고있습니다." "그런가요? 그래서 제게 할말이 뭐죠?" "그…암살자 소녀를 데려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죄송하지만…" "아아. 무슨말인지 알겠군요. 내 답변은 싫다. 입니다." "…예?" "다시 말씀드릴까요? 싫.어.요. 그러니까 빈손으로 털레털래 손흔들면서 돌아 가시길. 배웅 안해도 되겠죠?" "하오나 마마." "돌아가시죠. 내 결정을 번복하긴 싫으니까. 그리고 댄. 아니 워렌 자작은 단 둘이 할말이 있으니 따라오세요." 그렇게 말한 난 헨켄 백작이 입을 뻐끔거리거나 말거나 싸그리 무시한뒤 등 을 돌렸다. 그런 내뒤로 댄 녀석이 건들거리는 걸음으로 뒤쫓아왔다. 난 턱을 높이 치켜들고 내방으로 향했다. 등뒤에 실실거리는 녀석을 하나 달고 말이 다. 탁. 문이 닫혔다. 방안에는 나와 덴 녀석 단둘뿐이었는데 다른 시녀들까지 모두 아랫층으로 내쫓아버린뒤라 누가 엿들을 염려는 없을것 같았다. "이야. 이곳이 숙녀가 기거하는 방이라는 거군요." "……" 저 능글맞은 자식은 내가 심각한 표정을 지어도 농담을 내뱉어서 내 속을 긁는다. 저러니 미움받지. 저녀석 대인관계는 최악일거다. "댄. 아니 대니어스 드 워렌 자작." "예이. 마마" "……" "말씀하시지요." "…전에 내가 했던말 기억하고 있나요?" "예? 어떤 말씀을 말하시는것입니까?" 잊었군. 그래 그랬던거야. 하긴… "후우…" 나는 길게 한숨을 내뱉은뒤 덴에게 다가갔다. 그의 코앞까지 다가간 나는 두손으로 내 치마자락을 쥐고 그것을 위로 들어올렸다. 그러자 덴녀석이 한 쪽 입술을 실룩이면서 말을 더듬는다. "마…마마…이러시면…안되는데… 아직… 저기…" "잔말말고 이거나 잡아줘요." 난 두손으로 잡고있는 치마자락을 눈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러자 덴 녀 석 이게 왠 떡이냐는듯이 냉큼 두손으로 내 치마자락을 움켜쥐더니 위로 올 리는게 아닌가? 역시 남자들이란… 무릎을 지나 허벅지까지 올라온 치마자락 을 바라본 나는 그쯤이면 됐다 싶어서 두팔을 높이 뻗어서 나보다 10cm는 큰 덴의 양 어깨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를 올려다보자 기쁨인지 당 황인지 알수없는 표정을 짓고있는 덴녀석의 얼굴이 보였다. "마…마마…저기…" 양손에 힘을 단단히 준뒤 오른발을 뒤로 뺐다. 그리고 온힘을 다해서 무릎 을 쳐올렸다. 뻐억. "크에엑…" 인간이 낼수없는 괴상망칙한 비명을 지르는 덴. 그대로 모로 쓰러지면서 온 몸을 움찔움찔 떠는걸로봐서 꽤 아픈가본데? 흥. 네놈은 맞아도 싸다고. 나는 씨익 웃으면서 한손으로 벽을 짚은뒤 오른발을 높이 들어올렸다. 덴 자식의 등이 아주 커다랗게 보인다. 너 오늘 한번 죽어봐라. 힘들다. "헤엑. 헤엑" 남을 때리는 직업도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보다. 어깨가 들썩거릴정도로 힘 들다. 난 덴 녀석의 등을 무자비하게 사정없이 걷어차고 밟았다. 한 수십번을 그렇게 밟고나니까 숨이 턱까지 찰정도로 지친것이다. 그 결과물로 덴녀석은 구겨진 세탁물처럼 바닥에 구겨져서 끙끙거리고 있었지만… "후우…" 서있기도 힘들정도로 힘이 빠진 나는 길게 한숨을 내뱉으면서 방 중앙에 있 는 테이블로 걸어가서 의자를 뺀뒤 거기에 앉았다. "덴" 바닥에 고개를 쳐박고 죽은듯 누워있는 사내놈의 몸이 움찔거리는게 보인 다. 기절한척 하려는거냐? "덴. 일어나." "……" 또 한번 움찔거리지만 일어날 기미는 안보이는걸? 어디…음. 이 은제 촛대 가 좋겠군. 내가 촛대에 꼽혀있는 양초를 뽑아내고 촛대를 거꾸로 움켜쥐자 한눈으로 날 빼꼼히 바라보던 덴 녀석이 벌떡 일어서더니 부동자세로 섰다. "이…일어났습니다! 마마!" "그래. 이제야 말을 좀 듣네. 역시 뺀질거리는 자식들은 칼좀 찔려보고 몽둥 이로 좀 맞아보고 해야지 말을 듣는단 말이야" "…하…하하하…하하" 어색한 웃음을 짓는 덴. 하지만 내 분노는 이정도로 끝난게 아니라고. "기억하고 있겠지? 저 카렌이라는 아이. 심문할때는 꼭 나를 동석시키라고. 분명히 너한테 말했을거야. 그렇지?" 거꾸로든 촛대를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말이 촛대지 근 40cm는 될 법한 커다란 물건이고 양초를 꼽는곳은 끝이 뾰족해서 무기로 써도 될정도 다. 이걸로 찌르면 크게다칠걸? 그런 물건이 내손에서 오락가락하니 덴 녀석 도 조금은 긴장한듯 했다. 음. 역시 소녀의 연약한(?) 발길질보다는 이런 물 건이 조금더 아프겠지. "그런데 왜 내말을 무시한거지? 그렇게 내가 우스워보였나? 아니면 일부러?" "서…설마 그럴리야 있겠습니까? 마마. 모든게 제 잘못입니다. 죽여주십시오. 마마" "그래? 그럼 죽여줄께." 죽여달라는데 뭐. 부탁을 들어줘야지. 내가 촛대를 돌려서 뾰족한 부분을 덴 녀석에게 겨냥하면서 의자에서 일어서자 덴 녀석이 황급히 두손과 머리를 도 리도리 저으면서 외쳤다. "아닙니다! 살려주세요! 마마! 제발 살려주세요!" "귀찮게 이랬다 저랬다할래? 죽을건지 살건지 빨리 정하라고. 내 마음에 들 면 그대로 해줄테니까." 덴 자식이 살려주세요. 라고 말하면 싫어라고 대답하고 찔러버릴까? 으… 내가 왜이렇게 과격해졌지? 난 다소곳하고 얌전한… 관두자. 내가 작게 고개 를 젓고있자 내 앞에 서서 어쩔줄 몰라하며 울상을 짓던 덴 녀석이 갑자기 한쪽무릎을 꿇으면서 고개를 푹숙였다. "죄송합니다! 마마. 제 책임입니다! 제가 실수로 그아이를 정보부로 넘겨버려 서 이런 착오가 생겼습니다." "흐음…" "…게다가 마마께서도 아무말씀이 없으셔서…그래서…" "호오~ 그래서 내 탓이다?" 나가 살짝 인상을 쓰면서 말꼬리를 올리자 덴녀석이 다시 두손을 마구 저으 면서 말했다. "아니옵니다! 마마! 죽여…아니 죄송합니다!!!" 에이. 죽여버릴수 있었는데…쩝쩝. 하긴 로세니아에서는 별 대접도 못받고 살아온 나지만 지금의 나는 로세니아라는 왕국을 등에 업고 있는 왕족이다. 왠만한 귀족쯤은 말 몇마디로 뭉개버릴수도 있지. 물론 그 말을 들어줄 사람 이 내 말을 듣고 대신 덴 녀석같은 귀족을 뭉개주어야 하겠지만…뭐…이쯤할 까? 분도 좀 풀렸고 말이야. "카렌은 내가 가질거야. 그러니까 그쪽은 손떼. 알았지? 자잘한건 맡길테니까 알아서 처리하라고. 그리고 의사랑 신관은?" "모…모시고 왔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그아이는 상처하나 없이 깨끗한 모 습이 되어있을것입니다. 마마" "아아. 그거 잘됐군. 좋아 나중에 부를테니까 가봐." "예에…" 내가 손을 까딱거리자 그제서야 덴 녀석이 몸을 일으킨다. 일어서면서 잠깐 비틀거리는걸 봐서 내 발길질이 조금 아팠나본데? 설마. 이 연약한 소녀가 패봐야 얼마나 아프다고… 아. 맞다 "아참" "…예?" 막 도망치듯 빠져나가려던 덴 녀석이 죽을상을 쓰면서 날 힐끔거린다. 저 몰골을 보니 좀더 패주고 싶은걸? "오찬뒤에 내가 가고나서 뭐 나온이야기 없어? 내 남편이 누가 될지라던지 뭐 그런말 말이야." "아…그게…" "있군. 말해봐." "저…저기…다음에 말씀드리면 안되겠습니까?" 나쁜 이야기인가보지? 그렇다해도 궁금하니 지금 들어야겠다. 그래서 테이 블 위에 올려놓았던 촛대를 다시 들어올렸다. 촛대야 너도 오늘 고생하는구 나. 본래의 임무외의 부가임무를 수행하느라고 말이야. 내 의도를 읽은 덴 녀 석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회의결과…마마의 부군되실분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호오. 그거 기쁜걸?" "그리고…잠시동안 궁성밖에서 기거하시게 될듯…합니다만…" "으응?" "그러니까 잠시 공기좋고 경치좋은곳에서 쉬시라는…뜻입니다." "아~ 그말은 날 내쫓겠다는 이야기군. 이대로 다시 로세니아로 돌려보내면 우리나라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될테니까 그건 안되고. 그렇다고 왕성에 놔두 자니 우연이라도 왕자들과 마주치게 되니까 딸 가진 다른 귀족 녀석들이 가 만히 있지않았겠지. 어때? 비슷해?" "…정확하십니다. 그래서 우선 왕세자 책봉이 끝날때까지 결혼식은 보류라고 합니다." "그래? 그럼 왕세자가 되지못한 왕자중 하나가 내 남편이 되겠군. 좋아. 잘됐 네. 그렇지않아도 밖에 나가보고 싶었는데." "화…안나십니까? 다른 숙녀분들이 왕자님들에게 벌떼처럼 몰려들텐데요" "별로. 왕성이라는데도 한 17년쯤 살다보니까 좀 질리더라고. 여기나 로세니 아나 거기서 거기인거 같아. 이 기회에 밖에 나가서 좀 편하게 살다오지 뭐." "예에…" 덴 녀석의 표정이 뭐랄까…괴상하게 일그러진다. 나한테 뭘 기대한거야? 어 라? 그러고보니 나 언제부터 덴 녀석에게 반말하게 된거지? 이건 숙녀로써 의 예의가 아닌데… 으음. "그럼…" "응. 가봐. 그리고 다시 말하는데 카렌은 절대 못데려가. 나 왕성 나가게 되 더라도 같이 데리고 나갈거니까 포기해" "예…" 그렇게 말한뒤 덴녀석은 풀이 죽은 모습으로 내방을 나갔다. 아마 1층에서 기다리고 있을 - 혹은 먼저가버린 - 시켈 백작에게 밟힐지도… 훗 고소하다. 내가 카렌을 데려온지 4일이 지났다. 어제 궁에서 시종이 와서는 이틀뒤 그 러니까 내일 궁에서 나가라는 통보가 왔다. 국왕의 직인이 찍혀진 종이를 가 져온 시종은 공손한 어조로 무슨 지방으로 가게 될거라고 말했지만 크레센트 의 지명을 거의 모르는 난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시종을 돌려보냈다. 카렌은 성직자와 의사가 꽤 힘썼는지 어제 정신을 차렸고 오늘 아침엔 조금씩 돌아 다니기 시작했다. 많이 나아지긴 했는데 역시 나와 에린의 말만 들었고 에린 이 주는 음식만 먹었다 - 내가 직접 먹을걸 가져다 줄리가 없으니까 - 에린 과 다른 시녀들은 그동안 풀어놓았던 내 짐들을 다시 싼다고 난리를 피우고 있었고 왕성에서 쫓겨나는 비운의 왕녀인 나는 따사로운 햇살아래서 느긋하 게 홍차를 마셨다. 어차피 돌아올텐데 뭘… 그보다 내일부터는 좀더 자유롭 게 돌아다니면서 살수 있겠지? 후후후. 내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역시 오 래살고 볼일이라니까. ----------------------------------------------------------------------- ...... .......... .............피 곤 해 (__) 가 우 군. [Queen`s Heart] 4장 우아한 일상 (1) 2003-08-04 15:23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4장 우아한 일상.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4장. 우아한 일상 네? 아넬리안 황비님이요? 아~ 물론 대단하신 분이죠. 미모면 미모. 행동이면 행동. 뭐 빠지는게 없으신 분이니까요. 호호호. 정말 숙녀중에 숙녀라는 말은 그분을 위해서 있는 말이에요. 아? 엘린 공작부인이요? 물론 그분도 숙녀중 에 숙녀시죠. 그분만큼 정숙하신 분이 또 어디있겠어요? 끙차. 거기 보고만 있지말고 여기 시트 자락좀 잡아달라고요. 여성이 이렇게 고생하는데 보고만 있다니 당신은 신사중에 신사는 못되겠네요.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크레센트 제국 황실. 1200명의 시녀들을 다루는 황실 시녀장 에레니아 드 플로란스 백작부인과의 대담중 발췌. - 주. 가사일은 굉장히 고되다. - 대륙력 995년. 봄. 크레센트 왕국 수도 크롬발 - 드디어 날이 밝았다. 오늘이 바로 내가 궁밖으로 나가는 날이다. 그것도 소 설속에 나오는 겁없는 여인들처럼 남몰래 가출하여 부모 속을 썩이는게 아니 라 당당하게 허락받고 나가는거다. 비록 목적지는 내가 정할수 없지만 그래 도 그게 어딘가. 17년. 17년이다. 고난과 좌절로 점철되었던 내 인생에 봄날 이 찾아온거다. 마악 태양이 뜨고있는 하늘은 구름한점 없이 맑고 깨끗한 날 씨였고 따사로운 햇빛이 아직 추운 새벽공기를 따뜻하게 데우고 있었다. 좋 아.좋아. 오늘은 기분이 매우 좋을것 같은걸? "마마. 차가 준비되었습니다." "응. 가져와." 죠안이 말리고 제린이 끓인뒤 에린이 들고온 홍차가 내 앞에 놓여졌다. 달 그락. 테이블위에 올려놓던 에린이 손을 떨었는지 찻물이 찻잔을 넘어서 테 이블을 약간 적셨다. "아앗" "…됐어. 가봐" "예에…" 기분 좋으니까 봐줬다. 나에게 공손히 대답한 에린은 내 옆모습을 슬쩍 보 면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작게 안도하면서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리고 이제 멀쩡해진 카렌은 왠일인지 에린의 뒤만 쫓아다녔다. 지금도 에린 의 등뒤에서 서서 멀거니 지켜보다가 그애가 방을 나가자 같이 따라나갔다. 저 카렌은 밥주는 사람을 주인을 생각하는거 아니야? 음…정말 그럴지도… "순한 고양이는 재미없는데." 쩝쩝. 왠지 처음 봤을때의 독기가 너무 많이 빠진것 같다. 예전의 반항적이 고 주저함이 없는 카렌의 눈동자가 마음에 들었던건데. 이러다가 에린같은 아이가 또 하나 생기는거 아닌지 몰라. 아니야 그래도 카렌은 암살자 수업을 받을정도로 똑똑한 아이니 에린보다는 나을거야. 음…하지만 에린과 같이 다 니다보면 바보병이 옮을지도… 으아~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 찻잔을 들었 다. 오늘도 변함없이 향긋한 홍차향이 내 마음을 기쁘게 한다. 대여섯명의 시종들이 본궁에서 찾아왔다. 내 짐이라고 해봐야 마차 한대분 정도 밖에 안되었지만 그동안 별궁에서 내가 사용하던 물건들과 옷가지까지 모조리 준댄다. 뭐. 준다는걸 거절할 필요는 없지. 오찬때 한번 사용했던 장 신구들까지 통째로 주는데 내가 마다할 이유가 어디있겠어? 자고로 돈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거라고. 개인이던 국가던 말이야. 덕분에 죽어나는건 내 시녀들과 궁에서 온 시종들뿐이었지만… "마마. 마차가 준비되었습니다." "응." 백합궁 시녀장인 에레니아 남작부인이 공손히 내게 말을 올렸다. 준비가 다 끝났나보군. 그럼 슬슬 가볼까나. 별궁 앞에는 내가 타고갈 6두 마차와 그것과 비슷한 크기의 짐마차가 기다 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에린과 카렌. 그리고 다른 시녀들이 공손히 서있었다. 내가 마차로 다가가자 시녀들이 좌우로 비켜서면서 길을 만들어주 었고 시종중 하나가 붉은 양탄자를 바닥에 깔아주었다. "흠." "어서 오르시지요. 마마" "응. 그래. 하지만 가기전에…" 내가 몸을 돌리자 백합궁의 시녀들이 날 빤히 바라본다. 그런 시녀들에게 난 씨익 웃으주면서 말했다. "일주일도 채 안되었지만 그동안 고마웠어. 그리고 만약에 내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여기서 일하고 있다면 꼭 불러줄께. 기다리고 있어."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마" "감사합니다." 시녀장인 에레니아 남작부인. 그리고 차를 잘끓이는 제린. 왕성지리에 밝은 죠안. 음식을 잘만드는 제시. 넷 다 기억해둬야지. 허리를 깊이 숙여서 인사 를 하는 시녀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나는 마차에 올랐다. 내뒤로 에린과 카렌 이 따라들어왔고 마차문이 닫히자 마차는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창문으로 내다보니 시녀장과 다른 시녀들이 날 보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특히 제린은 막 훌쩍이면서 손수건을 흔들어댔는데 누가보면 사랑하는 애인 이 전장에라도 끌려가는줄 알겠다. 그래도 이런땐 손을 흔들어줘야겠지? 그 게 상식이니까. 별궁을 지나 본궁으로 가는 길목에서 마차가 멈춰섰다. 왜 멈춰섰나 해서 밖을 내다보니 놀랍게도 국왕폐하께서 몸소 나와있는게 아닌가? 할일이 없는 거야? 국왕자리가 그렇게 널널하던가? 내 아버지는 너무 바빠서 내가 가는 날에도 시종하나 보내지 못했는데 말이야. 아… 마차문이 열린다. 내려야겠 지? 내가 마차밖으로 나오자 국왕폐하와 세 왕자들이 본궁의 현관앞에 서있었 다. 거기다 그들 뒤로는 아마도 이름있는 귀족들임이 분명한 중년의 사내들 이 벽을 만들듯 서있었고 그 옆으로 십여명의 기사들이 완전무장을 한채 대 기하고 있었다. "국왕폐하를 뵈옵니다." "오오. 여전히 미색이 뛰어나군. 왕녀" "칭찬 감사합니다. 폐하" "허허허. 이거 우리 집안일때문에 그대를 너무 귀찮게 하는군. 미안하게 되었 네" "아니옵니다. 폐하." "조금만 있으면 될걸세. 얼마뒤면 왕녀도 우리 왕가의 일원이 될터이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고 잠깐 경치 좋은곳에서 요양하다 온다 생각하고 푹 쉬다 오게나" 국왕 폐하께서 왕가의 일원어쩌고 하는 말을 하자 뒤에 서있던 귀족들이 눈 쌀을 찌푸렸으나 특별히 나서는 자는 없었다. 하긴 누가 이런 자리에서 나서 서 눈총을 받고싶을까. 국왕폐하가 허허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옆에 서있는 브래드릭 일왕자와 눈을 마주치자 그는 씨익 웃으면서 - 유 부남인게 좀 아깝다. 잘생기긴 했는데… - 말을 꺼냈다. "잘 다녀와요. 동생들 교육을 단단히 시켜놓을테니까. 하하하" "전하아…" 일왕자와 언제나 찰싹 달라붙어다니는 엘린 왕자비가 그런 브래드릭 일왕자 의 옆구리를 찌르면서 눈치를 살핀다. 왠지 웃음이 나오는걸? "푹 쉬다 오시오. 자잘한 일은 내가 알아서 해둘테니. 그리고…" 라면서 말끝을 흐리는건 둘째인 이왕자보다 더 왕자다운 기품이 철철 흘러 넘치는 마틴 삼왕자. 아무리봐도 저 꼬맹이 녀석은 국왕감이야. 자기 아버지 라고는해도 국왕앞에서 자기 할말을 다하는 저 폼세로 보나 가슴을 쭉 편채 당당한 모습으로 서있는걸로 보나 말이다. 다만 말끝을 흐리면서 볼을 빨갛 게 물들이는건… 왠지 소름이 돋는다. 난 개와 어린애에겐 관심없단말이다. "흥" 코웃음을 치는 녀석은 로이드 이왕자. 책을 보다 끌려나왔는지 옆구리엔 역 시나 두터운 책을 들고서는 삐딱한 자세로 서서 고개를 홱~하고 돌려버린다. 저놈은 언젠가 꼭 복수하고 만다. 나를 무시하는 인간이 어떻게 되는지 남들 에게 똑똑히 알려주겠어. 미간이 찌푸려지려는걸 간신히 억제하면서 나는 입 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열렬한 환송을 받으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폐하. 진심으로 감사 드리옵니다." "허허허. 뭐 대단한것도 아니구만. 그래 먼길을 가야할테니 어서 가보게." "예. 폐하." 나는 치마끝을 잡고 정숙한 몸짓으로 예를 표하였다. 그리고 국왕폐하의 배 웅을 받으면서 다시 마차에 올라탔다. 내가 탄 마차는 다시금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본궁의 현관이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후우… 우울하다. "에린." "네넷? 마마. 말씀하십시오" "눈감아. 귀막아. 고개박아" "네에…" 창문을 닫고 창턱에 턱을 괸채 에린을 힐끔 바라보니 두손으로 귀를 막고 눈을 꼭 감은채 상체를 푹 숙여 얼굴을 무릎사이에 파묻고 있는게 보인다. 옆에서 카렌도 덩달아서 에린이 하는 꼴을 따라하는데 이건 영락없는 에린 2 호다. 젠장 난 왜이렇게 인재복이 없는거냐…후우… 따각따각 거리는 말발굽소리와 조금씩 덜컹거리는 마차바퀴소리. 조용한 마 차안에 들려오는 소리는 그것뿐이었다. 덕분에 기분이 더욱더 우울해졌다. 같 은 왕궁이다. 그리고 내 신분은 그때와 같은 왕녀이다. 그리고 전과 같이 왕 궁을 나가는 마차에 타고 있었다. 그러나 난 지금 여기서 예전에는 느낄수 없었던 따뜻함을 맛봤다. 어쩌면 가식적인걸지도 모른다. 그저 함부로 대하기 껄끄러운 다른나라의 왕족이라서 예의상 나와준건지도 모른다. 그렇다해도… 그렇다해도… "아…"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소매로 쓱쓱 닦아보기도 하 고 눈을 깜빡여보기도 하는데 눈물은 쉴새없이 줄줄 흘러내린다. 옹달샘의 샘물처럼 쉴새없이 말이다. "마마…손수건을…드릴까요?" "누가 눈뜨랬어! 입도 닫아!" "네넷. 마마" 날 빤히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하던 에린은 다시 눈을 꼭감으면서 입술이 하 얗게 될정도로 꽉 다물었다. 거기다 카렌까지 덩달아서 따라하는 꼴이란… 저 꼴들을 보고있으니까 왠지 웃음이 나오는걸? "풋" "…마마?" "푸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눈에선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는데 배가 아프도록 웃음이 나온다. 하하하. 나 미쳤나봐. 하지만…눈물도…웃음도 멈출줄을 모른다. 눈물이 가득차서 뿌여진 시야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힐끔 거리는 에린이 보였지만… "아하하하하하…" 웃음은 멈출줄을 몰랐다. 2대의 마차와 10명의 기마병이던 내 호위병력은 키라덴 요새에서 세배로 늘 었다. 수도에서 빠져나와 키라덴 요새까지 오는동안 내내 울었던 난 붉어진 눈을 가리기 위해서 마차안에서도 챙이 넓은 모자를 써야했다. 누가보면 정 신이 어떻게 된건줄알거야. 하지만 누가 보겠… "마마. 대니어스 드 워렌 자작께서…" "안만나!" "예? 하지만…마마" "안 만난다면 안 만나! 나중에 오라고해! 나중에!" 목도 잠겼는지 목소리도 잘 안나온다. 거울을 보지는 못했지만 지금 내 몰 골을 보면 눈물로 퉁퉁 부어서 엉망인 얼굴과 줄줄이 흘러내린 눈물에 다 지 워진 분들덕분에 괴상한 몰골이 되어있을거다. 이런 얼굴로 누굴 보라고! "이거이거…너무하신거 아닙니까? 전 공무도 팽개치고 달려왔습니다. 마마." "……" 문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던 에린을 슬쩍 밀어낸 댄 녀석이 싱글거리면서 마 차안으로 들어온다. 저놈과 눈마주치기 싫어! 분명히 놀려댈게 뻔해!. 난 고 개를 홱~ 돌렸고 벽만 바라보고 있기가 이상해서 마차의 창문을 열고 밖을 노려보았다. 물론 모자의 챙을 한손으로 잡고 아래로 내리는것은 잊지않았 고! "마마께서 관심가지시고 보실만한것은 없을텐데요?" "……" 그의 말마따나 밖에서는 몇대의 짐마차들과 내 호위로 뽑힌 기사와 병사들 이 요새앞 구석에 모여서 떠들고 있었다. 아마도 훈시라도 하는건가보지. 근 데 등뒤가 너무 조용하다. 가만히 있을 성격이 아닌데… 슬쩍 뒤를 돌아보니 덴녀석이 슬금슬금 다가와서는 내뒤에 딱 달라붙는게 아닌가! "이자식!" 내 뒷통수에 얼굴을 가져다대던 댄 녀석을 향해 난 주먹을 휘둘렀다. "이런이런. 너무하신거 아닙니까? 마마?" 타악. 꽉 쥐어진 내 주먹은 너무나 어이없게 덴 녀석의 손바닥에 막혀버렸 다. 하긴 당연한거겠지만… 저래뵈도 크레센트의 귀족. 검술교육정도는 받았 을테고 남자이니 나같은것이 휘두르는 주먹따윈 간단히 막아내겠지. 내가 남 자였다면…이런 수모는 당하지 않을텐데… 내 얼굴이 떡이 되는한이 있더라 도 저 능글맞고 재수없는 자식을 박살낼텐데… 분해. 분해!!! "…마마? 아넬리안 왕녀 마마?" "나가…" "예?" "…나가! 나가란말이야! 나가라고!!!" 난 덴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 급하게 몸을 돌리다보니 머리에 쓰고있던 챙 이 넓은 모자가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오직… 내머리속엔 날 가지고 조롱하는 저 죽일놈의 자식을 진짜로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뿐이 었다. "아…저기…그게…" 내 앞에서 굉장히 당황한듯 얼굴을 붉히면서 안절부절 못하는 덴 녀석. 그 런 그의 몰골이 미치도록 날 짜증나게 만든다. 아프다고 느낄정도로 꽉 쥐어 진 두 주먹은 새하얗게 변해있었고 어느새 내 눈에서는 또다시 눈물이 흘러 내리기 시작한다. "그…그럼…잠시뒤에 뵙겠…습니다. 마마. 저…전 그게…" "나가앗!!!!" "예예! 지금 당…당장!" 등을 보이며 도망치는 덴 자식을 향해 쿠션을 집어던졌다. 덴녀석과 내가 깔고앉았던 쿠션은 동시에 마차밖으로 튀어나갔고 둘다 돌아오지 못했다. 억 울하고 분하다. 날 가지고 놀려하는 덴 자식이 미웠고 아무런 힘도 없는 내 가 저주스러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여자라는 사실이 죽도록 싫었다. 난 밖에서도 다 들릴정도로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엉엉거리며 울었다. 왕실 예법과 숙녀로써의 정숙한 행동가짐을 완벽하게 몸에 익힌 내가 이런 볼쌍사 나운 행동을 한다는게 믿기지는 않았지만… 울어버리지 않으면 미쳐버릴것 같았다. 그래서 난 울었다. 장장 두시간을 말이다. 원래 예정이 그랬는지 아니면 나 때문인지는 몰라도 - 아마도 후자일 확률 이 다분하다 - 내가 타고있는 마차는 왕성을 나온지 세시간만에 다시 출발 할수 있었다. 부끄럽게도 난 내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온 에린의 품속에서 하 염없이 울어제꼈다. 나보다 어린 꼬맹이한테 - 그것도 멍청한데다 맹하기 이 를데 없는 바보에게 - 위로를 받으면서 겨우 진정한 내 몰골은… 더이상 생 각하기 싫다. …내 눈치를 보면서 손수건을 빨아온다고 말한 에린녀석에게 목이 콱 잠긴 목소리로 손수건 버리라고 명령할정도였으니까… * * * 호위기사를 대동한채 크레센트 왕성을 나선 나는 5일동안 마차를 타고 이동 한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내가 앞으로 살게될 그곳은 아론 협곡을 끼고있 는 작은 영지였다. 평야가 많은 크레센트 답지않은 장소랄까? 주변으로는 높 은 산이 영지북쪽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었고 주변에는 숲이 울창했다. 마차 를 타고 영주의 저택까지 - 성조차 없다. 가난한가보다 - 도착하는동안 내가 본것은 겨우 백여가구나 될지 의문스러운 작은 마을 두어개와 역시 별차이가 없는 조그만 규모의 마을이었다. "조용하긴 조용하겠군." "예? 마마?" "아니야. 혼잣말이야." "예" 마차는 작은 언덕위에 세워진 영주 저택을 향해 힘차게 나아간다. 나를 태 우고… 정장을 빼입은 집사가 정중히 나를 향해 고개숙인다. 그리고 그뒤로 시녀들 과 시종 몇명이 집사와 같은 태도로 나를 맞았다. "랭스턴 자작령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왕녀마마." "그대는?" "영주관의 집사직을 맡고있는 시만이옵니다." "집사?" 이거 기분 나빠지는걸? 첫날부터… 내 표정변화를 눈치챘는지 시만이라는 집사는 더욱 공손히 머리를 조아렸다. "죄송하옵니다. 마마. 영주님께서는 지금 편찮으신지라…" "시만! 시만! 이자식 어디 쳐박혀 있는거야!! 시마아안!!!" 나와 집사의 담소를 깨버리는 천박한 고함소리가 내귀를 자극했다. 악을 쓰 는 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와창창…이라던지 쨍그랑…하는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내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집사의 얼굴색은 그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작은 비명소리등이 현관쪽으로 가까워질수록 새하얗게 탈색 되어갔다. 그리고 얼마지나지도 않아서 거나하게 취한 몰골이 다분한 좀 뚱 뚱해보이는 중년사내가 나타났다. 특이할것 없는 평범한 갈색머리를 가진 그 는 귀족다운 화려한 옷을 입고있었지만 튜닉자락이 바지위로 삐죽 올라와있 었고 새집처럼 화려하게 하늘로 향한 머리카락들은 그의 상태를 완벽하게 알 려주었다. "병자의 모습치고는 쌩쌩하군요." "저…그것이…" "호~ 이건뭐야? 제법 반반하게 생겼는걸?" 코끝이 새빨간 술주정뱅이가 반쯤 풀린 눈으로 나를 보면서 비틀거린다. 그 가 집사를 제치고 나에게 가까이 오자 술냄새가 화악하고 풍겨왔고 역한 냄 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여…영주님. 이분은…" "처음뵙는군요. 델민 드 랭스턴 자작. 이 이름 맞지요?" 우선 인사는 해야지. 암암. 추해보이는 몰골이지만 그래도 영주라니까 말이 야. 내가 말한 이름이 맞는지 나는 내 뒤에 서있는 호위기사중 한명을 바라 보면서 물었다. 그 기사는 내가 말한 호칭이 맞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인뒤 부동자세를 취하면서 랭스턴 자작을 경멸의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하긴 귀족 의 수치겠지. 더군다나 나는 타국사람이니까. "키킥. 그래 내가 랭스턴 자작이다. 이 대단한 영지에 갇혀사는 멋지신 귀족 나으리지. 넌 뭐냐? 새로온 창녀냐? 큭큭큭" 으득. 머리속으로 분노가 끓어올랐다. 마치 오한에 걸린것처럼 온몸이 부들 부들 떨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속이 새하얗게 변해서 뭐라고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때 등뒤에서 기사중 하나가 ''네이놈''하는 소리와 함께 검을 뽑아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에린 옆에 서있던 카렌이 뛰 쳐나가더니 언제 어디에 숨겨놨는지 모를 작은 단검을 저 건방진 영주의 목 에 들이댔다. "……" "죽일까?" 아무말도 못꺼냈다. 주변 분위기는 영주자식이 나에게 창녀운운할때보다 몇 배는 더 싸늘하게 변했다. 언제 어떻게 움직였는지조차 알수없는 방법으로 카렌은 영주의 목에 단검을 바짝 가져다댄채 나를 보면서 무미건조한 목소리 로 다시 말했다. "죽일까?" 누가 암살자 아니랄까봐… 영주자식은 자기 목에 닿아있는 단검의 날과 나 를 힐끔거리면서 입을 꾹 다물었고 막 한발 앞으로 뛰어나왔던 기사는 롱소 드를 든채 갑자기 변해버린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곤란해 하는 표정이 었다. 한숨이 나온다. 맥이 탁 풀리면서 머리끝까지 솟아올랐던 분노가 사라 지는게 느껴졌다. "후우…됐다. 카렌 물러나." 한손으로 이마를 짚으면서 내가 손짓하자 카렌은 순순히 물러서서 에린 옆 으로 돌아왔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마치 꿈처럼 느껴지지만 영주 의 목젖부근에 방울방울 맺혀진 붉은 피는 꿈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당 황한듯 굳어있는 영주와 그 옆에서 어쩔줄 몰라하는 시퍼런 안색의 집사에게 는 안됐지만 모욕은 갚아줘야겠지? 예의를 다해서 말이야.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아직도 굳어있는 영주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서 팔을 높이 들어올린뒤 힘껏 내질렀다. 퍽! "크헉."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술주정뱅이가 안면을 얻어맞고도 멀쩡할리 없으니 내 연약한 주먹질에도 코를 감싸쥐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하지만… "…우" 나 역시 주먹…아니 팔목을 움켜쥐고 주저앉았다. 젠장. 쌍방 전멸인가… 허약한 영주녀석은 그대로 대자로 뻗어서 실려갔고 나는 에린의 부축을 받 으면서 앞으로 내가 기거하게될 방으로 옮겨졌다. 때릴때 주먹을 삐끗했는지 팔목은 금새 퉁퉁 부어올랐고 눈물이 줄줄 흐르도록 아팠다. 내 호위를 위해 서 왔었던 기사들은 영주의 처소로 우르르 몰려가서 국가의 망신이라는둥 귀 족의 수치라는둥 하는 소리를 마구 쏟아부어서 내 아픔을 조금은 가시게 했 지만 아픈건 아픈거다. "으…" "마마. 괜찮으세요? 네?" "넌 이게 괜찮은걸로 보여? 누구 놀리는거야?!" "죄…죄송…" 하면서 고개를 또 숙이는 에린녀석. 저녀석의 뒷통수를 한대 때려주고 싶지 만 왼손마저 같은꼴이 나면 진짜 웃길것 같아서 포기했다. 으윽… 마음이 너 무 약해졌어. 난 부기를 빼는데 좋다는 약초를 갈아붙이고 거기에 붕대를 감 는 한심한 에린을 보다가 그 뒤에 서있는 카렌에게 눈길을 돌렸다. 내가 손 짓하자 카렌은 순순히 내앞으로 걸어왔다. "내놔" "……" 아무말도 없이 작게 고개를 젓는다. 이것도 반항하는거야? "주인으로써 명령한다. 내놔" "…주인?" "그래. 네 주인. 넌 나의 부하고 난 너의 주인이다. 숨겨놓은 단검 내놔. 몽 땅!" 저녀석의 편집증적인 성격이라면 한두개가 아닐거다 분명해! "주인…나의 주인…" 카렌 녀석은 주인이라는 단어를 몇번 중얼거리더니 치마끝을 잡고 들어올렸 다. 카렌의 치마속에는 단검이라는 물건이 정확히 열세개가 달려있었고 그외 에도 80cm쯤 되는 숏소드가 허벅지 사이에 묶여있었다. 저게 인간이냐 걸어 다니는 무기고냐? "…그게 전부야?"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카렌. 내가 앉은 테이블 위에는 어떻게 입수했는지 모를 열세개의 단검과 숏소드가 올라왔다. 한숨이 절로나온다. 정상적인 인간 이 보고싶어. 이런 괴상망칙한 인간들 말고 평범하고 정상적인 인간들이 보 고 싶어. 두통이 몰려왔다. 지끈지끈. "후우…카렌. 이리와" 내가 손짓하자 볼을 작게 부풀리면서 뚱해있던 카렌은 순순히 내게 다가왔 다. 그런 카렌의 머리를 향해 나는 작게 말아쥔 주먹을 살짝 내질렀다. 따악. "우…" 이마를 맞은 카렌은 아까보다 더 많이 볼을 부풀리면서 불만을 표시했지만 꼬맹이의 불만어린 표정에 눈하나 까딱할 내가 아니라고. 난 최대한 엄한 표 정을 지으면서 카렌에게 말했다. "다시는 저런 물건 가지고 장난치지마. 알았어?" "……" "대답해." "응" 따악. 아까보다 조금더 세게 쥐어박았다. 카렌이 두손으로 이마를 감싸쥐면 서 나를 노려보았지만 내가 마주 노려봐주자 금세 눈을 내리깐다. "그리고! 존칭을 써! 나이로보나 지위로보나 내가 너보다 위대해! 그러니까 존경어린 진심을 담아서 존칭을 써! 알았지?" "……네" "좋아. 바로 그 자세야. 에린!" "네넷?" "가서 카렌이 입을만한 옷 가져와. 시종들이 입는 바지같은걸로. 카렌 넌 오 늘부터 바지는 절대 입지마! 이건 명령이야" 알아들었는지는 확신할수 없지만 카렌은 내 윽박지름에 고개를 끄덕였고 내 팔에 붕대를 다 감은 에린은 단검들과 숏소드를 안아들고 방으로 나갔다. 에 린이 나가자 언제나처럼 카렌도 에린뒤를 따라서 나가버렸고… 랭스턴 자작은 정말로 앓아누워버렸다. 역력한 구타의 흔적을 가지고 말이 다. 법대로 - 로세니아던 크레센트던 - 처리하자면 왕족을 모독한 랭스턴 자 작의 목은 지금쯤 저 산위의 무덤속에 들어가 있어야했지만 목숨은 건진것이 다. 기사녀석들은 나를 핑계로 ''크레센트 귀족의 위신''을 와르르 무너트린 랭 스턴 자작을 ''공개적으로'' 두들겨팼고 영지내 그 누구도 그들을 말리지 못했 다. 덕분에 아픔에 혼자 눈물을 흘리던 내 기분도 상당히 좋아졌고… 하지만 그날 저녁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타난 카렌녀석이 내 앞에 나타나면서 나는 또 두통을 앓아야 했다. 어린 소년들이나 입을법한 작은 셔츠와 바지를 입고 나타난 그녀석은 소매속에서 가드 - 검막이. 손을 보호하기 위해 손잡이 위 쪽에 붙여놓은 돌출물 - 를 떼어낸 단검을 꺼내서 내앞에 보임으로써 나를 열받게 한것이다. 거기다 열받은 내가 부르자 혀를 날름 내민뒤 도망쳐버려 서 분노가 하늘을 찌르게 만들었다. 그날밤 에린은 내가 잠들때까지 시달려 야했지만 뭐…다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하라고. 훗. 일주일이 훌쩍 지나갔다. 그동안 변한 일이라고는 내가 카렌을 찾아서 저택 을 뒤지고 다니느라 이곳 지리를 완벽하게 익혔다는것과 이틀동안 대기하면 서 끊임없이 영주를 질책하던 기사들이 돌아갔다는것이다. 그리고 오늘 수도 에서 나를 지켜줄 기사와 병사들이 도착한다는데 그거야 나랑은 상관없고. "이 망할 계집에 또 어디로 도망간거야" 카렌 녀석 또 도망쳤다. 완전 반항기에 든 사춘기 소년처럼 카렌은 나만 보 면 은근히 날 놀리면서 - 등뒤에서 소리없이 다가온다던지. 대놓고 자기가 수집한 단검들을 슬쩍 보여준다던지 - 사라진다. 차곡차곡 쌓인 분노가 돌아 갈곳은 당연히 에린! 어떻게 교육했길래 카렌 녀석이 저렇게 버릇없이 굴게 만들었냔 말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에린을 들들볶던 나는 슬그머니 나타나서 날이 잘갈린 롱소드를 흔들며 내 속을 끓게 만든 카렌을 쫓아서 저택 뒤켠으 로 뛰쳐나왔다. 그러나 역시나 이번에도 놓쳐버렸고 죄없는 땅바닥이나 차면 서 화를 삭였다. "으으으!!!" 내가 열내면서 화를 풀고 있자 저택 뒤켠에 있는 마굿간에서 마굿간지기가 슬그머니 뒷걸음질을 치면서 도망친다. 여기와서 하도 카렌과 숨바꼭질을 하 면서 신경질을 부려댔더니 시종이건 시녀건 가릴것없이 모두 나만보면 슬그 머니 도망쳤다. 집사마저도 나랑 있으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데 뭘. 내 이런 행동을 말려줄 위치에 있는 인간은 영주뿐이었지만 그는 앓아누운김 에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안했다. 매일같이 술에 절어 살던 인간이 다친 걸 핑계로 아예 방에서 나올생각을 안하는것이다. 인간말종의 귀감이랄까? 그런 무능한 - 이라는 단어조차 사치스러운 - 영주가 다스리는데도 불구하 고 평화로운 이 영지가 신비스럽게 느껴질정도다. 제풀에 지쳐버린 나는 터덜터덜 걸어서 조그마한 - 일반 평민들의 집보다 는 훨씬 크지만 귀족의 기준에서는 작은 - 저택의 앞마당까지 걸어나왔다. 정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 둘이 나를 힐끔 바라보고는 마치 석상인양 부동자 세를 취하는것이 눈에 들어왔지만 내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이곳에 와서도 나는 심심했고 그렇기에 사건을 찾아 돌아다녀봤지만 이런 조그만 영지에 무 슨 큰일이 있을까. 지루함은 시간이 갈수록 더 깊어졌다. 무언가 정신없이 매 진할만한 일거리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귀족가의 정숙한 숙녀가 할수있는 일 이라는것은 정해진것들뿐이었다. 차를 마시고 시를 읽고 자수를 놓는것. 시간 날때마다 춤연습을 하고 예법을 익히는것. 그외의 것들은 귀족 여성에게 허 락되지 못한것들 뿐이었다. 이건 크레센트도 마찬가지더라고. 내 얼굴을 힐끔거리는 경비병들 사이를 지나쳐 저택의 정문을 나서자 저 멀 리 마을의 전경이 나타났다. 마차 한대가 지나갈만한 흙길과 그 도로 좌우로 지어진 목조건물들. 이것도 영주의 저택이 여기 있어서 그나마 이만큼 발전 한거란다. 정말 한심할정도로 작은 시골이었다. 나는 발길 가는대로 흙길을 따라서 걸었고 가끔 보이는 영지의 주민들은 내게 모자를 벗거나 고개를 숙 여 인사를 올렸다. 물론 내가 누군지야 모르겠지만 내가 입고 있는 드래스는 아무나 입을수 있는게 아니니까 이들의 반응은 당연한것이다. 별볼일 없는 작은 잡화점과 야채와 동물가죽을 늘어놓은 노점상을 지나서 마을 끝까지 도달하는데는 겨우 10분도 안걸렸다. 마을마저 벗어나 숲사이로 나있는 흙길을 따라서 계속 걸었다. 아무생각없이 그저 발길가는대로 걷다보 니 주변은 숲이었고 난 그 숲사이로난 길한복판에 멈춰서있었다. "…여긴 어디야?"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길게 이어진 숲길만 보일뿐 마을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얼마나 걸어온거지? 숲안에서는 새의 지저귐이 들려오곤 했지만 주변은 적막한 편이었고 이쯤되니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럴때 갑자기 누가 불쑥 뛰쳐나온다면… "웃차!" "꺄아악!" "우헥~" 제발 상상은 상상으로 끝나달라고! 갑자기 내 앞에 거대한 체구의 사내가 불쑥 튀어나왔다. 내 키보다 30cm는 더 커보이는 거구에다 팔뚝하나가 내 허리만큼이나 굵어보이는 근육질의 사내가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것이다! 내 비명소리에 놀랐는지 그는 뒤로 펄쩍 뛰면서 두손으로 자기 가슴을 가렸고 난 쿵쾅거리며 뛰는 심장을 한손으로 누르며 뒤로 몇발자국이나 물러섰다. "누…누구…" "그러는 아가씨야 말로 누굽니까? 갑자기 비명을 지르다니 놀랐잖습니까!" "그…그게…" 이걸 적반하장으로 봐야할지 아니면 당연한 반응으로 봐야할지 헤깔린다. 화를 내야하나? 아니면 미안하다고 해야하나? 얼굴이 달아오르는게 느껴졌 다. "흠흠. 뭐. 저도 불쑥 튀어나온점은 사과드리죠. 아가씨." "아…예" "그럼." 이라고 말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노루 - 아까 내가 비명을 지를때 떨어트렸 나보다 -를 어깨에 짊어진 그는 길을 가로질러 반대편 숲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저…저기요!" "예? 무슨일입니까?" "저기. 당신 사냥꾼인가요?" "사냥꾼? 아닙니다. 전 마법사입니다. 지금은 견습이지만요" "마…마법사?" 난 다시금 그의 몸을 위아래로 훓어봤다. 거의 2m는 되어보이는 커다란 키. 떡 벌어진 어깨. 온통 근육투성이인 몸. 저기에 할버드 하나와 갑옷한벌만 쥐 어주면 그 누구라도 기사라고 믿어버릴거다. 아니 왕궁에서 살면서 저사람 만큼 체격좋은 기사는 거의 못봤다. 그런데 마법사란다. 아하…하하하. "그…마법사요?" "예!" "정말?" "정말!" "…거짓말이죠? 아니면 농담?" 믿기지가 않는다. 조금도. 전혀. 눈꼽만큼도! 저런 사람이 마법사? 보통 마 법사는 극심한 운동부족때문에 허약하다고 하지않던가! 이건 상식이라고! "제가 아가씨께 거짓말해서 뭐가 남는다고 거짓말을 합니까? 전 엄연히 마법 사입니다." …란다. 허무라는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오는게 느껴지는건 왜일까? 아 아… 이나라는 왕궁뿐만 아니라 왕궁밖에도 정상적인 인간이 없었던게 분명 해. 이젠 장담조차 필요없을것 같은 기분이 드는걸? 나를 보며 약간 불쾌한 표정을 짓던 - 믿지않아서 기분나빴나보다 - 그는 어깨에 메고있는 노루를 한번 툭 치더니 몸을 돌렸다. "아! 잠깐만요!" "왜 또 그럽니까? 아가씨" 짜증스러운듯한 목소리로 돌아보는 사내. 음… 그냥 순순히 믿어줄껄 그랬 나? 이곳은 비정상적인것이 정상인곳이니까. "아…아니요. 그게 아니고. 그러니까…저기…어디사세요?" "…예에?" "아음…그게…마법사라면서요? 그럼 특이한데 살거아니에요." "여기서 북쪽으로 1시간쯤 걸으면 마법사의 탑이 나옵니다. 거기 살죠. 그럼" 그 마법사 - 인지 아직도 감이 안잡히는-는 그렇게 대답한뒤 작게 투덜거 리면서 숲속으로 들어가버렸다. 혼자 남은 나는 멍하니 그가 사라진곳을 바 라보고 있다가 왔던길을 되돌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치마자락을 두손으로 잡 고 긴머리카락을 좌우로 휘날리면서 달렸다. 주민들중 몇명이 그런 나를 보 면서 놀란 표정을 짓는게 보였지만 지금 그런 사소한 체면을 생각할때가 아 니라고. 사건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재미있을듯한 사건! 마법사라니! 온몸이 떨려왔다. 책으로만 알고있던 신기한 인종이 바로 눈앞에 나타난것이다! 나 는 저택을 향해 숨이 턱에 차도록 달렸다. -------------------------------------------------------------- 그간 몇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1. 릴(RYL) 유료 계정을 끊었습니다 -_-/ 잇힝~ 오랫만에 폐인양성게임에 빠지렵니다 -_-/ 2. 퀸즈 하트 계약했습니다. 계약사는 청어람이고 최소 3권분량까지는 통신 연재를 보장받았습니다. 그뒤는...으음... 3. 초반부가 재미없다고 리메이크 하랍니다 -_-a. 이것때문에 한동안 슬럼프 에 빠져있었습니다만...결국 별 수정도 못하고 연재를 재개했습니다. 뜯어고 쳐야 할곳이 어딘지 모르겠슴다. 이것이 문제 -_-/ 4. 방학했습니다. 우하하하~~~ 공식적인 백수로 환원. 앞으로 월간연재를 보 장합니다 -_-/ 5. 18금은 일단 보류입니다 -_-/. ...아직은...이라는... 6. ...재미있나요? -_-a. 재미있으면 추천을...(쿨럭). ( '''')먼하늘. 가우군. [Queen`s Heart] 4장 우아한 일상 (2) 2003-08-04 15:24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콰아앙! 저택의 현관문이 큰소리를 내면서 양쪽으로 활짝 열렸다. 땀으로 범 벅이 된 이마를 한손으로 쓸어내린 나는 거침없이 안으로 뛰어들면서 소리쳤 다. "에린! 집사! 누구 없어?" 내가 소리를 지르자마자 저택에서 일하던 시녀들이 나를 빼꼼히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꽁무니 쳤고 시종중 하나는 집사를 부른다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현관의 홀에서 청소를 하던 시녀 하나까지 사라지고나자 내 주변은 썰렁한 공기가 휘몰아쳤다. 이것도 간접적인 괴롭힘 아닌가? 저 겁없이 나를 무시하 는 저택의 시녀들과 시종들을 모두 모아서 한바탕 난리를 피워볼까 생각했지 만 그만두기로 했다. 남의 집 재산을 내 멋대로 손대면 안되지 암. 괜히 무안 해진 내가 한손으로 손부채질을 하면서 땀을 닦고 있을때 에린녀석이 집사인 시만과 함께 허둥대면서 2층에서 뛰어내려왔다. "부…부르셨습니까? 마마?" "그래!" …그런데 에린은 왜 불렀지? 집사만 불러도 될일인데… 난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는 시만 집사를 향해 물었다. "이 영지에 마법사가 있다는게 정말이야?" "…예. 마마"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시만 집사. 그의 대답에 난 날아갈듯한 기분에 집사 의 두손을 꽉잡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그를 바라보았다. "알려줘!" "예? 무엇을 말입니까?" "그사람! 마법사라면서? 당신은 여기 집사니까 알거아니야? 전부 알려줘!" "예에…" 시만 집사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슬그머니 내손에 잡혀있는 자기손을 뺐다. 작게 헛기침을 하면서 불편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그였지만 지금 내게 는 그딴 사소한것을 신경쓸 경황이 없었기 때문에 중년의 집사가 입을 열기 만을 기다렸다. "에…그러니까 한 20년쯤 전에 한 노인이 영주님을 찾아뵌적이 있었습니다." "응응!" "그 노인은 자기를 대마법사인 헤쉬케린이라고 말하면서 지금의 영주님께 탑 을 짓는 공사비용을 원조해달라고 요청했었습니다." "호오~" "그때까지만해도 영지관리에 큰 관심을 보이시던 영주님은 선선히 수락하셨 고 영지민까지 강제로 동원된 큰공사가 몇년간이나 계속되었습니다. 완공된 탑이 마음에 들었던지 노마법사는 언제든지 영지에 문제가 생기면 적극적으 로 도와줄것을 약속했고 지금까지 무력이 필요한 일들을 도와주었습니다." "흠. 그렇다면 부하같은 관계는 아니고 대등한 동맹같은 관계이겠네?" "예. 마마" 마법사와 손을 잡은 영주라… 도움이 될까? "좋아! 그럼 가자! 에린 준비해! 카렌도 찾아서 데려와!" "예에? 어딜가시려고요?" "어디긴! 당연히 마법사의 탑이지!" 에린이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거기다 수시로 창백해지는 시만 집사도 갑작스러운 내 선언에 놀랐는지 나를 말리기 시작했지만… "가서 준비나해 에린! 그리고 시만 집사." "예 마마." "내 의지를 꺾으려면 가서 렝스턴 자작이라도 데려오라고. 하지만 장담컨데 영주가 직접와서 말려도 난 갈거야. 그러니까 에린이 준비하는거나 도와주는 게 좋을거야" "……" 시만 집사가 작게 고개를 젓으며 한숨쉬는게 보인다. 훗. 하긴 누구의 고집 을 말리겠어? 이곳에선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아도 된단말이지. 모두가 나 보다 직위에서 밀리는 이들뿐이니까! 이몸은 아넬리안 폰 로세니아라고. 자 랑스러운 로세니아의 왕족. 이게 자랑스러운건지는 좀 의심스럽지만… 내 명령에 따라서 에린은 도시락 바구니를 한아름 들고 나타났고 집사는 열 명의 병사들과 말 한필을 끌고 왔다. 하지만 나는 길잡이 노릇을 할 병사하 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돌려보냈고 - 역시나 집사는 더더욱 큰 한숨을 내 쉬었지만 나랑은 상관없다네 - 슬그머니 나타난 카렌이 에린 옆에 서자 나 는 말위로 올라섰다. 말안장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자 내 앞에 서있는 병사가 말고삐를 잡았고 걱정스러운 기색이 가득한 집사를 뒤로한채 저택을 나왔다. 예의 작은 마을을 지나쳐 긴 숲길을 지난뒤 겨우 사람하나가 지나갈만한 오 솔길을 무려 30분간이나 걸어간뒤에야 마법사가 산다는 탑이 모습을 드러냈 다. 뾰족하게 솟은 마법사의 탑은 외견상으로는 그리 특이할게 없는 둥근 원 형탑이었지만 국경에 설치된 감시탑과는 다르게 탑끝이 반원형으로 되어있어 뾰족한 느낌을 주었다. "얼마나 더 가야하지?" "한…30분정도 더 걸어야 합니다. 마마. 언덕하나를 넘어야 하거든요" 밴스라는 촌스러운 이름을 가지고 있는 병사는 머리보다 큰 철제 투구가 거 추장스러운지 자꾸 투구를 매만지면서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의 말마따나 작 은 숲을 지나자 가파른 경사길이 눈앞에 나타났고 나는 말에서 내려야 했다. 워낙에 가파른 산길이라 말을 타고 갈만한 길이 못되었기 때문이다. 수백미 터는 될법한 언덕길… 왠지 고난의 예감이… …힘들다!!! "헤엑…헤엑…" 높이 솟은 언덕 정상위의 경치는 끝내준다는 표현이 딱 어울렸지만! 저아래 지나온 언덕길이 아찔할정도로 구불구불하고 아슬아술하여 여기까지 온게 신 기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지만! 더럽게 힘들다! 마음같아서는 작은 풀들이 나있는 흙바닥에 대자로 누워서 편히 쉬고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하 지만 귀족의 체면이 있지 어떻게 드래스 - 활동용의 수수한 드래스라고 해 도! -를 입고 땅바닥을 구를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나는 그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물!" "히엑…히엑…여기…" 에린도 지쳤는지 내 옆에 쪼그려 앉으면서 바구니에서 물주머니를 꺼내서 내게 주었다. 단숨에 그것을 받아든 나는 단단히 막혀있는 코르크마개를 한 손으로 비틀어 뽑은뒤 미지근한 물을 단숨에 벌컥벌컥 마셔댔다. "크아…후우…살것같다." 직접 걷는다는게 이렇게 힘들줄이야. 다행히 밑창이 연한 가죽신을 신고왔 기에 망정이지 무도회장에서나 신는 질긴 쇠가죽 구두를 신고왔다가는 반도 못올라오고 주저앉았을거다. 그런데 말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카렌녀석은 조 금도 힘들지 않은지 작게 키득거리고 있었고 영지의 경비병인 벤스도 남자라 서 그런지 조금 힘든기색을 내비칠뿐 아직 쌩쌩해 보였다. 거기다 믿었던 에 린마저도 곧바로 털고 일어섰으니… 여기서 연약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건 나뿐인건가? 오르막길 다음은 내리막길이다. 그래도 그나마 완만한 경사로 이어진 오솔 길은 말을 타고 갈만했기에 나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 힘드니까! - 말위 에 올라탔다. 이제 탑까지는 손만 내밀면 닿을만큼 가까와졌다. 조금만 더! 힘들게 도착한 탑의 전경은… 솔직히 볼게 없다. 반지름이 족히 5m는 될법 한 커다란 원형탑이라는것 외에는 전혀 볼게 없었던 것이다. 운동도 못할만 큼 작은 공터와 탑과 어울리는 황갈색 녹이 군데군데 묻어있는 철제 대문이 보였고 주변에는 무릎까지 오는 긴 풀들이 여기저기 자라고 있었다. 이건 마 치 폐허같은 분위기인걸? "마마. 너무 조용한것 같은데요?" "음" 에린의 말마따나 너무 조용하다. 사람사는데라면 인기척이라도 나는게 정상 일텐데 이건 숫제 무덤속에 들어온것처럼 사방이 고요하다. 뭐…들어가보면 알겠지. 난 말고삐를 잡고 있는 병사에게 문을 열라고 시켰고 그가 힘껏 문 을 당기자 끼이익…하는 소리를 내면서 두터운 철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나 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한손으로 부여잡고 조심스럽게 탑안으로 들어섰다. 창문이 몇개 없는탓에 탑안은 어두웠지만 군데군데 횃불이 걸려있어서 그런 대로 탑안의 풍경을 관찰할수 있었다. 구석구석에 걸려있는 거미줄, 10년은 청소를 안한듯이 수북히 쌓인 먼지. 여기저기 나뒹구는 상자들… 이건 딱 폐 허다. 다른 말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생각이 나지않는다. 폐허다 폐허야. "아무도 없어요? 누구 없어요?" 한발한발 걸을때마다 피어오르는 먼지를 한손으로 휘저으면서 소리쳐봤지만 탑안에서 메아리 칠뿐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여기 맞는거야? 나를 비롯한 여섯쌍의 눈동자가 말을 근처 나무에 묶은뒤 따라들어온 벤스에게 향했다. "에…여기가 맞는데… 그런데…" 라면서 우물쭈물거리는 사내놈 하나… 의심이라는 감정이 마구 꿈틀거렸다. "여기 와본지 얼마나 되었지?" "그러니까…한 10년쯤 되었을겁니다. 에헤헤…" 머리를 긁적이면서 히죽거린다. 저놈의 목을 꺾어버리고 이 탑에다 버리고 가버릴까? 10년? 이거 장난치는거 맞겠지? 이번엔 팔목 삐지 않게 조심해야 겠다. 으득! 내가 막 벤스인지 펜스인지 하는 녀석을 쥐어패려고 할때였다. 갑자기 우리 가 들어온 탑의 입구에서 굵은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십니까? 여기는 아무도 안사는 곳입니다만?" "에에?" 갑자기 안으로 들어온 상대는 연갈색 머리카락을 귀밑까지 기른 사내였다. 대충 180cm쯤 되어보이는걸로 봐서 아까전에 숲길에서 만났던 상대는 아닌 것 같고…누구지? "저희는 여기 사신다는 마법사님을 뵈러 왔는데요. 보다시피…" 내가 앞으로 나서면서 대답했다. 그러자 상대는 알겠다는듯이 고개를 끄덕 이더니 손짓하는게 아닌가? "해쉬케린님을 찾아오셨다면 여기가 아닙니다. 길을 따라 좀더 들어가야합니 다. 저도 마침 그곳으로 갈 예정이니 같이 가시지요." "초면에 실례하게 되었네요. 감사드려요." 나와 다른 이들은 그 사내를 따라서 탑을 나왔다. 밝은곳에서 보니 그는 꽤 잘생긴 얼굴을 가진 - 미남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 사내였는데 얇은 셔 츠사이로 단단해보이는 근육이 자리하고 있어서 굉장히 단련을 많이했다는게 느껴졌다. 거기다 허리에는 긴 롱소드를 차고 있었기에 그가 검사라는것을 어렵지않게 짐작할수 있었다. "저…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아. 이거 실례했습니다. 전 닐크라고 합니다. 성은 없습니다. 그쪽 숙녀분 은… 성함이…" "전 아넬리안이에요. 아넬리안 폰…으음. 아니에요. 그냥 아넬리안이라고 불 러주세요." "귀족분이시군요. 전 상관없습니다만…괜찮으시겠습니까?" "예! 물론" 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는 이해했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인뒤 우리들을 이끌고 탑 옆의 작은 오솔길로 인도했다. 대마법사가 산다는곳이 나타났다. 작은 1층짜리 오두막집. 그것이 신비로운 마법이라는 힘을 쓴다는 대.마.법.사.가 사는곳이란다. 산속에서 일년을 보내 는 사냥꾼들도 눈길조차 주지않을 정도로 허름해보이는 오두막집에 도착하니 오전에 보았던 그 사내가 나타났다. 상의를 벗은채 굉장히 무거워 보이는 도 끼를 사용하여 장작을 패고 있는 사내. 구리빛의 터질듯한 근육들이 꿈틀거 리면 육중한 소리를 내면서 커다란 통나무가 반으로 쪼개졌고 몇번의 도끼질 이 끝나면 그의 발밑에 장작더미가 수북히 쌓였다. 한창 장작을 패던 사내가 우리들의 접근을 알아보았는지 몸을 일으키면서 손을 들어보였다. "여어~ 닐크. 오랫만이군." "그래. 오랫만이야. 아르케네스" "그런데 그쪽은…아. 아까 만났던 아가씨로군요. 다시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 니다." "예에…반…갑네요" 씨익 웃으면서 내게 다가오는 사내. 아르케네스라고 했던가? 땀으로 번들거 리는 상체근육이 터질듯이 꿈틀거린다. 나는 한쪽 입술으 씰룩거리면서 대답 했다. 땀냄새가 지독하게 풍겨왔거든… 코를 쥐고 도망치지 않은것만으로도 대단한거라고! 이런 내 심정을 알아챘는지 닐크가 아르케네스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웃었다. "푸훗. 가서 땀냄새라도 없애고 오는게 어때? 숙녀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은 가? 하긴 그러니 별명이 무식한 오우거라고 하겠지만 말이야." "무…무슨소리! 샌님주제에 누구한테 뭔소리를 하는거야!" "해볼테냐?" "오냐! 그간 얼마나 놀았는지 평가해주마! 덤벼!" 라고 외친 두 남정네들은 그대로 거리를 벌리더니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했 다. 이거야 원. 왠 대결구도람? 난 마법을 보러온거라고. 기사들의 싸움박질 은 성에 있을때 많이 봤단말이야. …라고 말해봐야 들어줄 사람도 없으니 할 수없지. "에린. 깔아." "예. 마마." "에린…" "네? 마마?" "에에리이인~" "네…에 마마?" 멍청하고 바보스러운데다가 눈치라곤 쥐털만큼도 없는 녀석! 내가 자기를 노려보자 할줄아는거라고는 눈까는 것밖에 없는 녀석을 난 있는 힘껏 쥐어박 았다. 콩! "키힝…" 에린 머리를 감싸쥐고 주저앉다. "카렌!" "…주인 아가씨." "좋아. 에린!" "네 마…아니 아가씨." 역시 에린은 쥐어패야 정신을 차리는군. 그제서야 내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자 에린은 황급히 내쪽으로 달려와 바구니안에 들어있는 삼각형의 스카프 를 꺼내서 바닥에 깔았다. 내가 자리잡고 편히 앉자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두 사내가 대여섯걸음쯤 떨어진곳에 서서 서로 상대를 노려보며 자세를 잡았다. 아르케네스라는 자칭 마법사는 근 2m는 될법한 두꺼운 나무봉을 들고있었고 닐크라는 사내는 상대가 던져준 1m정도의 목검을 들고 섰다. "덤벼라 얼간이!" "감히 이몸에게 그딴 잡소리를 하는 오우거가 있다니! 정의의 검이 널 심판 할것이다!" 닐크가 우렁차게 소리치면서 목검을 두손으로 움켜쥔뒤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는 나무봉을 들고있는 아르케네스를 향해 달려든다. "우라야아아" 오~ 저 닐크녀석 생긴건 마음에 안들지만 - 기생오래비같이 생긴놈들은 죄 다 인류의 적이다! - 발놀림 하나는 상당히 수준급인걸? 서너번의 달리기로 단숨에 상대에게 달려드는 폼이 상당히 단련된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하지 만 몸놀림과는 틀리게 목검을 휘두르는 폼은 그리 신통치 않아보였다. 따악. 내 생각을 말해주듯이 그의 목검은 단번에 상대의 봉에 막혔고 힘좋아보이는 아르케네스가 상체를 낮추고 봉으로 목검을 받아낸뒤 힘껏 밀치자 어이없이 뒤로 밀려났다. 닐크를 밀어낸 아르케네스는 봉을 길게 잡고는 연속으로 찌 르기를 시작했다. 퍼벅. 퍽. "크헉" 닐크는 가슴과 배 허벅지를 얻어맞고 뒤로 비틀거렸고 아르케네스가 찌르는 자세에서 반바퀴 회전하면서 나무봉을 강하게 휘두르자 정강이 부분을 얻어 맞고 잠시 공중에 붕 떴다가 옆으로 떨어졌다. "꾸에엑" 쿵. 데굴데굴. 쯧. 저녀석 폼만 좋은거 아니야? 너무 싱겁게 끝나버린 대련은 하품만 나오게 만들었다. 잠시뒤에 닐크가 정 신을 차리고 다시 일어나서 덤볐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전.혀. 상대가 안되는 것이다. 몇번을 더 얻어터지고 바닥을 구르는 닐크를 보면서 내가 작게 하품 을 하면서 이만 본래 목적을 위해서 움직여볼까 하고 생각하고 있을때 갑자 기 이변이 일어났다. "너…너 이자식!!!" 죽도록 얻어맞던 닐크가 갑자기 씩씩대면서 일어서더니 목검을 집어던지고 는 두주먹을 쥐고 아르케네스에게 달려든것이다. 난 상대도 안되게 얻어터진 닐크가 더 얻어맞으려고 발악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닐크는 아르케 네스가 횡으로 휘두른 나무봉을 고개숙여 피한뒤 상대에게 달려드는게 아닌 가? 일그러진 표정의 아르케네스가 뒤로 물러서면서 봉을 좌우로 회둘렀지만 그때마다 닐크는 허리를 숙이거나 몸을 좌우로 움직여서 피하고는 팔을 내질 렀다. 뻐억. "쿨럭" 마치 산같은 위압감을 주던 아르케네스가 한순간 휘청이면서 옆구리를 잡은 채 뒤로 몇걸음 물러났다. 전혀 의외였다. 주먹질이 봉을 이긴것이다! "헹. 역시 굼뜨군. 그동안 근육만 길렀냐? 오우거야?" "쿨럭. 쿨럭. …죽고싶냐?" "능력되면 죽여보시던지. 헹이다" 오우거와 샌님의 생사를 건 사투가 시작되었다. 음. 하늘은 맑고 푸르군 이 럴때는 천둥번개가 꽈르릉 거리고 비바람이 몰아쳐야 되는거 아닌가? 보통 이런 생사를 건 사투에는 그런 장면이 많던데. 닐크가 주먹이나 발로 아르케네스를 몇대 후려치면 상대가 한방에 그를 몇 미터나 붕 날아 오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닐크는 지면으로 떨어지다가도 손 으로 바닥을 쳐서 다시 자세를 잡고 아르케네스에게 달려들었고 또다시 난타 전이 이어졌다. 주먹과 봉이 오갈때마다 두 사내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피가 허공에 튀어올랐다. 이게 바로 피가 튀고 살이 찢어지는 진정한 결투군. 그런 데 저 두명 대련하려는것 아니었나? 분위기로 봐서는 둘중 하나가 죽어야 끝 날것같은데? 이거 언제 끝나려나? 슬슬 지겹다고. 이런 내마음을 알았는지 닐크가 아르케네스의 나무봉을 한발로 쳐냈다. 두 손에서 떠난 나무봉은 내쪽으로 날아왔지만 카렌이 손을 들어쳐냈다. 무기를 잃은 아르케네스는 두주먹을 쥐고 닐크에게 주먹을 날렸지만 몸놀림이 빠른 상대를 때리지 못하고 허공만 가를뿐이었다. 그러다 어느순간 아르케네스가 날린 주먹을 손바닥을 사용해서 비껴낸 닐크가 상대의 품안으로 뛰어들면서 반대편 팔꿈치를 강하게 휘둘렀다. 퍼억! "큭!" 가슴을 얻어맞은 아르케네스가 상체를 숙이자 두손으로 바닥을 짚은 닐크가 바닥을 반바퀴 돌면서 한쪽발목으로 아르케네스의 무릎뒤를 강하게 쳤고 이 를 버티지 못한 상대는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쿠웅. 하는 육중한 소리와 함 께 거구가 바닥에 쓰러지자 지면이 들썩거린다. 난 여기서 끝난줄 알았다. 하 지만 닐크는 바닥에 쓰러진 상대에게 달려들더니 두손으로 아르케네스의 오 른손을 단단히 움켜쥐고 양 다리로 상대의 목과 가슴을 누르며 몸을 쭉 폈 다. "끄악!!!" "어떠냐? 오우거짜샤! 항복해!" "끄응…절대 싫다! 샌님에게 항복하느니 차라리 오우거가 되고 만다!" "그래? 그렇담 죽엇!" "우아아악!!!" 사내들의 오기란…쯧쯧. 한심할뿐이다. "에린 물" "네. 마마…흡. 아가씨." 따악. 한심한 녀석은 저기 바닥에 누워서 서로의 몸을 겹친채 우정을 확인 하는 녀석들만이 아닌가보다. 나는 돌덩이와 경도가 비슷한 에린의 뒷머리를 주먹으로 쓰다듬어준뒤에 에린이 넘겨주는 물주머니를 들어서 한모금 마셨 다. 미지근한 맛에 가죽냄새가 올라와서 그리 기분좋지는 못했지만 그런대로 참을만했다. 마악 내가 두모금째 물을 마시고 주머니를 넘겨줄때 작은 비명 을 지르며 발버둥을 치던 아르케네스가 갑자기 힘을 쓰기 시작했다. "우워어어어~~~" 마치 야수가 울부짓는 소리를 내면서 아르케네스가 목과 두 발목을 사용해 서 몸을 마치 활처럼 둥글게 들어올린것이다. 그러자 그의 팔에 매달려있던 닐크는 옆으로 몸이 돌려졌고 더이상 달라붙어 있지못하자 욕지거리를 내뱉 으면서 상대에게서 떨어져나가 몸을 일으켰다. "이 괴물! 오우거자식! 어떻게 그 조르기를 힘으로 풀어버리냐!" "후욱…후욱…네놈 힘이 …후욱 약한거다." 남자들은 죽어도 허세를 부리는 법이지. 시뻘개진 얼굴로 거친숨을 몰아쉬 면서도 입은 살았는지 잘만 떠들어댄다. 그나저나 또 한판 하려는거야? 이러 다 마법은 보지도 못하고 해지겠는걸? 벌써 오후가 다 지나간 시간이다. 노 을이 서쪽하늘을 물들이면서 지금이 저녁때라는걸 알려주고 있었다. 이런 내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두 사내들은 또 싸울 자세를 잡았다. 그때 촤아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물벼락이 싸움중이던 두사내를 덮쳤다. 나에게 도 물이 조금 튀기는 했지만 이정도쯤이야 얼마든지 감수해줄수 있다고 저 두 인간의 지루한 대련을 끝낼수만 있다면 말이야! "푸핫~~" "우에에엑!!!" "이 망할잡것! 하라는 일은 안하고 또 싸움박질들이냐? 엉? 닐크 네놈은 또 왜 온거야! 할일 없으면 가서 사냥이나 해와!" 노인특유의 카랑카랑한 외침과 함께 회색의 로브를 입은 노인이 한손에 빈 물통을 들고 호통을 쳤다. 노인의 외침에 아르케네스는 젖은 머리를 긁적이 면서 씨익 웃었고 - 비맞은 곰같은 몰골이었다 - 닐크는 몸을 부르르 떨면 서 입을 뻐끔거렸다. 아마도 작은소리로 욕하고 있는것이리라. "스…스승님. 저기 친구가 와서 잠깐 운동좀 한것 뿐입니다. 에헤헤. 그…그 치? 친구?" "…으응" 닐크도 노인을 향해 돌아서면서 어설픈 웃음을 지어보인다. 그 꼴을 옆에서 보고 있자니 뭐랄까… 맹수조련사에게 아양을 떠는 늑대와 곰이 연상되었다. 풋… 대충 상황이 진정된것 같기에 나는 일어섰다. 한참 두 사내들앞에서 설 고를 늘어놓던 노인은 갑자기 나를 보더니 인상을 찌푸린다. "이건 또 왠 떨거지 들이야? 누가 데리고 왔어?!" "처음뵙겠습니다. 어르신 전 아넬리…" "입닥치고 꺼져! 여긴 애들 놀이터가 아니야! 나가! 가! 쉿쉿~" …뭐라고 설명할수 없는 뜨거운 감정이 가슴속에서 생겨나 머리속까지 치솟 아 올랐다. 이놈의 나라에 사는 인간중 정상적이고 예의바른 녀석들은 단 한 명도 없는것이냐? 왜 내가 가는곳만다 이따위 인간들만 나오냐고!!! 평생 분 노할것을 요 몇달동안 몰아서 다 해치우는 기분이다. 손이 부들부들 떨려온 다!!! 그래 오늘 한판 해보자! 어차피 더 망가질수도 없는 몸! 오늘 사고나 한번쳐보자고! "이 늙은이야! 너는 얼마나 잘났기에 사람을 무시하는거야!!!" "뭐…뭐어엇?" "얼마나 능력이 없으면 잘지은 탑도 버리고 여기서 숨어사냐! 빛쟁이들에게 쫓기나보지? 그런 주제에 사람이 굽히고 들어오면 그런줄 알고 받아줘야지 뭐? 이름도 들어보지 않고 내쫓아? 거기다 개나 쫓는 그런 손짓으로 사람을 오라가라해?" "저…저저저…저!!!" 늙은이 - 아마도 마법사겠지? 그것도 헤쉬케린이라고 한 그 대마법사… - 는 내 악다구니에 놀랐는지 화났는지 한손으로 뒷목을 잡고 다른손으로 나를 가리키면서 말을 더듬었다.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 말이야! 스승도 그렇고 제자도 그렇고! 사람 무시하 는데는 일가견이 있나보지? 확 이 동네를 몽땅 다 불태워버릴까보다! 어디 사람이면 답변이라도 해보라고!" "마…아니 아가씨이…" 내가 발악하듯이 소리쳐대자 에린이 내 팔을 붙잡고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그정도로 멈출거였다면 시작도 안했다고. "네…네이년!" "누구보고 년놈하는거얏! 교수형 시켜버릴까보다"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조…조금 심한가? 내말에 노인은 제자 - 로 보이는 - 아르케네스의 어깨에 한손을 턱 올리더니 허허허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제자야." "예…예? 스승님" "나 오늘 돌아버릴련다. 짐싸놔라." "예에? 스…스승님!!! 거기 아가씨 도망쳐! 닐크! 닐크!" "놔! 놔라! 내 오늘 저년을 찢어놓지 않으면 내 지팡이를 부러트릴테다!" 갑자기 발작(?)을 시작한 노인은 자기를 뒤에서 껴안은 아르케네스에게서 빠져나오려는듯이 발버둥을 쳤다. 그리고 닐크라는 사내도 비명을 질러대면 서 그런 노인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소리쳤다. "우헥…노인네가 힘도 좋아! 거기 아가씨! 빨리 도망쳐! 와아아악!!" "어딜도망가! Agannazar`s Scorcher!!" "꺄아아악!!" 눈앞으로 엄지손가락만한 불줄기가 휙하고 지나갔다. 두 건장한 사내들의 몸에 둘러쌓인 노인의 검지손가락에서 불줄기가 줄줄이 뿜어져나온것이다. 마치 채찍처럼 출렁거리는 불줄기는 노인이 손을 휘저을때마다 주변의 덤불 등을 태워댔다. 저것이 마법이라는건가? 놀라운데? "에잇! 이 잡것들 썩 비키지 못해!!! Shocking Grasp" 파직 소리가 나면서 노인의 손에서 나오던 불길이 사라지더니 이번엔 새하 얀 백색광이 빠지직하는 소리를 내면서 생겨났다. 손에서 빛을 만들어내는건 신관들이나 하는건줄 알았는데 이거 놀라운걸? "끄에에엑~~~" "으갸아악~~~" 노인의 몸에 달라붙어있던 닐크와 아르케네스가 비명을 지르면서 노인에게 서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몸을 이리저리 비비꼬면서 침을 질질 흘리는 몰골 이 과히 보기좋지는 않은걸? 아니 추하다고 하는게 맞겠지…그건 그렇고… 위험하게 됐는걸… 노인이 한손에 빛줄기를 방전시키는 조그만 백색구를 든 채 흐흐흐 하는 악당들이나 내뱉을만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내게 천천히 다가 왔다. "어디 그 주둥이를 계속 놀려보지 그러나? 계집!" "시끄러워! 늙은이! 겨우 자잘한 손재주좀 부린다고 누가 무서워할줄 알아?" …무섭긴하지만…나도 남은건 악과 깡밖에 없다이거야. 하지만 말과는 달리 내 두 다리는 본능에 충실한편이어서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비 명이나 질러댈줄 아는 에린은 내게 찰싹 달라붙어서 거추장스럽게만 했고… 그나마 일행중 유일한 사내였던 그 병사녀석은…도망쳤는지 안보인다. 제길. 쉬익! 내 귓가를 가르며 날아가는 파공성. 무언가 희끗한 물건이 노인을 향 해 날아간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카렌이 단검 두개를 한손에 쥔채 노인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내뒤야! 그래도 카렌이라면…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노인을 다시 바라봤지만 그는 클클거리면서 웃고만 있었다. 내옆으로 다가온 카렌이 다시 단검 하나를 던졌지만 노인이 몸을 왼 쪽으로 살짝 숙이자 허공을 향해 날아갔다. 한손으로 단검을 던지고 다른손 으로 품을 뒤지는 카렌은 다시 세개의 단검을 더 꺼냈다. 그러나 노인은 다 시 제자리에서 단검을 피해낸다! 저런 괴물같으니라고! 10m도 안되는 거리에 서 카렌이 던지는 저 빠른 단검을 다 피해내? 저게 인간이야? "클클. 아가야 그런 장난감으로 이 대마법사이신 헤쉬케린님을 어쩔수 있을 것 같으냐?" "…칫" 처음 들었다. 카렌 녀석이 인상을 쓰면서 혀를 차는것이다. 이거…잘못건드 린것 같다는 생각이 팍팍든다! 이럴땐 뒤돌아서서 꽁지빠지게 도망쳐야 하는 데! 이 망할 에린녀석아! 제발 놔달란 말이야! 같이 죽자는거냐? 카렌이 단검 세개를 연달아 던졌다. 하지만 노인네는 그것도 두개는 슬쩍 옆으로 한발짝 움직여 피해내고는 다른 한개는 한손으로 잡아내었다. 저건 괴물이 맞구나. 음음. 오늘 죽게 생겼네. "큭…" 이마에서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직접 내가 싸우는것도 아닌데도 불 구하고 긴장에 온몸이 저릿저릿해졌다. 단검이 모두 떨어졌는지 카렌은 등뒤 로 손을 가져가서는 역시 가드가 제거된 숏소드를 꺼내들었다. 이럴줄 알았 으면 카렌에게 바지를 입히는게 아니었는데… "클클. 재미있었다만 너보다는 저기 있는 계집이 더 구미가 당기는구나. 넌 조금 있다 손봐줄테니 거기서 쉬고 있거라." "……" "클클. 재미없는 녀석이군. Hold Person" 노인이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내밀자 움찔거리던 카렌이 딱 멈춰섰다. 뭐… 뭐야? 갑자기 왜 안싸워! 마치 지옥의 사신처럼 보이는 노인네가 클클거리면 서 내게 다가온다. 옆에 있는 카렌은 눈만 데굴데구 굴리면서 마치 석상처럼 멈춰섰고…등뒤에 숨어있는 에린은 질질짜면서 날붙잡고 있다. 오…신이시여. 어찌하여 저 늙은이를 이땅에 두고 에린을 제게 보냈나이까. 망할. "너 오늘 한번 죽어봐라. 킬킬킬 " "안됩니다! 그녀는 귀족입니다! 함부로 대하시면…" "흥! 내가 언제 귀족을 무서워한적이 있는줄 아냐? 닐크. 거기 늘어져있는 멍 청한 제자놈이 정신차리면 짐싸서 이사가버리면 그만이야. Otiluke`s Resilient Sphere" …최후의 보루마저 산산히 무너져내렸다. 노인이 뭐라고 중얼거리자 내 앞 에 투명한 원형구가 만들어졌다. 뒤가 허전에서 돌아보니 에린녀석이 원형귀 밖에서 눈물콧물이 범벅된 얼굴로 뭐라고 소리치면서 구체를 쳐댔지만 탄성 이 좋은지 오히려 에린이 뒤로 튕겨졌다. 부…불길한 예감이… 사악한 웃음을 짓던 늙은이가 갑자기 돌아서더니 바닥에 늘어져있는 두 사 내들을 일으켜 세우는게 보였다. 그리고는 내쪽으로 끌고와 구안에 갖힌 나 를 가리키면서 뭐라고 떠들어댔다. 소리가 안들렸기에 뭐라고 하는지 알수는 없었지만 닐크가 입을 크게 벌리면서 성난표정을 짓는걸로 봐서는 어쩌면 여 기서 빠져나갈 기회가 생길지… 퉁. 소리가 구체 전면에 울려퍼졌다. 닐크가 허리에 차고있던 롱소드를 꺼내들어서 구체 한쪽을 쳐낸것이다. 하지만 검날 은 오히려 튕겨나갔고 그 반동으로 안에 들어있던 나는 마치 거센파도를 만 난 배위에 올라탄것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다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갑자기 노인이 내가 들어있는 구체를 밀기 시작했다. 앉아있던 나는 가만히 있다가는 치마가 거꾸로 뒤집힐거 같아서 놀라서 엉금엉금 기었고 - 이것만 으로도 굉장히 꼴볼견이다 - 몇걸음을 그렇게 걸은뒤 내 앞이 환히 트여있 다는것을 보고는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마치 마왕처럼 히죽거 리고 있는 노인네가 나를 보면서 웃고 있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확실 할수 있다. 저 늙은이는 나를… 눈앞에 보이는 거의 낭떨어지나 다름없는 울 퉁불퉁한 언덕아래로 밀어버리려는 속셈인것이다! 사…사람살려!!! 우아아 악!!! 노인이 발로 찼는지 나를 안에 담은 둥근 구체는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가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악!!!!" 내 비명소리에 고막이 터질것 같다. 하지만 비명이라도 지르지 않으면… 아 아악!!! 경사진 자갈덩어리들이 눈앞을 가득 메운다! 죽는다아아!!! 퉁. 어라? 바닥에 부딪친 구체는 다시금 튀어올랐다. 아무런 감촉도 없이! 사…살았다 아. "하아아…아아악!!!" 돌바닥에 부딪쳐 납작한 피반죽 신세는 면했지만 구체안에 갖혀있는 상황은 이전과 동일… 아니! 더 불행해졌다. 경사면을 튀어오른 구체는 그대로 아래 쪽을 향해 점점 속도를 더해가면서 구르기 시작한것이다. 아아아악!!! 하늘과 땅이 수십번 뒤집히고 쉴새없이 위아래로 튀어오르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아! 비명을 지르다가 내 머리카락이 입속으로 들어가서 콜록거리고 앞뒤 로 구르고 옆으로 구르고 위로 튀어올랐다가 머리부터 바닥쪽으로 떨어지길 십여번. 눈앞이 팽팽도는게 미칠것 같다아~ 누가 제발…나좀 구해줘어~ "으…우웁" 구…구토까지! 아…안돼에에!!! 여기다 실례(?)해버리면 내 몰골은…죽어도 싫어! 차라리 죽고말겠다!!! 나는 장하게도 구체가 언덕아래에 있는 작은 나 무들에 걸릴때까지 두손으로 입을 막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대로 기절 해버렸다. 그뒤에 에린에게 듣기로 난 미치광이 노인네에게 밀려서 언덕아래로 떨어졌 지만 아무데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구출되었다고 한다. 단지 흠이라면 두손 으로 입을 꼭막은채 기절한것과… 뒤집혀진 내 드래스 덕분에 단정치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는것 정도? 아. 머리도 산발한 몰골로 늘어져 있었다고 한다. 하여간 체면을 왕창구기고도 모잘라 아예 재가 되어 저하늘로 흩날려버린 날 이 되었다. 인생 최악의 날! -------------------------------------------------------------- 곱게자란 우리 왕녀님은 아직도 고생을 더해야됨 -_-+ 사유 : 그냥! 가우군(도장꽝) 아넬리안 : 뭐얏! 그게! 네놈을 교수형에 처해버릴테닷! 가우군 : 훗. 또 구에 가둬서 공놀이 해줄까? 기왕이면 축구팀도 데려와주마 아넬리안 : 그…그건 싫어어엇!!! 이후로 오랫동안 아넬리안 왕녀님은 둥근것만 보면 경기를 일으켰다나 뭐라 나~ 가우군 p.s 충성! 병장 가우군은 이천삼년칠월칠일부로 징집을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p.s2 예비군갑니다 -_-/ [Queen`s Heart] 4장 우아한 일상 (3) 2003-08-04 15:24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4장 우아한 일상.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눈을 떴을때 나는 침대위에 누워있었다. 나무껍질이 누렇게 떠있는 천장을 올려다보면서 내가 왜 여기 있는건가 하고 머리를 굴려봤지만 아무것도 떠오 르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구토만이 올라올… "우욱…" 제길 생각나버렸다. 그것도 전부! 으아~ 죽고싶어! 그런 비참한 몰골을 전부 보여버렸잖아! 이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냐고!!! "마마!!!" "으윽…" 에린이군. 도움이라곤 눈꼽만큼도 안되고 오히려 방해만 한 녀석! "마마! 괜찮으세요? 네? 마마! 마마!! 뭐라고 말좀 해보세요." "에린…"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내 팔을 붙잡고 울고있는 에린이 보인다. 내가 손짓 하자 에린은 눈물범벅인 얼굴로 활짝 웃으면서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멍청한 것아! 너 혼자 살자고 날 붙잡고 늘어져? 너 오늘 죽었어!" 따아악! "키힝…" 벌떡 일어서면서 에린의 뒷통수를 후려갈겼더니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에 린 녀석은 눈물범벅인 얼굴로 눈물을 줄줄 흘리며 침대맡에 주저앉았고 내가 주먹을 들어보이자 지은죄를 아는지 움찔거리면서 슬금슬금 도망친다. "푸하하하하!!" "시끄럿! 누구야! 감히…" "호오~ 아직도 떽떽거릴 힘이 남았나보지?" 으윽… 이 귀에 거슬리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나에 의해 위대한 대마법 사에서 단순히 미친 노인네로 평가절하당한 노인인 헤쉬케른이다. 으… 이가 절로 갈려온다. "어디 한번더 그 주둥이를 놀려보지 그래? 이번엔 산 꼭데기에서 밀어줄테니 까 말이야" "스…스승님" "……" "아가씨 식사때가 되었으니 준비하시고 나오세요." "……" 그렇게 말한 세 남자들은 자기들끼리 수근거리면서 나가버렸다. 그들이 나 갈때까지 난 아무말도 못했는데 솔직히…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언덕에서 떠밀린것만으로도 그 고생을 했는데 산꼭데기라고? 바닥에 도착할때쯤이면 오물투성이가 되어있겠군. 아냐아냐 이런 비관적인 생각을 하면 안되지! 오 늘의 치욕은 훗날 거하게 복수할테다! 암! 내가 누군데! 침대에서 일어나 구겨질대로 구겨진 드래스 대신 닐크의 여벌옷 - 여행자 용의 거친옷감으로 된 착용감 최악의 남성용 의복이었다 -을 입고 방을 나 왔다. 거실…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조그만 공간엔 인간들로 북적였는데 이 집의 주인인 노친네와 마법사로는 절대 안보이는 제자하나와 그래도 예의 라는게 뭔지좀 아는 어설픈 검사하나 그리고 감히 제 한목숨 살자고 혼자서 도망갔던 말단병사 벤스도 보인다. 저놈은 돌아가서 바로 처리해버려야지. 감 히 이몸을 호위하는 입장이면서 혼자서 도망을 가? 으득! 조그마한 창을 통해서 밖을 내다보니 새까만 검은색밖에 안보인다. 한밤중 인건가? 산속에서는 해가 일찍 진다더니 정말인가보네. 그나저나 나는 얼마 나 기절해 있었던거지? 설마 하루를 꼬박 잔다던가 한건 아니겠지. 설마… 아무리 내가 미인이라해도 그정도까지 잠꾸러기는 아니니까… 내가 멀뚱멀뚱 서서 사내들을 보고 있자 테이블에 기대어 있던 닐크가 일어서서 자리를 마 련해 주었다. 기쁘게도 저 재수없는 마법사 늙은이의 정 반대편으로 말이다. 우아한 자세로 의자에 앉자 젊은 남정네들이 오오~ 하는 탄성을 내지른다. 훗~ 그럼 이몸의 뛰어난 자태가 이런 볼품없는 옷을 입는다고 어디가겠어? "쯧. 코가 하늘을 찌르겠군. 찌르겠어. 끌끌. 미추는 가죽한장 차이거늘…" "……" "뭘봐? 또 혼나고 싶은게냐? 고운말로 할때 눈깔지 그래? 응?" "스승니임…" "시끄럽다! 이녀석아! 하여간 꼴에 혈기넘치는 사내라 이거냐? 계집한테 눈 이 어두워서 스승도 몰라보는 못난녀석같으니라고 말이야." "스승님! 그런게 아니지않습니까?" "아니긴 뭐가 아니야? 엉? 감히 날 붙잡고 늘어져? 한판 떠볼래? 엉?" 노친네의 말에 쩔쩔매는 젊은 마법사 - 라고 말은 하지만 난 아직도 인정 못한다. 저 몸매에. 저 덩치에 마법사? 절대 인정못해! - 아르케네스는 노마 법사의 말에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다. 그때 마침 에린 과 카렌이 두손에 커다란 냄비를 들고 나타났다. "즐거운 저녁시간입니다아~" "오오오~~~" 주변 남정네들의 환호성을 한몸에 받으면서 생글거리는 에린녀석! 에린아… 에린아… 너는 분위기 파악도 못하냐? 정녕 네가 매를 버는구나. 그렇게 생 각하면서 내가 자기를 노려보자 그래도 잘못은 아는지 조그마한 얼굴 한가득 피었던 웃음을 거둬들이고는 새하애진 얼굴로 슬금슬금 뒷걸음질친다. 호오~ 둔하긴 해도 학습능력은 있다 이건가? 몇대만 더 쥐어패면 앞으로 상황파악 은 잘하겠는걸? "왜 일잘하는 아이한테 눈을 부라려? 손하나 안거들어 놓고 일 잘하는 아이 를 째려봐서 겁주는거냐? 엉?" "…으득" 저 늙은이가! 으으… 속터져!!! "스승님. 저 작은 아가씨는 여기 이 숙녀분의 시…아니 같이 왔잖아요." "같이 왔던 말던!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고 했다. 저 허연 손을 보아하니 손이 물한방을 안묻히고 살았을테니 일하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괜히 일잘하는 아이를 괴롭히잖아!" "그…그래도…스승님" "이치에 안맞잖아! 이치에! 안그래? 응?" 에린녀석은 자기를 옹호해주는 늙은이와 나를 바라보면서 어쩔줄 몰라했다. 그런 에린을 도운것은 닐크로 들고온 철냄비를 넘겨받아서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자기 의자를 넘겨준뒤 자기는 나무상자를 가져다가 쌓아놓고 걸터앉았 다. 카렌까지 테이블 앞에 앉고나자 조그만 거실은 사람들로 꽉차서 서로의 어깨가 닿을정도로 오밀조밀하게 모여앉게 되었다. 이런 북적거리는 식사를 언제 해봤더라? 으음… 썰렁하다못해 한기가 흐르는 식사만 하다가 사람들 사이에서 식사하려니 왠지 신선한 느낌이 든다. …치열하다. 평민들은 다 이렇게 먹는건가? 으… "그건 내꺼야!" "스승님! 혼자 다 드실겁니까?" "아…저기…한그릇만 더 주세요." 전쟁터라는데를 가본적은 없지만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책으로만 봐왔던 전쟁터의 치열함이 느껴진다. 처음엔 서로 눈치보면서 조심스럽게 먹 던 인간들이 조금 지나자마자 빵한조각에 주먹질을 마다하지 않았고 스튜 한 스푼을 더 먹으려고 몸싸움을 해댄다. 몇개 있지도 않았던 딱딱한 빵은 순식 간에 갈기갈기 찢겨져서 사람들 입속으로 들어갔고 한솥가득 끓였던 스튜는 물마시듯 먹어버리는 - 부글부글 끓는 이 뜨거운 스튜를!!!! - 남정네들 덕분 에 몇분 버티지도 못하고 바닥을 드러냈다. 엄청난 먹성들이다. "저…마마. 더드시겠어요?" "…후우. 찌꺼기라도 먹으라고?" 냄비 가장자리에 눌러붙은 스튜찌꺼기를 보면서 대답하자 에린이 자기가 먹 던 그릇을 슬며시 내쪽으로 밀어놓는다. 내가 개냐? 아무리 배고파도 남이 먹던걸 먹지는 않는다고! 이런 내 심정을 듬뿍담아서 에린을 노려보자 주저 주저하다가 다시 그릇을 가져간다. 우유부단한데다가 멍청하고 바보같은… "저런 성질머리하고는! 기껏 배고플까봐 자기 먹을걸 주면 감사해하면서 넙 죽 받아야지 눈을 부라려? 에잉~ 도대체 요즘 젊은것들은 되먹지를 못했다니 까. 말세야 말세. 쯧쯧쯧." "……" "노려보긴 뭘 노려봐! 억울해? 그럼 한판 붙던지!" "스승님!" "헤쉬케린님. 그만 고정하시죠" "아~ 나는 잘못한게 없다고. 안그래? 너희들도 머리가 있으면 생각해보란 말 이야." 저놈의 늙은이가!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구나. 하아~ 정말 내 꼴이 왜 이렇 게 된거지? 한숨만 나온다. 대 로세니아의 왕녀 아넬리안 오늘 평생 겪을 구 박과 괄시를 노망난 늙은이에게 몰아서 받는구나. 식사를 마치고 에린이 가져온 차를 마시자 조금은 진정되었다. 그동안 쌓이 고 여기와서 겹겹이 쌓인 스트레스가 따뜻한 녹차 한잔에 얼음녹듯이 녹아내 린다. "후아…" 뭐라고 형용할수 없는 향기로운 차향과 싸하면서도 끝맛이 담백한 녹차는 저 성질더럽고 입이 거친 늙은이마저도 봄날의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하품 하는 고양이처럼 순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테이블 위에서는 잠정적인 휴전상 태가 지속되었다. 나는 미지근하게 식은 차를 단숨에 마신뒤 에린에게 찻잔 을 내밀며 말했다. "에린 한잔더" "네! 마마" 차를 마시면 헤실거리던 - 그렇게 맛이 좋았나? - 에린 녀석이 씩씩하게 대답하면서 찻잔을 들고 주방으로 쪼르르 달려간다. 내가 주방으로 달려가는 에린의 뒷모습을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을때 내 옆에 앉아있던 닐크가 ''마 마…마마…''하고 작게 중얼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저…혹시 왕족이십니까?" "…네" "죽었다." "크흑" "큼큼. 흠흠" 거실의 온도가 10도쯤 내려간것 같다. 닐크와 아르케네스 그리고 영주의 사 병인 벤스까지 모두가 미친 늙은이를 노려본다. 헤쉬케린 늙은이도 내가 왕 족임을 시인하자 헛기침을 해대면서 슬그머니 고개를을 옆으로 돌리며 벽을 바라보았지만 그래도 따가운 눈초리가 가지시 않자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 다. "왜 자꾸 쳐다봐? 엉? 뭐 불만있냐? 왕족이던 뭐던 인간이면 인간된 도리를 다해야지. 안그래? 위로는 어른을 공경하고 도움을 받으면 고맙다고 대답하 는건 사람이면 당연히 해야하는 도리라고 도리!" "스승니임!" "어이 아르케네스. 이번엔 좀 멀리가야겠다." 닐크가 그렇게 빈정거리자 아르케네스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야 상황파악이 좀 되나보지? 그렇게 사내놈들에게 현실의 무서움(?)을 인지시켜 준 나는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찻잔을 들고온 에린에게서 그것을 받아들고는 아주 여유만만한 자세로 한모금 마셨다. 후륵…뜨거워! "크흠. 거… 귀하신 왕족께서 여긴 왜 오셨나? "후에후에…뜨거워라. 에? 네? 뭐가요?" 입안을 다 덴것 같잖아! 멍청한 에린! 바보같은 에린! 좀 식혀서 가져올것이 지! "왜왔냐고! 그냥 놀러온거야? 엉?" "스승님 진정하세요. 진정. 자~ 심호흡. 심호흡." "그래요. 좀 참으세요. 저도 이놈 보려고 이리저리 찾아다니는것도 질렸다고 요. 이번에도 사고치시면… 이미 늦은것 같지만. 이번엔 정말로 이나라에서 쫓겨나실겁니다." "흥! 쫓겨나면 다른나라로 가면 되지. 어디 이사를 한두번 해봤나?" "…케센에서도…카레덴에서도 쫓겨났고 크레센트에서도 쫓겨난다면 남은건 로세니아 뿐인가…" "저 로세니아 왕족인데요?" "……" "사랑하는 친우여. 다음엔 사막 한가운데서 보겠구나. 더운건 싫은데…" 고개를 끄덕이는 아르케네스. 교수대를 상상하고 있을까? 하지만 그건 그쪽 들 사정이고 이제 주도권은 내쪽으로 넘어온것 같으니 즐거운 협상을 한번 해볼까? "묻고싶은게 있어요" "예? 어떤것입니까? 제가 아는한도내에서라면 얼마든지 알려드리죠. 참고로 전 저기 계신 대.마.법.사.님이나 이 옆에 있는 근육질 오우거와는 모르는 사 이입니다." "닐크! 치사하게 이럴거야?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지! 안그렇 습니까? 스승님?" "흐음… 국가단위로 수배당해본적은 없는데. 이번엔 좀 질기려나?" "조용! 조용히 해주십시오. 아가씨가 말을 못하잖아요" 닐크의 헌신적인 외침덕에 거실은 침묵을 찾았다. 그래도 각자 자기만의 상 상속에 빠져서 나에게 집중하는것 같지는 않지만… "제가 묻고 싶은건요. 마법사가 되는거…어렵나요?" "예에? 에에?" "큭…프흐흐흐흐…" "……" 뭐야? 내가 뭘 잘못물었나? 왜 반응들이 이따위야? 두 마법사 - 그중 하나 는 추정이다. 난 인정못한다고! 절대로! 저 덩치에! 저 얼굴에! 머리가 좋다 는건 절대 있을수 없어! - 와 두 청년들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더 욱이 나를 화나게 했던건 나와 같이온 병사녀석도 나를 비웃는데 동참했다는 것이다. 내가 막 화를 내려고 할때 헤쉬케린 노인네가 클클거리면서 말했다. "이봐 꼬마아가씨. 마법사가 뭐하는 인간들인줄은 알고 있나?" "그야…마법같은 기술을 쓰는 사람들을 마법사라고 하잖아요" "클클. 하긴 보통의 인간들은 마법을 그저 신기한 기술중 하나라고 생각할뿐 이겠지. 하지만 아니야. 마법은 예술이지. 끝없는 진리의 파편이고 이 세계를 이루고 있는 거대한 기둥의 일부분이야. 마법사란 진리의 탐구자이고 지식의 전파자야. 위대한 마법사는 뛰어난 현자이고 최고의 지식인이지. 한마디로 머 리가 좋다는 소리야." "그럼…저도 마법사가 될수 있나요?" "음… 못할것도 없지. 하지만 개나소나 마법을 다 쓸수 있다면 세상엔 마법 사가 넘처날껄? 크흐흐흐…" "……" 저 늙은이 조금 조용해졌다 싶었더니 또 성질을 돋구는구나. "클클. 사칙연산정도는 할줄 알겠지? 왕족이니까 말이야." "네…뭐…" 덧셈뺄셈도 못하는 사람이 있나? 정말 저 늙은이가 사람 무시한다고 생각했 다. 하지만 그 생각은 키득거리며 웃는 노마법사의 말에 고이 접어야했다. "간단하게 곱셈으로 하지. 321 곱하기 675는?" "아…음…음…으음…" "클클클. 모르겠지?" "자…잠깐만요! 그러니까 천육백다섯 더하기…" "됐다 됐어. 제자야!" "네. 스승님" "485 곱하기 1657은 얼마냐?" "………803645입니다." 으윽…뭐…뭐얏! 저게 인간이야? 말도 안돼! 둘이 미리 짜고 한걸거야! "인정 못한다는 표정이구만. 그럼 저놈에게 문제를 내봐. 그럼 알게 될거다" "342 곱하기 863은?" "……295146" "사기야! 7645 곱하기 1342는?" "……………………10259590입니다." 쩌억. 입이 떡 벌어진다. 어떻게…아니. 계산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모르겠지 만 겨우 이십여초만에 답을 말할수 있지? 아니야! 그냥 대충 둘러댄걸지도 몰라. "종이! 펜도! 에린! 가서 종이하고 펜 가져와!" "클클클… 인정 못하나보구만. 닐크야. 가서 펜하고 종이가져다 주거라." 작은 오두막집안에 때아닌 숫자놀음이 시작되었다. 겨우 숫자놀이 따위로 질수는 없지! 아자! 나도 수재소리 들으면서 컸단말이야! 졌다. 그것도 완벽하게… 저 아르케네스라는 근육질의 사내는… 생긴것과는 딴판으로 머리가 비상하게 좋았다. 근 1시간 30분동안 몇문제를 내고 그것을 푸는동안 - 답이 나오는데는 1분도 안걸렸다. 대신 검산하는데만 이삼십분씩 걸렸다. - 얻어낸 수확이라고는 저 머리좋은 근육질 아저씨도 다섯자리 곱셈 에서는 헤멘다는 사실정도일까? 결론은 나와는 비교도 안되게 머리가 좋은 인간이라는것뿐… 비싼 종이를 몇장씩이나 버려가면서 얻어낸 결과물이 이것 뿐이었다. "그러게 말했잖아. 마법사란 지식의 탐구자이자 진리의 추구자라고. 세상의 이치를 깨닳기 위해서 연구하는 마법사의 가장큰 재산은 바로 이 머리지. 간 단한 숫자놀음조차 못하는 녀석은 절대 마법사가 될수 없어. 뭐…한 수십년 정도 한우물만 판다면 약간의 성과는 있겠지만… 하급의 마법 한두개정도 쓸 까? 일반인은 그이상은 죽었다 깨어나도 될수없지. 암암. 마법사들은 하늘이 내린 특별한 이들이니까 말이야." "……" 대실망. 좌절의 파도가 내 마음속에 휘몰아쳤다. 힘…힘이 필요한데. 누구보 다 강한 최고의 힘이… "그렇게 실망한 표정을 지어봐야 안되는건 안되는게야. 오죽하면 이 대륙의 마법사가 겨우 100명도 안되겠나? 수십만명에 한명 정도만이 마법사가 될뿐 이지. 자고로 인간들은 각자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서 사는게 행복한게지. 암암" "…그렇다면 여자들은 결혼해서 아이낳고 집안일하다가 늙어죽는게 최고로 누릴수 있는 행복이겠군요." "…으응?" "싫어요! 그런건. 인형처럼 시키는대로 명령하는대로 사는 삶따윈. 전 저를 깔보는 남자들을 뛰어넘을거고 그들의 머리위에서 명령을 내리면서 살거에 요. 그러려면 힘이 필요해요. 누구도 나를 깔보지 못할만한 강한힘을!" "끄응…이것참… 뭐. 의지는 가상하다만… 마법은 그런용도로 쓰이는게 아니 야. 마법이란 곧 지식이요 진리이니 이를 추구하는것은 수도자가 신학을 연 구하는것과 비슷하지." "그러니까 결론은 별볼일 없다! 이거잖아요! 뭘 그렇게 빙 돌려서 말해요!" "뭐야? 아후… 또 시작이로고. 저놈의 성질머리가 어디가나? 에잉!" 성질 더러운 노인네 같으니라고! 도움도 안되면서 왜 남의 귀한 시간을 잡 아먹게 만들어! 에잇! 마법이라는게 이런건줄 알았으면 그냥 저택에서 잡이 나 자는건데! 괜히 헛고생 했잖아. 내가 씩씩거리자 다른 사내들이 쩔쩔매기 시작한다. 하여간 남자들이라고 있는게 다 뺀질거리고 겁만 많아서는… 차라 리 에린이 낫겠다! "에잇! 결정했다. 내가 마법을 못배우면 마법사를 옆에 두면 그만이지! 도와 줘요!" "예에?" "누구 멋대로! 이쁜구석이 있어도 봐줄까 말까인데 그게 지금 부탁하는 자세 야?" "할아버지한테 말한거 아니에요! 아르케니스씨! 이 이름 맞죠? 도와줘요." "예? 그게…그러니까…" 아르케네스는 나와 노마법사의 눈치를 보면서 우물쭈물 거린다. 하긴 아직 제자이니 자기혼자 결정할수는 없겠지. 하지만 이 내가 부탁하는데 설마 안 들어주겠어?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말이야. "헹! 절대 안돼!" "왜요? 설마 내가 공짜로 부려먹겠어요? 잠깐 빌려달라는건데 왜 튕기는거에 요? 네?" "내맘이야! 네 지랄맞은 성격을 보건데 저녀석 혼자 끌려갔다가는 뼈도 못건 질게다. 그리고 마법사가 겨우 돈 몇푼에 움직이는 싸구려인줄 알아?" 아아… 그러고보니 여기 영주도 탑하나를 거저 주고 고용했었지. 몸값치고 는 더럽게 비싸네. 그래도 저 노인네가 보여준 그 마법이라는거 있으면 확실 히 도움이 될거같기는 하다. 아니 큰 도움이 될거야. "그래도 도와주실거에요. 전 믿어요" "누구 맘대로!" "아니요. 분명히 헤쉬케른님은 도와주실거에요. 이름 안 틀렸죠?" "… 그머리로 잘도 마법사한다고 설쳤군 그래. 흥. 죽어도 싫다!" 씨이익… 그말이 왜 안나오나 했다. 저 늙은이의 성격이라면 분명히 저런말 을 할것이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말하는군. 내가 헤실거리며 웃자 노인네 특 유의 직감인지 노마법사는 움찔거리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뭐…뭐냐? 그 음흉한 미소는?" "호호호… 아니요. 뭐. 별건 아니고요. 원래 왕족이라는 족속들이 명예를 목 숨처럼 소중이 한다는건 아시죠? 제가 말하고 싶은건 별고 아니에요 그저… 우리나라. 음 로세니아 왕실이 다른나라에 비해 왕족의 명예를 심하게 따진 다는거죠 물론 헤쉬케린님이라면 아주 자알~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요" "크……" 듣기는 했나보군. 비록 내일 망해버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아주 엉망인 나라이긴 하지만 왕과 그 친족이 관여된 일에는 전쟁도 불사하는 나라가 우 리 로세니아다. 그말은 명예에 목숨거는 멍청이들이 널리고 깔린 나라라는 뜻이지만 말이야. "만약. 이건 가정인데요. 만약에 제 부.탁.을 안들어주신다면…" "…안들어준다면?" 침이 꼴깍 하고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테이블위로 줄줄이 흘러내 리는 긴장감을 한껏 음미하면서 나는 천천히 아주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전에 몇명의 현상금 사냥꾼들에게 쫓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다음 추격 자들은… 수천의 정규군인들일거에요. 아마 지옥끝까지라도 쫓아갈걸요?" "크흠…" 그러게 왜 잠자는 왕족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냐고. 훗훗. 저 노인네의 표정 을 보아하니 다 넘어온것 같다. 이로서 한건 낙착인가? 턱을 치켜들고 오만 한 표정으로 침음성을 내뱉는 노인네를 바라보자 승리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아아… 기분 최고야! "끄응… 좋다. 뭐. 할수없지. 대신! 월급은 꼬박꼬박 줘야한다. 설마 왕족께서 돈문제로 툭탁거리지는 않겠지?" "…외상!" "……" "돈없으니까 나중에 줄께요. 이왕 양보한거 끝까지 양보해요! 나중에 잘되면 몇배로 갚아줄테니까. 구리구리한 탑말고 인심 팍팍 써서 대리석으로 된 높 다란 마법사 타워로 지어주면 되잖아요" "헤유… 그래 멋대로 해라. 멋대로. 에잉… 여기 더 있다간 못볼꼴만 더 보겠 군. 난 가서 잠이나 잘련다." 결국 항복을 받아냈다. 우흐흐~. 이로써 내 사람을 한명 만든거다. 이렇게 한명 두명씩 내 휘하에 두면 그들이 또다른 귀족들을 물어와주겠지. 로세니 아에서처럼 그런 실수는 한번으로 족하다고. 아무리 왕족이라해도 파벌과 지 지세력이 없는 왕족따윈 국익을 위해서 버리는 공물정도일뿐이니까. 국왕도 함부로 못할만한 세력을 만들어보이겠어. 그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할수 없 는 지고한 위치에 올라서고 말거야. 그렇게… 난 최고가 될테야! 다음날 날이 밝기 무섭게 오두막을 나서서 영주의 저택으로 향했다. 도살장 에 끌려가는 소처럼 울상인 자칭 마법사 아르케네스와 단지 재미있을것 같다 는 이유로 - 덤으로 할일도 없다는 이유로 - 그를 따라나선 닐크를 대동하 고 전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정숙한 숙녀가 밖에서 외박을 하다니 왕궁에서 이런짓을 했다간 수녀원으로 쫓겨나기 딱 알맞은 짓이지만 여긴 별볼일 없는 자작령의 영지이고 또 나에 게 이를 따질만한 지위를 가진이가 없으니 입단속만 조금 해두면 그만이었기 에 과거의 나와 비교하면 대담하다못해 무모한 짓을 한것이다. 그래도 소득 이 있었으니까 만족하지만 말이야. 저멀리 숲위로 새하얀 연기가 드문드문 보인다. 벌써 아침때인가? 마을로 통하는 작은 길가에는 가끔씩 사냥꾼으로 보이는 평민들이 활을 어깨에 메고 지나가다가 나를 보고 인사를 하였고 그들을 지나쳐 마을로 들어서자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지만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들의 왁자지껄 한 소리와 빵굽는 냄새가 내 주위를 맴돌았고 일터로 나가는 농부들이 쟁기 나 자루를 들고 일터로 나서는 모습이 보인다. 길가에 있는 주점에서는 밤새 도록 퍼마신게 분명한 뻗어버린 주당들을 대로밖으로 내던지고 있었고 노점 상인들이 길가에 좌판을 깔고 아침부터 사람들을 유혹했다. 이런 평민들의 생활을 보면서 나는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나 조용하여 마치 무덤 같은 왕궁의 아침이 아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신선한 일상이 눈앞에 들어온것 이다. 훗날 나도 저사람들처럼 시끄럽고 활기넘치는 평범한 일상을 되풀이할 날이 올까? 조금은 기대해봐도 죄가되지는 않겠지? 아무리 왕족이라 해도말 이야. 마을에서와 마찬가지로 부산스러운 저택안으로 들어서니 대충 예상은 했었 지만 전혀 의외였던 인물이 나를 반겼다. "왕녀 마마!" 크렌 드 마트레인. 크레센트로 오는동안 서로간의 반감을 차곡차곡 쌓았던 기사녀석이 눈꼬리를 치켜올린채 정문을 통과해 들어오는 내게 달려온것이 다. 이놈이 수도에서 온다던 그 기사인가. 분명히 덴 녀석의 입김이 들어갔겠 군. 칫. "오랫만이군요. 크렌경" "지금 이상황에서 그런말씀이 나오십니까? 도대체 어디를 다녀오신겁니까? 네?" 화가 나도 아주 단단히 났나보네? 날 보자마자 멱살이라도 잡을듯한 기세로 뛰어와서 침을 튀겨가며 소리치는걸 보면 말이야. 하지만 그정도에 겁먹을 내가 아니란 말이야. 난 우아한 자세로 말위에서 내려와 크렌녀석을 지그시 바라봐주면서 기다렸다. 열을 내면서 떠들어대던 크렌은 내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자기를 노려보자 금세 입을 다물었고 이에 나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크레센트에서는 아무리 왕족이라도 호위기사에게 자기의 행선지를 꼬박꼬박 알려야 하나보군요. 미처 몰랐어요. 이거 미안해서 어쩌죠?" "아…아니 그런게 아닙니다. 전 다만…" "알았어요. 다음부터는 어디를 가던 꼬박꼬박 보고해 드리죠. 됐나요? 아! 화 장실 갈때도 보고하고 가야겠군요. 안그래요?" "그…그런게 아닙니다! 전 다만 직무에 충실하기 위해…" "그래요. 그래. 그 마음 다 안다니까요. 나도 크랜경의 직무를 위해서 협조해 줄테니까 걱정말아요. 음… 지금은 우선 씻고 아침식사부터 해야겠군요. 자 알~ 따라오세요. 아셨죠?" "…크으으윽" 가볍게 낙승. 이 단순한 기사는 놀려먹기가 너무 쉽다니까. 허무할정도로 말 이야. 내가 크렌을 지나쳐 저택안으로 향하다 등뒤에서 ''워렌 자작님 어찌 제 게 이런 시련을…''어쩌구 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가볍게 무시. 무시. 그래도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는건 어쩔수 없는걸? 후후후. 대충 세수만 하고 귀족치고는 간소한 식당으로 내려가자 가벼운 샐러드와 갓구운 빵이 한가득 올라온 아침식사가 날 맞이하였다. 다만… 열댓개는 되 어보이는 의자에 앉을 사람이 나뿐이라는게 조금 슬펐지만… "에린." "네! 마마" "다른 사람들은?" "네?" "오늘도 나혼자 먹으라는거야?" "…죄송합니다. 마마" 하아… 보나마나 그 변태 영주는 술에 절어서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을테고 결혼도 안했으니 부인도 없고. 당연히 자식도 없고. 결론은 오늘도 이 식당안 에서 혼자 식사를 해야한다는거군. 칫. 왕궁에서나 여기서나 똑같잖아. "가서 카렌 데려와. 그리고 옆에 앉아서 시중들어. 물 가져오고" "네. 마마" 작게 고개를 끄덕인 에린이 밖으로 나가자 나는 의자에 앉은뒤 천정을 올려 다보았다. 결혼하고 남편이 생기고나면 혼자하는 아침 식사를 끝낼수 있을 까? 암살자라는 직업탓인지 원체 말이 없는 카렌 녀석과 내 옆에만 있으면 주눅 이 들어서 입을 꼭 다무는 에린 덕분에 아침식사는 여전히 썰렁했다. 식사내 내 시종들과 시녀들이 아침을 먹는 옆 식당에서 웃음소리와 이야기 소리가 들려와서 나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어 줬지만 그래도 샐러드유와 비싼 후추로 드래싱한 양상추 샐러드는 꽤 맛있었기에 기분은 그럭저럭 괜찮아졌다. 사람 들과 어울려서 웃고 떠들며 - 귀족들은 이것을 천박하다고 말한다 - 식사를 하고 싶었지만… 난 아넬리안이니까. 로세니아와 왕족 아넬리안 폰 로세니아. 권리보다는 의무가 우선하는 왕족이니까 참아야한다. 남들보다 우아하고 기 품있고 위엄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백성들이 왕을 믿고 두려워하면서 따르는 법이니까. 에린과 카렌이 있어도 쓸쓸하기만한 식사를 마치고 남향의 볕이 잘드는 방 에 자리를 잡았다. 내게 배정된 방이 세군데나 있지만 어차피 손님이라곤 나 뿐이고 방은 남아도니 마음에 드는곳을 골라잡으면 그만이지 뭐. 카렌 녀석 은 아침식사를 마치자마자 어디론가 사라졌다. 도대체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 어 그녀석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디저트를 기다리고 있자니 에린이 들어왔다. 벌꿀을 진하게 넣은 홍자와 크림소스를 얹은 흰빵이 나왔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찻잔을 한손에 든 나는 에린에게 손짓하면서 말했다. "에린." "네? 마마." "가서 시만 집사랑 크렌경 불러와. 그리고 그 젊은 마법사도." "네." 흠. 우선 지휘권부터 명확히 하자고. 이곳에서 나는 손님일뿐이지만 크렌센 트 국에서 나는 유일한 로세니아 왕족이니까 같은 왕족이나 잘나가는 귀족이 아니라면 모두 내 아래라는 말씀. 이런 조그마한 영지안에서 나에게 함부로 말대답을 할수있는 사람은 없으니 편하게 생각하고 편하게 행동해야지. 물론 나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말이야.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가 부른 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갑자기 군식구가 늘어나서 얼굴에 주름살이 더 늘어난 시만 집사는 당장이라도 한숨을 내뱉으 며 흐느낄것 같은 표정이었고 아침에 내게 한차례 쏘인뒤 벽을 붙잡고 비명 을 질러댔다는 크렌 녀석은 아직도 퉁퉁부운 얼굴이었다. 죽상인 아르케네스 와 이를 놀리는 닐크는 더 볼것도 없고… 난 우선 시만 집사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시만 집사." "예. 마마" "저기 있는 두 청년들은 저를 지켜줄분들이에요. 그러니 쓸만한 방으로 두개 잡아주세요. 그리고 제가 고용한 분들이니 각각 100골드씩 드리도록 하고요. 그리고 크렌경" "…예. 마마." "여기 시만 집사에게 200골드를 주도록해요. 명목은… 알아서 처리하고 돈이 모자르면 왕실로 사람을 보내서 받아와요. 설마 이정도 간단한 일도 못하지 는 않겠죠?" 내 말과 동시에 얼굴을 일그러트리면서 길게 한숨을 내쉬는 크렌. 그러게 왜 내게 밉보이라고 했나? 훗. 이걸로 그 미친 늙은이의 요구도 어느정도 들 어주고 내 부탁을 안들어준 크렌 녀석도 골려주는 기쁨을 누리게 되는군. 의 외인것은 크렌 녀석이 아무말도 안한다는것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호위기사 인데 자기가 맡은 일거리를 어디서 보도 듣도 못한 남정네 둘이 떠맡게 되었 는데도 불구하고 순응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게 아닌가? 포기한걸까? "그럼 두분은 나가보세요." 난 시만 집사와 크렌 녀석을 내보냈다. 그리고 닐크와 아르케네스에게 앉으 라고 권하고 에린에게 차를 내오라고 시켰다. 에린녀석은 기다렸다는듯이 냉 큼 달려와서 찻잔을 내려놓고 뜨거운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찻주전자를 들 어서 쪼르륵 소리를 내면서 따랐다. "드세요. 전혀 쓸모없는 아이지만 그래도 요리 솜씨와 차 끓이는 솜씨는 일 품이니까 맛은 괜찮을거에요." "아…예" 두 사내들은 나와 같이 티타임을 가지는게 부담스러운지 - 아니면 앞으로 날 호위해야 한다는 사실이 불편한건지도 모르겠다 -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차를 마셨다. 이럴땐 먼저 말하는 편이 좋겠지? "제가 두분을 부른건 앞으로 어떠한 일을 하게 될건지 알려드리기 위해서에 요. 우선 아르케네스씨는 제 조언자가 되어주세요. 될수있으면 마법사라는 사 실은 알리지 마시고요. 비밀은 아무도 모를때 가장 효과적인 법이니까요. 일 이 생길때마다 물어볼테니까 앞으로 많은 조언 부탁드려요." "예. 마마" "그리고 닐크씨는… 우선은 제 호위병이 되어주세요. 평민인듯 하니 작위는 없을테고 기사 작위가 있다해도 전 왕족이기 때문에 다시 왕성으로 돌아가야 되요. 그곳으로 돌아갔을때 제 옆에 있으려면 군에 매여야되는 기사보다는 일반 호위병쪽이 더 나을것 같군요." "분부대로…" "그리고 내일부터 제게 검술을 가르쳐주세요." 이전부터 벼르고 있던 검술. 검을 쓰는 자는 모두 남성뿐이라고 생각하는지 여자가 검술을 배운다고하면 모두 고개부터 젓는다. 이게 마음에 안들어서 난 검술을 배울것을 고집했지만 그 누구도 내가 검술을 배우는데 아무런 도 움을 주지 않았다. 이사람도 그럴까? 닐크는 뜨거웠던 차가 미지근하게 식을 때까지 고민하는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안될까요?" "아니요! 뭐…왕녀님이 배우고 싶으시다면 상관은 없습니다만…" "그래요? 아아… 다행이네요. 그런데 뭐가 문제죠?" "단지… 제가 검술을 배운지 이제 겨우 4개월밖에 안되었거든요." "이 샌님 녀석은 원래 몽크였던 녀석인데 수도원생활이 안맞는다고 뛰쳐나온 데다가 마샬아츠를 구사하는 권사에게 직접 사사받은 녀석입니다. 한마디로 검을 쓰는데는 왕녀 마마만큼이나 초보자일겁니다." 몽크라면… 그 격투기를 한다는 육체파 성직자들? 거기다 주먹과 발길질을 해대는 권사라고? 아아… 그래서 몸놀림은 좋아보였는데 검술은 아주 형편없 는 수준이었구나. 이거 실망인걸… "그렇다면… 그 실력은 어느정도지요?" "뭐… 왠만한 병사들 열댓쯤은 가볍게 정리할수준입니다. 하지만 역시 영웅 은 성검을 들고 악을 퇴치해야되지 않을까요? 그게 정석이죠! 음!" "영웅전기에 미친 샌님같으니라고." "뭐야? 이 되다만 오우거주제에!" "이렇게 머리 좋은 오우거 봤냐? 거기다 마법도 쓰는 오우거 봤냐? 응?" "…투 헤드 오우거. 오른쪽 머리는 본능을 담당하고 왼쪽 머리는 그들 특유 의 마법을 사용한다고 하던데요. 왕실 서고에서 얼핏 봤던 기억이…" 우웃. 아르케네스 녀석이 그 커다란 얼굴을 내게 바짝 들이대면서 화를 낸 다. 무…무섭다! 저정도의 얼굴이라면 흉기로도 손색없겠어! "기억이… 없는것 같네요." "푸흐흐흐… 머리 두개짜리 오우거라… 큭큭큭. 잘 어울리는군. 아르케네스" "시…시끄럿! 나보다 머리 나쁘고 책보기 싫어하는 네놈에게 그런 소리듣고 싶지않다!" 또 옥신각신하면서 싸우기 시작한다. 이 둘은 자신들의 우정을 과시하려고 발악을 하는지 언제 어디서나 가리지않고 싸워댄다. 아마 저승사자 앞에서도 싸울것 같은걸. 난 더이상 말싸움이 커지기전에 손을 들어서 두 남정네들의 으르렁거림을 멈추게 했다. "그럼… 그 권술이라는거. 배우기 어려운가요?" "음…상당한 재능이 필요합니다만… 그보다 중요한건 노력이죠. 그래도 어느 정도 단련하면 꽤 좋은 효과를 볼수 있습니다. 대신 꾸준히 오랫동안 연습해 야되지만요. 한 10~20년쯤 수련하다보면 아무리 평범한 사람이라도 왠만한 젊은 병사 서넛쯤은 쉽게 제압할겁니다." "아아…" 우선은 이정도로 만족할까? 너무 서두르면 될일도 그르칠수 있으니까. "그럼 내일부터 닐크씨는 제게 권술을 가르쳐주세요. 필요한게 있으면 시만 집사에게 말하고요." "예. 그러죠. 하지만… 솔직히 힘들겁니다. 왠만큼 수련해서는 그리 단련되지 도 않을뿐더러 여자분이라서… 물론. 여성들을 깔보는것은 아닙니다만. 보편 적으로 보자면 육체적으로 남자들이 여자들보다는 더 우수한편이고 단련속도 도 빠르거든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단련하기에 따라서는 남자들보다 월등히 강해질수도 있 다라고 말하며 내 눈치를 보는 태도가 실력은 둘째치고 처세술만 단련한게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다. 아부받기 좋아하는 귀족밑에 들어갔다면 꽤나 출 세했을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워낙 겉다르고 속다른 귀족세계에서 살다보니 까 직감적으로 알아챌정도가 되어버렸는걸… 이것도 기술이라고 해야하나? 내가 아무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두 남정네들은 빈 찻잔을 내려놓고 방을 나갔다. 자아… 내일부터는 생전해보지도 않았던 육체운동을 해야할테니 오 늘은 편하게 푹 쉬어볼까? 평소처럼 점심때까지 낮잠이나 자야겠다. 따뜻한 봄햇살을 받으면서 말이야. 아! 그전에 그 벤스인가 하는 녀석에게 복수해야 하는데… 감히 제 한목숨 살자고 날 버리고 도망친녀석! 용서가 안돼! 조만 간 팔다리 꽁꽁 묶어놓고 대련을 핑계로 죽도록 패줄테닷! -------------------------------------------------------------- ....기력 0% 탄력받았다가 탈력당해서 탈진했음. 가우군. [Queen`s Heart] 4장 우아한 일상 (4) 2003-08-04 15:25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한달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이제 완연한 초여름 날씨가 되어서인지 낮에 는 땀이 뻘뻘 흘러내리도록 더웠다. 영지를 둥글게 에워싸고 있는 산들은 짙 은 녹색으로 채색되었고 들짐승들의 울음소리가 자주 들려왔다. 파아란 하늘 이 내 머리위로 펼쳐져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새하얀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 다. "마마! 마마! 잠시 쉬었다 하세요." "응" 에린의 외침소리에 난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지금 내가 있는곳은 영주의 저택뒤쪽에 마련되어 있는 작은 연무장이다. 그동안 관리를 안해서 잡초와 돌맹이들로 빼곡하던 후원을 밀어버리고 시종들과 병사들을 시켜서 연무장으 로 바꾼곳이다. 덕분에 마른 흙먼지가 자주 피어올라 시만 집사가 투덜댔지 만 누가 나를 막겠는가. 훗. 난 연무장 한구석에 놓인 차양밑으로 들어갔다. 의자에 앉자 기다리고 있던 에린이 바구니에서 병을 꺼내서 시원한 사과주스 를 따라주었다. 꿀꺽.꿀꺽. "푸하~~~. 좋다." 먼지를 많이 마셔서 목이 칼칼했었는데 차가운 주스가 들어가니까 뱃속까지 녹아내리는 느낌이야. 몸이 제멋대로 늘어지기 시작한다. "목욕물을 받아놓을까요?" "아니. 좀더하고 나서. 정오까지 얼마나 남았지?" "한시간정도에요. 마마" "그래? 흠. 그래 알았어. 조금 더 뛰고 들어갈테니까 준비해놔" "네! 마마" 뭐가 그리 좋은지 생글거리면서 뛰어들어가는 에린. 저 생각없고 쓸데없이 명령한 녀석은 혼내도 웃고 화내도 웃고. 하여간 나사가 하나 빠진듯이 군다 니까. "자아…다시 뛰어볼까?" 난 바지를 툭툭 털면서 다시 일어섰다. 아직 여섯바퀴나 남았으니 빨리 해 치우지 않으면 식사시간에 늦을거야. 자… 또 달려볼까나? 한달전 닐크가 나를 가르키기 전에 테스트를 했다. 그리고 말했다. "기초 체력훈련부터 하죠" 그때 나는 굉장히 실망했지만 순순히 시키는대로 하기로 했다. 기본의 중요 함을 모를정도로 우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날부터 나는 늘 입고다니던 간소한 - 물론 내 기준에서다 - 드래스를 던져버리고 시종들이나 입을법한 셔츠와 가죽바지를 입고 연무장 가장자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첫날엔 한바퀴 도 채 못뛰고 - 연무장 가장자리를 모두 다합쳐봐야 200m정도밖에 안된다 - 주저앉아서 칭얼댔지만 지금은 열바퀴정도는 문제없이 달린다. 운동을 하고 부터는 식사량도 배로 늘어났지만 다행히 몸무게가 늘어나는 걱정은 하지않 아도 되었다. 오히려 줄어들었으니까 말이야. 아침 일찍 일어나 닐크와 아르케네스 그리고 몇일전부터 내 강요에 의해서 참가하게된 에린과 함께 영지 주변 언덕을 뛴다. 전력질주와 가볍게 달리기 를 번갈아가면서 근처 숲길과 언덕길을 달리고 그 망할 노인네의 오두막까지 달려갔다가 돌아오면 아침 훈련이 끝난다. 그리고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에 는 나 혼자서 몸을 단련하는 훈련을 한뒤 점심을 먹고 푹 쉬었다가 오후 늦 게부터 저녁식사때까지 닐크와 대련을 한다. 물론 지금이야 닐크놈을 단 한 대도 못맞추지만 좀더 지나면 그 뺀질거리는 얼굴도 이 두 주먹으로 뭉개줄 수 있을 날이 올것이다. 대련이 끝나면 저녁 식사를 한뒤 시만 집사로부터 영지에 관련된 서류를 검토한뒤 몇가지 사안을 처리하고 일찍 잠자리에 든 다. 이것이 요즘 내가 하는 일이다. 랭스턴 자작이 영지일을 안한지 벌써 몇년이나 되어서 처리해야할 서류들이 꽤 많기는 했지만 머리좋은 아르케네스와 왠간한 관리들보다 사무일을 잘하 는 닐크 덕분에 실제로 내가 해야할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것도 다 고생 하는 시만 집사를 위해서 내가 발벗고 나서서 그렇게 된것이지 안그랬다면 저 늙은 시만 집사는 과로로 쓰러졌을거야. 영주에게 충직하고 성실한 시만 집사이지만 정규교육을 받은 관리가 아니었 기에 집사는 영지일에 그리 밝지 못했다. 주민 조사를 한지는 벌써 몇년이나 되었고 중앙에 보내는 세금도 몇번이나 계산을 실수해서 큰 손해를 보기도 했다. 거기다 주민들이 원하는 넓은 포장도로도 지하수를 퍼올리는 공사도 어떻게 할줄을 몰라서 모두 손놓고 있었기에 내가 두팔 걷어붙이고 나선것이 다. 뭐… 내 조언자인 아르케네스가 영지의 꼴을 보고서는 내게 바람을 넣기 는 했지만 말이야. 어찌되었던 이 조그마한 영지의 실질적인 주인은 내가 되 었다. 주민들도 술이나 퍼마시는 이름뿐인 영주보다는 아침마다 길을 따라 뛰어다니는 나를 더 잘 기억하게 되었고 말이야. 지금 내 평판은 영지가 생 긴이래 최고라나? 칭송받는다건 기쁜일이지. 우훗~ …큰일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달리다보니 내가 몇바퀴를 뛰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이런 바보!!! 으아… 처음부터 뛸까? 아아…관두자. 온몸이 땀 으로 범벅이 되어서 끈적끈적거려. 가서 시원하게 씻고 좀 쉬어야겠다. 먼지 투성이가 된 머리를 대충 털어내고 저택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현 관을 향해 걸어가는동안 난 내손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한달전까지만해 도 매끈매끈하고 새하얀 손가락들이었는데 지금은 거칠고 햇볕에 타서 구리 빛이 다되었다. 요즘 살타는것때문에 고민이야. 아… 밤에 운동하고 낮에 잘 까? 이러다가 새까만 흑인이 되면 어떻하지? 히잉… "어서오세요. 마마. 먼지 털어드리겠습니다." "응. 그래" 현관문 앞에서 싱글거리며 웃고 있던 에린은 내게 다가와서 내 옷을 탁탁 치면서 먼지를 털어내었다. 먼지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게 보인다. 먼지 를 뒤집어 쓰고 운동하는 숙녀라니…피식. 웃기지도 않아. 정말. "저…" "응? 왜?" "다됐는데요." "응." 내가 혼자 히죽거리는게 불안했는지 에린이 조심스럽게 말하면서 현관문을 열었다. 평소같으면 한대쯤 때려주고 한바탕 쏘아주었을테지만 지금은 피곤 하니까 다음에 하자. 다음에… 첨벙…쏴아아… 차갑다. "하아아아아아…" 나무 욕조안에 몸을 뉘인 난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지하수를 퍼담았는지 물은 몸이 떨릴정도로 차가웠다. 그러나 뜨겁게 달아오른 내 몸을 순식간에 식혀주는데는 이보다 좋은게 없지. 아…기분좋다. 몸은 피곤하지만 운동을 하 고 있노라면 내가 살아있다는것을 실감하게 된다. 무언가를 행하고 있다는것 과 앞으로의 목표가 있으니 그 지루하던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서 아 쉬울 정도였다. 다만 한가지 걱정이라면… "으음… 또 굵어졌어." 요즘 들어서 자꾸 팔뚝이 두꺼워져간다. 거기다 허벅지까지… 이러다가 남 자들처럼 울퉁불퉁한 근육으로 도배하게 되는거 아니야? 그건 정말 죽어도 싫은데… 나중에 닐크에게 물어보던지 해야지. 드래스는 입어야 하니까. 몸을 식힌뒤 먼지를 씻어낸 나는 과일과 샐러드가 주를 이룬 점심식사를 금 방 해치우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테라스의 유리창이 활짝 개방되어있는 방으 로 들어가 침대위에 오른 나는 눈을 감았다. 피곤했었는지 금새 잠이 쏟어진 다. "…마마. 마마. 왕녀 마마아…" "우웅…" "일어나세요. 마마." …벌써 시간이 된건가? 끄으응… 온몸이 나른한게 죽게다. 일어나기 싫어어 어… "마마아아…" "이잇! 뭐야!" 내가 벌떡 일어나서 소리치자 에린이 흠칫거리면서 뒤로 물러선다. 그러길 래 잘자고 있는 사람을 왜 깨우냔 말이야! "저…저기… 덴님이…아니 워렌 자작님께서 오셔서…그래서…" "덴 녀석이 오건 말건 뭔 상관이냐고! 더 잘거야! 깨우지마!" 라고 소리치고는 얇은 이불을 푹 덮어쓰고 누웠다. 응? 덴놈이 왔다고? "덴! 그자식이 왔다고? 한달동안이나 코빼기도 안비치던 놈이 무슨 베짱으로 여길 찾아와?! 에린! 그놈 어디있어?" 덮고있던 이불을 확 집어던진 나는 급히 문을 향해 뛰어가려 했다. 에린 녀 석이 결사적으로 매달리면서 붙잡지 않았으면 뛰쳐나갔을거다. "마마…마마! 잠옷은 갈아입고 가셔야죠! 그리고 씻으시고…" "아…" 그렇군. 나 자던중이었지. "에린! 세숫물! 그리고 옷가져와. 빨리! 드래스로!" 내가 너무 흥분했었나보다. 재빨리 씻고 옷갈아입은뒤에 덴 녀석이 있다는 방으로 뛰어갔다. 내가 문을 열어젖히면서 안으로 들어가자 꿈속에서도 잊지못할 뺀질이 녀석이 두팔을 벌리면서 활짝 웃었다. "오~ 왕녀 마마 나날이 아름다… 건강해 보이시는군요." 으득!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오랫만이군. 워렌 자작." "언제나처럼 덴이라고 불러주십시오. 마마" 그렇게 말하면서 내앞으로 다가온 덴 녀석은 한쪽 무릎을 꿇고 내 오른손에 살짝 키스했다. 물론 이런다고 내 분노가 가라앉을리는 없지만 말이야! 죽여 버릴테다! "그래 무슨일이지? 그동안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다가 갑자기 찾아온 이유가 뭐야?" "거 무슨 섭섭하신 말씀을… 누가 들으면 제가 마마를 시기하는줄 알겠습니 다. 이거 무척 섭섭합니다." 덴 녀석이 매우매우 섭섭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저놈이 진짜로 섭섭해서 그럴거란 생각은 눈꼽만큼도 들지 않는다. 틈만나면 나한테까지 수 작을 부려대곤 하는 얼굴에 철판을 몇겹이나 깔고 있는 녀석이니까! 그래도 예절은 잊지않았는지 내게 자리를 권하는 덴 녀석을 한번 흘겨봐준뒤에 자리 에 앉았다. "그런데… 마마. 요즘 취미가 바뀌셨습니까? 얼굴이 좀 타셨군요." "흠. 뭐… 그냥. 여긴 승마할곳도 마땅히 없는 촌동네라 직접 몸을 움직여야 하니까 겸사겸사 건강을 생각해서 운동하고 있어" "예에…" 덴 녀석이 입술을 씰룩이면서 뭐라고 말할듯 하다가 도로 입을 닫는다. 뭐 안들어도 뻔하지 고귀하신 숙녀께서 땡볕아래서 운동이라니 정숙치 못하다고 할게 뻔하잖아. "그래. 당신이 여기 온걸 보면 결론이 났나보지? 어떻게 되었어?" "…마마께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감이 잘 안잡힙니다. 우선… 일왕자이신 브 래드릭 전하께서는 공식적으로 왕위계승권을 포기하셨습니다. 현재는 아마 8 순위 이실겁니다. 그리고… 마틴 전하께서 왕세자 자리에 책봉되셨습니다." 그렇다는 말은… 결국 로이드라는거군. "전처라고는 해도 정실 왕비의 자식인데다가 나이도 더 많은 로이드 왕자가 밀리다니 의외인걸?" "배경에서 밀리시는데다가 왕위를 잇는데 그리 관심이 없으신 분이니까요. 마틴 전하쪽 파벌들이 의외로 세력이 강했습니다. 귀족원에서조차 만장일치 로 마틴 전하를 지명하더군요." "흐음… 그래서 난 언제 돌아가게 되는거지?" "내일 저와 함께 가시면 됩니다." 휴가도 끝이로군. 치잇. "아아. 뭐 다른 소식은 없어? 이 영지는 워낙 외진데 있다보니까 바깥소식이 굉장히 늦게 들어오더군." "그리 큰 일은 없습니다. 남쪽 국가들끼리 소규모 국지전을 벌이고 있다지만 저희와는 별 상관없으니까요." 그래 다른 나라가 서로 치고박고 싸우는건 나랑 상관없지. 지금 내게 중요 한건 내 남편될 인간이 그 싸가지 제로의 책벌래라는것이니까. 난 덴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고 일어섰다. 그러자 덴 녀석도 나와 함께 일어서면서 말했 다. "이거 아쉽습니다 마마. 오랫만에 뵙는건데 벌써 가십니까?" "일이 있으니까. 아! 크렌은 당신이 보낸거야?" "네. 마마. 유능한 친구입니다. 검술 실력도 쓸만하고 지휘도 곧잘하는 장래 가 기대되는 기사입니다." "그런가? 그런건 잘 모르겠지만 내가 개인 호위병을 두었다고 화났는지 거의 말도 안하고 얼굴도 안보이더군. 하긴… 그 상관에 그 부하니 어련할까만은." "…주, 주의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가벼운 비꼼에도 얼굴을 붉히면서 이를 갈다니. 효과가 좋은걸? 후후 후 크렌 여기와서 은근히 날 무시했었지? 어디 한번 죽어봐라. 크흐흐흐흐. 혼자서 이를 가는 덴을 놔두고 다시 수련복으로 갈아입은고 머리를 한데 묶 은뒤 연무장으로 뛰어갔다. 거기엔 벌써 준비를 마친 닐크가 기다리고 있었 다. "아아…좀 늦었어요." "괜찮습니다. 마마."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싱긋 웃는 닐크. 저 느끼한 미소만 빼면 닐크도 꽤 잘생긴 미남인데 말이야. 아르케네스도 언제 왔는지 닐크의 옆에 서 있었다. 그러고보니 에린이 안보이네?. 음… "에린! 에리인!" "네! 네네! 마마! 지금 가고 있습니다. 마마!" 수건과 간식 바구니를를 가슴한가득 들고있는 에린이 급히 내게로 뛰어왔 다. 그런데 볼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는걸? 왠지 불길한 예감이… "부…부르셨어요? 마마? 아아앗! 꺄악!" 에린 녀석 또 덜렁대다가 털푸덕 소리를 내면서 앞으로 넘어졌다. 자기가 6 살배기 어린애인줄 아는지 저녀석은 평평한 길가에서도 제발에 꼬여 넘어질 정도로 바보다. 울상이 된 에린은 허둥지둥 옷가지를 털고 바구니에서 탈주 한 과일들을 허겁지겁 집어들면서 겁먹은 목소리로 조그맣게 말했다. "죄…죄송합니다. 마마. 지금 당장 다른 옷으로…" "됐어! 그보다 카렌은 어디갔지? 또 몇일동안 못본것 같은데?" "옜? 그… 아침에 빵 몇개를 들고 어디론가 간것밖에는…" 하아… 그래 내가 너한테서 뭘 바랄까? 난 시선을 아르케네스에게 돌렸다. "카렌양이라면 또 스승님에게 갔을겁니다. 이번엔 어디서 가져왔는지 작은활 까지 챙겨가더군요." 또인가? 카렌 녀석 아주 재미 들린건가? 그 늙은이 헤쉬케린에게 진것이 분했는지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덤비러 가는군. 맨날 지저분한 몰골로 닐크 나 아르케네스에게 업혀오긴 하지만… 그 녀석도 포기라는 단어하고는 담쌓 은 모양이다. "또 신세 지겠군요." "하루이틀이 아니니까요. 마마." "이 고릴라 녀석은 은근히 바라고 있을겁니다. 입만 열면 독립이네 도망이네 하면서 푸념을 늘어놓기 바쁘니까요." "너! 닐크 이자식! 내가 언제!?" "헹. 틈만 나면 묻어버리네 태워버리네 하면서 스승을 살해하려는 패륜을 모 의하는 녀석이 이제와서 오리발이냐?" "그…그건…" 오오… 왠일로 팽팽한 줄다리기가 아닌 일방적인 학살극같은 장면이 연출되 는걸? 하지만 여기까지! 연습을 빼먹어서는 안되니까! "자자. 그만하고요. 우선 두분께 알려줄 말이 있어요. 내일부로 왕성으로 돌 아갑니다. 짐 챙길게 있으면 오늘내로 가져와요. 이 영지에 돌아올일은 앞으 로 거의 없을테니까요. 그리고 어서 오후 대련이나 해요." 난 철심을 넣어 팔목까지 보강된 가죽 건틀렛을 낀뒤 닐크를 향해 자세를 잡았다. 오늘은 꼭 한방 때리고 말테다! 와아아악!!! 쿵. "크으으으…" "괜찮으십니까? 마마" "아아…" 젠장. 하늘이 한바퀴 돌았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군. 먼지가 뭉게뭉게 피어 오른다. 아. 또 던져졌어! 오늘만 벌써 몇번째냐! 내 오른팔목을 잡고있는 닐 크는 반쯤 주저앉은 나를 번쩍 일으켜 세우면서 훈계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너무 직선적으로 달려들면 안된다고 몇번이나 말씀드렸지 않습니 까 마마. 좀더 좌우로 풋워크를 하면서 상대의 허점을 노려야 하는겁니다." "아아…" "그리고 마마께서는 너무 힘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여성 은 남성보다 힘에서 밀리기 때문에 마마께서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건 굉장 히 힘든일입니다. 힘으로 싸우면 결과는 뻔할겁니다." …라는군. 칫. 난 그저 되는대로 팔다리를 뻗은것 뿐이라고. 그래도 닐크 녀 석처럼 상대를 휙휙 날려버리면 굉장히 재미있을것 같은데… 난 언제쯤 저런 기술을 배울까? "…입니다. 마마 듣고 계십니까?" "응? 응!" 미심쩍은 눈초리로 본다고 누가 주늑들줄 알아? 나 딴생각 안했어요! 라는 얼굴로 닐크 녀석에게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주자 녀석은 작게 한숨을 쉬면 서 고개를 돌려버린다. 닐크가 뭐라고 더 잔소리를 늘어놓으려고 폼을 잡을 때였다. 우리 등뒤에서 고함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니 아주아주 반가운 얼굴들이 저택 모퉁이에서 나타났다. "네놈의 바보짓엔 정말…" "아야야…워렌님 이 손좀… 제발…" 덴과 크렌. 덴이 크렌놈의 귀를 잡고 끌고온것이다. 훗. 찍혀도 단단히 찍힌 모양이군. 나와 닐크등을 본 덴 녀석은 급히 크렌의 귀를 잡고있던 손을 놓 으면서 하하하. 하고 웃었지만 이미 볼장 다본걸. "또 보는군. 덴. 할일없으면 가서 잠이나 자지 왜 싸돌아다녀? 귀족 망신이나 시키는 짓을 하면서 말이야." "그…뭐라고 할말이 없습니다. 마마. 하하하" 웃음으로 얼버무리면서도 크렌녀석을 쏘아봐주는 덴. 불쌍한 호위기사 크렌 오늘 두번 죽겠군. 덴녀석은 주변을 휘휘 둘러보며 내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도 말돌리는것을 잊지않았다. "휘유~ 여긴 꼭 병사들 훈련장 같군요." "아아. 원래는 영주의 사병들 훈련하라고 만들었는데 지금은 내가 운동하는 데 쓰고 있어." "운동…이라. 좀 격한 운동을 좋아하시나보군요 마마." 덴 녀석은 슬금슬금 뒷걸음쳐서 도망치려는 크렌을 단지 눈빛만으로 제자리 에 돌아오게 만드는 기술을 선보이면서 나에게 다가와서 웃었다. "뭐… 내몸 하나쯤은 지킬 기술이 있어야하지 않겠어? 누구누구씨가 말한것 처럼 내가 직접 싸울일이 생겼을때 최소한 혼자서 도망갈정도는 되야지" 그 누구누구씨가 바로 이사람이에요! 하는 눈빛으로 크렌을 바라봐주었다. 덴 녀석이 또 뿌득하고 이를 갈았지만. 그 결과 또 불쌍한 기사하나가 죽도 록 얻어맞겠지만 나랑은 상관없지. 아참! "이쪽은 처음보겠네. 여기있는 이 뺀질거리는 바람둥이는 대니어스 드 워렌 자작. 기억에서 빨리 잊어버리는게 여러모로 도움되는 쓸모없는 부하야. 그리 고 이쪽은 마법사인 아르케네스. 그리고 검사…인가? 아니 용사인 닐크" "아…아넬리안 마마. 용사라뇨. 전 그저…"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워렌 자작님. 저 놈은 무시하십시오. 별볼일 없는 샌님이니까요" "뭐라고? 이 말할줄 아는 오우거주제에!" "내가 어딜봐서 오우거야? 지금 시비거는거냐?" "시비는 네가 먼저 걸었잖아!" 또 시작이다. 정말이지… 둘다 친하다는건 너무너무 잘알겠으니 제발 좀 그 렇게 우정을 실체화시키지 말아달란말이야. 자기도 인사할려고 입을 열었다 가 뻐끔뻐끔거리는 금붕어가 되어버린 덴은 ''아하하…''하고 웃다가 내게 바싹 붙어서 속삭였다. "정말…아넬리안 마마의 주변엔 제대로 된 사람이 없군요." 으득! 무슨 소리를! 이 괴상망칙한 나라가 이상한거지! 난 정상이라고! 우이 씨! 이 건방진 부하놈을 어떻게 패줘야 잘 팼다는 소리를 들을까? "마…마마! 으…음료수를 가지고 왔습니다아…" 아악! 귀야! 누구야? 갑자기 고함을 쳐대는게! "오~ 꼬마아가씨. 또 보는군요." 덴 녀석이 감히 겁도없이 내 등뒤에서 고함을 지른 에린 녀석을 돌아보면서 손을 흔든다. 저 계집애가 아예 겁을 날려먹었구나. 뒤돌아보니 에린 녀석이 에헤헤하고 웃으면서 얼굴을 장미빛으로 물들인다. 아아… 왼쪽에서는 시커 먼 남정네 둘이 - 그중 하나는 키 190cm에 우락부락한 몸매를 자랑하는 마 법사 - 서로의 얼굴에 주먹질을 해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고 다른쪽에서는 ''아이''를 꼬시는 남정네가 수작부리고 있고… 한숨이 절로나온 다. 거기다 나와 같이 소외된 크렌 녀석을 힐끔 바라보니 ''흥''하고 콧방귀를 뀌면서 고개를 팩하고 돌려버리고… 정말 이것들을 모조리 감옥에다 쳐넣고 싶어진다. 아아… 정녕 나는 비운의 왕녀란 말인가! "그만! 그만! 거기 남정네 둘! 그만 껴안고 뒹굴란 말이야! 그리고 덴! 전에 말했을텐데! 에린한테 수작부리면 죽여버린다고!" 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댄뒤에야 사태는 진정되었다. 정말 앞날이 깜깜 하다. 오~ 신이시여. 그날밤 덴과 닐크등은 술병을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난 아직도 장미빛 상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에린의 뒷통수를 두어번 친절하게 후려갈겨 준뒤에 잠자리에 들었다. 이제 내일이면 여기와도 빠이빠이다. 그리고 이제 정숙하고 예의바른 숙녀행세를 해야겠지. 물론 그 정숙함과 예의바름은 내식 대로겠지만 말이야. 내일부터 새로운 나날들이 나를 찾아올것이다. 친숙하면 서도 낮설은 그런 일상이… 별 상관은 없지만… 어딜가던 난 나이고 내가 하 고싶은데로 하면서 살테니까! -------------------------------------------------------------- 무우…… 무무무… 무무무? 무우… 요즘 빠져든 게임은 발더스 게이트 2. 오래전에 사두었었는데 느린 로딩과 너무 어려운 전투 때문에 봉인했다가 최근들어 다시 시작한 게임입니다. 역 시… 명작이더군요. 이런 저런 시스템은 둘째치고 그 미치도록 즐거운(또는 괴로운) 퀘스트들은… 으흐흐흐… 그런고로 연재는 계속 늦어진다는... 만필의, 만필을 위한, 만필들을 위한 게으름! 가우군 [Queen`s Heart] 5장 결혼식 (1) 2003-08-04 15:25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5장. 결혼식. 잊지못할만큼 큰 후회를 해본적이 있냐고? 있지. 내가 그 ''괴물''하고 결혼 한것 그것이 일생일대의 가장 큰 실수이자 실책이었지. 아직도 난 왜 그때 내가 남들… 음… 그러니까 다른 왕자들을 말하는걸세. 그들처럼 가출하지 않고 왕궁에 처박혀 책이나 파고 있었는지 후회가 되네. 차라리 마틴녀석에 게라도 억지로 떠넘겼으면 지금쯤 손주녀석을 무릎에 올려놓고 평안한 나날 을 보내고 있었을텐데. 충고하네만… 부인은 잘 고르게. 본인은 물론 자식들 까지 고생시키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빛과 영광의 제국 크레센트를 지배하는 로이드 1세 폐하와의 영광스러운 대담중… -주. 역시 결혼은 남자들의 무덤인가보다. - 대륙력 995년. 여름. 크레센트 왕국 수도 크롬발 - 빌어먹고 또 빌어먹을 덴 자식은 오늘도 나를 찾아와 내 속을 뒤집어 놓았 다. 수도로 돌아온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나는데 망할놈의 덴 녀석이 로이드 왕자를 억지로 끌고 온것이 무려 세번째이고 내가 그 재수없는 왕자자식의 저녁식사에 초대된게 일곱번째다. 그 누가 알아줄까? 내게 호의적이지 않은 상대의 옆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그 고통을… "푸하… 지친다." 난 등뒤로 팔을 뻗어서 가슴을 조이는 조끼부터 벗어던졌다. 그리고 무거운 은제 관과 세개나 되는 목걸이들도 거칠게 풀러서 바닥에 던져버렸고 그 무 엇보다 피곤한 나를 짜증나게 만드는 이 연회용 드래스를 잽싸게 벗어서 집 어던져버렸다. 내가 짜증을 내며 드래스를 양탄자위로 내던지고 속치마 차림 으로 푹신한 쇼파에 늘어져버리자 내 시녀들이 잽싸게 다가오더니 목걸이와 은관, 그리고 보기만해도 지긋지긋한 드래스를 집어드느라 분주했다. "무엇부터 준비할까요? 마마" "차가운 물! 그리고 뜨거운 물!" "예 마마." 제린은 고개숙여 예를 표해보이면서 방을 나갔고 제시와 죠안은 내가 어질 러놓은 방안을 정리하느라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왕성으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국왕폐하를 만나러 간것도 아니 요 앞으로 내 남편이 될 로이드 왕자를 찾아간것도 아니었다. 내 전속시녀를 구하기 위해 몸소 움직인것이 왕성에 들어서자마자 해낸 가장큰 성과였다. 덤벙대고 실수만 저지르는데다 굼뜨기까지한 에린 녀석은 아무리 같은 나라 출신이고 한때 같이 생활했었다는 것을 생각해봐도 참기 힘들만큼 무능한 녀 석이었기에 난 겨우 일주일뿐이었지만 그동안 매우 만족했던 시녀장과 시녀 들을 모두 불러들인것이다. 에레니아 시녀장은 내가 돌아오자 무척 기뻐하면 서 좋아했고 다른 세 시녀들도 자신들의 지위가 상승한데 기쁜듯한 기색이었 다. 전속시녀라는것은 다른 일반 시녀들이 청소니 빨래니 식사준비니 하는 자질 구레한일들에서 면제됨은 물론이요 왕족이나 귀족같은 ''잘나고 귀하신''분들을 옆에서 보필하기에 떨어지는 떡고물도 많다. 하급 귀족이나 부유한 평민의 경우 자신의 딸을 시녀로 귀족가나 왕실에 보내는 경우도 자주 있는 일이니 그리 특이할것도 없지만 말이야. 크레센트나 로세니아나 여자는 그 가문의 재산중 하나일뿐이다. 예쁘고 예의바르고 정숙하면 좀더 값나가는 재물이고 못생기고 성격더럽고 경망스러우면 헐값에 내놓아도 안팔리는 쓰래기이고 말 이야. 우… 이런 생각을 하니까 기분 더러워지는걸… "마마. 목욕물이 준비되었습니다." "응." 어느새 다가온 제린이 차가운 냉수를 내게 내밀면서 말했다. 다 좋은데… 좀 소리좀 내고 다녔으면 좋겠는걸… 이것참 깜짝깜짝 놀란단 말이야. 뭐… 귀족들사이에서는 시종과 시녀들은 있는듯 없는듯해야 한다니 뭐라고 할수도 없지만 말이야. 제린이 건내준 냉수를 벌컥벌컥 마시고 일어선 나는 대래석 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욕탕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화려함이란 이럴때 쓰라고 있는 말이다. 도대체 겨우 목욕이나 하는 욕탕이 30평이 넘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거기다 칸막이로 쳐진 대리석 침대에 간이 화장대에 - 역시 대리석이다 - 유리창으로된 넓은 테라스까지 있다. 이정도 면 욕탕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석조 주택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내방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뭐가 이리 커다란지 말이야. 걸어다니기도 귀찮단 말이다. "하아아아…" 옷을 벗고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물속에 몸을 담그자 뜨거움과 시원함이 동 시에 밀려온다. 노곤함이 머리속을 정복하고 수면욕이 내 눈꺼풀을 강하게 짓누른다. 자고싶다. 쿨… …우웅. 춥다. "일어나셨습니까? 마마" 누구?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시녀장인 에레니아다. 벌써 에린의 교육이 끝 난건가? 눈을 비비고 주변을 둘러보니 난 욕실안에 있는 침대위에 엎드려 있 었다. 두터운 시트를 세겹이나 깔긴 했지만 석재 특유의 냉기와 딱딱함때문 에 잠이 깬듯하다. 내가 고개를 들자 내 머리맡에 서있던 에린은 내게 쥬스 잔을 건내주었고 난 엎드린채 잔을 들어 단숨에 마신뒤 시녀장에게 물었다. "내가 오래잤어?" "30분정도 되었습니다. 향유를 바를테니 가만히 계십시오." "응." 빈 잔을 에린에게 건내주고 다시 엎드리자 퐁~ 하는 마개따는 소리가 들리 면서 향긋한 라벤더향이 코를 찔렀다. 역시 시집안간 처녀는 라벤더인가…씁. 시녀들에게 맛사지를 받으면서 향유를 몸에 바르고 있자 정말 온몸이 노곤 해지면서 잠이 마구 밀려들었다. 벌써 저녁식사까지 마친 늦은 밤이었기에 여기서 좀 잔다해도 상관없겠지? 둘둘말아올린 머리에 씌여있는 수건을 풀어 서 턱에 받친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졸았다. 솔직히 푹신한 침대에 누 워서 쿨쿨 자고 싶었지만… 열심히 내 몸을 주무르고 향유를 발라주고 있는 시녀장과 그 일당(?)들의 성의를 무시할수 없어서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내 가 조금만 더 제멋대로였거나 성질이 급했다면 모조리 물려버리고 자러갔을 것이다. 욕실밖에서 작은 소란이 일어난듯 했다. 이시간에 누가 소란을 떠는거야? 저런짓을 할녀석은 내 기억으로는 덴 녀석과 에린뿐이다. 생전하지도 않던 운동을 요 몇주동안 격렬하게 하는동안 몸이 많이 축났는지 온몸의 근육들이 비명을 질러댔기에 왕성에 돌아온뒤 나는 꼭 아침저녁으로 맛사지를 받았다. 특히 잠들기전 두 시녀들이 전신 맛사지를 행해주는것은 이제는 빼먹을수 없 는 중요한 일과가 된것이다. 이 일과를 방해받는것을 무엇보다 싫었던 나는 내가 욕탕에 들어가있는 동안은 그 누구도 - 설령 국왕폐하께서 보낸 전령 이라해도! - 들이지 말라고 명령해놓았고 그 명령은 꽤 잘지켜지고 있었다. 그래서 방심했었나보다. 아니 방심했다. "아니되옵니다! 전하!" "전하아아…" "시끄러워!" 욕실문이 벌컥 열리면서 한무더기의 인간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누…누구…" "전하아아아!!!" 귀를 찢을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들어온 인간들은 로이드 왕자와 덴 그리고 거의 구르다시피 들어와 쓰러진 여인은 내 방에서 잠자리를 준비하고 있던 제린이었다. 깜짝 놀란 나는 몸을 일으켰다. 두손으로 가슴을 가리면서 몸에 걸칠것을 찾던 나는 그만 로이드 왕자와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석상처럼 굳 어있다가 한순간 새빨갛게 붉어지는 왕자의 얼굴을 보는순간… 난 이성을 잃 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단한가지 생각만 났다. 죽고싶어! 내가 집어던진 향유병에 덴 녀석이 - 왕자를 노리고 던졌는데 이놈이 충심 으로 몸을 던졌다. 망할 덴! 죽일놈의 덴! 저주해줄테다! - 이마가 깨져서 질 질 끌려나가고 시녀장의 밀치기에 그대로 욕탕밖으로 왕자놈이 쫓겨나갈때까 지 난 악을 써대면서 울어댔다. 원래 귀족사회가 문란한 편이고 얼마뒤면 내 남편이 될 남자였지만… 그래도 싫다! 저런 무례하고 배려심따윈 눈씻고 찾 아봐도 없는 인간따윈 정말 싫어! 한참동안 욕탕안에서 손에 잡히는대로 집어던지며 화를 푼 나는 어느정도 진정된다음에야 수치심과 분노를 마음속에 꾹꾹 눌러담은뒤 옷을 입고 방으 로 나왔다. 로이드 왕자는 벌써 가버렸는지 없었고 방 한구석에 있는 손님용 소파에는 덴 녀석이 물수건을 이마에 얹은채 히죽대고 있었다. 그 옆에는 에 린녀석이 울상을 한채 대야를 들고있었고… 덴 녀석의 강력추천 덕분에 내 호위기사가 된 비운의 기사 크렌과 내 사병으로 승격(?)된 닐크와 아르케네 스들이 내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한 구석에서는 시녀장이 왕자의 침입을 제지하지 못한 제린을 혼내고 있었다. "아아… 왕녀 마마. 화끈한 인사 감사드립니다." 덴 녀석은 편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어 앉은채 히죽거리며 내게 손을 흔들어 댄다. 저 자식을 찢어죽일까? 태워죽일까? 아니면 내장을 끄집어내버려? 속 으로 여러가지 살해방법을 생각하면서 나는 그의 맞은편 쇼파에 거칠게 주저 앉았다. "이시간에 이런 무례한 방법으로 방문한 이유를 말해봐. 아주 타당하고 정당 한 이유가 아니라면 여기서 무사히 나갈거라는 생각은 접는게 좋을거야" "하하하…하하… 무섭네요. 왕녀 마마" "농담아니야. 나 지금 기분 더러우니까 본론만 말해." "아…예. 뭐. 사실 별거 아니었습니다. 내일 로이드 전하께서 궁밖으로 외유 를 나가시기에 같이 동행해주십사 하는 간청을 드리러 온것인데… 방문시기 가 별로 안좋았군요. 이점 사과드립니다." "……" 정말 말은 잘한다. 저 인간은 목을 잘라내도 나불나불 잘도 떠들거다. "겨.우. 그따위 일로 숙녀의 침실에… 그것도 욕탕까지 쫓아와? 여기 사는 인 간들은 예절이라는 단어자체를 모르는거야? 겁많고 허약한 무지렁이 같은 놈 들!" "…그만하시죠. 그래도 예술도 무식한 산도적들보다는 낫습니다." 쾅! 내 주먹이 나도 모르게 테이블을 강하게 후려쳤다. "지금 시비거는거야? 덴! 아니 대니어스 드 워렌 자작! 지금 네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나 있나?" "대 로세니아의 고귀하신 왕녀 아넬리안 마마이십니다. 그런데 필요할때만 위압적인 자세롤 취하는건 좀 비겁하지 않습니까? 마마?" "시…시끄럿!" 얼굴이 붉어졌다. 아…안돼! 또 저놈 페이스로 끌려가잖아. 나는 황급히 자 세를 고쳐앉은뒤 팔짱을 꼈다. 그리고 덴 녀석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그…그래서 그 왕자녀석은 뭐야? 어떻게…" "쉬잇. 말씀을 낮추십시오. 마마." "아…미안. 실수했군." 난 급히 입을 다물면서 방안을 돌아보았다. 에린 녀석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멍청한 표정을 한채 덴녀석의 뒤통수를 바라보고 있었고 두 남정네와 크렌은 자기들끼리 작게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시녀들을 불러세워놓고 혼내 주고 있던 시녀장은 내 말에 귀기울이다가 다시 한바탕 설교를 늘어놓기 시 작했다. 입조심 해야지. 여긴 로세니아가 아니라고. 왜 자꾸 잊는거지? "뭐…하여간! 여기서는 숙녀의 욕실까지 쫓아오는게 예의야? 응? 어떻게 그 럴수 있지?" "그점은… 할말이 없습니다. 마마. 저도 막는다고 막아봤습니다만… 로이드 전하께서 고집을 부리시면 국왕폐하도 못말리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제가 억지로 모셔오지만 않았…헙!" "호오~ 역시. 왕자씩이나 되는 사람이 겨우 말 몇마디 전하려고 왔다는게 이 상했는데… 이봐 덴. 당신 요즘 너무 노골적으로 움직이는거 아니야? 그렇게 남녀 사이를 참견하면 될일도 안된다고." 싫던좋던 어차피 결혼하게 되어있지만… 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 인생 은 왜 이모양일까? "할수없지. 당분간은 당신말대로 해줄께. 이왕자에게 빛을 지워두는것도 나쁘 진 않겠지." "현명하신 생각이십니다. 마마." 씨익 웃는 덴. 저 웃는 면상을 한방 갈겨주고 싶다. 정말 느글느글하고 뺀질 거리는 녀석을 보고 있노라면 살의가 물씬물씬 피어오른다. 특히 덴 녀석은 커트렌 그 망할자식을 생각나게해서 더욱더 마음에 안든다. 내가 손을 들어 서 가보라고 손짓하자 덴 녀석은 살짝 고개숙여 예를 취한뒤 일어섰다. 난 마치 자기집처럼 자연스럽게 일어나 에린 녀석에게 윙크까지 하는 여유를 보 여주며 밖으로 나가려는 덴을 불러세웠다. "덴." "예? 마마. 더 하실 말씀이라도?" "응 있어." 나 역시 제집처럼 - 앞으로 여기서 살게될테니 내집맞나? - 자연스럽게 일 어서서는 덴녀석의 앞까지 걸어갔다. 문가를 지키고 있던 닐크와 아르케네스 그리고 크렌녀석이 덴을 향해 걸어가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덴에게서 두 어 걸음 떨어진곳에 선 나는 그를 향해 웃어주었다. 내가 웃어주자 한쪽 입 가를 씰룩이면서 몸을 뒤로 빼던 덴녀석이 먼저 말했다. "말씀드리지만… 치마자락을 붙잡아 달라는 부탁이면 사양하겠습니다." "어머~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그런건 빨리 잊어버리라고. 그리고 걱정 하지마. 그런것 아니니까." "그…그렇습니까?" 내 태도가 급변하자 불안한지 덴녀석이 복도로 향해 있는 문을 힐끔거리면 서 나와의 거리를 재고있는게 보인다. "이번엔 그런게 아니라니까. 닐크! 아르케네스!" "예. 마마" 똑같은 방법을 두번이나 쓸까? 천하의 아넬리안이 말이야. 훗. "닐크는 크렌 잡고 있어! 그리고 아르케네스! 이 망할 바람둥이 녀석이 도망 가지 못하도록 꽉 잡아! 명령이야!" "마…마마!!!" 비명을 지르는 덴. 오오~ 불쌍한 대니어스 드 워렌 자작. 그는 자기보다 10cm는 더 큰 그리고 매우 불행하게도 그보다 훨씬 힘이 쎈 자칭 마법사 아 르케네스에게 꽉 붙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충성스러운 부하 크렌 녀석 도 닐크의 기습에 목을 죄이고 말았고… 훗. 복수의 시간이 도래했도다! "후후후. 데엔~ 전에 나보고 건.강.하다고 했었지? 그전엔 감히 날 놀라게 했 었고 말이야. 그리고! 오늘! 감히 이몸을 그 잘난 혀로 가지고 놀아? 너! 오 늘. 건.강.한. 내 주먹에 한번 죽어봐!" "마마! 마마! 그런게 아니옵니다! 마마! 죽여주십…아니 살려주십시오! 마마! 이봐 친구! 아르케네스! 우리사이에 이럴수 있나? 응? 한배를 탄 입장이잖 아!" "미안하외다. 워렌 자작. 하지만 공은 공이고 사는 사. 이 미천한 마법사는 왕녀마마의 명령을 거역할수가 없습니다. 진심으로 애도를 표합니다." 어이 자칭 마법사. 덴의 목을 죄고 있는 팔이나 풀고 그런말하라고. 행동이 랑 말이 전혀 매치가 안되잖아. 뭐… 그쪽이 더 좋지만 말이야. 믿었던 친구 의 배신이라. 아주 멋져! 우흐흐흐흐!!! "자작님! 제가 곧…이것놔! 놓으란 말이야!" "미안하지만 그럴수 없어. 나도 먹고 살아야지" "죄송합니다. 제가 힘이 모잘라서…놓으란 말이다! 으흐흑… 워렌니임" 한쪽에서는 충직한 신하와 악당의 만담이 펼쳐지고… 부디 명복을 어쩌고 하는 크렌에게 덴 녀석은 ''애초에 기대도 안했다''라고 자신이 심경을 표출했 다. 그동안 나는 가죽 건틀렛 - 팔꿈치까지 오는 가죽 장갑에 철심을 넣어서 강화한 닐크 특제 건틀렛이다. 건틀렛이라 불릴수 있다면…이지만. - 양손에 낀뒤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고 발목까지 덮는 치마를 말아올려서 한쪽으로 묶 은뒤 두주먹을 몇번 부딪치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뒤 덴녀석을 보면서 씨익 웃었다. 스트레스 해소와 운동 그리고 실전 연습을 겸한 일석삼조의 인간 샌 드백이 눈앞에 보인다. 후후후. 나는 사색이 된 덴 녀석의 배를 향해 온힘을 다해 주먹을 휘둘렀다. 뻐어억! 소리좋고! 아자! 뻐억! 빡! 퍽! 쾅! 수십번의 보디블로우와 발길질에 덴 녀석이 비틀거렸다. 완전히 맛이 가버린 덴 녀석을 보면서 아르케네스에게 손짓하자 그는 순순히 손을 놓고 뒤로 물러섰다. 비틀거리며 간신히 쓰러지지 않는 덴을 보며 나는 잔인한 미소 - 라고 생각된다 - 를 지어보이면서 오른발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덴의 어깨를 발뒷꿈치로 내리찍었다. 쩌억! "크허어억…" 쿵 소리를 내면서 덴 녀석은 그대로 바닥에 대자로 뻗었고 몇번 꿈틀꿈틀 거리다가 내가 등을 사쁜히 두어번 밟아주자 돌에 맞아죽은 개구리처럼 쭉 뻗어버렸다. "자작니임!!! 크흐흑… 이 못난 부하를 용서하십시오" "아넬리안 마마. 이 녀석 이제 놔도 됩니까? 하도 버둥거려서 저도 힘에 부 치는데요?" "아아…" 내가 대답해주자마자 닐크 녀석은 쉽게 크렌을 놔주었고 이 고지식한 기사 는 내 발밑에 깔려있는 덴을 구하기 위해서 몸을 날렸다. 물론 나는 발을 빼 면서 뒤로 물러섰고 그 덕분에 덴 녀석은 크렌의 전신을 날린 어택에 당해서 정말로 뻗어버렸다. 꽝소리가 났으니까… 양탄자가 깔린 바닥에서 저런 소리 가 날려면 어떻게 몸을 날려야 하는거야? 갑자기 궁금해지는걸? "아아. 몸을 풀었더니 개운하네. 이제 그만 가봐도 좋아." 내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장갑을 벗자 - 피가 조금 묻어있지 만 무시했다. 내 피가 아니니까. - 크렌 녀석이 덴을 부축하면서 일어섰다. 마음 약한 마법사 아르케네스는 그런 덴을 동정한다는 표정으로 크렌의 반대 편에서 덴을 부축해주었다. 헤롱거리면서 정신을 못차리던 덴은 질질 끌려가 면서 밖으로 나가다가 갑자기 나를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마마…" "으응?" 가…갑자기 왠 심각한 표정? 명색이 기사인데 나같이 연약한 소녀에게 늘씬 하게 얻어맞아서 기분상한건가? 내가 너무 심하게 팼나? 수십가지 생각이 순식간에 머리속을 훓고 지나갔다. "마마…아까 내려찍기 하실때… 속옷보였습니다. 흰색이더군요." 빡! 덴 녀석의 고개가 뒤로 홱~하고 돌아가면서 붉은 피가 허공에 뿌려졌 다.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는게 어느 주둥이야! 오늘 내가 네놈의 입을 꿰메버리 고 말겠어!!!" 난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덴놈을 향해 손에 남아있던 나머지 장갑을 집 어던졌다. 빠각. 정신없는 사건들이 모두 지나간뒤 나는 와인병을 들고 침대맡에 앉아서 에 린에게 시녀장인 에레니아와 카렌을 부르리고 시킨뒤 나가있으라고 했다. 왕 성에 들어온뒤 카렌 녀석은 내 눈에 자주 보였는데 그 이유라는게 웃겼다. 왕성이라 경비가 삼엄해서라나? 한마디로 함부로 나다닐수가 없어서 내가 있 는 궁성 근처에서 돌아다닌다는것이다. 혼자서 와인을 한잔 마시고 기다리고 있자 에레니아 시녀장이 소년용 잠옷을 입고 있는 카렌을 데리고 왔다. 이미 잠자리에 들었다가 불려왔는지 붕뜬 머리에 두눈을 비비면서 들어온 카렌의 모습은… 솔직히 깨물어주고 싶을만큼 귀엽다. 저런 동생이 하나 있었으면 좋을만큼 말이다. 물론 그 뭣같은 성격은 교육을 통해서 완전히 뜯어고쳐야 겠지만… "부르셨습니까 마마." "응. 전에 부탁했던 그거 구했어?" "…그것이라면… 그…" "응. 맞아. 그거" 내가 수긍하자 시녀장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외람된 말입니다만… 어디에 쓰시려고… 제가 봤을때 마마께서는 건강하신 듯 합니다만…" "쓸데가 있어. 줘" "원하신다니 드리겠습니다만…" 에레니아 시녀장은 미심쩍은 눈초리로 대답한뒤 ''그것''을 가지러 간다고 방 을 나갔다. 그동안 난 빈잔에 피처럼 붉은 와인은 한잔 더 따른뒤 그것을 들 고 아무말없이 서있는 카렌에게 건냈다. 하지만 카렌은 언제나처럼 고개를 저어서 거절했고 와인이 가득차있는 유리잔은 다시 내 입안을 향해서 돌아왔 다. "카렌." "……" "네게 있어 나는 뭐지?" "…주인. 나의 주인." "좋아. 그럼 주인으로 명령하겠어. 들어줄래?" "……" 카렌은 아무말없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충분하지. 이 애한테 더이 상의 반응은 기대하기 힘드니까. 와인을 한모금 마셔서 목을 축이면서 기다 리고 있을때 시녀장이 돌아왔다. 그녀는 두손으로 엄지손가락만한 작은 유리 병을 조심스럽게 쥔채 들어왔는데 불안한 기색이 온몸으로 드러났다. "여기있습니다. 마마. 하지만…" "됐어. 어떻게 쓰는지정도는 나도 아니까. 그만 가봐." "…예. 마마. 편안한 밤 되십시오." 시녀장 에레니아는 얼굴가득 의문을 품은 표정으로 인사한뒤 방을 나갔다. 탁.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뒤 나는 내손에 들린 작은 병을 들어올렸다. 황 금색의 액체가 병안에 가득차 있었는데 내가 흔들때마다 출렁이면서 반짝거 렸다. 난 그 병을 카렌에게 넘겨주면서 말했다. "이걸가지고 내가 시키는대로 해. 약간… 아니 상당히 어려운 임무겠지만 그 래도 너라면 성공할수 있을거라고 난 믿어. 할수 있겠지?" "…네" 오호. 카렌이 이렇게 순순히 내 말을 듣는게 얼마만이냐? 그동안 도망만 치 던 녀석이 말이야. 아주아주 만족스럽다. "좋아. 그럼 그거 잘 관리하고 나가봐. 잘알겠지만 지금 우리가 나눈 말과 다 음에 내릴 명령은 비밀이야. 에린에게도 말하지마. 알았지?" "……" 고개를 끄덕인다. 나와 말하기 싫은걸까? 이아이는? 별로 상관은 없지만… "용건은 그게 다야. 가봐. 잘자고." 내말에 카렌은 홱하고 돌아서서 나가버렸다. 저 심술궂고 새침한 들고양이 는 예절이 너무 부족하다니까. 후후후. 로이드 왕자. 그리고 덴! 내 복수는 싸구려가 아니라고! 두고봐! 저 약병의 절반만 있으면 10m가 넘는 향유고래 도 그대로… 크흐흐흐… 오늘밤은 아주 즐거운 꿈을 꿀수 있을것 같다. 푸흐 흐흐흐… 동녁하늘이 어슴프레 밝아질 무렵 눈을 떴다. 나의 아침은 남들보다 빠르다. 가장 부지런한 부엌데기 하녀가 아직 꿈속에서 헤메고 있을 무렵 나는 일어 나서 잠옷을 벗는다. 내가 옷을 다 갈아입고 화장대에 앉을때가 되어서야 에 린이 부시시한 몰골로 일어나서 연신 하품을 해대면서 세숫물을 가져온다. 마치 좀비처럼 비척거리면서 반쯤 잠에 취한 에린은 가끔 졸리다고 칭얼거리 다가 내게 얻어맞고 정신을 차리기 하지만 그런대로 시녀의 일을 잘하는 편 이었다. 그런 에린의 도움을 받아 씻고 별궁밖으로 나가면 그제서야 하인들 이 돌아다니기 시작하고 어린 시녀들이 일어나 마당과 집안 청소를 시작한 다.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마마." "응. 좋은 날씨야." 아침마다 만나는 이름모를 - 솔직히 관심 없다. 궁에서 일하는 이들이 한두 명인가? 이들의 이름을 다 외울 사람은 아르케네스 정도일껄? - 어린 시녀 의 아침 인사를 받으면서 나는 별궁앞의 정원으로 향한다. 천천히 뛰는 동안 몇명의 하인들과 시녀들이 나를 향해 고개숙여 예를 취하고 그때마다 손을 들어서 일일이 답해주었다. 저 시녀들 사이에서는 나도 꽤 별종으로 통한단 다. 그도 그럴것이 여자의 몸으로 운동을 하는것도 그렇고 귀족보다 더 ''고귀 하신'' 왕족이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있기 때문이다. 보통 평범한 귀족 들은 늦은 아침이 되어서야 일어나거나 아니면 아예 오후쯤에나 활동하니까 말이야. 귀족가의 아가씨들은 하루의 절반을 잠으로 보내기도 한다. 많이 자 면 더 예뻐진다나? 뭐라나? 흥. 미모란 하늘이 내려주는거라고. 그렇게 잠만 퍼질러자면 뚱뚱해질걸? 탁탁탁. 가벼운 걸음으로 달리다보니 이마에 땀이 샘솟기 시작한다. 그래도 시원한 새벽공기 덕분에 기분은 날아갈듯이 좋다. 멀리 커다란 본궁이 한눈에 보이는 별궁 정원을 한바퀴 돌고 다시 별궁 뒤편 으로 향한다. 가는길에 정원사가 대여섯명의 노예들에게 한아름의 짐들을 들 고 길을 재촉해서 가는게 보인다. 난 손을 흔들어대면서 정원사에게 소리쳤 다. "좋은아침!"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마마." 내가 묵고 있는 별궁의 화단과 정원을 손질하는 늙은 정원사는 나를 보며 모자를 벗어 인사했다. 그의 뒤에서 짐들을 메고 있던 노예들은 아예 엎드려 서 고개를 땅에 쳐박는다. 그런 이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면서 가볍게 지나쳐 달리다보면 부엌에서 일하는 하녀들이 음식재료를 들고 우물가로 향하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허리를 숙인다. 그리고 빗자루로 길과 마당을 쓸고 있는 하 인들을 지나치면 내가 목적하는곳이 나온다. 본래 하녀들이 빨래감을 널어놓 는데 쓰는 넓은 마당이었는데 이 별궁에 와서 이곳을 발견한 나는 아침 연습 을 여기서 하기로 마음먹고 그대로 실행했다. 덕분에 부주의한 하녀의 실수 로 밤이슬을 맞게되는 불행한 빨래감들이 종적을 감췄다고 한다. 물론 그 불 행한 하녀가 혼나는 강도도 몇배로 높아졌고… 하지만 그건 내탓이 아니라 고. "후아…후아…후우우우…" 넓은 마당 한가운데서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가 내쉬면서 숨을 골랐다. 여름 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사방은 벌써 환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아직 닐크와 아 르케네스도 나오지 않았고 이곳에서 내가 아침 운동을 하는걸 알만한 이들은 다 알기에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 볼일이 있더라도 내가 운동을 마치고 궁으 로 돌아갈때까지 기다려야하니 볼사람도 없지만. 가끔 카렌 녀석이 여기서 서성이면서 몸을 푸는것을 보는데 그런 카렌을 목격하고나면 꼭 왕성 어디선 가 소녀 유령이라던가 침입자 소동이 일어난다. 하여간 한시도 가만히 못있 는 아이라니까. 허리를 좌우로 돌리면서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아주 어릴때 마음놓고 뛰어 놀았던 기억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몸을 격렬하게 움직인적이 없기에 이 운동 을 시작했을때 내몸은 마른나무토막 같았다. 그나마 몇주동안 이렇게 아침저 녁으로 몸을 움직여줘서 보통 소녀 - 평민소녀들을 말한다. - 만큼의 유연성 을 갖출수 있게 된것이다. 또 그럭저럭 근육도 생기기 시작했고 말이다. 닐크 의 말로는 한 2~3년동안은 기초 체력을 쌓는 훈련을 해야한다는데 그게 정말 일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이렇게 몸을 움직이고 있으면 기분이 상쾌한데다가 무언가를 한다는 충족감이 가슴을 가득메운다.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전진한 다는 느낌이 들고 또 내가 살아있다는것이 그 무엇보다 절실히 느껴진다. 이 런게 행복일까? 지금까지 17년을 살아오면서 요즘처럼 기분좋은 나날이 계속 되기는 처음이다. "일찍나오셨군요. 마마." "응. 잘잤어? 닐크. 아르케네스" "예. 마마." 내가 빨랫줄을 매다는 말뚝에 한쪽 발을 올려놓고 허리를 굽혀 유연성운동 을 하는동안 닐크와 아르케네스가 부시시한 머리를 한채 나왔다. 저 둘 또 씻지도 않고 나온걸거야. 남자들은 은근히 게으르다니까. 귀찮다고 씻지도 않 고 나오다니 말이야. 씻는시간도 여자들보다 훨씬 짧으면서 말이야. "이렇게 부지런한 아넬리안 마마 덕분에 이 별궁사람들이 왕국내에서 아니 대륙내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들일겁니다." "아하하…" 뭐… 나때문에 눈치보여서 시녀들이나 하녀들이 일찍일어나는건… 나도 알 고있다고 그래도 더울때보다는 시원한 아침 나절에 운동하는게 효과도 좋고 기분도 좋단 말이야. 그리고 나 낮잠 잘때 그네들도 쉬잖아. 에잉. 몰라. 내가 왜 하인들이랑 하녀들 사정까지 맞춰줘야 하냐고. "자자. 잡담은 여기까지하고 아침 운동이나 하자고. 오후에는 왕자궁으로 가 야하니까." "그렇군요. 어제 그일때문에 큰 난리가 벌어졌었죠. 잊고 있었습니다." "아… 마마도 화나면 무섭더군요. 원래 성질이 나쁜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봐. 이봐. 나좀 때려주세요? 라고 말하는거야? 그런거라면 돌려말할 필요 없이 그냥 말하라고. 죽도록 패줄테니까! "시끄럿! 운동이나 해!" "네네. 오늘은 몇바퀴나 돌고 오셨습니까?" "한바퀴. 오후일도 있고하니까 오늘은 자제해야지." "그렇다면 가볍게 윗몸일으키기 50회와 단거리 달리기 50회만 하고 끝내도록 하지요." "응." 양호하군. 평소라면 그 세배는 더하고 대련으로 마무리 했을텐데. 닐크 말로 는 아침에 유연성을 기르는 운동을 하는게 저녁때보다 낫다고 한다. 그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때 몽크였었고 지금은 뛰어난 권술 - 마샬아츠 - 을 사용하는 권사가 하는 말이니 맞겠지 뭐. 아르케네스가 바닥에 두터운 모포 를 까는동안 나는 팔다리를 돌리며 준비운동을 마쳤고 모포위에 무릎을 모은 채 주저 앉았다. 그동안 닐크는 롱소드를 꺼내들고 검술 수련을 시작했고 - 그러나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어설프기 그지없다 - 아르케네스는 한손으 로 내 두 발목을 잡아주고 다른손으로 30cm는 넘어보이는 엄청난 크기와 두 께를 자랑하는 책을 읽기시작한다. "하나… 둘… 셋…" 책을 암기하면서도 내가 윗몸일으키기를 하는동안 숫자를 세어주고 자세를 교정시켜준다. 확실히 마법사는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보다. 일전에 정말 책을 읽는건가해서 확인해봤는데… 다시한번 마법사라는 인종과는 머리싸움을 해 서는 안된다는것을 깨닳았다. 괴물이란 저런 인간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 르케네스의 경우에는 한손으로 내 체중을 지탱할만한 괴력의 소유자인데다가 머리까지 좋고 거기다 덩치고 산만큼 우람하다. 한마디로 어디하나 빠지는데 없는 괴물중의 괴물이랄까? 단지 베터랑 산도적도 울고갈만큼 삭막하고 무서 운 얼굴만 제외한다면 신랑감으로는 이보다 나은 조건을 찾기 힘들텐데 말이 야. 역시 신은 공평한가보다. 이런 잡생각을 하는동안에도 열씸히 몸을 움직 이다보니 벌써 50회가 다되어간다. "사십아홉. 오십. 끝입니다. 마마." "후에…후에… 힘들어…" 털썩. 난 그대로 드러누으면서 숨을 골랐다. 아직은 이런 운동에 적응이 안 되는지 금방 숨이찬다. 그러고보면 닐크의 말이 맞는듯… 아무리 좋은 기술 을 가지고 있더라도 체력이 뒷받침이 되지않으면 전혀 쓸모없다는 말. 역시 기본이 중요하긴 중요한가봐…으음… "앗! 벌써 끝내셨습니까? 이럴수가! 말도 안돼!" 닐크 녀석이 놀란 표정으로 날보더니 갑자기 검을 휘두르는 속도를 빨리하 기 시작했다. "마마보다 늦다니! 난 죽어야돼! 우오오오오!!!" …저 혀를 뽑아버릴까보다. 바닥에 누운채 배로 빨라진 닐크의 검을 보고 있자니 번쩍번쩍하면서 무언가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만 들린다. 오~ 대단한 걸? 그런데 나와 같이 닐크를 보던 아르케네스는 오히려 혀를 찬다. "쯧. 매사에 속성이란 없는법인데. 열혈 바보같으니라고." "…풋." 이 둘을 보고 있노라면 참 재미있다. 거구에 열혈남아 - 물론 순화된 표현 이다 - 처럼 생긴 아르케네스는 냉정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고. 쿨하고 샤프하게 생긴 소위말하는 미청년스타일의 닐크는 쉽게 흥분하고 쉽게 달아 오른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용사니 영웅이니 하는데 목을 메는걸 보면 남자 들은 평생가도 애라는 이야기가 뭔뜻인지 알만하다. "우오오오!!! ……어?" 롱소드를 들고 상하베기와 좌우베기를 연속으로 하던 닐크가 갑자기 우뚝 멈춰섰다. 그와 함께 그의 앞에서 나타나던 빛줄기가 사라졌고… 그의 손에 서 롱소드가 사라졌다. 빈 손을 들어올린채 좌우를 두리번 거리는 닐크의 바 보같은 모습은 꼭 광대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검은 어디로 간거지? 응? 머리위에서 바람가르는 소리가… 히이이익!!! "위험…" 책을 읽던 아르케네스가 그렇게 말하면서 책을 덮더니 한손으로 롱소드를 쳐냈다! 우하하… 살았다. 내 머리를 향해 회전하며 떨어져내리던 롱소드는 그 두꺼운 책에 맞아서 처참한 몰골로 바닥을 굴렀다. 팅…탱…챙그랑 하는 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이마 한가운데서 식은땀 한줄기가 이마를 타고 귓가 로 흘러내렸다. 주르륵… "저…저기 마마. 괜찮으십니까? 저기…고의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 "아넬리안 마마? 마마?" 주춤거리면서 다가와서 우물쭈물대는 닐크. 오늘… 두가지를 깨닳았다. 죽음 의 예감을 어떤때 느낄수 있는지와… 언제 사람하나를 죽여버리고 싶은 살의 가 느껴지는지를 말이다! "너! 죽었어! 놔! 죽여버릴테야! 닐크으으으!!!" 난 아직도 내 발목을 붙잡고 있는 아르케네스에게 벗어나기 위해서 몸부림 쳤다. 어제도 유혈사태가 벌어졌는데 오늘도 아침부터 유혈사태겠군. 맹세컨 데 내가 아는 가장 처참한 방법으로 죽여버릴테야! 닐크놈을 죽도록 두들겨팬 - 물론 그가 일부로 맞아줬다는건 알고있다. 마 음만 먹으면 내 주먹따윈 아주 손쉽게 피해버릴껄? - 난 그후 연습이고 뭐 고 다 때려치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막 아침 식사를 가져나가려고 준비하던 에린을 불러서 속옷을 가져오게 시킨 난 거칠게 옷들을 내팽개치고는 곧바로 따뜻한 물이 가득차있는 욕조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음… 에린 녀석만 입다물 게 하면 되겠군. 다행이야 여러 인간 안죽여도 되어서… 대충 땀만 씻어낸뒤 밖으로 나가보니 왠일로 카렌 녀석이 내 방 구석에 주저앉아서 무언가를 만 지고 있었다. "카렌. 뭐하고 있어?" "……" 당연히 대답은 없군. 벙어리도 아닌주제에 말이야. 말을 아껴서 뭘 어쩌겠다 고… 고개를 돌려 나를 한번 힐끔 본뒤 다시 고개를 숙이는 카렌을 보고있자 니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래도 꾹 참고 카렌녀석에게 다가갔더니 은 백색으로 반짝이는 롱소드를 기름묻은 헝겊으로 닦고 있는게 보인다. "응? 이번엔 롱소드냐? 참 가지가지 한다. 카렌. 이건 또 어디서 훔… 아니 가져온거지?" "……이왕자궁." 내가 급히 말을 바꾸자 얼굴을 찌푸리던 카렌이 겨우 말을 한다. 그래도 꼴 에 어세신이라고 자기를 도적과 비유하면 매우 싫어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둘다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데… 이왕자궁이면… 로이드 왕자가 있는곳이잖 아. 누군지 모르지만 이 검을 잃어버린 불운한 병사… 혹은 기사에게 애도 를… 훗. 고소하다. 그 로이드 왕자라면 이가 갈린다는 말씀! 어라? 그런데… 카렌이 들고있는 검 손잡이 부분에 어디서 많이보던 문장이… 이건… 크레센 트 왕실문장? "카렌! 너 로얄가드의 검을 훔쳐온거야? 엉?" "……" 내가 화를 내자 나를 빤히 바라보던 카렌은 무표정한 얼굴을 좌우로 젓는 다. 그렇다면 이 검은 누구것이냐고! 왕실문장이 붙은 검을 쓸수 있는 사람 은 로얄가드뿐이란 말이야! 아니… 왕족도 사용할수 있긴하지만… 그렇다 면… "당장 돌려주고와! 어서!" "……" 내말에 작게 고개를 찌푸리던 카렌은 아예 고개를 돌려 나를 외면해 버렸 다. 이것이! 너 지금 반항하는거냐? "좋은말로 할때 다시 갖다놔!" "…명령? 아니면 부탁?" "명령이다! 이것아!" 으으으!!! 에린이고 카렌이고 모조리 상자에다 집어쳐놓고 포장해서 강에다 던져 버릴까보다! 둘이 내 속을 아주 콤비로 긁어대는구나! 이것들이 나 화 병으로 죽는걸 보고 싶어서 이러는걸까? "…후우" 어린애 답지않은 한숨을 내쉰 카렌은 내 말…아니 명령에 아주 우울한 표정 을 지으면서 롱소드를 검집에 넣은뒤 터덜거리면서 방을 나간다. 아주 어깨 가 축쳐진 모습이 마치 내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것같은 기분이 들게 만드 는 모습이었다. 뭐야! 난 잘못한거 없다고! 저런 꼴을 하고있으니까 내가 나 쁜 사람같잖아! 우이씨! 기분도 꾸리꾸리한데 에린녀석 실수라도 안하나? -------------------------------------------------------------- 크레이지 가우군 모드. 무려 2일만에 올리다니. 최소 주간연재를 지향해야되 는데...훌쩍. 아아~ 네버윈터나이츠가 나를 부른다아~ 가우군 p.s 쓸데없는 토막상식. 프랑스 정식 요리 메뉴를 짤 때는 오르되브르에서 디저트까지 재료 ·빛깔 ·맛 등에 변화를주 면서 전체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우선 오르되브르와 아페리티프로 식욕을 돋우고 다음에 수프를 낸다. 정찬인 경우는 반드시 맑은 수프(콩소메)를 내고, 다음에 단백질이나지방이 풍부한 실질적인 생선요리 ·육류요리 등을 낸다. 이때 생선요리와 육류요리 의조리법이나 소스를 각각 다르게 하여 변화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육류요리다음에 소르베(sorbet:양주가 든 얼음과자) ·로티(rti:들새구 이) 등의 순이다. 그 밖에 채소요리, 디저트, 과일, 애프터 디너커피 등을 차 례로 낸다. 서양에서는 식사양식이 끼니마다 다르고, 식사종류로는 아침 ·점심 ·저녁 ·정찬등이 있다. ① 아침식사:가족끼리 아침에 먹는 식사로서 가벼운 아침식 사, 보통 아침식사, 여러 가지를 갖춘 아침식사 등 3가지가 있다. 첫번째 식 단은 과일 또는 과일 주스 ·토스트 ·음료 등이고, 두번째 식단은 과일 또 는 과일 주스 ·곡류음식 ·달걀 ·빵 ·음료 등이며, 세번째는 과일 또는 과일 주스 ·곡류음식 ·달걀과 베이컨 ·빵 ·음료 등이다. ② 점심식사:아침보다는 약간 풍성하게 먹는 편인데, 샌드위치로 가볍게 먹는 경우와 일품요리 또는 육류요리와 채소요리까지 곁들이는 경우가 있다. 샌드 위치를 먹을 때의 식단은 수프 ·샌드위치 ·샐러드 ·후식 ·음료 등이고 일품요리 식사의 식단은 일품요리 ·샐러드 ·빵 ·후식 ·음료 등이다. ③ 저녁식사:간소하게 먹는 저녁식사와 주된 요리에 수프 등을 갖춘 가족 디 너가 있다. 가족 디너의 식단은 수프(또는 과일 칵테일) ·주요리(생선 또는 고기요리) ·샐러드 ·빵 ·후식 ·음료 등으로 구성된다. ④ 정찬:손님을 초대해서 대접할 때 또는 행사가 있을 때 차리는 성찬인데, 점심때 차리는 것을 오찬, 저녁 때 차리는 것을 만찬이라 한다. 정찬의 풀 코 스는 전채요리 ·콩소메(consomm:수프) ·생선요리 ·앙트레(entre:부드러운 닭 또는 양고기요리) ·고기요리 ·샐러드 ·후식 ·드미타스 커피 (demi-tasse coffee)로 이루어진다. 전채요리는 오르되브르(hors-d’œuvre) 또는 애피타이저라고도 한다. 정찬에 곁들이는 음료로는 식욕촉진을 위한 칵 테일류 ·셰리 ·뒤포네(포도주의 일종) ·주스 등이 있으며, 전채요리에는 셰리, 생선요리에는 백포도주, 고기요리에는 적포도주를 쓰고, 축하연일 때는 샴페인을 쓴다. 탄산수 ·물은 식사 중 필요할 때마다 요구할 수 있고 식후 에는 별실에서 리큐어 또는 브랜디 ·위스키 등으로 마무리를 한다. ⑤ 티타임:오전 10시경과 오후 3시~5시에 가족끼리 또는 가까운 사람들과 함 께 거실이나 식당 또는 정원 등에서 갖는 차시간이다. 계절에 따라 시원한 과일주스를 내거나 따뜻한 커피나 홍차를 마련하기도 하는데, 쿠키 ·케이크 ·샌드위치 ·페이스트류 ·비스킷류 ·머핀 ·빵 등을 곁들이기도 한다. ⑥ 뷔페: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식사할 때 이용하는 형식이다. 준비된 음식을 각각 큰 그릇에 담아놓으면 먹을 사람은 각각 자기 접시에 알맞은 양 의 음식을 덜어다 먹는 방법으로, 점심 ·저녁 구별없이 차리는 상차림이다. [Queen`s Heart] 5장 결혼식 (2) 2003-08-04 15:26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 급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 장못합니다 -_-; ------------------------------------------------------------- - 여백의 美 ------------------------------------------------------------- - 제린등의 시중을 받으면서 침대위에 축 늘어진 나는 시녀들의 맛사지를 받 고 그대로 낮잠을 자기위해 이불을 덮어쓰고 누웠다. 일찍 일어났으니까 일 찍 자야지. 암. 내가 다른이들과는 틀린 특별한 능력이 있다면 언제 어디서 든지 마음만 먹으면 5초내로 기절하듯 잠들수 있다는것이다. 이렇게 침대에 누워서 생각하는동안 5초가 이미 지나갔겠… 쿠울… 한참 잘자고 있는데 누군가 내몸을 흔들었다. "마마. 마마. 아넬리안 마마." "우으응" "일어나세요. 마마. 손님이 오셨습니다. 마마" 끄으응… 누군가 깨워서 일어나는건 정말 싫다. 만사가 다 귀찮고 졸음은 쏟아지는데 눈을 뜨고 일어나야 한다니… "하아암…" 나를 흔드는 손길을 밀어내고 하품을 하면서 일어나자 시녀인 죠안이 눈에 들어왔다. 눈을 비비고 머리를 흔들면서 잠을 쫓고나자 그제서야 몸을 움직 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워렌 자작님께서 오셨습니다. 마마." "그놈이 오던말던 왜 깨우는거야. 더 잘래" "하지만 마마… 오후에 궁밖으로 외유나가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그렇군. 덴 녀석이야 일주일이건 한달이건 보기싫으면 안봐도 되지만 그 로이드 왕자놈은 내가 함부로 대할수 없지. 히잉~ 일어나기 싫은데… 난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욕탕을 향해 걸어갔다. 늘 생각하지만 짜증나게도 넓 다. 걷기도 귀찮단 말이다!!! 하루에 두번씩이나 씻고 화장하는일은 굉장히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잡아 먹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거의 습관적으로 일어나면 씻고 화장부터 했 다. 아직 어린 편이기에 늙은 아줌마들처럼 흰 백분을 얼굴에 바를 필요도 없고 주름살을 지우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기에 다른 귀족 여자들보다는 훨씬 빨랐지만 말이야. 장미 꽃잎을 잘게 빻아서 즙을낸 종이연지를 입술에 대고 꾹 눌러준 나는 거울을 보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거울안에 있는 소녀가 누군진 몰라도 참 예쁘단 말이야. 훗. "에린! 옷가져와! 드래스로!" 내 전속시녀인 주제에 상황판단력같은건 눈꼽만큼도 없는 에린 녀석에게 명령할때는 세세하게 명령해야 된다. 안그러면 쓸데없이 시간만 잡아먹고 기 분만 잡치니까. 그런데… "에린! 에린!" 이 망할 기집애가 대답도 없어? 감히!!! "마마. 여기…" 막 화장대에서 일어나 대꾸도 안하는 건방진 에린 녀석을 두들겨 패려할때 제시가 은백색의 얇은 드래스를 들고왔다. "에린은?" "저…그게…" "대답해. 에린녀석은 어디있지? 왜 내가 부르는데 안오는거야?" "손님에게 차를 내가고 있어서… 제가 왔습니다. 마마." 크으으으!!! 에리이이이인!!! 입는데 10분 벗는데 5분이라는 무시무시한 여성만의 갑옷 - 귀족용 드래스 - 를 단번에 몸에 걸친 나는 눈꼬리를 치켜올리고 손님용 객실로 달려갔다. 콰앙! "오… 마마. 벌써 일어나셨습니까?" "……" 방안에서 내가 본 광경은… 에린 녀석의 오른손을 잡고 있는 덴 녀석이었 다. 그동안 수작들어갔는지 에린 녀석은 잘익은 사과처럼 새빠개진 얼굴을 한손으로 가린채 ''몰라~몰라~''를 연발하고 있었고 히죽거리면서 에린과 노닥 거리던 덴은 내가 방으로 들어서자 일어날 생각도 안하고 의자에 앉아서 인 사를 했다. 이 망할것들을 모조리 목매달아버려? "호오~ 덴. 어제 그렇게 떡이 되도록 맞았는데도 멀쩡하네?" "하하하… 신전에 기부금을 좀 냈습니다. 마마." "그으래? 그럼 기부좀 더해야겠는걸? 응?" 뚜둑. 내가 주먹을 움켜쥐고 소리를 내자 덴 녀석의 표정이 겁먹은 강아지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아하하… 시…실례하겠습니다. 마마! 지금 마차를 보러가야되서… 그…그 럼!!" 라고 말하면서 덴은 내 옆을 지나쳐 밖으로 나가려했다. 그러나. 내가 이 바람둥이 놈을 그냥 둘수 있나? 난 왼손을 들어서 도망치는 덴의 어깨를 턱 붙잡은뒤에 천천히 말했다. 아주 천천히~ "데에엔~ 전에 내가 했던 말 생각 안나나보지?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는 옛말이 진실이었군. 죽엇!" 문답무용! 난 치켜든 오른 주먹을 덴 녀석의 면상을 향해 날렸다. 터억. 하 지만 덴은 내 주먹을 가볍게 한손으로 막은뒤 내 팔을 슬쩍 밀치면서 문가 로 뛰어갔다. 저것이 감히 이몸의 주먹을 피해? "아하하… 마마. 활달하신것도 좋지만 기사의 명예도 생각해 주시라고요. 그 럼 전 이만 도망갑니다!" "거기서! 이 망할자식아!" 내가 주먹을 흔들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벌써 저만치 도망간 덴 녀석은 뒤도 안돌아보고 뛰어가버렸다. 이 풀어버릴데 없는 분노는 어쩌란 말이야! 쾅! "꺅!" 괜히 애꿎은 방문을 차던 난 등뒤에서 들려온 비명소리에 씨익 미소를 지 었다. 그래 아직 하나가 남아있었지. "흐흐흐…" 난 돌아서서 바닥에 주저앉은채 머리를 감싸쥐고 있는 에린을 향해 걸어갔 다. 훗날 에린녀석이 술취해서 고백하기로 이날 나의 모습은 지옥에서 갓 튀 어나온 악마같았다고 한다. 뭐… 솔직한 회상에 답례로 에린녀석을 두들겨 줬지만… 따악! "똑바로 못걸어?" "히잉…" 따아악! "뒤돌아보지 말랬지? 자꾸 비틀거릴래? 더 맞고 싶어?" "히잉…" 에린은 무거운 짐을 가슴에 안고 등에 진채 내게 얻어맞으며 걷고 있었다. 내 옷가방과 짐꾸러미를 한가득 짊어진 에린 녀석이 비틀거릴때마다 뒷통수 를 매만져줬더니 이젠 두눈에 눈물이 글썽거린다. 그렇게 우는 얼굴한다고 안때릴줄 알아? 딱! "키힝…" "내 전속 시녀면서 감히 일은 팽개치고 사내놈이랑 노닥거리고 있어? 너 집 으로 보내버린다!" "잘못했습니다. 마마. 히잉…" "시끄러워. 빨리 안가? 자구 비틀거릴래? 가방하나라도 떨어트리기만 해봐. 아주 머리를 빡빡머리로 밀어버릴테다" 앞서가던 에린은 당장이라도 안고있는 가방들을 떨어트릴듯 휘청대다가 내 협박에 부들부들 떨면서 목덜미가 새빨개지도록 힘을 썼다. 열댓벌의 드래스 와 장신구 그리고 사기로된 화장품셋트까지 들어있는 저 가방하나의 무게만 해도 왠만한 기사들의 체인메일수준이니 어린 에린이 들고가는건 좀 힘에 부칠거다. 하지만 벌주는데 그정도는 되야지! "심하군" "신종 고문법같아." "응" "뒤에 남정네 둘! 같이 한번 해볼래? 앙?" 내 뒤를 졸졸 따라오던 닐크와 아르케네스는 내 외침에 두손을 마구 저으 면서 고개를 흔들어댔다. 그러면서 왜 뒤에서 쫑알대냔 말이야. 조용히 닥치 고 있지. 심심할때마다 - 혹은 울화가 치밀때마다 - 에린의 뒷통수를 딱소리 나게 때려주면서 별궁을 나오자 나를 기다리고 있는 한대의 마차를 볼수 있 었다. 불행하게도 에린에게 내리는 벌은 거기서 끝나야했고 - 매우 아쉽게도 말이다. - 어느정도 만족한 나는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으로 난 에린을 마차 밖으로 내몬뒤 걸어오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여섯명이 앉아도 충분할만큼 넓은 마차에 달랑 나 혼자 있으니… 조금, 아니 많이 썰렁하다. 으음… 마차를 타고가는동안 카렌이 편지를 가지고 왔다. 덴녀석이 보낸 그 편지에 는 오늘 내가 만나러 가는 킬 드 프로센 후작에 대해서 씌여져 있었는데 그 는 남부의 넓은 곡창지대를 가지고 있는 대 귀족중 하나라고 되어있었다. 풍 부한 재력을 바탕으로 많은 사병을 가지고 있고 또 사병숫자만큼의 용병을 고용하여 자신의 영지와 그의 자본으로 세운 무역도시들을 관리한다고 되어 있었다. 정치적 성향은 중립이나 정통성을 갖춘 국왕을 보필하는것이 귀족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생각하며 자기 가문이 모든 귀족가문중 최고의 가문이 되는것을 가장 중요시한다고 한다. 전형적인 출세지향적 귀족이랄까?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그가 로이드 이왕자를 차기 국왕으로 지지하고 있 다는것이다. 왕자 본인은 별로 내켜하지 않는것 같지만 그는 어찌되었건 전 왕비의 아들이니까. 정통성을 따지는 고리타분한 늙은이들은 그를 왕으로 만 들기 위해서 분주하기 뛰어다닐것이다. 내 알바는 아니지만… "카렌." 내가 마차 창문을 열고 괘씸한 에린대신 카렌을 부르자 소년처럼 바지를 입고있는 꼬마애는 에린과 같이 걷고있다가 마차쪽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난 덴이 가져온 편지를 카렌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처리해. 아무도 못보도록 없애버려" "……" 내말에 고개를 끄덕인 카렌은 그 종이를 내가 보는앞에서 잘게 찢었다. 그 리고는… 먹어버렸다. 저녀석 들고양이인줄 알았는데… 산양이었나? 으음… 난 평범하게 불태워버린다거나 물에 적셔서 잉크를 번지게 하는 방법을 생 각했는데… 기발하군. 저렇게 찢어서 먹어버리면 배를 갈라도 소용없겠네. 내가 서류를 아무 흔적도 없이 없애버리는 방법에대해서 몇가지 생각을 하 고있을때 갑자기 마차문이 열렸다. 어라? 그러고보니 벌써 왕자궁까지 왔잖 아. 막 내가 내리려할때 로이드 왕자와 덴이 마차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전하. 뵙게되어서 영광입니다." "흠. 그대도…" 내 인사에도 이놈의 왕자는 묵묵부답이다. 그저 손한번 들어보이면서 예의 도없이 제멋대로 들어와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로이드 왕자는 뚱한 표정으 로 옆구리에 끼고있던 책을 펼쳐든다. 이 망할 왕자녀석이 내 남편이 되어야 한다니 참으로 하늘이 원망스럽다. 속으로야 갖은 욕을 다 퍼붇는 나지만 그 런 내색을 할수야 없기에 웃는얼굴로 엉거주춤 서있던 나는 다시 자리에 앉 았고 북부의 찬 서리발같은 냉기가 감도는 마차안의 분위기에 얼어있던 덴 녀석은 조심스럽게 내눈치와 왕자 눈치를 살피면서 왕자의 옆에 앉았다. 그 들이 들어오고 마차문이 닫히자 마차가 출발하기 시작했고 밖에서 왕실기사 들의 구령과 말울음소리가 들려오면서 부산스러운 출발을 알렸다. 우으… 저 왕자녀석과 얼마를 같이타고 있어야하는거야? 완전 가시방석인데… 에린이 라도 있었다면 좋았을걸. 칫. 앉자마자 창문을 열고 책을 파기 시작한 로이드 왕자 덕분에 나는 매우매 우 심심해졌고 달랑 셋뿐이니 내 눈초리가 누구에게 향할까. 그래도 눈치빠 른 덴 녀석이 잽싸게 말을 꺼낸 덕분에 난 마차문을 발로 차고 뛰쳐나가는 예의없는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괴로운 마차여행 은 서너시간쯤 걸린다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수도 외각의 귀족 별장들중 사냥터에 가까운 킬 드 프로센 후작의 저택까지 가는 짦은 여정이었다. 그래 도 왕자는 왕자라고 요새 앞에는 중무장한 기사 스무명과 100명은 되어보이 는 병사들이 모여있었다. 물론 이들은 카라덴 요새에서 나온 병사들이다. 왕실 근위 기사단인 로얄가 드를 제외한 다른 기사들은 이처럼 카라덴 요새도시나 주요 도시에 퍼져있 었다. 군사력이라는것은 정치와는 뗄레야 뗄수없는 관계를 가진 아주 높은 가치를 가진 카드이지만 그 카드의 날이 어느쪽으로 향하게 될지는 그 누구 도 모른다. 반역자에게 겨눠질수도 있고 적국에게 겨눠질수도 있으며 때로는 왕에게 겨눠지기도 하는것이 군권이라는 카드니까 말이야. 현명한 왕이라면 왕권이라 칭해지는 상징적인 지배력과 군사력이라는 실질적인 지배력을 효 과적으로 다뤄야 하는법이다. 자고로 인간들이란 모이면 파벌을 만들고 각 파벌들은 조직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법이니까. 감히 왕에게 검을 겨누지 못하게 억제하면서 또한 타국의 도발에 맞대응하 기 위해서 만들어진 요새가 바로 카라덴 요새이다. 왕권의 상징이자 크레센 트 왕국의 상징이기도한 이 요새에는 내가 알기론 근 1천명에 달하는 영지 없는 기사들과 비슷한 수의 종자. 그리고 각 기사마다 대여섯씩 데리고 있는 병사들까지 합하여서 근 1만명에 달하는 군단을 이루고 있었고 또 중앙군의 이름으로 징집된 징집병들도 1만명가까이 되었다. 이들은 내부 또는 외부의 적을 치는 검이 되고 각 지방의 영주군과 민병대 그리고 중요 지역에 배치 된 지방군은 적의 공세를 흡수하고 방어하는 방패가 되어준다. 방패가 적의 공세를 막아주면 검은 그 적의 정면 또는 배후를 급습하여 단번에 전세를 역전해버리고 이러한 전술은 근 100년이 넘어가는 아주 오래된 작전이지만 아직 왕국을 지키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크레센트를 넘볼만한 군사력을 가진 단일 국가는 북방의 강국 케센과 내 모국인 로세니아뿐인데 삼국이 원 정군으로 파견할수 있는 병사의 숫자는 뻔하기에 타국을 침범한 국가는 반 항하는 각 지방의 영주군과 지방군을 상대하면서 중앙군과의 일전을 준비해 야한다. 즉 먼저 방패를 철저히 조각내고 깨부순뒤 검을 되받아쳐야 한다는 것인데 이 크레센트라는 나라는 길하나는 시골구석까지도 잘 닦여 있기때문 에 이 나라안에서의 병사들 이동은 신속하고 재빠르다. 6두마차 두대가 나란 히 달려도 충분할만큼 넓다란 중앙 대로는 평시에는 상인들의 운송로로 이 용되고 전시에는 군인들의 행군에 큰 도움을 주는것이다. 물론 이점은 적들 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문제는 이 대로 근처에는 언제나 요새나 요새도시 또는 준 군사도시가 끼어있다는점이다. 겨우 100명도 채우지 못할 목조요새 부터 쇠보다 단단한 경도를 가진 흑암으로 지은 - 물록 검은 돌이라 굉장히 칙칙하다. 미관상으로는 0점짜리 - 대규모 요새도시까지 이놈의 나라안에는 요새라는 말이 붙은 도시가 널리고 깔렸다. 평야지대에 세워진 나라라서 그 런지 천혜의 요새같은건 눈씻고 찾아봐도 없기에 인공적인 요새에 그렇게 집작한것 같다. 하여간 병사들의 준비가 끝나고나자 곧바로 마차는 출발하였고 체인메일을 걸친 창병들이 무난히 따라올정도로 마치는 느긋하게 가도위를 달렸다. 결혼 예정까지 잡힌 왕녀가 덴 같은 일반 귀족과 함부로 한담을 나눌수도 없기에 - 물론 이 조건들은 내앞에 로이드 왕자가 앉아있기 때문에 생긴것이다 - 나는 지루했다. 우리들의 뒤에서 다른 마차를 타고오는 에린이 이때만큼 보 고싶었던적도 없었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별탈없이 - 별탈이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거겠지만… - 프로센 후작의 저택이 보이는 곳까지 올수 있었다. 그런 데… 내 눈앞에 비친 후작의 저택은… "와아…" "꽤 아름답지요? 마마. 프로센 후작님은 특히 건축물에 관심이 많은분이라 저렇게 외관과 내부의 장식에 많은 투자를 하신다고 합니다." "헤에…" 아름답다고 해야하나? 웅장하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예술품이라고 해야할 까? 정말 그림같은 풍경이었다. 새하얀 대리석재를 사용한 3층높이의 저택은 약간 높은 언덕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멀리서도 눈에 확띄는 독특하고 미려 한 외관을 자랑했다. 거기다 저택의 뒤로는 푸르른 숲이 펼쳐져있고 그 옆으 로는 수도를 관통하는 지오스 강이 은빛으로 반짝이면서 잔잔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머리를 내밀고 마차밖을 내다보는것을 덴은 말렸지만 - 로이드 왕자 는 아예 상관도 안했다. - 나는 두손으로 창틀을 붙잡고 와아~ 하는 감탄사 를 내뱉으면서 길가로 보이는 저택을 감상했다. 프로센 후작의 저택으로 가 는 길은 지금 마차가 달리고 있는 대로에서 좀더 앞으로 가면 나오는 샛길 로 빠져야 나오기 때문에 난 저택의 앞모습과 옆모습을 오랫동안 관찰할수 있었다. 그런데 저택의 입구가 가까워지자 그때까지 마차 좌우로 한열씩 걷 던 병사들이 2열을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 마차앞에서 말을 몰고 가는 기사 가 손을 들면서 구령을 붙였다. "헤이~ 호!" "헤이~ 호!" 쿵! 차락! 쿵! 차락! 구령에 따라서 병사들이 창대의 끝을 바닥에 찍으면서 일정한 리듬에 따라 소리를 내었고 마차옆에서 열을 맞추어 걸어가는 병사 들의 발이 바닥에 닿을때마다 착착소리가 들려왔다. "헤에~" "…도착했나보군." 깜짝이야! 머리를 내밀고 창밖을 내다보던 나는 재빨리 표정을 추스리면서 제자리에 앉았다. 그때까지 아무말도 안하고 책만파고 있던 로이드 왕자가 책을 덮은다음에 목이 결린지 손으로 목을 주무르고 있었다. 솔직히 저 인간 은 남자로써는 아무리 후한점수를 줘도 0점이다. 암만 잘생겨도 저런 성격이 면 여자들이 모두 도망가 버릴껄? 난 조신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숙였다. 음… 역시 내숭은 기본이지. 암.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내 두손은 밖에서 나 는 병사들의 발맞추는 소리에 톡톡거리면서 움직였다. 그것도 콧노래까지 작 게 흥얼거리면서… 그런데 왠지 시선이… "흠…" "하아? 아하하…" 로이드 왕자녀석이 날 빤히 바라보고 있는게 아닌가. 얼굴이 붉어졌다. 이 렇게 무안할수가… 다행히 왕자는 시선이 마주치자 내게서 관심을 잃었는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붉어진 내 얼굴은 도통 제색을 찾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근데 저 덴녀석 고개 돌리고 킥킥대면 누가 모를줄아나? 나중에 단 둘이…가 아니라 아르케네스랑 삼자 - 혹은 사자 - 면담좀 해야겠는걸? 저택의 정문을 지나친 마차는 금세 멈추었다. 그러자 로이드 왕자가 일어서 더니 책을 옆구리에 끼고 먼저나가버린다. 동행인에 대한 예의를 좀 보여줬 으면 나도 좋고 저 왕자놈도 좋고 좋은게 좋은걸텐데 말이야. 으음… 마차 밖에 나와서도 내 손을 잡는 영광을 가진건 덴 녀석이었다. 아무래도… 꿈많 은 소녀들이 열광하는 로맨스는 포기해야 할것같다. 한숨이 나오는구만. 내 가 마차에서 내려오자 스무명 가까이 되는 귀족들이 저택의 현관문앞에 서 있다가 왕자쪽으로 걸어왔다. "초대에 응해주셔서 영광이옵니다. 전하." "프로센 후작인가?" "예. 전하." 저 왕자녀석 귀족들 얼굴도 안외워둔거야? 후작이면 직위도 직위거니와 파 벌도 만만치 않을텐데. 로이드 왕자도 내꼴나봐야 후회하지. 흠. 남자니까 외 국으로 팔려가지는 않으려나? 아니지. 인질로 잡혀갈수도 있겠군. 후작의 안 내를 받으면서 저택안으로 들어가며보니 여기 모인 귀족들도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역시 알아봐주지 않으니 섭섭한거겠지. 오후가 다되서야 출발했고 또 도착하니 저녁때인지라 화장좀 고치고나니 밖은 새까만 어둠이 내려앉았다. 내 시중을 들어주는 에린이 조금뒤에 바로 연회가 시작된다고 말해주어서 나는 연회용 드래스를 꺼내입고 - 물론 왕궁 에서 가져온거다. 남의 집에 와서 옷까지 달랠수는 없잖아. - 귀거리며 목거 리를 주렁주렁 달고 숙소를 나섰다. 역시 귀족의 저택답게 방도 많았고 그 안에 북적거리는 시종이며 하인들도 많았는데 대부분은 타지에서 몰려온 손 님의 하인인듯 복장이 모두 제멋대로였다. 그래도 다행히 후작이 날 배려해 줘서인지 저택에서 일하는 시녀가 나를 인도했다. 맹한 에린 녀석에게 홀을 찾으라고 시켰다간 한시간뒤에야 도착할테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물론 이런 배려가 내 신분때문인지 아니면 로이드 왕자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3층의 내 숙소에서 나와 연회장으로 쓰이는 홀로 나오는 내 앞으로 빨간머리를 가 진 낮익은 뒷통수가 휙하고 지나갔다. "카렌?" "……" 내가 이름을 부르자 빨간머리의 카렌이 - 짧은머리에 시종복을 입혀놓으니 완전히 소년이다. 아직 어린애라 그런지 더더욱 구분이 안갔다 - 나를 노려 보더니 슬금슬금 뒤로 도망치려 한다. "거기서!" 난 뒷걸음치는 카렌에게 달려가서 손목을 잡고 들어올렸다. 어라? 빈손이 네? 이녀석 뭔가 캥기는게 있어서 도망친걸텐데. "너 또 뭘가지고 온거야? 솔직히 말해봐" "……" 당연히 대답이 없다. 난 다른손도 들어올렸다. 역시 손은 빈손이었는데… 문제는 소매부분에 툭튀어나온 단검의 손잡이가 보인다는것. 그럼그렇지. 내 가 그 단검을 소매에서 빼내자 카렌 녀석은 골난 아이처럼 볼을 부풀이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다. "필요하면 달라고 하던지 말이야. 왜 자꾸 남의걸 훔… 아니 슬쩍하는거야? 응?" "……" 이 벙어리 녀석! 팔다리 꽁꽁 묶어놓고 두들겨 패줄까보다! 감히 이몸의 말 을 잘근잘근 씹어먹는거냐? 내가 막 뭐라고 말하려고 할때 카렌녀석이 갑자 기 손을 탁하고 쳐내더니 쿵쿵소리나게 발을 구르면서 복도를 걸어가버렸다. 그리고는 갑자기 복도 한구석에 세워져있는 갑옷을 발로 뻥~하고 차버린다. 와장창… "카렌!!!" 내가 소리를 질러봤지만 카렌 녀석은 대답도 안한채 빠른 걸음으로 내 시 야에서 사라졌다. 저녀석 언제 날잡아서 엉덩이에서 불나도록 두들겨패줄테 닷. 뭐… 하긴 저정도 성깔은 되야 길들이는 맛이 있긴 하지만… 야생고양이 는 본능에 충실할때가 가장 예쁜법이다. "자 이거." "예에?" 저택의 시녀에게 내가 들고있는 단검으 건네주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와 단검을 번갈아 바라본다. "잘찾아보면 어디선가 그거 잃어버렸다고 할테니 적당히 근처에서 줏었다고 해" "아…예. 공주마마" "무기만 건드리는 아이이니 값나가는건 안없어질거다. 그리고 날 공주라고 부르지마! 한번더 그말이 내귀에 들리면 나무에 묶어놓고 피터지도록 두들겨 패줄테니까." "옜! 마마!" "좋아. 가자" 바짝 얼은 시녀는 내 호통소리에 겁먹은 표정으로 길을 재촉했고 난 덩달 아서 겁먹은 에린을 한껏 째려봐준 뒤에 따라갔다. 멍청한것 저러니 다른 시 녀들에게 괄시받고 여기까지 쫓겨난거지. 쯧. 도대체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 나도 없다니까. 연회장으로 쓰이는 중앙홀은 작았다. 겨우 40명남짓한 귀족들과 귀부인들이 들어서자 꽉 찬 느낌이 줄정도로 작은 홀이었지만 그래도 있을건 다 있어서 홀 가장자리에는 긴 식탁이 놓여있었고 갖가지 요리들이 잔뜩 놓여있었다. 중앙의 계단옆에는 열댓명의 악단이 궁중음악을 켜고 있었고 이미 연회가 시작되었는지 귀족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서로 웃으면서 떠들고 있었다. 그런 데 아무리 둘러봐도 로이드 왕자와 덴 녀석의 면상은 찾을수가 없다. 이러면 난 어떻하라고! 불러왔으면 책임을 져야할것 아니야! 망할! 30분이다! 30분동안 난 연회장 구석에서 씩씩거리면서 과일쥬스나 마시고 있었다! 으아악!!! 내가 홀로 들어서자 예의상 찾아온 프로센 후작과 얼뜨기 남작 - 내 미모를 보고 은근슬쩍 접근했다가 다른 귀족에게 내 내력을 듣고 도망쳐버린 녀석이다! - 외에는 말을 붙여본 녀석도 없다! 이 머나먼 외국까 지 나와서 또 소외감에 몸부림치면서 손수건이나 잘근잘근 씹어야 한단 말 이야? 이건 너무하잖아! "에린" "네넵! 마마! 우물…" 끄응… 대답하면서 입을 가린다고 불룩하게 나온 그 볼이 안보인다냐? 아… 두통이 일어난다. 내 이것을 그냥!!! …하고 평소처럼 뒷통수를 후려 갈 기려다가 참았다. 생각해보니 점심도 제대로 안먹고 달려와서 저녁식사도 안 했으니 조금 배가 고프다. 그렇다해도 그렇지! 주인도 안먹고 있는데 전속시 녀라는 녀석이 먹어보라는 소리도 안하고 혼자서 웅크리고 앉아서 음식을 집어먹어? 으… 혈압이야… "…가서 아무나 불러와. 어서" "네? 어느분을 불러올까요?" "아.무.나. 시종이던 시녀던 하녀던 하인이던! 아니면 집사의 수염이라도 쥐 어뜯어서 끌고와 당장!" 장소가 장소인지라 큰소리는 내지 못해서 에린녀석의 머리를 한손으로 쥐 고 으르렁 거렸더니 단번에 반응이 왔다. 파랗게 질린 에린 녀석이 치마자락 을 두손으로 쥐고 다다다 뛰어갔으니까… 뛰어가다 철푸덕 소리를 내면서 넘어진건 못본척하자. 에린녀석 하는일이 다 그렇지 뭐. 협박이 효과가 있었는지 저택의 대소사를 총괄하는 노집시가 헐레벌떡 뛰 어왔다. 당장 내일 관속에 들어가도 전혀 이상할게 없는 노집사는 새하얀 백 발을 흩날리면서 내 앞으로 뛰어왔다. 저 주름이 가득한 얼굴이 헉헉대면서 가슴을 잡고 숨을 몰아쉬는걸 보고있으니 나까지 숨이 막히는 기분이다. "헉…헉…부…부르셨습니까? 마마" "그대가 이 저택의 집사인가요?" "예. 마마. 헉헉…" "흠… 힘들어보이니 숨이나 좀 고르도록해요." "감사…후우…합니다. 마마." 노집사는 손수건으로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닦아낸뒤 겨우 안정 을 찾는것 같았다. 어디서부터 뛰어왔길래 저렇게 힘겨워하는걸까. "그런데… 무슨일로… 이렇게 급하게 찾으신것입니까. 말씀하시면 바로 조치 하겠습니다." "그냥… 로이드 왕자전하가 어디 계시는지 물으려는것 뿐인데요" "예… 예? 하지만… 급하신 일이 있으셨던게 … 아니신듯 하군요. 마마의 시 녀가 눈물을 뚝뚝 흘릴것같은 눈으로 애원하듯이 말해서 제가 잠시 착각을 했었나봅니다." 뭐냐 저 세상 다 산것같은 표정은? 노집사의 이마를 가득메우고 이는 주름 살들이 몇개 더 늘어났다. 내가 뭘 잘못하기라도 했나? 때마침 에린이 두리 번거리며 홀을 돌아다니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헤죽거리면서 다가왔다. 나와 노집사는 주변의 귀족들을 피해다니며 힘겹게 내쪽으로 다가오는 에린을 바 라보았다. 그리고 나와 집사는 동시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수족이 불편하면 머리가 고생한다던가. 난 왜이렇게 인재복이 없는걸까. 하늘이시여… "마마 다녀왔습니다아악…" 난 내게 다가온 에린의 말랑말랑한 볼살을 잡고 주욱 늘리면서 다른 귀족 들이 못보게 몸으로 가렸다. "울지마. 울상짓지도마. 말도 제대로 못 전하는 바보한텐 눈물도 사치야. 뚝 그쳐!" "느에. 히잉…" "마마. 그만 고정하심이…" 은근슬쩍 나와 귀족들 사이를 몸으로 가린 노련한 노집사는 내 비위를 맞 추면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애를 썼다. 뭐… 여기서 대놓고 에린을 혼내 다가 다른 귀족들에게 나쁜 인상을 주면 안되니까 이정도만 할까? 나머지는 나중에 단 둘이 있을때 마무리 지어도 되니까.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에린의 볼을 놔주 나는 정신없이 바쁠것이 분명한 노집사의 안내를 받으면서 로이 드 왕자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왕자의 침실은 2층이었는데 바로 윗층이 내게 배정된 방인걸로 봐서 여기 가 두번째로 크고 화려한 객실일게 분명했다. 한가지 의외인건 내가 윗층에 머문다는것인데 소위 평민들이 말하는 "바보와 귀족은 높은곳''만'' 좋아한다" 는 비속어가 생각난다. 어릴때 비슷한 또래의 시녀에게 들은말인데 이말을 유모한테 한뒤로 그 시녀는 다시는 보지못했다. 지금쯤… 어디에…가 아니라 살아있기나 할까? 하여간 귀족들은 모두 높은곳만 좋아한다. 그것도 신분이 높을수록 더 좋아하는 법. 뭐라더라 남들이 자기 머리위에서 쿵쾅거리는게 싫다나 뭐라나. 천정만 안무너지면 난 상관없지만 이런걸 신경쓰는 귀족들이 의외로 꽤 된다고 한다. 뭐… 내가 윗층에서 쉴수있는건 여자라는 배려겠지 만 말이야.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노집사가 방문에 노크를 하려고 손을 들었 을때였다. 안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오는데 싸우는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노 집사는 난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난 작게 고개를 몇번 끄덕였고 이에 한숨을 내쉰 노집사는 문에 노크를 했다. 한번, 두번, 세번, 하지만 방안 에서는 여전히 큰소리가 오고가기만 했고 문이 열릴 기미는 눈꼽만큼도 안 보였다. "어찌할까요? 마마" "됐어요. 수고했으니 가서 일보도록 하세요." "황송하옵니다. 마마. 그럼 편안한 시간 되시길…" 그말을 끝으로 집사는 잽싸게 몸을 빼서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역시 에 린보다 빠른데는 다 이유가 있군. 에린이야 뭐… 모든게 실격인 모자란 아이 지만. 그건 그렇고 노크를 해도 대답도 안하다니 너무하잖아. 들어오라고 허 락도 안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는건 실례도 큰 실례란 말이야. 현숙하고 정 숙하고 예절선생이 울고갈만큼 투철한 귀족정신으로 무장한 내가 어찌 허락 도 받지않고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무례를 범할수 있을까. 난 못해. 절대 못 해. "에린. 문열어." "네 마마." 내가 연거 아니다 뭐. 에린이 한짓이라고. 난 모르는 일~ 빼꼼히 열린 문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간 내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건 사람 이 아니라 파라락 소리를 내면서 내쪽으로 날아온 두꺼운 책이었다. 쾅! "누구야?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명했잖아!" 내 얼굴 바로 옆의 벽을 맞고 떨어지는 두터운 책을 내려다보던 나는 신경 질적인 목소리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고개를 들어 방안을 들여다보니… 방 중앙에 놓여있는 테이블이 거꾸로 엎어진채 놓여있었고 로이드 왕자의 짐일 것이 분명한 책들이 바닥에 점점히 놓여있었다. 그리고 방한가운데 우뚝서서 눈으로 불을 뿜어내고 있는 로이드 왕자와 양무릎을 꿇은채 고개를 푹숙이 고 있는 덴 녀석이 보였다.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를 지르던 로이드 왕자 는 놀란 나의 표정을 - 꽤 놀랐다. 가슴이 쿵쾅거리면서 뛰었으니까 - 보고 는 ''아~''하고 후회하는 얼굴이 되었다. "흠흠. 무슨일이오. 그대는 연회에 가지 않은거요?" 호오~ 저 왕자도 말할줄 아네. 맨날 짧게만 말해서 혀가 짧은건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나보다. "네. 갔었는데 왕자 전하께서 안보이셔서요. 전 여기 아는분도 없으니 혼자있 으면 조금…" "그도 그렇군. 알았소. 워렌 자작을 보낼테니 그만 나가보시오." 이렇게 나오면… 할말없다. "예." 난 대답하고 문을 닫으려고 했다. 그런데 무릎꿇고 있는 덴 녀석이 갑자기 두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고개를 쳐박는게 아닌가. "전하! 연회에 참석해 주십시오!" 평소와는 다른 진지한 목소리였다. 그런데 갑자기 로이드 왕자가 벌컥 화를 내면서 덴을 향해 삿대질을 해대면서 악을 썼다. "시끄러워! 너!!!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러는거야! 그렇게 왕자가 필요해? 그럼 가서 국왕전하의 침실시중을 들었던 시녀들이나 찾아보라고! 족히 열은 될테 니까! 그쪽이 네놈도 네가 이끄는 파벌도 편하잖아! 안그래? 나보다 말잘듣 고 길들이기 쉬운 허수아비 왕자나 찾아가란말이야! 왜 하필 나야?!" …놀래라. 냉정하고 차가운 왕자로 알고있었는데. 그도 화가나면 굉장히 다 혈질이 되는것 같았다. 침까지 튀겨가면서 소리를 질러댔으니까. 그건 그렇 고 어째 사태가 심상치 않다. 나는 열린 문안으로 들어가면서 에린에게 말했 다. "거기서 기다려. 그리고 아무도 들이지마. 설사 프로센 후작이 직접와도 말이 야. 알겠지?" "네. 마마" 에린이 있어도 상관은 없지만 - 물론 이건 결코 에린이 입이 무거워서가 아니다. 단지 이애의 교우관계상 떠들고 다녀도 상관없기 때문이다. - 역시 이런 집안문제는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은법이니까. 내가 안으로 들어서며 문을 닫자 로이드 왕자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여기서 뭐 더 볼거라도 있소? 가서 연회나 즐기시오." 웃자. 웃어. 저사람은 앞으로 내가 사랑해야될 남자니까. 미소…미소…뿌득! "깊으신 배려 감사합니다. 전하. 하지만 이번 연회의 주빈이 빠졌는데 저같은 손님이 어찌 맘편히 연회를 즐길수 있겠습니까? 안그런가요?" "…그렇군." "그리고 전하. 전 이런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주빈으로 초 대된 손님이 얼굴한번 내비치지 않으면 그것도 초대해준 주인에게 큰 실례 가 되는일이 아닐까요?" "……" 아무리 눈씻고 찾아봐도 이쁜구석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로이드 왕자라 도 바보는 아닌가보다. 내 말에 침묵하면서 골똘히 생각하던 왕자는 길게 한 숨을 내쉬었다. "왕녀의 말이 맞는것 같소. 후우… 알았으니 그만 나가보시오. 내 곧 준비하 고 나갈테니…" "예. 전하. 그럼…" "그리고 게티슨 산도적만큼이나 무례하기 짝이없는 이 녀석도 같이 데려가 주면 고맙겠군. 워렌 자작." "예! 전하! 하명하십시오" "내 대신 아넬리안 왕녀의 에스코트를 하라. 그대의 과오는 용서할테니…" "용서해주신다니 황공하옵니다. 전하." "됐으니 빨리 나가봐." 로이드 왕자는 손을 휘휘 내저으면서 나와 덴을 내쫓았다. 곧이어 왕자의 시중을 드는 시종들과 시녀들이 부산을 떨면서 나와 덴 그리고 에린을 지나 쳐 왕자의 방으로 쳐들어갔다. 저들이 들고간 짐덩이의 부피로 보건데 로이 드 왕자는 최소한 30분내로는 못나올거다. 이건 장담한다. 나와 나란히 걷던 덴은 작게 한숨을 연발하였다. 긴 복도를 따라 쭉 걷던 덴이 갑자기 창문쪽으로 걸어가더니 창문을 활짝 열고는 턱을 괸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덴. 연회장에 안가?" "킥. 듣는 사람없다고 바로 반말로 나오시는 겁니까? 마마" "상관없잔아. 덴의 철판 마스크가 이런걸로 무너질리도 없고 말이야." "오오~ 전 지금 매우 슬픕니다. 마마. 마마께옵서 하신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비수처럼 날아와 제 심장을 갈갈이 찢어놓았습니다. 아아~ 하늘이시여" "시끄러워. 뺀질거리는 바람둥이 같으니라고."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십시오. 마마. 별이 참 곱습니다." "……" 갑자기 왠 별타령? 저 인간도 감상적이 될때가 다있군. 신기한 일이야. 하 지만 막상 연회장으로 돌아가려니 발길이 내키지 않던 나는 덴의 옆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말대로 검은 하늘에는 마치 다이아몬드를 잘게 가루내서 뿌려놓은듯한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있었다. 남들이 보면 연예한다 는 무시무시하다 못해 살의가 일어날만한 오해를 낳을만큼 덴의 옆에 달라 붙은 붙은 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덴의 옆얼굴을 힐끔 바라보았다. 어깨 까지 내려오는 긴 다갈색 머리카락과 여자라고 해도 믿을만큼 선이 가늘고 흰 피부가 눈에 들어온다. 덴 녀석 여장하면 잘어울리겠는걸? 내가 덴에게 어울리는 옷가지를 머리속으로 떠올리고 있을때 갑자기 그가 입을 열었다. "제가 이상해 보입니까? 마마" "…조금. 왜그렇게 로이드 왕자에게 집착하는거지? 그는 왕이 되기 싫다고 말하잖아." "후훗. 그분 뿐입니다. 전 로이드 왕자 전하를 16살때 처음 뵈었습니다. 그분 이 다섯살때이죠.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로이드 전하는 어른만큼이 나 뛰어난 판단력을 보여주셨고 다른 왕자님들보다 훨씬 뛰어난 기억력과 이해력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것뿐이라면 저도 그저 뛰어난 왕자중 한명으 로 기억했겠지만… 로이드 전하에게는 사람을 끌어모으는 힘이 있습니다. 아 직 아무것도 하지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오늘 파티에 나온 귀족들을 보십시 오." "흐음…" "왕세자 책봉식에서 밀리셨지만 태어나는 날부터 지금까지 줄곳 파벌쌓기에 일조해온 마틴 전하와 거의 비슷한 지지를 받으신 분입니다. 아무것도 안했 는데도 불구하고 로이드 전하에게는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꽃에 몰려드는 나방들… 이라고 하면 너무 순화된 표현인가? 어차피 귀족 들이야 왕족같이 높은 사람들 밑에 붙어서 자기배를 살찌우길 원하는 것뿐 일텐데… 나비들은 예쁘기라도 하지. 징그럽고 못생긴 나방들은 꼭 더러운 귀족들같다니까 그래… 커트랜 그 자식처럼 말이야. "지금까지 아무한테도 이런말 한적은 없습니다만… 로이드 전하만이 제 꿈을 이루어주실 분입니다. 오직 전하만이 될수있을겁니다." "국왕…을 말하는거야?" "아니요. 국왕감이라면 마틴 전하시죠. 로이드 전하께서는 그정도 그릇이 아 닙니다. 전대륙을 통일할 황제정도면 모를까…" "……" 꿈도 크다. 한나라의 왕도 모잘라서 주변국가들을 내려다보는 황제라고? 이 거 진담이면 타국에서 목을 달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고 농담이라면 덴 녀석 은 앞으로 광대가 되어야 겠는걸? 그런데… 황제라… 생각보다 어감은 괜찮 군. 나쁘진 않겠는걸. "전 제 평생을 다 바쳐서라도 로이드 왕자전하를 황제의 자리에 앉혀드릴것 입니다. 물론 매우 힘들겠지만 할만한 가치가 있지 않겠습니까? 대륙을 통일 한 거대한 제국. 수천만의 인간들과 수백만의 유사인종을 발아래 두고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인간들의 정점. 생각만해도 짜릿하지 않습니까?" "…대 크레센트 제국이겠지." "이런… 죄송합니다. 언짢으셨습니까?" "별로. 로세니아라는 곳은 내가 태어난 고향이라는것 말고는 아무런 가치도 없으니까. 내겐 말이야."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마마. 그럼 저를 도와서 로이드 전하를 밀어주시겠 습니까?" "뭐. 좋아. 어차피 저 뻑뻑하고 성격더러운데다가 고집불통인 왕자와 결혼해 야할 운명인듯 하니 도와주는것도 나쁘지는 않지. 하지만 그전에 나도 조건 이 있어." "말씀하십시오. 마마" "지금 덴은 누구의 수하지?" "으음…" 골똘히 생각하는 덴녀석 옆에서 보니까 의외로 잘생겼다. 남자다움이 풍겨 나온다고 할까? 맨날 실실거리고 가볍게 보여서 그리 좋게 생각하지는 않았 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느낌이 또 다르다. 이래서 여자들이 바람둥이 에게 끌리는건가? "딱히 누구라고 집어서 말씀드릴수는 없군요. 전하께서는 절 수하로 생각해 주시지 않으니 말입니다. 킬 후작님과는 서로 목적이 같아서 손잡은 경우이 고… 으음… 굳이 말하자면 저 자신이라고나 할까요? 하하하" "그렇다면 아직 누굴 섬기지는 않는다는 말이군. 그럼 덴이 내 부하가 되. 그 럼 나도 덴을 도와서 로이드 왕자를 지지해줄테니까." "그건…좀…" 난처해하는 표정도 보기 좋다. 나보다 열살이나 많은것만 빼면 능력있지 재 력있지 거기다가 왕실이랑 친분도 있지. 어느모로 보나 저 건방지고 남 무시 하기 좋아하는 로이드 왕자보다 훨씬 나은걸…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아아~ 드디어 내가 돌았구나. 이딴 녀석이 어디가 예쁘다고 말이야! 오 판은 한번으로 족하잖아! 정신차리자! 아자! "저기… 화나셨습니까?" "아니. 왜?" "표정이… 조금… 제가 대답을 못해서 심기가 불편해보였습니다." "그런거 아니야. 근데 내 부하가 될거야? 말거야? 숙녀가 물었으면 대답을 해야할거 아냐" "뭐… 좋습니다. 손해볼것도 없으니 저도 기꺼이 왕녀마마의 부하가 되어드 리지요." 왠지 선심쓰듯 말하는게 귀에 거슬린다. 으윽! 내가 왜 애걸까지 해가면서 이짓을 해야하는건데. 쯧. "이제 시간도 꽤 지났으니 가실까요? 마마" "응. 앞장서. 에린 이제 귀안막아도 돼. 에린! 에린!" 저 맹하고 고지식한 바보는 나와 덴이 다정(?)하게 이야기하는동안 멀찌감 치 떨어져서는 눈감고 귀막은채 주저앉아 있었다. 그래 이런 이야기를 안들 을려고 내게서 떨어져있는건 좋은데 말이야… 내가 부르면 대답이라도 해야 할것 아니야! 그렇게 두손으로 귀를 꽉 막고 있으면 어쩌자는거야! 이 바보! 멍청이! 늘상 바보짓만하는 멍청한 - 덴녀석이 말하길 순진해서 좋단다. 어디가? - 에린의 뒷통수를 손바닥으로 탁탁 쳐주면서 다시 홀로 내려가니 분위기는… 주빈이 없어도 잘돌아가고 있다.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면서 잘 놀고 있었고 또 자기들끼리 춤추고 짝짓기 하면서 돌아다닌다. 한구석에서는 귀부인이라 는 칭호를 가진 여인네들이 서로 부채로 얼굴을 반쯤 가린채 호호호 하면서 웃고 있고… 다른곳에서는 장교나 장군들로 보이는 귀족들이 모여서 한참 열성적으로 국가안보를 토론하고 있었다. 젊은 이들이야 - 이렇게 말하니 내 가 늙은이가 된것 같은 느낌이다. - 자기네끼리 알아서 서로 짝맞추어 춤추 고 있고… "늘상이래?" "예? 잘못들었습니다만… 마마" "늘 이러냐고. 로이드 왕자가 없는데도 자기들끼리 잘놀고 잘먹고 있잖아. 물 론 프로센 후작이 주인이니 파장분위기는 아니라고 해도 주빈이 없는데 너 무한거 아냐? 누구하나 관심가지는 인간조차 없잔아" "그게… 로이드 전하는 시끌벅적한것을 싫어하시니까요." "그렇다는 말은 늘 이런 꼴이라는것이군. 참나 왕자 맞아?" 저 로이드 왕자에게 내가 왜 이 먼 타국까지 시집오게 되었는지를 한 열댓 시간쯤 공들여서 설명해주고 싶다. 하긴… 그래도 로이드 왕자는 남자니까… 내가 이런생각을 하고 있을때 음악이 갑자기 뚝 끊기더니 목청큰 시종의 우 렁찬 목소리가 홀안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로이드 전하께서 드십니다!" 시종의 말이 끝나자마자 검은색 예복을 입은 로이드 왕자가 모든 귀족들의 시선을 모으면서 2층 계단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주인공 등장이군. 왕자가 나타나자 귀족들에게 둘러쌓여있던 프로센 후작이 급히 로이드 왕자에게 다 가갔다. "연회에 참석해주셔서 영광이옵니다. 전하." "음. 오늘 연회의 주빈은 나일테니 얼굴이라도 비춰야할것 같아서 내려왔소. 모두 나는 상관하지 말고 프로센 후작의 호의를 마음껏 즐기시기 바라오." 여전히 무뚝뚝함이 땀흐르듯 뚝뚝 떨어진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프로센 후 작을 비롯한 여타 귀족들은 좋아 죽을것같은 표정이었다. 자기들끼리 수근대 는 말을 들어보니 이렇게 연회에 참석하는건 정말 오랫만이라나? 저런 인간 이 어디가 좋다고 말이야. 여기 사교적이고 예의바르며 예쁘기까지한 나도 있는데… 칫. 내가 속으로 질투를 하고있는데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 무표정 한 얼굴로 내게 다가온 로이드 왕자는 허락도 안했는데 자기 맘대로 내 옆 에 딱 붙어서더니 연회장안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하필이 면 내 옆이야? "…즐겁지 않아." 응? 잘못들었나? 늘상 소 닭보듯 하던 왕자가 왠일로 내게 말을 건다. "네? 전하?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오." 뭐야. 아니면 말던가. 왜 남의 옆에서서 다 들리게 혼잣말을 하는건데. 관심 가져달라고 조르는거야? 아니면 괜히 심통나서 시비거는거야? 흥. 그런다고 누가 겁먹을줄 아나? "……" "……" "……" 나를 비롯해 로이드 왕자와 덴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할말이 있어야지 뭐… 그사이 연회장 분위기는 다시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 상황이 되었고… 이런 분위기를 질리도록 겪어봤던 나도 왠지모르게 소외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나도 이런데 이 잘나신 왕자님은 어떠할까? 내 곁으로 걸어왔을때 지나가던 시종에게 받아든 와인을 아직까지 들고있던 왕 자는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연회장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완벽한 포커 페이스. 칫. 이거 괜히 심통이 나는걸? 저 잘나신 왕자님 얼굴에 당황스러움 이라던지 낭패감이라는것이 깃들게 해주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 서 사고칠수는 없으니… 좀이 쑤셔도 좀 참자. "역시… 피곤하군. 워렌 자작." "예. 전하." "난 먼저 올라갈테니 다른이들에게는 잘 말해두도록." 참을성 없기는! 네가 그러고도 왕족이고 귀족이냐? 자고로 왕족이라면… 젠 장. 남자니 상관없겠지. 체엣. 로이드 왕자의 말을 들은 덴은 살짝 고개를 숙 이면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전하. 곧 시종을 부르겠습니다." "아니 됐다. 길정도는 나도 알아." "그러시다면…" 그말을 끝으로 왕자는 등을 돌렸다. 다른 귀족들의 눈을 피해 연회장 벽에 붙어서 1층 복도로 통하는 문을 향해 가던 로이드 왕자가 갑자기 우뚝 멈춰 서더니 내쪽을 돌아보더니 말을 했다. "그리고. 워렌 자작. 아넬리안 왕녀가 심심하지 않도록 배려해주게. 그럼." "물론이옵니다. 전하. 제가 성심껏 모실것입니다." 덴 녀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왕자는 그길로 뒤도 안돌아보고 사라져버렸 다. 저 인간 - 으음… 여기서 내 속마음을 들여다볼 인간은 없겠지? 있으면 교수형이라고… -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앞날이 캄캄해. 앞으로 갖은 구박 - 이라도 할지가 의문이지만… - 당하면서 살아갈 내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난 심통이 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덴에게 물었다. "저러고도 잘도 왕노릇하고 살겠군. 정말 괜찮은거야? 덴?" "…왕은 뭐든지 다 잘하는 만능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저 사람 부리는것만 잘하면 된다고 전 생각합니다. 마마" "그래? 그래도 검술 뛰어나고 용감하고 사교적이면서도 위엄있는 모습이면 다들 좋아서 죽을려고 할텐데?" "검술은 기사들이 더 잘할겁니다. 그리고 사교적인 일들은 교육받은 외교관 들이 더 능숙하겠죠. 로이드 전하에게 필요한것은 이런것들이 아니라 인재를 찾아내는 눈과 그것을 실행하는 추진력입니다." 그런건가? 하긴 그게 제왕학의 기본이자 모든것이긴 하지만… 덴 녀석의 말을 듣고 있자니 나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오늘부터라도 왕자의 힘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약속했으니까 말이야. "피곤하고 심심해." "…그러시다면 돌아가시겠습니까?" 그럴수야 없지. 어차피 이런식의 연회는 각자 멋대로 즐기다가 조용히 사라 지면 그만이기지만 그렇다고 첫날부터 내가 빠져버리면 재미없잖아? 명색이 미래의 왕자비인데 말이야. 자기몫은 자기가 챙기는법이다. 남이 해주길 바 라고 있다가는 가진것마저 빼앗겨 버릴껄? 여기 산증인이 있으니까 말이야. 난 자신있는 말투로 말했다. "로이드 왕자 전하가 무슨생각으로 이 결혼을 거부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 만." "……" "적어도 날 왕자비로 맞이한건 잘한거야. 덴의 말대로 로이드 왕자 전하가 사교적이지 않으면 그의 사람중 한명이 사교적이면 그만이니까. 무려 10년동 안이나 사교계에서 생활했던 내게 이런 조그만 연회따위는 눈에도 안찬다고. 뭐…그런거지. 하여간 나도 이제 밥값이나 해볼까. 덴 가서 에린이랑 놀아. 에스코트는 필요없으니까" "저…저기…" "그리고 말해두는데 에린에게 손대면… 죽인다." "아니…그런게 아닙니… 마마…" 난 덴의 지껄이는 말을 가볍게 무시한뒤 연회장 구석에서 벗어났다. 마침 지나가던 빨간머리 시녀에게서 흰 와인잔을 집어들어 한모금 마신 나는 우 선 만만한 상대를 물색했다. 우선 여자가 좋겠지. 남자들은 특히 귀족남자들 은 애어른 할것없이 여자의 미모에만 혹해하니까. 그리고 노련한 사내들은 먼저 계산부터 하기때문에 상대하기 골치아프고. 그리고 귀부인들은 대화하 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 역시 패스. 대충 젊고 그럭저럭 미모도 받쳐주 고 그러면서도 수줍음 많은 여자가 좋은데…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런데… 방금전에 내가 와인잔을 받아든 그 빨간머리 시녀 왠지 카렌같이 생겼는걸? "설마…" 남의 저택에 들어와서 시녀를 감금하고 시녀복을 입고다니는 몰상식한짓을 카렌이 하고 다닐리가 없잖아. 아무렴 거기다가 방금전 시녀는 나만큼이나 키가 컸으니 절대 아닐거야. 카렌은 내 가슴정도 밖에 안오는 작은 아이니까 말이야. 그보다는 우선… 어디보자… 아! 저기 딱 맞는 상대가 있다! 나보다 나이는 들어보이지만 나처럼 연회장에 끼지 못하고 구석에서 친구로 보이는 다른 여인과 한담을 나누고 있는 여자! 좋아! 시작해볼까? 지금껏 줄곳 소외받고 있던 나는 가슴을 쫙 펴고 당당하게 연회장 중앙을 가로질러 내가 찍어둔 먹이감(?) 곁으로 걸어갔다. 당연히 내가 지나가자 주 변의 귀족들은 알아서 좌우로 쫙 비켜주었고 모든이들의 시선이 내게 꽂혔 다. 이 주목받는다는 느낌. 평범한 사람은 모를껄? 은근히 부담스러우면서도 끝내주게 기분 좋다. 그렇게 혼자서 속으로 키득거리며 - 이 얼마만인가. 근 3개월 만이다. - 두 여인에게 다가간 나는 다른 귀족들의 시선은 죄다 무시 하고 활짝 웃는 얼굴로 다가가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전 아넬리안이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아…안녕하십니까 마마." 당연히 상대는 당황해 하면서 경어를 붙인다. 자세히 보니 꽤 예쁘게 생겼 는걸? 초록빛이 감도는 진청색 고운 머리카락하며 둥그런 두눈에… 꽤나 미 인이다. 물론 내가 더 예쁘지만! "옆에 앉아도 될까요?" "네?네! 물론입니다. 마마" 나는 살짝 드래스 자락을 잡은뒤 우아한 자세로 의자에 앉은뒤 여전히 생 글거리는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어려워하지 않아도 되요. 그런데… 아직 이름을 듣지 못했는데…" "저… 전 유리아 폰 셔우드입니다. 마마. 셔우드 남작가의 차녀지요 그리고 이쪽은 제 친구인…" "페이핀이에요. 페이핀 아렌시아.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이에요. 마마. 그런데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호호호. 두분도 참 예쁘신걸요. 제가 두분같은 나이가 되었을때 이렇게 아름 다울수 있을지 걱정되네요." 물론 열아홉에서 스물쯤 되어보이는 이 여인네들보다 내가 백배는 예쁘다. 이건 주관적인게 아니라 객과적인 사실에 근거한거리고. 사교계의 여자는 무 엇보다 미모가 가장 중요한 법! 어라? 그런데 저 페이핀이라는 여자 중간성 이 없어? 설마… 프로센 후작은 여타 귀족들중에서도 꽤 높은 귀족이라는데 그가 초대한 무도회에… "그런데 혹시…" "네. 마마의 짐작대로랍니다. 전 평민이거든요. 마마." "아아… "페…페이핀. 그런말은…" 약간 놀랐다. 로세니아라면 꿈도 못꿀텐데 말이야. 여기서는 다 이런건가? 판단이 안서네. "많이…놀라셨나요? 마마." "아니요! 아니에요! 아니… 조금 놀란것 같기는 하네요. 솔직히 처음 보거든 요. 아… 마음 상했다면 미안해요. 페이핀이라고 했던가요?" "네. 마마. 신경쓰지 마세요. 익숙하니까요." 그러면서 씨익 웃는 폼이 속으로는 화가 끓어올라도 겉으로는 내색하나 하 지 않을것같은 모습이었다. 한마디로 나와 비슷한 동류랄까? 그에 반해 유리 아라는 이 여자는 생각하는게 얼굴에 다 드러난다. 지금 내 눈치와 페이핀의 눈치를 살피면서 어쩔줄 몰라하는걸 보니 연예한번 못해 보고 시집갈 팔자 가 눈에 선하다. "페이핀. 그런말하면 어떻해. 죄송합니다. 마마 이애가 아직 잘몰라서…" "왜? 내가 뭐 잘못한 말이라도 있어? 넌 너무 소심해서 탈이라니까" "괜찮아요. 친구사이에 말 몇마디 나눈걸로 화낼만큼 전 소심하지 않답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두 여인은 입을 벌리고 깜짝 놀랐다. "저…저기 마마. 그런 말씀은 너무…" "그럼 저랑 마마랑 친구가 된건가요?" "얘! 페이핀!" "유리아 너 목소리 너무 큰거 아니야?" "하…하지만 어떻게 감히 왕족이랑…" 크… 골치야. 저 꽉막힌 귀족 여성을 보고 있으니 내 머리가 다 지끈거린 다. 차라리 이 페이핀이라는 평민이 더 말이 통하겠는걸. 그리고 이런곳에 초대될만한 평민이라면 왠간한 귀족보다 나을게 뻔하다. 혈통을 중시하는 프 로센 후작이다. 실세인 마틴 왕자가 삼왕자라는 이유로 로이드 이왕자를 지 지하는 그가 별볼일 없는 평민을 이런 연회장에 초대할리가 없잖아. "왕족도 사람이고 평민도 사람이죠. 그리고 친구사이에 그런걸 따져서 뭐하 겠어요? 상전과 하인을 가르는것도 아니고 말이에요. 안그래요?"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왕녀 마마께서 좋다면 좋은거지 뭔 말이 그렇게 많니?" "하지만…" 아~ 잘못골랐다. 저 말못알아듣는 여자를 얼마나 더 설득해야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올까. 오랫만에 기술(?)발휘 했더니 실력이 녹슨건가… 이럴땐 잽 싸게 화제를 바꿔야 한다. 그것도 세 사람이 모두 공통된 의견을 낼수있는걸 고 말이야. 물론 여기서는 당연히 향수나 드래스. 또는 보석이지! "어머! 혹시 그 보석… 페리도트(Peridot) 아니에요?" "아… 어떻게…" 쑥스러워 하는 유리아가 놀란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면서 손으로 엄지손가락 만한 페리도트가 다섯개나 박혀있는 목걸이를 매만졌다. 어떻게 알긴. 일년 열두달 내내 비싼 보석과 향수속에서 파묻혀있다보면 자연히 알게 되는걸. "놀라워라! 용암속에서만 난다는 페리도트가 이렇게 큰 결정을 이루고 있는 건 처음 보네요. 거기다 가공도 잘했나봐요. 연녹색 광택이 아주 예쁜걸요." "이…이건 서…선물 받은거라…" "부러워라. 그런 귀한 선물을 하는 사람이 누굴까? 혹시… 약혼자?" 새빨개졌다. 잘익은 사과처럼 빨개졌다. 귀밑까지 빨개진걸로 봐서 정곡을 찔렀나보네. "유리아 좋다고 따라다니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것도 벌써 몇년째 쫓아다니 고 있어요. 후훗" "얘! 그런말을 왜…" "역시… 아~ 부러워라. 나도 근사한 선물 받고 싶은데…" "설마 왕자전하께서 선물 하나 안해주시겠어요?" "에이~ 우리 로이드 전하는 너무 무뚝뚝해서 탈인걸요. 아마 제 생일때도 하 인시켜서 손에 포장된 선물만 보낼 분이에요. 그분은" "설마~" "설마가 아니라니까요" …진심이다. 아니 선물이라도 주면 다행일껄? "후훗. 왕녀 마마도 재미있는 분이시네요." "그래도 페이핀양보다는 못한걸요. 재치있고 예쁘고…" "헤헤. 설마요. 제가 본 그 어느분보다 아름다우신 왕녀 마마께서 그런말씀을 해주시니 빈말이라도 굉장히 기쁘네요." 그럭저럭 둘다 넘어온것 같았다. 나와 페이핀은 아주 죽이 맞아서 보석이야 기와 남자이야기로 열을 올리기 시작했고 우리 둘사이에 낀 유리아는 어쩔 수 없이 대화에 끼게 되면서 서로 하하호호 웃으며 이야기꽃을 활짝 피웠다. 그렇게 한동안 이야기를 하고 있을때 갑자기 덴이 쓰윽하고 나타나더니 허 리를 숙이며 예를 표하며 내게 말했다. "마마. 즐거운 시간을 방해하게 되어서 죄송하옵니다. "흠. 무슨 일인가요? 워렌 자작" "노브고로드 백작께서 마마께 인사를 나눴으면 하기에 실례를 무릅쓰게 되었 습니다. 마마." "그런가요? 그렇다면 할수없죠. 저기 두분 미안해요. 제가 이런 연회에는 이 번에 처음 나오는거라서 인사드릴데가 많거든요. 나중에 다과라도 같이 하면 서 좀더 이야기 나눠요." "언제라도 환영이에요. 마마." "그…그럼… 살펴가시길… 아니…이…이게 아니라. 그게…" 꼭 에린을 보는것 같다. 왠지 속터지는게 저 쩔쩔매는 이마팍을 손바닥으로 찰싹 때려주고 싶은 욕구가… 크윽! 이러면 안되지! 어서 일어나야겠다. "그럼. 먼저 실례할께요. 비록 제가 주관한건 아니지만 즐거운 시간 되길 바 래요." 급히 말을 끝낸 나는 덴의 뒤를 따라서 우아한 걸음으로 홀 중앙으로 걸어 갔다. 뒤에서 ''꺄아~꺄아~''하는 소리라던가 ''난몰라~''라는 소리가 들려온건 무 시하도록. 그뒤로 정신없이 돌아다니면서 쉴새없이 떠들어대고 웃어댔다. 이런일은 진 력나도록 해왔고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해서인지 그럭저럭 버틸수 있었다. 이 연회에 초대된 거의 모든 귀족과 귀부인들을 만났고 그들과 모두 대화를 나 눈 나는 거의 파김치가 된뒤에야 3층에 있는 내방으로 돌아올수 있었다. 내 가 무너지듯 침대에 주저앉으니까 차가운 냉수를 손수 들고온 덴은 여전히 웃는얼굴을 한채 그것을 내게 건내주면서 말했다. "의외로 능숙하시더군요 마마." "뭐… 늘상 해오던 일이었으니까." "덕분에 로이드 전하를 지지하는 분들이 많이 늘어날것 같습니다. 감사드립 니다. 마마" "됐으니 이만 나가보도록 해요. 내일은 왕성으로 돌아가는건가요?" "예. 마마. 돌아가시면 아마 좋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을것입니다." 좋은소식? 설마… "그럼 편히 쉬십시오. 마마." 그말을 끝으로 덴은 방을 나가버렸고 연회장에서 나올때부터 덴의 뒷통수 만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얼굴을 붉히던 에린 녀석이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닫혀진 문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덴 녀석 어떻게 놀아줬길래 저애가 저렇게 넋을 빼놓고 있는거냐? 정말 궁금해진다. "에린. 에린!" "네넷? 마마. 시키실 일이라도…" "닐크랑 아르케네스는 지금 어디 있지?" "아…아마도. 지금쯤이면 홀 경비를 마치고 옆방으로 돌아와 있을것입니다. 부를까요?" "아니 됐어. 그들도 수고많군. 수고했다고 전해주고 푹쉬라고 해. 뭐. 할수있 으면 가서 술병이라도 하나 빼돌려서 안겨주고." "네. 마마" 타악.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랫만에 사교계에서 뛰어다녔더니 피로 감이 왕창 밀려온다. 풀썩. 침대에 앉았던 자세 그대로 뒤로 무너진 나는 한 손으로 눈가를 가리고 누웠다. 안되는데… 화장도 지워야하고… 드래스도 벗 어놔야 하는데… 졸려… 쿠울… ------------------------------------------------------------- ...졸리다. 쿠울... 아아~ 돌아왔슴다. 어떻게 돌아왔는지를 물으면 엣찌~ 요즘들어 자꾸 삽질을 자주합니다. 전에는 4시간동안 와인에 대해 - 특산지. 토지 종류, 잘익은 포도 구별법, 기타등등 - 쓸데없이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이런걸 찾아다녔는데 오늘은 또 보석때문에 삽질했습니다. 전에 구해둔 보석 종류와 사진들이 일전에 윈도우가 맛가서 도스 모드로 D 드라이브로 백업한뒤 다시 C드라이브로 옮겨놓으니 화일 이름들이 몽땅 엉 망이 된것입니다. -_-; 결국 싸그리 다 지워버리고 이전에 이 보석 종류와 사진들을 받았던 사이트를 찾아서 5시간을 헤멨습니다. 결국 찾아내긴 했지 만... 친구놈이 말하길 편집증이라더군요. 그것도 중증이라나... 보통 편집증 증세가 있는 사람은 방이 깨끗하고 정리정돈이 잘되어 있다는 데... 모군의 방안을 둘러보니 꼭 그런것도 아닌가봅니다. 아마도 특정 성향 에만 반응하는 특화 편집증이 아닌가 생각됩니다.(이런 단어가 있나?) 뭐 그런고로...하여간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가우군 p.s 쓸데없는 잡식.No 2 페리도트(감람석) Peridot : 황록색의 투명한 보석으로, 보통은 올리브 그린에서 연녹색을 띈다. 어두운 녹색은 페리도트라고 부르며, 노란색의 것은 보통 귀감람석(chrysolite)라고 부른다. 페리도트는 용암에서 만들어지는 광물의 하나이지만 때로는 운석 중 에서도 발견된다. 수많은 보석중 페리도트만은 오직 우주로부터 우리에게 주 어진 유일한 보석인 것이다. 페리도트와 사드오닉스(sardonyx)는 8월의 탄생 석이다. 부부의 행복, 친구와의 화합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페리도트 는, 큰 것은 구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거기에 흠 없이 큰 것은 그 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작은 것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데 크기가 너무 작은 관 계로 보석으로서의 구실을 하기에는 별로 매력이 없다. 옛날에는 만인의 사 랑을 받았으며 또한 많은 미신들로 둘러싸인 보석이었다. 한때 이 돌은 태양 이 인간에게 보내준 돌이라 하여 부적처럼 몸에 지니면 무서운 어둠과 공포, 근심걱정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페리도트를 금으로 장 식한 팔찌를 만들어, 남자는 왼쪽 팔에 여자는 오른쪽 팔에 차게 되면 모든 악을 피할 수 있다고 믿었다. 페리도트는 보통 가공하지 않지만, 드물게 무색의 기름, 왁스, 연한 수지등 으로 틈을 메워 모양을 잡기도 한다. 표면에 흠이 있는 경우엔 무색의 물질 을 채워 메꾼다. [Queen`s Heart] 5장 결혼식 (3) 2003-08-04 15:26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벌써 오전의 절반이 훌쩍 지나간 시간이었다. 부시 시한 몰골로 일어나보니 에린이 혼자서 낑낑대면서 내 옷가지와 화장품등을 송아지 가죽으로 무두질한 커다란 여행용 가방에 넣느라고 낑낑대고 있었다. 내가 일어난줄도 모르고 혼자서 낑낑대는 꼴을 보니 한숨부터 나온다. 응? 그런데 내가 잠옷으로 갈아입고 잤던가? 내 기억으로는 분명히 옷도 안벗고 잤는데… 설마 저애가? "끄응… 휴우~ 앗! 일어나셨어요? 마마!" 이마에 땀방울을 매달고 낑낑대던 에린녀석이 나를 보고 활짝 웃으면서 말 했다. 저 모습을 보내 그래도 밉지는 않은걸? "세숫물을 가져올까요? 마마?" "응. 그전에 차가운 물부터 줘." "네! 잠시만… 끄응차… 꺅!" 내 짐가방을 들고 일어서던 에린녀석이 뒤로 발랑 넘어졌다. 짐가방안에 들 어있던 내 화장품과 장신구 그리고 드레스들이 서로 뒤범벅이 되어서 바닥에 어지럽게 깔렸고… 으휴… "어떻해… 히잉… 저기 마마… 죽을죄를…" "휴… 가서 물이나 가져와." "네에… 힝" 분가루를 뒤집어쓰고 향수가 듬뿍 묻은 에린 녀석은 울쌍을 지으면서 밖으 로 나갔다. 이젠 화낼 기력도 없다. 제린, 제시, 죠안, 겨우 하루뿐이 안떨어 졌는데도 너희들이 무지무지 보고싶구나. 아아~ 신이시여. 어찌 제게 이런 시 련을 내리시나이까. 전 정말 착하고 순진하게 살고싶단 말입니다. 대충 씻고 간소한 드레스를 몸에 걸친뒤 문을 나가보니 닐크와 아르케네스 가 문옆에 의자를 가져다놓고 잡담을 하고 있었다. 뭐. 말을 거는건 닐크뿐이 고 아르케네스는 책을 보면서 가끔 몇마디 대답만 할뿐이었지만. "어? 오늘은 늦게 일어나셨군요. 마마." "잘잤어요? 닐크, 아르케네스?" "예. 마마. 여기는 시종방들도 매트리스가 푹신푹신한게 끝내주더군요. 고급 여관에서도 이렇게 편히 자본적은 없는데 말입니다. 하하하" "그런데. 왜 여기 나와있는거죠?" "그게… 어제 연회때 이 저택의 시녀중 하나가 괴한에게 당해서 기절한채 음 식창고에 쳐박혀 있던게 알려져서요. 저택 사람들은 다들 쉬쉬하고 있지만 귀족들의 시녀들을 의심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이렇게 문앞에서 지키 고 있는것입니다." "그래요? 그런데 왜 시녀들만이죠?" "그게… 기절한 시녀입고 있던 시녀복을 벗겨갔다고해서 말입니다. 아마도 상대는 여자이고 연회때 별일 없었던것으로 보아서 단지 정탐하러온 스파이 로 생각되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건 없다고 이 친구가 말해서 여기 있는 것입니다. 마마" "쓸데없는 말은 안해도 되." "흥. 속으로는 안그러면서 빼긴" "해볼테냐?" "호오~ 그거 좋지! 마마! 마마도 아침 운동 나가실겁니까?" "아니요. 오늘은 건너 뛰도록 하죠. 여긴 보는눈도 많고 여자가 바지차림으로 뛰어다니면 고지식한 귀족들이 뒤에서 욕할거에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마마." 자… 이제 뭘하지? 나 혼자서 궁으로 돌아갈수는 없고 할일도 없는데다가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니 좀이 쑤신다. 심심해진 나는 방문 바로옆에 있는 창 문을 통해서 밖을 내다보았다. 넓은 저택의 정원에는 마차들이 한가득 있었 는데 그 마차들 사이로 부산하게 고함지르며 뛰어다니는 시종들과 하인들이 한가득 이었다. 몇몇 마차는 벌써 준비를 마쳤는지 정문을 통해서 나가고 있 었고 창문을 열고 몸을 기울여 밖을 내다보니 현관앞에서 프로센 후작이 떠 나는 귀족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있는것이 보였다. "마마. 위험합니다. 창문에서 좀 떨어지십시오." "괜찮아. 이정도는. 그리고 내가 떨어질거 같으면 뒤에서 잡아주면 되잖아."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하는 닐크의 말을 가볍게 넘겨버린 나는 계속 아래를 주시했다. 잘은 보이지 않지만 대충 연회에 참석한 귀족들은 만족한듯한 표 정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긴 맨날 책만 파고 귀족들 이름이랑 얼굴도 다 못외우는 왕자의 면상을 보고가는 수확을 올렸으니 좋을만도 하겠지. 뭐… 하여간 얼굴도장은 팍팍 찍어두었으니 나중에 잘보여서 로이드 왕자편으로 만들어야지. 내가 창가에서 떨어지자 때마침 물을 가지러갔던 에린이 역시나 물통을 가슴에 안고 헉헉대면서 뛰어왔다. 머리엔 허연 분가루를 뭍히고 치 마의 절반을 붉고 푸른 향수액으로 흠뻑 물들인채 말이다. 어디가서 내 전속 시녀라는 말은 안해줬으면 하는데… "헥헥… 다녀왔습니다. 마마! 여기…" "수고했어. 그런데 왜 네가 직접 뛰어다닌거지? 저택의 시녀들에게 시키면 되잖아." "네? 아니… 저… 그건…" 하긴 에린한테 그정도 융통성이 있었다면 내가 이애를 보면서 두통을 앓을 일은 없겠지. 난 순순히 포기하고는 에린이 든 물통을 받아들어서 마개를 딴 뒤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푸아~ 시원하다. 정신이 바짝 드는군. "저기… 마마. 잔을…" "됐어. 그보다 가서 덴녀석이나 불러와?" "네? 네! 마마! 당장 다녀오겠습니다!" 아주 화색이 도는구나. 근데 너 자기 몰골은 좀 확인하고 가지 그래? 한마 디 해주고 싶지만 귀찮다. 가서 망신당해도 내가 당하나? 에린이 당하지. 어 차피 덴도 에린도 내 부하들인데 뭐 어때. 에린 녀석은 방실방실 웃으면서 복도 저편으로 뛰어갔다. 그런데 에린이 사라지고 나자마자 덴 녀석이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게 아닌가? 엇갈렸나보군. 내쪽으로 다가온 덴이 허리를 굽 히며 말했다. "간밤에는 편히 쉬셨습니까? 마마" "그럭저럭." "저… 쿠키좀 얻어왔는데 드시겠습니까?" 쿠키? 왠 과자? 덴 녀석이 우물쭈물거리면서 내놓으 쿠키는 예쁜 분홍색 스카프로 두겹이나 꽁꽁 묶어서 싼 조그마한 꾸러미였다. "양이 많으니 같이 먹자. 괜찮지요? 마마" "응. 복도에서 이러는건 보기 안좋으니까 안으로 들어가서 먹자." "예." 때아닌 간식타임이 돌아왔다. 에린 녀석이 단것이랑 과자라면 사족을 못쓰 는데 쯧… 먹을복도 없군. 어디서 헤메고 다니는거야? 그녀석은. 쿠키는 많은데 차를 끓일 사람이 없다. 이에 내가 무척 실망하고 있을때 홀 연히 등장한(?) 아르케네스. 찻잎과 찻주전자를 들고 일어서더니 에린이 쓰 는 작은 시녀방으로 들어갔다가 몇분뒤에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찻잔을 들고 나왔다. "드십시오. 마마. 에린양만큼은 못해도 못마실정도는 아닐것입니다." 호오~ 정말 외모와는 딴판이라니까. 차마시는법만 일품인 덴이나 체술외에 는 그 어디에도 써먹을데 없는 닐크랑은 틀리게 아르케네스는 정말 지식이 풍부하고 별걸 다 할줄 안다. "응? 맛있네?" 나도 모르게 감탄해버렸다. 에린이 매일 끓여주는 차가 입맛에 맞아서 그쪽 이 더 마음에 들긴하지만 아르케네스가 끓여준 홍차도 꽤 괜찮다. 역시 사람 은 외모로 판단하면 안되는건가… 생긴건 산적두목인데… 하여간 홍차도 맛 있고 덴이 가져온 쿠키도 구은지 얼마 안되었는지 바삭바삭한게 입에 딱 맞 았다. "그런데 덴. 이거 어디서 난거야?" "네? 아… 그냥. 우연히…" 우연히? 우연히 길을 걷다가 바닥에 떨어진 쿠키주머니? 농담도 잘하셔. 라 고 말해야겠지? "솔직히 불어. 아니면 죽도록 얻어맞고 불던가." "그…그게…" 호오~ 뭔가 찔리는게 있나본데? 나는 두손을 마주잡고 뚜둑소리가 - 닐크 에게 배웠다. 그런데 아르케네스는 손마디가 굵어진다고 하지말란다 - 나도 록 힘을 주었다 그러자 땀을 삐질삐질 흘리던 덴은 급기야 자리에서 일어나 는 최후의 수단까지 동원했다. "저…저는 이만…" "어.딜.가?" "저기… 준비할것도 있고… 또 로이드 전하도 뵈어야 하고… 그러니까…" "닐크, 아르케네스 뭐 아는거 없나요?" "마마!!! 쿠키좀 더 드시죠? 네?" 덴 녀석이 급히 쿠키 몇개를 집어서 내게 바쳤으나 이미 때는 늦은법. 난 꼬리가 보이는데도 그냥 놔둘정도로 어수록하지 않거든. "아르케네스 왕궁의 도서관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싶지 않나요? 그리고 닐 크 오늘부터 하루종일 대련 해볼까? 우리 둘의 실력차이가 있으니까 양팔과 양다리를 기둥에 묶고 말이야. 응?" 이것이야 말로 고대로부터 전해내려오는 무시무시한 수법. 바로 당근과 채 찍이다! 음핫핫. 내 말이 끝나자 마자 닐크는 고양이처럼 날렵한 몸으로 슬 금슬금 물러서는 덴 녀석의 허리를 태클걸듯이 달려들어 붙잡았고 ''후우~''하 고 긴 한숨을 내쉰 아르케네스는 버둥대는 덴의 뒤로 돌아가 겨드랑이 사이 로 팔을 집어넣고 단단히 붙잡았다. "이…이봐들! 어떻게 이럴수 있어? 우린 같이 술을 마시며 우의를 다진 친구 잖아! 응? 닐크! 아르케네스? 이럴수 있는거야?" "미안. 친구. 우리도 이러고 싶지는 않지만…" "…아넬리안 마마의 성화에 치여죽느니 차라리 친구하나를 잃는게 나을것 같 네. 친구. 미안하네" 귀에 거슬리는걸? 아주 둘이 죽이 잘맞는구나. 덴이 버둥거리면서 빠져나가 려고 했지만 건장한 - 혹은 건강미가 너무 넘쳐서 문제인 - 두 사내의 손아 귀에서 빠져나갈수는 없었다. 나는 씨익 웃으면서 사색이 다된 덴을 바라보 았다. "데에엔~ 어서 사실대로 말하는게 어때? 최소한 고통없이 죽여줄께" "제…제가 뭔 잘못을 했다고 이렇게 괴롭히시는겁니까? 마마! 억울합니다! 전 정말 억울합니다! 마마!" "뭐가 억울한건데? 응?" "그게…차마 제입으로는 말못합니다!" "그럼 내가 말해도 되지? 마마. 어제 덴이 연회장에서… 웁웁." "그만! 그만!" "예쁜 숙녀와 함께 연회장을 나갔습니다. 마마." "크윽… 아르케네스 너 마저…" "호~ 그랬군. 아아~ 알겠어. 별것도 아니잖아. 앉아. 앉아." "저기…마마 화…안내세요?" "왜?" "그…그게…저…" 흥. 누굴 어린애로 아는거야 뭐야. 나도 알건 다 안다고. 하긴 예전에 로세 니아에 있을때는 연회나 무도회 중간에 슬쩍 빠져나가는 남녀를 보고 어디로 가는걸까 하고 궁금해 했던적도 있었지만. 그나저나 이 사실을 에린이 알면 골치 아파질게 뻔하니 비밀로… "…언제 왔냐? 에린." "저…저기…" 한편의 소설같군. 어느새 돌아와 있던 에린은 우리의 이야기를 모조리 듣고 그대로 얼어붙은듯 했다. 동그랗고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메달린것으로 보아서 이제 곧… "데…덴님 아니. 워렌 자작님께서 안계서서… 그래서… 여기로… 왔는데… 흑… 와아아아앙!!!" 결국 이꼴이지 뭐. 에린은 눈물을 줄줄이 흘리면서 밖으로 뛰어나가 버렸다. 이거 음유시인들이 늘상 부르짖던 로맨스속으로 들어온것 같잖아. 기분나쁜 건 내가 주연이 아니라는것. 에린같이 멍청한게 주인공이라니. 갑자기 짜증이 난다. 에잇. 홍차도 다 식었잖아! "아르케네스. 차한잔 더 줘요." "예?. 예. 마마" "저기. 마마. 안가봐도 될까요?" "내가? 왜? 가서 기름이라도 끼얹고 오라고?" "보통 이럴때는…" "그래! 보통 이럴때는 남자가 가는법이지! 덴. 가서 잘 달래서 데려와. 알아 지? 거듭 강조하지만 손대면 죽인다." "…예. 마마" 사건 종결일세. 왕궁으로 돌아가는 길은 올때와 마찬가지였다. 로이드 왕자와 덴 녀석 그리 고 내가 한 마차에 동승한것까지 말이다. 로이드 왕자야 여전히 다른사람들 은 모두 무시하고 책만 파고 있고 덴 녀석은 지은죄(?)를 아는지 입 꼭 다물 고 고개를 푹숙인채 내 시선을 피했다. 뛰쳐나간지 한시간쯤 뒤에 돌아온 에 린은 예전과 같이… 아니 이전보다 더 심해진 몰골로 - 수시로 ''몰라몰라''거 리면서 얼굴을 붉히거나. 헤~하고 넋을 놓고 있는다던가 창턱에 두팔을 괴고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는등! 옆에서 보면 딱 광녀(狂女)다 - 돌아왔고 그렇 지 않아도 두통거리가 쌓인 나는 그냥 좋게 생각하고 넘어갔다. 에린 녀석이 손목긋거나 하지만 않으면 되지 뭐. 그보다 신경 쓰이는건 덴 녀석이 말한 ''좋은 일''이라는거다. 분위기상 묻지는 못하겠고 분명히 내게 안좋은일일게 뻔한데 뭔지 팍하고 감이 안오니까 괜히 짜증만 난다. 이러다가 홧병으로 쓰 러지는거 아닌지 몰라. 달리고 달려서 - 물론 말이 달렸다. 난 그저 앉아있었을 뿐이고. - 왕궁에 도착해 마차에서 내리니 본궁소속 시종이 나에게 뛰어왔다. 그 시종은 국왕 폐하께서 지금 당장 와달라는 이야기를 한뒤 내앞에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이런 경우가 어디있어. 힘들게 밖에 나갔다왔는데 쉴시간도 안주고 부르다니 말이야. 그래도 가긴 가야겠지? 흐음… "에린." "……" "에린!" 불러도 대답이 없다. 간이 부었군! 에린녀석. 눈꼬리를 위로 치켜올리면서 뒤를 돌아보자 카렌과 함께 서있는 에린이 보였다. 가슴에 내 짐가방을 껴안 고 있는 에린은 허공을 올려다보면서 헤죽거리고 있었는데 내 외침에 놀란 하인중 하나가 에린을 살짝 건드리면서 눈치를 줬지만 그래도 저 둔한 녀석 은 망상속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못했다. 감히 내가 부르는데 전속시녀라는것 이 대답도 안해? 이 망할 꼬맹이녀석! 처절한 응징을 할테다! 할수없이 카렌 을 내쪽으로 부른 나는 왕자의 짐을 나르고 있는 시녀에게서 거울을 받아들 고 화장을 살펴본뒤에 말했다. "에린이랑 별궁으로 가있어. 그리고 제린이던 죠안이던 제시던 아무나 하나 불러서 오라고 해. 알았지?" "……" 역시 대답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하여간 카렌이건 에린이건 맘에 드는 녀석 이 하나도 없다니까. 난 닐크가 에린과 카렌을 데리고 가는 모습을 잠깐 본 뒤에 시종을 따라서 본궁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들어간곳은 왕궁 3층에 있는 국왕의 집무실이었는데 노크를 하고 안으 로 들어가보니 작은 방이 나왔다. 좌우 벽에는 수백권을 될법한 책들이 책장 한가득 꽂혀있었고 왕실기와 장식용 무구들이 걸려있었다. 그리고 방 정중앙 에 국왕폐하가 책상에 앉아있었고 두명의 사무관들이 국왕폐하의 왼쪽에 서 서 서류를 살피고 있었다. "오~ 왔군. 그래 연회는 즐겁게 즐기고 왔는가?" "예. 폐하." "그래. 그래. 자 앉게. 숙녀를 세워둬서야 예의가 아니지. 잠시만 기다리게 아 넬리안 왕녀" 사무관중 한명이 화려한 문양이 가득 그려진 푹신한 의자를 내 앞에 대령했 다. 난 조심스럽게 거기에 앉은뒤 국왕폐하께서 펜으로 싸인하고 있는 서류 들을 슬쩍 바라본뒤 국왕께서 말하기를 기다렸다. 대여섯장의 서류를 빠른속 도로 훓어본뒤 싸인을 마친 국왕폐하는 그것들을 사무관들에게 넘겨준뒤 펜 을 놓았다. "후우~ 이거 왕노릇도 쉬운일이 아니야. 어깨가 다 뻐근하군." 한손으로 어깨를 툭툭치면서 말을 꺼낸 국왕폐하는 앉은채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굳은 근육을 푼뒤에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좀전에 마틴 녀석이 왔다 갔네. 생전 내게 부탁이라고는 해본적이 없는 녀 석이 울상을 지으면서 달려와서는 하는말이 왕녀와 결혼시켜 달라고 하더군" "……예" 정신이 아득해진다. 빌어먹을 하늘이시여. "하지만 알다시피 왕녀는 벌써 로이드 왕자와 맺어지기로 내정되어 있지 않 은가. 그래서 묻겠는데 마틴과 로이드 둘중 어느쪽이 더 마음에 드는가?" "……" "대답하기 힘들겠군. 으음… 아들녀석들 결혼시키는것이 이렇게 힘들줄이야. 후후후. 생각같아서는 좀더 시간을 주고싶지만 귀족회의에서 하도 성화를 부 려대서 말이지. 아넬리안 왕녀. 그대는 마틴 왕세자를 받아들일 생각이 있는 가? 있다면 조금 반대하는 자들이 있긴하겠지만 내가 힘좀 써보겠네" "저…저는 배운것도 모자르고 미흡한점도 많습니다. 폐하. 이런 제가 왕세자 비가 되는것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을것이라고 생각되옵니다." "허허허~ 겸손하기까지 하니. 로이드 녀석 부인하나는 잘 잡았군 그래. 사실 로이드가 머리는 좋은데 워낙 사교성이 부족하고 내성적인 녀석이라 왕족으 로써 잘 해나갈지 걱정이었는데 아넬리안 왕녀같은 현숙하고 아름다운 여인 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우리 왕실의 경사로군. 허허허" 기분 좋은듯이 웃는 국왕폐하. 아아… 따라서 미소짓고 있는 나지만 마음속 에서는 검은 먹구름이 떼로 몰려와서는 내 마음을 어둠으로 가득 채웠다. 덴 녀석과의 약속만 없었어도 한번쯤 생각해볼수 있었겠지만 이젠 틀렸다. 내 미래는 어제의 약속으로 이미 정해진 것이다. "좋아! 그렇다면 예정대로 결혼식은 내달 1일로 하도록 하지." "저… 너무 빠른것이 아닐까요? 폐하" "아니! 아니야! 로이드가 이제 겨우 열여섯으로 아직 어린편이긴 하지만 그 만하면 다 컸어. 그리고 이런 경사스러운 일은 빨리 할수록 좋네. 각국에 사 신들을 보내야하니 그때쯤이면 되겠군. 좋아. 아주 좋아." 국왕폐하는 정말로 기분좋은지 연신 ''좋다''고 말하며 껄껄거리며 웃으면서 사무관들에게 지금 당장 초대장을 작성하라고 시켰다. 내 눈앞에서 나의 나 라로 갈 초대장의 초안이 국왕폐하의 친필로 작성되었고 외무부의 관리들과 사무관들이 떼로 달려와서 나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는 폐하의 사인이 적 힌 빈 문서들을 들고 나갔다. 저 빈 문서에 화려한 외교용어로 도배된 초대 문구가 씌여질테고 아마도 내일쯤이면 각국으로 사신들이 출발할것이다. 이 젠 빼도 박도 못한다. 우이씨! 어수선한 집무실 안에서 혼자만 한가하게 눈 동자를 굴리던 나를 본 국왕폐하께서는 약간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 다. "이런이런. 피곤할텐데 내가 너무 오래붙잡고 있었군. 가서 푹 쉬도록 하게 나" "깊으신 배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폐하." 나는 의자에서 일어서서 깊이 고개숙여 인사를 한뒤 조심스럽게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탁. 문을 닫고나니 다리에 힘이 쭉 빠지면서 하늘이 노랗게 보인 다. "괜찮으십니까?" 집무실 앞에서 경비를 서고있던 로얄가드 소속의 기사가 벽을 짚은채 휘청 이는 내게 다가와서 물었다. 난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괜찮다고 말했다. "안색이 안좋아보이십니다. 곧 의사를 부르겠습니다." "괜찮아요. 이제 됐으니까. 그보다 길안내해줄 시녀나 좀 불러주세요." 어서 별궁으로 가고 싶다. 우선 차가운 물에 세수라도 해야지 이러다간 진 짜 기절할것 같았다. 내 말에 그 기사는 뒤에 서있는 경비병중 한명에게 지 나가는 시녀를 부르리고 시켰다. 그때 마침 복도 끝에서 제린이 치마를 펄럭 이며 뛰어왔다. 카렌이 제대로 전하긴 했나보군. "괜찮으신가요? 마마? 안색이 창백한게…" "됐어. 그만 돌아가자. 쉬고싶어." "예. 마마. 이쪽으로… 제가 부축해드리겠습니다." "응" 나답지 않은 약한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좀 추해보여도 상관없다. 다른건 다 필요없어. 단지 쉬고싶다. 한 100년정도만… 제린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내가 쉬는 별궁으로 돌아와보니 덴 녀석이 에린 을 앞에 앉혀놓고는 뭐라고 떠들면서 하하호호 웃고있었다. 거기다 다른이들 도 - 제시, 죠안, 닐크, 아르케네스까지 - 한곳에 모여있었는데 내가 들어서 니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는 내쪽으로 달려왔다. 난 손을 내저어서 내 안색 - 마치 무덤에서 갓 기어나온 시체 같다고 제린이 말했다 - 을 보고 달라붙는 이들을 떨쳐낸뒤 비틀거리며 덴에게 다가갔다. "마마. 안색이 안좋으십니다. 가서 쉬시는게…" "…데엔" "네? 마마." 덴 녀석은 내 표정을 보더니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는 슬금슬금 물러선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못가서 벽에 부딪쳤고 덴 녀석은 두손을 번쩍 들어올리 면서 내게 소리쳤다. "항복! 뭔진 모르지만 무조건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 뿌득. 이녀석은 눈치가 너무 좋아서 탈이군. 에린이랑 덴이랑 섞은뒤 반으로 나눠놓으면 딱 좋겠는걸… 하지만 항복은 안받아줘! 내 왼손이 덴의 어깨를 힘껏 붙잡았고 오른 주먹이 그의 복부를 향해 힘차게 날아갔다. 퍼어억! "크헉. 쿨럭…쿨럭" 배를 움켜잡은 덴은 새우처럼 허리를 꺾으면서 기침을 해댔다. 그런 그의 등짝을 팔꿈치로 힘껏 내리친 나는 카펫위로 뻗어버린 덴의 머리를 한발로 밟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 거렸다. "좋.은.소.식 전해줘서 고맙다. 워렌 자작. 상으로 목을 벴으면 좋겠는데 그대 생각은 어때?" "쿨럭…살려…주십시오." "앞으로 말할때는 내게 맞을만한 말은 미리 이야기해. 나도 때릴 준비를 해 야되니까. 후우… 피곤하네. 가서 쉴테니까 오늘은 아무도 들이지마." 난 다른이들의 대답도 듣지않고 2층으로 올라갔다. 내 뒤로 시녀들이 줄줄 이 쫓아왔지만… 망할 에린 녀석은 ''꺄악~ 덴님''이라고 소리치면서 개구리처 럼 뻗어있는 덴녀석에게 뛰어갔다. 에린 녀석 이번에 로세니아에서 사절단이 오면 상자에 넣어서 포장한뒤 돌아가는 사신단에게 선물로 줘버릴테다. 리본 은 달아야겠지? 흐흐흐… -------------------------------------------------------------- 러브러브 로맨스 닭살커플이 끼어있는 파티의 솔로맴버들은 살의 포인트 5 UP. 적과 교전시 용맹도 5UP. 수면 부족으로 피로도 5UP. 이를 박박 갈아대 서 체력 5Point DOWN. ''사랑해'' ''알랴뷰'' 어택을 봐야하만 하는 솔로맴버들의 살의 포인트 10UP. 적 과의 교전시 용맹도 10UP. 정신적 타격으로 피로도 20UP. 벽이나 나무등을 쳐대며 신세 한탄을 하게되어 체력 25Point DOWN. 적과의 교전시 버서커 모드 발동. 피아를 가리지 않고 공격함 - 주. 동성의 커플 캐릭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경향이 강함 - 아넬리안 : 나보다 어리고 키도 비슷한데다가 싸가지도 없고 책만파는 녀석 이랑 결혼해야되는거야? 너무해! 이럴수는 없어! 가우군 : 그러면 어떤 상대를 원하는데? 아넬리안 : 키크고. 믿음감 있게 생겼고. 사근사근 하고. 사교적이고. 사랑을 속삭여주고. 능력있는 남자! 가우군 : ....대니어스 드 워렌 자작? 아넬리안 : 왜!!! 그놈이름이 나오는데?! 죽고싶어? 가우군 : 키크지(181cm) 잘생겼지(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다갈색 머리카락. 하늘색 눈동자. 꽃미남) 성격좋지(로이드와 아넬리안을 상대해준다. 천사표?) 사교적이지(2왕자파의 실질적인 리더), 사랑을 속삭여주지(그가 무도회장이나 연회장에 들어서면 미혼 귀족 여성들이 갑자기 어지럼증을 호소하면서 그의 발밑에 주르륵 쓰러진다. 덴은 이런 여성들을 친절하게 일으켜주면서 작업들 어간다) 능력있지(잘나가는 영지의 자작. 겨우 27세의 나이로 한 가문의 수장 이 됨) 뭐가 부족한데? 니가 말하는 조건에 딱 맞는걸? 아넬리안 : ...생각해 보니까 로이드 왕자도 괜찮겠다. 아아~ 결혼식때는 뭘 입고갈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사라진다.) 가우군 : ...여자는 갈대. 가우군 [Gun`s Love] 특선단편 (1) 2003-08-04 15:29 코멘트0 추천0 Gun`s Lover (총잡이의 사랑). 부제 - Sword Master 어느날 하늘에서 떨어진 그는 자신을 검황이라 불렀다. 처음엔 그의 말을 못알아들었지만 난 그가 전설속에서나 나오는 소드마스터라는걸 단번에 알아 차릴수 있었다. 그 압도적인 무용이란… 단칼에 오우거를 반토막내고 ''기''라 는 것으로 둘러싼 주먹으로 트롤을 뭉개버렸다. 근 100여마리에 달하는 오크 가 서식하는 동굴로 들어가 모조리 도륙한뒤 생채기 하나없이 나왔을때는 정 말 끔찍한 공포를 느꼈다. 그는 인간이 아닐것이다. 그의 능력은 절대 인간의 것일수 없다. 이렇게라도 말하지 않는다면 내 약한 심성이 견뎌내질 못한다. 차라리 신이었다면 숭배라도 했을것을… - 소드마스터의 1대 제자중 수석을 차지했었던 류산 제일 검성 라울 트라 브튜의 회고록중. -------------------------------------------------------------- 여백의 美 -------------------------------------------------------------- 휘이이잉… 광활하다고 평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넓은 초지위에 거친 바람 이 한바탕 휘젓고 지나갔다. 트로샤나 대평원. 인간의 접근을 거부하는 지평 선까지 뻗어있는 대평원에는 원래대로라면 토끼나 들쥐 여우같은 작은 동물 들이나 돌아다녀야 정상일것이다. 평원 전체를 둘러봐도 반경 100m짜리 숲 조차 몇개 안되는 넓고 광활한 초지는 양떼를 모는 유목민들이나 가끔 들릴 만한 곳이었지만 현재 유목민도 아니고 작은 동물들도 아닌 생명체들이 넓은 평원에 천여개에 달하는 거대한 텐트를 치고 모여있었다. 크레센트 제국 원 정군. 서대륙의 북부와 동부 서부를 완전히 장악한 거대제국이자 오직 인간 만을 위한 국가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이 거대한 국가는 대륙을 완전히 석권 하겠다는 야심으로 남부의 중소 왕국들을 치기위해서 남정을 개시한것이다. 원정군 총 숫자는 10만. 사상 유래없는 엄청난 숫자였고 각 병사들 조차도 어중이 떠중이들이 아닌 질좋은 무구와 강도높은 훈련을 받은 정예중에 정예 들이었다. 제국 원정군의 총사령관이자 점령지의 총독을 겸하고 있는 하트만 폰 나레 시온 후작은 부하들의 보고를 받으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뛰어난 미색을 자 랑하는 시녀들로부터 안마를 받고 포도주잔을 받으면서 후작은 경직된 자세 로 자신에게 보고를 올리는 참모진 장교들을 쓰윽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래… 전멸이란 말이지?" "예? 예. 그렇숩니다. 각하." "흠. 모겐 창병대 오천에 하프오크 돌격대 삼천이나 쏟아부었는데도 불구하 고 겨우 하루도 못버티고 패주했다고?" 모겐 창병대는 제국 북동부에 위치한 군소 유목민들중 건장한 전사들을 뽑 아서 만든 부대이다. 높고 험한 북부산맥을 뛰어다니는 이 고산지대의 전사 들은 1~1.5m의 단창과 3m에 달하는 장창을 자유자재로 사용했는데 투창실력 과 마상의 적을 제압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대륙 어느 부대와 견주어도 비교 가 안될정도로 뛰어난 이들이었다. 거기다 산악민족들이었기에 여타 병사들 보다 지구력이 좋아서 난전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민족이었다. 거기다 하프오크 돌격대는 제국 북부에 소수 존재하는 그나마 덜 호전적인 갈색오크 들에게 여자들을 제공하고 얻어낸 군대였다. 뻣뻣하고 긴털.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 송곳니 거기다 각지고 네모낳게 툭튀어나온 광대뼈등으로 인간과 모 습이 판이하게 틀린 하프오크들은 보통의 인간보다 월등히 힘이 좋았고 강한 자 - 이 경우 상급장교 - 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경향이 강했다. 또한 일반 오크들보다 머리가 좋고 호전적이라 전투기술을 금세 익혔고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아서 아무리 불리한 전투에서도 도망치는 법이 없는 그야말로 이상적 인 병사들이었다. 그런 뛰어난 부대를 두개 부대나 보내주고 거기에 300여명 의 중갑 기사단까지 추가로 배치시켜주었으나 결과는 단 한번의 회전으로 완 벽한 패배했다는 보고였다. 후작은 손에 들고있는 잔을 살짝 돌리며 말했다. "그래 웰링턴 자작과 그 참모진들은? 그 멍청한 놈들은 어디있나?" "전사하셨습니다." "참모까지 몽땅? 열두명의 참모진과 장군이 모조리 당했다는 말인가?" "…예. 전원… 허리나 목이 잘려서 전사하셨다고 합니다." "호오~ 내가 알기로 웰링턴 자작은 우리 제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검의 고수로 알고있는데? 암습이라도 당한건가?" "웰링턴 자작님의 호위기사들의 말에 따르면 적 장수는 아군의 진형으로 무 자비하게 파고들어 가로막는 모든것 - 여기서 참모는 강조하듯 강하게 말했 다 - 을 베어버리고 검을 뽑아드는 자작님의 목을 날려버린뒤 참모들을 도 륙했다고 합니다. 여지없이 뚤려버린 아군 진형으로 적병사들이 물밀듯이 밀 려들어왔고 아군은 양단된채 혼란에 휩쌓였다가 변변한 저항도 못하고 그대 로 패주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소드마스터의 검을 그 누구도 받아낸자는 없다고 했습니다. 기사던 병사던 하프오크던 말입니다." "그래? 그 호위기사놈들 주인이 죽었는데 잘도 살아돌아왔군." "총 28명의 호위기사중 단 세명만이 살아돌아왔고 그들도 팔이나 다리등을 잃었습니다. 각하. 방금 하신 말씀은 조금 심하신게 아닌지…" "사기에 영향이 있을것입니다. 각하 재고를…" "패잔병따위에겐 관심없다. 그래 사상자의 숫자는?" 후작은 참모들의 얼굴에 그늘이 지는것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와인을 한모금 마시면서 물었다. 그런 그의 태도에 불만을 가진 참모들이 생기겠지만 그는 이런 상황을 즐기듯 가볍게 무시했다. "총 1만 4000여명의 선봉 부대중 전사 3700여명. 중상 1300여명. 그리고 실종 이 4500여명으로 이중 반수이상은 포로로 잡혔을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하프오크 돌격대는 전멸하였습니다." "그 광전사 놈들은 돌격밖에 모르니까. 이기고 있을때는 큰 도움이 되지만 지금같이 병사하나가 아쉬울때는 농민병보다도 쓸모없는 녀석들이라니까. 하 여간… 오크놈들은…" 참모들의 눈이 흔들렸다. 제국 제일의 검사이자 군무대신자리를 꿰차고 있 는 하트만 후작은 뛰어난 장군이고 용감한 선봉대장이었지만 그의 입때문에 정적은 셀수없이 많았다. 몇몇 친분있는 귀족들과 군부와 관련있는 귀족이 아니라면 모두 적이라도 봐도 될정도로 그는 적을 만들기를 즐겼고 자신에게 대항해오는 정적을 제거하는데 거의 모든 나날을 바쳤다. 후작의 부인과 자 식들이 정적들이 보낸 어세신에게 암살당했을때도 후작은 정적제거를 위해 뛰어다녔다.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은채 말이다. 방금 후작이 내뱉은 말이 하프오크들의 귀에 들어간다면 그들의 명예와 자부심이 산산히 부서질것이 다. 그후 남은것은 오크들과 인간들의 종족전쟁뿐… 참모중 한명이 이 최악 의 시나리오를 생각하며 몸을 부르르 떨자 후작은 한쪽 입꼬리를 말아올리면 서 웃었다. "저런 몸이 안좋은가? 흉켈 자작? 가서 좀 쉬는게 좋겠군" "괘…괜찮습니다. 각하" "안색이 창백한게 안좋은것 같은걸? 하지만 본인이 괜찮다니 상관없겠지. 그 래 자작. 보급상황은 어떤가?" "식량수급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화살등의 탄환 재고가 부족합니다. 각 하. 우선 최대한 빨리 수송해달라고 본국으로 전령을 보내기는 했습니다만… 일반적인 접전이 두세번만 벌어지면 더이상 쏘아댈 화살이 없을것입니다." "오늘 오후에 충원병력이 도착했습니다. 공성장비를 실은 공병대와 각하께서 요청하신 노예검병대입니다." "그래? 벌써 도착했나? 궁성에서도 안달이 났나보군. 하긴 벌써 세번이나 국 지전에서 패했고 본대의 전진까지 멈췄으니 단기전으로 전쟁을 끝내려던 주 전파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겠군." "…소문으로는 각하를 탄핵하는 귀족들이 파벌을 모아 상소를 올린다고 합니 다." 맨 끝에 위치한 가장 어린 참모가 입을 열자 후작은 뚱한 표정을 지어보였 다. 그러더니 한손으로 이마를 짚고 다른손을 허공에 저으면서 작게 쓴웃음 을 지었다. "이거이거… 걸리는놈들이 한둘이 아니라서 어떤 놈이 주축인지 모르겠어. 하여간 전쟁은 빨리 끝내야지. 안그런가? 나도 딱딱한 나무침대에서 자는것 도 이제 지겹고 말이야" 후작은 마치 저넉식사를 마치고 가볍게 운동이나 하자는 투로 말했다. 하지 만 전황은 그의 가벼운 말처럼 가볍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몇배는 무거웠다. 류산 왕국. 인구는 겨우 50만이나 될까말까한 소국이다. 특산물도 별볼일 없 고 그렇다고 지하자원이 많은것도 아닌 그저그런 작은 나라였다. 제국에서 보자면 그럭저럭 큰 영지정도만한 나라였는데 그 나라가 10만명의 제국 원정 대를 막고 있는것이다. 그것도 겨우 1/10정도 밖에 안되는 1만명의 병력으로 말이다. 후작이 휘하에 두고있는 병사들처럼 정예병이라면 그나마 고개를 끄 덕이겠지만 첩보병과 스파이들의 염탐 보고서에는 그들 1만명중 절반은 농민 병이고 나머지중 대부분도 급조한 시민병이라는 보고가 올라왔기에 후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적의 전술은 단순하다. 그저 물밀듯이 치고들어와서 보이는 건 모조리 깨부수고 찔러죽인다. 마치 하프오크 돌격대처럼 달려들어서 찌르 는것밖에 못하는 적군에게 벌써 1만명에 달하는 사상자와 그 배에 달하는 포 로및 실종자를 낸것이다. 이 어마어마한 피해는 아무리 대범한 하트만 후작 이라해도 전군을 정지시키고 부대를 정비시키게 할수밖에 없었다. 마치 상처 입은 곰이 동굴속에 웅크린것처럼 후작은 원정군 전 병력을 한곳으로 끌어모 았다. 단 한개의 주력부대가 열배가 넘는 적을 근 2주째 한자리에 못박게 만 든것이다. 이 모든 패배는 단 한명의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실로 위대한 업적이랄까? 물론 후작의 입장에서는 때려죽이고 시체를 난도질해도 모자를 만큼 분통 터지는 일이겠지만…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그자는 그때까지 역사서에서나 나오는 드래곤 슬레이 어 같았다. 아니 그보다 훨씬 뛰어났다. 일개인의 몸으로 천여명의 적병속을 마구 휘저으며 별다른 부상도 없이 백여명을 도륙한뒤 유유히 빠져나갔으니 까… 창이나 검따윈 그에겐 어린애가 내지르는 나무막대기 수준이었고 화살 과 쿼렐은 아군속을 헤집고 다니는 적에겐 그리 쓸만한 무기가 못되었다. 천 인대를 맡고 있던 한 기사는 아군의 진영안으로 화살을 쏴대도록 명령했지만 그는 단지 팔뚝에 화살하나를 꼽은채 그 기사의 목을 가지고 돌아가버렸다. 소드 마스터. 검을 아는자는 그를 그렇게 불렀고 묵빛의 외날 장검 - 그는 그것을 도라고 칭했다 - 과 검은 피복만을 입은 그자는 병사들에게 검은 악 마라는 별칭으로 불려졌다. 검은 악마가 전장에 나타나기만 해도 원정군 병 사들의 사기는 바닥을 기었고 접전이 벌어지기도 전에 정예병사들이 집단으 로 탈주하는 사태도 빈번히 벌어졌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일개인이 도륙할수 있는 인간의 숫자가 크지 않았다는것 정도일까? 작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 백씩 죽여나가는 검은 악마였지만 그정도 숫자는 10만에 달하는 원정군 병사 들을 생각해보면 작은 생채기정도였으니까. 그보다 후작이 고심하는것은 일 개인 덕분에 집단 탈주나 폭동이 일어날것같은 끔찍한 사기저하와 전장에 투 입한 기사만 우선적으로 죽여버려서 발생한 지휘관의 부족이었다. 상념에 빠 져있던 후작은 큭큭거리면서 웃었다. 보고중 갑자기 자기생각에 빠져버린 장 군덕분에 보고를 계속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나가버리지도 못한채 자리에 서서 기대리던 참모들은 자신들의 장군이 드디어 돌아버린것인가 하는 생각 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 참모들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후작은 듣는사 람조차 소름이 돋는 웃음을 내뱉으면서 천천히 말했다. "큭큭큭… 내가 부하들을 아끼는 장군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난 이 빌어먹을 원정군 부대를 열개로 나누고 또 그 부대들을 열개로 나눠서 이 말아먹을 류 산 왕국에 뿌렸을텐데… 한 일이만명이 그 빌어먹을 소드 마스터인지 뭔지 하는놈에게 죽어나자빠질때 쯤이면 류산인이라는 놈들중 대부분은 시체가 되 어있을테고 그뒤 전투를 회피하고 성이나 요새속에 들어가있으면 지킬것이 없는 놈들은 제각기 흩어지겠지. 그뒤에 소드마스터인지 뭔지 하는놈만 죽여 버리면 모든게 끝인데 말이야…" "……" 참모들은 이 악당인지 영웅인지 구분이 안가는 후작의 말에 침을 삼켰다. 그의 말대로 조각처럼 나눠진 100개 단위의 천인대가 류산왕국에 뿌려진다 면… 중소 마을은 물론 왠만한 도시들은 모조리 함락될테고 거기서 피 점령 지의 주민들을 학살한다면… 적이 아무리 날고 뛰어도 천인대 전부를 저지할 수는 없다. 일부 운없는 천인대는 그 소드 마스터에게 걸려서 박살나겠지만 나머지는 온전히 임무를 수행할테고 전 국토에서 벌어진 파괴와 약탈행위는 보급받을곳이 없는 적의 1만 병력을 그대로 사라지게 만들것이다. 소드마스 터와 그의 추종자 무리만 없다면 류산의 병사들은 원정군의 주력에게는 상대 가 안될테니까. 그리고 이 작은 류산 왕국도 마찬가지로 사라질것이다. "국민이 없는 왕국의 총독노릇을 하는것도 재미있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역 시 그 소드 마스터라는 녀석이 마음에 걸려. 그리고 적은 강할수록 재미있는 법이지." 참모들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상관이 그런 미친 명령을 내 리지 않기만을 빌었을뿐… 폐허와 시체의 산속에서 무슨 영광이 있겠는가. "그래. 부관. 검병말고 따로 주문한것들은 도착했나?" "예. 각하. 중포 50문과 머스킷 라이플 450정이 이번 수송대를 통해 도착했습 니다. 하지만 그런 물건들이 도움이 될지는… 차라리 중석궁이 낮지않겠습니 까? 각하" "쯧쯧. 아니지. 내 장담하는데 석궁따위론 그자의 몸에 상처하나 못줄게 뻔 해. 그 결과를 알기위해서 수만의 병사를 희생하지 않았나? 자네는 아무래도 신무기를 내다보는 눈이 모자른 모양이군. 앞으로의 전쟁은 기사가 아닌 총 병이 주력이 되는 시대가 올것이다. 내 이름을 걸어도 좋아." 후작은 그렇게 장담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 천막안에 있는 장교들은 회의적 인 반응을 보였는데 그도 그럴것이 실력있는 석궁수가 쏜 쿼렐은 100m밖의 기사도 단발에 꿰뚫는 위력을 보여주지만 총병들이 쓰는 머스킷은 잘해봐야 50m정도에서 그 커다란 전마도 제대로 못맞추는 형편없는 명중률과 느린 사 격속도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격소리와 포성에 적병들이 놀라서 도망치는 부가효과를 얻기는 하지만 그런것이 소드 마스터에게 통할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후작의 과대망상이라는것이 참모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하 지만 명령권자는 하트만 후작이었고 참모들은 그저 조언을 해줄뿐이었다. 그 것이 결정적인 차이였다. 20인용 막사에 근 100며이 넘는 사내들이 상의를 벗은채 겹겹이 눕거나 주 저앉아있었다. 자랑스러운 원정군에 속해있는 이 사내들은 북부나 동부 혹은 남부의 건장한 청년들로 구성된 이들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뛰어난 용병 대를 상기할수 있겠지만 그것은 이들이 발목에 차고있는 쇠사슬과 어깨에 찍 혀있는 낙인과 번호 덕분에 전면 부정당했다. 그렇다 이들은 노예인것이다. 그것도 노예 검병들이었다. "젠장… 손이 떨려…" 한 사내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다른손으로 움켜잡고 이를 악물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그리 특이할게 없는지 다른 노예들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가 계속 떨리는 왼손을 붙잡고 중얼거리자 옆에 누워서 잠을 자던 다른 노 예가 짜증이 가득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133번. 잠이나 쳐자. 이 빌어먹을 새꺄. 너만 그런거 아니니까 뒈지고 싶지 않으면 잠이나 자라고" "날 번호로 부르지 말랬지!" "아가리 닥쳐! 어린 새끼가 어디서 입을 함부로 놀리는거냐? 여기선 모두 번 호로 불린다. A-133번. 그게 네 이름이다 새꺄" "젠장! 젠장! 젠장!!! 으아아아아!!!" 갑자기 133번이 벌떡 일어나더니 머리를 부여잡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자 옆에 누워있던 다른 노예가 벌떡 일어나서 그의 입을 막았지만 이미 고함소 리는 얇은 막사를 뚫고 뛰쳐나간뒤였다. 곧바로 천막입구가 열리면서 중무장 을 한 병사가 창을 들고 들어왔다. "어떤새끼냐? 네놈들 모두 야간 노역에 집어넣어줄까? 네놈들 동료들이 아주 좋아할거다. 앙?" "죄…죄송합니다. 나으리. 이 친구가 악몽을 꾸어서요. 헤헤헤…" 133번을 붙잡고 있는 노예는 비굴한 표정을 지으면서 무릎을 꿇은채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그런 노예를 내려다보던 병사는 그들에게까지 걸어오는게 귀찮은지 입구앞에서 133번과 그를 붙잡고 있는 노예를 쓰윽 바라보다가 투 구를 고쳐쓰고 등으 돌렸다. "한번만 더 시끄럽게 굴면 모두 노역장으로 끌려갈줄 알아. 잠자라고 준 귀 중한 시간을 포기하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한시간 남은 내 근무시간을 연장시켜주는 착한 행동을 하면 내 채찍기술을 몸으로 체험하게 될거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나으리. 이런일은 다시는 없을겁니다. 절대로요" "흠…" 그 병사는 더이상 말하기도 귀찮은지 휘장을 걷고 나가버렸다. 그러자 누운 채 쥐죽은듯 있던 노예들 사이에서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낮동안 죽도록 노역을 하고 간신히 얻은 황금같은 휴식시간이 단 한놈때문에 날아가버릴뻔 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133번은 다른 노예들이 뱉어낸 수많은 욕설을 아주 배부르게 먹었다. 평생…아니 3대가 한자리에 앉아서 얻어먹어도 모자를 욕 설을 단 30분만에 귀로 들었으니까… 욕설덕분인지 아니면 가까이 있었다는 죄로 133번을 감싸고 앉은 다른 노예 덕분인지 그는 그런대로 안정을 찾아가 고 있었다. 133번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노예들은 적지 않았다. B조의 노예 들중 몇명은 헛것을 보거나 손발을 부들부들 떨며 토사물을 토해내다가 병사 들에 의해서 ''처리''되었다. 재수없이 애송이하나를 떠맡게된 37번은 그 사실 을 상기하고 진저리쳤다. ''처리''된 이들을 묻은게 바로 그였기에 아주 잘알고 있는것이다. 나무망치에 머리가 깨진 노예들에게서 이빨을 뽑아내던 병사들 의 그 시선… 37번은 그들이 웃고 떠들면서 노예들의 이빨을 모아서 고향의 친척들에게 자신이 죽인 적병의 치아라고 자랑스럽게 떠벌이는 광경을 상상 하고 몸을 움츠렸다. 노예란 그런것이다. 그렇기에 37번은 133번의 광기어린 행동을 막아준것인지도 모른다. 그날 낮에 B조의 노예들을 파뭍지만 않았어 도… 아니 이 133번놈이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있지만 않았어도 37번 역시 주 변의 다른 노예들처럼 잠이나 청했을것이다. 그가 주저앉은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133번을 토닥여주고 있을때 133번이 흐느끼면서 말했다. "흐윽… 그놈들… 그놈들… 악마같은 놈들이 내게 무슨짓을 한거죠? 가끔 일 할때 헛것이 보여요. 희고 뿌연게 눈앞을 오락가락해요. 거기다 손의 떨림이 멈추지 않아요. 으흐흑… 악마같은 놈들…" "그래. 자아… 괜찮아. 괜찮다고. 정신만 차리면 된다. 저들도 인간이고 너도 인간이야. 악마가 아니라고. 괜찮아." 37번은 막내동생뻘쯤 되는 133번의 머리를 꼭 안아주면서 작게 말을 이었 다. "놈들이 먹을것이 뭔가를 탔다. 뭔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몸에 안좋다는건 알고 있지. 식사를 주면 반만 먹어라. 그리고 물을 많이 마셔. 아침 이슬이던. 길가의 흙탕물이건 시체썩은 물이건 물을 많이 먹어둬라. 그나마 조금 나을 거다." "……그럼 돌아갈수 있을까요? 난 죄진게 없는데…" "다… 하늘의 뜻이겠지. 사는것도 죽는것도 말이야. 자. 잠이나 더 자둬." 그의 말에 133번은 억지로 바닥에 누워서 잠을 청하였다. 그런 133번을 보 면서 37번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역시도 이 133번과 마찬가지로 환각을 보거 나 손발의 잔떨림이 찾아온것이다. 이틀전부터… 같은 노예라는 동류의식과 막내동생같은 나이때문에 친절을 베푼것이었으나 37번 역시 133번과 마찬가 지로 불안했다. 그들이 모르는 무언가가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었기 때 문이었다. 원정군으로부터 검은 악마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소드 마스터. 자기를 흑사 (黑士)라고 지칭한 그는 그의 말대로 검은 눈에 검은 머리. 그리고 온통 검은 색 일색인 단촐한 의복과 등에 맨 묵검만을 들고 10만의 원정군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 있던 세계에서 이곳으로 내팽개쳐진 그는 왕으 찾아가 자신 의 능력을 보여주었고 지금까지의 크고작은 일들을 처리해주며 신임을 얻었 다. 덕분에 그는 류산의 검은 영웅이라고 불리어졌고 그 무시무시한 무용과 업적 덕분에 현 류산의 국왕인 브래맨 2세보다 더 유명한 국민적 영웅이 되 었다. "……" 원정군 야영지로부터 겨우 200m 대낮이라면 수백미터 밖에서도 보이겠지만 다행히 지금은 밤이었다. 그렇기에 검은 악마는 원정군 병사들의 시선을 피 할수 있는것이다. 물론 들킨다해도 그는 그리 상관하지 않을것이 분명하지만 그와 같이온 부하들은 그렇지 않은듯했다. 그들중 한명이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적들과 너무 가깝습니다. 공작 전하. 혹시나 적의 순찰대에 걸리면…" "들킨다해도 뚫고나가면 그만이야. 하지만… 이제 암습은 불가능하겠군" "예…" 그의 말에 부하들이 동의했다. 뛰어난 무인이자 어세신들도 울고갈만큼 엄 청난 침입기술 - 그는 그것을 은잠술이라고 말했다 - 을 가지고 이는 흑사 였지만 벌써 일곱번의 기습을 한뒤라 원정군의 방비는 그야말로 철통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일곱번의 기습으로 원정군의 부사령관이 무려 네번이나 바뀌 고 고위 귀족중 절반. 지휘관급 기사의 삼분의 일이 죽었지만 아직 적은 혼 란스러운 느낌이 없었다. 그 말은 적의 지휘관이 건재하다는것. 소드 마스터 인 그가 이런 암살임무에 투입된 이유도 정면 공격으로는 도저히 상대가 안 되기에 적의 지휘관을 암살하고 그 혼란을 틈타 기습하기 위해서였지만 지금 처럼 근 10명에 달하는 병사들이 서로의 시야내에서 정해진 시간마다 구호나 도구를 사용해 확인하고 있는동안은 침입이 불가능했다. 아무리 그라해도 단 번에 반경 1km에 달하는 병사들과 막사 곳곳에 모여있는 경비병들을 단번에 제거할수는 없었다. 거기다 적 지휘관이 어디있는지를 알려면 천여개의 막사 를 일일이 뒤져야한다. 그렇기에 그는 오늘 암습을 포기했다. "적 지휘관을 죽여서 혼란을 야기한다는 계획은 실패다. 차라리 조만간 있을 전면전을 대비해 일찍 자는게 낫겠군. 돌아간다." "예 전하." 그와 그의 부하들 - 제자이자 기사들 - 은 미련없이 뒤돌아서서 말들을 매 어놓은 곳으로 향했다. 다음날 원정군소속 정보부 장교들과 병사들이 바쁘게 뛰어다녔다. 류산 왕 국 제일의 병사들 - 그리고 유일한 병사들 - 이 제국의 막사가 있는 트로사 냐 평원으로 향하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온것이다. 거의 1분단위로 각지역에 흩어져있는 정보원과 추적자들이 날린 전서구가 도착했고 작전지도는 10분단 위로 갱신되었다. 여타 귀족들처럼 하트만 후작도 정보과 소속 장교와 그 휘 하의 추적자들 - 흔히 스토커라 불리는 추적과 염탐 전문 인력이다 -을 그 리 곱지않은 시선으로 보았지만 그래도 그들이 가지는 효용성에는 의심의 여 지가 없었는지 원정군에 정보부 병력의 증파를 요청했고 그 요청을 받아들여 졌다. 그리고 지금 이시간에 그들은 지금까지 먹어왔던 밥값을 하고 있었다. "적의 숫자는 8000에서 1만사이! 검은 악마와 류산 왕국 왕자도 끼어있음. 각 지병 기사단과 류산 기사단이 존재하는것으로 보아 적의 주력이 확실함" 그렇게 결론을 내린 첩보장교는 곧바로 상관에게 보고했고 이 보고는 단 5 분만에 하트만 후작의 손위로 올라갔다. "흐음…각자의 생각을 말해보도록" 하트만 후작은 손에 들고있던 보고서를 참모들에게 돌리면서 말했다. 그들 중 경험이 풍부한 참모가 말을 꺼냈다. "위력시위를 하는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래도 현재 저희 원정군은 연패를 하였고 사기도 많이 하락하였으니…"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비록 저희가 초반에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하나 전체 전력으로 볼때 원정군 자체가 괴멸될정도로 커다란 피해는 아닙니다. 그리고 사기를 고려해 패잔병들을 후방의 수송로 경비로 돌렸기때문에 병사들의 동 요는 생각보다 작습니다. 거기다 아직 대부분의 병사들은 실제적인 전투한번 치루지 않았기 때문에 숫적으로 불리한 적이 위력시위를 한다는것은 불가능 하다고 봅니다." "혹시… 정전 협정을 맺기위해서 온것이 아닐까요?" "그건 아닐게야. 그럴 생각이 있다면 사절 몇명만 보내면 되지. 류산 왕국의 왕세자까지 끌고올 필요는 없어." "그렇다면…" "그래 결론은 하나지. 놈들은 전면전을 원하는거다. 곧있으면 이 평원에 대 폭우가 쏟아지지 않나?" "확실히… 2주에서 3주후면 바다에서 몰려온 먹구름이 이곳과 남부지역 전역 에 장마비를 쏟아부을것입니다. 하지만… 폭우는 저들의 편이 아닙니까? 각 하" "폭우는 하늘의 편이지. 그리고 우리의 편이다. 난 폭우가 쏟아질때까지 전쟁 이 끝날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일전에 말한 작전을 시작하려 했다. 폭우가 아 군 병력의 발목을 잡는다해도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니까 말이야." 폭우가 쏟어지면 아군뿐 아니라 적의 발목도 잡는다. 어차피 수십개의 소단 위로 나뉘어서 류산 영토 자체를 침공할 원정군에 비해서 왕국병사들은 그 질이 많이 떨어진다. 몇년동안 훈련받은 정예병사와 농사짓다 창을 들고나온 농민병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니까. 그렇게 된다면 결과는 뻔했다. 대부 분의 도시들은 제국의 수중에 떨어질테고 소드마스터는 몇개의 천인대를 격 파하는 자그마한 전과외에는 얻을것이 없을것이다. 남는건 수십만의 류산인 시체와 그나마 방비가 잘된 수도정도일까? 예정대로만 되면 이 지긋지긋한 전쟁은 거기서 끝이다. "하지만… 상대쪽에서 선수를 친건지 아니면 무모한건지 알수없지만 어쨌든 시비를 걸어왔으니 상대해줘야겠지. 병사들을 무장시키고 각 제장들을 불러 라. 우리도 여기서 2km앞으로 나가서 허약한 류산놈들을 마중해야겠다. 싸우 다 집까지 태워먹으면 병사들의 원망이 자자할거야 안그런가? 후후" 후작은 낮게 웃었다. 이미 그의 머리속에는 승리밖에 없을것이다. 후작은 원 래 그랬고 승리하는데 익숙한 사람이었으니까. 한낮이 되자 원정군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133호는 37호의 옆에 바 싹 붙어서 병사들의 명령에 따라서 움직였다. 노예들에게 친절한 이 병사들 은 비틀거리거나 말을 못알아듣는 노예들에게 친절히 채찍을 들거나 창대로 찍는데 익숙하기에 감히 아무도 반항하지 못한채 병사들이 이끄는대로 따라 가야 했다. 평원을 한시간정도 걸어서 도착한 곳은 전면에 횡으로 길게 뻗은 목책이 늘어서있는 임시진지였다. 아직 반정도 밖에 완성되지 않은 진지에 노예들이 투입되었다. 반나절동안 이루어진 공사는 저녁무렾에야 끝났고 이 제 쉴수 있다는 생각에 133호는 쓰리질듯한 몸을 추스렸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공사가 끝나도 노예들에게 휴식시간이 주어지 지 않았다. 노예들은 감시를 하는 병사들의 친절한 - 채찍과 창대를 통한 친 절이었다 - 안내를 받아서 진지 중앙의 넓다란 공터에 모였다. 그들 주위로 중무장한 병사들이 좌우로 도열하였고 그 병사들중 일부는 높다란 단상을 진 지 앞쪽에 놓고는 위압적인 시선으로 노예들을 바라보았다. "저기… 오늘은 무슨일이 있을것 같아요. 어쩌죠? 네?" "쉬잇… 살고싶으면 그 냄새나는 주둥이 닥치고 있어. 네놈 말마따나 오늘은 어째 위험한거 같다. 이럴땐 그저 입닫고 고개숙이고 있는게 최고야. 괜히 눈 에 띄면 골로간다." 그렇게 말한 37호는 어깨를 움추리며 고개를 푹 수그렸다. 물론 133호 역시 그런 37호를 따라서 고개를 푹 숙였고 바싹 붙어서있는 다른 노예들 덕분에 그런 그들의 행동은 병사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 단상이 세워지고 얼마뒤 그 단상위로 번쩍거리는 장신구들과 척보기에도 세종류 이상의 색실이 사용된 화려한 예복을 입은 금발의 중년 사내가 올라왔다. 고개를 내리깐채 슬쩍 단 상을 힐끔거린 37호는 그 단상위의 귀족이 누군지 금방 알아챌수 있었다. "맙소사…하트만 후작이라니…" "네? 그게 누구에요?" "조용히해! 젠장 저 새끼가 대장이었나? 잘못걸려도 한참 잘못걸렸군" 133호는 ''우리 모두 죽을거야''라고 중얼거리는 37호를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 으로 힐끔거렸지만 그 분위기때문에 말은 못꺼내고 눈치만 살필뿐이었다. 그 때 단상위에 올라서있던 그 뭐시기… 후작이 입을 열었다. "제군들. 제군들은 노예이다." 웅성웅성. "그것도 노에중에서 가장 위험한 노예검병들이다." 웅성거림이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노예검병. 그것은 상체를 벗은 노예에게 달랑 롱소드등을 쥐어주고 적군에게 돌격시키는 전투노예들을 말했다. 적의 화살을 소모시키는데부터 악착같이 삶을 갈구하는 노예들의 습성을 통한 전 투력 상승까지. 그리고 노예들은 값이 쌌다. 일반 병사들처럼 먹이고 입히는 데 신경쓸필요도 없고 죽고사는것을 따질필요도 없다. 일회용 화살받이 그것 이 노예검병들이었다. 이점을 알고있기에 노예들의 웅성거림은 더욱 커졌다. "조용! 물론 이자리에 있는 노예들중 일부는 내가 말한것이 무언인지 알고있 고 나머지는 모를것이다. 하지만 난 약속한다. 하트만 폰 나레시온 후작. 이 이름을 걸고 난 너희들중 이 전쟁에서 살아남은 노예검병들에게 자유를 주겠 다. 충분한 포상과 함께. 그리고 외국으로 나가기를 희망한다면 그것도 들어 주도록 하겠다." 잠시 잠잠하던 웅성거림은 이젠 시장바닥의 소음처럼 시끄러운 지경까지 이 르렀다. 노예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떠들어댔고 후작은 다른 참을성없는 귀족 들처럼 노예들을 두들겨패서 조용히 시키기보다는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쪽 을 택했다. 그의 의도대로 마구 떠들어대던 노예들은 후작이 입을 다물자 곧 침묵했고 그런 침묵을 기다리던 후작은 계속 말을 이었다. "물론 너희들중 절반은 이번 전쟁에서 죽을것이다. 그리고 남은 절반중 반수 이상이 크고작은 부상을 입을것이다. 막말로 너희들 넷중 하나만이 상처없는 몸으로 전쟁이 끝날때까지 살아남을것이라는 말이다. 거기다 이번 전투는 과 거 유래없는 끔찍하고 잔인한 전투가 될것이 분명하다. 여기서 노예검병이 되기 싫은자들은 손을 들어라. 이번 전쟁에서 빼주지." 133호는 후작의 말에 손을 번쩍들려고 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37호가 급히 말렸고 덕분에 133호는 노예검병에서 제외될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왜…?" "쉿. 여기서 빠지면 확실하게 북부 광산으로 끌려간다. 거기서 한달만 일하면 여기서 죽어나가는 놈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되지. 그러니 닥치고 있어" 그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수없었지만 133호는 이미 끝나버린 일을 가 지고 37호에게 투정부릴 생각은 없는지 그의 말대로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노예검병들중 빠진다고 나간이들의 숫자는 133호의 생각보다 많지않았다. 겨 우 삼사백명쯤? A부터 E조까지 각조 1000여명씩 구성된 노예들의 숫자를 생 각하면 굉장히 적은 숫자였다. 후작은 병사들에 이끌려 어디론가 떠나는 노 예들을 보고 있다가 남은 노예들을 향해 말했다. "더이상 없는가? 그렇다면 좋다. 너희들은 최전선에 서지는 않을것이다. 일선 은 우리 자랑스러운 크레센트 제국의 정예 병사들이 막을테니까 너희들이 할 일은 단하나. 저 가증스러운 류센 왕국의 한 인물을 막는것이다. 내가 너희들 에게 바라는건 그것 하나뿐이다. 이상." 그말을 끝으로 후작은 단상을 내려갔다. 노예들은 외각에 서있는 병사들의 눈치를 보면서 술렁거렸지만 경비를 서고있는 병사들은 노예들이 떠들건 말 건 아무런 상관없는지 제자리에 서서 창대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 병사 들이 한무리의 노예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거에요? 전 모르겠어요" "쉿. 이럴땐 입닥치고 있는게 좋아. 그런 파격적인 조건이라니… 내 노예생활 10년의 감으로 볼때 이건 정말 위험해. 그리고… 여기서 먹을거나 술같은걸 주면 내년 이맘때가 우리 무덤이라고 생각하면 될거…제기랄" 노예들 사이에서 와아~~하는 탄성소리가 들려왔다. 수십명의 병사들이 각자 두세마리의 소와 양들 그리고 빵바구니같은것을 들고왔기 때문이었다. 그리 고 그들 뒤로 아까 병사들을 따라간 노예들중 일부가 술통과 취사도구를 들 고 돌아왔다. 풍성한 고기와 조잡하지만 진짜 술이 노예들에게 내려진것이다. 광장 중앙은 삽시간에 파티분위기로 변했다. 병사들은 노예들이 술을 퍼마시 고 고기를 뜯는 광경을 바라만 볼뿐이었고 아무 방해도 받지않은 노예들은 크게 떠들고 웃으면서 즐겼다. 133호 역시도 그런 노예들처럼 자신에게 배당 된 살코기와 술단지를 보고 싱글벙글 웃었다. 하지만 막 술을 마시려던 133 호는 37호가 술을 바닥에 몰래 버리면서 빵과 고기를 조금씩 뜯어서 맛보는 것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안먹어요? 이게 얼마만의 고기인데…" "흥. 내가 너처럼 애송이인줄 아냐? 우린 노예다. 그것도 더이상 떨어질곳 없 는 노예중에서도 최하층 노예지. 그런 노예들에게 술과 고기를 준다? 내가 너라면 고기는 몰라도 술은 안먹을거다. 뭐가 들어있을지 알게 뭐람." "에……" 133호는 자신이 들고있는 탁한 술과 37호를 번갈아보다가 병사들이 보지않 는 사이에 조심스럽게 그것을 바닥에 쏟아버렸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37호가 틀린말을 한적이 없었으니까.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신 133호는 37호를 따라서 고기를 조금씩 뜯어먹었다. 이 상황은 노예들뿐만 아니었다. 그동안 긴 보급선의 영향으로 물자를 풍족 히 쓰지못하던 일반 병사들도 후작을 칭송하면서 술과 고기를 먹고 마시며 즐겼다. 최소한의 경비병력을 제외한 모든 병사들이 후작을 칭송하면서 배를 두들기며 음식을 먹어댄것이다. 물론 후작은 평소와 같이 식사를 하였다. 아 니 그는 치즈 몇조각과 와인 두어잔을 마신것으로 식사를 마쳤다. 오늘따라 소식을 하는 후작 덕분에 같이 식사를 하던 참모들도 일찌감치 포크와 나이 프를 내려놓아야했다. "어디 편찮으신데라도 있으십니까 각하?" "아니 난 괜찮아." "하지만… 오늘따라 적게 드시는듯 합니다만…" "내 식사속에 하쉬쉬가 들어있지 말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말이야. 한끼쯤 굶 어도 난 상관없네. 자네들은 날 신경쓰지 말고 마음껏 먹게. 오랫만의 포식일 테니까 말이야." 후작은 그렇게 선선히 말해주었지만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참모들은 일제히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이미 먹은건 어쩔수 없지만 출처가 의심스러운 음식을 더이상 먹기가 거북했기 때문이었다. "노예들에게 내린 술에는 하쉬쉬가 들어있겠지?" "예. 각하. 거의 원액이나 다름없는 진한 농도의 하쉬쉬들이 각 통마다 들어 갔습니다. 아마 내일쯤이면 효과가 나타날것입니다." "그래. 내일 아침 일찍 마법사들에게 최면을 걸라고 시키게. 그 덜떨어진 마 법사놈들을 이런때라도 써먹어야지. 밥값은 하라고 해야 하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을 끝낸 후작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순순히(?) 식사를 마친 참모들을 내쫓은뒤 세개의 지휘관용 막사중 한곳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가자마자 평소처럼 시녀들이 달려와 걷옷을 벗겨주고 씻을물을 대 령했고 한손에는 와인잔을 들려주었다. 겉옷을 벗어던진채 미지근한 물에 발 을 담그고 차가운 물수건을 얼굴 절반을 덮은 후작은 손짓으로 시녀들을 내 몬뒤 와인을 마시면서 차갑게 중얼거렸다. "후후후… 흑사라고 했던가? 세상 유일의 소드마스터라. 내가 적인걸 후회하 게 해주지. 오랫만에 즐거운 전투가 되겠군. 후후후" 야습은 없을것이다. 후작은 그렇게 생각했다. 야습을 하기위해서는 각 병사 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행동하고 어둠속에서도 동료와 적은 순간적으로 판단 하여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류샨의 병사중 그런정도의 조직력을 보여줄 병 사는 많지않았다. 자신이 데리고 있는 원정군 병사라면 야습쯤은 큰 문제가 안되겠지만 류산의 병사중 대부분은 시민병이거나 농민병이니까. 무장도 훈 련도 모두 낮을것이 뻔했다. 그런상황에서 야습을 감행한다면 실패만 할것이 뻔했다. 상대도 멍청이는 아니었기에… 아니 왠간한 장군들보다 지략에 밟은 자였기에 아마 오늘밤은 푹자고 내일 아침일찍 도발해 올것이다. 그렇게 결 론을 내린 후작은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은뒤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두꺼운 모피가 깔린 침대속으로 들어갔다. 후작의 예상대로 한밤중의 야습은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밝은 표정의 하트 만 후작은 창병과 중보병들을 중앙에 배치시키고 궁수들과 석궁병들을 좌우 익에 배치시킨뒤 후방에 기사들을 두는 전형적인 제국형 전술을 사용하였다. 단지 다른때와 틀린점이라면 중앙에 모인 병사의 숫자만 3만 5천명에 달할정 도로 중앙이 강화되었고 양 날개부분의 병사밀도가 낮은정도였지만 어차피 상대의 숫자는 1만명 남짓이기에 아무도 이점을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검은 악마. 빌어먹을 소드마스터만 아니면 류산의 허약한 병사들쯤이야 단숨에 밀어버릴수 있는 자신감이 각 장교들뿐만 아니고 일반병사들에게까지 퍼져있었으니까 말이다. 저멀리 류산 왕국의 깃발과 각 영지의 깃발을 높이 세운 군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동안 원정군을 한자리에 묶어두었던 적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것이다. 하트만 후작은 진형을 정비하며 천천히 다가오 는 적병을 보면서 웃었다. "각하. 너무 앞으로 나가신것 아닙니까? 호위 병력을 늘려야 합니다." "아직 괜찮아. 그보다 그 검은 악마라는 녀석이 안보이는군." "추적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아마 중진에서 류산의 왕세자와 같이 있을것이라 고 합니다. 전투가 시작되면 전열로 나올것이 분명합니다만…" "그래. 그래야겠지. 안그럼 내가 실망할테니까. 저들을 보게 제대로된 대형도 없고 무장도 제멋대로인데다가 복장까지 엉망이야. 정말 한마디 해주고 싶어 서 입이 근질거리는걸…" "뭐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각하." "병정놀이는 집에가서 하라고 말이야. 하하하" "하하하하" 주변에 모여있던 참모들과 천인장급 이상의 장교들이 후작의 말에 와~하고 웃었다. 비록 그동안 몇번의 패배를 맛봤고 진군이 멈췄다고는 하지만 그들 에게 류산의 병사들은 그야말로 오합지졸같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흑사인지 하는 소드 마스터와 그자의 제자들인 류산 기사단은 위험해. 아마 우리 제국 화격 기사단보다 강할지도 모르겠군." "인정할수 없습니다. 각하! 기사단중 최정예인 저희를 무시하는 말씀이십니 다!" 제국 화격 기사단의 단장이자 참모진중 한명인 융센 백작이 후작의 말에 불 끈 화를 내면서 반발했다. "총합적인 전투력은 자네들이 낫겠지. 하지만 전장에서 보여주는 저들의 무 용은 쉽게 생각할게 아니야. 막말로 자네들에게 들어가는 돈을 가지고 다른 가사단을 원조해도 그정도 전투력은 나올거라는게 내생각이네." "크흠…" 황실을 지키는 방패 로얄가드. 황제의 검인 제국 친위 기사단. 그리고 제국 내외의 적을 처리하는 제국 화격 기사단. 이 세 기사단은 제국을 지탱하는 세개의 무력집단이자 정치도구였지만 그들이 하는 일들은 확연히 틀렸다. 황 족과 그 친족들을 지키는 로얄가드는 말그대로 몸으로 귀한 혈통을 지키는 보디가드들이었고 황제의 명령외에는 모든 명령에서 자유로운 친위 기사단은 황제의 절대적인 검이었다. 그누구도 심지어 황태자마저도 친위 기사단에게 는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공작이던 노예건 황권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된 순간 제국 친위 기사단은 그 뿌리를 색출하여 처단하였다. 이에 반해 화격 기사단은 국가에서 공인한 적 - 반란군, 농민군, 외적, 이종족, 몬스터등 - 을 말살하는 존재였기에 언제나 정치적 순위에서도 군사적 순위에서도 다 른 두 기사단에 밀렸다. 그도 그럴것이 로얄가드의 경우 검과 방패 그리고 두터운 갑옷으로 무장하 고 요인을 경호, 호위하는 임무를 하는데 반해서 화격 기사단의 장비는 그야 말로 만물상이나 다름없었다. 모닝스타, 워헤머, 랜스, 롱소드, 숏소드, 세개의 던지는 단검, 중석궁, 경석궁에 신형 머스킷 두정, 성수와 약간의 마법스크롤 까지. 이 모든것이 화격 기사단 일개 기사의 장비였다. 갑옷의 무게까지 생각 한다면 가뿐이 80kg은 넘을법한 장비에 3일간 보급없이 활동할 식량과 장비 들까지 합치면 100kg은 족히 넘는 군장이 표준장비로 채용하고 있는 기사단 이었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만해도 어마어마했고 유지비는 일반 병사의 몇 십배나 되었다. 그렇기에 하트만 후작은 이 비싼 화격 기사단을 운용하느니 차라리 그돈으로 일반 병사 수천을 훈련시켜서 써먹는게 낫다고 생각했지만 굳이 그것을 입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기사는 자존심이 세니까 말이야. 거기다 군부는 내가 잡고있는데 굳이 그안 에서 적을 만들 필요는 없지'' 작게 중얼거린 하트만 후작은 참모진에게 말했다. "아까 내가 말한 말. 기억나나?" "예. 각하." "그대로 적어서 적진으로 보내게. 어디 한번 속이나 긁어줘볼까? 어떻게 나 오는지 말이야."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각하." 후작은 미소를 지으며 참모중 한명이 문서를 작성하여 전령에게 들려보내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아~ 어떻게 나올까?" 자존심이 센 기사라면 더 볼것없이 전 병력을 이끌고 달려올것이다. 노련한 자라면 피식 웃으면서 종이를 찢어버릴테고… 대범한 자라면 신경쓰지 않고 무시해버리겠지. 기왕이면 마지막이 좋은데… 상대할 맛이 날테니까. 후작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상대가 대범하기를 빌었다. 검은 악마에 대한 정 보가 너무부족했기에 이 뛰어난 후작조차도 상대의 전투능력만 어림짐작할뿐 그외의 사정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30분뒤 돌아온 전령은 좀전에 가져간 문서를 공손히 바치면서 말했다. "적 장군은 자신은 이것이 필요없다면서 저와 함께 돌려보냈습니다. 각하" 전령의 말을 들은 후작은 ''하하하''하고 크게 웃었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하 트만 후작을 보필해온 참모진이 이런 후작의 모습을 보고 크게 놀랄정도로 유쾌한 웃음이었다. 한참을 배를 잡고 웃던 하트만 후작은 갑자기 웃음을 뚝 그친뒤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이거… 아무래도 적은 만만치 않은놈같군. 이번 전투는 쉬우면서도 어려울 것이다. 전부 각오하도록. 특히 그 번쩍이는 장교복을 입고 전장에 들어가려 면 유서부터 써놓도록해. 번거로운것은 귀찮으니까 말이야. 내가 쓰는것은 아 니지만 대필가들이 자네들의 ''명예로운'' 개죽음을 미화하려면 고생할게 뻔하 니까." "……" 참모들 및 각 장교들은 후작의 말에 모래씹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거나 땅 을 쳐다보았다. 후작은 방금 귀족의 자존심과 장교들의 자부심에 찬물을 끼 얹는 발언을 한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런일에는 별로 개의치 않는지 하트 만 후작은 자신이 먼저 갑옷을 벗으면서 말했다. "가서 일반 기사용 갑옷을 가지고 오너라. 이걸 입고있다간 그 검은 악마놈 이 내 심장을 보기위해서 날아올테니까 말이야. 명예도 살아있을때나 가치가 있는법이지. 죽고싶은 놈은 마음대로 해. 나와는 상관없다. 난 승리를 맛보기 위해서 여기 있는것이지 명예로운 전사따위엔 관심없으니까 말이야." 그가 말에서 내려 종자들의 도움을 받아 갑옷을 벗는동안에도 다른 귀족들 은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그런 한심한 부하들을 보던 후작은 나직하게 말했 다. "난 죽은자들을 경멸한다. 그들은 미래에 아무런 도움도 못주고 아무런 해악 도 못끼치지. 죽은자는 패배자고 살아있는 자만이 승리자다. 전투에서 졌다해 도 살아남는다면 복수를 꿈꿀수 있지만 명예롭게 전사하면 그마저도 못하니 까 말이야." 그말을 끝으로 후작은 일반 기사용의 평범한 갑옷을 찾기위해 자리를 떴다. 그리고 그때까지 남아있던 장교들과 참모들도 후작의 말을 몇번 곱씹어보다 가 황급히 여벌의 기사갑옷을 찾기위해 각자 사방으로 흩어졌다. 보급품은 아무리 많아도 모자른법. 다른이들보다 늦으면 검은 악마와 검을 맞대는 영 광을 누리게 될것이 분명했다. 하트만 후작이 갑옷을 갈아입고 장교들이 표식을 떼어버리고 술이 달린 투 구를 던져버리는등 부산을 떨고 있는동안에도 류산군은 움직이지 않았다. 후 작이 관측용 망루에 올라서 적진을 살필때까지도 그들은 제자리에 못박힌듯 멈춰있었고 지루한 대치상황에 조금 진력이난 하트만 후작이 와인잔을 들고 여유롭게 분위기를 내고 있을때까지도 류산군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던것 이 정오무렵이 되자 갑자기 변화하였다. 류산군의 일부가 뚝 떨어져나와서 원정군을 향해 진격을 개시한것이다. "적진에 변화! 대략 천여명의 적군이 아군 진지를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각하…" "흐음… 놈들 눈엔 아군 머리수가 안보이는걸까? 놈들중 검은 악마가 끼어있 는가?" 후작은 치즈를 줏어먹으면서 물었다. 그러자 관측 장교는 열심히 적진을 살 펴보다가 망루 아래 있는 후작을 향해 소리쳤다. "없습니다! 적은 중기병 삼사백에 창병 육백명정도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이 몸을 끌어내보시겠다. 이건가? 훗. 이런 얕은수에 죽어줄 수야 없지" "각하 명령을…" "전군 대기. 각 궁수들은 적이 사거리에 들어오면 사격개시하라고 명령해. 그 외에 독단적인 추격은 절대 불가하다. 이를 어길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전 시불복종으로 친히 목을 베어주겠다고 전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전하!" 참모중 한명이 후작의 명령을 들은뒤 각 천인장들을 찾아서 달려갔다. 마치 남의 일인양 그런 참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와인잔을 기울이던 후작은 이미 와인이 모두 떨어진것을 보고는 잔을 높이들고 흔들었다. 능숙한 솜씨의 시 녀는 그런 주인의 의도에 맞춰서 와인병을 들고 잔에 가득채웠다. 마치 피와 같은 진한색의 레드 와인은 기분좋게 흥얼거리는 하트만 후작의 입안으로 조 금씩 사라졌다. 여유로운 참모진의 태도와 다르게 전선 앞열의 병사들은 긴시간동안의 대치 와 적의 도발에 긴장할대로 긴장해 있었다. 마치 조금만 흠집을 줘도 툭하고 끊어질것같은 팽팽한 활줄처럼 말이다. "사격준비!!!" 사냥꾼 출신인 노만 겔릭스는 궁수대 백인장의 외침에 살줄에 화살하나를 매긴뒤 뒤로 당겼다. "각 궁수별로 6발씩 지역사격을 개시한다. 목표는 적 중심부. 조주~운. 발사!" 퉁.투둥. 투두둥. 활줄을 떠난 화살들은 45도 각도로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 다. 노만은 자신이 쏘아보낸 화살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흙바닥에 꼽아 놓았던 다음 화살을 뽑아들고 대충 위치만 재본뒤 활줄을 놓았다. 그렇게 연 속적으로 화살을 날리자 6발의 화살은 30초도 채 되기전에 다 쏘고 말았다. "젠장. 우라지게 낮네" 마지막 쏘아올린 화살은 연속사격때문에 힘이 많이 빠져서인지 상승각도 낮 았고 짧은 포물선을 그렸다. 그의 경험상 저런 화살은 힘도 약한데다가 멀리 날아가지도 않았기에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할것이다. 그의 예상대로 마지막 에 날린 화살은 적군이 있는 위치의 절반도 날아가지 못하고 바닥에 꽂혔다. "더 쏴도 됩니까? 백인장님" 노만은 마지막 날아간 여섯번째 화살이 마음에 안드는지 그렇게 백인장에게 외쳤다. 하지만 백인장은 화살을 아끼라는 말과 함께 더이상의 사격을 허락 하지 않았다. 이것이 노만의 마음에 안들었다. 사냥꾼일때는 자기 마음대로 날리고 싶은만큼 화살을 날릴수 있었는데 군대에서는 상관의 명령이 아니면 사격연습조차 제대로 못한다. 거기다 인마살상용으로 나오는 그 화살들의 질 이란… 차라리 열살바기 어린애가 만든 장난감도 이것보다는 낫겠다고 노만 은 중얼거렸다. 싸구려 닭털이 대충붙은 깃대에 말라뒤틀어진 나무조각으로 만든 살대. 거기다 제대로 갈지도 않은 화살촉. 모든게 마음에 안들었다. 그 때 백인장이 전령과 뭐라고 이야기하더니 부하 궁수들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 활은 접고 총을 든다! 빨리빨리 움직여!" 백인장의 명령에 궁수들이 투덜거렸지만 그 누구도 명령에 불복하지는 않아 다. 이곳은 군대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크레센트 제국의 정예 병사들이 모인 곳. 말한마디 행동 하나로 목이 잘랄수도 있는 그런곳이었다. "제길…그런 장난감을 쓴단 말이야? 우라지게 미치겠군. 차라리 석궁을 들고 노는게 낮지…퉤!" 바닥에 침을 뱉은 노만은 그 무겁기만 무겁고 냄새나는데다가 청소하기도 뭣같은 머스킷을 지급받기위해서 동료들의 뒤를 따랐다. 오늘 일진은 아주 않좋다고 투덜대면서 말이다. 별볼일없는 궁수중 하나인 노만이 일진사납고 투덜거렸지만 정말로 일진이 사나운 자들은 따로 있었다. 류센 왕국의 선봉부대는 화살 사거리에 들어오 자마자 하늘을 까맣게 덮을것처럼 날아드는 화살들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훈련한대로 팔목에 차고있는 원형방패를 머리위로 들었지만 겨우 30cm나 될까말까한 원형방패는 온몸을 모두 커버해주기엔 무리가 있었다. 곧바로 수십명의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그뒤로 계속 날아드는 화 살에 십여명의 병사들이 계속적으로 죽거나 다치면서 쓰러졌다. 이러한 피해 를 입으면서도 류센 왕국이 병사들은 앞으로 전진했고 150m정도까지 다가오 자 왕국 선발부대 후미에서 보병들이 화살을 막아주는동안 아무일도 하지않 고 기다리던 중기병대들이 좌우로 걸라진 보병들 사이를 뚫고 원정군 진지를 향해 달려들었다. "우와아아아!!!" "침략자들에게 죽음을!" "네놈들 심장을 꺼내서 공놀이할테다" "빌어먹을 제국놈들 모두 죽여주마!" 살벌한 - 혹은 전장에서 친숙한 - 욕설들을 나열한 중기병들은 고함을 지 르며 적의 진지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상대는 촌무지렁이가 아니라는걸 확인시켜주듯 전면에 서있던 창병들이 중기병들을 향해 3~4m는 될법한 긴 장창을 들어올렸다. 말을 몰며 원정군 진지를 향해 달려가던 중기병 단장 에르히 라멜은 그 짦 은 시간동안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전직 기사였던 그는 상대의 진형을 보고 도저히 겁먹고 도망갈 자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왠만한 병사들이라면 기사 또는 기마병의 돌격에도 지레 겁먹고 도망치거나 창대를 놓치기 마련인데 겨 우 수십미터밖에 안떨어진 적병들은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이렇게되면 그 대로 말을 몰아서 자살공격을 펼치듯 선진의 기병들이 창날의 숲속을 향해 온몸으로 뛰어들거나 말머리를 돌려 측면이나 뒤로 빠져야했다. 힐끔 뒤를 돌아본 라멜은 자신과 같이온 보병대가 좌우에서 날아오는 화살공격에 제대 로 진격하지 못하는것과 아직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본진을 보고 곧바로 명 령을 내렸다. "부대 좌우로 기동! 후퇴한다!" 그의 명령에 따라서 앞서 달리던 중기병들이 말머리를 틀어서 좌우로 갈라 졌다. 라멜의 명령은 전형적이었고 보편적인 기병들의 전술과 부합되는 아주 적절한 명령이었다. 기병들이 아무리 적진을 뚫고 헤집어놓아도 뒷받침이 되 는 보병들이 없다면 그 구멍은 금세 막혀버리게 된다. 그뒤에는 멈춰선 기병 들이 일방적으로 도륙당하는 상황이 올것이다. 그의 판단은 시기에 맞았고 적절했다. 하지만… 상대는 대륙에서 손꼽히는 명장 하트만 폰 나레시온 후 작이었다. 피빙… "어엇?" 말머리를 틀던 라멜의 코앞으로 은빛의 물건이 스치고 지나갔다. 깜짝 놀란 라멜은 자신도 모르게 말고삐를 당길뻔했다. "히히힝…" "아아악…"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새도 없이 말머리를 틀면서 방향을 잡던 라멜은 자신 의 앞뒤에서 대여섯명의 중기병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으로 떨어지는것을 보았고 그 배는 되는 말들이 그대로 쓰러지면서 위에 타고있는 기병들을 깔 아뭉개는 광경을 보게되었다. "석궁?" 마치 의문에 답이라도 하듯 쿼렐이 라멜의 하프 플레이트의 흉부갑옷을 두 들겼다. 카랑… 창의 숲을 왼쪽에 낀 라멜은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거 기에는 우그러진 갑옷과 그 갑옷사이에 틀어박힌 손바닥만한 쿼렐이 박혀있 었다. "운이 좋군." 흉갑 측면을 뚫고 파고든 쿼렐촉이 라멜의 연약한 가슴살에 긴 상처자국을 내는동안 그는 원정군 진지 몇미터 앞에서 말머리를 돌린뒤 본진으로 향했 다. 돌아가며 뒤를 돌아보니 기병을 떨군 말들이 뒤쫓아오는게 보였다. 또한 저멀리 적진 앞에는 수십필의 쓰러진 말들과 기병의 시체가 뒹굴고 있었다. "젠장. 그냥 돌격시킬것을…쯧" 그랬다면 최소한 적에게 피해는 입힐수 있었을텐데… 라멜은 그렇게 한탄하 면서 전방을 주시했다. 이번 전투는 서로 인사치례로 한것뿐이다. 전면전은 조금뒤일것이 분명하기에 라멜은 부대에 도착하는 즉시 말과 부하들에게 휴 식을 명령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앞에서 싸우게 될것이 분명했으니까. 하트만 후작은 받은만큼 돌려주는 주의를 가진 자라 선공을 빼앗기자 곧바 로 반격에 나섰다. 원정군 휘하 1만 기병대중 절반과 500여명의 기사들을 내 보내 류산 왕국군을 짓밟기 위해 진격시킨 것이다. 놈 - Gnome. 드워프의 사촌이라 불린다. 호빗과 같은 난쟁이 출신으로 호기심이 왕성하고 연구욕도 왕성하다. 새로운것을 발명해내기를 좋아하지만 그들의 손재주는 그들의 연 구욕을 따라가지 못한다. - 제 망원경을 들고 선두까지 걸어나간 후작은 저 멀리 적진을 휘젓고 다니는 기병들을 보고 미소지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갑 자기 푸른빛이 번쩍이기 시작하더니 말위에 올라타고 있던 제국의 중기병들 과 기사들이 붉은 피를 뿌리며 토막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도 한번 에 대여섯명씩 말과 함께 잘려나가는 기사의 숫자가 늘어나고 원정군 진지까 지 들리는 함성이 울려퍼지자 기사들과 중기병들은 보잘것없는 농민병들에게 밀려서 퇴각하기 시작했다. 퇴각하는 기사들의 뒤에는 귀따갑도록 들었던 류 산 기사단과 그 검은 악마가 뒤쫓아오면서 원정군 기병들을 도륙하였다. "저럴수가… 저게 인간인가? 마치 드래곤을 보는것같지 않은가. 흐음… 생각 보다 더 어렵겠는걸" 후작은 처참하게 패주하는 기병들을 보면서 쓴맛을 다셨다. 그리고는 곁에 서 있는 참모에게 소리쳤다. "당장 궁수대 준비시켜! 그리고 저 머저리 같은 놈들을 측면으로 유도하고. 대열안으로 도망치는놈은 그냥 죽여버려! 병신같은 놈들." 상대의 절대적인 무력을 직접 목격한 후작이지만 그렇다해도 영광스러운 제 국의 기사들이 훈련조차 받지 않은 농민들에게 쫓겨온다는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그것이 소드 마스터 일개인때문이라면 더욱더! 두두두두두… "공작 각하 더이상은…" "돌격시켜! 내가 길을 뚫겠다." "옜! 각하!" 류산 기사단원들은 흑사의 뒤를 따르면서 쐐기꼴 모양으로 대형을 이루었 다. 뒤쳐지는 몇몇 제국 기병들을 공격하면서 더욱 빨리 달리기 시작한 류산 기사단은 곧바로 제국군 진지를 향해 뛰어들었다. "끄아아악!!!" 선두의 몇몇 기사들이 적 보병이 들이댄 장창에 찔려 낙마하거나 말과 같이 적군을 덮쳤지만 푸른 강기를 내뿜는 소드 마스터에 의해서 적진 정 중앙에 커다란 구멍이 뚤리기 시작했다. 부러지거나 적병의 시신을 달고있는 랜스를 버린 류산 기사단원들은 곧바로 롱소드를 뽑아들고 당황해하는 적병의 머리 를 후려갈겼다. "당황하지 마라! 적은 소수다! 밀어붙… 크헉" 대열 뒤에서 병사들을 독려하던 제국 기사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떨어 졌다. 그 기사의 목에는 푸른 강기가 어려있는 단검이 깊숙히 박혀있었다. 지 휘자를 잃은 병사들은 제대로 싸울 자세도 못갖춘채 우왕좌왕 하다가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류산의 보병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뛰어오고 있었다. 중진의 전열이 무너지고 병사들이 뒤로 밀리는동안에도 후작은 아직이라는 듯 공격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중앙으로 침입한 류산 기사들이 겁먹은 병사 들을 도륙하는동안에도 후위와 좌우익의 병사들은 움직이지 못했다. "각하!" "기다려. 아직 아니야." "하지만…" "명령이네 기다려." 하트만 후작이 손을 흔들면서 제지하자 참모들은 입을 다물었다. 시끄러운 소리와 비명소리 무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100여m앞의 전투는 마치 딴세상의 싸움같았다. 현실감이 부족하달까? "역시 대단하군 저자." "예? 누구를 말씀하시는것입니까 각하?" "저기…" 후작은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막 풀 플레이트를 입은 중갑 기사를 양단하 는 장면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피와 내장을 쏟으며 상반신이 바닥으로 떨어 지자 말을 기사의 하체를 태운채 주변의 병사들을 깔아뭉개며 전장을 벗어나 기 위해 애를 썼다. 검은 악마는 자기에게 날아오는 창대를 한번에 대여섯개 씩 날려버리며 전진을 계속했고 그의 뒤로 악전고투를 하는 류산 기사대가 뒤따랐다. 벌써 중진의 절반이나 밀고들어온것이다. 거기다 그들의 뒤로 전력 으로 달려온 보병들이 함성을 지르며 전열에 부딪쳐와서 순식간에 수백명의 제국 병사들이 죽어나갔다. "역시 사기가 고양된 병사들이란 무서운거야. 안그런가?" "……" "흠. 중진은 후퇴. 좌우익은 전진. 양옆에서 포위한다. 저 검은 악마놈은 날뛰 라고 놔둬. 어차피 막을수 있는 자도 없지않은가. 안그런가? 후후후" "피해가 막심할것입니다. 각하!" "그럼 자네가 가서 막아보게. 성공만 하면 백작자리를 추천해주지." 그말을 끝으로 후작은 말머리를 돌렸다. "전투란 집단대 집단이 싸우는것이지. 일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봐야 소용없어. 그점을 명심하게나." 마치 제자들에게 설명하는 인자한 스승처럼 천천히 말을 한 후작은 미련없 이 전장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Gun`s Love] 특선단편 (2) 2003-08-04 15:29 코멘트1 추천2 제국군 진형의 중앙은 후퇴하기 시작했고 좌우익은 전진하였다. 기병과 보 병이 한덩어리가 되어서 제국병사들을 밀어붙이던 류산 기사단 소속 라울 트 라뷰트 남작은 적군의 움직임을 보고 달려드는 적병의 머리를 프레일로 뭉개 버린뒤 그들 앞에서 길을 만들고 있는 흑사에게 말을 몰았다. "전하! 적들이 포위해옵니다!" 푸른 강기로 뒤덥힌 도를 휘둘러 두명의 창병을 날려버린 젊은 소드마스터 는 중년의 제자가 소리친곳을 바라본뒤 혀를 찼다. "어차피 이렇게 될줄 알았지 않나?" 퍼억! 도를 휘둘러 한명을 날려보낸뒤 반대쪽에서 달려드는 창병의 머리를 발길질로 날려버린 흑사가 소리쳤다. 비명소리와 무기 부딪치는 소리덕분에 바로 옆에 있어도 잘 들리지 않았기에 고함을 지른것이다. 어차피 이런 난전 상황에서는 비밀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을테니까… "포위되면 끝입니다!" "전면으로 길을 만든다! 빠져나가!" "예! 전하!" "비켜라! 하아압!!!" 검은 악마가 묵빛 도에 기를 모으기 시작하자 푸르른 강기들이 밀집되기 시 작했다. 그리고는 도를 크게 휘두르자 도의 날에서 반원형의 푸른 빛줄기가 나타나 전면의 병사들을 갈라버렸다. 순식간에 수십명의 병사들이 비명을 지 르며 죽어나갔고 주변에 있던 제국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치기 시작 했다. "자! 가자!" 흑사의 외침에 류산 기사들이 고함을 지르면서 뒤따랐다. 그들의 앞으로 피 와 시체로 만들어진 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트만 후작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정말 대단하군. 무신이 있다면 바로 저런 모습일까?" "…각하." 그의 참모들과 호위기사들은 불안한듯 말했지만 그럼에도 후작은 전혀 개의 치않았다. 원정군의 중진을 돌파하려는 검은 악마와 류산 기사단을 막기위해 예비대로 있던 두개의 창병대와 보병기사 한부대를 보냈으나 적은 겨우 십여 명의 손실로 수백을 죽이고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류산 기사단 앞에는 언제 나 검은 악마가 버티고 서있었다. "대단하지 않나? 검을 한번 휘두르면 철판이건 살이건 뼈건간에 모조리 날려 버리고 마법같은 기술을 사용하면 단번에 수십명씩 죽어나가지. 누가 저런 괴물과 맏붙을수 있겠나. 자살행위지." "더이상 밀리면 군 전체가 위험합니다. 각하! 적은 이미 중진을 뚫고 투입시 킨 병력들도 밀어내고 있습니다! 지원군을 더 보내거나 아군쪽으로 합류하셔 야 합니다" "자넨 여기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나?" "그건…" 말을 하던 참모는 입을 다물었다. 적의 기사단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원정군 을 돌파해나가고 있긴 하지만 그들이 있는 후위에는 아직도 2만의 병사가 모 여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모두 일반 기사와 같은 특별한 장식이나 가문표 식이 없는 갑옷을 입고있지 않은가. 누가봐도 일반기사정도로 밖에는 안보일 것이다. "뭐… 저자가 날뛰는 걸보고 있지나 자네의 마음도 이해가 가네만… 우린 싸 우러 온거지 도망치러 온게 아니지 않나." "하지만 각하!" "됐네. 예정보다 훨씬 빠르긴 하지만 작전대로 하지. 이거… 예상외인걸. 류 산 기사단의 수준이 이렇게 높을줄은 몰랐어. 저정도 길이를 뚫고 나왔을때 쯤이면 저 검은 악마와 한둘정도만 살아남을줄 알았는데. 반수는 남은것 같 군. 그것도 이제 끝이겠지만. 후후후…" 후작이 검집에서 화려한 장식이 붙어있는 롱소드를 뽑은뒤 높이 들어올렸 다. 그의 신호에 따라 후위에 몰려있던 병사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 했다. 그리고 후작의 뒤에 후작가의 깃발이 올랐다. "물고기를 낚으려면 미끼가 필요한법. 어디 건져 올리느냐 먹혀버리느냐. 한 번 운을 시험해보지" 하트만 후작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쉬이익… 퍼벅. "크아아악!!" "아악" "엄마…엄마…" 또다시 번득인 푸른 빛에 류산 기사단의 앞을 막고있던 병사 십여명이 단숨 에 사지가 잘린채 허공에 흩어졌다. "잔챙이들은 비켜라!!! 하압!" "히이익!!" "괴…괴물이다!" "악마다! 악마야!" 드디어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죽여도 죽여도 악착같이 덤비던 제국의 병사들이 채 10분도 되기전에 100명이상을 혼자서 도륙한 검은옷의 소드마스터에게 질려버린것 같았다. 대부분은 소문으로 들어서 인간같지 않 은 무용을 가진 괴물이라는것을 알고있지만 그것도 남에게 듣는것과 자신이 직접 경험하는것은 천지차이이다. 병사들은 공포에 질리기 시작했고 전장에 서 퍼진 공포는 쉽게 주변으로 전파되고 전염되었다. 겁에 질린 병사들은 그 대로 뒤돌아서 도망치거나 좌우로 흩어졌고 류산기사단을 막고있던 인간의 벽이 차츰 엷어지기 시작했다. "적 대열의 끝이다!" "드디어 돌파했다" "와아아아아!!!" 류산 기사단원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거품을 물고있는 말의 배를 힘차게 차 면서 앞으로 내달렸다. 저멀리 적의 후위가 보이긴 했지만 드디어 적병을 뚫 고 빠져나온것이다. 기사단의 앞으로 넓은 초원이 나타났다. "해냈습니다! 전하! 우리기 활로를…" 중년의 기사 라울이 기쁨에 겨운 목소리로 소리치다가 말을 멈췄다. 뒤를 돌아본 그는 입을 다물수밖에 없었던것이다. 150여명이던 기사단원은 절반도 안되었고 대부분 크고작은 부상을 입고있었다. 거기다 그들이 뚫고 지나온 피의 길에는 적병들이 빽빽하게 서있는것이 아닌가. 그들의 뒤를 따라 포위 망을 뚫고 따라와줄것이라 믿었던 본대는 적들에게 포위된채 류산 기사단만 홀로 빠져나온것이다. 인간들과 창날사이로 보이는 류산의 본대는 사방에서 포위된채 힘겨운 싸움을 하고있었다. "…죽도록 고생한게 헛고생이 되어버렸군" "전하! 지금 당장 왕세자 전하를 구하러 돌아가야합니다!" 한 기사가 그렇게 외쳤다. 적들은 빠져나온 류산 기사단을 외면한채 포위망 을 더욱 견고히 하고있었고 몇몇 적부대가 포위망을 빠져나와 후퇴하는것이 눈에 들어왔다. "차륜전인가…"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하? 상황이 위급합니다! 당장…" "안되오! 지금 돌아가봐야 같이 포위되어서 죽을 시간만 기다리게 될것이 오!" "왕세자 전하가 저안에 계십니다! 죽어도 같이 죽어야 합니다!" "그만! 무기를 들어라! 우리는 적장을 잡으러 간다!" "허나!!!" "적의 지휘관을 잡지않으면 전세는 뒤집을수 없다! 돌아갈자는 돌아가라! 나 는 가겠다! 적장의 깃발을 찾아라!" 소드 마스터는 그렇게 소리친뒤 도를 들어올렸다. 곧이어 후위에서 나레시 온 후작가의 깃발을 찾아낸 기사가 소리쳤고 그는 원정군의 후위를 향해 말 을 몰았다. 그리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류산 기사단원들도 모두 말을 몰아서 적장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하트만 후작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정말 대단하지 않나? 저렇게 악전고투를 겪고 살아나왔는데도 전의가 전혀 꺾이지 않았어. 아니 오히려 더 투지에 불타는것 같군. 전신이 아니라 사신이 었나? 후후후"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후작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아니 대꾸조차 할수없 었다. 이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역시 검은 악마라 불리느 소드 마스터 의 위력에 질려버린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하급 병사들중에서도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검은 악마를 보며 겁에 질려서 무작정 도망치려는 병사도 눈 에 띌 정도였다. "좋아. 분위기도 무르익었겠다. 축제를 개시해야겠지! 궁수대에 사격하라고 전해" "예! 각하. 궁수대 사격준비!!!" 언덕위에 웅크리고 있던 제국 병사들이 대열을 갖추고 활을 들어올렸다. 장 궁, 단궁, 중석궁에 몇개의 투석기와 발라스타까지 쏠수 있는 무기란 무기는 모조리 끌어모은것 같았다. "발사!" 투두둥. 터엉! 석궁의 쿼렐들이 언덕아래를 향해 맹렬한 기세로 쏘아져나갔 고 하늘위로 수백발의 화살들이 날아올랐다. 마치 빗줄기 같았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화살들은 그대로 류산 기사단을 덮 쳤고 도를 양손으로 잡은 검은 악마는 날아오는 쿼렐과 화살들을 모조리 쳐 냈지만 그뒤에서 달리던 기사들은 그렇지 못했다. 순식간에 대여섯명의 기사 들이 온몸에 화살을 박고 말위에서 떨어졌고 기사들을 태우고 달리던 말들이 쿼렐에 맞아서 바닥을 굴렀다. "히히히히힝~" "크아악!!" 라울 트라뷰트는 달리던 말위에서 그대로 붕뜬채 뒤로 떨어졌다. 노린것인 지 아니면 우연인지 몰라도 말고삐를 끊고 그대로 그의 왼쪽 어깨에 틀어박 힌 쿼렐때문에 그는 낙마하였고 다행히 동료의 말발굽에 밟히지는 않았지만 땅에 떨어지면서 받은 큰 충격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비명소리와 고함 소리 그리고 말울음소리를 들으면서 멍청히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보던 라울 은 힘겹게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타닥. 소리가 나면서 그의 눈앞에 몇발의 화살이 꼽혔지만 현실감이 없었다. 마치 연극을 보고있는듯한 느낌이었다. 어 깨의 통증도 없었고 눈앞에도 뿌연 무언가가 안개를 뿌려놓은듯 했다. 그때 였다. "끄아아악!!!" 찢어지는듯한 비명소리가 몽롱한 상태의 라울을 제정신으로 돌려놓았다. 이 십여미터 앞에서 한 기사가 얼굴부터 다리까지 수십발의 화살을 맞은채 비명 을 질러대며 말에서 떨어져내렸다. 그들은… 함정에 빠진것이다. 지독한 화살 비 속으로 몸을 날린것이다. 자신과 같이온 동료중 몇이나 적군앞까지 달려 갈수 있을까… 소드 마스터는 계속해서 검을 휘둘러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들을 쳐내 었다. 그런 그의 뒤로 겨우 서너명의 기사만이 뒤쫓아오고 있었지만 그는 전 혀 개의치 않았고 오직 앞을 향해 내달렸다. 그 덕분일까? 적과의 거리는 이 제 십여미터밖에 남지 않았다. 전력으로 달리는 말이라면 1초도 안걸릴 거 리! 하지만 그의 몸을 지켜주던 검기는 그가 타고있던 말까지 지켜주지는 못 했다. "히히힝~" 근거리에서 빠른속도로 날아온 쿼렐들이 말의 가슴과 앞다리 그리고 배를 강타했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댄 말은 앞발을 들어올리다가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마치 곡예사처럼 가벼운 몸짓으로 쓰러지는 말의 등자를 밟고 뛰 어오른 소드마스터는 단숨에 적진사이로 뛰어들어갔다. 그의 앞에는 소수의 창병들과 막 화살을 재던 궁수들밖에 없었다. "적장은 앞으로 나와라! 겁쟁이처럼 숨지말고 어서 나와!" 촤아아악! 일검으로 세명의 궁수를 갈라버린 검은 악마가 소리쳤다. 하지만 당연히 호기롭게 대답하고 병사들 사이에서 뛰어나와야할 적장은 모습을 드 러내지 않았다. 단지 그의 근처에 있던 병사들만 와~하고 소리치며 무기를 내던져버리고 사방으로 도망쳤는데 꼭 늑대에게 쫓기는 양떼들같은 몰골이었 다. 높은 언덕에서 몇몇 기사들과 함께 양떼사이를 헤치고 다니는 늑대처럼 날 뛰는 검은악마를 내려다보던 하트만 후작은 전쟁이 시작된이래 처음으로 질 린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젠 징글맞군. 저놈 혼자서 대체 몇명의 병사를 죽인거지? 드래곤도 저놈 에겐 상대도 안되겠어. 정말… 쯧쯧. 궁수대 준비시켜. 아니 조준하는대로 사 격하라고해." "하지만 각하. 그럼 저희편도 맞습니다!" "그래? 그래서? 뭔말을 하는건가. 자네. 내 명령 못들었나?" "아…아닙니다. 각하" 참모진중 가장 말단의 기사는 그저 경례를 하면서 궁수들에게 명령을 내리 기 위해서 장교들을 향해 뛰어갔다. 그런 참모의 등을 보면서 혀를 찬 후작 은 와인대신 미지근해진 물을 마시면서 투덜거렸다. "빨리 전투를 끝마치고 가서 와인을 마시고 싶군. 차고 시원한걸로 말이야.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전투를 하고 있으니까 내가 지금 싸우러 온건지 놀러온건지 영 분간이 안간단 말이야. 흐음…" 후작이 투덜대는동안 궁수들이 준비되었는지 언덕 주변에서 투두둥…하는 화살 날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두명이 아니라 한번에 수십명씩 무리지어 서 늘어선 궁수들은 같은편 동료가 맞던 말던 검은 악마를 향해 연신 화살을 날려댔다. 화살의 잔량조차 무시한채 말이다. 분당 6발씩 쏴대는 화살은 직선 으로 혹은 포물선을 그리며 검은 악마를 향해 날아갔고 그 광경을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장관이었다. 마치 검은 빗줄기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듯했다. "호오~ 것참 볼만한 광경이로군. 역시 궁병대 전력을 절반이나 후방으로 빼 돌린 보람이 있군 그래. 안그런가?" 기분좋게 껄껄 웃는 후작은 옆에 서있는 참모의 어깨를 툭치며 말했다. 그 참모는 웃고있는 후작에게 고개를 숙여 동의를 표했지만 투구안의 표정은 마 치 심한 모욕을 당한 사람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지금 이자리에 모여있는 궁 수들을 전방에 배치했더라면 변변찮은 갑옷도 없는 류산의 병사들을 쉽게 격 파할수 있었을것이다. 그렇다면 아군의 피해도 많이 줄었을테지만… 그는 지 휘관이 아니었다. 제국 원정군의 지휘관은 사방에서 날아드는 화살들을 푸르 른 장벽과 검기로 모조리 막아내고 있는 저 검은 악마와 동류로 보이는 하트 만 후작이었다. "흠. 때가 무르익었군. 잘익은 와인은 충분히 숙성시켜야 하는 법이지만 시기 를 놓치면 먹지못하게 되는 법이지. 노예검병들을 돌격시켜. 그리고 석궁병들 은 저 악마녀석을 포위하라고 하고 궁병들은 모두 포위된 류산놈들에게 가진 화살을 몽땅 쏘아버리라고 해" "예! 각하!" 뿌우우우우… 긴 뿔나팔 소리와 함께 언덕 뒷편에서 파도와같은 거대한 함 성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상의를 벗은 건장한 노예검병들이 긴 머리를 휘날리며 한손에 롱소드나 시미터를 들고 고함을 지르며 궁병들이 내어준 길 을 따라서 마치 파도처럼 물밀듯이 달려나간것이다. 맨발에 바지만 입고 검 을 흔들며 달려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남방 정글에 사는 바바리언들과 흡사했 다. 혹은 북부의 침엽수림을 차지하고 있는 미개한 버서커들이거나… 두명의 말탄 기사를 말과 함께 토막내고 도망치는 창병과 궁병의 등을 반으 로 쪼갠 흑사는 지축이 흔들릴정도로 커다란 소리와 함께 언덕을 가득 메운 채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반나체의 사내들을 보고 침을 삼켰다. "…열시간은 싸워야 다 죽이겠군. 제길." 이미 승리는 물건너간지 오래였다. 아니 전면전을 각오했을때부터 승리는 포기했었다. 단지 자신의 힘과 돌파력으로 적의 후퇴를 강요하여 류산 왕국 을 ''먹어치우기엔 가시가 잔뜩 돋은'' 맛없는 먹이로 만들려던 계획이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힘들것 같았다. 함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노예검병들에게 도를 휘두른 젊은 소드마스터는 양발에 힘을 준뒤 높이 뛰어올랐다. 광신도처럼 달려드는 노예들을 모조리 처리하는것은 힘만 낭비하는것이라고 판단했기 때 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공중으로 날아오르자 마자 사방팔방에서 쿼렐들이 허 공을 향해 날아들었다. 한두발도 아니고 한번에 수십발씩 앞뒤좌우에서 날아 드는 쿼렐은 단 한사람을 향해 날아들었고 그것들을 일일이 쳐낸 소드 마스 터는 다시 노예들 사이로 떨어질수밖에 없었다. "끄아아아아!!!" "검은놈 죽어라!" "죽인다! 죽인다!" 노예검병들은 미친듯이 열렬히 그를 환영했고 사방에서 조잡해보이는 검들 이 마구 날아들었다. 지면으로 떨어지는동안 흑사는 도를 역수로 잡은뒤 자 신을 향해 날아드는 검들을 무시한채 기합을 주면서 지면에 강하게 도를 내 리꽂았다. "하아압!" 콰아앙! 그를 중심으로 둥근 충격파가 생겨나면서 주변에 있던 노예 검병 수십명이 단번에 고깃덩어리가 되어서 사방으로 흩날렸고 날카로운 파편조각 - 주로 뼈, 가끔 부서진 검의 파편들도 있다 - 들이 그 뒤에 빽빽하게 모여 있는 다른 노예들을 강타하였다. 단번에 반경 수미터에 달하는 시체와 부상 자의 산이 만들어진것이다. 하지만 노예들은 마치 무엇엔가 홀린듯 핏발선 눈으로 그를 응시하며 침을 질질흘리는 몰골로 시체들을 타넘으며 달려왔다. "크아아악!!" 세겹의 시체들을 타넘고 뛰어올라 소드 마스터의 등에 검을 꼽아넣으려던 노예의 허리가 양단되면서 상체는 그의 머리위로 하체는 바닥의 시체사이로 떨어져내렸다. 지독한 고음의 비명이 시끄럽게 고막을 때렸지만 그를 둘러싼 노예중 어느 하나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혈향과 비명에 더욱 더 흥분한것같이 보였다. "심령을 제압당한 자들인가. 제기랄…" 죽음에 대한 공포조차도 광기와 살육의 의지는 꺽지 못한다. 자신을 둘러싸 고 있는 노예검병들을 모조리 죽이기전에는 이 인간의 벽을 탈출할수 없을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그의 머리속을 헤집고 지나갔다. "제아무리 사마에 심령이 제압당했다해도 정순한 내공에는 미치지 못할것이 다. 후우웁… 크허어어엉!!!" 천지를 울리는 쩌렁쩌렁한 사자후가 뿜어져나왔다. 내공이 가득 실려있는 사자후의 여파로 그에게서 가까웠던 노예들이 귓가로 피를 내뿜으면서 쓰러 지게 만들었고 몇몇은 뇌혈관이 파열당했는지 검붉은 코피를 죽죽 내뿜으면 서 썩은 짚단처럼 털썩 쓰러졌다. 하지만 그렇게 죽여도 아직 적은 수천쯤은 가뿐히 넘어보였다. 그리고 여전히 미친놈들처럼 고함을 쳐지면서 검을 들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사냥꾼 출신이었다가 징병되어서 석궁수가된 평민 필마린은 간밤에 보초를 서느라 - 순전히 카드하다가 패가 안좋아서 겪게된 불운한 사고(?)였다 - 피 곤한 눈을 비비면서 석궁의 현을 당긴뒤 쿼렐을 올려놓았다. 대략 100여 미 터 앞에서는 피분수가 몰아치고 가끔 허공으로 살조각이나 사람몸통이 날아 오르곤 했지만 워낙 현실감이 없었기에 자꾸 졸음이 밀려오는것이다. 필마린 은 장교의 눈을 피해 다시한번 하품을 한뒤 노예검병들이 벽을 이루고 있는 허공을 향해 석궁을 조준했다. 막 검은 물체가 허공으로 뛰어오르자 그는 지 체없이 방아쇠를 당겼고 질긴 오크힘줄로 만들어진 현은 퉁~ 하는 소리를 내 면서 쿼렐을 날려보냈다. 퍽~ 하는 소리가 들릴만큼 허공으로 날아오른 물체 는 뒤로 튕겨나갔고 바닥을 떨어지는 폼을 보니 노예의 시체인듯 했다. 그 시체에도 또 다시 열댓발의 쿼렐이 박혀 있을것이다. 쿼렐을 날린 필마린은 잽싸게 허리를 웅크리고 갈고리를 현에 건뒤 한발로 석궁끝을 누르면서 양손 으로 도르래를 빠르게 돌렸다. 얼굴이 빨개지도록 힘쓴 그는 간신히 장전손 잡이 위에 현을 올려놓았고 도르래를 푼뒤 석궁위에 쿼렐을 올려놓았다. 그 리고 다시 허공을 조준. 이렇게 허공에다 대고 쏴대는것이 벌써 몇번째인지 세는것조차 포기한 그였다. "도대체 인간 하나를 잡는데 쿼렐을 몇발이나 쏘는거야." 그때 다시 노예들의 머리위로 뛰어오른 인간이 보였고 필마린은 조심스럽게 조준했다. 거의 3~4m까지 뛰어오른 그 그림자를 향해 주변에서 사격을 시작 했다. 빠른 속도로 날아간 쿼렐촉이 상대를 꿰뚫는것 같았으나 곧이어 푸르 른 강기와 도기가 그것들을 빠르게 쳐냈다. 하지만 그 반동으로 앞으로 날아 올랐던 상대는 반대로 뒤로 밀려난채 떨어지고 있었다. 투웅~ 티잉. "으윽…" 석궁의 현이 쿼렐을 날리자마자 끊어졌다. 현줄이 그의 얼굴을 치고 지나갔 지만 그는 인상을 쓸뿐 날려보낸 쿼렐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당연히 상대 가 쳐내겠지만… 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검은 악마라 불리는 소드 마스터가 피를 내뿜으면서 허공에서 반바퀴 회전하며 떨어지는게 아닌가? "맞았다! 내가 맞췄다고! 맞췄어! 으하하하!!!" 누가 듣건말건 필마린은 미친듯이 웃었다. 그 어떤 명사수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낸것이다. 저 뮈무시한 검은 악마의 피를 봤으니까 말이다. 나중에 상 금도 듬뿍 받을것이다. 대충 팔이나 어깨부위에 맞은듯 하지만 그 쿼렐 끝에 는 자신만의 표식을 단검으로 새겨놨으니까 수십골드는 물론 잘하면 수백골 드도 포상으로 받게될것이 분명했다. 왼쪽 팔뚝 깊숙히 박힌 쿼렐은 그에게 오랫만에 상처의 고통을 안겨주었다. "크아아아!!!" 콰아아앙! 반원형으로 휩쓴 충격파가 그의 앞에서 고함을 지르며 달려오던 노예들을 조각조각 분리시켜서 그들이 달려오던 방향으로 되돌려보냈고 연속 적으로 강기를 사용하여 지면을 후려치자 단번에 백에 가까운 노예들이 즉사 했다. 하지만 노예들은 시체를 밟고 뛰어올라와서 그를 향해 달려들었고 소 진한 내력을 보충할새도 없이 그는 도를 휘둘러야 했다. 단번에 두명의 노예 를 양단한 그는 더이상 차륜전에 빠졌다가는 내력이 먼저 소모당할것이라 판 단하고 등뒤의 공격을 최대한 무시하고 전면의 노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몸에 하나둘씩 검상이 생기고 출혈이 일어나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인간 의 벽중 한쪽면이 조금씩이나마 얇아지기 시작했다. 초원의 바닥에는 피와 시체가 가득 깔렸다. 마치 원래 붉은색이었다는듯이 푸르렀던 풀들은 모조리 붉은색으로 물들었고 그위에 눈조차 감지못한 시체 들이 겹겹이 쌓이기 시작했다. 언덕위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노련한 기사 들조차 구토를 참지 못할정도로 악취가 사방에서 풍겨왔지만 하트만 후작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이제 저놈도 슬슬 지쳐가나본데? 안그런가?" "예… 각하." "각하! 삼군에 의해 포위되었던 류산군이 항복을 청해왔습니다. 항복을 받아 들이시겠습니까?" "흠… 그놈들은 저기 있는 검은 악마만한 끈기가 부족한가보군. 그 류산의 왕세자는 살아있나?" "예 각하. 백기를 들고온것도 그였습니다. 어깨에 관통상을 입었지만 죽을만 큼 큰 상처는 아닌것 같았습니다." "그래? 운도 좋군. 좋아. 항복을 받아줘라. 하지만 저놈과는 별개야. 그놈들을 전장에서 멀리 압송하고 남은 병령을 전부 이쪽으로 돌려." "예! 각하!" 즉석에서 감시단이 만들어지고 참모와 몇몇 장교들이 병사들을 이끌고 전방 으로 말을 몰아서 달려갔다.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각하!" "축하드립니다" "아냐. 아직 아니야. 전쟁은 아직 안끝났어. 저놈이 아직 살아있잔나." 승전에 기뻐하는 참모들과 달리 후작은 아직 표정을 풀지 않은채 낮은 목소 리로 말했다. 그의 말대로 근 1시간이 다되어가는 노예들과 검은 악마의 싸 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아니 아직 몇시간은 더 있어야 결판의 조짐이 보일것 같았다. "왼쪽이 허술해졌다. 당장 노예들을 왼쪽으로 투입시켜. 저 무식한 놈들은 직 접 움직여주지 않으면 엉덩이도 떼지 않을거다. 저놈들을 세뇌한 마법사들을 모조리 투입해. 어서! 그물에서 저 맹수가 빠져나오면 난 더이상 붙잡을 기 력이 없으니까 말이야. 퉷! 물맛한번 더럽군" 후작은 한모금 마신 물을 뱉어버리면서 물주머니를 내던져버렸다. 133번이라는 이름을 가진 노예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어제까지만해도 멀 쩡하던 이들이 후작이라는 자의 연설과 무언가 알수없는것을 탄 술, 그리고 후드를 뒤집어쓴 이들의 괴상한 주문이 끝나자 마치 버서커들처럼 광폭해졌 다. 그리고는 미친듯이 검은옷을 입은 자를 향해 달려드는것이다. 노련한 37 번처럼 - 또한 그와 같이 술을 마시지 않은 극소수의 노예들처럼 - 133번도 함성을 지르고 검을 휘둘러댔지만 앞으로나서려는 다른 노예들과는 달리 엉 덩이를 뒤로 빼고 자기 자리를 다른 노예들에게 내주면서 조금씩 조금씩 포 위망 뒤로 빠지고 있었다. "우아아아아아악!!! …이제 어떻게해요? 네?" "와아아아! 시끄럿! 들고 있는 검이나 더 높이들고 휘둘러! 그리고 저 괴물같 은 놈이 이쪽으로 안오기를 하늘에 빌란말이야! 와아아아!" 그때였다. 콰광! 하는 지축을 울리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울려퍼지고 그뒤로 죽은 고기를 잘라내는듯한 서걱서걱 소리가 빠른속도로 들려왔다. 133번의 앞에 서이던 37번의 몸이 갑자기 네조각으로 잘려나가면서 피를 뿌리며 바닥 으로 떨어져내렸다. 그의 허리춤을 잡고있던 - 단지 떨어지지 않기위해서였 다. - 133번의 손에는 상체와 양허벅지가 날아간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깃덩 어리가 들려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 피냄새를 풍기는 검은옷을 입은자가 역시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도를 들고 서있었다. 서로의 눈이 마주치자 133 번은 공포에 휩쌓여서 울어버릴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상이로군…" 그 악귀같은 소드 마스터가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133번은 그의 목소리에서 마치 반가움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133번은 검은 악마 가 날린 주먹에 턱을 얻어맞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소드 마스터는 그런 133 번을 무시한채 앞으로 내달려서 그의 앞길을 막고있던 대여섯명의 노예들을 단숨에 베어버리고 노예들사이를 헤치고 포위망을 빠져나갔다. 그뒤로 다른 노예들이 함성을 지르며 쫓아갔고 133번은 다른 노예들의 발길질에 몇번이나 채였지만 힘이 풀려버린 양 다리와 피와 다른 액체로 축축하게 젖은 바지를 내려다보면서 그대로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노예검병들의 포위망을 빠져나온 검은 악마는 그대로 도주하려는듯 전력을 다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바로 사방에서 쿼렐이 날아들었고 특히 전방에서 집중적으로 날아들 쿼렐의 촉은 도저히 걸음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 다. 그의 뒤에 있던 수십명의 노예검병들이 쿼렐에 맞아서 쓰러졌지만 석궁 수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재장전이 끝나는대로 쿼렐을 날려댔고 그것들을 막 느라 느려진 검은 악마는 다시금 노예들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이렇게 숨바꼭질을 하듯이 노예검병들과 석궁병 그리고 소드 마스터는 몇번 이고 같은 행위를 하였지만 바뀐것은 별로 없었다. 석궁수들의 쿼렐이 개인 당 서너발밖에 안남은것과 노예 검병들의 숫자가 2000여명으로 줄어든것 그 리고 소드 마스터는 옆구리와 가슴에 긴 검상을 입고 정강이 옆을 쿼렐에 맞 은것뿐이었다. 이미 전투는 근 세시간이 가까워 오고 있었고 노예검병과 석 궁수들뒤로 수만명의 제국 원정군 병사들이 넓게 포진하여 몇겹의 포위를 이 루었다. "흐음… 이제 좀 지겹군. 이만 끝내도록 할까? 준비시켜" 후작은 지루한듯 작게 하품을 하면서 말했고 그의 명령이 내려지자 준비는 순식간에 끝났다. 장궁병들이 10열 종대로 늘어섰고 3m에 달하는 긴 장창을 가진 장창병들이 노예검병들에게 둘러쌓인 소드 마스터의 삼면을 포위했다. 곧이어서 장궁병들이 화살을 쏘아올렸고 근 60도 각도로 쏘아올려진 화살들 은 폭이 넓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올랐다가 검은 악마와 그 주변의 노예들 을 향해 떨어져내렸다. 퍼버벅! 단번에 수십에 달하는 노예들이 비명과 함께 화살에 꿰여서 쓰러졌고 이제야 기력이 달리는듯 검은 악마의 가슴에도 한대 의 긴 화살대가 박혀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도를 들어서 화살공격 에 숫자가 많이 줄어든 쪽을 향해 도기를 날렸고 화살과 도기에 의해서 뚫린 공간을 향해 몸을 날렸다. 노예들의 시신을 뚫고 뛰어나온 그는 머스킷을 들고있는 이백여명의 총병이 자신을 조준하고 있는것을 발견하고 자신도 모르게 멈춰섰다. 거리는 겨우 이십여미터. 평소의 그라면 단한번의 도약으로 달려들수 있는거리였지만 그 의 이성이 반응하기도 전에 화승총의 심지가 모두 타들어가면서 쾅쾅쾅! 하 는 수백발의 머스킷 총성이 천지사방에 울려퍼졌다. 퍼버벅!!! "……" 팔다리 할것없이 그의 몸에서 피분수가 뿜어져나왔고 가슴에도 몇발이 박혔 는지 그의 몸이 움찔거리며 피를 쏟아내었다. 움찔거리면서 서있던 소드 마 스터는 몸을 떨다가 오른손에 쥐고있던 도를 떨어트리고 무너지듯 무릎을 꿇 고 주저앉았다. 그의 뒤를 쫓아오던 수십명의 노예들이 시신이 되어서 쓰러 지는것을 배경으로 말이다. 끝까지 관전자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던 후작은 소드 마스터가 쓰러지자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옷에 묻은 흙먼지를 탁탁 털어낸 하트만 후작은 무표 정한 얼굴로 명령을 내렸다. "저자의 목을 베어와라. 황제폐하께 좋은 선물이 될테니까 말이야. 이제야 이 지겨운 전쟁이 끝났군. 난 가서 쉴테니 뒷처리는 알아서 하도록" 그렇게 간단히 명령을 내린 후작은 뒤도 안돌아보고 친위기사들만 대동한채 2km나 떨어진 진지로 향했다. 이날 접전으로 류산 왕국은 1만 1천명의 병력중 사망 3700명 중상 4400병의 피해를 입었고 2000여명은 포로가 되었으며 이 전투에서 무사히 빠져나간 자 는 채 300명도 되지 못했다. 이에 반해 제국군은 총 10만 7천명의 병력중 사 망 1만 2천명. 중상 1700여명으로 부상자에 비해 사망자의 숫자가 거의 10배 에 달하는 기록적인 피해를 입었다. 이중 노예검병은 전투직전 5100명이었는 데 전투가 종료된후 부상자까지 합한 생존자는 겨우 720명밖에 안되었다. 그 리고 이들은 이후 있었던 류산 왕국 수도 공성전에 투입되었고 제국 원정군 이 남부 6개국을 평정하는동안 살아남은 노예는 단 19명밖에 안되었다. 하트 만 후작은 이들 열아홉의 노예에게 각각 500골드의 포상과 자유민의 신분을 내려주었다. A조 133번 아니 이제는 반 폴린이라는 이름을 되찾게된 노예는 소드 마스터의 검에 조각난 37번의 육신이 묻혀있는 무덤가에 술한병을 들고 찾아간뒤 종적을 감추었다. 하트만 후작은 원정을 성공리에 끝마친 보상으로 공작위에 오른뒤 남부 6개 국중 류산 왕국을 제외한 5개국을 지배하는 총독으로 취임하였다. 제국 본토 의 1/6에 달하는 광대한 영토를 지배하게된 하트만 폰 나레시온 공작은 해군 력을 키워서 남부의 섬나라와 도시국가 자유무역 국가등을 병합하고 동대륙 과 서대륙의 중간에 있는 남대륙으로 100대의 전선과 2만 5천명의 병력을 데 리고 원정을 떠났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크레센트 제국의 속국이 된 류산 왕국은 그후 12년동안 속국으로 지내오다 가 류산의 국왕이 옥새와 함께 국가의 통수권을 제국에 넘김으로써 제국의 한 지역으로 병합되었다. 길고긴 전쟁이 끝나고 서대륙은 크레센트 제국이라는 단일 국가만이 남게되 었고 변방의 미개 부족들이나 이종족을 제외한 인간 국가는 서대륙에서는 더 이상 찾아볼수 없었다. 긴 세월동안 발전해오던 마법은 마법의 재능을 가진 인간의 숫자가 격감하 면서 자연스럽게 퇴보하기 시작했고 그 반대로 연금술의 황금기가 찾아왔다. 또한 수백년동안 침묵하던 신전들이 다시 문을 열고 신비한 신성력으로 무장 한 신관들이 나타나 교세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마치 마법이 쇠퇴하기를 기 다렸다는듯이 말이다. 연금술사들이 발명한 화약의 발달로 구식 화승총들은 더욱 뛰어난 위력을 가 진 무기로 점점 개량되고 진화하기 시작했으며 검과 활은 구시대의 유물로 점차 소외받기 시작했다. 총잡이의 시대가 도래한것이다. It`s Gun Time. -------------------------------------------------------------- The Wizard - Queen`s Heart - Gun`s Love. 가우군 씨리즈(....)중 3편격인 Gun`s Love 특선 단편입니다. -_-; 오래전에 구상하고 있던 소재이긴 한데 그동안 전혀 이야기를 끌어낼 만한것 을 찾지못해서 그냥 머리속에 묻어뒀었던 스토리가 갑자기 요 며칠사이에 마 치 벼락이라도 맞은듯 뻥 뚤리기 시작해서 우선 끄적대어봤습니다. 아쉬운점이 있다면 글쓰는 재주가 너무 부족해서 너무 부족할정도로 표현을 못했다는것입니다. 역시 무작정 쓰기만 한다고 글실력이 늘정도로 만만하지 는 않은가봅니다 =_=. 당연하겠지만요. 으음... 하여간 한바탕 사고쳐놨으니 이제 다시 여왕님의 이야기로 돌아가야겠습니다. 가우군 p.s 자백하자면...여왕님 이야기는 단한줄도 안쓰고 몇일동안 이짓하고 있었답 니다 ~( --)~ 잇힝~(-- )~ (춤) [The Wizard] 외전 Part II 2003-08-04 15:31 코멘트0 추천0 외전2. 용사. 악한 마법사를 타도하기 위해 일어서다. 누누히 말했지만 말이야. 마법사라는 인종 은 정상적인 인간의 관점에서 보자면 엽 기. 바로 그 자체라고. 죽여도 죽여도 계속 나오는 바퀴벌래처럼 질기고 질긴 그놈의 마법사라는 인종들을 이 세상에서 박멸해 야만 진정한 전 우주의 평화가 오는거야. 내말 알겠어? 응? 야~ 야~ 맥주 한잔에 뻗으면 어떻하냐? 응? 얌마? 자냐? 자는 거냐? 그래. 자라. 자. 젠장할~ - 도적길드 길드장 믹 핸드류. 뻗어버린 제자들 앞에서 투덜대다. - 왕국력 459년. 4월 6일. 롤킨 남작령 근방. - 스위니아 제국은 20여년간이나 혼란속에 빠져있었다. 20여년전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황제가 후사를 정하지 않고 급사했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일것 이다. 외척들이 날뛰었고 황제의 계보와 가까운자라면 누구나 자신이 차기 황제임을 자처하고 봉기하였다. 그럼에도 국가자체가 무너지지 않았던것은 스위니아 왕국시절의 네배에 달하는 거대한 영토를 손에 넣었기에 각 지역의 영주들이 자기 영토보전에만 바빴기 때문이었다. 누가 왕이되던 그런것은 지 방 영주들에게는 별 관심거리가 못되었고 멸망한 왕조의 백성들은 자신들을 다스리는 대영주들이나 소영주들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했다. 이점은 소영주들도 마찬가지였는데 과거의 4대 공작가의 지배하에 있는 영 주들은 윗대가리들이 중립을 지키고 있었기에 함부로 나서지 못했고 황제''들'' 간의 전쟁은 그저 황궁주변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유희거리밖에 되지 못했다. 지금와서는 제국민중 누가 황제인지조차 모르는이들이 태반일정도였다. 각 영지들은 독자적으로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여 철저하게 외부의 간섭을 배제했고 각자의 영역내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그리고 죽었다. 여행이란 여전 히 위험한 모험이었고 도시와 마을을 나서면 그 시점부터 생명을 담보로한 험난한 여정길이 되었다. 이런 위험한 상황임에도 혈기넘치는 젊은이들은 갑갑한 마을이나 도시를 벗 어나 넓은 대지에 우뚝서기를 원했다. 롤킨 남작령에서 빠져나온 아직 앳된 티가 역력한 청년과 소녀처럼 말이다. 사냥꾼이나 다닐법한 산속 오솔길을 따라서 두 남녀가 힘겹게 길을 걷고 있었다. 청년쪽은 평범한 갈색 튜닉에 가죽갑옷을 입고있었는데 옷차림만큼이나 생김새나 복장도 평범했다. 반면 소녀쪽은 화려한 금발머리를 허리까지 길게 기르고 산행에는 전혀 안어울릴 만한 나들이용 드래스를 입고있었다. 거기다 분홍색과 노란색이 섞여있는 드 래스는 그녀의 머리와는 상당히 잘어울렸지만 - 귀여움의 극치를 옷으로 표 현했다고나 할까? - 소녀가 걷고있는 오솔길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소 녀는 힘이 드는지 자그마한 혓바닥을 살짝살짝 내밀면서 마치 강아지처럼 헥 헥댔다. "헤엑~헤엑~" "힘들어? 에르디아? 쉬었다 갈까?" "으응…오빠" 힘겹게 뒤따르는 소녀에게 손을 내밀어준 청년은 땀을 줄줄 흘리면서 낑낑거 리는 에르디아를 부축해주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침 사냥꾼들이 야영 할때 쓰는 공터가 멀지않은곳에 보였고 청년은 벌써 서산너머로 넘어갈 준비 를 하고있는 태양을 바라본뒤 그곳에서 하루 쉬었다가기로 마음먹었다. 타닥. 타닥. 화톳불이 불똥을 튀겨대면서 튀어올랐다. 가끔 장작들이 팍~하 고 튀어오를때마다 에르디아가 움찔거렸지만 그는 반죽을 하느라 정신없었 다. "저기…헤레테이 오빠" "응?" 막 기름을 두른 후라이팬을 돌을 깔아 만든 화덕에 올려놓은 청년은 무릎을 모은채 화톳불만 바라보고 있는 소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미안해…" "뭐가?" "……" "흠." 적당히 달궈진 후라이팬위에 반죽덩어리를 둥글게 펴서 던져놓은 청년은 후 라이팬과 소녀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소녀의 머리 를 툭툭치면서 웃었다. "걱정마. 난 어릴때부터 이런일 자주했잖아. 그보다 네가 걱정이다. 야영이라 고는 처음일텐데 힘들지?" "으응…" "그보다 아버지가 또 난리칠게 걱정인걸…아니 그보다 할아버지가 더 걱정일 까나?" "난 작은 할머니가 더 무서운걸." 소녀의 중얼거림에 청년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하긴 세레나 작은 할머니를 누가 말리겠냐. 큰 할머니는 외가에서 요양중이 시고…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시노도. 작은 할머니 성화는 아무도 못말리지" 헤레테이는 어릴때 에르디아가 근처 영지의 백작가 귀족 소녀에게 뺨을 맞 고 돌아온 일을 회상했다. 겨우 남작가의 손녀가 지방 영주들이 모인 파티장 에서 얼굴을 들고다닌다고 손찌검을 했었던 것이다. 집안의 남자들은 분을 참지 못해했지만 상대는 백작가. 비록 가세가 기울기는 했지만 그래도 스위 니아 제국 북부 - 구 스위니아 왕국 동북부 지방 -에서는 그래도 알아주는 가문이었다. 남자들이 하는꼴을 못봐주겠다고 선언한 에르디아의 작은 할머니 세레나는 그날로 가산을 풀어서 용병을 모집하고 병사들을 끌어모아서 당장에 백작가 로 쳐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백작가를 멸족시켰다. 백작가의 재산을 모조리 압류하고 그들을 제국밖으로 추방 - 스위니아 제국밖은 이종족과 몬스터들 밖에 없다 -해버린것이다. 이 모든것이 단 2개월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다른 귀족들이나 대영주들도 간섭할새도 중재할 새도 없이 전격적으로 일을 벌이 고 끝내버렸다. 나중에 세레나는 이 일에 대해서 단 한마디만을 하였다 ''어차 피 해야할일 좀 빨리 끝내버렸다''라고 말이다. 덕분에 롤킨 남작가에서는 여 존남비의 사상이 팽배하였고 여자들의 말에 남자들이 꾸벅 죽고사는것이 보 편적인 일이 되어버렸다. 헤레테이는 무시무시한 할머니를 둔덕에 어릴때부터 죽도록 고생했다. 남자 는 맞아가면서 크는법이라면서 당시 다른 대륙에서 건너온 맨손격투법 - 마 샬아츠-을 5살때부터 시작해야 했고 부유한 영지의 힘을 빌어서 그를 그 혹 독하기로 유명한 - 시체로 돌아오는것은 양호한일이다. 보통의 사건은 실.종. 으로 끝나고 만다. - 레인져 전대에 쳐박기도 했다. 헤레테이의 나이 10살때 의 일이었다. 아직 엄마를 찾을 나이에 헤레테이는 나무뿌리를 캐먹는 법을 배웠고 혼자서 숲과 산속에서 길찾는 법을 익혔다. 맨손으로 맷돼지를 잡는 법을 배웠으며 구덩이를 파서 임시 거처를 만드는 생활을 했다. 그동안 곱게 자란 에르디아는 뛰어난 머리를 바탕으로 제국의 경제학에 대해서 고민했고 사회학을 익히면서 세레나의 뒤를 잇는 행정관이 되었다. 그리고 소녀는 바 로 오늘 가출을 감행. 자신의 능력을 활짝 펼치기 위해서 제국 수도로 향해 무모한 여행을 떠나온것이다. 그나마 지리에 밝고 생존술을 익힌 헤레테이를 동행시킨것만해도 소녀로써는 최선의 준비를 한것이랄까? "자. 먹어. 밖에서 대충 만든거라 맛은 없겠지만 추적을 피하려면 마을과 도 시들은 피해서 다녀야하니까 좀 힘들더라도 참아야 할거야" "…응" 아직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척보기에도 대충 만든티가 팍팍나는 팬케이크를 소녀는 포크로 조금씩 뜯어먹었다. 꿀도 없었고 진하게 만든 설탕소스도 없 었다. 텁텁하고 느끼한 팬케이크는 소녀의 입맛에 안맞는게 당연할것이다. 소 녀는 이내 반쯤 먹은 팬케이크 접시를 내려놓았다. 그 옆에서 둘이 먹다 둘 다 죽어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한살 연상의 친오빠를 바라보며 소녀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왜? 맛없어?" "…홍차가 먹고싶다. 킥." "풋. 너 너무 많은걸 바란다는건 알고있지?" "에에…뭐 나도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애는 아니라구." "알면 됐다." "하아…" "고민돼?" "으응…집에서 걱정 많이 하겠지?" "당연하지. 귀한 손녀가 사라졌는데…모르긴 몰라도 지금쯤 내목에 수백골드 는 현상금이 올라가 있을껄? 세레나 할머니 성격이라면 하고도 남지. 음" "에이…설마…" "아냐. 진짜라고. 우리가 이렇게 산길을 따라서 내려가는것도 다 내목을 위해 서라고." 소녀는 설마…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헤레테이는 진짜라는듯이 우겼다. 그때 우거진 수풀사이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표정으로 두리번 거리는 에르디아에게 헤레테이는 조용히 하라고 신호를 하면서 너클이 달려 있는 장갑을 끼었다. 밤이라 연기는 보이지 않을터였고 불빛을 가리는법은 지겹도록 익힌 헤레테이였지만 냄새까지 차단하지는 못할테니까. 헤레테이는 엉덩이를 지면에서 뗀뒤 상체를 낮추면서 주변을 경계하였다. 그때 산 아래 쪽으로 무성하게 우거진 숲사이에서 은색털을 가진 동물이 튀어나왔다. "꺅!!!" "엎드려!" 소녀를 밀쳐낸 헤레테이는 그 동물을 향해 튕기듯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는 튼튼힌 가죽부츠로 지면을 낮게 쓸었다. 하지만 그 동물은 이미 알고있었다 는듯이 높이 뛰어올랐고 이에 맞춰서 헤레테이가 주먹을 휘둘렀지만 상대의 몸이 갑자기 공중에서 사라졌다. "어?" 덜그럭. 덜그럭. 에르디아가 내려놓았던 식기가 바닥에 부딪치면서 소리를 냈다. 뒤를 돌아본 헤레테이는 바닥에 납작엎드린채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는 소녀와 자신이 만든 팬케이크를 열씸히 줏어먹고 있는 커다란 - 망아 지만한 - 은백색 개를 볼수 있었다. "시…노?"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식기를 혀로 싹싹 핧아먹는 그 개를 보면서 헤레 테이가 물었다. 그러자 그제서야 그 은백색 개는 고개를 슬쩍 들어서 헤레테 이를 힐끔 쳐다본뒤 이번에는 그가 구워놓은 -아직 손도 안댄 - 팬케이크들 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불운한 명견 시노. 과거 메리, 쫑, 해피, 간식, 울프, 흰눈이, 갈색이, 털뭉치, 펜릴, 마감, 상추, 보쌈, 쌈장, 롤랑등등으로 불리었던 그 개는 헤레테이의 저 녁까지 말끔히 해치워 버린뒤에야 길게 트림을 한 뒤 아직도 바닥에 엎드려 서 벌벌 떨고 있는 에르디아의 품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시노? 시노야?" [졸려. 말시키지마] "이! 망할놈의 똥개! 남의 저녁을 다 먹어치우다니!" "시노오오오~~~우에에에엥…" 헤레테이가 불만의 외침이 사방으로 울려퍼졌지만 시노를 끌어앉고 목놓아 우는 에르디아 덕분에 공허한 외침이 되어버렸다. 소녀는 복실복실한 시노의 은백색 털을 헤집고 개의 목을 와락 끌어앉은채 - 시노가 켁. 하고 기침을 하였다 - 그 긴 털에 얼굴을 파묻고 울어댔고 화낼 시기를 놓친 헤레테이는 허탈한 표정으로 그대로 주저앉았다. 대략 30분정도가 지나서야 에르디아는 진정한듯이 히끅거렸다. 그제서야 시 노는 하품을 하면서 소녀의 품에 안긴채 헤레테이를 바라보았다. [너. 죽었다. 세레나가 단단히 벼르고 있더라] "으극…젠장. 이번엔 어디로 튀지?" [북쪽 오크영토. 동쪽 검은숲. 둘다 너따위 실력을 가지고가면 죽을건 확실하 지만 여기 있어도 맞아죽는건 확실하지] "크으……에르디아! 수도까지 데려다주면 확실히 도주 자금 조달해줘야 한 다! 안그럼 나 진짜 맞아죽는다고!" "……훌쩍. 훌쩍" 처음으로 집을 나와 야영을 하는 소녀에게 있어서 어둠이 짙게 깔린 숲은 공포 그자체였으리라. 아무리 친오빠가 옆에 있다고해도 본능적인 공포는 어 떻게 할수있는 방법이 없었을테니까. 아직도 진정이 안되었는지 작게 몸을 떨면서 훌쩍이는 소녀를 보던 헤레테이는 자기 머리를 벅벅 긁은뒤 시노에게 물었다. "시노. 여기까지 왔다는건 추적대 -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퇴치대나 토벌대 가 아닌것을 신께 감사하면서 말이다 -가 근처까지 왔다는거겠지?" [아니] "엥? 세레나 할머니가 포기한거야? 할머니 성격에 그럴리가 없는데?" 시노는 새 팬케이크를 굽기위해서 냄비속에 밀가루를 담고 물을 부으면서 의아한 표정을 짓는 헤레테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고개를 휙 돌렸다. "…뭐냐? 그 침묵은? 엉?" […부디 내세에선 만나지 말자. 친.구.] "뭐…뭣이라?" 툭. 그의 손에서 냄비가 떨어졌다. 헤레테이는 바닥을 구르는 반죽을 쳐다보 면서 아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할머니가 결국 암살자들을 고용한건가?''라는 중얼거림을 빼놓지 않았았다. 하루종일 걸은탓에 에르디아는 금세 잠이 들었다. 헤레테이는 평평한 바닥 에 돌을 고른뒤 모포를 폈고 소녀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들어서 모포를 덮어주었다. 몸을 흔들어 털에 묻은 흙을 털어낸 시노는 소녀가 들어가있는 모포속으로 기어들어가 베게겸 난로가 되어주었다. 모포속에서 머리만 쏙 내 민 시노는 베낭속에서 약초와 붕대를 꺼내드는 헤레테이를 묵묵히 지켜보았 다. 걷는것보다 앉아있는 시간이 월등히 많은 소녀의 발은 단 하루를 걸었을뿐 인데도 불구하고 온통 물집투성이었다. 작은 바늘에 실을 꿰어 일일이 물집 을 터트리고 안에 찬 고름을 짜낸뒤 상처에 약초를 붙여준 헤레테이는 에르 디아가 깨지않도록 조심하면서 붕대를 감았다. 소녀가 신고있던 고름으로 범 벅이된 천양말을 대충 배낭에 쑤셔넣은 헤레테이는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 고 있는 시노를 보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냐? 그 눈빛은?" […근친은 안좋은거라네 친구.] "뭐…뭣! 이놈의 똥개가!!!" [쉿.] "우우웅…" 소녀가 작게 웅얼거리면서 따뜻한 시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덕분에 한 청년과 한 개는 서로 합의라도 한듯이 입을 다물었다. 에르디아가 잠이 든것 을 확인한 헤레테이는 흙이 묻은 부위를 떼어내느라 반으로 줄어버린 밀가루 반죽을 들고 꽤 식어버린 후라이팬위에 올려놓았다. "망할 똥개. 남 먹을것도 없는데. 너 배고프면 가서 사냥해와. 사냥. 알았어?" [흥이다. 힘들게 산타고 다니라고? 헹이다. 내가 왜 그런 귀찮은 짓을 사서하 나? 누굴 새대가리로 아는거냐?] "개대가리나 새대가리나…" 덥썩. 반죽을 들고있던 헤레테이의 오른손에 묵직한 중량감이 느껴졌다. 오 른팔이 무거워짐을 느끼고 아래를 내려다본 헤레테이는 화톳불에 반짝이는 새까만 눈동자를 볼수 있었다. 눈에 확 띄는 은백색 털과 윤기가 나는 검은 콧잔등. 그리고 새하얀 이빨들… "와아악!!" 깜짝 놀란 헤레테이가 손을 휘저으면서 시노를 떼어내려고 애를 썼다. 청년 의 팔뚝을 물고있던 시노는 히죽 웃으면서 - 청년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면에 착지했고 놀란 표정으로 왼손을 심장에 댄채 헉헉거리는 헤레테이와 거리를 두었다. "…헉…헉. 놀래라. 망할 똥개." [다음엔 네놈의 주둥이를 물어불까?] "……" 개보다 약한 - 물론 그 개라는게 블링크독이라는 종족이었지만… - 신세가 된 헤레테이는 인상을 팍 쓰면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상대해봐야 자신만 손 해라는걸 어릴때부터 충분히 겪어왔기 때문이었다. [저런 시커먼 사내놈이 태어날때 그 비싼 마노보석을 선물하다니 나도 노망 들었나보군. 제린은 뭣하러 저런 땀냄새 풀풀 풍기는 사내녀석을 낳은건지… 쯧쯧] "…크악!!!" 헤레테이 폭팔하다. 뒹굴었고…뒹굴고 또 뒹굴었다. 용케도 화톳불 주변은 피했지만 한 개와 한 사내는 흙바닥위를 이리저리 뒹굴면서 서로를 할퀴고(!) 깨물고(!) 앞발과 뒷 발로 찼다(!). 원시인과 야생견의 싸움이 이러할까? 소녀가 깨지않도록 비명 과 신음을 속으로 삼키면서 두 동물 -…이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릴듯하다 - 은 데굴데굴 구르면서 싸웠다. 시노는 자신의 아래 깔린채 뒷다리를 깨물려고 하는 헤레테이의 이빨을 슬 쩍 피한뒤 딱소리를 내는 청년의 턱을 뒷발로 강하게 찼다. 퍽. 건장한 체구 의 청년은 그 발길질에 넉다운이 되었고 뒷머리를 바닥에 세게 박으면서 그 대로 기절해버렸다. 기절한 헤레테이의 가슴에 앞발윽 턱하니 올려놓고 숲사 이로 보이는 작은 하늘을 향해 길게 울부짖었다. 물론 에레노이가 깨지 않도 록 소리를 죽여야했지만… 헤레테이는 기절한채로 잠들어버렸다. 그로써도 초보자를 데리고 험한 산을 타는것은 상당히 힘든일이었을것이다. 그것도 버리고 갈수도 없는 짐이라면 야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는 평소보다 훨씬 높은것이 당연했다. 잘도 자는 헤 레테이에게 대충 모포를 덮어준 시노는 에르디아의 품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입이 거칠고 고양이나 까마귀처럼 반짝이는것들 - 특히 보석과 금화 - 을 좋아하는 시노였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것은 에르디아같은 소녀의 품이었 다. 세레나에게는 그렇게 안기기 싫어했던 시노였지만 그녀의 딸인 제린과는 소녀가 여인이라 불릴 시간이 될때까지 같이 잤고 제린이 에르디아를 낳았을 때는 마치 자기 새끼처럼 그녀의 곁에서 떨어지려하지 않았다. 덕분에 세레 나에게 변태견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자주 쫓겨다니기는 했지만… 매일같 이 쫓겨다니면서 시노는 세레나에게 노망난 할망구의 질투라고 혀를 내밀어 댔다. 이에 분개한 세레나는 집안을 몽땅 뒤집어버렸고…그런 악순환의 연속 이었다. 롤킨 남작가가 조용할때는 세레나와 시노가 잘때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끄러웠고 시끄러우며 시끄러울 동네였다. 자정이 넘어서 새벽이 되어가는 시각. 몇시간뒤면 사방에 새벽 이슬이 맺히 게 될 시각이었다. 잠깐씩 졸면서 화톳불을 보고 있던 시노는 멀리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덩치큰 개의 귀가 쫑긋이 세워졌고 시노는 능숙한 몸 놀림으로 에르디아의 모포에서 빠져나왔다. 바람이 상대쪽에서 시노에게로 불고 있었다. 쇠냄새. 가죽냄새. 그리고 빵냄새!. 시노는 김이 새는지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그리고 코까지 골면서 곤히 자고있는 헤레테이의 머리를 툭 툭 쳤다. 툭…툭툭…콱! "크악!" 차가운 땅바닥에 누운채 대자로 뻗어서 자고있던 헤레테이가 코를 움켜쥐면 서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뭐야! 이 망할똥개!" [쉿…이라고 하긴 늦었군. 멍청이] "엥?" 부스럭. 부스럭.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헤레테이의 근육이 급격히 수축되 었다. "시노. 에르디아…" [알고있어. 인간. 숫자는 셋이군. 하지만 기름과 쇠냄새가 적은걸로 봐서 산 적같은건 아닐지도 모르겠군.] "왔다" 헤레테이는 화톳불에 흙을 덮어서 꺼버릴까 하다가 관뒀다. 어차피 상대도 먼거리에서 불빛을 보고 찾아오는것일터. 불을 끈다면 상대도 경계할것이 뻔 했다. 무엇보다 시노가 쇠냄새가 적다고 한것은 다가오는 세명중 최소한 하 나나 둘은 무기를 가지고 있지않다는 뜻이다. 이런 산중의 산적들이 무장도 없이 돌아다닐리가 없으니까. 헤레테이는 속으로 부디 시노의 감이 맞기를 빌었다. 뚜둑. 아예 나 여기있소! 하고 광고를 하듯이 상대는 마른 나뭇가지를 밟아 대고 수풀을 헤치고 그리고 가지들을 흔들면서 다가왔다. 곧이어 그들이 있 는 작은 공터의 앞쪽 나뭇잎도 크게 흔들렸다. 꿀꺽. 헤레테이는 두주먹을 꽉 쥐면서 몸을 숙였다. 시노도 잠든 에르디아 곁에서 떨어지지 않은채 귀를 뒤 로 푹 숙인채 작게 으르렁 거렸다. 그리고 막 헤레테이가 뛰어나가려고 자세 를 잡았을때 세명이 남녀가 수풀사이에서 뛰처나왔다 "밥이다!" "불이다!" "……" 수풀사이에서 뛰쳐나온것은 헤레테이와 비슷해보이는 나이의 청년과 소녀 그리고 검은 로브를 푹 뒤집어쓴 작은 소년이었다. "너희들 뭐…어?" "어라?" 무언가 말을 하려던 헤레테이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숲에서 뛰쳐나온 상대 의 모습이 어딘가 낮이 익었던것이다. 그것은 상대도 마찬가지였는지 달려오 던 자세 그대로 굳어버린채 아무말도 하지못했다. [뭐냐? 아는 인간이냐?] "어? 어어? 어. 응." "너…헤레테이? 맞아? 맞냐? 진짜 헤레테이?" "그 수다를 보니…필마린이 맞군." "이야!!! 이게 얼마만이냐! 헤레테이!!!" 필마린이라 불린 청년이 헤레테이를 향해 달려왔다. 두팔을 활짝 벌린채 달 려온 필마린은 헤레테이에게 가까이 다가와서는 그대로 왼발로 로우킥을 날 렸다. 이에 헤레테이는 상대의 품으로 파고들면서 정강이로 로우킥 막아내고 왼쪽 팔꿈치로 강하게 머리를 향해 내질렀다. 퍽!. 두 청년은 금세 떨어졌다. "훗. 아직 실력은 죽지않았군." "너야 말로. 그 실력으로 아직도 살아있다니. 요즘 레인져들은 모조리 고자라 도 된거냐?" 두 청년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씨익 웃다가 이내 하하하. 하고 크게 웃었다. 그런 남성들을 바라보던 한 개와 한 소녀는 동시에 말했다. "열혈 바보들" [열혈 바보들] 광란의 밤이 시작된걸까?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질정도로 수다를 떤다고 한다. 하지만 남자 둘 이 모이면 언제 어디서나 술자리가 벌어진다. 그것이 이제 겨우 성년식을 마 친 두 청년이라해도 마찬가지다. 필마린과 헤레테이는 순식간에 죽이맞아서 자리를 깔고 앉더니 서로 술병을 꺼내서는 대작하기 시작했다. "이야~ 너 진짜 죽은줄 알았는데. 아직 쌩쌩히 살아있구나" "흥. 그정도 졸업시험이야 눈깜짝할새에 해치워버렸지." "하도 안돌아와서 역시 너도 야산에 묻혀버린줄 알았는데" "그러는 너야말로 이렇게 나다니는걸 보니 졸업은 했나보지? 보직이 뭐길래 전대에서 이렇게 멀리까지 나온거냐?" "응? 아아… 휴가야. 그것도 2개월짜리 장기 휴가. 이제 나도 견습 딱지떼고 정규 레인져잖아." "그렇군. 세월이 벌써 그렇게 된건가?" "그렇지. 참 세월도 빨라…" 한손에 병을 든 두 청년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숲사이의 작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완전히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버린 두 청년. 살기어린 네개의 눈동 자와 무심한 눈동자 두개를 머리속에서 완전히 잊어버린듯 했다. "우웅…" "어? 에르디아 깼어?" 두 청년의 시끄러운 소리에 깼는지 에르디아가 눈을 비비면서 몸을 일으켰 다. 소녀는 몸을 일으키다가 모르는 사람들이 떼거지로 있자 겁먹은 표정으 로 곁에 앉아있는 시노를 껴안았다. "아. 괜찮아. 괜찮아. 전에 내가 이야기 했지? 이쪽은 필마린 폰 토르카스라 고 해. 전에 말한 레인져 전대 동기." "안녕. 밤인데도 굉장히 예쁘네. 크면 엄청난 미인 되겠다." "…안녕…하세요" 모기가 앵앵거리는듯한 목소리로 에르디아가 대답한뒤 다시 시노를 덥썩 껴 안았다. 아직은 소녀. 똑똑하고 명석하며 사리분별이 뛰어난 소녀였지만 아직 은 어린 소녀였다. "오빠 내소개는 언재 시켜줄거야? 응?" "어? 응? 아앗!" 필마린의 옆에서 다소곳이 앉아있던 소녀가 오른주먹을 꽉 움켜쥐면서 물었 다. 그러자 오빠라 불린 청년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한손으로 소녀 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애는 내 친동생 카레노아 폰 토르카스. 견습기사야. 그리고…어라? 야. 카 레노아. 에레스 어디갔냐?" "응? 어? 어어? 에레스!" 필마린과 카레노아가 갑자기 벌떡일어나더니 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 지만 그런다고 보이지 않던 이가 눈에 들어오겠는가? 필마린과 헤레테이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선뒤에 에레스를 찾는다고 부산을 떨었다. 한심한 눈초리 로 자기 동생이 어디갔는지도 모르냐면서 타박을 하던 카레노아는 저 어둡고 컴컴한 숲속으로 두 청년을 내몰았다. "오…오빠…" "걱정마. 에르디아 여기서 시노랑 잠깐만 놀고 있어. 금방 갔다가 올테니까" "짜식. 끔찍한 동생사랑이다. 하긴 네녀석은 레인져 훈련때도 늘상 동생이야 기를 입에 달고 다녔었지" "무!! 무슨! 내가 언제! 증거 있어? 있어?" "네녀석의 그 방정맞은 태도가 그 증거지. 암" 시뻘개진 얼굴로 부정하던 헤레테이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자신을 쳐다보 는 에르디아의 눈길에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급히 말을 돌렸다. "자자! 빨리 네녀석의 바보같은 동생이나 찾자고. 이런 깊은 숲에서 길을 잃 고 헤메면 얼마나 힘든지 너도 잘알지?" "그럼. 질리도록 경험해 본걸." 필마린은 동감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시노의 목을 껴안은 채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던 에르디아가 비명을 질렀다. "꺅!" [꾸엑∼] 깜짝 놀란 소녀가 개의 목을 붙잡은채 모로 쓰러진 덕분에 시노는 교수형 당하는 사형수의 심정을 느끼면서 바둥거렸다. 그리고 쓰러진 소녀의 뒤에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음침한 몰골의 소년이 쪼그려 앉은 자세로 입을 반쯤 벌린채 굳어있었다. "…아?" 무언가를 움켜쥐려는 듯 내뻗었던 소년의 손은 그저 허공을 움켜쥘뿐이었 다. "에레스!" "너 이자식! 우리 에르디아에게 무슨짓이야!" "…아?…아아?" 굳은 자세 그대로 아까보다 더 벌개진 얼굴로 삿대질을 하는 헤레테이를 바 라보던 에레스는 멍∼한 표정과 의문을 가득담은 눈동자로 광분하는 청년을 물끄러미 바라볼뿐이었다. 폭주라도 하려는 듯 날뛰려는 헤레테이를 뒤에서 끌어안은 필마린은 그를 끌고 공터한구석으로 가버렸고 아직도 한손을 든채 앉아있었다. 그런 소년에게 다가간 카레노아는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서 물었다. "에레스. 왜 그랬어? 저기…여자애가 놀랐잔아." "……" 소년의 눈동자가 버둥거리는 한 마리의 개와 눈을 꼭감은채 부들부들 떠는 소녀에게 향해졌다. 불쌍한 그 망아지만한 개는 입에 거품을 문채 필사적으 로 매달리는 소녀에게서 벗어나려는 듯 했지만 그것은 희망일뿐인 듯 했다. 아직까지도 소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까.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 보고 있던 에레스는 오른손을 들어서 시노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개" "응? 개?"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쓰다듬어 주려고" "아아. 저 개를 쓰다듬어 주려고 했다고?" 긍정하듯이 다시금 고개를 끄덕인 에레스. 카레노아는 소년의 머리를 다시 금 쓰다듬어 준뒤에 싱긋 웃었다. 그러자 무표정하던 소년의 볼에 붉은빛이 감돌았다. "자. 에레스. 그래도 갑자기 뒤에서 불쑥 나타나는건 실례잖니? 그렇지? 가서 사과하렴" 끄덕. 소년은 로브와 붙어있는 후드를 젖혔다. 그의 아버지와 같은 검은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소년은 바닥을 뒹굴고 있는 시노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리고는 두눈을 꼭 감은채 시노를 껴안고 있는 소녀를 손을 톡톡 쳤다. "……"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건드리자 에르디아는 감았던 눈을 살짝 떴다. 소녀의 눈에 검은 머리의 소년이 내민 손이 보였다. "바닥 지저분해. 일어나" "……응" 도대체 누구 때문에 바닥을 뒹굴고 있었는데! 소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 신이 위험(?)에 처했는데도 불구하고 도와주러 오지않은 야속한 오빠를 속으 로 원망하면서 시노를 껴안았던 손을 풀었다. 그러자 소녀의 품에서 벗어난 시노가 급히 다다다 달려가 몇미터정도 떨어진곳에서 푸췽. 푸췽하는 기침을 내뱉었다. 아무리 연약한 소녀의 팔힘이라해도 죽자고 매달리면 건장한 개한 마리쯤은 죽일수 있나보다. 물론 그것이 인간만큼 머리가 좋고 인간보다 육 체적으로 뛰어난 블링크독이라면 쯤으로 끝날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에 레스는 소녀의 손을 잡아서 일으켜준뒤에 고개를 푹숙이면서 말했다. "미안. 내가 잘못했어" "…으응" "사과 받아주는거야?" "…응? 응" 에레스는 소녀가 사과를 받아주자 입꼬릴 살짝 말아올렸다. 그것이 소년이 웃는 모습이라는 것을 알고있는 카레노아는 덩달아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뒤에 소년의 행동에 입가에 지었던 작은 미소를 일그러트렸다. 소년은…에 레스는 에르디아가 사과를 받아주자마자 눈꼽만큼의 미련도 없이 몸을 돌리 더니 아직도 연신 기침을 해대는 시노에게 달려간 것이다. 인간보다 개가 더 중요하다는 듯이… "저녀석… 인간으로서 중요한 무언가가 하나쯤 결여되어 있어. 내 이름을 걸 고 장담할수 있어." 카레노아는 뒤에서 시노를 껴안아서 두 번이나 목이 졸리는 경험을 하게 만 든 에레스를 바라보면서 혀를 찼다. 시노도 독종이라면 독종이다. 왜냐하면 세레나와 몇십년이나 같이 살아왔으 니까 하지만 시노와 다른 일행은 오늘 진정한 독종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 다. 여자도 아닌데다가 귀여움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소년의 육탄공세를 그대로 받아줄만큼 -그것도 오늘 처음 본 상대였다 - 시노의 마음은 넓지 않았다. 처음엔 으르렁 거렸다. 겁을 주듯이 말이다. 하지만 상대는 눈꼽만큼도 동요 하지 않았다. 이에 시노는 자신의 목을 붙잡고 있는 소년의 팔목을 물었다. 경고의 의미로 새하얀 이빨을 들이대어 살짝 물었지만 소년의 팔은 풀릴 기 미가 없었고 이에 시노는 에레스의 팔목에 이빨을 박아넣었다. 물론 팔목을 잘라먹을 정도로 무식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보통의 평범한 소년이었다면 울 면서 엄마를 찾게 만들정도의 고통은 주었을것이었다. 하지만 에레스는 얼굴 을 살짝 찡그렸을뿐 시노를 안고있는 두팔의 힘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오 히려 놀란 것은 시노의 앞에서 에레스를 바라보던 카레노아와 에르디아 였 다. "아앗!!!" "시노! 안돼!" 에르디아를 달래고 있던 카레노아가 허둥대면서 에레스에게 뛰어왔다. 시노 는 물어도 놓지 않는 소년에게 질렸는지 블링크를 해서 공터 옆으로 사라졌 다 나타났다. "…아?" "아?…는! 뭐가 아? 야! 이 멍청한 녀석! 아무 개나 덥썩 덥썩 안으니까 매일 물리지! 넌 학습능력이라는것도 없냐?"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에레스에게 달려온 카레노아는 황급히 시노에게 물린 팔목을 붙잡고는 소매를 걷어붙였다. 다행히 상처는 살갖을 조금 파고든정도 였고 피가 배여나왔지만 심하지는 않았다. 카레노아는 멍한 표정의 에레스의 뒷통수를 강하게 한 대 쥐어박은뒤에 배낭속에서 깨끗한 천을 꺼내들어서 상 처부위에 묶어주었다. 그동안에도 에레스는 아직 멀쩡한 다른손을 시노에게 뻗어서 자신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음을 강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소동이 심 해지자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빠져나온 헤레테이와 필마린이 달려옴으로써 사 태는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한팔에 새하얀 천을 감은 에레스는 에르디아의 곁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시 노의 꼬리를 아직 멀쩡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시노는 질색을 하면서 소년의 손길을 피하려고 했지만 에르디아가 참으라고 말했기에 참았다. 시노도 명색 이 롤킨 남작가의 식구다. 여성의 말은 죽으라면 진짜 자살해버릴만큼 멋진 사고방식을 가진 남작가의 식구였던 것이다. 잠까지 모두 달아나버렸기에 일 행은 모두 화톳불 가에 모여앉았다. 모두가 모이자 헤르테이는 헛기침을 두 어번 한뒤에 말을 꺼냈다. "그럼 다시 정식으로 인사하지. 난 헤레테이 폰 롤킨. 저기 있는 필마린녀석 과 동갑이고 레인져 훈련을 받을 때 알게 되었어. 그리고 이쪽은 내 친동생 인 에르디아 사정이 있어서 수도까지 동행하는 중이야." "안녕하세요" 수줍은 듯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한 소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에 휘 파람을 휘익 불던 필마린은 옆에 앉아있던 카레노아에게 한 대 얻어맞았다. "젠장. 동생이라는게 맨날 오빠나 쥐어패고 말이야. 흠. 뭐 저녀석이 말했지 만 난 필마린 폰 토르카스. 토르카스 가의 장남이지. 직업은 레인져이고. 저 기 있는 멍청이처럼 중간에 쫓겨나거나 하지 않아서 정식 레인져가 되었지" "웃기지마! 난 원래 훈련만 하려고 들어간거야! 레인져 따위가 될 생각은 눈 꼽만큼도 없었다고!" "헹. 그런 녀석이 매일밤마다 아빠를 그렇게 찾았냐? ''아빠 차라리 레인져가 되게 해주세요'' ''아빠 양자 들여주세요. 제발'' ''아빠 살려줘요!'' 라고 말이야" "내…내가 언제!!!" "너뿐이었다. 휴가기간에 집에 가기 싫다며 근무세워 달라고 떼쓰다가 숲에 서 쫓겨난 녀석은…" "흠…흠흠. 사소한 일은 넘어가자고" 모두의 시선에 쏠리자 부끄러운 듯 헤레테이는 말을 돌렸다. "전 카레노아에요. 토르카스 가의 장녀죠. 나이는 16살. 꽃따운 소녀로써…" "웃기지마! 니가 어디가!" "…폭력녀" 토르카스 가문의 장남과 차남의 연합공격에 장녀 무너지다…가 아니라 두 형제는 분노를 한가득 담은 응징의 주먹에 무너졌다. 적반하장일까? "하여간. 열여섯이고 직업은 견습기사죠. 조만간 정식기사가 될 예정이지만 요. 지금은 필마린 오빠를 따라서 수행중" "호오∼ 여자의 몸으로 기사지망? 의외네. 하긴 여기사가 없는것도 아니니 까" "뭘. 여기사들이 더 무섭지. 저 마릴 아줌마는 오십이 넘은 나이에도 젊은 기 사들을 두들겨 패고 다닌다던데?" "마릴 백작님? 그 유명한 분을 안단말이야?" 마릴 메이든. 요크 나이트의 전전대 단장이자 요크 나이트의 단장은 무조건 (!) 여성만이 얻을수 있다는 관례를 만든 여인. 뛰어난 검술실력과 함께 역시 뛰어난 행정능력으로 제국의 수많은 기사단중에서 요크 나이트가 상위권을 유지할수 있도록 만들어준 무시무시한 철의 여인이었다. "뭐…어머니랑 좀 친분이 있어서 말이야. 우리 어머니가 요크 나이트의 전대 단장이었거든." "그런가? 너희 집 완전 기사집안이잖아? 전에 듣기로는 아버님이 마법사라고 하지 않았어?" "훗. 원래 좀 잘난 집안이지." 팔짱을 낀채 얼굴을 치켜들면서 으스대는 필마린. 그런 그의 꼴이 못마땅했 는지 카레노아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쓸데없는 잡담좀 그만해. 자 에레스 너도 소개해야지? 응?" "…에레스. 마법수련생." 소년은 그말을 끝으로 시선을 다시금 시노에게 돌린채 완전히 자기만의 세 계에 빠져들었다. "…뭐냐? 저녀석" "원래 그런놈이야. 사교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데다가 뭘 생각하는지 아 무도 모르는 정신머리를 가진녀석이지" "뭐…이걸로 각자 소개는 끝난건가?" [나도 있다. 그리고 이 망할 꼬맹이좀 치워줘! 신경쓰인단 말이야!] 갑자기 시노가 불쑥 말을 꺼냈다. 그러자 필마린과 카레노아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이에 반해 에레스는 그런 시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 었다. "블링크 독. 늑대목 개과의 동물로 블링크라는 단거리 도약능력을 가지고 있 음. 지능이 매우 높은 생명으로 열에 두세 개체는 선천적으로 텔레파시스트 의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지능있는 생명과 대화가 가능함. 성향은 매우 선한편으로 개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악한 생명체를 증오하고 선한 생 명체를 존중해주는 편. 사회적 습성은 수컷은 홀로 돌아다니고 암컷은 대여 섯마리의 군체를 형성함. 전투력은 상당히 높으며 지능이 높은편이어서 상당 히 교활함. 대적시 블링크 능력을 통한 기습공격은 치명적일 정도로 위협적 임. 싫어하는 것은 D.Beast" 허공을 쳐다보면서 주저리 주저리 말을 늘어놓던 에레스의 입이 굳게 닫혔 다. 마치 언제 열렸나는 듯이 말이다.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선 에레스는 오른팔에 감겨있는 새하얀 천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시노에게 눈을 돌리더 니 그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그리고는 시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뭐야! 이 꼬맹이! 콱 물어버리겠다!] "시노 안돼!" 입을 벌리고 으르렁거리던 시노는 에르디아의 외침에 고개를 푹숙였다. 그 리고는 땅을 바라보며 처량하게 끙끙거렸지만 아무도 심지어 에르디아 마저 도 불쌍한 블링크 독을 외면했고 그 덕분에 헤르테이는 말을 꺼낼 타이밍을 잡을수 있었다. "그런데 너희들은 어디로 가던 중이야? 이런 산속에서 헤메다니 레인져 답지 않은걸?" "응? 아아…집에 돌아가는 중이었어. 하도 오랜만에 가보는 길이라 좀 낫설 어서 헤깔렸지 뭐. 하하하" "하여간 멍청하긴. 그러고도 우리집안 장남이라고 할수 있어? 아니 레인져가 맞긴 맞는거야?" 카레노아가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바보같은 오빠 덕분에 자신과 같이 가련하고 연약하며 보호받아 마땅한 여인이 이런 춥고 지저분한 땅바닥 위에서 야영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약간의 과장이 섞여있긴 했지만 카레노아는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은채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말을 했 다. "…뭐. 귀향이냐? 좋겠군. 돌아갈 집이 있다니…" "아니야. 틀려" "응?" 토르카스가의 자식들의 눈빛이 변했다. 별 표정이 없던 에레스까지 말이다. 마치 필생의 원수를 눈앞에 둔 자들의 표정이랄까? 아마도 이들의 표정과 가 장 유사한것이라면…마왕의 면전까지 다가간 용사들의 표정일 것이다. 그만 큼 필마린등의 표정은 비장했다. "…집에 가야 타도할 적을 만나니까. 그동안 각자 개별적으로 덤볐지만 보통 의 악당이 아니라서 오히려 번번히 격퇴당했었지. 그래서 이번엔 연합해서 공격하려고 하는거야." "…무슨…소리냐? 그게…" "뭐. 그런게 있다는거지. 이번엔 성공할거다. 그건 그렇고 너희들은 어디로 가는거냐? 보아하니 거기 에르디아양은 산행에도 익숙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냥 도시로 가서 마차타고 다니는게 훨씬 편할텐데 왜 고생을 사서 하는거 야?" "그게…좀 사정이 있어서 말이지. 우선 수도까지 갈거거든." "그래? 그럼 우리좀 도와줄래?" 필마린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우린 시간이 없는데…나도 급한 볼일이 있고…" 그 급한 볼일이 자신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다보니 헤레테이도 선 듯 친 구를 도와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작은 할머니인 세레나의 손에 죽느냐. 마냐 하는 사정인데 친구고 뭐고 눈에 들어오겠는가? 그런 그의 사정을 아는지 모 르는지 필마린은 헤레테이의 손을 꼬옥 부여잡으면서 말했다. "솔직히 우리셋이 모여도 그 괴물이나 다름없는 악한 마법사를 퇴치할수 있 을지는 미지수야. 다수가 하나를 상대하는건 좀 비겁하긴 하지만 그래도 정 의는 승리해야 하지않겠어? 응? 안그래? 옜날 이야기를 봐도 용사들은 언제 나 떼로 몰려다녔다고. 여럿이서 하나를 두들겨 까도 전혀 지탄받지 않아! 아니 오히려 찬사를 받잖아! 그러니까 우리좀 도와줘!" "하…하지만…" 헤레테이는 동생인 에르디아를 바라보았다. 친구냐 여동생이냐. 그는 딜레마 에 빠졌다. 약 2초간…그리고 이내 고개를 저으려고 했다. 친구보다는 역시 동생인 듯… 그러나 그전에 필마린이 군침이 뚝뚝 떨어질만한 조건을 내걸었 다. 괜히 3년이나 숲속에서 동거동락한게 아니라는 듯이 그는 헤르테이를 꿰 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를 도와주면 삼일만에 수도까지 가게 해줄게! 아니 잘만하면 단번에 가 게 해줄게!" "응? 그게 정말이야? 여기서 수도까지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열흘은 걸릴텐 데?" "물론! 나를 못믿겠으면 여기있는 카레노아를 믿어! 너도 그리 손해보는건 아니잖아? 안그래?" 자신이 별로 믿음직스럽지 않다는걸 아는지 그는 여동생의 이름을 거론했 다. 이쯤되자 헤레테이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그의 아버지 는 마법사라지 않던가? 그것도 예전에 듣기로는 꽤나 높은 수준의 마법사라 고 했다. 그정도라면 단숨에 수도까지 데려다주는것도 어렵지는 않을것이었 다. 헤레테이는 시노를 껴안고 있는 에르디아를 바라보았다. "괜찮을까? 에르디아?" "…응." "좋아. 그럼 약속은 꼭 지켜라. 그런데 집까지 얼마나 걸리지?" "여기서 반나절이면 돼. 그럼 내가 불침번 설테니까 먼저 자라." "그러지. 에르디아? 해뜰려면 아직 몇시간 남았으니까 좀 자둬." 그렇게 말한 헤르테이는 다른 일행의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이렇게해서 악한 대마법사를 처단하려는 용사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서 끄적끄적... 외전 3까지 있슴다 -_-/ 겨우 이걸 쓰기위해서 한달을 논걸까나.( '''') 가우군 [Queen`s Heart] 6화 멸신전쟁 (1) 2003-08-09 08:41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6장. 멸신전쟁. 신(God)? 물론 믿지. 신은 존재해. 하지만 난 신을 숭배하지는 않아. 왜냐 고? 그야 나야말로 지고무상한 존재이니까! 오호호호~ 이봐이봐. 농담이라고 그런걸 받아적어서 어쩌겠다는거야? 흠… 확실히 신전의 교리만 놓고 신학은 세상의 모든 이치를 품에 안고있는 굉장한 보물이지. 하지만 말이야. 신전을 운영하는것도 신에게 기도를 드리는것도 인간이라고. 이게 결점인거야. 거의 대부분의 인간들은 처음으로 신을 접했던 감동을 쉽게 잊거든. 익숙함이란 무서운 것이거든. 그래서 난 신은 믿지만 숭배하지는 않아. 신을 숭배하는데 가장 적격인 자들은 산속에 숨어서 홀로 고행을 하는 수도승정도일까? 그들 의 정신은 어떠한 시련과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버텨줄수 있을테니 까. 물론 나도 불합격이지. 난 아직 욕망을 다스리는데 미숙하거든. 이 대단 한 나도 말이야. 후훗.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빛과 영광의 제국 크레센트의 국모이신 아넬리안 황비전하와의 대담중… -주. 눈에 거슬리는 거만함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귀족이 아닐까? - 대륙력 995년. 늦여름. 크레센트 왕국 수도 크롬발 - 오늘이 8월 23일. 국왕폐하께서 정하신 결혼식 날이 9월 1일이니 앞으로 7 일 남았다. 폐하께서 나를 부른지도 벌써 2주가 넘어간다. 그동안 궁안은 그 야말로 요란 법석을 떨고 있었는데 일반 병사들까지 궁성 내외의 청소에 동 원될정도로 정신없고 소란스럽다. 우리의 결혼식이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라 고 이렇게 법석을 떠는지 모르겠지만… 듣기로는 크레센트 왕실에서 이렇게 대대적으로 파티를 벌이고 축제를 하는것은 실로 몇년만이라던가? 1왕자인 브래드릭 왕자는 서자 출신이라서 결혼할때 부인의 가문인 미노스가에서 치 뤘다고 한다. 그래도 왕위 계승서열로 따지면 4위인데 - 국왕폐하의 친동생 이 한명 있다고 한다. 지금은 공작위를 받고 영지를 살피고 있다는데 그가 계승서열 3위이다 - 너무 괄시하는거 아닌지 몰라. 브래드릭 왕자를 생각하 니 갑자기 일왕자비인 엘린 부인이 보고싶어지는군. "에린. 죠안 누구 없어?" "예! 마마! 곧 갑니다" 제린 목소리군. 다른 녀석들은 다 어디간거지.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먼지털 이개를 손에 쥐고 흰 앞치마를 두른 제린이 급히 뛰어오는게 보였다. "부르셨습니까? 마마" "응. 다른 애들은? 시녀장도 안보이고 다 어디간거야?" "에레니아 시녀장님은 마마께서 입으실 드래스와 장신구를 보시러 가셨고 다 른 시녀들은 본궁으로 파견나가 있습니다. 손이 모자라서 다른 별궁의 인원 도 모두 불러들였다고 합니다." "그래? 닐크들은?" "그분들도 거들어준다고 말씀하시면서 같이 가셨습니다." 뭐야. 내 호위면서 다 가버린거야? 그럼 무슨일이 있을때 나는 누가 지켜주 냐고. 쳇. "카렌은?" "에…카렌양은… 오전에 잠깐 보기는 했지만 그뒤로는…" 이 시녀의 시녀로 써먹을려고 데려온 녀석은 일도 안하고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군. 할수없지 혼자 가볼까? "나 브래드릭 왕자전하의 별궁이나 잠깐 다녀올테니까 청소하고 있어" "예? 그럼 곧 준비하겠습니다. 잠시만…" "아니 됐어. 멀지도 않은걸 뭐." "아닙니다! 마마. 왕족이신 분이 혼자서 돌아다니시는건 안전은 둘째치고 위 신문제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하여간… 너무 유능해도 문제라니까. 에린 녀석이라면 아무생각없이 ''다녀오 세요''라고 손까지 흔들어주었을 테지만… 여기 시녀들도 은근히 꽉 막힌게 아무리 상전의 명령이라도 아닌건 죽어도 아니라고 말하는 녀석들뿐이다. 에 이~ 기다리고 있어야하나? 오전 연습은 이미 끝마쳤으니 상관없지만 오후 연 습때까지는 돌아와야 한단 말이야. 제린이 준비한다고 부산을 떨고 있을때 마침 카렌 녀석이 고개를 푹 숙인채 터덜터덜 걸어가는게 창밖으로 보였다. "그럼 카렌 데려갈께. 그럼 되지?" "예? 예에…" 제린이 아쉬운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풀렀던 앞치마를 다시 맨다. 음… 제린 도 청소하기 싫었나보다. 그래도 제린은 너무 부담된단 말이야. 에린 녀석이 맨날 사고만치고 멍청하게만 굴어서 그런지 완벽하게 일을 하는 제린을 보고 있으면 잘해도 부담되고 왠지 거리감이 느껴진다. 하여간 실망한 기색이 역 력한 제린을 뒤로하고 나는 1층 정원으로 뛰어내려간뒤 카렌을 데리고 일왕 자궁으로 향했다. 한가지 다행한 사실이라면… 내가 길을 잊어먹고 헤멜때 뒤따라왔던 카렌이 제대로된 방향을 알려주어서 그나마 쉽게 갈수 있었다는 거다. 에린과 왔으면 천상 두어시간은 헤메다가 보낼뻔 했지뭐야. 브래드릭 왕자가 있는 일왕자궁에 도착하고 나니… 여기도 소란스럽기는 마 찬가지다. 단지 좀 틀린점이 있다면 여기는 대청소로 분주한게 아니라 피난 가는 사람들처럼 짐상자를 옮기고 있다는것 정도? 분주한 하인들과 노예들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가보니 일왕자의 부인인 엘린을 찾을수 있었다. 엘린은 수수한 옷을 입고 말아올린 머리에는 흰 스카프를 묶고 있었는데 보통 시녀 장이나 할법한 일들을 하고 있었다. "그래요. 그거. 깨지는거니까 조심해서 옮겨요. 아앗! 그 상자는 가져가는게 아니야! 다시 갖다놔요." 내가 얼굴을 못봤다면 여기서 일하는 시녀쯤으로 알았을거다. 내가 원래 사 람 얼굴하나는 잘 기억하는 편이거든. 문제는 이름을 못외운다는거지만… 하 여튼 내가 다가가자 엘린쪽에서 먼저 나를 알아봐주었다. "어머나~ 아넬리안 양 아니에요?" "네. 안녕하세요. 엘린님" "만나서 반가워요. 그런데 이사중이라 조금 소란스럽거든요. 조금 양해해줘 요" "아니에요. 연락도 없이 온 제 탓이죠." "자. 이리와요. 후원쪽은 그래도 좀 조용할테니 그쪽으로 가도록 해요. 함멜. 여기 부탁해요. 자자. 이쪽으로" 그렇게 우리는 후원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별궁안을 지나쳐 후원으로 가 는동안 대충 훓어보니 가구들까지 모두 옮기는지 안을 썰렁했다. 등나무 넝 쿨이 머리위까지 뻗어있는 작은 정원으로 안내된 나는 엘린님이 직접 끓여준 차를 받아들고는 작게 물었다. "그런데… 여기서 나가는건가요?" "응? 아아. 소식 못들었나보네." "네에…" "우리 왕성을 나가게 되었어요." "네? 하지만…" 왕족이 왕성을 나간다? 그게 말이 돼? 잠깐 별장에 놀러가거나 하는거면 모를까. "후훗. 이번에 마틴 전하께서 왕세자 자리에 오르셨잖아요. 그래서 우리들은 저희 본가인 미노스가로 돌아가는거에요." "네? 그런… 마틴 전하가 왕세자 자리에 오른것과 엘린님이 궁을 나가는게 무슨 상관이에요? 여기서 나갈 이유가 없잖아요" "이유야 있죠. 우리 그이가 서자 출신이잖아요. 그리고 왕실에는 로이드 전하 와 마틴 전하가 있고요. 이번에 왕세자가 정해졌으니 우리들은 더이상 필요 없는거죠. 있어봐야 잡음만 일어날뿐이고 도움도 안되니까요. 마틴 전하가 왕 세자 자리에 오른이상 우리 브래드릭 전하도 더이상 왕족이 아니에요. 단지 왕가의 친척일뿐이죠. 공식적으로 왕위계승권자가 정해진 이상 계승순위에서 밀리는 다른 일족들은 알아서 성을 나가야되요. 안그러면 피를 보게 되니까. 어쩔수 없는거죠. 그리고 그이도 저와 결혼하기전에 먼저 말해줬던 일이고 요." "그렇다면… 브래드릭 전하는 어떻게 되시는건가요?" "별로 바뀌는건 없어요. 여기서 나가도 수도 근교의 중앙군을 총괄하는 장군 직을 계속 맡고 있을거고요. 우리 미노스가도 수도 근처라 단지 잠자리만 조 금 바뀌는것뿐이에요." 엘린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내게는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들이었 다. 왕위계승권을 잃은 왕족은 궁성에서 쫓겨난다니. 그렇다는건 마틴 왕자가 국왕이 되는 시점에서 나와 로이드 왕자도 이 성을 나가야한다는거잖아! 이 런 말도 안되는 일이 어디있어! 머나먼 타국까지 시집와줬는데 그 남편이라 는 녀석이 왕이 못되서 왕성을 나가야 한다니! 내 가문은 여기서 300km는 떨어져있다고! 저 책귀신을 데리고 그 먼길을 돌아가란 말이야?! "흐응~" 내가 인상을 박박 쓰면서 차를 마시고 있으니까 엘린이 갑자기 왠지 불길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왜…왜그러세요?" "다음주가 결혼식이었죠?" "네에…" 불길해 불길해. 저 ''나는 다 알고 있다''라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엘린을 보고 있자니 그 입에서 뭔 말이 튀어나와서 나를 놀라게 할지 벌써 걱정된 다. "지금 불안해요?" "…푸웃. 콜록.콜록" "어머. 미안해요. 내가 놀라게 했나보네. 여기 손수건" …사레 들렸다. 불안? 내가 왜? "콜록…고마워요. 그런데 제가 불안해 보이셨나요?" "으음… 아닌가? 난또 여기와서 보지도 못했었는데 갑자기 찾아와서 그런줄 알았는데. 내 생각이 틀렸나보네." 으음… 조금 불안하긴 했을까? 나도 왜 이 사람을 찾아왔는지 모르니까 말 이야. 갑자기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그 이유일까? "원래 결혼같은 큰일이 막상 눈앞에 닥치면 여자들은 불안해 하는 법이거든 요. 괜찮아요. 다 잘될테니까." "저… 엘리님은 어떠셨어요?" "저요? 전 그냥… 아무생각 없었죠. 후훗. 결혼식 전날까지 연무장에서 기사 들과 대련을… 어머나 내가 무슨말을… 방금한말은 잊어줘요. 호호호" "헤에~ 기사였어요? 여기사? 와아~" "아니에요. 그런건." 괜히 손을 흔들면서 부정해봐야 소용없다고. 이 귀로 똑똑히 들었으니까 말 이야. 내가 눈을 빛내면서 뚫어져라 바라보자 부담스러운듯 고개를 돌리면서 딴청을 피우던 엘린이 먼저 항복해버렸다. "에이~ 그래요. 한때는 기사가 되고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헤에~ 굉장하다." "별로 굉장할건 없어요. 나도 남들처럼… 이름있는 기사가 되어서 우리 왕국 을 지키는 방패가 되고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여자의 몸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어쩌다가 기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거에요?" "으음… 조금 특이하다면 특이하고 일반적이라면 일반적일까? 전 외동딸인데 다가 남동생도 없었거든요. 미노스가의 유일한 자식이 딸뿐이니 이름난 기사 가문인 우리 집안에서 난리가 났죠. 처음엔 양자를 들인자 첩을 데려온다 말 이 많았던것 같은데 이도저도 별 소용이 없어서 제가 검을 들게 된거에요. 어릴떄부터 기초 훈련을 받고 열살쯤되어서 한 기사 밑에 들어가 종자노릇을 했었는데 그분을 모시는 다른 종자중 한사람이 바로 브래드릭 전하였어요. 후훗" "에에? 브래드릭 전하가 기사였었나요? 왕족인데…" "크레센트는 원래 그렇거든요. 서자인 브래드릭 전하는 애초에 왕위계승권에 는 관심도 없었고 그렇다고 학문에 뜻을 둔것도 아니라 철이 들었을때부터 검을 쥐고 휘둘렀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제가 종자로 들어갔을때는 이미 자 기보다 서너살은 많은 다른 종자들을 제치고 기사후보로 이름이 올라가 있었 죠. 여자인데다가 실력도 떨어지는 절 많이 챙겨주고 도와줬어요." "아~ 그래서 호감을 가지게 된건가요?" "아니요. 그 반대죠. 전 그분을 끔찍하게 싫어했거든요. 남자인데다가 저보다 실력도 좋고 힘도 좋았거든요. 상상이 안갈지 모르겠지만 다른 여자애들이 화장품을 바르고 몸매관리에 힘쓰고 있을때 전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검을 휘두르고 땀으로 목욕해가면서 뛰어다녔어요. 그런데도 브래드릭 전하는 커 녕 다른 종자들조차 이기지 못했죠. 하루 서너시간씩 자고 매일 꼬박꼬박 고 기만 먹어가면서 운동을 해도 소용없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죠." 엘린은 먼곳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조용조용히 말했다. 밝고 활달해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역시 사람은 사귀어 보기전에는 모르는거구나. "결국 열여섯쯤 되었을때 포기했어요. 도저히 따라가기는 커녕 뒤쳐지는것을 막기도 힘들다는걸 깨닳았거든요. 의욕을 앞서지만 몸이 못따라간다고 할까?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보통 여성들처럼 살고 있는거에요." 건장한 사내의 명치를 팔꿈치로 가볍게 찍어버리는게 ''보통''인지는 잘 모르 겠지만… 왠지 비슷한 아픔이 느껴진다. 뭐랄까… 가슴속 깊이 묻어둔 자그 마한 상처들이 마치 공명을 하듯이 울려퍼져서 확장되는 느낌이다. 세상엔 간절히 원하고 노력해도 얻을수 없는것이 있다. 부모의 관심이라던지… 능력 외의 일이라던지… "그래서요? 브래드릭 전하와는 어떻게 친해지게 된거에요?" "뭐… 그쪽에서 자꾸 신경써주고 돌봐줘서 싫긴 했지만 그래도 약간 호감은 있었는데… 사실 그때 많이 힘들었거든요. 그럴때 옆에서 지켜봐준게 전하였 어요. 그래서 조금씩 좋은사람이라는 생각이 바뀌고 있을대 갑자기 그이가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와서는 내기를 하자고 하더군요." "내기요?" "네. 내기요. 그렇게 중무장을 하고와서는 제게 연습용 장검을 넘겨주면서 하 는말이 내기를 해서 지는 쪽이 상대의 소원 한가지를 들어주기로 했어요. 물 론 부가조건으로 법과 정의 그리고 양심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요" "헤에~. 그래서요? 이겼나요?" "후훗. 졌죠. 룰은 상대의 몸을 치는것으로 했는데. 세번 먼져 때리는쪽이 이 기는 간단한 룰이었어요. 거기다 브래드릭 전하는 20kg가까이 되는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있었고 철제투구까지 써써 시야도 좁았을게 분명한데도 불구하 고 졌어요. 그것도 완패당했죠. 제대로 검조차 못휘두르고 막기만 하다가 져 버렸죠. 지고나서 힘이 빠져서 털썩 주저앉으니까 눈물이 줄줄 쏟아지더군요. 지금까지 내가 뭘한건가. 뭘하면서 살았던건지 억울함과 후회가 마구 밀려들 어와서 도저히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어요. 그런 제 옆에 같이 주저앉아서 기 다려주던 전하는 한참이 지난뒤에야 말하더군요. ''나랑 결혼해줘'' 라고." "…콜록" 역시 이동네는 위험해. 빨리 집으로 돌아가던지 아니면 정상적인 인간들을 내 주위에 포진시켜야겠어. "그…그래서 허락한거에요?" "할리가 있어요? 한껏 힘자랑 해놓고나서 한다는 소리가 사람 속을 긁어놓는 말인데. 화를 내면서 따졌죠. 그랬더니 매사에 당당하고 덜렁대는 속좋은 그 이가 쩔쩔매면서 어쩔줄 몰라하더라고요. 그 모습이 조금 귀엽게 생각되기는 했지만…" 어이어이. 자기보다 여섯살이나 나이많은 남정네가 귀엽다는건 뭔가 문제가 있는거 아니야? "그래도 화가나는건 어쩔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약속을 지킬수 없다! 라 고 딱 잘라서 말했더니…" " ''내가 말한건 약속이 아니야. 난 지금 소원을 빈거라고.''라고 말했었지 아 마?" "어엇?" "어머나" 갑자기 등뒤에서 굵직한 남자목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짧은 금발을 한손을 긁으며 얼굴을 약간 붉힌 브래드릭 왕자가 우리들사이로 걸어왔다. "언제 오신거에요?" "지금 막 도착했어." "네에. 다른 분들은?" "응. 지금 짐나르고 있을거야. 애들을 한 삼십명쯤 데리고 왔거든." "푸훗. 그러다가 나중에 보복당하는거 아니에요? 그래도 명색이 종자인데 나 중에 다들 기사가 될 몸들이잖아요. 그런분들을 짐나르는 일에 동원하면…" "흥. 개기는놈 있으면 내가 몸소 대련이라도 뛰어주면 그만이지. 그보다 오다 가 재미있는걸 줏어왔거든? 이거 주인 누구인지 아는사람 없어?" 그렇게 말하면서 내민것은 작은 강아지도 고양이도 아닌 팔다리 멀쩡히 달 린 소녀이었다. 그것도 붉은머리에 시종들이 입는 바지를 입은 녀석이었다. 두말 할것없이… "…카렌." "어어. 아넬리안 아가씨가 아는 아이인가보네." "어쩌다가…" "당신이 여기 있다고해서 오는데 이 아이가 내 품속에 있는 단검을 슬쩍하려 고 하잖아. 그래서 이렇게 들고 온거야. 못보던 얼굴이라 우리 하인들 같지는 않았거든" "카렌! 너 또!!!" "……" 내가 벌떠 일어서며 화를 내도 카렌녀석은 ''흥''하고 콧방귀만 뀌고 고개를 돌려버린다. 저녀석이!!! "또? 아아. 그러고보니까 얼마전에 로이드 녀석이 자기 검이 없어졌다가 다 시 찾았다고 그러던데. 혹시 그것도 이녀석 짓인가?" 할말없다. 내가 입을 다물어버리자 브래드릭 왕자는 카렌을 들고있던 손을 놨다. 가볍게 바닥에 착지한 카렌은 나와 브래드릭 왕자를 한번씩 쓰윽 바라 본뒤 혀를 쏙 내밀면서 저만치 뛰어가버렸고 화낼 타이밍을 놓친 나는 도망 쳐버린 작은 소녀의 뒷모습만 보면서 이를 갈았다. "재미있는 소녀군. 어떻게 알게 된거요? 아넬리안 양" "그게… 줏었어요. 아하하…" 미소! 미소! 이럴땐 웃어야된다! 웃음으로 얼버무리기! 내가 필사적으로 웃 으면서 대충 넘어가려고 하자 그런 내 모습을 보던 브래드릭 왕자는 피식 웃 은뒤 엘린의 옆에 앉았다. 그런데 왠지 표정이 어둡네? "왜그래요? 여보. 무슨일 있어요?" "아아. 별일 아니야." "별일 아닌게 아닌것 같은데요? 말해봐요." "정말 별거 아니야. 그보다 당신 괜찮아? 괜히 나때문에 여기서 쫓겨나게 되 었잖아" "이런건 별 상관없어요. 아시잖아요. 제가 언제 이런일로 투정부린적 있나요? 그리고 전 여기보다 제 본가가 더 편해요. 그러니 빨리 말해요. 밖에서 무슨 일 있었죠? 네?" "후우… 정말 당신에게는 두손 다 들었다니까." 브래드릭 왕자는 길게 한숨을 내쉰뒤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손을 흔들었 다. 그리고는 엘린이 따라주는 홍차를 한모금 마신뒤 천천히 말을 꺼냈다. "멸신…전쟁이 시작되었어." 에? 전쟁? 어느나라와 어느나라지? 거기다 멸신은 뭐야? 처음 듣는다. "그렇군요. 이번엔 어디어디죠?" "이전과 같아. 정의의 신인 비젠과 음모의 신인 브리츠. 늘상 치고박긴 하지 만 이번엔 사정이 좀더 심각한것 같더라고." "비젠이라면… 그 빛과 정의의 신을 말씀하시는건가요? 전하" "아… 로세니아는 비젠 신이 국교였지. 맞아. 그 비젠이야. 요 일주일사이에 지방의 비젠교 소속 교회 네군데가 전소되었고 수십명의 신도가 죽었어. 그 것도 치안병들이 보는앞에서 어린아이까지 마구 난도질해버렸다는군" "잔인해라" "국가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안세운건가요? 전하의 말씀대로라면 이건 엄연히 살인행위잖아요."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야. 일단 멸신전쟁이 발발하면 국가는 아무런 제제도 가할수없지. 로세니아는 비젠 신을 국교로 삼고있으니 그 반대되는 종교에 제제를 가해도 상관없지만 여기는 크레센트야. 신권과 왕권이 완벽하 게 분리되어있고 양측 모두 그 어떤 간섭도 거부하는곳이지. 아마 오늘쯤 양 신전의 신관들이 왕성에 들어와서 보고하겠지. 거기다 소문으로 듣기에는 이 전과는 상황이 조금 틀린것 같아." "어떻게요?" "비젠의 높은 신관이 말하길 ''나에게 반하는 자에게 멸절의 응징을 가하라''라 는 신탁이 내려왔다는군. 듣기로는 브리츠쪽도 같은 신탁이 내려왔다고 하 고… 신의 힘은 곧 신관의 힘이니 이 전쟁에서 진쪽은 신성력도 신도도 그리 고 신전 수입도 모두 잃게될거야. 한마디로 지는쪽은 신이라는 간판 내려야 하는 처지이지." 무슨 멸신전쟁이라는거야? 내가 살던 로세니아에서는 그런일은 없었다고. 신하면 역시 빛과 정의잖아! 어둠과 음모의 신인 브리츠가 악한건 당연한거 아니야? 선과 악이 분명한데 왜 국가에서 나서서 해결하려 하지않지? 이상 해. "아넬리안 왕녀의 표정을 보아하니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이군. 당연하겠지. 우리야 늘상 겪는일이니 별로 새삼스러울것도 없지만 특정 신을 국교로 삼고 있는 국가의 사람들은 꽤 이상하게 생각하더군. 하지만 왕권이 확립되기 위 해서는 신권을 분리시켜야되. 크레센트는 국민 개개인에게 신앙의 자유를 보 장하고 있지. 신에게 의지하는 백성들은 조금 심하게 몰아붙여도 신에게 희 망을 구걸하느라 반항을 적게하거든. 하지만 이번일처럼 귀찮고 복잡한일도 있어. 신의 힘은 곧 신관의 숫자라는건 알고있겠지?" "네." "그렇기에 여러 신들은 대륙에서 인구가 가장많은 크레센트를 노리는거야. 만약 어느 특정신을 주신으로 삼고 국교로 선포하게되면 다른 여섯 신전들로 부터 노골적인 반발을 사게되. 거기다 신권에 속한자가 정치에 개입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나라꼴이 엉망이 되지." "하지만 그렇다고 어린아이들까지 무참히 학살하는 광경을 놔둬서는 안되잖 아요." "물론 그렇긴 하지만 일단 신전간의 전투가 벌어지게 되면 개종이냐 죽음이 냐만 있을뿐이기에 왕국에서 손쓸 방법이 없으니 문제야. 이건 신전과 신도 들간의 문제이고 신전의 권리를 왕권이 억압할수는 없어. 그렇기에 우리는 이 전쟁이 빨리 끝나기만 바랄뿐 그외에는 어떤일도 할수없는거야. 내가 유 일하게 참견할수 있는곳은 군대정도일까? 다른곳은 불가능해.참. 엘린. 미노 스가의 별장이 수도 크론발 외각에 있지?" "네. 도시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 근처죠. 그런데… 거기도 무슨일 있나요?" "으음. 왠만하면 그쪽은 안가는게 좋을거 같아. 외교부와 내무부에서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그 근처에서 대규모 전쟁이 벌어질것 같거든. 양측 신관들이 서로 합의했다고 하더라고. 괜히 싸움에 말려들면 안되니까 될수있으면 그쪽 근방엔 가까이 가지마." "예. 그러죠. 별장에 있는 하인들도 모두 불러들일게요. 그런데 여긴 괜찮을 까요?" "뭐… 왕권이 강한 수도에서는 신관들도 제멋대로 날뛰지는 않으니까 큰일은 안일어날거라 보지만 그래도 조심은 해야겠지? 시종이나 하인들중에서 두 신 을 믿는 신도가 있다면 내보내거나 전쟁이 끝날때까지 신물을 회수해둬. 자 칫 불똥이 튈수도 있으니까." 전쟁이라는 이야기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런데 전쟁이라는 말이 붙을정 도면 진짜 격렬하게 싸우는거 아닌가?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강을 이루고 뭐 그런거 말이야. 그렇게 싸워대는데도 아무런 간섭도 안한다니 이상해. 이 러고도 아직까지 왕국을 잘도 유지하고 있는게 신기해보인다. "저기… 그럼 멸신 전쟁은 어떻게 끝나는거에요? 모든 신도들이 다 죽으면 끝나는건가요?" "뭐… 원칙상은 그렇지만 인간이 하는일이 완벽할수는 없잖아? 멸신전쟁은 본보기를 보여주는거지. 우리 신이 이만큼 강하다 믿으면 너희들에게 복이 될것이고 믿지 않으면 죽음만이 있을뿐이다. 실제로 신도들의 숫자와 믿음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신의 신관들도 신성력이 강해지거든. 죽은자도 부활시킬 만큼 말이야. 지금에 와서는 그정도 신성력을 발휘할수 있는 신은 역시 비젠 뿐이겠지만. 대륙 전체를 놓고봐도 가장 많은 신도를 가지고 있고 다수의 고 위 신관들과 신성기사단까지 갖춘 현재로서는 가장 높은 주신이지." 그렇게 말하면서 브래드릭 왕자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어둠의 신인 브리츠는 그의 신도들에게 부귀영화와 욕망을 상으로 내려주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세력도 만만치 않아. 거기다가 살인기계라고 불러도 될만큼 무서운 암살자 조직을 휘하에 두고 있어서 이쪽도 실제적인 전력으로 보자면 또 만만치 않지. 그리고 더욱더 무서운건 양측 모두 자신이 믿고있는 신을 맹신하는 광신도들이 널리고 깔렸다는거야. 지금 일어나고 있 는 사건들도 모두 그 광신도들에 의해서 벌어지는 싸움이니까 말이야." "광신도들?" "그래. 미치광이 집단. 믿음으로써 신을 보필하는것이 아니라. 맹신으로 신의 이름을 더럽히고 광기로 타인들을 짓밟지. 그런 짐승같은 짓을 행하고도 자 신은 신의 정의를 행하였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녀석들이야. 이들에겐 죄책감 도 부끄러움도 없어. 그저 맹목적인 충성심과 광기뿐이지. 어떠한 이론과 논 리도 통하지 않고 오직 신에 대한 맹종만이 있을뿐이야. 하지만 신전의 입장 에서 봤을때 이런 광신도들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 일반인들에게 이들은 거의 미치광이나 다름없는 자들이니까. 신전의 이미지만 버릴뿐이긴 하지만 그래도 신의 자식들을 버릴수는 없으니 서로 품에 안고있는것뿐이야. 그리고 광신도들은 신의 명령이라면 뭐든지 하니까 한번 쓰고 버리기엔 딱 좋지. 자 기들 손을 더럽히지 않고 귀찮은 일을 떠넘겨버릴수도 있고말이야." "에에…뭔가 굉장히 치사한것 같은데요?" "뭐…그것도 신전들이 살아남는 방법 아니겠어? 이단자의 처형이나 납치같은 더럽고 지저분한 일들은 광신도들에게 맡겨놓고 자신들은 일반 민중을 대상 으로 기적을 보여주거나 신학을 전파하지. 갖가지 자선사업들 - 고아원이나 도로 또는 다리 건설등 - 을 행하면서 민중의 환심을 사고 신도들을 끌어모 으는게 보편적인 신전의 방침이야. 멸신전쟁은 부가적인 옵션정도고." "왜 그렇게 기를 쓰고 신도들을 끌어모으려고 하는거에요? 세상엔 사람들도 많고 그 사람들만큼 생각하는바도 다 틀리잖아요." "후우… 신관에게 있어서 신성력이란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는법이야. 마치 기사가 검에 매진하듯이 말이야. 뛰어난 신성력을 가진다는건 자신의 신이 다른 신들보다 상위라는것이고 이 신들의 계급은 자신을 믿는 신도들의 숫자 와 질에 따라서 수시로 변하는 법이야. 수백년전까지만해도 강성하던 자연과 명예의 신인 디스트도 신도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이제는 일반인들은 거의 알 지도 못하는 하급신으로 전락했지. 각 신들끼리고 싸움을 벌이고 때때로 신 들이 죽거나 새로 창생되면 새로운 계보가 발생하는거야. 즉 신도들의 믿음 이 신을 강하게 해주고 신은 그 보답으로 신도들중 일부에게 자신의 힘중 일 부를 사용할수 있는 신성력을 내려주는거지." "그렇군요." 잘은 이해가 되지 않지만 대충 들어보자면 신과 신도들은 서로 도와가며 생 활하는 공생관계라는 것이군. 스케일이 크긴 하지만 말이야. 그런데 이런말 하다가 신벌같은거 받는건 아닌지 몰라. 아아… 난 신의 존재는 믿지만 신을 찬양할 생각은 없다고. 나랑은 상관없으니 그냥 그려려니 하고 넘어가면 그 만이겠지? "아참. 아넬리안 왕녀도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그럴리야 없지만 어쩌면 브리 츠의 암살자들이 찾아올지도 모르니까." "네? 왜요? 전 비젠 신의 신도도 아닌데요?" "로세니아 출신이니까." "에에에? 그런게 어딨어요. 우리 로세니아에서도 비젠 신을 믿는 귀족은 열 에 다섯도 안된다고요." "그렇긴 하지만 로세니아는 비젠 신을 국교로 삼고 있으니 브리츠 쪽에서 보 자면 고깝게 보일거야. 좋은 본보기가 되겠지. 크레센트에 와있는 로세니아의 왕족. 이보다 더 좋은 선전효과는 없어. 한 나라를 상대할만큼 자신만만 하다 던가 말이야." "그럴리가 없어요! 만약 절 죽에게 되면 우리나라에서 가만히 있을리가 없잖 아요." "가만히 안있으면? 군대라도 파견할까? 여긴 크레센트라고. 만약 암살의 배 후를 뿌리뽑기 위해서 군대라도 보냈다간 당장 전쟁이 나게 될껄? 자국 영지 에 타국의 군대가 주둔한다는건 국가간의 자존심문제라고. 귀족들은 이런일 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법이야. 크레센트에서 영토 통과를 거부하면 그땐 전 면전이겠지." "……" "행여나 그런일이 벌어지면 안되니까 몸조심 하라고. 괜히 전쟁이라도 나면 로이드 녀석도 힘들어질테니까 말이야." "네? 로이드 전하는 왜요?" "으응? 몰랐어? 하긴 타국 사람이니 잘 모를수도 있겠군. 우리 크레센트에서 는 성인 남성은 모두 3년동안 군에 복무해야 되잖아." "그건 알지만…" "여기엔 예외가 없다고 왕족이던 귀족이던 평민이던 말이야. 예외라면 농노 와 노예정도일까?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 재산으로 취급받으니까 예외지. 아 무튼 로이드 녀석도 열여섯이 되었고 성인이니 조만간 군에 종사해야되. 왕 족이니 일반 평기사나 징집병으로 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전쟁이 나면 전장 으로 나가야 된다고. 나야 이쪽이 적성이 맞고 다른 할일도 없어서 장군이 되었지만 그 녀석은 검과는 담을 쌓은 녀석이니 군부에 투신하는 일은 없겠 지. 아마 의무 기간만 마치고 책이나 읽으면서 대영주 노릇하고 살겠지만 그 래도 의무는 의무야." "흐음…" "이 나라는 사방이 적국으로 둘러쌓여있고 지킬곳도 많아서 이렇게 징집제를 운영하는거야. 너희 로세니아에도 농민병이나 시민병들이 있지? 크레센트도 마찬가지야 단지 틀린점이라면 이 나라는 전쟁시에만 시민병으로 모병되는 사내들을 평상시에 모아서 군대로 운용하는것뿐이야. 다행히 병사들을 모두 먹여살릴만큼 부유하기 때문에 아직껏 이 나라가 타국의 침략을 받지 않을수 있는것이고." "여보. 숙녀가 좋아할만한 이야기는 아닌것 같은데요." "아~ 이런 미안미안. 내가 그쪽에서 생활하다보니까 생각하는게 모두 군사쪽 으로만 연결되거든. 하여간 몸조심하라고 이래뵈도 용맹한 장군이라는 소리 를 듣기는 하지만 나도 전쟁은 별로 안좋아하니까." "네. 그러도록 할께요. 전하." "이젠 전하가 아니라고. 아마 조만간 내 성도 바뀔껄? 브래드릭 드 미노스 백작으로 말이야. 아직 장인어른이 정정하시니 좀더 있어야 할려나?" "그 얘긴 그만해요. 당신 아직도 미련이 남는건가요?" "아니. 그런건 아니야. 말했잖아. 로이드 녀석도 마틴 녀석도 둘다 내 동생이 라고 거기다 난 지금 있는 자리에도 만족하고 있어. 이렇게 아름다운 부인까 지 얻었는데 내가 뭘 더 바라겠어?" "푸훗… 당신도 참." 아무래도 자리를 뜰때가 된것 같다. 저렇게 사이가 좋은 부부를 보고있자니 왠지 술주정에 신세한탄까지 할것 같거든. 뭐라고 말하면서 자리를 뜨지? 내 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고민하고 있을때 이 망할 잉꼬부부는 서로 웃고 떠들 면서 내 속을 박박 긁어댔다. 이봐이봐. 난 일주일뒤에 정략결혼 하게되는 불 행한 여인이라고. 홍차잔을 비우고 찻잔을 내려놓던 내 눈에 약간 불룩한 엘 린의 배가 보였다. 이런 내 눈치를 알아챘는지 브래드릭 전하와 이야기하던 엘린님이 갑자기 빙그래 미소를 지으면서 한손으로 배를 쓰다듬으면서 말했 다. "육개월째래요." "…네?" "임신 육개월째라고요." "아…네. 그런데… 그리 표가 안나네요?" "아니에요. 지금 이것도 헐렁한 옷을 입어서 그렇지 꽉끼는 드래스 같은 옷 을 입으면 금방 표가 나는걸요. 앞으로 더 불러온다는데 걱정이에요. 후훗" "헤에…저기…만져봐도 되요? 실례가 된다면…" "자. 이리와봐요." 엘린님은 나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내가 그녀의 옆에 쭈그리고 앉자 내손을 잡은 엘린님은 손을 자기배에 올려놓았다. 뭐랄까… 얇은 옷사이로 느껴지는 느낌은… "따뜻해…" 뭐랄까… 이건 봄날의 햇볕이나 한겨울의 벽난로가에서 느낄수 있는 따뜻함 이 아니다. 그보다 더 부드럽고 따사로운… 감동이었다. 숨을 쉴때마다 조금 씩 오르락 내리락 하는 숨결사이로 작은 고동과 같은 맥박이 느껴진다. 이것 이 엄마의 심장박동인지 뱃속에서 크고 있는 아기의 박동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건 그런게 아니다. 뭐라고 형용할수 없는 벅찬 감동이 마구 끓어올랐 다. 나도 모르게 난 내귀를 엘린의 배에 가져다 대었다. 아주 미약하기는 하 지만 ''쿵쿵쿵''하는 박동소리가 들려왔다. 눈물이 나올것 같았다. 엘리님의 배 에 귀를 대고있는 내 얼굴에 그녀의 손이 다가와서 나를 살며시 쓰다듬어주 었다. 난 애가 아니라고. 하지만…이런취급도 가끔은 좋을지도… 엘린님의 배에 귀를 대고 눈을 감은채 따뜻한 느낌을 음미하던 나는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저 가볼께요!" "예? 벌써 가게요?" "갑자기 왜?" "아니에요! 너무 폐를 끼치잖아요. 이만 가볼께요. 두분…아니. 다음에 또 올 께요. 제 결혼식때 선물 많이 가지고 오세요!" 그렇게 소리친 나는 도망치듯 후원을 빠져나왔다. 여전히 분주한 별궁안을 지나쳐 정원으로 나오니 언제왔는지 에린녀석이 카렌과 함께 정원 한구석에 서 쭈그리고 앉아서 속닥이고 있었다. "에린! 카렌! 돌아가자!" "네네! 마마!" 내가 소리치자 에린 녀석이 날 알아보고는 황급히 뛰어와서는 내 앞에 섰 다. 그리고 카렌 녀석은 내 뒤에 서서 작게 툴툴 거렸는데 아마도 자기들이 놀고 있는데 방해해서 인것 같다. 이 녀석의 성격을 언제 날잡아서 뜯어고쳐 야 하는데… "앞장서 에린! 길은 잘 알겠지?" "네에…" 왠지 믿음이 안가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에린을 앞세워서 일왕자궁을 빠져나왔다. 바쁘게 지나가는 시종과 하인들 사이를 헤치고 나가던 나는 내 가 머물고 있는 별궁이 눈에 들어오자 걸음을 멈추었다. "마마?" "……" "저…마마. 우시는건가요?" "아냐! 눈에 먼지가 들어간것 뿐이야!" "저기…네. 여기 손수건…" "그런건 빨리빨리 달란 말이야! 둔해빠진 멍청이!" 에린이 조심스럽게 내미는 손수건을 빼앗은 나는 내 볼을 적시는 눈물을 닦 아내었다. 이곳에 온뒤로 점점 내 감정을 통제하기가 힘들다. 툭하면 눈물이 주륵주륵 흘러내리고 별거 아닌일에도 감동하고… 마치 나자신이 내가 아니 고 다른 사람이 된것 같다. "뭐야! 이 수건은! 냄새나잖아! 이런걸 지금 나보고 쓰라는거야? 응?" "아앗… 죄송합니다. 마마. 저기…저기…" 눈물범벅이 된 - 이미 쓸만큼 썼다 - 손수건을 에린의 가슴팍에 던져버린 나는 쿵쿵거리면서 걸었다. 별궁으로 이어지는 벽돌길에서 벗어난 나는 길옆 의 잔디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 내뒤로 에린과 카렌이 슬며시 다가왔다. "저…마마 스카프라도 깔고앉으시는게… 옷이 풀물로 엉망이 될…" "에린. 앞에 앉아! 멍청한 너때문에 얼굴이 엉망이 되었잖아! 네 쓸모없는 옷 이라도 바치란 말이야!" "네네! 마마" 모기소리만하게 쫑알대던 에린녀석은 내가 소리지르자 화들짝 놀라면서 내 앞에 주저앉았다. 난 그런 에린의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끈적끈적한 땀냄새 와 약한 레몬향이 느껴지는 에린의 좁은등에 난 이마를 가져다대고 조그만 목소리로 물었다. "…에린 너는 엄마에 대한 기억 있어?" "네? 아… 아주 어릴때 기억뿐이…" "역시 엄마의 품은 따뜻하겠지?" "……네" "그래…" 또다시 눈물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이러다가 에린녀석 등짝까지 모조리 눈 물범벅이 되겠군. 그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살며시 잡는게 느껴졌다. "누구?" 내가 고개를 들고 내 어깨에 올려놓은 손을 따라 위를 올려다보니 카렌 녀 석이 다 안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깨를 톡톡 치는게 아닌가. "…뭐냐. 이건" "…위로." ……크아아악!!! "너 이녀석! 지금 누굴 놀리는거야? 앙?!" 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카렌 녀석이 단번에 뒤로 몇걸음이나 물러서더니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다. 저건 뭘 뜻하는거얏! 저녀석!!! "카레에엔!!! 너! 거기서!" "……" 화났다! 나 열받았다고! 내가 벌떡 일어서서 주먹을 머리위로 올린채 마구 흔들자 카렌 녀석이 갑자기 뒤로 돌더니 도망치기 시작했다. "거기 안서! 너!" "…베에" 내가 쫓아가자 도망치던 카렌 녀석이 혀를 내밀면서 나를 놀리더니 잽싸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오늘 내가 저녀석의 비뚤어진 성격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내 이름을 갈겠어!!! 크아아아악!!! -------------------------------------------------------------- ...무념무상.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3dragon.net), 청어람(chungeoram.net), 드림워커 (drwk.com), 조아라(ujoa.com), 하이텔 Pmc(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6화 멸신전쟁 (2) 2003-08-09 08:41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내 ''평범''한 일과에 할일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을 바꾸지 않기위해서 난 눈뜨면 카렌녀석을 찾았고 모습을 드러낸 녀석을 쫓다 쫓다 지쳐서 파김치가 된 몰골로 침대에 누웠다. 망할놈의 꼬맹이 정말 발하 나는 더럽게 빠르다. 거기다 어찌나 잘 숨는지 모퉁이만 돌면 놓쳐버리고 내 가 씩씩거리면서 돌아서면 보란듯이 나타나서 날 놀리고 도망친다. 내가 성 격이 좋았으니 망정이지 다른 성격더러운 귀족한테 저딴짓을 했다간 당장에 목이 잘렸을거야. 암암. 이젠 시녀들도 그 아래있는 하녀들도 내가 카렌 녀석을 쫓아다니는걸 멀거 니 보고만 있는다. 처음엔 체통이니 예의니 따지던 에레니아 시녀장마저 두 손 들어버렸으니 할말 다했지. 할일도 없기에 오전 오후로 운동하고 사이사 이 카렌녀석을 쫓아다니다보니 시간하나는 기가막히게 잘간다. 오늘은 기필 코 붙잡고 만다. 라고 불타오르며 쫓아다니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나 가버린것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보니 바로 내일이 내 결혼식날 이다. 으음… "도망가 버릴까?" 막상 결혼식날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기분이 좀… 뭐랄까… 불안과 초초 그 리고 걱정과 고민이 잘섞여서 내 머리속을 휘저어놓는듯한 느낌일까? 그동안 오직 카렌 녀석을 잡는데만 온 정신을 쏟느라 깨닫지 못했는데 내일이면 결 혼한다는 사실이 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이제서야 걱정이 고개를 치켜 들다니 나도 꽤나 태평한가보네. 쩝. 에이~ 씻고 점심이나 먹자. 내일일은 내 일 생각하자고. 내가 별궁안으로 들어오자 죠안이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마마. 본궁에서 사람이 왔는데 지금 마마를 찾는 손님이 오셨다고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응? 나? 여기 아는사람도 없는데? 누구지?" "부를까요? 마마" "그래. 가서 불러와봐. 누굴까? 에린! 손님 맞을 준비하고 목욕물 떠다놔" 땀에 절은 셔츠를 대충 벗어서 집어던진 나는 2층으로 올라가면서 소리쳤 다. 그런데 누굴까? 덴 녀석은 아닐테고… 나를 아는 자라면 본국에 있는 귀 족들정도일텐데? 흐음… 간단하게 땀만 닦아내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의외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 었다. "어머. 유리아. 페이핀? 와아~ 와줘서 고마워요" "아닙니다. 마마. 연락을 드리려고 했는데 수도까지 오는데 시간이 걸려서 이 렇게 불쑥 찾아오게 되었네요. 실례된건 아닌가요?" "전혀요. 반가워요. 후훗" 난 웃으면서 두 여인의 옆에 앉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 페이핀은 품속에서 작은 종이를 꺼냈다. 슬쩍 보니 왕실문장이 찍혀있는 편지였다. "설마 초대장을 보내주실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마마. 정말…감사드립니 다." 초…초대장? 결혼식 초대장? 난 그런거 보낸적 없는데. 시킨적도 없고. 내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페이핀이 덧붙여서 말을 계속했다. "워렌 자작님이 보내주셨더라고요. 평민인 저에게까지 말이죠. 평생 왕궁안은 들어올수 없을줄 알았는데 감동했어요." "얘. 페이핀." "왜에? 너야 귀족이니까 한두번쯤은 올지 모르겠지만 난 아니라고." 저 유리아는 전혀 변한게 없군. 뭐… 그것도 나름대로 재미있긴 하지만. 아 마도 덴 녀석이 보낸거겠지? 그런데 나를 도울려는 목적이었을까? 아니면 작업들어가려는 목적이었을까? 내 생각으로는 후자일것 같은데… 하여간 둘 은 서로 옥신각신 하면서 떠들다가 내 눈치를 살피더니 탁자 아래서 꽤 커다 란 상자를 꺼내들더니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건?" "선물이에요. 마마. 이렇게 손수 초대해주셨는데 빈손으로 올수는 없잖아요." 오옷? 선물? 선물이라면 나야 좋지. 이런건 보는앞에서 열어보는게 예의겠 지? 우훗~ 뭘까? 끼이익… "…와아아아!!! 대단해!" "마음에 드세요?" "응!" 상자인에는 둘둘 말린 비단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흰색, 검은색, 붉은색, 분홍색! 대충 보기에도 열단은 넘어보이는 비단 옷감들이 쌓여있었던 것이 다. "굉장해! 이거 정말 비단이네! 그것도 아리츠반산! 아… 고마워요." 나도 모르가 반말이 튀어나왔네. 으흐흐… 그래도 좋다! 이 부드러운 촉감 에 반짝반짝하는 광택. 질기고 물에 잘 안젖기로 유명한 아리츠반산 비단이 라니.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싸다는 비단을 이렇게 많이 가져오다니. 역시 페 이핀과 유리아는 보통이 아니었구나. 이정도면 드래스 전체를 비단으로 만들 어도 되겠다! "정말 고마워요. 이렇게 귀한걸 받아도 되는지 몰라. 아아아…" "에이~ 마마 정도 되시는 분이면 그렇게 귀한것도 아닐텐데요. 뭘. 오히려 별 볼일 없는 물건을 가져와서 눈버리시면 어쩌나 걱정했는걸요." "페이핀! 말좀 가려서해! 저… 마마." "아! 괜찮아요! 괜찮아! 우리 사이에 뭘 그런걸 가지고 그래요. 귀찮은 예절 은 무도회장에서나 쓰라고 하죠 뭐. 후훗" "역시 마마는 화끈하시다니까. 안그래? 유리아" "……" 유리아도 잔소리하기를 포기한듯 하다. 지금 내 기분은 하늘을 날아갈듯이 좋으니까 조금쯤 무례하다해도 너그러이 넘어갈수 있다고. 우훗~. 왕실 디자 이너를 불러다가 비단 드래스를 다섯벌 아니 열벌쯤 만들어오라고 할까? 아 냐 그래도 몇개는 남겨둬야겠지? 혹시 모르니까. 아아… 행복해. "자.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볼께요. 마마. 결혼식때문에 바쁘실텐데 저희때문에 너무 시간을 빼앗기시면 안되잖아요." "아뇨! 괜찮아요. 좀더 놀가다고 되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마마. 하지만 다른 손님들도 만나보셔야 할테니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럼 내일 식장에서 뵙겠습니다." 만나볼 손님도 없단 말이야. 난 한가하다니까. 하지만 이런 내 속사정을 모 르는지 페이핀과 유리아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드러운 비단의 촉 감을 즐기고 있던 나도 두사람을 배웅하기 위해서 일어섰고 매우 기분이 좋 은 나는 나답지 않게 별관 정문까지 둘을 배웅했다. 멀어져가는 두 여인들에 게 손을 흔들며 전송한 나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거실로 돌아왔다. "후훗… 비단 드래스가 다섯벌! 우히히히." 지나가던 하녀가 날 보면서 이상하다는듯이 고개를 갸우뚱 거렸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그냥 넘어가준다. 우히히. 나도 단 두벌뿐인 - 그것도 한벌 은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거다 - 비단 드래스를 무려 다섯벌이나 만들수 있 다! 후훗. 왠간한 귀족들은 손수건정도나 가지고 다니는 비단으로 드래스를 만들어 입고 연회장에 나가면 내 주가는 그야말로 하늘로 치솟을거야. 모두 의 시선을 단번에 붙잡을수 있는 최고의 옷! 내 미모와 화려한 장신구까지 합해진다면 이 나라에서 나를 따를 여자는 없을껄? 우후후후. 순수한 황금 5kg과 맞먹는 가격의 비싼 비단을 생각하며 콧노래를 부르던 나는 셔우드가와 아렌시아가를 꼭 기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남부의 조그만 영지를 다스리는 셔우드가는 왕국의 남쪽에 위치한 지리적 잇점 덕분에 남부 의 다른 국가들과 활발한 교역을 행하고 있다. 거기다 넓은 초지는 농지로 개척하기에는 부적합하지만 소, 말등을 키우는 방목에는 꽤나 좋은 잇점을 제공한다. 그리고 아렌시아가. 평민출신인 이 가문은 비단의 독점을 이뤄내서 왠만한 중소 영지보다 많은 수입을 올리는곳이다. 역시 프로센 후작의 연회 장에 올만한 이유가 있었던거야. 영지에 비해서 많은 수입, 거기다 질좋은 소 와 말, 유제품과 옷감등.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만 취급하는 남부영지는 그래 서 부유하다. 하긴 그러니 비단같은 사치품도 다루는거겠지만 말이야. "룰루…" 콧노래를 부르며 거실로 돌아와보니 상자가 열려있다. 어라? 아까 나갈때 열어놓고 나갔었나? "이상하네." 다른 시녀들이 내 허락도 없이 멋대로 만질리는 없고. 어디… 하나, 둘, 셋, 넷… 모잘라? 열아홉? 스무개 아니었나? 어라? 잠깐. 잠깐. 네가지 색이고 각각 다섯개씩이었으니까… 검은색이 하나가 비잖아! 다른 색들은 모두 다섯 개씩인데 검은색만 네개라니! 어떻게 된거지? "설마…도둑?" 에이~ 설마. 여기가 어딘데. 왕성안의 별궁에 있는 내 거실까지 침입해서 내 (!) 비단을 훔쳐갈만큼 간큰 도둑이 있을리가…있겠군. "카아아아레에에엔!!!" 가암히! 가암히!!! 잡히기만 해봐라! 엉덩이에 불나도록 두들겨주마!!! 정말 눈에서 불이 난다는게 어떤건지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 거울속에 비 친 내모습은 딱 지옥에서 갓 건져올린 악마의 모습 그자체였다. 핏발선 눈에 일그러진 표정! 내가 지나갈때마다 겁을 먹고 좌우로 흩어지는 시녀나 하녀 들의 행동이 이해가 갈정도였다. 그렇다고 감히 내 물건을 제멋대로 훔쳐간 건방진 꼬맹이를 용서할수는 없지! 그런데… 이 망할것을 어디서 찾지? "……" 생각해보니. 카렌 녀석이 숨으려고 마음먹으면 절대 못찾는다. 머리카락 하 나 안보이도록 잘도 숨어서 매번 헛걸음만 했었잖아. 으으윽! 할수없지 우 선… 다른 사람들도 모조리 불러다가 여럿이서 찾아봐야지. 설마 제까짓게 수십명이 몰려다니면서 찾는데도 안보일려고. 나는 우선 시녀들부터 찾아보 기로 하고 발걸음을 돌려 내 시녀들이 쓰는 시종들 방으로 향했다. 1층에 있는 시녀방은 하녀들이 쓰는 커다란 방하나와 시녀들이 사용하는 개 인 방들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복도를 걸어가면서 하나씩 열었지만 아무도 없 었다. 역시 내일이 결혼식이라 그런지 모두 바쁜가보군. 이래서야… 쯧. 안되 면 경비병들이라도 불러야겠군.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하나하나 방문을 열어젖 치던 나는 하녀들이 쓰는 커다란 방안에서 걸음을 멈췄다. 안에서 두런두런 하는 사람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죽이고 문에 귀를 대자 질리도록 들은 소녀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이거 잘라도 돼?" "응." "정말 정말 이걸로 치마 만들어도 되는거야?" "응" "정말 정말 정말로?" "응"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쾅! 짜증나서 더 못들어주겠다! 나는 문을 힘차게 발로 찬다음에 뜨거운 콧 김을 마구 내뿜으면서 방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아앗? 마마?" 당연히! 방안에는 카렌과 에린이 있었다. 저 망할 계집애는 왜 여기있는거 얏! 다른 시녀들은 모두 일하러 갔는지 코빼기도 안비치는데! 그건 그렇고 에린의 손에 들린 검은 천은 역시 사라졌던 그 비단이다! "에리인! 감히 니가 내 물건에 손을 대? 정말 죽고 싶은게로구나!" "네넷? 네?" "그.전.에. 카렌! 너 이리와! 이번에야 말로 진짜 눈물나게 두들겨패줄테다!" 굼뜬데다가 바보같은 에린이야 언제든지 때려줄수 있으니까! 난 우선 잡기 힘든 카렌부터 두들기자는 생각으로 카렌을 향해 뛰어갔다. 그러자 꼬맹이주 제에 몸만 잽싼 카렌은 슬쩍 뒤로 물러서는걸로 내 두손을 피하더니 반쯤 열 린 창문을 향해 뛰어갔다. 저것이!! "야! 너 거기 안서?!" 설리가 없지… 내가 말해놓고도 왠지 한심하다. 그렇다고 추격을 포기할수 는 없는법! 내가 방을 가로질러 카렌이 있는 창가쪽으로 뛰어가자 카렌은 반 쯤 열린 창문을 활짝 열더니 폴짝 뛰어서 창턱위에 올라선뒤 나를 빤히 바라 보고 있다가 내 두손이 닿을락 말락할때쯤 얄밉게도 폴짝 뛰어서 창문너머로 도망쳐버렸다. "아아악!!! 열받아!!! 저 망할 계집애!!!" 쿵쿵쿵. 분통이 터져서 발을 마구 굴러봤지만 이미 도망쳐버린 녀석이 그런 다고 잡힐리는 없고… 속터지는 내 마음을 달래줄 그 무엇도 없기에 나는 그 저 발만 동동 구르면서 화를 삭혀야했다. 아니지! 있다! 내 마음을 달래줄 그 무엇(?)이. "에리인……" "네넷? 마마." 아직 상황 파악이 안되는지 내(!) 비단을 품에 꼭 껴안고 있던 에린은 내가 부르자 화들짝 놀라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게 모른다는 표정을 지어 봐야 소용없다고! "감히 니가 카렌을 시켜서 내 물건에 손을 대? 그것도 오늘 받은 선물을 겁 도없이 슬쩍해와? 오늘 네 배를 갈라서 간이 얼마나 커졌나 한번 이 두눈으 로 똑똑히 봐주마!" "에에엣? 아…아니에요! 마마! 오해에요!" "시끄럿!" 따닥! 소리좋고! 에린 녀석이 ''킹''하고 울상을 지으면서 두손으로 머리를 감 싸쥐었다. 이마가 비었잖아! 바보! 따악. "잘못했습니다! 마마!" "오호~ 네 잘못을 아는구나! 더 맞아!" 꿩 대신 닭이라고 카렌 대신 만만한 에린이다! 우하하! 찰싹! 그렇게 에린의 이마가 새빨개질때까지 때려주고 있을때 갑자기 내 어깨에 작은 돌맹이가 날 아와서 부딪쳤다. "응?" 고개를 돌려보니 창가에 카렌 녀석이 손을 들고 서있는게 아닌가? 이마를 문지르는 에린을 놔주고 카렌을 향해 몸을 돌리니 이 녀석이 에린을 가리키 면서 말했다. "잘못없어." 그리고 자기를 가리키면서 말한다. "잘못했어." "……" 깐깐하고 신경질적인 로세니아의 예절선생을 열댓쯤 붙여놓고 지옥훈련을 시켜주고 싶은 생각이 새록새록 든다. "후우…" 저 모습을 보니 화낼 기력도 사라져버리는군. 난 카렌에게 오라고 손짓하면 서 얻어맞으면서도 비단을 꼭 쥐고있는 에린에게 비단을 내놓으라고 명령했 다. 곧이어 비단은 본주인의 손으로 돌아왔고 난 그것을 내게 다가온 카렌에 게 내밀었다. "받아." "……" "받으라고. 주인이 부하에게 이정도도 못주겠냐? 그냥 달라고하면 한개쯤은 줄수도 있다고 뭐. 에린이랑 카렌은 내 부하니까. 알았어?" "……응" "하지만 내 허락없이 내 물건은 건들지마 알았지?" "응" "좋아. 에린!" "네? 마마." "맞은데 아파? 불만 있어?" "아니요! 전혀 안아파요! 마마" "그럼 눈가에 고인 눈물이나 닦아. 그리고 저걸로 카렌이랑 니옷 한벌씩 만 들어서 입어. 비싼거니까 잘 숨겨두라고 누가 훔쳐갈지도 모르니까." "네!" "가서 옷이나 만들어. 난 카렌이랑 이야기좀 할거니까 방해하지마. 알았지?" "네! 마마." 슬그머니 물러서는 카렌의 어깨를 한손으로 꽉 움켜쥔 나는 검은색 비단을 품에 안고 재단도구가 들어있는 바구니를 들고 나가는 에린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가면서 에린이 ''정말 부드럽다. 양털일까? 목화일까?''라고 말했을때 는 분노로 피가 역류하는줄 알았지만… 젠장. 옷감의 질도 모르는 녀석에게 저 비싼 비단을 주다니. 나도 미쳤지. 하지만… "카렌! 니 죄를 알겠지?" "……용서해줬잖아." "그래! 이번일은 눈감아 주지! 하.지.만! 그동안 나에게 무례하게 군것과 감히 내가 부르는데도 무시하고 도망간것! 또! 감히 이 몸에게 혀를 내민것! 그것 도 모잘라 내가 못찾게 숨어다닌점 등등! 목을 열번 베도 모잘라!" "…치사해" "마음대로 떠들어봐! 하지만… 그전에 네 엉덩이나 걱정하지 그래?" 나는 바둥대는 카렌 녀석의 목덜미를 쥐고 번쩍 들어올린뒤 침대위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 카렌을 무릎위에 엎어놓은뒤 오른손을 들어올려 있는 힘껏 두들겼다. 철썩! "꺄악!" "잘못했어? 안했어? 응?" 철썩. 철썩. 철썩. 우아! 스트레스 풀린다! 철썩! "끼악! 싫어! 놔줘! 아파! 싫어!" 철썩! 철썩! 철썩! 두들기고 두들겼다. 팔다리를 흔들며 반항하던 카렌 녀석도 나중엔 엉엉 울 면서 쭉 뻗어버렸고 나도 때리느라 지쳐서 늘어져버렸다. 침대에 얼굴을 파 묻고 엉엉 울던 카렌 녀석은 울기도 지쳤는지 이젠 히끅거리면서 침대보를 꽉 쥐고 있었다. 손을 멈춘 나는 울고있는 카렌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내 손이 닿자 카렌의 몸이 움찍거리며 작게 떨렸지만 내손을 피하지는 않았 다. 난 작게 떨고있는 카렌의 몸을 들어올려 품에 안아주었다. 내가 품에 안 자 작게 바둥거리며 몸부림치던 카렌도 안아주면서 한손으로 머리를 쓰다듬 어주자 곧 잠잠해졌다. "쉬이… 그래. 착하지?" "……" 옷소매로 눈물콧물이 범벅이된 카렌의 얼굴을 닦아주고 등을 두드려주며 웃 으니 카렌도 따라서 씨익 웃는다. 카렌의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또 골 려주고 싶다. 우웃. 이러면 안되는데… 안되지 안되. 힘들게 달래놨는데 말이 야. 난 다시 카렌을 안아주었다. 그리고 카렌의 귀에 따뜻한 목소리로 속삭였 다. "또 까불면. 열배로 맞을줄 알아." "…크윽" 그러자 카렌 녀석이 은혜도 모르고 내 가슴을 팍 하고 밀었다. 내 눈앞에 나타난 카렌의 모습이란… 절로 웃음이 나올정도로 일그러져있다. 눈물이 글 썽글썽한데다가 입가는 괴상하게 일그러져있고 한쪽 볼은 작게 경련이 일어 난다. 카렌은 내 품에서 빠져나가려고 바둥댔지만 나는 두팔로 강하게 붙잡 은뒤 카렌의 볼에 키스까지 해주며 완벽하게 마무리를 지은뒤 내려놓았다. 아아~ 그동안 쌓였던 분노가 한순간에 눈 녹듯이 사르르 녹아내리는구나. 기 분 최고야! "미워! 미워미워미워!!! 우아아앙!!! 에린언니!!!" …카렌 녀석. 에린을 부리짖으며 창문을 뛰어넘어 달려나가 버렸다. "참나. 멀쩡한 문 놔두고 왜 창문을 뛰어넘는거야. 예절없게시리. 후음~ 한바 탕 놀았더니 피곤하네. 잠이나 좀더 잘까?" 난 작게 하품하면서 우아한 걸음으로 방문을 나섰다. 훗. 여기서 대장은 바 로 나라고! -------------------------------------------------------------- 용량이 부족해... Queen`s Heart. 18禁편. 나는 바둥대는 카렌 녀석의 목덜미를 쥐고 번쩍 들어올린뒤 침대위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 카렌을 무릎위에 엎어놓은뒤 오른손을 바지가랑이 사이로 넣 어서 카렌이 입고있는 바지끈을 붙잡았다. 깜작 놀란 카렌이 바둥거렸지만 등짝을 누르고 있는 내손 덕분에 그저 허공에 발길질만 할뿐이었다. 난 잽싼 솜씨로 바지끈을 풀렀고 허렁해진 바지주름을 잡고 단번에 끌어당겼다. 그러 자 약간 통이큰 브리프(brief) - 궁금하신분은 영어사전을 -_-/ -가 나왔는 데 내가 한손으로 이걸 잡자 카렌 녀석이 고개를 번쩍 들면서 다른쪽 끝을 붙잡고 울상을 지었다. 그런다고 봐줄줄 알아? 난 거칠게 브리프를 붙잡고 밑으로 끌어내렸다. 새하얗고 동그란 카렌 녀석의 엉덩이가 드러났다. 남자들 이 봤으면 침을 줄줄 흘리면서 만져보려고 했겠지? 하지만 난 아니라고! 우 후후. 난 왼손으로 바둥대는 카렌의 등을 꽉 누르고 오른손을 들어올린뒤 힘 껏 내리쳤다. 찰싹! "꺄악!" "잘못했어? 안했어? 응?" 찰싹! 찰싹! 찰싹! 손을 내리칠때마다 카렌 녀석의 엉덩이에 내 손자국이 새 빯갛게 찍혔다. 때릴때마다 카렌 녀석이 비명을 지르면서 엉덩이를 흔들어댔 는데 솔직히 이게 더 자극적이다. 우웃… 난 노말이야! "끼악! 싫어! 놔줘! 아파! 싫어!" 찰싹! 찰싹! 찰싹! 카렌의 엉덩이가 붉어질수록 내 눈의 핏발도 늘어갔다. …그런것 같았다. 아마도… 흐…흥분되는걸? 두들기고 두들겼다. 팔다리를 흔들며 반항하던 카렌 녀석도 나중엔 엉엉 울 면서 쭉 뻗어버렸고 나도 때리느라 지쳐서 늘어져버렸다. 침대에 얼굴을 파 묻고 엉엉 울던 카렌 녀석은 울기도 지쳤는지 이젠 히끅거리면서 침대보를 꽉 쥐고 있었다. 손을 멈춘 나는 울고있는 카렌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내 손이 닿자 카렌의 몸이 움찍거리며 작게 떨렸지만 내손을 피하지는 않았 다. 난 작게 떨고있는 카렌의 몸을 들어올려 품에 안아주었다. 내가 품에 안 자 작게 바둥거리며 몸부림치던 카렌도 안아주면서 한손으로 머리를 쓰다듬 어주자 곧 잠잠해졌다. "쉬이… 그래. 착하지?" "……" 옷소매로 눈물콧물이 범벅이된 카렌의 얼굴을 닦아주고 등을 두드려주며 웃으니 카렌도 따라서 씨익 웃는다. 카렌의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또 괴롭혀주고 싶다. 우웃. 이러면 안되는데… 안되지 안되. 힘들게 달래놨는데 말이야. 하지만 내 손은 내 의지와는 반대로 움직인다. 한손으로 카렌의 목을 붙잡고 침대위로 찍어누른 나는 다른 손을 카렌의 다리사이로 넣었다. "꺄아악! 뭐야! 싫어! 비켜!" "시끄럿! 조용히해!" 난 목을 붙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어서 카렌 녀석의 숨통을 조이면서 손을 집어넣어 솜털이 보송보송한 그곳을 한손으로 쥐었다. 조금만 참으라고 뿅가 게 해줄테니까. 우히히히 - 어이어이. 변태 중년 아저씨냐? 그런대사는 아저 씨나 한다고 - 한껏 허리를 휘며 반항하던 카렌 녀석도 숨이 차는지 헉헉대 기만 할뿐 내손을 피하지는 못했고 집요하게 손가락을 움직이자 작게 신음소 리를 내었다. 우웃… 상기된 얼굴로 그런 신음소리를 내면 못참는다고! "잘먹겠습니다앗!" - -_-;; - 잽싸게 카렌위로 올라탄 나는 목을 쥐고있던 왼손으로 카렌의 상의를 위로 젖혀올린뒤 가슴을 감싸고 있는 작은 천을 단번에 풀어버렸다. 아직 어린것 이 벌써부터 가슴모양을 생각하는거냣! 겨우 가슴께가 눈꼽만하게 솟아있으 면서 말이야! 하지만 분홍색 젖꼭지는 나를 환장하게 만들었다. 난 손가락을 위아래로 비비면서 혀끝으로 젖꼭지를 핧았다. 그러자 카렌이 ''으음''하고 신 음성을 내었는데 이애는 이런게 더욱더 사람을 미치게 한다는걸 모르는걸까? 나야 좋지만… 내가 열씸히 카렌 녀석의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을때였다. 갑자기 허공 에서 "거기까지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감히 이 언니의 신성한 의식을 방해하다니! 죽고싶냐?" "훗. 안됐지만 이 소설에서는 벌써 허용한계를 넘어신지 오래라고." 허공에서 들려온 소리의 주인은 갑자기 공간을 찢고 출현했다. 내가 고개를 들자 그자는 반으로 갈라진 공간사이에서 튀어나오더니 내 머리앞에 섰다. 검은 옷에 검은 선글라스. 거기다 검은 구두까지. 그것도 모잘라 빡빡민 스포 츠 머리! 아아악! 여기도 영화광이 또 있군! "니가 맨 인 블랙이냐?" "시…시끄럿! 나 좋으면 그만이야!" "왜 왔어? 한창 즐거울때 방해하면 얼마나 기분나쁜지 알아?" "흥! 네놈을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체포한다!" "웃기지마! 여기가 대한민국이냐? 어이! 사진은 찍지마! 이봐! 눈가를 가릴 검은색 아크릴판이라도 줘! 없으면 네놈이 쓰고있는 썬그라스라도 내놔!" "…건방지다. 거기다 저런 카와이한 로리를 건들다니! 판결! 사형!" 놈이 갑자기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들었다. 어엇! 저것은… 흰색 슬라인더에 검은색 몸체. 거기다 손잡이 부분에 선명하게 찍혀있는 SV문양! "허억! 그것은…" "훗. 알긴 아는군. 이름하여 SV Infinlty 5" 롱바렐! 네놈의 두개골을 쪼개주 마!" "극악한 반동에 장탄수도 구린데다가 송탄불량이 잘난다는 그 맛가는 녀석?" "크윽! 그건 전부 이 총을 못가진 놈들이 시기해서 퍼트린 헛소문이야!" "흥. 시끄럽게 굴지말고 그 장난감총 내려놓고 꺼지지 그래? 자꾸 귀찮게 굴 면 로얄가드 불러다가 목을 치게 만든다" "범죄를 저지른것도 모잘라 판관을 협박하다니! 네놈은 즉결심판이다!" 콰앙!. 갑자기 놈이 들고있는 권총에서 불이 뿜어져나왔다. 번쩍하는 빛과 함께 뜨거운 무언가가 미간을 뚫고 안으로… 아넬리안의 머리를 관통한 45ACP탄은 소녀의 두개골 상부를 완전히 날려 버리고도 모잘라 벽뒤까지 날아가 박혔다. 퍼억…하는 소리와 함께 아넬리안 의 머리통 윗쪽이 날아가면서 흰 뇌수와 붉은 피가 침대위로 튀었다. 반쯤 일으켰던 아넬리안의 몸통은 그대로 서서히 뒤로 쓰러졌다. 그러나 자칭 핸 썸가이 타칭 MIB인 이자는 그것으로는 부족했는지 쓰러지는 아넬리안의 몸 에 총구를 들이댄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콰앙! 콰앙! 쾅! 고속으로 회전하는 탄환은 아넬리안의 가슴속으로 파고들며 갈빗뼈를 부수고 폐를 갈갈이 찢으면서 등쪽으로 튀어나왔고 찢겨진 폐조각과 부서진 갈비뼈 조각이 머리하나만큼 커다랗게 뚫린 구멍으로 주르륵 밀려나왔다. 어깨 부근 에 맞은 탄환은 근섬유의 절반을 끊어버렸고 허우적대던 팔이 반쯤 끊어진채 기이한 각도로 돌아가버렸고 배부근을 관통한 탄환은 끈적한 피와 함께 뜨끈 한 김이 나오는 조각난 내장을 등뒤로 뱉어내었다. 15발의 탄환을 모조리 쏟 아부은 MIB는 슬라인더가 뒤로 튀어나가며 고정되자 그제서야 헉헉거리며 방아쇠를 당기는걸 멈췄다. 땀이 송글송글 맺힌 이마를 소매로 쓰윽 닦은 그 는 소녀의 몸에서 튄 피를 대충 닦은뒤 멍한 표정으로 시신과 자신을 번갈아 바라보는 카렌에게 씨익 미소지어보인뒤 올때처럼 공간을 열었다. "변태에게는 죽음뿐. 특히 그것이 SM여왕이면 더 할말 없지. 훗. 아디오스" MIB는 그렇게 공간을 넘어서 사라졌다. 남은것은 멍한 표정의 카렌과 완전 히 짖뭉개진 시신한구… 그렇게 주인공이 죽어버린 Queen`s Heart는 누명을 쓰고 쫓기게 되는 카렌의 대모험으로 제목을 바꾸었다. ...훗. H씬과 잔혹 폭력묘사. 일본 저질 추리소설의 한장면 같군요 -_-;. 뭐... 원래 Queen`s Heart의 스타일이 저랬다는...풍문이...( --) 혹시나 나중에 지루하도록 시간이 남는다면...18禁 애장용 여왕님 이야기가 나올지도... 가우군. p.s 이 소설은 18세 미만 구독불가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3dragon.net), 청어람(chungeoram.net), 드림워커 (drwk.com), 조아라(ujoa.com), 하이텔 Pmc(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6장 멸신전쟁 (3) 2003-08-11 04:13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캄캄한 어둠속이었다. 이런… 잠깐 낮잠잔다는게 반 나절을 자버렸다. 그러고보니… 오늘이구나. "하아…" 침대위에서 몸을 일으킨 나는 천천히 창가로 걸어갔다. 넓직한 창문을 활짝 열어제치자 싸늘한 밤공기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시원하군. 동쪽 하늘이 푸른 색인걸보니 조금있으면 해가 뜨겠는걸? 어떻한다. 지금 침대로 돌아가봐야 다시 잠이 올것같지는 않고… 몇시간뒤면 웨딩드래스를 입고 결혼식에 참석 할 새신부가 바지차림으로 정원을 뛰어다니기도 좀 그렇잖아. 가끔 잠안올때 마시는 와인을 마실수야 없고… 정말 나란 애는 할일이 없구나. 남들은 이것 저것 바쁘게 뛰어다니고 열씸히 공부하며 살아가는데 매일같이 허송세월만 보내고… 아무런 목적없이 빈둥대는 백수같은 삶이로군. 아니 목적이야 있지 만… 그게 너무 막막하단 말이야. "땀이라도 뺄까?"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해봐야 아무 소용없지. 이럴땐 몸을 움직이는게 근심거 리를 털어내는데는 좋을테니 한번 해볼까나? 아직 모두들 잠들어있는 시각. 잠옷을 벗어던진 나는 몸에 쫙 달라붙는 셔 츠와 바지를 입고 발소리를 죽인채 1층으로 내려왔다. 역시 아랫층에도 아무 도 없다. 평소보다 한두시간정도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나를 가로막는 사람 도 없고. 좋아. 우선 가볍게 정원 주변을 다섯바퀴만 돌아볼까? 으… "쿨럭…컥. 우에에엑…" 가볍게 뛰어보자는 생각은 상쾌한 새벽공기와 함께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면서 뛰다보니 어느새 서른바퀴를 넘어섰고 서른 네바 퀴째에서 나는 발을 삐끗해서 그대로 큰소리를 내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심 장은 쾅쾅 거리면서 마구 요동을 치고있었고 입에서느 연신 헛구역질이 밀려 나왔다. 먹은것도 없어서 나오는거라곤 노란 위액뿐이었는데 쓰디쓴 물이 입 가로 줄줄 흘러나와서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내 얼굴을 아주 엉망으로 만들 었다. "허억…허억…" 정원안의 작은 잔디밭에 대자로 드러누운 나는 숨을 고르면서 하늘을 올려 다보았다. 올려다본 하늘은 조금씩 밝아지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도 어두컴컴 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겠지.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새빨간 태양 이 떠오를테니까. 세상의 어둠을 걷어내고 뜨거운 열기로 지상을 달구는 태 양이 뜨면 내 마음속에 묻혀있는 나약함도 사리질까? …솔직히 겁이 난다. 무서워.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내 평생을 맡겨도 좋은걸까? 어차피 내 출생이 그러니 잘되봐야 정략결혼으로 모르는 남자에게 시집갈 운명이라는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무섭기는 마찬가지다. 공포…일까? 이런 감정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심란하고 겁이 난다. 죄다 던져 버리고 어디론가 도망가버리고 싶다. 하지만… 나에겐 선택권 따윈 애초에 없었지. 후후훗… "큭큭큭…" 이 빌어먹을 운명에게 악을 써대면서 발악해보고 싶다. 전혀 소용없다는걸 알고 있지만 그런짓을 했다간 주변에서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당하겠지만 그 래도 한번쯤 미친듯이 악을 써대면서 망할놈의 세상에게 엿먹으라고 소리쳐 주고 싶다. 아아… 난 미쳐가나봐. 흘러내리는 눈물을 소매로 닦은채 눈을 감고 있으니 싸늘한 미풍이 몸을 스 치고 지나갔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내 몸을 식혀주는 작은 바람. 고마워해야 겠지? 하아아… 이대로 영원히 잠들고 싶다. "왕녀 마마! 마마! 어디계세요? 마마!" 잠도 못자게 하는군. 쳇. "여기야. 여기" 일어나기도 귀찮아. 난 손을 들어서 흔들어주었다.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나 를 찾는 외침을 금세 뚝 끊겼다. 그리고 잠시 지나자 한손에 램프를 든 에레 니아 시녀장이 정원구석의 나무덤블을 넘어서더니 내가 누워있는 잔디위로 뛰어왔다. "아아아… 이게 뭐에요! 마마. 몸이 엉망이잖아요. 자자. 일어나세요. 바닥이 차가워서 감기걸릴지도 몰라요. 마마." "으응…" 난 순순히 시녀장이 내미는 손을 잡고 일어섰다. 내가 일어서자 에레니아 시녀장은 등에 풀물이 묻었네. 머리가 엉망이네 하면서 조잘조잘 떠들어댔지 만 내귀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내 귀는 좋은 소리만 듣거든. 훗. 땀냄새가 심 하게 났다. 하긴 옷이 땀으로 푹 절었는데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면 그게 이 상하겠지. "어서 가서 씻으셔야겠어요! 이러다가 감기걸리면 오늘같이 경사스러운 날이 엉망이 되잖아요. 자 어서!" "으응" 난 시녀장이 잡아끄는대로 순순히 따라가줬다. 내가 운동을 하는걸 못마땅 해 하던 에레니아 시녀장은 기회를 잡았다는듯이 나를 끌고 가면서 계속 잔 소리를 늘어놓았는데 왠지 싫지는 않았다. 뭐랄까… 그래도 이렇게 나에게 신경써 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기쁘다고나 할까? 아마도 너무 뛰어서 머리가 어떻게 됐나봐. 잔소리가 기쁘다니 말이야. 혼자서 한참을 떠들며 별관안으로 나를 끌고가던 시녀장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왜그래?" "아…아니요. 마마. 오늘따라 왠지… 조용하신것 같아서요." "아아. 그냥. 그냥 그래. 어서가. 나도 씻고 싶어. 몸이 끈적끈적한 느낌이 싫 어." "아…예" 안으로 들어보니 하녀들이 분주하게 돌아디니고 있었고 내 시녀들도 벌써부 터 일어나서 여러가지것들 - 주로 옷가지류였다 - 을 들고 뛰어다니고 있었 다. 전쟁터로군. 하긴 오늘이 바로 결전의 그날(?)이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니 지. 에레니아 시녀장은 내손을 놓치면 날 잃어버리기라도 할것처럼 내 손을 꼭 잡은채 날 욕탕까지 끌고왔다. 옷을 벗어던지고 뜨거운 물이 가득 들어있는 탕속으로 몸을 밀어넣자 뜨거운 느낌이 화악하고 올라왔다가 싸한 시원함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하아아아…" 온몸이 노곤해지는게 피로가 싸악 풀리는 느낌. 대신 졸음이 마구 밀려와서 문제지만… 나는 꾸벅꾸벅 졸다가 억지로 눈을 비비고 정신을 차린뒤 내 목 욕용품을 챙기고 있는 에레니아 시녀장을 바라보았다. 내게 등을 보인채 쭈 구리고 앉아서 향수며 장미꽃잎이며 이런저런 것들을 챙기는 시녀장의 뒷모 습은… 이상한 말이지만 있지도 않은 언니를 생각나게했다. 내게 언니가 있 다면 저런 느낌이랄까? "에레니아 시녀장." "네? 마마. 뭐 시키실 일이라도 있나요? 차가운 주스를 가져다 드릴까요?" "아니. 그것보다 뭐 묻고 싶은게 있어." "말씀듣겠습니다. 마마." "응. 시녀장은 결혼했지?" "예. 예전에요." "으음… 결혼식날… 어땠어?" "어땠냐…라. 글쎄요. 저도 잘 기억나지 않네요. 호호호" "흐음…" "그냥. 프로포즈를 받았을때는 날아갈것처럼 기뻤죠. 그러다가 하루하루 결혼 식날이 다가올수록 가슴속에서 불안감이 커져가는데… 막상 결혼식날이 되니 까 아무 생각도 안나더군요. 정신을 차려보니까. 이미 식은 다 끝나있었고 신 혼방안에 제 남편과 단둘이 앉아있었어요. 저…불안하신가요? 마마?" "으음…조금." "괜찮아요. 떨리고 불안한건 당연한 거니까요. 가끔은 신부가 기절할때도 있 다고 하는걸요. 우리 마마께서는 튼튼하시니 그럴리야 없겠지만요. 호호호" …저거 내가 운동한다고 비꼬는거 맞지? 응? 으득. "…남편은 어떻게 된거야? 한번도 못본것 같은데." "전사했어요. 후후" "그랬구나." "살아서 돌아온다고 약속해놓고. 전투에서 져서 후퇴하는 본진을 엄호하다가 화살에 맞고 죽었다고 해요. 바보같은 사람." "미안해." "아니에요! 벌써 10년도 더 된일인걸요. 그보다 이제 탕에서 나오시는게 어떻 세요? 더 있다간 뼈속까지 흐믈흐믈해질겁니다." "에에에~ 더 있고 싶은데. 편하단 말야" "자자. 투정은 그만 부리시고 어서 나오세요. 오늘은 정말 바쁘답니다. 지급 부터 준비해도 늦는다고요. 우선 전신 맛사지를 받으신다음에. 열두명의 화장 사들에게 단장을 받으시고 드래스도 몇벌 입어보셔야 하고요. 잘하시겠지만 걷는 연습도 좀하셔야 하고요. 또…" "그만! 듣기만해도 질리네. 알았어. 알았다고. 나가면 될거야냐" 어떻게 하면 저렇게 생글거리면서 저런 끔찍한 말들을 줄줄 읇어댈수 있는 거야. 정말. 질린다니까. 투덜대면서 탕에서 나온 나는 타올을 몸에 두르고 욕탕안에 있는 작은 침대위에 엎드렸다. 그사이에 시녀장은 내 몸에 뿌려줄 향수를 일곱개나 들었는데 저거 향배합이 조금이라도 틀리면… 향수 냄새가 없어질때까지 씻어야 한다. 제발 한번에 끝낼수 있기를… 끄아아아악!!! 미친다!!! 쨍그랑. "꺄아악!" "마…마마! 고정하세요!" "마마! 마마!" "너어! 너어!!! 이 빌어먹을 녀석!" 아아악!!! 미치겠다! 저 망할놈의 화장사녀석! 이게 벌써 몇번째야아!!! 내가 집어던진 손거울이 신전 벽에 부딪쳐서 산산히 부서졌다. 진짜 돌아버릴것 같아! 난 엎드린채 고개를 푹 숙이며 빌고 있는 화장사 자식을 콱콱 밟아서 작살을 내놓을까하고 진짜 진지하게 고민했다. 무려 열일곱번째다! 으아아아! 망할! 저러고도 왕실에서 일하는 전문 화장사라고 할수 있는거야?! "주…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마마! 한번만… 한번만 용서를…" "크으으으!!!!" "마마! 화내시면 안됩니다!" "부채를 가져와! 부채를 어서!" 주위가 소란스럽다. 당연한거겠지. 내 시녀들은 내 옷깃을 느슨하게 풀러주 고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부채질을 해대었다. 한두번도 아니고 말이야. 무려 열일곱번이나 화장을 틀려? 그것도 손이 떨려서라고? 좋아! 그렇다면! "너!" "예옛! 마마!" 난 화장사를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고개를 땅에 쳐박으면서 연신 용서를 구 하던 그자는 그제서야 고개를 쳐들면서 대답했고 그런 그를 난 거만한 자세 로 내려다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번만 더 기회를 주지. 이번에도 실수한다면. 그 쓸모없는 두 손을 내가 받 아다가 정원의 거름으로 쓸테야. 알아 들었어?" "…예. 마마" "좋아. 다시해. 의자 가져와." 난 손바닥만한 작은 의자에 앉은뒤 진정하기 위해서 작게 심호흡을 했다. 화낸다고 내 얼굴에 그려진 낙서가 원상태가 되는것도 아니고 말이야. 에 휴… 짜증이 물씬 피어오르는구나. 풍성하게 보이기 위해서 넣은 세겹의 철 제 링은 안그래도 거추장스럽고 무거운 웨딩 드래스를 더욱더 무겁고 불편하 게 만들었고 거기다 앉거나 눕지도 못하게 했다. 내가 신고있는 반짝거리는 가죽 신은 굽이 너무 높아서 제대로 걷기도 힘들었고 양 팔목고 목에 걸고 있는 장신구들은 그 무게 하나하나가 살인적이다. 거기다 머리에 쓴 면사포 위로 은관을 올려놔서 고개도 마음대로 못흔든다. 잘못했다간 은관이 떨어지 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짜증나게 하는건 숨도 못쉴정도로 꽉 조여놓은 코르셋이었다. 평소엔 이런거 안한단 말이야! 으… 짜증나 미치겠다! 결혼식 이 이렇게 귀찮고 거추장스러운건지 알았으면 예전에 도망쳐버렸을거야! 망 할! 다행히 화장사의 손을 자를 일은 없었다. 협박이 먹혔는지 아니면 성공하지 않으면 죽음뿐이라는걸 몸소 깨닳았는지 조금의 실수도 없이 한번에 끝마쳤 으니까. 역시 인간이란 겁좀주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해야 능률이 올라간다니 까. 흥! 아~ 짜증나. 어깨도 뻣뻣하고 다리도 저린다. 엉덩이도 못걸칠만큼 작고 둥근 의자에 앉아있으려니 온몸의 뼈가 욱신거리는거 같아. 으… "와아! 정말 아름다우세요 마마!" "그럼 니가 해볼래?" "예에? 제가 어떻게 감히…" 남의 속도 모르는 에린 녀석이 우물쭈물거리면서 대답한다. 에린아 에린아. 넌 어쩜 그렇게 분위기 파악을 못하냐. 다른 시녀들처럼 입이라도 다물고 있 으면 미움이라도 안받지. 쯧. 난 에린이 들고있는 둥근 원형 거울 - 손거울 을 작살냈기 때문에 방안의 거울은 이것뿐이다 - 을 받아들어서 얼굴을 꼼 꼼히 살폈다. 흠. 괜찮군. 그간 운동하느라 조금 탔던 살색은 새하얀 분을 가 득 뿌려서 눈처럼 하얗게 보였고 입술에는 갓피어난 장미꽃잎을 붙인것처럼 은은한 붉은색을 내비쳤다. 하긴 이정도로 돈과 시간을 썼는데 안예뻐보이면 그게 돼지지 인간이겠냐. 내가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을때 갑자기 대기실 문 이 벌컥 열렸다. 어라? 덴? 저놈이 왜 여기있는거야? "왕녀 마마. 시간되었습니다. 준비 되셨나요?" "응. 그런데 덴이 왜 여기있어?" "예? 이야기 못들으셨습니까? 오늘 식장까지의 에스코트를 제가 맡았습니다. 마마께서는 여기에 아시는 분이 없으니까요." "그래? 알았어." 그런거군. 원래 신부를 식장까지 에스코트 하는건 아버님이나 친가의 친척 분들이 맡는건데. 하긴 우리 로세니아의 국왕폐하께서 별볼일 없는 딸의 결 혼식에 참석할리는 없겠지. 당연한건가? 훗. 내가 있는 이 신전은 정의의 신 비젠을 모시는 대신전이다. 왜 지금같은 시 기에 이곳을 식장으로 정했냐고 덴에게 물었더니 단지 수도내에서 가장 커다 란 신전이라서 그렇단다. 하여간 허영심과 명예욕에 찌든 귀족들이란… 남보 다 잘나보이기 위해서는 물불안가리고 뛰어드는 그 모습은 고기 한덩이를 먹 기위해 함정속으로 뛰어드는 승냥이떼나 다름없다. 불행한 사실은 그 승냥이 떼 안에 나도 포함된다는거지만… 어쩌겠어.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지. 덴의 손을 잡고 우아하게 - 물로 내뒤로 세명의 시녀들이 낑낑대면서 쫓아오고 있지만 난 우아하고 맵시나게 걸었다. 내가 고생하는게 아니거든 - 복도를 지나다보니 복도의 기둥사이로 닐크와 아르케네스가 서있는게 보였다. 둘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체인메일에 왕실 문장이 그려진 겉옷을 입고 있었는데 투 구까지 눌러써서 못알아볼뻔 했지만 아르케네스의 그 커다랗고 우왁스러운 몸매는 수십미터밖에서도 알아볼수 있다. 그만큼 특이하거든. 어색한 몸짓으 로 긴 할버드를 들고있는 두사람앞에 멈춰서니 닐크와 아르케네스가 고개를 슬그머니 돌려버렸다. "뭐하는거야? 두사람" "…경비서고 있는데요?" "둘다 내 수행원인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거야? 누가 시켰어?" "아닙니다. 그냥… 마마의 곁에 붙어있기 위해서 자진해서 하고 있는겁니다." "…정말?" "예." 뺀질거리기로는 덴녀석과 맞먹는 닐크가 일반 병사 - 물론 왕실근위대라는 병사치고는 꽤나 높은 직위지만… - 같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 일을 자진해 서 맡는다? 차라리 아르케네스가 호색가라고 말하는게 더 신빙성 있게 느껴 진다. "그래? 그럼 수고하라고. 가자. 덴." "예. 마마." 난 두 사내들을 내버려두고 갈길을 재촉했다. 지나가며 힐끗보니 둘다 침울 한 표정이었다. 닐크등에게서 떨어져서 꽤 멀리까지 왔을때 난 옆에서 걷고 있는 덴에게 슬쩍 물었다. "복수한거야?" "…예? 설마요. 왕녀 마마께서는 제가 그렇게 속이 좁아 보입니까? 이거 섭 섭합니다." "흐응…" 뭐.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역시 얼마전에 두사람에게 배신당한 충격이 컸나 보군. 안됐다. 둘다. 오늘같이 놀기 좋은날 저렇게 벽이나 쳐다보고 있어야하 다니 말이야. 하여간 이 덴 녀석도 은근히 수완이 좋다니까. 아무리 임시라도 출신성분이 불분명한 닐크와 아르케네스를 근위대에 집어넣다니 말이야. 흠… 저 앞에 평소엔 예배당으로 쓰인다는 커다란 홀의 문이 보였다. 끼이이이익… 두꺼운 나무문은 육중한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열렸다. 그리 고 그안으로 거의 백명은 되어보이는 귀족들이 좌우로 서있는게 보였고 저 앞의 높은 제단에는 국왕폐하와 다른 왕족들이 주욱 늘어서서 내쪽을 쳐다보 았다. "오오오…" "아넬리안 폰 로세니아 왕녀 마마께서 드시옵니다!" 문앞에 서있는 목청좋은 시종이 커다란 홀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큰 소리로 나의 입장을 알렸다. 그렇지않아도 내게 쏟아지던 시선이 이제는 뚫어져라 쳐다보는 상황이 되었고 연회나 파티등으로 시선이 집중되는데는 꽤나 이골 이 난 나도 약간 당황할정도로 홀안은 정적 그자체였다. 그때 홀 끝에서 역 시나 아무리 뜯어봐도 평범한 중년아저씨의 얼굴을 한 국왕폐하께서 허허허 하고 웃으면서 내쪽으로 걸어왔다. "오오오! 왕녀. 잘왔네. 잘왔어. 그래. 워렌 자작. 뒤는 내가 맡지." "국왕 폐하…" "예. 폐하. 소신은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덴이 내손을 국왕폐하에게 넘겨주었다. 난 국왕폐하의 손을 붙잡고 홀의 끝 에 있는 제단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나아갔다. 벽끝까지 뻗어있 는 파이프 오르간이 웅장한 음을 내기 시작했고 성가대의 고운 미성이 홀안 에 울려퍼진다.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홀안을 가득 메웠다. 바닥의 깔린 붉은 양탄자를 밟으면서 앞으로 나아갈때마다 주변에 서있는 귀족들의 감탄사가 들려온다. 에레니아 시녀장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는데 난 강심장 인가봐. 죽어도 끝나지 않을것같은 양탄자길의 끝이 나타났고 어느새인가 난 제단끝에 서있었다. 내 옆에는 이제부터 내 남편이 될 로이드 왕자가 한껏 꽃단장을 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허허허. 이것참. 언제까지 어린애일것 같은 로이드 녀석도 이제 어른이 다되 었군." "폐하. 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오. 그래. 미안하네 하이 프리스트 멘델슨경. 그럼" 국왕 폐하는 내 손을 로이드 왕자의 손에 쥐어준뒤 허허허하고 웃으면서 제 단 옆에 있는 국왕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내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성가대의 낮고 긴 저음이 배경으로 깔리면서 하이 프리스트의 축가가 시작 되었다. 파이프 오르간의 장중한 배경음이 성가대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면서 낮고 깊은 소리를 내었기에 홀안에는 엄숙한 분위기가 가득찼다. 하이 프리 스트는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고대어로 축가를 계속 읇었고 나는… 면사포를 썼다는 이점을 이용해. 조금씩… 졸았다. 아함… 할수없다고 저 알아먹지도 못하는 축가를 벌써 20분째 읇어대는데는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단 말이야. 슬쩍 로이드 왕자를 곁눈질로 보니 그도 지루한 표정이 역력했다. 언제 끝나 는거야? 이거. 역시나 절대로 끝날것 같지않던 축가가 갑자기 뚝하고 끊겼다. 축가를 마친 하이 프리스트는 로이드 왕자의 머리에 성수 몇방울을 뿌린뒤 내게도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그리고는 나와 로이드 왕자가 맞잡고 있는 손에 비젠의 성 물 - 십자가 모양안에 둥근 원이 들어가있다 - 이 걸려있는 목걸이 끈을 단 단히 감았다. 그리고는 우리의 손을 두손으로 맞잡은 하이 프리스트는 웃는 얼굴로 나와 왕자를 한번 쓰윽 본뒤에 로이드 왕자에게 물었다. "신랑은 지금 굳게 묶여있는 두 사람의 손처럼 신부를 평생 사랑할것을 맹세 합니까?" "맹세합니다." "신부는 그대의 손을 굳건히 붙잡고 있는 신랑을 평생 사랑할것을 맹세합니 까?" "예. 맹세합니다." "본 신도는 이처럼 고귀한 두 남녀가 한몸이 되는 자리에 서게 되어서 정말 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두분은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빛과 정 의의 신 비젠님의 이름으로 엄숙히 선포합니다" "와아아아!!" 짝짝짝. 등뒤에서 박수소리가 정말 귀가 떨어져나갈것처럼 들려온다. 아아… 이제 정말 결혼한거구나. "자. 이제…" 콰장창!!! 하이 프리스트가 뭐라고 말하려 할때 갑자기 머리위에서 유리깨지 는 소리가 들리면서 색유리 조각들이 구석에 앉아있던 귀족들을 덮쳤다. "꺄아아악!!" "아아악!" 뭐…뭐야! 이게!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니 긴 밧줄이 천정에서 줄줄이 떨어져내리면서 검은 옷을 입은 녀석들이 줄을 타고 내려오는게 아닌가? "폐하! 경비병! 경비병!" "꺄아아아!!!" 남자 귀족들중 몇명이 국왕 폐하와 마틴 삼왕자를 데리고 나가는게 보였다. 일왕자인 브래드릭 왕자는 부인인 엘린님을 품에 안고 검을 뽑아들고 고함을 쳐대고 있었지만 공포에 질린 귀족들은 제멋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홀의 중앙문을 향해 뛰어나가고 있었다. 수십명이 먼저 나가기 위해서 북적대는 모습은 차리리 희극같았다. 유리에 긁혔는지 피를 흘리던 여귀족하나가 그대 로 뒤로 쓰러지면서 기절해버린다. 이게 내 결혼식이야? 뭐야 이게! "왕녀 마마! 위험합니다!" 응? 누구? 덴? 뒤를 돌아보니 덴 녀석이 귀족들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내쪽 으로 오려고 버둥대고 있었지만 서로 밀고 밀리며 밖으로 나가려는 귀족들 틈바구니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이런… "죽어라! 비젠의 개!" 아악! 언제 내려왔는지 내앞에 검은 옷을 입은 녀석이 숏소드를 들고 내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달려왔다. 어찌지? 어쩌지? 이럴땐… 꺄악! 내 옆에 있던 - 물론 아직도 손이 묶여있어서 당연히 옆에 있는거겠지만… - 로이드 왕자 가 내 허리를 붙잡고 옆으로 굴렀다. 덕분에 나까지 같이 굴렀지만 그덕에 검은 옷의 괴한이 휘두른 검을 피할수 있었다. 쾅! 얼마나 힘이 좋은지 그리 길지 않은 검으로 단상의 절반이나 잘라버렸다. 저게 인간이야? 아니 이런 생각할때가 아니지 어서 일어나서… "크흐흐흐. 둘다 한칼에 꿰어주지" 망할. 나와 로이드 왕자가 몸을 추스리기도 전에 단상에서 숏소드를 뽑아든 그자는 검을 거꾸로 쥔뒤 우리들 앞에서 멈춰섰다. 그리고는 숏소드를 겨누 면서 씨익 웃었다. 아아… 왜 맨날 나만!!! 죽을때 죽더라도 눈을 감으면 안돼! 젠장. 턱이 덜덜 떨리는데. 차라리 눈이 라도 감으면 덜 무서울걸… "큭큭큭. 눈빛은 좋군. 하지만 과연 검에 꿰인 꼬치 신세가 되어서도 그런 눈 빛을 할수 있을까?" "이 빌어먹을 새끼야! 너같이 말많은 악당놈은 언제나 뒷통수 맞고 죽는다는 거 몰라? 죽는건 네쪽이라고!" "푸하하하. 정말 베짱좋은 계집이구나 하지만…" 놈이 검을 높이 치켜든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어엇… 구를때 머리를 부딪 쳐 기절한줄 알았던 로이드 왕자가 갑자기 날 꽉 껴안으면서 내 몸을 가렸 다. 바보같은! 저놈의 검정도면 우리 둘다 그대로 꿰일텐데… 그런데 허공에 서 그자식의 머리위로 새까만 물체가 뚝하고 떨어져내렸다. "어엇?" 숏소드를 치켜들던 놈의 양 어깨위에 조그만한 몸이 올라섰고 갑작스러운 충격에 그자가 비틀거리자 등뒤로 덤블링을 하면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검은 옷의 사내는 목에서 붉은 피를 뿜어내면서 천천히 뒤로 쓰러졌다. 사내의 몸 에서 뛰어내려 붉은색 양탄자위로 내려선 상대는 온몸에 피를 뒤집어 쓴 몰 골을 하고있는 카렌이었다. 아… "크헉…크르륵…" 나와 로이드 왕자를 습격하려던 그자는 입에서 피거품을 뿜어대면서 부들부 들 떨다가 축 늘어졌다. 거봐 말많은 악당은 늘 당하는 법이라니까.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담담할수 있는 내가 이상해. 그때 성가대에 뛰어들어 마구 학 살극을 벌이던 다른 자가 카렌을 향해 뛰어오는게 보였다. "카렌! 뒤!" 내 외침을 들은 카렌은 즉시 몸을 돌리면서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서 던졌고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단검중 하나가 달려오던 사내의 오른쪽 눈을 꿰뚫었 다. "크아악!" 달려오던 사내는 그대로 목을 뒤로 꺾으면서 뒤로 넘어졌다. 쿵하는 소리가 비명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저자세로 떨어졌으니 운이 좋아도 사망이겠군. 역 한 피냄새 때문에 머리가 조금 어지럽고 구토가 일어났지만 그래도 참을만했 다. 하아… 이거 현실 맞나? 꼭 꿈을 꾸고 있는것같아. 하지만 축늘어져 있는 로이드 왕자의 따뜻한 손이 이것이 모두 현실임을 인지시켜줬다. 결혼식도, 습격자들도 모두 말이야. 카렌이 다른자들을 차단해준 덕분에 시간을 번 나는 우선 로이드 왕자와 내 손을 묶고있는 목걸이줄을 풀르기 위해서 노력했다. 바닥이 피 범벅이 된데 다가 내 손에도 끈적거리는 핏방울이 가득 묻었고 또 손이 떨려서 잘 풀리지 는 않았지만 계속 시도하다보니 간신히 손의 자유를 되찾을수 있었다. 그런 데… 이 잠자는 신전속의 왕자를 업고 나가야 하는거야? 나는 연약한 소녀란 말이야. 그사이에 카렌이 또 다른 습격자의 목을 갈랐다. 잘한다 카렌! 내 결 혼식을 망쳐버린 자식들! 다 죽여버려! 그때 갑자기 로이드 왕자가 벌떡 몸 을 일으켰다. 깜짝이야! 놀란 나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았는데 숨을 거 칠게 몰아쉬며 상체를 일으킨 로이드 왕자는 주변을 돌아보다가 나를 발견하 고는 내 양어깨를 붙잡고 소리쳤다. "괜찮아? 다친데 없어? 응?" "괘…괜찮아요. 그보다… 어깨 좀…" "아. 응. 미안." 놀래라. 저 무표정한 왕자가 당황하는 모습은 여기와서 처음 보는구나. 그래 도 걱정해주다니 조금은 다시봐야하겠는걸? 내게서 떨어진 로이드 왕자는 정 복 상의를 벗어서 집어던지면서 소리쳤다. "네놈들! 감히 왕족에게 검을 들이대는것이냐? 이 빌어먹을 자식들아! 네 녀 석들의 일가친척은 물론 네놈들이 알고있는 모든 인간들을 교수형에 처해버 리겠다!" …박수쳐야 하나? 와아… 감동했어요.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갈께요. 죄송합 니다. 라고 대답하고 돌아가주길 바래야 하나?. 으휴… 그래도 사내답다고 해 줘야겠지? "왕자는 제압해! 다치게 하지 마라!" 어이어이. 그럼 난 죽인다는거야? 너무하잖아! 나도 왕족이라고! 아앗… 이 런 생각을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카렌에게는 네명의 사내들이 달라붙어 서 협공을 가하고 있었고 악을 써가며 용감하게 - 혹은 무모하게 - 달려나 간 로이드 왕자는 두명의 습격자들에게 단번에 제압당해버렸다. 그리고 ''죽어 라''라는 진부한 단어를 외치며 나를 향해 달려오는 사내가 내눈에 들어왔다. "왜!" 난 소리치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맨날!" 상대의 검이 나를 향해 길게 찔러들어온다. 이럴땐 먼저 상대의 왼쪽으로 피하라고 했었지? "나만! 왜! 나만!" 양손으로 숏소드의 손잡이를 잡고 찔러들어오는 상대의 왼쪽으로 돌아선 나 는 왼손으로 그자의 팔목을 붙잡고 반대쪽 팔꿈치로 그자의 면상을 후려갈겼 다. 퍼억! 달려오는 속도에다 내가 친 속도까지 고스란히 받은 그자는 비명 을 지르면서 휘청거렸다. 어쭈? 안쓰러져? "나한테만 불행이 찾아오는거야!" 악을 써대면서 상대의 품으로 뛰어든 나는 강하게 지면을 차면서 왼주먹으 로 그자의 턱을 올려쳤다. 뻑! 둔탁한 소리가 나면서 나에게 달려들었던 그 자는 공중으로 약간 떴다가 머리부터 떨어졌다. 쿠웅. "망할…이란 말이야. 제길" 주먹이 쑤셔온다. 손등사이로 새하얀 뼈가 보이는군. 으윽… 한놈을 쓰러트리고 나니까 로이드 왕자를 붙잡은 놈들이 나를 향해 뛰어 왔다. 거기다 하이 프리스트의 등에 검을 꼽아넣은 다른 자들도 나에게 관심 을 돌리기 시작했다. 우에엑! 지금의 나로서는 한놈도 벅차다고! 세명의 습 격자들이 나를 반원형으로 감싸고 공격기회를 노렸다. "거기까지다!" "모두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이제서야 입구쪽에서 로얄가드들과 근위대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늦었잖아! 나와 대치하고 있던 적들은 당황한듯 병사들과 나를 번갈아 바라 보며 주춤거렸고 그때를 놓치지 않은 카렌이 자신을 포위하고 있던 습격자중 한명의 다리에 긴 검상을 내준뒤 내쪽으로 뛰어왔다. 그러자 내 앞에 서있던 자들중 한명이 괴성을 지르면서 내게 달려들었는데 막 내가 몸을 웅크리며 반격하려 할때 저쪽에 있는 병사들 사이에서 커다란 할버드가 웅웅거리는 소 리를 내면서 내 코앞을 스치고 지나가 신전의 벽에 깊숙히 박혔다. 쿠웅… 먼지가 우수수 떨어졌고 바닥에서도 자욱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아앗! 죄송합니다! 마마. 다음번엔 잘 맞칠수 있어요!" 으득… 누구를? 나를? 난 내 코앞으로 휙하고 지나간 할버드의 푸른날을 똑 똑히 봤다고! 죽었어 닐크! 두고보자! 그래도 다행히 홀은 수십명의 병사들 이 뛰어다녀도 될정도로 넓었고 중무장한 병사들은 금세 침입자들을 포위했 다. 그러자 적들중 대장으로 보이는자가 길게 휘파람을 불고는 크게 소리쳤다. "후퇴한다! 신의 힘은 끝이 없나니! 지금 여기서 발현되리라! Dust Devil" 그자가 기도문과 같은 짧은 단어를 외치자 갑자기 사방에서 미풍이 불기 시 작하면서 바닥에서 작은 소용돌이가 일었다. 조그맣던 먼지구름은 금세 사방 으로 퍼져나가면서 점차 커지기 시작했고 30초도 되기전에 내 머리위까지 뿌 연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먼지구름이 가라앉은뒤에 는 아무것도 없었다. 시체조차도… 바닥은 피와 먼지등으로 완전히 엉망이 되어있었고 내 결혼식에 참석했던 비젠의 프리스트중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 다. 거기다 성가대원들도 절반이상이 죽었으며 귀족들도 상당수가 다쳤다. 그중 상처가 심한 이들이 꽤 되어서 귀족들중에서도 사망자가 나올것 같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렇게 내 결혼식은 피와 시체로 포장된채 끝을 맺었다. -------------------------------------------------------------- 분노게이지 200% 정의의 철권 작렬! 철권 소녀 아넬리안. 머리깎고 몽크로 전직히다. 아넬리안 : 인정못해! 차라리 배를 째면 쨌지 머리는 죽어도 못잘라! 이거 기 르느라고 몇년이 걸렸는데! 가우군 : ...수도사들은 주변머리만 남겨놓고 소갈머리는 밀어버린다지 아마? 아넬리안 : 끄아아아악!!! 상상만으로도 괴로워! 아악! 죽여버릴테닷! 가우군 : 훗. 철권소녀의 주먹을 맞아주기엔 너무 연약해서~(스륵 사라진다) 아넬리안 : 거기섯! 아아아아아아아악!!! 열받아! 열받아! (쾅쾅거리며 무대를 혹사시킨다) ...빡빡 밀은 아넬리안이라...대머리가 되어도 예쁠까? 과연...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3dragon.net), 청어람(chungeoram.net), 드림워커 (drwk.com), 조아라(ujoa.com), 하이텔 Pmc(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7장 정의의 이름 (1) 2003-08-13 21:33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7장. 정의의 이름. 밧줄에 묶인채 끌려온 사내는 포로임에도 조금의 비굴함도 비치지 않았다. 그는 가슴을 쭉 펴고 당당한 목소리로 황비마마에게 소리쳤다. "내가 곧 법이고 정의다. 나를 따르는자. 인세에 다시없는 영화를 누릴것이고 나에게 반하는 자는 죽음만이 있을뿐이다." "그래서? 너나 죽어!"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신의 권능을 두려워하지 않는 황비마마의 모습중. - 주. 어둠과 음모를 관장하는 브리츠의 대신관도 붉은 피를 흘리는 인간이 었다. - 대륙력 995년. 이른 가을. 크레센트 왕국 수도 크롬발 - 하루가 지나갔다. 전날의 습격 덕분에 결혼식후에 열리게 되어있던 무도회 와 연회는 뒤로 미뤄졌고 국왕폐하께서는 경사스러운날을 방해한 브리츠의 신도들을 모조리 쳐죽이겠다고 길길이 날뛰었다. 덕분에 왕성 주변의 경비는 몇배로 늘어났고 도시안에도 치안병의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예상했던 특정종교에 대한 탄압은 일어나지 않았다. 소식을 가 지고 온 덴의 말에 따르면 내 결혼식날 일어난 불상사에 대해서 브리츠측에 서 상당량의 금화로 보상했고 부상당한 귀족들도 그쪽의 프리스트들이 파견 되어 대부분 치료되었다고 한다. 결국 피해를 본것은 비젠 신전뿐이구나. 주 례를 맡았던 하이 프리스트와 다른 프리스트들이 죽었고 대신전안에서 일어 난 불상사 덕분에 신전을 찾는 신도의 발길이 뚝 끊겼단다. 난 왼손을 몇번 쥐었다 폈다하면서 손을 움직여보았다. 전날 때릴때 뼈를 잘못쳤는지 손등의 살점이 떨어져나가고 손가락이 퉁퉁 부어올라서 결국 다 른 신전의 프리스트를 불러와야했다. 그 프리스트의 말에 따르면 손가락 뼈 에 금이 갔단다. 그래도 다행히 주문 몇번에 완치되긴 했지만 손끝이 조금 마비되는 느낌이 든다. 훗. 이정도면 다행이지 뭐. 일반 평민들은 엄청난 액 수의 치료비를 못내서 연금술사나 약초상을 찾는 판이니까 말이야. "마마. 차를 가져올까요?" "응?" 고개를 돌려 돌아보니 에린 녀석이 내 눈치를 살피면서 공손하게 서있었다. 저 녀석도 여기 오고나서는 그럭저럭 시녀티가 나는구나. 난 손을 들어서 에 린을 오라고 불렀다. "시키실 일이라도…" 주저주저하면서 내게 다가온 에린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가 때리기라도 한데? 왜 겁먹는거야? 하여간 소심해가지고는… 난 다가온 에린의 머리에 손을 올린뒤 쓰다듬어 주었다. "이제야 시녀티가 나는구나. 그래. 가서 진하게 한잔 타와" "네! 마마" 입이 귀밑까지 찢어지겠군. 하아. 에린 녀석은 헤헤거리며 차를 가지러 뛰어 갔다. 난 기다리는동안 창틀에 팔을 괸채 밖을 내다보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지금 내가 있는곳은 로이드 왕자가 쓰는 왕자궁안 이다. 원래 에레니아 시녀장등의 다른 시녀들을 데리고 들어오려고 했는데 이것저것 조건이 걸리고 사상과 가계를 확인해야한다는 강경한 시종장의 반 발에 결국 내가 물러서고 말았다. 덕분에 난 내 짐과 로세니아부터 같이한 에린녀석만 데리고 왕자궁으로 들어왔다. 심지어 닐크와 아르케네스마저도 궁에서 쫓겨났다. 말로는 카라덴 요새에서 기사 훈련을 받는다지만 내 부하 들을 마치 제것인양 멋대로 처리해버린것이다. 결혼식부터 엉망이었고 왕자 궁으로 오면서 내 측근들은 에린만이 나를 따라왔다. 거기다 내 짐들중 오래 된 옷가지들은 아예 금속상자에 넣어진채 한구석에 쳐박혀버렸다. 뭐… 옷장 이 없다나? 나참. 로이드 왕자의 시중을 들어주는 엔딜 시종장은 내가 그와 결혼한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적대적인 - 물론 행동은 예의바르다. 하지만 난 불신과 경멸의 눈빛을 몰라볼정도로 둔하지 않다 - 시선으로 날 보았고 그 상관에 그 부하라고 왕자궁의 시종과 시녀들도 역시 날 못마땅해하는 표 정들이었다. 물론 내가 명령하면 잘 듣기는 하지만 그뿐이다. 에레니아 시녀 장과 내 시녀들처럼 나에 대한 배려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의무라 서 행하는듯한 느낌이 팍팍드니 어디 마음에 들리가 있나. "후우…" 더욱 날 처량하게 만드는건 이런 왕자궁의 분위기를 로이드 왕자는 그 특유 의 무심함으로 넘어가 버리는것이다. 그래도 어제 일 덕분에 조금은 남자답 다고 생각해서 좋게 봐줄려고 했는데 그 빌어먹은 남편분께서는 어디어 쳐박 혔는지 어제부터 코빼기도 안비친다. 덕분에 밤에도 혼자 잤다고. 신혼 첫날 부터 이러니 앞으로 볼만하겠다. 빌어먹을. 이런 상황인데다가 궁안은 멸신전쟁 덕분에 완전 전쟁터 분위기였다. 나서 기 좋아하는 마틴왕자를 주축으로 벌써부터 토벌대가 편성되니 마니하고 있 어고 그나마 나에게 호의적인 국왕폐하도 신전간의 전쟁때문에 정신이 없는 지 한번 불러주지도 않는다. 빌어먹을 로이드 왕자는 어디 도서관이라도 쳐 박혀 있겠지. 그런데 이 에린 녀석은 왜 안오는거야? 좀 잘한다고 칭찬해줬 더니 그새 헬렐레하면서 놀고 있는거야? 차한잔 마시려다가 말라죽겠다.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왕자의 침실 - 지금은 신혼실이겠지? - 을 나와서 복도 를 얼마간 걷다보니 눈에 익은 상대가 복도끝에서 로이드 왕자의 시종장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아~ 정말. 나에요! 나! 대니어스 드 워렌 자작! 우리가 한두번 얼굴본 사이 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신혼이십니다. 이렇게 주인도 없는 궁을 찾아오시는건 예의가 아닙니다." "참나! 답답하게 왜 그러시는거에요? 네? 제가 로이드 전하를 따라다닌게 몇 년째인지 잘 알지않습니까? 행여나 제가 왕자전하의 이름에 누가 되는짓을 할놈으로 보입니까? 네?" "…안되는건 안되는겁니다. 차후에 다시 오십시오." "크으…" 덴 녀석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신경질을 부린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엔딜 시종장은 마치 벽처럼 떡하니 가로막고 서서 비켜줄 생각이 없는듯 했 다. "제가 로이드 전하를 위해서 일해온게 10년이 넘습니다! 정말 제게 이럴수 있는겁니까? 네?" "전 16년을 모셨습니다. 그동안 단한번도 예의에 어긋나는 짓은 해본적이 없 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것입니다. 그러니 물러가십시오." 호오. 덴 녀석이 말빨로 밀릴때도 다 있네? 바람둥이의 필수요건중 하나가 여성을 설득하는 화술인데. 훗. 덴 녀석도 이제 다됐나보군. 그건 그렇고 좀 도와줄까? 저 시종장은 나도 마음에 안드니까 말이야. 난 한참 떠들고 있는 - 물론 사정하고 애원하고 고함치며 난리를 부리는건 덴뿐이다. 엔딜 시종장 은 마치 벽처럼 버티고 서 있을뿐이었다 - 둘사이로 걸어갔다. 따각따각. 난 구두굽 소리를 크게 내면서 다가갔다. 그러자 역시 두 남자가 나를 돌아봤는데 내가 막 덴에게 손을 흔들면서 뭐라고 말하려고 할때 엔딜 시종장이 나와 덴사이를 가로막고는 나를 보면서 말을 꺼냈다. "필요한것이라도 있습니까? 말씀해주시면 방으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정원." "……" "큭. 하하하. 역시 마마십니다." 덴녀석이 큰소리로 웃자 시종장이 그를 째려본다. 그리고는 몇번 헛기침을 한 시종장은 나를 노려보며 - 그렇게 느꼈다 - 말했다. "바로 손님을 돌려보내겠습니다. 그러니 우선 방으로 돌아가시는…" "이봐. 그거 알아?" "…무엇을 말입니까? 마마." "나 어제 여기 들어온뒤로 방에서 나온게 지금이 처음이야. 내가 금고속에 들아가는 보석이라도 되는것 같아?" "……" "아니면 보여줘서는 안되는 치부라도 되나? 응?" "그런게…아닙니다. 마마. 신혼이신 분이 벌써부터 다른 남자를 만나시는 건…" "왜? 내가 바람이라도 필까봐? 그런거라면 걱정마. 덴 정도는 눈에 차지도 않으니까 말이야." "하오나 마마."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걸? 거기다 시종장 뒤에 있는 덴 녀석이 두손으 로 입을 막고 ''끅끅''거리며 웃음을 참는걸 보니 괜시리 기분이 나빠진다. "그만. 됐으니까. 그만해. 그보다 엔딜 시종장. 이 궁에서 일한지 얼마나 되었 지?" "…20년이 좀 넘습니다. 마마. 그런데 그건 왜?" "그래? 오랫동안 고생했군. 그럼 가서 짐이나 싸둬." "…예?" "그동안 수고했으니까 이제 집에가서 푹 쉬라고. 내말 못알아들었어? 혹시 공용어 몰라?" "…갑자기 그게 무슨…" "난 측근과 불청객도 구분못하는 무능한 시종장은 필요없어. 그러니 여기서 나가라는 소리야. 알겠어?" 싸아아… 하는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시종장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가 다시 푸른빛으로 물든뒤 그다음 불타오르는것처럼 시뻘개졌다. "이…이게 무슨! 아무리 왕녀 마마라 하시더라도… 헛. 죄…죄송합니다. 마 마" "흠. 엔딜 시종장. 내가 누구지?" "크레센트 왕국 정통 후계자이신 로이드 이왕자 전하의 비이십니다. 무례를 묭서해주십시오." "그래. 당신 말대로 난 어제부터 타국에서 쫓겨온 비운의 왕녀가 아니라 왕 실 정통 후계자의 부인이라고. 앞으로는 날 왕자비라고 부르라고. 물론 만날 일이 있다면 말이겠지만." "하오나! 전 지난 16년간 왕자전하를 보필하였습니다! 그런 저를…" "10년이나 16년이나 상관없지 않나? 안그래? 덴?" "네? 쿡. 시…실례" 아주 숨이 넘어가는군. 저녀석. 뭐가 좋다고 말이야. "로이드 전하에게는 내가 말할테니까 짐이나 싸둬." "로이드 전하가 이 사실을 아시게 되시면 가만히 계시지 않을겁니다!" 엔딜 시종장이 목에 핏줄을 세우면서 악을 썼다. 훗. 인간이란 역시 나이가 많던 적던 얼굴가죽을 한꺼풀 벗겨놓으면 이렇게 어린애처럼 떼를 쓴다니까. 목소리 크면 다 될줄 아는걸까? "그래? 자신할수 있어? 내가 전하에게 시종장을 새로 뽑겠다고 말했을때 과 연 그대가 아는 로이드 전하가 이를 말려줄까? 나보다 오랫동안 전하를 모셨 으니 잘알겠지? 어디 대답해봐." "……크으" "이제 자신의 처지를 이해했나보지? 그럼 가봐. 주변 정리할려면 바쁠테니 까." "실례…하겠습니다. 마마." 시종장은 어깨를 축 늘어트린채 나와 덴 사이를 지나쳐 걸어갔다. 초라한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연민의 감정이 조금은 드는군. 아직 내게도 인간성이 라는게 남아있나보다. "이야~ 대단하십니다. 마마. 정말 박수라도 쳐드리고 싶은걸요?" "시끄러워. 덴. 그보다 오늘은 무슨일로 온거지? 괜히 나쁜 소문나면 나만 피 해본다고." "에이~ 마마께서도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전 취향이 아니라면서요?" "그래. 덴처럼 느끼하고 뺀질거리는 남자는 싫어. 역시 남자라면… 뭐해?" 덴 녀석이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벽을 긁고 있다. 그것도 울상을 지어보 이면서. 애냐?! "너무하십니다! 마마. 흑흑. 전 최선을 다하여 마마를 보필하였는데. 돌아오는 보상이 겨우 이런것뿐이라니…상처받았습니다. 흑흑" "…밟아줄까?" 내가 두손으로 치마자락을 잡아올리고 한발을 들어올려 덴 녀석의 등짝을 후려갈기려하자 녀석은 벌떡 일어나더니 두손을 마구 흔들어대면서 말했다. "아니요! 이제 멀쩡해졌습니다." "그래. 다행이군. 이제 본론이나 말해봐." "내일 중단되었던 연회와 축제가 재개된다고 합니다. 역시 결혼식에서 불미 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그냥 넘어가기엔 왕실의 체면이 문제가 될테니까요. 내일 저녁부터 삼일간 연회에 참석하셔야 할것입니다." "흠…그것뿐이야?" "아니요. 더 있습니다. 브리츠 측에서 마마를 포기했다고 정식으로 통보해왔 습니다. 앞으로 신전간의 싸움에 휘말릴일은 없을것입니다." "그래? 그거 아쉬운걸?" "예? 저기…혹시…" 덴 녀석이 꽤나 놀란 표정으로 날 보면서 말을 더듬었다. 역시 머리가 좋은 놈이라 그런지 그저 슬쩍 속마음을 비춘걸로도 다 알아채는군. "그래 맞아.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걱정마" "허나. 마마. 브리츠 신전의 힘은 만만히 볼만한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휘하 에 있는 무력집단만해도 왠만한 대영지와 맞먹을정도이고 자금력과 조직력 또한 비교대상을 찾기 힘들정도입니다. 아무래도 위험은 피하시는것이…" "그래서? 지금 나보고 꼬리말고 피하라고? 덴도 봤지? 어제 결혼식이 어떻게 되었는지 말이야. 웃기지 말라고해. 멋대로 일을 벌려놓고 이제와서 미안하다 고 사과만 하면 다야? 응? 여자에게 결혼식은 일생에 단 한번뿐인 중요한 행사라고." "그…그래도. 조금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심이…" "지금도 충분히 이성적이야. 걱정하지마. 하여튼 그렇게 알고 앞으로 계획을 세울때 참고해둬. 알았지?"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덴은 조금 찝찝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포기가 빠른건지 순순히 대답했다. 브리츠놈들 결혼식 예물로 피와 시체를 보내줬으니 난 놈들을 그들이 믿는 신에게 손수 돌려보내줘야 예의 아니겠어? 흥! 그나저나 이 에린녀석! 찻잎 따러 마린타 섬이라도 간거야? 이 멍충이 녀석! "덴. 여기 자주와봤다고 했지? 홍찻물 끓일수 있는곳 어딘지 알아?" "예? 아… 아마 각 방마다 다 있긴 할겁니다. 하지만 평소에는 불씨를 안넣 어둔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식당 옆에 있는 주방에 가야 있지 않을까요? 그 런데 그건 갑자기 왜 물으십니까?" "에린에게 차 한잔 가져오라고 시켰는데 멍청한 녀석이 안오잖아. 내가 직접 가봐야겠어" "그런건 그냥 다른 시녀 시키시죠" "아니. 왠지 기분이 이상해. 그리고 여기 시녀들도 마음에 안들어." 난 간단히 대답하고 덴에게 앞장서라고 명령했다. 왕자궁의 주방으로 가려면 식당을 통과해서 가는게 가장 빠르다고 덴이 말 했다. 하지만 식사시간이 아니라서 그런지 로이드 왕자가 쓰는 식당의 문은 잠겨있었다. 덕분에 나와 덴은 궁을 반바퀴나 돌아간뒤에야 주방에 도착할수 있었다. 얼레? 문이 반쯤 열려있네? 역시 여기 있나보군. 멍청한 에린 녀석이 아니면 누가 주방문을 열어놓고 다니겠어? 난 앞에 서있는 덴을 제치고 반쯤 열린 문을 활짝 열어제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퀴퀴하고 음식 썩은내가 나는 꽤 커다란 주방안에는 텅비어 있었다. 이상하 네. 누가 여기 아무도 없으면 누가 문을 열어둔거지? 설마 여기도 암살자나 도둑같은녀석이 들어온건가? 그런것치고는 너무 조용한데 말이야. 이상한 기 분이 들었다. 좀더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내가 들어온 문 반대편에 있는 다른 나무문뒤에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와 두런두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있나보군. 주방을 가로질러 걸어간뒤 나무문을 밀자 끼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쉽게 열렸다. 문 밖은 우물가로 이어진 작은 공터였는데 거기엔 에린 녀석과 이 궁에서 일하는 시녀들 대여섯명이 모여있었다. 에린은 우물가에 앉아서 산더 미같이 쌓여있는 설겆이거리를 씻고 있었고 다른 시녀들은 그런 에린주위에 둘러앉아서 자기들끼리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야야. 그래서 언제 다할래? 오늘내로 다할수 있겠어? 응? 손을 더 빨리 움 직이라고." "그래그래. 정말 둔해빠졌구나. 너. 아직도 안짤린게 신기하네" 에린 녀석을 둘러싸고 있던 시녀들중 하나가 반쯤 먹던 사과를 집어던졌다. 탁. 날아간 사과는 에린녀석의 머리를 맞춘뒤 바닥에 떨어졌고 그 꼴을 보던 시녀들은 또 자기네들끼리 깔깔거리면서 웃어댔다. 속에서 분노가 끓어오른 다. 정말 짜증 나는구나. 난 눈꼬리를 치켜올리며 에린들이 있는 우물가로 걸 어갔다. "얜 구박해도 대꾸도 못하네. 바본가봐. 킥킥" "아앗…" 시녀중 하나가 자기들쪽으로 걸어오는 날 보고 깜짝 놀라면서 벌떡 일어섰 다. 눈치하나는 끝내주게 좋은 시녀들이라 그런지 다른 시녀들도 금방 날 알 아보고는 모두 일어서면서 공손히 머리를 숙인다. 그러면서 에린녀석을 슬쩍 가리는걸로 봐서 자기들이 뭔짓을 하고 있는건지는 아나보군. 난 고개숙인채 우물가에 모여있는 시녀들앞까지 걸어간다음 말했다. "비켜." "저…" 내 앞을 가로막고 있던 시녀중 하나가 내게 무언가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 다. 하지만 난 받아줄 기분이 아니란 말이야. 손을 뻗어 말을 하려던 시녀를 가리키자 그 시녀는 아무말도 못하고 눈만 동그랗게 뜬다. "말했다. 비키라고. 내가 말대답하라고 허락한적 있었나?" 난 그 시녀를 노려보면서 말하자 시녀들은 당황하면서 좌우로 비켜섰다. 그 들사이로 나타난 모습은 구질구질한 모습으로 쪼그리고 앉은채 나를 올려다 보고 있는 에린의 꼴사나운 몰골이었다. 정말 짜증난다. 이런 멍청한것! 내가 에린녀석 앞에 서자 그애는 주저주저하면서 어정쩡하게 일어서더니 고개를 숙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마… 이건. 저… 처음 들어오면 다 하는거라고 해서… 그래서…" "내가 뭘 시켰는지는 기억하고 있어?" "예! 마마. 빨리 끝내고 곧 가려고… 악!" 짜악! 에린 녀석의 고개가 옆으로 홱하고 돌아갔다. 아우~ 손바닥이야. 화근 화끈하네. "에린! 네 직위를 말해봐. 여기서 넌 뭘해야되지?" "저…전 아넬리안 왕녀마마의 전속시녀로…아악" 난 에린녀석의 뺨을 있는 힘껏 때렸다. 짜악. "죄…죄송합니다. 왕자비 마마의 전속시녀입니다." "그래? 알고 있다니 다행이군. 가자." "네. 마마." 난 붉어진 뺨을 매만지면서 당장이라도 울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에린을 외 면하면서 등을 돌렸다. 저렇게 불쌍해보이는 표정을 지으니까 안아서 달래주 고 싶어지잖아. 쳇. 역시 난 착한것과는 인연이 없나보다. 내가 막 에린을 데 리고 우물가를 지나 방금전에 지나쳤던 문으로 갈려고 할때였다. "저… 마마. 아직 일이 안끝났는데요?" 이 빌어먹을 에린 자식! 이라고 고개를 돌렸는데… 에린 녀석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시녀도 아니다. 내가 고개를 돌리자 다른 시녀들이 입고 있는 흰색 의 시녀복이 아닌 갈색 하녀복을 입고있는 여자하나가 나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는게 아닌가? "…뭐?" "그게… 아직 일이 안끝났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예? 다…당연히 여기서 일은 마치고 가게 해주셔야…" 하아… 정말 머리에 꽃이라도 한아름 꽃아놓고 왕실안을 뛰어다니면서 하하 호호 거리며 웃고 싶어진다. 이젠 시녀도 아닌 하녀까지 나한테 까부는구나. 정말 빌어먹도록 짜증이 난다. 난 한손으로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절래절래 저 었다. 이 무식하도록 용감한 계집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던 나는 그냥 편 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건방진 하녀의 면상을 향해 힘 껏 휘둘렀다. 퍼억! "꺄아악…" "거참 시끄럽네. 입닥쳐." "콜록…콜록…" 난 쓰러진 계집의 어깨를 발로 밀어서 데굴데굴 굴린뒤 가슴팍에 내 발을 올려놓고 세게 밟으면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는 하녀를 향해 말했다. "봐주니까 아주 머리끝까지 기어오르는구나. 여기는 위아래도 없는건가? 엉? 하녀주제에 내 명령을 무시하고 내 시녀에게 허드렛일을 시켜? 거기 누가 한 번 말해보지 그래? 전속시녀가 뭔지 말이야. 응?" 그런데 요즘 너무 폭적적이 되는건 아닌지 몰라. 내 발 아래 깔려있는 하녀 가 ''끄으''하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뱉었지만 난 가볍게 무시했다. 내 시선을 받은 다른 시녀들은 슬그머니 고개를 숙이거나 옆으로 돌려서 내 시선을 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답을 안할수는 없었기에 시녀들중 가장 나이가 들 어보이는 - 그래도 20대 중반정도일것이다 - 시녀가 내 물음에 답했다. "전속시녀는 한분의 주인님만을 위해서 일하는 시녀입니다." "알긴 아는군. 그래 너희들이 바보라고 놀린 이 아이는 내 시녀다. 이 왕자궁 에서 일하는 너희같은 평범한 시녀가 아닌 바로 내 시녀라고. 에린은 나를 위해서만 일하는 아이야. 알아듣겠어? 나를 위해서 이애가 일할때 에린이 너 희들에게 명령하면 그게 가능하던 불가능하던 상관없이 무조건 들어야 하는 게 너희들 입장이야." 이래서 정말 짜증난다니까. 에린 이 바보녀석은 - 진짜 바보맞다. 저 시녀 들이 말한것중 이건 맞군 - 나를… 아니지 이젠 나와 로이드 왕자를 모시면 서 다른 시녀들을 부리는 입장이란 말이야. 그것이 내 전속시녀라는것이다. 앞으로 나이가 들고 경험을 쌓으면 다른 일반 시녀들을 지휘하는 시녀장이 될 녀석이 이렇게 멍청하니 몸이 고생하는거지. 쯧. "그리고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저 설겆이감들 너희들이 해. 직접말이야. 너희들보다 직급이 높은 에린도 했는데 이제와서 못한다는 말은 안하겠지? 그리고 가서 의자 가져와. 내가 친히 지켜봐주지. 에린은 가서 차내와. 워랜 자작것까지 같이." "네. 마마." 난 말을 마치면서 밟고 있던 하녀를 옆으로 차버린뒤 우물가에서 멀찍이 떨 어진곳에 자리를 잡았다. 곧이어 시녀들이 식당에서 테이블과 의자를 들고나 왔고 난 먼지가 안날릴만한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덴녀석이 내 맞은편에 앉자 에린녀석이 찻잔을 들고 내쪽으로 다가왔다. "차를 내왔습니다. 마마" "그래." 에린 녀석은 떨리는 손으로 나와 덴앞에 차를 따랐다. 그리고는 우리가 있 는 테이블에서 물러났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실제로 우 물가 주변을 기웃거리면서 어쩔줄 몰라했으니 진짜로 한심하다. 거기다 양팔 을 걷어붙이고 산처럼 쌓인 설겆이거리들을 씻고있는 시녀들에게 가서 ''도와 드릴까요?''라고 묻는 고난이도의 비꼬기를 한다. 당연히 아까 에린처럼 우물 가에 쭈그리고 앉아서 설겆이를 하고있던 시녀들은 인상을 쓰면서 조심스럽 게 묻는 에린을 외면해버렸다. 저녀석의 멍청함은 도저히 치유할수없는 불치 병일까? 그래도 차끓이는 솜씨는 좋으니 내가 내쫓는 일은 아마도 없을것 같 다. 청소하고 시중드는 시녀들이야 널리고 깔렸지만 차를 잘타는 로세니아 출신 - 둘중 어느쪽 비중이 더 높은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 시녀는 저녀석 뿐이니까. 찻물을 한모금 마신 나는 설겆이를 하고있는 시녀들을 바라보면서 덴에게 말을 걸었다. "덴." "예. 마마. 말씀하십시오." "여기 왕자궁에 있는 시녀들. 전부 갈아치워." "예? 하지만 그러면 반발이 클것입니다. 거기다 이렇게 갑자기 말씀하시면 사람구하기도 힘듭니다." "하라면 해. 이런 분위기라면 내가 미쳐서 발광하던지 아니면 미쳐서 맘에 안드는 녀석들을 검으로 찔르고 다니던지 둘중 하나니까." "둘다 별차이는 없을것 같습니다만… 뭐.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헌데… 요즘 여기 분위기가 좀 이상하군요." "나 때문이야." "무슨…" "덴은 머리가 좋은데 몰랐어? 나 때문이잖아. 산도적들의 나라 로세니아 출 신 계집. 그때문에 이꼴인거지"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아마도 다른 이유가…" 다른 이유라. 그런게 있다면 좀 들어보고 싶다. 아아… 에레니아 시녀장과 다른 시녀들이 그리워. 어서 빨리 돌아와야 할텐데 말이야. 제린이나 제시등 은 외국의 귀한 손님들 - 예를 들면 결혼하기전의 나같은… - 을 많이 접대 해봤기때문에 나에 대해서 별다른 적대감이나 경멸감같은건 찾아볼수 없었 다. 헌데 여기 시종장이나 시녀들은 나에게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낸다. 아니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 그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얼마뒤면 사라질 예 의없는 불청객 취급이상은 아닌것 같았다. 아니 분명하다. 이들은 나를 외국 에서 쫓겨난 주제에 남의 집 안방을 차지한 건방진 여자쯤으로 취급하고 있 다. 마치 비천한 출신의 첩을 대하는 태도다. 남들에게 알려지면 비웃음을 당 할까봐 자기들끼리 쉬쉬하고 꼭꼭 숨겨놓는 태도하며 나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 하며 더이상 생각해봐야 귀찮을정도로 증거는 많았다. 하지만 나는 정실 부인으로 들어온거라고 그리고 피고용인들이 핍박한다고 손수건이나 깨물면 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신세한탄을 하는 소심한 여자들과는 틀리다. "이유는 무슨 이유. 크레센트의 귀족집 딸이 아니니까 그런거지. 하여간 로이 드 전하의 무심함때문에 여기서 일하는 녀석들 간이 배밖으로 나온거라니 까." "그건…그렇습니다만. 확실히 로이드 전하께서는 이런 일에는 별 관심이 없 으신 분이라 고용인들이 알아서 하도록 놔두시는 편입니다. 하지만 역시 한 번에 시녀들을 모두 바꾸는건 다시 생각해 보시는게…" "왜 사람이 없을까봐? 그런거라면 지방 귀족들에게 공문이라도 보내라고. 여 기 이 왕자궁에 시녀가 부족하니 이 자리를 원하는 귀족이 있다면 딸을 보내 라고 말이야. 그리고 뽑을때 될수있으면 에린 녀석과 동갑이거나 어린아이로 뽑아. 저 멍청한 녀석에겐 그쪽이 더 나을것 같아." "하지만 그래서는 하녀들과의 나이차가 너무 심해집니다. 그리고 갑자기 시 녀들을 내보낼만한 명분도 없습니다. 마마." "에레니아 시녀장들이 있잖아. 그들이 중간에서 조율하면 돼. 그리고 이유라 면 만들면 그만이잖아. 반항을 했다던가. 반역을 일으키려 했다던가. 아니면 도둑질을 했다던가 말이야. 또… 내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것도 넣을까?" "그건 좀… 역시 힘들겠습니다. 마마." "그래? 그렇다면 할수없지." "이해해 주시니 다행입니다." 덴 녀석 안심하는 표정이군. 하지만 난 포기한게 아니라고. 단지 다른 방법 을 찾은것 뿐이야. 난 주변을 둘러보다가 큰소리로 외쳤다. "카렌! 카렌! 거기 있지? 나와. 이 근처에 있는거 아니까 빨리 나와" 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우물에서 일하고 있던 시녀들이 - 에린녀석은 결국 다른 시녀들과 같이 설겆이하는데 동참하고 있다. 그래도 깨끗한 물만 퍼올리는 그나마 쉬운(?)일을 하고 있으니 다행인가? - 나를 힐끔거리며 바 라본다. 하긴 아무도 없는데다 대고 소리질러대면 이상해 보이겠지? 허나 내 예상은 들어맞았다. 나와 덴이 있는 테이블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담쟁이 덩굴이 작게 흔들리더니 붉은 머리의 카렌이 그속에서 툭 튀어나왔으니까. 난 손짓으로 카렌을 불렀다. 그리고는 내게 다가온 카렌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어제랑 오늘 많이 돌아다녔지? 어디 전리품좀 압수하자. 전부 꺼내. 하나라 도 빼돌리면 오늘 저녁밥 안줄거야." "…칫" 카렌 녀석은 혀를 차면서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순순히 내말에 따랐 다. 곧이어 테이블 위에는 빵자르는 나이프 세개와 고기써는 나이프 네개. 그 리고 커다란 사각 식칼. 뾰족한 식칼등 주방용품들이 우르르 쏱아져 나왔다. 이녀석 저 조그만 몸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칼들을 숨기고 다니는걸까? "봤지? 덴이 내 부탁을 들어줄수 없다면 난 다른방법을 찾아야지 뭐. 지금같 이 어수선한 시기에 여기 시녀 몇명이 정체불명의 암살자에게 목숨을 잃는다 해도 그리 이상할건 없을테니까 말이야. 안그래?"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마마." 카렌이 꺼내놓은 무기(?)를 바라보던 덴은 심각한 어조로 대답했다. 하긴 내 성격을 왠만큼 파악한 덴이니 진짜 죽인다면 죽여버린다는걸 알고 있을것이 다. 그러니 덴도 시녀들이 의문의 암살로 죽어나가는 일을 무마시키기 위해 서 뛰어다니는것보다는 지금 있는 시녀들을 내쫓고 새로운 시녀들을 받는쪽 이 더 쉽고 빠를것이라는걸 파악한것이다. "덴도 손해볼건 없잖아. 안그래? 로이드 전하의 파벌에 들어올 귀족들을 끌 어모을 핑계도 되고 말이야. 지방귀족들은 정계에서 별 도움이 안되긴 하지 만 그래도 숫자가 모이면 그것도 무시못하지 않겠어? 안그래?" "맞습니다. 마마.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래. 덴은 밖에서 힘쓰라고 난 안에서 시녀들을 내 사람으로 만들테니까. 옛말에도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잖아. 새로 들어올 아이들을 잘데리고 있으면 최소한 그 가문은 좋던 싫던 우리를 지지해야 할거야. 덤으로 나도 저 짜증나는 것들을 내치고 말잘듣는 시녀들을 얻게 되는거고."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난 먼저 방으로 돌아갈께. 가서 에린 녀석이나 잘 다독거려줘. 자주 혼내주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심하게 때린적을 처음이니까 저녀석 속으 로 겁에 질려있을거야. 툭하면 로세니아로 돌려보낸다고 협박했었거든. 후훗" "하하하…" "그럼 수고." 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덴을 제지한뒤 먼저 일어섰다. 아아… 날씨한번 참 맑군. 이제 가을이 오려나보다. 아직도 낮에는 좀 덥긴 하지만 몇일만 더 지 나면 완연한 가을날씨가 될것같다. 아… 맞다! "덴!" "네? 마마" "에린한테 수작부리면 죽인다. 농담 아니야. 알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는걸요." "알면 됐어. 기억해둬. 카렌 녀석은 눈에 잘 안띈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럼 진짜 간다." 그렇게 마무리를 지은 나는 쓴웃음을 짓고 있는 덴 녀석을 지나서 내 방으 로 향했다. -------------------------------------------------------------- ...신혼초야는 이렇게해서 그냥 프리패스. 그나저나...이제 본격적으로 전쟁이 나 한판 벌여야...쿨럭.( ..) 역시 피와 죽음이 난무하지 않으면 맛이 안난다 는....(.. ). 중세시대의 왕이 자기 영지를 키우는 가장 효과적이고 유일한 수단 은 정략결혼도 외교도 아닌 전쟁이었으니까요.( '''')/ <--자기 합리화중. 설정자료. 시종, 시녀 - 시종과 시녀들은 귀족가에서 일하는 피고용인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출신성분은 그리 녹녹하지 않습니다. 크레센트나 로세니아처럼 오랫 동안 왕국을 유지한 국가는 신흥 귀족이 생겨나는것은 적지만 귀족들이 분가 해 나가서 자기 가문을 이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많은 직 방계의 귀족가 문들이 번성했습니다. 하지만 영지는 정해져있고 상대적으로 재력이 떨어지 는 귀족가문들은 다른 업종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중 사내아이는 기사가 되 기 위해서 더 높은 가문의 시종으로 들어가고 여자아이들은 결혼할 나이가 될때까지 귀족가문의 시녀로 일을 합니다. 시종은 영주나 정기사의 밑에서 예의범절과 기사도를 배우고 영주부인등의 귀부인들에게 문학, 그림, 음악등을 배웁니다. 시중을 들면서 어깨너머로 배 우는 사교법과 궁중예절, 그리고 최신의 유행등을 어릴때부터 익혀나가는것 이고. 10살 내외때부터는 체력을 기르는 운동을 하고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 면서 검술과 용맹을 배웁니다. 그리고 17~8세쯤 되면 기사가 되기위해 군사 훈련을 받던지 혹은 자기 가문으로 돌아가 귀족으로써 살아갑니다. 물론 크 레센트에서는 위 시기에 군에 입대해 최소 3년동안 군무에 종사해야 합니다. 시녀의 경우에는 귀부인들의 시중을 들어주며 왕궁에서 유행하는 패션과 여 러가지 풍문들을 들으면서 자랍니다. 기품과 예절을 배우고 다도법과 읽기쓰 기등의 기본적인 문장력을 익힙니다. 또한 치장하는법과 꾸미는 법을 배우고 남성들을 유혹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합니다. 시종과 시녀들은 피고용인들 중에서도 높은 위치에 속해있고 대부분의 하인 하녀들을 부리는 위치이며 작고 간단한 일의 경우에는 주인의 허락없이 처리 할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습니다. 이들은 보다 상위의 귀족가에서 일을 하면 서 개인 또는 자기 가문의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합니다. 시종 또는 시 녀가 일하고 있는 가문의 자제와 맺어지는 일은 그리 특이한것도 아니고 많 지는 않지만 보편적이기도 하였습니다. 전속시종 또는 시녀는 보통 일반의 시종 시녀들이 한 가문에 묶이는것과는 다르게 단 한명의 주인만을 위해서 일하는 이들입니다. 이들은 주인이 다른 가문으로 갈때도(예를 들어 결혼등) 같이 따라갑니다. 주인의 손과 발이며 눈 과 귀가 됩니다. 이런 전속시종시녀들은 여타 시종들에 비해서 머리가 좋고 외모도 뛰어나야 합니다. 시골출신 기사가 높은 귀족가의 전속시녀를 그 가 문의 딸로 착각하고 청혼을 하는것 역시 그리 특이할게 없을정도로 이들은 기품있고 예의바릅니다. 즉 시종과 시녀들은 아주 어릴때부터 귀족가에서 일 하면서 자연스럽게 귀족으로써의 몸가짐을 배우는 이들입니다. 하인, 하녀 - 이들은 대부분 평민 출신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빈민가 출신의 어린아이들을 종신제로 사들여서 고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인과 하녀들이 주로 하는일은 청소, 빨래, 식사시중등 일반적인 가정부들이 하는일 등을 담당합니다. 대부분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편이고 아주 일부의 하인이나 하녀들만이 귀족들을 직접 곁에서 모십니다. 그외에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일을 하면서 월급을 받습니다. 이들에 대한 대우는 그리 좋은편은 아니지만 최소한 숙식과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평민에게는 꽤나 유망한 직종입니다. 가사노동, 정원사, 세탁부등이 이들이 하는 일들입니다. 가끔은 귀족가의 주인의 눈에 들어서 첩이나 부하로 들어가기도 하는데 평민이 귀족 으로 승격될수 있는 정말 몇안되는 경우중에 하나입니다. 노예들 - 노예들은 귀족가에서 일하는 피고용인들중 가장 하급에 속하는 이 들로 대부분이 전쟁포로이거나 타국에서 팔려온 노예들입니다. 이들은 좋은 주인을 만났을때만 하루 세끼를 먹고 살수 있고 보통은 하루 두끼를 먹고 살 아갑니다. 평범한 노예들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육체노동에 종사하며 각종 부역과 농사일에까지 투입됩니다. 당연히 이들에 대한 보수는 없습니다. 노예 들은 대부분 현실에 자포자기한채 살아가고 이들을 감독하는 감독관이 언제 나 상주하기 때문에 폭동이나 도주는 꿈도 못꿉니다. 이들이 지위를 상승시 킬수 있는 기회는 주인이 경사스러운날을 기념해서 풀어주거나 왕국에 경사 가 생겨서 대사면등을 통하지 않으면 전혀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토 목공사나 목재, 밀푸대, 장작등을 나르는 단순하면서도 힘이 많이 드는 일에 많이 투입됩니다. ....이상.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3dragon.net), 청어람(chungeoram.net), 드림워커 (drwk.com), 조아라(ujoa.com), 하이텔 Pmc(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7장 정의의 이름 (2) 2003-08-16 06:36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저녁식사를 마치고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으니 카렌 녀석이 쪼르르 달려와서는 엔딜 시종장이 짐을 싸들고 로이드 왕자를 찾아 도서관을 갔다는 소식을 들고왔다. 덤을 난 결혼한 바로 다음날부터 왕자의 부하인 워 렌 자작과 불륜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도 함께 말이다. 훗. 역시라고나 할 까? 긍지높은 크레센트의 시종과 시녀들은 비천한 로세니아의 왕족따윈 상대 하기 싫다는건가? 사람 잘못봤다고. 난 이나라로 올때부터 소심함과는 담을 쌓았으니까 말이야. "에린 가서 와인이나 한병 가져와. 독한걸로." "예. 예?" "술가져오라고. 잠도 안올것 같으니 한잔 마시고 뻗어버릴래." "하지만 마마… 전하께서 언제 오실지 모르는데…" "흥. 그럴리가 있겠어? 아주 책귀신이 되기로 작정한 사람이 말이야. 카렌 녀 석말로는 도서관 근처에 방하나 잡아놓고 산다더군. 그러니 내 신혼생활 걱 정은 그만두고 시키는 일이나 해." "네에." 에린 녀석 그래도 맞은데 대한 앙심은 안품었나보네. 뭐… 아무리 나라해도 사람 마음속까지 들여다볼수는 없으니 확신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덴에 게 달래주라고 한게 효과가 있었나보다. 잠시뒤 에린이 바스토뉴 980년산 레 드 와인을 들고 들어왔다. 잔과 함께 치즈 조각을 내려놓은 에린은 낑낑거리 면서 코르크 마개를 땄다. 퐁. 작은 소음과 함께 싸한 와인의 향이 병에서 흘 러나와 방안에 고이기 시작했다. 냄새만 맡아도 취하는건가? 훗. 쪼르르르… "……" 방안을 비추고 있는 수십개의 촛불이 내 손에 들린 와인을 비추는것 같았 다. 마치 루비를 녹여서 액체로 만든것같은 와인은 내가 잔의 목을 잡고 작 게 흔들때마다 출렁이면서 어서 마셔달라고 재촉했다. 좋아 마셔주지 뭐! 까 짓거 못할건 또 뭐람. "…크으" 쓰다! 그것도 엄청나게 쓰다! 우에에… 거기다 독하긴 왜 이렇게 독한거야? 마치 불덩어리를 삼킨것 같잖아! 에이씨! 닐크의 말처럼 술은 기분 좋을때 마셔야 제 맛이 난다는 말이 맞나? 예전에 마셨을때는 세상이 뱅글뱅글 돌면 서 기분이 굉장히 좋아졌었는데 지금은 마치 약초를 으깬 즙을 마시는것 같 잖아! 에이! 젠장! "에린 한잔 더!" "네? 네." 잔이 채워지기 무섭게 단숨에 마셔버린다. 그리고 다시 빈잔을 내려놓으며 소리친다. "한잔더!" "저…마마." "어서 따라!" "네." 다시 와인 잔에 피와같이 붉은 액체가 가득 따라진다. 그것을 노려보던 나 는 이전에 와인 마시는법까지 모조리 잊어버린듯 단번에 입안으로 털어넣었 다. 그렇게 난 와인 한병을 앉은 자리에서 모조리 마셔버렸다. 세상이 몽롱해진다. 그래 바로 이런 기분이야. 주위의 사물이 흐릿해졌다 다 시 또렸해진다. 그리고… 기분이 좋다. 매우 좋다. 아주 좋아! "마마. 취하신것 같은데…" 누구? 에린? 오~ 에린이군. 이쁜녀석 같으니라고. 히힛. "에리인…" "네 마마." 대답하는 에린에게 손짓했다. 가까이 다가온 에린. 근데 이녀석이 오늘따라 왜이렇게 이뻐보이냐. 난 앉은채로 내곁에 선 에린의 목을 양손으로 끌어안 았다. 그리고는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다. "에구. 이쁜것. 그래그래. 역시 너뿐이야. 그치?" "네에…" 에린 녀석의 등을 토닥여주면서 - 내가 뭔짓을 하는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의미불명 이유없음이다. - 난 녀석을 달래주었다. 아마… 그랫던것 같다. "불쌍한것. 주인 잘못만나서 이 먼 타향까지 귀향살이 왔구나. 블쌍한 녀석" "저…전 괜찮습니다. 마마." "아니야! 불쌍해. 넌 불쌍해! 그렇지? 불쌍하지? 응?" "네에…" 쳇. 왜 울상이냐? 이제야 자기 처지를 알았나보지? 하긴 에린이나 나나 다 똑같은 처지인걸… 눈을 동그랗게 뜨고있는 에린의 볼을 양손으로 감쌌다. 음… 따뜻해. 그런데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 에린 녀석을 보고있으 니 양볼을 쭈욱 늘리면 재미있을것 같은… "즈어. 마아. 보리…" "아…아아?." 잠깐 딴생각을 했더니 에린 녀석의 말랑말랑한 볼살이 좌우로 쭈욱 늘어나 있네? 어라? 이젠 생각이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지는건가? 쿡쿡. 근데 이녀석 눈물이 글썽글썽한 모습이 너무 우습니다. "풋. 푸하하하하!" "히엥…" 푸흐흡… 너…너무 웃겨! 에린녀석! 표정이 진짜 웃겨죽겠다. 아이고 배야. 푸히히힛. 마구 웃어제꼈다. 배가 당길정도로 웃다가 나도 모르게 의자에서 떨어졌다. 쿠당. 아야야… "마마. 괜찮으신가요?" "…아아아. 풉. 푸하하하. 너…푸흐흡. 어…얼굴 저리 치워. 킥킥킥. 너무 웃 겨." "네에…" 에린 녀석 뾰룽퉁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슬그머니 물러섰다. 그런 데… "파하하하하!!!" 그렇게 토라진 얼굴을 하고 있는 에린도 웃겼다. 저녀석… 광대해도 되겠 어! 내가 배를 잡고 바닥을 굴러다니며 웃고 있을때 갑자기 등뒤에서 남자목소 리가 들려왔다. "지금 뭐하는 건가" "에에?" 누구야. 이시간에. 거기다 남자라니. 여긴 내방이고 올사람이 없는데? 난 웃 음을 멈추고 비틀거리며 - 에린이 부축해주었다 - 일어섰다. 하도 웃어대느 라 눈가에 고인 눈물을 훔치고 방문앞을 바라보니 내 남편이자 자랑스러운 크레센트의 이왕자이산 로이드 전하께서 서있는게 아닌가? "호오~ 귀하신 전하께서 여긴 왠일이신가요?" "…술마신건가?" "네에~ 외롭고 쓸쓸한 밤인지라 조금 마셨죠. 아주 조오~금." "내일 이야기 하지." "기다려!" 쾅. 콰장창… 치즈가 놓인 은접시가 허공을 날아가 문가에 부딪치면서 큰 소리를 냈다. 덤으로 그위에 놓였던 먹기좋게 잘린 치즈조각들도 허공으로 날아올랐고… 철퍽. "푸하하하하하! 어…얼굴에…얼굴에에… 까하하하하!!!" 내가 던진 접시에서 튀어나온 치즈 조각들 몇개가 로이드 왕자의 얼굴과 머 리위에 떨어져서 철썩 달라붙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 웃긴다. 푸하하하. "후우. 우선… 좀 앉지." "아하하하. 헤엑. 풉." "마마아… 이리로. 마마! 마마. 정신좀 차리세요. 네?" "시끄러워! 난 말짱해! 볼래?" "아아. 알았으니까 앉기나 해." 내가 막 와인병을 머리위에 올려놓고 똑바로 걸을려고 하는데 로이드 왕자 가 그런 나를 말리면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에이. 뭐야. 이러면 내가 멀 쩡하다는걸 증명할 기분이 안나잖아. 에린이 가져온 수건으로 치즈조각을 닦 아내는 로이드 왕자를 노려보던 나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면서 맞은편 의자 에 앉았다. "여긴 왠일이죠? 생전 찾아오지도 않던 분이 말이에요." "…그말 비꼬는것처럼 들리는군." "비꼬는거에요! 바보에요? 맨날 책만 파다보니 머리가 굳었나보죠?" "정숙한 숙녀가 쓸만한 말은 아닌것 같은데. 말조심하지 그래?" "흥! 남편으로써의 의무도 다하지 않는 사람에게 듣고싶지 않네요. 그런말" "……" "왜요? 내가 못할말이라도 했나요? 세상에. 신혼첫날부터 부인을 내팽개치고 책에 파묻혀 사는 남자는 대륙을 통털어 오직 당신뿐일거에요! 알아요?" "…미안." 그래. 미안하겠지! 미안하지 않으면 그게 인간이야? …얼레? 방금 내 귀에 뭔소리가 들린거지? 설마. 잘못들은거겠지. 저 무뚝뚝함에 치여죽을 인간이 미안하다는 말을 할리가 없어! 내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사실… 난 여자대하는 법을 잘몰라." "어련하실까. 그나마 다행이군요. 내 애도 아닌 아이를 기를일은 앞으로 없겠 군요. 그 말은 죽을때까지 꼭좀 지켜주시죠? 네?" "…이봐." "책에 여자 꼬시는 법은 안나와있나보죠? 혹시 또모르니 한번 찾아서 연구해 보세요. 시간은 넘치도록 많을테니까!" "……" "에린! 손님 가신단다. 배웅해드려라. 그리고 난 잘거니까 아무도 들이지마!" 난 그렇게 소린친뒤 벌떡일어섰다. 우엣… 넘어질뻔 했잖아. 왜 다리가 휘청 거리는거야! 거기다 바닥은 지진난것처럼 왜 흔들리고 그래! 우이씨! "아넬리안!" 쾅! 등뒤에서 테이블을 내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화가난 얼굴의 로이드 왕자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당신…" "가서 당신의 귀염둥이랑 노시죠? 남색가씨!" 누구는 성깔없는줄 알아? 난 보란듯이 내 침실로 들아간뒤 쾅소리나게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걸로 모잘라서 방문을 몇번 발로 쾅쾅 차준뒤에 서너명은 굴러도 충분할만큼 넓은 침대위에 풀썩 쓰러졌다. 그리고… 잠들어버렸다. 그때는 몰랐었다. 설마 내 남편이 남색가로 소문이 날줄은 말이야. 난 그저 부인은 쳐다도 안보고 시종하나랑 도서관에서 사는 로이드 왕자를 모욕준것 뿐인데. 남 험담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남색가 황제라고 소문낼줄은 나도 몰랐었다고. 거기다 기정사실이 되어버리다니… 난 잘못없어. 하나도. 아마… 자고 일어나서 나를 맞이한건 끔찍한 두통이었다. 으아아아! 머리가 울려! 거기다 지끈지끈. 속도 울렁거리고… 끄으… 미치겠다. "마마. 괜찮으세요?" "전혀. 조금도 안괜찮아! 속쓰려. 머리 아파 죽겠어" "여기 꿀물 타왔습니다. 마마." 오오. 에린 가끔은 쓸만하구나! 이게 다 에레니아 시녀장에게 위탁교육을 맡긴 덕분이야. 다음에 시녀장 오면 아주 날잡아서 확실히 교육시키라고 해 야지.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면서 난 에린이 건내주는 꿀물을 단번에 들이켰 다.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좀 단편이었지만 그래도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속 이 단번에 진정되었다. "하아… 좀 살겠네. 근데 에린. 나 언제 여기서 잔거지? 침실로 들어온 기억 이 없는데…" "저…기억안나세요?" "뭘?" "어젯밤…" 어제밤? 뭐? 그야… 기분이 울적해서 와인을 왕창 마셨고 그리고… 그리 고… 히에에엑!!! "에…에린." "네? 마마." "어제… 내가 로이드 전하에게 폭언 퍼부은거… 꿈이지? 응? 그렇지?" "……" 에린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오… 하늘이시여. 정녕 제게 이런 시련만 안겨 주시는겁니까? 가끔은 좋은일도 좀 내려주는게 어때요? 인간적으로 이건 너 무하잖아! "하…하하… 짐싸놔야겠네. 에린. 우리 드디어 집에 갈수 있겠다. 그치?" "저…" "결혼식 이틀만에 파혼당하고 외가로 쫓겨나다니 너무 바보같아. 휴우…" 술이 웬수다. 응? 이말 아르케네스가 떡이 되도로 취한 닐크에게 하던 말인 데… 설마 내가 쓰게 될줄이야. 그런데 내 방에 못보던 상자와 가방들이 널 려있는걸? "에린. 벌써 짐싸놓은거야?" "예?" "저것들 뭐야?" 내가 가방을 가리키면서 묻자 에린 녀석이 내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어제… 전하께서…" "뭐? 답답하게 하지말고 빨리 말해봐" "그게… 오늘부터 남편의 의무를 다하신다면서… 짐을 모두 옮겨놓으셨습니 다." "응? 뭔소리야?" "오늘부터 같이 사신다고… 잠자리도 같이…" 어버버버… 말도 안돼! 어제 그런 폭언을 퍼부어댔는데! 어떻게!!! 부끄러워 서 얼굴도 못보겠다아! 이건 고문이야! "…농담?" "……" 난 진지하게 에린의 옷깃을 잡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물었지만… 에린 녀 석은 입을 꼭 다문채 고개를 저었다. 빌어먹을 하늘. 그렇게 내가 싫은거냐?! "그녀석 들어오면 내가 나간다! 에린 짐싸! 당장 여기서 나갈테야!" "어디로 가시게요? 마마" 어디로? …갈데가 없다. 망할. 난 에린의 옷깃을 잡은 자세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운명이란 참 가혹한 것이군. 으흑… 그나마 다행히도 저녁때 열리는 연회때까지 로이드 왕자는 나타나지 않았 다. 대충 들을 말로는 잠만 왕자궁에서 자고 도서관에서 책을 파는건 평소처 럼 똑같이 한단다. 뭐야? 결국 그게 그거 아닌가? 뭐… 밤에는 얼굴 볼수 있 다니 이걸 다행으로 알아야 할지 아니면 불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조금은 발전한것 같다. 그 무뚝뚝한 왕자가 사과도하고 - 이건 아직 도 꿈인것 같다. 아니면 취해서 헛것을 들었을수도… - 거기다 내말대로 의 무를 다한다고 거처도 옮기다니… 그나마 이점이 조금은 위안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왕자의 태도는 무뚝뚝했고 주변의 시종과 시녀들은 내 뒤에서 내 험담을 하고 다녔다. 쯧. 하나씩 바꿔나가야지 뭐. 한번에 무리하게 바꾸 려 하면 반발도 클테니까 말이야.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준비하는데만 하루를 꼬박 다 썼다. 별궁에 있었을때 라면 시녀장이하 시녀들이 죄다 알아서 준비해줬을텐데 여기서는 일일이 모 두 시키고 지켜봐야지만 해서 시간이 오래걸렸다. 덤으로 짜증도 굉장히 늘 어났는데 내 미간에 주름살을 잡히게하는 것중 압권은 시간이 다되가는데도 나타나지 않는 로이드 왕자였다. 이번 연회는 다른때와는 틀린 중요한 거라 고! 우리들의 결혼식을 기념하는 연회란 말이야! 그런데 주인공이 안오다니! 하여간 좋은 점수를 줄래야 줄수가 없다니까! "에린! 따라와" "네? 어디를…" "화장실! 나 혼자서 이 드래스를 들고 일을 보란 말이야?" 짜증나게 이 바보는 왜 또 상황파악을 못하는거야! 에이씨! 수많은 레이스 와 겹겹이 들어간 속치마 덕분에 짜증은 날이 갈수록 늘어간다. 이러다 정말 홧병으로 죽겠네. 내가 에린과 함께 화장실을 다녀오는 동안 로이드 왕자가 도착했다. 어디서 뭘하다 왔는지 머리에는 먼지가 한가득 묻어있었고 옷에서는 곰팡내가 확 나 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시종들에게 자기 몸을 맡긴채 손에 들고있는 책을 일 고 있었다. 그때 내앞으로 예식용 정복을 든 시녀가 지나갔다. "잠깐." "예? 마마" "그거 줘봐." 내가 정복을 가리키며 말하자 그 시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어쩔줄 몰라하다 가 내게 옷을 빼앗겼다. "뭐야? 이게." 흰색 정복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하게 접혀있었고 거기다 회색 먼지도 묻어있 어서 가까이서 보면 지저분해 보였다. 거기다 옷에서 먼지냄새가 나는걸로 봐서 옷장에 걸어놨던걸 그냥 들고온게 분명했다. 이런것들에게 내옷을 맡기 지 않은게 다행이군 정말 다행이야. "이걸 입고 연회에 나가라고 가져온거야? 응?" "저기…" "의상 담당 누구야? 나와!" 내가 빽하고 소리를 지르자 나보다 대여섯살은 많아보이는 시녀가 손을 들 면서 내앞으로 나왔다. 난 그 시녀를 노려보면서 물었다. "어떻게 된거야?" "그게…시간이 촉박해서…" "그래? 촉박했다?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하는거야?" 옷하나 다림질하는데 한 일주일쯤 걸리나보지? 정말… 이렇게 엉망인곳은 내가 살다살다 처음본다. "펴…평소 전하께서도 아무말씀 없으셔서… 꺅!" 내손에 들려있던 정복이 주저리주저리 변명만 늘어놓고 있는 시녀에게 날아 가 부딪친뒤 그 시녀와 함께 바닥을 굴렀다. 저래서는 못입고 나가겠군. 훗. 난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은 시녀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너! 당장 짐싸서 여기를 나가." "제…제가 왜?" "근무태만! 여긴 너같이 적당히 일하려는 시녀따윈 필요없어! 내가 돌아올때 까지 짐싸서 나가. 꼴도 보기싫으니까" 내 외침에 그 시녀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날 올려다보다가 저쪽에서 속옷차림으로 서있는 로이드 왕자를 바라보았다. 안주인보다는 바깥주인이라 이건가? 하지만 내앞에 주저앉아 있는 시녀의 기대가 얼마나 허망한것인가를 난 잘알고 있다. 왜나고? 로이드 왕자의 성격상 이런 일에 끼어들리가 없으 니까. 내 예상대로 우리쪽을 힐끔거리며 보고 있던 로이드 왕자는 시녀의 시 선에 고개를 돌린채 책을 읽기 시작했고 이것을 무언의 긍정으로 받아들인 나와 시녀는 명백하게 희비가 엇갈렸다. 훗. 승리. 난 고개를 떨구는 시녀를 외면한채 다른 시녀들에게 소리쳤다. "당장 가서 왕자 전하게 입으실 정복을 내와라. 연회에 늦지않게 수단과 방 법을 가리지말고 찾아와! 못하겠다면 모두… 짐싸두는게 좋을거야." 내말에 시종과 시녀들이 모두 부산스럽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아마도 고 된 노동에 혹사당하고 있을 하녀와 하인들을 닥달하고 다른 궁전으로 뛰어가 치수에 맞는 옷을 찾기위해서 발악을 할것이다. 후… 왕궁에서 일하는 자들 이라면 이정도쯤은 해야하지 않겠어? 시종들의 필사적인 노력은 멀리 왕성 밖의 귀족가까지 몽땅 뒤지고 다녔다. 그 덕분에 연회가 시작하기전에 우리는 궁을 나설수 있었고 지금 이렇게 한 가하게 복도를 걸으면서 한담을 나눌수 있었다. 한담이라고 해봐야 나와 왕 자가 한마디씩 툭 던지고 한마디로 대답하는 썰렁한 문답뿐이었지만… 다행 히 로이드 왕자는 어제 내가 저지른 무례에 대해서는 아무말 하지 않았다. 술김에 저지른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일국의 왕자에게 퍼부은 폭언치고 는 조금 심한말이라서 - 조금이 아닐지도… - 약간 걱정했었는데 마음이 넓 은건지 아니면 관심이 없는건지 아무런 반응도 없다. 뭐… 나야 좋지만 말이 야. 내가 복도를 걸으면서 왕자를 힐끔 거리니까 그쪽에서도 내 시선을 느꼈 는지 갑자기 멈춰서더니 날 빤히 바라본다.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아…아니요. 전하." "그런데 왜 자꾸 힐끔거리는거지?" "으음…그게…" "하긴 나도 미남이라고 하니 눈에 끌리는건 당연하겠지만" "예에?" 뭐…뭐냐. 저 말투는… "…표정을 보니 내가 또 말실수 했나보군. 잊어버리도록" 저 거만한 태도하고는. 거기다 자의식 과잉이라니 내 앞날이 걱정되기 시작 한다. 로이드 왕자는 자기 할말만 다 하더니 다시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그 런데 나보다 약간 앞서가던 왕자가 ''책에선 자신감 넘치는 남자가 인기 있다 던데…''하고 중얼거리는걸 들었다. 이봐이봐. 그건 자신감이 아니라 자만심이 라고. 저사람 뭔 책을 본거야? 뒤따라가면서 내가 의심의 눈길을 보내자 다 시 왕자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뱅글 돌아서 나를 바라보면서 묻는다. "로세니아 여자들은 다 당신같은가?" "하아?" "그쪽 여자들은 다들 당신같이 대가 세고 자기 주장하길 좋아하냐고 물은거 야" "…크레센트의 남자들은 다들 왕자전하처럼 무뚝뚝하고 배려심이 없으신가보 죠?" 이거 시비거는거 맞겠지? 그렇다면 사양할 필요는 없겠지. 난 나를 바라보 는 로이드 왕자를 똑바로 노려보면서 답변했다. 내 대답을 들은 왕자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는듯 하더니 고개를 몇번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렇군. 알겠어." 뭘 알겠다는거야?! 수긍하지마! 그러니까 내가 더 이상하잖아! "개성이라는 것이군. 그런거였어. 알았어. 고마워" "에에?" "그런데 승마하는거 좋아하나?" "네에?"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뭐야. 저 태도는! 진짜 사람 무시하는거야 뭐야. 내가 발끈하며 화를 내던 말던 왕자는 혼자서 몸을 돌린채 뚜벅뚜벅 걸어가버린다. 하아… 마음 넓은 내가 참자. 그래 내가 참아야지 누가 참겠어. 내가 씨근거리면서 왕자의 뒤를 따라서 걷고 있을대 앞서가던 로이드 왕자가 옆구리에 끼고 있던 책을 들어 올리더니 ''하나도 안맞잖아''라고 중얼거리면서 복도 옆의 정원으로 휙하고 던 져버렸다. 하여간 성격하고는… 쯧. "에린." "네. 마마." 작은 목소리로 에린을 부르자 곧바로 뒤에서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가 답변 해왔다. 이에 난 턱짓으로 책이 떨어진곳을 가리켰고 요즘엔 그래도 눈치가 쬐끔 생긴 에린 녀석은 쪼르르 달려가 풀숲에 떨어진 책을 들고 내게 돌아왔 다. 이미 로이드 왕자는 저만치 걸어가 있었고 덕분에 에린 녀석이 책을 들 고오는건 못봤나보다. 난 에린이 들고온 책을 받아들었다. "…풋." 웃음이 나온다. 저 무뚝뚝한 왕자가 이런 책을 보다니… ''연예학 총론 - 남 녀의 성공적인 사랑공식 -'' 이게 책 제목이었다. 의외인걸. 저 돌덩어리같은 왕자가 말이야. 훗. 나보다 한살이나 어린 왕자의 뒷모습이 쬐끔은 귀여워 보 였다. "안올건가?" "네. 가요!" 저만치 떨어진 왕자의 재촉에 난 걸음을 빨리하면서 에린에게 책을 챙겨놓 으라고 말해두었다. 나중에 읽어봐야지. 로이드 왕자와 내가 안내된곳은 연회가 열리고 있는 중앙홀의 정문을 지난 뒤 나오는 왕족의 대기실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여전히 평범한 빵가게 아 저씨같은 국왕 폐하와 마틴 삼왕자… 아니 이젠 왕세자인 마틴 왕자가 앉아 있었다. 우리가 안으로 들어가자 폐하께서 껄껄 웃으시면서 일어섰다. "허허허. 그래 왕녀 잠자리는 편안했나?" "예. 폐하. 신경써 주셔서 영광이옵니다." "뭘 그런걸 가지고… 허허허. 이젠 왕녀도 왕실의 한가족이니 당연한것이지. 그리고… 결혼식때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은 걱정말게 내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테니까 말이야." "그건은 제게 맡기셨지 않습니까? 아바마마" 마틴 왕세자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국왕 폐하의 말을 가로막은 마틴 왕세자 는 벌떡 일어나 내게 다가오더니 내 두손을 꼬옥 잡으면서 다짐하듯 말했다. "왕세자의 이름을 걸고 이런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할것이라고 맹세합 니다. 아넬리안 왕녀. 이젠 걱정안해도 되요." "녀석. 형수님이라고 불러라. 네 형의 부인이 아니냐" "에에… 형수님" "네에…" 대답을 하긴 했는데 이거 부끄러워서… 거기다 내손은 왜이렇게 꽉 쥐고 이 는거야! 어색한 미소를 짓던 나는 손을 빼려고 했지만 어찌나 꽉 잡았는지 손이 빠지지가 않는다. 으… 내가 어쩔줄 몰라하고 있을때 갑자기 로이드 왕 자가 우리들 사이에 쑥 끼어들더니 마틴 왕세자의 팔목을 잡고는 예의 억양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손 언제까지 잡고 있을거야?" "허허허. 녀석 벌써부터 부인을 챙기는게냐? 녀석하곤…" "쳇. 내가 형수님에게 수작부릴 녀석같아? 너무하잖아." "그런말은 이 손이나 놓고나서 하는게 어때?" 잘하면 싸움일어나겠네. 왕자간에 싸움이라… 왕권도 아니고 여자하나 때문 에 싸운다면 그거 볼만하겠는데? 하여간 크레센트로 온뒤로는 인기 폭팔이라 니까. 평생 받을 관심이 단 몇개월만에 다 몰려오는 느낌이야. 아쉬운듯한 표 정을 지으며 떨어져 나가는 마틴 왕자의 시선을 가린 로이드 왕자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면서 고개를 돌렸다. 이거 가족한테도 이런 태도라니 불성실한 둘째군. 뭐… 저기 있는 나이에 맞지않게 느끼하고 어른스러운척 하는 셋째 보다는 약간 낮지만… 마틴 왕세자에겐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난 로이드 왕자 쪽이 더 나은거 같다. 성격이 빤히 보여서 내맘대로 조종하기 편하거든. 삐진 표정으로 입을 내밀고 있는 로이드 왕자와 쪼잔하다고 툴툴대는 마틴 왕세자 그리고 형제싸움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만 보면서 허허 웃고 있는 국왕 폐하. 이 세 남자 사이에 낀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이 불편한 자리가 빨리 끝나기를 속으로 빌었다. 다행히 내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그 때 마침 시종이 들어와 연회 시작을 알렸고 국왕 폐하와 마틴 왕세자가 먼저 홀로 이어지는 문으로 향했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홀로 나가려고 하는데 로이드 왕자가 내 앞을 가로막더니 퉁명스런 말투로 한마디를 툭하고 내뱉었 다. "손" 고개를 돌린채 내게 내민 왕자의 오른손을 빤히 바라보던 난 잠시 지난뒤에 야 이유를 알아채고 그의 손을 잡아주면서 씨익 웃었다. 역시 나같은 미녀에 겐 이런 대접이 당연한 법이지 암. …이거 나도 로이드 왕자를 닮아가는건 가? 내손을 잡은 로이드 왕자와 함께 홀로 향하는 문으로 다가가니 안에서 국왕 폐하와 마틴 왕세자가 입장한다는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도 고생하 는군. 저 시종. 우리들이 문앞에 서자 근 3m는 될법한 커다란 나무문이 작은 소음을 내면서 열렸다. 그리고 우리들 앞으로 홀의 절반정도 되는 공간이 나 타났다. 백명은 될법한 귀족들과 다른 귀족들이 서 있는 곳보다 30cm정도 높은 단위에 국왕폐하가 웃고 있는게 보였다. 아아. 공식적인 사교계 데뷔는 오늘이겠네. 저안에 있는 귀족들중 만만한 이는 하나도 없겠지? 참 많기도 하다. 저 많은 얼굴들을 일일이 다 기억해야 한다니 벌써부터 한숨이 나오네. "갈까?" "네. 전하" 로이드 왕자는 내 대답을 듣고는 내 손을 보란듯이 들어올리면서 앞으로 걸 어나갔다. 좀 웃으면 그래도 잘생겨보일텐데 말이야. 너무 인상을 안쓰니까 꼭 인형같잖아. "로이드 이왕자 전하와 왕자비이신 아넬리안 마마께서 드시옵니다!!!" 우리가 커다란 연회용 홀로 나서자 옆에서 시종이 큰소리로 외쳤다. 덕분에 홀안의 모든 시선이 나와 왕자에게 집중되었다. 이렇게 남들의 시선을 받는 기분… 나쁘지는 않다. 우리가 국왕폐하의 옆에 서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 서 우리가 들어서는것을 바라보고 있던 폐하께서 허허허하고 웃으면서 모두 에게 들으라는듯 큰소리로 외쳤다. "비록 약간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우리 로이드가 결혼했는데 어찌 연 회가 빠질수 있겠소? 모두 마음껏 연회를 즐기도록 하고 우리 로이드와 아넬 리안 왕녀를 마음껏 축하해주시오." "와아아아!!" 짝짝짝. 홀안이 떠나가도록 커다란 함성과 함께 우렁찬 박수소리가 사방에 서 울려퍼졌다. 그렇게 뜨거운 환영을 받으면서 나와 왕자는 단상 앞으로 나 가서 살짝 고개를 숙였고 이에 더욱더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물론 저들중 몇명이나 나와 왕자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는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하여튼 그렇게 환영식이 끝나자마자 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저마다의 관 심사를 이아기하기 시작했고 국왕폐하도 유력 귀족들이 선점하고 달려들어서 벌써 저만치 떨어진채 여러 귀족들에게 둘러쌓였다. 그점은 마틴 왕세자도 마찬가지였고… 아니 왠지 전하들보다 더한것 같다. 좀 틀린점이라면 귀족들 뿐만 아니라 각 가문의 여식들도 우르르 몰려와서 둘러쌓다는게 틀리지만… 역시 저게 기혼 남성과 미혼 남성의 차이점이군. 연회장 한구석에서는 나를 부채로 얼굴을 가린채 나를 째려보는 여자들도 몇명 있었다. 아마도 왕족의 부인이 될 기회를 놓쳐버린 비운의 귀족가 아가씨들이겠지. 흥. 제깟것들이 노려보면 어쩔건데? 이미 난 한자리 꿰차고 앉았다 이거야. 이거야 말로 기 득권자의 여유가 아니겠어? 후훗. 역시 연회장이나 무도회장을 나가보면 그사람의 사교성을 알수 있다는 말이 딱 맞는다. 연회가 시작되었는데도 로이드 왕자의 주변에는 지나가는 귀족하 나 없는것이다. 에휴. 한숨이 나오는군 정말. 어떻게 이렇게 인기있는 로이드 왕자를 황제로 만든다는건지 덴녀석 보기보다 생각없는게 아닐까? 거기다 로 이드 전하께서는 아주 익숙한듯이 품속에서 손바닥만한 작은 종이 몇장을 꺼 내서 읽기 시작했다. 누가 책벌래 아니랄까봐… 내 남편이지만 좀 한심하다. 이런 사교장에서 나와서 혼자 놀다니 기본 예절부터 다시 가르쳐야 할까나? 신혼부부인 사이인지라 로이드 왕자의 옆에서 떠나지 못하는 나도 벽 한켠 에 서서 자기들끼리 제각각 웃고 떠들며 노는 귀족들을 보고 있어야 했다. 이렇게 보고만 있으니 지루하다. 평소의 나라면 당장 저안으로 뛰어들어서 다른 귀족들과 어울리면서 웃고 떠들어 댔을텐데 말이야. 헌데… 지금 이렇 게 있는것과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가식적으로 웃으면서 사람들을 대하는 것중 어느쪽이 더 좋은지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이쪽이 더 편하긴 한데… 이건 완전히 무시당하는 수준이라고. 그래도 왕자와 왕자비인데 말이야. 역시 가식적이라해도 사람들 사이에서 어울리는게 내겐 더 익숙하고 편하다. 지루 해진 내가 입을 가리고 작게 하품을 하고 있을때 로이드 왕자의 옆에서 굵직 한 중년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례하겠습니다. 전하. 괜찮겠습니까?" "아아…" 옆을 쳐다보니 이전에 나와 로이드 전하를 초대했었던 검은머리가 인상적이 던 프로센 후작이었다. 난 가볍게 목례를 하면서 아는체를 했고 그쪽에서도 나에게 살짝 목례를 해왔다. "두분이 주인공이신 연회인데 여기는 너무 어둡군요. 전하." "…내가 이런걸 싫어한다는것 잘알지 않나?" "허나. 그렇다해도 오늘은 전하의 결혼식을 기념하는 연회입니다. 이런날 정 도는 다른분들고 잠시라도 어울리는것이 어떠십니까?" "귀찮아." "전하." 프로센 후작이 끈질기게 늘어지자 갑자기 로이드 왕자가 손에 들고 있던 종 이쪽지를 꽉 구기면서 인상을 썼다. "도대체 자네나 덴이나 왜 자꾸 날 못살게 구는거지? 난 애초에!" "전하! 목이 마르시지 않으신가요? 전 음료수가 좀 마시고 싶은데… 같이 가 시겠어요?" "…그러지" 다행히 내가 중간에 왕자의 말으 자른덕분에 그의 목소리가 홀안에 쩌렁쩌 렁 울려퍼지는 불상사는 막았다. 에휴. 하여간 자기 위치를 자각못하는 저런 인간이 제일 짜증난다니까. 내가 왜 어린애 뒷치닥 거리까지 해줘야 하는거 야! 정말. 신경질적인 표정을 지은 로이드 왕자는 들고있던 종이조각을 수십 개의 와인잔이 놓여진 은쟁반을 조금도 흘리지 않은채 걸어가는 묘기에 가까 운 행위를 하는 시종에게 내팽개치듯 던져버린뒤 씩씩거리며 뒤도 안돌아보 고 테이블이 놓인 홀의 가장자리로 먼저 걸어가버렸다. "호의 감사드립니다. 마마." "아니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뿐인걸요." "정말. 아름다우신 미모만큼이나 현명하신 분이시군요. 전하께서 큰 복을 얻 으신것 같습니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하군요. 전하께서 기다리시겠네요. 가실까요?" "예. 마마" 나와 후작은 서로 웃는얼굴로 로이드 왕자가 사라진쪽으로 걸어갔다. 이거 대상이 틀린거 아니야? 원래 내옆에는 로이드 왕자가 있어야 하는데… 뭐 될 대로 되라지. 더이상 엉망일수도 없으니까. 나와 프로센 후작이 로이드 왕자에게 다가가보니 의외로 왕자는 몇몇 귀족들 사이에 끼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화라고 해봐야 다른 여러 귀족들이 떠들어대고 로이드 왕자는 가끔 응, 아니, 라고 말할뿐이지만 저게 어딘가. 정말 대단한 발전이다. 이전에 들은 로이드 왕자였으면 당장에 주변을 물려 버리고 음습하고 외진 구석으로 기어들어갔을게 뻔하다. 그런데 슬쩍 왕자 주변을 둘러보니 이전에 후작의 연회에 참석했던 귀족들이었다. 역시… 이 프로센 후작 보는대로 수완이 좋군. 이런 왕실 연회에 참석한 귀족이라면 일 반 귀족들과는 급수가 틀릴텐데 저만큼 숫자를 모으다니. 덴 녀석이 대단한 인물이라고 말한 이유가 있었구나. 앗! 나도 질수야 없지! "후작 각하. 저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예. 마마. 전하를… 잘부탁드립니다." "물론이에요. 제 남편 되시는 분인걸요. 후훗" 난 슬쩍 물러나는 프로센 후작을 뒤로한채 로이드 왕자 곁으로 품위있게 걸 어갔다. 그러고보니 프로센 후작도 대귀족이었지. 이런 큰 왕실 연회는 그리 많지않은편이니 그도 바쁘겠군. 나도 이제부터 바빠지겠지만 말이야. 그뒤로 난 무뚝뚝한데다가 성의마저 없어보이는 로이드 왕자를 대신해서 다 른 귀족들을 접대하느라 시간가는줄 모르고 뛰어다녔다. 여기는 프로센 후작 이 열어준 연회장이 아니었기에 별의별 귀족들이 다 들락거렸고 또 그들중 만만히 볼만한 인물도 없어서 더 피곤하다. 또 노골적으로 날 적대시하는 - 귀족가 여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가끔은 로세니아 출신이라는게 마음에 안드 는지 나를 곱지않은 눈으로 보는 귀족들도 있었다 - 귀족들도 있어서 대하 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귀족특유의 완곡한 표현들은 정말 짜증나거든. ''호호 호. 외국까지 나와서 귀한 자리에까지 힘안들이고 오르시다 정말 운이 좋으 시네요'' 라던가 ''벌써부터 많은 소문들을 달고 다니시니 앞으로 마마의 성함 을 많이 듣겠습니다'' 라던지 하는 말을 들을때마다 속에서 울컥하는 느낌이 튀어오른다. 젠장. 덴녀석과 내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소문이 벌써 퍼진 거야? 정말 입도 싸네. 생각같아서는 이런 짜증나는 말을 하는 녀석들의 면 상을 깨끗하게 스트레이트로 날려버리고 싶지만 그럴수도 없고… 내가 이런 면박을 듣고 있으면 뒤에서 도와줄 왕자녀석은 언제 다른 귀족들고 어울렸나 는듯이 다시금 구석자리에 숨어들어 음침한 표정으로 종이조각을 보고있다. 이젠 익숙해진다고 정말. 나야… 원래 운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여자니 할수없지 휴… "저…마마? 아넬리안 마마." 응? 누구지? 조금 지친 얼굴고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쪽을 바라보니 전혀 의외의 인물이 서있었다. "와앗! 유리아양. 반가워요. 정말 반가워요" "예에. 이렇게 화…환영해주시니 정말 감사드려요" 셔우드 남작가의 여식인 유리아 폰 셔우드 양이었다. 역시 이 진청색 머리 카락의 아가씨는 그 특이한 머리색 덕분에 눈에 띄는군. 그런데 왜 지금까지 못본거지? 아무리 이 홀에 사람이 많다해도 왠만한 얼굴들은 다 본것 같은 데… "그런데 페이핀양은 안온거에요?" "네에. 초대장을 못받아서요. 페이핀도 결혼 축하드린다고 전해달라고 했어 요" "아아. 정말 고마워요. 하마터면 친구한명없이 쓸쓸한 연회를 맞이할뻔 했네 요. 와줘서 정말 기뻐요" 난 유리아의 귓가에 입을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내말이 기분좋았는지 유리 아도 살짝 웃었고 나 역시 키득거리면서 웃었다. 다행이다 정말. 여기와서 친 구라고는 한명도 못사귀었었는데 그래도 이정도면 누가봐도 친구라고 생각될 거야. 그리고… 실제로 조금 쓸쓸했었는데 기분이 좋아졌다. "저…저같이 미천한 자를 환대해주시니 정말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마마" "아니. 아니에요. 저도 친구를 사귀기엔 조금 특별한 사정이 있잖아요. 얼마 나 반가운지 모를거에요. 후훗" 처음엔 그저 다른 귀족들과 친분을 만들기 위해서 이용한 여자였는데… 솔 직히 몇번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니까 어느새 정이 들었나보다. 사실 부하는 좀 있지만 친구라 부를 이는 없었으니까… 나역시 로이드 왕자랑 다를게 없 는건가… 이런 생각을 하니 우울해지는군. 그때 우리들 사이로 정장을 차려 입은 젊은 사내가 가까이 다가왔다. "여기 있었군. 유리아. 아! 실례했습니다. 아넬리안 마마" "…경은?" "제…저의… 약혼자에요. 마마." "아! 그 유리아양을 집요하게 쫓아다닌다는?" "하…하하" 멋쩍게 웃기는… 그런데 이남자 그리 커보이지는 않는데 덩치가 좋다. 온몸 이 근육질일것 같은데? 마치 아르케네스를 약간 줄여놓은것 같군. 그런것치 고는 정복이 잘어울리지만 말이야. 음… 미남이라고는 할수없지만 호남아 정 도라면 그럭저럭 수긍해줄만한 외무군. "경은 성함이 어떻게 되는지요?" "제가 실례했군요. 용서하십니오. 마마. 전 에리히 폰 디크센 남작이라고 합 니다. 유리아양의 영지와 바로 옆에 있는 조그마한 영지를 다스리고 있습니 다." "아아. 그래서 유리아양을 쫓아다니는거군요." "예! 제가 죽자고 쫓아다녔습니다. 한… 10년쯤 된것같군요." "…실례지만 나이가…" "스물 둘입니다." 대단하군. 열두살부터 아홉살짜리 여자애를 쫓아다녔다는 말인가? 그걸 당 당히 말할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 자신감이 흘러넘쳐 쏟아지겠군 그래. 어 떻게 10년이나 참고 쫓아다닐수 있는지 박수라도 쳐주고 싶다. 내가 감탄하 고 있을때 에리히 남작이 슬며시 나와 유리아 사이에 끼어들면서 내게 정중 한 목소리로 양해를 구했다. "셔우드 남작님께 인사를 가야되서…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마마" "물론이에요. 눈치없이 굴다가 나중에 유리아양에게 구박받고 싶지 않거든요. 호호" "마마아…" "그럼 죄송하지만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네에. 유리아양 다음에 봐요. 나중에 한번 궁으로 초대할께요. 꼭이에요" 난 사라지는 두 남녀에게 살짝 손을 흔들어주면서 말했다. 둘이 가고나니… 심심해지는군. 난 연회장 구석으로 물러나서 홀안을 둘러보았다. 이렇게 멀찍 이 떨어져서 보니 확연하게 홀안의 분위기가 눈에 들어온다. 한쪽에서는 장 교들로 보이는 이들이 큰소리로 웃으면서 떠들고 있었고 저쪽에서는 국왕폐 하와 대신들로 보이는 늙은 귀족들이 정치에 대해서 토론하고 있을게 뻔했 다. 거기다 마틴 왕세자파 귀족들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무언가를 열심히 이 야기 하고 있는게 보인다. 그리고 프로센 후작을 위시한 일단의 귀족들이 로 이드 왕자가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자세로 버티고 서서 역시 홀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확실히 대단하긴 대단하군 저 프로센 후작 말이야. 로 이드 왕자는 아무것도 안했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자기 세력을 다지고 있어. 저런 유능한 귀족이 사욕을 위해 움직이면 피곤한데… 하긴 귀족중에 그누군 들 사욕을 위해 뛰지않는 귀족이 있을까마는 뭐… 도가 지나치지만 않으면 되겠지. 하아… 바람이라도 좀 쐴까? 벽에 반쯤 기댄채 무언가를 열씸히 읽고있는 로이드 왕자는 전혀 움직일 분 위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바람쐬러 나가는데까지 다른 이들을 붙이고 다닐 생각도 없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내가 막 홀을 벗어나 정원으로 통하는 문 으로 나가려고 발을 뗄때 홀의 정문이 쾅! 하는 소리를 내면서 벌컥 열렸다. 그리고는 하프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기사들 몇명이 뛰어들어왔고 그 사이로 브래드릭 일왕자가 한껏 인상을 쓰면서 기사들 사이를 헤치고 앞으로 나왔 다. 단번에 홀안의 모든 귀족들의 시선이 일왕자에게 향했다. "무슨일인가. 일왕자. 연회에 참석하려는 복장으로는 그리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군." "폐하." 홀안을 두리번 거리던 브래드릭 일왕자는 국왕 폐하를 발견하자 좌우로 갈 라지는 귀족들사이를 거의 뛰다시피 질주하여 달려간뒤 국왕 폐하의 앞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허허. 이것참. 도대체 무슨일이길래…" "급보입니다.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폐하" "말해보게." "북부 국경수비대로부터 전령이 조금전에 당도했습니다. 내용은 어제 케센의 사왕자가 브리츠의 신도에게 암살당했다는 소식입니다!" "…뭐야? 그게 사실인가?" "사실 확인은 아직 되지 않았으나 케센의 수도에 큰 소란이 일어났고 또 대 규모 군사행동이 목격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 홀안의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그 브리츠의 미친놈들 드디어 큰 사고한건 쳤군. 망할놈들. 생각만 해도 이가 갈린다. 브래드릭 일왕자의 보고를 듣고있 던 국왕 폐하는 턱수염을 몇번 쓰다듬더니 번쩍 눈을 뜨면서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브래드릭 일왕자. 그대는 곧바로 중앙군 사령부로 향하게. 지금부터 준전시 상황임을 각 부대에 알리고 언제라도 출정할수 있는 준비를 갖추도록" "옛! 폐하!" "그리고 마틴 왕세자. 지금 당장 알려진 브리츠의 신도들을 모조리 잡아들이 게. 반항한다면… 죽여도 좋네. 외무대신!" "예! 전하" "그대 역시 지금 당장 케센으로 달려가보게! 정확한 사정을 알아오는것은 물 론 최대한 시간을 끌것을 명하네. 국무대신! 당장 각 지방영지로 파발을 보 내 언제라도 물자와 병력의 지원을 할수있는 준비를 마치라고 공문을 보내 게. 또…아. 맞군" 국왕 폐하는 홀안의 귀족들을 쓰윽 둘러보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 보니 옆집 빵가게 아저씨같지는 않군. 역시 왕은 왕이란 것인가…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국왕 폐하께서 홀안의 귀족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 을 했다. "이거 즐거운 연회에 자꾸 안좋은 일들이 일어나는군. 모두들 이해해줄것이 라 믿겠네. 앞으로 연회는 삼일동안 계속 될 예정이니 그동안 이 궁안에 머 물면서 마음껏 즐겨주길 부탁하겠네" 구금이군. 3일이라는 시한부 조건이 붙은 구금. 이 안에는 타국의 사신들도 있을테니 말이야. 역시 국왕이군. 그래 저정도 추진력과 행동력은 있어야 왕 이라고 할수있지. 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어차피 난 이 왕성안에서 살 고 있으니 전혀 상관없다고. 어디 밖으로 나갈것도 아니고 말이야. 훗. 당연한거겠지만 로이드 왕자는 아무런 직위도 명령도 받지 못했다. 하아… 왕족이면 당연히 받아야할 지휘권까지도… 이 불성실한 남편이 평소에 얼마 나 인정받지 못하는지 확연히 알수있는 대목이다. 으… 속쓰리군. 그래 바람 이나 쐬자. 이 끓어오르는 속을 찬 밤공기라도 맞아가면서 식혀야지. 난 국왕 폐하와 함께 귀족들중 1/4이 빠져나가 꽤나 술렁이는 홀을 벗어나 정원으로 나왔다. -------------------------------------------------------------- 끄아아아...죽겠다. I`m Dying... 아넬리안 : 게으름뱅이, 농땡이명수, 짱박히기 대장 가우군 : 시끄럿! 이 주정뱅이야! 아넬리안 : 뭐얏? 내가 어디가…(갑자기 할말을 잃는다.) 가우군 : 짜증나는 소(笑)증 주정뱅이 주제에. 헹. 아넬리안 : 그래! 나 취하면 미친듯이 웃는다! 왜! 뭐 보태준거 있냐? 가우군 : 미성년자 주제에게 술이나 마시다니! 세상 말세야! 아넬리안 : 헹이다! 여기가 대한민국이냐? 여긴 크레센트라고! 거기다 난 유. 부.녀. 인걸! 훗. 가우군 : 아줌마 된게 그렇게 자랑거리인가? 아넬리안 : 크아아악!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가우군 : 훗. 이해가 안된단 말이야. 저런 인간말종폐인이 격려도 다 받다니... 쯧쯧. 아넬리안 : 이이이익!!! 네놈! 네노오오옴!!! 가우군 : 자랑은 아니지만 내가 만든 여성 캐릭터들은 모두 미움받는 존재였 다고. 훗. 네녀석은 분명히 미운오리새끼가 분명해! 넌 어디의 첩자냐! 아넬리안 : .......(순간적으로 할말을 잃음. 사유 : 어이없음) 세상만사 다 그렇고 그런게지(달관한 노인말투) 가우군 p.s 아시는 분만 아시는 극악 신공! 주말은 쉽니다앗!(!)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3dragon.net), 청어람(chungeoram.net), 드림워커 (drwk.com), 조아라(ujoa.com), 하이텔 Pmc(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7장 정의의 이름 (2) 2003-08-18 04:08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홀에서 바로 나오는 넓은 정원은 이미 만원이었다. 뭐가 그리 좋다고 저렇 게 쌍쌍히 끼고 앉아서 웃고 떠들어대는지 원. 절로 눈쌀이 찌푸려지는구나. 나무아래 벤치아래 잔디위 어디고 할것없이 젊은 귀족 남녀가 쌍쌍이 앉아있 었다. 연회라면 언제나 있는 일이긴 하지만 이렇게보니 또 기분나빠지는군. 로이드 왕자도 좀 보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람? 바랠걸 바래야지. 진 정좀 하려고 나왔다가 더 열만 받은 나는 다른 귀족들의 시선이 닿지않는 으 슥한 곳으로 향했다. 그렇다고 정원 안쪽으로 들어갔다간 다른이들에게 큰 실례가 될테니 - 방도 많은데 말이야 - 왕성의 높다란 벽을 따라서 걷다보 니 어느새 혼자가 되었다. 평소라면 경비병들과 순찰병들이 득시글거릴 곳이 지만 지금은 홀에서 연회를 벌이고 있기때문에 이 근방의 병사들은 죄다 귀 마개라도 하고 멀찌감치 떨어져있을게 분명했다. "하아…" 절로 한숨이 나오는구나. 로세니아에서나 크레센트에서나 난 언제나 혼자인 건가. 이거 결혼을 해도 마찬가지라니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역시 꿈과 현실 은 차이가 큰가보다. 이게 왠 궁상이람. 참나. 나답지 않아. 정말로. 돌길 옆에 있는 화단의 정원석 위에 걸터앉은채 - 정원석을 드래스로 덮어 버렸다. 이렇게안하면 앉지도 못한다. -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느새 둥근 보름달이 둥실 떠올라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고개를 약간 돌려보니 길 고긴 은하수의 반짝이는 강이 눈에 들어왔다. 저별은 나의 별. 저별도 내별. 저것도. 저것도. 좀 많은가? 후훗. 뭐 어때? 별 가지는데 돈드는것도 아니고 말이야. 내가 두손으로 턱을 괴고 서른네번째 별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을 때 갑자기 머리위에서 소근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남의 신성한 영토 소 유(?)를 방해하는거야? 난 작게 인상을 쓰면서 올려다보니 2층의 테라스에서 남자랑 여자하나가 - 물론 귀족일게 뻔하다 - 서로 껴안은채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니별이니 내별이니 하고 있다. 크으… 당장 뛰어올라가서 저 망할녀 석들의 면상을 뭉개버리고 싶어지는구나. 안됀다 아넬리안. 품위를 지켜야지 품위를… "아앗…" 위에서 작은 비명소리가 들렸다. 슬쩍 올려다보니 2층에 있는 남녀가 나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난 씨익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면서 다른손으로 내 귀 를 가리킨뒤 두손으로 입을 막는 시늉을 했다. 쿠히히히… 그리고 새끼손가 락을 들어서 맹세한다고 다짐하는 시늉까지 해주었다. 그러자 위층의 두 남 녀가 허둥대면서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누구앞에서 연애질이야! 정말. 쯧. 얼 굴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소문내야지. 성공적으로 커플하나를 쫓아버린 나는 약간 기분이 좋아져서 다시 별을 바 라보면서 있지도 않을 상대자에게 소유권 주장을 시작하려 했다. 그런데 내 가 온 방향에서 또 두런두런 하는 소리와 함게 다른 남녀가 다가오는게 아닌 가? 이거이거… 왕성이 무슨 연애하라고 있는덴가? 신성한 왕성안에서 이게 뭔짓들이람. 또 방해해야지. 후훗. 그런 생각으로 난 테라스 아래의 어둠속으로 몸을 숨겼다. 덕분에 드래스자 락이 조금 지저분해지긴 했지만 - 덤으로 화단위로 뛰어들었기 때문에 백합 인지 장미인지 하는 꽃의 줄기를 여러개 분질러먹었다 - 다행히 그들 눈을 피해서 숨을수 있었고 내가 지켜보는줄도 모르고 두 남녀는 방금전까지 내가 있던곳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여자쪽이 반항이 심한지 몇발짝 걷고 괜히 발을 뺀다. 남자가 당기면 슬쩍 달려들어 가슴에 안기면서 또 몇 발짝 걸으면 고개를 도리질 하면서 물러서고… 장난하나? 확 안길거면 안기 고 말거면 말라고! 지금 뛰쳐나가서 한마디 해줄까? 아니야. 조금더 기다렸 다가… 우… 발저려라. 이러다 내가 먼저 쓰러지겠네. 저 인간들 10분이 다되도록 실랑이만 벌이고 있다. 걸어온 걸음수는 겨우 수십걸음. 거북이도 저 커플보 다는 빠르겠네. 기다리다 지친 나는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정원석 뒤로 슬그 머니 돌아가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두 남녀를 바라보았다. 어어어엇!!! 으 에에엑!!! 저건… 데…덴? 그리고 사…상대는 에리이이인!!! "겍…" 우웁. 나도 모르게 품위없는 비명이 튀어나왔네. 난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숨었다. 내 비명소리를 들었는지 덴 녀석이 주변을 두리번거렸기 때문이었다. 저 망할것들이 왜 여길 온거지? 설마… 아니겠지. 설마…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난 다시 고개를 슬그머니 들어서 저만치 떨어져있는 덴 과 에린을 바라보았다. 에린 녀석 목에 스카프를 두르고 귀부인이나 쓰는 모 자를 쓰고있어서 못알아봤었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저 맹한 얼굴이 확실하다. 으으으! 언제 저렇게 가까워…으아아앗! 데…덴녀석이 에린의 목덜미를 잡고 어…얼굴을… 꺄아앗! 몰라! 앗! 닿았다. 얼굴이 닿았어. 오오오~ 숨도안쉬나? 길게도 하네. 덴 녀석의 손이 에린의 등을 쓰다듬는게 보인다. 거기다 에린도 덴에게 찰싹 붙어서 나한테까지 들릴만한 신음소리를 낸다. 우우우우… 그만 떨어져! 떨어져라! 훠이~ 훠이~ 내 집요한 기도가 통했는지 덴과 에린의 찰싹 달라붙었던 몸이 떨어졌다. 하지만 에린 녀석 손으로 두볼을 감싸쥐고 폴짝폴짝 뛰면서 ''꺄아~ 몰라몰라'' 라고 소리치며 몸을 배배 꼬는걸 보고 있으니 더욱더 열이난다. 크으… 주인 은 이 음습하고 지저분한곳에서 손수건만 잘근잘근 씹고 있는데… 나의 시녀 인 에린 녀석은 연애질이라니! 용서할수 없다! 내 당장… 어…얼레? 내가 막 뛰쳐나가려고 몸을 일으켰을때 덴 녀석이 에린의 팔을 붙잡더니 정원쪽으로 달려가버렸다. 으아앗! 빌어먹을! 놓쳤다! 저 미로와 같은 정원안으로 들어갔 으니 이제 찾기는 글렀잖아! 쳇.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수야 없지! "카렌. 나와" 조용…어…어라? 설마… "카렌? 거기 있지? 카렌? 안나올래? 카렌아? 정말 없…힉!" "……" 노…놀래라! 심장이 멈추는줄 알았네! 카렌 녀석의 머리가 갑자기 내 눈앞 에 나타난것이다. 그것도 거꾸로… 이 망할 꼬맹이녀석은 2층 테라스에서 줄 을 타고 내려와 나를 놀래켰던것이다. 이녀석이나 저녀석이나!!! "…가…가서 에린 감시해. 알겠지? 사고치면 둘다 혼내켜줄테니까 알아서해" "…응" 시꺼먼 바지와 셔츠를 입은 카렌 녀석은 소리없이 바닥으로 뛰어내리더니 타고내려온 줄을 몇번 흔들어서 2층에 묶인 매듭을 풀고는 밧줄을 둘둘 감으 면서 에린과 덴이 사라진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런데… 카렌이 무슨 사고인지 알까? 조금 걱정되네… 만약… 정말로 만약이지만… 진짜로 사고치면… 덴과 에린 녀석 결혼시켜 버려야지. 후후후. 나이차가 좀나지만 - 12살 차이다 - 내 부하인 덴과 역시 내 시녀인 에린이 나처럼 결혼한다면 둘다 내 곁에두고 마음껏 부려먹을수 있으니까! 에린의 출신성분이 좀 문제가 되긴하지만 그런건 나의 시녀라는 직함으로 밀어버리면 그만이지 뭐. 덴도 귀족이긴 하지만 고위 귀족은 아니 니까 별 문제 없을거야. 후후후 바람둥이녀석 천벌이다! 크하하하하! 그런 데… 이제 뭐하지? 카렌 녀석까지 보내놓고 나니 할게 없다. 다시 별을 볼 기분도 아니고… 그 렇다고 홀로 돌아가자니 그것도 별로 내키지 않는다. 아까전에 이미 인사할 사람들에게는 다 인사해놨고 왠만한 귀족들에게도 얼굴도장은 확실히 찍어놨 으니 지금쯤 슬그머니 사라져도 그리 문제되지는 않을거다. 하지만 벌써 돌 아가자니 그것도 별로 내키지 않는다. 으음… 산책이나 계속할까? 그래. 걷다 가 지치면 돌아가지 뭐. 돌아가려면 에린녀석이 필요하니 시간을 좀 줘야겠 지? 혼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걸었다. 걷다가 경비병이나 기사들이 보이 면 다시 돌아서서 왔던길을 돌아가고 홀로 통하는 문을 지나 반대쪽으로 걷 다가 내성벽 위에서 빤히 바라보는 병사들에게 손도 흔들어주고… 그리고 다 사 발걸음으로 되돌린다. 이렇게 서너번 왕복하니까 저쪽에 있는 병사들도 흰이를 드러내며 - 어두침침해서 새하얀 이빨밖에 안보인다 - 마주 손을 흔 들어주기도 하고 끼리끼리 모여있던 연인들도 눈치껏 사라지기도 하고… 정 말 남 훼방놓는일만 하고 있군. 하지만 남자들도 다 눈이 삔건가. 이렇게 예 쁘고 멋진 여성이 홀로 걸어다니고 있는데 말한마디 건네는 남자하나 없고말 이야. 흥. "아름다운 아가씨. 샴페인 한잔 드시겠습니까?" 오오오! 왔다! 그럼 그렇지! 내가 누군데… 우후후훗. "네. 마침 목이 말랐는데… 고마…" "크큭. 어지간히 놀랐나보군. 그렇게 놀라면 쓰나?" "커…커트랜…" 이…이자식이 어떻게 여기에? 아…아니… 왜? 내게 접근한거지? 나를 여기 로 내쫓은 빌어먹을 자식! 커트렌 폰 노베른! 이 빌어먹을 자식의 면상을 보 게되니 분노와 함께 공포가 스믈스믈 피어오른다. 내 발이 본능적으로 이 망 할 녀석에게서 떨어지기 위해서 뒷걸음질을 쳤지만 온몸이 후들후들 떨리고 있어서 고작 몇발짝 뒤로 물러나는게 다였다. "너…너…" "오~ 너무 오랫만에 연인을 만나서 반가운건가? 목소리가 떨리고 있군." 커트렌은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샴페인을 마시면서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저 능글능글한 태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 아아악! 보기만 해도 소름끼쳐! "가까이 오지마! 더이상 다가오면 소리지르겠어!" "그래? 그럼 여기 서있으면 즐겁게 환담을 나눌수 있는건가? 후후후" "크… 왜! 왜 나타난거지? 뭣 때문에!" 난 소리를 지르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면서 커트렌 자식에게서 떨 어지기 위해서 뒤로 물러섰다. 그 많던 인간들이 다 어디로 간거야! 왜 하나 도 눈에 띄지않는거지? "그렇게 돌아본다고 뭐가 나오나? 후후후. 아까부터 주시하고 있었지. 넌 여 기서도 외면받는 존재인가보더군. 나야 네가 다른 방해꾼들을 몰아내줘서 편 하게 널 찾아왔지만 말이야." "……" 저 빌어먹을 자식에게 도움이 됐다니. 눈물이 나오도록 원통하다! 울고싶어. "이번에 네 결혼식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왔지. 이래뵈 도 노베른가라고 하면 로세니아 최고의 귀족가문이니까 말이야. 노베른가의 후계자가 결혼식에 참석해준다면 우리나라로써는 최고의 예우가 아니겠어? 후훗. 그리고 내 개인적인 용무도 있고…" "다가오지마!" 턱. 내게 천천히 다가오는 커트렌을 피해서 뒤로 물러서다보니 어느새 내 등에 벽이 닿았다. 난 궁지에 몰린 고양이처럼 털을 곤두세우며 악을 썼지만 저자식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다. 이럴수가… 난 지금껏 뭘한거야! 이럴때 를 위한 준비가 아니었나? 저 빌어먹을 자식은 점점 내게 다가오고… 안돼! 전과 같은 악몽은 이젠 싫어! 난 순간적으로 몸을 옆으로 뛰면서 도망치려고 했다. "어딜!" "꺅!" 머리가… 아악. 아파! 빌어먹을 자식! 남의 머리카락을… "큭. 도망쳐버리면 내가 섭섭하지 않겠어? 안그런가? 크흐흐흐" "아악!" 눈물이 찔금 흘러나왔다. 나도 모르게 머리위로 들어올린 두손목이 커트렌 의 우악스러운 손아귀에 잡혀 위로 치켜올려졌고 억지로 벌려진 내 입으로 빌어먹을 자식의 손수건이 밀려들어왔다. "우웁…우우우" "한결낮군. 안그래?" "우우웁!!!" "이런… 말을 못하니 답답하겠군. 하지만 우리둘만의 시간을 방해받아선 안 되니 좀 참아. 큭큭. 그래줄수 있겠지?" "우웁!" 싫어! 절대 싫어! 죽어도 싫어! 차라리 날죽여! 으아아아악! 미쳐버릴것같아! 빌어먹을 자식의 거친 숨이 내 볼이 닿을때마다 역겨움이 밀려올라왔다. 끔 찍해. 왜… 나한테만! 차라리… 정신이라도 잃었으면… "킥. 빌어먹을년. 두번이나 살아남다니. 내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말이야. 응? 네 아름다운 껍데기를 위해서 거액을 들여 바꿔치기할 시체까지 구해놨 는데 넌 왜 살아있는거지? 응?" 역시 이 자식의 흉계였어! 나를 죽이기 위해서 암살자를 보내고… 내 결혼 식을 망쳐버리고! 모든게 이놈의 짓이었어! "저런. 그렇게 인상쓰지 말라고. 고운 얼굴에 주름이 지잖아. 후후후. 어서 빨 리 뒈져버려라. 그래야 네년의 몸을 박제로 만들어서 매일같이 감상할테니까 말이야." 미쳤다. 완전하게 미쳐버린 놈이야. 광기에 번뜩이는 저 눈. 무서워… "큭큭. 그런 공포에 질린 표정도 아름답군. 정말 잘 만들어진 최고의 걸작이 야. 순종 교배를 통한 살아있는 인형. 귀족들에게 상으로 내려지는 잘키워진 물건. 그래 물건! 그게 바로 너다. 넌 인형으로써의 삶에 만족했어야 했어. 후후후. 겨우 인형주제에 인간인척 하니까 이꼴을 당하는거야. 알겠어?" "우우웁!!!" 우득. 괴상한 소리와 함께 내 오른발목이 안쪽으로 꺾여진게 보였다. 그리고 내 발을 짓누르고 있는 커트렌 자식의 발과… 아아아아악!!! "오오오! 벌써 우는건가? 그렇게 기쁜가보지? 킥킥. 이런… 어쩌나? 이런 발 로는 뛰기는 커녕 걷지도 못하겠군 그래? 안그래? 아넬리안. 어디 조용한데 누워서 쉬고 싶지않아? 응?" 왜…왜!!! 왜! 나한테만! 아아아… 신이여. 정녕 당신은 없는겁니까? 왜 이런 잔인하고 끔찍한 악몽만이 내게 일어나는거야! "그 눈빛을 보니 왜 너한테 이런일이 일어나는지 묻고 싶은가보군 그래. 후 훗. 그것도 모르다니 바보로군. 한번만 말할테니 잘들으라고." 이자식…어떻게 남의 속마음을… 우웃. 그보다… 커트렌 자식이 갑자기 얼 구을 내게 가까이 들이밀었다. 싫어! 소름 돋아! 내가 버둥거리며 옆으로 고 개를 돌리자 그자는 내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댄채 속삭이듯 말했다. "내가 못가지면 남도 못가져. 내 소유가 될수없다면 차라리 부숴버린다. 큭큭 큭. 그것이 남자라는 동물의 속성이야. 알겠어?" "……" 겨우 그런 어린애 같은 이유가… 이 내가 고통받는 이유란 말이야? 하! "예쁜 귀걸이군. 그런데 그거 얼아? 이런 큰 귀걸이는 나뭇가지 같은데 잘걸 리지. 그래서 너의 조그만 귀를 찢어버릴지도 몰라" 밀담을 나누듯이 속삭이는 커트렌의 목소리가 내 귓가를 파고들었다. 흠칫. 나도 모르게 몸이 저절로 떨려온다. 이 미친자식 또 뭘… 으적. "우으읍!!" 귀…귀를! 내 귀를 깨물었어. 아악! 아파! 싫어! 제발 누가… 누가좀 도와 줘!!! "지금 뭘하고 있는거지?" "누구냐?!" 갑자기 나를 구원해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커트렌 자식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며 내게서 떨어져나갔다. 하아… 다행이다. 여전히 양팔은 붙잡혀있었 지만 그래도 찢어죽일 사내놈이 내 몸에서 떨어져나가자 안도의 한숨이 저절 로 나왔다. "남의 이름을 물을때는 자신의 이름부터 밝히는게 예의가 아닐까?" 어둠속에서 나를 구원해준 상대는 커트렌 자식을 올려다보면서 물었다. 아 아… 로이드 왕자였구나. 별로 마음에 들지않던 남편이었지만… 지금 이순간 에는 너무나도 멋진 사나이로 보였다. 내 마음속을 가득 메우고 있던 공포가 둑터진 제방에서 흘러나오는 물처럼 밀려들어오는 안도감에 모조리 쓸려내려 간다. 로이드 왕자를 알아본 커트렌은 내 양손을 붙잡고 있던 팔을 놓은뒤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왕자를 향해 허리를 굽히면서 말했다. "이왕자 전하시군요. 실례했습니다. 전 이번에 파견된 로세니아 사신단을 맡 고있는 커트렌 폰 노베른이라고 하옵니다. 전하" "…난 뭘하고 있었는지 물었다." "보시는대로 입니다. 전하. 여기 계신 아넬리안 마마와 전 보통사이가 아닌지 라 옛생각을 하면서 잠깐 과거에 젖어있었을 뿐입니다." "무슨뜻이지?"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전.하. 쿡쿡쿡" 저 미친새끼! 무슨소리를!!! 그리고 로이드 왕자는 왜 그런 눈으로 날 보는 거지?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난… "자네의 이름. 기억해두지." "결투라도 신청하시겠습니까? 저라도 좋다면 언제라도 받아드리죠. 이.왕.자. 전하" 저 빌어먹을 자식. 이왕자라는걸 강하게 강조한다. 왜 악당들은 다 저렇게 머리가 좋은거지? 빌어먹을. 거기다 로이드 왕자는 왜 자꾸 날 노려보는거 야? 왜? "더 보고싶지 않으니 꺼져라." "물론입니다. 전.하. 그럼 왕자비 마마와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하하 하!" 내게 치욕과 고통을 안겨준 커트렌 자식은 잽싸게 자리를 물러나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고나자 온몸의 긴장이 단번에 풀리면서 다리가 후들거렸다. 간신 히 두손으로 벽을 짚은채 서있는데 이 왕자녀석은 도와줄 생각도 않은채 혼 자서 인상을 쓰고있다. "우우웁…" "입에든 그거나 빼고 말하도록 하시오" 아직도 손수건을 물고 있었나? 정신이 없었군. 정말. 난 손을 들어서 내 침 으로 축축하게 젖은 손수건을 빼든뒤 그것을 바닥에 팽개쳐버렸다. 생각같아 서는 확 태워버리고 싶지만 젖어서 탈것같지도 않다. "콜록콜록" "…이해할수 없군. 왜 저 남자와 여기 있었던거지?" "콜록… 그걸 말이라고 묻는건가요?" "내가 당신을 상대해주지 않아서 인가?" "아니에요! 그건…" "난 이해할수 없어. 당신은 나와 결혼했어. 그런데 결혼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다른남자와…" "오해에요!" "그럼 내가 본건 뭐지?" "그건…" 뭐라고 해야하지? 강간당할뻔 하다가 살인미수였던 사이라고? 아니면 저 커트렌 자식은 미쳐서 아무한테나 시비건다고 말할까? 내가 생각해도 웃기지 도 않는다. 하지만 내가 더 신경질나는건 나를 의심하고 있는 로이드 왕자의 눈이었다. 난 아무런 잘못도 한적이 없다고! 난 피해자야! "왜 말을 못하지? 나에게 할말이 있지않나?" "……" "후우. 내가 비록 어리긴 하지만 그래도 난 당신의… 아니. 됐어. 나 먼저 들 어갈테니 연회… 즐기다 돌아오라고." 그렇게 말을 마친 로이드 왕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돌리더니 뚜벅 뚜벅 걸어가버린다. 점점 멀어지는 로이드 왕자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겁이 났다. 여기 있다간 또다시 커트렌 자식과 마주칠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 이 들었던것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소리쳤다. "자…잠깐만요! 기다려요! 거기서요!" 다행히 내 절규에 가까운 외침을 들었는지 - 못들었을 거리는 아니다. 못들 었다면 귀를 막고있었다는 거겠지 - 로이드 왕자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가 멈추자 불안함이 조금씩 사라진다. 난 절뚝거리며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기다려줘요. 제발… 아앗…" 쿵. 발을 헛디딘 난 그대로 볼품없이 바닥을 구르면서 이마를 찧었다. 아파. 하지만 겨우 멈춰세운 왕자가 이런 내꼴을 보면 비웃으며 돌아가버릴지도 몰 라. 난 기를 쓰면서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맥이 탁 풀려버린 몸은 조금의 힘도 들어가지 않았고 헛손질만 하면서 바닥에 엎드린채 허우적거릴뿐이었 다. "후우…" 이런 내 망신스러운 몰골을 바라보던 로이드 왕자는 길게 한숨을 내뱉더니 내게 다가와서는 나를 안아들더니 그대로 번쩍 들어올렸다. "어쨋든 부인이니까…" 뭐야 저 동정하는듯한 말투는… 그래도 조금은 안심이 된다. 한살이나 어리 긴 하지만 나보다 한뼘이나 더 큰 키의 로이드 왕자는 나를 거뜬히 안아올리 고도 거침없이 돌길을 걸어갔다. 역시 남자구나. 내가 어리다고 너무 무시했 었던걸까? "보기보다… 무겁군" 취소! 모두 취소! 조금 좋게 보였던것도 취소! 이녀석은 어쩔수 없는 어린애 야! 아직 백년은 더 커야돼! 여자의 맘도 모르는 멍청이! 나와 로이드 왕자는 정원 한가운데 당당히 솟아있는 커다란 나무아래 나란 히 주저앉았다. 밤이 늦었기 때문에 이미 연회는 거의 파장 분위기였고 대부 분의 귀족들은 이미 돌아가거나 숙소로 들어간뒤였다. 덕분에 우리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홀 주변에서만 뒷정리를 하는 시종과 시녀들이 돌아다니고 있 었다. 아무말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있기를 30분 나는 괜히 죄도없는 잔디를 뜯어내면서 로이드 왕자의 눈치를 살폈다. 이런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나무사 이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로이드 왕자가 내게 고개를 돌렸다. "다시 물어서 미안한데 역시 난 이해할수 없어. 그자 커트렌이라는 놈을 어 떻게 생각하지?" "미친놈이요." "쿡… 그럼 그에게서 연정이라던가… 뭐 그런건?" "제가 그놈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은 분노와 공포뿐이에요."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제가 왜 거짓말을 하죠? 그런 빌어먹을 새끼와 아는 사이라는것 자체가 수 치인걸." "그럼 다시는 안볼건가?" "물론이에요! 그 능글능글한 면상을 생각만해도 역겨워요. 그런놈이랑 이야기 를 하느니 차라리 오우거와 키스를 하겠네요." "푸하하하…" 뭐가 웃기다고 웃는거야? 설마 나랑 오우거랑 키스하는 장면을 상상하는건 아니겠지? 으…생각해보니 그건 좀 끔찍하다. 키스하다 먹혀버리지 않을까? 으음… 배를 잡고 쾌활하게 웃어제낀 로이드 왕자는 눈물을 찔끔거리면서 웃 다가 나를 보며 말했다. "쿡쿡. 그럼 믿어도 되겠지? 푸후후" "물론! 약속하고 맹세하고 제 이름을 걸죠! 절대! 그 빌어먹을 자식과는 다시 는 마주치지 않을거에요! 절대로!" "그래. 그럼 됐어. 당신의 과거가 어떻던간에 지금은 내 부인이니까. 이제 우 리도 갈까? 시간이 많이 늦었군." 쳇. 왠지 내가 밀리는것 같잖아. 그래도 로이드 왕자가 화를 풀었으니 됐지 만… 어어? 그런데? 내 과거? 뭐…뭐얏! 난 부끄러운 과거따윈 없다고! 그럴 시간도 없었고 거기다… 관두자. 말해봐야 믿어주지도 않을것 같고 그냥 좋 게 생각하도록 놔두지 뭐.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선 로이드 왕자는 그대로 가버릴듯 하더니 내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업혀" "네? 하지만…" "그럼 그발로 궁까지 돌아갈건가?" "그래도…" "싫다면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가서 아무나 한명 데리고 올테니까" "아…아니에요! 업힐께요." 난 로이드 왕자의 마음이 변하기전에 잽싸게 그의 등에 메달렸다. 드래스 덕분에 업히는게 조금 힘들었지만 - 덕분에 드래스 자락이 허벅지 아래까지 올라왔다 - 로이드 왕자는 손쉽게 나를 업고 일어서더니 터벅터벅 소리를 내면서 왕자궁으로 향했다. 남자의 등이 이렇게 따뜻한지는 몰랐네. 여기서 자면 안되는데…꾸벅… 한참 잘자고 있는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살짝 눈을 떠보니 새하얀 천정 이 눈에 들어왔다. 으음… 여긴 어디지? 고개를 살며시 들어서 주변을 둘러 보니 왕자궁이다. 언제 돌아온거지? 끙… 몸을 일으키려 했는데 왠지 힘이 빠져서 움직일수가 없다. 난 그대로 포기하고 다시 드러누웠는데 촉감을 보 니 아마도 침대는 아니고 소파인듯 했다. 커트렌 녀석에게 밟혀서 꺾였던 발 에는 차가운 물수건이 올려져있었고 손으로 얼굴을 매만져보니 화장도 지워 져있었다. 거기다… 속치마 차림이다. 이것들을 종합해보자면… 언놈이 나 자 고 있는사이에 멋대로 일을 벌인겨! …그럴리가 없지. 에린이라도 불러볼까? "커트렌 폰 노베른 이라는자 어떤 녀석이지?" "노베른 가…입니까? 전하" 내가 막 입을 열려고 할때 로이드 왕자와 덴의 목소리가 쇼파 너머에서 들 렸다. "그래. 그렇게 들었어" "흠… 로세니아 귀족가의 실질적인 수장입니다. 전하. 노베른가의 현 가주인 에스른 폰 노베른 공작은 왕실 재상직과 군무대신직을 역임하고 있고 그쪽 귀족원의 수장직도 겸하고 있다고 합니다. 거기다 수천의 사병과 커다란 철 광, 그리고 많은 대장장이등을 보유하고 있어서 그쪽 국왕을 제외하고는 최 고의 권력자라고 보셔도 됩니다. 최근 들리는 소문으로는 왕의 권력도 뛰어 넘었다고 합니다만…" "그런가? 역시 믿는 구석이 있었나보군." "그…일입니까? 하지만 전하. 정말로 오랫만에 만나는 사이라서 그랬을수 도…" "자네라면 여자의 양손을 결박하고 입에 손수건을 물린채 억지로 강요하는게 친인사이에 있을수 있는일이라고 생각하나?" "그건 아닙니다만…" "워렌 자작. 자네도 여자를 많이 섭렵해봐서 알겠지만…" "전 억울합니다! 전하. 제가 바람둥이처럼 보여도 전…" "억지로는 안한다? 유혹해서 넘기나 힘으로 쓰러트리나 다 똑같지 않나?" "틀립니다. 절대 틀립니다. 전하" "그러고보니 자네와 아넬리안사이에 불륜소문이…" "모함입니다!!! 억울합니다! 정말로 전…" "됐어. 됐어. 농담이니까. 요 며칠 살펴보니 아넬리안도 자네같이 바람둥이는 싫어하는것 같으니 걱정말게." "그점은… 다행입니다만…" "하여간 그 커트렌이라는 자. 약점을 찾아봐. 빛을 얻었으니 갚아주는게 인정 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잘못되면 외교문제로 비화될수도 있습니다. 전하" "난 형님과 내동생 마틴을 사랑해. 그래서 난 조용히 지내길 원하는거야. 하 지만 그렇다고 타국의 별볼일 없는 귀족따위가 내게 이를 드러내를걸 보고만 있을정도의 겁쟁이는 아니야. 앞으로도 내 밑에서 일하고 싶다만 시키는대로 해. 워렌 자작" "예. 전하. 조속한 시일내로…"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거야. 늦으면 내가 화를 낼지도 모르니까. 그럼 밤이 늦었으니 가보도록. 나도 이만 들어가서 자야겠어" "예. 편안한 밤 되십시오. 전하"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게 조금뒤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둘다 빨리 가버려라. 나도 침대로 가고싶으니까. 그런데… "후우… 아직도 자는건가? 정말 속편하게 잘도 자는군." 눈을 감은채 자는척 하고 있는 내앞에서서 로이드 왕자가 이렇게 말하는게 아닌가? 에에잇! 가버리란 말이야! 그래야 나도 일어나서… 우왓! "흠… 역시 조금 무겁군" 갑자기 로이드 왕자가 날 들어올렸다. 어쩌지? 깨어난척 할까? 아니면 계속 자는척 해야하는건가? 우엑… 모…목이 뒤로 꺾였어. 이봐 안아올릴거면 좀 제대로 안아줘! 목이 아프잖아! 쿵. 아악! 손등이 테이블에 부딪쳤잖아! 이봐 이봐!!! 이런 눈물나는 내 심정 - 정말로 아팠다 - 을 아는지 모르는지 로이 드 왕자는 나를 침대위에 내려놓고는 이불을 덮어주었다. 휴… 이제 빨리 가…버리지 않고 왜 침대안으로 들어오는거얏! 악악! 그러고보니 아침에 에 린이 이제부터 같이 잔다고 했던게 지금에서야 생각났다. 우… 술이 왠수구 나. 다행히도 침대는 데굴데굴 굴러다녀도 될정도로 넓었고 이 빼어나고 아름다 운 여체에는 별 관심이 없는 로이드 왕자는 침대 반대편으로 기어가더니 이 불을 덮고 누웠다. 그리곤… 잠이 들었다. 아마도… 고르게 숨소리를 내면서 미동도 하지 않는걸로 봐서 자는것 같다. 하지만 난 얼마동안 이었는지는 모 르지만 이미 한잠 자고 난뒤였고 거기다 남자랑 한 침대를 쓴다는 사실에 긴 장이 되서 잠이 오지 않았다. 제정신이 박힌 여자라면 당연한 반응이라고. 이 건… 일어날수도 없고 그렇다고 잠도 안오고… 양이라도 세볼까? 양 한마리, 양 두마리, 양 세마리… 빌어먹을 양 천백스물두마리, 튀겨버릴 양 천백스물세마리, 삶아먹을 양 천 백스물네마리… 안해! 안해! 에이씨! 잠도 안오잖아! 난 신경질적으로 몸을 벌떡 일으켰다. 덕분에 푹신한 매트리스가 깔린 침대가 출렁였지만 이미 잠 이든 로이드 왕자가 깨거나 하지는 않았다. 혹시나 나처럼 자는척 하는게 아 닐까해서 그의 눈가에서 손을 흔들어보고 볼을 쭈욱 - 이거 들키면 혼날까? - 늘려보기도 했지만 왕자는 내 손길이 귀찮은지 우웅…하고 소리를 내면서 돌아누워 버렸다. 아주 잘자는것 같다. 남은 복잡한 심정이어서 잠도 안오는 데 말이야. 조심스럽게 침대를 빠져나온 나는 벽을 짚어가면서 거실로 나왔다. 네개의 초가 꼽혀져있는 촛대를 들어올린 나는 벽에 걸린 초에서 불을 옮겨붙인뒤 그것을 들고 거실 중앙의 테이블로 향했다. 다행히 다들 자고있을 시간이라 그런지 테이블 위에는 와인병 몇개가 놓여있었는데 의자에 주저앉아 하나하 나 흔들어보니 와인이 반쯤 들어있는 병을 찾을수 있었다. 다행이군 이거 없 었다면 가서 누구라도 깨워야했을텐데 말이야. "휴… 정말 사는게 왜이렇게 힘든거야" 이런저런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어떤것 하나도 다시는 겪고싶지 않 은 일들뿐이었다. 난 불행의 별 아래서 태어난 가련의 소녀가 아닐까? 피식. 내가 생각해도 웃긴다. 하지만… 그 웃긴 생각이 요즘들어서는 진짜가 아닐 가 걱정이 될정도로 난 운이 없는것 같다. 에이. 술이나 마시자. 오늘은 전처 럼 취하면 안되니까 적당히 마셔야지. 내가 우아하게 - 봐주는 사람은 없지만… - 술을 마시고 있을때 갑자기 복 도로 이어진 문이 끼이익 하는 작은 소리를 내면서 열렸다. 누가 이런 새벽 부터 돌아다니나 해서 열린 문을 바라보니 빨간머리의 소녀가 터덜터덜 들어 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깜짝놀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카렌이구나. 이시간까지 뭐하는거야?" "……" 역시 대답이 없다. 하긴 저게 카렌다운 거겠지만… "늦었다. 가서 자. 어린애는 어린애답게 많이 자고 쑥쑥커야지." "미안" "응?" "미안. 못 지켜줬어. 미안" "뭐?" "……" "들은거야?" "응" "그거라면 괜찮아. 다행히 아무일 없었잖아. 그런걸로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난 주인을 지키기 위해서 있는건데… 그런데…" "카렌 이리와" 내가 부르자 카렌은 순순히 내게 다가왔다. 난 카렌의 작은 몸을 들어올려 서 내 무릎에 올려놓은뒤 꼬맹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린애면 어린애답게 굴어. 네탓이 아니야. 이런일로 괜히 자책할 필요없어" "……" 당장이라도 울어버릴것같은 표정이군. 왜 내 주변엔 이렇게 애들뿐일까. 내 가 특별이 아이들을 좋아하는것도 아닌데 말이야. 아니 오히려 떼쓰고 말안 듣는 아이들을 싫어하는 편인데. 그런데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을때 갑자기 카렌 녀석이 내손을 탁하고 치더니 내 품에서 빠져나갔다. 그리고는 등을 돌린채 볼멘소리로 말했다. "어린애 취급 싫어." "그래? 싫으면 말아라." "…치" 그러게 왜 툴툴거리래? 내 대답에 단단히 삐졌는지 카렌 녀석은 볼을 부풀 리면서 나를 노려보았지만… 무섭긴커녕 귀엽기만하다. 하지만 저래보여도 사람한둘쯤은 아무런 망설임없이 죽이는 아이지. 저애는. 아마도 내 명령이라 면 아무런 망설임없이 국왕의 목숨도 노릴 녀석이지. 그래… 암살이라… "카렌" "……" "독약 구할수 있어? 효과 좋은걸로. 먹으면 즉사하거나 하는…" "여기선 안되. 밖에 나가야 있어" "얼마나 걸리지?" "일주일…정도." 일주일이라. 연회는 3일동안계속된다고 했었지. 오늘은 끝났으니 앞으로 이 틀인가. 시간이 안맞는구나 "너도 커트렌 자식에 대해서 들었겠지?" 카렌은 대답없이 작게 고개만 끄덕였다. "시간을 줄테니까 나가서 한번 구해봐. 그리고… 그 빌어먹을 자식. 죽여버 려. 아마 2~3일뒤면 돌아갈테니 돌아가는 사신행렬사이에 끼어들 기회가 있 을거야." "…싫어" "뭐?" 카…카렌이 내 명령을 거부하다니! 이럴수가! "싫어. 떨어지기 싫어. 나 안가" "…내 곁에 있고 싶다는거야?" "응" 하…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좋아해야하는건가? 하지만 나도 포기하 긴 싫은데… 으음… 그렇다고 무기로 죽이는건 너무 노골적이고… 또 커트렌 자식도 검을 꽤 잘 쓴다고 들었으니 카렌이 실패할수도 있지. 어떻한다. 그냥 억지로 가라고 시켜볼까? 아니야. 그 빌어먹을 자식. 그래도 로세니아에서는 잘나가는 귀족이지. 내 개인적인 원한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조금 찔 리잖아. 역시 포기해야 할까나… 그러기엔 원한이 아주 조오금 깊은데… "카렌. 전에 준거 그거 가지고 있어?" "응" 카렌은 내말에 대답한뒤 작은 유리병을 꺼내들었다. 역시 카렌이로군. 큭큭 큭. 비록 죽이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찢어지는 아픔정도는 선사해줘야겠 지? "그거. 커트렌 그자식에게 먹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말고. 알았지? 필요한 게 있이면 뭐든지 말해. 원한다면 로이드 왕자의 검이라도 빌려줄테니까." "…응" "이정도라면 해줄수 있겠지?" "응" "그래. 착하구나. 이제 가보렴." 카렌은 내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멀쩡한 방문을 놔두고 창가로 걸 어가 창문을 연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밖에서 창을 닫은뒤 조그만 쇠막 대기 하나로 창의 걸쇠까지 걸어놓더니 2층 테라스로 밧줄을 던진뒤 잽싼 몸 놀림으로 올라가버렸다. 정말 들고양이 같은 몸놀림이네. 매일 저렇게 돌아다 니는걸까? 뭐… 나야 저렇게 카렌이 순찰돌아주면 맘편하게 잠잘수 있어서 좋지만 말이야. 내가 카렌 녀석에서 건내줬던 물건은 유동나무 기름을 짠 원액이었다. 이 동유를 사람이 먹으면 입으로 먹었던게 그대로 아래로 나온다는 말이 있을정 돌 지독한 물건이다 보통은 약용으로 사용하는것인데 의사의 처방없이 멋대 로 먹었다간 탈수증으로 죽을수도 있다. 거기다 순 기름인지라 한번 먹으면 물로 씻겨내려가지도 않고 다른 약도 없어서 설사를 멈추게 할 방법이 없다. 또한 내가 구해다 달라고 한건 불순물이 하나도 없는 순수한 동유이기 때문 에 저 유리병에 든걸 다 먹었다간 한 일주일은 화장실 주위에서 떨어지지 못 할것이다. 솔직히 이런 애들 장난같은 짓을 하는건 별로 마음에 들지않지만 동유라면 독검별에도 걸리지 않을테고 정말로 저걸 다 먹어치워서 일주일동 안 내내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면 앞으로 한달정도는 침대위에서 생활하게 될테니 오늘당한 치욕의 백분의 일쯤은 갚아줄수 있을것 같았다. 나머지는 나중에 이자까지 몰아서 갚아줘야지. 거기다 로이드 왕자도 그놈에게 이를 갈고 있는것 같으니까 굳이 내가 앞에 나서지 않아도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 어서 가볍게 경고나 하자는 생각으로 추진하라고 한것이다. 난 혼자서 킥킥거리면서 바지자락을 부여잡고 화장실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 고 있을 빌어먹을 커트렌 자식을 생각하면서 와인병을 비웠다. "…응?" 벌써 다 마신거야? 반이나 남았었는데… 정말… 와인은 향을 음미하고 조금 씩 한모금씩 마셔가면서 맛을 느껴야 하는건데 말이야. 이래서야 술주정뱅이 가 마구 퍼마시는거랑 똑같잖아. 에이… 가서 잠이나 자야지. 난 벌떡 일어서 려다가 다시 털퍽 주저앉았다. 어라? 벌써 취한건가? 어질어질하네… 푸힛. 그래도 술취해서 그런지 발의 통증이 훨씬 덜하다. 나는 발을 몇번 굴러본뒤 에 테이블을 짚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절뚝거리면서 침실로 돌아갔다. 로이드 왕자가 자고있는 침실로 돌아가보니 자고있을줄 알았던 왕자가 실눈 을 뜨고 안으로 들어오는 날 보다가 베게에 머리를 파묻는게 보였다. 오호~ 저 어른스럽고 - 나이에 걸맞지않게 애늙은이 같은! - 진중한 로이드 왕자도 아직은 첫날밤이 무서운 어린애였군. 훗. 이 사실을 알게되니 왠지 기분이 좋 아진다. 나만 불편하고 떨리던게 아니었나보네. 그렇게 생각하니 침대위에서 자는척하고 있는 로이드 왕자가 굉장히 귀여워보인다. 콱 깨물어주고 싶어지 는걸? "웃차…" 내가 힘겹게 침대위에 걸터앉자 메트리스가 요동을 치면서 출렁거렸다. 왕 자의 몸도 위아래로 흔들렸는데도 불구하고 돌아누운 자세 그대로다. 이거야 원 그냥 모르는체 넘어가려해도 너무 티가 나잖아! 헤헷.헤헷. 나는 미친것처럼 실실거리면서 침대위로 기어올라가서는 옆으로 돌아누워 있는 로이드 왕자의 몸에 손을 대었다. 움찔. 훗. 누가 잡아먹나? 왜 몸을 떠 는건데?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로이드 왕자의 어깨를 잡고 옆으로 잡아당겼 다. 그러자 촛불에 반사된 검은 눈동자 한쌍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안자고 있었네요." "…그대도" "후훗. 잠이 와야지 말이죠. 조금 불쾌한 일도 있었고…음…또…헤헷" "그런것치고는 잘 웃는군. 술마신거야?" "쬐에끔이에요. 아주 쬐끔. 그리고 왕자님도 마셧잖아요! 나만 마신건가 뭐" 내가 투덜거리자 로이드 왕자는 ''님? 님이라니… 취했군. 취했어''하고 고개 를 절래절래 저으면서 중얼거렸다. 뭐야. 정말 자기도 아까 마셔놓고 난 안된 다는거야? 흥이다! "끙차!" "…이봐" 후훗. 난 투덜대는 왕자의 배위로 기어올라간뒤 그위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양손으로 가슴을 누르면서 입을 삐죽였다. "아까 나보고 무겁다고 했었죠? 여자들이 그런 말에 얼마나 상처받는지 알아 요? 당신 너무 심했다고요. 정말…" "…이거 몇개로 보이지?" 로이드 왕자가 내 눈앞에 손가락 두개를 펴 보이면서 말했다. 정말… 누굴 술주정뱅이로 아는거야? "세개! 나 안취했다니까요! 정말이에요!" "끄응…" 내가 악을 쓰면서 말하자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고 힘을 쓰던 로이드 왕자가 그대로 풀썩 무너지면서 신음성을 내뱉었다. 그런 로이드 왕자의 몸위에 길 게 엎드려 찰싹 달라붙은 나는 왕자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내 과거운운 했었죠? 직접 확인해봐요. 당신의 두눈으로" "……" 내말에 얼굴을 붉힌 로이드 왕자가 갑자기 나를 붙잡고 옆으로 굴렀다. "꺄앗" 이러면 내가 밑에 깔린게 되네? 후헤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 웃음도 진지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로이드 왕자의 눈빛앞에서는 조용 히 수그러들었다. 내 귓가에 손을 대고 나를 내려다보던 로이드 왕자는 예의 그 무뚝뚝한 말투로 말을 꺼냈다. "아플지도 몰라." 하여간 저 성격이 어디갈까. 뭐… 이정도는 가끔은 용납해줄수 있다고. "그것도 책에서 본건가요?" "…응" "킥" "웃지마." 푸훗. 하지만… 웃긴걸 어쩌라고. 난 나도 모르고 실실 웃어댔고 그덕분에 로이드 왕자는 내 위에 올라탄채 아까의 나처럼 입을 삐죽이면서 투덜댔다. 그런 그에게 양손을 뻗어 목을 감싸쥔 나는 그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속삭였 다. "키스해주세요." 내 말에 로이드 왕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뒤 내쪽으로 얼굴을 가까이했고 그의 검은 눈동자가 점점 커지는걸 쭈욱 바라보던 나는 살짝 눈을 감았다. 화를 내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등을 내보이는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미안 하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를 안아드는 그의 모습이 생 각났다. 여러가지 모습의 그가 머리속으로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게 수십명의 로이드가 지나간뒤 맨처음 그를 보았을때가 생각났다. 나를 외면하 던 그의 옆얼굴… 어쩌면 그때부터였을지도 모른다. 확신할수는 없지만. 지금 난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이사람의 아이를 낳고싶다. 이것이 지금 내가 원하는 유일한 소원… -------------------------------------------------------------- 쩝쩝. 벌써부터 써먹다니. 한 대여섯편은 더 가슴졸이면서 애를 태워야...쿨럭. ...18금씬은 없습니다. 사유 : 귀차니즘의 압박. And 순애형 H씬은 실력부족으로 무효!. 혹시나 나중에 외전으로 나올지는...하늘도 땅도 모군도 모릅니다 -_-/ 변태적인 SM류라면 모를까...( '''')멍. 아...안돼! 그렇지않아도 인기없는데! 더 욱더 떨어져나간다! 자폭!(펑) 하여간 그런 사유인것입니다 -_-/ 가우군 p.s 새로운 게임을 찾아다니는중. 게임에 몰입하게되면...훗. 격일연재도 위태 위태.~(-- )~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3dragon.net), 청어람(chungeoram.net), 드림워커 (drwk.com), 조아라(ujoa.com), 하이텔 Pmc(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7장 정의의 이름 (4) 2003-08-19 05:41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햇살이 눈부시다. 눈을 감고 있는데도 눈꺼풀사이로 새햐얀 빛이 스며들어 오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살짝 눈을 떠보니 밝은 햇빛이 방안을 한껏 비추고 있었다. 잘때 커튼을 안쳤구나… 하긴 그럴정신도 없었지만. "하암…" 난 작게 하품을 하면서 상체를 일으켰다. 그런데 좀 춥… 앗. 옷을 벗고 있 었지. 정신머리하고는… 다시 침대시트 속으로 들어가면서 침대밑으로 손을 뻗어서 내 속옷을 찾았다. 그런데… 다 어디로 간거야? 왜 손에 잡히는게 없 지? 에잇. 손에 안잡히면 직접 보면서 찾으면 되지 뭘. 난 꾸물거리면서 침대 속을 기어다니며 침대가로 머리를 내놓고 내옷들을 찾았다. 방 바닥에는 내 잠옷과 속옷들이 로이드 왕자의 것과 뒤섞인채 흩어져 있어서 찾기 힘들었지 만 손을 조금만 뻗으면… "……" "…뭘봐!" 상체를 드러낸채 손을 뻗고 있는 나를 창밖에서 빤히 바라보고 있는 카렌. 저것이… 내 말을 무시한 카렌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고개를 돌 리더니 창틀사이와 격자를 밟고는 2층으로 올라가버렸다. 젠장 앞으로는 커 튼은 꼭 치라고 해야지. 속옷을 챙겨입은 나는 머리를 한데 모은뒤 빗을 엉킨 머리카락을 빗었다. 평소라면 그냥 에린에게 하라고 시키면 그만이겠지만 지금은 로이드 왕자도 옆에 있고하니 내가 해야지 뭐. 머리를 빗으며 고개를 살짝 돌려서 아직도 곤히 자고있는 로이드 왕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방비한 모습으로 쿨쿨거 리며 자는걸 보니… 깨물어주고 싶을정도로 귀엽잖아! 손가락을 살짝 들어서 볼을 쿡쿡 찔러보았다. "우움…" 로이드 왕자는 베게에 얼굴을 몇번 문지르더니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고 다시 잠이 든다. 아아… 정말 눈꺼풀에 뭐가 씌이긴 씌였나보다. 저런 왕자의 뒷모습도 너무 예뻐보이다니 말이야. 내가 열살도 채 안돼었을때 시녀들이 잡담을 하고 있는걸 몰래 엿들은적이 있다. 세니라는 젊은 시녀의 이야기였는데 그녀는 로세니아의 근위 기사단에 속해있는 기사와 사귀고 있었다. 둘은 사랑을 나누고 같은 침대에서 일어난 적이 몇번 있었다고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 누워있는 그 기사의 무방 비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꽉 안아주고 싶을정도로 사랑스럽다고 했었다. 그 기사는 나도 알고 있는 사내였는데 아르케네스보다 크고 덩치도 좋으며 얼굴 도 커서 굉장히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성격은 소같다고 하던데… 전쟁터 에 나가면 불맞은 들소처럼 날뛰었지만 평소에는 유순한 성격인데다가 여자 앞에서는 더욱더 순해진다고 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커다랗게 생긴 각진 얼 굴과 근 2m에 달하는 엄청난 체구는 귀여움과는 조금의 인연도 없다. 그런 그를 보고 귀엽다고 말하는 세니가 이상하게 생각되었었는데… 막상 내가 그 녀와 같은 상황을 겪게되니 모든게 이해가 된다. 로이드 왕자… 귀엽다. 거기 다 어리고 잘생겼잖아. 금상첨화지. 우후후. 자아~ 다 빗었다. 이제 머리끈으로 묶고… 꺄앗. 누가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 기는거야? 아파라… 살짝 눈물이 나려는걸 손등으로 쓰윽 닦은 내가 뒤를 돌 아보자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새까만 검은 눈동자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깼어요?" "응" "그럼 제 머리카락좀 놔주세요." "싫어." 에에? 로이드 왕자는 내 긴 머리채를 더욱더 말아쥐면서 전혀 놓아줄 기색 을 내비치지 않았다. 이래서는 일어나지도 못하잖아. "일어났으면 아침식사라도 해야죠. 어서 일어나요." "그래도 싫은걸?" "…때려줄까보다" "감히 하늘같은 남편을 때리겠다는거야?" "흥이네요 뭐. 그런데 여기 제 남편이 어디있어요? 안보이는걸? 엄마한테 어 리광부리는 어린애는 한명 있지만요." "쳇" 내말에 삐쳤는지 로이드 왕자는 내 머리카락을 둘둘 말고 있던 손을 풀었 다. 하지만 난 침대가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꺄앗" 로이드 왕자가 갑자기 내 허리를 감싸쥐고 당겼기 때문이다. 우우… 덕분에 난 다시 침대에 누워야하는 신세가 되었고 발버둥을 쳐가며 빠져나가 보려고 했지만 건장한 사내의 완력을 풀어낼 재간이 있어야지… 이럴땐 팔꿈치로 면 상을 한대 후려갈기고 수도로 목덜미를 내려치면 깔끔하게 마무리 된다고 닐 크에게 들었던적이 있지만… 그럴수야 없겠지? 결국 깔끔하게 포기한 나는 왕자쪽으로 돌아누웠다. 그러자 기다렸다는듯이 로이드 왕자가 내품으로 파 고든다. "엉큼하게 어딜 만지는거에요?!" "뭐 어때…부부사이인걸" "아무리 그래도…꺅. 싫어!" 나보다 키도 큰 녀석이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달라붙으니까 징그럽잖아! 난 왕자를 떼어놓으려고 버둥거렸고 로이드 왕자는 내게 들러붙어서 떨어지 지 않으려고 낑낑댔다. 아침부터… 이게 뭔 꼴이람. 결국 먼저 지쳐버린 난 그대로 누워서 로이드 왕자에게 팔베게를 해주는 신 세로 전락해버렸다. "아프잖아. 후…" 로이드 왕자는 내 가슴을 쿡쿡 찔러보다가 내게 물린 검지손가락을 쪽쪽빨 면서 투덜댄다. 그러게 누가 숙녀 가슴을 함부로 찔러보랬나? 한번만 더 그 러면 피나도록 깨물어줄테다. 흥! 하아… 그나저나 이 어린 남편. 완전히 애 가 된것 같아. 바로 어제까지만해도 누구한테나 퉁명스럽고 불성실한 태도였 는데 지금 내 팔을 베고 있는 모습을 보니 사람하나 망가지는건 하루밤이면 충분하다는 진리를 인정할수밖에 없구나. "오늘은 도서관 안가요?" "응? 뭐… 하루쯤 쉬는것도 나쁘지 않겠지." "…흐음" 완전히 빠져버렸군 이 남자. 나쁘지는 않지만… 아니 오히려 좋아해야 하지 만 그래도 왠지 좀 찜찜하다. 내 시간을 모조리 잃어버린 기분이잖아. "식사도 방에서 하실거에요?" "응." 중증이다. 이거 잘못 발을 들여놓은것 같은데. 어째 내무덤을 파버린것 같은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날줄을 모르는구나. 이래서야 운동은 고사하고 이 방밖 으로 나가보지도 못하겠네. 이 방안의 사정을 잘아는건지 아니면 눈치가 좋 은건지 시종도 시녀도 아무도 와볼 생각도 안하고 어떻게 핑계거리라도 만드 어봐야 할텐데… 똑똑.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휴~ 다행이다. 로이드 왕자가 저쪽으로 신경쓰 는 틈에 빨리 여기서 나가야… "누구야! 아무도 들어오지마!" 이봐. 그렇게 소리쳐 버리면 난 어쩌라고!!! 내가 로이드 왕자의 심한(?)처사 에 분노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아앗!!! "꺅!" 난 속옷차림이란 말이야! 문이 열리는걸 본 나는 침대시트를 한껏 끌어당겨 서 몸을 감쌌고 나와 같은 처지의 로이드 왕자도 시트를 돌돌말면서 목만 내 민채 - 나 역시 같은 처지였다 - 감히 문을 벌컥 열어제친 침입자를 둘이서 바라보았다. "똑똑. 나다" "브래드릭 형님!" "저…전하…" 우아앗!!! 어떻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잖아! 난 몰라! 어떻해! 쥐구멍이라 도 찾고싶어어어어!!! "이거 왠만하면 기다려주고 싶은데 나도 좀 바빠서 말이지" "형님!" "미안하다니까. 그나저나 보기 좋은걸? 엘린은 둘이 사이가 좀 안좋아서 걱 정하던데 괜한 걱정이었나보네." "나갈께요! 그러니까…" "아아. 기다리마. 사랑하는 동생아. 너무 기다리게만 하지 말아다오." 그렇게 말을 마친 브래드릭 전하는 싱긋 웃으면서 방을 나가며 문을 닫았 다. 설마… 저 일왕자 전하도 덴 녀석과 같은 부류? 으… 끔찍한 상상이… 괜히 꾸물대다가 못볼꼴을 보이게된 난 토라진 얼굴로 로이드 왕자의 손길 을 밀쳐버리고 일어섰다. 덕분에 로이드 왕자는 나와 만난이후 처음으로 나 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화난거야?" "당연하죠!" "미…미안" 오오! 저 무뚝뚝함의 대명사씨가 말을 더듬으면서 나한테 먼저 사과해왔다. 이래서는 계속 화를 낼수도 없잖아. 난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사과하는 로이 드 왕자를 빤하 바라보다가 그의 앞에 마주선뒤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말로 모든게 해결됐으면 싸움은 일어나지도 않았을거에요" "그…그럼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래?" "음… 처음 전하를 뵈었을때부터 하고 싶은게 있었는데… 해도 되요?" "응? 응." 그의 말에 난 씨익 웃으면서 양손으로 로이드 왕자의 볼을 감쌌다. 역시 생 각대로 따뜻하고 부드럽다. 역시 왕족답게 잘먹고 잘쉬는데다가 도서관에서 만 살아서 그런지 피부결이 아기 피부같다. 우후훗~ 난 두손에 힘을 주어서 좌우로 쭈욱 잡아당겼다. "아우…" 죽죽 잘도 늘어나네. 후훗. 로이드 왕자는 잡혀있는 볼이 아픈지 눈물을 글 썽거렸지만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그냥 날릴수야 없지. 양팔에 힘을 주어서 위아래로 당겼다 놓았다 하는걸 몇번하고나서 놔주니 로이드 왕자의 볼이 빨 갛게 물들었다. 이렇게 다 큰 남정네를 가지고 놀고있으니 - 로이드 왕자의 성격성 성질부릴줄 알았는데 의외로 고분고분하다 -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 다. 이제 그만해야겠지? 장난 더 쳤다간 저 주름진 이마로 날 박아버릴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난 마무리로 로이드 왕자의 볼을 토닥토닥거리며 살짝 매 만져준뒤에 그의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그리고는 로이드 왕자가 입을 열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쳐서 말을 했다. "자. 이제 나가요. 일왕자 전하께서 또 쳐들어오기전에 말이에요. 후훗" "…그러지" 약간 불만스러운듯 볼멘 목소리로 대답한 로이드 왕자에게서 떨어져나오는 나는 겉옷으로 걸칠만한 옷을 찾기위해 옷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옷을 갈아입고 로이드 왕자와 함께 거실로 나와보니 브래드릭 전하가 홀로 테이블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다른 시종과 시녀들은 다 어디로 갔는 지 안보였고 내 주변에 언제나 대기하고 있어야할 에린 녀석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왠일입니까? 형님. 이런시간에…" "너 지금이 정오가 지나서 오후가 다되가는 시간이라는걸 알긴 하냐?" "…흥!" 로이드 왕자는 불만이 많이 쌓인듯이 퉁명스럽게 일왕자 전하의 맞은편에 주저앉았다. 나 역시도 조심스럽게 그 옆에 앉았는데 아까일을 생각하니 다 시 부끄러움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그냥 인사만 하고 도망쳐버릴까? "용건이나 말하시죠." "이런이런 그래 내가 죽일놈이다. 됐냐? 신혼생활을 방해해서 정말로 미안하 구나" "형님!" "쿡. 우리 셋중에서 네녀석이 가장 늦게 결혼할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리고 결혼해도 부인은 뒷전이고 책만 팔줄 알았는데 역시 사람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건가보네" "자꾸 놀리실거면 돌아가십시오!" "에이~ 동생 오랫만인데 너무 빡빡하게 구는거 아니야?" "어제도 봤지않습니까?!" "어젠 슬쩍 얼굴만 봤잖아. 거기다 나도 정신이 없어서 말도 한마디 못붙였 는걸?" 옆에서 보고 있자니 로이드 왕자의 포커페이스가 와르르 무너지는게 눈에 들어온다. 역시 천적이란 존재하는 법이구나. "뭐… 농담은 이쯤하고. 사실 오늘은 안부도 전할 겸 일도 부탁할려고 왔다." "…전 아무것도 안할겁니다." "이봐 로이드. 네 심정은 잘알겠지만 말이야…" "형님은 모릅니다." 로이드 왕자의 딱 자르는듯한 말투에 브래드릭 전하는 입을 다물었다. 한동 안 로이드 왕자를 뚤어지게 바라보던 브래드릭 전하는 갑자기 한숨을 푹쉬더 니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말했다. "그래. 젠장. 난 몰라. 어차피 난 서자니까 말이야. 하지만 너보다 9살이나 더 많은 ''사내''로써 충고하자면 지금 네가 하고있는 짓거린 다 애들 투정에 불과 해. 너 그거 아냐? 지금 프로센 후작과 워렌 자작이 만들어놓은 파벌이 군부 를 제외하고나면 삼왕자파 다음으로 큰 세력이라는걸?" "……" "벌써 남부의 유력 귀족들이 널 지지하고 나섰다. 이대로는…" "전 왕이 될 생각 없습니다. 거기다 마틴은 이번에 왕세자로 책봉되었잖아요! 왜 하필이면…" "넌 장자니까." 브래드릭 전하의 말을 끝으로 무거운 분위기가 우리들사이에 흘렀다. 아니 나는 빼고. 이거 어디 끼어들 틈이나 있어야지 말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자리 를 뜰수도 없고… 그냥 일어나버릴까? 왠지 끼어들 분위기가 아닌데… 내가 막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니까 갑자기 로이드 왕자가 테이블 아래로 손을 뻗어서 내손을 꽉 움켜쥐었다. 옆을 돌아보니 로이드 왕 자는 이를 악문채 씩씩거리고 있는게 보인다. 화를 삭히는건가… "저…저는!!!" "네가 나를 형으로 생각해주고 마틴녀석을 동생으로 생각해주는건 고맙다만. 지금의 왕위계승 서열에서도 넌 일순위야. 앞으로 마틴이 결혼하고 후계자를 가지게되면 네 서열도 뒤로 밀리겠지만 그렇다해도 나와는 틀리게 넌 죽을때 까지 국왕 후보로 남게 된다." "그래서! 저더러 마틴을 내몰아버리고 왕이라도 되란 말입니까? 동생을 내쳐 버리고! 그리고 제게 반하는 무리들을 참수하고! 그렇게 피를 묻히면서 국왕 이되라고 하는건가요? 네?" "…네가 움직이지 않는다해도 그들은 언제까지나 널 의심할거다. 인간은 믿 음보다는 의심에 더 큰 비중을 두는법이니까. 네겐 불행한 일이겠지만 이게 현실이다. 그러니까 차라리 다른 귀족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왕이 되던지 아 니면…" "아니면?" "나처럼 왕실을 받드는 하나의 축이 되라. 넌 머리가 좋으니까 관료가 되어 도 좋을테고 아니면 외교관이 되어도 좋겠지. 검쓰는데는 영 젬병이니 그쪽 으로 생각해보라고. 아니면 군단을 맡는 지휘관이 되던지. 네 신념이 확고하 고 앞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약간의 잡음은 있을지 모르지만 네가 안주할 작 은 휴식처정도는 만들수 있을거다." "저…전. 싫습니다. 아무것도 하지않고 그저 죽은듯 지내는 지금도 이렇게 시 끄러운데… 작은 공이라도 하나 세우게 된다면 그들은 절 추켜세우기 위해서 싸워댈겁니다. 이 나라가 둘로 갈라지는 꼴은 전 죽어도 못봅니다." "그래? 그렇다면 할수없군. 하지만 기억해둬라. 넌 이제 혼자가 아니야. 네가 죽으면… 여기 있는 아넬리안 양도 같이 죽는다. 그리고 혹시나 태어날지 모 르는 너의 자식들도 마찬가지 운명이고…" 조금 섬뜩하다. 하긴 음모에라도 휘말려서 로이드 왕자가 숙청당한다면… 난 잘해봐야 노예신세고 잘못하면 단두대로 끌려나가겠지. 솔직히 로이드 왕 자의 심정도 이해가 가지만 그 대응 방법에는 그리 찬성하고 싶지않다. 로세 니아 출신인 내가 지금 이자리에 있는 이유도 거기서 아무런 힘도 권력도 가 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국까지 내몰리도록 반항한번 못한거 고… 로이드 왕자를 위해서라면 나하나쯤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이 조금 들 기는 하지만… 난 개죽음은 싫다. "그렇다해도… 전 싫습니다." "후우… 정 네가 그렇다면 할수없지. 아무래도 케센과는 분쟁이 커질것같아 서 어제 출발한 외무장관으로는 해결될것같지 않아서 너에게 부탁하려 한것 인데… 이래서야 원. 하긴 널 보내려고 했다간 귀족들이 벌떼같이 들고 일어 날테니 아마 네가 허락했어도 이번일에는 참가하지 못했겠지만 말이야" "죄송합니다. 형님" "아니야. 난 괜찮다. 하지만 앞으로 너도 힘들어지겠구나. 이제 난 왕성을 나 간몸이고 왕위 계승권도 이번일이 잘 마무리되면 반납할 생각이다. 장인어른 도 연세가 꽤 있으셔서 나와 엘린이 들어오기를 내심 바라는 눈치이기도 하 고 말이야. 서자치고는 출세한거지 후훗." "형님!" "내말 잘 생각해봐라. 마틴 녀석 아직 어린애로 보이긴 하지만 그애도 벌써 열다섯이다. 내년이면 성년이고 너처럼 결혼도 할테지. 그리고 이삼년뒤면 후 계자도 생길거다. 이제 겨우 몇년뒤의 일이야. 그때가 되서 넌 어디로 갈래? 나처럼 로세니아 왕실로 돌아갈건가? 아니면 변방의 변두리 영지로 귀양가듯 쫓겨날테냐? 이도저도 다 싫다면 최소한 나처럼 직업이라도 구해봐라. 후훗. 하긴 왠만큼 벌어서는 감당 못할껄? 우리 엘린도 꽤나 검소한 편인데도 나가 는 돈이 내 봉급보다 많거든. 미노스가가 아니었다면 나도 파산해을지 몰라" 브래드릭 전하의 말에 난 피시 웃음을 터트렸다. 하긴 귀족 여성들이 돈쓸 일이 좀 많아야지. 값비싼 화장품에 장신구에 향수에 이것저것 따지면 왠만 한 재력으로는 꿈도 못꾼다. "후우… 그럼 이제 누굴 보낸다. 역시 아버님의 동생분을 천거해야하나?" "유스턴 드 크레센트 공작전하를 말씀하시는겁니까?" "그래. 그분말고는 적당한 직위를 가진 사람이 없어." "하지만 작은 아버님은 지병을 앓고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전쟁나는것보다는 낫겠지. 지금 우리는 찬밥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니까 말이야. 아쉬운쪽은 케센이 아니거든." "사태가 꽤 심각한가보군요." "그래. 케센 놈들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국경에 대규모 병력을 집중시키고 있 어. 거기다가 그놈들 왠간한 사절들은 말도 못붙이게 해. 북부 요새의 관리들 을 보내봤는데 국경도 넘지 못하고 쫓겨왔다고 하더라고. 거기다 이번 전쟁 을 악신 브리츠를 타도하는 성전으로 내몰 기세라더군. 정의의 이름으로 악 마들을 타도하자고 백성들은 선동하고 있어. 이러다간 전면전이 벌어질지도 몰라. 어떻해든 전면전만은 막아야하는데…" 브래드릭 전하는 아직도 포기하지 못했는지 로이드 왕자를 힐끔 바라보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하지만 그런다고 이 고집쟁이 왕자가 말을 들어먹을리가 없지. 내 예상대로 로이드 왕자는 단번에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거부의 뜻 을 밝혀왔고 이에 브래드릭 전하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난 곰곰 히 생각해보다가 손을 들면서 말을 했다. "제가 갈께요!" "…뭐?" "방금 무슨말을 한건가요? 아넬리안 양" 가만히 앉아있던 내가 갑자기 말을 꺼내자 두 남자가 당황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특히 로이드 왕자는 쥐고있던 내손을 아프게 꽉 움켜쥐면서 날 노려봤는데 난 그런 그를 외면한채 브래드릭 전하쪽으로 몸을 기울이면서 또 박또박 말을 했다. "제가 간다고 했습니다. 전하. 제가 듣기로는 사절단에 사람이 필요하다고 들 었는데요? 이번일 제가 맡겠습니다." "당신! 무슨!!! 형님 흘려들으십시오!" "언제 전쟁이 벌어질지 몰라요. 아넬리안 양." "그렇기 때문에!" 쾅!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쳤다. 아…아프다. 하지만 덕분에 두 남자의 입을 꽉 봉할수 있었고 또 내 주장을 마음껏 펼칠 기회가 마련되어 다. "더욱 제가 가야합니다." "……" "아넬리안!" 로이드 왕자가 체통도 다 내던져버린채 나를 향해 소리를 쳤지만 난 싸그리 무시하고는 의자를 뒤로 젖히며 벌떡 일어선뒤 브래드릭 전하를 바라보면서 내 주장을 펼쳤다. "전 로이드 전하의 부인이에요. 사절단의 자격조건에도 문제될건 없을겁니다. 안그런가요? 전하" "하지만 아까도 말햇듯 매우 위험할수 있는 일이고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수 도 있어요 아넬리안 양." "만약 제게 무슨일이 일어난다면…" 난 일부로 말을 늘인뒤 두 사내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들은… 크레센트와 로세니아 연합군을 상대해야 할겁니다. 북방의 강호라 불리는 케센이라해도 그런 일은 피하고 싶지 않을까요? 전하?" "흐음…" "무슨 말도 안돼는! 형님!!!" "아니. 아니야. 꽤 타당한 말이야. 아넬리안 양은 로세니아의 왕족이니 그녀 의 말도 맞아" "형님!" "흠. 이건 나혼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닌것 같군. 국왕 폐하를 뵈어야할것 같 아. 그럼 난 먼저 일어서마. 시간이 없어서 말이지…" "형님!!!" 브래드릭 전하는 로이드 왕자가 고함을 치는것도 무시한채 벌떡 일어서서는 그대로 나가버렸다. 덕분에 나는 분노한 로이드 왕자와 마주해야했다. 생각같 아서는 나도 어디로 잠시 피신해 있고 싶지만… 갈곳도 없고 무엇보다 피한 다고 해결될리가 없으니까 말이야. "왜 내곁을 떠나려고 하는거지? 왜?!" "진정하세요 전하." "내가 지금 진정하게 됐어? 응? 당신 지금 뭘하려고 하는지 알기나 하는거 야?" "물론이에요. 전 사절단의 일원으로 케센에 갔다올거에요." "형님도 말했잖아! 위험하다고!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고! 죽을수 있다는걸 알 면서 거길 가겠다고? 그것도 당신이? 왜?" "왕가에 시집온 여성들이라면 당연히 해야될 의무에요. 전하." "다른 사람도 많잖아! 꼭 당신일 필요가 있나? 엉?" 다른 사람? 누구? 그 지병을 앓고 있다는 공작? 아니면 임산부인 일왕자 전하의 부인인 엘린? 그도 아니면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마틴 전하의 약혼 녀? 누굴 보낼수 있을까? 거기다 난 타국의 왕녀가 아닌가. 이보다 더 쓰기 좋고 버리기 좋은 사람이 또 어디있겠어? "진정하세요. 전하. 숨을 깊이 들이쉬고 다시 생각해보세요." "후우…" 다행히 내말을 들은 로이드 왕자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내쉰뒤 잠깐동안 곰 곰히 생각하다가 말을 했다. "좋아. 그럼 나도 가겠어." "안돼요" "왜?" "전하는 왕위 계승 서열에서도 첫번째인 왕족이에요. 만약 전하께서 볼모로 잡히신다면… 협상이 성공하더라도 매우 불리한 조건으로 진행될것이에요. 전하. 포기하세요" "싫어!!!" "전하께서는 지금 너무 감정적이군요. 평소의 전하는 매우 이성적이신 분인 데 말이에요. 생각해보세요. 이보다 더 좋은 대안은 없습니다. 아시지 않나 요?" "……" 로이드 왕자의 입이 닫혔다. 그도 내가 제시한 이야기보다 더 나은 조건을 찾을수 없을것이다. 그렇기에 저렇게 어린애처럼 떼를 쓰는거지. 난 조용히 서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로이드 왕자의 말을 기다렸다. 현명한 그이니 아마 조금만 있으면 포기하고 몸조심해서 다녀오라고 말해줄거야. 그럴것이 분명 해. "……남편으로써 명령하겠어! 가지마! 아니 못보내!" …역시 언제나 이성적으로 행동해주길 바라는건 무리인걸까? 감정과 감정이 부딪치면 둘다 상처받게 되는건 당연한건데… 하지만 나로써도 포기할수는 없다. 난 잠시 망설이다가 강하게 나가기로 결심하고는 로이드 왕자를 똑바 로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강하게 말을 꺼냈다. "전하. 이건 제 일입니다. 간섭하지 말아주십시오." "나…나는… 나는…" 당장이라도 울어버릴듯한 표정이다. 성인이 되었다곤 하지만 아직 열여섯. 이제 갓 소년티를 벗고 청년이 된 로이드 왕자에게 너무 많은걸 바란걸까? 아니 사실은 정이 들어버린건지도 모르지. 어제의 로이드 왕자라면 선선히 잘 갔다오라고 손을 흔들어줬을거다. 이렇게 날 생각해주는게 고맙긴하지 만… 내 목표를 위해서 난 작게 어깨를 떨고 있는 저 로이드에게 상처를 주 어야한다. 난 입술을 질끈 깨물어서 약해지는 내마음을 추스리고 단호한 어 조로 말했다. "전하는 여자를 너무 모르시는군요. 한번 안았다고 제가 전하의 것이 될것이 라고 생각한건가요? 그렇다면 절 너무 앝보신겁니다. 말잘듣는 여자가 필요 하싣다면… 노예시장이라도 가보세요." "제…제길!!" 콰아앙!!! 쾅! 쾅! 로이드 왕자가 갑자기 미쳐버린것처럼 두주먹으로 테이블 을 마구 내리쳤다. 당장이라도 뛰어가 말리고 싶지만… 내몸은 마치 얼어붙 은것처럼 미쳐 날뛰는 로이드 왕자를 바라만 보고 있을뿐이었고 그렇게 테이 블을 몇번이나 내리친 왕자는 핏발선 눈으로 나를 노려보다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는 문가에 서서 나를 돌아보며 건조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렇게…원한다면 당신 마음대로 해." 쾅. 거실문이 크게 요동을 치면서 큰소리를 낸다. 그렇게 그의 뒷모습이 사 라졌지만 난 움직일수가 없었다. 로이드 왕자가 왜 움직이지 않는지 난 알고있다. 그의 위치와 그의 능력은 다른 귀족들 - 특히 삼왕자파 - 의 경계를 사게 만들것이다. 거기다 그는 다 른 이들을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이 있다. 나만해도 그에게서 이렇게 사랑을 느끼게 될줄은 몰랐으니까. 결국 심화된 갈등은 피를 불러올것이 뻔하다. 역 사는 그렇게 피로 써지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나 역시도 로이드 왕자를 국왕 으로 만들고 싶은건 아니다. 단지 그를 이 대륙 전체를 지배하는 그리고 모 든 종족을 지배하는 황제로 만들고 싶을뿐이다. 훗. 하긴 그말이 그말이겠지 만… 가슴이 아파왔다. 그의 체온이 아직 내 가슴속에 남아있는것 같은데 말 이야. 이제는 너무 멀게 느껴진다. "후훗. 오늘밤부터 또 혼자자야겠네. 밤이 좀 길어질지도…" 미친 사람처럼 혼자서 중얼거려 봤지만 이 요동치는 가슴은 진정되지 않는 다. "저…마마. 테이블을 치우겠습니다. 마마…마마? 우…우시는건가요?" "…에린이냐?" "네 마마" "우는게 아니야. 눈에 먼지가 좀 들어가서 그래." "네에…" 이 눈치없는 녀석도 이럴때는 눈치껏 행동하는군. 내가 너무 티가 나게 하 는건가? "아앗. 피가…" 막 테이블위를 치우려던 에린이 깜짝 놀라면서 뒤로 한발짝 물러섰다. 그러 고보니 저 피… 무척 아팠겠구나. "에린." "네. 마마" "가서 의사나 신관을 불러와. 아니. 그사람들을 데리고 왕자전하를 찾아봐. 지금쯤 많이 아프실거야. 알았지?" "네. 마마." 고개를 갸우뚱 거리던 에린은 내말을 듣고는 순순히 물러갔다. 그래 많이 아프겠지. 몸도 마음도 말이야. 상처를 준 나도 이렇게 가슴이 꽉 막혀오면서 쓰린 고통이 밀려오는데 상처입은 사람은 얼마나 아플까… 하지만 몇번을 다 시 선택하라고해도 난 똑같이 말했을거다. 케센인들이 그들만의 정의를 부르 짖었다면 나역시 나만의 정의를 위해서 이 모든 피해를 감수한것이니까. 이 왕 이렇게 된것. 대가는 확실히 받아내야겠지? 크레센트와 케센. 두나라의 인 간중 내 이름을 모르는 녀석들이 없게 해주겠어. -------------------------------------------------------------- Endless...Sadness Sadness...Endless 슬픔은 사람을 아프게 하고 멍들게 하지만... 그렇지만...아마도 언젠가 행복하게 웃을 날이 올것입니다. 비록 그날이 단 몇시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하여도... 행복한 시간이 있기에 전 버틸수 있답니다. -산골 허름한 주점안에서 류트를 튕기는 음유시인의 노래 中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3dragon.net), 청어람(chungeoram.net), 드림워커 (drwk.com), 조아라(ujoa.com), 하이텔 Pmc(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8장 사절단 (1) 2003-08-20 20:42 코멘트1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8장. 사절단. 황비마마의 외교방식은 아주 간단해. 정말 무식하다고나 할까? 아니면 과격 하다고 해야하나? 마마께서는 언제나 상대방을 강압적으로 대하고 협박하지. 그런데… 문제는 말이야. 그런 협박이… 너무 잘 먹혀든다는거야. 거기다 약 점은 또 얼마나 잘잡는지… 하여간 타국의 사신들은 나나 황제폐하보다 황비 마마가 외교협상에 나오시는걸 몇배나 무서워한다니깐. 세상 말세지 말세야. 쯧쯧.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일인지상 만인지하의 지고한 위치. 재국 재상직을 역임하시고 계신 대니어 스 드 워렌 공작 전하와의 대담중. - 주. 황비마마의 외교술은… 평소 주변인들을 괴롭히던 ''성격''이 빛을 발한 게 아닐까? 이건 비밀로 해야겠다. 난 아직 결혼도 못했으니까. - 대륙력 995년. 초가을. 크레센트 왕국 수도 크롬발 - 이틀이 지났다. 그동안 덴과 브래드릭 전하가 한번씩 나를 찾아왔는데 결국 국왕폐하의 허락이 떨어졌다는 답변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 출발은 삼일 뒤라고 전해왔다. 내일이구나.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로이드 왕자는 우 리가 싸운뒤로 왕자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또 도서관 근처에 방하나 잡고 거기서 살기 시작한것이다. 하지만 이전보다 신경질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그것도 내탓이겠지? 하여간 죄많은 여자라니까 나란 여자는… 이쁜것도 죄라 니 하늘도 너무 무심하구나. 쳇. 그만해야지 들어줄 사람도 없는데 혼자서 궁 시렁거리면서 중얼거리는건 남들보기 민망한 장면일테니까. 내게 무척 다행스럽게 반가운 일이라면 에레니아 시녀장이 드디어 왕자궁으 로 들어왔다는것이다. 덤으로 지금껏 일해오던 여섯의 시녀와 열한명의 시종 을 모조리 내쫓아버리고 - 시종은 잘못한게 없지만… 시종장이 내눈밖에 났 기 때문에 전부 다른곳으로 보내버렸다 - 열명의 어린 시녀들을 받았다. 대 부분 지방 영주의 딸들이었는데 아직 열살도 안된 어린애들도 있었다. 그애 들을 보고 에레니아 시녀장은 이마를 쥐며 한숨을 내쉬었지만 내가 교육해서 써먹는것도 아니니 나야 상관없겠지. 아. 맞다. 로이드 왕자가 나가버려서 내 쫓지 못한 시종이 있었지. 이름이 아마 헨켈이었나? 로이드 왕자와 같은 검 은 머리를 가지고 있는 정말 예쁘장한 시종이었는데 아마 시녀복을 입혀놓으 면 열이면 열 여자아이로 착각할것 같은 외모를 가진 녀석이었다. 그놈도 나 를 싫어하는 - 아니 노골적으로 적대하는 - 눈치라서 내쫓아 버릴려고 생각 하고 있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뭐 기회는 또 있을테니까… 그리고 닐크와 아르케네스도 내게로 돌아왔다. 정기사 작위는 받지 못했지 만 실력을 인정받아서 정식으로 내 호위병으로 들어왔다. 그들도 카라덴 요 새에서 그리 순탄치 못한 나날을 보냈다는데 사고는 늘 닐크가 치고 아르케 네스가 뒷정리하고 다녀다는 소문이다. 특히 아르케네스는 자기보다도 큰 근 육질 거한을 힘으로 눌러버려서 괴물이라고 소문났다고 한다. 혹시 아르케네 스는 인간처럼 보이는 오우거 샤먼이 아닐까? 정말 저 외모에 마법사라니 하 늘은 참 공평한가보다. 그러고보니 아르케네스가 왕자궁으로 들어왔을때 새 로 들어온 어린 시녀들이 ''괴물이다'' ''잡아먹힐거야 잡아먹힐거야''라고 서로서 로 껴안고 울어댔었지. 역시 아르케네스는 기사가 되어야 했어. 철제 투구로 얼굴을 가리고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다녔어야 하는데… 그리고 또… 아. 맞다. 덴의 부하인 크렌 녀석도 내 호위기사로 들어왔다. 우선 직위상으로는 닐크와 아르케네스보다 상관이지. 하지만 둘이 덴과 친하 게 지내는지라 좀 불편해 하는것 같다. 거기다 어제 덴과 함께 온 크렌 녀석 은 영광스러운 내 호위기사 자리를 임명받자 그자리에서 무릎꿇고 주저앉더 니 덴의 바지자락을 잡고 아주 애걸을 하더군. 뭐라더라… 자기는 이런일로 기사직을 반납하기 싫다던가? 왠지 귀에 거슬리는 말이라 난 그동안 쌓인 울 분을 한번에 풀어버렸다. 덕분에 우리 왕자궁으로 신관이 또 왔다가야 했지 만… 하여간 이제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간듯 했다. 단 한명만 빼고… 콰장창… 테이블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던 나는 요란한 소리가 들으며 찻 잔을 들어서 한모금 마셨다. "이번엔 또 누굴까?" 어제 오늘 아주 조용할 날이 없군그래. 벌써 부숴먹은 찻잔이 다섯개에 찌 그러져서 볼품없게 변한 찻주전자와 쟁반이 두개다. 거기다 벽에 걸린 그림 한점도 반쯤 찢어졌고… 그리고 바닥에 깔린 양탄자는 이미 제색을 잃은지 오래였다. 이 모든게 이번에 들어온 시녀들이 저지른 짓들이다. 크레센트의 일반 귀족들은 남자아이는 카라덴 요새로 여자아이는 수도의 친척등의 아는 귀족가로 보내는게 거의 관습화 되어있어서 아이들을 뽑고 데려오는건 큰 문 제가 안되었는데 시녀로써의 능력에는 문제가 많은것같다. 오죽하면 사람좋 은 에레니아 시녀장이 큰소리를 내고 다닐까… 덤으로 시녀중 나이가 가장 많은 - 물론 시녀장을 제외한 - 제린은 고아원을 차린것 같다고 작게 불평 하고 다녔다. "세상에… 에린양! 도대체…" "죄…죄송합니다. 시녀장님" "아니… 갓 들어온 신입도 아니고… 쟁반하나 못드는건가요? 이래서는…" 멍충이 에린이 또 사고쳤군. 좀 모범이라는걸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기껏 생각해서 저녀석보다 어린 아이들만 뽑은건데 이래서는 선배로써의 위 엄은 커녕 얕잡아보지만 않아도 다행이겠군. 내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 니 에린녀석이 은쟁반을 손에 든채 고개를 푹숙이고 있었다. 그녀석 발밑에 는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찻주전자가 굴러다니고 있었고… 막 에린에게 설교 를 늘어놓으려고 폼을 잡은 에레니아 시녀장이 말을 하려다가 나를 슬쩍 바 라본다. "괜찮아 계속해. 죠안이나 제시한테 차 내오라고 전하고" "예. 마마. 에린양. 잠깐 나좀 봐요" "네에…" 에린녀석 울상을 짓는다. 내가 참견하길 바라는건가? 하지만 잘못했으면 혼 나는건 당연한거고 에린같이 멍청한 녀석은 좀 혼나야 정신을 차릴테니 약이 될거야. 음음. 자아… 오후 티타임도 마쳤고 오늘도 가볍게 몸이나 풀어볼까? 어제보니까 크렌 녀석 맞은게 모잘랐는지 날 무시하던데 말이야. 오늘도 상 대역이 되어달라고 해볼까나? 후훗. 반항못하는 녀석을 두들겨패는건… 의외 로 재미있다. 크렌 녀석이 신고있던 철제부츠가 잠깐 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끄아아아아~~~" 쿠웅! 거참 시끄럽네. 정말. "쿨럭… 끄으으으…" 땅바닥에 메다 꽃힌 크렌 녀석이 등을 부여잡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비명을 질러댄다. 그러게 누가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오랬나? 후후후. "시끄럿! 사내놈주제에 좀 아프다고 엄살이야? 기사 작위가 아깝다! 당장 입 다물지 못해?" "크흐흐흑…" 내 핀잔에 바닥을 엉금엉금 기면서 땅을 긁던 크렌 녀석이 쓰고있던 투구를 집어던지고 땅을 치면서 닭똥같은 눈물을 줄줄 흘린다. 저건 어떤 의미의 눈 물일까? 수치? 아니면 회한? 그도 아니면 지금껏 살아온 인생의 허무함? 아 마 기쁨의 눈물은 아니겠지? 내가 크렌의 등짝위에 오른발을 올려놓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뒤에서 짝짝짝하는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깔끔한 메치기 였습니다. 마마. 역시 이해가 빠르시군요." "흥. 간단하잖아. 저런 느린 상대의 품으로 파고들어 던져버리는건" "이건 보기보다 고급 기술이라고요. 어지간한 유연성과 탄력이 없으면 제대 로 시도조차 못합니다. 정말이에요." 닐크녀석이 입에 침을 튀겨가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왜 내가 이런 연 습을 하고 있냐하면… 어제와 마찬가지로 내 운동시간에 꼭꼭숨어있는 크렌 녀석을 불렀는데 이 녀석이 반항하는건지 전투에 나가고 싶은건지 철재투구 에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나온거다. 맨주먹으로 온몸에 쇳덩어리를 두르고 있는 녀석을 패자니 내 손만 아플것 같고 그렇다고 무기를 들자니 왠지 불쌍 하고해서 닐크에게 매우매우 아플것같은 기술을 물었더니 메치기를 가르쳐준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지금 보는대로다. 자기 몸무게에 갑옷무게까지 합쳐져 서 흙바닥에 던져진 크렌은 제대로 기어다니지도 못한다. 닐크 말로는 잘못 했다간 목이 부러져 즉사했을수도 있다고 하던데… 생각보다 위험한 기술이 군. 뭐 안죽었으니 그만이지. 난 닐크가 들고있는 수건을 받아들어서 땀을 닦 으면서 시원한 그늘로 향했다. "오늘은 날씨가 꽤 덥네." "예 마마. 하지만 몇일뒤면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것 같습니다." "흠. 아참. 내일 출발할건데 준비물은 다 챙겨놨어?" "뭐…저희야 입을 옷 몇가지랑 먹을것만 준비하면 되니까요." "으흥… 편하겠네. 난 외국 나가는건데도 마치 무도회장에 나가는것처럼 드 래스 몇벌에다 화장품에다 이것저것 챙기면 마차로 한가득인데 말이야." "직위가 있으시니까요." "치잇" 난 그늘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으면서 수건을 대충 테이블위에 던져놓았다. 그러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어린 시녀들이 우르르 몰려와서는 - 역시 초 보티가 팍팍난다 - 수건을 들고가네 테이블을 닦네 차를 내오내 하면서 부 산을 떨어댔다. 수선을 떠는 꼬맹이들을 손짓으로 모조리 물린 나는 연약한 소녀가 살짝 집어던진 충격을 못이겨 연무장 구석에 토하고 있는 크렌녀석을 흘겨보면서 차가운 아이스 티를 한모금 마셨다. "사내주제에 허약하긴…" "갑옷을 입은 상태에서 그대로 떨어졌으니 충격이 컸을겁니다. 거기다 낙법 도 모르니 아주 죽을맛일걸요? 온몸의 뼈와 근육들이 마구 비명을 질러댈겁 니다." "흥. 그러게 누가 잔꾀를 부리래? 감히 이몸의 대련상대가 되었으면 영광으 로 알고 나와야지 내 주먹이 무섭다고 전투에 나서는 기사들처럼 완전무장을 하고 나와? 자업자득이다. 흥!" "왜그렇게 크렌경을 미워하십니까? 마마. 어쨋든 크렌경은 우리들의 상관인 데요. 이거 중간에 끼어서 피곤하다고요" "저 크렌 녀석이 전에 내가 검술 가르쳐 달라고 할때 날 비웃으며 거절했단 말이야!" "…그리고?" 그리고는 무슨! 그거면 충분하지! "그게다야." "겨우 그런 이유때문에?" "겨우라니! 내가 그때 얼마나 상처입었는지 알아? 연약한 소녀가슴에 대못을 박아댔으니 저꼴이 되는건 당연하고도 당연한거지! 목이 붙어있는것만 해도 다행으로 알아야될껄?" "……" 왜 고개를 돌리면서 한숨을 내쉬는건데? 거기다 결국 기절해버려서 아르케 네스에게 목덜미를 잡힌채 질질 끌려오는 크렌 녀석을 동정어린 눈빛으로 보 는거지? 흐음… 조만간 닐크 녀석도 손좀 봐줘야 되겠는걸? 이제야 평범한 일상생활로 돌아온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 난 따뜻한 욕조속 에 몸을 푹 담그고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안도했다. 하지만 기분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매우 나쁘다. 운나쁜 인간하나라도 걸리 면 그대로 아작을 내버리고 싶을 정도의 기분이랄까? 그 운나쁜 인간이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좀 내 눈앞에 나타나 줬으면 좋겠는데… "하아…" 말도 안되는 소리겠지만 겨우 이틀 떨어져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너무나 보고싶다. 당장이라도 뛰어가고 싶은걸… 쳇. 난 이런 감정엔 익숙하지 않단 말이야. 싫다 싫어. "마마 손님이 오셨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부글부글…" "욕조에서 물장난을 치시는건 숙녀가 행할 몸가짐이 아닙니다. 마마." 에에… 에레니아 시녀장은 다 좋은데 잔소리를 너무 좋아하는것 같단 말이 야. 그런데 누구지? 이미 저녁식사 시간도 지나서 이시간에 찾아올 사람도 없을텐데. 혹시 로이드가 돌아온걸까? 아니지… 그가 온거라면 시녀장이 손 님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거다. 하지만… "지금 나갈꺼야. 가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해." "예. 마마." 혹시 모르는거니까 말이야. 확인은 해야되지 않겠어? 어쩌면… 실망…. 하긴 그럴리가 없잖아. 에이씨. 씻다말고 뛰쳐나왔는데 이게 뭐람. "우물우물… 뭐냐? 그 눈초리는. 누가보면 철천지 원수라도 만난줄 알겠다. 눈 안깔아?" 저 늙은이의 성깔은 여전하군. 하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바뀔리 도 없지. 욕실안에서 난리를 부리면서 뛰쳐나온 내가 바보같다는 생각이 드 는군. 지금 내앞에 앉아서 따끈한 쿠키를 우물거리고 있는 늙은이는 아르케 네스의 스승인 헤쉬케린 노인네다. 이 노친네 왠일로 여길 다왔지? 아니 그 보다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온거야? "여긴 어떻게 들어온거죠?" "날아왔지. 이 망토가 보기엔 평범한 회색 망토 같지만 Fly마법이 걸려있는 망토거든. 인간들의 시야는 좌우로는 넓지만 상하로는 좁은법이라 머리위로 날아들면 제대로 감지해내지 못하는 법이야. 암암." "하지만 사방에 병사들이 깔렸을텐데요?" "그런 해태눈들 쯤이야. 환상마법으로 허공을 만들어서 주변에 뿌리면 내가 옆을 지나가도 못알아보지. 너 마법사를 너무 무시하는거 아니야? 흠. 뭐 여 길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만…" "왜 온거에요? 여기와서 쿠키나 먹으려고 온건 아니겠죠?" "것참. 성깔하고는… 쯧쯧. 저런 성깔머리이니 남편되는놈이 불쌍하다. 분명 히 네녀석 성깔을 못이기고 도망쳐버릴거다." "……" 으득. 망할놈의 늙은이가!!! 지금 누굴 놀리나? 확! 뒤집어버릴까보다! 내가 헤쉬케린 늙인이가 앉아있는 테이블을 확 뒤집어버릴까 생각하고 있을때 갑 자기 방문이 벌컥하고 열리면서 아르케네스와 닐크가 뛰어들어왔다. "스승님!" "오~ 그래. 제자야 잘지냈느냐?" "갑자기 연락도 없이 오신겁니까? 스승님" 평소엔 무뚝뚝함이 흘러넘치는 아르케네스인데 왠지 스승앞에만 서면 순한 양처럼 고분고분해진다. 그런 아르케네스를 바라보던 헤쉬케린 늙은이는 갑 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그에게 걸어가서는 손바닥을 내밀며 말했다. "내놔" "…예?" "너 일했으니까 벌은돈 있을거 아니야. 그거 내놓으라고" "아…예. 여기있습니다." 아르케네스의 품에서 두툼한 가죽지갑이 나왔다. 지갑을 본 늙은이는 노인 답지 않은 매우 민첩한 속도로 지갑을 나꿔채더니 싱글거리며 지갑안을 들여 다보았다. 하지만 그의 웃는 모습은 금세 사라졌다. "겨우 이것뿐이냐? 너 이 스승이 안본다고 잔머리 굴리는거냐?" "아닙니다. 스승님" "이친구가 그런 잔머리가 있겠습니까?" "하긴 저 꽉 막힌놈이 그럴리는 없겠지. 그렇다면… 이봐 이거 너무 하는거 아니야? 마법사를 가져다 썼으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거 아니야" "난 제대로 월급 줬어요." "겨우 요까지게 월급이라고 하는거야? 이거 이백골드도 안되겠네. 이걸 누구 코에 붙이라는거야!" "참나. 일한지 이제 겨우 한달정도 밖에 안됐는데 그럼 수억골드라도 줬을줄 알았어요? 얼마나 일했다고 벌써부터 돈타령이에요? 네? 거기다 전에 외상 이라고 했잖아요!!!" "끄응… 그렇긴 하다만… 그래도 거 있잖아. 일 열심히 하라고 주는 격려금 같은거 말이야." "돈을 줘도 아르케네스에게 주지 헤쉬케린님에게 주겠어요? 거기다 제자의 월급을 빼앗다니 아무리 스승이라지만 너무 한거 아니에요?" "에이잉!!! 당췌 말이 통해야지… 이 무능한 제자 녀석아 넌 지금껏 뭘한거 냐? 엉?" "흥. 열심히 일하는 제자를 격려는 못할망정 구박하다니. 참 좋은 스승이군 요" 돈독 오른 늙은이 같으니라고. 하여간 정말 마음에 안드는 늙은이다. 난 팔 짱을 끼면서 삐딱한 자세로 노인을 쏘아보았고 내 ''정직한'' 말투에 찔리는게 많은지 헤쉬케린 스승은 나를 째려보면서 눈을 가늘게 치켜떴다. "너… 여기서 한번더 굴려줄까? 이번엔 평원에서 공놀이라도 해볼테니 한번 들어가볼래?" "흥! 한번 해보시죠? 당장 기사와 병사들이 벌떼처럼 몰려올껄요?" "고놈의 말버릇하고는… 하여간 싸가지라고는 눈꼽만치도 찾을수가 없다니 까. 쯧. 할수없지." 내 위아래를 훓어보면서 혀를 차던 노인네는 결국 먼저 패배선언 - 이겼다! - 을 하더니 등에 지고온 짐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안을 뒤져서 무언가 를 찾다가 둘둘말린 보자기 같은것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테이블위 에 올려놓더니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 물건으로 말할것 같으면!!! 이 몸이 젊었을때 미궁속을 헤메… 아니 탐사 다가 건진 희대의 보물로…" "약장수 같은 소리하지말고 뭔지나 보여주시죠?"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감히 어르신이 말씀하시는데 끼어들 어? 네 정녕 볼기짝에서 불이나도록 얻어맞아 볼테냐?" "흥! 때릴 용기나 있을려나 몰라." "크흑… 그래… 내 돈이 부족해서 참는…허헙!" 오호라~ 혹시나 했는데 역시 돈이 목적이었군. 이 늙은이의 목적을 알게 되 었으니 어디 좀더 편한 협상을 해볼까나? 내 득의양양한 미소를 본 헤쉬케린 노인네는 불편한 얼굴로 몇번 헛기침을 하더니 슬그머니 말을 돌렸다. "너. 이거 사라." "그게 뭔줄 알고 사요? 뭔지는 알려줘야 할거 아니에요?" "흥. 지금 말해주려고 하잖아! 에잉… 하여간 요즘 어린 녀석들은 도대체 예 의가 없어요. 예의가." 그놈의 예의란 녀석의 부재에 대해서는 100년전에도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매우 부족하다고 말했었고 1000년전에도 말했을것이 분명하며 100년뒤에도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같은 말을 할거다. 이거 상대해주자니 은근히 짜증나 는데 그냥 내쫓아버릴까? "전 피곤해요. 그러니까 본론만 말해주세요. 본론만." "헹. 하긴 너같은 아이가 언제 이런 위대한 유산을 보기나 했겠냐. 에잉… 진 주목걸이를 돼지목에 걸어주는 격이로다. 쯧쯧. 아깝다 아까워." "에린아 손님가신다. 문열어라." "네? 마마" "자…잠깐. 우선 보기라도 하라고! 네가 이걸 보고나면 너무 놀라서 말도 못 할껄? 크히히… 자! 봐라!" 그렇게 말하면서 노인네는 보자기속에서 둘둘말린 천조각을 꺼내들었다. 그 것은… "……" 정말 말도 못하겠군. 노인네가 꺼낸 물건은 스카프만한 천조각이었는데 그 걸 두손으로 들고 펼치자 한벌의 바지가 나왔다. 하지만 보통의 바지가 아니 라는게 문제다. "…변태! 변태! 변태!" 헤쉬케린 노인네가 들고있는 갈색 바지는 무릎까지밖에 안오는 반바지류다. 하지만 저 얇은 두께나 몸에 쫙 달라붙을것같은 - 마치 타이츠같은 - 외관 을 봤을때 여성들이 치마속이나 승마복 속에 입는 드로어즈(Drawers)가 분 명하다! 저 나이에 여자 속옷을 가지고 다니다니! 변태다! "무…무슨소리! 나라고 좋아서 이런걸 만든줄 알아? 거기다 네녀석 체형에 딱맞게 만든것이란 말이야! 이런 고얀…" "뭐라고요? 내 몸매는 어떻게 알았죠? 혹시…" "무슨! 난 단지 제자놈에게 들었을뿐이야!" "스…스승님!" "뭐에요? 아르케네스!!!" 내가 아르케네스를 돌아보자 그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어쩔줄 몰라하다가 갑자기 돌어서서 쪼그리고 앉더니 마법서를 꺼내들고 알아듣지 못할말을 커 다랗게 낭송하기 시작했다. 뭐 저런다고 내가 봐줄리는 없지. 난 아르케네스 의 커다란 등을 뻥하고 차준뒤에 아직도 숙녀들이 입는 속옷을 든채 히죽거 리고 있는 - 왠지 기분나쁘다 - 노인네를 쏘아보며 말했다. "그래서 겨우 여성용 속옷하나 팔러 여기까지 온거에요?" "무슨! 이 대마법사께서 그렇게 한가한줄 알아? 그리고 이몸이 가져온 물건 이 어디 보통 물건같냐? 앙?" "…무슨 저주라도 걸려있나보죠? 입으면 벗겨지지도 않고 찢어지지도 않는다 던지…" 우엑. 그거 정말 끔찍하겠는걸? 내가 말해놓고도 소름이 돋는다. 내가 이렇 게 말하자 그 노인에는 이마를 탁치면서 ''아~''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그런 방법도 있군. 나중에 한번 만들어 봐야겠다. 하여간 이게 뭐냐고? 한번 입어봐. 그럼 알게 될거다." "그래요? 그럼 한번 속는셈치고 입어보도록 하죠. 에린 들고와." 내가 그렇게 말하고 방으로 향하자 갑자기 노인네가 나를 불러세웠다. "그걸 가지고 어딜가는거야?! 그냥 여기서 입으면 되잖아!" "지금 숙녀보고 이 남정네들 앞에서 치마를 들추라는거에요? 참 무례하군 요!!!" 내가 빽하고 소리치자 헤쉬케린 노인네는 입맛을 쩝쩝다시면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하여간 요즘 젊은것들은…''이라고 투덜대는것은 잊지않았지만… 방으로 들어온 나는 에린이 들고있는 그 속바지 - 드로어즈 - 를 빼앗아 들었다. 흠… 이거 대충 봤을때는 거칠거칠하고 투박해보였는데 껴입는쪽은 의외로 맨질맨질하고 부드러운게 살에 닿는 촉감이 괜찮다. 거기다 허리쪽의 바지목은 꽤 탄성이 좋아서 쭈욱 늘어났다가도 원래대로 돌아간다. 이거 꽤 나 쓸만한 물건인걸? 거기다 바지를 눈앞에 대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주 작 은 잔털이 빼곡하게 들어차있다. 겨울엔 따뜻하겠는걸? 거기다 털사이로 깨 알만한 구멍들이 숭숭뚫려있어서 통풍도 잘될것 같고… 보기보다 괜찮군. 조 금 닦아주고 손질좀 해주면 그럭저럭 품위에도 맞을것같다. 뭐… 속바지이니 이옷을 볼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합격! 마음에 들었어. 이제부터 이건 내꺼 야! 우후후훗. 치마를 걷어올리고 속바지를 속옷위에 입어봤다. 역시 생각대로 착용감도 꽤나 괜찮군. 이거 헤쉬케린 늙은이가 의외로 꽤 쓸만한 물건을 가지고 왔는 걸? 그렇지않아도 요즘 운동하고나면 배가 차가워져서 속이 안좋았는데 말이 야. 그럼 이제 얼마나 이걸 싸게 사느냐가 문제인데… 난 한푼도 더 줄생각 이 없단 말이지. 한 오십 골드정도면 될려나? 내가 속바지를 입고 옷매무새를 정돈한뒤 다시 거실로 나서자 헤쉬케린 늙 은이가 쿠키를 마구 집어먹고 있다가 - 그동안 구박받았는지 아르케네스는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맨바닥에 무릎꿇은채 고개를 푹숙이고 있다 - 나를 보고는 반색을 하면서 벌떡 일어섰다. "어때? 어때? 괜찮지? 응?" "네… 뭐. 그럭저럭 쓸만하군요. 얼마에요?" 내가 가격을 묻자 헤쉬케린 노인네가 손가락을 하나 치켜들었다. "백골드?" "쯧.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게냐?" "그럼 천골드?" "일만골드! 동화하나 못깍아줘! 싫으면 내놔!" "뭐…뭐에요? 겨우 이런 천조각 하나가 일만골드? 지금 장난해요?" "무슨소리! 그게 보통 물건인줄 알아? 만골드도 헐값에 파는거야!" "이런 가죽제품따윈 밖에나가면 얼마든지 살수 있잖아요! 좀 특이해보이는 가죽이긴 하지만 너무 비싸게 부르는거 아니에요?" "웃기지마! 이 대마법사께서 겨우 천쪼가리 때문에 여기까지 오신것 같으냐? 엉?" "그럼 뭔데요. 제가 봤을땐 그냥 질좋은 가죽 속바지 정도로밖에 안보이는걸 요?" "흥!" 갑자기 헤쉬케린 늙은이가 벌떡 일어서더니 터벅터벅 걸어가 벽에 걸린 장 식용 롱소드를 떼어내서 내게 들이댔다. "이거 들고 힘줘봐." "네?"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 뭔 말이 많아! 하여간 요즘 젊은것들은…" "아… 알았어요. 하면 돼잖아요. 쳇" 난 날이 서있지 않은 철제 롱소드를 뽑아들어서 검날부분을 두손으로 쥐고 힘껏 구부렸다. 뚝. 뭐냐… 내가 잡고있던 롱소드가 반으로 뚝하고 부러졌다. 이거 쇳덩어리가 삭은거 아니야? 어쩜 이렇게 매끈매끈하게 부러지냐? 다른 사람들도 내가 들고있는 반토막난 롱소드를 보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다. 난 설마하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한채 다시 벽으로 걸어가 철제 카이트 실 드를 들어올렸다. 어라? 이거 종잇장처럼 가볍잖아? 우득… 방패를 잡은 손 이 쇳덩어리 속을 파고들면서 우그러졌다. 내킨김에 삼각형의 방패끝을 잡고 빵주무르듯이 주무르니 얼마지나지도 않아서 내손에는 커다란 카이트 실드는 사라지고 둥글게 말린 쇳덩어리만 남게 되었다. "이게 어떻게 된거죠?" "클클클. 말했잖아. 내가 미궁을 탐사다가 찾아낸 물건이라고. 원래는 벨트모 양이었는데 인간용이 아니라서 창고에 쳐박아 놨던걸 꺼내서 수선한거다. 고 대에 존재했다는 자이언트들이 쓰던 물건이라던데 진짜인지는 모르겠고… 하 여간 그거 입고있으면 힘을 올려줄거다." "얼마나요?" "흠…글쎄? 나도 사용해본적은 없어서 모르겠지만 아마 왠간한 오우거쯤은 한손으로 뭉개버릴껄? 같이 발견한 고문서에는 프로스트 자이언트의 피부가 죽으로 만들었다고 하더라. 아마 힘이 약한 어린 자이언트나 기력이 다한 늙 은 자이언트들을 위해서 만든듯하다만 지금에야 거인들은 단한명도 없으니 우리같은 인간들이 써줘야겠지." 자이언트의 피부라니… 왠지 좀 찝찝하네. 음… 뭐 그냥 편하게 소가죽이랑 같은걸로 생각하지 뭐. 사람가죽도 아닌걸… 좀 엽기인가? 훗. "에잉~ 원래는 그런거 몇벌 더 만들려고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벨트를 잘라 냈더니 마법력이 한쪽으로만 전이되서 다른쪽은 평범한 가죽이 되어버렸지 뭐냐. 남성용 여성용으로 만들려고 두개 주문해놨는데 말이야. 쯧쯧. 이럴줄 알았으면 남성용으로 만들라고 할껄 그랬나. 그렇담 이런 성깔더러운 계집애 랑 면상맞대는 일은 없을것을…쯧쯧쯧." "흥. 뭐. 좋아요. 이정도면 그럭저럭 쓸만하겠군요. 주의사항같은건 없어요?" "특별한건 없다. 단 내가 마법적으로 몇가지 손질해서 그것만은 물에 젖지도 불에타지도 않을테고 찢기거나 베이지도 않을거다. 그래봐야 헤머나 메이스 같은거에 맞으면 가죽은 멀쩡해도 속에 들어있는 축 늘어진 뱃살은 너덜너덜 해지겠지만" "무슨! 지금 그말이 얼마나 실례되는 말인지 알아요!? 확 교수형시켜버릴까 보다." "헹. 매일 먹고자고 늘어져있을테니 뱃살이 늘어지는건 당연한게지. 그보다… 이제 계산좀 해볼까? 돈없다면 벗어. 당장. 다른 계집애한테 팔러 가야하니 까" "체에. 에린 가서 보석함 가져와. 그런데 이거 여자밖에 못입어요?" "사내놈도 입기야 입지. 거세하고 난다음이라면 킬킬킬… 거기다 값좀 올려 부르려고 성별이 맞지않으면 스파크가 일어나도록 마법을 걸어놨는데 소용없 게 됐지 뭐야. 에잉… 게렝 녀석도 이제 절대 안한다고 투덜대지…쯧. 이걸로 몫돈좀 만져보나 했더니 영…" 헤쉬케린 늙은이는 연신 투덜대고 있었다. 아마도 그 벨트가 꽤나 아까웠나 보지? 나야 이런 좋은 마법아이템을 얻었으니 좋기만 하지만 말이야. 흐흐흐. 이제 앞으로 닐크고 크렌이고 걸리면 작살내버릴테다. 우히힛. 그사이에 에린 이 내 보석함을 들고 우리들사이로 들어왔다. 난 느긋한 표정으로 에린에게 다른 심부름을 시킨뒤에 내 장신구들이 가득 들어있는 보석함을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활짝 열어제쳤다. 목걸이나 귀걸이등에 달려있는 보석들이 한껏 빛 을 받아서 반짝이니 방이 한층 더 밝아진 느낌이군. "호오… 로세니아 산에 크레센트 산 물건들이 섞여있군. 게다가 세공도 잘되 어있고 이건 좀 되겠군. 어디보자… 이거하고 이거하고…" 노인네의 손길이 거칠게 보석함을 휘젓더니 좀 돈이 된다싶은 보석류는 모 조리 꺼냈다. 그리고도 모자른지 보석함을 거꾸로 뒤집어서 쏟고는 내 장신 구중 거의 대부분을 자기 앞에 끌어다 놓았다. 저거 대충 봐도 만골드는 훨 씬 넘고 한 이만골드쯤은 하겠다. 하여간 욕심은 많아가지고… "흠. 이정도면 모자르겠지만 그럭저럭 되겠군 그래." "그거 좀 많지 않아요? 보석가치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만골드는 훨씬 넘을 것 같은데…" "무…무슨소리! 내가 이 장사 어디 한두번 하는줄 알아? 이정도 장신구면 만 골드는 커녕 절반도 안나올게다. 이것도 네가 결혼했다고 해서 많이 깎아준 게야!" "호오~ 그러셔요? 뭐. 좋아요. 가지세요." 난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짓해다. 그러자 내 반격(?)을 기다리고 있 던 헤쉬케린 노인네가 기이한 표정을 지으면서 뭔가 찝찝하다는듯 작게 중얼 거리면서 품에서 작은 자루를 꺼내서 내 물건들을 쓸어담으려했다. 그때 난 손짓으로 헤쉬케린 늙은이를 제지하면서 말했다. "잠깐만요. 아직 거래가 안끝났다고요." "뭣? 뭐가 안끝나? 난 이 빌어먹을 궁전에서 나갈테다. 막지마!" "그거 가져가서 어디서 팔게요? 후훗." 내 말에 헤쉬케린 늙은이가 인상을 팍 썼다. 당연하겠지만 저런 고가품에는 보증서가 붙는법이고 보증서가 없는 물건은 장물이다. 보석 한두개쯤이야 어 떻게 팔아넘긴다해도 저정도 양이면… 돈은 커녕 감옥에 안가면 다행일껄? "보증서 내놔!" "훗." 난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마침 낑낑대면세 수많은 종이들을 들고오는 에린 녀석을 불러서 내 옆에 세운뒤 그중에서 흑진주 목걸이의 보증서를 찾아낸뒤 헤쉬케린 늙인이 눈앞에서 살랑살랑 흔들면서 말했다. "이 보증서. 얼.마.에. 사실래요?" "크으으윽!!! 네노오오옴!!!" "말했잖아요. 거래는 아직 안끝났다고. 후훗" "끄응…" 승리란 쟁취하는 법이라니까. 훗. 치열한 설전이 지나간뒤 헤쉬케린 노인네가 가져갔던 내 물건중 절반이 다 시 내게 돌아왔다. 그동안 늙은이가 얻어낸거라곤 도장찍힌 보증서 열댓장. 뭐… 저정도면 그럭저럭 가격이 맞는것 같으니 그만할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갑자기 노인네가 엄지 손가락만한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반지 와 목걸이를 들어올렸다. "이건 얼마에 할게냐? 응?" "…그건 안돼요." "뭣? 아깐 아무말 안해놓고 왜 또 지금은 안된다는게야? 지금 누굴 놀리는거 냐? 앙?" "그건…결혼 예물이라고요. 다른건 다 팔아도 그건 못팔아요." "…끙. 그렇다면 할수없지. 에잉… 제일 값나가는 녀석이었는데…쯧쯧" "대신 제 드래스를 드리죠." "일없다! 내가 네녀석 드래스 가져가서 뭘하라고? 그거 입고 머리에 꽃이라 도 꽃은담에 수도 한복판에서 춤이라도 출까?" 그거… 생각만해도… 속이 울렁거리는걸… 대륙의 평화를 위해서 그건 좀 참아줬으면 좋겠는데… "누가 할아버지께서 입으랬어요? 그거 가지고 다른 귀족가문 찾아가보라고 요. 레이스 하나하나 까지 완전 실크로 된 비싼 드래스에요. 거기다 왕실 재 단사가 만든거라서 보증하나는 끝내줘요. 왠만한 드래스 열벌 값은 할껄요?" "그렇다면…흠… 뭐. 좋다. 아쉬운대로 그거라도 받지." "자. 그럼 계산은 다 끝난것 같군요."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헤쉬케린 늙은이도 그리 만 족하는듯한 얼굴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수긍했는지 자기앞에 놓인 장신구들 을 쓸어담은뒤 같이 일어섰다. 그리고는 벌 잘서고있는 - 아직도 무릎꿇고 있다 - 착한 아르케네스의 뒷통수를 한대 쳐주며 투덜거린 헤쉬케린 늙은이 는 카렌 녀석처럼 창가로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낑낑대면서 창틀을 넘어갔다. 그리고는 나를 보며 한마디 했다. "켈켈. 네녀석 지금 득봤다고 속으로 웃고있겠지? 클클. 네녀석 당분간 고생 좀 할껄? 켈켈켈" "뭐욧?" 내가 막 화를 내면서 소리칠때 갑자가 방문이 쾅하고 열리면서 카렌이 뛰어 들왔다. 안으로 뛰어든 카렌은 창밖에 헤쉬케린 늙은이가 보이자 팔뚝에서 단검 세개를 꺼내들고는 잽싸게 던졌다. 채챙…쨍그랑… 반쯤 열린 유리창을 지나 밖으로 날아간 단검들은 노인네의 지팡이에 맞고 떨어지면서 죄도없는 유리창 몇개를 박살냈고 여유있게 카렌의 단검을 막아낸 헤쉬케린 노인네는 작게 놀라면서 말했다. "저녀석 Hold Person마법으로 묶고 밧줄로 꽁꽁 감아놨는데… 에잉. 이동네 어린것들은 왜 이렇게 성깔이 더러운거야? 나 간다!" 그말을 끝으로 창밖으로 날아가는 노인의 모습 - 별로 보라고 권장할만한 모습은 아니었다 - 이 휙하고 보였고 닭쫓던 개꼴이 된 카렌은 철그렁 철그 렁 소리를 내면서 창가로 뛰어가 머리를 내밀고 밖을 내다보다가 ''칫''하고 혀 를 차면서 돌아섰다. 그런데…" "너 어디 전쟁이라도 나가냐?" 카렌 녀석 등에는 두개의 바스타드소드를 교차해서 메고 있었고 허리춤에는 숏소드와 롱소드가 양쪽에 각각 두개씩 네개가 걸려있었다. 거기다 팔목에는 검날만 있는 던지는 단도들이 빼곡하게 꼽혀있었고 허리춤에도 벨트에 걸어 놓은 단검들이 여러개가 보였다. 거기다 왼손에는 석궁까지… 누가보면 공성 전이라도 나서는줄 알겠군. "……" 내 말에 나를 빤히 올려다보던 카렌은 그대로 날 무시하고 2층 계단을 향해 뛰어가버렸다. 흠… 잠이나 잘까나? 피로는 미녀의 적이라고. 푹자야 피부도 뽀송뽀송 맨질맨질 해지는 법! 여자는 가꾸기 나름이라니까. "에린. 잠자리 준비해" "네. 마마." 그렇게 난 방안의 사람들을 내쫓으면서 내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막 방문 을 열려고 손잡이에 손을 댄 난 그제서야 그 노인네가 한말을 깨닳을수 있었 다. 한손에 들린 반으로 우그러진 놋쇠 손잡이를 잡고서 말이다. 이거 힘조절 어떻게 해야하는거야!!! -------------------------------------------------------------- 필살 아이템 퍼주기! 이로써 공격력만큼은 극강! 우하하하!!! 아넬리안이 구입한 매직 아이템 스펙을 보자면... Drawers Of Frostgiant(냉기 거인의 속바지(....)) - 냉기거인의 피부로 만들어진 속바지이다. 가죽 제품으로 불과 물에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고 통풍이 잘되어 착용감이 좋다. 특히 냉기거인의 특성상 불에 대한 저항력이 높다. - 일반적인 불에 대한 저항 50%, 마법적인 불에 대한 저항 20% - 착용자의 힘(Strength)을 22로 수정시켜준다. 힘이 22이상이라해도 22로 수정한다. - 착용부위에 한하여 찌르고 베는 무기에 대한 내성(Ac -4) 둔기에 대한 내 성 (Ac-2) ...이라는 엽기적인 아이템입니다. 룰은 AD&D룰을 따릅니다 -_-/. 먼치킨용 이랄까. 발더스 게이트 2에서 언덕거인(힘19)의 벨트가 19000골드에 팔리던걸 참조하여 가격을 정하였습니다.(~--)~. 거진 공짜! 싸다싸! 그리고 위에 1.장 좌절의 시작...의 경우를 해명하자면... 1. 귀차니즘 신공을 대성할 귀차니스트이기때문! 2. 초심을 잊지말자는 자기 경고 3. 인생은 나그네길. 좌절의 연속임을 암시 4. 이도저도 아닌 단순한 오류. ...중 답변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18금에 대하여 한말씀드리자면...퀸즈 하트의 18금은 외설적인 18 금을 표방한것이 아닌 폭력적인 장면을 예상하여 정한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청어람사와 계약한 상태이고 책으로 나올시에 순화될수밖에 없는것이 현실이 기에 아예 내부규제를 통하여 수위조절을 하고있습니다. 혹시나 후에 성인용 추가판이라던지 외전형식으로 게시판에 올라올지는 모르겠죠. 뭐...그런사정이 므로 현재로는 18금 규제를 떼어도 상관없습니다만... 그리고 솔직히 광고도 되니까요 -_-/(이게 본심?)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3dragon.net), 청어람(chungeoram.net), 드림워커 (drwk.com), 조아라(ujoa.com), 하이텔 Pmc(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8장 사절단 (2) 2003-08-22 08:06 코멘트2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푹자고 일어났더니 침대위가 엉망이었다. 잠결에 뒤척이다 손에 걸린 침대 시트들이 쭉쭉 찢어져있었고 침대 귀퉁이에 붙어있는 강철봉이 바깥쪽으로 휘어있었다. 이거이거… 잘때는 벗어놓고 자야겠는걸? 이래서야 어디 편히 잠이나 자겠어? 자다가 침대기둥이 덮쳐오면 그것참 당혹스러울것 이란 생각 이 든다. 작게 하품을 하면서 내 침실을 나와보니 아직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궁안은 상당히 분주했다. 어디서 에린 어릴때 모습같은 - 물론 외모를 말하 는게 아니다 - 꼬맹이들이 자기들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뛰어다니고 있었지 만 내가 봤을땐 일거리만 더 늘어놓는것 같았고 눈에 핏발을 세운 - 잠을 못잔걸까? - 제린과 죠안등이 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악을 써가며 정리정 돈을 해나가서 그런대로 주변 정리가 되는것 같긴하지만 저래서야 시녀들이 먼저 쓰러지겠군. "일어나셨습니까? 마마." "응. 출발준비하는거야?" "예. 그렇습니다. 마마" 오늘이 바로 사절단의 일원으로써 케센에 가는 날이군. 흐음… 출발할때까 지 아직 시간이 있을텐데 나도 좀 도와줘 볼까? 무지 좋은 마법아이템도 구 했는데 조금쯤 자랑해도 상관없겠지? 후훗. 난 자기 키만큼이나 큰 내 짐가방을 낑낑거리며 들고가는 꼬맹이 시녀에게 다가가서는 가방의 손잡이를 잡고 들어올렸다. 호오… 가볍군. 아니 아예 무 게가 안느껴지는걸? "에…에엣?" 카렌보다도 더 어려보이는 꼬맹이는 갑자기 내가 짐을 들어주자 깜짝 놀란 듯 하다가 나를 보고는 그대로 기절할듯한 표정으로 입만 뻐끔거렸다. 뭐야. 도와주겠다는데 말이야. 표정이 저따위면 괜히 심술이 나잖아. "저…저기…저기…" "됐어. 내 짐 정도는 나도 들수 있다고. 가서 다른일이나 해" "그게…저기…" 거참 말많네. 시키면 시키는대로 할것이지 말이야. 난 귀찮다는듯 손짓해서 물러가라고 한뒤 짐가방의 손잡이를 잡고 등쪽으로 멨다. 그런데 뚜둑하는 소리와 함께 가방이 등을 지나쳐 내뒤로 날아가버렸고 내손에는 손바닥만한 천조각만 남았다. 나도 모르게 힘줘버린건가? "아…아아…" 비명과 같은 소리가 들리길래 돌아봤더니 짐을 나르고 있던 꼬맹이 시녀 녀 석이 아직 안가고 등뒤에서 저멀리 날아가버린 짐가방과 날 보면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난 그애를 손짓해서 부른뒤 짧게 한마디했다. "손"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손을 내미는 꼬맹이 시녀의 손위에 끊어져버린 가방 손잡이를 놓아준 나는 아직 영문을 모르겠다는 시녀를 외면한채 두손으 로 살짝 귀를 막으며 자리를 빠져나왔다. 곧이어 소리없이 나타난 제린이 바 닥을 구르고 있는 가방과 멍한표정의 꼬맹이를 보고는 따따따…하고 잔소리 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슬쩍 뒤돌아보니 그 꼬맹이 시녀는 눈물을 글썽거리 면서 울먹이고 있었는데 쬐끔 미안한 생각이 든다. 흠… 난 도와주려고 한거 란 말이야. 어라? 저기 무거워보이는 나무상자가 있네? 호오… 이번엔 실수 하지 말고 잘해봐야지. 난 이번에도 손잡이가 떨어져나갈걸 생각해서 아예 허리를 숙여서 나무상자의 밑바닥을 두손으로 감싸쥐었다. 그리고는 힘껏 들 어올렸는데… 척 보기에도 꽤나 무거운 나무상자는 마치 자기가 솜털인줄 아 는지 그대로 천정으로 날아올라가 버렸다. 콰앙… 후두둑… 나무 조각의 파 편들과 그안에 들어있던 옷가지들이 내 머리위로 쏟아져내린다. 제길… 에레니아 시녀장이 ''운동가실 시간입니다. 어서 다녀오세요. 걱정마시고 다 녀오세요. 늦겠습니다. 어서 가세요.''등등의 말로 내 등을 떠민다. 쳇. 그래 나 도 사고만 친다. 흥! 하지만 아침 운동도 겨우 10분만에 끝났다. 닐크가 오늘 은 킥 연습을 시켜준다고 해서 병사들을 시켜 내 허리두께의 굵은 통나무를 땅바닥에 박아넣었는데 하이킥 한방에 통나무 윗부분이 절반이나 부러졌고 로우킥을 먹이자 통나무가 사방으로 흙을 튀기면서 튀어나와 허공을 날다가 텅텅 거리며 바닥을 굴렀다. 그 모습을 본 닐크는 ''갑자기 두통이…''라고 하 면서 아르케네스에게 기대며 쓰러졌고 아르케네스는 그런 닐크를 들처엎더니 말도없이 도망쳐버렸다. 거기다 오늘은 가죽갑옷을 입고 연무장으로 나왔던 크렌이 그장면을 보자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중얼거리며 뒤도 안돌아보고 뛰 어가버렸기에 나 홀로 연무장 한가운데 남게 된것이다. 에이… 짜증나! 뭐야! 정말!!! 병사들을 불러서 대련상대로 삼을까도 생각했지만 지금 상태로는 엄한 병사 들 여럿 잡을것 같아서 - 진짜 관을 보게 될지도… - 참았다. 할일이 없어진 나는 투덜대면서 다시 거실로 돌아왔고 일순 거실안에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나는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차를 내오라고 시켰다. 곧이어 에린이 찻잔을 들 고 내게 다가왔고… 나는 뜨거운 홍차가 가득 담긴 찻잔을 들었다. 파삭… 사기로된 찻잔 손잡이가 썩은 나뭇가지처럼 뚝하고 부러졌고 찻잔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테이블을 더럽혔다. 크으… 이젠 슬슬 짜증나기 시작한다아!!! 괜 히 오기가 생긴 난 두손으로 찻잔을 조심스럽게 잡으며 들어올렸다. 오오… 그래 아직 괜찮다. 이제 조금만 더… 빠각. 끄아아아아아아악!!! "에린! 가서 기사들이 쓰는 철제 투구 가져와! 어서!" "네넷! 마마!" 그래!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고!!! 일때문에 왕자궁을 나설때 난 아르케네스만큼이나 무서운 ''괴물''이 되어있었 다. 하긴 세상천지에 그 누가 철제 투구를 찻잔을 사용할까. 그것도 둥그둥글 한 투구 모양이 마음에 안든다고 맨손으로 몇번 두드려서 평평하게 만들었으 니 더욱더 무서워하는것 같다. 뭐…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라도 했 다간 그날이 바로 그녀석 제삿날이라나? 하여간 꼬맹이들 조잘조잘 떠드는데 는 아주 질려버렸다. 제린이나 제시같은 시녀들처럼 과묵하고 조신하게 일하 면 얼마나 좋아. 에이… 어서 빨리 대책을 세우던지 해야지… 이번에도 여행에는 마차를 타고 가게 되었다. 하긴 나같은 귀한 숙녀가 있 는데 말을 타고 가라고 할수는 없었겠지. 흠. 나도 승마는 좀하는데… 물론 본격적으로 기마술을 배운건 아니지만 말이야. 하여간 나와 에린이 마차에 오르자 짐을 다 실은 마차는 곧바로 덜그덕 거리면서 출발하기 시작했다. 난 손을 흔들며 마중해주는 시녀들에게 웃어주면서 왕자궁을 나왔다. 곧이어 본궁에 도착한 우리는 거기서 힘좋은 말 여덜필과 짐을 실은 마차 한대를 추가시키고 호위기사인 크렌과 그 부하들인 닐크, 아르케네스를 끝으 로하는 조촐한 일행을 데리고 본궁을 빠져나왔다. 이른 아침부터 내성문이 열리고 내가 탄 마차가 빠져나가자 넓은 대로가 나왔는데 그 한가운데 급히 뛰어온 기색이 역력한 덴녀석이 헉헉거리며 내가 타고있는 마차로 달려와서 는 창문을 열고 안으로 꽤 부피가 큰 가죽가방을 집어던졌다. "헉헉… 마마. 이번 여행에서 필요한 자료들을 모아왔습니다. 보시고… 후 우… 참조하십시오" "응. 그런데 덴은 이번에 같이 안가는거야?" "예? 예. 전 사정이 좀 있어서요. 그리고 그쪽에 이미 외무대신께서 도착해 계실테니 굳이 제가 갈 필요가 없으니까요." "흐음…그래. 알았어. 갔다오도록 하지." "예. 마마. 부디 몸조심 하십시오. 잘아시리라 믿겠지만… 제발 사고치지 말 아주십시오." "뭐얏!?" "아…아닙니다! 그럼 전 이만!" 내 속을 뒤집어 놓은 덴 녀석은 허둥대면서 뒤돌아서 뛰어가버렸고 곧이어 길 한켠에 세워져있는 마차에 올라타더니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가버렸다. 뿌득. 두고보자 데엔!!! 빠각. 나도모르게 창틀을 쥐고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 다. 앗차! 힘조절 힘조절… 난 창틀에서 떨어져나온 나무조각을 창밖으로 내 버리고 출발하라고 명령했다. 내성의 긴 가도를 지나 외성을 나온 마차는 그때부터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 작해다. 속도에 미쳐버린 광인처럼 마차는 인적이 드문 북부대로를 질주하기 시작했고 주변의 사물이 휙휙 지나가는 무시무시한 속도감이 창밖으로 펼쳐 졌다. 나보다 삼일 먼저 출발한 외무대신 일행이 지금쯤 케센 국경을 넘었을 테니 빨리 따라잡지 못하면 그쪽 수도에서나 만날수도 있기에 죽자고 달리기 시작한것이다. 마차의 앞머리엔 왕실 문장이 수놓인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고 그 옆에는 긴급을 알리는 붉은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마차는 이제 갈색을 띄기 시작하는 대초원을 가로지르며 북쪽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이런 마차여행때 꾸벅꾸벅 졸거나 창밖을 내다보며 하품하고 있을 나였지만 지금은 그러지도 못한다. 우선 덴이 던져주고 가버린 문서의 양이 책 두세권정도는 가뿐히 넘을정도였고 거기다 마차를 몰고 있는 닐크 - 마 부와 교대로 마차를 몰고 있다. - 가 던져준 과제를 같이 해야 했기 때문이 다. 난 덜컹거리는 마차안에 앉아서 에린이 읽어주는 문서의 내용을 머리속 으로 기억하면서 힘조절을 하기위한 연습을 계속해 나갔다. 닐크가 권해준 연습이란… 무릎에 완두콩이 가득 담긴 자루를 올려놓고 손 가락을 집어서 에린 무릎위에 놓여있는 작은 접시로 옮겨놓는일이었다. 처음 봤을땐 겨우 이것쯤이야… 라고 생각했는데… "짜증나아아!!!" 따다당… 후두두둑… 신경질이 난 내가 손에 쥔 한무더기의 완두콩들을 벽 으로 집어던졌더니 사방으로 튀어오른 완두콩들이 마치 비처럼 머리위로 쏟 아져내렸다. 앗 따거. 에이씨!!! 거기다 완두콩 가루가 마차안에서 흩날리면서 코를 간지럽혀서 재치기까지… 끄아아아! 미치겠다. 차라리 한놈 붙잡고 죽 자고 패는게 낮지 - 지금 상황에서 그랬다간 진짜 관을 보게될거다 - 이러 다가 내가 먼저 미쳐버릴것 같다. 어떻게 조금만 힘주면 완두콩이 파삭하는 소리를 내면서 가루가 되고 딴에는 힘을 덜준다고 하면 손가락 사이를 빠져 나가 바닥으로 떨어지니 신경질이 안날수가 있는가? 거기다 간신히 잡아서 접시위로 놓을때도 조그만 힘이 들어가면 화살같이 날아간 완두콩녀석이 따 다당… 하는 소리를 내며 접시위를 힘차게 튀어다니다가 다시 밖으로 빠져나 와 마차바닥에 떨어지니 이중으로 짜증이 난다. 이럴때는 기분전환 삼아서 잠깐 쉬면서 기력을 충전해야하는데 마차는 여전 히 빠른 속도로 달리기만 한다. 밖은 이미 깜깜한 밤이 되었는데도 마부석위 에 랜턴을 달아놓은 마차는 죽자고 달리기만 했다. 잠깐 쉬는 시간은 지친 말을 다른말로 바꿀때뿐이었다. 이 속도라면 국경까지 이틀이면 도착하겠군. 체엣… 광풍처럼 미친듯이 대초원을 질주하던 마차가 멈춘건 달이 머리위까지 떠오 른 캄캄한 한 밤중이었다. 조금더 지나면 새벽이라고 부르는 시간일껄? 하여 간 말도 마부들도 완전히 파김치가 되어버렸기에 야영은 겨우 모닥불만 피우 고 따뜻한 죽한그릇씩 먹는걸로 끝나버렸다. 마차밖으로 나와 굳어진 몸을 풀고 따뜻한 죽을 한그릇 먹고나니까 이제야 좀 살것같네. 하루종일 마차안 에 앉아서 완두콩과 씨름하다보니 미쳐버릴것 같았는데 말이야. 이제 자야지. 나같은 미인은 하루에 12시간은 자야하는 법! 벌써 시간초과라고. 그런 생각 으로 내가 타고온 마차로 다가가는데 갑자기 마차밑에서 시꺼먼 물체가 툭… 하고 떨어지더니 마차바퀴사이로 엉금엉금 기어나왔다. 설마… 암살자? 일리 가 없지. 쯧. "거기서 뭐하냐? 카렌" "……" 바닥에 배를 댄채 엉금엉금 기어나온 카렌녀석은 나를 올려다보더니 바둥대 면서 반대쪽으로 기어가려 했다. 훗. 귀여운걸? 그런 카렌 녀석을 들어올린 나는 - 완두콩… 완두콩… 떨어진 완두콩이냐. 가루가 된 완두콩이냐. - 바 둥대는 카렌의 배를 두손으로 잡고 살짝 힘을 주었다. 그러자 카렌 녀석이 ''게엑''하는 소리를 내면서 축 늘어졌고… 놀란 난 에린을 부르고 꾸벅꾸벅 졸 고있는 다른이들을 모조리 불렀다. 진짜 사람하나 죽인줄 알았다니까! 다행히 카렌은 배에 심한 압박을 받아서 축 늘어진것뿐 내장파열같은 위험 한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대신 깨어난 카렌의 배에서는 ''꼬르륵…''하는 소리 를 내었고 죽을 끓인 무쇠솥은 에린이 박박 긁어대는 통에 ''끼기긱…''하는 비 명을 질러댔다. 그덕에 카렌이 굶주림으로 쓰러지는 일은 없었지만… 카렌은 아직도 내 무릎위에 앉아서 조용히 있었다. 이번에 또 바둥대면 갈 비뼈가 부러질지도 모른다는걸 깨닳았는지 카렌답지 않게 가만히 내게 안겨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애 하루종일 마차 밑에 붙어있어서 그런지 머리고 얼 굴이고 완전히 먼지투성이군. 불빛에 비치는 붉은머리는 회색에 가깝다. 이런 건 좀 털고다녀야… 퍽. 아앗. 실수다. 카렌녀석의 허리가 앞으로 급격히 숙 여졌다. 눈물을 글썽글썽 거리며 씩씩거리는 카렌은 뒷통수를 문지르며 날 노려보다가 저쪽에서 식사후 뒷정리를 하고있는 에린을 보자 내손을 탁~ 하 고 쳐내더니 에린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메달렸다. 저…저것이!!! "꺄아… 얘 카렌. 언니 일하잖아. 조금있다 놀아줄께. 응?" "……싫어" 그렇게 말한 카렌은 에린의 등에 찰싹 달라붙어서 떨어질줄을 몰랐다. 그리 고 나를 보면서 혀를 내민다. 저 꼬맹이녀석 또한번 날잡아서 엉덩이를 두들 겨줘야겠군. 에이 나도 잠이나 잘까. 내가 타고온 마차로 돌아가보니 어느새 준비해놨는지 의자위와 마차바닥에 매트와 이불이 깔려있었다. 흠… 에린이 한걸까? 아니면 다른녀석이 한걸까. 뭐. 나야 편히 잘수만 있으면 그만이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아. 맞아. 속바지는 벗어놔야지. 잠결에 마차를 때려부수면 안 되니까. 내 잠버릇은 그리 나쁜편이 아니지만… 그 약간도 주변 사물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테니 내가 알아서 주의해줘야지 뭐. 잠깐 선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마차밖에서 똑똑하는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귀찮아서 대답도 안하고 돌아누웠더니 잠시뒤에 마차문이 살짝 열리면서 에 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쉬잇. 마마께서 주무시니까. 조용히 해. 알았지?" "으응" 둘은 안으로 들어오더니 부시럭거리면서 옷을 갈아입었다. 아… 여기가 궁 이었으면 시녀장이 잠옷으로 안갈아입고 잔다고 잔소리를 늘어놨겠군. 뭐. 지 금 여기 없으니까 상관없겠지. 살며시 고개를 돌려서 에린등을 바라보니 벌 서 옷을 다 갈아입었는지 에린은 바닥에 깔린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카렌은 마차 창문을 통해서 밖을 몇번 둘러본뒤 에린이 있는 이불속으로 들 어가려했다. 막 카렌녀석이 바닥에 누으려고 할때 난 잽싸게 손을 뻗어서 카 렌의 허리를 붙잡고 내쪽으로 끌어당겼다. 깜짝 놀란 카렌이 바둥댔지만 아 까전 당한게 있어서 그런지 심하게 굴지는 않았기 때문에 난 카렌을 품에 안 고 잠을 잘수 있게 되었다. 카렌 그새 씻었나보네. 좋은냄새가 난다. 다음날도 마차여행은 계속되었다. 중간에 북부요새 - 넬튼? 넬톤? 이름은 잘모르겠다 - 에서 말을 바꾼 마차는 계속해서 북쪽으로 달렸고 하루 열여 섯시간씩 북쪽으로 내달린 덕분인지 우리들은 저녁 늦게쯤 국경에서 10km도 떨어지지 않은 최북단까지 도착할수 있었다. 뭐 덕분에 나와 에린같이 마차 안에서 편히 쉬던 사람을 제외한 다른 일행들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서 쓰러 져버렸지만 말이야. 그래도 예정보다 반나절이나 일찍 도착한덕에 오늘은 찬 바람을 맞지않고 튼튼한 건물에서 잘수있게 되었다. 요새도시이면서 북부 교 역로의 중심인 신펠 요새도시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마차는 넓은 해자위에 놓인 가교를 통해 높다란 성벽을 지나 도시안으로 들어섰다. 마차를 타고 도 시 중심의 요새로 향하는동안 슬쩍 밖을 내다보니 주민들의 분위기가 꽤나 심상치 않다. 역시 전쟁이 날거라는 소문이 벌써 여기까지 돌은것 같다. 아니 이쪽에서 날아온 정보이니 이미 다들 알고 있을지도… 도시로 들어오는동안 에도 신펠을 나가는 상인무리가 꽤 많이 눈에 띄었으니까 말이야. 외성문을 통과해 넓은 대로를 통해 내성으로 들어서자 이미 연락을 받았는 지 많은 사람들이 요새앞에 모여있었다. 내가 마차에서 내려자 이 도시의 영 주로 보이는 나이든 귀족이 내게 뛰어와서는 예를 표하며 말했다. "신 올레인 드 시노만 자작이 이왕자비 마마를 뵈옵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시노만 자작." "영광이옵니다 마마." 나를 향해 고개숙이는 중년의 자작은 일반 귀족과는 다르게 짧은 머리에 근 육질 몸매를 가지고 있었는데 척보기에도 군인티가 팍팍난다. 역시 요새도시 라는건가. 덴의 문서에 첨부되어 있긴 하지만 요새도시라는걸 처음 본 나로 서는 도시민들만큼이나 많은 병사들이 도시안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약간 생 소했다. 그런데 이 시노만 자작뒤에 서있는 다른 귀족녀석들은 내게 와서 인 사를 안하는거야!? "그런데… 뒤에 계시는 분들은?" "아…예. 수도에서 오신 외무장관님과 그 일행분들이십니다." 뭣? 우리보다 삼일이나 일찍 국왕폐하의 명으로 떠난 사절단 일행들이 왜 여기 있는건데? 지금쯤 케센 수도를 향해 마차바퀴가 부서지도록 내달리고 있어야하는거 아니야? 의아한 눈길로 내가 그들에게 시선을 주자 자기들끼리 수근대면서 나를 힐끔거리고 있던 그 귀족들이 우르르 내게 몰려왔다. "다시 뵙게 되어서 영광이옵니다. 마마." "그대는?" "신. 릴테온 드 메리츠 후작이옵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메리츠 후작. 그런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거죠? 저희는 많이 늦은줄 알고 꽤나 서둘러 왔는데요." "그…그게…" "마마. 우선 안으로 드시는게 어떻겠습니까? 날이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시노만 자작의 말마따나 주변은 벌써 까만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그래 우선 안으로 들어갈까? 실제적인 경력이야 어떻든 여기서 난 가장 높은 직위를 가진 사람이었기에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내뒤로 주변에 모여있던 귀족들이 우르르 몰려와서는 긴 장사진을 이루었다. 안으로 들어가면서 슬쩍 뒤를 돌아보니 나와 같이 마 차를 타고왔던 에린등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에이… 남정네 둘이야 알아서 잘먹고 잘잘테니 상관없지만 에린과 카렌은 챙겨왔어야 하는 거였는데. 신펠 요새도시의 중앙에 있는 영주관은 소박하기 그지없었는데 너무 소박하 다보니 투박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볼품없었고 또 거칠기 그지없었다. 우 리 로세니아나 크레센트의 왕실같으면 지금 내가 걷고있는 복도의 벽들도 모 두 거울처럼 맨질맨질하게 깎여서 빛나고 있을텐데 여기 복도는 울퉁불퉁한 돌들이 여기저기 튀어나와있고 또 창도 작아서 어두침침한데다가 냄새도 그 리 좋은편은 아니다 차라리 목조성쪽이 더 낮겠군. 그래도 내가 안내되어 들 어간 대식당은 그런대로 화려했다. 물론 왕궁에 비하면 소박하기 그지없지만 말이야. 아마도 영주가 앉았을 법한 중앙의 의자에 안내된 난 거침없이 그자 리에 주저앉았고 곧이어 내 왼쪽으로는 영주가 오른쪽으로는 외무대신이 자 리를 잡았다. 대충보니 이 요새의 장교들은 왼쪽에 외무대신을 따라온 귀족 들은 오른쪽에 순번대로 앉은것 같군. 그럼 이제 이들이 왜 여기있는지 들어 볼까? "자. 그럼 메리츠 후작. 왜 아직 여기 있는거죠?" "그…그것이…" "그점이라면 제가 답변드려도 되겠습니까? 마마" "그러세요." 난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며 시노만 자작을 바라보았다. 강인한 인상의 멋진 근육질 아저씨는 내게 감사하다며 작게 고개 숙인뒤 자리에서 일어서서 부관 이 가져온 문서를 손이 들고 말을 시작했다. "삼일전 케센측 국경 수비대 병사들 사이에 큰 소요사태가 일어났었습니다. 그리고 이틀전부터 일만이 넘는 대군이 케센측 국경주변에 모습을 드러냈습 니다." "그뒤부터는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마마." "하세요. 메리츠 후작" "예. 마마. 어제 이곳에 당도한 저희 사절단 일행은 국왕폐하의 명을 받들고 자 곧바로 국경으로 직행하였습니다. 헌데… 케센측에서 저희를 막아서고 통 과를 거부하였습니다. 그렇기에 할수없이 이곳으로 돌아온 저는 수도로 이 사실을 전하는 한편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거기다 케센측은 삼일전부터 각 상인들은 물론 여행자와 순례자의 통과도 거절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마." 흠 그렇다는 말은 아예 대화할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뜻인가? 이거 생각보 다 피곤하겠는걸? 그때 마침 다과와 함께 차가 나왔다. 그런데 이 사기로된 찻잔을 보게되니 이거 영 난감한걸… "차가 마음에 안드십니까? 마마." 내가 물끄러미 찻잔을 내려다보고 있자 시노만 자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에 난 어색하게 웃으면서 대답해야 했다. "아…아니에요. 향이 참 좋군요. 그런데… 저와 같이온 시녀좀 불러주시겠어 요?" "예.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곧이어 에린이 내게 불려왔다. 난 에린에게 작게 속삭이며 명령을 내렸고 에린은 곤란한 표정으로 나와 찻잔을 바라보다가 말없이 밖으로 나갔다. 내 이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다른 귀족들은 나 때문에 눈앞에 놓인 찻잔에 손 도 못대고 손가락만 빨고있는 모양이다. 으음… "전 상관말고 드세요." "어떻게 감히…" 지방 영주출신인 시노만 자작은 작게 고개를 젓는다. 왕실의 권력다툼과는 거리가 있는 그는 순수하게 내 직위를 존중해 주는것이다. 하지만 메리츠 후 작은 내 얼굴을 힐끔거리면서 무언가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는데. 아마도 나를 못마땅해 하는 이유는 그가 삼왕자파의 일원이기 때문일것이다. 하지만 이건 누구라도 해야하는 일이라고. 지금 집안싸움하게 생겼나? "마마. 차를 내왔습니다." 다행히 때마침 에린이 들고온 찻잔을 내 앞에 내려놓았다. 물론 보통찻잔이 아니다. 재질은 강철이요. 본래 용도는 와인등을 따라마시는 술잔이다. 거기 다 잔 주위에는 에린의 솜씨로 만들어진 자수가 놓이 헝겁천이 둘러져있었 다. 이거 모두가 나와 내 전용 찻잔을 빤히 바라보니 몸둘바를 모르겠는걸? "마마…그건…" "호호호. 숙녀에겐 여러가지 말못할 사정이 있는법이랍니다. 차가 식겠군요. 어서 드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내가 두손으로 강철 찻잔을 들자 다른 귀족들도 어색하게 웃으면서 같이 잔을 들었다. 뭐 나도 이런 눈에 띄는짓을 하고 싶은건 아니 라고 하지만 어쩌겠어. 사기같이 단단하고 탄성이 없는 물건은 조금만 충격 을 줘도 단번에 뚝하고 부러진단 말이야. 차라리 쇳덩어리쪽이 더 만지기 편 할정도니 할수없지. 그래도 이만큼이나 힘조절 할수 있는것도 다 짜증나는 완두콩 옮기기를 한 덕분이다. 내 괴상한 찻잔 덕분에 조금 무겁던 대식당안 의 분위기는 많이 가벼워졌다. 뭐 저들중 몇몇은 이런 내 기행을 자기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일부로 행한것이라 믿는 이들도 있는것 같은데… 오 해하라면 하라지. 나한테 나쁠것도 없으니까. 그보다는 현상황이 더 문제다. "그런데…" "예. 말씀하십시오. 마마." 내가 입을 열자 시노만 자작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약간 시끌시끌하던 식 당안이 조용해졌다. 모두 입을 닫은것이다. 심지어 영주인 시노만 자작보다 직급이 높은 메리츠 후작까지도 말이다. 이거 조금 부담되는걸? 역시 사람은 출세해야 하는건가보다. 아니 이게 아니지… "여기 계시 두분의 말씀으로는 저쪽이 너무 일방적으로 구는것 같네요." "확실히 전례가 없는 일이긴 합니다. 마마." "사절단까지 거절할만큼 무례한 자들입니다. 하여간 문화의 문자도 모르는 야만적인 것들이니… 쯧쯧." "그렇다곤해도 그들은 강국이에요." "저희 크레센트의 병사들 역시 그리 약골은 아닙니다. 만약 이번일로 놈들이 겁없이 날뛴다면 매운맛을 보게 될것입니다." 물론 그렇겠지. 그리고 그뒤에 내 모국인 로세니아가 ''감사합니다''하고 쌍수 를 쳐들면서 병사들을 전쟁에 지친 크레센트와 케센으로 보낼테고 말이야. 이거 싸움을 부추겨야 하는거 아니야? "전… 보시다시피 전쟁이니 싸움이니 하는것과는 그리 관계가 없는 평범한 여자랍니다. 하지만 역사에는 조금 관심이 있어서 조금 공부한적이 있는데요. 제 기억으로는 이런 상황이 과거에도 몇번 있었던것 같군요" "어떤때를 말씀하시는것 입니까?" "바로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공할때. 그것도 적국을 무릎꿇리는게 아니라 완 전히 정복하기 위해 전면전을 벌일때를 말하는것입니다." "그런!!!" "설마…" "여기 계신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전 로세니아 출신입니다." "크흠…" "그것과 이것이 무슨 상관이…" "제말 아직 안끝났어요. 계속 들어봐요. 전 처음 이나라에 왔을때 여러가지로 놀랐지만 그중 가장 놀란건 브리츠의 프리스트들이 버젓히 돌아다닌다는 사 실에 정말 놀랐죠." "흐음… 뭐. 타국에서 오신분들이 그런점에 조금 놀라시더군요. 아시다시피 크레센트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지라…" "그래요. 바로 그거에요. 저희 로세니아라면 비젠 신과 대립하는 다른신의 프 리스트들은 아예 신분을 드러낼수도 없죠. 이건 케센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들 은 전신 토르를 숭상하니까요. 거기다 전신만이 유일한 신이라고 믿는 그들 인데 이번에 그쪽나라의 사왕자가 브리츠의 암살자에게 살해당했다고 소문이 났어요. 아마도 저들은 자신들의 신이 모독당했다고 생각할게 분명해요." "흠… 저는 잘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마마." "케센의 남자들은 대부분 전사들이고 또 전시 토르를 숭상하는 신도들이니 아마 이번에 암살당한 케센의 사왕자 역시도 토르의 신자겠죠. 그런 사왕자 가 크레센트 왕국에서나 인정받는 브리츠의 암살자에게 암살당한 일은… 그 들에겐 도전이자 모독으로 비춰질겁니다. 아마도… 케센측에서는 지금 사태 를 국가간의 분쟁으로 보는게 아닐겁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의와 자신들 의 신을 위해서 이곳 크레센트를 치려고 하는것일겁니다." "흐음… 너무 과한 생각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마마." 내말을 들은 메리츠 후작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작게 부정했다. 하지만 난 어릴때부터 비젠신만이 최고의 신이라고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커왔다고. 지 금에서야 맨날 내게 시련만 안겨주는 신에게 진절머리가 나서 믿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렇다해도 난 로세니아인이고 어둠과 음모의 신인 브리츠는 생각 만해도 혐오감이 들정도다. 신을 부정하는 내가 이럴정도인데 전신을 숭배하 는 케센의 광신도들이 이런 대사건이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멍하니 손가락 만 빨고 있겠는가.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내일 당장 쳐들어올지도 모른다. 역시 삼국간의 60년동안 계속된 평화는 너무 길었나보다. 60년이라는 시간은 타국 을 침략할 힘을 기르기엔 전혀 모자르지 않은 시간이니까 말이야. "하여간 내일 저와 왕실의 이름으로 사신을 파견해보도록 하죠. 어쨋든 우리 들은 시간을 벌어야 하니까요. 만약 상대가 협상에 응한다면 거기 참석하도 록 하고요." "마마께서도 참석하시겠습니까? 위험할것 같습니다만…" "별수없죠. 뭐. 제가 나가지 않는다면 외교협상에서 거짓말을 하게 되는거니 까요. 우선 상대에게 신뢰감을 줘야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여기 메리츠 후작 께서 계신데 제가 뭘 걱정하겠어요. 저같이 어리고 아는것도 없는 여자보다 는 노련한 외무대신께서 잘 알아서 해주실것이라 믿어요. 전 자리만 차지하 고 있으면 되죠. 안그런가요?" "지…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마마. 그럼 저희는 이만 준비를 하러…" 외무대신과 그 일행들은 내게 예를 표하면서 줄줄이 밖으로 나갔다. 뭐… 저들은 삼왕자파니까 말이야. 아마 지금쯤 내가 무슨 꿍꿍이로 양보한건지 알아내기 위해서 머리를 싸메고 끙끙대겠지? 거기다 사교성이 부족하 로이드 왕자를 대신해서 내가 사교계에서 활약하고 있으니 나 역시도 경계의 대상일 테고 말이야. 뭐… 잘되면 저 외무대신과 함께 내이름도 귀족들 입에 오르내 리게 될테고 잘못되도 일을 주도한건 메리츠 후작이니 내게 피해갈건 없지. 그뒤 난 시노만 자작이 열어준다는 조촐한 연회를 피곤하다는 이유로 거절 한뒤 내게 배정된 방으로 돌아왔다. 아마도 영주부인의 침실이었을게 뻔한 넓은 방에 돌아온 나는 내일 카렌에게 치마를 지급하라는 명령을 한뒤에 그 대로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오늘도 피곤한 하루였지만 내일은 오늘보 다 더 피곤할테니 푹 쉬어둬야지. 음… 다음날 일어나보니 케센측에서 협상을 하겠다는 답변이 일어나서 씻고 있는 나를 맞았다. 덕분에 평소보다 몸치장에 쏟아부어야할 시간을 많이 빼앗기게 된 나는 대충 씻고 옷을 챙겨입은뒤 사신단 일행과 함께 국경으로 향했다. 우리가 온다는걸 이미 알고있던 케센측 국경수비병은 크레센트 깃발이 꽃혀 있는 마차를 그대로 통과시켰고 그렇게 케센 왕국으로 넘어간 우리들은 10분 정도 내달린뒤에 약속된 협상장소에 도착할수 있었다. "……" 그런데 이것들이 뭘하자는 수작이지? 저기 협상장소로 보이는 커다란 텐트 앞에는 사람 키만한 무쇠솥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고 그 주변에도 곳곳에 커 다란 장작들이 쌓여있는 - 마치 화형대같은… - 보기에 안좋은것들이 널려 있었다. 에린을 안데리고 온게 다행이로군. 난 떨떠름한 표정의 메리츠 후작 의 뒤를 따르면서 시녀복을 입고있는 카렌을 힐끔 바라보았다. 역시 저녀석 은 치마가 어울리는데 말이야…쯧. 협상장소인 텐트안에 들어가보니 상대는 이미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강력한 주장에 의해 우리쪽 사람들은 메리츠 후작과 그의 서기관 그리 고 나와 내 호위기사인 크렌, 닐크, 아르케네스였다. 물론 입구에서 무기는 압수당했고… 다행히 카렌은 너무 어려보이는데다 연약한 시녀인지라 아예 검문대상이 되지도 않았다. 하여간 우리 크레센트쪽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 나와 메리츠 후작만 의자에 앉았다. 나머지는 뒤에 서있었고… - 케 센측에서 곧바로 말을 꺼냈다. "여자를 내보내다니! 우리를 무시하는것이오? 아니면 그대들 나라엔 이 소녀 보다 잘난 남자가 없는것이오?" "험험… 그게 아니라…" 그러고보니 케센에서는 여자의 지위가 낮았지. 여자란 집에서 밥하고 빨래 하고 아이낳아서 기르는 존재정도로만 생각하는 녀석들이니까. 뭐… 이런점 이야 어느나라인들 안그렇겠냐만 케센쪽은 타국보다 유독 더 심하다. 에이… 시작부터 기분 잡치는걸? "우리는 협상할 생각이 없소!" "그게 무슨…" 정말 정이 뚝 떨어지게 말하네. 케센측에 앉아있는 인물은 둘이었는데 하나 는 털복숭이의 거한이었고 그 옆에는 팔짱을 끼고있는 젊은 청년이었다. 주 로 말하는건 저 털복숭이 아저씨였지만 내 직감으로는 그 옆에 앉아있는 붉 은빛이 감도는 갈색 머리의 청년쪽이 직위가 더 높은것 같다. 지금도 우리측 외무대신의 반응을 보면서 싱긋 웃기만 할뿐 협상에 끼어들려 하지않으니까 말이야. 마치 나처럼. "굳이 협상을 하겠다면 내 조건을 말해주지. 첫째. 지금 당장 영토 통과권을 줄것. 둘째. 크레센트 영토내에서의 수사권을 넘겨줄것. 그리고 셋째. 브리츠 의 프리스트와 신도 전원을 우리 케센 왕국으로 송환할것을 주장하오" "그런… 그런조건은 너무 억지이지 않습니까!" 내 옆에 앉아있던 외무대신이 벌떡 일어서며 발악을 하듯 소리쳤지만 상대 는 코웃음을 치며 외면할뿐이다. 아아. 저렇게 약하게 나가서야 어디 외교라 는걸 해보기나 하겠어? 상대가 이쪽을 만만하게 보지못하도록 강짜도 좀 놔 주고 협박도 좀하고 그러는게 외교의 진수가 아닌가. 실제로 케센측은 자신 들의 강점을 살려서 말도 안되는 조건을 턱턱 내거는데 말이야. "흥! 싫다면 당장 돌아가시오. 사신을 죽이는건 명예롭지 못한일이니. 가서 그대들의 검이나 잘 갈아두시오." "으큭…" 이거이거 아주 완패인걸? 이제 슬슬 내가 나서볼까나? 난 털썩 주저앉은 외무대신을 힐끔 바라본뒤에 우선 수염을 박박 밀어주고 싶은 충동이 일게끔 만드는 상대를 노려보았다. "그대의 직위와 이름은?" "흥! 감히 계집따위가 어디서…" "닥쳐라! 네녀석 아까부터 무례하기가 그지없구나. 너희들의 왕이 타국에서 인정받고 존중받기를 원한다면 예의를 갖춰라." "뭣이!!!" "하하하하" 그 털복숭이가 발끈하면 화를 내는것과 그옆에 앉아있던 갈색머리의 청년 - 분명 범상치 않은 직위를 가지고 있을거다. 그에게선 기품이 느껴지니까 - 이 크게 웃은건 거의 동시였다. 난 내가 중간에 끼어들어서 당황하는 내무대 신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손짓했고 곧바로 아직도 웃고 있는 그 청년을 바라 보았다. "저…전하…" "하하하. 참 기가 센 아가씨로군. 여기 이 친구는 우리 케센의 자랑스러운 용 사이자 이번 원정군 사령관인 흉켈 후작이오. 그리고 나는…" "케센의 이왕자이신 사이릭 전하시겠군요." "호오… 나를 아나?" "소문정도는 들어봤습니다." 소문은 무슨 소문. 덴의 보고서에 있던걸 그대로 말한것 뿐이다. 케센의 일 왕자는 아마도 그쪽 궁성에서 제왕학을 배우고 있다니 남은건 이왕자와 삼왕 자. 둘다 장군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크레센트 쪽은 이왕자의 관할이 란다. 그러니 당연히 여기서 전하라고 불릴만한 인물은 사이릭 이왕자 뿐이 다. 그나저나 저 이왕자 꽤나 단련한 몸같은걸? 내뿜는 기세가 왠만한 기사 들쯤은 눈빛만으로 기를 죽이게 만들만큼 자신감에 차있다. "그래 우리쪽 조건은 모두 말했는데 어떻게 할건가?" "물론 그런 일방적인 조건들은 모두 거절합니다." "그렇다면 전면전일텐데? 그정도는 생각하고 왔겠지?" "당연히. 하지만 그런 치욕스러운 조건을 들어주느니 차라리 전쟁을 벌이는 게 나을겁니다. 그리고 만약 우리가 싸우게 된다면 로세니아 측만 좋은일 해 주는 꼴이라는건 잘 알고 계실텐데요?" "로세니아는 움직이지 않아." "아니오. 움직일겁니다." "호… 왜그렇게 자신하지? 뭔가 믿는게 있는건가?" "제이름은 어제 알려드렸으니 이미 알고 계시겠죠? 아넬리안 드 크레센트. 크레센트 왕위계승서열 일위이신 로이드 왕자전하의 비가 바로 저입니다." "흠… 그거야 알고있는 사실이고…" "그렇다면 제 결혼하기전 성을 알고 계시는가 묻고싶군요. 아넬리안 폰 로세 니안. 자랑스런 로세니아인이자 현 로세니아 국왕폐하이신 레테이온 폐하께 서 바로 저의 아버님 되십니다." "…서로 사돈간이라해도 이런 명분없는 전쟁에 함부로 뛰어들것이라고는 생 각되지는 않는데?" "그렇겠죠. 그렇기에 바로 제가 이곳에 온 이유이기도 하지만요. 만약 제가 여기서 죽게된다면… 그날이 바로 케센이 지도상에서 사라지는 날이 될것입 니다. 잘 아시다시피 저희 로세니아인들은 명예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내말에 케센의 왕자는 협상이후 처음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긴듯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나의 배경은 날이 갈수록 빛을 발하는구나. 빌어먹을 커 트렌 자식의 가문인 노베른가가 꽉 잡고 있는 로세니아이긴 하지만 내가 여 기서 피살되던지 납치된다면 로세니아는 두말할것 없이 크레센트와 손을 잡 을것이다. 다만 그 전제조건에 내 목숨이 걸려있다는 것이 좀 씁쓸하긴 하 지만 말이다. 회의장안은 당연히 침묵이 감돌았다. 케센의 왕자는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인상을 쓰면서 팔짱을 끼고 있었고 나역시 그런 왕자를 노려보며 조금도 양 보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인상을 쓰고 있기에 협상은 지지부진. 괜히 시간 만 잡아먹었다. 뭐… 본래 목적이 시간 끄는거니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말 이야. "흠… 알수가 없군. 왜 자기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협상을 하는거지? 그쪽의 모국은 로세니아일텐데? 로세니아 왕국이라면 모를까 타국인 크레센트를 위 해서 자신의 생명도 거리낌없이 내놓겠다는건가?"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까요." "후우… 정말 마음에 드는 아가씨로군. 하지만 나도 여기선 공인인 입장이니 양보할수는 없고. 이런건 어떤가?" "어떤?" "당신이 내 궁에서 얼마간 생활하는것 말이야." "실례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전 결혼했거든요." "아아. 물론 그 사실은 잘 알지 하지만 아무리 잘난 나라도 그대같이 대가 세고 아름다운 여성이라면 한번쯤 나쁜 생각을 가지게 되거든" 그렇게 말한 케센의 왕자는 손가락을 딱하고 튀겼다. 그러자 사이릭 왕자가 앉아있는쪽 입구로부터 대충 스무명쯤 되는 병사들이 무장한채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온 병사들은 좌우로 갈라져서 우리를 향해 날카롭게 빛나는 창날을 겨누었다. "저희는 크레센트 왕국의 사절단인데 이건 너무 무례한게 아닌가요?" "훗. 그대들은 언제나 우리를 무식한 야만인들이라고 깔보지 않았나? 나도 야만인답게 조금 과격한 방법을 쓰는것뿐이야. 자. 무기도 없을테니 서로 피 보는 일없이 원만하게 해결해보자고." 결국 싸움인가? 아니 이건 전쟁이라고 불러야하나? 이런이런… 나야말로 왠만하면 피보는일 없이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었는데 말이야. 나는 외무대신 에게 뒤로 물러서라고 손짓한뒤 천천히 일어섰다. 상대쪽도 내가 일어서자 뒤로 물러서면서 공간을 만들었고 당장이라도 전투가 벌어질듯한 살벌한 분 위기가 감돌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그다지 죽고싶지 않다. 왜냐고? 아직 꼬맹이 주제에 고 집만 센 내 남편 로이드와 화해도 못했거든. 이런 이유를 남들에게 말하면 웃어버릴지 모르지만 내겐 심각하다. 언제부터인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로이 드 역시도 내 꿈의 일부가 되어있었고 또 내 목표를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 니까 말이야. 작게 한숨을 내쉰 나는 이제는 비어버린 테이블을 내려다보다가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그러면서 케센의 왕자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무기라면…" 그의 표정이 괴상하게 변한다. 하지만 난 전혀 개의치 않고 손바닥으로 테 이블을 내리쳤다. 콰아아앙! 연약한 소녀의 손길도 못견디는 이 불량 탁자는 뭐야? 이런걸 왕족이 쓰다니 케센의 자금사정도 알만하군. 난 완전히 박살이 난채 바닥을 구르는 테이블 다리를 들어올리면서 여전히 웃었다. "여기 있잖아요? 훗." 테이블 다리를 붙잡고 그위에 달려있는 거추장스러운 나무조각들을 몇번 만 져주자 가볍게 나무몽둥이 하나가 만들어졌다. 이런 내 행위에 말도 못하고 입만 뻐끔거리는 사이릭 왕자에게 윙크까지 해주는 여유 - 물론 이건 외도 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 를 보여준 나는 갓만들어진 따끈한(?) 나무몽둥이 를 우리들중 가장 덩치가 좋고 험상궂게 생긴 아르케네스에게 넘겨주었다. "어…어떻게?" 어떻게는 뭘 어떻게야? 그냥 힘껏 내리쳤더니 뽀작하고 부서진거지. 눈으로 보고도 못믿나 참나… "단단하기 이를데없는 오크목으로 만든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부수다니… 혹 시… 남자?" "무슨! 실례의 말씀! 전 엄연히 여.자.라고요! 보여줘요?" 난 그렇게 소리치면서 두손을 치마속으로 집어넣고 위로 치켜올렸다. 내 치 마가 하늘거리며 위로 솟아올랐고 늑대같은 남정네들이 숙녀의 부끄러운곳에 시선을 빼앗겼을때 내손에는 두자루의 롱소드가 들려있었다. 흠. 카렌 녀석도 가끔은 도움이 된다. "아아!! 살색 속옷을 입으신거군요! 놀랐습니다. 아무것도 안입으신줄알고…" "닥쳐 닐크! 이건 속바지라고!!! 속옷은 안에 입고 있어! 눈안깔아?" 난 크렌과 닐크에게 롱소드를 넘겨주면서 빽하고 소리쳤다. 괜히 얼굴이 빨 개지잖아! 저 닐크자식 괜히 쓸데없는 말을… 그런데 왜 케센쪽 인간들도 얼 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숙이는건데? "카렌!!!" 내 외침에 카렌이 제자리에서 폴짝 뛰어오르더니 내 어깨를 밟고 케센의 왕 자쪽으로 날아갔다. 이 망할 꼬맹이 감히 누구의 어깨를 밟는것이얏! 아앗! 카렌의 손에는 이미 두개의 단검이… 아…안돼! "죽이지마!" 내 외침에 그대로 찌르려고 양팔을 높이 치켜들었던 카렌은 그대로 사이릭 왕자의 가슴에 온몸을 날려서 그위에 올라탄채 왕자를 바닥에 쓰러트렸다. 그리고 그제서야 두팔을 힘껏 밑으로 찔러서 사이릭 왕자의 목사이에 단검을 박아넣었다. 이렇게 사태가 종결된다음에야 흉켈이라는 그 용사인지 뭔지하 는 털복숭이와 병사들이 움직였지만 이미 킹의 목숨은 내손안에 들어왔다고. 역시 여색을 탐하면 일찍 죽는다는 옛말이 맞나보다. …지금 상황에서 어울 리는건가? 뭐 어때? 결과만 좋으면 다 좋은거지. "좋아요. 이제 무기를 내려놓으시죠?" "웃기지마라! 네가 전하를 인질로 잡는다해도 여길 무사히 빠져나갈것이라 생각하느냐?" "그럼 뭐… 연약한 미소녀 하나와 케센국 이왕자의 목숨을 바꾸는 수밖에 없 겠군요. 크레센트와 로세니아 연합군은 선물로 잘 포장해서 드리기로 하죠. 불만없죠?" "크으…" 거참 이를 간다고 내가 갑자기 투항할 마음이라도 생길거라도 생각하는건 가? 아주 박박 잘도가는군. 저러다 이빨 부러지는거 아닌지 몰라. "후후후… 하하하… 아하하하하!!!" 갑자기 사이릭 왕자가 미친듯이 웃어대기 시작했다. 흠… 저인간도 신경이 강철도 만들어진건가? 자기 목을 위협하는 단검이 바로 코앞에 있는데도 불 구하고 저렇게 웃어대다니 보통 강심장을 가진 인간은 아니군. "뭐가 그렇게 웃기죠?" "큭큭큭… 정말… 졌다. 졌어. 완전 항복이야." "저…전하!" "닥쳐라! 흉켈! 여색에 눈이 멀어 주군을 위험에 빠트리는자의 말은 듣기싫 다!" …그 상황이라면 보통의 평범한 - 남색에 눈뜨지 않은 평범한 - 남자라면 다들 같은 반응일거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다시 해보라고 하면 절대 사양이 다. 부끄러운짓은 한번으로 족하다고.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때 사이릭 왕자가 날 올라다보면서 말을 건냈다. "이봐. 이 꼬마 아가씨좀 치워주겠어? 나도 여자를 꽤나 좋아한다고 생각하 지만 이 아가씨는 아직 십년은 더 필요할것 같은데 말이야." "뭐… 그러시던지요." 난 아까전 사이릭 왕자가 했던것처럼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카렌이 케센 의 왕자위에서 내려온뒤 몸을 일으키는 그의 뒤로 돌아가 목에 단검을 가져 다 대었다. "후훗. 로세니아의 시녀들은 다 이런가? 아니… 크레센트 일려나? 이거 조심 해야겠군" "좋을대로 생각하시죠. 자. 그보다 다시 협상이나 해볼까요?" "목에 단검을 들이대고 협상을 한다. 좋은 외교관이 되겠군. 아주 유쾌해. 후 후후…" 저사람 돌은거 아니야? 자기들한테 전적으로 불리한데도 좋다고 웃네. 으 음… 미친 녀석을 오래 상대하는건 좋지 않으니 빨리 끝내버려야겠다. "뭐… 우리측 조건은 별거없어요. 앞으로 한달! 한달동안 브리츠에 관한 모든 권한은 크레센트에서 처리합니다. 이에 관해서 케센은 어떠한 경우에도 참견 하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리죠." "그럼 그후엔?" "그땐… 다시 협상해야겠죠?" 난 당연하다는 투로 그렇게 말했다. 물론 크레센트로서는 매우 당연한 조건 이겠지만 사왕자를 잃은 케센으로써는 조금도 안 당연하겠지. 하지만 내가 케센의 사정을 봐줄리가 없잖아? 내말을 들은 사이릭 왕자는 쓴웃음을 지으 며 수긍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때를 놓칠새라 난 메리츠 후작에게서 공 문서 몇장을 받아든뒤 엉거주춤하게 검을 들고 서있는 닐크를 노려보며 소리 쳤다. "닐크! 저기가서 엎드려!" "네…네?" "내말 못들었어? 엎드리라고!" "예? 제가…왜?" "원망하려면 밥먹는데만 쓸모있는 그 입을 원망해. 빨랑가서 안 엎드려? 한 대 맞을래?" "당장 업드리겠습니다! 당장!" 닐크는 내가 가리킨곳으로 거의 구르듯 달려가서는 그대로 바닥에 착~ 하고 엎드렸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란 말이야. 난 고개를 바닥에 쳐박 은채 사이릭 왕자앞에 엎드린 닐크를 뻥하고 - 힘조절, 힘조절 죽이면 안된 다, 힘조절 - 차준뒤에 말했다. "그쪽이 아니야 옆으로 엎드려." 발로 엉덩이를 걷어차준게 효과가 있는지 닐크녀석 곧바로 내가 원하는대로 사이릭 왕자앞에서 옆으로 길게 엎드렸고 난 다리를 오무리고 등을 들어올리 라는등 자잘한 명령을 내려준뒤 그의 앞에 털썩 주저앉은뒤 닐크의 등에 공 문서를 올려놓았다. 그렇다! 테이블이 필요한것이다. 나무 테이블은 내가 부 숴먹었으니까! 이런 내 모습에 사이릭 왕자는 쓴웃음을 지었지만 별다른말 없이 잉크와 펜을 가져오라고 시킨뒤 아까전 내가 말했던 조건들을 줄줄이 적어내려갔다. 그리고는 맨 아래 그의 사인을 하고는 그 종이를 내게 건내줬 다. 꼼꼼히 읽어본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뒤 맨 아래 내 이름과 함 께 사인을 넣었고 그사이에 두번째 공문서를 작성한 사이릭 왕자가 내게 사 인을 부탁했다. 이렇게 두장의 합의문이 만들어졌고 우리는 그것을 한장씩 나눠가지며 평화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협상을 마쳤다. "카렌 이제 됐어" 깜빡 잊을뻔했군. 어쨌든 다친사람하나 없으니 평화롭고 화기애애한건 맞잖 아. 협상을 마친 우리 사절단 일행은 평화롭게 병사들의 숲을 헤치고 마차로 돌 아왔다. 의외로 사이릭 이왕자는 우리를 붙잡지않고 유쾌한 웃음을 지으면서 순순히 내보내줬는데 막 마차가 떠날때쯤 전송을 나온 케센의 왕자는 예의 미소를 얼굴에 걸어놓은채 마차창문에 고개를 들이밀고 내게 물었다. "만약 내가 그 문서의 조약을 무시하고 전쟁을 일으키면 어쩔 생각이지?" "흐음… 뭐… 저야 연약한 소녀인걸요. 미숙한 화술로 운좋게 거둔 성공을 과신할정도로 전 우둔하지 않아요. 그때가 되면 다른 유능한 분들이 알아서 잘하시겠죠." "훗. 크레센트에는 인재가 많은가보군. 하지만… 정말 아쉽군그래. 지금이라 도 늦지않았는데 내 여자가 될 생각은 정말 없나?" "삼개월전이었다면 당장 좋다고 했겠지만 지금은 절대 아니에요. 설사 하늘 이 무너진다해도!" "거참 아쉽군. 그대같은 총명한 미인은 그리 흔하지 않은법인데 말이야." "칭찬 감사히 듣죠." 내 대답을 끝으로 우리의 대담은 끝을 맺었고 마차는 다시 크레센트 왕국을 향해 출발하였다. 꽤나 유쾌하고 재미있는 왕자였다. 거기다 강인한 전사의 채취가 느껴지는 진짜 남자라고 생각되는 사람이었지만… 내 가슴속은 한사 람을 집어넣기에도 좁은곳인지라 그가 각인될 공간따윈 콩알만한 틈도 없다 고. 하여간 그렇게 멀어져가는 협상장소를 보면서 난 내 첫번째 임무를 성공 적으로 끝마쳤다는것을 느꼈다. 휴우…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아무런 조건없이 한달이라는 시간을 벌어온 나는 신펠에 들어서자 가히 영웅과도 같은 칭송을 들었다. 평생들을 칭찬을 하루 만에 다 들어버린 기분이랄까? 하긴 당장이라도 쳐들어올것같은 적들을 단지 말 몇마디로 한달이나 유예시켰으니 여기 사는 사람들 입장에선 머리에 꽃이 라도 꽃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을정도로 기쁘겠지. 결과가 좋으면 과정도 미화되는 법이니까. 여기서 가장 속쓰린 인간은 메리츠 후작이겠지? 이왕자 파인 내가 공을 세웠으니까 말이야. 신펠 요새도시에서 하루를 푹 쉰 나와 외무대신 일행은 이 기쁜 소식을 가 지고 - 물론 이미 전령이 출발했을게 뻔하다 - 왕성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마차에 올라탔다. 이번엔 급한일도 없으니 마차는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고 나 역시 지루한 완두콩 세기따윈 뒤로 제쳐놓고 팔자좋게 마차의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왜 구름사이로 그의 얼 굴이 아른거리는거냐… 이거 나도 중증인거 아냐? 에에이… 마차를 빨리 몰 라고 해야겠는걸? 지나가는듯한 무심한 내 한마디에 의해서 올때만큼이나 마차는 미친듯이 질 주하기 시작했다. 나랑 왔던 일행들이야 이미 한번 겪은 일이니 그런대로 적 응하겠지만 내뒤에서 쫓아오고 있는 외무대신들 일행은 아주 죽을맛이겠는 걸? 하지만 그런걸 생각해서 참아줄만큼 난 속이 넓지 않아서 말이지… 점점 그가 있는 수도가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얼마뒤면… 조금만 더가면… 더가 면… "멈춰!!!" 내 고함소리에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내가 타고 있는 마차가 뒤집힐듯 크게 요동을 쳤다. 갑작스러운 급제동에 놀란 말들이 히히힝~ 하면서 날뛰기 시작했고 밖에서는 마부와 닐크가 소란스로운 소리를 내면서 말들을 진정시 키고 있었다. "…마마?" 에린이 이상하다는듯 날 바라봤지만 저 멍충이에게 해줄말은 없다! 난 지금 내 일로도 머리속이 터질것 같단 말이야! 혹시라도 로이드 왕자가 아직도 화가나서 날 보지도 않으려하면 어쩌지? 아 니야 그날 내게 보여준 모습을 봤을때 그럴리 없어. 하지만 벌서 몇일이나 지났는데… 그래도 그 완고한 어린녀석은 절대 나를 용서해줄거야. 그렇지만 왕실에는 여자도 많고 그는 왕자인데… 내게 원하는걸 다른 여자에게 찾으면 난 어떤 표정을 지어야하지? 아아… 미치겠다! 머리속이 온통 뒤죽박죽이 되 어버린 느낌이다. 속으로는 로이드 왕자를 믿지만 내가 그에게 했던 심한 말 들과 왕실의 난잡한 분위기를 상기하니 도저히 자신이 서지 않았다. 에에잇! 이럴때는!!! 도망이닷! "에린! 가서 마차 돌리라고해! 랭스턴 자작령으로 간다!" "네에? 마마… 그건…" "시끄럿! 시키면 시키는대로해! 뒤에 오는 녀석들에겐 피곤해서 잠시 요양간 다고 전하고! 어서!" "네넷! 마마" 그렇게… 난 내 생에 첫번째 별거를 아무 생각없이 명령해버렸다. -------------------------------------------------------------- 흐음... 조금만더 조금만더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일일연재가 날아가버렸 군요. -_-;. 뭐...격일연재도 모군으로써는 대단한 것이지만... 이번편을 쓰는데 대략 12시간쯤 걸린것 같습니다 -_-;. 밤새도록 두들겨대고 지우고 다시 두 들겨대느라 허리도 아프고...하여간 ''죽겠다''라는 말이 지금 상황에 딱 맞는군 요 -_-; 뭐...어쨌든 이로서 8장도 끝났습니다. 다음은 9장. 앞으로 별거와 도주생활이 이어질것이라는... 아넬리안 : 난 잘못한거 없어! 따라오지마! 로이드 : 흥! 지옥까지라도 쫓아간다! 가우군 : 도망자(fugitive) 와 더 팬(The Pan)인가. 영화찍는거냐? 아넬리안&로이드 : 네놈은 입닥쳐! 가우군 : 깨갱...(침울하게 쭈그리고 앉아 바닥에 음울한 도형을 그린다) 남들 없어도 잘먹고 잘노는 아넬리안과 로이드입니다 -_-/ 그리고 연재장소가 한군데 추가되었습니다. http://endsad.zio.to/ 가니메데의 백호님과 인형, 와일드 레이디스등의 O.P님의 홈페이입니다. 아마도 이이상 늘어날것 같지는 않고...아마도 지금 연재중인곳중 두세곳정도 는 정리해야할듯. 지금은 졸리니 나중에. 나중에.(희대의 귀차니스트!)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3dragon.net), 청어람(chungeoram.net), 드림워커 (drwk.com), 조아라(ujoa.com), 하이텔 Pmc(http://pmc.hitel.net/drezzit) 제국평의회 (http://endsad.zio.to/)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9장 한가한 오후의 티타임 (1) 2003-08-25 22:17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9화. 한가한 오후의 티타임. 우리가 하는일? 그야 간단하지. 때리고 부수고 죽인다! 훗. 내가 맡고 있는 제국 화격 기사단은 최고수준의 장비와 최고의 훈련을 받은 최강의 기사단이 라고! 겉멋만 잔뜩 든 제국 친위기사단이나 걸어다니는 방패들인 로얄가드와 는 비교가 안되지! 암! 물론 지금같이 평화로운 날에는 이렇게 한가하게 앉 아서 차나 마시고 있지만 말이야… 쯧. 어디서 전쟁이라도 안나나?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제국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제국 화격 기사단의 단장 에리이 폰 디크센 백작님과의 대담중 - 주. 때때로 사람들은 지독한 무료함에도 돌아버릴정도로 연약한것 같다. 위험하다. 정신감정에 조예가 있는 황실의원을 부르던지 아니면 진짜 전쟁이 빨리 일어나야… 전염된건가? - 대륙력 995년. 가을. 추수가 한창인 랭스턴 자작령. - 이미 한번 와봤던데라서 이무 생각없이 랭스턴 자작령으로 달려간 나는 그 대로 역시나 취해서 뻗어있는 영주를 대충 아무방엔가 집어던져놓고 술냄새 에 찌든 영주방을 내방으로 개조하였다. 물론 여기서 약간의 잡음이 있었지 만 내가 놋쇠그릇을 잡고 가볍게 몇번 매만져주자 잡음은 순식간에 사라졌 다. 그렇게 난 남의 저택 하나를 날로 삼킨뒤에 눌러 앉았다. 지금도 여전한 시만 집사는 내가 당분간 신세 질거라고 했더니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채 ''신 이시여…''라고 두손을 모아 기도하며 눈물을 흘렸다. …기쁨의 눈물이겠지? 그렇겠지? 아마도 … 솔직히 나도 할만큼 했고 또 왕실로 들어가기도 싫다고. 아니 왕실의 경우 에는 싫다기보다는 무섭다고 해야겠지. 지은 죄가 있으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로이드 왕자는 잘 지낼려나? 식사나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네. "마마. 차를 내올까요?" "응? 응." 내 대답에 에린이 수줍게 웃으면서 저만치 떨어진 모닥불가로 뛰어갔다. 한 낮에 왠 모닥불이냐 하겠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다 사정이 있다고. 아아… 조 금만 더 있으면 에린이 놋쇠주전자로 막 끓인 차를 마실수 있겠구나. 이 랭스턴 영지에 눌러앉은지도 벌써 일주일이나 되었다. 케센과의 협상을 마치고 이곳으로 돌아왔더니 녹색이었던 산맥이 어느새인가 갈색으로 조금씩 물들고 있었고 손바닥만한 농지에서는 푸르르던 밀이 황금빛을 내면서 고개 를 숙이고 있었다. 이 랭스턴 영지는 삼면이 산으로 둘러쌓인곳이라 농지가 정말 손바닥만하다. 크레센트 왕국 영토의 80%이상이 평야라는데도 불구하 고 이동네는 자급자족조차 안될정도로 밀의 산출이 형편없었고 또 농부도 별 로 없다. 그렇다해도 역시 세금중 가장 가치있고 고정된 수입을 올려주는게 밀인지라 무시할수도 없다. 그렇기에 내가 저택에서도 꽤 멀리 떨어진 밀밭까지 몸소 나와서 수확을 시 작한 농부들을 바라보며 한가하게 차를 마시고 있는거다. 이 손바닥만한 영 지에는 감독관으로 내보낼 관리 하나조차 없다! 망할. 이런 자잘하고 사소한 일은 원래 랭스턴 영주나 시만 집사가 해야하는데 영주녀석은 오늘도 어김없 이 술독에 빠져서 주정이나 부리고 있었고 시만 집사는 아예 몸져누웠다. 내 가 그렇게 싫은걸까? 날보고 앓아누울정도라니 말이야. 내가 악당이 된것같 잖아. 쳇. "차를 내왔습니다. 마마." "응. 수고했어" "헤헤…" 에린 녀석 제법이군. 이젠 내 눈치도 볼줄알고 말이야. 역시 사람을 교육을 시켜야 한다니까. 아직도 맹하고 멍청하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 여기로 끌려 왔을때와 비교해보면 진짜 대단한 발전이다. 난 한손으로 놋쇠잔을 받아들고 다른손으로 내 옆에 쭈그리고 앉은 에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카렌 녀 석은 이렇게 귀여워해주면 투덜대면서 내손을 피하는데 에린은 아주 좋은지 실실거리며 눈을 빛낸다. 난 내 옆에 슬그머니 주저앉는 에린을 못본척해주 고는 차를 마시면서 한창 추수에 열중하고 있는 농부들을 바라보았다. 농사란 힘든일이구나. 겨우 열댓살밖에 안되보이는 여자애가 힘겹게 짚단을 나르는 모습. 육십은 다되보이는 할아버지가 자기 키보다 큰 추수용 낫을 휘 두르는 모습. 그리고 이삭으로 부터 낱알을 떼어내기 위해서 타작하는 모습. 각각의 풍경들이 내 눈앞에서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 저렇게 땀을 뻘뻘 흘려 가면서 죽도록 일해도 저들이 가져가는건 겨우 절반정도. 그것도 그나마 소 작농이고 여기에 농지가 거의 없어서 그정도지 남부의 농노들은 봄부터 가을 까지 죽도록 일해서 수확한 밀의 1/4도 못가진다. 그리고 추수가 끝난 겨울 에는 다른 국가사업이나 영지사업에 투입된다. 하긴 이런게 평민들의 삶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농부들을 불쌍히 봐줄수는 없지. 농부들이 불쌍하면 사냥꾼들도 불쌍해지고 약초꾼들도 불쌍해지며 벌목꾼들도 불쌍할테니까." "예? 마마"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저기서 힘들게 일하는 평민들은 귀족들에게 세금을 바치고 보호를 받 는거야. 나와같은 귀족들은 그런 평민들을 위해서 큰돈이 드는 공공사업과 군대를 유지하는것이고. 짐승들과 몬스터 그리고 외적으로부터 저들의 생활 을 보장해주는거지 뭐. 속편하게 생각하자고 귀족들도 나름대로 힘들고 피곤 하단 말이야. 그렇게 속으로 위안을 하면서 찻잔을 들어 입에 댔는데 어느새 다 마셔버린건지 잔은 비어있었다. 이에 난 에린을 보며 말을 했다. "에린 한잔 더 줘" "네? 네!" 내뒤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딴짓하고 있던 에린은 내가 내민 찻잔을 받아들고 쪼르르 뛰어갔다. 저녀석은 저기서 땀흘려 일하고 있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도 아무런 감흥도 없는건가. 뭐… 에린에게 많은걸 바라면 안되 지만서도… 에린이 차를 내오는동안 멍하니 있는데 갑자기 저 멀리서 흙먼지가 피어오 르는게 보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이 랭스턴 영지와 외부를 연결해주는 유일 한 흙길위로 한필의 말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게 보였다. 그 말은 금새 내 가 앉아있는 풀바닥 옆을 두두두…하는 소리를 내면서 스쳐지나갔고 바닥을 진동시키며 뛰어가는 말위에는 안장에 검은 깃발을 꼽은채 필사적으로 달리 고 있는 전령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에이~ 먼지 피어오르잖아! "저렇게 급히 뛰는걸보니 또 내거겠군." 난 작게 중얼거리면서 손가락으로 그동안 내게 날아온 서신들을 세어봤다. 사일전에는 국왕폐하께서 내 공로를 치하하며 당장 여기로 왕실의사를 보내 준다는걸 완곡하게 거절하느라 땀좀 뺐고 삼일전에는 마틴 삼왕자가 이 근방 에 도착했다가 잠깐 들린다고해서 그동안 숨어있을곳을 찾았는데 일이 바쁜 건지 여기로 오지는 않았다. 그리고 어제는 덴 녀석이 언제쯤 왕궁으로 돌아 올거냐며 안부편지를 보내왔다. 흠… 그럼 오늘은 누구일려나? 설마… 그동 안 감감무소식이던 로이드? 에이… 설마. 부인이 아프다며 - 꾀병이지만 - 산골벽촌에 쳐박혔는데도 일주일이 다되도록 전령 한명 안보낸 사람이 갑자 기 그럴리가 없지. 음… 케센과의 전투에 대비해 지방군을 모으러 다닌다는 브래드릭 일왕자일려나? 뭐. 그거야 조금뒤면 내 호위는 하지않고 맨날 뺀질 거리며 놀기만 하는 크렌 녀석이 가져올테니 금방 알게되겠지. 심심하다. 쬐끄맣다고는 해도 삼사백 평방미터쯤 되고 마을도 세개인가 네 개인가 있으니까 몇일동안은 계속 이러고 있어야 할텐데. 내일도 이짓을 하 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힘이 쭉 빠진다. 하루만으로도 질리 는데 말이야. 생각같아서는 영지내에 있는 힘좋은 사내들을 죄다 끌어모아서 한번에 다 끝내버리고 싶지만 여기 사내들은 대부분이 사냥꾼 아니면 약초꾼 이고 그런 이들은 보통 하루 벌어 하루 먹는게 고작이라 내가 사비라도 털어 서 돈이라도 쥐어주지 않으면 그대로 굶어야한다. 이러니 어린애 손까지 가 져다 쓰면서 저렇게 일하는거 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감독하는 입장에서는 죽을맛이라고 할일도 없지 그렇다고 자리를 뜰수도 없지 하루종일 멍하니 앉 아서 똑같은 작업을 되풀이하는 농부들의 뒷모습이나 보고 있어야 하다니 내 신세가 왜 이렇게 됐담. 에휴… 그나마 여기가 랭스턴 영지중에서는 가장 큰 밀밭이라니 다른데는 좀더 빨리 끝나겠지. "마마 차를 내왔…" "어서줘!" 흐믈흐믈하게 늘어져있던 난 벌떡 일어서서 에린이 들고있는 찻잔을 빼앗아 들었다. 흐으음… 이 홍차향 … 조금은 마음이 안정되는구나. 아아. 그래 편하 게 생각하자. 한가한 오전의 티타임. 너무 한가해서 탈이지만 그래도 땀흘리 며 바쁘게 뛰어다니는것 보다는 훨씬 우아하고 품위있잖아. 이게 좋은거야. 차를 다마시고나서 에린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푹 잠 들었다가 깨어보니 에린녀석의 턱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눈을 감은채 고 개를 앞뒤로 끄덕거리는걸 보니 이녀석 졸고있는건가? 도대체 밤에 뭘하길래 이녀석은 틈만나면 멍하니 있거나 꾸벅꾸벅 조는거지? 내가 너무 혹사시켰 나? 설마… 내가 에린에게 시키는 일이라곤 내 시중드는것과 차 끓여오라고 하는것뿐인걸. 왠만한 교양있는 귀족가 아가씨도 에린보다는 많이 움직일거 다. 에이… 잠도 깬것 같으니 다시 감독관이 되어볼까? 난 상체를 일으키면 서 다시 밀밭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없네? 다들 어디로 간거지? 설마 도망 갔을리는 없고. 난 벌떡 일어서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다행히 농부들은 도망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길 옆으로 나있는 작은 도랑근 처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농부들은 에린이 차를 끓이기 위해 가져온 불씨로 만든 화톳불옆에 모여서 스튜를 끓이고 정체불명의 고기를 굽고 있었다. 꼬 르륵… 그러고보니 점심때구나. "에린." "…쿠울" "에린!" "……" 따악! "아얏! 히잉…" 내게 뒷통수를 얻어맞은 에린은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쥐면서 아픈척한다. 가볍게 툭 쳤을뿐인데 말이지. 엄살은… "에린. 도시락 싸왔지?" "히잉… 네? 아…저…그게…" "안가져왔어?" "…네에" 하! 저택까지 30분은 걸릴텐데! 거기까지 갔다가 다시 오란 말이야?! 이 바 보같은 에린! 아니! 에린같은 바보! 저녀석 분명히 불씨 가져온다고 법썩 떨 다가 도시락을 놓고 온걸거다! 하아… 배고픈데. 응? 킁킁. 빵굽는 냄새가… 슬쩍 곁눈질로 옆을 보니 평평하고 맨질맨질한 돌위에서 새하얀 밀가루 반죽 이 올려져있다. 개중에는 노랗게 구워진 빵들도 보였고… 꿀꺽. "에린! 가서 먹을것좀… 아니. 같이 가자." "네? 네에…" 에이… 에린 녀석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람. 한때 잘나가던 로세니아의 왕녀 가 먹을걸 구걸해야 한다니 자존심이 땅바닥에 생매장 당해버린 기분이다. 농부들이 있는 불가로 다가가자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던 분위기가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것처럼 착 가라앉았다. 나이든 중년 어른이 셋이고 젊은 청년 이 여섯, 그리고 여자들이 두명이었고 다섯명의 아이들로 이루어진 농부 가 족들은 아마도 친척이나 이웃들이 한데 모여서 같이 일하는것 같았다. 별로 관심이 없어서 자세히 보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모여있는걸 보니 정말 숫자가 적긴 적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난 그들이 앉아있는 불가로 걸어갔는 데 내가 다가가자 어른들이 슬그머니 일어서서 허리를 푹 숙였다. "마…마님… 시키실 일이라도…" "아니. 뭐…흠" 아무생각 없이 그들에게 다가갔던 난 나도 모르게 뒤로 한발짝 물러섰다.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멀리 있을땐 몰랐는데 이렇게 바 짝 다가서니까 노린내와 땀냄새가 범벅이 되어서 내 코를 괴롭힌것이다. 으… 씻지도 않는거냐?! 거기다 시커멓게 탄 몰골에 때가 잔뜩 묻은 옷차림 을 보니 식욕이고 자시고 가까이 다가갈 마음이 싹 가신다. 근처에 강이라도 있으면 모조리 집어쳐넣고 새하얀 종이만큼 하애질때까지 박박 문지르고 나 오라고 소리쳐주고 싶을 정도다. "마마. 손수건을…" 내옆에 서있던 에린이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손수건을 꺼내서 내게 바쳤다. 난 에린이 내미는 손수건을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 농부들 일행을 바라보았는 데 그들은 모두 어딘가 비굴한듯한 모습으로 감히 내게 시선을 맞추지 못하 고 고개만 숙이고 있을뿐이었다. 물론 부모 - 혹은 형제자매? - 의 팔다리에 찰싹 달라붙은 어린애들은 어른들 틈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나를 올려다봤지 만. 역시 어린애들은 겁이 없다니까. 손수건을 코에 대고 있으면 좀 나아질까 생각해봤지만 어차피 냄새야 조금 만 지나면 적응되는것이고 씻지 않아서 냄새 좀 나고 지저분한것뿐이니 그정 도야 못참아줄까? 내 마음은 바다와 같이 넓단 말이지. 난 에린에게 손짓해 서 손수건을 물린뒤에 농부들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농부들이 좌우로 물러 섰고 난 그사이를 빠져나가 불가에 털썩 주저앉았다. "마마! 바닥에 깔것을 가져오겠습니다. 옷이…" "됐어. 그보다 나 배고파." 지금 입고있는 원피스 드래스야 실내복으로 입고 돌아다니는 편안한 복장인 데다가 어차피 내가 빨래하는것도 아니니까 상관없지. 내가 배고프다고 말하 자 에린 녀석이 잽싸게 나무그릇 하나를 줏어다가 희멀건 스튜가 보글보글 끓고있는 청동솥에서 희멀건 스튜 한접시를 떠담아서 내게 가져다 주었고 농 부중 한명은 굽고있던 고기를 나이프로 썰어서 가져왔다. 그리고 납작하게 구워진 - 마치 쿠키같이 생겼다 - 빵들도 내 앞에 몇개나 쌓였다. "뭐해? 식사안해? 오후에 또 일해야 하지 않아?" "예? 예에…" 나의 당당한 말투에 가장 나이가 많아보이는 농부가 다른 가족들을 자리에 앉혔다. 내게서 좀 떨어진 - 불가에 앉아있어서 솥과 고기 그리고 돌판이 바 로 내앞에 있다. 멀리 떨어질수가 없었겠지 - 자리에 모여앉아서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보며 식사를 시작했다. 아아… 밥 잘먹는 남의 식탁에 불쑥 뛰어 든 불청객이 분위기 다망치는군. 이게 다 에린 탓이라고. 난 투박한 모양의 나무 스푼을 들어서 스튜를 떠먹어보았다. "밍밍해. 까끌까끌하고 건더기도 없고. 맛이 뭐 이래?" 정말… 생긴값을 한다고 희멀건 스튜는 간도 안한건지 텁텁한 맛만 난다. "고기는 질긴데다가 느끼하고 빵은 푸석푸석해. 거기다 딱딱하고" 식사를 하면서 이렇게 중얼거리니 사내들이 몸을 움찔거린다. 설마… 여기 서 내가 투덜거리기 밖에 더하겠어? 이런데서 만든 평민 음식이 다 그렇지 뭐. 하지만 정말 스튜는 먹기가 거북하다. 너무 밋밋해서 뭐랄까… 물에다 밀 가루 타서 먹으면 이런맛이 날까? "에린! 소금 있어?" "네? 저기… 암염이라면 있습니다." "내놔" 내가 손을 내밀며 말하자 에린 녀석은 주저주저하면서 품속에서 손수건으로 정성스럽게 싼 암염을 꺼냈다. 뭐야. 겨우 어린애 주먹만한 크기잖아. 저거가 지고는 간도 못맞추겠다. 그래도 없는거보다는 낮겠지. 난 에린이 두손으로 바쳐든 암염을 들어올려서 솥안으로 던져버렸다. 퐁. "아앗!!!" "왜? 아까워?" "그게 아니라… 저거 엄청 짠거라서… 그래서…" "시끄럿! 감히 내가 하는일에 토다는거야? 맞아볼래?" "그게 아닌데…" 작게 중얼거리는 에린을 노려봐준 나는 내 스튜 그릇을 들고 솥안에 내용물 을 부었다. 그리고 농부의 부인중 한명을 지그시 바라봐주자 알아서 국자를 들고 솥안의 내용물을 저어주었다. 대충 소금이 다 녹았을것 같자 나는 국자 를 빼앗아들고 한 그릇 퍼담은뒤 스푼으로 떠먹었다. "…크으" "여기! 물이요! 마마" 짜다. 짜다. 짜다. 짜다아아아!!! 난 에린이 주는 물을 벌컥벌컥 마신뒤 소금 덩어리가 되어버린 솥안의 스튜를 노려보았다. 이미 반쯤 졸은 스튜를 노려 보던 난 거기다 물을 부었다. 그것도 한솥 가득. 덕분에 간은 어느정도 맞게 되었는데 이젠 스튜가 아니라 아예 수프다. 그것도 짠맛만 나는 묽은 수프. 에에잇! 이딴걸 어떻게 먹냐고!!! 난 스푼을 그릇에 집어던지면서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에린! 저거 당장 먹을만하게 만들어! 당장!" "에에엣? 하지만… 마마. 여긴 재료도 없고… 도구도…" "시끄럿! 이게 다 너때문이잖아! 어서 만들어! 맞을래?" "당장 다녀오겠습니다! 마마!" 내 윽박지름에 에린 녀석은 비명을 지르듯 소리치며 벌떡 일어서더니 흙길 을 가로질러 밀밭 반대쪽에 있는 작은 숲으로 뛰어들어갔다. 씩씩거리며 에 린이 사라지는걸 째려보고 있던 난 식어서 더욱더 딱딱해진 빵을 아득아득 씹으면서 분을 삭혔다. 그런데 왜 저사람들은 밥먹다말고 날 힐끔거리며 보 는건데? 구경났나? 내가 노려보면 고개를 푹숙이면서 말이야!!! 아우… 무슨 고기인지 모르지만 느끼해! 과일이 먹고싶어어어!!! 즐거워야할 - 아마 즐겁겠지? 가족끼리 모여서 먹는 단란한 식사시간일테 니 - 식사 분위기는 마치 초상집 같았다. 가끔 달그락거리는 스푼 부딪치는 소리가 날뿐 나를 포함한 농부들과 아이들은 입을 꼭다문채 필요할때만 가끔 열었다. 난 혼자서 고기를 집어먹으면서 빵을 뜯었다. 그러고보니 이 납작한 빵도 벌써 세개째네. 언제 이만큼 먹은거지? 슬슬 배가 불러오는걸… "다녀왔습니다! 마마!" 내가 슬슬 손을 놓으려고 하는데 에린 녀석이 헥헥대면서 숲사이에서 뛰어 나오며 소리쳤다. 에린녀석은 그 짧은 시간에 야생 양배추와 양상추 그리고 길다란 회색 버섯들이 한아름이나 캐가지고 돌아온것이다. 그만 먹는다고 말 할까도 했지만 나 때문에 스튜 한솥을 못먹게 되었으니 그냥 만들라고 놔뒀 다. 그래도 명색이 시녀라고 요리정도는 할줄 아는지 에린은 능숙하게 먹는 물(!)을 펑펑 써서 야채들을 씻었고 큼직하게 잘라서 끓기 시작한 솥안에 마 구 집어넣었다. "에린. 그 버섯 먹을수 있는거 맞겠지? 난 독살당하기 싫다고." "에… 저… 먹을수 있을겁니다. 전에 주방에서 본거랑 같은 모양인데… 아 마…" "…다되면 너부터 먹어봐." "네에…" 울상은 왜 짓지? 자기가 먹을수 있는거라고 해놓고 이제와서 걱정되나보 지? 흥이다. 저녀석 독버섯 먹고 뻗어버리면 길가에 버리고 가야지. 스튜안에서 내용물이 익는걸 기다리느라고 식사시간이 두배로 늘어났다. 뭐 나도 오후에 또 일해야하는 농부들도 좋아하는것 같지만 말이야. 기다리는동 안 에린에게 차나 끓이게 시킬려고 하는데 배부르게 먹을만큼 먹은 꼬맹이들 이 자기네들끼리 수근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누나 무섭다." "바보야. 저분은 누나가 아니라 마님이야. 마님" "마님이야? 그럼 우리 영주님 또 장가가신거야?" "그럼 또 흰빵이랑 소고기 먹겠다. 야~ 좋겠다." "쉬잇. 들리잖아! 바보들아! 그리고 주인 마님이 계셨었으니까 작은 마님이 되는거야." 뭐냐 저 논리는… 하긴 저애들이 정실 부인과 첩의 차이나 알까. 뭐… 조금 무례하긴 하지만 무식은 죄가 아니니까… "그럼 저 무서운 누나… 아니 작은 마님은 첩이네? 그렇지? 응?" 싸아아아… 머리속에서 뭔가 작은 실같은게 툭하고 끊겼다. 난 그대로 돌처 럼 굳어버렸고 에린 녀석은 국자를 떨어뜨렸다. "마…마님! 주…죽을죄를 졌습니다." "이녀석! 어디서 함부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놈이니 제발 자비를…" 내 나이의 세배는 살았을 늙은 농부는 앉은 자세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박 고 내게 관용을 구걸했고 다른 사내들도 그런 늙은 농부처럼 고개를 조아리 며 빌었다. 어른들이 내게 엎드려 비는걸 보고 영문을 몰라하던 꼬맹이녀석 은 제 엄마품에 안겨서 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 아마 뒷통수가 좀 불어나고 귀가 길게 늘어나지 않았을까? 덤으로 작은 소리로 이어지는 잔소리에 머리 가 이상해졌을수도… - 나머지 농부들도 내 표정을 보고는 사색이 다되서 벌벌 떨었다. 하… 그 영주에 그 주민들이라더니. 창녀 다음엔 첩이냐? "됐어. 됐어. 어린애가 한말가지고 화풀이 할정도로 분별력이 없지는 않으니 까. 그보다 그애 이리오라고 해봐" 나는 최대한 미소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미간의 주름이 사라지지 않 는다. 이거… 몸이 통제에 안따르는걸? 이러다 사고치는거 아닌지 몰라. 그 아이의 엄마는 주저주저하면서 이제 여덜아홉쯤 되어보이는 그 아이를 내 앞 으로 데려왔고 난 앉은 자세 그대로 그 아이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너 이름이 뭐니?" "반스…인데요" "그래. 반스. 자… 신기한거 보여줄께. 잘봐라" 난 그렇게 말하면서 바닥에서 손바닥에 들어갈만한 단단히보이는 돌맹이 하 나를 집어들었다. 아이 엄마는 내가 이 돌맹이로 이 무식하고 용감한 꼬맹이 의 이마의 단단함을 시험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것 같았는데 나같이 정숙한 숙녀가 어떻게 그런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일을 하겠어. 난 용감한 꼬맹이 눈 앞에 돌맹이를 보여주고는 그것을 한손으로 움켜쥐었다. 빠각. 드드득… 손가 락 사이로 작은 돌조각들이 떨어져내렸다. 이에 난 손바닥을 펴서 잘게 조각 난 돌맹이를 아이의 눈앞에 보여준뒤에 그걸 양손으로 마주잡고는 싹싹 비볐 다. 투두둑… 내가 손을 탁탁 털자 돌조각은 사라지고 마른 먼지만 바닥으로 떨어져내렸다. 이 광경을 바로 눈앞에서 지켜보던 아이는 입을 벌린채 눈물 을 글썽였고 그뒤에서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보던 농부들도 나의 신기한(?) 기술에 놀랐는지 입을 쩍벌리며 못볼것 봤다는 표정을 지었다. "봤지?" "으으으…" "한번만 더 이 예쁜 누나한테 ''무서운''이라던지 ''첩''같은 단어를 쓰면 네녀석 의 머리를 이렇게 만들어주겠어. 알겠지?" "흐윽… 흐윽…" "그리고 랭스턴 자작은 이 누님의 먼 친척이란다. 누나가 몸이 안좋아서 요 양온거야. 그러니까 ''마님''이라고도 부르면 안돼. 알았지?" "우에에에에엥!!! 엄마!!! 엄마!!!" 꼬맹이 녀석은 제 엄마의 품속으로 뛰어들어서는 마구 울어제꼈다. 이래서 난 애들이 싫어. 제멋대로인데다가 겁도 없고 분별력도 없으면서 조금만 몰 아세우면 부모품으로 뛰어가버린단 말이야. 이건 귀족이나 평민이나 마찬가 지같다. 쩝. 나도 어머님의 품에 안겨봤으면 좋을텐데… 다행히 에린이 채집해온 버섯은 식용이 가능한 녀석같았다. 나야 버섯같은 데 신경을 안쓰니 알리가 없지만 말이야. 에린이 스튜를 한그릇이나 비운다 음에도 토하거나 환각 증세를 보이거나 몸이 마비되지 않는걸 봐서는 먹어도 되는것 같다. 이에 난 스튜를 떠서 먹기 시작했고 내가 ''어서 먹어''라고 한마 디 하자마자 마치 10년은 굶은 사람들처럼 농부들이 솥에 달라붙었다. 아이 어른할것 없이 모두 말이야. 난 배부른데 이사람들은 많이도 먹는구나. 끄아… 더는 못먹어. 세그릇째 스튜를 퍼먹은 난 그릇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아직도 솥에는 스튜가 반이나 남았고 에린이 커다랗게 썰어놓은 야채들이 그 사이에 물이 불어서 보기만해도 끔찍할정도로 부풀어 올라 있었다. 에린을 포함한 다른 농부들을 보니 다들 배가 부른지 스푼 움직이는게 느릿느릿한 걸? 하지만 먹을걸 버릴수야 없잖아. "난 배불러 그만 먹을래." "그럼 저도…" 내가 그릇을 내려놓자 에린도 슬그머니 따라서 내려놓는다. 그리고 농부들 도 다들 내 눈치를 보면서 슬쩍 그릇에서 하나둘 손을 떼기 시작한다. 하지 만 스튜는 아직 반이나 남았다고. "음식을 남기면 벌받지. 먹어" 난 에린에게 한말인데 왜 다들 각자 한숨을 내쉬면서 그릇을 드는거야? 응? 그리고 아까전 막 식사를 시작할때는 조금이라도 많이 먹으려고 서로 다 투더니 이젠 왜 서로 조금 먹을려고 다투는걸까? 하여간 사람 마음이란… 배가 빵빵하게 불러오니 조금 졸립다. 하지만 식사를 마치고 바로 잠자리에 들면 코르셋이나 예식용 드래스를 입을때 힘들어질테니 조금 운동이라도 해 야할것 같다. 그런 생각으로 난 아직도 솥앞에서 모여서 아우성치고 있는 농 부들에게서 슬쩍 빠져나와서 길가에 섰다. 후우… 일어서니 좀 낫군. 이제부 터는 적당히 먹어야지. 너무 많이 먹으니까 몸이 무거운 느낌이 들잖아. 흙으로 된 조잡한 시골길을 보면서 우선 도로부터 정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난 갑자기 영지쪽 방향에서 말한필이 불쑥 튀어나오자 나도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아까전 영지로 들어갔던 전령인가해서 봤는데 느긋하게 말을 모는 걸보니 전령은 아닌것 같았다. 거리가 꽤 멀어서 위에 누가 탔는지는 잘 모 르겠지만 느긋하게 말을 몰아오는걸로봐서 아까전에 달려갔던 전령은 아닌것 같고… 어라 닐크네? "여기야. 여기" 내가 닐크 녀석에게 손을 흔들자 날 봤는지 그가 말을 몰아서 내앞으로 달 려온뒤 말에서 내렸다. "아직도 여기 계신겁니까? 이거 보기보다 성실하시군요. 마마" "뭔뜻이냐? 그말은" "아니요! 아무것도…" "닐크. 맞고싶으면 맞고싶다고 말해. 괜히 빙돌려서 말하지 말고." "하하하… 설마요. 지금 마마한테 제대로 얻어맞으면 저의 연약한 몸이 박살 이 날겁니다." "그래. 왠일이야?" 엉덩이를 슬쩍 뒤로 빼면서 당장이라도 도망가 자세를 취하면서도 할말은 다 하는 닐크를 흘겨본 나는 그에게 왜 온건지 물었다. 그러자 닐크는 품속 에서 두개의 밀납으로 봉인된 편지를 꺼내서 내게 건내주었다. "흐음…" 편지를 받아보니 두개다 왕실에서 보낸거다. 하나는 외교부 산하 정보실에 서 각 지방 영주들에게 돌리는 공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겉표지에 아무것도 안적혀있는 편지였다. 난 닐크를 힐끔 바라본뒤에 정보실에서 보내온 편지를 뜯어서 살펴봤다. "브리츠의 미친놈들이 또 사고쳤군." 두장의 종이로 된 편지는 꽤 장황하게 크레센트 각지에서 출몰하는 브리츠 의 광신도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는데 대충 살펴보자면 마틴 왕세자에 의 해서 브리츠측의 프리스트들이 다수 잡혀들어가자 각지방의 신도들이 무장폭 도로 변하여 군사력이 빈약한 지역에서 약탈, 방화와 살인을 신의 이름으로 포장한채 날뛰고 있다는 말이었다. 한마디로 여기도 브리츠의 광신도들이 침 입할수 있으니 경비에 만전을 기하고 주의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여긴 군 인도 없고 자경단도 없는 별볼일없는 조그만 마을이라고. 뭐… 이런건 역시 영주가 처리해야 하는일이지만 보나마나 또 술에 쩔어있을테니 내가 처리해 야겠다. 흠… 대충 각 마을의 사내들을 모아서 외부인을 주의하고 신물을 잘 숨겨두라는 정도면 되겠지. 그러고보니 멸신전쟁은 아직도 진행중이구나. "그리고…" 난 다른 편지를 뜯어봤다. 안에 들은 종이는 단 한장이었는데 꺼내서 보니 달랑 한문장만 적혀있다. [ 돌아와. -로이드 ] …이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거야? 용서해준다는건가? 아니면 어쨋든 왕 족이니 궁에서 나가지 말라는건가? 이도저도 아니면 가출한 내가 눈꼴시어서 못봐주겠다는 뜻일려나? 하여간 남자들의 무신경함에는 질려버린다. 달랑 글 한줄 써서 보내면 로이드가 뭔 생각을 하고 이런걸 보냈는지 알수가 있어야 지! 흥! "에린!" 난 오만상을 찌푸린채 겨우겨우 스튜를 떠먹고 있는 에린을 불렀다. 내가 부르자 에린은 스튜그릇을 내려놓고는 냉큼 내게 달려왔다. 흠. 거의다 먹었 네? 역시 먹을걸 남기면 안되지. 암암. 난 로이드의 편지를 에린녀석에게 넘 겨주면서 말했다. "태워버려" "네? 네. 마마. 하…하지만 이건…" 내가 넘겨준 편지를 받아든 에린이 내용을 슬쩍 보더니 순순히 물러서다가 갑자기 돌아서서 내게 어렵게 말을 한다. 아. 맞아 저녀석도 글을 읽을줄 알 지.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 식사준비도 못하는 녀석이 말이 많아." "네에." 난 에린이 종이를 화톳불안으로 집어넣는걸 본뒤에야 다시 돌아섰다. 그런 데 닐크 녀석은 뭐하는거지? 왠지 조용한게 불길한데… 편지생각을 머리속에서 지워버리고 닐크를 찾았다. 닐크는 말안장에서 두개 의 커다란 바구니를 양손으로 들고 내게 걸어왔다. "그거 먹을거?" "오~ 잘아시는군요. 배가 많이 고프셨나봅니다. 마마." "아아…" 대답하기도 귀찮다. 난 그냥 순순히 긍정하면서 슬쩍 농부들을 바라보았다. 나를 힐끔거리며 불안한 표정을 짓고있는 저들. 내가 고개를 돌리자 이제는 완전히 비어버린 스튜 솥을 나무 스푼을 긁기시작한다. 음… 아직 더 먹으려 는걸까? 역시 많이 먹는구나. "난 먹었으니까 저들 줘. 에린!" "넵… 끄윽… 흡!" 대답하고 트림하고 놀래고 입을 가리고 아주 정신없이 바쁘군 에린 녀석. 난 에린녀석을 불러서 닐크가 들고있는 바구니 하나를 들어서 농부들앞에 내 려놓으라고 시켰다. 힘들게 일할테니 많이 먹어야지 암. 난 내 시선을 피해 고개를 슬그머니 돌리는 농부들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늙은 농부에게 말을 했다. "내가 신세졌으니까 이건 내 성의라고 생각해." "가…감사합니다. 마마" "별로. 대단할것도 없는데 뭘." "하…하오나…" "응? 모자라? 그럼 저것도 가져가서 먹어." 난 닐크가 들고있는 다른 바구니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닐크녀 석이 그들 앞에 들고있던 바구니를 내려놓고는 바구니 위를 싸고 있는 보자 기를 들어올렸다. 아직 따뜻하게 김이 올라오고 있는 흰빵들과 긴 소세지들 훈제 오리고기, 거기다 붉은 사과들까지… 저거 한바구니면 여섯명은 먹겠군. 어디보자 저 농부들 일행이 열댓쯤 됐으니까 대충 머리수는 맞겠구나. 내가 먹은것만큼 저사람들이 못먹었을테니까 이거 다 줘버려도 되겠지? "난 걱정말고 많이 먹어. 힘들게 일하니까 많이 먹고 힘내야지." 그렇게 말하며 난 왠지 침울한 표정인 늙은 농부에게 바구니를 밀어주면서 말했다. 그러면서 붉은 사과 하나를 꺼내든뒤에 어서 맛을 보라고 재촉했다. "뭐해? 걱정말라고 이건 내가 선물하는거니까. 먹어도 돼. 난 입가심으로 사 과하나 먹으면 되니까 마음껏 들라고." "그…그게…저…" "당신들이 힘들게 추수한 밀로 만든거잖아. 힘들게 키운 밀이니까 남기면 안 돼. 알았지?" "예에…" 뭐. 이들이 먹을걸 남길리는 당연이 없겠지만 난 표정이 안좋은 농부들을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평민들은 보통 배불리 먹지 못한다고 들었으니까 말 이야. 거기다 보통의 귀족들보다 배도 커서 많이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에 오랫만에 좋은일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내 몫의 음식들을 모두 밀어주었 다. 황송해하면서도 어딘가 착찹해보이는 표정인 늙은 농부를 물끄러미 바라 보던 나는 닐크가 타고온 말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닐크. 나 말타고 주변 한바퀴 돌고 올테니까 그동안 내 대신 여기 있어." "마마. 저도…" "에린도 안와도 돼. 거기서 이사람들이랑 있어. 오래 안걸릴테니까." 난 얼굴이 파리해진 에린녀석을 생각해서 쉬라고 한뒤에 말위에 올라탄뒤 막 말을 몰아서 길을 따라서 달리려고 할때 등뒤에서 작게 수근거리는 소리 가 들려왔다. ''헤유…'' ''이렇게 죽는구나'' ''이게 다 너 때문이야.'' 귀를 귀울이 니 이런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뭔소리인가 해서 뒤를 돌아보니 아까 전에 나보고 첩이라는 발칙한 소리를 했던 꼬맹이 녀석이 어른들에게 꿀밤을 연신 얻어맞고 있었고 모두들 바구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가끔씩 한숨을 내쉬고 있다. 거기다 에린과 닐크마저도 바구니를 노려보며 농부들과 같이 주저앉아 있다. 뭐야… 기껏 남이 호의를 가지고 먹을걸 줬더니만… 식으면 맛없을텐데 빨리 먹지. 흠… 뭐. 남 먹는걸 쳐다보고 있는것도 예의가 아니니 잠깐 말이나 몰아볼까? "이럇!" 난 박차로 말배를 차면서 소리쳤다. 내 발길질에 놀란 말이 히히힝…거리면 서 앞발을 높이 들었다가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두두두…하는 소리와 함 께 주변의 사물이 빠르게 내뒤로 지나갔다. 바람이… 시원하구나. -------------------------------------------------------------- 이탈리아 성인 남성이 하루에 빵 1kg을 먹어치운다고 합니다. 보통 밀가루 1kg이라면 베이킹 파우더가 없다고 했을때 대략 5kg정도의 납작한 빵이 나 오니 40kg의 밀가루 포대하나면 4인 가족이 세달정도 먹을 양식이 나옵니다. 이것도 먹을게 없는 농촌의 경우 그정도이고 고기류와 야채류를 같이 섭취하 면 한포대로 육개월도 가능하죠. 문제는 중세시대의 밀 수확량을 생각해보면 1㎡당 보통 600g정도의 수확을 거두기 때문에 100㎡ 라고해도 60kg정도의 수확밖에 못거둡니다. 이정도 넓이로는 한가족을 부양하기도 힘들죠 ^^; 덕분에 옥수수, 감자, 고구마등의 작물들이 유럽으로 수입되자마자 급속히 전파되었지만요. 현대라면 같은 단위 면적이라도 근 세배가까운 수확을 거두 겠지만 당시의 농업력으로는 이정도가 한계였습니다. 그렇기에 농지가 많은 국가(프랑스등)가 강한 국력을 계속 과시할수 있는것이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기간은 언제나 농업이 될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대 체할만한 식량류도 있지만 역시 보관문제나 킬로그램당 섭취량을 생각해보면 밀이 최고였죠. 맛은 없어도 배만 부르면 장땡! 농노들은 언제나 굶주렸고 일반 소작농이나 시골의 평민들도 배부르게 먹는 경우가 일년에 몇번 안될테니 아넬리안은 큰 은혜를 베푼것일지도... 물론 과 식, 폭식으로도 사람은 얼마든지 죽을수 있습니다 -_-/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3dragon.net), 청어람(chungeoram.net), 드림워커 (drwk.com), 조아라(ujoa.com), 하이텔 Pmc(http://pmc.hitel.net/drezzit) 제국평의회 (http://endsad.zio.to/)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9장 한가한 오후의 티타임 (2)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말을 타고 주변을 잠깐 돈다는게 귓가로 스치고 지나가는 속도에 마음이 빼 앗겨서 랭스턴 영지 주변을 한바퀴 삥 돌고 와버렸다. 그것도 아까 농부들이 랑 점심을 먹었던곳을 지나쳐버렸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저택의 정문이 보인다. 어느새… 에에이. 이왕 여기까지 와버린거 그냥 저택 에 들어가서 푸욱 쉬자. 뒷일은 닐크에게 맡겨뒀으니까 알아서 잘하고 오겠 지 뭐.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말을 몰았다. 영지에 달랑 열여섯명밖에 안되는 경비병중 한명이 날 보고는 급히 하면서 문을 열었다. 저택 안으로 들어선 나는 말에서 내린뒤 지나가는 하인에게 말고삐를 쥐어 주고는 마구간에 가져다 놓으라고 시켰다. 마구간이라고 해봐야 말이 세마리 인가 밖에 없어서 대충 얼기설기 지은 천정만 있는 목조건물이지만… 하여간 저택안으로 들어간 나는 습관적으로 에린을 부르다가 그녀석을 농지에 버리 고 온것을 깨닫고는 작게 혀를 찼다. 이래서야 원… 그나저나 에린 녀석이 없으면 누가 내 식사 시중, 목욕 시중, 잠자리 시중을 들어주지? 가서 데려오 라고 시킬까? 에이 귀찮아. 하루쯤 안씻는다고 뭐 어떻게 되는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냥 들어가서 잠이나 자자. 대충 씻고 하녀들이 가져온 저녁식사를 먹어치운 내가 쇼파에 늘어져서 차 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아르케네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힐끔 돌아보니 평소와 마찬가지로 무표정한 아르케네스는 내 옆으로 뚜벅뚜벅 걸어와서는 어깨에 지고 있던 밧줄무더기(?)를 내 맞은편 쇼파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다 시보니 붉은머리의 카렌이 목아래부터 발끝까지 밧줄로 칭칭감겨 있는게 아 닌가. 누구 작품인지는 물어보나 마나겠지? "뭐야 이건?" "스승님이 로프 트릭(Rope Trick)으로…" "흐음…" 이녀석 아직도 포기 안한건가? 의외로 끈질기다. 정말 적으로 삼으면 골치 아플 녀석이라니까. 하여간 맨날 지기만 하면서도 틈만나면 그 노마법사를 노린다니까. 진짜로 죽일것도 아니…음. 카렌 성격이면 죽일지도… "이거 못풀어?" 난 카렌을 둘둘감고 있는 로프를 가리키며 말했다. "스승님이 걸어둔 마법이라서… 그리고 절대 풀어주지 말라는 엄명을 받았습 니다. 그래서…" "그래? 그럼 이녀석 계속 이러고 있어야 하는거야?" "아니요. 시간지나면 저절로 풀려버릴것입니다. 아마… 내일 아침때쯤…" "호오~ 그렇단 말이지?" 난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 - 아마도 Hold Perosn이라는 그 마법같 다. - 카렌에게 슬금슬금 다가가서 씨익 웃었다. 그리고 카렌의 보들보들한 양볼을 잡고 쭈욱~ 늘렸다. 우힛. 재미있다. 두쌍의 붉은빛이 감도는 눈동자 가 날 노려보았지만 난 가볍게 무시하고 손가락 두개로 입술을 쭉 잡아당겨 보기도 하고 카렌 녀석의 귀를 잡고 앞뒤로 부채질해보기도 하는등 녀석의 얼굴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 아마 안면근육을 움직일수 있었다면 당장 인상 을 팍 쓰면서 볼을 부풀리겠지만 지금 이녀석은 눈동자밖에는 못움직이니까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겠지. 물론 난 안구어(眼球語)따윈 들어본적도 없으니 카렌녀석의 눈동자가 뭘 말하는지는 전혀 모른다. 그런데 이거 나중 에 보복당하는거 아닌지 몰라. "아르케네스! 잉크있지?" "예? 있긴합니디만…" "줘!" "…불쌍하지 않습니까?" 전혀! 조금도! 우후훗. 난 아르케네스가 건내주는 잉크를 받아들었다. 뭐… 말로는 불쌍한것처럼 말하지만 결국은 나에게 협조하잖아. 자기도 보고싶으 면서 괜히 뺀다니까. 난 잉크의 마개를 열고 검지손가락 끝을 안으로 집어넣 었다 뺐다. 새까만 먹물이 내 손가락위에 듬뿍 묻은채 위로 올라왔고 난 입 꼬리를 말아올리며 카렌에게 천천히 손을 뻗었다. 아마 저녀석이 말을 할수 있었다면 비명을 질렀을지도… 에린과 닐크가 창백한 표정으로 내방으로 들어온건 한창 예술작품을 그리고 있을때였다. 이젠 완전히 관전자가 된 아르케네스는 때때로 내게 더 나은방 향으로 충고 - 코밑부분이 너무 연하다던지, 눈썹은 좀더 진하게 칠하라던 지… 이사람… 즐기고 있다 - 하고 있었고 카렌 녀석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 서 내 창작작업을 방해했는데 난 이에 굴하지 않고 눈물자국 옆에 계곡을 그 려주었다. 인간폭포! 후후훗. "다…다녀왔습니다. 마마" 에린 녀석이 한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작게 말했다. 얼굴색도 창백한게 완전 히 병자처럼 보인다. 그리고 닐크 녀석도 그건 마찬가지였고… "어서와. 그런데 뭔일 있었어? 둘다 표정이 왜그래?" "그게… 마마께서 그…것들을 다 먹으라고 하셔서…" "응? 뭐가?" "그… 점심식사요." "응? 그거? 그거 농부들 준거잖아. 그게 왜?" 영문을 모르겠네. 음식이 상하기라도 한건가? "그게… 양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 "많으면 남기면 되잖아." 바보냐? 그런것까지 내가 일일이 지시해 줘야 하나? 응? 하여간… 그렇다 는건 너무 많이 먹어서 탈이 났다는 건가? 진짜 바보들이다. 이런 내생각이 얼굴에 드러났는지 역시 창백한 얼굴인 닐크 녀석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마마께서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고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거기다 잠깐 다녀 오신다는분이 우리를 지나쳐 저택으로 뛰어가버리셨고…" "그거야 날씨가 좋아서 말을 몰다보니까 그런거고. 먹다가 배부르면 남기면 그만이잖아. 미련하게 누가 그걸 다먹으라고 했어?" "하…하지만" "뭐가 하지만이야. 남으면 가져가서 저녁때 먹으면 되는거지. 내 말뜻은 먹을 거 버리지 말라는 말이었다고! 하여간 미련하기가 곰같다니까" 내 말 덕분에 졸지에 큰 곰이 되어버린 닐크는 '하지만… 상황이…'어쩌구 했지만 안들린다. 그리고 작은 곰은 억울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보다 둘다 저녁 안먹었지? 오늘 저녁은 진하게 끓인 닭고기 스튜던데 하 녀 불러서 가져다 달라고 할까?" "…우웁" 작은 곰 화장실로 뛰어가다. 그리고 큰 곰녀석도 방을 질주하여 화장실로 뛰어간 에린만큼이나 창백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저었다. 흥. 싫으면 말라 고 내가 배고픈가 뭐. 난 이들에게서 관심을 끊고는 다시 작업을 재개했다. 잠시후 닐크 역시 내 작품을 보면서 조언을 했고 화장실에서 돌아온 에린 녀 석도 역시 동참했다. 흠 카렌이 말하는 저 안구어(眼球語)는 해석할수 있을것 같다. '에린 언니마저…' 일걸? 확신한다. 아마… 그뜻일게 분명하다. 잉크 한통을 다 썼을때쯤 카렌 녀석의 몸을 구속하고 있던 마비증세가 풀렸 다. 그래도 아직 로프는 단단히 감겨있어서 카렌이 발광을 하면서 뛰어다니 지는 못했지만 녀석은 잉크가 묻어있는 내손을 꽉 깨물고는 몸을 날려서 쇼 파에서 뛰어내린뒤 애벌래처럼 바둥대며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아파라… "후우…" 난 녀석에게 물린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문쪽으로 열씸히 기어가는 카렌 녀 석에게 걸어간뒤 녀석의 등부분을 발로 밟았다. 너무 세게 밟으면 죽거나 다 칠지도 몰라서 조심스럽게 밟았는데도 '끼엑~'하는 비명을 지른다. 누가 죽이 기라도 하나…쯧. "미워! 미워! 모두 미워! 에린 언니도 미워! 닐크도 미워! 아르케네스는 더 미워! 아넬리안이 가장 미워! 미워!" "이것이 감히 이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다니! 너 엉덩이에서 불나도록 맞아 볼래?" "…키히잉… 미워어어" 내가 패준다고 했더니 카렌 녀석이 온몸으로 바둥거리면서 내 발에서 도망 치려고 버둥거렸지만 공허한 발버둥일뿐이었다. 훗. 난 허리를 숙여 카렌의 발을 묶고 있는 로프를 잡은채 가볍게 들어올렸고 카렌녀석은 거꾸로 들려진 채 몸을 흔들어댔다. 난 인상을 쓰면서 바둥거리는 카렌 녀석을 든채로 아르 케네스를 보면서 물었다. "이 영지에 천 염색할때 쓰는 염색약 있을까?" "…어떤…" "음. 없을려나? 하긴 이런 촌동네에 뭐가 있겠어. 대도시나 가야 있을테지." 아쉽군 카렌 녀석의 얼굴을 총 천연색으로 치장해줄수 있었는데 말이야. 물 로 본인은 싫어하는것 같지만… 난 녀석을 든채로 벽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서는 벽에 걸려있는 장식용 롱소드와 카이트 실드를 바닥에 던져버린뒤 카렌 을 벽에 걸어주었다. 역시 예술작품은 벽에 걸어야 하는법! "내려줘! 내려줘! 내려줘!" "싫어" "우에에에엥… 에린 언니이이…" 카렌 녀석이 울면서 발버둥을 친다. 저런… 저러다가 내가 손수 만든 예술 작품에 손상이 가겠는걸? 그래서야 쓰나. 난 주춤거리며 내 눈치를 보고있는 에린등에게 물러서라고 시킨뒤 바닥에 떨어져있는 롱소드 두개를 들고 카렌 의 눈높이에 맞춰 쪼그리고 앉았다. 그리고 롱소드 하나를 들어서 카렌의 머 리옆에 찔러넣었다. 콰직… 콰드득… 손바닥이 좀 얼얼하군. 하지만 그래도 뭉툭한 롱소드는 내 힘에 의해서 카렌녀석의 얼굴 바로앞에 박혔고 난 녀석 의 새파래진 - 그러나 별로 표는 안났다. 얼굴의 대부분이 검은색이라… - 얼굴을 감상하면서 반대쪽에도 하나 남은 롱소드를 박아주었다. 투둑… 돌가 루가 바닥에 우수수 떨어지고 작은 조각들이 튀어나왔지만 가볍게 무시. "훗." 손을 탁탁 턴 나는 가볍게 웃으며 에린과 닐크등을 바라보며 말해주었다. "내 작품에 손대면 대신 저기 걸릴줄 알아. 알았지? 그럼 난 자러 간다" 마치 괴물보듯 나를 바라보는 이들을 가볍게 무시한 난 내 침실로 향했다. 여자맘도 로이드 녀석을 저기에 걸어놓… 무슨 생각을 하는거냐. 난 화풀이 하려고 카렌 녀석을 벽에 걸어놓은게 아니라고! 이건 엄연히 창작활동이야! 암! 그렇고 말고! 푹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날아갈듯 가뿐하다. 끄응… 난 길게 기지개를 펴 며 몸을 일으켰다. 똑똑. "마마.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응. 들어와" 난 잠옷을 벗어던지면서 말했다. 이윽고 에린이 물병과 방안의 꽃병에 꽃아 놓을 화초를 들고 들어왔다. 내가 옷을 갈아입는 사이 창문을 열고 창밖으로 시든 꽃과 물을 버린 에린은 가져온 꽃을 꽃병에 넣은뒤 물을 부어주었다. 흠… 향이 괜찮네. 오늘은 백합인가보군. 난 에린이 탁자위에 올려놓은 물병 을 들고 한껏 들이켰다. 푸아~ 시원하구나. 속이 싸해지는 느낌이 아주 좋다. "마마 아침 식사를 방으로……풋" 응? 뭐…뭐냐? 저녀석이 갑자기 미치기라도 한건가? 에린 녀석이 갑자기 입을 손으로 가리고 고개를 푹숙였다. 거기다 어깨가 작게 떨리는것으로 봐 서는 웃음을 참느라 안간힘을 쓰는것 같았다. 불길한 예감… 운동할때 입는 셔츠와 바지를 재빨리 입은 난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서 어깨 를 떨고있는 에린녀석의 등을 발로 밀어버린뒤 거실로 나와보았다. 역시 어 제 카렌을 걸어놓았던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에린! 에린! 에리이이인!!!" "네! 마마! 지금 갑니다아!" "당장 거울 가져와! 당장!" 난 방에서 뛰어나오는 에린에게 소리쳤고 녀석은 분노로 떨고 있는 날 보고 는 급히 손거울을 찾아서 뛰어갔다. 불안해… 불안해… 내가 초조하게 손톱 을 깨물고 있을때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닐크와 아르케네스가 안으로 들어왔다. "정말 카렌이 여기로 오라고 했단말이야?" "그래" "갑자기 왠일이지? 어? 마마 안녕히주…쿡" 대화를 나누며 안으로 들어오던 둘중 닐크가 내게 인사를 하다가 갑자기 돌 아서서 쿡쿡대며 웃기 시작했다. 예감 적중. "마마! 거울 가져왔습니다." 늦어!!! 볼기를 백대쯤 때려도 시원치 않을 망할 꼬맹이 녀석은 간밤에 내 방에 침 입했던게 분명하다. 거울을 들여다본 난… 나도모르게 웃어버릴 뻔했다. 거울 에 비친 여인의 얼굴은 그야말로 낙서판! 예쁘게 생긴 얼굴 망가지는건 실로 한순간이구나… "카레에에에엔!!!" 분노에 미친 난 비명과도 같은 외침을 길게 내뱉었다. 그러다가 머리속에서 뭔가가 툭하고 끊기는듯한 느낌을 받고…정신을 잃어버렸다. 햇살이 감은 눈을 찌른다. 난 슬며시 눈을 떠보았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너무 눈부시다. 손을 들어서 눈가를 가리고 나서 조금 지나자 흐릿하던 사물이 조금씩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아… 잠이 들었던건가? 응? 여 긴 내 침대위가 아니잖아? 이게 어떻게 된거지? "으음…" "마마! 정신이 드세요? 네? 마마!" 내가 작게 신음성을 터트리며 살짝 고개를 들자 저쪽 테이블에 앉아있던 에 린 녀석이 잽싸게 뛰어와서는 내 손을 잡고 따따따 말을 했다. 난 그런 에린 녀석을 손으로 쓰윽 밀어낸뒤 몸을 일으켰다. 약한 두통이 일지만 그럭저럭 참을만 했는데… 뭔가 빠진듯한 느낌이… "에린." "네? 마마." "지금 몇시쯤 된거지?" "열시쯤 되었습니다. 마마." "으응. 오늘은 늦잠잤나보네. 닐크가 화내지 않을까?" "저… 닐크님이라면 아까 돌아가셨는데요." "응? 언제 왔었어?" "…저기. 마마. 기억 안나세요?" 갑자기 에린 녀석이 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거지? 기억? 무슨 기억? 응? 어라? 그러고보니 나 아까 일어나지 않았던가? 고개를 숙여 내 몸을 바 라보았다. 운동때 입는 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는걸? 그렇다는건… 아까의 일 들이 모두 현실? 고귀하고 우아하며 아름다운 이몸의 얼굴에 카렌 녀석이 낙 서를 한 짓거리도 사실이며 그런 흉측한 몰골을 닐크와 아르케네스에게 보인 것도… 모두 현실이라는 것이야? 아…아아…아아아… "카레에에에에엔!!!!" 끄아악! 분노가 활활 타오르는 장작처럼 몸속에서 끓어올랐다. 우웃. 또 정 신이 희미해지는… 안돼! 이럴때일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해! "크으으으으!!!" 그 빌어먹을 꼬맹이! 잡히기만 해봐라아아아!!!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말이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상해를 입히면 그 상 대방은 내게 악의를 품게되고 그 악의를 '정당한' 복수라는 이름으로 내게 보 복해온다. 물론 이점에 대해서는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 갈수야 없는 법이지 않은가! 후후후. 내가 복수를 당하면 다시 복수해버리면 그만! 음핫핫! 발칙한 꼬맹이녀석! 어디 잡히기만 해봐라! "에린! 준비하고 있어?" "네에… 마마. 그런데… 정말 하실건가요?" "물론! 그걸 말이라고 해?" "…카렌이 불쌍해" 뭐라고 하는거야? 저녀석! 그 발칙한 꼬맹이와 한통속이 되고 싶다는 말이 냐? 그렇다면 너도 같이 처형해주마! 속으로 그렇게 다짐하면서 난 저택 후 원으로 나갔다. 그곳에서는 한창 내명령을 받은 하인들이 창고에서 겨울동안 쓸 땔감들을 한아름씩 들고나와서 꽤 넓은 공터에 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마을에서 불러온 미장이들이 찰흙으로 둥근 반원형 가마를 쌓고 있 었고 그 뒤로는 소 한마리쯤은 집어넣고도 남을만큼 커다란 원형 나무통이 목수들에 의해서 급조되고 있었다. 흠… 대충 보니 저녁때쯤이면 다 끝나겠 군. 내가 그들 사이를 걸으면서 구경하고 있을때 창백한 얼굴의 시만 집사가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나오셨습니까? 마마…" "그래. 수고하네. 일은 잘되가지?" "예에…" 대답이 시원치 않긴 했지만 시만 집사는 지금 아프니까 따지지말자. 일만 잘하면 그만 아니겠어? 후후후… 어라 그런데 하나가 빠졌잖아? "교수대는 어디있지?" "그게… 저희 영지에서는 교수대를 만들어두지 않아서…" "그래? 그럼 평소에는 어떻게 하는데?" "…큰나무에 밧줄을 걸고 메답니다." "흠. 그럼 이기회에 교수대도 하나 만들라고. 사방에 널린게 나무니까 알아서 만들라고해. 모양은 상관없으니까 튼튼하게! 알았지?" "예…후우…" 큭큭큭. 빌어먹을 꼬맹이녀석! 두고보자! 감히 이몸에게 기어오른 댓가가 어 떤것인지 똑똑히 보여주마! 우하하하핫! 손이 남는 주민들을 모조리 끌어모아서 작업에 투입시키고 저택의 지리를 잘아는 하인과 하녀들을 카렌 녀석의 수색에 투입시킨 나는 아예 저택 뒤에 서 이루어지고 있는 작업장에 의자를 가져다놓고 작업이 진행되는것을 지켜 보고 있었다. 하루도 아니고 반나절만에 대여섯명은 들어갈법한 흙가마니와 나무통을 만들라고 시켰는데 이들은 의외로 일을 잘해주었다. 아마 평소에도 이렇게 마을사람들끼리 모여서 마을에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직접 만드는 것 같다. 하긴 산간에서 사는 사람들이니 매일 땅만 파는 농부들보다는 손재 주가 좋겠지. 농부들이야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밀과 바꾸면 되지만 약초나 짐승가죽, 고기들은 우선 돈으로 바꿔야 하는 물건들이니까. 밀이야 어디서나 통용되는 대체 화폐이지만 이곳 랭스턴 영지에는 밀이 거의 자라지 않으니 저렇게 필요한게 있으면 직접 만들던지 먼 도시까지 나가서 사와야겠지. "차를 내올까요? 마마" "응. 그래" 이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까 많이 진정된것 같았다. 나는 에린이 가져온 홍차를 마시면서 고함을 지르고 나무 망치로 못을 박고 서로 머리를 맡대며 의견을 나누는 시끄러운 작업장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탕탕탕! 나무 망치가 길쭉한 쇠못을 박아넣을때마다 나무진이 흐르는 통나무 가 서로 이어져서 세워졌고 하녀들이 치마를 걷어올리고 맨발로 고운흙에 물 을 부어가면서 밟아줄때마다 벽돌이 될 진흙덩어리들이 생겨났다. 갓구워낸 벽돌들이 식을틈도 없이 두꺼운 종이장갑을 낀 하인들에 의해서 가마의 벽으 로 만들어졌고 미장이들이 급조해낸 벽돌을 쌓고 고운흙으로 갠 회를 바르자 얼추 흙가마의 모습이 드러났다. 거기다 저택에 쌓인 목재로 나무통을 만드 는 목수들은 또 어떤가. 랭스턴 영지에 단 한명뿐인 대장장이가 내 명령에 따라 만들어온 긴 쇠테가 그들의 손에 들려올때마다 앙상하던 나무통이 수십 명을 먹을만큼 커다란 물통으로 변모하고 있어다. 그 나무통 아래에는 시꺼 멓고 끈적끈적한 나무타르를 한통 가득 담은 아이들이 말갈기로 만든 붓으로 열씸히 나무통에 칠하고 있었다. 좋아좋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이냐. 훗. 단 한사람을 위해서 이 많은 이들이 피땀흘리며 노력하는 이 모습! 내 꼭 마 음속에 담아두었다가 예술작품으로 승화사키리라! 기필코! 두고보자 카렌!!! 그뒤로 네시간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내가 카렌을 찾으라고 시킨 하 인과 하녀들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별로 기대는 안했지만 조금 실망스럽기는 하군. 벌써 하루가 거의 다 가버려서 한두시간뒤면 석양이 질텐데… 하지만 아직 닐크와 아르케네스가 있으니까 걱정없… "다녀왔습니다 마마" "응? 벌써온거야?" "예. 뭐…" 내 말에 닐크가 손으로 볼을 긁적이면서 대답한다. 뭐…뭐야! 설마… "못잡아 온거야? 설마 빈손으로 돌아온건 아니겠지? 응?" "그게… 오늘은 카렌양이 스승님에게 안왔다고 하던데요? 덕분에 빈손입니다 만…" "그럴리가 없어! 그녀석… 그녀석이 먹잇감(?)을 포기했다는거야?" "아마도… 오늘 하루만 쉬나보죠." "크으… 이 망할 꼬맹이녀석! 왜 하필이면 오늘이야! 왜?! 평소처럼 그 노인 네에게 겁없이 덤볐다가 둘둘 말린 애벌레가 되어서 아르케네스의 어깨에 들 려오는게 평소 패턴이잖아!" 으아! 짜증나! 왜 하필이면 오늘인데! 내가 그녀석을 위해서 얼마나 열씸히 준비했는데 말짱 허사가 되어버렸잖아! 대 실망!!! 왠지 기운이 쭉 빠져버렸다. 아직도 저택뒤에서 땀흘려가면서 일하고 있는 목수와 미장이 그리고 하인, 하녀들에게 조의를… 아니지! 꼭 오늘만 날인 가? 내일 해도 되잖아! 훗. 아냐… 카렌 고녀석이 얼마나 눈치가 빠른데…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내일부터는 머리카락 하나 못볼지도… 그래도 설마 제까 짓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수가 있으려고? 그래도… 아아아!!! 몰라몰 라! 짜증나! "에잇! 에린! 차내와! 당장!" "네…네! 마마!" 내가 소리치자 내뒤에서 눈치만 살피고 있던 에린 녀석이 눈부신 속도로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저녀석의 위기감지능력도 나날이 늘어나는것 같군. 또 눈 치없이 굴면 카렌 녀석 대신으로 써먹으려고 했는데 말이야. 난 쇼파에 축 늘어져서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았다. 오늘 하루… 난 뭘한걸까? 그런 비참한 몰골로 늘어져있는데 등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에린 녀석인가 해 서 뒤를 돌아봤더니 그동안 얼굴 보기도 힘들던 크렌 녀석이 뚱한 표정으로 방안으로 들어와서는 내게 다가왔다. "뭐야?" "…방금전 저택으로 들어오는데 영지밖에서 온 전령이 편지를 전해주더군 요." "……" 그말을 끝으로 크렌 녀석은 내 손에 들고 있던 편지를 넘겨주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저녀석 내가 몇번 괴롭혀줬다고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달랑 검한자루만 차고 산으로 올라갔다던데… 뭐라더라… 자기가 좌 천된건 여자한테 얻어터질정도로 실력이 없어서라나? 그래서 그동안 나태해 진 정신을 버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검술을 익혀서 덴녀석의 눈에 들겠다 나 뭐라나. 하여간 부하라고 있는것들이 죄다 내 속을 긁는 녀석들뿐이다. 에 이… 그런데 편지는 또 뭐람? 이 동네에 편지가 올게 있나? 밀랍봉인을 보 니 왕실문장이군. 그렇다는건… "또 로이드 왕자인건가" 난 건조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편지를 뜯었다. 안에는 역시 달랑 한장의 종이뿐이었고 그 한장뿐인 종이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흰 백지위에 달랑 두글 자가 씌여져 있었다. [ 빨리 돌아와 -로이드] 흥이네요. 정말 누가 무뚝뚝함의 대명사 아니랄까봐 편지를 써도 꼭 이렇게 멋대가리없게 쓰냐. 남자라면 직접 찾아와서 날 설득해 보란 말이다. 바보! 난 편지를 구깃구깃 구겨서 등뒤로 던져버렸다…가 다시 주워들어서 촛불위 에 대었다. 화르륵… 불타오르기 시작한 종이 조각을 텅빈 벽난로에 집어넣 고 다 타들어가길 기다린 나는 불쏘시개를 들어서 재가 된 편지를 훓어버렸 다. 먼지가 약간 피어올랐지만 이로써 완전범죄 성립! 난 아무것도 못받았어. 편지따윈 온적도 없다고. 훗. 카렌 녀석은 저녁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덕분에 주민들의 노력으 로 완성된 흙가마와 큰 나무통 그리고 교수대는 상대를 찾지못하고 쓸쓸히 저택 뒤편에 을싸년스러운 모습으로 서있었다. 내일은 반드시… 쾅! "마…마마! 큰일났습니다. 마마!" 뭐…뭐야? 깜짝 놀랐잖아! 뒤를 돌아보니 에린 녀석이 헉헉거리며 숨을 몰 아쉬고 있었다. "뭐야? 무슨일인데?" "바…밖에…헉헉…" 밖에? 뭐? 도둑이라도 들었나? 아니면 군대라도 쳐들어온거야? 이 조그만 산간 벽지에? "밖에 뭐?" "사…사람들이…" 답답하긴! 에이. 뭔일인지 몰라도 저 답답한 에린 녀석에게 듣는것보다는 그냥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는게 낮겠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몸을 일으켜 아직도 숨을 몰아쉬고 있는 에린 녀석을 지나쳐 저택 밖으로 나가보았다. 밖 으로 나가보니 정문앞에 몇개의 횃불이 흔들리고 있었고 저택을 지키는 병사 들의 고함소리와 주민들의 아우성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저렇게 한꺼번 에 떠들어대니 뭔소리인지 하나도 못알아듣겠네. 정문으로 다가가니 경비병의 창대를 밀면서 아우성치는 주민들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 젊은 청년들이었고 몇몇은 꽤 나이든 어른들이었는데 그들 의 모습은 하나같이 얼굴이나 손등에 긴 생채기 자국이 나있었고 모두들 마 치 실성한듯 침을 튀겨가면서 뭐라고 소리질러대고 있었다. 하지만 열댓명이 거의 쉬지도 않고 죽자고 떠들어대니 뭔소리인지는 도저히 못알아듣겠다. 그 저 가끔씩 '괴물'이니 '저주'니 하는 소리를 외쳐대는걸로 봐서 몬스터라도 나 타난건가?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침 정문 근처에 서있는 크렌에게 다가갔 다. "무슨 일이래?" "자기들 마을에 이방인들이 찾아왔다는데… 이들 이야기로는 괴물이라고 합 니다. 이야기가 워낙 허황되서 별로 믿을건 못되지만요" "그래?" 난 고개를 끄덕인뒤 정문앞으로 다가갔다.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문가에 몰 려있던 주민들이 더욱 열광적으로 내게 손을 뻗으며 빠르게 말을 지껄이기 시작한다. 이런 열렬한 호응에 나는 뒷열에 서있는 경비병의 창을 빼앗아 들 고는 그것을 높이 치켜들었다가 강하게 바닥을 쳤다. 콰앙! 우우웅… 바닥에 깔린 돌을 격파하고 들어간 창대는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떨었고 덕분에 주 변은 조용해졌다. "시끄러우니까 입닥쳐. 뭔사정인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제멋대로 떠들어들 대 서야 뭔소린지 알아듣지를 못하겠잖아! 거기 당신! 그래 당신 말이야. 이리와 서 뭔일이 벌어진건지 말해봐. 자세히!" 난 그들중 한명을 가리키며 말했다. 곧이어 내앞으로 나선 그 사내는 손짓 발짓을 해가면서 내게 상황을 설명했다. 이 사람의 말을 들어보니 이들은 여 기서 10km쯤 떨어진 북쪽 마을에 사는 주민인데 오후쯤에 산을 넘어서 한무 리의 사내들이 자기들이 사는 마을로 들어왔는데 검은 로브를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둘러싼 이 이방인들이 수상쩍어 마을로 들어오는걸 거부했더니 그들 이 갑자기 폭도로 변해서 자기들 마을을 점거했다는것이었다. 때는 사냥철인 지라 마을을 지키는 주 전력인 사냥꾼들은 모두 산으로 들어간 뒤였기에 겨 우 서너명의 자경대 청년들이 저항을 해봤지만 마을은 순식간에 제압당했고 그다음으로 마을 주민들을 광장으로 끌어낸 이방인들은 '개종 아니면 죽음'이 라는 간단명료한 선택을 권고받았다는 것이다. 브리츠 놈들의 잔당인건가? 그놈들과의 악연은 여기와서도 끊어지지 않는구나. 난 우선 크렌에게 비상종을 쳐서 영지내의 각 마을에 위급을 알리고 마을마 다 이 소식을 알려준 청년들을 보내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무기를 들수있는 사내들을 모아두라고 명령한뒤 랭스턴 자작을 찾았다. 아무래도 군사권은 영 주의 고유권한이니 그를 이번일에 끌어들이던지 아니면 최소한 위임이라도 받아야 할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난 급히 2층의 귀빈실로 향했다. 내가 영주의 방을 차지한뒤 쫓겨난 랭스턴 자작이 여기서 생활했기 때문이다. 귀빈실 앞에 당도한 나는 지체없이 문을 열어제쳤다. 어두침침한 귀빈실안에는 예상대로 술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 고 안으로 들어서자 침울한 표정의 시만 집사와 흐트러진 차림의 랭스턴 자 작이 눈에 들어왔다. "오오~ 이거 귀.하.신. 왕자비 마마 아니신가? 크흐흐… 이 누추한 방에는 왠 일입니까? 마마." "……" "영주님 제발 정신좀 차리십시오. 네?" "시끄럽다. 시만. 흠. 표정을 보아하니 여기서도 나가달라는 부.탁.을 하러 오 신게요? 큭큭. 좀더 지나면 이 영지에서도 쫓겨나겠구만." 날 보면서 한껏 비꼬는걸보니 아직 덜 취했나보군. 그나마 좀 낮네. 난 혼자 서 킥킥대며 웃는 영주앞으로 걸어간뒤 탁자에 발을 올려놓고 술병을 입에 댄채 마시는 랭스턴 자작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으응?" 내가 자기 멱살을 잡자 작게 놀라는 표정을 짓던 그는 자기몸이 내손에 잡 힌채 아주 쉽게 들어올려지자 당황한듯 팔다리를 허우적거렸다. 그런 그의 몸을 앞뒤로 몇번 가볍게 흔들어준 난 그와 눈높이를 맞춘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녀석의 영지에 폭도들이 나타났다. 당장 갑옷을 입고 무장을 챙겨." "……내가 왜? 난 이름뿐인 영주라고. 권리가 필요한건가? 잘나신 마마? 그 럼 가져가. 다 가지라고!" 두손으로 내 오른팔을 잡고 버둥대던 영주는 목에 핏줄을 세우면서 내게 소 리쳤다. 이런 한심한 놈이 크레센트의 귀족이라니… 우리 로세니아의 별볼일 없는 남작도 이놈보다는 낫겠다. 그런 생각이 드니 내 앞에서 얼굴을 붉히고 있는 이 사내놈이 더욱더 미워보인다. 난 가볍게 손을 휘둘러 그를 뒤로 내 동댕이 친뒤 콜록거리며 몸을 일으키는 랭스턴 자작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고도 네놈이 귀족이냐? 너같은 겁쟁이 녀석의 밑에서 땀흘려 일하는 영 주민들이 불쌍하다. 병신같은 네놈의 이름아래 몇천명의 목숨이 달려있는지 알기나 하는건가? 그래. 좋아. 네놈 같은 겁쟁이 녀석은 나도 사양이야. 네녀 석 소원대로 작위를 압수하고 이 나라에서 추방시켜주지." "크윽…" "충고하나 할까? 네녀석이 매일같이 퍼마신 술이 어디서 나온건지 그 쓸모없 는 대가리로 생각해봐라. 영주란… 아니 귀족이란 바로 이런때를 위해 있는 거다. 죽음의 위협을 감수하고 병사들을 통솔하여 자신의 주민들을 지키는 일이 바로 귀족이 해야할 당연한 의무란 말이다. 이런때를 위해 주민들이 네 녀석에게 권리와 돈을 주는거다. 이런게 싫다면 당장 작위 반납하고 꺼져. 지 휘권은 내가 받도록 하지." 난 경멸어린 눈초리로 그를 노려보다가 홱하고 돌아섰다. 기분이 아주 엉망 이다. 귀빈실의 문을 쾅소리나게 닫은 나는 잔뜩 인상을 쓴채 복도를 걸었다. 등뒤에서 '끄아아악'하는 소리와 함께 술병깨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저런 머 저리를 위해 신경써줄 시간은 단 1초도 없어! 영주에게 지휘권을 인수받고 저택 정문으로 나와보니 닐크와 아르케네스가 대충 스무명쯤 되는 청년들과 함께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데리고 지금까지는 이름만 있었던 무기고로 향했다. 무기고는 두터운 자물쇠로 채워 진 작은 석조건물이었는데 여기 열쇠를 시만 집사가 가지고 있다는 소리를 들은 난 자물쇠를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덜컹… 우지직… 왜…왜에… 철문 에 붙어있는 자물쇠는 멀쩡한데 경첩이 부서지는건데? 난 연약한 소녀라고!!! "저… 마마…" "다들! 어서 들어가서 무기를 꺼내와! 당장 무장하고 브리츠 놈들이 난동을 피우고 있는 마을로 이동한다! 어서!" "옛! 마마" 내말에 닐크가 청년들 몇을 데리고 무기고안으로 뛰어들어갔고 곧이어 검과 도끼, 창등과 함께 갑옷류와 방패를 한아름식 들고 밖으로 나왔다. 난 닐크가 들고나온 갑옷들중 체인메일을 집어들었다. 셔츠처럼 입을수 있는 체인메일 을 위아래로 둘러본 나는 한손으로 내 가슴팍을 잡고 입고 있던 드래스를 쭈 욱 찢었다. 찌이이익… 귀에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내가 입고 있던 원피스형 드래스는 그대로 반으로 찢어지면서 내 몸에서 떨어져나갔다. "마…마마! 모두 돌아서! 눈돌려! 마마. 저택으로 들어가셔서 갈아입으십시 오!!!" "됐어. 일분 일초가 아까워" 그렇게 말한 난 체인메일을 껴입었다. 차륵차르륵 소리가 나면서 내몸위에 씌워진 체인메일은 생각보다 훨씬 커서 내 허벅지 중간까지 덮었다. 속옷위 에다 체인메일을 입으니 피부에 닿는 느낌이 별로다. 뭐… 이런 착용감을 따 질시간조차 없지만 말이야. 난 호들갑을 떠는 닐크 녀석을 발로 뻥 차준뒤에 가죽 레깅스(정강이보호대) 와 팔목보호대를 찬뒤 구두를 벗어던지고는 긴 가죽부츠를 신었다. 그때 슬그머니 사라졌었던 아르케네스가 내가 입을 바지 와 천으로된 셔츠를 들고왔다. 그가 내게 바지를 넘겨준뒤에야 약간 부끄러 움이 느껴진 나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 다행히 밤이라 내 얼굴색이 변한걸 눈치챈 사람은 없는것 같았다 - 잽싸게 옷가지를 받아들어서는 그것들을 빠 른 손놀림으로 입었다. 덕분에 레깅스는 다시 착용해야 했지만… 체인메일 위에 옷을 껴입고 가죽벨트로 허리를 조이고 나자 헐렁하던 느낌이 많이 줄 어들었다. 그래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라 꽤나 거추장스럽다. 갑옷을 다 입고 투구를 쓴뒤 뒤를 돌아보니 영지의 민병으로 모인 청년들도 각자 손에 맞는 무기와 갑옷을 입은뒤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마침 크렌이 완전무장을 한채 말 두필을 끌고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타십시오" "……" "왜그러십니까?" "아니. 아무것도" 크렌 녀석. 기사였지. 저놈이 입는 갑옷. 플레이트 메일이던가? 왠지… 난 들러리 같고 저녀석이 튀어보이잖아! 반짝거리는 플레이트 메일!!! 멋대가리 없고 칙칙한 체인메일! 저건 내가 입어야 하는거 아니야? 응? 내가 우선은 여기 지휘관이잖아! 에잇! 기분 또 한번 잡친다! 난 닐크에게 마을에 남아있다가 주변 마을에서 도착하는 자경단과 민병들을 모아서 뒤따라오라고 시킨뒤 비상종을 듣고 마을로 달려온 사냥꾼 열여섯명 을 부대에 포함시킨뒤 10km쯤 떨어져있다는 북쪽 마을로 향했다. -------------------------------------------------------------- 로이드 : 나...이 소설 히어로 아니야? 가우군 : 응? 로이드 : 남자는 히어로. 여자는 히로인. 아넬리안이 히로인이니 내가 히어로 잖아. 안그래? 가우군 : ...그렇지...아마도. 로이드 : 그런데 왜 난 안나오는거지? 이거 1인칭이라고 너무 하는거 아니 야? 가우군 : 그건... 로이드 : 출연기회를 늘려줘! 당장! 안그러면 사형이야! 가우군 : 그럼 이렇게 하자! 로이드 : ...어떻게? 가우군 : 네가 히로인하고 아넬리안이 히어로 하는거야. 어때? 로이드 : ...판결 사형! (탕탕탕) 가우군 : 우앗! 자...잠깐...이...이봐!!!(질질질. 건장한 기사들에게 끌려나간다) 후에에...요 몇일동안 전혀 진도가 안나가더군요 -_-;. 덕분에 조금 고생했슴 다. 일일연재는 물론이고 격일연재도 못하는 현실.( --). 과거로의 회귀인가? 부활하라 월간연재! 두둥!!! 뭐...개인적인 일들 처리하고 놀러온 친구들 보내고 또...먹고살만해지면 다시 일일연재에 도전해보겠습니다. 그게 언제일지는...모군도 잘...( '') 개강이로군요. 하아...학교를 생각하면 한숨뿐... 가우군 p.s 현재 구매(혹은 구매진행중)중인 도서. 월야환담 6,7권. 더 로그 전권. 비 상하는매 전권. 발틴사가 1,2권. 그리고 유일하게 휘라리호에 탑승하지 않은 SKT!(두둥~) p.s2 SKT(스왈로우 나이츠 테일)은 개인적으로 그리 좋아하는 스타일의 소 설은 아닙니다만...보다보니 그 빠져든다고 표현되는 재미와 위트 그리고 중 간중간 나오는 진지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소장목록에 기입하게 되었습 니다. 물론 4컷만화 역시 구매에 상당한 플러스가 된... 덕분에 파산해버렸습 니다. -_-;. 라면 한박스 20kg짜리 쌀 한포대 사다놨으니 굶어죽지는 않겠지 만... 아. 담배 한보루도 사다놨는데...위의 셋중 가장 먼저 떨어지는건 아마도 담배가 아닐지... p.s3 가우표 시가렛 "Simple is Best".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3dragon.net), 청어람(chungeoram.net), 드림워커 (drwk.com), 조아라(ujoa.com), 하이텔 Pmc(http://pmc.hitel.net/drezzit) 제국평의회 (http://endsad.zio.to/)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9장 한가한 오후의 티타임 (3) 2003-09-07 16:23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밤이긴 했지만 숲과 산을 타며 돌아다니는 사냥꾼들 덕분에 길을 잃거나 하지는 않았다. 혹시 모를 브리츠의 감시자나 정찰조를 피하기 위해서 횃불 조차 없이 나아갔지만 하늘에는 구름한점 없었고 둥근 보름달인 루나가 우리 들의 앞길을 비춰주고 있어서 그럭저럭 주변 사물을 확인해가면서 빠른걸음 으로 북쪽 마을을 향해 걸어갈수 있었다. 대충 걸어서 2시간쯤이면 도착한다 고 했었는데… "…또야?" 말위에 타고 있던 난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내 눈앞에 나지막한 언덕이 또 나타난것이다. 이 북쪽 마을은 랭스턴 영지 북부에 솟아있는 산 뒤편에 자리잡고 있어서 직선으로 산을 타넘는게 아니라면 이렇게 우회해야 하는데 길이라고 만들어 놓은 흙바닥위에 또 말에서 내려서 걸어올라가야 할만한 경 사의 언덕이 나온거다. 이래서는 도착하기전에 내가 먼저 지치겠네. "병사들이 많이 지쳤습니다.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가시겠습니까?" 스무명의 청년들과 열댓명의 사냥꾼들로 이루어진 랭스턴 영주군 - 뭐가 이리 거창한지… - 의 실질적인 지휘관인 크렌 녀석이 거의 달리듯한 속도 로 두개의 언덕을 넘어온덕에 지쳐쓰러지기 직전인 민병들을 보면서 내게 물 었다. "여기서 마을까지 얼마나 걸리지?" "좀전에 사냥꾼들에게 들은바로는 저 언덕만 넘으면 북부 마을의 불빛을 관 측할수 있을것이라 합니다. 아마 여기서 30분정도면 도착할겁니다" "그래? 그럼 저 언덕까지 올라간 다음에 쉬도록 하자. 그렇게 해" "예" 내 명령이 전해지자 주변에서 죽는 소리, 앓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래도 내주먹에 맞고 진짜 죽는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는지 다들 알아서 일어섰 다. 그렇게 우리들은 세번째 고지를 향해서 지친몸을 이끌고 올라갔다. 후아아아… 달밤에 체조한다는게 이런때를 위한 말인걸까? 한밤중에 움직이 려니 왠지 피곤하고 힘들다. 거기다 이제는 눈에 익숙해진 어둠이었지만 그 래도 조금 무섭기도 하다. 어디 이런 한밤중에 이런곳을 돌아다녀본 경험이 있어야 말이지. 크렌의 말대로 저멀리 붉은 빛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저기 가 북쪽 마을인가보지? 후에에… 이거 까마득하게 멀어보이잖아?! 좀더 가까 이 다가가도 될것같은데… 새끼 손가락 손톱보다도 작아보이는 붉은 불빛은 산바람에 흔들리며 반짝이고 있었다. 역시 좀더 다가가보는게 좋겠지? "크렌" 난 멀리 떨어진 마을의 불빛에서 눈을 돌려 등뒤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민병 들을 바라보며 크렌을 불렀다. 그러자 막 한 늙은 사냥꾼의 도움을 받으며 갑옷을 벗고 있는 크렌녀석이 ''예''하고 대답하더니 방금 벗은 흉갑을 바닥에 내려놓고 내게 다가왔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는게 좋지 않겠어? 여긴 너무 먼것 같은데?" "지금도 충분히 가깝습니다. 그리고 저정도 거리라면 전력으로 10분만 질주 하면 도달할 거리이고 혹시모를 저쪽의 정찰조도 주의해야하니 이정도가 알 맞을것입니다." "흠…그래? 뭐… 기사인 크렌이 나보다 잘 알겠지. 그런데 왜 갑옷은 벗는거 야?" "저쪽 전력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정찰을 나가려는것입니다. 갑옷 을 입고 있으면 거추장스러운데다 시끄러우니까요. 더욱이 조용한 밤이니 주 변에 더 크게 들릴것입니다." "그래도 갑옷 입는게 좋지않아? 잘못해서 싸우기라도 하면 다치잖아" "소리가 큰 갑옷을 입고 가서 적을 끌어들이느니 아예 처음부터 맨몸으로 가 는게 낮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갈것도 아니니 다른 병사들의 목숨도 생각해 줘야죠." "흐응… 그래. 좋아. 그럼 나도 갈래" "안됩니다" 크렌 녀석이 딱 잘라서 거절했다. 뭐야… 어쨌든 여기 지휘관은 나라고!!! "왜? 왜 안되는데? 크렌은 가도 돼고 난 안된다고? 여자라고 무시하는거야?" "마마께서는… 지휘관이니까요." "뭐?" "그러니까! 지휘관은 그냥 자리만 지키고 있으면 되는겁니다! 괜히 전장에 나서서 사태를 불리하게 만들지 마시고 여기 계십시오. 제가 다 알아서 할테 니까요" 그런게 어디있어?! 난 그냥 여기서 자리나 지키고 있으란 말이야? 말도 안 돼! 그럴거면 내가 여기 왜 왔는데? 영웅집이나 그런 책 보면 지휘관은 맨앞 에서서 검을 높이 빼어들고 ''나를 따르라''같은 멋드러진 말을 하면서 앞장서 서 달려간다고! "하지만 보통 지휘관은 맨앞에 서서 검…아니 부대를 지휘하잖아" "그건 말그대로 지휘일뿐입니다. 괜히 같잖은 영웅 소설 같은 생각을 하셨다 면 당장 저택으로 돌아가십시오." "너무하잖아! 그런말!" "후우…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전쟁중 지휘관이 전사하여 다 이긴 전투 를 패배한 전쟁은 셀수도 없이 많습니다. 지휘관은 병사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고 전황을 살펴서 필요한곳에 병사를 보내주면 그만인것입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마마. 그러니 제 말을 들으십시오." 듣고보니 크렌의 말이 맞는것 같다. 하지만 그러면 내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잖아. 나보다 훨씬 경험많고 군에 대해서 많이 아는 크렌 녀석만 여기로 보내도 그만인거잖아. 에이. 몰라! 내가 가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 "그래도 갈거야. 준비해" "……" "걱정말라고 나도 내 한몸정도는 지킬줄 아니까. 그리고… 카렌! 카렌! 이리 나와! 어서!" 내가 소리치자 크렌이 놀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카렌 녀석은 내 게 지은죄를 아는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석 아마 이근처 어딘가에 있 을거야. 그건 확신할수 있다. 왜냐하면 카렌 녀석은 바로 내 부하니까! "쳇. 안나오네. 그래도 상관없어. 크렌경. 날 지켜주는건 그대뿐이 아니니까 걱정하지말고 정찰이나 가자고." "…알겠습니다." 이번엔 순순히 허락했다. 아마 더 우겨봐도 내 고집을 꺾을수 없다는걸 알아 챈것이리라. 나도 고집하면 누구도 못말릴정도니까 말이야. 훗. 크렌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체인메일을 벗었다. 다행히 크렌 녀석이 여벌의 두꺼운 면티와 면바지를 가져와 속옷차림으로 돌아다닐일은 없었지만 덕분에 난 들고왔던 검들도 놔두고 가야했고 내 손에 들린거라고는 위급시 사용할 불꺼진 횃불하나였다. 하지만 이거 줘봐야 뭐하냐고. 난 부싯돌따윈 없단말이 야. "투구는 쓰십시오." "응?" "마마의 금발은 이런 밝은 밤에는 멀리서도 잘보입니다. 그러니…" "아아. 알았어. 알았다고." 쳇. 뭐야. 난 어린애도 아니고 짐짝이 될생각도 없단말이야. 어린애 취급하 긴…체에엣. 막 준비를 마친 우리들은 두명의 노련한 사냥꾼들과 함께 마을쪽으로 내려 가려 했다. 그때 갑자기 수풀속에서 카렌이 툭 튀어나오더니 손짓했다. "이쪽." 저녀석… 아까 부를때는 안나오더니만. 쳇. 그래도 저녀석이 앞장선다면 들 키지는 않겠지? 이번만은 봐주도록 하자. 이번뿐이야! 카렌은 역시 암살자 출신답게 밤눈도 밝은지 뒤로 네명이나 이끌고도 언덕 아래 펼쳐진 작은 숲사이를 능숙하게 뛰어내려갔다. 꽤 경사가 가파른데도 불구하고 마치 산양처럼 통통 뛰면서 뛰어내려가는 저 모습을 보니 역시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저정도는 되니까 이몸의 목숨을 노릴수 있는거겠지. 음음. 투두둑… 차르르르… "마마. 좀더 조심하십시오." "…미안" 쳇. 나뭇가지가 썩어서 미끄러진것뿐이야! 정말이라고! 난 끈적거리는 나무 진액이 흘러나오는 나뭇가지를 옆으로 짚어던진뒤 조심스럽게 크렌의 뒤를 따라 내려갔다. 그런데 왜 다른사람들이 걸어갈때는 거의 소리가 안나는데 내가 걸으면 이렇게 소음이 큰거야? 저 남정네들보다 절반은 가벼울텐데… 이건 불공평해! 대략 20여분쯤 언덕아래 펼쳐진 숲사이를 조심스러운 발걸음 으로 지나가니 바로 10~20m쯤 앞에 마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거 의 새벽이 다가오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마을안에는 사방에 횃불이나 불붙 은 기름가마가 놓여있어서 눈부실정도로 밝았다. 우리들은 마을안 광장이 바 로보이는 수풀사이에 몸을 숨기고 마을안을 바라보았다. "개종이냐? 죽음이냐! 선택해라!" "사…살려…" "죽음!" "으아아아아…" 퍼걱.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검붉은 무언가가 허공으로 튀어오른다. …뭐지? 난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마을안을 들여다보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옆에서 튀어나온 손이 내눈을 가렸다. "보지마십시오." "치워." 난 내눈을 가리는 손을 밀쳐버렸다. 그때 내눈에 머리채를 잡힌채 질질 끌 려오는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검은 로브를 입은자의 손에 잡힌채 마치 도살 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질질 끌려온 그사내는 곧이어 우리들 눈앞에 놓인 붉 은빛이 감도는 커다란 나무등걸앞에 무릎꿇려진채 머리를 나무등걸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검은색의 사제복을 입을 브리츠의 프리스트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그 옆에는 굵은 나무 클럽을 들고 있는 브리츠의 신 도가 그의 목을 겨누며 클럽을 높이 치켜들었다. "개종이냐? 죽음이냐? 선택하라!" "하…하…하겠습니다! 개종합니다! 하겠습니다! 제발…제발…" "흠. 잘선택했다. 끌고가." 그 사내는 여전히 머리채를 잡힌채 바로 옆으로 끌려갔고 거기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브리츠의 신도가 활활타오르는 장작속에서 붉게 달아오른 쇠꼬챙 이를 꺼내들었다. "으으…" 여전히 머리채를 잡혀있는 그 사내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고개를 좌우로 저 었지만 달아오른 꼬챙이를 들고있는 그 신도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어깨에 그 쇠꼬챙이를 가져다 대었다. "끄아아아악!!! 아아악!!!" 살이 타는 역겨운 내음이 바람을 타고 우리쯕으로 날아왔다. 우욱… 토할것 같아. 결국 난 참지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저런 미친놈들이랑 싸워야 한 단말이야? 으… 끔찍해! 그뒤로 다섯명의 사내들이 예의 그 나무등걸에 고개를 쳐박았다. 그중 두명 은 그대로 머리가 깨진채 바닥에 널부러진 시체가 되었고 세명은 그전의 사 내처럼 짐승의 낙인을 찍듯이 낙인이 찍힌채 마을 중앙에 모여있는 주민들 사이로 내던져졌다. "마마" "으응…" "돌아가겠습니다. 조심해서 따라오십시오." "응? 그냥 가자는거야? 저 모습을 보고?" "지금 우리들 머리수로는 달려들어봐야 상대도 안됩니다. 우선 뒤에 남아있 는 다른 병사들을 데리고 와야합니다." "하지만…" 난 브리츠의 신도들에게 둘러쌓인채 울고있는 여자들과 아이들 그리고 낙인 이 찍힌채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사내들을 보며 말을 흐렸다. 그런 내게 크렌 은 단호한 어조로 답했다. "저들이 불쌍하긴 하지만 감정적으로 행동해서는 안됩니다. 언제 어느 상황 에서던지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하는게 지휘관의 의무입니다" "……" "자. 가십시오." "으응…" 난 마을 중앙에서 서로서로 껴안은채 울고 있는 사람들에게 속으로 조금만 기달려 달라고 몇번이고 말한뒤에 조용히 몸을 돌렸다. 우리들이 민병들이 모여있는 언덕위로 돌아갔을때 그곳에는 이미 닐크와 아 르케네스가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그들뿐만 아니고 어깨에서 하얀김을 내뿜 고 있는 완전히 탈진한 수십명의 청년들과 사냥꾼들이 모여있었다. 나와 크 렌도 꽤 빠른 속도로 여기까지 온건데 이들은 아예 전력으로 달려오기라도 한것같은 모습이었다. 하긴 만약 여기서 저 브리츠의 미치광이 놈들을 막지 못하면 다음은 자기들이 사는 마을일테니 급하기도 했을거다. …내가 언제부 터 이렇게 냉혈한 같은 생각을 하게 된거지? "당장 출발해도 부족할텐데… 이래서야…" "최소한 1시간은 쉬어야 합니다." "그래." 난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닐크에게 손짓해주면서 대답했다. 아무리 전 장의 상식도 모르는 여인네라해도 저런 몰골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싸움터에 내보내는 짓거리는 하지않는다고. 나무등걸에 기대어 거친숨을 몰아쉬는 자. 차가운 흙바닥에 대자로 뻗어서 숨을 고르는자. 거기다 몇몇은 토악질을 하 고 있다. 역시 조금 쉬어두는게 좋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닐크를 데리고 크렌과 아르케네스 그리고 늙은 사냥꾼 두명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적은 대충 팔십에서 백명사이 일겁니다.외부에 나와있는 자들은 서른명정도 였지만 불이 켜져있거나 굴뚝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집들이 열네군데 정도 되 었으니 많아도 백명은 안되겠죠." "흠… 그들의 무장정도는 어떻던가요?" "검은 로브를 입고 있어서 확신할수는 없지만 대부분 로브만 입고 있는것 같 고 또 활과 같은 무기는 거의 없는것 같더군요. 그들중 대부분은 허리에 나 무곤봉을 차고 있는걸로 봐서 무장도 역시 그리 대단할게 없을겁니다. 아. 마 마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고마워." 난 크렌이 권해주는 자리에 손수건을 깔고 주저앉았다. 이 녀석 맨날 나를 못잡아먹어서 안달을 부렸었는데 오랫만에 전쟁놀이를 하게 되어서인지 꽤 나를 존중해준다. 하긴 여기 모인 사람들중 제대로된 군사교육과 훈련을 받 은 인물은 기사인 크렌뿐일테니 기분이 좋은걸지도… 검사인 닐크나 마법사 인 아르케네스가 군사교육을 받았을리가 없고 또 병사들을 지휘해본적도 없 을테니까. 맞다! 마법사! "아르케네스. 혹시 헤쉬케린님은 못불러?" "그게… 저녁때 여행을 떠나신듯 합니다. 카렌양을 찾아러 나갔다 와보니 편 지 한장 남겨놓고 떠나셨습니다. 일전에 마마께서 주신 자금으로 이번에 사 용할 연구재료를 모으신다고 하면서 대륙 남단까지 가신다더군요. 아마 이주 일정도는 걸릴겁니다. " 에이…뭐야. 하여간 필요할때는 도움이 안된다니까. "할수없지. 그럼 우리들끼리 어떻게던 해봐야 할텐데. 크렌 승산은?" "흠… 솔직히 이대로 직접적인 교전을 벌인다면 단순히 무장도로만 봤을때 저희쪽이 우세합니다만…" "상대측에 브리츠의 프리스트가 있고 또 광신도들이라면 오히려 밀릴가능성 도 있습니다." "무장도 변변치 않은 미친놈들이 뭐가 그렇게 겁난다는거야?" "죽음의 공포를 초월한 광신도들은 일반인들에게 크나큰 공포를 주는 법이니 까요." "흐음…" "솔직히 가장 까다로운 상대입니다. 실제 전장에서도 사기가 꺾이지 않고 돌 진해오는 적들이 가장 상대하기 힘든 법입니다." 하긴 미친놈들이 침튀겨가면서 죽자고 달려들면 좀 무섭긴 하겠다. 그런 놈 들이니 그런 잔인한 짓도 서슴치않고 행하는것이겠지만… "그리고 인질로 묶여있는 마을사람들도 문제이고… 또 브리츠의 암살자들 역 시 위험한 놈들입니다. 그들은 주로 지휘관과 장교들만 집중적으로 암살해서 지휘체계를 마비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하더군요." "그거라면 카렌에게 물으면 되겠네. 카렌! 이 근처에 너와 같은 암살자들 있 어?" "…두명." "처리할수 있지?" "하나는 가능하지만… 다른 한명은 몰라. 위험해. 나보다 경험 많은 자야" 어라? 카렌 녀석이 자기 일에 자신없다는 말을 할때도 다 있네. 카렌이 대 답하자 기다렸다는듯이 크렌이 물었다. "카렌양. 그자들 지금 어디있죠?" "하나는 우리가 왔던 숲 주변. 다른 자는 마을 반대쪽." 그렇게 말하면서 카렌이 손으로 마을 너머의 꽤 울창한 숲속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갑자기 풀숲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우리들 앞에 툭하고 떨궜다. 우헤엑! 사람팔이잖아! "뭐…뭐야! 이건!" "저쪽 있는 자. 팔. 완전히 처리하려고 했는데 반대쪽에서 그자를 노리고 있 어. 죽이려고하면 저격당해. 위험해." 저 꼬맹이 녀석 어느새 이런 일까지 벌이고 다닌거야?! 도저히 방심을 못하 겠다니까. 아마 이 팔을 잃은 녀석은 방금전에 카렌이 처리할수 있다는 그 암살자 같다. 대충의 위치도 카렌은 알고 있는것 같았고… 문제는 남은 암살 자인데 아마도 부상당한 동료를 미끼로 카렌 녀석을 처리하려고 하려고 한다 는 말같군. 하긴 남들에게 잔인한 놈들이 자기들끼리 관대할리가 없지. "그렇다면 대략적인 전술을 짜보도록 하죠." "역시 두 무리로 나눠서 길가와 숲으로 진입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그렇겠죠? 특히 저쪽에는 활같은 무기를 가진자가 별로 안보이니 자경단 청 년들을 정면으로 진격시키고 사냥꾼 무리들을 측면으로 이동시켜서 인질을 확보하는 한편 배후에서 급습하는게 좋을듯 하군요." "그럼 사냥꾼들을 이끄는건 저와 아르케네스가 맡기로 하죠." "예. 그럼 전 병사들을 이끌고 시선을 끌겠습니다. 그사이에 일을 마무리 지 어주세요." "자…잠깐! 그럼 난 뭘하라고?" "…마마는 여기서 총 지휘를 맡으시는게…" "이봐이봐. 누굴 바보로 아는거야?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데려갈거잖아. 이 황 량하 언덕위에 날 내버려두고 가겠다는거야?" "…하지만 난전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위험합니다. 차라리 전투가 끝날떄까지 여기서 카렌양과 기다리시는게…" 웃기지 말라고 그럴거였으면 아예 여기 오지도 않았어! 거기다 닐크도 아르 케네스도 크렌도 다 앞장서는데 나만 뒤로 빠져있으라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나도 갈거야. 크렌 준비해. 그리고 카렌. 넌 그 멀쩡한 암살자 찾아봐. 가능 하면 죽이도록하고 그게 안되면 최소한 전투에 간섭못하게 시선이라도 돌려 놔. 알았지?" "하지만…마마!" "시끄럿! 내가 간다면 가는거야! 말해두는데 괜히 나 빼놓는다고 쓸데없이 머리굴리면 돌아가서 머리통을 갈아줄테야. 카렌!" "…알았어" 난 으름장을 놔서 크렌 녀석의 입을 봉쇄해버렸다. 내 외침을 들은 카렌은 작게 대답한뒤 수풀사이로 사라졌고 그렇게 작전회의는 금세 끝났다. 이제 실전만 남은거라고. 대략 한시간정도 쉰뒤 우리는 두무리로 갈라져서 마을로 내려갔다. 닐크가 이끄는 사냥꾼들은 숲속으로 들어가 우회하여 마을로 향했고 나와 크렌들은 길을 따라서 마을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저들의 시선을 우리쪽으로 돌리기 위해서 저택에서 가져온 횃불을 열댓개쯤 켰더니 주변이 환해보인다. "마을쪽이 소란스럽네." "이제야 저희를 보았나봅니다. 생각보다 카렌양이 잘해준것 같군요." "흐응…" 카렌 녀석이 칭찬받으니까 어깨가 절로 으쓱해지는… 왜 내가 그녀석 칭찬 을 듣고 기분이 좋아지는거지? 음…… 그냥 내 부하니까 그런거라고 생각하 지 뭐. 부하의 공로는 주인의 공아니겠어? 훗. 그건 그렇고… 내가 듣기로 브 리츠의 암살자들은 뛰어난 정찰병이고 추적자이며 잠입에 능한 스파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자들이 둘이나 있으면서 아직 어린애 티도 못벗은 카렌한테 붙들려 있다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놈들 소문만 대단하고 실제로는 별볼일 없는 녀석들 아니야? 밤이라 그런지 거리감이 좀 떨어진것 같다. 얼마 걸은것 같지도 않은데 벌 써 마을 입구잖아. 우리가 마을 근처까지 다가오자 마을안에서 우글우글 모 여있던 놈들이 불맞은 개떼처럼 달려나왔다. 곧이어 마을 입구에는 길게 늘 어서 우리쪽 병사들과 브리츠쪽 광신도들이 서로 대치를 하는 형상이 되었 다. 숫적으로는 저쪽이 배는 많지만 무장도로 보자면 우리쪽이 더 좋기에 함 부로 달려들지는 않는것 같았다. 그들중 역시 검은 로브를 입고 있는 사내가 다른이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왔다. 가슴팍에 브리츠의 신표인 역십자가 모양 의 금색 자수가 놓여져있고 허리에 나무 곤봉이 아닌 뾰족한 가시가 달린 메 이스를 들고 있는걸로봐서 저자가 아마 브리츠의 프리스트인듯 했다. 난 크 렌에게 나서라고 작게 속삭인뒤 말에서 내려서 다른 민병들 옆에 섰다. 말을 타고 싸워본 경험이 없어서 괜히 걸리적 거리기만 했기 때문이었다. 진짜 기사답게 생긴 - 그러고보니 저녀석은 진짜 기사지 - 크렌이 나서자 몇미터 앞에 서있는 브리츠측 프리스트가 꽤나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하긴 그로써도 이런 시골 영지에 이만한 병사들을 데리고 다니는 진짜 기사가 나 타났으니 놀랍기도 할것이다. 뭐…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겉멋만 잔뜩 든 덴 녀석의 쓸모없는 부하녀석과 실력은 누구한테도 지지않지만 경험이 부족한 나. 그리고 어중이 떠중이들을 모아온 민병들이지만… 겉보기엔 그럴싸하니 문제없겠지. "그대들은 누구이기에 이 마을에서 행패를 부리는것인가?! 산적들이냐?" "우리는 어둠의 신이신 브리츠의 순례자들이오! 그대들이야 말로 누구이기에 무기를 들고 우리들을 핍박하는것이요?!" 흥! 순례자라니. 웃기지도 않는다. 요즘 순례자들은 피와 시체로 길을 만들 어가면서 고행하나보지? "나는 랭스턴 영지의 기사 크렌 드 마트레인 준남작이다! 네놈들이 이 마을 에서 살인과 방화, 강간등의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는 통고를 받고 그대들을 준엄한 법의 심판대위에 세우기 위해 왔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목숨만 은 살려주마" "흥! 이런 시골 영지에 쳐박혀 있어서 소식도 못들었나보지? 우리는 존귀한 신의 명을 받들어 간악한 비젠의 개들을 처형한것 뿐이다!" "어찌되었건 이곳에서 살인을 벌인죄는 간단히 묵과할수 없다. 우리 영…주 님의 판결을 받아라! 거부한다면 그대들은 이곳에서 모두 죽임을 당할것이 다!" 하품난다. 하품나. 저런 빌어먹을 브리츠의 미친놈들 따위야 우선 쓸어버리 고 난 다음에 대화를 해도 될텐데 말이야. 뭐… 시체는 대답을 못하니 우선 대화부터 해야하나? 이거 기다리자니 지루한걸. 그냥 시비나 걸까? "신권과 왕권은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 크레센트의 법이 아닌가? 이건 우리와 비젠의 개들 사이에 벌어진 분쟁이다. 그대들이야말로 우리의 일을 방해한다면 평생 신의 저주를 두려워하며 살게 될것이다!" 그자의 말에 크렌이 주저하며 뒤로 물러섰다. 이런이런 이래서야 원… 이래 서 크레센트 놈들은 안된다니까. 저 말도 안되는 소리를 듣고도 순순히 물러 나다니 말이야. 물러나는 크렌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왜 그냥 돌아오는거야?" "하지만… 저자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 "웃기지마. 저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듣고도 물러서다니 머리가 어떻게 된거 아니야?" "하지만… 저희 크레센트 왕국은 대대로 신권과 왕권은 서로 간섭하지 않기 때문에 저들의 말대로 저희는 멸신전쟁을 벌이고 있는 저자들을 구속할 권리 가 없습니다." "흥. 이런 고지식하고 꽉막힌 멍청이라니. 잘봐둬. 협상이란 이렇게 하는거 야" 난 크렌을 옆으로 밀쳐버리고 앞으로 나섰다. 바보같은 크렌이 물러서자 기회를 얻었다는듯이 ''꺼져라'' ''어서 가버려''라고 야유를 부리며 소리쳐대던 브리츠측 광신도들이 내가 무리 전면으로 나오자 조용해졌다. "아직도 안간건가? 정녕 신의 저주를 받아봐야 정신을 차린 놈들이로군" "난! 랭스턴 자작을 대신하여 이 영지를 관리하는 영주 대리다." "훗. 목소리를 들어보니 계집애로군. 이 영지에는 계집애들을 앞에 내세우고 뒤에서 눈치만 보는 소심한 사내들뿐인가보지? 응? 안그런가?" "와하하하하!" 브리츠의 미친놈들이 그 프리스트의 조소에 호응해서 와하고 크게 웃어댔 다. 개중에는 배를 잡고 웃어대는 놈도 있었다. 저자식! 기억해둘테다! 이 몸 이 이런 모욕을 당했으니 뒤에서 반응이 올때가… 안되었나? 왜이렇게 조용 한거야?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아직도 ''기사''처럼 말위에 올라타있는 크렌 놈은 한숨을 쉬고 있었고 다른 녀석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크렌 녀석을 올려 다보고 있다. 그래 사내놈만 믿을만하다 이거지? 빌어먹을 돌아가서 두고보 자! 다 죽었어! "입닥쳐! 지금 귀족을 모욕하는건가? 그걸로도 네놈들의 지저분한 목을 모조 리 나무에 걸어둘수 있어!" "흐음… 그래도 강단은 있군. 계집애 같은 사내놈들보단 사내같은 계집애가 더 나은걸? 큭큭큭" 저자식! 진짜 맘에 안들어! 내손에 잡히면 전력으로 두들겨서 뱃가죽에 구 멍을 뚫어주고 말겠어! "닥치고 증거나 보여봐. 멸신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지? 그 증거를 보이지 못한다면 무고한 주민들을 학살한죄로 모두 교수형에 처하겠다!" "증거?" 내말에 저 빌어먹을 프리스트놈이 큭큭큭하고 재수없게 웃더니 뒤에다 대고 손짓했다. 그러자 놈들중 하나가 두툼한 가죽자루를 들고나와서는 그것을 거 꾸로 들고 쏟았다. 촤르르르르… 자루안에서는 비젠의 신표 - 십자가 중앙에 태양을 상징하는 둥근 원이 달려있다 - 가 주르륵 쏟아져나왔다. 대충 봐도 수백개는 되겠는걸? "이정도면 충분한가?" "흥! 웃기지마! 그게 무슨 증거야? 세례를 받을때 한명당 한개씩 하사하는 신표가 이 조그만 마을에서 그만큼이나 나온다고?" "여기저기서 조금씩 모으다보니 저정도가 되었다네. 소녀. 아마 이 마을에 살 고 있던 비젠의 개들이 목에 걸고 다니던 것도 저중에 있을테니 원한다면 찾 아보던지. 후후후." "저딴건 증거가 못돼! 좀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 "억지가 심하군. 우리보고 뭘 어쩌란 말인가? 눈앞에 보이는 증거를 제시해 도 못믿겠다고 한다면 뭘로 우리의 무고를 증명하란 말인가? 응?" "억지는 무슨 억지! 내가 증거를 보이라고 했으면 너희들은 보여주면 그만이 야! 증거를 제시못하면 네놈들은 살인자인거고!" "도저히 상대하지 못하겠군 그래. 돌아가라! 안그러면 신전을 통해 정식으로 항의하겠다!" 흥. 누가 오란다고 오고 가란다고 가는 강아지인줄 알아? 난 돌아서는 그 프리스트놈을 향해 욕설이라도 내뱉으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막 닐크에게 배운 욕설을 내뱉기도 전에 우리들 머리위에서 피잉… 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가 석궁에서 날아가는 쿼렐이 내는 비행음임을 내가 깨닫기도 전에 마을 왼쪽 숲에서 ''크아아악''하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또 잠시뒤에 반대편 숲에서도 ''그르륵…''하는 낮게 깔리는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누군지 모르지만 타이밍한번 기막히군 그래! 좋아! "흐응… 이래놓고도 발뺌을 하시겠다? 크렌!" "예! 전군 돌격준비!" "아…아니 이건 뭔가 오해가… 제길! 모두 싸워라! 신의 뜻에 반하는 놈들을 지옥의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버려!" "우와아아아!!" "와아아아!" 양쪽이 서로 고함을 지르면서 달려든다. 중간에 끼어있던 난 내 옆으로 크 렌이 말을 몰고 지나갈때까지 기다린뒤 뒤따라 뛰어갔다. 내 좌우로 창을 들 고 있는 민병들이 악을 쓰며 달려들었고 아주 가까운 거리인지라 서로 몇발 짝 달리기도 전에 상대와 맞붙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부웅… 우와악! 내 앞에 가던 크렌놈은 어디가고 시꺼무리 죽죽한 로브를 뒤집어쓴놈이 눈앞에 튀어나오는거야?! 깜짝 놀랐잖아! 난 몸을 옆으로 틀어 놈이 내리쳐는 나무 곤봉을 피한뒤 그자의 옆구리에 팔꿈치를 찍어넣었다. 콰득… "커헉…" 뭔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그자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흥! 내 게 까불면 이렇게 된다고! "다 덤벼!!!" 난 용감하게 외치며 - 하지만 내 목소리를 들은자는 별로 없는지 덤비는 놈이 없다 - 난투극이 벌어지는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마악 민병의 머리에 나무클럽을 내리치려는 자의 등을 손등으로 내리찍은 나는 허리가 뒤로 꺾이며 피를 토하는 그자를 옆으로 내던져버리고 쓰러진 청년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서 일어나" "아예… 감사…" 내 손을 잡고 일어서던 그 민병의 머리가 갑자기 옆으로 홱하고 꺾이면서 그대로 축늘어진다. 그리고 그뒤로 예의 미친놈이 피묻은 나무클럽을 들고 아직도 내손을 잡고있는 그 민병이 머리를 두들겼다. 몸이 부들부들 떨려온 다. "이… 개자식아!!!" 온몸을 날려 놈의 배를 들이박자 그자와 난 서로 뒤엉킨채 바닥을 굴렀다. 자세를 잡고 정신을 못차리는 놈의 배위에 올라탄 난 양주먹을 들어 이 빌어 먹을 자식의 대가리가 아까 그 민병의 머리처럼 깨지기를 원하면서 주먹을 휘둘러댔다. 퍽! 퍼억! "크어억…" "아파? 아프냐고! 이 미친새끼야!" "쿨럭…커흑…" 비명을 지르는 놈의 면상을 열댓번쯤 때리고 나니 핏물을 토해내던 그자가 축 늘어진다. 코뼈가 엉망으로 박살나고 피뭍은 이빨이 사방에 흩어져있는 놈은 기이한 각도로 벌어진 턱사이로 침과 피가 범벅된 끈적거리는 액체를 쏟으며 고개를 떨궜다. 기절한건가? 기절했겠지. 죽을정도로 때리진 않았으니 가! 퍼억! "아아악…" 혹시나 내가 깔고 앉은 놈이 죽은건 아닌가해서 목에 손을 대보려던 난 어 깨에 강한 통증이 몰려오자 나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나왔다. 본능적으로 몸 을 숙이며 옆으로 굴리자 내머리위로 부웅하는 바람가르는 소리가 났고 몇바 퀴를 옆으로 구른뒤 일어선 내 눈에 두손으로 나무클럽을 단단히 잡고 있는 놈이 보였다. 왜 내주변엔 병사들은 없고 이놈들 뿐인거야!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부여잡고 몸을 일으키자 또다른 브리츠의 미친놈 이 날 노려보며 두손으로 나무클럽을 단단히 붙잡고 겁을 주듯 좌우로 휘둘 렀다. "크아아아아!!!" 깜짝. 노…놀랬잖아! 갑자기 소리는 왜 지르고… 으아아아! 놈의 나무클럽이 갑자기 몇배나 커지면서 눈앞으로 다가온다 난 급히 몸을 숙이면서 앞으로 굴렀고 내가 쓰고 있던 투구의 끝이 놈의 클럽에 맞아서 뒤로 날아가는걸 바 닥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본 나는 온힘을 다해 나무클럽을 휘둘러 비틀거리는 그자의 정강이를 온힘을 다해 발로 찼다. 빠직.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나 면서 휘청이던 놈이 나무클럽을 떨어트리며 쓰러진다. 난 누운채로 발을 들 어 발뒷꿈치로 그자의 엉덩이를 강하게 내려찍었다. 뭔가 기묘한 소리가 나 면서 놈이 꿈틀거린다. 혹시나 다시 달려들지도 모르기에 난 잽싸게 일어서 서 그자의 배를 강하게 발로 차준뒤에 뒤로 물러섰다. 휴우… 저놈 피거품을 입에 물고있는걸로 봐서 당분간 일어나지는 못하겠지? 살았다… 아우. 아까 맞은자리가 쑤셔온다. 거기다 축축한걸 보니 피까지 나는것 같은데… 이 고 운몸에 상처라니 너무해. 정말… 미친놈들과 미친듯이 싸우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나혼자면 저자들의 대열을 뚫고 뒤로 나와있었다. 크렌과 민병들은 아직도 마을 입구에서 한창 격전을 벌이는 중이었고 숫적으로 우세한 브리츠의 미친놈들은 그런 우리측 병사들 을 반포위식으로 둘러싼채 싸우고 있었다. 앞으로는 내게 등을 보이고 있는 브리츠 놈들이 보였고 뒤를 돌아보니 텅빈 마을안과 그 마을 중앙에 밧줄로 얼기설기 묶여있는 마을 주민들이 보였다. 어느쪽을 먼저 가봐야하지? 다시 저 싸움터로 들어가 한판 붙어야 하나? 아니면 주민들부터 풀어주고 대피시 킬까? "저기있다! 저쪽이야!" "응?" 빌어먹을 놈들. 어느새 알아챈거야? 그냥 모르는척 하면 어디가 덧나나? 크 렌등과 싸우던 놈들중에 대여섯이 날 발견하고 내쪽으로 뛰어온다. 그냥 피 해버릴까? 아니면 맞서 싸워서 크렌이 있는데까지 뛰어갈까? 그런데 닐크놈 들은 왜 안와?! "마마! 엎드리세요! 빨리!" 응? 닐크? 등뒤에서 닐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이것저것 가릴것 없이 바로 그자리에 바싹 엎드렸다. 그러자 곧바로 내 머리위로 씨잉…씨잉…하는 화살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내쪽으로 뛰어오던 여섯의 광신도중 세명이 비명을 지르면서 몸에 대여섯발의 화살을 꼽은채 바닥에 쓰러졌다. 남은 놈 들중 눈치가 빠른 녀석이 나처럼 바닥에 엎드리려하자 다른 둘도 역시 엎드 리려했지만 맨처음에 엎드린녀석만 두번째 날아간 화살을 피했을뿐 다른 둘 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깨와 머리에 화살을 꼽은채 풀썩 쓰러졌다. 씨잉… 탁. 눈앞에 뾰족한 화살의 촉이 반쯤 흙바닥을 하고 들어간채 부르르 떨린다. 으으으으! 왜 저 닐크자식만 있으면 내가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하는데? 앞 으로 저자식에겐 절대 도와달라고 안한다! 맹세코! "마마 다치신데는 없으십니까?" "응… 괜찮아" 내쪽으로 달려오며 엎드려있는 남은 광신도의 등에 화살을 쏘아보낸 닐크에 게 난 이를 갈며 답했다. 조금만 뒤로 떨어졌어도 내 목덜미를 꿰뚫었을 화 살대를 줏어든 나는 그것을 열댓조각으로 잘게잘게 조각낸뒤 뒤로 던져버렸 다. 저자식 언젠가 날잡아서 죽도록 패주겠어! 무조건! 이유없이! 사냥꾼들이 본격적으로 싸움에 참가했다. 털이 숭숭난 짐승 가죽을 입은 가 벼운 차림의 사냥꾼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등을 보이고 있는 브리츠의 광신도 들에게 달려들었고 서너명이 한명의 적에게 달려들어 확실하게 목숨을 끊어 버리는 방식으로 공격을 가했다. 한두명의 사냥꾼이 숏소드나 단검으로 적을 교란하면 뒤에서 대기하던 활든 사냥꾼이 10m도 안되는 가까운 거리에서 화 살을 날린다. 혹은 한명이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흘려서 허점을 만들면 다른 사냥꾼이 그 사이로 파고들어 치명적인 공격을 하는것이다. 닐크의 말로는 이쪽 사냥꾼들이 곰이나 멧돼지 같은 맹수를 사냥할때 자주 쓰는 방식이란 다. 뭐… 인간 사냥하는데도 효과가 있군. "난 더 안싸워도 되게는걸?" "하하. 마마께서는 저희랑 여기 계십시오. 괜히 싸우시다 상처라도 입으시면 저희가 로이드 전하께 맞아죽습니다." "흥. 부인이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도 코빼기조차 안보이는 그 인간이 뭐가 무섭다고…" 싸움은 이젠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운 상황이 되었다. 사냥꾼들의 가세로 뒤 를 급습당한 광신도들은 일방적으로 밀리면서 한쪽으로 몰려들었고 그런 그 들을 역으로 포위한 민병과 사냥꾼들은 크렌의 외침에 꽤 잘 따라주었다. "마을쪽으로 몰아! 숲으로 도망치지 못하게 막아! 어서!"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롱소들을 휘두르며 크렌이 소리친다. 목소리가 커서 그런지 비명과 고함소리가 난무하는 전장에서도 아주 잘들리는군. 역시 장군 감인가. 흥. 저런 멍청이가 뭐가 좋아서 좋게 봐준담. 이런 작은 전투에서나 써먹을 쓸모없는 무능한 녀석인걸. 싸움은 거의 소강상태에 들어섰다. 대충 한 20분쯤 싸운것 같은데 바닥에는 부상자들과 시체로 가득하다. 겨우 서른명 남짓 남은 브리츠의 광신도들은 뒤로는 마을건물에 막히고 앞과 좌우로는 사냥꾼과 민병들로 구성된 병사들 에게 둥그렇게 포위된채 한구석에 몰려있었다. 난 항복하라고 소리치는 크렌 과 신의 저주가 있을거라며 욕지거리를 내뱉는 브리츠 놈들의 다정한 대화를 한귀로 흘려버리면서 주욱 늘어선 민병들 사이를 헤치고 앞으로 나섰다. 내 가 나서지 죽지도 않고 잘도 살아있는 아까 그 프리스트 놈이 내게 손가락질 하면서 소리쳤다. "네…네년때문에!!! 내장을 꺼내 튀겨먹어도 시원치 않을년!!!" "숙녀한테 못하는 말이 없네 정말. 하긴 그러니 미친놈 소리를 듣는거겠지만 말이야. 자. 항복할래? 아니면 죽도록 두들겨맞고 끌려갈래?" "미친! 네깟 계집년 따위한테 항복하라고?" "거참 사내놈 따위 주제에 말많네. 아니면 머리가 한바퀴 휙 돌아버려서 지 금 상황이 어떤지 모르는거야?" "크으으으…" 훗. 이럴때 바로 승자의 미소를 짓는법이지! 우하하하! 이겼다! "네깟것한테 머리를 숙일줄 알아? 차라리 사내놈 궁둥이에 대가리를 쳐박고 뒈지겠다!" 저거 프리스트 맞아? 신을 믿는 프리스트 주제에 입이 왜 저렇게 더러워? 하여간 누가 칙칙한 브리츠를 믿는놈들 아니랄까봐… 어이 아저씨 그렇게 악 을 쓰며 말한다고 지금 상황이 바뀌기라도 한데? 빨리 포기하고 두손 번쩍 드는게 좋을것 같은데 말이야. 난 속으로 조소를 보내며 - 얼굴에 나타났을 지도 모른다 - 내 머리카락을 쓸었다. 아까전에 나무클럽에 맞아 날아간 투 구를 못찾아서 길고긴 금발머리가 흩날리고 있었거든. 그때 그 프리스트 놈 이 앞으로 걸어나오더니 큭큭 거리며 웃었다. 저게 미친건가? 아니 원래 미 쳤었지. 음… 그럼 미친녀석이 다시 미친거니 정상으로 돌아오는건가? "자! 지켜봐라! 우둔한 네놈들이 어떻게 신의 저주를 받게되는지를!" 그자는 기분나쁘게 웃으며 머리에 쓰고있던 후드를 젖혔다. 그러자 붉게 타 오르는 횃불만큼이나 붉은 눈동자가 나타났다. 아니 저 인간의 경우에는 눈 동자뿐만 아니고 흰자위 전체도 붉은빛이다. 왠지 기분나빠. "이것이 바로 신의 권능이라는 것이다! Animated Dead!" 브리츠의 프리스트가 그렇게 외치면서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의 사슬을 뜯 어내며 하늘높이 들어올렸다. 그러자 목걸이에서 검붉은 안개같은것이 흘러 나오더니 바닥에 낮게 깔리기 시작했다. 거기다 주변에서 유령이 중얼거리는 듯한 괴상한 소리가 낮게 울려퍼진다. 불길해! "크렌!" "구…궁수대! 사격…어엇?" "와아악!" "괴…괴물이다" "시체가…시체가…" "…말도 안돼" 난 말도 안된다고 중얼거렸다. 허공에 울려퍼지는 주문이 끝나자 바닥에 쓰 러져있던 시체중 여섯구가 ''그어어…''하는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면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제서야 프리스트를 노린 화살 몇발이 날아갔지만 이미 살아난 시체들에 의해 둘러쌓인 그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고 몸에 몇발의 화살이 박혔는데도 불구하고 멀쩡한 시체덕분에 우리쪽 사기만 더 내려갔다. "좀비…" "응? 뭐야? 저게 뭔데?" "좀비입니다. 언데드로써 주로 사악한 마법사나 타락한 성직자가 시체를 가 지고 소생시키는 몬스터입니다." "위험해?" "시체를 사용해서 만들어 내기 때문에 느리고 움직임도 단순하지만 절대 지 치지 않고 힘도 보통 사람보다 세집니다. 하지만 그런것들보다 위협이 되는 점은… 바로 저들처럼 평범한 살아있는 자들은 언데드를 보는것만으로도 공 포에 떤다는 점입니다." 아르케네스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대로 민병들은 공포에 질 려서 페닉상태에 놓여있었고 당장이라도 엉덩이를 뒤로 빼고 도망치려는것처 럼 보였다. 하긴 나도 저 좀비를 보고 있으면 역겹고 구역질이 나는걸… "후하하하하!!! 보았느냐? 복종하라! 신에게 경배를 드려라! 안그러면 네놈들 은 죽어서도 안식을 얻지 못할것이다!" "시끄럿! 이 시체나 가지고 노는 변태자식!" "건방진 계집같으니라고! 하지만 네 뒤에 있는 겁쟁이들은 너처럼 간이 배밖 으로 나오진 않은것 같은걸? 당장이라도 도망칠듯한 꼴들 하곤… 큭큭큭." "제 부하를 삼분의 이나 잃은 무능한놈 주제에 말이 많다! 닐크! 아르케네스! 크렌! 하나씩 맡아! 그리고 남은 놈들은 나머지들이 알아서 처리해! 언데드라 해도 어차피 인간의 몸! 육신을 가지고 있으니 찌르고 베면 죽을거다! 물러 서는놈은 내손에 죽을줄 알아!" 그렇게 소리친 나는 내 옆에 서있는 병사에게서 장창을 빼앗아 들었다. 창 을 거꾸로 쥔 나는 그것을 어깨높이로 들어올렸다. 타앙! 왼발을 강하게 구 르며 온힘을 다하여 창을 힘껏 던지자 2m에 달하는 긴 창이 화살처럼 날아 갔다. 퍼억! "그워어어어…" 내 눈앞에서 어기적 거리던 좀비중 하나가 내가 던진 창에 가슴을 꿰뚤린채 공중에 붕뜬채 뒤로 날아가더니 그대로 마을 건물중 한곳에 꽂혔다. 왠지 꼬 치구이가 생각나는걸… 기분나빠. 벽에 박힌채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버둥거 리는 좀비를 보고 있자니 구역질이 다 나온다. "저…저… 네…네년! 오우거였냐?" "이 빌어먹을 자식아! 이렇게 아름답고 기품있는 오우거 봤어? 너도 한번 꿰 여볼래?" 누구보고 오우거라고 하는거야! 내가 그렇게 못생겼는줄 알아? 저놈 눈이 벌개지더니 시력이 아주 않좋졌나보군! "목걸이! 마마! 저것을 부수면 좀비들은 시체로 돌아갈것입니다!" "모두 죽여버려! 죽여!" 브리츠의 프리스트가 발악을 하듯 소리쳤다. 그러자 좀비들이 우리쪽을 향 해 어기적거리며 걸어왔고 한곳에 모여서 발악을 하던 광신도들이 프리스트 의 외침에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민병들과 사냥꾼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저 런 미친… 난 내게 창을 빼앗겨 숏소드를 꺼내든 아까 그 병사에게 달려들어 서 검을 빼앗았다. 그리고 손을 머리 높이로 들어올린채 소리치는 프리스트 의 손목을 향해 힘껏 던졌다. 윙윙… 거센 바람소리를 귓가에 울리며 날아간 숏소드는 격렬하게 회전을 하였다. 퍼억! 터엉… 어…어어? "크아아악! 끄아아아…" 그 프리스트도 아직도 버둥거리고 있는 좀비의 옆에 박혔다. 그런데… 난 어깨를 노리고 던진거였는데 내가 날린 숏소드는 그자의 가슴을 반이나 갈라 놓았다. 고통스러운 몸짓으로 비명을 질러대며 꿈틀거리는 브리츠의 프리스 트가 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도 잠시 단 몇초도 지나지 않아서 벽에 박 힌 프리스트는 축 늘어졌고 그의 손에서 목걸이가 떨어지자 좀비들이 그대로 털썩 주저앉으며 다시 시체로 돌아갔다. 미친듯이 달려들던 광신도들도 자신 들의 프리스트가 허무하게 쓰러지자 그자리에 멈춰섰다. 그들중 일부는 아예 병사들에게 등을 보인채 벽에 꽂힌 브리츠의 프리스트를 향해 눈물을 흘리기 도 했다. 뭐야… 이건… 내가… 죽인건가? 응? 그들의 지도자였던 브리츠의 프리스트가 쓰러지자 광신도들은 순한양처럼 돌변하여 순순히 밧줄에 묶였다. 난 시체들로 가득한 마을 입구에서 벗어나 나무벽에 박힌채 축 늘어진 프리스트를 향해 걸어갔다. 내가… 살인을… 아 니 어차피 여기 올때부터 사람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하지 만… 막상 눈앞에 이렇게 명확하게 보이니 나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마마. 안색이 안좋으십니다. 저택으로 돌아가시는게…" "기다려." 난 뒤따르는 닐크를 제지한채 벽에 걸린 프리스트에게 다가갔다. 바닥에 온 통 붉은 피가 가득한 그자의 앞에 서자 뭐라고 설명할수없는 복잡한 심정이 내 마음을 어지럽혔다. "죽은건가…" "쿨럭…커헉…" "너!" 죽은줄 알고 있었던 브리츠의 프리스트가 갑자기 입에서 피를 쏟으면서 거 친 숨을 몰아쉬었다. 난 급히 그자에게 다가가서 가슴에 박힌 숏소드를 뽑으 려고 했다. "이거 뽑을테니까 참아! 누가 의사좀 불러와! 당장!" "쿨럭… 날 죽일셈이냐? 지금 그걸 뽑으면 바로 즉사할거다. 큭큭큭 우웨 엑…" 내 발밑으로 붉은 핏덩어리들이 주르륵 쏟아졌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지? 응? 누가 좀 가르쳐줘! "쿨럭쿨럭… 킥. 꼴에 선한…척 하려고 하는거…냐? 웃기…는군" "틀려! 누가 좀…" "동정이라면… 집어쳐. 어차피 죽…을테니. 그보다 네 이…름이 뭐지?" "아넬리안. 아넬리안 폰… 아니 드 크레센트. 크레센트 왕국의 이왕자비가 바 로 나야." "쿡…쿡쿡. 꽤나 거창하신 신분…이였군. 하긴… 그정도는 돼야지. 암! 큭큭… 크하하하하!!" 갑자기 놈이 팔을 뻗어서 내 팔목을 움켜쥐었다. 뭐…뭐야? 이놈은… 놈의 붉은 눈동자가 이제는 피처럼 시뻘건색으로 변했다. "너!!!나…나를 속인거냐?" "틀려. 킥킥. 아까 말했듯이 난 죽는다. 하지만 그전에 네년에게 신의 이름으 로 저주를 내릴 시간을 충분하지! 크하하하! 난 여기서 죽겠지만 네년도 머 지않아 나처럼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거다!!!" "놔…놔아!" 난 놈의 팔을 뿌리칠려고 힘을 썼지만 어찌된일인지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이럴수가… 이게 어떻게 된거야?! "인간은 죽음직전에 가장 강해진다고 하지! 크하하하! 쿨럭… 시간이 없구나. 네년! 저주하겠다! 신의 이름으로 저주하겠다! 나 브리츠의 프리스트인 크론 벨의 이름으로 네년 아넬…" 퍼어억! 내 팔목을 잡고 내 이름을 부르던 브리츠의 프리스트가 갑자기 고 개를 옆으로 꺾으며 축늘어졌다. 그런 그의 옆머리에는 가드 부분이 없는 단 검이 거의 손잡이 부분까지 파고들어가 있었다. 이사이로 나도 모르게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으……" "저주 위험해." 옆을 돌아보니 카렌이 서있다. 난 아직도 잡혀있는 팔목을 쳐내듯 떨쳐버린 뒤 뒤로 몇걸음이나 물러섰다. 우리들 뒤에서 정리를 하고 있더 닐크가 뭐라 고 소리치며 달려온다. "응?" "저주. 위험해. 그래서 처리했어. 그리고 이거" 프리스트를 노려보던 카렌은 등뒤에 메달아 놓은 끈을 풀어서 내앞으로 둥 근 물체 두개를 던졌다. 툭…데구르르… 이건… 사람 목? "둘다 처리했어. 힘들었지만…" 나를 빤히 올려다보는 두개의 눈동자를 보고 있으니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 온다. 우웁… 더이상은… "마마! 괜찮으십니까?" "나…난 괜찮…" 내가 억지로 고개를 돌리며 괜찮다고 말할때 옆에서 철퍽하는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방금전까지 멀쩡하게 서있던 카렌이 피웅덩이 속에 쓰러진채 꼼짝 도 하지 않는다. "카렌! 닐크 어서!" "예! 예!" 피웅덩이 속에서 카렌을 건져내고 그애의 등을 보니 옷이 길게 찢겨져있었 다. 손으로 옷자락을 잡고 길게 찢어보니 카렌의 새하얀 어깨부터 옆구리까 지 긴 검상이 나 있었고 거기서 따뜻한 피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닐크! 어서! 아무나 불러와! 어서!" "예! 아르케네스! 이봐! 어디있어? 여기 급하다고! 이봐!" 난 카렌을 조심스럽게 안아들었다. 이애도 죽는건 아니겠지? 설마… 닐크와 크렌에게 뒷일을 맡긴 난 아르케네스와 카렌을 데리고 급히 말을 몰 아 저택으로 돌아왔다. 카렌은 피를 많이 흘려서 정신을 차리지는 못했지만 다행히 아르케네스의 적절한 조치덕분에 목숨은 건졌다고 한다. 그래도 상태 가 아주 안좋기에 내일 도시로 사람을 보내 신성력을 사용할수 있는 프리스 트를 초빙해야 할것 같다. 그리고 나도 몰랐는데 나무클럽에 얻어맞은 나도 좀더 시간이 지났으면 위험할뻔 했다고 한다. 체인메일의 고리중 몇개가 부 서져서 살을 파고든것이다. 속옷을 다 적실정도로 피가 흘렀는데 왜 나는 몰 랐을까? 아르케네스의 말로는 극도로 흥분한 상태라서 자신의 몸 상태를 제 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말이 맞는걸까? 난 별로 흥분하 거나 하지 않은것 같은데… 뭐… 머리좋은 아르케네스가 한말이니 맞겠지. "하아아아…" 난 뜨거운 물이 가득 담긴 욕조에 몸을 담근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 아… 나른해지는게… 피로가 한순간에 싸악 풀리는것 같아. 아차. 어깨에 붙 인 약초가 물에 젖지않도록 해야지… 눈을 감은채 조용히 생각해보았다. 그 크어쩌고 했던 프리스트는 내손에 죽 었다. 마지막에 카렌이 단검을 던지기는 했지만 그자는 내가 던진 검에 맞고 죽게된것이다. 살인. 좋은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의 첫 살인의 감상은 꼭 첫경험때와 비슷한것 같았다. 일을 치루기 전까지는 정말 내가 해낼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을 느꼈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자 몸이 먼저 반응했고 우선 처음이라는것을 넘어서자 그뒤로는 이전과 같이 큰 거부 감이 일지 않는다. 마치 한번 경험해서 이미 익숙해진것처럼… 구역질이 올 라온다. "우웁…우웨엑…" 촤아악… 내 입에서 흘러나온 쓴물이 욕조옆 바닥에 떨어졌다. 빌어먹을. 언 제부터 내가 살인에 익숙해졌는데? 사람을 죽여놓고도 이렇게 냉정할수 있는 건가? 내가 왜 이렇게 변한거지? …그때겠지? 강철의 심장을 움켜쥔다고 맹 세한 그날… 그래 맞아. 그때부터였어. 후후… "마마. 들어갔습니다. 어머? 마마! 괜찮으세요? 네?" "에린 이냐?" "네! 마마. 몸이 안좋으신가요? 의사를 부를까요?" 욕실 안으로 들어온 에린 녀석이 내가 토해놓은걸 보고는 놀래서 조잘조잘 떠들어댄다. 아아. 괜시리 짜증이 나잖아! 한대 콱 쥐어박어버릴까보다. "됐어. 그보다 찬물이나 가져와." 난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촤아악… 물방울을 튀기면서 일어선 난 수건으로 몸을 두르고 밖으로 나서려 했다. 그러자 에린이 조심스럽게 뒤따 로오면서 물었다. "저어… 아직 피냄새가 나는것 같은데요. 물을 갈까요?" "아니야. 됐어. 이거… 향수한통을 다써도 안없어질것 같아. 그보다… 아니. 물말고 술가져와. 포도주로" "마마. 술은 몸에 안좋다고…" 따악! 어디서 말대답이야! "키힝…" "더 맞고 가져올래? 아니면 가져온 다음에 몇대 더 맞을래?" "지금 당장 가져올께요. 당장 …예?" "맞고싶다고?" "아니요! 전혀요!" 아프긴 아픈가보네. 내주먹이 그렇게 센가? 흠. 뭐… 저녀석이 부지런하게 뛰어다닐수 있게 만들려면 역시 이 방법이 최고지. 가끔 애용해야겠다. 에린 녀석에게는 안된일이지만 말이야. 침실로 돌아간 나는 침대에 길게 엎드렸다. 이제서야 어깨가 조금씩 욱씬거 린다. 이거 신경쓰여서 잠이 올지 모르는걸… 거기다 몸에서는 아직도 진한 피비린내가 나는것같다. 피비린내라… 후훗. 옛부터 강한 힘에는 언제나 많은 희생이 뒤따랐지. 역사를 봐도 그렇고… 내가 만족할만한 힘을 얻었을때 난 얼마나 많은 시체를 쌓아올릴까? 수십미터? 아니면 수백미터? 어쩌면 대륙 인 전부를 몰살시킬지도 모르지… 아아. 귀찮고 피곤해. 이런 음울한 생각따 윈 접어버리고 잠이나 자야겠다. 끼이이익… 문열리는 소리. 누구지? "저어…마마. 주무세요? 마마?" 에린 이군. 대답하기도 귀찮다. 내가 대답을 안하자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 온 에린은 들고온 쟁반을 테이블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달그락 소리가 들리는걸. 에린 넌 아직도 시녀 교육이 부족해. 제린이나 죠안등을 좀 닮아보 라고. "마마? 음. 이렇게 주무시면 감기걸릴텐데… 시트라도 덮어드려야겠다." 작게 중얼거린 에린은 그렇게 말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저녀석… 기특할때 도 다있네. 상으로 술가져오면 때려주기로 했던건 잊기로 할까? 아아. 졸려. -------------------------------------------------------------- 현재도 연중상태입니다. 역시 안쓰니까 안써지는군요 -_-;. 하아...사는게 뭔 지...가 아니라 돈이 뭔지...라고 해야할려나? 하여간 그런것입니다. 가우군. p.s 현재 작성된 분량까지 올립니다. 나머진 추석뒤에.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3dragon.net), 청어람(chungeoram.net), 드림워커 (drwk.com), 조아라(ujoa.com), 하이텔 Pmc(http://pmc.hitel.net/drezzit) 제국평의회 (http://endsad.zio.to/)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0장 신혼 (1) 2003-09-07 16:41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10화. 신혼. 응? 가장 즐거웠던 기억? 음… 글쎄? 남부 연합의 군대를 물리쳤을때일까? 아니면 로세니아를 정복하고 돌아가신 아버지 묘소앞에 섰을때일까? 케센의 주력군을 격파하고 그나라 국왕을 붙잡았을때도 굉장히 기분이 좋았지. 흠… 하지만… 역시 생각해보니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것 같아. 겨우 한달도 안되 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말이야. 그런데 이런것도 역사서에 들어가는거야?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크레센트 제국의 국모이신 아넬리안 황비마마와의 대담중. - 주. …들킨건가? 요즘 내주변에 정보부 요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가끔 눈에 띈다. 좀더 보안을 철저히 해야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대륙력 995년. 가을. 단풍으로 물든 풍경을 자랑하는 랭스턴 자작령. - 눈을 떴다. 흐릿하던 시야가 조금씩 맑아지기 시작한다. 마치 안개가 낀것같 던 눈앞이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선명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귓가로 참새 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아… 아침인가. 작게 하품을 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우우웅…" 등뒤에서 작은 웅얼거림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돌아보니 검은머리의 앳 되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는 소년이 엎드린채 베게에 얼굴을 문지르면서 고개 를 돌리는게 보인다. 밤새 투덜투덜 잘도 떠들더니 오늘도 늦잠을 자는군. 하 긴 나보다 일찍 일어난적이 그동안 단한번도 없었으니 당연한거겠지만 말이 야. 물론 이 소년은 내 정부나 애완용 미소년같은건 아니다. 결혼한지 얼마나 됐다고 내가 벌써 그런 사치스럽고 귀찮기만한 녀석들을 곁에 두겠어? "후훗." 손가락으로 그의 볼을 콕콕 찌르자 귀찮은지 고개를 반대로 돌린다. 장난끼 가 발동한 내가 반대쪽 볼도 쿡쿡 찌르니까 이번엔 양팔로 베게를 껴안은채 이불속으로 쑥 들어간다. 정말 애가 따로없다니까. 난 침대에서 몸을 뺀뒤 잠 옷을 벗고 아침운동을 나갈 준비를 했다. 아직도 한두시간은 더 있어야 일어날 침대속의 소년은 바로 로이드 왕자다. 남들에게는 올해로 열여섯이 된 성인식도 치룬 ''청년''이겠지만 내 앞에서는 어린애가 되어버리는 귀찮지만 사랑스러운 내 남편인것이다. 그러고보니 로 이드가 여기 랭스턴 영지로 온지도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구나. 그일이 있은지 이틀이 지난뒤 랭스턴 영지의 주민들은 생전 처음보는 대규 모 군대를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긴 천여명의 병사들과 번쩍이는 갑 주를 갖춘 수십명의 기사들 그리고 그런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영지로 들 어서는 왕자들을 이런 시골의 주민들이 본적이 있을리가 없지. 그런 화려한 행렬을 꽁무니에 메달고 들어온 왕자들이 술과 쾌락의 신인 디온을 모시는 프리스트를 셋이나 데리고와서 - 이들은 건전한 쾌락주의자이자 행복한 광 대이며 위대한 성교육 강사들이다. - 나와 카렌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역시 신의 이름을 빌리는 프리스트의 마법은 강력하다니까. 덕분에 피를 많이 흘 려 죽을만큼 큰 중상을 입은 카렌도 많이 호전되서 이틀전에는 정신을 차리 고 죽을 먹을정도로 나아졌다. 내 어깨의 상처야 주문한번에 약간의 흉터만 남기고 사라졌지만 말이다. 디온의 프리스트들이 그들의 사상대로 나를 행복하게 해줬다면 만나자마자 내 두손을 꼬옥 붙잡고 노골적으로 ''왜 나와 결혼해주지 않은것이요?''라고 묻 는 마틴 왕세자는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고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면서도 고난에 빠진 날 도와주지않은 로이드 왕자는 나를 불행하게 만들어주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틴 왕세자는 이곳 랭스턴 영지에 나타난 브리츠의 광신 도들 때문에 왔다고 하는데 여기에 내가 있는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니 저게 핑계라는건 물어보나 마나다. 그리고 로이드 왕자는 멋대로 사고치고 역시나 멋대로 가출해서 왕족의 이름에 먹칠을한 괴씸한 부인네를 잡으러 왔다나? 하여간 하나밖에 없는 - 남편이 둘이면 심히 곤란하다 - 남 편이라는게 이렇게 꽉막히고 답답해서 어디 살수가 있어야지. 그러니까… 포로로 잡은 브리츠의 광신도들을 저택뒷켠에 급조한 지하던젼 - 던젼이라고 거창하게 말하지만 그저 구덩이를 깊게파고 구멍위에 나무판 자를 댄것뿐이다. 그나마 판자에 나무문을 달아놔서 던젼이라는 명칭에 초라 해지지는 않았다 - 집어넣어놓고 괴씸하기 그지없는 카렌 녀석을 괴롭히기 위해서 만들어놓은 가마와 나무통 그리고 교수대를 광신도들에게 써먹고 있 을때 왕자들이 나타난것이다. 그때의 망신이란…쯧. 물론 난 잔인한 사람은 아닌지라 흙가마속에 장작과 사람을 집어넣고 불을 지핀다던지 교수대 밧줄에 광신도를 목메단다던지 물이 가득든 나무통속에 그들을 집어넣은뒤 나무통에 뚜껑을 덮고 못질을 하는 잔인한 짓은 하지 않 았다. 단지 가마속에서 불타오른 장작들이 새까만 숯으로 변했을때 뜨거운 숯들을 꺼내서 곱게 갈은뒤 숯가루와 진흙을 섞어서 물이 가득든 나무통에 집어넣고 잘저은뒤 광신도 놈중 한녀석의 발목에 밧줄을 묶어서 거꾸로 통속 에 집어넣었다 빼기를 몇번 한것뿐이다. 푸훗… 다시 생가해봐도 진짜 웃긴 다. 멀쩡하던 사람하나가 통속에서 빠져나오면 시꺼먼 흑인이 되어서 어기적 어기적거리면서 걸어다니는 꼴이란…. 뭐… 내가 이일을 직접 실행했을때 이 를 구경한 주민들은 물론이고 직접 당하는 광신도들까지 김빠진 표정을 지으 면서 한숨을 내쉴때는 내가 뭘 잘못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었지만… 재미있으면 그만 아니겠어? 훗. 그렇게 내가 광신도 놈들을 물에 빠진 새까만쥐로 만들고 그걸 보면서 깔깔 거며 웃고 있을때 로이드가 떡하고 나타난거다. 평소였다면 이런 방심하는 모습은 절대로 보이지 않았을테지만 솔직히 새까맣게 변한 광신도들을 보면 서 카렌을 그꼴로 만들고 있다고 상상하며 혼자서 좋아하던 난 주변을 돌아 볼 겨를이 없었던것이다. 배를 잡고 웃고 있는 내앞으로 걸어온 - 그때까지 도 눈치채지 못했다 - 로이드 왕자는 나를 노려보면서 이를 갈았고 지은죄 가 있던 난 아무말도 못한채 고개를 푹 숙여야했다. 그때 왕자들을 따라온 디온의 프리스트들이 나서지 않았다면 숨막힐듯한 압박감에 숨도 제대로 못 쉬었을거야. 음음. 우리 로세니아는 교리도 프리스트도 그리고 신 역시도 딱딱하고 검소하기 그지없는 비젠 신을 국교로 삼고 있기때문에 난 디온의 프리스트를 본적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귓소문으로 들어는 본적이 있었다. 늘 행복한 낙천주의 자들. 이게 그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는데 그들은 말그대로 실력있는 바람둥이 요, 폭소를 금치못하게 하는 광대이며 주도를 아는 주당들이라고 했었다. 왕 자들과 함께온 디온의 프리스트들중 한명이 내가 만들어놓은 예술 작품을 보 고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호오~ 대단한 흑인인데? 이래서야 어디가 얼굴 인지 알수가 없잖아?'' 라고 말하면서 감탄을 하자 다른 두명의 프리스트가 ''그럼 네녀석도 한번 저렇게 되어봐라'' ''그래. 너도 저렇게 되면 어디가 얼굴 인지 알수 있을거다'' 라는 말과 함께 그 프리스트를 번쩍 들더니 나무통에 집어쳐넣었다. 맙소사…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통안에서 허우적 거리면서 나 온 그 프리스트는 두손을 번쩍들고 큰소리로 웃으며 ''아아!!! 이제야 어디에 내 머리통이 달려있는지 확실히 알겠다! 우하하핫!'' 하고 말해버려서 나와 로 이드 왕자의 심각한 분위기는 물론이고 남편, 친척, 혹은 오빠, 형등이 이번 전투로 전사하여 슬픔과 분노에 빠져있던 주민들의 우울한 분위기까지 한방 에 날려버렸다. 그리고는 영지 분위기가 너무 침울해보인다며 내게 돈을 건 내주며 영지안의 술을 다 산다고 말하더군. 그중 한명은 디온의 프리스트를 상징하는 승려복을 벗으며 ''난 돈없으니 이거 팔아서 계산할께요''라고 말하기 도 했다. 신의 수족이라 할수있는 프리스트가 단지 술을 사기위해서 교단해 서 하사한 승려복을 팔아먹는단다. 로세니아 였다면 절대 있을수 없는일이지 만 여기는 크레센트였으니까…뭐. 그래서 조금 이른 수확제가 벌어졌다. 영지일에 관심이 없던 랭스턴 자작 덕분에 오랫동안 제대로된 축제 한번 벌어진적 없는 이곳에서 참으로 오랫만 에 축제가 벌어진것이다. 저택 지하실에 쌓여있던 포도주와 위스키, 그리고 맥주가 순식간에 동이 났고 주민들이 만들어놓은 밀주들도 몽땅 풀려나와서 애어른 할것없이 마을의 모든 주민들이 술에 취해 고함치고 춤추며 놀았고 소문을 들은 다른 마을의 주민들까지 술과 안주거리를 들고 몰려와 완전히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마을 대로는 물론이고 저택 안마당까지 술과 노래 그 리고 춤판이 벌어졌으니까. 아마 가장 좋아했던 늘상 입에 술을 끼고 사는 랭스턴 자작이었을거다. 지금은 가장 불행한 사내겠지만… 늘상 술을 마셔대 느라 시만 집사가 없는돈 쪼개서 모아둔 술을 모조리 동내버렸고 영지의 자 금을 모두 내가 쥐고 있으니 어딜가서 술을 마시겠어? 거기다 주민들이 집에 서 만든 밀주까지 모조리 쓸어 마셔버렸으니까 아마 내년 수확제때까지는 술 은 입에도 못댈껄? 내가 속바지를 입고 그위에 품이 넉넉한 셔츠와 사내들이 입는 긴 바지를 입고 일어서자 침대속에서 눈을 감은채 꾸물거리면서 손을 뻗어 날 찾던 로 이드 왕자가 반쯤 감긴 눈으로 고개를 들어서 날 바라보았다. "…후아암… 가는거야?" "네. 아침 식사때까지 아직 시간 있으니까 좀더 자요." "으응…" 내말에 고개를 끄덕인 로이드 왕자는 다시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면서 잠이 들었다. 어제 억지로 내가 아침 운동하는걸 따라온다고 날 귀찮게 하면서 쫓 아왔다가 언덕하나도 못넘고 헥헥대며 퍼질러진 전적때문인지 오늘은 날 귀 찮게 하지 않는다. 저렇게 말을 잘들어주면 얼마나 좋아. 하여간 로이드 왕자 는 말잘듣고 착한 어린이가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를 모른다니까. 그래도 오 늘은 날 귀찮게 하지 않았으니까 상을 줘야겠지? 난 침대가로 다가가서 얼굴 을 반쯤 내놓은채 눈을 감고 있는 로이드 왕자의 볼에 ''쪽''소리가 나게 뽀뽀 를 해주었다. 그러자 이 왕자녀석이 갑자기 팔을 뻗더니 내 목을 휘감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키스를 해오는게 아닌가? "우웁…" 우에엣… 당했다!!! 이 카렌과 맞먹는 영악한 꼬맹이 녀석! 혀는 넣지말라 고! 혀는! 이봐이봐!!! 디온의 프리스트 놈들이 순진한 소년하나 버려놨어! 이 호기심 많은 꼬맹이 왕자가 디온의 프리스트들에게 성교육 강좌를 받을때부 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한바탕 찐하게 키스를 한 로이드 왕자녀석은 기분좋은지 입맛을 다시면서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기습적으로 당해(?)버린 나는 이 개구장이 같은 남편을 어떻게 골려줄까 고민하다가 멀찍이 떨어져있는 창가로 걸어갔다. 두 터운 커텐을 열어제치고 창문을 활짝 여니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방안으로 흘러들어왔다.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좌우를 살펴보니 역시나 카렌이 애용하 는 밧줄이 아직 창문옆에 걸려있었다. "후후후…" 감히 이몸의 허락도 없이 키스한 죄는 매우 크도다! 어디 한번 당해보라고! 사악하게 웃은뒤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어쓴 로이드 왕자에게 발소리를 죽여 가며 다가갔다. 그리고는 이불 끝자락을 두손으로 잡은뒤 힘껏 잡아당겼다. 화아악! 펄럭거리며 날아오른 이불과 어린애같은 잠옷을 입고 잠자는 왕자. 마치 한폭의 그림같은 장면이지만 복수심에 불타는 내눈에는 가련한 먹잇감 으로 밖에 안보였다. "…추워" "으흐흐…" 난 한손으로 이불을 쥔채 아직도 침대에 누운채 게슴치레한 눈으로 이불을 달라고 손을 뻗는 로이드 왕자를 가볍게 무시해주고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창 가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창밖으로 이불을 내던져 버린뒤 반쯤 몸을 일으킨 로이드 왕자에게 손으로 키스를 날려준뒤 창문을 뛰어넘어 밧줄을 타고 잽싸 게 지면으로 내려섰다 "아넬리아아안!!!!" 물론 위에서 소리치며 추위에 떨고 있을 불쌍한 남편님의 외침은 무시. 날 씨 한번 참 좋구나아~ 가벼운 뜀박질로 저택 후원으로 돌아온 나는 왼쪽 발이 밧줄로 엮인채 줄줄 이 저택을 나가고 있는 광신도들을 슬쩍 비켜가면서 지나쳤다. 포로로 잡힌 30여명의 브리츠의 광신도중 직위가 조금 있는 여섯은 삼일전에 돌아간 마틴 왕세자가 끌고 갔고 대단할것 없는 신도들은 이렇게 랭스턴 영지에 남았다. 이들은 모두 영주의 농노가 되었는데 대부분이 농부출신이거나 도시의 빈민 들이었기에 일하나는 잘한다고 한다. 그래도 도망치지 못하게 발에 밧줄을 묶어놓긴 했지만… 덕분에 그렇지 않아도 모자르던 농부들의 일손을 거들수 있게 되어서 영주도 좋고 농부들도 좋고 저들도 처형당하지 않아서 좋고… 좋은게 좋은거지 뭐. 후원의 낮은 담벼락을 기어올라간뒤 반대쪽으로 뛰어내리면 듬성듬성 나있 는 조그마한 숲과 함께 높다란 언덕이 나온다. 지면에 착지한 나는 자세를 낮춘뒤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휙휙… 바로 옆으로 나무와 나뭇가지들이 빠른속도로 스쳐지나가고 저멀리 있던 돌맹이나 바위들이 순식간에 내 눈앞 에 나타났다. 좀더 강하게 지면을 박차면 십여미터쯤은 가볍게 허공을 활공 하여 날아간다. 저번에 이렇게 하다가 굵은 나무와 부딪쳐서 밑둥을 부숴먹 었지… 오늘은 부딪치지 말고 잘가야겠다. "헉…헉…" 근 이백여미터를 전력으로 달리고 나니 이마에서 땀이 솟아나면서 숨이 가 빠왔다. 하지만 숲은 이미 저만치 뒤로 밀려나 있었고 눈앞으로 정강이까지 올라오는 풀밭이 나온다. 여긴 동물도 안다니는지 제대로 된 길이 없다니까.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른 나는 다시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곧이어 저멀리 급 조한듯한 목조건물이 나타난다. "오신다!!!" "휘이익~~~" "마마! 사랑합니다!" "사랑해요!!!" "마마께서 오셨다! 다 나와!" 내가 그 건물로 다가가자 열렬히 나를 환영하는 청년들이 우르르 몰려나왔 다. 원래 3층 건물로 사용할 목조건물이었지만 아직 1층밖에 못지어서 마치 폐가처럼 보이는 건물사이로 반바지차람이나 웃통을 벗을 사내놈들이 부시시 한 몰골로 튀어나오는것이다. 하여간 저놈들은… 내가 그들쪽으로 뛰어가자 안에서 자고 있던 녀석들까지 모조리 뛰어나오더니 이열종대로 주르륵 늘어 섰다. "잘잤어?" "예!!! 그렇습니다아!!!!" 귀청이야… 대부분 20대 초반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활기가 넘치는구나. 난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숨을 골랐다. 그리고 뻣뻣한 자세로 서있는 청년들 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그들앞을 지나 언덕위를 향해 뛰어가려했다. 하지 만… "오늘은 안하십니까?" "보여줘! 보여줘! 보여줘!" "오늘은 싫어! 진짜 싫어! 안돼!" "우우우우우~~~ 보여줘! 보여줘!" 또냐… 에휴. 난 어색한 웃음을 입가에 머금으면서 안된다고 말했지만 역시 나 그냥 넘어갈만큼 만만한 녀석들이 아니다. 한껏 야유를 하면서 ''보여줘! 보여줘!''를 외치는데 뭐… 별수 있나. 할수없이 난 걸음을 멈추고 그들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와아~~~''하는 함성소리와 함께 청년들이 좌우로 쫘악 갈라 졌다. "오늘은 힘들겁니다! 마마!" "전 1골드 걸었어요!" "난 5골드! 마마 화이팅!" 내가 지나가자 녀석들이 각자 한마디씩 떠들어댄다. 난 그런 청년들에게 손 으로 답례를 해주면서 그들을 지나 나무건물 앞에 섰다. 아직 문짝도 못달아 서 천으로 대충 가려놓은 문옆에는 내 허리만큼이나 두꺼운 통나무가 바닥에 깊숙히 박혀 있었는데 통나무 중간에 침대시트가 둘둘 말려 있다. 오늘은 통 나무냐? 어제는 각목뭉치였고 그저께는 손때가 묻은 단단한 곡괭이 자루였 지? 아마. 하여간 내가 통나무 앞에 서자 등뒤에서 ''와~''하는 함성과 함께 내 이름을 부르며 환호하는 녀석들이 난리를 쳤다. 마악 내가 심호흡을 하고 통 나무 앞에 서려고 할때 갑자기 건물안에서 역시나 부시시한 머리를 한채 튀 어나온 사내녀석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빌어먹을 놈들! 네녀석들 또 한번 굴러볼래? 잠좀 자자! 잠좀!" 씩씩거리며 튀어나온 사내는… 이젠 별로 의외의 인물도 아닌 덴. 아니 데 니어스 드 워렌 자작이다. 난 그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안녕? 덴. 잘잤어?" "에휴… 또 입니까? 마마. 정녕 제가 수면부족으로 쓰러지는 꼴을 보고 싶으 신겁니까? 네?" "나야 뭐…" 난 어깨를 으쓱거리며 손으로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듯 함성을 질러대고 발을 구르며 손을 휘젖는 한마디로 광란상태의 청년들이 덴 에게 야유를 퍼부으며 독재자는 물러가라고 소리쳐댔다. "시끄러워! 이녀석들! 두고보자!" 난 투덜대는 덴을 무시하고 벨트주머니에서 닐크가 만들어준 두터운 가죽장 갑을 꼈다. 괜히 맨주먹으로 쳤다가 뼈에 금이라도 가면 망신도 아니니까 말 이야. 내가 준비를 마치고 자세를 잡자 덴은 한손으로 이마를 감싸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나도 내 뒤의 청년들도 그런건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후우…" 통나무 앞에 서서 눈을 감은채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쉰다. 등뒤에서 열광 하던 청년들도 이때만큼은 숨소리도 안들릴정도로 조용해졌다. 몇번 숨을 깊 이 들이마셨다 내쉰 나는 눈을 번쩍 뜨고 정신을 집중했다. 눈앞에 침대시트 에 쌓인 통나무가 보인다. 난 왼발로 강하게 지면을 차면서 앞으로 발을 내 딛었다. "하아아압!!" 쿠우웅! 지면으로 왼발이 쑤욱 들어가는 느낌을 받으며 난 허리를 한껏 뒤 로 제쳤다가 강하게 회전하면서 통나무를 향해 오른주먹을 내뻗었다. 뻐어 억! 콰지직… 터엉… "우…우…우와아아아아!!!!" "멋집니다!!! 최고!" "싸랑해요! 마마!" "그 주먹으로 절 때려주세요! 죽어도 좋습니다!" 아우…시끄러워라. 난 오른 주먹을 폈다 접었다 하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저만치 떨어진 바닥에는 마치 찢겨나간듯한 몰골의 반쪽난 통나무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훗. 이정도 펀치면 갑옷입은 상대도 가볍게 즉사시킬수 있다고 그러던데 말이야. 역시 난 천재인가봐. 우후후… "시끄러워! 자식들아! 기둥으로 쓸 통나무 뭉개먹었으니까 오전중으로 하나 베어와! 안그러 네녀석들 밥없다!" "우우우우!!!" "너무합니다! 보스!" 덴에게 야유가 쏟아진다. 훗. 하긴 먹는것 가지고 협박하는게 가장 치사하다 고 하던데 말이야. 덴은 치사한건 신경 안쓰나보지? 난 야유를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훈계를 늘어놓는 덴에게 수고하라고 말해준뒤 역시나 뜨거운 전송 을 받으면서 언덕을 향해 달려올라갔다. 덴과 함께 있는 청년들은 농촌의 순박한 청년…들이면 좋겠지만 모두 평범 한 녀석들은 아니다. 덴이 맡고 있는 외교부 산하 정보과 요원들인것이다. 그 리고 그 정보과 중에서도 크레센트 국내를 담당하는 녀석들이다. 주로 반란 이나 반역등의 정보를 캐고 다니는 저들은 추적술의 달인인 스토커들과 사교 술이 뛰어난 스파이들로 구성된 이들로써 이곳에서 덴의 지휘아래 훈련을 받 고 있는 아직은 정식 요원이 아닌 이들이다. 뭐… 로이드 왕자 덕분이랄까? 왕위계승권을 가진 왕자가 이런 산골에 틀어박혔으니 왕실에서도 여간 고심 한게 아닌듯하다. 대놓고 병사들을 파견하자니 특산물도 없고 지리적 잇점도 없는 이런 벽지에 대규모의 군대를 보낼수도 없고 - 오히려 스파이와 암살 자들을 끌어모을껄? - 그렇다고 왕자를 호위할 병력을 안보낼수도 없기 때 문에 내놓은 절충안이 암살자의 훈련과 추적자 훈련을 받는 스토커들을 다수 이곳에 배치했다. 하지만 그것도 모자르다고 생각했는지 아예 여기에 정보과 요원들의 훈련장을 만든단다. 아마 덴과 프로센 후작의 입김이 강하게 적용 한것 같다. 바늘가는데 실 간다고 왕실을 나와 이곳에 쳐박힌 로이드 왕자를 따라서 덴 녀석도 왕실을 나왔고 아예 거창한 핑계까지 만들어서 자금도 빵빵하게 뜯어 온듯 했다. 그런주제에 목조건물이라니 짠돌이라니까. 하여간 시간이 좀더 지 나면 수백명에 달하는 요원들이 아마 내가 달리고 있는 이 언덕을 돌아다니 며 훈련을 받고 대륙 각지로 파견나갈것이다. 하지만 저녀석들 누가 덴녀석 의 부하들 아니랄까봐 여자만보면 광분하며 날뛰니… 쯧. 저래서 어디 제대 로된 요원이 될수 있을까? 두개의 나지막한 언덕을 넘고나면 좀전에 넘어온 숲과는 비교도 안되게 울 창한 숲이 눈앞에 나타난다. 여기까지 가볍게 달려온 나는 숲 앞에서 멈춰선 뒤 숨을 골랐다. 여기서는 조심해서 올라가야 하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체력이 많이 좋아진것 같은걸? 이전에는 여기까지 오는데만도 두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이젠 30분이면 가쁜히 도착한다. 뭐… 이 속바지를 입은덕도 꽤 큰것 같지만 말이야. "후아아아아…" 숨을 고르고 흘러내리는 땀을 소매로 쓱쓱 닦은 나는 꽤 경사가 가파른 숲 을 향해 전력으로 뛰어올라갔다. 왼쪽, 오른쪽, 고개숙이고… 눈가로 휙휙 지나가는 나뭇가지들과 굵은 기둥 들을 피하면서 경사진 숲속을 달려올라간다. 이렇게 숲을 뛰어다니면 가끔 사슴같은 야생동물들이 내 좌우로 슬쩍 보였다가 등뒤로 쑤욱 사라지기도 한 다. 저런 동물들의 눈에 난 어떻게 비칠까? 앗차! 위험! 황급히 고개를 숙이 면서 자세를 낮췄다. 그러자 굵은 나뭇가지가 휙~소리를 내면서 머리위를 스 쳐지나간다. 휴우… 다행이… 와아아악!!! 콰지직… 우두둑. "끄으응…" 아우…머리야… 난 고개를 흔들면서 내몸을 한껏 품고 있는 나뭇부스러기들 을 헤치고 반쯤 쓰러진 나무속에서 비틀거리며 빠져나왔다. 내가 움푹파인 소나무속에서 나오자 조금전까지만해도 멀쩡하던 그 나무는 그대로 뿌지직 소리를 내면서 내 옆으로 조금씩 기울어졌다. 끼이이이… 콰드드득. 우둑. 콰 아아앙! 거참 요란하게도 쓰러지네. 꽤 큰 거목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덕 분에 주변에 있던 몇몇 나무들이 역시 같은 비명을 질러대며 동반자살을 시 도했다. 아… 또 햋볕이 들어오네. 이걸로 여기도 좀더 밝아지려나? "휴우…"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처럼 햋볕이 들어오는 작은 공터가 보였다. 물론… 내 작품이다. 후에에… 오늘은 안부딪치려고 했는데에… 저아래 있는 열혈 바람 둥이 - 덴의 부하다. 이이상의 표현은 없다. - 들만 좋아하겠네. 에이… 계속 운동이나 해야겠다. 난 머리카락에 붙은 나무조각들을 대충 털어내고 옷을 뚫고 들어온 조각들 을 빼내어 뒤로 던져버린뒤 욱씬거리는 몸과 쓰라린 상처를 털고 일어섰다. 그리고 또다시 숲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경사진 숲을 빠져나오면 주변이 탁트인 높은 언덕이 눈에 들어온다. 저 언 덕을 넘어서 반대쪽으로 조금만 달리면 마법사의 탑이 나오는것이다. 말을 타고 빠른 속도로 몰아도 30분이나 걸리는 길을 단지 두다리만으로 뛰어서 같은 시간에 도착한다. 물론 이건 내가 말처럼 빠르다는건 아니다. 난 다리가 두개뿐이거든. 다리가 네개인 말보다 느린건 당연하지. 대신 말같은 동물은 못달릴 경사진 언덕에 흙길을 직접 만들면서 - 왜 내가 발에 힘주고 달리면 땅이 패이는거지? - 뛰어올라가고 숲을 돌파해서 직선으로 달리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도착할수 있는것이다. 뭐… 탑에 도착하면 완전히 파김치가 되 어버리지만 그것만해도 어디야? 건장한 사내놈들도 나처럼은 못한다고. 언덕을 넘어서자 눈앞에 마법사의 탑이 보였다. 후아~ 거의다 왔구나. 여기 서부터는 가볍게 달려야지. 너무 무리해서 달리면 체력이 붙기전에 몸이 먼 저 망가진다고 닐크가 그랬으니까. 적당히. 적당히. 주인없는 탑을 지나 길을 따라서 계속 달리자 곧이어 헤쉬케린 노친네의 오 두막이 나타났다. 그 늙은이는 일주일이면 돌아온다고 하더니만 아직도 올생 각을 안한다. 하긴 없는게 더 낮지만 말이야. 아침 일찍 일어나 상쾌한 기분 으로 운동하는데 그 짜증나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게되면 기분 잡칠게 뻔 해. 땀이 주륵주륵 흐르는 몸으로 오두막에 다가가니 집밖에서 모닥불을 피 운뒤 그위에 솥을 걸어놓고 앉아서 잡담을 나누는 닐크와 아르케네스가 보였 다. "오~ 마마! 오늘은 어제보다도 빠른것 같은데요?" "후에…후에… 안녕? 잘잤어? 후우우우…" "물론입니다. 수건드릴까요?" "응!" 고개를 연신 끄덕이면서 아르케네스가 건내주는 물주머니를 받아들었다. 크 아… 시원해!!! 갈증이 한번에 날아가버리는 기분! 최고야! 최고! 난 꽤 커다 란 물주머니를 거의 다 비운뒤 만세를 부르며 흙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후아~ 살것같다. 고마워. 아르케네스" "별말씀을…" 이 곰처럼 커다란 사내는 너무 겸손해서 탈이라니까. 닐크와 너무 대조된다. 꼬르륵… 우에엣! 숙녀의 뱃속에서 나는 소리치고는 너무 우렁찬거 아니야? 너무하잖아! 내 뱃속에서 난 소리를 들었는지 국자로 솥안을 휘휘 젓고 있던 아르케네스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본다. 이에 난 헤실거리며 웃었다. "에헤헤…" "한그릇 드릴까요?" "응! 응!" 내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면서 대답하자 아르케네스는 나무그릇을 들고 솥에 서 묽은 감자 스프를 퍼담았다. 그리고는 한손으로 그릇을 잡고 눈을 감고는 주문을 외웠다. "Cantrip" 휘오오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 손바닥만한 회오리 바람이 허공에 생 겨났다. 그 회오리 바람은 이내 아르케네스가 들고 있는 스프 그릇위에 올라 섰고 스프가 빠르게 회전하며 빨려올라갔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릇밖으로 쏟아지진 않는다. 이때만은 오우거 같은 아르케네스가 진짜 마법사처럼 느껴 진다. 뭐… 아르케네스의 말로는 마법사라면 누구나 할수 있는 아주 간단한 마법이라던데 말이야. 아! 다 됐다. 아르케네스가 눈을 뜨면서 작게 숨을 내 쉬자 그릇위에서 춤추듯 돌아다니던 회오리바람이 사라졌고 뜨거운 김을 내 뿜던 스프는 바로 먹을수 있을만큼 식은것 같았다. 우후후~ 행복해~. "여기 있습니다. 마마" "응! 고마워." 나무접시를 받아들자 예상대로 그리 뜨겁지 않았다. 난 단숨에 스프를 마셔 버린뒤 접시를 아르케네스에게 돌려주었다. "후아아아! 맛있어" "더 드릴까요?" "아니. 또 돌아가서 같이 아침식사 해야되거든. 여기서 너무 많이 먹어버리면 아침을 못먹는다고. 거기다 과식하면 살찌잖아" 내가 살찐다고 말하니까 아르케네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웃는다. 뭐야. 왜 웃 는데? 뭐 잘못됐나? 그때 마침 닐크가 손에 흰색 모포를 들고 오두막에서 나왔다. "여기요. 마마" "응? 뭐야 그건?" "수건입니다. 수건." "…내가 보기엔 잘때 덮고자는 모포같은데?" "이정도는 되야 옷입은채로 뛰어들어도 물에 빠진 생쥐꼴로 돌아오시지 않을 거 아닙니까" "……" 흥! 그게 누구때문인데!!! 난 닐크가 건내주는 수건을 받아들고는 오두막 뒷 쪽의 숲속으로 향했다. 아참. 가기전에 한마디 해줘야지. "닐크! 엿보면 진짜 죽인다!" "저도 안봅니다! 부러지는건 팔하나로 족하다고요!" 흥! 저렇게 말해놓고 또 엿보겠지? 하여간 남자들은 믿을수가 없다니까. 오두막을 지나쳐 10분쯤 걸어가면 작은 호수가 나온다. 옹달샘이라기엔 너 무 크고 개울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고요하기에 내눈앞에 있는 이 물들은 호 수라고 불린단다. 나야 호수던 옹달샘이던 상관없지만 말이야. 중요한건 네뎃 명이 뛰어들어 수영을 해도 충분할정도로 넓다는거다. 호수가에 도착한 난 아직 차가운 바위위에 신을 벗고 겉옷도 바닥에 벗어놓은뒤 속옷만 입은채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첨벙~ "꺄아아아! 차가워!!!" 저절로 이가 딱딱 부딪칠정도로 차갑지만… 운동으로 달아올랐던 몸이 차가 운 물에 닿자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열바퀴만 왕복해볼까? 첨벙첨벙… 온몸이 나른해질정도로 물장구를 치면서 수영을 한 나는 해가 높이 올라가 는걸 보면서 호숫가로 나왔다. 손으로 물기를 가득 머금은 속옷을 가리면서 수건을 가장한 모포까지 조심스럽게 걸어간 나는 주변을 살펴보면서 주의를 기울였다. 가끔 덴의 부하녀석들이나 닐크녀석이 엿보곤 하기 때문이다. 물론 바보같은 닐크녀석이나 걸리겠지만 말이야. 얼마전에 내가 수영하는걸 엿보 다가 걸린 닐크놈에게 주먹을 날렸는데 그걸 엉겹결에 맞은 닐크녀석 오른팔 목이 뚝하고 부러졌다. 덕분에 녀석은 술병을 들고 디온의 프리스트를 찾아 가야했고 그뒤로는 엿보기를 포기한것 같지만 별로 신용은 안간다. 그러니 조심해야지. 외간남자한테 막 보여줄만큼 싸구려도 아니니까 말이야. 다시 옷을 입고 혼자 있는 아르케네스에게 손을 흔들어준 나는 길을 따라 달렸다. 이렇게 길을 따라서 저택에 도착하면 내 아침 운동이 끝나는 것이다. 돌아가는길이 올때보다 배는 시간이 더 걸리고 지루하지만 이게 다 내 몸을 위한것이라 생각하면서 열심히 달렸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서 쭈욱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위에서 ''으아아~''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연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사내가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 더니 내 발치에 쓰러졌다. 응? "…닐크냐?" "으윽! 헤헤… 저…그것이…" 왜 헤실거리면서 실없이 웃는건데? 난 닐크놈이 왜 안하던 짓을 하는지 궁 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뚱거렸다. 그때 닐크 녀석이 굴러온곳에서 카렌이 튀어나왔다. 한손에 새파랗게 날이 선 단검을 들고 닐크와 날 한번 쓰윽 바라본 카렌은 그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엿봤어" "……" "저…저는 안할려고 했는데요. 그게… 저기…" 죽여버릴까? 저놈. "죽일까?" 카렌이 갑자기 단검을 치켜들면서 물었다. 어이어이. 넌 죽이라고 하면 진짜 죽여버릴 녀석이잖아! 그렇게 무표정한 얼굴로 묻지말라고. 절로 한숨이 나 왔다. 난 카렌에게 됐다고 손짓했다. 그러자 닐크녀석이 고개를 땅바닥에 쳐 박으면서 말했다. "용서해주시는겁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마마! 이 은혜… 꾸에엑!" 그래 은혜는 잊지말라고. 난 고개를 땅에 대고 뭐라고 중얼중얼 거리는 녀 석의 머리를 왼발로 사쁜히 밟아주고 오른발로 등을 밟은뒤 다시 엉덩이를 강하게 꾸욱 - 꾸에엑… 하는 품위없는 비명이 들려왔다 - 눌러준뒤 다시 길을 따라 뛰었다. 으음… 벌치고는 너무 약하지 않나? "카렌!" "…응" "따라와!" 난 달리면서 카렌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부들부들 떨면서 꿈틀대는 닐크를 단검끝으로 쿡쿡 - 위험하지 않을까? - 찔러보던 카렌이 내쪽으로 뛰어왔다. 제자리에서 뛰면서 카렌을 기다린 난 그애의 귓가에 입을 대고 작게 소근거 렸다. 내말을 알아들었는지 카렌은 고개를 끄덕인뒤 다시 수풀사이로 사라졌 고 괘씸한 닐크녀석에게 복수를 할 준비를 마친 난 아침 운동을 끝내기 위해 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일터로 나가는 주민들이 나를 보고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해온다. 난 그들에게 일일이 손을 흔들며 답변을 해주며 저 택으로 돌아왔다. 땀에 흠뻑 젖은채 안으로 들어온 난 기다리고 있던 에린에 게 물잔을 받아서 단숨에 마셔버린뒤 곧바로 욕실로 향했다. -------------------------------------------------------------- 원츄에 올인!.(제멋대로 해석 : 새햐앟게 불태웠어!) 연참은 싫어요.( -). 리플이 적게 올라오거든요.(--;) 글쓰는 재미중 하나가 리플보는 재미인걸요.( -) 그런거거든요(- ). 그러므로 연참은 이번이 끝이에요.( -0-) 아넬리안 : 나 로이드랑 어떻게 화해한겨? 꽤 화났을건데? 가우군 : ....모르는게 좋아. 아넬리안 : 대답해! 대답 안하면...(주먹을 꽈악 말아쥔다) 뚜둑. 가우군 : ...안듣는게 낫다니까. 세상에는 모르고 넘어가는게 훨 좋을때도 있 어. 아넬리안 : (말없이 돌벽을 바라본다) 우라압! (콰광! 우수수수… 돌벽이 박 살난다.) 자아~ 맞고 말할래? 가우군 : 오우거 같으니라고... 아넬리안 : 시끄럿! 니가 이렇게 만든거잖아! 어서 말해! 가우군 : (먼하늘을 응시하면서 중얼거린다) 육탄공세… 아넬리안 : ....응? ....뭐라고? 가우군 : (아넬리안은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어깨를 툭툭치면서 말한다) 후우… 그래 사는건 다 그런거지. 음음. 그래도 힘내서 굳세게 살아. 살다보 면 좋은날도 올거야. 아넬리안 : ......(굳었다) 가우군 : 그래서 내가 안듣는게 좋다고 했잖아. (굳어있는 아넬리안에게 말해 준뒤 슬그머니 도망친다.) 30분뒤. 아넬리안 :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후일담 : 그날 사용된 공연무대는 완파되어 도저히 복구가 불가능했다. 자자. 아넬리안과 로이드의 정사씬이 들어간 한정판매 DVD가 단돈 100만원! 싸다싸! 고화질 디지털 출력방식이고 음원도 깨끗해. 싸다!싸! 거저! 공짜! 오 늘 한번 망해보자! 거기 학생! 에이~ 다 알면서~ 보고가~ 아저씨 아저씨! 괜 히 돈만 드는 술집가지말고 이거봐봐! 사는맛이 나! 거기 언니! 언니! 야오이 만 보지말고 노멀도 봐봐! 의외로 재미있어! 응? 당연히 17살 16살! 잘봐주면 로리...아니 쇼타야! 골라골라! 골라잡아! 형! 형! 이것좀 보고가… (삑삑!) "거기 불법음란물 취급하는 형씨! 자…잠깐!!!" (벌써 챙겨서 달아났다) "에이! 늦었잖아!" 제복입은 경찰아저씨. 아쉬운듯 입맛을 다시면서 100만원권 수표를 다시 지 갑속에 넣는다. ...여기까지! 가우군. p.s 쉴땐 쉬고 남들 일할때도 쉽니다. 그것이 작가!...가 아니라 백수! 음핫핫! p.s2 오랫만에 학교 도서관가서 DVD를 봤습니다. 학교가서 하는짓이라곤 맨 이런 것뿐 -_-;. 본영화는 위워솔져스, 밴드오브브라더스(여섯번째), 광복절특사. 역전에 산다. 스타쉽트루퍼스(무삭제판), 카리브의해적, 글라디에이터, 반지군주 - 투 타워. ...대부분 전쟁영화이거나 전쟁과 관련있는것들 -_-;.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3dragon.net), 청어람(chungeoram.net), 드림워커 (drwk.com), 조아라(ujoa.com), 하이텔 Pmc(http://pmc.hitel.net/drezzit) 제국평의회 (http://endsad.zio.to/)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0장 신혼 (2) 2003-09-15 03:13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촤아악… 따뜻한 욕조속에서 느긋하게 목욕을 즐긴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 리면서 욕조에서 나왔다. "마마. 갈아입을 옷을 가져왔습니다" "거기다 놔둬." "예." 적당히 땀만 씻어내고 장미향을 가득 머금은 속옷들과 심플한 드래스를 입 고 방으로 나오자 나를 열렬히 반기는 사내가 시뻘개진 얼굴로 씩씩거리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넬리안!!!" "… 저 귀 멀쩡해요. 소리 지르지마요." "아. 미안…이 아니잖아! 감히 내가 덮고 있는 이불을 빼앗아서 창문으로 던 져버려? 어떻게 그럴수있어?! 응?" "거참. 어차피 에린 불러서 새이불 덮고 잤을거 아니에요? 안그래요?" 로이드 왕자가 씩씩거리며 화를 내던 말던 나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축축하 게 젖어있는 긴머리를 수건으로 말아올리면서 천연덕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방한구석에서 석상마냥 - 로이드 덕분에 겁먹은듯하다 - 서있던 에 린이 쪼르르 달려와서 얇은 수건으로 내머리의 물기를 닦아주고 빗질을 하기 시작했다. 난 아직도 내앞에 서서 화를 내고 이는 왕자를 올려다보면서 내가 뭘 잘못했냐는듯 턱을 치켜들며 바라봐주었다. "…후우" 아예 다리까지 꼬고 앉자 로이드 왕자는 이런 당당한 내모습에 질렸는지 고 개를 도리질치면서 한숨을 내쉰다. 그러게 왜 아침부터 그런 찐한 키스를 하 냐고. 로이드 왕자는 내 태도에 질렸는지 연신 한숨을 내쉬면서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게 물었다. "그럼 왜 아침부터 그러는건데? 응? 혹시… 내가 싫은거야?" "아니요." "그러면 이유가 뭔데?" 그렇게 말하면서 로이드 왕자는 속이 타는지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물병을 붙잡고 단숨에 벌컥벌컥 마셔댔다. 푸훗. 귀엽기도 해라. 난 아예 한손으로 턱을 괸채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꿀꺽꿀꺽 잘도 마시는 왕자를 향해 대답해 줬다. "흥분되니까요" "푸훕… 쿨럭. 쿨럭. 쿨럭…" 저런. 속에서 놀랐나보네? 푸후후후. 이 로이드 왕자도 의외로 순진하단 말 이야. 열여섯이나 되었으면 자식이 네댓은 되어도 전혀 이상할게 없는데. 하 긴 성격도 뭐같고 책외에는 관심도 없는 사람이니 어디 여자가 눈에 들어오 기나 했을까. "콜록. 콜록…콜록…" "아침부터 딮키스를 하는건 예의가 아니라고요. 예의가. 그런데… 괜찮아요?" "콜록…아아…괜…찮…콜록, 콜록" 얼굴이 아까보다 더 빨개졌다. 거기다 목에도 핏줄이 불끈 튀어나온게 정말 괴로운것 같았다. 이에 난 아직도 내머리를 빗고 이는 에린에게 물러서라고 말한뒤 자리에서 일어서서 로이드 왕자에게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그의 등을 몇번쳐주고 손바닥으로 쓸어주었다. 그제서야 로이드 왕자의 기침은 진정되 었지만 꽤 고통스러웠는지 눈물을 글썽글썽 거리면서 잔기침을 내뱉었다. 그 래도 많이 괜찮아진것 같아서 내가 다시 자리로 돌아가려고 하니까 갑자기 그가 내 소매를 붙잡고 물끄러미 날 올려다본다. "왜요?" "…콜록, 흠흠. 내 옆자리 비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괜히 자기옆의 의자를 툭툭 친다. 후훗. 아우~ 정말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니까!!!. 난 살포시 웃어주었다. 그러면 서 로이드 왕자가 권해준 의자에 다소곳이 앉았다. 생각같아서는 이 귀여운 왕자의 머리를 마구마구 쓰다듬어주고 껴안아주고 싶지만 체통을 생각해야 하니 참아야지. 난 다시 에린을 불러서 머리를 빗으라고 시킨뒤 그의 옆에 앉아서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히 로이드 왕자가 내 대신 말을 꺼냈다. "그런데… 왜 아침에 그…흠흠. 그걸…아무튼 하면 안되는건데? 왜 예의가 아니지?" 아주 쑥스러워 죽으려고 하는구나. 저기에 몸까지 배배 꼬면서 ''아이~ 난몰 라~잉''같은 말을 하면 귀부인들에게 폭팔적인 지지를 받을수 있을지도… 무 슨 생각을 하는거냐. 나. "전하. 전하도 바람둥이들이 뭘하는 사람들인지는 아시지요?" "응" "바람둥이들은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고 침대에서 자고 있는 숙녀들에게 잊 지못할 강렬하고 열정적인 키스를 해준다고 하더군요." "왜?" "바람둥이니까요. 아침이 되면 남편이나 아버지가 돌아올테니 그전에 창문을 넘어서 도망가야 하잖아요. 그러니 잠이 확 달아날만한 진한 각인을 남겨두 고 사라지는거에요. 그래야 다음에 또 한밤중에 숙녀의 침실에 숨어들어도 창문을 잠그지 않는 법이니까요." "흠. 그러니까 아침에 진한 키스하면 바람둥이라는거야?" "아니요. 전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요. 단지 바람둥이들이 아침에 진한 키스를 숙녀에게 선물로 남겨주고 간다고 했죠" "그말이 그말이잖아." "틀려요. 전혀 틀려요." "끄응…" 로이드 왕자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후후후. 왕자전하. 앞으로 바람둥이 취급 받기 싫으시다면 때와 장소를 가려서 애정표현을 하시라고요. 무드 없는 남 자는 아무리 잘생겼어도 외면받는 법이랍니다. 로이드 왕자와 함께 아침식사를 마치고 저택으로 찾아온 닐크에게 가려고 할때였다. 막 운동복으로 옷을 갈아입으려고 할때 내방 - 신혼방이니 그의 방도 될지도… - 으로 로이드 왕자가 들어왔다. 응? 갑자기 무슨일이지? "무슨 일이에요?" "오늘도 운동하러 가는거야?" "네…뭐. 매일 하는거니까요." "그래…" 슬쩍 돌아보니 왠지 실망한 표정이 역력한 로이드 왕자가 문가에 서서 주저 하며 뭔가를 말하려는듯 했다. 하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지 계속 머뭇 거리다가 내가 지루해져 고개를 돌리려할때쯤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저기… 오늘 날씨도 좋은데… 어디 놀라가지 않을래?" "…네에?" 창밖을 내다봤다. 가을이니 푸르른 하늘이 내다보여야겠지만 비가 오려는지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날씨가 좋다고? 내가 창밖을 내다보자 로이드 왕자도 덩달아서 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말을 더듬는다. "날씨가…조…좋아서 말이지." "아아. 그렇군요." "아니. 뭐… 바쁘다거나 하면 말고. 나…난 여기 서재에서 책이나 볼테니…" "갈께요!" "으응?" "간다고요!.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밖에 나가서 즐기지 않으면 손해잖아요" "으응…" 내가 허락하자 로이드 왕자는 말을 보고 온다는 핑계를 대더니 잽싸게 밖으 로 나가버렸다. 훗. 정말 귀엽기도 하여라. 뭐… 이런게 신혼의 재미 아니겠 어? 푸후후후. "우헤헤헤…" 앗차. 나도 모르게 요상한 웃음이 입가에서 새어나왔다. 이미지 관리. 이미 지 관리. 설마 들은사람 없겠지? 외출용 드래스를 입고 머리에 챙이 넓은 나들이용 모자까지 챙겨쓰고 저택 을 나서자 로이드 왕자가 말 두필을 끌고 내게 다가왔다. 하지만 난 멀리 갈 것도 아니니 그냥 걸어가자고 말했고 이에 그는 조금 표정이 어두워지긴 했 지만 그럭저럭 동의하는듯 했다. 뭐… 로이드 왕자가 ''오늘은 뒤쳐지지 말아 야지''하고 중얼거렸다는건 비밀로 해줄까나? 뛰어가는것도 아닌걸. 설마 아무 리 허약해도 남자인데 연약한 나보다 체력이 없을까. 우리가 외출한다고 하니까 덴과 크렌, 그리고 닐크등이 부하들을 데리고 떼 로 몰려왔지만 로이드 왕자의 신경질적인 한소리에 모조리 불맞은 거미떼처 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사람 내 앞에서 하는 짓을 보면 많이 좋아진듯 한 데 왜 다른 사람들 - 특히 사내들- 앞에서는 저렇게 신경질적이고 짜증을 내는건지… 특히 요즘 덴과 닐크를 철천지 원수처럼 생각하는듯 보기만하면 화를 내는데 저러다가 부하들이 불만이라도 품으면 어쩔려고 그러는걸까? 물 론 뒤에서 내가 보조해줄테니 불만을 품는놈이 있다면 당장 달려가서 두들겨 패줄테지만 말이야. 간소하게 에린만 데리고 저택을 나섰다. 나 역시 말을 타고 돌아다니는건 좋아하긴 하지만 이런 드래스를 입고 말을 탄다는건 보기보다 훨씬 고역이 다. 말 안장에 엉덩이만 걸치고 옆으로 앉은채 말을 몰아야 하는데 이게 보 기보다 힘들거든. 승마용 바지라도 입었다면 모를까 이런류의 드래스는 발목 까지 내려오기때문에 등자에 발을 걸려면 치마를 한참 끌어올려야 한다. 그 런 품위없고 멋없는 몰골로 돌아다니라고? 차라리 내 두발로 걷고말지. 거기 다 흔들거리는 말위에서 중심이라도 잃었다간 그대로 왼쪽이건 오른쪽으로 푹하고 떨어질거다. 그런 창피한 모습을 보이느니 안타고 만다. 이게 내 신조 다. 난 아넬리안 폰… 아니 드 크레센트. 이 나라의 고귀한 왕자비니까! 이건 당연한거라고. 왕자와 함께 흙길을 따라서 마을로 들어서자 마을 주변에 있던 주민들이 모 두 모자를 벗고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예를 갖췄다. 나보다 반보쯤 앞서가던 로이드 왕자는 영지 주민들에게 손을 들어주면서 각자 할일을 하라고 말했고 자신들에게 하늘같은 영주보다 지위가 높은 로이드 왕자의 눈치를 보던 주민 들은 그제서야 슬그머니 우리들 앞에서 사라졌다. 등에 활을 차고 가죽모자 를 쓰고 있는 몇명의 사냥꾼들이 허리를 깊숙히 숙이며 인사하는걸 웃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여주며 답해준 난 여전히 내 앞에서 등을 보이며 걷고 있는 로이드 왕자를 눈으로 흘겨봤다. 아직도 부족해. 숙녀를 뒤에 걷게 하다니 말 이야. 신분이 있으니 내 뒤에서 공손히 따라오며 날 빛내주는 역활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바로 내 옆에서 같이 가줘야 하는거 아니야? 이러니까 내가 로이드 왕자의 시녀같잖아. 에이… 기분상해라. 하여간 저 무신경함에는 두손 다 들었다니까. "응? 빨리와" "네에. 지금 가요" 혼자서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로이드 왕자가 저만치까지 가있다. 난 종종 걸음으로 그의 옆으로 달려가서 씨익 웃으면서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놈의 왕자는 같이 웃어주는건 물론이고 팔짱끼는법도 모르는지 내 가 옆으로 다가오자 또 혼자 걸어가버린다. 치잇. 조금 - 아니 많이 - 불만이 있는 산책이지만 그래도 괜히 이런걸로 신경질 부리기는 싫어서 난 조용히 로이드 왕자의 뒤를 따라서 길을 걸었다. 어느새 마을을 빠져나온 우리들 눈앞에 조그마한 - 물론 크레센트 기준으로 - 밀밭 이 나타났다. 이미 추수가 거의 끝났는지 황량한 밀밭에는 밀짚을 쌓아올린 짚무더기가 몇개가 있을뿐이었고 밭에서 일하는 농사꾼들도 거의 보이지 않 았다. 그런데… 어라? 저쪽 구석에서 밀짚을 나르고 있는 이들중 몇명은 익 히 봐왔던 친구들인걸? "전하…" "으응. 혹시나 했는데 역시 디온의 프리스트들 같군." "헤에. 신관들이 농사를 짓는다니 재미있네요." "가볼까?" "네! 물론이죠." 이런 사건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걸 그냥 지나칠쏘냐! 우리는 길에서 벗어나 아침부터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고 있는 농부들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 가보니 역시나 일하고 있는 농부들중에 디온의 프리스트들이 같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밀짚을 나르고 있는게 보인다. 저사람들 진짜 프리스트 맞아? "자자. 빨리빨리 하자. 오늘 저녁때까지는 모두 날라야 하니까 말이야." "우오오오!" "맞아요! 빨리 끝내고 과일주 마시러 가야죠!" 푸우… 왠지 한숨이…. 감독관으로 보이는 중년 사내의 말에 열광하는 두명 의 프리스트. 이건 뭔가 잘못된거야.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런데 저 감독관 뒷모습. 어디서 본듯 한데 말이야. 으음… 그때 마침 그 감독관이 막 우리쪽 으로 얼굴을 돌렸다. 아! 저얼굴! 어디서 봤나했더니 맨날 술에 찌들어 살던 영주 랭스턴 자작아니야? "어엇? 저…전하!!!" 갑자기 랭스터 자작이 양무릎을 흙바닥에 꿇으면서 고개를 땅에 쳐박았다. 그러자 같이 일하던 농부들은 물론이고 디온의 프리스트들까지 얼덜결에 그 를 따라 바닥에 엎드렸다. "모두 일어나라." "예! 전하!" 목소리 한번 우렁차네. 그런데 저 영주녀석이 여기서 뭘하고 있는거지? 옷 꼴은 또 저게 뭐야? 평민들이나 입을법한 초라한 몰골이잖아. 로이드 왕자의 말에 모두들 다시 고개를 들고 조심스럽게 일어선다. 그중 랭스턴 자작은 이 마에 흙덩어리가 붙은걸 아는지 모르는지 감격한 얼굴로 입을 반쯤 벌린채 로이드 왕자만 빤히 바라보고 있었고 다른 농부들은 영주보다 높은 이가 밀 밭안까지 들어왔다는게 놀라운지 멀찌감치 떨어져서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예의 그 낙천적인 프리스트들은 서로 뭐라고 수군거린뒤 - 그중 한명은 일반 평복이었다. 아마 신관복을 팔아먹은 그 녀석일거다 - 왁 자지껄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내게 할말이라도 있나? 랭스턴 자작" "아예…그게…저…" 아주 말까지 더듬는군. 뭐 저 얼굴 표정을 보니 기뻐 죽을듯한 얼굴이니 그 냥 놔두도록 할까? 거기다 오늘은 술도 안마셨는지 혈색도 좋아보인다. 늘 만취한 몰골로 술냄새나 풍기고 다니던 인간이 많이 발전했네. 그렇게 내가 그를 좋게 평가 해주고 있을때였다. 갑자기 로이드 왕자의 발치에 고개를 쳐 박은 랭스턴 자작이 사방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쳤다. "저…전하! 제가 곁에서 모실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전하!" "……" "소신! 비록 별볼일 없는 작은 영지의 영주이지만! 하지만! 곁에만 있게 해주 신다면 이 몸이 부서지도록 충성으로 모시겠습니다! 전하!" …골치 아파라. 저 랭스턴 자작. 술주정뱅이로만 평가했는데 오늘 하나더 추 가해야겠다. 순종 바보 멍청이. 상대의 성격도 파악못했으니 정말 바보다. 최 소한 저런말을 할때는 상대가 좋아할지 싫어할지 정도는 알아봐야 하는거 아 니야? 거기다 이런 밀밭에서 하는 충성의 맹세라니… 뭣보다 폼이 안나잖아! 폼이! "그대의 이름이…" "델민… 델민 드 랭스턴 이옵니다! 전하!" "그래 델민 드 랭스턴 자작. 그대는 그대의 영지나 잘 다스리게." "…예?" 고개를 땅에 쳐박고 있던 랭스턴 자작이 멍한 얼굴로 슬그머니 고개를 들며 반문한다. 하지만 로이드 왕자는 그를 노려보다가 고개를 홱 하고 돌린뒤 짚 단이 쌓여있는 짐마차쪽으로 걸어가버렸다. 혼자 밀밭에 엎드린채 자기를 외 면한채 걸어가는 로이드 왕자의 뒷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영주가 조금은 불쌍해 보인다. 저 아저씨 설마… 로이드 왕자가 자기의 어깨에 손을 얹어주면서 ''그대같은 충신을 기다려왔소'' 같은 대사를 기대한건 아니겠지? 설마… 아무리 열혈 바보라도… 이긴 한데 저 당장 울듯한 몰골을 보니 진짜 그런 생각을 했나보다. 하긴 틈만 나면 이 별볼일 없는 영지를 팔아버리고 수도로 올라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영주이니 진짜 로이드 왕자의 눈에 들어서 왕성으로 들어가는걸 상상했을지도… "에린아." "예. 마마" "여기다 자리펴고 차 두잔… 아니 세잔만 가져와" "네. 마마" 에린이 평평한 곳을 골라 자리를 깔고 그 옆에 모닥불을 피우며 물을 끓이 는 모습을 보던 난 아직도 주저앉아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 랭스턴 자작에게 다가갔다. 내가 그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자 바닥을 쳐다보고 있던 그가 고개 를 들어 나를 올려보다고 비실비실 일어섰다. "왜 그런 몰골로 여기있는거죠?" "…실례하겠습니다." 어쭈. 나를 무시하겠다는거야? 로이드 왕자는 내 남편이라고. 나한테 잘보이 면 콩고물이 떨어질게 뻔하지 않아? "고민이라도 있는듯한 얼굴이군요." "숙녀분께 심려를 끼칠만큼 대단한건 아닙니다." 그렇게 말한 랭스턴 자작은 그대로 내게 등을 돌린채 물러서려고 했다. 하 지만 난 그를 그냥 보낼 생각이 없었기에 그의 등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 했다. "겁쟁이" "……" "흥. 뭘보시는지요?" "마마… 제가 조금만 일찍 결혼했어도 당신만한 딸이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요? 아아… 알겠다. 딸만한 나이의 소녀보다 못한 자신이 너무 처량 해서 슬퍼하는거군요. 그런거죠?" 훗. 조금 비꼬아주니까 당장 눈에 불을 켜고 날 노려보는군. 하지만 조금도 안무섭다네. 난 랭스턴 자작의 어깨너머로 그의 뒤를 바라보았다. 로이드 왕 자는 짐마차 앞에 서서 짚단을 만지면서 주름이 가득한 늙은 농부와 뭐라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흐음… "아직 차마시는 법을 잊지않았다면 저와 같이 차나 한잔하시죠?" "…정중하게 거절하겠습니다." "이건 권유가 아니라 명령이에요. 따라와요." "끄응…" 난 영주한테 그렇게 말한뒤에 턱을 치켜들며 고개를 돌렸다. 곧이어 내뒤로 터덜거리는 힘없는 발자국 소리가 났다. 아마도 로이드 왕자는 좀더 시간이 지난뒤에야 올듯하니 우선 이 사람하고 차라도 마시고 있어야지. 요즘들어 조금은 마음에 들게 만드는 에린은 이번엔 별다른 실수없이 - 찻 잎이 들어있는 주머니중 하나를 모닥불속에 떨궜다. 하지만 이정도야 뭐… - 차를 끓이고 있었다. 나와 랭스턴 자작이 자리에 앉자 냉큼 두잔의 차를 가 져온 에린은 남은 찻잔 하나를 들고 내 눈치를 살폈다. "전하께 가져다 드려. 그리고 옆에서 시중 들어드리도록 해." "네. 마마" 내 말을 들은 에린은 활짝 웃으면서 대답하고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 오는 찻잔을 들고 로이드 왕자가 있는쪽으로 뛰어갔다. 에린을 왕자에게 보 낸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근처에는 나와 랭스턴 자작뿐이었고 다른 이들 은 수십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로이드 왕자의 말을 듣고 있었다. 뭔 이야기를 하기에 다들 저렇게 경청하는걸까? 신기하기도 하네. "저…" "으응? 왜요?" "왜 제게 이러는 것입니까?" "그냥요. 차 한잔 마시는데도 일일이 이유를 달아야 하나요?" "……" 왜 또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는건데? 하여간 남자들이란 너무 단순하다니까. 난 차를 한모금 마시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생각하는지 내 시선을 못 알아채고 있던 그는 내가 한참을 빤히 바라본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왜…왜그러십니까?" "당신. 여기서 나가고 싶은거에요?" "…그런것도 있습니다. 전 언제나 이런 작은 영지에서 벗어나고 싶어했으니 까요. 아무도 봐주는 사람없는 작은 영지에서 평생을 썩어야 한다니 끔찍했 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일전에 마마께서 하신 말씀을 생각하고 있 습니다." 응? 내가 뭐라고 했었지? "그때와 같이 위급한때야 말로 귀족이 있어야 하는것이라고 말씀하셨었죠. 전 그뒤로 계속 생각했습니다. 귀족이란 무엇이고 내가 왜 귀족이 되었는지 를 말입니다. 어차피 세습으로 이어지는거니 저나 제 아버님도 선조님들도 자연스럽게 귀족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귀족의 권리는 잘알고 있었지만 의무 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없었습니다." "흐음…" "진짜 귀족이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마침 왕자전하께서 이 작은 영지에 오셨습니다. 전… 이것이 진짜 귀족이 될수있는 기회라고 생각 했었습니다만…" 뭔소린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한가지는 알겠는걸? 이 영주는 술만 안먹으면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것 말이야. "로이드 전하는 늘 그러시죠. 10년을 보필해온 부하도 귀찮다고 내치시는 분 이니까 말이에요." "그렇…습니까?" "하지만 그분 본인에게 허락 받지 않아도 곁에서 보필할수 있는 방법이 있어 요." "…예? 어…어떻게…" "내 부하가 되면 되죠. 난 로이드 전하의 아내에요. 그리고 왕자비죠. 내게 충성을 맹세하고 내 명령에 따르면 그것이 바로 로이드 전하를 따르는 것이 되는거에요. 부인의 것은 남편의 것이니까요." "하…하지만…" "실제로 로이드 전하가 인정하시는 측근은 단 한명도 없죠. 덴 … 아니 워렌 자작도 제 부하에요. 하지만 로이드 전하를 위해서 일하죠. 이해가 되나요?" "아예…" "그렇다면 좋아요. 정말 우리 로이드 전하에게 충성을 다할 생각이라면 워렌 자작을 찾아가봐요. 악독하게 사람을 부리고 같은 자작이라 자존심이 상하기 는 하겠지만 오랜시간동안 로이드 전하의 곁에 머물던 사람이니 당신에게 길 을 알려줄거에요." 내가 선심쓰듯 그렇게 이야기 하자 갑자기 랭스턴 자작이 내 두손을 꼬옥잡 고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마마! 크흐흑…" 아주 눈물까지 흘려대는 그를 보던 난 왠지 찝찝한 느낌에 슬그머니 손을 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랭스턴 자작은 계속 고개를 조아리며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다가 당장 찾아봐야겠다고 소리치며 뛰어가버렸다. 어이… 당신! 여기 감독하던거 아니었어? 그냥 가버리면 여긴 어쩌란 말이야! 랭스터 자작이 뛰어간뒤 얼마지나지 않아서 로이드 왕자와 에린이 내가 앉 아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무슨 이야기 한거야?" "봤어요?" "응. 조금…" 조금은 무슨… 처음부터 다본거 아니야? 나야 상관없지만. 왠지 설명을 해 달라는 표정인걸? "워렌 자작을 소개시켜준것 뿐이에요. 중앙으로 진출하고 싶어하는것 같아서 요." "보나마나 내 이름을 듣고 달라붙는 떨거지들중 하나 일텐데 뭘 그런걸 신경 써주는거야? 응?" "왜요? 싫어요?" "…조금." 어이구. 벌써부터 질투하는건가? 결혼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이러는건 데? 이래서야 마음놓고 바람도 못피겠잖아? 푸후후… "왜… 웃는건데?" "아니에요. 아무것도. 자. 그럼 또 가볼까요?" "그러지." 아무리 그래도 하는짓이 귀여워서 웃었다고 말할수는 없잖아? 하여간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뒤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던 에린이 냉큼 달려와서 주변 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에린이 준비를 마치는동안 기다리던 난 왠지 뚱한 표 정으로 서있는 로이드 왕자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물었다. "그런데 전하는 무슨 이야기를 한거에요?" "응? 아… 이모작에 대해서 말했어." "이모작?" "응. 다른데서는 보통 봄에 밀을 심고 추수가 끝난 가을에 보리를 심는다고 하던데 여기선 안그렇거든. 물어보니 토질이 안좋아서 수확이 별로 안좋은가 봐. 그래서 몇가지 물어보고 온거야." "그것도 책에서 본거에요?" "당연하지" 왜 그런 당연한걸 물어보냐는 듯한 표정이다. 흐음… 하긴 십여년간이나 도 서관에서 살다시피한 사람이니 왠만한건 다 책으로 봤겠지. 우리가 대화를 끝마칠때쯤 에린이 준비를 끝내고 등과 양손에 바리바리 싸든 짐덩어리를 들 고 우리들 뒤에 섰다. 우리는 다시 일을 시작하는 농부들을 뒤로 한채 한적한 흙길을 따라서 걸었 다. 맨 앞에서는 로이드 왕자가 느긋한 걸음으로 한발짝 앞서서 걸어가고 있 었고 그뒤를 내가 뒤따른다. 그리고 내뒤로는 헥헥거리면서도 잘도 쫓아오는 에린 녀석이 쫓아오고 있었다. 에이에이… 정말 말이지. 숙녀를 뒤에 세워놓 고도 혼자서 잘도 가네. 예의가 부족해! 정말 부족하단 말이야! "전하" "응? 왜?" "그냥 불러봤어요." 내가 부르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 로이드 왕자가 피식 하고 웃는다. 그런 그의 옆으로 쪼르르 다가간 나는 슬며시 팔짱을 끼었다. 내 얼굴과 잡 힌 팔목을 한번 힐끔 바라본 로이드 왕자는 다시 웃으면서 걸음을 옮겼다. 안해주면 내가 하면 되지! 기다리는건 이젠 질렸다고 훗. 마을을 한바퀴 삥 돌아서 도착한 곳은 왼쪽으로 저택의 지붕이 보이는 낮은 언덕이었다. 봄이었다면 사방에 들꽃이 만발했을 그런 곳이지만 지금은 가을. 초목들은 겨울을 나기위해서 녹색의 옷을 갈색 옷으로 갈아입는 중이었다. 저택을 나서기전까지는 마치 비가 올듯한 날씨였는데 언덕을 다 올라서고 나 니 몇조각의 흰 구름이 하늘에 둥둥 떠 있었고 그 사이로 햇살이 쏟아져내린 다. 거기다 산꼭데기에서 흘러내려오는 미풍이 몸을 휘감고 언덕 아래로 향 하자 올라오는동안 주르륵 흘러내리던 땀을 씻어주었고 약간 달아올랐던 몸 이 천천히 식기 시작했다. "여기로 하는게 어때요?" "응. 좋아." 언덕 끄트머리에 서서 영지를 내려다 보던 로이드 왕자는 내말에 순순히 고 개를 끄덕였다. 이에 내가 에린에게 손짓하자 바닥에 주저앉아 헥헥거리고 있던 에린이 잽싸게 바닥에 깔 두께가 얇은 양탄자를 펼쳐서 바닥에 깔았다. 나와 로이드 왕자는 우리 둘이 누워서 굴러도 될만한 - 꽤 크다. 그리고 이 것을 둘둘 말아서 챙기면 꽤나 무거울것이 분명하다 - 양탄자 위에 올라서 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옆에서는 에린이 가져온 간식거리를 작은 바구니에 나눠 담아서 우리들 옆에 내려놓았고 낑낑거리면서 포도주 마개를 딴뒤 다시 병입구에 마개를 살짝 꼽고는 포도주병을 로이드 왕자옆에 내려놓았다. "여기…" 로이드 왕자가 내게 투명한 유리잔 가득 따른 포도주를 넘겨주었다. 투명할 수록 값이 비싼게 유리인데 내가 받아든 잔은 물속에 넣으면 찾지 못할만큼 투명하다. 그런 잔안에 포도주가 들어있으니 마치 허공에 붉은 적포도주가 둥둥 떠있는듯한 모습이었다. 하늘을 맑고 - 구름이 좀 끼었지만… - 바람은 시원하며 내 옆에는 귀여운 남편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기분 좋다아~ "건배할까?" "네. 그런데 무엇을 위해서 건배하죠?" "으음… 아름다운 그대를 위하여… 라고 하는건 어때?" "푸훗. 그것도 좋지만요. 음… 전 앞으로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 건배하고 싶 은걸요. 당신을 닮은 귀… 아니 잘생기고 씩씩한 우리 아이를 위해서 말이에 요" "그것도… 좋겠군" 쨍. 은은한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우리가 들고 있는 포도주가 잔안에서 살짝 흔들렸다. 만족스러운듯 미소를 지으며 포도주를 마시는 로이드 왕자. 그의 옆모습이 오늘따라 왜이렇게 귀엽게…가 아니라 멋있게 보이지? 내 눈에 뭐 가 씌인건가? 슬며시 몸을 뒤로 빼고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로이드 왕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난 나조차도 이해할수 없는 감정을 느끼며 멍하니 그의 머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한치 앞도 안보이는 그믐밤의 어둠속 같 은 새까만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짝 흩날리면서 내 눈앞에서 춤추듯 움직였고 남자의 피부치고는 너무나도 새하얀 목선이 머리카락 사이로 살짝 살짝 보였 다 사라지곤했다. "응? 왜?" "아…아니에요" 왜…왜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는거야! 부끄럽잖아! 내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 면서 고개를 돌리자 로이드 왕자는 왜그러냐는듯 나를 빤히 바라봤지만 아무 리 성격이 좋은 나라도 남편의 뒷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정신을 잃을것같다 는 말을 할정도로 넋을 잃은건 아니라고. 내가 더이상 말이 없자 가만히 날 쳐다보고 있던 로이드 왕자는 이내 관심을 잃었는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사 내치고는 작은 어깨가 눈에 들어온다. 아으으으… 확 뒤에서 껴안고 싶어어 어! 어머니!!! 왜 절 이렇게 예절 바른 숙녀로 교육시킨거에요오오오… 객관적으로 보자면 로이드 왕자는 내 눈에 차지 않아야 정상이다. 남자라면 당연히 배워야할 검술은 커녕 자기몸 하나 지킬만한 호신술도 못하고. 사교 적이긴 커녕 자폐증으로 봐도 무방할만한 특유의 무신경함과 배타적인 성격, 그리고 왕자이면서 자기 파벌을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지금 자신을 지지하는 파벌마저도 귀찮아 하면서 어떻게 해체시킬까 궁리하고 있는 남자가 저 로이 드 왕자이다. 꿈도 없어보이고 야망 역시도 고양이 눈물만큼도 없으며 오직 도서관에서 책이나 읽고 있는게 유일한 자랑거리인 그는 귀족으로써도 남자 로써도 모두 실격이다. 하지만… 이런 실격인 남편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뒷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만다. 이런게 사랑일까? 아니면 덴이 말한 것이 바로 이런것일까? 어느쪽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하지 만 중요한것은 그가 바로 나의 남편이라는것과 난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 만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는것이다. "…전하" "왜?" "머리…카락 좀 만져봐도 될까요?" "응" 손을 뻗었다. 그의 부드러운 검은 머리카락이 손에 잡히자 내 손을 타고 전 류가 찌르르… 흐르는것 같았다. 왜일까? 왜 날아오를듯이 기쁜데도 눈에서 눈물이 나오는걸까? "우는거야?" "예? 예…아…아니. 그게 아니고…" 으아아… 왜이러지? 나답지 않게… 나도 모르게 손발이 제멋대로 허둥거린 다. 이래서야 꼴사납잖아. 난 턱밑으로 눈물이 뚝뚝 떨어질때까지도 허둥거리 면서 어쩔줄 몰라했다. 그런 내 얼굴을 바라보던 로이드 왕자는 손을 들어서 내 눈가를 닦아주면서 웃는다. "아넬리안도 의외로 울보네. 평소에는 찔러도 아픈 내색 하나 안할것처럼 도 도하더니만" "제…제가 언제요…" "훗. 키스 한번 했다고 남편이 덮고있는 이불을 창밖으로 내던지는 부인이 몇이나 될까?" "그…그건… 모…몰라요!" 에에잇! 나한테 불리한건 빨리빨리 잊어버리라고! 몰라! 난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붉어진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말했다. 슬쩍 곁눈질로 로이드 왕자를 바라보니 그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단채 날 바라보고 있다. "화났어?" "……아니요." "그래? 다행이군." 그렇게 말한 로이드 왕자가 갑자기 얼굴을 내쪽으로 바짝 들이밀었다. 우아 아… 아직 밝은 대낮이란 말이야! 거기다 여긴 야외인데다가 뒤에는 에…에 린이… "그럼 이제 이 손좀 놔줄래? 머리가 당겨서 아프거든" "예에?" 어라… 아직도 잡고 있었나? 난 로이드 왕자의 머리카락을 쥐고 있던 손을 풀었다. 손가락 사이로 몇가닥의 검은 머리카락이 딸려나왔다. 나도 모르게 힘을 준건가? 다행히도 쥐고있던 머리카락이 몽땅 빠지지는 않았지만… 내가 손을 풀자 한뼘도 안되는 거리까지 다가왔던 로이드 왕자의 웃는얼굴이 뒤로 물러선다. 아쉬워라…가 아니잖아! 누가 볼지도 모르는 이런 야외에서 키스 라니… 그런건 천한 평민들이나 하는짓이라고. "흠…어디까지 봤더라…" 에? 뭐…뭘? 난 등을 돌리고 있는 로이드 왕자에게 다가가 어깨너머로 바 라보았다. 이사람이… 저 두꺼워 보이는 책은 또 언제 가져와서 펴놓고 있는 거야?! 캬아악! 정말로!!! 나보다 책이 더 좋다는거야? " …전하" "으응?" "겨우 독서를 위해서 여기까지 나오신건가요?" "으응… 역시… 안되겠지?" "당연하죠! 저처럼 이렇게 아리따운 숙녀가 옆에 앉아있는데! 책이나 읽고 있다니요! 이건 저에 대한 모독이라고요!" "그런가…" 내말에 책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머리를 긁적이는 로이드 왕자. 그 모습도 귀여워! 아아 … 아무래도 이건 중증인것 같아. 어떤짓을 해도 로이드 왕자가 귀여워 보이다니 말이야. 난 무릎으로 일어선 자세로 로이드 왕자를 내려다 보면서 숨을 골랐다. "그럼… 무슨 이야기를 할까?" 손으로 책표지를 쓰다듬던 로이드 왕자는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며 말했다. 웃는 로이드 왕자의 얼굴이 내 눈앞에 어른거린다. 이젠… 통제불능이야. 에 이 몰라!!! 난 앉아있는 로이드 왕자의 목에 양팔을 감으며 무너지듯 몸을 앞 으로 내밀었다. 로이드 왕자는 내 체중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넘어졌다. 쳇 허약하긴. 하지 만 상관없다고. 내 두팔이 그의 머리를 단단히 붙잡고 있으니까 말이야. 코끝 이 닿았다. 난 눈을 감고 코끝으로 그의 볼을 간지르면서 입술 사이를 살짝 벌렸다. 곧이어 로이드 왕자의 양팔이 내 등을 쓰다듬어 주었고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우우움…" 머리속에서 폭죽이 터지는듯한 느낌이 몰려오면서 머리 끝으로 피가 몰려온 다. 아까전에 빨개졌던 얼굴은 이제 더이상 붉어질수 없을정도로 닳아올라서 볼이 뜨거워졌고 쿵쿵거리며 뛰던 심장은 마치 전력질주를 한것처럼 쿵쾅거 리면서 요동을 쳤다. 뜨거운 무언가가 목아래서 샘솟듯 솟아오른다. 길고긴 키스가 세상이 끝날때까지 이어질것처럼 느껴진다. 그의 손에 닿은 등은 마 치 전류가 흐르는것처럼 찌르르…한 느낌이 계속 퍼져나왔다. 눈부시다. 난 한손으로 눈가를 가리면서 이제는 푸른색으로 물든 가을 하늘 을 올려다보았다. 아침까지만 해도 조금 찜찜하던 내 마음이 지금은 저 푸른 하늘처럼 맑고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은 이런 충족되는 느낌을 얻기위해서 사랑을 하는걸까? 글쎄… 그거야 모르는 일이겠지. 하지만 한가 지는 알것같다.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있는것이 왜 행복한지를 말이야. "으음…" 내 옆에서 눈을 감고 있던 로이드 왕자가 작게 신음하면서 몸을 꿈틀거렸 다. 팔이 아픈걸까? 난 머리를 들어서 지금껏 베고 있던 로이드 왕자의 팔을 풀어주었다. 그러자 로이드 왕자가 손으로 눈가를 가리면서 다시 잠이 든다. 슬쩍 상체를 일으켜 로이드 왕자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천진난만이 라는 말을 어떤때 쓰는건지 알수있었다. 천사같아…. "저…마마" 응? 누구야? 이런 행복한 기분에 빠져있는 내게 눈치없이 말을 거는게… 돌아보니 에린 녀석이 점심바구니를 든채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저 바보녀 석. 하여간 도움이 안된다니까. "뭐야?" "시…식사를…" "에린아" "네에. 마마" "사라져" "…네?" 으휴…. 정말이지 아주 맞고 싶어서 발악을 한다니까!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 던질게 없을까해서 고개를 돌려 이리저리 살피다가 아까전에 에린이 가져 다 놓은 쿠키바구니가 눈에 들어왔다. 이에 난 즉시 쿠키 몇개를 집어들어서 에린녀석을 향해 던졌다. 퍼석… "히잉…" 저 바보같은것은 정말 낄데 안낄데를 구별할줄도 모른다니까. 내가 던진 쿠 키에 이마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에린녀석은 작게 훌쩍이면서 내 눈치를 봤 다. 그러면서도 눈치껏 사라지지 않고 있기에 난 주먹을 움켜쥐고 들어보였 고 그제서야 에린 녀석은 허둥대면서 언덕너머의 숲쪽으로 뛰어갔다. 쯧. 그 러게 알아서 눈치껏 피해주면 좀좋아? 이런걸 일일이 내가 말해야 하냐고. 하여간… 에이… 기분만 잡쳤잖아. 할수없지 코 자고 있는 로이드 왕자나 보 면서 풀어야지. 바라보는것만으로 사람을 꿰뚫어버릴수 있다면 로이드 왕자는 벌써 열댓번 은 뚫렸을거다. 왠지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게 눈을 뗄수 없게 만든다. 난 햇살때문에 몸을 뒤척이는 로이드 왕자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들어서 내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우우웅…" 로이드 왕자가 잠결에 뭐라고 작게 중얼거리면서 몸을 뒤척인다. 이런 무방 비한 모습도 귀여워보이다니. 아무래도 조만간 의사라도 찾아봐야할것 같다. 그런데… 조금 심심하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로이드 왕자의 자는 모습 이지만 자고 있는 그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나도 졸음이 오잖아. 에잇! 자면 안돼! 난 조금씩 밀려오는 졸음을 쫓기 위해 아까전에 로이드 왕자가 보던 책을 집어들었다. 가죽으로된 두꺼운 표지는 손때가 잔뜩 묻어서 맨질맨질 하다. 거기다 대충 수백페이지는 될법한 종이들은 죄다 너덜너덜 한게 얼마 나 많이 봤는지를 알게 해주었다. 흠… 제목이… 지워졌잖아? 얼마나 들고다 니면서 봤으면 이정도야? 어디보자… "…에에?" 속표지를 펼쳐보니 책 제목과 목차가 조그맣게 씌여있다. [아름다운 여성에게 사랑받는 법. - 디온 저]. …바람둥이들의 필독 지침서? 채이지 않고 차버리는 방법? 남자들이여 자 신을 꾸며라? 뭐야. 이건… 전에 보던 연애백서 최신판이냐? 아니… 이 책의 상태를 봤을때 로이드 왕자가 전에 봤던 그 책이 이거보다 늦게 나온것 같 다. 하여간… 디온이라면 주신이자 반신인 그 신을 말하는건가? 신이 직접 집필한 책이라면… 성서로 추대되어서 신전에나 쳐박혀 있어야 정상인데…. 흐음… 뭐. 한가지는 알겠다. 이 책. 분명히 그 디온의 프리스트들에게서 얻 어낸것이 뻔해. 우후훗. 그래도 기분은 좋잖아. 오늘을 위해서 이런 책도 다 보고 말이야. "고마워요. 전~하~ 후훗." 쪽. 그의 입술에 살짝 키스했다. 우… 허리를 심하게 굽혔더니 배가 땡긴다. 아직 운동이 부족한가봐. 꼬륵. 배고파. 거기다 발도 저려온다. 발을 뻗은채 앉아있었더니 허리도 아 프고… 에휴… 어떻게 두시간을 내리 잘수 있는거야? 나같은 미녀를 겨우 베 게대용으로 쓰다니 너무해, 너무해, 너무해에… 지루하고 심심하다. 그렇다고 깨우기도 좀 그렇고 말이야. "에휴…"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침나절엔 구름이 잔뜩 끼었 던 하늘이었는데 정오가 지난 오후의 하늘은 새하얀 구름을 찾아보기 힘들만 큼 맑고 깨끗한 푸른색이었다. 다시 고개를 내려서 내 품안에서 자고 있는 로이드를 보았다. 아까전에 심심해서 볼을 쿡쿡 찔러줬더니 잠결에 움찔거리 다가 엉큼하게도 내 배에 얼굴을 쳐박고 쿨쿨 잘도 잔다. 괜히 아침에 깨웠 잖아.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잘자게 놔둘껄. 이렇게 놀러나와서 이게 뭐야. 쳇. 성질나는데 그냥 확 삐져서 가출이나 해버릴까? "가출해도 갈데도 없잖아. 비상금이라도 좀 마련해둘껄…" 로이드 왕자의 머리를 한손으로 쓰다듬어 주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여기서 가출해봐야 무일푼이니 나가봐야 고생만 왕창 할테고 가출하는 주제에 랭스 턴 자작에게 손을 내밀수도 없잖아. 덴이나 그런 녀석들을 데리고 가면 그게 가출이야? 외출이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사랑스러운 남자를 두고 어떻게 가출할까?" 에휴. 이게 문제다. 말로는 가출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난 로이드 왕자와 떨어지고 싶은 생각이 전혀없는걸. 이런 내가 싫다. 정말. 볼을 부풀 리며 불만을 표시한 - 봐줄사람은 한명도 없지만… - 나는 한손으로 턱을 괸채 잘자고 있는 로이드 왕자의 볼을 쿡쿡 찔렀다. 심심하니 이런 장난이라 도 쳐야지 뭐. 혼자서 중얼거리는것도 지쳐서 왼다리를 세우고 턱을 괸채 꾸벅꾸벅 졸고 있을때였다. 갑자기 등뒤에서 ''전하아아아…'' 라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왠 찢어지는 비명소리인가 해서 로이드 왕자가 깨지 않게 조심하면서 몸을 틀어서 뒤를 돌아보니 숲속에서 열댓명의 사내들이 그야말로 질주한다는 표 현이 딱 들어맞는 몰골로 죽자고 뛰어오는게 보였다. "전하아아아아!!!!" 시끄럿! 왜 시끄럽게 소리치고 난리야? 그러다가 로이드 왕자라도 깨면 어 쩌려고! 난 인상을 찌푸리면서 뭐라고 한마디 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전에 내 허벅지를 베고 자던 로이드 왕자가 갑자기 상체를 일으키더니 아직도 ''전 하아아아''라고 소리치며 뛰어오는 놈들을 노려보는게 아닌가? 그것도 반쯤 잠에 취한 눈으로 말이다. 근 100m는 될법한 거리에 있던 녀석들은 금세 달 려와 우리앞에 섰고 덴과 닐크 - 아르케네스는 안보였다 - 등은 작게 숨을 고르면서 로이드 왕자앞에 한쪽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들의 뒤를 쫓아온 부하들은 나와 로이드 왕자를 둥글게 둘러싸더니 주변을 경계하 기 시작했다. "뭐야?!" "저…전하…헉헉…괜찮으십니까? 네?" 이마에 구슬땀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덴이 고개를 쳐들면서 로이드 왕자가 내뱉은 신경질적인 말에 질문으로 답했다. 뭐가 괜찮은데? 아니 방금전까지 는 괜찮았지만 지금은 별로 안좋아보이는걸? 물론 그 이유는 꽥꽥거리며 소 리를 지른 덴 때문일거다. "워렌 자작! 이건 도대체 뭔가? 응?" "휴우… 다행입니다. 전하. 아직 아무일도 없었나보군요." "워렌!!!" 엉뚱한 답변에 기어이 로이드 왕자가 폭발해버렸다. 쯧. 역시 그 성격이 어 디가겠어? 후후후. 나랑 있을때만 순한 양처럼 되는거지. 킥킥. 조금은 기분 좋은걸? 하지만 앞으로 베게 대용이 되는건 조금 사양해야겠다. 발 저려… "딴소리 그만하고. 왜 이러는건지 이유나 말해봐!" "저…그게…" "전하! 이 근방에 암살자로 보이는 자가 나타났습니다!" "이봐 닐크. 그건 내가 해야 하는 말이잖아" "에이… 우리사이에…" 어이어이. 거기 남자둘 사이 좋은건 알겠는데 말이야. 성깔 더러운 로이드 왕자앞에서 그런 짓거리 하고 있다간 당장 교수형 감일텐데? "이것들이… 모두 목메달아줄까? 앙? 워렌 자작!" "옛! 전하!" "당장 무슨일이 있었는지 말해! 어서!" "옛! 대략 한시간전에 제가 맡고 있는 훈련소에 정체불명의 존재가 나타났다 사라졌습니다. 당시 근처에 있던 스토커와 저희측 어세신들이 그자를 쫓아갔 지만 상대가 워낙 잽싸고 숲으로 도망쳐서 결국 놓쳐버렸습니다. 그래서 영 지 주변을 수색하다가 전하께서 호위도 거느리지않고 나오신것이 생각나서 전력으로 달려온것입니다." "…흐음" 덴의 말에 무조건 화만 내던 로이드 왕자도 조금 진정했다. 남들보다 훨씬 총명한 로이드였으니 덴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단숨에 알아챘겠지. 거기다 성질머리가 조금 나빠서 그렇지 로이드 왕자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감정을 조절하는법을 잘 알고 있다. 그나저나 발이 뻣뻣한게 내 다리같지가 않아. 거 기다 조금만 움직여도 찌릿찌릿한게 눈물이 다 나온다. 아흐흐… "그래서? 피해는?" "예?" "적이 훈련소까지 난입했다면 우리측 피해가 있을게 아닌가? 거기다 추적자 들까지 뿌리치고 도주했다며?" "저… 그게 아무도 안다쳤습니다." "그럴리가 있나? 최소한 누구 하나라도 실종되거 한거 아니야? 요즘 암살자 들은 모두 기사도를 숭상하는건가? 그럴리가 없잖아! 작은거라도 상관없으니 까 모든지 말해봐" 옆에서 로이드 왕자가 말하는건 듣고 있자니 왠지 이 녀석들을 빨리 보내버 리려고 서두르는것 같다. 설마 또 날 베게대용으로 쓰려고 그러는건가? "저…그게…" "빨리 말해!" "저…저기…" 덴의 버벅거림에 짜증이 났는지 로이드 왕자의 말투가 험악하게 변했다. 아 직도 발이 저려서 앉아있던 나는 저릿저릿한 고통을 참아가면서 두다리를 모 으고 다소곳하게 앉아서 로이드 왕자의 양다리를 바라보았다. 그 다리 너머 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덴이 보인다. 아예 사색이 다 됐군. 왜 저렇게 쩔쩔매는거지? 시간을 끌면 끌수록 로이드 왕자가 더 화낼 텐데 말이야. "어서 말못해?" "저…전하!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에…저희… 요원들의…물건을…" "물건? 무기를 훔쳐 간건가? 아니면 갑옷? 아니지. 그런건 흔하잖아. 그래! 암살자이 임무때 사용하는 고가의 독약같은것을 훔쳐간것이군! 맞나?" "아… 아니옵니다." "그럼 뭐야?!" "저…저희 속옷을…" "……뭐?" 휘이이잉… 때마침 언덕위로 시원하다 못해 냉기가 풀풀 흘러나오는 바람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반문을 했던 로이드 왕자나 대답을 한 덴이나 그대 로 얼어붙은듯 말이 없었고 나 역시도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푸후후후… "풉…" "웃지마! 아넬리안! 그리고 워렌 자작! 지금 자네들 속옷을 도둑 맞았다고 말 하는건가?" "예에… 전하. 믿어지지 않으시겠지만…예. 그렇습니다." "하! 정말이지…" 난 귓가로 어이없는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로이드 왕자의 말을 흘려들으 면서 소리죽여 웃었다. 쿡쿡쿡. 웃긴다. 정말. 가끔 여자 속옷을 훔쳐가는 - 귀족가 여식이 입는 제대로된 속옷 세트라면 일반 평민들이 사는 집한채 값 정도는 너끈히 나간다 - 도둑은 가끔 있다고 하지만 남자 속옷이라니. 쿡쿡. 그런 천조가리를 가져다 뭣에 쓸려고… 푸후후후. "웃지말라니까!" "하…하지마안… 풉." 웃기잖아! 난 신경질을 부리는 로이드 왕자를 피해서 몸을 숙인채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웃었다. 눈물을 찔끔 찔끔 흘리고 배가 당길때까지 웃던 나는 소매로 눈가를 훔친뒤 인상을 팍팍 쓰며 내쪽으로 몸을 돌리고 있는 로이드 왕자를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전하. 혹시 저 워렌 자작이나 다른 요원들을 사모하던 여인들이 사람을 사 서 속.옷.만 훔쳐오라고 시킨게 아닐까요?" "말이 되는 소리를… 젠장 말이 되잖아! 워렌 자작! 도대체 당신들은 뭐하는 사람들이야? 그러고도 정보과 요원들이라고 할수 있는거야? 이래서야 내가 안심하고 그대들을 곁에 둘수 있겠느냐고?! 응?" "요…용서를…" "용서고 뭐고! 당장 영지를 이잡듯 뒤져서 그 도둑놈을 잡아와! 당장!" "예? 예! 전하. 닐크. 몇명 데리고 아까 수색하던곳부터 찾아봐." "알았어. 전하. 걱정마십시오! 기필코 그 도둑놈을 잡아서 끌고 오겠습니다" 이렇게 호기롭게 소리친 닐크는 주먹까지 불끈 쥐어가면서 속옷도둑을 잡기 위해서 몇명의 요원들과 함께 그들이 뛰어왔던 쪽으로 다시 뛰어갔다. 그때 까지도 소리죽여 웃고 있던 내 귀에 덴을 질책하는 로이드 왕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대는 왜 여기 있는건가?" "예? 하지만 전하. 혹시나 위험할지도 모르니…" "누구의 위험인데? 설마 그자가 내 속옷도 노릴까봐 걱정되는건가?" "저…그게…" "아하하하하…" "아넬리안! 숙녀가 정숙치 못하게…" "하지만 전하 웃기잖아요. 남자 속옷만 전문적으로 노리는 도둑이라니. 전 처 음 듣는걸요. 흐음… 하긴 저기 있는 덴이나 전하정도의 미모를 가지신분이 라면 속옷을 노리는 귀부인이 있다해도 이상하지 않겠지만요." "시…시끄러! 워렌 자작!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겐가? 당장 가서 그놈을 잡아와! 어서!" "그래요. 덴. 어서가서 그자를 잡아와요. 우리 전하의 속옷은 제가 지킬테니 까요. 푸훕" 내말에 당황한 표정으로 날 보던 로이드 왕자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라올랐 다. 거기다 둥근 모양으로 우리를 감싼채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몇몇 요원들 의 어깨가 들썩들썩 거린다. 저들도 나처럼 웃음을 참기 힘든가보지? 하지만 나와는 다르게 웃다가 걸리면 앞으로 굉장히 괴로울껄? "워랜 자작!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하…하지만 전하…" 덴은 뭔가 변명거리를 찾으면서 어떻해서든 여기 남으려 했다. 하긴 저 녀 석에게 로이드 왕자는 태양이자 빛이니 그의 신상에 무슨일이라도 일어났다 간 자기도 같이 죽겠다고 할 녀석이지. 그런 덴에게 짜증이 났는지 로이드 왕자는 갑자기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뭘 찾는건가해서 고개를 길게 빼고 바라보자 나와 눈이 마주친 로이드 왕자는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리더니 덴에게 바싹 다가가서는 그의 왼 허리에 매여있는 롱소드의 손잡이를 잡았다. "저…전하?" 스릉. 푸르른 검날이 빛을 받아서 번쩍인다. 덴 녀석 불길하 예감이라도 감 지한걸까? 로이드 왕자가 자신의 롱소드를 빼들자 무릎을 꿇고 있다가 갑자 기 벌떡 일어서더니 뒤로 후다닥 물러선다. "저기… 전하아?" "죽어!" "우와악! 갑니다! 가요!" 눈앞에서 어설픈 동작으로 로이드 왕자가 롱소드를 휘두른다. 검을 휘두르 는것은 어설프기 그지없었지만 덴을 작살내겠다는 투지는 왠간한 검사들도 한수 접어줄정도다. 의외로 화나니까 무서운걸? 덕분에 불쌍해진건 아직도 경계자세를 취한채 석상처럼 굳어있는 요원들이었다. 상관은 칼부림에 쫓겨 도망쳤지 허공에 대고 롱소드를 휘둘러댄 로이드 왕자는 아직도 씩씩거리고 있지 그렇다고 명령이 내려온것도 아니었으니까. "여러분들도 어서 피하는게 좋을것 같은데요? 전하께서 들고 계신 검에 피를 묻히는 영광을 얻고 싶지 않다면 말이에요." "……" 내가 친절하게 조언해줬는데도 움직일줄 모르는군. 단지 어깨를 움찔거리면 서 서로의 얼굴을 힐끔 거릴뿐이다. 역시 아랫사람들은 피곤한 법이라니까. 난 어깨를 으쓱이면서 로이드 왕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로이드 왕자가 롱소드를 바닥에 내동댕이 치면서 소리쳤다. "안꺼져?" 후다닥. 로이드 왕자의 말이 시발점이 된듯 우리들 주변에 모여있던 요원들 은 그의 외침소리가 들리자마자 각자 자신들이 바라보고 있던 방향을 향해 온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그와중에도 덴의 롱소드를 챙겨가다니 역시 보 통 녀석들은 아니라니까. 난 씩씩거리며 화를 내는 로이드 왕자에게 미소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전하가 참으세요. 덴이나 다른 이들도 다 전하를 위해서 저러는거잖아요." "…쳇. 누가 해달라고 했나? 저녀석들은 제멋대로 날 귀찮게 하는것 뿐이라 고." "후훗. 그래도 좋잖아요. 전하를 위해서 목숨을 내놓을수 있는 부하들이라니. 저런 충성스러운 신하는 쉽게 구할수 없답니다." "…쳇쳇." 내 말에 로이드 왕자는 팔짱을 끼며 혀를 찼다. 그러면서도 내 옆에 털썩 주저앉아서 아무말도 안하는걸보니 조금은 공감하나보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로이드 왕자도 진정했는지 가끔씩 내뱉던 투덜거림도 사라졌다. 묵묵히 그의 말을 들어주고 있던 나는 로이드 왕자가 슬그머니 내 게 다가와 기대려하는걸 손으로 슬쩍 제지한뒤에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어디 가는거야?" 저런. 눈치라곤 에린만큼이나 없다니까. 하여간 배려심이 없는 남자들은 이 래서 안돼. "전하." "으응?" "숙녀가 조용히 자리를 뜰때는 말없이 기다려주는게 예의랍니다." "아아… 그렇군. 알았어. 기다리지" "깊으신 배려 감사합니다. 전하." "응. 난 배려심이 있는 남자니까. 기다릴께." 그렇게 말한 로이드 왕자는 내게 손까지 흔들어준다. 후훗. 아까전에 봤던 [아름다운 여성에게 사랑받는 법] 책에 이런 대목이 있었지 아마? ''자신을 칭 찬하는데 인색하지 말라. 자신감을 회복하는데 아주 좋은 밑거름이 되어준다'' 였던가? 하지만 전하. 방금전의 발언은 덴에게 했던 행동과는 너무 상반되는 걸요. 후훗. 하긴 저런 점이 귀여운거지만 말이야. 약간 어설프고 엉뚱한 나 의 로이드. 우리가 앉아있던 곳에서 빠져나온 나는 언덕아래를 향해 천천히 걸어내려갔 다. 조금 앞으로 가보니 완만한 경사면 중간쯤에 에린 녀석이 카렌과 함께 풀밭에 앉아서 속닥이고 있는게 보였다. 난 에린들이 있는쪽으로 다가갔다. 내가 다가가니 카렌은 금세 내가 오는걸 느꼈는지 입을 꽉 다물었지만 둔하 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운 에린 녀석은 내가 등뒤에 떡하니 서있는데도 불구하 고 아직도 눈치를 못챘나보다. "정말 이게 그분꺼란 말이야? 응? 카렌 말좀 해봐" "……" "카렌? 갑자기 왜 그래? 응?" "호오. 좋은걸 들고있네? 에린" "핫! 마…마마!" 내가 등뒤에서 말을 걸자 에린 녀석이 깜짝 놀라면서 양손에 쥐고 있던 흰 천을 등뒤로 숨기면서 몸을 돌렸다. 이제와서 숨기면 뭐하냐고. 이미 볼장 다 본걸. "그러고보니 아까전에 덴이랑 다른 녀석들 속옷이 사라졌다고 하던데… 에. 린. 그 뒤에 숨기고 있는거 남자 속옷 아니니?" "아…아닙니다! 마마. 이…이건 손수건이에요! 손수건" "그래? 마침 잘됐네. 그렇지 않아도 땀이 좀 났는데 줘봐." "저어…저어…" "왜? 싫어? 감히 내 말을 거역하겠다는거야? 응?" "그…그게…저어…" 울겠군. 울겠어. 아예 울상이다. 이쯤 할까나? 에린 녀석이 덴을 사모하는건 이미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또 오늘은 기분도 좋으니까 한번만 봐주기로 하자. "싫으면 말아라. 전하께서 지금 혼자 계시니까 에린은 올라가서 차라도 한잔 타드리고. 카렌은 날 따라와" "네! 마마" "……" 내말에 에린 녀석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경사진 언덕을 후다닥 뛰어올 라갔다. 그러면서도 손에 쥔 속옷을 치마속으로 숨기는걸 보면 저녀석도 대 단하단 말이야. 난 여전히 말을 안하는 카렌을 데리고 언덕아래까지 내려왔다. 주변을 둘러 봐도 볼일을 볼만한 곳이 없어서였다. 덕분에 작은 숲속까지 들어간 나는 카 렌을 세워놓고 으슥한곳으로 들어가려했다. "아!" 맞다. 나도 잊고 있었는데… "카렌 너였지? 속옷 훔친거" "…시켰으니까." 내말에 카렌은 싫다는 표정을 숨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하긴 나라도 남자 속옷이나 훔쳐오라고 시키면 싫어할거다. "잘했어. 카렌. 훗. 그것들은 닐크의 오두막에 가져다 놓은거야?" "응" 후후후. 역시 카렌이다. 덴 녀석 로이드 왕자에게 왕창 깨졌으니까 영지를 이잡듯이 뒤지고 다닐테고 그 안에 닐크와 아르케네스가 살고 있는 오두막도 포함될게 뻔하다. 그리고 거기서 훔쳐갔던 속옷들이 나오면… 우하하하! 생 각만해도 즐거운걸? 닐크 녀석도 한번 뜨거운맛을 보고나면 감히 날 훔쳐보 려는 생각은 꿈도 못꿀테니 복수도 되고 재미도 있고. 이거야 말로 일석이조 일세. 후후후. 내가 다시 우리가 있던 언덕위로 올라가자 차를 마시며 책을 보고 있던 로 이드 왕자가 활짝 웃으며 - 귀여운데다가 아름답기까지 했다. - 나를 반겼 다. "빨리와. 빨리" "네에. 가요. 전하" 왠일로 날 이렇게 반기지? 조금 이상했지만 난 별생각없이 로이드 왕자의 옆에 우아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내가 자리에 앉는걸 싱글거리면 서 바라보던 로이드 왕자가 갑자기 내쪽으로 쓰러지는게 아닌가? 내 오른쪽 무릎은 다시금 로이드 왕자의 머리에 점거당해버린것이다. 에휴… "전하" "응?" "이쪽은 햇볕이 비치니 반대로 누우시겠어요?" "응!" 저렇게 좋아하니 싫다고 할수도 없고… 별수 있나. 이번엔 왼쪽 무릎이다. 다음에 또 놀러나오자고 하면 베게라도 하나 가져와야겠다. 뭐… 하는짓이 귀여우니까 봐준다. 흠흠. -------------------------------------------------------------- I`m Back!(터미네이터 3의 바로 그 대사! 선글라스 필수!) 돌아왔슴다. 에또...뭐. 오늘부터 다시 연재 재개입니다 -_-; 기본은 2일 1편 기준이지만...언제 다음편이 올라올지는 정말로 저하늘의 달님이나 알고 있습니다. 연재문의는 태양계 지구시 달님동으로...( --) 우편번호는...누가 하나 만들어주시고. 핸드폰이나 전화는 안됩니다.(-- ) 그나저나 사랑놀음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왠지 배알이 꼴리는게... 아무래도 조만간 사고라도 치게 만들어야지. 원...장미빛 인생따윈 어둠속에나 파뭍히라고해! (버럭버럭) ...가우군... p.s 오랫만에 DVD방에 가서 똥개를 봤습니다. 재미있습니다 -_-/. p.s2 아우...발틴사가 3권이 나왔는데 돈이 없다. ㅠ.ㅠ 훌쩍.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3dragon.net), 청어람(chungeoram.net), 드림워커 (drwk.com), 조아라(ujoa.com), 하이텔 Pmc(http://pmc.hitel.net/drezzit) 제국평의회 (http://endsad.zio.to/)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1장 배신 (1) 2003-09-18 09:58 코멘트0 추천1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11화. 배신. 아넬리안 황비마마? 으음…………. (30분뒤). 내 주인. 내가 살아가는 이유. …… 더 해야되?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크레센트 제국 정보부를 총괄하는 카렌 경과의 대담중. - 주. 앞으로… 또 카렌경과 대담을 할 기회가 온다면 소설책이라도 하나 가 져와야겠다. - 대륙력 995년. 가을. 수도근교 미노스 백작가의 저택. - 끼이익…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고 밀자 고풍스러운 백합문양이 새겨져있는 나무문이 작은 소리를 내면서 스르륵 열렸다.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서 방안 을 들여다보니까 새하얀 휘장이 쳐져있는 큰 침대가 눈에들어왔다. "누구? 아넬리안양에요?" "네에. 들어가도 될까요?" "물론이에요. 예니?" "네. 작은 마님." 침대가에 앉아있던 예니라는 시녀가 휘장을 걷어젖혔다. 그러자 몇달만에 보게된 여인이 침대에 누워서 날 보며 웃어주었다. 내가 조심스러운 발걸음 으로 안으로 들어가자 그 시녀가 침대가에 의자를 가져다 주고는 자리를 비 켜준다. 흠… 역시 교육을 잘받은 시녀들은 일을 알아서 한다니까. "이리 가까이 오세요." 그녀의 말에 난 방안을 슬쩍 둘러보면서 침대가로 걸어갔다. 방한 구석에는 벌써 아기 요람이나 천정에 메다는 장난감들이 쌓여있었고 벽면에는 비젠 신 의 신물이 걸려있다. 방안에는 화분이랑 꽃병들이 테이블이나 벽난로위등을 점거하고 있어서 그런지 꽃 향기가 코를 찌른다. 흠. 이게 산모의 방이라는걸 까? 왠지 낮선걸? "방안이… 화사하네요. 꼭 꽃밭에 들어온것 같아요." "후훗. 요즘 기분이 조금 우울해서 어머니께 떼를 써서 꾸민거에요." 헤에… 요즘같은 가을날씨에 꽃이라니. 저 남방의 국가 아리츠반이나 되어 야 아직도 꽃을 구할수 있을텐데. 아니다 온실에서 재배할수도 있구나. 온실 제작비가 어마어마하게 비싸긴 하지만… 왕실과도 연을 맺고 있는 미노스가 라면 못할것도 없겠지. 그나저나 이거 꽤나 어색한걸? 뭐라고 말을 해야하 지? "저어… 몸은 괜찮으세요?" "호호. 그럼요. 씩씩한거 빼면 시체인걸요." 힘겹게 몸을 일으킨 엘린님은 양팔을 들어보이며 웃었다. 하지만 양볼이 움 푹 들어간 모습이나 왠지 모르게 그늘진 눈가를 보고 있으니 별로 괜찮아 보 이지는 않는걸? 거기다 이불을 덮고 있는데도 불룩하게 솟아있는 배를 보니 나도모르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속생각이 내 얼굴에 드러났는지 연 신 웃는얼굴이던 엘린님이 오른손으로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사실… 요즘은 조금 힘들기도 해요. 우리 그이도 일때문에 멀리 떨어져있고 몸도 이래서 저택밖으로 나가본지도 꽤 오래되었거든요." 엘린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조금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평소보다 배는 튀어 나온 둥근 배를 손으로 쓰다듬는 그녀의 옆얼굴은 곁에서 보고 있는 나까지 도 우울한 기분이 들정도로 쓸쓸해보였다. 아아… 브래드릭 왕자라도 옆에 있어주면 좋을텐데 말이야. 하여간 남자들이란 다 이모양이라니까. 정말 필요 할때 옆에 있어주는 남자가 몇이나 되겠냐마는… "그래도 힘내셔야죠. 이제 예정일도 얼마 안남았다면서요?" "네. 산파가 이달말이나 다음달쯤이라고 했으니까 그때까지 힘내서 견딜거에 요. 우리 그이처럼 씩씩한 사내아이였으면 좋을텐데… 후훗." "두분을 닮은 씩씩한 사내아이일거에요." "어머? 그말 좀 이상한걸요? 전 이래뵈도 연약한 숙녀랍니다." "에이~ 전직 기사후보생이었으면서… 안믿어요. 안믿어." "호호호. 그것도 다아~ 옜날 이야기에요. 지금은 평범한 아낙네인걸요." 의식적으로 크게 웃는것 같은 엘리님은 겉으로는 씩씩한척 했다. 하지만 속 으로는 힘들어 하는것 같아. 난 그렇게 느꼈다. 역시 아이를 낳는 일은 생각 보다 고되고 힘든일인가보다. 나야 아직 아이를 낳아본적이 없으니 모르지만 말이야. 오랫만에 나를 만나서인지 아니면 이야기 상대를 얻어서인지 말이 많아진 엘리님과 이야기 - 주로 로이드에 대한 험담이었다 - 를 나누고 있 을때였다. 똑똑 하는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로이드 왕자가 방안으로 불쑥 들어와서 내게 손짓했다. "아넬리안." "네. 전하. 무슨일이에요?" "다들 모였다. 내려와." "예. 엘린님 조금있다가 다시 올께요." 난 살짝 고개숙여 보이면서 그렇게 말했다. 약간 아쉬운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엘린님은 내게 손을 흔들어보이며 문가에서 기다리고 있는 로이드 왕자 에게 빨리 가보라고 속삭였고 난 그녀의 조언에 따라서 그에게 다가갔다. 뭐 가 그리 불만이 많은지 연신 툴툴대는 로이드 왕자에게 다가가자 그는 엘린 님에게 대충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하면서 내 팔을 잡고 방을 나왔다. 정말… 자기 형수님뻘 되는 분에게 너무 한거아니야? 아무리 왕자라지만… 뭐… 왕 자니까 다 용서되겠군. 우리가 왜 여기 있냐하면… 사실은 근 두달가까이 랭스턴 영지에서 유유자 적 놀고있다보니 국왕폐하의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해서였다. 공식적 으로 난 긴 여행 - 어디가 긴 여행인지는 모르겠지만… - 으로 병이나서 산 좋고 물좋은곳에서 요양하고 있는것으로 되어있다. 거기다 로이드 왕자도 아 예 랭스턴 영지에 눌러앉았으니 걱정이 됐나보다. 거기다 브래드릭 일왕자는 마틴 삼왕자가 왕세자자리에 등극하면서 공식적으로 왕자의 자리를 내주고 왕가의 친척이 되었으니 로이드 왕자가 일왕자가 된것이다. 그말은 곧 내가 일왕자비가 된다는것이고 국왕폐하께 손주 - 물론 손자(!)겠지 - 를 안겨줄 수 있는 유력한 후보가 되었다는 뜻. 이래저래 관심이 쏠리는 내가 왕성을 나가있으니 걱정이 되었는지 우리를 왕성으로 불렀다. 그게 두달만의 일이니 로이드 왕자의 무심함이 어디서 유전된것인지는 보나마나 뻔하지 뭐. 그래서 랭스턴 영지를 떠나 왕성으로 향하던중 엘린님의 출산일이 얼마남지 않은걸 깨닳은 내가 우겨서 미노스가로 들어온것이다. 국왕폐하께는 조금 미 안하지만 왕성에 들어와서 처음 사귄 분인데 인사라도 하고 가는게 예의 아 니겠어? 거기다 소문을 들어보니 브래드릭 장군 - 이젠 중앙군을 맡고 있는 장군으로 임명되었다. 작위는 자작이지만 미노스가를 물려받으면 백작이 되 고 또 왕실의 인척이니 직위가 높은 귀족도 함부로 못한다나 뭐라나. - 도 한창 케센과의 국경분쟁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서 엘린님을 보러도 자주 못온다니 더욱더 와봐야지. 저택 1층의 홀로 내려와보니 처음보는 열댓명의 귀족들과 숙녀들이 모여있 었다. 게다가 홀 한구석에는 처음보는 여자와 포도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 고 있는 덴도 눈에 들어왔다. 저녀석 그새 수작부리고 있는건가? 에린이 알 면 또 눈물바다겠군. 나야 상관없지만 말이야. 그나저나… 흐음… 이름은 잘 기억못해도 한번본 얼굴은 다시보면 잊지않을 정도로 기억력이 나쁘지는 않 은데 여기 있는 귀족들중 안면이 있는 귀족은 단 한명도 없는것 같은걸? "내려가지" "예. 전하" 2층의 계단에서 로이드 왕자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중앙 홀로 내려갔다. 그 러자 단번에 나와 로이드 왕자에게 모여있던 귀족들의 시선이 쏟아져내린다. 이렇게 집중된 시선을 받는게 얼마만이냐. 참으로 오랫만이구나. 우리가 계단을 타고 홀 중앙으로 내려오자 귀족들 사이에서 부부로 보이는 중년의 귀족이 우리들 앞으로 걸어왔다. 음? 아! 알겠다. 이 분들이 바로 엘 린님의 부모님이 되겠군. "조촐한 자리에 빛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전하" "그대는?" "전 데윈 드 미노스. 이쪽은 제 아내인 엘비아입니다." "아아. 미노스 백작. 이렇게 초대해주고 환영까지 해주니 나야말로 고맙소" "영광이옵니다. 전하." "그리고 이쪽은 내 아내인 아넬리안이요." "뵙게되어서 영광이옵니다. 왕자비 마마" "저야말로 이런 귀한 자리에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미노스 백작 각하" 난 생긋웃으면서 답했다. 하지만 문제야 문제. 로이드 왕자에게 고개를 숙이 며 예를 표하는 미노스 백작. 그런 백작의 예를 받으면서도 이 로이드 왕자 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단지 고개만 한번 끄덕인뒤 턱을 치켜들며 오만한 표정 - 그저 무표정하게 서있는것뿐이지만 그게 더 남들을 깔보는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 을 지었으니 말이야. 이것참… 미노스 가라면 로이드 왕 자의 형님인 브래드릭 장군의 외가인데. 이거 너무 거만하게 구는거 아니야? 실제로도 로이드 왕자의 태도를 본 몇몇 나이든 귀족들이 살짝 눈쌀을 찌푸 리며 자기들끼리 수근거리는게 보인다. 이래서 사교적이지 못한 귀족은 안된 다니까. 그럴생각이 없어도 남에게 비치는 자신의 태도를 생각해야지. 이런건 사교술의 기본 아니야? 정말… 믿는게 있는건지 아니면 아무생각 없는건지 모르겠다. 홀안의 온도가 몇도는 내려간것 같다. 에휴… 이게 다 로이드 왕자 때문이 라니까. 내가 속으로 자기를 욕하고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로이드 왕자는 저택 주인과 인사를 나눈뒤 혼자서 티 테이블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그리고 는 테이블 앞에 팔짱을 낀채 서서 발을 탁탁 구른다. 저 꼴을 한마디로 표현 하자면 오만방자. 두마디로 표현하라고 하면 안하무인이라고 하겠다. 누가 왕 자 아니랄까봐 저렇게 거만하게 굴까. 아니… 로이드 왕자는 원래 저렇지… 자기가 남을 무시하는줄도 모르는 사람이니까 말이야. 알고 있다해도 귀찮아 서 아무말 안할 인간이니… 에휴… 별수있나 뒷수습은 내가 해야지 뭐. "전하께서는 마차여행이 마음에 안드셨나봅니다. 정말 실례가 많군요.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마마. 이왕자 전하의 당당한 모습. 정말 사내다우십니다. 하하하" "이해해 주시니 정말 다행이네요." 뭐가 당당하고 사내다워? 에이… 입에 발린 말이라해도 저 무뚝뚝함의 대명 서가 사내답다고 하다니…. 저런게 사내다운거라면 달콤한 말로 여자들을 유 혹하는 바람둥이들은 모조리 멸종당하겠군. 난 백작부부에게 실례하겠다고 정중히 말한뒤 시종이 타온 홍차를 마시고 있는 로이드 왕자에게로 발길을 옮겼다. 백작 부부를 뒤로 하고 가는동안 귀를 쫑긋이며 들으니 아니나 다를 까 너무 거만하네. 아무리 왕족이지만 너무하네. 등등의 불만이 몇건씩이나 접수된다. 으음… 하긴 나라도 로이드 왕자의 언행을 상대하고 있으면 답답 하고 짜증나는데 오늘 처음 본 이들이라면 더 말해서 뭣할까? 그나마 신분과 지위가 있어서 등뒤에서 흉보는 정도이지 그것도 안되었으면 아예 대놓고 망 신을 줬을거다. "자. 여기" "…고마워요. 전하" 내가 다가가자 기다렸다는듯이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찻잔을 내게 내민다. 이 바보같은 남편녀석아! 이렇게 내게 보이는 호의의 백분의 일만 다른 귀족 들에게 보여줘보란 말이다! 아으으으!!! 속터져!!! 원래 이런 티 파티는 정원에서 이루어지는게 기본이지만 오늘은 날씨도 안 좋고 또 산모가 있는데 정원에서 시끄럽게 굴면 그도 예의가 아닌지라 이 저 택안의 홀에서 하게 된것 같다. 티 파티인만큼 도수가 낮은 포도주나 각종 차들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여기 모인 귀족들은 이미 방금전의 일은 벌써 잊 었는지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며 끼리끼리 모여서 대화의 꽃을 피우고 있다. "…하암" 심심해라. 이 홀에 처음 들어왔을때는 시선집중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벽 에 걸린 장식품 신세가 되었군. 이게 다 로이드 왕자 때문이라고. 처세술이라 곤 눈꼽만큼도 재능이 없으면서 - 이건 성격문제이니 나도 포기했다 - 왜 내게 말을 건네는 젊은 청년 귀족들을 쫓아버리는거냐고? 응? 젊은이들은 나이든 귀족들보다 열정적이고 진취적인지라 득실을 따지고 움직이는 늙은 너구리들보다 이용해먹기가 얼마나 쉬운데! 좋아. 그건 다 좋다고. 그래도 명 색이 남편이니 내게 말을 건네는 남정네들이 눈에 거슬려서 질투하는건 그렇 다고 해주지! 하지만! 왜 보석이며 드래스를 화제삼아서 내게 접근하는 귀족 가의 여식들까지 무시무시한 눈초리로 노려봐서 쫓아버리는거야?! "…왜?" "아니에요. 전하. 아무것도…" "흠…" 내가 자기를 바라보는건 귀신같이 알아채는군. 에에잇! 평소같으면 지루하 다면서 잽싸게 홀을 빠져나가던 인간이 오늘은 왜이래? 아주 내옆에 찰싹 붙 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하잖아! 이래서야 어떻게 즐겁고 보람찬 사교활동을 해나가냐고! 지금 여기서 내가 할수 있는건 그것뿐인데 말이야. 하여간… 도 움이 안된다니까! 그뒤로 30분을 더 머물렀지만 결국 내가 먼저 항복하고 말았다. 평소엔 얼 굴만 내비치고 잽싸게 사라지던 로이드 왕자였는데 이젠 내뒤를 졸졸 따라다 니면서 괜히 무게만 잡아서 다른 귀족들을 다 쫓아버린다. 그러면서도 입에 서는 연신 지루하다는 말을 내뱉으니… 으휴… 그래. 졌다 졌어. "피곤하신가요? 전하?" "…조금" "그럼 올라가죠." "응. 가자" 아주… 노골적으로 좋아죽겠다는 표정이로군. 하아… 정말 두손 들었다. 난 고개를 절래절래 저은뒤 미노스 백작 부부에게 다가가서 다시금 초대해 줘서 고맙다고 정중히 인사한뒤 계단가에서 기다리고 있는 로이드 왕자에게 돌아 갔다. 덤으로 얼굴이 동글동글한 아직 미숙해보이는 소녀를 꼬시고 있는 덴 에게 ''뒷처리해''라는 말을 남기는걸 잊지않았다. 이봐 덴. 아니 워렌 자작 취 미 생활을 즐기는건 뭐라고 안하겠지만 우선 일부터 하란말이야. 일부터. 로이드 왕자의 팔에 이끌려 2층으로 올라온 나는 방으로 돌아가 쉬자는 그 의 말을 과감히 무시하고 엘린님이 누워있는 방으로 향했다. 이런 내 결정에 로이드 왕자가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지만 그런 잡음을 과감히 무시해주는 데는 이제 이력이 났단 말이야. 그리고 내 예상대로 입으로는 투덜대면서도 로이드 왕자는 내뒤를 잘만 따라온다. 훗. 문앞에 서서 노크를 하니 안에서 ''들어와요''라는 답변에 들려왔다. 이에 내 게 문을 열고 안으로 고개를 내밀자 침대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던 엘린님 이 정말 기쁜듯이 웃으면서 내게 말을 걸었다. "어머나… 아넬리안 양. 정말 다시와 줬네요?" "온다고 했잖아요. 들어가도 될까요?" "물론이죠. 예니 차 한잔만 더 내오겠니?" "예. 작은 마님" 엘린님의 시녀는 공손하게 일어서서 대답했다. 하지만 내뒤로 겸연쩍은 표 정으로 들어오는 로이드 왕자를 보자 ''두잔 가져오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방을 나갔다. 흠… 에린에게 보여주고 싶은 광경인걸? 에린아 에린아. 너도 좀 보고 배워라. 바보라도 계속 보고 들으면서 배우면 좀 나아질까? 에이. 이 런 잡생각은 그만둬야지. 난 웃는얼굴로 엘린님에게 다가가서 아까전 예니라 는 시녀가 앉아있던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내뒤까지 쫓아왔던 로이드 왕자 는 자신이 앉을 의자를 찾다가 방 중앙에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보고는 고민 에 빠진 눈치였다. 아마도 자기가 의자를 가져다 앉기는 자존심이 상하고 그 렇다고 혼자만 침대가에서 떨어져 있자니 그것도 마음에 안들고 이러지도 저 러지도 못하는듯하다. 훗. 엘리님의 시녀인 예니가 차를 들고 오려면 앞으로 5분은 걸릴껄? "전하." "음… 으응?" "여자들끼리 할이야기가 있는데요… 죄송하지만…" "……" "전하?" "…마침 저기 책장이 있군." 그렇게 말한 로이드 왕자는 나와 엘린님의 시선을 피해서 방 한구석에 마련 되어 있는 작은 책장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는 책 제목을 몇번 훓어본뒤에 책한권을 뽑아서 엽구리에 낀뒤 테라스로 나가버렸다. 뭐… 방안에 있어도 되는데 말이야. "후훗. 로이드 전하께서도 우리 그이처럼 부끄러움을 많이 타나보네요" 천하의 로이드 왕자가? 설마… 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전혀 아니에요. 오히려 당황하고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걸요. 워낙 말이 없고 표정이 변하지 않는 분이라 가끔은 답답하고 불편하다고요." "그래요? 하긴 로이드 전하께서는 너무 표정이 없죠. 힘들겠네요. 아넬리안 양" "맞아요! 정말이지… 제가 전하랑 같이 사교회장에 나가기라도 하면 안의 분 위기가 엉망이 된다니까요. 다가오는 귀족들은 모조리 내쫓아버리고 제게 말 이라도 걸어볼 요량으로 다가서는 사람들은 남자건 여자건 가리지 않고 다 쫓아버리니 말이에요. 정말 두손 들었다니까요" "후후훗. 우리 그이도 정말 질투가 심해요. 가끔 제게 호의를 가지고 다가오 는 남성분이 있으면 눈을 부릅뜨고 노려본다니까요. 이건 왕가의 유전이 아 닌지 모르겠어요. 호호호" "그래도 그런 모습이 참 귀엽죠?" "푸훗. 정말… 어린애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이 그런 짓을 하니 정말 꼴볼견이 죠. 하지만 또 그런점이 귀엽지 않아요?" "맞아요. 가끔은 제가 강아지를 키우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진다니까요" "우리 그이도 가끔 제가 화나 있을때 주위 사람들을 물리고 제게 아양을 떤 다니까요. 그 큰 몸집이 제게 달라붙어서 애교를 부리니 보통은 징그러워야 하는데…" "하는짓이 귀엽죠? 그쵸?" "맞아요! 호호호. 정말이지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다니까요." 엘린님은 정말 기분이 좋은지 입가를 살짝 가리면서 웃었다. 음… 대충 185cm가 넘는 근육질의 거구가 여인에게 달라붙어서 애교를 떤다라… 왠지 상상하기가 끔찍한걸? 우리 로이드처럼 섬세해보이는 미소년도 아니고… 하 지만 주위사람들을 물리고 그런짓(?)을 한다니 그래도 생각은 있나보네. 그 때마침 시녀가 찻잔이 든 쟁반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엘린님의 빈 찻잔을 채워주고 내게 따끈한 홍차를 건내준 시녀는 곧이어 로 이드 왕자에게 차를 내어간뒤 의자를 가지고 테라스로 나갔다. 아아… 저 시 녀 정말 에린이랑 바꾸고 싶어. 시녀가 다시 방을 나가자 테라스 쪽에서 검 은 머리를 휘날리는 얼굴이 방안을 빼꼼히 들여다 보고 있는게 우리들 눈에 들어왔다. 방이 꽤 넓은데다가 - 40평은 족히 된다 - 남편들을 흉보는거라 가까이 앉아서 속삭이듯 말했으니 엿듣지는 못했을것이다. 그런데도 저렇게 귀를 귀울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킥…" "푸후후…" 나와 엘린님이 누가 먼저랄것 없이 고개만 안으로 들이밀고 있는 로이드 왕 자를 보고 웃자 그는 툴툴거리면서 다시 밖으로 나가버렸다. 푸훗. 이것도 크 레센트 왕가의 유전인가? 정말 귀엽게 논다니까. 우리는 연신 킥킥거리며 웃 었다. 그러다가 엘린님의 배를 보게 되었다. 아까는 누워 있어서 그런지 배가 그리 크게 보이지 않았는데 이렇게 앉은 모습으로 보니까 엄청나다. "…만져볼래요?" 내가 아랫배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엘린님이 내게 물었다. 이에 난 고개를 끄덕였고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서 만져보았다. 응? 생각보다 단단하네? 난 물렁물렁 할줄 알았는데. "딱딱해요." "후훗. 소중한 아기가 들어있으니까요. 행여나 다치거나 하면 안되잖아요" "음…그래도…" 뭐랄까… 예전에 봤을때는 내가봐도 아름다운 몸매였는데… 지금은 배가 불 룩하게 튀어나와서 솔직히 좀 이상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엘리님이 배를 쓰다듬으면서 웃는 모습은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올정도로 아름답다. 저 미 소가 말로만 듣던 어머니의 미소라는걸까? "지금 행복하세요?" "응? 으음…" 내가 불쑥 이상한 질문을 하자 엘린님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고 민은 겨우 차 한모금 마실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행복해요. 물론 임신하고 나서 불편한것도 많지만요. 그래도 우리의 아기가 얼마 안있으면 태어날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두근해서 잠을 못이룰때도 있는걸요" "헤에… 정말 행복해 보이시네요. 근데요. 임신하면 어떤점이 불편해요?" 음… 이런거 물으면 안될까? 뭐… 나도 언젠가 겪어야하고 주변에 이런걸 물어볼 사람도 없으니 이기회에 미리 알아둬야지. 요즘 로이드 왕자가 밤에 자꾸 달라붙는걸 보면 나도 그리 멀지않은것 같단 말이야. 으음… 싫지는 않 지만… "음. 우선… 입덧이죠. 뭐. 전 저희 어머니께서도 두손 드실 정도로 입덧이 심했어요. 어제까지 잘먹던 것도 오늘은 도저히 헛구역질이 나서 못먹기도 하고 괴상한 음식들을 가져다 달라고 떼쓰기도 하고요. 후훗. 전에 한번은 하 인들이 먹는 보리죽이 왠지 먹고 싶어서 한참을 떼써서 먹었다니까요. 지금 은 먹으래도 못먹을것 같은데 그때는 왜 그렇게 맛있던지…" "헤에…" "거기다 배가 불러올수록 몸은 쉽게 지치고… 요즘엔 몇발짝만 걸어도 숨이 차서 움직이기도 힘들어요." "정말 고생이겠네요." "그뿐인가요. 출산일이 다가올수록 소변은 자주 마렵지 변비는 심해지지. 정 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니까요. 이런데도 우리 그이는 돌아오기만 하면 제겐 안부도 안묻고 제 배에 귀를 댄채 아기한테만 정신이 팔려있어요. 가끔 은 아기한테 질투도 난다니까요. 정말… 남자들은 우리같은 여자들이 어떤 고생을 해서 아기를 낳는지 관심도 없는것 같아서 속상해요." "음음. 그마음 이해할것 같아요. 음…" 솔직히 아직 난 그런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남자들의 무심함이 어디 갈까? 이건 임신해도 별수없나보다. 하아… 왠지 나 자신이 없어지는걸? 이 런 내 표정이 얼굴에 드러난걸까? 갑자기 엘린님이 내 손을 두손으로 꼭 붙 잡고 싱긋 웃으셨다. "그래도 전 행복해요. 그 고생을 했고 또 출산할때 굉장히 힘들다고 하지 만… 그래도 행복해요. 왜냐하면 이 아기는 우리 그이의 아이이거든요. 그 생 각만하면 이런 제 고생쯤은 백번 천번이라도 감수할수 있을것 같아요. 후훗" "……" 엘린님의 순수한 미소를 보고 있자니 왠지 내 자신이 초라해지는것 같다. 난 이기적인걸까? 그뒤로도 우리는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오랫만에 말동무가 생겨서 인지 엘린님은 정말 즐겁게 대화를 나눴고 나도 많은걸 알게되어서 즐거웠 다. 하지만 엘린님이 금세 피곤한 기색을 내비쳤기에 나는 그만 인사를 한뒤 여기 온 목적도 잊고 책에 열중하고 있는 로이드 왕자를 데리고 방을 나왔 다. 4층 복도끝에 마련된 우리방으로 돌아오자 방안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 도대체 밤에 뭘하는거냐고! - 에린이 우리가 안으로 들어서자 급히 일어서며 우리들을 맞았다. "다…다녀오셨습니까? 마마. 차를 준비할까요?" "아니야. 됐어." 난 그렇게 말하면서 로이드 왕자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도 차는 필요없는지 작게 고개만 저었기에 난 방 한구석에 있는 화장대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전 신 거울이 달려있는 화장대앞에 선 나는 얼굴에 바르고 있던 백분을 물수건 으로 닦아내고 에린의 시중을 받으며 화장을 지운뒤 목걸이며 팔찌, 반지 같 은 악세사리를 보석함에 넣었다. 그리고 거울로 의자에 앉아서 축늘어져있는 로이드 왕자를 한번 힐끔 본뒤에 욕실로 들어가서 간편한 드래스로 갈아입었 다. 아무리 남편이라지만 남자앞에서 옷을 벗어제치는 천박한 짓은 아무래도 못하겠거든…. 세수까지 끝마치고 수건을 찾았는데… 없네? 이런… 에린 녀 석! 정말이지… "에린!" "네에~ 마마. 지금… 곧…" 뭘하는거야? 정말이지… 시녀로써는 빵점이라니까! 신경질이나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몰골로 욕실 밖을 내다보니 로이드 왕자가 에린을 세워놓고 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리고 뒤로 물러선 다. 그러자 수건을 가슴에 안은채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에린 녀석이 급히 내게 달려와서 수건을 내밀었다. "뭐야?" "저…그게…" "일 똑바로 하란말이야. 자꾸 꾸물거리면 로세니아로 보내버릴꺼야" "죄…죄송합니다. 마마. 저어…" "할말있어?" "아…아닙니다." 뭐야. 정말… 이녀석이 내눈밖에 날려고 발악하는건가? 확 밀푸대에 집어넣 고 붉은 리본으로 장식한뒤에 로세니아로 가는 상단에 맡겨버릴까보다. 뭐… 그건 나중에 고려해보기로 하고 대충 씻은 내가 욕실을 나서자 방문앞에 서 있던 에린 녀석이 갑자기 밖으로 나가버렸다. 저녀석은 또 왜 저래? 응? "…아넬리안" "네? 전하? 하실 말씀이라도?" "으응…" 왜 갑자기 저렇게 쑥쓰러워하면서 슬금슬금 다가오는거야? 거기다 에린 녀 석은 왜 갑자기 나가버리고… 으응? 뭔가 불길한 예감이… "저…전하? 에…에린은 왜 나간거지? 잠시만요. 저좀…꺅!"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자리를 피하기 위해 내가 방문쪽을 향해 몸을 돌리자 갑자기 로이드 왕자가 뒤에서 날 껴안았다. 놀랬잖아! 갑자기 왜 이 러는거얏! "저…전하…" "나…" 응? 왠지 힘이 없는 목소리인걸? 갑자기 이 왕자가 왜 이러지? 뭘 잘못 먹 었나? 날 뒤에서 껴안은 로이드 왕자는 내 어깨위에 턱을 올려놓더니 양팔로 내 목을 살며시 감싸면서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대고 작게 속삭였다. "지금까지… 브래드릭 형님에게 부러운게 없었는데 말이야" "네에… 저기…" "그런데… 오늘 형수를 보고 조금 부러웠어. 형님은 얼마 안있으면 아버지가 되는거겠지?" "그…그렇겠죠" "부러워…" 그런말을 중얼거리면서 왜 팔에 힘을 주는거얏! 숨막히잖아! 우와아악! 매 우! 심히! 무척! 당황스럽다아!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지? 그냥 뿌리치고 화내 버려? 아니면 바닥에 패대기 쳐버릴까? "후우…" "웃…" 귓가에 대고 한숨쉬지마! 소름돋…는건 아니고. 뭐야! 기분이 이상해지잖아. 얼굴로 피가 몰리는지 화끈거리며 달아오른다! 거기다 등뒤에서 남자가 껴안 고 있으니까 기분이 묘해진다. "아넬리안…" "네…네에…네…" 목소리까지 떨리잖아. 어쩌지? 어떻게 해야하지? "나… 아니 나도 아버지가 되고 싶어. 우리 아기 만들자." 쿠궁… 이게 무슨 허공에 날벼락 떨어지는 소리야? 가…갑자기 이 남자가 왜이러는거지? 설마… 이것때문에 에린녀석을 내쫓은건가? 우욱. 이거 잘못 걸린것 같다. "저기…전하…" "응? 왜?" "저기… 지금은 낮이고… 또 여긴 저희 방도 아니잖아요. 네? 그리고 아직 아기를 가지기엔 너무 이른것 같지 않나요?" "뭐가 일러? 형님도 결혼 1년만인걸?" "하…하지만 그분하고 전하는 아홉살이나 차이가 나잖아요" "아기 만드는데 나이가 상관있어? 나도 그정도는 들어서 안다고! 왜? 싫은거 야? 내가 싫어?" "아…아니에요. 그런건 아니지만…" 난 작게 고개를 저으면서 발을 내밀어 한발짝 앞으로 나갔다. 그러자 날 당 황스럽게 만든 이 왕자 녀석은 아예 체중을 가뜩 실어서 내게 메달렸다. 속 바지 덕분에 별로 무겁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 오히려 가벼웠다. 단숨에 벽 에 내동댕이 칠수 있을정도로 - 나보다 한뼘은 더 큰 사내가 메달리자 숨이 막혀오고 답답했다. "싫은게 아니라면 내가 말한대로 해줘. 당신은 내 아내잖아." "하지마안…" "하아아…" 끼아아악! 하지마! 하지마! 귓가에 뜨거운 김을 내뿜지마! 귓구멍으로 바람 넣지마! 싫어! "꺄아… 그…그만두세요! 제발…" "싫어!" 내가 진저리치며 몸을 떨면서 부탁했는데도 불구하고 망할 왕자는 오히려 더더욱 내게 메달려서 날 괴롭게 만든다. 아아아아… 나… 이제… 더이상 은… 더이상은… 못참아!!! "하지 말라면…좀!!!" 나도 모르게 숙이고 있던 허리를 쭉 폈다. 그리고 양팔을 뒤로 돌려서 로이 드 왕자의 어깨쭉지를 힘껏 붙잡았다. 그리고 난 악을 쓰면서 허리를 굽히며 양팔에 힘을 주며 앞으로 당겼다. "하지 말란말이에요!" "우아아아악!!!" 콰당… 내 등뒤에 메달려 있던 로이드 왕자가 허우적거리면서 바닥에 볼품 없이 부딪쳤다. 뭐… 나도 사정을 봐줘서 양손을 놓지 않고 있었기에 머리를 부딪치지는 않았지만 왕자의 양 발목은 그대로 양탄자바닥에 강하게 부딪쳤 다. 헹… 힘조절을 했으니 크게 다치지는 않았겠지만 굉장히 아플거다. "우으…" 내가 잡고있던 어깨죽지를 놔주자 로이드 왕자는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 면서 발뒷꿈치를 부여잡고 눈물을 찔끔찔끔 흘려댔다. 아아… 저 몰골을 다 른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무표정과 무관심의 대명사인 로이드 왕자 사실은 색만 밝히는 푼수다! 라고 대문짝만하게 써붙일까? 지금 심정같아서는 진짜 그렇게 해버리고 싶다. 하아아… 그를 떨쳐내고 나니까 다리에 힘이 풀린다. 방안에 침묵이 찾아왔다. 바닥에 대자로 누운 로이드 왕자가 가끔 신음소리 를 내거나 씩씩거리기는 했지만 난 그걸 몽땅 과감히 그리고 깔끔하게 무시 한채 침대가에 팔짱을 끼고 앉아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한마디로 외면해버린 거다. "끄으응…" 옆에서 로이드 왕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음… 이거 너무 심하게 던져 버린거 아니야? 진짜 크게 다쳤으면 어쩌지? 닐크 말로는 잘못 던지면 허리 나 다리뼈가 부러지거나 해서 중상을 입기도 한다고 하던데… 에이… 설마. 아무리 세게 던졌어도 양탄자위였고 또 마지막엔 옷자락을 잡아줘서 그렇게 심하게 다칠정도는 아니었다고. 저건 엄살떠는거야! 맞아! 괜히 불쌍해 보이 려고 저러는 걸꺼야. 하지만… 진짜 아파서 그러는거면… "끙… 너무하잖아. 이건…" 혼자서 생각에 빠져있다가 로이드 왕자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려보니 힘겹게 몸을 일으킨 왕자가 발을 절뚝이면서 침대가로 걸어왔다. 저런 모습을 보니… 조금 불쌍하다. 내가 너무 심했나? "다 자업자득이에요. 흥" "…쳇" 내가 조금 심했던것 같지만 모든 원인은 로이드 왕자가 저지른 짓 때문이니 난… 미안할거 없다고. 음… 조금은 미안하지만… 아니야! 뭐가 미안해? 당 연히 받아야할 벌이지! 흥이다! 내가 팔짱을 낀채 외면해버리자 로이드 왕자 는 더이상 덤빌생각은 못하는지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서 발목을 주무르면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되? 내가 요구한게 그렇게 부당한거야? 응?" "……" "아넬리안!" 호오… 화나셨나보네? 정작 화내야 하는게 누군데? 난 로이드 왕자가 내 이름을 부르자 기다렸다는듯이 고개를 돌려서 그를 노려보았다. 잠시동안 그 와 내가 상대를 노려보는 눈싸움을 시작했지만 얼마지나지 않아서 지은죄가 많은 로이드 왕자는 고개를 떨궜고 이에 난 더욱더 턱을 치켜세우면서 그를 내려다봤다. 그런데… 저 축쳐진 어깨를 보고 있으니 괜히 안아주고 싶고 달 래주고 싶어지네. 하아… 정말이지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다. "전하." "으응…" "잘못하셨죠?" "응… 미안. 하지만 난 정말로 아기가 가지고 싶어.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에휴… 애가 애를 낳아서 키우겠다고? 꼬맹이면서 벌써부터 아버지가 되고 싶다니 세상 말세다 말세야. 하긴 남자나이 열여섯이면 전쟁에도 나갈 나이 이니 어린애라고 할수도 없지만… 그래도 내가보기엔 아직도 십년은 더 커야 될 어린애라고. 흥! "저도 전하의 마음은 이해해요. 하지만 전하는 세가지 실수를 하셨어요. 뭔지 아시겠어요?" "그…글쎄… 미안." "잘들어요. 다음에 또 그러면 저 정말로 화낼거에요. 아셨죠?" "으응" "첫째로 여긴 저희 집이 아니에요. 그것도 전하의 형수님이 계신곳이라고요. 친척집에 방문해서 일을 벌이다니. 아무리 천박한 하급귀족이라도 그런짓은 안해요." 내말에 로이드 왕자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심야에 벌어지는 무도회나 파 티도 아니고 그렇다고 초대받아서 방을 마음대로 쓸수 있는것도 아닌데 말이 야. 더군다나 사촌이 된 가문에 와서 일을 벌이다니 두고두고 험담거리로 남 게될껄? "둘째로 지금은 낮이에요. 아무리 난봉꾼이라고 소문난 바람둥이라도 이런 대낮에는 하늘이 부끄러워서 일을 못벌여요." "하…하지만. 낮이건 밤이건 상관없잖아." "상관있어요! 전하께서는 짐승이에요? 아니면 배우지 못한 무지렁이에요? 어 떻게 하늘에 태양이 떠있는데 그런 부끄러운일을 벌일수 있어요? 부부간의 사랑을 나누는건 검은 어둠이 태양을 대신한뒤에 조심스럽게 치루는거라고 요!" "그런…거야?" "그런거에요!" 난 강하게 긍정하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로이드 왕자를 윽박질렀다. 태 양 아래서 정사를 벌이다니! 그런짓은 수치심을 모르는 짐승들이나 하는짓이 라고! 대낮에 그런짓을 벌이고 어떻게 빛과 정의를 담당하는 비젠신을… 어? 이건 로세니아식 사고방식인가? 빛의 결집체인 태양은 비젠신의 상장이기도 하고 또 신 자체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로세니아에서는 아무리 부부라도 사랑을 나눌때는 빛이 서쪽으로 넘어간뒤에 치루도록 되어있는데… 여기서는 안그런가? 음… 하지만 역시 생각해보니 굉장히 부끄럽다. 이렇게 밝은데서 알몸을 보이다니 차라리 로이드 왕자를 때려눕혀버리는 편을 택할래. "저…아넬리안?" "네에? 왜그러세요?" "세번째는 뭐야?" "아! 맞다. 세번째요. 그건 간단해요. 남자는 술에 취하고 여자는 분위기에 녹 는다는 말이있죠. 디온 신을 섬기는 아리츠반의 속담인데요" "아! 알아. 그건 나도 책에서 봤어" "그럼 그 본걸 활용하시란 말이에요! 제가 달콤한 와인과 따뜻한 속삭임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도 이런곳에서 허락할까 말까인데! 그렇게 막무가 내로 요구하는게 어디있어요? 네? 그런짓은 막되먹은 불량배들이나 하는 짓 거리라고요!" "아…알았어. 미안" 흥! 아아… 조금은 속이 시원하다. 정말이지… 남편이라고 하나 있는게 너 무 하잖아! 이건… 정말 왕족 맞는지 의심스러워. 도대체 16년동안 왕성에서 생활하면서 뭘 배운거야? 왕실예법은 아는건지… 쯧. 한바탕 떠들고 났더니 마음은 후련해졌지만… 그 후련해진 마음 사이로 후 회가 밀려들어왔다. 저렇게 축쳐져 있는 로이드를 보고 있자니 조금 불쌍해 보인달까? 그도 나쁜 마음을 먹고 그런건 아닌데 말이야. 내가 조금 심했던 건 아닐지… 으음… 약간 미안해지는걸? 그때 축 쳐져 있던 로이드 왕자가 슬그머니 침대에서 발을 떼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터벅터벅 걸어서 문가로 향하는게 아닌가? "전하. 어디…가세요?" "응? 아니… 그냥… 여기 서고좀 구경하려고…" "휴우… 로이드 전하." 내가 긴 한숨을 내쉬며 부르자 로이드 왕자가 고개를 돌려서 나를 바라본 다. 아아… 저 뭔가를 갈구하는듯한 초롱초롱한 눈망울이라니… 이러면 또 마음이 약해지잖아. 에잇… 난 몰라! "이리오세요." 침대 옆을 툭툭치면서 말하자 순한양처럼 순순히 내말에 따라서 다가와서 다소곳하게 앉는다. 풋. 마치 엄한 예절 선생에게 잘못걸린 불쌍한 학생같잖 아. 아아… 난 마음이 너무 여린것 같아. 이래서야… "푸훗." "킥…" 그와 나 둘중 누가 먼저랄것 없이 거의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작게 키득거렸다. 그렇게 난 로이드 왕자의 얼굴을 보면서 한참을 웃어댔고 그 역 시도 나와 마찬가지로 입가에 미소를 건채 배를 잡고 웃었다. "푸후후… 우리가 왜 싸운거죠?" "몰라… 잊어버렸어." "후후. 전하." "응?" "안아드릴까요? 아니면 안겨드릴까요?" "…후자로 부탁해." "네에~" 난 내가 듣기에도 소름끼치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답한뒤에 그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로이드 왕자의 가슴팍에 몸을 맡겼다. 가끔은 뭐… 이런 날도 있 어야 하는법 아니겠어? 어…어라? 자…잠깐 얼굴은 왜 또 가까이 오는건데? 아직 포기 안한거였어? 아아앗… "흐웁…" 아아… 난몰라. 갑자기 이렇게 키스하는 법이 어디있어? 정말 로이드는 너 무하다니까. 난 모른다고 했으니까 이젠 될대로 되라지. 창밖을 내다보니 벌써 저녁때가 다되었는지 주홍색 노을이 지고 있었다. 하 아… 다리 저려…. 침대위에서 데굴거리며 내게 가끔씩 말을 건네던 로이드 왕자는 내 오른쪽 무릎과 왼쪽 무릎을 번갈아가면서 베고 누워서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이젠 아주 재미 들렸나봐. 멀쩡한 베게 놔두고 왜 이러는거 야. 발아프다고… 라고 말도 못하고. 죽을맛이다. "흐으음… 음음…" 내 무릎위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면 실실거리고 웃는 로이드 왕자를 보니 정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좋은가? 정말이지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할수 없다더니 그말이 딱 맞다. 지금 내 무 릎을 베고 있는 남자를 어느 누가 그 제멋대로이고 괴팍하며 무뚝뚝한 로이 드 왕자와 동일인물이라고 생각하겠어? 이건 아무리봐도 엄마한테 놀아달라 고 떼쓰는 어린애 수준이라고. 후우… 음? 설마… 이 남자… 혹시 날 어머니 대용으로 아는거 아니야? 다섯살도 안된 나이에 전왕비였던 어머니를 여의고 현 왕비밑에서 엄하게 교육받으며 컸다고 하던데… 국왕폐하는 정무로 바빴 을게 뻔하니… 어쩌면 지금 내게 보여주는쪽이 진짜 로이드가 아닐까?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해?" "음… 그냥요" "흐음…" 난 생각하다 말고 로이드 왕자를 내려다 보았다. 응? 왠 악동같은 미소? 그 때 뭔가가 내 가슴을 쿡찔렀다. 쿡? 으응? "……" "……" 나도 모르게 얼어버리고 말았다. 로이드 왕자의 오른손 중지가 내 가슴을 쿡 찌르고 있는것이다. 너무 황당해서 말도 안나오네… 멍하니 있던 난 로이 드 왕자가 또다시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짓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잽싸 게 그의 오른팔을 두손으로 잡았다. 이 응큼한 손목을 확 분질러 버려? 아니 지… 그런짓을 했다간 나도 혼나니까 안되지. 난 왼손으로 로이드 왕자의 손 등을 세게 내리쳤다. 찰싹. "아얏! 아파…" "…전하. 한가지만 물을께요." "응? 으응…" 난 미간에 주름을 잔뜩잡고 눈꼬리를 치켜올린 모습으로 그를 노려보며 - 여전히 내려다보는 자세였다 - 물었다. "아까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런 짓 누구한테 배운거에요? 솔직하 게 말하세요." "그게…" "흐음… 휴우… 혹시… 랭스턴 영지에 얹혀사는 디온의 프리스트들?" "어? 어떻게…" 하아아아… 정말 그런 녀석들이랑 어울려서 놀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크으윽! 빌어먹을 놈들! 감히 순진무구하고 천진난만한 남의 남편을 이지경 으로 만들어놔? 두고보자! 신의 프리스트고 뭐고 내 기필코 생각만 해도 몸 서리가 쳐질정도로 끔찍하고 잔인한 복수를 하고 말테다! 크아아아!!! -------------------------------------------------------------- 사랑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것. 때로는 둘중 한명이 먼저 앞으로 나아갈수 있지만 앞으로 나아간 이는 뒤쳐진 연인을 기다려주고 뒤쳐진 이는 앞서간 연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달려가는것. 이별은 마주보는 것. 잠시동안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지만 어느새 한쪽이 외면하고 상대의 어깨너머를 바라보게 되며 상대를 스쳐지나가며 서로의 반대쪽을 바라보는것. - By 술과 쾌락의 신 디온. ...말라가고 있어...아아...퀸즈 하트는 러브코메디였던가? 크아아악. 아니야! 이 건 전쟁물이란 말이야! 전쟁물이야! 끄아아악!!!(자아정체성 상실중) 아넬리안 : 내 순진하고 귀여운 남편 돌려줘! 능글능글하고 재수없는 중년 아저씨같은 로이드는 싫어! 가우군 : 시끄럿! 난 중년 아줌마같은 애인도 없어! 있으면 있는대로 살아! 로이드 : ...내 쿨하고 샤프한 이미지는 다 어디로 간거야? 저게 나야? 말도 안돼! 이것 거짓이야! 오오~ 신이시여! 어찌 제게 이런 시련을... 아넬리안&가우군 : 시끄럿! 입닥쳐!(합창) .....무념무상. 가우군 p.s N세대 판타지라고 해볼까? 아니면 N-연예 판타지나 N-감성 판타지라던 지... -_-a긁적.(농담인거 아시죠? -_-)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3dragon.net), 청어람(chungeoram.net), 드림워커 (drwk.com), 조아라(ujoa.com), 하이텔 Pmc(http://pmc.hitel.net/drezzit) 제국평의회 (http://endsad.zio.to/)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1장 배신 (2) 2003-09-19 19:54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누군가 내 어깨를 잡고 살짝 흔든다. 으음… 잘자고 있는데 누구야? 살며 시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보니 어두컴컴한 방안에 조그만 체구의 사람이 서 있다. "카렌?" "응. 시간됐어" "아아…" 벌써 그렇게 됐나? 하아암… 얼마 잔것같지도 않은데 말이야. 난 손을 들면 서 카렌에게 대답하며 몸을 일으켰다. 아니 일으키려고 했다. 내 품에 안겨서 자고 있던 로이드가 내게 찰싹 달라붙어서 깨우지 않고 일어나려니 걸리는게 많아서였다. "우웅…" 조심스럽게 내 허리를 감고있는 왕자의 팔을 풀어서 내려놓고 살며시 몸을 떼려하자 로이드가 작게 꿈틀거리면서 더욱더 내게 달라붙었다. 에휴… 정말 이지 나도 이짓 하려니 피곤하다. 그렇다고 낮에 일을 벌일수도 없고… 쯧. "얼마나 여유있지?" "…30분쯤." "그래? 알았어. 밖에서 기다려." 내말에 카렌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자아… 이제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이 귀엽고 징그러운 남편을 어떻게 떼어놓을 까? 그냥 두들겨 팬뒤에 바닥에 내던져 버릴까? 훗. 내몸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로이드 왕자를 억지로 떼어낸 나는 그에 게 두툼한 베게를 안겨주고 조용히 침대에서 나왔다. 침대를 빠져나와서 자 고 있는 왕자를 보니 자기 키만큼이나 커다란 베게를 온몸으로 껴안은채 뒹 굴거리고 있는 로이드가 보인다. 흠… 역시 잘때가 더 귀여워. 갑갑하게 엉겨 붙지만 않으면 더 좋은데 말이야. 뭐. 그정도는 마음 넓은 내가 이해해줄수 있지. 카렌이 준비해온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백분으로 가볍게 화장을 끝마친 나는 검은색의 원피스를 꺼내서 입었다. 칙칙한 검은색옷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밝은색은 어두운데서도 눈에 잘띄니까 할수없지 뭐. "카렌 들어와" 끼이이익… 귀담아 듣지 않으면 잘 들리지도 않을만큼 작은 소리가 나면서 나무문이 열렸다. 문사이로 들어온 카렌은 나와같이 검은 옷 일색이었는데 테이블 위에 켜져있는 촛불의 빛을 받으니 가끔씩 반짝인다. 흠… 저거 비단 인건가? 전에 줬던 그 옷감으로 만든건가보네. 화장대에 앉아서 거울을 보며 머리를 손질하고 있자 안으로 들어온 카렌이 침대가로 걸어가는게 거울너머 로 보인다. 발소리조차 안나게 조용히 침대위로 올라선 카렌은 로이드 왕자 의 콧가에 흰 종이를 가져다 대었다. "흐으음…" 로이드의 숨소리가 크게 들리면서 종이가 작게 떨리는게 보였다. 역시 카렌 도 몇번 해보뒤라 그런지 능숙하게 일하는군. 카렌이 로이드 왕자의 콧가에 가져다댄건 곱게 갈은 수면제 가루다. 코를 통해 흡입한 수면제는 아침해가 뜰때까지 로이드 왕자를 푹 자게 해줄거다. 자… 준비끝! "카렌" "응" 내가 부르자 침대에서 내려온 카렌이 창가로 쪼르르 달려가 - 역시 발소리 는 안난다. 아무리 양탄자 위라지만 너무한거 아니야? - 소리나지 않게 창문 을 연다. 어느새 달아놨는지 창가에는 굵은 밧줄이 걸려있다. 정말 재주도 좋 단말이야. 여기온지 이제 겨우 하루밖에 안지났는데 말이야. 아주 제집드나들 듯이 하는구나. 카렌. 카렌이 준비해놓은 밧줄을 타고 저택 1층으로 내려온 우리는 순찰을 도는 경비병의 시선을 피해서 정원사이로 숨어들었다. 어느새 경비병들의 눈을 피 할수 있는 길을 알아냈는지는 몰라도 카렌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거침없이 저택 구석구석에 서있는 병사들과 길을 따라 저택을 돌고 있는 순찰병들을 피해서 날 저택 외각의 담장까지 데리고 갔다. 그리고 2m쯤 되는 담장앞에 찰싹 달라붙었다. "밟고 올라가." 뭐… 그렇게 말해주면 나도 원하는대로 해줘야겠지? 난 한발로 카렌이 깍지 낀 손을 밟고 다른 발로 그애의 어깨를 밟은뒤 힘껏 손을 뻗었다. 손끝에 돌 담의 끝이 잡혔고 작게 심호흡을 하면서 힘을 주자 내몸이 허공으로 튕겨올 라간다. 가볍게 담장위를 넘은 난 거꾸로 담장을 넘은뒤 반대편 바닥에 사뿐 히 착지했다. 펄럭… 앗차. 원피스가 거꾸로 뒤집혔잖아! 흠흠… 설마 누구 본사람 없겠지? 이시간에 돌아다닐 인간도 없으니… "이쪽입니다." 커헉… 저… 저목소리는… 크렌? 으아악! 다 본거야? 내가 미쳐! 내가 크렌 을 죽여서 입을 막을것을 진지하고 고민하려고 할때 내 옆에 털썩 하는 작은 소리가 났다. 옆을 바라보니 카렌 녀석이 사쁜히 바닥에 내려앉은뒤 손을 탁 탁 털면서 일어난다. 이녀석은 어떻게 넘어온거지? 나야 카렌이 넘겨줬지 만… 하여간 특이한 녀석이라니까. 어쨋든 난 카렌과 함께 크렌의 목소리가 들렸던 어두컴컴한 골목길쪽으로 뛰어갔다. 골목안으로 들어가자 망토자락으로 랜턴의 빛을 숨기고 있던 덴과 크렌이 우리를 맞이했고 그중 덴은 히죽거리면서 말했다. "마마. 속옷도 검은색이더군요." 퍽! 빌어먹을 놈이 꼭 맞을 말만 골라서 한다니까. 난 대자로 뻗어버린 덴 을 골목길에 버려둔채 크렌 녀석을 협박하여 카렌과 함께 어두운 골목길 사 이로 걸어갔다. 덴이야 좀 지나면 알아서 찾아올테니 상관없다고. 크렌이 우리를 안내한 곳은 평범한 가정집들이 주욱 늘어선 2층집들중 한곳 이었다. 나와 카렌을 등뒤에 달고 문가에 선 크렌은 나무문에 ''똑똑''하고 노 크를 했다. "누구?" "퀸(Queen)" 철컥. 격자 움직이는 소리가 나더니 나무문이 우리쪽으로 약간 열렸다. 신기 하네. 보통 가정집은 문이 안쪽으로 열리게 되어있을텐데 말이야. 하긴 이 집 자체가 정보과에서 사용하는 곳이라니 조금 특이할수도 있는거지 뭐. 크렌이 조금 열린 문고리를 잡고 끌어당기자 문이 활짝 열리면서 문가에 서있는 세 명의 사내가 나타났다. 그중 하나는 숏소드를 들고 있었고 다른 둘은 시위를 메긴 커다란 장궁을 들고 있었다. 아마 우리들이 침입자였으면 저 화살들이 나와 카렌의 미간을 꿰뚫었을껄? 거기다 숏소드를 들고 있는 녀석의 다른 손 에는 안쪽 문고리에 묶여있는 밧줄이 보인다. 뭐… 이정도라면 귀찮은 사건 에 휘말려서 피곤하게 되는일은 없겠군. "들어가시죠." "그래." 난 아직도 활줄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사내들을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섰 다. 그런 내뒤를 카렌이 뒤따랐고 맨 뒤에 서있던 크렌은 안으로 들어서며 문밖을 몇번 두리번 거린뒤에 조심스러운 태도로 문을 닫았다. 타악. 어둠속 에 있다가 밝은 불빛 속으로 들어오니 눈이 조금 부시다. 손으로 눈가를 가 리고 잠시 기다린 나는 내 앞에 무기를 든채 서있던 사내들이 물러가자 그때 서야 방안을 둘러볼 여유를 가졌다. 방안은 평범했다. 식탁겸 테이블로 쓰이는 나무 탁자가 하나. 그리고 몇개의 의자가 있었고 나무문으로 닫아둔 창가에는 화분도 몇개 걸려져 있었고 벽난 로에는 벌써부터 장작이 타닥거리며 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배경사이로 평범해보이는 대여섯명의 사내들이 각자 편한자세로 앉거나 누워있었다. 내 가 들어왔는데도 쳐다볼 생각도 안한채 말이다. 그들중 몇몇은 단검을 가지 고 장난치고 있었고 또다른 녀석들은 술병을 들고 작게 키득거리고 있다. 흐 으음… "다른 사람들은?" "이층에 계십니다." "그래. 크렌. 가서 덴 녀석 데려와. 늦지않게" "예. 마마" "그리고 카렌은 여기서 놀고 있어" "……" 여전히 대답은 없군. 하긴 뭐… 카렌의 태도야 오래전에 포기했으니까. 그래 도 내가 명령했으니 군소리 없이 잘들을거다. 그렇게 생각한 난 카렌을 뒤로 한채 2층으로 통하는 계단쪽으로 걸어갔다. 계단을 통해 올라가다가 아래층을 내려다보니 내가 있을때만해도 꿈쩍도 하 지않던 사내놈들이 거실 한가운데 무표정하게 서있는 카렌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중 한명이 갑자기 품에서 카드를 꺼내든다. 훗. 일전의 회합때 카렌에게 도박을 가르쳤던 녀석들이 어떻게 되었더라? 겨우 빌고 또 빌어서 속옷차림 으로 쫓겨났었던가? 카렌 녀석 훔치는것만 잘하는게 아닌것같다. 위로 통하는 계단 끝에는 나무문이 떡하니 가로막고 있었다. 그래도 잠기거 나 하지는 않아서 내가 문고리를 잡고 당기자 끼이익…하는 소리를 내면서 내쪽으로 열린다. 위험하잖아. 계단쪽으로 열리는 문이라니 말이야. 잘못해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그대로 계단을 데굴데굴 구르게 된다고. 에잇… 정말 이 쪽 녀석들은 뭔생각을 하는건지 이해할수가 없다니까. 이렇게 투덜거리면서 안으로 들어서자 문가에 작은 의자를 가져다놓고 앉아있던 수염이 덮수룩한 사내녀석이 나를 한번 힐끔 본뒤에 다시 시선을 돌린다. 나를 무시하는 이 녀석을 지나친 나는 복도 맨끝에 있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문앞에 선 나는 잠시 심호흡을 하며 전의를 다진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열평도 안될정도로 작아보였는데 그 안에는 나보다 먼저 온 사내들 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마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시보니 반갑군요. 프로센 후작. 일주일 만인가요?" 난 내게 인사를 건네는 킬 드 프로센 후작에게 웃으며 답해줬다. 그리고 방 안으로 들어서서 문을 닫은뒤 방 중앙에 놓여있는 원형 탁자 앞으로 걸어가 의자하나를 뒤로 뺀뒤 거기에 앉았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끝내도록 하죠." "허나… 워렌 자작이 아직…" "그 바보는 지금쯤 허둥대면서 뛰어오고 있을거에요. 상관없으니 진행하세 요" "예. 그러겠습니다." 내 말에 답하며 종이들을 뒤적이는 자는 헨켄 드 시켈 백작이다. 직위는 외 교부 산하에 있는 정보과의 수장. 덴의 직속 상관인것이다. 하지만 듣기로는 실제로 일하는건 별로 없고 대부분의 업무를 덴에게 떠넘겨 버리고 유유자적 놀기만 한다던데… 진짜일까? 이 작은 방안에는 나를 제외하고 다섯명의 남녀가 있었다. 우선 로이드 왕 자를 지지하는 귀족중 가장 세력이 강한 킬 드 프로센 후작, 그리고 전혀 의 외였지만 또 어쩌면 여기 있는게 당연한 데인 드 미노스 백작, 그리고 유리 아의 아버지인 윈폴드 폰 셔우드 남작, 마지막으로 아렌시아 상회에서 나온 페이핀이다. 이중 프로센 후작과 시켈 백작이야 언제나 보던 이들이니 별로 특이할게 없었지만 다른 세사람의 출현에는 나도 조금 놀랐다. 특히 미노스 백작이라니. 브래드릭 장군이 왕자의 신분일때 그를 국왕으로 만들기 위해서 뒤로 공작을 벌이던 사람이 여기에 나타나다니 말이야. "못보던 분들이 몇분 계시군요. 이미 아시고 계시겠지만 정식으로 소개하죠. 아넬리안 드 크레센트. 일왕자이신 로이드 전하의 비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모임을 이끄시는 수장이시기도 합니다." 으음… 실질적인 수장인 프로센 후작이 저렇게 말하니 왠지 조금 쑥스럽다. 뭐… 나야 이름만 빌려주면 그만이니까. 상관없지만서도… "데인 드 미노스 입니다. 저택에서 뵈었었죠. 마마" "다시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미노스 백작님." "영광입니다. 마마" "윈폴드 폰 셔우드입니다. 귀하신 분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멀리서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셔우드 남작님" "페이핀이에요. 마마. 다시 뵙게 되어서 기뻐요. 그런데… 안본사이에 더 예 뻐지신것 같아요. 무슨 향수 쓰세요? 네? 화장은 어떤걸로 하세요?" "페이핀." 셔우드 남작이 페이핀의 수다를 막아주었다. 흠… 저 페이핀은 저래뵈도 아 렌시아 상회를 대표해서 이자리에 참석한거지. 거기다 셔우드 남작가는 수천 필의 말과 수만마리의 양을 가지고 있는 재산이 많은 남작이고 말이야. 직위 는 조금 낮지만 가지고 있는 재산으로 따지면 왠만한 백작이나 후작보다 많 을껄? 거기다 남부 국가들과의 무역을 독점하고 있고… 하여간 돈으로만 따 지면 나올게 많은 귀족이다. 그리고… 미노스 백작이야 뭐… 비록 마틴 왕자 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서자인 브래드릭 장군을 가지고 정계에서 삼파전을 벌 일정도로 수완 좋은 귀족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고. 정말 만만한 인간이 하 나도 없잖아. 피곤해라. 막 회의가 시작하려 할때 덴이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늦었잖아. 워렌." "죄…죄송합니다. 백작님. 그게…" "변명은 됐으니 어서 자리에 앉아." "예에…" 호오… 국왕폐하앞에서도 겁도없이 까불것 같은 덴 녀석에게도 천적은 있구 나. 시켈 백작앞에서는 덴도 순한 양같이 변하는걸? 몇번 본적은 있었지만 이건 또 의외군. 하여간 나 때문에 회의에 늦은 덴은 나를 한번 노려본뒤 - 또 패줄까하다가 참았다 - 방안으로 들어왔는데 그뒤를 따라서 또다른 사내 가 안으로 들어왔다. 비싸보이는 검은색 튜닉을 입고 있는걸 보니 귀족인 데… 어라? 어라라? 저 인간은… "랭스턴 자작?" "예에. 저… 그게…" 정말 의외였다. 델민 드 랭스턴 자작이라니 말이야. 내가 신세지고 있는 영 지의 영주가 여긴 왠일이래? 이런 의아한 생각은 나뿐이 아니었는지 다른 참 가자들도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누구냐는듯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안의 분위기가 부담스러웠는지 랭스턴 자작은 문가에서서 들어오지도 그렇다 고 나가지도 못하고 어쩔줄 몰라했다. 그런 그를 구해준건 덴이었다. "제가 초대했습니다. 마마." "그래? 그럼 와서 앉아요. 랭스턴 자작" "여…영광이옵니다. 마마" 왠지 바짝 긴장한 모습인걸? 훗. 하긴 저 아저씨는 술이 들어가야지 말이라 도 제대로 할만한 남자니까 저게 당연한걸지도… 분위기가 진정되고 모두들 자리에 앉자 시켈 백작이 일어서서 보고를 시작 했다. "우선. 케센 국과의 교전 소식입니다. 이틀전 국경에서 작은 마찰이 있었는데 양측 사상자는 모두 합해 백명이하라고 합니다. 케센 국은 아직도 국경에 다 수의 병력을 배치한채 무력시위 중입니다. 이에 저희측도 중앙군 병력중 1만 여명을 왕국 북부 신펠 요새에 주둔시킨채 맞서고 있습니다." "전면전의 조짐은 없나요?" "현재까지 들어온 정보로는 없습니다. 케센측도 암살당한 사왕자 때문에 시 비를 걸고 있기는 하나 전투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조짐은 안보입니다. 또 한 사건 초기 국경근처에 전신배치 시킨 부대외에 다른 부대의 움직임은 감 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케센국의 군수품 이동상황은 어떤가?" "예. 후작각하. 그쪽 역시도 평시와 큰차이가 없습니다. 케센 수도 근교의 보 급부대가 활동영역을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국경영역까지 확대하고 있긴 하 지만 수송 물품의 종류나 양으로 봤을때 본격적인 전쟁준비를 위해서라기 보 다는 일반적인 소모품 보충으로 보입니다." 흐음… 그렇다는건 케센도 우리랑 싸울 마음이 없다는 거겠지? 물론 ''아직 은''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쪽도 물러설수 없는 입장이긴 하 지만 이런 명분도 없는 전쟁을 일으켰다간 손해만 듬뿍 볼테니까. 거기다 이 제 한달뒤면 초겨울이다. 여긴 평야가 많은 크레센트라서 눈이 적게 내린다 고 하지만 전쟁을 하는데 있어서 눈과 추위는 적군보다 더 무서운 법이다. 그러니 진짜 전쟁을 일으킬 마음이 있다해도 내년으로 미룰게 분명하다. "이 사실 상부에 보고했나요?" "예? 아… 아닙니다. 아직 정보 수집중이라고만 해뒀습니다. 하지만 오래 미 룰수는 없으니 몇일내로 보고서를 올려야 할것입니다." "그렇다면 적당히 말을 만들어서 올려요. 내용은… 음. 그게 좋겠군요. 적군 침공 위협높음." "흐음… 마마. 지금같은 시기에 긴장감을 높이는건 좀… 위험하지 않겠습니 까? 더군다나 저쪽도 우리측에서 넘겨준 브리츠의 프리스트들을 가지고 분풀 이를 했을테니 이제 슬슬 협상을 하려고 할것입니다. 그런때에…" "무슨말인지 알아. 덴. 하지만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더 필요하잖아. 지금과 같이 불안하고 어수선한쪽이 좋아. 게다가 마틴 전하도 지금 케센과의 협상 때문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잖아. 지금 그가 자신의 입지를 굳히는데 힘쓰면 더이상 손댈수도 없다고." "그렇긴 합니다만…" "그건은 됐어. 그렇게 하도록. 시켈 백작과 덴이 알아서 처리하고. 프로센 후 작 각하. 그쪽일은 어떻게 되어가죠?" "예. 마마. 현재… 중립에서 저희를 지지한다고 직접적으로 확답한 귀족이 열 셋입니다. 그리고 아직 확답을 하진 않았지만 가능성이 있는 귀족들을 포섭 중입니다. 올해가 가기전에 최소한 서른명 이상은 포섭할수 있을것이라 생각 됩니다." "좋아요. 계속 그렇게 수고해주세요. 그리고…" 말꼬리를 흐리며 셔우드 남작을 바라보자 가만히 듣고만 있던 그가 품속에 서 한장의 종이를 꺼내서 내게 건내줬다. 그것을 받아서 펴보니 안에는 대충 스무명쯤 되는 귀족들의 이름이 씌여져 있었는데 이름옆에 직인과 싸인이 적 혀 있었다. "거기에 적혀 있는 분들이 저와 뜻을 같이하는 분들입니다. 마마. 전 남부 귀 족 연합원들을 대표하여 여기에 온것입니다." "흠… 좋아요. 셔우드 남작. 전하께서는 절대 그대들을 잊지 않으실거에요" "영광이옵니다. 마마" "이 늙은이가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마마" "물론이에요. 미노스 백작님. 지혜로운 어른의 말을 흘려듣는 젊은이는 큰 후 회를 하게 되는 법이니까요." "이 미천한 몸을 그렇게 높이 쳐주신다니 정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뭐… 다 아시겠지만 전 제 사위인 브래드릭 녀석을 국왕으로 추대하려 했던 몸입 니다. 어찌보면 여기 계신 분들과는 라이벌이라고도 할수 있겠습니다만… 이 젠 다 지나간 일이지요." 미노스 백작은 그렇게 말하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한번 왕위계승 권을 포기한 왕족은 절대 국왕이 될수 없으니 당연하겠지. 왕위 계승권을 내 던져버리고도 왕이 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과거의 그 나라를 역사속으로 내던져버리고 새로운 왕국을 세우는것뿐이니 말 다했지 뭐.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브래드릭 왕자… 아니 이젠 장군인 그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서 성심 성의껏 밀어줬던 미노스 백작은 완전히 쓸데없는데다 힘만 낭비한 꼴이다. "그래서 전 남은 로이드 전하와 마틴 전하중에서 한쪽을 도와드리려 했습니 다. 하지만 마틴 전하에겐 충신이 너무 많더군요. 거기다 얼마전까지 서로 으 르렁 거리던 사이인지라…" "그쪽 분들과 얼굴을 맞대시는게 조금 불편하셨겠군요" "약간 그렇습니다. 마마.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는게 정계라고는 합니 다만 저의 경우에는 고운소리를 들을수 있는 처지가 아닌지라 여기까지 흘러 들게 되었습니다." 흠… 왠지 조금 귀에 거슬리는걸? 누가 들으면 여기가 쓰레기 집합소라도 되는줄 알겠네. 쳇. "하여간 이왕 이렇게 된 일. 저 역시도 전하와 마마를 위하여 충심으로 뛰겠 습니다." 그렇게 말한 미노스 백작도 아까전 셔우드 남작이 그랬듯이 품속에서 종이 한장을 꺼내서 내게 건내줬다. 역시 거기에도 미노스 백작외 아홉에 달하는 귀족들 이름이 적혀있었다. 흠… 의외로 숫자가 적은걸? 그래도 전 일왕자 파인데 겨우 이것밖에 안되나? 있다가 덴에게 물어봐야 겠군. 난 그 종이를 품속으로 집어넣으면서 웃으며 말했다. "형이 못다한 일을 동생이 대신해드릴겁니다. 물론 미노스 백작께서 베풀어 주신 호의 역시 최대한 갚아드릴것을 제 이름을 걸고 맹세하죠" "그럼 이제 제 차례인가요? 마마" 페이핀이 날 보며 생글생글 웃는다. 정말 붙임성이 좋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다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고위 귀족 - 물론 랭스턴 자작은 예외다 - 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압도하는것 같은걸? "저희는 대단한 인맥은 없고요. 음… 이런것 밖에 못드리겠네요" 그렇게 말한 페이핀이 품속에서 - 다들 벨트 주머니는 별로 신용하지 않나 보다 - 주먹만한 가죽주머니를 꺼냈다. 그리고 그 주머니의 자루를 열고 거 꾸로 들자 좌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엄지 손가락 만한 다이아몬드가 쏟아 져내렸다. 호오… 테이블 위에 다이아몬드를 올려놓자 방안이 배는 밝아진 느낌이다. 반짝반짝 하는게 정말 예쁜걸? "대략 55만 골드쯤 할겁니다. 세금 제하고 오십만 골드정도죠." 어이… 오십만 골드라니. 그러다가 아렌시아 상회 망하는거 아니야? "무리하는거 아니에요? 페이핀양?" "호호. 설마요. 저희 상회를 너무 과소평가하신거 아닌가요? 마마. 이정도 지 출은 그리 큰것도 아니랍니다." 흐음… 오십만 골드라… 일반 용병 한명이 한달에 10골드이고 그들을 먹이 고 재우는데 이십골드쯤 들어간다고 한다. 그러니 용병 한명을 고용하는데 한달에 30골드정도 드는건데 저 돈이면 만육천명의 용병을 한달동안 쓸수 있 을 정도의 거금이다. 물론 용병의 숫자나 수요등에 따라서 변동폭이 크겠지 만 그렇다해도 최소 오천명이상을 단기간에 운용할수 있는 자금이다. 저런 거금을 선뜻 내놓다니… 이거 별볼일 있는 곳이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 로 대단할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페이핀의 말대로 내가 너무 과소평가 했던 것 같은걸? "정말 고마워요. 페이핀양. 이 호의는 절대 잊지않을거에요." "헤헷. 별것도 아닌걸요." 페이핀이 쑥스러운듯 혀를 살짝 내밀면서 웃는다. 이게 별거 아니라고? 그 럼 나 그 별거 좀 줘. 이거 아렌시아 상회가 크레센트 왕국을 통째로 사버리 는거 아닌지 몰라? "그럼… 이제 랭스턴 자작만 남은건가요?" "…예? 예?" 지금까지 듣기만 하고 있던 랭스턴 자작이 깜짝 놀라면서 두리번 거린다. 이사람이 이럴거면 여긴 왜 온거야? 보고도 모르나? "저… 저기…" "할말 없어요?" 나도 모르게 쌀쌀 맞은 목소리가 나왔네. 으음… 워낙에 이사람에 대한 이 미지가 안좋다보니… 뭐… 그것도 그거지만 여기 앉아있는 사람들중에서 가 장 밀리는 귀족이기도 하니 나도 모르게 냉대하게 된것 같다. 심지어 일반 평민(?)인 페이핀 보다도 밀리는걸… 아아… 빨리 끝내야지. 더이상 시간을 끌었다간 아침이 되겠어. "그럼 랭스턴 자작은 넘어가기로 하죠." 내말에 모두들 수긍하는 눈치이다. 하긴 랭스턴 자작령을 다 팔아도 오십만 은 커녕 오천골드도 안나올껄? 웃… 아… 안돼! 거금을 봐버렸더니 자꾸 돈 으로 계산하게 되잖아! 그래도 저 랭스턴 자작 역시 우리 로이드를 도와줄 귀족인데 말이야. 잘해줘야지. 잘해줘야지. 음음… 마음을 가다듬고… "더 하실 말씀 있는분?" 내가 주위를 둘러보며 묻자 모두들 슬쩍 고개를 저었다. 그러던중 갑자기 덴이 슬며시 손을 든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최근 왕세자파 쪽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무래도 저희쪽을 노골적 으로 견재하는 눈치인데 아직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만약 저희의 이런 모임이 저쪽에게 들키는 날에는 상당히 큰 위협이 될것입니다. 다 아시겠지 만 앞으로 언행에 주의를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래요. 덴의 말대로 아직 우리는 왕세자파를 확실히 눌러버릴 힘이 없어요. 그러니 도움을 주신다고 하신 주위 분들에게도 우리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는 그날까지 조심해주실것을 당부해주세요." 그렇게 말한 나는 손을 치마속으로 집어넣었다. 얼마전에 재단사에게 거금 을 줘서 속바지 속에 만들게한 바지주머니에서 서약서를 꺼내기 위해서다. 훗. 세상 그 어느 금고보다도 안전하다고. 설마하니 내 속옷을 훔치려는 간 큰 도둑이 있을리도 만무하고 또 이걸 내게서 빼앗으려면 날 죽여야 할테니 까 말이야. 설사 로이드라해도 함부로 손댈수 없는 곳이니 여기보다 더 안전 한데가 어디있겠어? "자. 새로오신 분들은 여기에 성함을 써주시고 직인을 찍어주세요." 서약서를 꺼내든 난 그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서약서라고는 하지만 그저 귀족들 이름이 몇자 적힌 종이일 뿐이다. 물론 그 내용은 그저 종이인게 아니지만 말이야. 이 서약서에 명시된 사항은 단 하나뿐. 설사 현 국왕폐하의 의지에 반하는 일이라도 로이드 왕자를 도울수 있는일이라면 무 조건 행하겠다는 내용을 길게 늘어쓴것으로 이게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반역자로 몰려서 죽기 딱 알맞다. 이건 왕자비인 나라해도 마찬가지다. 즉 최 후의 보루이자 안전장치라는 말씀. 서약서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종이위에 미노스 백작과 셔우드 남작, 그리 고 페이핀의 이름이 적혀졌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던 랭스턴 자작도 굳게 결심했는지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름을 적고 사인을 하자 난 만족스러운 웃음 을 지었다. "자. 이제 우리 모두는 한배를 탄 몸이 된거에요. 만약에… 우리들중에서 배 신자가 나온다면… 전 이 서약서를 만천하에 공개하고 로이드 전하를 국왕으 로 추대할것이에요.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반역자. 간단하죠? 앞으로 여러 분들은 좋던 싫던 저희를 도와야합니다. 물론 일이 끝난뒤에는 큰 보상이 뒤 따를것입니다. 명예던 돈이던 원하신는것을 얻게 될것이 분명하니까요." 난 그렇게 말하면서 느긋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었다. 이로써 로이드 왕자를 왕으로 추대하려는 내 계획에 한걸음 더 다가선거다. 우후후…. 그때였다. 이 런 내 기분에 찬물을 끼얹는 이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바로 대니어스 드 워렌 자작. "…덴. 그거 또하는거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이게 빠지면 서약서라고 할수 없는겁니다!" 에휴…. 또 시작이다. 덴은 허리춤에서 시퍼렇게 날이선 단검을 꺼내들더니 그걸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좌중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서약서 하면! 역시 피의 맹세! 여기에 이름을 적으신 분들은 자신의 피로 재차 사인해 주십시오!" "적당히 해! 우리가 무슨 비밀결사냐?" "…저어. 마마. 저희 비밀결사 맞지않나요?" 끄응… 할말없다. 젠장. 그래 마음대로 해라. 마음대로 하라고. 결국 나는 덴의 집요한 요청에 의해서 피로 쓴 사인을 받아낸 서약서를 건 내받아야 했다. 이거 그냥 집어넣으면 속옷에 피냄새가 벤단 말이야! 아우~ 짜증나! 거기다 처음 손가락 째고 내 사인 넣었을때 로이드가 또 얼마나 날 뛰었는데? 과일 깎다가 베었다고 말해도 펄펄 뛰는 인간인데 말이야. 뭐라더 라… 일을 게을리한 시녀들을 모두 처형해 버리겠다나? 그렇게 날뛰는 로이 드를 진정시키는데 내가 얼마나 애를 먹었다고! 우이씨! 혈서때문에 잠깐 소란이 있었지만 - 특히 연약한 페이핀은 죽어도 자기피 로 못하겠다고 버텼다. 덕분에 끝발에서 딸리는 랭스턴 자작은 오른손 검지 와 중지를 베였다 - 무사히 서약서를 돌려받은 나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 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난 로이드나 에린 녀석이 깨기전에 다시 침 대속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조금 서둘러야한단 말이지. "그럼 저 먼저 돌아가도록 하죠. 혹시라도 궁금한 점이나 요청하실것이 있다 면 여기 계신 프로센 후작 각하나 덴을 통해서 연락주세요. 아셨죠?"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니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이에 난 만족스럽게 웃던 사교용 미소를 거둔뒤 방을 나가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그때까지 가만히 있 던 랭스턴 자작이 벌떡 일어서더니 양손으로 내팔을 부여잡고 무릎을 꿇는게 아닌가? 이봐! 당신! 손에서 아직도 피나잖아! 옷에 피묻히지마! "마…마마! 저…저는 어떻합니까? 네?" "……" 이 인간이 갑자기 왜 이러는거야? 응? 난 이 랭스턴 자작을 데리고온 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나와 시선이 마주친 덴이 양손으로 엑스자를 만들어보이 면서 고개를 좌우로 도리도리 젓는다. 저뜻은… 아무짝에도 써먹을데 없음… 이냐? 캬악! 가뜩이나 손이 부족해서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써야 하는게 우리 조직의 사정인데! 그런곳에서도 써먹을데 없음이라는 판결을 받다니! 얼마나 무능하고 멍청해야 이렇게 될수 있는거야? 응? 역시 맨날 술에 쩔어서 술주 정이나 하면서 살때부터 알아봤다니까! "흐음…" 시선을 돌려 프로센 후작을 바라보니 그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린다. 이런 분위기를 눈치챈 다른이들도 모두들 슬슬 내 눈치를 보며 시선을 돌린다. 으 음… 이럴때는… 할수없지. "프로센 후작 각하" "예. 마마. 말씀하십시오." "여기 계신 랭스턴 자작님을 잘 부탁 드려요." "……예. 알겠습니다. 마마" "그럼." 난 방안의 모든 이들에게 살짝 고개 숙여보인뒤 랭스턴 자작의 손길을 뿌리 친뒤 밖으로 나왔다. 프로센 후작이야 정계에서도 알아주는 유명한 귀족인데 다가 부유한 집안이고 인맥도 넓으니 랭스턴 자작같은 귀족하나쯤은 돌봐줄 수 있겠지? 설마하니 내가 친히 부탁했는데 내치기야 하겠어? 랭스턴 자작 이 크게 잘못해서 제발로 나오는게 아니라면 알아서 잘살겠지. 뭐. 거기다 서 약서에도 이름이 올라가 있으니 어쨋든 우리들의 영역안에 놔둬야 하기도 하 고… 하아암. 회의가 끝나니까 졸음이 밀려온다. 자다가 일어나서 왔더니 피 로가 두배로 늘은것 같아. 졸려라…. 1층으로 내려와보니 거실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거실 구석에는 두명의 사 내가 칙칙한 색의 모포를 몸에 두른채 벽을 마주보며 중얼거리고 있었고 다 른 바닥에서는 상의 또는 하의가 없는 반 속옷차림의 사내들 셋이 엉덩이를 맞대고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카 렌과 그 반대편에 앉아있는 사내가 보였다. 건장한 체구의 그 사내는 상의를 벗고 있었는데 안대를 했는지 내게 보이는 뒷통수에 검은색 끈이 보였다. "……" "이봐. 더 받을거야? 아니면 그만둘거야?"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온 내게 그 사내의 걸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입 에는 반쯤 타들어간 궐련을 물고 있는 그는 코로 연기를 쉴새없이 내뿜으면 서 카렌에게 물었다. 호오… 손에 카드를 세장 들고 있는 걸로 봐서 블랙잭 인가보네? 어디보자… 오~ 스페이드 에이스와 스페이드 9, 그리고 하트 10이 란 말이야? 상당히 높은걸? "이봐! 뒤에서 뭘보… 흠흠. 실례했습니다." "아니. 내가 미안하지. 누구 차례야? 계속해" 난 나를 알아보고 사과를 하는 그에게 괜찮다고 말하면서 카렌이 들고 있는 카드 숫자를 세어봤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장? 이거 블랙잭 아니었 어? "한장 더." "크으… 여섯장이나 가진주제에 더 달란 말이야? 너! 이번에도 뻥치는거지?" "한장 더." "쳇." 그 사내는 작게 혀를 차면서 테이블 정중앙에 있는 카드 무더기 위에서 한 장을 뽑아서 카렌쪽으로 던졌다. 잽싼 손동작으로 카드를 받아든 카렌. 표정 의 변화가 없다. 저녀석 포커치면 장난 아니겠군. "얼마나 걸거냐?" "…전부" "너! 또! 제기랄! 좋다! 나도 전부 다 걸고. 바지랑 속옷까지 건다! 자! 까봐!" 탕!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펼쳐보였다. 에이 스를 11로 쓰면 숫자가 30이 되니 당연히 에이스는 1이고 남은 숫자와 합하 면 20! 가장 높은 숫자가 21인 블랙잭에서 20이면 굉장히 높은 패다! 거기다 에이스도 그냥 에이스가 아니라 스페이드 에이스! 거기다 카드도 달랑 세장! 같은 숫자면 이 녀석이 이길거다. "……" 벌써부터 다 이긴듯 카렌과 판을 벌리고 있던 그 사내는 의기양양한 표정으 로 웃고 있었다. 그런데 반해 카렌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손에 들고 있 던 카드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하트 3, 클로버 7이 바닥에 내려오자 사내의 미소가 더욱더 짙어진다. 단 두장에 합이 10, 그렇다는건 나머지 카드가 모두 2가 되어야지만 비길수 있다는것이지만 카드에서 같은 숫자는 네개뿐. 카렌 이 들고 있는 하트 3외의 다른 숫자 3이 들어와야지만 된다는 것이다. "후후후. 이번엔 내가 이긴것 같군." "……" 탁. 카렌의 손에서 스페이드 2가 내려왔다. 그러자 그 사내는 약간 놀란 표 정이었지만 ''그럴수도 있지''라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당당하던 기세도 카 렌의 손에서 연속으로 다이아몬드 2, 클로버 2, 하트 2가 내려오자 혼이 빠져 나간듯한 표정이었고 마지막으로 클로버 3이 카렌의 손을 떠나 테이블위에 사뿐히 내려서자 입을 쩍 벌린채 믿을수 없다는 표정으로 카렌의 카드를 노 려보았다. 그런 그를 향해 한마디 하는 카렌. "이겼어" "끄아아악!!! 말도 안돼! 이런 악몽같은 일이 벌어질 확률이 몇억분의 일이나 되는거야? 이…이건 사기야! 사기!" "이.겼.어." "크으으으…" 카렌이 이겼다고 말하자 그는 학질에 걸린듯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이내 의자에서 벌떡 일어선 그는 내가 옆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 무 망설임도 없이 바지를 벗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래! 다 가져라! 다 가져! 젠장할" 그리고는 속옷차림으로 모포를 두르고 있는 다른 사내놈들에게 걸어가더니 그 모포속으로 들어가서 꾸물꾸물 거렸다. 잠시뒤 그자가 흰 속옷을 카렌쪽 으로 던졌고 모포속에는 사내 셋이 들어가서 벽을 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사이… 카렌은… 자기가 딴 돈과 무기들 그리고 옷가지들을 챙기고 있다. 그것도 방금전까지 입고 있던 냄새나는 속옷까지 몽땅! 독한것. 도박으로 상 대를 벗겨먹는다는 말이 바로 이런거구나. 정말 가죽까지 벗겨먹는게 아닌지 걱정될정도다. "카렌. 가자" "응" 뭐… 카렌이 도박을 해서 남자들을 벗겨먹던 말던 그건 내 알바아니고 중요 한건 이제 돌아가서 잘수 있다는거다. 난 카렌을 뒤에 데리고 현관문을 열었 다. 내 뒤를 따라오는 카렌을 슬쩍 보니 아까전에 우리들을 겨누었던 장궁이 카렌의 등에 매여져있다. 저것도 기술이라니까. 정말… 돌아오는 길에 카렌에게 어떻게하면 그렇게 도박을 잘할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카렌 왈 "외웠어." 카드를 전부? 54장이나 되는걸? 저게 말이 되는거냐? 카렌 말로는 판이 끝 난뒤 바닥에 카드를 펼쳐놓고 정리할때 카드의 문양과 숫자를 모조리 외웠단 다. 그리고 한 무더기로 모아서 정리할때 그 순서를 따라서 외우고 몇번째 카드를 빼서 올려놓는지까지 단번에 알아볼수 있단다. 거기다 실력좋은 덴의 요원들까지도 눈치 못챌정도로 손놀림이 빠르니 카드 놀이에서 질수 있을리 가 없지. 방금전에도 카렌을 상대하던 남자 몰래 자기에게 유리한 카드만을 맨위로 올려놓았다고 한다. 옆에서 지켜본 나도 몰랐는데 말이야. 하여간 대 단하다니까. 이녀석은 암살자가 아니라 도박사가 되었어야 됐다. 역시 카렌의 도움으로 아무도 모르게 담장을 넘은 난 어느새 치워둔 밧줄 대신에 갈고리가 달린 새 밧줄을 허리춤에서 꺼내는 - 밧줄을 배에 둘둘감 고 있었다. - 카렌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곧이어 카렌이 손바닥만하 작 은 갈고기를 위로 던졌고 그것은 4층 테라스끝에 걸렸다. 쇳덩어리와 돌이 부딪쳤는데도 귀 기울여 들어야만 간신히 들을수 있을정도로 아주 작은 소리 밖에 안난다. 밧줄을 몇번 흔들어본 카렌은 마치 나무를 타는 다람쥐처럼 잽 싼 동작으로 밧줄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테라스의 끝에 밧줄을 단 단히 감은뒤 내게 올라오라고 신호했다. 끄으응… 자꾸 발이 미끄러지잖아! 이거 밧줄을 타고 올라가는것도 쉬운일 은 아닌걸? 힘하나는 오우거도 누님이라고 할정도로 좋으니 올라가는데는 그 리 문제가 안되었지만 벽을 짚은 발이 자꾸 미끄러지거나 헛발질을 해대서 자꾸 밧줄에 데롱데롱 메달리게 된다. 카렌 녀석은 아주 쉽게 올라가더만… 왜 나만 이런거야? 응? 고생 고생해가면서 올라가니 카렌 녀석이 어느새 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가 있다. 방안으로 들어간 카렌은 안을 주의깊게 살펴보며 우리가 나갔을때 와 바뀐게 있는지 세심하게 확인하고는 이내 아무 이상없다는 뜻으로 내게 고개를 끄덕인뒤 내쪽으로 소리없이 다가와 내가 방금전까지 타고 올라왔던 밧줄을 타고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밧줄이 몇번 출렁이더니 테라스에 단 단하게 박혀있던 갈고리가 손쉽게 빠져나오면서 밑으로 떨어진다. 저녀석은 도대체 어떤 교육을 받아온걸까? 가끔은 진짜 궁금하다니까. 동쪽 하늘이 조금씩 푸른색으로 변해가는게 보인다. 조금 뒤면 해가 뜨겠군. 하아암… 시간이 없다고. 난 잽싸게 마른 수건을 들고 욕실로 향했다. 얼굴을 벅벅 문질러서 화장을 지우고 검은 옷을 대충 벗어던진 나는 자기전에 입고 있던 잠옷으로 갈아입은뒤 옷과 수건등을 옷장바닥에 쳐박았다. 이래 놓으면 카렌 녀석이 알아서 뒷처리를 해주니까 상관없다고. "흐음…" 특별히 눈에 띌게 있을까 해서 방안을 둘러봤다. 뭐… 내가 외출하고 돌아 왔다는 표식은 없는듯하니 이만 잠이나 잘까나? 침대가로 걸어가보니 로이드 왕자는 내가 아까 베게를 안겨준 자세 그대로 작게 숨을 내쉬면서 자고 있 다. "후훗. 이 모든게 다 당신을 위해서랍니다. 나의 왕자님" 난 순진한 얼굴로 자고 있는 로이드 왕자의 뺨을 쓰다듬으면서 작게 중얼거 렸다. 당연히 듣지는 못하겠지만 말이야. 이런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해서였 다. 언젠간 그도 날 이해해줄게 분명하다. 축축한 - 자면서 침을 흘리다니! 어린애냐?! - 베게를 로이드 왕자의 품에 서 빼앗은뒤 바닥에 내던진 나는 그가 베고 있는 베게 귀퉁이에 머리를 대고 내쪽을 향해 비스듬히 누워있는 로이드 왕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둠에 동화된듯한 검은 머리와 지금은 눈꺼풀속에 숨어있는 검은 눈동자. 거기다 동글동글한 얼굴. 아아아… 너무 귀여워! 꽉 품에 안고 부비부비해주고 싶다 니까! 정말! "우우웅…" 내가 넋을 놓고 그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로이드 왕자가 작에 웅얼거리더니 두팔을 내쪽으로 뻗는다. 혹시 잠이 깬게 아닌가 해서 조심스럽게 봤는데 아 무래도 잠꼬대같다. 이젠 본능인지 로이드는 두팔로 나를 더듬더니 꿈틀거리 며 내게 기어와서 내품에 고개를 쳐박고 잠이 들었다. 정말이지… 무릎다음 은 가슴이냐? 이거 너무 응큼하다니까. 하지만 뭐… 음흉한 생각으로 이러는 것도 아니고 좋아서 그러는건데 너무 타박하는것도 안좋겠지? 난 작게 웃으 면서 내품에 안겨있는 로이드 왕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로이 드 왕자가 잠결에 키득거리면서 더욱더 날 꽉 껴안는다. 그렇게나 좋을까? 하여간 남자들이란 단순해서 귀엽다니까. 잠들어 있는 로이드 왕자의 허리에 팔을 감아서 내쪽으로 끌어당겼다. 내 가슴팍에 머리를 대고 찰싹 달라붙은 로이드를 끌어안은 나는 손을 들어서 그의 얼굴을 받쳤다. 어두컴컴했지만 창밖으로 푸르슴한 빛이 들어와서 그의 잠든 얼굴이 흐릿하게 보인다. 이에 난 고개를 숙였다. 쪽. 후훗. 잠자는 숲속 의 왕자 전하. 방금전에 당신은 제게 입술을 빼앗겼답니다. 그 보상으로 제가 평생 당신을 고귀하고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빛날수 있도록 해드릴께요. "이건 나와 맺는 두번째 약속이자 맹세." 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속으로 다짐했다. 첫번째 맹세는 착실히 지켜지고 있다. 이제 두번째 맹세를 지킬 차례이다.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말 이야. 이쪽의 태세를 정비하고 왕세자파의 약점을 찔러서 무너뜨리려면 앞으 로 2~3년은 더 필요하겠지만… 이미 선택은 끝났다. 앞으로 남은건 결과뿐. -------------------------------------------------------------- 가우군 : 이미 선택은 끝났다. 앞으로 남은건 결과뿐...풋. 푸하하하하 아넬리안 : 왜...왜웃는건데?(얼굴을 붉힌다.) 가우군 : 어떻게 그런 촌스럽고 진부하며 고리타분한 대사를 읇조릴수 있는 거야? 아넬리안 : 저...저건! 독백이야! 독백! 어디가 대사라는거야? 가우군 : 어쨋든. 하여간 이래서 옛날사람들은 안된다니까. 아넬리안 : 크아아악! 그건 무슨뜻이야?! 앙? 가우군 : 구관은 참수하고 온고는 내치고 헌부대는 불태워라. 이것도 몰라? 옛것은 무조건 나쁜거고 나이를 먹는건 죄악이야. 아넬리안 : (황당한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뜬다) 너 혹시... 돈 떨어졌냐? 가우군 : (뜨끔) 아..아니!!! 아넬리안 : 거짓말마! 네녀석은 옜날부터 지갑이 텅텅비면 시니컬해지고 신 경질적이 되잖아! 누가 모를줄 알아? 가우군 : (쿨럭)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건데? 이제 태어난지 겨우 1년 6개월 밖에 안된게! 아넬리안 : 훗 그정도쯤이야. 이 빼어난 미모와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는 내게는 아주 쉬운일이지. .....공주병이군. 정말로...아니 여왕병이라고 할까? 에에에엣! 여왕이던 공주던 왕녀던! 아넬리안한텐 욕이 안되잖아! 신데렐라 컴플랙스? 그것도 아니야. 신 데렐라는 왕비가 되니까! 크아악! 뭐라고 욕해줘야되지?(발광중) 퀸즈 하트 1편을 연재한지 딱 1년 6개월. 오늘이 바로 한번 미쳐보자며 발광 했던 바로 그날. ...미쳤지...미쳤어.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3dragon.net), 청어람(chungeoram.net), 드림워커 (drwk.com), 조아라(ujoa.com), 하이텔 Pmc(http://pmc.hitel.net/drezzit) 제국평의회 (http://endsad.zio.to/)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1화 배신 (3) 2003-09-21 11:27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다음날 나와 로이드 왕자는 마차를 타고 왕성으로 들어갔다. 애초에 여기 로 나온 목적도 국왕폐하를 뵙기 위한거였으니 빨리 알현을 끝마치고 싶었 다. 여기서는 보는눈도 많고 뒤에서 수근거릴 인간들도 많아서 많이 귀찮거 든. 거기다 운동도 못하고 말이야. 다행히 나와 로이드 왕자는 궁에 들어서자 마자 곧바로 국왕폐하의 집무실로 불려갈수 있었다. 하긴 신분이 왕자와 왕 자비인데 그 누가 우리 앞을 막아서겠어? "로이드 이왕자 전하와 아넬리안 왕자비 마마께서 드시옵니다." 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동안 집무실 문밖에서 안을 향해 크게 소 리치는 시종의 목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으응? 언제 도착한거지? 뭐… 그 런건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말이야. 곧이어 화려한 사자 문야이 새겨진 나무 문이 소리없이 스르르 열렸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자 또다른 문과 그 앞에 서있는 기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 문 역시도 곧바로 열렸고 이내 국왕폐하의 집무실이 나타났다. "오오오! 왕녀! 아니… 아니지! 아넬리안. 어서오게. 어서와!" 집무실 중앙에 있는 책상에 앉아서 한창 서류를 보며 무언가를 쓰고 있던 국왕폐하께서 안으로 들어서는 우리를 보고 벌떡 일어서시더니 내쪽으로 걸 어오셨다.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옵니다. 폐하." "무슨소리! 그래 몸은 좋아졌는가?" 물론 당연히 좋지! 꾀병이었으니까. 오히려 힘이 넘쳐서 문제라고! …라고 말할수는 없잖아? "아넬리안은 괜찮습니다. 아바마마" "후후. 녀석. 그래 궁을 나가니 좋던? 네녀석이 좋아하는 책도 많이 없었을텐 데 꽤 오랫동안 나가있었더구나" 폐하의 말에 로이드 왕자가 살짝 얼굴을 붉힌다. 저기… 폐하. 요즘 로이드 왕자는 책을 잘 안보거든요? 그보다는 맨날 제 무릎을 베고 노닥거리는데요. …라고 말하고 싶어지는걸? 이런 말을 하면 국왕폐하의 표정이 어떻게 변할 지 정말 궁금하다. "그래. 손주는 언제쯤 안겨줄게냐? 네녀석 평소 하는 꼬라지를 보면 이 아비 가 늙어죽기전에는 힘들것 같다만…" "아바마마!" 국왕폐하의 갑작스러운 기습공격에 로이드 왕자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소리를 빽하고 질렀다. 우에엣… 폐하도 참. 때가 되면 어련히… 가 아니 잖아! 난 아직 아기를 가지고 싶지 않다고! 뭣보다 로이드를 왕으로 만들려 면 지금이 가장 중요한데 이런 중요한 시기에 거동이 불편하면 여러모로 불 리하단 말이야. 크으… 요즘 로이드 왕자가 조르는걸로 봐서는 좀 위험하긴 하지만… 이렇게 나와 로이드 왕자가 국왕폐하의 짓궂은 대화에 고생하고 있 을때 갑자기 문가에서 똑똑하고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급하지 않다면 조금 있다가 들어오게" 갑자기 방해받아서인지 국왕폐하께서는 조금 낮은 목소리로 밖에다대고 외 쳤다. 하지만 그런 폐하의 말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면서 중년 의 귀족이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집무실로 들어온 그는 우리에게 깊숙히 허 리를 숙여 예를 표한뒤 곧바로 국왕폐하의 곁으로 뛰어갔다. 흠… 입고 있는 옷이나 거침없이 집무실안으로 뛰어드는 폼으로 봐서는 재상이나 고위급 대 신정도 되나보군. 뭐… 처음보는 얼굴이니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 대신 - 으로 보이는… - 은 국왕폐하께 다가가서는 몇장의 종이 뭉치를 꺼내서 책상에 올려놓고는 우리들 눈치를 조금 살피더니 폐하께 귓속말을 했 다. 으음… 우리가 들어서는 안될 말이려나? 왠지 분위기가 별로인걸? 난 그 렇게 생각하면서 로이드 왕자를 바라보았다. 그도 나와 별차이가 없는지 지 루한 기색을 숨기려 하지도 않은채 집무실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잠시뒤 그 대신의 귓속말에 고개를 몇번끄덕이던 국왕폐하께서 아까전 집무를 보시던 그 책상에 앉으시면서 말을 꺼내셨다. "으음… 생각같아서는 차라도 한잔 마시면서 그간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사정이 좋지않군. 오랜 여행에 피곤할테니 그만 가서 쉬게. 그리고 로이드! 네녀석 한번만 더 말도 없이 왕성을 나가면 도서관에 쳐박아버릴테 니 알아서 처신하거라. 알겠느냐?" "네." 이 사람… 가출한거였어? 하아아아… 난 또 마틴 왕세자랑 같이 왔길래 국 왕폐하의 허락을 받고 온건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가출한다음에 마틴 왕세 자와 만나서 내가 있던 곳까지 온건가보군. 정말 뭘 생각하는건지… 본격적으로 그 대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국왕폐하를 뒤로하고 우리는 집무실 을 나왔다. 밖으로 나오면서 귀를 세우고 안의 대화를 엿들으니 ''본격적인…'' 이라던지 ''침공…''운운 하는소리가 들려온다. 흐응… 이거 덴녀석이 의외로 일을 잘해줬나본데? 뭐… 이걸로 조금은 시간을 벌겠군. 오랫만에 왕자궁으로 돌아왔다. 여긴 별로 변한게 없군. 조금 바뀐게 있다면 궁안에 있는 정원이 갈색으로 물들어 있다는것 정도일까? 얼마후면 저기도 다 갈아엎어서 흙더미로 바꾸겠지. 낙엽이 지지않는 녹색의 관목들이 몇그루 서있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좀 쓸쓸해보인다. 이거… 가을타는건가? "안들어갈거야?" "네? 아…아니요. 가요. 전하" "응"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있었네. 난 내앞에서 걸어가는 로이드 왕자를 따라서 정원을 가로질렀다. 후훗. 그래도 많이 발전한거라고. 예전의 로이드 왕자였으면 내가 딴생각을 하고 있건말건 혼자서 별궁안으로 들어가버렸을 껄? 별궁 안으로 들어서지 반가운 얼굴이 나를 반긴다. "마마! 그동안 연락도 없이 어디 계셨던겁니까? 걱정했단 말입니다!" "아아. 미안해." 에레니아 시녀장이 날 보자마자 허리에 양팔을 얹고 눈꼬리를 치켜올리면서 따지고 들었다. 으음… 조금 미안하긴 하군. 거기다 로이드 왕자까지 가출해 버렸으니 그동안 걱정많이 했겠구나. 역시 연락을 해둘껄 그랬나? "이런 저런 사정이 있어서 말이야. 그보다 별일 없었지?" "이 별궁의 주인 내외분이 안계신것 외에는 별일 없었습니다." 왠지 말에 가시가 있는것 같아. 하지만 뭐… 이런정도로 무너질 내가 아니 란 말이지. 난 연신 투덜거리며 잔소리를 늘어놓으려는 시녀장을 가볍게 무 시하고 내가 쓰던 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로이드 왕자는 벌써 간건가? 너 무하잖아! 내가 잔소리를 듣고 있는 사이에 혼자만 가버리다니! 에잇! 그놈의 무뚝뚝한 성격! 변한거야? 아닌거야? 도대체 속을 알수가 없다니까!!! 내 방으로 향하는동안 낫선 아이들 - 시녀복을 입고 있다 - 이 나를 보고 는 굉장히 놀라면서 연신 고개를 조아린다. 흠. 그래도 제법 시녀티가 나는 걸? 역시 노련한 시녀장 밑에 있으니 전혀 써먹을데 없을것 같던 꼬맹이 녀 석들도 쓸만하게 변하는구나. "에린양! 도대체 몇번을 말해야 되요? 네? 조금은 주위를 하라고요!" "죄…죄송합니다." 어라라? 방금전에 에린이라고 했나? 난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 다. 2층으로 올라가는 복도구석에 제린과 에린이 서있는게 보인다. 그리고 바 닥을 구르고 있는 접시들도 눈에 들어왔다. 에휴… 에린이 그럼 그렇지 별수 있나. 저녀석 어디가서 내 전속 시녀라는 말은 안하고 다녀줬으면 좋겠는 데… 방안으로 들어가보니 로이드 왕자가 시종의 시중을 받으면서 평상복으로 갈 아입고 있었다. 흐음… 저 시종의 이름이… 헨켈이었던가? 시종복을 입고 있 긴 하지만 로이드 왕자 옆에 서있으니 둘이 잘어울리는걸? 혹시 저게 로이드 왕자가 남색가라는 소문의 근원이 아닐까? 왠지 그럴것같다는 생각이 팍팍 들었다. "뭐해?" "예? 아…아무것도 아니에요. 전하" 난 작게 고개를 저으면서 로이드 왕자의 말을 슬며시 넘겨버리고 욕실로 향 했다. 우선 씻고보자. 따뜻한 욕조속에 들어가서 그동안 쌓인 여독도 좀 풀고 오늘은 푹 자야지. 요즘 이틀이 멀다하고 밤이슬을 맞고 돌아다녔더니 피부 가 좀 거칠어진 느낌이란 말이야. 피부미용에는 우유 목욕이 좋다는데 그거 나 한번 해볼까? 에이… 됐다 됐어. 난 아직 젊단 말이지. 그런거 안해도 맘 편하게 먹고 푹쉬면 이전처럼 탱글탱글하고 탄력있는 피부로 돌아갈거야. 음 음. 그런데… 대리석으로 된 욕조에는 장미잎이 둥둥 떠다니는 따뜻한 물은 커녕 차가운 냉수조차 없었다! 이것들이 일을 하는거야 마는거야? 확 모조리 불러서 따끔하게 혼내줄까? 아니면 시녀장만 불러다가 잔소리 들은만큼 화내 볼까? 여기 시녀들 입장에선 전자쪽이 더 좋겠지만… 훗. 에레니아 시녀장을 불러야겠군. 첨벙…. 아아… 천국이로구나. 천국이야. "하아아아…" 나도 모르게 작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편안한 자세로 욕조속에 드러누 운 나는 죠안이 가져온 차가운 주스를 마시면서 물위로 머리만 내민채 몸을 푹 담갔다. 온몸이 녹아내리는것 같은게 이대로 한잠 푹 자고 싶다. 음… 그 랬다간 감기 걸리겠지? 첨벙첨벙… 내 머리위에서는 제린이 양팔을 걷어붙인 채 두손으로 내 어깨를 주무르고 있었고 내 발치에 서 있는 죠안은 손으로 욕조의 온도를 재면서 물이 식으면 뜨거운 물을 부어주고 있었다. 원래 저건 바보같은… 이 아니라 원래 바보인 에린 녀석이 해야할 일이지만 그녀석은 지금 에레니아 시녀장에게 잡혀가 있다. 훗. 내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던 시녀 장은 내가 ''평소에도 이래?''라는 단 한마디 말에 얼굴을 붉히며 뛰쳐나갔고 에린이하 열한명의 시녀들은 시녀장과 함께 별궁 뒷편으로 끌려갔다. 불쌍한 지고… 쯧쯧. "역시 집이 좋아. 그렇지? 제린" "호호. 당연하죠. 마마. 그런데… 살이 조금 타신듯 하네요? 아직도 운동하시 는건가요?" "응! 봐봐. 나 근육도 붙었어" 난 오른 팔을 들어올려서 힘을 주었다. 그러자 달걀만한 알통이 불거져나온 다. 처음엔 이거 보기 싫었는데 이젠 꽤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평소엔 몸속 에 들어가 있다가 힘을 주면 튀어나오는데다가 닐크의 말로는 내가 열씸히 운동한 증거라나? 뭐… 전혀 예쁘지 않은 근육질 몸매가 되고싶은 생각은 눈 꼽만큼도 없지만 왠지 이런 근육이 생기는게 신기하고 재미있다. 이래서 운 동하는걸 멈출수가 없다니까. 욕탕에서 두어시간쯤 뭉기적대면서 놀다가 방으로 돌아와보니 로이드 왕자 가 침대위에서 자고 있는게 보인다. 책을 읽던 중이었는지 그의 옆에는 두꺼 운 책이 엎어져있었다. 에… 어디보자. 외교학? 이제 연예학은 다 본건가? 내 가 보기엔 아직 멀었다고 생각되는데. 뭐… 그거야 로이드 왕자 마음이니까. 그런데 요즘 로이드 왕자의 자는 모습을 많이 보는것 같단 말이야. 원래 잠 이 많았던건가? 아니면 내가 곁에 있을때만 자는건가? 음… 모르겠다. 우리가 왕실로 들어온지 열흘이 지났다. 그동안 국왕폐하와 몇번인가 식사 를 같이했다. 그때마다 화제는 언제쯤 손자를 안겨줄거냐 하는것이었다. 음… 이건 일왕자 였던 브래드릭 장군이 조금있으면 아이를 낳을것이라서 그런거 겠지? 엘린님의 아이도 국왕폐하께는 손주가 되는것이지만… 이미 태어날때 부터 정해진 신분의 벽은 할아버지가 손주도 안아주지 못할만큼 두터운법이 니까. 마틴 왕세자의 최근 근황도 들었다. 요즘 북부 요새도시 근처에서 귀족가의 사병들을 끌어모아서 전쟁을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요즘 귀족들 만 나랴 병사들 끌어모으랴 보급물자 징발하랴 정말 눈코뜰새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침대위에서 뒹굴거리고 있는 로이드 왕자와 비교되는 걸? 뭐… 요즘엔 내 무릎을 베고 누워서 책을 읽고 있지만 말이야. 갑자기 미쳤는지 제왕학이나 군사학 같은 책을 보고 있는 로이드였지만 왠지 나와 단둘이 있을땐 전보다 어리광이 더 심해진것 같다. 어제는 갑자기 날 보며 히죽거리며 - 그 누가 상상이나 할수 있을까? 이 무뚝뚝, 무표정, 무관심의 3무를 고루 갖춘 로이드가 말이다! - 슬금슬금 기어와 내게 안길때는 솔직 히… 섬뜩했다. 이거 혹시 로이드의 탈을 쓴 다른 녀석이 아니야? 오늘… 날씨 한번 좋구나. 왠지 좋은일이 생길것같은걸? 난 오랫만에 책이 나 읽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책장 - 로이드가 수집해놓은것들이다 - 에서 아 무책이나 하나 꺼내든뒤 테라스로 걸어나갔다. 아침에 내가 운동하는 동안 여기서 책을 읽고 있던 로이드 왕자덕분에 귀찮게 의자를 가지고 나올 필요 는 없었다. 흠… 대륙 역사서네? 재미있을려나? 대충 보니까 크레센트인이 쓴 역사서인듯 한데 말이야. 이거 자기네 나라 자랑만 잔뜩 들어가 있는건 아니겠지? "흠…" 첫장과 말머리를 대충 훓어본 난 책을 파라락…소리가 나도록 주욱 넘긴뒤 에 대충 아무곳이나 찍어서 읽기 시작했다. 내용은 철혈대제로 불렸던 프로 텐스 국왕때의 이야기였다. 전에도 그렇고 이 선대 국왕아저씨 자주 나오는 걸? 하긴 그 당시가 크레센트 국에게 있어서 최고의 전성기였을테니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게 당연하겠지만 말이야. 한창 프로텐스 국왕에 대해서 읽고 있는데 갑자기 등뒤에서 날 덥쳤다. "꺄악!" 인기척도 없이 - 어쩌면 내가 책에 몰입하고 있었는지도… - 나타는 상대 는 내 등뒤에서 양팔을 뻗어서 내 목을 껴안더니 따뜻한 볼을 내 옆얼굴에 찰싹 붙였다. "뭘보는거야?" "저…전하아…" "왜?" 이 망할 남편아! 방금전 내 간이 콩알만해졌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걸 알기나 하는거야? 아직 가지지도 않은 아기가 떨어질뻔했잖아! 아으으으! 이 걸가지고 화낼수도 없고! 답답하다! "노…놀랬잖아요. 갑자기 그렇게…" "하지만 불러도 대답도 안했잖아" 그…그랬나? 내가 너무 집중해서 역사책을 보고 있었나보다. 하지만 그렇다 고 그렇게 갑자기 뒤에서 껴안아도 되는거야? 응? 거기다 왜 볼을 부비적 대는거얏! 뭐… 조금 좋기는 하다만…. 내가 난처해 하는걸 즐기기라도 하는지 로이드 왕자는 뒤에서 껴안은채 떨 어질줄을 모른다. 들고있던 두꺼운 역사서로 로이드의 머리를 때려줄까? 하 고 고민하고 있을때였다. 갑자기 등뒤에서 ''쾅!''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방문이 부서질듯 큰소리를 내면서 활짝 열렸다. "마…마마! 크…큰일났습니다아!" 응? 에린? 뭐야?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난입한 에린 덕분에 날 껴안고 있 던 로이드 왕자가 슬금슬금 테라스 구석으로 떨어지자 난 한손으로 목을 주 무르면서 물었다. "무슨일이야?" "헤엑…헤엑… 에…엘린님께서! 지금 출산을 하신다고…" "뭐? 아직 한달은 남은거 아니야? 열달도 다 못채웠을텐데?" "그게… 지금 아기가 태어날것 같다고… 방금전에 미노스 백작가에서 시종이 왔다갔어요" "그래? 당장 가봐야겠군. 에린 마차 준비시키고 바로 출발할 준비해!" "나도 가겠어." "전하도요? 여기 계셔도 되는데…" "아니. 갈거야. 형님의 아이잖아. 그런 축복받은 자리에 내가 빠져서야 어떻 게 형님 얼굴을 보겠어. 나도 간다. 준비해" "예! 전하!" 평소와는 다르게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한 에린 녀석은 로이드 왕자의 명령 에 잽싸게 방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방 밖에서 쿵… 하는 소리와 함 께 ''꺄악…''하는 비명소리와 와장창 하는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에 린 녀석 문도 안닫고 나갔잖아! 우리가 타고 갈 마차는 금방 준비되었고 나와 로이드 왕자가 마차에 오르자 마부는 급히 채찍을 들어서 말을 몰았다. 마차안에는 나와 로이드 왕자 그리 고 제린이 타고 있었는데 멍청한 에린 녀석은 접시무더기를 들고 가던 꼬맹 이 시녀중 하나를 그대로 들이받아서 접시 수십장을 깨먹었다. 덕분에 지금 에린 녀석은 에레니아 시녀장에게 불려가서 된통 깨지고 있을거다. 자기가 깨먹은 접시만큼 혼나려면 일주일정도는 잔소리를 들어야 할껄? 그 덕분에 제린이 나를 수행하게 된것이다. 국왕 폐하의 재가를 받을 시간도 없었고 그럴 정신도 없이 우리는 빠른속도 로 왕성을 빠져나간뒤 도시를 질주하다시피 달려나갔다. 어느새 달아놨는지 마부석 앞에는 긴급을 알리는 붉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고 그런 마 차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대로로 나오자 바글바글한 인간들이 좌우로 좌악 갈라지면서 넓은 대로가 나타났다. 이속도로 달리다 사람이라도 치면… 끔찍 한 몰골이 되는데? 다행히 한명의 인생을 망치는 불운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거기다 도시 를 둘러싸고 있는 외성벽 근처로 마차가 다가가자 성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 병들이 알아서 안으로 들어오는 마차와 사람들을 통제해서 마차 속도를 조금 도 줄이지 않고 빠져나올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들은 말이 지쳐서 쓰러질정 도로 빠른 속도를 내며 미노스 백작의 저택을 향해 달렸다. 쾅! 현관문이 부서질듯 열리며 커다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내 앞에서 빠 른걸음으로 걸어가는 로이드 왕자는 문짝이 부서져나가는것쯤은 관심도 없다 는듯이 눈길조차 안준채 빠른걸음으로 복도를 지나쳐 계단을 향해 달리듯 뛰 어올라갔다. 나도 이런 불편한 드래스만 아니면 그의 뒤를 따라 뛰어가겠지 만 잘못하단 넘어질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로이드 왕자의 뒤를 쫓았다. 간신 히 계단을 뛰어올라간뒤 길고긴 복도를 바라보니 여전히 뛰어가고 있는 로이 드 왕자의 등이 보였고 그 너머로 미노스 백작과 백작부인이 간이의자에 앉 아있는게 보였다. "아기는? 태어난건가?" "아직입니다. 전하." "그런가? 휴우… 늦지는 않았군" 그렇게 말하면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로이드 왕자. 으음… 사정이 사정이 니 이해는 해주겠지만 왕족이 맨 바닥에 주저앉다니 예의에 어긋나는… 거기 다 미노스 백작에게 하대를 하는것도 그렇고… 으음… 뭐… 좋게 생각하자고 저쪽도 로이드 왕자를 왕으로 추대하기위해 힘을 빌려준다고 했으니까. "다시 뵙는군요. 미노스 백작님" "오셨습니까? 마마. 허허. 이거 공연히 소란만 부린게 아닌지 모르겠군요" "무슨 말씀을… 이렇게 소식을 전해주셔서 정말 기쁜걸요." "형님의 아기이니 당연히 와봐야지. 난 사내아이던 여자아이던 그애의 대부 가 되어줄거야." "전하아…" 로이드 왕자는 자기 앞에 미노스 백작이 있던 말던 할말을 다 한다. 이거 좀 무례한거 아니야? 원래 로이드 왕자 자체가 무례함 투성이이긴 하지만… 거기다 대부가 되어준다니. 형제사이에 말이야? 그것도 왕족도 아닌데? "그건 좀 무리가 아니겠습니까? 전하. 저희는 평범한 백작가인데다가…" "아니! 형님의 아이니까 내가 대부가 되어주는건 당연해! 그리고 나와 아넬 리안사이에 낳은 아이는 마틴녀석이 대부가 되어줄거고 마틴의 아이는 내 형 님이 대부가 되어줄거야. 가족이니까 이건 당연한거야" 딱잘라 말하는 로이드 왕자. 하아… 그 취지는 좋습니다만… 전하. 마틴 왕 세자는 내일 당장 적이 될지도 모르는 상대라고요. 거기다 이젠 브래드릭 장 군도 포섭하지 않으면 제거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때였다. 방안에서 ''아아 아악!!!'' 하는 여성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비명소리에 나와 로이드 왕자가 깜짝 놀라자 미노스 백작이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벌써 두시간째입니다. 휴우… 산파의 말로는 난산이 될것 같다고 하더군요" "저어… 제가 들어가봐도 될까요?" 난 조심스럽게 그들의 눈치를 보면서 물었다. 그러자 미노스 백작은 자기 부인을 바라보았고 미노스 백작부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남자는 안돼요. 전하! 전하께서는 여기서 기다리세요." "하지만…" "기다리세요!" 난 그렇게 딱 잘라 말한뒤에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뒤에 서 자기는 왜 안되냐는 로이드 왕자의 투덜거림이 들려왔지만 난 과감하게 그 투덜거림을 무시했다. 어디 감히 들어오려고해? 응큼하긴! 방안은… 무언가 뜨거운 열기로 가득차 있었다. 침대가에는 서너명의 시녀 들이 교대로 누워있는 엘린님의 이마며 얼굴을 차가운 수건으로 닦아주고 있 었고 산파로 보이는 노파가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대야를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왠지 조금 겁이 났지만 난 용기를 가지고 침대가로 걸어갔다. "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침대에 누워서 연신 작은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엘린님은 입에 딱딱해 보이는 나뭇가지를 물고 있었는데 얼마나 씹었는 지 온통 이빨자국 투성이다. 거기다 방금전에 닦았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송 글송글 맺히는 땀과 더이상 충혈될수 없을것 같이 붉어진 눈자위… 부어오른 눈두덩이를 보고 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두손이 꽉 쥐어졌다. 쥐어진 손바닥 에 땀이 흥건하게 베였다. 출산이란게… 이렇게 힘든거였어?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엘린님이 고통스러운 얼굴로 한껏 인상을 쓰면서 고개를 치켜들었다. 얼마 나 힘을 줬는지 치켜든 목에 굵은 핏줄이 가득 돋아 있었다. "거기서서 방해할거면 나가세요! 당장!" "네네?" 멍하니 엘린님을 보고 있던 나는 갑자기 나에게 소리치는 늙은 산파를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산파는 나와 말할 시간도 아까운지 엘린 님이 누워있는 침대로 뛰어가서는 - 저 몸놀림… 노인 맞나? - 엘린님에게 힘을 주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멍하니 방한구석에 서있던 난 나도 모르게 작 은 신음을 연발하고 있는 엘린님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천정에 메달려있는 굵은 천을 붙잡고 있던 그녀의 손이 아래로 툭하고 떨어지자 나도모르게 그 손을 두손으로 꼭 쥐었다. 내가 엘린님의 손을 꼬옥 쥐자 그녀가 고개를 돌 려서 나를 바라보았다. 얼굴 전체가 땀으로 가득하고 거친숨을 몰아쉬고 있 는 엘린님이었지만… 그녀는 웃고 있었다. 마치 자기는 괜찮다는듯이 말이다. "괘…괜찮을거에요. 정말로… 흐윽…" 나도 모르게 이런말들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마치 기도하듯이… 최면을 걸 듯이 난 엘린님의 손을 꼭쥔채 괜찮을거라고 계속 중얼거렸다. 이런건 너무 해… 아기를 낳는일이 이렇게 힘든일인줄은 몰랐어. 정말로… "아으으으… 아아아아악!!!" 두손으로 쥐고 있던 엘린님의 손이 내 팔을 꽉 움켜쥔다. 얼마나 세게 움켜 쥐었는지 손목이 얼얼해질 정도다. 엘린님의 다리쪽에 있던 산파는 계속 ''좀 더… 조금만 더…''라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아기는 아직 나올 기색이 없는것 같았다. 이 빌어먹을 조카녀석아! 아들인지 딸인지는 몰라도 엄마 고생좀 그 만시키고 빨리 나와버려! 어서! "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 눈을 뒤집으며 비명을 질러대던 엘린님이 축 늘어졌다. 그녀의 입에서 연신 거친 숨이 헉헉하고 흘러나오는게 들려왔다. 축축한 물방울들이 내 볼을 타 고 흘러내린다. 아아… 신이여. 아무 신이나 좋으니까. 부디 엘린님… 아니 엘린 언니를 도와줘요. 제발… 엘린님이 산고를 겪은지 다섯시간이 넘어갔다. 그동안 엘린님이 몇번이나 기절했다 깨어났는지 세기도 힘들다. 난 더이상은 견딜수 없어서 울면서 밖 으로 뛰쳐나왔다. "아넬리안! 괜찮아?" "흐으윽… 언니가… 언니가…" 나도 모르게 내게 달려온 로이드의 품에 안겨서 울었다. 이것참. 나중에 생 각해보니 굉장히 부끄럽다. 정작 부모님인 미노스 백작과 백작부인은 조금 걱정스러운 얼굴이었지만 자신들의 딸을 믿는지 침착한 모습이었는데 어찌보 면 남이나 다름없는 내가 더 이성을 잃고있다니 나 이렇게도 심약했던가? 창밖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이제 여덜시간째다. 망할 조카녀석 세상에 태어 나면 네녀석의 엉덩이는 내가 실컷 두들겨주마! 엄마를 이렇게 고생시키다니 너 효자 - 혹은 효녀 -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될거다! "엘린!!!" 내가 아직도 안태어난 망할 조카를 속으로 욕하고 있을때였다. 갑자기 복도 끝에서 커다란 고함소리가 들리면서 한 사내가 급히 뛰어오는게 보였다. 어? 브래드릭 장군이잖아? 전선 근처에 있어야 할사람이 어떻게? "자…자네 어떻게 온건가? 응?" "아버님! 엘린은… 엘린은 괜찮습니까? 네?" 로이드 왕자의 형님인 그가 미노스 백작을 붙잡고 소리치자 그에 답변이라 도 하듯이 닫혀진 방문사이로 엘린님의 힘겨운듯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를 듣자 브래드릭 장군은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았다. "하아…하하. 늦지는 않은것 같군요." "전선은 어쩌고 여기에 온건가?" "부관에게 맡겨뒀습니다. 거기다 마틴 녀석도 있으니 저하나쯤 빠져도 상관 없을겁니다. 휴우우…"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빙그래 미소를 지었다. 안도감일까? 아니면… "하지만 언제 전쟁이 날지 모르는 이런 상황에…" "제겐 엘린이 더 중요합니다! 까짓거 문책할려면 하라죠! 지금 엘린 곁에 있 을수만 있다면 그정도쯤은 열번 아니 백번이라도 감수할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한 브래드릭 장군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시도는 미노스 백작부인의 만류덕분에 저지되었다. 어떻게 온건지는 몰 라도 그의 몰골은 그야말로 먼지투성이였고 저런 차림새로 산모가 있는 방으 로 들어가면 안좋은게 뻔하니 당연히 못들어가게 막은것이다. 덕분에 브래드 릭 장군이 저택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들어간곳은 욕조속이었다. 브래드릭 장군은 온몸을 벅벅 문지르며 묵은때를 몽땅 닦아낸뒤에야 엘린님이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갈수 있었다. 해가 완전히 져서 사방이 어두컴컴해진 시각. 저녁식사까지 거른 우리들은 여전히 복도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12시간이 넘었다. 아이 하나 낳 는게 이렇게 힘든일인걸까? 왠지 자신이 없어진다. 말로는 로이드의 아기를 낳고 싶다고 했었지만… 저렇게 고통스러워 하는 엘린님을 지켜보고 있자니 도저히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다. "아넬리안 가서 좀 쉬는게 어때?" 내 옆에 앉아있던 로이드 왕자가 내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지만 난 고개를 저으면서 거부했다. 미노스 백작 부부도 저렇게 버티고 있는데 어떻게 젊은 내가 쉴수 있겠어? 물론 난 엘린님과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자리를 뜰수가 없 다. 내가 여기 없으면 무슨 나쁜 일이라도 일어날것 같아서 불안했기 때문이 었다. 불행한 일이 일어난다해도 내가 할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렇다해도 난 절대로 여기서 도망치고 싶지 않아. 의자에 앉은 내가 나도 모르게 로이드의 어깨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방안에서 ''으애앵''하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 누가 먼저랄것 없이 우리는 모두 거의 동시에 벌떡 일어섰고 체면이고 뭐고 다 내던져 버린채 방문앞에 귀를 대었다. 안에서는 ''응애응애''하는 아기 울음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드디어…" "여보… 흐윽" 미노스 백작부인이 감격에 겨웠는지 백작의 손을 꼬옥 잡고 눈물을 주르륵 흘린다. 얼마나 기쁠까….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브래드릭 장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버님! 어머님! 태어났습니다! 드디어…" "오오오…" 미노스 백작 부부가 서로를 얼싸안으면서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나 와 로이드 왕자 역시 그뒤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 아빠… 흐윽…" "얘야…" "고생많았다. 엘린아." 방안에 들어온 내눈에 가장 먼저 띈것은 딸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부모님들이었다. 나의 부모님들도 내가 태어났을때 저렇게 울어주셨을 까? 조금… 부럽다. 그리고 다음에 보인건 피로 흠뻑 젖은 침대시트였다. 붉 은색으로 물든 침대시트는 한 시녀의 손에 들린채 내 앞을 지나갔는데 진한 피냄새가 내 코를 고통스럽게 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돌았다. 열두시간씩이나 버티며 엄마를 굉장히 아프게 하며 태어난 아기는 한참을 울어대다가 부드러운 침대보에 쌓이자 울음을 멈추고 새근새근 잠들었다. 근 데… 갓태어난 아기는 천사같이 예쁘다던데 왠지 쭈글쭈글한게 이상해. 귀여 워 보이긴 하지만… 좀…. 살색도 붉은게 좀 이상했다. 에잇! 엄마인 엘린님 을 무척 아프게 한녀석이니까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려줬어야 했는데… - 나 중에 들은바로는 산파한테 엄청 맞았다고 한다. 나쁜 아기라니까! -. 지금 아 기는 완전히 파김치가 되어서 손가락 하나 까딱못하는 엄마 곁에 누워서 새 근거리며 잘도 자고 있다. 그런데 여자아이라던데… 남자들이 조금 실망스러 운 표정을 지었지만… 엘린님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다들 알고 있어서 그런지 그런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물론 이자리에서 ''사내아이''운운 하는 인간이 있 었다면 내 주먹이 작렬했을거다. 이건 장담할수 있어! "나… 다음엔 당신 닮은 사내아이 낳을래요" 게엑… 아직도 힘겨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엘린님이 그런말을 하다니… 어쩌지? 주먹을 쥐어야 하나? 아니면… 으아아아! 몰라몰라!!! 아까전에는 ''나 다시는 아기 안낳을거야!''라고 소리쳐놓고!!! 겨우 몇분이나 지났다고 저 딴 소리를 할수 있는거야아앗!!! 그렇게 힘들어 해놓고! 고통스러워 해놓고! 같은 여자지만… 여자마음은 정말 모르겠다. 잘자고 있는 아기의 볼을 자꾸 콕콕 찔러서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게 만든 로이드 왕자는 결국 브래드릭 형님에게 뒷통수를 얻어맞은뒤에야 침대에서 물러섰다. 그렇게 신기한가? 거기다 왜 자꾸 날보면서 눈을 빛내는건데? 맹 세하는데 난 절대로 저렇게 괴로워하기 싫어! 죽어도 싫어! 내가 자기 눈빛 을 외면하자 로이드 왕자는 슬그머니 내게 다가와서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른 다. 하지만 싫은건 싫은거라고! 뭐… 나중이라면 생각해보겠지만… 지금은 마음의 준비가 안되서…. 그때였다. 갑자기 방문이 활짝 열리면서 내 시녀인 제린이 급히 안으로 뛰 어들어왔다. 한손으로 치마자락을 붙잡은채 뛰어온걸로봐서 또 뭔일이 터졌 나보다. 뭐… 전쟁이라도 난건가? 아니면 우리 역적 모의가 걸리기라도 했 나? 어느쪽이건 제린이 저렇게 뛰어들어올 필요는 없을것 같은데… "마…마마…" "왜 그래? 제린. 나쁜 소식이면 내일 들을래. 몇일동안 쓸 힘을 오늘 하루만 에 모조리 소진한 기분이라서 말이야" "큰일났습니다. 어서 왕성으로…" "큰일? 도대체 무슨 일인데?" 슬슬 불길해진다. 아까전에도 에린 녀석이 저렇게 급한 모습으로 뛰어와서 날 이 고생을 시켰지. 아마? 왠지 지금 상황이 그때랑 비슷한것 같은걸? "구…국왕폐하께서… 쓰러지셨습니다." "…뭐?" 무슨소리야? 그저께 봤을때만해도 오히려 활력이 주체못할정도로 건강해보 이더만. 설마 국왕쯤 되는 분이 암살자에게 당하기라도 했을까? "방금전에 왕성에서 사자가 왔는데… 국왕폐하께서 위독하시다고 합니다! 어 서 왕성으로…" 위독이라니… 무언가 크게 잘못된 느낌이다. 제린의 말에 방안의 공기가 차 갑게 얼어붙었다. 방금전까지만해도 갓 태어난 아기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 기였는데… 한밤중… 마차는 달리고 또 달렸다. 급히 내달리면 30분도 안되는 거리였고 또 밤이라 그런지 가도에는 여행자가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마차는 미친듯 이 질주해나갔다. 부서질듯 요란하게 움직이는 마차바퀴 그리고 당장이라도 거품을 물고 쓰러질듯한 말들, 찢어질듯 요란하게 펄럭이는 붉은 깃발, 눈도 뜨기 힘들정도로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마차의 창문을 열고 힘겹게 내다본 내 눈에 들어온 것들이었다. 마치 세상이 모조리 미쳐버린것 같았다. "괜찮겠지?" "물론. 그런 아버지이니까." 로이드와 브래드릭 대화다. 둘은 의외로 담담한 표정을 지으면서 가끔씩 몇 마디를 나누긴 했지만 대부분 입을 다물고 침묵하고 있었다. 지금 마차에는 나와 제린 그리고 로이드 왕자와 미노스 백작, 마지막으로 브래드릭 장군이 타고 있었다. 이중 브래드릭 장군은 엘린에게 금방 돌아온다고 소리치고 떨 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간신히 떼어서 마차에 올라탄것이다. 한 생명이 태어 난 그날 한 생명이 죽음앞에 서다니. 왠지 아이러니한 밤이다. 마차의 질주는 외성문 앞에 있는 급조한 바리케이트를 부수고도 멈출줄을 몰랐다. 미친듯이 질주하던 마차는 열려져있는 내성문을 지나서 왕성의 본궁 앞까지 가서야 멈춰섰다. "어서!" 먼저 마차에서 뛰어내린 로이드 왕자는 누구에게랄것 없이 한마디를 내뱉은 뒤 본궁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아앗! 난 드래스인데다가 굽이 높은 구두라 못 뛴단 말이야!!! 구두를 벗어던지고 길게 늘어지는 치마를 두손으로 부여잡은 나는 정말 간 신히 로이드등의 뒤를 쫓아갈수 있었다. 여기서 놓치면 시종이나 시녀가 나 올때까지 본궁안에서 헤메게 된단말이야! 나도 필사적이라는것이다. 콰앙! 국 왕의 침실문이 벽에 부딪치며 커다란 소음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우리들은 물론이고 침싶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열댓명의 병사들조차도 그런 소리에 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 국왕의 침실안에는 차가운 냉기가 감도는것 같았다. 방금전 엘린님의 침실 에서 느꼈던 뜨거운 열기같은건 조금도 찾아볼수 없었다. 방안에는 의사들과 신관들이 우글거렸는데도 불구하고 한점의 열기도 찾을수 없다. 마치 무덤속 에 들어온듯한 기분이었다. "그륵…그르륵…" 커다랗고 화려한 침대속에서 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가래가 끓는 듯한 그런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소리였다. 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간신 히 옮겨서 침대가로 다가갔다. "흐읍…" 구토가 밀려나올것 같아서 난 두손으로 입을 막았다. 침대위에 누워계신 국 왕전하의 안색은 마치 시체의 그것처럼 창백했다. 거기다 두 눈동자는 무엇 을 보고 있는건지 알수 없었고 왠지 모를 섬뜩함이 느껴졌다. 입에서는 연신 아까와 같은 그르륵 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국왕폐하께서 아직도 살아있 는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건 두터운 이불이 아주 약간씩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을때뿐이었다. 가만히 서서 부들부들 떨고있던 브래드릭 장군이 소리쳤다. "아버님은 살아나실수 있는건가? 대답해라! 어서!" "죄송하옵니다." 간절한 목소리가 담긴 떨리는듯한 브래드릭의 외침은 희망을 잃은듯한 답변 에 뭍혀버렸다. 그걸로 끝이었다. 사형선고… 그래. 이건 사형선고야. 도저히 가망이 없다는 신관의 답변에 브래드릭 장군의 무릎이 바닥에 닿고 말았다. "빌어먹을! 어떤 새끼들이야! 기사들은 뭘한거야?! 병사들은!!! 이 왕성안에서 주군이 죽음을 당하도록 놈들은 뭘하고 있었단 말이냐?" 브래드릭의 외침이 방안을 흔들었다. 마치 피를 토하는듯한 외침에 의사들 과 신관들이 고개를 숙였지만 그 누구도 그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런 그때 갑자기 우리가 들어온 문가에서 소란이 일어나더니 온몸에 붕대를 감은 중년의 기사가 다른 기사들과 병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방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전하!!! 전하! 소신을 죽이십시오! 주군을 지키지 못한 이 못난 자를 처형해 주십시오!" 구르듯 방안으로 뛰어들어온 그 기사는 문가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채 악 을 쓰며 소리쳤다. 피투성이… 그래 피투성이라는 말이 딱 맞는다. 흉갑부분 이 뜯겨나간 망가진 갑옷과 대충 감은듯한 피묻은 붕대들. 지독한 피냄새가 그에게서 뿜어져나왔다. 한때는 멋드러진 품격있어보이는 금색 수염은 말라 붙은 피가 가득 묻어서 이상한 모습이었고 얼굴에는 온통 생채기 투성이었 다. 거기다 그의 오른 팔은 어깨죽지 부근부터 사라져있었다 마치 무언가가 잡아뜯은듯 괴상한 모습이었는데 얼기설기 감아놓은 붕대사이로 피 뭍은 뼛 조각이 툭 튀어나와 있었다. "너! 너!!! 이 빌어먹을 자식! 네가 기사더냐?! 주군도 지키지 못한 자가 왜 아직도 갑옷을 입고있는거냐? 네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은 장식품이더냐? 말 해봐" 주저앉아 있던 브래드릭이 갑자기 튕기듯 일어서더니 역시 바닥에 주저앉은 채 고개를 떨구고 이는 그 기사에게 달려가 그의 멱살을 잡아서 일으켜 세웠 다. 마치 불을 토하는듯 브래드릭 장군은 그 기사를 윽박지르며 욕설을 마구 내뱉었다. 그런 둘의 사이에 뒤따라 들어온 기사와 병사들 - 자세히 보니 그 들도 몸이 성해 보이는 자는 그리 많지 않은것 같았다 - 이 달려들어서 말 렸지만 악에 받친 브래드릭은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는지 눈물을 줄줄 흘 리며 넋이 나간듯한 그 기사를 붇잡고 흔들어댔다. "네가!!! 네가!!! 기사더냐? 봐라! 네 주군이 어떻게 되었는지! 왜! 왜! 왜에! 왜 못지킨거야? 엉?" "크흐흑… 저…절…죽여주시옵소서. 제발…" 그 기사는 브래드릭의 시선을 피하면서 피눈물을 흘렸다. 이건… 마치 연극 을 보는것 같다. 너무 현실감이 없어. 아니 너무 현실감이 넘쳐서 오히려 연 극같이 느껴지는걸까? 이럴때 난 어떻게 해야하지? 모르겠다.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그때까지 가만히 서있던 로이드 왕자가 갑자기 움직였다. 내 시선은 저절로 무표정한 - 무서웠다. 진심으로… - 로이드 왕자의 얼굴을 따라갔다. 로이드 왕자는 기사의 멱살을 쥐고 있는 브래드릭에게 다가간뒤 손을 들어서 그의 팔을 붙잡았다. "뭐야?!" "형님. 놔주십시오" "뭐?" 상대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로이드 왕자는 자기의 뜻을 꺾을 생각이 없는지 브래드릭 장군의 팔을 붙잡은채 그를 노려보았다. 자신을 노 려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웠던걸까? 갑자기 브래드릭이 손을 들어서 로이드 왕 자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자 로이드 왕자가 갑자기 주먹을 쥐더니 다시 그 오른팔을 잃은 기사를 윽박지르려던 브래드릭의 옆얼굴을 후려쳤다. 퍼억! "커헉…" 갑작스러운 충격에 중심을 잃을 브래드릭은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고 그를 따라서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죽여달라고 중얼거리던 중년의 기사도 같이 쓰 러졌다. 그런 둘을 내려다보며 로이드 왕자가 말했다. "형님만 괴롭고 힘든게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로이드 왕자는 그 기사의 오른팔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저 서야 그걸 본걸까? 브래드릭 장군은 그 기사를 붙잡고 있던 팔을 밀친뒤 주 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퍽! "제길!" "진정하십시오. 형님." "넌 이럴때 어떻게 진정하수 있어? 엉?" "…이것도 제왕학의 일부가 아닙니까? 어떠한 상황에서도 냉철한 판단력을 가져라. 이성이 먼저이고 감정은 그 다음입니다." "제기랄! 빌어먹을! 난 그딴거 몰라! 난! 그냥 일개 기사일뿐이야! 그딴건 모 른다고오!!! 으아아아!!!" 쿵쿵!!! 갑자기 브래드릭이 바닥에 이마를 찧기 시작했다. 그 기세에 놀란 기사들과 신관들이 발광을 하는 그를 향해 뛰어가서 몸을 붙잡고 말렸다. 그 런 자신의 형을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던 로이드 왕자는 시선을 돌 려서 그나마 멀쩡한 정신을 하고 있는 기사중 한명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거지? 상세히 설명해봐" "예! 전하! 금일 20시경에 침입자가 왕성의 내성벽을 뛰어넘어 침입해들어왔 습니다! 이에 근위대와 친위기사단이 나서서 침입자를 막았으나… 너무 압도 적인 힘에… 그만… 크흑…" "계속해." "죄…죄송합니다. 전하. 적은… 침입한지 단 10분만에 근위대와 친위기사단의 포위망을 뚫고 왕성안으로 침입. 이를 저지하는 로얄가드를 뚫고 폐하를…" "후우… 그래. 적의 숫자는?" "……대략 사십에서 오십 사이로 추정됩니다." "겨우? 겨우? 겨우 사오십에 근위대와 친위기사단 거기다 로얄가드까지 당했 다는건가? 왕실에 상주하는 근위대만 오백이고 친위기사단과 로얄가드까지 합치면 칠백이 넘는데 그 숫자로 십분의 일도 안되는 자들에게 밀렸다는 말 인가?" "도저히… 인간같지 않았습니다. 전하! 그들은… 괴물이었습니다! 철제 카이 트 실드를 종이장 찢듯이 찢어버렸고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기사를 양손으로 붙잡고 그대로 뜯어버렸습니다! 전하! 그들은… 그놈들은… 도저히… 크흐 흑…" 그의 말을 듣고 있으니 마치 오우거와 싸웠다는것 같다. 방패를 종이장처럼 찢어버리고 갑옷을 입고있는 기사를 단지 두손만 가지고 통째로 뜯어내다니. 인간일리가 없다. 물론 나라면 그정도 일을 행할수 있긴 하지만… 헤쉬케린 늙은이가 말하길 이 마법아이템은 단 하나뿐이라고 했으니까. "막을수가 없었습니다. 전하… 도저히…" 피를 토하듯 로이드 왕자에게 말을 하던 그 기사는 갑자기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붕대가 둘둘 감겨져있는 그 기사의 오른손은 무언가 조금 이상 해보였다. 난 로이드 왕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내가 그의 옆에 설때까지 그 기사는 무언가에 홀린듯 정신없이 자신이 오른손을 묶고 있던 붕대를 풀렀 다. 그리고 나온것은… 뭐라고 말해야 할까? 저 오른손을 바닥에 대고 전투 용 헤머로 열댓번쯤 찍으면 저렇게 될까? 엄지손가락은 어디로 떨어져나갔는 지 보이지도 않았다. 다른 손가락들도 모조리 너덜너덜한 몰골이었고 손등위 로는 붉은 뼛조각들이 삐죽삐죽 솟아있다. 거기다 붉은 핏줄도 간간히 튀어 나와 있었다. "보십시오! 전하! 그자들이… 그 괴물들이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단지…단 지… 저의 손을 한번 움켜쥐었을뿐인데… 괴물들입니다! 인간이 아닙니다!" "후우… 알았다. 다들 물러가라." 그렇게 말을 끝낸 로이드 왕자는 내게 슬쩍 기대어왔다. 마치 내가 없으면 당장이라도 바닥에 쓰러질것 같은 모습이었다. 브래드릭 장군이 기사들과 신관들에게 온몸을 붙잡힌채 오열했다. 그러자 왕의 침실안에 있던 이들은 너나할것 없이 모두 슬픔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사방에서는 온통 울음소리와 정신을 잃은 국왕폐하를 부르는 이들로 가득했 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힘들어하는건 로이드 왕자였다. 다른 이들앞에서는 애써 강한척 했지만… 난 곁에서 쭈욱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주먹이 부들부 들 떨리고 있는것을… 그리고… 그의 주먹에 점점히 맺힌 핏방울들이 바닥에 떨어지는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고 있었다 "당장! 마틴 왕세자에게 전령을 보내라! 둘… 아니 셋을 보내라! 전서구도 있 는대로 다 날려! 각 영주들과 귀족들에게 협조공문을 보내라! 그리고… 또… 그래! 감히 국왕폐하의 옥체에 상해를 입힌 그 침입자들을 찾아내라! 얼마가 걸리던 몇명이 소모되던 상관없다! 빨리…" 로이드 왕자는 크게 소리치지 않았다. 그렇다고 울지도 않았다. 단지 평소보 다 조금 높은 억양으로 말했을뿐이었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난…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서 애써야했다. 저게 내 남편이 고 내 아이의 아버지가 되는 사람의 모습이야. 무표정한 얼굴로 일을 처리해나가는 로이드 왕자를 보고 있으니 차라리 저 기 침대가에서 오열하고 있는 브래드릭 장군 같이 울면서 난리를 쳤으면 좋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울고 싶을까? 얼마나 아플까? 내 심장이 쥐어 뜯기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로이드 왕자는 침착하게 명령을 내려나갔고 사태는 어느정도 수습되어갔다. 아직도 괴로운듯 거친 숨 을 내뱉는 국왕폐하 곁에는 다시금 여섯명의 의사와 일곱명의 신관이 달라붙 었고 부상을 입은 기사와 병사들도 치료를 위해 이동되어졌다. 왕성안의 전 령들이 긴급을 알리는 붉은 깃발을 메단채 사방으로 흩어졌고 수도와 그 근 방의 모든 지역에 비상령이 내려지고 군대가 어두운 밤거리를 순찰하고 다녔 다. 그렇게… 모든게 어느정도 정상을 되찾아갔다. "휴우…" "전하. 이제 조금만 쉬세요. 10분. 아니 5분만이라도…" "응? 아아… 하지만 지금 쉬면 다시는 못일어설것 같아서…" "괜찮아요. 전하. 자아… 이리오세요." 난 로이드 왕자의 손을 잡아끌며 국왕 폐하의 침실에서 빠져나왔다. 완강하 게 버틸줄 알았던 로이드 왕자는 다행히도 순순히 내 손에 잡힌채 끌려나왔 다. 마치 순한양처럼 끌려오는 로이드 왕자를 데리고 난 국왕폐하가 쓰시던 다른 침실로 향했다. 국왕정도 되면 침실이 두세개쯤 되는건 보통이니까 말 이야. 다행히 이곳은 침입자가 들어오지 않았는지 멀쩡했다. "휴우우우…" 내게 끌려서 방안으로 들어온 로이드 왕자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침대가 에 주저앉았다. 그런 그를 잠시간 바라보고 있던 난 이내 고개를 돌려서 술 을 찾았다. 역시 국왕폐하가 쓰시던 곳이라 그런지 와인병과 샴페인병이 널 려있군. 난 그것들중 아무거나 꺼내든뒤 코르크마개를 힘주어서 비틀었다. 퐁~ 와인의 싸하면서도 향긋한 향이 흘러나온다. "자아. 한모금 드세요" "됐어" 그는 내가 건내는 술병을 피한다. 흠… 역시 안되나? 그렇다고 여기서 순순 히 물러날수는 없지. 난 그렇게 생각하고 병을 들어서 몇모금 마셨다. 크아… 이거… 맛있네?…가 아니다.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고! 난 로이드 왕자 의 옆에 앉은뒤에 말을 했다. "그럼 제가 마시게 해드려요? 입에서 입으로…" "…미안하지만 나 장난할 기분 아니야." "안됐지만 저도 장난이 아닙니다. 전.하." 로이드 왕자가 나를 쏘아본다. 하지만 나도 지지않고 그를 마주 노려봐주었 다. 끈기가 부족한건지 나를 노려보고 있던 로이드 왕자는 이내 시선을 돌려 버렸다. 흠. 그렇다면 내 마음대로 해주겠다고! 다시 와인병을 입에 댄 나는 입안가득 와인을 머금은뒤 돌아서 앉아있는 로이드 왕자의 어깨를 붙잡고 그 를 뒤로 확 밀쳤다. 내 힘에 저항하지 못한 로이드 왕자는 그대로 침대위에 털썩하고 쓰러졌고 그런 그의 위에 올라선 나는 버둥대며 저항하는 로이드 왕자를 꽉 누른뒤 왼손으로 그의 볼을 잡고 입술을 벌렸다. 춥. 추루룹… 내 입안에 있던 와인들이 그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웁…우웁… 쿨룩… 쿨룩…" 버둥대며 잔기침을 해대던 로이드 왕자는 이내 포기한건지 축 늘어졌다. "더 드실래요? 전 한병다 마시게 해드릴 용의도 있는데요." "…그냥 병으로 줘." 그의 말에 난 순순히 왕자의 몸위에서 내려온뒤 와인병을 그에게 건내줬다. 내게 병을 넘겨받은 로이드 왕자는 그걸 입에 가져가더니 벌컥벌컥 마셔대기 시작한다. 아아… 와인을 저렇게 마시다니… 아깝다아…. "크아아아…딸꾹." 풋. 술마시고 딸꾹질이라니. 예전의 나같잖아. 후후. "잘하셨어요. 전하." 난 웃으면서 손을 들어 그의 등을 쓸어주었다. 작게 딸꾹질을 하던 로이드 왕자는 내 손길을 피하려는듯 했지만 역시 내 힘에는 이기지 못했다. 몇분 흐르지도 않아서 로이드 왕자의 볼을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술기운이 도는지 그의 눈동자도 약간 흐릿해지는게 보였다. 그리고 그제서야 난 그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 작게 속삭였다. "전하. 이제 울어도 되요. 여긴 아무도 없어요." "나…난…나아안…크흑…" 그말이 시발점이 된것인지 로이드 왕자는 내게 무너졌다. 내 품에 안긴채 서럽게 울기 시작한것이다. 아주 어릴때부터 어른스러움을 강요당하고 군주 로써 갖춰야할 것들을 배우고 왕족으로써의 품격을 익혔다고는 하지만… 로 이드는 아직 열여섯살일 뿐이다. 이제 갓 성인이 된지도 얼마 안된 어린아이 다. 그것도… 자신의 감정조차 제대로 조절할줄 모르는… "으헝헝헝… 아버…지…어헝헝…" 듣는 나도 울음이 날만큼 서럽게 운다. 내품에 안겨서 내몸에 눈물을 흘리 면서 로이드는 울고 있었다. 이렇게 서럽게 우는 로이드가 조금 부럽기도 했 다. 난 나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때 이렇게 순수하게 슬퍼할수 있 을까? 아니… 어쩌면 기뻐할지도 몰라. 후훗…. 그래서인지 몰라도 로이드 왕 자의 슬픈감정이 더욱더 진하게 느껴진다. 내품에 안겨 울던 로이드 왕자는 결국 울다지쳐 잠이 들었다. 내가 입고 있 던 드래스를 눈물과 콧물로 범벅을 만들어놓고 말이다. 으음… 이제 잠들었 으니까 하는말인데… 이거 입고 있으니까 조금… 아니 상당히 찝찝하다. 얼 른 갈아입고 싶은데 여기 내가 입을만한 옷이 있을려나… 내가 막 옷장을 뒤 지려고 할때였다. 갑자기 방문에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가도 되겠소?"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건 브래드릭 장군이었다. 얼마나 울어댔으면 저렇게 눈이 퉁퉁 부었을까? 조금은 질투가 난다. 나도 국왕폐하 같은 아버지가 있었으 면… "자나보군" "예. 방금 잠드셨어요. 하지만 전 절대 깨우지 않을거에요. 물론 다른분도 깨 우게 하지 못할거고요." 난 강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그런 나를 보던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 을 열었다. "동생을… 잘 돌봐줘서 고맙소. 이런상황에서…" "당연한 일을 한것뿐이에요. 제겐 남편이니까요." "그렇군…그래…그랬었지. 후우… 그대가 로이드 녀석의 곁에 있듯이 나도 아버님 곁에서 그분을 지켜드렸어야 하는건데…" 브래드릭 장군은 그렇게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난 지금 하소연이나 들어줄 기분이 아니야. "칠백명이나 칠백한명이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뭐?" "아니. 정정해드리죠. 다섯명쯤은 혼자서 상대하실수 있겠죠? 그럼 칠백다섯. 그렇다해도 소용없어요. 전하께서… 아니 이젠 자작님이죠. 자작님이 폐하의 곁에 있었다해도 시체 한구가 더 늘어났을뿐이에요." "무슨!!!" "폐하께서 쓰러지셨습니다. 당신보다 아홉살이나 어린 동생도 지금 이를 악 물고 현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게 울고 난동부린다고 뭐가 바뀌던가요?" "……그런가… 큭큭. 난 저 어린 동생보다도 못하군. 정말…" "돌아가세요. 가서 자신이 할수 있는일이 무엇인지나 알아보세요." "후우… 그러도록 하겠소. 미안하군. 이런저런 짐만 떠넘겨준것 같아서…" "아니요. 이정도 쯤이야 가쁜하죠. 왜냐면 전 로세니아의 왕녀였던 아넬리안 드 크레센트. 로이드 왕자 전하의 자랑스러운 비인걸요. 후훗." "그렇군. 알겠소. 그럼…" "아! 엘린님에게 안부전해주세요. 언제 시간나면 꼭 찾아뵙겠다고 전해주시고 요. 그리고 그 아기… 아직 이름 안정해졌겠죠? 그녀석 나중에 제가 꼭 볼기 짝을 팡팡 두들겨 준다고 전해줘요. 엄마를 그렇게 고생시키다니… 몹쓸아가 라니까." 내말에 브래드릭 장군이 큭큭거리면서 웃었다. 그리고는 몇번 고개를 끄덕 이며 밖으로 나갔다. 난 더이상 방해받고 싶지 않기에 문을 걸어잠근뒤 로이 드 왕자의 곁에 앉았다. 엎드린채 정신없이 잠을 자고있는 로이드. 너무나 불 쌍하고 가여워보인다. 이건 누구탓인걸까? "카렌" "…응" "전부 불러모아. 급하니까 당장 달려오라고 전해" "……" 대답은 없다. 하지만 카렌은 내말을 충실히 이행할것이다. 난 작게 미소를 지으면서 자고 있는 로이드 왕자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새벽녘이 될때쯤 카렌이 돌아왔다. 그때까지 난 자고 있는 로이드 왕자를 품에 안은채 가만히 앉아있었다. 자면서도 가끔씩 흐느껴우는 로이드의 모습 을 보고 있자니 정말 가슴이 메여온다. 난 언제부터 로이드를 이렇게 사랑하 게 된걸까? 곁에서 바라보고 있는것만으로도 이렇게 슬퍼질줄이야. 사랑한다 는게 이렇게 아프고 괴로운것인줄 알았다면 차라리 시작도 하지 않았을텐 데… 차라리 미움을 받고 미워하면서 지냈을텐데… 차라리… "다 모였어" "…그래" "…우는거야? 아파?" "아니. 난 안울어. 왜냐하면 난 아넬리안 폰 로세니아. 자랑스러운 로세니아 의 왕녀거든. 그 누구도 설사 신이라 해도 내 앞에 고개숙이게 만들 위대한 여왕이 될 존재야. 그런 내가 이런 값싼 슬픔에 눈물을 흘리겠어?" "……" "그래. 가자." 난 조심스럽게… 정말 조심스럽게 자고 있는 로이드 왕자를 침대위에 내려 놓았다. 그리고 카렌을 따라서 방을 나섰다. 왕궁 외각의 손님용 별실. 거기엔 카렌의 말대로 다들 모여 있었다. 익히 얼 굴을 알고 있는 자들부터 그저 이름만 들어본 귀족들까지 대충 보기에도 족 히 수십명은 되어보인다. 이들중 대부분은 왕성 근처에 사는 이들로 지금 왕 성안의 사건에 대해서 상세히 알고 있는 자들일것이다. 난 웅성대는 그들사 이를 거침없이 가르고 지나간뒤 벽에 등을 댄뒤 그들을 바라보았다. "모두 모인건가?" "예. 마마. 거리상 못온이들을 제외하면 거의 전부입니다." 내 옆엔 어느새 다가왔는지 덴이 서있었다. 부시시한 머리에 구깃구깃한 옷 차림을 보니 잠자다가 끌려나왔나보군. 팔자도 좋아. 뭐…이런걸 따질때가 아 니지. "좋아. 그럼 명령을 내리겠다. 우리는 내일…"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그런 그들의 눈을 한번씩 주욱 훓어본 뒤에 난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한다. 그리고 전선에서 돌아오는 마틴 왕세자가 왕성에 들어오는날 그를 체포하고 로이드 왕자전하를 국왕로 등극시킨다" "하지만… 마마. 아직 국왕폐하께서…" "오래못가. 내가 의술에 조예가 깊은건 아니지만 폐하의 얼굴은 죽은자의 얼 굴이었어. 그리고… 설사 그렇다해도… 편히 보내드리면 그만이야." "그런…" "너무 심합니다!" "이건 도저히…" 귀족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정도쯤은 예상한일. "닥쳐! 난 명령을 한거다. 이의는 접수하지 않는다." "이건 폭거입니다! 아무리 마마라 하시더라도…" 귀족들 사이에서 누군가 그렇게 소리쳤다. 하지만 난 그자를 싸악 무시한채 허리를 굽혀 내 속바지속에 들어있는 서약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허공에 흔들면서 말했다. "이것. 바로 이거의 사본이 내 직속부하들에 의해서 전국으로 보내졌다. 내 명령하나만 내리면 곧바로 사방으로 퍼지게 되지. 너희들에게 선택권따위는 없어. 여기에 서명을 한순간. 너희들이 고를수 있는건 따르느냐. 죽임을 당하 느냐. 둘중 하나뿐이야." 내게 이는 직속부하라곤 닐크와 아르케네스, 카렌 정도이고 서약서도 이것 한장뿐이었지만 내 허세는 그대로 먹혀들어갔다. 그래도 약간 모잘랐나? 그 때까지 묵묵히 있던 프로센 후작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왜 하필이면 지금같은 때입니까?" "이런때니까 하는거야. 국왕폐하의 상태는 지금 당장 돌아가신다해도 이상하 지 않기에 하는거야. 국왕폐하께서 승하하시면 누가 왕좌에 오르게 되지? 마 틴 왕세자야. 그럼 우리들의 반란은 그걸로 끝이지. 새로 등극한 국왕에게 검 을 들이댈건가? 취임식을 한뒤에는 아무리 준비해도 늦어. 그전에 선수를 친 다." "만약 저희가 거부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마마. 현재 왕자비 마마의 세력은 그리 큰편이 아닐텐데요…" 미노스 백작인가? 태어난지 몇시간 되지도 않은 손녀를 놔두고 왔을텐데… 대단하군. 귀족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정계의 실력자라서 그런걸까? 뭐… 어 느쪽이라도 내겐 상관없지만. "그대들이 거부한다해도 난 이걸 공개한다. 그렇게되면 크레센트는 반으로 갈라지겠지. 그리고 그 상황에서 난 내 카드를 한장 더 쓰겠어. 잊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다시 말해주니. 결혼하기전 내 이름은 아넬리안 폰 로세니 아. 로세니아의 왕녀야. 그대들이 날 돕지 않는다면 난 내이름으로 내 모국에 원군을 요청하겠어." "그건 반역의 도를 넘습니다! 매국행위입니다!" "그런짓을 했다간 대대로 저주를 받을것이오!" "아무리 마마라해도 살아남기 힘들겁니다" 고개를 돌려 덴을 바라보았다. 내 첫째 부하이자 유일하게 마음을 열어주고 있던 부하. 하지만 덴 역시도 작게 고개를 저을뿐이었다. 훗. 역시… "지금. 날 협박하는건가? 흥. 안됐지만 그정도에 굴할정도로 약하지 않아!" "매국노!" 귀족들 사이에서 누군가 날 가리키며 그렇게 매도했다. 몇몇 성질 급한 귀 족들이 호신용으로 들고 다니는 숏소드나 단검을 뽑아드는것도 보였다. 매국 노? 후훗. 웃긴다. "말했지? 내가 죽는다해도 이 서약서의 내용은 알려진다. 그리고 지금 나보 고 매국노라고 했나? 웃기는군. 미리 말했듯이 난 로세니아인이야. 이 나라에 서 나고 자란 인간이 아니라고! 알겠어? 너희들이 보기에는 내가 나라를 팔 아먹는 매국노로 보이겠지만… 내 모국 로세니아에서 보자면 어떨까? 무기 몇상자에 팔려간주제에 이렇게 모국을 위해 목숨까지 바쳐주니 굉장히 자랑 스럽겠지? 또 모르지… 잘하면 내 동상이라도 세워줄지도…" 분노하던 크레센트의 귀족들도 내 말에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그러는 와중 에도 덴이 은근슬쩍 내 곁에 붙고 등뒤에서 카렌의 인기척이 느껴지는걸 봐 서는 현재 상황이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이겠지만… 어쨌든 조금은 진정되는 기미가 보였다. "그리고 미리 말했지만 이건 최후의 수단중 하나일뿐이야. 정 안된다면 그렇 게 하겠다는거지. 우선 기본 목적은 로이드 왕자 전하를 국왕으로 등극하는 거니까 지금 당장은 로세니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 "그렇다해도 너무 극단적인것 아니십니까? 좀더 온건한 방법도 얼마든지 있 을듯 합니다만…" 누구? 흠… 저얼굴은 셔우드 남작인가? 저번 회담후 영지로 내려간줄 알았 는데 수도 근처에서 머물고 있었나보네. "…없어." "……예?" "로이드 왕자가 왕이 되지않는다면 이 나라따윈 내게 아무런 가치도 없어. 누가 주인이 되건 말건 그건 내 알바가 아니야. 로세니아던 크레센트던… 아 니면 케센이라해도 말이야. 그러니… 그대들이 진정으로 크레센트라는 나라 를 사랑하고 충성한다면 로이드 왕자를 국왕으로 만드는데 전력을 다 해. 그 렇다면… 최소한 그대들 입장에서 타국인 로세니아가 이나라를 넘보는 일 은… 최소한 그가 죽기전까지는 절대 없을거야. 그건 내 이름을 걸고 장담할 수 있어." 그토록 소란스럽게 떠들던 자들이 이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아마도 각자의 생각속에 푹 빠져있겠지. 나름대로의 계산과 나름대로의 충성심. 그리고 나름 대로의 이익을 생각하느라 정신없을게 분명하다. 후훗. 약하면서도 강한 생 물…. 그것의 이름은… 인간이라고 했던가? 방안에 모여있던 귀족들이 모두 빠져나갔다. 그들은 내게 뭔가 더 묻고 싶 은게 있는듯 했지만 난 더이상의 대화를 거부했고 그들을 내쫓은것이다. 방 금 이방을 나간 귀족들은 각자의 충성심과 현재 가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서라도 내게 협조해야 할거다. 내심이야 어떻던 말이야. 어차피 나도 그들을 모두 이해시키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협조를 원한게 아니니까 상관없잖아? "휴우우…" 나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난 빈 의자중 하나에 털썩 주저앉아서 천 정을 올려다보았다. 달과 별이 떠있는 반짝이는 밤하늘을 보고 싶었는데… "전하께서 슬퍼하실겁니다." "…덴이냐?" "예. 마마." "모두 물러가라고 했을텐데?" "충성스럽고 우직하며 멍청한 첫번째 신하는 도저히 울고계시는 주군을 외면 할수가 없더군요." "훗. 내가 운다고? 이 천하의 아넬리안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니 덴은 쓸쓸한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신까지 속일필요는 없습니다. 마마. 아니면… 자신마저 속이셔야 합니까?"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군. 난 지금 내 속마음까지 속이고 있는걸까? "로이드 전하는… 겉보기보다 연약하신 분입니다. 지금 이러한 마마의 행 동… 굉장히 슬퍼하실겁니다." "알아. 그리고 당연히 날 미워하고 증오하겠지. 죽어가는 아비의 숨통을 끊으 려고 하고 사랑하는 동생의 목숨을 노리는 날 뭐가 예쁘다고 좋아하겠어?"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아니. 이미 늦었어." 그래. 이미 늦었다. 시간은 되돌릴수 없는 법이고 쏘아진 화살은 절대 활줄 로 돌아오는 법이 없다. 그것은 진리. 이 세상의 법칙. "마마…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심이…" "덴. 아니 대니어스 드 워렌 자작. 명령을 내리겠다" "예. 마마. 하명하시옵소서." "명령은… 내 혼잣말을 들어줘. 그리고 절대 발설하지마. 누구한테도." "명심하겠사옵니다. 마마" "나… 오늘 한 생명이 태어나는걸 지켜봤어. 그리고 또 한 생명이 죽어가는 것도 봤지. 인간은… 그렇게 힘들게 태어나놓고 너무나 쉽게 죽어버려. 국왕 폐하… 이틀전까지만해도 나를 옆에 앉혀놓고 언제 손자를 안겨줄거냐면서 내게 농담을 하셨어. 거기에… 후훗. 로이드는 나보다 자기가 더 얼굴이 빨개 져서 막 화를 냈지. 그러자 폐하께서는 껄껄웃으시면서 로이드보고 이제 다 컷다고 왕관을 맡겨도 되겠다고 말씀하셨어. 그런데… 그런데… 오늘은…" 축축한 물방울이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린다. 눈물? 아니… 이건 비가 오 는거야. 난 울지않아. 아넬리안이니까. 철의 심장을 가진 내가 이따위 조그만 일에 눈물을 흘릴것같아? 내 눈물은 수만명이 흘린 피보다 무거워! "천정에 물이 새나보네. 후훗. 여기도 많이 낡았나보군. 하여간 계속 하지. 난… 국왕폐하의 가시는길을 옆에서 보면서 무서워졌어. 로이드도… 그도 어 느날 갑자기 내곁을 그렇게 스쳐 지나가버리는게 아닐까? 음… 으음… 조 금… 아주 약간 견딜수가 없더라고. 방구석에 쌓인 티끌보다 조금이지만 견 딜수 없더라고. 그래서 난 그를 왕으로 만들거야. 국왕폐하께서 왕관을 맡기 겠다는 말씀. 난 말 그대로 해석하겠어. 그래서 난 그를 왕으로 만들거야" "…말씀중에 죄송하지만… 로이드 전하께서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으셨습니 다. 마마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실지도…" "상관없어! 말했잖아! 아무것도 상관없다고! 다 필요없어! 만약! 로이드가 내 일 당장 국왕폐하처럼 죽임을 당하면 그땐… 난 어떻하라고! 나…난…" 숨이 가빠왔다. 굉장히 무거운것이 목위에 놓인듯 아무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와 나 - 물론 내 등뒤에는 카렌이 언제나처럼 있겠지만… 그애는 상관없 다. - 둘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의 시간이 내게는 마치 수만년은 흐른듯한 기분이 들었다. 더이상 견딜수 없게된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여기서 시간을 너무 끌었어. 로이드가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나 를 미워하기전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그의 곁에 있고싶어. "배신당했다고 생각해도 좋아. 아니 이경우엔 내가 그를 배신했다고 하는게 맞을거야. 하지만… 그렇다해도 난 그를 왕으로 만들거야. 그리고… 언젠가 덴. 그대가 말했던것처럼 그를 황제로 만들겠어. 그 누구도… 설사 신이라해 도 그를 올려다보게 만들어줄거야." 난 그말을 끝으로 고개숙인채 앉아있는 덴을 지나쳐 방을 나섰다. 내 인생은 늘상 이런식이야. 뭐하나 제대로 되는것따윈 없다니까. 나를 친딸 처럼 사랑해주던 폐하를 내손으로 죽이고 철없이 내게 구애를 하던 마틴 왕 세자의 목을 베게 되는 운명이라니. 후훗. 빌어먹을 운명. 그래… 어차피 내 겐 행운따윈 없었다고. 원래 이런 인생인걸. 이나라로 올때부터… 아니 내가 태어날때부터 이따위였겠지. 하지만… 그렇다해도 끝까지 발악해주지. 좌절이 니 포기따윈 엿이나 먹으라고해. 필요하다면… 오늘 태어난… 내게 탄생의 기쁨을 알려준 그아이… 이름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그 아이까지도 이용해주 겠어. 모든걸 철저히 이용해주지. 내가 원하는걸 얻을때까지! 두고보라고! 빌 어먹을 운명아! 엿먹을 신들아! 난 절대 굽히지 않아! 난 아넬리안이라고! -------------------------------------------------------------- ...11화 배신. 종료입니다. 아넬리안은 연약하지 않습니다. 아넬리안은 굽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넬리안은… 언제나 앞으로 나아갑니다. 절대 뒤돌아보지 않은채 앞으로 걸어갑니다. 마치 뒤돌아서서 돌아볼수 없는 우리들의 인생처럼 말이죠. 으음...새벽 00:20분쯤에 시작한 글이 11:10분에 끝났군요 --;. 허리가 아파옵 니다. 담배 두갑이 텅텅 비었네요. 아. 두까치 남았으니 한대 피고 자야겠습 니다. 졸려라. 퀸스 파트는 N-세대 로맨스 판타지의 탈을 쓰고 있지만...사실은 호러무비였 던것입니다 -_-/. 가우군 p.s 오늘의 추천 소설. 그 첫번째. 유쾌한 뱀파이어와 냉혹하지만 정이 많은 퇴마사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쵸코파이에도 나오는 끈끈한 정이야기. 남+남은 역시 싫다.(동인이 아니야!) 드림워커 작가 연재란에서 연 재되고 있는 토돌님의 작품. 뱀파이어 생존 투쟁기입니다. 처절한 삶이란 무 엇인지...조금은 알게되는 글입니다. 역시 세상은 돈이야!!!(외친다) p.s2 오늘의 추천 소설. 그 두번째 "루비아 (중략) 남자를 사로잡는 방법은 뭐라고 했지?" "남자를 미행해서 숙소를 알아낸다. 그의 침대를 노려 덮친 다" 이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순진무구 엽기발랄 루삐의 남편만들 기 프로젝트. 드림워커 일반연재란에서 연재되고 있는 나미브님의 마법사와 결혼하는 방법입니다. 역시 여자의 가장 큰 무기는 육탄공세! 섹시다이너마 이트 공격에 무너지지않은 남자 그어디 있으리오. p.s3 오늘의 배신 파트를 완결하기 위해서 밤새도록 수백번은 들은 음악은 "Home World"의 매인 테마 곡인 "현악을 위한 아다지오"입니다. 현악을 위 한 아다지오는 미국의 작곡가인 사뮤엘 바버(Samuel Barber, 1919 ~ 1981)가 작곡한 곡으로 1936년 발표한 곡입니다...라는군요. 뭐랄까...웅장하면서도 슬 픈 이 음악은... 정말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고 귓가를 맴돌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명곡입니다. 왠지 이번 파트를 쓰기위해 존재하는 음악같다고나 할 까요 ^^;. p.s4 원래 주말은 쉬라고 있는법! 쉬어야하건만 밤을 꼴딱 새고 낮이 되어버 렸씀다. 이래서는 안되는데...안되는데...안...되는....되나? 음...뭐 조금 쉬었다가 다시 돌아옵니다. 내일? 모래? 혹은...일주일? 그도아니면 한달뒤? 우후후. 맞 춰보세요 -_-/.(이는 엿장수의 가위질과 맞먹는 고난이도의....(하략))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3dragon.net), 청어람(chungeoram.net), 드림워커 (drwk.com), 조아라(ujoa.com), 하이텔 Pmc(http://pmc.hitel.net/drezzit) 제국평의회 (http://endsad.zio.to/)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2화 내전 (1) 2003-09-24 07:07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12화. 내전. 크아…좋다! 역시 럼주는 도르만산이 최고라니까! 역시 죽지않고 살아돌아 온 보람이 있어! 음핫핫핫! 그런데… 나에 대해 쓰고 싶다고? 후후. 언제쯤 내 차례가 돌아오나 했지! 암! 제국 최고의 기사인 나를 빼놓으면 이야기거 리가 아예 없을테니까 말이야! 하하하! 음? 잠깐…(부관으로 보이는 이가 우 리들에게 달려오더니 서류하나를 넘겨주고 사라졌다) 크으… 황비마마아! 도 대체 언제까지… 언제까지 이렇게 부려먹으실겁니까아!!! 복귀한지 두시간도 안됐단 말입니다아!!! 20년입니다! 20년! 빌어먹을! 떠들어봐야 내 입만 아프 지. 얘들아! 장비챙겨라! 출동이다! 응? 자네 아직 안갔나?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제국 중앙군 3군단 군단장이신 델민 드 랭스턴 후작각하와의 대담중 - 주. 제국군 장군중 전장에 가장 많이 투입되어 언제나 생환하여 돌아온 랭 스턴 후작 각하는… 최고의 기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능한 장군임에는 틀림 없다. 그런데… 황비마마는 왜 랭스턴 후작각하를 못잡아먹어서 안달인걸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랭스턴 후작 각하가 영지에 못가본지가 10년이 넘었다 고 한다. 설마… - 대륙력 995년. 가을. 크레센트 왕국 수도 크론발 - 짜악! 내 고개가 오른쪽으로 급격히 돌아갔다. 눈에서 불이 번쩍이는걸 보 니 정말 세게 맞았나보다. 거기다 입가에서 짭짤한 맛이 나는걸 보면 아마도 입술끝이 찢어졌나보다. "어떻게… 당신이… 어떻게…" 뜨뜻한 뺨을 한손으로 감싸면서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내 앞에 선 소년… 아니 이젠 청년이라고 해야겠지? 나보다도 크니까. 그는 날 노려보면 서 두주먹을 불끈쥐고 있었다. 손바닥은 안아플까? 굉장히 세게 때린것 같았 는데… "전하를 위해서 입니다." "뭐가? 뭐가 날 위해서인데? 말해봐! 내 동생을 죽이려 하고 나라를 반쪽으 로 찢어놓은게 날 위해서인건가? 엉?" "전하는 왕이 되셔야 하는 몸. 당연히 일어날 일을 조금 앞당겼을뿐입니다." "난… 국왕 따윈…" "전하께서 싫어하신다해도 결국 이렇게 되었을겁니다. 아시고 계셨을텐데 요?" "…마틴은 내 동생이다. 난 그애를 믿어!" "마틴 전하는 좋으신분이죠. 하지만 그분 주변의 왕세자파 귀족들도 좋은이 들일까요? 전하를 위해서 행한 일이지만 그안에는 저 역시 살고자 하는 생각 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럴리가 없어! 그래서 난 지금껏 조용히 지내왔잖아! 눈에 안띄게! 아무도 신경쓰지 않게!!!" "가죽 주머니안에 단검을 넣어두면 금세 자루를 찢고 밖으로 빠져나오죠. 전 하의 재능과 능력은 겨우 그정도 위장으로 가릴수 있는게 아닙니다. 그리고 상대는 전하의 죽음을 바라는것이지 침묵을 원하는게 아닙니다. 저와 전하의 부하들까지 같이 목숨을 잃어야 시원하시겠습니까?" "……" "투정은 그만 부리세요. 왕이 되십시오. 전하" "웃기지마! 누가 너 따위의 말을 들을것같아?" 로이드 왕자가 잔뜩 신경질이 난 표정으로 날 노려보다가 이내 몸을 돌려서 내 시야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하아… 실패인가?. 로이드 왕자는 아마 또 왕실 도서관에 쳐박혀서 시간을 죽이고 있을거다. 밖은 이렇게 정신없이 바쁜데 말이야. 일주일이나 지났건만 도통 현실을 인 정하려 하지 않는다. 하긴… 로이드 쪽이 나보다 더 인간적인지도 모르겠다. 근 일주일만에 만난 내 남편을 그렇게 돌려보내고 나서 난 주변의 시녀들과 시종들을 물린뒤 넓은 방안에 홀로 앉아있었다. 너무 넓어. 살며시 눈을 감았 다. "서거하셨습니다" 응? 귓가에 들려온 건조한 목소리에 눈을 뜨고 방안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군. 이게 바로 환청이라는건가?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군. 후후… 국왕 폐하… 아니 이젠 전 국왕 폐하라 불러야겠지? 전 국왕 폐하는 자리에 누우신지 삼일만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분의 육신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을 때쯤 마틴 왕세자가 궁으로 돌아왔다. 마치 마지막 가는길에 왕세자를 보고 가시겠다는듯이 버티고 버티시던 국왕 폐하는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몸으 로 침대에만 누워있다가 돌아가셨다. 그분의 유체 앞에서 마틴 왕세자는 그 대로 무너지며 통곡을 했다. 핸드릭스 전 국왕 폐하는 좋은 국왕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좋은 아버지였던것은 확실하다. 그렇기에 배 다른 세 아들이 저렇듯 슬퍼하는거겠지. 후우… 다음날 국장으로 치뤄진 장례식에는 왕세자파와 로이드 왕자 파를 가릴것 없이 수백명의 귀족들이 왕성으로 모여들었다. 수도내의 모든 신전에서 일시 에 커다란 종을 울려댔고 장례식을 주관하는 비젠의 하이 프리스트는 죽은이 의 업적을 찬양하며 사후에도 고귀한 영혼으로 남을수 있도록 기도를 올렸 다. 그리고 장례식이 끝난뒤 귀족들 앞에선 마틴 왕세자가 말했다. "우리는 지금 밖으로는 외적의 위협을 겪고 있으며 안으로는 정체를 알수없 는 내적을 품에 안고 있다. 크레센트 왕국의 역사속에서도 이렇듯 위기가 연 속으로 찾아온적은 많지 않을것이다. 그야말로 풍전등화! 하지만! 크레센트의 왕세자 마틴 드 크레센트의 이름으로 말하노니! 나와 그대들! 그리고 백성들 이 하나로 일치단결하여 힘을 모은다면 지금의 위협쯤은 가볍게 뛰어넘을수 있을것이다! 우리는! 결코 지지 않는다!" 와아아아… 함성이 고막을 때렸다. 장례식에 모여있던 귀족들중 거의 전부 가 손을 허공으로 높이 치켜들며 마틴 왕세자의 말에 동조한다. 검은 드래스 를 입고 그런 귀족들의 뒤에 서있던 나는 흥분한 귀족들을 진정시키고 뭐라 고 더 말하려는 마틴 왕세자를 뒤로하고 신전을 나섰다. 장례식의 마지막에 마틴 왕세자는 다음날 곧바로 대관식을 행하겠다고 선포 했다고 한다. 단 하루라도 나라에 왕이 없어서는 안되는 법이니 마틴 왕세자 의 선택은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행한것일것이다. 하지만 난 이성적으로도 감 정적으로 이를 용납할수 없었다. 단 몇개월밖에 안된 짧은 만남이었지만 전 국왕 폐하가 마치 친아버지처럼 느껴졌던 나에게 이제 무덤에 묻힌지 단 하 루밖에 안되었는데 그 자리를 빼앗는다는건 돌아가신 그분을 모독하는것 같 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마틴 왕세자가 정식으로 국왕의 자리에 앉으면 일이 어렵게 된다. 그렇기에 난 프로센 후작과 덴에게 일을 진행시킬것을 명령했 다. 왕성의 내성문이 활짝 열렸다. 각지에서 올라오는 조의품들과 대관식을 축 하하는 선물들을 실은 마차들이 쉴새없이 왕성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프로 센 후작이하 중앙 정계에서 힘을 쓰는 귀족들도 수십대의 짐마차들을 직접 이끌고 왕성안으로 들어왔고 남부 귀족들이 상납한 엄청난 숫자의 마차들이 본궁 앞마당을 점거하고도 모잘라 별궁의 정원까지 차지했다. 거기다가 중립 귀족이거나 왕세자파의 귀족들이 상납한 물건들까지 한데 어우러지자 도저히 통제할수 없을정도로 왕성안은 혼잡해졌다. 그런 상황은 내가 의도한것이다. 미노스 백작을 통해서 - 근위대 장교가 백작의 친척이란다. - 왕성 내벽을 지키는 근위병들의 개입을 처음부터 막았지만 왕성 밖에서 병사를 이끌고 안 으로 쳐들어가는 모습은 여러모로 보기가 안좋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왕궁안 을 지키는 친위 기사단은 프로센 후작이 나서서 모조리 침대에 누워있다. 일 전의 괴물같은 침입자 덕분에 큰 피해를 입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오십이 넘 는 기사들이 우리의 앞길을 막을수 있기에 아예 처음부터 못나오도록 막아버 린것이다. 왕과 왕족을 근거리에서 지키는 로얄가드는 포섭할 시간이 없었기 에 - 그만큼 급하게 진해되었다 - 포기했지만 상관없었다. 로얄가드중 걸어 다닐수 있는 기사의 숫자는 서른명도 안되었기 때문이다. 병사들이 꽤나 괴로웠을거다. 딱딱하고 숨쉬기도 힘든 상자안에서 하루를 버텨야 했으니까 말이야. 어찌되었건 다음날 날이 밝자 왕성 중앙홀에서 연 회가 개시 된다는 시종의 말과 함께 난 평소 입던 드래스 대신 브래스트 플 레이트 아머와 몸 각부를 보호해주는 갑옷들을 입고 그위에 로브를 걸친채 왕성으로 향했다. 그런 내뒤를 닐크와 아르케네스가 뒤따랐고 작전 개시를 알렸는지 정원과 공토에 빽빽하게 세워진 짐마차 안에서 병사들이 꾸역꾸역 밀려나왔다. 내 주위에서 나온 병사들은 덴과 크렌등의 명령에 따라서 일사 분란하게 나를 따라 왕성 중앙으로 향했다. 아마 다른곳에서도 프로센 후작 과 미노스 백작등의 명령을 따르는 병사들이 나처럼 중앙 홀로 향하고 있을 거다. 저항은 없었다. 시간이 없어서 근위대까지 지휘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은 나 와 내 병사들이 왕성안을 헤집고 다니던 말던 상관없이 자기 근무지에서 떠 나지 않았으니까. 콰아앙! 3m 높이의 거대한 문이 커다란 소리를 내면서 양 쪽으로 활짝 열린다. 그 안으로 내가 걸어들어가자 내 휘하의 병사들이 안으 로 뛰어들어갔다. 놀란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귀족들. 몇몇 귀부인들이 무장한 우리를 보고 비명을 질러댄다. 그나마 용기 있는 일부 귀족들이 검을 빼들거나 내쪽을 향해 삿대질을 해가면서 욕설을 내뱉었지만 그들중 대부분 은 병사들에게 붙잡혀 한곳으로 끌려갔다. "이게 무슨 짓이오? 그대들 나라에서…" "밟아" 내쪽으로 달려온 용기 있는 중년 귀족은 내 명령에 의해 붙잡혔고 곧이어 한구석에 내던져진채 병사들의 발길질을 받아야 했다. "될수 있으면 죽이지마. 하지만 반항하면 죽여버려." "예! 마마" 내뒤에 찰싹 붙어서 뒤따르던 덴이 큰 소리로 답한뒤 한무리의 병사들을 이 끌고 내 옆을 스쳐지나갔다. 내가 홀의 중앙을 가로질러 대관식이 행하여지 고 있는 단상위까지 걸어올라가는동안 몇몇 귀족이 반항을 하다가 흥분한 병 사들에게 죽임을 당하였고 아직 붙잡히지 않은 귀족들이 서로를 마구 밀치며 내가 들어온 남문쪽이나 다른 출입구인 동문, 서문쪽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곧이어 서문이 열리며 프로센 후작이 이끄는 병사들이 들이닥치자 이리 밀리 고 저리 채이던 귀족들 무리는 계단을 통해 2층 홀쪽으로 도망치려 했다. 하 지만 그쪽에서도 미노스 백작이 데려온 한무리의 무장한 병사들이 뛰어들자 아직 붙잡히지 않은 귀족들은 동문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미안하지만 그쪽은 잠겼어. 밖에서 잠그고 지지대를 몇개나 받쳐뒀다고. 마틴 왕세자의 모습은 동문쪽으로 밀려난 귀족들 사이에서 쉽게 찾아볼수 있었다. 대관식을 위해서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수 있는 번쩍이는 옷을 입고 있으니 아무리 눈이 나빠도 금방 알아볼수 있을거다. 난 단상위에 올라서서 홀 안을 둘러보았다. 난장판. 딱 그말이 어울린다. 귀부인들의 울음소리, 부상 을 입은 귀족들의 신음소리, 시뻘개진 얼굴로 욕설을 내뱉는 귀족, 병사들의 고함소리. 완전히 혼돈 그자체이다. 이런곳을 바로 전장이라고 부르는거겠 지? 2층에는 활을 든 병사들이 주욱 늘어서서 1층을 노려보고 있다. 붙잡힌 귀족들은 병사들의 손에 이끌려 속속 밖으로 내몰리고 있었고 동문 근처에 몰려있던 귀족들은 병사들이 둥그렇게 포위하자 벽쪽으로 내몰렸다. 난 담담 한 기분으로 홀안을 돌아보다가 나와 같이 단상위에 서있는 아주 어려보이는 시종과 눈이 마주쳤다. "아…아아…" 카렌 나이쯤이나 되었을까? 열 두엇살쯤 되어보이는 그 소년은 다리를 후들 거리며 떨고 있었는데 그의 손에 내 눈길을 끄는 물건이 들려있다. 소년의 양손위에 들린 방석. 그리고 그 방석위에 놓여있는 금으로된 왕관. 오늘의 이 사건이 일어나게 만든 원흉. 난 그 시종쪽으로 걸어갔다. "흐윽…" 내가 다가서자 바들바들 떨면서 운다. 쯧. 누가 죽이기라도 한다고 했나? 응? 이건… 지린내? 쌌군. 그래도 용하게 서있는군. 소년의 발치를 따라 액체 가 흘러내리는걸 본 나는 잽싸게 왕관을 쥐어들었다. 그리고 그 냄새나는 녀 석에게서 떨어진뒤 왕관을 높이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왕관은 원래 주인에게로 돌아갈것이다!" "와아아아아!!!" "와아아아!!!" 근 천여명에 달하는 병사들이 함성을 질러대니 진짜 홀이 무너질것같은 기 분이 든다. 하여간 이겼다. 마틴 왕세자도 잡았고 대부분의 귀족들도 잡아들 였으니 이제… 콰광! 갑자기 동문이 활짝 열렸다. 저곳이? 어떻게? 내가 의 아해 하고 있는 동안 그 문을 통해서 무장한 기사들이 뛰어들어왔고 그들을 본 귀족들이 비명을 질러대면서 뒤로 물러섰다. 기사? 나와 각 귀족들이 모 아온 병사들은 각 가문의 사병들뿐 기사는 단 한명도 없는데? 저건 뭐야? "폐하를 지켜라!" "대열을 갖춰!" "물러서지 마라! 적은 소수다!" 마틴 왕세자가 안으로 뛰어들어온 기사중 한명에게 붙잡혀 기사들 사이로 끌려들어가는게 보였다. 거의 전신을 감싸는 풀 플레이트 아머, 날카로운 롱 소드와 넓고 두터운 철제 카이트 실드. 저놈들… 로얄가드인가? 로얄가드들이 뛰어들어온 동문을 향해 아직 붙잡히지 않은 귀족들이 우르르 몰려나갔다. 하지만 그도 잠시 밖으로 뛰쳐나갔던 귀족들중 일부가 다시 쫓 기듯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을 따라서 왕성 주변을 포위하고 있 던 병사들중 일부가 들어왔다. 쫓기던 귀족들중 일부가 로얄가드 쪽으로 향 했지만 기사들은 다가오는 자가 병사던 귀족이던 상관하지 않고 위협적으로 검을 휘둘러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귀족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 다가 하나둘 손을 들고 항복해왔다. 덕분에 귀족들은 손쉽게 손에 넣었고… 이제 남은건 서른명쯤 되어보이는 로얄가드와 마틴 왕세자인데…. 난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병사들을 헤치며 앞으로 나섰다. 로브의 후드를 벗어제친 난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로얄가드를 향해 말했다. "더이상 도망칠곳은 없다. 이제 포기하는게 좋을텐데?" "닥쳐라. 마녀! 우리들이 있는한 국왕폐하의 몸에는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한 다!" 후우…. 벌써 국왕이라고 부르는거냐? 저들의 기세를 보니 협상할 방법은 없을것같다. 그렇다면 모조리 죽여버리는수 밖에… "아넬리안! 아넬리안!" "위험합니다! 폐하!" "비켜라! 명령이다!" 로얄가드 사이에서 마틴 왕세자가 튀어나왔다. 아니 이젠 국왕이라고 불러 줘야 할까? 하지만 대관식이 끝나지 않았으니 왕세자라고 하지 뭐. 하여튼 그는 기사들 사이를 헤치고 앞으로 나왔다. 핏발이 선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마틴 왕세자.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배신당한 충격에 분노하고 있겠지? "어째서 이런 짓을 벌인거지?" "힘에 의해 빼앗긴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는것뿐입니다. 전하." "로이드 형님이 시킨건가? 형님이 왕좌를 원한다고?" "……" "대답해! 형님이 시킨 일이냐고 물었다!" "…마음대로 생각하시길. 그보다 이만 항복하시는게 어떠신가요? 설마 여기 서 무사히 빠져나갈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시지는 않겠지요?" "빌어먹을… 난 절대 협박에 굴하지 않을거다!" 그말을 끝으로 마틴 왕세자는 기사들 사이로 모습을 숨겼다. 자아… 이제 어떻게 할까?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마마" 등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프로센 후작과 미노스 백 작이 뒤에 서있었다. 거기다 내 주변으로 많은 수의 병사들이 둥그렇게 모여 서 로얄가드에게 창날을 겨누고 있었다. "로얄가드는… 새로 뽑아야 겠군요." "쓸어버려!" 프로센 후작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창을 들고 있던 병사들이 와~ 하고 함 성을 지르며 창날을 찔러갔다. 캉, 카랑. 병사들의 창이 로얄가드의 방패를 후려친다. 내 옆으로도 창을 비껴든 병사하나가 앞으로 달려나가면서 길게 창을 찔러들어갔다. 하지만 워낙에 두터운 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들인지라 창날에 상처를 입는 기사는 거의 없었다. 뒤에서 치면 쉽게 무너지겠지만… 로얄가드들의 뒤에는 단단한 돌벽이 버티고 있으니… "크아아압!!!" 내 옆으로 용기있는 - 혹은 무모한 - 병사하나가 창날사이를 헤치고 로얄 가드를 향해 뛰어간다. 한손에 메이스를 든 그 병사는 용기 백백한 모습으로 방패를 들고 버티는 기사에게 달려들었다. 병사의 메이스가 기사의 방패를 두어번 두들기자 그 기사가 뒤로 밀려난다. 하지만 그 옆에서 방패를 들고 찔러들어오는 창날을 막고 있던 다른 기사가 옆에서 롱소드를 찔렀다. 파각. 병사가 입고 있던 징박힌 가죽갑옷은 불행히도 검날의 침입을 허용했고 듣기 싫은 파열음과 함께 기사의 검이 병사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으득. 그 기사 의 손이 움직이자 검날이 병사의 허리께에서 반바퀴 정도 회전했고 ''컥컥''거 리며 몸을 떨던 병사는 기사가 롱소드를 뽑아들자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다리를… 다리를 노려라!" 병사들의 창날이 기사들의 강철 부츠를 향했다. 쉴새없이 찔러들어가던 창 날중 하나가 운좋게 한 기사의 다리사이로 찔러들어갔고 주춤거리며 옆으로 걷던 그 기사는 발에 창날이 걸려서 바닥에 쓰러졌다. 뒤로 쓰러졌으면 목숨 을 건졌을지 모르지만 엎어지듯 앞으로 쓰러진 기사의 등에 열댓개의 창날이 찔러들어갔고 창병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가 앞으로 튀어나오면서 모 닝스타를 휘둘렀다. 퍼억. 쓰러진 기사의 투구가 우그러지면서 붉은 피가 바 닥에 튀었다. 자신들의 동료중 하나가 죽는 모습을 본 로얄가드들은 더욱더 대형을 좁힌다. 이젠 검도 제대로 휘두르기 힘들정도로 밀착한 그들은 벽에 바짝 붙은채 포위망속에 갇혀있었다. 그들중 한 기사가 견디다 못하겠는지 카이트 실드로 창날을 밀어제치면서 앞으로 튀어나왔다. 당황한 병사들이 뒤 로 물러섰지만 그보다는 기사의 검이 더 빨랐다. 롱소드의 날이 몇번 허공에 번득이자 허공으로 피가 튀어올랐고 창을 든 팔이 날아올랐다. "끄아아악!!" "내 팔! 내 팔!" 마치 양떼 속에 뛰어든 늑대처럼 병사들 사이에 뛰어든 그 기사는 창을 들 고 있는 병사들을 향해 롱소드를 휘둘렀다. 조금이 인정도 없이 날아든 롱소 드는 그의 앞에 서있던 한 병사의 가슴을 길게 베면서 그 옆에 있던 다른 병 사의 배를 갈랐다. 측면에서 날아오는 검날을 카이트 실드의 면으로 막아낸 기사는 오히려 힘을 주어 방패로 검날을 밀었고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려고 하던 - 그러나 등뒤에 다른 병사들이 있어서 물러나지 못한 - 숏소드를 든 병사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추아아악… "컥…커흑…" 숏소드를 떨어뜨린 그 병사는 두손으로 피가 뿜어져 나오는 목을 감싸쥐었 지만 몸밖으로 흘러나오는 피의 양은 조금도 줄지않았다. 그러나 그 병사의 목숨을 앗아간 기사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갑자기 날아든 메이스가 무방비 상태였던 기사의 등을 후려쳤고 그 기사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 위로 병사들이 개미떼처럼 달려드는게 보였다. 고통을 느낄새도 없었겠군. 로얄가드들의 저항으로 병사들이 계속 죽어나갔지만 그래도 한명씩 두명씩 적을 처리해 나갔다. 어차피 도망칠수도 없는… "열렸다!" 뭐? 로얄가드 사이에서 튀어나온 소리에 난 깜짝 놀랐다. 그들의 뒤에 굳건 히 버티고 있어야할 돌벽에 시꺼먼 검은 구멍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막아! 밀어붙여!" 난 악을 쓰며 소리쳤지만 로얄가드들쪽이 더 빨랐다. 내 눈앞에서 마틴 왕 세자가 구멍속으로 사라지는게 보였고 그뒤를 따라 기사들이 하나둘씩 빠져 나갔다. 치잇… 여기도 있을줄이야. 홀안에 몇개인가의 비밀통로가 있다는 말 에 그들을 동문쪽의 벽으로 밀어붙인건데 여기에도 있었다. 아마도 누락된거 겠지. 덕분에 놓쳐버렸다. "프로센 후작! 당장 병사들을 이끌고 왕성 주변과 성문을 지키도록 하세요! 미노스 백작! 그대는 외성문쪽에 병력을 배치하고 마틴 왕세자 일행이 도주 하지 못하도록 막아요! 그리고 덴! 사로잡은 귀족들을 한데 모아! 그리고…" "추격할까요? 마마" 맞다. 이걸 깜빡했군 "당연하지! 닐크! 병사들 뽑아서 데리고 들어가. 끝까지 추격해! 아니 못잡아 도 좋으니 이 통로의 끝이 어디로 통해있는지 정도는 알아가지고 와! 아르케 네스! 시종장을 불러와라. 대관식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난 손이 든 왕관을 쓰다듬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래 아직 대관식은 끝난 게 아니지. 마틴 왕세자의 머리위에 왕관이 씌여지지 못했으니 이제 로이드 가 이 왕관을 쓸차례잖아? 두시간뒤. 닐크가 돌아왔다. 그는 비밀통로가 수도 외각의 빈민가로 통해있 다는 말과 함께 일단의 무리가 성벽을 넘어서 밖으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거기다 로얄가드의 종자들중 일부가 수십필의 말을 끌고 도시를 나갔다는 소 식도 들려왔다. 아마도 여기로 뛰어들기전 종자들을 시켜서 말을 빼돌린것 같았다. 근위대야 중립을 지키고 있을테니 그들이 왕성을 나가도 가만히 지 켜만 보고 있었겠지. 프로센 후작이 즉시 추격대를 조직한뒤 그들을 이끌고 마틴 왕세자를 쫓아갔지만 아마도 빈손으로 돌아올게 분명하다.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마마" "전하께서는?" "그게…" 덴은 말꼬리를 흐리면서 고개를 조아렸다. 당연한 반응이겠지. "전하는 어디 계시지?" "소식을 들으신뒤로 별궁을 나와서 왕실 도서관 안에 들어가셨습니다. 시종 하나만 데리고 들어가신뒤 아무도 들이지 못하게 하고있다고 합니다." "그래… 그럼 대관식은 우선 주인없이 치루도록 하지. 모양새가 좀 안좋을지 몰라도 괜히 억지로 모셔왔다간 더 화만 내실테니까" "예. 마마" "나가봐." 난 손짓하며 눈을 감았다. 그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그 열려진 문사이로 한 사내가 뛰어들어왔다. 덴이 그의 앞을 막으려 했지만 상대의 거친 몸놀림에 뒤로 밀려났고 그는 씩씩거리면서 내앞에 우뚝 섰다. "무슨 일인가요? 브래드릭 장군. 지금쯤이면 부대로 복귀해 있어야 하지 않 나요?" "지금 그대가 무슨 짓을 벌인건지 알고나 있는건가?" "네. 잘알고 있죠. 다른 이들에게도 말했던거지만 빼앗긴 물건을 주인에게 돌 려준것 뿐이에요" "로이드가? 그녀석이 왕좌를 탐한다고? 웃기지마! 그놈은 내가 더 잘알아!" "그런가요? 하긴 그렇다해도 변하는건 없겠지만… 이제와서 되돌리자거나 하 는 말씀을 하지는 않을테고… 왜 절 만나러 오신거죠?" "…포기하고 물러나! 그대와 로이드 녀석의 생명은 내가 보장해 주겠어. 그러 니…" "후훗. 참 나이에 걸맞지않게 순진하시군요." "뭐?" 스물다섯이나 된 남자를 순진하다고 부르기엔 좀 뭐하지만…. 난 황당한 표 정을 짓고 있는 브래드릭 장군을 올려다보다가 내 곁에 서서 위협적으로 그 를 노려보고 있는 덴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덴이 품속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서 내게 건냈다. "흐음… 이왕자… 이젠 일왕자지만… 뭐. 알고 계시겠죠? 로이드 전하를 지 칭하는거에요. 이왕자 암살계획서, 이왕자 추방 계획서, 이왕자 유폐 계획서, 몇개는 아직 계획만 잡힌 상태이지만 여기 적힌 몇가지는 구체적인 날짜까지 적혀 있는 것도 있죠. 아! 여기 이왕자비에 대한것도 있군요. 처리. 교수형. 훗. 포기하라고요?" 파라락… 내손을 떠난 문서들이 허공을 날아올랐다. 그것들중 몇개는 브래 드릭 장군의 몸에 맞고 떨어졌고 다른 일부는 펄럭이며 날아다니다가 바닥에 쌓였다. "미안하지만 이 나이에 죽어줄 마음따윈 눈꼽만큼도 없답니다." "이게… 무슨…" "왕세자파의 핵심 가문인 위크가에서 빼내온 문건들이에요. 덕분에 서른명이 넘는 요원들이 스파이 혐의를 쓰고 처형당했죠. 나라를 위해 소중한 생명을 바친 그들의 영혼에 경의를…" 두손을 모은뒤 눈을 감고 기도를 하는 시늉을 했다. 다시 눈떴을때 브래드 릭 장군은 내가 던진 종이들중 몇장을 집어들고 읽다가 놀란 표정을 지어보 였다. 당연하겠지. 로이드 왕자의 암살을 시도할 구체적인 시기와 침투루트까 지 적혀있는 고급 문건들이니까 말이야. 난 미소를 지으면서 그를 바라보았 다. 과연 그가 나와 로이드를 지켜줄만한 힘이 있을까? 왕이 된 마틴 왕세자 와 그의 일파들의 거센 공격을 막아줄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할거다. 훗. "그걸 보고도 낙관적인 생각을 할수 있나요? 죽을 날만 손꼽아 기다리라고 말하실건가요?" "그렇다해도… 왕실을 피로 물들이다니! 이건 절대 용납될수 없는 중죄요! 아넬리안! 다시 생각해봐요. 이런 행위는 절대 정의롭다고 할수 없는 죄악이 요" "후훗. 정의? 뭘 모르시는군요." "뭘 말하고 싶은거요?" "장군. 장군이 알고 계신 정의가 어떤건지는 몰라도…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에서는 정의로운자가 승리하는게 아니에요. 이긴자가 정의로운자가 되는거죠. 아아… 그만두죠. 이런 이야기는… 그보다 어서 돌아가서 본대나 잘 추스리 는게 좋을거에요. 마틴 왕세자가 중앙군을 가만히 놔둘리가 없으니까요." "난 이상황을 절대 용납할수 없고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카렌!" 난 브래드릭 장군의 말을 중간에 끊고 카렌을 불렀다. 그러자 카렌이 그의 등뒤에서 슬며시 나타나 푸른빛을 내뿜는 단검을 그의 목에 겨눴다. "보다시피… 카렌은 유능한 아이죠. 아무리 방심했다지만 실력있는 기사의 등뒤에서 소리없이 다가서 일격에 목숨을 취할수 있을정도로 말이에요." "…협박이오?" "아니요. 충고에요. 카렌이라면… 저 아이라면 내가 내린 명령을 아무 망설임 도 없이 실행할거에요. 예를 들어… 미노스가에 침입해서 태어난지 몇일 되 지 않은 아기의 목숨을 취한다던가… 그런것말이죠. 아이의 이름이 뭐죠?" "리스…" "지금 이방을 나서는 즉시 북부에 주둔하고 있는 중앙군으로 향하세요. 마틴 왕세자가 왕성에서 빠져나갔으니 내전은 피할수 없게 되었어요. 그 내전에 중앙군이 휘말리지 않도록 잘 단속하세요. 만약… 장군의 부대가 내전에 개 입한다면 불쌍한 아기의 목숨은 그걸로 끝이에요. 참고로 미노스 백작님도 저희와 같이 움직이고 있어요. 당신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서 뛰어다녔던 분 이니… 가문을 위해서라면 하나밖에 없는 손녀딸이라도 희생할지도 모르겠군 요." 미노스 백작이 참가했다는 말에 브래드릭 장군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백작의 성격이라면 이런 기회를 놓칠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아마 브래드릭 장군도 장인어른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있는것 같았 다. "후회하게 될거요. 아넬리안." "훗. 후회니 망설임이니 하는것들은 이나라로 팔려올때 모두 버리고 온것들 이에요. 로이드 왕자를 위해서라면 이보다 백배라도 더한짓도 할거에요. 설사 그것이 이 나라 백성을 모조리 죽이는 일이라해도 로이드만 살수 있다면 전 그길을 향해 나아갈거에요. 걸림돌이 되는건 모조리 깨부숴 드리죠." "……" "자. 시간이 얼마 없군요. 가세요. 그리고 기다리세요.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그때 협조를 요청하도록 하죠.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아이를 생각한다면 제 말을 잘 따르는게 좋을거에요." 난 그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관식이 시작될 시간이었기 때문이 다. 그런 날 노려보고 있던 브래드릭 장군은 이내 몸을 돌려서 방을 나가버 렸다. 아마도 미노스 가로 향하는거겠지. 하지만 엘린님의 아버지인 미노스 백작이 우리편에 서있는한 브래드릭 장군은 자기 딸을 우리들 손에서 빼내지 못할거다. 그리고 난 필요하다면 엘린님마저 처리할 용의가 있으니 그는 결 국 우리쪽에 서게 될거다. 부인과 딸을 잃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대관식은 로이드 왕자가 없는 상황에서 치뤄졌다. 국왕이 앉는 옥좌위에 왕 관이 덩그라니 놓여졌고 관례에 따라 시종장이 대관식을 진행시켰다. 우리측 에 붙잡힌 귀족들은 강제로 대관식에 참석하였다. 왕성을 제압한뒤 밀려들어 온 우리측 귀족들이 절반. 그리고 왕세자파로 분류된 귀족들이 절반. 그렇게 양측의 귀족들이 한자리에 앉아서 주인없는 대관식을 바라보고 있다. 짙은 피냄새를 없애기위해 뿌려댄 향수냄새에 골이 지끈거릴정도였지만 그 누구도 대관식이 진행되는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난 홀 구석에 서서 대관식이 진 행되는 단상과 자리에 앉아있는 귀족들을 바라보았다. 왠지 너무 썰렁한걸… 역시 로이드 왕자가 저기 서있어야 하는거였는데. 강제로라도 불러올걸 그랬 나? 흠… 하긴 저 단상위에서 왕 안하겠다고 깽판부리면 또 그것도 골치아프 니 대관식에 내보내지 않은게 다행인것같기도 하지만 말이야. "아쉬우십니까? 마마?" "응?" 벽에 기대고 있는 내게 말을 걸어온 녀석을 쳐다보았다. 덴이로군. 쳇. 괜히 힘들게 고개 돌렸잖아. 그냥 무시할걸. 하지만 대답은 해줘야겠지? 내 주위엔 덴녀석뿐만 아니고 닐크와 아르케네스 그리고 언제 슬며시 들어왔는지 보지 도 못한 랭스턴 자작까지 몰려있으니까 말이야. "조금. 저 앞에서 모든 귀족들의 찬사를 받으며 왕관을 머리에 쓰는 로이드 를 기대한건 사실이니까." "다음번엔 그렇게 하도록 하죠." "훗." 다음이라… 그래. 다음번엔 그렇게 해야지. 아니 이런 작은 - 물론 평수로 만 100평이 넘어가는 커다란 홀이지만… 이정도 규모는 너무 작다 - 곳이 아닌 정말 화려하고 멋진곳에서 대관식을 실행할거다. 크레센트 제국을 이끄 는 로이드 황제 폐하의 대관식을 말이다. "그래… 다음번 대관식은 온 대륙인이 잊지못할정도로 화려하고 크게 하자 고.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야." "물론입니다. 마마.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했으니까요." 바람둥이같은 - 아니 바람둥이 그 자체인 - 덴 녀석은 별로 마음에 안들지 만 정말 아주 가끔 이 녀석이 마음에 들때가 있다. 지금 같이 말이야. 아넬리 안 황비 마마라… 후훗. 그것도 나쁘진 않겠군. -------------------------------------------------------------- 부족해. 부족해. 매우 부족해. 우울...안써진다. 우울우울. 아아아... 11화에 온힘을 다 쏟아버렸더니 거기서 완결된듯한 기분 -_-;. 덕분에 고생중입니다. 하고 싶은 말은....리플주세요 (넙죽). 추천주세요 (발라당). 놀아주세요.(..?) 마지막건 무효! 룰루랄라~( --)~ ~(-- )~. 가우군. p.s 오늘의 추천 소설. 꽤 오래된 소설이지만 다시봐도 재미있는 무협소설 ''요도전설''. 글쎄...이 무협소설은 말이 필요할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쉽습니다. 그리고 재미있습니다. 또한 짜임새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읽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즐거워집니다. 잘 쓰여진 소설은 쉽고 재미있으며 즐거운소설을 말하 는것입니다. 그런의미에서 보자면 전 아직 100만년정도 멀었습니다.(--;)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3dragon.net), 청어람(chungeoram.net), 드림워커 (drwk.com), 조아라(ujoa.com), 하이텔 Pmc(http://pmc.hitel.net/drezzit) 제국평의회 (http://endsad.zio.to/)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Gun`s Love] 특선단편 2. 비누 - The Last Emotion 2003-09-25 19:29 코멘트0 추천0 Gun`s Love. 2. 비누 - The Last Emotion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추가사항. 제 소설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컨트롤할 능력을 갖춘 성인을 대상으로 합니다. 미성년자 분들이 제 소설을 보는것까지 어찌할수는 없지만 만약 미성년 자분이 제 소설을 본다면 성인에 준하는 행동을 강요합니다. -------------------------------------------------------------- 여백의 美 -------------------------------------------------------------- 비누 - The Last Emotion 대저 인간이 창생된 이후에 그들의 어두운곳에서 조금씩 자라난 악의의 씨 앗은 이제 전 대륙에 퍼져 더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도다. 그들은 교활하고 지혜로우며 잔인하기에 선량하고 무지한 백성들은 그들을 두려워하면서 따르 더라. 그 어둠의 일족중 가장 무서운 존재는 강대한 마력을 갖춘 리치도 아 니오. 실체가 없는 레이스도 아니더라. 심성이 어둡고 교활하며 인간의 어둠 속에 녹아들어 서로를 이간질하는 그자들의 이름은 바로 뱀파이어이니. 혹 그자들을 보게된다면 충분히 경계하고 또 경계할지어다. - 크레센트 제국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 한 ''어둠의 일족'' 중 루비아 6살. 보통 뱀파이어가 거주하는 집이라하면 폐가를 말한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 있는 그의 저택은 폐가는 커녕 너무나 완벽하게 손질되어 있고 정돈되어 있다. 거기다 밤이 되면 나타나는 절도 있는 시종과 시녀들은 그 주인을 성심껏 봉사하며 목숨을 바쳐 따른다. 인간도 있고 웨어울프도 있으 며 가끔 뱀파이어도 끼어있는 시종 시녀들의 극진한 시중을 받으며 오늘도 그는 느긋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어 앉아 책을 읽었다. 벽난로안에서 활활 타 오르는 모닥불이 그의 뺨에 따뜻한 기운을 쏘아보내주었고 흔들리는 불빛이 어둠을 물리고 밝은 빛을 뿌려주었다. 보통의 뱀파이어라면 태양빛을 물론이요. 모닥불이나 촛불같은 인공적인 빛 역시도 싫어하는게 당연할진데 그는 보통의 평범한 인간처럼 벽난로앞에 앉 아서 책을 읽고 있다. 고대로부터 전승되어온 어둠의 피. 진한 순혈의 뱀파이 어릭 블러드의 전승자. 인간의 어두운 그림자속을 헤집고 다니는 죽음의 전 파자. 그를 지칭하는 말은 음습하고 괴기스러우며 잔인함이 가득 담긴 저주 받은 말들 뿐이었다. 그런 그의 이름은… "삐누야아아아~~~" …비누다. 덥썩. 가구라기보다는 예술품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아름다운 원목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던 그의 목덜미에 작고 부드러워 보이는 양팔이 감겨왔다. 한속으로 턱을 괴고 책에 몰입해 있던 그는 갑자기 뒤에서 자신을 덮친 이 작은 생물을 향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루비아양. 몇번을 말했습니까? 제 이름은 아누비스. 고대로부터 이어져내려 오는 장의를 주관하는 자. 그게 제 이름입니다" "우웅… 하지마안… 삐누는… 삐누인걸" 그의 귓가에 대고 혀짧은 소리를 내는 작은 생물의 대답은 긴 한숨이 저절 로 흘러나오게 만들었다. 그는 손을 들어 자신의 목덜미에 들러붙어 있는 그 생물의 옷을 살짝 움켜쥐었다. 그리고 아주 가볍게 몸을 들어올려서 머리위 에서 한바퀴 돌린뒤 자신의 무릎위에 사쁜히 내려놓았다. "꺄하하! 한번 더해줘." "루비아양. 그러니까…" "더해줘! 더해줘! 응? 응? 더해줘어~" 그의 무릎위에서 엉덩이를 폴짝거리며 칭얼거리는 생물. 벽난로에서 흘러나 온 빛에 노출된 그 생물은 사전적 단어로 말하자면 인간 아이였다. 마치 활 활타오르는것 같은 붉디붉은 머리카락과 동글동글한 두눈 그리고 작고 도톰 한 입술을 가진 아이는 이제 겨우 대여섯살이나 되었을지 의문일 정도로 작 아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칭얼거림은… 지상을 활보하는 모든 뱀파이어들의 군주이자 순혈의 피를 이어받아 강대한 힘을 지닌 엘더 뱀파이어 로드인 아 누비스 마저도 고개를 절래절래 젓게 만들정도로 무서운 위력을 가지고 있었 다. 대여섯살의 뛰어놀기 좋아하는 아이에게 이치와 논리를 가르친다는것은 트롤에게 드래곤어를 가르키는것과 같다. 가르치는것도 더럽게 힘들지만 가 르쳐놔도 써먹을데가 없는 것이다. 그는 완전히 포기했다. 그리고 자신의 기 운을 개방하여 소녀를 공중에 떠오르게 만들어주었다. "꺄하하하~ 꺄하하~ 더해줘~ 더해줘~" 이 어린 숙녀는 자신의 치마가 뒤집어지는것도 아랑곳하지 않은채 천진난만 하게 웃으며 허공을 둥둥 떠다녔다. 루비아 8살. 관속에서 일어난 그는 대충 몸단장을 하고 시종들이 가져온 옷 을 걸쳤다. 장미 원액이 가득든 병안에 갓잡은 개의 피를 듬뿍 넣은 혈향이 풀풀 풍겨나오는 향수를 온몸에 뿌린 그는 작게 흥얼거리면서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뱀파이어들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수 있는 올백의 머리와 두가닥의 더듬이. 그리고 분을 덕지덕지 발라서 창백해 보이다 못해 광대처럼 보이는 양볼. 두텁고 무거우며 길기만한 망토 - 당연히 겉은 검은색이고 속은 붉은 색이다 -. 그리고 보기에도 괴상해보이는 길쭉한 송곳니 - 의치다. 늑대 이 빨을 뽑아서 그 속을 파내고 송곳니에 박아넣은거다. - 를 챙겨든 그는 평소 책을 읽을때 주로 쓰던 동그란 외알 안경을 정장 안주머니 속에 넣은뒤 어디 잘못된 곳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럴땐 거울에 비치지 않는 다는 약점이 굉장히 아프게 다가온다. 보통 인간이라면 그저 전신거울 앞에 서서 한바퀴 돌아보는것만으로 모든게 끝나겠지만 뱀파이어는 아니다. "흐흠… 적당하군. 이제 나가볼까?" 고개를 돌려 몸을 이리저리 살펴본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저택을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등뒤에서 살금살금 걸어오는 한 소녀의 기척에 작은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자기 딴에는 기척을 죽인다고 조심스럽게 걸어 오는것이겠지만 인간보다 오감이 몇십배나 예민한 그에겐 소녀의 몸동작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는 다시한번 한숨을 내쉬면서 천정을 올려다보았다. 오늘 은 또 몇분동안이나 이렇게 멍하니 서있어야 할지… 그는 소녀가 어서 빨리 다가오길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루비아 10세. 한달에 한번있는 외출날. 그는 평소와 같이 전통적인 - 혹은 촌스러운 - 복장을 한뒤 저택을 나서려했다. 그때 그는 등뒤에서 빠르게 접 근하는 생물의 온기를 느꼈고 급히 고개를 돌렸다. "…에? 에헤헤… 들켰네?" "휴우… 루비아양…" "에이… 오늘은 자신 있었는데. 역시 비누야." "누가 비누라는겁니까? 네? 제가 왜 비누가 되는건지 백가지 예를 들어서 설 명해봐요!" "비누는… 비누니까! 우훗~" "불가!" "움… 그럼 99가지 남은건가? 으음…" "사람이 말을 하면 좀…" "하지마안… 비누는 사람이 아니잖아. 안그래?" "…그렇긴 하죠" "어쨋든 비누는 비누야. 괜히 음침하고 어두컴컴한 이름보다는 밝고 명랑해 보이는 이름이 좋잖아? 그치?" "…부탁이니 제발 본명으로 불러주세요." "응! 비누야! 근데 어디가?" 결국 그는 두손을 들고 말았다. 이제 세상의 이치를 알만한 나이가 되었음 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여전히 순진했고 순진했으며 너무나도 순진했다. 그리 고 제멋대로인데다가 막무가내였다. 한마디로 골치덩어리였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망토자락을 붙잡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소녀를 물 끄러미 바라보다가 갑자기 몸을 홱하고 돌리면서 망토를 말아쥐었다. 털퍽. 데굴데굴. 소녀가 그의 앞에서 쓰러지더나 옆으로 몇바퀴 굴러갔다. 그리고는 튕겨지듯 몸을 일으키더니 그를 노려본다. 어둠속에서는 거의 절대자나 다름 없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그가 언제 저런 노골적인 시선을 받아본적이 있 겠는가? 그는 당황했다. "비누 미워!" "아… 저기… 미안…해요." "몰라! 미워!" "제가 잘못했어요. 네? 루비아양" "흥! 흥! 흥! 흥! 칫! 펫! 베에에…" 주저앉은 자세로 팔짱을 낀채 콧방귀를 뀌는 루비아. 그런 그녀의 뒤에 서 서 쩔쩔 매는 아누비스. 그날 그는 외출은 커녕 방에서 한발짝도 못나간채 토라진 소녀를 달래기 위해서 진땀을 빼야했다. 수십개의 인형과 반짝이는 보석들 그리고 맛있는 흰빵을 담보로 잡힌채…. 루비아 12세. 소녀 때문에 그간 미뤄두었던 외출을 오늘은 필히 행하리라! 그는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 약간 어두운 방안을 꼼꼼히 살펴서 아무도 못들 어오게 막은뒤 잽싸게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소녀와 같이 살면서 늘어 난건 그의 화장실력과 옷갈아입는 속도다. 그가 외출만 할려치면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 떼를 쓰며 달라붙는 소녀 덕분에 벌써 두달가까이 외출을 하 지 못한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오늘은 기필코…라고 굳게 다짐하며 잽싸게 복장을 챙긴뒤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열려라" 천정까지 올라간 그가 한마디하자 천정의 일부가 공중으로 솟아오르면서 그 가 빠져나갈만한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그는 그곳을 통해 천천히 방을 빠져 나왔다. 둥근 보름달이 떠있는 밤하늘이 그의 머리위로 찬란하게 펼쳐져 있 었고 간간히 들려오는 늑대 울음소리가 오늘밤이 만월임을 알려주었다. 마악 그의 몸이 지붕의 절반을 통과했을때쯤이었다. 그는 보았다. 지붕위에 양팔로 턱을 괸채 쪼그리고 앉아서 자신이 올라오는걸 기다리고 있는 두개의 눈동자 를 말이다. "……" 그의 몸이 천천히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터억! 하지만 불행하게도 소 녀의 손길이 더 빨랐다. 소녀의 앙증맞은 작은 손은 그의 머리채를 움켜쥐었 고 실실거리면서 들어올린 소녀의 손길에 의해서 그의 몸을 다시금 위로 떠 올랐다. "어디가 비누야?" "……" "응? 응? 어디가?" 그는 고개를 돌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바라보는 소녀의 눈길을 피했지만 그의 머리카락은 소녀의 손에 잡혀있었고 그의 몸은 지금 허공에 떠있는 상태였다. 소녀가 손을 조금 틀자 그의 눈앞에 소녀의 생글거리는 얼 굴이 비쳐졌다. "…외출…하려고요. 그보다… 이 머리좀 놔주세요. 루비아양" "싫어! 나 몰래 도망치려고 했지? 혼자서만 맛있는거 많이 먹고 올려고 그랬 지? 루삐가 모를줄알아?" "그건 아닌데…" 물론 그의 외출은 부족한 혈액의 공급을 위한 식사이기에 맛있는것(?)인지 는 알수없지만… "올때 맛난거 많이 가져와. 알았지? 저번에 가져온 달콤한 과자같은걸루" "그러죠." "빨리와야돼. 알았지? 비누?" 그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소녀의 손아귀에서만 벗어날수 있다면 뭔들 못 하리. 설탕바른 과자가 아니라 꿀로 도배를 한 쿠키 한바구니라도 가져올수 있다! 거기다 해뜨기전에는 반드시 돌아와야하니 늦을리도 없지않은가? 만약 늦었다간… 즐겁지 못한 일이 벌어질테니까 말이다. 루비아 14세. 그는 이해할수가 없었다. 일주일전 외출을 다녀온뒤 루비아가 자기에게 달려와 코를 벌름이면서 뭔가를 냄새맡더니 그뒤로 토라져서 말도 안하는것이다. 덕분에 그녀가 좋아하는 단 과자와 꿀, 그리고 사탕을 가져다 가 바쳤지만 이 영악한 소녀는 주는것만 낼름 받아먹고 태도는 여전했다. 그 냥 무시할수도 있겠지만 왠지 찜찜한 기분이 그를 계속 자극했기에 그는 정 말 오랫만에 초조했다. 까마득한 오랜 옜날 초조한 기분을 느껴본뒤로 처음 이었다. 신선하면서도 이해할수 없는 기분에 그는 고민에 빠졌다. 도대체 어 쩌라는 말인가? 뭘 원하는건지. 아니면 자기가 뭘 잘못한건지 알려줘야 고치 던 말던 할게 아닌가? 이건 너무했다. "휴우…" 평소와는 다른 의미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유일하게 짐작가는건 그가 외 출한뒤에 루비아가 삐쳤다는것. 아마도 소녀가 삐진데는 그의 외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그는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자신의 일거 수 일투족을 감시하는게 삶의 보람이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루비아이니 그가 외출을 하려하면 무언가 반응이 있을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또 나가는거야?" 그의 예상대로다. 방안에 틀어박혀 꼼짝도 안하던 루비아가 자기발로 그를 찾아온것이다. "예.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요즘 너무 자주 나가는거 아니야? 비누" "듣지도 않겠지만… 제이름은 아누비스. 아누비스입니다." "그래 알아. 비누라는거." "……" 소녀의 기분이 매우 안좋은듯했다. 그래서 그는 조용히 외출 준비를 마친뒤 방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때 소녀가 갑자기 달려들더니 그의 외투자락을 붙 잡았다. "나도 데려가!" "…예?" "혼자서만 나가지 말고 나도 데려가 달라고!" "하지만…" "안데려가면 관에 들어가있을때 관뚜껑에 못질해버릴거야. 그리고 관속에다 마늘을 도배해버릴거고 벽에다 마늘즙을 듬뿍 발라놓은거야. 그리고…음…그 리고… 관속에다가 물을 잔뜩 뿌려놓을거야. 축축하고 찝찝해서 잠도 못잘 껄?" "그만! 그만! 알았어요. 같이 갑시다. 같이…" 그는 두손을 번쩍 들면서 항복했다. 루비아는 한다면 진짜 하는 그런 소녀 였으니까 말이다. 물론 소녀의 장난이 그의 목숨을 위협하는 그런류의 것은 아니지만 소녀가 열거한 것들중 단 하나만 행하더라도 그는 숙면을 취하기 힘들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온 자신의 안락한 관속이 마늘로 도배되어 서 마늘냄새가 관안에 베게 되면 그보다 더 끔찍한 일도 없을테니까…. 그는 이 감정이 풍부하고 쉴새없이 조잘거리는 소녀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그의 등에 늘어져있던 망토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펄럭이더니 소녀의 몸 을 감싸안았다. 한손으로 소녀를 안아올린 그는 천천히 몸을 띄웠다. "왜 뱀파이어들은 이런 칙칙하고 촌스러운 망토를 두르는거야? 검은옷이야 잘만 입으면 멋쟁이처럼 보인다지만 이건 너무 촌스러워" "…관례라는 것입니다." 순혈의 뱀파이어라해도 관례라는것은 외면할수 없나보다. 어두운 밤하늘을 빠르게 날아가는 그. 그리고 소녀. 둘은 한참을 날아간뒤 에 천천히 허공에서 떨어져내렸다. 그가 내려선곳은 커다란 4층 저택안의 정 원이었는데 그가 지면에 내려서자 소녀가 그의 품에서 뛰쳐나오더니 몸을 덜 덜 떨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추워…추워… 으으… 얼어죽겠다." 몸이 차가운 뱀파이어의 품에 안겨있었고 거기다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오랜시간동안 날아왔으니 당연한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그게 불만인 지 연신 몸을 비비고 발을 동동구르며 작게 투덜거렸다. "그럼 전…" "응. 나도 여기서 맛난거 찾으러 돌아다닐테니까 나 위험하면 바로 와줘. 알 았지?" "물론이죠." "그럼 비누도 밥 잘먹어" 소녀는 그렇게 말한뒤 빠른걸음으로 뛰어서 창문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오 감을 속일정도로 뛰어난 은신술과 잠입술을 보여주는 소녀다. 아마 그가 식 사를 마치고 돌아올때까지 잡히긴커녕 마치 제집처럼 활보하게 다닐게 뻔해 다. 저택안으로 들어간 소녀의 뒷모습을 상기하며 가만히 서있던 그는 이내 이곳에 온 목적을 기억해내고 천천히 몸을 날렸다. 그의 몸이 둥실 떠올랐고 곧바로 3층의 어느 테라스 위로 내려섰다. 이미 이 근방의 정보는 모두 머리 속에 넣어둔 상태. 그는 슬쩍 손을 들어올렸다. 찰칵. 안쪽에서 잠겨있던 창 문의 걸쇠가 저절로 풀려났고 다시 그가 손을 앞으로 조금 밀자 창문이 소리 도 없이 스르르 열렸다. 그리고 그의 몸이 마치 안개가 된것처럼 소리없이 창문사이의 틈으로 흘러들어갔다. 이 저택의 주인은 여인이다. 그것도 이제 서른살정도 밖에 안된 미망인이었 다. 무슨 백작인가였던 그녀의 남편은 얼마전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래 서인지 그 여인은 주변에 사람을 물린채 낮이고 밤이고 홀로 지내고 있었다. 그의 먹이감으로는 최적인것이다. "하아… 아아아…" 침대가로 소리없이 다가가던 그의 귓가에 야릇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촛 불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나직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그는 귀를 쫑긋 거렸다. 설마 남자를 끌어들인건가. 하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침대가로 다가 갔지만 침대위에는 여인 특유의 냄새외에는 나지 않았다. 사내가 있으면 골 치아플뻔 했기에 그는 작게 안도했다. 그의 눈앞에 여인의 옆모습이 비쳤다. 이불을 발목까지 차버린 여인은 한손으론 자신의 가슴을 그리고 다른 손은 그녀의 속옷속에 들어가있다. "하윽… 흐응… 하아…" 죽어버린 남편을 생각하며 자위하고 있는걸까? 아니면 다른 사내의 품을 떠 올리고 있을까? 물론 그로써는 어느쪽이던 상관없다. 중요한건 그의 식욕을 마구 들끓게 만들정도로 여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체향이 향기롭다는 것이 다. 그는 작게 미소지었다. 성욕에 몸을 맡긴 여인은 유혹하기도 쉽고 최면을 걸기도 쉽다. 거기다 한번 흡혈당하는 기쁨을 맛보게되면 고정적으로 그에게 목을 허락하게 될것이다. 그는 거침없이 손을 뻗어 속옷속으로 들어가있는 여인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누…누구?" 깜짝 놀란 여인이 상체를 일으키면서 비명을 지르려했다. 하지만 그보다 빨 리 그의 다른 손이 여인의 얼굴을 붙잡았고 붉은빛으로 빛나는 그의 두눈이 여인의 눈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여인의 두눈에서 촛점이 사라졌고 여인은 마치 인형처럼 손목을 잡힌채 그대로 굳어있었다. 단지 응시하는것 만으로 여인의 정신을 지배한것이다. 준비 작업을 마친 그는 창가에서 흘러드는 달 빛에 작게 반짝이는 여인의 손을 바라보았다. 마치 거미줄같이 끈끈한 액체 가 여인의 손에 잔뜩 묻은채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는 여인의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흐음…" 역시 그의 생각대로 여인은 추잡한 병이나 잔병같은건 가지고 있지 않다. 기품있고 현숙하며 상냥한 여인이었고 남자가 달려있다는둥의 잡음도 없는 깨끗한 여인이다. 거기다 아직 생명을 잉태한적도 없는 몸이다. 그의 개인적 인 취향은 아직 남자를 알지 못하는 순결한 소녀 또는 여인이었지만 그것은 단지 취향일뿐 피의 맛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성욕에 반응해서 더욱 강한 최면효과를 발휘하는 그의 정신지배도 잘 통하지 않는 - 한마디로 그쪽 방 면으로는 방어가 단단한 - 소녀들보다는 이렇게 남자를 아는 여인쪽이 훨씬 쉽다. 취미는 취미이고 생활은 생활이랄까? 그는 침대에 누운 여인의 위에 올라탔다. 아직도 촛점없는 눈동자를 하고 있는 여인은 본능적으로 그의 몸에 달라붙었다. 그는 거침없이 무방비 상태 로 놓여진 여인의 목덜미로 입술을 가져갔다. 송곳니 - 물론 폼으로 끼고 있 던 늑대이빨은 빼버렸다 - 를 드러낸 그는 여인의 경동맥을 찾은뒤 그곳에 이빨을 박아넣었다. 움찔. 그의 몸에 달라붙어 있던 여인의 몸에 작게 떨려왔 다. 그와 동시에 그의 입안으로 피가 세차게 흘러들어왔다. "하아악… 아흑… 아아… 아아아…" 그가 피를 빨아올릴때마다 여인의 입에서 야릇한 신음소리가 연신 흘러나왔 다. 그의 등을 붙잡고 있던 여인의 양손에 힘이 들어갔다. 뚜둑… 그가 입고 있던 정장의 등부분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럼에도 그는 피를 빠는 데 열중했고 애인은 마치 갓잡아올린 활어처럼 다리를 꿈틀거리고 허리를 움 직이며 신음소리를 내었다. "하아아…아아 … 아앙 … 여보… 아흑… 여보오…" 죽어버린 남편을 생각하고 있는걸까? 여인은 연신 자신의 남편을 불러대면 서 더욱더 그의 몸에 밀착했다. 차가운 그의 몸에 여인의 피가 돌자 보통의 인간처럼 따뜻한 기운이 흘러나온다. 그래서일까? 여인은 더욱더 그의 몸에 밀착해 들어왔다. 여인의 양 발가락이 한껏 안으로 굽혀졌고 통통하고 귀여 워보이는 종아리가 단단히 뭉쳐진다. 그가 입을 떼자 여인은 길게 신음성을 내뱉다가 고개를 치켜들고 그의 몸을 곽 움켜쥐었다. 여인의 사타구니 사이에 들어가있던 그의 무릎팍이 축축하게 젖어왔고 그를 음켜쥐고 있던 손이 스르르 풀려났다. 털썩. 마치 죽은듯이 여 인은 그대로 침대위에 축 늘어졌다. 이에 그는 여인의 몸에서 떨여져 나온뒤 손가락을 들어 피가 점점이 흘러나오고 있는 여인의 목덜미에 가져다 대었 다. 그러자 작게 부어오른 이빨자국이 금세 사라졌다. 물론 그가 마음만 먹는 다면 이 여인의 피를 모조리 빨아들이는것은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신 중한 성격이기에 이렇듯 여러곳에 자신에게 피를 나눠줄 여인들을 만들어놓 고 두달에 한번씩 들리는것이다. 두달간의 시간이면 피를 빨린 여인들도 충 분히 건강을 되찾을수 있고 또 한번 찾아간 여인은 다음번에 피를 빨때 아주 쉽게 목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후우…" 그는 부른 배를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여인 은 침대에 누운채 헉헉거리며 거친 숨을 내뱉고 있다. 마치 사랑하는 남편과 길고 긴 사랑을 나눈뒤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무방비상태로 누운채 거친 숨을 내뱉고 있는 여인을 내려다보다가 쓴웃음을 지어보인뒤 이불을 들어서 여인의 몸에 덮어주었다. 감기라도 걸리면 안되니까. 그때 갑자기 문가에서 인기척이 났다. 그가 고개를 돌려서 문을 바라보자 방문이 끼이익…하는 작 은 소리를 내면서 열린다. 그리고 그 사이로 작은 소녀의 머리가 쏘옥 튀어 나왔다. "다 끝났어?" "네." "아기 만드는 일은 안해?" "…네에?" 그는 오랫만에 황당함이라는 감정을 떠올렸다. 어떻게 루비아가 그런 일을 알고 있을까? 그의 저택에서 일하는 시종과 시녀중 그 쪽으로 알고 있는 자 는 없는데… "그럼 가자. 나도 배불러서 이젠 더 못먹겠어" 그렇게 말하면 안으로 들어온 소녀. 그녀의 등뒤에 메달린 산더미같은 보자 기더미는 다 무엇일까? 하지만 그는 마음이 넓은 남자이다. 소녀의 무거운 - 거기다 부피도 큰 - 짐을 보면 그녀를 날라야하는 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화낼법한데도 그는 그저 작게 고개만 끄덕인뒤 소녀를 감싸 안았다. 물론 툭 튀어나온 보자기 때문에 제대로 감싸지 못했지만 어쨋든 그는 소녀를 감싸안 았고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우움… 근데 비누야. 왜 몸이 따뜻해? 이러고 있으니까 왠지 기분이 좋다." "더운 피를 마셨으니까…" "흐음…" 흡혈을 하는걸 봐서일까? 소녀는 침묵했다. 그리고 특별히 할말도 없던 그 역시 침묵했다. 이내 둘이 사는 저택이 가까워졌다. 둘이 사는 저택으로 돌아 온 그는 소녀를 보며 물었다. "데리고 나가줬으니 이제 화 풀거죠?" "아아니" "왜? 아니… 도대체 이유가 뭡니까? 이유라도 알아야 고치던지 할거 아니에 요? 루비아양" "그 냄새 싫어! 비누 바보! 멍청이! 말미잘! 해삼! 멍개! 오징어! 문어!!!" 소녀는 그의 축축히 젖은 무릎팍을 가리키며 소리친뒤 붉어진 얼굴을 한채 자기 방으로 뛰어가버렸다. 그리고 그는 오랫만에 천정을 올려다보며 어이없 는 표정을 지었다. "허…허허…허허허…. 그런데 도대체 누가 루비아양에게 이런걸 알려준거 지?" 그는 모를것이다. 수십년전 그를 처치하기 위해 이곳으로 찾아왔던 디온신 의 프리스트가 남긴 유품이 자기 저택에 있다는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 유품 - 주로 삽화가 들어간 진.귀.하.고. 가.치.있.는. 저서들이다 - 들이 소녀의 손 에 들어갔다는걸 말이다. 꿈많은 소녀는 호기심도 왕성했다. 그에겐 불행하게 도 말이다. 루비아 16세. 그는 아름답게 자란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와 마찬가지로 늘상 밤에 일어나서 낮에 잠이 드는 기이한 소녀는 햇볕을 못봐서인지 백옥같은 피부색을 자랑했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길고긴 붉은머리는 그에게 설레임이라 는 감정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오래전부터 잊고있던… 아니 기억의 저편에 단편적으로 매몰되어있던 감정들이 조금씩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한것이다. "열여섯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루비아" "그럼 우리가 만난지 16년이나 된거야? 와~ 정말 오래됐네? 그치? 비누야"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가 소녀를 데려온지는 13년밖 에 안되었고 소녀이 실제 나이도 생일도 모르지만 그는 그렇게 임의로 소녀 의 나이를 정하고 생일을 만들어냈다.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그가 들고온 쟁 반위에는 달콤한 버터크림이 잔뜩 발라져있는 갓구운 흰빵과 꿀이 듬뿍 들어 있는 쿠키바구니가 올려져있었다. 루비아는 행복한듯 생글거리며 웃는다. 세 상 그 누구보다 순진하고 순결한 소녀. 그는 소녀를 그렇게 평가했다. 세상에 서 가장 행복한 소녀는 뺨과 입술주위에 버터크림을 잔뜩 바르고 손에 덕지 덕지 뭍은 꿀을 핧으면서 그가 가져온 빵과 쿠키를 작살냈다. 우아하게 - 혹 은 게걸스럽게 - 두손으로 쿠키를 잔뜩쥐고 빵조각을 씹던 소녀는 문들 자 신의 뒤에 그가 서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는지 반쯤 베어문 흰빵을 들고 심각 하게 고민하다가 이내 결심한듯 그것을 그에게 내밀면서 물었다. "먹을래?" "아니요. 괜찮습니다." "흐응… 맛있는데. 비누는 이 맛있는것도 못먹고… 불쌍해." 그렇게 말하면서도 소녀의 손은 연신 입으로 향했고 그를 향했던 빵조각은 순식간에 소녀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먹으려면 못먹을 건 없다. 하지만 그의 위장은 피외에는 아무것도 소화하지 못한다. 먹어치운 음식물들은 이내 목위로 밀려올라와 입밖으로 배출된다. 그런뒤 찾아오는 피 를 향한 갈구. 그렇기에 그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그런 그의 눈에 소녀의 붉 은 머리카락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흰 목덜미가 들어왔다. "꿀꺽" 그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것을 깨닫고 이내 도리질을 쳤다. 무슨 생각 을 하고 있는건가. 나는… 그렇게 자신을 추스리려 했지만 그의 눈은 본능적 으로 소녀의 목덜미를 쫓았다. 소녀의 피는 매우 달콤할게 분명하다. 저렇게 단것을 많이 먹어대니 그 피까지 달지 않을리가 없다. 한모금… 아니 한방울 이라도… 그의 망상은 정신을 상념의 저편으로 날려버렸다. 문득 시선을 느 낀 그가 정신을 차리자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두개의 작은 눈을 볼수 있었 다. 소녀는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손을 들어올려서 붉은 머리카락을 붙잡았다. 드러나는 소녀의 새하얀 목덜미. "먹을래?" 소녀의 물음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뻔했다. "아…아니요. 괜찮습니다. 흡혈은 얼마전에도 했고…" "먹어도 돼." "루…루비아양" "괜찮아. 피좀 빨린다고 죽는것도 아니잖아. 안그래? 그리고 비누가 날 죽일 리도 없고" "괘… 괜찮습니다. 전…" "먹어. 난 상관없어." 소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에게 다가왔다. 점점 확대되는 소녀의 목덜미. 본 능이 소녀의 목에 이빨을 꽂아넣고 달콤한 피를 빨라고 소리쳐댄다. 하지만 이성은 그런 본능을 꾹꾹 억누르고 저멀리 던져버렸다. 그는 다가오는 소녀 에게 손을 내저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저… 전 괜찮습니다. 루…루비아양. 이러지 않아도…" "내 피를 마셔. 그리고 다른 여자들은 보지마. 비누는 힘좋은 뱀파이어니까 나만 가지고도 오랫동안 버틸수 있지? 다른 여자들 피빠는 비누는 싫어. 날 봐. 그리고 내 피를 마셔" 저하늘 멀리 날아갔던 본능이 몇배의 가속도를 붙여서 날아와 이성을 뭉개 버렸다. 그의 양손이 소녀의 가느다란 어깨를 붙잡았고 그의 혀가 소녀의 경 동맥을 찾아 목덜미 사이를 움직였다. "흐읍…" 그는 소녀가 작게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떨자 약간의 이성을 불러모았다. 아무리 그라해도 본능을 완전히 통제할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소녀를 안아들 고 침대위에 내려놓는 이성은 유지한것이다. 그는 소녀를 부드러운 침대위에 뉘여놓고 그위에 올라섰다. 그의 입술이 소녀의 목덜미를 훓고 지나갔다. "아…" 소녀는 여느 여인들과 같은 반응을 내보이면서 그의 목에 팔을 감고 눈을 감았다. 그런 소녀의 목덜미를 핧던 그가 송곳니를 드러내고 살짝 깨물었다. "흐윽… 나…나아… 이…이상해." 작은 신음소리가 소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와 동시에 그의 입안으로 소 녀이 맑고 깨끗한 피가 흘러들어간다. 그의 목덜미에 있는 울대가 연신 앞뒤 로 움직이면서 꿀꺽꿀꺽하는 소리를 낸다. 그는 정신없이 소녀의 피를 탐닉 했고 소녀의 양팔은 그의 목을 더욱더 강하게 죄여왔다. "아…아아아…아흑…" 고개를 뒤로 한껏 젖히며 그에게 메달려오는 소녀. 그런 소녀의 등을 한손 으로 받쳐준 그는 소녀의 피에서 색다른 맛이 난다고 생각했다. 아니 피맛은 같다. 세상의 찌든때를 덜탄덕에 맑고 깨끗한 피 이기는 했지만 맛은 같았다. 하지만 그 피를 마실때 느끼는 기분은 지금껏 그가 느껴온 감정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나…나…흐으윽…" 버둥거리는 소녀의 무릎이 우연히 그의 배를 쳤다. 덕분에 그의 입에서 핏 방울이 조금 떨어졌다는데 그는 그 핏방울을 쫓아서 입을 움직였다. 단 한방 울의 피도 놓치지 않겠다는듯이 말이다. 어느정도 피를 마신 그는 이제 맛을 음미하듯이 조금씩 소녀의 피를 빨면서 천천히 흡혈을 했다. 평소보다 몇배는 긴시간동안 그는 공들여 소녀의 피를 빨았고 그때마다 소녀는 침대에서 튕기듯 튀어오르면서 그에게 달라붙었다. 가끔씩 진저리를 치며 고개를 저을때는 그의 입술이 떨어지곤 했지만 그가 잠시 기다리면 소녀는 그에게 다시 목덜미를 내밀어주었다. "하으윽… 하아아…" 소녀의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곁눈질로 바라본 소녀의 눈꺼풀속에서 눈 동자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게 보인다. 소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려왔고 반쯤 벌려진 입에서 단내가 뿜어져나왔다. 그제서야 그는 소녀의 목덜미에서 입을 뗀뒤 손을 들어 자그마한 상처에 대었다. 곧이어 상처는 사라졌고 남은 건 소녀의 어깨와 침대보에 조금 흘러내린 피뿐이었다. "……" "……" 눈을 뜬 소녀와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소녀가 웃으면서 말했다. "나 침대보위에 피 흘렸으니까 앞으로 비누가 날 책임져. 알았지?" "무슨…" "설마… 내 순결을 가져가놓고 이제와서 발뺌하는거야? 비누 치사해" "그런…" 그는 소녀의 말이 진담인지 농담인지를 가려내기위해 열씸히 머리를 굴려야 했다. 그를 고민하게 만든 소녀는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소매로 쓰윽 닦아내면서 그의 가슴에 찰싹 달라붙었다. 루비아 16세 6개월. 그는 손에 쥐고 있던것을 소녀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야?" "선물…이라고 해두죠." "어머? 반지네? 이거 나주는거야?"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소녀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별 특별할것 없는 금반지를 자신의 손에 끼었다. 왼손 약지에 끼었던 소녀의 입가에서 웃 음이 사라진다. 왼손 중지. 왼손 검지. 오른손 엄지. 반지는 소녀의 엄지손가 락 위에서 뱅글뱅글 돌았다. "이거… 장난?" "…생각보다. 크군요." 그는 순순히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그러는 한편 소녀의 손가락이 참으로 가늘고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가 반지를 돌려받아서 다시 수선해 오려고 했 지만 소년느 그것을 거절했다. 소녀는 자신이 차고 있던 금줄에 반지를 걸고 는 그것을 목에 걸었다. 그날 소녀는 하루종일 헤실거리며 웃었다. 루비아 17세. 이제 소녀는 언제나 머리를 위로 땋아올리고 다닌다. 길고 긴 생머리쪽이 더 예쁘고 귀여워보이지만 소녀는 언제나 머리핀을 가지고 다녔 다. 그는 더이상 외출을 하지 않았다. 때가되면 소녀가 그를 찾아왔기 때문이 었다. 그날도 평소와 같이 소녀를 안고 그녀의 목덜미에 이빨을 박아넣은 그 는 신음성을 내뱉는 소녀를 꽈악 껴안아준채 열씸히 피를 빨았다. 그때 갑자 기 그들이 있는 방문이 콰아아앙! 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반으로 부서졌 다. 나무 조각과 먼지구름 사이로 뛰어드는 자들. "사악한 악의 종자여! 정의의 심판을 받으라!" "신의 이름으로 악에 빠진 너를 처단하겠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는 소녀를 만나기전보다 감정이 풍부해졌다. 놀라는 표정을 다 짓고 말이다. 방안으로 뛰어들어온 자 들은 모두 다섯이었는데 둘은 성직자로 보였고 다른 둘은 검사같았다. 그리 고 나머지 하나는 마법사인지 긴 지팡이를 들고 있다. 방안으로 뛰어든 그들 은 가타부타 말도 없이 우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위대한 비젠의 힘이 여기 강림하사 그의 종속들에게 무한한 영광을 부여하 도다! Draw Upon Holy Might" "전신 토르의 이름으로 모든 부정한것들을 불태울지어다! Bolt of Glory!" 안으로 뛰어든 성직자 놈들의 외침에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척보기에도 비리비리해보이던 한 성직자의 몸에 근육이 불끈거리며 솟아오르는게 보였고 다른 성직자의 손에서 보기만해도 기분 나쁜 백색광체가 어른거리다가 그를 향해 뻗어져나왔다. 그는 잽싸게 천정을 향해 튀어올랐다. 하지만 그 전광은 침대를 향해 날아오다가 직각으로 꺾이더니 그가 있는 천정쪽으로 날아올랐 다. 파지직! 육체적으로 불사에 가까운 그는 정말 오랫만에 통증이라는 감각 을 느꼈다. 그의 왼팔이 백색광을 내며 불타올랐고 고통을 느끼며 바닥으로 떨어져내리는 그를 향해 투핸드 소드를 든 검사가 달려들었다. 그는 고통을 억제하며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드는 검날을 손으로 잡았다. 치이익… 그 의 손바닥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마도 마법에 걸린 무기이거나 성스러운 힘을 가진 무기이리라. 하지만 그덕에 검을 잡힌 검사는 잠시동안 무방비한 상태가 되었고 그때를 놓치지 않은 그는 그자의 어깨를 붙잡은뒤 어느새 붉 어진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으으으…" "가터! 정신차려!" 상대에게 공포를 심어준 그는 그자의 몸을 잡아서 달려드는 또다른 검사에 게 집어던졌다. 둘이 엉키며 바닥을 구르는걸 본 그는 적들을 향해 달려들려 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마법사가 만들어낸 붉은빛을 내뿜는 둥그런 구가 그 를 향해 날아왔다. 파직… "치잇…" 피하기엔 너무나도 가까웠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그것을 쳐냈고 그의 손에 부딪친 둥근 원형구는 방향을 꺾어서 방 한구석에 쳐박혔다. 콰과광!!! 거대 한 폭팔과 함께 자잘은 폭팔이 이어졌다. "세상에… Plasma Ball을 맨손으로 쳐내다니…" "조심해! 놈은 보통의 뱀파이어가 아니야!" "떠오르는 태양앞에 어둠은 사라질지어니! False Dawn" 파아아악… 문가에 서있던 성직자의 손에서 작은 빛이 떠올랐다. 그 빛덩어 리는 이내 붉은빛을 사방에 내뿜으면서 방안에 강렬한 빛을 내뿜었는데 마치 새벽의 어둠을 헤치고 떠오르는 태양과도 같았다. "크으윽…" 그는 팔로 눈가를 가리면서 몸을 숙였다. 진짜 태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어둠이 타닥거리며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위험하다. 그는 어찌할바를 모른채 몸을 숙였다. 강렬한 빛사이로 적들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게 보였지만 그의 몸은 움직일줄을 몰랐다. 그의 눈사이로 침대위에 늘어져있는 소녀가 보였다. 피를 너무 많이 빨아서인지 소녀는 움직일줄을 몰랐다. 아니 어쩌면 그와 너무 가까이 있었기에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어둠 에 가까워진것인지도 모른다. 일출의 빛에 노출된 소녀가 고통스러운 신음성 을 내뱉는게 보였다. 그는 눈에서 불똥이 튀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크아아앗!!!" 몸을 숙이고 있던 그가 일어서자 적들이 깜짝 놀라며 뒤로 몇발짝씩 물러섰 다. 하지만 그도 잠시 몸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그를 향해 달려든 한 검 사가 은빛으로 빛나는 롱소드로 그의 몸을 길게 베었다. 촤아악… 타닥…화 르르… 검에 맞은 부위에서 흘러나온 어둠의 기운이 허공에서 불이 붙으면서 타들어간다. 그는 자신을 벤 그 검사를 손으로 할퀴면서 밀쳐냈다. 그에게 할 퀴어진 그자는 생명력을 흡수당해 약해졌지만 이내 뒤에 서있던 성직자에 의 해 다시 회복되었고 처음 그에게 당해 약해졌던 다른 검사도 이제는 완전히 회복되었는지 다시 투핸드 소드를 들고 일어섰다. "Power Word Silence!" 갑자기 그의 주변에 침묵이 공간이 생성되었다. 덕분에 그는 마법 주문을 외우지 못한채 싸워야했다. 그의 발이 갑자기 바닥을 박차며 앞으로 튀어나 갔다. 적들중 누구도 반응하지 못하는 엄청난 빠르기로 마법사로 보이는 자 에게 달려간 그는 그자의 목덜미를 쥐었다. 사아아아… 로브를 쓰고 있던 마 법사의 후드가 벗겨졌다. 대충 중년으로 보이는 마법사는 그이 손길에서 벗 어나기 위해 버둥거렸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마법사의 얼굴살이 조 금씩 빠지면서 메말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상처가 서서히 치료되기 시작했다. 그때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무릎을 꿇었다. 힘을 강화시킨 성직자가 성스러운 메이스로 그의 무릎뒤를 후려친것이다. 그의 팔에 쥐여져 있던 마법사는 그대로 바닥에 털썩 쓰러졌고 그의 주위로 검사들과 성직자들 이 몰려들었다. 그는 잽싸게 천정으로 뛰어오른뒤 그위에 거꾸로 붙어서 그 들을 노려보았다. "모든 사악한것은 신의 앞에 무릎 꿇을지어다! Holy Word!" 콰아아아… 주문을 외운 성직자의 앞에 조그마한 구가 생성되었다. 주변의 공기를 조금씩 빨아들이던 그 구는 어느순간 갑자기 몇배로 확장하기 시작하 더니 이내 방안을 가득 메웠다. 그는 신의 힘이 직접개입된 신성한 공간에 자신이 놓여져 있다는걸 깨닳았다. "꺄아아아아악!!!" 그의 귓가에 소녀가 내지르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소녀는 고통스러운듯 울부짖으면서 몸을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와 오랜시간동안 같이 있으면서 소녀도 어둠에 조금씩 물들기 시작한것이다. 그는 천정에서 뛰어내려 침대가 에 내려선뒤 온힘을 다해 소리질렀다. "…………!!!" 그의 입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았지만 공기가 떨렸왔다. 그와 함께 그의 몸속에 내재되어있던 어둠이 폭팔하듯 뿜어져나왔다. 그는 소녀를 자신의 뒤에 숨긴채 성스러운 공간안에 어둠을 풀었다. 파밧! 파바박! 사방에 서 불똥이 튀었다. 다행히 소녀의 몸은 그의 어둠속에 들어왔기에 소녀는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다. 그때 성스러운 진언을 외친 성직자의 옆에서 다른 성직자가 튀어나오면서 외쳤다. "빛과 정의의 신 비젠의 이름으로 어둠을 불태운다! Sunray!!!" 콰악! 성직자의 손에서 시작된 빛덩어리는 진짜 태양과도 같이 그를 감싸고 있는 어둠을 단번에 재로 만들면서 그의 몸을 위협했다. 그는 온힘을 다하여 그 빛에 대항했지만 진짜 태양빛과 같은 빛속에서 그의 몸은 서서히 부서지 기 시작했다. "마지막이다! 마물! 정화의 빛이 솟구쳐오르니 모든 사악한것들이 불타오를 것이다. Flame Strike!" 그의 발밑에서 뜨거운 기운이 맺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몸을 날려 피하려고 했지만 성스러운 진언의 영역과 태양빛이 중복된 방안의 기운은 그의 힘을 깔끔하게 날려버렸다. 그리고 마악 그의 발치에서 불기운이 솟아오르려고 할 때 갑자기 그의 등뒤에서 작은 손이 튀어나와 그를 옆으로 밀쳤다. 콰아아아 아… "꺄아아아아아아…" 너무나도 간단히 옆으로 밀려버린 그는 멍한 표정으로 주저앉았다. 방금전 까지 그가 있던 자리에는 거대한 불기둥이 지면에서 솟아올라 천정까지 불길 을 내뿜고 있었고 그 불길 사이로 소녀의 모습이 잠깐씩 보였다. 잠시뒤 뜨 거운 불길은 금세 사라졌고 위로 솟구쳐 오르는 불길에 의해서 공중에 떠있 던 소녀의 몸이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치이이… 지독한 노린내가 방안을 가 득 메웠다. 그는 소녀에게 달려갔다. 소녀가 입고 있던 얇은 옷은 단번에 재 가 되어버렸고 소녀의 하체는 끔찍한 모습으로 불타있었다. 허리께까지 온통 부종으로 부어올랐고 곳곳에 피부를 찢고 튀아나온 신경조직들이 붉은 피를 흘려대거나 하얀 딱정이가 붙어있었다. 치익… 그의 손에 닿은 소녀의 가슴 께가 뜨거운 김을 내뿜었다. 소녀의 얼굴은 온통 수포로 가득했고 말라붙은 핏자국이 소녀의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쿨럭…쿨럭… 비누 …거기있어? 앞이… 안보여" 그는 소녀의 손을 잡았다. 말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는 소녀의 손을 꽉쥐 고 자신이 여기 있음을 알렸다. 소녀의 귀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나온다. 아름 답던 소녀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지고 탐스러운 붉은머리가 완전히 타버렸 지만 그의 눈에는 들어온 소녀는 아름다웠다. "이게……쿨럭… 죽는다는걸까? 비누는… 어떻게 버텨왔어? 나… 무서워…콜 록콜록…" "……!!!" 그는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때 그의 뒤에 서있 던 적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희생물이 된 소녀에게 죽음에 이르게 만 들어서 잠시 주저한 그들이지만 그보다 더 큰 악을 무찔러야 하는 사명감이 가득한 자들이었기에 상대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적들을 돌아보며 눈을 부릅떴다. 입을 벌려 날카로운 송곳니를 내민 그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눈으로 그들을 쏘아보았다. 그의 목 주변이 붉거져나온 핏줄로 가득찼다. 만약 목소리가 나왔다면 끔찍한 비명소 리가 그의 입에서 터져나왔을것이다. 그리고 그때 그의 등이 폭팔하듯 부풀 어 오르더니 옷을 찢고 진한 어둠이 뿜어져나왔다. Holy Word의 진언은 아 직도 효력을 발휘하고 있었지만 태양빛은 이미 사라졌다 그 어둠은 단번에 성스러운 공간을 잘라먹었고 그 안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스…스폰?" 그자들중 하나가 소리쳤다. 인간과 뱀파이어의 중간쯤 되어보이는 괴물이 그의 몸에서 튀어나왔다. 그것은 날카로운 송곳니를 내밀면서 성직자들을 향 해 달려갔지만 성스러운 공간에 들어서자 살갗이 타들어가면서 고통스러워 했고 이내 다른 검사의 검에 맞아서 재로 화했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튀어 나가는 스폰의 숫자는 한둘이 아니었다. 한번에 서넛씩. 혹은 대여섯씩 튀어 나온 스폰들은 성직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비…콜록…콜록…비누야. 그거 알아?" "……!!" "나… 너 좋아한다? 콜록…" 소녀의 목덜미에서 그르륵 하는 소리가 났다. 그와 함께 소녀의 작은 입가 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그는 소녀의 머리를 옆으로 돌려서 침과 체액이 범벅이 된 피를 바닥에 흘렸다. "콜록… 이제… 정말 죽…나봐. 나아… 졸려…" "……!!!" 그는 소녀의 두손을 꽉 쥐고 악을 써댔다. 그런 그의 등에서는 연신 검은 어둠이 뿜어져나왔고 그의 스폰들이 계속 어둠속에서 튀어나와 적을 향해 달 려들었다. "끄아아악!!!" 스폰들에게 물린 검사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위로 수십마리의 뱀파 이어 스폰들이 달려들었고 그 검사는 단 1분도 되지않아서 해체되어 붉은 고 깃덩어리가 되었다. 그의 손을 힘겹게 잡고 있던 소녀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 갔다. 작게 위아래로 움직이던 소녀의 가슴이 멈췄고 그의 손에서 소녀의 손 이 빠져나가 바닥에 툭하고 떨어졌다. "……!!!" 그는 소녀의 시신을 붙잡고 오열했다. 루비아 17세 1일. 그는 불타는 저택을 바라보았다. 활활 타오르는 저택은 수 킬로미터 밖에서도 보일정도로 커다란 불길을 내뿜고 있었다. 그의 등뒤로 하급 뱀파이어들이 그와 자신들의 관을 지고 뒤따랐다. 아직 해가 뜰려면 먼 시각. 그는 부하들을 뒤로 물린뒤 작은 오솔길을 따라 언덕위로 올라갔다. 양 지바른 언덕위에 작은 십자가가 세워져있다. [세상 그 무엇보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소녀 여기 잠들다. 루비아. 대륙력 1233년 - 1249년. ] 그는 소녀의 무덤앞에 서서 자신이 직접 만든 묘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두손을 뒤로 돌려 자식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풀렀다. 그가 소녀에 게 선물했던 금반지가 걸려있는 목걸이 그는 그것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죽은자에게 감정은 사치스러운것. 이젠 너나 나나 인간의 감정따윈 필요없 을거다. 애초에 우린 죽은자들이니까. 감정따윈 없지. 있다면 과거 살아있을 때 느꼈던 감정의 기억들일뿐…. 그뿐이야" 작게 중얼거린 그는 미련없이 금반지가 걸려있는 목걸이를 허공으로 집어던 졌다. 공중으로 날아오른 금반지는 잠시동안 하늘을 날다가 이내 바닥을 떨 어졌고 그 목걸이의 끝이 십자가 위에 걸렸다. 찰랑…. 십자가 위에서 반지가 좌우로 몇번 흔들렸다. 그리고 그는 아무런 망설임없이 무덤가에서 발길을 돌려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간악한 어둠의 일족은 인간의 연약한 마음속에 파고들어 파멸을 이끌어낸 다. 인간들이여. 어둠이 달콤한 말로 그대를 유혹할지라도 빛과 정의를 바라 보며 유혹을 이겨낼지어다. 어둠을 따르는자. 끔찍한 고통을 당할지니… - 어둠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이름없는 성직자의 외침 中 ] -------------------------------------------------------------- 훗. 키워서 잡아먹는다. 라는 말은 바로 이런때 쓰는거랍니다.( -)/ 진정한 로리는 3세때부터!...중얼중얼. 로리콘 아님! 가우군 p.s 재원님의 새소설 시작을 축하하며 -_-/.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3dragon.net), 청어람(chungeoram.net), 드림워커 (drwk.com), 조아라(ujoa.com), 하이텔 Pmc(http://pmc.hitel.net/drezzit) 제국평의회 (http://endsad.zio.to/)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2장 내전 (2) 2003-09-27 06:23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별궁을 나왔다. 이제 나는 크레센트 왕국의 국왕인 로이드 1세의 부인이니 까 별궁이 아닌 본궁으로 들어가기 위해서이다. 별다른 잡음없이 치뤄진 - 물론 반대파 귀족들은 모두 궁안에 억류되어 있다 - 대관식은 무사히 끝을 맺었고 왕국 역사서에 로이드의 이름이 올라갔다. 물론 이 상황이 역전된다 면 역사서위에 올라간 이름은 역적으로 바뀌겠지만 말이다. 에린등의 시녀들 과 짐을 들고 있는 하인들과 노예들을 이끌고 본궁으로 향하던 나는 왕비궁 앞에서 멈춰야했다. "무슨 일이지?" 난 소란스러운 왕자비궁앞에 서서 문앞을 지키는 병사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 병사는 우물쭈물 거리며 대답을 못했고 이에 난 그를 옆으로 치운뒤 당당 하게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내 눈앞에 들어온 왕비궁의 모습은… 마치 전쟁 터 같았다. 수십명의 하인들과 노예들이 급히 뛰어다니고 있었고 궁안에서는 수많은 짐보따리들이 노예들의 어깨에 들려서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다. 그리 고 그런 하인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명령을 내리는 기품있어보이는 여인이 내 눈에 들어왔다. "빨리빨리해! 이 쓸모없는것들! 채찍맛을 봐야 제대로 움직테냐?" 그녀의 앙칼진 외침에 주변에 있던 하인들이 화들짝 놀라면서 더욱 빨리 몸 을 놀린다. 호오… 성격 한번 좋은걸? 저 하인들의 몸놀림을 보니 평소에 어 떻게 다루는지 눈에 선하군. 내가 먼저 말을 걸까 했지만 왠지 밀리는듯한 생각이 들어서 난 짐으로 가 득찬 황량한 정원 한가운데 가만히 서있었다. 그러자 상대가 이내 내 존재를 알아차렸는지 내쪽으로 걸어왔다. "호~ 이게 누구신가? 발측한 로이드 녀석의 부인이 아니신가?" "전 ''현'' 왕비 입니다. ''전'' 왕비 마마" "훗. 당당해서 보기좋군. 그게 얼마나 갈지야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날 위아래로 바라보면서 왠지 기분나쁜 미소를 짓 는다. 난 그런 그녀의 눈길을 그대로 되받아쳐주면서 피오나 전 왕비를 바라 보았다. 흠… 마틴 왕자의 다갈색 머리카락과 군청색 눈동자가 누구에게 물 려받은건지 알만하군. 피오나 전 왕비는 아름답다. 물론 당연히(!) 나보다는 못하지만 말이야. 객관적으로 봤을때 왕국내에서도 몇 안될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거기다 성격이야 어떻던 기품있는 걸음걸이라던지 우아한 몸동작 등으로 봤을때는 분하지만 내쪽이 조금 쳐진다. 역시 경륜이란 무시할게 못 되나보다. "역시… 마틴 녀석이 눈이 벌게서 열변을 토해낼만 하구나. 너같은 아이가 외국 태생이라니 신도 너무하시지… 쯧쯧. 아니 차라리 다행이지 너정도로 예쁘장한 아이라면 그가 이런 멀쩡한 숙녀가 될때까지 가만히 놔두지 않았을 테니까." "그… 라하심은 전 국왕폐하를 말하시는건가요?" "그래. 왜? 불만있어?" 왠지 모르지만 이 ''전'' 왕비랑 이야기 하고 있으니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 나도 왜이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괜히 이유없이 적대감이 샘솟는다고나 할 까? "아무리 돌아가신 분이라지만 말이 조금 심하신게 아닌가 하는군요" "흥! 그 노친네 덕분에 내가 허비한 시간이 얼마인데! 말만 그럴싸한 왕비지 지금껏 내가 얼마나 속을 태우며 살았는지 알기나 해? 열둘에 그의 눈에 들 어서 후궁으로 들어온 나야. 열다섯에 남자를 알았고 열일곱살에 마틴 녀석 을 배아파서 낳았다고. 그런 내게 그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커녕 눈길도 안 줬지. 흥! 내가 마틴 녀석을 낳지만 않았다면 지금쯤 본가로 돌아가서 괜찮 은 남자와 재혼했을껄?" "저기…" "빌어먹을 이라고! 다른 여자에게 나눠줄 마음따윈 한조각도 없는 주제에 어 리고 예쁜 소녀만 보면 자기 침실로 끌어들이는 최악의 남자따윈 죽어도 싸 지! 후우… 하긴 왕비라는 허울 덕분에 나도 마음껏 사치를 부리며 살았으니 이걸로 샘샘이겠지. 왜 이런 이야기를 오늘 처음 보는 너에게 하는거지? 나 도 이상하네." 그녀는 나를 보며 이상하다는듯이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말이야…. "하여간 그는 좋은 국왕이었는지는 몰라도 남편감으로는 최악이야. 내가 왕 비가 되고 몇년간이나 홀로 밤을 지새웠는지 알아? 무려 12년이라고 12년! 남편이라는 작자는 내가 스무살을 넘기자 날 무슨 석상보듯이 했고 친척이라 는 것들은 왕비라는 내 이름에 혹해서 부스러기라도 주워먹을수 있을까 궁리 나 하고 있지. 거기다 아주 어릴때 마틴 녀석을 낳아서 그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을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이제야 마틴 녀석이 왕이 되어서 국왕 의 어머니가 되어 편히 사나했더니 역시 안돼는 년은 죽어도 안되나보군. 후 훗. 하긴 이 기회에 우리 위크가로 돌아가서 내멋대로 살테지만 말이야. 조금 은 너에게 고마워 해야할지도 모르겠네" "혹시 제가 마마를 억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하세요? 마틴 왕자의 친모 라면 인질로서의 가치가 꽤 나갈것 같은데요." 본인을 앞에 두고 이런말 하는건 좀 그렇지만… 뭐 상대도 별 상관안하는것 같으니 나도 상관없겠지. 내가 그렇게 말을 하자 그녀는 가소롭다는 표정으 로 날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날 뭘로 보는거지? 지금 꼴이 이래도 왕비였던 몸이다! 그래. 네가 내 몸을 구속할수는 있겠지 하지만 내게도 귀족의 자존심이라는게 있다고!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느니 내손으로 내목을 긋겠다. 그쪽이 지금까지 제대로 신경도 못써준 아들녀석에게도 도움이 될테고." "당당하시군요. 전 자신에게 당당안 여자분들을 좋아하죠." "말해두지만 난 네가 싫어. 그것도 아주 싫어! 내가 남자였다면 너의 심장에 검을 꼽았을거다." 그렇게 말을 끝낸 그녀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내게서 멀어져갔다. 적지나 다 름없는… 아니 적진한복판인 이곳에서도 저렇게 당당하다니. 참 멋진것 같다. 하지만 나도 당신 같은 여자는 싫다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싫어! 그날 저녁 피오나 전 왕비는 짐을 모두 마차에 싣고 왕성을 나갔다. 그녀가 가져간 짐의 양은… 6두 마차로 10대나 되었다. 거의가 옷가지와 가구같은거 라는데 텅 비어버린 왕비궁안을 대충 둘러보니 기둥이랑 벽빼고는 모조리 긁 어간것 같았다. 이거… 그녀가 쓰던 침대는 남겨두고 간걸 다행으로 알아야 하는건가. 거참. 가져간 짐들만 팔아도 저택 두어개는 사겠네. 뭘 그리많이 들고간거야. "휴우…" 침대에 주저앉은 나는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로이드 왕자는 여전히 도서관 안에 쳐박혀서 시종하나랑 살고 있고… 국왕의 침소는 텅 비었다. 그가 있다 면 한밤중이던 새벽이던 찾아가보겠지만 썰렁하고 텅빈 침소에서 처량하게 밤을 보내는건 내 성미에 맞지않으니까. 그때 문가에서 똑똑하는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다행히 문짝은 안떼어갔다. "누구야?" "접니다. 마마.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덴이군. "들어와" "실례하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덴은 내게 살짝 고개를 숙여보인뒤 한아름은 될법한 서류 를 들고 내쪽으로 걸어왔다. "여긴 거실보다 더 황량하군요. 마마" "옷장이랑 탁자까지 몽땅 들고 갔어. 가구들을 보내달라고 해놓긴 했지만 몇 일 걸린다고 하더군. 이제 여기서 살건데 남이 쓰던 물건을 가져오라고 하는 것도 싫어서 그냥 몇일만 참는거야" 그래 이제 여기가 내 집이고 내 방이다. 내가 죽을때까지는 절대로 남에게 넘겨줄 생각이 없다. 그러니 이 왕비궁을 꾸미고 가꾸는것도 내 몫이지. "무슨일이야?" "뭐… 평소대로입니다." "흐음… 참 왕도 피곤한 직업이군" "하하하" 덴이 웃었다. 그는 의자조차 없는 내방에 서서 침대가에 앉아있는 날 내려 다보다가 이내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는 내게 자기가 들고온 서류들을 넘겨주 었다. "추경예산안과 각 지방의 특산물 현황. 각국간의 무역 현황… 그리고…" "그만. 그런건 알아서 하라고. 난 왕비지 국왕이 아니야. 뭣하면 로이드 폐하 께 가져가보던지." "하지만…" "아니면 프로센 후작이 알아서 하라고 전해. 아참! 그는 그 자리에 오른거 야?" "예. 마마. 정식으로 취임했습니다." "흐음… 조금 이른게 아닐까?" "그래도 효과는 좋더군요." 물론 효과는 좋겠지. 재상이란 왕국의 대신들을 부리는 자리다. 국왕의 오른 팔이라고 할수있는 그 자리를 프로센 후작이 가져갔으니 로이드 폐하를 지지 하는 귀족들은 지금쯤 입이 귀밑에 걸려있을껄? 누가 이런 파격적인 인사를 생각이나 했을까? 훗. "그런데… 괜찮겠습니까? 마마. 시키신대로 행하기는 했지만… 자칫 잘못하 면 오히려…" "괜찮아. 내가 봤을때 프로센 후작은 국왕의 자리를 탐내는 그런 자가 아니 야. 오히려 일인자를 앞에 내세우고 뒤로 자신의 이득을 탐할만한 귀족이지. 적당히 충성스럽고 적당히 이익을 도모하는 귀족이 그야." "허나… 저희 왕국의 재상은 대대로 왕세자가 독점했었습니다만…" 그의 말대로다. 크레센트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 있는 재상의 자 리는 왕의 자식들이 독점해왔다. 보통 재상의 자리에서 정치 경험을 쌓은 왕 자가 왕이 되는것이다. 이말은 바로 얼마전까지 마틴 왕세자가 재상직을 겸 임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정상적으로 그가 왕이 되었다면 재상의 자리는 공석 이 되거나 로이드 폐하가 물려받았을거다. 하지만 이젠 그게 아니지. 난 가장 공이 큰 프로센 후작에게 재상의 자리를 내렸고 비록 반쪽이 난 왕국이긴 하 지만 그는 지금 모든 귀족들의 머리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되었다. 덕분에 로 이드 왕자를 지지했던 귀족들은 상당히 고무되어있다. 왕족이 독점하던 자리 까지 내렸는데 내전이 끝나고 나면 얼마나 큰 보상이 돌아올까? 아마 그들은 최소한 이 내전이 끝날때까지는 부푼 꿈을 안고 날 따를것이다. "그 건은 됐고. 마틴 왕자 쪽은 어때?" "오늘 정식으로 저희를 반역자로 규정하고 규탄하는 공문은 각 영지로 돌렸 습니다. 그쪽 세력의 주축이 되는 북부와 동부의 영주들은 거의 마틴 왕자를 지지하며 재정적, 군사적으로 지원해주려는 추세입니다." "그래? 하지만 그건 우리쪽도 마찬가지겠지?" "예. 남부와 서부의 귀족들이 속속 병사와 물자를 보내주겠다고 확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병사의 질이나 물자의 양이 저들보다는 떨어집 니다." "중립을 지키고 있는 자들은?" "특별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그래. 좋아. 될수있으면 그들을 설득하도록 하고 그게 힘들면 최소한 마틴 왕자에게 붙지 않도록 감시를 잘해. 그리고 우리가 붙잡은 마틴 왕자파 귀족 들을 써먹을 방법 없을까?" "현재로써는 그다지… 그들 가문에 인질을 가지고 저희측으로 붙으라고 협박 을 가해봤습니다만… 대부분 현금을 내고 인질을 인수하는건 협상의 여지가 있지만 저희측을 지지하라는 말에는 거부하고 있습니다." "흠… 그들은 거의 각 가문의 수장일텐데? 그놈들은 자기 가문의 수장이 처 형당해도 상관없다는거야?" "마틴 왕자를 지지하는 유력 가문인 위크가와 그 주변가문은 거리상 대관식 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마틴 왕자파로 분류된자들중 저희가 사로잡은 귀족 들은 근처의 하급 귀족들이거나 대리인이더군요. 인질로써 가치가 있는 자들 은 별로 없었습니다." "흠… 그럼 괜히 사로잡았잖아. 그냥 다 죽여버려도 됐는걸…" "그래도 죽이지 않은건 잘하신것입니다. 마마. 괜히 쓸데없는 원한을 사서 적 을 늘릴 필요는 없으니까요." "하긴 그도 그렇군. 좋아. 말이 통할것 같은 가문에 알려. 우리를 지지하거나 최소한 중립을 지키라고 말이야. 안그러면 인질을 공개처형할거라고 해." "예. 마마" 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자 다음은… "마틴 측 군사상황은 어떻지?" "음… 지금도 계속 모이고 있는 상황이라 변동이 조금 있습니다만… 대략 오 천에서 육천명 정도 될것이라 생각됩니다. 헌데… 생각보다 징집된 농민병의 숫자가 적습니다. 대충 절반정도 될것이라 추측됩니다" "흠… 정규 훈련을 받은 병사가 삼천이나 된다는 소리야?" "예. 마마. 아무래도 북부지방은 케센과 로세니아의 국경사이에 있는 지역이 라 다른곳보다 귀족들의 사병숫자가 많습니다. 그리고 훈련도나 무장도도 다 른 지역에 비해서 더 좋더군요." "그래? 그럼 우리쪽은 어떻지?" "에… 대략 정규 군인은 이천명정도로 소수지만 각 귀족들이 징집해온 농민 병과 시민병의 숫자가 육천명쯤 됩니다. 머리수에서는 이쪽이 우위이지만 무 장도나 병사들의 질에서는 밀리는 경향이 강합니다." "기사들은 얼마나 되지?" "저희쪽이나 그쪽이나 기사의 숫자는 얼마 안됩니다. 각각 백명쯤… 종자까 지 합쳐도 서로 이백명도 채 안될것입니다. 아시다시피 기사나 직업군인들은 보통 중앙군에 편성되어 있어서 각 영주의 수하로 들어가는 경우가 별로 없 기 때문입니다." "흐음… 그렇다는 말은 서로 거의 비슷한 전력이란 말이 되겠군" 내말에 덴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존 세력은 저쪽이 더 강했지만 우리 가 먼저 움직였고 또 그나라의 상징이라 할수 있는 왕성을 선점했다. 여러모 로 우리가 유리한데도 불구하고 서로간의 힘은 비슷하단다. 로이드가 얼마나 놀면서 시간은 죽였는지 알만하군. "다른 나라들은 어때?" "예. 남부 국가 연합은 내전이 종식될때까지 중립을 지키겠다고 알려왔습니 다. 그리고 로세니아는 저희를… 아니 정확히는 마마를 지지하겠다고 나섰고 케센측은 여전히 국경에 군사를 주둔시킨채 아무런 성명도 발표하고 있지않 습니다. 내전이 장기화되면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지금과 별차이가 없을것이라 생각됩니다. 마마" 남부 연합이야 우리측이나 마틴 왕자측중 어느한쪽에 붙었다가 잘못되면 자 기들 나라가 위험해 질수도 있으니 조용히 사태를 주시하는것일테고 케센은 크레센트의 내전이 장기화 되는쪽과 우리쪽을 지지해서 큰소리를 치는것중 어느쪽이 더 이득일지 계산을 하고 있을거다. 내 모국인 로세니아야 이 기회 에 날 왕비로 만들고 내전을 종식시키는데 도움을 줘서 우리나라에 큰소리좀 쳐보려고 하는것일테고…. 하여간 이번 내전은 오래 끌면 끌수록 타국의 위 협에 노출될것이 뻔하니 단기전으로 끝내야 한다. 단지 문제라면 우리쪽이 먼저 움직이느냐 아니면 마틴 왕자가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오기를 기다리느 냐 하는데 있다. 서로 비슷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으니 지키는쪽이 유리한건 당연한데 수성만 고집하면 내전이 장기화 될수도 있으니까…. "중앙군과 각 지방군의 움직임으 어때?" "여전히 중립상태입니다. 브래드릭 장군이 이끄는 중앙군 1군이 현재 마틴 왕자의 영향권안에 있는 상태입니다만 1군은 케센 왕국의 침공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자리를 뜨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요새 주둔군과 지방군 역시 같은 명분을 내세워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 그들이 움직이면 쉽게 결판이 나겠지만…. 그랬다간 외국의 군대를 걱정해야 할테지. 그냥 가만히 있어주는게 더 낫겠군.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 이니까 각 군 사령관을 잘 감시하라고 전해. 참 미노스가를 감시하는 요원은 몇이나 되지?" "현재 여덜명을 배치시켰습니다. 마마." "두배… 아니 네배로 늘려. 중앙군 1군이 움직이면 우리에겐 승산이 없다. 유 사시를 대비해서 실력있는 자들로 배치하고 명령이 떨어지면 단번에 저택의 인사들을 제압할만한 숫자를 보내." "하지만… 요원숫자가 부족합니다. 현재 국내 정황을 파악하는데만도 전력을 다하고 있는지라…" "로세니아와 남부 연합에 보내놓은 요원들을 모조리 불러들여. 그쪽은 포기 한다. 어차피 중앙군이 움직이면 우리의 패배는 기정사실이라고. 어중간한 정 보보다는 확실한 대책을 세우는편이 나아. 알아들었어?" "예. 마마." 미노스 백작에게는 미안하지만 일이 생겼을때 엘린님과 미네르바 - 생후 10일된 예쁜 아기다 - 는 우리의 위험을 막아줄 히든카드가 될테니 무슨일 이 있어도 빼앗아서 우리손에 넣어야한다. 그렇기에 난 정보망에 구멍이 뚫 리는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덴에게 위험한 명령을 내린것이다. "그건은 됐고. 내가 알아보라고 한건 어떻게 됐어?" "그건… 우선 명령이시라 알아오기는 했습니다만…" "말해" "…때론 모르시는게 좋을때도 있습니다. 마마" "두번 말하게 하지마." 내말에 덴은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날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브래드릭 장군의 모친이신 훼린님께서 궁으로 들어온건 그녀가 14세 되던때 입니다. 빈민층에서 태어난 그녀는 왕성에 팔린 몸이 되어서 들어왔고 처음 엔 별궁에서 청소와 허드렛일을 하던 하녀였습니다. 그러던중 전 국왕폐하의 눈에 들어서 후궁이 되었고 열아홉의 나이에 브래드릭 장군을 낳았고 그해에 병으로 사망하였습니다." "병으로? 정말 병으로 죽은거야? 왕성안에서?" "예. 마마. 원인을 알수없는 병이었다고 하는데 의사도 신관들도 모두 손을 들었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전 국왕폐하께서는 실의에 빠지셔서 몇달동안 국 정에 손을 대지 않으실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래? 흐음…" "그리고 현 국왕폐하 모친이신 자네아 모후께서는 열여섯에 고귀한 왕비의 자리에 오르셨습니다. 하지만 워낙 몸이 약하신 분이라 로이드 폐하를 낳으 시고는 그대로 자리에 누우셨다고 합니다. 그뒤 2년정도 침상에서 버티셨지 만 천천히 쇠약해져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렇다는 말은 로이드 폐하는 어머니의 얼굴도 기억못하겠군. 겨우 두살난 아이가 뭘 알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마틴 전하의 어머니이신 피오나 전 왕비께서는 열세살에 후궁으 로 왕성에 들어오셨습니다. 그러다 자네아 모후께서 돌아가신뒤 왕비의 자리 에 앉으셨죠. 전 국왕폐하께 총애를 받으시던 분이었고 또 위크가의 위세가 겹쳐져서 마틴 전하의 파벌을 단단히 다지는데 일조했지만 국왕폐하와의 관 계는 꽤나 냉랑했다고 합니다." "그건 들어서 알아. 그리고 다른건 없어?" "에또… 큰건 이정도입니다만…" "다 말해봐." "솔직히 이런 이야기를 하는것도 왕족 모독죄에 속합니다. 마마. 전 국왕폐하 이셨던 핸드릭스 폐하께서는 소녀를 좋아하신것 같더군요. 전대 국왕폐하나 다른 귀족들과 비교해보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닙니다만… 보통 5~6개월에 한번씩 어린 소녀를 바꾸셨습니다. 실제로 후궁의 자리에 든 소녀는 몇안됩 니다. 대부분 스무살이 넘으면서 왕성밖으로 쫓겨났더군요." "…계속해" "전 국왕폐하의 자손은 세분 아드님이 전부입니다. 혹시나해서 더 찾아봤습 니다만 전 국왕폐하의 자식으로 판명된 자손은 없더군요. 그리고 최근 몇년 동안은 직접적인 관계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대화상대와 술벗으로 아가씨들을 불러들인듯 합니다. 마마. 이정도입니다만…" 덴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아버지 같은 분이라 좋아했는데… 알고봤더니 소녀를 좋아하는 중년 아저씨였어. 날 보던 그 푸근해보이는 눈 빛은… 정부를 향한거였을까? 아니면 딸을 향한 눈빛이었을까?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 정말…. 근데… 설마 이거 유전되는건 아니겠지? 뭐… 로이 드가 바람피우면 진짜 여기 기둥하나 뽑아서 던져버릴거야. "그런데… 이런걸 왜 물으시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마마" "그냥… 그 피오나 전 왕비가 전 국왕폐하에 대해 험하게 말하길래 궁금해서 물어봤어." 그렇게 말한 나는 아까전 피오나 전 왕비와 나누었던 대화를 그에게 들려주 었다. 내말을 다 들은 덴 녀석은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 각하는듯 하더니 갑자기 무릎을 탁치면서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아!! 알겠습니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거 꼭 왕비 마마같습니다!" "…뭐?" "그렇지 않습니까? 너무나 거만해서 오히려 자연스럽고 부하를 다루는데 있 어서 매를 드는것을 서슴치 않으시며 설사 적진 한가운데서라도 할말을 다하 는 당당함! 이건 완전히 판박이지 않습니까? 설마… 자매는 아니시겠죠? 하 하하!! 하…하하… 저…저기…" 내 눈꼬리가 하늘로 치켜서는것과 비례해서 덴 녀석의 표정이 비굴함으로 물든다. 뭐? 거만하기가 하늘을 메우고 뻔뻔하기가 땅을 뒤덮는다고? 거기다 폭력을 일삼는다는 말이렷다? "데에엔… 네가 아주 죽고싶어서 발악을 하는구나. 이젠 대놓고 내앞에서 내 욕을 해? 너 오늘 한번 죽어봐!" "저… 마…마마!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한번만… 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덴 녀석이 바닥에 철퍼덕 엎드려 내게 빌었다. 하지만 그정도로 용서될거였 으면 애초에 화도 안냈다고! 난 침대가에서 벌떡 일어선뒤 덴 녀석을 노려보 며 낮게 으르렁 거렸다. "고개들어!" "저…저기…"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면서 날 올려다 보는 덴. 그런 그를 향해 난 오른발을 강하게 휘둘렀다. 뻐어억! "꾸에엑…" 내 발에 눈가를 채인 덴은 그대로 뒤로 벌렁 쓰러지면서 기절해버렸다. 흥! 저놈은 분명히 저 발측한 주둥이 때문에 죽을거다! 건방지게 말이야! 이몸에 게 대놓고 욕설을 내뱉다니! 간이 배밖으로 나왔어도 한참 나왔어! 난 기절 한 덴의 목덜미를 붙잡고 문쪽으로 걸어가 방문을 열고 놈을 밖으로 내던졌 다. 털푸덕. 데굴데굴. 덴의 몸이 거실 한가운데 떨어져서 구르자 거실 구석 에서 쪼그리고 앉아 장난을 치고 있던 에린 녀석이 갑자기 ''꺄아''하는 비명과 함께 덴녀석에게 달려가는게 보인다. 저 녀석 아직도 정신 못차린거야? 하여 간 내주위엔 왜이렇게 바보들이 많은거지? 에이! 짜증나! 나랑 피오나 전 왕비랑 같다고 말하다니! 저녀석 머리가 좋은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완전히 바보 아니야? 무엇보다! 내겐 로이드가 있다고!!! 로이드 가!!! …있긴 했지. 후우…. 그를 생각하니 또 침울해진다. 언제쯤 화가 풀리 려나…. 분명히 내가 못할짓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명색이 부인인데 이거 나 한테 너무하는거 아니야? 흥! 그래! 좋다고 누가 이기나 해보지! 뭐! 자기가 아무리 싫다고해도 주변 여건이 그를 왕으로 만들면 어쩔수 없이 왕관을 쓰 게 될껄? 그뒤엔 나한테 고마워 하게 될거야. 암! 누가 로이드를 왕으로 만 들었는데! "휴우…" 그래 나도 알고 있다. 사랑이 미움이 되는건 아주 쉽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너무나도 힘들다는걸 말이야. 더욱이 사랑이 큰 만큼 그에 비례해서 실망감 과 미움도 커진다. 그는 거의 전적으로 날 신뢰하고 사랑해줬는데 난 그의 그런 마음을 완벽하게 부숴버렸지. 어쩌면 평생 날 미워할지도 몰라. 결과적 으로 그를 위한 일이었다해도 난 로이드의 마음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내 멋대로 그를 휘두른것이니까.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다. 미움받을걸 알면서도 이런 일을 벌여야 하는 내가 싫다. 혼자서 손가락을 깨물면서 방안을 이리저리 걸어다니던 난 결국 굳은 결심 을 하고 방을 나섰다. 거실로 나와보니 덴 녀석이 거실 바닥에 누워있고 그 앞에 에린 녀석이 뜨뜻한 물이 들어있는 대야와 물수건으로 녀석을 성심성의 껏 찜질해주고 있다. "뭐하는거냐?" "마…마마" "엇? 실례했습니다. 마마. 이건…" 날 보고 당황하는 에린과 벌떡 몸을 일으키는 덴. 풋. 그의 얼굴을 보고 난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됐어. 푸훗. 그 얼굴을 보니 별로 화내고 싶지도 않아. 에린" "네! 마마" "나 본궁이 잠깐 다녀올테니까 여기 잘 지키고 있어. 그리고 덴은 밤이 늦었 으니까 빨리 돌아가도록해. 나 돌아왔을때도 여기서 얼쩡거리는게 보이면 반 대쪽 얼굴도 그모양으로 만들어줄거야" "…예. 마마" 그는 내말에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한손으로 오른쪽 눈가 를 가리는건 잊지않는다. 그의 오른쪽 눈가는… 내 발에 채인덕분에 눈 주위 가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훗. 저래놓으니 꼭 광대같군. 반대쪽도 똑같이 만들어놓으면 재미있을것 같은데 말이야. 뭐… 그건 나중에 시간나면 한번 해보도록 하자. 지금은 바쁘니까. 난 둘을 지나쳐 복도로 통하는 문을 나섰 다. 뛰엄뛰언 켜놓은 복도의 등 덕분에 약간 어두컴컴한 복도에서 카렌을 부 르니 녀석이 천정에서 슬쩍 뛰어내려서 내앞에 섰다. "도서관으로 가자. 안내해" "…응" 난 카렌을 앞세워서 로이드 왕자가 있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일전의 일과 우리들이 벌인 일 때문에 왕궁안의 분위기는 삼엄하다 못해 살 벌하다. 덕분에 카렌이 돌아다니기 힘들다고 투덜거리긴 했지만 난 별로 신 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걸어가면 다들 알아서 좌우로 피해주니까 말이 야. 그만큼 내 얼굴이 알려졌다는것이나 아니면 내가 머리에 쓰고 있는 은관 이 그만한 효용을 발휘해 준다는거겠지. 대략 20분정도 걸어간 나는 수십명 의 병사들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는 도서관 앞에 도착했다. 원래 본궁과 붙어있는 곳인데다가 얼마 떨어지지 않은곳에 국왕의 집무실이 있다보니 평 소에도 병사들이 많이 돌아다니는곳이지만 이런때는 정말 병사들로 가득차 있다고 해도 될정도로 많다. "누구!!?" 내가 도서관쪽으로 다가가자 입구 근처에서 창을 들고 서있던 병사가 내쪽 으로 창날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십니까?" 그리고 날 제대로 보게된 그 병사는 즉시 말을 돌려 경어를 썼다. 난 그 친 절한 병사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비.켜." 그 병사는 내 표정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말에 순 순히 물러섰다. 그 병사가 이곳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병사들중 최고참이었 는지 다른 경비병들도 나를 한번 곁눈질로 힐끔거리고는 다시 주변을 경계하 는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흠… 덕분에 쉽게 도서관 안으로 들어왔다 만… 내가 누구인지 확인도 안하고 들여보내다니. 저녀석들 상관이 누군지 내일아침에 친히 만나서 즐거운 담소라도 나눠야할것 같은걸? 전 국왕폐하를 그렇게 떠나보내놓고 경계를 서는 꼴이 이게 뭐람. 거대한 도서관으로 들어온 나는 내측 문을 열고 서고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 다. 다행히 카렌이 이곳 지리도 잘 알고 있었기에 넓은 도서관 안에서 헤메 는 일은 없었다. 이녀석은 도대체 언제 이런걸 다 알아낸걸까? 정말 신기하 다니까. "누구십니까? 여기서부터는 들어가실수 없습니다" 높다랗게 쌓인 3단의 책장을 지나쳐 도서관 안쪽 문에 도착하자 옆에서 사 람이 나타나 나의 발걸음을 제지했다. 어두침침한 서고의 불빛을 받으며 나 타난 녀석은 로이드와 똑같은 검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다. 아마 에린 나이또래쯤 되어 보이는 그녀석은 몇번 보지는 않았지만 왠지 익숙한 소년이 었다. "폐하께서는?" "왕비 마마시로군요. 폐하께서는 일찍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용건이 있으시다 면 내일 날 밝을때 다시 오십시오." 이름이… 헨켈이었던가? 로이드 폐하의 전속 시종인 녀석. 폐하만큼이나 잘 생긴 미소년이지만 말수가 적고 왠지 우울해보이는 얼굴로 돌아다녀서 난 별 로 안좋아하는 녀석이다. 거기다 폐하의 전속 시종인지라 내 명령 알기를 고 양이 풀뜯어먹는 것쯤으로 아는 발칙한 녀석! "비켜." "안됩니다! 폐하께서는 주무십니다. 휴식을 방해하지 마십시오" "비키라고 했다." "아무리 왕비 마마라 하셔도 못들어가십니다." 하아… 짜증나! 난 문앞에 단단히 버티고선 녀석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내 눈길을 받고도 녀석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문가에 서서 버틴다. 정말 여기 놈들은 왕족을 너무 우습게 아는것 같단말이야. 쯧. "마지막으로 말한다. 비켜." "폐하의 침소에서 소란을 부리실 생각이십니까? 돌아가십시오!" "쯧. 카렌. 제압해!" 타악! 내 옆에서 바닥에 가죽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더니 헨켈을 향해 빠른 속도로 뛰어가는 카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어엇?" 녀석은 놀라서 뒤로 물러서려고 했지만 그보다는 카렌이 훨씬 빨랐다. 쩌 억… 카렌의 조그마한 손바닥이 헨켈의 턱을 올려쳤고 녀석은 작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갔다. 고개를 천정으로 치켜든채 뒤로 쓰러지는 녀석은 곧 나무문에 부딪쳐 큰소리를 낼것같았는데 카렌이 그보다 빨리 그녀석의 멱살 을 붙잡고 앞으로 당겼다. 철퍽. 볼품없는 몰골로 바닥에 쓰러진 녀석은 작게 꿈틀거렸지만 그의 등에 카렌이 올라타서 양팔을 잡고 뒤로 꺾자 반항은 커 녕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난 여유로운 걸음으로 녀석의 쓰러지있는 곳으로 걸어가서 살포시 주저앉은뒤 헨켈의 턱을 한손으로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흠. 이쪽이 훨씬 보기 좋군. 건방지게 누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야? 응? 내가 누구라고 생각해? 대답해봐." "…아넬리안 왕비 마마십니다." "그래. 폐하의 유일한 부인이자 이나라의 국모인 아넬리안이다. 부인인 내가 남편의 침실에 들어간다는게 잘못된건가? 응?" "폐하께서 싫어하실겁니다." "흥! 그래도 꼴에 귓구멍은 뚤려있나보지? 하지만 일개 시종인 네가 폐하께 서 날 만날지 안만날지를 알수 있나? 언제부터 시종이 주인의 마음까지 간섭 할수 있게 된거냐?" "……" "아니면 네가 로이드 폐하의 주인이냐?" "아닙…니다." 녀석은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노려보던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이에 만족 한 난 녀석의 턱을 놔주고는 카렌에게 풀어주라고 말했다. 카렌이 등위에서 내려서자 힘겹게 몸을 일으킨 헨켄은 잠시동안 나를 노려보았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린다. 그런 녀석의 행동을 보고 있자니 왠지 골려주고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나는걸? 난 한쪽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말했다. "폐하께서는 충성스러운 시종을 둬서 좋으시겠군. 훗" "……" "그거 알아? 다른 귀족들이나 원로원 늙은이들이 벌써부터 2세를 걱정하고 있다는걸 말이야. 응?" "무슨…" "아아… 매우 불행하게도 말이지. 우리 폐하께서는 남.색.을 좋아하신다더군. 그것도 검은 머리의 미소년을 매우매우 좋아하신다던걸? 결혼하신 몸임에도 불구하고 총애하는 애.인.과 함께 도서관에 틀어박히실 정도로 말이지." "사실 무근입니다!" "훗. 진실이야 단 둘만 알겠지. 폐하와 검은머리의 시종만 말이지. 덕분에 난 폐하의 총애는 커녕 언제 쫓겨나게 될지 전전긍긍하면서 괴로워하고 있다 고." "없는말을 지어내지 마십시오! 폐하와 전…" "흠. 내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알고 싶다면 본궁 시녀나 시종을 붙잡고 물어 보라고. 소문을 들으면 아마 기절하고 싶을껄?" 나도 에린에게 처음 들었을땐 정말 기절하고 싶었으니까. 지금에야 그런 소 릴 들으면 배를 잡고 웃지만…. 참나 남색 국왕이라니 여색을 밝히는거라면 그나마 조금은 인정해주겠는데. 아기도 못낳는 소년을 침대로 끌여들여서 뭘 어쩐다는건지…. 물론 로이드 폐하가 남색가가 아니라는걸 잘알고 있지만 말 하기 좋아하는 녀석들의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다. 요즘엔 어느 시종이 당했 느니 어느 시종이 불려갔느니 하는 애매한(?) 소문들이 아니라 무슨 체위로 당했다느니 어떻게 하면 좋아하신다느니 하는 왠지 신빙성이 있어보이는 소 문들이 은근히 떠돌고 있다. 이런걸 대놓고 말할 간큰 녀석은 없지만 소문이 란 정말 번개만큼이나 빨라서 하루밤 지나고 나면 왕성안에 모르는 녀석이 없을정도가 된다. 덕분에 폐하의 후궁자리는 앞으로 오랫동안 비어있을것 같 지만… 설마 소년을 후궁으로 들인다던지 하는 엽기적인 일이 벌어지지는 않 을테니까 말이야. "네가 충성하는건 좋아. 하지만 주변의 눈도 조금은 신경쓰라고. 알았어? 검 은머리 소년?" " ……" "알았냐고 물었다." "알 …겠습니다. 마마" 훗. 이를 갈면서 그렇게 말해봐야 안무섭다고. 난 얼굴에 미소를 띄운채 녀 석의 머리를 몇번 쓰다듬어 준뒤에 손을 거두면서 말했다. "너. 가발쓰고 다녀. 폐하와 같은 검은 머리라니. 기분나빠. 다시 내눈에 띄었 을때 네 머리색이 검은색이면 머리카락을 몽땅 밀어주지. 이건 장담할수 있 어" 난 그렇게 말하면서 녀석을 바라보던 시선을 카렌쪽으로 옮겼다. 헨켈의 시 선도 나를 따라 카렌쪽으로 향했는데 내 시선의 의미를 알아챈 카렌은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잽싸게 소년에게 다가서더니 단숨에 수도로 목덜미를 쳐버 렸다. 퍽! 소년의 몸이 줄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툭하고 쓰러졌다. 흥. 역 시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에 안드는 녀석이라니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그리 길지않은 복도가 나왔고 복도 양쪽에는 꽤 많은 숫자의 나무문들이 붙어 있었다. 여긴 원래 학자들이나 현자들이 도서 관에서 생활하며 연구할때 쉴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곳이라는데 로이드 폐하가 왕자때부터 하도 들락거려서 이젠 아무도 이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왕궁 역사학자 같은 이들도 모두 2층이나 3층의 다른 방으로 쫓기듯 나갔기 때문에 1층의 방들은 모두 텅텅 비어있다. …라고 카 렌이 말했다. 대단한 녀석. 정말… 이젠 칭찬해줘야 할지 질린다는 표정을 지 어야 할지 고민될 정도다. 하긴 이녀석 혼자서 대여섯명의 요원들이 하는일 을 처리할수 있다고 하니 말다했지 뭐…. 역시 난 사람보는 눈이 있는것 같 단 말이야. 후훗. "여기" 복도를 따라 안으로 걸어가던 난 등뒤에서 들려온 카렌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카렌녀석은 서고로 통하는 문 바로앞에 있는 작은 방문을 가리키며 서있었다. 뭐야… 괜히 안까지 들어왔잖아. 귀찮게… 난 다시 돌아가 방문앞 에 섰다. 에휴… 누가 로이드 아니랄까봐 말이야. 문 바로 옆 방에 머무는거 냐. 보통 잘난 왕족이라면 가장 깊숙히 있는 은밀한 방을 선호할텐데 말이야. 로이드 폐하는 그런것보다는 드나들기 편하고 가까운 곳을 선호하나보다. "카렌 알지?" "…응" 카렌은 내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품속에서 손바닥만한 길이의 작은 관을 꺼냈다. 그것을 문에 달려있는 윗쪽 경첩에 댄 카렌은 다시 반대쪽에 작은 주머니를 대고는 그것을 몇번 눌렀다. 그리고는 아랫쪽 경첩에도 그 행 동을 반복하더니 입으로 몇번 후후 불었다. 그리고 이번엔 자그만 쇠자를 꺼 내서는 문사이의 틈으로 밀어넣는다. 덜컥… 문 안쪽에서 빗장이 풀리는 소 리가 들려왔다. 끼이이… 조심스럽게 문을 여는 카렌. 문 열리는 소리가 생각 보다 훨씬 작다. 여긴 조용한 곳이고 거기다 밤이라 소리가 크게 들릴텐데도 거의 소리가 안난다. 역시 저녀석은 도둑이나 도박사가 되었어야 했어. 암살 자보다는 그쪽이 훨씬 적성이 맞았을텐데…. 카렌의 뒤를 따라 발소리를 죽이며 방안으로 들어섰다. 겨우 열평이나 될까 말까한 작은 방이었다. 가구라고는 책을 읽을때 쓰는 작은 책상하나와 침대 뿐이었고 창문도 겨우 50cm정도 밖에 안되는 아주 작은 창뿐이었다. 사방의 벽은 거친 벽돌들이 그대로 나와있었고 방안에서는 곰팡이 냄새와 먼지냄새 가 났다. 이런 곳에서 일국이 왕이 생활한다니… 내일부터 여긴 통제해야겠 다. 이 사실이 남들 귀에 들어가면 정말 망신중에 망신이다. 궁상도 이런 궁 상이 또 있을까? 에휴… "흠…" "쉬잇…" 침대가에 다가가 조심스럽게 작업을 하고 있던 카렌이 검지손가락을 들어서 입가에 대면서 내게 말했다. 덕분에 난 카렌이 작업을 마칠때까지 가만히 서 서 방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로이드 폐하의 성격대로 역시 방한쪽에는 대충 쌓아놓은 책들이 수북히 올라와 있었고 책상위에는 활짝 펴져 있는 책과 종 이, 양피지 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여긴 옷장조차 없군. 뭐… 하긴 옷이나 먹을거는 전속 시종인 헨켄이 알아서 해주겠지. "다됐어" "그래? 시간은 얼마나 되지?" "열시간은 넘을거야." "좋아. 난 여기 있을테니까 너도 가서 좀 쉬어. 그리고 새벽되면 알려주고. 아참. 밖에 재워놓은 그 시종녀석 이불이라도 덮어줘. 날씨가 쌀쌀해서 그냥 놔뒀다가 얼어죽기라도 하면 귀찮아지니까" "응." 카렌은 고개를 끄덕인뒤 방을 나갔다. 탁.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방안에 는 깊이 잠든 그와 나만 남게 되었다. 미약한 달빛을 받으며 침대로 다가갔 다. 침대위에 바로 누워 자고 있는 남자의 옆얼굴이 보인다. 아아… 로이드. 나의 로이드. 내사랑…. "휴우…"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절로 한숨이 나온다. 왜 난 이 사람을 사랑해버린걸까. 그저 서로가 편하게 마음을 주지않고 그냥 상대를 이용하기만 해으면 이렇게 가슴 아프지는 않았을텐데. 난 살며시 침대가에 앉았다. 그리고 손을 뻗어서 그의 뺨에 손등을 대어보았다. 따뜻해…. 그의 따뜻한 온기가 내 손을 타고 몸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그의 따뜻한 온기가 내 몸을 덥혀주는 만큼 가슴 한구석에 아릿한 아픔이 점점 커져만 간다. "차라리 다른 이들에게 하는것처럼 나도 무시해 줬으면 좋았을걸…" 그는 잠들어 있다. 내 중얼거림은 혼잣말이 되었고 난 가슴 한구석의 아픔 을 느끼면서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우울해…. 비라도 쏟아졌으면 좋겠다. 그 럼 내 기분도 빗물과 같이 휩쓸려 저 먼바다로 떠내려 갈것같은 기분이 든 다. 하아…. 잠들어 있는 그의 얼굴을 오랫동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던중 나는 카렌이 그에게 흡입시킨 수면제의 효과를 믿고 이불을 들춘뒤 침대속으로 들어갔다. 난 로이드의 옆에 모로 누웠고 그의 팔을 가져다가 베었다. 후훗… 왠지 기 분이 묘하다. 맨날 그가 내 팔을 베고 내품에 안겨서 잠들었었는데 오늘은 그 반대다. 똑바로 누워있는 그의 몸을 끌어당겨서 내쪽으로 돌아눕히고 그 의 품에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두근두근…. 그의 심장뛰는 소리가 귓가로 들 려왔다. 포근하다. "……" 그의 팔을 베고…. 그의 숨소리를 들으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뭍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졸음이 쏟아진다. 요 몇일 고민과 슬픔때문에 밤에 제대로 잠이 든적이 없었는데 규칙적인 그의 숨소리를 듣고 있자니 나를 괴롭히던 모든 근심과 걱정이 허공으로 사라진것 같았다. 아아…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아 직 새벽이 될려면 멀었을거야. 음… 으음…. 깜빡 잠이 들었었나보네. 창밖을 내다보니 동이 트고 있는지 먼 하 늘이 조금씩 푸른색으로 되찾고 있다. 그래도 다행이군. 난 조심스럽게 로이 드를 옆으로 밀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 우에엑!!! 볼이 왜 끈적끈적 한거야? 설마… "하…하하…" 내가 베고 있던 로이드의 팔을 손으로 만져보니 축축하고 끈적거린다. 나… 침흘리면서 잔거야? 우아아아!! 망신! 망신이야! 천하의 내가!!! 아기도 아니 고! 어떻게 자면서 침을 저만큼이나 흘리고 잘수 있지? 아니야! 이건 내가 아니야!!! …라고 부정해봐야 시간낭비지 뭐. 난 침대에서 빠져나온뒤 로이드 를 똑바로 눕혔다. 그리고 이불을 잘 덮어준뒤 소매로 입가를 쓱쓱 문질렀다. 설마 내가 왔다 간줄 알겠어? 그냥 자기 잠버릇 때문이라고 생각할거야. 음! 분명히 그럴거야. 흠흠. 드래스는 구깃구깃 구겨저서 엉망이고 머리도 산발이다. 이래서야 어디 얼 굴을 들고 돌아다닐수나 있겠어? 우우…. 난 방안에 서서 적당히 몸단장을 한뒤에 잘 자고 있는 로이드의 얼굴을 한번 바라본뒤 방문을 나섰다. 카렌 녀석 새벽이 다됐는데 어디 있는거지? 신기한 일이로군. 그녀석이 이렇게 일 을 허술하게 할리가 없는데…. "응?" 복도에 서서 카렌을 찾던 내 눈에 서고로 통하는 문에 기대어 자고 있는 헨 켈이 보였다. 정확히는 기절한거지만 그대로 잠들었나보다. 그래도 이불까지 둘러쓰고 자고 있는걸 보면 카렌이 시킨일은 제대로 한것 같은데… 음. 저렇 게 문을 막고 있으면 깨워야 하잖아. 할수없이 난 그 녀석에게로 다가갔다. 그런데… 그 헨켈의 옆에 카렌이 찰싹 붙어서 자고 있는모습이 보였다. 세상 에나… 카렌이 자고 있다. 그것도 무방비한 모습으로! 나 카렌이 자고 있는 모습은 저녀석을 데리고 다닌 이후로 처음 봐! "카렌. 카렌!" 녀석은 깊이 잠들었는지 내가 불러도 꿈쩍도 안했다. 이에 난 카렌에게 다 가가서 그애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흔들어 깨울 생각이었는데 내가 카 렌의 몸에 손을 대자 녀석이 갑자기 내손을 탁 치더니 옆으로 몇바퀴 데굴데 굴 굴렀다. 그리고 몸을 일으킨 카렌의 두손에는 언제 꺼냈는지 날이 시퍼런 단검이 두개가 들려있어다. "…에?" 카렌 녀석은 지금 자기에게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알수없다는듯 약간 멍한 눈으로 두리번 두리번 거리더니 이내 한손으로 눈가를 몇번 비볐다. 그리고 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듯 나를 보고는 자세를 풀고 단검을 품속으로 집어 넣었다. "잘잤어?" "……흥. 안잤어." "호오~ 내가 깨울때까지 코골면서 잘도 자던데?" "코 안골아!" "훗. 나는 네가 침을 흘리며 자는 모습도 봤다고." "거짓말!" "쉿. 소리가 크잖아. 자는 사람 다 깨우겠다." "……치잇" 카렌 녀석 자존심이 상했는지 팔짱을 끼며 고개를 홱하고 돌린다. 저러니까 꽉 깨물어주고 싶다. 귀여운것. 하지만 카렌은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괜히 잘자고 있는 헨켈을 거칠게 옆으로 밀어버리고는 문을 열었 다. 그리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먼저 앞으로 걸어간다. 저녀석… 삐친거 아니 야? 도서관을 나와 와비궁으로 돌아온 나는 우선 카렌을 시켜서 세숫물을 가져 오게 했다. 아직도 볼이 끈적거려서 기분이 나빴기 때문이다. 대충 세수를 하 고 옷을 갈아입은 나는 좀더 잘까 하고 생각해봤지만 그의 품에서 너무 잘잤 는지 조금도 졸립지 않았다. 으음… 뭘할까나? "운동이나 할까?" 요즘 이런저런 일떄문에 바빠서 운동은커녕 제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해서 몸 이 굳은것같은데… 하지만 왠지 오늘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눈을 감으 면 로이드의 자고 있는 옆얼굴이 떠오른다. 그것만 생각해도 나도 모르게 웃 음이 나오면서 행복감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아아… 오늘은 그냥 쉴래. 아무 것도 하고 싶지않아. 그냥 가만히 앉아서 행복감에 젖어있고 싶어. 간편한 원피스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온 나는 밝아오는 창밖을 내다보면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방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는걸 보니 이제서야 시녀들이 눈을 뜨고 활동을 개시한것 같았다. 흠… 에린이 들어오면 차나 한 잔 가져오라고 시켜야지.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의자에 깊숙히 몸을 파묻고 눈을 감았다. 벌컥. 문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에린?" 앉은 자세 그대로 물었는데 대답이 없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눈을 뜬 나 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역시 깨어 계셨군요. 마마." 덴이로군. 그런데 혼자가 아니다. "왠일로 이런 이른 아침부터 이렇게 우르르 몰려온것이죠?" 덴의 뒤를 따라서 프로센 후작과 미노스 백작, 그리고 셔우드 남작과 랭스 턴 자작까지 내가 알만한 얼굴들이 모두 방안으로 들어왔다. 거기다 낮선 얼 굴들도 있었는데 아마 프로센 후작이나 미노스 백작을 통해서 우리일에 가담 한 귀족일것이다.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마마" "뭐가 시작되었다는 건가요? 프로센 후작님" 뭔소리를 하는건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 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다른 쟁쟁한 귀족들 덕분에 뒤로 밀려났던 덴이 앞으 로나서면서 내게 말했다. "마틴 왕자파의 군사들이 어제저녁 위크가의 영지를 떠났다는 정보가 들어왔 습니다. 마마" "그래?" 아아… 그걸 말한거군. 마틴 왕자의 군사가 움직일 곳은 단한군데 뿐이니 뭐가 시작된건지는 말안해도 알겠다. "그렇다면 이제 정말로 본격적인 내전이 시작되는거군요." "그렇습니다. 마마." "좋아요. 손님이 오신다는데 준비를 하지않고 있으면 그도 예의가 아니겠죠? 우리도 움직이도록 하죠." 내말에 귀족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난 자리에서 일어선뒤 준비할테니 아래 서 기다리라는 말로 그들을 내보내고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 방안으로 들어 갔다. 정말… 왜 내 행복한 시간은 이렇게 짧기만 한지…. 나도 가끔은 행복 감에 취해서 몽롱한 기분으로 시간을 보내보고 싶다고. 뭐… 다 내가 벌려놓 은 일들이니 누굴 탓할수도 없지만 말이야. 그래도 하루쯤 기다려주면 탈이 라도 나나? 에에이. 그만두자. 어차피 벌어진일 현실을 직시하고 최선을 다해 야지. 암. 그편이 훨씬 건설적이잖아. 그날 오후. 로이드 국왕파의 실질적인 수장인 나는 병사들을 이끌고 말머리 를 북쪽으로 향했다. 왕성안에 로이드만 혼자 놔두는게 조금 불안하긴 했지 만 그와 나를 위해서 이번 전투는 필히 승리해야 한다. 그렇기에 난 불안한 마음을 저멀리 내던져버린뒤 전의를 불태우며 남하하고 있는 마틴 왕자를 향 해 나아갔다. 패배따윈 내 머리속에 없다. 오직 승리와 영광만이 있을뿐이다. 난 질수 없 어. 내겐 이겨야만 하는 절대적인 이유가 있으니까. -------------------------------------------------------------- 이로써 3권도 종결. 내전 파트도 종결. 이제...전쟁물이 되는것입니다 -_-;. 늘그렇듯이. 이번에도 역시.... 주말은 쉽니다!(후다닥)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3dragon.net), 청어람(chungeoram.net), 드림워커 (drwk.com), 조아라(ujoa.com), 하이텔 Pmc(http://pmc.hitel.net/drezzit) 제국평의회 (http://endsad.zio.to/)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3장 전쟁의 의미 (1) 2003-09-30 19:27 코멘트1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13화. 전쟁의 의미.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훗. 그런것도 질문축에 들기나 하는건가? 그 래… 전쟁이라… 간단히 전쟁에 대해서 요약하자면 능력없고 인내심 부족하 며 정치와는 담을 쌓은 머저리들이 자기의 의사를 극단적으로 빠르게 전달하 기 위해서 벌이는 미친짓이지. 말하자면 순수하게 돌아버린 녀석들이 취할수 있는 유일한 대화법이라고나 할까?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책과 학자들을 사랑하시는 대 크레센트 제국의 황제. 로이드 1세 폐하와의 대담중. - 주. 내가 작성하고 있는 이 비사들중 가장 위험한 대담이었다. 보안에 더 신경써야 할것 같다. 이 대담이 황비마마의 손에 들어간다면 대륙을 무대로 한 역사에 길이 남을 부부싸움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 대륙력 995년. 늦가을. 크레센트 제국 북동부. 레싱 평원. - 푸르르…. 내가 타고 있는 말이 흰 콧김을 내뿜으면서 고개를 젓는다. 난 그 런 말의 목을 손으로 쓰다듬어 주면서 작게 쓴웃음을 지었다. 해가 뜬지 얼 마 안된 새벽이었기에 사방은 아직 어두컴컴하다. "마마" "응?" "더이상 접근하시면 위험하실수도…" "괜찮아." 말을 몰아서 내 옆에 바짝 붙는 닐크를 향해 손을 저었다. 그리고 내 앞에 펼쳐진 광활한 평원을 보면서 작은 감상에 빠졌다. 우리 로세니아는 워낙에 산이 많은 지형이라 이렇게 지평선너머까지 쭉 뻗어있는 평원을 보기가 힘든 데 이 크레센트는 대부분의 지형이 이렇게 평원으로 되어있다. 뭐랄까… 좀 신기하다고나 할까? 겨우 말위에서 올려다보는데도 수km밖까지 보인다. 하 지만 경치나 구경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게 아니니 일도 해야겠지? 난 밀밭사 이를 헤치고 밭고랑 위로 말을 몰았다. 실개천 좌우로 높다랗게 쌓인 둔덕위로 올라서자 주변 경관이 더욱 뚜렷하 게 보인다. 저멀리 새끼손가락만한 크기로 보이는 천막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에 난 말안장위에 걸어놓은 가죽 주머니에서 놈(Gnome)제 망원경을 꺼내 들었다. 40cm쯤 되는 타원형의 길쭉한 망원경을 꺼낸 난 그것을 한쪽 눈에 붙인뒤 반대쪽 눈을 감았다. 그러자 까마득히 멀리있던 마틴측 야전진지가 바로 눈앞에 잡힐듯한 모습으로 내눈앞에 나타났다. 호오… 역시 대단하 물 건이라니까. 물론 성직자의 마법중에서 Reflecting Pool이라는 수경을 만드는 신성마법이 있긴하지만 보통 성직자들은 이런 전쟁에 비협조적인데다가 마법 자체도 상당히 고위 마법이고 마치 안개낀듯한 모습으로 비쳐서 쓸만하지는 않다. 뭐… 성직자가 가봤던 장소라면 어디라도 비출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흐음… 어제보다 더 늘어난것 같은데?" "워렌 자작의 말로는 어제 저녁 몇개 무리의 군대가 다시 합류했다고 합니 다. 마마. 아마 그들이겠죠." "그래…." 난 연신 상대의 진지안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어제 아침보 다 눈에 띄는 천막의 숫자가 늘어있었다. 넓은 평원위에 세워져있는 목책이 어제보다 좀더 앞쪽으로 나와 있는것 같았고 그뒤로 약간 누런빛을 띄는 천 막 몇개가 늘어나 있었다. 흠… 좀더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이때 승부수를 띄워야 할까? 고민되네…. "마마. 저쪽…" "뭐?"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닐크를 바라보니 그가 지평선 한쪽을 가리키고 있었 다. 닐크가 가리킨 방향에서는 작은 먼지구름이 지평선 끝에서 피어오르고 있었기에 난 망원경을 그쪽으로 돌린뒤 바라보았다.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도 말을 탄 기병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것 같았다. "아군같지는 않지?" "아무래도 방향이…" 닐크의 말대로 그들이 오는 방향은 현재 마틴 왕자의 군세력권 안쪽이다. 내가 서있는 개천을 기준으로 남동쪽으로는 우리가 북서쪽은 마틴 왕자측이 점거하고 있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우리를 봤을까?" "눈이 좋은자라면 봤을겁니다. 그리고 먼지구름의 크기나 달려오는 속도를 보아하니 기사들은 아닌것 같고… 아마 주변을 정찰중인 경기병 무리일 확률 이 큽니다." "그래. 그럼 돌아가자. 볼건 다봤고 여기서 시간 낭비하고 있을 시간은 없으 니까" "예!" 내 명령에 따라 둔덕 아래 흩어져있던 기병들이 대형을 짰고 나와 닐크가 그들의 중앙에 서자 말을 몰아서 우리쪽 진지방향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휴 우… 어서 결판을 내긴 내야 하는데…. 벌써 열흘이나 지났단 말이야. 이러다 가 10월도 다 가버리겠어. 여긴 잘 모르지만 로세니아에선 이 시기쯤 눈이 내리는데…. 첫눈이 내리기전에 결판을 봐야지. 말을 몰아 돌아오던 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로이드의 얼굴을 떠 올렸다. 품위고 체면이고 다 내던져 버린채 내게 손가락질을 해대며 화를 내 던 로이드. 그를 생각하니 또다시 가슴이 아려왔다. "…비겁한 이상주의자 같으니라고…" "예?"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별것 아니지. 비록 로이드가 화내고 떠든다해도 현실은 이미 쏘아진 화살처럼 되돌릴수 없게 되었는걸…. 난 날아가버린 화살을 상상하면서 열흘 전 일을 떠올렸다. 기사들이 입는 갑옷 - 이번엔 크렌것과 같은 번쩍거리는 플레이트 메일이 었다. 하지만 역시 가슴이 답답하고 허리쪽은 헐렁하다. 다음에 돌아오면 내 전용 갑옷을 제작하라고 지시해야겠다 - 을 껴입고 그위에 망토를 두른 내 가 막 왕성을 나서려 할때 로이드가 찾아왔다. 이젠 국왕이 된 몸인데도 불 구하고 아직도 왕자적에 입던 간소한 복장을 하고 다니는 로이드는 내 방안 에 들어와 날 보자 화부터 냈다. "어제는 크레센트를 반쪽으로 갈라놓더니 오늘은 여기사 흉내인가? 그럼 내 일은 주검이 된 내 동생의 시신이 돌아오겠군" "…무슨 말씀을 하고 싶은가요? 폐하. 보시다시피 전 바쁘답니다." "그렇게 전쟁이 하고 싶어? 당신 언제부터 전쟁광이 된거지?" "무의미한 논쟁은 다음에 하도록 하죠. 지금은 바빠서요." 난 로이드를 무시하고 방을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방문앞을 막아선뒤 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멈춰! 아직 내 말 안끝났어!" "전… 시간이 없답니다. 한가하게 소일이나 하시면서 시간을 죽이시는 폐하 와는 다르게 말이죠." "아아…. 그래? 사람 죽이는 처형수짓을 할 시간은 있고 남편인 나와 대화할 시간은 없다는건가? 응?" 로이드가 내앞에 서서 이죽거린다. 평화로운 얼굴로 쿨쿨자고 있던 내 남편 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나를 증오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낮선 사내가 내 눈앞에 서있었다. "…폐하" "나를 그렇게 부르지마! 내가 언제 왕이 되고 싶다고 했어? 이 왕궁을 피로 물들이고 싶다고 했냐고? 응? 거기다 왜 이젠 죄도없는 불쌍한 백성들까지 끌여들여서 죽음으로 몰아 넣는거야?"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요" "있어! 바로 나! 내가 있잖아! 내가 죽으면 되겠지? 안그래? 내가 목숨을 끊 으면 모든게 다 원래대로 돌아갈거야. 그걸 원해?" "폐하. 가령 폐하께서 자살을 택하신다해도 변하는건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상황만 더 악화되죠." "왜?! 이건 다 나때문에 벌어진거잖아! 그러니…" "이젠 늦었습니다. 폐하. 지금 저희측에 모인 귀족들은 폐하를 왕을 모시기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싸우는게 아니에요. 보다 적게 가진 기득권자들이 더 많이 가진 자들을 몰아내고 한치의 이득이라도 더 얻기위해 싸우는겁니다. 추악하고 이기적인 이유로 싸우는거죠. 폐하는 명분입니다. 이미 벌어진 지금 상황에서 명분이 사라진다해도 멈출수는 없습니다. 폭주하는 마차처럼 말이 죠." "……" "휴우…. 이제 비켜주십시오." 난 그렇게 말하면서 발을 한발짝 내딛었다. 그와 조금더 가까워졌지만 로이 드는 내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거 같았다. 아니 오히려 손을 들어 내 발걸음 을 제지하고는 꽉 다문 입을 한채 나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몇분동안 서로를 노려보며 눈싸움을 하던 우리중 먼저 입을 연것은 로이드였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되?" "만약… 전 국왕폐하께서 살아계셨다면 이렇게 극단적이고 모험적인 일은 저 역시 벌이지 않았을겁니다. 그랬다면 확실하고 완벽한 방법으로 폐하를 왕으 로 모셨을겁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뜻대로 되야죠. 후훗"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로이드가 갑자기 내 양어깨를 잡고 내게 얼 굴을 들이밀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아직 방법이 있을거야. 응? 마틴 녀석도 아마 내말이라면 들어줄 거라고. 우리 그냥 어디 조용한곳에 가서 살자. 나…나 그간 모아둔건 없지만 너 하나라면 여기서처럼 사치스럽게는 못해줘도 불편하지 않게는 해줄수 있 어. 응?" 그의 두눈은 나를 향해 있지만 나를 보는게 아니라 아주 자그맣고 의미없어 보이는 미약한 희망을 바라보는것 같았다.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 며 말하는 로이드. 그의 그런 모습을 본 나는 꼭 껴안아주고 싶다는 생각과 불쌍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로이드가 말한 이상적인 말들이 귓가에 떠돈다. 내 마음이 흔들릴 정도로….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고 냉엄하다. 그 산 증거가 여기 이렇게 서있지 않은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난 아무런 잘못 도 하지 않았고 시키는대로, 주변에서 원하는대로 하면서 살아왔다. 그리고 단지 내 몸 하나를 지키기 위해서 당연히 행한 일의 결과로 이렇게 먼 타국 으로 쫓겨난 신세가 되었지 않은가? 이게 현실이지. 후후후. "그만… 가볼 시간입니다. 폐하" "아넬리안!!!" "비켜주세요." "왜? 왜 내말을 안듣는거야? 응? 내가 그렇게 못미더워? 아니면 애초에 날 사랑했던게 아니야? 대답해봐!" "후우… 폐하. 폐하께서는 제게서 무엇을 보시는건가요? 절 아내로 생각하시 기는 하는건가요? 딱 잘라 말씀드리지만… 전 폐하의 아내이지 폐하의 유모 나 어머니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폐하께서는 절 사랑하시는 건가요? 절 다른 누군가의 대역쯤으로 생각하시는건 아니고요?" "그런!!! 그런…" 그의 고개가 숙여졌다. 그리고 그의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작은 물줄기가 내눈에 들어왔다. 난 역시 잔인한가봐. 이렇게 무서운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 다니 말이야. 아마… 로이드의 마음은 지금쯤 갈갈이 찢겨나갔겠지. 다시는 예전처럼 돌아갈수 없을정도로 박살나 버렸을거야. "비켜주십시오. 폐하." "싫어!!!" 로이드의 양손이 강하게 내 어깨를 움켜쥐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그의 양손 이 로이드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나 역시도 더이상 물러설수 없는 입장이었기에 난 손을 들어 그의 양손을 떼어냈다. 그리고 그를 옆으로 밀쳐 내었다. 이젠 정말로 시간이 없었으니까. 아마 밖에서는 내가 나오길 기다리 고 있을거다. "다녀오겠습니다. 폐하. 이 모든건 폐하를 위해서 행하는 것입니다. 그런 제 마음도…" "전쟁광! 피에 미친 마녀! 악마!" 꿈틀. 뭐? 전쟁광? 마녀? 크으으!!! 정말 화난다! 이런 미친짓을 벌이는게 다 누구때문인데?! 이 몸만 큰 꼬맹이 같으니라고! 애초에 로이드가 자기 파 벌만 좀 만들어놨어도 이정도까지는 아니잖아! 나도 모르게 저절로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그런 내앞에 옆으로 밀려났던 로이드가 다시 뛰어와서는 손 을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말을 안들으면 힘으로라도 막겠어!" 그의 손바닥이 나를 향해 날아온다. 이에 난 눈을 감았다. 짜아악! 내 고개 가 오른쪽으로 홱하고 돌아갔다. 그의 손에 맞은 부위가 금세 화끈거리면서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다시 눈을 떠보니 인상을 쓰며 이를 악문채 나를 노 려보는 로이드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손이 다시 나를 향해 휘둘러진다. 하지 만 이번엔 내 왼손이 더 빨랐다. 터억. "응?" 왼손으로 그의 팔목을 막은 난 반사적으로 오른주먹을 뻗었고 내 주먹은 그 대로 빨려들듯 로이드의 안면을 강타했다. 뻐억! "크앗…" 아앗! 난몰라!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가고 말았어! 그것도 힘조절 할새도 없이 온힘을 다해 때려버렸어…. 내게 맞은 로이드는 그대로 문을 향해 붕떠서 날 아간뒤에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에 부딪쳤다. 그리고는 그대로 앞으로 털썩 쓰러졌다. 그때까지 난… 오른 주먹을 내뻗은 자세 그대로 얼어버렸다. "폐…폐하아아아!!!" 놀란 난 바닥에 쓰러진 로이드를 향해 고함을 지르며 뛰어갔다. 그리고 엎 어진 그를 들어올려 내 무릎위에 올려놨는데… 로이드는 내 주먹 한방에 쌍 코피를 흘리며 기절해버렸다. 우아앙… 난몰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편에 게 주먹질을 하다니…. "카렌! 에린! 닐크! 덴! 아무나 빨리 들어와!!! 누구 없어!!! 빨리!!!" 난 문을 부수고 - 연약한 숙녀의 발길질 한방에 부서지는 문짝이라니. 이런 쓸모없는 문짝을 만든 장인 녀석. 사형이다! - 밖으로 뛰쳐나가 복도를 뛰어 다니면서 미친듯이 소리지르고 다녔다. 지금 생각하니… 얼굴이 새빨개질정 도로 부끄럽다. 하아… 내가 왜 그랬을까? 뭐… 그다음은 에린에게 로이드 폐하를 맡긴뒤에 도망치듯 군대를 이끌고 이곳으로 와버렸지. 덕분에 찜찜해 죽겠다. 왕성에서 뭐라고 말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낫겠는데 이건 아무런 소식도 없으니 더 속이 탄다. 에휴. 돌아가서 로이드를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한숨이 나오네. 내전을 좀더 끌까? "마마. 거의 다왔습니다." "응? 아…응" 우리들의 앞으로 넓게 펼쳐진 군용 막사들이 나타났고 고개를 돌려 뒤를 바 라보니 우리들이 달려온 넓은 평야만 펼쳐져 있었다. "우리를 추격해왔던 놈들은?" "저희가 있던 둔덕위로 올라와 이쪽을 감시하다가 돌아갔습니다. 못보신겁니 까?" "으음. 잠깐 다른생각좀 하느라고…" 다각다각. 난 내뒤에 바싹 붙어서 말을 모는 덴을 외면한채 말고삐를 살짝 당겨서 경보로 걷게 시켰다. 내가 타고 있는 말의 속도에 맞춰서 덴과 다른 기병들도 속도를 늦췄고 우리들이 통나무로 만든 목책앞까지 다가서자 창날 을 앞으로 내민채 우리를 경계하던 병사들이 그제서야 창을 하늘로 들어올리 며 목책의 한켠을 터주었다. 여자가 갑옷을 입고 말을탄채 돌아다니는게 신 기한지 자꾸 나를 힐끔거리는 병사들을 무시한 난 진지의 정 중앙에 있는 가 장 큰 막사로 향했다. 펄럭. 막사의 휘장을 거칠게 열어젖히며 안으로 들어섰다. 막사 내부에는 꽤 많은 인간들이 가끔 고함을 지르거나 뛰어다니면서 어지럽게 돌아다니고 있 었다. "하노만 자작 휘하 200여명의 병사들이 방금 진지안으로 도착했습니다" "우리 전대는 화살이 남는다니까! 다른데로 돌려!" "누구 셔우드 남작님을 못보셨습니까?" "이런 머저리 같으니라고! 어떤 멍청한 자식이 서로 앙숙인 헨링 자작과 코 렐라인 백작을 바로 옆 막사에 배정한거야?" "적의 수송부대로 보이는 대규모 마차무리가 10km전방에 나타났습니다." "정찰대로 보이는 기병대 무리 서쪽에 출현!" 정신 없구만. 난 고개를 돌려서 대형막사의 천정에 닿을정도로 커다란 주변 지도를 올려다보았다. 지도는 레싱평원의 절반정도를 그리고 있었는데 북쪽 지역에는 붉은색 깃발이 우리가 있는 남쪽은 파란색 깃발이 수도 없이 꽃혀 이었다. 그리고 그 깃발아래에는 각 귀족들의 약칭과 함께 숫자가 어지럽게 적혀있었는데 아마 병종과 병사숫자를 구별해서 적어놓은것 같다. "흠…" "마마. 지휘관용 막사로 가시는게 어떠신지요?" 내 등뒤에서 나를 반쯤 가린채 서있던 닐크가 내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 다. 이에 난 다시 시선을 돌려 서류와 종이사이에 파묻혀 서로 고함을 지르 고 악을 써가면서 난리를 피우고 있는 각 귀족휘하의 장교들을 바라보다가 여기서 내가 할일은 눈꼽만큼도 없을것이라는걸 다시금 확인하고는 닐크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앞장서." 내말에 닐크는 뛰어다니는 장교들과 소년병 - 아마도 기사의 종자들일 확 률이 매우 크다 - 을 헤치며 길을 만들었고 난 그의 뒤를 따라서 마치 전쟁 터같은 막사 반대편의 휘장쪽으로 걸어갔다. 지휘관들이 모여있는 지휘관용 막사는 겉보기에는 다른 막사와 별차이가 없 었다. 하지만 이 근처에 무장을 한채 경계를 서고 있는 병사들의 숫자가 눈 에 띄게 늘어났기에 이곳이 중요한 지점이라는걸 말해주고 있었다. 내가 휘 장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가자 둥근 원형탁자에 앉아서 무언가 대화를 주고받 던 귀족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들 귀족들의 대표인 프로센 후작이 내게 고개를 숙여보이며 물었다. "왕비 마마. 밤새 평안하셨습니까?" "그럭저럭 보냈죠. 역시 왕궁만하지는 않더군요." "하하하. 여긴 전장이니까 말입니다. 정 불편하시다면 지금이라도…" "아니요. 그건 안될말이죠. 비록 제가 전투에 대해 아는바가 없어서 여기 계 신 용감하고 노련하신 분들에게 방해가 될까 걱정스럽긴 하지만 최소한 이 전투가 끝날때까지는 여러분들과 함께 있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돌아갈수 없다고. 벌일 짓거리가 있고 지은죄가 있는데 어떻게 빈손 으로 돌아가? 최소한 이겼다는 명분이라도 있어야 빌던 울던 해서 씨라도 먹 히게 할거 아니야. 지금 빈손으로 돌아갔다간 쌍코피 터진채 기절했던 로이 드가 내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려 할게 분명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야….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마마" 프로센 후작은 다른 귀족들보다 등받이가 약간 더 큰 의자를 뒤로 빼면서 내게 앉을것을 권했다. 물론 그 의자는 방금전까지 - 내가 들어오기 전까지 - 프로센 후작이 앉아있던 의자다. 난 사양할까 그냥 자리에 앉았다. 어차피 난 군대에 대해서 아는것도 별로없고 이자리에 앉는다해도 허수아비나 다름 없으니 내 아름다운 얼굴이나 보여주면서 칙칙한 막사안을 화사하게 바꿔주 지 뭐. "그런데 무슨 이야기들을 나누고 계셨나요?" 난 내 오른쪽에 앉는 프로센 후작을 보면서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잠깐 막사 안에 있는 대여섯명의 귀족들을 한번 쓰윽 보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이 가볍게 대답했다. "별로 대단한건 없었습니다. 그저 평소와 같이 적에대해 파악하고 전술에 대 해서 약간 토론을 한것뿐입니다. 마마" "흠. 그럼 전 상관말고 계속하세요." 난 의자를 뒤로 빼면서 편안한 자세로 기대어 앉았다. 그런 내 모습을 본 다른 귀족들도 처음엔 조금 주저했지만 이내 자기들이 할말을 마음껏 내뱉기 시작했다. 내가 있건 없건 말이다. 사실 군사회의에 참석한건 오늘이 처음이었는데…. 지루하고 알수없는 말들 이 사방에서 터져나와 내귀로 들어온다. 가령 예를 들면… "올해 포도농사가 아주 잘되었다더군요." "허허허.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내년 포도주는 평년보다 질이 좋겠어요" 같은 연회장에서나 할법한 이야기부터…. "오늘 오전 마틴측에서 용병부대로 보이는 무리가 들어갔다는 소문이 있던 데…" "그래봤자 천박한 촌민들이 무기나 좀들고 온 수준일겁니다. 각하" "아닙니다. 각하. 과거부터 저희 왕국 북부지역은 언제 전쟁이 벌어질지 알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력있는 용병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쪽은 돈이 많은가봅니다. 참나. 우리는 병량과 무기대기도 빠듯한데 말이 죠" "워렌 자작." "예. 각하. 저쪽에서 오늘까지 모은 용병의 숫자는 대략 500여명 수준으로 무 장도와 훈련도 양쪽다 정규 부대수준입니다." "흠. 숫적 우위도 이젠 믿을게 못되겠군. 안그런가?" "그래봐야 훈련이 필요없는 녀석들 아니겠습니까? 저희 군대에는 상대도 안 될게 분명합니다." 등등…. 그런데 왜 용병들은 훈련이 필요없지? 갑자기 든 의문에 난 내 뒤 에 서있는 닐크를 손으로 부른뒤 작은 소리로 물어보았다. "왜 용병들은 훈련이 필요없지?" "그건… 용병들은 가장 위험한 지역에 투입되기에 보통 화살받이 정도로 취 급받습니다. 농민병들과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마마" 농민병과 같은 수준? 그건 또 뭔소리야? 에이… 모르면 그냥 모르는대로 듣기만 하지 뭐. 나중에 덴이나 다른 녀석에게 물어보면 되겠지. 그렇게 느긋 한 마음을 먹고 귀족들이 떠들고 있는걸 듣고 있을때 휘장이 젖혀지면서 로 이드 나이또래의 제복을 입은 소년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나와 다른 귀족들 앞에 차를 내려놓고는 사라졌다. 저녀석들을 보니 로이드의 얼굴이 떠오르는군. 에이에이…. 나중일은 나중에 생각하자고! 어느 무리에나 튀는 존재는 꼭 하나쯤 있는 법이다. 이건 어딜가나 마찬가 지이다. 그리고 지금 여기서 가장 튀는 존재를 꼽으라면 난 주저없이 프로세 후작을 찍을거다. 그리고 가장 존재감 없는 존재는 바로 나다. 이전부터 전쟁 은 남자들만 해오던 것이었고 난 여기서 이방인이니까. 조금 자존심이 상하 긴 하지만 괜히 나서서 일 망치기 보다는 그냥 이렇게 가만히 있는게 낫지. "오늘 회의는 이쯤하기로 합시다. 각 숙영지 주변의 경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고…. 적이 도발해 온다해도 병사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않도록 신경써주기 바라오. 그럼. 아… 마마. 혹시 하실 말씀이라도?" "아니요. 모두 수고하셨어요. 그리고 폐하를 위하여 계속 수고해주세요." 난 고개를 저으면서 프로센 후작의 말에 답했고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일어서자 다른 귀족들도 모두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섰고 몇몇 귀족들을 제외한 다른 귀족들은 나와 함께 막사를 나왔다. 난 막사앞에서 기다리다가 막 밖으로 나오는 덴을 보고는 그에게 손짓해다. "덴. 이리와" "…예?. 저… 지금 할일이 조금 있는데요. 마마" "맞을래? 나 따라갈래?" "가겠습니다! 설사 지옥이라해도 충심으로 뒤따르겠습니다! 마마!" 역시 말보다는 주먹인가…. 덴을 억지로 끌고온 나는 내 막사앞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을 지나쳐서 그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휘유~ 여기 올때마다 느끼는 겁니다만… 역시 사람은 출세하고 봐야겠습니 다. 마마" "불만이냐?" "아니요! 전혀요!" 하긴 내가봐도 이 막사는 좀 너무했다. 일반 막사보다 세겹이나 두꺼운 천. 그것도 모잘라 내 침대 근처에는 모피로 도배를 했고 바닥에는 붉고 푹신한 양탄자가 깔려있다. 거기다 원목으로 만든 커다란 옷장 - 난 속옷도 안챙겨 왔는데 어느새인가 옷장안에 드래스며 원피스, 여성용 속옷들이 한가득 걸려 있다. 모두 여기 숙영한다는 말이 나오자마자 이름도 모르는 귀족들이 바리 바리 싸들고와서 바친거다. - 도 있고 어디 저택에서 방금 가져온듯한 책상 에 의자, 오리털이 가득 들어가있는 시트까지…. 막말로 돌벽이 천으로 바뀐 것과 공간이 왕성안보다 조금 좁다는것만 빼면 이전의 내방과 별차이 안난 다. 뭐라더라… 여기 꾸미는데 4두마차가 세대나 쓰였다던가?. "덴. 너도 귀족이라서 혼자 막사하나 차지하고 있잖아. 내일부터 일반 병사들 과 같이 먹고 잘래?" "사양합니다. 마마. 전 남자를 껴안고 자는 취향같은건 없습니다." "그렇게 추워?" 서로 꼭 껴안고 자야할만큼 추운건가? 하긴 이제 얼마뒤면 겨울이니 좀 춥 긴 하겠지만…. 아니 그래도 야영하는것도 아닌데 설마…. "춥다기보다… 좁은거죠. 심한곳은 다리를 펴고 누울데도 없는걸요." "그래? 그럼 진지를 크게 만들면 되잖아. 그럼 공간도 넓게 쓰고 좋을텐데" "하지만 그래서는 만약에 있을지모르는 적의 침입에 취약해지죠. 아무래도 좁은곳에 몰려있는게 병사들 통제하기도 쉽고 방어하기도 좋거든요." 그런건가? 뭐…. 덴이 그렇다고 말하니 맞는거겠지. 난 고개를 끄덕인뒤 책 상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그런 날 보고 덴이 입가를 실룩이며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가 삼키는게 보인다. "뭐? 하고 싶은말 있어?" "저…저기. 마마. 그런 행동은 숙녀로써 하실만한게 아닌것 같습니다만…" "뭘. 우리사이에. 덴이나 닐크앞이니까 이러지 다른 귀족들 앞에서는 나도 예 의를 차린다고. 그리고…" "그리고?" "내가 이런 행동을 한다는 소문이 돌면 둘만 족치면 되잖아. 안그래?" 난 닐크와 덴을 보면서 씨익 웃었다. 그러자 덴은 ''그럴거면 애초에 안하면 될텐데…''어쩌구 하면서 중얼거렸지만 가볍게 무시해줬다. "카렌!" 잠잠. 이 망할 꼬맹이! 또 날 무시해? "카렌! 당장 안튀어나와? 빨리 나와!!!" 아마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허공에다 대고 소리치는 날보고 조용히 머리에 손가락을 가져다대고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원을 그릴것이다. 혹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작게 한숨을 내쉴지도 모르지. 하지만 덴과 닐크는 그런 죽고싶어 환장한 짓을 하기보다는 1골드짜리 동전을 꺼내들고 카렌이 어디서 튀어나올지에 대해 내기하고 있었다. "천정!" "바닥!" 두 사내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내 침대아래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 니 붉은 머리가 갈색에 가까울 정도로 진흙투성이처럼 되어있는 카렌이 바닥 을 기어서 튀어나왔다. 난 옷을 툭툭 털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날 올려다보는 카렌에게 손가락질 하면서 말했다. "망할 꼬맹이! 대답을 하란말이야" "내가 이겼지? 내놔" "쳇. 자. 여기" 왠지 눈앞에 서서 나랑 눈싸움을 하고 있는 카렌보다 내뒤에 서서 내기하고 있는 사내놈들이 더 마음에 안든다. 확 다 뒤집어버릴까?. "카렌. 가서 차 내와." "…차? 홍차? 녹차? 독이 든 차?" "홍차! 훔치던 빼앗던 알아서 가져와. 당장!" "……" 내말에 카렌은 작게 인상을 썼지만 이내 고개를 숙이고는 막사 밖으로 나갔 다. 훗. 감히 이몸의 명령을 어길 베짱은 없을테니 알아서 잘 구해오겠지. 그 런데… 설마 진짜로 프로센 후작이나 다른 귀족들의 차를 훔쳐오는건 아니겠 지? 카렌아. 부탁이니 괜히 사고치지 말고 그냥 주방장이나 취사병을 찾아가 주렴. 이럴줄 알았으면 카렌을 내 당번병으로 데려오는게 아니었는데. 지금이 라도 다른 녀석하나 붙여달라고 할까? "그런데… 무슨일로…" "아. 그래. 덴. 아까 나 들어올때까지 회의장에 있었지?" "예. 그렇습니다만…" "말해봐." "예?" "말하라고. 거기서 나왔던 대화, 작전계획, 기타등등. 들은거 다 읇어봐." "예. 뭐…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덴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이에 난 몸을 일으켜 의자에 앉 은뒤 책상앞으로 다가온 덴을 올려다보았다. "원하시니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이런건 아까 회의장에서 마마께서 한마디만 하시면 다 들으실수 있는겁니다. 마마." "지금 내 처지가 그렇지 못하니까 그러지. 겉으로는 아무런 경력도 실력도 없는 내가 거기서 그런말을 해봐. 당장 계집애주제에 괜히 나댄다고 뒤에서 욕할껄? 그러니 만만한 녀석을 붙잡아다 실토하게 만드는거야. 나도 귀찮다 고 이런거." "…만만…인겁니까?" "왜? 뭘바라는데?" "아닙니다. 하하하" 덴이 어색하게 웃는다. 그런 덴의 뒤에서 닐크가 쓴웃음을 짓고 있고…. 하 여간 덴은 내 명령에 품속에서 꽤 커다란 지도를 꺼내서 책상위에 올려놓았 다. 역시 정보과 장교답게 지도에는 뭐라고 알수없는 용어들과 숫자들이 빽 빽하게 적혀있었다. 하도 많이 적혀서 그뒤의 지도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이 지도 않을 정도로 말이다. "저… 어디부터 할까요?" "열흘전. 그때부터 변동된 사항을 우선 말해봐. 그리고 특이사항등도 다 말 해. 지금 내가 어떻게 할건 아니지만 최소한 무슨일이 있었는지 알고는 있어 야지. 그게 군주의 기본된 자세 아니겠어?" "예. 뭐…. 맞는 말씀입니다. 그럼…. 우선 이 레싱 평원의 지형부터 말씀드리 겠습니다. 마마. 대충 아시겠지만 여긴 넓은 평야지대죠. 여기서 전투를 치루 기로 합의한 이유는 아시겠습니까?" "음…. 넓은 평지라 싸우기 좋아서가 아니야?" "네. 그런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근은 거의 대부분이 개간된 밀밭이기 때문에 일반 평야보다는 지형요건이 나쁩니다. 그나마 추수가 거의 끝났기에 사정이 조금 나아지긴 했습니다만…. 저희와 마틴 왕자측이 주둔하고 있는 양군 사이에는 수로로 사용하는 작은 강물이 흐르고 있어서 실제로는 지형이 꽤 복잡한 편입니다. 거기다 상류쪽인 북서쪽은 로세니아와 인접해 있고 더 하류쪽은 세개의 수비군이 주둔하고 있는 요새가 있기 때문에 전장으로는 안 좋습니다. 남의집 앞마당에서 싸우면 주인이 신경질을 부릴수도 있으니까요. 이쪽이나 저쪽이나 중앙군이나 수비군이 움직이면 좋을게 없기때문에 양쪽으 로부터 적당히 떨어진 이곳을 전장으로 잡은것입니다." "그래? 그냥 적군이 저쪽에 주둔해서 여기에 진지를 세운줄 알았는데 생각보 다 복잡하네." "지휘관은 전술뿐만 아니라 전략도 염두해둬야 하니까요. 마마." "그리고?" "뭐…. 저희가 왕성을 나올때마다 바뀐점은 별로 없습니다. 아. 아군측이 현 재 9000여명이고 마틴 왕자측이 7000여명정도로 숫자가 좀 늘긴 했습니다. 주의하실 점이라면 우리측에 충원된 병력은 대개게 시민병이나 농민병인데 반해 저쪽에는 잘 훈련된 용병이 500명이나 추가되었다는 것입니다. 그간 숫 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만…. 실제 전력인 직업군인의 비율은 이 제 저쪽이 30퍼센트 가량 더 높습니다." "그거 위험한거 아니야?" "위험…하지요. 마틴 왕자측의 자금력이나 군사력이 예상보다 상회하고 있습 니다. 그래도 출정전까지는 칠할정도 승리를 예측하고 있었습니다만…. 지금 은 절반정도라고 생각됩니다. 힘든 싸움이 될것입니다." "흐음…." "그리고 보급이나 물자상황같은건… 양쪽의 보급선이 비슷하고 또 비축한 물 자의 양이 병력에 비해 상당히 많은 편이기에 별차이는 없습니다. 단지 저희 측에서는 왕실 무기고를 털어서 병사들에게 무장을 지급했기에 조금 더 무장 도가 좋다는 정도입니다. 이정도의 작은 차이는 실제 전투에서는 별로 눈에 띄지 않으니 신경쓰시지 않아도 될것입니다." "프로센 후작은 어떤 작전을 준비하고 있지?" 내 말에 덴은 잠시 머뭇거렸다. 혹시 내게 말하기 곤란해서 그런가 하고 그 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내가보기엔 그의 찌푸려진 얼굴 표정은 말해 선 안될걸 말하라고 강요해서 나온것이라기 보다는 어떻게 쉽게 설명해야 할 지 곤란해하는 모습이었다. "으음. 우선 후작 각하께서는 저희 군을 3개 전투병대(Battle Squadron)로 나 누셨습니다. 이 세 전대를 각각 좌우군과 중앙군으로 나누고 중앙에 각 영 주들의 사병들을 넣고 좌, 우군에는 농민병을 투입시켜서 단번에 전장을 밀 어버린다는게 기본 전략입니다. 마마께서 전투를 관측하실 후위에는 세 전대 와는 별개로 운용되는 독립 기마전대를 운용해서 적의 퇴로나 측면을 타격하 거나 적 기마대의 진격을 저지합니다. 이게 이번 전투에서의 기본 골격입니 다. 마마." "흐음. 그거 좋은거야? 난 잘 모르겠는데…" "전술교리서에 언제나 단골로 나오는 진형입니다. 평야지대이고 저쪽이나 이 쪽이나 서로 힘이 비슷한데다가 속임수를 쓸만한 여지도 없으니 가장 정석적 인 작전으로 힘싸움을 할것이라 판단됩니다. 아마 모르긴 해도 마틴 왕자측 도 저희와 비슷하거나 같은 전술을 운용할것입니다." "그렇다면 중요한건 중앙 전대가 적의 주력을 얼마나 빨리 격파하는가. 하는 거겠군." "예. 잘 아시는군요. 요는 얼마나 빨리 적의 중군을 격파하고 남은 병력으로 적의 좌, 우 양익을 분쇄하는가 하는것입니다. 저희측도 그렇지만 저쪽 역시 이번 전투이후 병력을 보충할 길이 별로 없기때문에 이번 전투에서 진다면 그걸로 끝장날것입니다. 그나마 저희측은 왕성을 등에 두고 있기에 최악의 경우 이번 전투에서 패한다해도 왕성안에서 농성을 하면 되지만 마틴 왕자측 은 위크가의 작은 성외에는 없기 때문에 이번의 야전에서 지게된다면 그걸로 완벽하게 밀려버릴것입니다. 저희의 승리죠." 후훗. 칭찬받으니 기분이 좋다. 역시 사람은 머리를 써야 한다니까. 흠흠. 왕 성에 돌아가게되면 나도 로이드처럼 책을 좀 봐둬야겠다. 전쟁이라고 해서 그냥 치고박는 싸움이 몇십 몇백배로 확대된것쯤으로 알았는데. 여기와서 경 험해보니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난다. 우습게 봤다간 단번에 목이 날아갈정도 로 살벌하다고나 할까? 하긴 진지를 세우는 자리 하나하나까지 꼼꼼이 따지 는 곳인데 더이상 말해서 뭘할까. 그때 카렌이 찻주전자를 들고 막사안으로 들어왔다. "늦잖아!" "…칫" 내말에 고개를 돌리면서 입술을 삐죽이는 카렌. 저녀석 또 한번 엉덩이를 두들겨 줘야 고분고분 말을 들을까? 하여간 애들은 패야된다니까. 로이드도 그렇고… 카렌도 그렇고…. 카렌은 날 무시하고는 침대맡에 있는 상자를 열 고 뒤적거리더니 사기로 된 찻잔 두개를 꺼냈다. 그리고는 그 잔을 책상위에 올려놓고는 찻주전자를 들어서 따랐다. 쪼르르…. 주전자에서는 찻물이 딱 두 잔분량만큼만 흘러나왔고 두개의 잔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걸 본 난 카렌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람은 셋인데 잔은 두개잖아!" "……" 카렌녀석 두손으로 귀를 막고 등을 돌려버린다. 저녀석!!! "카렌!" "됐습니다. 마마. 괜찮습니다. 그렇지 닐크?" "물론." "좋아 준비됐겠지?" "당연하지! 남자라면 앞이다!" "훗. 그럼 난 뒤인가?" 핑. 덴의 손에서 금화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든 덴은 책 상위에 탁소리가 나도록 금화를 내려놓았다. 책상위에는 반짝이며 윤기가 나 는 금화의 뒷면이 보였다. "후후후. 내가 이겼네. 친구. 거기서 향이나 맡고 있으라고." "체엣. 다시해! 3판 2선승제로 하자!" "구차하게 그러지 말고 그냥 순순히 포기하는게 어때? 응?" "인정못해!" "시끄럿! 두 놈다 닥쳐!" 더이상 못봐주겠다고! 내 앞에서 광대놀음하는거냐? 아니면 맞고 싶어서 발 악하는거냐? 어느쪽이던 상관없어! 죽여버리면 그만이니까! "둘다 나가! 카렌! 너도 나가!" 내 서슬퍼런 외침에 두 남정네들은 꽁지에 불붙은 망아지처럼 화들짝 놀라 면서 뛰쳐나갔고 사내들이 나가는걸 물끄러미 보고 있던 카렌은 갑자기 내쪽 으로 다가와서는 내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올려서 조금 들이마셨다. 후륵. "…독은 없어." 그렇게 말한 카렌은 뒤도 안돌아보고 막사를 나갔다. 크으… 진짜 독이 든 차를 찾아다닌거 아닐까? 저녀석…. 난 내 앞에 놓인 차를 마셔야 할지 말아 야 할지를 고민해야 했다. 망할녀석! 그런말을 들으니 갑자기 불안해지잖아! 저녀석이 말하면 왠지 농담같지가 않단말이야! -------------------------------------------------------------- 아넬리안 : 벽창호! 이상주의자! 몽상가! 로이드 : 악마! 전쟁광! 마녀! 가우군 : 훗. 자자.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하니까 이쯤에서... 아넬리안&로이드 : 넌 또 뭐야?(합창하며 손과 발을 내지른다) 가우군 : (퍼억) 꾸에에엑...(부부의 콤비어택에 얻어맞고 바닥에 볼품없이 쓰 러진다.) 꾸엑! 꾸엑! (부부가 합동으로 밟는다) ...부부싸움은...칼로 물베기? 그딴 소리 한 녀석이 누구야? 크아아악! 그런데...저얼~대 행복해지지 않는 커플이라니...모함입니다!(버럭!) 모함...이라 니까요. 아마...모함일거에요.(수그러듬)...중얼중얼. 역시 따뜻한 모피코트보다 더 따땃한 애인을 옆에 끼어야...( ..). 중얼중얼. 가을이 싫어 ㅠ.ㅠ ...왜 진지하게 못나가는거지? 쓰다보면 개그물이 되어버리니...쯧.( -). 창밖에선 축제. 연발폭죽이 다다다...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산너머 사격장 에서 은은히 들려오던 K-2소총소리가 떠오릅니다.( -)y=~뻐끔. 왠지 안써진다. 훌쩍. 왜일까...왜일까... 가우군. p.s 홈월드 2가 왔습니다. 드디어...드디어...왔습니다! 허나! 세상일이 늘상 그렇 듯이 플레이를 하려하자 사양이 딸려서 힘듭니다. 그래픽을 최하로 놓고 사운드까지 낮췄으나 그래도 버벅입니다. ㅠ.ㅜ 이제 남은길은 업글뿐...돈모으자! p.s2 게임을 위해서 컴 사양업글을 하는건 이젠 당연한...쿨럭.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3dragon.net), 청어람(chungeoram.net), 드림워커 (drwk.com), 조아라(ujoa.com), 하이텔 Pmc(http://pmc.hitel.net/drezzit) 제국평의회 (http://endsad.zio.to/)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3장 전쟁의 의미 (2) 2003-10-05 03:50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한밤중 갑자기 눈이 떠졌다. 누가 날 깨운것도 아니고 무서운 악몽을 꾼것 도 아닌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저절로 눈이 스르륵 떠진것이다. "……"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손을 들어 작고 새하얀 손가락은 물끄러미 바라보았 다. "훗…" 나도 겨우 이정도 였던걸까?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서 잠을 설치다니…. 난 좀더 대단한 인물일줄 알았는데 말이야. 하아…. 차라리 사랑을 하지 않았다 면 편했을텐데. 후회한다고 해서 바뀔리가 없지만…. 역시 후회가 된다. 외로 워…. 외로워…. 젠장! 잠을 설친 덕분에 충혈된 눈을 하고 아침을 맞았다. 계속 몸을 뒤척이느라 엉망이 된 침대에서 벗어난 나는 피곤에 절은 몸을 힘겹게 이끌고 아침을 맞 을 준비를 했다. "응? 후후…" 평소때처럼 얇은 실크 잠옷을 벗던 나는 여기가 야전 막사라는걸 문득 깨닫 고 내 손에 들려있는 전쟁터와는 지독히도 안어울리는 물건을 쓴웃음을 지으 며 바라보다가 등뒤로 내던져버렸다. 잠시뒤 카렌이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청동주전자와 물이 찰랑거리는 세숫대야를 들고 천막안으로 들어왔다. "잘잤어?" "……" 녀석. 자기한테 저런일 시킨다고 또 삐쳤나보다. 후후. 난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버리는 카렌녀석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따뜻한 물을 대야에 적 당히 따른뒤 간단하게 세수를 끝마쳤다. 여기서 장미향을 탄 세숫물을 바라 는건 역시 사치겠지? "킥…" 꼭 소풍 나온 기분이다. 하긴 언제 이런 바깥나들이를 해봤어야지. 살아오면 서 이렇게 밖에서 아침을 맞아본건 랭스턴 자작령에서도 거의 없었으니까. 물을 잔뜩 뭍힌채 수건을 찾던 난 그냥 셔츠를 들어서 얼굴을 닦았다. 왕성 에서 이런짓을 했다간 시녀들이 벌떼처럼 달라붙어서 난리를 피워댔겠지. 그 렇게 생각하면서 머리를 묶고 있으려니 카렌이 다시 들어와서 아침 식사를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갓구운듯 따뜻한 흰빵과 길쭉한 소세지. 그리고 크림스 프 한접시가 전부다. "카렌. 같이 먹을래?" "……" 내말에 카렌은 입을 삐죽이더니 고개를 설래설래 젓는다. 훗. 하긴 저녀석이 뭘 먹는걸 언제 봤어야지. 가끔 시녀들이나 하녀들이 먹을게 자꾸 사라진다 고 중얼거리는건 듣기는 했었지만…. 뭐… 녀석도 굶어죽긴 싫을테니 알아서 잘 먹고 살테지. "자아~ 먹어볼까나?" 즐거운 아침식사. 행복한 아침식사. 빨리 먹어치우고 빨리 일을 끝내버리고 돌아가자고. 오늘도 활기차고 보람차게! 아자! 따각따각. ''푸르릉…'' 내가 타고 있는 갈색 말은 뭐가 그리 불만인지 연신 푸르릉 거리면서 고개를 휘젓는다. 너도 내가 여자라서 만만해보이냐? 콱! 한대 쥐어 박아버릴까 보다. 에이…. 괜히 말도 못하는 말을 괴롭혀봐야 나만 이상한 계집 취급 당하지. "워이~ 워이~ 착하지?" 내가 녀석의 목을 쓸어주면서 다독거려주자 이녀석이 조금은 진정한듯 작게 푸르릉 거리면서 진정하는 기색을 보여주었다. "말을 잘다루시는군요. 마마" "…그냥. 승마에 취미가 조금 있어서요." 내게 말을건 사내는 나와 같이 중무장을 하고 나온 프로센 후작이었다. 번 쩍이는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사각의 투구를 쓴 그는 투구의 바이져를 위로 올린채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덕분에 누가 내게 말을 건것인지 쉽게 알수 있었지만 말이야. "일찍 시작하시려나 보군요." "예. 저희쪽도 그렇지만 저쪽도 그리 여유로운 편은 아니라서 말입니다. 이만 큼 기다려줬으니 서로 끌어모을 만큼 끌어모았을테니 더 봐줄 필요가 없지 요." "그런가요? 흠. 그런데… 각하께서 지휘 하시는건가요?" "예. 우선은 임시로 제가 지휘하기로 하였습니다. 마마." "그럼 세부지휘는 누가 하는거죠?" "예. 각 전대별로 유능한 귀족들을 배치했습니다. 우선 저쪽 우익을 맡은 전 대는 역전의 노장이 불리는 시켈 백작이 맡았습니다. 재력가인데다가 많은 토벌경험이 있는 이라 충분히 이름값을 할것입니다. 그의 휘하에 모인 귀족 이 사십명이나 되니 인망도 상당합니다. 그리고 좌군은 미노스 백작이 맡았 습니다. 알고계실지 모르겠지만 미노스 백작은 수도 근교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귀족이고 넓은 영지를 가지고 있는 실력있는 영주지요. 그의 깃발 아래 모인 귀족도 서른명이나 됩니다. 마마. 그리고… 예비전력으로 돌린 후 위 전대는 셔우드 남작이 맡고 있습니다. 남부귀족들 전원이 그에게 병사를 맡길것을 동의했기 때문에 작위는 낮은편이지만 전대를 이끄는 지휘관이 되 었지요. 그리고 중군은 제가 맡기로 했습니다. 더 아시고 싶으신것이 있으십 니까?" "음…아니요. 고마워요. 후작 각하. 그럼 폐하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세요." 난 어디에 있어야 할지 물어보려다가 관뒀다. 이렇게 갑옷까지 입고 전장에 나왔지만 여기 있는 이들중 누구도 내가 직접 나서서 싸울거라고는 눈꼽만큼 도 생각하고 있지 않을테니까. "여부가 있겠습니까. 하하하"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프로센 후작은 내게서 멀어져갔다. 진지 앞에는 각 귀족들의 깃발별로 병사들이 모이고 있었다. 4~5m는 될법한 커다란 장대 위에 매달린 깃발이 움직일때마다 병사들이 그뒤를 쫓아서 뛰어다니고 있었 고 그 깃발들도 더 커다란 지휘관용 깃발주변에 몰려들었다. 흠…. 여기서도 이방인인걸까? 수십개의 깃발이 움직인다. 그뒤를 따라 수천명의 병사들이 쫓아간다. 그런 광경을 진지앞 공터에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내게 셔우드 남작이 다가왔 다. "마마." "무슨일이죠?" "이곳에 계시겠습니까? 그렇다면 병사들을 나눠서…" "아니요. 저도 보도록 하죠. 그정도는 할수 있으니까요." "예. 그럼…" 셔우드 남작은 고개숙여 내게 예를 표한뒤 스무명의 호위기병 - 원래는 기 사가 내 근접호위를 맡아야겠지만 워낙 기사의 숫자가 적으니 별수없다 - 을 내곁에 배치시키고는 이내 병사들을 이끌고 앞서간 부대를 뒤따랐다. 이 에 난 천천히 말을 몰아서 그의 뒤를 따라갔다. 괜히 병사도 얼마없는 진지 주변에서 얼쩡대다 적의 배후 기습을 받아 포로라도 됐다간 역사서에 내 이 름이 오르게 될테니까. 나라를 말아먹은 마녀로 말이야. 아마 화형당하겠지? 후후후. 전날 내가 정찰을 나갔다 돌아왔던 둔덕까지 도착했다. 내 곁에 바짝 붙어 서 경호를 하던 닐크 - 아르케네스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덴이 데려갔다고 하던데… - 의 말에 따르면 이 조그만 둔덕을 사이에 두고 양군이 꽤나 신 경전을 벌였다고 한다. 낮다고는 해도 사람키만큼이나 올라와 있는 둔덕이기 때문에 말을 타고있는 기사와 기병들은 기동력에 제약을 받았고 일반 보병들 은 작은 개울을 지나 반대편 둔덕위로 올라가는동안 화살과 투창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될거다. 서로 온힘을 다해 겨루는 일전이었기에 양쪽다 신경전이 대단했다고 한다. 그러던중 마틴 왕자측에서 갑자기 한발 물러섰단다. 닐크의 말로는 이제서야 꼬리를 말고 물러선것이라 했지만… "이래서야… 도망치기 힘들겠군" "예?" "아니야. 아무것도." 닐크의 말을 대충 얼버무린 난 다시 뒤를 돌아보면서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 을 지었다. 우리의 발밑으로는 경사가 가파른 2m쯤 되는 둔덕이 서 있다. 그 아래로는 흙으로 만든 수로를 따라 물이 흐르고 있었고 반대편에도 비슷한 높이의 둔덕이 있다. 이쪽으로 올때는 널판지를 양끝에 대고 넘어왔다지만 만약 전투에서 밀리기라도 했다간 제대로 도망도 못치고 모조리 이곳에서 학 살당하거나 포로가 될 공산이 클것 같았다. 내 불만은 바로 이것 때문이다. 내 경험으로 봤을때 막상 전투가 시작되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말이야. 평소라면 침착하게 넘어갈수 있겠지만 죽고죽이는 전쟁터에서 그런 침착한 행동을 할수 있는 녀석은 별로 없을것 같다. 나 역시 침착할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말이야. 쳇. 둔덕 위에서 내다보니 뒤로 물러났다던 마틴측과 그리 멀리 떨어진것 같지 도 않았다. 한 700~800m쯤? 전력으로 달리면 3분이면 충분한 거리다. 말로 달리면 1분도 채 안걸릴테고 말이야. 전에 덴이 말했던것처럼 상대측도 군을 세개의 전대로 나누어 우리쪽과 맞서고 있었는데 잘 보이지는 않지만 상대측 깃발들이 모인모양으로 봐서 우리처럼 후위를 담당하는 부대까지 있는듯 했 다. 우리측은 내가 있는 둔덕에서 300m쯤 앞으로 더 나아가서 마틴 왕자측 과 대치한채 대열을 이루고 있었고 전장의 꽃이라 할수있는 기사들은 프로센 후작이 지휘하는 중앙 전대의 바로 뒤에 집결한채 대기하고 있었다. 흠… 저 기서 기다리고 있다가 상대측 기사가 나오거나 밀리는 전대쪽으로 지원나가 는거겠지? 그 기사들 뒤로는 삼백명쯤 되는 경갑 기병들이 한곳에 모여있다. 그 좌우로는 농민병으로 보이는 병사들이 창에 기대어 서있는게 보인다. 농 민병들은 대부분 넝마나 다름없는 꾸질꾸질한 허름한 옷차림을 입고 있었는 데 그들이 입고 있는 옷 뒤에는 푸른색으로 X자 표시가 되어있었는데 아마 염료를 사용해서 그린듯 했다. 음… 푸른색 안료라… 달개비꽃(Dayflower)이 염료로 사용되었던가? 뭐… 그런건 별 상관없겠지. 그보다 저들의 등을 보고 있으니 괜히 궁수들이 사용하는 과녁판이 생각난다. 제발 나좀 쏴주세요. 라 고 하는걸까? 훗. 난 닐크에게 농민병들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부대 표식이야?" "예? 아…예. 대충 그런겁니다. 농민병들은 대부분 갑옷을 갖추지 못했기때문 에 저렇게 대충이라도 표시해둬야 아군의 검에 쓰러지는 경우가 적어져서 요." "흐음…. 농부도 할 직업은 못되나보네. 적군도 아니고 아군 칼에 맞아죽을수 도 있다니…. 쯧." "그래도 저들은 나은편입니다. 어쨌든 예비대로 돌려져서 후방에 위치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기서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농민들 사이를 뛰어다니는 놈들은 뭐 야?" 난 스케일 아머(Scale Armor)를 입고 롱소드를 한손에 든채 뛰어다니는 놈 들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그러자 닐크가 작게 인상을 쓰면서 대답했다. "독전대입니다." "독전대?" "예. 아군의 등뒤에 서서 돌아서는 동료의 목을 찌르는 놈들이죠." "무슨뜻이야?" "간단한 겁니다. 마마. 전의를 상실한 병사가 적에게 등을 돌려 도망치려하면 그 병사의 목을 베고 소리치는 겁니다. ''도망치면 죽는다. 싸워라'' 그리고 자 신은 아군 병사뒤에 숨는겁니다. 치사한 놈들이죠." "흠…" 치사한가? 닐크의 말을 들어보니 그런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닐크의 대 답은 왠지 저들에 대한 악의가 잔뜩 묻어있는것 같았단 말이야. 그리고 농민 병들은 대부분 훈련도 제대로 안받고 왔다니 독전대라는게 필요하긴 할것 같 은데…. 실제로도 저렇게 뛰어다니고 있는걸 잘 살펴보니 독전대의 숫자도 적은편은 아닌것 같았다. 후열의 전대뿐만 아니고 전열의 전대에서도 독전대 의 붉은 망토를 쉽게 찾을수 있었으니까 말이야. 아! 우리쪽에서 백기를 든 기병하나가 마틴측 진형으로 달려가는게 보인다. 그 병사는 마틴측 앞까지 말을 몰아 달려간뒤 뭐라고 소리친뒤 금세 돌아왔다. 우리쪽 진형으로 돌아 오던 그 기병은 들고있던 백기의 깃대를 높이 치켜든뒤 반으로 꺾은뒤 그것 을 바닥에 버렸다. 그리고 진짜 전투가 시작되었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커다란 뿔나팔 소리가 전장에 울려퍼졌다. 우 리쪽에서 울려퍼진 나팔소리에 호응이라도 하듯이 마틴 측에서도 커다란 나 팔소리가 내가 있는곳까지 들려왔다. 그와 함께 사방에서 둥둥둥…. 하는 북 소리가 울려퍼졌다. "와아아아아!!!!!!!" 쿵쿵. 쿵쿵. 귀청이 떨어져나갈것 같은 함성과 함께 창을 든 병사들이 일제 히 - 그리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 창대 끝으로 바닥을 치면서 함성을 질 러댄다. 그리고 마틴 쪽 병사들이 대열을 맞춰서 한발짝씩 다가오기 시작했 고 우리측에서도 전장터에서도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장교들의 고함소리에 맞 춰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에 난 말안장에 걸린 주머니에서 망원경 을 꺼내들면서 중얼거렸다. "이제 시작인가?" "예? 잘 안들립니다!" "아니야! 혼잣말이니까 신경꺼!" "예!" 전장에서 꽤 벗어난 여기서도 이정도인데 저 한복판에 들어서면 소리고 뭐 고 아무것도 안들리겠군.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양측의 뿔나팔 소 리가 뚝하고 멈추더니 앞으로 나아가던 병사들의 진격이 멈췄다. 북소리는 계속해서 둥둥하고 울려퍼지고 있었지만 병사들이 내지르던 함성소리가 사라 지자 오히려 사방은 적막감이 감도는듯 했다. "이제 시작이로군요." "닐크는 전쟁에 나가본적 있어?" "예…. 두번쯤…. 하지만 영주들간의 소규모 전투였기 때문이 이정도의 접전 은 처음입니다." "장관이야" "보기에는요." "그렇지." 난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중군쪽에서 장대위에 메달려있던 깃발중 하나가 크게 좌우로 흔들리는게 보였다. 그와 동시에 전면에 나서있던 병사 들 사이에서 방패를 든 병사들과 활을 든 병사들이 전면으로 나서더니 일열 로 대형을 이루고 섰다. 그리고 곧이어 두두둥… 하는 하프 현의 저음을 튕 기는듯한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면서 하늘위로 새까만 것들이 날아오르기 시 작했다.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하늘위로 날아올라간 화살 - 이겠지? - 무리 는 몇초 지나지 않아서 마틴 측 진형위로 떨어졌다. 저멀리 상대쪽 대열사이 가 소란스럽게 뛰어다니는걸 보면 화살이 떨어진곳에 다치고 죽은 병사들이 생겼나보다. 그리고 마틴측에서도 답례라도 하듯이 화살이 날아들었다. 수백 발은 될법한 화살들이 하늘로 높이 날아올랐다가 지면으로 떨어져내린다. "크아아아악!!!" "아아악!" "아파아파!" "맞았어! 맞았다고!" "으아아악!!" 이번엔 우리쪽에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오면서 대충 보기에도 수십은 될법한 숫자의 병사들이 쓰러졌다. 이런 열렬한 환영에 감격한 우리측 궁수들은 명 령을 기다리지 않고 자율사격을 시작했다.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오르는게 보 였고 또 상대쪽에서 날아온 화살이 우리편 머리위로 떨어지는게 눈에 들어왔 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난 닐크에게 갑자기 물었다. "여기까지 날아오진 않겠지?" "사거리가 거의 두배쯤 되니 안전할겁니다. 발라스타나 캐터펄트 정도가 아 니라면 여기까지는 무리죠. 아리츠반의 노련한 레인져들이 아리츠반산 장궁 을 들었다면 모를까 저들의 활로는 아무리 쏴도 여기까지 도달하지는 못합니 다." "그래. 흐음…. 닐크가 보기엔 어때?" "초반이니… 뭐라고 말하기가 좀 힘들군요." 닐크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인뒤 다시 전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뒤로 쓰러지는 병사의 머리사이로 길쭉한 살대가 눈에 들어 왔고 후방으로 들려오는 병사의 가슴에 꼽힌 반쯤꺽인 화살대가 보였다. 귀 족들의 사병들은 라운드 실드나 카이트 실드를 머리위로 들어올려 화살을 막 고 있지만 농민들은 그런 방패도 없이 그저 몸을 낮추고 고개를 숙인채 자기 머리들 위로 화살이 떨어지지 않기를 빌고 있는것 처럼 보였다. 개중에는 어 디서 문짝같은 조잡한 나무판자떼기를 머리위로 들어올린 자들도 있었지만 높다랗게 솟아올랐다가 빠른 속도로 떨어져내린 화살은 그런 판자를 뚫고 그 밑에 숨어있던 농민의 몸속으로 빨려들어가곤 했다. 이런게 전쟁이로구나. 죽 고 죽이는…. 우리쪽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후군의 주변에는 벌써 수십명에 달하는 부 상자들이 들려와서 누워있었다. 그들이 내지르는 비명소리와 고통어린 신음 소리에 내 귀가 다 멍할정도다. 난 투구의 바이져를 내렸다. 시야가 십자형태 로 뚫린 작은 구멍정도로 제한되었지만 반쯤 밀폐된 덕분에 병사들의 비명소 리가 조금은 작아졌다. 저기서 부상당한채 울부짖고 있는 병사들을 보고 있 으니 왠지 모르게 미안한 감정이 조금 - 아니 아주 많이 -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내 눈에 어깨에 화살을 꼽은채 히죽히죽 웃고 있는 한 병사가 눈에 들 어왔다. 귀족의 사병인지 제대로된 갑옷과 무기를 착용하고 있는 병사였는데 그는 한팔로 어깨 주변을 누른채 웃고 있었다. 다친 주제에 왜 웃는거지? 미 친건가? 그때였다. 갑자기 두두두… 하는 소리와 함께 중군의 뒤에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이 말을 몰아 아군 병사들 사이를 빠져나가는게 보였다. 그제서 야 난 그 병사가 왜 웃고 있었는지 알수 있었다. 어쨌든 목숨은 건진거다. 부 상자를 전장에 보낼정도로 밀리는것도 질것같으면 도망치면 된다. 어깨에 화 살을 박아넣은 그 병사는 그 댓가로 높은 확률로 목숨을 건질수 있는 기회를 잡은것이다. "휴…" "긴장 되십니까?" "조금…" 난 순순히 인정한뒤 전방을 주시했다. 아군측 기사무리와 적군측 기사무리 가 중간에 모여서 싸우고 있다. 완전 혼전이었다.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기사 들은 흙먼지와 피보라를 사방에 흩날리면서 싸우고 있다. 한 기사의 검이 상 대 기사의 머리를 사정없이 후려쳤고 상대측 기사가 말아래로 떨어지는게 보 였다. 그리고 다른 상대를 찾던 그 기사는 등뒤에서 날아온 배틀헤머에 등을 찍힌채 말잔등에 엎어졌다. 그런 그 기사를 향해 날카로운 창날이 날아가는 게 보였다.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전장의 외각으로 튕겨나온 기사가 창대를 버리고 롱 소드를 꺼내든다. 그 기사는 말을 몰아서 앞으로 내달렸고 반대쪽에서 그를 보고 말을 돌리는 기사를 향해 검을 길게 뻗었다. 콰직. 아마 내가 저앞에 있 었으면 저런 소리가 들렸을거다. 그 기사의 롱소드는 상대의 흉갑을 반쯤 꿰 뚫었고 두 기사는 서로를 지나쳤다. 가슴에 롱소드가 꼽힌 상대 기사는 말엉 덩이쪽으로 쓰러졌지만 말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가슴에 검을 꼽 은 주인을 등에 태운 말은 위아래로 흔들리는 주인의 몸에는 아랑곳하지 않 고 전장밖으로 달려가버렸다. 죽었겠지? 고통스러웠을까? 모르겠다. "와아아아아아아!!!!!" 한참을 싸우던 기사들 무리가 갑자기 떨어지면서 물러선다. 그리고 그 사이 로 양측의 보병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서로간의 거리는 채 300m도 안되었고 거의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든 병사들은 금세 부딪쳤다. 아까와는 비교도 안되는 거대한 함성과 고함소리 그리고 비명소리가 어지럽 게 울려퍼졌다. "…잘 안보이는군" "깃발을 보십시오. 마마. 도움이 되실겁니다." "으응" 기사들의 싸움은 위쪽에서 싸웠기 때문에 그나마 어느정도 식별이 되었지만 병사들끼리의 싸움은 너무 엉켜있는데다가 사방에서 싸워대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난 망원경에서 눈을 뗀뒤 병사들 머리윗쪽에서 펄럭이고 있는 깃발 들을 쳐다보았다. 지휘관용 깃발과 그 아래 모인 작은 깃발들이 사방을 어지럽게 돌아다니고 있다. 그 깃발에 따라서 병사들이 모이고 흩어졌고 한곳의 깃발이 지면으로 떨어지거나 뒤로 물러서면 다른곳의 깃발들이 그곳으로 이동해갔다.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겠지?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때 후군의 농민병 무리 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은 깃발들이 중군과 좌군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한것 이다. 그에 따라 농민병들이 달려갔고 이제 우리앞에는 채 백명도 안될 적은 수의 창병들과 삼백의 경장 기병만이 남았다. 아니… 이제 숫자가 오십도 안 되보이는 기사들도 있군. "내려가자." "예? 하지만… 마마." "가자면 가는거야. 명령에 따라" "…알겠습니다. 이동한다." 난 천천히 말을 몰아서 후군쪽으로 향했다. 내가 병사들 사이로 말을 몰아 들어가자 서로 수근거리면서 전장쪽을 바라 보고 있던 창병들이 - 무장이 잘되어있는걸 보니 아마도 귀족들의 사병인듯 하다. 날 의식한걸까? 아니면 아직 여유가 있는걸까? - 좌우로 갈라지면서 길을 만들어 주었다. 내가 누군지는 모를테지만 그래도 내가 입고있는 갑옷 과 닐크의 옆에 작은 왕실기를 들고 있는 기병이 뒤따르고 있으니 자연스럽 게 길을 터준것이다. 그들 사이를 지나쳐 아직 대기중인 기병들과 전장에서 후퇴해온 기사들쪽으로 다가가니 서로 언성을 높이고 있는 두명… 아니 귀족 하나와 기사 한명이 보였다. "당장 움직여야 합니다! 보고도 모르겠습니까?" "명령이 내려오기전엔 절대 부대를 이동시킬수 없네" "참 답답하군요! 지금 우리가 체스라도 두고 있는줄 착각하고 있는거 아닙니 까? 네?" "뭐? 겨우 기사나부랭이 주제에 누굴 가르치려 드는건가?" "빌어먹을…" "너…너! 네놈의 주군이 누구냐? 내 그에게 가서 따지겠다!" "자알~ 찾아보시죠? 저 깃발 어딘가에 제 주군이 있을테니! 잘하면 시체와 대면하시겠구려!" 싸움인가? 흐음…. 그들의 말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난 주변을 돌아보았다. 여기만 싸움의 여파가 번지지 않았는지 - 아니 이미 번졌는지도… - 주변의 시끄러운 소음과는 별개로 돌아가는 세상 같았다. 그러던중 말에서 내린채 주저앉거나 전마에 기댄채 서있는 기사들이 눈에들어왔다. "일개 평기사 주제에!!! 기사단 사령관은 어디가고 너따위가…" "전사하셨습니다! 됐습니까? 제기랄! 기사단 다시 출진한다! 아군이 피흘리며 죽어가고 있는데 손가락만 빨고 있는 멍청이와는 더이상 할말없으니까!" "뭐…뭐야?"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니 그 기사는 더이상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듯이 몸을 돌린뒤 비어있는 말쪽으로 걸어간다. 그의 명령에 따라서 축늘어져있던 기사들이 다시 몸을 일으키며 말위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대충 세어 보니 서른명이 약간 넘는것 같았다. 흠… 백명이 나가서 겨우 삼분의 일만 돌아오다니…. 그만큼 치열했다는 뜻이겠지? 대부분의 기사들은 은색으로 번 쩍였을 갑옷에 붉은 핏자국을 한껏 칠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아직도 핏물이 줄줄 흐르는 기사도 있었는데 그게 자기피인지 적군의 피인지는 모르겠다. 역겨운 혈향이 진동을 하는군…. 난 아직도 펄쩍펄쩍 뛰면서 고래고래 소리 를 지르고 있는 그 귀족쪽으로 말을 몰았다. 그러자 그 귀족이 날 보면서 소 리쳤다. "넌 또 뭐야?" 이거 대답해 줘야하나? 아니 귀찮아. 난 아무말 없이 투구를 벗었고 이 전 쟁터에서 유일한 - 물론 이건 정상적인 여성을 의미한다 - 여성인 내 얼굴 이 드러나자 내앞에서 시뻘개진 얼굴로 날뛰던 그 귀족의 얼굴이 갑자기 시 퍼렇게 변했다. 그와 더불어 주변에 몰려있던 기사들과 기병대 병사들도 날 보고는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소문으로는 들었겠지만 실제로 날 본 병사 는 많지 않으니 놀라는것도 당연하겠지. 거기다 여자가 기사들이나 입는 중 갑옷을 입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대…" "예…예! 왕비마마! 하명하십시오!" "이름은?" "도르거 드 디젠타 남작이옵니다!" "현 전황을 설명해봐" "예?" "두번 말하게 하지마. 전황을 말해보라고 했다." "그…그게…. 지금 곧 전령을 보내서…" 순간 입에서 ''병신같은놈!''이라는 욕설이 튀어나올 뻔했다. 난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하면서 이번에는 아까전 이 도르거 남작인지 도르래 남작인지에게 따 지고 있던 기사쪽을 바라보았다. "제가 마지막으로 봤을때 좌익이 밀리고 있었습니다. 아마 조만간 적의 공세 를 버티지 못하고 패주하게 것입니다. 그전에…" "마마! 좌익을 맡고 있던 미노스 백작의 사령기가 떨어졌습니다!" 그 기사의 말을 중간에 잘라먹은 닐크가 갑자기 소리쳤다. 이에 난 그를 바 라보며 물었다. "이름은?" "티히터 데 프로텐프리히입니다." "호오… 특이한 미들네임 - 가명(家名)앞에 붙는 중간성 - 이군. 어디 출신 이지?" "…모레니안 출신입니다." "모레니안이면 녹해 연안의 국가인가? 멀리서도 왔군. 그래 그대의 말대로 부대를 이끌고 전투에 참가한다면 우리가 이길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나?" "최선을 다할뿐입니다." 최선을 다한다라…. 마음에 드는군. 난 씨익 웃었다. 그리고 다시 투구를 고 쳐쓴뒤 - 묶어놓은 머리카락이 걸리적거렸지만 어젯밤 투구의 뒷목쪽을 붙 잡고 손좀 봐준 덕분에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망토위로 내 묶어놓은 금발이 좌우로 흔들리는것만 빼면… - 소리쳤다. "지금부터 독립기병전대는 기사단을 뒤따라 적을 물리친다. 모두 무장을 갖 추고 말위에 올라라!" "마마! 이건 제 부대입니다!" 그 귀족놈이 또 짜증나게 만드는군. 머저리같으니라고! "그래서? 아직도 모르겠어? 넌 방금전 지휘권을 몰수당했다. 닥치고 어디 구 석에 쳐박혀있어" "저런 무례한 기사놈에게 지휘권을 넘기다뇨! 차라리…" "차라리? 왜? 전향이라도 한다고 하지 그래?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겠군. 공 개적으로 네놈의 목을 벨수 있을테니까! 닐크!" "예! 마마. 기수 앞으로! 전군 이동한다!" 닐크의 외침에 내 깃발을 들고 있던 기병과 기병전대의 전대기를 들고 있던 기병이 티히터라는 기사의 옆으로 달려갔다. "창병대는 미노스 백작이 있는 좌군으로 가! 무슨일이 있어도 버텨라! 우리 가 승리를 떠안겨줄테니까" 훗. 아넬리안 많이 컸군. 승리 운운하는 소리를 해댈정도라니 말이야. 뭐… 내 명령을 들었는지 창병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병대에 이어 보병대까지 빼앗긴 도르거 남작이 뭐라고 소리치려 했지만 한번 째려봐주는걸로 - 투구 사이로 노려본거라 내 눈을 봤는지는 잘모르겠지만… - 가볍게 물리쳤다. 그 리고 난 기사단 선두로 말을 몰아간뒤 기사단의 깃발을 빼앗아 들었다. "어엇?" 내게 깃발을 빼앗긴 그 기사는 놀란 목소리로 날 바라보았지만 그보다 빨리 난 말의 배를 차면서 소리쳤다. "최대속도로 따라오라고! 늦으면 버리고 가겠다! 이럇!" "마마! 위험합니다! 기다리세요! 마마! 마마아아!!!" 등뒤에서 들려오는 닐크의 외침은 무시. 난 전장을 길게 우회하여 왼쪽으로 말머리를 돌린뒤 빠른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내가 이끄는 - 이끄는게 맞나? 하긴 내가 깃발을 들고 있으니 모두 날 따라왔을거다 - 기사단 무리는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는 좌군을 지 나쳐 전장을 넓게 우회했다. 멀찌감치 떨어진곳에 말을 멈추고 말머리를 돌 리니 한창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전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 떨리는 군. "마마! 이후부터는 제가 맡겠습니다. 위험합니다!" "닥쳐! 네눈엔 이게 뭘로 보이는거냐?" 난 왼허리에 메어놓은 롱소드를 뽑아들고 닐크에게 소리쳤다. 허공으로 튀 어나온 롱소드는 은빛으로 반짝이면서 날카로운 기운을 내뿜었고 그 기세에 닐크는 물론이고 내 주변에 있던 녀석들도 주춤거렸다. 난 검을 앞으로 내뻩 으면서 소리쳤다. "돌격! 국왕폐하의 영광을 위해!" "영광을 위해!" "우와아아아아아!!!" 등뒤와 좌우에서 커다란 함성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나와 내 옆에 있던 기사들의 말이 마치 튕겨나가듯 앞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난 왼손엔 긴 장대와 말고삐를 붙잡고 오른손에 든 롱소드를 앞으로 치켜들면서 말을 달렸 고 정말 눈깜짝할새에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전장 한가운데로 빨려들듯 달려 들었다. 콰앙! "크아악!" 우리쪽을 향해 돌아섰던 적의 창병중 하나가 내가 몰고 있던 말의 가슴에 채여 옆으로 날아갔다. 그 자가 날아간 빈틈으로 다른 적병이 내게 달려들었 지만 내가 롱소드를 횡으로 휘두르자 그자가 쥐고 있던 창대 끝부분이 날아 갔고 내 옆에서 말을 달리던 다른 기사가 위에서 내지른 창날에 등을 꿰뚫린 채 바닥에 쓰러졌다. "죽여! 다 죽여버려!" "돌파한다! 걸리적 거리는건 다 뭉개버려라!" 눈앞에 나타난 적병이 나를 보고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난 반사적으로 오 른손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고 내 롱소드는 그자의 투구에 부딪쳐 불똥을 튀겨냈다. 상대는 반쪽으로 쪼개진 투구를 부여잡은채 엎어졌고 말을 몰아 앞으로 달리던 다른 기사의 말발굽에 등을 밟혔다. 우두둑…. 젠장. "으아아아아!!!" 끼기기긱…. 쇳덩어리가 서로 부딪치는 괴상한 소음이 내 가슴쪽에서 들려 왔다. 비명을 지르듯 달려든 적병은 내 가슴을 향해 창을 내질렀지만 창날은 흉갑의 반원형 곡선은 타고 옆으로 미끄러져서 내 겨드랑이 밑쪽으로 파고들 었다. 식은땀이 다나네…. 죽을뻔했다. "죽고싶냐? 이 개자식아!!" "어…어어?" 난생처음 큰소리로 욕을 내뱉은 난 녀석의 창대를 겨드랑이에 낀뒤 손목으 로 창대를 휘감은채 위로 들어올렸다. 창대가 반원형으로 휘었다. 곧이어 놈 의 몸이 마치 튕겨지듯 날아올라 내 머리위를 지나쳐 뒷쪽으로 떨어졌다. 털 썩. 뒤를 돌아보니 다행히 우리측 기병에게 부딪치지는 않았다. "으아아악!!!" 한놈이 등을 돌리고 도망친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적병들중 일부가 제 동 료들 사이를 헤치고 우리에게서 등을 돌린채 도망치기 시작했다. "물러서지마라! 버티란 말이다! 이 빌어먹을 자식들아!" 십여미터쯤 떨어진 적병 사이에서 말을 탄채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는 적의 장교가 보였다. 난 아직도 겨드랑이에 끼고 있는 창대를 지면에 꽃은뒤 롱소 드의 손잡이를 잡고 높이 들어올렸다. 그리고 놈이 있는 쪽을 향해 롱소드를 힘껏 내던졌다. 피잉….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날아가던 내 롱소드는 앞을 막 고 있던 적군의 창대 두어개를 단번에 박살내고 약간 아래쪽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적의 장교 근처에 있던 정말 재수없는 한 병사의 투구를 박살낸채 틀 어박혔다. "칫." 난 2m쯤 되는 창을 들어올린뒤 그것을 거꾸로 쥐었다. "비켜! 앞길을 막는자! 죽는다!" 난 그렇게 소리치면서 창대끝을 한손으로 쥔채 크게 휘둘렀다. 퍼억! 내 앞 을 막고 있던 적병중 하나가 창날 바로 밑부분의 나뭇대에 어깨를 얻어맞았 다. 그자의 다리가 붕떴고 그 옆으로 서있던 다른 녀석들 대여섯이 그 적병 과 함께 단번에 왼쪽으로 날아가며 제 동료들이었을 병사들을 덮쳤다. 콰직. 창대의 중간 부분이 부러지면서 내손에는 조각난 나무조각만 남았다. 그래도 우리들 앞에서 창을 내민채 버티던 적들중 일부의 진형이 무너졌고 내가 머 뭇거리는 사이에 그안으로 우리측 기사들이 뛰어들었다. 우둑. 으적…. "끄아악!" "내팔! 아아악!!" "그르륵…" 생생하게 들려오는 무언가가 부러지고 짖이겨지는 소리. 갑자기 현실감을 되찾은듯한 괴상한 느낌. 난 지금 여기서 뭘하고 있는거지? "마마!" 기긱. 창날의 뾰족한 끝이 내가 쓰고 있는 투구의 둥근 면을 긁고 지나갔다. 놀라서 옆을 돌아보니 어느새 내 곁으로 다가온 닐크가 말들 사이를 뚫고 들 어온 적병이 내지른 창날을 왼손에 낀 건틀렛으로 쳐올리고 거꾸로 쥔 창대 로 그 병사를 후려치고 있었다. "닐크! 닐크!!!" "예! 여기있습니다!" "나…나…" "지금은 전투중입니다! 마마! 전진하십시오! 물러서면 더 위험합니다!" "그…그래!" "진격하라! 함성을 질러라! 왕의 영광을!" "영광을!!!" "우와아아아!!" 고막을 찢는듯한 함성소리, 강철덩어리들이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죽어가는 자들의 비명소리. 그래 여긴 전장이지! 난 아직도 들고 있던 깃발을 근처의 기병에게 내던지듯 넘겨주었다. 그리고 말을 몰아서 기사들 사이를 달리기 시작했다. "마마! 무기도 없이…" 등뒤에서 닐크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그리고 최대한 바닥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발밑에서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도 무시했다. 지금은 전투 중이야. 전투중이야. 전투중이야!!! "으아아아!!!" 눈앞에 아까전 죽이려다 실패했던 적 장교가 점점 크게 나타났다. 그자가 검을 높이 치켜든다. 난 아래로 내려치는 그자의 검을 왼손을 휘둘러 쳐냈다. 카강. 팔뚝 부분이 화끈하다. 하지만 덕분에 상대의 롱소드는 어디론가 날아 가버렸고 그자는 무방비 상태에 놓였다. 당황해하는 적에게 말머리가 붙을정 도로 달라붙은 난 주먹으로 그가 타고 있는 말의 눈가를 후려쳤다. 퍼억! "키히히히힝…" 그자의 말이 비명과도 같은 피거품을 내뱉으며 옆으로 쓰러졌다. 덕분에 등 뒤에 타고있던 주인과 주변 병사 몇을 깔아뭉개 버렸다. "하아…하아…" 거친 숨을 내뱉으며 정신을 차린이후 처음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자 푸른 잔 디위를 붉게 물든인 적 장교가 보였다. 하체가 말에 깔린 그는 투구밑으로 연신 붉은 피를 뿜으며 작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난 다시 말배를 강하 게 차면서 말을 앞으로 몰았다. 눈앞에 장애물이 있기에 말이 위로 펄쩍 뛰 었다. 으득…. 이건 전쟁이야. 전쟁이야! 죽이지 않으면 죽어! 죽는다고! 그래 내가 죽였어! 하지만 난 죽기 싫어! "아아아아아!!!" 악을쓰며 말을 몰았다. 몇몇 적이 나를 향해 창날을 내질렀지만 대부분 빗 나갔고 내몸에 맞은것들도 갑옷을 꿰뚫을정도의 힘은 없었다. 갑자기 트라이 던트처럼 생긴 포크가 불쑥 눈앞에서 나타났다. 놀란 난 반사적으로 손을 들 어 그것을 막았지만 포크의 날중 하나가 내 손바닥을 꿰뚫고 가슴흉갑에 구 멍을 내었다. "잡았다!" "끌어내!" "미친새끼!" "배를 갈라버려!" 주변에서 들려오는 욕설들. 누군가 내 발을 붙잡았다. 등뒤에서 뻗어온 손이 내 머리채를 휘어잡았고 갑옷의 이음새사이로 손가락들이 들어왔다. 주변을 돌아보니 거렁뱅이같이 생긴 자들이 내게 손가락질하고 욕설을 내뱉으면서 주변에 빽빽하게 몰려있었다. 이자들은? 뭐야? 여긴? 악! 오른쪽 허벅지에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내려다보니 시꺼멓고 거친 손들중 하나가 단검을 갑 옷의 틈새에 찔러넣고 있는게 보였다. 틈새로 흘러나오는 피…. 죽어? 나… 죽는거야? 웃기지마! 난 못죽어! "싫어!" "우와아악!!!" 가슴에 박힌 포크의 날을 움켜쥐었다. 우직. 쇠로 된 날이 가볍게 부서진다. 난 포크의 나무부분을 붙잡고 그것을 들어올렸고 두명의 사내가 그 끝에 딸 려올라왔다. 말고삐까지 놓은 난 양손으로 그것을 잡고 옆으로 휘둘렀다. 적 들끼리 서로 부딪치고 넘어지는게 보인다. 가벼워진 포크를 거꾸로 잡은 난 그것을 들어올려서 미친듯이 내리쳤다. 뻐억! 빠직…. 내 주위에 몰려있던 자 들의 팔다리가 나뭇가지처럼 부러져나갔고 머리가 괴상한 방향으로 꺾인채 넘어진다. 으적…. 밀짚모자를 쓰고 있던 자가 내가 횡으로 휘두른 봉대에 머 리를 얻어맞았다. 모자를 하늘위로 날아올랐고 그자는 머리 한쪽부분이 깊게 함몰된채 옆으로 날아갔다. "죽어! 죽어! 죽어어어!!!" 빠각. 포크의 중간이 부러지면서 끝부분이 날아갔고 남은 반쪽이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내 손에 남았다. 난 그것을 적들중 아무한테나 집어던졌고 허리 를 굽혀서 내 근처에 있던 자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아아악!!! 살려줘!" "뒈져버려!" 인간의 몸을 한손으로 잡고 내던져버린다. 적들이 서로의 몸이 엉킨채 우왕 좌왕거렸고 내가 던진 사내와 부딪치 적들중 일부는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바 닥에 길게 드러누웠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측 기병들이 5m쯤 뒤에서 나를 쫓아오기 위해서 기를 쓰며 적군들 사이를 돌파해 오는게 보였다. 콰직. 아 악! 한눈판 댓가로 옆구리에 끔찍한 통증이 느껴졌다. 내려다보니 적의 창날 이 갑옷끝을 뚫고 속으로 파고드는 중이다. 손으로 창대를 붙잡았다. 창대 끝 을 보니 적병이 서너명인가가 한데 달라붙어서 창날을 내게 밀어붙이는게 보 였다. 맨앞에 선자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간다. 날…죽이는게 기쁘냐? 즐거운 거야? 그럼 너도 죽어! "어엇?" 힘주어 창날을 뽑아내었다. 놀란 적병이 더욱더 내쪽으로 힘주어 밀었지만 힘싸움에서는 안진다! 피뭍은 창날을 뽑아낸 난 그것을 가슴쪽으로 힘껏 끌 어당겼다. 그러자 창대끝에 붙어있던 적병이 내쪽으로 딸려왔다. 그자의 놀란 표정이 아주 커다랗게 보일때 난 팔꿈치로 그자의 얼굴을 강하게 후려쳤다. 빠각. 피와 이빨 조각이 뿌려지는 가운데 그놈이 붕뜬채 뒤로 날아간다. 하지 만 팔꿈치 부분의 갑옷이 조각조각 부서져서 살속으로 파고든듯 고통이 느껴 졌다. 아파…. "마마!!!" "여기야!" 적들은 내가 만만치 않다고 느꼈는지 주변을 둥그렇게 빙 둘러싼채 머뭇거 리고 있다. 그때 등뒤에서 닐크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난 온힘을 다해서 답했 다. 곧이어 닐크가 한번에 한명씩 롱소드로 적들의 머리를 후려치면서 내쪽 으로 달려왔다. 그뒤를 따라 상당히 숫자가 줄어든듯한 기사들과 기병들이 닐크가 만든 조그만 길을 넓게 확장시키면서 뒤따라왔다. "마마! 괜찮으십니까?" "하아…하아…. 죽을거 같아" "휴우…. 죽겠다는 말을 하시는걸 보니 다행이로군요. 아직 멀쩡하신가봅니 다. 하하" 닐크는 내말을 코로 듣고는 내 근처에 있는 적병을 후려친뒤 엉뚱한 대답을 하면서 웃어댄다. 정말 나 죽겠다니까!. 온몸이 쑤시고 아리고 결리고… 화끈 거려서 죽겠다고! 그때 적병들이 우리에게서 멀찍이 떨어진채 도망치기 시작 했다. "어떻게 됀거지?" "적이 도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겼군요. 휴우…. 다행입니다. 마마께서 혼자 서 적들사이를 뚫고 달려가셨을때는 정말 어떻게 되는줄 알았는데 덕분에 성 공적으로… 마마? 왕비마마?" "으응…" 털썩. 난 제대로 대답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말위에서 떨어져버렸다. 아파 죽 겠어. 아니 이건 엄살이 아니야. 진짜 죽을거 같아. 나 죽어…. 난 놀란 표정 으로 말에서 뛰어내리는 닐크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기절해버렸다. -------------------------------------------------------------- 힘들어. 죽겠다. 죽을것 같아. 온몸이 근육통으로 비명을 질러댄다. 으아앙. 가우군 죽어요 -_-/. 연재 장소 줄였습니다. 청어람은 아직도 로그인이 안되는 관계로 완전 포기. 조아라는 그 동네 사정으로 인하여 연재 포기. 이제 삼룡과 드림워커 그리고 하이텔에서만 Queen`s Heart를 보실수 있습니다. 만약 다른곳에서 제 글을 보시게 된다면 연락주세요 -_-/. Queen`s Heart는 올해말쯤 책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으음...뭐 그때까지는 출 판삭제 없으니 안심하세요 ( '''')/. 마지막으로 심심해서 하는 이벤트. 자! 애인삼고 싶은 남자를 골라주세요!. 리플, 메일, 메모! 모두 받습니다! 1. 순진무구 엉큼음흉 로이드 2. 뻔뻔만땅 카사노바 덴 3. 열혈바보 용사지향 닐크 4. 마법최고 외관화려 아르케네스 5. 진짜마법 장수만세 헤쉬케린 6. 꾸질꾸질 주정뱅이 랭스턴 자작 7. 순종왕자 느끼만발 마틴 왕세자 8. 변태만발 귀축도인 커트렌 9. 기사도광 열혈종자 크렌 10. 건전쾌락 바람둥이 디온 아래는 각 후보들의 소감발표입니다. 로이드 : 흐음. 이런걸 왜하지? 1등은 당연히 나일텐데.(호...홈런선언이냐?) 덴 : 훗. 폐하. 제가 이래뵈도 한 인기 하는 몸입니다.(그건 하극상이야!) 닐크 : 세계는 열혈을 원한다! 피끓는 청춘들이여 내게로 오라! 남녀노소 불 문!(......) 아르케네스&헤쉬케린 : 스승님! 품위를 지켜라 제자야! 하지만! 어허! 이 나 도 아직 총각이다! 에잉! 고얀지고...쯧쯧.(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만 총각이 될뿐이다아?) 랭스턴 : 수...술을 줘! 술! 술! 취중진담의 진수를 보여줄테니... 누가 내게 술 을 줘어어어어!!!(음주가무 기사 1급 자격증 소지) 마틴 : 저는요. 왕자에요. 돈 많아요. 빽도 많아요. 권력도 많아요. 제게 시집 오신다면...(발그래). 손에 물도 안뭍히고 살거에요.(생글) ...(가우표 100% 순 종 왕자) 커트렌 : 후후후. 어둠은 나의것 세상의 모든 M들은 다 내차지!(변태!) 크렌 : 워렌 자작님! 제가 표를 받게되면 모두 넘겨드릴께요!(어이! 그건 규 정위반이야!!!) 디온 : 난...나오지도 못했는데....(의외로 인기있는...)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3장 전쟁의 의미 (3) 2003-10-08 10:10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내가 다시 눈을 뜬곳은 내 막사 안이었다. 그런데… 폭풍이라도 지나간듯한 몰골이군. 천막의 일부는 찢어진걸 대충 기운듯 허술해보이는 바느질 자국이 나있었고 핏자국으로 보이는 얼룩덜룩한 무늬도 보인다. "끄응…" 아무도 없나? 목말라. 두통이 몰려오고 거기다 뱃속은 완전히 뒤집어져서 당장이라도 구토가 올라올것 같다. 입술도 마구 갈라져서 따끔거렸고 입안은 푸석푸석해. 우우…죽을거 같아. "아무도…없냐…" 크아…. 목소리도 안나온다아. 훌쩍. 울고싶어지네… 정말. 상체를 일으키려 고 버둥대봤지만 팔에 힘이 하나도 안들어가서 침대속에서 허우적거리기만 했다. 정말… 나같은 중환자를 혼자 놔두다니 너무하잖아! 그대로 뻗어버린 난 멍하니 천정을 올려다봤다. 할게없으니까…. 천정위에 밧줄이 하나둘…. 밧줄? 노끈? 뭐냐 저건?. 힘겹게 손을 들어서 흐릿한 눈가를 몇번 쓱쓱 문지 른 난 눈을 가늘게 뜨고 천정을 자세히 올려다봤다. 천막을 받치고 있는 네 개의 나무기둥 사이로 밧줄이 거미줄처럼 뻗어있다. 그리고 그 정 중앙에 흐 릿한 뭔가가 보였다. "쿠우…" 귀를 귀울여 들어보니 작은 숨소리가 들려온다. 저건? "카렌?" 대답이 없군. 하지만 저런짓을 할만한 인간은 카렌뿐이지. 카렌이 맞을거야. 음…. 밧줄 틈새로 삐져나와 아래로 쳐져있는 저 조그마한 손이라던지 어린 애 정도로 밖에 안보이는 작은 실루엣이라던지 이런걸 다 감안했을때 저건 카렌이다. 망할 녀석! 남은 죽어가고 있는데 자기는 속편하게 - 몸까지 편한 지야 모르겠지만… - 퍼질러 자고 있어? 무언가 던질게 없을려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딱딱하고 단단할만한 물건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할 수없이 난 머리에 베고 있던 푹신한 베개를 들어서 머리위로 힘껏 던졌다. …라고 생각했는데 천정으로 날아간 베게는 반도 못올라가더니 다시 내 머리 위로 떨어졌다. 풀썩…. 크에엣!!! 한참을 혼자서 바둥거리면서 베게를 머리위로 던지기를 십여회….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온몸은 노곤하고 땀이 베어나와서 무지무지 찜찜해! 거기다 목 은 이제 타들어가는것 같아! 에이이이!!! 이짓하고 있을동안 그냥 다른 인간 부르면 되었을것을!!! 하지만 나도 오기가 있다고! 빌어먹을 꼬맹이! 네녀석 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해보자! "끄으응차!" 침대에서 반쯤 몸을 일으킨 난 두손으로 베게를 붙잡고 - 솜털이 들어간 물건일텐데 마치 돌덩어리가 가득찬듯한 기분이다. 이렇게 무거웠었나? - 침 대밑에서 흔들면서 숫자를 세었다. "하나…두울…셋!" 휘익…. 내 손을 떠난 베게가 천정으로 날아올랐다. 오오! 그래 조금만 더! 툭…. 좋았어! 맞았다아? 아아? 베게는… 천정에 매달린 밧줄에 살짝 부딪친 뒤 다시 떨어졌다. 하아…. 너무 가벼웠어. 좀더 무거운…. 빌어먹을 내가 지 금 뭔짓을 하고 있는거야? "스으읍… 카레엔!!! 콜록! 콜록! 콜록!" "…으응?" 소리를 질렀더니 목소리가 갈라지면서 기침이 마구 터져나왔다. 콜록…. 가 슴이… 찢어지는것 같아…. 침대보를 붙잡고 기침을 해대고 있자. 갑자기 위 에서 침대옆으로 작은 물체가 툭하고 떨어져내렸다. 빌어먹을 녀석! 두고보 자!!! "……" "콜록…콜록…" 난 기침을 해대며 카렌녀석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녀석은 반쯤 감긴 눈으로 멍하니 날보다가 갑자기 손을 뻗어서 내 등을 톡톡하고 두들겨주었다. 녀석 덕분인지 기침은 금세 잦아들었고 간신히 한숨을 내쉬며 - 눈물이 글썽거렸 다. 흐윽… 너무 아파! - 숙이고 있던 몸을 일으키자 카렌 녀석이 품속에서 작은 가죽주머니를 꺼내서는 코르크 마개를 뽑은뒤 내 입가에 대주었다. "크흠… 쿨럭…뭐야?" "물" 물이란다! 난 녀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손을 내밀며 주머니를 빼앗으려 했 다. 하지만 카렌 녀석은 내 손길을 아주 가볍게 - 무진장 열받게도… - 쳐내 더니 한손으로 내 목뒤를 받치고 다른 손으로 입가에 물을 조금씩 흘려넣어 주었다. "꿀꺽… 더… 더 줘" "……" 내말에 카렌 녀석은 작게 인상을 쓰더니 주머니를 기울여서 입안으로 물을 흘려보내다. 하아아아…. 목구멍이 따끔거리고 미지근한 물이라 맛은 없었지 만 그래도 살것같다. 아아.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아~. 너무너무~ 행복해…. 꼬르르륵…. 조금 덜 행복해. "……" "……" "…꼭 말로 해야 되냐?" "…흥" 망할 녀석! 어차피 할거면서 꼭 한번씩 반항을 한단 말이야!. 난 입을 삐죽 이며 나가는 녀석에게 베게를 집어던진뒤 다시 자리에 누웠다. 배고픈것도 고픈거지만… 온몸이 나른한게 정말 죽겠다. 카렌 녀석이 가져온건 희멀건 죽 한그릇뿐이었다. 하지만 그게 어딘가. 난 뚱한 얼굴로 침대가에 서있는 카렌 녀석을 외면한채 스푼을 들어서 후후 불 면서 스프를 떠먹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마마" "웅?" 스푼을 입에물고 있던 난 천막밖에서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아직 그릇에는 적당하게 식은 스프가 반이나 남았는데… 조금 있다 오라고 할까? 에이…. 뭐 여기 올 인간들이야 뻔하니 상관없겠지. 난 입에서 스푼을 빼낸뒤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들어와." 그러자 휘장끝이 살짝 열리더니 뺀질뺀질하게 생긴 면상만 안으로 들어왔 다. 옅은 다갈색 머리카락에 여자 얼굴처럼 가느다란 선을 가진 사내놈이라 면 하나뿐이지. 바로 대니어스 드 워렌 자작!. 줄여서 빌어먹을 덴! 혹은 망 할놈의 덴녀석! 이건… 선입견인가? 흠흠. 그런데 들어올거면 들어오고 아니 면 말지 왜 얼굴만 들이밀고 있는건데? "뭐해?" "…역시. 조금 있다 오겠습니다." "엉? 카렌 넌 또 뭐야?" "…바보" 아앙? 난 카렌이 손으로 내 몸을 가리는걸 보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 래를 내려다보니…. 나… 왜 속옷차림인걸까? "꺄아악!!!" "역시!" 빌어먹을 덴자식! 죽여버릴테다!. 너무 분해서 눈물이 글썽거린다! 죽여버리 겠어! 죽여버리겠어! 난 급히 침대 시트를 끌어당겨 몸을 가렸다. 덕분에 내 무릎위에 올려져있던 스프그릇이 허공을 날아올라 사방에 스프를 뿌리며 바 닥에 내동댕이 쳐지는게 정상인데… 공중으로 날아오른 스프그릇은 가볍게 내민 카렌의 손위에 사뿐히 내려셨다. 오오오… 박수쳐야 하나?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옷가져와! 당장! 빨리! 냉큼!" "…난 시녀가 아니란 말이야. 나쁜 주인" 이녀석이고 저녀석이고 다 마음에 안들어! 다 죽여버릴테야!!! 카렌 녀석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갈아입고 다시 침대에 누울때쯤 덴 녀석이 안으로 들어왔다. "카렌. 스프 줘" 난 이제 차갑게 식어버린 스프를 받아서 억지로 박박 긁어서 먹어치운뒤 덴 녀석을 노려보았다. "용건이 뭐야?" "그냥… 괜찮으신가 보러 온것뿐입니다." "흥! 남의 부인 속옷 감상하러 온게 아니고?" "저런… 정말 섭섭합니다. 마마. 설마 제가 주군의 부인되시는 마마께 불측한 마음을 품겠습니까?" "응! 덴이라면 하고도 남지. 암" 난 팔짱을 끼면서 그렇게 말했다. 내 옆에 서있는 카렌 녀석도 내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한다. 역시! 카렌조차 저렇게 동의할정도면 저녀석의 이미지란 결국 그정도 뿐이라는거다. 그런데… 왠일로 조용하네? 평소같으면 ''억울하옵니다''어쩌구하면서 난리를 부릴 녀석이 말이야. 난 슬쩍 고개를 들 어서 문가에 서있는 덴을 올려다보았다. 덴은 내말에 그저 쓴웃음만 지으며 한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긴다. ''훗''하는 코웃음과 함께 말이야. 이거 왠지 굉장히 재수없게 느껴지는걸? "뭐야?" "뭐가 말입니까?" "왜 아무말도 안해?" "후훗. 저를 너무 쉽게 보셨군요. 그정도로는 절대 절 무릎꿇릴수 없을겁니 다. 마마." "그래? 명령이야. 꿇어" "넵" …장난하는건가? 시키니까 냉큼 주저앉네. 왠지 무지무지 기분나쁘다. 시키 는대로 하는건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마치 내가 놀림감이 되어 저놈 손바닥 위에서 굴러다니는것 같은 기분이 든단말이야. "도대체 왜그러는건데? 불만이 있으면 말로 하라고" "훗. 말로 해서 들을 분이었으면 예전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해드렸을겁니 다." "……" 그렇게 말한 녀석은 내가 명령하지도 않았는데 제멋대로 일어서더니 내가 누워있는 침대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리고는 제멋대로 침대가에 주저앉더 니 갑자기 팔을 뻗어서 내 왼손 팔목을 세게 붇잡았다. "악! 아프잖아!" "흥. 아프신건 아시나보죠?" 눈물이 찔끔나올정도의 통증에 난 거칠게 녀석을 밀쳐냈지만 오히려 내가 뒤로 밀려났다. 뭐야? 갑자기 왜 힘이…. 악! 그러고보니 난 속옷차림이었지! 내 속바지는 어디로 간거야? "그래도 다행이로군요. 고통을 느낄수 있다니 말입니다. 마.마." "얼굴 들이밀지 말고 말해. 다 들리니까." "그렇습니까? 그럼 설교좀 하죠. 그 왼쪽 팔목. 뼈가 부러진건 아십니까? 새 햐얀 뼈가 드러날정도로 긴 검상을 입어놓고 무리하게 힘을 써댔으니 당연한 거겠지만요." "그…그건 어쩔수 없었다고!" "네에~ 물론이겠죠. 적들로 둘러쌓인 전장에서 상처나 돌보고 있을 시간따윈 없으니까요! 좋습니다! 단검이 찔렸던 허벅지는 어떻습니까? 네? 마마께서는 아주 재수가 좋더군요. 동맥을 잘렸으면 과다 출혈로 죽었을텐데 말입니다. 다행히 정맥을 찔려서 살았죠. 가슴은 어떤가요? 저는 매우매우 불하게도 못 봤습니다만 의사의 말로는 바로 심장위라더군요. 훗. 마마께서 남자였다면 지 금 이렇게 깨어있지도 못했을겁니다. 폐까지 꿰뚫렸을테니 말입니다!" "그만!" "아니! 더해야겠습니다! 귀 똑바로 열고 똑똑히 들으십시오! 다행히 옆구리의 상처는 그리 크지 않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마마께서 입으셨던 플레이트 메 일의 허리부근에 동전만한 구멍이 뚫렸더군요. 갑옷이 마마의 체형에 맞지않 아서 중간에 빈 공간이 없었다면 그대로 내장이 꼬치에 꿰이듯 꿰뚫렸을겁니 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쯤 흙속에 들어가있었을걸요?" "그만하라고 했다!" "죄송하지만 전 아직 더 해야겠습니다! 마마께서 전사하시면 전 어쩌죠? 분 노한 폐하의 검에 맞아죽을까요? 아니면 죄를 사해달라고 빌면서 단검으로 목을 그을까요? 네? 누가 마마께 전투에 참가하라고 했습니까? 그것도 피에 미친 광인처럼 날뛰면서 말입니다!" 심장이 오그라드는 느낌. 귀를 막고 싶어…. "봐…봤어?" "물론입니다! 그렇게 미친놈처럼 날뛰었는데 못봤으면 그게 이상한거죠. 처음 엔 저도 누군지 몰랐습니다. 어떤 돌아버린 기사놈이 혼자서 뒈지기 위해서 날뛰는줄 알았죠. 전투가 끝난다음에야 그 돌아버린 기사놈이 마마인줄 알았 죠. 그때 제 심정이 어땠는줄 아십니까? 눈앞에 교수대 밧줄이 어른거리더군 요." "거…거기까지. 이제…그만해" "참 대단하시더군요! 전 인간이 사람 서넛을 하늘로 내던지고 어린애 팔목굵 기의 나무봉으로 투구와 함께 인간의 머리를 으깨버릴수 있다는걸 처음 알았 습니다. 하하하! 참 무용이 대단하시더군요! 안그렇습니까? 전후 처리중에 아 주 재미있는 시체도 발견했습니다. 적병이었는데 투구위쪽에 손자국이 나 있 더군요. 아마 어디의 힘좋은 누군가가 그자의 머리를 한손으로 휘어잡고 휘 둘러댄거겠죠. 목뼈가 기이하게 부러져있고 손가락들이 두개골을 꿰뚫고 휘 저어놨으니 신이라도 살려내는건 불가능 할겁니다. 참으로 장하십니다. 마마. 대단하십니다." "…우웁…" 구역질이 올라왔다. 난 그대로 덴을 밀치면서 - 이런 정신머리가 있었다는 게 너무 슬펐다. 그냥 저 빌어먹을 놈의 몸위에다 토해버릴걸 - 침대가에 몸 을 내밀고 그대로 바닥에 토하기 시작했다. "우웩…우웨엑…" 쓰디쓴 위액과 함께 방금전에 먹었던 식은 스프가 그대로 올라와서 바닥에 떨어졌다. 우우…. 너무해. 죽을거 같아. "죽여버릴거야. 너…" "훗. 어차피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 마찬가지입니다." 난 저 빌어먹을 자식의 면상을 두들겨주기 위해 팔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빌어먹을 덴의 면상을 뭉개버리기는 커녕 내 몸하나도 제대로 주체못해서 침 대위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바닥에 떨어질뻔했다. 그런 날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고 있던 덴은 한손으로 내몸을 잡아주어서 침대바닥에 떨어지지는 않았다. "훗. 이래서야 어디 절 죽이실수 있겠습니까? 네?" 그렇게 말하면서 재수없게 웃는 덴. 아아악!!! 누가 저자식좀 죽도록 패줘! 소원이야!!!. …하늘이 내 정성에 감동했다. "…죽일까?" 지금까지 존재감이 없던 카렌이 어느새 스르르 다가와서는 덴의 목에 단검 을 대고 무심한 어조로 물었다. "……" "……" 나와 덴은 아무말도 못했고 카렌은 내 명령을 기다리는듯 날 물끄러미 바라 보고 있다. 덴의 목줄기에 붉은 핏방울이 점점이 묻어난다. 베인건가? 녀석의 피를 보자 끓어올랐던 피가 식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됐어. 카렌 그만둬." 난 몸을 추스리면서 카렌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카렌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단검을 치웠고 그때까지 얼어붙은채 꼼짝도 못하고 있던 덴은 입 가에 걸려있던 쓴웃음을 지워버리더니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귀밑까지 입꼬 리가 걸리도록 웃으면서 내 두손을 꼬옥 붙들었다. "마마아~ 살아계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오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한 놈은 내 오른손 손등에 연신 키스를 퍼붓고는 갑자기 몸을 돌 려 밖을 향해 뛰어나갔다. "자…잠깐…" "마마께서 깨어나셨다! 의사와 신관을 불러라! 와핫핫! 아무나 가서 지휘관들 다불러와! 어서!" 척보기에도 이상하게 느껴질정도로 덴은 호들갑을 떨면서 뛰쳐나가버렸다. 물어볼거 있었는데… 칫. 저놈의 생존본능은 정말 무섭군. 그런데… "뭐하냐? 카렌" "……" 내말에 카렌은 날 한번 돌아봤다가 이내 입을 삐죽이며 날 외면했다. 그리 고는 손에 들린 단검을 가지고 바닥을 찌르고 있었다. 녀석은… 내가 토해놓 은 토사물이 뭍은 양탄자를 자르고 있었던 것이다. 망할 녀석들! 그후 세명의 종자를 거느린 나이가 많아보이는 의사와 두명의 비젠 신관이 나를 찾아왔다. 의사와 그의 종자들의 몰골은 마치 피웅덩이속에서 헤엄치고 나온 인간들 같았고 신관들은 그보다는 좀 나아보였지만 눈밑이 푹꺼진데다 가 혈색도 창백해서 시체가보면 형님이라고 고개를 조아릴것 같은 몰골들이 었다. "기분은 어떠십니까? 마마" 내 팔목 붕대를 풀면서 의사가 내게 물었다. 왠만하면 좀 떨어져줬으면 좋 겠는데…. 피냄새가 진동하거든. "그럭저럭. 뭐… 별로 나쁘지는 않은것 같아." "열이 난다는 느낌이나 몸이 저리다거나 하지는 않습니까?" "응."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대답하자 의사는 나와 같이 고개를 끄덕인뒤 내 왼팔 을 들어서 상처를 살펴보았다. 으음…. 내 상처를 보니 좀 끔찍하긴 하다. 아 마 내 머리카락으로 꿰맨듯한 상처부위는 뭐랄까… 징그러운 송충이를 보는 것 같다. 엉겨붙은 피딱지와 대충 기운듯한 바느질 자국. 우우…. 내몸만 아 니었으면 당장 밖으로 내쫓았을텐데…. "조금 곪기는 했지만 다행히 크게 덧나지는 않은것 같군요." 반쯤 벗겨진 머리를 긁적이던 의사는 그렇게 말한뒤 내 책상과 의자에 앉아 서 코까지 골아가면서 자고 있는 신관들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신관들의 등을 후려갈겨서 깨운뒤 나를 가리키며 몇마디 말을 나눴다. 작게 하품을 하 거나 말하는 도중에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졸던 신관들은 의사와 교대한뒤 - 군의관으로 보이는 그 의사는 그대로 종자들을 데리고 나가버렸다 - 내쪽으 로 다가왔다. "지금부터 치료를 하겠습니다. 이걸…" 신관중 키가 좀더 큰쪽이 내게 껍질이 벗겨진 마른 나무막대를 건내주었다. 이걸 가지고 뭐하라고? "입에 물고 계십시오. 혀를 깨물수도 있습니다." "…됐어. 필요없어." 전장에도 나가봤던 몸이라 이거야. 누굴 어린 여자애 취급하는거야? 흥! 미쳤지…. 난 세상에 둘도없는 바보가 아니면 인간중 다시 없을 멍청이다! "아아아아… 아흐…으으윽…" "잘잡아!" "칼질이나 똑바로하십시오!" 끄아아악!!! 나 죽어!!! 이놈들이 날 고문한다아아아…. 엄마아아아…. 신관중 하나가 날 엎드리게 한뒤 내등에 올라탔다. 그리고 내 겨드랑이 사이로 두발 을 집어넣고 두손으로 내 왼 손목을 붙잡은 그 신관의 괴상한 치료법을 난 그저 신관들만의 특이한 처치법인줄 알았다. 하지만 내 등에 온 체중을 실고 뒤로 꺾인 내 왼손을 붙잡은 신관보다 그 옆에 시퍼렇게 날이 선 손바닥만한 단검을 들고 있는 신관이 왠지 더 무서웠는데…. 그 빌어먹을 신관 자식이 봉합해놓은 부위를 거침없이 잘라내더니 칼날끝으로 상처부위를 헤집는게 생 생하게 느껴졌다. 아파아아아아…!!! "아흐흑…" "또 날아가고 싶어? 제대로 잡고 있으란 말이야!" "아직은 괜찮아요! 아직은…" 정신이 오락가락 한다. 거기다 등뒤에서 들려오는 빠각빠각 하는 소리와 무 언가가 팔목속을 헤집는 느낌은 진짜 미쳐버릴것만 같은 기분을 들게 만들었 다. 평소엔 잘만 기절하더니 왜 이런땐 말짱한거야! 차라리 날 기절시켜줘어 어어…. 눈에선 눈물이 쉴새없이 줄줄 흘러내렸고 신음을 참느라고 깨물었던 입술에 선 비릿한 피맛이 났다. 거기다 뒤로 꺾인 팔도 이젠 감각이 없을정도로 저 려오고 있다. 왜… 기절을 안하는거야…. 으흐흑 "시작한다! 조심해!" "걱정마세요. 아직은 괜찮은것 같으니까" "또 천막을 뚫고 날아가보려고?" 무슨 말을 하는거야! 이자식들은…. 아우…. 빨리 끝내달라고!!!. 끄아악!! "아아악!!! 아흑…" "꽉잡아!!!" 무언가가 내 왼팔에 뿌려졌다. 그리고 그 상처부위가 마치 타들어가는것 같 은 느낌이 들었다. 무지무지하게 쓰라리고 아리다아!!! 나죽어! 나죽어! 나죽 어! 엄마야…. "휴…. 다됐다. 이제 내려와도 된다." 등뒤에서 그말이 들려오자마자 내 등에 올라타고 있던 신관이 허우적거리면 서 침대아래로 굴러떨어지듯 내려섰고 건장한 사내의 팔에 단단히 붙잡혀있 던 내 왼팔은 실끊어진 목각인형처럼 아래로 축 늘어졌다. 눈물로 축축하게 젖은 베게를 옆으로 한채 마치 남의 팔같은 내 왼팔을 바라보니 새빨간 핏물 이 주르륵 떨어지는게 보였다. 끄으응…. 기절하자. 기절하자. 차라리 죽어버 리자! "끄으…" 완전히 탈진해서 그대로 축 늘어진 난 신관둘이 서서 뭐라고 작게 중얼거리 는걸 멍하니 보고 있었다. 이젠 몰라…. 그래 고문하려면 하라고 모든지 다 말해줄테니까. "Cure Serious Wounds" "Cure Serious Wounds" 두 신관은 크게 영창을 하면서 내 왼팔의 상처부위를 손으로 만졌다. 그러 자 상처부위에서 흰색의 빛이 미약하게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쿡 쿡 쑤셔오던 작은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 놀란 내 눈에 상처부위가 급격하 게 줄어드는게 보였고 10cm는 되던 커다란 상처는 단 몇초만에 완전히 사라 졌다. 단지 틀린점이라면 상처가 있던곳의 피부가 다른곳보다 좀더 분홍색이 라는것 정도일까? "휴우…. 끝났군." 그렇게 말한 두 신관은 내게 동의도 구하지 안은채 예의도 없이 나가버렸 다. 홀로 남은 - 물론 카렌녀석이 이곳 어딘가에 있기는 할거다. 단지 눈에 안띌뿐이다. - 나는 치료인지 고문인지 분간이 안되는 그 무엇(?)인가를 받 던 자세 그대로 잠이 들었다. 우씨! 좀더 일찍 찾아오던지! 다 끝나고 긴장이 풀리니까… 쿠울…. 내가 다시 눈을 떴을때는 사방이 컴컴한 어둠에 휩쌓여 있었다. 옆에서 들 리는 두런두런 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덴과 닐크 그리고 아르케네스가 내 책상위에 술병을 올려놓고 잡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거기다 카 렌 녀석도 한자리 차지하고 있었는데 술은 안마시고 안주거리로 가져온 베이 컨과 소세지만 잘라먹고 있다. 우우…. 소세지, 베이컨… 맛있겠다아. 목소리 가 안나와서 말도 못꺼내고 입속에 고이는 침만 꼴깍 삼키고 있을대 맛있어 보이는 베이컨 조각을 잘러먹던 카렌이 갑자기 날 바라보더니 손으로 내쪽을 가리켰다. 그러자 세 사내들의 시선이 내게 모였다. "일어나셨군요." "…끄응…무…물" 내말에 아르케네스가 구리잔에 물을 가득 담아서 가져왔다. 상체를 일으켜 앉으려 했지만 몸에 힘이 안들어가서 일어나지는 못하고 침대위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자 닐크가 다가와서 몸을 일으켜주었다. 그리고 아르케네스가 입가 에 대어전 구리잔에서 물을 조금씩 삼키면서 눈동자를 굴려서 책상쪽을 보자 쓴웃음을 짓고 있는 덴과 카렌이 보였다. 하지만 카렌 녀석은 내가 자길 보 는게 마음에 안드는지 ''흥''하고 콧방귀를 뀌더니 천막을 지지하고 있는 나무 기둥쪽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다람쥐 같이 잽싸게 움직이며 천정위로 올라가 버렸다. "후아…. 살것같다." 단지 물을 몇모금 마셨을뿐인데 온몸의 기력이 샘솟는듯한 느낌이다. 이제 야 정말 내가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마께서 드실게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여기 있는 남정네중 가장 무뚝뚝해보이고 역시 가장 무심해보이는 아르케네 스가 자청에서 천막밖으로 나갔다. 역시 사람은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니 까. 흠흠. 닐크나 덴도 좀 보고 배웠으면 좋겠어. 그런데…. 아픈곳이 없네? 난 상처부위들을 만져봤다. 하지만 아프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다. "응? 이제 다 나은건가?" "예. 마마. 신관들이 고생을 많이 했죠." "흥! 그 돌팔이 놈들이 무슨 고생이야? 닐크 너도 한번 당해볼래? 몸으로 짓 누르고 내 팔을 꺾고… 얼마나 아팠는데" "…설마" "아무 기억도 없으십니까?" 뭐…뭐야? 이 두 남정네들이 갑자기 왜 정색을 하는거야? 응? 거기다 왜 한숨을 내쉬는건데? "뭐…뭐야?" "휴우…" "그사람들…불쌍하군" "왜들…그러는건데?" 왠지 내가 무언가 잘못한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뭐지? 난 영문을 모 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놈들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덴이 내 천막안 에 있는 옷장으로 걸어가더니 거기서 내 옷가지중 하나를 꺼내서 가져왔다. "이제…입으셔도 됩니다. 마마" "이건…" 내 속바지? 이게 왜 거기가 있는건데? 영문을 모르는 난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으로 녀석들을 보다가 속바지를 받아들었다. 으응? 이거 빨아온건가? "누가 이거 만졌어?" "아르케네스죠. 마마.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녀석이거든요." "흐음…" "피도 많이 묻은데다가… 땀도 많이 나셨고… 뭐… 이런 저런 이유 덕분에 녀석이 손수 빨아온겁니다." "……" 괜히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로이드면 또 모를까 남정내 가 내 속옷을 빨다니….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런 말도 안나온다. 이럴 땐 어떻해야 하는거야? 고맙다고 해야돼? 아니면 화를 내야되? "참 대단했지?" "맞아. 정말 그 몸집에서 어떻게 그런 속도가 나오는지 궁금할 정도라니까" "무슨말들을 하는거야? 알아듣게 설명해!" "기억안나신다면 그냥 모르시는 편이 더 좋을텐데요" "맞습니다. 그냥 저희말은 무시하십시오. 마마"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면서 저 빌어먹을 주둥이들을 작살내버리라는 아 주 매력적인 제안을 해온다. 안돼. 안돼. 이성을 가져야지. 이성을…. "맞고 말할래? 말하고 나서 맞을래?" "…그러고보니 프로센 후작이 찾았었지." "나도나도. 이 천막 주변의 경계를 더 강화해야하는데 너무 놀았네" 어딜! 지금까지 술퍼마시고 있다가 이런때만 갑자기 일거리가 생각나냐? 누 굴 바보로 아는거야? "일이 있어? 이 한밤중에? 그래? 어디 나가봐. 내가 침대에서 일어난뒤에 다 시 보자고." 난 최대한 활짝 웃어보이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눈치 빠른 덴 녀석이 갑자기 침대가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더니 고개를 푹 숙인다. 어정쩡하게 서 있던 닐크 녀석은 덴의 잽싼 동작에 선수를 빼앗겼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그 옆에 주저앉았고…. 훗. 역시 권력이란 좋은거야. 아니 이 경우엔 주먹의 힘인가? 뭐… 어느쪽이던 상관없지. "살려주십시오! 전 아직 살아갈날이 한참 남았다고요!" "저…저도 입니다만…" "그래? 자. 그럼 이제 말해봐." "저…그게…" "혹시…기억나시는거 없으신가요?" 기억? 무슨 기억? 난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닐크와 덴이 서로의 얼 굴을 힐끔거리면서 무언가 말을 꺼내려는듯 입술을 실룩였다. "저기… 혹시 여기로 모셔오신건 기억 안나시는지…" "몰라. 나 말에서 떨어질때 기절해서 깨어나봤더니 이미 여기던데? 거기다 이미 치료해놨는지 몸에 붕대감고 있었지 아마…" "가장 중요한 부분을…" "신이여… 너무하는거 아닙니까?" 응? 갑자기 두놈다 왜이래? 단체로 뭐 잘못먹었나? 왜 둘다 세상이 무너질 듯한 표정을 짓는건데? "사람 답답하게 하지말고 이제 순순히 부는게 어때? 진짜 맞아볼래?" "예…뭐….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만…" 역시 닐크보다는 덴이 눈치가 좋다. 하긴 저정도 눈치는 있어야 여자 두셋 을 동시에 꼬시는 바람둥이 역할을 할수 있겠지. "계속해" "예. 마마. 마마께서 중상을 입으시고 이곳으로 실려오셨을때 상태가 굉장히 않좋아서 실례를 무릎쓰고 갑옷을 벗겨드렸습니다." "응." "그리고 그때 마마께서 잠깐 정신을 차리셨는데 고통을 호소하셔서 독한 럼 주를 거의 반병이나 들이키셨죠" "으응…그리고?" "그다음에… 마마께서… ''내 남편외에는 아무도 내몸에 손 못대!'' 라고 소리 치시면서…. 큰부상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위해 팔다리를 붙잡고 있던 네명의 종자들을 거뜬히 날려버리시고는…웃으셨습니다" 웃어? 내가? 난 믿을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덴에 이어 닐크 의 말을 들은난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덴의 말이 맞습니다. 마마. 왕비마마께서는… 피를 철철 흘리는 몰골로 깔깔 거리며…우윽. 아니 교양있고 소박하게 웃으시면서… 발광…아니 몸을 움직 이시려 하기에… 저와 덴, 아르케네스 이렇게 셋이서 마마를 말리려고 몸을 날렸었습니다. 뭐… 저희들도 먼저 날아갔던 종자들처럼 천막밖으로 내던져 졌지만요" 닐크는 덴에게 찔린 옆구리를 쓰다듬으면서 죄지은 사람마냥 고개를 푹숙였 다. 내가…내가… 설마… 이놈들이 날 놀리려고 이런말을 하는걸거야. 음음! 맞아. 그런걸거야. "재미있는 농담이네?" "…진담인데요." "……" "……" 휘이잉…. 어디선가 찬바람이 내몸을 휘감고 지나간다. 이거 천막에 구멍 뚫 린 거 아니야? 응? 왜 갑자기 이때 내가 미친계집처럼 웃어대면서 천막밖으 로 남정네들을 내던지는 광겅이 머리속에 떠오르는거지? 고개를 돌렸다. 어 설프게 기워진 천막의 천이 보였다. 그래… 바로 저기로 이마가 깨진 아르케 네스가 뛰어들어왔고…. 저쪽 휘장으로 내 눈앞에 있는 녀석들이 뛰어들어왔 지. 그리고… 이 두놈이 내 몸을 누르고 있는 동안 아르케네스가 지금 내 손 에 들린 속바지를 벗겨갔고…. 모조리… 기억나버렸다아…. 나…난… "저…마마?" "뭐야?!" 난 새빨개진 얼굴을 숨기기 위해서 자리에 드러누운뒤 빽하고 소리쳤다. 그 덕에 어렵게 내게 말을 붙였던 덴 녀석은 찔끔했는지 그뒤로 잠잠했다. 저녀 석들 말이… 모두 사실이었어. 난… 통증을 잊게 하기위해 먹었던 술에 취해 버렸고…그리고… 끄아아악!!! "저기…왕비마마?" "왜 자꾸 부르는데? 앙? 죽을래?" "저… 저희는 안죽이실거죠? 예? 그래도 명색이 첫째, 둘째 부하니…" "뭐?" "그…있잖습니까? 비밀을 아는 자는 적을수록 좋다고…" "……끄응" 난 더이상 상대할 가치를 못느꼈다. 그래서 이불을 덮어썼는데…. 왠지 덴 녀석이 말한 의견(?)이 굉장히 끌린다. 이래서 왕성안에서는 그렇게 치열하 게 암투가 벌어지는걸까? 설마…. 한 10분쯤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는데 갑자기 아르케네스의 굵직한 목소 리가 들려왔다. "마마. 드실만한것을 가져왔…뭐하냐? 너희들은…" "어서줘! 배고파 죽겠어!" 아르케네스는 이상한 눈으로 닐크와 덴을 바라보고 있다가 내 외침에 순순 히 내쪽으로 다가와서는 침대가에 걸터앉은뒤 스프그릇이 올려져있는 쟁반을 한손으로 들고 있는 묘기를 보여줬다. 한손으로 들고있는데도 마치 탁자위에 올려놓은것처럼 조금의 미동도 없다. 역시 이 인간은 인간이 아니야. 에이! 몰라! 우선 먹고보자! "후루룩…" 맛있네. 거기다 적당히 식어있어서 먹기도 편하다. 난 단숨에 스프를 다 먹 어치운뒤 발이 저린지 몸을 이리저리 배배꼬고 있는 녀석들을 노려봤다. "힘든가보지?" "아…아닙니다!" "그럼요! 목숨값에 비하면 무지무지 싼…쿨럭. 미안…" 제명을 재촉하던 닐크는 덴의 인정사정없는 팔꿈치 공격에 고통스러운 표정 을 지었다. 역시 입은 만악의 근원이라니까. 저런게 바로 현역 바람둥이와 바 람둥이 후보의 차이구나. 음음. 어쨋든 괜히 또 이상한 소리나오기전에 말을 돌려야겠다. "전황은 어떻게 되었지?" "저희측 사상자는 사망 1220여명. 중상 1700여명정도 입니다. 그리고… 저쪽 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저희측과 비슷한 3000여명정도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고 합니다." "그래? 일회 전투치고는 생각보다 피해가 크네?" "양쪽다 물러설수 없는 총력전이었으니까요. 지는쪽이 패한다는건 기정사실 이었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우리가 전투에서 졌다면 난 브래드릭 장군을 회유해 서 중앙군을 움직이고 로세니아군을 내전에 끌어들였을거야. 전투에서는 졌 더라도 전쟁에서 질수는 없거든." "그것참 다행입니다. 이제 다 끝났으니…" 그래 이겼으니… 응? 다 끝나? 뭐가? "뭐가 끝나? 내전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잖아." "아… 그렇군. 아직 모르시겠군요." "마마께서는 이틀간이나 혼수상태였습니다." 이것들이 또 무슨말을 하는거야? 아우!!! 누가 정리좀해서 말해줘! 난 혼란 스러운 표정으로 닐크에 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덴이 대표로 말을 했다. "내전은 끝났습니다. 당연히 저희쪽이 이겼고요." "…어떻게? 그렇게 쉬운 상대가 아니었을텐데?" "예…뭐…. 마마께서 참가하신 전투 이후에도 두번의 소규모 격전이 벌어졌 습니다만…. 상황에 비해서 너무 허무하게 결판이 났죠." "마틴 왕자가 포로로 잡혔습니다." "으응?" 난 불쑥 말을 꺼낸 아르케네스를 올려다보았다. 아르케네스 덕분에 자기의 말할거리를 빼앗긴 덴은 불만에 찬 표정이었지만 내 의문을 풀어주는쪽이 생 명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는이 이내 말을 이어갔다. "아르케네스의 말대로입니다. 마마. 마틴 삼왕자가 너무 쉽게 잡혀버린 덕분 에 적의 지휘부가 괴멸되었고 머리가 없는 군대는 알아서 공중분해되더군 요." "어떻게? 그래도 명색이 왕자였을테고 호위하는 병력도 만만치 않았을텐데?" "그 호위하던 인간들이 배신했습니다." "…배신이야?" "예. 어차피 저쪽에 모여있던 귀족들도 그간 투자했던게 아까워서 내전에 참 가한것인데 아무래도 전황이 저희쪽에 유리해지자 자신들의 왕을 버린거죠." "……" "우리쪽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어차피 귀족들이라는게 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들은 침몰하는 배에 같이 타고있다 수장당하는것 보다는 선장을 내어주고 목숨을 구걸하는쪽을 택한것입니다." "흠…. 그래서… 내전은 완전히 끝났다?" "예. 적의 주력은 완전히 궤멸되었고 위크 후작이하 주모자 여섯을 체포했습 니다. 마틴 삼왕자는 로얄가드의 호위를 받으며 도주하다가 같은편 귀족에게 포로로 잡혀서 저희측에 넘겨졌습니다." "그래…. 하하. 참 웃기는군. 안그래?" "…귀족의 세계란 다 그런것입니다. 더 강한자에게 붙어야 자기 목숨을 보존 하고 나아가 자기 가문을 키우는 법이죠." "덴. 그리고 닐크, 아르케네스도 그런거야?" "다른 두 친구는 모르겠지만…. 전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가 배신할 일은 없 을것 같은걸요? 마마께서는 왠간해서는 질리가 없으실테니까요." 덴은 그렇게 말하면서 넉살좋게 씨익 웃었다. 저러니 미워할수가 없지. 에 휴…. 다음으로 난 닐크와 아르케네스를 보았는데 둘다 덴의 말에 동의한다 는듯 고개를 끄덕인다. "후우…. 뭐 할수없지. 물론 난 절대 지지않아. 덴의 말대로 말이야. 내게 투 자하면 몇십… 아니 몇백배로 돌려받게 될거야. 훗" 요즘 너무 자만심에 빠지는것 같지만… 뭐… 이정도 허세야 누구나 다 하는 거 아니겠어? 그리고 그런게 꼭 나쁜것만도 아니잖아? 이들은 내가 질때까 지는 충성스러운 부하가 되어줄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난 절대로 질리가 없 으니 결론은 난 충성스러운 부하를 곁에 둔다는거잖아. 훗. "좋아. 그럼 난 마틴 왕자나 보러갈까?" "…좀더 있다가 가시는게 어떻겠습니까? 지금 굉장히 날카로울텐데요." "음…. 그럴까? 왠지 다 이겼다니 여유가 철철 넘치는것 같아. 후훗."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온다. 하긴 웃기기도 하지. 배신으로 시작된 내전 이 배신으로 끝났으니…. 후세의 역사가들은 이번 사건을 뭐라고 적을려나? "아참. 그… 마틴 왕자는… 교수형이겠지?" "아마도… 그럴것입니다. 마마. 저희가 해줄수 있는건 최대한 고통없이 보내 주는것 정도죠" 덴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조금 피곤하네…. "좀 쉴께. 나가서 일들 봐" 침대에 누운 난 그렇게 말한뒤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러자 사내들이 모두 천막밖으로 나갔고 촛불이 일렁이는 안은 왠지 모르게 을싸년스러운 분위기 를 자아내었다. 마틴 삼왕자라…. 처음 만난날 그 작은 얼굴을 붉히면서 내게 청혼했었지? 아마…. 거기다 내가 타의에 의해서 왕성을 나갈때고 전 국왕폐하에게 달려 가서 소리쳤었다고 하고…. 하긴 그것도 다 예전에나 그런거고… 지금 날보 면 찢어죽이려 들껄? 후후후…. 난 미움받는것밖에 할줄아는게 없는걸까? 왜 난 내게 잘해주는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거지? 하긴… 난 사랑하는 법을 모르 는걸. 훗. 누구보다 강한 힘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사랑같은 나약한 감정따윈 버리는게 정답일지도…. "…자?" "으응?"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슬며시 이불을 젖히고 고개를 내밀어보니 카렌이 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왜?" "마셔" 카렌은 어디서 났는지 붉은 적포도주를 한병 들고있다가 내게 건낸다. 난 무표정한 카렌의 얼굴과 그애가 내민 포도주병을 보고 있다가 슬며시 손을 내밀어서 그것을 받아들었다. 이젠 술마시는것도 익숙해진 느낌이야. 후훗. 남자들이 술을 좋아하는 이유가 뭔지 이젠 알겠어. 그래… 정말 오늘만 모든 걸 다 잊어버리고 술이나 마시자. "기특한것. 큭큭. 같이 마실래?" "…흥. 일하는중엔 안마셔." 카렌은 여전히 건방진 얼굴로 날 외면하고는 이번엔 침대밑으로 기어들어갔 다. 그래… 카렌녀석의 호의를 받아들여서… 마시자. 마시고 죽자! 오늘 한번 죽어보자고! -------------------------------------------------------------- 위에 나온 종자들은 기사들의 종자인 Squire가 아니라 시종이나 하인정도의 의미인 Valet입니다. 둘다 종자로 표기되지만 전자는 주인과 함께 전장에 나 가고 후자는 잡일을 하는 비전투원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Squire의 경우에 는 Knight - Squire - Gentleman 으로 신분의 표현수단으로도 쓰입니다. 아 마 영국식이었던걸로 기억되는데요. 젠틀맨이 우리식으로 지방 향사정도라면 나이트는 고을 수령, 스콰이어는 지방 아전정도의 지위였다고 합니다. 일부 영국 지방에서는 스콰이어가 영주직을 맡기도 했었습니다. 가우군 : 술 퍼마시면 사고치는건 여전하구나. 아넬리안 : 닥쳐! 네놈의 주둥이를 내 머리카락을 꿰메줄까? 앙? 가우군 : 거기다 입도 거칠고 주먹부터 내밀고... 아넬리안 : (찔끔한 표정) 뭐...뭐가? 내가 언제... 가우군 : 완전 길거리 깡패 다됐군. 아넬리안 : 너 이렇게 예쁘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깡패봤어? 가우군 : 응. 7공주 언니들 ( --). 아넬리안 : 크아악!!! 가우군 : 하긴 남편에겐 버림받아. 정부후보는 죽여야되. 부하들은 맨날 갈궈. 성격 버릴만도 하긴 하다만... 근데 그거 아냐? 아넬리안 : 또 뭔소릴 하려고? 가우군 : 너보다 카렌이 인기순위에서 더 높다.(슬그머니 도주준비중) 아넬리안 : 끄아아아아아아악!!!!!!!!!!!!!!!!!!!!! 가우군 : (이미 도주했음) 아넬리안 : 다죽일거야!! 몽땅 죽여버릴거야! 훗.( --). 여주인공 괴롭히기는 계속 되어야 한다. 몇일전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본 문장. "판타지는 Fantasy. 말그대로 공상, 환상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쓰던 내 맘대 로다." ...웃어버렸습니다. 아하하 -_-;. 판타지의 뜻이 저것임에는 분명합니다만... 소위 말하는 환상문학 속에 판타 지라는 장르가 들어가는것임에도 불구하고 소전제 자체가 그 장르 전체를 대 변한다고 말하니 할말이 없더군요 -_-;. 환상 문학 속의 판타지 소설인지...환상 문학 자체인 판타지 소설인지는 이제 저도 모르겠습니다 -_-; 맞다는 사람이 많은쪽이 정답이겠죠 뭐. 하긴 오리 엔탈 판타지, SF 판타지, 오컬트 판타지라는걸요.( -). 장르구분따윈 고리타 분하고 쓸데없는 시간낭비라고 말하고...음음. 이래저래 한숨만 나옵니다. 모든 인간은 동물이다. 그러므로 모든 동물은 인 간이다. 라는 논리에는 정말 질려버렸습니다. 뭐...그냥 투덜대는것 뿐입니다. 이런거 말하고 다녀봐야 너는 얼마나 잘났냐? 라는 대답밖에 안나올테고 무 엇보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가르칠 의무나 이유따윈 눈꼽만큼도 없으니까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지만 지인도 아닌 타인을 위해서 나설필요는 전 혀 없다고 생각되므로 무효! 저나 잘해야죠.( --). 하긴 자기도 못하면서 누 굴 가르칠까. 마지막으로 심심해서 하는 이벤트. 계속됩니다. 자! 애인삼고 싶은 남자를 골라주세요!. 리플, 메일, 메모! 모두 받습니다! 1. 순진무구 엉큼음흉 로이드 2. 뻔뻔만땅 카사노바 덴 3. 열혈바보 용사지향 닐크 4. 마법최고 외관화려 아르케네스 5. 진짜마법 장수만세 헤쉬케린 6. 꾸질꾸질 주정뱅이 랭스턴 자작 7. 순종왕자 느끼만발 마틴 왕세자 8. 변태만발 귀축도인 커트렌 9. 기사도광 열혈종자 크렌 10. 건전쾌락 바람둥이 디온 아래는 각 후보들의 소감발표입니다. 로이드 : 역시 내가 1등이지. 요즘 잘 안나오는데도 인기만발. (잘났다!버럭!) 덴 : 애인이에요! 남편 아니에요! 다시보세요!(...의외로 표가적어서 실망했나 보지?) 닐크 : 열혈이다! 열혈! 열혀어어어얼!!! (요즘은 마초맨보다는 꽃돌이라니까) 아르케네스&헤쉬케린 : 스승니임...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헥헥...죽어 어어엇!!!(불쌍한 아르케네스 스승도 못받은 표좀 받았다고 얻어맞는중이군) 랭스턴 : 쿠울....드르렁...쿠울...음냐... (술마시고 뻗었음. 한표도 못받아서 인 지 아니면 그저 술에 취한건지는 불명) 마틴 : 저는요. 불쌍한 왕자에요. 이제 돈도 없어요. 빽도 사라졌어요. 무지무 지 슬퍼요. 거기다 이제 곧이으면 죽는데요.(글썽). 저 불쌍하지 않나요? (이 젠 동정표냐?) 커트렌 : 크흠...생각보다 세상엔 변태가 적었던것이냐? (...너만 변태야!) 크렌 : 도움이 못되서 죄송합니다. 자작님...크흑(운다.)우헝헝헝...(이런 결과일 줄 예상했잖아? 아닌가? 설마...마음이 있었던거냐?) 디온 : 나오지도 못했는데...우훗. 나오지도 못했는데. 우훗.(웃는다.) 우프프 (...기분 좋은듯.) 당연하겠지만 중복투표는 무효입니다. 그냥가지 마시고 한표 찍어주세요. 불 쌍하잖아요 -_-/. 가우군 p.s 글이 안써져서 미치겠습니다. 아아아...돌아버리고 싶어.( --). p.s2 밤새도록 들은 노래. 뮤직컬 오페라의 유령중 Phantom of the Opera. 그게 그뜻이잖아!(버럭!) 캐나다, 일본, 독일, 미국판을 듣고 있는데 일본판은 왠지모르게 듣고있다가 웃음이 나오고 -_-;. 캐나다판은 원어랑 비슷해서 그 런지 무난하더군요. 미국판은 음악효과가 좀더 좋았던것 같고 가장 듣기 좋 았던건 독일어판. 가장 몽환적인 분위기라고나 할까...뭐 그랬습니다. p.s3 뒷잡담에 3장이나 나오네 -_-;. 이건 분량 늘이기 아니에요. 절대 아니 에요 -_-;(삐질삐질)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4장 Hazard (1) 2003-10-10 14:37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14화. Hazard. 인생은 언제나 위태로운 줄타기라고 할수 있지. 떨어지면 더 볼것없이 즉사 해버리는 그런 외줄에 메달린채 인간들은 앞으로 전진하는거야. 그러다 떨어 지면 그 인간의 인생은 거기서 끝나는것이고. 다 그렇게 사는거지. 그래 내가 황비마마와 체스를 둘때 아슬아슬하게 져주는것과 같은거지. 응? 체스정도 가지고 뭘 그러냐고? 훗. 그럼 네가 한번 해봐. 단 한번이라도 이기기라도 해 다간 황비마마의 내일아침 식사메뉴에 너의 허벅지살이 올라가있을테니까. 어이어이 그런건 적지 말라고. 비유야 비유. 하지만… 솔직히 황비마마의 눈 밖에 나느니 차라리 목에 단검을 찔러넣는게 낫지. 암. 이 나이에 그분의 악 의가 넘치는 장난을 받았다간 팔다리가 부러져도 열댓번은 부러질테니까! 아 참! 물론 내가 한말들은 당연히 비밀이겠지?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끝까지 자신을 밝히기를 꺼린 의문의 사나이와의 대담중. - 주. 누군지는 짐작이 가지만… 나와 그사람의 남은 여생을 위해서 그의 정 체를 밝히는건 자제하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아무래도 황비마마께서 무언 가 눈치채신게 분명하다. 도주냐 탈주냐를 선택할때가 온것같다. - 대륙력 995년. 늦가을. 크레센트 제국수도 크론발. - 웃기지도 않게도…. 내가 잠들어있던 사이에 모든 사태가 끝나버렸다. 내 이 름을 들먹이며 아넬 공국을 지나 크레센트로 들어오려했던 로세니아군도, 국 경에서 무력시위를 하던 케센군도 내전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릴줄은 몰 랐을것이다. 덴의 말에 의하면 로세니아군 1개 전대. 2000여명이 아넬 공국의 영토안까지 들어왔다고 하던데… 그놈들은 날 보호하기 위해서 왔다고 했으 니 이제 어쩔려나? "마마 차를 내왔습니다." "아음…. 그래 이리로 가져와." 난 침대에 누운채 에린에게 말했다. 에린은 그런 내 말을 충실히 따라서 침 대옆의 작은 서랍장위에 찻잔과 티스푼을 올려놓았다. 난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킨뒤 찻잔을 들며 에린에게 물었다. "밖의 상황은 어때?" "오전에 위문객이 세명인가 왔지만 마마의 말씀대로 다 돌려보냈어요. 그리 고 워렌님께서 잠깐 오셨는데 마마께서 주무시고 계신다니까 그냥 별말 없이 가셨어요." "그래? 폐하는?" "저…" "휴우…. 아직도 인가. 알았어. 나가봐. 난 계속 아픈거니까 지금처럼 하고" "네에. 마마" 내말에 에린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방을 나간다. 대외적으로 난 적의 공격에 휘말린 덕분에 매우 슬프게도 중상을 입고 요양중인걸로 되어있다. 하아. 죽을 고생해서. 아니 진짜 죽을뻔해가면서 무용을 쌓았는데 말한마디에 완전 헛고생이 되어버렸다. 열받아. 하긴 뭐… 나라도 전장에서 여자가 쌈박 질하고다니면 말리겠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누구때문에 전투에서 이겼는데! 내 공은 커녕 도망도 제대로 못쳐서 부상이나 입은 얼뜨기 촌놈이 되어버렸다고! 우씨! 거기다 내가 다쳤다고 하면 혹시라도 로이드가 와줄까 했는데 왕성이 들어온지 만 24시간이 다되가는 지금까지 본인은 커녕 사람보 내서 괜찮냐는 말조차 없다. 하아아…. 크게 다친걸로 되어있으니 방밖에도 못나가고 진짜 죽을맛이로구나. 꾀병도 아무나 피우는게 아닌가봐. 정말…. 꼬르륵…. "배고파…" 벌써 식사때인가…. 아우우우…. 멀건 죽같은 스프말고 고기가 먹고 싶어! 상큼한 샐러드에! 흰빵에!!! 훈제 햄! 오독오독 뼈가 들어간 소세지! 아우우 우! 스프따윈 질렸다고!!! 한밤중에 눈을 떴다. 눈물나도록 슬픈일도… 술을 퍼마시고 잊고 싶을정도 로 아픈 기억이 떠오른것도 아닌데 갑자기 눈이 떠진것이다. 난 작게 한숨을 내쉰뒤 슬그머니 상체를 일으켜 침대에 앉은뒤 중얼거렸다. "…배고파" 꼬르르륵…. 저녁에 멀건 스프를 세그릇으니 퍼먹었는데…. 새벽도 되기전에 전부 소화됐나봐. 확실히 요즘 뛰어다니는거에 비해서 못먹긴했지…. 흐윽…. 이러다가 간신히 단련한 근육들이 모두다 지방이 되어버리고 말거야. 꼬륵…. 안되겠다. "카렌. 에린. 누구 없어?" 잠잠…. 에린이면 몰라도 카렌이라면… "카렌? 꼬맹아? 사내녀석처럼 촐랑거리는 녀석아?" …흠. 잠시 기다려봐도 대답이 없다. 정말 없는건가? "엉덩이 빨간 카렌아? 맨날 심술만 부리고 툴툴 거리는 바보 카렌아?" 역시 없군. 이녀석은 어디간거지? 꼭 필요할때는 없다니까. 쳇. 결국 일어나 야 한다는건가. 귀찮은데…. 할수없지. 난 침대에서 일어난뒤 잠옷위에 얇은 실내용 드래스를 껴입고 어깨에 스톨 - 목이나 어깨에 걸치는 장식용 혹은 방한용 천. 넓은 의미로 스카프에 들어간다 - 을 걸친뒤 방을 나섰다. 복도 에 걸린 두개의 랜턴 불빛이 어두운 복도를 비추고 있었지만 인기척은 들려 오지 않는다. 다들 자는건가? 흠…. 할수없지 1층에 내려가서 뭐 먹을거라도 좀 찾아봐야겠다. 계단을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동안 궁안은 조용했다. 가끔 창밖으로 경 비병으로 보이는 이들이 지나가는게 흘낏 보이기도 했지만 내방이 있는 2층 이나 1층에는 아무도 없었다. 덕분에 난… 식당을 찾기위해 헤메야했다. 언제 내가 1층에서 돌아다녀 봤어야 알지. 쳇. 아마…. 대식당 근처에 주방이 있겠 지? 흐음…. 여기 본궁에 와서 식사를 해봤어야지 알지. 그렇다고 뭐하는덴지 다 표지판이 붙어있는것도 아니고…. 뭔놈의 문들이 이렇게 많담? 쳇. 가서 아무나 깨워가지고 다시올까? 에이… 귀찮은것도 귀찮은거지만 한밤중에 배 고픔을 못참아서 먹을거 달라는것도 체면 구기는 일이잖아. 우우…. 응? 발소 리? 누구지? 우선 숨고보자! 저벅저벅. 바닥을 울리는 발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려온다. 난 복도가 꺾여지 는 곳까지 소리죽여서 걸어간뒤 몸을 숨겼다. 그리고는 고개를 살짝 내밀어 서 발소리가 들려오는 복도를 빼꼼히 내다보았다. 이거 내집안인데 왜 이짓 을 하고 있는지 모르겟네. 체에. 슬쩍 바라보니 갑옷을 입은 두명의 병사가 서로 잡담을 나누면서 복도를 걷고 있는게 보였다. 그들은 내 눈앞에 잠깐 나타났다가 다른 복도쪽으로 사라졌는데 왠지 그들을 보고 있자니…. 먹을게 떠오른다! 이건 여자의 직감이야! 저녀석들을 따라가면 먹을게 나온다! 분명 해!. 라고 혼자 확신한 난 그들이 지나간 복도쪽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두 병사를 쫓아가는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나는 발 소리내서 달리지 못하는데 저녀석들은 아무 거침없이 복도를 걸어가니까. 말 이다. 그나마 두 병사가 대화에 집중하고 있어서 주변을 돌아보거나 하는등 경계하는 빛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뒤돌아보거나 했으면 꼼짝없이 걸렸 을텐데…. 응? 멈췄네? 난 잽싸게 툭 튀어나온 기둥뒤에 숨은뒤 그들을 주시 했다. 두 병사중 하나가 뭐라고 떠들면서 열쇠를 꺼냈고 다른 병사가 그것을 받아서 둘이 서있는 복도의 문중 하나를 열쇠로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 고 잠시뒤에 복도에 서있던 병사도 안으로 들어갔고 무언가 부시럭 거리는 소리와 퉁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병사들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가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왠지 저들이 일찍 나올것 같아서 밖에서 기다렸다. 몇분뒤에 두 병사는 어깨에 무거워보이는 자루를 들고 밖으로 나왔고 한 병사가 열쇠 를 돌려서 문을 잠근뒤 끙끙거리면서 자루를 들고 반대쪽 복도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좋아…. 분명히 무기고나 그런건 아니렸다. 난 병사들이 코너를 돌 아서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뒤에 조심스럽게 그 문앞으로 다가갔다. 훗. 이 러고다니니 내가 마치 카렌이라도 된것 같잖아. 쿡쿡. 문은…. 나무문이었는데 툭툭 쳐보니 서너겹의 판자를 이어붙여서 만든것 같 다. 이거 생각보다 힘들겠는걸? 흠…. 어쩐다? 그냥 부숴버려? 아니야. 그랬 다간 밖에 있는 병사들까지 소리를 듣고 달려올게 분명해. 그렇다고 잠긴 자 물쇠를 열만한 기술이 있는것도 아니고…. 후에…. 배는 이제 고프다 못해 쓰 려오는데에…. 에이! 확 부숴버리자! "후우…" 난 그렇게 마음먹고 주먹을 치켜들었다. 빗장 윗부분을 손으로 부숴버리고 열면 될거야. 하나…둘….아앗! 잠깐!!! 투웅…. 힘껏 뻗었다가 부딪치기 직전 에서야 간신히 힘조절을 한 나는 나무 문짝을 살짝 쳤다. 그래도 문이 부르 르 떨릴 정도이긴 했지만 그래도 큰 소리가 나지는 않았다. "난 바본가. 그냥 경첩을 부수면 될걸. 쳇" 그대로다. 주먹을 날릴때 간신히 문의 왼쪽에 위아래로 달려있는 경첩을 본 거다. 하여간 난 한발로 벽을 짚은뒤 윗쪽 경첩을 두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힘을 주자 투두둑… 하는 돌 부서지는 소리가 나더니 경첩이 쑥하고 뽑혀나 왔다. 덕분에 문짝이 덜컹거리며 내쪽으로 조금 기울어졌지만 다행히 쓰러지 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에 난 아랫쪽 경첩마저 뽑아버렸고 지지해주는 경첩 이 사라진 문짝은 끼이익… 하는 소리를 내면서 반쯤 내쪽으로 기울어졌다. 문의 양 가장자리를 잡고 잡아당기자 투둑 하는 소리와 함께 문짝이 내손에 들려졌다. 이에 난 행복감에 젖어서 문짝을 들고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우와와! 와아! 흡!" 나도 모르게 소리질렀다. 설마… 들은사람 없겠지? 난 문짝을 벽에 기대어 놓은뒤 눈앞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소세지와 바닥에 수북히 쌓여있는 보리빵. 그리고 짚단에 쌓여있는 훈제 햄들을 보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아아…. 먹 을게 눈앞에 산처럼 쌓여있다! 너무너무 행복해! 지금껏 살아오면서 단 한번 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야! 이런 느낌…정말 처음이야!!! 꺄아아! 우걱우걱…. 손에 잡히는데로 입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목이 메이면 주먹 한 방에 뚜껑을 반쪽내버린 맥주통안에 고개를 집어넣고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 다. 덕분에 머리카락에 끈적끈적한 맥주가 묻었지만 지금 그런게 중요하겠 어? 우헤헤…. 교양? 예절? 그딴 소리를 하는 자식은 이틀동안 쫄쫄 굶기고 다시 이틀 동안 건더기 하나없는 스프만 퍼마시게 해야돼! 암! "우물 우물…" 정말 정신없이 먹어댔다. 손을 들면 천정에 묶인 소세지가 줄줄이 딸려왔고 바닥에 널린 포대기를 찢으면 양상추, 당근, 감자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거기 다 좀 딱딱하긴 했지만 그런대로 먹을만한 보리빵도 한자루나 찾아냈고 둥글 넙적한 무쇠솥에서는 주방장이 쓰는 시큼한 맛의 소스가 한가득 있었다. 찢 어먹고 벗겨먹고 뜯어먹었다. 우걱우걱…. 그리고 출렁이는 맥주통에 얼굴을 입어넣고 되는대로 마셔댔다. 크아아아…. 살것같다. 너무너무 행복해. "끅…" 몰라…. 트림까지 나온다. 우후후… "후헤헤헤…" 왠지 모르게 자꾸 웃음이 나오네…. 너무 행복해서 그런가봐. 후후. 그런 데… 조금 졸리다아…. 쿠울…. 잘자고 있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난 귀찮아서 내 어깨를 치는 걸 옆으로 밀어버리고 돌아누웠는데 그 물건이 집요하게 내 어깨를 툭툭 쳐 댄다. 아… 짜증나게… 뭐야? "뭐야?!" 으응?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봤다. 왠 산도적처럼 험상궂은 표정을 짓는 병 사들이 눈에 들어온다. 체인메일 - 검은 가죽으로 된 흉갑을 체인메일 위에 입은… - 을 입고 있는 두명의 병사가 날 내려다보고 있다. 그들은 내가 빽 하고 소리를 지르자 깜짝 놀랐는지 몇발짝 뒤로 물러섰는데 그중 한명의 손 에 검집이 씌여진 롱소드가 들려있었다. "에…에엥?" "에엥? 누구냐? 넌!" "도둑이냐?" 얼레? 이녀석들 내 얼굴을 모르나? 하긴 본궁에 온지 얼마 안됐으니 모를 수도 있지. "나는…" "나는?" …대답하려다가 입이 막혀버렸다. 내 눈앞에 흩어져있는 음식 찌꺼기들. 반 쪽난 술통 뚜껑…. 머리에서 피가 쏴하고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우앙…. 난몰 라아…. 어쩌지? 어쩌지? "이녀석…. 요즘 별궁에서 본궁으로 옮겨온 무기 도둑 아닐까?" "아니야. 내가 다른 동료한테 들었는데 그 도둑은 보이지도 않는다고 하던 걸? 두눈 부릅뜨고 있어도 단검 같은걸 도둑맞는다는데 이런 멍청하게 생긴 여자애가 그 도둑일리가 없잖아." "하긴…. 음식창고를 터는것도 웃기지만 거기서 술먹고 뻗어있는것도 웃기긴 하다. 그런 이녀석은 뭐야?" "침입자지 뭐." 한 병사가 그렇게 단정했다. 그러자 다른 병사도 이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검집에서 롱소드를 빼들었다. 그리고 그 검날을 내게 겨 눈뒤 말을 했다. "일어나.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취조해보면 다 나올테 지" "허튼짓하면 베어버린다. 두손 머리위로 올리고 천천히 일어나." 어쩌지? 확 받아버려? 아니야… 괜히 사고칠 필요없을것 같다. 이들도 내가 누군지만 알게되면… 알게되면… 으으윽!!! 한나라의 왕비가 한밤중에 음식 훔쳐먹다 잡혔다? 안돼! 절대 안돼! 죽어도 안돼! 차라리 죽는게 낫지!!! "저…저기…" "닥쳐! 경고했다. 입도 뻥끗하지마!" 우앙…. 말도 못하게 한다. 이제 어쩌지? 할수 없이 난 두손을 머리위로 올 리고 - 머리카락에 맥주가 묻어서 퀴퀴한 냄새랑 끈적거리는 느낌이 났다. 무지하게 불쾌하다. - 시키는대로 천천히 일어섰다. 그 병사중 하나가 검끝 으로 날 가르키더니 문밖을 가르켰다. 나가라는건가? 할수없지 우선 순순히 따라야할것 같다. 난 그 병사가 시키는대로 문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병사들 이 나를 따라서 나오면서 경첩이 떨어져나간 문가의 벽을 힐끗 보고는 나를 빤히 바라본다. 하긴 힘을 쥐어뜯은거니 이상하긴 할거야. 하아…. 그냥 확 패버리고 내방으로 도망쳐버릴까? 자는척하고 있으면 다 잘될것 같은…. 쳇. "똑바로 걸어. 뒤돌아보지 말고." 그 병사중 하나가 검끝으로 내 등을 슬쩍 찌르면서 말한다. 아아… 이래서 야 도망도 못가잖아. 에이…. 쯧. 어쩐다? 이대로 순순히 끌려가서 정체가 밝 혀지면 정말 얼굴못들고 다닐텐데…. 아우… "푸휴…" "수작부리지 말고 똑바로 걷지못해? 맞고 갈래?" "아…아니…에요." 우아앙…. 진짜 울고 싶다. 그들은 날 데리고 왕궁 1층에 있는 커다란 홀까지 데려갔다. 아마 그 근처 에 경비병들 막사가 있던지 하는것 같다. 평소에 관심이 없었으니… 뭐 알수 가 있어야. 시키는대로 걷다보니 눈앞에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이 보인다. 안 돼… 그대로 끌려갔다간 정말로 끝장이야!!! "호… 밝은데서 보니 뒷모습이 끝내주는걸? 어이… 어때?"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라. 응? 뒈지고 싶냐?" "에이… 뭐 어때? 어차피 아는건 우리 둘뿐이잖아." 뭐…뭐시라? 저자식이 감히 누구 몸을 보고… 콱 죽여버릴까! 라고 말할 처 지가 아니군. 우…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두 병사는 아예 날 세워놓고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한다. "어차피 왕성에 침입했으니 죽을텐데… 응?" "안돼. 괜히 쓸데없는짓 벌일 생각마라." "참나. 꽉 막히긴…. 재 봐라 척 보기에도 네녀석 마누라보다 백배는 나아보 이지 않냐? 응?" "미친놈. 왕성안에서 네놈의 냄새나는 물건을 꺼낼 작정이냐? 내일아침이 되 면 네녀석 모가지랑 네녀석 가족들 목이 성벽에 걸릴껄?" "에이 설마…" "넌 소문도 못들었냐? 전장의 마녀가 우리들 머리위에서 자고 있다고. 괜히 걸렸다간 진짜 농담아니고 사지가 잘려 죽을껄?" "아…. 그 피로 목욕한다는 무시무시한 왕비?" "그래. 거기다 그뿐인줄 알아? 소문으로 듣기론 맨손으로 사람 목을 잡아 뜯 는다고 하더라." "아아! 나도 들었어. 기사들 갑옷을 무슨 종이장처럼 찢고 팔뚝만한 쇠봉을 휘둘러서 사람을 피곤죽으로 만든다며?" "내 동료가 전장에서 그 마녀가 날뛰는 모습을 봤는데 지금 반쯤 돌았지. 아 마… 무슨 피에 미친 악마 같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에이… 그래도 설마 자기도 사람인데 지금쯤 자고 있을거 아니야? 거기다 중상을 입었다며?" "아니야. 그거 다쳤다는거 다 거짓말이래. 사실은…" 무언가… 내 이미지가… 어허허…. 말도 안나온다. 난 귀를 열어서 그병사의 말을 기다렸다. "사실은?" "사실은… 전장에서 가져온 적병의 심장을 먹느라고 방안에 쳐박혀 있는거 래. 끔찍하지 않냐? 맨손으로 뱃속에 든 심장을 뽑아내서 피가 뚝뚝 떨어지 는 걸 그대로 꿀꺽 삼킨다더라" "크으… 그게 인간이야? 악마도 그정도는 아니겠다." 그말엔 나도 동감…. 그런데 왜 내가 저런 소문의 대상이 된거지? 나같이 연약하고 가냘픈 소녀가 어디있다고…. 로이드가 저런 소문때문에 안오는게 아닐까? 자기 심장이 빼먹힐 까봐…. 에이 설마… 난 작게 고개를 저었다. 로 이드는 저런 소문을 안믿을거야. 분명해!. 난 그를 믿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 을때 내 뒤에 서있던 병사중 하나가 말을 계속했다. "그러니까… 네놈 심장이 빼먹히고 싶지 않으면 그냥 일이나 잘하자고. 응? 알았냐?" "쳇. 별…. 하긴 뭐… 나도 왕성안에서 그지하는건 좀 찔리긴 하다만…. 할수 없지. 에이… 빨리 근무 마치고 시내나 나가봐야겠네" "흥. 또 창굴에 가려고? 그러니까 네녀석이 그나이가 되도록 장가를 못가는 거다. 멍청한 녀석." "시끄러! 자 빨리 걸어! 이 계집애야. 에이… 퉷. 예쁘장하게 생겨서 입맛만 버렸잖아. 빨리 안걸어? 맞아볼래? 앙?" 예쁜것도 죄냐? 아우우우!!! 오늘 아넬리안 자존심 완전히 박살나는 날이로 구나!. 어머니… 흐윽… 눈물난다. 난 다시 그들의 명령에 천천히 걸어갔다. 하지만 내 옆에 2층으로 통하는 긴 계단이 나타나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춰졌다. "뭐야?" 두 병사중 하나가 내등을 살짝 찌르면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번엔 나 도 양보할수 없다고! 난 슬그머니 머리위에서 손을 내린뒤 손등으로 눈가를 세게 문질렀다. 눈앞이 뿌여질때쯤 난 작게 울먹이면서 - 너무 세게 문질러 서 아팠지만 덕분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 몸을 돌렸고 밝은 불빛 밑 에서 날 본 두 병사는 ''헉''하고 신음소리를 내면서 자기들도 모르게 뒤로 한 발짝씩 물러섰다. "제…제길. 더럽게 예쁘잖아" "으응…" "저기요…" "뭐…뭐냐?" "제발… 흐윽…" 두 병사의 얼굴에 당혹감이라는게 피어오른다. 이에 난 손으로 난가를 가리 면서 작게 흐느꼈다. "뭐…뭐야? 울지말고 말을 해" "제발…저를… 에레니아 시녀장…님에게 데려다 주세요. 흑…. 그분은 절 알 아보실거에요. 제발…" "너…너. 여기 시녀였나?" 두 병사중 한쪽이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물었다. 이에 난 고개를 세 차게 위아래로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네!. 저 2층에 살거든요…. 여기 온지 얼마 안되서…흑. 잘못했어요. 너무 배 가 고파서…" "그…그래…" 눈가를 손으로 가린채 훌쩍이면서 살짝 바라보니 두 병사가 ''어쩌지''''진짤 까?'' 라고 자기들끼리 소근거리면서 날 미심쩍은 눈으로 쳐다본다. 휴우… 믿 어줄려나? "그…그럼 같이 가자…요오" "야야…. 그래도 우선 대장에게 보고해야…" "시끄럿. 저 계집… 아니 시녀님… 아니아니. 시녀로 보이는……분이 우리 이 야길 들었잖아" 굉장히 혼란스러운듯한 표정이다. 훗. 좋아. 이제 거의다 넘어갔어! 조금만 더…. "전 아무것도 못들었어요! 진짜에요!" "저…진짜 시녀인가…요?" "네! 못믿겠으면 확인해보세요. 시녀장님이면 절 알아보실거에요" "끄응…" "어쩌지?" 둘은 내게서 조금 멀찍이 떨어지더니 서로 소근거리면서 나를 힐끔거렸다. 그리고는 잠시뒤에 한 병사가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한뒤에 내 앞으로 나선뒤 말을 했다 "그렇다면… 같이 가… 봅시다. 시녀장님이 확인해줄테니…" 그는 어색하게 경어와 평어를 섞어 쓰면서 그렇게 말했고. 그 말에 난 울어 서 발개진 눈을 한채 생글거리면서 웃었다. "정말 고마워요! 아아… 살았다!" "흠흠. 어서 갑시다. 하지만 아직 확인된게 아니니 허튼짓 하면 진짜 벨거… 요" 그 병사는 주저주저하면서도 그렇게 내게 겁을 주었지만 훗… 시녀장이 날 못알아볼리가 없잖아! 다행이다. 난 나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콧노래까지 불 러가면서 계단을 올라갔다. 뒤에서 병사들이 ''뛰지마!''라고 말하는것 같았지 만 무시무시! 몇분뒤 우리는 시녀장이 기거하는 - 다행히 시녀장이 있는 방은 내방에서 겨우 몇발짝 떨어져있는 곳이다. 에린의 바로 옆방이기에 이건 기억하고 있 다 - 방문앞에 섰다. 그리고 내가 문에 노크를 하려고 할때 갑자기 병사중 한명이 ''잠깐!''하고 말하더니 헛기침을 하면서 내게 말했다. "아가씨…가 진짜 시녀면… 오늘일은…" "네에! 아까도 말했잖아요. 전 아무것도 못들었다니까요." "흠흠. 뭐… 그럼 다행이고…" 똑똑. 문에 노크했다. 조용…. 으윽… 이번엔 또 뭐야! 일어나라! 일어나라! 어서 일어나!!! 똑똑! "시녀장님! 저에요! 문좀 열어주세요!" "조…조용이 해! 여긴 왕비마마께서 기거하시는 곳이라고!" "그런것쯤은 저도 안다고요. 누굴 바보로 아나…" "뭐…뭣?" 난 당황하는 병사들을 무시하고는 쾅쾅거리며 문을 쳤다. 이에 병사들이 놀 란 얼굴로 복도를 두리번거렸지만 난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문을 두들겼다. 그러자 잠시뒤에 방문이 끼익… 하고 반쯤 열리면서 잠옷을 입고 있는 에레 니아 시녀장의 얼굴이 나타났다. "무슨 일… 허업… 마…" "와아아앙… 시녀장니임!!! 무서웠어요. 흐윽…" 난 시녀장이 ''마마''라는 말을 하기전에 반쯤 열린 문을 활짝 열어제친뒤 그 녀의 몸에 안겨들었다. 덕분에 시녀장이 엉덩방아를 찧으며 바닥에 주저앉았 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난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는 엉엉 거리며 진짜 서럽게 울어댔다. "무…무슨 일이니? 네…넬리?" "히이잉…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저어… 시녀장님. 밤늦게 죄송합니다만…" 문밖에 서있던 병사중 하나가 날 안아쥐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시녀장에 게 말을 건냈다. 하지만 난 정말로 이젠 살았다는 생각이 머리속에 돌아다니 고 있어서 깊게 안도했고 그 덕분에 진짜 울고 말았다. 왠지 설움이 복받쳐 왔거든…. 시녀장은 울고 있는 날 위로하면서 가만히 떼어낸뒤 밖으로 나가서 문을 닫 은뒤 병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얼마뒤에 다시 돌아왔는데 얼굴이 장난이 아니었다. 눈꼬리는 하늘을 찌를듯 솟아있었고 미간에는 주름이 져있 다. 거기다… 입술을 꽉 닫고 있는 모습은… 마치 내가 잘못했을때 매를 들 던 예절선생이 생각나게 한다. "저…저기" "하아…. 전 믿을수가 없습니다. 마마. 어떻게… 다 큰 숙녀분이… 한밤중에 음식 창고를 털 생각을 하셨습니까? 네? 아랫것들 보기에 민망하지도 않으 세요?" "미…미안해" "정말이지…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을겁니다. 이일이 밖으로 새나간다면 마 마나 저희들이나 얼굴 들고 다닐수 없을거에요. 어떻게…" "하지만… 배고팠단 말이야. 맨날 스프만 먹고 있으니까 먹어도 먹어도 허하 다고." "……후우. 하여간 뒷처리는 제가 할테니 우선 주무세요. 마마. 밤이 늦었습 니다." "으응…" 에휴…. 잘난 아넬리안 오늘 완전히 망가지는 날이구나. 난 시녀장의 명령에 순순히 따르면서 내방으로 돌아갔다. 거기까지 잔소리를 늘어놓으면서 쫓아 온 시녀장은 침대에 누우려는 나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고는 욕실로 내몰았 다. "우선 머리부터 감고 계세요. 마마. 아이들 시켜서 바로 뜨거운 물을 보낼테 니까요. 도대체 꼴이 그게 뭡니까? 한번 거울로 보세요! 국모이신 마마께 서…" "아…알았어. 할께. 하면 되잖아." 난 에레니아 시녀장의 잔소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곧바로 물통에서 물을 퍼 담은뒤 손을 넣었다. 우아아아아… 손가락이 얼어붙는것 같아아…. 이런 얼음 물로 씻으라는거야? "……" "어서 씻으세요! 뭐하시는건가요? 네?" "아…알았다고." 우우…. 죽겠다. 산넘어 산맥이로구나…. 역시 하늘은 날 버린거야. 흑…. 그 소동을 벌인 난 한밤중에 억지로 깨어서 뛰쳐온 시녀들의 시중을 받으면 서 두번이나 목욕을 했고 그다음에 진한 장미 향수를 몇번이나 뿌린뒤에야 침대에 들수 있었다. 우… 피곤해…. 내 다시는… 이런짓 하나봐라! 죽어도 안해!!! -------------------------------------------------------------- 가우군 : 어이 소(笑)증 알콜중독자! 아넬리안 : 키아아악!!! 가우군 : 훗. 이젠 굶주림에 미쳐 날뛰는 아귀라고 해야 하나? 아넬리안 : 너...너!!! 나한테 무슨 원한있어? 왜 맨날 나만 이런 배역이야? 가우군 : 후후후. 아넬리안 : 웃지마! 기분나빠! 가우군 : 전에 말했을텐데? 자랑은 아니지만 내 글의 여주인공들은 모두 미 움만 받는 존재라고! 아넬리안 : 그게 뭐? 가우군 : 훗. 다시 말해야 하나? 뭐. 좋아! 그럼 말해주지! 넌 어디의 스파이 냐? 대답해라!!! 아넬리안 : ...하아. 제기랄! 나 안해! 이따위 웃기지도 않는 배역따윈 때려칠 테야! 맨날 다치고 바보되고 광대짓을 하느니 차라리 애로배역을 맡고 만다! 빌어먹을!!! 가우군 : 마음대로. 어디보자. 이 여자 캐릭터가 꽤 인기가 좋다고 하던데... 웃으며 살아요.( --)/ 마지막으로 심심해서 하는 이벤트.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자! 애인삼고 싶은 남자를 골라주세요!. 리플, 메일, 메모! 모두 받습니다! 1. 순진무구 엉큼음흉 로이드 2. 뻔뻔만땅 카사노바 덴 3. 열혈바보 용사지향 닐크 4. 마법최고 외관화려 아르케네스 5. 진짜마법 장수만세 헤쉬케린 6. 꾸질꾸질 주정뱅이 랭스턴 자작 7. 순종왕자 느끼만발 마틴 왕세자 8. 변태만발 귀축도인 커트렌 9. 기사도광 열혈종자 크렌 10. 건전쾌락 바람둥이 디온 아래는 각 후보들의 소감발표입니다. 로이드 : 아직은 날 따라올 녀석이 없군. 훗(거만). (...젠장할. 누구얏! 저딴 녀석한테 배역을 준게!!!) 덴 : 바람둥이의 시대는 갔는가...허...허허..허허허 (어이 그래도 넌 표받았잖 아) 닐크 : 크흐흑...누님!!! 열혈로 사랑해요! 열혈이에요오오~~ (드디어 한표 받 은뒤 좋아서 발광하는中) 아르케네스&헤쉬케린 : 끄어어어...스승니이임.... 에잇! 아직도 안죽었냐? 죽 어! 죽어! 뒈져라! 캬하하학! (아직도 맞고 있음) 랭스턴 : 드르렁...쿠울...푸하...드득. 드득. (코골고 이가는중.) 마틴 : 글썽글썽(눈물 가득) 훌쩍.(두손 꼬옥). 슬퍼요오오...(마틴의 등뒤로 갑 자기 꽃무더기가 나타남. 반짝반짝 가루가 뿌려짐) 전...전...우아아아앙. (순정 만화화 된 마틴. 의외로 어울리는걸?) 커트렌 : 젠장! 왜 변태가 없는거야! 다 죽여버릴테다! 날 찍어! 찍으란 말이 야! 크아악! (...인천앞바다 총살 OK?) 크렌 : 훌쩍. 거기 랭스턴 자작님 술좀 줘요. 우헝헝...(...그래 마시고 죽어라) 디온 : 디온시 성교육 강의 시간당 990원에 모십니다. 완벽 이론 코스부터 실 전 체험 연습까지! 자자. 어서들 오세요. 날이면 날마다 오는게 아니랍니다! (어이! 여기서 장사...아니 교세 확장하지마!) 당연하겠지만 중복투표는 무효입니다. 이제 마무리 투표입니다. 결과는 다음 화에( --)/ 가우군 p.s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이 보고 싶어지는군요 -_-;. 흠...시디점 가면 이거 시디로 있을려나? 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고 싶어지는군요. p.s2 하아...계간(계절간)연재인 퍼,메도 이제 잘 올라오는데 왜 글이 안써지는 거샤! 크흑! 질수없다! 우오오오오오오!!!. p.s3 은빛님 연중하면 파업합니다 -_-+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4장 Hazard (2) 2003-10-13 20:01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그 소동을 벌인 난 한밤중에 에레니아 시녀장의 잔소리를 들으며 쫓겨들어 온 시녀들의 시중을 받으면서 두번이나 목욕을 했고 그다음에 진한 장미 향 수를 몇번이나 뿌린뒤에야 침대에 들수 있었다. 우… 피곤해…. 내 다시는… 이런짓 하나봐라! 죽어도 안해!!! 자고 일어났더니 속이 더부룩하다. 거기다 요 몇일동안 운동을 안했더니 몸 도 찌뿌둥 하고…. 한마디로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내 몸상태보 다 더 날 짜증나게 만드는건 내가 이모양이 되어있는데도 불구하고 와볼생각 조차 안하는 한 사람 때문이었다. "바보같은 로이드…치잇." 아아… 일어나기 싫어. 어차피 어제 그런짓을 해댔으니 당분간 방안에 쳐박 혀 있어야 겠지만… 왠지 오늘만큼은 하루종일 침대위에서 뒹굴면서 빈둥대 고 싶다. 물론 할일이야 많겠지만…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아. 그런 생각을 하 면서 내가 침대위에 엎드린채 한숨을 내쉬고 있을때 내눈에 카렌이 내쪽으로 다가오는게 보였다. "카렌? 왠일이냐? 니가 내앞에 다 나타나고?" "……" 카렌녀석. 내가 빈정거리는데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걸? 그보다는 내앞에 서 서 우물쭈물 거리는 폼이 왠지 낯설다. 저녀석이 저러는건 한번도 본적이 없 는데 말이야. 으음? 뭐지? "왜그래? 어디 아파?" "……" 설래설래. 고개를 젓는다. 그런건 아닌것 같고… 그럼 뭐지? 저녀석이 저렇 게 고민할만한 일이… 있을리가 없잖아. 단순하기 그지없는 꼬맹이 녀석이니 까. "도대체 왜 그러는건데? 말해봐" ''…역시 관둘래" 저녀석! 궁금하잖아! 가지말란 말이야!!! 가더라도 이 궁금증은 풀어주고 가 야지! "거기서! 명령이야." "……" 돌아서 방을 나가려던 카렌은 내 말에 멈춰섰다. 그리고는 고민하는듯한 표 정으로 날 바라봤다. 마치 잔뜩 혼날일을 만들어놓은 말썽쟁이 꼬맹이가 앞 으로 혼날일을 미리 예상하면서 주늑든 모습처럼 말이다. 난 손짓을 해서 우 물쭈물하는 카렌을 불렀고 녀석은 주저하면서도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이제 말해봐" "…왔다가 갔어. 그가…" "누구? 덴? 아니야? 그럼? 닐크? 아르케네스? 아니야. 그녀석들은 낮에 왔을 테고 다른 귀족들 역시 한밤중에 날 찾아올리가 없지. 누가 왔다는거야?" "……" 답답해! 하아…. 저녀석 입은 분명히 먹을때만 쓰이는걸 거야. 카렌은 언어 능력이 너무나도 부족해! 사교성도! 대인관계도! 대인관계…라. 설마? "그사람이 왔던거야? 응? 말해봐! 카렌! 그사람이지? 로이드… 로이드가 왔 었던거지? 응?" "…으응" "언제? 언제 여기 왔었던거야? 왜 날 안깨웠어? 응?" "깨우지 말라고 해서…. 그리고…" "그리고?" "……" 아우우우우!!! 미치겠네! 정말! "카렌!!!" "…말하지 말랬어. 왔다간거. 아무말도 하지말라고 말했어." "로…로이드가 그랬어? 나 자는거 보고 간거야? 응?" "아니. 문앞에서만 서성이다가… 그냥 나갔어. 나갈때 나 불러서… 그래서 같 이 갔다왔어." "그…그래. 하아… 아직도 화가 안풀린건가? 하긴… 평생 미움받아도 할말없 긴 하지만… 그런데 로이드가 넌 왜 부른건데?" "…물어봤어." "뭘? 카렌아. 좀 자세히 말해봐. 응?" "내게 물어봤어. 정말로… 심장을 먹는건지." 커허헉…. 설마 그 소문을 로이드가 믿었단 말이야? 말도안돼! 난 로이드가 남색가라고 소문난거 - 물론 이건 내 입에서 나온 말 덕분이긴 했지만… - 조금도 안믿었는데! 너무해!!! "그리고… 많이 아픈건지 물어봤어. 그래서… 아는대로 대답해줬어." "어…어디서?" "밖에. 저쪽 밖" 카렌이 가리킨곳은 내 방에 있는 커다란 테라스였다. 그 테라스 너머로는 넓은 후원이 나타났다. 카렌은 그곳을 가리키고 있다. 아마도 로이드는 저 창 가 너머에서 내 방안을 올려다보면서 카렌과 이야기를 한것 같다. 왠지 그랬 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리고는?" "갔어. 나한테 자기 온거는 비밀이라고 했어.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명령이 니까…" "그래 잘했다. 카렌." 로이드가…. 그래 아직은… 버림받지 않은것 같아. 아직은…. 정오가 조금 지난 오후에 갑자기 덴이 찾아왔다. 그동아 내전의 여파로 서 류더미에 파뭍혀있던 녀석이 그 바쁘신 와중에 나를 찾아온것이다. "왜 왔어?" "…섭섭합니다. 마마. 전 왕비마마께서 심심하실까봐 일거리를 만들기 위해섭 분주하게 뛰어다니는데요." "필요없어. 알아서 처리해. 재가가 필요한건 로이드 폐하께 찾아가보도록 하 고." "너무하십니다아. 저희들에게 일거리를 다 맡겨놓고 혼자서 편하게 노실 생 각이십니까? 네?" "응." 미안하지만 난 지금 아무것도 하기 싫단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난 지금 환자라는 사실이잖아. 훗. 난 중상을 입은 아주아주 위험한 환자란 말씀!. "설마 이 나라는 불쌍한 환자를 마구 부려먹은 악독한 법이라도 있는거야?" "……" 덴 녀석 인상을 쓰는군요. 훗. 그런다고 누가 무서워 할것 같냐? 하여간 난 오늘 푹 쉬면서 - 심심하다고 침대위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는것도 휴식의 일종이다. 아마도… -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싸악 풀로 재충전의 기회로 삼 을거라고. "쉿…쉿쉿" "…뭐하십니까?" "응? 귀찮게 왈왈대는 강아지 내쫓는중이야" 난 그렇게 상큼하게 대답해주면서 덴에게 손을 내저으면서 계속 ''쉿쉿…''하 고 내쫓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덴의 얼굴이 시뻘개지더니 빽하고 소리를 지 른다. "마마아!!" "왜 소리는 지르고 난리야? 나 귀 안먹었어" "자꾸 이러시면… 어제밤 일을 사방에 떠들고 다닐겁니다아!" 뭐…뭐라고? 서…설마…. "아…알고 있었냐?" "어제 마마께서 마주친 그 두 병사를 하루밤만에 진급시켜서 수도밖으로 내 보낸게 도대체 어디의 누구라고 생각하는겁니까? 네? 아니 그런건 관심도 없었겠죠? 정말이지… 도대체 요즘 왜 그러십니까? 뭘해도 대충대충. 매일 멍하니 있질않나…. 초반에 그 거침없이 밀어붙이던 마마는 어디로 간겁니 까? 예?" "하지마안…" ''숨쉬기도 귀찮다고''라는 말은 속으로 삼켰다. 이런말까지 했다간 저녀석 진 짜 폭발할 것 같은 모습이었으니까. 스마일 스마일…. 그냥 웃자. 설마 웃는 얼굴에 욕설을 내뱉거나 하지는 않겠지? "뭘 헤실거리는 겁니까? 누구 복장터져 죽는꼴 볼려고 하십니까? 네? 에휴우 우우…. 정말이지 빨리 자리를 마련하던지 해야겠군요." "누구랑?" "누구긴 누구겠습니까? 로이드 1세 국왕폐하시죠. 마마께서 이러는게 다 폐 하 때문 아닙니까? 틀린가요?" "…싫어! 무섭단 말이야. 좀더 있다가…" "죽을지도 모르고 겁없이 날뛸때는 언제고 이제는 겁쟁이 행세입니까? 예? 하여간 그건 좀더 지켜볼테니 어서 외출복으로 갈아입으십시오." "…왜에?" "하아아아…" 다 들려. 덴은 ''신이시여. 그만좀 시험하시죠? 네?''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내 가 알기로 덴은 특별히 믿는 신이 없는걸로 아는데…. 혼자서 꿍얼거리던 덴 은 이내 날 노려보면서 말했다. "마틴 삼왕자가 마마를 뵙고싶다고 하더군요. 가보셔야겠죠?" "…꼭 내가 가야되?" "로이드 폐하께서 거절하셨으니…. 왕실 가족중 남는건 마마뿐이죠. 설마 이 런 면담 요청까지 제가 해야하는건 아니겠죠? 전 끝발에서 딸린다고요" 흥! 그말을 누가 믿을줄 알아? 귀족원에서의 영향력이 어느정도인지는 나도 안다고. 누굴 바보로 아나? 솔직히 덴정도의 실력과 인맥이면 왠간한 후작보 다 세가 강하다는걸 알고 있는데 말이야. 하지만… 마틴이라… 역시 한번은 마주쳐야 할테니…. 가봐야겠다. "알았어. 금방 준비할테니까 나가있어." "30분… 아니 20분내로 끝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시끄럿! 아름답고 정숙한 귀부인의 몸치장에는 당연히 그만한 시간이 드는 법이라고. 어서 나가. 어서… 쉿쉿…" 덴은 내 손짓에 인상을 썼지만 별말없이 내방을 나갔다. 자아… 뭘입고 간 다? 갑옷? 아니야 여긴 왕궁안이니까 이미지 관리상 안돼. 무도회용 드래스 는 상대를 놀리는 꼴일테니 패스고…. 나들이용으로 할까? 그것도 왠지 좋지 않을것 같다. 흐음…. 역시 평상복으로 할까? 그냥 수수한 실내 드래스로 하 자. 지금 마틴 왕자는 그리 기분이 좋은편이 아닐테니 말이야. 마틴 왕자는 이전에 나와 로이드가 쓰던 바로 그 별궁에 자알~ 모셔져 있다 고 한다. 덕분에 오랫만에 보게된 별궁은… 병사들로 가득했다. 여길봐도 무 장한 병사. 저길봐도 훈련받는 병사…. 낙엽이 지기 시작한 정원에는 열댓개 는 되는 커다란 천막이 쳐져있었고 그 천막들 사이로 1m는 될법한 커다란 무쇠솥이 모닥불위에 올려져 있다. 그리고 그 주위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병 사들의 모습도 보인다. 꽤 쌀쌀할텐데 고생들이 많군. "언제부터 여기가 군 주둔시설이 된거야?" "저 별궁안에 마틴 왕자와 전 왕비 그리고 반란군의 주요 귀족들이 모여있으 니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준것뿐입니다." 덴은 그에게 달려와 경례를 하는 장교에게 회답을 해두면서 내게 대답했다. 대충 보기에도 백명은 훨씬 넘을것 같고…. 별궁 주위를 둘이나 넷씩 짝지어 서 돌아다니는 병사들과 문 근처나 창문 주변에 있는 병사들까지 합치면 대 충 이삼백명은 되겠군. 겨우 열몇명을 지키기 위해서 이정도 병사들을 움직 이다니. 이것도 낭비라고. 그런 생각이 얼굴에 떠올라서였을까? 덴이 내게 설 명을 해주었다. "이정도로도 모자릅니다. 와해됐다고는 해도 삼왕자파는 오랫동안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암살자들과 스파이, 그리고 정규병사들을 보유하고 있었 으니까요. 여기도 안전하다고 할수는 없습니다. 거기다 저쪽은 왕성의 사정을 아는 자도 많으니 만약의 일을 대비하는것입니다. 마마." 아아…. 덴이 하는말이니 그냥 그려려니 해야지 뭐. 이녀석 일하나는 제대로 해주니까. 그리고 아직은 믿을만하기도 하고 말이야. 물론 그게 언제까지 갈 지는 나도 모른다. 단지… 아직은 아니라는걸 아는정도일뿐. 나와 덴이 별궁의 현관문으로 다가서자 문앞을 지키고 있던 네명의 병사들 이 강철장화를 부딪쳐 ''촤좍''하고 소리를 내면서 경례를 했다. 내 뒤에 서있 던 덴이 그들의 경례를 받자 문앞을 막고 있던 두 병사가 각각 왼쪽과 오른 쪽으로 한발짝씩 움직이면서 길을 내주었고 창을 교차시켜 문앞을 막고 있던 병사들은 창을 바로 세워서 우리가 들어갈수 있게 해주었다. 흠… 훈련이 잘 되어있군. 누구네 병사일려나? 아마도… 프로센 후작일듯 한데…. 그 아저씨 는 정말 주의해야겠어. 원래 별로 믿지도 않았지만 아마 지금쯤이면 또 뭔가 음모를 꾸미고 있을게 분명해. 그 사람은 내게 충성을 맹세하고 부하로 들어 온 덴과는 다르게 이 나라에 해가 되지않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일이라면 정말로 뭐든지 할만한 사람이니까. 요주의 인물이야. "이쪽입니다. 마마" "으응? 아. 응" 혼자서 골똘히 생각하며 걷다보니 지나쳤나보다. 그런데… 지금 덴이 나를 안내하는 방은… 2층 맨끝방이다. "저기… 내가 쓰던 방아니야?" "맞습니다." "덴도… 악취미군. 정말…" "하하. 칭찬으로 듣죠" "저방에서 마틴 왕자가 목메달고 죽으면 분명히 영혼이 되서 방안을 떠돌껄? 저주의 말을 퍼부으면서 말이야." 원수가 썼었던 방에 집어넣다니 악취미도 이정도면 수준급이다. 덴도… 보 기보다 잔인한걸? 아니 원래 그랬었던가? 문앞에도 두명의 기사 - 일반 병사가 아니다 -가 지키고 있었지만 덴이 얼 굴을 내밀자 아무말도 없이 자리에서 비켜선다. 그리고 우리들은 기사가 열 어주는 방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오셨군. 기다리느라 목이 빠지는줄 알았어." "오랫만이군요. 마틴 전하" 그는 침대에 앉아있었다. 전 국왕폐하의 피를 물려받아서인지 어딘가 모르 게 로이드와 닮은 그는 어린애 - 물론 성인식이 1년밖에 안남은 소년이지 만… - 에게 안어울리는 쓴웃음을 입가에 건 채 손에 들고 있는 무슨 헝겁 조각 같은걸 만지작거렸다. "그건 뭐죠?" "아? 이거?" 그가 들어올린건 침대시트를 찢어서 만든 길다란 천무더기였다. 마틴 왕자 는 그걸 목에 감고는 혀를 쭈욱 내밀면서 눈을 까뒤집은뒤 다시 그것을 풀면 서 말했다. "그냥 자살이나 할려고 만들었지." "그런 줄로 목을 매시면 체중을 못이겨서 끊어지거나 풀어지고 말겁니다. 전 하. 원하신다면 검은 안료로 염색된 비단끈을 준비하도록 하죠." "닥쳐. 덴!" "예. 마마" 덴은 내말에 순순히 대답하고 물러섰다. 그런 우리들을 보던 마틴 왕자는 이마를 짚은채 ''하하하''하고 웃더니 예의 쓴웃음을 입가에 머금은채 말했다. "어차피 죽일거 아닌가? 어떻게 죽던 다 마찬가지일텐데? 안그래? 너희들이 원하는건 이나라의 안정. 그런 의미에서 난 죽어마땅한 죄인이겠지?" "반란군이시니까요." "덴!. 자꾸 쓸데없는 소리할거면 나가있어." "죄송합니다. 마마" "반란? 하! 누가 누구를? 내가? 웃기는군!" 그는 코웃음을 치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정도로 굴할 내가 아니란 말이야. 난 막 입을 열려는 덴에게 손을 들어 저지한뒤에 말을 꺼냈다. "안돼셨지만 전하. 정의는 승리를 보장해주지 못하죠. 역사란 승리한자를 정 의로 표현하는 법이니까요. 전하는 지셨고 저희는 이겼습니다. 그러니…" "그래서? 빌어먹을! 네가 알아? 내가 로이드 형님을 따라잡고 넘어서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일곱살때부터 제왕학을 배웠어! 손에 물집이 나고 구토 를 할정도로 힘들게 검을 휘둘러왔어! 다가가기도 역겨운 냄새가 나는 귀족 놈들에게 꼬리를 흔들며 아양을 떨어대야 했다고! 어떻게… 어떻게 지금까지 왔는데… 그런데… 왜 형님은… 아무것도 안했으면… 난 이꼴이고 형님은 저 렇게 번쩍이는 왕관을 머리에 쓰고 승리자가 된거지? 왜? 내게 뭐가 부족했 던가야? 응? 내 인생은 도대체 뭐냐고! 단지 영광스러운 로이드 1세 폐하의 위명을 역사책에 적어넣기 위한 장식품에 불과한건가? 응? 말해봐아!!!" "……" "빌어먹을 귀족녀석들…. 내가 왕세자가 되었을때는 간이라도 내줄듯이 아양 을 떨어대다가 단한번 전투에서 지니까 단번에 꼬리를 흔들 주인을 바꾸더 군. 후후…. 불쌍한건 이런 못난 나를 진짜 왕이라고 따르며 죽어간 로얄가드 정도겠지…. 아니 남의 전쟁놀이 끌려와 개죽음을 당한 농민들도 넣을까?" "전하." "난 더이상 왕자가 아니야. 그렇게 부르지마." "그럼… 마틴. 당신은 잘못한게 없어요. 단지…" "단지?" "걸림돌이 된것이 문제였죠. 우리 폐하의 앞날에 장애가 되는 걸림돌이요" "큭큭… 겨우 그런거야? 형님에게 있어서 난 앞길을 방해하는 장애물일 뿐인 거였나? 그런거였군. 하하하…제기랄. 나란 존재는 겨우 그정도였군. 그래 도… 형님이라면 날 인정해주리라 믿었는데…. 이 세상에 태어날 가치가 있 다고 말해줄 줄 알았는데…. 그런…" 마틴은 울고 있었다.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난 알수 있다. 그는 아마 진심 으로 서럽게 울고 있을거다. 따지고보면 그는 이번일의 가장 큰 피해자이다. 하지만 마틴이 아무 잘못도 없는 피해자라해도 그는 로이드를 위해서 죽어줘 야 한다. 분쟁이라는 녀석은 초기에 싹을 자르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들의 피 를 빨아들여서 거대하게 자라나는 법이니까. "이나라… 대 크레센트 왕국을 위해서 죽으세요. 그게 이 나라를 구하는 길 입니다." "하! 그러지! 이 별볼일 없고 아무런 가치도 없는 내가 죽으면 이나라가 부 강하게 된다는데 말이야. 이 얼마나 위대하고 고귀한 희생이겠어? 안그런가? 하지만 형님도 무사하진 못할거야. 내 목숨을 담보로 그를 저주할테니까. 원 령이 되어서라도 로이드를 저주하겠어." "틀려요" "…뭐?" "당신이 저주할 대상은 로이드 폐하가 아니에요. 이 모든 사건을 계획하고 실행한건 바로 당신앞에 서있는 이 나. 아넬리안 드 크레센트. 이 나라의 왕 비이자 당신의 형님인 폐하의 부인인 제가 꾸민 일이에요. 덕분에 폐하는 아 직도 도서관에서 나올 생각을 안하고 있죠." "다…당신이? 모든 일의 원흉이 바로 당신이란 말이야?" 믿을수 없다는 표정이군. 하긴 나도 솔직히 겨우 여자하나가 나라를 좌지우 지할만한 대사건을 벌일수 있으리라 추측하긴 힘드니까 말이야. 하지만 이 모든 일은 내가 명령했고 직접 지휘해서 벌인 일들이란 말이야. 난 당혹감에 몸을 떨면서 입을 뻐끔거리는 마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 난 겨우 여자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꼭두각시였단 말이야? 하…하하" "겨우 라고 말해주시니 조금 불쾌하군요. 분명히 말하지만 마틴 당신이 겪어 왔던 권력투쟁과 제가 겪은 경험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있죠. 온실에 서 자란 도련님인 당신은 제게 이길수 없어요. 그것만큼은 보장하죠." "……" "그래도 비굴하고 목숨을 구걸하지는 않으시니 보기 좋군요. 이런 상황에서 도 품위를 지키시는 당신은 비록 이런 꼴이 되었지만 그래도 진짜 왕족이라 고 할수 있을거에요. 아마… 좋은 왕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다 지나간 이 야기죠. 그럼…" 난 뒤에 서있는 덴에게 눈짓한뒤 몸을 돌렸다. 그리고 막 문을 나가려 할때 등뒤에서 마틴의 냉소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수대에서 보자고. 아넬리안. 후훗" "……" 타악. 문이 닫혔다. 후후…. "마마…괜찮으십니까? 안색이…." "괜찮아. 알잖아. 난 원래 미움받고 학대받는데는 익숙하다고. 이제 더 할일 없지?" "예에…. 그래도 사람을 부를까요? 힘겨워 보이십니다" "됐어." 약간 어지럽긴 했지만 남의 등에 업혀 갈 정도는 아니다. 아직 내 두다라는 멀쩡하니까 말이야. 나와 덴이 1층으로 향하는 계단쪽 복도를 걸어가고 있을때였다. 거의 계단 에 다다랐을때쯤 갑자기 우리들 왼쪽에 있는 문이 쾅쾅거리는 소리를 내었 다. 안쪽에서 누가 치는것 같은 문너머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넬리안! 너 거기있지? 문 열어! 이야기좀 해! 아넬리안!!!" "조용히 시킬까요? 마마" "누구?" "피오나 전 왕비입니다. 위크가가 무너지고 수뇌부가 붙잡혔을때 같이 잡혀 왔습니다." "그래…" "어떻할까요? 마마" "문열어! 할말이 있다고!" 쾅쾅쾅!. 나무문이 덜컹거린다. 그리고 계단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병사 두 명이 우리쪽으로 달려왔다. 내가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을때 병사들은 문 앞에 급조한 나무빗장을 풀렀고 이내 문이 활짝 열렸다. 잠시 피오나 전왕비 의 얼굴이 내 눈에 들어왔지만 그녀는 병사들의 거친 몸짓에 작은 비명을 지 르면서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 막 병사들이 그녀를 끌고 방안으로 들어가려 할때 난 손을 들어서 그들을 제지했다. "멈춰." 내가 소리치자 피오나 전왕비의 양팔을 붙잡고 일으키던 병사들이 순순히 물러섰다. 그러자 피오나 전왕비는 자기 옷을 툭툭 털면서 죄 없는(?) 병사 들에게 손가락질을 해댔다. "숙녀를 이따위로 다루다니! 이 빌어먹을 천한것들 같으니라고! 예전같았으 면 당장에 교수형감이야!" "…예전이었다면 말이겠지요." "덴. 닥칠래? 맞을래?" 오늘따라 이녀석이 왜이렇게 택택거리는지 모르겠다. 진짜 한번 흠씬 패줘 야 눈치껏 입다물고 있을려나? 하여간 말은 그렇게해도 덴은 순순히 물러섰 고 이에 난 피오나 전왕비가 억류되어 있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이전에는 시 녀들의 침실로 쓰였었는지 가구들은 소박했고 침대도 자그마했지만 그래도 곰팡내라던가 먼지냄새 같은건 나지 않았다. "뭘 그렇게 두리번 거려? 그리고 거기 얼굴만 잘생긴 녀석. 가서 차라도 내 와" "왜 내가…" 덴 녀석은 자기를 지목당하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전 왕비를 보면서 투 덜댔다. 이에 난 친절함이 가득 담겨있는 목소리로 덴에게 말해줬다. "그럼 내가 갔다올까? 아니면 여기 계신 전왕비 마마에게 부탁할까? 어서가 서 차나 내오지 못해?" "호오. 역시 닮았다니까. 그래 여기 계선 현.왕.비. 마마의 말씀에 따라서 시 종노릇이나 하는게 어때?" "뿌득…" 덴은 이를 갈며 피오나 전왕비를 노려봤지만 그도 잠시 이내 방을 나섰다. 아마 근처에 있을 시종이나 시녀에게 차를 가져오라고 시키는거겠지. 흠… 그건 그렇고 내가 온줄은 어떻게 알았을까? 아니 왜 날 만나자고 한거지? "덴도 나갔으니 이제 말해보세요." "…뭘?" "할말이 없다면 전 가보죠." "알았어. 알았다고. 참나. 성격도 급하긴…"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자 피오나 전왕비는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 뭔가 할말이 있긴 있는것 같아서 기다리고는 있지만 난 지금 피곤하단 말이 야. 별일 아니면 그냥 갈테야. "저기… 마틴은…죽겠지?" "네. 안됐지만…" "아니야. 됐어. 어차피 나도 마찬가지일테니까. 휴우…." "마마께서는 전 왕비셨으니 죽지는 않으실걸요? 비록 외딴곳으로 유폐될수는 있겠지만요" "하~ 아버지도 죽고. 하나뿐인 아들도 죽어나가는데 나혼자 살아서 뭘하라 고?" "전에 제게 말하지 않았던가요? 이제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고" "그래. 맞아. 그랬었지. 하지만… 막상 마틴 그애가 얼마뒤면 죽게 될거라는 걸 알게 되니까…. 후후. 견딜수가 없더라고." 피오나 전왕비는 그렇게 말하면서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길게 한숨을 내쉰 그녀는 갑자기 내 두손을 부여잡고는 두눈으로 날 바라보면서 간절한 목소리 로 말했다. "부탁이야! 마틴을 살려줘! 응?" "…죄송하지만. 그건 제가 어떻게 할수 있는게…" "아니! 난 알고 있어! 아넬리안 너라면 그애를 살려주는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거야. 안그래? 넌 저들의 수장이지? 남들은 다들 로이드와 프로센 후작 이 이번일을 일으킨 주동자로 알고 있겠지만 난 아니야." "왜…그렇게 생각하시는거죠? 전 보잘것없는 어린 계집일뿐인데요." "난 봤으니까. 이 왕궁에서 나갈때 우린 한번 마주친적이 있지? 그때 너의 눈을 봤어. 그 눈빛은… 남들을 부리는 자의 눈이야. 절대 누구의 명령을 들 어서 움직일만한 눈이 아니었지. 그리고 명목상이긴 하지만 난 로이드를 14 년간 아들로 두고 살았어. 그애는 이런 일을 벌일만큼 열성적인 아이가 아니 야. 물론 너도 알고 있겠지만 말이야." "그렇긴 하죠. 후…. 폐하는… 좀 그런면이 있죠." "그럼 누구까? 프로센 후작? 난 바보가 아니야. 그는 분명히 유능하고 야망 이 있는 귀족이지만 이정도로 큰일을 감당할만한 자는 아니야. 2인자로써는 유능하지만 1인자가 되어서 명령을 내리는 일에는 어린애 수준이지. 그럼 도 대체 누굴까? 응? 방금 전에 나간 네 부하일까? 그에 대해서도 약간 들었지 하지만 숨은 실력자가 될만한 자는 아니야. 그렇다고 너희들 뒤에 누군가 있 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아. 무엇보다 넌 다른 누구에게 명령을 받아 움직일만 한 성격이 아닐테니까.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뿐이지." "…후우. 예리하시네요." "후훗. 폼으로 십여년동안 왕비짓을 해온건 아니라고. 눈치가 없으면 내일 당 장 독살당해도 전혀 이상할게 없는곳아니야? 이 왕궁안은 말이야."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뀐거죠? 분명히 얼마전까지만 해도 가족이던 자식이건 상관없이 자신의 인생을 살겠다고 직접 제게 말했잖 아요." "…그냥" 그녀는 내 시선을 피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런다고 내가 ''아~ 그렇 습니까?''라고 대답하면서 순순히 물러설리가 없잖아? "확실히 대답해봐요." "그럼 마틴을 살려줄거야?" "…들어보고요." "흥! 빌어먹을 년. 결국 죽여야만 직성이 풀리겠다는거군. 하지만 내게 선택 권따윈 없겠지? 좋아 말해주지. 난… 나… 난…. 무서웠어." "예? 뭐가요?" "알지? 내가 마틴을 낳은 나이. 너보다 어린나이에 마틴을 낳았어. 굉장히 아 프고 고통스러웠지. 내가 여자로 태어난게 저주스러울 정도로 말이야. 그리 고… 붉고 쭈글쭈글한 내 아기를 보고나니…. 사랑스럽다거나 하는 감정보다 는 징그럽고 혐오스럽더라고. 내가 겨우 저런 핏덩이를 낳기 위해서 그 고생 을 했나 싶었지. 난… 미웠어. 가문을 위해 날 팔아버린 아버지도 미웠고 한 달에 한두번이나 볼까말까한 국왕도 미웠지. 그리고 그렇게 아프게 한 마틴 도 미웠어. 휴우…"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잠시뒤에 다시 말을 이 어갔다. "내 또래의 여자애들이 무도회장에서 분홍빛 꿈에 젖어서 춤추고 있을때 난 마틴 녀석을 돌보고 있었지. 언제나 내가 필요했어. 마틴 녀석은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었거든. 괴상하게도 내 젖만 먹고 내 품에서만 잠들더라고. 후훗. 결국 난 질려버렸고 울던 난리치던 죽어가던 죄다 무시해버리고 외면했지. 그때부터 일거야. 그애 와 나 사이에 높고 단단한 벽이 쌓인건…. 아기라는건 생각외로 섬세하고 예민한 법이거든. 아마도 내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했을지 도 몰라. 물론 사람들은 아기가 뭘 아냐고 말하지만…. 그애는 자랄수록 날 멀리하고 미워했지. 어떤때는 원망하는 눈빛을 하고 노골적으로 날 보기도 했어. 커가면서 그애는 교양과 예절을 두르고 남들이 보는 앞에서는 날 위하 는것 같았지만…. 난 알아 그애는 자기를 버린 날 미워해." "그래서… 이제서야 헌신적인 모성애가 눈뜨기라도 한건가요?" "푸훗. 모성애? 나같은 여자한테? 그런게 있을리가 있어? 흠… 아냐. 그럴지 도 모르겠군. 아니 모르겠어. 머리가 혼란스러워. 내가 왜 너한테 이런 이야 기를 하면서 그애를 살려달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어. 나 역시도 이런건 이 상하다고. 하지만… 난 그애가 죽는걸 볼수 없어. 절대로. 차라리 날 죽여. 그 리고 그애를 살려줘. 응? 이렇게 부탁할께. 빌라면 빌께. 뭐든지 할테니까… 제발…" 피오나 전왕비는 내손을 잡고 그렇게 간절한 모습으로 말했다. 하지만… 마 틴이 있으면 로이드 폐하의 정적이 될게 뻔한데…. 물론 심정적으로야 나도 그를 죽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로이드를 위해서 그는 죽어야되. 그리고 이 나라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말이야. "…미안해요" "……" 끼이익. 문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덴 녀석이 찻잔이 올려진 은쟁 반을 들고 안으로 들어오는게 보였다. "차를…가져왔습니다. 마마." "그래…"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온 그는 쟁반을 침대옆의 작은 탁자위에 올려놓은뒤 내뒤에 섰다. 방안에 정적이 감돌았다. "후후… 내가 너무 무리한 부탁을 했나보네. 쓸데없는 말을 해서 미안. 자~ 내 볼일은 다 끝났으니까 이제 가줄래?" "……그러죠" 난 그녀의 말에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방안을 가로질러 막 문에 손을 대었을때 피오나 전왕비가 말했다. "아넬리안… 넌. 저주받을거야." "후후. 그거야… 당연한거 아닌가요?" "넌… 도대체 왜사는거지? 네 삶이 목적은 뭐야?" "로이드요. 제가 아직껏 살아있는 이유는 그것뿐입니다." "…좋구나. 나도 너처럼… 아니. 됐어" 그말을 끝으로 그녀는 찻잔에서 홍차를 따라서 향기를 맡았다. 아무래도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질것 같지는 않았다. 난 방을 나섰고 뒤따라 나온 덴은 병 사들을 시켜서 문을 단단히 봉하도록 명령했다. 내 거처로 돌아가는 길에 덴이 물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셨습니까? 마마" "별로…" "……" "정말 별거 아니야." "그렇습니까?" "으응…." "……" "덴." "예. 마마" "나… 잘하고 있는거지?" "예!" "그래…후훗" 그래. 난 제대로 하고 있는거야. 비록… 피로 쌓아올린 왕좌라해도…. 그 죄 는 모두 내가 뒤집어쓰면 그만이지. 그래 맞아. 이건 내가 선택한 길이고 그 를 위해 어떠한 희생이라도 감수하겠어. 설사 그게 내 생명을 옥죄어 오더라 도 말이야. 다음날 왕성 귀족원 중앙의 단상에 마틴 왕자. 아니 마틴이 섰다. 그의 주변 에는 153명의 귀족들이 빙 둘러 앉았고 그 정중앙에 빈 옥좌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옥좌 옆에 내가 앉았고 그 반대편에 프로센 후작과 몇몇 늙은 귀 족들이 앉아있었다. 마틴은… 날 노려보고 있다. "그럼… 지금부터 반란군의 수장인 마틴 드 크레센트 왕자에 대한 재판을 시 작하겠습니다." 탕탕. 재판관으로 임명된 처음보는 늙은 귀족이 말을 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귀족들이 작게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훗. 이건 사기 포카라고. 모두 한통속이 되어서 한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여기 앉아있는거니까 말이야. 그러면서 나중 에 말하겠지. ''어린 왕자님이 불쌍해. 난 왠만하면 살려드리고 싶었지만 다들 처형에 동의해서 말이지. 어쩔수가 없었어''라고 말이야. 이런 얄팍한 속임수 로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거야. "…국왕사칭죄! 불법군사 모집! 군사반란!…" 마틴의 죄가 만천하에 알려지다. 수십가지의 죄목이 목청이 큰 서기에 의해 서 읽혀졌다. 졸지에 마틴은 대량 학살과 군사난동 그리고 강간과 살인 약탈 을 범한 1급 죄인이 되었다. 후후후…. 아마도 왕국 법률에 나와있는 흉악한 범죄는 모조리 가져가 붙인것 같다. "……세금 포탈등! 총 백사십네가지의 흉악한 죄를 지었습니다." "피고는 위 범죄들을 모두 인정하는가?" 재판관이 물었다. 그러자 마틴 왕자는 어린 소년같은 얼굴로 쓴웃음을 지으 면서 재판관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내가 부정하고 자기변호할 시간이라도 줄건가? 후후후" "피고가 죄를 시인했으므로 판결을 내린다. 재판관 이하 여기 모이신 모든분 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판결 사형! 형벌은 교수형으로 한다." 탕탕탕. 그렇게 웃기는 재판은 끝났다. 자리에 앉은채 멍하니 난 마틴과 잠 깐동안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얼굴로 날 보았다. 그 런 그의 모습이 왠지 내 심장을 옥죄여 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다 끝났어. 그는 죽을거고 그의 휘하에 있던 귀족들도 처형당할것이다. 위크가의 친인척들과 다른 귀족들의 가족들도 모두 처형될거다. 그렇게 수십… 아니 수백명이 죽겠지. 하지만 여기서 흘린 피의 양만큼 로이드의 적은 줄어든다. 그거면 충분해. 그때였다. 콰앙! 갑자기 귀족원의 정문이 양쪽으로 활짝 열리면서 누군가가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폐하! 아니되옵니다!" "닥쳐라!" 로…로이드? 정말 그야? 로이드가 드디어 도서관에서 뛰쳐나왔다!. 신이 여…. "이 재판은 무효다!" 회장안으로 뛰어든 로이드는 두팔을 벌리며 그렇게 소리쳤다. 그리고 크게 웅성거리는 귀족들을 노려보면서 귀족원 안을 한바퀴 휘 둘러본 뒤 귀족들이 잠잠해졌을 때쯤 마틴의 옆에 서면서 말했다. "내 인가가 없는한 이 재판은 무효다!" "허나… 폐하… 이미 재판은 모두 끝났습…" "닥치라고 했다! 너희들이 날 왕으로 만들어지 않은가? 그렇다면 왕으로써 명한다. 재판은 무효다! 그리고 내가 이번 사건을 처리하겠다!" 로이드가… 로이드가… 드디어…. 아아. 이제 됐어. 그는 이제 진짜 왕이 될 거야. 조금은 행복했다. 그동안… 서러웠던것들과 그에게 섭섭했던 일들이 모 조리 저하늘위로 날아가버렸다. 아아… 나의 왕이시여. "오랫만이군요. 형님" "그래. 마틴. 수척해진것 같구나." "그건 형님도 마찬가지군요. 고생이 심하셨나보지요?" "…너만은 못하겠지." "하하…. 전 상관마십시오. 이 나라를 위해서라면 이 한목숨쯤은 열번이라도 죽어드릴수 있으니까요" "넌… 내 동생이다. 그리고 난! 네 형이다. 그 누구도 절대 널 해칠수 없어" "……" "폐하! 전례가 남게됩니다! 나라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그를 처형해야 합니 다" "그렇습니다! 처형해야 합니다!" "닥치라고 했다! 내가 역사서에 나오는 폭군이 되기를 원하는가? 그대들의 이익과 기득권을 모조리 압류하고 그대들의 가족을 처형하면 기쁘겠는가? 대 답해봐!!!" 저… 당당한 기백. 위압적인 카리스마. 아아… 덴이 왜 그를 황제라 칭했는 지 이제야 알것 같아. 그는 진정한 군주야. 그 누구도 그를 반대할수 없어. 후훗. 바로 저사람이 내 남편이야. 그래. 눈물이 날것 같다. 단 한명대 153명의 싸움은 너무나도 싱겁게 끝났다. 아니 로이드가 이곳에 나타난때부터 이미 싸움자체가 끝난것이나 다름없었다. 고압적이고 억지가 뒤섞인 로이드의 외침이었지만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아니 할수 없었 다. 라는게 맞을것이다. "마틴에게 위해를 가해봐라! 역사서 속의 폭군을 두눈으로 직접 볼수 있는 영광을 선사하겠다! 자! 어디 용기있는 자는 말해봐! 어서!" 압도적이라 할수있는 로이드의 기백은 겨우 열여섯 밖에 안된 젊은 청년으 로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 수십년을 전장에서 보낸 날카로운 검을 품에 지닌 기사와도 같은 기백이었다. 그렇기에… 너구리와 능구렁이를 수십마리씩 뱃 속에 키우는 귀족들 조차도 아무말을 못한것이다. 그리고… 재판은 그걸로 끝나버렸다. 애초에 반대할자가 단 한명도 - 프로센 후작 조차도… - 없었으 니 당연한것이다. "아넬리안?!" "예. 폐하" "내게 왕이 되라고 했던가?" "예. 폐하" "좋아. 그럼 되어주지! 이 빌어먹을 왕관. 네 말대로 써주겠다. 그거면 충분하 겠지? 이애를 살려둬도 되겠지? 안그런가?" 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내 머리에 쓰고 있는 은제 왕관을 벗었다. 내 가 왕비라는걸 알려주는 그 왕관을 들고 나는 천천히 그리고 우아하게 단상 을 내려가 로이드에게 다가갔다. 모든이들의 시선이 내게 주목되었다. 난 그 런 시선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로이드의 앞에 섰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왕관을 그의 머리에 씌워주었다. 왕이면서 시종복 같은 허름한 옷에 왕관조 차 쓰지 않은 왕이라니 있을수가 없잖아? 후훗. 그의 머리위에 왕관을 씌워 준 난 드래스 자락을 두손으로 잡은뒤 그자리에 양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 의 오른손을 두손으로 공손히 잡고 살짝 키스했다. "뜻대로 되실것입니다. 나의 왕이시여" "……"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가 말했고 내가 인정했다. 더 이상 논란의 여지는 없 다. 로이드는 왕이 되었고 마틴은 목숨을 건졌다. 덤으로 다른 귀족들까지도 말이다. 재판은… 끝났다. 그날부터 로이드 1세 폐하는 정무를 보기 시작했다. 프로센 후작은 왕국 재 상이 되어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귀족들의 정점에 섰고 미노스 백작은 약간의 탄핵을 받긴했지만 이전보다 더 큰 세력을 얻었다. 덴은… 이제 정보 과의 수장이 되었고 내게 충성을 맹세했던 귀족들은 각자 한자리씩 얻어갔 다. 삼왕자파였던 북부귀족들은 자기 자리에서 내쫓겼고 영지를 몰수당한채 외국으로 쫓겨났다. 하지만 마틴은 살았다. 그는… 지금 피오나 전왕비와 함 게 랭스턴 자작령에서 감시를 받으면서 살고 있다. 그리고… 랭스턴 자작 은… 왕실 주류창고의 담당이 되었다. 여전히 로이드는 나를 멀리한다. 하지 만 그가 왕관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렸듯이 나를 용서하는데도 시간이 걸 릴거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그의 마음을 되돌릴수 있을거라 난 믿는다. "우웁…" 응? 왠 구토소리?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내 식사를 차리고 있던 에린 녀 석이 갑자기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헛구역질을 하는게 보였다. 설마… 저녀 석? "에린. 왜그래?" "예에? 아…아니에요. 마마. 아무것도…" 저녀석 나 지금 무지하게 당황했어요.라고 얼굴에 써놓았군. 난 손을 까딱거 려서 녀석을 불렀다. 우물쭈물하면서 내게 다가온 에린은 딱 죄지은 얼굴 그 자체였다. "말해봐" "네네? 전… 아무것도…" 따악! "키힝…." "맞을래? 솔직히 말해. 화 안낼테니까" "저…저도 아직은…" "그래. 흠…. 누구야? 말해" "……" "말 안해? 진짜 죽도록 얻어맞고 왕성밖으로 쫓겨나볼래?" "저…저기…" "괜찮아. 나 지금 화난거 아니니까. 단지 진짜면 책임을 지라고 해야하잖아. 그렇지? 너도 그러는게 좋겠지?" "네에…" "그러니까 말해" "저… 워렌 자작…니…꺄아악!!" 콰장창! 역시! 그 빌어먹을 자식이었어! 난 내 앞에 놓여있던 원목 책상을 벽으로 내던져 박살낸뒤 씩씩거리면서 밖으로 나가려했다. "아…안돼요! 마마! 다 제탓이에요! 제가… 저 때문이에요!!!" "놔! 이 멍청한 것아! 내가 말했지? 너랑 그자식은 신분 자체가 틀려! 그렇게 말해도 못알아먹는 멍청한 녀석은 난 필요없어!" "마마아… 흐흐흑" 난 내게 메달리는 에린 녀석을 뿌리친뒤 달리기 시작했다. 콰아앙! 내 발에 걷어채인 나무 문짝이 통째로 뜯겨져서 방안으로 날아들어 갔다. 발목이 문짝을 뻥~하고 뚫어버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랬다간… 훗. 아니 이런건 상관없다고. 방안으로 뛰어든 난 서너명의 사내들과 머리를 맞 대고 무언가 의견을 나누고 있는 덴을 노려보았다. "무…무슨일이십니까? 마마." "덴만 남고 다 나가." 내 말에 덴과 요원들로 보이는 사내들이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나갈생각은 안하는걸? 난 주먹을 높이 치켜들었고 그다음 벽에 걸려있는 카이트 실드를 한번 노려본디 손등으로 강하게 쳤다. 콰직! 후두둑…. 터엉. 내 주먹에 맞은 두꺼운 철제 방패는 그대로 반으로 접혀지면서 벽에서 떨어져나와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 나가라고 했다. 나 지금 이성을 잃기 직전이거든? 저 찢어죽일 자식이랑 같이 당하고 싶으면 계속 여기 있어." 우두둑. 난 주먹을 불끈 쥐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덴 앞을 막아서고 있던 그 요원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다가 잽싸게 창문을 넘어서 밖으로 뛰어 나가버렸다. "자…잠깐! 이것들아! 다 가버리면… 허억?! 마마… 왜…왜이러시는겁니까? 네? 제…제가 뭘 잘못했던가요?" 털썩. 덴은 그자리에 무릎을 꿇은뒤 이마를 바닥에 대고 빌었다. "뭐…뭔지 모르지만 무조건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네? 쿠에엑!" 우둑. 어라? 난 저녀석의 등을 아주 살포시 밟았을뿐이라고. 벌써 부러지려 하면 쓰나? 아직 멀었는데 말이야. 난 ''끄어어어어~~~''하고 비명을 지르는 녀 석을 몇번 더 밟아주었다. 그리고 방안을 둘러보았다. "끄으윽… 도대체 왜…" 죽어가는듯한 병자의 신음소리를 내면서 덴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러면서도 할말은 다 하는걸 보니… 참 질긴 생명력이라 할수 있겠다. 덴의 질문에 난 싱긋 웃으면서 방금전까지 저들이 회의를 하고 있던 원형 탁자를 한손으로 뒤집었다. 그리고 발로 탁자를 밟으면서 두손으로 탁자다리를 붙잡 고 힘을 줬다. 우직…. 꽤 쓸만한 나무몽둥이가 만들어졌는걸? 난 씨익 웃으 면서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는 덴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마…마마… 설마…그걸로 절… 때릴건 아니죠? 네?" "데엔" "네! 마마! 하명하십시오! 네네…" "호오~ 목소리가 씩씩한걸 보니 아직 말짱한가보네? 방금전엔 엄살이었어?" "크흑… 허리가… 등이… 의…의사를 불러주십시오…제발…" "싫어!" 난 씨익 웃으면서 녀석에게 다가갔는데 덴은 아파 죽겠다면서도 뒤로 잘만 기어간다. 훗. 정말 웃기는 놈이라니까. 앞으로 기어가기도 힘든데 저렇게 뒤 로 잘기어가다니 대단해. 박수쳐줄까? 하지만 그도 잠시 이내 덴은 벽에 부 딪쳐 더이상 도망치지 못하고 어정쩡한 모습으로 날 올려다보았다. 아니 정 확히는 내 손에 들린채 ''탁탁''하고 위협적인 소리를 내는 나무몽둥이(?)를 보 는것이다. "내가 말했지?" "예에?" "손대면…죽인다고. 후후후" "……" 덴의 공포에 질린 얼굴이 점점 커진다. 이에 난 나무몽둥이를 높이 들어올 렸다. "이제…죽어!" "마…마마아…" 녀석은 몸을 움추리면서 손으로 머리를 가렸다. 그리고 난 몽둥이를 휘둘렀 다. "끄에에에에엑!!! 우아아아아악!!! 사람살려어어어어!!! 쿠헉! 으헥! 끼아아 악!!!!"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버렷!!!" 퍼벅…퍽퍽!. 피로 물든 밤이 깊어갔다. 한밤중에 불려온 신관은 졸린 눈을 한채 신성마법을 사용했고 그는 에린이 진짜로 임신했음을 알려왔다. 물론 아이 아버지는 지금 내 옆에 무릎꿇고 안 아있는 덴… 아니 대니어스 드 워렌 자작이다. 얼굴뿐만 아니고 온몸을 푸른 색으로 도배한 덴녀석은 줄줄 흐르는 코피를 쓱쓱 닦으면서 진찰을 받고있는 에린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 앉은 난 시녀장외 고참 시녀들의 시 중을 받으며 꿀이 듬뿍들어간 홍차를 마셨다. 경과를 지켜보면서 말이다. "흐음… 확실합니다. 마마. 확실하진 않지만 2~3개월쯤 된것 같군요." "그래요? 수고했어요." "아닙니다. 비젠님께서도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축복하라고 명하시더군요. 그 런데… 그 옆에분… 치료가 필요할듯 합니다만…" "이녀석은 지금 살아있는것만 해도 감사해야할 형편이니까 신경쓰지 마세 요." "예에…. 언제라도 불러주십시오. 그럼 전 이만…" 그 신관은 그렇게 말하면서 나갔다. 나가면서 시체 치우는건 아닌지 걱정된 다고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많이 때리지도 않았는데 뭘…. 죽을정도는 아니라 고. 아마도…. "에린 이리와" 난 겁먹은 얼굴로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에린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 전속시녀주제에 함부로 몸을 굴린건 용서가 안되는 일이지만 로세니아 출 신 시녀는 이녀석 하나뿐이니 용서해줄수밖에 없겠지. 에휴…. 난 내앞에 조 심스럽게 다가온 에린 녀석을 덴 옆에 앉으라고 시켰다. 그리고 차를 마셨다. "저어…괜찮으세요?" "……" "이봐. 숙녀가 물어보면 대답해야지. 안그래?" "괜찮…습니다. 걱정마…십시오" "좋아. 역시 예의바른 덴다워. 박수쳐줄까?" 난 이죽거리면서 고개를 돌리는 덴 녀석을 보고 웃었다. 왠만한 광대보다 더 웃긴 얼굴이다. 붓고 터지고 푸르게 멍든 얼굴은 그야말로 광대얼굴 그자 체였다. "좋아. 그럼 앞으로의 일을 이야기해보자고. 어쩔래? 덴" "…예?" "어쩔거냐고" "결혼…하겠습니다. 마마" "에린은 하급귀족도 아닌 평민 출신이야. 더군다나 로세니아 출신이지. 상관 없어?" "사…사랑에 그런것쯤은 아무런…장애도 되지 않습니다. 전… 에린양을 진심 으로 사랑합니다." "좋아. 그럼 에린 넌 어떻게 할거야?" "저…저요?" "그래" "저도…자작님과 같은 생각이에요. 마마" "좋아! 둘이 그렇게 사랑하는 사이라니 나 역시 매우 기뻐. 그럼 내일 당장 식을 올려볼까?" 난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이런건 빨리 해치워야지 시간 끌면 마음이 변할 지도 모르니까. 우선 만인의 축복을 받으면서 결혼해버리면 내 얼굴을 봐서 라도 파기하진 못할거야. 우후후후…. "내…내일입니까? 저… 제 가문에도 가봐야 하고… 이것저것…" "아아. 그렇군. 좋아. 뭐… 몇일 여행이나 할까? 에린아 내일 워렌 자작령으 로 여행갈테니 준비해둬. 아! 그리고 널 대신해서 내 시중을 맡을 아이도 네 가 직접 뽑아놓고. 할일이 많으니까 빨리 준비해야겠네. 그리고 네가 직접 움 직일 필요는 없으니까 아래 애들 시켜. 알았지?" "네에…마마" "좋아! 이제 끝! 아~ 오랫만에 운동한번 잘했다! 이제 다들 나가봐." 난 생글거리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에린 녀석은 그래도 자기 남 자라고 옆에서 낑낑대면서 덴을 부축해서 나갔고 사태를 주시하던 시녀장외 고참 시녀들도 내말에 우르르 몰려나갔다. 에린 녀석 아마 고생좀 할껄? 후 후후. "마마.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응? 아아… 그러고보니 덴 자식을 두들겨 패느라고 저녁도 굶었잖아. 그래 먹을건 먹고 해야지. "이리 가져와." "네. 마마" 카렌 정도밖에 안되어보이는 두명의 시녀가 낑낑거리면서 내 앞에 커다란 쟁반을 내려놓는다. 저녀석들도 처음 올때는 정말 앞날이 깜깜해보이는 어설 픈 아이들이었는데 역시 교육시킨 시녀들이 유능해서 그런지 이젠 에린보다 훨씬 능숙하다. 그런면에서 볼때 에린 그녀석은 진짜 바보야. 뭐… 그런대로 쓸만한 남자하나 잡았으니까 됐지만…. 후후후. 이로써 덴은 완전히 내 심복 이 된거다. 깨갱하고 반항하면 에린 보고 들볶으라고 시킬거니까. 우후후. "어디… 저녁은 뭘까나?" 잘먹고 푹쉬어야지 몸도 건강해진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의미에서 끼 니는 거르면 안되지. 어디… 약간 식었지만 그래도 먹을만해 보이는 흰빵들 과 샐러드 그리고… 쇠고기 스튜? 어 …어라? 이거… 왜 스튜 냄새가 이렇게 역겹게… "우욱…웁" 엄마야아아…난 몰라…. -------------------------------------------------------------- 완전 탈력. 죽음 직전. I`m Dying. 의문의 사나이 A (이하 A,B,C로 통일) : 이건...전대미문이로군. B : 그래요. 이건 있을수 없는 사건이에요. C : 그래도 확률은 있지 않습니까? 확률이 중요한거죠. A : 아니 0.000001%를 보통사람들은 0이라고 하지. 확률은 중요치 않아. C : 하지만 정황적 증거로 봤을때... B :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죠. 가임신. 혹은 상상임신. 또는 변비에 의한 복부 팽만감. 이 경우 헛구역질등의 구토를 일으키기도 하죠. C : 하지만 이번 사건은 틀려요. 봐요 (삐--. 비밀준수를 위하여 이름부분 삭 제처리) 이 사람은 보통의 다른 경우와 달라요. B : 아니요. 통계학적으로 보자면 이런 경우의 여성은 많은 편이에요. A : (삐-). 자네 지금 이게 UFO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B : 글쎄요. 그건 저도 모르죠. 하지만 진실은 저너머에 있는 법이죠.(The truth is out there) 아넬리안 : 뭣 헛소리들이얏!!!(콰앙!) 크아아앗!!!(돌벽이 박살남) (의문의 3인 도주함.) 가우군 : 역시 넌 UFO소속이었군. 그 힘. 육체의 내구력. 모든게 인간의 수 치를 넘어섰어 아넬리안 : 웃기지마! 이 망할 녀석! X-File좀 작작 봐!!! 가우군 : ....( --). 진실은 저너머에 있다니까 그러네. 엑스파일(X-File) 시즌 1 DVD더빙판 구입하다. 우후후후. 시즌 2도 어서 나 와라~. 우헤헤헤.... 가우군 p.s 탈력 모드인지라 인기투표 집계는 다음화로 미룹니다. 중복투표는 안되지 만 그래도 투표는 아직 유효합니다. 불쌍한 녀석들에게 동정의 한표를..( ..)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5장 Two Years Later (1) 2003-10-16 21:20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15화 Two Year Later. 코 꿴다는 말 알아? 원래는 말고삐를 걸기위해서 말의 코를 뚫는거지. 그런 데 말이야 남자도 마찬가지라고. 한번 잘못해서 코를 꿰이게 되면 그걸로 화 려한 솔로 인생은 쫑이지. 후우… 불쌍한 남정네들…. 수많은 여인네들의 애 정공세도 멀리하고 벽보고 기도문을 외우는 수도승의 기분으로 가정을 돌봐 야하지. 한마디로 좋은 세월은 다 갔다고나 할까? 하지만… 뭐… 그것도 살 아보니 나쁘지는 않더라고. 응? 오오오~ 우리 귀여운 공주님. 자아~ 할아버지 라고 해봐. 아니~ 할부지 말고. 할.아.버.지. 응? 옳지 잘한다. 에유~ 귀여운것. 훗훗.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딸에 이어 손녀에게까지 팔불출 끼를 감추려 하지않는 크레센트 제국의 재상이신 대니어스 드 워렌 공작님과의 대담. - 주. 정녕 이 사람이 로맨스 그레이라 불리우며 제국 사교계의 거장으로 군 림했던 그 화려한 워렌 공작님과 동일인 인것인가? 혹시… 얼굴만 같은 다른 사람이 아닐까? 이젠… 나도 모르겠다. - 대륙력 997년. 봄. 크레센트 제국 남서부. 워렌 자작령. - 방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유모와 세명이 시녀가 나를 보 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그녀들 사이에 주저 앉아서 흑단을 가지고 새하얀 종이에 낙서를 하고 있던 조그마한 아이가 날 보고 두손을 내뻗으면서 옹알거린다. "마아…마아…" "그래. 로렌. 엄마다." 난 내게 손을 뻗으며 옹알거리는 녀석에게 냉큼 달려가서 로렌을 안아올렸 다. 이쁜것. 내가 안아들자 내 사랑하는 아들 로렌은 날 꼭 껴안으면서 내 볼 에 뽀뽀했다. 이녀석이 제 아버지를 안닮은건 정말 하늘이 내린 은혜야. 우 후~. "자아. 로렌? 엄마랑 산책가자. 응?" "마아~" 난 로렌을 안아든채로 턱짓으로 시녀들을 시켜서 야외로 나갈 준비를 하게 했다. 오랫만에 날씨도 풀려서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다. 약간 바람이 불긴하지만 옷을 좀 두텁게 입으면 괜찮을거야. 저번처럼 감기만 안걸리면 되. 휴우…. 로렌아 넌 엄마 닮아서 씩씩하고 튼튼하게 커야한다. 알고있지? 아빠 닮으면 큰일나요. 그날. 에린과 덴을 결혼시킨다고 선언한 그날 난 워렌 자작령으로 도망치듯 나와버렸다. 그리고… 나도 에린녀석과 같이 임신했다. 아기 아빠야 당연히 로이드이고 시기도 에린 녀석과 비슷한때다. 덕분에 나와 에린은 근 여덜달 동안 같이 생활했다. 물론 덴이나 에린녀석은 좀 싫은듯 - 하긴 신혼이니…. 하지만 나도 신혼이었다 이거야. 내가 이런 꼴인데 남 잘되는 꼴을 어떻게 본담? 절대 못보지! 암! - 했지만 이 나를 내쫓을 용기따윈 눈씻고 찾아봐도 없을거다. 그리고 결국 출산도 겨우 이틀 차이를 두고 했다. 난 아들을 에린 은 딸을 낳았는데. 웃기는건 크레센트 사교계에서 가장 소문난 바람둥이인 덴 녀석이 믿기 힘들게도 겨우 8개월만에 세상에서 적수를 찾아보기 힘든 팔 불출에 가정적인 남자로 변했다는것이다. 풋. 말도 안돼. 아직도 믿기지 않는 다. 그 덴이… 뺀질거리기로 소문난 녀석이 말이다. 워렌 자작령에 도착한다음 난 곧바로 덴을 통해서 로이드에게 편지를 썼다. [임신했음. 출산예정일 8개월뒤] 라는 단 세문장짜리의 길고 장황한 내용이 함축되어 있는 편지를 말이다. 그리고 삼일뒤 난 로이드의 방문을 받았다. 우후후…. 그때의 로이드 표정이 란…. 뭐랄까 당혹감과 행복감이 반반쯤 섞인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라고나 할까? 아마 평생을 가도 그의 그런 모습은 그때뿐이었을 것이 다. 로이드는 다짜고짜 내팔을 끌면서 당장 왕궁으로 돌아가자고 말했지만 난 거절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왕성으로 들어가기 싫었던 이 유중 가장 큰 것은 바로 로이드가 후처를 들인다는 소문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소문은 덴의 정보통을 통해 알아보니 상당히 신빙성이 있었다. 왕국 재상 인 프로센 후작이 막내딸을 왕성안으로 들여보내려고 뒷공작을 벌이고 있다 는 것이다. 어쨌든 그는 귀족중 최고 실권자인데다가 왕실의 외척이 되는건 여러모로 남는 장사이니까 말이야. 그 막내딸이라는 여자애가 이제 겨우 열 넷밖에 안되었다는건 고려대상도 못됐을거다. 덕분에 난 로렌이 이제 막 9개월이 된 지금 시점에서도 왕성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우선 그런 꼬맹이와 날 비교자하는 자체가 우습고 또 우리 로렌 은 나와 로이드의 자식이자 크레센트 왕국의 제 1왕위계승자가 아닌가? 그러 니 내가 뭣하러 왕성안으로 들어가겠어? 왕성안에 들어가면 그 프로센 후작 가 출신의 꼬맹이 계집을 봐야하는데 그런건 내쪽에서 사양이다. 물론 이제 그애도 열여섯이 되었을테고 나와 마찬가지로 아이를 낳을수 있는 연령이 되 었으니 이제 슬슬 고삐를 묶기위해서 돌아갈때가 되어가긴 하지만 그건 역시 우리 로렌의 생일이 지난다음이 될것이다. 그리고… 난 로이드가 나를 놔두 고 꼬마 계집애에게 눈을 돌릴 리가 없다고 확신한다. 왜냐고? 로이드는 아 직도 한달에 서너번은 여기 왔다가 가니까. 훗. 왕궁에서 워렌 자작령까지 말 을 타고 쉴새없이 달려도 왕복 삼일이다. 마차를 타고 오면 오는데만 3일이 걸리는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로이드는 한달중 열흘이 넘는 시간을 들여서 나 와 로렌을 보러 오는것이다. 물론 주로 로렌녀석이 옹알이하고 노는모습을 흐뭇한 - 애가 애를 보고 즐거워하는건 좀 그렇지만…. 뭐 로이드도 이제 열 여덜살. 건장한 청년이다. 이제 나보다도 훨씬 크고…. 이건 불만이다. 쳇 - 미소를 보이며 우리 아이한테 자기가 아빠라고 세뇌교육을 시키는것이다. 그탓인지 요즘 로이드가 자꾸 왕궁안으로 들어오라고 재촉한다. 아직까지는 거절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조만간 왕궁으로 돌아가던지 아니면 수도 근교 로라도 거처를 옮겨야 할것 같다. "마마. 준비되었습니다." "응? 응. 자~ 우리 로렌~ 엄마랑 같이 산책 나가자" 난 요즘 부쩍 무거워지기 시작한 로렌을 안아들고 웃으며 말했다. 내말을 알아듣는건지 아니면 그냥 느낌으로 아는건지 로렌은 내게 메달려서 칭얼댄 다. 추워서 나가기 싫다는 걸까? 안돼. 안돼. 집에만 있으면 몸에 안좋다고. 가끔 바람도 쐬고 햇볕도 쬐고 그래야지. 암암. 워렌 자작령은 상당히 부유한 영지다. 넓은 곡창지대와 질좋은 소금광 - 암 염 - 을 가지고 있고 또 내 모국인 로세니아와 비교하면 정말 우스운 수준 이겠지만 그럭저럭 수익성이 있는 구리광산도 있다. 그리고 커다란 호수와 강도 끼고 있고 숲이라 부를만한 곳도 영지내에 몇군데가 있다. 다른 지역의 영주들보다 배는 커다란 워렌 자작령은 정말 사람살기에 딱 좋은곳이다. 먹 을것 풍부하지. 일거리도 널려있지. 거기다 크레센트 남부에 모여있는 국가들 과도 교역하기가 괜찮은 편이지. 덕분에 주민들도 많고 일거리를 찾아서 떠 도는 인부들도 많은편이다. 물론 문화와 정치의 중심지인 수도 크롬발에 비 할바는 아니겠지만 확실한건 이정도 영지를 가진 영주는 열손가락에 꼽을정 도로 적다는 것이다. "자~ 저기봐. 로레~엔" "아우…" 녀석. 내가 마차안에서 언덕너머에 있는 소금광산을 가리키자 조그맣고 앙 증맞은 - 깨물어주고 싶을정도로… - 손을 내밀면서 옹알거린다. 아우우우 우!!! 귀여워!!! 로렌아 로렌아. 넌 왜이렇게 이쁘고 귀여운것이니? 응? 정말 부모가 누군지 걱정되서 밤에 잠도 못잘거야. 우리 이쁜 로렌이 아프거나 하 기라도 했다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껄? 마차를 타고 영주의 성을 나선 우리는 영지 중심에 있는 언덕으로 향했다. 가면서 마차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뒤를 돌아보니 회색빛이 감도는 성이 눈에 들어온다. 덴 녀석 돈도 많을텐데 대리석으로 지으면 좀 좋아? 새하얀 눈처 럼 하얀 대리석으로 성을 지으면 얼마나 예쁘겠어. 하여간 남자들은 미적감 각따윈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니까. "자아…. 잘봐두렴 로렌. 지금 니가 보고 있는 모든곳이 나중에 다 네것이 될 거야. 알았지?" "우우…아우…" 알아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녀석이 좋아하면서 웃는걸보니 나도 덩달아 서 기분이 좋아진다. 우후훗. "…칫" "뭐냐. 카렌. 불만있어?" 난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아서 팔짱을 낀채 작게 혓소리를 내는 카렌을 노려 보았다. 여전히 남자들처럼 짧은머리를 하고 있는 카렌은 내 말에 더욱 골이 났는지 아예 입까지 삐죽이면서 고개를 돌려버린다. 훗. 그래봐야 제까짓게 삐지기밖에 더할까. 이제 카렌도 더이상 숨어다니거나 하지는 않는다. 망할녀 석이 2년전까지만해도 150cm도 안되는 조그만 녀석이었는데 뭘 그렇게 훔쳐 먹었는지 지금은 나랑 키가 비슷하다 - 그래 난 하나도 안컸다. 망할! - 근 2년만에 20cm가 큰것이다. 저녀석이 크는걸 보면 인간이 아니라 무슨 나무 묘목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러다가 나보다 키가 더 크는건 아닌지 몰라. 에 이~ 기분나빠. 요즘 카렌은 내 협박과 자발적인 동의에 의해서 우리 로젠을 호위하고 시중 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덕분에 내 개인 신변호위의 경우는 좀 허술해졌지만 이제 나도 왠간한 상황이라면 내 몸하나쯤 지킬만한 실력을 갖추기도 했고 - 임신기간에도 운동한다고 난리피우다 신관들과 의사들에게 혼난것만해도 몇번인지… 셀수없다 - 또 그간 안보이던 헤쉬케린 늙은이가 돈 필요할때만 슬그머니 찾아와서 내 주머니를 털어간 덕분에 그럭저럭 쓸만한 마법 아이템 들도 몇개 모았다. 물론 워낙에 마법사가 적어서 - 대륙 전체로 봐도 헤쉬케 린 같은 마법사는 서른명도 안된다고 한다. - 그들이 만들거나 발굴해내는 마법 아이템이라는건 돈이 있어도 못사는 물건이긴 하지만 그래도 비싸다는 게 내 생각이다. 1만골드로 손바닥만한 브로치나 반지를 사느니 차라리 그걸 로 병사 1000명을 모아서 부려먹겠어. "아우우…" "왜그래? 로젠. 졸려?" "우웅…" 내 품에 안긴 로젠이 작고 동그란 눈을 껌뻑이면서 작게 하품한다. 난 그런 로젠을 두손으로 안아들고 비단 포대로 녀석을 둘러주었다. 내게 안긴 로젠 은 금새 쌕쌕거리면서 잠이 들었다. "…자?" "그래. 우리 아기 자니까 떠들지 마. 그리고 만질생각도 하지마." "…치잇" "너 우리 로렌 잘때 집쩍거렸지? 이애 볼살 늘어난거 봐. 말해두는데 내 허 락없이 손대지마라. 알았냐?" "흥!" 망할녀석. 하여간 내 말이라면 대놓고 콧방귀부터 뀐다니까. 하지만 뭐… 저 카렌녀석도 우리 로렌이 아주 마음에 드는지 계속 관심을 가지는걸 보니 저 녀석이 있는 동안에는 이 아이도 마음놓고 편하게 잘수 있을거야. 성을 나와서 마차로 달린지 30분. 내가 탄 마차는 어느새 워렌 자작가에서 가장 경관이 좋은 아시스 호수에 도착하였다. 이 호수 주변에는 성에서 파견 나온 병사들이 돌아가면서 지키고 있는데 호수로 향하는 길 옆으로는 작은 목조 검문소가 있다. 이 아시스 호수는 워렌 자작령의 농부들에게 있어 천연 저수지 역할을 해준다. 실제로 대부분의 농부들이 이 아시스 호수에서 뻗어 나가는 세갈리 강줄기에 의지해서 농사를 짓고 있고 식수가 되어주며 또 목 욕물이 되어준다. 그리고 호수주변에는 크다고는 할수 없지만 작다고 말할정 도도 아닌 그럭저럭 쓸만한 숲도 있어서 이 근방 영주들이나 귀족들이 모여 서 사냥대회같은걸 열기도 한다. 그래서 호수와 근방의 숲은 일반 백성의 출 입을 금하고 나같은 귀족들에게만 공개되어 있다. 이건 불순한 의도를 가진 무리들이 이 호수를 오염시키는것을 막자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기도 하고 영 지의 80%가까이가 평지인 워렌 자작령에 숨어들 스파이가 숨을곳을 제한하 는 역할도 한다. 아. 마차가 멈췄군. 벌써 다 도착했나보네. "마마. 도착하였습니다." "그래" 난 로렌이 깨지않도록 조심조심 몸을 일으킨뒤 뒤따라온 짐마차에서 내려온 시녀의 시중을 받으며 마차밖으로 나왔다. 뒤를 보니 이미 나보다 먼저 마차 에서 내린 몇몇 시녀들이 전에 만들어놓았던 화덕에서 재를 치워내고 새로 마른 나뭇가지를 쌓아서 불을 피우고 있었고 성의 수석 요리사와 그 보조들 이 한껏 부산을 떨면서 요리도구들을 내리고 있다. 체인 메일을 입은 자장령 소속의 병사들도 네댓명이 멀찌감치 떨어져서 우리들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하인들은 부산스럽게 뛰어다니면서 나와 로렌이 쉴만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햇빛을 막아줄 차양이 마련되고 바닥에는 부드러운 카펫이 깔려있다. 그리 고 우리들 뒤로는 요리사가 성에서 가져온 소스로 식사준비를 하고 있다. 눈 앞에는 티없이 맑고 푸른 호수가 펼쳐져있고 하늘은 구름한점 없이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그야말로 천국이라고나 할까? 조금 춥다는것만 빼면 말이야. "차를 내왔습니다. 마마" "응. 거기 내려놔" 난 로렌에게 시선을 고정한채로 등뒤에서 들려온 시녀의 말에 답했다. 로렌 녀석. 방금전까지만 해도 쿨쿨 잘만 자도니 이젠 꺄꺄 거리면서 잘도 기어다 닌다. 거기다 요즘엔 부쩍 일어서려고 버둥거려서 나나 시녀들이나 치마자락 붙잡고 있기 바쁘다. 원 녀석 아직 한살밖에 안된게 뭔 힘이 그리 좋은지… 후후. 지금도 로렌은 곁에 찰싹 붙어있는 시녀의 치마자락을 부여잡고 힘을 쓰는 중이다. 훗훗. 우리 로렌은 벌써 서서 걸어다닐 정도란 말이지. 에린네 딸네미인 예니은 아직 제대로 기어다니지도 못하는데 말이야. 하긴 그애는 너무 소심증이라 제 엄마만 빼면 - 덴마저도 - 아무도 가까이 못가기는 하 지만…. "마아~ 마아~" "그래. 엄마 여깄어. 자아. 로렌 이리와. 자아~" 그렇게 말하면서 두팔을 내미니 조그만 손가락으로 시녀를 붙잡고 있던 로 렌이 몸을 뒤뚱거리면서 내게로 걸어온다. 한발짝 두발짝 세발짝. 쿠당. 푸 우… 그대로 앞으로 철푸덕 쓰러져버렸다. "우…우우…" "괜찮아. 로렌. 잘했어요." 난 울먹이는 녀석을 냉큼 안아들고 등을 쓸어주었다. 눈물이 글썽거리며 당 장이라도 울것 같던 로렌은 이내 진정하고 내게 매달려서 주위를 두리번 거 린다. 이녀석 요즘 호기심이 부쩍 늘어난건지 이것저것 관심을 가지는게 많 다. 전에는 시녀가 한눈판사이에 땅바닥의 흙을 집어먹었다가 토하기도 하고 - 물론 그 시녀는 내게 혼줄이 났다 - 눈에 보이는건 다 한번씩 만져보고 먹어보려고 기를 쓴다. 덕분에 한시라도 눈을 뗄수가 없다. "우웅…" 이녀석! 또 발버둥이냐? 에잇. 로렌을 바닥에 놓아주자 또 내 무릎을 붙잡 고 버둥대면서 일어선다. 그리고는 내가 마시려고 내려놓은 찻잔에 눈독을 들이는게 아닌가? 로렌은 힘겹게 몇걸음 떼다가 다시 쿠당하고 넘어졌다. 하 지만 이번엔 확실한 목표가 있어서인지 울지도 떼쓰지도 않고 뽈뽈뽈 기어서 찻잔쪽을 향해 나아간다. 저게 아기냐… 기어가는게 마치 뛰어가는것 같이 빠르다. 하지만 이미 이런일에는 진력이 나있는 나와 시녀드이기에 로렌이 찻잔까지 다가가기도 전에 따뜻한 홍차가 가득 담겨있는 찻잔은 새햐얗고 가 느다란 손에 의해서 아이의 손길이 닿을수 없는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찻잔 을 들고 있는게 누군가 하고 봤더니 카렌이다. 저녀석 눈빛이 심상치 않아. 남들앞에서는 한껏 폼을 잡고 있다가 우리 로렌이랑 단둘이 되면 숨막히도록 꽉 껴안고 '꺄아~ 너무 귀여워어어'라고 소리치면서 부비적대는게 아닐까? 설 마…. 멍하니 공중에 떠있는 찻잔을 올려다보던 - 저러다 뒤로 쓰러지겠다 - 로 렌은 다른 아기들처럼 울면서 떼쓰거나 하지 않는다. 대신 이내 흥미를 잃고 다른 물건을 찾지. 로렌이 찻잔에서 시선을 떼고 다른걸 찾으려고 고개를 두 리번거리자 우리들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녀중 하나가 품에서 내 주먹만한 둥근 나무공을 꺼내서 우리 아이쪽으로 굴린다. 로렌 녀석은 그 공이 굴러가 는걸 마냥 신기한듯 보고만 있다가 자기 앞을 지나치자 그뒤를 쫓아서 뽈볼 거리면서 잘도 기어간다. 후훗. 너무 귀여워. 정말 내 아이라서 하는말은 아 니지만… 우리 로렌만큼 예쁘고 귀엽고 활동적인… 흠흠. 그만해야지. 나도 덴처럼 될라. "꺄아…꺄" 공을 따라간 로렌은 나무공이 멈추자 그걸 툭툭 건드려본다. 그러다 공이 굴러가면 그뒤를 또 졸졸 쫓아가고 멈추면 또 툭툭 치고…. 아마 재미있나보 다. 후훗. "마마. 식사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넉넉하게 했지?" "예. 마마" "그럼 여기서 먹도록 하지. 카렌 너도 와서 같이 먹자. 그리고 너희들도 가서 맛보도록 하고 저쪽에서 일하는 병사들에게도 먹을걸 나눠주도록 해." "알겠습니다. 마마." "자아. 로렌. 로렌. 맘마먹자. 이리오련?" 내가 손을 뻗으면서 로렌에게 말하자 녀석은 자기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과 나를 한번씩 보더니 고뇌에 빠지는것 같다. 이녀석! 그런 나무공이랑 이 엄 마를 동급으로 놓는거냐? 앙? …이라고 해봤자 아기인데 화낼수도 없잖아? 그리고 로렌이 언제 내 기대를 저버린적이 있던가? 당연히 없다! "아우… 마아…" 로렌은 아기답게 방금전까지 아주 재미있게 가지고 놀던 나무공에게서 관심 을 끊고는 내게 뽀르르 기어온다. 그런 로렌을 안아든 난 아이의 얼굴에 내 얼굴을 대고 부벼댔다. "우리 귀여운 로렌. 자아. 엄마랑 맘마먹자. 알았지?" "우우" 로렌의 볼이 좀 차갑다. 하지만 옷도 든든하게 입고 왔고 날씨도 추울정도 는 아니니까 괜찮을거야. 난 안고 있던 로렌을 내 옆에 앉은 카렌에게 안겨 줬다. 이건 밥먹을때만이야. 음음. 하지만 조금 슬프기도 하다. 전에는 나 아 니면 싫다고 버둥대면서 칭얼거렸는데 이젠 적응됐는지 카렌이 안아도 가만 히 있는다. 아니 어쩔땐 카렌이 안아주면 맘마먹는줄 알고 침을 흘리기도 한 다. 흑. 로렌이 먹을거에 넘어갔어. 이 엄만 슬퍼…. "자아. 아~~~" 슬픈건 슬픈거고. 먹을건 먹어야지. 난 따뜻하게 데운 야채죽을 한스푼 떠서 먹여주었다. 이 이유식은 감자, 호박, 당근을 마구마구 갈은뒤 스프 형태로 만든 죽이다. 내가 한번 먹어봤는데 맛이… 말로는 표현할수 없다. 소금이 들 어간 음식은 아기들에게 좋지 않다고 해서 간도 안맞춘거라서 더 먹기 힘들 다. 하여간 아기들도 고생이라니까. 불쌍한 녀석. 빨리 커야지 맛난거 많이 먹을텐데. 자아~ 한 스푼 더~ 이유식을 한그릇이나 먹은 로렌은 배가 부르니까 졸린지 카렌 무릎위에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졸기 시작한다. 이에 나는 바닥에 두터운 이불을 깔고 로 렌을 잘 눕혔다. 잠결에 뒤척이면서 날 붙잡던 로렌도 잠에는 이길수 없었던 지 작게 색색거리면서 잘도 잔다. 자아… 이제 나도 식사좀 해볼까? 시녀들 이 가져온 음식은 얇게 다진 소고기에 꿀이 듬뿍들어간 당근 소스를 가득 뿌 린 스테이크와 싱싱한 샐러드였다. 맛있겠다아~ 한참 식사를 하고 있는데 멀리서 마차한대가 우리쪽으로 다가온다. 나 식사 하는데 먼지 날리면 마차째로 호수에 내던져 버릴려고 했는데 다행히 멀리서 말을 멈춘다. 물론 이건 누구한테 다행인지 모르지만 말이야. 흘낏 보니 일반 평민은 먹기도 힘든 음식을 맛본 - 뇌물…일까나? - 병사들이 알아서 말을 멈추고 통제하는듯 했다. 어디보자… 멀어서 잘 안보이긴 하지만 남자랑 여 자인듯하고… 마차를 타고 왔으니 당연히 귀족이겠지? 그것도 사두마차쯤 되 는걸 몰고 다니려면 돈좀 있는 집안일거고 말이야. 어디 다른 지방에서 놀러 온 귀족이려나? 난 잽싸게 식사를 마치고 그릇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손수건 으로 입가를 닦고 곁눈질로 힐끔거리면서 누가 오는건지 살폈다. 물론 손은 후식으로 나온 과자와 찻잔으로 향했지만… 불행히도 어디서 온 귀족일까 라고 혼자서 상상하던 내 호기심은 여지없이 박살났다. 나타난 인간들은 질리도록 많이 본 인간들이었으니까. "오~ 여기 계셨습니까? 마마" "뭐야. 덴이잖아." "…섭섭합니다." "아…안녕하세요. 마마" 저 바보 맹추는 여전하군. 하긴 매일 보기는 하지만… 정말이지 자기가 한 영지를 소유하고 있는 귀부인이라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안든다. 2년이나 지 났는데도 말이야. 그래도 뭐… 덴과 에린 사이가 나쁘지는 않으니까 다행이 지만 말이야. 아니 어쩔때는 나도 질투날 정도로 사이가 좋다. "뭐하러 왔어? 덴. 에린" "저…저기…" "그저… 바람 좀 쐬러 나왔습니다. 오랫만에 날씨도 좋고 해서요" "흐음… 오늘 도착한거야?" "예. 마마" "별일 없지?" "평소와 마찬가지입니다. 프로센 후작이하 귀족들 몇이 상소문 두어장 올린 것 정도가 사건이라면 사건일까요?" "그래. 둘다 아직 식사 안했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두 남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에 주방장은 다시 식사 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그를 따라온 보조 주방장들은 재료를 다 시 꺼내놓는다 그릇을 씻는다 하면서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주위 사람들이 일하는 동안 우리는 한담을 나누면서 넓은 호수를 바라보았 다. 그러는중 에린등과 같이 온 시녀가 자고 있는 둘의 딸을 우리들에게 대 려왔다. "예니는 자네?. 우리 로렌도 자고 있는데" "예. 저희 아이는 잠보인가봅니다. 하루종일 잠만 자더군요. 하하하" "그건 전직 바람둥이인 아버지를 보기 싫어서 차라리 눈을 감고 안보겠다는 무언의 항의가 아닐까?" "설마요. 전 이미 오래전에 한사람만을 위해 살기로 맹세했단 말입니다. 안그 래 에린?" "예에…그렇죠." 헤유. 정말 저녀석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 못해 열이 뻗친다. 저게 어디 남 편과 부인사이야. 주인과 시종사이라고 말하는게 딱 맞겠다. 에린 녀석은 아 마도 평생 시녀일이나 하면서 살다가 죽을것 같다.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나 누고 있는 동안 예니를 데려온 그 시녀가 우리 로렌 옆에 자리를 마련하고 아기를 눕혔다. 이렇게 곁에 두고 보니까 비교되서 그런지 우리 로렌이 더 예뻐보인다. 우후후. "정말 예뻐요. 마마. 이렇게 보니까 꼭 왕자님과 공주님 같이요." "왕자는 맞지. 왕위계승 순위 1위인 유일한 후계자니까" "마마. 에린은 그런뜻으로 말한게…" "아아. 나도 안다고. 헤유…. 그래 내가 전에 알아보라고 했던건 어떻게 됐 어?" "대충 알아봤습니다. 자세한건 성으로 돌아가서 말씀드리죠." "그래. 그러도록 해. 여기. 차 한잔 더줘" 난 고개를 끄덕이면서 빈 찻잔을 시녀에게 건내주었다. 날씨한번 참 좋다 아~ 나도 우리 로렌 옆에 누워서 한잠 늘어지게 자고싶어. 할일만 없다면 말 이야…. 저녁때가 다되어서야 성으로 돌아온 난 에린과 함께 벽난로 앞에 모여앉아 서 로렌과 예니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에린. 지금 생활 만족해?" "예? 마마?" "지금 생활 만족하냐고. 뭐… 덴이 알아서 잘해줄거라고 믿지만…. 불편하거 나 불안하거나 그런건 없어?" "네. 전 지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걸요" "훗. 신관의 팔을 부여잡고 자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소녀라고 악을 써대 던 녀석은 어디의 누구였더라?" "그… 그건… 벌서 아홉달 전인걸요. 마마" "후후. 하긴 사랑해주는 남편 있겠다. 저렇게 널 닮은 아기도 잘 크고 있겠 다. 걱정거리가 있으면 이상하겠지" "저어…마마 뭔가… 근심거리라도 있으신가요?" "아니야. 그냥…휴우.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아무것도 아니지. 지금 상황이 너무 행복해서 죽어도 좋을거라고 생각 되지만… 하지만…. 아직 부족해. 조금… 그래 아주 조금 부족해. "우에에엥" 응? 아기가 운다? 고개를 돌려보니 로렌녀석이 예니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있다. 머리카락을 잡아당긴 예니는 아파서 울고 그런 아기를 로렌 녀석이 보 고 자기도 따라서 울까말까 고민하는것 같다. "어…어째. 이걸 어째." "에에엥…" 바보같은 에린 녀석. 넌 귀족으로써뿐만 아니고 여자로써도 모잘라! "로젠 이녀석!" 내가 벌떡 일어나면서 소리지르자 로젠 녀석이 움찔거리면서 예니의 머리카 락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 그리고는 입을 벌린채 자기도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다는듯이 울먹거린다. "마아…" "로젠. 예니를 아프게 하면 안되잖아! 자자. 괜찮아. 예니야. 뚝." "히끅…히끅…" "마아. 마아" 내가 예니를 달래주고 있으니까 로젠 녀석이 불안한지 내 옷깃을 붙잡고 날 부른다. 하지만 난 로젠이 부르는걸 무시하고는 손수건을 꺼내서 눈물범벅이 된 예니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마아…. 으애앵…" 이녀석! 비겁해! 울다니! 내가 간신히 달래놓은 예니도 로젠이 우니까 또 울 상이다. 우아아아!!! 에린 이 맹한것! 뭣하고 있는거얏! "에린!" "네!네! 자자. 예니 이리와. 응. 엄마한테 와" "로젠! 뚝 그쳐!" "히이잉… 마아…마아…" 내가 자기를 바라봐주자 로젠이 두 팔을 뻗으면서 안아달라고 조른다. 에이. 이녀석. 정말이지 어쩔수가 없다니까. 에휴… 좀 엄하게 대해야지 되는데 이 녀석만 보면 마음이 약해지니 원…. 결국 져버렸다. 날 보며 눈물을 글썽거리 는데야 당할수가 있어야지. 난 할수없이 로렌을 안아주었다. 내가 안아주자 언제 울었느냐는듯이 눈물을 뚝 그치고는 - 아직도 글썽거리기는 하지만… - 내게 어리광을 부리면서 내옷에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닦는 다. 이녀석! "로렌. 잘못했지? 응?" "우웅…" "자. 예니한테 가서 미안하다고 해야지? 응?" 난 그렇게 말하면서 로렌을 안고 아직도 엄마품에 안겨서 울고 있는 예니에 게 다가갔다. 그리고 겁먹은 얼굴로 작게 떨고 있는 예니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렇게 몇번 해주자 내품에 안겨서 그걸 보고 있던 로렌 녀석이 버둥거리면서 품을 빠져나가 에린에게 안겨있는 예니한테 기어간다. 그리고 두다리로 굳건하게 - 잘한다! 장하다! 역시 내 아들! - 일어서더니 그 조그만 손을 뻗어서 예니의 머리를 - 에린이 몸을 낮춰주었다 - 쓰다듬 어 준다. 그리고 아직 발음이 잘 안되는 목소리로 말한다. "미아. 미아." "잘했어요. 우리 로렌. 앞으로 아프게 하지말고 잘 지내야되? 알았지?" "아우…" 역시 나와 로이드의 아들답게 로렌은 장하다. 우후후후후. 아아… 그나저나 덴이 없어서 다행이야. 그녀석 완전 팔불출이라니까. 완전 병이야 병. 이러다 가 나나 에린한테 그 병이 옮으면 어쩌지? 그녀석 격리시켜 버릴까? 으음…. -------------------------------------------------------------- ...여기까지. 하아. 역시 무설정의 희설정이라는건... 왠간한 정신머리로는 실천가능성이 없 는 불가능에 가까운것이로군요. 이어지는 뒷이야기가 아직 확실하게 잡히지 않아서 오늘은 여기까지 합니다. -_-/. 뭐...연간연재는 지킨다니까요 -_-. 아아...투표 집계도 해야하는데에... 귀찮아! 우어어어!!!... 이시대 최후의 귀차니스트를 꿈꾸며... 가우군 p.s 사실은 담배 떨어졌슴다 ( -)y=~푸우. 이것도 끊어야 하는데...이놈의 회 색 연기가 없으면 머리속이 텅비어버리니... p.s2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프랑스어로 'Noblesse oblige'로 적게 되며 영불, 불영 사전에서는 불어 격언 'Noblesse oblige'가 영어격언 'The nobly born must nobly do'로 되어 있습니다. '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은 고귀하게 행동해야 한다' 는 것이죠. 남이 쓰니까 따라 쓰느라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불어표현을 쓰면서 불어발음 을 제대로 못해 '노블레스 오블리제'라는 잘못된 발음으로 적는 이들이 있는데, 이 때 '오블리주'라고 발음하면 이것은 3인칭 단수 뒤에 오는 동사로서 '고귀함 이 의무적으로 강요한다'는 뜻이고 '오블리제'라고 발음하면 그것은 과거분사로 서 형용사의 역할을 하게 돼 '강요당한 고귀함'이 됩니다. 이 'Noblesse oblige’의 발음은 프랑스 현지 발음대로 하자면 '노블레스 오블리 쥬'입니다. 다만 '쟈, 져, 죠, 쥬'가 '자, 저, 조, 주'로 발음되므로 외래어 표기 법에 따라 정확히 표기하자면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되는 것입니다. -출처 네이버 지식인 오픈백과사전. - 위말의 제멋대로 해석한 뜻은...권한을 가진자는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가져야 한다. 인것입니다. 즉 귀족이면 귀족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죠 -_-. 사법권과 행정권을 가지고 있던 한 지방의 영주는 외침과 내환을 막을 의무가 있으며 자신 의 영지안에 살아가는 영주민들을 위해 공공사업을 해줘야합니다. 그 댓가로 세금 을 걷는것이죠. 위 격언을 지키며 행동하는 지배자가 지금보다 조금만 많아지면 이나라도 조금은 살기 좋아질텐데...씁. p.s3 이전에 구상했던 스토리가 완전 엉망. 이부분은 13장 초반부에 들어가야 했었 단말이야! 크오오오오오~~~~. 당장 재설정과 플롯 수정이 시급. 에휴...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5장 Two Years Later (2) 2003-10-18 23:15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한밤중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리 없이 일어선 뒤 내 침대 옆에 있는 작은 아기용 침대 안을 바라보았다. 보는 사람이 정신 없을 정도로 꺄꺄 거리면서 뛰어다니던 로렌은 꽤나 피곤했는지 쿨쿨 잘도 자고 있다. 후후. "카렌" "…응" "잘 지키고 있어" "…응" 카렌은 내 허락을 구하지 않고 자유롭게 내 침실을 출입할 수 있는 녀석이 다. 그리고 카렌은 로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언제나 근처에 있다. 녀석이 어디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방안은 어두컴컴한 편이다 - 분명한 건 카렌은 이 방안 어딘가에서 이곳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렌 역시도 나와 마찬가지로 로렌을 끔찍이 사랑하니 아마 자기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아이를 지켜줄거다. 그렇기에 내가 가벼운 마음으로 옷을 갈아입고 방 을 나설 수 있는 것이다. 한밤중의 어두운 복도를 뚫고 난 성의 안쪽으로 걸어갔다. 시종이나 시녀조 차 놔둔 채 혼자 말이다. 그렇게 복도를 몇 번 지난 나는 복도 벽에 걸려있 는 커다란 초상화 앞에 섰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서 초상화 옆에 걸려있는 촛대를 잡아당겼다. 그르릉…. 미약한 진동과 작은 소음이 울려 퍼진 뒤 곧이 어 눈앞에 검은 구멍과도 같은 작은 공간이 나타났고 난 망설이지 않고 곧바 로 그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늦으셨군요. 마마" "아아. 로렌이 재롱부리는걸 보다가 늦잠 잤거든" "저런… 정말 왕자 전하를 끔찍이도 위하시는군요. "그건 네가 할말이 덴." "제가 뭘 말입니까?" "자기 자식. 그것도 딸이 딸기를 좋아한다고 다른 영주의 딸기농원을 갈취하 는 짓거리는 보통 정상적인 인간은 안하지." "뭐…그거야. 저도 딸기를 좋아하고… 또…" "그래? 그래서 목각인형과 헝겊인형을 만드는 재봉사들을 납치해온거야? 얼 마 전에 도시에 나가보니 못 보던 인형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섰더군. 거기 다 옷가게에는 아이들 옷들이 어른 옷보다도 많고 말이야. 그것도 소녀용 드 레스들이!" "그…그거야. 거…아이들은 빨리 크지 않습니까? 그래서 미리미리 준비한 것 뿐입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이제… 그만하시고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어떻겠습 니까?" 아르케네스다. 그는 이제 슬슬 마법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지 언제나 몸을 완전히 가리는 로브와 후드를 푹 눌러쓰고 있다. 원 래 마법사들은 몸을 완전히 두르는 로브를 입어야 한다나? 하지만 아르케네 스의 덩치 덕분에 그가 로브를 감싸고 있으면 평범한 사람도 한번쯤 더 돌아 보게 만든다. 전형적인 범죄자 같은 인상이거든. 하여간 나와 덴은 그의 중재 를 받아들였다. 우리 둘이 자리를 잡고 앉자 나머지 둘 - 아르케네스와 크렌 - 도 자세를 바로 하며 원형 탁자에 모였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마마" "그래. 우선 덴 부터." "예. 국외 사건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로세니아와 케센이 각각 25% 와 30%씩 밀을 추가 수입하겠다고 사신을 통해서 알려왔습니다." "밀을? 그것도 삼분의 일씩이나 많이?" "예. 에 또… 케센은 작년에 그들 영토 대부분이 흉작이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만…. 로세니아의 경우에는 제가 알기로 평년 수준은 되는 것으로 알 고 있습니다." "아마 케센의 밀수입 요청은 겨울을 나느라 비축량이 부족해서겠지. 그리고 보리를 수확하려면 아직도 두달정도 남았고 혹한이 몰아치는 겨울과 달리 봄 에는 많이 활동해야 하니 겨울에 비해서 많은 양의 식량이 필요할거야. 그쪽 은 이해할 수 있어. 그런데 로세니아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군용식량으로 유용하려는것 같습니다. 이건 제 심증일 뿐입니다만…" "그래. 덴의 말도 일리가 있어. 로세니아는 전통적으로 식량부족국이기 때문 에 언제나 식량비축에 열을 올리지. 타국과의 관계가 끊겨도 최소한 6개월은 자급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을 말이야." "로세니아의 인구가 급증했다는 보고도 없고 또 사회적 소요사태가 일어날 만한 일도 없었습니다. 로세니아에서는 밀에 대한 대가로 다량의 철과 무기 류를 수송비가 없는 현지가로 판매하겠다고 하더군요." "로세니아 군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마마. 그쪽 중앙 군부에 침 투한 스파이들의 보고에 따르면 올 봄에만 군사 훈련과 요새 건설등 군사적 목적의 움직임만도 열세 건입니다. 이중 군사 훈련의 경우 아넬 공국 근교와 케센 주변에서 각각 네건. 그리고 우리 크레센트 국경 주변에서 한 건입니 다." 흠… 뭔가 있어. 그간 잠잠한가 했었는데 그 로세니아의 미친 망나니들이 또 뭔가를 꾸미고 있는 것 같다. 하여간 그놈들만 끼면 문제가 복잡해진다니 까. "어떻게 생각해?" "때가 아님에도 식량을 수입하고 금화를 만들기 위해서 다량의 무기를 판매 하는 것. 그리고 경작을 위해서 일손을 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각지에서 군 사훈련을 하는 걸로 봐서…" "전면전이겠지." "예. 마마. 제 판단으로는 아넬 공국이나 케센 왕국과의 전쟁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 상대는 아넬 공국을 무력으로 점거하고 케센 왕국에게 도발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렇다기엔 손실이 클텐데요. 우선 케센 왕국만 해도 로세니아와 비등한 힘 을 지녔습니다. 아무리 식량이 달린다해도 왕국이라 불릴만한 나라이니 병사 를 먹이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만약 로세니아 수뇌부가 케센 왕국 이 식량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고 오판하고 있는 것이라면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일 겁니다." 크렌의 말도 일리가 있다. 아넬 공국. 덴의 영지보다 조금 큰 정도의 영토를 가진 케센의 공국이다. 상업의 중심지라던지… 공업산지라던지. 아니면 특별 한 광물이 있는 것도 아닌 그저 그런 공국인 것이다. 그런 곳을 점령하고 나 서 케센과 전면전이 붙게 된다면 로세니아로써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거 다. 커트렌 그 자식은 미친놈인 건 분명하지만 바보는 아니다. 뭔가 있어 "그런 건 아닐 거야. 내 감인데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어. 덴." "예 마마." "요원들을 더 풀어서 자세한 사정을 알아봐. 그리고 왕궁에도 인력을 더 투 입시켜서 정보 취득시간을 좀더 줄여보도록 하고. 지금처럼 반나절 뒤에야 소식이 전해지면 너무 늦어." "알겠습니다. 마마" "좋아. 크렌. 화격단의 상황은?" "예. 마마. 현재 총인원 7430여명입니다. 이중 세개 대대는 각각 개편을 끝마 치고 독립적인 전투가 가능할 정도로 숙련되었습니다. 두개 대대는 기병 대 대로 개편중입니다. 나머지는 아직 훈련중이죠." "그래. 전에도 강조했지만 어떤 상황 어떤 전투에도 투입시킬 수 있는 부대 로 만들어. 저 북쪽 끝인 동토의 얼음 바다던 남부의 사막이던 어디서나 전 투력을 잃지 않고 싸울 수 있는 녀석들로 말이야. 알겠지?" "예. 하지만… 역시 자금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 그건… 아르케네스?" "워렌 자작령과 랭스턴 자작령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 두곳의 세금을 가지고 남부 국가 연합과 무역을 하고 있습니다만 흑자가 나려면 앞으로 1~2 년은 더 필요할 것입니다. 좀더 투자한다면 기간산업을 마련하는 시간을 줄 일 수 있겠지만 현재로써는 이 정도가 한계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셔우드 남작가에 사람을 보내. 우선 당장 빛을 지더라도 별수 없어. 우선 급한 곳부터 메꾸고 나중에 갚아나가도록 하자고" "이미 그들 남부 귀족들에게 빌린 자금만 170만 골드입니다. 이 이상은 아무 리 부유한 남부 귀족이라 해도 힘들 겁니다." "물론 아무리 자금력이 풍부한 남부 귀족들이라 해도 비공식적으로 은밀하게 자금을 돌리는 건 이 이상은 힘들겠지. 하지만 그렇다는 건 공식적으로 그들 이 투자할 장소를 마련해주면 되잖아? 안 그래?" "그렇다면…" "다행히 여기 워렌 자작령에는 소금광이 있잖아? 그걸 대대적으로 증설하는 데 투자하라고 하고 거기서 뜯어내지 뭐." "…이거 잘못했다간 제 성도 담보로 잡히겠군요. 전 어디서 살까요?" "엄살은…. 어차피 소금광 근처 수km는 풀도 잘 안 자라는 불모지면서. 거기 에 마을도 몇 개 만들고 광산도 두어 개쯤 더 늘리자고. 덤으로 치안유지를 명목으로 화격단 병력중 일부도 이쪽으로 돌리고 말이야." 내말에 세 남자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그중 요즘 병사관리에 머리 털까지 빠져가면서 고민한다던 크렌은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는 얼굴이었다. "확실히…. 마틴 공작 - 왕위계승권을 포기하고 공작 위를 받았다 - 을 호위 한다는 명목으로 랭스턴 자작령에 머물고 있는 병력만 삼천이 넘으니 이 이 상 병력을 끌어 모으는 건 좀 무리가 있습니다. 이쪽으로 한 두개 대대라도 넘길 수 있다면 남의 눈을 피하는데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주민이 오천이나 될까말까한 작은 영지에 군인만 삼천명이라는건 누가 봐도 좀 이상하긴 하죠. 마마. 이런 건 어떨까요?" "뭐?" "이제 2년이나 지났고하니 마틴 공작을 호위라는 명목으로 감시하는 병사들 을 이쪽으로 돌리고 다른 지방에 퍼져있는 화격단중 일부를 그쪽으로 돌리는 겁니다." "왜? 그냥 거긴 그대로 두고 다른데서 병력을 모으면 되잖아" "그게… 어이 크렌." "예. 마마. 지금 화격단 병사중 절반은 아직도 숲이나 산속 같은 오지에서 생 활중입니다. 말단 병사부터 장교들까지 그런 오지에서 생활하는데 불만이 많 습니다. 최소한 중대 단위씩이라도 순번을 두어서 교대시키지 않으면 통제하 기 힘들 정도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석들은 아직 전면에 나설 수 없다고. 지금처럼 산적행세나 하는 수밖에 없는걸…" "산적이라고 해서 말입니다만…. 이번에 폐하께서 중앙군 1만 명중 절반을 세개 전대로 나눠서 수도 및 각 주요 도로 근방의 산적들을 토벌하라고 명령 을 내렸습니다. 아마도 빠르면 일주일정도 후에 출정할 것 같습니다." "로이드가? 에이… 정말이지 도움이 안 돼. 도움이" 정말이지 남은 고생해가면서 병사들을 모으고 또 훈련시키고 있는데 남편이 라는 작자가 내가 기껏 고생해서 마련한 병사들을 박살낸단다. 에휴… 이렇 게 손발이 안 맞아서야…원. "할 수 없지. 덴. 그쪽 계획서 입수했어?" "아직 입니다. 마마. 그리고 중앙군 쪽은 아직도 브래드릭 장군이 잡고 있는 데다가 명령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고충이 좀 있습니다. 우리 쪽에서 침투시 킨 요원들도 아직 하급 장교들이기 때문에 작전 계획서 등을 입수하는 건 힘 들 것 같습니다. 물론 탈취나 복사 등으로 얻어낼 수는 있겠습니다만…" "됐어. 힘들여 키운 요원들을 이정도일에 다 잃을 수야 없지. 그냥 크렌이 화 격단에 알려서 당분간 숨어 지내라고 해. 참. 용병들 쪽은 어떻지?" "그리 신통치는 않습니다. 화격단과는 별도로 용병대 1개 대대를 구성해두기 는 했지만 저희 왕국은 전통적으로 징병제를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에 용병들 의 숫자나 입지는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해도 계속 추진해. 언제 징병해서 훈련시킬지 알 수 없는 병사들 따 윈 유사시엔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하니까.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으니 최소 한 화격단의 절반 수준은 유지하도록 해." "남부 귀족들의 원조금중 일부를 그쪽으로 돌리도록 하지요. 다른 사업계획 들이 조금 늦춰지긴 하겠습니다만…" "상관없어. 아르케네스. 우리가 유일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는 건 시간뿐이니 까 말이야. 정 안되면 내가 가서 왕실 금고라도 털어올테니까 걱정 말라고." "마마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농담같이 안들립니다." 망할 녀석! 그런데 왜 덴의 말에 크렌과 아르케네스도 고개를 끄덕이는 건 데? 확 성질 나는데 모조리 죽여버릴까? 에휴… 그럴 수 없는 내 처지가 정 말 불쌍하다. 아넬리안 진짜 성질 많이 죽었다. "흠흠.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화격단에 대한 건 크렌과 덴이 알아서 처리 하도록 해. 아참. 중앙군에 집어넣은 녀석들은 어때?" "아마 닐크가 잘해내고 있을 겁니다. 그 녀석들 요즘 고생이 좀 심하다고 하 지만 그래도 산적질하면서 산과 들을 뛰어다니는 녀석들보다는 편할 테니까 요" "고생? 왜?" "그게… 기사도 아니고 일반 징집병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라서 위아래로 조 금 치인다더군요. 뭐… 그래도 닐크가 나가있고 또 전투경험이 있는 숙련병 들 위주로 해서 들여보낸 것이니 아마 별 문제 없을 겁니다." "그녀석들은 중요하다고. 좀더 자세히 알아보고 처우에 대해서 문제가 있으 면 덴이 처리해. 덴 수준에서 힘들면 바로 이야기하고. 위에서 압력을 가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석들은 중앙군 안에서 위치를 보장받아야돼. 유사시 문제 가 생기면 그들이 중앙군을 장악하고 통제해야 하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마마." "그런데 차도 없는 거야? 손님 맞는 예의가 영 아닌걸?" "술이라면 있습니다." 덴 녀석 기다렸다는 듯이 원형 탁자 아래로 손을 뻗어서 포도주병 두어 개 와 치즈조각이 담겨진 접시를 올려놓는다. 호오… 내가 오기전에 벌써 한잔 씩들 한 것 같은걸? "이봐. 일하는데 술을 마시는 거야? 이것도 엄연히 공무라고. 모두들 너무 헤 이해진거 아니야?" "하하하. 뭘 이런걸 가지고 그러십니까? 저어기… 술만 마시면 유능한 인재 가 되는 랭스턴 자작도 있지 않습니까? 예?" 덴은 랭스턴 자작을 언급하면서 웃었다. 그리고는 내 앞에 은제 술잔을 내 려놓고 포도주를 따른다. 흠… 향은 괜찮군. 뭐… 조금이라면…. "후후. 랭스턴 자작도 대단해. 안 그런가 크렌?" "그렇긴 하죠. 맨정신일땐 농노보다도 무능한 귀족인데 술만 들어가면 사람 이 바뀌니까요. 이번엔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창든 병사 열 셋을 맨주먹으로 쓰러트렸다고 하던걸요?" "그 친구는 분명 주신(酒神)의 가호를 받은걸 거야. 안 그렇습니까? 마마. 그 런 의미에서 저희도 한잔씩 하죠." "한잔은 나 오기 전에 벌써들 한 것 같은데… 뭐. 그도 좋겠지" 난 가볍게 술잔을 들어올리면서 답했다. 챙. 은잔들이 부딪치면서 맑은 소리 를 낸다. 나를 포함한 방안의 사람들은 모두 포도주를 한 모금씩 마신 뒤 다 시 회의를 계속해나갔다. "그래. 화격단은 이 정도로 하고. 다음으로 정계 쪽은 어때?" "별다른 변동사항은 없습니다. 아직도 프로센 후작이 귀족원의 정점에 서있 고 거의 모든 귀족들이 그를 추종합니다. 마마. 본인은 별 생각 없는데 주변 의 귀족들이 그를 꼬드기는 것도 여전하고요." "그래…. 망할 녀석들 이 나라의 왕이 누군 지도 모르나? 흥" 프로센 후작은 1인자가 될 그릇도 아니고 될 생각도 없다. 하지만 크레센트 왕국이 생긴 이래 유일한 귀족 재상 - 그전까지는 왕족, 그것도 다음대 국왕 이 될 후계자만이 재상직에 올랐었다 - 이 된 그의 곁에는 다음대 국왕이 그가 되야 된다던가 혹은 현 국왕인 로이드를 내쫓고 그를 왕으로 모셔야 한 다는 말을 하는 놈들도 있다. 물론 극소수이긴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소리 를 하는 미친놈이 있다는 거다. 정말 불행한 건 그런 망할 놈들도 이 나라의 귀족이랍시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에 특별한 명목과 증거가 없는 한 목을 메달수 없다는 거다. 분통터지게도!!! "별수 없지요. 반정을 통해 왕위에 오르는 로이드 1세 폐하께서는 아무래도 귀족들 사이의 입지가 좋지 못한 것이 사실이니까요." "정당한 계승권을 돌려받은거야." "예. 죄송합니다. 마마. 제가 말실수를 하였습니다." "앞으로 조심해 덴." "예." "그래. 프로센 후작은 계속 주시하도록 하고…. 다른 잔챙이들은 신경 쓸 필 요없겠지. 남부 귀족들은 어떻지?" "여전히 중앙귀족들과 파벌다툼중입니다. 특히 그들이 가진 남부 국가 연합 과의 독점 무역권을 놓고 중앙과 남부 귀족들 사이의 대립이 나날이 커져가 고 있습니다. 어쩌면 피를 볼지도 모르겠군요." "지금처럼 계속 뒤에서 지원해주도록 해. 필요하다면 드러나지 않게 무력을 빌려주도록 하고 말이야. 아직은 그들의 자금지원이 필요하니까 나중이라면 모를까 현 상황에서는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되. 그리고 마틴 공작은?" "이 달에만 열 넷의 귀족들과 면담을 행하였습니다만 특별한 내용이나 문건 이 오간 기록은 없습니다. 마틴 공작과 접촉하는 이들도 바보들은 아닐 테니 저희에게 눈에 띌만한 짓은 안 하겠죠. 하지만 저희가 주시하는 한 아무리 조심해도 걸릴게 있다면 꼬리가 잡힐 것입니다. 마마" "조심해. 지금은 죽은 듯이 지내기는 하지만 한때 왕세자 자리까지 올랐던 인물이야. 마틴이 음모를 꾸민다면 별볼일 없는 귀족 몇몇이 헛소리를 지껄 이는 수준정도에서 끝날 리가 없어. 이 나라가 피로 물들 거야. 그에 대한 감 시와 경계 수준은 지금까지와 같이 전시 상황으로 하도록. 그는 일급 요주의 인물이야" "알겠습니다. 마마" 덴은 내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휴우…. 마틴 공작 은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그는 프로센 후작 같은 거 물 귀족보다 더 위험한 자다. 로이드 폐하의 말만 아니었으면 당장에라도 암 살자를 보내서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말이야. 그는 주머니 속의 단검과도 같은 존재인걸…. 언제라도 품속의 단검을 꺼내서 폐하나 나를 향해 휘둘러 댈지 모르는 그런 존재인데. 그런 마틴 공작을 놔두고 잠을 자려니 숙면을 못취하는거지. 쯧. 뭐… 피오나 전 왕비가 어느 정도 억제를 해주고 있을 테 니 괜찮을 듯 싶지만…. 그녀는 마틴이 왕위계승권을 포기한 그 시점에서 공 식적으로 전대 왕비자리를 포기한다고 선언한 뒤 북부의 무슨 자작인가 하는 자와 결혼했다. 이에 대해서 왕실 안에서 논란이 오고갔지만 그녀의 이름을 역사서에서 지우는 것으로 합의 봤다고 한다. 즉 그녀는 전대 국왕의 왕비가 아닌 일개 측실로 취급받은 거다. 그런데도 본인은 만족해 하는 것 같으니 나야 뭐 할말 없지. 하지만 위크 후작과 여섯 명의 주동자들은 모두 교수형 당했기에 그녀도 현 왕실에 원한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마틴 공작뿐만 아니고 다른 구 마틴 공작파 귀족들도 예의 주시해." "물론입니다. 마마" "그리고… 다른 사건들은?" "에또… 아! 이번에 국왕폐하께서 직접 추진하신 대학기관과 왕국내의 주요 도시에 세운 도서관들이 아주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마마." "그래? 별다른 문제는 없고?" "예. 도서관의 경우 일부이긴 하지만 일반 평민들에게도 개방하고 있고 또 대학에서도 일정량의 기부금만 내면 평민들도 받아들이고 있어서 중산층 평 민들에게 좋은 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8년 간의 대학 교육을 이수하면 모두 왕실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어서 귀족들보다 평민들이 더 몰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런 현상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내는 학자들도 있 을 정도입니다." "좋아. 아주 좋아. 우리로써는 이미 기득권을 쥐고 있는 귀족들보다는 가진 게 적은 평민들 쪽이 상대하기 편하지. 그래 그쪽은 얼마나 손을 뻗은 거 지?" "그건 아르케네스가 잘 알겠군요." "에…. 우선 저희 측에서 일할만한 인재를 서른 네명정도 확보했습니다. 마 마. 이들을 담당한 학자들을 통해서 1~2년 안에 조기 졸업시켜서 궁안 각 부 서에 배치시킬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왕성의 하급 관료중 절반 이상을 저희 측 사람으로 채워넣을 예정입니다." "그래? 덴. 귀족들 중에서 포섭한 만한 인물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대부분 영지를 가지고 있다던가 아니면 재 산이 많거나 하기 때문에 저희와 같이 모험에 뛰어들만한 친구들은 적지요. 물론 전부터 진행중인 각 귀족의 차남이나 서자들을 포섭하고는 있습니다. 단지 이런 친구들 중에서 쓸만한 인재는 적어서요. 쓸만하긴해도 포섭해봐야 이익을 얻을만한 친구는 그들 중에서도 몇 안됩니다. 마마" "그래도 계속 추진하도록 해. 귀족들도 어느 정도 확보해야돼. 저 왕궁 안에 돌아다니는 놈들을 모조리 죽일 예정이 아니라면 말이야." "명심하겠습니다. 마마" "내정에 관한 제도들이야 로이드 폐하가 알아서 잘해주고 있으니 신경 쓸일 없을 테고… 군제 개혁은 어떻게 되어가지?" "지지부진입니다. 무엇보다 왕실에 돈이 없거든요. 각 지방의 영주들이 가진 사병들을 모조리 긁어모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현재 들어가고 있는 군사부 문의 지출이 세배이상으로 늘어납니다. 왕실에서는 이만한 부담을 감당할 여 력이 없습니다. 단지 중앙군내에서는 어느 정도 개혁해나가고 있습니다. 아직 일부이긴 하지만 기존의 수천에서 수만 단위의 전대 개념에서 각 중대, 대대, 연대 개념으로 차츰 변화하는 중입니다. 문제는 역시 고급 지휘관의 부재이 죠. 이는 대학의 운용과 함께 실력있는 하급 지휘관들을 등용하는 것으로 어 느 정도 커버하고 있긴 하지만 완전히 체질이 바뀌려면 아직도 몇 년은 더 필요할 것입니다." "이 나라는 언제 전란에 휘말릴지 몰라. 군제 개혁과 같은 직접적인 무력과 연관된 일들은 다른 일들보다 우선권을 줘서 빨리 처리하도록." "알겠습니다." "아!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근위대는 어떻게 되었지?" "그게… 실패했습니다. 마마." "왜?" "근위대는 대대로 왕실에 봉사하는 자들로만 구성되어 있어서요. 출신성분이 불분명한 친구들은 아무리 압력을 가해도 받아주지 않더군요. 그래서 다른 방법을 모색중입니다." "흠…. 그렇다면 로얄가드쪽도 마찬가지겠군." "예. 벌써 2년이나 지났는데도 로얄가드의 경우에는 겨우 일곱 명뿐입니다. 유명무실한 것이나 다름없죠. 작년에 실시된 근위대 개편안 덕분에 그동안 저희 쪽과 다른 귀족들의 입김이 닿았던 근위병들은 모조리 다른 곳으로 전 출되거나 좌천되었습니다. 현재 근위대에 가장 영향력이 강한 분이라면 역시 로이드 폐하뿐이겠죠." 그렇겠지. 근위대는 국왕에 대한 광신적인 충성을 바치는 조직이니까. 단지 걱정되는 건 지금이야 상관없지만 후에 나와 로이드가 나아가려는 방향이 틀 렸을 때이다. 그런 일이 안 일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근위대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내게 검을 들이댈거다. 후 우…. "에또… 마지막 안건입니다만…" "그래. 말해봐" "그들이 접촉해왔습니다. 마마" "…그래? 인원이나 조직력은?" "인원은 대략 2~300여명 수준이고 조직력은 전혀 없다고 봐도 됩니다. 뒤탈 은 없을 듯 하군요." "그렇단 말이지? 좋아. 그 정도라면 상대해줄만하지. 덴 자세한 계획 세워서 보고하도록 해." "잘 알겠습니다. 마마" "물론 하루 내로 다녀올 수 있는 범위로 잡는 건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마마. 하지만… 벌써 한두 번도 아닌데 이 근처에서 자주 일을 벌이면 상대방도 눈치채지 않을까요?" "그런 눈치를 못채게 만드는 게 덴 너의 일이야. 알아서 하도록." "예에. 매일 저만 죽어나는군요. 이러다 과로사 하겠습니다. 마마" "웃기지마. 네놈이 예니를 놔두고 죽는다고? 그런 일은 해가 남쪽에서 떠도 안일어날껄?" "…아버지가 딸을 사랑하는 게 그렇게 눈에 걸리십니까? 왜 저만 가지고 그 러시는 겁니까? 예?" "네놈이 팔불출 병이 옮을까봐 그런다. 훠이훠이. 절루가." "……" 덴 녀석 삐쳤는지 갑자기 팔짱을 끼면서 고개를 팩 하고 돌린다. 저놈 엔간 한 일에는 실실거리면서 대꾸도 하고 그러는데 꼭 제 딸 이야기만 나오면 반 응이 맨날 저 모양이다. 아니 하나 더 있지 실수라도 예니에 대해서 칭찬하 면 그걸로 반나절동안 실실거리면서 떠들기. 저놈이 정말 크레센트 정계에서 이름높던 바람둥이 워렌 자작과 동일인인지 의문이다. 대충 서류에 사인하고 자잘한 일들을 처리하고 나니 벌써 새벽이 다가온 듯 했다. 멀리서 닭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있던 난 이리저 리 몸을 움직여서 - 우두둑 하는 소리가 들린다. 흑… 나도 늙었나봐 - 뭉친 근육을 풀면서 말을 했다. "자. 오늘은 이만하자고. 그럼 다들 이주 뒤에 다시 모이기로 하고 이만 끝낼 까?" "그러지요." "우애애앵…" 에엥? 왠 아기 울음소리가… 덴과 크렌은 벌떡 일어서면서 검집에 손을 댔 고 아르케네스는 벽에 기대놓은 지팡이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난 잽싸게 의자에서 일어서면서 뒤돌아 섰다. 우리들의 시선이 집중된 그곳에는… "카렌?" "아아아앙… 애애앵…" 울고 있는 로렌과 당황한 기색이 가득한 카렌이 - 저 녀석을 만난 뒤 처음 으로 본 표정이다 - 서 있었다. "카렌? 무슨 일이야? 로렌? 로렌. 엄마 여깄어. 왜 우는거야 응?" 난 로렌을 안고 있는 카렌에게 달려가서 아이를 받아들었다. 그러자 앙앙거 리면서 울던 로렌이 그 작은 손으로 내 옷깃을 붙잡으면서 내게 매달렸다. "마아…마아…" "그래. 그래. 우리 로렌 착하지? 뚝" "흐응… 마아…" "악몽…꿨나봐. 깨어서 울었어. 그래서 데려왔어." "그래… 잘했다. 카렌." "으응." 난 울먹이면서 내게 매달리는 로렌을 달리면서 답변했다. 그러자 카렌은 머 쓱한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슬그머니 밖으로 나갔다. 카렌에게도 감정이라는 게 있긴 했구나. 흐음…. 카렌이 나가고 비밀문이 다시 닫히자 갑자기 덴이 물었다. "카렌양…에게 이곳에 위치를 알려주셨습니까? 마마" "아니." "그럼 어떻게…" "덴. 그애가 못가는곳이 이 성안에 존재하리라 생각해?" "……" "카렌이라면 이 성안의 포크가 몇개인지까지 다 알고 있을걸? 저 녀석 몰래 비밀 같은걸 만들려면 이 성전체를 던전화 시켜도 모자랄거다. 경계가 삼엄 한 왕실 안에서도 제집 드나들듯이 돌아다니는 녀석이야." "확실히 카렌양은 뛰어납니다. 마마. 하지만 그렇다해도…" "됐어. 뭘 말하는지는 알아. 하지만 그 애의 관심사는 나와 로렌의 안전뿐이 야. 다른걸 신경 쓸 아이도 아니고 관심도 없을 거야. 걱정안해도 돼."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보다는 덴이나 조심하지 그래? 남들 앞에서는 근엄한 척 하지만 예니앞에 서 팔불출이 되는 몰골을 카렌은 다보고 있을 테니까. 나중에 카렌 시켜서 협박이나 해보라고 할까? 훗." "마마아…" "쉿. 우리 로렌 잠들었어. 조용히 해. 그럼 난 갈 테니까 나머지는 알아서들 하라고. 알았지?" "예에…" 녀석들 표정을 보니 불만이 좀 있는 듯 하지만 그런걸 신경 쓸만큼 한가하 지 않다고. 난 덴등을 뒤로 한 채 카렌이 나간 뒤 닫힌 비밀문을 다시 열고 밖으로 나왔다. 사방은 아직 어둠에 휩싸여 있었지만 창너머로 조금씩 푸른 빛이 보이는 게 얼마 뒤면 해가 뜰 것 같다. 시녀들과 하녀들이 일어나기 전 에 어서 방으로 돌아가야겠군. 그렇게 생각하면서 방으로 돌아가는데 복도 모서리에 카렌에 서있다. "왜?" "…자?" "그래. 막 잠들었어." "…치잇." 갑자기 녀석이 입을 삐죽이더니 몸을 휙 돌려서 가버리려 한다. 난 그런 카 렌의 뒷모습을 보면서 녀석을 불러 세웠다. "카렌." "…응?" "자. 안아봐. 조심해서" "응!" 단숨에 달려오는군. 역시 이걸 기대한 거였어. 하여간 이 녀석은 단순한 건 지 복잡한 건지 알 수가 없다니까. 내게 안겨서 잠든 로렌을 받아든 카렌은 마치 꽉 쥐면 깨어질 계란을 쥐고 있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로렌을 안아들었 다. 그리고는 자고 있는 로렌을 보면서 웃는다. 후후. 하여간 로렌이 태어난 뒤로 카렌 녀석이 많이 변했다니까. 물론 로렌에게만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말이야. 좋은 현상이려나? 흐음… "늦었다. 가자 카렌" "으응… 내가… 로렌 옆에서 지켜줘도 되지?" "물론이야. 언제나처럼 부탁할게." "응. 언제나처럼." 기쁜 듯 웃으면서 - 아마 자기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거다. - 카렌은 대 답했다. 그리고는 자고 있는 로렌을 바라보면서 내 뒤를 따라왔다. 후우… 밤 샘회의는 정말 피곤하다니까. 간단히 세수라도 하고 자야지. 오늘 아침 운동 은 패스. 으음… 이러다가 살찌는 거 아닌지 몰라. -------------------------------------------------------------- 빰빠라밤~ 빰빰빰~ 빰빠라밤~~~ 레이디&젠틀맨. 지금부터 제 1회 가우군배 인기투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먼저 후보 발표입니다. 1. 순진무구 엉큼음흉 로이드 32 2. 뻔뻔만땅 카사노바 덴 6 3. 열혈바보 용사지향 닐크 3 4. 마법최고 외관화려 아르케네스 7 5. 진짜마법 장수만세 헤쉬케린 0 6. 꾸질꾸질 주정뱅이 랭스턴 자작 1 7. 순종왕자 느끼만발 마틴 왕세자 10 8. 변태만발 귀축도인 커트렌 2 9. 기사도광 열혈종자 크렌 1 10. 건전쾌락 바람둥이 디온 7 11. 애교만땅 귀차니즘 가우군 3 자...개표 현황을 발표하겠습니다. 먼저 1위는... 총 32표를 받은 순진무구 엉큼음흉의 로이드 국왕폐하! 로이드 : 훗. 이 결과는 당연한 거라고.(어이...왕되고 나서 너무 거만한거 아 니야? 응?...질질질...근위병에게 끌려간다.) 이에 이어 2위는 순종왕자 느끼만발의 마틴 공작! 10표. 마틴 : ...그래도 2등이다. 우후후.(이봐. 넌 표때문에 죽을 목숨 살아난거라고 투표해준 분들에게 감사해) 감사합니다.(__). 다음은 공동 3위! 마법최고 외관화려 아르케네스! 그리고 건전쾌락 바람둥이 디온! 아르케네스 : 저...스승님? (쉬이익...퍼어어엉! 분노한 헤쉬케린. 아르케네스에 게 마법난사중) 끄어어어억.... 디온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직 출연도 안한 제 인기가 이정도이니 나 중에 참여하게 되면 어떨지 벌써 눈에 선하군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리고 지금 프리스트 모집중이거든요? 평상가의 절반가격으로 프리스트가 될 수 있답니다.단돈 9990골드면 당신도 디온의 프리스트! 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게 아닙니다.(이봐! 여기서 장사...아니 포교하지 말랬지?) 다음 4위! 의외로 득표수에서 밀린 뻔뻔만땅 카사노바 덴! 6표입니다. 덴 : ...훌쩍....훌쩍...(훗. 바람둥이의 시대는 갔다니까) 이건 조작이야! 비리가 있어! (현실을 인정해) 그리고 기타 등등. 기타인간들 : 누가 기타냐! 제대로 안해?! ...쳇. 5위는 열혈바보 닐크와 애교만땅 가우군. 각각 3표씩입니다. 닐크 : ...저놈이랑 동률이라니 기분나빠. 가우군 : 자른다? 실업자 될래? 닐크 : 흥!!! 그리고 6위는 의외의 인물! 변태만발 커트렌! 무려 2표나 받았습니다. 커트렌 : 훗...당연한 결과지.(이봐이봐. 이건 세상이 뒤집어질 대사건이라고!) 7위는 주정뱅이 랭스턴 자작과 기사도광 크렌! 각각 1표씩을 받았습니다. 랭스턴 : ...끄윽(트림중.) 쿠울...드르렁(이봐! 일어나라고!) 크렌 : 워렌 자작님...저...한표밖에 안되는데 제가 받으면 안될까요? (...쯧쯧) 그리고 대망의 8위! 대망의 꼴찌는 장수만세 헤쉬케린옹! 무려 0표!. 모두에 게 외면 받았습니다. 헤쉬케린 : 중얼중얼(주문 외우는중) 크카카카카!!! 다죽어! Moon Strike!!! (갑자기 창밖에 떠있는 달이 점점 커지기 시작함.) 쉬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번쩍!!!!..................... The World is Over. The End. 의외였던것은 덴의 부진과 커트렌의 약진이군요. 덴은 인기에 비해서 표가 적었던것같고 커트렌은 인기에 비해서 표가 너무 많았군요. 하여간 노익장을 과시하는 헤쉬케린 옹에 의해서 세계가 작살났으니 다시 복구될때까지 수면 에 들어갑니다.( __) 감기가 오는지 목이 컬컬 하고 기침이 나고 콧물도 나더니 열도 오릅니다. 에에...정말 이번엔 단단히 걸렸나보네. 여러분 감기조심하세요 -_-/. 훌쩍. 에칭~. 가우군 p.s 약사먹으로 나감.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5장 Two Years Later (3) 2003-10-21 07:48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회의가 있은지 일주일뒤. 덴이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이에 난 크렌과 아르 케네스를 대동하고 워렌 자작령을 빠져나와 반나절동안 쉴새없이 달렸다. 그 래서 도착한곳은 평원 한가운데 죽죽 솟아있는 울창한 숲속이다.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도 불구하고 도착했을때는 이미 저녁이었고 우리 셋이 검은 로브 로 갈아입고 말을 근처 숲속에 메어둔뒤 숲안으로 들어섰을때는 완전히 해가 져서 사방이 컴컴한 어둠속에 빠져들었다. "이쪽입니다." "응." 앞장서서 안내하는 크렌을 따라서 우리는 숲사이로 난 겨우 말한필이 지나 갈만큼 작고 구불구불한 흙길을 따라서 걸었다. 그렇게 대략 10분쯤 걸어가 니 저 앞에 작은 불빛이 보였다. "저기야?" "예." "그래. 여기서부터 계획대로 하자고. 알았지 크렌?" "예." 우리는 로브에 달린 후드를 깊숙히 눌러써서 얼굴을 가린채 마치 추적자들 에게 쫓기는 범죄자들처럼 주변을 연신 두리번거리면서 빠른 걸음으로 그 작 은 불빛이 빛나는 곳으로 걸어갔다. 우리가 도달한 곳은 버려진지 한참은 된것같은 폐가였다. 한때는 이름있는 귀족이 사용했을 범직한 커다란 3층 저택이었지만 저택의 한쪽 부분은 완전 히 무너져서 앙상한 골조만 남아있었고 그나마 멀쩡한 곳들도 곳곳이 금이 가고 창문도 다 박살난 모습이어서 을싸년스러운 모습이었다. 겉보기엔 사람 이 사는듯한 흔적이 없는걸로 봐서 덴이 고생좀 한것같군. "정지. 누구냐?" 갑자기 나무사이에서 두명의 사내가 튀어나오더니 우리에게 활을 겨누며 외 쳤다. 둘다 사냥꾼처럼 가죽 모자에 가죽옷을 입고 있기는 했지만 사냥꾼 특 유의 느낌보다는 군인이라는 느낌이 확 풍길정도로 숙련된 자들이다. 인간을 상대로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화살을 당길수 있는 뭐… 그런 느낌이랄까? "초대받고 왔소. 이미 우리가 온다는걸 알고 있을텐데?" "……" 크렌이 말을 하자 우리 앞을 막고 있는 두 사냥꾼은 서로를 한번 쓱 바라보 고는 활줄에 걸린 화살을 끌어내렸다. 그리고는 좌우로 비켜서면서 말을 했 다. "들어가시오." "수고하시오" 크렌은 가볍게 손을 들어 그들에게 답해주고는 나와 아르케네스를 이끌고 계속 길을 따라들어갔다. 우리 뒤로 미심쩍은 눈빛을 하고 있는 예의 사냥꾼 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우리는 간단히 무시하기로 하고 반쯤 떨어져나간 저택 의 정문앞에 섰다. 이미 누군가 우리들이 들어오는걸 확인했는지 현관문이 붙어있는 벽의 일부가 그르릉… 하는 작은 소리를 내면서 열렸고 안에서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크렌은 망설이지 않고 바 로 안으로 들어섰고 나와 아르케네스 역시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의 내부는 밖에서 본것처럼 엉망이다. 하지만 우리 앞에서 걸어가면서 안내하고 있는 집사 - 집사다. 그것도 정복을 차려입은… 사정 모르는 사람 이 봤다면 유령이라고 소리쳤을거다 - 의 뒤를 따라서 지하로 내려가자 사 정이 바뀌었다. 가지런히 정돈된 내부. 그리 넓지않은 복도임에도 빽빽하게 걸려있는 초상화들과 통행을 방해할정도로 늘어서있는 조각상들. 거기다 간 간히 선반위에 올려진 공예품까지. 바닥에는 붉은 카펫트가 깔려이고 다섯발 짝마다 불이 켜진 촛불이 걸려있다. 이정도면 왠간한 귀족가문 저택정도는 가볍게 내려다 볼만한 재력이다. "전에는 못보던 것들이군." "…저희 주인님은 예술을 사랑하시지요" 크렌의 말에 집사는 어쩔수없이 대답한다는듯이 성의 없게 답변했다. 하긴 척보기에도 오십은 될것같은 늙은 집사다. 아마 수십년을 귀족가에서 봉사했 을테니 이런곳에서 일하는게 기분나쁠수도 있겠지. 하여간 우리들은 그 집사 의 안내를 받아서 긴 복도를 지난뒤 커다란 문앞에 설수 있었다. "백작님께서는 이곳에 계십니다. 그런데…" "이들은 내 호위병이다. 혼자서 움직일수야 없잖나?" "그렇군요. 들어가십시오. 기다리고 계실것입니다." 집사는 그렇게 순순히 물러서면서 문을 열어주었다. 크렌의 호위병이 된 나 는 그의 뒤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섰다. 방안은 지금껏 걸어온 복도와 마찬가 지로 사방이 예술품으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저 그림과 조각상들이 개 당 수백에서 수천골드씩 하는 물건들이다. 예술품이면서 현금화가 쉬운것들 이라고나 할까. "오~ 이제야 왔군." "늦어서 죄송합니다. 백작 각하." 크렌은 정중히 고개를 숙여보이면서 지하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커다란 방 정중앙에 앉아서 느긋한 모습으로 포도주를 마시고 있는 사내에게 깍듯이 인 사했다. 그리고 그는 허락도 구하지 않고 멋대로 백작의 맞은편에 있는 의자 를 끌어당겨 앉았다. 신분은 존중해주겠지만 네녀석의 부하는 아니다. 라고 무언의 표시랄까? 하여간 나와 아르케네스는 그런 크렌의 등뒤에 바짝 붙어 섰고 척보기에도 신경질적으로 생긴 백작은 그런 크렌의 행동에 눈썹을 꿈틀 거렸지만 특별히 큰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의 뒤에 서있는 두명의 기사 - 혹은 호위병 - 으로 보이는 자중 하나에게 차를 내오라고 시킨뒤 무 뚝뚝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 언제까지 날 이런곳에 쳐박아 둘건가? 응? 두더지처럼 땅굴이나 파 기위해서 여기 있는게 아니라고. 난" "죄송합니다만… 사정이 아직 여의치 않습니다. 이곳도 좋아보이는데 뭔가 불만이라도…" "불만? 빌어먹을! 햇빛조차 들지않는 이런 토굴에 쳐박혀서 살아봐! 불만이 없을리가 있겠나? 응?" "…저희로써는 최대한 배려해 드린것입니다. 이곳보다 훨씬 열악한 곳에서 활동하는 다른 분들도…" 쾅! 갑자기 그 백작 녀석이 탁자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그러면서 볼을 실룩 이는걸 보니 상당히 화가 난듯 하다. "잔챙이 같은 다른 하급 귀족들과 내가 같다고 생각하는건가? 앙?"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흥! 내가 지금 이런 꼴만 아니었다면 네놈같은 예의라곤 쥐털도 없는 녀석 은 상대도 안했을거다." 콧방귀를 뀌면서 팔짱을 낀다. 저기 앉아있는 백작이라는 녀석은 구 마틴 왕자파의 잔당중 하나인 노르도 백작가의 차남인가 그렇다고 한다. 제 아버 지와 형인 후계자가 우리 국왕군에게 붙잡혀 처형을 당했는데 저녀석만 어떻 게 운좋게 도망친거다. 거기다 수백에 달하는 사병을 양성할수 있을 정도로 많은 돈을 뒤로 빼돌렸다. 그리고 자기 아버지의 목이 성벽에 걸리자마자 자 신을 노르도 백작이라고 선언한 녀석이다. 한마디로 부모 잘만나서…. 그리고 시기를 잘타서 백작자리에 앉은 녀석이라는건데 저 거만한 꼴은 뭐람. 참나. "하여간 거사는 도대체 언제 치루는거지? 내 부하중 절반이나 떼어간 주제에 말이야. 거기다 내가 네놈들에게 투자한 금액이 얼만줄 아나?" "그점은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백작 각하" "알면 대답이라도 해보는게 어때? 응?" 크렌도… 덴의 부하여서 그런지 이젠 예전의 뻣뻣한 모습보다는 어떠한 상 황에서도 말발하나로 능숙하게 넘어갈만큼 혀가 잘굴러간다. 저녀석도 정보 부에서 2년쯤 썩으니까 확실히 변했다. 제 2의 덴이랄까? 아니지. 덴은 이제 손씻었으니 덴이 사교계에서 쌓아올렸더 화려한 명성을 물려받은 후계자가 되겠군. 저놈 기사 맞아? "현재로써는 힘들다는것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난 그런 틀에 박힌 소리를 듣고자 하는게 아니야!" "후우…. 각하. 우선 마틴 왕세자 전하를 저희측에서 구출해야 한다는건 잘 아시지 않습니까? 왕세자 전하가 계신 랭스턴 자작령은 저희측과는 비교가 안되는 중무장한 병사가 무려 삼천이나 주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정을 통해서 올랐다고는 하나 현재 왕관을 쓰고 있는건 로이드 국왕입니다. 그의 말한마디면 2만의 중앙군이 움직일겁니다." "…쳇. 누가 그걸 몰라서 이러는건가? 내말은 마틴 전하만 우리측에서 손에 넣으면 이전과 같이 내전상황으로 몰고 갈수 있지 않느냐 그말일세." "그 랭스턴 자작령에는 군대뿐만 아니고 왕실소속의 정보부 요원들이 항시 대기하고 있습니다. 소문으로는 그곳에 무슨 훈련소가 있다고 하더군요. 지금 까지 저희측에서도 몇번이나 침투해보려고 시도해봤지만 전부 실패했습니 다." "그럼! 언제까지 이렇게 허송세월이나 하고 있으라는 말인가? 응? 2년이야! 2년! 무려 2년이나 지났다고!" "지금같은 상황에서 나서는건 자살행위일 뿐입니다." "……" 크렌의 말에 백작은 불편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자도 바보는 아니니 까 말이야. 이야기가 길어질듯 하군. 난 시선을 돌려서 방안을 둘러보았다. "아…" 노…놀래라!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이 노르도 백작 녀석이 무 슨 생각을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방 정중앙에 내 초상화가 떡하니 걸려있 다. 그것도 근 3m는 될법한 커다란 전신화를 말이다. 은 왕관을 쓴채 웃고있 는 백금발의 미녀라면 이나라엔 나뿐이니까! "여자?" 정신없이 내 초상화를 보고 있던 난 백작의 중얼거림에 정신이 퍼뜩 들었 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백작뿐만 아니고 방안의 모든이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는것이다. 그리고 날 보고 있는 크렌의 눈동자속에서는 질책의 빛이 어려있다. 쳇… 나도 일부러 그런건 아니라고. 날 노려보던 크렌은 이내 고개를 돌리며 백작에게 말했다. "맞습니다. 그녀는 유능하지요." "흥. 자네들 조직도 보기보다 별볼일 없나보군. 겨우 계집을 호위로 쓸정도라 니 말이야." "하하하…" 저녀석의 주둥이를 쫘악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다행히 감정보다는 이 성쪽이 조금 앞선듯하다. 나서서 깽판치지는 않았으니까 말이야. 크렌은 약간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백작의 앞에 놓인 치즈접시를 가리키며 말했 다. "이 접시… 비싼것입니까?" "뭐?" "부숴도 되는것이냐고 물은것입니다. 각하" "…상관없네." 저녀석 각하라는 말이 마음에 드는지 많이 누그러지는 모습이다. 하긴 후작 과 같이 대귀족에게나 붙일 호칭이니 좋기도 하겠지. 아마 반란이 성공해서 마틴을 왕으로 추대하면 곧바로 자기가 후작이 될생각이겠지? 훗.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크렌은 실례한다는 말을 하면서 치즈조각을 탁자위에 쏟아버리고 빈 접시를 들어올렸다. 반질반질 한걸 보니 은접시인듯한데 두께 가 상당한 편이다. 저거 팔면 돈좀 되겠는걸? "대화가 조금 삭막한듯 하니 제가 작은 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각하." 그렇게 말한 크렌은 접시를 한손으로 든채 날 바라보았다. 쳇… 난 광대가 아니란 말이야. 나중에 두고보자. 크렌! 하지만 크렌 녀석은 자신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상상도 못하는지 생글거리는 얼굴로 날 보다가 은접시를 내쪽으 로 높이 던졌다. 날 향해 포물선으로 날아오는 접시를 바라보던 난 오른손을 들어 둥근 은접시의 중앙을 올려쳤고 접시는 천정까지 날아올랐다. "그게 뭐…" 빠각! 막 뭐라고 말을 하려던 백작은 내가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접시를 수 도로 꿰뚫어버리자 입을 쩍 벌린채 내 손을 노려본다. 훗. 하긴 이것도 나정 도나 되니까 하는거지. 암. 이런 곡예와 같은 행동은 힘과 타이밍이 조금만 벗어나도 망신이 되어버린다. 뚫기는 커녕 튕겨나갈테니까 말이야. 조금더 보 여줄까나? 난 내 손에 꿰인채 중간이 뻥 뚫린 은 접시를 뽑아든뒤 양끝을 잡 고 가볍게 힘을 주었다. 우둑. 우두둑. 은으로된 금속이 마치 종이처럼 접힌 다. 난 그것을 몇번 주물거려서 둥그런 금속조각으로 만든뒤 허공으로 살짝 던져올렸다. 그리고 떨어져내리는 둥근 은덩어리를 손등으로 쳐냈다. 파각! 벽으로 나아간 주먹만한 은덩어리는 그대로 돌들을 뚫고 들어가 반쯤이나 파 묻혔다. "허! 참…" "눈요기가 되셨습니까? 각하" "대단하군. 대단해. 겨우 여자인데 힘이 정말 대단하군 그래." "그녀는 보통의 여자와 틀리지요. 특별하기에 여자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이 렇게 활약할수 있는것입니다." "그래. 허허…" 어이없다는 웃음이다. 그러면서도 눈은 벽에서 떨어질줄을 모른다. 그리고 그 백작의 뒤에 서있는 두 기사들도 말은 안하지만 믿을수 없다는 표정이 역 력했다. 짝짝짝. 백작 녀석이 박수를 치는군. "정말 대단하군 그래. 솔직히 내 호위로 쓰고 싶을정도야. 게다가…" 저놈 눈빛이 음흉하게 변하는걸? 이래서 사내놈들이란…쯧쯧. 뭘 생각하는 지 뻔히 보인다. 보여. 왜 저런 놈들의 사고패턴은 단순하다 못해 단조로운걸 까. 지겹다. "그녀는 저희 조직에서도 비중이 있는 여인입니다. 죄송하지만 양해를 부탁 드립니다. 각하." "흠… 그렇다면야 할수없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미련을 버린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난 장식품이자 자 랑거리로 쓰이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고. 크렌과 백작의 대화는 다 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백작의 눈은 계속 나를 힐끔거리고 있었는데 아마 후 드속에 있는 내 얼굴과 펑퍼짐한 로브속의 내 몸매를 상상하고 있을게 뻔하 다. 어떻게 아느냐고? 백작녀석이 크렌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하고 있었거든. 콰아앙! 회의 중간에 갑자기 방문이 커다란 광음을 내면서 활짝 열렸다. 그 리고 열려진 문사이로 아까전 우리를 안내했었던 노년의 집사가 뛰어들어왔 다. "주…주인님…" "뭐냐?" "어…어서…쿨럭…" 안으로 뛰어들어온 집사는 말을 더듬다가 갑자기 피를 한움큼이나 토해냈 다. 그리고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쓰러진 집사의 등은 어깨부터 허리까지 길게 베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붉은 피가 콸콸 새어 나오고 있다. "무슨 일이냐? 어떻게 된거야?" 놀란 백작이 벌떡 일어선다. 하지만 쓰러진 집사는 그대로 기절한건지 아니 면 고혼이 되었는지 대답하지 못했다. 백작의 질문에 답한것은 복도에서 들 려오는 타닥타닥하는 수십명은 될법한 발자국 소리와 '잡아라' 혹은 '죽여버 려'라고 외치는 고함소리. 그리고 무기 부딪치는 소리와 비명소리였다. 밖에 서 소란이 일자 크렌은 당장에 자리에서 일어선뒤 로브속에 숨겨둔 롱소드를 뽑아들었다. 나 역시도 양 허벅지에 매달아 놓은 두개의 철봉을 꺼내들어 꽉 쥐었다. 옆을 보니 아르케네스도 나와 마찬가지로 애용하는 긴 나무봉을 등 뒤에서 꺼내든뒤 양손으로 꽉쥐었다. "각하! 적이 쳐들어왔나봅니다!" "그…그래! 어…어쩌지? 응?" "우선 도망치십시오. 저희가 시간을 벌겠습니다!" 크렌이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향해 몸을 돌리자 곧바로 '여기다!'라는 소리 와 함께 대여섯명의 병사들이 방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스케일아머를 입은 그 들의 가슴에는 선명하게 그려진 왕실의 문장이 그려져있었다. "네놈들을 반역혐의로 체포한다! 반항하면 죽인다!" "웃기지마! 아르! 넬리! 막아! 노르도 백작님 어서!" "뒤…뒤를 맡기겠네! 이 충성은 내 꼭 후에 크게 보답하지!" 백작은 그렇게 소리치면서 곧바로 두 기사들과 함께 방 한쪽으로 뛰어갔다. 그러자 방안으로 뛰어든 병사들이 소리를 질렀다. "잡아라! 도망친다!" "웃기지마! 이 뒤로는 절대로 못지나간다!" 앞으로 뛰어들려는 병사에게 크렌이 달려들었다. 바닥을 박차며 날듯이 뛰 어간 크렌은 검을 휘둘러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병사의 철제투구를 후려쳤 다. 퍽!. "크악…." 얻어맞은 병사는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나 역시도 그런 크렌을 뒤따라서 병사들에게 뛰어들었다. 한 병사가 내민 롱소드의 옆면을 왼손의 철봉으로 밀어낸 나는 오른손의 봉끝으로 그 병사의 가슴을 강하게 밀었다. 내게 밀린 병사는 그대로 뒤로 밀리면서 뒤에 서있던 다른 병사와 함께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아르케네스는 그 커다란 키와 강한 완력을 바탕으로 두명의 병사를 긴 나무봉을 사용해서 벽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내가 또다른 병사의 다리 를 철봉으로 걸어 넘어트린뒤 그 병사의 머리 옆을 봉끝으로 내려찍으면서 슬쩍 백작쪽을 바라보니 그는 반쯤 열린 비밀문 앞에서 멍하니 우리를 바라 보고 있었다. 내 시선에 크렌 역시도 백작을 바라보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서! 시간이 없습니다!" "그…그래!" 그렇게 말한 노르도 백작이 황급히 비밀문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마 치 짠것처럼 복도에서 다시 열명의 병사가 무기를 든채 방안으로 뛰어들었 다. 우리 셋은 거의 동시에 뒤로 물러섰고 비밀문 앞을 지키는것처럼 막아섰 다. 백작의 기사들마저 뛰어들어가고 잠시뒤 비밀문은 그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닫혔다. 왕실의 문장이 그려진 병사들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서 이젠 방안에만 근 서 른명에 가까운 숫자가 되었다. 우리들 셋을 반포위한 병사들은 무기를 든채 노려보고 있다. 그렇게 몇분인가 대치하였을때 갑자기 아르케네스가 불쑥 말 을 꺼냈다. "갔습니다. 마마" "그래? 끝났군." 그말을 끝으로 나와 아르케네스 그리고 닐크는 자세를 풀고 섰다. 난 내 철 봉 - 50cm정도 되는 손잡이가 달린 두꺼운 쇠봉이다. 무게만 3kg이나 된다 - 을 다시 로브속으로 집어넣었고 검과 메이스등을 들고 우리와 대치하던 병사들에게 말했다. "갔덴다. 모두들 수고했어." "휴우…. 수고하셨습니다. 마마" "그래. 이짓도 하다보니까 느는군. 후후" "죽는줄 알았네" 죽는다고 말한 병사를 보니 아까전에 내가 철봉으로 머리옆을 내리찍었던 녀석이다. 하긴 실제로 싸운건 아니라지만 조금 겁나긴 했을거다. 훗. 바닥이 푹 파일정도로 강하게 내리찍었으니까 말이야. 약간 목이 탄 나는 백작이 마 시던 포도주를 들어올려서 한모금 들이켰다. "크… 맛이 뭐 이따위야? 이런 싸구려를 좋다고 퍼마시다니 머저리 같으니라 고" "하하. 그러니 이런 뻔히 보이는 연극에도 걸리는것이죠. 자자. 너희들 고생 하는건 알지만 좀더 고생해라. 각 장교들은 병사들을 이끌고 다른 곳과 외각 의 반란군을 섬멸하도록 하고 뒷처리는 확실히 하도록. 그리고 앞으로 여기 서 살거니까 부수지마. 알았나?" "와아!" "이제 토굴에서 벗어났다!" "빨리들 움직여! 엉덩이가 무거운놈은 내가 살점을 떼줄테다!" "우우…" 저기서 우리랑 연극을 벌였던 병사들을 인솔해온 장교 하나가 부하들의 야 유를 받으면서 그들을 이끌고 방을 나갔다. 복도에서는 아직도 간간히 비명 소리나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그도 얼마가지 못할거야. "크렌. 이번에 여기 끌고온 녀석들이 몇이나 되지?" "대략 열개 중대 일천명입니다. 마마" "그럼 가장 공훈을 많이 세운 중대를 이곳에 주둔하라고 시켜. 그리고 잘 알 겠지만 약탈은 엄격히 규제한다. 대신 여기 미술품들 좀 팔아서 술이나 좀 사주라고. 아. 특별 수당도 조금 얹어주고" 난 벽에 걸린 내 초상화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머 저리 노르도 백작이 남겨놓고 간 미술품만 팔아도 족히 10만은 될듯하다. 물 론 이 물건들은 암시장에 내다팔아야하니 정가의 반에도 못미치는 가격이겠 지만 그래도 꽤 많이 나올듯하다.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짭짤한것 같은걸? "안됩니다." 갑자기 아르케네스가 내 말에 제동을 걸었다. 우욱. 아르케네스가 우리 조직 의 재정담당만 아니었으면 가볍게 무시해줄텐데….쓰읍. "지금 월급을 2개월이나 밀린 중대도 있습니다. 우선 그들부터 해결하고나서 마마께서 말씀하신 일을 처리하겠습니다." "하자마안…." "고생한 병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들도 언제 받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특별 수당보다는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기를 바랄것입니다. 그러니 우선 체불된 월 급부터 처리하겠습니다. 마마. 그리고 지금 보시고 계신 그 초상화도 팔겁니 다." "에엑? 나 이거 맘에 드는데?" 우에!!! 내 초상화란 말이야! 아르케네스 너무해! "억울하시면 가서 자금을 마련해주십시오. 지금같이 한푼이라도 아껴야하는 상황에서는 별수없습니다. 그 그림… 어느 화가가 그렸는지는 몰라도 꽤 돈 이 되겠군요. 흠." "난 월급도 안받잖아! 이거 마음에 든단 말이야. 가져가서 내방에 걸어둘래" "약탈을 금하신건 마마십니다." "…쳇." 아르케네스에게 말로 이기려하다니 내가 무식했지. 마음에 들었는데… 아깝 다. 우우…. 주변은 30분도 안되서 정리되었다. 우리가 칙칙한 로브의 후드를 벗어제치 고 멋드러진 - 물론 아르케네스는 다른 의미에서의… - 얼굴을 드러내고 밖 으로 나오자 줄줄이 묶인 노르도 백작의 사병들과 한구석에 쌓여있는 시체들 그리고 병사들이 들고 있는 횃불덕분에 생생하게 볼수 있는 핏자국들이 눈에 들어온다. 거기다 코로는 진한 혈향이 느껴진다. 조금 구역질이 나긴 하지만 참을만 하다. 한두번도 아닌걸…. 나와 마찬가지로 이짓을 한두번 - 그래봐 야 겨우 일곱번째다 - 해본게 아닌 크렌은 단숨에 이 주변을 장악하고 있는 병사들을 통제하여 지휘권을 확보하고는 순식간에 일을 처리해 나가기 시작 했다. 이들은 모두 왕국 화격단의 단원이다. 물론 정규군같은건 아니고 엄밀 히 따지자면 내 사병이라고 할수있다. 그렇다기엔 정규군의 성격이 진해서 사병이라고 말하기도 뭣하지만 말이야. 간단하게 내 명령을 듣는 정규군이라 고 생각하면 되겠지 뭐. "어서 어서 움직여!" "빨리해! 이자식들아! 게으름 부리는 자식은 저기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녀석들 옆에 눕혀버릴테다!" "날새고 싶냐? 날새고 싶어?" "토하지마! 이 병신 새꺄! 시체 한두번 봐?! 앙?" 부서진 저택의 벽에 반쯤 기댄채 팔짱을 끼고 병사들이 움직이고 있는걸 바 라보는 내앞으로 중대장 - 백인장 - 급 혹은 소대장 - 십인장 - 급의 장교 들이 욕설을 내뱉으며 가끔은 주먹이나 발길질을 해가면서 병사들을 통솔한 다. 역시 매앞에 장사없다고 패면 효율이 좋아지는 법. 특히 그것이 피에 흥 분하여 이성이 반쯤 마비된 녀석들이라면 더욱 효과가 있지. 자고로 죽음에 맞닿아 있는 자들은 그걸 생각할 시간을 줘서는 안되는 법이니까 말이야. 내 앞에서 허리를 굽히고 저녁 식사를 그대로 게워내는 병사의 옆구리를 발로 밀어제낀 중대장이 인상을 쓰면서 신병으로 보이는 그 병사를 작살내다가 나 를 보고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면서 병사의 목덜미를 잡아끌며 저택 뒤로 도 망쳐버렸다. 저녀석… 뒈지게 얻어터지겠군. 쯧쯧. 불쌍한지고. 마침 크렌이 돌아왔다. "주변 정리는 끝났습니다. 마마. 포로 32명. 적 사살 22명입니다. 아군 피해는 사망 15명. 중상 7명입니다." "노르도 백작은?" "죽었습니다. 저희가 만들어놓은 비밀통로를 통해 도망치려다가 통로에서 나 오자마자 병사들의 집중사격에 벌집이 되었더군요. 정확히 마흔세발의 화살 을 온몸에 꼽고 그대로 즉사했습니다." "호오… 그런것도 세었어?" "아뇨. 활을 쏜 병사들이 공을 세운답시고 자기네들이 쏜 화살을 구분하느라 알게 된 사실입니다. 같이 도망쳤던 두명의 기사도 역시 즉사입니다." "그래. 서너명은 풀어줬겠지?" "예. 그놈들은 모르겠지만 운 좋은 적병 몇을 일부러 허술하게 구성한 포위 망 사이로 도망쳤습니다. 아마 내일이면 이 소문이 사방에 퍼질것입니다." "좋아. 그럼 포로는 모두 처리해. 죽여버려도 되고 남쪽 국가중 하나에 노예 로 팔아버려도 되고. 알아서 하도록." "옛!" "그럼 이제 돌아가 볼까나? 지금쯤 우리 로렌이 엄마를 찾으면서 울고 있을 꺼야. 난 나쁜 엄마라니까 정말…" 크렌도 아르케네스도 내말에 동의하지 않는것 같다. 표정이…. 쳇 이것들도 두들겨패서 저따위 표정을 못짓게 만들어버릴까? 음… 매우 땡기는걸? 뒷처리하라고 크렌을 남겨둔 나와 아르케네스는 여유부리지 않고 즉시 말을 메어둔곳으로 달려간뒤 한가롭게 풀이나 뜯고있던 말들은 자기네랑은 상관없 다는듯 우리를 보고 작게 푸르릉 거린다. 바로 몇십미터 앞에선 수십명의 인 간들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말이야. 이놈의 목길고 눈이 왕방울만한 네발동물 은 여유만만이다. "푸릉…푸릉…" "시끄럿 이녀석아." 작게 투레질 하는 말 목을 토닥여준 나는 한발을 안장에 얹은뒤 단숨에 올 라섰다. 옆을 보니 아르케네스가 말에 올라타기 위해서 힘을 주는데… 난 봤 다. 그가 올라설때 말이 주춤거리면서 끌려오는걸…. 역시 아르케네스는 인간 이 아니야. 오우거 또는 그에 준하는 몬스터임이 분명해. 요즘 내가 주력하고 있는 사업이 몇가지 있는데 오늘 내가 벌인 일은 그중 에 하나다. 즉 가상의 반란세력을 하나 만들어서 왕권에 불만이 있는 녀석들 을 끌어들여 규합하는거다. 그리고 그중에서 별볼일 없는 녀석들은 무시하고 주의할만한 녀석들 - 노르도 백작처럼 재력있고 직위가 높은 - 을 쥐도새도 모르게 처리해버리는 것이다. 특히 사병을 거느릴정도로 위험한 녀석들은 1 순위로 제거해 버린다. 지금과 같이 일부로 임시거처를 만들어서 내어준뒤 연극해가면서 싸그리 말살하는 것이다. 물론 떠벌일 입은 남겨두고 말이야. 여기서 쥐도새도 모르게 싸그리 죽어버리면 안되지. 인간은 눈앞에 보이는 장검보다는 등뒤에서 소리없이 날아오는 단검을 더 무서워하는 법이기에 괜 시리 경계심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확실한 적을 눈앞에 보여주는 편이 통제하고 관리하기가 편하지. 암. 간단하게 암살하는 방법도 가끔 써먹기는 하지만 이런 반란조직은 의외로 숨겨놓은 비자금이 꽤 되는 편이라서 왠간하면 이렇게 자금과 인력이 모였을 때 쓸어버리는 편을 선호한다. 아마 우리 조직과 선이 닿아있는 다른 군소 반란조직들은 불운한 노르도 백작의 예를 상기하면서 타도 로이드를 외칠거 야. 음음. 우리는 그 옆에서 같이 타도를 외치면서 아무도 모르게 한명 두명 씩 어둠속으로 끌고 들어가서 살포시 목을 그어주는거고. 덕분에 대놓고 로 이드에 대해서 험담하는 녀석은 물론이고 지하로 숨어든 잔당들도 대부분 내 손바닥위에 놓여있다. 이런 녀석들이 한데 뭉쳐서 자금력과 조직력을 모으기 시작하면 골치아프기에 그것도 방지하고. 겸사겸사…. 그리고 화격단의 실전 경험을 쌓는 자리도 되고 말이다. 하지만 그자들도 그렇고 우리들도 그렇고 모두 바보들만 모이건 아니기 때 문이 이젠 상당히 경계하는 눈치이다. 내가 만든 조직을 의심하는곳도 한두 곳이 아니고 말이야. 언제 한번 날잡아서 단번에 급습하여 모두 처리해야 할 듯하다. 비밀은 언젠가는 밝혀지는 법이니 우리측 손실을 적게하려면 선수를 쳐야지. 음. 하지만 이런저런 일로 손에 피를 뭍히는 일이 많다보니 가끔은 내가 정말 여자인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내 또래의 다른 여자들은 잘 가 꿔진 정원에 모여서 보석이나 화장품 그리고 드래스에 대해서 수다를 떨어대 는게 정상인데 난 맨날 냄새나는 사내놈들이랑 모여서 말하는건 늘 누굴 죽 이네 살리네 하는거고 내가 직접 움직이면 최소 십단위 많을때는 백단위의 인간들이 죽어나간다. 이래서야… 기품있고 교양있는 귀부인의 길과는 저 하 늘에 떠있는 달만큼이나 먼것같다.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된건지…에휴… 반란분자 색출 만큼이나 비중을 두고 있는 다른 분야는 바로 화격단(火擊 團)이라 불리는 친위군 양성이다. 물론 지금은 어중이 떠중이를 끌어모아서 조직한 민병대 수준의 - 물론 직접 양성에 뛰어든 크렌은 크레센트 최강이 정규군이라고 외치지만… - 병력이지만 계속적인 지원을 통해서 기사단 수 준의 전투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전국 각지에 중대 혹은 대대단위로 퍼져있 고 거기다 산적같은 몰골로 위장하고 있어서 정확한 숫자는 나도 확신하지 못한다. 어느날 갑자기 토벌당해서 박살난 운없는 중대부터 근처의 산적들까 지 끌어모아서 수백단위로 늘어난 중대까지 심심치않게 만들어지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녀석들은 소속감이나 의무감이 희박하기에 제대로 된 군율을 유지하기가 힘들지만 그런 단점을 나와 덴은 돈으로 메꿔버렸다. 징집병의 10배에 해당하는 고가의 월급과 정규군에서도 지급받기 힘든 비싼 무기와 갑 옷들을 마구 뿌려댔기에 병사를 모으는건 어렵지 않았다. 단지 보안 유지와 기강 확립이 힘들었을뿐. 그리고 강도 높은 훈련을 견디지 못하거나 군율을 지키지 않는 병사들은 바로바로 내쫓아버리거나 군법에 의거하여 처형하기에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는것이다. 덤으로 군역까지 보장해주니 - 이 부분에서 는 덴과 그의 정보부 요원들이 엄청나게 고생했다. 수천에 달하는 병사들의 신상자료들을 모조리 비밀리에 고쳐야 했으니까 - 쓸만한 청년들을 은밀히 한두명씩 모으는데도 지원자가 증가하는 추세란다. 덕분에 죽어나는건 덴과 아르케네스. 특히 아르케네스는 우리 조직의 자금 관리를 맡고 있어서 더욱더 고생한다. 일반 관료 10명 몫은 충분히 하고도 남는 능력있는 남자지만 저 화격단에만 2년동안 쏟아부은 자금만도 260만 골 드. 크레센트 왕국의 1년 예산이 2700만 골드인걸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금액 이다. 일개 귀족이라던지 상인들이 낼만한 금액이 아닌것이다. 내가 왕실 국 고에까지 손을 댈 정도이니 말다했지. 그런 거금을 여기저기서 끌어모아서 몽땅 쏟아부어서 만든게 화격단이다. 덕분에 무장의 질에 대해서 만큼은 정 규군보다 높다. 질좋은 로세니아산 롱소드, 스케일 아머, 보병용 카이트 실드, 거기다 숏보우와 화살 30발. 군용베낭과 3일치 비상식량. 이게 화격단의 기본 장비다. 여기에 말을 지급받는 기병의 경우에는 메이스, 장창, 모닝스타등도 추가된다. 그야말로 내가 말한대로 어떤 지역 어느 장소에서도 충분히 적응 하고 싸울수 있는 집단인것이다. 더군다나 애초부터 아리츠반과 같은 남부의 작은 국가들이 운용하는 중대, 대대, 단위로 움직이는 군대이기에 특별한 명 령이 없어도 100명, 혹은 1000명 단위로 전투를 수행할수 있다. 이는 지휘관 이 십단위 백단위까지 관리, 통솔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많이 덜어준다. 종전의 제도는 최고 지휘관이 각 깃발수들을 어디로 이동시켜서 어떻게 싸 울지까지 소소하게 정해주는데 반해서 지금 화격단에서 채용하는 전술은 지 휘관이 어디로 가서 싸우라고 명령하면 중대, 대대 지휘관이 알아서 작전을 세우고 싸움을 통솔하는것이다. 이는 중앙 사령부의 의존성을 줄여주고 본진 이 격파당했을때도 부대를 유지시키기 위해서 채택한것이다. 깃발만 꺽이면 사기가 떨어지는 즉 지휘관만 꺾으면 무너지는 그런 전투방식은 최소한 화격 단에는 안통한다. 이건 집단전, 대규모전이 될수록 더 빛을 발한다. 교육등을 통한 고급 지휘관과 실력있는 관료의 모집은 로이드가 알아서 처 리해줘서 손을 덜었다. 로이드는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무 내정에만 치 우친 국가운영을 하고 있다. 여러가지 법제도를 뜯어고치고 세제를 개혁하는 등 크레센트 왕국의 체질 개선에 여념이 없는데 대대적인 공공사업 - 도로 정비, 상하수도 설치, 저수지 건설, 교량 건설등 - 까지 같이 병행해서 시행 하고 있어서 재정 압박이 상당하다. 내가 왕실 국고에서 떼먹은 부분도 한몫 하긴 하지만 로이드의 이런 헤푼 씀씀이 덕분에 왕실의 금고는 텅 비어버린 지 오래다. 징집병인 정규군에게 주는 그 얼마 안되는 월급조차도 제대로 지 불하지 못하니 말다했지. 생각은 좋은데 너무 현실을 무시한달까? 조금 계획 적으로 일을 벌여주면 좋을텐데…. 그나마 이번에 남아도는 밀을 추가로 수 출하게 되니 약간은 숨통이 트일거다. 물론 그중 일부는 덴이 이런저런 서류 조작을 통해서 우리 조직쪽으로 유입되겠지만 말이야. 후후후. 밤새도록 가도를 달려서 워렌 자작령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아침이 지나 정 오가 다되어가는 시간이었다. 이런때 만큼은 이나라의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는게 다행이다. 한밤중의 어둠속에서도 랜턴같은 물건 하나만 있으면 그 저 돌길만 따라서 달리면 된다. 가다가 영자로 통하는 샛길이나 갈라지는 교 차로에서는 표지판을 의지해서 달리면 그만이니까. 덕분에 왕국내의 영지이 동은 쉽다고나 할까. 물론 그것도 길 한복판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관문이 나 요새를 아무 문제없이 통과할수 있을때 이야기지만 말이야. 물론 나와 아 르케네스는 왕실문장이 그려진 깃발을 가지고 있다. 이걸 말안장에 꼽고 달 리면 어느 요새에서나 간단하게 통과할수 있고 원한다면 숙박과 말도 교환해 준다. 왕실 소속 전령은 이런점이 매우 좋다. 밤새도록 먼지를 먹어가면서 부시시한 몰골로 저택안으로 들어서자 시녀들 이 호들갑을 떨어댄다. 그런 시녀들을 대여섯이나 등뒤로 달고 저택안으로 들어서자 1층 홀에서 침울한 표정으로 혼자 놀고 있던 - 물론 주변에 유모 와 시녀 둘이 항시 대기중이지만… - 로렌이 나를 보고는 까르르 웃으면서 내게 기어온다. "마아! 마아!" "오~ 우리 로렌. 엄마 없는동안 잘있었어?" "마아아~" 로렌에게 달려간 내가 냉큼 안아들자 내게 꼭 달라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엇으면 이렇게나 반가워 할까. 역시 내 아들! "마마. 목욕물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우리 로렌도 같이 들어갈거니까 온도에 신경쓰도록" "예. 마마" "키칭…키칭…" 로렌이 그 작은 입으로 재채기를 해댄다. 아… 먼지 때문인것 같아. 이녀석 떨어질려고 하지 않는데… 어쩐다…. 에이 몰라. 로렌아 조금만 참으렴. 씻기 전에 이 먼지투성이 옷부터 벗어던져야 겠다. -------------------------------------------------------------- ...피곤. 만사 귀차니즘. ...침몰. 가우군. p.s ...재미없다. 이번편 -_-;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6장 가출 (1) 2003-10-22 21:29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16화. 가출. 가출이라고? 죽을래? 아님 맞을래? 내가 불만투성이 어린애로 보이냐? 앙? 난 단지 이 나라의 앞날과 발전을 위해서 이 한몸 희생한 거라고! 알아들었 어? 이 고귀한 희생을 가출로 격하시켜? 내가 현실을 외면한 채 도피하는 인간으로 보이냐? 앙?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자상하시고 우아하시며 고상하신 대 크레센트 제국의 황후마마와의 대담 중. - 주. 이 페이지가 내가 쓴 황실비사의 마지막 페이지가 되는 줄 알았다. 불 쌍한 내 심장…. - 대륙력 997년. 봄. 크레센트 왕국 수도 크론발 - 결국 돌아와 버렸다. 아아. 불쌍한 내 인생아. 가엾은 내 청춘아. 난폭한 손 길에 꺾여진 불쌍한 한떨기 장미꽃과도 같구나 나의 삶은… "…뭐하십니까? 마마." "궁상떨어" 내 옆에 앉아서 날 바라보던 덴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한다. 난 넓디넓은 - 카렌 같은 녀석이 백명쯤은 숨어있어도 이상할게 없어 보이는… - 정원의 한편에 쪼그리고 앉아서 눈앞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장미 잎사귀를 하나하 나 뜯어내면서 덴에게 대답했다. 가끔은 너무 힘을 줘서 뿌리째 뽑혀 나오기 도 했지만… 혹은 꽃잎 하나만 따려고 했는데 꽃송이가 몽땅 끌려올 때도 있 었지만… 그래도 그런 사소한 일은 매우매우 우울한 내게 있어서 아무런 근 심거리조차 못된다. 아니 눈길조차 안간다. 하아아아아… "걱정거리가 있으신가 보군요." "…너라면 저 꼴을 보고도 걱정거리가 안 생기겠냐? 응?" 내가 가리킨 곳. 그러니까 대략 30m가 넘는 화원을 넘어선 그곳. 잔디가 가 득 깔려있는 정원 한 쪽. 따사로운 봄 햇볕이 넘치도록 내리쬐는 보기만 해 도 밝은 기운이 물씬 풍겨 나올 듯한 그곳! 바로 저기에 단란해 보이는 한 가족이 하하호호 웃으면서 즐거운 오후의 한때를 보내고 있다. "……" "할말 없지? 그치?" "그…그렇군요." "어떻게 이렇게 될 때까지 내게 아무 말 안하고 있었던 거야? 앙?" "죽여주십시오" "저긴… 내 자리라고!" 끄아악! 화나! 열받아! 죽일 테야! 이 화창한 날씨에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돼? 앙? 저기서 순진한 얼굴로 웃고있는 로이드! 그리고 '빠야~빠야~'하면서 해맑은 미소로 그 어떤 냉혈한도 녹여버릴듯한 귀여운 로렌! 그 옆에서 세상 달관한 듯한 웃음을 입에 걸고있는 망할 계집!!! 그래! 바로 저 계집애가 문 제야!!! 크아아앗!!! "저 계집애 이름이 뭐라고 했지?" "코넬리아… 코넬리아 드 프로센입니다. 마마" "언제부터 저 모양이 된 거야?" "그게…. 폐하께서는 별 신경을 안 쓰셨습니다. 그래서…" "호… 그래서 저렇게 단란한 가족 같은 분위기냐? 응?" 으드득…. 정말 신경질 난다. 우리 로렌은 빼앗겼지. 남편이라는 나쁜 인간 은 이 가엽고 불쌍한 부인을 쳐다도 안보지. 거기다 어디서 굴러들어 온 괴 상 망측한 계집애가 내 자리를 당연하다는 듯이 턱하니 차지하고 있지! 괜히 돌아왔어. 괜히… 흐윽…. 그냥 좀더 버팅기는거 였는데에…. 몇 일전 로이드가 워렌 영지로 찾아왔다. 뭐… 평소에도 지겹게 놀러(?)오 곤 하니까 그 날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내가 넓은 마음으로 로렌을 넘겨주고 우아한 한때를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로이드가 로렌을 안아들고는 내게 다가 왔다. 그리고는… "내가 데려간다." 라는 주어와 서술어를 몽땅 떼어버린 괴상 망측한 발언을 했다. 당연히 난 반대했고 내가 죽어도 안된다고 하니까 갑자기 로이드가 검을 빼들더니 다시 말한다. "내가 데려간다." …하여간 멋이건 무드건 개뿔도 없는 얼음 대마왕이라니까. 성질 같아서는 역사에 길이 남을 부부싸움이라도 한판 벌이고 싶었지만 가련하고 연약한 내 가 참아야지. 음음. 아무리 성질 난다고 남편을 두들겨 패서야 되겠어? 덕분 에 나와 로렌은 정말 '어쩔 수 없이' 왕성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왕성으로 들 어설 때까지도 난 몰랐다. 설마… 이렇게 될 줄이야… 흑…. 왕성으로 돌아와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다. 내가 2년전에 쓰던 왕비궁으로 돌아가 보니 못 보던 여자애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기품 있는 걸음으로 걸 어나왔다. 딱보고 알았다. 저 계집애가 누구인지. 제 아버지와 같은 갈색 눈 동자를 가진 데다가 아주 자연스러운 - 나처럼! - 몸가짐. 거기다 약간이지 만 제 아버지의 얼굴형이 남아있는 얼굴이다. 그 계집애는 날 보자 제 옆에 있는 시녀에게 말했다. "누구? 손님이니?" "저어…" 마치 제집처럼! 자기가 이 집 주인인 것처럼! 크앗! 이것만으로도 신경질이 바짝 오르는데! 녀석은 시녀에게 나에 대해서 듣고는 한다는 말이… "어머… 처음 뵈어요. 왕비마마. 참 오랜만이시군요." 라면서 웃는다…. 하! 지금 시비거는건가? 앙? 그렇지 않아도 로이드가 로 렌을 데려가 버려서 짜증이 마구 솟구치는데 별 웃기지도 않는 게 내 신경을 긁는다. "……" 난 그 계집애를 노려보다가 어린애랑 드잡이질 할 가치도 없다고 판단. 인 상을 마구 쓰면서 그 계집애를 지나쳐 내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내가 아무 말 없이 지나가자 빌어먹을 계집애가 날 부른다. "저기요! 왕비마마! 다음에 한가하실 때 티타임을 가지는 건 어떠세요? 네? 제게 좋은 홍차가… 어머… 가버리셨네." …라고! 천연덕스럽게! 저것이! 뭘 믿고! 저렇게 여유만만인거야? 거기다 왕 비 궁의 장식은 이게 뭐야? 복도마다, 벽마다 걸려있던 역대 국왕의 초상화 는 죄다 어디로 가고 아까 그 계집애의 초상화가 가득 걸려있다. 거기다 로 이드의 초상화까지! 그뿐이면 말도 안해! 복도에 세워져있던 갑옷장식도 사 라지고 대신 거기에 꽃병이 놓여있다! 으아아아!!! 뭐야! 이 어린 계집애 같 은 취향은?! "에레니아! 에레니아 시녀장!" 대답 없음. 다들 어디간 거야? 앙? "에린!" "네넷. 마마." "가서 시녀장이하 시녀들 전부 집합시켜! 당장!" "네에… 하지만…" "예니는 내가 맡고 있을 테니까 당장 갔다와!" "넷!" 저 바보같은것! 하여간 에린녀석이라도 있으니 그나마 좀 안심이다. 오기 싫다는 걸 억지로 협박해서 끌고 왔다. 그래도 역시 말이 통하고 부려먹기 쉬운 건 에린뿐이거든. 한 가문의 귀부인을 내 멋대로 데려다가 내 시중을 들게 하는 건 좀 찔리긴 했지만 에린이야 내말이라면 껌뻑 죽는데다가 덴도 내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으니 누가 뭐라고 할까? 거기다 덴 녀석도 좋아하 는 것 같았다. 뭐라더라… 이제 매일 예니를 볼 수 있어서 좋다던가? 흥! 졸린지 눈을 비비면서 꼬물거리는 예니를 달래주면서 얼마간 서있었더니 에 레니아 시녀장과 제린, 죠안등이 내게로 뛰어왔다. "마마아… 마마. 돌아오셨군요." "그래. 잘들 지냈어?" "신경써주신 덕분에요. 마마" "시녀장은 왕궁안을 담당하는 총시녀장이 되었다면서? 출세했네?" "호호. 이게 다 마마께서 내려주신 은혜죠" "그래. 소식은 대충 들었겠지?" "예에. 이제 아주 돌아오신 거지요?" "응. 그리고 저기 에린 녀석이 묵을 방도 구해 줘. 내방 근처로." "물론입니다. 마마. 에린…. 아니 이제 워렌 자작부인님이라고 해야하나? 호 호호" "그냥 전처럼 불러주세요. 시녀장님." "아니죠. 신분이 있는데요. 자작부인. 자 가시죠. 마마" "그래…" 뭔가 좀 찜찜하긴 하지만… 뭐… 기우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기우가 아니었다. 뭐야? 이 방 꼴은? "이게 내방이야? 응?" "지금… 정리중입니다. 마마. 조금 시간이 걸리더군요." 할말을 잃어버렸다. 전에 쓰던 왕비궁의 내 처소. 그곳은 완전 소녀취향의 웃기지도 않는 방으로 변해있었다. 분홍빛 벽지는 그렇다 치자. 하지만 저 건 들기만 해도 끔찍해 보이는 어마어마한 양의 레이스들 - 천장에 달려있다 -. 거기다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는 로이드의 초상화들, 전신상, 단신상, 흉상 등… 사방에 남정네의 눈동자가 걸려있다. 손바닥만한 사이즈부터 실물크기 만한 커다란 전신상까지. 이 정도면 광적이야. 광적. 어떻게 저런 초상화를 그리도록 놔둔 걸까? 로이드가 그렇게 인내심이 많다고 생각되지는 않는 데…. 난 꺄꺄 거리면서 벽지를 뜯어내고 천장에 매달려 레이스를 벗겨내고 있는 시녀들과 하녀들 사이를 지나쳐서 한쪽 벽앞에 섰다. 거기에는 당당한 모습으로 허공을 올려다보고 있는 로이드가 있다. 이건… 마음에 드는군. "시녀장!" "예! 마마" "이 그림 빼고 다 떼버려." "알겠습니다. 마마." "그건 그렇고… 어떻게 내방에 저런 계집이 살고 있는 거지? 응? 이 나라의 왕비는 내가 아니었던가?" "…왕비마마는 한분 뿐이시지요. 하지만 국왕폐하의 부인은 한 분이 아니시 니까요. 왕성에 계시는 분이 이 왕비궁의 주인이신 것이죠. 마마. 이제 다시 안나가실거죠? 예?" "으응…" 왠지 질책 받는 느낌이…. 아! 시녀장이 남작부인이었지? 플로렌스 가문이 었던가? 거기 작위좀 올려줘야겠다. 최소한 에린과는 동급으로 해줘야지 서 로 불편하지 않겠지? 이건 조금 있다가 덴이 오면 시켜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정원으로 나온게 30분전이다. 사람을 시켜서 덴을 부르 고 정원으로 나온 내 눈앞에 저기 멀리서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는 가족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흐윽…. 난 뭐야…. 징징. 울고싶다. "한번 가셔서 말을 붙여보시지요?" "너라면 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뛰어들고 싶냐? 지금 저기에 뛰어들면 내가 악당이 되는걸 몰라서 말하는 거야? 내가 에린이랑 예니를 구박하는 모습이 보고싶은거냐?" "…절대 사양입니다. 차라리 제 목을 베세요." "칫… 아아앙… 우리 로렌… 엄마 여기 있단 말이야. 엄마를 불러! 어서… 엄 마아…라고 해줘어…" 로이드 미워! 로렌도 미워! 코넬리아라는 계집은 죽여버릴거야! 덴도 죽도록 패줄거야! 다 미워! 흐윽…. 이 엄마의 이런 슬픈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로 렌이 '까르르'하고 웃는다. 우아앙…. 결국 정원에서 두시간이나 숨어서 쪼그리고 있었다. 덴 녀석 마저 중간에 '바 쁜 일이 있어서…' 어쩌고 하면서 도망쳐버려서 불쌍한 난 홀로 쭈그리고 앉 아서 괜히 장미나무에 화풀이나 해댔다. 그렇게 몇 년은 되는듯한 길고 긴 시간이 지난뒤 로이드와 로렌이 정원을 나와서 왕성안으로 들어갔을 때 난 이를 뿌득뿌득 갈면서 저린 다리를 부여잡고 그들을 뒤따라갔다. "오오… 신이시여… 제게 어찌 이런 시련을 내리시나이까?" 으응? 이게 뭔소리야? 다리를 절뚝이며 로이드를 뒤쫓아가던 난 이상한 기 분이 들어서 슬며시 돌아봤다. 히끅…. 대여섯명쯤 되는 정원사들이 좀전에 내가 있던 곳에 서있었고 그 앞에는 머리가 새하얀 노인이 털썩 주저앉아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튀자! 쿵. 쿵. 쿵. 본궁안으로 들어온 나는 눈앞에서 얼쩡거리며 길을 막는 귀찮은 시종과 시녀들을 밀쳐버리고 - 와장창, 팔락팔락… 와르르… 등등의 소음이 내 귀를 귀찮게 했다 - 국왕의 집무실로 향했다. 막 집무실 앞에 도달하니 입구에 두명의 기사가 서서 단창을 교차시키며 내 앞길을 막았다. "정지! 이곳은…" "비켜!" 뭐야? 이것들은! 정말이지… 내가 잠깐 나가있었다고 별 갖잖은것들이 다 시비를 건다! 으아아! 짜증나! "폐…폐하께서는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비키라고 했다!" 난 경고했어! 내 경고를 듣고도 서로 눈치만 보는 두 기사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간 나는 입구를 막고 있는 창날의 중간을 붙잡았다. 뚜둑…. 조금 힘을 주자 대번에 부서진다. 난 조각난 창날을 등뒤로 내던져 버리고 두 기사녀석 의 얼굴을 노려봐준뒤 - 투구가 아니라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은 똑똑히 기억했다. 두고보자! - 문을 열어제쳤다. "기…기다리…" "그만둬!" 그 기사들중 왼쪽의 기사가 롱소드를 반쯤 빼들면서 나를 쫓아 안으로 뛰어 들려 했지만 같이 근무하던 다른 기사가 그의 손을 제지하면서 고개를 저었 다. 흠. 저 녀석은 눈치가 좀 있군. 옆의 멍청이보다 두대 덜 때려주마. 으득. 콰앙! 드레스를 양손으로 잡고 살짝 들어올린 채 걷어찼더니 아주 깔끔하게 양쪽으로 활짝 열린다. 뭐… 경첩이 반쯤 떨어져나갔지만 내가 수리할 것도 아닌걸 뭐. "누구야? 아무도 들이지…" "마마아…" 잘한다. 국왕이라는 사람이 말이야. 집무실 책상에 앉아서 자기 아들 재롱이 나 보고 있다니. 참나.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쉬어야지. 일할 때도 놀고 쉴 때도 놀고. 언제 일하는 거야? 응? "우리 아가가 너무 보고 싶어서 말이죠. 폐.하. 로레엔~ 잘 놀았니?" "우웅" 우후후. 정말 누구 아들인지 말귀도 잘 알아듣는다. 우리 아긴 천재일거야. 암암. 그런데… 저 코넬리아 계집은 왜 여기까지 들어와 있는 거야? 씨이…. 나를 발견한 로렌이 제 아버지의 책상을 엉망으로 만들며 - 펄럭펄럭, 콰 당… 주르륵…. 타닥타닥… 잘한다 우리아들! - 엉금엉금 기어온다. 난 책상 맞은편으로 냉큼 달려가서는 우리 로렌을 잽싸게 안아들었다. "녀석 또 무거워졌구나. 응?" "마아… 마아…" 보들보들, 조물조물. 고 작은 손으로 날 꽉 움켜쥐면서 내게 안겨오는 로렌. 너무너무 귀여워. 우후….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단번에 날아가는 듯한 기 분이다. "무슨 일로 온 거야?" "로렌 보러요. 폐하. 오늘 하루종일 못 봤잖아요." "봤으면 어서 돌아가. 로렌은 나한테 넘기고…" "싫어요!" "뭐야?" 쾅! 갑자기 로이드가 인상을 쓰면서 책상을 내리쳤다. 얼레? 지금 나한테 화내는 거야? 하!. "우에에엥…" "애 놀라게 왜 그러시는거에요? 네?!"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놀란 로렌이 울어제끼자 로이드가 당황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한다. 당장에 내게서 로렌을 뺏어들고 달래주고 싶다는 표정이 얼굴 가득 떠올라 있었지만 나를 만만하게 보면 안되지! 암!. 난 한 손으로 로렌을 받치고 다른 손으로 토닥여주면서 책상에 바싹 다가섰다. 나를 노려 보면서 올려다보는 로이드를 마주 쏘아 봐주던 난 오른손을 들었다. 그리고 수도로 책상을 내리쳤다. 쩍! 우직…. 깔끔하게 반으로 갈라졌다. "썩었나보군요. 폐하. 체면도 있으실 텐데 가구는 좋은걸 쓰셔야죠. 안 그래 요?" "……협박이냐?" "아.니.요. 되려 저나 협박하지 마시죠. 그래그래. 괜찮아. 로렌. 겁먹을 것 없 어. 엄마가 여기 있잖아." "도대체 왜 그래? 응? 왜 이러는 건데? 아넬리안!" "흥. 로렌은 제가 데려가겠어요." "안돼! 절대 안돼!" "당신… 아니 폐하는 옆에 계신 우아한 숙녀분과 우리 로렌 동생이나 만드시 죠? 그럼 용무는 마쳤으니 이만 가보도록 하죠." 로이드의 얼굴이 빨개졌다. 흥!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코넬리아 이 계집애 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얼굴이다. 무시! 무시!. 이만 돌아가야지. 그 렇게 생각하고 분노한 표정의 로이드를 마주 노려 봐준 난 아무 말 없이 몸 을 돌렸다. 그리고 밖으로 걸어나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짝'하고 박수소리가 났다. "아!!! 꺄악! 몰라 몰라!!! 아잉… 왕비마마님도 짓궂으시긴…" 뭐냐. 저 계집애 진짜… 짜증난다!. 왕비궁으로 돌아와보니 그럭저럭 전에 내가 살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벽지는 가을하늘 같은 파란색이었지만 그 정도는 뭐…. 그보다는 짜증나는 그 계집애의 얼굴이 사라져서 기분이 좋다. 거기다 수십쌍은 될법한 로이드 의 눈동자도 한개로 줄었고 말이야. 그 그림들을 다 걸어놓고 자다간 밤에 눈이 40개쯤 되는 '로이드'라는 이름의 괴물에게 쫓기는 악몽을 꾸게 될 거 야. 틀림없이! "시녀장!" "예! 마마. 여기 있습니다. 어머! 꺄아. 왕자전하신가요? 너무너무 귀엽네요. 마마." "응. 그보다…" "전 에레니아 시녀장이에요. 왕자전하. 어머나. 부끄러워하시네. 호호호. 참 잘생기신 전하시네요. 그렇죠? 마마" "내말은…" "어쩜! 눈매가 이렇듯 폐하랑 꼭 닮았을까!" "시녀장!" "네넷! 마… 말씀하세요. 마마." 사람이 말이야! 좀!!! 하긴 우리 로렌이 이쁘고 귀엽고 착하고 씩씩하며 활 달하고 음… 또 뭐가 있을려나…. 아니 이게 아니야! "이제 말해도 돼?" "예예! 말씀하세요. 호호호. 전하께서 너무 미남이셔서 제가 잠시 정신을 못 차렸네요." "내방 치장은 다 끝난 거야?" "예. 우선 가져오신 짐들은 모두 안으로 들여놨습니다. 조금 정리만 하면 됩 니다. 마마. 그런데… 코넬리아 백작부인의 짐은 어떻게 할까요? 우선은 빈방 에 모두 모아놨습니다만…" "내다버려!" "하지만… 마마. 그분도 이제…" "시끄럿! 내가 그런 계집애랑 같이 살아야겠어? 앙? 별궁이던 후궁이던 아니 면 성밖이던 알아서 갖다버려!" "허나! 마마가 안계신동안 이 왕국의 국모역할을 대신해주신분 입니다." "뭐야? 그럼 내가 무책임하게 내 의무를 져버리고 도망이라도 갔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지금?" "전 그렇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씀을 하시는걸 보니 찔 리시는 게 있긴 하신가보군요." "…크으." "마아마아" "그래. 괜찮아. 로렌. 엄마 화난 거 아니야." 요 작은 녀석. 내가 화를 내자 고 앙증맞은 손을 뻗어서 내 볼을 토닥거린 다. 그래그래. 휴우…. 나도 참 별것도 아닌것가지고 괜히 열을 냈구나. 에유 귀여운 것. "됐다. 됐어. 알아서 해. 시녀장. 차나 줘." "예. 마마" "어머나. 여기 다있네." 응? 이 익숙하면서도 무지막지하게 귀에 거슬리는 이 목소리는? 역시나… 저 코넬리아 계집애! 언제 여기온거야?! 캬앗! 정말이지 보기만 해도 짜증나 나는데 자꾸 눈앞에서 알짱거릴래? 죽도록 패줄까보다!!! "어쩌나. 저녁에 무도회가 있는데에…. 누구 손 남는 애 없니?" 저 계집애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방에 흩어져서 내방 단장과 정리정돈을 하 고 있던 시녀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그리고는 단번에 코넬리아가 시키는 대 로 일을 하기 시작한다. 내 방은! 내 짐은! 내 물건은! 우리 로렌이 쓸 것들 은! 이 망할 녀석들!!! 누가 너희들을 이 왕궁에 넣어줬는데!!! "끄응…" "인덕의 차이죠. 마마. 코넬리아 님처럼 착하고 기품 있는 부인은 정말 드문 걸요. 호호" "지금… 나 놀리는 거야?" "설마요. 마마. 호호호. 차를 내어오도록 하겠습니다. 제린. 왕자전하께서 드 실만한걸 찾아와요. 자자. 다들 꾸물대지 말고 어서 일들 해요. 어서" 짝짝. 시녀장이 손뼉을 치면서 소리쳤다. 그러자 시녀들이 일사불란하게 일 을 분담해서 처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저 코넬리아 계집애의 짐 을 날라주는 시녀가 더 많다. 자존심 상해! 실수했어. 정말 실수했어. 쳇.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 왕비궁에 들 어온 시녀들은 모두 이전에 내가 뽑은 아이들이다. 그러니까 뽑기는 내가 뽑 았는데 겨우 열 살에서 열셋 사이의 어린 아이들인 것이다. 그런데다가 내가 2년씩이나 이곳을 비우고 있었으니 그동안 저 코넬리아 계집과 친하게 된 거 야. 에휴…. 시녀들의 지위나 가문을 보자면 저 아이들의 가치도 상당한데 그 동안 너무 무관심했었나 보다. 쳇. 천하의 아넬리안이 이런 실수를 하다니. 저 중 몇이라도 워렌 자작령으로 데려갔어야 했는데…. 기분 꿀꿀해. "꺄아~ 꺄꺄!" 난 침대에 엎드린 채 손에 들린 비단 - 비싼 거다! - 손수건을 팔랑팔랑 흔 들었다. 로렌은 내 손에서 흔들리는 손수건이 신기한지 계속 따라다니면서 손수건 자락을 잡으려고 손을 뻗는다. 가끔은 제 엄마를 타고 넘기도 하고 지지 누르기도 하면서 말이야. 로렌아…. 딴건 암말 안 하겠는데…. 제발 등 을 타고 넘어갈 때 엎어지지만 마라. 너도 이제 꽤나 무거워져서 숨이 턱 막 힌다고…. 난 오른손에 들고 있던 손수건을 왼손으로 옮겨쥐면서 허공에 대 고 흔들었다. 팔랑팔랑. "꺄꺄~ 꺄" 로렌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엉덩이를 들썩이면서 폴짝거린다. 손까지 휘저 으면서 들썩이던 로렌은 손수건에 자기 얼굴 근처에서 팔랑거리니까 역시나 바둥거리면서 두손으로 그것을 잡으려한다. 후훗. 귀여운 녀석. 정말 로렌 때 문에 산다니까. "재미있어 보이는군." "누구? 폐…폐하. 여긴 어쩐 일로…" "잊었나본데. 여긴 내방이기도 하다고. 물론 내 처소는 다른 곳에도 많지만 말이야." 난 잽싸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머리를 정돈하고 앉았다. 그러는 사이에 로이드는 침대가에 주저앉은 뒤 내가 내려놓은 손수건을 들고는 그 끝을 로 렌에게 늘어뜨렸다. 우리의 귀여운 -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은… - 로 렌은 냉큼 손수건 끝자락을 붙잡았고 로이드는 아기가 천을 붙잡자 하하하 웃으면서 말했다. "걸렸다. 하하하. 이거봐. 이거 월척인걸? 하하하" "꺄우…" 로렌 녀석… 두손으로 손수건을 꼭 쥔 채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일어섰 다. 아우우우!!! 정말이지! 왜 이렇게 이쁜짓만 하는 겨! 나도 모르게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로이드는 폴짝 뛰다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침대에 주저앉는 로렌을 안아들고는 손수건을 들려주었다. 로렌은 작게 옹알거리면서 손수건 을 쥐고 잡아당기고 흔들어댄다. 정신 없어 보이는걸…. "무슨 일로 오신 거죠? 폐하" "이녀석. 못본사이에 힘이 좋아졌는걸? 웃차… 이녀석! 그렇게 흔들지마! 떨 어지잖아!" 로이드는 버둥거리는 로렌을 붙잡고 있다가 결국 포기했는지 침대에 내려놓 았다. 그러자 로렌은 두리번두리번 거리다가 내쪽으로 쪼르르 기어와서는 내 무릎 위에 올라선 뒤 작게 하품을 한다. "로렌 졸려?" 하긴 그렇게 줄창 뛰어 놀았으니 피곤하기도 하겠다. 난 꾸벅꾸벅 졸기 시 작하는 로렌을 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내 품에 안긴 로렌은 연신 하품을 하다가 이내 쿠우…하고 작은 숨소리를 내면서 잠이 들었다. 우리 로렌이 깰 까 조심스럽게 아기를 침대 위에 내려놓은 나는 살며시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로이드가 포도주 병을 들고 살짝 흔드는 모습이 보 였다. "한잔할까?" "영광이에요. 폐하." 난 오랜만에 진심으로 미소지으며 침대에서 일어섰다. 사방은 조용하다. 가끔 복도 쪽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오기는 하지만 나와 로이드 사이에는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쪼르르…. 둥그런 유리잔에 붉은 포도주가 채워진다. 아아…. "세잔째에요" "응?" "혼자서 마신 잔수요. 세잔이에요." "흠… 그랬던가? 당신도 마시지 그래?" 로이드는 그렇게 별것 아니라는 투로 말하면서 다시 와인 잔을 집어들고는 단숨에 마셔버린다. 와인을 저렇게 마시다니! 와인이란 향을 음미하고 한 모 금씩 조금씩 마시는 거라고! 에잇! 꿀꺽…. 그에엣!! "푸우… 이거… 독하군요." "조금. 도수가 높은 술이지. 요즘 즐기게 된 취미중 하나야." "……" 작게 쓴웃음을 짓는다. 뭐라고 말을 하고 싶지만 로이드의 저런 표정을 보 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후후. 왕이라는거… 생각보다 대단할 것도 없더라고. 그냥… 선조들이 해왔 던대로 해나가면서 귀족들 취향에 맞게 법 몇 개 만들어주고 왕명으로 명령 몇 개 내리면 그만이야. 가끔 기분 내키면 연회라도 열고 무도회장에 참석도 좀 해주고 말이야. 그러면 되는거더군. 후후후" "……" "그래…. 겨우 이런 것 때문에 브래드릭 형님이 나와 의절하고 마틴이 유폐 당해야 했던 건가?" "폐하는 이 나라. 크레센트의 주인이시자 기둥이세요. 기둥이 없는 집은 금세 무너지고 말죠." "알아. 후우…. 이제 겨우 2년이야. 겨우 2년밖에 안 지났는데… 지겹더군. 매 일 매일이… 똑같아. 왕자였을 때나 지금이냐 달라진 건 없어. 단지 머리에 조금더 무거운 금덩어리를 얹고 있다는 것을 빼면 말이야." "폐하는 위대한 분이 되실 겁니다." "누가? 내가? 훗. 폭군이 안된것만해도 다행으로 알라고. 솔직히 그때 심정 같아서는 모조리 다 죽여버리고 싶었으니까. 지금 내앞에서 알랑거리는 귀족 놈들이나… 당신이나… 모두…" "취하신 것 같군요." "내가? 겨우 와인 몇 잔에 취할 것 같아? 그대는 여전히 날 무시하는 것 같 군" "왕으로써 나라의 주인으로써 품격을 좀 지키세요. 폐하." "후우…. 품격? 뭣하러? 그대도 귀가 있으니 알겠지? 내가 왕명으로 무리한 공사를 진행시켰다. 국고가 바닥날 정도로 말이야. 그런데 귀족놈들은 그런것 따윈 아무런 상관도 안해. 내가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도 역시 마찬가지일걸? 귀족들에게 난 그저 발언권이 좀더 강한 대귀족정도 일 뿐이야. 그런 내게 품격을 가지라고? 뭣하러? 아니면… 전쟁이라도 벌일까? 훗. 내 이름으로 전 쟁을 벌인다고 하면 머저리같은 귀족놈들이 벌떼처럼 몰려들걸? 한치의 영지 라도 더 얻어내기 위해서 말이야." "물론 그런 자들도 있을 겁니다. 폐하. 하지만 워렌 자작 같은 충신도 있죠." "충신? 그래… 워렌 자작. 그래 맞아. 충신이지. 그런데 말이야. 그놈은 누구 의 신하지? 응?" "…당연히. 폐하시지요." "그래? 하하하! 그래… 그랬단 말이지. 워렌 자작은 바로 내 부하였군. 하하 하하" "……" "아넬리안." "말씀하십시오. 폐하." "난… 바보가 아니야. 알아들었어?" "……" "침묵은 긍정이라고 생각하지. 그럼 푹 쉬라고. 오랜만에 잠자리가 바뀌어서 낮설테니까." 그렇게 말한 로이드는 빈 잔에 포도주를 한잔 더 따르고는 단숨에 마셔버렸 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넬리안" "예. 폐하." "다시 이곳을 나갈 건가?" "…글쎄요." "흥. 확실히 대답하는 건 하나도 없군. 하긴 나 역시 기대도 안 했지만…" 나를 내려다보며 말하던 로이드는 그대로 내게서 등을 돌리고 문 쪽으로 걸 어갔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하던 난 그가 문고리를 잡았을 떼야 겨우 입을 뗐다. "폐하." "뭔가?" "아직도… 저를 미워하시나요?" "…아니. 하지만… 이젠 그대를 사랑하지도 않아. 그리고… 로렌에게 동생을 안겨주고 싶지도 않고. 저 아이에게 나 같은 고통을 넘겨주고 싶지는 않으니 까" "그런…가요." 철컥. 타악. 문이 닫혔다. "하아…. 정말이지… 이젠 익숙하다고 해도… 힘든건 여전하구나…" 이젠 아무것도 모르겠다. 내가 뭘하는건지 뭘 추구한건지도 말이야. 훗. 하 긴 미움받는건 내 전공이라고. 그래…. 아하하하! 그가 남기고 간 포도주병을 들어올렸다. 절반쯤 남아있군. 후후후. 난 포도주병을 입에 가져다 댔다. "꿀꺽. 꿀꺽." 목이 타들어가는듯 하다. 크으으…. "캬하! 딸꾹. 젠장할… 망할…" 단숨에 반병을 들이켰더니 속에서 금세 반응이 온다. 화끈화끈. 꼭 불덩어리 를 삼킨것같잖아. 우우…. 비틀거리면서 침대로 걸어갔다. 쿨쿨 잘도 자고 있 는 로렌이 보인다. 우리 아기. 불쌍한 우리 아기. 로렌. 로렌. 괜찮아. 로렌. 엄마가 여기 있으니까. 오늘만은… 아무생각없이 우리 로렌처럼 깊은 잠을 잘 거야. 로렌아. 엄마랑 코~ 자자? 알았지? -------------------------------------------------------------- 가출. 가출의 유형은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① 정신병리형:정신장애로 자폐 성 경향이 되어 발작적으로 가출·방랑을 되풀이하는 형. ② 도피형:가정·학 교·직장 등에서의 불만이나 갈등으로 주위와는 물론 가정관계까지 끊으려는 형. 인간관계나 집단관계가 직접·간접으로 파탄되어 있는 경우인데, 단순히 도피하는 형과 가출함으로써 부모를 괴롭히려는 보복형, 자기를 귀여워하던 생가(生家)나 조모를 찾아가는 퇴행형 등이 있다. ③ 자기동일시형:가정관계 자체에는 별로 문제가 없는데, 친구나 연인의 가출에 동정하여 좇아 가출하 는 형. ④ 목표달성형:가정관계에는 문제점이 없으나 외부에 자기의 꿈이나 목표를 충족시켜 주는 그 무엇이 있다고 믿고 가출하는 유형. 도시에 나가면 잘 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상경하는 경우 등이다. ⑤ 객지에 나가 벌이 를 하다가 가정을 버리는 형:돈을 벌러 객지에 나갔다가 소식을 끊고 가정관 계를 해체하여 결과적으로 가출이 되는 경우인데, 객지생활에 만족하여 가정 을 돌보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고, 실패하여 반사회적 집단이나 불량배로 타 락하는 수도 있다. 이상과 같은 여러 유형이 있으나, 실제로는 이들의 혼합형 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사회생활이 각박해져서 가정이 보호적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불안정하게 되 면, 자아가 확립되지 못한 약한 사람은 정신장애를 일으키기도 하고, 일체의 번잡한 인간관계를 끊고 도피하기도 한다. 소위 ‘인간증발’은 이와같은 정 신장애나 도피적 행동에 의한 돌발적인 가출이다. 2001년 현재 문화관광부 청소년 가출 실태 통계를 보면, 한국 중고생의 71.1%가 가출 출동을 느끼며, 중고생의 17.3%가 가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 가출 시기는 중 학생이 59.8%, 고등학생 16%, 초등학교 4~6학년생 14%로 나타났다. 가출의 원인으로는 가출인의 인격결함에서 오는 정서의 불안정성과 성격적 충동성, 가정의 결손이나 빈곤, 인간관계의 부조화, 경제의 불황이나 계층 적·지역적 격차, 신구(新舊)문화의 대립 등을 들 수 있다. 충분한 준비와 계 획이 없이 무작정 가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회경험이 없는 청소년들 이 무직으로 전전하다가 비행·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많다.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아넬리안은 어디에 속할려나...( --). 아넬리안 : 시끄럿! 이 엑스파일 오타쿠! 내게 행복을 달란 말이야! 가우군 : 그게 고용주에게 할소리냐?! 잘릴래? 아넬리안 : 흥! 잘라봐! 잘라봐! 가우군 : 훗! 내가 못할줄 알고? 너 없으면 다른거 찍을거야! 주인공 이름 반 드 메데치! 진정한 사나이의 로망! 아넬리안 : 훗. 만필이? 웃겼어. 꺄하하하하(웃으면서 퇴장한다) 가우군 : 뿌득...두고보자! ...여주인공 괴롭히기는 계속된다. by. 가우군 p.s 후후후. 은빛님. -_-V. 이로써 무승부외다! ( -)y=~뻐끔. 죽겠다.쿠헤헤헷.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6장 가출 (2) 2003-10-24 00:27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크어어어… 속쓰리다. 역시 독한 포도주를 안주도 없이 퍼마시는 짓은 미친 짓이었어. "끄으응…" 우욱… 속이 울렁거려. 당장이라도 토할것 같은 기분. 우에에…. 딸꾹. 힘겹 게 몸을 일으키면서 부시시한 몰골로 눈을 비비며 일어섰다. 그나마 다행히 도 화장대 위에 물잔이 보였다. 끙끙거리면서 손을 뻗어서 잡아드니 손바닥 에 싸한 냉기가 느껴진다. 누가 아침에 떠다놓은것 같았다. "꿀꺽.꿀꺽." 캬아아아~ 시원해! 그나마 좀 살것같다. 휴우…. "으응?" 어…없다? 침대위에 나 뿐이다! 이럴수가! 우리 로렌! 로렌 어디간거야? 응? "에린! 시녀장! 제린! 누구없어?" 조용…. 뭐야? 왜 이렇게 사방이 조용한거야? "카렌! 카렌! 어디있어? 당장 튀어나와! 카레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설마…. 그런 생각이 들고나자 더이상 침대위에서 뭉기 적거리고 있을수 없었다. 당장에 침대에서 뛰어나온 난 잠옷을 잡아 찢듯이 내던져버리고 옷장으로 달려가서 손에 잡히는 원피스 드래스를 꺼내입었다. 그리고 막 문을 박차고 뛰어나가려고 할때 갑자기 내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처음보는 얼굴의 시녀가 헉헉거리면서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넌 뭐야?" "예…예? 허억…허억… 저…" "뭐나고 물었다!" "저어… 코넬리아님을 모시고 있는…" 뭣? 그 계집애의 시녀라고? 그런데 왜 내방에 들어온거야? 코넬리아라는 이름을 들으니 다시 열이 확 뻗친다. 아니야! 이게 아니야! 지금 내가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쓸때가 아니야! "왜 온거지?" "저기… 부르심을 받고… 왔는데요. 꺄악!" 콰장창! 내손에 걸린 화병하나가 벽에 부딪쳐 산산조각난다. 그리고 망할 계집애가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면서 주저앉는게 보인다. 크으! 망할! 정말이 지… 이방의 주인의 누군지 모두에게 똑똑히 알려줘야겠다! 힘으로라도! "후우…. 내 시녀들은 다 어디간거야? 그리고 우리 로렌은 어디있지? 질질 짜지말고 대답해! 어서!" "흑…. 네! 저기…." 아우! 신경질 나! 저거 완전히 에린 판박이잖아! 어디서 저런게 튀어나와서 신경질나게 하는거야! 우씨! 결국 난 우물쭈물거리는 시녀의 대답을 듣기보 다 직접 찾아보는게 빠르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문가에서 뭉기적대고 있는 그 계집애의 시녀를 밀쳐버리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한낮이니 시녀들이나 하 녀들이 바쁘게 일하고 있을 시간인데 내 방앞은 왠일인지 조용하다. 뭐야? 이 분위기는…. 궁안을 뛰어다녔다. 아니 헤메고 다녔다고 말하는게 옳을것이다. 눈앞에 걸 리적거리는 인간들이 가끔 내 앞길을 막아서거나 했지만 그런 놈들치고 내가 살짝 밀치는것조차 못버티고 벽과 키스하거나 바닥을 끌어안지않는 녀석이 없었다. 등뒤에서 '피다!' 라던가 '의사를!!!' 같은 소리가 잠깐 들려오긴 했지 만 난 지금 그런 하찮은 일들에 신경쓸 처지가 아니라고! "정지! 이곳은 통제구역입니다! 허가증을…" 뭐야? 이것들은!!! 왕성 안에 왠 기사와 병사들이야? 그것도 한둘이 아니다. 병사 열명과 두명의 기사? 단순 복도 경비에? 뭔가 있다. "비켜!" "허가증을 보여…" "비키라고 했다." "폐하의 명이십니다. 허가받지 못한 분은 아무도…" "근위대냐?"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놈들의 표정을 보니 그런것 같다. 빌어먹을! 네놈들은 전부터 마음에 안들었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벽에 걸린 배너 (Banner) 기가 눈에 들어왔다. 크레센트 왕실 문장이 그려진 그 깃발을 본 난 그 끝을 한손으로 잡고 강하게 당겼다. 찌이익…. "무…무슨 짓을…" 무슨 짓이긴! 이런 짓이지! 길쭉한 천을 죽죽 찢은 난 그것을 양손에 단단 히 감았다. 마치 벙어리 장갑처럼 엄지손가락만 빼고 단단히 감은 난 두손을 탁탁 쳐본뒤 왕실기를 훼손한 중죄(?)를 지은 날 어떻게 해야할지 곤란해하 는 근위대 기사를 향해 말했다. "마지막으로 말한다. 비켜" "허가증 없이는 들어가실수 없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좋아. 이 나라의 국모도 못알아보는 머저리는 필요없겠지. 그 모자걸이로 밖에 쓰일데가 없는 쓸모없는 대가리… 박살을 내주마." "뭐…뭣?" 앞에서 서서 나와 대화를 나누었던 기사가 당황한듯 뒤로 물러섰지만 그보 다는 앞으로 뛰어든 내가 빨랐다. 타닥. 단 두번의 도약으로 그 기사의 앞에 선 나는 검집으로 손을 가져가는 망할 놈의 면상을 세게 올려쳤다. 뻑! 건장 한 체구의… 그것도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있는 기사놈이 공중에 붕 떠올랐 다가 그 뒤에 서있던 다른 병사들을 덮쳤다. 그 멍청한 놈의 최후를 내려다 보던 난 나의 공격에 자극받은 다른 기사가 검집에서 롱소드를 반쯤 뽑아드 는것을 보고는 단숨에 달려들었다. 오른손으로 그자가 뽑아드는 롱소드의 폼 멜을 강하게 후려치자 검은 다시 검집으로 되돌아가면서 강한 마찰음을 내었 고 '악!'하고 비명을 지르며 붉은 피가 흐르는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보던 그 기사의 턱을 왼손바닥으로 올려쳤다. 콰득! 쿵! 고개를 뒤로 젖힌채 뒤로 날아갔던 기사는 그대로 벽에 머리를 부딪치고 다시 내쪽으로 튕겨나왔다. 하지만 난 이미 몇발짝 앞으로 나아간 상태였기에 그 기사는 내 등뒤에서 큰 소리를 내면서 바닥과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둘! 어설픈 몸놀림으로 내게 창날을 내미는 병사의 창날을 잡고 내쪽으로 당겼 다. "우왓?" 두발이 공중에 뜬채 내쪽으로 날아오던 - 그러면서도 창날을 놓지않은건 칭찬해주지 - 그 병사의 면상을 손등으로 후려친 나는 벽으로 날아가 구겨 지듯 뭉개진 그 병사를 한번 쓰은 본뒤 창날의 중간을 잡고 힘을 줬다. 뚜둑. 쓸만한 나무몽둥이가 내손에 쥐어졌다. "자. 죽고싶은놈. 앞으로 나와. 내가 친히 쓸데없이 무겁기만한 그 대가리를 박살내주지." "으으…" 내가 한발짝 앞으로 걸어가자 근위대 병사들이 뒤로 물러선다. 그렇게 몇발 앞으로 걸어가고 나니 내 앞에 맨처음 면상을 작살냈던 기사놈이 바닥에 엎 드린채 끙끙대고 있는게 보인다. 난 씨익 웃으며 그놈의 등을 강하게 밟았다. "크허어억…" 부들부들 떨던 기사놈이 그대로 눈을 뒤집으면서 기절해버렸다. 허약하긴. 이런놈이 기사라니. 사내들의 수치다. 수치. 젠장… 드래스에 피가 튀었잖아! "삐익! 삐삐익~" 병사중 한놈이 높은음의 호각을 불었다. 칫. 시간을 너무 끌었군. 난 밀집대 형으로 뭉쳐서 창날을 내쪽으로 향하고 있는 병사들중 가장 선두에 선놈의 창대끝을 붙잡았다. 찌직… 하는 작은 소리가 나면서 손에 감고 있던 천조각 이 시퍼렇게 날이 선 창날에 조금 베이긴 했지만 창대를 붙잡는데는 성공했 다. 당황한 그 병사놈이 힘을 쓰면서 창대를 자기쪽으로 당겼지만 내가 힘주 어 버티자 낑낑거리기만 할뿐 뒤로 물러서지는 못했다. 덕분에 두어발짝 뒤 로 물러선 다른 병사들과는 다르게 그놈 혼자서면 앞에 서는 형태가 되었고 그 병사가 좌우를 돌아보면서 당황하자 난 창대를 힘주어잡고 녀석쪽으로 밀 었다. 지이익… 퍽!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온힘을 다해 창대를 잡아당기던 그 병사는 그대로 뒤로 물러서면서 자기들끼리 부딪쳤고 다른 두 병사와 같에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난 그때를 놓치지 않고 앞으로 뛰어들었다. 왼쪽으로 셋. 오른쪽으로 하나. 넘어진 놈들중 하나를 발로 밟으며 그들 사 이로 뛰어든 난 오른쪽에 서있는 병사의 허리를 손에 쥐고 이는 나무봉 - 한때 창대의 일부분이었을… - 으로 강하게 후려쳤다. 퍼억! "크허헉…" 허리를 움켜잡고 쓰러지는 놈에게 시선을 뗀 난 이번엔 왼쪽에 나란히 모여 있는 놈들쪽으로 몸을 날리면서 왼발로 바닥을 강하게 찍으며 손바닥으로 가 장 가까이 있는 병사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발이 바닥에서 살짝 뜬 그 병사 는 옆에 모여있던 다른 병사를 온몸으로 깔아뭉개며 벽에 부딪쳤고 이내 신 음소리를 내면서 바닥을 굴렀다. 처리 끝! "침입자다!" "적이다!" "삐익! 삐익!" 쳇…. 앞뒤로 수십명은 될법한 근위대 놈들이 몰려온다. 그래… 어디 한번 죽어보자고! 빠각! 기사놈이 들고 있던 카이트 실드를 내리쳤던 나무 몽둥이가 그대로 조각조각 부서지면서 사방으로 파편을 흩날렸다. 덕분에 내 볼에서도 튕겨나 간 파편에 긁혀서 피가 조금 흘러내렸다. 그래도 몸을 숙이면서 내 공격을 막아냈던 기사놈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으면서 비명을 질러댔다. "내팔…내팔!!! 끄아악!" "그렇게 아픈게 싫으면 나서지 말라고! 이 머저리야!" 엎어진 그 기사놈의 면상을 구두발로 차주었다. 덕분에 발이 얼얼하긴 했지 만 그래도 시끄럽게 소리지르던 놈은 조용해졌다. 후우… "무기는 쓰지마! 무조건 생포해! 이건 명령이다!" "하지만…" 기사단장으로 보이는 놈의 외침에 그 옆에 서서 내쪽을 바라보고 있던 기사 가 곤란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훗. 하긴 이제 내가 누군지쯤은 알만한 놈이 왔으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이거 조금 곤란한걸…. 앞뒤로 카이트 실드로 몸을 반이나 가린 기사들이 어디서 조달한건지 궁금한 1m쯤 되어보이는 단 봉을 들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고 그 뒤로는 수십명은 되어보이는 병사들이 불안한 눈으로 내쪽을 쳐다보고 있다. 저놈들을 다 때려눕히기전에 내가 먼 지 지쳐 쓰러질것 같아. 체에…. "더 맞고 비킬래? 비키고 나서 맞을래? 응?" "……" 대답이 없군. 훗. 내가 앞으로 한발 걸어나가자 어깨를 마주댈정도로 좁은간 격으로 서있던 기사놈들이 흠칫거리며 뒤로 물러선다. 그때 뒤에서 철컹거리 는 소리가 났다. 몸을 돌리니 눈앞에 건장한 체격의 기사가 단봉을 높이 들 어올린채 내게 달려드는 모습이 생생하게 들어온다. 저절로 허리를 숙이고 몸을 낮춘다. 이건 습관인가? 조건반사인가? 내 어깨를 향해 떨어져내리는 단봉을 지켜보던 난 왼손을 들어서 그 기사의 봉끝을 잡은뒤 오른손으로 겁 없이 내게 달려든 기사놈의 오른팔목을 움켜쥐었다. "어억?" 놀란 표정? 훗. 좀더 놀라야 될걸? 왼손을 뻗어서 기사의 건틀렛을 움켜쥔 난 몸을 반바퀴 돌리면서 기사놈을 휘둘렀다. 부웅… 카랑…캉캉. 몸이 붕 뜬 채 휘둘러진 기사의 철제 장화끝이 내앞을 막고 있던 다른 동료들의 카이트 실드를 마구 긁어댔다. 그리고 내가 손을 놓자 벽으로 날아간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무지무지 아픈듯한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엎어졌다. "빌어먹을! 겨우 여자하나에게 당하다니! 네놈들은 모조리 머저리들뿐이냐?" "어이. 거기 겨우 어쩌구 하는놈. 이리와서 내앞에서 한번 그딴 소리해보지 그래? 응?" "흥! 더이상 난동을 피우시면 저희도 무기를 쓸수밖에 없습니다! 순순히 돌 아가십시오!" "너… 닥칠래? 아니면 여기와서 나랑 한판 떠볼래? 응?" "품위를 지키시지요! 마마께서는 자신을 길거리 불량배라도 되는줄 착각하는 거 아닙니까?" "입닥치고 이리 나와봐. 남자라면 말이야. 아니 기사라면 이라고 해줄까? 그 렇게 잘났으면 어디 나와서 한번 내 상대가 되어달라고. 응?" "……비켜라!" 그 기사단장처럼 생긴 녀석이 병사들을 헤치고 앞으로 달려나온다. 그리고 는 카이트 실드를 붙인채 실드월 대형으로 나를 막아서고 있는 기사들을 제 친뒤 내 앞으로 나섰다. "호오~ 그래도 보기보다 용감한것 같네? 이름이 뭐지?" "반슈타인. 기사 반슈타인입니다. 마마. 이제 그만 소란은 그만 부리시고 돌 아가십시오" "싫어!" 난 강하게 거절했다. 덕분에 반슈타인이라는 그 기사 단장의 얼굴이 새빨갛 게 달아오르는걸 볼수 있었다. 실내였기에 투구대신 둥근 기사단 정모를 쓰 고 있어서 얼굴 표정이 바뀌는게 눈에 확들어온다. 훗. 재미있는걸? "불미스러운 소문이 돌기전에 돌아가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만?" "훗. 내기할까? 소문따윈 안날걸? 나라면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건장한 기 사들이 그것도 근위대 소속 기사들이 연약한 열아홉살 소녀에게 박살이 났다 는 소문이 도는걸 철저하게 막을테니까. 안그래?" 씨익 웃었다. 후후후. 덕분에 그의 표정이 더더욱 일그러진다. 아마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저주스러울테지? 후훗. 반슈타인 기사단장은 나를 노려보다 가 갑자기 허리에 차고 있는 검집을 잡아뜯었다. 질긴 가죽끈으로 묶여있는 검집을 통째로 벨트에서 뜯어내다니. 호오~ 힘이 장사인걸? 하긴 나보다 머 리하나는 더 크고 몸집은 두배만하다. 남자에다가 기사이니 당연한거겠지. 그 런데 왼팔 건틀렛에 묶어놓은 카이트 실드까지 뜯어내더니 바닥에 내팽개쳤 다. "뭐하자는거야?" "…이런 꼴이라해도 명색이 기사입니다." "호오~ 이 나한테 달랑 두 주먹으로 덤비겠다는거야? 베짱도 좋은데?" "……" 그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양 팔목을 감싸고 있는 건틀렛 까지 벗겨내더니 등뒤로 던져버린다. 그리고는 내 주먹보다 배는 커보이는 두 주먹을 꽉 움켜쥐고는 나를 노려본다. 흠… 꼭 아르케네스를 보는듯한 모 습이군. 뭐… 아르케네스쪽이 저친구보다 더 험상궂고 무시무시하게 생기긴 했지만 말이야. 난 그의 그런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양주먹을 감싸고 있는 천을 뜯어냈다. 투둑…툭. 피가 잔뜩 묻고 엉겨붙은 거친 천조각 을 벗겨내고 나닌 온통 까지고 긁혀서 피투성이가 된 불쌍한 내 두손이 드러 났다. 어쩐지 좀 쓰라리더라. 치잇…. "어이. 반슈타인이라고 했던가? 우리 그냥 힘겨루기나 하지? 응? 보다시피 내 두손도 이모양이라서 말이야." "……" 내가 두손을 들면서 그렇게 말하자 그는 그저 나르 노려보고 있다가 어깨까 지 올린 양팔을 늘어뜨렸다. 아마도 나와 드잡이질을 하는게 그로써도 걸렸 나보다. 후훗. 바.보. "지금이라도 조용히 물러가신다면…" "입 닥치고 이리와."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들을 몇번 쥐었다 폈다 해본뒤 양손을 위로 들어올 렸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던 그 기사단장은 할수없다는듯이 작게 한숨을 내쉬 더니 내앞으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내 손가락의 배는 될법한 두툼한 손가락 들을 내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그렇게 서로 깍지를 낀 나와 그는 서로를 노 려보았다. "흐음… 먼저할래?" "…마마께서 먼저…" "훗. 곧 죽어도 레이디라 이건가? 그렇다면… 죽어!" 우둑! 내 손가락들이 그의 살속으로 파고드는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후후후. 나와 힘겨루기를 하려하다니 머저리! "으윽… 크으… 이…이건… 마…말도… 크아아악!" 뚜두둑. 손을 좌우로 돌리자 그의 손목뼈 뿐만 아니고 팔목까지 꺾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깨 갑옷이 들썩거릴정도로 반슈타인의 몸이 크게 움찔거 린다. 난 여전히 웃는얼굴로 팔을 내쪽으로 당겼고 그 반동에 그는 그대로 바닥에 두 무릎을 대며 꿇어앉았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는 믿을수 없다는 눈빛이었지만 불행하게도 이건 현실이라고. 후훗. 좀더 힘을 주면 완전히 어 깨뼈까지 탈골시킬수 있을것 같았지만 이쯤하기로 했다. 내가 두손을 놔주고 손을 탁탁 털면서 뒤로 물러서자 반슈타인은 축 늘어즌 두팔을 내려다보면서 고개를 떨궜다. 한대 쳐서 마무리 지어줄까도 생각해봤지만 뭐… 이만하면 됐겠다 싶어서 난 이젠 겁을 집어먹은 표정이 역력한 다른 기사들을 한반 휘~ 돌아본뒤 입을 열었다. "다음은? 누구야? 응?" 조용…. 아무도 대답을 못하는군. 후후. 당연하겠지만…. 근위 기사단 단장인 반슈타인은 내가 승리감에 젖어있을때 불쑥 튀어나온 두 기사의 손에 끌려서 인간들사이로 사라졌다. 에이! 인질로 잡고 협박이라 도 했어야 했는데… 그런데 이제 또 어떻게 여긴 빠져나간다? "이게 무슨일인가?" 갑자기 내앞에서…. 그러니까 대충보기에도 백명쯤은 몰려있는듯한 인구밀 도가 어마어마하게 높은 병사들 뒷쪽에서 분노에 찬 음성이 들려왔다. 그러 자 저 뒷쪽부터 인간들의 머리가 밑으로 가라앉는게 보인다. 마치 파도가 밀 려나가는것 같은걸? 캉캉캉. 내 앞에 서서 길을 막고있던 기사들 역시도 한 쪽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았다. 카이트 실드가 바닥에 부딪치면서 맑은 쇳소 리를 냈지만 그런건 내귀에 안들온다고! 로이드! 이 악의 대마왕! 로렌을 돌 려줘!!! "폐하…" "후우. 아넬리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동이지? 응?" "전 잘 모르겠군요. 폐.하. 그저… 제가 길을 걸어가는데 이들이 이렇게 몰려 나와 소동을 벌이더군요. 전 제가 왕비인줄 알았는데 알고봤더니 일개 시녀 보다도 못한가보군요. 페하의 등뒤에 있는 저 많은 시녀…" "빠아~ 마아~" "로렌!!!" 우리 아기! 로렌! 역시 로이드가 데려간거였어! 망할 남편같으니라고! 아 악!!! 거기다 우리 로렌을 안고 있는건 창밖으로 내동댕이쳐도 시원치 않을 코넬리아 그 계집이다! "비켜! 썩 비키지 못해!?" "내 질문에 답하도록! 아넬리안!" "안비켜?! 다 죽어불래?" "아넬리안!!!" 난 급히 로이드쪽으로 뛰어가려고 했지만 이 망할 기사놈들이 방패를 앞세 워서 나를 막아선다! 우리 로렌이 저기 있는데! 아아악!!! 정말 다 죽여버리 고 싶어!!! "카렌! 카렌! 당장 로렌을 데리고 이리로 와! 당장!" "뭐…?" 방패로 날 밀어붙이는 기사들 사이로 스무발자국쯤 떨어진 곳에 서서 당황 한듯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로이드가 보였다. 왕관썼네? 멋있긴 하다. 그러니 내 남편이라 인정해줄수… 이게 아니야!!! 이 망할 꼬맹이 어디에 쳐박혀 있 는거얏! "카레엔!!!" "우와악!!!" 내 앞을 막고 있던 기사놈이 나의 미는 힘을 못이기고 뒤로 주춤거리면서 뒤로 넘어졌지만 그자의 등뒤를 받치고 있던 다른 기사때문에 쓰러지지 않았 다. 아악! 이놈의 인간들을 몽땅… "어엇?" "꺅!" 내가 막 한 기사놈의 목줄기를 잡고 내던져버리려고 할때였다. 갑자기 로이 드의 뒤에 서있던 시종 - 시종이었다. 복장이 틀렸다 - 이 튀어나오더니 코 네리아 그 계집애를 밀치면서 우리 로렌을 빼앗아서 안아들었다. 머리색이 갈색이긴 했지만 난 저 시종이 카렌이라는걸 알수 있었다. 내 예상이 맞았는 지 카렌은 우리 로렌을 가슴에 품은채 두팔로 감싸고는 비명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병사들의 머리와 어깨를 밟으면서 내쪽으로 뛰어왔다. "어억?" "웃!" "잡아! 막아!" 그때서야 로이드가 악을 쓰면서 소리쳤지만 카렌은 벌써 병사들 사이를 뛰 어넘어서 내쪽으로 달려왔고 왕의 명령에 반응한 기사중 뒷열에 서있던 자가 양팔을 펼치며 카렌에게 뛰어들었지만 저 날렵한 암살자 출신의 소녀는 가볍 게 그의 등을 밟은뒤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는 내 바로 앞에 서서 방패 로 날 밀고 있는 기사의 어깨를 밟은뒤 가볍게 내뒤에 착지해내렸다. "…왔어" "잘했어! 카렌! 오오! 우리 로렌!!! 이 엄마한테 오렴!" "마아~ 쭈우~ 마아~" 엄지손가락을 빨며 - 이녀석 대담한건가? 보통의 아이라면 그 상황에서 울 음을 터트렸을텐데… - 멍하니 있던 로렌은 내가 양팔을 벌리며 달려들자 고 자그마한 손가락을 옴찔거리면서 내게 두손을 뻗친다. 귀여운것! 난 로렌 을 꼭 껴안으면서 볼을 부비적댔다. 보들보들. 에유~ 이쁜것! "비켜라! 비켜! 당장 물러서!" 내가 로렌을 토닥여주면서 꼭 안고 있는데 로이드가 소리치면서 병사들 사 이를 헤치며 내쪽으로 뛰어왔다. 왕의 명령에 기사들과 병사들은 그렇지않아 도 좁아터진 복도에서 서로 밀집하면서 로이드가 지나갈만한 길을 만들어줘 야했다. 조금… 불쌍하다. 저렇게 꽉 끼이면… 아플텐데…. 뭐… 얻어맞는것 보다야 낫겠지. "아넬리안!" "네에~" "뭐야?! 그 느긋한 대답은?!" "하지마안~ 우리 로렌도 찾았는걸요." "…후우. 도대체가 말이야. 이 사건은 다 뭐냐고?! 응? 어떻게 매일 같이 사 고를 못쳐서 안달이야!!!" "예에.예에." "내말 듣고는 있는거야? 엉?" 깜짝이야! 왜 소리는 지르고 난리람? 체에. "소리치지 마세요! 우리 로렌이 놀라잖아요!" "미…미안. 아니! 지금 그게 문제야? 응? 주변을 둘러보라고!" "로렌이 아니면 뭐가 문제인데요? 네? 애초에 나한테 한마디 말도 없이 우리 로렌을 데려가놓고 못보게 한게 문제 아닌가요? 네?" "그건…" 할말 없겠지? 훗. 이겼다!. 우후후. 하지만 좀 심한감이 있긴 한것 같다. 오 랫만에 진짜로 열받아서 사고쳐버렸다고나 할까? 예전에 한번 전장에서 미친 녀석처럼 날뛴뒤로는 될수있는한 자제하고 살았는데… 오늘은 그만 한도를 넘어버려서 말이지…. 무엇보다 코넬리아 저 계집애가 우리 로렌을 안고 있 었다는게 너무너무너무!!! 마음에 안든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뺨을 후려갈 기고 싶다고! 흥! "뭐에요? 더 할말 있어요? 네?" "크으…" 흥! 인상쓴다고 누가 무서워할줄 아나? 어라? 이 사람이 지금 나한테 손을 드는거야? 그 손으로 날 때릴려고? "칠거에요?" "……" 흥이다! 그렇게 인상을 쓰면서 손을 든다고 내가 겁먹을줄 알아? 난 로렌을 등을 토닥여주던 오른손을 살짝 말아쥐었다. 훗! 우리들 좌우로는 벽밖에 없 으니 내 주먹을 본건 로이드뿐! 얼굴색이 수시로 바뀌던 로이드는 이내 한숨 을 내쉬면서 손을 내렸다. 하지만 난 봤다고. 오호홋! 로이드가 콧잔등을 살 짝 쓰다듬는걸 말이야! "후우… 난 정말 왜이렇게 불운한건지 모르겠군." "그건 제가 할말이로군요. 폐하." "흥! 그대가? 뭐가 아쉬울게 있다고?" 팔짱을 끼며 발을 탁탁 구르는 로이드. 우우… 난 정말 불행해. 남편이라는 사람이 맨날 비꼬기나 하고 괴롭히기나 하고 만나주지도 않고 말이야. 내가 하는 일에는 언제나 방해만 하고. 흥! 얼레? 저 코넬리아 계집애는 왜 또 우 리쪽으로 오는건데? 에이씨! 마치 당연하다는듯이 로이드 등뒤에 서는거야? 하아. 짜증날려고 한다. 아아… 그래도 카렌아 죽이면 안돼. 귀찮아지니까. 넌 가만히 있어라. 나중이라면 모를까 여기서 사고치면 진짜 수습이 안된다. "하여간 로렌은 내게 넘겨." "싫어요!" "빠아~ 빠아~" 엣! 로렌! 배신자! 너 이녀석! 아빠한테 뭘 얻어먹은거얏! 이 엄마품에 안겨 있으면서 왜 로이드에게 가고싶다고 하는건데? 응? 로렌 미워! "로렌아~ 엄마랑 가서 맛난거 먹자? 응?" "우웅~ 빠아~ 빠아~" 으흑… 로렌이 날 버렸어. 난 이제 어떡해…. 이제 누굴 믿고 살라고… 앗! 빼앗겼다. 로렌아~~~ "빠야~빠야~" "그래 착하지 우리 로렌?." "돌려줘요!" "흠… 우리 아기가 병나기라도 하면 어쩔건데? 자기 몰골이나 좀 돌아보지 그래? 그래그래. 로렌아~ 착하지?" 로렌 녀석! 배신했다! 로이드의 얼굴을 만지면서 꺄르르 웃는다. 흑흑. 다 미워!!! 우… 근데 나도 좀 심하긴 심하네. 원피스 드래스 밑단은 다 찢어져 서 걸레쪼가리나 다름없고 소매도 쭉 찢어져서 맨살이 다 드러나있다. 거기 다 군데군데 핏자국이 맺혀서 좀 보기 흉하긴 하네. 거기다 팔뚝에는 누구건 지 알수없는 새하얀 치아가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붉은 핏자국과 함께… 으 으…. 머리는 산발이요. 양손은 핏물에 절었고…. 우흑…. 내가 이런 꼴로 다 른 인간들 앞에 섰다니… 내일 뭐라고 소문이 날지 안봐도 뻔하다. 피의 마 녀 재림이라고 난리들 치겠네. "난! 숨지도 도망치지도 않아. 로렌을 보고싶다면 내 집무실로 오라고. 그 럼…. 아! 그러고보니 근위대에 상이라도 줘야겠군. 그런 몰골로 돌아다니는 당신을 잘도 왕비라고 알아봤으니 말이야." "큭!!!" 로이드는 그렇게 날 비웃으면서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 뒤에 서있던 코넬 리아 계집애가 나를 보며 생긋 웃는다. 뭘봐!!! "저도 실례할께요. 마마. 그럼 다음에 뵈어요." ……. 끄아아아아!!! 저것이!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아아! 카렌의 부축을 받으며 - 힘이 빠져버렸다. 진이 빠진걸지도? - 내 방으로 돌아왔다. 풀이 죽은 모습으로 시녀의 시중을 받으며 씻고 나왔더니 눈꼬리 로 하늘을 찌를듯한 표정의 남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덴…, 에레니아? 왜?" "마마. 우선… 앉으십시오." "예! 마마! 우선 자리에 앉으세요! 아무래도 아주 기인~ 대화가 필요할것 같 으니까요!" 크으… 둘다 화가 단단히 난 표정이다. 이거… 어떻게 도망칠 방법이 없을 려나? 끄으응…. 잔소리… 잔소리… 잔소리… 지겹도록 계속되는 잔소리이!. 그것도 덴이 지 치면 시녀장이, 시녀장이 지치면 덴이… 아주 번갈아가면서 쉬어가면서 나를 정신적으로 궁지에 내몬다. 으으… 꼭 세뇌되는듯한 기분이야. "그만! 그만!" "아직 멀었습니다! 마마!" "맞아요. 워렌 자작님. 마마! 어떻게 정숙한 숙녀분께서 그런 험악한 짓을 하 실수 있어요? 네? 코넬리아님 반만 닮아보시라고요!" "동감입니다. 마마. 코넬리아 백작부인의 반만 닮으십시오!" "왜?! 내가 그 계집애를? 앙? 걔가 뭐? 나보다 나은게 있어? 엉?" 화나! 내가 왜 그 코넬리아 계집애를 닮아야 하는데? 기분나쁘게 말이야! 확! 부하건 시녀장이건 뭐건 뒤집어 엎어버릴까보다! "착하시지 않습니까?" "착하시잖아요. 전 그분같이 현숙하고 정숙하신 숙녀분은 처음입니다. 마마" "뭐야? 그럼 난?" "……" "……" 그 침묵의 의미는 뭐냐?! 크아아앗!!! "나가! 다 나가!!! 당장 나가지 못해?!" 손에 집히는건 모조리 다 집어던졌다. 몽땅 다… 우씨! 혼자서 씩씩거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카렌이 슬그머니 나타나더니 내 어깨를 툭툭건드린다. "뭐야?" "…위로" "하아?"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거야? 응? 누구 아는 사람 있으면 대답좀 해줘! 나 미치겠다아!!! 아니야. 진정… 진정… 휴우. 진정하고…. "카렌." "응?" "넌 코넬리아 싫지?" "응" "그래! 역시! 카렌 너만은 내편이구나! 그런데… 왜 싫어?" 우선 기쁘긴 한데…. 카렌이 누구를 싫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는건 처음이다. 이녀석과 살아온것도 3년이 다되가는데 진짜 처음이야. 뭐… 카렌의 성격으 로 봤을때 싫은 인간이 아직까지 숨쉬고 있을 확률은 거의 없을테지만…. 카 렌은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듯 했다. 그렇게 한 10분쯤 생각하던 카렌은 내가 지루해 할때쯤 불쑥 말을 꺼냈다. "착해서 싫어." "…에? 뭐라고?" "착해서 싫어. 나 갈래." "뭐뭣? 카렌?! 어디가는데? 응?" "로렌" 녀석은 그말을 끝으로 방을 나가버렸다. 우아아악!!! 싫어! 이젠 진짜 싫어! 나 발광이라도 하고 싶어어!!! 그 망할 계집애! 도대체 정체가 뭐야?! 응? 싫 다! 싫어! "데에에엔!!!" 콰당탕. 벌컥! 내가 부르자마자 방문이 활짝 열리면서 덴이 허겁지겁 뛰어 들어왔다. 난 놈을 노려보다가 소리쳤다. "당장 준비해! 어서!" "예! 마마! 예? 뭐…뭘 말입니까?" "나…… 가출한다." "예에?" "못들었어? 당장 내짐 싸놔! 이 망할놈의 왕궁! 내 다신 돌아오나 봐라! 흥!" 나쁜 로이드! 이 나를 이렇게까지 만들어겠다! 두고보자! 그리고 코넬리아 그 계집애! 어떻게 사람들을 구워삶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도 편히 발뻗고 잘날이 얼마 안남았다! 그리고! 우리 이쁜이… 가 아니라! 배신자 로렌! 이 엄마없이 얼마나 잘 자나 두고보자고! 아무리 울면서 엄마를 찾아도 안 만나 줄거야! 흥흥흥! 흐응! 그날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충동적인 가출이라는걸 시도했다. 그리고… 불행하고 성공해버렸다. 망할! -------------------------------------------------------------- 흑흑...남자는 열혈....흑....열혈...말라죽겠다아...ㅠ.ㅠ. 조교 : 3회 복창한다! 나는 바보다! 내가 왜 그랬을까? 가우군 : 나는 바보다! 내가 왜 그랬을까? 가우군 : 나는 바보다! 내가 왜 그랬을까? 가우군 : 나는 바보다! 내가 왜 그랬을까? 크흑...눈물 흘리면서 후회중. 이러다가 주말은 쉽니다 신공도 못쓰는거 아닌 지 몰라 ㅠ.ㅠ 그렇다고해도! 승부는 승부! 이로써 2 : 2 후후후. 이젠 오기닷! 다음 은빛님 차례입니다앗! 로이드 : ....(입에 검지손가락 만한 나무막대를 물고 있다) 가우군 : 왜 불러? 나 바빠 로이드 : .... 가우군 : 할말 없으면 나 간다. 로이드 : ....죽어! (퍼벅 퍽! 삐이-----자체검열) 로이드 : 후우. 이제 좀 풀리는군. 난 히로인 안해. 가우군 : 크...크어어억. 내가 뭘...어쨌다고오... 로이드 : 퍽(걷어찬다). 죽.어. 애초에 여기 나오는게 아니었어. 후우...(긴한 숨) 가우군 : 쿨럭. 쿨럭. 모두들...나만 미워해. 훌쩍. 훌쩍. 로이드 : 뿌린대로 거두는법. 뿌득(밟는다). 잘해라. 응? 퉷(입에 물고 있던 막대를 뱉는다.) 흥. 담배를 안피니 이럴때 나쁘군. 폼이 안나잖아. (무대뒤로 퇴장함) 가우군 : 끄어어어...누가...911...아니 119를.... (누군가 지나가다가 1588-1119를 눌러준다) 가우군 : 이거말고!!! 크헉!(피를 뿜으며 침몰) ...미워하셔도 되요. 그래요...원래 미운거죠. 그런거에요. 미워해도 되요. ( -)y=~후우... 가우군. p.s ...이속도로 나가면...한달에 한권반은 장난이겠군요 -_-;;;크으... 어쩌면 귀 차니스트가 된 가우군에겐 이런 자극이 필요했을지도...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외전 1. 카렌의 일상 2003-10-25 19:51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외전. 1화. 카렌의 일상. 카렌양에 대해 알려달라고? 넌 내가 내일 아침 성벽위에 알몸으로 메달리길 원하는거냐? 아니면 네놈의 출생일부터 몇살까지 밤에 지도를 그렸는지 혹은 언제 몽정을 했는지까지 다 까발려지기를 원하냐? 너도 모르는 네 치부가 드 러나는게 싫다면 알려고 하지마.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외 전' 중 - 정체를 밝히기를 극구 부인한 정보원중 한명과의 대담 중. - 주. 대담을 끝내고 내방으로 돌아와보니 '알려하면 죽는다'라는 쪽지가 내 방에 붙어있다. 그것도… 사방의 벽이 쪽지로 도배가 되어있다. 솔직히… 무 섭다. - 대륙력 997년. 3월 1일. 크레센트 제국 수도 크롬발 - 카렌의 하루는 일반인과 틀리다. 하루 24시간의 개념으로 돌아가는 일반인 들과는 달리 카렌은 하루를 12시간씩 두번 보낸다. 아주 어린 소아때부터 훈 련과 교육을 통하여 다져진 카렌의 생체시계는 수천골드쯤은 껌값정도로 치 부할수 있는 재력을 가진 귀족조차도 선뜻 손을 내밀기 힘든 고가의 테엽시 계보다 정확하다. 그녀는 자정 0시에 눈을 뜬다. 그리고는 침대밑 - 가끔은 천정위나 벽장안등에서 자기도 한다 - 에서 소리없이 기어나온다. 보통 이시간의 진짜주인은 한창 골아떨어져 있을때였다. 가끔 작은주인이 깨어있을때도 있지만 요즘은 작은주인 역시도 해가 없을때는 자는 경우가 많 았다. 카렌은 자고 있는 작은 주인의 볼을 살짝 찔러본다. 쿡쿡. 이제는 일과 가 되어버린 습관이다. 보드랍고 통통한 아기의 볼살을 만질때 카렌은 행복 감이라는것을 느낀다. 집중해서 듣지않으면 들리지 않을만큼 미약한 소리를 내면서 돌아다닌 카렌 은 그녀 자신이 잠이 들기전과 바뀐점이 있는지 한번씩 확인한다. 특히 창가 와 문가 근처는 두세번을 확인해도 모자라는 요주의 장소! 창틀밑이나 문틈 에 조금씩 뿌려놓은 잿가루는 카렌이 잠들기전과 같은 모습이다. 그래도 카 렌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품속에서 은으로된 손바닥만한 막대를 꺼내서 이 곳저곳을 조심스럽게 찔러본다. 공기중으로 퍼져서 독성을 발하는 독약도 있 고 창틀이나 문손잡이에 발라놓으면 피부를 통해 퍼지는 독약도 존재하기 때 문에 이런 검사는 매일같이 행한다. 그리고 방안에 있는 물병과 포도주등의 음료가 들어있는 병들도 한번씩 검사해본다. 입술이 닿는 물잔이나 술잔은 경계대상 1위이다. 방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확인을 끝낸 카렌은 얇은 가죽장갑 - 오우 거의 허벅지 근육과 가죽으로 만든것. 0.5cm정도의 두께밖에 안되는것이지만 그 탄성은 다른 어떤 가죽장갑보다 뛰어나다 - 을 양손에 낀뒤 이번엔 방 네구석에 있는 기둥중 한곳으로 향한다. 눈에 잘 안띄는 작은 쇠못 - 새끼손 가락 한마디정도이다. 하지만 그것도 천이나 다른 장식품들 사이에 박아넣어 서 직접 손으로 만져가며 찾기전엔 찾아보기 힘들다 - 을 힘주어잡고 기둥 을 올라간다. 타닥. 탁. 작은 소리가 났지만 방안의 두 주인은 자느라 정신없 다. 천정위로 올라선 카렌은 등을 천정의 모서리에 기대로 두발로 쇠못 - 다른 못들보다 약간 두껍고 크다 - 을 밟은뒤 양손으로 천정을 붙잡는다. 요즘 들 어서 카렌은 약간 불만이 크다. 이전에는 아주 손쉽게 올라왔을텐데 성장기 라 그런지 몸무게도 10kg가까이나 늘었고 - 이전엔 31kg수준으로 평균보다 한참 미달이었다 - 키도 6cm나 더 컸다. 거기다 몸집도 커져서 전에는 쉽게 돌아다니던 작은 통로도 이젠 가끔씩 몸이 끼기도 한다. 몸이 성장하면서 확 실히 근력이나 지구력은 이전보다 늘었지만 민첩한 몸놀림이 필요한 이런 작 업에서는 오히려 이전보다 못하게 된것이다. 덕분에 요즘 카렌은 식사량을 절반으로 줄였지만 어떻게 된것인지 키와 몸무게는 날이 갈수록 부쩍 늘어나 기만 한다. 체중을 줄여보려는 생각으로 운동도 해보고 땀을 빼보기도 했지 만 그도 잠시 이내 다시 원상태가 되어버려서 카렌의 고민은 사라지지 않았 다. 천정위에서 방안을 내려다보면서 자기전의 기억과 비교해본 카렌은 이내 바 닥으로 뛰어내린다. 차락…. 양탄자쪽으로 뛰어내린 카렌은 바닥에 양발이 닿 는순간 몸을 최대한 굽혀 소리를 죽였다. 작은 마찰음이 나긴 했지만 이정도 소음은 아무리 고요한 밤이라해도 멀리까지 퍼지지 않는 법. 카렌은 두손을 쓱쓱 문지른뒤 문가로 걸어가서는 소리없이 문을 밀고 나왔다. 그리고는 복 도로 나와서 주변을 돌아본다. 이시각에 돌아다니는 인간은 침입자와 순찰병 뿐이고 그 둘중 어느 한쪽도 카렌으로써는 만나고싶지 않기에 소녀는 잽싸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인의 방을 중심으로 나선형 모양으로 순찰을 돈다. 카렌 자신만의 루트를 따라서 때로는 빈 방이나 시녀들이 쓰는 방을 지나치고 가끔은 창문을 넘어 서 위, 아래층으로 이동한다. 특히 아넬리안 주인이 있는 방의 윗쪽방과 아랫 쪽방은 최우선 순위로 탐색을 하고 침입자의 흔적이 있는지를 찾는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 침입자가 없었다는 - 확신이 들때까지 두번 세번씩 확인을 한 카렌은 그다음으로 시녀들과 하녀들의 방으로 침입해 들어간다. 그리고 침상위에서 자고 있는 여자들의 얼굴을 일일이 하나씩 확인해본뒤 빈침상이 나 자리에 없는 시녀와 하녀가 없는지를 꼼꼼히 살핀다. 가끔 한밤중에 어린 시녀들이 침상을 빠져나와 식당으로 몰래 숨어들기도 하기에 - 물론 이 빈 도는 이전 아넬리안의 깽판 덕분에 한동안 사라졌었지만 그때의 경험이 없는 어린 시녀들은 시녀장의 잔소리조차도 감수하는 모험을 한다. - 확신이 생길 때까지 확인해봐야 하는것이다. 인원수 점검을 마치고나면 - 틀리면 추적을 해서라도 찾아낸다 - 이제는 식당, 창고, 화장실등을 돌아볼 차례이다. 특히 이곳의 탐문은 중요하다. 아무 리 카렌이라해도 기본적으로 인간이기에 생리적 욕구들은 어쩔수 없는법. 하 루 네끼씩 소량의 식사를 하는 카렌으로써는 이 시간에 활동에 필요한 식량 을 확보한다. 이때만큼은 스프나 스튜, 그리고 카렌이 가장 좋아하는 돼지고 기 햄등을 먹을수있다. 이런 물건들은 보통 냄새가 진한편이라 후각이 예민 한 사람이라면 카렌이 숨어있더라도 냄새로써 알아챌수 있다. 그렇기에 카렌 은 이 새벽시간에 하는 식사를 제외하고는 마른 고기나 과일등으로 해치운 다. 활동에 필요한만큼 식사를 마치고 나면 시녀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에 잠 깐 들린뒤 다시 주인의 방으로 향한다. 그동안 바뀌점이 있는지 둘러본뒤 이번에는 복도를 따라서 소리없이 걸어다 닌다. 근위대가 위치하는 거점위치는 카렌의 머리속에 모두 들어가있지만 순 찰병들은 2~3일에 한번씩 이동루트와 이동시간을 바꾸기 때문에 이렇게 복도 를 걷는동안에도 카렌은 잔뜩 털을 세우 고양이처럼 긴장한다. 무엇보다… 근위대 병사들이 들고다니는 무기들은 다른 병사들이 가지고 다니는 무기들 보다 좋다. 그래서 카렌은 그들에게 자신의 존재가 들키지 않도록 더욱더 신 경쓴다. 막 네명의 병사가 자기들끼리 작게 소근거리거나 키득거리면서 카렌의 앞을 지나갔다. 복도의 모퉁이에 숨어있던 카렌은 몸을 한껏 낮춘채 그들을 따라 간다. 거의 90도 각도로 상체를 숙이고 엉덩이를 뒤로 쭉뺀 우스꽝스러운 몰 골이지만 그 효과는 탁월했다. 에린이 만들어준 몸에 착달라붙는 - 카렌이 뗴를 썼다 - 검은 옷은 횃불등으로 밝혀놨다해도 그늘이 지는 작은 공간이 라도 충분히 소녀의 몸을 숨겨주었고 가끔씩 뒤를 돌아보는 근위대 병사중 그 누구도 카렌이 자신들을 뒤따라오는걸 느끼지 못했다. 마침 근무교대시간 인지 반대쪽에서 다른 무리의 병사 넷이 걸어온다. 카렌은 조심스럽게 복도 기둥뒤에 숨어있다가 두 무리가 만나서 서로 소리죽여 떠드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최대한 몸을 낮춘채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보통의 인간들의 시선은 한곳에 고정되는법이 거의 없다. 특히 그것이 다른 동료들과 잡담을 나눌때는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더 위험하기도 하지만 그 래서 더 다가가기 쉽기도 하다. 인간의 주의력과 감지력은 혼자있을때 보다 여럿이 있을때 훨씬 많이 떨어지는 법이고 카렌은 그점을 잘알고 있다. 그렇 기에 카렌이 보통사람의 시야범위 밑 - 거의 가슴에 무릎을 붙인정도의… - 에서 그들 바로 뒤까지 다가가는동안 여덜명의 병사중 그 누구도 그녀를 발 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가장 정신없이 떠들고 있는 - 아마도 최 고참병일것 이다 - 병사의 허리벨트로 손을 가져갔다. 단검이 대여섯개나 꼽힌 그 벨트 에 손을 댄 카렌은 조십스럽게 움직였다. 이윽고 카렌이 손이 다시 빠져나왔 을때에는 시퍼런 날이 번쩍이는 단검이 소녀의 손에 잡혀있었고 그것은 금세 품속으로 사라졌다. "응?" 감이 좋은 자다! 카렌은 즉시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병사들은 서로의 얼굴 을 보면서 대화중이었고 그중 감이 좋은 자 역시도 동료의 어깨너머로 횃불 이 일렁거리는 어두침침한 복도를 보았을뿐이다. 만약 그의 앞에 다른 동료 가 서있지 않았고 카렌의 반응이 조금만 느렸어도 소녀의 머리나 어깨가 그 자의 눈에 스쳐지나갔겠지만 이 작은 암살자는 그런 실수를 할정도로 멍청하 지 않다. 그리고 소녀는 그 병사가 이상하다는듯 머리를 긁적이며 다른 동료 와 이야기를 나누는것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바닥에 배를 댄채 아주 천천히 반대쪽으로 기어갔다. 횃불의 바로 아래는 다른곳보다 어둡다는걸 아주 잘 알고 있는 머리좋은 소녀는 돌벽과 복도바닥 사이에 찰싹 달라붙은채 유유히 그자리를 빠져나갔다. 아마도 내일쯤 카렌에게 단검을 강탈당한 병사는 피눈 물을 흘리게 될것이다. 병사들의 시선을 피해 빠져나온 카렌은 다시 아넬리안이 자고있는 방으로 돌아가다. 돌아가는중 순찰을 도는 순찰병 무리를 세 그룹이나 마주쳤지만 모두다 불빛이 잘 미치지 않는 어두운 그늘에 숨어서 피해갔다. 그렇게 돌아 간 카렌은 긴 복도에 서서 아넬리안의 침실과 바로 옆 침실사이의 벽앞으로 다가갔다. 카렌이 서있는 복도에는 다른곳과 마찬가지로 횃불이 타오르고 이 는 횃대가 있었는데 카렌은 그것을 강하게 세번 약하게 두번 강하게 두번의 순으로 잡아당겼다. 당길때마다 그륵…하는 작은 소리가 났고 카렌이 횃대에 서 손을 떼자 그르릉… 하는 소리가 나면서 소녀가 서있는 벽중 일부가 약간 열렸다. 카렌이 옆으로 서도 겨우 들어갈정도로 좁은 공간이었다. 비밀통로를 통해 안으로 들어간 카렌을 맞은것은 수십개의 롱소드와 그와 비슷한 숫자의 숏소드 그리고 벽장 한켠은 모조리 차지하고 있는 수많은 단 검들이었다. 소녀의 마스터는 두려운 자이다. 겨우 다섯살이 되기도 전에 카 렌은 이미 수많은 훈련을 받았다. 그중 하나가 모든 욕구 - 식욕, 성욕, 수면 욕등의 욕구들… - 를 절단당하고 통제당했다. 하지만 그런 인간의 모든 감 정중에서 유일하게 마스터가 허용한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소유욕. 그것도 일체의 무기류에 한해서였지만 카렌은 그걸로도 충분했다. 아니 만족했다. 카렌은 방금전 가져온 그 단검을 벽장 한구석에 올려놓고는 들어온곳과는 반대인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약간 튀어나온 벽돌 하나를 누르자 이내 소 녀의 눈앞에 검은 공동이 나타난다. 카렌은 거미줄이 쳐진 그곳을 전혀 개의 치않고 들어갔다. 그렇게 들어간 소녀가 비밀통로에서 나온곳은 바로 아넬리 안의 침실 옆이었다. 거의 왕성안의 절반을 꼼꼼히 수색을 끝마친뒤 아넬리안의 옷장속으로 숨으 면 새벽시간이 다가온다. 그리고 이때쯤 아넬리안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침 일찍 일어난 아넬리안은 대충 씻은뒤 카렌을 찾는다. 그러면 카렌은 다른 시 녀들과 같은 시녀복을 입은 모습으로 아넬리안앞에 나타난다. 카렌이 넘겨준 간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묶어서 고정한 아넬리안은 아침 운동을 하 기위해서 방을 나선다. 카렌은 아직도 쿨쿨 잘도 자고 있는 로렌을 안아들고 그런 아넬리안의 뒤를 따라간다. 아기가 답답해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잡고 또 흔들려서 깨지않도록 무엇보다 바깥의 찬바람을 맞고 감기라도 걸리지 않 도록 카렌은 조심한다. 덕분에 카렌은 이시간이 하루중 가장 즐거우면서도 가장 힘들고 피곤한 시간이다. 양손이 자유롭지 못한 암살자. 그리고 행동에 제한이 따르는 암살자. 카렌은 이 시간이 싫었다. 하지만 로렌을 안고 있을수 있고 또 가끔은 깨어서 자신에게 재롱을 떠는 로렌을 보고 있을때는 가장 행 복하기도 했다. 새벽부터 시작된 운동은 아침 식사시간전에 끝난다. 대부분 체력 단련등을 위한 뛰기, 근력기르기, 스트레칭, 유연성 운동등을 하기때문에 꽤 단련된 아 넬리안을 따라가는건 카렌으로써도 약간 무리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남들 눈을 생각한 아넬리안이 운동 장소를 제한한 정도랄까? 그게 아니었다면 - 일전의 랭스턴 자작령과같은 - 카렌은 아넬리안을 쫓아갈수 없다. 더군다나 카렌의 품에는 아직도 곤히 자고 있는 로렌이 있으니까. 날씨가 좋은날엔 정원에서 아니면 실내에서 가볍게 끝내는 아침식사는 아넬 리안의 성격덕분인지는 몰라도 10분 정도 밖에 안된다. 아침 식사를 끝낸 아 넬리안은 덴과 함께 머리를 맡대고 회의를 한다. 거진 정오시간까지 이어지 는 아침 시간에 카렌은 로렌을 유모에게 맡긴뒤 활발하게 활동을 개시한 왕 성의 사각지대로 숨어든다. 왕궁의 뾰족한 첨탑 밑의 비밀 거점. 카렌이 유일하게 쉴수 있는 공간이자 여러곳에 분산시켜놓은 무기고중 한곳이다. 이곳에서 카렌은 오늘 쉬는 시녀 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리고 거점 한구석에 가지런히 정돈되어있는 수십개의 구두중 하나를 골라낸다. 이전에는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작은 키때문에 굽이 높은 - 어떨때는 10cm이상되는… - 구두를 신고 다녔지만 요 근래 자 꾸 자라는 키 때문에 밑창까지 빼버린 얇은 구두가 더 많아졌다. 이것은 카 렌 또래의 시녀들이 많아진탓이다. 그리고 역시 수십개의 가발중에서 하나를 골라낸다. 오늘은 적갈색 가발이다. 얼굴을 기억하지만 이름은 모르는 적갈색 머리카락의 시녀가 어제 감기로 앓아누워있기에 그애로 변장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옷장안에 걸려있는 수십개의 시녀복중 하나를 꺼내입는다. 이전에는 왜소한 체격을 커버하기 위해서 솜이 잔뜩 들어간 시녀복을 입어야했지만 이 제는 아니다. 오히려 이젠 아주 얇은 시녀복을 입더라도 체격차이를 어찌할 수 없는 시녀도 몇명이나 생길정도였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카렌은 다시 거 점을 나선다. 옷가지나 시트보, 혹은 상자등을 들고 카렌은 왕성안 구석구석을 배회한다. 왕실에서 일하는 시녀인데다가 어디선가 본듯한 그리고 비슷한 얼굴형 - 화 장까지 했다. 전에는 창백한 얼굴덕분에 피를 찍어바를정도 였지만 이제는 오히려 창백한 모습으로 분장해야 한다. - 덕분에 카렌을 막아서는 사람은 없다. 통제구역을 지나칠때는 경비병의 시선을 피해서 자신만의 루트를 따라 돌아다녔고 정원 사이를 돌아다니면서도 의심나는 장소에는 꼭 나뭇가지나 자갈 몇개를 뿌려놓는다. 가끔 정원사가 카렌의 표식을 훼손하는 일이 있기 는 하지만 그보다는 침입자쪽이 더 많이 걸리기 때문에 카렌의 일과중 빼먹 을수 없는 일들중 하나이다. 일반적인 암살자나 스파이는 당일날 침입해서 그날 바로 일을 벌이지 않는 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 카렌급의 뛰어난 - 암살자라해도 최소한 일주일동 안 사전 정보를 취합하고 실행일 2~3일전에 목표장소로 잠입해서 숨을 죽이 고 숨어있는게 일반적이다. 가장 성공률이 높고 확실한 방법으로 목표를 제 거하고 도주한다. 때로는 잠입했던 은신처에서 몇일 혹은 이삼주를 버티면서 경계망이 느슨해지기를 기다린다. 그런뒤 경비의 헛점이 보이면 소리없이 탈 출한다. 카렌은 그렇게 배웠고 또 그렇게 행동한다. 그렇기에 카렌은 늘 침입 자 감지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당일치기로 일을 벌이는 어설픈 애송이들 은 무섭지 않다. 하지만 몇날몇일을 끈질기게 기다리는 프로는 위험하다. 무 섭다. 그래서 더 경계한다. 정오에 아넬리안은 역시 아침과 마찬가지로 가벼운 식사를 한다. 그리고는 오후 3시경까지 낮잠을 잔다. 가끔 이시간에 다른곳으로 나가기도 하지만 아 침운동과 회의가 있는날은 거의 그런 경우가 없다. 그리고 카렌은 이시간이 되면 아넬리안의 침실로 숨어든다. 그리고 은신처 - 옷장안이나 시트보가 쌓 여있는 장롱등을 선호한다 - 로 기어들어가 잠을 잔다. 아무리 카렌이라해도 쉬지않고는 못버티는 것이다. 물론 무리한다면 2~3일동안 뜬눈으로 지낼수는 있지만 매일같이 그렇게 버틸수는 없다. 카렌은 깊이 잠이 든다. 아넬리안이 일어나는 오후가 되면 방안은 다시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려온 다. 이때쯤 카렌은 다시 일어나서 은신처를 빠져나온다. 오늘은 푹신한 침대 보 위에서 잠을 잤기 때문인지 침대보에 흥건히 침이 묻어있다. 다행히 맨 윗단 한개만 그렇기에 소리없이 장롱을 나오면서 카렌은 그 침대보를 가지고 나온다. 이건 조용히 빨래바구니에 쑤셔넣으면 그만. 오늘은 다행히 로이드라는 나쁜 주인이 로렌을 데려가지 않았다. 그런 날은 로렌의 곁에서 종일 지켜야하기에 카렌도 힘이 든다. 더군다니 그쪽은 시녀 들보다 시종들의 숫자가 많고 가끔 기사의 종자들도 들락거리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지 않기위해서 하루에 네댓번씩 변장을 다시해야한다. 그리 고 국왕의 침실과 집무실을 지키는 근위대 기사와 병사들중에는 감이 좋은자 들이 많고 기억력도 좋아서 가끔은 의심받기도 한다. 더욱 피곤하다. 주인은 일어나서 오후 운동에 나선다. 그러면 유모와 시녀들이 들어와서 로렌을 데 리고 나간다. 날씨가 흐린날에는 실내의 작은 연무장에서 좋은날은 연무장에 서 운동을 하고 로렌은 그 근처에서 유모와 함께 논다. 가끔은 에린 언니가 예니를 데리고 나와서 같이 어울리기도 한다. 그럴때면 카렌은 슬그머니 변 장을 벗어버리고 에린 옆에 다가선다. 에린은 착하다. 좋다. 맛있는것도 준다. 거기다 카렌이 입을 옷도 준비해주고 잘 대해준다. 그래서 편하다. 하지만 약 하기 때문에 일에는 쓸모가 없다. 오후 운동은 보통 해질녁까지 혹은 한밤중 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 주로 대련을 한다 - 에린이 없는 날에는 멀찍이서 그리고 그녀가 예니와 나온날에는 그 옆에서 아기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저녁식사 시간은 카렌으로써도 조금 피곤한 시간이다. 저녁만큼은 제대로 먹자는 주의인 아넬리안이기에 식사시간만도 한시간이 넘는다. 주로 음식을 나르고 시중을 들어주는 시종이나 시녀로 변장해서 식당 한구석에 서있는 카 렌이지만 식당안을 가득 메우는 향긋한 음식냄새는 정말 견디기 힘들다. 특 히 갖가지 소스로 조리된 햄류의 음식이 나올때는 더 그렇다. 그러나 일은 일. 작업에 있어서 개인 감정은 절대적으로 배제되어야 한다. 그렇다해도 방 금 카렌의 앞을 지나간 치즈가 두텁게 덮인 햄조각들은 소녀의 입가에 침을 고이게 했지만… 식사시간이 끝나고 나면 아넬리안은 로렌과 함께 자기방으로 돌아간다. 책 상 한켠에는 아이들 장난감이 한가득 쌓여있고 반대편에는 족히 수백장은 될 법한 서류들이 아넬리안을 기다리고 있다. 아넬리안은 왼손으로는 아기 장난 감을 가지고 로렌과 놀아주고 오른손과 눈으로는 서류를 읽고 거기에 첨언을 붙이거나 사인을 한다. 몇몇 서류들은 구겨진채 바닥에 떨어진다. 그리고 카 렌은 그런 아넬리안 뒤에서 로렌을 보고 있다. 아넬리안이 바닥에 던진 서류 들은 카렌이 가지고 나가서 흔적없이 소멸시켜야 한다. 쿠당. 아넬리안이 흔 들던 나비 모형을 잡으려던 로렌이 그대로 이마를 찧으며 책상위에 엎어졌 다. 울먹거리는 로렌을 향해 뛰어가려던 카렌은 이내 다시 그자리에 멈춰섰 다. 어느새 아넬리안이 로렌을 안아들고 달래주고 있는것이다. 이럴때 카렌은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도 잠시 이내 제자리로 돌아가서 다시 일을 시작한다. 카렌의 일은 아넬리안과 로렌 - 태어난자마자 추가되었다 - 의 신변을 지키는것! 대략 9시가 넘으면 아넬리안은 로렌과 함께 잠이 든다. 아기를 옆에 안고 자던 아넬리안이 깊은 잠에 빠지면 카렌은 역시 엄마와 같이 잠이든 로렌을 안아서 아기 침대에 놓아준다. 이제 꽤나 씩씩해졌다해도 아직은 아기. 어른 들이 쓰는 베게와 두터운 이불은 좋지않다. 거기다 아넬리안이 실수로 잠결 에 움직이기라도 했다간 그대로 깔릴수도 있다. 그렇기에 카렌은 로렌을 데 려다가 눕힌다. 그리고 아넬리안이 자기전에 하듯이 로렌의 볼에 살짝 뽀뽀 해주고는 자신도 준비를 한다. 오늘은 천정위로 잡았다. 갈고리가 달린 밧줄 을 천정위의 네곳에 - 미리 파놓고 튼튼한 강철 못을 박아넣은 - 던져서 천 정위에 밧줄로된 엑스자 모양을 만들고 그위로 기어올라간다. 그곳에 몇개의 줄을 더 걸어서 자신의 체중을 버틸수 있도록 튼튼히 만들고 거기에 올라선 다. 그리고 이번에는 얕은 잠을 잔다. 누군가가… 어떤 작은 소리라도 나면 당장 깨서 반응할수 있도록 감각을 최대한 확장시켜놓고 잠을 잔다. 그렇게 카렌의 하루가 저문다. 그것이 알고 싶다! 카렌의 대인관계! 1 Round 對 아넬리안 戰 : 완파. 시키면 다한다. 죽이라면 죽인다. 살리라면 살린다. 가끔 거부권을 행사하지만 번번히 기각된다. 2 Round 對 로이드 戰 : 소파. 어쨌던 주인중 하나이기에 임무범위내라면 '부탁'을 들어준다. 명령은 거부한다. 진짜 주인은 아니다. 행할 의무는 '없다' 3 Round 對 로렌 戰 : 무승부. 아직 말을 못해서 다행이다. 앞날이 캄캄하다. 진짜주인(아넬리안)과 가짜주인(로이드)의 성격을 섞은뒤 딱 반으로 나누기 만을 간절히 기도한다. 하지만… 귀엽다. 문제다. 4 Round 對 덴(워랜 자작) 戰 : 격침. 주인의 만만한 부하다. 죽이면 귀찮아 진다. 참는다. 하지만 까불면 죽.인.다. 특히 울리면 고통스럽게 죽.인.다. 5 Round 對 에린 戰 : 중파. 왠만한 일들은 다 들어준다. 주로 먹을거나 옷 가지 혹은 조미료등을 부탁하는 귀찮지만 쉬운 일들이다. 좋아한다. 그래서 거절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일보다는 덜 중요하다. 6 Round 對 에레니아 시녀장 戰 : 무승부. 가끔 알아챈다. 감이 좋다. 경력 탓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른척해준다. 좋은사람. 맛난 과자나 꿀등을 줄때 도 있다. 아주 좋은사람. 단 잔소리할때는 나쁜 사람. 7 Round 對 닐크 戰 : 격침. 열혈바보는 상대안한다. 쓸모없어 보이는데 왜 살려두는지 모르겠다. 무언가 생각이 있을것이다. 8 Round 對 아르케네스 戰 : 회피. 마법사는 상종 안한다. 절대적으로 '인간' 범주의 생물만 상대하고 싶다. 9 Round 對 랭스턴 자작 戰 : 대격침. 왜… 아직까지 살려두는걸까? 이해할수 없다. 10 Round 對 프로센 후작 戰 : 측정불가. 위험한 인간이다. 강적이 될 소지 가 다분하다. 선공을 걸거나 동료로 두어야한다. 전자 선호. 하지만 명령이 아직 안떨어진다. 미리 준비해둬야겠다. 11 Round 對 크렌 戰 : 대격침. 언제라도 죽일수 있다. 단지 귀찮다. 시비만 걸어주길 기다리고 있다. 12 Round 對 제시, 죠안, 제린 3콤비 戰 : 소파. 언제라도 죽일수 있다. 하지 만 셋이 모이면 버겁다. 특히 한명이 윽박지르고 다른 한명이 비웃으며 나머 지 한명이 옹호하는 3박자의 정신공격은 지극히 위험하다. 하지만 일은 잘한 다. 굳이 분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을것같다. 13 Round 對 헤쉬케린 戰 : 침몰.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이후 996 번 반복됨) 14 Round 對 코넬리아 戰 : 전속회피. 착하다. 좋다. 마음에 든다. 하지만 주 인의 적이다. 싫다. 죽여야한다. 하지만 내키지 않는다. 최대한 상대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얼빵하고 순진하다. 죽이긴 쉬울것이다. 15 Round 對 가우군 戰 : 산출불가. 용호상박 中. 콰르릉!!! 우르릉!!! 옵셔널 플레이 리스트. -------------------------------------------------------------- ...네...쓴다고요. 쓰고 있어요. 훌쩍훌쩍. 덤입니다 ( -)/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6화 가출 (3) 2003-10-25 23:25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누가 그랬던가? 집나오면 고생이라고…. 그말이 딱 들어맞는다. 특히 나처럼 충동적으로 가출한 불쌍한 인간은 더 고생이지. 딸랑딸랑. "이봐요? 누구 없어요?" "예에~ 나갑니다. 손님!" 대머리! 배불뚝이! 그것도 모잘라 다리도 짧다! 그리고… 불행히도 나와같은 인간종이다! 드워프라고 해도 믿을듯 하지만… 뭐… 드워프는 대머리가 없다 니까 인간인 듯 하다. 물론 자연적인 대머리만! 머리카락을 홀랑 태워먹어서 박박 민 드워프가 있을수도 있으니 판단은 보류…. 주인은 내쪽으로 급히 뛰 어오다가 날 발견하고는 환하게 웃었다. "아아!! 어제 그 손님이로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손님" "전 급해요." "예! 물론이지요. 손님. 대금은 준비해뒀습니다." 그는 활짝 웃으면서 가게 안쪽 깊숙한곳으로 들어갔다. 난 그가 돈을 가지 고 나오는동안 기다리기로 하고 가게안을 돌아보았다. 흠… 어제와 별로 달 라진것도 없네. '루비 아이(Ruby Eye)'라는 작명센스가 의심스러운 촌스러운 이름을 달고 있는 이 가게는 수도 크론발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커다란 보석상이다. 물론 이 가게에는 보석류는 별로 없지만…. 주 고객이 대부분 귀 족이다 보니 이런데 잔뜩 진열하기보다는 상점 주인이 귀족가로 찾아가는게 보통이기에 매출액에 비해 규모는 매우 작다. 빵가게보다도 작다고나 할까? 그나마 이 가게 주변에 많은 드래스샵이 몰려있어서 격이 떨어지지는 않지 만… 이 작은 몰골을 보면 거래하고 싶은 생각이 싹 달아난다. 내가 처지만 이렇지 않았어도 이런 꾀죄죄한 보석점따윈 쳐다도 안봤을텐데… 쯧. 앗! 주 인이 나오는군 "자! 여기있습니다. 손님" "흠…" 좌르륵…. 그가 가져온 꽤 커다란 주머니를 열고 목재테이블위에 거꾸로 쏟 자 금화와 백금화가 좌르륵 쏟아져 나온다. 얼레? 보석도 끼어있잖아? "전 현금만 달라고 했을텐데요?" "그게… 저희 가게에서는 이정도가 한계입니다. 손님. 헤헤. 가져오신 물건을 좀 팔면 현금이 돌아오겠지만 그때까지는 시간이… 헤헤헤" 100골드정도 가치로 쓰이는 엄지손톱만한 루비들이 서른세개. 10골드짜리 백금화가 대충… 하나, 둘, 셋, 넷… 우씨! 뭐가 이리 많아? 난 치를 떨면서 - 보석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 금화를 열심히 세었다. 다해서 삼백 서른 두 개! 그리고 1골드짜리 금화가 여섯개로군. 다합쳐서 6626골드? 겨우 이것뿐? "이거 계산이 맞는건가요? 제가 가져온 물건들은 최소한 만골드이상은 나갈 텐데요?" "헤헤. 이런 고가품들은 판매가와 구입가가 조금 차이가 있는법이지요. 안그 러신가요? 헤헤. 거기다… 입수경로도 안 밝혀주셨으니 수고비정도는 주시는 게 상식이지 않겠습니까?" 수고비가 사천골드씩이나 해? 이런 빌어먹을 날강도 같은 놈! 칼만 안들었 지 완전히 날강도잖아! 쳇. 할수없지 지금 사정이 사정이니만큼 이정도에서 물러서도록 하자. "좋아요. 뭐…. 그정도 푼돈쯤이야 그냥 넘어가도록 하죠. 이 루비들은 따로 담아주시고요. 금화는 이 가죽주머니에 담아주세요." 그렇게 말한뒤 난 주인에게 금화와 루비주머니를 받아들어서 각각 품속에 잘 챙긴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상점을 나갔다. 조금 손해본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뭐 어때? 내것도 아닌걸… 후후후. 그때였다. 내가 막 상점을 나서서 모퉁이를 돌려고 할때 갑자기 기사로 보이는 자들과 도시 치안을 맡고 있는 치안대 병사들이 수십명씩이나 튀어나왔다. "비켜! 다친다!" "꺄악!" 우씨! 왜 사람을 밀고 난리야? 정말 예의가 없어! 예의가! 거기다 이런 예쁜 숙녀가 쓰러졌는데 쳐다도 안보고 뛰어가버리다니! 에잇! 재수없어! 기분 나 빠! 어디서 뭣하는 놈인지 알아보려고 - 후에 복수하기 위해서 - 난 그 기사와 병사들 무리를 뒤쫓아갔다. 아니 가려고 했다. 막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서 투 덜대면서 다시 모퉁이를 돌아보니 방금전 내가 나왔던 상점으로 기사들이 우 르르 몰려들어가는게 보였다. 그리고 잠시뒤 상점주인이 꽁꽁 묶인채 끌려나 왔고 가게안에서는 와장창! 콰장창! 하는 값비싼 유리 깨져나가는 소리가 연 신 들려왔다. 쯧쯧. 저런저런…. 아무래도 저 주인아저씨. 나말고도 다른 장물 을 취급했었나보네. 안됐군. "흠~ 돈도 생겼겠다. 이만 돌아가볼까나?" 난 등뒤에서 들려오는 '어디다 숨겼어?' '전 정말 모릅니다. 나으리! 억울합 니다. 정말입니다요' '거짓말 마라! 누가 모를줄 아느냐?' '아이고! 내 가게 가… 억울합니다!' '이놈! 정녕 고문을 받아야 실토할테냐?' 등등의 소리에서 귀를 가볍게 닫아준뒤 돌블럭이 깔려있는 대로에서 잔먼지가 풀풀 날리는 골 목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히힛. 지금쯤 왕성에서는 난리가 났겠지? 로이드 의 표정이 궁금하다. 우후후. "큭큭큭" 품이 넉넉한 로브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보았다. 둥글고 뾰족한 물건이 손에 잡힌다. 지금 내 품에 들어있는게 바로 로이드가 매일 쓰고 다니는 바로 그 것이다! 이름하여 국왕의 왕관! 훗. 카렌을 시켜서 훔쳐냈으니 아무도 모를거 야. 그리고 이 왕관말고도 돈 될만한 보석 몇개 줏어오라고 했더니 카렌이 일을 아주 잘해줬다. 이정도 돈이라면 입이 삐죽 나온 카렌녀석도 좀 달래줄 수 있겠구나. 그녀석 내가 왕성을 나온탓에 로렌을 못보게 됐다고 단단히 삐 져있었는데. 녀석 좋아하는 질좋은 단검 세트나 좀 사다 줘야지. 흠흠…. 내가 잡아둔 여관으로 돌아가기 전에 난 우선 도둑길드에 들르기로 했다. 아마 덴이 미리 연락을 해뒀으니 그들과 접촉하기는 어렵지 않을거라 생각된 다. 그런 내 예상이 맞았는지 내가 뒷골목을 몇번 헤메고 나자 한무리의 허 름한 차림의 사내들이 내쪽으로 다가온다. "늦었잖아! 이런 지저분한 골목을 얼마나 헤메게 만들어겠어? 앙?" "…뭐?" "이거 미친 계집 아니야?" "허참… 건달생활 5년동안 우릴 기다린다는 계집애는 또 처음보네" 어라? 이놈들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런놈들에게 시간낭비할 필요는 없겠지.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몸을 돌리려했다. 하지만 어느새 내 옆까지 다가온 놈 들중 하나가 그런 내 어깨를 붙잡았다. "어이 아가씨. 복장을 보아하니 바드(음유시인)같은데 우리앞에서 그 꾀고리 같은 노래나 좀 들려주지 그래? 응?" "킬킬. 같이 홀딱 벗고 말이야." "아항~ 아항~ 좋아좋아~" "어떤 놈이냐? 이자식아! 또 너냐? 고닉. 이 망할놈에 내가 누누히 말했지 건달이면 건달답게 굴라고! 그게 뭐냐? 천박하게 계집흉내나 내고 말이야" "뭐? 이자식아! 내가 어때서?" "그러니까 밤마다 다른 자식들이 네 엉덩이를 노리는거다! 짜샤!" 후우… 상대하기 귀찮다. 그냥 가자. 괜히 내 품위만 버릴거 같아. 하지만 그것도 맘대로 못하게 하는군. 난 내 어깨를 잡고 힘을 주는 놈들중 하나를 노려보았다. "크흐. 이거 몸이 아주 나긋나긋한걸? 얼굴도 죽이겠어" "아니야. 저렇게 얼굴을 꼭꼭 가린걸보니 얼굴은 죽상일거야. 음음" 다른 놈이 낄낄거리면서 내 머리를 가리고 있는 후드를 가리켰다. 그러자 다른 놈들이 낄낄거리면서 따라 웃는다. 슬슬… 인내심이 바닥나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은데? "손치워라. 귀찮다." "뭐? 뭐라고? 이 계집애가!" "쓴맛좀 봐야지 정신을 차리겠구만." 하긴 이런 놈들에게 말이 통할리가 없지. 귀찮지만 할수없을거 같다. 난 다 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여전히 내 어깨를 쥐고 있는 사내놈에게 손을 내밀 었다. "응?" 나의 이런 행동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는 그놈에게 한발짝 다가간 난 손 바닥을 들어서 가슴에 닿을락 말락하도록 쭉 뻗었다. 이런 내 행동을 신기한 듯 지켜보는 건달드. 바보아냐? 좋아 어디 오늘 한번 죽어봐. 쿵. 오른발로 강하게 바닥을 찍으면서 허리를 오른쪽으로 틀었다. 그러면서 어깨를 회전시 키면서 손을 앞으로 뻗었다. 겨우 1cm쯤 밖에 떨어지지 않은 내 손바닥은 단숨에 그 사내놈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투웅… "쿠어어억" 놈이 붕 뜨면서 엄청난 속도로 뒤를 향해 날아간다. 그리고는 지저분한 골 목길 바닥에 떨어지더니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한다. 한바퀴. 두바퀴. 세바퀴. 오오오. 이거 기록인걸? 짝짝짝. "뭐해? 박수 안쳐?" "으응… 이 아니라! 이 망할계집이!" 한놈이 날아가 이제 넷이된 건달들은 단번에 품속에서 단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는 상체를 낮추면서 나를 위협해온다. 그중 하나는 '쉿쉿'거리면서 단 검을 위협적으로 휘두른다. 훗. 그래봐야 닐크의 롱소드나 아르케네스의 그 무식한 주먹속도에 비하면 기어가는 수준이군. "죽어!" 놈들중 하나가 나를 향해 뛰어들면서 내 얼굴을 노리고 단검을 찔러들어온 다. 난 상체를 옆으로 움직여서 놈의 단검을 피했고 왼손으로 그자의 얼굴을 움켜쥐었다. '크억'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 그자의 얼굴을 쥔채로 놈을 벽에다 갖다박았다. 퍼걱…. 웃. 피가 튀잖아! 쳇. 여전히 그놈의 머리를 움켜 쥔 난 앞으로 두어발자국쯤 나아갔다. 지익…직직. 담벼락에 붉은 핏자국이 그려진다. 완전히 거품을 물면서 쓰러진 놈을 대충 내던진 난 다음 세놈중 하나를 노리고 뛰어들면서 오른발로 앞에 서있는 한 건달놈의 정강이를 낮게 후려쳤다. 뻐억. 하는 소리와 함께 내게 얻어맞은 건달이 그대로 공중에서 한 바퀴를 홱하고 돌더니 바닥에 털푸덕 엎어진다. "으으…" "이제 조금 무서워졌나? 그러니 간다고 했을때 가게 해줬으면 이런 귀찮은 일은 안해도 됐잖아." 내 앞에 서있는 두 건달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땀을 잔뜩 흘리고있다. 덕 분에 놈들이 들고 있는 단검의 끝 역시도 위아래로 요동치고 있다. 난 그중 왼쪽에 서있는 놈에게 낮게 몸을 날렸다. 왼손을 뻗어서 그자의 목줄기를 움 켜쥐었다. 그리고 위로 들어올렸다. 땡그랑…. 그자의 손에 들려있던 단검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맑은 소리가 났다. "큭…커헉…크억…" 바닥에서 떨어진 발이 앞뒤로 흔들거리면서 버둥거린다. 두손이 내 팔목을 잡고 벗어나려고 바둥거렸지만 그정도 힘쯤은 내겐 그저 가는 나뭇가지가 흔 들거리는 정도 밖에는 안된다. 그자는 곧 입가에 거품을 물고 겍겍거렸고 난 지저분한 녀석을 바닥에 내팽개친뒤 벽에 등을 기댄채 질린표정으로 날 바라 보는 마지막 건달을 바라보았다. "으으… 괴물…" "에이. 지저분한 놈같으니라고. 침이 묻었잖아!" "히익!" 내 시선을 받은 그놈은 두손으로 단검의 손잡이를 곽 쥐고는 후들거리며 떤 다. 훗. 저런걸로 날 찌르겠다는건가? 꿈도 크셔. "한놈은 살려준다. 가봐." "…에? 저…정말?" "그래." 내말에 믿을수 없다는 표정을 짓던 그놈은 내가 가만히 서있자 이내 주춤거 리면서 벽에 찰싹 붙은채 옆으로 걷다가 약간 거리가 벌어지자 이내 내게 등 을 돌리고는 뛰기 시작한다. 그꼴을 지켜보던 난 바닥에 떨어져있는 자그마 한 돌맹이 하나를 집어들고는 도망가는 놈을 향해 있는 힘껏 집어던졌다. 뻐 어억! 저런… 머리를 노렸는데 등에 맞아버렸네. 쯧쯧. 아프겠다. "끄어어어어억!!!" 시끄러운 비명소리를 내지르던 놈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난 천천히 그 자가 쓰러져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고통에 찬 표정으로 바닥을 구르던 그자 는 내가 다가오자 '히익'하고 소리치며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면서 뒤로 기어간 다. 하지만 이내 내가 그자의 발을 살며시 밟자 더이상 도망치지도 못했다. "왜…왜… 살려…준다면…서…" "거짓말이야. 믿었냐? 순진하긴." 그 건달의 표정이 참 볼만하게 일그러진다. 마치 '세상이 날 버렸어'라고 외 치는듯한 표정이다. 불행히도 그런 그의 얼굴을 보고도 동정심이 별로 일지 않는다. 그래서 난 발을 들어서 그자의 면상을 후려쳤다. 뻐억. 힘조절은 했 으니 목과 척추가 통째로 뜯겨나가는 그로테스크한 광경이 벌어지지는 않았 다. 이러면 내가 한말은 지킨건가? 훗. 정말 빌어먹도록 짜증나는 놈들뿐이라 니까. 에이 기분 나빠. 내가 건달들을 작살내고 쓰래기와 피로 범벅이 된 골목길을 벗어나려고 몇 발짝 걷자 지붕윗쪽에서 두명의 사내가 뛰어내려왔다. 아까전의 건달들과 비 슷한 모양의 허름한 복장들이었지만 눈빛이 틀리다. "이번엔 진짜겠지?" "…손님이 온다고 하더군. 여자인줄은 몰랐는데" "잔소리 말고 안내나 해. 이런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곳에 오래있고 싶지않으 니까." 오물과 쓰래기. 가끔은 동물의 죽은시체까지…. 역겹고 구역질 나는곳이다. 그것도 모잘라 좌우의 건물들때문에 한낮에도 빛조차 안들어온다. 퀴퀴하고 습한데다가 냄새까지 나다니. 최악이라고나 할까? "따라오시오." 두 사내중 한쪽이 내게 손짓하면서 먼저 걸어간다. 내가 그뒤를 따라가자 다른 사내는 내 등뒤에 서서 쫓아온다. 흠…. 골목을 이리저리 헤메면서 몇바퀴를 돈 뒤 - 내게는 거기가 거기같았다 - 나는 양눈까지 가려진채 그들을 뒤따라가야 했다. 그렇게 또 10분쯤을 따라 가니 이제는 가만히 서서 기다리랜다. 이놈의 도둑 길드는 서비스 정신이 엉 망이야. 나같은 거물 손님을 이렇게 대하다니 말이야. "이제 벗어도 됩니다" 음? 다 온건가? 난 잽싸게 눈을 가리고 있던 검은 천을 벗어던졌다. 그러자 눈앞에 창문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지하건물이 나타났다. 어라? 언제 집안으 로 들어온거지? 이상하군. 뒤돌아보니 굳게 닫힌 철문이 보였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도 못들었다고. 거기다 몇발짝 전 까지만 해도 흙바닥이었는데… 슬며시 바닥을 내려다보니 문가에 흙먼지가 조금 쌓여있다. "거긴 어두우니 이쪽으로 오시죠." 응? 누구? 언제 들어왔지? 고개를 돌려보니 방금전까지 아무도 없던 빈 공 간에 한 사내가 앉아있었다. 그것도 아까전에는 벽이었던걸로 기억되는 곳에 말이다. 그자에게 다가가면서 슬쩍 천정을 올려다보니 천정 중앙에 삐죽 나 와있던 작은 나무판이 소리없이 천정속으로 들어간다. 아항. 알고보니 별것 아니로군. "당신이 길드 마스터인가요?" "흠…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죠" "무슨뜻이에요?" "고객은 왕이다! 이것이 저희 길드의 모토입니다! 그러니 의뢰가 있을때는 고객이 우리 길드의 주인이죠. 없을때면 제가 마스터직을 맡고 있습니다만. 하하하." "반갑군요. 전 아넬리안이에요." "믹. 믹 핸드류 입니다. 손님. 그런데… 그 후드좀 벗어주십시오." "왜요?" 내 반문에 가죽의자에 앉아있던 그는 약간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결심한듯 손을 들어 천정에 걸려있는 몇개의 밧줄중 하나를 잡아당겼다. 뭘 하려는건지 내심 긴장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의 뒤에 길게 쳐져있던 커텐이 좌우로 걷혀졌다. "…악취미군요." "미의 탐구라고 해두지요. 손님" 망할…. 아르케네스 미워! 내가 가지고 싶다고 했던 내 전신화가 벽에 걸려 있다! 그것도 본적도 없는 괴상한 길드마스터의 등뒤에! 우에~ 하지만 뭐… 할수없지. 아쉬운건 나니까. 난 손을 들어서 후드를 뒤로 제쳤다. "호오~ 역시 실물이 백배는 낫군요. 영광입니다. 왕비마마." "흥. 시끄럽고. 부하를 시켜서 의뢰한 일들은 어떻게 되었죠?" "에또… 이번에 운좋게 작은 단서가 잡히기는 했습니다만… 이걸로 만족하실 지 모르겠군요." 그는 웃으면서 내게 둘둘 말린 종이뭉치를 건냈다. 난 그가 보는 자리에서 즉시 그 종이뭉치를 집어든뒤에 그것을 펴보았다. 흠… 전 국왕폐하를 암살 했던 자들에 대한 추적보고서 였는데 그당시 도주했던 일당중 하나로 보이는 자의 거주지를 확보했다는 보고이다. 그뒤에는 날짜별로 씌여진 간략한 보고 서가 붙어있었고 마지막에는 작은 약도가 그려져 있었다. 수도 안이로군. 허 참… 기가 막힌다. "이게… 사실인가요?" "그 보고서를 보내왔던 정보원은 다음날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자중하라고 했는데 돈에 눈이 멀었는지 무리하다가 살해당한것 같더군요. 특이한건 그 정보원의 시체를 찾은 조직원의 말에 따르면 온몸이 찢겨나가서 신원을 확인 하기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는건… 인간이 아니라는 뜻?" "뭐… 거기까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마약을 많이 한 미친놈중에도 그 런 짓을 하는놈도 가끔 있으니까요. 하여간 여기까지가 중간 보고입니다." "그런가요? 그럼 앞으로도 계속 수고하세요. 그럼…" "자…잠깐! 저…" "뭔가요? 차 마시자거나 데이트 신청이라면 거절이에요. 전 바빠요" "그게 아니고… 지금 대금이 꽤 밀려서 그럽니다." "…예?" "그러니까. 어디보자. 아! 여기있군. 워렌 자작님을 수하로 두셨지요? 어디보 자… 총 열일곱건 5764골드가 밀려있군요. 보스이시니 당연히 대신 내주셔야 겠는걸요?" "에에?" "설마… 없는겁니까? 왕비씩이나 되시는분이?" "……" 눈물이 눈가에 맺혔다. 그 고생(?)을 하면서 가지고 나온 피같은 내돈이 모 조리 털려나가게 생겼다. 흑. 두고보자 덴! 죽일테다 아르케네스! 둘다 죽도 록 패줄테다! 결국 대금을 다 치뤘다. 거기다 그 믹이라는 빌어먹을 자식은 자기가 나의 열렬한 추종자라면서 무려 4골드가 깎아줬다! 4골드씩이나! 으득. 차라리 다 받으면 밉지나 않지! 나가서 두고보자. 도둑 길드? 와해시켜 버리거나 수하 로 만들어서 죽을때까지 공짜로 부려먹어줄테다! 으드득! "앞으로도 많이 이용해주세요! 외상은 사절입니다." 생글거리면서 내 얼굴에 대고 말하는 그자식의 면상을 날려버리지 않기위해 참느라 고생했다. 나오면서 움켜쥔 철제 문고리가 뚝. 하고 떨어져서 내 손에 조각으로 남을정도로 말이다. 잘 참았다. 아넬리안. 정말 잘 참았다. 크으윽! 텅 비어버린 가죽 지갑만큼이나 내 마음도 공허하다. 바로 30분전까지만해 도 세상을 다 가진듯한 기분이 들었었는데… 훌쩍. 이 가슴 찢어지는 아픔은 나중에 두 못된 부하놈들에게 풀기로 한 나는 역시나 여기 들어왔을때처럼 두 도둑들의 안내를 받은채 - 역시 눈을 가렸다 - 밖으로 나왔다. 다시 눈을 떠보니 겨우 5m도 안되는곳에 넓은 대로가 보인다. 나를 안내했던 두 도둑 은 작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한뒤 다시 어두침침한 골목길 속으로 숨어들었다. 후우…. 이만 돌아가자. 약간의 소득이 있었으니 뭐… 이정도로 만족하자고. 대로는 평소때와 마찬가지로 북적거렸다. 아니 좀더 북적거리는것 같았다. 간간히 열명 스무명씩 돌아다니는 치안병들과 대로 중앙을 질주하는 전령들 과 몇몇 기사들. 그리고 그들 뒤를 따라 마차를 모는 귀족가의 마차들과 상 인들의 짐마차들. 대로 좌우로는 수많은 평민들이 웃고 떠들면서 혹은 소리 치면서 길을 걷고 있다. 뭔놈의 인간들이 이렇게 많은건지… 다 어디서 나온 거래? 정말이지… 길을 걷기도 힘들잖아! 힘겹게 인간들을 헤치며 길을 따라 걷다보니 대로를 떡하니 가로막고 있는 검문소가 보인다. 참나. 저딴게 길을 가로막고 있으니 이렇게 사람들이 밀리 고 몰리는거지! 어떤 머저리가 저딴 짓을 하는거야? 몽땅 잘라버릴까보다! …라고 말해도 지금 난 가출한 상태. 괜히 눈에 띄는짓을 했다가 왕실로 잡 혀들어가면 불행한 탑속의 왕비가 될수도 있다. 조심해야지. 난 그렇게 생각 하면서 최대한 인간들 사이에 숨어서 검문소를 지나가려했다. 하지만 막 내 가 검문소 옆의 작은 통로를 따라 지나가려할때 병사중 하나가 나를 가리키 면서 소리쳤다. "어이! 거기! 당신! 이리와!" "에?" "수상한데? 그 후드 벗어봐. 당장" 그 병사가 소리치자 다른 자들을 검문하고 있던 병사들중 두셋이 내쪽으로 다가온다. 난 어떻게 할까 망설였다. 그러다가 그들이 세워놓은 목조 검문소 의 벽에 어설프게 그린 내 초상화가 있는걸 보고는 심장이 떨어지는줄 알았 다. 어느새!!! 이럴수가! 어쩌지? "뭐하는거냐? 어서 벗지못해? 수상한자다!" 내가 그들의 명령에 우물쭈물 거리자 병사중 하나가 갑자기 호각을 불었다. '삐익-' 망했다. 우씨. 단번에 내 주위에 있던 시민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난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형상이 되었고 그 빈 공간에 무장한 치안병 일곱이 나를 노려보면서 둥글게 둘러쌌다. 에이 할수없지. 난 저항을 포기하고는 순 순히 말을 듣기로 했다. 뭐… 덴이라도 불러다가 어떻게 빼달라고 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내가 쓰고 있던 후드를 뒤로 제쳤다. 이내 나의 긴 백금 발 머리카락이 밖으로 삐져나왔고 나를 둘러싸고 있던 병사들중 몇몇이 탄성 을 내지른다. 훗. 하긴 어디가서 나같은 미모의 여성을 보겠어? 이런때라도 봐두라고. 오호홋 …이 아닌데. 혹시 난 긴장감이 결여된 게 아닐까? 잠시간 대치상황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런 대치는 금세 풀리고 말았다. 갑 자기 그들 치안병중 가장 고참으로 보이는 - 콧수염을 길게 기른 - 고참병 이 혀를 차면서 말을 한 것이다. "쳇. 아니잖아! 이 멍청이들아! 괜히 시간만 낭비했잖아. 에이… 아가씨. 얼른 지나가쇼." "하지만 보스. 여기 이 그림이랑 비슷한걸요?" "이 멍청아! 넌 글자도 못읽냐? 앙? 하긴 무식한 것들이라 글이 뭔지도 모르 지? 자. 잘봐라. 적금발. 남자. 됐냐? 됐어? 에이! 제기랄. 언제까지 이렇게 근무를 세워두려는 거야?" 그 고참병은 연신 투덜거리면서 다시 검문소쪽으로 돌아가버린다. 황당하기 도 하여라…. 그가 가고 나자 다른 병사들도 내 얼굴을 한두번씩 힐끔거리면 서 각자 자기자리로 돌아간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살았다. 난 작 게 안도하면서 후드를 다시 쓰고 검문소를 지나갔다. 지나가면서 슬쩍 내 얼 굴이 그려져 있는 작은 초상화를 바라봤다. 확실히 못 그렸어. 내 얼굴은 저 거보다 천배는 예쁘다고. 그리고 그 아래 써진 경고문구를 읽었다. [ 백금발의 굉장한 미모를 가진 여성. 절대적으로 생포. 포상금 100골드] 허… 이 검문소의 대장으로 보이던 저 늙은 고참병도… 글을 모르나보다. 하여간 모르면 그냥 모른다고 할것이지…. 쯧쯧. 백금발을 적금발로 여성을 남성으로 읽었다. 보나마나 자기가 아는 단어랑 비슷한걸 보고는 멋대로 해 석한걸거다. 크레센트 문자로 저 두 단어는 꽤 비슷하니까 말이야. 아무튼 살 았군. 내가 묵고 있는 고급 여관으로 돌아간 나는 푹 쉬고 싶은 생각에 빨리 안으 로 들어가려했다. 하지만 갑자기 여관문이 벌컥 열리면서 여섯명의 기사들이 쏟아져나오자 나도 모르게 여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몸을 숨겼다. 지배 인으로 보이는 사내는 그런 기사들을 따라서 계단밑까지 내려왔고 열살이나 됐을지 궁금한 꼬마가 말 여섯마리를 끌고 나타났다. 이어 기사들은 말을 타 고 대로를 달려갔다. 기사가 종자도 부하 병사들도 없이 홀로 무리지어 돌아 다니다니. 있을수 있는건가? 요즘 왠지 신기한 일들만 보는것 같다. 흐음… 기사들이 멀리 사라진것을 확인한 난 이내 여관으로 들어갔다. 예전엔 귀족 의 저택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개조해서 그런지 확실히 품격이 있어보인다. 덕분에 숙박비는 상당히 비싼편이지만 왕성의 내방만큼 편하다. 하지만… 이 건 좀 생각해볼 문제다. "어서오십시오. 아~ 돌아오셨군요. 손님" "……" 난 나를 보고 반갑게 달려오는 지배인을 보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내가 지금과 같은 복장으로 들어오자 당장 내쫓을려고 하던 자이지만 내가 가진 보석 하나에 넘어간 정말 욕망에 충실한 자다. 내 앞에서 굽신거리는 그를 보던 난 여관 문 바로 앞에 걸려있는 내 초상화를 발견했다. 난 그것을 가리켰다. "뭐지?" "예? 아~ 글쎄요. 잘은 모르지만 기사님들과 귀족분들이 찾는 여성이라고 하 더군요. 신고만해도 100골드라고 합니다. 거기다 굉장히 아름답지 않습니까? 하하하. 생각같아서는 액자에 넣어서 걸어두고 싶습니다." "기분나빠. 마음에 안들어" "예에? 저… 손님…" 난 그 초상화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리고 손을 들어 초상화를 벽에 서 떼어냈다. "저기…손님… 그걸 떼시면 안되는… 아앗!!" 찌익. 찌익. 갈갈이 찢었다. 그리고 조각난 종이조각들을 바닥에 버린뒤 발 로 몇번이나 짖밟아주었다. 왕성으로 돌아가면 이 초상화 그린 화가는 모가 지다. 난 난감해하는 지배인을 보다가 품속에서 루비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던져주면서 말했다. "나보다 아름다운 여자는 없어. 그렇게 초상화를 걸어두고 싶으면 내 얼굴을 그리라고." "아…예. 예! 물론이고 말고요." "식사는 방으로 목욕물 준비해둬" "예!" 지배인의 허리가 90도로 굽혀진다. 훗. 역시 돈은 있고 볼일이라니까. 하여 간… 대충 이걸로 마무리 된것 같군. 그나저나 어서 빨리 수도를 벗어나던지 해야겠어. 이렇게 걸리는게 많아서야 원… 생각보다 로이드의 반응이 빠른편 이다. 이래서는 마음대로 행동하지도 못하잖아! 체에! 한밤중에 카렌과 덴이 거의 동시에 찾아왔다. 편한 자세로 엎드려있던 난 턱을 괴고 그들을 올려다보았다. 덴은 꽤나 수척한 몰골이었는데 아마 오늘 도 로이드에게 불려가서 갖은 고문을 당한듯하다. 물론 말로…. 로이드가 진 짜 마음먹고 고문했으면 덴은 지금쯤 푸줏간에 걸려있는 고깃덩이 수준으로 해체되었을게 뻔하니까. 우웃. 상상해버렸다. 기분 나빠. "나 피곤하니까 어서 보고해. 덴" "예. 마마. 마마께서 가출… 아니 외유를 나가신동안 별로 바뀐점은 없습니 다. 아직도… 에린이 마마의 대역으로 앉아있습니다. 빨리 돌아오세요. 우리 에린이랑 예니 수척해지는게 눈에 보입니다. 정녕 제가 피눈물 흘리는 꼴을 보시렵니까? 예? 에또… 그리고 오늘도 정계에서는 별다른 변동사항은 없습 니다. 이전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되겠군요. 특별히 보고할만한 정보도 없습니 다. 결재할 서류가 몇건 있지만 요약한 문서만 확인만 해주십시오. 공문서는 대필가에게 사인을 위조하라고 해놓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덴은 내게 몇장의 종이를 넘겨주었다. 화격단의 고급 장교 후 보 몇을 뽑았다는것과 필요 무기 및 재고에 관한것 하나. 그리고 랭스턴 영 지의 요원들중 네명이 실전 배치된다는것 정도로군. 난 그것들을 한번씩 훑 어본 뒤 덴에게 돌려주었다. "다 허가한다. 알아서해. 더 할말은?" "빨리 돌아가세요. 우리 예니 말라죽는 꼴 보실려고 이러십니까? 제 속이 다 타들어갑니다. 예? 정말이지…" "맞을래? 아니… 먼저 맞고 시작하자. 응?" 피곤해서 잊고 있었는데 생각났다. 저 망할 놈이 대금을 연체해서 내 주머 니가 텅 비어버렸었지? 그냥 간단하게 1골드당 한대씩만 패자. 난 녀석을 노 려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위기 감지 능력만큼은 엔간한 초식동물보다도 민 감한 덴은 그런 내 반응에 슬그머니 뒷걸음질을 쳤지만 놈에게는 불행하게도 그정도 거리는… 아니 이 방안 어디든 모두 내 사정권 안이다. "저…저기! 마마! 왕비마마! 아넬리안 마마! 우리 대화로 해결하는게 어떻겠 습니까? 네? 마마! 히익… 꾸억!" 뻐어억! 보디 블로우 작렬! 덴의 뱃살 사이에 내 작고 앙증맞은 주먹이 쑤 셔박혔다. 요즘 손안댔다고 슬슬 기어올랐었지? 너 오늘 잘 걸렸다. 우랴압! 1시간뒤. 난 뜨거운 목욕물로 샤워를 하고 가쁜한 얼굴로 욕실을 나왔다. 방 으로 돌아와보니 벽과 바닥에 흥건하게 튀었던 피가 다 지워져있다. 그리고 카렌이 가져다버렸는지 푹 젖은 걸레처럼 늘어져있던 덴도 안보였다. "덴은?" "방밖에 버렸어." "죽지는 않았지?" "의사랑 신관 부르라고 했어. 죽지는 않았을거야. 아마…" 저녀석이 말꼬리를 흐리니까 왠지 덜컥 겁이 난다. 진짜 내손에 맞아죽은건 아니겠지? 덴아. 죽더라도 원령이 되어서 찾아오지는 말아라. 다 자업자득이 니까 말이야. 으음… 그래도 좀 걸리니 앞으로 신관이라도 데리고 다녀야겠 다. 난 푹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몇번씩 비비면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는 작은 원형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는 포도주병을 들고 잔에 따랐다. 포도주 를 한잔 마신뒤 과일바구니에서 껍질도 까지 않은 사과를 한입 베어문 나는 카렌을 돌아보았다. "줄까?" "……" 작게 고개를 젓는다. 하긴 저녀석이 뭘 먹는걸 언제 봤어야지. 혹시 카렌은 아무것도 안먹고도 사는게 아닐까? 아니 저 녀석 나와 같은 인간인지조차 의 심이 간다. "로렌. 잘 놀아." "그래? 엄마 없다고 울거나 하지는 않고?" "아니. 코넬리아랑 잘놀아. 로이드도 같이 놀아줘. 종일 놀고 쿨쿨 잘자는거 보고 왔어" "……" 크아아악!!! 퍼억! 내 손에 들려있던 한입밖에 못먹은 사과가 대리석 벽에 부딪쳐 장렬히 작살났다! 망할 계집! 진짜 짜증나! 죽여버리고 싶어! 끄아아 아!!! 아아… 하아… 분노는 금세 사그러들고 이내 한숨이 입에서 흘러나온 다. "…후우" "……" "카렌아" "으응…" "술 한잔 할래?" "일할때는 안마셔" "그래. 알았다. 가봐라. 아… 이거 덴에게 전해줘" 난 좀전에 도둑 길드에서 가져온 종이 뭉치를 건내줬다. 그것을 받아든 카 렌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문으로(!) 나가버린다. 휴우… 좋아. 다 좋 다고. 내가 로이드에게 잘한것도 하나 없고 로렌까지 데리고 나오기엔 사정 이 안좋아서 그냥 나왔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기대했다고. 우리 로렌이 엄마를 찾으면서 하루 종일 울고 로이드가 잘못했다고 말하면서 돌어 와달라고 하면서 내게 무릎꿇고 빌고…. 그리고… 그리고… 지금껏 그를 위 해, 이 나라를 위해서 일한 것들을… 알아주기를… 바랬는데…. 딱 한마디면 되었는데… 수고했다는 한마디면… "휴우. 됐다. 됐어. 내가 언제 그런거 바라고 했나? 그리고 이런 소외감이야 로세니아 있을때부터 지겹도록 겪은거잖아? 이제 적응되서 아무렇지도 않다 고. 난 아무렇지도 않아. 정말이야" 후후. 미쳤나봐. 혼자서 중얼중얼. 비도 안맞았는데 말이야. 에라~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기로 하고. 자자. 조금 자고나면 기분이 나아지겠지. --------------------------------------------------------------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샤라 샤라 살랄라~. 가우군 p.s 이로써 3:3. 승패의 행방은 어디로 흘러가는것인가... 밥한끼를 위해 열혈 의 불꽃을 불태우는 가우군! ...참 싸구려다 -_-;. 술도 사줘요~ >.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아침 일찍 일어난 나는 씻고 가볍게 몸을 푼 뒤 방을 나섰다. 애초에 왕성 에서 가져온 짐이 얼마 안되어서 - 겨우 상자하나뿐이다 - 짐을 꾸리는건 정말로 순식간이었다. 단지 내가 직접 상자를 들고 다녀야했던건 불만이긴 하지만 지금은 마땅히 불러내서 부려먹을만한 인간도 없으니 이정도 노고는 감수해야지 뭐. 여관 1층 식당에서 가볍게 아침식사를 하고서 밖으로 나왔다. 정문을 나와 서 계단밑으로 내려가자 여관의 종업원중 한명이 내 말들을 끌고왔고 내가 들고 있는 상자를 말등자에 걸어서 고정시켜주었다. 준비가 끝나자 난 말고 삐들을 한손으로 붙잡고 걸었다. 우선은 이 수도를 빠져나가고 봐야겠지? 검문소가 있는 대로를 피해서 주택가의 샛길이나 지저분한 뒷골목 - 말이 못지나갈만큼 작은곳이 많아서 고생했다 - 을 따라 무작정 성벽쪽으로 걸었 다. 그렇게 두시간이나 걷고나서야 높다란 성벽앞에 설수 있었고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의 위치와 왕성을 비교해본뒤 외성벽의 남문을 향해 걸었다. 이번 엔 성벽에 붙어서 걸었기에 헤메거나 하지는 않았다. 가끔 내 머리위에서 성 벽수비병들의 시선이 느껴지거나 무장한 모습으로 성벽위로 통하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병사들과 마주치기도 했지만 그들은 내게 별 관심을 가지는것 같지 않았다. 하긴 치안병이라해도 이쪽은 성밖을 지키는것이니까. 성안에 돌 아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을거야. 그보다는 언제 교대시간이 되 는지가 더 중요하겠지. 흠흠. 다행이군. 대략 30분쯤 걸은뒤에야 커다란 성문앞에 도착할수 있었다. 아직 오전이라 그런지 성문을 통과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성문의 경 비병은 검문을 철저히하는 모습이다. 흠…. 저기도 내 초상화가 걸려있겠지? 어디보자… 없잖아? "내가 너무 일찍 나왔나?" 수도를 빠져나가기 위해서 덴이 알선해준 상인무리와 같이 나가기로 했는데 성문앞을 이리저리 둘러봐도 없다. 짐마차 지붕에 붉은 삼각천을 걸어놓기로 했었던게 아니던가? 나는 혹시 내가 못본게 아닐까해서 다시 찾아봤지만 역 시 없었다. 어쩐다…. 그냥 돌파해볼까? 아니야 중간에 격자문이라도 닫히면 그대로 꼼짝없이 포위될거야. 우선은 기다리는게 낫겠다. …라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누군가 등뒤에서 어깨를 붙잡는다. 난 반사적으로 그 손을 쳐내면서 주먹을 쥐고 몸을 회전시켰다. "누구야!" "히익…" 빠르게 쏘아져 나가던 내 주먹은 단번에 허공에서 멈추었다. 이제 열서너살 쯤 되어보이는 꼬맹이였기 때문이다.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소년은 내가 주먹을 들이대자 눈을 꼭 감은채 어깨를 움츠린다. 훗. 꼭 겁먹은 토끼같은 몰골이로군. 난 그 소년의 머리에 살짝 알밤을 먹이면서 말했다. "뭐냐? 너? 왜 내 어깨에 손을 올린거지?" "저…저… 아넬리안 님이시죠?" "…너 뭐야? 제대로 대답해. 안그러면 죽여버린다." "힉! 저는… 심부름 왔어요. 아가씨를 모시고 오라고 했어요 네! 그래요! 제 발 죽이지 마세요!" 겁은 많아가지고… 쯧. 사내녀석이 저래서야 원 어디다 써먹을지 걱정된다. 그건 그렇고… 심부름? 그것도 내 이름을 알고 있다는건 아무래도 덴쪽 사람 이겠지? "안내해. 어서." "네…네…" 꼬맹이는 여전히 겁먹은 표정으로 나를 보다가 내게서 말고삐를 받아쥐고는 앞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그 소년의 뒤에 바싹 붙은채 따라갔다. 이 꼬마가 재미없는 장난이라도 하는게 아닐까 하고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뭐… 장난좀 치면 어떠랴 하는 생각이 곧바로 들었다. 힘으로 깨부수면 그만이니 까 말이야. 꼬맹이를 뒤따라서 샛길과 뒷골목을 따라서 걸었다. 한 왕국의 수도라고는 해도 네곳의 성문을 향해 뻗은 네개의 대로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정비된 도 로가 거의 없기에 - 귀족가의 저택이 몰려있는 거주구만 제대로 정비되어있 다 - 길은 꾸불꾸불했고 좁아졌다 넓어졌다 하는등 완전히 제멋대로였다. 물 론 나와 같은 사정이 있는 녀석들은 이편이 더 좋겠지만… "저기에요. 누님" "어디…. 저 허름한 마차냐?" "네" "그래. 수고했다. 가서 빵이라도 사먹어" 난 1골드짜리 금화를 던져주면서 말했다. 그러자 그 꼬맹이는 입이 귀밑에 걸린채 실실거리면서 마차쪽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마차 주인으로 보이는 꽤 질좋은 - 하지만 천박한 디자인의 - 옷을 입고 있는 배나온 사내에게 몇마 디 대화를 한뒤 골목길 사이로 사라졌다. 난 천천히 말을 몰아서 그 상인에 게 다가갔다. "자자! 빨리빨리해! 정오가 되기전에 나가야한다고! 게으름 부리는 자식은 일 당 없다!" 그의 외침이 떨어지자 상자를 날라다가 마차에 싣고 있는 허름한 차림의 사 내들이 허둥대면서 뛰어다닌다. 힐끔거리면서 나를 봤음에도 모른척 하는군. 난 서류로 보이는 종이를 뒤적거리면서 서있는 그 상인앞에 섰다. "뭐요? 여행자는 안태우니 다른데로 가보쇼." "덴을 아나?" "…돈을 쥐어줘도 안되는건 안되는거요" "정정하지 워렌 자작이라고 하면 알겠지?" "말은 여기 놔두고 저쪽에 가 있으시오" 날 모르는건가? 끝까지 고자세로군. 쳇. 뭐… 덴이 하는일이니 알아서 잘하 겠지. 난 그의 말대로 말들을 그 마차 주인에게 건네준뒤에 골목길 사이의 어두운 음지에 몸을 숨겼다. 잠시뒤에 짐을 모두 실은 마차가 내가 서있는 골목길에 뒷꽁무니를 댄채 멈춰섰다. "이 멍청아! 똑바로 못 몰래? 내일부터 집에서 편히 쉬게해주까? 앙? 마차에 흠집이라도 났다간 봐라! 네놈 일당에서 빼버릴테다!" 마차 주인이 악을 바락바락 써가면서 골목길의 벽사이에 바싹 달라붙은 마 차 뒷쪽으로 뛰어왔다. 그리고는 작은 마차 사이의 공간으로 나를 확인하고 는 작게 손짓했다. 아마도 마차에 타라는거겠지? 보니까 짐마차의 뒷켠에는 내가 들어갈만한 작은 공간이 있었다. 몸을 최대한 굽힌채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 한명이 앉을만한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이! 멍청이! 포장도 안씌우다니! 여행하다 비오면 니가 다 책임질래? 당장 안씌워?!" "죄…죄송합니다. 주인님" 펄럭. 펄럭. 내 머리위로 두터운 가죽천이 씌워졌다. 아마 기름을 잔뜩 먹인 가죽이겠지. 비나 밤이슬을 피할때 쓰는 그것말이다. 짐마차 위로 포장이 씌 워지자 마차는 앞으로 약간 나가는듯 했다. 하지만 또 중간에 멈춰섰다. 그리 고는 주인이 악을 써가면서 뭐라고 소리치다가 내가 들어온 그 작은 구멍에 나무 상자를 밀어넣고 사라졌다. 지금 내가 타고 있는 마차가 대로의 일부를 점거하고 있어서 그런지 사방에서 욕지꺼리와 빨리 비키라는 고함소리가 작 은 소리로 들려왔다. 그 덕분인지 마차는 금세 출발하였다. 이제… 탈출이다! 내가 탄 짐마차는 금세 성문에 도착한듯 했다. 밖에서 '정지!'하는 소리와 함께 마차 주인과 병사로 생각되는 자들이 떠들어대는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짐은 뭐냐?" "윗어르신들이 쓰실 도자기와 유리공예품들이죠. 네." "포장을 벗겨봐. 확인해야겠다" "아이고. 나으리. 좀 봐주십시오. 예? 저것들은 충격에 약하다고요. 그래서 꼭 꼭 묶어놨는데 언제 다 풀어봅니까? 예?" 툭, 툭, 내가 앉아 있는곳 바로 왼쪽의 상자에서 뭔가 두들기는 소리가 났 다. 그 소리는 점점 마차 뒷쪽으로 이어져갔다. "아이고! 나으리! 좀 봐주십시오! 잘못해서 깨지기라도 하면 운반비도 안나옵 니다요. 예? 그러지 마시고요. 헤헤. 작은 성의입니다요." "크흠. 흠. 우린 뇌물 같은건 취급안해." "에이! 뇌물이라뇨. 그냥 근무 끝나시고 목이나 조금 축이시라는거죠. 헤헤. 좋은게 좋은것 아니겠습니까? 예?. 우리가 한두번 본 사이도 아닌데 딱딱하 게 이러지 마시고 봐주세요. 예?" "지금 사태가 사태인지라…" "에이~ 제가 여기서 장사한지만 20년입니다요. 20년. 다 아시지 않습니까?" "흠… 좋아. 통과. 참. 가다가 수상한자가 보이면 당장 근처 도시에 신고하도 록" "물론이고 말고요. 나으리." 따각따각. 다시 마차가 덜컹거리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휴우…. 심장이 오그 라드는 느낌이야. 하지만 스릴 있다. 은근히 재미있는걸? 짐마차에 탄채 달리는 여행은… 덥다는 것만 빼면 모든게 괜찮았다. 단지… 다른 불편함을 모조리 날려버릴정도로 더웠다. 우라지게 더웠다. 젠장맞게 더 웠다. 너무 더워서 다른 불만거리는 불만 축에도 못낀 것이다. "크아…" 평소 습관대로 챙겨입은 세겹의 속옷과 그위에 걸친 여행자용 셔츠와 바지. 또 그위에 입고있는 두텁고 긴 로브. 이것까지는 그렇다고 치겠지만 내 머리 위에도 또 바람한점 안통하게 만든 두터운 가죽천…. 한마디로 마차안은 화 염지옥이나 다름없었다. 허리에 메달아두었던 가죽으로된 물주머니는 이미 텅빈지 오래. 연신 흘러내리는 땀은 닦아도 닦아도 줄어들 줄을 모른다. 한마 디로… 죽겠다. 재미? 그딴게 어디있어?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어! 내가 그렇게 축 늘어진채 죽어가고(!) 있을때 갑자기 머리위의 포장이 열리면서 사내의 얼굴이 불쑥 안으로 들어왔다. "괜찮으십니까?" "물 줘…" 안으로 들어왔던 머리는 금새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출렁 거리는 물주머니가 들려있었다. "거의 다왔으니 조금만 참으십시오." 그말을 끝으로 난 차가운 물주머니를 품에 안은채 기절하듯 쓰러졌다. 목말 라. 으으…. 하지만 차가운 물주머니를 품고 있으니 조금은 낫다. 마차 밖은 완연한 봄 날씨다. 따사로운 오후의 햇살은 차가운 북풍을 날려 버린뒤 따사로운 빛과 열기로 사람들에게 활력을 더해준다. 문제는… 그놈의 활력이 이 마차안에는 너무 많이 쏟아지고 있다는것! 차라리 겨울이었으면 좋겠어! 으아아아…. 그렇다고 로브를 벗어던질…. 제기랄! 그냥 로브를 벗고 있는거였는데! 이 안에 숨어있는걸 누가 본다고 이렇게 꽉 끼어 입고 있을 필요가 없었잖아! 미친다! 끄아아! 그렇게 혼자서 발광하고 있을때였다. 갑자 기 내 머리위에서 뭔가가 툭툭 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덜컹거리는 짐마차 굴 러가는 소리 사이로 마차 주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꽉 잡으십시오. 다 왔습니다." 난 그의 말에 따랐다. 바닥에 등을 기댄채 나무 상자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러자 잠시뒤 덜컹하고 마차가 크게 흔들리더니 왼쪽으로 꽤나 기울었다. "이 멍청이 자식! 바퀴를 빠트리다니! 바보자식! 갈길이 멀단 말이야! 이걸 어쩔거야? 앙?" "죄송합니다. 주인님. 지금 당장…" "바보자식! 머저리 같은놈! 나가 뒈져!! 죽어버려! 병신같은 놈아!" 밖에서 욕설이 들려왔다. 그리고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는 마부 - 겸 짐꾼 - 의 손을 싹싹 비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뒤 마차 뒷켠을 막고 있던 나무 상자 가 사라졌다. 바로 저앞에 밝은 빛이 보이는군. "당장 짐 다 내려! 오늘내로 도시에 도착하지 못하면 네놈을 산적에게 팔아 버릴테다! 빨리 해! 빨리!" 연신 고함을 질러대면서 마차 주인이 뚫려진 상자들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 고는 내게 나오라고 손짓했다. 잽싸게 그의 말대로 마차를 뛰어내려 밖으로 나오자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내 몸을 휘감는다. 우아아아!!! 살것 같다. "마차 옆에 숨으십시오." 난 그의 말대로 대로 반대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슬쩍 보니까 짐마차는 대 로 한켠의 낮은 구덩이에 바퀴가 빠져있다. 대로가 지면보다 30cm정도 높은 위치에 있어서 낮은 턱이 있었고 그 사이에 마차 뒷바퀴가 빠진것이다. 난 잽싸게 가도를 빠져나와 경사진 둔덕 밑에 숨었다. 그리고 잠시뒤 반대편에 서 다가온 마차가 이들앞에 멈춰서는게 보였다. "도와줄까요?" "됐소. 저 멍청한 놈 혼자서 고생좀 해봐야하오. 마음만은 고맙소" "그래요? 그럼 수고하시오. 근처에 산적들이 출몰한다니 해지기전에 출발하 는게 좋을겁니다." "그거 큰일이구려. 나도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네. 아무튼 고맙소." 마부가 짐을 나르는걸 보고만 있던 마차 주인도 짐마차에서 나무 상자를 내 리는걸 도왔다. 그리고 반대편에서 온 여행자로 보이는 마차 무리는 다시 길 을 따라 대로를 달려갔다. 상대 마차가 어느정도 멀리 떨어지고 이쪽으로 오 는 여행자나 상인 무리가 없는것을 확인한 마차 주인은 여전히 넙죽 엎드린 채 - 사실은 그늘진 바닥이 시원해서 엎드려있는거였다 - 두리번 거리고 있 는 나를 불렀다. 내가 흙을 털고 대로 위로 올라오자 마차의 짐을 거의 반이 나 내려놓은 주인이 내게 짐마차 뒷꽁무니에 묶어놓은 내 말들을 건내주면서 말했다. "저쪽 큰 나무가 보이시지요?" "응." "거기까지 가시면 다른 일행을 만나실수 있을것입니다. 중간에 인가도 없고 길에서 벗어난 초원이니 그냥 직선으로 달리시면 금세 도착하실겁니다." 그가 가리킨곳은 지평선끝에 가물가물 하게 보이는 커다란 나무였다. 난 고 개를 끄덕이고 그가 건내주는 말고삐를 잡았다. 자기일을 끝낸 주인은 다시 짐을 내리느라 정신이 없다. "도와줄까?" "예?" "시간도 남는것 같으니 조금 도와주지 뭐. 비켜봐." 난 당황하는 마차 주인을 옆으로 비키라고 손짓하고는 짐마차의 뒷꽁무니를 두손으로 붙잡았다. 그리고 힘을 주었다. 4두 마차가 끄는 무거운 마차라 그 런지 약간 힘이 들기는 했지만 짐마차의 뒷바퀴는 금세 바닥에서 떨어져나왔 고 난 옆으로 몇발짝 걸은뒤 천천히 마차를 밑으로 내려놓았다. "후우…" 조금 힘들긴 하군. 난 힘을 쓰느라 흘러내린 땀을 소매로 닦아낸뒤 가볍게 말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입을 쩍 벌린채 짐마차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는 마 차 주인과 마부를 남겨두고는 그가 알려준 방향으로 말을 몰았다. 대충 보기에도 수백년은 됐음직한 커다란 나무까지 도착하자 사방은 어두컴 컴한 밤이었다. 이래서는 누가 있더라도 알아보기 힘들겠군. 이전에는 숲이었 겠지만 대부분 베어넘겨서 초원으로 만들어진 작은 언덕위에 멈춰선 난 말을 근처의 나무에 묶어놓은뒤 바닥에 주저앉았다. 엉덩이가 차거워. 체에. 모포 라도 가져다가 바다게 깔까? 에…에… 귀찮아라. "우선… 불부터 피워야겠지?" 어쨋든 여기서 만나기로 했으니 불이라도 피워서 내가 여기 있다는걸 알리 면 알아서 찾아오겠지. 난 그렇게 생각하고 내 키가 닿을만한 곳의 나뭇가지 들을 꺽었다. 그리고 주변의 풀들도 박박 긁어모아서 한무덕기로 만들어놓은 뒤 짐상자에서 불씨주머니 - 소 뿔을 잘라내 속을 파낸뒤 숯과 솜으로 불씨 를 넣어두는 물건. - 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주머니의 코르크 마개를 뽑아낸 뒤 거꾸로 뒤집었다. 후두둑…. 불똥과 함께 숫덩어리와 까맣게 그슬린 솜뭉 치가 떨어져내렸다. 웃. 앗 뜨거. 손등에 불똥이 튀었잖아! 에이씨! 내가 왜 이런짓을 해야하는거야? 짜증나게시리! 거기다 왜 불은 이렇게 안붙어? 캬 악! 바보같은 에린 녀석이 할때는 째깍째깍 잘만 붙었는데 말이야. 우아악!!! 왜 연기만 나고 불은 안올라오는거야? "콜록, 콜록" 젠장할!!! 망할! 짜증나! 크아앗! 신경질이 난 연기만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나무 무더기를 발로 차버렸다. 파앗. 앗따거! 작은 불똥들이 사방으로 튀어오 른다. 우씨!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멍하니 앉아서 깜깜한 하늘을 올려다보니 작은 별 빛들이 반짝거린다. 동쪽 하늘에는 둥근 달이 빛나고 있다. 후우… 정말이지 여기서 뭘하고 있는건지 이젠 나도 모르겠다. 모르겠어. 난 그대로 뒤로 드러 누웠다. 에이… 귀찮아. 아무나 와서 찾아주겠지 뭐. 잠이나 잘까? 바닥이 좀 배기긴 하지만… 두터운 로브 덕분에 그럭저럭 참을만하군. 잠깐 잠이 들었는데…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때문에 깼다.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는데… 왠지 주변이 환한 기분이 든다. 우웅? "물을 가져와! 물!" "내 발에 불이 붙었어!" "끄아아악!" "어서 꺼! 번지잖아! 이 머저리같은 놈들아!" 뭐가 이렇게 시끄러운거야? 앙? 흐릿한 눈가를 소매로 몇번 쓱쓱 닦고나니 한결 또렷한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거적데기같은 옷을 입고 뛰어다니는 사 내들과 얼굴에 검댕이를 잔뜩 묻힌채 물동이를 들고 뛰는 사내들. 그리고 활 활 타오르고 있는 수풀… 불타는 수풀?. 어라? 어라라? "에에?" 내 목소리를 들은 사내들중 일부가 자리에서 일어난 내쪽으로 다가온다. 모 두들 얼굴에 숯검댕이를 잔뜩 묻힌채 무시무시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 다. 거기다 바닥에서는 작은 연기가… 엥? 바닥에서 연기가 올라와? 나를 노 려보는 사내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우우…. 저기 불타고 있는 숲은 암만봐 도 내탓같거든? 하지만… 난 고의성은 없었는데…. 내 주위를 빙 둘러싼 사내들을 헤치고 한 사내가 내앞으로 뛰어왔다. 그의 등뒤로 활활 타오르고 있는 조명(?) 덕분에 난 그가 누군지 단번에 알아볼수 있었다. 크렌이다. "마마. 아주… 자알… 하셨습니다. 뿌득" "저기… 이거 내탓?" "그럼 누구탓이겠습니까? 여기 마마밖에 더 있습니까?" "…미안" "뭘 보고 있나? 어서가서 불꺼! 기지로 불길이 들이치지 않게 조심하고! 구 멍을 뚫어서라도 연기를 빼! 밑에 있는 놈들 모조리 질식사 하기전에!" 어째… 미안하다는 말도 안통하는것 같은걸? 체에. 이 내가 순순히 잘못을 인정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야. 괘씸하긴! 하지만… 솔직히 눈앞에서 불타고 있는 숲을 보고 있자니… 진짜 미안하다. 우우. 불길은 숲의 1/4를 태우고 난뒤에야 꺼졌다. 크렌의 말을 들어보니 이곳의 지하에는 토굴 형식의 비밀기지가 있었는데 내가 통풍구 주변의 잡목들을 모 조리 태워버렸다는 것이다. 통풍구를 마련하기 위해 박아넣은 나무지지대와 구멍을 가리고 있던 위장목이 활활 타버려서 불길은 지하 기지로 번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나를 찾기위해 정찰병과 경계병들이 사방에 흩어져있던 - 내가 너무 늦게 도착했단다. 난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 - 덕분에 불길을 조 기에 진화하는게 늦었고 또 막상 이곳에 도착해보니 기지로 통하는 입구 세 곳중 두군데가 이미 접근조차 하기 힘들정도로 잘도 타고 있더란다. 후후. 한 마디로 나 혼자서 두개 중대 200명의 병사들을 모조리 작살낼뻔 했다는 소리 다. 우에…. 난 고의가 아니었다고! 거기다 불이 났는데 다들 뭐한거야? 왜 내탓만하냐고! 우씨! 하여간 덕분에 여기서 8km쯤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화격단 중대까지 끌고온덕에 불길을 잡을수 있었다. "마마 덕분에… 이곳 기지는 버려야게군요." "왜?" "이런 일을 벌여놨는데 여기 계속 있을수 있겠습니까? 당장 내일이라도 근처 영주들이 조사단을 파견할겁니다. 갑자기 불이 나고 또 갑자기 꺼졌으니…. 하여간 이곳은 포기하고 병사들은 다른 지역으로 돌리도록 하죠." "……" 난 아무말도 못했다. 솔직히 내 앞에 서서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날 노려 보고 있는 근 삼백에 가까운 병사들 - 그중에는 콜록거리거나 정신을 잃은 환자들도 끼어있다 - 앞에 서있다보니 할말이 있어도 못하는게 당연하지. 우 우. 거기다 대부분 불길에 쫓겨서 도망치듯 빠져나온터라 무장도 엉망이었고 말이야. 흠흠. 하여간 그렇다해도 일은 해야지. 일은. "흠흠. 크렌. 이곳말고 다른곳에서 무기와 식량을 조달받을수 있는곳 있어?" "이 일대에서 이 기지가 가장 많은 물자를 적재했던 곳입니다. 다른 지역에 서 받을려면 최소 3일은 걸릴겁니다." "그래? 흐음…. 그렇다면 할수 없지. 덴에게 연락은 받았었겠지?" "예. 마마.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그래도 할수없어. 우선 장비를 모아서 1개 중대라도 무장시켜봐. 나머지는 근처 다른 지역으로 분산시키도록 하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마마." 좀 찔리긴 하지만 말이야. 일은 일이라고. 흠흠. 거참… 날 노려보는 눈빛이 살벌하다 못해 무서울정도다. 잘하면 폭동이라도 일으킬것 같은 눈빛들이야. "크렌…" "예? 마마" "이번일… 끝나면 특별수당 마련해줄께. 참가하는 중대에 월급의 두배를 하 사한다." 귀를 쫑긋거리는 병사들. 후후후. 역시 세상은 돈이야! 단번에 눈빛이 바뀐 다. 오호호홋! 이로써 일에는 지장이 없겠구나. 그리고 나를 물먹인 아르케네 스! 어디 특별예산이라도 짜보라고! 죽어봐라! 우후후. 덴의 지령서는 이미 아침나절에 도착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원래는 세명이 었지만 이제는 둘로 줄어든 - 한명은 연기를 너무마셔서 아직까지도 오락가 락한다 - 정보부 출신 요원들을 앞세우고 나와 화격단 1개 중대는 도둑 길 드에서 구입하고 정보부에서 확인한 자료를 토대로 전 국왕을 암살한 무리를 잡으로 출발했다. 원래는 3개 중대가 가기로 했었는데… 쯧.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그쪽 조직 - 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왕을 암살할정도 면 일개인정도로는 불가능하다 - 역시 사람들 눈을 피해서 생활할게 뻔하기 에 나와 내 군대 역시 인적이 드믄 숲이나 언덕등을 타고 이동해야 했다. 나 야 말을 타고 있으니 그나마 나았지만 중무장을 한채 속보로 걷고 있는 병사 들은 겨우 두어시간만에 완전히 녹초가 다되었다. 난 말을 멈춘뒤 잠시 휴식 을 명했고 그다음 크렌을 불러왔다. "여기서 얼마나 걸리지?" "대충 10km쯤 진군했으니 제대로 왔다면 앞으로 두시간안에 도착합니다." "그래? 그럼 10분간 쉰뒤에 다시 이동한다. 낙오하는 병사가 없도록 잘 살펴 봐. 알았지?" "화격단에게 이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걱정마십시오. 마마." 흠. 뭐… 크렌이 그렇다니 그런거겠지. 뭐… 밑에 있는 부하들이 알아서 다 해주니 나야 그냥 고마운 마음으로 잘만 써주면 그만이니까 말이야. "휴식 끝! 이동한다! 어서 일어나! 중대장! 소대장! 낙오하는 병사가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도록!" "꾀 부리지 말고 어서 일어나? 이 망할 자식들아!" "야간 행군은 지겹도록 해봤잖아! 어서 안일어나? 앙?" "죽는다고 말해봐라. 진짜 죽여주마!" 노련한 그리고 실력있는 장교들인 소대장들은 적절한 주먹질, 발길질등과 협박, 욕설을 무기로 효과적으로 병사들을 통솔했다. 밍기적 거리면서 앓는소 리를 하던 병사도 소대장이 엉덩이를 걷어차면 단번에 뻣뻣하게 일어서서 즉 시 출발할 태세를 갖춘다. 후후. 난 말위에서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앞으 로 내리면서 말했다. "출발" "출발! 5소대 척후. 10소대 후위. 대열은 2열 종대! 어서 움직여!" 내 앞으로 한무리의 병사들이 지나갔다. 그리고 우리들이 걸어온 뒷쪽으로 도 약간 떨어진 곳에 병사들이 이동했다. 그렇게 앞뒤로 병사들을 내보낸 중 진은 빠른걸음으로 행군을 개시했다. 우리가 행군하는동안 작은 사건 하나가 있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별탈 없이 목적지 근처까지 도착할수 있었다. 작은 사건? 쇠스랑과 밭에서 쓰는 큰 포크, 그리고 조잡해 보이는 단검등을 들고 튀어나온 일곱명의 간이 부은 산적들 이야기다. 아마도 먹고 살긴 힘들고 돈되는 곳에는 다른 조직 - 주로 화격단들 - 이 죄다 꿰차고 있어서 이런 사람도 안지나가는 오지로 밀려난 산적 부스러기 같았는데 우리가 척후 소대만 횃불을 들고 달려가다보니 소수 의 여행자인줄 알고 달려든듯 하다. 그들은… 지금 속옷차림으로 벌벌 떨면 서 우리들 뒤를 따르고 있다. 싸우기도 전에 무장한 병사들을 보고 두손 번 쩍 드는 녀석들이었으니 뭐… 죽일정도는 못되고 말이야. 가다가 근처 도시 나 마을에 산적질 한놈들이라고 말하고 가져다 버릴 생각이다. 이 화격단의 중대장인 잭 드와이스는 그녀석들을 발가벗겨서 쫓으려고 했는데 말이야. 사 람이 좀 인정을 베풀어야지. 최소한 속옷은 입혀줘야 할거 아니겠어? 속옷조 차 없으면 얼마나 춥겠어. 안그런가? 하여간 별다른 문제 없이 우리는 적들이 모여있다는 폐성에 도착할수 있었 다. 한때 잘나가던 세력가의 성이었던 석조성은 100여년전에 반란으로 귀족 일가가 모두 처형당한뒤 버려졌던곳인데 그놈들이 슬쩍 들어앉아서 쓰고 있 다고 한다. "크렌. 놈들은?" "우리측 요원들의 말에 따르면 적의 숫자는 대략 10~20명 수준이라고 합니 다. 그리고 북쪽과 동쪽 성벽이 무너져 있어서 쉽게 침입할수 있을거라고 하 더군요. 워낙 오랫동안 방치된데다가 별다른 보수 작업도 없었던지라 주로 실내전이 될듯합니다." "그래? 그렇다면 역시 머릿수로 미는게 좋겠지?" "아마도요. 특별히 계획세우고 자시고 할것도 없겠더군요." "그래. 좋아. 그렇담 여기서 잠시 쉬고 바로 쳐들어가도록 하자고. 될수있는 한 생포하도록 하고 반항하면 죽여도 좋아." "예. 마마. 장교들에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게 대답한 크렌은 이내 부하 장교들과 병사들쪽으로 갔다. 그동안 난 로 브를 벗어던진뒤 말등에 얹혀져있는 나무 상자를 내렸다. 작고 촘촘하게 짜 여져 있는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체인메일 셔츠를 웃옷위에 껴입고 바지형태 로 된 체인메일 래깅스를 끼워입은뒤 벨트에 고정시켰다. 그리고 그위에 브 래스트 플레이트 아머를 껴입었다. 이것을 입는 동안에 등뒤로 손이 닿지않 아서 다른 병사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다른건 나 혼자서도 할수 있다. 정 강이를 보호해주는 철제 래깅스를 차고 가죽 부츠를 벗어던진뒤 강철로 보강 된 전투용 철제 부츠를 신었다. 그리고 앞부분이 십자 형태로 뚤린 둥그런 투구를 쓴 뒤 헤쉬케린 늙은이에게 고가로 사들인 목걸이와 작은 은반지를 각각 목과 팔에 찼다. 그리고 팔꿈치까지 올라오는 철제 건틀렛을 찼다. 그러 고 나자 준비가 다 끝났다. 아! 내가 쓰는 두개의 강철단봉이 빠졌군. 난 상자에 손을 넣고 검손잡이처럼 생긴 단봉 두개를 꺼내들었다. 검날 부 분이라 할수 있는 육각형의 쇠봉은 보기엔 별로지만 나같이 힘이 좋은 인간 - 물론 내수준의 근력을 자랑하는 인간은 단연코 없다. 단 한명도! - 들이 쓰기엔 좋다. 끝부분을 원추형으로 깎아놓아서 찌를수도 있고 왠간한 검이나 도끼와 부딪쳐도 자그만 흠집정도밖에 안날 두터운 쇠봉이기에 이보다 내게 어울리는 무기도 없다. 두개의 무게만 20kg가까이 나가는 녀석이나 나 이외 엔 제대로 들고 휘두르는것도 불가능하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마른 고기 - 맛없어!!! - 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난 뒤 푹 쉬었다. 그리고 크렌은 내게 신호를 한뒤 병사들을 이동시켰다. 하품이 나 쩍쩍해대고 투덜대기만 하던 쓸모없어 보이는 병사들이 어느새인가 발소 리조차 잘 안들릴정도로 고도의 정숙성을 보이면서 몸을 낮춘채 폐성쪽으로 향한다. 휴… 크렌 녀석 대단하잖아? "감탄만 하고 있을때가 아니지" 난 그 병사들의 뒤를 따라서 숲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사삭. 사사삭…. 근 100명이 가까운 이들이 움직이는데도 아주 미약한 소리 밖에 안난다. 오히려 내가 입고 있는 체인메일이 더 큰 소리를 낸다랄까? 이 거 괜히 짐만 되는게 아닌지 몰라. 역시 정숙성을 요하려면 가죽갑옷류를 입 어야 하는거였는데 말이야. 흠…. 하여간 성에서 대략 20m쯤 까지 조용히 이 동하고 나자 반쯤 부서진 성벽 위와 폐성 앞마당에 모닥불을 피운채 졸고 있 는 두무리의 사내들이 보였다. 그리고 크렌이 중대장에게 손짓으로 무언가 명령을 하자 이내 각 소대당 대여섯명이 앞으로 나서면서 등뒤에서 반원형의 물건을 꺼낸다. 활? 크기가 작은걸 보니 숏보우류인가보군. 투둥. 퉁. 하프 현 이 튕겨지는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적들은 각각 7~8발씩 날아오는 화살 을 봐야했다. "크악…" "꺼어억…" 성벽위에 몸을 내놓고 있던 자들과 아래서 불을 쬐고 있던 적들이 순식간에 몸에 다섯발이상의 화살을 꼽은채 그대로 쓰러졌다. "중대 돌격! 각 소대장의 명에 따라 돌격한다! 선두 5소대!" "젠장! 매번 우리야! 소대 돌격한다! 뒤쳐지는놈은 내가 엉덩이에 친히 단검 을 꼽아주마!" "우와아아아악!!!" 고함인지 비명인지 구분하기 힘든 함성을 지르면서 5소대가 뛰어들어간다. 그리고 그뒤를 따라서 다른 화격단 소대들이 뒤따랐고 다른 방향에서도 세개 소대가 무너진 성벽틈을 따라 성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나도 크렌과 1개 소대 병사들을 데리고 안으로 뒤따라 들어갔다. 내가 들어가보니 이미 외각의 적들은 모조리 처리된 상태였다. 나와 크렌이 성벽을 넘어 성의 저택입구에 도착하니 다른 소대와 함께 돌격했던 중대장이 우리쪽으로 뛰어왔다. "적 13명중 사살 7명 포로 6명입니다.! 아군 피해는 사망 1인. 부상 6명입니 다. 명령을!" "입구는 발견했나?" "예! 포로들의 말에 따르면 정문쪽은 통과가 불가능하고 뒷쪽으로 돌아가면 돌벽사이에 비밀문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 두개 소대는 외부에서 경계를 한다. 포로들은 끌고가서 심문해야 하니 죽이지 않게 잘 다루도록 하고 나머지 병사들은 나와 같이 성안으로 돌입한 다. 크렌" "예! 마마." "잘지켜." "하지만… 괜찮으시겠습니까? 제가 가도 되는데요." "됐어. 그래도 명색이 두목인데 저쪽 두목 면상이라도 봐줘야 예의지. 자 가 자!" "옛!. 1소대와 2소대는 외각을 경계한다. 부상자와 포로를 잘 돌보도록! 나머 지는 이동한다! 모두 이동!" 중대장의 명령에 따라 병사들이 착착 움직였다. 난 크렌을 밖에 놔둔채 잭 드와이스라는 중대장과 함게 성의 뒷쪽으로 - 볕에 들지않는 북쪽 - 향했다. 그곳에 가보니 과연 포로들의 말처럼 비밀문이 있었다. 겉보기엔 돌벽이지만 슬쩍 밀어보니 안쪽으로 열린다. 안이 어둡군. 이제… 들어가봐야겠지? "돌입한다! 5소대 앞으로!" "또야? 아~ 정말! 소대 앞으로! 젠장! 한번죽지 두번죽냐?" "으아아…" "꾸물대지말고 빨리 못들어가? 엿같으면 니가 중대장 하던지!" …뭐랄까? 계급체계의 폐단을 보는듯한 기분이다. 하여간 내 앞으로 서른명 쯤 더 안으로 들어간뒤 나도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내뒤로도 줄줄히 병사들 이 쫓아들어왔고 난 앞서가는 병사의 뒷통수만 따라서 달렸다. 탁탁탁. 복도는 어두운 편이었지만 안으로 뛰어든 병사 두명중 한명이 횃불이나 랜 턴을 들고 있어서 어둠이 시야를 가려주지는 못했다. 그렇게 앞서서 뛰어간 병사들의 뒤를 따라가던 난 병사들이 복도에 모여있는걸 볼수 있었다. 그들 이 서있는 앞쪽으로는 세방향으로 나있는 복도가 보인다. 아마도 어느쪽으로 수색을 할것인지 정하는것 같았다. 중대장은 아직 뒤쪽에 있으니 우선 내가 나서려고 했는데 네명의 소대장들이 모여서 쑥덕거리고 있다. "역시 좌우는 한소대씩 맡고 나머지는 직진하는게 좋겠지?" "그래. 그럼 왼쪽은 3소대. 오른쪽은 7소대가 맡고 정면의 선두는 5소대로 하 자." "아씨! 왜 또 5소대야? 내 소대가 그렇게 만만해? 앙? 중대장도 그러더니 말 이야. 같은 소대장끼리 이래도 되는거야? 응?" "엿같으면 일찍들어오지 그랬냐?" "맞아. 그러게 누가 늦게 들어오래? 하여간 그렇게 결정난거다. 자! 이동한 다!" "에이! 썅! 정말 내 더러워서…. 뭐해? 빨리 선두로 나가! 멍청이들아!" 군대라는곳… 무서운데구나. 하여간 좌우로 1개 소대씩 빠져나간뒤 5소대를 필두로한 다른 소대 병사들은 앞서서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전방 병사들과 약 간 거리를 벌린채 뒤따라갔다. 그렇게 막 선두가 왼쪽으로 꺾이는 통로로 들 어섰을 때였다. 타닥… 퍼억! "아아악!" "맞았어!" "살려줘!" 앞서서 돌던 선두의 소대 병사들중 두세명이 쓰러졌고 멀쩡한 자들이 그런 동료들을 급히 끌어당기면서 돌아서 도망왔다. "뭐야? 어떻게 된거야?" "무슨일이야?" "젠장! 저자식들이 활을 들고 있다! 방패 가진놈 없냐? 빌어먹을! 만물상이라 고 자랑할땐 언제고 화살막을 방패조차 지급을 안하는거야? 망할!" 저 5소대 소대장인지 하는 인간 꽤나 쌓인게 많은가보네. 아직도 꺾여진 벽 쪽에서는 화살이 간간히 날아들며 타닥 하는 소리가 났다. 난 웅성대는 병사 들을 헤치고 앞쪽으로 다가간뒤 부상당한 병사들을 지나쳐서 몸을 낮춘뒤 모 서리 밑쪽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어두컴컴해서 안보여. 그나마 등뒤에서 비치 는 빛 덕분에 흐릿하게 저멀리 무언가를 쌓아놓은듯한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적이 몇인지 어느정도 화력인지는 알아보기 힘들다. 난 고개를 돌린뒤 랜턴 을 들고 있는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랜턴가져와. 촛불로 된거 말고. 기름등잔으로 된걸로. 어서!" 일반 병사들과 틀린 중갑을 입고 있는 내 명령에 병사들중 몇명이 서너개의 랜턴을 들고 왔고 난 그중 하나를 들고 가만히 기다렸다. 타악…. 타닥. 세개 의 화살이 시간차를 두고 날아온다. 저쪽도 우리쪽을 못보니 그저 무작정 화 살을 날리는것 같은걸? 자… 기다리고… 탁. 이때다! 난 몸을 내밀면서 손에 든 랜턴을 힘껏 던졌다. 출렁거리면서 미약한 빛을 발하는 랜턴은 당장이라 도 꺼질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다행히 바닥에 떨어질때까지 빛을 발하고 있었 다. 그리고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부딪친 랜턴이 산산히 부서졌고 이내 바닥에 흥건히 묻은 기름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화르륵…. 왠지 오늘 불과 아주 친해진 기분인걸? 어디보자. 하나…둘…셋…. 흠 다해서 여섯명정 도인가? "적은 여섯. 놈들앞에 상자와 푸대자루가 쌓여있다." "활가진 놈들은 다 나서! 어서! 왕비마마 뒤로 물러서십시오. 전투는 저희가 합니다." 중대장 잭이로군. 벌써 온거야? 흠…. 하지만 나도 싸울수 있다고. 난 고개 를 저은뒤 벽에 찰싹 달라붙었다. 이미 부상자들은 다른 동료에 의해서 뒷쪽 으로 물러섰고 손에 활을든 수십명의 병사들이 화살을 매기고는 줄줄이 늘어 선다. 그리고는 단번에 세명씩 뛰어나가더니 화살을 쏘고 바닥에 엎드렸다. 투두둥…. 앞서 엎드린 병사들은 그대로 앞으로 기어가기 시작했고 뒷열의 병사들이 또다시 뛰어들며 화살을 날린뒤 엎드린다. 호오… 체계적인걸? 그 렇게 20명쯤이 울퉁불퉁한 바닥을 기어갔고 그들 뒤에서는 화살을 든 병사들 이 지향사격으로 마구 화살을 날려댔다. 간간히 날아오던 상대쪽 화살도 어 느 순간 뚝 끊겼다. 고개를 빼꼼히 내민채 보고 있던 난 앞서서 기어가던 병 사가 손을 들어 흔들어대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자 내 옆에 주르르 늘어서서 화살을 쏴대던 궁수들이 활을 내리고 검을 치켜들기 시작한다. "와아아아!" 열심히 기어가던 병사들이 단번에 일어서면서 안쪽으로 달려들어갔다. 무기 부딪치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울려퍼졌고 뒤에서 대기중이던 병사들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앞서 달려간 병사들의 뒤를 따라갔다. 이에 나도 그들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등뒤에서 중대장의 외침이 들렸지만 무시! 겨우 1~2초만에 10m에 달하는 긴 복도를 주파했다. 바로 코앞에 내가 던져 놓은 불타오르고 있는 기름등이 보인다. 앞서서 뛰어가던 병사들은 그 불길 위를 뛰어넘어갔고 나 역시 뒤따라가면서 뛰어넘었다. 쿵. 아야! 천정에 부딪 쳤잖아! 우앗! 떨어진다아! 쿠웅…. 젠장. 제대로 넘지도 못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파…. 앞으로 뛰어야 했었는데 위로 뛰어버렸어… 크으. 하여간 잽 싸게 일어선 난 적들이 쌓아놓은 상자들을 향해 발길질을 가했다. 콰아앙~ 단번에 상자들과 푸대자루들이 비산하며 날아갔고 복도가 뻥 뚤렸다. 훗. 이 정도 쯤이야. 난 한때는 넓은 홀이었을 폐허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죽어! 죽어!" "셋! 셋씩 상대해!" "배를 갈라버릴테다! 개자식들아!" "모가지를 따버려!" "쿨럭… 엄마아아…" 안쪽에서 저항하던 적중 하나가 쓰러지자 병사 셋이 달려들어 그자의 등에 숏소드를 세자루나 꼽아넣었다. 그것으로도 모자른지 확인삼아 두세번씩 더 찔러넣은 병사들은 적이 축 늘어지자 다른 동료들 쪽으로 뛰어갔다. 이거… 내가 할일은 없겠잖아? 방안의 적들은 대충 열서넛쯤 되어보였지만 대부분 둘셋씩 흩어진채 포위된 상태였다. 거기다 병사들은 적 한명당 세명씩 달려 들어서 확실하게 목숨을 끊어 나갔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적들은 하나둘 씩 쓰러져나갔다. 마지막 적이 쓰러졌을때였다. 갑자기 우리들 머리위에서 펄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나와 몇몇 병사들이 위를 올려다보자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역시나 검은 망토를 흩날리면서 위에서 떨어져내렸다. 그것도 1~2층 높이가 아니라 검은 하늘이 보이는 부서진 지붕위에서 뛰어내린듯 했다. 쿠우우웅…. 그자는 육중한 소리를 내면서 지면에 착지했다. 바닥이 출렁거리면서 흔들렸고 그자 가 뛰어내린 지점의 바닥이 약간 움푹 파고들어갔다. "큭큭큭. 쥐새끼들이 죽을려고 발악을 하는군." "누가 쥐새끼인지는 두고봐야 알겠지? 공격해!" "우와아!" 병사들이 달려들었다. 검을 든자들이 그자의 사방에서 뛰어들면서 찔러들어 갔다. 푸욱… 퍼억. 단번에 여덜개의 검이 그자의 몸에 박혔다. 뭐야? 저녀석 말뿐인거잖아? 시시하… "큭? 겨우 이정도냐?" "어어억?" 그 검은 옷의 사내가 손을 뻗더니 자신의 가슴에 검을 박아넣은 병사의 머 리를 움켜쥐었다. 퍼억…. 우지직. 그 병사가 쓰고 있던 철제 투구가 우그러 지면서 피와 뇌수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무…물러서! 저자식… 정체가 뭐야?" "으아아…" "괴물이다!" "안죽다니…" 병사들이 단번에 패닉상태에 빠졌다. 그 검은옷을 입은 사내는 검을 내던지 고 뒤로 물러서는 병사중 하나를 쫓아가더니 손을 뻗었다. 퍼억. "커어어…" 그의 손이 병사의 가슴을 뚫고 들어갔다. 등의 갑옷을 뚫고 나온 붉은 손… 쳇. 차라리 빛이라도 없었다면 이 나조차도 두려움과 역겨운 감정이 드는데 다른 일반 병사들이야 보나마나겠지. 내 생각대로 그렇게 통제가 잘되고 사 기가 높던 병사들이 단지 인간이 아닌 괴물이 출현했다는 것 때문에 단번에 사기가 뚝 떨어진채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뭐… 하긴 나로서는 이쪽이 더 좋지만 난 허리춤에서 단봉을 양손에 꽉 쥔뒤에 그자에게 달려갔다. 내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모습을 보며 씨익 웃던 -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 그자는 병사의 시체를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내가 단봉을 휘두르자 왼팔뚝을 들어올렸다. 아마 검이라고 생각했겠지? 미안하지만 그게 아닌걸? 퍼억… 빠직. 우지직…. 뼈와 근육이 부서지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온힘을 다해 후려친 덕분에 단번은 팔 뚝을 뭉개버리고도 모잘라 단번에 그자의 가슴까지 후려쳤다. 뻐어억…. "크어어억…" 주르르륵… 쿠웅. 뒤로 날아간 그자는 그대로 쓰러지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인간이었다면 충분히 중상이었겠지만 저놈은 온몸에 검을 꼽고도 멀쩡하던 자식이다. 방심할수야 없지. "크으윽! 겨우 인간주제에!" "그런 넌 인간이 아니냐? 웃기는 놈이로군" "크오오오오!!!" 어…어라? 인간이 아닌가본데? 놈이 일어섰다. 그리고는 갑자기 인상을 쓰 면서 몸을 굽히기 시작했다. 찌지직… 그자가 입고 있던 옷의 뒷쪽이 찢어지 면서 털이 북실북실한 등이 나타난다. 거기다 놈의 팔다리도 불끈거리면서 근육이 생겨내가 시작했고 주욱 늘어났다. 발은 마치 개나 말의 뒷다리처럼 구부러졌으며 온몸에 털이 돋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자의 턱과 코가 앞으로 튀어나오면서 늑대의 주둥이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새하얗던 치아는 길쭉한 송곳니로 변하기 시작한다. "큭큭… 카르르… 인간… 찢어버릴테…" 콰아앙! 날 찢어버린다 어쩐다 하는 놈의 턱주가리를 단봉으로 올려쳤다. 단번에 놈이 위로 튀어올랐고 공중에서 바둥거리는 놈이 떨어지자 반대쪽 봉 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퍼억! 그놈의 몸이 빠르게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콰 아아앙…. 우르릉…. 이거 무너지는거 아닌지 모르겠네. 흠…. 그런데 별다른 타격은 없었나본걸? 몸을 최대한 굽힌채 벽에 쳐박혔던 놈은 이내 툭툭 털고 는 벽에서 뛰어내려와 몸을 굽히는게 아닌가? "크르…. 감히 변신중에 공격하다니! 괘씸한 계집!" "어라? 내가 여자인건 어떻게 알았데? 목소리로?" "냄새로 알았다. 계집! 어디서 힘좋다는 소리 좀 들었는지 몰라도 내겐 소용 없지! 죽인다!" 파앗. 놈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난 반사적으로 오른쪽으로 힘껏 뛰었고 방금 전 내가 있던곳을 보니 놈의 육중한 체구가 바닥을 후려갈기고 있다. 콰앙! 이거 손해잖아! 젠장할! 저놈은 맞아도 아무렇지도 않은건가? "활 가진 놈 앞으로! 조준사격!" 투둥…퉁. 갑자기 그놈에게 화살이 날아들었다. 호! 저 표식은 5소대장인가 뭔가 하던 인간이잖아? 우아앗! 나한테도 날아온다! 멍청이들! 난 급히 화살 을 피해 그놈에게서 멀찍이 물러섰고 양팔로 눈과 가슴을 가린 놈은 단번에 고슴도치같은 형상이 되었다. 하지만… "크르륵! 캬아아!!" "으아아아아아…" "피햇!" 퍼거걱. 보통사람보다 배는 커보이는 놈이 몸을 쫙 펴며 가까운 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 단번에 사방에 피가 튀면서 살점과 팔다리가 허공으로 비산한다. "빌어먹을! 모두 비켜! 내가 상대한다!" 솔직히… 저런 괴물과 싸우기 싫었지만 암만봐도 저놈을 상대할만한 사람은 나뿐인것 같았거든. 체에. 난 즉시 몸을 날려서 병사들을 해체하고 있는 놈에 게 달려들었다. 부우웅…. 내가 날린 단봉이 바람을 가르며 놈에게 휘둘러졌 다. 그놈은 그런 날 보더니 양팔을 뻗어서 봉끝을 붙잡으려 했다. 퍽! 지이이 익…. 막혔다? "크어어!!! 망할 계집!" "왜? 개대가리야!" "뒈져라!" "너나 뒈져!" 파앙. 놈이 두손으로 단봉을 쳐내고는 20cm는 될법한 긴 손톱으로 날 후려 치려 했다. 이에 난 뒤로 펄쩍 뛰면서 단봉끝을 앞으로 찔렀다. 덕분에 놈의 오른 손바닥을 꿰뚫을수 있었지만 1.8m는 되어보이는 놈의 왼손까지 피하지 는 못했다. 까강. 가가가각…. 가슴쪽에서 불똥이 튀었다. 뒤로 물러서면서 보 니까 강철판이 그대로 뜯겨져 나가있다. 거기다 조금씩 쓰라려 오는걸 보니 속에 입은 체인메일도 뜯겨져 나간듯했다. 이건 완전 손해라고! 난 데미지를 못주는데 저놈에게 제대로 맞으면 난 그대로 죽잖아! 놈의 오른손은 거품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재생중? 그때였다. 갑자기 놈의 등뒤에 빛이 나는 화살이 날아들었다. 타닥. 탁. "크아아앗! 이 쥐새끼들이!!!" 갑자기 놈이 등을 돌린다. 놈의 등을 보니 기름을 잔뜩 먹인 천을 감아둔 화살이 박혀있었다. 일반 무기나 화살에는 반응도 안하던 놈이? 불인가? "죽여버린다!" "너나 죽어!" 파앙! 난 온힘을 다해서 바닥을 박차고 뛰었다. 덕분에 바닥이 약간 부서져 내렸지만 내것도 아니라고. 불화살을 날린 병사들을 향해 뛰어들려던 놈은 내가 머리위쪽에서 뛰어내리자 당황한 얼굴 - 개머리로 이런 표정을 지을수 있다는건 처음 알았다 - 로 날 올려다본다. 난 양손의 봉을 휘둘렀다. 퍼억! 콰득!. 오른팔의 단봉이 놈의 어깨 근육을 휘저으면서 뚫고 나왔고 왼팔의 단봉은 놈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크어어억…" "허억…허억… 죽어버려!" 난 단봉하나를 버리고 오른손에 들린 봉을 양손을 잡았다 그리고 모로 쓰러 진 놈에게 머리쪽으로 다가가 머리위로 높이 들어 올린뒤 있는 힘껏 내리쳤 다. 콰드득…. 웃. 이건 마치 사과를 나무 방망이로 후려친듯한 몰골이잖아. 에이… 찐득찐득한 피와 살점이 온몸에 묻어내렸다. 헌데…. 머리가 아작난 놈이 아직도 꿈틀거린다. 정말 징그러운 자식일세! "기름 가져와! 아무거나! 끼얹어서 불태워버려! 당장!" "기…기름을!" 펄떡거리면서 일어서려고 하는 그 놈에게 병사들이 몰려들어서는 가지고 있 는 기름을 몽땅 쏟아부었다. 그리고 멀리서 활을 든 병사가 불화살을 한대 날리자 10초도 되기전에 놈의 몸엔 온통 불이 붙은채 바닥을 굴러다닌다. 정 말 질긴 생명력이야. 질릴정도로…. "끼에으오오오오…" 성대가 날아가버린 괴물은 괴상하고 끔찍한 비명을 지르면서 몸에 붙은 불 을 끄려는것처럼 바닥을 뒹굴거리면서 굴러다녔다. 조금은… 불쌍하다. 놈이 완전히 멈춘건 불이 붙고도 무려 30분이나 지난뒤였다. 보통 인간이었 으면 오래전에 죽었을텐데도 끈질기게 살아서 꿈틀거리던 녀석은 결국 한덩 어리의 시커먼 고깃덩어리가 될때까지 버티다가 죽었다. 솔직히… 저런놈은 상대하고 싶지않아. "수색이 끝났습니다. 마마." "응. 그래. 특별한거 없지?" "포로 세명을 더 잡은것과 서류 몇장을 압류한것 외엔…" "그래. 나가자." 난 아직도 주변 수색을 하는 몇개 소대 병사들을 뒤로 한채 우리가 들어왔 던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뭐하는 놈들인지는 알수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보통의 인간뿐만 아니라 괴물놈들도 섞여있다는 것이다. 저런 괴물이 수 백 아니 수십만 되도 굉장히 끔찍할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마도 전 국왕폐 하를 암살한건 저런 괴물놈일것이다. 검에 찔리고 화살을 맞아도 멀쩡히 돌 아다니고 무시무시한 힘에다 눈에 보이지 않을정도로 빠른 몸놀림. 최악이다. 돌아가자마자 당장 대책을 강구해야겠어. "응?" "왜 그러십니까?" "아니… 아니야." 누군가 머리위에서 날 노려보는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흠… 구멍난 천정 위로 작은 별들이 반짝거린다. 신경이 너무 예민해졌나봐. 솔직히 이렇게 기 분 나쁜곳에 더 있고 싶지 않다. 어서 나가야지. 난 발걸음을 재촉했다. 몇몇 병사들과 함께 난 밖으로 나왔다. 동쪽 하늘이 푸른빛을 띄는걸 봐서 새로운 날이 시작되는듯 하다. 매일 이모양이니… 휴우…. 나도 남들처럼 낮 에 일하고 밤는 편히 쉬고 싶다. 응? 그런데… 어두워서 그런가? 왠지 병사 들 숫자가 좀 많은듯…. "마…마마. 사방에…" 푸르릉…. 무너진 성벽너머로 수십은 될법한 기마병이 보였다. 거기다 그나 마 멀쩡한 성벽위와 성벽 너머에도 체인메일이나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기사 와 병사들이 보였다. 또한 성벽위의 병사들은 대부분 장궁을 들고 있었고 그 들은 성벽너머가 아닌 성벽안쪽, 그러니까 내쪽을 향해 활을 겨누고 있다. 이 게 도대체…. 어엇? "근위대?" 크레센트 왕국 근위대다! 왕실 문장을 군의 깃발로 쓸수 있는 부대는 그 부 대뿐이니까. 내 예상이 맞았는지 왕실 깃발을 든 기사 무리가 무너진 성벽너 머로 모습을 드러내더니 이내 안쪽으로 들어온다. 다각.다각. 거기다 그들 뒤 로는 양손을 높이 들고 있는 크렌과 그 부하들이 뒤따라 들어왔다. 무장을 빼앗긴걸 보니 포로가 된것 같다. 이게… 어떻게 된일이지? 그때 기사무리 안에서 한명이 말을 몰아 앞으로 나오더니 바로 내앞에 말을 멈춘뒤 투구의 바이져를 위로 올렸다. 드러난 그의 얼굴을 본 나는 나는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다. "끄응…" "보기 좋군. 아넬리안." "폐하…" 빌어먹게도… 내앞에 말을 타고 있는 사람은… 이나라의 국왕인 로이드 1세 였다. 그뒤 화격단 병사들은 모두 양손을 높이 들고 항복했으며 난 로이드에게 손 이 잡힌채 질질 끌려갔다. 그렇게 숲을 지나 밖으로 나오자 수십개는 될법한 커다란 막사들이 죽 늘어서있다. 언제? 그리고 어떻게? "우선… 씻지 그래? 그 몰골은 과히 보기 좋지 않으니까. 요즘… 당신 피에 절어 사는것 같군" "…씻고 오도록 하죠" 국왕의 막사까지 끌려들어갔던 난 그의 손을 쳐낸뒤 밖으로 뛰쳐나왔다. 곧 이어 나를 위해 작은 막사가 만들어졌고 이내 거기에 뜨거운 물이 가득 들어 있는 욕조가 올려졌다. 후훗. 영광이로군. 국왕폐하의 욕조를 다 사용하고 말 이야. 난 물동이에 물을 한껏 퍼올린뒤 그대로 옷을 입은채 머리위로 쏟아부 었다. 촤아아악…. 조금 뜨겁다. 에이! 물 온도도 제대로 못맞추는거냐? "휴우…" 하긴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우선은… 씻고보자. 아까부터 찝찝해 죽을것 같았으니까! 구석구석까지 깨끗하게 씻고 로이드가 보내온 드래스를 껴입은 난 천막 밖 으로 나오기전 내가 입고 있던 브래스트 플레이트를 들어올렸다. 강철판 위 에 네가닥의 길고 두터운 선이 나있다. 그것도 갈라진 모습이 아니라 누군가 잡아 뜯은듯한 몰골이다. 물론 나도 이정도는 할수있지만…. 맨손으로 했다간 손마디가 부러질거야. 후우…. 이런 괴물과 싸워야 하는건가? 내키지 않는 걸…. 걱정이다. 걱정이야. 다시 로이드에게 돌아갔다. 그는 이미 갑옷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있 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이쪽이 훨씬 어울린다. 기사들이나 입는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있는 로이드는… 왠지 안어울린다. 피식…. "뭐가 웃겨?" "아니에요. 별거" "그래? 흠… 하지만 난 지금 별로 기분이 안좋아. 내 아이의 어머니이자 내 부인인 왕비가 개인 사조직에 군대까지 거느리고 야밤에 정체모를 적들과 전 투를 벌였더군." "그건…" "아아. 크렌경에게 대충 듣기는 했지. 내 아버지의 원수를 찾았다는것과 독단 적으로 개인 조직을 이끌고 이곳으로 몰려와서 격전을 벌였다는것 말이야." "그렇다면 상대가 보통 인간이 아니라는것도 알겠군요. 폐하" "글쎄…. 믿어야 할지는 조금 의문이지만…. 검과 활이 안통하고 오직 불로써 만 죽일수 있는 늑대같이 생긴 괴물이라…. 후훗. 마치 고대에 나돌았던 몬스 터 같군.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가끔 오지에서 모습을 보이는 괴물들 말이 야. 하지만 그런 괴물들은 보통 지능이 없는게 보통인데 그대들의 말을 들어 보니 마치 인간처럼 지능적이고 조직적이야.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모르 겠어." "중요한건 전 국왕폐하께서 그놈들에게 암살당하셨다는거죠. 안그런가요?" "그래… 그렇군. 이 건에 대해서는 내가 알아서 하도록 하지. 하지만 당신도 각오하는게 좋을거야. 나도 모르게 군을 조직하다니. 대충 훓어봐도 상당히 단련된 병사들이었어. 내가 이끌고 온 병사들과 비교해봐도 훨씬 훌륭해. 어 떻게 그렇게 단기간동안 이만한 숫자의 병사들을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겠지 만… 그것도 이제 끝이야." "……" "감히 왕을 능멸하고도 처벌받지 않을거라 생각한건 아니겠지? 여기서 붙잡 은 자들을 제외하고도 그대의 병사라고 밝혀진 놈들을 이백명이나 더 체포했 다. 그쪽은 다행히 무장하지 않아서 손쉽게 붙잡아 들였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지금 국왕폐하께서 끌고온 병력의 서너 배는 되는 병사들이 내 휘하에 있다고 밝혀야 할지 고민이로구나. 어디보 자… 한번 초강수를 두어볼까? "겨우 이백명뿐이었나요? 아쉽군요 폐하. 제 휘하의 사병은 최소 육천 이상. 그것도 전국 각지에 퍼져있죠." "…뭐?" "폐하께서 의기양양해 하시면서 붙잡은 부대는 겨우 말단의 몇몇 조직일뿐이 에요. 그리고… 각 지방 영주군들과 중앙군 일부에도 침투해있어요. 실제적인 세력은 그보다 더 넓지요. 이것이 제가 2년동안 일궈낸 성과에요." "…왜 그런말을 지금하는거지? 지금 당신이 처한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어? 내 명령 한마디면 당신은 여기서 목이 잘릴수도 있다고!" "죽이세요. 제 목숨을 당신의 손으로 거둬가세요. 하지만 덴 이하의 부하들은 폐하께서 거두어들이세요. 그들을 손에 넣으시면 폐하는 막강한 권력을 움켜 쥐실수 있을거에요." "왜? 도대체 왜? 당신 목적이 뭐야? 이렇게까지… 피에 절어가면서… 당신은 도대체 뭘 원하는거지? 응?" 로이드의 목소리가 조금 떨린다. 후후. 생각해보니 정말 내가 해놓은짓들은 단 한발만 삐끗해도 크레센트라는 나라 하나를 말아먹기 딱 좋은 짓거리들뿐 이었다. 이 힘들이 단 한명에게 집중된다면 그보다 좋을수 없겠지만… 만약 둘로 나눠지기라도 했다간 이 나라는 당장에 조각조각 갈라질테고 로세니아 와 케센의 맛있는 먹이가 될게 뻔하다. 하지만 난 죽으면 죽었지 내것을 남 에게 주기는 싫어. 크레센트도 로이드도 말이야. 그런 꼴을 보느니 차라리 죽 는게 낫지. 암. "말해봐! 당신의 목적이 뭐야? 엉?" "…힘이요. 권력이기도 하고 무력이기도 하고 정치력이기도 한 힘이요. 금력 도 거기에 포함되겠군요. 그 누구도 날 내려다보지 못하고 함부로 대하지 못 하게 할만한 강한 힘이요. 그것이 제가 원하는 것이에요." "이 나 조차 말인가? 하하하" "틀려요. 폐하." 난 로이드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딱딱한 나무 침상에 앉아서 날 바라보고 있던 로이드의 두눈이 흔들린다. 그런 그에게 다가간 난 허리를 굽힌채 두손 을 뻗었다. 로이드의 따뜻한 양 볼이 내손에 잡혔다. 그의 눈동자가 더욱 커 진다. 얼굴을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 난 살며시 눈을 감았다. 소설책에 나온 달콤한 키스라는것…. 그런 느낌이 바로 이런걸 말하나보다. 마치 공중에 붕 뜬채 하늘로 날아오르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긴 키스 를 끝마친 난 살며시 고개를 들며 눈을 떴다. 당혹한 표정이 역력한 로이드 의 얼굴이 내 앞에 드러났다. "이건… 무슨…" "부인이 남편에게 키스도 못하나요? 후훗" "하…하지만…" 난 뭐라고 중얼거리려는 로이드의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 고… 그의 입술을 다시한번 덮쳤다. 이 행복한 기분을 조금더 느끼고 싶었거 든. 끝나지 않을듯한 이야기라도 끝은 있기 마련. 네번의 길고 긴 키스가 끝난 뒤 난 그의 몸에서 떨어져나왔다. 이제는 아쉬운 표정이 역력한 로이드였지 만 한가지 확실히 해야할게 있으니까. 난 그의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흙바닥 인지라 드래스가 더러워졌지만 그런 사소한것에 신경쓰고 싶지않아. 로이드 의 앞에 주저앉은 덕분에 이젠 내가 그를 올려다보는 자세가 되었다. "폐하." "으응…" "전 폐하의 것이에요. 하지만…" "하…하지만?" "폐하 역시 제 것입니다. 아무한테도… 그 누구한테도 안줄거에요." "……" "절대로. 그 누구한테도. 설사… 죽음의 신이 찾아온다해도 말이죠. 전 오직 영광스러운 크레센트 왕국의 국왕이신 로이드 1세 폐하만을 위해서 일할거에 요. 폐하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제게 명령을 내리실 권리가 있는 분입니다. 폐하… 부디… 한마디만 해주세요. 폐하만을 위해 일하는걸… 부디 허락해주 세요." "크흠… 흠흠… 그런 간지러운 말을 잘도…" 뭣이! 누군 부끄럽지 않은줄 아나? 정말이지! 이 남자는 너무 무드가 없어! 우씨이이!!! "폐하!" "아…아니. 미안…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니까 마치… 신혼때로 돌아간것 같 아서 말이지. 뭐… 하여간 허락할께. 그대의 말을 믿겠어. 나 역시도 아넬리 안 당신을 아무한테도 주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대는 내 여자야" "폐하!" "우와아악!!!" 털썩… 쿵. 갑자기 내가 몸을 날린 덕분에 로이드가 나무 침상에 머리를 찧 었다. 덕분에 로이드가 아픈지 눈물을 글썽거렸지만… 그래서 쬐끔 미안하긴 했지만 그보다는 기쁨이 벅차서 숨조차 쉬기 힘들다. 나 역시 그와 마찬가지 로 눈물을 글썽거렸다. 물론 그 내용은 조금 틀렸지만… 뭐… 로이드도 지금 무지 행복할거야. 그럴거야. 암암. 난 로이드를 꽉 껴안은채 숨이 막힐때까지 길고 긴 키스를 나누었다. "푸우우우… 숨막혀 죽는줄 알았네. 그런데… 당신은 왜 그렇게 힘에 집착하 는거지?" "우후후. 그건… 아주아주 긴 이야기가 될것 같은데요? 들어보실래요?" "으응…" 로이드는 괜히 말했다. 라는 표정으로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난 슬그머니 침대로 기어들어가서는 꼬물거리면서 그의 품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로이드 의 가슴을 쓰다듬으면서 입을 열었다. "제가 아주 어릴때…" 로이드의 팔을 베고 그의 체향을 맡으면서 난 누워있다. 이건 현실이다. 우 후후. 드디어 로이드가 내게 돌아온거야. 난 쉴새없이 내 과거를 그에게 말해 주면서 로이드의 가슴에 볼을 부벼댔다. 이 시간이 영원하길… -------------------------------------------------------------- 분량으로 승부! 후후후후후...( --)/. 이로써 4권 완결. 내일부터는 5권분량 시작입니다...라고 하지만 개략적인 플 롯만 있을뿐 세부 플롯이 없는 관계로 당장 지금부터 스토리 짜야됩니다 -_-;. 으어어어어~~~ 싫어. 싫어. 이러다 질것 같아 ㅠ.ㅠ 에또... 크레센트 국의 군사력을 말씀드리자면... 대략적인 총인구(자세한 인구 조사는 행한적 없음)는 대략 800만 내외. 오차범위는 대충 100만명정도로 추 정됩니다. 인구의 7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고 나머지 30%가 기타 산업에 종사합니다. 국왕군 소속의 정규군은 2만명. 이들중 직업군인은 대략 5000명 정도이고 나 머지는 징집병들입니다. 징집병들은 농민병 40%에 시민병 60%수준. 이들은 4년의 의무 기간을 끝마치고 직업군인이나 장교등으로 전직하던지 혹은 고향 으로 돌아갑니다. 또한 500명내외의 기사들과 그 두배숫자정도의 종자및 기 사보조가 있고 각 기사들은 개인의 재력에 따라 2~10명내외의 개인 병사를 거느립니다. 이런 기사단에 속한 병력이 대략 3000명수준. 이 군대는 수도 주 위에 모여서 상시 주둔중이고 전시가 되면 적의 측면 혹은 후방을 공격하는 망치 역할을 합니다. 광역 수비군이자 단거리 타격력을 발휘하는 요새 상주군은 요새의 숫자가 다 른 국가보다 많은 크레센트 왕국만의 특화된 병력입니다. 이들은 대대로 군 인이 되는 요새 주둔군 병사들로 이루어져있고 요새 주변에 두세군데 정도의 도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요새와 도시가 가까이 있는 지역이 요새도 시 구역으로 이곳에서는 상주군과 일반 시민들이 전시가 되면 요새안으로 들 어가 농성을 벌입니다. 이렇게 각 지방에 흩어져있는 상주군 숫자가 대략 1 만 5000명 내외입니다. 바로 이들이 모루 역할을 합니다. 위의 병력과는 별개로 각 귀족들은 영지의 크기와 각 귀족의 재력에 따라 사 병들을 운영합니다. 후작이상의 대 귀족은 3000명 내외의 병사를 가질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지방의 영주들은 10~50명수준의 치안병들을 유지합니 다. 이렇듯 각 지방에 퍼져있는 귀족 소속 지방군이 대략 2만명 내외입니다. 이들은 주로 각 지방의 치안을 맡고 산적등의 토벌을 행합니다. 그리하여 현재 소설안에서의 크레센트의 군사력은 58000명입니다. 이중 왕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군대는 2만명 정도이고 지방군과 귀족군은 각자의 지휘권 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왕의 '협조'요청에는 사심이 없는한 들어줘야겠지 만요( ''). 사심이 있으면 반란! 위의 병력들은 당장이라도 전장에 투입할수 있는 약간의 훈련과 그럭저럭 쓸 만한 무장을 한 직업군인들의 숫자입니다. 이 외에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하면 동원하는 대국민 총동원령(...일본?)을 통 해서 농민과 시민들을 모조리 끌어낼수 있습니다. 이들의 숫자가 대략 30만 명명 내외. 하지만 이들까지 전장에 쳐박았다간 국가 자체가 휘청거릴테니 정말 큰일이 아니라면 왠간해선 움직이지 않습니다. 거기다 이들의 훈련도나 무장도에서 일반 병사들과 현격한 차이가 나이때문에 전장에서 생존하기란 정말 힘이듭니다. 한마디로...화살받이...와 인해전술...( ..); 크레센트는 기본적으로 농업국가인지라 저정도 숫자를 3개월정도 먹이고 입 히고 재울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중에서 크레센트와 비슷한 수치의 병력을 유지할수 있는 국가는 로세니아와 케센정도이고 이들 국가도 1개월 이상은 힘들다는게 보편적인 장군들의 생각입니다. 먹지않고 자지않는 언데 드군대라면 모를까요 ^^; 죽겠다.(이말외엔 할말이 없음)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7장 Tournament (1) 2003-10-29 19:44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17화. Tournament. 나라를 잘 다스리는 법? 흐음… 글쎄. 그건 워낙에 복잡하고 방대한 일이라 어떻게 한마디 말로 정의하기가 힘들겠군. 하지만 쉽고 편하게 국민들의 마 음을 사로잡는 법이라면 잘 알고 있지. 빵과 놀이. 백성들이 굶주리지 않게 해주고 지루한 일상을 깨부숴줄 놀잇감을 던져주면 돼. 그거면 못배우고 생 각하기 싫어하는 보통의 백성들은 아주 쉽게 통제할수 있지. 물론 이게 정석 인것은 아니야.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들거든. 후후후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크레센트 제국의 미래를 양어깨에 짊어지신 Jr. 로이드 황태자 전하와의 대담중. - 주. 진정한 군주의 길이란?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다. - 대륙력 999년. 늦여름. 크레센트 왕국 남부. 셔우드 자작령 - 쿵.쿵. 사람들이 발을 구른다. "와아아아아아!!!!" 거대한 함성. 지금 내가 서있는 지면이 요동치는듯한 느낌이다. 수백… 아니 수천은 될법한 사람들이 나를 보며 손을 흔들고 발을 구르며 함성을 질러댔 다. 뜨거운 열기가 아지랭이처럼 피어오르며 내 몸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다. 이건… 승부 직전의 긴장감일까? 아니면 더운 날씨 덕분에 체온이 올라 간걸까? 후후. "아아~" 쿵쿵. 따닥. 따닥. 딱. 발 구르는 소리와 함께 회장 바로 앞까지 나온 시민들 이 나무 막대로 펜스를 리듬감 있게 두들긴다. "네엘~" 따라락. 따라락. "리이~" 쿵쿵. 쿵쿵. 두두두두두. 발소리에 맞춰서 북소리가 울려퍼진다. "아아안!!!" 채애앵, 빠암. 빠라밤. 요란한 금속성 음과 함께 긴 나팔소리가 함성속에 파 묻힌채 울려퍼졌다. 그리고 난… 토너먼트 회장 중앙에 서서 손을 들었다. "와아아아!!!" "언니 사랑해요!" "휘이익~" "이쪽을 봐주세요!" 거의 광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소녀들, 그리고 그녀 들에게 질수없다는듯이 악을 써대면서 내 이름을 부르는 사내들. 완전 혼돈 의 도가니였다. 그 한가운데 난 당당히 서있다. 잠시뒤 장내가 조용해지자. 내가 서있는 반대편에 말을 타고 들어온 세명의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토너먼트용 플레이트 아머를 껴입고 말에도 두터 운 마갑을 입힌 기사들은 회장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우우우'하는 야유소리와 야채조각, 썩은 사과 세례를 받아야했다. 쯧쯧. "조용! 조용! 경기장안으로 쓰래기를 던지지 마시오! 적발되면 법에 따라 처 벌할것이오! 조용!" 토너먼트 회장 중앙의 단상에서 비단인게 분명한 고급 옷을 입은 사내가 나 와서 악을 써대면서 소리쳤다. 꽤나 목소리가 큰 사내였는데도 불구하고 토 너먼트 회장 주위를 발디딜틈도 없이 빽빽하게 들어선 시민들의 야유소리에 는 미치지 못했다. 불쌍하기도 해라. 쯧쯧. 난 슬며시 내렸던 손을 다시 올렸 다. 그러자 주변은 단번에 조용해졌다. 이에 난 고개를 돌려서 행사 진행을 맡은 그 사내를 바라보았고 그는 '험험'하고 헛기침을 두어번 한뒤에 말을 이 었다. "지금부터 우리 영지의 주인이신 윈폴드 폰 셔우드 자작님이 주최하신 축제 의 하이라이트! 왕국 챔피언인 아넬리안경 과 본 영지의 기사이신 크로넬 경, 그리고 특별히 초대에 응해준 두분 기사 하이네켄 경, 에레훔트 경…" "에거문드요!" "와하하하" 피식. 말위에 탄채 날 노려보던 세 기사중 한명이 자기 이름이 틀리자 인상 을 쓰면서 소리쳤다. 덕분에 진행관은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면서 말 을 해야했다. "에또… 죄송합니다. 에거문드 경. 하여간! 지금부터 우리 영주님의 작위 수 여식을 축하하는 축제의 마지막! 챔피언과 도전자의 토너먼트를 시작하겠습 니다!" "와아아아아아!!!" "빨리 시작해!" "언니 사랑해요!!!" 그놈의 사랑타령은… 쯧. 난 여자한테 사랑받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에또 진행방식은 각 도전자가 한번씩 챔피언에게 도전하는 것으로 1:1일 대 전을…" 불쌍한 진행관은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려했다. 하지만 시민들도… 그리고 나나 도전해온 세 기사들도 그의 말에는 관심이 없었다. 거기다 영주의 자리 에 앉아서 회장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셔우드 자작과 그의 딸 유리아 역시 도 진행관이 말하는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듯한 눈치였다. 진행관은 영광스 러운 크레센트 왕국의 영주. 셔우드 자작의 업적에 대해서 찬양하는 글귀를 읽어나가고 있었지만 이미 나와 상대 기사들에겐 관심 밖이었다. 내 시중을 들고 있는 종자들이 달려나와 내가 서있는 바로 앞에 세개의 깃 발을 꼽았다. 각각 다른 문양이 들어가있는 3m 높이의 긴 장대가 내 앞에서 펄럭였고 맞은편에 있는 세 기사들도 어느새 바닥에 내려와 나를 노려보고 있다. 그들의 앞에도 나처럼 각각 한개씩의 깃발이 꼽혀있었다. 서로를 바라 보고 있는 쌍두 독수리 문장. 한 몸에 네개의 다리와 네개의 날개를 가진 독 수리 문장이다. 저건 바로 내 문장. 그리고 내 앞에 휘날리고 있는 깃발들은 바로 저들 기사들의 문장. 사방은 고요했다. 진행관의 떠듬거리는 말소리를 무시한 세 기사는 각자 자신들 앞에 놓인 깃 발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힘을 주어 깃대를 부러트렸다. 빠직. 하 늘 높이 펄럭이던 나의 문장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기사 크로넬" "하이네켄" "에거문드. 우리 셋은 그대 아넬리안 경에게 도전을 하는 바이오!" 그들은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 치겠다는듯 도전적인 어투로 소리쳤다. 특히 자기 이름이 틀려서 망신을 당한 저 에거문드라는 기사는 더욱더 전의에 불 타고 있다. 훗. 난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온몸을 감싸고 있는 육중한 플레이 트 아머가 철그렁 거리면서 비명을 질러댄다. 쿠웅…. 발을 내딛을때마다 고 요한 토너먼트 회장 - 진행관은 아직도 떠들고 있지만 모두에게 잊혀진지 오래다 - 에 둔중한 음향이 울려퍼진다. 두어발짝정도 걸어간 난 내 앞에 놓 인 세개의 깃발을 가볍게 뽑아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한손외 쥔뒤 힘껏 바닥 에 꼽았다. 쿠웅…. 힘좋은 종자들이 달려들어서 간신히 박아넣은 깃발이 아 주 가볍게 땅속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난 왼손을 들어 세개의 깃대를 움켜쥔 뒤 오른손등으로 후려쳤다. 빠지직…. 내 수도에 세개의 깃대가 단번에 부러 져나갔다. 각각의 깃발이 펄럭이면서 바닥에 굴렀고 이런 나의 무력에 질렸 는지 기사들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난 오른손을 들 어올랐다. 그리고 엄지 손가락을 땅으로 향했다. 덤빌테면 덤벼 봐. 네놈을 바닥에 눕혀주지. 라는 의미. 효과는 단번에 나왔다. 기사들은 화를 내면서 각자의 말위로 올라갔으니까. 새까만 눈동자에 털색도 새까만 큰 체구의 전마가 내앞으로 다가온다. 마갑 은 입히지 않는다. 단지 새하얀 천을 덮어 씌울뿐이다. 내 몸무게야 얼마 나 가지 않는다지만 근 100kg에 가까운… 내 몸무게의 두배가 넘는 갑옷과 내 가 올라타면 달리기조차 힘들테니까. 거기다 마갑까지 씌웠다간 진짜 달리다 가 바닥에 주저앉을거야. "푸르릉…" "워워. 착하지? 로이드" 고개를 흔들며 투레질 하는 내 애마의 목을 쓰다듬어 주었다. 이 힘좋고 잘 달리지만 성깔만큼은 인간 로이드만큼이나 더러운 이 녀석은 정확히 말하면 로이드 3세다. 그전에 두 마리는 너무 혹사시켜서 한마리는 폐사당했고 다른 녀석은 경기중 목재랜스의 파편조각에 뒷다리를 찔려서 더이상 달릴수 없게 되었다. 그나마 이녀석은 근 1년간 타고 경기를 치룰만큼 튼튼했는데 특히나 더러운 성깔하고 새까만 검은 눈동자가 마음에 들어서 내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지금도 내가 올라타려고 하자 고개를 저으면서 올라타기만 하면 떨궈 버릴거라고 협박한다. 훗. 이녀석 이번 대회 끝나고나면 같이 레슬링좀 해야 겠군. 이 말대가리를 여물통에 다시 한번 쳐박아줘야 기가 꺾일테니까 말이 야. 난 종자가 미리 얹어놓은 안장위로 뛰어올라갔다. 털썩. 출렁…. 이 힘좋 은 녀석도 내가 안장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으면 다리를 후들거린다. 그러면 서 신경질이 난다는듯 연신 투레질을 한다. 후훗. 하긴 근 180kg에 달하는 무거운 인간과 갑옷을 등에 얹었으니 신경질이 날만도 하겠지. "자자. 오늘도 잘해보자고. 로이드. 하지만 저번처럼 펜스를 넘어가서 상대 말 가슴을 들이박으면 훈제 말고기로 만들어버릴테다. 알았냐?" "푸르릉…. 히히힝~" 웃차! 이녀석! 갑자기 앞발을 들다니! 하여간 제 이름 주인하고 하는짓이 똑 같다니까! 종자에게서 목재 랜스를 받아들고 자체 무게만 15kg에 달하는 완전 철제 카이트 실드를 왼쪽 팔목에 단단히 고정한 난 랜스를 허공으로 들어올린채 말을 몰았다. 내가 준비를 끝마치고 토너먼트 회장 끝단에 서자 상대 기사는 나를 노려보다가 투구의 바이져를 내린다. 그리고 랜스 자루를 겨드랑이에 꽉 끼운채 철제 건틀랫으로 자신의 카이트 실드를 퉁퉁 친다. 그래 나도 준 비가 끝났다고 어디 한판 놀아볼까나? 곧이어 토너먼트 회장 중앙에 사람키만큼 커다란 깃발을 든 병사가 뛰어나 왔고 우리들 앞에 섰다. 그리고 잠시뒤 그 병사는 그 큰 깃발을 좌우로 크게 휘두른다. 펄럭펄럭… 빠라빠라밤. 긴 나팔소리가 울려퍼진다. 난 말 배를 걷 어차며 소리쳤다. "끼럇!" "히히히히힝!!!" 망할 로이드! 또 앞발을 치켜들다니! 저쪽은 이미 출발했다고! 이놈의 말자 식! 시합끝나고 보자! 당장에 여물통에 대가리를 쳐박아 넣을테다! 출발은 상대보다 늦었지만 이 빌어먹을 로이드 - 말이다 - 녀석이 제대로 달리기 시작하자 어마어마한 가속력이 몸을 휘감았다. 육중한 무게인데도 불 구하고 몸이 뒤로 젖혀질정도로 말이다. 난 상체를 앞으로 세우며 카이트 실 드로 왼쪽 가슴주변을 감싸고 오른손에 들린 랜스 끝을 내쪽을 향해 달려오 는 상대 기사에게 겨누었다. 자그맣던 저쪽 기사가 단숨이 거대한 모습으로 변하며 내게 다가온다. 난 그자의 가슴을 향해 랜스끝을 겨누며 더욱 빨리 말을 몰았다. "하아아압!!!" 내쪽을 향해 다가오는 상대의 랜스가 점점 커진다. 난 방패끝을 경사지게 하면서 내가 들고 있는 긴 랜스를 약간 아래로 늘어뜨렸다. 가가각. 쾅! 거의 동시에 그의 랜스와 내 랜스가 서로의 방패에 부딪쳤다. 중간부분이 약하게 만들어진 목재 랜스는 단번에 부러져나갔고 눈깜짝 할새에 그 기사의 옆을 통과하여 지나쳤다. 큼… 비스듬하게 비꼈는데도 제대로 충격이 들어왔어. 상 당히 실력있는 기사인걸? 부러진 랜스를 바닥에 집어던지면서 천천히 말을 몰았다. 그러면서 뒤를 돌아보자 상대 기사가 고개를 하늘로 치켜든채 두손 을 늘어뜨리고 있는게 보였다. 죽었냐? 기절한거냐? 응? 종자들과 병사들이 그 기사에게 달려갔다. 그리고는 이내 한 종자가 손을 흔들면서 의사를 불렀고 다른 이들은 그 기사를 조심스럽게 끌어내리느라 정 신이 없었다. 곧이어 기사는 들것에 실려서 대회장 밖으로 나갔고 이내 토너 먼트 회장 중앙에서 내 깃발이 펄럭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 거대한 함성소리가 울려퍼진다. 같은 말들중에서도 성깔 더럽기로 유명한 로이드 조차 깜짝 놀랄정도로 말이다. 후훗. 난 방금전 그 기사가 지나간 길 을 통해서 내자리로 돌아갔다. 물론 가면서 손을 흔들어주는것은 잊지않았다. 두두두두두…. 토너먼트 회장의 모래바닥이 제멋대로 파인다. 그리고 작은 먼지와 함께 달려오는 상대 기사가 보였다. 단번에 급격히 가까워진 거리는 이런저런 생각을 할 겨를을 주지 않았다. 콰아앙! 내가 들고 있는 랜스의 중 간이 여지없이 박살났다. 하지만 상대의 랜스는 멀쩡한 모습이었고 그 기사 가 작게 비명을 지르면서 말등에서 떨어져나가는것이 보였다. 가슴을 제대로 얻어맞은 그 기사는 그대로 뒤로 밀려난채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다행히 떨 어질때 제대로 떨어져서 죽거나 하지는 않았겠지만 아마 당분간 정신차리기 는 힘들거다. 다시금 내 깃발이 펄럭인다. 이제 두개째. 마지막 기사는 에거문드라는 기사였다. 원래 케센의 기사였다고 하는데 어 떻게 흘러흘러 이곳까지 온 기사란다. 외국의 기사인 만큼 입지가 좁을텐데 도 한 지역의 챔피언이 될정도라면 실력은 출충하다고 봐야겠지? "말을 가져와! 당장! 그리고 방패도!" 난 지쳐서 거품을 물기 직전인 로이드에서 내린뒤 가죽끈으로 몇겹이나 단 단하게 묶어놓은 카이트 실드 - 이미 우그러져서 상대 랜스를 미끄러트리기 는 불가능하다. 잘못하다간 팔이 날아간다 - 를 풀어서 바닥에 내던져버렸 다. 토너먼트 행사에 참가하는 기사도 왠간한 재력으로는 힘들지. 여분의 갑 옷, 여분의 방패, 여분의 말, 왠만한 기사 두셋을 충분히 무장시킬 장비가 필 요하니까 말이야. 내 밑에 들어와있는 두명의 종자들과 하인들이 잽싸게 뛰 어나와서 내게 무기와 말을 가져다 주었다. 새 말은 갈색 점박이 말이었는데 내가 싫어하는 놈이다. 힘이 약하거든. 쳇. 순하기만 하면 뭐하냐고. 전마가 성깔좀 있어야 겁도 안먹고 죽자고 달리지. 하여간 난 말위에 올라탔다. 확실히 이놈은 약하다. 내가 올라타는것 만으로 도 몸을 바르르 떤다. 이런놈을 타고 어떻게 싸우라는거야? 쳇 "이제! 마지막 경기! 2연승의 아넬리안 경과 도전자 에거문드 경의 시합이 있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함성. 시민들은 열광한다. 광분한다. 10년에 한번 볼까 말까한 아주 재미있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있으니까 말이야. 거기다 나라는 특이한 기사 가 있으니 앞으로 술안주로 오랫동안 써먹을수 있겠지. 훗. 대륙 역사상 최초 의 여기사가 바로 나이니까 말이야. 말위에 올라탄뒤 라인앞으로 나섰다. 응? 에거문드라는 저 기사… 랜스와 방패가 반대잖아? 왼손잡이? 이거… 위험하겠는걸? 하지만… 그만큼 공격은 강해도 방어는 안되는게 왼손잡이이니 제대로만 맞추면 한방에 끝나겠군. 온 몸이 땀에 절어서 찝찝해. 어서 빨리 끝내고 돌아가서 시원하게 씻고 푸욱 자고 싶어. 피가 끓어오른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심장이 제멋대로 마구 요동이 친다. 마 치 달아오른 내 육체가 자아를 가지고 꿈틀대는듯한 기분이다. 하지만 그럼 에도 불구하고 머리는 차갑다. 뜨거운 태양볕을 하루종일 받아서 후끈하게 달아올라 있을게 분명한데도 머리는 차가웠으며 마음은 침착했다. 이렇게 단 련된 내 육체는 흔들리는 깃발에 자동으로 반응한다. 말배를 걷어찬 내 다리 는 단번에 앞으로 질주해나가는 말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서 육체를 지탱해주 었고 작은 십자구멍으로 내다보는 내 두눈은 앞에서 달려오는 상대 기사의 몸을 뒤쫓았다. 그리고 내 왼팔의 방패가 상대의 랜스끝을 뒤쫓았고 오른손 의 랜스는 상대의 가슴을 노리고 고정되었다. 두두두두두…. 사방은 조용했다. 아니 시끄럽게 환호성을 질러대는것인데 내 귀에 안들리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하여간 내겐 마치 침묵의 바다속에 빠진듯 한 기분이 든다. 에거문드라는 기사의 투구끝에 걸린 붉은 술이 눈에 들어왔 다. 지금!. 랜스끝을 조금 앞쪽으로 당겼다. 마악 내 랜스끝이 부딪치기 직전. 콰아앙! 크아앗! 나무 파편들이 내 어깨를 후려갈기고 지나갔다. 왼쪽 어깨가 떨어져 나가는것 같아!. 으으윽… "큿…" 고통으로 뿌옇게 변했던 시야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 덕분에 난 내가 들고 있는 랜스가 밑으로 꺾인채 덜렁거리는 몰골을 봐야했다. 크으으… 저 쪽이 나보다 몇센치 정도 앞섰어. 덕분에 충격을 먹은 난 오른손 컨트롤이 늦었고 내 랜스는 상대를 제대로 타격하지 못한채 그저 중간이 부딪쳐서 부 러진거였다. 꽤나 끔찍한 충격이었지만 다행히 무거운 갑옷의 무게 덕분에 말위에서 추락하는 추태는 보이지 않을수 있었다. 하지만… 한번더 이런 타 격을 입으면 어떻게 될지 나 조차도 예상하기 힘들다. 따각따각. 간신히 몸을 추스린뒤 젖혀진 내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운뒤 내자 리로 돌아가는 동안 그 에거문드라는 기사와 팬스를 사이에 두고 스쳐지나갔 다. 그의 눈은 날 비웃고 있다. 큭… 그래 내가 여자라서 우습게 보인다 이거 지? 두고보자! 제자리로 돌아온 난 지쳐버린 말에서 뛰어내린뒤 소리쳤다. "물! 그리고 말!" 종자 하나가 목이 길게 늘어진 물주머니를 들고 뛰어온다. 난 투구를 반쯤 올린채 단숨에 대여섯 모급을 들이킨뒤 물주머니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짜증 나! 덜컥. 투구를 다시 고쳐 쓴 난 하인하나가 급히 끌고온 말쪽으로 걸어간 뒤 위에 올라탔다. 젠장 차라리 지쳐빠진 로이드쪽이 낫겠어. 폐사 시키고 싶 은 마음이 없기에 억지로 끌어내지는 않았지만… 이런 힘없는 나약한 말들은 진짜 마음에 안들어. 쳇. 내가 다시 준비를 갖추고 라인 앞으로 나서자 말위에 서서 여유로운 작태를 보이고 있던 상대가 바이져를 내린뒤 내 맞은편에 섰다. 우리들 앞에서 커다 란 깃발이 펄럭인다. "끼랴!" 다각. 다각. 두두두두두…. 천천히 가속을 시작한 말이 당장이라도 쓰러질듯 요동치면서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쏜살같이 나아간 말과 나는 금세 상 대 기사가 달려오고 있는 토너먼트 회장의 중간까지 나아갔다. 그자의 랜스 끝이 나를 향해 찔러들어온다. 대충 보기에도 내 랜스끝이 부 딪치기전에 그자의 랜스가 나를 후려갈길것이 뻔하다. 겨우 몇센치 차. 그 차 이는 결코 작은게 아니었다. 거기다 왼손잡이여서 그런지 랜스 끝을 조작하 는 그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 난 말위에서 몸을 한껏 굽히면서 방패를 치켜 들었다. 가가각… 파직. 그자의 랜스끝이 내 방패에 튕겨나간다. 지금! 왼쪽 으로 쳐져있던 랜스 끝을 내쪽으로 끌어당긴다. 말과 기사 사이에 파고든 랜 스는 상대의 방패를 후려쳤다. 찌른게 아니라 후려친것이다. 빠각! 단번에 목 재 랜스 끝부분이 산산조각 나면서 나뭇조각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한다. "크아아악!" 상대의 비명소리를 귓가로 들으면서 난 그자를 스쳐지나갔다. 말고삐를 잡 아당겨 천천히 말을 감속시킨 난 랜스 중간뿐만 아니라 거의 손잡이 부분까 지 박살난 랜스를 시합장 밖으로 내던져버린뒤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빈 안장을 얹은채 미친듯 달리는 말과 중간쯤에 떨어진채 바닥에서 꿈틀대는 상대가 보였다. 난 완전히 말을 멈춘다. 천천히 바닥에 내려섰다. 쿵. 에거문드는 바닥에 누운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대략 10m쯤? 그정도 거리에 서 그는 아직도 바닥에 누운채 심한 충격을 받은듯 팔다리를 허우적거린다. 난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면서 왼팔에 묶어놓은 카이트 실드를 풀어 서 바닥에 내던진뒤 허리춤에 걸어놓은 롱소드를 뽑아들었다. 스릉…. 토너먼 트용의 날이 별로 안서있는 육중한 롱소드다. 다른 검보다 배는 두꺼운 검날 과 근 5kg에 가까운 무게. 로이드에게 떼를 써서 얻어낸 물건이다. 검막이 중간에는 왕실 문장이 새겨져있는 물건이다. "크으으… 제기랄! 겨우 계집따위가!" 라인 중간에 있는 펜스를 짚고서야 겨우 일어선 그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면 서 머리에 쓰고 있는 투구를 벗어서 바닥에 집어던졌다. 그와 나 사이의 거 리는 겨우 3m내외. 목제 팬스만 넘어가면 당장이라도 검을 휘두를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난 잠시간 기다려주었다. 얼마뒤 그의 종자로 보이는 어린 소 년이 긴 바스타드 소드를 품에 안은채 뛰어왔다. 그자의 손에 검이 쥐어쥔걸 확인한 난 왼손으로 목재 펜스를 쥐고 뛰어올랐 다. 휘익… 쿠우웅…. 바닥의 모래가 작게 폭팔하면서 좌우로 튀어올랐다. 그 러면서 바닥이 작게 울린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상대는 인상을 찡그렸다. 훗. 이 갑옷의 무게가 어느정도 인지 짐작도 못할껄? 그와 같은 위치에 선 나는 오른손에 들린 롱소드를 바닥으로 늘어뜨린뒤 왼손을 들었다. 그리고 왼손 검지 손가락을 까딱거리면서 그에게 오라고 신호했다. "크으윽! 죽엇!" 마치 미친 괴물처럼 내게 뛰어든다. 양손으로 바스타드 소드를 움켜쥔 그는 내게 달려들면서 양손을 머리위로 치켜든다. 부우웅….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 는 번쩍이는 검날. 난 오른손의 롱소드를 머리위로 들어올렸다. 카앙! 한손이 두손을 이겨낸다. 가가가각…. 온 체중을 다 실어서 나를 밀어붙이려는듯 안 간힘을 쓰는 에거문드. 하지만 난 두다리로 바닥을 지지한채 전혀 밀리지 않 았고 오히려 손쉽게 상대를 밀어붙였다. "으으윽… 이건…" 그는 인상을 팍 쓰면서 나를 밀어붙이기 위해서 얼굴이 빨개지도록 안간힘 을 썼지만 여전히 난 버티고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오른손의 팔힘 을 살짝 빼면서 왼쪽으로 살짝 비켜섰다. 그러자 그는 당황하면서 앞으로 몇 발짝 껑충거리며 뛴다. "와하하하" "오리다! 오리!" 단번에 그를 비웃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터져나온다. 무릎을 꿇은채 두손으 로 바닥을 짚은 그는 이런 비웃음이 치욕적인지 내가 알아듣기 힘든 작은 욕 지거리를 내뱉으며 다시 일어섰다. "죽여버린다! 크아앗!" 상대가 악을 쓰며 내 오른 가슴을 향해 베어들어온다. 난 뒤로 살짝 물러섰 고 쿵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두손으로 쥔 바스타드 소드를 높이 치켜든채 허 공을 베었다. 이제… 끝내야겠다. 땀 때문에 속옷까지 젖었거든. 이거 무지하 게 찝찝해. 난 롱소드를 왼손으로 옮겨쥔뒤 오른손을 들었다. 그리고 엄지손 가락을 밑으로 향했다. "와아아아아!!!" "눌러버려!" "죽여버려!" "언니! 박살내버려요!" 사방에서 나를 향해 환호성을 터트린다. 덕분에 에거문드의 표정은 완전히 죽상이었다. 난 그를 향해 뛰어들었다. 최대한 몸을 낮춘채 검끝이 바닥에 닿 아서 모랫자락들을 튀어올릴정도로 낮게 검을 쥔 난 그의 앞에서 강하게 왼 발을 찍으면서 검을 위로 올려쳤다. "어엇?" 무의식중에 내 롱소드를 막기위해 바스타드 소드를 밑으로 내린 그였지만 불행히도 내 힘은 보통 인간 수준이 아니라고. 카아아앙! 그의 양손이 저절 로 허공을 향해 들어올려졌다. 완전 무방비. "이잇!" 그는 인정할수 없다는듯이 악을 쓰면서 공중에 들려진 바스타드 소드를 양 손으로 꽉쥔채 나를 향해 밑으로 내리그었다. 아니 그으려했다. 그전에 내 롱 소드가 다시한번 그의 검날을 위로 쳐올렸고 이번엔 그 힘을 완전히 해소하 지 못했는지 그의 발이 뒤로 두어걸음 물러섰다. 난 그가 물러선만큼 앞으로 나아가면서 가슴께로 내려온 그의 바스타드 소드를 다시한번 옆으로 후려쳤 다. 파앙! 그의 손에서 1.3m길이의 긴 바스타드 소드가 튀어나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투욱…. 바닥에 긴 검날의 일부가 꼽히면서 손잡이 부분이 부르 르 떨린다. 난 빈손이 된 에거문드의 목근처에 검을 들이밀었다. "져…졌다." "후우…" 그는 그말을 끝으로 그자리에 무릎을 꿇은채 무너져내렸다. 난 그런 그 기 사를 내려보다가 롱소드를 다시 검집에 집어넣은채 돌아섰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시끄러웟! 귀먹겠네! 소리좀 그만 지르라고! 우이씨! "스…승자는 아넬리안 경!" "빠아아암… 빰빠라밤!" "우아아아아아!!!" 쾅쾅! 거의 미친 녀석들처럼 열광하는 시민들. 앞열에 서있는 자들은 허리 께까지 몸을 앞으로 내민채 내게 손을 흔들어댔고 뒷열의 시민들은 벌떡 일 어선채 서로를 껴안고 악을 써대면서 뛰어댄다. 후우… 어쨌건 손은 흔들어 주어야겠지? 난 거대한 함성이 울려퍼지는 토너먼트 회장을 한바퀴 돌면서 손을 흔들어주었고 가끔 내 앞까지 손을 뻗은 남자나 여자들의 손을 살짝 쳐 주었다. 그렇게 열광하는 시민들 앞을 한바퀴 돈 난 토너먼트 회장 중앙에 앉아있는 셔우드 자작의 앞에 섰다. 거기서 지금껏 머리에 쓰고 있던 투구를 벗어제쳤 다. 위로 말아올린 두터운 머리 중간을 잡고 머리핀을 벗겨내자 허리까지 내 려오는 긴 백금색 머리카락이 등뒤로 주르륵 흘러내린다. 덕분에 환호성이 배는 커졌다. 난 고개를 좌우로 두어번 흔들어 땀에 풀 절은 머리카락이 갑 옷에 찰싹 달라붙는걸 막은뒤 오른손을 가슴에 댄채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 리고 고개를 드니 셔우드 자작과 그의 딸인 유리아가 자리에서 일어선채 내 게 박수를 보내고 있는게 보였다. 기립박수라… 기분은 좋군. 후후후. 짝짝짝. 우뢰와 같은 함성소리. 그리고 토너먼트 회장을 떠나보낼듯한 거대 한 함성을 들으면서 난 회장을 빠져나왔다. -------------------------------------------------------------- ...크으으으. 전편에서 모두 소진해버린터라. 폐인에너지가 바닥. 풀썩. 더이상 은 무리에요. 무리. 무리데스네. 5권은 4권에서 또 2년이 자니간 999년의 이야기입니다. 이로써 아넬리안은 21세의 성숙한 미녀가 되었고 로렌은 미운 세살에 돌입한 말썽쟁이가 되었으 며 카렌은 방년 18세의 꽃다운 아가씨로 자라났습니다. 가우군 : 어이 카렌. 너 의외로 남자들에기 인기가 많다면서? 카렌 : .... 가우군 : 러브레터에 팬래터가 매일 쌓인다며? 카렌 : .... 가우군 : 이봐 말좀 해보라고. 너를 사모하는 시종과 기사들이 줄줄이 늘어섰 다던데 말이야. 카렌 : 일하는데 방해 되. 가우군 : 크흠. 그럼 만약에 말이야. 너를 사모하는 녀석이 일하는거 방해하 면...설마 죽이지는 않겠지? 카렌 : 죽인다. 고통스럽고 잔인하게. 방해하면 너라도 죽인다. 가우군 : 찔끔...(슬그머니 도주함) 카렌 : ....(슥슥. 단검날을 갈고 있다.) 카렌에겐...아무래도 화사한 로맨스는 안어울릴듯.( -)y=~뻐끔. 가우군 p.s 네...또 가출한것입니다. 어쨌건...여왕님 이야기는( -). 러브 로맨스가 아 닌 전쟁물이거든요.(-- ).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7장 Touranment (2) 2003-10-31 21:15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회장을 나온 난 종자들과 하인들을 등뒤에 떼로 거느린채 내 막사로 돌아왔 다. 토너먼트 회장 바로 옆에 만들어진 내 전용 막사 주위에는 여덜명의 기 사와 수십에 달하는 병사들이 토너먼트 회장을 빠져나와 내게 다가오려는 시 민들을 가로막았다.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답례를 해준 난 바로 휘 장을 걷어붙이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무지무지 피곤해… "아! 돌아오셨군요. 마마." "아앙." 에린이다. 이 녀석도 나와 같이 왕국내의 크고 작은 토너먼트 회장을 돌아 다니고 있는 중이다. 털썩. 내가 자리에 앉자 에린은 내 등뒤로 다가와서는 갑옷의 이음새를 벗겨낸다. "저기… 언제 돌아가실거에요?" "또냐? 도대체 말이야. 하루가 멀다하고 집에 가고 싶다고 징징거릴거였으면 애초에 왜 따라온거야? 응?" "하지만… 예니가 보고 싶단 말이에요. 마마. 흑" 우욱! 빌어먹을. 이 멍청하고 맹한 바보녀석은 꼭 자기 딸 이야기만 나오면 내가 눈에 뵈지도 않는지 할말 안할말 다 해댄다. 덕분에 나만 피곤해. 쥐어 팰수도 없고 말이야. 에린이 양쪽 겨드랑이에 달린 열다섯개의 단단히 묶인 고리를 풀어주었다. 난 건틀렛을 벗어던진뒤 상체를 덮고 있는 갑옷을 벗었 다. 쿠웅…. 두터운 강철판 갑옷이 둔중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다. 저 건 에린 녀석 힘으로는 어림도 없지. 입으로는 연신 돌아가고 싶다고 징징거 리는 에린이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내가 갑옷을 벗는것을 도와준다. "…해서요. 이제 다 끝났으니까 이만 돌아가는게 어떨까요? 네? 마마" "이 망할 녀석아! 너만 예니 놔두고 나왔냐? 나도 우리 로렌을 두고 왔다 고!" "하…하지마안…" "애초에 니가 날 따라온다고 한것도 다 덴 자식 때문이잖아! 그래서 흠씬 두 들겨 패줬잖아! 한번 고생해보라고 뛰쳐나온거잖아! 그리고 이제 겨우 일주 일 밖에 안지났다고!" "흐윽…" 으휴…. 운다. 열아홉이나 된 이젠 성숙미를 풍기는 여인이 된 주제에도 하 는짓은 아직도 열대여섯짜리 소녀같다. 이런 녀석을 곁에 두고 있는 나도 바 보지. 진짜 로세니아 출신만 아니었으면 당장에 내쫓아버렸을텐데… 쯧. "질질 짜지마! 짜증나!" "네…네에…" "목욕물은?" "옆 막사에 준비해 뒀어요. 마마" "그래. 우선 나 씻고 올테니까. 그건 있다가 이야기하자. 갑옷은 아이들 시켜 서 깨끗하게 닦아놓으라고 해. 괜히 너 혼자 한다고 난리피우다 저번처럼 엉 망으로 만들지 말고. 알았지?" "네에…" 에휴. 정말이지… 나도 마음이 너무 약해서 탈이라니까. 저런 바보같고 쓸모 없는 녀석은 당장에 내쳐버려야 하는데. 쯧. 강철판이나 다름없는 갑옷들을 벗고나니 몸이 날아갈듯 가뿐하다. 아무리 힘이 좋은 나라도 저런 무겁고 둔중한 물건을 입고 있으면 피곤한건 어쩔수 없으니까 말이야. 무엇보다… 저 쇳덩어리가 열을 받으면 정말 죽을것 같다. 거기다 온몸에 갑옷 눌린 자국이 생기고 피부도 까지고… 으휴. 내가 사서하 는 고생이라지만 정말 후회가 된다. 내 천막과 이어져있는 막사의 안으로 들어간 나는 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궜 다. 조금은 살것같네. "후우…" 촤아악. 찰랑…. 찝찝하고 짜증나던 기분이 많이 누그러진다. 난 욕조안에 길게 누운채 천정을 올려다보았다.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구나. 요즘 부쩍 호 기심이 늘어서 늘상 사고만 치고 다니는 로렌을 못본지도 일주일이나 되었 다. 그리고 맨날 내가 하는일을 탐탁치않게 생각하는 로이드와 헤어진지도…. 처음엔… 그저 별다른 생각이 없이 시작한 일이었다. 과거의 그 늑대괴물 - 아르케네스의 말로는 라이칸슬로프중 웨어울프 였을거라 한다 - 과의 싸움 에서 갑옷이 얼마나 중요한 물건인지 알게된 나는 갖은 아양을 떨어가면서 로이드에게 내 전용 갑옷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피력했다. 처음엔 죽어도 안된다면서 안전하고 편안한 왕성안에 콕 박혀있으라고 엄포를 놓던 로이드 였지만 그것도 한두달. 결국 로이드는 두손 두발 다들고 항복했다. 로이드 마 저도 날 요조숙녀로 만드는걸 포기했으니 그뒤부터는 내맘대로! 난 당장에 왕실 소속 대장장이들을 모조리 불러모았다. 나이가 지긋한 마이스터부터 이제 갓들어와 잡일을 하는 견습공까지 모조리 끌어모은 난 무조건 최대한 두텁고 단단한 갑옷을 만들라고 명령했다. 그로 부터 세달뒤 무겁고 단단한 갑옷이 내게 돌아왔다. 아니… 그건 갑옷이 아니 라 그저 속이 빈 강철 동상이었다. 덕분에 나보다 최소 세배는 더 오래살았 을 마스터급 마이스터들은 내게 수염을 모조리 쥐어 뜯길뻔했다. 진짜로 수 염을 몽창 뽑아버릴려다가 말았지. 음…. 정말이지… 난 갑옷을 주문한건데 내게 돌아온건 공성추에 달아서 쓸만한 물건이었으니 내가 화가 안났겠어? 크흠흠…. 그다음에 내가 입을 갑옷을 제작해서 가져오라고 했더니 이번엔 무슨 종이장같은 갑옷을 들고왔다. 로세니아산의 질좋은 흑철광을 사용해서 만들어온것까지는 좋았다. 풀 플레이트 메일 주제에 무게도 겨우 15kg정도 밖에 안나가는것도 좋다. 대장장이 마이스터가 어떤 존재인지도 너무나 잘 알수 있었다. 종잇장보다 얇은 철판이 존재할수 있다는걸 그때 처음 알았으 니까 말이야. 하지만…. 내가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뻥하고 뚫리는 종이갑옷 을 만들어오라고 시켰던가? 검은색에 기름을 잔뜩 먹여서 반짝거리는것 까지 는 좋았지만 이건 어느모로 봐도 단언코 '의장용'이었다. 실전에서! 바로 이 내가 입을! 그런 갑옷을 만들어 오랬더니 이따위 장난을 쳐놓은거다! 크앗! 그때는 진짜로 세명의 늙은 마이스터중 둘이 내게 붙잡혀서 길고 흰 수염의 절반을 잘렸다. 날이 시퍼렇게 선 단검으로 잘라버렸거든. 진짜 성질이 난 나는 당장에 마이스터들과 그 조수들을 몽땅 왕궁 한켠에 불러모은뒤 손꼽히는 실력을 가진 궁수 다섯을 불렀다. 그리고 그들에게 50m 밖에 세워놓은 통나무에 활을 쏘게 시켰다. 울퉁불퉁한 근육에 근 1.5m 에 달하는 커다란 롱보우는 단단한 통나무를 간단하게 뚫어버렸고 그 모습을 보여준 난 대장장이들에게 저 거리에서 화살을 막아낼수 있는 '진짜' 갑옷을 만들어오라고 시켰다. 덤으로 제작된 물건을 그들에게 입혀서 실제로 시험해 볼것이라고 엄포를 놓으면서 말이다. 실력있는 그리고 노련한 마이스터들은 단번에 내가 원하는걸 알아챘다. 그 들은 내가 원하는 물건이 무조건 단단하고 무거우며 입을수 있는 갑옷을 원 한다는걸 알아낸것이다. 물론 그중 가장 나이가 많은 마이스터는 대번에 그 런 갑옷은 아무도 못입을것이라고 내게 말했지만 난 가볍게 무시해줬다. 내 힘이 어디 보통 힘인가? 겨드랑이에 낄수 있는 통나무 하나만 있으면 나 혼 자서도 걸어다니는 공성병기가 될수 있는게 바로 나다! 협박과 회유 - 전에 만든 흑철색 플레이트 메일은 로이드가 쓰고 있다. 그에게 딱 맞는 물건이다 - 를 통해서 그들을 달랜 난 기쁜 마음을 가지고 기다렸다. 그다음에 만들어져 온 갑옷은… 다 좋았는데…. 진짜 무거웠다. 나 조차도 버겁다고 생각될정도로 말이야. 대략 갑옷 자체 무게만 800kg에 달했다. 보 통의 갑옷 수십개를 만들수 있는 양의 강철이 소요된 물건이었다. 당연히 화 살따위론 그저 작은 기스만 낼뿐. 이런 물건을 작살낼려면 발라스타다 캐터 펄트가 필요할거다. 어찌어찌 입기는 했다. 온몸에 무시무시한 무게가 얹혀졌 지만 그럭저럭 입고 걸을만 했다. 검을 휘두를만 했고 또 느리지만 어느정도 는 뛰어다닐수도 있었다. 문제는… 아무리 혈통좋고 힘좋고 체구가 건장한 말도 갑옷을 입은 나를 태우고 걷지를 못하는것이다. 거기다 일반 4두마차로 도 힘들었고 바퀴 축을 배로 보강한 8두 마차는 되어야만 그럭저럭 나를 태 우고 움직일수 있었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마이스터들이 입을 쩍 벌린채 놀라워 했지만 난 조금의 용서도 없이 카렌을 시켜서 백발의 노인들뿐만 아 니고 중년의 사내들까지 모.조.리 수염을 밀어버렸다. 그리고 그 갑옷은 용광 로 속으로 들어갔다. 다음엔 온몸의 털을 모조리 밀어버린다고 협박했더니 그다음엔 그럭저럭 쓸 만한 갑옷이 돌아왔다. 관절부위가 마음에 안들어서 되돌리긴 했지만 조금은 마음에 들었기에 오히려 포상금을 쥐어주었고 그렇게해서 마지막으로 돌아온 갑옷이 바로 지금 내가 쓰고 있는 헤비 슈트 아머(Heavy Suit Armor)이다. 흉갑부분의 두께가 5cm, 각 부위의 평균 두께가 2cm에 달하는 육중한 괴물 갑옷이다. 나 외엔 그 누구도 못입는… 아니 입고서 움직이지 못하는 갑옷이 다. 그도 그럴것이 기본 무게만 120kg에 달하는 물건이니까 말이야. 팔꿈치 나 무릎등의 관절 부위에는 열두겹의 강철판을 비늘처럼 교차해서 붙여놓았 기에 움직이는데도 거추장스럽지 않다. 조금 불만이라면 쇳덩어리라 그런지 한낮에 입고 있으면 쪄죽을만큼 덥다는것과 - 열기와 수증기가 머리의 투구 로 몰린다 - 아무리 주의해서 걸어도 수십미터 밖에서 들릴만큼 시끄럽다는 것 정도 일까? 이렇게해서 만족스러운 갑옷을 만드는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거기에 들 어간 제작비용이 엄청나다는 것이었다. 무려 30만 골드 이상이 투입되었는데 나온것은 달랑 나밖에 못쓰는 무지막지한 - 무식한이란 표현을 썼던 덴은 내게 건틀렛으로 얻어맞고 신전신세를 졌다 - 갑옷 다섯벌. 평범한 기사들이 쓰는 플레이트 메일 세트와 말, 마구 그리고 랜스와 롱소드까지 모두 합쳐서 5000골드 내외인걸 감안해보면 어마어마한 자금을 쏟아붇고 아무런 쓸데없는 물건을 만들어낸것이다. 덕분에 난 한동안 아르케네스와 그 아래서 우리 조 직 회계일을 거들고 있는 랭스턴 자작을 피해다녀야 했다. 정말이지 개인적 취미 하나에 이렇게 돈을 물쓰듯 써버렸으니 그렇지않아도 가뜩이나 재정상태가 안좋은 우리 조직에 타격이 클수밖에.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토너먼트였다. 전 국왕이 암살, 그리고 형제싸움인 내전, 그것도 모자라 타국과의 불편한 관계. 거기다 작년인 998년엔 다른해보다 가뭄이 심하고 서 리가 일찍와서 수확량도 많이 떨어졌다. 이런저런 사건들이 해마다 연달아서 일어나고 치안정리를 위하여 군대까지 파견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잊을만하면 일어나는 브리츠 광신도들의 테러까지 합쳐져서 당장 내일 폭동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할게 없을정도로 민심은 불안했다. 그래서 단행한것이 대대적인 시 선 돌리기였다. 그렇지 않아도 적자인 재정을 돌리기 위해서 세금을 올리고 귀족들에게까지 세금을 물리는 초강수를 둔 로이드 였지만 그 혼자의 힘만으로는 힘에 부쳤 고 거기다 주 무역 상품인 밀수출마저도 힘들어져서 평민들의 생활은 엉망이 되었다. 또한 자기들 재산을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바쳐야 하는 귀족들의 불 만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내가 나선것이다. 뭐… 솔직히 말하 자면 내 갑옷과 힘을 시험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말이야. 크레센트 왕실 역사상 최초로 국가단위의 기사 토너먼트 전이 치뤄졌다. 기 존의 귀족은 물론이고 일반 평기사와 재력과 실력이 있는 평민들까지 누구나 참가할수 있는 수천명 단위의 토너먼트 전이 이루어진것이다. 이런 생각의 기틀을 만든건 코넬리아다. 아마 제 딴에는 그저 힘들때이니까 축제라도 열 어서 잠깐 동안이라도 힘든 일상을 잊어보자는 생각으로 말한것 같은데 그걸 들은 에린이 덴에게 전했고 어떻게 흘러가다보니 대대적인 토너먼트 전을 벌 이게 된것이다. 원래 토너먼트전은 금기시 되고 있는 대회였는데 워낙에 격렬한 시합인지라 부상자 및 사망자가 심심치않게 나오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쓸만한 기사 한 명을 키워내는데 필요한 시간이 무려 20년이다. 7살때 귀족가나 이름있는 기 사의 시종이 되어서 예법과 교양을 배우고 13세부터 종자가 되어서 육체를 단련하고 검술과 기마술등을 배운다. 그리고 20세쯤 되었을때까지 버틴 소수 의 종자들만이 견습기사가 되어서 실전 훈련과 전쟁을 통해서 경험을 쌓는 다. 그렇게 5~7년을 수행하면서 실력을 갈고 닦아야만 겨우 기사의 칭호를 받을수 있는것이다. 기사란 단순히 싸움만 잘하는 무식한 건달패가 아니다. 전장의 맨 앞에서 용맹을 과시하면 창칼의 숲으로 뛰어들수 있어야하고 필요 할때는 수백 수천의 병사들을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장교도 되어야 한다. 거 기다 예법과 법도를 통하여 재판관이 되어주기도 해야하며 또한 행정 업무도 처리해야한다. 한마디로 만능 괴물들이라고 할까? 그런 기사들을 단지 시합 때문에 잃는다는건 손실이 너무나도 크다. 그렇기에 이 나라에서는 각 지방 의 영주들이 치루는 소규모의 토너먼트 외에는 대규모 시합을 치루지 않았 다. 그런 소규모 토너먼트 역시도 영주 휘하의 기사들을 모집하기 위한 등용 문과 같은 성격이었기에 축제라고 할수도 없다. 그저 귀족들의 작은 흥밋거 리라고나 할까? 그런것을 귀족은 물론이고 일반 평민들까지 모조리 끌어들일수 있었던것은 근 4개월에 걸쳐서 공사한 - 물론 지금도 계속 증, 개축중이다 - 거대한 토 너먼트 회장과 일반 평민들 사이에 퍼진 소문 덕분이었다. 평범한 평민도 참 가할수 있다! 이것은 신분상승을 꿈꾸는 대다수의 평민들에게 어마어마한 기 회로 다가온것이다. 실제로 기사들중 일부는 귀족의 작위를 받기도 하는 이 들도 있고 그렇게 작위와 영지를 받은 기사가 몇대 뒤에는 그 지역에서 인정 받는 귀족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평민들은 열광했다. 물론 수도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평민들은 그저 축제를 즐겼을 뿐이지만 제 1회 토너먼트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기사들중 몇명은 부유한 평민들이었다. 그렇기에 토너먼 트의 열기는 더욱더 커져갔다. 물론 당연히 나 역시 왕실 주최 토너먼트 대회에 나갔고 초기엔 많은 반대 가 있었다. 특히나 보수적인 노 기사들은 여자가 격렬하고 위험한 대회에 나 가서 실제 전투에 가까운 시합을 한다는걸 극구 반대했다. 하지만 난 밀어붙 였고 필요할때는 로이드의 이름까지 빌려다가 협박과 회유를 통해서 결국 시 합장에 설수 있었다. 여자라는 특이점과 보통의 기사들보다 무거워 보이는 육중한 갑옷 - 이 덕분에 겉보기엔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아보기 힘들 단다. - 을 입고도 잘도 뛰어다니는 난 단번에 수도 시민들중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이 되었다. 그리고 난 1회 토너먼트 대회에서 3위에 입상했다. 왕실 주최의 토너먼트 대회에서 실력을 뽐낸 기사들은 본인이 원할경우 로 이드를 근접 경호하는 로얄가드에 입단할수 있었고 많은 기사들이 신청을 한 덕분에 내전이후 맥이 끊겼던 로얄가드가 다시 부활했다. 그리고 나 역시도 명예직이기는 하지만 로얄가드에 당당하게 내 이름을 올렸고 - 물론 성은 뺐다 - 한 여자가 아닌 기사로써 인정을 받았다. 그렇다고 나를 바라보는 시 선이 단번에 바뀐것은 아니었지만…. 그뒤로 일곱번의 크고 작은 토너먼트에 참가했고 여섯번 우승했다. 첫 우승 을 했을때는 주변의 사람들이 그저 특이한 여자 정도로 취급했지만 네번째 우승을 했을때는 실력있는! 이라는 수사가 따라붙었고 프로센 후작이 주최한 대규모 토너먼트 대회에서 우승후보라 불리는 기사들을 물리치고 우승했을때 는 최고의!!! 라는 명칭을 받아내었다. 그 이후로 노기사들도 그리고 나를 고 깝게 보다는 젊은 기사들도 모두 내앞에서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다. 후후후. 그리고 개인적인 친분을 덕분에 나오게된 이번 8번째 토너먼트에서도 승리를 거두었기에 나는 자타공인 크레센트 최고 기사가 되었다. 물론 토너먼트 시 합에서만 말이지만. 덕분에 요즘 수도에서는 여자들도 바지를 입고 롱소드를 차고 다니는게 유 행이란다. 흠… 그들중에서 극 소수 - 대략 1만명에 한명쯤? - 는 나와 같이 남자들과 동등한 위치에 설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은 힘들거 야. 무엇보다… 피를 봐야 하니까. 나 역시도 나름대로 피나는 고통을 통해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왔다.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내 힘으로 말이야. 남자 들중에서도 극소수만이 거머쥐는 기사의 자리에 여자가 끼어들긴 힘들겠지. 뭐… 나중에… 한 2~300년 뒤라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말이야. 하긴 그때 는 나와 상관없으니까. 하여간 내게 있어서 이 토너먼트라는 대회는 단순히 축제와 여흥과는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음지에 숨어있던 내가 세상 모든 이 들에게 당당히 나서서 보란듯이 나를 알리는 기회가 되어주었으니까 촤아악…. 따뜻했던 욕조물이 차갑게 식어있었다. 이런 너무 정신을 놓고 있 었나보다. "에린" "네에~ 마마"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내가 부르자마자 에린이 쏜살같이 달려왔다. 에 휴… 저렇게 시녀근성에 물들어 있으니 남들이 귀족가 귀부인으로 안보는게 지. 쯧쯧. 하지만… 뭐… 저러는게 또 에린다워서 좋긴하다. 나 역시도 모르 는 꼬맹이를 교육시켜서 부려먹는거보다는 오랫동안 같이 지내온 에린에게 시중을 받는편이 훨씬 편하고 기분도 좋으니까. 단지… "이 바보야! 속옷만 가져와서 어쩌겠다는거야?" "아앗! 죄송합니다. 마마. 당장 겉옷을…" 맹하고 바보같다는건 저녀석의 천성이니 포기할까? 크으… 대충 씻고 나와보니 별로 반갑지 않은 얼굴들이 대거 몰려와 있다. 난 사냥 꾼들이나 입을만한 두터운 긴팔 셔츠와 가죽 조끼를 껴입은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 사이를 헤치고 지나갔다. "우승하신것을 축하드립니다. 마마." "고마워요. 제이크 경."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노기사 제이크 경이 내게 말을 건냈다. 난 간단하게 답변해주고 앞에 모인이들을 한번 쓰윽 바라보았다. 언제나 꼬장꼬장한 노기 사 제이크경. 올해로 무력 60살이나 되었다는데도 아직도 젊은 기사들과 훈 련을 하고 검술을 나누는 노장이다. 그리고 그의 뒤에 모여있는 열 두명의 기사들. 이들 대부분은 제이크 경의 종자였던 기사들이거나 그 기사들의 종 자였던 기사들이다. 한마디로 3대에 걸쳐서 모인 사제지간이랄까? "그런데… 무슨일인가요? 전 조금 피곤한데요." "기사들을 대표해서… 우승하신것을 축하드리려고 왔습니다. 마마. 그리고… 이제 시합도 끝나셨으니 이만 돌아가시는것이…" "아아. 그 이야기인가요? 물론 돌아가야죠." 그걸 말이라고 하나? 이제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귀여운 로렌도 봐야하고 또 맨날 심통만 부리는 우리 로이드도 달래줘야 하고 그리고… 정상적인 인간의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따라갈수 없는 코넬리아 그 계집애도 경계해야 하니 까 말이야.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럼 당장 준비를…" "이 토너먼트 대회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셔우드 자작님의 작위 승급 축 제를 축하하기 위해서 출전한거에요. 축제가 끝나기 전에 돌아가버리는 예의 가 아니죠. 안그런가요?" "그렇긴 합니다만…" 흥. 정말 고리타분한 가치관을 가진 꽉 막힌 노친네라니까. 지금까지 내가 세운 전적을 보고서도 늘상 한다는 말이 여자는 위험한 일을 해서는 안된다 라고 말하는 피곤한 노인네다. 일전에 다섯번째인가 여섯번째 토너먼트 대회 에서 하도 잔소리를 해대는 통에 고개를 절래절래 젓고 그의 말에 따라 왕실 로 돌아간게 문제였다. 그 뒤로 내가 어디만 가려고 하면 로이드는 꼭 그를 붙여준다. 크으… 아무래도 난 나이든 사람이랑 잔소리에 약한거 같아. "그럼 그렇게 알도록 하시고 가보세요. 그리고… 그래도 명색이 축제이니 여 러분들도 같이 즐겨주시면 고맙겠군요." "호의는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근무는 그대로 행할것입니다. 그럼" 이제는 희끗희끗한 긴 수염을 기른 노기사는 끝까지 꼬장꼬장한 태도를 보 이면서 말을 한뒤 부하 - 이자 제자 - 기사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제 서야 찻잔과 홍차를 가지고 들어오는 에린…. 늦어! 바보! 하여간 저 녀석은 어디다 던져놔도 눈꼽만큼도 써먹을데가 없다니까! 밖이 시끄럽다. 아마도 셔우드 자작이 맥주와 빵을 무료로 나눠준다고 하던 데 그 때문인듯 하다. 아직도 식지 않은 열기는 곧이어 축제 분위기와 어울 려 많은 선남선녀들의 눈을 맞추고 있을것이다. 거기다 아직 해도 지지 않았 는데도 불구하고 사방에 피워진 많은 모닥불과 이 근방의 유랑시인들과 악단 을 모두 끌어모은 셔우드 자작의 노력 덕분에 내 천막 근처는 완전히 광란 분위기이다. 밖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병사들이 고생좀 하겠군. 쯧쯧. 저녁때가 되자 성에서 시종과 마차를 보내왔다. 음… 저녁을 같이 하자는 이야기인데…. 뭐 그정도 쯤이야. 어차피 여기 있어도 저 시민들 사이에 섞여 서 놀것도 아니고 말이야. 물론 그런짓을 했다간 당장에 제이크에게 붙잡혀 서 왕실로 압송될게 뻔하지만…. 하여간 심심했던 난 그대로 마차에 올라탔 다. 사실은 말을 타고 가고 싶었는데…. 그놈의 유명세가 뭔지…. 흑. 셔우드 자작의 성에 돌아와보니…. 여기는 연회 분위기다. 바글바글한 주변 의 귀족들. 귀부인들과 기사들까지. 개중에는 부유한 상인들로 보이는 이들도 있다. 이거야 그저 가족끼리 조용히 식사나 하자는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완 전히 틀린듯한걸? 이런 귀찮은 일은 질색이야. 무엇보다… 내 얼굴을 알고 있는 귀족들이 많단말이야. 난 귀족들 사이를 지나쳐서 셔우드 자작에게 다 가갔다. 많은 귀족 사내들에게 둘러 쌓여있던 셔우드 자작은 나를 보자 반갑 게 웃으면서 다가왔다.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마마." "고마워요. 자작님." "실로 대단한 무용이더군요. 감탄했습니다." "과찬이세요. 그런데… 전 조금 피곤해서…" "아! 이거 제가 실례한것 같습니다. 얘야. 유리아?" "네. 아버님" "마마께 방을 안내해 드리거라. 그럼 편히 쉬십시오. 마마."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자작님" 난 살짝 고개숙여 답례를 한뒤 유리아에게 다가갔다. 이 진청색 머리카락을 가진 아가씨는 못본사이에 굉장히 아름다운 미녀가 되어있었다. 그녀의 손길 에 이끌려 연회장을 빠져나온 난 성안 3층에 있는 손님방으로 안내되었다. 에린 녀석이 조금 걱정되기는 하지만 그녀석도 바보는 아니니까… 아니 바보 맞지. 으음…. "무슨 생각을 하세요? 마마" "음? 아… 별거 아니에요." "호호.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아까전에 토너먼트 우승하실때의 모습과는 너무 차이가 나네요." "헤… 뭐. 좀 그렇죠." 혀를 살짝 내밀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응? 이건… 사내들이나 하는 짓거리 인데. 어느사이엔가 옮은듯 한걸? "이쪽이에요. 마마." 앞서서 나를 안내하는 유리아의 모습이 왠지 조금 부러웠다. 보통사람들에 겐 아마도 저런 모습이 진짜 현숙하고 기품있는 귀족가의 영애라고 생각하겠 지? 내 손을 잡고 있는 유리아의 손바닥도 부드럽다. 내 손에는 신경쓴다고 신경썼는데도 어쩔수없이 자리잡은 굳은살이 박혀 있는데 말이야. 왕성의 내방에 비할바는 못되지만 나름대로 크고 화려한 방이 내게 배정되 었다. 시녀들뿐만 아니고 호위 기사와 종자들을 위한 방까지 딸린 커다란 손 님용 방이다. 베게도 푹신푹신. 침대도 푹신푹신. 오늘은 오랫만에 편한한 침 대에서 잘수 있을것 같은걸? "잠깐만 기다리세요. 마마. 아마 페이핀도 성에 와 있을거에요. 제가 바로 가 서 불러올께요." "아… 괜찮은데…" "아니에요! 그애도 마마를 뵈면 좋아할거에요." "똑똑" 응? 어라? 벌써 와있네? 우리가 들어온 문가에는 페이핀이 서있었다. 그동 안 가끔 보기는 했지만 근 6개월간 못만났는데 오랫만에 봐서 그런지 많이 변했는걸? 입으로 노크를 한 페이핀은 방안으로 들어오면서 말을 했다. "서운해. 유리아. 나만 쏙 빼놓고 말이야." "지금 부르러 가려고 했단 말이야. 너무 그러지마" "흥흥" "아하하…" 웃어야지 뭐. 나와 페이핀 사이에 서서 어쩔줄 몰라하던 유리아는 이 상황 을 어떻게 벗어날지 잠시 고민하더니만 이내 손벽으 짝하고 치면서 말했다. "아! 마마 제가 차를 내올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런거라면 그냥 시녀를 시켜도 되잖아요." "안돼요! 헤헤. 아버지가 아끼시는 차를 살짝 가져올 생각인걸요. 이번에 남 방에서 비싼 홍차가 들어왔다고 했어. 아삼이라던가?" "나중에 혼날껄? 유리아." "헹이네요. 아무리 목숨만큼 차를 아끼는 우리 아버지라해도 아넬리안 님에 게 대접한거라고 하면 그냥 잘 넘어갈거야. 그럼 바로 다녀올께요" 뭐… 말리고 자시고 할새도 없이 휭하고 나가버렸다. 그리고 나자 방안에는 나와 페이핀 단 둘만이 남게 되었다. 음…. 페이핀도 사내들처럼 긴팔 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다. 마치 승마용 바지같이 생긴듯 한데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 헐렁해 보여. 거기다 허리에는 남자들처럼 검집을 메달수 있는 허리 벨트를 차고 있었고 왼쪽 허리춤에는 일반적인 롱소드보다 짧아보이는 검집이 메달 려 있다. 그리고… 이전에 보았을때 거의 엉덩이까지 내려올만큼 길고 긴 검 은 머리가 싹둑 잘려져 있다. "이상해요?" "아… 아니요. 그게…" 검은 머리인데다가 눈동자색도 검은색이라 그런지 꼭 로이드를 보고 있는것 같단말이야. 이런 말을 할수야 없겠지? 푸우… 이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 는지 페이핀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 갑 자기 사무적인 어투로 말을 꺼냈다. "이번달에도 지원금을 신청했더군요. 아무리 재력이 넘치는 우리 아렌시아 상회라도 좀 무리라고 생각되지 않으세요?" "으음… 이쪽도 자금 문제가 심각해요. 돈이라는건 아무리 끌어다 써도 모자 르더군요." "우리쪽 역시도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건 마찬가지라는걸 아실텐데요? 마마. 너무 이렇게 쥐어짜려고만 하시면 손 떼는 수밖에 없답니다." "…그에 대해서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죠." "그냥 워렌 자작령 산 암염 판매권을 넘겨주시는건 어때요? 네?" "그건 좀…" 요 근래에 가장 큰 사건이라고 하면 그 뺀질이 덴 녀석의 영지에 있는 암염 광이 근래에 유래없는 큰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것이다. 맛이 순하고 단단하 며 불순물이 거의 끼어있지 않은 이 돌소금은 장거리 여행을 하는 여행자들 은 물론이고 군인, 귀족 할것없이 모두들 선호하는 고가의 물건이 된것이다. 거기다 아주 단단한 결정을 이루고 있어서 물에 잘 녹지도 않는다. 보관이 용이하고 다량으로 옮길때도 편하다. 물에 젖어도 어느정도는 버텨주는데다 가 소금 특유의 짠맛도 연한 편이니 인기가 없으면 이상할것이다. 물론 그 소금광의 가장 큰 수요자는 당연히 국가이지만 - 대부분 군 비축분으로 들 어갔다 - 왕실에 납품하는 양을 제하고도 많은 양의 암염이 지금도 채굴되 고 있고 또 보통 소금의 두세배에 해당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특히 내륙 지방인 크레센트 동부나 아넬 공국같은 내륙 국가들은 물량이 부족해서 못팔 정도라고 한다. 그런 이권을 달라는 것인데… 으음… 솔직히 곤란하다. 언제 나 무뚝뚝하고 무표정한 아르케네스가 이사실을 알게되면 날 잡아먹으려고 으르렁거릴게 뻔하다. 그렇다고 우리를 지지하는 남부 귀족 연합내에서 실세 나 다름없는 아렌시아 상회의 원조가 끊기는것도 문제이고…. "물론 모두 달라는건 아니에요! 단지 이곳 남부 지방이랑 남쪽 국가 연합에 팔수 있는 일부 교역권을 달라는것이죠. 그래야 저희도 채산이 조금 맞을테 니까요. 어차피 우리쪽에서 벌어도 결국 마마에게 돌아가잖아요. 안그런가요? 네?" "그렇기야 하지만…. 음… 이건 담당관들과 협의해서 나중에 통보해드리죠." "네에~ 좋은 답변 기대할께요" 어이어이. 난 그저 협의만 한다고 했을뿐이라고. 때마침 유리아가 돌아왔다. 직접 찻잔과 뜨거운 물이 들어있는 찻주전자를 들고 말이다. "어머. 저 빼고 무슨 이야기 중이셨어요?" "유리아 욕하고 있었지롱." "뭐? 정말이에요? 마마?" "아하하…" "못됐어. 페이핀. 넌 차 안줄거야." "아앙~ 유리아앙~" 식은땀이 절로 난다. 지금 내 앞에서 삐진척 볼을 부풀리는 여인과 어깨를 흔들면서 애교를 떨고 있는 여인. 저 둘이 나보다 두살이나 많은 '언니'들이 맞는걸까? 열 대여섯쯤 된 소녀들이라면 나 역시도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으윽. 쇼크야. 부산스러운 여인들이 알아서 물러간뒤에 내 종자들이 방안에 들어왔다. 내 종자는 두명이었는데 로얄가드에 이름이 오르면서 배정받은 아이들이었다. 이제 겨우 열네살인 연갈색 머리색이 어울리는 귀여운 얼굴의 레실과 천성이 그런건지 아니면 일부로 그러는것인지는 몰라도 왠지 나를 싫어하는듯 하는 노엘. 이제 열세살밖에 안된 아이가 뭘 알겠는냐만은… 아마도 제이크 등의 주입식 교육에 의한것 같다. 저 노엘 역시도 내가 기사노릇을 하는걸 싫어하 는듯 하다. 거기다 그런 내 종자가 된것도 싫은듯한 느낌이고 말이야. "무슨 일들이야?" "에린님이…" "에린이? 왜?" "사라지셨습니다." "어디에도 없어요. 마마" "끄응…" 그 바보 또 어디서 헤메고 있는거야? 에휴… 하여간 말이지…. 절로 이마에 손이 가져가진다. 그 바보는 하루라도 사고를 안치면 잠을 못자는거냐? 에 휴…. 가끔은 뺀질이 덴이 불쌍할때도 있다. "그리고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크렌경과 닐크경이라는데 성과 소속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돌려보낼까요?" "크렌이? 아니야. 둘다 들여보내. 그리고 그녀석들이 찾아온건 함구하도록 하 고 너희들은 나가서 제이크경과 상의해서 에린 얼굴 알고 있는 기사들과 병 사들을 데리고 성안을 샅샅이 수색하도록 해. 분명히 어딘가 엉뚱한데서 헤 메고 있을게 뻔하니까." 하여간 결혼까지 한데다가 아이까지 있는 애 엄마 주제에 너무 맹하고 멍청 하다니까. 보나마나 또 어딘가 엉뚱한 장소에서 나를 애타게 찾으면서 헤메 고 있겠지. 쯧쯧. -------------------------------------------------------------- ...풀썩. 으앙(운다) 가우군 p.s 의미 불명.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7장 Tournament (3) 2003-11-03 04:48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곧이어 크렌과 닐크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한때 기사였던 크렌은 이제 완숙 한 요원으로 변해있었고 용사지망생이던 닐크는 몽크라는 직업을 내팽개친체 크렌과는 달리 기사가 되었다. 물론 닐크는 자신이 원해서 그렇게 된것이고 크렌은 나와 덴의 강압에 의해서 어쩔수없이 직업을 바꾼것이기는 하지만… 하여간 우리 조직에 있어서도 이 둘의 위치는 이제 만만치 않은 자리에 있 다. 특히 10개 중대 1000명을 지휘하는 대대장으로 진급한 닐크는 주변의 불 만과 질투마저 날려버릴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어서 카라덴 요새 내에 서도 손꼽히는 유망주가 되어주었다. 겨우 2년만에 말이야. 후후. "오랫만이군. 둘 다. 마지막으로 본게 언제였지?" "전 작년 겨울이었죠. 그리고 이 닐크녀석은 아마 1년만이실겁니다." "그래. 무슨 일이지?" "아크레닌 왕국에 파견 나가있는 요원들로부터 긴급 첩보가 입수되었습니 다." 긴급이라…. 그건 각 요원이 자신들의 신분이 노출되는것도 감수하면서 전 하는 최고급 정보라는 뜻인데…. 아크레닌? 그 조그마한 왕국에서 무슨 큰일 이 있을려나? 나는 두 사내들에게 우선 앉으라고 손짓한뒤에 기다렸다. 에린 녀석이 없어서 차 한잔 내오라고 시킬 사람도 없네. 아르케네스라도 있으면 그에게 부탁이라도 할텐데 말이야. "어디 들어볼까? 말해봐" "브리츠의 암살자들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전에 마마께서 처리하셨던 그 괴물 무리가 있는 지역도 알아냈다고 합니다." "아크래닌 내부에서 군사들의 움직임이 빈번하다고 합니다. 마마" "그 나라는 지금 집안싸움에 정신 없지 않던가?" "아닙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왕위 계승권자가 셋이나 나와서 서로 치고 박 느라 정신없었습니다. 하지만 요 일주일사이에 두 명이 암살당했고 정국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고 합니다." "흠…. 누구야?" "저희측에서 뒤를 봐주던 론델 공작은 가장 먼저 암살당했고 로세니아쪽에서 공공연하게 지원하던 피츠 왕자도 죽었습니다. 지금은 이전 아크래닌 국왕의 먼 친척인 셰필 후작이 왕위계승권을 획득한 상태입니다. 조만간 대관식을 치루고 공식적으로 국왕으로 등극한다고 합니다." "내 기억으로는… 그 무슨 후작인가 하는 녀석은 아무런 지지기반도 없던 별 볼일 없는 녀석 아니야?" "맞습니다. 아마도 그 뒤에 브리츠 놈들이 있는것 같습니다. 그자들이 갑작스 럽게 일을 처리한덕분에 이런 정보가 저희쪽에 흘러들어올수 있었습니다. 그 리고 우선 크레센트 남부에서 활동하는 스토커들과 스파이, 어세신들을 모두 아크래닌으로 보내놓았습니다. 자세한 경과는 몇일뒤에 보고하겠습니다. 마 마" "응. 그래… 아크래닌이라 이거지? 닐크!" "예. 마마" "그쪽에 우리측 병사들이 얼마나 되지?" "화격단을 말씀하시는것이라면… 대략 2개 중대정도 입니다. 다른 중대보다 수가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대충 180명 내외로 보시면 될것입니다." "그래…. 그녀석들 당장 움직일수 있어?" "물론 입니… 설마!" "후후. 그 설마다! 당장 카렌 불러와. 그녀석이 그 암살자 놈들을 추적하고 처리하는데는 가장 쓸만하니까. 그리고 주변 지역에 퍼져있는 화격단 병사들 도 끌어모아서 이동시켜놔." "허나… 잘못하면 국제문제로 번질수 있습니다. 아크레닌국이 남부 연합 국 가중에서 저희 크레센트의 발언력이 강한 나라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엄연히 타국입니다." "상관없어. 짖을테면 짖으라고 해. 안 무서우니까. 그리고 크렌은 전에 내 대 역을 했던 그 요원 데려다가 곁에서 뒤를 봐주도록 하고 닐크는 나와 같이 남부 연합으로 가도록 하지. 크렌은 덴을 도와서 그쪽 정보를 취합하고 병사 들을 이동시켜. 두개 중대로도 모자를수 있으니까 이 근방의 병력들도 모두 이동시키도록 하고." "하지만…" "하지만이고 저지만이고. 우리 크레센트에 반하는 자들은 대륙 끝에 있다해 도 추격해서 모조리 뿌리 뽑는다. 그러기 위한 화격대가 아니던가? 안그래?" "그렇긴 합니다만. 마마 역시 사정이…" "로이드 국왕 폐하를 위해서다. 반대는 인정하지 않겠어. 그렇게 알고 나가보 도록. 아. 닐크는 당장 밖에 나가서 우리들이 여행할 물건들을 사두도록 해. 크렌이 내 대역을 데려오면 바로 바꿔치기 할테니까." "예. 마마." 그말을 끝으로 난 두 사내들을 내보냈다. 아크래닌이라…. 흠. 로이드를 비롯한 나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내게 독단적이고 독선적이라고 한다. 그점에 관해서는 나 역시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만큼 효율적이고 효과 적이라는 점에서는 모두들 인정한다. 그렇기에 내가 제멋대로 일을 처리해도 다들 순순히 따르는것이지. 불평은 할지언정 반대는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옳으니까. 아직까지는 말이야. 바보 에린 녀석이 붙잡혀왔다. 녀석은… 성의 시녀들과 함께 빨래를 하고 있다가 내 종자인 레실에게 붙잡혔다. 덕분에 에린 녀석이 좋아했는지 슬퍼 했는지는 내 알바가 아니지만…. 그래 자작부인씩이나 되는 녀석이 그것도 이 셔우드 자작령 만큼이나 부유하고 큰 영지의 안주인씩이나 되는 주제에 이 성의 시녀장이 일손이 부족하다고 붙잡아 가는데 그대로 끌려가서 일이나 거들고 있냐? 에휴휴휴…. 바보 천치 수준도 이정도면 국왕감이다. 국왕감이 야. "다녀왔습니다. 마마… 저어…" "가서 차나 내와." 꼴도 보기 싫어. 저 바보. 내 위신을 떨구는것에도 정도가 있지 말이야. 저 녀석은 죽어도 귀족은 못될것 같다. 완전히 시녀근성이 뼈속까지 박혀있다니 까. 잠시뒤에 레실과 노엘이 한떼의 하인들과 함께 방안으로 들어왔다. 두 소년 은 연갈색 카펫 위에 붉은 천을 촘촘하게 깐뒤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육중 한 내 갑옷을 들고온 하인들을 시켜서 부위별로 바닥에 늘어놓았다. 그리고 기름먹인 천으로 갑옷을 닦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쇳덩어리 인지라 이렇게 손질해주지 않으면 금방 녹덩어리가 되어버리니까 말이야. 난 에린이 차를 내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두 소년이 낑낑대면서 갑옷의 앞뒤를 천으로 박박 문지르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열렬한 기사도 추종자인 레실은 소매 로 이마의 땀을 닦아가면서 열심히 내 갑옷을 손질하는데 반해서 노엘녀석은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인상을 쓴채 작은 소리로 투덜거리면서 손을 놀리고 있다. 하긴 저 노엘 녀석은 원래 내 종자가 될 녀석이 아니었지. 원래대로라 면 제이크경의 기사들중 한명에게 배정될 아이였는데 내가 억지로 끌어왔으 니 싫어할만도 하겠군. …라고 하지만 어쨋든 저녀석 주인은 난데 계속 저딴 식으로 나온다. 하여간 귀엽지 않은 녀석이라니까. "마마 차를 가져왔습니다." "응. 거기다 놔. 그리고 너도 앉아. 레실, 노엘 너희들도 이리와서 앉아." 찻주전자를 보니 네명이 마실만큼은 될듯 하다. 노엘 녀석은 잔이 하나인것 을 보고 내게 아무말도 안하고는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리고 에린과 레실이 의아한 얼굴로 내 맞은편에 앉아있는동안 어디선가 찻잔 세개를 들고 돌아왔 다. 머리도 좋고 눈치도 빠른데 문제는 나를 탐탁치 않게 여긴다는것. 네녀석 그 태도 안바꾸면 평생 기사는 못될껄? 흥. 에린은 숙달된 자세로 차를 따라서 각자의 앞에 내려놓았다. 다른건 다 바 보같고 둔하지만 가사일하고 차에 관해서는 쓸만하다니까. 하지만… 귀부인 에게 그런것은 아무런 도움도 안된다고. 알고는 있냐? 바보 에린 녀석아. "저… 무슨일인가요? 마마" "너희들에게 할말이 있어서." 후룩…. 역시 에린이 끓여온 홍차는 별로 떫지도 않으면서 부드럽게 넘어간 다. 좋군. "뭐해? 마셔" "네에…" 펄펄 끓여서 향을 날리는것도 아니고 따르자마자 바로 마실수 있도록 온도 를 조절하는것도 그렇고…. 저 에린 녀석 바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곁 에 둘 만한 가치가 있는것 같아. "우선… 에린!" "네…네?" "너. 왕실로 돌아가." "네에?" "내말 못들었어? 왕실로 돌아가라고. 가서 우리 로렌이랑 네딸 예니랑 놀아. 너한텐 그게 딱 맞아. 괜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남의 집 허드렛일이나 하 면서 내 위신 깎아먹지 말고" 에린이라면 우리 로렌도 잘 따르는데다가 그애의 유모이기도 했으니까 나도 안심할수 있지. "네에… 하지만… 마마께서는…" "난 지금은 안 돌아간다. 그리고 가서 그 코넬리아 망할 계집애가 로렌에게 못 달라붙도록 알아서 잘해. 전처럼 같이 놀다가 나한테 걸리면 예쁜 상자를 구해놓을테니까 알아서 처신 잘해." 분홍색으로 칠해진 튼튼하고 단단한 나무 상자에 리본과 레이스로 치장한뒤 그안에 에린 녀석을 집어넣고 로세니아로 돌려보낼거다. 에린과 맞먹는 맹하 고 멍청한 코넬리아 계집애는 도저히 내 손에서 처리가 불가능하니 이렇게라 도 해야지. 바보는 바보로 상대하는 법! "알았어?" "네? 네에…" "그리고 레실과 노엘" "네" "말씀하십시오. 마마"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레실, 퉁명스러운 어투의 노엘. 노엘쪽이 한살 어리기 는 하지만 이 녀석이 머리도 좋고 실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성격이 마음에 안든다. 반면 레실은 다 좋은데 실력면에서 내 눈에 안찬다. 어느쪽이 좋을 까? "내가 당분간 일이 있어서 멀리 떠날거야. 너희 둘중 한명만 데려갈 생각인 데 어느쪽이 갈래?" 둘다 말이 없군. 하긴 당연한거겠지? "무슨 일을 하시려는것입니까? 마마" "알것없어. 비밀 임무이니 지금 여기서 나눈 대화 역시도 비밀로 해야한다는 것만 알려주지" "그럼 제가 가겠습니다." "노엘? 너…" "호오… 날 싫어하는게 아니었나? 노엘?" "싫긴하지만… 그래도 마마께서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기사이시니까요." 흠… 요는 내가 여자인건 싫지만 실력은 인정하겠다. 이건가? 그 꼬장꼬장 한 노기사 제이크경도 아이들 교육 하나는 잘해놨군. 겨우 열셋밖에 안된 꼬 맹이주제에 말이야. 하긴 그것도 나름대로 마음에 든다. 난 고개를 끄덕여 허 락한뒤 실망한 표정이 역력한 레실에게 말했다. "레실. 넌 지금처럼 '다른' 나를 잘 보필하면 돼." "네에?" 마침 내가 있는 방의 문이 열리면서 크렌과 백금발의 여인이 안으로 들어왔 다. 호오… "그 애냐? 크렌?" "예. 마마. 전에 한번 보지 않으셨습니까?" "응. 그래 네 이름은?" 나와 닮은 여자 요원에게 물었다. "아넬리안." "하~ 재미있는걸?" 멀리서 보면 나와 쏙 빼닮은데다가 가까이서 봐도 꼼꼼히 따져보지 않는다 면 알아채기 힘들만큼 나와 닮았다. 어디서 이런 녀석을 구해왔을까? 덴 녀 석도 참 대단하다니까. "좋아. 마음에 들어. 레실!" "네넷!" "무슨뜻인지 알겠지? 에린과 넌 저 아이를 곁에서 잘 돌봐주도록. 될수 있으 면 공식 행사나 나를 알아볼만한 자들은 피하도록 하고 꼭 필요할때만 얼굴 을 내밀도록해. 그리고 에린. 로렌은 낯을 많이 가리는편이니까 알아서 해" "예에… 그런데 정말 닮았네요. 마마." "바보냐? 닮았으니까 내 대역을 하는거지!" "그…그런가요? 아! 그렇죠. 네에…" 두통이 몰려올려고 한다. 크으으으…. 가끔 생각하는거지만 덴은 어쩌면 나를 처음 만난 4년전부터 이미 이런 준 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 대역이 필요하다고 말하니 까 겨우 일주일만에 척하고 대령한다. 그것도 한두해 동안 단련한것이 아닌 숙련된 여 암살자로 말이다. 카렌처럼 아주 어릴때부터 교육과 훈련을 시킨 것이 분명하다. 혹시… 내가 이 나라에 오기전부터 준비한게 아닐까 하는 그 런 생각도 든다. 거기다 말은 안하지만 덴 만의 사설 조직이 따로 있는듯한 기분도 들고 말이야. 그가 맡고 있는 정보부와는 별도로 말이다. 남부지방 귀 족들을 단시간에 규합하는것도 그렇고 시기적절하게 필요할때 마다 원조가 들어오는것도 그렇고 너무 아귀가 딱 맞아 떨어져서 오히려 의심이 간다. 하지만 뭐… 상관없겠지. 어쨌건 덴과 나의 목적은 일치하니까 말이야. 나중 에 어떻게 된다해도 지금 당장 덴은 나의 부하이고 그것도 충실한 심복이다. 그렇게 믿도록 해야지 별수 있나? 의심이 간다고 가서 꼬투리 잡고 패대기 칠수도 없는법이니까. 그리고 부하란 역시 야망이 있어야 쓸만하지 않겠어? 아무런 야망도 의욕도 없는 적당주의에 빠진 머저리들 따윈 한무더기가 있어 도 쓸모가 없으니까. 부하의 야망을 적당히 조절해주어서 자신에게 이득이 되도록 만드는것도 군주의 자질중 하나이니까 말이야. 입고있던 드래스를 대충 벗어서 던져놓은뒤 여행자들이 자주 입는 마로된 두꺼운 셔츠와 바지를 껴입었다. 쓸데없는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솜을 넉넉 히 넣은 옷을 껴입은 덕분에 체구가 조금 작은 청년같은 체형이 되었다. 으 음… 좀 더운걸? 옷을 갈아입고 그 어깨에 여행자용 망토와 후드를 둘러쓰고 나니 이건 완전 순례자같은 모습이 되었다. 로브로 할까도 생각해봤지만 끔 찍하게 더울것 같아서 패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와보니 에린 녀석은 내 대역과 수다를 떨고 있다. 슬그머니 다가가서 들어보니 대부분 내 습관이나 취미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 다. 저녀석도 의외로 적응을 잘하는걸? 하지만 기본적으로 바보라는데는 아 무런 이의도 없지만 말이야. "아… 마마" "응. 계속하도록 해. 난 바로 나가볼테니까. 둘다 알아서 잘 처신하고 곤란한 일이 있으면 덴이나 에레니아 시녀장에게 말해서 처리하도록 해. 참. 그리 고… 절대 로이드 앞에는 나서지마. 그라면 한눈에 알아챌테니까. 알았지?" "네에…" "……" 저녀석도 카렌처럼 말을 거의 안하는군. 암살자들은 다 그런가? 흠… 어쩌 면 그쪽이 더 나을수도 있겠군. 난 내 대역으로 앉아있는 요원이 고개를 살 짝 끄덕이는걸 본뒤에 방 한구석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 크렌과 노엘쪽으로 다가갔다. "뭐하는거야?" "예?" 텅… 깜작 놀랐는지 크렌이 일어서다가 바닥에 무언가를 떨어트렸다. 슬쩍 보니 내 투구인데… 뭐야 저건? "그건 뭐야?" "마마의 갑옷입니다. 대용품이죠. 훈련을 했다고는 해도 마마께서 쓰시는 헤 비 슈트 아머를 입고 움직일수 있는 '인간'은 없으니까요." "호오~ 그말은 내가 '인간'종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뜻인가? 귀에 거슬리는 걸?" "그…그게…"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상대해주지. 내 갑옷은?" "저쪽 상자입니다." 크렌이 가리킨 곳을 보니 노엘이 낑낑거리면서 상자를 닫고 자물쇠로 잠그 는게 보였다. 같은 색에 같은 모양을 가진 상자라… 준비하나는 철저하군. 흠. 하긴 그정도는 되야 이 아넬리안의 부하라고 할수 있겠지. "그런데… 이거… 저도 못들겠는걸요? 마마" "내가 들지. 애초에 기대도 안했어. 허약한 놈들 같으니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난 상자를 들어올렸다. 흡… 조금 무겁다. 어쨌건 난 튼튼 한 나무 상자를 들어서 어깨에 올려놓은채 섰다. 그런 날 보는 크렌과 노엘 은 아주 질린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긴 힘좋은 하인 네뎃명은 몰려들어야 간 신히 옮길만한 물건을 표정하나 안변하고 들어올렸으니 저러는것도 이해가 가긴 한다. 후후후. 이건 다 내가 잘나서 그런거라고. 노엘 녀석은 허약하다 는 내말에 충격을 먹어는지 입을 삐죽이며 고개를 돌려버린다. 어째 반응이 카렌 녀석이랑 비슷한것 같은데? "자. 가자고. 시간 없으니까 빨리빨리 해치워야지. 안그래?" "예에…" 그렇게 난 에린과 가짜 '아넬리안' 그리고 레실의 전송을 받으면서 방을 나 섰다. 주변에 돌아다니는 시종이나 시녀들의 시선을 피해서 성을 나선 우리들은 성문 한켠에 짐마차를 대기시켜놓은 닐크에게로 다가갔다. 쿠우웅…. 어깨에 들고 있던 상자를 비어있는 마차위에 올려놓으니까 마차 바퀴가 덜컹거리면 서 흔들린다. 덕분에 짐마차를 모는 두필의 짐말들이 뒷걸음질친다. 흐으 음…. 사람보다 힘도 좋은 말들 주제에 말이야. 이런 가녀리고 연약한 숙녀도 거뜬히 드는 이 조그만 상자무게를 못견뎌서 저런 추태라니. 쯧쯧. 하여간 요 즘 말들은 쓸모 있는 놈이 없다니까. 으음… 로이드 3세 - 말이다 - 도 끌고 가고 싶은데… 그녀석은 내 마스코트나 다름없는 녀석인지라 '가짜'가 들통나 지 않으려면 놔두고 가야겠지? 에휴휴…. 정말이지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 서 하는거람. 체체쳇. "안타십니까?" "응? 아응…" 혼자서 생각하던게 좀 길었던것 같다. 난 닐크의 재촉에 짐마차 한켠에 올 라탔고 내 옆에 노엘이 뒤따라서 탔다. 그리고 손을 흔들면서 잘 다녀오라고 말하는 크렌을 가볍게 무시해준뒤 닐크에게 짐마차를 출발시키라고 명령했 다. 셔우드 자작의 성을 나온 우리들은 그리 크지않은 작은 도시를 빠져나온뒤 남쪽으로 말을 몰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셔우드 자작령의 위치가 남부 도 시 연합과의 무역을 위해서 가도를 잘 정비해놨다는 점이다. 포장도로가 아 니었다면 마차를 몰때 나오는 먼지들은 물론이고 길가에서 마차바퀴를 작살 내기위해서 숨어있는 돌맹이들도 신경써야하고 무엇보다 말이 쉽게 지친다. 이말은 같은 시간동안 갈수 있는 거리가 제한된다는 뜻이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는 지금 엄청나게 빠른속도로 나아가고 있다. 닐크와 나 그리고 노엘 이 렇게 셋은 마치 세형제가 - 닐크 녀석이 가족같다고 말했다가 맞았다 - 여 행을 떠나는것 같은 모습으로 남부 가도를 달렸다. 짐말은 원체 발이 느린지라 혼자서 말을 타고 달리는것보다는 훨씬 늦지만 상대적으로 힘과 지구력이 좋다. 덕분에 근 1시간동안 빠른 속도로 텅빈 가 도를 달릴수 있었다. 거기다 우리 뒤로도 맞은편으로도 아무도 지나가지 않 고 있기에 더욱더 빨리 달릴수 있었고 시원한 - 덥다. 젠장 - 바람이 짜증나 는 기분을 저하늘 너머로 날려보내주었다. "얼마나 더 가야하지?" "이속도로 앞으로 두시간정도만 달리면 국경 근처에 도착할것입니다. 국경요 새 근방의 작은 마을에서 모이기로 했으니 거기까지만 참으십시오. 마마" "그래. 그리고 밖에서는 아가씨라고 부르던 도련님이라고 부르라고." "예. 마님. 이러면 되었죠?" "죽을래?" 퍽. 내 바로앞에 앉아서 마차를 몰고 있는 닐크놈의 뒷통수를 후려갈겨줬다. 덕분에 닐크놈이 뒷통수를 부여잡고 눈물을 찔끔거리며 나를 돌아봤지만 주 먹을 슬쩍 들어주는것으로 그의 고개를 다시 돌려놓았다. 흥. 마차는… 넓은 평원 한가운데를 잘도 달린다. 지루하다…. 이런 기분은 참 오랫만인것 같긴 한데 말이야. 광활한 황무지 중앙을 달린다는것이 이렇게 심심한건지 미처 몰랐다. 왼쪽을 돌아봐도 1m 도 안되는 작은 나무들과 가끔 땅을 뚫고 나와있는 풀들뿐이다. 오른쪽을 둘 러봐도 붉은 흙들과 자잘한 나무들밖에 안보인다. 애초에 날 싫어하는 노엘 녀석은 말하기도 귀찮은지 구석에 쳐박혀서 쿨쿨 자고 있고 나한테 한대 맞 은 닐크녀석도 말이 없다. 아~ 심심해. 심심하고 무료한 마차여행 덕분에 짐짝처럼 옮겨지고 있는 난 눈을 감고 꾸 벅꾸벅 졸았다. 덜컹거리는 마차바퀴 소리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그정도야 뭐… 마음 넓은 이 내가 참아줄수 있을정도의 소음이다. 하지만 왠 지 이전보다 이 마차가 좀더 난폭하게 달리고 있는것 같은 착각은 나만의 착 각 일려나? 아니면 분노의 표출일려나? ……앗차. 또 졸았네. 하암… 눈을 쓱 쓱 비비고 주변을 돌아봤다. 하지만 아까전과 별 차이가 없는 풍경. 아직도 멀은것 같다. 에이에이… 노엘의 무릎을 베고 드러누운채 - 녀석이 반항을 좀 하긴 했지만 힘으로 제압했다 -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보다 깜빡 잠이 들었던 난 갑자기 누군가 가 어깨를 흔드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야 했다. "우웅… 뭐야?" "앞을 좀 보십시오." "어엉?" 눈을 비비면서 일어난 나는 닐크가 손을 들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넓은 황무지. 그리고 그 황무지 중앙을 가로지르는 대로. 그리고! 그 대로 한 가운데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커다란 통나무 세개. "……" "……" "…역시 그거겠지? 닐크" "네. 아마도…" "에휴…" "어떻할까요?" "그냥 돌아서 가. 귀찮아." 난 손을 내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바보도 아니고 말이야. 사방이 뚫린 황 무지 중앙에다가 저렇게 보란듯이 통나무를 쌓아놓으면 누가 저걸 치우고 지 나가냐고…. 그냥 길에서 살짝 벗어나서 돌아가면 되지. 어떤 바보자식이 저 런 짓을 했는지 짐작은 간다만… 자다깨서 그런지 기분도 안좋고 또 귀찮다. 그런 내 명령에 닐크는 마차를 길가로 벗어나게 했고 잠시뒤에 마차는 그 통 나무 무더기를 슬쩍 지나쳤다. 그때 갑자기 우리들 뒤쪽에서 '와하하핫'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와하하하핫! 죽고 싶지않으면… 으응?" 우리들이 지나온 길가의 흙더미 속에서 사내들 일곱이 뛰어나오긴 했는데… 어쩌나? 내가 타고 있는 마차는 이미 통나무에서 한참을 지나친걸… 저놈들 분명히 졸았을거다. 내기해도 좋아. "야! 거기 서!" 땅속에 구덩이를 파고 숨어있다가 튀어나온 놈들중 가장 체구가 좋은 놈 - 아마도 두목이겠지? - 이 우리쪽을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난 귀찮다는듯이 손을 저으며 노엘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러자 노엘은 달리는 - 닐크도 이 상황을 즐기는지 마차는 천천히 나가고 있었다 - 마차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그 두목에게 친절하게 답변해줬다. "너라면 서겠냐?" "어…" 저거 바보 아니야? "두목!" "바보냐? 두목아! 서란다고 서는 놈이 세상에 어디있냐?" 쯧쯧. 부하들에게도 신뢰를 못받는 불쌍한 녀석이군. 하지만 덕분에 잠이 다 깼다. 난 닐크에게 손짓해서 마차를 세우라고 한뒤에 상자를 열어 - 자물쇠 때문에 조금 고생했다 - 내 갑옷중 건틀렛만 꺼내서 양손에 낀뒤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그러자 두목녀석이 날 보며 아니 우리쪽을 보며 소리쳤다. "저거봐! 서라고 하면 서잖아! 이잡것들이 두목을 뭘로보고…" "뭐야? 날씨도 덥고 짜증나는데 왜 사람을 오라가라 하는거야? 앙?" "뭣이? 저놈이 아직 상황이 파악안되나보지? 애들아!" "오우!" "저 놈 죽여버려! 아니다! 죽이는건 너무했고 죽을만큼만 때려줘라." "우오오오오~" …연습 많이 했나보다. 두목한테 반말이나 지껄이던 녀석들이 그자의 말에 오오~ 하고 답하며 우리쪽으로 뛰어왔다. 이에 난 마차위로 폴짝 올라탄뒤에 닐크에게 달리라고 손짓했고 마차는 그 산적 - 혹은 야적? - 들이 죽자고 뛰어올때쯤엔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거리가 벌어진다. 애초에 말과 인간의 달리기라는건 상대가 안되니까 말이 야. 비록 그게 발이 느린 짐말이라해도 예외는 없다. 죽자고 뛰어와서 단번에 20m정도를 줄인 힘 좋은 야적들이었지만 단 몇초만에 마차는 쏜살같이 달려 나갔고 거리차는 단번에 늘어났다. 뒤를 힐끔거리면서 서로간의 거리를 재는 닐크는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달아놓은채 마차 속도를 조절했고 우리들과 야 적들의 거리는 대략 100m정도에서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았다. 그렇게 한 1분쫌 뛰게 만들어주었더니 야적놈들이 헥헥거리면서 혀를 내민채 바닥에 주저앉는다. 그러자 닐크놈이 마차를 세운다. "이 빌어먹을 자식들아! 네놈들도 사내냐? 사내면 남자답게 맞짱뜨자!" "남의 물건 빼앗는 도적놈들이 사내운운하다니 웃기지도 않는다" 노엘 녀석도 흥이 돋았는지 - 혹은 나처럼 심심해던걸지도… - 말도 안했 는데 제멋대로 대답한다. 그러자 그 두목놈이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악을 써댄다. "크아악! 쥐방울 만한것이 감히 어른을 놀려? 너 죽어볼래? 아니… 죽도록 얻어맞아 볼래? 앙?" "안무서워! 때려봐. 때려봐. 거기서 뭐하냐? 와서 때려봐" "끄아아악! 내가 네녀석 엉덩이가 불나도록 흠씬 두들겨주지 않으면 내 성을 갈겠다!" "그럼 성갈겠네? 무슨 성으로 할래?" 그러면서 노엘 녀석이 갑자기 혀를 쑤욱 내밀지 않나 손으로 눈꺼풀을 뒤집 으면서 놀리지를 않나. 그것도 모잘라서 엉덩이를 두목쪽으로 쭈욱 내밀고는 자기손으로 팡팡 친다. "와서 때려보라고~ 왜? 못하겠냐?" "끄아아아아악!!! 다 죽… 아니 다 잡아버려!!!" "끄으응…" "또 뛰라고?" "젠장할…" "이 잡것들아! 두목이 뛰라면 뛰는거지 뭔 말이 많아? 앙?" "에이 씨~" 그렇게 야적들은 또다시 우리들의 짐마차를 향해 뛰어왔고 두손으로 배를 움켜잡은채 고개를 숙이고 있던 닐크는 어깨를 부들부들 떨면서 말채찍을 휘 둘렀다. 철썩. 철썩. 놀란 말들이 '히히힝'하고 울면서 다시 마차를 끌고 앞으 로 나아갔고 달려오던 야적들은 멀어지는 우리들의 마차를 보면서 갑자기 멈 춰서서 몸을 배배꼬거나 괜히 죄없는 바닥을 쾅쾅 치면서 신경질을 부려댄 다. 그중 한놈은 갑자기 털썩 주저앉더니 흙바닥을 두손으로 벅벅 긁는다. 풋. "푸하하하하하하" 아우우우… 배 땡겨. 난 마차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어댔다. 정말이 지… 저런 웃긴놈들은 처음이야. 다른의미에서 진심으로 감탄했다. "큭큭큭큭…" "뭐…뭐가 웃기나아!" 푸흘흘… 그럼 안웃긴가? 하긴 저놈들 딴엔 진지한거겠지? 우리가 또 도망 칠까봐 달려오지는 못하고 그렇다고 쉽사리 포기하기도 힘든지 그냥 돌아가 지도 않는 녀석들은 우리가 타고 있는 마차만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 고 있다. 마치 짐말들이 탈이라도 나거나 마차 바퀴가 고장나면 우리들의 짐 이 모두 자기것이 될수 있는데 저놈의 마차때문에 안되는거라고 한탄하는것 처럼 말이다. 푸흡… "거봐! 두목! 그러니까 내가 통나무 바로 옆에 구덩이를 파야한다고 했잖아!" "에이씨! 저번에 내가 거기 있다가 마차바퀴에 깔렸잖아! 니가 깔려볼래? 얼 마나 아픈줄 알아? 앙" "푸하하하… 나죽어…나죽어…" "푸흡…" 닐크녀석은 벌써 마부석을 벅벅 긁으며 웃고 있었고 늘상 퉁명스럽게만 굴 던 노엘 녀석까지 눈물을 찔끔거리면서 입술을 실룩이고 있었다. 나만 큰소 리로 웃고 있었네? 으하하하… 미치겠다. 웃는게 이렇게 고통스러운지 예전엔 미처 몰랐어. 아주 환장하겠다. 눈에서 는 눈물이 줄줄 흘러나오지 배는 너무 땡겨서 아프지. 거기다 숨쉬기도 힘들 다. 크허허허… 문득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저 야적놈들 우리를 웃겨 죽일 생각인걸까? 내가 생각했지만… 너무 신빙성이 넘쳐서 소름돋을 정도다. "에이씨! 두목 그냥 가자! 저놈들만 손님이냐? 다른 놈도 쌔고 쌨다!" "야! 이틀만에 지나간 놈들이잖아!" "그럼 언제까지 마차 뒷꽁무니만 쫓아다닐래? 앙?" "이자식이! 두목이 까라면 까는것이지 말이야" "두목이면 다냐? 두목이면 다야?" "맞아! 지가 두목이면 두목이지! 이게 뭔꼴이야?" "그래 그래." 후훗. 이젠 자기들끼리 싸우는건가? 정말이지… 난 두손으로 입을 막고 큭 큭거리며 웃고 있는 닐크를 툭툭 쳤다. 눈가에 눈물이 한가득 고여서 앞이 뿌옇게 보인다. 우후후후…. "크흡… 크허허. 네에?" "푸흡… 돈있지? 줘봐" "여…여기… 푸흡…" 닐크녀석은 얼마라고 물어보지도 않고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서 내게 건내줬다. 난 그 주머니를 들고 옥신각신하면서 싸우고 있는 야적들에게 소 리쳤다. "이봐!" "그러니까… 엥? 뭐야! 지금 우리끼리 대화하고 있는거 안보여? 왜 끼어들 어? 앙?" 푸허허… 나죽어… 저런것들도 야적이라고 간판 내세우고 영업하다니. 차라 리 광대쪽이 몇백배는 적성에 맞겠다. 크흠… 이것도 다 불합리한 이 세상이 내어놓은 불행한 현실일려나? 하여간 난 입가를 가린채 웃음을 찾으면서 말 했다. "푸흡… 우리들 가봐야 하거든?" "그래? 잘가. 이자식들아! 내가 두목이야! 두목이라고!" 어허허허…. 정말이지 저런 강적은 내 살다살다 처음이다. 처음이야. 난 건 방진 부하들 - 진짜 부하가 맞긴 한지… - 에게 불끈거리는 근육을 보이며 협박을 하고 있는 두목에게 다시 물었다. "야! 너희들 이름이 뭐냐?" "앙? 에이씨! 니들 잠깐 기다려! 저쪽 놈이랑 말하고 난뒤에 다시 하자. 뭐 야?" "이름이 뭐냐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불량배들도 무슨무슨 파. 어디 조직이라 고 거창한 간판을 내세우는데 니들은 그런거 없냐?" "없다! 아니다! 있다! 제이슨과 유쾌한 부하들! 이게 우리 이름이다!" "두목! 누가 부하야? 친구들로 안고쳐?" "그거보다는 동지들로 하지? 동지들이 어감이 좋잖아?" "왜 두목 이름이 맨 앞이야? 우리들은 무데기로 부하들이고? 기분나쁜걸?" "우하하하… 좋아. 정말 좋아. 너희들 진짜 유쾌하다. 푸흐흡… 가능하면 우 리집에 데려가서 써먹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좀 바쁘거든? 그래도 이 몸 을 즐겁게 해줬으니 이건 상으로 주지" "어엉?" 그 두목놈은 무슨뜻이냐는듯 나를 보며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눈치빠른 부하들은 벌레라도 씹은 얼굴로 고개를 돌려버린다. 흠… 그래도 정상인 녀석이 있긴했구나. 반성반성. 저 두목 녀석이 너무 웃긴놈이라서 그 부하들도 모두 똑같은 녀석이라고 생각해버렸어. 하여간 난 손에 들고있던 주머니를 두어번 허공으로 던졌다 놨다 한뒤 야적들의 시선이 모두 내게 향 했을때 그 두목 녀석을 향해 힘껏던졌다. 면상을 노리고 던진거였는데 내손 을 떠난 가죽주머니는 두목 녀석의 배를 힘껏 강타했다. 퍼어어어억… 이런 실수! "끄어어어어어… 어어어어… 어어어어… 어무이…" "두모오옥! 이…이…" "아앗! 돈이다!" "오오옷! 금화다! 금화!" "와아아악! 거기서 겔겔대지말고 비켜! 두목!" 배를 붙잡고 모로 쓰러진 제이슨이라는 불쌍한 이름의 덩치 좋은 야적 두목 은 자기 부하들의 손에 의하여 멀찌감치 치워졌고 다른 여섯녀석들은 가죽주 머니에서 쏟아져나온 금화와 은화를 줍느라 정신없었다. 난 싱긋 웃으면서 마차를 출발 시켰다. 그렇게 대략 수백미터를 달려간 우리들은 야적들이 안보일만한 곳에 마차를 세웠다. 그리고… 미친듯이 웃어댔다. "푸하하하하~" "우하하하하" "하하…하…꺼헉…하하하하" 정말 미친듯이 웃어댔다. 내 평생 이렇게 노골적으로 웃어댄것은 진짜 처음 이었다. 늘상 예의범절을 먼저 생각했어야 했으니까. 하도 웃다가 축 늘어진 우리들은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클클거리면서 웃다가 싸늘한 바람이 스쳐지나간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난 아직도 끼고있던 철제 건틀렛을 다시 상자에 넣은뒤 닐크에게 마차를 출발시 키라고 명령했다. 내 말에 닐크는 천천히 말을 몰았고 그러면서 뒤를 힐끔거 리는게 좀 아쉽기는 했나보다. 그때 문득 닐크가 생각났다는듯이 내게 물었 다. "마마. 아까… 드린 돈… 이제 주십시오." "엉? 그거? 주머니채로 다 던져줬는데?" "설마… 거기 100골드도 넘게 들어있었는데요? 그걸 전부?" "에이… 뭐. 그냥 재미있었으니 됐잖아. 그쯤이야…" "저…저기… 한가지만 묻겠습니다. 마마…" "응? 그래" "혹시… 가진돈 있으십니까?" "아니. 당연히 없지. 내가 그런걸 가지고 다니겠어?" "그…그럼 노엘……군은?" 닐크는 노엘을 호칭할 말을 잠시 생각하다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노엘은 닐크를 살짝 노려봤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같은 종자가 무슨 돈이 있겠습니까?" "왜? 왜 그러는데? 닐크" "저어… 저도 그게 전재산이었거든요? 식사비며… 여관비는 어쩌죠?" "에에엑? 한푼도 없어? 동전 한닢도?" "네!" 이게 다 내 탓이라는듯 나를 바라보며 강하게 말했던 닐크는 내가 주먹을 들여보이자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도 뻔뻔하게 한마디 던지는건 잊지않았다. "이제… 노숙이로군요. 마을 앞에서 노숙이라니… 에휴…" "…크윽. 뭐… 즐거웠잖아. 그거면 됐지. 노숙이라. 그것도 오랫만인걸?" "전 아니란말입니다. 마마께서야 저어엉말 오랫만이겠지만 저같은 불쌍하고 불쌍하며 불쌍하기까지한 불행한 부하들은 늘상 노숙한다고요. 거기다… 직 접 식사까지 해서 바쳐야 하다니… 눈물이 앞을 다 가립니다. 흑흑흑" "우는척 하지마. 떄려주고 싶으니까. 에이에이. 몰라몰라. 닐크가 알아서해" "네에…" 닐크놈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제까지게 불만좀 가진가도 어쩌겠어? 설마 날 때리겠어? 아니면 반항을 하겠어? 후후후. 아~ 그래도 맨바닥에서 자는건 싫은데… 쯧.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며 미간을 찡그릴때 닐크가 슬며시 나를 보며 물었다. "저기… 아직 안늦었는데요. 마차 돌릴까요?" "……" "어떻할까요? 마마" "에이… 됐다. 줬던거 뺏는것도 못할짓이고. 그놈들도 나름대로 우리를 웃기 려고 노력했는데 준돈 다시 빼앗으면 불쌍하잖아" "하긴 그도 그렇습니다. 그럼… 제가 알아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마마" "그래. 그리고 아가씨라고 불러. 어디가서 실수하거나 하면 죽인다. 에린을 건드렸던 덴이 어떻게 되었는지 너도 봐서 알지? 나 죽인다면 진짜 죽인다." "…네" 닐크의 목소리가 떨리는것 같은 기분이 드는건 내 기분탓일려나? 흐흥~ -------------------------------------------------------------- 17장 종료입니다. 가우군 News! "로렌 오늘'도' 사고치다." 금일의 전과. 1. 복도에 세워져있던 의장용 플레이트 갑옷 2개. (수선에 2주일 소요 예상) 2. 꽃병 3개. 완전 박.살.(재생의 여지없음) 3. 복도에 걸린 초상화 3개 전파(흙과 물감이 잔뜩 묻어있다) 4. 왕비궁 복도의 양탄자 반파(모조리 진흙덩어리가 되었음) 5. 마굿간의 말 두마리 스트레스성 발광증 발발(....) 가해자의 변. 로렌 : ...... 가우군 : 어이. 뭐라고 변명이라도 좀 해보시지? 로렌 : .....아아아앙~~~ 어마~ 어마~ 우아아아앙~ 가우군 : 이...이봐! 울지말고!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논리정연하게 말해 보라고! 이봐!(로젠은 3살이다) 로렌 : 아아아앙~~~ 우에에에엥~~~ 어마~ 어마~ (갑자기 흐르는 배경음!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일이 생기며언~) 아넬리안 : (갑자기 천정을 부수고 뛰어내려옴) 누구얏!~ 어떤 자식이 우리 로렌을 울렸어! 다 죽여버릴테야! 누구얏!!! 가우군 : 크헉… 전(삐삐--)누님이냐! 아넬리안 : 오호라~ 네놈이냐? 로렌 : 어마~ 어마~ 크흥~ 어마~ 아넬리안 : 그래~ 내새끼~ 이리오련(로렌을 안아서 다독거려준다) 너! 앞으로 우리 로렌 괴롭히면 모가지를 분질러서 돼지 사료로 만들어줄테다! 각오해! 가우군 : ....... (아넬리안과 로렌 사라진다. 황망한 표정의 가우군 한숨을 내쉰다.) 가우군 :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던가? 그런데… 저건 또 어떻게 고친다?(반파된 천정을 올려다본다. 한숨) 오늘의 전적. 6. 공연장 무대 천정 반파. 장하다! 로렌! 나아가라! 로렌! 넌 할수 있다! 로렌! 지구정복을 위하여 뛰어 라! 가라! 싸워라! 그리고! 무적의 엄마를 불러라! (쿠궁!) 지구정복대 로렌 전대!(...더있다는 뜻? 으음....) ...( --)/ 가우군 p.s 은빛님과의 밥내기 대전은 이로써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p.s2 드림워커에는 이미 올려놨는데 삼룡에는 깜빡했습니다 -_-;. 11월 한달 간 연재가 지연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주간연재(7일에 1편)입니다. 자세한 사정은 드림워커(drwk.com) 작가연재란 - Queen`s Heart 맨위에 있는 10월 30일자 긴급 공지를 참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_) p.s3 12월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한달짜리 알바이고 또 드림워커배 제 1차 슈퍼 폐인대전 a(알파)가 12월 1일부터 진행되기에 아마도 지금까지처럼 다 시 연재가 재개될 가망성이...있을지도 모릅니다 -_-;(확신은 못해요) p.s4 폐인전기 디스가이아(본제 : 마계전기 디스가이아)가 울고 있어요 (;ㅁ;) 훌쩍.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9999렙을 향해 광렙을 해야되는데...훌쩍 훌쩍. 다음엔 꼭 광렙을 해줄께. 미안해. 라하르, 에트나, 프론. 기다려줘 (;ㅇ;) p.s5 미안. 프리니 소대 너희들을 잊은건 절대 아니야! -_-/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8장 아넬리안과 유쾌한 친구들 (1) 2003-11-17 23:21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18화. 아넬리안과 유쾌한 친구들. 이봐. 친구. 자네도 우리 유쾌한 친구들 일파에 가입하겠나? 지금 가입하면 가입비 면제에 특전에 무려 세개나 된다고! 첫째로 황후마마께서 한번 입으 셨던 노란색 레이스 드래스! 그리고 역시 황후마마께서 자필로 쓰신 가입증 명서! 마지막으로… 이거 무지무지 귀한거야! 그것은 바로!!! 카렌경을 언제 어디서든지 불러낼수 있는 초레어 아이템! 자필 러브레터! 물론 수취인은 불 명! 친구! 자네가 바로 이 편지의 주인공이 될수도 있다고! 어때? 응?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황후마마의 개인 사설 조직인 '유쾌한 친구들' 일파의 수장인… 정정 의문 의 사나이 1번으로 해달라는 요청에 의해서 의문의 사나이 1번과의 대담중으 로 수정한다.. - 주. …가입해버렸다. 편지를 얻어냈다. 그리고… 저녁식탁에 독이 든 음식 이 올라왔다. 그리고 검은색 관이 내 이름으로 배달되어 왔다. …죽는걸까? - 대륙력 999년. 늦여름. 아리츠반 북부. 교역도시 예츠나. - 돈이 없는 관계로 크레센트 최남단에 있는 작은 마을은 그냥 지나쳤다. 그 리고 두어시간뒤. 해가 질무렵 우리들은 크레센트의 국경선을 지났다. 드문드 문 서있는 국경의 작은 초소들을 피해 황무지를 지나친 우리들은 국경 주변 지역을 순찰하는 순찰 기병 무리를 만나지 않은것을 하늘에 감사하면서 아리 츠반의 국경 지역까지 마차를 몰아갔다. 중간의 작은 황무지를 지나쳐 도착 한 곳은 아리츠반의 국경검문소. 검문소라고 해봐야 달랑 병사 네명이 교대 로 서서 지나가는 상인이나 여행자, 혹은 순례자들을 쳐다보고 있는게 다이 다. 가끔 그들에게 걸리는 이들은 전염병이나 문둥병을 가진이들 혹은 난민 으로 보이는 이들뿐이었다. "통과" "수고하십시오." 마차까지 몰고 다니는 우리들은 곧바로 국경을 통과하여 아리츠반 국내로 들어섰다. 이쪽도 나름대로 긴 국경선에 병사들을 투입하여 순찰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헛점투성이야. 여기서 근무하고 있는 경계병 역시도 별로 열의 가 없는것 같고 말이야. 하긴 그 덕분에 산적떼나 다름없는 화격단 무리가 이 나라에 쉽게 들어갈수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따각따각. 마차를 끌고 있는 짐말의 편자가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낸다. 종 일 말을 몰아 온 우리들은 밤에도 쉬지않고 마차를 달렸다. 다행히 닐크가 얼마간 먹을 식량과 물을 마부석에 구해놓은 덕에 배를 굶을 정도는 아니었 지만 밤이슬이 내리는 시각에 마차를 몰며 가도를 달리는건 역시 마음에 안 든다. 더군다나 도로도 엉망으로 정비되어 있는 아리츠반의 가도를 달리는건 더욱더 사양이다. 끄으으응… 지겨워라. "마… 아니. 아가씨. 저 앞에 불빛이 보이는데요. 어떻할까요?" "으응?" "아마. 저희와 같은 여행자일겁니다. 밤이 늦어 야영하는거겠죠." "그래? 그럼 사정설명하고 우리도 좀 부탁해볼까?" "예. 그럼 그렇게하겠습니다." 내 허락이 떨어지자 닐크는 급히 말을 몰았다. 닐크 역시도 말은 안했지만 피곤하긴 했나보다. 노엘이야 예전에 내게 기대서 자고있었고…. 흠… 이 꼬 맹이 자세히 보니 왠지 로이드랑 닮은것 같은… 착각이겠지. 이런 못난이랑 로이드랑 닮다니. 내 눈이 이상해진것 같다. 덜컹. "아얏" 엉덩이야. 갑자기 마차가 덜컹거린덕분에 마차바닥에 쿵하고 부딪쳤다. 에 잇! 목을 꺾어버릴까보다! "다왔습니다." "으응?" 마차바닥에 멋대로 늘어져있던 난 그제서야 몸을 추스리며 마차밖을 내다봤 다. 마차에서 조금 떨어진곳에 활활타오르는 화톳불이 보였고 그뒤로 불빛에 일렁이는 커다란 짐마차 세개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불가에 모여서 잡담 을 나누거나 잠을 자고 있는 많은 사람들. 대충 봐도 스무명은 훨씬 넘을것 같다. 난 침을 흘리며 자고 있던 - 이녀석! 감히 이몸의 옷에다가… 죽일테 다! - 노엘을 흔들어 깨운뒤 우리보다 먼저 불가로 걸어간 닐크의 뒤를 따라 서 마차에서 내렸다. 잡담을 나누고 있던 사내들은 우리들이 그쪽으로 다가가자 경계하는 눈빛으 로 우리를 노려보았다. 일부는 바닥에 내려놓은 검집에 손을 가져갈정도다. 으음… "뉘시오?" "저희들은 여행자입니다. 예츠나로 가던중 날이 저물어서… 보시다시피 모두 빈손입니다." "흠… 빛이 비치는쪽으로 나오시오. 쓸데없는짓 하면 재미없을거요" "물론이죠. 아가씨. 이쪽으로…" 난 두손을 어깨높이 든채 내게 말하는 닐크의 뒤를 따라 천천히 그들쪽으로 다가갔다. 우리가 다가가자 불가에서 잡담을 나누던 사내들중 한명은 보스에 게 말하러 간다며 자리를 떴고 다른 사내는 우리들을 찬찬히 바라보다가 나 를 보고는 말을 했다. "거… 미안하지만 후드좀 벗어주시겠소?" "……" "아가씨" 닐크의 재촉에 난 그제서야 천천히 후드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그 사내를 노려보았다. "이제 됐나요?" "허흡… 흠흠. 돼었습니다. 어이. 이봐. 옆으로 더 가봐" 나를 본 그 사내는 헛기침을 하더니만 불가에서 자고 있는 다른 동료들을 치워서 우리가 앉을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이건 다 내 미모 덕분이겠지? 훗. 하긴 저런 녀석들이 어디서 나같은 미인을 보기나 했을까? 후후후. 자리가 마련되자 닐크는 모포대용으로 들고온 긴 망토를 바닥에 폈고 난 노엘과 함 께 그 위에 사쁜히 주저앉았다. 그래도 따뜻하니 기분은 좋군. 좀 추웠는데 잘됐다. 잠시뒤에 아까전 자기네들 마차쪽으로 갔었던 사내가 배가 불룩 나온 중년 의 사내를 데리고 나타났다. 척보기에도 육체 단련과는 인연이 없어보이는 그 중년의 사내는 우리들을 대충 훑어보고는 작게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그냥 여행자잖나? 하암" "그래도 보스에게 허락은 받아야 되잖소?" "됐어. 난 잠이나 더 잘테니까 자네들이 알아서 하게" "그러죠." 그말을 끝으로 이 무리의 대장이자 남부로 향하는 상인같이 보이는 그 중년 의 사내는 다시 그들 마차쪽으로 가버렸고 그를 불러왔던 사내는 불가에 대 충 주저앉았다. 닐크와 그들 - 상인에게 고용된 용병이란다 - 사내들은 서로 말이 통하는 지 뭔가 알수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난 졸음이 쏟아져서 작게 하품을 해댔고 이를 본 닐크는 우리가 타고온 짐마차에서 모포를 꺼내서는 넓게 펼 치더니 힘차게 털어댔다. 펄럭. 펄럭. 우와… 한밤중인데도 똑똑히 보일정도 로 먼지가 어마어마하게 쏟아져내린다. 대단해. 아! 맞다. 나 역시도 먼지투 서이일텐데… 쯧. 벌써 이틀이나 못씻었다. 체에. 이게 다 바보같은 닐크가 비상금 하나 안들고 다녀서 그런거야! 역시 재고의 여지가 없을것 같다. 저 놈 죽여버릴테다. 감히 이 천하의 아넬리안을 이틀동안이나 못 씻게 만들다 니! "…아가씨. 앉은채로 졸지말고 누워서 주무세요." "우웅?" 쓰읍…. 입가에 침이… 크헛. 설마 본사람 없겠지? 다행히 후드를 가린채 고 개를 숙이고 있어서 아무도 못본것 같다. 혼자 머리를 굴리다가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난 닐크의 말대로 망토위에 누운뒤 노엘을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내게 안긴 노엘 녀석이 반항을 했지만 가볍게 힘을 한번 꼭 주니 그대로 축 늘어져 버렸다. 뭐… 숨을 쉬니… 죽지는 않았겠지. 따뜻해라~ 누군가 내 어깨를 흔들었다. 끄으으응…. 추워. 일어나기 싫어. 난 품에 안겨 있는 노엘의 등을 꼭 껴안은채 몸을 움추렸다. 하지만 내 어깨를 흔든 손은 집요하게 나를 잠에서 깨웠고 결국 5분도 안되서 난 단잠을 포기해야 했다. "끄으으응…" 온몸의 뼈가 덜그럭 거리는것 같아. 거기다 닭살이 잔뜩 돋아있어. 추워… 졸려… 온몸이 쑤셔. 죽겠다아~ "일어나세요. 아가씨" "으으응…" 침침한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켜 앉은 난 아직도 내 품에 꼭 안겨있는 노엘 을 슬며시 옆으로 던져버리고 내 바로 옆에 앉아있는 닐크를 바라보았다. 내 가 일어나자 닐크는 그런 내게 나무컵을 건내줬다. "뜨거우니까 천천히 드세요." "으응"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뜨거운… 갈색 액체? 뭐냐? 이건… 거기다 걸쭉 해? 찰랑찰랑이 아니라 주르륵? "…뭐야? 이건?" "아침식사입니다. 이쪽 친구들이 선물한거죠." 그렇게 말하면서 닐크는 다른 용병들을 가리켰다. 내가 시선을 돌리자 그들 은 씨익 웃거나 손을 흔든다. …수염이 덕지덕지 난데다가. 머리도 산발이고 이도 누런 녀석들이 웃는 모습은 누군가에게 권해줄만한 모습은 아니라고 생 각되는데 말이야. 하지만… 호의는 호의니까. 난 고개를 꾸벅 숙여 그들에게 답했고 그다음 젖혀져있는 후드를 당장에 눌러썼다. "에이…" "쩝쩝." 뭐야? 저 반응은! 내가 후드를 눌러쓰자 마자 나와 닐크 주변에 모여있던 놈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주변으로 흩어졌다. "에이~ 너무하십니다. 아가씨. 그래도 이렇게 아침까지 줬는데." "이거 먹는거 맞아?" "건조 육포랑 마른 과일들로 끓인것이지만 먹을만 할겁니다. 입에는 안맞겠 지만요." "으응…" "어이. 노엘군. 이봐? 죽었나? 야. 야" 닐크는 그대로 축 늘어져있는 노엘의 뺨을 찰싹찰싹 때리면서 녀석을 확인 사살 하려고 하고 있다. 흐음… 어디 조금 맛좀 보라? 후륵… 우웩. 뭐야? 이 찝찝하고 괴상망칙한 맛은! 개먹이도 이것보단 낫겠다! 이런걸 먹어야돼? "끄으으응…" "어라? 깨어났네? 안 죽었군" "꿈을 꿨어요." "응?" "꽃밭이었는데… 돌아가신 어머니와 할머니가 웃으시면서 내게 손짓했어요. 넓은 강앞에서 말이에요. 어서 그리로 오라고… 좋은곳이라고…" 찔끔. "이…이봐. 노엘군. 내생각엔 말이야. 아직 거긴 안가는게 좋을것 같은걸?" "좋은 향기가 났어요. 그래서… 막 걸어가려는데… 거인이 나타나서 저를 휙 하고 집어던졌어요. 그리고 갑자기 주위가 한겨울로 바뀌었어요. 백금발의 악 마가…" 뭐시라? 악마? 오호호호. 설마 나를 가리키는 말은 아니겠지? 물론 당연히 아니겠지! 암! "크흑… 불쌍한 녀석! 이런 어린 나이부터…" "끄어어억…" 앗. 거품 물었다. 닐크가 불쌍한 노엘을 위로하고자 녀석을 안아주었지만 감 히 날 악마라고 칭한 꼬맹이는 그대로 양팔을 부들부들 떨다가 다시 축 늘어 졌다. 갈비뼈라도 부러졌으면 다 닐크 책임! 늘어져버린 노엘을 짐마차에 올려놓은 닐크는 나를 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마… 아니 아가씨께서 마차를 보십시오." "왜?" "저 어젯밤 한잠도 못잤거든요?" "왜에?" "그야 당연히 아가씨께서 편히 주무시도록 하기 위해서였죠. 술자리에서 좋 은 놈들이 잠자리에서까지 꼭 좋은 놈인건 아니니까요. 재미있는 친구들이긴 했지만 말입니다." "흐음…" "채찍으로 말엉덩이를 때리면 앞으로 가고요. 고삐를 뒤로 당기면 섭니다. 왼 쪽으로 당기면 왼쪽으로 가고 오른쪽은 오른쪽으로. 간단하지요?" "하지만… 난 길을 모른단말이야." "저쪽 친구들 뒤를 따라가세요. 저 무리도 예츠나로 간다니까 뒤만 쫓아가시 면 됩니다." "체에." "그럼 전 조금 자두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닐크는 내게 말채찍을 넘겨주고는 마차의 짐칸으로 넘어갔다. 그리고는 모포를 꺼내 덮었다. 후우…. 할수없지 이것도 다 경험이라고 생각 하자고. 음음… 마차를 모는건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앞에서 가는 느린 상인 무리를 따라 가는게 전부였고 또 가도 역시도 거의가 직선으로 뻥 뚫려있는지라 말고삐를 잡을일 조차 거의 없었다. 단지 고생스러웠던 점이라면 앞에서 천천히 - 거 의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 마차를 몰아가고 있는 상인 무리 때문이었 다. 아침에 뒤쫓아 갈때는 저 상인 무리의 보스인 리크씨가 내 얼굴을 보러 왔다가 투정과 강요에 의해서 겨우 얼굴을 보여줬더니 이번엔 내게 어울리는 화장품이 아주 싸다면서 수다를 떨어댔다. 거참. 씻지도 못한 부시시한 얼굴 이 그렇게 보고 싶을까? 그리고 누가 상인 아니랄까봐 공짜로 준다는 말은 한번도 안한다. 그렇게 쉴새없이 떠들어대면서도 말이다. 결국 내가 가진돈이 한푼도 없다는 말에 입맛을 다시면서 가버렸지만… - 끝까지 죽어도 그냥 준다는말은 안했다. 무서운 프로정신 - 그리고 다음엔 저쪽 마차 후위를 지 키는 용병들이었다. 용병들은 나름대로 선물공세를 펼쳤지만 그것도 좀 거북스럽긴 마찬가지였 다. 무엇보다 난 돌덩이처럼 단단한 보리빵이나 잘근잘근 씹어서 침으로 불 려먹는 육포같은건 별로 안좋아한다고. 또 역시나 쭈글쭈글한 절인 사과 같 은것도 안좋아해. 그중 최고는 역시 소금덩어리인 절인 생선! 냄새만으로도 죽는줄 알았다! 크앗. 왕성에서 저따위것들을 내 앞에 내놓았다간 당장에 면 상을 날려버렸을테지만… 슬프게도 여기서는 내 신분 따윈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것 같다. 매우 슬프게도 말이다. 그렇게 내가 은근히 잘난 인간 이라고 눈치를 줬는데도… 이놈들은 모두 무시하는건지 둔감한건지… 쯧. 피곤해. 피곤해. 온몸이 쑤시는데다가 신경질을 내게 만드는 녀석들이 잊을 만하면 나타나서 별로 반갑지않은 선물들을 전해주니 짜증만 날뿐이다. 생각 같아서는 뒤에서 자고있는 닐크놈을 두들겨 깨워서 대시 자리에 앉혀놓고 싶 지만 녀석도 나름대로 고생했는데 깨우기도 좀 그렇다. 처음보는 사내놈들이 우글거리는 곳에서 편하게 잘수 있었던것도 닐크가 밤새워 내 곁에 앉아있었 던 덕분이라는걸 모를만큼 둔감한것도 아니고… 쯧. 정말 이럴땐 내가 안면 에 철판을 두른 겁을 상실한 상인들이 아니라는게 너무나도 슬프다. 세상에서 상종하지 말아야 할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면 그중 하나는 손해 본 상인이요. 다른 하나는 앞뒤 꽉 막힌 학자들이라. 금전적 손실을 본 상인 은 그 어떤 눈총과 시비에도 꿈쩍하지 않는 강철 안면을 자랑하고 자기의 학 설이 최고라 일컫는 학자들은 어떠한 이론과 설득에도 귀를 열지않는 제한적 인 귀머거리이다. 하지만 그런 상인과 학자들에게도 배울 것은 있다. 금화를 위해 일하는 상인들의 뻔뻔함. 끝까지 자신의 견해를 밀어붙이는 학자들의 우직함. 이런건 좀 배워둬도 좋겠지. 별의별 잡다한 생각을 하면서 상인 무리의 꽁무니만 졸졸 따르던 우리들 앞 에 널따란 황무지 위에 세워진 목책이 나타났다. 난 자고 있는 닐크를 억지 로 깨웠고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킨 그는 작게 하품을 하면서 내 옆으로 건 너왔다. "하아암… 이제 다 왔군요." "응. 이제 어쩔거지?" "하루 더 노숙하는건 어떻습니까? 아직 먹을건 모자르지 않으니…" "전에 알아서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응?" 내가 웃으면서 주먹을 주물럭 거리자 찔끔한 닐크는 슬그머니 시선을 내게 서 돌리면서 말했다. "…우선 도시로 들어가죠." 난 좀더 노숙해도 상관없는데 말이야. 훗. 내가 양팔을 뻗어야 간신히 안을수 있을만큼 두터운 통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목책앞에 도달한 우리는 병사들의 간단한 검문을 거친뒤 도시안으로 들어설수 있었다. 우리들 앞에 지나간 상인무리가 뭐라고 말해둔건지 별다른 신분검사도 없이 통과했다. 훗. 역시 미인은 어딜가도 대접받는 법이라니까. "아가씨. 저쪽 친구들이 식사나 같이 하자는데요? 어쩔까요?" "뭐?" "저 용병친구들도 여기서 하루 묵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저녁은 자기들이 산 다는걸요? 물론 술도 같이 말입니다." "됐어. 귀찮아. 그보다 우선 들어오긴 했는데 이젠 어쩔거야? 설마 구걸이라 도 하겠다는건 아니겠지?" "……" "그럴 생각이었냐?" "아하하… 설마…" 우물쭈물하는걸 보니 진짜였나본데? 그냥 간단하게 죽여버리고 말까? 으 음…. "우…우선 상인 길드로 가시지요. 이쪽 지부의 지부장이 저희쪽 요원이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습니다. 아직 안잘렸다면 돈이라도 좀 빌릴수 있을겁니다." "흐음… 결국 그말이 그말이잖아." "그래도… 모르는 사람에게 빌리는것보다는 낫지않겠습니까?" "그래그래. 가자." "예!" 나와 닐크 그리고 노엘은 휘파람을 불어대고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드는 용병 들에게 손을 들어 답해준뒤 잽싸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길가는 사람 들에게 물어서 상인 길드 건물로 향했다. 목조로 된 2층 건물. 외관 무척 허름함. 거기다 주변은 지저분하고 냄새도 난다. 이게 상인 길드 건물인가? 거참… 이동네는 장사가 안되나 보군. "정말 여기 맞아?" "아마도요… 저도 여기는 처음이라…" "됐다. 들어가자" "네. 노엘군도 어서 따라오게" 난 앞장서서 문가로 걸어갔고 반쯤 삭은 것 같은 나무문을 조심스럽게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내부의 모습은… 전쟁터다. 내 앞으로 두명의 사내들 이 가슴 한가득 서류를 들고 뛰어가고 있었고 그런대로 넓은 내부에는 수십 개의 책상과 수십명의 사람들이 고함을 질러대면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예산 계획서니 회계 장부니 하는 친숙한 단어들부터 800kg의 짐을 가지고 북부 대로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가? 하는 심오하고 난이도 높은 질문들 까지. 거기다 상인들과 상인 조합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말싸움도 사방 에서 들려오고 있었고 개중에는 자기가 취급하는 물건을 들고 온 사람도 있 다. 이동네에서는 절인 생선이 특산물인가? 냄새…. 나와 노엘을 이 검만 안든 전쟁터 속에 던져놓고 사라진 닐크는 얼마뒤 우 리를 데리러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나와 노엘은 2층으로 안내되었다. 삐걱거 리는 - 솔직히 아래가 하도 시끄러워서 잘 안들렸다 -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오자 아래층의 소음이 마치 다른 세계의 일 같다. 이곳은 오히러 적막감 이 감돌정도다. "이쪽입니다." 닐크는 우리들을 2층의 한방으로 데리고 갔다. 보통 이런 일은 시녀나 비서 가 하는거 아닌가? 거참… 손님이 직접 접대까지 하고 받아야 하는거야? 이 거 웃긴곳일세. 하긴 아래층이 저런 상태이니 어린애건 노인네건 모조리 투 입되었을거야. 우리가 들어간 곳은 아마도 접대실인 듯 했다. 건물의 외관에 비해서 꽤 화려한 곳이었는데 문제는 좀 비좁은 편이다. 2인용 쇼파 두 개와 테이블 하나 그리고 두어개의 가구 밖에 없는 썰렁하다면 썰렁한 방인데도 불구하고 빈 공간이 없다. 참 작군.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닐크가 손수 홍차를 타서는 우리들 앞에 내려놓았다. 어라? 네잔이네? "언제 오는거야?" "금방 올겁니다." "그래? 아래층을 보니 그럴 것 같지 않던데. 흠…" "하하하. 설마요. 마… 아니 아가씨 같은 귀하신 분이 오셨는데 설마 기다리 게 할 간 큰 녀석이 있겠습니까?" "그도 그렇군. 하긴 이런 촌구석에서 나보다 지위 높은 사람이 있을 리가 없 으니까 부르면 당장 튀어와야겠지. 음음" 그래도 꽤나 바쁜것처럼 보였으니 조금은 기다려야겠지? 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슬며시 고개를 돌리는 닐크를 노려보면서 푹신한 소파에 몸을 뉘였 다.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거야? 응? "닐크" "네에…" "다시 갔다와 봐" "네" 어깨를 축 늘어뜨린 닐크 놈이 내 눈치를 슬슬 보면서 방을 나갔다. 화난다. 난 식기들 사이에서 아직 입을 안댄 차가운 홍차를 가져다가 한모금 마셨다. 맛없어. 우… 그냥 확 뒤집어 버릴까? 후우…. "그건 제…" "불만 있어? 끓여 마셔!" 내가 소리치자 노엘 녀석 입을 삐죽이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지금 우리들 앞에는 수북히 쌓인 식기들과 더 이상 늘어놓을데가 없는 빈 찻잔들로 가득 하다. 여기서 마친 홍차의 숫자만 해도 벌써 14잔! 해는 이미 지평선 너머로 떨어진지 오래! 하늘엔 달이 둥실 떠있다! 그런데도 길드장인지 뭔지 하는 인간의 면상은 아직 보지도 못했다. 그나마 식사를 줬으니 붙어있었지! 아니 야… 솔직히 말하면 돈이 없어서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거다. 아니었으면 당 장 문짝 하나쯤 박살내고 여관으로 갔겠지. 체에. 잠시뒤 돌아온 닐크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고개를 설래설래 저었고 이에 난 화풀이로 테이블을 엎어…버리려다가 꾹꾹 눌러 참고는 내 옆에 앉아서 자기가 끓인 차맛을 보고 있는 노엘을 발로 툭툭쳐서 쫓아낸뒤 소파에 길게 누웠다. 뒤로 돌아눕고 로브자락을 한번 말아주면 끝. 베게가 없긴 하지만 그 정도는 참아야지 뭐. 잘랜다. 잘거다. 지까짓게 언젠가는 오겠…지. 쿠울… 하아암… 정말 오긴 왔구나. 창밖에서는 새들이 지지배배 지저귀고 빵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아침. 부스스한 얼굴로 몸을 일으킨 난 나만큼이나 머리가 붕 뜬데다가 두눈에 핏발이 서있고 수염이 덮수룩한 상인 길드 장이라는 인 간을 볼수 있었다.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헌데… 무슨일이신지" "닐크" "예. 아가씨." "죽이진 말아라" "예!!!" 오호. 닐크도 쌓였나보다. 이를 박박 가는군. 길드장에게 다가간 닐크는 '우 선 맞고 시작하자'라고 하면서 주먹을 뚜둑 소리나게 하면서 겁을 주더니 창 백해진 길드장을 후려패 쓰러트린뒤 밟기 시작했다. "악! 악악! 아악! 사…사람 죽네!" "죽어! 죽어! 죽어!" 거참 여기 애들도 있는데 말이야. 너무 잔인한거 아닌지 몰라. 요즘 내 부하 놈들이 너무 거칠어진거 아닌가? 그래도 명색이 기사이고 귀족인데 툭하면 주먹부터 내밀고 보니 말이야. 쯧쯧. 하여간 요즘 녀석들은… -------------------------------------------------------------- 투덜투덜 투정을 부리긴 했지만... 내뱉은 말은 지킵니다 -_-;. 라고 '말'은 잘합니다.(- _-)/ 어쨌건 최소한 주간연재 분량인 4편 80k이상은 11월이 가기전에 업하겠습니다 -_-; 하여간 매일 사고부터 치고나서 나중에 후회한다니까.( --); 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침울중) 가우군 p.s 아직까지는 살아있어요.(--)/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8장 아넬리안과 유쾌한 친구들 (2) 2003-11-29 13:30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아침부터 날뛰는 닐크덕에 금화가 가득 든 주머니를 얻어낼수 있었다. 우리 들은 행복한 얼굴로 퉁퉁 부은 얼굴을 한 채 우리들을 전송하는 불쌍한 길드 장을 뒤로한채 근처의 여관으로 향했다. 도시 성문 주변의 싸구려 여관들을 지나친 닐크는 성 근처의 고급 여관으로 나를 데려갔다. 푹신한 침대와 고풍 스러운 분위기가 묻어나는 가구들. 벽에 걸려있는 비싸보이는 그림들과 긴 배너 깃발들을 보고 있으니 이제야 내 신분에 맞는 곳으로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닐크 녀석은 하루 숙박비가 장난이 아니라면서 속으로 울분을 삼켰겠지만 말이야. "잠이 안와…" 할 일이 없는지라 침대에 누워있기는 하지만 밤새도록 쿨쿨 잘도 잤는데 잠 이 올리도 없고 그렇다고 특별히 할 일이 있는것도 아니다. 그러니 이 내가 아직 정오도 안된 이 시간에 침대위를 뒹굴며 지루함에 치를 떨고 있는 것이 다. 닐크 녀석은 볼일이 있다면서 나가버렸고 내 옆에서 당연히 시중을 들어야 하는 노엘 자식은 슬그머니 방을 나가더니 돌아올 생각을 안한다. 왜 내 주 위의 녀석들은 죄다 날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는지 모르겠다니까. 난 정말이 지 녀석들에게 잘 대해주려고 최선을 다하는데 말이야. 음… 가끔 주먹이 말 보다 앞서기는 하지만… "에에잇! 심심해!" 벌떡. 늘어져있던 난 비명과도 같은 외침을 내지르면서 침대에서 뛰어나왔 다. 그리고 복장을 점검했다. 평민들이나 입을것같은 연한 갈색의 면 셔츠라 던지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바지라던지 하는 특징없고 개성없으며 멋조차도 없는 그야말로 추위를 막기위해서만 존재하는 '옷'을 껴입고 있는 난 로이드 가 봤다간 당장에 거품을 물고 뛰어와서 잔소리를 늘어놓을만큼 너무나도 평 범한 - 로이드가 봤다면 당장에 품위어쩌고 하면서 잔소리할거다 - 옷위에 헐렁하고 커다란 로브를 껴입었다. 심심할때는 놀러다니는게 최고지! 암! 방을 나온뒤 긴 복도를 지나쳐 커다란 1층 홀로 내려온 나는 아크레닌의 귀 족들로 보이는 한무리의 인간들이 홀 중앙에 서서 떠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는 슬그머니 지나가는 시동을 붙잡고 뒷문으로 향하는 길을 물었다. 괜히 저 런 귀족들 근처에 갔다간 시비가 일어날것 같았거든. 귀족이라는 녀석들은 어딜 가나 마찬가지일게 뻔하니까 말이야. 더구나 몰려있는 귀족들이라면 말 할가치도 없다. 난 나서서 분란을 일으키는건 질색이야. 그런 생각으로 시동 의 뒤를 따라 여관의 후원으로 나오니 어디서 많이 본 녀석이 눈앞에서 땀을 주륵주륵 흘리면서 악을 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압! 핫! 핫!" 노엘이군. 하아품. 빈 공터 정 중앙에 서서 기름을 잔뜩 먹인 단단한 목검을 들고 그럴듯한 폼을 잡으며 검을 휘두르고 있는 노엘. 하지만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하품이 나올정도로 어색하고 허술해 보인다. 거기다 목검을 휘두르 는 속도 역시도 지나가는 개미 한마리 잡기 힘들정도로 느려보이고 말이야. 본인은 열심히 한다고 하는거겠지만… 쯧쯧. 저래서야 어디 기사가 될수 있 을려나? 아아… 귀찮아. 저녀석도 나름대로 애쓰는건데 괜히 가서 면박 줄 이유는 없겠지. 거기다 내가 밖에 나가려는걸 알기라도 했다간 또 졸졸 따라 올테니 말이야. 어디… 닐크녀석이나 찾으러 가볼까나? 그녀석이 돈을 가지 고 있으니 적당히 뜯어내서 내 유흥 자금이나 좀 마련해야지. 그리 오래 경험한것은 아니지만 내 기억에 따르면 인간사는데는 어디나 다 마찬가지다. 귀족들은 귀족들대로 또 평민들은 평민들대로 거의 비슷비슷한 삶을 사는것이다. 이점은 내게 있어 외국인 아크레닌의 도시안에서도 마찬가 지였다. 골목마다 부랑자와 냄새나는 쓰래기들이 한데 섞인채 가득 쌓여있었 고 거리 곳곳에는 평민들과 빈민들 그리고 마차등이 한데 섞여서 흙먼지를 풀풀 날리면서 어디론가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길가에 늘어서있는 상 점가에서는 지나가는 손님들을 붙잡기위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고 도 로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행상인들은 건물을 가지고 있는 상점주인들과 경쟁 을 하듯 지나가는 손님들의 옷자락을 붙잡고 눈길을 빼앗기 위해 분주하다. 이런 인간 군상들 사이를 지나쳐 가다보면 로브가 먼지투성이가 되는것은 예 사였고 가끔은 장화 밑창 사이로 기분나쁜 감촉도 느낄수 있다. 물컹. "젠장…" 또 밟았다. 우이씨! 이 도시는 도로를 말똥을 포장한거냐? 어떻게 밟은지 열걸음도 안되서 또 말똥을 밟을수 있냐고! 냄새는 둘째치고 부츠 밑창을 타 고 느껴지는 미끌거리는 감촉은… 으아악! 생각하기도 싫어! 난 감수성이 풍 부한 꿈많은 소녀라고! "정말 재수가 없을려니까…" 탁탁. 흙바닥을 몇번이고 문지른 난 발밑을 내려다보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발길을 재촉했다. 음… 바닥까지 끌리는 이 로브는 여관에 돌아가는 즉시 내 다 버려야지. 새로 사오라고 해야겠다. 아니면 어딜가던 마차를 타고 다니던 지 말이야.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길을 걷고 있을때 갑자기 내 앞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더니 왼쪽의 건물 입구에서 시꺼먼 물체가 빠른 속도로 튀어나왔다. 그 물체는 건장한 체구의 사내였는데 건물에서 튀어나오자 마자 지나가는 행인 두세명을 깔아뭉갠채 바닥에 쓰러졌다. 사방에서 단번에 꺅꺅 소리가 들리며 - 이때서야 난 여자들도 이 지저분한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는걸 깨달았다. 어떻게 이런 말똥 도로를 걸을수 있지? 의문이다. - 쓰러진 사내 주위의 시민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둥그런 공터가 생겨났다. 그리고 잠시뒤 다시 건물안에서 서넛의 사내들이 역시 공중을 날아서 공터 주변에 떨어졌다. 털썩. 마지막 사내가 바닥을 구르며 신음성을 내뱉고 있을때 그 건 물 안에서 세명의 사내가 문을 열고 나오더니 소리쳤다. "그런 실력으로 시비를 거냐? 애송이 같은 놈들" "푸하하핫. 가서 엄마젗이나 더 먹고와라! 어이! 친구!" "그래! 친구!" "오늘은 코가 삐뚤어 질때까지 마시는거네! 친구!" "좋네! 친구! 내 오늘 가진돈을 다 털어서라도 술독에 빠지겠네! 친구!" 하아… 기운이 빠진다. 저기서 친구 운운하면서 지나가던 시민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녀석중 하나가 바로 닐크였다. 그리고 다른쪽에서 친구 운 운하는 놈도 안면이 있는 녀석이다. 여기 들어오기전 하룻밤 신세를 졌던 상 인 무리에서 용병대를 이끌던 녀석이었거든. 그냥 편하게 생각하자 편하게 말이야. 쉽게 찾았으니 그걸로 된거지. 뭐…. 어디보자… 주점이었군. 이름 이… '유쾌한 친구들'이라… 이건 또 어떤 녀석 센스인지 참으로 의미심장하 다. 여러모로 말이야. 난 다시한번 긴 한숨을 내쉬면서 주점쪽으로 발길을 옮 겼다. 끼이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주점안은 자욱한 담배연기와 시큼한 맥주냄새 그리고 기타등등의 괴상한 냄새 덕분에 머리가 띵할정도로 지독했 고 주점의 테이블마다 가득하게 앉아있는 사내놈들 - 몽땅 남자뿐이다. 여자 는 여기서 나 혼자일거다 - 은 대부분이 터질듯한 두툼한 근육질의 사내들 뿐이었다. 그리고 그놈들중 닐크도 한자리 차지한채 앉아있다. "휘유~ 왠 꼬맹이냐?" "어이! 주인장. 여기 언제부터 애들 놀이터가 된거야? 응?" "클클클. 아가야. 여긴 우유는 안판단다." "어어? 아…아가씨?" 이런 주점의 특성상 새로 들어온 사람은 주목받기 마련. 난 실내에 있는 모 든이들의 시선을 받은뒤 저런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놀란 목 소리로 비명을 지르듯 말한 닐크의 말 덕분에 주점안은 침묵이 감돌았다. 한 주먹 하는 용병들과 섞여서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떠들고 있던 닐크가 나를 발견하고는 반쯤 일어선 엉거주춤한 자세로 놀란 표정을 지은채 '아가 씨'라고 말을 했으니 당연하겠지만 말이야. 난 놀람이 당황으로 그리고 당황 이 좌절로 이어지고 있는 닐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녀석의 귓볼을 움켜쥐 었다. 꽈아악. "으아아… 아…아가씨이…" "나가서 듣겠다." "아야야… 아…알겠습니다. 그러니… 이 귀좀… 아아아아" 애원조로 사정하는 닐크녀석의 외침을 가볍게 무시한 난 녀석을 끌고 주점 을 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채 열발자국도 걷기전에 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꺄아아악!" "휘유~ 이거 엉덩이가 탱탱한걸?" 테이블에 앉아있던 빌어먹을 놈중 간덩이가 부은 녀석중 하나가 내게 손을 뻗은거다! 으아아아! 소름돋아! "너!!!" "오오~ 목소리가 앙칼진게 성깔있게 생겼는데? 어디 그 면상은 어떨려나? 응?" 저…저!! 빌어먹을 자식! 대갈통을 뭉개버릴테다! "이봐. 어지간하 마신것 같은데 이제 그만하지?" "호? 이건 또 뭐야? 정의의 기사냐? 푸하하핫" 내가 막 주먹을 내뻗을려고 할때 닐크 녀석이 갑자기 나와 그놈 사이에 끼 어들면서 몸으로 날 가렸다. 덕분에 난 그 빌어먹을 자식의 면상을 날려버릴 기회를 날려버렸다. 망할! "시비를 거는거라면 내가 상대해 주지. 하지만 우리 아가씨에게 사과하는게 좋을거다. 피를 보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헹. 보아하니 한때 기사나부랭이라도 됐었나본데… 어디 실력이나 좀 볼 까?" 그 놈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몸을 풀었다. 우두둑… 우둑. 확실히 근육질의 단단한 몸매이군. 저 팔뚝 두께가 나 허리 두께만큼은 될것 같은 걸? 그래도 닐크가 이길테지만 말이야. 매일 내게 얻어맞기만 하는 닐크이긴 하지만 전직 몽크이자 현직 기사인 닐크는 중앙군에서 알아주는 실력파니까. "할테냐?" "최선을 다하는게 좋을거다. 기사나부랭이야. 안그러면 네녀석의 잘난 아가씨 가 나쁜 꼴을 당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후후후" "3류 불량배같은 소리를 나불대다니 질이 낮은놈이군" "흥! 일거리가 없는 용병은 쓰래기 같은 불량배와 같은 급이니 상관없겠지. 어쨋든 한판 붙어볼까?" "좋다! 덤벼라!" 하아… 정말 누가 열혈 바보 아니랄까봐. 벌써부터 불태우는거냐? 그냥 한 대 패주고 나가면 될것을 괜히 일을 귀찮게 만들고 있어. 이런 내 심정을 아 는지 모르는지 닐크 녀석은 그 용병놈과 주점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 어느 샌가 테이블과 의자들이 사라지고 그 주위로 사내들이 빙 둘러쌓았다. 이 꼴 을 보고 있으니 마치 투견장에 들어온것 같았다 - 상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등뒤로 누가 다가서는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내가 반응하기도 전 에 굵은 팔이 갑자기 등뒤에서 뻗어나오더니 내 몸을 꽉 조이면서 나를 들어 올렸다. "잡았다! 우헤헤헷!" "큭… 이거 안놔?" "잘했다! 보리스!" "비겁한 놈!" "우우우~ 치사하다!" "정정당당하게 해라!" "병신! 이기면 장땡이지. 얼굴 반반한 너! 움직이면 네 아가씨가 다칠거다" "에휴… 아가씨. 그동안 가르쳐준건 다 어디가 팔아먹은겁니까? 네? 이 불쌍 한 부하가 얻어맞는 꼴을 보시려고 그럽니까? 예?" "야! 닐크!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바둥대지마! 이 계집이…" 내가 발길질을 해대면서 닐크를 향해 악을 쓰자 날 잡고 있던 놈이 양팔에 힘을 주면서 흔들어댔다. 어지러워… 이럴땐 내 몸무게가 가벼운게 너무나 한이 된다니까! "후읍…" 숨을 깊게 들이쉰 난 몸을 한껏 굽히면서 힘을 모은뒤 구부리고 있던 등을 한껏 쭉 폈다. 그러면서 온힘을 다해 머리를 뒤로 젖혔다. 쩌억…. "크허억…" 나를 붙잡고 있던 녀석의 양팔에 힘이 빠져나갔다. 이 기회를 틈타 힘으로 깍지를 풀고 빠져나온 난 두 손으로 피가 낭자한 얼굴을 쥐고 있는 그놈의 뒷통수를 향해 발뒷굼치로 찍었다. 퍼억. 그놈은 얼굴을 움켜쥔 자세 그대로 바닥에 뻗어버렸고 가끔 몸을 부르르 떠는걸 보면 아마도 아직은 살아있는것 같았다. "너! 계집애 주제에!" "네 상대는 나다!" 닐크가 견재하고 있던 녀석이 나를 향해 뛰어오려고 했지만 나와 그자의 사 이로 뛰어든 닐크가 주먹으로 턱을 후려갈기자 뒤로 몇걸음이나 물러서면서 비틀거렸다. "제…젠장! 다 쓸어버려!" "우워어어어!!" "친구우!!" "그래! 친구! 친구가 위험하다! 도와라!" "우오오오!!!" 관객이던 녀석들이 단번에 서로를 붙들고 주먹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으 아… 세상엔 이런 열혈 바보들이 넘치고 깔린거냐? 응? "죽엇!" "너나 죽어! 털복숭이 머저리!" 휘잉… 머리위로 주먹이 지나갔다. 난 고개를 숙여 날아온 주먹을 피한뒤 왼발을 앞으로 뻗으며 강하게 바닥을 밟았다. 쿠웅. 그러면서 가까이 달라붙 은 그자의 가슴에 팔꿈치를 박아넣었다. 우득…. 저런… 뭔가 부러진것 같은 걸? 안됐네. "크으으…부…분…" "잡소리말고 잔챙이는 쓰러져!" 뻐억. "쿠엑" 역시 난 닐크녀석이 늘상 입에 달고 사는 로망이라던지 열혈과는 거리가 먼 가보다. 한놈을 처치하고 주점 구석까지 물러선 난 피아를 가리지 않고 그저 눈에 보이는 녀석 전부를 향해 마구잡이로 주먹을 날리고 있는 - 한마디로 난투극을 벌이고 있는 - 사내놈들에게 조소를 보내면서 주방과 이어져 있는 문가로 걸어갔다. 가는길에 두어명의 사내들이 앞길을 막았지만 로우킥으로 장딴지를 후려치거나 어깨로 쳐내는것으로 가볍게 물리쳤다. 그렇게 주방앞 까지 도달했을때 갑자기 누군가가 내 어깨를 움켜쥐었다. 이에 난 내 어깨를 움켜쥔 손을 쳐내고는 제자리에서 한바퀴를 돌면서 주먹을 휘둘렀다. "어어엇… 자…잠…" 뻐억! 어라? 닐크네? 뻗었네? 으음… 미안. 이라고 말하기엔 늦은것 같다. 거기다 바닥에 쭈욱 널부러진채 늘어진걸 보니 제대로 얻어맞은것 같았다. 어쩌지? 뭐… 그냥 버리고 가자. 어차피 이놈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 말이 야. 그런식으로 편하게 생각한 난 늘어진 닐크놈의 몸을 뒤져서 돈 주머니를 챙긴뒤 아직도 격렬하게 난투극을 벌이고 있는 수십명의 사내들 사이를 유유 히 빠져나갔다. 밖으로 나와보니 이미 서너명의 사내들이 주점밖으로 쫓겨난 상태다. 이녀석들은 약한걸까? 운이 없는걸까? 아마도 전자겠지? 흐음…. 밖에 나와서 한 10분쯤 기다리고 있으니 어디선가 나타난 치안병들이 우르 르 몰려와서는 내 옆을 지나쳐 주점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러자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는듯한 주점안에서 다시금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 이내 건장한 체구의 사내들이 병사들에게 붙잡힌채 줄줄이 끌려나왔다. 그리고 닐크 녀석 도 두명의 병사들에게 붙잡힌채 질질 끌려나온다. 바보 녀석. 아직도 기절해 있잖아? 귀찮은데 그냥 놔두고 가버릴까? 음… 아니야. 그래도 저녀석이 필 요하긴 하니 저기서 빼내야겠지? 어차피 주점안에서 난동을 부린것뿐이니 벌 금이나 조금 물고 말겠지만…. 아니 여긴 아크레닌이지 여긴 어떤 처벌을 받 는지 모르니 여기서 빼내야겠다. 그렇게 생각을 굳힌 난 단번에 후드를 젖힌 뒤 닐크쪽으로 뛰어갔다. "닐크!!!" "어엇? 물러나! 물러서라고!" "안돼요! 닐크! 닐크를 붙잡아 가지마세요!" 내가 닐크 녀석의 옷자락을 부여잡고 달라붙자 녀석을 붙잡고 있던 두 병사 들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하면서 어쩔줄 몰라했다. 그러자 그들의 상관으로 보이는 병사가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콧수염을 길게 기른 중년의 사내였는데 보기에 따라서는 중후해 보이는 콧수염이 참으로…천박해 보인다. 저것도 센 스냐? 단검으로 밀어버리고 싶어진다. "흠흠. 너… 아니 아가씨는 이 자와 어떻게 되는 관계요?" "흑흑… 닐크…" "이…이봐요. 아가씨." 어쩌냐… 우는척 하긴 했는데… 눈물이 안나온다. 오히려 퉁퉁 부은채 보라 색으로 변해가고 있는 닐크의 면상을 보며 고개를 숙이고 있으려니까 웃음이 터져나오려고 한다. 안돼! 참아야 돼! 아넬리안! 여기서 꺾일수는 없어! "흐윽… 닐크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주신… 제 유품을 되돌려받기 위해 서…" "으음… 유품?" "네에…. 아까전에 저기 있는 무서워 보이는 사람들이 빼앗아가서… 그래서 되찾기 위해서… 흐윽… 닐크… 싸움도 못하면서…" "크흠…. 그렇다면야… 뭣들 하냐! 저 녀석들을 당장 감옥으로 보내! 구경났 어? 당장 움직여!" "예옛!" 대로 한복판에서 구경거리가 되고 있던 나와 닐크 사이에 있던 병사들이 상 관의 호통에 찔끔하면서 사내들을 끌고 사라졌다. 그 콧수염의 장교도 헛기 침을 몇번한뒤 말을 꺼냈다. "그럼… 앞으로 조심하시…오." 그렇게 말한 치안군 장교는 연신 헛기침을 하면서 '좋은 시절이지. 암암'하 는 듣기에 따라서는 의미가 어마어마하게 엇갈리는 소리를 내뱉은뒤 사라졌 다. 그가 사라지고 나자 난 단번에 닐크를 한손으로 부여잡은채 사람들 시선 이 보이지 않는 골목기로 달려갔다. 이거… 다른 의미로 눈에 띄는건 아닌지 몰라. 으음. 웅성대는 시민들에게서 벗어난 난 닐크 녀석을 골목 한구석에 내던져 버린 뒤 발로 툭툭 쳤다. "기절한척 하지말고 일어나. 닐크" "쿡쿡. 정말 놀랬습니다. 마마" "왜?" "그렇게 연극을 잘하시는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그 콧수염 아저씨도 깜빡 넘어가던걸요?" "시끄러워. 죽고 싶지 않으면 입다물고 비밀로 하는게 좋을걸?" "물론 그렇겠죠. 마마께서 제 가슴팍에 안겨서 울었다는게 알려지면 마마가 아니더라도 폐하께서 저를 죽이려 드실테니까요" "폐하의 성격이라면 네녀석의 목에 날이 잘선 롱소드를 올려놓고 천천히 밟 아버릴껄? 목이 잘릴때까지 천천히 공포와 고통에 헐떡이면서 죽을거다." "무슨 그런… 끔찍한 말씀을…" "아니. 나라면 송곳으로 죽을때까지 찌르겠어. 팔다리의 말단부터 차근차근 구멍을 뚫어서 말이야." 어엇? 누구? "누구냐!?" 난 단번에 몸을 돌리면서 방어 자세를 취했고 바닥에 대자로 누워있던 닐크 역시도 벌떡 일어서면서 몸을 반쯤 나를 가리면서 긴장된 모습을 보여주었 다. 그런 우리들 앞에 나타난 사람은… "폐…폐하?" "그렇게 말하는걸 보니 아직 내 얼굴을 잊지는 않았나보군. 아넬리안." "어…어떻게?" "당신도 나오는데 나라고 못나올줄 알았어? 흥" "폐하를 뵙습니다." "됐어. 나도 공식적으로 빠져나온건 아니니 그런 호칭을 삼가하도록. 음… 이 제 도련님이라는 호칭은 별로 안맞을것 같으니 주인님으로 하도록. 그런데 언제까지 이런 냄새나는곳에서 뒹굴 생각이지?" "지금 돌아가죠. 폐… 아니 로이드" "……흥. 골목길 끝에 마차를 대어놨으니 어서 가지" "네" 그렇게 나와 닐크는 앞서서 걸어가는 로이드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외유 나온 부잣집 도련님 같은 화려하고 반짝이는 옷을 입고 있는 로이드의 뒤를 따라가던 난 어떻게 로이드가 여기 있을수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혹시 저 건 가짜가 아닐까? 그렇게 성 밖으로 나오길 싫어하는 로이드가 왕성을 나와 서 먼 타국까지 여행을 할리가 없는데… 수상해. 눈에 튈 정도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수수하지도 않은 마차 에 올라탄 나는 팔짱을 낀채 고개를 돌리고 있는 로이드의 눈치를 살펴야 했 다. 닐크야 당연히 마부석 옆에 끼어 앉았기에 마차 안에는 나와 로이드 뿐 이었다. 그의 눈치를 보면서 여기저기를 훓어봤지만 역시 진짜 로이드가 맞 다. 저 고고하다 못해 건방져보이는 태도나 - 물론 왕족에다 국왕이니 당연 한건지도 모르겠지만 - 늘 퉁명스럽고 뚱한 표정이나 어디하나 내가 아는 로이드가 아니라는 증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덕분에 더욱더 혼란스럽다. "저어…" "왜?" "지…진짜 폐하가 맞으시죠?" "흥. 그럼 가짜 내가 있나? 아니군. 있긴 있지. 지금 왕성 안에서 내 대역을 하고 있는 녀석이 있으니까. 당신처럼!" 으… 왠지 말속에 가시가 있는것 같아. 다 알고 있었던 건가? 으으음…. "아하하… 설마요. 제가 뭘…" "다 알고 있다고. 지금 기사 아넬리안은 크레센트 전국을 순회하면서 토너먼 트 대회나 파티에 참석하고 있겠지? 그리고 당신은 지금 여기서 또 뭔가를 꾸미고 있고 말이야. 당신도 대역을 쓰는데 나라고 못할줄 알았어?" "그런건 아니지만…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나왔냐고? 밤낮없이 밖으로만 싸돌아 다니는 부인을 꽁꽁 묶어서 성 탑에 쳐넣으려고 손수 뛰쳐나왔지. 아니 어떻게 찾았냐고 묻고 싶은건가? 그 런거라면 워렌 자작이 결국 고문에 못 이겨서 항복했다고 해두지" "고…고문이요?" "그래. 당신이 시중인인 에린양과 예니를 일주일동안 못만나도록 했더니 단 번에 다 불더군." 그…그런것도 고문이 될수 있냐? 바보 같은 덴 자식! 돌아가서 두고보자! 죽여버릴테다! 어색하고 불안한 짧은 마차 여행은 내가 묵고 있는 숙소 앞에서 끝났다. 로 이드는 이미 모든걸 보고 받았던것 같다. 아주 자연스럽고 익숙한 동작으로 나보다 먼저 고급 여관의 정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버렸으니까. 으으…. 이 런 경우는 처음이란 말이야!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난 몰라…. "에휴…" "괜찮으시겠습니까? 마… 아니 아가씨" "나라고 별수 있냐. 이럴땐 그저 조용히 비위를 맞춰줘야지 뭐. 아참. 닐크 작전은 우선 연기다. 일은 로이드부터 어떻게 처리한뒤에 하도록 하자고." "예" 그 말을 끝으로 닐크 녀석은 앞으로 나와 로이드가 펼칠 대접전을 피하려는 건지 슬그머니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렇기에… 난 어쩔수 없이 끝없는 던전의 입구처럼 보이는 여관 문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오늘은 또 얼마 나 잔소리를 들으려나…. 으음…. -------------------------------------------------------------- 12월 1일부터 시작되는 드림워커배 슈퍼폐인대전 알파 에 참전. 비축분을 쌓으려고 했으나...역시 성격에 안맞음. 그리고 또 11월에 올린다는 분량이 있으니 우선 올립니다. 나중일은 나중에 우선은...될대로 되라.~( --)~(춤) 가우군. p.s 복귀했습니다. 앞으로 최소한 2일에 1편은 가능할것 같습니다. 아마도... (늘 그렇듯이 달님에게 언제 올라오는지 물어보시는 편이 빠릅니다 -_-) p.s 언제나 처럼 주말은 쉽니다 -_-/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8장 아넬리안과 유쾌한 친구들 (3) 2003-12-01 17:50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어색하고 불안한 짧은 마차 여행은 내가 묵고 있는 숙소 앞에서 끝났다. 로 이드는 이미 모든걸 보고 받았던것 같다. 아주 자연스럽고 익숙한 동작으로 나보다 먼저 고급 여관의 정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버렸으니까. 으으…. 이 런 경우는 처음이란 말이야!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난 몰라…. "에휴…" "괜찮으시겠습니까? 마… 아니 아가씨" "나라고 별수 있냐. 이럴땐 그저 조용히 비위를 맞춰줘야지 뭐. 아참. 닐크 작전은 우선 연기다. 일은 로이드부터 어떻게 처리한뒤에 하도록 하자고." "예" 그 말을 끝으로 닐크 녀석은 앞으로 나와 로이드가 펼칠 대접전을 피하려는 건지 슬그머니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렇기에… 난 어쩔수 없이 끝없는 던전의 입구처럼 보이는 여관 문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오늘은 또 얼마 나 잔소리를 들으려나…. 으음….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안으로 따라들어간 난 홀 중앙에 모여있던 귀족들이 전부 구석에 쳐박혀서 자기네들끼리 수근거리고 있는 장면을 보아야 했다. 그리고 혼자서 2층으로 올라가고 있는 로이드의 모습도 보였다. 보나마나 그 잘나신 국왕의 위엄으로 협박한거겠지. 그래도 덕분에 난 다른 귀족들의 눈 길을 끌지 않고 위로 올라갈수 있었다. 아아. 로이드도 왕의 위엄같은건 우리 크레센트 왕성 안에서만 사용해주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이래서야 나 잘나 고 높으신 분이니 알아서 모셔라 하고 떠들고 다니는것과 뭐가 틀리냔 말이 야. 신분을 숨기고 나온 이유를 알기나 하는지 원…. 로이드의 뒤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간 난 종종걸음으로 그를 쫓아갔다. 그렇 게 내가 묵고 있는 방문앞까지 뒤쫓아간 난 마치 자기방인양 노크도 안하고 문을 벌컥 열고는 안으로 들어가는 로이드를 따라서 방안으로 들어갔다. 하 고 싶은 말이 많았거든. 헌데 텅비어 있어야 할… 아니 있다해도 내 종자인 노엘 정도가 있어야 할 방안에는 허연 머리카락과 턱밑으로 길게 기른 흰 수 염을 길게 기른 늙은이가 노엘녀석과 테이블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는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이런… 왕비마마를 뵈러 온것인데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분을 뵙는군 요." "그대는?" "랭스턴 자작령에 빈객으로 머물고 있는 헤쉬케린이라는 미천한 늙은이옵니 다. 국왕폐하" "으음… 아는 사이인건가? 아넬리안" "네에. 약간 안면이 있는… 뭐…그런정도죠" "그런가. 당신 손님이니 당신이 대접하도록 해. 오랫동안 마차를 타고 왔더니 조금 피곤하군. 거기 넌 뭐지?" "예옛! 폐하! 전 아넬리안경을 보좌하는 종자 노엘 드 휘젠입니다!" "그래? 종자라면 시중드는법 정도는 알겠지? 따라와" "옛! 폐하!" "시끄러워. 조용히 말해. 나 귀 안먹었어" "예에…" 타악. 탕. 침실로 들어가 버렸다. 거기다 문도 닫아버렸다. 우우우… 아무리 남편이라지만 말이야. 노엘은 내 부하인데 나한테 말한마디 없이 끌고가 버 리다니! 무…물론 그가 말하면 당연히 노엘을 보내줘야겠지만 그래도!!! "헹. 천방지축 말괄량이 계집도 제 남편앞에서는 별수 없군" "뭐…뭐라고요?!" "왜? 내가 틀린말 했나? 응? 보니까 아주 설설기던데? 클클클" "이이잇! 에이! 여긴 왜 온거에요? 네? 말해두지만 전 지금 돈 없어요" "아아. 그거야 내가 아르케네스 녀석한테 알아서 받아갈테니 걱정말라고. 그 건 그거고 이번엔 다른 짐덩이도 가져와서 말이지" "짐?" "그래. 영광으로 알라고 계집아이야. 이 대마법사께서 직접 왕림하실정도로 가치 있는 짐덩이니까" "……" 그렇게 말한 헤쉬케린 노인네는 의자 옆에 놓여있는 커다란 - 높이가 60cm 넓이만 1.5m가 될만큼 커다란… 마치 관짝같은 크기의 - 나무상자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그리고는 끄응~ 하고 신음소리를 내면서 일어선 노인네는 늘 들고다니는 나무지팡이로 나무상자의 뚜껑을 열어제쳤다. 호기심이 인 나는 슬금슬금 다가가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우우웁… 읍읍…" "카…카레엔?" 지금 내 표정이 어떨려나? 아마도 상당히 기괴할것이 뻔하다. 그도 그럴것 이 상자안에는 온몸을 밧줄로 돌돌말린… 아니 둥글게 말아놓은 밧줄속에 카 렌을 집어넣은게 더 적당한 표현이라고 생각되는 그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 기 때문이다. 그것도 축늘어진 몰골로 눈물만 줄줄 흘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클클클. 또 덤벼들길래 로프 트릭(Rope Trick)으로 꽁꽁 묶어놨지. 어차피 나도 이녀석도 네가 목적인지라 오는김에 같이 가져왔다." 그렇게 말하는 노인네는 마치 나 잘했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 다. 하지만 말이야 보통의 둔감한 사내놈도 이런 짐덩이 취급을 하면 화낼텐 데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열여덜살의 소녀를 이꼴로 만들어놓으면… 음… 카 렌은 보통의 꽃다운 나이의 소녀로 취급할수 없기는 하지만… 어쨋든! 이애 의 성격으로 볼때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거다. 그래도 저렇게 눈물을 줄줄 흘 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데 그냥 있을수는 없겠지? 난 양팔을 허리에 올려놓 고는 노인네를 노려보면서 소리쳤다. "당장! 풀어줘요!" "뭐… 그러라면 하겠지만… 난 뒷일은 책임 못져" "풀어줘욧!" "그러지 뭐." 내 외침에 잠깐 말설이던 노인네는 할수없다는듯이 지팡이 끝으로 카렌을 아니 카렌을 묶고 있는 밧줄을 몇번 툭툭 찔르면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애의 몸을 단단히 묶고 있는 밧줄이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스르르 움직이면서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노인네가 작은 가방을 꺼내들자 그안 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거참 마법이라는거 몇번을 봐도 신기하다니까. "자. 됐지? 뒷일은 네가 책임지라고." "…왜 내가…" "네가 풀어주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네가 책임지라고. 그리고 이 봄날의 망아 지처럼 날뛰는 꼬맹이 녀석도 따지고 보면 다 네 부하잖아! 안그래?" "그…그거야 그렇지만…" "그러니까! 네가 책임져."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어…얼레? 카…카렌이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뛰어간다. 언제 상자에서 뛰 어나온거지? 거참…. 콰장창. 창문이 카렌의 발길질에 박살난채 날아간다. 그 리고 이제 내 키와 비슷한 체구를 가진 카렌이 날아가는 창문 쪼가리와 함께 밖으로 튕겨나간다. 뭐… 저래도 명색이 암살자이니 떨어져 죽거나 하지는 않겠지. 여관에서 일하는 시녀와 시종들을 시켜서 부서진 창문을 대충 막도록 시킨 나는 헤쉬케린 늙은이의 맞은편에 앉았다. 따로 다과와 차를 가져오도록 명 령한 덕분에 노엘을 부를 필요는 없었다. 음… 물론 생각난김에 방안에 들어 가 있는 로이드 몫도 주문하는걸 잊지 않았다. 그렇게 사태가 조금 진정된뒤 에 난 내 앞에 놓인 홍차를 한모금 마친뒤 물었다. "이제 솔직히 말해봐요. 여긴 왜 온거죠?" "응? 아아~~~ 뭐… 그냥…이라고 하면 안될까?" "될리가 있어요? 솔직히 불어요! 당장!" 로이드에 이어서 헤쉬케린 늙은이. 거기다 카렌까지. 이정도면 구제불능일 정도로 둔감한 인간이 아니라면 뭔가 작위적이라는 냄새를 지울수가 없다. 덴인가? 아니면 크렌? 아르케네스? 혹은 다른 누구? "뭐… 자금이 또 떨어져서 말이야. 물건 팔러 왔지" "또요? 바로 두달전에 가뜩이나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우리 조직에서 아르케 네스의 이름으로 5만골드를 차용해간걸로 아는데요?" "그랬지. 음음." "벌써 물건 대금은 오래전에 다 치뤘다고요! 거기다 이 드로워즈를 빼면 죄 다 쓸모없는 잡동사니였잖아요!" "그건! 돈주고도 못산다고! 그런걸 협박에 넘겼으니 이정도는 되야 하는게지! 암! 이 대마법사가 만든 마법도구가 그정도 가치밖에 없을것 같냐? 엉?" "하지만! 저번에 가져온 3연발 마법석궁이라는거! 그거! 한번 쏘고나면 시위 가 끊기는 불량품이잖아요! 거기다 위력도 별로더만. 그리고 그 뭐더라… 플 라이(Fly)마법 걸린 부츠던가? 그것도 내 발에 너무 작다고요! 어린애도 못 신는 부츠를 가져와놓고! 거기다 3일에 한번밖에 못쓴다면서요? 그것도 단 한시간동안만!" "인간이 하늘을 나는것만해도 어딘데? 엉?" "헹이네요. 그리고 그 링 오브 프로텍터 인가 하는 반지도 그 볼품없는 센스 는 도대체 누가 만든거에요? 예? 그런걸 끼고 어떻게 돌아다니겠냐고요? 대 장간일을 맡은지 한달도 안된 견습생도 그정도는 만들겠더군요. 최악이야" "뭐시라? 마법이 걸린 반지야! 마법이! 싸구려 보석이 달린 쓸모없는 반지들 과는 격이 틀리다고 격이!" "마법이건 뭐건 그런 조악하고 조잡한 디자인의 반지는 아무리 좋은 능력이 있어도 절대 못끼어요. 로이드도 아니 로이드 폐하께서도 한번 쓰윽 보고는 외면해버리더군요. 치장에 별 관심이 없는 폐하가 외면할정도의 물건이라면 반지로써의 가치따윈 요만큼도 없다고요! 그딴것들을 가지고와서 수십만 골 드나 뜯어갔으니 그만하면 된거아니에요?" "무슨! 네녀석 나라에서 나만큼 마법도구를 가지고 있고 제작할수 있는 녀석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아무도 없을껄? 아니 이 대륙을 통털어도 나만큼 마 법도구 제작에 일가견이 있는 마법사는 단 한명도 없어!" "그래도 안쓰는건 안쓰는거에요. 앞으로 쓸데없는 물건에 돈을 드릴수 없으 니 그렇게 알아요." "끄응… 조…좋다. 바…반지는 네가 마음에 드는 걸로 가져와. 내 특별히 그 반지에 마력을 옮겨놓지. 그럼 되겠지?" "석궁이랑 부츠는요?" "그…그것도 새로 교체해 주지. 됐냐?" "좋아요. 그정도면 저도 만족하죠. 그리고 왕실 창고에 억지로 떠넘기고 간 마법 스크롤들과 마법서들도 다 가져가요. 쓸데도 없이 공간만 차지한다고 요" "무슨소리! 그것들만 있으면 왠간한 마법사나부랭이들은 죄다 네녀석 발치에 고개를 조아리고 뭐든지 한다고 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란 말이다!" "헹. 그래봐야 마법사 들이나 그런거죠. 어차피 마법사들의 숫자도 온 대륙을 통털어 채 백명도 안된다면서요? 그리고 견습이나 보조 마법사들이라해도 모 두 사제관계로 맺어져있어서 왕실소속으로 돌리기 힘들다고 말했잖아요. 또 한! 마법사들은 탑이나 던젼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면서요? 그렇다는건 역 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뜻이잖아요! 보통 사람들은 봐도 모르고 써먹 을데 없는 스크롤이랑 책은 가져가고 그거 담보로 잡고 빌려간 돈이나 반환 해요. 당.장." "끄으으응… 그…그럼 내 제자를…" "아르케네스 경의 월급 및 보너스는 벌써 60년치나 가불해가지 않았어요? 그 것만해도 또 수십만 골드라면서요? 대충 20만 골드던가? 그거 알아요? 우리 조직이 지금까지 사용한 자금의 1/4를 헤쉬케린 공이 사용했다는걸!" "그…그렇게 많았던가? 으음…" 당연하지. 금액으로 따지면 100만골드쯤은 가볍게 넘을걸? 이정도면 왠만한 중소 영지 두세개쯤 사고도 잔돈이 남겠다. 쓰읍… 노친네가 왠 씀씀이가 그 렇게 좋은지 난 그렇게 쓰라고 줘도 못쓸것 같은데 말이야. 그 많은 돈은 단 4년만에 몽땅 탕진하고 나타나서 또 돈을 달라고 떼를 쓰니 원…. "아무튼! 돈 줄거야? 말거야? 엉?" …안되니까 베짱인거냐? 흥! 그정도에 내가 겁먹을것 같아? 천하의 아넬리 안이 말이야. 훗. "안주면 어쩔건데요? 예? 어디 다른데가서 우리만큼 자금을 펑펑 대주는곳이 있는지 한번 알아보시죠?" "크윽…조…좋다. 할수없지." 헤쉬케린 노친네는 결국 포기한건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면서 두손을 들었 다. 훗. 승리! 난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느긋하게 차를 들이켰다. 그렇게 내가 여유를 부리고 있는 동안 노인네는 아까전 카렌이 들어있던 상자에서 무언가 를 주섬주섬 꺼내더니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흐음… 뭐에요? 이건" "보면 알거 아니야? 쳇" 어디보자… 척보기에도 검처럼 생겼는데 길이가 상당히 길다. 일반적인 롱 소드보다 손가락 두뼘정도는 길어보이고 검폭의 두께도 2cm정도 두꺼워 보 이는걸? 바스타드 소드인가? 가드 - 검막이 - 부분이 십자형이 아니네? 브 이자 모형에 양끝에는 둥그런 쇠추가 붙어있는걸? 거기다 검 손잡이는 전체 적으로 긴것이 마치 투핸드 소드의 손잡이처럼 생겼다. 맨 끝에 붙어있는 폼 멜은 크고 네모난 육각형의 쇳조각으로 되어있네. 특이하군. "저 케센의 북쪽에 있는 하이랜더들이 주로 사용하는 클레이모어의 아류형이 지. 기본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손잡이 부분과 가드를 좀더 늘리고 폼멜을 무 겁게 했지. 실력있는 대장장이가 만든거니 무게중심은 딱 맞을게다." "헤에~" 호기심이 인 난 테이블위에 올려져 있는 클레이모어를 집어들었다. 음? 보 기보다 상당히 묵직한걸? 보통의 인간보다 월등히 힘이 센 내가 묵직한 느낌 이 들정도면… "어때? 무겁냐?" "조금… 이거 보통 검은 아닌것 같군요." "당연하지! 이 대마법사 헤쉬케린 님이 보통의 물건을 쓰겠느냐? 핫핫핫" "시끄러워요. 으응?" 스릉… 클레이모어의 검날은 손쉽게 빠져나왔는데… 어라라라? 날이 안서있 잖아? 거기다 검집에서 검을 완전히 뽑으니 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든 느낌이 다. "이거…뭐에요?" "보다시피 클레이모어. 검이지. 못본사이에 눈이 나빠졌나보군. 클클" "시끄러워욧! 제대로 대답 못해요? 똑바로 말안하면 아무것도 안살거에요!" "체에. 남의 약점을 쥐고 흔들다니. 하여간 요즘 젊은것들은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이 없다니깐" "흥!" "그건 말이다. 이 내가 만든 마법 물품중에서도 아주 뛰어난 마법무구다. 드 워프들이 진짜 은이라 부르는 미스릴과 이 지상에서는 절대 구할수 없는 금 속인 오리하르곤의 합금이지." "미스릴은 들어봤는데… 오리하르곤?" "그래. 너같은 무식한 계집은 모르겠지만 나정도 되는 대마법사라면 다 알고 있는 신비의 금속이지. 일반 철은 물론이고 잘 정련된 강철보다도 몇배나 뛰 어난 강도의 탄성을 지닌 아주 굉장한 금속이야. 단지 하늘에서 떨어져내리 는 운석중 아주 일부에서만 소량이 채취될정도로 매우매우 희귀한 금속이 다." "그래서요? 뭐가 좋은건데요?" "무식하긴! 미스릴은 모든 부정한 존재들을 몰아내는 달빛의 가호를 받은 금 속이라고! 마법적이던 일반적이던 어둠에 속한 존재를 벨수 있단말이다! 설 사 상대가 육신이 없는 정신체라 해도 말이야! 거기다 오리하르곤은 그 자체 만으로도 뛰어난 강도를 가진 금속이지만 거기다 마력을 흡수하고 저장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 강철에 1의 마법을 새겨넣고 유지할수 있다면 오리하르 곤이 첨가된 이 클레이모어는 10의 마법을 주입할수 있지! 그야말로 나같은 위대한 대마법사를 위해서 존재하는 금속이지! 음핫핫핫" "하지만 이 검. 무겁잖아요. 거기다 날도 안서있고" "으음… 사실은 그 대단한 강도 덕분에 날을 세울수 없었거든. 열을 가하기 전에는 지문이 생길정도로 무른 미스릴에 오리하르곤을 섞어넣은건데… 이 두 금속이 반응해서 내 상식을 뛰어넘을정도로 높은 강도를 가질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아는 모든 광물중 가장 강도가 높은 다이아몬드도 이녀석의 날 을 세우는데는 실패했거든. 거기다 무겁지. 왠지는 모르겠지만 무게가 세배로 늘어났어. 그 검을 만드는데 미스릴 5kg과 오리하르곤 100g을 넣었는데 주물 에 넣고 식혀놓으니까 15kg이 넘더군. 뭐…그건 앞으로 차차 내가 연구할 과 제이고… 어때? 사고싶은 생각이 불끈불끈 솟지않느냐?" "전혀요. 무겁기만하고 날도 안선 이런 투박한 검을 누가 가지고 싶어할까 나?" "크윽… 젠장. 그래! 네말이 맞다! 잘나간다는 기사놈들에게 한번씩은 다 보 여줬는데 솔직히… 안팔리더라. 젠장할…" 이런건 나라도 안산다고. 싸우다 검이 절대 깨지거나 휘어지지 않을거라는 건 꽤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렇다해도 날도 없는 검을 어디다 써먹으라는 소 리야? "그래서 생각해낸게 네가 들고 있는 그 검집이다. 아예 한쌍으로 만들었지. 무게는 검과 동일하고 재질도 똑같다. 합치면 30kg이지! 대단하지 않냐? 응?" "대단하긴 개뿔이…" "이이익!!! 네 망할 힘과 합쳐지면 왠간한 메이스나 모닝스타 따윈 비교도 안 된단 말이야! 이 멍충아!" 뭣? 멍충이? 감히 누굴보고!!! "그리고!!! 거기엔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마력을 부여했다고! Protection From Normal Missiles! Blink! 그것도 모자라서 Drain Life 마법까지! 내가 특.별. 히 제작한 그 클레이모어가 아니면 이 세상 어딜가도 검하나에 마법이 세가 지나 걸려있는 검따윈 없어!" "호오~ 그거 신검이라던지 아티펙트에도 해당되는 말이에요?" "큭…그건…" "그럼 역시 별 쓸모 없네. 네에~ 좋아요. 그 노고를 인정해서 딱 롱소드의 열 배값인 3000골드 드리죠" 쾅! 깜짝이야. 이 노친네가 왜 갑자기 테이블을 후려치고 난리야. 없는 애도 떨어질뻔 했잖아! "우…우…웃기지마! 이 망할계집아! 그…그 검을 만드는데 들어간 돈만해도 벌써 50만골드가 넘는다고! 그런걸 날로 꿀꺽하려 들어? 엉?" "에에~ 난 그런거 몰라요. 팔거면 놓고가고 아니면 가져가요. 난 별로 살마음 없으니까" "……크으. 조…좋다! 그럼 딱 잘라서 25만골드!" "1만골드 쳐드리죠. 노력을 생각해서" "22만골드!" "1만 오천" "20마아아아안!!!" "2만." "크아아아악!!! Geas! 명령한다! 이 검! 사!" 웃기지 말라고 난 절대 이런 골동품을 살 마음이… 어어억… 가…갑자기 지 독한 두통이… 으윽… 거기다 생리통까지… "아으으으… 다…당신…" "큭큭큭… 살래? 아니면 죽을래? 내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넌 지독한 고통을 겪으면서 서서히 죽어갈거다. 큭큭큭" "치…치사해" "시끄럽다! 계집! 날 이렇게 궁지로 몰아넣었으니 이게 다 네 녀석 탓이야!" "아…알았어요. 사면 될거아니에요. 사면… 으으음…" 어라. 산다고 생각했더니 고통이 사라진다. 호오…이런거군. "좋아! 그럼 어서 사! 당장!" "네에. 그러죠 뭐. 나도 그 끔찍한 고통을 다시 당하는건 싫으니까. 제가 인 심 써서 2만 5천 골드에 사죠." "뭐…뭐…뭐시라? 너…너…" 역시 통증이 없군. 어떻게든 사기만 하면 된다는 거지? 흥! 누가 그딴…아 니 실수할뻔 했다. 하여튼 사긴 하겠지만 그렇게 순순히 사줄줄 알고? 감히 이 나한테 마법까지 걸면서 강매를 하다니! 두고보자! "사기만 하면 되는거 아니에요? 가격은 아직 결정 안했으니 어디 가격협상이 나 해볼까요? 네?" "끄으으으…. 망할 계집." "제가 인심써서 3만골드에 하기로 하죠. 어때요?" "10만! 때려죽여도! 아니 교수형을 당하고 단두형을 당해도 그 이하로는 죽 어도 못팔아! 절대!" "좋아요. 그럼 10만골드에 사기로 하죠. 하지만 대신 다른거 하나 끼워서 줘 요." "끄으으… 망할 계집같으니라고. 내가 네녀석이랑 다시 거래를 하면 사람도 아니다!" "그말은 이전에도 한번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도 부츠를 팔때였던가 아? 이런 어쩌나요? 이제 사람이 아니게 되었네? 훗" "망할! 젠장! 그래 다 가져가라! 다!" 타앙! 신경질을 한껏 부린 노인네는 갑자기 품속에서 주먹만한 유리구슬을 테이블위에 내던졌다. 혹시나 깨지거나 하지는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단단한 건지 멀쩡하다. 기스하나 안났는걸? "헤에~ 예쁘네. 뭐에요? 이건?" "Solid Fog 마법이 들어가있는 구슬이다. 그냥 손에 쥐고 '안개 나와라'하로 말하면 돼! 당장에 반경 수백미터내에 한치앞도 구분하기 힘든 진한 안개가 뿜어져 나올거다! 이거면 됐겠지?" "뭐… 이정도로 만족해드리죠. 좋아요. 살께요. 그럼 이제 다 된거겠죠?" "그…렇다. 제기랄. 아이고 혈압올라… 네녀석과 말만 하면 꼭 이렇게 혈관이 터질것 같으니 다시는 상종하지 말던지 해야지… 쯧" 내 솔직한 감상으로는 이 헤쉬케린 늙인이보다는 아르케네스와 거래하는 쪽 이 백배는 더 힘들지만… 이건 비밀로 해야겠다. 혹시라도 이 사실을 알게되 면 앞으로 아르케네스에게 마법도구를 팔도록 시키고도 남을 늙은이니까 말 이야. 하여간 내가 10만골드를 지급한다는 자필 서명이 들어가있는 각서를 써주고 나자 머리속에서 위이이잉…하는 작은 소리가 들려오다가 사라졌다. 깜짝 놀란 내가 눈을 깜빡이면서 노인네를 바라보자 그는 혀를 차면서 말했 다. "쳇. 마법이 사라졌군. 에잉… 이럴줄 알았으면 이런 귀찮은 일은 제자놈에게 시키는거였는데…쯧쯧" "앞으로… 내게 마법같은걸 걸었다간… 진짜 죽여버릴거에요. 이건 경고라고 요. 경고" "헹. 네깟것이? 웃기는구나. 켈켈켈" 이놈의 늙은이가! 갑자기 분노가 마구마구 치솟는다. 그때였다. 갑자기 내 바로 왼쪽에서 콰광!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창문이 있는 벽 전체가 진한 먼 지를 내뿜으면서 무너져내렸다. 쉬잉. 콰앙! 후두둑…. 머리위로 돌조각과 먼 지부스러기가 마구 떨어져내린다. 뭐야? 이건…. "콜록콜록." 콰앙! 닫혀있던 복도의 문짝이 활짝 열리면서 닐크 녀석이 뛰어들어오는게 눈물이 가득고여서 흐린 시야속에 들어왔다. "마마! 누가… 침입자냐?!" "콜록콜록" "쿨럭쿨럭. 이런 젠장할… 이건 또 뭐야? Gust of Wind!" 휘이이이잉… 헤쉬케린 노인네가 지팡이를 치켜들고 외치자마자 방안에 공 기가 둥그렇게 소용돌이 치다가 무너져 내린 창가의 벽사이를 통해 밖으로 뿜어져나갔다. 덕분에 자욱하게 피어올랐던 먼지구름이 단번이 밖으로 빠져 나간다. 이건 또 뭐야? 방안에 틀어박혀 있던 로이드에 노엘까자 튀어나왔다. 먼지가 가라앉은 덕 분에 앞이 보이게 된 나는 위험하다며 나를 만류하는 닐크의 손을 뿌리친뒤 창가로 뛰어갔다. 애초에 목재와 유리로 만든 얇은 나무 창틀은 이미 오래전 에 날아간지 오래였기에 나는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창틀밖으로 고개를 내밀 고 밖으로 내다봤다. "맙소사…" 입이 쩍 벌어지고 말았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우리의 맞은편에 있는 낮은 주택의 옥상에 카렌이 보였기 때문이다. 낑낑거리면서 힘을 쓰고 있는 카렌 의 앞에는 소형이라고는 하지만 사람 한둘쯤은 가볍게 꿰어죽일수 있을것 같 은 공성용 발라스타가 놓여져있었다. 빌어먹을 카렌 녀석은 도르래를 사용해 서 발라스타의 시위를 당기고 있다. 나 뿐만 아니고 로이드와 헤쉬케린 늙은 이 그리고 닐크와 노엘까지 모두 부서진 창틀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데도 카렌 녀석은 제정신이 아닌건지 자기일에만 열중하고 있 다. 뭐라고 말조차 안나온다. 그런데 저녀석… 벌써 시위를 다 걸었어? 우아 아악! 창날처럼 생긴 발라스타의 화살이 시위에 걸렸다. 서…설마 쏘지는 않 겠… "엎드려!!!" 갑자기 누군가가 내 목을 휘어감고는 잡아당겼다. 덕분에 나도 모르게 뒤로 딸려나가 버렸고 바닥에 엎어진 내위로 누군가가 나를 몸으로 감쌌다. 투 웅… 콰앙!!! 후두둑… 저 미친것!!! 나 진짜 화났다! 머리끝까지 열이 뻗친 나는 이를 악물면서 벌떡 일어섰다. 으드득! "우와앗…" 응? 머리위가 가벼워졌는걸? 설마… 반쯤 몸을 일으킨채 고개를 돌려보니 로이드가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가고 있는게 보였다. "아하하… 죄송해요. 폐하" "아니… 당신 위에 있던 내가 잘못이지." 다행히 별로 다친곳은 없는지 로이드는 몸을 일으키면서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으으윽… 왜 맨날 이렇게 되는거얏! 정말이지…. 이게 다 카 렌탓이야! "죽인다!" 그래 죽여버…가 아니잖아! 고개를 홱 돌려서 무너져내린 창가를 돌아보았 다. 우리들 머리위로는 천정에 단단히 박힌 단창길이의 발라스타용 대형 화 살이 박혀있었고 그 끝에는 굵은 밧줄이 팽팽하게 걸려있다. 그리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밧줄에서 뛰어내린 카렌 녀석은 연신 '죽인다'라고 중얼거렸다. "이 망나니 같은 녀석! 너 오늘 죽도록 맞아볼래?" "죽인다…죽인다…죽인다…" "이 녀…" "저어…마마. 지금은 잠시 지켜보시는게…" 내뒤에 있던 닐크 녀석은 내 목덜미를 잡아끌면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화가 안나게 생겼나고! 하지만 그 분노는 금세 수그러 들었 다. 눈앞으로 새하얀 무언가가 휙휙 하고 지나가고 나니까 도저히 뛰어들 엄 두가 안들었기 때문이다. "죽일거야!" "흥! 꼬맹이 그동안 실력이 좀 늘었나보군. 하지만 이 대마법사님 앞에서는 어린애 재롱일 뿐이다! 음핫핫핫" "죽일거야!! 죽일거야!" 투둥. 카렌 녀석이 어느새 꺼내든 단궁에서 화살이 거의 동시에 튀어나갔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날아간 화살들은 단번에 헤쉬케린 노인네를 꿰뚫을것 같은 기세였지만 그 노인네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허무하게 바닥에 떨어졌다. "이런 조잡한 장난감으로 이 대마법사님을 어쩌지는 못할껄? 켈켈켈" "치잇…" 뒤로 물러나야 겠다. 괜히 휘말리면 나만 손해지. 암. 이런 생각은 나 뿐만 이 아니었는지 화살의 벽에 가로막혀 생이별을 하게된 로이드쪽도 뒤로 슬금 슬금 물러섰다. 물론 나도 닐크와 함께 벽에 등을 대고 물러섰지만…. 이거 테이블이라도 뒤집어서 방패막이로 써야 하는거 아닐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동안에도 카렌은 연신 화살을 쏴댔고 헤쉬케린 노인네는 겨우 7~8m밖에 안되는 거리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거나 튕겨냈다. 둘다 인간이 아니야. 물론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 아르케네스의 스승인 헤쉬케린 노인네가 좀더 괴물이긴 하지만. 아! 카렌의 화살통이 비었다. 정말… 20발들이 화살통을 이 거리에서 다 비우게 만들다니! 괴물! "훗훗훗" "입닥쳐!" "웃기는 꼬맹이군. 난 그저 웃었으뿐인데 말이야. 켈켈켈. 억울하지? 분하지? 그럼 덤벼봐. 덤벼~ 크할할할" "크으윽!!!" 카렌 녀석 이를 뿌득뿌득 간다. 그리고는 갑자기 허리춤으로 손을 넣더니 단검을 꺼내들었다. 쉬익…. 티잉. 옆에서 보기에는 그저 빛이 번쩍이는 것 같이 빠른 속도로 날아간 단검을 허리만 살짝 숙여서 피해낸 노인네는 여전 히 제자리에 서서 클클거리면서 기분 나쁜 웃음을 짓고 있다. 이것때문에 더 화가난 카렌은 계속 단검을 던져대고… 또 그걸 피하거나 막고…. 이거 오늘 내로 끝나려나? "이이잇!" 오옷? 새로운 공격이냐? 다시 품속에 손을 집어넣은 카렌 녀석이 갑자기 주먹만하 가죽주머니를 꺼내들고는 주머니 입구를 막고 있는 끈을 잘라버렸 다. 그리고는 그것을 높이 들고 헤쉬케린 노인네에게 뿌렸다. 촤르르르… 허 공에 작고 시커먼것들이 한가득 뿌려진뒤 날아올랐다. 작고 날카로운 가시같 이 생긴게… 켈트롭? "Wall of Force!" 헤쉬케린 노인네의 바로 앞에 푸르른 휘장같은 막이 생겨났다. 마치 아지랭 이 처럼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막은 그를 향해 날아가던 켈트롭과 부딪치자 마치 물방울이 떨어진 호수에 그려지는 파형처럼 출렁거렸지만 부딪친 켈트 롭중 단 한개도 통과시키지 않았다. 그것 뿐만 아니고 켈트롭을 뿌린뒤 카렌 이 날린 단검들도 그대로 뒤로 튕겨낸다. 호오~ "크으…분해!분해!분해애!!!" "클클클. 이게 바로 경륜의 차이란다. 아가야" "시끄럿! 그런거 몰라!" 마치 떼쓰는 아이처럼 악을 써댄 카렌은 정면으로는 뚫을수 없다는걸 깨닳 았는지 바닥에 깔린 켈트롭사이를 잘도 피해서 뛰어갔다. 겨우 대여섯걸음만 에 노인네의 앞에 도달한 카렌은 등뒤에서 뽑아든 숏소드를 들고 그 힘의 장 벽을 내려쳤지만 역시나 둥근 파형만 생겨날뿐이었다. 아니 오히려 뒤로 튕 겨나간 카렌녀석은 바닥에 잔뜩깔린 - 특히나 힘의 장벽에 막혀 튕겨나와 밀도가 다른곳보다 몇배는 높은 - 켈트롭 위로 쓰러질뻔했다. 그래도 명색이 암살자라고 간신히 중심을 잡은 카렌은 이번엔 헤쉬케린 노인네의 옆으로 돌 아갔다. 그리고는 이를 박박 갈면서 노인네에게 달라붙었다. 거참… 바닥에 저렇게 어지럽게 깔린 켈트롭 사이를 어떻게 저렇게 잘도 피해가는지 몰라. "죽엇!" "싫다!" "기분나빠! 따라하지마!" "내맘이다. 너나하지마! 켈켈켈" "아으으으!!!" 왠지… 카렌녀석에게 조금 동정이 간다. 분해서인지 눈물까지 글성이는 카 렌은 온힘을 다해서 숏소드를 휘둘러댔다. 하지만 카렌의 검은 번번히 노인 네의 지팡이에 막혔고 다른손으로 날린 단검은 가볍게 피해버렸다. 저 지팡 이 보기에는 나무인것 같았는데 강도가 상당한가보네. 하긴 그 오리하르곤인 가 하는 괴상한 금속도 써먹는 노인네니 보통 나무지팡이는 아니겠지만 말이 야. "Color Spray!" "꺄앗!" 번쩍! 갑자기 노인네의 손에서 빛이 번쩍이면서 여러가지 색이 카렌쪽을 향 해 튀어나갔다. 빛에 정면으로 노출된 카렌은 한손으로 눈가를 가리면서 어 색한 모습으로 숏소드를 마구 휘둘러댔지만 이내 지팡이로 숏소드를 쳐낸 헤 쉬케린 노인네의 손에 목덜미를 붙잡혓다. "클클클. 뿔난 망아지는 매가 약이지 암. Shocking Grasp" 파직…지지지직…파스스스스… "꺄아아악!!!" 약간 불쌍한 카렌 녀석은 그대로 온몸에서 흰 연기를 풀풀 피어올리면서 그 대로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러면서 몸을 덜덜 떠는걸 보니 충격이 상당 했나보다. 쯧쯧. 맨날 상대도 안되면서 덤비긴…. 어쨋든 정리 된것 같긴 한 데… 이건 또 어쩌나… "닐크." "예. 마마" "여관 옮겨야겠지?" "당연하죠. 이렇게 사고 쳐놓고 여기 머물수 있겠습니까? 거기다 여기 파손 된 기물 배상하려면 돈좀 들겠습니다." "흠… 알아서 하도록 해. 그리고 빨리 내가 쉴수 있는 여관을 잡아주고" "그…그런! 왜 뒷처리는 항상 저인겁니까? 예?" "그럼? 내가 할까? 아니면 폐하보고 하시라고 할까? 세상물정 모르는 노엘 군을 시켜? 할사람은 닐크뿐이잖아. 그렇지?" "네에…그렇군요." 음음. 닐크도 인정했군. 좋아. 그럼 우선 짐부터 빨리 싸도록 할까나? 다른 여관에 우리 일행이 저지른 짓거리가 알려지기전에 후딱 나서야 할테니까 말 이야. 부서진 여관의 수리비는 닐크가 어떻게 마련해서 지불했다. 그리고 우리들 은 예츠나 유일의 고급 여관을 박살난 전과를 당당히 기록한채 쫓겨났다. 이 에 대해 로이드는 예절이 부족한 것들이라던지 불손한 것들이라던지 하는 말 을 하면서 투덜댔지만 그래도 대놓고 신경질을 부리지는 않아서 가슴을 쓸어 내릴수 있었다. "당신과 다니려면 목숨이 몇개라도 부족하겠군" 이라고 말해서 내 가슴을 무너지게 만들었지만… 너무해… 난 순진하고 순 수하며 꿈많은 애기엄마라고! 아아… 이런 현실이 싫다. 정말…. -------------------------------------------------------------- 이제...시작. 열혈! 근성! 철벽! 가우군 p.s 좌절중. 후회중.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9장 Knight`s Winter (1) 2003-12-02 21:08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19화. Knight`s Winter 전쟁이 꽃은 오직 기사뿐이다. 기타 다른 병종따윈 기사를 보좌하는 별볼일 없는 녀석들이지. 아암. 중갑으로 무장하고 거대한 체구의 전마에 올라탄 기 사를 그 누가 격퇴할수 있겠는가? 오직 상대 기사뿐이지! 전장은 언제나 기 사가 지배하는 법이야.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크레센트 제국 남부광역주둔군 사령관 에거문드 훈스 백작과의 대담 중 - 주. 기사는… 멋있다. 그점만은 인정한다. - 대륙력 999년. 초가을 아크레닌 동부 고대의 숲 - 푸르릉… 히히힝…. 수십필의 말들이 서로 말울음소리를 내면서 기쁜듯 울 어댄다. 저녀석들도 힘들었을거야. 음음. 나는 등뒤로 황량하고 황폐한 황무 지를 배경으로 한채 겨우 새끼손가락 몇마디정도 밖에 안되는 짧은 풀들위에 주저앉았다. 우리들 앞으로는 무려 하루하고도 반나절만에 나타난 넓은 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사막 - 아직 본적은 없지만 사방이 모래뿐이라고 한 다 - 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캐러반들처럼 사람과 말이 한마음으로 기쁜 기 색을 감출줄 몰라한다. 그도 그럴것이 이 황량한 동네는 정말 물이 귀한것 같다. 푸르른 숲따윈 아크레닌 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단다. 덕분에 사람은 말할것도 없고 북방의 혹한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견뎌 내는 케센 산 전마들 역시도 무더운 더위와 메마른 대지 그리고 길을 걸을때 마다 피어오르는 잔먼지 덕분에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 이런곳에서 사람이 산다는게 신기할 정도야. 음음. 첨벙. 말들중 몇마리가 강속으로 뛰어들었다. 헤에~ 보통의 말들은 물을 싫어한다고 하던데 역시 말들중에서도 닐크나 덴 녀석처럼 특이한 놈들이 있구나. 첨벙거리면서 강물위에서 헤엄치는 말들 덕 분에 물가로 말을 끌고가서 물을 먹이던 당번병들중 몇명이 상의를 벗어던지 고 물속으로 뛰어들어야 했다. 쯧쯧. 애는 쓰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네발달린 녀석쪽이 더 빠른것 같은걸. 고생좀 하겠네. 응? "와악~" "미안. 놀라게 한것 같군" 갑자기 눈앞에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가죽주머니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주머니를 따라 고개를 올려보자 한손으로 주머니를 들고 있고 다른손으로 콧 잔등을 긁적이며 고개를 돌리는 로이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셔. 방금 떠온거라 시원할거야" "네. 고마워요. 폐하" 퐁. 코르크 마개를 따고 주머니의 마개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꿀꺽. 후에~ 차갑다. 굉장히 시원한걸? 이거 강물을 떠온걸텐데 어떻게 이렇게 시원한거 지? 마치 지하에서 떠올린 지하수같네. "특이한 강이야." "예?" "음…. 보통의 평범한 강 같지는 않아. 흐르는 강물인데도 불구하고 물속에 떠다니는 부유물이 극단적으로 적어. 거기다 온도도 차갑고 아마 물고기나 그런것들도 거의 없을거야." "그런…가요?" "으음. 크렌경의 말에 따르면 이 강의 수원이 올드 포레스트(Old Forest)라고 하던데 그것과 연관이 있는지도 모르겠군. 고대의 숲이라…" "오래된 것들은 상식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때가 많죠." "그렇겠지. 모험가들의 호기심을 억제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기 에 우리들은 과거의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증명하려 하지. 실제로는 별볼일 없는것이라도 오래된 물건이나 건물들은 왠지 모르게 호기심을 자극 하거든" "그건 견습 역사학자로써의 견해인가요?" "으응…. 뭐 그렇지." "죄송해요." "아니. 됐어. 나도 이제 그럭저럭 왕노릇하는데 적응했고 또 그때는 그럴수밖 에 없다는걸 이해할만한 나이가 되었으니까 말이야. 물론 아직도 감정적으로 는 당신의 행위에 동조하고 싶지 않지만 이성적으로는 이해해. 그게 나와 당 신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을테니까" "……" "그래. 산간벽지에 유배된 마틴 녀석이 왕이 되었다면 우리들은 어떻게 죽는 지도 모르고 죽임을 당했겠지. 그럴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랬다. 아무리 마틴 전 왕자가 왕세자 자리에 오르고 왕실내에 실권을 가 지고 있는 귀족을 상당수 거느리고 있다해도 그들로써는 유언조차 남길새없 이 급사해버린 전 국왕폐하 덕분에 골치를 썩였어야 할것이다. 내가 행동하 지 않았다면 말이야. 어쨋건 대륙의 거의 모든 국가에서 장자세습을 허용하 고 또 그것을 당연시하는 상황이니까 말이야. 그들에게 있어서 로이드는 늘 거슬리는 존재였을것이다. 죽여버리고 싶을만큼. "가끔은 내가 평범한 귀족가의 자식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해. 만약 그랬다면 행복하다고 장담을 할수없지만 그런대로 평안한 삶을 살 고 있었을테지" "고서에 파묻혀서요?" "응. 책에는 지식이 들어있지. 문자와 서적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창조물이야" …대륙어는 빛과 정의의 신인 비젠신이 인간에게 전파한걸로 배웠는데. 뭐… 그런 사소한건 넘어가자고 괜히 말꺼내봐야 말싸움만 붙을테니까. 그리 고 그런 까마득히 오랜 옜날의 전설따윈 난 관심없다고. 로이드라면 좋아할 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런가요" "응! 그래! 물론 드워프나 엘프들도 글을 쓰고 서적을 남기긴 하지만 그 종 류나 양으로 봤을때 상대가 안돼. 오크라던지 고블린같은 휴머노이드들 역시 말은 해도 글로써 무언가를 남기는 행위는 거의 안하니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건 역시 서적을 통한 지식전승이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으음… 글쎄요. 전 그런건 생각해본적이 없어서요. 태어날때부터 익숙하게 사용해오다 보니 그게 당연한것처럼 느껴지는걸요. 특별하다기보다는 뭐랄 까…" "익숙하다?" "네. 그거요." "그렇겠지. 우리가 숨쉬는 공기도 언제나 당연히 그자리에 있기에 평소에는 존재감을 느끼기 힘들지만 막상 필요할때 없으면 굉장히 막막할거야. 그런 의미에서 책좀 봐두라고. 매일 이렇게 밖으로만 싸돌아 다니면 머리속에서 쇳소리가 날거야." "흐응~ 그런거 모르네요. 뭐. 정 지식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머리좋은 부하라 도 하나 둘래요. 그쪽이 더 편해요" "나 말인가?" "폐하는 저의 주인이잖아요. 폐하말고 다른 녀… 부하를 찾아보죠" 내가 직접 공부하는것보다는 머리좋은 녀석을 부하로 두는 쪽이 더 낫잖아. 그시간에 난 다른 일을 할수도 있고 말이야. 그런데 왠지 조용하네? 한마디 쯤 더 할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두손으로 물주머니를 꼬옥 쥔채 고개를 슬쩍 들어 올려다보니 내 옆에 서있던 로이드가 한손으로 입가를 가린채 고개를 돌리고 있다. 얼레? 얼굴… 빨개진건가? "왜그러세요?" "아…아니…그게…" "어디 불편한데라도 있어요?" "아니…으음… 당신은…" "네?" "어…어떻게 그런 낮부끄러운 말을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할수 있는거지?" 에에~ 그런건가? 왠일로 로이드가 수줍음을 다 타는구나. 꽤 귀엽기는 한 데… 나보다 훌쩍 커버린 남정네라서 그런지 별 감흥이 없다. 어릴때가 좋았 는데… 쯧. "폐하시니까요." 물주머니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주변에 굴러다니는 돌맹이 하나를 들어서 강물을 향해 던졌다. 퐁. 작은 파문…. 처음엔 아주 작았던 파문이 점 점 크고 넓게 변해서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그런가… 나라서?" "대 크레센트 왕국의 국왕이신 로이드 1세 폐하가 아니라면 제게서 이런 말 을 들을 사람은 최소한 이 대륙안에는 없죠" "음…." 이럴때 내 옆에 앉아서 눈이라도 마주쳐 주면 기쁠텐데. 무심한데다가 무신 경한 로이드가 그런데까지 머리가 돌아갈리가 없지. 이게 다 경험에서 나온 거라고. 내 예상대로 로이드는 생각에 잠겨있었다. 때로는 생각보다는 행동으 로 보여주는 편이 더 기쁜데. 치잇. "가야겠군. 난 마차에 가있을테니 일이 있으면 알려줘" "네에~" "그럼" 난 이미 오래전에 포기했다고. 아. 맞다. 그래도 이말은 해주고 싶다. 난 잽 싸게 몸을 돌려서 마차쪽으로 돌아가는 로이드를 불러세웠다. "폐하" "응?" "그거 아세요?" "뭘 말이지?" "우리가 이렇게 대화를 나눈게 일년 반 만이라는거요. 만나기만 하면 늘 하 던 말싸움은 빼고" "그래? 그랬었나. 음… 미안" "아니에요. 폐하." 내 대답을 들은 로이드는 미련없이 내게서 등을 돌리고는 뚜벅뚜벅 걸어가 버렸다. 별로 슬프지는 않아. 그저 조금 울적할뿐이지. 돌맹이를 들어올린다. 퐁당. 다시 돌맹이를 들어올린다. 퐁당. 어차피… 아니야. 생각하지 말자. 퐁 당. 하늘이 참 맑구나. 가을하늘 이라는 걸까나? 콰광. 쾅. 멀리서 폭음소리가 들려온다. 거기다 가끔 빛이 번쩍인다던지 불 꽃이 튀어오른다던지 하는걸 보니 오늘도 또 한판 붙은것 같다. 카렌 녀석. 매일 지면서도 지겹지도 않은지 계속 덤비는군. 그나마 다행이라면 카렌과 헤쉬케린 노인네가 주변에 피해를 주지않기 위해 대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서 싸움을 한다는것 정도일까? 지금까지 전적은 8전 8패. 물론 카렌의 전적 이지. 하지만 생각해보면 말이야. 카렌은 언제나 진심인데다가 그녀석 성격이 라면 확실하게 죽여버릴텐데…. 카렌이 이기는 날이 저 늙은이의 장사날이 되겠군. 다른 사람이라면 싸우다가 정이라도 들겠지만 카렌 녀석에게 그런걸 기대할수는 없을테고. 지금은 한사람이라도 아쉬운 상황이니 카렌이 또 지기 를 빌어야 할려나? 흐흥… 40여대의 짐마차들. 그리고 백여명의 용병들. 나와 로이드는 그런 일행들 사 이에 섞여있다. 크레센트의 화격단원들을 이동시키기 위해서 닐크가 동원한 것은 바로 캐러반들이었다. 저 북쪽의 케센부터 대륙 최남단 국가라고 알려 진 모레니안까지 대륙을 종단하고 횡단하는 상인무리들. 한 국가에 적을 두 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행동반경은 전대륙. 거기다 짐마차는 무기를 실어 나르기에 좋고 또한 어느정도의 무장은 용병으로 위장하면서 착용할수 있다. 그렇게 캐러반 몇개만 조직해도 수백명의 내 병사들이 전 대륙을 누비고 다 닐수 있는것이다. 물론 이 캐러반을 지원해줄 상단을 조직하는데 꽤 많은 돈 이 깨졌다고 하지만 그건 아르케네스가 할일이고 나야 뭐. 관리만 하고 써먹 어주기만 하면 되니까. 우리뿐만 아니고 다른 지방을 통해서 이동해 오고 있는 중대규모의 병사들 이 이 올드 포레스트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다. 상대의 숫자가 정확히 얼마인 지 알수 없는 현실이기에 가용할수 있는 병력 전부를 이쪽으로 돌리라고 했 기 때문이다. 덕분에 앞으로 12시간 이내에 3개 중대 300여명 정도의 병사들 이 추가로 이곳에 도착할것이고 24시간 이내에 그 배에 달하는 병사들이 이 곳에 도착하기로 되어 있었다. 물론 어느정도는 낙오되는것을 감수해야 하겠 지만 그렇다해도 최소한 700명 이상은 될것이다.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아무 리 그 브리츠의 미친놈들이 아크레닌과 손잡고 꿍꿍이를 벌이더라도 이정도 숫자라면… 훗. 다시는 꿈도 못꾸도록 완전히 뿌리를 뽑아줄테다. "닐크!" "옛! 마마"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나보군. 부르자마자 닐크가 내쪽으로 뛰어왔다. 난 엉 덩이를 툭툭 털면서 일어선뒤 닐크를 바라보며 물었다. "수색대는?" "아직…" "돌아올시간이 한참 지나지 않았나?" "둘중 하나일것입니다. 죽었거나 어디 한적한 곳에 숨어서 상관을 욕하며 술 을 퍼마시고 있거나." "전자겠군." "아마도…" "전직 레인져들로 구성한 스파이 전대 - 10명내외 - 도 전멸이고 덴에게서 빌려온 정보부 소속 스토커 두명도 정기 연락이 끊어졌어. 어떻게 생각하 지?" "그들이 도주할 새도 없이 잡히거나 죽었을정도로 적들이 바글바글 하던지 아니면… 반항할새도 없이 죽었다는것일겁니다." "그렇다는건 브리스츠의 암살자?" "그놈들도 있군요. 하지만 전 그보다는 그 라이칸슬로프인가 하는 그 괴물쪽 일것이라 생각됩니다. 보통인간이 더욱이 숲속에서 후각이 예민한 그 늑대인 간 같은 놈을 만나면 단 1분도 버티기 힘들테니까요" "그런가." "이대로는 더이상 전진할수 없습니다. 20명 이상의 기병들로 구성된 광역 수 색조를 사방으로 내보내어 주변 정보를 모아야 합니다." "허락한다. 자세한건 알아서 하도록." "예. 아~ 그리고 이 앞으로는 적당히 쉴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다고 합니다. 이곳 강가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는게 어떻겠습니까?" "좋아. 여긴 적지와 가까우니 경계병은 평소의 두배로 하도록 하고 나머지 병사들은 쓸데없는짓 하지말고 푹 쉬라고 명령해둬." "옛!" 닐크는 내게 답변한뒤 대여섯명의 장교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할일이 없어 진 난 뭘할까 생각해보다가 강 상류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멀리 2km쯤 떨 어진 강의 상류에는 갑자기 푸른 초원과 함께 거대한 거목들이 즐비하게 늘 어서 있다. 아크레닌의 미친놈들은 숲 한가운데다가 요새를 세웠다. 주변의 도시에서 들은바에 의하면 저 올드포레스트 정 중앙을 가로지르는 작은 오솔 길을 지나면 우리 크레센트 남동부로 바로 튀어나온단다. 하지만 숲의 거목 들이 너무 빽빽하게 자라고 있어서 -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식물학자인 안스 데인경의 저서에 의하면 보통의 나무가 저런식으로 빽빽하게 들어서는 경우 는 굉장히 드말다고 한다 - 마차는 커녕 도보로 행군하기도 힘든 길아라고 한다. 길조차 제대로 닦여있지 않은곳에 요새를 세웠다니 그 건축가의 머리 속을 해부해보고 싶은 생각이 새록새록 든다. 뭐… 보병들조차 제대로 숲을 헤치고 나가기 힘들정도로 험한 지형인지라 천연의 방벽이 되어준다는건 알 겠지만 말이야. 그것도 어느정도지. 보통의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숲가장자리 에 울타리를 치던지 하겠다. 이 올드 포레스트와 눈앞에 펼쳐진 강 - 이름이 뭐더라? 디스? 니스? 지 스? 하여간 그런 이름이었는데… - 덕분에 마차를 이끄는 캐러반들은 무려 30km이상을 우회해야 한다. 그렇기에 더욱 인적이 드문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행인 점이라면 이 지역의 치안 및 수색을 담당하는 아크레닌의 국 경수비군 병사들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여기까지 오는동안 코빼기 하나 보 지 못했다는거다. 하긴 이곳에서 반경 50km내로는 인가도 거의 없는 말그대 로 황량한 황무자리니 말 다했지 뭐. 강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인간들이 모여들기 마련인데 이 올드 포레스트라는 곳이 예전부터 괴상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곳인데다가 아주 하류까지 내려가 야지 겨우 물고기가 좀 살정도로 특이한 수질을 자랑하는 강이기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 가끔 아주 가끔 저 올드 포레스트를 가로지르는 미친 여행자들 이 있다는 소문이 있긴 하지만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동안에는 아직 못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다행이다. 쓸데없이 피를 흘리지 않아도 되니까. "프휴…" 아아… 우리 로렌은 잘 지낼까? 밥은 잘 먹고 있겠지? 어디 아프거나 하지 는 않을까? 으… 안돼! "이번일 빨리 끝내야겠어." 어서 일을 끝내지 않으면 내가 먼저 지칠것 같아. 우리 로렌을 오랫동안 못 봤더니 너무 슬프다. 훌쩍. 황무지 곳곳에 커다란 천막들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정말 땅파고 집짓는거 하나는 굉장히 빠른걸? 다른건 모르겠지만 말이야. 하긴 어중이 떠중이들을 죄다 끌어다 모아서 만든 군대이니 신용이 안가는건 어쩔수 없지. 그나마 이 정도 숫자의 병사들을 모으고 유지할수 있는것도 모두 크레센트 왕국의 힘을 등에 업고 있기때문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100명도 제대로 관리할수 없었을 거야. "숙소가 완성되었습니다. 마마" "응? 으응…" 처음 보는 얼굴인데? 누구지? 음… 뭐 내 당번병이라도 되나보네. 상념에 잠겨있는 내게 말을 건 녀석은 이제 갓 열여섯을 넘은것같은 어린 소년이었 는데 특이하게도 검은머리를 하고 있다. 신기한 일일세. 크레센트에서는 검은 머리가 흔치 않은편인데. 로이드처럼 짙은 흑발이라니 말이야. "안내해" "예" 난 그녀석의 뒤를 따라갔다. 강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만들어진 야영지에는 수십개의 크고 작은 막사가 만들어져 있었는데 얼마뒤 도착할 병사들을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막사들 사이를 헤치고 다닌뒤 내가 도착한곳은 야영 지 정 중앙에 있는 지휘관용의 커다란 막사 옆에 붙어있는 초라해보이는 작 은 천막 앞이었다. 왠지 조금 자존심이… "이곳입니다." "그래. 수고했어." "예. 마마" 흐음….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고 이제 좀 쉴까나? 하긴 매일같이 하는 운 동을 빼면 하는일도 없지만. 그런데 입구앞에 경계병도 안세워두는거야? 이 거 너무 허술하게 일하는거 아니야? 정말… 휘장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 "에에?" 왜 로이드가 내 막사안에 있는거야? 그것도 상의를 벗은채로! 꺄악~ 난몰라 아~ "어어? 으흠…" "왜 폐하께서 여기에…" "그러는 당신은 왜 내 침소에 들어온것이지?" "예에?" 당번병은 이 천막을 내가 쉴곳이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로이드는 이곳이 바 로 자신의 침소란다. 그렇다는것은… 동침이냐? 어떤 머저리 생각이야! 크아 앗. 여긴 왕궁이 아니라서 침대도 하나뿐이고 다른 방도 없다고! 그렇다고 그냥 나가버릴수도 없잖아. 로이드가 자기를 무시한다고 화낼테니까! 아직 말싸움도 안했고 오늘 분위기도 좋았단 말이야. "음… 그런건가. 어쨋건 다른자들이 보기에 우리는 부부이니까" "네에…" 에휴. 좀 불편하긴 해도 내가 참아야 할것 같다. 별수 없잖아? "그런데 안 추우세요? 왜 상의는 벗고 계시죠?" "응? 아… 이거 입으려고 하는데 잘 안되서 말이야." 로이드는 손에 들고 있던 평범한 모양의 셔츠를 들어올리면서 말했다. 어라 라… 과연. 부잣집 도련님… 이 아니라 늘상 시중인을 옆에 두고 있는 국왕 폐하라 이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기 혼자 옷조차 못입는다는게 말이 되나? "주세요. 제가 입혀드릴께요." "응. 부탁하지" 난 로이드의 앞에 살짝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셔츠를 입혀준뒤 가슴 앞부분의 끈들을 잡아당겨서 단단히 묶어주었다. "이거 말고 나비 모양으로는 못 묶나?" "예?" "아니… 이것도 나름대로 좋긴한데 말이야. 난 그쪽이 더 마음에 들어서" 아아… 그런거냐? 겨우 그것때문에 윗도리를 벗어던진채 혼자서 옷을 붙잡 고 끙끙대고 있었던거야? 정말이지. 남자들은 죄다 바보라니까. 겨우 그런걸 가지고…. 그래도 해달라는데 어쩌겠어. 다시 끈을 풀었다. 그리고 로이드가 원하는대로 다시 묶어 주었다. 그런데… "좌우가 틀린걸?" "네에…" "이번엔 밑으로 내려온 끈 길이가 짝짝이잖아. 이래서는 멋이 안난다고." "예에…" "음… 좀 낫긴 한데 옷이 좀 헐렁한것 같아." 이 인간… 지금 사람 놀리는거 맞지? 으휴… 남편만 아니었어도…. 아니 남 편이 아니면 이런 시간낭비를 하고 있을리가 없으려나? 아무튼! "이제 됐지요?" "응. 그럭저럭."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거리는 로이드. 이에 난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막 밖으로 나가려는데 로이드가 갑자기 내 팔을 붙잡았다. "어딜 가려고?" "…폐하께서. 불편하실테니… 전…" "난 괜찮아. 그리고 오늘은 별로 싸우고 싶은 기분도 안든다고." "그러신가요?" "응. 아까 당신의 말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내가 조금 잘못한것 같 다는 생각이 들더군" "네에." "별로 기쁘지 않은가보군" "글쎄요…" "흐음…" 우리 사이는 이미 그런건 오래전에 포기한 사이가 아니던가? 로렌이라는 접 점이 없었다면 오래전에 깨어졌어도 이상할게 없을정도로 성격도 취미도 안 맞고 공통점조차도 없는 그러 사이니까 말이야. 늘상 싸우기만 하고 냉담한 상태로 현상을 유지하는것조차도 힘이 드는…. 로이드가 왕위에 올랐을때 그 의 마음은 이미 내게서 떠나갔을거야. 그리고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뒤이 니 조그맣게 타오르던 불길 조차도 완전히 꺼져서 재가 된지 오래일거다. "앉아봐." "전 별로…" "내가 싫은건가?" "아니요! 그런건 절대로…" "그럼 앉아." 침대가에 앉아서 나를 올려다보던 로이드는 내손을 놔준뒤 자기 옆자리를 툭툭 치면서 그렇게 말했다. 마땅히 거절할만한 명분이 없던 - 그보다는 아 마도 로이드의 진지한 눈빛때문이라고 생각되지만… - 난 할수없이 그의 옆 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와서 뭔말을 하던 우리사이는 쉽게 회복될수 있을 리가 없으니… "로렌녀석. 이제 많이 컸더군. 얼마전에는 당신이 내게 선물한 그 플레이트 아머를 박살냈지. 장식용으로 걸어놓은 갑옷을 완전히 박살내고 종일 투구를 머리에 쓰고 다니더군. 후후후" "그런가요? 그녀석 정말 말썽쟁이가 되어버린것 같군요." "그래. 제 엄마를 닮아서 그런지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아. 늘 말썽을 피우 고 다니지." 욱… 발끈할뻔 했다. 나도 모르게 쥐어진 주먹을 풀면서 난 어깨를 축 늘어 뜨렸다. "미안하네요. 늘 왕성을 벗어나 말썽만 피우고 다녀서" "그걸 안다니 정말 다행이야. 당신은 자신의 위치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잖아. 안그래?" "그렇죠 뭐." "순순히 인정하다니 왠지 아넬리안 답지 않은걸?" "저라고 맨날 툴툴대기만 하는지 아세요? 알고보면 저도 부드럽고 섬세한 여 자라고요. 뭐" "하하하…" 왜또 웃고 난리람? 남은 진지하게 말한건데. 치잇. 하지만 그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자니 괜히 얼굴이 붉어진다. "웃지마세요. 치잇" "당신도 얼굴을 붉힐때가 다 있군." "이렇게 보여도 감수성이 풍부하고 꿈많은 애기엄마랍니다." "흐응~ 피의 마녀라던지. 전장의 사신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아넬리안 답지 않은 말투인걸?" "뭐가 저 다운건데요? 때리고 죽이고 괴롭히는게 저 다운건가요?" "그렇지. 당신의 어린시절은 본적이 없어서 난 상상할수 없잖아. 안그래? 그 러니 내가 보고 들은것만 가지고 당신을 판단해야 하는데 그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또 있을까?" "조금 기분 나빠지는걸요?" "직설적이었다면 사과할께. 하지만 난 당신이 평범한 보통 귀족가의 귀부인 들과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거나 혹은 무도회장에 나가서 웃으며 춤을 추는 광경따윈 본적이 없단 말이야." "있잖아요. 한번" "아~ 우리가 결혼하기 전? 그때는 불쾌했던 기억이 더 강해서 말이지. 나도 모르게 잊으려고 노력한것 같아. 음… 하긴 그때의 아넬리안은 지금보다는 훨씬 연약해 보이고 감싸주고 싶은 여자였지. 음음…" "지금은요?" "부디 이 나를 보호해주시오 부인. 당신만 믿겠소." "풋…" 아~ 싫다 정말. 하지만 그리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걸? 뭐… 로이드를 지키 는 아넬리안이라는 모습도 나쁘지는 않을것 같은걸. 그런데 로이드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 뭔가 할말이라도 있는걸까? "왜요?" "아니. 당신이 웃는 모습을 보는게 참으로 오랫만이라고 생각되서 말이야. 전 에는 그래도 자주 봐왔던것 같은데 왠지 낮선 기분이야." "그렇겠죠. 만나기만 하면 늘상 싸워댔으니까." "응. 우리 로렌이랑 있을때만 웃는것 같았지만 당신과 내가 같이 로렌이 노 는 모습을 본것도 꽤 오래 되었지" "네에. 그런데 왠일이세요? 제가 이렇게 관심을 다 가져주시다니. 코넬리아 양한테 차이기라도 한거에요?" "무슨…"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왕성밖으로 나올리가 없잖아요. 폐하 성격으로는 절 대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라고요" "음… 당신에게 난 그렇게 비춰진건가?" "뭐… 으음…" 로이드가 날 바라보는 시각이 선입관이라고 방금전에 생각했는데. 나도 그 런 선입관을 가지고 로이드를 바라보고 있었던건가? 몰랐다. "그…그냥 그렇다고요. 폐하는 밖으로 나다니는것보다는 방안에 앉아서 책을 보시는걸 더 좋아하시잖아요." "하지만 나도 움직일땐 움직인다고. 필요할때 움직이지 않는다는건 우유부단 한 멍청이들이나 하는짓이지. 난 그런 멍청이에 속하지 않아" "헤에…" "뭐… 아넬리안 당신에 대해서는 나도 다른 멍청이들 처럼 우물쭈물거리는 바보가 되는것일지도 모르지만." "네?" "아니. 잊어버려." "방금 뭐라고하셨어요? 네? 잘못들었단 말이에요. 다시 말해주세요." "잊어. 명령이다. 잊어" 꺄악~ 로이드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난 몰라. 이런 수확이 있을줄 이야~ 오호홋. 난 고개를 돌린채 나를 외면하는 로이드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이럴때가 아니면 언제 로이드에게 안겨보겠어? 우훗. "말해주세요. 네? 네?" "시끄럿! 떨어져!" "싫어요! 말씀해주실때까지 절대 안떨어질거에요." "끄으응… 뭔 여자가 이렇게 힘이 센거야?" "우훗~" "좋아! 좋다고! 말할께! 됐지? 그러니까 떨어져! 답답하단 말이야!" "네에~" "흠흠… 나…난 그런말을 두번씩 하는짓은 죽어도 못하니까 잘들어." "물론이죠!"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말로 해달란 말이야. 말로. 역시 대화란 좋은것이야! 음음! 너무 좋아. "……란거다." "…네?" "이잇! 안들었잖아! 분명히 말하지만 난 두번다시 그런말 안해! 아니 못해!" "아아아앗! 하지마안…" "됐어. 당신이 여기서 쉬도록해. 난 다른곳을… 우와앗…" 누가 놓칠줄 알고? 일어서려는 로이드의 허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온몸을 실으며 힘껏 밀쳤다. 로이드는 잠시 버둥대긴 했지만 아무리 그가 나보다 키 게 큰 남자라도 내 힘을 버텨낼수 있을리가 없지! 후후후. 뭔가 좀 핀트가 어긋난것 같지만 그렇다해도! 이런 하늘이 주신 기회를 놓칠수야 없잖아? 안 그래? "…정말이지. 당신이라는 사람은…" 온몸을 날린 내 공격덕분에 내 몸아래 깔린 로이드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에 난 아예 그의 몸위로 기어 올라가서는 로이드의 배 에 주저앉았다. 이런 내 행동에 로이드는 어이가 없다는듯 괴상한 표정을 지 어보였지만 난 상관 안한단 말이지. "아까 하던말 다시 말해주세요. 네?" "무거워. 내려와" "실례잖아요. 그런말. 저 상처입었어요." "천하의 아넬리안이? 도저히 상상이 안가는걸?" "에에… 뭐. 저도 연약하고 섬세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여자라니까요" "그런가…. 흐흠…" 뭐야. 남자라면 좀더 확실하게 말해달라고. 실망이야 정말. 뭐가 움직여야 할땐 움직인다는거야? 여자 마음 하나 휘어잡지 못하면서 무슨 대 제국의 황 제가 될수 있겠어. 치잇. "아넬리안." "네?" 로이드가 진지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본다. 그리고 그의 오른손이 내쪽으로 뻗어져 나와서 내 볼을 쓰다듬었다. 우… 눈물이 나올것 같아. 눈앞이 뿌옇게 흐려진다. 온몸의 힘이 쭈욱 빠지는 느낌이다. 그의 손길이 닿자 나도모르게 몸이 아래로 숙여졌다. 로이드의 가슴에 귀를 대자 쿵쿵하고 빠르게 뛰고있 는 그의 심장박동 소리가 들려온다. "……" "사랑해. 아넬리안. 처음 봤을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사랑했어" "흑…" 내등을 토닥여 주면서 다정한 목소리로 내게 속삭이는 로이드…. 더이상은 참을수 없다. 난… 그의 가슴에 안긴채 울었다. -------------------------------------------------------------- Sin 19-1. 컷!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아~" AD들과 FD들 보조요원들이 무대로 뛰어올라간다. 왼손에 안약을 쥔채 무 대를 내려온 아넬리안은 메이크업 직원에게서 수건을 받아들고는 땀과 눈물 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닦아낸다. 아넬리안 : 뭐야? 정말. 3류 뽀(삐--) 영화에나 나올것 같은 남사스러운 자세 라니. 로이드 : 음음. 동감. 아넬리안 : 정말이지. 변태라니까. 로이드 : 음음. 동감. 아넬리안 : 이봐요! 당신은 그말밖에 못했요? 로이드 : 음음. 동감 <-- 무대를 내려오면 멍해지는 스타일 아넬리안 : 정말이지. 왜 다들 이따위야? <-- 무대를 내려오면 성격이 180도 변하는 스타일 가우군 슬금슬금 도망친다. 가우군 : 이 인간들은 예술을 모른다니까. 로이드&아넬리안 : 외설이겠지! 가우군 : 커헉...(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이번 챕터 Knight`s Winter은 여왕의 창기병 저자이신 늑호님의 동명소설에 서 제멋대로 훔쳐온것임을 미리 밝힙니다 -_-/ 가우군이 환타지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 소설이 로도스도 전기이고 본격적으 로 환타지를 연구하게 만든것이 D&D라면 여왕의 창기병은 지금 쓰고 있는 Queen`s Heart를 구상하는데 지대한 영향(..아마도 악영향!)을 끼쳤답니다. 글쟁이로써 가우군이 있을수 있었던건 역시 늑호님, 백호님, 01210님 들이 계 셔서 라고 할수 있을것입니다. 글쓰는법부터 생각하는 법까지 모든걸 알게모 르게 전수 받았다고나 할까요? ^^;. 물론 어깨너머로 훔쳐온게 더 많습니다 만.( '')/. 언젠가...기필코 청출어람 청어람이라는 말을 가우군것으로 만들것입 니다. 그 언제가 가우군의 일생중에서 언제쯤일지는 저하늘의 달님도 모르겠 지만요 -_-. 퀸은 창기병이 없었다면 아마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것입니다. 아니면... 지금 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뭐... 오마쥬인것입니다.( -)/. 패러디는 아니에요. 창기병을 풍자할만한 실력이 아직 안되거든요 :-) 가우군. p.s 장면전환이 너무 빠르게 넘어간다는 지적에 대한 변명. 1인칭 시점을 제 대로 소화해내지 못한 가우군의 실력 부족입니다 -_-. 역시 1인칭은 어려워 요. 그냥 3인칭으로 쓸걸. 내가 미쳤지 ㅠ.ㅠ(언제나 후회중)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9장 Knight`s Winter (2) 2003-12-03 20:53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라는 구절을 어느 책에선가 읽은 기억이 있다. 그 때는 이 말이 무슨뜻인지 몰랐었다. 한때는 음모를 꾸미는 이들이 야밤의 어 둠을 틈타 비밀 회동을 가지는걸로 알았었는데 지금에서야 그 말의 진정한 뜻을 알수있게 되었다. 사락…. "으음…" 로이드가 잠결에 뒤척이는게 느껴졌다. 몸을 들썩이는 로이드의 가슴을 꼬 옥 누른 난 여전히 그의 팔을 베고 누운채 넓은 사내의 가슴에 얼굴윽 가져 다 대었다. 우후후. 참… 따뜻하고 넓다. 처음 보았을땐 정말 남동생 같은 어 린애로 생각되던 로이드였는데 어느새인가 나를 훌쩍 뛰어넘은 건장한 청년 이 되어 있었다. 조금 불만이기도 하지만… 이쪽도 나름대로 좋아. 에헤헤…. "……" 참 나쁜 사람.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부부이면서 날 이렇게 속상하게 만든 못된 사람. 아니 어쩌면 너무 가까이 있었기에 더 소중하게 대해주지 못했는 지도 모르겠다. 그나 나나…. 너무나 익숙해서 가치를 두지않는 공기처럼 말 이야. 그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서 잠든 로이드의 볼을 살며시 만져보았다. 부드럽고 따뜻해. 아아~ 온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인다. 이건 환각일까? 만지작 만지작. "…재미있어?" "에? 아하하… 깨셨어요?" "으음. 간질거려서…" "죄송해요. 아직 한밤중이니 좀더 주무세요." "아아. 그래야지" 잠에서 깬 로이드는 눈을 깜빡이면서 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두손으로 내 머리를 감싸쥐고는 자기쪽으로 끌어당겼다. 콩. 이마와 이마가 부딪쳤다. 으 윽… 로이드의 새까만 눈동자가…. "그러고보니 촛불도 안끄고 그냥 잤잖아." "네에…." 시선이 저절로 그에게서 멀어지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으… 왠지 로이 드의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너무 부끄러워! 마치 발가벗은채 광장에 내동댕 이 쳐진 느낌이야. 맑고 깨끗한 느낌의 검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으니 까 마치 내 마음속을 속속들이 읽고 있는것 같아.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아…아니에요. 아무것도…" 나도 모르게 그의 시선을 피한채 로이드의 품속으로 얼굴을 묻었다. 볼이 화끈거린다. 얼굴이 새빯갛게 달아올랐을거야. 우으…부끄러워. "흐음… 부끄러워 하는건가? 아넬리안 답지 않은걸?" "……" 슬쩍 눈을 올려보니 로이드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 있었다. 마치 엉덩이에 서 불이 나오도록 두들겨 맞을만한 악질적인 장난을 하는 개구쟁이 녀석을 보는것 같았다. 왠지… 조금 손해보는 느낌이야. 난 아예 로이드의 양팔속에 고개를 파묻고 숨은채 이불을 머리위까지 뒤덮어썼다. 후우…. "후후. 당신의 이런 모습을 보는것도 꽤 신선한…" 부스럭. 로이드의 말이 뚝하고 멈췄다. 그리고 내 온몸의 감각도 갑작스러운 소리에 급격히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비록 작은 소리였지만 침대밑에서 들려 왔다는것. 그리고 이곳에는 나와 로이드 뿐이라는걸 생각해보니 등뒤로 식은 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잽싸게 로이드의 품에서 빠져나온 나는 놀란 표정이 역력한 로이드를 몸으 로 내리 눌른뒤 베게 밑에 놔둔 자그마한 단검으로 손을 뻗었다. 푸르른 날 이 번득이는 단검을 한손으로 꼭 쥔 나는 입을 달싹이는 로이드에게 손을 내 밀어 조용히 하라고 시킨뒤 조심스럽게 몸을 침대가로 움직였다. 그리고 조 심해서 침대밑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 흙바닥인 나무침대 밑에는 어두침침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꿈틀 거리고 있는 붉은머리카락이 보였다. 뭐야… 카렌인가? 쳇. 괜히 긴장했잖아. "카렌이에요." "응? 아아… 그런가. 그애도 고생이 많군" "네에. 뭐… 저게 일이니까요." 괜히 긴장했잖아. 온몸의 힘이 쑤욱 빠져나가는 느낌이야. 난 단검을 검집에 다시 넣은뒤 제자리에 돌려놓고는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이제 잠이 완 전히 깬건지 로이드는 그런 나를 꼬옥 안아주었고 덕분에 기분이 다시 좋아 졌다. "그래도… 침실까지 들어와 있는건 조금 너무하지 않나?" "…그렇긴 하지만" "늘 감시당하는것 같아서 말이야. 개인적인 시간이 하나도 없는것 같아" "그정도는 감수하셔야죠. 폐하는 일반 평민들과 틀리잖아요. 한 나라를 좌지 우지 하시는 국왕이시니까요" "……그렇겠지. 감수할수 밖에 없는건가." "왕이시니까요." "그래… 왕이니까" 그리고 앞으로 황제가 될 몸이니 더욱 조심해야지. 암. 결국… 제대로 잠도 못잔채 밤이 지나가버렸다. "하아암…" 졸려. 밤새도록 로이드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어느새인가 로이드가 잠들어버 려서 나도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겨서 잠을 자긴 했는데 아무래도 수면부족인 것 같다. 연신 하품이 나오는걸. 음… 세수라도 하고 나면 좀 나아지려나? "잠을 못자신것 같습니다. 마마" "아아. 그래." 닐크다. 이녀석은 쌩쌩한걸? 왠지 기분나빠. "정시 보고입니다. 간밤에 3개 중대 370명의 병사들이 합류하였습니다. 주무 시고 계시는 중이라 보고는 안했습니다." "응. 별일 없이 왔데?" "예. 총원 390명중 낙오자 20명을 제외한 모든 병력이 도착하였고 물자의 보 충율도 좋습니다. 그리고 셔우드 숲의 2중대가 남하하던중 아크레닌 국경수 비대와 작은 충돌이 있었다고 합니다만 중대장의 재량으로 중재해서 처리했 다고 합니다. 뒷탈은 없을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 다른 녀석들은?" "아마도 오늘 오전 내로 도착할듯 합니다. 아. 아리츠반에 심어놓은 2개 중대 는 이쪽으로 오는 배를 제대로 구하지 못해서 36시간 내로는 도착이 불가능 하답니다." "그럼 그 녀석들은 제외하도록 하고. 그 지휘관들은 징계하도록. 3개월 무보 수 정도면 되겠군. 일처리를 허술하게 하는놈은 잘라버린다고 전해" "예. 그리고…" "수색조의 상황은?" "기병들로 구성된 광역 수색조는 무사히 돌아왔지만 아직까지도 스파이들과 스토커들은…" "지금 부대에 요원이 몇이나 되지?" "정보실에서 직접 파견된 어세신이 두명. 그리고 같은 소속의 스토커가 여섯. 스파이가 일곱명입니다. 하지만 스파이들은 야전 교육은 받지않았습니다." "그럼 스파이는 제하고 나머지 여덜명으로 정찰을 나가라고 시켜. 아 그리 고… 카렌! 나와!" 조용…. 이 망할녀석이?!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녀석들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노려보았다. 그러던중 피부가 하얗고 몸이 비리비리해 보 이는 병사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너! 이리와!" 내가 소리치면서 자신을 가리키가 그 병사 녀석은 고개를 두리번 거리다가 손으로 자기를 가리키면서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가증스러운것! 그 병 사는 내가 손짓하자 당장에 달려왔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자기를 왜 부른건 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가까이서 보니까 얼굴은 좀 까무잡잡한걸? 하지 만 말이야. "카렌. 너 닐크를 도와서 일좀하고 와라." "……" "대답해." "응" "좋아. 가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카렌은 잽싸게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닐크가 놀란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 "어떻게 아신겁니까? 전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요." "음… 그냥." "예?" "그냥. 감이야. 감. 닐크도 이게 알고 싶으면 카렌을 늘 데리고 다녀봐. 싫어 도 자연히 알게 돼. 식사할때도 목욕할때도 심지어 화장실을 갈때도 카렌 녀 석을 달고 다니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거야. 저녀석 특유의 기척없는 시선을 느끼게 되거든" "흠…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잘…" "됐어.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가서 일보도록 해" "예. 마마" 닐크는 수긍한듯 고개를 숙여 내게 인사한뒤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훗. 카 렌 녀석. 헤쉬케린 노인네랑 싸우는게 피곤하긴 했나보군. 바보같이 말이야. 얼굴색이랑 손의 색이 안맞잖아. 거기다 손가락도 작고 가느다란게 조금만 주의깊게 살펴보면 누구라도 단번에 알겠다. 훗. 수백명의 인간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바글바글 떠들며 무언가를 하고 있는 와중인데도 왠지 조금 외롭다. 어젯밤에는 그렇게 행복했는데 말이야. 역시 인간의 마음이라는건 이렇게도 간사한가보다. 우우… 졸립고 조금 춥고 외롭 다. 나 불쌍한걸까? 오전에는 헤쉬케린 늙은이가 내게 강매를 한 그 클레이모어를 들고 손에 익 숙하도록 휘둘렀다.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쓰기에는 좋은 무기라는걸 나도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라면 아무리 마법에 걸렸다고 해도 죽어도 안샀을거야. 나중에 쓸데없는데 돈을 썼다고 아르케네스가 입에 거품을 물고 잔소리를 해댈게 뻔하니까. 한바탕 땀을 흘린뒤 혼자서 강가로 걸어가 세수를 하고나니 약간 우울했던 기분이 많이 누그러지는것 같았다. 로이드는 아직도 자고 있는 중이고…. 생각보다 로이드도 잠이 많은 편인가 봐. 음…. 막 내가 본진으로 돌아가려고 발길을 돌렸을때였다. 갑자기 황무지 남쪽에서 작은 흙먼지가 피어오르는게 눈에 들어왔다. "으음?" 뭘까? 하고 그자리에서 서서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 10분쯤 기다리니까 어 느정도 사람 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고함소리도 같이 말이다. "빨리 뛰어라! 이 굼뱅이자식들아! 네놈들은 뭐냐?" "우리는! 굼뱅이!" "네놈들은 뭐냐?" "우리는! 굼뱅이!" "네놈들은 굼뱅이다! 굼뱅이면 굼뱅이답게 뛰어!" "우오오오!!!" 두두두두…. 지축이 울린다는 소설적 표현은 이럴때 쓰라고 있는가보군. 한 떼의 인간 군상들이 발을 울리며 죽자고 뛰어오는게 보였다. 저 대열 사이에 끼어들었다간 당장에 밟혀죽을것 같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그들 사이에서 대열 맨 가장자리를 지키며 달려오고 있던 열댓명의 기병들이 좌우로 흩어지더니 대열에서 빠져나갔다. "말보다 느린 새끼는 필요없다! 뛰어! 뛰란 말이야! 크핫핫!" 우두두두두…. 짐마차가 빠른속도로 내쪽을 향해 달려온다. 그리고 이내 내 앞을 지나쳐 달려간다. "얼레?" 내 눈이 이상해진건가? 분명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먼지사이로 보인건… "크하하하! 달려라! 달려!" "끄어어어어!!!" "차라리 죽여줘어!!!" "달려라 굼뱅이들아!" …마차뒤를 따라 달리고 있는 말과… 짐이 가득 실린 짐마차를 끌고 있는 인간들….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하지만 역시나 마찬가지다. 12명의 인간 이 이끄는 마차들은 적당한 간격을 가지고 내 앞을 지나쳐가고 있었고 그 짐 마차뒤에 고삐가 묶인 말들이 '히히힝~'하고 울면서 뒤따라서 달리고 있었다. 뭐냐 이건… "자! 달려라 굼뱅이들아! 네 땅딸막한 발앞에 물이 있다! 물을 마시고 싶으면 달려라!" "우어어어어!!!" 왜…왠지 몬스터 대 혈전을 보는것 같아. 골치가 아파온다. 뭐 이런 놈들이 다 있담? 아~ 마차에서 고삐가 풀려난 말들과 인간들이 한무더기가 되어서 강속으로 뛰어드는게 보인다. 차가울텐데. "우아아악!!!" "차가워!!!" "얼어붙는것 같아!" "이봐! 로빈! 정신차려! 죽으면 안돼!" "심장 맛사지를!!!" …비싼 음식 먹어가면서 쓸데없는 생각에 에너지 낭비하는건 관두기로 할 까? 왠지 삶이 허무해졌어. 시간이 정오를 지나 오후가 되었을즘에 바보에 멍청이, 그리고 머저리들까 지 몽땅 모여있는 쓰레기같은 화격단 부하들이 우루루 몰려왔다. 이 쓸모없 어 보이는 부대의 사령관으로 지명받은 닐크는 악을 써가면서 제멋대로 널부 러지고 군기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수 없는 - 그도 그럴것이 이놈들은 전 부 산적질을 부업으로 삼고 있는 놈들이다 - 녀석들을 관리 감독하느라 완 전히 파김치가 되어버린 몰골이었다. "참 대단한 군대로군" "아하하하…" "내 생전 이렇게 제멋대로이고 군기가 문란한데다가 명령조차 제대로 안먹히 는 엉망인 부대는 처음봤어" "……" "뭐. 그래도 타국에 이만한 숫자의 병력을 이동시킨점은 높게 사주지" 왠지 맥이 빠지는걸…. 하긴 로이드가 본 군대라고 해봐야 수도 근교에 있 는 크레센트 중앙군의 사열식이라던지 그런것 뿐일테니까. 용병이라던가 농 민병 같은건 본적이 없겠지. 그래도 이놈들을 끌어모아서 그럭저럭 쓸만한 병사로 만들기 위해서 이 내가 4년이나 죽도록 고생했는데 너무해. "그런데. 폐하는 어떻하실건가요?" "응? 뭐가?" "오늘 밤 공격할 예정인데 폐하께서 같이 가실수는 없잖아요." "왜? 나는 가면 안되는건데?" "그…그거야…" "여자인 당신도 전투에 참가하는데 나라고 못할줄 알아? 쓸데없는 소리는 하 지말도록" 에에엑? 죽을지도 모르는 전장한복판에 싸움도 못하는 로이드를 데리고 가 라고? 그건 민폐야! 민폐! …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로이드가 내 말을 들을리 가 없겠지. 에휴… "그런 표정 하지마. 나도 내 한몸 정도는 지킬수 있으니까." "그…그럼 눈에 안띄는 평범한 갑옷을 입어주세요. 네?" "응? 그래야 하나? 전에 당신이 내게 선물한 플레이트 아머가 마음에 들어서 가져왔는데. 로렌 녀석이 또 박살내지 못하도록 수리해서 들고나온건데 그건 못쓰겠군" 그 종잇장같이 번쩍거리기만 하는 쓸모없는 갑옷을 말하는건가? 그런 번쩍 이는 녀석을 입고 있다간 당장에 집중공격을 받아서 저세상으로 여행을 떠나 게 될걸? 절대 안돼! "전 말리고 싶지만. 폐하께서 굳이 가시겠다면 할수 없죠. 하지만! 이 부대의 지휘관은 저에요. 그리고 그 갑옷은 돌아가실때까지 상자에 넣어두세요. 절대 로요!" "나보다는 당신이 전투에 참여한 횟수가 많으니 당연히 지휘권은 넘기겠는데 갑옷은 왜 안되지?" "너무 눈에 띄잖아요" "아아~ 그런가. 하긴 여긴 나를 호위해줄 기사들도 없지. 알았어. 당신말대로 하도록 하지" 크으… 기사는 무슨 기사! 전쟁이 뭐 기사들로만 하는건가? 전장의 핵심은 보병이라고! 기사따윈…기사따윈… 에이씨! 일반 보병들도 유지하기 힘든 판 국인데 뭐가 기사람? 훈련비며 유지비가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배 이상드는 걸. 차라리 병사 10명을 쓰고 말지. 기사따윈 의장용 갑옷이나 마찬가지라고! 해가 질 무렵 카렌이 돌아왔다. 카렌과 같이 숲속으로 들어갔던 요원 여덜 명중 돌아온 자는 단 세명. 그중에서도 한명은 큰 부상을 입고 있어서 오늘 을 넘기기 힘들것 같다고 한다. 닐크와 함께 돌아온 카렌은 온몸에 피를 머 금은 검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오니 피냄새가 확하고 풍겨왔다. 생각외로 치열했던것 같다. "어떻게 된거야? 카렌" "있었어. 많이" "뭐?" "적 많아. 노련해. 함정도 많아." "그래? 넌 몇이나 죽였어?" "일곱. 하지만 아직 스무명 이상은 있어. 위험해." "마마. 적은 숲의 외각 지역에 다량의 함정과 암살조를 매복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우리가 도착한것이 알려진것으로 판단되…" "당연하지. 이정도 숫자의 무장한 인원이 모여있으면 어린애라도 이상한걸 눈치채겠다. 그런건 상관없어! 중요한건 아크레닌의 군대가 도착하기전에 그 요새를 박살내고 크레센트로 도주한다. 크레센트쪽에 포진한 2개 중대는 도 착했겠지?" "예. 전서구를 통해 날아온 보고에 따르면 정위치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좋아. 퇴로는 크레센트 쪽이다. 다시 여기로 돌아올수 없으니까 가져갈만큼 만 들고가고 나머진 여기다 버리고 간다." "예. 마마." "아~ 그리고 폐하의 개인 짐들은 따로 챙겨서 본국으로 보내도록." "명령대로 수행하겠습니다." "좋아. 작전은 해가 완전히 진뒤에 실행한다. 시간이 얼마없으니 준비 철저히 하라고 알리고 주변 경계를 늦추지마. 적은 우리가 올것을 알고 있을테니 지 금쯤 전투준비하느라 정신없을거야. 각 중대장들에게 이점 충분히 주지시키 도록" "옛!" 자아~ 어디 한번 피터지게 놀아볼까나? 오랫만에 내 전용 헤브 슈트 아머를 껴입으니 기분이 새롭다. 그것도 로이 드가 보는앞에서 입고 있으니 조금 쑥스럽기도 하고… 하여간 기분이 좀 묘 하다. "당신 그꼴을 보고 있으니 마치 쇳덩어리에 다리 두짝을 붙여놓은것 같은 걸?" "…다음엔 미관에도 신경쓰라고 하죠." "아니…뭐. 비꼴려는건 아니고. 그냥 좀 안어울린다고" "외관보다는 실용성이죠. 가난한 군대라서요." "그래? 내가 알기로는 우리 크레센트 왕국 1년 예산의 1할정도나 되는 돈을 활동자금으로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이놈의 덴자식 도대체 어디까지 불어버린거야? 하여간 돌아가면 두고보자. 내 이 건틀렛으로 그놈의 면상을 박살내줄테다. 맞다! 덴하니까 생각난건데 "폐하." "응?" "덴… 아니 워렌자작을 얼마나 믿으시죠?" "얼마나 믿느냐고? 으음… 글쎄. 솔직히 그리 믿음이 가지는 않아. 아니 그렇 다기보다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일도 잘처리하고 충성심도 있 는것 같은데 왠지 뒤로 다른 꿍꿍이속이 있는것 같다고나 할까? 그 꿍꿍이의 중심에 당신이 있을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지만. 내게 있어서 유일한 부하였 는데 말이야. 상당히 귀찮기는 했지만" "저나 폐하의 대역을 그렇게 단시간에 구해온것이라던지. 이런 조직을 꾸며 내는 것이라던지. 이상한점이 많죠. 마치 오랜시간동안 준비해온것을 시기적 절하게 내어놓는것 같다고나 할까요? 확실히 덴은 유능한 부하이긴 하지만 끝까지 믿어도 될지에 대해서는 저도 의문이에요." "뭐… 사람 마음이라는건 알수가 없는법이니까. 어쨋건 지금까지는 우리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한적이 없지않은가? 그냥 좋게 생각하라고. 뭣보다 당신 조 직의 중추는 그가 아닌가? 거기다 요즘 기세가 상승하고 있는 프로센 후작을 견재할수 있는 유일한 귀족이니까 말이야. 싫어도 손을 잡고 있을수 밖에" "그렇겠군요. 조금 찜찜하긴 하지만…. 아~ 이건 폐하와 저 둘만 알고 있기로 해요." "당연하지" 내가 왕실을 뒤집어 엎을때도 덴은 그 모든 지원을 단시간내에 처리해버렸 다. 그리고 상단을 조직한다던지 랭스턴 자작령 내에 정보실 산하 훈련소를 신설한다던지. 거기다 그곳에는 마틴 전 왕자도 유배가 있지. 화격단을 조직 하여 무대 전면에 내밀수 있도록 지원한것도 덴이고…. 이거 정말로 나와 로 이드는 덴의 손바닥 안에서 춤추는 마리오네트가 아닐까? 음… 억측이면 좋 겠는데…. 무엇보다 덴은 에린의 남편이자 예니의 아버지니까. 그 맹하고 바 보같은 에린 녀석이 우는건 별로 보고싶지 않다고. 내가 가장 힘들때 옆에 있어준게 에린이니까. 나를 따라 이 먼 타국까지 쫓겨온데다가 타국의 귀족 과 결혼까지 했으니 앞으로 로세니아로 돌아가지는 못하겠지. 어쩌면 난… 내 편의를 위하여 그녀석을 희생시킨걸지도… "뭔 생각을 그렇게 해?" "네? 아…아니에요. 폐하." "그래? 그럼 이제 나가볼까? 밖이 시끄러운걸?" 그러고보니 막사밖이 왠일로 상당히 시끌시끌하다. 무슨 일이지? 로이드와 함게 막사 밖으로 나갔다. 매일 가벼운 셔츠 차림에 - 지금은 초 가을이다. 이제 밤에는 쌀쌀한편이다. 하지만 아크레닌의 여름은 길다. 더운 지방은 다 이런걸까? - 로브를 입고 다니던 내가 중장갑의 슈트 아머를 입 고 나오니 병사들이 질린 표정으로 뒤로 물러선다. 소란은 우리 야영지 중앙 에 있는 넓은 공터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었는데 나와 로이드가 나타나자 공 터 주변에 모여서 빙 둘러싸고 있던 병사들이 좌우로 싸악 갈라졌다.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소란스러운 거냐? 지휘자가 누구야?" "옛! 접니다" 수염이 덮수룩하게 자란 근육질의 거한. 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군. 정말 산 도적처럼 생겼잖아? "귀관은?" "셔우드 숲 화격단 소속 1중대 중대장 슈페링거 백인장입니다!" "무슨 소란이냐?" "그것이… 좀전에 외각 경비를 수행하던중 왠 민간인이 저희쪽으로 달려오다 가 야영지를 보고는 도망치기에 붙잡아왔습니다. 어떻게 처리할지를 몰라 서…" "겨우 그깟일때문에 이 소란이야? 얼마뒤면 전투가 벌어질텐데? 이런 무능한 자식!" "시…시정하겠습니다앗!" "사령관 불러와! 당장!" "옛!" 오오~ 저 큰 덩치가 구르는것도 아닌데 참 잽싸게도 사라진다. 그건 그렇고 민간인이라니? 이 황량한 벌판에? 설마 올드 포레스트를 지나려는 정신나간 여행자인건가? 그런 놈이라면 죽어도 싸지. 숲에서 죽으나 여기서 죽으나. "당신 말투가 바뀌었는걸?" "네? 아…네? 아무래도 좀 권위적이고 위압적이지 않으면 얕보이잖아요." "흐응…" 다른 병사들은 이 갑옷 때문인지 아니면 내 목소리 때문인지 몰라도 슬금슬 금 눈치를 보면서 살며시 자리를 뜨는데 로이드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평소와 마찬가지로 나를 대한다. 이걸 무신경하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대범하다고 해 야하나? 하여간 그 민간인을 붙잡고 있는 몇명의 병사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뒤 닐크가 슈페링거 백인장과 함께 나타났다. "닐크! 이게 어떻게 된일이지? 앙?" "예?" "어떻게 민간인이 야영지에 접근할때까지 모를수 있어? 응? 광역 수색조는 폼으로 있는건가? 그놈들은 말을 등에 지고 다닌거야? 아니면 말을 타고 다 니는거야?" "죄…죄송…" 퍽! 정강이를 걷어찼다. "크윽…" "지금 그딴 말이 나와? 만약 저 민간인이 브리츠의 암살자였으면 어떻게 할 려고 했어? 지금 여긴 귀빈이 있다는거 잊은거야? 응?" "시…시정하겠습니다. 총사령관님!" "똑바로해! 이렇게 허술해서 어떻게 전투를 하겠다는거야? 싸우겠다는거야? 말겠다는거야? 명색이 사령관이면 사령관답게 일처리를 하라고! 술이나 퍼마 시면서 패싸움이나 하지말고!" "옛!" "그리고 그 민간인 이리로 데리고 와. 어떤 간이 부은놈인지 면상이나 좀 봐 둬야겠어" "옛!" 역시 한대 후려패주니까 딱딱 절도있게 행동하는군. 흥. 역시 멍청이들은 패 야 말을 듣는다니까. 잠시뒤 그 민간인이라는 녀석이 우리 앞으로 끌려왔다. 몸을 꽁꽁 묶인채 끌려온 그자는 좌우에 서있는 건장한 체구의 병사들에게 무릎을 꿇린채 나를 올려다보았다. "흠…" 키는 한 180cm쯤 될까? 닐크랑 비슷하겠군. 그런데 남자주제에 저 단발은 뭐야? 덴처럼 장발로 기르던지 아니면 크렌처럼 짧게 치던지. 적갈색의 어중 간한 머리길이를 보니까 왠지 좀 안어울린다. 거기다 얼굴하나는 로이드만큼 이나 미형인걸? 체구도 그리 큰편은 아니고… 아니 오히려 호리호리하다고 해야하겠군. 얇은 옷을 걸쳐놓고 뒤에서 보면 여자라고 착각할만도 하겠어. "이름은?" "……" "마…아니! 사령관님께서 물으시잖아! 이 자식아!" 퍼억! 닐크가 갑자기 그자의 어깨를 발로 찼다. 풀썩. 옆으로 쓰러진 그 민 간인은 그런 상황에서도 내게서 눈을 뗄려고 하지 않는다. 약간 검은기가 도 는 붉은 눈동자라. 특이하군. "이름이 뭐냐?" "……" "이자식이!" "그만! 닐크!" 저녀석 아까 내게 맞은데 대해서 앙심을 품은것 같아. 몇대 더 때려줄껄 그 랬다. 로이드는 이런 나와 닐크의 희극적인 모습을 보면서 옆에서 쿡쿡거리 면서 웃고 있고… 에이… 상대역이 없는 광대같은 몰골이 된 기분이야. "너말이야…" 저런 눈을 보니 죽여서 입을 막고 싶은 생각은 별로 안든다. 그래서 설교라 도 해줄 요량으로 막 입을 열었는데 그자가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덕분에 그의 뒤에 서있던 두 병사는 물론이고 닐크 역시도 깜짝 놀라서 뒤로 한발짝 씩 물러섰다. 바…박력이 느껴지는걸? 이거 별볼일 없는 여행자가 아닌건가? "……" 뚜둑…. 그를 묶고 있던 밧줄이… 단번에 뜯겨져 나갔다? 설마… 나정도는 되야 저 두꺼운 밧줄을 끊을수 있을텐데? 그자는 밧줄이 풀려나가 몸이 자유 로와 지자 제자리에 선채로 목을 뚜뚝거리면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이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닐크 폭팔하다! 역시 열혈바보! 얼굴이 붉어진 닐크는 갑자기 왼쪽 허리춤 에 차고 있던 롱소드를 뽑아들고는 그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이 민간인 녀석이 갑자기 손을 뒤로 뻗더니 뒤에 서있던 병사중 오른쪽 병사의 검집에 서 롱소드를 뽑아들고는 달려드는 닐크쪽으로 몸을 돌렸다. "죽어!" 채앵…. 닐크가 머리위에서 대각선 아래로 휘두른 장검은 그자의 몸을 가를 듯이 바람소리를 내면서 휘둘러졌지만 맑은 쇠울음소리만 들려올뿐 그자는 멀쩡했다. 놀란 닐크가 뒤로 두어발자국 물러서자 오히려 닐크의 품으로 뛰 어든 그는 어정쩡한 자세로 다시 내려치는 닐크의 검을 들고 있는 검면으로 후려친뒤 더욱 다가섰다. 그리고 이내 닐크의 품으로 파고들고는 롱소드의 날을 상대의 턱끝에 가져다 대었다. "훗." "이이…" "그만 거기까지. 닐크 물러서" "하…하지만 마마" "물러서. 내가 상대한다." 강한 상대다. 이건 본능적으로 느낄수 있었다. 검을 휘두르거나 찌르는 폼이 상당히 숙련된 모습이었고 또 발놀림이나 체중이동 역시 흠잡을데 없을만큼 완벽하다. 물론… 나보다는 닐크쪽이 검술은 더 낫지만 난 이 갑옷을 입고 있고 또 힘도 강하니까. 내가 상대하는쪽이 맞겠지. 난 헤쉬케린 노인네에게 받은 클레이모어를 뽑아들었다. 빠른 상대이니 가벼운쪽이 좋을것 같아서 검 집은 허리벨트에 그냥 둔채 날이 없는 클레이모어를 뽑아들고는 그자를 가리 키며 말했다. "이번엔 내가 상대해주지. 각오하는게 좋을거야." "…항복." 챙그랑…. 그의 손에서 떨어져 나온 롱소드가 바닥을 구른다. 뭐야 이자식은? 세상에 별 괴상하고 이상한놈이 많다고는 하지만 말이야. 왜 내가 만나는 놈들마다 다 저따위냐고? 진짜 신이 있다면 좀 설명좀 듣고 싶다! 진짜로! 거기다… "아름다우신 레이디의 몸에 상처를 드리느니 차라리 이 미천한 몸이 살해당 하는 편이 낫습니다. 아아~ 이 얼마나 고귀하고 숭고한 희생정신인가…" "또 이상한 놈이 나왔는걸요? 마마" "너보단 나아." "으윽… 저 상처받았습니다." "시끄러워. 그런데 저놈 뭐야?" "그걸 제게 물으셔도…" 덥썩! 뭐…뭐얏! 갑자기 왜 남의 손을 잡는거야? 이녀석은? "제가 누구인지 아시고 싶으십니까? 고귀하고 아름다우신 레이디?" "그…그래. 그리고 그전에 내 손좀 놔줬으면…" "아아~ 이 얼마나 호기심많고 발랄하면서도 정숙하며 고귀한 레이디란 말인 가. 이 미천한 몸이 정신을 잃고 레이디를 멍하니 바라볼만큼 아름다우신 분 이로군요." "으으윽…" 탁탁. 갑자기 로이드가 그자와 나 사이에 끼어들더니 그의 손을 쳐내면서 인상을 썼다. 억지로 그자의 손을 떼어낸 로이드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말했 다. "건들지마." "에이~ 잘생기신 도련님 같은데 속은 밴댕이같군요." "뭐…뭣이라?! 너…너 죽고 싶냐?" "조용히 하게 닐크경. 지금 내가 말하는 중이 아닌가?" "죄…죄송합니다." "자네. 다시한번 아넬리안을 건들면…" "오! 이 아름다우신 레이디의 성함이 아넬리안 양이십니까? 아넬리안…아넬 리안… 운명이 느껴지는군요! 이건 바로 신의 계시!!!" 로이드 화났다. 어이어이. 거기 너무 그렇게 주먹을 불끈쥐면서 불타오르지 말라고. 이래뵈도 크레센트의 국왕이라서 말이야. 로이드가 죽이라면 여기 있 는 녀석들은 당신을 죽일거야. 확실하게…. 하지만 아무래도 자기 무덤을 파 는것 같다. 저녀석. "아름다우시고 고귀하시면 이름조차 기품이 느껴지시는 아넬리안양. 부디 이 미천한 자와 함께 티타임을 같이할수 있는 영광을 하사해주실수 있겠습니 까?" "너!!!" "스톱! 거기 도련님! 거기까지. 전 지금 이쪽의 레이디와 대화중이라고요. 남 의 대화에 끼어들다니 너무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무…무례한게 누군데!!!" "안들려. 안들려. 남자의 외침따윈 안들립니다." "크아악!" 움찔. 로…로이드가 진짜 화났다. 이러다 피를 볼지도… 라고 생각했는데 갑 자기 로이드가 나를 쏘아보더니 내 어깨에 팔을 올려놓고는 씨익 웃으면서 소리쳤다. "이 애… 아니 이 아름답고 고귀하며 기품있는 레이디는 바로 내 여자다!" "그…그런! 말도 안돼! 거짓말!" "훗. 내가 오늘 처음 본 네놈에게 거짓말을 해서 뭐 얻을게 있다고 거짓말을 하겠느냐?" "남자가 한말 따윈 안 믿어! 분명 그 거짓말은 이 나의 화려한 언변과 뛰어 난 검술! 그리고 그 어떤 여성이라도 한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이 외모를 시 기하고 질투해서 지어낸 거짓말이야!" "흥. 네 멋대로 생각하라고. 하지만 아넬리안은 내 여자다! 그건 절대 변하지 않아!" 하아… 왠지 피곤해진다. 그냥 가버릴까? 그 이후로도 그 괴상한 민간인 - 아니 민간인인지 조차 의문스럽지만… - 과 로이드의 말싸움은 30분이나 더 지속되었다. 로이드가 저렇게 악을 써가 면서 소리를 지르는 모습… 4년전에 딱 한번 본뒤로 본적이 없다. 왠만한 일 로는 흥분은 커녕 감정의 동요조차 없는 딱딱하고 고지식한 로이드인데 말이 야. 아무래도 저 둘의 상성은 최악인것 같아. "네놈! 목을 쳐버릴테다!" "후후후. 귀족가의 도련님도 이 제가 위협적인 적수라는것을 인정하는군요. 이 미천한 몸이 귀하신 레이디를 납치라도 할까바 두려운겁니까? 같은 남자 로써 그 불안에는 심히 유감을 표합니다만 쉽지는 않을겁니다. 하.하.하." "시끄럽다! 죽여버린다! 너!" "정 그렇게 싸우고 싶다면 상대해드리죠. 결투로 할까요? 내기로 할가요?" "웃기지마. 내가 왜 네놈과 검따위를 섞을까? 병사들을 시켜서…" "헹~ 알고봤더니 겁쟁이였군요. 도련님은" "뭐…뭐라고? 이자식!" 끝이 안날것 같다. 조금있으면 작전을 시작해야 하는 시간인데… 이런 어수 선한 분위기에서 제대로 싸울맛이나 날까? 끄으응… 시작도 하기전에 이게 뭔일이람? "뭐가 이렇게 시끄러운게냐? 이놈의 동네는 당췌 시끄러워서 집중을 할수가 없구만." "아…" 헤쉬케린 노인네다. 그동안 천막안에서 나올줄을 모르더니 왠일이지? 공터 중앙에서 떠들고 있느 두 사내를 멀찌감치서 지켜보고 있는 내게 다가온 노 인네는 근처의 나무상자에 대충 걸터 앉더니 로이드와 그자를 바라보았다. "으응?" "왜 그래요?" "으음… 아…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 저기 저… 친구는 뭐하는 자냐?" "네? 아. 저자요? 몰라요. 갑자기 어디선가 뚝 떨어진것처럼 나타나더니 여기 가 자기집 안마당인줄 알더라고요. 거기다 폐하를 도련님이라고 부르는걸 보 니 간덩이가 부어도 단단히 부었을거에요." "그래? 좀더 가까이서 봐야겠군" "그러시던지요." 그렇게 말한 헤쉬케린 노친네는 휘적거리는 특유의 발걸음으로 로이드와 그 자의 사이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서로를 노려보며 말싸움을 하고 있는 둘사 이에 지팡이를 끼워넣어서 싸움을 말렸다. 헤에~ 남일에 무신경한 노인네가 왠일이람? 왠지 호기심이 이는걸? "젊은이. 그래 자네 말일세…" "예? 무슨일입니까? 저 지금 바쁜데요." "이름이 뭔가?" "……" 그러고보니 나도 아직 저자의 이름을 듣지 못했잖아? 정말 이름을 밝히면 무슨 일이라도 생기나? 왜 그렇게 입을 꼭 다물고 있는거지? 이상해. 이런 호기심을 이겨낼수 없던 나 역시 그들 사이에 끼어든뒤 그자를 향해 물었다. "당신. 이름이 뭐에요? 대답하지 않으면 여기서 추방하겠어요." "디온이라고 합니다! 고귀하신 레이디!" 그러면서 능숙하게 무릎을 꿇고는 내 왼손을 들어 손등이 키스하려고 한다. "이자식!" 타악. 불행히도 로이드의 참견에 실패했지만. 그런데… 디온? 주신이자 반신 인 그 신? 에이~ 설마. 아무리 봐도 신으로써의 품격이라던지 그런건 눈꼽만 큼도 안보이는걸? 그냥 같은 이름이겠지 뭐. 그런데 아까부터 헤쉬케린 노인 네의 반응이 좀 이상한것 같다. "그런가? 그렇군. 그래. 그랬어. 클클클" 그말을 끝으로 노인네는 미련없이 우리에게서 등을 돌리더니 휘적휘적 걸어 가버렸다. 뭐야? 정말… "아넬리안! 나 정말 더이상은 못참아!" "맞아! 나도! 아름다우신 레이디!" "당신이 말해봐. 나와 이 기생오래비같이 생긴놈중에서 어느쪽이 더 낫지?" "이 미천한 자와 저기 콧물도 혼자 못닦을것 같은 도련님중에서 어느쪽이 더 남자답습니까? 레이디?" "에에에?" 왜…왜? 화살이 내게 돌아오는건데? 응? 난 이런 상황따윈 단 한번도 겪어 본적이 없단말이야. "그…그게…" "어서 대답해! 아넬리안!" "레이디를 핍박하는게 예법입니까? 하지만 레이디. 저도 이제 상당히 조급해 지는군요. 이런 천박한 감정을 가지면 안되는줄 알지만 그래도 궁금합니다. 레이디 어서 선택을…" "무슨…" 이건 꼭 두 남자에게 동시에 프로포즈 받는 여인네같은 상황이잖아!. "구…굳이 선택하라면…" "선택하라면?" "꿀꺽?" 침넘어가는 소리까지 들린다. 이거 나도 모르게 괜히 긴장되는걸? "당연히 로이드지!" "그렇지! 역시!" "왜? 왜? 인정할수 없습니다. 레이디! 부디 그 이유라도 들려주십시오!" "그야… 난 바람둥이 같은 스타일은 싫어하니까." "그…그런!!! 말도 안돼! 776명의 레이디와 아름다운 사랑을 나눈 이 내가 저 기 고생도 모르고 자란 이기적이고 자기 잘난맛에 사는 부잣집 소공자에게 졌단 말인가? 이건 현실이 아니야! 사기야! 신이 날 버린거야!" "……" 피로감이 엄습한다. 인간은 이런걸로도 지치는구나. 처음 알았다. 정말로… "흥. 그러게 남의 부인을 넘보니까 그꼴이…" "뭐라고? 겨…결혼까지 한겁니까? 레이디? 이럴수가… 그건 분명히 다…당신 이 억지로 돈과 권력을 사용해서 강제로 행한거겠지? 인정할수 없어! 그런 결혼!" "아니 뭐… 난 결혼생활에 만족하는데." "훗. 나와 아넬리안 사이에는 3살난 아이까지 있다!" "오오오… 이건 사기야. 말도안돼. 정녕 저 쾌청하고 청명한 하늘이 날 버린 거란 말인가? 하늘이여! 그렇다면 지금 당장 검은 먹구름을 드리워다오! 이 찢어지는 고통에 울부짖는 내 심정과도 같이!!!" 놔두면 끝이 없겠다. 정말. 무시하자. 무시. 그렇게 마음먹은 나는 공터 중앙 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하늘을 향해 양팔을 벌린채 뭐라고 끊임없이 중얼 거리고 있는 그 디온이라는 자를 외면한채 로이드를 끌고 그자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가까이 가면 왠지 병이 옮을것 같은 분위기였거든. "아넬리안" "네?" "정말 내가 좋은거야?" "네." "만약 내가 바람둥이였다면?" "꼬집어줄거에요. 그리고 그 상대를 괴렵혀드리죠." "그말은 내가 바람둥이여도 사랑했을거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마음대로 하세요. 전 언제나 한결같으니까요. 후훗" "흠…. 좋아. 아주 좋아." 뭐가 좋다는건지는 잘 이해가 안가지만… 오랫만에 로이드가 좋아하는 모습 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안되는데… 앞으로 1시간도 안되서 전투를 벌여야 할텐데 이런 헬렐레한 기분이라니. 나도 아직 멀은것 같아. -------------------------------------------------------------- 디온 출현! 두둥~ 과연 그는 강력한 사랑의 라이벌이 될것인가?! 다음편 불타올라라 사랑의 불길이여! (주. 본문과는 하등의 상관없는 차회예고 임) 가우군. p.s 디온님 역시도 실제로 존재하시는 작가분이십니다.( -)/.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9장 Knight`s Winter (3) 2003-12-04 21:58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사소한 실랑이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긴 했지만 준비는 금세 끝났다. 미리부 터 이때를 위해서 대비하고 있었으니 당연한거겠지만. 로이드는 다른 일반 병사들과 같은 복장인 하드레더 아머를 껴입고 역시나 평범한 강철제 투구를 쓴채 내 뒤에 섰고 헤쉬케린 늙은이와 카렌은 그런 로이드의 뒤에 자리를 잡 았다. 닐크는 3개중대 300여명의 병력을 이끌고 나와는 다른 루트로 우회하 기로 했다. 모든 작전 준비가 끝난뒤 나는 손을 올렸고 마악 부대를 출발시 키는 깃발이 올라섰을때였다. "자…잠깐만요! 레이디?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포로주제에" "그건 기각. 당신은 우리 군의 보안을 위해서 따로 크레센트로 압송합니다. 얌전히 끌려가세요." "잡혀가더라도! 레이디의 손에 잡혀갈겁니다! 사내놈들 따위가 내몸을 건드 는건 죽어도 못참아!" 질린다 질려. 정말…. 더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한 난 한숨을 내쉬면서 손을 내저었고 디온은 내 몸짓을 허락으로 생각했는지 생글생글 웃으면서 로이드 의 옆에 당당하게 자리잡았다. 물론 로이드가 눈을 흘기며 싫어한건 당연하 지만 뭐… 별말은 없군. "출진!" "출진! 1대대 6중대 선두, 7,8중대 중앙, 9중대 후위! 행군대형으로!" 부대기 따윈 없다. 어차피 잘봐줘야 산적떼인걸 뭐.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 고 화격단의 병사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주었다. 곧이어 선두가 올드 포레 스트의 외각으로 들어섰고 길을 헤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저멀리 1km쯤 떨어진 곳에서도 닐크가 우리와 보조를 맞춰서 숲안으로 들어가고 있는게 보 였다. 쿠우웅…. "아아악!!"' "살려줘…" 선두가 또 시끄러워졌군. 이놈의 숲. 완전히 함정 투성이잖아? 그것도 어디 라고 할것도 없이 전부 말이야. 숲속으로 들어온지 이제 겨우 30분도 안되었 는데 함정과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에 선두의 6중대원중 20여명이 죽거나 다 쳤다. 이래서는 도착도 하기전에 중대 한두개쯤은 가쁜히 날아가겠군. 투웅… 등뒤에서 화살이 휙하고 지나갔다. 그리고 우리들 앞쪽 나무위에서 작은 비 명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사람같은 물체가 바닥으로 툭하고 떨어져내렸다. 우 지직…. 땅속으로 빨려들어갔군. 자기가 판 함정에 자기가 빠진 꼴이네. "이래서는 속도가 안나겠어. 카렌 따라와!" "나도…" "폐하께서는 거기 계세요. 위험한것도 있지만 제가 지켜드릴수 없으니까. 헤 쉬케린 경 폐하를 부탁드리죠." "클클. 그정도쯤이야. 가쁜하지. Flame Arrow!" 노인네의 어깨부근에 세개의 타오르는 화살이 생성되었다. 그리고는 우리들 좌우로 솟아있는 나무들 사이로 날아갔다. 퍼어엉…. "크아아악…" 가슴과 이마에 큰 화상을 입은 브리츠의 암살자가 허공에서 허우적 거리다 가 지면에 떨어졌다. 털썩. "이 대마법사께서 여기 있는한 아무 걱정할 필요없어. 클클클" "그럼. 앞에 비켜! 대열 유지!" "대열유지! 속도유지! 동요하지 마! 마마께서 앞장서신다!" "우와아아!" 철컹.철컹. 오늘따라 갑옷의 관절부위가 괜히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는것 같아. 음…. 하지만 뭐… 별 문제는 없겠지. 그동안 좀 소홀히 하긴 했지만 그대로 튼튼하기로 유명한 갑옷이니까. "같이가요. 레이디~" "넌 왜 따라와?" "죽을때도 함께! 입니다!" 찰거머리다. 아무래도 잘못 밟은것 같아. 전열의 6중대는 중군과 겨우 30m 밖에 안떨어진 가까운 거리였는데도 불구 하고 분위기가 전혀 틀렸다. 어둠속에서 날아온 화살에 두명의 병사가 부상 을 입은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피해도 없는 중군과는 다르게 선두에 섰던 6 중대는 그야말로 피와 죽음의 냄새가 진하게 풍겨오고 있었다. 거기다 병사 들도 겁에 질린듯 기가 죽은 몰골들이었다. "비켜! 비키라고! 걸리적 거리는놈은 숲속으로 던져버리겠다!" "히이익…" "죽고싶지 않아" "이 빌어먹을 굼뱅이 새끼들아! 마마께서 오셨다! 그러고도 네놈들이 물건 달린 사내냐? 그 쓸모없는 물건 모두 떼어버려! 겁쟁이 따윈 필요없다!" 아~ 굼뱅이는 화격단 전체에 통용되는 단어였나보네. 아니 지금 이런걸 생 각하고 있을때가 아니지. 난 병사들 사이를 헤치고 대열 선두까지 뛰어갔다. 대열 맨 앞에는 한손에는 롱소드를 들고 다른 손에는 긴 장창을 들고 있는 중대장이 악을 써대면서 병사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저렇게 맨끝에 있으면서 내가 온걸 알아채다니 눈도 좋아. 선두부대의 맨 선두에 선 병사들은 창끝으 로 바닥을 찌르거나 허공을 휘저으면서 한발한발 천천히 전진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상당히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중대장! 상황은?" "선두에 선 놈은 죄다 죽거나 다쳤습니다. 병사들이 전진하기를 꺼리는 형편 인지라…" "내가 맨 앞에 선다. 2m뒤에서 따라오도록!" 따앙~ 으윽… 고개가 뒤로 홱하고 젖혀졌다. 아이고… 목이야. "저격이다!" "마…마마" "시끄럿! 소란피우지마! 카렌!" 투둥…. 화살 두발이 거의 동시에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하지만 푸스스… 하는 나뭇잎이 부딪치는 소리만 들려올뿐 비명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놓쳤어." "내가 저격받으면 니가 잡아! 알았지? 카렌? 그리고 중대장은 궁수조를 뽑아 서 카렌이 화살을 날리는 방향으로 무조건 쏴버려!" "옛!" 그렇게 말한 나는 어디 쏠테면 쏴봐라 하는 심정으로 가슴을 쫙 펴고 발을 떼었다. 우직…. 응?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 와아아아… 떨어진다아~ 쿠우우 웅… 아아… 엉덩이야… 근 2m에 달하는 함정에 빠져버렸다. 그래도 튼튼하 고 육중한 갑옷덕분에 나무 말뚝에 꼬치꿰이듯 꿰이지는 않았지만 기분 최저 야. "마마! 괜찮으십니까?" "밧줄을…" "끄으응… 거기… 비켜" 고개를 몇번 도리질 친 나는 몸에 가득 쌓인 흙무더기를 털어버린뒤 양다리 에 힘을 준뒤 힘껏 뛰어올랐다. 불빛이 어른거리는 구멍의 출구부근에 팔을 뻗어 메달린 난 다시한번 뛰어올라 구멍을 빠져나왔다. 쿵. 빠직. 강철부츠 아래 뭔가 밟힌것 같은데… "횃불!" "불을 가져와! 불을!" 구덩이 좌우로 돌아서 내게 달려온 녀석들이 이내 주변을 환하게 비췄다. 적갈색의 흙더미 위로 검고 뾰족한 것들이 사방에 깔려있군. 켈트롭인가? 가 죽 부츠였으면 단번에 신을 뚫고 발바닥을 꿰뚫었을거야. 이걸 어떻게 치운 다…. 잠깐 고민을 한 나는 이내 근처에 높게 솟아있는 나무의 굵은 가지 하 나를 부러뜨린뒤 그걸로… 바닥을 쓸었다. 왕궁에서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하 며 살던 내가 여기와서 하녀들 처럼 빗자루 질이라니… 체엣. 삭삭…. 뒤에 올 후위 부대를 위하여 켈트롭을 말끔히 정리한 난 다시 선두에 서서 걸어나갔다. 그래. 올테면 와보라고! 힘으로 몽땅 뭉개주마! 피잉…. 어라? 발 치에 뭔가가 걸린듯한… 휘이이이잉…. 통나무다아~ "우와아아아!!!" 내 허리의 두배는 될법한 두께의 커다란 통나무가 나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다아! 질수없지! 온힘을 다하여 통나무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나를 향해 날아오던 통나무의 정중앙에 작렬한 내 주먹은 이내 그 커다랗고 두꺼운 통나무를 반쪽으로 만들었다. 사방으로 비산하는 수많은 나 무 파편과 허공에 덜렁대는 반쪽난 통나무들…. 그리고 그 사이를 틈타 날아 드는 대여섯발의 화살들. 터엉…. 팅…. 정확하게 날아온 화살들은 가슴 흉갑 과 다리 어깨등을 때렸지만 원거리에서 날아온 그런 화살따위로는 이 갑옷을 뚫을수 없다고! 훗. 그리고 반격. 곧바로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몇발의 화 살이 날아갔고 그뒤로 수십발의 화살이 내 머리위를 지나쳐 어두운 숲속으로 사라졌다. 맞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로 함부로 고개를 내밀지는 못하겠지. "자아! 전진한다!" "우아아아!" "돌격!" 난… 120kg의 갑옷을 입고 뛰어다니는 만행을 저질렀다. 물론 앞을 막는것 들은 그게 나무던 바위던 다 때려부수면서 전진했다는건 말할 필요도 없고… 도착했다아아아!!! "허억…허억…" 조금 지치긴 했지만…. 아니… 좀 많이. 솔직히 말하자면 손가락 하나 까딱 하기 싫을정도로 많이 지쳤다. 하지만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내 뒤를 쫓아 온 병사들 앞에서 지친 기색을 보여서야 체면이 서질 않잖아? "선두 종대로! 대열유지! 주변 경계를 확실히 해!" "종대로! 이 빌어먹을 자식들아! 뒈지고 싶지 않으면 눈깔 똑바로 뜨고 경계 해! 조는놈이 있으면 내가 아니라 저 빌어먹을 자식들이 네놈들의 대갈통을 꿰뚫을거다!" 목조 요새 주변은 반경 200m내로는 나무 한포기 없는 초원이었다. 아마도 적의 공격을 막기위해서 인공적으로 만든 공터겠지. 목조방벽의 높이는 대략 5m정도일까? 하지만 크고 굵은 노목으로 만든 방벽은 단단하기 이를데없는 모습이었다. 거기다 워낙 지형이 나빠서 우리쪽은 제대로된 공성병기조차 가 져오지 못했으니 아무래도 피해가 상당히 심할것 같다. 이전 정보로는 이 요 새에 100여명 정도의 병사들이 늘 상주하고 있다고 했는데 거기다 브리츠의 미친놈들도 추가 되었다면 더더욱 힘들것 같아. "닐크쪽은?" "아직인듯합니다." "아넬리안. 괜찮아?" "오셨군요. 폐하." 중군에 모셔놨던 로이드다. 어느새 도착했네? 빠르기도 해라. 뭐… 분위기를 보니 중군은 별다른 피해없이 도달한것 같았다. 그렇다는건 후위에 있던 9중 대도 전력을 무사히 보존했다는 것이겠지? 아직 전투는 시작도 안했고 한명 이 아쉬울 때이니까 말이야. "왠지 나는 짐만 되는것 같군" "전쟁은 폐하의 주특기가 아니시니까요." "……" "대신 폐하께서는 제가 못하는 많은것들을 잘하시잖아요. 하늘은 공평한 법 아닐까요?" "오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씨란 말인가! 청초한 달빛같이 은은하고 부 드러운 빛을 발하는 고귀하신 레이디 부디 이 미천한 몸과 함께 뜨거운 사랑 의 로맨스를…" "닥쳐! 포로주제에!" "훗. 도련님 질투는 천박한 자들이나 하는겁니다." 또냐? 진짜 긴장감이라는게 없다니까. 싸우러 온거야? 놀러온거야? 저 디온 이라는 녀석은 그렇다쳐도 로이드는 왜자꾸 저러는거지? 그냥 무시해버리면 그만일것을. "그만하세요. 폐하. 그리고 당신" "예? 저요? 오~ 드디어 저의 진가를 알아보신것입니까? 고귀하신 레이디?" "그런 낮간지러운 말을 자꾸하면 내쫓아 버릴테니까 그정도로 하고 용병으로 일해볼 생각 없어요?" "용병…이라" "어차피 당신은 우리나라로 끌려가야 할 처지이니 아예 이참에 용병으로 이 무리에 들어오는게 어때요? 아까보니 검술은 그럭저럭 쓸만한것 같았으니 이 번 전투에서 보여준 실적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도록 하죠" "아넬리안! 이런 출신성분이 의심스러운 자를 곁에 두겠다는거야?" "할수없잖아요. 지금은 한사람이라도 필요한 때이고 또 혼자인걸요." "하지만…" "전장에서의 지휘는 제가 합니다." "그래도 난 반대야! 저자 혼자라고는 해도 당신의 등을 노리는 짓정도는 충 분히 가능하다고!" "그런말을 본인 앞에서 하는건 실례인것 같은데요. 폐하" "이렇듯 가련한 레이디를 노린다는 누명을 쓰다니… 이 미천한 소인 정말로 죽고 싶습니다. 아~ 물론 다른의미 에서라면 충분히 그럴 용의가 있긴하지만 요" "이자식이!" "그만하세요. 폐하. 그리고 당신은 어떻게 할거지?" "물론 하겠습니다! 보수? 그런것 필요없…지는 않고 조금만 주셔도 됩니다. 이렇게 아름다우신 레이디의 요청인데 제가 어찌 거절할수 있겠습니까?" "좋아. 그럼 당신은 닐크의 우회부대가 도착하면 그의 지휘아래서 싸우도록. 누가 이자에게 검을 줘라. 갑옷은 여벌이 없으니까 알아서 잘싸워. 죽어도 난 상관없지만" "크흑… 정말 냉정하신 말씀. 하지만 그렇게 저를 차갑게 대하시는것도 다 이 미천한 몸에게 끌리는것을 두려워하시는 것일터! 소신 디온! 목숨을 바쳐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시끄러. 시끄러. 죽건말건 난 상관없다고. 그냥 쓸만해보여서 고용한것뿐이 야. 이상한데로 상상의 나래를 펴지마. 그렇게 놀고 있는동안에도 병사들은 요새에서 날아올 화살 범위 밖에 대기 한채로 긴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반포위 형태로 요새를 둘러싼 화격 단 병사들은 각자 등에 메고 올라온 활대를 꺼내들어서 거기에 활시위를 걸 었고 역시 숲을 이동하는동안은 방해가 되는 둥근 라운드 실드와 단창 혹은 손잡이에 끈이 달린 메이스를 꽉 쥔채 내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브리츠의 암살자들은 전부 어디로 간건지 더이상 보이지 않았고 요새쪽도 조용하다. "저쪽! 우회 부대가 도착했습니다." 내 주위에 모여서 작전을 점검하고 있던 한 중대장이 숲 한쪽을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이제야 도착한거냐? 느려! 그곳에서 몰려나온 병사들도 이쪽과 마 친가지로 공터가 시작되는곳 주변에 산개하면서 전투준비를 시작하는 모습이 었다. 그리고 닐크가 몇몇 부하들을 이끌고 우리쪽으로 뛰어왔다. "지금 도착했습니다. 마마." "총사령관." "네. 사령관 각하" "그쪽 피해는?" "부상자가 열서넛정도 되지만 저항은 미미했습니다. 함정도 거의 없었고요" "그래?" 누구는 구덩이에 빠지고 빗자루질을 하고 통나무랑 씨름하기도 하면서 악전 고투를 겪으며 빠져나왔는데 누구는 소풍나온것처럼 널널하게 놀면서 올라왔 다는거냐? 기분나빠! 이건 차별이야! 우이씨! "…무슨 일이라도?" "아니야. 10분뒤 전투 개시한다. 준비 하도록. 그쪽 방면은 닐크가 지휘해. 그 리고 저사람도 데려가" "예?" 난 여전히 로이드와 말싸움을 하고 있는 디온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주로 발끈하는건 로이드였고 그에 맞대응을 하는건 디온이었지만 저 둘을 떼어내 지 않으면 진짜 여기서 아군끼리 피를 볼것 같아서 말이지. "예…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안에서 보자고." "예! 마마" "총사령관" "사령관 각하" 후후후… 사령관이라. 우후후후…. 근 1000명에 조금 못 미치는 병사들의 지 휘자. 사령관… 사령관… "아넬리안! 이 자식좀 어떻게 해봐!" "아름다우신 레이디! 이 도련님은 집에 보내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닐크." "예. 알겠습니다." 내 말한마디에 디온은 닐크에게 목덜미를 붙잡힌채 끌려갔다. '아름다우시고 고귀하시며 청초하기까지한 레이디에게서 떨어질수 없다'라고 눈물을 줄줄 흘리며 발악했지만 닐크와 병사들이 번쩍 들어서 끌고가버리니 그도 별수 없 더라고. 내가 좋다고 저렇게 난리를 피우는 모습을 보니까 좋다기 보다는 부 담된다고. 그것도 로이드가 옆에서 눈을 빛내며 보고 있는데 말이야. 끄응… 그냥 죽여버릴껄. 실수했어. 디온이 끌려가버리고 나자 로이드도 잠잠해졌다. 그리고 그 옆에는 헤쉬케 린 노인네가 왠일로 조용히 서있고…. 가끔 클클거리며 웃거나 영문모를 웃 음을 짓기도 하지만 왜인지는 모르겠다. 무슨 사정이 있는것 같지만 나랑 상 관은 없을테니까 뭐…. "사수 준비" "사수 준비! 저자식들 대갈통을 뚫어버려!" "신호탄." "신호탄! 발사!" 투웅… 피이이이이이이…. 불빛의 꼬리가 하늘높이 치솟는다. 그리고 특이한 소리를 내는 신호용 화살이 뒤따라 올라갔다. "발사." "제압사격 개시! 사수 일제 사격!" 투두둥…. 앞열에 앉아서 사격자세를 잡고 있던 병사들이 거의 동시에 활줄 을 놓자 백여발에 달하는 화살들이 방벽위를 향해 날아갔다. 저 화살중 대부 분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겠지만 그걸 목적으로 한 사격이 아니니까. "끄아아악!!!" 나무 방벽위에서 지키고 있던 적측 병사중 하나가 벽너머로 떨어져 내렸다. 허공에서 허우적 거리면서 떨어진 그자는 그대로 지면에 추락한뒤 조용해졌 다. "불화살." "2열 불화살 준비! 사격!" 투두둥. 퉁퉁. 하프 현의 저음이 내는듯한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퍼지면서 이 번엔 긴 연기를 꼬리에 달고 있는 불화살들이 방벽을 향해 날아갔다. 타닥. 타다닥. 대물사격용의 길고 톱니가 달린 불화살의 화살촉들은 날아가는 기세 그대로 나무 방벽에 꼽히거나 방벽너머의 건물을 향해 날아갔고 불빛 한점 없던 요새주변은 일렁이는 수십개의 조명 덕분에 움직이는 물체를 알아볼만 큼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잘 조준해서 쏴라!" "저기서 꾸물대는 자식들을 못죽이면 네놈들이 저자식들이 쏜 화살에 맞아죽 는다!" "화살 낭비하지마! 조준해서 사격해!" "못맞추는 자식은 화살받이로 써버린다!" 투둥…투웅. 이제는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활줄소리에 맞춰서 화살들이 우리 쪽에서 적들사이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에 화답하듯이 적들도 이쪽을 향해 화살을 날려대기 시작했다. 씨잉…. 얼굴 바로 옆에 적이 쏜 화살이 지나갔 다. "아아악!" "내 팔…내 팔!" "어이! 이자식 허벅지에 맞았어! 뒤로 후송시켜!" "크허헉…" "엄마…엄마…" "죽고싶지 않아…살려줘…" "움츠리지마! 적이 쏘면 우리도 쏜다! 맞대응해! 열배로 갚아주는거다!" "일어서! 이 굼뱅이 자식아! 번데기가 되기도 전에 뒈지고 싶냐?" 퍼억. 바로 내 앞에서 화살을 쏘던 한 병사가 뒤로 벌러덩 쓰러졌다. 그 병 사의 미간에는 적이 발사한 화살이 깊숙히 꼽혀있었고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병사는 눈조차 제대로 감지 못한채 죽었다. "헤쉬케린경!" "흠… 어디보자. 이럴때 쓸만한 마법이… 그렇군. Continual Light!" 파아아아… 갑자기 적의 요새 위로 어른 머리만한 광구가 나타나더니 대낮 같은 밝기의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병사들은 누가 명령한것도 아닌 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사격을 계속했다. 특히 10m높이는 될법 한 높은 망루위는 집중사격의 대상이 되었는데 그 위에서 이쪽을 향해 화살 을 날리던 적의 궁수들은 수십발의 화살에 맞아 망루위에서 떨어지거나 망루 앞에 설치된 파바스 뒤에 숨어버렸다. "1조 돌격준비." "옛!" 전열에서 화살통 하나를 전부 비워가면서 화살을 쏘던 병사들이 뒤로 물러 나고 아직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던 후위의 병사들이 그자리를 대신했다. 그 들은 활대신 긴 밧줄을 어깨에 두른채 둥근 원형방패로 머리와 어깨를 가린 채 달려갈 자세를 취했다. "아넬리안! 당신도 가는거야? 그럼 나도…" "이번엔 아닙니다. 그리고 거기 계세요. 폐하. 1조 돌격" "돌격! 개자식들의 간덩이를 확인하러 가자!" "달려! 달려라! 네놈들의 다리가 그 쓸모없는 목숨을 연장해줄거다!" "와아아아아악!!!" 이쪽 대열 뿐만 아니고 닐크쪽에서도 대여섯명이 한조가 된 병사들이 비명 에 가까운 함성을 지르면서 방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제압사격" "제압사격이다! 네놈들 동료를 구하고 싶으면 활줄이 끊어질때까지 쏴대!" 투두둥… 아까와는 비교할수 없을만큼 커다란 소리가 나면서 수많은 화살들 이 방벽너머를 향해 날아간다. 이전에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헤쉬 케린 노친네의 마법덕분에 환해진 전장에는 하늘이 어두워질만큼 빽빽하게 밀집한 화살들이 어지럽게 날아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제 2사! 2사! 준비 된 놈들부터 발사! 네놈들이 달려갈때 화살에 맞아 뒈지 고 싶지 않으면 확실히… 커헉…" 응? 내 옆에서 롱소드를 들고 악을 써대던 중대장이 목에 화살을 꼽은채 뒤 로 쓰러지는게 눈에 들어왔다. 암살자? "카렌!" 퉁.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살을 날린 카렌은 다음 화살을 활대에 걸면서 날아가는 화살을 노려보았고 나 역시도 그 화살을 눈으로 쫓았다. 요새 꼭데 기의 첨탑을 향해 날아간 화살은 이내 우리들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잠시뒤 첨탑의 창을 통해 사람 그림자가 아래로 떨어지는걸 보게되자 나 뿐만 아니 고 다른 병사들도 함성을 질러댔다. "와아아아아!!!" "죽인다! 죽인다!" "화살꽂이로 만들어줄테다!" "뒈져버려!" "우아아아아아!!!" 반쯤은 성공했군. 이제 돌격한 병사들이 성벽을 점거하고 성문만 열면 그뒤 는 쉬울거야. 이거 의외로 별것아닌… "끄아아아악!!" 화르르르… 갑자기 눈부실정도로 강렬한 빛이 터져나오더니 목조 방벽 앞이 환해졌다. 지면에서 커다란 불길의 기둥이 뿜어져 올라온것이다. "뭐…뭐야? 저건?" 그 불길에 휘말린 대여섯명의 병사들이 그대로 온몸에 불이 붙은채 꿈틀거 리다가 쓰러졌고 그때문에 방벽위로 밧줄이 달린 갈고리를 던지던 1조의 병 사들이 잠시동안 굳어버렸다. 마법인가? "헤쉬케린 경!" "우리가 쓰는 마법은 아니야! 저런 마법은… 내가 아는한도 내에서는 없어!" "그럼 저건 뭐야?" 치잇. 뭐야? 저건? 그때였다. 갑자기 그 불기둥 주변에서 불길이 치솟기 시 작했다. 화아악… 불길은 방벽 주변을 따라서 엄청난 속도로 퍼졌고 아직 상 황파학을 제대로 못한 병사들 수십명을 그대로 감싸오른채 타올랐다. "아아아악!!!" "뜨거워!!!" "후…후퇴… 으아아악!!" 방벽 주위를 휘감은 불길은 이내 숲쪽 - 그러니까 우리쪽 - 을 향해 뛰는 내 병사들의 뒤를 쫓아서 따라붙었고 그 게걸스러운 움직임에 몇몇 병사들을 집어삼켰다. 불길은 방벽 바로 앞에서부터 근 20m에 달하는 넓은 공터를 불 태우기 시작했다. "기름인가? 치잇." "며…명령을…" "1조 후퇴. 2조 준비. 궁수대 사격준비" "알겠습니다. 2조 준비! 궁수대는 후퇴하는 1조를 엄호한다. 엄호사…" 투두둥…. 내 명령을 들은 백인장이 명령을 내리기전에 화살이 요새쪽에서 날아왔다. 아까전 제압사격으로 많이 처리한줄 알았는데… 완전 판단 미스였 던건가? 요새에서 날아온 화살들은 대형도 없이 죽자고 도망치는 1조의 병사 들을 노리고 날아들었고 공포에 질린채 무작정 도망치는 내 병사들은 이내 등이나 다리에 화살을 맞은채 공터에 널부러졌다. 퍼어억… 내게서 겨우 20m도 안되는 거리까지 도망쳐온 한 병사의 배에 단창과도 같은 크기의 발 라스타 화살이 뚫고 나왔다. 그 병사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면서 우리쪽을 향해 기어왔지만 겨우 5~6m미터를 기어온 그 병사는 그대로 축 늘어져버렸 다. "공성병기까지? 이게 어디가 평범한 요새야? 젠장. 전부 틀렸잖아" 요새에서 날아오는 화살의 숫자도 상당히 많다. 상주군 100명의 요새라면 저렇게 많은 화살을 날릴수 없어. 내가 조직한 화격단에서는 모든 병사들이 활을 사용할수 있도록 훈련시키고 있지만 아크레닌의 병사편제라면 보병대 궁수의 비율은 2:1 정도. 저쪽에서 날아오는 화살의 숫자는 분당 수백발에 해 당하니 대충 보더라도 적 궁수는 70~80명이상은 될테고 그렇다는건… 우리가 오는 사이에 적이 병력을 보충했다는건가? 아니. 그런 낌새는 없었어. 그렇다 는건… 애초에 기본 정보가 틀렸다는것이나… "이쪽의 계획이 적에게 넘어갔다는것. 젠장" 어느쪽이나 치명적이다. 적은 최소 300명이 넘는다고 가정을 해야하잖아! 이래서는 병력의 우위따윈 방벽에 막혀버린다고. 어떻게 해야하지? 어떻게…. "마마. 명령을…" "시끄러워! 아니… 1조는 예비로 돌려! 2조는 활로 무장. 이쪽도 노출되어 있 지만 적도 빛에 노출된 상태이니 적의 숫자를 착실히 줄여나간다." "옛!" 내 명령에 주변의 병사들 모두 활을 꺼내들고는 적을 향해 쏘아대기 시작했 다. 방벽위 혹은 방벽 너머의 요새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검은 그림자들을 향 해 수많은 화살들이 연신 날아갔다. 그러면서도 백인장들은 잘 조준해서 쏘 라고 악을 쓰며 뛰어다녔다. 하긴 보급품을 가져오긴 했지만 그래도 몸에 지 니고 올수 있는 양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화살통은 개인당 3~5통 정도가 최 고겠지. 한통에 20발씩 들어있으니 최고로 해봐야 100발정도일까? 두세시간 이면 바닥나버릴 양이군. 화격단의 활솜씨는… 정말 형편없는 수준이다. 하긴 어차피 잘 맞추기 위해 서 쏘는게 아니니까 할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야. 개중에는 활을 잘쏘는 병사들도 끼어있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보자면 그저 화살을 날리는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할만한 실력들인것이다. 하지만 그런 녀석들이 쏜 화살도 화살이 다. 숙련된 사수가 쏘아보낸 화살이나 이 능력없는 녀석들이 쏘아보낸 화살 이나 맞으면 다치고 죽는건 확실하다. 그러니 많이 쏘다보면 눈먼 화살에 맞 아죽는놈이 생기겠지. 바로 지금처럼. 내가 바라보고 있는 방벽 너머로 서너 명의 적병이 쓰러지는 모습이 얼핏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런 수로는 저 방벅을 뚫을수 없을텐데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요새 방벽의 문이 열립니다!" "뭐?" 누군가가 외침에 놀란 나는 고개를 돌려서 문쪽을 바라보았다. 역시 통나무 로 된 방벽의 문은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열렸고 방벽 주변을 빙두른채 타오 르고 있던 불길이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다. 뭐야? 정말… 어떻게 불이 붙은 기름이 저렇게 쉽게 꺼지는거지? 물을 사용해도 힘들텐데. 그리고 적들이 문 을 통해서 꾸역꾸역 밀려나오기 시작했다. 멀어서 흐릿하게 보이긴 하지만 왠지 저건 인간이 아닌것 같은… "어엇?" "어두워!" "어떻게 된거야?" 이번엔 또 뭐야?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졌다.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보이잖 아! 눈을 몇번이나 깜빡이고 주변을 돌아봤다. 그리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자 다시 시야가 돌아왔지만 아까보다 훨씬 어둡다. 등뒤에서 횃불이 비치고 있는데도 어둠속은 잘 안보여. 아! 요새 위에 떠있던 광구가… "헤쉬케린경! 어떻게 된거에요?" "마법이 깨졌다. 강제로 해제한게다. 저쪽에 마법사가…아니야. 아니야. 신관? 그래! 신관이 있는게다! 그것도 고위급 신관이!" 고위급 신관? 그렇다면 하이 프리스트겠군! 브리츠의 하이프리스트라… 젠 장. 제대로 잡기는 했는데 이거야 원… "크르르르…" 어둠속에서 두개의 붉은 빛들이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 그 빛덩어리들은 점 점 늘어나더니 텅빈 공터 전부가 작고 붉은 - 한마디로 섬뜩한 - 빛덩어리 들로 가득찼다. 거기다 늑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전에는 시체더니 이번엔 늑대냐? 그놈의 미친놈들은 재주도 많아! 제길! 세상은 불공평하다니까! "근접전 대비! 검을!" "검을꺼내라! 백병전이다!" "끄어어어…" "크르르… 캬르르르…" "느…늑대다아아!!! 아아악! 살려줘!" 완벽하게 당해버렸어! 젠장할! 난 더이상 참지 못하고 클레이모어를 두손으 로 쥔채 앞으로 내달렸다. 걸리적 거리는 병사들 몇을 밀치면서 대열 전면으 로 뛰어든 난 눈앞에서 번득이는 붉은 빛덩이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퍼억 "캐애앵…" 붉은 피가 투구의 구멍사이로 튀어올랐다. 그러면서 시야가 조금 돌아왔는 데 눈앞에는 보통의 개보다 배는 커보이는 늑대가 내 검에 머리가 박살난채 쓰러져있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다른 병사들도 늑대의 공격에 맞서서 싸우고 있었다. 시야가 갑자기 어두워진데다가 당황한터라 첫 공격에 많은 피해를 입은것 같았지만 각 중대장의 고함소리에 진정된 병사들은 대열을 갖춘채 늑 대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것이다. 욱? 갑자기 발목부근이 시큰거렸다. "욱?" "그르르…" 아래를 내려다보니 바닥에 배를 댄채 엎드려있는 늑대가 내 발목을 물고는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이자식이!!! 퍼억. "캐앵. 끼잉…끼잉…" 내 발에 채인채 날아가 바닥에 떨어진 그 늑대는 그대로 몸을 꿈틀거리면서 낑낑거렸다. 뼈가 부러졌을거다! 고소하다 이놈아! 흥! 난 다시 자세를 잡은 뒤 클레이모어를 두손으로 꽉 쥐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듯이 내 앞에서 배 회하던 늑대중 한마리가 내 목을 향해 새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뛰어올랐다. "하압!" 퍼억! 검으로 후려쳤는데 베이는 소리가 아니라 둔탁한 뼈부러지는 소리가 나는걸. 왠지 이상해. 하지만 그 늑대는 그대로 두개골이 깨진채 내 발치에 떨어졌고 그대로 즉사했다. 터억. 욱. 뭔가가 내 등위엥 올라탔잖아? 까드 득… 까득. 으윽. 뒷목 주변의 갑옷이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낸다. 난 볼것없 이 내 등뒤에 타고 있는 것의 주둥이 - 역시 늑대였다 - 를 한손으로 움켜 쥔뒤 그대로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리고 배를 드러낸채 뻗어버린 그 늑대를 발로 세게 밟았다. 퍼억… 젠장! 터져버렸잖아! 으…. 기분나빠. 다 죽여버릴 거야!!! ……얼마나 시간이 흐른거지? "허억…허억…" 입에서 단내가 난다. 좀 피곤한걸…. 정신없이 검을 휘두르다 보니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눈앞에 늑대가 보이면 그놈을 쫓아가서 무작정 클레이모 어를 휘두르고 발로 차고 내게 뛰어드는 늑대새끼의 아가리에 건틀렛을 낀 주먹을 먹여주면서 날뛰다보니 지금 내가 어디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보이는건 내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나를 쓰러트리려고 하고 있는 늑대들뿐. "젠장… 또 날뛰었나보네. 정말… 이건 좀 고쳐야 하는데… 웃차!" 내 머리쪽을 향해 뛰어오른 늑대를 몸을 숙여서 피한 나는 머리위로 지나가 는 늑대의 뒷다리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온힘을 다해 앞쪽으로 내던 졌다. 퍼억… 쿠당탕…. 그쪽에 있던 몇몇 늑대가 내가 던진 늑대와 함께 같 이 굴렀고 '캐앵'하는 소리와 함께 낑낑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아직이 야. 아직! 아직 멀었어! 조금 쳐지긴 했지만 이정도로 날 쓰러뜨릴수는 없어! "우아아아!!!" 퍼억… 드드득… 빠지직. 발밑쪽을 향해 힘껏 휘두른 검날에 무언가가 걸리 는 감촉이 느껴졌다. 그리고 힘껏 휘두른 클레이모어의 끝에 걸린 늑대가 공 중으로 붕 떠올라서 저멀리 날아가는게 얼핏 보였다. 휴우… 하지만 아직도 끝이 없이 몰려오는듯한 기분이야. 아니 진짜 끝이 없이 몰려오는건가? 젠 장… 우리편은 다 어디로 간거야? 쿠웅. 어엇. 등뒤에서 충격이… "으윽…" 앞으로 쓰러질뻔하다가 간신히 중심을 잡은 내가 뒤를 돌아보자 고개를 연 신 흔들면서 비틀거리는 늑대 한마리가 뒷걸음질을 치면서 물러서고 있는게 보였다. 그것도 보통 늑대가 아니라 정말 망아지만큼 커다란 놈이었다. 다이 어 울프라는 놈인가? 큭. 그냥 늑대들만으로도 피곤하건만…. 으윽…. 다시 앞쪽에서 희끗한 무언가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반사적으로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이면서 간신히 피하고나서 보니 바닥에 사뿐히 착지한 다이어울프가 나 르 노려보며 으르렁거린다. 이자식들 이빨이 안통하니까 아예 몸을 내던져서 공격하는거냐? 개대가리 치고는 정말 박수쳐주고 싶을정도로… 웃차! "그따위로는 이 아넬리안을 쓰러트릴수 없다!" 터억. 다시한번 나를 향해 날아드는 늑대의 이마부근을 두손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내게 막힌 반동을 타고 뒤로 날아가려는 늑대를 양손으로 움켜쥐었 다. 내게 잡힌 늑대가 네발을 버둥거리면서 발악을 했지만 그정도로는 내 손 아귀에서 못도망쳐! 드득…드드득…. "갑옷에 흠집나잖아! 이놈!" "캐앵" 쿵. 박치기를 좋아하는 그 늑대자식을 그대로 땅바닥에 메다 꽂은뒤 발로 힘껏 찼다. 퍼억… 멀찌감치 날아간 다이어울프는 버둥대면서 일어서려다가 그대로 풀썩 쓰러진채 그르렁 거리면서 숨을 내쉰다. 저정도면 뒈지겠지. 하 지만 나도 이대로 있다간 먼저 지쳐서 쓰러질지도… "아넬리안 엎드려!" 응? 엎드라고? 그 말이 들리자마자 난 시키는대로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그러자 머리위로 휘이이잉…하는 긴 바람소리를 내면서 둥근 불덩어리가 지 나갔고 그뒤에 내게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곳에 떨어진 불덩어리가 콰아아앙! 하고 커다란 폭음을 내면서 폭팔했다. 폭팔이 내 앞쪽을 향해 타원형으로 비 산했기에 진동외의 충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갑자기 번득인 강렬한 빛 덕분에 눈이 멀뻔했잖아! 이런건 미리좀 말해달라고! 으… 눈에서 눈물이 다 난다. "제길… 누굴 죽일셈인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난 몸을 일으키면서 등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아까 와 같은 불덩어리가 또? 우와아악! 콰과광!!! 후두두둑…. 다시 넙죽 엎드린 채 양팔로 머리를 감싸고 있는 내몸위로 하늘로 튀어오른 흙덩어리들이 마구 쏟아져내렸다. 투욱… 치이이익…. "이건… 덤이냐?" 털이 잔뜩 그슬린채 혀를 빼물고 있는 늑대 시체가 눈앞에 툭하고 떨어졌 다. 우우우우…. 몸을 일으키니 갑옷위에 소복히 쌓여있던 흙들이 후두둑 소리를 내면서 떨 어져내린다. 누가 보면 구덩이를 파고 숨어있었던걸로 알겠네. "아넬리안!!!" 내 이름을 부르는 쪽을 돌아보니 로이드가 헤쉬케린 늙은이와 스무명 정도 되는 병사들을 이끌고 뛰어오고 있었다. 거기다 주변에 그렇게 몰려있던 늑 대들도 모두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후우… 어떻게든 살아남은건가? 살짝 맛이 갔던 나는 전투지역에서 근 60m이나 떨어진곳에서 혼자 싸우고 있었다고 한다. 으음…. 정말 덴의 말대로 이렇게 피에 미치면 정신이 나가버 리는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정말로 적의 손에 해체되고 말거야. 다음부터 조 심해야지. "정말… 대단하다고 해야할까요? 무모하다고 해야할까요?" "당신은 좀더 조심해야돼! 어떻게 적들 사이를 그렇게 헤집고 다닐수 있는거 야? 응?" "저도 반성중이라고요." 투구의 바이져를 올린뒤 근처 병사의 물주머니를 빼앗아서 한통을 다 비운 나는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내뒤에 서서 나를 흉보고 있는 닐크와 로이드의 잔소리에서 벗어나기위해 발걸음을 놀렸다. 하지만… "마마께서는 그쪽 전투지역부터 저희 부대가 있던 곳까지 일직선으로 돌파하 고 그것도 모자라서 빈공터까지 늑대들을 쫓아가서 격멸한겁니다. 정말 상식 적으로는 말도 안된다고요." "난 가슴이 내려앉는줄 알았다고. 갑자기 혼자 뛰쳐나가더니 늑대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친거라니까." "그만! 어쨌건 전 이렇게 멀쩡하고 무사하니 됐잖아요? 그리고 그 늑대들도 몰아냈으니 이제 상관없잖아요! 그리고 닐크도 입닥쳐. 나 지금 기분 안좋으 니까!" 온몸을 땀으로 목욕했는데 이걸 벗지도 못한단 말이야. 무지무지 무지하게 에~ 찝찝하고 끈쩍거리고 후끈거려서 최악이란 말이야! "닐크 상황은?" "사망 80여명 정도 부상자는 그 세배가 넘습니다." "칫. 그렇다는건 제대로 싸울수 있는놈이 이제 절반으로 줄었다는거잖아?" "거기다 지쳐있습니다. 마마. 우선은 후퇴하심이…" "안돼! 지금 물러서면 다시 이런 기회가 올지 알수없어. 무슨일이 있어도 저 요새는 점령해야 한다. 각 중대장들에게 이 사실을 잘 주지시키고 피해가 큰 중대는 다른 중대와 합쳐서 전력을 보강하도록. 잠시 쉰뒤에 다시 공격을 개 시하겠…" 그때였다. 갑자기 내 앞에 전령으로 보이는 병사가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한 쪽 무릎을 꿇은채 보고를 했다. "적입니다!" "뭐?" "적이 요새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 숫자는…" "아… 그래. 여기서도 보여." 멀지도 않은걸 뭘. 전령의 말대로 적들은 요새에서 나오고 있었다. 확신할수 는 없지만 최소한 200명은 넘겠군. 그것도 무장이 잘된 부대야. 개인 귀족의 사병이 아닌것은 확실하겠군. 아크레닌 중앙군일려나? 쳇. 모든게 거짓정보였 던거냐? 뭐야 이게? 정말이지… "웃… 마마. 저기…" "으응?" 적들 사이에 번쩍거리는 갑옷을 입고 있는 골빈놈들이 있다. 처음엔 적의 지휘관인줄 알았는데 다시보니 그런 골빈 녀석들이 한둘이 아니다. 아직도 꾸역꾸역 나오고 있는 적들중 1/3은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놈들인것이다. 망 할이로군. 망할이야. "저것들은 뭐야?" "아마도… 아크레닌이 자랑하는 보병기사단 전대가 아닐지…" "보병기사? 그 말을 타고 다니지만 전투때는 내려서 전투를 치룬다는?" "예. 마마. 중장갑의 갑주를 입고 뛰어다니는 놈들이라고 들었습니다." "괴물이네." 괴물이다. 괴물이야. 플레이트 메일이 플레이트 아머보다는 가볍다고는 해도 최소한 20~30kg은 충분히 나가는 물건인데 그런걸 입고 뛴다고? 미친놈들. 하지만 문제는 우리쪽에도 기병이 없다는것. 저놈들을 효과적으로 막을만한 병사가 몇이나 될까? 젠장. 역시 기사단 1개 전대라도 데리고 왔어야 하는거 였는데. "어떻게 할까요? 마마" "어쩌긴 뭘 어째? 우리가 도망치면 저놈들이 네~ 안녕히 가십시오~ 하고 손 수건이라도 흔들어줄것 같냐? 거기다 퇴로는 우리가 올라온 루트뿐이잖아. 거기도 브리츠의 암살자 놈들이 진을 치고 있을지도 몰라. 하여간 물러서면 더 큰 피해를 입는다. 전투 준비해. 당장" "옛! 전투준비! 각 백인장들 속히 이리로 모여!" "전투 준비! 전투 준비!" 아무래도 이번 전투… 쉽지는 않을것 같다. 불행하게도 말이야. 하여간 질수 는 없지. 저기서 입을 삐쭉 내민채 툴툴대고 있는 로이드를 무사히 크레센트 로 데려가야 하니까. 무슨일이 있어도. -------------------------------------------------------------- ....풀썩. ....부들부들. 가우군 p.s 죽었음.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9장 Knight`s Winter (4) 2003-12-05 23:16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요새에서 나온 적들은 넓은 공터에 자리잡고는 대형을 짜기 시작했다. 간간 히 활을 들고 있는 궁수들도 있는걸로 봐서 아마도 요새안의 궁수들까지 모 조리 끌고 나온듯했다. 방벽위에서 쏘는게 더 효과적일것 같은데 말이야. 무 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건 우리쪽은 그 늑대새끼들이랑 싸우느라 많이 죽거나 다쳤다는것이고 적들은 화살공격외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는데다 가 마악 요새에서 뛰쳐나와서 체력적으로 좋을것이라는거다. 어쩐다…. 나 역 시도 조금 쉬기는 했지만 아직도 몸이 무겁고 둔한데…. 적 대장이 어떤 놈 인지는 모르겠지만… 찢어발기고 싶어. 젠장. "1열 백병전. 다른 병사는 사격준비" "백병전 준비! 중대 밀집대형!" "움직여! 어서! 뒈지고 싶지 않은 놈은 빨리 움직여!" "이 개자식아! 떨지말고 빨리 대형으로 돌아가! 어서!" 닐크가 지휘하고 있던 병력들도 모두 내가 있는 공터로 몰려왔다. 그뿐 아니라 움직일수 없는 중상자를 제외한 부상병들까지도 전부 대열안으로 끌려들어왔고 부대 후방을 방어하던 예비대도 몽땅 전열에 투입되었다. "적이 온다!" "사격! 사격개시! 사격해!" 응? 잠깐. 아직… 투두둥… 수십발에 이르는 화살들이 연속해서 날아갔 다. 누구야? 난 아직 명령안내렸다고! 우리쪽에서 사격을 가하자 한발짝 씩 걸어오던 적들이 갑자기 방패를 머리위로 들어올린채 그자리에 주저 앉았다. 전열이 적 한두명 정도가 화살에 맞아 쓰러지긴 했지만 대부분 의 화살은 방패에 가로막혔고 특히나 적측 보병기사들은 거의 사상자가 없는것같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화살은 연신 적들을 향해 날아간다. "사격중지! 사격중지! 어떤 빌어먹을 자식이 발사 명령을 내린거야?!" 난 악을 써대면서 쏘지말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런 내 명령도 이전의 전투로 겁을 먹은데다가 적 보병기사의 위용에 질린 말단 병사들은 나나 일선 중대장의 명령을 제대로 들어먹지 않았다. 젠장. 역시 훈련이 부족 해. 거기다 이런 전투경험이 거의 없는 병사들이 태반이라 통제조차 제 대로 안된잖아. 미치겠다. "아넬리안! 아무래도 이제 물러서는게 좋을것 같지않아?" "안돼요! 거기! 사격하지 말라는 말안들려? 명령불복종은 즉결처형이다!" 로이드의 심정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야! 제길. 내가 있 는 중앙쪽은 그런대로 진정된것 같은데 아직도 좌우의 부대에서는 계속 화살이 적들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적의 발을 묶고 있는건 좋지만 효과 가 너무 적어! "닐크! 병사들의 화살 잔량이 얼마나 남았지?" "없습니다! 방금전 사격으로 거의 대부분 소진한것같습니다. 일제 사격같 은건 불가능합니다." "망할…" 이거였나? 완전히 당했어. 어쩌지? 어쩌지? 이럴땐 어떻게 해야… "끄아아악…" "느…늑대다아…" 뭐어? 늑대? 아까 그놈들? "마마. 후방에 늑대떼가… 부상병들이 위험합니다." "닐크! 한부대 이끌고 가서 정리해! 당장!" "옛!" "아우우우우우우우…" 닐크가 대답한것과 늑대의 커다란 외침이 시작된건 거의 동시였다. 그 리고 그와 함께 우리의 등뒤. 그러니까 숲속에서 수십마리의 늑대들이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크르르릉…" "우아아아아아아…" "바…반전! 검을 뽑… 커어억!" 콰득. 대열을 이루고 있는 병사들 뒤에 서서 독려를 하고 있던 중대장 한명이 커다란 다이어울프에게 목덜미를 물린채 뒤로 넘어졌다. 목이 옆 으로 꺾인걸 보니 즉사로군. 몇명의 장교를 잃는거야? 이런 전투에서. 아 수라장… 급히 몸을 돌린 병사들은 숲에서 뛰어나온 늑대들에게 목이나 다리를 물린채 비명을 질러댔고 그런 인간들 사이르 늑대떼가 파고들었 다. 사방에서 고통과 공포로 가득찬 비명소리가 울려퍼졌고 마치 양떼 속에 뛰어든 늑대들처럼 다이어울프의 뒤를 따르는 늑대들은 인간의 약 점을 철저히 공략해나간다. "젠장! 왜 나한테는 안덤비는거야? 나한테 덤벼! 이 개새끼들아아!!" 빌어먹을 내가 뛰어가면 늑대새끼들이 다 도망가잖아! 개대가리 주제에 왜 이렇게 머리가 잘돌아가는거냐? 망할! "적이다! 몰려온다아아!!!" "와아아아아!!!" 지축이 울릴듯한 함성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요새앞에 있던 적들이 몰 려오고 있다. 100m쯤? 15~6초면 도달할 거리. 돌아버리겠다. 어쩌지? "헤쉬케린 경 어떻게 좀 해봐요!!!" "알고 있다 계집! Wall of Iron!" 로이드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헤쉬케린 노인네가 갑자기 지팡이를 높이 치켜들며서 소리쳤다. 그러자 우리를 향해 달려오던 적들의 머리위 에 높이 3m에 넓이가 20m정도 되는 두껍고 커다란 철판이 생겨나더니 지면을 향해 떨어져내렸다. 콰아아아앙!!! 쿠웅…. 한덩어리로 뭉쳐서 우 리를 향해 달려오던 적들중 앞열의 일부가 강철판에 뭉개졌고 달려오던 적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우리쪽엔 마법사가 있다! 적들을 한방에 날려버릴 마법사가 있다!" "신이여…" 소리에 민감한 늑대들은 물론이고 아군적군 할것없이 모든 병사들의 시 선이 하늘에서 생겨난 철판으로 시선이 쏠렸다. 아니 철판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강철의 벽이라고 부르는게 낫겠다. "살고 싶으면 싸워! 악을 써라! 굼뱅이들아!" "죽여! 죽이라고! 죽여버려!" "집에 가고 싶냐? 그러면 죽여! 전부 죽여버리면 집에 갈수 있다아아!!" "늑대부터 처리해! 늑대부터!" "대열을 흐트리지마! 뭉쳐라! 흩어지면 늑대밥이 된다!"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직 한참 모자르지만 완전히 박살나서 패주 하는것보다는 훨씬 낫지. "헤쉬케린경 다른 마법 없어요?" "시끄럽다! 마법이 그렇게 쉬운건줄 알아? 기다려! 그렇게 외친 노인네는 다시 주문을 외우는지 지팡이를 쥐고는 중얼거리 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숲속에서 날아든 화살이 헤쉬케린 노인네를 향해 날아갔다. "위험…" 퍼억. 날아온 화살은 헤쉬케린 노인네의 어깨를 꿰뚫었다. 다행히 급소 에 맞지는 않았지만 그 때문인지 노마법사의 지팡이에서 작게 빛나던 희 미한 빛줄기들이 허공으로 날아가더니 사라져버렸다. "이…쥐새끼 같은놈들이! 감히!" 내가 뭐라고 미처 말할새도 없이 분노한 표정의 노인네는 갑자기 몸을 돌리고는 들고있던 지팡이를 숲을 향해 가리켰다. 그러자 노마법사의 지 팡이가 붉게 빛을 발하더니 퍼엉… 하는 소리와 함께 아까전 늑대에게 포위된 날 구해줬던 그 불덩어리가 생성되어서는 그대로 숲을 향해 날아 갔다. 콰과광…. 커다란 폭음과 함께 불길이 확하고 일었고 사방으로 튀 는 불똥들과 불길이 나무에 옮겨붙었다. 그것으로도 모잘랐는지 노인네 는 연속으로 불덩어리들을 숲 여기저기로 날려댔고 그때마다 거대한 폭 음이 일면서 우리 등뒤에 빽빽하게 들어서 있던 숲이 불타오르기 시작했 다. "그만해요! 우릴 다 죽일 셈이에요?" "놔! 저 빌어먹을 쥐새끼 들을 다… 쿨럭…" 숲속에는 중상을 입은 부상병들이 아직 남아 있을텐데… 아니 늑대들에 게 모두 죽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안돼! 마음을 독하게 먹자. 아넬 리안. 지금은 그런걸 따질때가 아니야! "카렌! 당장 숲으로 들어가! 암살자들을 몽땅 처리해! 당장!" "응" 옆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그리고 내 주변에 모여있던 몇명의 병사들중 하나가 투구와 창을 내던지고는 불타는 숲속으로 뛰어들어갔다. 헤쉬케린 노인네가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등뒤에서 뛰어들었던 늑대들 은 모조리 몰아낼수 있었다. 늑대들이 뒤에서 덮쳤을 때 적들이 전면에 서 공격을 가해왔다면 버틸수 없었겠지만 천만 다행으로 전면의 적 보병 기사들 보다 먼저 늑대들을 모조리 처리할수 있었고 그덕에 잠시 숨을 돌릴 틈이 생겼다. 아니 오히려 적들은 늑대들이 죽어나가건 말건 뒤로 물러서는것 같은 분위기였다. 헤쉬케린 노인네의 마법이 그렇게 충격적 었던걸까? "정신차려! 몰아낼수 있다!" "이길수 있어! 이길수 있어!" "싫어… 죽는건 싫어… 흐윽…" 불행히도 내 주변의 녀석들도 저놈들과 별로 틀린건 없는것 같다. 창이 나 검을 쥔 손을 덜덜 떨면서 죽기싫다고 울부짖는 놈, 혹은 다 죽여버 리겠다고 악을 쓰면서 고함치는 녀석, 이도 저도 아니고 그저 제자리만 지키고 서서 부들부들 떠는 놈. 늘상 이기는 싸움만 해와서일까? 이런 위기가 다가오자 병사들의 더욱 심해졌다. 나 역시도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으니 저 병사들과 별차이 없을것 같지만 말이야. 그나 마 지휘관이라는 위치가 다른 병사들처럼 겁을 집어먹고 떨지 못하게 만 들고 있다고나 할까? 나도 싸우고 죽이는건 겁나고 무서우건 마찬가지라 고. 죽음에 익숙한 인간이 어디 있을까? "닐크" "예. 마마" "어떻게 할까?" "지금 당장 병력을 물리고 후퇴해. 아넬리안!" "시끄러워요! 폐하! 여기 지휘관은 바로 나이고 판단은 내가 내려요!" "뭐어?" "젠장! 아니… 폐하한테 욕한거 아니에요. 저도 여기가 평원이었다면 바 로 군대를 철수 시켰을거에요. 하지만 여긴 제대로 후퇴할수 있는 루트 도 없고 철수한 병사들이 집결할 장소도 저 숲밖에나 있다고요. 눈앞에 있는 저놈들이 우리가 돌아가는걸 보고만 있지도 않을거고요. 이런 상황 에서 후퇴하는건 바로 부대가 괘멸당하는걸 뜻한다고요" "그런게 무슨 상관이야?! 우선 당신이 안전히 여기서 빠져나가는게 더 중요하다고. 군대야 다시 조직하면…" 덥썩. 나도 모르게 로이드의 멱살을 잡아버렸다. 으으… 난 몰라. 깜짝 놀란 로이드가 입을 벌린채 내 얼굴과 자기 목줄을 잡은 피묻은 건틀렛 을 보면서 입을 뻐끔거린다. 하지만 난 그런 로이드의 놀란 가슴을 다독 여줄만큼 여유가 있지 않다고! "잘들어요. 폐하. 이 군대는 바로 제 군대이고. 이들은 제 부하에요. 폐하 는 지금 제가 부하들을 버리고 도망치는 치욕적인 지휘관이 되라고 말씀 하시는건가요?" "아니…난…" "걱정마세요. 폐하는 제가 꼭 지켜드릴테니까. 그리고 이들과 함께 모두 같이 크레센트로 돌아가도록 하죠. 저도 이제 조금 지쳤거든요. 이번 전 투만 이기고 나서 당분간은 폐하 곁에서 쉴께요. 그러니까…" "아…알았어. 아넬리안." "그럼…." 난 투구의 바이져를 위로 올린뒤 로이드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키 스라도 해주고 싶지만 그럴려면 투구를 벗어야 하는데 목보호대에 걸린 고리며 이런저런것들을 풀어내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그냥 미소로 때우고 말지 뭐. 내가 이렇게 로이드를 다독이면서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디온이 툭하고 튀어나왔다. 마치 피 로 목욕을 한것같은 몰골인데다가 어깨에는 짐승것인지 사람것인지 알수 없는 흰색의 길쭉한 내장을 붙인채 헐레벌떡 뛰어온것이다. 한손에는 이 가 다나간 붉은색의 롱소드를 든채로 말이다. "허억허억….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레이디. 어디 다치시기라도 했는줄 알고 굉장히 걱정했는데…" "어깨에 덜렁이는 그 불쾌한것이나 털어내고 말하시지?" "어라? 이게 왜 여기 있지? 하하하. 도련님 질투는 천박하다니까요?" "끄응… 하여간 요즘 젊은것들은… 이 늙은이가 이렇게 다 죽어가는데도 지들끼리 까불고 입방아 찧는것밖에 할줄아는게 없다니… 쯧쯧. 세상 말 세야." 이 인간들 사이에는 긴장감따윈 없다. 저기서 겁에 질린 표정으로 우리 와 대치하고 있는 적들을 바라보고 있는 병사들이 몇백…아니 몇천배는 더 인간다워 보인다. 난 정상인이 되고 싶은데…. "오오~ 다치셨군요. 노인장. 그런건 빨리 말씀하셔야죠. 하하하. 워낙 정 정하셔서 미천한 소인이 미처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잠시만…" 그렇게 말한 디온은 한손으로 어깨를 감싸쥔채 주저앉아 있는 헤쉬케린 노인네에게 다가가서는 그의 어깨를 관통하고 있는 화살의 뒷촉을 힘주 어 부러뜨렸다. 뚜욱. "크으으윽…" 노인네가 고통스러운지 인상을 찌푸렸지만 디온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 번엔 살을 뚫고 삐죽 튀어나온 화살촉을 잡고는 쑥 당겼다. 치익… 붉은 피가 뻥뚫린 구멍을 통해서 뿜어져나온다. "끄으응… 거… 더럽게 아프구만" "조금만 참으세요. Cure Critical Wounds" 파아앗. 디온의 오른손이 빛에 휩쌓였다. 그는 그 빛나는 손을 헤쉬케린 노인네의 어깨에 가져다 대었고 이내 빛덩어리는 빨려들듯 노인네의 상 처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러자 피가 줄줄 흐르는 커다란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기 시작하더니 이내 핏자국만 남은채 완전히 사라졌다. "너… 프르스트냐?" "설마요. 아름다운 레이디. 미천한 소인은 그저 전투에 조예가 조금 있는 클레릭 일뿐이랍니다." 클레릭(Cleric)? 그 전투 신관을 말하는것인가? 보통 신전 전투력의 중 추를 맡고 있는 신성력을 이용한 마법을 사용하기도 하고 무기를 들고 육체적 공격을 하는? 팔라딘(Paladin)이나 나이츠 템플러(Knight`s Templer)도 클레릭중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 아니아니… 그 보다 클레릭이라면 어느 신의? 설마… 브리츠? 아니다. 브리츠의 클레릭 이었으면 아예 자신이 신관이라는 말을 안꺼냈을것이다. 비젠? 아니면 지스? 게덴? 설마 신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불경을 저지를리는 없으니 디온 신의 신도는 아닐텐데? …모르겠다. "뭐. 좋아. 어느쪽이던 지금은 도움이 되니 상관없겠지. 헤쉬케린 경. 몸 이 회복되었을테니까 한번 더 부탁해요. 이번에 확실히 적의 기세를 꺾 어야 내 부하들의 사기가 올라갈것 같으니까." "젠장. 노인네를 부려먹어도 분수가 있지. 이런 망할것들 같으니라고. 에 잉.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탑에서 놀고 있는건데. 쓸데없는 일에 말려들 어서 이 꼴이 뭐람." 뭔 말이 많아? 까라면 까면 되는거지! 흥. 돈줄이 되어주는데 그정도도 못해줄까? 참나. 뭐…그래도 헤쉬케린 노인네는 내말에 몸을 일으키고는 지팡이를 짚으면서 우리측 대옆 앞으로 걸어갔다. "비켜라. 비켜. 쓸모없는 것듵아. 걸리적 거리지말고 비켜" "뭐…뭐야? 이 늙은이는?" "젠장. 재수가 없으려니까 왠 미친…" 가뜩이나 긴장해 있던 병사들을 마구 헤집고 앞으로 나선 노인네의 등 뒤로 수많은 욕설들이 뒤따랐다. 당연한건지. 안그래도 신경이 날카로울 텐데 그런 놈들을 건드렸으니 고운말이 나올리가 있나. 하지만 헤쉬케린 노인네는 그런건 상관없다는듯이 휘적휘적 앞으로 걸어나가더니 지팡이 를 바닥에 꼽았다. 그리고는 두손을 모은채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닐크. 병사 몇을 뽑아서 저 노인네를 지켜. 지금 믿을건 저 노인네 뿐이 니까. 알았지?" "예! 마마! 거기. 너. 그리고 너. 따라와!" "폐하는 제 뒤에 계세요. 위험하니까" "그러지. 자존심이 좀 상하긴 하지만…" "그러니까 도련님은 집에가서 발 닦고…" "시끄럿! 닥쳐! 한번만 더 주둥이 놀리면 죽여버린다!" "으윽… 하하하. 아름다우시고 성품도 고우신 레이디. 부디 노여움을 푸 시길 바…히익!" 스릉. 검을 반쯤 뽑았더니 알아서 입을 닫는다. 난 지금 떠벌이를 상대 할 정신적 여유따윈 눈꼽만큼도 없다고. 그때였다. 갑자기 적들의 앞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던 강철의 벽이 내 눈앞에서 작은 빛무리로 변하면서 사라졌다. 저 늙은이가 없앤건가? "호오. 상대쪽에도 굉장히 실력있는 프리스트가 있군요. 단방에 마법을 해체해버리다니 대단한걸요." "뭐? 저 늙은이가 한게 아니야?" "아닙니다. 레이디. 분명히 저쪽 요새부근에서 실행된겁니다. 잘은 모르겠 지만 상당히 높은 수준의 프리스트인것 같습니다." "…끝까지 방해로군. 쳇." 난 등뒤로 조명을 받으면서 혀를 찼다. 우리들 등뒤로는 저 늙은이가 불질러놓은 불길 덕분에 숲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지만 그런거 알게 뭐 람. 여기가 싸그리 불에 타건 말건 내 알바 아니라고. 음… 나중에 후퇴 할때 퇴로정도는 있어야 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타던 말던 상관없어. 아 니 오히려 잘됐지. 어차피 뒤로는 물러설수 없으니 이젠 앞으로 나갈수 밖에 없다는걸 모든 병사들이 알게 되었으니까. 헤쉬케린 노인네가 지팡 이를 치켜들었다. "오오오오" "마…마법이다." "대단한걸" 감탄해버렸다. 적들이 몰려있는 진형 한가운데의 바닥에서 원형의 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 빛은 허공을 향해 치솟아 올랐는데 하늘로 올라간 건 빛들 뿐만이 아니었다. 적들중 원안에 있던 놈들은 모조리 공중으로 떠오른 것이다.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면서 떠오른 놈들은 수십미터는 될 법한 허공까지 떠올랐고 이내 빛이 사라지자 갑자기 지상을 향해 추락하 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악!!!" 멀리 떨어진 여기까지 들릴정도로 커다란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 왔고 이내 지면에 충돌하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수십명에 달하는 인 간의 육신이 바닥에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한것이다. 음…. 그리 보기 좋 은 몰골은 아니다. 그 덕분에 적들은 더욱더 동용한채 요새쪽으로 물러 섰고 난 이에 맞춰서 부대를 앞으로 전진시켰다. 등뒤에서 날름거리는 불똥이 본진에까지 튀기 시작해서였다. 그리고 헤쉬케린 노인네에게 뛰 어갔다. "수고했어요. 헤쉬케린 경. 이젠 어떻게든 가능 할것 같군요." "뭘 이정도 쯤이야…" "어어?" 그때였다. 손을 탁탁 털면서 거들먹거리는 노인네의 발밑에 붉은 기운 이 어른 거리는것을 본 내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곳을 가리키자 내 행 동에 이상함을 느꼈는지 아래를 내려다본 헤쉬케린 노인네의 표정이 일 그러졌다. 콰아아아아…. 갑자기 노인네의 발아래서 커다란 불길이 치솟 았다. "크아아악…" "Flame Strike. 적은 생각보다 고위 프리스트입니다. 레이디!" "닥치고 저 늙은이나 구할 방법을 생각해봐!" "하…하지만 아무리 저라도…" 머뭇거리는 디온을 닥달하고 있을때 갑자기 불길속에서 커다란 외침이 들려왔다. "제기라아아알!!!" 그리고 노인네가 불길속에서 툭하고 튀어나왔다. 입고 있던 로브는 거 의다 타버렸고 길게 기른 수염이나 반쯤 벗겨진 흰 머리를 잔뜩 그슬린 채 흰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몰골로 말이다. "빌어먹을. 체면이 말이 아니군. 내가 너무 방심했어." 채앵…. 노인네의 목에 걸려있던 손바닥만한 목걸이가 반으로 금이 가 면서 부서졌다. 그러자 헤쉬케린 노인네는 그 목걸이를 뜯어내서 바닥에 내던지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이게 얼마 짜리인데! 고생고생해서 만든 보호구가 박살났잖아! 저 빌어 먹을 쥐새끼녀석 사지를 갈갈이 찢어버리겠다!" "…생각보다 멀쩡하네" "예에…. 이상하다. Flame Strike라면 왠간한 인간 한둘쯤은 가볍게 통구 이로 말들수 있는 위력인데…" "죽여도 안죽을 늙은이니까. 괜히 걱정해서 손해봤네" "이 계집아! 이 몸이 죽어야만 그 속이 풀리겠냐? 엉? 나 말리지마! 나 오는 돌아버릴테다!" "옷이나 입으시죠? 그런 타다만 천조가리는 벗어버리고요. 보기 흉하다고 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또다시 노인네의 발밑이 붉어지는 게 아닌가? "또?" "두번 당할소냐? Spell Turning!" 헤쉬케린 노인네는 불길속에서도 멀쩡한 지팡이르 수평으로 잡고는 주 문을 외웠다. 그러자 노인네의 발밑에서 어른거리던 붉은 기운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뒤에 저쪽 요새가 있는 부근에서 붉은 불길이 치 솟는게 보였다. "헤에… 마법도 함부로 쓸게 아니네." "헹. 천벌이다. 천벌. 크하하하하. 이 대마법사를 그 누가 막을수 있으랴!" "저라고 보고만 있을수 없습니다. 존귀하신 레이디! 부디 이 미천한 몸이 싸우는 모습을 잘 봐주십시오! Fire Seeds" 파밧. 팟. 디온의 손위로 작은 불길을 뿜어내는 도토리 같은 물체가 대 여섯개쯤 나타났다. 그것을 두손에 쥔 디온은 '우오오오'하고 고함을 지르 면서 적들이 있는 쪽을 향해 뛰어갔다. "어쩔까요? 마마" "뭘 어째? 싸워야지. 어쨌건. 이건 기회야. 기회는 꽉 쥐어야지! 그렇지 않아도 적의 프리스트가 헤쉬케린 경 덕분에 큰 부상을 입었을테니 우리 를 방해하지 못할거다. 더 볼것 없어. 돌격시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 각하고!" "옛! 전군 돌격!" "돌격!!!" "저 개자식들을 찢어버리자!!!" "와아아아아아!!!" 적의 프리스트와 헤쉬케린 노인네의 마법공방을 보고 수십명의 적들을 단번에 뭉개버리는 노마법사의 마법을 두눈으로 확인한 병사들은 살수있 다는 집념에 똘똘뭉쳤다. 거기다 그동안 당한데 대해 악까지 받쳤으니 이런 기회를 놓칠수는 없잖아? 원래 공포와 용기는 종이한장 차이인데다 가 작은 스위치만 넣어주면 둘은 금세 바뀌어버린다. "나도 간다. 닐크. 헤쉬케린경! 폐하를 부탁해요" "아넬리안! 당신은 사령관이잖아. 당신이 싸움에 참가할 필요는…" "사령관이니까 가는거에요! 대장이 나서지 않으면 병사들은 움직이지 않 는다고요! 간다!" "아넬리안!!!" 로이드를 놔두고 가는건 좀 꺼림직하지만 우리의 안전을 확실히 보장받 을려면 역시 적을 모두 쳐부수는게 좋아. 그리고 아직 난 싸움을 못하는 로이드를 지켜가면서 싸울정도로 강하지도 못하고. 닐크와 헤쉬케린 그 늙은이가 있으니까 괜찮을거야. 그렇게 생각한 난 온힘을 다해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철컹.철컹. 움직일때마다 갑옷의 각 관절에서 쇠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 다. 등뒤로는 로이드를 호위하고 있는 100여명정도의 1개 중대가 나를 따라 앞으로 달리는 중이었고 내 앞으로는 수백명에 달하는 내 부하들이 적들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이미 전열은 적과 접전을 벌이기 시작했 는지 시끄러운 쇠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 고함소리가 울려퍼지 고 있었다. "비켜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덕분에 적에 막혀서 내앞을 가로막고 있던 병사들중 일부가 나를 보고는 좌우로 좌악 갈라졌고 난 속도를 줄이지 않은채 클레이모어를 뽑아들고는 앞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쇠부딪치는 소리가 거의 코앞에까지 다다랐을때 양 무릎을 굽힌뒤 온힘을 다하여 바 닥을 걷어찼다. 주변의 다른 병사들은 물론이고 뛰어오른 나도 믿기지 않게 난 우리측 병사들 머리위를 지나친뒤 적진 정 중앙을 향해 떨어지 고 있었다. 믿기지 않아. 근 170kg에 달하는 무게인데. 이렇게 가볍게… 아래를 내려다보니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있는 적의 보병기사가 나를 올 려다보고 있는게 보였다. 떨어진다아! 콰아아앙! "아야야…" 큭. 그 보병기사의 가슴을 발로 밟은 난 그대로 지면에 파묻히듯이 떨 어졌다. 덕분에 내게 깔린 그자는 가슴이 우그러진채 그대로 즉사해버렸 고 내 주위로 작은 공간이 생겨났다. 아차. 여긴 적들이 우글거리지? 정 신을 놓고 있을새가 없다고 "저…적이다!" "그래! 적이다! 그게 뭐?" 나와 눈을 마주친 적병중 하나가 그렇게 소리쳤고 난 그에 맞대응 해주 면서 클레이모어를 아래서 위로 강하게 쳐올렸다. 콰앙. 마치 들소에 받 힌 연약한 인간처럼 내 클레이모어에 얻어맞은 그 병사는 그대로 허공으 로 날아올랐다가 적들 사이로 떨어져내렸다. 우웃… 충격때문인지 다리 가 저릿저릿해. 하긴 부러지지 않은게 다행일지도 모르지만. "우아아압!" 내 오른쪽에 몰려있던 보병기사가 롱소드를 높이 치켜드는걸 보고 반사 적으로 검을 횡으로 길게 휘둘렀다. 퍼억. 투둑… 드드득. 그 기사의 상 체가 그대로 검날에 뜯겨나간채 허공으로 튀어올랐고 그자의 바로 옆에 있던 다른 기사들 두셋이 내 검에 실린 힘에 밀린채 옆으로 튕겨나갔다. 그때 갑자기 내 등뒤에서 콰앙하고 폭음이 들려오면서 불길히 확하고 퍼 져나갔다. 그 폭음은 한두번에 끝난게 아니라 여기저기서 마구 폭팔했는 데 그때마다 몇명의 적들이 허공으로 튀어올랐고 불길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면서 적들 사이를 휘저어놓았다. "아아악…" "뜨…뜨거워…" "엄마아아…" 무릎을 꿇고 몸을 숙인채 불길을 피한 난 불이 붙은채 뛰어다니는 적들 과 바닥에 축 늘어진채 불타고 있는 적들사이에서 서서히 몸을 일으켰 다. 이들은 인간이 아니야. 이놈들은 적이야. 인간이 아니야. 적이야. 적은 죽인다. 죽인다. "죽어어엇!" "어어어…커어억" 콰앙. 내가 휘두른 검날에 적 보병기사의 투구가 일그러지면서 홱하고 돌아갔다. 투구사이로 붉은 피가 튀어나왔고 그 기사는 그대로 날아가서 는 바닥에 쓰러졌다. 좋아. 이거야. 적은 죽인다. 콰앙. "크으윽…" 등에 강렬한 충격이 느껴졌다. 앞으로 몇발자국이나 비틀거리면서 걸어 가 간신히 넘어지지 않은 난 고개를 돌려서 뒤를 돌아보았다. 적 보병기 사가 방패도 버린채 둥글넙적한 메이스를 두손으로 든채 날 노려보고 있 는게 보였다. 그자에게 맞은 등어리가 욱씬욱씬거린다. "괴…괴물같으니라고." "시끄러! 죽인다!" "으어어어…" 감히 나를 때린 그놈을 향해 뛰어갔다. 뒤로 주춤거리면서 물러서는 그자를 향해 클레이모어를 휘두르자 놈의 손에 들린 메이스가 검날에 맞 아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연신 뒷걸음을 치며 내게서 도망치려던 그 보 병기사는 바닥에 널부러진 시체에 걸린채 뒤로 쓰러지며 주저앉았다. "사…살려…" "죽엇!" "크아아악…" 콰아악. 건틀렛이 끼여있는 손을 들며 더듬거리는 말투로 말하던 그자 의 어깨가 아래로 내리친 내 클레이모어에 그대로 뭉개지면서 지면에 내 리 꽂혔다. "커허허헉… 주…죽고싶지 않아…" "죽어! 죽어!" 퍼억. 퍽! 콰드득. 우그러지고 뜯겨져나간 그자의 투구사이로 피가 튀어 올랐다. 몇번을 그렇게 내려친 난 거친숨을 내뱉으면서 고개를 들었다. 몇명의 적들이 내게 창이나 검을 겨눈채 날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들의 눈에는 선명한 공포의 자국이 맺혀있었다. 이렇게만 하면 돼. 적은 죽이 는거야. 그래 다 죽일수 있어. 모두 죽인다아!!! "으아아아아아아!!!" 온몸의 피가 끓어오른다. 마치 타오르는 불길처럼 뜨거워. 그래 적을 모 두 쳐죽이기전엔 식지 않을거야. 허공을 향해 목이 터져라 외치고 나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야. 거기다… 달아올랐던 머리속도 차분히 가라 앉는 느낌이었다. "괴…괴물" "악마다! 으아아아" "싫어… 이런건 싫어…흐윽" 들고 있던 무기를 바닥에 떨구는 적들이 나타났다. 전의를 상실한채 내 게서 등을 돌린채 도망치는 놈들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모자라. 승리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소중한 로이드를 지키기 위해서는 아직 모자라. 좀더. 더 많은 피가 필요해. 그래… 좀더… "죽인다아아!!" "히이익…" "아…안…" 퍼억! 클레이모어의 검날에 얻어맞은 적병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적들의 숫자는 대번에 급감했고 적 보병 뿐만 아니고 플 레이트 아머를 입고있던 보병기사들까지도 내게 등을 보인채 도망치기 시작했고 난 그런 적들의 뒤를 쫓아뛰기 시작했다. 번쩍이는 적의 갑옷 한복판에 클레이모어를 꼽아넣었다. 콰득. 뼈가 부 러지는 소리가 손등을 타고 흐르는 감촉과 함께 내게 전해졌고 적 기사 는 피를 뿌리면서 바닥에 널부러졌다. 다음. 마치 안개가 낀듯 붉은 시야 사이로 도망치는 적들의 모습이 보인다. 쫓아간다. "히이익… 온다아아…" "싫어! 저리가!" "아…악마!!!" 퍼억. 내 앞에서 달리던 적병중 하나의 정강이가 옆으로 꺽이면서 그대 로 앞으로 풀썩 쓰러졌다. "으으으… 오지마! 오지마!" 다리가 부러진 그놈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두팔로 시체 무더기가 가 득 쌓인 공터를 박박 기어가면서 내게서 도망치려 하고 있다. 난 발을 들어서 그자의 등허리를 강하게 밟았다. 뿌드득. 갈비뼈가 부러진건지 우 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그자의 고개가 허공으로 치켜올려졌다. 하지만 그 도 잠시 이내 입가로 피를 뿜어내면서 그대로 축 늘어져버린다. 인간 은… 너무나도 약한 존재야. 이렇게 쉽게 죽어버리니까. "후우우…" 이미 적들은 내 시야에서 안보였다. 주변을 돌아보니 공터 주변의 모든 곳에서 서로 얽힌채 싸우고 있는 모습에 눈에 들어왔다. 어느쪽이 이기 고 있고 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뭐… 적이 많으면 죽이면 그만이겠지. 이젠 뛰는것 조차 힘들지만 난 다시 뛰기 시작했다. 가끔 바닥에 널부러 져 있는 시체가 발에 걸려 넘어질뻔 하기도 했지만 아직은 괜찮아. 적을 모두 죽일때까지 난 절대 쓰러질수 없으니까.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법은 간단하다. 가죽갑옷을 입고 있으면 아군이 고 아니면 적이다. 특히 멀리서도 잘보이는 플레이트 아머를 몸에 걸치 고 있는 놈들은 모두 적이지. 눈앞에 우리측 병사들과 싸우고 있는 한무 리의 적병들이 나타났다. "물러서지 마라! 아크레닌의 자랑스러운 긍지를 보여줘라!" "크아아악!" 적의 대장인가? 머리가 멍하고 눈앞이 흐릿하다. 저 앞에서 적 기사가 우리편 병사의 가슴에 롱소드를 꼽아넣고는 발로 그 병사의 배를 걷어차 는게 보였다. 적이다! 죽인다! "크아아아앗!!" "으윽?" 클레이모어를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놀란 표정이 역력한 그 기사를 향해 강하게 내리찍었다. 쿠웅! 피…피했어? "큭. 과연 악마같은 힘!" "죽인다" "왜 우리나라를 침공한거냐? 악마!" "……" "네놈들에겐 기사도도 없는거냐? 법도도 없는…" 푸욱. 갑자기 그 기사의 목덜미에서 피묻은 붉은 검날이 불쑥 튀어나왔 다.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날은 다시 스르르 목속으로 밀려들어가 더니 그 기사의 몸이 내 발앞에 풀석 쓰러졌다. 그리고 그뒤로 닐크의 모습이 드러났다. "괜찮으십니까? 마마?" "……" "마마?" "으응. 괜찮아. 조금 지쳤을뿐이야." "다행이군요. 적들은 거의 처리했습니다. 이제 곧…" "아아." 닐크의 말대로다. 닐크가 해치운 기사가 제법 지위가 있었는지 그의 주 변에서 버티며 싸우고 있던 적들이 하나둘 무기를 버리고 손을 들기 시 작했다. 개중에는 미쳐버린 부하들에 의해서 죽임을 당하는 자들도 있었 지만 그래도 공터에 남아있는 - 혹은 아직까지 멀쩡히 살아있는 - 적들 은 모두 하나둘씩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기 시작했다. "요새로 소수의 적들이 도주하기는 했지만 몇 안되니 쉽게 점령할수 있 을것입니다. 마마. 이제 조금 쉬시는게 어떠실지요?" "그래… 그래야겠어. 조금 쉬어야겠어. 너무 피곤해" "하하. 그렇게 날뛰셨으니 당연하겠죠. 아마 여기 누워있는 적들중 절반 은 마마의 검에 목숨을 잃었을겁니다. 아~ 과장을 조금 보태서 말이에요. 요만큼 정도?" 닐크 녀석이 엄지와 검지를 살짝 띄운채 웃으면서 말했다. 피식. 얼굴에 피칠을 한채 저딴 농담을 하다니 나도 정상은 아니지만 저녀석은 완전히 돌아버린것 같이 느껴진다. 후후후. "아넬리안! 아넬리안!" "폐하…" 저멀리서 로이드가 나를 향해 뛰어온다. 헤쉬케린 노인네의 만류도 뿌 리치고 말이다. 그러고보니 닐크자식 로이드의 곁에 찰싹 붙어있으라고 했는데 왜 여기와 있는거야? 응? 망할녀석 넌 다음에 죽고싶어질 정도로 괴롭혀 줄테다. "후훗" 지금껏 현실감이 없었는데 내게 뛰어오다가 시체무더기 위에 넘어지는 로이드를 보고 있으니 아직 살아있다는게 실감이 난다. 그것도 왼쪽에는 불타고 있는 숲이요. 오른쪽으로는 마치 무덤처럼 고요한 요새를 두고 있으니까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아직 요새를 점령할 일이 남았 지. 난 고개를 돌려서 공터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요새를 바라보았다. 점점 커지는 불길 덕분인지 요새는 일렁이는 붉은 빛을 받은채 더욱 음 산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으응?" 요새 첨탑 부근에서 무언가가 반짝인것 같았는데… 잘못본건가? 눈을 몇번 깜빡이고 다시 봐도 변함이 없다. 여전히 검붉은… 그때 쉬이익 하 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눈앞으로 시꺼먼 무언가가… 카아앙! 휘청. 머 리가 뒤로 꺾일정도로 큰 충격이 느껴졌고 난 그에 저항하지 못한채 그 대로 뒤로 넘어졌다. 쿠웅…. -------------------------------------------------------------- 계속.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계속 이라니까요 -_-+ -------------------------------------------------------------- 으… 속이 울렁거려. 머리는 어지럽고 토할것 같은 기분이야. 간신히 정 신을 차리고 눈을 뜨니 오른쪽 눈가가 어둡다. 왼쪽눈은 괜찮은데… 설 마… 하지만 아프지 않은걸? "아…아넬리안! 당신!!!" 철퍽. 철퍽. 귓가로 물튀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 로이드의 얼굴이 나타났 다. 투구를 사이에 두고말이다. "아넬리안! 괜찮아? 대답해봐! 이봐!" 우… 그렇게 흔들지 말라고. 어지러워. 난 지금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단말이야. "폐하. 진정하십시오. 그렇게 흔들면 안됩니다. 자칫 상처가…" "상처! 누구… 의사를 아니 신관을! 그래! 그 디온이라는 작자! 그자를 불러와 당장! 어서!!!" "폐하!" "쿡쿡…쿡…" 왠지 모르겠지만 자꾸 웃음이 터져나왔다. "에에?" "마마? 정신이 드십니까? 괜찮으십니까? 예?" "아아… 요즘 폐하의 색다른 모습을 많이 보게 되네요." "무…무슨…" "닐크. 투구 바이져 좀 올려줘. 잘 안보여." "예. 마마" 끼익. 끼이익…. 접철이 삭은건지 부서진건지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 면서 투구의 앞면을 가리고 있던 바이져가 위로 올라갔다. 그와 함께 투 구의 십자 구멍을 사이를 뚫고 들어왔던 화살촉이 드러났다. 그것도 눈 꺼풀 바로 앞에까지 뚫고 들어온 화살촉이 말이다. "다행입니다. 마마. 촉이 넓은 인마살상용 화살이어서 살았습니다. 장갑관 통용의 강철촉이었으면 크게 위험할뻔 했습니다." 아아. 그런가? 뭐… 별 감흥은 없지만. 졸리다. 그것도 엄청나게. 쉬고싶 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어. "닐크. 뒤는 네가 맡아서 처리해. 난… 이제 틀렸어." "예에? 어디 다른데 부상이라도 입으신겁니까?" "아넬리안! 정신차려! 죽으면 안돼! 이봐! 같이 돌아가기로 했잖아?!" "…이제 안돼. 미안해요. 폐하." "아넬리안. 당신. 그런 약한 소리하지마! 우리 아이를 생각하라고! 로렌 을! 눈감지마!" "로렌…우리아이. 미안해요. 폐하. 하지만… 더이상은…더이상은…" "아넬리안!!!" 갑자기 로이드가 내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리고는 감겨진 내 두눈을 뜨 게 하기 위해서 피묻은 손으로 내 볼을 만져댔다. 이에 난 그에게만 들 리도록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더이상은… 졸려서 못참겠어요. 조금만 잘께요. 미안해요." "뭐어?" 아쉽게도 로이드의 표정을 못보겠군. 아아… 정신이 점점 멀어진다. 소 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 죽을때는 이런 기분을 느낄려나? 후훗. "다른 부상부위는 안보입니… 폐하?" "크으으… 아넬리아아안!!!" 숙녀의 귀에 대고 소리치는건 예의가 아니랍니다. 폐.하. 쿠우울…. -------------------------------------------------------------- 가우군 : 피와 시체가 가득찬 시체위에서 잠이 잘오냐? 아넬리안 : 졸리면 어디서든 못잘까? 가우군 : ...괴물. 넌 여자도 아니야. 아넬리안 : 흥. 나보다 능력있고 아름답고 실력있는 여자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후후후 가우군 : ...거기다 왕비암 말기라니...쯧쯧. 아넬리안 : 직업병이야 직업병. 가우군 : ....... 아넬리안 : 훗. 순결한 처녀의 피가 피부노화방지에 좋다던가? 가우군 : 냄새나는 사내놈들의 탁한 피는? 아넬리안 : 우웩. 그런걸로 목욕했다간 피부상해. 가우군 : 지금 네가 그짓하고 있잖아 아넬리안 : 꺄아아아악!!!(광분한다) ....진짜 계속. 폐인대전은 주말도 휴일도 없습니다. 가우군. p.s 한번쯤 절단신공을 사용해보고 싶었다는 속셈입니다 -_-/ p.s2 위에 절단장난을 했더니 0.4k가 늘어나는군요 -_-; 쿨럭.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0장 The Name Of Human (1) 2003-12-07 23:48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20화. The Name Of Human 인간의 이름에는 마법이 걸려있지. 음… 이름은 그것을 부르는자가 불 리우는 자에게 감정을 담아서 말을 건네는 법이야. 그렇게 불리우는 자 는 자신의 이름의 무게에 짓눌리게 된다네. 희망, 사랑, 증오, 저주, 용기, 공포, 등등. 이런 감정이 담긴 말들은 그 하나하나가 비수가 되어서 불리 우는 자를 무너뜨리지. 그렇기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자들은… 오래살지 못하는걸지도 몰라. 후후후.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크레센트 제국 초대 대마법사이자 수석 궁정마법사인 헤쉬케린경 과의 대 담중. - 주. 늙으신 이분은 이제 거동조차 하기 힘들만큼 쇠약해지셨다. 대륙을 평 정한 크레센트 제국의 한기둥이었던 이분이 돌아가신다면…. - 대륙력 999년. 초가을. 크레센트 왕국 셔우드 자작령 남쪽 22km지점 - 내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때 난 덜컹거리며 이동하는 마차위에 누워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거지? 하늘을 올려다보니 푸르른 가을 하늘이 눈앞에 펼 쳐져 있다. "끄응…" 시원한 바람. 그리고 하늘에 떠있는 뭉개구름. 이거 꿈 아니야? 너무 조용하 고 평화롭잖아? 덜컹…. 쿵. 아야~ 혀 깨물뻔했다. 뭐야? "왜 안일어나는거야? 정말 괜찮은거냐?" "자꾸 그렇게 물어보지 마세요. 도련님. 제가 누누히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네놈을 못믿어서 그런다." "훗. 하긴 그런 도련님의 심정을 모르는것도 아닙니다만 그래도 걱정 안해도 된다고 말씀드리죠" "정말이냐?" "예. 단지 전신 근육에 무리가 간것뿐이고 누적된 피로 때문이니 한잠 푹 자 고 일어나면 멀쩡해질겁니다." "흥…." 눈앞에 시꺼먼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난 손을 들어서 눈가를 살며시 가리면 서 물었다. "……누구?" "으응? 오~ 깨어나셨군요? 레이디!" "뭐? 아넬리안이 깨어났어?" 머리위에서 쿵 소리가 나면서 누군가가 내쪽으로 다가왔다. 로이드인가? 흐 릿한 눈가를 비빈뒤 올려다보니 역시 로이드의 얼굴이 제일먼저 들어왔다. 그옆에 디온도 같이 앉아있었고… 고개를 돌려 주변을 돌아보니 난 짐마차 양옆에 앉아있는 두 사내의 중간에 끼어있었다. "정신이 들어? 아넬리안." "네에… 여긴 어디죠?" "올드 포레스트 북쪽 뮤렌 평야입니다. 레이디께서는 무려 11시간이나 잠이 들어 있었다고요. 여기까지 업고오느라 고생했습니다." "무슨소리야? 내가 들쳐업고 왔는데 네놈이 왜 나서는건데?" "후후후. 도련님. 댁에 가셔서 운동이나 좀 하시지요? 겨우 열발자국을 떼고 그대로 주저앉았으면서 벌써 생색내는겁니까?" "그…그건! 갑옷 무게때문이었어" 크으… 짜증이 일어난다. 시끄러워! 남의 머리위에서 고함치면서 싸우지 말 라고! 싸울려면 나가서 싸워! 축늘어진 몸에 다시 힘이 돌아오고 시끄러운 두 남정네에게서 내가 벗어난 건 그로부터 두시간 뒤였다. 무려 두시간동안이나 로이드와 디온의 말싸움을 들어줘야 했던것이다. 이때만큼은 정말 다 때려엎고 싶었다고. 내 무한한 인 내력에 감사해야 할거야. 둘다. 푸르른 초원 한가운데 사람 하나가 지나갈만한 작은 흙길이 길게 뻗어있다. 가끔은 그 길이 끊어지거나 풀들로 무성하게 자라기도 했지만 그래도 대충 길을 찾아서 방향을 잡을 정도는 되었기에 이 초원 한복판에서 헤메는 일은 없을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해가 떠있을때의 이야기. 해가진뒤의 평원은 야행성 동물들의 천국이자 빛에 의지해야하는 인간에게는 그리 좋지못한 장 소가 된다. "여기서 야영하는게 어떻겠습니까? 폐하." "그래. 닐크 경. 그대 뜻대로 하게" "예. 폐하. 그런데… 마마께서는…" "자고 있다. 그동안 많이 피곤했나보더군. 특별한 일이 아니면 내게 보고하도 록 하고 정 급하면 그때 깨워." "알겠습니다. 폐하." 정확히 말하면 자고 있는 척하는거지만…. 이렇게 푹 쉬는게 얼마만인지 모 르겠다. 그것도 로이드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데 일어나고 싶지 않다고. 나 도 행복감에 좀 빠져보고 싶단말이야. "아넬리안? 아넬리안… 흠… 깊이도 잠들었나보군. 할수없지" "도련님 제가 들어드릴까요?" "닥쳐. 나도 내 여자정도는 들수있어" 에에엥? 우와아앗… 갑자기 누군가가 - 로이드일게 뻔하지만 - 날 번쩍 안 아올렸다. 까…깜짝이야. 나도 모르게 메달릴뻔 했잖아. 안돼. 안돼. 나 자고 있다. 난 자고 있다. 힘을 빼고…. 추우욱…. 몇번을 같이 다니면서 느낀건데… 화격단 놈들 정말 막사를 치는건 기막히 게 빠르다. 다른건 모르겠지만 어디서든지 야영한다 라고 말만 나오면 10분 도 안되서 야전막사가 즐비하게 늘어선다. 살짝 실눈을 뜨고 눈동자를 굴리 던 나는 몇분 지난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준비를 끝마치고 막사를 세우고 있 는 병사들을 보면서 진짜 감탄했다. "여긴가?" 로이드는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말했고 나를 안은채 휘장을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를 나무침대 - 짚과 부드러운 털가죽으로 덮인 - 위에 올려놓고는 천막 한켠으로 걸어갔다. 뭘하는걸까? 스륵… 에엣? 옷을 벗잖 아? 우와아아아… 겉옷뿐만 아니라 속옷까지? 난몰라아~~ 그런데 왜 눈길이 안떼어지는거지? "응?" 흠칫. 갑자기 로이드가 고개를 돌렸다. 난 그 즉시 눈을 꼭 감고 자는체 했 고 이내 몸을 뒤척이면서 얼굴을 반대로 돌렸다. 으… 얼굴이 달아오르는걸 보니 벌써 새빨개졌을거야. "시선이 느껴졌는데… 너무 예민한거였나?" 미안해요. 폐하. 폐하의 감은 정확했답니다. "킁킁. 역시 땀냄새가 나는걸. 향수라도 있으면 좋았을텐데. 흠… 하긴 이런 곳에서 그런게 있을리가 없지. 마땅히 씻을곳도 없고." 도련님이야 정말. 하긴 늘 따뜻한 물로 목욕하고 시녀들의 시중을 받으면서 깨끗한 옷으로 매일갈아입던 로이드였으니 단 몇일이라해도 목욕은 커녕 세 수도 제대로 못한채 머리부터 발끝까지 먼지를 뒤집어쓰고 뛰어다녔으니 찝 찝하기도 할거다. 나도 처음에는 로이드같았으니까. 지금이야… 그리 신경안 쓰지만…. 흠흠. 그래도 난 여자인데 이건 좀 너무하는게 아닐까? "셔츠가…어디있더라…" 힐끔. 다시 고개를 돌려서 로이드를 바라봤다. 꺄아~ 로이드의 새하얀 등이 보인다. 나만큼이나 희고 고운 피부를 가진 로이드. 또래의 다른 사내들보다 는 왜소해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보다 훨씬 크고 넓은 등을 가지고 있구 나. 역시 남자라는걸까? 머리를 긁적이던 로이드는 이내 쭈그리고 앉아서는 천막 한구석에 놓인 나무상자들을 열어보면서 뭐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 다가 이내 옷가지 하나를 손에 들고는 일어섰다. 웃차. 들키기 전에 또 자는 척을… "아넬리안? 자는거야?" "……" 잔다고 난 자고 있다고요. 깨우지 말란말이에요. 잘거에요. 쿨쿨쿨. …잠이 올리가 없지. 얼마를 잤는걸. "흐음… 이제 일어날때가 된것 같은데…" 스으윽…. 가…가까이 오지 말라고요! 쿵쿵쿵. 심장이 제멋대로 뛰기 시작한 다. 난 몸을 한껏 웅크리면서 이불을 머리위까지 뒤집어썼지만 내 머리를 덮 고 있던 이불은 이내 로이드의 손길에 저만치 날아가버렸다. "……" "…에헤. 에헤헤헤헤" "이상한 웃음." "실례에요! 숙녀에게…" "머리는 산발이고 얼굴에는 땟국물이 줄줄 흐르며 붉은 핏자국과 먼지무더기 로 몸을 장식한 숙녀가 할말은 아닌것 같은걸?" "…상처받았어요. 훌쩍" "아아. 그렇다면 내가 그 상처를 치유해줘야겠군" "에에?" 풀썩. 로이드가 내 허리께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왠지 불안한걸? 설마 갑자기 날 끌어안고 키스를 한다던가 하는 무드없는 짓은 하지않… "우웁…" 해버렸다아~ 그것도 혀가… 혀가아…. 아흑… 난몰라아…. 로이드는 바둥대 는 날 두팔로 꽉 누른채 길고 긴 키스를 계속이어갔고 마치 수십년은 지난것 같은 수십초의 시간동안 내 저항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수만명의 적병에게 집중 공격을 당한 조그만 목조요새 같은 모양이야. 으으윽… "……푸하. 숨막히잖아요! 무슨짓이에요?" "그냥" 그냥? 그냐앙? 그냐아아앙!!! 차라리 사랑해! 좋아해! 온몸 바쳐…음음 이건 제외. 하여간! 그런 낭만적인 말이라도 해줬으면 열이 뻗치지 않을텐데. 더 화나잖아아아!!! "무드 없는 남자." "으응?" "눈치도 없는 남자" "나…말이야?" "거기다 상대 기분은 생각도 안하는 남자" "……" "그런데도… 사랑스러운 남자." 난 누운채로 두팔을 뻗어서 로이드의 목을 감싸안았다. 그리고 살짝 당기자 그의 얼굴이 내게 다가온다. 쪼옥. 처음에는 짧고 가벼운 장난스러운 키스. 그리고 그다음은 길고 긴 프렌치 키스. 하아아아… 너무 좋아. 행복해애~ "폐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천막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로이드가 갑자기 입술을 떼려고 했 다. "우우웁…" "폐하? 폐하" 뭘 부끄러워 한담? 후후후. "폐하? ……들어가겠습니다. 폐하" 갑자기 로이드가 두팔로 내 어깨를 꽉 누르고는 몸을 일으켰다. 에이~ 아쉬 워라. "푸하… 아넬리안 당…우흡…" 후훗. 로이드의 등과 뒷목을 감싼 두팔에 힘을 조금 가하자 그의 몸이 다시 내 품으로 딸려왔다. 난 로이드를 가슴팍에 껴안은채 생글거리며 웃었고 불 쌍한 내 남편은 숨이 막힌지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면서 내품에서 빠져나가려 고 버둥거렸다. 하지만 누가 내 팔힘을 이겨내겠어? 후후후. 펄럭. 휘장이 젖 혀지면서 닐크가 안으로 들어왔다. "폐…" "푸아아악! 아넬리안 당신!!! 와아악…" 털썩. 닐크의 손에 들려있던 서류뭉치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바닥에 흩어졌 다. 벌떡 일어서려던 로이드는 그대로 침대뒤로 넘어가면서 쿵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뭐… 금방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일어선걸 보니 그리 다치 지는 않은것 같지만 말이야. "시…실례했습니다! 저…저는 이만…" "거기서 닐크." "옛! 마마" "나와 폐하의 즐거운 한때를 방해할만큼 중요한 보고겠지? 응?" "그…그렇습니다. 아…아마도…" "그래. 그러는게 좋을거야. 아니면… 죽을테니까." 물론 내 손에 죽을지 아니면 시뻘개진 얼굴로 나와 닐크를 쓰윽 바라본뒤 천막 구석에 주저앉아 궁시러대고 있는 로이드의 손에 죽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우후후. 여자의 한은 무섭고도 집요하답니다. 폐.하. 우훗. 이거 내일 부터 잉꼬부부라고 부대내에 소문이 도는거 아닌지 몰라. 아니면 때와 장소 를 가리지 못하는 푼수들이라고… 날리는 없겠지. 감히 어떤놈이 그런 말을 하겠어? 당장 목이 날아갈텐데. "해봐." "예에. 마마" 저기 쭈구리고 앉아있는 로이드도 삐진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귀를 기울이 고 있는걸 보니 아주 관심없는건 아닌가보다. "우선 전과보고입니다." "그래" "총 전투인원 834명중 사망 223명. 부상 262명. 실종 82명으로 총 전투인원의 70%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습니다. 부상자중에서도 중상자가 많은 편이라 사 망자의 숫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리고?" "전과는 적 요새 전소. 그리고 올드포레스트의 숲의 1/3을 전소시켰습니다. 적 보병기사단 1개 전대를 완전 격멸하였고 포로는 한명입니다." "한명? 나머지는?" "부상자도 많았고 멀쩡한 병사도 얼마 안되었기에…" "처리했다는거군. 그래 알았어. 그런데 그 포로는 뭐지?" "브리츠의 프리스트입니다. 하이 프리스트라고 하기에 우선 붙잡아뒀습니다." "그래? 누가 붙잡은거지?" "카렌 양입니다. 저와 제 부하들이 요새 정문을 돌파하여 그자가 있는 방안 으로 난입했을때 그 프리스트가 마법을 사용하여 도망치려는것을 카렌양이 기습적으로 공격을 가하여 체포하였습니다." "호오~ 그래? 카렌 녀석 일하나는 잘했네." "덕분에 그자의 오른손목이 잘렸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포로의 손따위 상관없어 고문하기전에 죽지만 않게하면 돼. 경계 철저히 하 도록 지시하고 시간마다 닐크가 가서 확인해봐. 중요한 포로니까 절대 도주 하거나 자해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예. 알겠습니다. 마마. 그리고…" "또 그리고야? 할말 있으면 다하라고. 그렇게 띄엄띄엄 하지말고" "카렌양이 위독합니다. 어쩌면…" "뭣? 뭐라고?" 카…카렌이? 그 죽여도 죽을것 같지 않은 녀석이 위독하다고? 말도 안돼! 하지만… 닐크의 표정은 진짜인것 같다. "진짜야? 노…농담 아니야?" "현재 헤쉬케린 경과 신관인 디온이 곁에 붙어서 치료를 하고 있긴하지만…" "안내해! 가봐야겠어" "나도 같이…" "폐하는 여기서 쉬고 계세요. 피곤하셨을테니" 난 그렇게 외친뒤 뒤따라오려는 로이드를 뒤로한채 휘장을 제치면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카렌은 야영지 중앙 부근의 천막들중 한곳에 누워있었다. 그곳을 가는동안 난 30~40명은 충분히 들어갈만한 커다란 천막들사이를 지나쳐야했다. 그곳에 는 작게는 대여섯명에서 많게는 수십명에 달하는 내 부하들이 붉은 피가 묻 어있는 붕대를 팔이나 다리 혹은 머리나 가슴등에 감은채 누워있거나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많이들 부상당했나보군" "치료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응급처치는 해두었지만 제대로된 의사도 없고 치료약이나 약초등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여기까지 오는동안에 도 열일곱이나 죽어나갔죠." "……" "이쪽입니다. 마마." 머리와 한쪽 눈가 그리고 귓가를 흰색 붕대로 둘둘 감고 있는 병사 하나가 천막주변에 주저앉은채 지나가는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난 마치 무서운 괴 물이라도 대하듯이 그 병사의 시선을 피해서 닐크의 뒤를 따라갔다. "끄으으으…" "무…물좀…" "아파…아파…" 아직 생각보다 인간적인 감성이 조금 남아있는것일까? 아니면 지금에 와서 야 이성이 돌아온걸까? 끊임없이 들려오는 신음소리와 고통에 찬 울부짖음 그리고 나를 원망하는듯한 눈빛들이 내 가슴을 후벼팠다. 어서 빨리 여기를 지나갔으면 좋겠어. 왜이렇게 긴거야? "…멀었어?" "다왔습니다. 마마. 이곳입니다." 눈앞에 나타난건 작은 천막이었다. 난 그 앞에서 길게 심호흡을 한뒤 휘장 을 젖히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흡…" 천막안에 들어서자마자 지독한 피내음이 확하고 퍼져나왔다.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헤쉬케린 경과 디온이 나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셨습니까? 레이디" "카렌은 어떻지?" "별로 좋지 않다. 누가 네녀석 부하가 아니랄까봐 죽도록 버티고는 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 꼬맹이는 벌써 반쯤은 저승길에 발을 담그고 있는 몰골 이야." "……" 얇은 속옷 한장만 걸친 카렌은 나무 침상위에 엎드려있었다. 기절한건지 아 니면 아직 정신을 못차린것인지 몰라도 카렌은 눈을 꼭감은채 미약한 숨소리 만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카렌의 등에는 왼쪽 어깨부터 오른쪽 엉덩이 위까지 긴 검상이 그어져있었고 곪은듯 부어오른 보라색 상처에는 서툰 솜씨 로 꿰메놓아서 봉합한 상태였다. "어떻게 된거죠? 상태는 어때요?" 눈물이 나올것 같은 모습의 카렌을 보면서 난 작게 몸을 떨었다. 이 꼬맹이 녀석 누가 이렇게 다쳐가면서 싸우라고 했어? 그냥 적당히 해도 될것을…. 내 질문에 헤쉬케린 늙은이가 먼저 대답했다. "내가 이 꼬맹이를 받았을때는 진짜 시체였지. 어깨, 허벅지, 그리고 왼쪽 발 등위, 이렇게 세곳에 화살촉을 박고 있었고 오른쪽 팔꿈치부터 어깨죽지까지 뼈가 드러날정도로 긴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등도 보다시피 이런 몰골이었 고 갈비뼈도 두군데나 부러져서 부어있었지" "둔기에 맞았는지 내장도 상했더군요. 레이디. 거기다 출혈도 심했고… 정말 당장에 죽어도 이상할게 없었죠." "그래도 이친구의 신성마법과 내 약초학 지식으로 이정도까지 고쳐는 놨다 만… 글쎄. 얼마나 버틸수 있을지는…" "디온! 지금 못고치는거야?" "다른 상처는 어떻게 대충 고치긴 했지만 이 등에 상처는 치유가 안됩니다. 아마도 브리츠의 프리스트가 저주를 건듯 합니다. 현재로써는…" "크으…. 빌어먹을 브리츠 놈들!" "레이디. 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저주는 다른 신의 간섭을 배제합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은 없다는거야?" "…현재로써는 이 꼬맹이의 자연치유력을 믿는수밖에 없다. 아이야.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두는게 좋을게다" 빌어먹을. 망할! 젠장할! 그냥 보고만 있으라는거야? 말도 안돼! 카렌은… 카렌은… 내 부하라고! 바로 이 아넬리안의 부하라고! "헤쉬케린경! 디온! 둘다 절대로 카렌을 살려내요! 멀쩡하게! 이건 명령이에 요! 명령!" "크흠. 뭐… 네말대로 되면야 나도 좋겠다만… 이 꼬맹이에게 그동안 정이라 도 든건지도 모르겠군. 허허허. 70평생 마법을 위하여 살아온 이몸이… 겨우 꼬맹이 하나 때문에 이렇듯 허무한 기분이 들다니… 나도 아직 멀은것 같구 만. 허허허" "꼭 살려내겠습니다. 라고 하고싶지만… 레이디.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밖에는 할수가 없군요. 죄송합니다. 레이디" "시간됐다. 다시 시작하자." "그러지요. 어르신" 헤쉬케린 노인네와 디온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엎드려있는 카렌에 게 다가가서는 작고 날카로운 단검으로 봉합되어 있는 상처부위를 벌렸다. 그러자 그곳에서 누렇고 묽은 진물이 흘러나왔다. "그 저주라는것 아주 지독하군 그래." "저도 이정도의 저주일줄을 몰랐습니다. 상처가 아물긴 커녕 시간이 지날수 록 속에서부터 곪고 있으니…" "이러다가 척추까지 퍼지면 그땐 정말 끝이야. 그전에 어떻게던 해봐야 돼." "소금도 안통하고, 유황도 안돼지 않았습니까? 어르신. 이번엔 무엇으로 해보 지요?" "자네… 신성력이 어려있는 성수 만들수 있나?" "예. 많은 양은 힘들겠지만 물잔으로 두세컵 정도는…" "좋네. 그럼 이번엔 그걸 한번 써보세" "예. 어르신" 노인과 청년은 나와 닐크를 앞에 두고 상처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고름을 짜내면서 그렇게 대화를 나누었다. 꿈틀… 가끔 카렌의 몸이 움찔 거리기는 했지만 헤쉬케린 노인네와 디온에게는 별다른 감흥이 없는것 같았다. 저러다 정말 카렌이 죽는건 아닐까? "…닐크 돌아가자." "예. 마마" 조금 가슴아프기는 하지만 지금 여기서 내가 할수있는 일은 하나도 없어. 그것은 알겠다. 그렇다면 내가 할수 있는 일을 해야지. 난 그렇게 생각하고는 카렌의 상황이 악화되면 알려달라고 말한뒤에 천막을 나왔다. "닐크. 당장 지도 가져와. 그리고 이곳의 위치를 파악한뒤에 나한테 보고해" "알겠습니다. 마마.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응" 닐크가 뛰어간다. 닐크도 나와같은 심정일까? 아니면… 아아 모르겠다. 하지 만 중요한건 카렌뿐만 아니고 다른 병사들도 지금 사경을 헤메고 있다는것이 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건 쉴수 있는 공간과 적절한 치료이다. 난 지휘관이 니 이 병사들에게 가능한 많은걸 제공해야할 의무가 있다. 홀로 남은 나는 부상자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견디지 못했다. 방향도 잡지 않고 그자리를 벗어나기 위해서 아무곳으로나 발걸음을 옮기던 내 앞에 모닥불을 피우고 그주변에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한무리 의 병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화하는 그 병사들 가까이로 다가가자 모닥불 주변에 몰려있던 열댓명의 병사들이 모두 나를 올려다보았다. "……" 싸늘한 침묵. 몇몇 병사들은 노골적으로 나를 노려보면서 인상을 썼고 두세 명의 병사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어떤 병사는 바닥 에 침을 뱉으면서 내게서 등을 돌렸고 또다른 병사는 어찌할바를 몰라하면서 나를 힐끔 거렸다. 난 발걸음을 돌렸다. "그래서 말이야… 내가 그자식의 대가리를 내리쳤더니…" "큭큭큭" 등뒤에서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목소리들. 하아… 생각하고 싶지 않아. 그냥 머리속이 새하얗게 비어버렸으면 좋겠어. 다른곳도 마찬가지였다. 몇몇 병사들은 나를 보자 얼어붙은채 경례를 올렸 고 또 다른 병사들은 슬그머니 내게서 도망쳤다. 혹은 나를 못본척 하면서 자기네들끼리 대화를 나누었다. "후우…" 외롭다. 쓸쓸하다. 그리고 화가 난다. 거짓정보에 속아서 소중한 내 부하들 을 그런 함정에 빠트리다니. 난 멍청이야. 후후. 한참을 야영지 주변을 헤메고 있을때 등뒤에서 닐크가 뛰어와서는 내게 말 을 걸었다. "여기 계셨군요. 마마. 한참 찾았습니다." "응.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그리고 각 중대장들을 모두 모이게 했습니다." "그래. 그럼 가자" "예. 마마" 난 닐크의 뒤를 따라서 걸어갔다. 이럴때 남자라면 어땠을까? 혹은… 로이 드였다면 어떻게 처신했을까? 지금 나는 너무 나약하게 구는게 아닐까? 모 르겠다. 정말 모르겠어. 휴우. "여기입니다." "응" 대충 보기에도 다른 막사보다 훨씬 커다란 그곳은 아마도 지휘관용 사령부 를 임시로 만들어놓은것 같았다. 입구 주변에도 네명의 병사들이 경계를 서 고 있었고 우리가 다가가자 창날을 겨누었다가 닐크에게 경례를 붙인다. 후 훗. 하긴 이들 병사들에게 친숙한건 같이 굴러다니고 뛰어다닌 상관 닐크이 지 어느날 갑자기 툭 튀어나온 계집이 아니겠지. "안들어가십니까?" "응? 응." 내가 생각에 빠져있는동안 기다리던 닐크가 날 재촉했다. 이렇게 정신을 놓 고 있다니 정말 내가 어떻게 된건가? 오늘 왜 이러지? 펄럭. 휘장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나와 닐크를 제외하고 다섯명의 사내들이 있었는데 아마도 이들이 남은 중대장 전부 일것이다. "차렷! 사령관님께 경례!" 촥! 닐크의 구령에 따라 다섯 사내들이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붙이면서 고 개를 숙였다. "쉬어. 다들 피곤할테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예. 마마. 이쪽으로…" 난 닐크가 가리킨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여 닐크와 다른 중대 장들이 자리에 앉도록 명령했다. 그런데 다섯 중대장들중 중간에 있는 키가 작은 중대장이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게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자네…" "옛! 사령관 각하" "부상이 심한가?" "그저 긁힌것 뿐입니다. 각하." "그래? 그럼 다행이고. 몸조리 잘해" "영광입니다. 각하" "좋아. 닐크 지도." 펄럭. 이미 준비를 해뒀는지 닐크가 우리가 앉아있는 탁자 중앙에 지도를 펼쳤다. 닐크가 펼쳐든 지도는 여행자용의 어설픈 내용이 들어있는 조잡한 물건이 아니라 요원들이나 군대에서 사용하는 등고선까지 그려져있는 물건이 었다. 축척까지 그려져 있는 커다란 지도는 크레센트 남부와 아크레닌 북부 지역을 모두 포함하고 있었다. "현재 저희의 위치는 바로 이곳…" 타악. 닐크가 손으로 가리킨곳은 사방으로 초원밖에 없는 인적이라고는 찾 아볼수 없는 넓은 평원 한가운데였다. "이곳입니다. 남쪽으로는 올드포레스트를 동쪽으로 60km쯤 가면 남부 대도 시인 셔우드 영지가 나옵니다. 그리고 북쪽으로는 이곳…" 닐크의 손이 위로 쭈욱 올라가면서 가리킨곳은 해안가에 세워진 도시였다. "항구도시 도버입니다. 거리는 대략… 100km쯤으로 지금 저희 속도라면 최 소 3일 이상은 걸린다고 봐야할것입니다. 부상자도 많으니 일주일이상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 수도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폐하와 마마 그리고 호위병력들이 말을 타고 달린다면 일주일이면 가능할것 입니다. 하지만 지금 저희 부대와 함께 이동하신다면 최소한 15일. 아니 한달 은 걸릴수도 있습니다." "그런가." 솔직히 그것도 생각해보지 않은건 아니다. 나와 로이드 그리고 몇몇 부하들 만 데리고 수도로 들어가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돼. 나를 바라보 고 있는 저 중대장들의 눈에 실망감이 깃들도록 하고 싶지는 않아. "그럼… 셔우드 자작령과 항구도시 도버. 이 둘중 한곳을 목표로 해야 하겠 는데. 어느쪽이 좋을것 같아?" 난 중대장들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이들 다섯중 두명은 올드 포레스트 북쪽 에서 대기하던 두개 중대의 중대장들이다. 그리고 남은 세명만이 나와 함께 싸운 이들이다. 총 7개 중대가 투입된 이번 전투에서 살아남은 중대장이 셋. 무려 네명의 장교들이 죽었다는건가? 후우… 그만큼 치열했다는거겠지. 내가 생각에 잠긴채 골몰하고 있을때 한 중대장이 손을 들었다. "도버쪽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각하. 아시다시피 이번에 중앙군에서 셔우드 남단에 대대적인 도적 토벌 및 불법으로 국경을 침범한 자들을 색출 체포하 고 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도버는 너무 멀지 않습니까?" "그렇다해도 지금처럼 사기도 떨어진데다가 부상자도 많은 부대를 가지고 정 규군과 맞서는건 위험합니다." "설마… 셔우드 자작가는 우리를 후원해주는 귀족중 한명인데…" "그래도 외부적으로 우리는 산적이나 야적들로 되어있으니 그분들이 나서서 우리를 감싸지는 못할겁니다. 그점은 여기 계신…" "크흐흠. 거기까지. 마마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머리에 상처를 입은 중대장이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시선을 내게 보낸다. 후 우. 하긴 저들은 내 명령에 따라 싸우다 죽어도 단지 산적 하나가 죽었을뿐 이지. 그래… 그런것이야. "…도버. 도버가 좋겠어. 닐크는 수색조 및 정찰조를 운영하고 요원들을 항구 도시로 급파해서 이 병력이 쉴수 있을만한 장소를 물색해봐. 그리고 다른 중 대장들은 병사들의 동요를 최소한으로 억제하도록. 내일 아침 해가 뜨는 즉 시 출발한다. 중상자는 마차로 운송하도록 하고 걸을수 있는 부상병들은 다 른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같이 걷는다. 그리고 쓸모없는 물건은 다 버려. 병사 들의 장비도 도버에 도착할때까지 최소한으로 줄이고. 또한 가는 도중에 어 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주변 경계를 철저히 하라고 이르도록. 이상" "예! 전체 차렷!" "됐어. 다들 가서 쉬도록 해. 그럼" 난 몸을 일으키려는 닐크와 중대장들에게 손짓을 하면서 휘장을 빠져나왔 다. 어느새 달이 하늘 높이 둥실 떠있다. 휴우… 정말 피곤하다. -------------------------------------------------------------- ...가능할려나? 으음... 라이브여 영원하라.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0장 The Name Of Human (2) 2003-12-07 23:48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다음날 해가 뜨자마자 부대는 북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근 이백여명에 달 하는 부상자와 거렁뱅이나 다름없는 부하들의 몰골때문에 더이상 상인 행세 는 불가능 했기에 될수 있는한 사람이 많이 다니는 대로나 마을등은 피해서 북으로 이동하느라 하루동안 갈수 있는 이동거리는 많이 단축되었고 부상자 를 실은 마차가 갈수 있는 루트를 찾느라 반나절을 날리기도 했다. 거기다 날이 지나갈수록 죽어가는 부상자들은 늘어만 갔고 치열한 전투와 긴 이동에 지친 병사들중 몇몇이 탈영을 시도하기도 했다. 로이드의 힘과 권력만 빌린 다면 쉽게 마무리 지을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희생해야할것들이 너무 많아. "휴우…" "지치십니까? 마마? 쉬었다 갈까요?" "아니야. 난 아직 괜찮아." 내 옆에서 같이 걷고 있는 닐크의 말에 난 고개를 저었다. 워낙에 중상자들 이 많고 부상자도 많기에 두 중대가 가져온 짐마차로는 턱도 없이 부족했고 말들 역시 모두 마차를 끄는데 투입되었기에 지금 난 다른 병사들과 같이 터 덜터덜 걷고 있다. 거기다 등뒤에 메고 있는 나무 상자에는 내 헤비 슈트 아 머가 들어가 있어서 어깨가 아프다. 이런걸 하루 종일 메고 다닐려니 아주 죽을 맛이야. 정말. 하지만 그렇다고 약한소리도 못하겠는게. 내 바로 옆에서 는 로이드가 짐마차를 몰고 있기 때문이다. "아넬리안 피곤하면 올라와. 당신정도가 올라탄다고 이 마차 바퀴가 부서지 거나 하지는 않아" "괜찮아요. 폐하" 망국의 국왕도 아니고 대륙의 3대 강국중 하나인 크레센트의 국왕이 부상자 들을 가득 실은 짐마차를 몰고 있다. 그런 상황인데 내가 어떻게 마부석에 앉아서 노닥거리면서 길을 갈수 있겠냐고 응? 거기다 내가 이 갑옷이 든 상 자와 함께 마차에 올라타면 말이 거품을 물고 쓰러지거나 마차바퀴가 부서지 거나 둘중 하나일껄? 체에. 버리고 가자니 너무 아깝고 말이야. 여기 들어간 돈이 얼마인데! 크흑… 눈물이 다난다. "마을이다!" 행렬 앞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자 화격단 병사들이 작게 소 근거리면서 동요하기 시작했다. "전방에 마을이 나왔나보군요. 지도에는 없었는데. 최근 생겨난 마을인가봅니 다. 어떻게 할까요?" "평소처럼." "예. 마마. 밀러 중대장" "여기 있습니다." 우리들 등뒤에서 거한의 사내가 튀어나온다. 성은 모르겠고 이름은 밀러라 는데 본명은 아니란다. 마치 강철의 벽을 연상시키는 그는 이번 전투에 참가 하지 않았던 두개 중대의 중대장중 한명이었다. 험악한 인상에 190cm에 달 하는 커다란 키. 거기다 우람한 근육까지. 가히 전사의 귀감이라고 생각되는 그는 4년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농부중 하나였다나? 믿기지가 않아. 저 산도 적같은 얼굴은 암만 못쳐줘도 길거리 건달 두목수준인데 말이야. "부하들 일부를 이끌고 마을로 들어가서 보급품좀 조달해오도록. 깨끗한 물 과 살아있는 가축이 있으면 웃돈을 얹어줘도 돼니까 최대한 많이 구해와" "알겠습니다." 쿠웅. 밀러 중대장은 담담하게 대답하면서 등에 지고 있던 짐들을 내려놓았 다. 두개의 대형 막사보와 6개 묶음의 활통 한무더기의 화살통과 함께 식량 들이 들어가있는 베낭까지. 저 중대장도 만만치 않은 괴물이라니까. 자기가 메고 있던 짐들을 부하들에게 나눠 들도록 시킨 밀러 중대장은 부하들중 열 명정도를 차출하고는 마을쪽으로 뛰어갔다. "정말 얼굴로 먹고 살수도 있을것 같은 사람인걸" "하하하. 그래도 성격은 좋습니다. 부하들에게 신망도 많이 받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상인들과 협상할때 좋더군요. 저 얼굴로 뒤에서 노려만 보고 있어 도 알아서 가격을 깎아준다니까요." "흠… 그래? 난 키 큰 사람들은 안좋아하는데 그래도 꽤 호감이 가는걸?" "예? 왜입니까? 마마께서 키 큰 녀석들을 싫어하셨습니까?" "응. 올려다 봐야하잖아. 자존심 상한다고." "……" 정말이야! 난 열일곱때부터 지금까지 겨우 2cm밖에 안컸단 말이야. 체에. 나보다 한참 작았던 로이드도 쑥쑥 커서는 벌써 나를 추월했는데. 정말 마음 에 안들어. 진짜로! 밀러 중대장은 그 얼굴에 어울리도록… 아니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많은 수 확을 가지고 돌아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마을 자경단에 쫓겨서 도망나오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일은 없었던것 같았다. 그것도 한가득 쌓인 야채바구니들과 고삐에 줄줄이 묶여서 끌려온 소들과 돼지들 그리고 긴 나무 봉에 거꾸로 묶인 수십마리의 닭들을 보니 오히려 마을을 부수고 다 털어온 게 아닌지 걱정이 된다. 설마… "임무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식수는 앞으로 1km쯤 더 진행하면 저수 지가 나온다고 해서 그냥 돌아왔습니다." "수고했네. 그것들은 대충 마차위에 던져놓고 잠시 쉬다가…" "아닙니다. 바로 뒤따르겠습니다." "…그러던지" 닐크가 고개를 끄덕이자 밀러는 열두마리의 소들이 줄줄이 꿰여있는 고삐를 쥔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대면서 고개를 숙인뒤 병사들 사이로 사라졌다. 물 론 그가 들고온 동물들과 먹을것을 본 병사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는 건 특이할것도 없겠지. 그런데 말이야… "닐크." "예? 말씀하시지요." "왜 닐크에게만 경례하고 나는 무시하는거야? 저녀석" "예에? 아… 그건 아마도…" "응?" "부끄러워서가 아닐까요?" "…뭐?" "저 친구 워낙 쑥맥이라서 남자들에게는 잘대해주지만 여자앞에만 서면 그대 로 녹아내린다더군요. 저런 성격에 결혼도 했었다니 참 신기한 일입니다. 하 하하" "그래? 그런데 왜 이런일을 하는거지? 보니까 나이도 꽤 있어보이고 징병 대 상에서는 제외되었을것 같은데 말이야" 이상하다. 부인과 집이 있는 녀석이 중대장같은 직업군인이 된다는건 아무 래도 이상해. 물론 보수야 많이 주는 편이고 직위도 꽤 되는 편이라고는 하 지만 그래도 용병도 아니었을 텐데 말이야. 일반 농부가 검을 쥐고 군인이 되는 일은 스무살 내외의 혈기넘치는 젊은 녀석이라면 있을수 있는 일이라고 하겠지만 척보기에도 사십은 되어보이는 중년의 사내가 결심할만한 일은 아 닌것 같은데… "그게… 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고 하더군요. 저도 제대로 들은게 아니고 술자리에서 주워들은거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저 밀러라는 친구 가족을 모두 잃었다고 합니다." "으응… 그래?" "예. 말을 해주지 않아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크레센트 북부의 영지에서 농사 를 짓던 농부라고 합니다. 그런데 4년전에 열일곱이던 외아들은 전쟁에서 잃 고 가혹한 세금과 부역에 부인이 병을 얻어 저세상으로 간뒤로 산적패거리에 가입했다더군요." "으음…" "뭐… 마마처럼 좋은 분도 있지만 귀족들이 다 마마처럼 좋으신 분들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내년에 파종할 씨앗까지 모조리 거둬가버려서 당장 겨울을 나지 못하게된 마을 주민들끼리 그 영주에게 대항해 폭동을 일으켰다가 대부 분 죽고 밀러만 살아서 근처 숲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뒤로는… 뭐 아시 다시피 저희 화격단 인원중 절반은 산적이나 야적같은 범죄자이지 않습니 까?" "그렇긴 하지." "다 흘러흘러 그렇게 된거죠." 그런가… 하긴 평민들의 삶이란 우리만큼이나 고달프고 고난의 연속이기도 할테니까. 하지만 당장 먹을것은 고사하고 내년에 농사지을 씨앗까지 빼앗다 니 너무했다. 최소한 먹고 살만큼은 보장해줘야 할거 아니야? 으음… 그런 데… 4년전 징병된 아들이 죽었다고? "닐크… 저기… 혹시 그 밀러 중대장의 아들이 전쟁에서 죽었다면…" "예 맞습니다. 마틴 전 왕자파의 농민병중 하나였겠죠." "그럼…" 더이상 말을 꺼낼수 없었다. 어쩌면 내가 휘두른 무기에 온몸이 찢겨져 죽 어버린 적병중에 밀러의 아들이 끼어 있었을지도… 우욱…. "안색이 안좋으십니다. 마마." "아…아니야. 난 괜찮아. 이정도로 지칠 아넬리안이 아니라고" "하하하. 그러시겠죠. 마마께서는 저희의 유일한 희망이니까요." "으응." 심정이 복잡해. 하아… 솔직히 말하고 미안하다고 해볼까? 내가 어쩌면 당 신의 아들을 죽였을지도 모릅니다. 라고? 왠지 웃기지도 않아. 그리고 저 중 대장이 있던 곳이 북부라고 했으니 아마도 그곳 영주는 마틴 전 왕자파였을 게 분명하다. 그 영주가 영지민들에게 가혹하게 군것은… 내가 일으킨 분란 때문이겠지. 그렇다면… 어쩌면 내가 그냥 가만히 참고 있었다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밀러 중대장도 사랑하는 부인과 우리 로렌만큼이나 사랑했을 아들과 함께 평화롭게 농사나 짓고 있었을지도… 최소한 그가 사람 을 죽이는 무기를 들고 산적이나 다름없는 부하들과 함께 싸우거나 하는 일 은 없었을텐데. "……휴우" "너무 그렇게 인상을 쓰지 마십시오. 마마. 폐하께서 싫어하실겁니다. 얼굴에 주름지거든요." "뭐어?" "하하하. 전 진실을 말했을뿐입니다. 그리고요. 밀러가 화격단의 중대장이 된 것도 그의 아들이 죽은것도 악독한 영주를 만난것도 모두 운명일뿐입니다." "…알아챘어?" "바보라도 알겁니다. 휴우… 이거 그래도 명색이 지휘자이자 사령관인데 이 렇게 등에 짐까지 지고 먼지를 먹어가면서 걷고 있으니 마치 예전에 혼자서 방랑생활을 하던 때가 생각나는군요." "……" "다 운명일뿐입니다. 저와 마마가 만나게 된것도. 제 방랑생활이 끝난것도. 마마께서 왕비가 되신것도. 폐하가 왕좌에 앉으신것도 다 운명이죠." "하지만 그건…" "모든 준비를 다 마치고 일을 시작해도 실패하고 실수할수 있는게 세상입니 다. 마마. 절대 실패할리 없다. 혹은 절대로 성공한다. 라고 말하는건 운명을 우습게 보는거죠. 실행은 인간이 하지만 성사는 하늘이 결정하는것입니다." 그런가? 하늘이 한다라…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조금씩 어둑어 둑해지고 있는걸? 서쪽하늘에는 주황색의 석양이 조금씩 자리잡고 있다. "하늘이라…" "그러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어쩌면 마마께서 그일을 안하셨다해도 밀러의 가족은 깨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질병, 전쟁, 사고, 혹은 강도에 의해서 목숨을 잃었을수도 있고요. 앞날은 위대한 신이나 되어야 알까. 평범한 인간 이 알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래… 요즘 내가 너무 감상적이 된거 같아. 이상해" "카렌양 때문이겠죠. 하지만 걱정마세요. 헤쉬케린님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까요. 꼭 나을겁니다. 그분 정도의 대마법사라면 카렌양을 고쳐낼수 있을겁니 다." "…아까전에는 운명은 하늘의 뜻대로 어쩌고 하지 않았어? 응?" "……" 왜 말을 못하는거냐? 응? 설마 그냥 겉치레로 말한것 뿐이야? 진짜 그런거 라면 등에 지고 있는 갑옷상자로 죽도록 패준다음에 '운명이 너의 목숨을 좌 우할것이다'라고 말한뒤에 버리고 가버릴테다! "우… 우선은 최선을 다해야죠. 그렇죠. 음음. 아무리 신이라해도 최소한 행 동을 하고 난뒤에야 하늘에 대고 운명운운 하면서 말할 자격이 되지 않겠습 니까?" "흐음… 별로 마음에 드는 말은 아니지만 그냥 인정해주지. 알았어." 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아무것도 안하면서 입만 나불 대는 녀석은 나라도 싫은걸. 아마 신이나 운명이라는 녀석도 그런 입만 살은 녀석은 싫어 한거야. 음음. 그렇게 생각하도록 하자. 휴우…. 닐크 녀석과 이야기를 하는동안 한시간 넘게 걸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들 지쳤는지 대열은 느릿느릿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해는 벌써 지평선 너머로 몸을 반쯤이나 숙이고 있다. 이러다가 적당한 야영지를 못찾으면 이 흙길 위 에서 잠을 자야 할 판이다. 그것도 길게 늘어서서 말이야. 인적이 드문 장소만 골라서 다니다보니 크레센트의 자랑이라고 할수 있는 돌로된 가도는 밟아보지도 못했다. 간간히 길 한가운데 나있는 잡초들을 밟 으며 풀풀 피어오르는 먼지를 밟아가면서 끝이 없을것 같은 좁은 흙길을 따 라서 걸어야 했고 가끔 바닥에 놓인 뾰족한 돌맹이는 두터운 부츠의 밑창을 뚫고 들어와서는 내 발바닥을 괴롭혔다. 우우욱. 또 밟았어! 아파아아 "아흐으으…" "괜찮아? 아넬리안?" "괘…괜찮아요" 오른쪽 발바닥이 저릿저릿 하기는 하지만 로이드 앞에서 아픈 기색을 내보 이면 안돼. "그러니까 마차에 오르라고 했잔아" "괜찮다고 했잖아요." "정 그러면 등에 지고 있는 짐이라도 올려놓으라고. 그럼 좀 편해질거 아니 야? 응?" 누군 그러고 싶지 않아서 이러는줄 아나? 이 상자로 말할것 같으면 내 몸무 게의 두배는 가뿐히 넘고 세배 가까이 되는 물건이라고! 그런걸 부상자가 가 득 실린 마차위에 어떻게 올려놓느냔 말이야. 누굴 바보로 아는거야? 응? 힘 들어 죽겠는데 자꾸 저러니까 괜히 짜증이 나잖아! 캬악! "…됐어요. 걱정해주셔서 고맙지만 전 아직 멀쩡해요." "그런것 같지 않으니까 말하는거야." "주변을 돌아보세요. 폐하. 다들 저만큼 짐을 지고 있다고요. 저도 좋아서 이 러고 있는건 아니란 말에요." "하지만 당신은 여자잖아. 거기다 왕비씩이나 되는 사람이 등에 짐을 잔뜩 지고 걸어가는건 난 용납 못하겠어. 아니 다른걸 다 떠나서 여자인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걸 더는 못보겠단 말이야." "…전쟁터안에서는 여자, 남자의 구별 따윈 없답니다. 폐하." 있는거라곤 오직 적과 아군, 그리고 죽이느냐 죽임을 당하느냐. 그것 뿐이 지. 그외에 다른것들은 사치일뿐이야. 남자니 여자니 하는 구별까지도. "하지만 당신은…" "그만하세요. 폐하. 주위에서 들을까 걱정되는군요. 전 이들 병사들의 지휘관 이고 이들은 저와 함께 싸운 전우들이에요. 각자의 맡은 역할을 나눠서 계급 을 나눌수는 있지만 남자니 여자니 하는걸로 차별받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렇지만…" "그만! 더이상 이 이야기를 계속 하시면 전 총사령관으로써 폐하를 왕성으로 돌려보내겠어요." 난 단호하게 로이드에게 말했다. 그러자 잠시 주춤거리던 로이드는 나를 노 려보다가 더이상 말하기 싫은지 고개를 홱하고 돌려버렸다. 아아. 힘들어서 자꾸 축 쳐진단 말이야. 빨리 마차를 몰고 앞으로 가버려. 아무리 내가 잘난 척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축늘어진 강아지처럼 혀를 빼물고 헥헥거리는 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고. 흐윽… 힘들어 죽겠다. -------------------------------------------------------------- ....털썩. ....또 죽었음.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0장 The Name Of Human (3) 2003-12-09 00:18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비참하게도… 난 점점 뒤로 쳐지고 있었다. 로이드가 타고 있는 마차는 벌 써 저만치… 그러니까 수백미터 앞에서 흙길을 달리고 있었고 난 고작 1km 를 걸어오는동안 계속 쳐져서 이내 행렬의 거의 후미까지 밀려났다. 그런상 황인데도 내 좌우에서 앞만보면서 걷고 있는 빌어먹을 부하놈들은 가끔 나를 힐끔 바라보거나 외면한채 나를 지나쳐 앞으로 걸어간다. 망할. "헤엑…헤엑…" 체력엔 남보다 자신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정도까지는 못된걸까? 어 깨는 부서질듯 아파오고 바닥을 한발한발 걸을때마다 찌릿한 통증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미칠것 같아. 거기다 온몸에 줄줄 흐르는 땀은 속옷은 물론이 고 겉옷마저 적시고 있었다. 으아아아… 그냥 져주는척하고 로이드의 말을 듣는거였는데!!! 터억. 으응? 등에 진 상자가 조금 가벼워졌다? "들어드리겠습니다." "으응? 아…" 밀러 중대장? 어느새 이사람이 있는데까지 쳐진건가? 솔직히 이 중대장은 얼굴을 맞대기 싫은데…. "괘…괜찮아! 아직 문제없어!" "…그러시다면" 어어? 그…그냥 가는거냐? 정말로? 이렇게 불쌍한 여인네가 끙끙거리면서 힘들어하고 있는데 그말 한마디 하고 가버리는거야? 나쁜! 그냥 한번 튕겨본 거란 말이야! "자…잠깐…" "왜그러십니까?" "…도와줘" 난 고개를 숙이면서 조그맣게 말했다. 그래도 다 들렸는지 밀러 중대장 좌 우에서 일열로 걷고 있던 부하들이 킥킥거리면서 작게 웃는다. 다 들려!. 그 래도 뭐 별수 있나. 정말로 어깨가 끊어질것 같이 아파와서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걸. 하여간 내 구조요청에 밀러 중대장은 예의 그 무뚝 뚝한 얼굴로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내 등에 지고 있던 상자를 두손으로 들어 올렸다. 아니 들어올리려 했다. 우와앗. 뒤로 넘어질뻔 했잖아! 간신히 중심 을 잡고 선 나는 그자리에 주저 앉은뒤에 어깨에 메고 있던 끈을 풀어서 나 무상자를 내려놓았다. 쿵. "…으음" "조…조금 무거울거야." "……" 밀러 중대장의 인상이 잔뜩 찌푸려졌다. 그는 자기등에 메고 있던 천막보며 베낭이며 하는것들을 몽땅 부하 병사들에게 떠넘겨버리더니 손짓을 피하라고 하고는 나무상자를 등에 지고 일어섰다. "…크윽" "괘…괜찮아?" "……" 진짜 말이 없네. 힘좋게 생긴 밀러 중대장도 힘겹게 나무상자를 들고 걸어 가는걸 보자 그의 부하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대장은 멧돼지 모가지도 단번에 꺾어버리는데" "난 커다란 맥주통 두개를 들고 구보를 하는것도 봤다고" "내 허리만한 나무를 도끼질 다섯번에 쓰러트리기도 했어" "대장은 오우거만큼 힘이 좋을텐데…" "설마 저 여자가 대장보다 힘이 좋다는거야?" "쉬잇. 저렇게 보여도 전장의 사신, 피의 마녀라고. 죽고 싶지 않으면 말조심 해. 보통 여자가 아니야" 다들린다. 다들려. 두고보자. 하긴 이놈들은 직접 전투에 참가한 녀석들이 아니니 나를 실물로 보는건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아마 내 소문정도나 다른 중대 녀석들에게 들었을테지. 그건 그렇고 어깨가 가벼워지니까 정말 편하긴 편하다. 날아갈것 같은 기분이야~. 아직도 발바닥이 쿡쿡 쑤셔오고 아프긴 하 지만 이정도는 참아야겠지? "끄으응…" 땀이 삐질삐질 흐르는구나. 흐으으…. 밀러 중대장이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하긴 무리도 아니지 내 검까지 합치면 건장한 성인 두명을 등에 지고 있는 상황인데 쉽게 성큼성큼 걸어간다면 그게 인간이냐? 오우거지… 왠지 내 욕 하는것 같아. 이건… "대장 도와드릴까요?" "됐다." "하지만 대장…" 부하들에게 신임받는 중대장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아무말 안해도 알아서 다가와 짐을 덜어주겠다고 말하는 부하들이라니 코끝이 찡해지는 기분… 따 윈 안들어! 내가 힘겨워 할때는 본체도 안하더니! 이 망할것들! 나중에 죽도 록 괴롭혀 줄테야! "됐으니 가서 소들이나 끌고와라. 그리고 지오, 텐. 너희둘은 막사 기둥으로 쓰는 장대 가져오고. 벤은 밧줄좀 가져와" "네! 대장." 어엉? 갑자기 밀러 중대장이 길한복판에 멈춰서더니 그렇게 명령을 내린다. 그리고는 대열 맨 끝에서 고삐에 끌려오는 소들중 몇마리를 끌고 나타났다. 그러는 사이에 밀러 중대장은 내 상자에 밧줄을 둘둘 감더니 그것을 장대에 묶는다. 그리고 부하들이 끌고온 소들중 두마리를 고르고는 그위에 장대를 올려놓았다. 그뒤 소의 배에 밧줄을 걸어서 단단히 묶은 밀러 중대장은 부하 한명에게 소를 끌고 가라고 시켰다. 갑자기 등에 무거운 짐이 올라가자 '움 머'하고 소리르 치던 젖소들도 밀러 중대장이 소궁둥이를 힘껏 치자 고삐에 끌린채 앞으로 나아갔다. "무겁긴 무겁더군요. 저도 꽤 힘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으응." "대단하십니다. 진정 감탄했습니다." "으으응…" 괜히 무안해지잖아. 아니 그전에 여자한테 힘좋다고 칭찬하는거. 칭찬이야? 욕이야? 이러다가 이 밀러 중대장이 '어이~ 아가씨 힘 좋은데? 나랑같이 공 사장에서 석재 나르는일 할래? 보수는 많이 쳐줄께'라고 말하면 난 아이~ 좋 아요~ 기뻐요. 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빌어먹을 자식! 뒈지고 싶냐? 라고 해 야하나? 고민이다. 으으음…. "……"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하고 있는 동안에도 밀러 중대장은 끌고온 젖소중 한마리의 등뒤에 천막보를 올려놓고는 밧줄로 묶었다. 중간에 젖소가 답답한지 바닥을 긁으며 '음머'하고 울었지만 밀러 중대장은 그런걸 신경쓸만 큼 동물을 좋아하는것 같지는 않다. 그렇게 소위에 천을 깔아놓은 중대장은 멀뚱히 그가 하고 있는걸 보고 있는 내게 갑자기 다가오더니 나를 번쩍 들어 올렸다. "끼악~" 뭐…뭐하는 짓이야? 라고 말하려고 해는데 어느새 난 소위에 올라가 있었 다. 이…이건? "그렇게 옆으로 앉아있으면 떨어질겁니다. 말위에 타시듯 앞으로 앉으십시 오" "그…그래" 치…친절인가? 워낙 표정이 없어서 확신할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런거겠지? 이건…. 하여간 발이 땅에서 떨어지니까 확실히 낫긴 낫다. 난 밀러 중대장이 말해준대로 앞을 보며 자세를 바로했다. 그런데 잡을데가 없어. 우왓~ 움직인 다아. "아야야…" "힘을 빼십시오. 몸에 힘주고 있으면 더 흔들려서 몸이 남아나질 않을겁니 다." "으응." 덜컥. 덜컥. 입 열다 혀 깨물뻔했다. 승마감… 아니 승우감이라고 해야하나? 하여간 이거 최악이야. 말보다 훨씬 나빠! 이놈의 젖소 등짝도 너무 넓적해 서 제대로 올라타있기도 힘들잖아. 아욱. 엉덩이야. 이놈의 소가 걸을때마다 쿵쿵 울리는게 엉덩이뼈에 금가겠다! "아파." 으음. 나도 모르게 약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지금 이러는것도 사치인데 말이 야. 사치지. 사치야. 음음. 그런데 내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앞에서 소 고삐를 쥐고 걸어가던 밀러 중대장이 갑자기 내쪽으로 다가와서는 내 부츠를 한손으 로 붙잡았다. 으응? 서…설마 밀어서 소위에서 떨어트리거나 하는건 아니겠 지? 설마…. 그럴리야 없지. 다행히 밀러 중대장은 나를 소위에서 밀어버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대신 젖소의 배를 감고 있는 밧줄을 당겨서 내 부츠를 밀 어넣어주었다. 그렇게 반대쪽도 같이 밧줄에 넣어준 중대장은 나를 보며 조 언을 해주었다. "소가 놀랄수도 있으니 소머리나 뿔은 만지지 마십시오. 그리고 천막포를 쥐 십시오. 그럼 한결 편해지실겁니다. 그래봐야 말보다는 못하겠지만…" "응. 고마워" "할일을 했을뿐입니다." 그렇게 말한 밀러 중대장은 다시 소를 끌고 앞으로 걸어갔다. 이러고 있으 니까 꼭 기사와 종자같은걸? 으음… 그 기사가 왜소한 여자인데다가 타고 있 는 동물이 젖소라는게 조금 걸리고 종자치고는 너무 늙고 힘좋아보이는 산적 두목같이 생기기는 했지만… "우우~ 대장 우리도 있다고요." "너무해요. 대장. 이건 차별이에요" "시끄럽다. 녀석들아!" "하지만 대장…" "네놈들도 이분처럼하고 싶으면 저기 앞에 가는 나무상자 들고 걸어. 그럼 소위에 타는걸 허락해주마." "크헉. 말도 안돼요! 대장도 못한걸 우리가 어떻게 하냐고요!" "가뜩이나 지금 메고있는 짐들도 무거운데." "녀석들… 내가 누누히 말하지 안았냐? 네놈들 머리는 죄다 장식품이냐?" 그렇게 말하면서 밀러 중대장이 씨익 웃었다. 음… 내게 도움을 준 사람이 니 좋게봐주고는 싶은데… 그가 웃는 모습을 보니까 조금… 아니 많이 무섭 다. 얼굴만 가지고도 싸움을 말릴수 있는 뭐… 그런 인상이랄까? 그냥 무표 정한쪽이 몇십아니 몇백배는 덜 무서워. 세상에… 이 내가 얼굴만 보고도 겁 에 질리다니. 그 우람하게 생긴 아르케네스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던 나였는 데. "무슨말이에요? 대장." "쉽게 말해달라고요. 여기있는 놈들은 죄다 무식한 놈들뿐이잖아요. 나만 빼 고" "죽을래? 벤?" "너 묻어버린다!" "멍청한 것들아! 아직 소는 아홉마리가 남았다. 장대도 많고 천막포도 남아돌 지. 이래도 모른다면 네놈들은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맹이보다도 머리가 나쁜 멍청이들이다." "오오오!!!" 잠깐동안 소동이 벌어졌고 얼마뒤 불쌍한 소들은 등에 짐을 잔뜩 얹은채 무 정한 인간들의 손에 이끌려 행렬을 뒤따라야했다. 아. 불쌍한건 소들 뿐만 아 니고 돼지들도 마찬가지였지. 돼지들중 좀 큰녀석들은 모두 등위에 별의별 물건들 - 옷가지, 먹을것, 혹은 검이나 메이스 같은것까지… -을 잔뜩 지고 인간들의 손길에 이끌린채 힘겨워해야 했으니까. 그뒤로는 꽤 편했다. 아직도 발바닥이 쑤셔오고 몸은 축늘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쳐서 죽을것같지는 않았다. 아까전에는 속이 울렁거려서 토할뻔했 는데 밀러 중대장에게 받은 물주머니로 목을 축이고 나니 꽤 살만하다. 역시 세상은 아직 아름다워. 마치 패잔병 행렬같이 축늘어진 이 대열이 멈춰선건 해가 완전히 지고도 두 시간정도 지나서였다. 원래는 저수지 부근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는데 마을과 너무 가까워서 그냥 통과했다고 한다. 그리고 깜깜한 밤길을 한참동안 걸어 간뒤에 나온 작은 시냇가 근처에서야 멈춰선 것이다. 그동안 난 위아래로 출 렁이는 소위에 축늘어져서 쿨쿨 잤다. 편해지니까 잠이 솔솔 밀려오더라고. 그리고 잠결에 누군가 나를 소위에서 내린뒤 어디론가 데려가는걸 느꼈는데 잠깐 깨어보니 어느새 막사의 천정이 눈앞에 보였다. 그새 지어진 - 그동안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잘모르겠지만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을거다 - 막 사안에 옮겨진것이다. 사락… 응? 누구? 누군가 내 상의를 벗기고 있잖아? "으음? 누구?" "……" 대답이 없다. 서…설마? 정신이 번쩍 든다! "누구야!!!" 퍼억! 손에 잡히는걸로 내위에 올라타고 있는 녀석을 힘껏 후려쳤다. 우엣. 베게잖아? "으윽…." 벌떡 일어서면서 끈이 다 풀린 상의를 한손으로 꼭 쥐고 다른손으론느 베게 를 꼭 쥔채 침대가에 늘어진 상대를 노려보았다. "너무하잖아. 정말…" "너…너무한건… 폐…하?" 내게 얻어맞은 머리를 쥐고 몸을 일으킨건 로이드였다. 우아아앗! 이 남자 가 정말… 하지만 로이드는 인상을 팍팍쓰면서 나를 노려본다. 뭘 잘했다고! "폐…폐하. 전 지금 무척 피곤하거든요. 그러니까…" "나도 알아. 나도 졸려 죽겠어." "그럼 그…그건 나중에…" "무슨소리야?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지. 씻지도 않고 그냥 자겠다는거야? 거 기다 저녁도 아직 안먹었잖아. 킁킁. 당신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 당장 씻 고와. 당장" "…에에?" "못들었어? 정신 들었으니까 이제 당신이 알아서 하라고." 그렇게 말한 로이드는 고개를 홱하고 돌리더니 나를 외면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으응? 난 우선 고개를 돌려 천막안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천 막 한쪽 구석에 뜨거운 김이 올라오고 있는 둥근 나무통이 놓여있었고 그 나 무통 주위에는 침대보로 보이는 천들이 반쯤 말아올려진채 천정에 걸려있다. "아아…" 그러고보니 시냇가 옆에 야영지를 세웠다고 했었지. 물을 끓여서 가져왔나 보네. 하긴 로이드가 지금껏 목욕조차 안하고 버틴것만해도 대단한거니까 말 이야. 나야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졌지만… 이런 생각하니까 조금 슬프다. 나 이는 아직 모자르지만 이제 귀부인이라 불리며 드래스를 입고 향수를 뿌리며 미모를 뽐낼 나이에 피와 먼지로 산발이 된 머리를 한채 땀내를 풍기고 있으 니…. 이래서는 지금 있는 남정네도 코를 쥐고 도망가버릴거야. 음… 다음에 나올때는 향수통이라도 들고나와야지. 목욕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보니 로이드가 안보인다. 흐음… 그사이에 옷부 터 갈아입어야지. "어라?" 없다. 없어. 내 옷상자! 아아앗! 그것들은 내 짐들과 함께 예츠나의 여관에 맡겨놨었지. 그리고 노엘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뭐… 그녀석이야 우리측 요원들에게 말하면 알아서 크레센트로 돌아오게 할수 있지만 중요한건 지금! 바로 이곳에! 내가 입을 만한 옷가지가 단 하나도 없다는거다! "…어쩌지?" 절망. 그런 내 눈에 들어온 로이드의 개인상자. 별수 없지. 으휴…. 끼익…. 잠가놓지는 않았네. 뭐… 그거야 당연한거겠지만. 세상에 그 어떤 남자가 부 인이 자기옷을 훔쳐 입을까봐 상자를 잠그고 다니겠어? "으음…" 어떻게 열기는 했는데 속에 든 옷들은 하나같이 번쩍이거나 화려하거나 몸 에 쫙 달라붙는것들 뿐이다. 지금 로이드가 입고 있는 평범한 옷은 없는것 같은데. 여행나온 주제에 이런 옷들을 왜 들고 다니는거야? 짐만 되잖아! 쓸 모도 없는데! 아! 찾았다. 평범한 갈색 셔츠와 바지. 아마 여벌옷인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폐하. 이 옷들은 제가 접수하겠습니다. 오호홋. 솔직히 조금 기뻤 다. 헌데 그 기쁨도 잘개어진채 나무상자 한구석에 쌓여져있는 로이드의 속 옷을 보자 여지없이 날아가버렸다. "……" 때가 잔뜩 묻고 땀에 절은 코르셋과 거들은 아직도 나무통 근처에서 굴러다 니고 있다. 그나마 드로어즈는 대충 빨아서 물에 헹군뒤에 입고는 있지만 무 지 찜찜하고 축축해. 하지만… 이 타이츠처럼 생긴 속옷이라던지… 반바지 형식의 통이 넓은 속옷은 마음에 안드는데…. 브리프 없나? 브리프…. 있을리 가 없지. 남자 속옷들뿐이니까. 에잇! 몰라. 우선 아무거라도 걸치고 있자! 나 중에 도시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옷가게부터 들릴테다! 난 로이드의 속옷들 중에서 통이 작은 옷을 껴입고 그위에 아직 축축한 드로어즈를 걸쳤다. 그리 고 가슴은 커다란 스카프를 반으로 접어서 가슴을 감싼뒤 등뒤로 묶고 그위 에 셔츠를 걸쳤다. 음… 모양새는 안나지만 뭐… 이정도면 그럭저럭 입고다 닐만 하겠어. "뭐하는거야?" "에? 아하하…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흐음…. 저녁가져왔어. 와서 먹어" 로이드가 들어왔다. 난 급히 상자를 닫은뒤 멀찌감치 떨어져서는 의심스러 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는 로이드를 외면한채 고개를 돌리고 있다가 먹을거 라는 이야기에 눈을 반짝였다. 솔직히… 무지 배가고팠거든. 놀랍게도 로이드 는 손수 음식이 올려져있는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이 남자… 왕 맞아? 어째 나랑 같이 있으면서 품위없는 짓을 아무 꺼리낌없이 해대는것 같은걸…. "뭐해? 뭐가 이상해?" "아…아니에요. 단지 폐하께서 이렇게 손수 식사를 들고 오셨다는게 좀 신기 해서요." "별수 있나? 여긴 내 시종도 시녀도 없는걸. 그리고 다들 보니까 정신없이 바빠보여서 말을 꺼낼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그냥 가져왔어. 힘든것도 아닌걸 뭐. 귀찮기는 하지만." "네에" 그래 로이드는 원래 이런 성격이었지. 음음…. 저녁식사로 올라온건 기름기를 뺀 소고기 스테이크였다. 어떤 부위였는지도 모르고 소스도 없이 단지 굵은 소금과 향초 몇개로 간을 한것뿐이었지만 그 래도 맛있다. 살찔까봐 걱정일 정도로…. 거기다 몇가지 야채와 과일까지 곁 들인 진짜 이번 외출 - 로이드는 가출이라고 하지만… - 나온 이래 정말 제 대로된 식사중에 하나였다. "먹을만하군" "맛있죠?" "으음… 소스도 없고. 텁텁한데다가. 고기는 너무 익었어. 거기다 짜. 궁성에 있을때 이런걸 내게 먹였다간 당장에 궁중요리사를 모조리 성밖으로 내쫓았 겠지만… 뭐… 여기서는 당신말대로 맛있다고 해야겠지" "흐응…" "그래. 맛있어. 됐어? 솔직히 나도 물에 불린 육포나 씹히는 건더기조차 변변 치 않은 스튜, 그리고 바싹마른 나뭇가지처럼 말라비틀어진 소세지같은거엔 질렸거든." "조금만 더 솔직해지시죠? 폐하" "…오랫만에 사람이 먹느 음식을 먹어본 기분이야. 기뻐서 눈물이 다 나올것 같아." 훗. 툴툴거리면서 잘도 말하는걸? 그것도 접시에 올려진 고기를 싹싹 비우 고도 모자라서 생무를 썰어놓은 조각을 씹는 사람이 말이야. 로이드는 새빨 간 사과하나를 손에 쥐고는 그것을 감상하듯이 천천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매일 말라비틀어진 과일만 보다가 이걸 보니까 신선한 기분이로군" "제 부하들은 늘상 그런걸 먹는걸요. 아마 오늘은 진수성찬일거에요" "으음. 하긴 일반 평민들의 삶이란 늘 이런거겠지." 그건 좀 아니지만… 행군이나 이동이 잦은 군대같은데서는 쉽게 상하는 음 식을 들고다닐수가 없잖아. 그러니까 소금에 절이던 훈제를 하던 아니면 볕 에 말리던 해서 최대한 오래 보관할수 있는것들을 들고 다니는것뿐인데 말이 야. 가령 돌덩이같은 보리빵이라던지. 햇살에 말린 과일이라던지. 훈제 육포 같은것들. 먹기에는 진짜 나쁘지만 그래도 썩은 음식을 먹는것보다는 백배 천배는 낫잖아. 뭐… 굳이 저런 오해를 풀어줄 생각은 없다. 로이드도 밑바닥 인생을 조금 체험하면 백성들을 보는 눈이 조금은 바뀌지 않겠어? 후훗. "뭘 그렇게 쳐다봐?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네." "응? 어디…" 내 말에 로이드가 손을 들어서 자기 얼굴을 만지작 거린다. 풉. "킥…킥킥…" "…장난이었냐?" "죄…죄송해…푸흡…" "불쾌해." "하…아하하하… 하지만 재미있는걸요. 폐하는 늘 무뚝뚝해서 이런 장난에는 안걸릴줄 알았는데…" "흠. 불쾌하긴 하지만. 당신이니까 내가 참도록 하지. 접시 줘. 돌려주고 올테 니까." "예에? 직접 가시게요?" "으음. 나도 그정도는 할줄알아." 로이드는 그렇게 말하면서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접시를 들고 천막 밖으로 나가버렸다. 뚱한 표정으로 말이야. 후후훗. 아아~ 오랫만 에 깨끗이 씻고 배부르고 먹었더니 무지무지 행복하다. 거기다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가 있으니까 꼼짝하기도 싫어. 우훗. "행복해~" 행복이라는거… 별거 아니야. 정말로. 그냥 등따시고 배부르면 그걸로 만족. 거기다 내 앞에서 망가지는 내 사랑까지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수 있을까? …미안 로렌. 너를 잊은건 아니란다. 우리 아긴 착하니까 그정도는 해줄수 있 겠지? 늘 미안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살아가려면 꼭 해야하는 일이 있는 법이란다. 무슨일이 있어도 꼭 해야하는…. 라고 말해도 아직 어린 로렌은 이 엄마를 원망하고 있겠지? 휴우… 뭐 할수 없는 일인걸. 그냥… 로렌을 만났 을때… 많이 사랑해주고 예뻐해주자. 그래 그렇게 해주자. 다음날도 아침 해가 뜨자마자 항구도시 도버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맨 먼저 각자 말을 가지고 있는 극소수의 기병들이 말을 타고 주변지역으로 흩 어졌고 이어서 정찰조로 뽑힌 병사들이 대여섯명씩 조를 짜서 본대보다 먼저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준비를 끝마친 본대의 병사들이 밤중에 죽은 부상 자들을 땅에 묻은뒤 이동을 시작했다. 이로써 오늘까지 죽은 부상자는 무려 서른 두명에 달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카렌이 아직도 버티고 있다는것 정 도일까? 아침나절 잠깐 만나본 헤쉬케린 늙은이와 디온의 얼굴이 헬쓱한게 좀 안되보였다. 그래도 카렌을 위해서 좀더 힘써달라고. 음음. 올드 포레스트를 지나 도버로 향한지도 벌써 일주일째. 여행이라는건 처음 시작했을때는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하지만 그게 한 3일쯤 지나면 지루해지고 5일이 넘어가면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집이 그리워진다고나할까? 그리고 한 일주일쯤 지나면 이젠 똑같은 -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들 틀리지만 어 차피 대부분은 거기서 거기다 - 풍경만 봐도 신물이 난다. 그것도 소의 등에 앉아서 가면 그 고통은 더욱 배가 된다. "아우우…" 오늘도 이놈의 소는 내 엉덩이뼈를 박살낸 심산인지 등에 올라탄 날 잘도 괴롭힌다. 그나마 이 성깔더러운 암소를 내가 한번 땅바닥에 패대기 친 뒤라 서 이렇게 얌전히 사람들을 따라 걷는거지 3일전에는 등뒤에 타고 있는 나를 떨구기 위해서 발광을 해대서 마차가 전복될뻔 하기도 했다. 그때 잽싸게 소 등에서 뛰어내려 목덜미를 붙잡고 바닥에 패대기 치지 않았으면 분명히 다친 사람이 나왔을거야. 뭐… 그뒤로는 내가 만지기만 해도 움찔거리고 부르르 떨어서 더 때려주고 싶은 생각도 안들게 했지만 말이야. 거기다 그 커다란 눈을 꿈뻑이면서 날 외면하는 모습을 보니까 좀 불쌍하기도 하고 말이야. 더 군다나 이녀석 뿔에다가 어떤녀석이 장난으로 써놓은 글귀때문에 이젠 내리 고 싶어도 내릴수 없다. [아넬리안것. 잡아먹으면 필히 붙잡아서 대신 탈것으로 만들것임] …누가 써놨는지야 안봐도 뻔하지. 휴우…. 뭐… 이런 저런 일들 때문에 결 국 난 폼안나는 소를 탄채 이동을 해야됐다. 물론 편하기야 했지만… 엉덩이 가 조금 아픈것만 빼면 말이야. 천막포로 모잘라서 베게로 쓰는것까지 깔아 봤는데도. 이녀석이 걷고 있으면 소의 등뼈가 때린단 말이야. 으흑…. 멍들게 분명해. 몇일전 깨끗하게 씻기도 했지만 한 일주일간 야외에서 먼지를 먹어가면서 여행을 했더니 또 꽤죄죄한 몰골이 되고말았다. 그렇다고 마실물도 쉽게 구 하기 힘든 판국에 물을 끓여오라고 시키는것도 사치인것 같아서 참았는데 이 젠 몸이 조금 가려워. 아니 조금 많이…. 난 여자인데… 으흑…. 그냥 편하게 도시와 도시사이 아니면 마을 사이로 여행을 다니면 최소한 씻고는 다닐수 있었을거야. 그렇다면 이런 추한 모습은 안보일수 있었을텐데. 너무 슬프다. 그래도 깨끗한척 하는 로이드는 좀 낫지. 아무리 부하들이 뒤에서 욕을 해 댄다해도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는 꼭 하니까. 원래 그런건 내가 더 깔끔을 떨어야 하는거 아닌가? 왠지 그와 내가 좀 바뀐것 같아. 그래봐야 하루종일 먼지를 뒤집어썼으니 나랑 별차이가 없겠지만 말이야. "왜? 그렇게 뚤어지게 보는거야?" "아…아니에요. 아야" 로이드도 이제 적응이 된건지 마차를 몰면서 내게 말을 건낸다. 처음에는 고삐를 꽉 쥔채 긴장한 모습이었는데 이젠 느긋한 자세로 앉아서 가끔 고삐 를 당기거나 빨리 달리라고 채근할뿐이다. 덕분에 무슨 일이 생겼을때 이를 진정시켜줄 멀쩡한 병사는 마차에서 내려서 걸어야 했지만. 뭐… 그덕에 앉 아서 가게 된 부상병에게는 좋은일이었을걸? "언제까지 그 젖소를 타고 갈건데? 우마차도 아니고 소를 말처럼 타고 다니 다니. 웃기잖아" "…제발로 걷는것보다 남의 발로 걷는편이 더 편하다는걸 깨닳은것 뿐이에 요. 거기다 이애는 제 짐도 지고 있는걸요." "…그 소가 불쌍하군. 진심으로 애도를 표하도록 하지" "실례에요. 실례." "흥. 거울이던 우물가던 가서 자기 얼굴을 보고 그런말을 하라고. 부엌떼기 하녀도 당신보다는 깨끗할껄?" "몰라요. 흥" 그것때문에 가뜩이나 가슴아픈데 아주 대못으로 쿡쿡 찌르는구나. 흥. 나 화 났어. 상대 안해줄거야. 이럇~ 앞으로 가라! 어서 가라! 로이드 4세!. 우훗. 로 이드 - 인간 - 는 내가 지금 타고 있는 암소에게 로이드 4세라고 이름을 지 어줬다는걸 모르겠지? 알았다간 당장 잡아먹겠다고 난리를 칠게 뻔하지만 말 이야. 우후. 로이드의 가슴아픈 한마디에 삐진 난 소를 몰아서 대열 선두로 다가갔다. 그리고 멀찌감치 떨어진 로이드를 힐끔 바라본뒤 속으로 갖은 욕을 다 퍼부 어주었다. 흥. 두고보라고! 도시에만 도착하면 나도 변신할거란 말이야! 대! 변!신! 그때가서 입바른 소리만 해봐라. 옆구를 콱 꼬집어 줄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점심무렵이 되었을때 도버를 향해 이동중이던 우리 앞 에 작은 숲이 나타났다. 길은 숲 중앙을 가로지르고 있었고 다행히 마차 한 대쯤은 지나갈만한 공간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우회해도 한 1~2km쯤 더 돌 기만 하면 된다는 정찰병의 말에 난 어떻게 할까 하다가 많이 지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병사들을 보고는 그냥 직진하기로 했다. 설마 이정도로 많은 무리가 움직이는데 앞을 가로막을 머저리들이 있을리가 없으니까 말이야. "전진" 복창소리도 없군. 단지 끄응…하는 앓는 소리만 들려올뿐. 오랜 도보이동에 다들 많이 피곤해졌나보다. 하긴 내발로 가는게 아닌 나도 꽤 지쳤는데 등에 짐까지지고 걷고 있는 병사들이야 오죽할까? 그래도 병사들은 내 명령에 따 라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쩌겠어? 까라면 까야하는게 군대라는곳인걸. 대열의 선두 부근에 자리잡은 난 부하들을 독려하며 - 얼마나 통했을지는 미지수지만… - 길 좌우로 자란 나무들을 보면서 나아갔다. 그런데 한 반쯤 통과했을까? 그정도 쯤 지나을 무렾 우리들 앞에 본대보다 먼저 나아갔던 정 찰병들 대여섯명이 모여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이제 전형적이다 못해 지겹다고 느껴지는 광경이 나타났다. "빌어먹을…" "어떤 쳐죽일 새끼야?" "골통을 뽀개버리겠어" 우리들 앞에는 커다란 통나무가 아주 가지런히. 차곡차곡 포개져있는게 보 인것이다. 망할. 그것도 밧줄로 묶어놔서 우연에 우연이 겹치고 또 그위에 우 연이 겹쳐서 만들어진 자연적인 산물이 아니라는걸 여실히 보여줬다. 물론 그정도 우연이라면… 아무도 우연이라 믿지도 않겠지만. 내 주위에 있는 병 사들의 눈에 살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조금 무서워. "크하하하! 어르신 행차시다! 뒈지고 싶지 않은 자식들은 대갈통을 바닥에 쳐박고 동전 한님까지 몽땅 내려놓은 다음에 왔던길로 돌아가라! 우하하하" 나왔다! 빌어먹을 산적. 짜증나는 산적. 통나무 주위로 열댓명의 산적들이 나타났고 숲 주변에서도 같은 패거리로 보이는 녀석들이 줄줄이 튀어나와서 우리들을 포위했다. 하지만… "개자식들. 저걸 언제 다 치우지?" "난 그거보다 저 빌어먹을 놈들 차림새가 더 마음에 안들어" "요즘 산적새끼들은 등따시고 배부른 놈들 뿐이냐? 저새끼들 면상이 왜저렇 게 깨끗해?" "우리 동네는 물 뜨러 가려면 산봉우리를 두개나 넘어야 했다고. 씻을 물은 커녕 먹을 물도 없어서 모두 꾀죄죄했는데 말이야." "가뜩이나 기분 더러운데 잘걸렸다." "쓰불! 한판 뜨자고!" 병사들이 웅성거리면서 각자 무기를 챙기기 시작한다. 어이어이…. 거기다 등뒤에서는 '뭐야?' '무슨일이야?'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그다음 그 소란은 다 시 '싸움이냐?' '짜증나는데 잘됐다' '죽여버리자!' '우어어!!!' 같은 악에 받힌 목소리들 뿐이다. 다들 긴 행군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데다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듯이 불만이 가득 담겨있는데 그런차에 산적들이 분수도 모르고 시 비를 걸어왔으니 끓어오르지 않은 녀석이 있을리가 있나. 슬쩍 뒤를 돌아보 니 어깨를 축늘어트리고 고개를 숙인채 앞에 가고 있는 동료의 발만 뚫어지 게 바라보면서 걷던 놈들이 무기를 손에 쥐고 새빨갛게 충혈 된 눈을 한채 우르르 몰려왔다. 껄껄거리며 재수없게 웃던 산적 두목 - 으로 보이는 - 놈 의 표정이 일그러진건 말할것도 없겠지. 잠시간 침묵이 두 무리사이에 감돌았다. 그렇지 않아도 피곤했던 난 그냥 멍하니 산적들과 부하들을 바라보고만 있었고 그렇게 몇분이 지나가자 산적 두목이 갑자기 침을 바닥에 탁 뱉더니 입을 열었다. "빌어먹을 패잔병 새끼들이냐? 재수가 없을려니까… 퉤에. 꺼져! 가진거라곤 쥐뿔도 없는 새끼들이 기세만 등등하네. 참나" "뭐라고? 저새끼가?" "내려와! 맞짱까자! 개새끼야!" "죽여버린다. 너 이자식!" 당장이라도 싸움이 붙을 것같은 기세로군. 이정도 기세면 어디가서 공성전 한번 더 뛰어도 되겠는걸? 하지만 저 산적 두목놈 뭘 믿고 저러는거지? 이 상해. "이것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얘들아! 저 잡것들이 뒈지고 싶단다!" "우어어어어!" 불쑥. 불쑥. 나무위, 수풀속등에서 또 열댓명정도 되는 산적 무리가 우르르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단창이나 활등을 꺼내서 우리쪽을 겨누었다. 이건가? 흠… 그 자신감을 조금은 이해할수 있겠군.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고른것 같은 데 말이야….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 산적 두목은 한손을 들어올리더니 씨 익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이 손을 내리기만 하면 말이야… 네놈들중 반은 뒈질껄? 크크크크." "대형 유지! 대형 유지!" "날뛰지마! 개자식들아! 네놈들이 건달패냐? 대열에서 빠져나가지 마!" "사격준비! 활이 없는 놈은 전열로 나가!" "각자 가장 가까이 있는놈을 맡는다! 화살 낭비하지마!" 음… 산적들은 우리들의 삼면을 포위하고 있고 대부분 활이나 단창으로 무 장하고 있다. 거기다 우리보다 높은곳에 위치하고 있고 말이야. 숫자도 대략 60~70명정도로 산적치고는 굉장히 많은 숫자다. 하지만… 불행히도 놈들이 상대하는 군대는 일반 보병대가 아니다. 숲이나 산에서 훈련받았고 또 직접 산적질도 해먹은 녀석들인데다가 말그대로 돈을 쳐발라서 무장시킨 놈들이라 고. 이녀석들에게 퍼부운 돈으로 다른 부대를 구성했으면 지금의 몇배는 무 장시킬수 잇었을껄? 뭐… 보급이나 그런걸 거의 안해주는 편이니 유지비는 거기서 거기였을테지만. 하여간 우리쪽도 꿇릴게 없다는거다. 대열 전면에 나선 병사들이 창이나 검으로 무장하고 둥근 원형 방패를 들고 자리에 주저앉자 그뒤로 활을 든 병사들이 나서서 화살이 매겨진 활시위를 당긴다. 그리고 다음 열의 병사들도 이쪽보다 높은쪽에 위치한 적들을 향해 활시위를 당긴채 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중대장급 이상의 지휘관들에게 욕설 을 얻어먹고 걷어채이면서 대형을 잡은 병사들은 긴장감을 고조시키면서 산 적들을 노려보았다. "크윽… 뭐냐? 이자식들. 꼬라지는 거지새끼들인데 어디서 저런 무기들이…" 거지꼴이라서 미안하네요. 정말. 흥이다. 하지만 정말 산적들 주제에 옷입은 거하며 무기를 든거하며 꽤나 충실한걸? 보통은 추수할때 쓰는 낫이나 조잡 한 나무창같은걸 들고 다니지 않나? 산적들 몇몇은 제대로된 가죽갑옷이나 체인메일을 입고 있고 또 그럴듯한 투구를 쓴놈들도 있다. 그리고 놈들이 들 고 있는 활들도 조잡한 사냥용 활이 아니라 군대에서나 쓸법한 물건들….평 범한 산적들 같지는 않군. 흠… 이제 내가 나서볼까? 난 우선 소위에서 가볍 게 뛰어내렸다. 다행히 전처럼 밧줄에 발이 걸려서 바닥에 머리를 찧을뻔한 경험을 하지는 않았다. 때마침 옆에 닐크가 있어서 망정이었지 안그랬으면 진짜 땅바닥에 고개를 쳐박을뻔 했었다고. 하여간 바닥에 내려던 난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맹이 몇개를 손에 쥔뒤에 긴장한 표정으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 병사들 사이를 헤치고는 나갔다. 방 금전까지만해도 죽이네 살리네 하면서 난리를 치던 병사들이었지만 지휘관과 장교들이 명령을 내리자 이내 자세를 잡고 전투준비를 한다. 속마음이야 어 쨌건 명령은 최우선으로 수행해야할 지상 과제가 아니겠어? 이것이 바로 훈 련받은 군대와 어중이떠중이가 모인 산적들의 차이겠지. 흥. "뭐…뭐야? 사내옷을 입은 계집이냐?" "그래. 계집이다. 그게 뭐 어때서?" "흥. 불알달린 사내새끼들이 계집뒤에 숨어서 꼬리를 말고 있는 몰골이라니 크하하하." "와하하하하" "얘들아. 저 겁많은 새끼들좀 비웃어 주자. 크하하하" 발끈. 손에 쥐고 있던 돌맹이중 하나를 놈의 골통을 향해 힘껏 집어던졌다. 쉬익… 퍼어억… 후두둑. 산적 두목이 올라가 있는 통나무에 부딪친 돌맹이 는 그대로 산산히 부서지면서 사방으로 파편을 날렸고 부서진 나무파편들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다음엔 네녀석의 냄새나는 머리를 날려버릴테다." "이…무슨 말도 안되는…" 속여서 미안. 머리를 노린거였어. 방금거. 하지만 다음엔 제대로 맞춰줄께. "이이… 빌어먹을 계집이!" "싸울래? 그것도 좋고." 태연스럽게 말하자 그 산적두목은 이를 빠득갈다가 인상을 찌푸리면서 말했 다. "여기서 싸우면 둘다 안좋다. 내가 조금 양보하마. 그냥 돌아가라. 이번만 봐 준다." "흥. 웃기네. 이제와서 꼬리 마는거냐?" "무…무슨소리! 내가 손짓한번만 하면 네놈들중 반은…" "그러는 네놈들은 전부 죽을껄? 물론 우리쪽도 조금 죽거나 다치기는 하겠지 만 지금 몸을 드러내고 있는 산적들은 모조리 화살받이 신세가 될거다." "이…이곳은 우리들 안마당이나 다름없다!" "그 안마당에서 모두 고슴도치가 될래? 닐크! 움직이는놈 있으면 쏴버려!" "예! 모두 들었지? 적들중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놈이 있으면 각자의 판단 에 따라 사격해라!" 내 명령이 떨어지자 긴장감이 몇배로 더해졌다. 하지만 이쪽은 저 산적놈들 의 머리수보다 최소한 세배는 많은 활을 가지고 있단 말씀. 한번씩 공격을 주고받고 나면 산적놈들 하나당 최소 세발씩 날아간 화살은 놈들 대부분을 죽일수 있을걸? 그것도 겨우 10~20m거리밖에 안되니 빗나가기도 힘들거야. "뭐해? 이제 말할때가 되지 않았어?" "뭐…뭘 말이냐?" "호오~ 아직 내게 반말을 지껄일 기운이 남아있는거야? 우선 한판 붙고 다시 이야기 할까? 응? 내 부하들은 거친놈들이 많아서 다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크으윽…" 그렇게 인상써도 안무섭다고요. 조금도. 전혀. 눈꼽만큼도. "자! 어서 말해! 안그러면 진짜 싸운다!" "으윽…" "보…보스" "어떻해요? 보스…" "크윽! 하…항복한다. 제길" 좋아. 그래야지. 암. 서로 피도 안보고 기분도 좋고. 얼마나 좋아. 후후후. 뭐… 저놈들로써는 상대가 나쁜것이었겠지만 말이야. 아까도 생각한거지만 일반적인 보병대였으면 저놈들 상대로 상당히 고생했을거다. 궁수의 숫자가 턱없이 적을테고 이쪽은 탁 트인 지형에 완전히 노출 된 상태인데다가 적은 머리위에 있고. 놈들을 죽일려면 완만하긴 하지만 나무가 자라서 방해물이 많은 수풀을 헤치고 올라가야 하는데 큰 피해를 입을게 뻔해. 거기다 이 숲 이 제집 안마당 같이 놀고 있는 놈이라면 함정이나 매복등으로 우리에게 피 해를 강요할수도 있고 말이야. 하지만 아무리 제깟놈들이 잘나도 이쪽의 활 이 이렇게 많은데 어쩌겠어? 후후후. 아마 첫번째 일제 사격을 서로 주고받 고나면 저놈들중 대부분은 전투불능 혹은 사망일거다. 이쪽도 만만치 않은 피해를 입겠지만 중요한건 놈들에게 괴멸적인 타결을 준다는것이지. 혹 살아 남은 놈이 있다고해도 다음 집중사격에 몸을 온전히 보존하기 힘들었을걸?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산적두목이 항복한건 참 잘한 일이다. 놈들을 위해서 나 우리를 위해서나 말이야. 가뜩이나 부상자가 많은데 거기다 사상자가 더 생기면 더 힘들어질테니까. 얼마뒤 산적들은 모조리 두손을 머리위로 들고 우리들앞으로 내려왔고 무기 를 압수한 병사들은 산적들에게 우루루 몰려갔다. 그리고… 산적 놈들이 입 고 있는 옷들을 벗겨내더니 자기들끼리 나눠입기 시작했다. 무서운 놈들. 남 의것을 빼앗는 산적들에게서 옷까지 몽땅 빼앗아버리다니. 정말 전직 산적들 - 물론 현직이기도 하다. 부업이겠지만… - 아니랄까봐 하나남은 옷까지 벗 겨먹는짓을 서슴치 않고 벌인다. "……" 말리고 싶은 생각도 안든다. 다른 중대장들도 다들 마찬가지인지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고 차마 속옷은 빼앗길수 없다면서 버티던 산적놈은 대여섯명의 병사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한채 알몸이 되었다. 그리고 잠시뒤 속옷차림 혹은 나뭇잎으로 간신히 몸을 가린 산적들 앞에 10년은 안빤듯한 옷가지들이 수북 하게 쌓였다. 정말… 내 부하들이지만 어떻게 남이 방금전까지 입고 있던걸 아무렇지 않게 빼앗이 입을수 있는거지? 그것도 겉옷이면 또 모를까. 속옷들 까지… 쯧쯧. 정말 동정이 가게 만드는군. 걸레로도 안쓸만큼 냄새나고 지저분하며 더러운 옷들을을 울며 겨자먹기 식 으로 껴입은 산적들은 이번엔 자기들이 쌓아올렸던 통나무 해체작업에 투입 되었다. 감시를 겸해서 투입된 밀러 중대의 병사들은 눈을 부릅뜨고 게으름 을 부리는 산적이 있는지 감시를 했다. 그동안 다른 병사들은 자리에 앉아서 푹 쉬고 있는데 자신들만 이렇게 고생하는게 심히 못마땅했는지 모두들 감시 를 하는데 필사적이다. 그들의 눈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것 같았다. '제발 한 놈만 걸려라. 한놈만…' 내 부하들이긴 하지만… 이때만큼은 진짜 무서웠다. 투욱. 데구르르… "어엇?" 산적중 하나가 통나무사이에 박아넣었던 나뭇가지를 옮기던중 실수로 그것 을 떨어뜨렸다. 그놈의 표정이 사색으로 바뀌는건 정말 눈깜짝할새. 그리고 마치 피에 이끌린 늑대떼처럼 그 불쌍한 - 정말 동정이 가는 - 산적놈에게 로 감시병들이 우르르 몰려간다. "걸렸다!" "뭐? 어떤 새끼야?" "나도! 나도!" "죽었어! 감히 게으름을 피워?" "이빨을 몽창 뽑아버릴테다!" "죽여! 죽여! 죽여!" "나…난…사…살려줘…" 저 산적놈은 분명히 불운의 별 아래서 태어난 녀석일거야. 녀석은 뭐라고 변명을 하려다가 기세등등한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들자 갑자기 통나무를 양 손으로 움켜쥐고는 악을 써댔다. "열씸히 할께요! 열배로 잘할께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일하고 싶어요! 잘할수 있어요! 정말이… 으헉…" 퍽. 부츠에 등을 차인 산적 녀석이 비명을 지르면서 풀썩 쓰러졌지만 그래 도 통나무는 놓지 않는다. 의지력 하나는 쓸만하네. "끌어내!" "죽여버려!" "배를 갈라버려!" "죽여! 죽여! 죽여!" 자리에 주저앉아서 쉬고 있던 놈들까지 우르르 몰려가서는 그 불쌍한 산적 을 핍박한다. 저러다가 겁에 질려서 심장이 멈춰버리겠어 저녀석. 뭐… 잠깐 버티기는 했지만 혼자서 저렇게 떼로 몰려든 병사들이 달라붙어서 잡아당기 는데 얼마나 버틸까? 잠시뒤 그 산적은 통나무에서 떨어져나왔다. "으아아아아아…싫어어어어어…" 그리고 두 다리를 잡힌채 숲속으로 질질 끌려갔다.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쯧쯧. 불쌍도 하여라. 하지만… 뭐 죽지는 않겠지. 저 산적놈처럼 숲속으로 질질 끌려들어갔다가 죽도록 얻어맞고 - 비명소리가 참 요란했다 - 시체처 럼 끌려나와 바닥에 늘어져있는 다른 열한명의 산적중 아직은 죽은놈이 없으 니까. 음… 끙끙거리며 신음소리를 내다가 얻어맞아서 기절한 녀석은 있었지 만…. 쯧쯧. 그러게 왜 잘가고 있는 녀석들 앞길을 막아서 고생을 사서 하는 거람? 참 멍청하기도 하지. 숲속에서 잠시 멈춰있는 동안 난 로이드를 찾아가 내가 조직한 화격단 부대 를 중앙군 소속으로 집어넣는 방법에 대해서 상의를 했다. 거진 반은 그냥 내 어거지로 해달라고 떼를 쓴거지만 어쨌건 로이드는 방법을 알아보겠다며 승낙했다. 그리고 붙잡은 산적들에게 물어보니 항구도시인 도버까지는 이제 겨우 2~3시간정도면 도착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난 몸이 멀쩡한 병사들을 나 눠서 이 산적들이 산채로 쓰고 있는곳을 점령하라고 명령했다. 아무리 도버 도시가 크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숫자의 무장한 남정네들이 우글거리면 도시 안에 들어가기는 커녕 치안대와 수비대에 쫓겨날테니까. 무엇보다 화격단은 정규군이 아니지 않은가. 밀러 중대장을 불렀다. 그에게 3개 중대를 지휘하라 고 명령한뒤 고개를 돌렸다. 여기까지 편히 오도록 해줘서 고맙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미안한 감정이 더 앞서서 밀러 중대장의 얼굴을 보기 힘들었기에 의식적으로 그를 지목한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3개 중대 330여명의 병사들을 숲으로 보내놓고 부상자와 소수의 병 사들을 데리고 우리는 통나무가 치워진 뻥뚫린 길을 따라 걸었다. 길을 따라 30분쯤 걷자 크고 넓은 가도가 나왔고 그 가도를 따라 북으로 이동하니 저멀 리 푸르게 반짝이는 바다와 함께 성벽으로 둘러쌓인 커다란 도시가 나타났 다. "도버다!" "항구도시 도버다!" "어디? 어디?" 몸이 멀쩡한 녀석들은 물론이고 그동안 긴 여행에 상처가 곪고 지친 부상병 들까지 모두 마차 앞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그리고 모두들 한마음이 되어서 함성을 질러댄다. "와아아아!!!" "다왔어! 다왔다고!" "흐흑…" "넌 이제 살았어. 살았다고! 이자식! 잘버텼다!"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엉엉 우는 녀석도 있었고 서로 부둥켜안고 펄쩍펄쩍 뛰어 다니는 녀석도 있었다. 발광을 하면서 악을 써대는 놈부터 마치 바위처 럼 그자리에 멈춰서서는 그저 물끄러미 하늘을 올려다보는 병사까지. 다양하 고 다양한 부하들 사이에서는 희망에 찬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런 우리들 무리를 보면서 노골적으로 이상한 녀석들이라는 시선을 보내며 지나가는 한 무리의 상인집단이 있긴 했지만… 기쁨에 겨워 날뛰는 녀석들은 그런 시선조 차 의식하지 않는듯 자기들끼리 즐기느라 정신이 없다. "아하하…" 짐이 가득 실린 마차위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는 상인무리의 꼬마를 향해 나 도 모르게 어색한 웃음을 흘리면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러고보니 내가 이 무리에서 가장 이상할지도…. 소위에 올라탄채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미녀라니. 으윽… 얼굴이 달아오르잖아! "아직 안끝났어! 어서 가자!" "이동! 이동!" "녀석들아! 다와서 한번 굴러볼래? 줄 안맞춰?" "가슴을 펴라고! 가슴을! 이 빌어먹을 자식들아! 마지막까지 제대로 하는거 다!" 긴 행렬이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찰랑… 촤아아아악….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욕조속에 몸을 담그자 따 뜻한 물이 욕조밖으로 쏟아져내렸다. "후우…" 살것같다. 우후…. 달콤한 토마토 소스를 뿌린 오리 구이와 후추를 양껏뿌린 뜨거운 스프. 그리고 갓구운 흰 빵. 행복해서 숨이 넘어갈것같이 맛있는 음식 들을 양껏 먹어치우고 따뜻한 물이 가득 차있는 욕조속에 누워 있으니 이보 더 더 행복할수 없을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똑똑. 응? "누구야?" "시중인입니다. 손님" "들어와." 욕실의 문이 열리면서 두명의 시녀들이 들어왔다. 역시 고급 여관이라서 틀 리긴 틀리다. 우훗. 두 시녀중 나이가 좀 들어보이는 시녀는 내 머리맡으로 다가와서는 차가운 와인이 가득 담겨있는 유리잔을 내게 건내주었다. 그러는 동안 다른 시녀는 내 손을 잡고 손톱을 조심스럽게 다듬기 시작했다. 천국이 다 천구이야. 우후훗. 그렇게 두시간동안 - 그동안 욕조의 물을 세번이나 갈았다 - 욕실에서 행 복한 시간을 보낸뒤 정말 오랫만에 입어보는것 같이 느껴지는 드래스로 갈아 입은뒤 바닷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방으로 돌아와보니 깨끗한 모습의 로 이드가 크렌과 포도주를 나눠 마시고 있었다. "어라? 크렌 언제 왔어?" "방금전에 도착했습니다. 마마." "그래? 닐크는?" "저기…" 크렌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넓은 쇼파에 엎드려있는 닐크는 방석들 속에 파묻힌채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흐음… 피곤했나보네. 저녀석도. 난 술을 따르는 크렌과 연신 포도주를 받아마시고 있는 로이드 사이로 파고들어서 끼 어 앉은뒤에 말했다. "저도 주세요. 폐하." "흠…" 로이드는 별말없이 자기가 마시던 포도주잔을 내게 넘겼다. 꿀꺽. 캬아~ 이 거 맛있는걸? "괜찮네요. 이거" "응. 아까 여기 지배인이 와서 사과의 의미라면서 놓고 가더군." "푸훗" 하긴 이 고급 여관에 들어올때 또 한바탕 난리를 피웠지. 음음. 몰골이 엉망 이라고 - 거렁뱅이는 취급안한다나? 망할놈들! - 들여보내주지도 않으려고해 서 내가 현관문 앞에 장식되어있는 대리석으로 조각된 석상을 박살내고 고풍 스러운 문양으로 음각된 나무문을 박살내놨으니까. 그덕에 코빼기도 안비치 던 지배인이 뛰쳐나왔고 우리 부대의 자금을 관리하던 닐크가 금화무더기를 바닥에 뿌리자 단번에 고개를 조아렸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선 로이드가 '초 라한 곳이군'이라고 한마디 해서 그 지배인을 완전히 넉다운 시켜버렸다. 잔이 몇번 오락가락 하고나자 로이드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제… 왕성으로 돌아가는게 어때?" "네. 그럴께요." "…왠일로 그렇게 순순히 말하는거지?" "다 들켰는걸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숨기지 않고 대놓고 사고칠게요. 걱정마 세요. 아셨죠?" "끄응…" 그렇게 이마를 감싸쥐고 인상써도 소용 없답니다. 폐.하. 우후훗. 하지만 왕 성으로 돌아가기전에 해야할일이 아직 남아있다. 그건 바로 카렌의 일. 여기 까지 오는동안 거의 잠도 제대로 못자면서 카렌을 돌본 디온과 헤쉬케린 노 인네는 도시로 들어오자마자 카렌을 데리고 전투와 검을 상징하는 전신 토르 의 신전으로 향했다. 여러 신들을 인정하는 크레센트답게 믿는 신도가 그리 많지않은 토르의 신전도 도시에 있었다. 전신의 신전이 무슨 치료에 도움이 될까 하고 생각도 했었지만 전투신관이라고 말한 디온은 토르의 신전이 약학 과 해부학에 조예가 깊다고 말했다. 즉 싸움과 연관이 많은 신전이다보니 상 처를 치료하는 의학적 기술에도 조예가 깊다는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카렌에게 걸린 저주를 해제하기는 힘들겠지만 제대로된 치료를 행하여 자연 적 치유력을 높이겠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온 부상자들중 중 상자들도 같이 데려가서 치료하기로 했고 다른 부상자들도 각각의 신전이나 의사들에게 데려가서 치료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남은 병사들은 도시 곳곳 에 있는 각 여관들에 머물면서 여독을 풀기로 했다. 이건 밑에 있는 일선 장 교들이 알아서 할테니 아무 문제 없을테고. 조금 걱정되는건 이만한 숫자의 무장한 병력이 들어왔을때 도시를 다스리는 귀족의 반응이었는데 이것도 크 렌이 오면서 해결했다. 알아서 물밑 접촉을 성사시켰는지 우리가 여기 들어 온 반나정동안 아무런 해꼬지도 없었으니까. 오히려 도시의 치안을 맡고 있 는 치안병들도 은근히 우리들을 피하는 기색이었다. "우후훗…" "왜그래? 기분나쁘게…" "폐하. 제게 뭐 하실 말씀 없으세요? 네?" "……" "폐하아앙~" "으흠… 못볼걸 본것 같군. 으윽…" 로이드의 옆구리를 콱 꼬집었다. 그러자 로이드가 펄쩍 뛰…지는 않았고 움 찔 거리면서 인상을 썼지만 크렌 앞이라서 그런지 슬그머니 고개만 돌릴뿐이 다. 그 반응이 내 기대에 못미쳐서 한번더 꼬집어줄까하고 손을 들었는데 고 개를 돌린 로이드가 작게 중얼거렸다. "흠흠. 예쁘군. 으흠…" "에헤헤. 그럼 뽀뽀해주세요. 네에?" "왜…왜이러는거야? 엉? 당신 취했어? 남들도 있는데…" 남들? 누구? 크렌? 훗. 크렌쯤이야. "걱정마세요오~ 크렌 경은 절.대.로. 입하나 뻥끗안할테니까요. 우훗. 죽기싫 으면…" 움찔. 혼자서 포도주를 마시고 있던 크렌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리깔면서 두 손으로 귀를 살짝 막는 시늉을 했다. 저 고지식하고 멍청한 기사도 덴녀석 밑에서 몇년쯤 구르니 눈치하나는 빨라졌구나. 후후. 자아~ 이제 꺼리낄것도 없겠다. 한번 로이드나 괴롭혀볼까나? 난 얼굴을 붉힌채 날 외면하고 있는 로이드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그때 갑자기 방문에서 '똑똑'하고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제…제가 가보겠습니다." 벌떡. 크렌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그렇게 한마디 하면서 잽싸게 복도로 통하 는 방문을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는 문을 살짝 열어서 방 밖에 있는 녀석과 뭐라고 대화를 나누는것 같았다. "조…좀 떨어져" "아잉~ 싫어요." 꼼지락 꼼지락. 부끄러움을 타는지 로이드가 자꾸 나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내 힘이 어디 보통힘인가? 우훗. 로이드가 반항하면 할수록 난 더욱더 그의 품에 메달렸다. 그때 크렌이 대화를 끝마쳤는지 슬그머니 우리들 뒤로 다가 와서는 헛기침을 몇번하면서 좋은 기분을 망쳤다. 우이씨! "왜? 무슨 일이야?" "험험. 폐하. 그리고 마마. 지금 당장 수도로 돌아가셔야 할것 같습니다." "뭐? 당장? 왜?" "방금전 저희 정보실에 입수된 첩보가 도착했는데… 내용이 심상치 않습니 다. 아무래도…" "무슨 내용인데. 말해봐 당장." "아넬리안 그건 내가 해야할말 아니야?" 이 남자가 지금 그런걸 따지게 생겼나? 좋은 분위기를 다 망쳤는데!!! 별일 아니기만 해봐라! 모조리 두둘겨 패줄테다! "아크레닌의 사신이 몇시간전 국경을 넘어다고 합니다. 그쪽 정보원의 말에 따르면 이번 요새 파괴 사건에 대해서 우리 크레센트에 항의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또한… 아크레닌 국의 병력 일부가 방금 사신단의 뒤를 따라서 국경 을 돌파하여 북진중이라고 합니다." "뭐? 방금 저놈들이 본국의 국경을 침범했다고 말하는건가?" "예. 폐하." "그거 농담이지? 장난이라면 재미없어. 크렌" 웃기지도 않아. 인구수, 병력수, 자원의 양, 식량생산량. 모든게 최소한 10배 는 차이나는데 아크레닌국이 노골적으로 크레센트를 침공했다고? 그 아크레 닌의 셰필 후작… 아니 이제 셰필 국왕인가? 그 인간 돌았나보군. "사실입니다. 마마. 선발대로 보이는 5000여명의 적 병력들이 셔우드 자작의 영지를 향해 진군중이라고 합니다." "그것뿐이야? 그거라면 여기서 명령을 내려도 되잖아. 안그래?" "죄송하지만… 또 있습니다. 로세니아가 동맹국인 아크레닌 국을 원조한다는 명목으로 아넬 공국을 넘어서 크레센트 동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전부터 의심스러운 조짐이 있었기에 동부지역 요새 사령관이 상황이 벌어지자마자 바로 대응을 하고 있어 본국 영토안으로 진군해 들어오는건 저지했다고 합니 다만 원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로세니아가?" "당신의 모국이군. 아넬리안." "그건 무슨 뜻이에요? 폐하?" "별뜻없어. 그냥 그렇다고." "……" "그리고…" "또 있냐? 하아… 뭐… 좋아. 이젠 무슨 말을 해도 안놀랄것 같으니까 말해 봐." "왕국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프로센 후작령, 제리안트 자작령, 노레 츠 남작령등 이 세곳의 평민 폭동은 병력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확 대되는 중이고 셔우드 자작령과 몇몇 지방의 폭동은 금방 제압했다고 합니 다. 그리고 수도 크롬발에서 수천에 달하는 민간인 폭동이 벌어져 지금 수도 내 치안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워렌 자작님께서는 카라 덴 요새의 정규군을 진압에 투입할것을 요청해왔습니다. 폐하" "정규군을 투입할정도로 심각한건가?" "송구하옵게도… 왕성 외성벽의 일부와 도시내 치안대 건물 대부분, 그리고 군수품 창고와 무기창고가 점령당했고 내성벽의 일부도 이미…" 쿠웅… 손이 떨려왔다. 끔찍하게 무거운 무언가가 내 머리위에서 떨어져내 린듯한 기분이 들었다. "로…로렌은?" "죄송합니다. 마마" "안돼… 거짓말… 말도 안돼! 그럴리가 없어!" "아직 왕성이 점거당한건 아닙니다. 왕자 전하께서는 아직 무사하실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어서 국왕폐하의 재가를 받아 중앙군을 움직 여야… 마마? 아넬리안 마마?" "당신 괜찮아? 이봐. 아넬리안. 얼굴색이 안좋아. 크렌 경! 바로 의사를…" "옛! 폐하!" "아넬리안. 아넬리안. 정신 차려봐. 아넬리안!" 싫어. 거짓말이야. 꿈이야. 우리 로렌이… 불쌍한 로렌이…. 이건 꿈일거야. 꿈인게 분명해. 왜… 왜… 내겐 행복해야할 시간을 안주는거야? 응? 이 빌어 먹을 운명아!!! "아아아…" "아넬리안!!!" 난 로이드의 품에 안긴채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 .....뒷잡담 할 힘도 없어요 -_-. 가우군 p.s 리플이 줄었다. 이래서 연참은 싫어. 흑 ㅠ.ㅠ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1장 석양 아래 흐르는 광시곡 (1) 2003-12-09 23:45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21화. 석양 아래 흐르는 광시곡. 사람이 왜 미치는줄 알아? 클클클. 미친놈은 어느날 갑자기 일어나서 나 미 칠래~ 라고 말하고 미치는게 아니야. 크큭. 멀쩡하던 사람 하나가 미치는건 아주 쉬워. 그냥 단순히 하나의 키워드만 있으면 되거든. 그게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수 있는 간단한 말이나 혹은 별 의미없는 행동일수도 있고 혹은 대륙 이 진동할만큼 커다란 대 사건일수도 있어. 미친다는건 선을 넘는거야. 지금 네가 서있는 그곳과 내가 앉아있는 이곳. 너와 나 사이에 선이 하나있다고 생각하면 돼. 그리고 그 선을 넘는 놈은 미치는거고. 넘지 않은 놈은 정상인 이 되는거지. 어때? 간단하지?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크레센트 제국 북부 원정군에서 만난 이름없는 말단 병사와의 대담 중. - 주. 정말 작고 사소한 일 하나에도 인간의 나약한 정신은 쉽게 붕괴된다. 그저 한발을 내딛어서 선을 넘기만 하면 되는것이다. 너무나도 쉽고 간단하 다. - 대륙력 999년. 가을. 크레센트 수도 근교. 카라덴 요새 안.- 콰앙! 튼튼한 나무 문짝이 부서질듯 커다란 소리를 내면서 활짝 열렸다. 그 리고 내가 있는 방안으로 한무리의 사내들이 우루루 몰려들어왔다. "빌어먹을! 이런 비상시에 그딴 개소리들이나 하고 있는 꼴이라니!" "폐하. 보는 눈이 많고 듣는 귀가 많습니다. 진정하십시오." "형님! 지금 내가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예?" 침대에 상체만 일으킨채 앉아있는 내앞에 한편의 희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주연 배우는 로이드, 그리고 브래드릭 장군. 그의 뒤에 조연들이 우르르 몰려 와 있다. 닐크, 덴, 크렌, 랭스턴 자작등등. 가끔 궁에서 힐끗 보았던 각 부처 의 대신들도 몇명이 있었고 중무장한 기사들도 두어명정도 방안에 들어와 있 었지만 그들은 연극의 소품정도인것처럼 느껴졌다. "나라꼴이 엉망입니다. 건방진 타국놈들이 지금 우리 조국을 유린하고 있고 폭도들이 왕성을 점거하고 있습니다. 이런 판국에 이 나라를 지탱하는 귀족 이라는 작자들이 하는 소리를 못들으셨습니까? 예?" "로세니아와 아크레닌의 군대는 각 지방의 요새 사령관들이 잘 막아내고 있 을겁니다. 그리고 폭도들이라해도 이 나라의 국민들 아닙니까? 폐하" "폐하. 조금 진정하시는 편이 좋을것…" "넌 닥쳐! 크으… 워렌 자작!!! 내가 그대의 얼굴은 다시는 안본다고 하지 않 았나? 다시 내눈에 띄면 죽여버린다고 했을텐데?" "…이 쓸모없는 목숨쯤은 얼마든지 원하시는대로 하십시오. 하지만 제가 죽 는 그 순간까지 전 제가 맡은 소임을 다 할것입니다. 폐하" 덴이로구나…. 하긴 나뿐만 아니고 로이드 앞에서도 저렇게 제 할말을 다할 수 있는 간이 큰놈은 그놈뿐이겠지. 하지만… 덴. 아파 보인다. 길게 기른 머 리 사이로 둘러놓은 붉은 붕대와 피가 잔뜩 뭍어있는 상의. 그리고 부자연 스러운 오른팔. 덴의 오른팔은 팔꿈치 아랫부분이 안보였다. 단지 두껍게 묶 어놓은 피묻은 붕대뿐이야. 불쌍하기도 해라. 많이 아프겠지? 퍼억! "크흑…" "자작님!" "괜찮다. 비켜라. 크렌" "하지만…" 로이드에게 얻어맞고 넘어졌던 덴은 부축하려는 크렌을 왼팔로 밀어내고는 힘겹게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로이드에 앞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차라리… 죽여주십시오." "끌고나가! 다 나가! 모두 죽여버리기 전에 다 나가버려!" "폐하!!!" "듣기싫다! 나가!" 지엄하시고 존귀하신 국왕폐하의 손에 잡힌 나무 의자가 벽으로 날아갔다. 콰앙! 그의 불호령에 각 대신들과 왕이 신임하는 귀족들이 모두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 마지막으로 브래드릭 장군이 나가려고 할때 카페트위에 털썩 주 저앉은 로이드가 힘겹게 말을 꺼냈다. "형님…" "…하명하십시오. 폐하." 타악. 방을 나가려던 브래드릭 장군은 다시 방안으로 들어와서는 문을 닫았 다. 그리고 주저앉아있는 로이드의 팔을 잡아 일으키면서 대답했다. "우리 둘 뿐입니다. 형님" "그래. 로이드" 풀썩. 로이드를 쇼파에 앉힌 브래드릭 장군은 다시 벽가로 걸어가서는 선반 에 진열되어 있는 포도주 두병을 꺼내들었다. 마치 우는 아이를 달래듯이 조 용히 말하며 브래드릭 장군은 로이드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는 테이블 위에 포도주 병을 올려놓았다. "마셔" "크흐흑… 이제 전 어떻게 해야하죠? 모르겠어요. 형님" "……" "전 왕따윈 되고 싶지 않았다고요. 그런일만 없었으면…" "왕비 마마… 아니 아넬리안 양을 미워하냐? 로이드?." "아…아니요. 아니 예. 조금은…" "왕이 된게 싫다고 했지?" "네… 제겐 너무 무거워요. 힘들어요. 숨막혀 질식할것 같습니다." "후우…" 포옹. 병목을 꽉 막고 있던 코르크 마개가 뽑혀나왔다. 브래드릭 장군은 그 포도주를 단번에 몇모금인가 마신뒤 로이드에게 병채로 넘겨주었다. "마셔라." "술에… 의지하는건 싫습니다." "마셔라." "……" 타악. 브래드릭 장군이 들고 있던 포도주 병을 나꿔챈 로이드가 갑자기 그 것을 입가에 대고는 벌컥벌컥 마셔대기 시작했다. 입가로 마치 피와 같은 붉 은 포도주가 줄기줄기 새어나와 옷을 적시는데도 로이드는 이를 의식하지 못 하는것 같았다. 타앙. 단번에 포도주 한병을 다 마셔버린 로이드는 브래드릭 장군을 노려보면서 빈 병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커흑… 됐습니까?" "잘마시는군. 예전에는 술은 입에도 안대던 녀석이었는데" "…어렸으니까요" 어리다. 그 말안에는 수많은 의미가 함축 되어있겠지? 그런거겠지. 아마 도…. 포옹. 브래드릭 장군이 다른 포도주병의 마개를 뽑아냈다. "그것도 또 마셔야 합니까? 형님?" "아니. 이건 내가 마실거야. 이런 좋은 술을 너만 마시게 할수야 없잖아? 나 도 없는 돈 모아서 아끼고 아껴서 산건데 술맛도 모르는 너한테 낭비할수야 없잖아." "군을 지휘하는 지휘관이 술을 마셔도 되는겁니까?" "훗. 녀석. 이제 나이 좀 먹었다고 벌써부터 이 형님에게 기어오르는거냐?" "언제는 폐하, 폐하 하면서 어려워하시더니 둘만 있다고 잘도 말하는군요" "큭큭큭. 그거야 네가 왕이니까 그렇지." "젠장…" 그렇게 말하는 브래드릭 장군도 술맛을 감상할줄은 모르는것 같아. 저렇게 포도주를 병채로 마셔대는걸 보면 알수있지. 그 형에 그 동생이라고 브래드 릭 장군도 벌컥벌컥 잘도 마셔댔다. 그런 브래드릭 장군을 말린건 로이드였 다. 하긴 둘뿐이니 말릴사람이 따로 있는것도 아니지만. 로이드는 그에게서 술병을 나꿔채더니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그만 마세요. 형님" "큭… 왕은 취해도 되고. 장군은 취하면 안되는거야? 이거 서러워서 살겠 나?"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줘.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같은 민족 같은 국가의 주민에게 맨정신으로 검을 휘두를수 있을만큼 강한 놈은 아니야. 술이라도 마셔둬야 미친짓을 해도 술기운에 벌인짓이라고 위안이라도 할거 아니냐" "……" 그말에 로이드는 아무런 반박도 못했다. 그리고 빼앗았던 포도주병도 다시 빼앗겼다. 잠시후 한병을 말끔히 비운 브래드릭 장군은 슬며시 자리에서 일 어서면서 말했다. "아넬리안 양은 아직도 저상태인거냐?" "예. 아무말도 하지않고 움직이지도 않아요. 꼭… 죽은 사람 같아요. 형님" "…의사는?" "마음의 문제라고 어쩔수 없다고 합니다. 신관들도 모두 고개를 저었는걸요" "그런가… 안된일이야. 후우…" 나? 난 멀쩡한데? 음… 몸이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난 정상이라고. 왜 날 가지고 그래? 이상해 다들. 날 무슨 인형 대하듯이 하는것 같아. "로이드." "말씀하세요." "네가 왕이라면. 원하는대로 해라. 넌 왕이니까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도 돼. 네가 행하는 행동이 모두에게 타당하다고 느껴지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 들 널 따를거다. 넌 머리가 좋은 아이니까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 겠지만 말이야. 그럼 난 간다." "…예" 타악. 문이 닫혔다. 혼자 남겨진 로이드는 쇼파에 주저앉아서 두 손으로 자 기 머리를 쥐어뜯으며 작게 뭐라고 웅얼거렸다. 다시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을때. 로이드는 또 싸우고 있었다. "개자식! 죽여버린다고 했지? 정말 내 손에 죽고 싶은거냐? 왜 자꾸 내 눈앞 에서 얼쩡거리는거야? 앙?" "죽여주십시오." 쾅! 덴의 멱살을 붙잡은 로이드가 그를 벽에 몰아붙이고는 목에 핏줄을 세 우며 소리쳤다. "죽고싶다고? 제발 좀 죽여 달라고? 웃기지마! 이 내가 네놈이 원하는대로 해줄것 같아? 응? 안죽여! 절대로 살려놓을거다! 그리고 똑똑히 보여주마! 네 가 장담했던것들의 결과를!!!" "고정하십시오. 폐하. 저 왕성안에는 워렌 자작 부인과 예니양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뭐? 워렌 자작! 대답해봐! 그대는 내게 이 수도내에 불순분 자따윈 없다고 하지 않았나? 응? 그리고 다시는 돌아가신 아마마마때와 같 은일은 절대 일어날리 없다고 장담했잖아! 그런데 이 꼴이 뭐냐고! 대답해 봐!!!" "……죽여주십시오" "이! 빌어먹을 자식아!" 콰당. 덴이 바닥을 굴렀다. 언뜻 비친 그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웃고 있지 않 다. 아니 두 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덴이 우는건 처음본다. 내게 그렇 게 아프게 맞았을때도 운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그때 프로센 후작이 몇몇 귀 족들을 데리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귀족원의 투표 결과를 알려드리러 왔습니다." "흥! 입만 살은 놈들이 또 뭘 꼬투리 잡으려고?" "귀족원의 수장인 저 킬 드 프로센 후작은 만장일치로 중앙군의 수도 진입이 허가되었습을 알려드립니다. 폐하" "이제와서 무슨 바람이 분거지? 그토록 반대하던 놈들이?" "끝까지 반대하던 귀족들은 모두 제 사병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습니다." "뭐?" 로이드는 나보도 실이 끊어진 인형같다고 했다. 하지만 저기 보이는 프로센 후작이야 말로 인형같아.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걸. "못들으셨습니까? 제가 폐하의 의지에 반하는 자들을 모두 처형했다고 말씀 드리는 겁니다." "잘하는군. 아주 잘하는 짓이야. 그래 뭔 바람이 불어서? 왕보다 더 위대한 권력을 휘두루는 크레센트 왕국 재상이 그런 짓을 한거지?" "더이상 지킬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폐하. 아직 소문을 못들으셨나보군요" "무슨 소문 말인가?" "폐하와 왕비마마 그리고 제 딸 코넬리아가 왕궁 외성벽위에 걸려있습니다. 가련한 제 딸은 저 무지하고 잔혹한 폭도들에게 죽임을 당하고도 모잘라 시 체조차 온전히 보전하지 못하고 성벽에 걸려 치욕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리 고 프로센 후작가의 후계자인 제 아들 루틴 드 프로센 남작은 왕성안에서 끝 까지 저항하다가 폭도들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합니다. 로얄가드로써 자랑스 러운 죽음을 택한것입니다. 제 자식이지만 정말 자랑스럽다 하지않을수 없습 니다. 폐하" "……" "이제 폐하의 의지를 거스르는 자는 최소한 이 요새안에는 없을것입니다." "그대는 탄핵 당할것이다." "상관없습니다. 더이상 지킬것이 없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알았다. 브래드릭 장군! 군을 수도에 투입시킨다. 전투 준비를 시켜라!" "명하신대로 하겠습니다. 폐하!"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나갔다. 다음 장면이 나타났다. 로이드는 날 안아들고는 온통 강철로 도배된 마차위 에 올라탔다. 그리고 날 마차안에 뉘이고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마차 전면에 조그만 창을 통해서 로이드의 뒷통수가 보였다. "아넬리안이 쓰던 갑옷의 수리는?" "다 끝났습니다. 하지만 쓰실수 있는 분이…" "가져와라. 내가 사용한다." "허나 폐하…" "됐으니까 가져와. 나도 그걸 입고 뛰어다닐 생각따윈 없어" 잠시뒤 마차밖에서 갑옷을 입을때 나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더니 눈앞에 로이드의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이거 진짜 무겁군. 아넬리안은 늘 이런걸 입고 다녔었나? 정말 대단해" "마마께서는 보통분이 아니시니까요" "좋아. 갑옷 아랫부분을 마차에 고정해. 밧줄로 단단히 묶어놔" "허나 폐하. 위험합니다. 이렇게 노출되시면…" "검도 창도 화살도 통하지 않는 피의 마녀, 전장의 사신 아넬리안이다. 그것 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각 장교들과 병사들에게 전하라. 머뭇거리는자. 물러 서는자는 피의 마녀가 목을 벨것이다. 후퇴는 없다. 후퇴하고 싶은 자는 목을 바닥에 내려놓고 가라고 해! 알겠나?" "예! 폐하." "깃발을 가져와라. 젠장… 팔도 들기 힘들잖아. 정말 더럽게 무겁군" 방금 로이드가 날 힐끔 바라본것 같았는데…. 잘못본걸까? 끼릭. 끼릭. 마차 가 덜컹거리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피이잉… 티잉. 쇠로된 마차의 천정에 무언가가 부딪쳤다 튀어나가는 소리 가 들려왔다. 화살? "폐하! 화살이 날아듭니다. 좀더 뒤로 물러서심이…" "시끄러워! 응사해!" 투두둥… 마차의 벽을 통해 익숙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작은 창을 통 해 바라본 하늘이 순간 새까만것들로 가득찼다가 사라졌다. 고함소리, 함성소 리, 비명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마치 합창을 하는것 같아. "보병 앞으로" 뿌우우우우…. 긴 나팔소리가 들려온다. "와아아아아아!!!" "우아아아아아!!!" "달려! 달려!" "성문을 부숴라! 살고 싶으면 부숴라!" 바로 곁에서 들리는듯한 함성소리가 이내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독전대도 투입해." "하지만… 폐하." "투입해. 머뭇거리거나 후퇴하는 자는 죽여." "예. 폐하" 그뒤로 로이드는 내가 앉아있는 마차안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여긴 관람하 기엔 장소가 너무 나쁜것 같은데….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다시 마차는 앞으로 전진했다. "성문이 열렸다!" "적들이 도망친다! 쫓아라!" "와아아아!!!" 고함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멀리서 싸우는건지 신경써서 듣지 않으면 다른 소리에 파묻혀서 잘 안들린다. 고함소리와 욕지거리 그리고 함 성. 정말 진짜 같이 느껴지는걸. "폐하! 남측 외성벽을 장악했습니다. 성문 역시 수복하였고 성벽을 넘은 병사 들이 시가지로 진입했다고 합니다." "계속 진격시켜." "예! 폐하!" "부대 앞으로!" 덜컹 덜컹. 또다시 마차가 움직인다. --------------------------------------------------------------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1장 석양 아래 흐르는 광시곡 (2) 2003-12-11 00:00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쿵. 자리가 흔들리잖아. 시야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지만 작은 창 앞을 가로 막고 있는 로이드의 머리는 움직일줄 몰랐다. "시체를 치워! 길을 만들어!" "해자 밑으로 던져버려! 꾸물거리지마!" "기사단이다! 말에 치이기 싫은놈은 알아서 비켜!" "와아아아!!!" 두두두두두두…. 마차의 바닥이 진동한다. 커다란 함성과 함께 말울음소리, 고함소리, 깃발이 펄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차안에 있는 내 몸도 조금씩 떨리면서 흔들렸다. 로이드가 쓰고 있는 투구 너머로 보이던 커다란 성벽이 어느순간 사라졌다. 그리고는 2~3층에 달하는 높다란 건물들이 나타나다. 대부분 목조 건물이지 만 간간히 돌로 쌓아올린 집들도 보였다. "폭도들이 전방에 바리케이트를 쌓아올렸습니다. 우회하는것이 좋을것 같습 니다. 폐하" "태워버려" "…예?" "태워버리라고 했다." "허…허나 폐하. 잘못했다간 불길이 시가지내로 번질수도…" "똑같은 말 되풀이 하게 하지마라. 불태워. 우리가 넘어가기 힘들다면 적들도 못넘어오는게 공평하지 않겠나? 태워버려. 그리고 지형을 잘아는자를 선두에 세워라. 왕궁으로 가는 최단 루트를 찾아." "아…알겠습니다. 폐하. 기름을 가져와라!" "궁수대 불화살 준비." "골목길을 샅샅이 뒤져라! 경비를 철저히 해!" 투두둥…. 불붙은 화살들이 꽁무니로 검은 연기를 내뿜으면서 날아갔다. 그 리고 몇분인가 멈춰있던 마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을때 화악 하고 불길이 타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타닥타닥. 검은 연기가 창으로 보이는 하늘을 온 통 뒤덮고 있다. 움직이던 마차가 멈추었을때 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뭐냐? 워렌 자작." "저도 싸우겠습니다. 폐하" "검을 잡을 오른손도 없는주제에?" "…아직 왼손이 남았습니다. 폐하. 그리고…" "걸리적거린다. 쓸모없는 자는 뒤로 물러나 있어. 특히 워렌 자작. 그대는 절 대 죽어서는 안된다. 이건 왕명이다." "폐하…"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폐하! 자작께서는 지금까지…" "그만해. 크렌. 폐하. 검을 쥐는것을 허락해주십시오. 비록 저 혼자라도 폐하 의 의지에 반하는 역도들을 무찌르겠습니다. 부디…" "난 그대가 용기있게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는 기사가 되는걸 원치않아. 가서 병사들 속에 숨어 있어라. 그대의 처벌은 차후로 미룬다. 그때까지는 살아있 도록. 부대 전진" "전진한다! 방패 앞으로!" "승복할수 없습니다! 폐하! 부디 제게…" "네가 죽을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웃기지마! 이곳엔 네놈이 죽을 자리 따윈 없어!" "폐하. 주위에 듣는 병사들이 많습니다. 말씀을 낮추심이…" "……" "폐하아… 부디 제게 검을…" "누가 워렌 자작을 마차안으로 들여보내라. 거기서 똑똑히 보도록 해. 네 주 군이 어떤 처지인지. 그리고 정 그렇게 죽고 싶다면 아넬리안을 향해 날아오 는 화살을 몸으로 막아봐. 잘하면 죽을수도 있겠군. 흥. 전진해! 뭐하고 있는 거냐? 밀어붙이란 말이다! 열명으로 부족하면 백명을 투입해!" 끼이익… 쿵. 강철로된 마차의 문이 열리면서 덴이 마차안으로 들어왔다. 질 질 끌린채 떠넘기듯 안으로 들어온 덴은 하나뿐인 팔로 다시 굳게 닫히는 마 차의 철문을 두들기며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질러댔지만 아무도 단 한사람도 그의 외침에 동조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마차는 다시 앞으로 전진했 고 자리에 주저앉은 덴은 내 팔을 붙잡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불쌍해. 멀리서 들려오던 함성소리와 비명소리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폐하! 후위의 부대와 너무 거리가 벌어졌습니다! 기다려야 합니다!" "시끄러워! 왕성이 눈앞에 보이는데 여기서 꾸물거리라는거냐?" "적의 저항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폐하! 우선은 다른 부대와 합류해야 합니다" "닥쳐라! 전진해" "허나…" "와아아아!!!" "폐하! 대열 후미에서 적이…" 따당. 따다당. 피이잉…. 갑자기 마차의 천정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그리 고 로이드가 서이는 작은 창사이로 화살이 날아들었다. 푸욱. 내가 주저앉아 있는 방석중 하나에 창을 넘어 날아든 화살이 깊숙히 박혔다. "화살이다! 2층! 2층!" "적들이 몰려온다! 선두! 대열을 갖춰!" "자세를 흐트리지마라!" "폐하! 건물안에서 적들이 몰려나옵니다!" "크아아악…" "물러서지마라! 그래봐야 폭도들일 뿐이다! 다 죽여버려!" "폐하! 위험합니다. 몸을 피하십시오!" "포위 되었습니다. 폐하! 상황이… 커헉…그르륵…" "마틴 국왕 폐하 만세!" "와아아아!!! 마틴 국왕 폐하 만세!!!" "죽여버려! 다 죽여!" 쿵. 무언가에 부딪친듯 마차가 크게 흔들렸다. 나와 같이 타고 있던 덴은 앉 아있는 나를 몸으로 감쌌다. 앞이 안보이잖아. 덴. 이래서는 관람할수 없다고. "들리실지는 모르겠지만… 마마. 걱정마십시오. 제가 죽는한이 있어도 마마는 꼭 무사히 지켜드리겠습니다. 마마… 크흑…" 뭘 그런걸 가지고 울고 그러지? 괜찮아. 덴. 어차피 이건… 이건… 어? 이건 연극이 아니던가? 난 연극을 관람하고 있는게… 아닌가? 뭐지? 머리가 혼란 스러워. 어떻게 된거지? 난 왜 여기 있는거야? 나는… "대형을 갖춰라! 마차를 감싸라!" "도망치지마! 도망치면 적에게 죽는다! 살고 싶으면 동료들 곁을 떠나지마!" "으윽… 살려줘… 제발… 살려…" 난… 나는… 콰아앙! 쿠당탕. 창밖에 서있던 로이드가 마차 전면을 부수면 서 안으로 튀어들어왔다. "적의 대장을 쓰러트렸다!" "와아아아아!!! 마틴 국왕 폐하 만세!!!" "폐하아!!!" "쿨럭…" 툭. 데구르르… 로이드가 쓰고 있던 투구가 내 발치에 떨어졌다. 투욱. 피묻 은 둥근 투구가 눈앞에 멈춰선다. 그리고 마차 바닥에 길게 누운 로이드의 가슴사이로 1.5m는 될법한 커다란 화살이 박혀있다. "발라스타! 왼쪽 2층 옥상! 옥상!" "방패를 가져와! 마차를 지켜라!" 쿵쿵. 부서진 마차의 전면에 병사들이 주욱 늘어서서는 서로 방패를 맞붙이 면서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마차의 철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들어온 기사들 과 장교들이 로이드에게 달라붙었다. "쿨럭…쿨럭…" 장교들의 등사이로 언뜻 비치는 로이드의 입가에는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꿈틀…. 무언가… 꿈틀… "괜찮아! 괜찮아! 폐하께서는 무사하시다!" "폐하께서는 무사하시다! 병사들에게 전해! 폐하께서는 무사하시다!" "갑옷을 벗겨야 할것 같아. 발라스타 화살의 촉이 오른쪽 가슴을 파고 들었 어. 어서!" "젠장! 이건 도대체 어떻게 푸는거야?" "쿨럭…" 울컥. 로이드의 입가에서 한움큼의 피가 주루룩 쏟아져내렸다. 꿈틀. 가슴속 에 무언가 차가운것이 꿈틀거린다. "커억… 허억…허억…" "폐하! 정신 차리십시오!" "후후… 아넬리안. 난… 쿨럭… 당신처럼 할수는 없는…것…" "폐하! 폐하!" "괜찮아! 호들갑 떨지마! 기절하신것뿐이야!" "젠장! 어서 갑옷을 벗겨내!" "의사를… 아니 신관을 불러와! 당장!" "하지만… 포위되어서…" "이 빌어먹을 새끼야! 뚫고 나가서 전하란 말이야! 안그러면 우린 여기서 다 죽어! 다 죽는다고!" 두근…두근…. 내 심장소리가 들려온다. 움찔. 손가락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 기 시작했다. 그리고 흐릿하게 이어지던 시야가 점점 선명하게 돌아오기 시 작했다. "폐하! 정신 차리십시오! 폐하!" "흉갑만 벗겨내면 됩니다!" "조심…조심해. 폐를 찔렸을거다! 충격을 주지말고 조심해서…" 몸이 내 뜻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긴 꿈을 꾸다가 깨어난것 같 은 기분.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진한 피 비린내가 코를 찌른다. "됐어! 벗겨냈다! 상처를 눌러! 출혈이 더 심해지지 않도록 꽉 누르고 있어!" 덴이로구나. 장교들과 기사들에게 소리를 질러대면서 한팔로 로이드를 붙잡 고 있는건 덴이었다. 그렇게 심한 소리를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덴은 로이드 의 상처를 보면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자아… 일어나자 아넬리안. 넌 아직 주저앉아서 쉬고 있을 여유가 없잖아? 안그래? 일어나자. 양팔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풀려있던 양 발의 근육에 힘을 주어 당겼다. 평 소에는 아무런 의식도 없이 행하던 일이었는데 왠지 힘들다. 그렇게 몸을 오 무린 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후우…" 겨우 이런 일로 피로감을 느끼다니. 웃기는 일이야. 정말. 힘겹게 몸을 일으 켰을때 로이드의 주변에 몰려있던 기사중 한명과 눈이 마주쳤다. "어어?" "쉬잇…" 난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다 댄 채 로이드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피가 잔 뜩 배어있는 붕대를 한손으로 연신 갈아치우고 있는 덴의 어깨에 손을 올려 놓았다. "누구야? 지금 정신없는거 안보여?" "……" "지금 상황이 어떤 때인데 어느 빌어먹을 자…마마…" "고생했어. 덴. 수고했어." "마마… 마마. 정신이 드셨군요. 마마." "응." "마마… 크흑…" "로이드는 괜찮겠지?" "예! 마마! 무사하십니다. 아니 반드시 무사하시도록 만들겁니다. 마마!" "그럼 됐어. 누구 내가 갑옷 입는것좀 도와주겠어?" 난 바닥에 엉망으로 널려있는 내 갑옷들을 가리키면서 그렇게 말했다. 철컥. 양팔의 건틀렛을 끼고 투구를 쓰고 나자 익숙한 중압감이 몸을 짓누 른다. 후후. 마치 수십년만에 입어본것처럼 어색하다. 그럴리가 없는데 말이 야. 뭐… 느낌이 그렇다는거겠지. "로이드를 잘 지켜. 길을 뚫을테니까." "예! 걱정마십시오! 마마! 무슨일이 있어도 폐하를 지켜낼것입니다!" "그래. 수고해." 자신감 넘치는 어투로 말하는 덴에게 답변해준 난 로이드가 부수고 들어온 마차 전면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방패로 뚫린 구멍을 막고 있던 병사들을 살며시 밀어낸뒤 마차 밖으로 나왔다. "후우…" 오른쪽 가슴 부분으로 바람이 들어오니 조금 추운걸?. 입고 있던 드래스를 벗어던지고 셔츠를 껴입을새도없이 갑옷을 입었더니 차가운 갑옷에 살갗이 닿을때마다 몸이 움찔거릴정도로 차가운 느낌이 돌아왔다. 거기다 발라스타 화살에 손가락 두개정도는 들어갈만한 구멍이 뚤려버려서 싸늘한 가을 바람 이 가슴속으로 파고들잖아. "히이익…" "괴물이다. 괴물" "악마야. 분명히 화살에 가슴을 꿰뚫렸는데…" "죽었을게 분명한데…" "악마가 살아났다. 악마다." 마차 주위에서 한창 싸우고 있던 폭도들이 내 출현을 보고는 놀란 얼굴로 싸움을 멈춘채 뒤로 물러섰다. 난 여유있는 걸음으로 마차에서 뛰어내려 지 면에 내려섰다. 쿵. 작은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다행히 내 클레이모어는 로이 드가 마부석위에 세워놔서 굳이 찾으러 다닐 필요는 없었다. 이걸 들고 지휘 하려고 했었겠지? 무거워서 못했을게 뻔하지만. "앞을 막는자. 죽인다." 난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져있는 왕실 깃발을 들어올리면서 그렇게 말했 다. 겨우 서른명쯤으로 줄어든 중앙군 소속 병사들은 마차 주위를 빙둘러 서 서 지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난 한손에 든 깃발을 살짝 들어올렸다 가 강하게 바닥에 내리찍었다. 쿠웅…. 돌로 포장된 가도가 깨져나가면서 깃 발대가 지면속으로 쑥 들어갔다. "왕실 깃발앞에 무릎을 꿇어라. 이 깃발을 보고도 저항하는 자는 반역죄로 다스릴것이다." "으으…" "우…웃기지마라! 이나라 크레센트의 국왕은 마틴 폐하시다! 그동안 가짜 왕 을 가지고 우리를 속였던 네놈들을 몰아내고 진짜 국왕 폐하를 옹립할것이 다! 모두들! 속지마시오! 저자는 허세를 떨고 있는것뿐입니다! 제아무리 악마 라해도 우리 모두를 해할수는 없을겁니다! 마틴 국왕 폐하 만세!" "와아아아아!!! 국왕 폐하 만세!" 마틴 국왕 폐하라… 훗. 그것도 좋겠지. 이 내가 여기 없었다면 말이야. 난 무릎을 숙이며 힘을 모았다. 콰앙…. 발밑의 바닥이 부서져 나가면서 내 몸이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다른 폭도들로부터 몇발짝 앞에 나서서 시민들을 선 동하고 있던 그놈의 머리위로 떨어져내렸다. "으…으어어어어" "죽어" 콰앙! 검을 뽑을것도 없이 그저 두발로 놈의 배를 밟은채 지면에 부딪쳤다. 푸욱… 딱딱한 돌 바닥이 강철 부츠 밑으로 느껴졌다. 질척한 느낌과 함께 말이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난 내게서 두어발짝씩 뒤로 물러선 자들을 향해 말했다. "저항하면 죽인다. 항복하지 않아도 죽인다. 경고다. 무기를 내려놓고 두손을 머리위로 올려라." "으으…" 내 앞에 서있는 수십명의 폭도들이 나와 내 발밑에 깔린채 죽어있는 놈을 힐끔거리면서 신음소리를 냈다. 항복한다면 우선 목숨은 살려주겠지만… 반 항하면 이나라의 국민이건 뭐건 다 죽여버린다. 난 어차피 이나라 출신도 아 니고 깨닳음을 얻은 성자도 아니야. 그저 약하디 약한 인간중 하나일뿐이지. 시체에서 발을 뺀 내가 한발짝 걸어나가자 내 앞에 몰려있던 폭도들이 주춤 거리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때 갑자기 2층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티잉… 팅. 궁수들이구나. 아아… 두팔로 가슴과 눈가를 가리면서 어디서 날아온것인지 보니 폭도들 바로 옆에 있는 3층 목조건물의 창에서 나를 향해 화살을 날리 고 있는 놈들이 보였다. "잘 봐둬." 난 내게 날아오는 화살을 개의치 않으면서 폭도들을 향해 말한뒤 그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클레이모어로 나무벽을 후려쳐서 구멍을 만든뒤 안으 로 걸어들었다. 쿵쾅 쿵쾅. 지이익…. 바로 머리위에서 뛰어다니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무거 운 물건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났다. 아마 내가 2층으로 올라갈것이라고 생각했나보지? "흠…" 집안은 보통의 가정집 - 인지 어떤지는 확신할수 없지만 - 같은 모양이었 다. 그리고 집안을 받치기 위한 굵은 통나무 기둥이 네 귀퉁이와 집 정 중앙 에 우뚝 솟아있었다. "저기군" 난 텅 비어버린 1층 중앙을 향해 걸어갔다. 가다가 걸리적 거리는 테이블이 나 화분같은것을 차버리면서 기둥앞에 선 난 클레이모어의 끝을 바닥에 댄뒤 몸을 살짝 숙였다. 그리고 온힘을 다해 휘둘렀다. "흐읍…" 콰앙! 후두둑… 천정에서 먼지가 떨어진다. 내가 온힘을 다해 휘두룬 클레 이모어는 내 허리의 두배는 될법한 두꺼운 나무기둥의 절반정도 들어간채 박 혀있었다. 난 발로 기둥을 밀면서 클레이모어를 뽑아들었고 그다음 다시한번 휘둘렀다. 콰득. 다시한번. 콰직… 날이 없는 뭉툭한 클레이모어가 통나무를 뚫고 반대편으로 튀어나왔다. 드득… 중앙의 기둥이 약간 어긋나면서 밑둥과 맞물렸다. "좋아." 그리고 난뒤 난 다시 네 귀퉁이의 기둥중 내가 들어온 구멍에서 가까운 기 둥으로 걸어간뒤 나무벽을 발로 찼다. 콰직…. 두어번정도 발로 차자 나무벽 은 여지없이 부서져나갔고 바로 옆면을 똑같이 부수고 나자 두터운 나무 기 둥만이 내눈에 들어왔다. 난 클레이모어를 들어올렸다. 내가 그 목조 건물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쿠우우웅… 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 게 3층 건물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리고 채 열발자국도 걷기전에 커다란 소리와 함께 그 건물의 잔해가 옆건물을 덮쳤다. 콰앙… 쿠웅… "으아아악…" 3층 창문에서 뛰어내린 적중 하나가 그대로 지면으로 떨어지면서 바닥에 널 부러졌다. 그리고 자욱한 흙먼지가 하늘높이 피어오른다. 후두둑… 툭툭. 하 늘에서 나무 부스러기들과 자잘한 돌맹이들이 떨어져내렸다. "지…집을…" "미쳤어. 미쳤어…" "흐으윽…" 내가 한짓을 보고 있던 폭도들은 그대로 얼어붙은듯 제자리에 멈춰서서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다. 훗. 미쳤다라… 그런 말은 정상인에게 듣고 싶은걸? 멀쩡한 나라를 말아먹을 짓거리를 하고 있는 놈들에게 그따위 소리는 듣고싶지 않아! "와아아아아!!!" "이쪽이다! 어서 달려!" 마차를 포위하고 있던 폭도들 뒤로 체인메일을 번쩍이는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리고 골목길 사이에서도 중무장을 한 병사들이 무기를 쥔채 뛰 쳐나오고 있었다. "도…도망가자!" "난 죽기 싫어!!!" 전의를 잃은 폭도들은 들고 있던 나무몽둥이나 단검 혹은 쇠스랑등을 바닥 에 내던지고는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도망치는 폭도들을 뒤쫓는 병사들이 쫓아갔다. "마차를 호위하라! 대형을 갖춰!" "이 머저리 자식들아! 그러고도 네놈들이 자랑스러운 크레센트의 정규군이 냐? 어서 빨리 움직여!" "건물 안을 샅샅이 뒤져! 반항하는 놈은 다 죽여버려!"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되었다. 하긴 원래 전세라는 놈은 변덕이 심하니까. 잘 나가다가도 한순간 삐끗하면 돌아서버리는 놈이니 믿을수가 있어야지. 중앙 군 병사과 폭도들의 시체가 가득했던 거리위에는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병사 들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난 제자리에 서서 클레이모어를 높이 치켜들면서 소리쳤다. "부대 전진!" "부대 전진! 약진 앞으로!" "머리위를 주의해! 대갈통에 닭털을 붙이기 싫은 놈은 방패를 높이 들어!" 닭털이라. 후훗. 하긴 군인들이 사용하는 화살들은 닭의 깃털을 쓰지. 방금 전까지 내가 타고 있던. 그리고 지금은 로이드가 누워있는 마차가 다시 움직 이기 시작했다. "아아악…" 한 젊은 사내가 2층 건물 창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차가 대로변을 전진 하는 동안에도 앞서 나간 병사들은 눈앞에 보이는 집들의 문을 도끼로 부수 고 뛰어들어갔고 거리 곳곳에서는 비명소리와 고통에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간간히 창문밖으로 부상을 당하거나 죽은 시체가 길가로 떨어져내렸 다. 평민들이 몰려있는 시가지를 지나자 폭도들의 저항은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왕성 근처에 몰려있는 귀족들의 저택들 사이로 들어서자 이번엔 시체 들이 도로를 가로막고 있었다. 남자, 여자, 노인, 어린애 할것없이 수많은 인 간들의 시체가 길을 가로막은채 붉은 핏물을 흘리고 있었다. 거기다 몇몇 저 택에서는 불길이 치솟고 있는게 보였다. "후우…" 대열의 선두에 서서 나지막한 언덕길을 오르던 난 고개를 돌려 수도 크롬발 을 내려다보았다. 도시 곳곳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간혹 불길이 선명하게 보일정도로 하늘로 치솟고 있는곳도 있었다. 그리고 미로처럼 얽힌 도시내의 길로는 바람에 펄럭이는 수십개의 깃발이 어지럽게 펄럭이고 있었 다. 저 깃발 하나하나에 수백에 달하는 병사들이 몰려있겠지? 왕실을 상징하 는 왕실기와 부대기가 흩날리면서 도시를 질주하고 있었고 그 깃발들은 모두 지금 내게 서있는 언덕을 향해 달려오는 중이다. 로이드가 중앙군 병사들에 게 내린 명령은 간단하다. 무조건 전진. 그리고 적의 몰살. 너무 간단해서 문 제지. 흠…. 아마도 아무런 연관도 없는 민간인들이 많이 죽거나 다쳤을거야. 불쌍하게도 괴상한 일에 휘말려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시민들도 많았을거 다. 불행한 일이지. "마마. 적이 성문을 굳게 닫은채 농성을 준비중입니다." "그래?" 고개를 들어 언덕위에 세워진 내성벽을 올려다보았다. 성벽 곳곳에 적들이 몰려있었고 언덕을 올라오고 있는 우리들쪽을 보고 있다. 저들은 지금 어떤 심정으로 저곳을 지키고 있을까? 후우…. "대열을 갖춰라!" "이자식들아! 화살받이가 되고 싶냐? 살고 싶으면 통제에 따라!" 붉은 망토를 휘날리는 독전대 병사들이 일반 병사들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악을 쓰고 있다. 붉은 망토와 붉은 술이 잔뜩 달린 투구. 그것이면 충분하다. 독전대 병사들은 적들뿐만 아니고 아군에게도 공포스러운 존재니까. 도망치 는 자는 목을 친다. 그리고 등에 검을 들이대고 병사들을 전장에 밀어넣는다. 그것이 바로 독전대가 해야하는 일. 사람을 죽이는 일은 누구라도 하기 싫을 거야. 그것도 아군을 죽이는 일이라니 더욱더 싫겠지. 하지만 저들은 열심히 자신이 맡은 일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않으면 바로 자신이 죽을거라 는걸 잘알고 있으니까. 나와 마찬가지로 말이야. "이곳에서 다른 부대가 올때까지 쉰다. 근처 저택안을 수색해봐. 적이 없으면 그곳으로 이동한다." "예! 마마!" 마차 주위를 지키고 있던 병사 무리중 일부가 대열에서 빠져나와 주변의 저 택을 향해 뛰어갔다. 굳게 닫힌 철문을 넘거나 높다란 담장을 뛰어넘어서 안 으로 들어간 병사들은 이내 거미떼처럼 사방으로 흩어져서 폭도들을 찾아나 섰고 잠긴 나무문을 도끼로 부수면서 안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십여분뒤 병사들을 이끌고 수색에 나섰던 장교가 돌아왔다. "텅 비었습니다. 마마." "그래. 그럼 저기 저 저택의 공터로 이동하지. 저기라면 성벽위에서 날아오는 화살걱정 없이 쉴수 있을것 같으니까." "예! 마마" 내 명령이 떨어지자 마부를 겸하고 있던 병사가 말을 저택의 정문을 향해 몰았다. 굳게 닫혀있던 저택의 정문이 병사들의 손에 의해서 활짝 열렸고 마 차는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간뒤 4층짜리 저택을 등에 진채 멈춰섰다. 여기라 면 건물이 화살을 막아줄거야. "휴식! 잠시동안 쉰다! 볼일 볼 녀석은 이 근처에서 일보도록 하고 저택 안 이나 이 공터 밖으로는 나가지마라! 성벽위에서 네놈들 물건을 향해 닭털이 날아올테니까." "우하하하" 피식. 웃기는 놈이군. 하지만 뭐… 맞는 말이기도 하지. 저 성벽위에 있는 놈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저 성벽위까지는 겨우 100m도 안되는 언덕길이고 이정도 거리라면 충분히 화살 사거리 안이니까. 더군다나 위에서 쏘는 화살은 위력도 더 강한 법이니까 제대로 맞으면 그대 로 꼬치처럼 되버릴거다. 혼자서 저택안에 들어섰다. 저택안의 유리창은 온통 깨져있었고 벽에는 그 림이 걸려있던 자국들만 남아 있었다. 1층에 있는 몇몇 방을 돌아보았는데 서재로 보이던곳은 책들이 바닥에 수북히 쌓여있었고 주방은 텅비었다. 당연 하겠지만…. 창고로 보이는 곳은 모두 문이 활짝 열려있거나 부서져있었고 안에는 쓸모없는 쓰레기들과 어지러운 발자국들만 나 있었다. 그리고 간간히 복도나 방안에서 이 저택에서 일했을 시중인들의 시체가 널려있었다. 끼이 익… 작은 나무문을 열고 좁고 어두컴컴한 방안으로 들어서자 피내음이 코를 찌른다. 이놈의 피냄새는 아무리해도 적응이 안되는것 같아. "……" 방안에는 겨우 열 서너살정도 밖에 안돼보이는 소녀의 몸이 침대에 누워있 었다. 두팔은 침대기둥에 묶인채 천정을 응시하고 있는 작은 소녀는 입을 벌 린채 미동도 하지 않고있었다. 아마도 이곳에서 일하는 하녀였겠지? 도망칠 새도 없이 폭도들에게 붙잡혔을거야. 겁에 질린채 떨고있는 이 작은 아이를 놈들은 침대에 묶었을거고… 그리고… "크윽… 개자식들" 쿠웅. 살의가 치솟아오른다. 누구든 상관없어 무엇이든 상관없어. 그저 모조 리 다 때려부수고 몽땅 죽여버리고 싶다. "……후우" 난 길게 한숨을 내쉰뒤 문가에 떨어져있는 얇은 이불을 들어올렸다. 신발 자국이 잔뜩 묻어있었다. 난 그것을 들고 그 작은 소녀에게 다가갔다. 한때 옷이라 불리었을 천조각들이 침대가와 그 아이의 몸 주변에 널려있었고 속옷 조차 입지못하고 있는 소녀의 몸에는 자잘한 핏자국이 죽죽 그어져있었다. 내게 입천정을 보이고 있는 소녀의 입안에는 아직도 진득한 피가 한가득 담 겨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심장이 있던 자리는 갈비뼈가 보일정도로 심한 상 처가 나있었다. "……"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리고 천정을 응시하고 있는 소녀의 눈을 감겨주었다. 내가 할수 있는건 이정도 뿐이니까. 탁탁탁. 등뒤에서 발걸음소리가 들려왔 다. "마마! 지금 기사단 일부와 보병대 병사들이 속속 이곳으로 집결하고 있습니 다. 명령을…" "지금 간다." 죽은자는 죽은자일뿐. 난 아직 살아있으니 또다시 죽으러 가야겠지. 어쩌면 죽은 저 아이가 나보다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죽고나면 아무런 아픔도, 고통 도, 괴로움도 없을테니까. -------------------------------------------------------------- ... (무념)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1장 석양 아래 흐르는 광시곡 (3) 2003-12-11 23:00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로이드가 타고 있는 마차안으로 살짝 고개를 들이밀었다. 푹신한 방석들 위 에 누워있는 로이드는 두명의 의사와 비젠의 프리스트의 치료를 받고 있었 다. 로이드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있으니 조금 겁이 난다. 그때 로이드의 곁 에 있던 덴이 나를 보고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뭐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마마" "로이드는 괜찮겠지?" "물론입니다. 상처가 혈관을 건드려서 피를 좀 많이 흘리긴 했지만 그것도 이미 치료가 끝나고 봉합도 마친 상태입니다. 조금 약해지긴 했지만 1~2주 뒤면 건강해지실거라고 했습니다." "응. 다행이군. 쓸데없이 또 피를 볼일이 없어서 다행이야" "예?" "다 죽여버릴거니까. 로이드가 죽으면 이안에 있던 놈들 모두 같이 땅속에 묻어버릴거야. 내게 장담했던 덴 너 역시 마찬가지고" "아하하… 그런 무서운 말씀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여기 있는 의사들이나 저 나 다들 마마처럼 강철의 심장을 가지지 못했다고요." "그딴소리를 하는걸 보니 덴도 정상으로 돌아온것 같군. 하지만 난 진심이야. 로이드가 죽으면 진짜 다 죽여버린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마." "응. 그러는게 좋아. 나를 위해서나 덴 너를 위해서나 말이야." 이건 협박이나 그런게 아니야. 난 진심이라고. 로이드와 로렌이 없는 세상따 윈 내겐 아무런 가치도 없으니까. 왕성 주변의 저택들을 점거하고 기다리는 동안 카라덴 요새에서 공성전에 사용할 공성용 사다리들과 투석기 그리고 파성추로 쓰이는 배틀 램이 시가지 를 지나 도착하였다. 2만명의 중앙군중 요새를 지킬 병사 일부와 아직도 도 시내에서 약탈과 파괴행위를 하고 있는 폭도들을 제압하기 위해서 뿌려둔 1 만명 수준의 병사들을 제외한 나머지 병사들 모두가 이 일대의 저택과 도로 사이에 몰려들었다. 마차의 바로 옆에는 중앙군 지휘부로 쓰이는 막사가 세 워져있었고 내가 그 안으로 들어서자 브래드릭 장군과 프로센 후작이 지도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중앙군을 맡고 있는 장군과 왕국 재상의 대담 이라… 이거 내가 끼어들 자리도 없겠는걸? "이쪽 남동측 성벽부근이 다른곳보다는 허술해 보이는데 이곳을 집중적으로 타격하는게 좋지 않겠소?" "하지만 이 건축지도는 3년전 지도입니다. 담당 관리를 찾지못해서 알수는 없지만 이미 증개축이 이루어졌을겁니다." "그래도 내가 볼때는 이쪽으로 전력을 투입시키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보 는데" "이 부근은 경사가 심해서 건물도 얼마 안되고 그 저택부터 성벽까지 달려가 는 90m거리동안 몸을 숨길만한 장해물이 하나도 없습니다. 사다리를 든 병 사들이나 배틀 램이 성벽에 도착하기도 전에 파괴되고 말겁니다. 그보다는 역시 성문을 집중 공략해서 부수고 들어가는 방법이 좋을것 같습니다." "놈들도 바보는 아닐거요. 아마 성문주위에 다수의 병력을 집중시켜을터. 첫 공격에 함락시키지 못하면 왕성 공량에 쓸 병사가 모자를거요. 지금도 도시 내에 일만명이나 투입했지만 아직도 크롬발 시가의 1/3도 장악하지 못했소. 왕성을 수복하고 적의 수괴를 처리하지 않으면 도시내 치안유지에만도 모든 힘을 쏟아야 할거요." "하지만…" "행정부도 기능이 완전히 정지했고 도시내의 통제력은 완전히 상실했소. 이 런 상황에서는 시민병조차 징집할수 없소. 우리에겐 더이상 병력이 없다는 뜻이외다. 각 지역의 영주들도 왕국 곳곳에서 벌어진 폭동을 진압하는데만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어서 왕성을 수복하는데 병사를 보내줄지도 미지수요" "내가 가죠." 난 머리를 싸매고 앉아서 끙끙거리고 있는 두 남자앞에 서서 그렇게 말했 다. 그러자 브래드릭 장군이 나를 올려다보고 놀란 얼굴로 입을 열었다. "폐…아니 마마시로군요. 정상으로 돌아오셨다니 다행입니다." "내가 성문쪽을 맡겠어요. 프로센 후작과 브래드릭 장군은 남동쪽 성벽을 공 략하도록 해요." "하지만…" "성벽을 공격하는거니 사다리만 있으면 되겠죠? 투석기와 배틀 램은 모두 내 가 가져가겠어요. 그리고 병사들은 천명정도면 되겠군요." "무모합니다. 마마. 아무리 크롬발 왕성의 내성벽이 외성벽보다 낮고 공략하 기가 쉽다고는 해도 상대는 성벽을 의지하고 있습니다. 만만히 볼만한 상황 이 아닙니다. 마마" "어쨌든 내가 성문앞에서 싸우면 그만큼 그대들이 상대해야 할 적의 숫자는 줄어들겠죠? 내가 주의를 끌테니 그대들이 성벽을 넘어서 적을 몰아내도록 해요. 이 지도를 보니 그대들이 공략하려는 성벽과 중앙 성문까지는 대략 120m 정도니까 잘하면 성문앞에서 만나겠군요." "허나…" "방금 시간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던가요? 프로센 후작? 더 좋은 대안이 있다 면 말해봐요. 하지만 시간이 없으니 짧게"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마마." "그럼. 준비해줘요." 난 그말을 남기고 막사를 나왔다. 해는 이미 서쪽하늘까지 넘어가 있다. 이 제 한두시간뒤면 해가 질거고 그렇게 되면 오늘의 전투는 거기서 끝이겠지. 지금은 흥분한 병사들에 의해서 사냥개에게 쫓기는 토끼떼처럼 이리밀리고 저리 도망치던 폭도들도 야밤의 어둠을 틈타서 모일테고 내일 아침이 되면 오늘보다 더 조직화 된 폭도들이 병사들을 덮칠것이다. 그러기전에 끝을 봐 야 돼. 지금 여기서 어물거리고 있을 시간 따윈 없단말이야. 프로센 후작과 브래드릭 장군이 몇명의 기사들을 이끌고 건물들 사이로 사 라졌다. 둘다 지위가 높은이들이었지만 말을 타지않고 두다리로 걸어갔는데 그건 내가 생각해도 상당히 잘한일인것 같아. 저쪽에 실력있는 저격수 (Sharpstooter)가 있다면 이정도거리에서라면 투구를 꿰뚫어버릴테니까. 지휘 관들이나 장교들뿐만 아니고 기사단과 기병대 병사들 역시도 말에서 내린 상 태로 대기하고 있다. 나와 함께 정문을 공격할 전대중에도 기사들이 백명가량 되었는데 그들은 무거운 플레이트 아머 대신 가슴과 목부근만을 가리는 브레스트 플레이트를 착용하고 있었고 청동제나 가죽으로된 팔목, 발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카이트 실드를 왼쪽 팔등에 묶은채 일반 병사들 뒤에 서있다. 그리고 그 기사들 뒤 로는 세대의 배틀 램이 삼각형의 지붕을 높다랗게 세운채 언덕아래 대기하고 있다. 왠만하면 투석기는 사용하고 싶지 않아. 왕성이 부서질테니까. 자. 이정 도 시간이면 프로센 후작쪽도 준비를 끝마쳤겠지? 아참. 아까전에 코넬리아 의 시체가 성벽에 걸려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것 같은데 그 애의 시체는 잘 수습되었을까? 통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말자. 지금은 지금일만 생각하자고. 아넬리안" 난 주먹으로 투구를 치면서 혼자서 중얼거렸다. 이럴때 화격단 병사들이 있 으면 조금 편할텐데. 쯧. 그녀석들은 모으는데 시간이 너무 걸린단 말이야. 하여간 정작 필요할때는 꼭 필요한 녀석이 빠져있다니까. 하아… 우리 로렌 이 무사한지도 걱정인데 말이야. 지금 카렌이 있었다면 저 왕성안의 상황을 알수 있었을텐데. 정말 되는일이 없다. 없어. 제대로 훈련을 받은 병사들은 단순한 명령에도 충실히 복종한다. 크레센트 왕국을 지키는 망치라 할수 있는 중앙군은 그런 의미에서는 대륙에서 손꼽히 는 정예병사라 할수 있었다. 지휘관이 누구이던 이들에겐 아무런 상관이 없 겠지? 그저 명령을 내리면 그것을 충실히 수행한다. 그거면 충분하다. 나나 병사들이나 다른건 생각할 필요가 없겠지. "전투 준비" "전투 준비! 방패수들은 궁수 앞으로!" "궁수대 사격 준비!" 펄럭. 펄럭. 내 옆에 있는 세개의 깃발수중 한명이 깃발을 높이 들고 크게 흔들었다. 그러자 지면에 일열로 서있는 궁수들과 각 저택의 옥상에 올라가 성벽쪽을 바라보고 있는 궁수들이 화살을 활대에 걸고는 뒤로 당겼다. "사격해" "궁수 일제 사격! 다섯발까지 일제 사격. 이후 자유 사격을 개시한다!" 투두두둥…. 내 앞에 일렬로 서있는 궁수들이 활줄을 놓았다. 수백발의 화살 들이 허공으로 날아올랐고 이어 성벽위와 성벽너머로 떨어져내렸다. 그리고 바로 몇초뒤 다시 화살들이 날아올랐고 세번째 화살이 궁수들의 활에서 떠났 을때 난 병사들을 진격시켰다. 이상해. 정말 이상해. 중앙군 병사들이 방패를 머리위로 들어올린채 성벽을 향해 나지막한 언덕을 올라가고 있는데도 성벽위에서는 별다른 저항이 없다. 이때쯤이면 화살이건 돌이건 뭐건 성벽위에서 떨어져내리는게 당연한걸텐데 말이야. 거기다 내 뒤에서 대형을 이룬채 성벽위를 향해 화살을 나리고 있는 궁수들의 공격에도 성벽위에서는 별다른 저항이 없다. 비명소리가 떨어져내 리는 시체도 없고. 저놈들 다 숨은건가? 아니면 원래 왕성안에 폭도들이 별 로 없던건가? 어쩌면 다 도망갔을지도… 그렇다면 좋을텐데 말이야. 쉽게 이 길수 있을테니까. 난 카이트 실드를 머리위까지 들어올린채 그렇게 생각하면 서 병사들의 뒤를 따라 성벽쪽으로 걸어갔다. "돌겨억!!!" "와아아아아아!!!" 선두에 먼저 나갔던 병사들중 일부가 가까워진 성벽을 향해 함성을 지르면 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뒤를 따라서 다음 부대의 병사들도 달리기 시작한다. 열명당 하나씩 배치된 사다리들이 방패 대신 병사들의 머리위로 들어올려졌고 갈고리가 달린 사다리의 끝이 10m에 달하는 높다란 성벽위를 향해 들어올려졌다. 근접전용의 숏소드나 메이스로 무장한 병사들이 먼저 사 다리를 향해 달려올라갔고 그뒤로 종자나 사병을 가진 기사들이 성벽앞에 모 여들었다. 그런 기사들 뒤로 붉은 망토를 휘날리는 독전대 병사들이 북을 두 들기거나 롱소드를 뽑아들고는 고함을 질러댄다. "올라가! 물러서는 놈은 벤다!" "뛰어! 밑에 있다간 다 죽는다!" "와아아아아!!!" 뭐… 독전대 병사들이 말하지 않아도 저 앞에서 성벽위에 사다리를 걸치고 기어올라가고 있는 병사들은 알고 있을걸. 성벽 밑에서 얼쩡거리다간 뭐에 죽는줄도 모르고 죽어나갈것이라는걸 말이야. 그렇기에 말하지 않아도 모드 들 기를 쓰고 먼저 위로 기어올라가려고 버둥대는것 일테고. 적의 저항은 없 는것이나 다름없다. 이정도라면… 쉬이이이잉… 콰아아앙!!! "뭐…뭐지?" 성벽너머에서 무언가가 날아왔다. 그리고 그것은 내 뒤에서 성벽위를 향해 화살을 날리고 있던 궁수들 머리위로 떨어져내렸다. 한두개가 아니고 수십개 의 새까만 물체가 성벽너머에서 날아왔고 그것들은 궁수들의 대열 안으로 떨 어져내렸다. 콰앙! 등뒤에 있던 저택의 옥상부근이 박살나면서 그위에 있던 궁수들을 뭉개버렸다. 돌? 투석기? 그런 물건이 어떻게 내성벽안에 있는거 지? 저놈들… "와아아아아!!!" "다 죽여버려!" 갑자기 성벽위에서 수많은 적들이 불쑥 솟아오르더니 함성을 질러댔다. 사 다리를 기어오르던 병사중 하나가 그런 적들이 내지른 창에 꿰뚤려서 그대로 뒤로 넘어갔고 뒤따르며 기어오르던 다른 병사들을 덮쳤다. 쿠웅…. 투둥… 성벽아래 몰려있던 병사들의 머리위로 화살이 쏟아져내렸다. 망할. 촤아아 악… 성벽위에서 김이 솟아오르는 뜨거운 액체가 지면을 향해 쏟아져내린다. "아아아악!!!" "뜨…뜨거워…" "내 눈… 내눈!!!" "떨어져! 기름이 흘러내린다! 물러서! 물러서라고!" "후퇴는 없다! 돌격하라! 물러서는 자는 벤다!" "이 개자식아! 그럼 니가 앞에 서봐!!!" "끄아아아악!!!" 치이이익… 바로 10m도 안되는 코앞에서 수십명의 병사들이 온몸에 끓는 기름을 덮어쓴채 바닥을 뒹굴고 있다. 그리고 그런 병사들의 머리위로 불이 붙은 횃불들과 역시 불붙은 건초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화륵… 화르르. "부…불이…" "물러서! 뒤로 빠져! 물러서라고!" "커어어…" 성벽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도망치려던 병사의 등에 위에서 떨어져내린 창날 이 깊숙히 박혔다. 앞으로 쓰러지며 투구를 떨궜다. 그리고 쓰러진 병사의 발 치로 불타오르고 있는 기름이 흘러내려왔다. "끄아아아아악!!!" 바닥에 쓰러진 그 병사는 온힘을 다해 앞으로 기어갔지만 그보다 밑을 향해 흐르는 기름이 훨씬 빨랐다. 뒤따라온 기름줄기는 그 병사의 다리를 집어삼 키고 배를 타고 흘러내렸다. 치이익… 지독한 냄새와 함께 아직도 질기게 살 아있는 그 병사는 비명을 질러대면서 몸을 꿈틀거렸지만 이미 언덕 아래를 향해 흘러내리는 기름줄기는 그병사의 온몸을 감쌌다. 툭… 작은 불길이 병 사의 옷가지에 들러붙었고 고개를 치켜들고 비명을 질러대던 병사는 그대로 고개를 떨구었다. "후퇴시켜. 물러난다." "후퇴! 후퇴!!!" 젠장. 또 당했다. "와아아아아!!!" "얼마든 덤벼봐라!" "또 죽으러 와봐! 언제든지 죽여주마!" "크하하하핫!" 난 등뒤로 치솟는 불길을 노려보며 몸을 돌렸다. 젠장할. 저 불길이 잡히기 전까지는 성문앞에 얼씬도 하기 힘들겠군. 빌어먹을. 이상하게 머리가 차갑다. 수십 아니 근 이백여명에 달하는 내 병사들이 눈 앞에서 죽어나갔고 적들의 야유를 받으며 비참한 기분으로 후퇴했는데도 불 구하고 머리속만큼은 맑다. 이상한 기분이야. 뭐랄까… 그동안 머리속을 괴롭 히던 수많은 고통과 번뇌가 모조리 사라진듯한 기분이었다. 거기다 잠깐이었 지만 로이드와 로렌마저도 잊혀졌었다. 내가 살아가는 존재 이유나 다름없는 로이드와 로렌이 마치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타인같이 느껴졌었다. 정 말… 나 미쳐가는걸까? 이건 정상이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로렌을 생각하면 서 아무런 감흥이 없다니 너무 이상해. 마치 마음속에서 무언가 하나가 빠져 나간 기분…. -------------------------------------------------------------- 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 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 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 얼(음침.)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1장 석양 아래 흐르는 광시곡 (4) 2003-12-12 23:50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내성의 정문으로는 도저히 안될것 같다. 성문앞에 가득 뿌려진 기름은 아직 도 활활 불타고 있고 자욱히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는 성벽위의 상황이 어떤 지 알수가 없다. 거기다 성벽위에서는 아직도 기름을 퍼붓는지 불길은 줄어 들긴 커녕 오히려 더욱더 거세지고 있다. 가끔 나무조각이나 짚검불같은것도 떨어져내려서 한두시간내에 불길을 진화하고 다시 성벽위로 기어올라가는건 불가능할것 같았다. 차라리 한밤중이라면 어둠을 틈타서 약한부분을 찔러보 겠지만 그것마저도 여기서는 안될거 같다. 재수없겠도 바람마저 우리를 안도 와주고 있다. 시커먼 연기는 우리쪽을 향해 오고 있었고 탁하고 메운 연기가 호흡을 곤란하게 만들정도였다. "치잇…" 기사들중 근 스무명 가까운 숫자가 성벽아래서 끓는 기름속에서 비명을 지 르며 죽어갔다. 그 세배에 가까운 기사의 사병들과 종자들도 그곳에서 죽었 으며 기사보다 먼저 달려갔던 병사들도 비슷한 숫자의 사망자를 냈다. 거기 다 궁수들중에서도 상당한 사상자가 났는데 그들 대부분은 건물 옥상에서 성 벽을 향해 화살을 날리던 궁수들이었다. 부상자 - 대부분 화상환자다 - 는 사상자의 두배가 넘었고 사기라는건 더이상 찾아보기 힘들었다. 최소한 여기 서는 말이야. 흠… 저놈의 단단한 돌벽이 막고 있으니 내 힘으로도 어떻게 할수는 없을것 같은데… 어쩐다. 반쯤 무너진 저택에 등을 기댄채 고민을 하던 난 결국 결심을 내렸다. 성문 으로는 안되겠어. 이렇게 된다면 프로센 후작에게 가는 편이 좋을것 같다. 거 기라면 내가 마음껏 날뛸수 있는 자리가 있을거다. 아마도…. "좋아. 가자. 더이상 시간낭비를 하고 있을수는 없으니까" 난 그렇게 결정을 내리자마자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이 곳의 지휘를 기사 들중 선임자에게 넘긴뒤 대여섯명의 길잡이 겸 호위병들을 이끌고 프로센 후 작과 브래드릭 장군이 있는 남동쪽 성벽을 향해 걸어갔다. 병사들의 뒤를 따라 걷다보니 내가 있던 내성문으로 통하는 가도뿐만 아니 고 내성벽 주변의 거의 모든 저택들 주변에 중앙군 소속의 병사들이 몰려있 는게 보였다. 작게는 열댓명부터 많게는 수백명에 달하는 병사들이 불안한 얼굴로 서로 작게 소근거리거나 마른 육포등을 뜯으면서 저택뒤에 숨어서 성 벽위를 힐끔거리고 있었다. 이런게 바로 전쟁이라는거겠지. 대략 20여분쯤을 걷다보니 - 가는곳마다 병사들이 검문했다. 망할. 깃발이 던 뭐던 가져올껄 - 커다란 함성소리와 함께 언덕위를 달려올라가는 한떼의 병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수백명의 병사들은 '와아아아아!!!'하고 악에 받친 소리를 내지르면서 성벽을 향해 뛰어올라갔고 그에 맞대응하여 성벽위에서는 아래를 향해 화살을 수도없이 쏟아부었다. 십여명이 중앙군 병사들이 바닥에 드러눕는동안 사다리를 들고 달리던 병사들이 성벽에 달라붙었고 두어명의 병사들이 사다리 뒤를 단단히 붙잡고 위를 올려다보는게 보였다. 이어 함성 을 지르는 병사들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고 성벽위에서 몸을 내민 병사들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병사를 찌르거나 사다리를 밀어내기 위해서 분주한 모습이었다. 끼이이익… 쿵. 성벽에 걸려있던 사다리중 하나가 바닥에 떨어지 면서 반으로 부서졌다. 그리고 그위에 있던 병사들과 미처 피하지 못한 병사 들이 사다리의 잔해아래 깔렸다. 그렇게 스무개 가량되던 사다리중 절반이 부서지거나 못쓰게 되자 성벽아래 있던 병사들이 뒤로 물러섰고 그뒤를 이어 다른 부대가 다시 성벽을 향해 함성을 지르며 뛰어올라가는게 보였다. 이미 성벽 아래의 바닥에는 시체가 수북히 쌓여있다. 내성벽에서 꽤 멀찍이 떨어진 저택아래 흰색 천으로 된 커다란 막사가 세워 져 있었다. 그 막사 역시 저택의 정원에 세워져있었는데 보나마나 성벽위에 서 날아오는 화살을 막기위해서 일게 뻔했다. 저택 입구 근처에서 불안한 눈 으로 성벽위를 힐끔거리면서 나를 바라보는 경계병을 지나 안으로 들어간 난 나를 따라온 병사들에게 본대로 돌아가라고 명령한뒤 주변에 모여있는 중앙 군 병사들을 지나 막사로 들어갔다. 안에는 십여명의 장교들이 분주하고 뛰 어다니고 있었는데 그들중 프로센 후작과 브래드릭 장군을 찾는건 쉬웠다. 그들은 막사 정 중앙에 서서 테이블을 내려다보고 있었으니까. 내가 그들쪽 으로 다가가자 브래드릭 장군이 날 알아봤다. "오셨군요. 마마." "실패했어요. 지금 성문 주변은 불바다에요." "으음…" "역시. 놈들 역시 성문 주변을 방어하기 위해 대책을 세워 놨을테니 당연할 겁니다." "여긴 어때요? 시간이 꽤 지난것 같은데" "생각외로 저항이 강합니다. 겨우 민병과 폭도들이 이정도로 조직적인 방어 를 할수 있을리가 없을텐데 이상하더군요." "단순한 폭도라면 아무리 능력있는 지휘관이라도 통제가 안되오. 저들중 열 에 두셋은 훈련받은 병사라고 봐야 할거요." "그렇다해도 우리는 돌파구를 마련해야겠죠?" "……" "그렇지 않아도 지금 대대적인 공격을 준비중입니다. 지금까지는 탐색전이었 고 이번에 단숨에 밀어붙여서 단번에 함락해야겠죠" "그렇다면 내가 선봉에…" "각하. 농노들과 노예들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응? 누구야? 어느놈이 감히 내 말을 중간에 끊어먹는건데? 난 인상을 찌푸 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한 오십은 되어보이는 왜소한 사내가 체인 메일을 몸에 걸린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일찍왔군. 오려면 반나절은 걸렸을텐데." "여유 병사들과 주변의 농노들 그리고 성에서 일하는 모든 노예들을 전부 끌 고왔습니다. 각하. 명하신대로…" "수고했다. 지금 바로 시작할테니 모두 준비하고 있도록." "명하신대로 하겠습니다. 각하." 누구지? 프로센 후작에게 각하라고 말하는걸 봐서는 그의 부하인것 같은 데… 하지만 저 왜소한 체격에 주름진 이마 깡마른 손등을 봤을때는 치안대 장이나 그런자는 아닌것 같고… 프로센 후작을 따르는 귀족일려나? 음… 그 럴지도 모르겠다. 왠지 격식이 느껴지는게 귀족의 기품이 느껴지거든. "누구죠?" "제 성에서 일하는 집사입니다. 마마" "예?" "그저 일하는 집사일뿐입니다. 신경쓰실만큼 대단한 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그럼 예전에 유명한 기사였나요? 보기에는 검과는 그다지…" "제 선대부터 일하던 집사입니다. 부엌칼이라면 몰라도 검같은건 아마 단한 번도 쥐어본적이 없을겁니다. 갑옷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저 모습은…" 싸우러 가는거잖아? 그것도 집사가? 평생 검한번 만져본적 없다는 사람이? 이상해. 정말 이상해. 그런 내 생각이 얼굴에 비쳤는지 나를 보던 프로센 후 작이 '훗'하고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제가 앞장선다고 하니 죽어도 뒤따르겠다고 하더군요. 후후후" "예?" "잘 못들으셨습니까? 뭐… 상관은 없겠군요. 하여간 이번 공세의 선두는 제 가 서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후작이잖아요. 거기다 사령관인데 그런 사람이 왜 앞에…" "그게 뭐 어때서 그러십니까? 마마" "위…위험하잖아요. 죽을수도 있고…" "하하하" 왜…왜 웃는거야? 기분 나쁘게! 남은 기껏 생각해서 말해줬는데. "뭐죠? 불쾌하군요." "이거… 실례했습니다. 마마. 후후후. 하지만… 한나라의 왕비가 선두에 나서 서 싸우는건 상관없고 고작 후작따위가 앞장서는게 이상합니까? 전 그 반대 가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 "어차피 더 지킬것도 없으니 이 늙은 목숨따위도 아깝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번 공격에는 제가 앞장서도록 하지요. 뒤에서 잘봐두십시오. 이 늙은이가 어떻게 싸우는지를…" 뭐가 지킬게 없다는거야? 뭐가… 인간이면 당연히 자기 목숨이 가장 소중한 법 아니야? 그걸 어떻게 쓰레기처럼 내던지듯 던져버릴수 있지? 이상해… 나라면… 나라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로이드와 로렌이 이세상 사람이 아니라면… 욱씬. "우욱…" "괜찮으십니까? 갑자기 안색이 안좋아지셨군요. 조금 쉬시는게 좋을거 같습 니다." "조용한 자리를 준비하도록 하죠. 마마" "됐어요. 브래드릭 장군. 그리고 프로센 후작. 정 당신이 앞장서고 싶다면 그 렇게 해요. 하지만 당신이 실패했을때는 내가 나설거에요. 알겠나요?" "흠… 그러시던지." 그렇게 대답한 프로센 후작은 갑자기 손벽을 두번 짝짝 쳤다. 그러자 막사 안에서 소란스럽게 뛰어다니면서 일하던 장교들과 소년병들이 모두 후작을 바라보았다. "잠깐 쉰다. 10분뒤에 다시 시작할테니 나가서 쉬다오도록. 쉬지않고 일만하 면 능률이 떨어지는법이니까. 당번병! 가서 차를 내와라." "옛! 각하!" 그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교들이 우루루 몰려나갔다. 쉬는게 좋아서 뛰쳐나 간건지 아니면 후작의 명령이 무서워서 나간건지는 잘 모르게지만…. 잠시뒤 중앙군 지휘부로 쓰이는 야전 막사안에는 나와 브래드릭 장군 그리 고 프로센 후작 셋만 남았고 우리들은 왕성의 지도가 펼쳐진 테이블 위에 찻 잔을 내려놓고 티타임을 시작했다. 후룩. 맛… 괜찮네. 생각보다는…. "흐음… 괜찮군" "……" "……" 왠지 이런 자리 불편해. 나만 그런게 아닌지 브래드릭 장군도 차를 마시면 서 프로센 후작의 여유만만한 표정을 힐끔거리고 있다. 이상한 사람이야. 정 말 말로는 모든걸 잃었네 어쩌네 하면서 행동하는건 평소나 다름없는것 같다 고. 이런 사람이 바로 겉다르고 속다른 속물의 표본일까? 난 프로센 후작을 힐끔거리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걸 눈치챈걸까? 갑자기 차를 마시 던 프로센 후작이 찻잔을 내려놓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마마." "응? 왜…왜요?" 갑자기 말을 걸어오다니. 꼭 내 속마음을 들킨것 같잖아. "전 당신이 싫습니다." "예?" "아니 싫다기보다는… 증오한다고 해야할까? 음…그것도 약하군. 그래. 찢어 죽이고 싶다고 하면 되겠군요. 하하하" "예에?" "후작각하! 그건 너무 무례한 언사가 아니십니까?" "지금 왕비마마와 대담중이라네. 참견말아주게 브래드릭 장군. 아니 미노스 자작이라고 해줄까? 어느쪽이던 난 상관없지만" "뭐라고요?" "그만하세요. 브래드릭 장군. 좋아요. 프로센 후작. 그런데 그런말을 지금 여 기서 하는 저의가 뭐죠?" "앞으로 이런말을 할 기회가 없을것 같아서…라고 해야겠군요. 마마" "……" "처음 당신이 이 나라에 팔려왔을때. 연회장에서 본 당신은 그저 다른 귀족 가의 영양보다 조금 더 예쁜 인형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별 생각이 없었지요. 현 국왕이선 로이드 폐하나 마틴 전왕자나 어느쪽의 부인이 된다해도 별 상 관안했을것입니다. 비록 그당시 위크가보다는 세가 약하다고는 해도 프로센 후작가도 남부러울것 없는 가문이었으니까요. 잘하면 왕비 자리를 노려볼수 도 있었을테고 못해도 제 딸 코넬리아를 후궁으로 보낼수 있을거라 생각했습 니다." "그래서요? 타국에서 온 여자가 왕비가 되니 기분이 많이 상하셨나보죠?" "별로 그런건 아닙니다. 현재의 당신 수준이라면… 그리고 얼마전까지의 제 권력이라면 모함해서 본국으로 돌려보내는것 정도는 쉬운일이었을 겁니다. 한 나라의 왕비가 권력을 사용하여 대여섯개의 중소영지쯤은 간단히 뒤집어 버릴 사병을 키우고 있고 국가의 재정을 뒤로 빼돌리는 정도만으로도 음해하 기에는 너무 쉬운일 아니겠습니까?" "…알고 있었나요?" "후훗. 귀족들을 너무 물로 보셨더군요. 왠만큼 머리가 돌아가는 자들은 다들 알고 있습니다. 다만 못본척 하는것일뿐입니다. 마마." "……" "그래도 지금껏 그냥 넘어간것은 현 국왕이신 로이드 폐하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없을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왕비마마나 미천한 저나 모두 이 나 라 크레센트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마마께서 왕국 이곳저곳을 돌면서 학살극을 자행히건 약탈을 하건 제동걸지 않고 가만 히 놔둔것입니다." "그래서요? 원하는게 뭐죠?" "후후. 지금에 와서 원하는게 있겠습니까? 멍청한 아들놈은 프로센 후작가의 유일한 후계자이면서 바보같이 죽어나갔고 아들놈보다 더 멍청하고 순진한 딸네미는 폐하의 성은 한번 못받아보고 죽었으니 이제 기대고 자시고 할것도 없습니다. 후계자가 없는 프로센 후작가야 알아서 역사뒤로 사라질테고 말입 니다." "그…그렇지만… 다른 방법도 있잖아요. 양자를 들인다던지…" "훗. 마마께서 살던 로세니아에서는 어땠는지 몰라도 이 크레센트에서 가문 을 이어가기위해서는 늘상 피를 본답니다. 어떨때는 친척들 모두를 죽일때도 있지요. 후후후" 이사람도… 정상이 아니야. 어떻게 자기 친척들을 죽였다고 말하면서 웃을 수 있지? 그것도 마치 저녁때 식사를 했습니다. 하는 식의 어투로 말하다 니… "하여간… 이제 프로센 후작가는 끝장났으니 이만 접어야겠습니다. 후후. 왕 국 최고의 귀족가가 되고자 평생을 바쳤건만 그런것따윈 다 부질없는 짓이라 는걸 이제야 깨닫다니 이 나도 참으로 멍청한 작자였습니다. 하하하" "……" "대담중에 끼어들어서 죄송합니다만 각하. 이제 시작하시지 않으면 곧 해가 질것입니다." "오~ 그런가? 이거 실례해야겠군요. 마마. 죄송하지만 먼저 자리를 뜨겠습니 다. 부디 제 뒤를 잘 따라오시길 바랍니다." "그러도록… 하죠." 갑자기 막사안으로 들어와 끼어든 후작가의 집사는 프로센 후작의 뒤에 조 용히 섰다. 그리고 후작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능숙한 솜씨로 의자를 밀어놓 고는 프로센 후작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그리고 막 막사를 나서러뎐 프로 센 후작이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아참. 깜박했습니다. 후후. 마마. 이 늙은이가 충고한말씀 올리겠습니다." "하세요." "너무 익숙해서 소중함을 잊고 있는게 있다면… 후회하기전에 소중히 대하십 시오. 마마. 안그러면… 후훗. 왕비마마께서는 머리가 좋으시니 더 말하지 않 아도 잘 아실것이라 믿습니다." "……" 그말을 끝으로 프로센 후작은 막사를 나갔다. 그리고 긴 뿔나팔 소리와 함 께 커다란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브래드릭 장군과 함께 막사를 나왔을때 우리들 눈앞에 버티고 이는 성 벽 아래에는 이전과는 비교도 할수없을만큼 많은 병사들이 몰려있었다. 거기 다 수십 아니 백개는 될법한 많은 사다리들이 성벽위에 걸려있었고 아군 적 군 할것없이 많은 병사들이 성벽위에서 서로 칼부림을 하면서 싸우고 있었 다. 이미 석양이 지고 있다. 앞으로 얼마뒤면 해가 질것이고 그렇게 되면 전 투는 더 힘들어질것이 뻔했다. 빨리 끝내야 되. "장군." "예. 마마" "여기있는 병력을 셋으로 나눠요. 첫번째 전대는 내가 지휘하도록 할테니 그 대는 여기서 상황을 봐가면서 후속 부대를 계속 올려보내요. 이번 전투로 끝 을 보도록 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마마" 내 말에 브래드릭 장군은 순순히 대답했고 곧바로 후속부대가 성벽위로 돌 입준비를 끝마쳤다. 이에 지금껏 벗어놓고 있던 투구를 머리에 쓰고 바이져 를 내린뒤 한손에 클레이모어를 다른손에 황실 깃발을 들고 내 뒤에 서있는 병사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국왕폐하와! 조국과! 가족을 위하여!" "국왕폐하와! 조국과! 가족을 위하여!" "자랑스러운 크레센트의 병사들이여!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전원 돌격!" "돌격!" "와아아아아아!!!" "크레센트 만세!" "개 같은 폭도들로부터 가족을 지키자!" "와아아!!! 저 개자식들을 다 죽여버리자!" 펄럭 펄럭. 손에 들고 있는 깃발이 바람에 흩날린다. 난 깃발을 들고 병사들 의 맨앞에 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피잉… 타닥. 퉁. 허공에서 날아온 화살이 왼팔에 단단히 고정해둔 카이트 실드에 막힌채 허공으로 튀어올랐다. 성벽의 망루에서 날아온 화살들은 내 주변을 향해 날아왔지만 나에겐 아무런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역시 깃발을 들고 뛰는건 너무 눈에 띄는걸까? 귀찮아. "아아악…" 비명소리에 힐끗 뒤를 보니 내 뒤에 바싹 붙어서 따라오던 병사중 하나가 화살에 맞은채 뒤로 넘어졌고 이내 다른 병사들 사이에 파묻혔다. 밟혀죽겠 군. 칫…. "자! 달려라!" "대열을 이루고 뛰어! 훈련도 못받았나?" "대열에서 빠져나가지마! 등을 보이면 화살의 표적이 된다!" "빌어먹을 자식들아! 폐가 터지도록 달리란 말이야! 달려! 달…커헉…" "엎드리지마! 뒷사람에게 밟힌다!" 점점 날아오는 화살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겨우 수십미터밖에 안되는 언 덕길이 수킬로미터는 되는것 같아. 응? 저건…. 난 갑자기 그자리에 멈춰섰 다. 그리고는 뒤따라오던 병사중 하나에게 깃발대를 던지면서 소리쳤다. "너! 이 깃발 들고 뛰어!" "예에? 우와앗!" "달려! 병신새꺄! 죽고 싶냐? 엉? 죽고싶어?" 등뒤에서 들려오는 거친 욕설이 귀에 거슬렸지만 그보다는 눈앞에 나타난 광경에 신경을 몽땅 빼앗겼다. 난 나도 모르게 한걸음씩 그쪽으로 다가갔다. 잡초들과 흙더미. 지금껏 이곳을 수없이 오르내린 중앙군 병사들이 다져놓 은 길 아닌 길가에 피를 흘리며 널부려져있는 시체들이 치워져 있었다. 그리 고 그 사이에 아까전 봤던 프로센 후작의 집사가 엉망이 된 모습으로 시체들 사이에 기댄채 누워있었다. 고개를 떨군채 축 늘어져 이는 그 집사는 마치 죽은 시체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그래도 미약하게나마 움직이는 그의 가슴이 아직 그 노인의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는것을 알려주었다. "이봐. 당신… 괜찮아?" "으으…" 난 그 집사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살며시 붙잡았다. 그러자 프로센 후작의 집사는 볼이 쑥 들어간 깡마른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힘겨운 표정으 로…. "쿨럭…쿨럭…" 집사의 입에서 피가 울컥 튀어나왔다. 죽을것 같아. 이 사람. 그의 가슴에는 두발의 화살이 깊숙히 꼽혀있었는데 부상을 당한지 오래되었는지 그가 입고 있던 체인메일의 아랫부분은 이미 굳기시작한 피가 잔뜩 흘러나와 있었다. 난 투구의 바이져를 위로 올린뒤 그의 어깨를 살짝 흔들면서 말했다. "이봐. 잠시만 참아. 내가 곧 의사한테…" "오오… 쿨럭. 참으로 아름다운 아가씨로군요. 괜찮습니다. 쿨럭. 쿨럭." "지금 남의 얼굴이나 보면서 감탄할때야? 조금만 참아. 막사까지는 얼마 안 되니까" 난 그렇게 말한뒤 그 집사를 들어올리려 했다. 하지만 집사는 부들부들 떠 는 깡마른 손으로 나의 손을 힘겹게 밀어내면서 말했다. "쿨럭… 후후. 됐습니다. 아가씨. 쿨럭 쿨럭…. 사람이건… 동물이건… 죽을때 가 되면 그걸 느낀다고 하지요. 후후…. 전 틀렸습니다." "이봐 그런말 말라고. 나도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이렇게 생생하게 잘 살아있는걸" "후후… 참으로 강인한 분이시군요. 우리 작은 아가씨가… 당신처럼 강한분 이었다면… 후우… 참으로 불쌍한 분이지요. 가슴이 아팠답니다. 그 여리고 착하신 분이…." "……" "차라리… 차라리… 코넬리아 아가씨가… 한마디만 하셨더라면…. 크흑… 그 저… 한마디만… 하셨더라면… 그 황량하고 어두운 왕성안으로 보내는 일 은… 안했을텐데… 크흑… 얼마나 아프셨을꼬… 얼마나 괴로우셨을꼬…" "미안…" 왠지 내탓인것 같아. 난 진심으로 죽어가고 있는 집사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 집사는 살며시 고개를 저으면서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이건… 다아… 운명일뿐입니다… 그렇지요. 운명… 운 명인게죠. 전 결혼을 하지 않았답니다. 휴넨 도련님과… 코넬리아 아가씨가 마치… 제 자식처럼 느껴졌거든요. 후후후… 쿨럭. 쿨럭" "지금 후회하고 있어?" "늘… 후회하고 있지요. 쿨럭…. 왜 그때 도련님이… 기사가 되는걸 말리지 않았을까…. 왜 그때… 아가씨가… 쿨럭, 쿨럭 아가씨가… 결혼하는걸 막지 못했을까… 왜 돌림병에… 마님이 돌아가시는걸 보고만 있었을까… 후후. 인 생이란 늘… 후회만 하는 법이랍니다. 쿨럭, 쿨럭… 허억…허억" "안색이 안 좋아. 빨리 치료하러 가야겠어" "아닙니… 쿨럭. 쿨럭. 죄송합니다. 아가씨… 멋진… 쿨럭… 갑옷에 피가 튀 었… 군요." "상관없어. 닦으면 그만이니까" "그렇군요… 그래요. 후후. 인생…이라는것도… 크윽… 그렇게… 깨끗하게 닦 아낼수… 있었다면… 좋았을…것을…. 후후" "이제 그만 말해. 더이상은…" "쿨럭, 쿨럭, 이 늙은이는 이제 곧 죽습니다. 알수있어요… 아가씨께…서도 제… 나이…만큼… 쿨럭 쿨럭… 살게되면… 아실수… 있을것입니다. 가세요. 이 늙은이는… 상관하지 마시고… 그만 가십시오. 하실… 일이 있지…않습니 까? 후후." "……" 늙은 집사는 괴로운 기색을 힘겹게 숨기면서 내게 손짓을 하며 빨리 가라고 재촉했다. 하지만 왠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걸….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흐릿한 노집사의 눈에 작은 눈물이 맺혔다. "가…십시오. 그리고… 부탁…입니다. 부디… 부디… 후작…각하를… 각하 를… 지켜 주… 쿨럭… 주십시오. 그분은… 그분은… 지금 죽을 자리를… 찾 고 있습…" 힘겹게 내 팔위에 깡마른 손을 올려놓고 있던 집사의 손이 바닥에 떨어졌 다. 그리고 작게 떨리던 그의 몸이 옆으로 스르르 쓰러졌다. 털썩…. 난 조용 히 자리에서 일어선뒤 다른 시체들처럼 차가운 바닥에 누운채 눈을 감고 있 는 노 집사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맺혀있다. 젠장. "와아아아아아!!!" 두두두두두…. 경사진 언덕 아래에서 또 한무리의 병사들이 황실 깃발을 펄 럭이면서 내쪽을 향해 뛰어올라오고 있다. 그와 함께 조용하던 공간이 끔찍 한 소음소리로 가득찼다. 비명소리, 쇠가 부딪치는 소리, 고통에 찬 신음 소 리, 그리고 병사들이 내지르는 악에 받친 고함소리. 달렸다. 온힘을 다해 달렸다. 도저히 닿지않을것 같이 멀리 떨어져있던 성벽 이 단숨에 눈앞에 나타났고 내 앞을 가로막는 병사들을 헤치고 난 앞으로 뛰 어갔다. 그리고 사다리 주위에 몰려있는 병사들을 헤치고 위로 기어올라갔다. 우직…. 젠장. 조금만 더 버티라고. 아직 반도 못올라갔어. 우지직…. 뿌득…. 사다리를 묶고 있는 밧줄이 투둑거리면서 끊어지려 했다. 난 정말 온힘을 다 해서 사다리위를 뛰어올라갔다. 그리고 막 성벽위에 손을 올려놨을때 우두 둑…하는 소리와 함께 내가 타고 올라왔던 사다리가 부서진채 바닥으로 떨어 져내렸다. 젠장. "죽엇!" 으윽…. 어떤 자식이야?! 손등에서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힘이… 젠장! "우아아!!!" 콰앙. 성벽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단번에 허공으로 날아오른 난 쿵…하고 육 중한 소리를 내면서 성벽위에 안착했고 곧 주변이 적들이 둘러싸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죽여버려!" "밀어내!" "몰아내! 죽여!" 너나 죽어! 콰앙! 바로 눈앞에 있는 놈을 어깨로 들이 박은뒤 난 클레이모 어를 횡으로 힘껏 휘둘렀다. 콰득… 우드득…. 젠장. 뼈 부러지는 소리는 언 제 들어도 기분나빠! 투둑…. 내 검에 걸린 자들 대여섯이 허공을 날아 성벽 뒤로 넘어갔다. 쿵…. 성벽 아래는 흙이지만 나무도 많은 정원이니 살아남긴 글렀군. "와아악!!!" 카앙. 나를 향해 찔러들어오는 창날을 클레이모어를 쳐냈다. 그리고 몸이 왼 쪽으로 기운 그자를 힘껏 성벽 너머로 떠밀었다. "우아… 아아아악!!!" 긴 비명소리. 그리고 쿵. 하는 짧은 소리. 그걸로 끝. 인간은 너무나 연약하 고 너무나 쉽게 죽는다. 떨어져도 죽고. 베여도 죽고. 찔려도 죽고. 화살에 맞 아도 죽고…. 병에 걸려도 죽고. 늙어도 죽고. "어차피 죽을 놈들… 다 죽어버렷!" 콰아앙! 클레이모어로 바닥을 향해 힘껏 내리찍었다. 성벽의 파편이 튀면서 시체가 된 육신의 일부가 밑으로 함몰 되었다. 우웃? "잡았다!" 어떤 놈이 등뒤에서 날 껴안았다. 하지만… 쩌억. 팔꿈치로 놈의 머리가 있 을 부분을 힘껏 찍어버리자 '커헉…'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내 몸을 붙잡고 있 는 팔을 풀었다. 난 뒤돌아서서 두손으로 얼굴근처를 부여잡은채 비명을 지 르는 놈에게 다가가서는 그자의 어깨를 붙잡고 성벽 밑으로 힘껏 밀었다. "끄아아아…" 또 한놈. 클레이모어를 세로로 세운뒤 깊숙히 찔렀다. 콰득. 푸욱…. "커흑…으으…" 눈앞에 창대를 가지고 내 검을 막아보려던 자는 반쪽으로 부러진 창대를 두 손으로 붙잡은채 자신의 배를 파고 든 내 클레이모어를 보면서 믿을수 없다 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내가 검을 횡으로 휘두르면서 밑으로 내리자 다른 적들처럼 바닥을 향해 떨어져내렸다. 저 아래에서는 피의 비가 내리고 있을 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피의 비는… 어떤 모습일까? 끔찍한 모습? 아 니면 다른 빗방울들처럼 똑같은 모습일까? 궁금하다. "후우…" "적들을 몰아내라!" "빨리 올라와! 창날에 꼽힌 꼬치구이가 되고 싶냐?" "성벽을 장악해!" "망루다! 망루!" "젠장! 밀리겠어! 누가 좀 도와줘!" "아아아악!!!" "엄마…엄마…" "악독한 왕의 병사들이 몰려온다! 막아라! 지켜라!" "크아악! 마틴 폐하 만…" 성벽위를 휘젓고 다녔다. 중앙군 소속의 병사들 복장이 아닌자는 무조건 검 을 휘두르거나 붙잡아서 성벽아래로 내던져버렸다. 간간히 망루위에서 내쪽 을 향해 화살이 날아오거나 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망루위로 기어 올라간 병사들과 그위에 있던 궁수들이 육박전을 시작했고 대여섯명의 병사 들이 망루너머로 떨어져내린뒤에 그곳에 왕실의 깃발이 펄럭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조금만더! 조그만더!" "돌파구를 열었다! 어서 올라… 커억… 아아아악…" 성벽아래를 향해 고개를 내밀고 소리를 치던 기사가 목뒤에 화살을 꼽은채 성벽밑으로 떨어졌다. 그것을 신호로 왕성 안쪽에서 이쪽 성벽위를 향해 화 살들이 새까맣게 날아왔다. 타다닥…타닥…. "아아악…" "끄악" "성벽 밑으로! 밑으로!" "계단으로 내려가! 빨리!" 터덩. 갑옷에 부딪친 화살들이 허공에 튀어오르면서 회전했다. 정말 질기게 도 저항하는군. 질릴정도로 말이야. 성벽위에서 저항하던 적들이 계단을 타고 내려가 왕성 안쪽으로 도망가는게 보였다. 그리고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위로 새까맣게 날아드는 화살의 무리가 보였다. 난 쓸데없는 생각은 나중에 하기 로 하고 우선 성벽 아래로 내려가기로 마음먹은뒤 성벽아래로 이어지는 계단 을 향해 뛰었다. 저 계단을 내려다가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우습지도 않겠지? "피식…" 웃긴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나도 은근히 제정신이 아니라니까. 프로센 후 작만큼 미쳐있나보다. 후후. -------------------------------------------------------------- ...휴우. 털썩. 펄럭.펄럭(부채질) 불태웠어...새하얗게...(모 애니 중)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1장 석양 아래 흐르는 광시곡 (5) 2003-12-15 11:45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드디어 계단을 다 내려왔다. 성벽 아래는 이미 중앙군 병사들이 몰려내려와 서 잔뜩 진을 치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프로센 후작이 끌고온 농노들이나 노 예들도 끼어 있었다. 바닥에 떨어져있는 검이나 창을 어설픈 모습으로 쥐고 있거나 혹은 머리에 맞지도 않는 투구를 쓰고 있는 어린 노예들부터 아까전 의 그 집사만큼이나 늙어보이고 깡마른 노예들까지. 중앙군의 병사들과 노예 들은 그렇게 왕성의 정원 한켠에 몰려내려와서 다음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 다. 그런데 정작 이들을 지휘하던 프로센 후작은 어디갔지? 이미 시체가 되 었거나 그런건 아니겠지? 성벽 밑으로 내려와 주변을 돌아보니 이곳이 아주 예전 로이드와 잠깐 걸었 던 왕성안의 정원안이라는걸 알수 있었다. 여기서 동남쪽으로 쭈욱 달리다가 왼쪽으로 꺾어서 10분쯤 걸어가면 로이드의 침실이 나오지. 그리고 거기서 10분정도 더 걸으면 로이드의 집무실이고. 어느쪽에 적이 더 많을까? 후훗. 많이 컸다. 아넬리안. 이런 미친 생각을 다하다니 말이야. "후훗." 정원 주변의 가시덤불들과 나무 사이에 옹기종기 달라붙은채 명령을 기다리 고 있던 병사들이 나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들의 의문을 풀어줘야할 의무는 내게 없기에 난 입을 꾹 다물었고 내 주변의 병사들은 이 내 고개를 돌려 커다란 왕성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때 건물 주변에서 투 둥…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내 주변의 병사들중 서너명이 비명 을 질렀다. "아아악!!" "나 맞았어! 악!" "화살이다!" "몸을 숙여!" 내 주변에도 화살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난 저런 약한 화살에 맞아죽어줄만 큼 마음이 넓은것도 아니고 내가 입고 있는 갑옷이 그렇게 약하다고 생각하 지도 않기에 병사들이 자리에 주저앉건 고개를 땅바닥에 쳐박건 조금도 개의 치 않고 왕성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열셋… 열넷…" 타닥. 피슉. 제자리에 서서 이 주변에 떨어지는 화살을 세었다. 못본것도 있 고 대충 대충 세어서 조금 틀리기는 하겠지만 저쪽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대 략 1분에 90발이상. 거기다 성벽의 다른 계단쪽으로도 화살이 날아오고 있는 것 같으니 적측의 궁수는 최소한 30명이상. 많으면 60명정도 될지도 모르겠 다. 이상해. 아무리 다루기가 쉬운 숏보우라 해도 이정도거리에서 상당히 정 확하게 날아오도록 사격을 그것도 이런 속도로 사격하려면 상당히 숙련된 궁 수가 필요한 법인데. 최소한 2년은 훈련을 해야할거다. 그런 놈들이 폭도들 사이에 저렇게 많이 들어가 있다는건가? 웃기는군 정말. 훗. 어디일까? 아니 어디 놈들일까? "일어나라! 그러고도 네놈들이 크레센트 왕국이 정예 병사들이더냐?" 응? 이 목소리는? 프로센 후작? 어디지? 내가 잠깐 상념에 잠겨있는동안 이 후작녀석이 어디선가 튀어나온 모양이었다. 난 투구의 십자구멍으로 소리 가 나는 방향을 돌아보면서 프로센 후작을 찾았다. 어쨌건 그의 목숨을 구해 달라고 부탁 받았으니 할수 있는데까지는 해봐야지. "응?" 프로센 후작… 곱게 미친줄은 알았지만… 저건 조금 도가 지나친거 아니야? 왕성의 탑위 혹은 건물의 창문을 통해 날아드는 화살비 속에 프로센 후작이 서있다. 그것도 방패조차 들지 않고 말이야. 엄폐물 하나없는 텅빈 정원길 한 복판에 롱소드를 들고 병사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다. 미쳤어.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한게 아니면 저럴수 없지. 나처럼 믿는 구석이 있다면 또 모를 까? 하지만 진짜 죽기전에 구해줘야할것 같다. 난 그렇게 생각하고 바로 걸 음을 옮기려 했다. "당당히 가슴을 펴고 서라! 네놈들의 비천한 목숨을 왕국 역사서에 올리는거 다! 숨지 말고 나와라! 네놈들 자식들 앞에서도 그꼴로 있을테냐?" "우우…" 타닥. 타악. 프로센 후작의 발치에 화살이 튕겨올라가는게 보였다. 폭도놈들 이 봐주는건지 아니면 저 후작이 운이 좋은건지 모르겠지만 그는 기적같이 그자리에 서있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화살은 계속 날아왔고 난 더이상 기다 리지 못하고 그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채 프로센 후작에게 반 도 다가가기전에 갑자기 '와아~'하는 고함소리와 함께 성벽근처에서 몸을 수 그리고 있던 자들중 대여섯명이 후작을 향해 뛰어가는게 보였다. "기사들?" 기사들. 바로 그 놈들이다. 반짝이는 브레스트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카이트 실드로 몸을 가린채 롱소드나 메이스 혹은 배틀헤머를 손에 쥔 기사들이 프 로센 후작의 외침에 감동된듯 - 모조리 머리가 빈놈들이다. 그건 확실해 - 그 육중한 갑옷을 몸에 걸친주제에도 불구하고 미친듯이 악을 써대면서 후작 을 향해 뛰어가는것이었다. 거기다 그 기사들이 튀어나온곳에서는 다른 기사 들이나 종자들이 아직도 수풀속이나 나무뒤에 숨어있는 병사들을 걷어차거나 주먹질을 해대면서 앞으로 내몰고 있었다. "아아악!!!" "노예새끼 주제에 감히 후작각하의 명령을 거역해? 계속 숨어 있어봐! 확실 히 죽여줄테니까! 내가 죽일거다! 달려! 튀어나가! 어서!" 한 기사가 허름한 차림의 농노의 등을 걷어찼다. 수풀뒤에 쪼그리고 있던 그 농노는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노예는 기사가 등뒤에서 찌른 검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러자 지금껏 숨어 있 던 병사들과 프로센 후작의 노예들, 농노들이 다시 한번 악을 질러대면서 왕 성을 향해 뛰어갔다. 젠장… 내 앞을 막지말란 말이야! 저멀리 프로센 후작 이 기사들과 병사들을 이끌고 달려가는게 보였지만… 막을수가 없었다. 병사들은 계속해서 성벽을 넘어오고 있었고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 하지만 여기에는 병사들을 지휘할 지휘관도 없었고 왕실깃발은 아직도 사다 리를 타고 올라오지 못했다. 계단을 타고 내려온 병사들은 한떼로 뭉쳐서 성 벽을 돌면서 폭도들과 싸움을 하거나 아니면 죽자고 앞에 가고 있는 같은편 병사를 쫓아갔다. 제대로된 전술조차 쓰지 못하는 폭도들 마냥 병사들도 그 저 본능적으로 동료가 많은쪽으로 달리기 시작한것이다. 나 역시 그런 병사들을 뒤따라서 달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프로센 후작은 보이지 않았고 앞에서 길을 가로막는 병사들을 좌우로 헤치면서 무작정 뛰었 다. 여기가 어디지? 젠장. 왕성의 현관을 향해 달려야 하는데 내 앞에서 달리 는 병사의 뒷통수만 보고 뛰다보니 이상한데로 나왔잖아! "저기다!" "잡아라!" "저안에 있다!"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다. 완전 엉망이야! 스무명 정도 되는 한떼의 병 사들이 내 옆을 스쳐지나가더니 비싼 유리창을 단숨에 박살내고는 흙발로 왕 성안을 향해 뛰어들어갔다. 후우…. 피곤해. 프로센 후작은 안보이고 이런 상 황에서 지휘를 해야하는 기사들은 보이지 않고 말이야. 아니 기사들은 기사 들끼리 무리를 이뤄서 몰려다닌다. 망할놈들아! 네놈들이 병사들을 지휘해야 할것 아니야? 그러기 위해서 비싼 돈 들여서 네놈들을 훈련시키고 교육시킨 게 아니야?! 이래서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전투따위는 물건너 간거나 다름 없잖아. 짜증나! "후우…" "저어… 기사님…" "응?"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내 뒤로 족히 40~50명은 될법 한 병사들이 웅성거리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며…명령을…" 에엥? 날 따라온거냐? 이놈들? 나를 왕국 기사단 기사중 한명을 생각했나 보군. 어쩐다? 에잇 몰라. "이 안에 왕성 지리를 아는 자가 있나?" "……" 병사들은 웅성거릴뿐 대답하는 놈이 없다. 하긴 이런 평민 병사중 왕성안의 지리를 알고 있는 자가 있을리가 없지. 근위대 병사들이나 로얄가드의 사병 이 아니라면 알고 있는게 더 이상할거다. 프로센 후작의 자취는 이미 놓쳐버 렸고… 그렇다고 적과 아군이 뒤섞여있을게 뻔한 안으로 들어가는것도 좋은 방법같지는 않아. 할수없지 우선은 중앙홀로 가볼까? "우물쭈물 거리지말고 따라와" "예에…" 난 내뒤에 몰려있는 병사들을 이끌고 왕성의 벽을 돌며 왔던길을 되짚어 돌 아갔다. 최소한 내 기억이 있는곳까지는 가야 제대로 된 방향을 찾을테니까. 길을 되짚어 되돌아가는 동안 바닥에는 수많은 병사들의 시체가 쌓여있었 다. 화살에 맞은 병사,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병사, 창에 찔린 병사. 가끔 폭 도들로 보이는 자들의 시체도 눈에 띄었지만 중앙군 소속 병사들의 시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거 겁을 먹을만 하겠는걸?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쓸 데없는데서 시간을 잡아먹고 있는 동안 해가 졌다는것이다. 덕분에 가끔씩 잊을만하면 날아오던 화살이 거의 날아오지 않았다. 아니 해가진 이후로 불 빛 근처만 아니면 전혀 날아오지 않는다고 보는게 맞겠군. 왕성안의 둥근 종탑을 지나 중앙 홀로 통하는 현관을 향해 걸어가는동안 내 뒤에는 근 200명에 달하는 병사들이 몰려들었다. 개중에 횃불을 들고 있는 병사들도 있었고 그 불빛에 끌리는 불나방처럼 왕성 곳곳에 흩어져있던 병사 들이 몰려들었다. 우리가 넘어온 방향의 성벽위에는 횃불들과 기름등이 환하 게 켜져있었고 왕실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그리고 이제서야 깃발들이 왕성 쪽으로 달려오고 있는게 보였다. 늦잖아! 콰앙! "으아아악!!!" 인간의 비명소리. 오늘 참 지겹게도 듣는다. 하지만 우선 무슨일이 벌어진건 지 알아보는게 먼저겠지? "달려!" 난 그렇게 말한뒤 앞서서 달리기 시작했고 내뒤로 우루루 몰려오는 병사들 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중앙 홀로 통하는 현관까지는 금방이었다. 현관 앞에는 수십명의 중앙군 병 사들이 몰려있었는데 갑자기 그들 무리의 정 가운데서 쾅! 하는 소리가 나면 서 서너명의 병사들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아아악!" "사…살려…" "괴물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인걸? 흥. "물러서! 뒤로 물러서라!" "공간을 만들어라! 포위해!" 몇몇 기사들이 그렇게 소리쳤다. 그러자 병사들이 현관 앞의 공터 - 주로 마차가 대기하던 넓은 공터다 - 로 넓게 퍼졌고 난 그런 병사들 사이를 헤 치고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안으로 뛰어들면서 뒤를 힐끗 바라보니 내 뒤를 따라왔던 병사들도 기사들의 명령에 따라서 정문 현관 주변을 둥글게 포위하 면서 포위망을 두텁게 했다. 흐음… 아무래도 난 전장에서 직접 명령을 내리 고하는건 체질에 안맞는것 같단말이야. 뒤따르던 병사들이 귀찮기만 한걸보 면…. "흐음?" 뭐야? 저건. 정말 괴물이잖아?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개다. 아니 늑대다. 하지만 늑대주제에 두발로 서있다. 그리고 털이 가득한 두팔을 어깨높이 들어올린 늑대가 허공을 향해 길게 울부짖었다. 움찔…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 대충 보기에도 키가 2.5m는 되겠어. 거기다 늑대 주제에 등에는 자기 키만한 거대한 활을 메고 있었다. 조잡해보이는 활통까 지 있네? 짐승주제에 무기도 쓰나보지? 흥. 하지만 저 긴 꼬리는 참 푹신해 보인다. 베고자면 부드러울것같아. "크르르르…" 허공을 향해 울부짖던 늑대놈이 고개를 내리더니 병사들 무리 앞에 튀어나 와있는 나를 노려보며 으르렁 거렸다. 피에 절은것 같은 붉은 눈이 특이한걸. "너 라이칸슬로프냐? 꼴을 보니 웨어울프겠군. 그만 짖고 개집에나 들어가지 그래?" "크르르… 웃기는 인간이군. 크르르…" "짖지말고 꺼져. 난 바빠" "크르르… 죽인다!" 그 웨어울프 놈이 소리를 지르며 내게 달려들었다. 겨우 두어걸음만에 내게 달려온 웨어울프는 내 손바닥의 세배는 되어보이는 커다란 손바닥으로 나를 할퀴려는듯 세차게 휘둘렀다. 부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온 손바닥을 보면서 난 왼손을 뻗어서 웨어울프의 손을 막아냈다. 퍼억… 지이이익…. 큭… 이놈 보기보다 힘이 좋잖아? 내가 입고 있는 갑옷에 클레이모어. 그리 고 내 몸무게까지 하면 근 200kg은 나가는데 바닥에 단단히 고정한 발이 밀 려나다니. "크륵… 인간주제에…" "왜? 내가 막아낸게 이상해? 너만 힘세란 법있냐?" 난 막아낸 왼손을 펼쳐서 놈의 팔목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몸을 반바퀴쯤 돌리면서 힘주어 당겼다. 휘잉… 콰앙…. 놈이 쓰러지자 바닥에 깔린 다듬어 진 돌들이 박살나면서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역시 힘은 내가 더 세! 그렇게 확신한 난 곧바로 웨어울프의 등위에 올라탄뒤 클레이모어를 거꾸로 쥔 뒤 배를 드러낸채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웨어울프의 목줄기를 향해 강하게 내리 꽃았다. 콰득… 치이이익… "캬아아아아아…" 클레이모어가 꼽힌 자리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웨어 울프는 두손으로 검날을 붙잡고 클레이모어를 뽑아내려 했지만 내가 한발로 바닥을 누르면서 꽉잡고 있었고 다른발로 배를 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검을 뽑지도 못한채 팔다리를 휘저으며 바둥대다가 금세 축 늘어졌다. 뭐… 별거 아니네. "응?" 웨어울프의 등에 메달려있던 커다란 활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 사람보다 두 배는 커다란 체구의 웨어울프를 뒤집은 난 잽싸게 활과 활통을 들어올렸다. 화살은 바닥을 구르는동안 대부분 꺾여서 쓸모강 없게되었지만 그래도 대여 섯개정도는 남아있었고 활은 돌덩이가 부서질정도로 충격이 컸는데도 불구하 고 멀쩡해다. 호오… 이거 활만해도 2m가 넘잖아? 그때 안에서 쉬익…하는 소리와 함께 몇발의 화살이 부서진 정문을 통과한뒤 우리쪽으로 날아왔다. 퍼어억… "끄어억…" 한대의 화살에 두명의 병사가 꿰뚫린채 뒤로 날아간다. 인간의 힘이 아니야. 아직 이런놈들이 더 남아 있다는 건가? 난 클레이모어를 검집에 꼽아넣은뒤 양손으로 커다란 활을 붙잡고 현관을 향해 뛰었다. 그런 내뒤로 몰려있던 병 사들이 질린 표정을 지으며 뒤따라왔다. 쿵. 정문까지 달려간 난 벽에 몸을 붙인뒤 고개만 내민채 안을 들여다보았 다. 쉬익… "아악!" 내 바로 옆에 서있던 운 나쁜 병사의 가슴에 화살이 꼽혔다. 두다리가 공중 으로 떠오른 그 병사는 그대로 뒤로 날아가면서 비명을 지르다가 뒤쪽에 몰 려있던 다른 동료들을 온몸으로 덮쳤다. 위력한번 엄청나네. 흐음… 아까 그 웨어울프 같은 놈이 네마리. 헌데 네마리 모두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은채 활을 비스듬하게 들고 있다. 그리고 폭도들로 보이는 자들이 한무리. 중앙 홀 의 2층에도 사람 그림자가 어른거리는걸 보니 저쪽에도 적이 있겠군. "어서 들어가! 왕성을 탈환해야 한다!" "왕의 영광을 위하여!" 아직 아니야! …라고 말할새도 없이 기사들에게 등을 떠밀린 병사들이 우루 루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러자 홀끝에 있던 웨어울프들이 화살을 날렸고 단번에 두세명씩 병사들이 줄줄이 꿰인채 바닥에 쓰러졌다. "아아악…" "엄마…엄마…" "치잇." 투두둥…. 활줄이 튕기는 소리가 나면서 비명소리가 몇배로 늘었다. 그리고 홀을 가로질러 달려가던 병사들중 앞열에 서있던 병사들이 우수수 쓰러졌고 그 뒤를 따라 뛰어들어간 병사들이 앞의 병사를 밀자 몇몇이 바닥에 고꾸라 지고 다른 몇몇은 앞에서 날아온 화살에 맞아서 쓰러졌다. 쳇. 내가 뛰어들걸 그랬어. 하지만 지금 내 손에 들린 활이라면 이 갑옷도 위험할지도… "전진해라! 전진!" "물러서지마! 멈추거나 뒷걸음질치면 적의 화살받이가 될뿐이다!" "달려! 앞으로 달…커억…" 앞서있는 병사의 등을 손으로 밀면서 소리치던 기사가 파캉. 하는 쇠 부딪 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졌다. 한대의 화살이 그 기사의 앞에 있던 병사 와 기사의 플레이트를 관통한뒤 그의 몸을 헤집어 놓은것이다. 안돼겠다. 내 가 들어가야… "와아아아!!!" "쏴라!" 막 내가 입구앞에 몰려있는 병사들을 제치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때 병사 들의 머리위에서 투두둥…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1층을 향해 쏟아져내렸 다. 아니 화살뿐만 아니고 창날이나 가구 심지어는 돌맹이 같은 물건들도 쏟 아져내렸다. "으아악!!!" "비켜! 뒤로… 뒤…" "밀지마! 밀지 말란 말이야!" "어서 들어가!" "뭐하는거야?" "끄아악!" 퍼버벅. 퍽. 안으로 들어서려던 병사들과 이미 중앙 홀 안에 들어가있던 병 사들이 줄줄이 바닥에 쓰러지면서 비명을 질러댔고 현관 입구에는 안으로 들 어가려던 병사들과 밖으로 나오려는 병사들이 한데 엉켜서 아우성을 치고있 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화살은 계속해서 밑으로 떨어져내렸고 입구에 몰려있 던 병사들이 상황을 깨닫고 뒤로 물러설때쯤에는 이미 셀수없을 정도로 많은 중앙군 병사들이 중앙 홀에 누워 있었다. 네명이 횡으로 서서 들어갈수 있을 정도로 넓은 현관 입구가 시체와 부상자로 절반이나 막힐정도였다. 빌어먹을 똥개놈들. 머리가 좋다고 칭찬해줄까? 아니면 저놈들 뒤에 머리쓰는 놈은 따 로 있을까? 젠장할. 욕밖에 안나온다. 입구가 막혔다. 중앙 홀도 놈들의 손에 놓여있다. 물론 들어가려고만 하면 못들어갈것도 없지. 창을 부수던 뒷문으로 들어가던 주방문으로 들어가던 들 어갈곳은 많아. 하지만 이 왕성의 구조상 1층의 거의 모든 복도는 이 중앙 홀로 통한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갈수 있는 몇개 안되는 계단중 하나가 바 로 이 중앙 홀 정면에 있는 커다란 복도였다. 다른곳은 겨우 서너명만 있어 도 막을수 있을만큼 좁은 계단들 뿐이야. 뭐… 밧줄을 걸던 사다리를 놓던해 서 올라갈수도 있겠지만 중요한건 바로 이곳! 이곳에 로이드의 침실로 통하 는 가장 가까운 길이라는것이다! 이게 중요하지 국왕의 침실에 다른놈이 엉 덩이를 붙이고 있다는게 정말 마음에 안들거든. 물론 거기 없을수도 있다. 하 지만 만약 내가 저놈들의 수장이라면 난 분명히 로이드의 침실중 하나를 꿰 차고 앉아서 씨익 웃고 있을거다. "체에…" 툭… 데구르르…. 내 발에 채인 작은 돌조각이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다 멈췄다. 이미 안에서 흘러나오던 부상자들의 신음소리는 '퍽, 퍽'하는 둔탁한 물건이 내려쳐지는 소리와 함께 사라진지 오래였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있는데 중앙 홀로 들어갈수는 없다. 이미 내성벽 주변과 성문마저 수복하고 이제 왕성안만 소탕하면 이 수도안에서의 일은 다 끝나는건데 마지막에서 걸 려버렸다. 문제는 저 웨어울프들이 들고 있는 커다란 활. 이 나조차도 안으로 들어가기가 꺼려지는데 다른 기사들이나 병사들은 오죽할까? 그렇다고 왕성 에 불을 붙여서 홀랑 태워버릴수도 없고… 쯧. 어쩐다…. 내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때 갑자기 안에서 와~ 하고 함성소리가 들려왔 다. 그리고 곧바로 고함소리와 비명소리, 신음소리가 거의 동시에 터져나왔 다. 무슨 일인가 하고 안쪽을 바라보고 서있을려니까 정문 근처에 몸을 숨긴 채 안을 들여다보고 있던 병사중 하나가 내게 급히 뛰어와서는 소리쳤다. "기사님! 위층에서 서로 싸우고 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우리도 기다리고 있을순 없지. 돌입한다. 준비해" "예!" 아마도 2층 창이나 테라스를 통해서 올라간 병사들이 적과 맞붙고 있는것같 다. 이런 기회를 놓칠수야 없지. 난 즉시 정문앞으로 달려가서 입구를 막고 있는 시체 무더기속에 두팔을 밀어넣었다. 그리고 온힘을 다해 밀었다. 지이 이익…. 팔다리가 서로 어지럽게 엉켜있던 수십구의 시체가 입구 근처에서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기분나쁜 소리를 내면서…. 쯧. 역겨워. 냄새도 지독하 고…. "돌격! 이번이 마지막이다!" 난 그렇게 소리치면서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중앙 홀 왼쪽위 에서는 어느쪽 편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는 자들이 서로 엉 킨채 난투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맞은편을 향해 화살을 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웨어울프들은 안보인다. 그렇다면… 겁날게 없지. "돌겨억!!!" "우와아아아아!!!" 시체무더기를 뛰어넘은 난 일직선으로 달려서 중앙의 계단을 향해 뛰어올라 갔다. 힐끗 위층을 바라보니 내게 손가락을 가리키는 적들이 눈에 띄었고 곧 이어 내쪽으로 화살이 날아왔지만 그 어떤것도 내 몸에 상처를 내지는 못했 다. 중앙 홀을 직선으로 가로지른 난 계단이 가까워졌을 무렵 온 힘을 다해 위로 뛰어올랐다. 내 몸은 그 육중한 갑옷을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층으 로 올라가는 계단의 중간에 모여서서 창날을 겨누고 있는 적들 한가운데로 떨어져 내렸고 두 팔을 교차하여 머리와 가슴을 가린채 나를 향해 솟아오른 창날 몇개를 부러트리며 바닥에 착지한 난 즉시 클레이모어를 횡으로 힘껏 휘둘렀다. 퍼어억…. "크아악…" "아악! 내팔…내팔!!!" 비명소리. 그리고 놀란 얼굴. 창을 들고 서있던 자들이 대열을 흐트리면서 내게서 떨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난 그들 사이로 더욱더 파고들면서 클레이 모어를 대각선으로 휘둘렀고 검날에 어깨가 걸린 적중 하나가 단단한 대리석 바닥에 머리를 쳐박으며 쓰러졌다. "히이익…" 괴상한 신음 소리를 내면서 적중 하나가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그자의 뒤에는 다른 적이 서있었고 내 앞에 선 그자는 더이상 뒤로 물러서지 못했 다. 그리고 내 검이 그자의 가슴을 향해 깊숙히 찔러들어갔다. 빠각…. 갈비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면서 그자의 왼쪽 가슴이 함몰되었고 클레이모어의 가드부근까지 깊숙히 들어간 검날은 불행한 그 적의 등을 뚫고 나와 그뒤에 서있던 다른 적까지 한번에 꿰뚫었다. 난 발을 들어올려 뒤로 넘어지는 그자 의 배를 발로 차면서 검을 뽑아들었고 피가 뚝뚝 흘러내리는 클레이모어를 높이 치켜들고 다른 적들을 노려보았다. "으으으…" "으아악!" 퍼억… 나를 빙 둘러싸고 있던 적들중 일부가 비명을 지를새도 없이 비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들 뒤로 내뒤를 따라 들어온 병사들이 계단위로 올라오 면서 적들을 쓰러트리거나 계단 밖으로 내던졌다. "죽어!" "으아아아…" 빠각. 두손을 내저으며 뒷걸음질치던 적들중 하나가 병사가 휘두른 메이스 에 정강이를 얻어맞고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주저앉은 적을 향해 다 른 병사의 숏소드가 날아들었다. 피가 튀어오른다. "2층으로 올라가!" "찢어 죽일테다! 개자식들!" "뒤에서 기다리잖아! 빨리 올라가!" 마치 뭔가에 홀린듯 멍하니 서있던 난 고개를 몇번 흔들며 정신을 차린뒤 나보다 앞서서 계단을 오르고 있는 병사들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복도는 1층보다 더 심각했다. 세발자국마다 양쪽중 하나의 시체가 바닥 에 널려있었고 열발자국마다 부상자가 쓰러져 있었다. 가끔은 열댓명이 시체 가 바닥을 가득 메운채 길을 막기도 했고 어떤곳은 붉은 피가 발목까지 오는 깊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마치 지옥같군" "……" 내 뒤를 따라오고 있는 몇명의 병사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 을려나? 만약에 지옥의 기본 조건이 피와 시체 그리고 음산한 분위기라면 이 왕성안은 정말로 지옥이나 다름없다. 거기다 가끔씩 들려오는 고통에 찬 신 음소리는 몸이 순간적으로 움찔거릴정도였다. 지금 당장 눈앞에 유령들이 튀 어나온다해도 전혀 이상할것 같지 않은 그런 분위기랄까? 하지만 그런곳을 걷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공포스럽다거나 겁이 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위화 감이 좀 들기는 했지만… "흠…" 피와 시체로 가득찬 왕궁안을 걷는 기분….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아. 만약 인 간의 몸에 감정을 느끼는 기관이 있다고 한다면… 난 그곳이 망가진것 같다. 움찔거리면서 내 뒤를 따라오고 있는 병사들 대부분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인 데도 난 그저 집안을 거닐고 있는듯한 느낌뿐이었으니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 로이드의 침실이 가까워질수록 - 시체들의 모습이 점점 기괴해져갔다. 팔이 없다거나. 다리가 잘렸다거나…. 목이 뜯겨져 나갔 다거나…. "우욱…" 뒤따르던 병사중 두어명이 바닥에 엎드려 구토를 한다. 그럴만도 하지. 이 나조차도 속이 울렁거리는걸. 하지만 그럼에도 난 발길을 멈추지 않았다. 그 렇게 앞으로 걸어가던 난 몇발자국인가 더 걸어간뒤 우뚝 멈춰섰다. "프로센… 후작?" 풀 네임 킬 드 프로센. 크레센트 왕국의 귀족중 일인자인 사내. 하지만 자식 들을 잃고 정말 곱게 미쳐버린 중년의 사내. 그가 있었다. 아니 그의 일부가 있었다. 아니야. 이건 마땅한 표현이 아니야. 그래. 그의 일부가 사라졌다. 음… 뭔가 좀 이상해. "흐음…" 프로센 후작은 허리 아래부분이 없었다. 아마도 저 복도 어딘가에 굴러다니 고 있을지도 모르지. 벽에 등을 기댄채 축늘어진 두팔로 간신히 상체를 지탱 하고 있는 프로센 후작은 반쯤 감긴 눈으로 맞은편의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오른손에는 검날이 부러져 가드와 손잡이만 남은 롱소드가 쥐어 져 있었다. "약속은 못지켰군" "저…기사님 어떻게 할까요?" "놔둬. 뒷처리는 전투가 끝나고 하면 되니까" "하지만… 저분은… 기사님도 후작님이라고 하셨잖습니까?" "후작이건 노예건 죽은 인간은 도움이 안돼. 뒷처리할 놈들은 많으니까 신경 끄고 싸울준비나 해. 다온것 같으니까" 난 그렇게 말하면서 클레이모어를 두손으로 꽉쥐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우 리들 앞에 있는 이 문뒤에 로이드의 침실이 나온다. 물론 여기 말고도 두군 데가 더 있긴 하지만 그리 멀지는 않지. 그리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프로센 후작의 시체가 여기가 목적지라고 말해주는것 같았거든. 난 오른 발을 들어 올려서 굳게 닫혀진 문을 강하게 찼다. 콰아앙! 활짝 열려지는 문을 통과하여 내실의 문을 다시한번 발로 걷어차면서 난 안 으로 뛰어들어갔다. 넓은 방안에는 자욱한 연기가 끼어 있었는데 그 연기사 이로 커다란 덩치의 웨어울프들과 검은 사제복을 입고 있는 프리스트들이 눈 에 들어왔다. "후후. 역시 그대가 가장 먼저 도착했구려. 아넬리안 폰 로세니아." "아넬리안 드 크레센트야. 로세니아에는 싫은 인간들이 많아서 말이지. 하여 간 놀이는 이제 끝났다. 죽을 각오들이나 하시라고." "흥. 여유가 조금 더 있었다면 그 방밖에 내어놓은 귀족나부랭이처럼 만들겠 지만 아쉽게도 그대 말대로 놀시간이 지났군. 착한 어린이는 밤이 깊으면 자 러 가야 하니까." "누가 보내준데?" "미안하지만 우리는 바쁜 몸들이라서. Ward Of Recall" 응? 이런! 놈이 주문을 외우자 흰 빛이 그자의 주변에서 튀어나왔고 잠시뒤 그 빛이 사라지고 나자 방안에 모여있던 웨어울프들과 프리스트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젠장!" 난 혀를 차며 발을 굴렀지만 이미 놈들은 도망간뒤. 혹시 주변에 남은 잔당 이 있을까하여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그때 등뒤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넬리안? 아넬리안 당신인가? 후훗" "응?" 누구지? 처음 듣는 목소리는 아닌데…. 투구의 바이져를 위로 올렸다. 덕분 에 시야가 커졌지만 마치 안개처럼 방안을 떠돌고 있는 연기는 쉽사리 걷힐 것 같지않았다. 그때 그 연기를 헤치며 내 눈앞에 나타난 사내가 있었다. "마틴…" "아름다운 아넬리안. 사랑스러운 내 사랑. 난 당신을 처음 본 그 순간부터 한 시도 당신을 잊은적이 없소." "……" "비록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께서 당신과 나 사이를 반대하고는 있지만… 그래 도 상관 없소. 걱정마시오 아넬리안. 내가 당신을 지켜줄테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내게 다가온 마틴 전 왕자는 오른손을 들더니 내뺨을 살짝 만졌다. "오랫동안 여행을 하느라 힘들었나보군요. 아넬리안. 하긴 로세니아에서 여기 까지 오는동안 굉장히 힘들었을거요." "……" "그리고 낮설은 이곳. 처음 보는 이국의 풍경에 익숙하지 못하니 무섭기도 할거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여기 있으니까 걱정말아요. 후훗. 아~ 혹시 만나 봤는지 모르겠군요. 힘만 무식하게 센 브래드릭 큰 형님과 책벌레로 소문난 둘째 로이드 형님들을 말이요. 큰 형님은 사람 좋은 분이니 친하게 지내요. 둘째 형님은 좀 괴팍하고 무뚝뚝하지만 악의는 없으니 조금 무례하더라도 마 음 넓은 당신이 참아주시…" 푸욱…. 클레이모어의 검끝이 마틴의 가슴을 꿰뚫었다. 빠각. 검손잡이를 잡 고 손목을 오른쪽으로 반바퀴 돌리자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면서 그의 입에서 피가 주욱 쏟아졌다. 그럼에도 마틴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 민다. 피가 잔뜩 묻은 입으로 무언가를 말하려는듯 뻐끔거리던 그는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털썩…. 난 클레이모어를 그의 몸에서 뽑아든뒤 피를 털어내 고는 검집에 집어넣었다. "적의 수장은 처형했다. 깃발을 올려라." "…예" "함성도 지르고. 승전이다." "예!" 난 병사들에게 그렇게 말한뒤 제자리에 서서 마틴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몇분뒤 덴이 기사 두어명을 데리고 방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마마! 괜찮으십니까? 마마!" "괜찮아." "휴우… 다행입니다. 조금전에야 마마의 행방을 아는 병사를 찾아서 겨우 도 착했습니다. 그런데…" "적은 도망갔어." 여전히 마틴의 시체를 보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덴은 내 곁으로 다가와서는 코를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더니 엉뚱한 말을 했다. "하쉬쉬로군요. 환기시켜! 방안의 문이란 문은 전부 열고! 창문도 활짝 열어. 안열리는건 부숴버리고!" "옛! 알겠습니다" 우루루루…. 기사들과 병사들이 덴의 명령에 따라서 방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덴이 내 앞에 서서 웃는 얼굴로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겁니까? 마마" "응? 응…. 마틴 전 왕자가 죽기전에 나를 보며 무언가 말을 했는데 그게 무 슨 뜻인지 그걸 생각하고 있어" 그렇게 말한 난 미련없이 몸을 돌려서 방을 빠져나왔다. 피곤해. 자고 싶다. -------------------------------------------------------------- 콜록콜록. 끄으으으... 아직도 열이 안내려 이불속에서 꾸물거리고 있는 가우군. p.s 병원가봐야겠슴다. 쿨럭쿨럭. 독감인가...허허허.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2장 Total War (1) 2003-12-16 15:47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22화. Total War. 전쟁에는 세가지가 있지. 정보전, 국지전, 그리고 전면전. 이중 정보전은 말 그대로 스파이와 암살자, 도둑등을 통해서 정보를 얻고 허위정보를 넘겨주는 고도의 머리싸움이지. 정보전에서 밀리면 늘 상대에게 끌려다니게 되. 그리고 국지전. 이건 내 힘이 이만큼 강하다. 시비걸면 재미없다. 하고 협박하는거나 다름없어. 실제로 싸운다기 보다는 무력시위의 성격이 강하지. 마지막으로 전 면전. 이건 딱잘라서 이렇게 말할수 있지. '우리 죽을 각오로 시비거는거니까 니네도 죽을 각오해둬라. 같이 죽자'. 한마디로 전면전을 벌이는놈은 세상에 다시 없을 미친놈이거나 자신감 과잉의 표본, 혹은 혼자서 죽는게 억울해 세 상인간들을 몽땅 끌어들이는 녀석이야. 그런 놈은 면상에 대고 욕해도 돼. 욕 먹어도 싼 놈이니까.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크레센트 제국의 황후이신 아넬리안 황후마마와의 대담중. - 주. 황후마마는 일선에서 물러나실때까지 30여년간 서른 네번의 국지전과 일곱번의 전면전을 벌였다. 으음… 황후마마는 '놈'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 군! 그런것이었어. 다행이다. 황후마마의 면전에 대고 욕하지 않아서. 죽을뻔 했다. 앞으로도 조심하고 주의 깊게 들어야 겠다. 아아… 난 왜이렇게 머리가 좋은것인가. 신이 주신 이 재능이 너무나도 두렵다. - 대륙력 999년. 가을. 크레센트 수도 크롬발 - 하나의 전쟁이 끝났다. 크롬발 시가에서 벌어졌던 공방전은 무려 3일이나 더 지난뒤에야 완전히 진압되었지만 어쨋건 수도는 완전히 수복되었고 겉으 로는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온듯 했다. 물론 겉으로만. 굳게 닫혀있던 상점 들과 노점상들이 문을 열었고 문을 걸어닫고 집안에 숨어있던 시민들이 거리 로 나왔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이번 사건이 이 크레센트 왕국에 얼마나 큰 타격을 주었는지를…. 크레센트 수도 크롬발에 본부를 두고 있던 두개의 상회가 파산했고. 도시안 에 있던 대형 식량창고 일곱군데중 다섯곳이 불타버렸다. 그리고 전투에 휩 쓸린 수많은 시민들이 죽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민간인 사상자만도 족히 3 만명이 넘었고 집계에 들어가지 못한 사상자들까지 합치면 크롬발 시에 거주 하는 인구중 1/10이 이번 전투로 죽거나 부상을 입었다. 많은 주택이 약탈의 대상이 되었고 그중에서도 귀족들의 저택은 거의 전부가 약탈당하고 파괴당 했다. 수도내에 거주하던 귀족 열명중 일곱명이 이번 사태로 목숨을 잃었고 가주 와 후계자가 같이 살해당해서 가문이 사라진 귀족가만도 무려 서른 일곱군데 나 되었다. 후계자가 있는 귀족가라해도 후게자 문제라던가 약탈당한 손실액 등 여러가지 문제로 빗장을 걸어잠그고 집안으로 숨어든 가문도 상당수였다. 초기 폭동이 일어났을때 도시내 전 인원의 2/3이 가담했던 수도 치안군을 대신하여 중앙군 병력중 일부가 도시의 치안을 담당하기 시작했고 왕성을 수 복한뒤 정신을 차린 로이드는 비상령을 내렸다. 남문을 제외한 다른 성문은 굳게 닫혔고 성문을 드나드는 귀족과 상인, 그리고 여행자들은 살벌한 분위 기의 검문병에게 집요하다고 할정도의 검문을 받아야했다. 왕성안은 더 심각했는데 왕성에서 일하던 시종과 시녀들 - 대부분이 지방 귀족의 자제들인 - 중 폭도들을 피해서 살아남은 사람은 겨우 스물여덜명 뿐이었다. 근 이백명에 가까운 시종과 시녀중 겨우 저정도만이 살아남은것이 다. 거기다 하인과 하녀들의 생존자는 더 적었고 대부분의 노예들은 폭동에 가담했다. 왕성안에서는 이제 주방안은 물론이고 침실까지 소년병들이 들어 앉아서 자잘한 일을 담당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에린은 무사했다. 그 애와 예니. 그리고 에레니아 시녀장외 다른 시녀들은 왕성이 점거당하기 직전 그러니까 로얄가드와 근위대가 폭도들과 싸우고 있을때 카렌의 비밀 장소로 대피했다고 한다. 내방 바로 옆 복도에 그런 공간이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아주 예전에 만들었던 비밀공간이 잊혀 졌다가 카렌에게 발견된걸로 추정된다. 하여간 그곳에서 에레니아 시녀장과 에린등은 무려 이틀동안이나 숨을 죽인채 틀어박혀 있었다. 작은 소녀가 겨 우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수 있을만큼 작고 어두운곳에서 그녀들은 버텨냈다. 먹을 음식은 커녕 마실 물조차 없는 새까만 어둠속에서 오직 살고싶다는 집 념으로 버텨냈다. 벽너머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고함소리, 그리고 신음소 리를 들으면서 어둠속에서 견뎌낸것이다. 아마 에레니아 시녀장이 아니었으 면 금세 들켰을거다. 그녀는 자신의 나이만큼이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겁에 질려있는 어린 시녀들을 보듬어주었고 그 덕분에 모두 무사히 구출되었 다. 아니 다들 제발로 - 물론 몰골들이 말이 아니었던건 당연하겠지 - 걸어 나왔으니 구출이라는 표현은 안 어울리겠군. 그렇게 걱정했었던 로렌도 무사히 내 품에 안겨있다. "우웅…" 사랑스러운 내 아이. 내 품에 안겨서 평화로운 얼굴로 자고 있는 로렌. 왕성 안의 전투가 끝나고 아르케네스가 로렌을 안고 나타났을때 난 잠들어 있는 로렌을 안고 울었다. 정말 서럽게 울었다. 남들이 보고 흉을 볼정도로 엉엉 울었다. 아르케네스는 일이 터지자 엄마를 찾으며 울고 있는 로렌을 안아들고 에린 과 다른 시녀들을 모두 카렌의 비밀 장소로 밀어넣은뒤 왕성 지하 감옥으로 뛰어내려갔고 한다. 갑자기 무서운 - 솔직히 나도 표정없는 아르케네스를 보 고 있으면 가끔 무섭다고 생각이 든다 - 남자한테 납치당한 로렌은 악을 쓰 며 울어댔지만 아르케네스는 바둥대는 로렌을 품에 꼭 안은채 지하 감옥안에 있는 굳게 닫힌 철문을 걸어 잠근뒤 감옥안의 가장 지하층까지 뛰어내려 갔 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안에 숨어서 있었단다. 빽빽 울어대는 로렌을 마법으로 재우고 지하 감옥으로 수색나온 폭도들의 눈을 마법으로 속인채 그 안에서 로렌을 보호하면서 버텼다고 했다. 그리고 왕성이 완전히 수복된뒤에도 반나절가량을 더 버티다가 더이상 위협이 없을 것이라 판단한뒤에야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 잠들어 있는 로렌을 자신의 품 에 안은채. 무뚝뚝하고 말이 없던 아르케네스는 그 상황에서 다른 모든 이들 을 무시한채 로렌의 안전만을 생각한것이다. 그게 충설심때문이었는지 아니 면 그저 의무감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는 알수 있었다. 고맙다는 말조차 나오지 않을정도로 고마웠다. 눈물이 줄줄 흘러나오고 목이 메일정도 로…. 그동안 헤쉬케린 늙은이와 디온이 왕성으로 돌아왔다. 카렌과 함께.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카렌의 저주는 풀렸고 덕분에 외상은 신관들의 노력으 로 말끔히 치료가 되었단다. 다만 오랫동안 상처가 악화된데다가 체력이 많 이 약해져서 아직 정신을 차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거라 고 말했다. 아참. 헤쉬케린 늙은이가 나한테 맞았다. 돌아오자마자 마법서 대 신 로렌을 챙기고 숨어있었던 아르케네스를 지팡이로 흠씩 패기에 성질이 난 내가 턱을 올려쳐 버렸다. 그깟 책따위를 우리 로렌과 저울질하다니 맞아도 싸지. 아암. 뭐… 아르케네스에게 그의 마법서는 자기 목숨보다 중요한거라는 말을 듣고나서야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나중에 시체 밑에서 찾아 낸 아르케네스의 마법서는 찢어진데다가 피에 절어서 더 이상 책으로써의 기 능을 해주지는 못했다. 그 마법서를 다시 만드는데 작게는 두어달 많게는 몇 년이 걸린다던데…. 마법서가 없는 마법사는 그저 보통의 일반인과 다를게 없단다. 그래서 더욱 고마웠다. 우리 로렌을 구해줘서 고마워. 진심이야. 부상을 당했었던 로이드는 금세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리고 당장에 국가 비상령을 선포하고 군 경력이 있는 시민과 농민들을 징집하고 글을 쓰고 읽 을줄 아는 모든 귀족과 평민들을 왕성으로 끌어모았다. 왕성안의 행정부 역 시 폭도들의 손길을 피하지는 못했으니까. 경제뿐만 아니고 행정관청조차 모 조리 마비된것이다. 이곳 크론발이 다시 이전과 같이 수도의 기능을 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몇년? 아니면 몇십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것이다. 폭동이 일어난지 겨우 5일이지만 그 몇일로 충분했다. 수십… 아니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수도의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고 복구에 얼마가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 될때까지는 말이다. 왠지 조금 허무했다. 하긴… 전쟁이란 원래 다 그런것이 지만…. 크레센트의 수도 크론발 외각에는 커다란 수용소가 세워졌다. 그곳에는 폭 동에 가담했던 수천명의 시민들이 반역자라는 칭호를 얻은채 감금되었는데 아마 대부분은 제대로 된 재판도 받지못한채 고문을 받다가 처형될것이다. 그들중 대부분은 그저 세상에 불만이 많았던 평.범.한. 시민들이었겠지만 그 렇다해도 현 체제를 부정하고 새로운 국왕을 내세웠던 그들은 명백한 반역자 였고 그들 개개인의 생각이나 사상을 떠나 그저 반역자라는 이름을 받은채 죽어나갈것이다. 그 수용소안에 있는 자들중 대부분이 누군가의 선동에 넘어 가 이번 폭동에 끼어들었다해도 말이다. 무지한 자들이 무섭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타인의 의도에 놀아난 그들은 분명 무지하고 무식한 주민들이었다. 누군가가 그것이 옳다 라고 말했을때 거기에 찬동하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었겠지만… 그 진실에는 그들의 생각 은 조금도 들어있지 않다. 그저 그 시민들을 선동해 폭도로 만든자의 음험한 계략만이 있을뿐이다. 하긴…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고 사고할줄 아는 이들 은 이런 폭동 - 그들의 말로는 혁명이지만… - 에 생각없이 끼어들리가 없 다. 아무것도 모른채 순진하게 선동가들의 말을 듣고 같은 민족 같은 백성들 에게 무기를 들수 있었던 무지한 자들만이 그런 일을 벌일수 있었겠지. 그래 서 무섭다. 맹목적인 추종…. 그건 광신도들이나 다름없다. 주모자, 선동가로 보이는 자들중 대부분은 체포되기전에 자살하거나 혹은 상황이 불리해졌을 때쯤 성벽을 넘어 도주했다. 수천명의 폭도들을 포로로 잡았지만 그들중 주모자로 보이는 자는 다섯손가락을 셀정도로 적었고 죽음 에 이를 정도로 심한 고문을 가해가면서 얻어낸 정보는 그저 그자들이 말단 의 행동책이었다는것 정도였다. 물론 이번 일에 브리츠 놈들과 로세니아가 끼어있을거라는건 어린애라도 알겠지만 문제는 그것을 증명할만한 증거가 전 혀 없다는데 있다. 그나마 브리츠의 신도들이 이번일에 깊숙히 개입해있다는 것 정도만을 알아냈다고 할까? 다른 증거는 전혀 없다. 수도내에 있던 정보 실 조직망은 물론이고 도둑길드나 상인길드등도 모조리 무너졌기에 크론발 수도내의 뒷세계는 완전히 무법천지가 되었다. 정규 군인에 의한 강압적인 치안유지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뒷골목에서는 매일 수십구 이상의 시체가 끊임없이 나왔을것이다. 조직망이 박살났다. 왕국에 적을 두고 있는 요원들로부터 들어오던 정보도 완전히 끊겼다. 이 조직망을 복구하는데 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이 들까? 우선 임시적으로 미노스 백작가의 지부를 임시 본부로 만들고 필요한 자금과 인력을 우선적으로 돌리고 있지만 턱 없이 부족하다. 더군다나 아르케네스는 헤쉬케린 늙은이에게 끌려갔고 덴은 심각한 부상으로 누워있기에 조직을 관 리할 인재조차 없는것이다. 그나마 남은 인간은 크렌과 랭스턴 자작 정도일 까? 둘다 미덥지 못해. 닐크는 브래드릭 장군의 보좌로 임명되어서 1만명의 중앙군 병사를 이끌고 아넬 공국 방향으로 진군해 나갔다. 아직까지는 그쪽 방면의 지역 수비군이 잘 막아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로세니아놈들도 이번엔 장난이 아닌지 지속적 으로 추가 병력과 보급물자들이 아넬 공국을 지나 이나라로 들어오고 있다고 매일 전령이 달려오고 있다. 남부에서는 아크레닌의 군대가 셔우드 자작의 사병과 남부 지역 수비군 병 사들과 매일같이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국지전 성격이 강해서 아직은 요새와 성벽에 의지한채 버티고 있지만 그것도 얼마나 버틸지 알수없 다. 무엇보다 남쪽과 북쪽에서 들려오는 전쟁소식에 타국에서 찾아오던 상인 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완전히. 이제 추수철이니 식량 걱정은 없겠지만 그동 안 타국에서 수입하던 철과 다른 물자들의 수입이 완전히 끊겼다. 로세니아 놈들 무슨 베짱인지 몰라. 늘 크레센트에서 나는 밀을 상당량씩 수입하던 놈 들이. 혹시… 그동안 많이 쌓아둔걸까? 하긴 밀은 잘만 보관하면 3~4년은 보 존할수 있으니까. 두 나라모두 사신따윈 오지 않았다. 아크레닌에서 올라오던 사신은 셔우드 자작에게 아크레닌의 새 국왕의 친필서한을 넘겨준채 돌아가버렸단다. 그 서 한이라는것도 그저 선전포고일뿐이지만. 그래도 남부 삼국중 다른 두 국가인 아리츠반과 모레니안이 조용히 있어서 다행이야. 모레니안이야 크레센트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것은 아니지만 녹해만 지나면 바로 우리 크레센트로 상 륙할수 있지. 거기다 해군력이 강한 아리츠반의 해전대가 타국의 침공과 폭 동으로 정신없는 크레센트의 해안선을 공략하면 정말 돌아버릴만한 상황이 벌어질거다. 문제는 그런 두 나라를 구슬릴 외교관조차 없다는거다. 외교부에 소속되어 있던 귀족들중 대부분은 이미 죽었거나 도망쳤다. 외국에 사신을 보낼만한 교양있는 귀족조차 구하기 힘들다. 대부분 크론발을 떠나서 영지로 돌아갔거나 혹은 다른 귀족에게 몸을 의탁하러 떠났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정말 지방의 이름없는 귀족을 억지로 끌고와서 국왕 의 친서를 들려주고 타국으로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니 조금 배운 평 민이라도 끌고와서 작위를 수여하고 사신으로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웃기게 도 말이야. 훗. 대륙 3강이라 불리던 크레센트 왕국의 사신이 경력조차 불분 명한 사신을 써야 한다니… 솔직히 웃긴다. 이게 정말 잘나가던 크레센트 왕 국이라고 할수 있나? 겨우 몇일만에 이렇게 박살나다니. 뭐… 이게 현실이니 할말도 없지만…. 샤락…. 부드러운 천이 서로 스치면서 작은 소리를 냈다. 난 로렌을 푹신한 침대위에 내려놓은뒤 아이의 작은 볼에 키스를 했다. 쪼옥. 내 옷깃을 꼬옥 붙잡고 놓을줄을 모르던 로렌도 몰려오는 수면욕 앞에서는 어쩔수 없나보다. 후훗. 천사같아. 내 아이라서 그런말을 하는게 아니라. 진짜로. 로렌은 천사같 아. "우웅…" 로렌이 작게 옹알거리면서 몸을 뒤척였다. 난 로렌의 몸에 얇은 이불을 덮 어주면서 아이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 주었다. 로렌은 모르겠지만… 이 아이가 있어서 난 지금 웃을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울수 있게 되었다. 로 렌이 없었다면 난 정말… "후우…" 이 아이는 나의 빛이자 희망이야. 로렌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조차 싫어. 난 자고 있는 로렌을 다독여 주면서 방안을 돌아보았다. 방 한구석에는 예니 를 안고 있던 에린이 쇼파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덴의 그 오른팔을 본 에린 은 울고 또 울었다. 정말 서럽게 울었다. 내가 그렇게 괴롭히고 때려도 잘 울 지 않던 녀석이 눈물보가 터지기라도 했는지 하루종일 울고 또 울다가 지쳐 서 잠들었다. 제 엄마를 따라 울던 예니도 겨우 잠이 들었다. 두 모녀가 입을 다무니까 세상이 다 조용해진듯한 기분이야. 멍하니 방안에 앉아있던 난 조용히 일어서서 창가로 걸어갔다. 밖을 내다보 니 똑같은 복장에 똑같은 모습을 한 병사들이 구령에 맞춰 뛰어다니거나 무 언가를 나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동안 많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아직 이 도시내에서 가장 쉽고 볼수 있는건 역시 저런 병사들일것이다. 아마도 당분 간은 계쏙 저런 모습이겠지. 끼이익…. 등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 다. 문가에 기름칠이라도 해야겠어. 소리가 귀에 거슬리는걸. "뭐하고 있지?" "그냥… 창밖으로 보고 있어요." 뚜벅뚜벅. 방안을 가로질러 내게 다가온 사람은 로이드였다. 아직 가슴에 붕 대를 감은채 겉옷을 어깨에 걸친 모습이긴 했지만 그래도 로이드가 많이 다 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왠지 웃음이 나왔다. "왜? 내 모습이 이상해?" "아니요.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폐하" "흠…. 나야 한일도 없으니까." "후훗. 전 다 봤는걸요. 그 육중한 갑옷을 입고 용맹하게 병사들을…" "그만. 그 건에 대해서는 잊고 싶어." "왜요?" "당신도 입고 뛰어다니는 갑옷을 입고 난 꼼짝도 못했다고. 역시 남자로써 자존심 상한단 말이야." "헤에…" 로이드도 은근히 승부욕이 대단하단 말이야. 평소엔 그리 티가 나지 않는데 자기 주변에 관한일에는 상당히 신경쓰는편이야. 특히 내게는 약간 경쟁심을 품고 있는것 같단 말이야. "그건 그렇고… 정말 갈건가?" "네" "꼭 당신이 아니라도 상관없잖아? 안그래?" "하지만 제가 가장 유능하죠. 아시지 않나요? 폐하" "그건 인정하겠어. 당신은 강한 기사이고 병사들의 신뢰도 높아. 하지만…" 그 신뢰라는게 공포에서 시작된것이라는게 조금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건 난 이번일로 또 명성이 올라버렸다. 하긴 웨어울프조차 힘으로 찍어누르고 박살 내버렸는걸…. "하지만 당신은 여자의 몸이잖아. 거기다 로렌도 당신이 없으면 많이 울거 야" "괜찮아요. 당신의 아이인걸요. 로렌은 강한 왕이 될거에요" "…후우. 차라리 내가…" "이 불안한 상황에서 왕이 수도를 떠나면 어떻게 될까요? 폐하는 이곳을 장 악하시고 통치하셔야죠." "그렇지만…" "싸우는건 저같은 기사에게 맡기세요. 폐하. 그리고 폐하께서는 우리들이 마 음놓고 싸울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후우… 정말 생각같아서는 당신을 성탑 옥상에 가둬놓고 싶어" "그랬다간 벽을 부수고 탈주해버릴껄요? 후훗" "그렇겠지. 당신 성격에 참고 있을리가 없으니까" "저도 싸움을 좋아하는건 아니라고요. 뭐. 단지 폐하와 우리 로렌이 마음 편 히 두발을 뻗고 잘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것 뿐이에요." "그래. 할수없지. 아넬리안. 내가 말한다고 순순히 들어줄 여인도 아니니까. 그대신 몸조심하라고. 워렌 자작처럼 된다면 난 진짜 성탑안에 당신을 가둬 버릴거야." "후훗. 명심하죠." 난 그렇게 말하면서 로이드의 어깨에 살며시 기대었다. 어라라? 로이드가 은근슬쩍 내 어깨에 손을 올려놓네? 호오~ 로이드도 이제 분위기를 잡을만큼 성장한건가? "언제 출발할거지?" "수도의 치안상황이 조금더 나아지고나면 바로 떠날거에요. 그동안 화격단 병력도 예정지역에 모일테니 얼마간은 시간이 있어요." "음…" "그동안 로렌과 많이 놀아줘야겠어요. 후훗. 눈만 뜨면 이 못난 어미를 꽉 잡 고 놓아주려 하지 않으니 원…" "외로웠던거야" "아무래도 조만간 동생이라도 하나 만들어줘야겠죠?" "……" 왜 얼굴을 붉힐까? 다 큰 남자가 말이야. 우훗. 나보다도 한뼘이나 더 커진 주제에 아직도 속은 애라니까. 아아~ 누가 말했더라~ 남자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언제나 어린애라고 하더니 그말이 딱 맞다. 뭐… 그점도 나쁘지는 않 지만 말이야. -------------------------------------------------------------- ... ...... 나는 폐인대전이 싫어요~~~~(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버전) Freedom(프리더므~~~으으으으~~~)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2장 Total War (2) 2003-12-17 21:52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한밤중, 창문하나 없는 어두운 골방, 둥근 원형 테이블, 그리고 테이블 주변 에 둘러앉아 인상을 쓰고 있는 인간들. 딱 지하조직의 수괴들이 모여서 음모 를 꾸미고 있는 분위기였다. "다들 준비 됐지?" "예. 마마. 시작하십시오." "좋아…" 난 쥐고 있던 주먹에 살짝 힘을 주면서 이마를 살며시 찌푸렸다. 실수해서 는 안돼. 절대로. "이제…간다!" "우오오!" 왼손으로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빈 나무컵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오른손 에 쥔 작고 네모난 돌조각을 그 안에 집어넣고 힘차게 흔들었다. 다각다각. "하압!" 쾅! 나무잔이 부서질듯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테이블 위에 거꾸로 뒤집힌채 놓여졌다. "로우! 로우! 로우!" "낮은수다! 신의 계시가 있었어! 분명히 낮은수야!" "제발…제발…" 원탁에 둘러앉아 있는 인간들이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중얼거린다. 난 그런 인간 군상들을 보면서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리면서 나무잔을 들어올렸다. "우갹!!!" "말도 안돼! 사기야!!!" 나무컵이 위로 올라가면서 나온것은 육각형모양의 주사위. 그리고 나온 숫 자는 11. 외팔이 덴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라면서 귓가에 붉은 장미를 꼽고 있던 디온, 그리고 마치 수전증이 걸린듯 두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던 랭스턴 자작외 기타등등의 인간들이 마치 사형선고라도 당한듯 각자의 머리를 쥐뜯 으면서 비명을 질러댔다. 후후후. "안됐지만 열하나. 하이야. 자자. 다들 어서 내놔" "끄으으으…" "신이여…" "조작이다! 조작! 승복못합니다!" "훗. 남자답게 깨끗하게 승복하지 그래? 응? 구차하게 그러지 말고." 난 각자의 자리 앞에 놓여져 있는 반짝이는 금화들을 두손으로 쓸어모으면 서 그렇게 말했다. 오호호호. 또 한번 긁어먹었구나. 턱. 응? "뭐냐? 덴?" "마마… 정말 이런 말씀은 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남자면 남자답게 깨끗하게 물러나지? 응?" "하지만… 그 돈만은 안됩니다. 제발… 선처를…" "웃겨. 도박판에 그런게 어디있어? 손치워. 맞을래?" "제발… 우리 예니 드래스 사줄려고 꼬불쳐놓은 비상금이란 말입니다." "훗. 그런 돈을 도박하는데 써? 덴. 네놈은 그런말 꺼낼 자격도 없어." "마마아아아…." "시끄럿! 어서 손치워." "마마. 저도 좀… 아르케네스 경에게 빌린 돈마저 잃으면 영지까지 돌아갈 경비도 없습니다." "랭스턴 자작까지 왜 이래? 졌으면 졌다고 인정하란 말이야. 자자. 다들 어서 손떼! 승부란 원래 냉혹한법이야!" "나…나도 좀 봐주면 안될까?" "폐하까지 왜 이러세요? 네? 다른 신하들에게 모범을 보이시라고요!" "으응…" 참나 남자들이 말이야 쪼잔하게 백골드, 이백골드에 저렇게 구차하게 굴지? 난 끝까지 구차하게 구는 인간들에게 으르렁거리면서 악착같이 판돈을 빼앗 아왔다. "다 털렸다." "이 왕관 팔면 얼마나 나올까?" "흑흑. 예니야… 네가 입을 드래스를 왕비마마께서 빼앗아 가셨단다." 뭐라는거야? 이 인간들이…. 로이드 그렇게 안봤는데 도박에 빠지면 왕관은 물론이고 왕국까지 팔아먹을 인간 같다. 이쪽으로는 손도 못대게 만들어야지. 그건 그렇고… 우후후. 이게 다 얼마다냐? 이천골드는 족히 되겠네. 우훗. "자자. 이제 놀이는 그만하고 이제 일하죠. 일." "으음… 그럴까?" "먹을것좀 가져오겠습니다." "차도 부탁해요. 아르케네스" 테이블에서 멀찍이 떨어진곳에서 혼자서 책을 읽고 있던 아르케네스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방을 나갔다. 아르케네스는 스승의 허락을 받고 당분간 왕성에서 일하기로 했다. 관료의 공백이 너무커서 도저히 어디부터 손을 대 야 할지 알수가 없어서 말이지. 물론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선불로 내야했지 만…. 그래도 덤으로 헤쉬케린 늙은이도 도와준다고 했으니 투자한 만큼은 뽑아둬야지. 음… 이참에 아주 둘다 왕성안에 눌러살게 만들어버릴까? 그럼 따로 멀리 갈 필요없이 필요할때마다 부를수 있을텐데. 조금 고려해봐야겠다. 그동안 난 금화를 가죽주머니에 집어넣은뒤 품에 잘 갈무리하고는 주사위와 카드들을 치웠다. "크으으…. 그냥 카드로 할껄." "그럴것을… 이렇게 처참하게 잃을줄이야…" "한방에 잃은것 다 딸수 있다고 부추긴게 누구였지? 워렌 자작" "폐하. 이런데서는 직위는 떼도 되지 않을까요?" 에이에이… 로이드도 참. 돈 잃더니 쪼잔해졌다니까. 하긴 자기 가진돈 다 잃고 속좋은 사람 없는 법이니까. 훗. 그러게 누가 마지막에 모두 한패가 되 서 한쪽으로 몽땅 걸래? 후후후. 낮은수가 나왔다면 정말 내가 번거 다 돌려 줘야겠지만. 내가 이기면 모조리 쓸어버리가 되잖아. 그리고 실제로도 쓸었 고. 오호호홋. 난 도박에도 재능이 있나봐. 혼자서 실실거리면서 노는동안 랭스턴 자작이 원탁위에 커다란 지도를 올려 놓았다. 그리고 덴과 디온은 그동안 둘이서 작은 목소리로 뭐라고 소근거렸 고 그때마침 아르케네스가 과일바구니와 바싹 튀긴 닭요리를 들고 들어와 지 도위에 올려놓았다. "드십시오." "주방장이 벽붙잡고 신세한탄 하겠는걸? 벌써 새벽도 다 간것 같던데 말이 야." "뭘 그러십니까? 어차피 주방장도 군인인걸요. 시키면 새벽이건 야밤이건 한 낮이건 만들어야죠." "불쌍해." "크레센트 사내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의무입니다." "그래서 더 불쌍해… 라고 하지만 어쨋건 지금은 그들의 힘이 필요한 시기이 니 잘됐지 뭐." 정말이다. 크레센트 국이 기본적으로 귀족에게 징집의 의무를 부여하고 이 를 일반 평민들에게도 부여하는게 너무나 다행스럽다. 싸움의 '싸'자도 모르 는 사내에게 무기를 쥐어주고 나가서 싸워라. 라고 말해봐야 잘 싸울리도 없 고 겁만 먹을거다. 하지만 한때 군인이었던적이 있는 민간인이라면 빠른 시 간내에 적응하고 교육해서 한명의 병사로 써먹을수 있을거다. 물론 전력은 좀 떨어지겠지만 그정도면 충분하다 넘쳐 과분하지. 노는거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끼어드는 녀석들 - 특히 덴녀석과 디온 - 이긴 했지만 막상 일로 들어가면 사람이 바뀐다고 해야할까? 하여간 방금전 까지 도박으로 잃은 돈때문에 침울하다 못해 자살이라도 할것같던 녀석들이 눈빛이 변했다. 할때는 한다…라고나 할까? "그래서 덴. 결론이 뭐지?" "확증으로 잡을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지만 역시 로세니아가 뒤에서 손을 쓴 것이라 생각됩니다. 브리츠의 프리스트들과도 손을 잡았을테고요." "그래? 하지만 역시 이해할수없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나라의 수도가 완전히 점거당하다니 말이야." "나도 아넬리안과 같은 생각이다." "면목없습니다. 폐하. 하지만 상대는 브리츠의 프리스트들. 그들이 나섰다면 아주 불가능한것도 아닙니다." "왜? 브리츠 신이라면 어둠과 음모를 관장하잖아. 아무리 음모를 꾸미기 좋 아하는 놈들이라해도 그 음모의 대상이 자신이 되는건 싫을텐데?" "브리츠의 프리스트들은 대놓고 부와 권력을 얻을수 있을것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그들은 보통사람의 약점이나 컴플랙스를 꿰고 있습니다. 마마. 오른손에 는 권력을 왼손에는 부를. 이 달콤한 꿀로 목표를 현혹하고 끈끈한 거미줄로 옭아매어서 약점을 가지고 협박하는게 그들의 상투적인 수법입니다." "다른 신의 사제를 욕하는건 왠지 자기 얼굴에 침뱉는것 같지만… 레이디. 브리츠놈들은 미친데다가 한술 떠떠서 돌아버린 놈들입니다. 같은 프리스트 들끼리도 서로 음해하는걸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절친한 동료라도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팔아버리는 녀석들이죠. 왠만하면 그놈들이 랑은 얽히지 않는게 좋습니다." "가능하다면야 나도 쉽고 편하게 살고 싶지만… 그 자식들이 가만히 놔두지 를 않으니까 별수 없잖아." "브리츠의 프리스트들은 아마도 저희들의 정보망을 피해서 수도안의 치안을 담당하는 치안대 장교와 병사들을 구슬린것 같습니다. 그리고 근위대 병사중 상당수도 역시 놈들 편으로 돌아섰었던것으로 추정됩니다." "놈들이 그렇게 손을 뻗치는동안 그걸 손가락이나 빨면서 보고 있었다는거 야?" "그게… 저희 요원들 중에서도 배신자가 많아서…. 수도내에 상주하던 정보 실 요원중 절반은 적에게 넘어갔다고 보셔도 될겁니다. 어쨋건 부와 권력이 라는건 한벗 맛을 보면 도저히 손에서 뗄수 없는 마약과 같으니까요" "그건 좋아. 하지만 그래도 왕성은 로얄가드와 근위대 병사들이 늘 상주하고 있잖아. 로얄가드만해도 100명. 거기에 근위대 병력이 1000명이잖아. 그정도 숫자면 내부의 반란분자가 있었다해도 그렇게 손쉽게 넘어가지는 않았을것같 은데?" 근위대는 성벽이라는 방패를 가지고 있었다. 내부의 배신자들이 있었다고는 해도 폭동이 일어난지 1시간만에 왕성이 점거당할수는 없는일이야. 거기다 대부분의 귀족들이 폭동을 피해 도망치기도 전에 왕성 주변의 저택들이 제압 당했고 그것은 왕성안도 마찬가지였다. 왕성에서 일하던 시종과 시녀, 그리고 하인, 하녀들 대부분이 죽임을 당했으니까 왕성밖에서라던지 어느 한구석에 몰려서 그렇게 된거라면 그나마 조금은 이해할수 있어. 하지만 대부분의 시 종과 시녀들은 각자 자신들이 일하던 장소에서 죽임을 당했다. 그렇다는것은 그 소식이 왕성안에 퍼지기도 전에 왕성이 제압당했다는 뜻이다. 이런 내 의 문을 읽은걸까? 덴은 쓴웃음을 지으며 붕대가 감긴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저도 제 집무실에서 일하던중 이런 꼴이 되었습니다. 마마. 크레센트 내에서 가장 정보를 빨리 습득하는 제가 이런 지경이니 다른 이들은 무슨 사정인지 아기도 전에 죽었을것입니다. 더욱이 제팔을 물어간 그 웨어울프 같은 놈들 이 있어서 더더욱 상대가 안됐을것입니다." "웨어울프 형태의 라이칸슬로프라면 일반적인 무기로는 타격을 주기 힘들었 을것입니다. 불이나 산에만 피해를 입었을것입니다. 마마" "으음…." 덴의 말에 아르케네스가 부연 설명을 가미했다. 하긴 나 역시도 그 늑대 대 가리 녀석들을 처리하는데 사당히 애를 먹고 고전했으니 그때의 상황은 안봐 도 뻔하다. 보나마나 조금 싸우다가 웨어울프의 잔인한 행동에 겁을 먹은 근 위대 병사들이 항복하거나 도망쳤을테고 왕성침공 사실이 적들과 거의 같은 시각에 덴에게 전해졌을것이다. 그리고 시민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느 치안병 병사들이 자신들이 지켜야할 시민들에게 검을 겨누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 을거다. 그리고 그뒤에 브리츠의 프리스트들이 광신적이고 맹목적인 추종을 이끌어냈겠지. 그놈들은 그게 일이니까. "자자. 이제 지나간 일은 그만두자고. 괜찮겠죠? 폐하?" "음…. 다시 말해봐야 입만 아플테니까. 그보다 수도 외부의 상황은 어떻지? 워렌 자작?" "특별한 변동사항은 없습니다. 케센 국과 다른 세 나라에 보낸 사신들도 대 부분 무사히 크레센트 영토를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잘됐군. 잘하면 동맹군이라도 끌고 올수 있을테고 그게 안된더라도 최소한 중립을 지키고 있으라고 서신으로 보내으니 생존과 출세를 위해서라면 알아 서들 잘할거야. 아르케네스 경. 징집병 모집은 어떻게 되어가고있지?" "우선적으로 군 경험이 있는 30살 이하의 젊은 병사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 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7개 천인대 7000여명 정도 징집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외의 시민병이나 농민병은 별 도움이 안될것이라 생각됩니다. 그쪽도 우선 지원자 중심으로 병사를 뽑아들이고 있습니다. 다만 수도내의 대형 창고들 중 상당수가 공격 당해서 불타버렸기 때문에 이번 추수철에 식 량을 비축하지 않으면 두달도 못가서 바닥날것입니다. 폐하" "그래도 할수 없지. 여유가 없으니까. 폐하. 아크레닌이던 로세니아던 둘중 한곳을 격파해야 합니다. 한쪽을 무너뜨리고 나면 다른쪽이 위축되는 법입니 다." "으음. 그렇군." 로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아… 난 지도위에 펼쳐진 그릇들중 몇개를 치 운뒤 붉은색의 작은 깃발이 달려있는 조그만 막대기를 아크레닌과 로세니아 에 가져다 대었다. "현재 두곳에서 동시에 침공을 받고 있는 중이죠. 폐하. 사태는 시급합니다. 우선 브래드릭 장군이 이끄는 중앙군 병단이 로세니아를 저지하기 위해서 원 군으로 파병되었지만 솔직히 적을 얼마나 격퇴할수 있을지… 아니 패배나 하 지 않을지 정말로 걱정되었다. "아크레닌 측 상황은?" "적은 농민병 12000명과 정규병력 5000명을 가지고 셔우드 자작령내의 요새 들과 성을 공격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로세니아는 선발로 나온 1만명의 적 병력과 우리가 이곳일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로세니아 본국에서 추가로 2만 명의 병사들이 징집되어서 국경을 향해 진군중이랍니다. 물론 이들중 용병 1000여명과 정규군 소속 병력 수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민군이나 농민병 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그정도 숫자라면 위험해. 동부의 제펠 요새도시를 제외하고는 그정 도 숫자의 적을 말아낼만한 요새는 없어. 크레센트 동부 지역 모두가 로세니 아의 손아귀에 넘어가는거나 다름없는 상황이야. 대응은?" "그쪽 지역 사령관도 초반에 로세니아와 국지전을 벌이다가 적의 추가 병력 소식을 듣고 요새로 회군했다고 합니다. 주변 영주들을 끌어모아 농성전을 벌일 생각인것 같습니다만…" "평원지대인 아넬 공국을 먹어치웠으니 보급선에는 문제가 없겠군. 쳇. 시간 을 끌면 로세니아에서 지속적인 추가 병력과 다량의 공성병기가 넘어올거야. 그렇게 되면 적들이 크론발까지 몰려오는건 시간 문제겠지." "역시 로세니아가 아넬 공국을 침공했을때 무력 행사를 해서라도 저지했어야 했나." 당연히 그랬어야지! 하여간 로이드는 전쟁이나 싸움같은거와는 너무 거리가 멀다니까! "원래대로라면 케센 국이 로세니아의 공국 침공에 개입하고 우리 크레센트가 중간에서 중재를 했어야 했어요. 하지만 이젠 아넬 공국 자체가 로세니아의 전초기지같은 성격을 띄게 되었기 때문에 더욱 불리하게 되었죠." "으음… 목끝에 드리워진 검날인건가…" "하긴 그 당시 내전으로 정신없었을때이니 국제 정세에 신경쓸 처지가 못되 었기도 했었죠. 그래도 최소한 동부 지역에 병력을 더 늘려야 했어요." "만약 로세니아가 아넬 공국을 침공한게 저희를 공격하기 위한 준비였다면 이건 하루이틀만에 계획된것이 아닐겁니다. 마마" "그렇겠지. 공국이라해도 어쨋건 한 나라야. 단순히 국경선을 늘리기 위해서 싸움을 걸거나 한건 아니겠지. 문제는 적이 어디까지 그 손길을 뻗히는가였 는데… 놈들 이번엔 단단히 준비했나봐. 선전포고도 없이 전면전을 벌이다 니…" "케센이 조용한걸 보면 두 나라간에 밀약이 맺어졌을지도 모릅니다." "……" "……" 아아… 그런 가정따윈 듣고싶지 않아. 단순히 지키는것뿐이라면 아크레닌 국과 로세니아 양국의 침공을 막아낼수 있겠지만… 거기에 케센놈들까지 합 세하게 되면 지키는것도 버거워질거다. 그것도 나라안에 있는 모든 남자들. 그러니까 싸울수 있는 모든 남자들을 전쟁으로 내몰아야만 가능할껄? 그렇게 한판 벌이고 나면 크레센트가 현 수준까지 회복되는데 최소한 20년은 걸릴거 야. 우우…. 잘못하면 크레센트 최후의 국왕과 왕비가 되겠는걸. "덴" "예. 마마" "만약 여기 남아있는 중앙군 병사들까지 동부 지역으로 이동시키면 얼마나 버틸수 있을까?" "음… 그거야 상황에 따라 틀리겠지만 주변 영주의 협조를 받고 민병들을 전 투에 투입시킨다면 세달… 아니 두달정도는 막아낼수 있을겁니다. 물론 수성 전을 전제로 해서요." "그래…. 그정도면 충분하겠지. 좋아. 아크레닌의 침공군은 내가 막겠어. 그동 안 덴은 브래드릭 장군에게 최대한 협조해서 로세니아 군대가 수도로 진입하 는걸 막아봐." "알겠습니다. 마마." "그리고 폐하…" "알았어. 내 이름으로 된 명령서가 필요하겠지?" "네" "그런 종이쪼가리 정도야 얼마든지 써주지. 대신… 죽지마." "후훗. 전 안죽어요. 우리 귀여운 로렌을 두고 어떻게 죽을수 있겠어요? 거기 다 동생도 만들어줘야 하는걸요. 우훗" "휘익~ 마마 그거 너무 노골적이지 않습니까?" "레…레이디이…" 시끄럽다. 다들. 부인이 남편좀 유혹한다는데 뭔 말이 많아? 확 다 엎어버릴 까보다. 난 야유를 부리는 녀석들을 가볍게 무시한뒤 랭스턴 자작을 바라보 았다. "하명하실 말씀이라도?" "그대는 폐하를 보좌해서 일해주기 바래요. 말안해도 잘 알고 있겠지만…" "물론입니다. 위대하신 국왕폐하의 옆에서 일할수 있다는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입니다. 마마" 훗. 술은 끊었나보네? 하긴 그간 랭스턴 자작도 꽤 바쁘다고 했으니 술 마 시고 있을 틈도 없었겠지. 지금껏 그가 해온 일은 누가 맡아도 상관없는 서 류관계 일들 뿐이었는데. 사실 랭스턴 자작도 그렇게 무능한건 아닌데 너무 유능한 인간들 사이에 끼어 있다보니 격이 떨어져보이는건 어쩔수 없더라고. 거기다 첫인상마저 최악이었으니 좋게 봐줄수가 있어야지. "그럼 난 여기 왕성을 지키고 있도록 하지. 병력의 충원과 물자 보급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마음껏 싸우도록 해." "예. 알겠어요. 폐하." "내가 할수 있는건 이정도 뿐이니까…" "아니에요. 폐하. 폐하께서 저희들 뒤에 굳건히 버티고 계셔야 저희들이 마음 놓고 싸울수 있죠. 자고로 정신적 지주가 없고 배고픈 군대는 늘 지기만 하 는 법이잖아요." "음…. 나도 당신과 함께 가고 싶지만 도시 꼴이 말이 아니니…" "세달 뒤면 겨울이에요. 폐하. 그때까지만 버티면 저희 승리죠. 그뒤에 왕국 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이 빛을 갚아주면 되는거에요. 그때쯤이면 대륙 통일 도 꿈은 아닐껄요?" "대륙 통일이라…" "황제가 되시는거죠. 기쁘세요?" "으음… 글쎄… 나 지금도 서류에 치어 죽을것 같은데… 황제씩이나 되면 정 말 과로사 할것 같은걸?" "후후. 폐하다우신 말씀이시네요." "자. 그럼 음모는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이만 가서들 쉬자고. 밤은 수면을 위 해서 있는거니까." "네. 폐하. 다들 수고했어요." 난 그렇게 말한뒤 로이드와 함께 밀실을 나왔다. 로이드는 황제라는 말을 작게 되뇌이면서 생각에 잠긴듯 내가 이끄는대로 끌려왔다. 그리고 등뒤에서 덴이 우리들의 눈치를 보면서 잽싸게 어디론가 사라지는게 보였다. 에린에게 간거겠지? 부러웠나? 훗. 아직 멀었다. 덴. 네녀석의 행동패턴은 너무 단순해. 아니 너무 단순해졌어. 왕성안의 피 냄새를 지우는데 3일이나 걸렸다. 거기다 왕성안에서 일할 사 람이 턱없이 부족해서 이전처럼 쾌적한 생활을 즐기기도 힘들었다. 어딜가도 작게는 네댓명에서 많게는 열댓명까지 몰려다니는 병사들이 자주 눈에 띄였 고 두번째로 전멸해버린 로얄가드들을 대신해서 중앙군 기사단 기사들이 로 이드의 침실 주변에서 경비를 서고 있었다. 로이드는 그런 왕성안의 분위기 가 마음에 안드는지 가끔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왠지 모르게 난 이쪽이 더 마 음에 놓이는걸. 이것도 성격탓이려나? 음… 정말로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니 까. 예전에 나라면 꿈도 못꿨을거야. 우리가 막 국왕 침실로 들어섰을때 잠옷 차림의 로렌이 내쪽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그리고 그뒤를 에레니아 시녀장이 쫓아왔다. "마마아…" "응? 우리 로렌 안잤어? 착한 어린이는 일찍 자야지. 응?" "마마께서 안계셔서 무서우셨나봅니다." "그랬어? 로렌? 괜찮아. 엄마가 있으니까 이제 안무섭지?" "응! 응!" "그래. 오늘은 엄마랑 같이 잘까?" "응! 응! 같이 잘꺼에요. 같이 잘꺼에요." "자아~ 이리오련 우리 로렌" 웃차. 이녀석 날이 갈수록 무거워 진다니까. 후후. 이젠 내힘을 늘려주는 속 바지를 벗으면 로렌을 안아들기도 힘들어. 으음… 좀더 운동을 해서 근력을 늘려야할까? 아~~~ 로렌 동생을 만들어주는건 조금 연기해야겠다. 로렌아. 외 로워도 조금만 참으렴. -------------------------------------------------------------- 가우군의 소설은 기본적으로 AD&D 2nd 룰을 따릅니다. 이중 프리스트 스 펠에는 아래의 세가지 부활 주문이 존재합니다. Raise Dead - 5서클. Slay Living Reincarnate - 7서클. Resurrection - 7서클. Destruction 뒤에 주문들은 앞의 부활주문의 역 주문으로 Slay Living, Destruction 둘 다 내성 굴림에 실패하면 즉사합니다. 성공한다면 일정 수치의 데미지만 입습니다. 가우군의 세계관에서는 부활의 개념이 없습니다. 더 위저드(The Wizard)에 서도 잠깐 나왔지만 인간은 육체와 정신 그리고 영혼 이 세가지 조건이 갖춰 져야지만 정상적으로 생활할수 있습니다. 이중 육체는 영혼을 담는 그릇이고 정신은 육체와 영혼을 붙여주는 아교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영혼은 생명체 가 생명체로서 존재할수 있는 중요한 핵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렇기에 - 이건 하우스 룰일뿐입니다만... - 가우군의 세계관에서 부활종류 의 마법을 사용하면 어쨋건 부활하긴 합니다. 하지만 육체와 영혼만이 있을 뿐이기에 1일~ 수주내로 영혼이 육체를 떠나버립니다. 영혼은 신에게로 돌아 가고 육체는 붕괴되죠. 실제로 부활 주문을 사용할수 있는 프리스트의 숫자 도 극 소수이긴 하지만 위의 주문을 사용해서 부활시킨 상대가 한달을 넘도 록 생존한적은 없습니다.(라고 설정해놨습니다.) 또한 모든 생명의 기억은 정 신에 기록되기에 죽은 사람을 되살려놔도 이전의 기억은 단 하나도 없는 - 정신은 영혼이 육체를 떠난상태. 즉 죽은 상태가 되면 사라집니다 - 상태로 되살아납니다. 그리고 죽습니다. 이는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신이 영혼을 세상에 뿌리고 거두는것을 관장하 기 때문입니다. 생명이 다한 생물은 육체가 썩어들어가고 영혼은 신에게로 돌아간뒤 다른 생명으로 거듭납니다. 그리고 그 생명이 태어날때 사라졌던 정신이 영혼에 들러붙어서 육체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결국 이전의 기억을 갖춘채 부활하게 할수 있는건 오직 '신' 뿐입니다. 그 것도 강한 힘을 가진 신만이 가능하죠.( --)...라는것입니다. 그렇기에 죽으면 땡입니다. 부활같은거 없습니다 -_-;. 컨티뉴가 안되니 사람들은 더 생에 집 착하고 목숨을 불태우면서 살아가는거니까요. 물론 예외도 있기는 합니다. 바 로 화신, 반신이라 불리는 존재들. 직접적으로 신의 의지에 간섭하고 힘을 끌 어다 쓸수 있는 준신급 생명체라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_-/ ...졸려...졸려...졸려...(칭얼칭얼) 퇴화중...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2장 Total War (3) 2003-12-20 20:18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왕성 중앙. 높다란 첨탑위에 커다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세찬 바람에 휘날리는 커다란 깃발.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황금 사자가 수놓여 진 그 깃발은 크레센트의 상징이자 이나라의 국왕인 로이드 1세 국왕폐하가 건제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왕성이 점령된 초기에 로이드와 내가 살해 당했다는 소문은 수도를 완전히 장악한뒤 왕성앞 광장에 모습을 드러낸 로이 드에 의해서 일소되었다. 왕은 건재했고 왕의 군대도 건재했다. 소요는 진정 되었고 평민들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단지 몇가지만 빼고. 왕실의 이름으로 공식적인 금주령이 선포되었다. 포도주를 제외한 모든 주 류의 제조가 금지되었고 2년이상 숙성된 주류이외의 술은 판매가 금지되었 다. 시장에 유통되던 주류의 대부분은 국가에 귀속되었고 대상인들이 보관중 이던 식량들은 국채를 통해 환수되었다. 일설에서는 억지로 빼앗은거라고 하 지만… 크레센트 왕국이 무너지면 같이 목을 멜 상인들이 여럿이 되겠군. 더 군다나 타국과의 교역이 전면 금지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6개월이내에 여러 상단이 문을 닫을것으로 추정된다. 그래도 할수 없지만. 또한 국가 비상시에 발효되는 징집제가 선포되었다. 만 16세 이상의 성인 남성은 모두 각 지역의 행정관청에 귀속되어서 부역을 하거나 병영으로 끌려 가 훈련을 받도록했다. 의무기간을 끝마친 남성들이 우선적으로 징집되었는 데 그들은 2주내외의 적응훈련을 끝내자마자 곧바로 각지역의 전선으로 투입 될것이다. 이는 지방도 별차이가 없어서 각 지역의 영주들은 자기 영지내의 최소 할당량으로 배정된 병사들과 보급품을 충당하기 위해서 영주민들을 쥐 어짜고 남자들을 강제로 군에 집어넣었다. 크레센트는 빠른 속도로 전시체제 로 돌아선뒤 국경을 침범할 침략자들을 격퇴할 준비를 하기 시작한것이다. 왕성을 나온지 일주일. 왕국 북부 지방에서 남하한 화격단 병력들과 수도 근교지역에 밀집해있던 병사들을 끌어모은 난 가도를 따라서 남부지방의 요 충지인 셔우드 자작령으로 이동하였다. 크레센트의 오래된 농담중에 '크레센 트는 병사보다 보급품이 먼저 전장에 도착한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건 농담수준이 아니야. "꾸물대지마! 마차를 옆으로 빼!" "정지! 이름과 목적지" "니린 영지의 보급품입니다. 여기 통행증이요" "음… 운용 인원과 물자양은?" "인부 서른 네명과 마차 열두대입니다." "지원병들은 안왔나?" "아마… 하루정도 뒤에 도착할겁니다. 네. 나으리" "좋아. 통과!" 이렇다. 크레센트의 강점중 하나인 넓은 가도는 물자의 이동을 손쉽게 해주 었는데 이 이동이라는게 너무 빠른게 문제다. 병사들이 걷는 속도를 추월해 버리는것이다. 그래서 병사는 도착도 안했는데 식량과 무기들이 먼저 도착하 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처럼 가도 바로 옆에 요새나 요새도시가 있고 길을 가로막고 검문이라도 할라치면 밀리고 밀리는 짐더미의 행렬 때문에 본대의 행군에 지장이 갈 정도이다. "크렌. 밀러" "예. 마마" "싸그리 밀어버려. 아니 아니. 그냥 치워버려. 여기서 낭비할 시간 없다." "예. 알겠습니다." 난 말위에서 작게 하품을 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밀러 대대장 - 얼 마전 10개 중대를 지휘하는 대대장으로 진급했다 - 이 선두에 서있는 중대 원들 일부를 이끌고 북적이는 가도 앞으로 달려갔다. 가도를 중심으로 양쪽 에 커다란 돌성벽을 쌓아올린 - 그리고 가도 위에 석재 브리지를 세우고 성 문을 달아놓은 - 쌍둥이 요새 에리켄. 동 에리켄 요새 오른쪽은 길게 펼쳐진 숲이 길을 가로막고 있었고 서 에리켄 왼쪽으로는 요새에 귀속되어 있는 도 시 에리켄이 낮은 성벽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어느쪽으로던 요새의 성문을 지나지 않고 우회하자면 최소한 2km이상은 돌아가야 한다. 특히 숲쪽은 10km이상은 우회해야하지. 시간도 없는데 말이야. 그래도 밀러 대대장이 잘해주어서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지루할정도로 길지 는 않았다. 밀러 대대장은 길위에 세워진채 대기하고 있는 마차들을 모조리 길 옆의 밀밭으로 억지로 밀어넣은뒤 병사들이 행군할만한 공간을 만들어내 었다. 물론 아직 추수도 시작하지 않은 밀밭이 말과 마차에 밟혀서 엉망이 되었지만 우리는 내일 먹을 양식보다 지금 전쟁터에서 피를 흘릴 병사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출발." "선두 앞으로!" 다시 병사들의 긴 행렬이 길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곳만 지나면 셔 우드 자작령까지는 금방이지. 긴 행군이 지쳐있는 병사들이 열을 이루면서 짐마차 사이를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고 검문소 앞에서 경계를 서던 요새 주 둔 병사들이 우리들을 신기한 눈초리로 힐끔거렸다. 하긴 그도 그럴것이 이 화격단은 정확하게 일주일전까지만해도 내 개인 사병인데다가 주업이 산적질 을 하던 녀석들이었는데 엿새전부터는 왕의 재가를 받은 '공식적인' 크레센트 왕국의 군대가 되었으니까. 거기다 지휘관과 장교를 - 역시 사람은 출세하고 볼일이다. - 제외한 모든 병사들이 보병이다. 그것도 등에는 둥근 활통을 메 고 있는 특이한 병사들인것이다. 화격단 병사들은 하루 평균 45km. 전체 거리 300km의 거리를 단 일주일만 에 주파했다. 정말로 속도에 미쳤다고 밖에는 할수없는 엄청난 속도인것이다. 하루 12시간씩 강행군을 해대고 그러고도 모자르면 한밤중에도 가도를 따라 서 행군하기를 일주일. 화격단 병사들의 몰골은 척 보기에도 열흘은 굶은 거 렁뱅이 수준이었다. 하긴 그나마 화격단이 그정도 속도로 달릴수 있었던것도 대부분의 병사들이 20~30대의 젊은 사내들인데다가 달랑 활과 20발들이 활통 하나. 그리고 가죽갑옷과 투구만 쓰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숏소드나 메 이스 방패 같은 무거운 물건은 모조리 한데 모아서 포장해버렸고 따로 수송 부대를 두어서 - 전투병력은 모자르지만 비정규병력은 남아돈다. 웃기게도… - 운송하도록 시켰다. 병사들은 최소한의 비상식량과 모포, 옷가지정도만 몸 에 지니는등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하고 돌로된 가도위를 걸어온것이다. 또한 산악과 숲속을 헤메고 다니는 전직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른건 몰라도 속 도 하나만큼은 대륙 어디에 내놔도 꿀릴게 없을거다. "왕비마마." "응? 뭐지?" "여기서 1km 남동쪽 지점에서 3개 중대가 합류하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전령을 보내서 대열 후위에 합류하라고 해. 이동은 계속한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병사들이 긴 행군으로 많이 지쳐있습니다. 합류하 는동안 잠깐 쉬는게 어떻겠습니까?" "음… 일주일간이나 꼬박 행군했으니 그럴만도 하겠지. 하지만 그래도 계속 가야 되. 앞으로 반나절이면 셔우드 자작령에 들어서니 거기서 쉬기로 한다." "예. 전령! 전령!" 크렌의 외침에 대열의 밖에서 말을 몰던 전령이 병사들사이를 헤치고 그에 게 달려왔다. "합류는 예정지점에서 한다. 휴식없이 바로 이동하니 가도 근처에서 대기하 라고 전해" "예! 알겠습니다." 그의 명령을 접수한 전령이 크게 복창한뒤 다시 대열밖으로 빠져나갔다. 그 리고는 채찍을 들어 말을 재촉하면서 빠른속도로 달려갔다. 중간에 3개 중대 병력이 합류한것을 제외하고는 셔우드 자작령내에 도착할때 까지는 별일 없었다. 셔우드 자작령에 도착한 난 곧바로 추수가 끝난 넓은 공터에 야영지를 건설하라고 명령한뒤 특별한 명령이 있을때까지 휴식에 취 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작의 성으로 전령을 보내서 그간 부족했던 식량을 보급받아왔다. 늘상 딱딱한 빵과 멀건 스튜, 그리고 맛없는 육포를 씹던 병사 들에게 신선한 야채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가 배급되었다. 난 크렌과 - 크렌은 부 사령관이자 내 부관이다 - 같이 식사를 하면서 남부 지역의 지도 를 훑어봤다. "흠… 지역 대부분이 평야지대라 특별히 막아설 장소가 마땅치 않네" "예. 자작령내 숲들도 모두 규모가 적고 나무의 숫자도 적어서 방벽 역할은 좀 힘듭니다. 장애물이 있다해도 한시간정도만 우회하면 충분히 지나갈만큼 사방이 개방되어 있어서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리합니다. 그나마 성 벽에 의지해서 지킬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적이 멀찍이 피해서 북상하면 수도 가 위험해집니다." "흠…. 그걸 저지하기 위해서 우리가 여기 있는거잖아. 그리고 놈들이 셔우드 자작령을 피해서 주력을 북상시키면 우리야 더 좋지. 근처 영주들의 병사들 로 그들을 상대해 시간을 벌게하고 우리가 뒤를 치면 되니까." "여러 영지가 파괴될것입니다." "그래도 우리 병력의 피해는 줄어들잖아? 난 저쪽 지휘관들이 그렇게 움직여 줬으면 좋겠는걸." 이건 내 솔직한 심정이다. 저들이 셔우드 자작령을 지나쳐 북상한다면 주변 영주들을 규합해서 앞을 막게 시키고 우리와 자작령내의 병사들을 이끌고 뒤 를 쫓는편이 훨씬 효율적이지. 음음. 후방에 아직 전력이 남아있는 우리 부대 와 셔우드 자작의 병력이 있으니 식량이나 무기의 보급이 불가능할테고 병력 의 보충도 쉽지 않을테니까. 그들이 주변 영지들을 상대로 힘을 소모하는동 안 전력을 한곳에 집중투입시켜서 박살낼수 있겠지. 그러면 편할텐데. 그렇게 적의 주력만 끝장내면 곧바로 로세니아를 상대하러 북상할수도 있을테니까. "적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무모하게 진격해나가지는 않을겁니다. 아마도 보 급선을 지키면서 착실하게 주변을 제압하며 올라오겠죠. 주 전장은 셔우드 자작령 영내가 될것이 확실합니다." "그렇겠지. 나라도 그렇게 할테니까. 그런데 아크레닌 놈들이 어디까지 진출 했다고 했지?" "양국 국경부근에 있는 윈폴드 남작령과 오슨 요새, 그리고 게롤드 자작령 일부를 점령했다고 합니다. 셔우드 자작령 바로 남쪽에 위치한 곳들입니다." "흠… 생각보다 진군이 늦네? 난 지금쯤이면 이 영지 안에서 싸우고 있거나 최소한 자작령 남부까지 진출할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 지휘관이 신중한 성격인가보죠.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들은 착 실하게 보급선을 지키면서 천천히 주변 영지를 점령중입니다. 그 덕에 그쪽 에 주둔중이던 대부분의 병력이 별다른 피해없이 셔우드 자작령으로 후퇴했 다고 합니다. 실제 교전도 두번 밖에 없었고 둘다 그리 크지않은 전투였습니 다." "흠…. 그렇다면 놈들이 진출한 위치를 먼저 선점하고 공격하는게 낫겠군. 그 건 그렇고 낙오병은 얼마나 되지?" "전체 8200명의 병사중 2400여명이 낙오했습니다. 우선은 후방의 보급부대에 낙오병을 수용하라고 명령은 해놨지만 최소한 1000명 내외의 병력 손실은 감 수하셔야 할것입니다. 지독한 강행군이었지 않습니까?" "음…. 그건 그렇지만 조금 아쉽네." 거의 3할의 병사들이 낙오했다는 소리잖아? 생각보다 많다. 물론 나중에 일 부는 합류한다고는 해도 역시 상당수의 병사들을 잃었다. 하긴 이런 무모한 행군에 낙오병이 없다면 그게 더 신기한 일이겠지만. 뭐… 어쨋건 도착은 했 으니까 된거지. 모자르는 병력이야 어떻게든 되겠지 뭐. 으음… 그래도 아쉬 운건 어쩔수 없다. 2개 대대병력이라니…. 저녁 식사를 마치고 크렌과 함께 지도를 보며 머리를 굴리고 있을때 셔우드 자작이 찾아왔다. 이 남부 지방의 유력한 귀족 셋과 유리아, 그리고 페이핀을 같이 대동하고 안으로 들어온 셔우드 자작은 나와 크렌이 머리를 맡대고 지 도를 보면서 쑥덕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흠흠…." "아! 언제 왔나요? 셔우드 자작." "방금 도착하였습니다. 마마. 바쁘신것 같군요" "뭐… 머리좀 굴리느라고요. 앉아요. 자리는 많으니까." "감사합니다. 마마"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의자를 당기고 앉자 크렌이 병사들에게 의자를 가지 고 들어오라고 명령했다. 잠시뒤 모두들 자리에 앉았는데 조금 특이한 점은 유리아가 바로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는것이다. 그 옆에는 페이핀이 앉았고. 보통 나와 같은 상급자 - 어쨋건 난 왕비니까 - 옆에는 2인자가 앉는법인데 셔우드 자작이라면 모를까 그의 딸이 내 옆에 붙으니까 조금 이상한걸? 이건 마치 유리아가 나와 친하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하는것 같잖아. 뭐… 사실이기 도 하니 별 상관은 없지만. "그럼 시간이 부족하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오늘 오전중에 척후조로 보이는 적과 작은 교전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적은 밀어내었습니다. 마마. 그리고 아군 정찰병의 말에 의하면 적의 야영지가 소 란스러운걸로 봐서 곧 적이 움직일것 같다고 보고했습니다." "놈들도 우리 원군이 오고 있다는 소식정도는 들었을것입니다. 마마" "식량은 6개월 분량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병사들 뿐만 아니고 영지내 영지 민과 주변 영지의 주민들이 먹어도 남을정도입니다. 무기류가 부족하기는 하 지만 그건 어느정도 커버가 될것 같습니다. 페이핀양의 공이 큽니다." "과찬이세요. 셔우드 자작님" "그리고… 병력에 관해서 입니다만…. 제 병사들과 각 지방 영주들의 사병, 그리고 치안병들까지 모조리 끌어모아서 3000여명 정도 됩니다. 그중 기사가 55명이고 중갑기병의 숫자는 320명입니다. 또한 시민병과 농민병을 모집하고 있지만 마마께서 무기지급을 막으셨기 때문에 대부분이 성벽보수 공사나 물 자이동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들 숫자가 대략 5000명 수준으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전장에 투입할 통제력은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에리켄 요새로 보낸 원군요청은 거절당했습니다. 그곳을 지키기에도 병력이 모자른 다고 하더군요." "음… 그렇다면 내가 끌고온 5000여명과…. 다합쳐서 13000명. 1개 연대 수준 이군요. 이정도면 할만하겠어요. 적이 움직이면 우리도 맞대응하기로 하죠." "그건에 관해서입니다만…. 굳이 직접 교전을 벌일 필요가 있겠습니까? 우리 측이 이런 짧은 기간동안 이정도 병사를 모았다는걸 아크레닌에서 알게되면 굳이 쳐들어오지 않을것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셔우드 자작의 말씀도 일리가 있는것 같습니다." 저건 누구지? 셔우드 자작의 옆에 앉아서 그를 옹오하는 귀족의 얼굴이 어 디선간 한번쯤은 본것 같은 얼굴이었다. 어딘가의 파티장에서 본걸까? 그런 것치고는 낮이 익은데. 에이 모르겠다. 중요한 인간이면 알아서 자기를 밝히 거나 귀뜸할테고 아니면 말라지. 그많은 귀족들을 모조리 외울수야 없잖아?. "하지만 우리에게 부족한건 시간이에요. 지금은 조용히 있지만 케센국이 언 제 마음을 바꿔서 시비를 걸어올지 모릅니다. 그리고 로세니아와 교전을 벌 이고 있는 동부 지역의 전황도 내일은 어떻게 되어있을지 알수가 없으니까 요." "으음…" "한시라도 빨리 이곳의 전황을 마무리 짓고 응원군을 보내야 합니다. 이미 서부지역에 있는 지역 수비군 역시 병력을 모아서 전선으로 이동중입니다. 이건 총력전이에요. 상대가 시비를 걸어오지 않는다면 우리쪽에서 시비를 걸 어서라도 적을 쫓아내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그게 가장 중요해요" "그렇다면… 적이 영지내로 들어오기 전에 요격하실 생각이십니까?" "네. 물론 그만큼 위험이 따르긴 하겠지만 그정도는 감수해야죠. 그건 그렇 고… 요청했던 장비의 보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죠?" "제 영지와 주변 영주들의 무기고를 모두 털어서 보급중입니다." "좋아요. 아쉽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환영 파티에는 참석못하겠군요. 양해해 주세요." "하하하…"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말을 끝으로 셔우드 자작외 귀족들이 우르르 몰려나갔다. 그런데 자기 아 버지와 같이 갈줄 알았던 유리아가 페이핀과 함께 남아서 자리를 지키고 있 는게 아닌가? 으음… "크렌. 잠깐 나가있어" "예. 마마" 내말에 크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침 그도 다른 일이 있는지 가슴 한가 득 종이뭉치를 들고 낑낑거리면서 밖으로 나갔고 막사안에는 나와 유리아, 그리고 페이핀만이 남게 되었다. "오랫만이에요. 두분" "뵙게되어서 영광입니다. 마마." "수도에서 큰일이 있었다고 하던데 멀쩡하시네요?" "얘~ 페이핀!" "왜? 내가 뭐 못 물어볼 말했어?" "괜찮아요. 뭐… 조금 시끄럽긴 했어도 별일 없었어요." "헤에~ 많이 죽고 다쳤다고 하던데 무사하시다니 다행이네요. 마마. 아참! 유 리아 이애가 글쎄 결혼 한데요." 호오~ 유리아가 결혼? 아니지. 유리아가 나보다 두살이 많았으니 지금 스물 셋이잖아? 여자치고는 엄청 늦은 결혼이구나. 물론 행동거지나 생김새를 봐 서는 절대 나보다 연상같지는 않지만. "페이핀! 그만해. 나 화낼거야" "뭘… 좋으면서. 너 괜히 부끄러우니까 그러는거지?" "페이피인!!!" "후훗. 축하해요. 유리아양. 그런데 상대는 누구에요?" "에리히요! 에리히 폰 디크센 준남작! 자작님의 개인 기사에요! 부하주제에 딸을 빼앗아 갔다고 자작님께서 이를 갈고 계신다던걸요?" "…난몰라" 결국 포기했나보다. 새빨개진 얼굴로 어쩔줄 몰라하던 유리아는 그대로 고 개를 떨구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흐음…. 저거 좋아하는거야? 싫어하는거 야? 아니아니… 결혼 약속까지 받아냈다니 좋아하기는 하는거겠지. 그래도 아버지의 부하라니… 싫다. 정말. "혹시… 어릴때부터 한 저택에서 같이 살던 남자랑…" "맞아요! 에리히도 어릴때 셔우드가에 들어왔거든요. 그 전에는 로세니아에 있었다는것 같은… 흡!" "페이핀! 그사람은!!!" 흐으음…. 셔우드 자작의 속이 좀 타겠군. 유일한 상속녀의 상대가 적국이 되어버린 로세니아 출신이라니. 보나마나 데릴사위일텐데 말이야. 하지만 저 유리아의 얼굴을 보니 그런것정도로 마음이 식을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그는 얼마나 오랫동안 유리아의 주위를 돌면서 환심을 사기위해 노력했을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동안 페이핀이 나를 보고는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 게 말을 건냈다. "아… 죄송해요. 마마. 제가 실언을…" "괜찮아요. 괜찮아. 어차피 저도 이제 크레센트 사람인걸요. 태어난곳은 로세 니아지만 전 크레센트인이에요." "맞아요! 왕비마마 만큼 이 나라를 생각하시는 분도 없죠!" 피식.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 두 여인들이 내 속마음을 알게 되면 뭐라고 할까? 안됐지만 난 애국심이 넘쳐흘러서 이런짓을 하고 다니는게 아 니란 말이야. 그뒤로 별 영양가 없는 잠담을 주고받던 우리들은 내가 유리아의 결혼식에 꼭 참석한다는 - 귀족으로써는 둘도 없는 영광이다. - 약속을 끝으로 헤어졌 다. 커다란 사령부 막사안에 홀로 남은 난 작게 한숨을 내쉰뒤 자리에서 일 어섰다. 기분도 울적하고 시간도 늦었으니 잠이나 자야겠어. 늙은것 같단 말 이야. 으음… "풋." 웃긴다. 아직 20대 초반이면서 벌써 이런 소리를 하다니 내가 어떻게 된건 가? 하지만 사는게 피곤한건 사실이야. 하루하루가 쓰러질것같이 힘드니까. 나를 위해 지어진 막사로 들어가서 나무침상에 누우니 피로감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아우… 등이 아파. 이럴때는 그냥 영주의 성으로 들어가서 손님방 이라도 얻어쓰고 싶어진다. 주인의 침시를 빼앗을수는 없으니 그정도로 만족 해야겠지만 그래도 이 딱딱한 나무침상보다는 몇배는 나을거야. "후우…" 한숨만 느는구나.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던가? 정말 난 사서 고생하는 타입인가봐. 여기도 직접 내가 와서 지휘를 할 필요는 없었는데. 크렌도 있고 셔우드 자작도 있고, 그외의 다른 장교들과 지휘관들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직접 지휘하지않고는 못배기겠는걸. 나도 알고는 있다. 지위도 지위이고 여자 의 몸으로 늘상 전장을 쫓아다니는것도 좋은 소리 못들을거라는걸 알고있다 고. 하지만 남의 손에 맡겨놓고 기다리는건 죽어도 싫어. 다른이들이 대신 해 주고 대신 싸워주고 대신 활동해주고….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서 내 앞날이 변하겠지? 그런건 싫어! 타인의 의도에 따라서 내 운명이 바뀌는건 한번으로 족하단 말이야. 그럴듯한 지위도 얻었다. 남들에게 밀리지 않을만한 권력도 구축했다. 그리 고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도 생겼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행복 감에도 빠져봤다. 그래서? 이제 좀 편하게 살만해졌으니까 또 결과나 기다리 면서 손가락 놓고 있자고? 아넬리안아. 아넬리안아. 마음이 약해져서 어떻하 겠다는거야? 그동안 조금 행복했다고 이제와서 포기하겠다는거야? 독해져야 돼. 악으로 버텨야돼. 비록 나의 행복을 위해서 남에게 상처를 주는한이 있더 라도… 그렇더라도… 나중에 위선에 가득찬 참회의 눈물을 흘릴지라도 지금 은 남보다 배는 독하고 강하게 나가야돼. 그래… 그런거야. 조금만 더 참자. 언젠가는 불행과 고난으로 점철된 내 인생에도 행복한 나날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군대내의 아침은 빠르다. 간밤에 어떤 일이 일어났건 각자의 생각이 어떻던 상관없이 태양은 다시 떠오르고 잠들어있던 막사속에서 하나둘씩 병사들이 빠져나온다. 식수를 충당하는것만으로도 벅차기에 빨래는커녕 세수조차 못한 지저분한 얼굴의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아직 다 끓지도 않은 스튜를 한 국자라도 더 받으려고 아우성 친다. 어른 허리만큼이나 커다란 무쇠솥 안에 는 전에는 어떤 모양이었는지 확인조차 불가능한 내용물들이 둥둥 떠다니고 가끔 올라오는 기포와 솥 가장자리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 냄새와 함께 허공을 떠돌며 굶주린 병사들을 괴롭혔다. "배식 시작." "배식 시작한다. 1중대부터 시작해" "거기 줄서! 새치기 하지마!" "식사를 끝마친 부대부터 행군을 시작할테니 장비 빼먹지 말도록" "빨리빨리 가! 언제까지 받을거야?" "뒤에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고! 빨리 받아서 사라져!" "보리빵은 네명에 하나씩이다! 더 들고 가다 걸리는놈은 죽을줄 알아!" "밀지마! 쏟을뻔했잖아!" 어수선한 배식 행렬 주위를 뛰어다니면서 열을 맞추기 위해서 악을 쓰는 장 교들, 스튜 한 스푼, 빵 한조각이라도 더 얻기 위해서 욕설도 마다하지 않는 병사들. 이게 현실이지. 흐음…. 이게 바로 대 크레센트 왕국의 정예 병사들 의 모습이란 말이다. 훗. 막사 옆, 공터 주변에 모여서 지저분한 나무 그릇을 들고 아침을 먹고 있는 병사들을 지나친 난 배식이 이뤄지고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내가 모 습을 드러내자 바닥에 주저앉아서 게걸스럽게 식사를 하던 병사들이 슬금슬 금 물러서서는 좌우로 갈라졌다. 나무 그릇을 싹싹 핧아먹고 있더 한 어린 병사와 눈이 마주치자 그 병사가 씨익 웃는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면서 양손 으로 그릇을 쥔채 나를 보며 웃는것이다. 나도 마주 웃어주면서 그 소년병옆 을 지나쳤다. 가득 담겨있던 스튜가 반쯤 줄어든 무쇠솥 근처까지 다가가니 나를 알아본 장교들과 백인장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들은 내 앞에 서있는 병사들을 뒤 로 밀어내면서 소리쳤다. "배식중지! 배식중지!" "물러서! 뒤로 물러서!" "뒤로 빠지란 말이야! 자식들아!" 단번에 배식구 주변이 텅 비었다. 마침 자기 차례였다가 나 때문에 뒤로 밀 리게 된 앞열의 병사는 나를 보면서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조금 미 안한걸? "무…무슨 일이십니까? 사…사령관 각하" 내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은 2대대 대대장 웰링턴 남작 - 물론 몰 락귀족이다. 잘나가는 영지의 귀족이 산적질이나 하고 있을리가 없으니까 - 이 약간 통통한 얼굴에 땀을 가득 메단채 내게 달려와서는 물었다. "별로. 그냥…" "예에?" 의아해 하는 그를 손으로 밀어서 옆으로 치운 난 무쇠솥 근처로 다가가 국 자를 들고 있는 취사병에게 물었다. "그릇 남는거 있나?" "예? 아… 예! 있습니다! 여기!" 내 물음에 당황해 하던 취사병은 즉시 바닥에 놓여있던 나무그릇을 들고는 내게 넘겨주었다. 난 그것을 들고 그 취사병 앞에서서 흔들었고 내 의도를 알아챈 병사는 국자를 들어서 솥 바닥을 몇번이나 휘저은뒤 나무그릇 가득 스튜를 담아주었다. 뜨끈한 김이 올라오는 따스한 스튜 한그릇. 하지만…. "냄새가 이상해." "……" 두손으로 나무그릇을 쥐고 한모금 들이마셨다. 후룩. 으윽….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맛없어. 꼭 돼지죽 같잖아?" "그…그게…" 내 앞에 선 취사병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내 눈치를 살핀다. 뭐라고 말은 해야겠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는듯한 표정으로 말이다. 그때 등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와하하하하!!!" "꿀꿀. 꿀꿀." "꿰에에에엑!!!" "시끄럽다! 이 돼지새끼들아! 하루종일 진창위에서 굴러볼래? 닥치지 못해?" "조용! 조용! 조용히 하라고! 조용!!!" 졸지에 돼지무리가 된 병사들은 장교들이 나서서 악을 쓰고 욕설을 내뱉어 도 계속 '꿀꿀'거렸고 무슨일인가 해서 몰려온 다른 병사들도 거기에 합세해 서 웃어댔다. 난 그런 병사들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 옆으로 걸어 갔다. 어설프게 급조한 나무탁자위에는 딱딱한 보리빵이 수북하게 쌓여있었 다. 난 그릇을 탁자위에 올려놓은뒤 그 둥글넙적한 보리빵중 하나를 집어들 었다. 그러자 그 앞에 서있던 취사병이 급히 크고 네모난 식칼을 내게 들이 대면서 말했다. "이…이걸로 자르십시오" "응? 왜?" "다…단단해서…" "그래?" 난 그말에 씨익 웃으면서 보리빵을 머리위로 들어올렸다. 그러자 병사들이 '와아~'하고 소리친다. 개중에는 휘파람을 부는 녀석도 있다. 물론 그런짓을 한 녀석들은 단번에 장교들에게 잡혀서 막사뒤로 끌려갔지만.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을때 난 머리위로 들어올린 보리빵을 두손으로 잡고 힘을 주었 다. 뚜둑… 찌이익…. 무슨 천 자르는 소리가 나잖아? 후두둑… 머리위로 빵 조각이 우수수 떨어져내렸다. "와아아아!" 병사들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두손을 들어올리며 껑충껑출 뛰어댄다. 그렇게 신기했을까? 후후후. 그런 병사들을 향해 손을 두어번 흔들어준 난 내 옆에 서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대대장에게 말을 건냈다. "웰링턴 남작" "말씀하십시오 각하." "배식 계속하도록 해요." "예! 알겠습니다." "배식 시작! 어서 쳐먹어라 돼지새끼들아!" "우아아아!!!" "비켜! 비켜!" "내가 먼저야! 먼저라고!" 다시 배식이 시작되자마자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가서는 서로 조금이라도 먼 저 받기 위해서 달려들었다. 그런 병사들의 대열사이로 뛰어든 장교들은 줄 을 세우기 위해서 악다구니와 발길질마저 마다하지 않은채 욕설을 내뱉고 다 녔다. "흠…" 난 반조각난 보리빵중 조금 더 큰쪽을 탁자위에 내려놓고는 스튜가 들어있 는 나무그릇을 다시 들어올렸다. 그리고 막 자리를 떠나려고 할때 갑자기 그 취사병이 내게 말을 걸었다. "저…저기…" "응? 뭐지?" "빠…빵은 네명당 하나이…입니다. 그…그러니까… 바…반의 반조각만…" "아아~ 무슨말인줄 알겠어" 발걸음을 돌린 난 다시 그릇을 내려놓고는 반쪽인 빵조각을 다시 반으로 부 러뜨리고는 - 찢는다는 표현보다는 부순다는 표현이 맞을정도로 딱딱하다 - 남은 한쪽을 보리빵들 사이에 올려놓았다. "이럼 되지?" "예에…" "그대의 이름은?" "예? 저…저말입니까?" "응" "미…민스입니다. 각하! 위젠버그 마을의 민스입니다" "민스라… 좋은 이름이군. 거기다 강직하고. 나중에 큰 인물이 될거같아. 물 론 그대의 상관이 그대를 말려죽이지만 않는다면. 그럼 배식 계속하라고." 난 그말을 끝으로 내 몫의 음식을 두손에 들고 몸을 돌렸다. 걸어가다가 힐 끔 뒤를 돌아보니 그 민스라는 취사병은 멍한 얼굴로 나를 보며 서있다가 두 명의 중대장에게 잡힌채 어디론가 질질 끌려갔다. 명복을 빌어줄까? 보리빵… 맛없어. 진짜 맛없다. 이거. 어떻게 이런걸 먹고 살수 있지? 텁텁 하고 딱딱해. 거기다 겉이건 속이건 모조리 부스러기 투성이라 먹기도 힘들 다. 우득… 퉤에. "돌맹이까지…" "맛있습니까? 마마" "응? 크렌?" 내가 맛없는 이 보리빵 조각과 스튜가 든 그릇을 들고 어떻게 처리할까 고 민하던 중에 갑자기 크렌 녀석이 뒤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놀랬잖아! "식사 준비가 끝났는데 마마께서 안보이셔서 찾아다니던 중이었습니다." "그랬어?" "예. 헌데… 식사는 필요없겠군요. 다른 대대장들에게 넘겨줄까요?" "아니. 필요해. 가자" "네. 하지만 마마께서 그런 퍼포먼스를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냥 기분이 내켜서 말이지" 난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크렌의 뒤를 따라갔다. 앞서서 섣는 크렌 녀석은 얼굴에 '난 뭐든지 다 알아요'라고 써놓은것처럼 보였다. 흠. 그 상관에 그 부 하라고 이 녀석도 덴처럼 뺀질거리고 느물거리는데 선수라니까. 예전엔 안그 랬던것 같은데 기사 직위를 벗어버린 뒤에는 완전히 사람이 변한것처럼 되었 다니까. 내 막사안에 차려진 아침식사는 조금… 아니 많이 화려했다. 푹 삶은 양배 추에 쌓여진 튀긴 소세지, 후추로 냄새를 제거하고 간을 한 돼지고기 수육, 비싼 후추가 뿌려져 있는 맑은 고기스프, 그리고 갓구운듯 김이 모락모락 피 어오르는 밀빵. 물론 왕성안에서라면 이정도 아침이야 그리 새로울것도 없지 만 여긴 허허벌판. 맨땅위. 그런곳에서 이런 식사를 하는건… 엄청난 사치지. "괜찮네? 누가 준비한거야?" "셔우드 자작이 요리사와 재료를 보내왔습니다. 왠만하면 성으로 들어오시라 고 하더군요." "그래? 그거 고맙군. 하지만 성안에 들어가지는 않아. 내 병사들을 모두 성안 으로 집어넣은 뒤라면 모를까 부하들을 여기두고 나만 거기서 편하게 있는건 남들은 둘째치고 이 내가 용납할수 없으니까. 지휘관은 언제나 병사들과 함 께 있어야 하는 법이야." "물론입니다. 마마. 그럼… 드시지요." "크렌은?" "전 조금후에 따로…" 호오~ 그런건가? 내앞에 놓여진 음식들. 서너명이 모여서 먹어도 될정도로 많다. 그렇다는것은…. 내가 먹고나면 남는걸로 다른 대대장들과 모여서 끝장 내겠다는 속셈이겠지? 지휘관이라해도 야전에서 이런 음식을 먹어볼 일은 거 의 없을테니까. 후후후. 조금 골려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걸? "크렌도 앉아." "예? 하지만… 제가 어찌 감히…" "앉으라면 앉아." 난 그렇게 말한뒤 아직도 손에 들고 있던 스튜 그릇과 보리빵을 식탁위에 올려놓은뒤 자리에 앉았다.. 다른 음식들과 비교하니까 굉장히 초라해 보이는 걸? 크렌도 내가 자리에 앉자 구석에 있던 의자를 하나 끌어와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난 그에 상관하지 않고 손으로 - 에레니아 시녀장이 봤으면 거품을 물고 졸도했을거다 - 기름이 잔뜩 묻은 소세지를 들어서 입안으로 집어넣으면서 말했다. "크렌도 먹어.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직접 타온거니까. 남김없이 다 먹어 야되. 알았지? 사실은 내가 먹을거지만 크렌이 이렇게 진수성찬을 차려줬으 니 나도 보답해야 하잖아? 뭐해? 아침 아직이지? 배고플텐데 어서 먹어. 사 양할 필요없어." "…여…영광입니다." 영광이라고 말하면서 인상은 왜 쓰는데? 후후후. 요즘 내 부하놈들의 기강 이 헤이해진것 같던데. 우선 크렌부터 시작해서 한녀석씩 기합을 팍팍 넣어 주마. 와하하하하. -------------------------------------------------------------- 드디어 폐인대전 끝입니다. -_-. 우어어어어. 죽다 겨우겨우 살아난 느낌. 이런 빡센 연재대전은 다시는 하고 싶지않아. ㅠ.ㅠ 폐인대전은 계속 되어야 한다는 모모님(차마...언급할수는 없다!) 그냥 가우군을 죽이세요. 관뚜껑에 못질해주세요 -_-+. 하여간 12월 1일부터 12월 20일까지 지속되었던 폐인대전. 끝났습니다. 그간의 결과물이라고 한다면 395k의 연재 실적과. 근 10만원 가까이 나간 담배값과. 무한 졸림. 만성 피로정도 겠군요 -_-. 하여간 진이 다 빠진데다가 워낙 날림으로 연재한지라 최소한 폐인대전 내 연재 분량에 대해서는 퇴고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그렇기에 당분간은 쉽니다. 설마 20일동안 책 한권하고도 1/3분량을 더 쓴 가우군 보고 '열씸히 두들긴 당신 더 두들겨라'라고 말하실 분은 없겠죠? -_-+(삐죽) 좀...지쳤다고 할까요? 질렸다고 할까요? -_-; 역시 폐인대전은 인간이 할게 못됩니다. 두번다시 안해!!!(...라고해도 먹을것과 돈이 걸리면 또 앞뒤 안가리고 뛰어들지도...) 이제 열흘도 안남은 2003년. 즐거운 한해 보내시길 바랍니다. 가우군 p.s 솔로에게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쉬는날일뿐이다. p.s2 AD&D에서 힘 22는 800파운드 무게의 짐을 들수 있습니다. 이를 Kg으로 환산하면 대략 363kg정도 인데요. 이는 여자 역도 올림픽 신기록을 200kg정도 넘어서는 수치입니다 -_-; 용상을 기준으로 했을때 말이죠 -_-. 더군다나 AD&D게임룰에서는 저 800파운드를 넘어서야지만 중량초과(Over Weight)로 이동이 불가능하다고 나와있습니다. 이것은 즉 등이던 몸이던간에 그 안에 360kg의 무게를 지닌 물건을 지고도 이동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_-;. 즉 아넬리안은 다른 추가적 도움없이도 혼자서 거의 말 한마리(2세 혹은 3세의 체구가 작은 말정도?)를 등에 지고 속도의 저하없이 이동할수 있다는 뜻입니다 -_-; 또한 대략 440kg의 짐을 머리위에 지고 오랫동안 버틸수 있습니다. ...티코 한대...정도 일려나? -_-; 하여간...괴물같은 힘이라 는것입니다. 참고로 운송수단중 코끼리의 경우 속도 저하없이 들수 있는 짐의 양이 500파운드. 1/3속도로 이동할수 있는 짐 의 양이 1100파운드입니다 -_-;. 코끼리 수준이냐? 하지만 그렇다고 성벽을 뻥뻥 뚫어버릴정도로 힘이 좋은건 아닙니다. 다 아시겠지만 충돌력이라는건 중량+속력인지라 몸무게거 50kg대인 아넬리안이 30kg짜리 검을 들고 저 힘으로 튼튼한 돌성벽을 두들겨 깐다고 성벽이 무너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_-;. 오히려 힘껏 내리친 아넬리안이 뒤로 튕겨 나갈 확률이 더 높습니다 -_-;. 한 300kg짜리 거대한 모닝 스타라도 들고 휘두른다면 모를까요. 대신 몸무게가 적게 나가고 힘은 강하니 점프하거나 바닥을 강하게 차면서 달리면 일반인보다 훨씬 높이 그리고 멀리 달릴수 있습니다. 지구력만 받쳐준다면 100m 8초대도 장난 인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펄펄 날아다니면 근육과 뼈가 먼저 작살나겠지만 마법이란 이럴때 써먹는것이죠 -_-/. 후후후. p.s3 Finger of Death는 7레벨(혹은 서클) 위저드 스펠입니다. 마법에 대한 내성굴림에 실패하면 즉사하는 즉사 마법이죠. Death Spell이 8HD+3이상의 생물에게는 효과가 없지만 위 마법은 단일 목표의 내성굴림에 실패하면 무조건 즉사시켜버리는 위력을 지닙니다. 상대가 스펠 이뮨이나 네크로맨시 류의 마법에 내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말입니다 --/. 더군다가 FoD의 경우에는 Raise Dead나 Resurrect마법으로도 부활이 불가능합니다 --;. 의외로 마법사 스펠에는 즉사계 마법이 많고 이렇게 죽어버리면 보통은 부활이 불가능한 마법이 많습니다. 유일한 부활 방법은 만능이자 최악의 마법인 Wish(잘쓰면 최고의 마법이나 극악한 DM이 플레이어를 괴롭히기 가장 좋은 마법). FoD는 역마법이 없기때문에 이 마법을 역으로 사용해서 죽은자를 소생시킬수는 없습니다 -_-/ p.s4 덤으로 보는 아넬리안의 헤비 슈트 아머에 관한 고찰. Heavy Suit Armor Mk.I 전고. 177cm. 중량 120kg. 흉갑 두께 50mm. 평균 갑옷 두께 20mm, 각 관절부위 10mm. 통짜 쇠로 이루어진 강철판이며. 색은 검붉은 빛을 띄는 로세니아산 강철. 제강법으로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로세니아산 철강으로 제철 제련법에 관한 사항은 극비. 인장강도가 다른 강철보다 1.5배정도 뛰어나다. 가장 중요한 보호부위인 가슴 - 배 부위는 1mm두께의 강판 50장을 십자배열로 이어붙였고 안쪽에 부드러운 솜을 누벼서 착용감을 상승시켰다(라고 하지만 쾌적함따윈 눈꼽만큼도 없다). 목 보호대는 일반 보호대의 두배 두께로 제작되었으나 활동의 용이성을 위하여 내부 공간을 배로 증가시켰으며 턱위, 윗입술 부위까지 커버가 가능 하도록 제작되었다. 투구는 목보호대 중간부분까지 감싸는 형식으로 제작되었으며 전용의 고리를 사용하여 목보호대에 고정할수 있도록 하였다. 투구의 바이져는 위아래로 열고 닫을수 있다록 제작되었으며 안면부의 대부분을 가릴수 있도록 만들었다. 승마시 바이져가 위아래로 흔들리지 않도록 바이져와 맞물리는 투구 좌우부분에 걸쇠를 걸수 있도록 제작하였다. 각 관절부위는 두 부분의 맞물림에 의하여 이중 장갑을 으로 구성하였으며 어깨의 숄더 아머를 양촉 가슴부위까지 확장시켜 흉갑부위 역시 이중 장갑으로 보호된다. 이때문에 활동성이 약간(...매우!) 저하 되었으나 충분한 보호력이 이를 보완해줄것이라 판단된다. 강철 부츠와 전용 건틀렛은 최대한 심플하게 제작하였으며 밑창부위는 강철판아래 가죽판을 덧덴 방식으로 미끄러짐을 방지해주고 편안한 보행을 가능케 해줄것이라 판단된다(하지만 이걸 입고 걸어다닐 미친 인간이 있을까?) 수정사항. 왕비마마의 요구에 따라 강철부츠 내부를 가죽과 천으로 보강하였다. 건틀렛은 초기에 철제 벙어리 장갑형식으로 제작했으나 사용시 불편하다는 요구에 따라 손등위쪽만 방어하는 형식으로 제작했다. 덤으로 가죽 장갑을 착용할수 있도록 공간을 확장하였다. 추가사항. 건틀렛 윗쪽 팔목 부위의 강판두께를 종래 15mm에서 25mm로 확장했으며 추가로 3mm두께의 강판 25장을 팔꿈치 부위까지 부착했다. 이정도면 방패가 없어도 메이스정도는 막아내겠군. - 크레센트 왕국 Arm & Armor 13대 마이스터 폴 스미스 경의 회고록중. Heavy Suit Armor Mk.II. 전고 180cm. 전체 중량(추가장갑 장착시) 230kg. 흉갑두께 80cm. 평균 갑옷 두께 30cm. 각 관절부위 장갑 두께 15cm. 1차 작업 이후 이루어진 추가 작업에 의해서 제작된 개량형 갑옷. 역시 재료는 로세니아산 흑철석으로 전체적으로 검붉은 빛을 띈다. 변경사항 내역. 1. 종래의 투구 - 목보호대 - 흉갑 형식에서 벗어나 투구를 쇄골부위에 붙였다. 때문에 고개의 상하좌우 이동에 많은 제약이 뒤따랐지만 인체의 약점이라 할수 있는 목 부위의 방어력이 비약적으로 상승시켰다. 또한 사각형의 투구를 원형으로 교채하였고 투구 윗부분에 장식과 문양 을 추가하였다. 이는 네모난 상자같다는 왕비마마의 요청에 따라 수정된 사항이다. 2. 추가 장갑 장착 - 흉갑부위. 그리고 양 팔과 정강이 부위가 강화되었다. 각 부위의 장갑에는 5mm의 빈 공간과 강철지지대 그리고 추가 장갑이 부착되었다. 이는 중공장갑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생각해낸 파울 스미스의 의견에 따른것이다. 효능은 아직 미지수이지만. 3. 전체적인 외형을 크게 제작하였다. 이는 성인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외소한 체형인 왕비마마의 모습을 더욱 크고 무섭게 보이도록 하기 위한것으로 실제 완성된후 프로토타입 갑옷을 보니 중무장의 건장한 병사보다 더 커보이는 위압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현재 좀더 미관을 아름답게 꾸미라는 왕비마마의 명에 따라 외관을 새로이 제작중이다. 또한 석공술과 공예에 능한 예술가를 모집중이다. 4. 각 관절부위의 강철 스파이크 부착. 이는 실용성과 위압감을 위한 수정사항이다. 초기에는 원뿔형 스파이크를 제작 부착했으나 역시 미관이 저해된다는 의견에 따라 소드스파이크 형식으로 제작하고 있다. 덕분에 좀더 아름다운 모습이 되었지만 강도는 보장할수없다. 5. 하체 추가장갑중 강철 스커트 장착. 초기형은 역시 철판을 이어 붙인것으로 하려했으나 보행에 지장을 준다는 왕비마마의 지적에따라 리벳형식으로 새로이 제작중이다. 덕분에 중량이 조금 감소했으나 훨씬 시끄러워졌다. 허리아래쪽에 두르는 스커트내부에 굵은 철사를 집어넣어 공간을 확보할 예정. 이를 위해 드래스 제작에 조예가 깊은 재단사를 물색중. - 갑옷 하나때문에 대머리가 되어버린 13대 마이스터 폴 스미스의 제작노트중.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2장 Total War (4) 2004-01-12 00:54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보통의 이런 대규모 전쟁은 언제나 수비측이 유리하다. 그 유리함중 하나가 바로 공격측의 공격로를 파악하고 미리 전장을 선점할수 있다는데 있다. 즉 전투장소를 수비측에서 고를수 있다는거다. 물론 공격측이 압도적인 전력이 라면 당연히 불가능하겠지만 아무리 크레센트가 내전으로 약해졌다해도 순식 간에 무너질정도로 약하지는 않거든. "마마. 병력의 배치를 끝마쳤습니다." "적들은?" "1km전방에서 대열을 유지한채 서있습니다." "그래? 생각외인데? 난 바로 쳐들어올줄 알았는데 말이야." "저들도 우리가 이렇게 빠른 시간내에 이만한 숫자의 병력을 모을줄은 상상 도 못했을것입니다." "흠… 아무래도 크레센트는 만만한 나라인가봐. 매일 이렇게 당하기만 하고 말이야." "그건…" "아아~ 알아. 나도 안다고. 그냥 해본말이야." "예에…" 난 말꼬리를 흐리는 크렌을 무시한채 손으로 눈가를 가리며 평원너머를 바 라보았다. 저멀리 개미떼처럼 꼬물거리는 인간들과 수백개에 달하는 깃발이 펄럭이는게 보인다. 허참… 내전으로 치고박고 싸우던 나라치고는 좀 너무하 다 싶은 생각이 드는걸? "크렌." "예" "단순히 농민병이라고 하기엔 움직임이 너무 좋지않아?" "그게… 크레드 족이 섞여있는것 같다고 정찰조에서 보고해왔습니다." "크레드 족? 그 사막 민족?" "네. 마마" "……" 침울해질려고 한다. 크레드 족이라니 나도 직접 본적은 없지만 책을 통해서 두어번 정도 그 민족에 대해서 읽어본적은 있다. 까만 - 이라기 보다는 구리 빛 - 피부에 검은색 계통의 머리색이 많은 크레드 족은 아크레닌 동남부에 위치한 대사막 주변에 거주하는 민족이다. 남부 연합 국가인 아크레닌, 모레 니안, 아리츠반 삼국이 크레센트와 로세니아의 유민들이 남쪽으로 몰려가 세 운 나라이고 그중 아크레닌 국은 건국 초기에 그 땅을 차지하고 있던 크레드 족과 많은 마찰을 빚었다. 그리고 어찌어찌 그들 크레드 족을 쓸모없는 땅인 사막으로 밀어내고 지금의 황무지와 초원을 차지한것이다. 그렇기에 크레드 족과 아크레닌은 당연히 사이가 나쁘다. 아니 거의 원수보듯이 한다. 그런데 그 둘이 손을 잡았다? 훗… 이거야 원…. 차라리 내가 커트렌 그자식과 사랑 을 나눈다는 소문을 믿는게 백배는 신빙성이 있겠다. 망할. "사막부족은 강하다지?" "예에… 아무래도 거친 환경에서 사는 자들인지라…" "거기다 잔인하다지?" "죽인자의 피를 마실정도로 흉폭하긴 합니다만…" "그리고 그 불모지에서도 엄청난 숫자를 자랑한다지?" "현재 파악된 5천명 이상의 부족만도 수십개가 됩나다만…" "그런 녀석들이! 왜 아크레닌의 머저리들과 대가리 터지도록 싸우지 않고! 우리들에게 검을 들이미는건데? 엉?" "그건… 저도 잘…" "도대체! 외교부 머저리들은 다 뭘하고 있는거야? 정보실 멍청이들은 책상물 림이나 하고 있는거냐?" "그 친구들중 절반은 저번 반란으로 죽었지 않습니까" "그래도 그렇지! 저놈들의 저 꼬라지를 보라고! 내 맹세컨데 왕실로 돌아가 면 싸그리 다 뒤집어버릴거야! 진짜로!" 정말 한숨이 나온다. 제발이지… 난 쉽고 편한 싸움만 하고 싶단말이야. 왜 맨날 나한테는 어려운 싸움만 일어나는건데. 망할이다. 망할이야. 서로 대열을 이룬채 잠시간 대치상태에 놓였다. 그때 아크레닌쪽에서 백기 를 든 사내가 우리쪽으로 말을 몰고 달려왔다. "사신인것 같습니다만…" "쏴버려" "…예?" "아니. 정정. 항복이라거나 길을 비키라거나 물러가라고 하면 쏴버려." "하…하지만…" 왜? 설마 사자를 쏘는건 비겁하다고 할 심산인가? 그런거 알게 뭐야? 이기 면 장땡이지. 때마침 우리쪽 화살 범위까지 말을 몰고 달려온 사자가 입을 열었었다. "항복하라! 지금 군대를 해산하고 항복한다면 그대들의 통치권을 인정해주고 대 아크레닌 국의 속령으로 인정해주겠…… 크헉!!!" 말은 잘한다. 그 덕분에 가슴에 구멍났다. 쯧쯧. 그러게 말이라는건 분위기 를 잘 봐가면서 해야하는건데…. 안됐군. 하긴 저녀석이 무슨 죄겠냐. 죄라면 내가 무진장 기분나쁠때 괜히 와서 신경을 긁은죄밖에 더 있을까. "크렌." "네. 마마." "뒷정리해야지?" "예에…" 내말에 크렌은 웅성거리는 병사들 사이를 뚫고 앞으로 말을 몰아 나아갔다. 그리고 쓰러져있는 사신에게 다가간뒤 말에서 내렸다. 롱소드를 뽑아든 크렌 은 무표정한 얼굴로 검을 높이 들었다가 피를 흘리며 헐떡이고 있는 - 물론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그랬을거다 - 그 사신의 가슴에 롱소드를 찔러넣 었다. 그리고 피묻은 롱소드를 들고 다시 말위에 올라탔다. 말에 오른 크렌은 롱소드를 높이 치켜들면서 소리쳤다. "제군들! 그대들은 내가 심한짓을 했다고 생각하는가?" 웅성웅성. 숙련된 병사들은 물론이고 대여섯번의 전투를 치룬 농민이나 아 직 어린 소년병들이나 모두들 좌우의 동료들과 소리죽이며 웅성거렸다. 잘하 고 있는걸? 역시 크렌녀석도 덴의 부하인게 맞군. "그대들 중에는 내가 인도적으로 너무했다거나 아니면 전장의 예의를 무시한 데 대하여 분통을 터트리는 자들도 있을것이다. 하나! 뒤를 돌아보라! 고개를 돌려 너희들의 뒤를 바라보라! 무엇이 보이는가?" 웅성거림이 더욱 더 커졌다. 몇몇 병사들은 동료들 사이로 고개를 돌리고 자신들의 뒤를 바라보는 자들도 있었다. 나 역시 슬쩍 뒤를 돌아보니 이 남 부지방에서 가장 커다란 도시인 셔우드 자작의 성과 성벽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도시들이 보였다. "무엇이 보이는가? 크레센트의 아들들이여! 대답해봐라!" "성이요!" "도시요!" "우리들의 마을이 보입니다!" 크렌이 묻자마자 곧바로 대답이 들려왔다. 저런 녀석들은 대부분은 정보실 요원이거나 이미 매수한 목소리 큰놈들이지. 음음… 뭐… 일반 병사들이 알 필요는 요만큼도 없지만 말이야. "그렇다! 보이는가? 너희들 뒤에는 성이! 도시가! 그리고 마을이 있다! 그곳 에 있는 너희들의 가족과 재산! 그리고 나아가 이 크레센트 왕국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들이 있다! 물러설곳은 없다! 도망칠곳도 없다! 너희들이 도망치면 저 간악한 아크레닌의 악적들이 너희의 집을 불태우고 아내와 여동생을 겁탈 할것이다! 너희 아버지와 남동생을 죽이고 약탈을 일삼을 것이다! 제군들! 물 러설곳은 없다! 이곳은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무슨일이 있어도! 어떤 희 생을 치뤄서라도!" "와아아아아!!!!" "겁없는 땅두더지 새끼들을 죽여버리자!" "배를 갈라버려! 목을 따버려!" "죽인다! 죽이자!" "와아아아아아!!!" 그 불쌍한 사신의 피가 묻어 있는 롱소드를 높이 치켜든채 말을 몰아 도열 해 있는 병사들의 앞을 크렌이 지나가자 거대한 함성소리가 그의 뒤를 따라 울려퍼졌다. 크렌의 외침과 선동 덕분에 잔뜩 긴장한채 목을 움추리고 이던 병사들과 농민병들이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지르며 손에 들고 있는 무기를 휘 둘렀다. 쿵. 쿵. 쿵. 병사들의 발구르는 소리에 지면이 들썩거리는것 같다. 음… 도대체 몇명의 요원을 아군 진영속에 집어넣었을까? 진짜 궁금해지는 걸? 크흠… 아무래도 난 죽었다 깨어나도 순수하게 열혈에 불타오르거나 하 지는 못할것 같아. 음음. 크렌녀석이 떠드는동안 주인을 잃은 말이 아크레닌측 진영으로 도망쳤다. 빈 안장을 등에 메고 돌아간 그 말을 보고 상대측에서도 크렌녀석처럼 누군 가가 나와서 '죽이자' '쳐부수자' 어쩌구 하면서 떠들어댔다. 그리고 잠시뒤 상대측 병사들이 우리쪽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멀리서 봤을땐 잘 몰랐는데… 다가오는 저 모습을 보니 많군요" "응." 어느새 연설을 마치고 내옆으로 다가온 크렌은 병사가 가져온 천으로 롱소 드를 닦으면서 내게 말을 걸었다. 그의 말대로 아크레닌의 병사들은 횡으로 길게 늘어선채 우리쪽을 향해 한발한발 다가오고 있었다. 고개를 한껏 좌우 로 돌려야 다 들어올정도로 엄청난 숫자. 상대측 전력이 1만 5천이었던가?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지. 아니 이전에 읽은 대로 아크레닌 국의 총 인구가 100만이 조금 안된다고 한다면 엄청난 숫자이다. 아마 젊은 청년들을 모조리 끌어모았을껄? "화격단 전진시켜" "예. 깃발을!" 크렌의 명령을 받은 장교중 하나가 검과 활이 교차되어 있는 커다란 깃발을 하늘 높이 들어올린뒤 좌우로 크게 흔들었다. 그러자 대열 중간에 끼어있던 화격단 소속 1대대 병사들이 앞에 서있는 창병들사이를 지나쳐 전열로 나섰 다. 창병들로부터 대략 열걸음쯤 앞으로 나간 화격단 병사들은 곧바로 등에 메고 있던 활을 꺼내서 활줄을 메겼다. 그리고 화살 대여섯개를 바닥에 꼽은 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기사단은?" "대기중입니다." "그… 에리히라고 했던가? 그놈 믿을만해? 너무 젊어서 신용이 안가던데" "셔우드 자작의 신임을 받는 기사이니 괜찮을겁니다. 아마도…" 으음… 신용이 안가. 그래도 뭐… 크렌의 말대로 셔우드 자작의 기사이고 - 덕분에 다른 수십명의 기사들을 통솔하는 기사단장이 되었다. 역시 사람은 줄을 잘서야 하는 법인가? - 능력이 없다면 아무리 자작이라도 자기 딸을 주지는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동안 어느새 적들이 200m거리까지 다 가왔다. "마마." "아아…. 알아서 사격하라고 해." "예. 마마" 내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두에 있던 화격단 병사들이 활줄에 화살을 걸었다. "각 사수 사격준비!" "사격준비!" "자율사격! 사거리내로 들어오면 명령없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사격해!" 불타오를듯한 뜨거운 열기가 조금 가시자 그 빈자리를 험악한 몸짓과 욕설 로 채워넣은 장교들이 대신했다. 일렬로 죽 늘어선 화격단 병사들은 점차 다 가오는 적군을 바라보면서 대기했고 - 아마 침을 꿀꺽 삼켰을거야. - 대충 150m거리까지 적들이 다가오자 내 앞쪽에 있던 화격단 병사중 한명이 활줄 을 놓았다. 퉁, 투두두둥…. 수백발의 화살들이 연달아서 허공으로 날아올랐 고 이내 저멀리 떨어진 적진 사이로 내리꽃혔다. 적의 전열에 서있던 적병중 몇몇이 바닥에 풀썩 쓰러지는게 보인다. 그러는 사이에도 화살은 연신 적진 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자 아크레닌의 병력들이 그자리에 멈춰서면서 방패를 높이 치켜든다. 그리고 그 방패들 앞으로 궁병들이 뛰어나와서 화살을 메기 기 시작하는게 보였다. 이쪽보다는 적은 숫자였지만 적진에서 앞으로 뛰어나 온 궁병들은 이내 화살을 우리쪽으로 날리기 시작했고 몇초도 되기전에 아군 진영 곳곳에 화살이 떨어져내렸다. 씨잉… 퍽. "……" "화살이 날아옵니다. 마마. 좀더 뒤로 물러서시는게…" "괜찮아. 그보다 부상자 후송을 지시해." "예. 마마" 대열 곳곳에서 한두명씩 쓰러지는 병사들이 생겨났다. 상대쪽도 마찬가지겠 지만 둥근 라운드 실드정도로는 몸을 완전히 커버할수 없는것이다. 특히나 농민병이나 시민병의 경우에는 갑옷도 방패도 없는경우가 많아서 그저 고개 를 숙이고 자기 머리위로 화살이 떨어지지 않기를 비는 모습이 역력했다. 기 사들이야 말안장위로 카이트 실드를 올려놓고 가리면 거의 온몸을 커버할수 있지만 병사들에게 그런 비싼 장비를 무장시켜줄 돈많은 귀족이나 지휘관은 없을테니까. "응사해! 응사하라고! 어서 쏴! 이 빌어먹을 잡것들아!" "한발이 날아오면 열발로 되갚아줘라!" "끄아아아악!!!" "방패 머리로! 방패 머리로!" 장교들의 새된 고함소리와 귀를 찢는듯한 비명소리가 사방팔방에서 들려왔 다. 곧이어 대열 곳곳에서 후위로 이탈하는 병사들이 생겨났다. 두명이 한조 가 되어서 부상자들을 질질 끌며 대열 뒤로 후송시키는것이다. 부상자가 내 지르는 비명소리와 줄을 선 뒷열의 병사들을 뚫고 후위로 이동하는 호송병들 때문에 내 주위의 병사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자기도 곧 저렇게 될것이라 는걸 알고 있는 병사들은 불안해했고 당장이라도 등을 돌려서 도망치고 싶다 는듯한 얼굴들이었다. 그들 뒤에서 롱소드를 뽑아들고 도망치는 자를 즉결처 형하는 장교들만 없었으면 모두 무기를 버리고 도망쳐버렸겠지. "간격을 유지해! 떨지마라!" "저자식들이 쏘는 화살이 몇발이나 되겠냐? 안맞으니까 물러서지마!" 병사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필사적이었고 장교들도 그런 병사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필사적이었다. 그런 전장 한복판에 서있는 나만 홀로 떨어져 있는것 같다. 내 갑옷을 믿어서일까? 아니면 이정도로는 별 감흥이 없는걸까? 훗. 화격단 1대대는 이백여명의 사망자를 내는 큰 피해를 당했다. 방패하나 없 이 적 궁수대와 교전을 벌여야 했으니 당연하지. 하지만 그들중 대부분은 바 로 옆에 화살이 떨어져도 꿈쩍도 하지않고 화살을 날리는데 열중했다. 그렇 게 30발들이 화살통 하나를 다 비운 화격단 병사들은 미련없이 활을 한손에 든채 창병들 뒤로 물러섰고 방패뒤에 몸을 숨긴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창병 들을 지나 뒤로 물러선 1대대 병사들중 멀쩡한 병사는 채 600명도 되지 않았 다. 그래도 상대의 궁수대 병사 절반을 물리쳤으니 - 보기에는 그래 보였다 - 상당한 성과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크렌" "예! 일제사격 준비! 각 병사대는 돌격 준비!" 우리들 뒤에서 수십개의 깃발이 허공에서 펄럭였다. 그에 따라서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내가 뒤를 돌아보자 화격단 소속 병사들이 허공을 향해 활을 들어올린채 준비자세를 갖추고 있었다. 적들은 서로간의 화살 공격이 끝나자 다시 꾸물거리면서 전진하기 시작했고 그들이 100m쯤 다가왔을때 난 공격을 명했다. "사겨억!!!" 크레이츠 밀러 대대장이 굵고 낮은 목소리로 명령을 하자마자 투두둥… 하 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화살들이 우리들 머리위로 날아올랐다. 순간적으로 하늘을 가득 뒤엎을 정도로 엄청난 숫자의 화살들이 적진을 향해 날아갔고 방패를 앞세운채 돌격거리를 잡으며 천천히 다가오던 적진 한복판에 떨어져 내렸다. 상대측 왼쪽 전열 일부분이 순식간에 허물어지면서 수백에 달하는 적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당황한 적 지휘관이 뭐라고 크게 떠들어댔지만 그 도 잠시뒤 - 대략 6초뒤 - 날아간 두번째 사격에 고슴도치가 된 말과 함께 바닥으러 떨어져내렸다. "크렌. 저들이 돌격해올까? 아니면 물러날까?" "글쎄요…. 하지만 대단하십니다. 충분한 사거리 내로 적들을 끌어들여서 단 번에 집중 사격으로 기세를 꺾어버리시다니. 감탄했습니다. 마마" "흠…. 그냥…" 아부는… 누구나 할수 있는 일인걸 뭐. 네번째 일제 사격이 우리들 머리위 러 날아갔을때 쯤이 되어서야 적들은 머리위로 방패를 들어올린채 자세를 낮 추는게 보였다. 눈으로 보고 화살을 날리는 조준사격이 아닌 지역사격인지라 화살의 연사속도는 굉장히 빨랐고 순식간에 3만발 이상의 화살을 소모했다. 이제 각자 두세발정도씩 밖에는 안남았겠군. 아쉬워라. 화살 숫자만 많았다면 상당수의 적을 처리할수 있었을텐데. "크렌. 발사와 동시에 돌격 시켜." "옛! 마마!" 투두두두둥…. "와아아아아아아!!!" 우두두두두두…. 하늘을 뒤덮을듯 새까만 화살들이 적진을 향해 날아가자마 자 곧바로 전열의 창병들이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날아 간 화살들은 몸을 낮춘채 방패를 들어올리고 있는 적들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적은 숫자의 적을 처리했다. 그리고 나서 우리편이 달려가는걸 본 적들이 몸 을 일으키며 일어섰다. 그때 화격단에서 마지막으로 발사한 화살들이 막 몸 을 일으키려는 적들의 머리위로 날아들었고 사방에서 피보라가 튀어올랐다. 그리고 아군 창병대의 창날 끝이 우왕좌왕 하는 적들사이로 파고 들었다. "이긴것이나 다름없군요 마마." "흠… 돌격은 성공인것 같네." 크렌의 말마따나 적과 접전을 벌인 창병대와 그뒤를 따라서 달려간 농민병 들의 돌격은 적들을 10여미터나 뒤로 밀려나게 했고 - 아마 천여명에 달하 는 적들이 아군 발아래 짖밟힌채 죽어나갔을거다. - 화살을 막느라 자세를 낮춘채 방패를 들고 있던 적의 전열은 그뒤 날아온 화살과 곧이어서 돌격해 들어간 창병대의 공격에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한채 쓰러졌다. 넓은 초원 한가운데 두줄로 된 긴 전선이 생겨났고 우리측이 조금씩 전진하고는 있지만 쉽게 돌파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흠…. 역시 난전상태가 되면 훈련받지 못한 농민병들은 별 쓸모가 없단 말이야. 지금까지는 나와 다른 장교들이 골머리를 앓아가면서 계획한대로 진행되었 다. 하지만 원래 예정대로라면 이번 난전에서 적진을 돌파해서 각개격파를 했어야 하는건데… 쯧. "마마! 적 중진에 아크레닌 보병기사단이 투입되었습니다. 그리고 아군 우익 이 밀리고 있습니다." "크레드 족이야?" "예!" 쯧, 그럴줄 알았다. 화살 공격으로 그놈들에게 큰 피해를 강요하기는 했지만 그후 난전에서 크레드족 전사들은 오히려 이쪽을 압도하고 있다. 그래봐야 전세에는 큰 영향을 못미치겠지만 문제는 적이 무너지는 시기가 더 늦어진다 는거다. 쳇. 피해가 더 커지게 놔둘수는 없지. "중앙과 좌익에 남은 예비대를 모두 투입시켜! 그리고 경기병대는 적의 우익 으로 돌격시키고 기사단은 경기병대를 호위한다!" "옛! 마마!" "아직 적은 기병대와 기사단을 내보내지 않았다. 충분히 주의하도록!" "알겠습니다! 마마" 기병 전력은 뒤에 쓰려고 했는데 별수 없지. 쳇. 곧이어 내 주위에 모여있던 경기병들과 기사단 병력들이 전선 왼쪽으로 이동했고 화살을 대부분 소진한 화격단 대대들이 내 호위를 위해서 주변에 모였다. 시미터를 휘두르는 크레드 족의 공격은 거셌다. 특히 아크레닌국의 명물이 라 할수 있는 보병기사단을 막기위해 중앙에 다수의 중갑보병과 무장한 병사 들을 투입해서인지 대부분이 농민병인 우리측 우익은 순간 여지없이 돌파당 할뻔했다. 남은 병력을 몽땅 투입시켜서 간신히 전선을 유지하기는 했지만 예비로 남아있던 병사들은 치안대 소속 병사들이나 시민군들이라 어느정도나 버텨줄지는 알수가 없었다. 농민병들보다는 부유해서 어설프게나마 무장을 하고는 있지만 그래봐야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민간인 수준을 벗어나지는 못 하기에 무리가 따르는 것이다. 뭐… 다른쪽이 돌파할동안 시간만 끌어주면 그만이긴 하지만 말이야. 훗. 이거 날이 갈수록 소녀적 감수성과는 거리가 멀 어지는걸. 후후… "오늘은 전선에 안 뛰어드십니까?" "내가 나가고 나면 니가 지휘할래?" "호… 성장하셨군요." 크윽… 저것이! 진짜 누가 덴의 부하가 아니랄까봐. 뺀질거리고 은근슬쩍 비꼬는것까지 닮았담. "주둥이 함부로 놀리다 죽고싶냐?" "마마를 호위하느라 죽어나가나 입놀리다 죽나 죽는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어차피 죽는거라면 할말은 다 하고 죽고싶습니다." 어쭈? 정말이지…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 망할 녀석. 네놈은 진짜 죽을때까 지 부려먹어 주마. 흥! "흠… 교착상태야." "그렇군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렇군요. 아! 마마. 아군 기병대와 적 기병대가 교전에 들어갔습니다. 역시 저들도 바보는 아니었나 봅니다." 크아아악!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냐? 으아아! 짜증난다. 난 빨리 전투를 끝내고 돌아가서 샤워하고 싶단 말이다. 이놈의 갑옷은 입고 있는걸로도 엄 청난 땀이 흘러나온다고! 더워…. 하지만 크렌의 말대로 아군 기병대와 기사 단은 적의 기병대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병력의 여유가 있다면 좋을텐데… 쯧. 아군 좌익 부근에서 말과 말이 한데 엉킨채 접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쪽의 숫자가 더 많이 보이고 기사단 - 비록 그게 귀족들의 기사들을 대충 끌어모아 만든 급조 기사단이라해도 - 도 끼어 있으니 이기긴 하겠지만 그 동안 입을 피해를 생각하니 눈물이 다나려 한다. 쳇. "크렌! 화격단 4대대와 5대대를 지원보내! 당장!" "예. 마마. 들었지? 가봐" ……크으으으으!!! 이자식! 모가지를 분질러버리고 싶다! 아아아아! 왜 난 이 렇게 인재복이 없는거야! 화격단 소속 2개 대대 2000여명이 구보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덕분에 내 주 위에 남은 예비대가 2500여명 수준정도로 줄어들었지만 팽팽한 접전을 벌이 고 있는 상황이기에 문제 없을것 같다. 이제 어느 한쪽이 밀리거나 뚫리면 전쟁은 거기서 끝나겠지. 불행히도 지금은 어느쪽으로도 추가 기울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야. "밀러 대대장. 대대장 어디있지?" "부르셨습니까? 사령관님." "그래. 지금 화격단에 화살잔고가 얼마나 돼?" "대략 개인당 2~3발 분량입니다. 지급받은 화살 숫자가 워낙 적어서…" 흐음… 그렇단 말인가? 이럴줄알았으면 좀 늦더라도 무기와 물자들을 같이 가져올껄 그랬나? 아니 그랬다면 여기 전쟁이 끝난다음에나 도착했을지도 모 르지…. 휴…. 엄밀히 따지면 이곳도 국경은 국경인데 무기나 화살의 재고량 이 형편 없다. 하긴 이 남부 지방은 크레센트 북부나 동부 지방처럼 큰 왕국 이 없으니까 당연한거겠지만. 검이나 창, 활과 갑옷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굉장히 크다는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잖아? 셔우드 자작령내 영지는 물론이고 주변의 다섯 영주들의 무기고를 다 털어서 가져왔는데도 화 살의 재고량이 이렇게 부족하다니. 각 영주들의 궁사대에서까지 모조리 털어 왔는데도 이런수준이니 정말 피곤하군. 그렇다고 크롬발에 물자를 보내달라 고 할수도 없고 거긴 지금 로세니아와 전투를 치루느라 모든게 부족할테니 까. 결국 알아서 해야하는건가. "각 대대에서 활을 잘쏘는 자들에게 화살을 모아서 넘겨. 그리고 그들을 소 속에 상관없이 임시 궁수대로 편성하고 그대가 지휘하도록. 나머지 병사들은 근접무기로 무장하고 대기한다." "예! 알게습니다. 사령관님" 그래! 바로 이거야! 밀러와 같은 반응! 바로 저게 진정한 군인이자 장교지! 암! 빌어먹을 덴이나 닐크, 크렌 같은 자식들이 밀러 대대장을 보고 좀 배웠 으면 좋겠다! 밀러 대대장이 다른 두명의 대대장들과 모여서 부대 개편을 하고 있을때 였 다. 내 주위에 대형을 이룬채 전장을 바라보고 있던 자들중 외각에 있던 한 병사가 갑자기 지평선 너머를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적이다!!! 적이다아!!!" "응?" 그 병사의 시끄러운 외침소리에 전장을 주시하고 있던 난 고개를 돌렸다. 전장에서 수백미터 떨어진 넓은 평원 한쪽에서 작은 흙먼지가 일었고 곧이어 그 병사가 가리킨 방향에서 많은 수의 기사들이 나타났다. 맨 선두에서 말을 몰아 우리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상대 기사의 랜스 끝에는 붉은 바탕에 흰 장 미가 수놓여진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저놈들은?" "아크레닌 왕실 친위 기사단 화이트 로즈입니다! 마마! 적은 돌격 태세입니 다 명령을!" "시끄럿! 크렌! 이럴때만 급한척 하지마! 밀러! 후방에 산개해서 사격준비! 사거리내에 들어오면 알아서 사격해! 나머지는 전방에 벽을 만든다! 창을 든 병사는 앞으로 나서라! 기타 다른 병사들은 창병 뒤에 붙는다! 당장 시행해! 어서!" "무리입니다! 마마! 화격단은 기사의 돌격을 막아낼정도로 무장이 충실하지 못합니다!" "시끄럿! 저자식들이 지금 대열에 뛰어들면 온 전선이 무너진다! 그럼 패배 야!" "그…그렇다면 마마께서라도 피하십시오! 이곳 지휘는 제가 하겠습니다." "닥쳐! 크렌경! 그대는 지금 내가 부하들을 버리고 도망치는 겁쟁이가 되라 고 말하는거냐? 가고싶으면 그대나 가! 거기! 어깨를 붙여! 동료들을 믿어라! 물러설곳은 없다!" 나를 말리는 크렌을 밀쳐낸 난 전선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교착상태. 아군의 좌익이 앞으로 몇미터쯤 전진했지만 - 피와 시체로 바닥을 포장하면서 - 중 앙은 한치의 나아감도 물러섬도 없었다. 그리고 좌익에 비해 두배 가까운 병 력을 투입한 우익은 오히려 뒤로 몇미터쯤 물러섰다. 좌익쪽 초원에서 교전 을 벌이고 있는 아군 기병대와 기사단은 적 기병대 일부를 패퇴시킨것 같았 지만 아직도 한창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저들을 지금 불러들인다해도 이미 늦었겠지? 적 기사단은 이미 전장을 우회한뒤 800m거리까지 다가왔으니까. "실수였어. 주변 경계를 게을리 하다니 말이야." "예…" "본대에도 병력을 좀더 남겨놨어야 했는데. 너무 일찍 투입했나봐. 나도 아직 경험이 부족한것 같아." "마마께서는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그리고 아직 진것이 아닙니다. 마마" 크렌이 날 보며 위로의 말을 건냈지만 착찹해진 내 마음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적들은 이걸 노리고 혼전상태의 전선에 보병기사단을 투입한건지도 모르겠다. 중갑을 입고 롱소드와 카이트 실드로 무장한채 방패의 벽을 이루 며 전진하는 보병기사는 중무장의 기사라해도 상대하기 힘든 법. 그런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 두배이 전력을 투입해야 하고 그 전력이 나올곳은 당 연히 내가 있는 이곳이겠지. 거기다 난 이미 기병대와 기사들도 투입시켰으 니…. 쳇 차라리 나도 저 앞에 나가서 싸울걸 그랬군. 아무래도 상대쪽도 만 만치는 않은가보군. "당황하지마! 기사라해도 창에 찔리고 화살 맞으면 죽는건 마찬가지다! 거기 너! 동료를 믿고 더 바싹 붙어!" "함부로 자리에서 이탈하는 자는 죽인다! 이새끼야! 지금은 전시상황이야! 떨 지말고 창대나 꽉 잡아!" "우린 저자식들보다 열배가 넘는다고! 지지않는다! 이길수 있다! 우린 이길수 있다!" "어깨를 붙여! 돌파당하면 말 뒷굽에 뒷통수가 깨진다! 뒈지고 싶지 않으면 더 바싹 붙여서 벽을 만들어!" 병사들을 통솔하는 소대장이나 중대장들이 병사들 사이를 오락가락 하면서 욕설과 주먹으로 화격단 소속 병사들을 윽박질러댔다. 개중에는 다른 병사들 과 같이 창대를 붙잡고 맨 선두에 선 장교들도 있었다. 아니 상당수의 장교 들이 병사들과 같이 어깨를 맞댄채 선두에 섰다. "크렌! 넌 여기서 전황을 살펴!" "예? 그럼 마마께서는…" "가만히 있을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체질에 안맞아! 나도 싸운다! 넌 여길 지 켜! 지휘자가 한명쯤은 있어야 하니까" "안됩니다!" "시끄럿!" 난 반대하는 크렌을 뒤로한채 말에서 내려섰다. 말 안장에 매어놓은 클레이 모어를 허리에 차고 투구를 머리에 쓴 난 내 앞에 서있는 병사들을 헤치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대열의 맨 앞까지 걸어간 난 한 병사의 창대를 빼 앗아 쥔뒤 뒤로 물러서라고 손짓했다. "어…어어?" 내게 창날을 빼앗긴 그 병사는 입을 반쯤 벌리며 우물쭈물 거리다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듯 엉거주춤하게 서있었는데 그 옆에서 내가 하는 양을 본 한 장교가 내 옆의 다른 병사를 밀쳐내고는 그자리에 파고들었다. "그대 이름은?" "한스 짐머멘입니다. 사령관 각하" "중대장?" "예…" "재수가 없군." "예. 재수가 없지요. 사령관 각하까지 싸우시는 마당에 겨우 중대장따위가 몸 을 사릴수는 없으니까 말입니다." "훗" "큭큭…" "푸흡…" 주변에서 다른 병사들이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제는 병사 들을 윽박지르는 장교들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대신 '날 봐라!' 라던지 '같이 싸운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밀러 대대장이 이끄는 궁사대를 제외한 다른 화격단 장교들은 모두 나처럼 전열로 나와서 창대를 잡았고 이 덕분에 다른 병사들까지도 물러설수 없다는 결사적인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그때 500m 거리까지 속보로 다가온 적 기사들이 말을 거세게 몰아서 가속해오기 시작했 다. 멀리서부터 두두두…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바닥이 작게 요동치기 시작 했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내게 창을 빼앗긴 그 병사가 아직도 내 뒤에 서있 었다. "이봐 내 뒤에 있는 녀석" "예? 예?" "이름이 뭐냐?" "시플입니다. 아스덴 마을의 시플…" "그래? 시플. 검 가지고 있냐?" "예. 숏소드를…" "잘됐군. 만약 내 머리위나 좌우로 적의 전마가 지나가면 그 검으로 말의 다 리를 베라. 그럼 재수좋으면 살수 있다. 알았지?" "예" 내말에 시플이라는 그 병사는 허리춤에 차고 있는 숏소드를 꺼내들었다. 그 러자 주변에 있던 눈썰미 좋은 병사들이 알아서 무기를 꺼내들었고 일부는 바닥에 그것을 꼽아넣었다. 저렇게 하면 급할때 검 손잡이만 쥐고 뽑아들수 있겠지. 그때 등뒤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두 제자리 앉아!" "주저앉지 마! 한쪽 무릎만 꿇어라! 자세를 낮춰!" "거기 주저앉지 말라고! 전마 밑에 앉아있으면 말발굽에 내장이 터진다! 죽 고싶지 않으면 자세를 잡아! 창대는 바닥으로 내려놔! 방해된다!" "고개를 숙여! 뒷통수에 화살 꼽힐거다!" 그말에 따라 난 무릎을 꿇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바닥에 창대를 내려놓은뒤 뒤를 볼아보니 네열로 주저앉아있는 병사들 뒤로 활을 든 병사들이 이열로 서서 적들쪽을 보고 있었다. 곧이어 투두두둥… 하는 소리가 등뒤에서 들려 왔고 그 익숙한 음향뒤로 허공을 향해 뻗어나가는 화살의 뒷꽁무니가 보였 다. 날아간 화살은 이제 거의 백오십미터 정도까지 다가온 적 기사단을 향해 떨어져내렸다. 선두에서 달려오던 몇몇 기사들이 화살에 맞은채 뒤로 떨어지 거나 쓰러지는 말과 함께 바닥을 굴러다. 그 위를 뒤따르던 다른 기사의 말 이 내달렸고 이내 시끄러운 비명소리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 부족해…. 이정 도로는 도저히 저들의 돌진을 막을수 없…. "발사준비! 한발이다! 한발에 모두 꿰뚫어버려!" "세명에 하나! 세명에 하나!" "말보다는 기사를 노려!" "지금! 발사!" 투두둥…. 아까보다는 적은 소리가 났다. 하지만 이번 화살은 이전과 같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것이 아니라 우리들 머리위로 스치듯 지나갔다. 직선 으로 죽죽 뻗어나간 화살들은 적 선두의 기사들에게 집중되었고 그들중 상당 수가 비명을 지르며 말에서 떨어졌다. 바닥에 쓰러진 말들과 뒤따르던 다른 말이 엉켜서 몇몇 기사들이 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적들은 동료들을 짖밟으 면서까지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것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선두 일어서! 거창!" "거창!" "일어서! 말에 채이고 싶냐? 어서 일어서! 자세를 잡아!" 좌우에서 떠드는 소리에 나 역시 창대를 잡고 일어섰다. 그리고 창대의 끝 을 바닥에 깊이 박은뒤 창대의 중간을 잡고 두발을 강하게 바닥에 디뎠다. 그런 내등을 뒤에 서있던 병사들이 달려와 지지해 주었고 수백개에 달하는 창날들이 적들을 향해 내밀어졌다. "함성을 질러라! 으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 "우아아아아!!!" 사방에서 귀가 멀정도로 커다란 함성소리가 터져나왔다. 나 역시도 목이 터 져라 고함을 질러대면서 적들을 노려보았다. 두두두두두두…. 바닥이 퍽퍽 패 이면서 흙무더기가 말들 뒤로 날아가는게 보인다. 씩씩거리면서 내쪽을 향해 달려오는 거대한 체구의 전마가 눈앞에 가득 들어왔다. 그리고 그위에 앉아 서 랜스의 끄트머리를 내쪽으로 향하고 있는 적 기사…. 빠아아아아…. 내 왼쪽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 랜스의 끝이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허공으로 치솟았다. "크흑…" 지독한 통증이 어깨를 타고 전신으로 퍼진다. 그래도 내 등뒤에서 온몸으로 날 받치고 있는 다른 병사들 덕분에 뒤로 넘어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눈깜짝할새에 바닥을 두들기는 말의 거대한 체구가 크게 확대되어 나타났고 내가 창날의 끝을 그쪽으로 향하자 빠각 하는 소리와 함께 말 가슴에 창날끝 이 파고들었다. 지이익… 두발이 끌리면서 몸이 뒤로 밀렸다. "히히히히힝!!! 히히히힝!" 창날에 찔린 그 말이 비명과 같은 소리를 내면서 갑자기 제자리에서 앞발을 들면서 커다랗게 비명을 질렀다. 그 덕분에 말의 가슴을 찌른 창날이 앞으로 쑥 딸려갔지만 난 온힘을 주면서 버텼고 창대끝이 뚝 하고 부러지면서 앞부 분이 뒤로 반쯤 삐져나왔다. 그사이로 붉은 피가 뿜어져나왔다. 촤아악…. "으아아아악!!!" 쿠웅! 바로 옆에서 난 비명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말과 한덩어리가 된 기사가 아군 병서 서넛을 깔아뭉개면서 대열안에 뛰어들었다. 아니 떨어 져 내렸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다. 창대로 저지하지 못한 전마는 그 육중한 체구와 함께 창대를 붙잡고 있던 병사를 덮쳤고 그 기사와 말은 달려오던 속 력 그대로 병사들을 뭉개며 바닥에 쳐박힌것이다. 그때 우리 앞에서 앞발을 들고 있던 말뒤에서 쿵하는 소리가 나면서 그 말이 앞으로 확하고 넘어졌다. 쿠우웅…. 고개부터 떨어진 말은 그대로 목이 꺾였고 그 말 뒤에서 무언가가 내쪽을 향해 날아왔다. 난 반사적으로 반으로 부러진 창날을 들어 그것을 찔 렀다. 가가각… 퍼억! 괴상한 소리와 함께 창대 끝부분에 무언가가 걸렸다. 쿵쿵거리며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그것을 바라보니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있는 기사였다. 가슴부분이 안으로 우그러들고 그 중앙부분이 뚫린 기사는 몇번 몸을 꿈틀거리다가 그대로 축 늘어졌다. 비명소리와 고함소리가 좌우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끝없이 밀려올것 같던 적 기사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다가 이내 뚝 끊겼다. 그리고 나타난 황량한 풀밭. 초원이라 부르기도 좀 그렇지만 - 말발굽에 땅이 패여서 검은 흙덩어 리가 사방에 널려있었다 - 파란 하늘과 푸른 초원이 눈에 들어오자 내 머리 속에서 현실감이 사라졌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듯한 기분이랄까? 들고 있던 묵직한 창대를 놔버렸다. 털썩… 작은 소리와 함께 창끝에 메달려있던 적 기 사가 바닥에 떨어졌고 눈가가 시큰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눈앞 이 깜깜해지더니 커다란 충격과 함께 목이 뒤로 젖혀졌다. "어억?" "우아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가던 내 몸이 허공에 딱 멈춰섰다. 눈을 굴려 옆 을 바라보니 나와 비슷한 모양의 투구를 쓴 기사하나가 피가 잔뜩 묻은 메이 스를 든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메이스를 고쳐쥔 그 기사가 손을 높이 들어올린뒤 나를 향해 내리치려 하고 있었다. 머리보다 먼저 내 팔이 올라갔다. 떨어져내리는 메이스를 향해 팔등을 들어올렸다. 까강…. 낮 인데도 불구하고 작은 불똥이 튀어오른다. 팔목이 좀 시큰거리기는 하지만 다친것 같지는 않아. 말위에 올라타고 있던 그 기사가 '어엇?'하고 작은 소리 를 내는게 들렸다. 의외였냐? 빌어먹을 자식아?! "으아아!" 자세를 잡고 선 난 허리춤에 메달린 클레이모어를 꺼낼 생각도 안한채 주먹 을 쥐고 섰다. 그리고 다시 메이스를 어깨위로 들어올리는 그자의 무릎을 향 해 휘둘렀다. 뻐어억! 콰드득…. "크아아악!" 놈의 무릎부위가 피로 물들었다. 내 주먹에 부서진 관절부위 갑옷이 살을 파고들었고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놈의 무릎이 반대쪽으로 꺾였다. 피 가 튀었고 곧이어 내쪽으로 몸이 숙여진 놈을 난 한손으로 붙잡고 잡아당겼 다. 쿠웅…. 그 기사는 말에서 떨어져 바닥에 쓰러졌다. 꿈틀거리는 그 기사 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무언가 중얼거리려 할때 화격단 병사하나가 그자에게 달려가서는 숏소드를 거꾸로 쥔뒤 등을 찔렀다. 콰직…. 철판과 체 인을 뚫고 살속으로 파고든 검날은 피를 잔뜩 머금은채 다시 뽑혀져나왔다. "…쿨럭" "잡았다! 내가 잡았다고! 와하하!" 그 기사의 투구사이로 피가 울컥 뿜어져나왔다. 그리고 그위에 올라탄 병사 는 뭐가 그리 좋은지 피묻은 숏소드를 든채 미친듯이 웃어댔다. 난 고개를 돌려 다른곳을 바라보았다. 말과 사람이 바닥에 한가득 깔려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싸움중인 기사와 병사들이 주변에 가득했다. 바닥에 쓰러진자는 죽은 자이고 아직 서있는자는 산자들. 난 허리쪽으로 손을 가져간뒤 클레이모어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아직 살아있는 자들을 향해 달려갔다. 롱소드를 뽑아들과 창날을 견제하는 한 기사의 뒤로 달려간 난 말의 뒷발을 클레이모어로 쳤다. 퍼억! 붉은 피가 반대편으로 튀면서 말이 움찔거렸고 곧 이어 내쪽으로 비틀거리면서 쓰러졌다. 난 뒤로 물러났고 곧이어 커다란 소 리를 내며 쓰러진 말사이로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말위에 올라타있던 그 기사는 분노한 병사들의 숏소드와 나무클럽에 너덜너덜하게 변해버렸다. "죽어! 죽어! 죽어엇!" "갑옷을 벗겨내! 배를 갈라버려!" 또다른 기사하나가 말위에서 끌어져 내린뒤 갑옷이 해체 당했다. 그리고 잔 인하게 난도질 당한채 죽어나갔다. "말! 말을 노려라!" "뒤로 물러나! 깔린다!" "으아아악!!!" "히히히힝!!!" 쿠웅! 말과 함께 적 기사가 바닥에 쓰러졌다. 한쪽발이 말에 깔린 그 기사 는 바닥을 기면서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버둥거렸지만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 나들처럼 달려든 병사들의 발길질과 몽둥이 세례에 갑옷과 함께 피범벅이 된 채 늘어졌다. 깨어진 투구사이로 검붉은 피가 새어나온다. 피와 땀으로 범벅 이 된 클레이모어의 자루가 미끌거린다. 난 클레이모어를 두손으로 쥔뒤 다 시 전장을 뛰어다녔다. 방금전까지 내가 있던 전장은 이미 난장판이 되었고 적 기사들은 화격단 병 사들속에 갇혔다. 일부 적 기사들이 대열을 뚫고 반대편으로 빠져나갔지만 대부분의 적들은 병사들사이에 갖혔고 이내 말위에서 끌어내려진채 죽임을 당했다. 나 역시도 네명의 적 기사를 끌어내린뒤 그들의 목숨을 끊었다. 그리 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사방에는 주인을 잃은 말들만이 남게 되었다. "승리다!" "와아아아아!!!" "와아아아!!!!" "함성을 지르자! 우리 동료들이 들을수 있게! 우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 공포심이 마비되고 승리에 도취된 병사들이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러댔다. 난 그들 한가운데 서서 그런 병사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투구의 바 이져를 올리려고 한손을 들었다. 끼익…끼기긱…. 또 부서졌나 보군. 쳇…. 앞 이 잘 안보이잖아. "후우…" 저절로 한숨이 나오는걸…. "푸르릉…" 등뒤에서 말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말위에 탄 기사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설마 적은 아니겠지? "마마 다치시데는 없으십니까?" "크렌이냐?" "예. 마마. 말을 가져왔습니다. 오르십시오." "그러지" 난 순순히 그가 말한대로 말위에 올랐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사방에 시체와 중상자들이 널려있었다. 병사들의 함성소리에 묻혀 고통에 찬 신음소 리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많은 내 병사들이 죽거나 다쳤을거다. 씁쓸한 기 분…. 널부러져 있는 시체와 가끔 꿈틀거리는 부상자들에게서 고개를 돌린 난 크렌쪽을 바라보았다. "너…" 다친거야? 라고 물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크렌의 왼쪽 어깨부위부터 팔목 부근까지 붉은 피가 가득 묻어있었고 그외에다 갑옷 여러곳이 부서져있었다. 그곳에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질문자체가 우수운 상황이었다. 그런 내 시선을 느꼈는지 크렌은 오른손으로 자기 왼쪽 어깨를 툭툭치면서 말했다. "아직 괜찮습니다. 마마." "다쳤으면 뒤로 빠져있어. 가서 치료나 받아" "아닙니다. 견딜만합니다." "그래? 그럼 됐고. 우리측 피해는?" "대충 칠팔백정도? 더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들도 스물 정도만이 대열 을 돌파했으니 믿지는 장사는 아니죠." "……" "그리고 아군 기사단이 적 기병대를 패퇴시켰습니다. 경기병대는 아군 우익 과 함께 적들을 압박하는 중입니다." 적들이 돌격해오기전에는 미처 생각못했는데 적 기사들은 어딜 기준으로 돌 격해 왔을까? 만약 나라면 말위에 올라타있는… 그리고 깃발과 가까운 자를 목표로 삼았을거다. 내 앞으로 나서기 전 말위에 있던 시점이라면 당연히 나 를 향해 달려들었겠지만 난 병사들과 함께 창을 들고 있었고 그다음 그들의 눈에 띌 다음 타켓은 크렌이었다. 그는 여타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있었고 또한 말을 타고 있었으니 투구사이로 난 작은 구멍으로 도 쉽게 찾아낼수 있었을거다. 대열을 돌파한 기사들은 크렌에게 달려들었을 테고…. 그가 입은 부상은 원래대로 따지면 내가 당했어야 하는거겠지. 쳇. 입맛이 쓰다. "크렌. 넌 여기서 부상자를 수습해서 후방으로 후송시켜. 사지 멀쩡한 병사들 은 곧바로 전장에 투입한다. 당장 시행하도록!" "옛! 마마!" 어느새 투구를 벗어 옆구리에 끼고 있던 크렌은 나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 리고 씩씩하게 대답한뒤 병사들 사이로 말을 몰아서 다가갔다. 잠시 전열을 가다듬은 나와 화격단의 남은 병사들은 곧비로 기병대가 날뛰 고 있는 아군의 좌익쪽으로 달려갔다. 그렇지않아도 심한 공격에 압박을 받 으며 밀리고 있던 적들은 우리까지 가세하자 더이상 버틸수 없었던지 우리에 게서 등을 돌리며 도주하기 시작했고 포위당할것을 두려워한 적의 중진이 뒤 로 빠졌다. 덕분에 크레드족으로 구성된 적의 좌익이 아군들에게 포위당했고 난 나머지 병사들과 아직 여력이 있는 기병대를 등을 돌린채 도주하고 있는 적들을 공격하라고 명령했다. 상대적으로 굼뜬 적의 보병기사와 중장보병이 가장 먼저 기병들의 먹이가 되었다. 대열을 갖춘채 후퇴하던 적들은 전면에서 아군의 보병이 압박하고 측면으로 기병들이 달려들자 이내 등을 보이며 도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후방에 있던 한두명이었지만 이내 수십 수백명씩 도망치기 시작했고 내가 그 곳에 도착했을때 쯤에는 중앙에 있던 적들 대부분이 뒤돌아서서 도망가고 있 었다. 그뒤를 따라 말을 탄 기병들이 달려들었고 상당수의 보병기사와 중장 보병들이 뒷통수에 메이느나 롱소드를 맞고 쓰러졌다. 그리고 뒤따르는 병사 들에게 포로로 잡히거나 죽임을 당했다. 상당수의 적들이 포로로 잡혔고 아 직도 도주하는 병사들을 쫓아다니는 기병들은 양떼속에 뛰어든 늑대들처럼 적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전장의 추는 급속도로 크레센트 쪽으로 기울었 고 균형은 깨졌다. 대부분의 적들이 전장에서 이탈한채 도주했는데도 불구하고 크레드 족 전사 들은 둥글게 원형진을 만든채 저항하고 있었다. 그쪽을 향해 말을 몰아간 적 들을 포위한 병사들 사이를 헤치며 앞으로 나섰다. 붉은 색으로 변한 터번과 긴 천으로 몸을 감은 크레드 족 전사들의 눈이 내쪽으로 쏠렸다. 난 그런 적 들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대들의 수장이 누구인가? 있다면 앞으로 나서라!" 웅성웅성. 적들뿐만 아니라 아군속에서도 작은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뒤 앞열에 서있던 크레드족 전사중 한명이 내쪽으로 몇발짝 나섰다. 그 리고 억센 억양으로 말했다. "내가 이 무리를 이끌고 있는 알 세르디다! 넌 뭐냐?" "이 군대의 지휘관. 어때? 전쟁은 끝난것 같은데 항복하는게 좋지 않겠어?" "……" "솔직히 말해서 너희들을 몰살시키기 위해서 내 부하들의 목숨을 잃게 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 항복해라. 목숨만은 살려주마." "우리… 전사들에게 항복이란 없다. 마지막 한명까지 싸운다." "그래? 그렇게 개죽음 당하고 싶어? 전쟁은 끝났다고 말했지? 승패가 갈린 시점에서 더 싸워봐야 학살당할뿐이야. 전황에는 아무런 영향을 못미치지. 그 래도 싸울건가?" "……" 그자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듯 입을 다물었다. 이에 난 투구에 걸린 걸 쇠들을 풀어낸뒤 투구를 벗었다. 후아…. 머리위로 뜨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 어오른다. 시원해…. 쪄 죽는줄 알았네. "여…여자?" 그래 나 여자다. 내가 여자인데 뭐 보태준거 있냐? 왜 그렇게 놀라는데? 엉? 기분나쁘네. 알 어쩌구 하는 그놈은 내가 여자인걸 보고는 더욱 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난 그런 놈을 내버려둔채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투구를 대충 바닥에 내던진뒤 그놈 쪽으로 몇발짝 걸어갔다. "이봐 정말 항복할 생각 없는거야?" "무…물론!!!" "그럼 너! 알… 알…어쩌구…" "알 세르디!" "그래. 알 세르디. 너 나와 싸워볼 생각은 있냐? 만약 네가 이긴다면 지금 여 기 있는 너희 크레드 족을 그냥 풀어주겠다. 하지만 내가 이긴다면 너희들은 들고 있는 무기를 버리고 맨몸으로 돌아가야 할거다. 어때 해볼테야?" "……" 혼란한 표정이군. 하긴 이런 상황에서 어쨋든 목숨만은 살려준다고 한다면 의심이 가기도 하겠지. 또한 내 말을 믿고 싶어지기도 할테고. 저자가 바보가 아니라면 지금같은 상황에서 무사히 포위망을 벗어나긴 힘들다는걸 잘 알고 있을테니까. 잠시 고민하는듯 하던 그는 고개를 돌려 크레드 족 전사들을 돌 아보았다. 그리고 다시 나를 보며 말했다. "좋다! 하겠다! 약속 지켜라!" "물론. 나 아넬리안의 이름을 걸고 약속은 꼭 지켜주지." "믿는다. 무엇으로 겨루나? 검? 창?" 저들중 말을 탄자는 없지만 크레드 족은 사막민족으로 말과 낙타 - 본적은 없지만 말과 비슷한 탈것이라고 한다. 괴상하게 생겼다고 하던데… - 를 잘 다룬다고 들었다. 아마 창이란 말은 기마전을 뜻하는건가보지? "음… 힘겨루기는 어때?" "뭐? 힘겨루기?" "응. 그래" "조…좋다. 그럼 전사 나와라. 아니 기사 나와라? 겨룬다." "내가 할거야. 너나 앞으로 나와" 내말에 그 알… 어쩌고 - 그새 까먹었다. 요즘 기억력이… - 는 미간을 찌 푸리면서 나를 노려보았지만 난 싱긋 웃으면서 들고 있던 클레이모어를 흙바 닥에 꽂은뒤 앞으로 걸어나갔다. 크레드족 전사들이 모여있는곳과 내 부하들 이 몰려있는 중간쯤까지 걸어나간 난 그자리에 못박힌듯 멈춰섰고 여전히 입 가에 미소를 머금은채 그를 바라보았다. 잠시뒤 그자가 내쪽으로 걸어와서는 맞은편에 섰다. 가까이서 본 알… 알… 하여튼 그는 상당한 근육질을 자랑하 고 있었다. 팔뚝 하나가 내 허벅지 만했고 키도 상당히 커서 나보다 머리하 나는 더 큰것 같았다. 검은 빛이 도는 구리빛 피부에 긴 수염을 기른 그는 서른이 조금 넘어보이는 - 혹은 더들어보이는 -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여자라고 봐주지 않는다." "그래? 그럼 나도 남자라고 봐주지 않을테니까 조심해. 무엇보다 네 부족민 들이 걸려있으니 처음부터 최선을 다하는게 좋을거다. 망신당하고 싶지 않다 면 말이야." "흥!" 내말에 심사가 거슬렸는지 그는 코웃음을 치면서 두손을 들었다. 마치 두발 로 대지에 꼿꼿이 서있는 곰같은 느낌이 드는 자다. 정말 큰걸. 난 웃으면서 그의 두손을 붙잡고 깍지를 끼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자. 셋을 세고 시작하자. 셋" "둘" "하나… 시작!" 우둑…. 잡혀진 뼈마디에서 작은 소리가 나면서 강한 압력이 느껴졌다. 하지 만 그정도는 충분히 버틸수 있기에 난 여전히 웃으면서 서서히 힘을 주었다. 단번에 날 밀어버릴듯 힘을 주던 그 알… 어쩌고는 이내 인상을 쓰면서 얼굴 을 붉혔다. "끄으윽…" 그의 입에서 작은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알… 어쩌고의 양팔 근육이 터질 듯이 튀어나왔지만 그보다 훨씬 왜소한 나 하나를 어쩌지 못한채 꿈틀거리가 만 했다. 생각외로 힘이 상당하다. 왠만한 남자라면 아예 상대가 안되겠어. 아르케네스 정도는 되어야 할까? 흠… 뭐… 조금 사기이기 하지만 져줘야 겠 어. 알… 어쩌구. "겨우 이정도야? 실망인걸?" "크흑…" 우두둑… 내가 온힘을 다해 힘을 주자 그의 손목에서 뼈마디가 부딪치는 소 리가 났다. 그리고 조금씩 그가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이…이건… 말…도… 크아아아악!!!" 뚜둑…. 알 세르… 딘이었나? 단이었나? 하여간 그자의 손가락이 뒤로 굽혀 지면서 팔목이 꺾였고 이내 그는 한쪽 무릎을 꿇으면 주저앉았다. 완전히 그 를 밀어낸 난 간단하게 두손을 풀어낸뒤 한손으로 손목을 주물렀다. 건틀렛 이 없었다면 살갖이 다 찢겨졌을정도로 강한 악력이었어. "내가 이겼어. 이의 없지?" "……" "대답해." "져…졌다." 그의 고개가 푹 하고 꺽였다. 마치 죽은자의 그것처럼 말이다. 그의 입을 통 해 졌다는 소리를 들은 난 주먹을 쥔 오른손을 높이 들었다. "와아아아아아아!!!"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질러댔다. 그와는 반대로 크레드 족 전사들은 고개를 떨구거나 무기를 바닥에 떨구며 기가 죽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훗. 남자 쯤이야. 음후후후후…. "자. 졌으니 약속을 지켜라." 난 팔짱을 끼며 그렇게 말했고 두 무릎을 꿇은채 나를 올려다보던 알… 알… 세르디는 이내 고개를 떨구면서 크레드족 전사들쪽으로 걸어갔다. 그리 고 얼마뒤 크레드족 전사들이 무기를 바닥에 떨군뒤 두손을 들고 항복해 왔 다. 아아… 이제야 겨우 이 무겁고 답답한 갑옷을 벗을수 있겠군. 전투가 끝난뒤 난 가장먼저 야전막사로 돌아온뒤 끓는물에 몸을 담갔다. 후 아아… 살것 같아. 이러고 있으니 온몸이 노곤한게 한잠 푹 자고 싶다는 생 각이 마구마구 피어오른다. "흐으으음…" 하지만 아직 해도 안떨어졌고 뒷정리도 조금 남았으니 침대에 눕는건 조금 뒤로 미뤄야겠지? 물이 미지근해질때까지 몸을 뉘이고 있던 난 쏟아지는 졸 음을 물리치면서 둥근 나무욕조에서 나왔다. 장미향이 나는 비누라던지 꽃잎 이 있었다면 좋겠지만 전쟁터 한복판이라서 그런 사치스러운 물건을 쓰다간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을거다. 원하기만 한다면 그까짓것쯤 못구할것도 없지 만 비누 한조각이면 밀가루 스무 포대값은 될테니 더운물로 만족해야지 뭐. 대충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새 옷 - 물론 셔츠와 바지다. 치마는 아무래도 갑옷입을땐 거추장스러워서 말이지 - 으로 갈아입은뒤 내 막사안으로 돌아 가보니 머리와 가슴 그리고 팔에 붕대를 두르고 있는 크렌과 역시 머리에 붕 대를 두른 셔우드 자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막 안으로 들어서자 자리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던 두 사내가 일어서더니 내게 말을 했다.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마마" "축하드립니다." "둘다 수고했어요. 다치신건가요? 셔우드 자작?" "별것아닙니다. 그저 좀 긁힌것 뿐입니다. 마마" "다행이군요. 자작께서는 중앙에서 직접 부대를 지휘했다죠?" "예." "가장 치열한곳에서 힘겹게 싸웠게군요. 그대와 이곳 영주들의 공은 폐하께 잘 말해두도록 하죠" "영광이옵니다." "그리고 크렌." "예. 마마" "보고하도록" "예. 현재 경기병대 병력과 일부 보병단이 이 지역을 돌면서 패잔병들을 처 리하고 있습니다. 적의 주력은 완전히 궤멸되어서 20km밖까지 도주했으며 채 3000명이 못되는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적 사상자는 대략 2200여명, 포로는 4100여명으로 포로는 무장을 해제한뒤 몇무리로 나눠서 감금중입니 다. 또한 아크레닌의 귀족 열셋과 기사 서른넷을 포로로 잡았습니다. 이들의 처리를 명령해주십시오." "…아군의 피해상황은?" "화격단 병력은 사망이 530여명, 중상자 이상의 부상자가 600여명입니다. 치 명적인 부상을 입은 병사들이 많아서 사망자는 앞으로 더욱더 늘어날것이라 생각되옵니다. 특히 화격단 소속 장교들의 피해가 컸습니다. 마마. 전 장교중 절반이상이 죽거나 크게 다쳐서 지휘체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쯧…. 마지막 기사단과 싸울때인가. 하긴 전열에 섰던 대부분의 병사들과 기 사들이 죽었을테니…. 할수없지. "공을 세운 병사들을 승진시켜. 모자르는 인력은 내부에서 끌어모아야지 뭐." "예. 그리고…" "내가 하지. 에… 저희 남부 귀족연합 소속 병사중 칠백여명이 죽었고 그 배 정도는 되는 숫자의 부상자가 생겨났습니다. 기사들은 열두명만이 죽거나 다 쳐서 피해가 경미한 편입니다만 중장보병과 치안병들의 피해가 컸습니다. 이 들 대부분은 거의가 저희들의 사병인지라…" "무슨말인지 알겠어요. 피해 보상에 대해서는 나중에 보답하도록 하죠. 지금 은 그럴 여력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적의 침공으로 빼앗긴 영토 수복은 셔우 드 자작 그대가 맡도록 해요." "예. 알겠습니다. 마마." "그런데… 다른 병사들의 피해는?" "시민병측과 경기병대소속 병사들 일부가 죽기는 했지만 그리 많은 수는 아 닙니다. 마마께서 신경쓰실 정도는 아닙니다." "아니. 그들 말고. 그… 농민병들의 피해상황은?" "그들에 대해서는 저도 잘… 대충 천여명정도 죽었을겁니다. 예상외로 잘싸 운 편이라 살아서 돌아갈 자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흐음… 그런가? 하긴 영주씩이나 되어서 농민들까지 신경쓰지는 않겠지. 하 지만 조금 아깝단 말이야. "마마께서 그런 천한자들까지 신경쓰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식량만 축내 는 것들인데…" "아니요. 셔우드 자작 우리는 한명의 병사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죠. 전투 경 험까지 있는 '숙달된' 병사라면 더욱 가치가 높고요. 크렌 가서 화격단 장교 들에게 농민병중 지원자가 있는지 알아보도록해. 조건은 이전의 다른 병사들 과 마찬가지로 하고" "예.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 크렌은 내말에 즉각 대답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셔우드 자작 역 시 그런 크렌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선뒤 내게 인사를 하고 막사 밖으로 나갔 다. 후우…. 전후처리도 이제 끝난건가? 지친다. 저녁조차 먹지 않고 의자에 앉은채 꾸벅꾸벅 졸고 있을때 밖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쓰읍…. 에… 침이잖아? 에이…. 소매를 입 가로 쓱쓱 닦은뒤 난 의자에서 반쯤 흘러내린 자세를 바로하고는 말했다. "들어와" 펄럭. 휘장이 젖혀지면서 두명의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흐릿한 눈가를 손 등으로 쓱쓱 문지른뒤 다시 바라보니 크렌과 거구의 사내가 눈앞에 나타났 다. 어… 저사람은 알… 어쩌구 하는 그 인간이잖아? 왠일이지? "아직 안갔군요. 갈길이 멀지 않던가요?" "관대한 결정 감사합…합… 감사다. 고개 숙이러 왔다." 풋…. 저 친구 억양만 억센게 아니라 어휘력도 부족한걸? 저들은 공용어를 사용하는게 아닐까? 음… 그럴수도 있겠군. 사막부족은 폐쇄적인 경향이 강 하다고 하니까. "그거라면 됐어요. 난 내 부하들을 아끼기 위해서 나선것뿐이고 내 이름을 건 약속을 지킨것뿐이니까." "……" "그럼 고향까지 잘 돌아가도록 해요. 크렌 이들에게 식량을 나눠줘라. 넉넉하 게." "예. 알겠습니다. 마마." 은혜를 베풀어서 나쁠건 없지. 더욱이 그것이 아크레닌과 사이가 나쁜 사막 부족이라면 더욱더. 겨우 수백의 목숨으로 아크레닌을 견제할 세력을 만들수 있다면 식량이 아니라 보석보따리라도 던져주고 싶은걸. 내말이 끝나자 크렌 은 그의 한팔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순순히 끌려나가던 그가 갑자기 크렌의 팔을 뿌리치더니 내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리고는 갑자 기 셔츠사이로 드러난 내 팔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팔… 팔 만진다" "무슨?" "팔! 어깨! 팔목! 손! 팔꿈치! 주물 주물!" 알… 어쩌구는 내가 못알아듣자 답답한지 자기가 아는 단어들을 마구 나열 해 댔다. 내 팔등을 가리키며 말이다. 그제서야 난 그가 무슨뜻으로 내게 그 런 말을 했는지 이해했고 이내 씨익 웃으면서 오른 소매를 걷어올렸다. 어깨 까지 말아올린 소매단 사이로 새하얀 - 요즘 햇볕에 조금 탄 - 팔뚝이 드러 났다. 내가 팔을 들어올리자 알… 어쩌구는 조심스럽게 내 손목을 손가락을 쥐었다. 그리고 뭐라고 알아들을수 없는 말로 중얼거리면서 손끝으로 팔목을 쿡쿡 찔러보더니 이내 팔목을 한손으로 꽉 쥐었다. "믿음 없다. 믿음 없다." "믿을수 없다고?" 내 팔뚝을 만지며 고개를 젓던 그는 내가 믿을수 없냐고 물었더니 잠시 생 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역시 아직도 진걸 인정못하는건가? 후 후후. 하지만 뭐… 내가 굳이 이 사람의 궁금증을 풀어줄 필요는 없겠지? 난 물러선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소매를 내리면서 말했다. "비록 내가 허락하긴 했지만 방금 그대의 행동은 내게 있어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에요." "무례? 나? 나 잘못인가?" "그래요. 무례했어요. 왕의 부인을 함부로 만지다니 그대가 우리 왕국민이었 다면 당장 목이 잘려도 하소연 할수 없었을거에요." "미안이다. 잘못이다." 내가 미간으로 모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그는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사 과해왔다. 아마도 자기가 아는 단어와 내 분위기를 보고 말하는것 같았다. 그 렇게 생각하면 굉장히 머리가 좋은자인것 같은걸? 학문과는 거리가 멀어보이 는데 말이야. "하지만…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까. 대신 내 질문에 대답해요." "좋다. 사과다. 대답이다." "그럼. 왜 당신들… 그러니까 크레드 족이 여기서 아크레닌과 손을 잡은거 죠? 내 말은 둘이 원수지간 아니던가요?" "……검은옷 사내. 우리에게 와서 말했다. 같이 싸운다. 초원 준다. 혼자 싸운 다. 우리 죽인다. 겁나지 않다. 하지만 초원 탐난다. 곡식 필요하다." 그래? 호오… 결국 아크레닌 녀석들은 우리의 평원을 노리고 저들과 손을 잡은건가? 하지만 그 자존신 놈읖 놈들이 이들과 같이 싸울리가 없을텐데. 대륙인과 사막민들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사이가 나쁘기로 유명했으니까. 뭐… 그 이유야 먹을것 때문이겠지만. 아마도… 제 삼자가 끼어든거겠지? 쳇… 속이 쓰렸지만 여전히 내 얼굴을 보면서 내 기분을 살피는 알… 어쩌구 를 앞에두고 인상을 쓸수는 없기에 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그정도면 만족할만한 답변이로군요. 그럼 가보도록 해요. 그리고 크 렌. 기왕 인정을 베푸는김에 좀더 쓰도록 하자고. 수거한 무기들중 이들 부족 의 검을 돌려주도록해." "예? 하지만 마마… 그것은…" "아아. 괜찮아. 내가 허락한다. 대신 우리 왕국 국경을 넘을때까지는 감시를 게을리하지 말도록. 무기는 국경을 넘은뒤에 돌려주도록" "명이시라면…" 내말에 크렌은 약간 불만이라는듯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얼굴을 풀고는 고개 를 숙여서 답했다. 고개를 끄덕인 난 두 사내에게 나가보라고 손짓했다. 곧이 어 크렌과 알… 뭐시기가 밖으로 나갔고 혼자 남은 난 끊임없이 밀려오는 졸 음을 이기지 못한채 그대로 나무침대에 누웠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기 는 했지만 난 침대에 누운채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었다. 쿠울…. -------------------------------------------------------------- 은빛님의 금수신관 괴가 재연재를 개시했습니다. 가우군도 가만히 있을수 없습니다. 되건말건 우선 연재재개부터 합니다. 다만...얼마동안이나 불타오를지는 저하늘의 달님도 모르십니다. 당장 내일 꺼져버릴지도 모릅니다. 어쩌면...일년동안 지속될지도 모릅니다. 중요한건 연재를 개시했다는 것입니다. 그외에는 머리속 에서 비워버렸습니다. 아니 인식하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 22화 끝. 오버해버렸어. 23화랑 24화 분량 맞추려면 또 머리가 깨지겠구나. 크흑... 가우군. p.s 마비노기 하프(18세 이상)섭 채널 3,4,5번중 한곳. 주캐릭 - 전투 캐릭 12세 가우군.(고기만 먹어서 몸이 불었음) 부캐릭 - 방직 캐릭 18세 가우양.(나무열매만 먹어서 빼빼말랐음) 가우군 캐릭은 저녁 8시~ 새벽 4시 사이에 묘지 근처에서 출몰하고 가우양 캐릭은 새벽 5시~7시 사이에 던바튼 서쪽 양과 곰이 쎄쎄쎄 하면서 노는곳 근처에서 출몰합니다. 어서 빨리 바스타드 스워스 사고 싶은데...( ..)중얼.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3장 예츠나 공성전 (1) 2004-01-19 12:05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23화. 예츠나 공성전. 피의 마녀 전설? 흠… 그걸 아직도 입에 올리는 놈이 있나? 뭐? 몰랐어? 책에서 읽었다고? 그런 책이 아직도 남아있다는게 더 신기하네. 하여간 황후 마마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그분의 심사를 거슬리면 황실 도 서관 전체가 잿더미가 될테니까.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분이시지. 어이 고개 끄덕이지 말라고. 농담이야 농담. 어디보자… 황후마마께서는 그 전부터 전장 의 사신, 피의 마녀라는 별칭을 달고 다니셨지만 그것이 본격적으로 대륙에 명성을 날리게 만든 결정적인 전투는 아크레닌 국에서 벌어진 예츠나 공성전 에서 얻으셨지. 맨손으로 사람 목을 뽑고, 갈비뼈를 부수고 심장을 꺼낸다던 가 척추를 뜯어낸다던지… 내장을 뽑아서 활줄을 만들었다는 소문도 있었 고…. 아~ 물론 황후마마께서 실제로 그랬던건 아니야. 어디까지나 소문일뿐 이니까. 하지만… 그 소문이 얼마나 무서운것인지 난 그전투에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지. 그래… 정말 소문만큼은 끔찍했지.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초대 로얄가드 단장이신 크렌 드 마트레인 후작 각하와의 대담중. 오늘도 취해 있었음. - 마트레인 후작 각하의 표정은 정말 끔찍했다. 마치 세상에 다시 볼수없는 그런 흉칙한 것을 본것 같다는 표정이었다. 얼마나 끔찍하길래… 으음… 나로서는 상상이 안간다. - 대륙력 999년. 가을. 아크레닌 국 북부. 교역도시 예츠나. 동쪽 2km지점 - 높다란 목책이 우리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푸르릉…" 날 태우고 있는 갈색 암말은 무거워서인지 아니면 뭔가 신경에 거슬리는게 있는지 자꾸 투레질을 하면서 고개를 흔들어댔다. 난 그런 말의 목을 건틀렛 을 낀 손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마마. 준비가 끝났습니다." "응. 공격준비" "예." 내가 대답하자마자 크렌이 손을 들었고 우리들 뒤에서 깃발을 들고 있던 장 교가 깃발을 높이 치켜올린뒤 좌우로 크게 흔들었다. 우우우우우우웅…. 긴 나팔 고동과 함께 대열을 맞춰 서있던 병사들이 앞으로 한발씩 걸어나갔다. 쿵.쿵.쿵. 지축을 울릴듯한 커다란 소리와 함께 수천명의 병사들이 일제히 목 책을 향해 다가갔다. 날씨가 푸르군. 전쟁을 하기엔 딱 좋겠어. 한손으로 눈 가를 가린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들었다. 쾅. 내 주먹이 테이블을 후려치자 중구난방으로 떠들고 있던 귀족들과 휘하 장교들이 금세 입을 닫았다. 긴 테이블의 맨끝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나는 지금껏 입을 놀리던 귀족들을 노려보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의지는 변함이 없으며 그대들은 내 명령을 따라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반론은 거부합니다." "허나. 마마… 지금 시국에 아크레닌국을 공격한다는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왕비마마. 지금은 로세니아의 침략군을 이 땅에서 몰아내는데 전력을 다해야 할때입니다." 올렌드 자작과 류케스 남작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내가 두 귀족을 노려보 자 이내 찔끔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쯧쯧. 나보다 배는 넘게 살아왔을 텐데 어떻게 스무살짜리 여자보다도 머리가 안돌아가는지…. 그냥 한껏 화를 내면서 명령대로 하라고 윽박지르고 싶다. 그게 편할것 같아. "후우…. 두분은 지금껏 제말을 뭘로 들었는지 궁금하군요. 다시 말할까요? 지금 아크레닌 국을 치는데는 두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적 주력의 완벽 한 격퇴. 대승리를 거두었고 수천의 적군 포로를 붙잡았지만 그중 대부분은 훈련조차 제대로 받지못한 농민병들이에요. 아크레닌 국의 주력인 보병기사 단과 중장보병대는 상당한 피해를 입긴했지만 아직도 위협적입니다. 그리고 둘째 이건 남부 국경을 맡대고 있는 다른 두나라 모레니안과 아리츠반에 대 한 경고이기도 합니다. 우리 크레센트에 적극적으로 가담할것이 아니라면 최 소한 중립을 지키라는 의지표명입니다. 만약… 다른 나라들이 아크레닌 국처 럼 우리 크레센트를 침략한다면… 그들은 대 크레센트 왕국의 속령이 될것입 니다." "허나… 그렇다해도 아크레닌 국을 점령할만한 병력도 물자도 부족한 실정입 니다. 마마. 이미 추수철인데도 불구하고 징집령을 인하여 밀을 거두지 못하 고 있는 농토가 태반입니다. 거기다 젊은 인력의 부족으로 영지 곳곳에서도 인력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데 더이상의 인력 및 물자의 충당은 힘들것으로 보입니다만…" "사세요. 물론 여기 모이신 영주분들의 개인 주머니를 열어야겠지만 말이에 요. 지금은 전쟁중입니다. 북부지역은 물론이고 남부지역에서도 다량의 난민 이 떠돌고 있죠. 그런 난민들중 대부분은 농부이거나 농노들이죠. 그런 그들 에게 돈을 주고 먹을것을 주며 또한 집을 지어준다면 전장으로 불려나간 청 년들 만큼의 노동력은 확보할수 있을겁니다." "그러나…" "아직 제말 안끝났습니다. 베릴 백작. 물론 여러분들의 재산을 쓰는건 여러모 로 기분이 안좋을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아크레닌 국의 왕 성이 있는 포트 로얄과 우리 크레센트 왕국의 수도인 크롬발까지는 엄청나게 먼 거리이죠. 왕의 직할령이 된다해도 너무 멀어서 제대로 통치하기가 힘듭 니다. 하지만 이곳 셔우드 자작령에서 포트 로얄까지는 겨우 3일거리. 거기다 공을 세운 귀족을 몰라볼정도로 로이드 폐하께서는 무심하시지 않습니다." "과연…" 테이블 끄트머리에 앉아있던 통통한 얼굴의 귀족이 팔짱을 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른 여러 귀족들 역시 생각에 잠기거나 고개를 끄덕이면 서 내 말을 곱씹고 있었다. 내 제안이 상당히 좋은 조건이라는걸 모두들 알 고 있을테니까. 재산의 일부를 사용해서 싼값에 점령지를 살수 있다면 그만 큼 영지가 늘어난다는 뜻이고 후에 그 영지에서 들어오는 수입은 영주의 몫 이 될테니 누군들 안끌릴까? "하지만 모레니안과 아리츠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런 말씀은 드 리고 싶지 않습니다만… 모레니안의 경우 저희 영지에서 얼마 떨어져있지 않 고 아리츠반의 대륙 식민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지만 그들의 해군력과 항해 술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이곳으로 진출할수 있습니다. 아… 물론 그 나라 들이 우리와 적대적이라는것은 아닙니다만… 이곳의 방어도 생각해야 하고 또… 아크레닌의 잔당들도 생각하면…" 요는 병사가 부족하다? 라는거겠지? 흠…. "직접적인 전투는 저와 제가 이끌고온 화격단에서 맡습니다. 여러분들은 병 력 지원과 물자의 보급에만 힘써주시면 됩니다. 특히 무기류의 보급에 중점 을 두세요. 아무리 용맹스러운 화격단이라 해도 맨손으로 적을 쓰러트릴수는 없으니까요" "하하하" "그리고. 현 화격단의 전력으로는 점령한 도시 및 마을을 관리할수가 없습니 다. 크렌" "예. 마마. 에… 아크레닌의 수도 포트 로얄까지는 직선거리로 봤을때 대략 100km 정도 거리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큰 도시가 두개, 작은 도시가 여 섯개이고 열두개의 마을이 속해있습니다. 아크레닌 국은 수도에 병력을 집중 운용하고 주변 지역으로 병사를 파견하는 전술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도시 및 마을의 저항은 미약할것으로 판단 됩니다." "하지만 각 도시에 화격단을 주둔시키면 정작 병력이 필요한 포트 로얄 공성 전에서는 병사가 부족하게 되죠. 그러니 이들 도시 및 마을의 치안유지에 여 기 모이신 분들이 힘써주시기를 바랍니다." "흠흠… 한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베릴 백작" "허면 점령지의 통치권을 주시는것입니까? 아니면 임시로…" 거참… 싸움에 참가하지도 않고 바로 점령지를 내달라는거야? 웃기는군. 그 야말로 날강도같은 짓이잖아. "그건 제 권한으로 말할수 있는게 아니군요. 영지의 하사는 국왕폐하께서만 하실수 있는 권한이니까요. 지금부터 점령할 영토는 우선 국왕폐하의 직할령 으로 소속될것입니다. 하지만 아크레닌 국을 완전히 점령한 이후에는 각 도 시 및 영토를 관리해주신 여러분들께 우선적으로 하사할것입니다. 혹은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팔수도 있겠죠. 어느쪽이던 손해를 보지는 않을것이라고 생각 됩니다만…" "흠…" 내가 말꼬리를 흐리면서 말을 마치자 회의실안에 모인 영주들이 서로 귓속 말을 하거나 작은 소리로 속닥거리면서 의견을 나누었다. 왕의 직속 병력인 중앙군 병사들만 있으면 굳이 이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있을 필요는 없겠지 만 불행하게도 그 병력들은 모두 로세니아 군의 침략을 막는데 활용되고 있 으니 별수 없지. 씁…. "자. 결론을 내리지요. 내일 해가 뜨는 즉시 화격단은 아크레닌 국으로 진군 합니다. 저쪽에서 먼저 공격해 들어온것이니 선전포고는 필요없고. 바로 국경 을 넘어서 포트 로얄로 진격합니다. 여러분들은 보급 물자와 점령지를 다스 릴 병사들을 이끌고 뒤따라 오면 됩니다." "허나… 다시 말씀드리는것 같지만… 이곳의 방어는 어떻게 해야할지…" 아~ 짜증나! 그런 소소한것까지 내가 명령해야 한단 말이야? 그정도 쯤은 다들 알아서 하란말이야! "그건에 대해서는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만… 한가지 조언을 하자면… 점령지를 다스리는데 굳이 정예 병사들이 필요하지는 않겠지요? 직접 교전을 벌이는것도 아니니 소수의 병사들이 지휘하는 농민병정도면 충분하지 않겠습 니까? 물론 추가로 징집을 해야겠지만 각 영주분들의 영지를 지킬 병사정도 는 충분히 남으리라 짐작됩니다." "흠. 듣고 보니 그렇군요. 마마." "역시 뛰어나신 전략이십니다. 감탄하였습니다." "그리고 점령지의 분할 및 통치에 관해서는 여러분들끼리 협의를 하셔서 정 하도록 하세요. 하지만 만약 불미스러운 사태. 예를 들어 폭동이라던지 반란 이라던지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무능함을 꾸짖겠습니다. 당연히 이번 건에서도 탈락될것입니다. 그러니 각자 점령지 관리 및 통치에 만전을 기해 주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마." "그럼. 이만 회의를 마치도록 하지요" 난 그렇게 말한뒤 먼저 의자에서 일어선뒤 미련없이 회의실을 나갔다. 등 뒤로 각 영주들끼리 떠들어 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앞으로 바빠지겠군. 저 영 주들. 자기가 먹어치울 땅덩어리를 얻어내야 할테니 정신없겠어. 회의실에 걸 려있는 아크레닌 국 지도가 낙서판이 될지도 모르겠는걸? 전쟁터와 같은 회의실을 빠져나와 셔우드 자작의 저택에 마련되어있는 내방 으로 돌아갔다. 몸은 별로 안피곤한데 떽떽거리기만 하는 영주들을 상대하고 있자니 정신적 피로감이 몇배가 된것같은 기분이었다. 털썩. 의자에 무너지듯 앉은뒤 테이블에 엎드려있으니 잠시뒤 저택에서 일하는 시녀들이 들어와 차 와 조그마한 빵이 들어있는 바구니를 내려놓고 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크렌 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한뭉치의 종이를 품에 안은채 말이다. "그게 내가 봐야할 서류들이라면 난 크렌을 해고할거야" "직업을 잃게 되겠군요. 아쉽운걸요. 후후…" "별로 아쉬운듯한 표정이 아니잖아." "말이라도 섭섭하다는 느낌을 드려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진짜로 자르지 않으실테니까요." "아아… 어디 줘봐" 엎드려있던 몸을 일으켜 세운 난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댄채 손을 들어올렸 다. 그러자 내 옆에 서있던 크렌이 냉큼 다가와서는 품에 안고 있던 서류뭉 치를 내게 넘겼다. "거기서 얼쩡거리지 말고 와서 차나 따라." "예. 하지만 전 시종이 아닙니다." "시끄러워. 로이드 빼고는 모두 내 아래야. 명령을 듣지않으면 교수형 시켜버 릴테야" "예이~" 능글맞게 웃으면서 내 맞은편에 앉는 크렌 녀석. 날이 갈수록 덴 그 자식과 닮아가는구나. 그 스승의 그 제자라고 - 물론 나이차이는 거의 안나긴 하지 만… - 저 능글맞은 폼까지 닮다니. 왠지 기분나빠. 돌아가면 우선 덴부터 박살내놔야 겠다. 그러면 다른 녀석들이 알아서 길테지. 아참 그러고보니… "덴은 어떻게 됐지?" "의수를 달고 다닌다고 합니다. 썩 만족스럽지는 못해도 사인정도는 할수 이 다고 하더군요." "그래? 아쉽게 됐네. 쓸만한 기사였는데 말이야. 크렌도 아쉬워?" "전 워렌 자작님의 검술에 반한게 아닙니다. 그분의 인품과 능력 그리고…" "됐어. 거기까지. 차나 내놔" "예. 여기…" 크렌 녀석은 내가 중간에 말을 끊자 약간 불만인듯 살짝 인상을 썼지만 이 내 능숙한 솜씨로 홍차를 따른뒤 내 앞에 내려놓았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홍차를 한모금 마신 난 크렌이 내밀 서류들을 뒤적거리면서 읽기 시작했다. "호… 로세니아와의 전투 보고서군." "예. 자세한건 서류에 적혀있지만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이틀전 벌어진 접전 에서 브래드릭 장군이 이끄는 중앙군이 승리했습니다. 소규모 접전이긴 했지 만 적의 정규군을 완파시켰다고 합니다. 덕분에 병사들의 사기가 높아졌다더 군요" "흐음…. 아군 사상자가 1200여명, 적군이 2700여명. 이기긴 했지만 결정적인 승패는 겨루지 못했다는건가?" "양측 모두 수만의 병력이 몰려있는 곳이니까요. 아마 장기전이 될것 같습니 다." "그렇겠지. 아군은 주로 수성전 위주인것 같은데? 치고 들어갈만한 전력이 못되는건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군의 전력도 중앙군과 주변 귀족들 그리고 다른 지방 의 지원군들까지 해서 총 4만명이 넘는 전력이고 적들도 대략 5만명 내외의 병력을 구 아넬 공국 영토와 국경선 부근에 배치한채 전력을 모으고 있으니 까요. 그리고 상대적으로 훈련받은 병력비율이 저희 왕국쪽이 더 높습니다. 로세니아에 있는 여러 기사단중 다수가 모여있어서 기사의 비율은 조그 낮지 만 그리 밀리는 전력은 아닙니다. 일전을 벌인다해도 충분할것이라 생각됩니 다." "하지만 벌써 10월이야. 한달만 지나면 첫눈이 내릴껄? 그렇게 되면 로세니 아로부터의 군수품 운송은 불가능해질게 분명해. 그렇게 된다면 수만이나 몰 려있는 로세니아의 병사들은 장비부족, 식량부족에 시달리겠지. 아마 첫눈이 오기전에 놈들은 전쟁을 끝내려 할거야."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마마. 어쩌면…아니 아닙니다." "뭔데? 계속해" "예. 확실한건 아닙니다만… 케센으로 보낸 스파이로부터 들어온 보고서가 있습니다. 거기 열두번째 서류일겁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케센의 움직임 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입니다. 케센 영주들이 각자 사병을 끌어모으고 있고 케센 국 사방에 퍼져있는 경기병대와 보병대가 한곳으로 모이고 있다고 하더 군요." 크렌의 말대로 보고서에는 케센 왕국 내부의 병력 이동에 관한 설명과 - 주로 병사의 숫자, 마차의 수, 그리고 이동루트 등이 적혀있다 - 케센 왕국 내부에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인다는 설명이 곁들여져있었다. "……이건 본격적인 침공 직전의 병력 배치잖아? 이거 언제 들어온 보고지?" "거리상의 문제도 있고 왕성을 거친뒤 날아온 극비문서이니 최소한 5일정도, 아니 일주일정도의 시간차가 있을것이라 생각됩니다." "만약 케센이 이나라로 쳐들어온다면 북부 지역의 수비군으로 막아낼수 있을 까? 어떻게 생각해?" "불가능할것이라 생각됩니다. 북부의 지방군중 반수이상이 로세니아 왕국과 의 전투에 투입되었으니 케센의 병력이 밀고내려온다면 버티는것만으로도 힘 들것입니다. 마마" "흐음…" "더욱이 불행한 일은 케센 국에 모이고 있는 병력의 사령관이 사이릭 드 케 센 이왕자라고 합니다. 마마와는 안면이 있으시죠?" "응? 아…응?" 아아… 그 남자답게 생긴 갈색머리 녀석? 꽤 호감가는 왕자였는데 말이야. 잘벼려진 한자루 장검과 같은 느낌을 주는 위험한 사내였지. 음… 4년전에 보고 한번도 못봤으니 조금은 둥글둥글해 졌으려나? 흐응…. 그런데 그와 내 가 뭔상관이야? 이런 의문이 떠오른 난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크렌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약간 뜸을 들이다가 말을 꺼냈다. "사이릭 왕자는 아직도 독신이라더군요." "그게 뭐?" "올해로 스물 아홉이고요." "그런데?" "한 여인을 잊지못해서 아직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하던걸요?" "푸훕…" 나도 모르게 반쯤 들이키던 홍차를 뿜어내고 말았다. 내 입에서 뿜어진 홍 차 방울들이 서류와 크렌의 옷을 적셨지만 거기까지는 신경쓰지 못했다. "서…설마. 그 여인이 나는 아니겠지?" "아넬리안 왕비마마. 본인이십니다. 아주 공공연히 떠들고 다닌다더군요. 케 센 왕성 사교회장 안에서는 얼굴도 못본 여인네들이 왕비마마를 대놓고 험담 한다고 하더군요." "……" "보고에 따르면 사이릭 이왕자는 극단적일정도로 감정적일때가 많다고 합니 다. 보통은 이성적으로 행동하지만 특정한것에는 광적인 집착을 보인다는 견 해도 있더군요. 이경우… 국왕폐하로부터 왕비마마를 빼앗기 위해서 침공해 올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마마" "후우… 정말 되는일이 없다니까. 아아… 뭐 그건은 일이 터진뒤에 생각하도 록 하자고. 어차피 지금 할수 있는일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보다 크레드 족 에게 보낸 사신은 어떻게 되었지? 설마 목없는 시체로 돌아온건 아니겠지?" "물론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사막 여행 경험이 있는 스토커들을 두명이나 붙 여주었으니까요." "그래? 대답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정말 괜찮겠습니까? 마마. 자칫 하면 이곳 영주들과 충돌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상관없어." 난 걱정스러운 듯한 어투로 말하는 크렌의 말을 가차없이 잘라버렸다. 흥. 인생은 모험이란 말이지. 투자가 없으면 소득도 없다! 위험하지 않은 길에 부와 권력이 존재하겠느냔 말이야. "허나…" "나와 화격단이 진군할곳은 아크레닌국의 북부와 서부. 그리고 크레드 족에 게 약속한 초원지대는 남부와 동부. 아크레닌 왕국이 둘로 양분되는것이긴 하지만 내 나라도 아닌데 나라가 둘로 쪼개지던 넷으로 갈라지던 알바 아니 야. 거기다 우리의 침공루트와 크레드 족의 진출로는 겹쳐지지 않아. 물론 그 쪽 녀석들이 욕심을 부리거나 혹은 과잉 충성하는 멍청이 영주가 있다면 이 야기는 틀려지겠지만 어쨋건 크레센트 왕국이 점령한 점령지 안에서 그들과 마주칠일은 없어. 그렇게 협상했으니까. 어느 한쪽이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아무 문제없지. 그리고 난 분명히 못박았다고 분란을 일으키면 책임을 묻겠 다고 말이야. 크레드 족과 말썽을 일으키는 영주가 있다면 그가 알아서 할일 이야. 크레센트와는 상관없어" "흠… 그렇군요. 외세를 끌어드려 영주들을 견제하겠다는것 입니까?" "그런것도 있고…. 아무래도 비율이 좀 안맞잖아? 한쪽에 힘이 너무 강해지 면 균형이 무너지기 쉽단 말이야. 그리고… 여기서 사소한 분쟁이 일어나게 된다면 저기서 몸사리고 있던 영주들도 좀더 군사력에 투자를 하겠지. 지방 영주의 병사들도 모아놓으면 의외로 쓸만하거든. 무엇보다 돈이 안들잖아. 안 그래?" "하하하…하하…" "하여간 이젠 난 좀 쉬어야겠어. 요즘 너무 무리를 해서 그런지 쉽게 피곤해 지는것 같아." "예. 그럼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마마. 편히 쉬십시오." "응. 사소한 일들은 크렌 선에서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고 왠만한 일이 아니 면 내 휴식을 방해하지 마. 알겠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크렌은 내가 훑어본 서류뭉치를 들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고개 를 숙여 예를 표한뒤 방을 나갔다. 후우… 아직 저녁시간도 아닌데 왜이렇게 졸린건지…. 아아~ 모르겠다. 우선 자고보자. 밥이야 뭐… 나중에 배고프면 먹으면 그만이니까. -------------------------------------------------------------- .....풀썩. Fuel is Empty! Fuel is Empty! Recharge. Recharge 가우군 p.s 설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p.s2 본가로 소환되었습니다. 잡혀갑니다. 5000원권 탄환을 준비해야 할듯 합 니다. 우어어어어~~~ 조카녀석들! 왜 자꾸 쑥쑥크는것이야?! 아니아니! 금전 관계는 아직 몰라도 된단 말이다! 버럭! 모군도 세벳돈을 못받는데에에에 에~~ 우어어어어~~~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3장 공성전 (2) 2004-01-20 07:24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새벽닭이 울때 나를 포함한 화격단 전병력 - 후방 보급대와 함께온 추가 병력 및 낙오병들 그리고 새로 모집한 농민들이 합쳐져 근 8000명에 달하는 숫자였다 - 은 곧바로 셔우드 자작령을 벗어나 아크레닌 국으로 진군했다. 이제 아침 저녁으로는 상당히 추워서 긴 옷과 로브를 껴입은 난 말위에 올라 탄채 병사들을 독려하면서 가도를 따라 걸어갔다. 그렇게 한나절을 걸은뒤 우리는 성문을 굳게 닫아건채 숨죽이고 있는 예츠 나가 보이는 평원한 복판까지 진출했다. 오는동안 가끔 수색병 무리나 패잔 병 무리들을 만나기는 했지만 어느쪽도 우리들의 앞길을 가로막지는 못했다. 크렌의 말에 따르면 도시 예츠나의 방어 병력은 대략 백여명 정도. 나머지는 시민들을 끌어모아 급조한 시민병대 이백명 정도라고 한다. 혹시나 이곳에 전투에 진 병력이 모여있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자기네 수도로 후퇴한것 같다. 있는대로 사방에 뿌린 정찰병들에게도 걸리지 않았으니까. 그 렇게 판단한 난 병사들에게 휴식을 명했다. 하루종일 걸은터라 많이 피곤할 테니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전투에 임할 생각이다. 다음날 해가뜨자마자 백기를 든채 항복권고를 권하러간 장교가 예츠나의 성 문앞으로 달려갔으나 그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난 그 즉시 전투준비를 명했 고 일사분란한 - 물론 상황파악을 못하는 어리버리한 신병들도 꽤 되었지만 - 움직임을 보여주며 이동하는 병사들은 전날 저녁에 회의를 통해 준비한 작전대로 대형을 이룬채 내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파란 하늘 아래 흰 구름 한조각이 둥둥 떠있다. "푸르릉…" "마마." "아… 공격해" 난 말안장에 걸어두었던 망원경을 집어들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내 바로 옆 에 붙어있던 크렌은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큰소리로 외쳤다. "예. 전군 공격! 각 대대장은 작전대로 행동하도록!" "1대대 앞으로! 1대대 앞으로!" "꾸물거리지마! 거기 방패 더 높이 세워! 전진! 전진!" 깃발을 든 선도병의 뒤를 따라 한 무리의 병사들이 뒤따랐다. 앞으로 나선 화격단 병사들은 활을 든 병사와 파바스 방패를 든 병사가 한조가 되어서 앞 으로 나아갔고 이내 넓게 퍼져서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목책위에 있던 적들 중 일부와 망루위의 적들사이에서 화살이 쏘아져나왔고 곧이어 앞열에 전개 한 병사들을 향해 떨어져내렸다. 막 화살을 날리기 위해 높이 1.6m 폭 30cm 크기의 목제 파바스 방패 뒤에서 몸을 일으켰던 몇몇 병사들이 화살을 맞으 며 쓰러졌다. 하지만 그도 잠시 곧이어 화격단쪽에서 장교들이 뛰쳐나와 각 병사들에게 목표를 지정해주었고 수백발의 화살이 세곳의 망루를 향해 날아 갔다. 목표에서 벗어난것도 꽤 되었지만 목제 망루위에는 수십여발의 화살이 빽빡 하게 꼽혔고 그 안에 있던 적병은 대충 보기에도 열발이상의 화살을 맞은것 처럼 보였다. 곧이어 제 2사가 이어졌고 내가 보는쪽의 망루는 이제 완전히 고슴도치 같은 형상이 되었다. "다음" "2대대 진격한다! 2대대 앞으로!" 또 한무리의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나갔다. 2대대 병사들은 1대대 병사들 바 로 뒤에 2열 종대로 길게 늘어섰다. 그리고는 활을 높이 들어 성벽을 조준했 다. 수백발의 화살들이 한순간 목재 방책을 덮쳤고 방책위에 몸을 내밀고 있 던 일부 재수없던 적들이 화살에 꿰인채 뒤로 넘어가는게 보였다. 전투라고 부르기도 민망하군. 이건 일방적인 학살이야. "다음" "3대대! 돌격한다! 장비 챙겨라!" "4대대! 4대대! 돌격준비이이이!!!" "사다리 챙겨! 사다리!" "돌겨어어억!!!" "와아아아아아!!!" 4대대 대대장이 누구더라? 것참 목소리도 크다. 아주 쩌렁쩌렁 울리는구만. 아마 키도 클테고 머리속까지 근육으로 뭉친 근육질 아저씨겠지? 흠. 제 3, 4대대는 앞에 나선 두개 대대를 피해서 좌우로 달려나갔다. 그 두 대 대가 앞으로 달려가는 동안에도 적들은 연신 날아오는 - 일제사격은 끝나지 만 1, 2대대 병사들은 적이 보이면 바로 화살을 날려댔다. - 화살에 고개조 차 제대로 들지 못했다. 대충 150m 거리를 죽어라 달려간 제 3, 4 대대 병사 들이 곧바로 성벽위에 사다리를 올린뒤 올라가기 시작했다. 뾰족한 방책위에 수십개의 사다리가 놓여졌고 마치 개미처럼 보이는 병사들이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몇개의 사다리가 뒤로 넘어가긴 했지만 위로 기어올라간 병사들이 성벽위의 적들을 처리하고나자 더이상의 저항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소수의 적들이 목 책 한구석에서 저항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것도 얼마지나지 않아서 정리되 것 같은 분위기였다. "크렌." "예! 이동!"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있던 다른 네개 중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 5중대 는 나와 함께 성문쪽으로 다가갔고 세개 중대는 예츠나를 둥글게 포위하면서 주변 농지와 농가들을 수색해나갔다. 활을 들고 있던 1, 2대대 - 화살의 숫 자가 부족해 다른 대대는 활로 무장하지 못했다 - 는 앞서 올라간 두개 대 대를 따라 성벽위로 올라갔고 내가 목재 성문앞에 도착하자 성문이 그르릉… 하는 소리를 내면서 위로 올라갔다. 성문 주위에는 몇몇 시체가 널부러져 있었고 사방에는 모두 화격단 병사들 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하긴 유동인구까지 합쳐서 겨우 만명이 조금 넘는 도시이고 그들중 반수 이상은 목책 밖에서 생활하니 사람이 없을수 밖에 없 겠지. "크렌. 소개시켜. 이곳을 거점 삼아 아크레닌을 공략한다. 무장한 자는 죽이 고 민간인들은 모두 방책밖으로 내쫓도록. 저항하는 자는 그자리에서 처형하 도록." "예"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크렌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뒤 전령들과 장교 들을 찾아 뛰어갔다. 난 내 뒤를 따르는 병사들을 이끌고 도시 중앙에 있는 영주의 저택을 향해 말을 몰았다. 천천히 말을 몰아 가는 대로 앞에 대여섯명의 청년들이 나타났다. 몽둥이나 낫등을 들고 있는 그들은 화격단 병사들에게 쫓긴채 도망치다가 이내 사방에 서 몰려든 병사들에게 포위되었고 긴 비명소리와 함께 하나둘씩 바닥에 쓰러 졌다. 우르르 몰려들었던 병사들은 이내 주변의 상가와 집들을 향해 서넛씩 모여서 뛰어갔고 내 앞에는 여섯구의 시체들만이 덩그라니 남았다. 내가 탄 말은 그런 시체들을 피해서 앞으로 나아갔고 시체들은 곧 내 시야에서 사라 졌다. "꺄아아악!!!" 고음의 비명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건물사이의 골목에서 상의가 반쯤 찢겨 나간 소녀가 눈물을 흘리며 뛰어나오다가 그뒤를 쫓아온 병사에게 머리채를 붙잡혔다. 버둥거리며 도망치려는 그 소녀를 붙잡은 병사는 이내 골목사이로 사라졌고 비명소리도 같이 사라졌다. 한쪽에서는 병사들에게 끌려나온 장년 의 사내와 그 부인이 자식들과 함께 성문쪽으로 내쫓기고 있었고 그 가족이 나온 집안에서 몇몇의 병사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걸어나왔다. 품에 돈이 될만한 것들을 한가득 안고서 말이다. 거리에는 흡족한 얼굴로 약탈을 자행하고 있는 병사들이 넘쳐났고 그들 뒤 로는 시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흐음… 난 투구의 바이져를 내린뒤 말 배를 걷어차면서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덕분에 내뒤를 따르던 제 4대 병 사들이 구보를 시작해야 했지만 그덕에 도시 중앙에 있던 영주의 저택에 금 새 도착할수 있었다. 열려진 저택의 정문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가보니 화격 단 병사들이 정원 곳곳에 앉은채 잡담을 하고 있었고 일부에서는 육포를 뜯 으면서 웃고 떠드는 모습도 보였다. 난 그들중 가까운 병사에게로 말을 몰아 간뒤 말을 꺼냈다. "몇 대대지? 지휘관을 불러와. 당장" "예? 예!"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채 옆의 동료와 킬킬거리면서 떠들던 그 병사는 나를 올려다보고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한뒤 어디론가 뛰어갔다. 그 병사의 등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리니 정원 곳곳에서 쉬고 있던 병사들이 엉거주춤 한 자세로 일어나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뒤 대대장 이하 장교들이 내 말앞에 우르르 몰려왔다. "밀러 대대장. 그대로군" "예. 사령관 각하." "여기서 뭘하는거지?" "보시다시피 휴식중입니다. 각하." "내 기억으로는 제 3대대의 임무는 적의 완전 소탕일텐데?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어도 되겠나? 그대의 동료들은 지금도 적들과 싸우고 있을거란 생각이 들지 않나?" 내가 그를 바라보며 묻자 밀러 대대장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갑자기 얼굴 을 번쩍 치켜들어 나를 노려 - 그렇게 보였다 - 보면서 강한 어조로 대답했 다. "적은 없습니다." "……뭐?" "이 도시내에 적은 더이상 없습니다. 각하. 있다면 병사들에게 쫓겨다니는 일 부 민간인 정도일것입니다." "……" "저항하는 적이 더이상 없다는 판단하에 제 휘하 병사들에게 휴식을 명했습 니다. 이 명령이 오판이었다면 모두 제 책임입니다. 각하" "흐음… 그렇군. 도시내 돌입이후에는 각자 재량에 맞게 행동하라고 명했었 지." "그렇습니다. 각하." "그대는 나를 비난하는건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 "예!" 밀러 중대장은 강하게 대답했다. 그의 눈은 나를 힐책하고 있는것처럼 보였 지만 이건 어쩌면 내 망상일지도 모르겠다. 후우…. "좋아. 3대대는 계속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제 4대대는 다른 대대와 함께 도 시내 민간인의 소개를 지원하도록. 밀러 대대장. 저택내에 내가 쉴만한 거처 가 있나?" "물론입니다. 각하. 이리로…" 난 공손한 그의 말에 따라 말에서 내린뒤 밀러 대대장의 뒤를 따랐다. 저택 으로 가면서 슬쩍 정문쪽을 바라보니 나를 따라왔던 제 4대대 병사들이 밖으 로 나가는것이 보였다. 저들은 지금 기뻐하고 있을까? 아니면 투덜대고 있을 까? 의외로 저택내부는 깨끗했다. 대부분의 물건들이 손하나 대지않은 원형 그 대로였고 시체들도 없었다. 물론 피도 없었고. "저항은 없었나?" "정원쪽에서 미약한 저항이 있었지만 대부분 항복했기에 중대 하나를 차출해 모두 성밖으로 내보냈습니다. 영주 및 기사들은 이미 도주한것인지 시종과 하인들밖에 없었습니다. 각하" "그래? 흠…. 아! 여기 1층을 사령부로 삼겠다. 대대 장교들에게 회의실을 꾸 미라고 전해두고 각 대대장들에게 구역을 나눠서 지키라고 해. 성밖에 있는 병력들도 시민들의 소개가 끝나면 모두 들어오라고 전하도록. 휴식은 주변 민가에서 취하도록 한다." "예. 각하" "그럼. 그대로 쉬던지 일하던지 알아서 하도록 하고 난 피곤하니 급한일이 아니면 깨우지 말도록. 사소한일은 크렌과 상의해서 결정해" "알겠습니다. 각하" "물러가봐" "예. 요셉! 각하께 쉬실방을 안내해드리고 시중을 드리도록 해라" "예! 대대장님" 대대장의 뒤에서 가느다랗지만 씩씩한 대답이 들려왔다. 슬쩍 바라보니 열 대여섯살쯤 보이는 꼬맹이가 맞지도 않는 투구와 헐렁한 가죽갑옷을 입은 모 습으로 앞으로 나섰다. "당번병이야?" "예. 각하. 유능한 녀석입니다." "둘이 그렇게 서있으니 꼭 부자지간 같군" "하하…하…" 밀러 대대장이 작게 웃었다. 턱수염이 덮수룩하게 난 그의 얼굴에 함박 웃 음이 피어나는 것을 난 보았다. 진짜 부자지간이 되는거 아닌지 모르겠군. 이 나라의 양자제도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신경을 안써서 잘 모르겠지만 전력에 는 아무 도움도 안되는 저런 꼬맹이를 옆에 두고 있는걸 보면 내 예상이 꽤 나 정확할것 같은걸. 뭐… 그런거야 내가 신경쓸일이 아니지만. "요셉이라고 했나?" "예! 각하!" "그래? 씩씩해서 좋군. 음… 우선 와인과 안주부터 가져오렴. 그리고 목욕물 도" "알겠습니다! 각하!" 꼬맹이 녀석은 씩씩한 목소리로 소리치면서 어디론가 뛰어갔다. 저녀석 이 저택안에서 헤메는건 아닌지 모르겠군. 그런데… 날 안내해줄 녀석이 저렇게 뛰어가버리면 난 어쩌라고? 그런 생각을 하며 밀러 중대장을 바라보자 그는 허허허 하고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제가 안내해 드리지요. 각하" "음…" "이쪽으로 오십시오." "전투로 피곤했을텐데 조금 미안하군" "아닙니다. 그쯤이야… 뭐…" "그런데… 유능하다라…" "하하하…하하… 아직 어려서 말입니다." "그럴까?" 난 그렇게 말하면서 말꼬리를 붙잡았지만 내 앞을 걸어가는 밀러 중대장은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더 추궁하고 싶은 생각도 안들어. 뭐… 이걸로 피 장파장이라고 생각하자고. -------------------------------------------------------------- 오류가 있었습니다. 23화 머릿글에 나온 인물은 크렌 드 마트레인 후작입니 다. 대니어스 드 워렌 공작은 이때 왕성안에서 에린에게 안긴채 '호~해줘~' '호~해줘'하면서 비비적거리고 있었을테니까요 -_-; 수정했습니다.(__)꾸벅 가우군 p.s 한편 더! 한편 더! 를 외치셔서 우선 올리기는 했는데...나날이 용량이 줄 어드는구나...으음... 질보다는 양이어야 하는건데 -_-a긁적. p.s2 음력 1월 1일 기념 한.편.더. 입니다 -_-/. 이만 가우군은 씻고 옷갈아 입은뒤 차타러 갑니다. 집에서 편히 쉴수 있을지 아니면 얼라(뿌득!!!)들에게 치여 지낼지는...명약관화! 가기 싫어! 우에에에엥 ㅠ.ㅠ.(그래도 가야한다. 중 얼중얼)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3장 공성전 (3) 2004-01-30 05:07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촤아악…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다. 별로 한것도 없는 데 요즘 이상하게 몸이 무겁고 쉽게 피로해진단 말이야. 그래도 목욕을 하고 나니 조금은 피로가 풀리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녀는 커녕 시종조차 없 기에 난 혼자서 씻고 물기를 닦은뒤 욕탕을 나왔다. 수건으로 몸을 두르고 축축하게 젖어서 늘어진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며 밖으로 나온 난 약간 싸 늘한 방안의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의자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이곳 여 츠나의 영주가 마셨을 레드 와인이 잔과 함께 놓여있었다. 그 옆에는 작은 접시에 잘게 잘라낸 치즈조각이 얹혀있었고. "흐음…" 보기보다는 영리한가보네. 그녀석. 퐁. 병목에 걸려있는 코르크 마개를 뽑아 내자 큰소리와 함께 마개가 뽑혀 나왔다. 흐음… 향이 괜찮은걸? 아리츠반산 적포도주 샤토레인가? 고급 와인을 이런 후줄근한곳에서 보다니 의외인걸. 난 병을 들어 포도주잔에 술을 조금 따른뒤 단번에 마셨다. "크…" 죽인다! 맛있어! 엄청 맛있어! 몇년산인지 몰라도 일이년 묵힌건 절대 아니 다! 최소 10년이상! 와하하핫~ 의외의 소득인걸. 로이드에게 먹여주고 싶은 맛이야. 한손에 포도주잔을 들고 창가로 걸어갔다. 서쪽 하늘이 붉은 기운이 어른거 리는구나.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밖을 내다보니 사방은 이미 어둠에 휩 쌓여있었다. 그런 와중에 내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의 목책 너머에서 붉은 불 길이 가끔 하늘로 치솟는게 보였다. 아마도 도시에서 생겨난 시체를 태우고 있는것 같다. 적게잡아도 천여명 이상은 죽었을테니 하루이틀만에 꺼지진 않 겠구나. 그들중 대부분은 무고한 도시민들이겠지만… 뭐… 언제나 고통받고 핍박받는건 피지배계층이니 새삼스러울것도 없겠지. 지배계층은 언제나 살아 남는 법이니까 말이야. 잠시동안 밖을 내다보고 서있던 난 싸늘한 밤공기에 몸이 으슬으슬 추워져 서 창문을 닫은뒤 방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벽면 한켠에 걸려있는 전신 거 울앞으로 걸어갔다. 내 눈앞에 한밤중에도 빛날것같이 보이는 백금발의 긴 머리카락과 연녹색 눈동자를 가진 고집스러워보이는 표정의 여인이 나타났 다. 화장을 안해서 그런지 얼굴색이 좀 거무잡잡했지만 그런대로 미인이라는 소리를 들을만한 얼굴이군. 흥…. 하긴 이정도도 못되면 어떻게 살아가겠어? 그것도 왕족씩이나 되면서 말이야. "……" 거울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던 난 이내 정신을 차리고 몸에 걸치고 있던 커다란 수건을 바닥에 내던졌다. 그리고 내 짐 - 물론 내가 직접 들고 다니지는 않난다. 부하란 이럴때 써먹는 법이니까! - 에서 브리프를 꺼내들 었다. "응?" 막 한쪽 다리를 들어서 브리프를 입으려고 할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들 어왔는데 이상한것이 눈에 들어왔다. "뭐지?" 우선 브리프를 입은뒤 몸을 일으킨 난 다시 거울앞으로 걸어간뒤 뒤돌아섰 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거울을 바라보니 반쯤 몸을 돌린 내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이상한것은 내 등허리께에 있는 새끼손가락 만한 검은 점이다. 거의 3cm는 될법한 커다란 점이 옆구리와 등뼈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것도 바로 엉덩이 위라니. 혹시 멍이 든 걸까? 하지만 만져봐도 아프지 않잖아. 거 울을 보면서 쓱쓱 문질러봐도 전혀 지워지지도 않고. 이상하네… 촉감도 다 른 피부랑 똑같은데. 뭐야 이건? 흠… "뭐… 점따위야…" 이상하긴 했지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보기 흉하니까 왠간하면 다 른 사람들에게 보이지는 말아야겠군. 하긴 볼만한 인간은 로이드뿐이니 상관 없으려나… 내가 이끄는 화격단은 예츠나 도시안에서 하루를 체제한뒤 셔우드 자작이 보급물자와 병력을 이끌고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행군을 개시했다. 이미 도시 주변의 민간인들은 거의 다른곳으로 사라진뒤였기에 우리 군의 앞길을 막는 적따위는 없었다. 또한 내가 시킨것도 있었지만 쫓겨난 시민들에 의해서 나 와 내 군대에 대한 소문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는데 그 내용이 아주 웃겼다. 나와 눈만 마주쳐도 피를 몽땅 빨려서 죽는다느니 내 부하들은 인간이 아닌 악마의 화신들이라느니 하는 소문부터 화격단 병사들은 창칼에 찔려도 안죽 는다느니 하는 이야기와 시체를 식량으로 삼는다는 비위 상하는 소문까지 아 주 부풀려질대로 부풀려진 소문이 아크레닌 국 전토로 퍼져나갔다. 그나마 내가 지시한 명령중 제대로 퍼진 소문이 있다면 '반항하면 죽이고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준다' 정도일까? 나머진 모조리 인간들의 상상력이 덧붙여진 망상들일뿐이었다. 어떻게 내가 하루에 피를 10리터씩 마셔대냐고. 내가 물고 기냐? 그 소문 덕분인지 아니면 예츠나의 참상 덕인지는 알수 없지만 도시를 떠난 뒤 내 부대가 만난 마을과 도시들은 모두 백기를 걸고 우리를 맞이했다. 도 시의 치안병은 물론이고 조그마한 마을의 자경단 병사들까지 모두 사라진뒤 였지만 그놈들이 어디로 갔을지야 뻔하니 신경쓸것 없었고 대대별로 혹은 중 대별로 각 마을의 치안유지를 명한 나는 바로바로 뒤에서 따라오는 남부 영 주들에게 도시와 마을을 넘겨주면서 진격을 해나갔다. 그렇게 일주일동안 주변 마을과 도시를 점령하면서 남진하다보니 아크레닌 의 수도 포트 로얄이 모습을 드러냈다. 항구도시 답게 포트 로얄의 뒤로는 푸르른 녹해가 펼쳐져 있었고 도시의 왼쪽으로는 높다랗게 솟아오른 암벽이 자리잡고 있다. 그 옆으로 주욱 늘어선 긴 성벽은 회색빛이 나는 벽돌로 차 곡차곡 쌓아올린것이었다. 암벽보다는 무르긴 하지만 싸고 만들기 쉽고 무엇 보다 높이 쌓을수 있는 구운 벽돌로 근 10m이상되는 성벽이 우리 앞을 가로 막았다. 그것도 대략 20m떨어진 곳에 또다른 성벽이 쌓여져 있는 이중 성벽 구조였다. 공성 병기가 없으면 함락하기가 힘들겠어. "우선… 휴식. 놈들도 성을 지키는데 열중하고 있을것이다. 주변에 수색대를 파견하고 경계병을 세운뒤 나머지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옛!" 내 명령에 따라 긴 종대로 황야를 걸어왔던 병사들이 각 지휘자들의 지휘를 받으며 막사와 진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진지 외각에 1m남짓한 목 책들이 줄지어 세워졌고 관측용 망루도 채 1시간이 되지않아 지어졌다. 넓은 황야 한켠에 작은 도시 규모의 진지가 세워진것이다. 명령을 내린뒤 특별히 할일이 없던 난 지휘관용 막사안에 앉아서 포도주를 마셨다. 이전 예츠나를 점령하면서 획득한 샤토레를 들고오길 잘했다는 생각 이 마구 든다. 우후후. "크렌입니다. 마마.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응? 아~ 들어와" "예." 펄럭. 휘장이 젖혀지면서 익숙한 얼굴의 크렌이 불쑥 안으로 들어왔다. 응? 혼자가 아니네? 어라? "카렌? 카렌이냐?" "응" 카렌 녀석이다. 저 붉은 머리에 무표정한 꼬맹이 녀석. 이제 멀쩡해 보이는 구나. 흠… 병문안도 못가줬는데… 그런거로 삐치거나 실망할 녀석은 아니지 만 말이야.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때 카렌의 뒤로 또 다른 사람들이 불 쑥 안으로 들어왔다. 얼레? 헤쉬케린 노친네잖아? 거기다 못보던 얼굴들도 있는걸? "오랫만이군요. 헤쉬케린 공" 난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노인네에게 말했다. 그런데 헤쉬케린 노친 네는 내 인사를 무시 - 라기 보다는 외면 - 하더니 같이온 다른 사람들과 작은 목소리로 쑥덕거렸다. 그와 함께온 다른 이들도 대부분 헤쉬케린 늙은 이처럼 나이가 든 모습들이었는데 풍기는 분위기나 복장을 보니 아마도 마법 사들 인듯 했다. "그러니까… 저 예쁘장한 아이가 자네가 말한 그 '봉'이란 말인가?" "쉿… 목소리가 커. 하여간 잘보이라고 우리들이 만드는 마법물품이 어디 한 두푼 짜리인가? 그런걸 넙죽넙죽 잘도 사주는 아이는 저녀석 뿐이야. 암" 다… 들린다고! 이 망할 영감탱이! 누굴 봉으로 아는거얏! 난 저절로 찡그려 지는 미간을 펴면서 웃는 인상을 보여주기 위해 인내심이란 인내심을 모조리 쏟아부어야 했다. "크랜. 뭐야 저사람들은? 응?" "에… 수도에서 지원군과 같이 온 분들입니다. 방금 도착했습니다. 마마" "응? 지원군? 로이드가 보냈어? 얼마나?" "기병 일천명에 보급물자가 일부 도착했습니다. 그중 공성병기류도 많이 왔 더군요. 공성탑 자재와 캐터펄트 열두문, 그리고 십만발 가량의 화살이 도착 했습니다. 식량도 저희가 두달정도는 버틸정도의 양을 보내왔습니다. 병사들 의 수는 얼마 안되지만 이후 특별히 보급없이도 한두달정도는 버틸정도의 양 입니다." "뭐야… 병사는 없는거야? 쳇. 빵과 화살로 저 성벽을 공략하라는거야 뭐야." "그쪽도 인력부족이 심각할겁니다. 마마" "아아. 알고 있다고 알고 있어" 그쯤은 나도 잘 알고 있다고. 지금쯤 로이드는 끊임없이 밀려드는 서류에 파묻혀서 비명을 지르고 있을거다. 아마 동부에 형성된 전선을 지원하느라 밤잠도 아껴가면서 일하고 있을거다. 원래 전쟁이란 전장에서 싸우는 자는 칼에 맞아죽고 후방에서 일하는 자는 일에 치여 죽는법이니까. 그래도 없는 시간 쪼개가면서 내 부대를 지원해주다니 우리 낭군님도 귀여운데가 있다니 까. 후훗. "그리고 국왕폐하께서 전장을 확대시켰다며 화를 내셨다고 합니다. 아마 조 만간 호된 질책이…" "귀여운거 취소" "…예?" "아니. 아무것도. 그보다 거기 뭐하러 온거에요? 토론 하러 왔어요?" 의아한 얼굴로 되묻는 크렌을 외면한 나는 급히 말을 돌리면서 헤쉬케린 노 친네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자 자기들끼리 작은 소리로 쑥덕거리면서 - 귀를 기울이면 다 들린다. - 무언가에 대해 상의하던 노인들이 내 질문에 고개를 돌리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소개는 시켜줘야죠?" "응? 그렇군. 흠흠. 이쪽은 내 친우들이자 동료들이다. 왼쪽부터 그라덴, 위 글, 웰링턴이지. 모두 나처럼 뛰어난 대마법사들이다. 물론 그중에서 내가 가 장 뛰어나지만!" "망할 늙은이가 못하는 소리가 없군 그래. 누가 가장 뛰어나다고? 한번 겨뤄 볼까? 응?" "방정떨지 마라 그라덴. 방금 저녀석에게 소개받은 위글이라 하오" "웰링턴" 흠… 대충 보니 위글이라는 노인만 빼고는 모두 평범한 사람들 같지는 않 다. 아… 물론 성격만 봤을때 말이지. 난 자리에 앉은채 내게 고개 숙여 인사 하는 노인들에게 같이 고개를 숙여주면서 일일이 인사를 받았다. 그렇게 세 명의 마법사들에게 인사를 받은뒤 난 그라덴이라는 노인에게 면박을 당하고 있는 헤쉬케린 늙은이를 쳐다보았다. "오늘은 무슨일인가요?" "응? 아…응. 뭐… 평소처럼 말이다. 이번에도 좋은 물건을…" "안사요." "엥? 이녀석아! 우선 이야기는 들어봐야 할것 아니냐? 엉? 다짜고짜 어른의 말씀을 끊어먹다니!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냐? 엉?" "아~ 글쎄. 안사요. 안사. 아니 못사요. 땡전한푼 없어요. 거기다 있어도 안사 요. 지금 병사들 사는 비용과 무기 갑옷에 들어가는 돈만으로도 적자해소가 불가능 할 지경인데 효과도 불확실하고 비싸기만 한 물건들을 어떻게 사겠어 요?" "큭…" 헤쉬케린 늙은이가 내 말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같이 온 다른 동료 마 법사들의 눈치를 살폈다. 아마도 사전에 무슨 호언장담이라도 해놓았던지 다 른 마법사들의 눈초리도 심상치 않다. 훗. 감히 이몸을 '봉'이라고 칭하다니 말이야. 누굴 바보로 아나? 흥~ "그…그래도 내 말을 한번 들어봐라. 응? 아마 너도 내가 가져온 물건들을 보고나면 바로 마음이 동할껄? 응? 들어봐. 응?" "싫.어.요. 보나마나 또 수천에서 수만골드씩 하는 마법물품일텐데 그거 살돈 이 있으면 용병들과 무기들을 더 사겠어요" "헤쉬케리이인…" "그러게 내가 뭐랬어? 저 허풍만 센 늙은이의 말따윈 들을 가치도 없다고 했 잖아? 안그래?" "헛걸음만 했군" 막사안에 살벌한 기운이 감돈다. 잘하면 사람하나쯤은 그냥 죽어나가겠구나. 우후후…. 찔금한 표정이 된 헤쉬케린 늙은이는 다른 세 마법사들을 곁눈질 로 힐끔거리다가 안되겠는지 내게 바짝 다가서더니 다급한 어조로 내 귀에 소근거렸다. "그러지 말고… 응? 나좀 봐주라. 싸게 해줄께. 응? 너도 손해 볼거 없잖냐? 나나 저 친구들이 제작한 마법도구들이 어디 쉽게 구할수 있는것들이냐? 응?" "안되요. 당장 내일이라도 공성전을 벌여야 한다고요. 한푼이 아까운 시기란 말이에요" "겨우 전쟁따위를 벌이느라 이 귀한 마법도구들을 잃겠다는거냐? 으응? 무기 같은 싸구려 물건이야 언제든지 살수 있는거지만 우리가 가져온 물건들은 평 범한 인간들이 평생에 한번 볼까 말까한 진귀한 것들이란 말이다." "그래도 안되는건 안되는거에요. 가뜩이나 병력도 무기도 물자도 부족한 판 국에 지휘관이 개인의 이득을 위해서 국고를 낭비하다니. 있을수 없는 일이 에요. 그러니 그렇게 아시고 다른 용건이 없으면 이만 돌아가세요. 전 내일 있을 공성전 준비로 바쁘다고요." 난 딱 잘라 거절했다. 더이상 질질 끄는것도 성미에 안맞고 또 맛이 괜찮은 포도주 샤토레를 더 마시고 싶어서였다. 후자의 이유가 더 컸지만… 이러다 술꾼이 되는거 아닌지 몰라. "에잉! 고얀 녀석! 이 늙은이가 이렇게 고개를 숙이며 사정하는데 그걸 거절 해? 하여간 귀여움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요" "바랄걸 바래야죠! 그깟 마법도구로 저 성벽이라도 뭉갤수 있어요? 네? 그런 거 한두개로 지금의 전쟁에 도움이나 되냔 말이에요!" "네녀석! 마법을 물로보는게냐? 앙? 정말 버르장머리가 없구나! 어른에게 꼬 박꼬박 대드는 그 성질머리 고치지 않으면 언젠가 큰코다칠게다!" "시끄러워요! 되지도 않는 소리 그만하고 나가요! 나가! 크렌!" "예. 마마" "손님들 가신다! 배웅해드려!" "잠깐! 잠깐만! 알았다. 알았다고. 망할 계집애 같으니라고." 내 강경한 태도에 헤쉬케린 노인네가 두손을 들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 다. '저런 성질머리를 데리고 살다니 이나라 왕도 참 대단하군'이라고 중얼거 리는 헤쉬케린 늙은이에게 주먹을 날릴뻔 한 나는 팔짱을 끼면서 고개를 돌 렸다. 나 화났다고. 그러면서 슬쩍 그를 바라보니 헤쉬케린 노친네 뒤에서 눈 을 부라리고 있던 다른 마법사들의 눈치를 보던 노인네는 길게 한숨을 내쉰 뒤 말을 이어갔다. "네가 지금 우리들에게 마법도구를 못사겠다고 하는건 이 전쟁때문이지?" "그렇죠. 아무래도 돈이 많이드니까…" "좋다. 그럼 나와 내 친구들이 널 도와주마." "헤쉬케린! 네멋대로…" "시끄러워! 다들 연구비가 없어서 이렇게 떼로 몰려나온거잖아! 그리고 내가 대표를 하기로 했으니까 내 결정에 토 달지마!" "어떻게 도와주실건데요? 겨우 마법사 네명이 참가한다고 뭐 변하는게 있겠 어요?" "겨우 네명이라니! 나야 제자를 키우는게 귀찮아서 한놈밖에 안키우지만 저 녀석들의 제자들을 합하면 스물이 넘어! 거기다 탑에서 나오기도 민망한 애 송이녀석들까지 합치면 그 배는 되지! 마법사가 오십명 가까이 된다면 모르 긴 몰라도 산도 무너뜨리고 바다도 가를거다!" 허풍은… 피식 비웃음이 나올뻔했지만 뭐… 한명이라도 부족한 판국인데 도 와준다고 하면 말릴 필요는 없겠지. 좋아… 어디보자. "크렌. 왕실 로얄가드들이 연봉으로 얼마나 받지?" "음… 아마 칠팔천 골드 정도일겁니다. 마마." "그렇다면 우선 이번달은 오백골드를 드리죠. 한달동안 제값을 한다면 그때 가서 다시 계약하도록 하고요 어때요? 물론 여기 계신 분들외의 제자들은 그 동안 무료봉사." "뭐야? 네녀석! 감히 마법사들을 물로 보는게냐?" "한나라의 왕비를 '봉'으로 보는 사람도 있는걸요 뭘. 훗. 안그래요?" "끄으으응… 조…좋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면 우리가 내놓은 물건들을 사는 거다! 알았냐?" "네에~ 그러죠. 여유가 된다면 조금 사치를 부릴수도 있으니까요." "에잉~ 애들 모아야겠군. 가자. 가" "아~ 아르케네스 경은 바쁘니까 부르지 마요. 아마 여기 올 정신도 없겠지만 요" 로이드 만큼이나 무리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체력이 받쳐주니까 아르케네스 는 아마 무사할거야. 과로사로 묘비명을 새기는 일은 없겠지. 음음…. 대충 결론이 나자 헤쉬케린 노인네는 세 마법사들의 면박을 꿋꿋이 버티면서 막사 밖으로 나가버렸다. "크렌. 가서 저들이 쉴 거처를 만들어주도록해. 그리고 호위겸 시중을 들만한 병사들을 배치해주고." "알겠습니다. 마마." 별다른 보고사항은 없는지 크렌은 내말에 살짝 고개숙여 답한뒤 이내 밖으 로 나가버렸다. 자아~ 어디 다시 포도주나 맛볼까나… 응? 그런데 카렌 녀석 어디로 간거지? 아까부터 안보였는데. "카렌? 어디있어? 카렌?" "…여기" 놀래라! 망할 꼬맹이 녀석! 갑자기 머리를 불쑥 들이밀지 말란 말이야! 심장 이 콩딱콩딱 거리잖아! 망할 카렌 녀석은 막사 중앙의 기둥에 메달려있다가 내가 부르자 고개만 밑으로 내민것이다. 덕분에 녀석의 붉은기가 도는 눈동 자를 정면으로 마주쳤다. 내가 놀란 얼굴을 하며 몸을 뒤로 빼자 카렌 녀석 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기둥에서 내려오더니 막사 한 구석에 있는 나무 침 상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뭐냐?" "…경호" "……" 로이드와 로렌의 이름으로 맹세컨데 언제 시간나면 난 저녀석을 엉엉 울때 까지 엎어놓고 팰테다! 기필코! -------------------------------------------------------------- ...힘들다. 풀썩. 가우군 ps 마비노기 하프섭 3채널로 옮겼습니다~( --)~. 게임 할떄는 아.무.리. 독촉 해도 꿋꿋하게 버틴답니다. 우후후.( -)/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3장 공성전 (4) 2004-02-11 06:15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쏴아아…. 바로 코앞까지 밀려들어온 파도가 흰 거품을 부글거리면서 다시 뒤로 밀려나갔다. 쿠르릉… 눈앞에 펼쳐진 넓은 바다의 한켠에서 바위에 부 딪친 파도가 커다란 소리를 내면서 부서지고 있다. "암초네" "암초군요." "……" 실망. 실망. 휴우… 되는일이 없다. 정말…. 아크레닌의 동쪽에 자리잡은 포 트로얄. 이 항구도시가 있는곳의 해안가는 그야말도 절벽과 암초투성이다. 해 안선을 따라 남쪽과 북쪽으로 몇km씩 따라가보아지만 병사들을 실어나를 선 박은 커녕 뗏목조차도 가다가 박살날만큼 암초와 절벽이 가득했다. 거기다 이 주변에 사는 어부들을 붙잡아다가 물어보기도 했지만 대답은 신통치 않았 다. 아니 암울하다고 하는편이 맞을려나? "결국 정면공격외에는 저 도시를 함락할 방법이 없다는거군" "그렇겠죠. 마마. 이제 본대로 돌아가시는게 어떻습니까? 너무 멀리 나왔습니 다." "그래. 돌아가자." 난 남쪽에 조그맣게 보이는 포트로얄쪽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정말 누가 골 랐는지 자리하나는 잘 잡았다니까. 반달 모양의 만과 그주변을 둘러싼 절벽 그리고 깊은 수심. 포트로얄에서 좌우로 1km만 나가면 고깃배도 다니기 힘 들정도로 암초와 절벽투성이인데 저곳만 예외적으로 배가 다닐만한 해로가 존재한다. 저멀리 모래위에 지은 방파제가 우뚝 솟아있어서 해상으로도 침투 가 힘들긴 하지만 말이야. 으음… 어떻게 해야할까?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아. 더군다나 아크레닌의 해군은 아직도 건제하고 하루에도 서너척씩 배가 들락날락 거리기에 육상을 포위해봐야 물자가 부족해 항복할리도 없고…. "흠… 크레센트의 해군을 이쪽으로 돌릴수 없을까?" "아마… 힘들겁니다. 해군이라 해봐야 대부분 무역선인데다가 투석기를 장착 한 대형함정은 소수입니다. 그것도 여기서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크레센트 동 부지방에만 있으니 징발해서 전장에 투입할때까지 한달은 걸릴겁니다. 마마" "쳇. 여기서 이렇게 노닥거리고 있을 시간따윈 없단 말이야. 어서 빨리 저놈 들을 격파하고 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하여간 되는일이 없다니까" 난 고개를 절래 절래 저으면서 말배를 걷어찼다. 내가 탄 말은 작게 푸르릉 거리면서 빠른 걸음으로 내달렸고 그뒤를 크렌과 십여명의 기병들이 뒤따랐 다. 오늘 정찰도 헛걸음이로구나. 성벽 공략을 위해서 전진 배치한 캐터펄트들도 별 도움이 못되고…. 자리잡 고 쏘려고만 하면 성벽너머에서 캐터펄트로 돌덩어리들을 마구 날려버리니 어떻게 반격할 방법이 없잖아. 그렇다고 병사들에게 공격을 시켜봐야 수많은 시체만 양산할게 뻔하고 말이야. 병력수라도 차이가 크면 피해가 크더라도 무작정 밀어붙여서 어떻게 해보겠는데 저쪽이나 이쪽이나 가용 병력을 모조 리 끌어모은터라 숫적으로도 비슷할게 뻔하고 말이야. 야전진지로 돌아와 지휘관용 막사안으로 들어가보니 헤쉬케린 늙은이와 다 른 세 마법사들이 머리를 싸맨채 무언가에 대해 토론하고 있는게 보였다. 저 마법사들은 어제부터 계속 저러고 있었는데 언제쯤 쓸만한 작전이라도 보여 줄지는 알수없다. 보기에는 내가 늙어죽을때쯤에도 불가능 할것 같지만 말이 야. "그러니까! 내가 이쪽을 맡겠다고 했잖아! 앙? 왜 내말을 코로 듣는건데?" "시끄럽다 망할 늙은이야! 네놈보다는 내 기술이 더 우위라는걸 언제쯤 인정 할테냐?" "확실히 헤쉬케린에게 이쪽 축을 맡게 하는건 위험하지." "음… 인첸터외의 기술은 별볼일 없으니까." "끄아아악! 이놈들이!!! 정 그렇게 불만이면 한판 붙어볼테냐? 힘으로 해볼 래? 엉?" 헤쉬케린 늙은이가 발작적으로 악을 쓰며 분노했지만 다른 세 마법사들은 오히려 그를 외면한채 자기들끼리 쑥덕거린다. 쯧쯧. 저기서도 무시당하는군. 저 늙은이는…. 난 더 볼것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조용히 막사를 빠져나 왔다. 이시간에 잠이라도 한잠 더 자두는게 나을것 같은걸. 낮잠을 푹 잔뒤 저녁시간쯤 자리에서 일어난 난 전선 시찰이나 나갈까 하는 생각으로 카렌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갑옷을 갖춰입었다. 그리고 막 밖으로 나가려고 할때 헤쉬케린 늙은이와 그 일당(?)들이 우르르 안으로 몰려들어왔 다. "뭐에요? 갑자기?" "전쟁을 이길수 있는 기발한 방법을 연구해왔다." "헤에~. 저 성벽을 무너트릴수 있는 방법이라도 알아낸거에요?" "뭐… 부술수는 없지만 쓸모없게 만든다고나 할까? 하여간 당장 준비해라. 우리는 여기서 이렇게 노닥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으니까. 어서!" "뭐요? 무슨 작전인지 말은 해야 할거 아니에요? 갑자기 쳐들어와서 무작정 준비하라고 하면 어쩌라고요? 네?" "시끄럽다! 계집아이야. 넌 저 도시를 점령하고 싶겠지?" "물론이죠." "그렇다면 말을 들어! 에잉~ 약속이나 지킬 준비해!" 그렇게 말한 헤쉬케린 늙은이는 투덜거리면서 밖으로 나가버렸고 혼자 남은 난 멍하니 서있다가 이내 밖으로 뛰쳐나갔다. 특별히 내가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이미 병사들은 대형을 갖춘채 도열 해 있었고 크렌이 그런 병사들을 시찰하면서 사기를 북돋아주고 있었다. 뭐 야 이거.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자고 일어났더니 상황이 변해있네. 쯧. "크렌!" "예. 마마" 난 내게 다가온 크렌을 올려다보면서 물었다. "뭐야? 이건" "헤쉬케린 경께서 요청하셔서 그에 따라 병사들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마마. 이길수 있다고 하더군요." "내 명령도 없이 멋대로 이래도 되는거야? 응?" "마마께서도 이렇게 하실거라 생각되어서 우선 소집했습니다. 해산시킬까 요?" "…됐어. 뭐… 저 노친네도 무슨 생각이 있는거겠지. 그래도 기분나빠" 진짜로 기분나쁘다고. 흥. 내가 모르는곳에서 자기들끼리 정하고 행동하다니 왠지 나만 소외당하는 기분이잖아! "마음 상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마마. 하지만 요즘 자주 피곤해 하시는 것 같아서…" "신경써주는건 고마운데. 그런건 크렌의 재량을 넘어선거야. 앞으로는 이런일 이 없었으면 좋겠군." "명심하겠습니다. 마마" 흥. 언제부터 나를 그렇게 신경썼다고 그러는거야. 그래봐야 덴의 부하인주 제에. 에이~ 요즘 왜이렇게 신경이 날카로와 진거지. 별것도 아닌일에 짜증이 나는게 내 몸이 내 몸같지 않아. 아아~ 모르겠다. 우선은 당장 벌어질 일부터 신경쓰기로 하자. 진지를 나선 병사들은 횡대로 길게 늘어서면서 포트로얄의 성벽에서 300m 쯤 떨어진곳에 멈춰섰다. 이 이상 다가가면 화살 사정거리안에 들기때문에 난 병사들을 정지시켰다. 그런데 헤쉬케린 늙은이외의 세명의 마법사들은 자 기들끼리 떠들면서 계속 걸어나가는것이 아닌가? "미친거 아니야? 저 늙은이들" "확실히…. 잘못하면 고슴도치같은 모습이 되겠군요. 마마. 병사들을…" "됐어. 그 마법이라는게 얼마나 쓸만한지 한번 봐두기로 하자고. 자신이 있으 니까 저렇게 아무 대책없이 무식하게 나가는거겠지" "……" 나서려는 크렌을 말린 난 말위에 탄 자세로 노을이 지고 있는 성벽을 바라 보았다. 안장에 메어놓은 망원경을 꺼내서 눈가에 댄 나는 우선 성벽위를 바 라보았는데 적들은 우리가 이렇게 모이자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활을 든 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고 이내 성벽쪽으로 걸어가는 마법사들을 향해 활 줄을 당기는게 보였다. "투웅~" "…예?" "아니 아무것도"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내가 보고 있던 적 궁수가 활줄을 놓는게 보였고 그의 활줄이 가늘게 떨리는 모습이 작게나마 눈에 들어왔다. 망원경에서 눈 을 뗀뒤 감았던 반대쪽 눈을 뜨자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화살의 비가 보였다. 마치 검은 빛줄기 같군. 그 화살들은 단 몇초도 되지않아서 네명의 마법사들 을 향해 날아들었다. 시체 네구 치우게 생겼잖아. "…어?" "으음…" 내 옆에서 말머리를 붙인채 나와 같이 헤쉬케린 늙은이등을 보고 있던 크렌 의 입에서도 작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수백 발은 될법한 수많은 화살들이 날아들었는데 노마법사들의 몸에는 한발도 단 한발도 명중된게 없다. 운이 좋은거라면 헤쉬케린 늙은이는 도박장을 쓸고 다닐 정도의 엄청난 강운이라는건데… 그럴리는 없을테고… 저것이 바로 마 법의 힘이라는걸까? 신기하군. 첫 공격이 빗나가자 성벽위에서 발작적으로 화살이 날아들기는 했지만 마법사들의 몸에 닿은 화살은 단 한개도 없었다. 대부분의 화살들은 멀찌감치 빗나갔고 노마법사의 몸에 근접한 화살들도 역 시 스치지도 못한채 바닥에 꼽힐뿐이었다. 그렇게 헤쉬케린 늙은이를 비롯한 마법사들이 성벽에서 30m쯤 떨어진곳까지 다가가는동안 간헐적으로 날아들 던 화살이 완전히 멈췄다. 당황스러워하는 적의 지휘관 얼굴이 눈앞에 어른 거리는것 같은걸. 훗. 하지만…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저런걸로는 성벽을 공략하는데 별 도움 이 안되는데…" "좀더 기다려 보도록 하지요. 마마. 저분들도 그런것쯤은 다 알고 계실겁니 다." "으응…" 그렇게 대답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좀 못미덥단 말이야. 신기하기야 하지 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때 갑자기 노마법사들이 지팡이를 머리위로 들어 올렸다. 지팡이를 들어올리는 행동이야 별것아니었지만 그 지팡이 끝부분에 서 작은 빛덩어리가 쏟아져나오고 그것들이 허공을 날아다니며 뭉치는 모습 은 장관이었다. 그리고…. "아…" "무슨…" 나 뿐만 아니라 크렌도 놀란듯했다. 아니 아군이고 적군이고를 떠나서 네 명의 마법사가 만들어낸 놀라운 광경에는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회색빛이 감도는 성벽이 나타났다. 물론 성벽이야 포트로얄에 두겹이나 둘 러쳐져 있긴 하지만 난 그것을 말한게 아니다. 마법사들이 서있던 장소에서 겨우 몇미터 떨어진곳에 대충보기에도 15m가 넘어보이는 높다란 돌벽이 나 타났다. 그것도 적의 성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곳에! "마…만들어낸건가? 돌벽을? 아무것도 없이?" "하하하… 과거 역사서에 공성전을 위해서 높다란 토루를 쌓는다는 고문을 읽기는 했지만…. 저렇게 성벽앞에 대응하는 성벽을 쌓는 경우는 정말 처음 보는군요. 그것도 단 몇분만에…" "으응…" 병사들이 술렁거린다. 당연하겠지만. 왠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 나 조차도 눈앞에 나타난 현상을 믿을수 없는데 일반 병사들이야 오죽 할까. 작은 웅성거림이 도열해 있는 병사들 사이에 퍼져나가더니 잠시뒤에는 대놓고 떠들기 시작했고 단 몇분도 되기전에 엄청난 함성이 터져나왔다. "와아아아아아!!!!" 약간의 시간이 흐른뒤에야 적 성벽 바로 앞에 나타난 돌벽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를 깨닳은 병사들은 마치 승리후에 내지르는 함성처럼 커다랗게 소 리쳤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나 역시도 별다를게 없었다. "크렌" "예! 마마!" "1대대와 2대대를 저 성벽 뒤로 전진시켜. 아크레닌의 머저리들에게 화살비 를 퍼부어주도록. 활줄이 끊어질때까지 쏘라고해. 보이는건 모조리 날려버 려!" "명하신대로." 크렌은 즉시 고개를 숙이며 답한뒤 화격단의 대대장을 찾아 뛰어다녔다. 그 리고 잠시뒤 군의 선두를 맡은 화격단의 1대대와 2대대가 어깨에 공성용 사 다리를 짊어진채 구보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다른 대대병력을 이 끌고 거의 100m에 가까운 긴 성벽을 향해 말을 몰아나갔다. 원래대로라면 적들의 치열한 저항 - 화살, 돌, 투창, 끓는기름등 - 을 받으 며 힘겹게 올라가야 할 공성용 사다리에 개미떼처럼 달라붙은 화격단 병사들 이 가벼운 걸음으로 뛰어올라 갔다. 고개를 뒤로 한껏 쳐들어야 간신히 그 끝이 보일정도로 높은 성벽위에는 먼저 올라간 병사들이 아크레닌쪽을 향해 무차별로 화살을 난사하고 있었고 그뒤에서는 다른 병사들이 성벽위에서 늘 어트린 밧줄끝에 화살이 가득든 화살통을 묶어서 올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성벽 한켠에 이 신기한 마법을 시전한 네명의 마법사들이 모여서 - 주 변의 시선을 잔뜩 받으며 - 토론을 하고 있었다. 난 그쪽으로 말을 몰았고 성벽뒤에 빽빽하게 모여있는 병사들을 헤치고 헤쉬케린 늙은이과 다른 세 마 법사의 앞까지 나설수 있었다. "그러니까! 여기에 돌계단을 만들면 더 편하지 않겠느냐 이말이야! 앙? 굳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지 않아도 되잖아." "쯧쯧. 네놈은 어릴때부터 멀리 내다보는 법을 몰랐지. 이녀석아. 나중을 생 각해야지 나중을. 언제까지 그렇게 우둔하게 굴테냐?" "흠… 역시 미적감각이 결여되어 있잖아. 좀더 우아하고 부드러운 굴곡을 만 들었어야 하는데…. 거기다 성루도 첨탑도 없는 밋밋한 돌벽이라니…" ……마법사라는 족속들의 머리속이 어떻게 생겨먹은건지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머리속을 헤집고 다닌다. 뭐… 이정도로도 충분하긴 하지만 말 이야. -------------------------------------------------------------- 헤쉬케린 이하 기타등등의 마법사들이 사용한 마법은... Protection From Normal Missiles과 Wall of Stone입니다.( ..) \_/<-- 남의 집 현관문 앞에 요런 모양의 위가 뚤린 역평행사변형 돌담을 쌓아버린것입니다. (.. ) 그것도...아크레닌측 제 1 성벽과 제 2 성벽보다 5m는 높고 성벽의 폭도 1m 가량되는 두터운 돌벽을... 아크레닌측 두 성벽위 어느곳이던 화살의 사거리에 닿게 되는것이죠~(-- )~. 가우군. p.s 제 2차 슈퍼폐인대전 a를 위해 예열중...Now Loading...........띵~ Boot Error~. (풀썩)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3장 공성전 (5) 2004-02-12 23:15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기세만으로 전쟁을 끝낼수 있다면 이미 이번 전투는 끝난것이나 다름없었 다. 아크레닌 군인들에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높다 란 성벽이 무용지물이 된 시점에서 적들의 사기는 극도로 저하되었고 아군의 사기는 반대로 하늘높은줄 모르고 치솟았다. 믿었던 보호막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것이 이정도로 큰 타격이 될줄은 나도 몰랐다. 마법사들이 만들어놓은 성벽위로 올라간 난 투구의 바이져를 위로 올린채 포트로얄의 성벽을 굽어보았다. 적들쪽에서도 간간히 화살이 날아오기는 했 지만 한발의 화살이 날아오면 백배로 갚아주는 화격단식 연속 사격에 적들의 대부분은 성벽위에서 머리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것도 지대 가 낮은곳에 위치한자들은 거의 저격에 가까운 직사에 머리나 등에 화살을 꼽은채 쓰러지기 일수였다. 고지대라는 장점과 충분한 양의 화살은 성벽을 방어하는 적들에게 지속적인 피해를 강요했다. 포트로얄의 서쪽 성벽을 맡고 있던 적병중 일부가 등을 돌리고 성벽아래로 뛰어내려가는게 보였다. 그리고 그뒤를 장검을 든 장교 - 혹은 기사? 아마 기사일듯 - 가 쫓아가는게 보였다. 정위치를 벗어난 탈주자들은 저 장교의 검에 목숨을 잃겠지. 하지만 자리로 돌아와봐야 반기는건 하늘을 가득 메운 채 사방에 떨어져내리는 화살의 비 일거다. "크렌" "예. 마마." "공성 준비해. 단숨에 제압한다. 외각 성벽을 장악하고나면 곧바로 제 2성벽 도 같이 공략하도록. 도시에 진입한뒤 저항하는자는…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몰살시켜. 포트로얄은 큰도시다. 최대한 빨리 점령하도록 각 지휘관 들에게 명해두도록." "명하신대로…" 내 뒤를 따라 성벽위에 올랐던 크렌은 내말에 고개를 숙여보인뒤 다시 사다 리를 타고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잠시뒤 성벽밑에 대기하고 있던 화격단 소속 병사들이 대대별 혹은 중대별로 도열한뒤 사다리와 갈퀴가 달린 밧줄등 을 어깨에 들어올린뒤 성벽의 양쪽끝 부분을 향해 뛰어가는게 보였다. 그리 고 그뒤에 대기하고 있던 경무장의 기병들이 50명 혹은 100명 단위로 잘게 나누어진채 포트로얄 외각의 언덕과 평야지대를 향해 말을 몰아나갔다. 혹시 나 있을 지원군과 적의 탈영병들을 잡기 위해서겠지. "여기 대대장은 누구지?" "소신. 게링 드 레바돈입니다. 미력하나마 화격단의 제 4대대 대대장직을 맡 고 있습니다. 각하" 내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묻자마자 곧바로 답변이 들려오면서 병사들 사이를 헤치고 장교복장의 군인이 중대장들을 이끌고 뛰어왔다. 갈색의 긴 콧수염을 기른 사내답게 생긴 장교였다. 난 턱짓으로 포트로얄의 성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일제사격 준비시켜. 불화살이 없는게 좀 아쉽군. 그쪽이 좀더 효과가 클텐 데" "준비하는데 약간 시간이 걸리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각하 준비시킬까 요?" "아니 됐다. 아래 다른 대대가 이동중이니 지금 당장 병사들에게 일제사격 준비를 하라고 명령해." "옛! 각하" 씩씩하게 대답한 게링 대대장이 등뒤에 있는 중대장들을 보면서 고개를 끄 덕이자 각 중대장들이 알아들었다는듯이 즉시 좁은 성벽을 따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각 사수 사격중지! 사격중지!" "상관의 명령이 있기전까지는 사격을 중지하라!" "사수 정위치에! 사수 정위치에!" "사수들은 자리를 벗어나지 마라! 보급병들은 바로 사수들에게 화살을 지급 하라!" 퉁퉁 거리며 귓가를 시끄럽게 했던 활줄의 소리가 점점 사라졌고 정신없이 하늘을 날아다니던 엄청난 숫자의 화살들도 이내 그 자취를 감췄다. 그때문 에 성벽아래 고개를 쳐박은채 꼼짝도 못하고 있던 적들이 얼굴을 빼꼼히 내 밀며 우리쪽을 바라보는게 눈에 들어왔다. 저들은 지금의 정적이 폭풍이 불 기전에 잠시 찾아오는 고요라는걸 알까? "사격은 제 1성벽에 집중한다." "예! 각하. 들었냐? 제 1성벽에 집중사격을 가한다! 명심해라! 네놈들이 날리 는 화살 한발한발에 너희 동료들이 죽고사는게 정해진다! 한발이라도 낭비하 지마!" 그때였다. 내 옆에 있던 한 병사가 적쪽을 가리키면서 소리치는게 내귀에 들려왔다. "투석기다! 돌다아!!!"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니 정말로 그 병사의 말대로 허공에 뜬 커다란 투석용 돌이 허공을 가르며 내쪽으로 날아왔다. 하지만 그 둥근 돌덩어리는 내 머리위에서 한참이나 올라간 장소를 통과한뒤 등뒤에 펼쳐진 벌판에 떨어 졌다. 쿠우우웅…. 작은 흙먼지와 함께 땅이 작게 흔들렸지만 그것뿐이었다. "겁먹지 마라! 가까워서 안맞는다!" "고개를 들어! 자세를 잡아! 어서!" "이새끼들아! 쫄지말라고! 대대장님의 말씀 못들었냐? 안맞으니까 일어서!" "끅…" 퍼억. 소리와 함께 고개를 성벽위에 쳐박고 있던 한 병사가 작은 신음소리 를 내면서 풀썩 엎어졌다가 언제 쓰러졌냐는듯이 곧바로 일어서서 저쪽 포트 로얄의 성벽쪽을 향해 활을 내밀었다. 흠… 투석기라… 저쪽에도 정신머리가 제대로 박힌 지휘관이 있긴 한가보군. 하지만 늦었어. "와아아아아아아!!!!" 두두두두두…. 지면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함성소리가 좌우에서 들 려왔다. 헤쉬케린 늙은이등이 모여서 만든 성벽에는 성문이 없기에 각 성벽 의 좌우를 돌아간 화격단 병사들이 커다란 함성을 내지르며 적의 성벽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있던 난 작게 중얼거렸다. "발사." "발사아! 발사아!!!" "사격개시! 빌어먹을 아크레닌의 쓰래기들에게 쓴맛을 보여주자!" "우와아아아아아!!!" 투두두둥… 투두두둥…. 순식간에 천여발의 화살이 거의 동시에 활줄을 떠 나면서 적의 제 1성벽쪽을 향해 날아갔다. 아군 병사들이 내지르는 함성소리 사이로 적들의 비명소리와 신음소리가 작게 들려왔지만 그런것을 신경쓰는 사람은 최소한 이곳에는 없었다. 두두두둥…. 하프현의 중저음과 같은 소리 가 사방에서 동시에 울려퍼지면서 또다시 세기 힘들정도로 많은 화살들이 날 아갔고 포트로얄의 제 1성벽 위를 강하게 두들겼다. 쇳조각이 돌에 부딪칠때 나는 작은 불똥이 사방에서 튀는게 눈에 들어왔다. 세번째 일제 사격이 가해 질때쯤 지상을 달리던 다른 대대의 병사들이 성벽위에 사다리를 걸치기 시작 했고 그 병사들이 줄줄이 성벽위로 올라가는동안 연달아 날아간 화살은 용기 를 내어 조금이라도 저항해보려는 적들의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렸다. 순식간 에 몇몇 사다리를 타고올라간 화격다 병사들이 싸울 의지를 잃고 도주하는 적들을 쫓아 성벽위를 뛰어다니거나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는게 - 그렇게 짐 작될뿐이지만… -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병사들이 성벽위로 올라간지 채 5 분도 되기전에 굳건하게 닫혀있던 포트로얄 제 1 성벽의 중앙 성문이 기기 긱… 하는 커다란 소리를 내면서 열리는게 보였다. "제 5대대는 여기서 적을 견제하고 4대대는 다른 화격단 대대와 합류해서 제 2 성벽을 공략한다." "옛! 각하! 이동한다! 굼벵이 자식들아 어서 움직여!" "조심해서 내려가! 사다리 타고 내려가다 떨어지는 병신새끼는 내가 죽여줄 테다!" 흠…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죽는다고 보는게…. 음음. 쓸데없는 생각말고 나 도 그만 내려가기로 할까. 조심스럽게 - 이놈의 갑옷은 이런데서 문제를 일으킨다니까. 너무 무겁다!!! -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말위에 오른뒤 소수의 호위병을 거느리고 성벽을 빙돌아 포트로얄의 제 1성문앞에 섰다. 완전히 열린 성문 너머로 아직도 치 열하게 싸우는 병사들과 즐비하게 바닥에 깔린 시체들이 눈에 들어왔다. "흐음…" "지금 당장 길을 만들겠습니다. 각하. 각 중대장들은 병사들을 인솔하여…" "됐어. 부상자 수습과 시체처리는 나중으로 미룬다. 그보다 다른 대대 병력에 대한 지원이 우선이야" 막 나서려는 대대장을 제지한 나는 말배를 걷어찼다. 푸르릉 거리면서 거칠 게 투레질을 한 말은 곧이어 바닥에 빽빽하게 깔린 시체들 사이로 들어갔다. 빠각. 둥근 말발굽에 바닥에 놓여있던 시체의 팔 한쪽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놈의 말도 험한 지면 - 이라기보다는 끔찍한…이라는 표현이 맞 겠지만 - 때문인지 꽤 신경질이 난듯하다. 그렇게 등뒤로 천여명의 병사들을 이끌고 제 1 성문안으로 들어가보니 한창 전투중인 화격단 병사들이 눈에 들 어왔다. 쿠우웅… 쿠우웅…. 조금의 손상도 없이 제 2 성문앞까지 진격한 배틀렘이 커다란 소리를 내면서 두터운 목제 성문을 힘껏 두들기고 있다. 그리고 성벽 아래 개미떼처럼 몰려있는 화격단 병사들이 성벽위로 화살을 날리고 있었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끓는 물이나 돌덩어리 창, 화살등이 성벽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돌격하라! 물러서지 마라! 돌격하라!" "이리로 내려와! 개새끼들아! 내려와서 한판 붙자!!!" "우아아아아!!!" "위로 올라가! 물러서는 자는 베겠다!" 거친 고함소리와 비명소리가 사방에서 합주를 하듯 울려퍼졌다. 후방에서 공수된 이십여개의 긴 사다리들이 성벽 곳곳에 걸쳐졌고 장교들을 필두로한 병사들이 하나둘씩 사다리위로 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때맞춰서 우 리들 등뒤에서 시커먼 빛줄기와 같은 화살들이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적들 머리위로 떨어져내렸다. 타다닥. 타다닥. 성벽위에 떨어져내린 화살들이 시끄 러운 소음을 내면서 튕겨올랐고 아군과 적군을 가릴것 없이 부서진 화살 파 편들이 사방으로 떨어져내렸다. 사다리를 기어올라가던 몇몇 아군 병사들이 등뒤에서 날아온 화살에 맞은채 바닥으로 추락하기도 했지만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자는 없었다. 전쟁이란 원래 다 그런법이 니까 말이야. 콰아아앙!!! "성문이 열렸다! 성문이 열렸다!!!" "들어가! 어서 들어가! 우물쭈물거리다간 다 죽는다!" "와아아아아!!!" 저수지에 고여있던 물이 터진 둑의 균열을 타고 단번에 빠져나가는것과 같 은 모습이었다. 성벽아래 몰려있던 병사들은 지휘관들과 장교들의 명령에 함 성을 지르면서 무기를 한껏 치켜든채 성문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고 부서진 성문사이에 틀어박힌 배틀램을 타넘으며 성문안쪽으로 뛰어들어갔다. 수천명이나 되는 병사들이 그 좁은 성벽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는데는 적잖 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것도 대략 10여분쯤 지나자 거의 대부분의 화격단 병 사들이 성문 안쪽으로 진입했다. 남은건 내 주변에 있는 소수의 호위병들과 대대장의 판단에 따라 제 1 성문안쪽으로 진입한 화격단 5대대 병력뿐이었 다. 난 5대대 대대장에게 방금 점령한 두개의 성문을 지킬것을 명령한뒤 이 제는 크레센트의 깃발이 펄럭이는 제 2성문을 통해 포트로얄 도시내로 진입 했다. 넓은 대로 곳곳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적병의 시체가 가득했고 사방 으로 넓게 퍼진 화격단 병사들이 적들을 쫓아가서 죽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그리고 갓 점령한 성벽 주변에 모여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한무리의 화격단 병력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그쪽으로 말을 몰아가자 병사들 무리에 서 익숙한 얼굴의 사내가 불쑥 튀어나왔다. "밀러 대대장. 상당히 자주 보는군." "예. 각하" 피와 살점이 그대로 뭍어있는 갑옷을 입은 밀러 대대장은 한쪽 끝이 조금 파인 투구를 살짝 숙여보이면서 내게 답변했다. 저 밀러 대대장의 성격으로 봤을때 보나마나 또 선두에서 치열한 격전을 벌이면서 싸웠을거다. 그렇기에 저런 몰골이겠지. "저항의지가 있는 적들은 성쪽으로 후퇴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적병들은 이 도시 곳곳으로 흩어졌습니다. 각하." "흐음… 그대는 근처에 있는 다른 대대와 함께 항구를 점령해. 여기는 제 5 대대에 맡기고." "예. 알겠습니다. 각하. 이동한다. 주변 경계를 철저히 하고 대열에서 이탈하 지 마라! 그럼…" "수고하도록" 난 그자리에서 서서 대로를 따라 진군해 나가는 화격단 제 3대대를 물끄러 미 바라보다가 아크레닌의 왕성쪽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이미 주변의 적들은 대부분 도망친 상태였고 미약하게나마 저항을 하려던 적들은 악과 독기가 오 른 화격단 병사들에게 포위당한채 조직적인 사냥을 당하는 형세였다. 사냥이 라… 훗. 사냥이지. 인간 사냥. 아크레닌의 왕성에 도착하고나서 보니 이미 도개교는 내려진 상태였고 성벽 위에도 크레센트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말을 몰아 성안으로 들어서자 왕성의 정원 곳곳에 검과 창을 들고 있는 화격단 병사들이 왕성을 포위하고 있는것이 보였다. 그리고 내가 말을 몰아 도개교를 넘어서자 플레이트 메일 곳곳에 붉은 피를 뭍히고 있는 크렌이 내게로 뛰어왔다. "마마. 오셨군요." "그래. 저 안의 상황은?" "아크레닌의 보병기사 한무리와 다수의 귀족들 그리고 국왕일 셰필 1세가 숨 어있는 상태입니다. 조금전에도 항구쪽으로 도주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어 렵지않게 격퇴하고 다시 성안으로 몰아넣은 상태입니다." "그래? 흠…" "이대로 포위만 하고 있어도 알아서 항복할것 같습니다만…" "도주로를 찾는데 만전을 기해. 이런 왕성이라면 왕족만이 아는 비밀통로 한 두개쯤은 있을테니까." "예. 마마." "그리고 여기서 시간을 끌고 있을틈이 없다. 돌입할테니까 왕성을 포위하고 있는 병사들을 제외한 다른 병사들을 모으도록" "예? 하지만…" "내가 선두에 선다. 당장 병사들을 모아와!" "…알겠습니다." 크렌은 어쩔수 없다는듯이 고개를 두어번 좌우로 흔든뒤에 곧바로 병사들 사이로 뛰어들어갔다. 그런 크렌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말에서 내린 난 투 구의 바이져를 밑으로 내린뒤 클레이모어를 검집에서 뽑아들었다. -------------------------------------------------------------- 23장 종결. ...역시 힘들다. 풀썩.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4장 협상 (1) 2004-02-15 02:00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24장. 협상. 응? 유능한 협상가? 그런것도 알고 싶어? 정말이지… 별의 별걸 다 알려고 든다니까. 아아~ 알았다고. 뭐… 협상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상대가 얼마나 만만한가 하는거겠지. 응? 아니라고? 시끄럿! 내가 맞다면 맞는거야! 하여간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비굴하게 굴기도 해야하고 협박도 해야되. 그런것도 못하는 녀석은 외교관따윈 절대 될수 없어. 잘 들어두라고. 뛰어난 실적을 보여주는 협상가는 유능한 협박가이자 거짓말쟁이야. 협상이라는것은 말이야. 내가 뭔가를 퍼주기 위해서 하는게 아니라 금화 한개 밀 한톨이라도 더 빼앗기 위해서 말로 싸우는거니까.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크레센트 제국의 황후이신 아넬리안 황후마마와의 대담중. - 주. 황후마마처럼은 되지말자. 정직하게 살자. 오늘부터 이걸 내 신조로 삼 을테다. - 대륙력 999년. 가을. 아크레닌의 수도 포트로얄 - 피를 잔뜩 머금은 클레이모어의 끝이 조금 떨려왔다. 부들부들… 오른 팔목 이 경련을 일으켰고 턱끝까지 차오른 숨을 내쉬자 뜨거운 김이 입에서 뿜어 져나왔다. "허억…허억…" 어깨가 제멋대로 들썩였다. 피곤해… 자고 싶어…. 하지만 아직 쉴수야 없 지. "으… 괴물…" 내게서 몇발자국 떨어지지 않은곳에서 피한방울 뭍히지 않은 롱소드를 두손 으로 꽉쥔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아크레닌의 보병기사가 뒤로 주춤주춤 물러 서면서 중얼거렸다. 후후… 괴물이라고? 하긴… 이 넓은 대전에 누워있는 시 체의 산을 보면 그런소리가 나올법도 하겠군. "후우… 남은건 너하나뿐이다. 항복하던지 죽던지 멋대로 해" "으으으으…" 투구사이로 보이는 적 기사의 두눈은 공포로 붉게 충혈되어 있어다.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검을 놓치 않는다는 점에는 경의를 표해주고 싶지만 말이 야…. 난 시간이 없다고. 당장 여기 누워서 자고 싶을 정도로 피곤해. "항복하기 싫으면… 죽엇!" 두손으로 쥔 클레이모어를 머리위로 치켜올렸다. 그리고 왼발을 앞으로 힘 껏 내딛으면서 온힘을 다해 클레이모어를 아래로 내리쳤다. 쉬익… 카각… 쾅! 롱소드를 들어 어설프게 내 검을 막으려던 보병기사는 왼쪽 어깨부터 가 슴부위까지 클레이모어의 검날에 뜯겨나간채 부들부들 떨면서 그대러 엉덩방 아를 찧으며 쓰러졌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일부가 바이져의 눈구멍 사이 로 튀어들어왔다. 마지막 적 기사를 쓰러트리고 한손을 들어 바이져를 위로 올렸다. 그리고 막 손을 들어 눈가에 튄 피를 닦으려던 난 훗하고 웃고말았 다. 흥건히 젖은 가죽장갑사이로 끈적거리는 검붉은 핏방울들이 아래로 뚝뚝 하고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손으로 피를 닦았다간 더 번지겠군. 아아… 씻고 싶다. "마마! 마마! 아넬리안 왕비 마마!" "크렌인가… 여기야!" "마마아!!!" "여기다! 문을 부숴!" 쾅! 콰앙! 굳게 닫혀있던 나무문이 크게 들썩이면서 부서질듯 흔들렸다. 왠 간하면 내가 가서 저 빗장을 열어주고 싶긴 하지만… 귀찮다. 난 문을 열어 주기 위해서 나무문쪽으로 가는게 아닌 그 반대쪽으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 이제는 주인을 잃어버린 커다란 옥좌에 털썩 주저앉았다. "후우…" 무거운 투구를 벗어올리니 시원한 공기가 - 물론 피내음이 진하게 섞인 - 나를 반겼다. 쿵… 쿠웅…. 우지직… 나무문의 한면이 크게 갈라지면서 머리 하나가 들락거릴만한 구멍이 생겨났다. "마마! 괜찮으십니까?" "아아…" 그 구멍을 통해 안으로 불쑥 들어온 손이 나무문 정가운데 걸려있던 빗장을 들어올렸고 빗장이 풀리자 문이 벌컥 열리면서 갑옷을 입은 사내들이 우르르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우…" "지독하군…" 물밀듯이 안으로 뛰어들어온 크렌과 화격단 병사들은 대전안의 광경을 보고 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하긴… 좀 심하긴 심했지. 여유가 없었으니까. 난 굳 어버린 병사들을 내려다보면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잠시뒤 정신을 차린 병사 들이 사방에 수북히 늘어선 시체들사이를 뒤지고 다녔다. 생존자를 찾는듯했 지만… 그런게 있을런지는 모르겠는걸. 그런 병사들 사이를 헤치고 역시 붉 은 피가 가득 묻은 크렌이 내게로 뛰어왔다. "마마!" "아아… 소리지르지마 귀가 울려. 그렇지 않아도 머리가 아프다고" "허나!!!" "조용히 말하라고. 소리지를 힘도 없으니까. 왕은 놓쳤어. 병사들에게 국왕을 사로잡으라고 명령해" "셰필 1세라면 항구를 점거한 3 대대에서 생포했다는 소식을 방금 전령이 가 져왔습니다. 마마. 그리고…" "아아. 알았다고. 알았어. 혼자 무식하게 뛰어가서 미안해. 잘못했어. 됐지?" "……" "덕분에 여기서 적 보병기사들의 매복에 걸려서 데려왔던 중대 병력이 전멸 했고 나도 이모양이야. 다친데는 없지만 부하들은 다 죽었어." "……" "뭐야? 그 눈빛은… 할말 있으면 하라고" "…아닙니다. 됐습니다." "…흥" "그나저나… 꼭 미친곰이 난동을 부린듯한 모습이군요." "내가 곰이냐?" "비유입니다. 비유. 적들이 불쌍합니다. 대충 봤는데 온전한 시체가 거의 없 더군요." 그렇게 말하면서 크렌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버렸다. 체에~ 뭐… 나도 할 말없긴 하군. 이런 내 모습을 보면 우리 로렌이 경기를 일으키겠어. 좀 자제 해야하는데…. 쯧. 난 한때 셰필 1세가 앉아서 국정을 논의했을 옥좌에서 몸 을 일으켰다. "끄응… 피곤해. 난 좀 쉴테니까 뒷처리는 알아서 처리해." "예. 알겠습니다. 마마" "아참. 그리고 셰필 1세는 죽여." "예? 하지만… 생포까지 했는데 굳이 죽이실 필요까지는…" "죽여. 그리고 시체는 적당히 훼손시켜서 바다에 버려. 아~ 맞다. 셰필 1세는 작은 보트로 도망친거야. 왕국민들을 버리고 혼자서만 도망간거야. 내말 알아 듣겠어?" "…예. 마마. 국왕의 목에 현상금을 걸고 수배전단을 도시내에 뿌리겠습니 다." "응. 널리 퍼질수록 좋겠지. 그럼 수고" 난 그말을 끝으로 크렌에게 뒷일을 맡긴채 시체들을 뒤적이고 있는 병사들 을 헤치고 대전을 빠져나갔다. 막 밖으로 나가자 숏소드를 든 붉은 머리의 병사가 갑자기 내 앞을 가로막았다. "…카렌이냐?" "응" "어디있었냐?" "이거…" 내가 묻자 카렌이 갑자기 허리에 차고 있던 피가 묻은 천주머니를 내게 내 밀었다. 그 안을 보자… 욱… 사람 머리잖아! "뭐야 이건?" "……" 내말을 가볍게 무시한 카렌은 한손을 주머니속에 넣은뒤 작은 목걸이같은걸 꺼내들었다. 응? 저건 브리츠의 신물이군. 그렇다면 저녀석이 바로 그녀석인 가? 흠… "수고했어. 카렌." "응" "여기 내가 쉴만한 방이 있을까?" 내가 묻자 카렌은 아무말도 없이 갑자기 몸을 휙하고 돌리더니 복도를 터벅 터벅 걸어갔다. 그렇게 몇발짝 걸어가던 카렌이 갑자기 몸을 휙하고 돌리더 니 나를 바라본다. 뭐야 저 표정은… 설마 따라오라는건가? 하여간… 난 속 으로 투덜투덜 대면서 카렌의 뒤를 따라갔다. 카렌이 안내해주 작은 방 - 아마도 시종이나 시녀가 썼을… - 에 들어간 난 몸에 걸치고 있는 갑옷을 대충 집어던진뒤 딱딱한 침대속으로 기어들어갔 다. 눕자마자 골아떨어진 내가 다시 눈을 떴을때는 손바닥만한 창밖에 새까 만 어둠이 내려져 있었다. 뭐야… 얼마나 잔거지? 분명히 자기전에 석양을 보면서 잠을 청했던것 같은데… 새벽인가? "하아암… 목말라. 거기 누구 없어?" 크게 하품을 하면서 몸을 일으킨 난 눈을 비비면서 문밖에 대고 외쳤다. 그 러자 기다렸다는듯이 작은 나무문이 활짝 열리면서 크렌과 카렌이 동시에 들 어왔다. "깨어나셨군요. 마마" "응. 응?" 뭐야? 이 반응은? "왜? 무슨일 있었어?" "뭐… 그렇다면 그렇고… 아니라면 별일 아니긴 합니다만…" "무슨 일인데?" "마마께서…" "응. 응." "무려… 스물 여섯시간동안 주무셨습니다." "…콜록. 농담?" 난 크렌을 바라보며 진지한 눈빛으로 물어봤지만…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은 크렌은 작게 고개를 저은뒤 내 시선을 외면해버렸다. 세상에나… 정말로 하 루하고도 두시간이나 더 잔거야? 어허허허허… 피곤하긴 피곤했나보네. 정말 로… "아아… 뭐. 잠을 푹잤더니 몸이 개운하긴 하네." "어디 잘못된건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마마" "난 멀쩡하니까 걱정마. 그보다 시킨 일들은?" "아크레닌의 국왕 셰필 1세의 목에 5000골드의 현상금을 걸고 점령지역에 수 배전단을 제작해서 베포했습니다. 특히 병사들을 통해 사방에 소문을 냈으니 아마 2~3일 안에 아크레닌 국 전체에 국왕이 기사들과 귀족들도 버린채 홀로 도망쳤다는 소문이 퍼질것입니다. 그리고 포트로얄을 점거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도시를 완전히 점령했습니다. 왕성 주변의 건물들을 소개해서 화격 단의 숙소로 사용하고 있고 현재는 시민들을 동원해서 시체를 도시밖으로 치 우는 중입니다." "그래. 저항은?" "초반에는 꽤 격렬했지만… 국왕이 배를 타고 도망쳤다는 소문 이후로는 무 기와 갑옷을 버리고 시민들사이로 숨은 적들이 많아서 별다른 피해없이 손쉽 게 점령할수 있었습니다. 또한 해가진뒤 통행을 통제하였고 아크레닌의 귀족 들을 수배, 색출작업을 진행중입니다." "흠… 그런대로 깨끗하게 일을 처리했군. 수고했어 크렌." "과찬이십니다. 마마. 이건 제 의견이 아니라 화격단 3대대의 밀러 대대장의 건의를 따른것뿐입니다." "그래?" "예. 그의 의견덕에 시민들의 통제가 한결 손쉬워졌습니다." "알았어. 나중에 로이드 폐하께 내가 말하도록 할께. 끄으응… 아~ 이시간에 일어나서 뭘하지? 좀더 잘까?" "하하하. 그건 좀 참아주십시오. 그렇지않아도 마마께서 이곳에서 잠만 주무 셔서 장교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어디 다치신건 아닌지 걱정하는 대대장 도 있습니다." 그럴수도 있겠군. 어떻게 생각하건 말건 그리 신경쓰이지는 않지만 뭐… 내 가 건재하다는건 보여줘야겠지. 자~ 대충 씻고 나가볼까나. 목욕을 할 여건이 아니어서 대충 세수만하고 피를 닦아낸 뒤 옷을 갈아입은 난 크렌을 뒤에 달고는 장교들의 숙소이자 지휘소로 쓰이는 왕성안의 대 회 의장을 방문했다. 전투시에는 선두에 서서 검을 휘두르던 중대장급 이상 장 교들이 모두 모인 회의실은 또다른 의미의 전쟁터였다. "젠장! 우리 대대 7중대는 중상자를 빼고 겨우 열넷이라고요! 열넷! 이런 녀 석들로 주민이 가장 많은 동쪽 지구 순찰을 맡으라는게 말이 됩니까?" "보급 담당! 보급 담당 누구야? 왜 우리 중대만 저녁 배식에 쓸 식량을 아직 도 안주는 건데? 앙?" "지금 외각 성벽 경비는 어느 대대가 서고 있었지? 슬슬 교대할때가 되지 않 았던가?" "전령! 어디있나? 왕성으로 보낼 급보다! 전령! 전려어엉!" 한때 피가 잔뜩 묻었을 손에 대신 검은 먹물을 묻힌 중대장들이 손이 안보 이도록 보고서류를 작성하고 있었고 대대장급 인사들은 한곳에 모여서 벽에 걸린 도시 지도를 보면서 자기 담당구역을 손으로 가리키며 싸우고 있었다. 회의실 문가에 서서 그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난 문득 나와 눈을 마 주친 한 중대장에게 입가에 손가락을 댄채 조용히 하라고 눈치를 준뒤 속으 로 회의실 안에 있는 장교들의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화격단 7개 대대 77명 의 대대장과 중대장이 있어야 하는 이 회의실 안에는 총 서른 두명의 장교들 이 앉아있었다. 조금… 가슴이 아프군. "각하! 오셨습니까?" 이건 어느 눈치없는 자식이야? 에잉… 사람이 상념에 빠져있는데 고래고래 소리나 질러대고 말이야! 소리를 친 녀석을 돌아보자 한쪽 눈가를 붕대로 감 싼 한 중대장이 감격한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덕분에 대 회의실 안에 정적이 감돌기 시작했고 모든 시선이 내게 쏠렸다. "아……" 뭐라고 해야하지? 음…으음…으으으으으음… "수고했어. 계속 수고하도록" 그말을 한 나는 곧바로 몸을 돌려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바보냐… 난… 나 는…. 우에익! 얼굴이 화끈거린다. 쳇. 다음으로 크렌의 안내를 받아서 간곳은 왕실의 창고였다. 거참… 이 조그만 나라에 뭔놈의 밀과 야채가 이렇게 많은건지… 수십만명이 한달은 먹고도 남 을만큼 엄청난 양의 밀들이 왕성의 지하 창고에 창고마다 가득가득 쌓여있었 고 훈제 고기와 햄, 소세지등도 한가득이었다. 거기다 와인 창고에도 병이 아 닌 통으로 된 와인상자들이 어서 개봉해 달라고 날 유혹했고 병사들이 좋아 할만한 흑맥주들과 보리맥주들도 창고 한켠에 놓여있었다. "크렌" "예! 마마" "화격단 병사들과 그… 지원온 기병들에게 오늘과 내일 이틀동안 술과 먹을 것을 풀어주도록 해. 교대로." "알겠습니다. 마마. 부하들이 기뻐하겠군요" "있는건 써줘야지. 대신 술에 취해서 행패부리는 놈은 군법대로 다루도록" "물론입니다. 걱정마십시오." "그리고… 다음은 어디야?" "왕성안 대부분의 공간을 폐쇠시켰기 때문에 가실만한곳은… 아! 이곳 지하 에 금고가 있더군요. 마마" "금고?" "예. 여는데 고생했습니다. 벽한면이 완전히 강철로 되어있고 금고의 열쇠를 가진자가 없어서 아예 옆 창고의 벽을 뚫었습니다. 대단하더군요" "흠…가보자" "예. 마마" 금고라… 대단하단 말이지? 그렇다면… 로이드랑 아르케네스가 좋아하겠군. 후후후. 입이 쩍 벌어졌다. "와아아아아…" "굉장하지 않습니까? 마마" "으응…" 정말… 놀랍다. 금화의 산이라는게 바로 이런걸 말하는거구나. 벽을 뚫고 들 어간 금고안에는 커다란 나무상자들이 놓여있었는데 그 상자들을 열때마다 금화들이 가득히 쌓여있었다. 거기다 한켠에 놓인 가죽 자루에는 다이아몬드, 루비, 자수정같은 보석들이 쌓여있었고 다른칸의 상자안에는 금장식품들 - 왕관, 반지, 목걸이등등 - 이 들어있었다. "이거 세어봤어?" "아직입니다. 마마. 믿을만한 부하들외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였습니다." "그래? 헤에… 이 조그만 나라에 이만한 돈이 있다니 왠지 믿기지가 않는걸. 크레센트라 해도 이만한 자산을 모으기가 힘들텐데 말이야" "아크레닌도 아르츠반과 같이 중계무역을 하던 국가였고 특히나 남부지역에 서는 저희 왕국의 밀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으니 보기보다 가난하지는 않습 니다. 하지만… 확실히 이정도의 재력이 있을정도로 부유한 국가는 아니었습 니다만…" "그래? 그렇다는건 여기 있는 돈들은 다른 어떤 녀석들이 이나라에 지원해준 것이라는 뜻일까?" "그렇겠지요." "흥. 뭐… 좋아. 어차피 우리손에 들어온거니. 기쁜 마음으로 써주자고. 후후 후후…" 족히 수백만골드는 넘는 - 어쩌면 천만골드이상이 될지도… - 돈상자들 앞 에서 난 기쁘게 웃었다. 정말이지 아크레닌과 전면전을 벌일때는 진짜로 이 렇게까지 해야 할까? 하고 생각했었지만 여기 쌓여있는 재물들과 식량들을 보니 급습으로 밀어붙인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쌓여있는 이 돈들이 풀려서 아크레닌국 소속 용병들과 징집병들이 밀려왔다면…. 그렇지 않아도 로세니아와 대결을 벌이느라 벅찬 크레센트는 남과 동으로 밀리는 형 국이 되었을거다. 흠… 그러고보니 셰필 1세도 바보로군. 이 돈으로 좀더 병 사와 용병을 모았다면 앞으로 어떻게 되었을지 알수 없었을텐데 말이야. 뭐… 그런 가정따윈 별로 하고싶지 않지만. 하여간 이 돈으로 병사들을 모집하고 용병들을 사주지. 그리고 그것을 바탕 으로 우리들을 물먹이려는 놈들에게 쓴맛을 보여주겠어. 누군지는 모르겠지 만… 아크레닌을 뒤에서 밀어준 놈들… 후회하게 될거다. 후후후. -------------------------------------------------------------- ...폐인대전...시작인가. 머엉... 가우군 p.s 초반은 가볍게. 가볍게~(-- )~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4장 협상 (2) 2004-02-16 21:32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아크레닌 점령작업은 수도를 완전히 점거한 이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저 항이 거셌던 아크레닌 남부의 해안 도시들과 주변 마을들이 사막을 넘어서 침공해온 크레드 부족의 전사들에게 유린당하면서 더이상 크레센트에 저항하 는 자들을 이제는 볼수없게 되었다. 물론 어둠속에서야 나라를 되찾고 싶어 하는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녀석들이 음모를 꾸미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미 아크레닌의 군대라고 할만한 놈들도 대부분 사라졌고 서너개의 성과 요새 에 틀어박혀 포위당한채 고사당하기만 기다리는 놈들뿐이었다. 조금 문제가 될만한 놈들이라면 아크레닌의 해군들이었는데 포트로얄을 점령할때 수십척 의 대형 상선들을 획득 - 혹은 약탈? 아니 강탈? - 했다. 이 숫자는 아크레 닌의 해군력중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로 보급 거점도 없는 아크래닌의 해군은 그야말로 유명무실해져 버렸다. 살아남은 놈들은 아리츠반으로 망명하거나 해적이 되었다고 하지만 이미 내 관심밖으로 벗어난데다가 그런 사소한 놈들 을 소탕하기 위해서 힘쓸 시간따윈 1초도 없다고. 아크레닌의 수도를 정복하고나서 3일뒤 셔우드 자작이 이끄는 한무리의 군 대가 도시안으로 들어왔다. 거의 오천명 이상 되어보이는 그 군대는 상당히 잘 무장되어 있는 선두 그룹과 그럭저럭 봐줄만한 - 최소한 지저분한 옷차 림에 달랑 나무 몽둥이나 장대끝에 식칼을 묶어놓은게 아닌 - 정규군 복장 을 한 병사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셔우드 자작이 돈좀 썼나보네. 훈련조차 제 대로 받지 않은듯한 농민병들을 저렇게 무장시키다니. 하긴 점령지를 관리할 병사라면 최소한 통일된 복장정도는 챙겨야겠지만 말이야. 이후 도시의 모든 행정권을 셔우드 자작에게 위임 - 준것이 아니라 빌려준 것 뿐이다 - 한 나는 크렌에게 화격단 1개 대대를 넘겨준뒤 아크래닌 내의 치안과 군통수권을 넘겨줬다. 이런 내 명령 때문에 셔우드 자작과 잠깐 설전 이 오가기는 했지만 자작은 금세 항복했고 그가 끌고온 병사들은 크렌에게 대여된 형식으로 통제권이 넘어갔다. 그리고 나는… "하아아아아…우으으윽… 우웩!" 선상 끝부분에 고개를 배 밖으로 내밀고 토하고 있다. 우에에엑. 젠장할… 뱃속에서 폭풍이 몰아치는듯한 기분이야. 하늘은 파랗기만 한데… 우에에 에…. 탁탁탁… 카렌 녀석이 내 등을 쳐주고 있지만 한번 뒤집힌 속은 좀처 럼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끔찍하도록 울렁거리고 뒤집히고 쓴물 이 목위로 치솟아 올랐다. "우엑…우엑…" 우아아… 미치겠다아아아!!! "우읍… 카…카렌…" "응?" "나…내려줘. 배 안탈래… 땅위를 밟고싶어!!! 우웁…우에에엑!" 노오란 위액이 흰거품을 내뿜는 바다위로 주르륵 떨어지는게 눈에 들어왔 다. 이게 무슨 망신이냔 말이야! 우아아아… 죽어도! 다시는! 절대로! 배따위 는 안탈거야! 절대로! 절대로! 네버! 내가 타고 있는 배는 '프린스 로얄'이라는 녀석으로 전장 90미터 선폭 15미 터의 대형 범선이다. 4개의 마스트를 달고있는 대형선으로 아크레닌 해군의 자랑이자 자부심으로 유명한 배였다. 특히나 '프리스 로얄'은 특정한 배에게 붙여주는 선명이 아닌 당시 가장 뛰어난 선박이 건조될때마다 그 명칭이 넘 겨지는 최신예함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이 배도 건조된지 이제 겨우 5년밖에 안된 함선으로 아크레닌은 물론이고 아리츠반, 크레센트에서도 유명인으로 통하는 선박 제작자 심플경의 작품이다. 이 프린스 로얄의 또다른 이름으로 는 'Ship of the Line'으로 소위 말하는 전열함급의 함선이다. 선상과 하부 갑판에 줄줄이 붙여놓은 발라스터들과 캐터펄트들의 화력과 1200명까지 수용 가능한 거대한 함선은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북해 및 백해는 물론이고 파도 가 잔잔한 녹해에서도 절대적이라 할수 있을정도로 위력적인 힘을 보여주는 전함중에 전함이라는 소리를 듣는 녀석이었다. 포트 로얄을 점령한 난 곧바로 셔우드 자작에게 뒷일을 맡긴뒤 화격단 1개 대대와 함께 항구에 있던 선박 대부분을 이끌고 녹해를 지나 백해, 북해로 이어지는 여정에 나섰다. 아크레닌 왕성안에 있던 엄청난 양의 금화와 다량 의 식량 대부분을 꺼내서 배에 실었던것이다. 이것들을 크레센트로 보내는데 얼마만큼의 인력이 필요할지 몰랐고 또 북쪽으로 행군하면서 일어날지 모르 는 귀찮은 일들을 피하기 위해서 배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내가 미처 깨 닫지 못한게 있었으니…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배를 타본적이 없 다는거다! 한번도! 그도 그럴것이 로세니아에도 항구와 배가 있기는 하지만 로세니아의 왕성은 내륙에 위치해 있었고 크레센트로 올때까지 왕성밖으로 나가본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런 내가 언제 배를 타봤겠어? 뭐… 호숫가에 서 물놀이하면서 잠깐 즐긴 조그만 보트도 배라고 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우우욱… 으… 또 속이… 미치겠다." 항구를 빠져나올때까지만 해도… 아니 녹해안에서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 때는 신기하기도 했고 바다를 가르며 질주하는 배들의 모습에 감탄하기도 했 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일년내내 잔잔하고 평온하다는 녹해를 벗어난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지 못했다. 알수없는게 당연하지. 선장이라는 작자 - …라고는 하지만 화격단 병사중에서 해적질을 하던 놈이다. - 가 녹해를 벗 어나면 힘들거라고 말했지만 그때의 난 꿈많은 소녀처럼 한껏 들떠서 그런 충고따윈 한귀로 흘려들었다. 덕분에 백해로 들어선 지금… 난 죽어가고 있 다. 우어어어어… "나죽어어…" 털썩. 이젠 체면이고 뭐고 다 필요없어… 제발… 나 좀… 육지로 데려다줘 어어어어…. 결국 백해로 들어선지 겨우 이틀만에 난 완전히 탈진하여 침대에 드러누운 채 하루를 보내야 했다. 더이상은 귀빈실 - 선장실 바로 뒤에 붙어있는 아주 호화로운 선실, 아마도 왕족이나 그에 준하는 귀족들을 위해 만들어진 방일 것이다. - 밖으로 기어나갈 힘조차 없다. 난 끙끙 앓으면서 하루종일 토하고 눕고 물을 마시면서 버텨야 했다. 거기다 더욱더 나를 불행하게 한건… "마셔" "……끄응" 아아주~ 귀찮다는듯이 나를 내려다보면서 불만어린 표정으로 내 시중을 드 는 카렌 녀석 때문이었다. 이 망할 꼬맹이는 멀미도 안하는지 평소와 마찬가 지로 멀쩡한 모습이었다. 우우욱… "후우… 넌… 왜 그렇게… 멀쩡한거냐?" "…기본이니까" 망할. 정말 쳐죽이고 싶다! 기본? 무슨 기본? 크아아악!!! 이젠 화내고 자시고할 기력도 없어…. 사흘쯤 굶으면서 흔들리는 침상위에 멍하니 누워있으니… 속이 허하고 눈밑이 퀭한게 완전히 죽기직전의 환자와 같은 몰골이 되었다. 으으윽… 더이상 이러고 있다간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난 보기만해도 속이 넘어올것 같은 멀건 스프그릇을 앞에두고 눈을 꼭 감았다. "먹지않으면 죽는다. 먹지않으면 죽는다. 먹지않으면 죽는다…" 그렇게 몇번이나 중얼거린뒤 난 눈을 부릅뜬뒤 비장한 각오를 연신 다지면 서 이미 식어버린 스프그릇을 두손으로 꽉 쥐었다. 그리고 그것을 단번에 들 이켰다. "후릅… 후우…" 아아… 뭔가 느글거리고 니글거리는 맛이지만… 그래도 뭔가를 먹었으니 굶 어죽지는… "우웁… 우엑…" …뱃속으로 들어갔던 스프가 그대로 다시 밖으로 나왔다. 털썩… 아넬리안. 배위에서 죽다. 굶주림으로…. 죽을것 같던 날로부터 3일뒤 다행이 정말로 죽지는 않았지만 나 때문에 북 으로 항해하던 함대가 항로사이에 있는 작은 무인도 주변에 모여서 이틀을 허비해야 했다. 배에서 사람들에게 업힌채 보트로 옮겨진 시야너머로 해안가 가 보이자 정말로 감격의 눈물을 주륵주륵 흘렸고 모래사장에 엎드려 흔들리 지 않는 대지에 입을 대고 키스를 퍼부었다. 누가 보면 미친것처럼 보이겠지 만… 이미 체면이고 나발이고 하는건 죄다 집어던진 뒤라고. 맨땅이 이렇게 나 반갑고 벅찬 감동을 줄수있다는건 이날까지 살아오면서 처음 알았다. 해안가에서 이틀을 체류하면서 내가 회복될때까지 기다린 함대는 3일째 되 는날 아침에 다시 출발했다. 솔직히 난 두번다시 배따위는 타고싶지 않았지 만… 마치 북풍이 불고 있는 이 시점을 놓치면 여정에 차질이 커졌고 또 이 놈의 무인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했다. 어차피 섬에서 나가려면 배가 필요했고 평생 이곳에서 살것이 아니라면 - 솔직히 평생 거기서 살고 싶었다 - 결국은 배를 타야하는것이니 난 할수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승선을 허락(?)했고 그 다음날부터 또다시 시작된 지옥에 이를 박박 갈면서 두주먹을 불끈 쥐고 버텨야 했다. 망할. 그렇게 근 열흘을 항해하고 나서야 총 열 일곱척으로 구성된 원정함대는 크 레센트 동부지역에 위치한 제노 항구에 도착할수 있었다. "끄아아아아… 이제 살것 같아. 우아아…" 온몸이 노곤하고 피곤하고 힘이 하나도 안들어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두발로 단단한 육지를 밟았다는것 만으로도 기쁨을 주체할수 없었다. 드디어… 드디 어… 저 지긋지긋한 배에서 내릴수 있는거다! 와하하핫!!! "끄아아아아… 이제 살것 같아. 우아아…" 온몸이 노곤하고 피곤하고 힘이 하나도 안들어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두발로 단단한 육지를 밟았다는것 만으로도 기쁨을 주체할수 없었다. 드디어… 드디 어… 저 지긋지긋한 배에서 내릴수 있는거다! 와하하핫!!! "와하하하하! 하늘도 푸르고! 대지도 단단하고! 이곳이야 말로 천국이로구 나!" 난 누구보다 빠르게 부두로 뛰어내려가면서 - 어디서 이런 힘이 생겼는지 는 알수없지만… - 그렇게 소리쳤다. 덕분에 부두에 모여있던 젊은 부역자들 이 의아한 시선으로 날 바라보았지만 그런 시선따윈 신경쓰고 싶지않아. 이 지긋지긋한 푸른 물덩어리들로부터 멀어질수만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팔수 있단 말이지. 우후후후…. 사람이 우글우글 거리는 복잡한 부두를 카렌과 둘이서 빠져나온 나는 우선 사람이 살수있는 '제대로 된' 곳으로 가고 싶다는 일념으로 북적거리는 사람 들 사이를 빠져나왔다. 물론 내뒤로 호위병들이 거친 바다사람들과 몸싸움을 벌여가면서 뒤쫓아온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미 그런것 따위는 내 관심밖 이라고. 아아~ 푸르른 하늘과 갈색으로 물든 산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바 로 이런곳이야말로 제대로된 사람이 살수 있는 동네지. 암암. 배따윈 고문도 구라고! 고문도구! 막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항구밖으로 통하는 대로를 따라 걷던 나는 갑작 스러운 배들의 출현으로 사방에서 몰려나온 항구에 사는 시민들이 좌우로 주 욱 갈라지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갈라진 시민들 사이로 체인메일을 걸쳐입은 병사들이 창을 두손으로 잡은채 시민들을 길가로 밀어내는 모습이 보였고 그렇게 만들어진 대로의 빈 공간사이로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번쩍이 는 기사들이 내쪽으로 우르르 몰려왔다. 그리고 그 기사중 한명이 내앞으로 달려와서는 고개를 숙였다. "제…제이크경?" "참.으.로. 오랫만이십니다. 마.마." "아…아하…아하하. 여긴 왠일이죠? 경은 폐하의 호위를 맡고 있지 않던가 요?" "로얄가드의 단장인 제게는 국왕 폐하뿐만 아니고 왕비마마와 왕자전하의 안 전 역시 책임질 의무가 있습니다. 마마" "에에…" "마차를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마마. 길거리에서 이러실게 아니라 우선 궁으 로 가시지요." "그전에 해야할일들이 아직 남았는데…" "뒷일은 하급자들에게 맡겨놓으십시오. 그리고 로얄가드중 일부를 여기에 남 겨놓을테니 걱정안하셔도 될겁니다." "그렇다면 뭐…" 난 작게 고개를 끄덕인뒤 눈썹을 한껏 치켜올린채 나를 노려보고 있는 노기 사에게 동의의 표시를 보냈다. 덕분에 항구 구경따윈 물건너갔지만…. 물론 힘으로만 하자면야 내가 이길게 당연하지만 노련하고 숙련된 노기사에게 대 들정도로 난 교양머리 없는 여자도 아닌데다가 무엇보다 관록이라는것에 위 압당했달까? 그런 상황이어서 별수없이 그의 뒤를 따라가게 된것이다. 물 론… 푹신푹신한 침대와 성실한 - 카렌과 전혀 다른!!! - 시녀들의 시중을 받고 싶다는 속셈도 있었지만 말이야. -------------------------------------------------------------- ...풀썩.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4장 협상 (3) 2004-02-18 00:13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제이크 경의 호위를 받으며 조용히 대로를 따라 걸었다. 물론 조용히… 라 고는 해도 이미 눈치 빠른 항구 주민들은 벌써 다 눈치 챘을거다. 내가 누군 지야 모르겠지만 왕국의 고관이 배를 타고 입항했다는 소문이 오늘 저녁이면 이 주변에 쫘악~ 퍼질테고 여러가지 덧붙임이 얹혀진 말도 안되는 헤괴한 소 문이 나돌것 같다. 가령… 하늘에 뚝떨어진 대 선단을 이끌고 나타난 푸른 수염의 거한이라던지… 크흠… 그건 별로 상상하고 싶지않아. "오르시지요. 마마" "응" 난 왕실 문장에 마차 한면에 커다랗게 그려진 4두마차앞에 서서 문을 열어 주는 제이크경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보인뒤 치마자락을 두손으로 잡고 마차 위에 한발을 올렸다. 그때였다! "윽…" 텅비어 있을것이라 추측했던 내 생각과는 달리 마차안에는 누군가가 타고 있었고 어두운 마차안에 무거운 공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 분위기는… 위험 하다! "아~ 나 갑자기 급한일이…" 머리속에 연신 위험하다는 경고문구가 오락가락했기에 난 즉식 마차위에 걸 쳐놓았던 발을 빼며 등을 돌렸지만 그보다 빨리 로얄가드 소속 기사들이 내 주위를 빙 둘러섰다. 그것도 등을 돌린채 방패와 갑옷의 벽을 만들어버린것 이다. "으윽…" "어서 오르지 못해!" "크으… 네에…" 도주로는 차단된데다가 등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하면서도 위압적인 목소리에 난 좌절했다. 으흑흑…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아…준비가…. 하늘이 어떨때 노래지는가… 하는걸 몸으로 체험하면서 난 한숨을 푹푹 내 쉰뒤 마차에 올랐다. 그리고 최대한 조신하게 보이도록 그의 맞은편에 조심 스럽게 앉았다. 그리고 마치 벌받는 학생처럼 두손을 무릎위로 가지런하게 모으고 고개를 푹 떨궜다.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는 아나보지?" "네에… 폐하" "흥. 당신은 언제나 그래. 무조건 사고부터 치고 난 다음에 미안하다고 말하 지 이젠 정말이지…" "잘못했어요. 폐하" 팔짱을 낀채 나를 노려보는 로이드. 그렇다. 이 세상에서 내가 진심으로 존 칭을 사용할수 있는 존재. 로이드 1세 국왕폐하. 성격 더러운 - 나한테만 그 런것 같지만… - 내 남편이다. 그런 그가 왜 여기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건 로이드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는것이다. "그렇게 얌전하고 사죄한다고 내가 속을줄 알아? 당신은 그래놓고도 또 사고 치러 어디론가 사라질거잖아! 안그래?" "그…그건…" "아아~ 안다고 나도 잘알아. 당신이 뭘 위해서 그렇게 밖으로 나돌아다니는 지 나도 이해할수 있어. 하지만! 당신은 여자야! 거기다 왕비라고. 후우… 이 젠 좀… 그만하지 않겠어? 당신을 대신할 장군과 관리들은 많아" "하지만…" "미안하지만… 난 내 부인이 전장에서 전사하는걸 원치 않아. 그럴리야 없겠 지만 당신이 전사하기라도 했다간 역사에 기억되게 될껄. 대륙에서 유일하게 전쟁터에서 전.사.한 왕비라고" "……" "아무튼 데리러 왔으니 앞으로는 왕궁에서 날 도와주도록 해. 당신은 머리가 좋으니까 큰 도움이 될거야" "……" "대답해!" "…네에" 흑흑… 예전엔 안그랬는데… 로이드도 왕노릇 몇년 하더니 사람이 변했어. 으흑흑흑…. 나… 가출할테야! 두고봐!!! 항구를 떠난 마차는 얼마지나지 않아서 동부의 중소도시 플로렌스에 도착했 다. 석조 성벽이 굳건하게 세워져 있는 해안가 도시는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더 북적거리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전쟁을 피해 피난온 시민들과 귀족들이 도시내에 거주하면서 생산 및 소비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도시내로 들어올 돈조차 없는 농노들과 유민들이야 도시와 도시사이 마을사 이를 떠돌면서 살아갈테니까. 마차는 북적거리는 시민들을 좌우로 밀쳐버리며 - 역시 왕실 문장은 프리 패스라니까 - 영주의 성을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다각다각. 작게 흔들리는 마차안에서 로이드는 계속 나를 노려보고 있었고 입이 있어도 대꾸할만한 말 이 없던 난 고개를 푹 숙인채 발가락만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 10 분쯤 마차안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자. 달리던 마차가 작은 마찰음을 내면서 멈췄고 곧이어 마차 문이 열리면서 제이크 경이 나와 로이드에게 말했다. "도착했습니다. 폐하. 마마" "음" 고개를 끄덕인 로이드는 먼저 마차에서 내렸다. 난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그런 로이드의 뒤를 따라서 마차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이미 영주의 성안으로 들어갔을거라 생각했던 로이드가 마차문 바로 옆에 서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게 아닌가? "에에?" "뭐해? 손 줘" "네? 아…네" 당황스러워라. 이남자가 왜 안하던짓을 하고 그러는거지? 으음… 뭔가 더 불길한…. 에잇! 잡생각은 내던져버리고! 난 웃으며 - 왼쪽 볼이 저절로 실룩 거리며 경련이 일어났다. 익숙하지 않아! 당황스러워! - 로이드가 내미는 손 을 살며시 잡으면서 마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의 에스코트를 받으면서 성 안으로 들어섰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예복을 차려입은 중년의 사내와 그의 부인으로 보이는 귀부인이 우리들을 맞았다. "모시게 되어서 영광이옵니다. 국왕폐하. 왕비 마마." "고생이 많군. 플로렌스 자작." "아닙니다. 귀하신 분들을 영접하게 되어서 오히려 영광이지요. 이리로 오르 시지요. 폐하. 귀빈실을 마련해두었습니다." "음…" 로이드는 자연스럽게 플로렌스 자작의 안내를 받으면서 나를 끌고 - 여전 히 내 손을 잡고 있었다 - 영주의 성안을 걸었다. 계단을 따라 두개의 층으 로 올라간 나와 로이드는 두명의 병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는 방문앞으로 안 내되었고 플로렌스 자작은 편히 쉬라는 말과 함께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우리들을 따라온 제이크경은 로얄가드들에게 복도와 방문앞 경비를 명한뒤 지금껏 경비를 서고 있던 영주의 병사들을 돌려보내는 한편 자신이 문 한켠 에 우뚝 서서 나를 힐끔거렸다. 그렇게 쳐다보니 꼭 내가 도망치려는걸 막기 위해 감시하는것 같잖아! 에잇! 에잇! 확 신경질이나 내버릴까보다! "들어가지" "네에…" 끼이익…. 나무문이 조용히 열리자 로이드는 내 팔을 잡아끌면서 안으로 들 어갔다. 방안은 예전의 왕성의 침실과 비슷할정도로 컸는데 접대용 귀빈실이 라 그런지 장식품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심플하면서도 필요한건 다 있는… 뭐 그런 정도랄까? 내가 방안을 둘러보면서 거실을 거닐고 있을때 여러개의 방문중 하나가 끼 이익… 하는 소리를 내면서 열리더니 작은 그림자가 툭튀어나와 내쪽으로 다 다다 하고 달려왔다. "마마아아아아~" "로렌?" 눈물을 그렁거리면서 달려온 녀석은 꿈에서도 잊지못할 내 아이 로렌이었 다. 난 두팔을 앞으로 내밀면서 내게 달려오는 로렌을 향해 같이 양손을 뻗 어주면서 살짝 무릎을 굽혔고 곧이어 달려와 내품에 폭하고 안긴 로렌은 내 가슴에 얼굴을 문지르면서 울먹거렸다. "마마아~ 보고 싶었쪄요. 보고 싶었쪄요" "그래. 우리 로렌. 밥은 잘먹었어?" "네! 로렌은 마마 말대로 밥도 잘먹고 키도 많이 컸어요. 봐요~ 봐요~" "후훗" 조그만 녀석이 까치발까지 들어가면서 내 품안에서 폴짝거렸다. 아아~ 깨물 어주고 싶어. 난 작은 로렌을 품에 안은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방안을 둘 러보니 로이드는 이미 테이블에 앉은채 곰팡내가 풀풀 풍길것 같은 두꺼운 책을 펼친채 보고 있었다. 하여간… 좀 변했나 싶은데 그 성격이 어디 가겠 어? 쳇. 극적인 모자상봉을 앞에 두고도 저렇게 무덤덤하게 책이나 보고 있 는 인간은 아마 이 대륙안에서 로이드가 유일할거다. 확신할수 있다니까. "뭘봐? 앉아. 헨켈!" "예. 폐하." "홍차 두잔하고 우유. 따뜻하게 데워서" "예. 폐하" 로이드와 똑같은 검은머리의 시종 - 기분나빠! 매우! 심히! - 이 로렌이 뛰 쳐나온 방에서 조용히 걸어나오더니 작게 고개를 숙인뒤 밖으로 나갔다. 그 러고보니 저 시종… 헨켈이라고 했던가? 예전에 쫓아내려다가 이런저런 일때 문에 놔뒀는데… 지금와서 내쫓기는 힘들겠군. 아아… 빨리 처리해 버렸어야 하는건데. 저 검은 머리 눈에 거슬린단 말이야. "아직도 저 시종이군요. 바꿀때가 되지 않았나요?" "…왜?" "그냥요. 그렇지않아도 일전에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었는데 잘도 빠져나갔구 나 싶어서요." "흠… 그런거 난 귀찮아. 내가 편하면 그만이지. 신경쓰고 싶지도 않고." "그러신가요? 하긴 그러니 남색가라고 소문나죠." "뭐?" "흥. 설마 모르셨다고 하실건가요? 왕이 되셨어도 바뀌지 않는 검은 머리의 시종의 뒷배경에 관심을 가지는 왕실사람은 아주 많다고요. 그것도 왕자전하 시절부터 시중을 들어오던 시종이잖아요. 보통 그런 경우 노고를 인정받아 왕실 한곳의 시종과 시녀들을 다루는 직위를 가지기 마련인데 몇년이 지나도 록 폐하의 침실 시중을 혼자서 하니 이상한 소문이 돌만도 하죠. 거기다 검 은머리이고." "검은 머리가 어때서? 우리 로렌도 검은 머리라고." "뭐… 그냥 그렇다는거죠. 폐하도 검은 머리, 저 시종도 검은 머리. 뭔가 로 맨틱한 기운이 맴돌지 않나요?" "전혀!" 아니면 말고. 훗… 하긴 로이드가 자기 주변인에 신경쓸 사람인가? 그냥 있 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마이페이스를 고수할 인간인걸. 물론 이거야 로이드라는 인간의 성격을 아는 사람들이나 아는것이겠지만…. "마마아…" "응? 왜그래? 로렌? 심심해?" "아니에요. 아니에요. 마마. 놀아줘요" "음… 뭘하고 놀까?" "우웅…" 내 품에 안겨서 꼼지락 대던 로렌이 손가락을 빨면서 고민한다. 후훗. 귀여 워라. 정말 내 아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지만 너무 귀엽고 깜찍하다니까. 이녀 석도 크면 여러 여자들 눈에서 눈물나게 만들것 같아. 뭐… 지금의 활발하고 뛰어놀기 좋아하는 로렌의 모습을 보자면… 로이드처럼 되지는 않겠지만. 아 니 절대 되서는 안돼! 저런 로이드의 끔찍한 성격은 나정도가 되니까 상대해 주는거지 보통의 여자들 같았으면 아마 오래전에 짐싸들고 도망쳤을거야. 음 음 절대적으로 그랬을게 뻔해.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때 때마침 헨켈 시 종이 홍차가 놓여진 은쟁반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덕분에 우리들의 대 화는 거기서 멈춰야했고 방안의 기묘한 분위기에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던 헨 켈 시종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이내 로이드와 같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돌아 가더니 로이드와 내 앞에 홍차잔을 내려놓았다. "헨켈" "예. 폐하." 헨켈 시종을 부른 로이드는 입을 닫은채 로렌을 한번 힐끔 바라보았다. 그 러자 헨켈 시종은 한손에 은쟁반을 든채 내게로 다가와서는 로렌과 눈높이를 맞추면사 작게 말했다. "전하. 과자드시겠습니까?" "응? 과자? 응! 응!" "그럼 이쪽으로 오십시오. 전하" "웅…" 내 무릎위에 앉아있는 로렌이 동글동글한 두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난 입 가에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로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다녀오렴. 로렌." "네! 마마!" "바닥에 흘리지말고. 그리고 단거 먹은다음에는 소금으로 양치하고. 알았지?" "네!" "있다가. 엄마랑 같이 자자" "네. 마마! 헨켈. 과자 줘! 과자!" 내 무릎팍에서 폴짝 뛰어내린 로렌은 우유잔이 놓여진 쟁반을 들고있는 헨 켈 시종의 바지자락을 잡고 졸랐고 그는 그런 상황에서도 여유로운 걸음거리 로 로렌을 데리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후룩… 차가 맛있군. "할말이 있으신가요?" "물론. 없었다면 로렌을 들여보내지도 않았어." "뭐… 저도 드릴 말씀이 있긴 했지만요." "내가 먼저할까? 아니면 당신이 먼저할래?" 음… 선수 필승이겠지? 우선 내가 선수를 칠까?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홍 차를 한모금 더 마셨다. 그리고 책을 덮은채 나를 바라보는 로이드의 얼굴을 보며 머리속으로 내 생각을 정리했다. -------------------------------------------------------------- 으음...역시 폐인대전은 힘들어 -_-a. 역시나...애니와 게임을 끊어야 할까나~(-- )~. 무에에에~~~ 싫어요! 싫어요! 가우군은 글쓰기(공산당)가 싫어요!!! 가우군 p.s 입이 찢어져 죽을지도 -_-;;;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4장 협상 (4) 2004-02-18 22:27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로이드는 내가 홍차잔을 다 비울때까지 꽤 오랜시간동안 침묵한채 나를 노 려보고 있었다. 평소같은면 바로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했을텐데 말이야. 뭔 말을 하려고 저렇게 무게를 잡는건지 모르겠어. "저는…" "말해봐" "케센으로 가려고 해요." "…역시" 이미 예상했다는 표정이군. 나를 바라보고 있던 로이드는 한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축 늘어졌다. 그리고는 허탈한 어투로 말했다. "당신이라면 그럴줄 알았지." "알고 계셨어요?" "아넬리안. 내가 당신을 만난것도 이미 4년이 넘었다고. 당신의 성격을 아직 도 파악 못할것 같아?" "……" "뭐… 반대해봤자 또 말도 없이 멋대로 굴테니 마음대로 하라고." "에에?" 왠일이야? 로이드가… 맨날 반대만 하고 택택거리는 로이드가 순순히 허락 하다니 이거 불길한데 뭔가 꿍꿍이속이 있는것 같아. 불안해라. "대신…이라긴 좀 뭣하지만…. 나도 로세니아 전선으로 출정한다." "…예?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못들었나? 나도 전쟁에 참가한다고 말했다." "무슨 그런!!!" 쾅! 나와 로이드 앞에 놓인 테이블이 우직하는 소리를 내면서 금이 쩍쩍갔 다. 그위에 올려져있던 홍차잔이 허공으로 튀어올랐다가 테이블위를 굴러다 녔지만 나나 로이드나 그런것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쓸 겨를이 없 다는게 더 정확할까? "반대에요! 절대로 반대에요!" "흠… 거참 이상하군. 당신은 늘 전장을 쫓아다니면서 난 안된다는건가?" "그야… 당신은 국왕이고… 또…" "이나라의 왕비에다가 여자인 당신이 전쟁터를 쫓아다니는것보다는 훨씬 정 상적이야." "그래도!!! 당신은 검하나조차 제대로 못들잖아요!" "그야 그렇긴 하지. 하지만 국왕이 검을 손에 쥘 정도라면 더 볼것도 없지않 은가? 그건 당신이 더 잘 알텐데?" "하지만… 전쟁터는 위험하다고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지금 당신이 한말 그대로 돌려주지. 하여간 내가 그렇게 정했으니 당신은 그리 알아두도록해" "싫어요! 대…대신 내가 갈께요! 그…그럼 돼잖아요!" "불가. 당신은 당신 멋대로 하라고. 난 나대로 행동할테니까" "으윽…" 이놈의 남편녀석! 갑자기 왜 이러는거얏! 하여간 귀여운 구석이라고는 하나 도 없다니까! "여기 플로렌스에 온것도 그때문이기도 하고 말이야. 지금 제펠 요새 근교에 서는 하루에서 두세번씩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어. 지금까지는 잘 막아내고 있지만 적의 증원군이 속속 도착하고 있고 놈들의 공세도 더 거세지고 있지. 하루에도 수백명씩 많을때는 천여명씩 전장에서 죽어가고 있어. 이미 몇몇 요새는 적의 수중에 넘어가기도 했고" "로세니아 놈들의 발악일뿐이에요. 어차피 겨울이 되면 로세니아의 보급력으 로는 더이상 진군할수 없어요. 이제 곧 겨울이란 말이에요. 눈이 내릴거고… 더이상 녹색산맥으로는 병력과 물자의 이동이 불가능해요!" "당신은 아직 소식을 접하지 못했나보군. 로세니아 군은 아넬 공국민과 우리 크레센트 왕국민들을 마구잡이로 붙잡아서 녹색산맥에 가도를 만들고 있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주민들을 투입하고 있지. 물론 단기간에 대충 만든 돌 길따위가 오래 버틸수 있을리는 없지만 당신의 생각대로 놈들의 공세가 멈추 지는 않을거야. 더군다나 아넬 공국에는 그간 로세니아 군이 비축한 물자가 모여있지. 그것만해도 최소한 육개월은 공세를 펼수 있을것이라는 정보부의 판단이야." "거짓말! 로세니아가 그런 능력이 있을리가…" "덕분에 전선 사기가 많이 떨어졌어. 애초에 단기전이라 생각했고 적을 막기 만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야. 의외로 로세니아의 공세가 거셌지. 거기 다 우리는 지킬곳이 많아. 적의 대군에 맞서기 위해 이쪽도 병력을 집중시켜 놓은탓에 여기저기 허술한 지역이 늘고 있지. 그리고 그 틈새 사이로 로세니 아의 별동대가 왕국내로 침투하고 있어. 어차피 소수이니까 금세 격퇴할수는 있지만 전장 주변 지역의 마을과 도시의 피해가 적지않아." "그렇다해도!!! 왕이 친히 전장에 나갈정도로 위급한 상황은 아니에요!" "위급한 상황이야. 당신은 아직도 이해못했나본데. 지금 크롬발에는 더이상 가용병력이 없어. 이미 1만명의 시민병과 그 네배에 달하는 사내들이 군에 징집되어서 전쟁터로 향하고 있어. 만 16세부터 40세까지의 왕국 남자들은 병사가 되어서 직접 검을 들고 나가서 싸우던지 혹은 거점건설, 물자수송, 예 비대등을 위해 징집된 상태란 말이야. 왕국 각지에 흩어져있던 요새 수비군 과 각 영주들의 사병들, 거기다 도시 수비대는 물론이고 조그만 마을의 자경 단까지 모조리 끌어다가 전선에 투입하고 있어." "우리가 그정도라면 적은 그 상황이 더 심할거에요. 이제 조금만 더 버티 면…" "그건 당신의 낙관적인 생각일뿐이야. 이 상황에서 케센이 남진한다면 솔직 히 말해 난 두손 들고 싶어." "하지만…" "이나라에 가용군인따윈 이젠 더이상 없다는 뜻이야. 거친 북방의 전사들을 상대해야하는 이들이 누구라고 생각하지? 굳이 알려줘야 하나?" "……" 나도 바보는 아니라고 뭐…. 남자들이겠지. 아직까지 전쟁터에 끌려가지 않 은 사내들. 검은 커녕 낫도 별로 만져본일 없을 소년들과 배나온 아저씨들. 그리고 평생을 농사만 지어온 노인들이 전쟁터로 내몰리겠지. 전쟁을 경험하 고 훈련을 받은 병사들은 로세니아를 상대로 싸우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더이상의 논의는 괜히 힘만 뺄것 같군. 하여간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싫어요! 폐하께서 그 위험한 전장으로 나간다는데 중신들이 가만히 있던가 요? 모두들 바보가 된거 아니에요? 어떻게…" "말리기야 많이 들 말렸지. 하지만 아넬리안. 지금 크롬발에는 로얄가드와 왕 실 근위대 일부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도시의 치안을 담당할 치안대조차 전 쟁터로 달려간 상황이야. 수도라해서 다를게 없다는뜻이지. 거기다 거리에 젊 은 사내들은 거의 볼수 없는 상황이야. 모두 징집되었던지 부역에 끌려갔으 니까." "그러니까… 폐하도 가셔야 한다는거군요." "그래. 난 이나라의 왕이기 이전에 크레센트인이고 남자야. 전장에서 왕국을 위해 싸울 의무가 있어." "그래도…" "브래드릭 형님도 전선에서 싸우고 있어. 내 나이 또래의 사내들 역시 이나 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고. 나 역시 그럴 의무 가 있다." "하지만 당신은 왕이잖아요! 국왕이 그렇게 위험한곳에 가서 목숨을 내놓고 싸울 필요가 있어요? 당신이 죽으면… 난… 아니 이나라는… 우리 로렌은…" "그때는 당신이 로렌을 국왕으로 만들어주라고. 믿을테니까" "…왜. 왜 하필 당신인데… 왕이면서… 이나라의 아버지이면서…" "의무는 권리보다 우선한다. 크레센트 인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야. 당신도 크 레센트 사람이라면 머리속에 각인시켜두도록. 아~ 그리고 케센과의 협상은 당신이 알아서 하도록해. 조심하도록 하고. 거기서 돌아온뒤로는 수도를 부탁 하지. 아넬리안. 당신을 믿을테니까." "……" "사실 난 당신에게 내가 전장에 나가있는동안 수도와 후방의 치안을 부탁하 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다른 자에게 위임해야겠군. 전쟁때문에 나라 꼴 이 말이 아니야. 각 영지의 감옥에는 좀도둑들이 가득 들어차있고 곳곳에서 산적들이 날뛰고 있어. 전쟁만 이기고 나면 모두 일소될 별볼일 없는 놈들이 긴 하지만 그동안 피해가 적지않을것 같아서 말이야." "……" "흠. 하여간 내가 할말은 이걸로 끝이야. 그럼… 난 플로랜스 백작과 회의할 게 있으니 다녀오지. 늦을지도 모르니 로렌과 먼저 자고 있어" "……" "대답해" "네. 폐하. 다녀…오세요" "그래." 그말을 끝으로 로이드는 자리에서 일어선뒤 나를 외면한채 밖으로 나가버렸 다. 탁.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면서 로이드의 검은머리가 내 시야에서 사라졌 다. "마마아…" "응? 로렌? 왜? 과자 다 먹었어?" "우세요? 아파요?" "으응? 아니. 엄마는 괜찮아. 우리 로레 이리오렴" 작고 앙증맞은 두손으로 문가를 붙잡은채 나를 바라보고 있던 로렌이 쪼르 르 달려와서는 내 무릎을 두손으로 붙잡았다. 난 그런 로렌을 들어올려서 품 에 안아주었다. 나쁜 사람. 싸움은 커녕 말도 제대로 못 타면서 위험한 전쟁 터에 뛰어든다는거야? 하여간 사람속을 아주 씨커멓게 태운다니까. "마마아…" "응. 엄만 괜찮아. 로렌. 우리 로렌…" 난 당장이라도 울것처럼 눈물을 글썽이는 로렌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한껏 미소를 지었다. 눈앞이 뿌옇게 변해서 우리 아이의 얼굴이 잘 안보여. 로이드는 한밤중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다른곳에서 자는것 같다. 뭔가 대화를 더 해야할것 같은데 왠지 찾아나서기가 두려웠다. 그를 말려야 할지. 아니면 격려를 해야할지 아직도 판단이 서지 않았고 강경한 로이드를 꺽을 자신도 없다. "후우…" 밤이 깊었는데도 잠이 안와. 하긴 편하게 누워서 잠을 잘 정신도 못되지만 말이야. 난 정말이지… 이런건 싫은데. 왜 로이드는 고난을 사서 자처하는걸 까. 나야… 뭐… 다 로이드를 위해서 이렇게 위험을 감수하는거지만. 그는 왕 이기도 하고 싸움이랑 거리가 먼 사람이란 말이야. 로이드가 나처럼 위험한 일에 뛰어들 필요성따윈 어디에도 없는데… "우우웅…" 내 품에 안긴채 세상모르고 자고있던 로렌이 꼬물거리면서 내 품으로 파고 들었다. 아아… 그러고보니 로이드랑 같이 잠을 자본적이 언제더라… 까마득 히 오래된것 같아. 이런이런… 이래서야… 아내로서도 엄마로서도 실격이잖 아. 하아… 오늘밤도 잠자긴 틀린것 같아. 다음날 로이드는 플로렌스와 주변 영지에서 끌어모은 천여명의 시민병과 그 두배쯤 되는 짐꾼들을 끌고 아침 일찍 성을 나섰다.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대열의 선두에 서서 병사들을 독려하며 떠나는 로이드를 난 멀리서 지켜보기 만 했다. 로렌이 떠나는 로이드를 보면서 왜 난 같이 안가냐고 잠깐 칭얼거 렸지만 그나이 또래 답지않게 감정을 읽는데 익숙한 - 역시 모전자전이야. 음음. - 로렌은 한손으로 내 치마자락을 잡은채 멀거니 떠나는 행군대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로이드를 보내고나서 난 덴의 방문을 받았다. "오랫만입니다. 마마." "별로. 그리 오래된것도 아닌걸 뭐." "아하하. 하긴 이제 겨우 이주밖에 안되긴 했습니다만…" "언제 온거지? 여긴?" "폐하와 같이 왔습니다. 마마. 그간 이런저런 논의를 하느라 좀 정신이 없었 거든요. 그래서 이제야 찾아뵐수 있게 된것입니다." "그래? 용건은?" 난 헨켈과 놀고있는 - 왜 저녀석은 안 끌고 간거야!!! - 로렌에게 손을 흔 들어주면서 물었다. 그러자 덴은 매우매우 섭섭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이거 충신을 너무 괄시하는것 아닙니까? 마마" "시끄러워. 나 지금 기분나쁘니까. 용건만 간단히 말해" "예이. 뭐… 별다른 일은 없습니다. 다만 마마께서 약탈… 아니 회수해오신 식량과 금화에 대한것입니다만…. 우선 식량류는 전선으로 향하게 될것이 고… 에또… 금화에 관한것입니다만." "응? 뭐가 잘못됐어?"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그게…. 얼마나 떼먹으면 좋을지 확신할수 없어서 말입니다. 아하하하…" "아아. 그러고보니 우리쪽에도 돈이 좀 부족했지. 한… 10%정도 어때?" "음… 서류만 위조하면 그정도는 별것아닙니다만… 좀 많지 않을까요?" "됐어. 어차피 내 군대가 회수한 자금이야. 중간에 얼마간 꿀꺽한다고 해서 뭐라할수 있는 인간도 없다고. 있다면 로이드 정도랄까? 거기다 어차피 그 자금들도 전쟁에 쓰일거잖아." "하긴… 그렇긴합니다만…. 그렇자면 우선 백만정도만 뒤로 빼돌리기로 하고 나머지 자금중 일부는 아리츠반과 모레니안에서 용병과 무기류를 수입해오는 데 쓰도록 하겠습니다." "아아… 멋대로 하라고. 귀찮으니까 알아서 해." "후후. 마마께서는 절 너무 믿으시는거 아닙니까? 혹시나 제가 부정축재라도 하면 어쩌시려고…" 덴. 이자식이 또 사람 속을 긁는구만. 확 패버릴까보다. 쩝쩝… 뭐… 오른손 도 없는 녀석을 패봐야 찜찜하기만 할테니 그건 좀 참아야겠지만…. "그런거라면… 죽인다. 됐지?" "그거 끔찍하군요. 하하하" "시끄러워. 아참. 깜빡했군. 헤쉬케린 늙은이들하고 아크레닌 공성전에서 우 리를 도와준 마법사들에게 포상을 내리도록 해. 그리고 될수있으면 그들을 오랫동안 이나라에 잡아둘수 있는 방법도 강구해보도록 하고." "음… 그건 예상외의 지출인데… 어느수준으로 잡으면 되겠습니까?" "알아서 하라고. 알아서. 내가 마법사들 보수까지 다 일일이 책정해야돼? 그 런것쯤은 덴선에서 끝내라고. 귀찮아." "그럼. 알아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케센 수도까지 얼마나 걸릴까?" "음… 한 3주쯤 걸리겠군요. 물론 육로로 말입니다. 중간에 케센에서 훼방만 안놓는다면 그정도쯤 걸릴겁니다. 마마" "그럼 배로는?" "배로는… 지금 북풍이 불고 있을시기이니… 한 7~8일? 그정도면 충분하겠군 요. 이 역시도 물론 중간에 방해가 없다고 가정했을때의 이야기입니다만…" "길어. 더 단축할 방법 없어?" "글쎄요…. 그외에는 특별히…" "그럼. 덴이 정보실 요원들 풀어서 케센측 이왕자와 접촉좀 해봐." "예?" "거 있잖아. 수뇌부끼리의 비밀회담 같은거. 장소선정과 날짜는 맡길테니까. 최대한 빨리 일정을 잡아. 음… 배가 좋겠군. 육지에서는 아무래도 훼방꾼이 출몰할 위험이 있을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마마." "그럼 가봐. 난 그동안 로렌하고 좀 놀아줘야겠어. 이 기회에 좋은 엄마 역할 도 좀 해둬야지 나중에 로렌이 삐뚤어지지 않을테니까." "하하… 로렌 전하께서야 늘 마마의 편 아니십니까?" 덴은 하하하. 하고 웃으면서 별것아니라는듯이 웃었지만 난 심각하단 말이 야. 아직은 로렌이 날 좋아하긴 하지만 나중에 내 얼굴도 잊어먹으면 어떡해. 그런건 절대 용납할수 없지. 암암. -------------------------------------------------------------- --a. 분량늘리기......인가. 음...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4장 협상 (5) 2004-02-20 01:10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그날밤 난 카렌을 불렀다. 처음 가는곳에서는 자기가 만족할때까지 돌아다 녀야 직성이 풀리는 카렌은 내가 부른지 오랜 시간이 되어서야 내 앞에 나타 났다. "카렌." "응…" "로렌을 지켜줘." "……" "이건 부탁이지만 거절한다면 명령이라고 할거야" "…응" "부탁이야. 카렌… 크롬발에 있는 모든 시민이 죽어도 상관없으니까. 절대로 우리 로렌을 지켜줘" "으응…" "그래. 계속 수고하도록 해." 카렌은 뭔가 불만족스럽다는듯이 작게 볼을 부풀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인 뒤 창문을 넘어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후우… 이걸로 우리 로렌이 이전과 같 은 위험한일에 노출되어도 안전할수 있겠지. 카렌이라면… 믿을수 있으니까. 로이드가 전선을 향해 떠난지 3일이 지났다. 그동안 난 플로렌스 백작령의 성안에서 로렌을 상대해주고 있었다. "마마아~" 생글거리면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로렌. 귀엽고 순진하고 순수하며 착하 다고… 하고 싶지만 말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좀 질렸다. 주변에서 미운 네 살, 미운 네살 할때는 뭔소린지 몰랐는데 딱 3일만 시달리다보니 눈물이 날 정도로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마마아~ 마마아~" "응? 왜그래 로렌?" "놀아줘요. 놀아줘요" "그래~ 뭐하고 놀까?" "움…" 우리 로렌이 또 손가락을 빨면서 고민한다. 그리고는 이내 숨바꼭질 하자고 조른다. 그건 카렌이랑 한걸로도 충분한데 말이야. 휴우…. 그래도 안놀아주 면 또 뭔 땡깡을 부릴지 모르니 놀아줘야겠지. "자~ 그럼 로렌. 엄마가 술레할께. 어서 숨으렴" "네에~" "백까지 센다. 하나…두울…세엣…" 로렌이 생글생글 웃으면서 성안의 정원을 가로지르며 뛰어갔다. 후에…. 정 말 지친다. 역시 아이가 천사같이 느껴질때는 자고 있을때뿐일려나…. 아이들은 순수하다. 음… 이건 로렌에게만 해당되는건지도 모르겠지만… 뭐… 아이들은 순수하다고 하니까 순수한거겠지. 하지만 그만큼 피곤하다. 로 렌은… 내 관심을 받기위해서 뭔짓이든 한다. 우허허…. 서류를 검토하느라 못놀아주는동안 내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 차를 내오던 시녀에게 일부러 부딪 치거나 성안에 있는 어린 하인들이나 시종들과 흙탕물 - 이런게 도대체 어 디있는거야? 성안인데!!! - 을 뒤집어쓰고 성안을 돌아다니는건 예사고 가끔 은 내게로 전해진 서류뭉치를 내가 보는 앞에서 들고 도망갈때도 있었다. 이 런 일들이 단 삼일만에 벌어진것들이다. 아마 내 눈밖에서 벌인 일들은 셀수 도 없을껄?. 이런 장난을 할때마다 한바탕 붙잡고 힘껏 때려주고 싶었지만… 솔직히 나도 바빠서 로렌에게 관심을 많이 못줬고 로이드의 무심한 성격을 생각해보자면 로렌이 왕성안에서 얼마나 외롭게 지냈을지 뼈저리게 느낄수 있기에 난 왠만한 일들은 눈감아주었다. 무엇보다… 내 팔에 메달려 초롱초 롱한 눈망울로 날 올려다보는 로렌을 어떻게 때릴수 있겠어? 그런 무식하고 야만적인 일은 절대로 못해. 이런 천방지축인 로렌때문에 피해를 보는건 플로렌스 백작과 백작부인, 그 리고 성에서 일하는 시종, 시녀들이었지만 백작은 '활달하다'라는 말 한마디 로 웃어넘겼고 그말에 난 머리를 긁적이면서 같이 웃었다. 뭐… 달리 할말이 있어야지. "로렌~ 우리 로렌 어디있니?" 에에… 귀찮긴 하지만 찾아줘야지. 안그랬다간 삐져서 같이 안잔다고 할지 도 모른단 말이야. 난 어딘가에 숨어있을 로렌을 찾아 성안을 돌아다녔다. 물 론 성안에서 일을하거나 지나가던 시종과 시녀들이 로렌이 어디있는지 온몸 으로 - 눈짓을 한다던가. 팔꿈치로 가리킨다던가 - 가르쳐주고는 있지만 바 로 찾으면 로렌이 재미없다고 한단말이야. "우리 로렌 어디있을까아? 음…" 난 일부러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 로렌이 숨어있는 방주변을 오락가락거렸 다. 그리고 살짝 문을 열어서 방안을 들여다보자 조금 열려있던 벽장이 탁하 고 닫히면서 백금발의 머리카락이 안으로 숨어버렸다. 후우…. "로렌아~ 어떻해. 우리 로렌을 못찾겠어." "마마아~" 벌컥. 벽장문이 활짝 열리면서 내 키의 절반정도밖에 안되는 로렌이 내게로 다다다 달려와서는 등뒤에서 내허리를 껴안았다. "어머나. 로렌… 거기 있었어?" "네에~ 네에~. 이히히" 로렌은 연신 웃으면서 내게 메달렸다. 난 그런 로렌을 번쩍 안아든뒤에 붉 게 상기된 로렌의 볼에 살짝 뽀뽀해주었다. "참 잘했어요. 로렌." "에헤헤… 또해요. 또해요. 네? 마마" "음…. 로렌?" "네. 마마" "노는것도 좋지만. 이제 티타임 시간이에요. 그러니까 이제 정원으로 가야 지?" "웅… 더 놀고 싶은데에…" "그건 조금 있다 저녁 먹고 나서. 알았지?" "네에~" 난 품에 안긴 로렌의 볼에 부비적 거리면서 꺄르르 웃는 내 아이를 안고 정 원으로 향했다. 이런 행복하고 평화로운 시간이 마냥 계속되었으면 좋겠지만 다음날 덴의 부하가 가지고온 서류 한장에 행복했던 모자는 타의(?)에 의해서 갈라서야 했다. "로렌. 엄마는 또 나가봐야 하니까. 왕성에서 기달리고 있어야해. 알았지?" "우…우…" 눈물을 글썽이면서 내게 메달리는 로렌. 아… 마음이 약해질려고 한다. 안 돼. 이래서는 안되지. "뚝! 우리 로렌 착하지?" "마마아… 싫어요. 싫어요. 마마아… 히잉…" 눈물을 참지못한 로렌은 굵은 눈물방울들을 뚝뚝흘리면서 치마자락에 메달 렸다. 하지만 난 단호한 몸짓으로 로렌을 떼어내고는 두손으로 아이의 두볼 을 부드럽게 잡아주었다. "로렌." "마마아…" "엄마는 이제 가봐야해요. 그러니까…" "에에엥…" "로렌… 휴우…" 떼쓰는거만 늘었다니까. 덴 자식을 대하듯이 엉덩이를 흠씬 때려줄까보다. "가지마요. 가지마요. 싫어요. 싫어요." "안되요. 로렌." "싫어요. 우에에엥… 싫어. 싫어." 급기야 바닥에 주저앉은 로렌은 칭얼거리면서 떼를 써댔다. 그런 로렌을 보 면서 난 이마를 짚은채 바라보다가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떻 게 로렌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란 말이야. 음… 아이에게 논리가 통할리도 없 잖아. 거기다… 때린다고 될일도 아니고…. 난 흙바닥에 주저앉아 울면서 떼 를 쓰는 로렌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어야했다. 이럴때 내 어머니는 어떻 게 했을까? 모르겠다. 기억안나. "아아아앙… 아아앙…" 목이 쉬도록 울던 로렌은 한참을 울고나서야 히끅거리면서 눈물을 그쳤다. 하도 울어서 붉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내 아이를 바라보고 있자 니 모든걸 다 내팽개치고 로렌과 함께 조용한곳에서 살고싶다는 욕망이 마음 속에 맴돌았다. 그럴수 없다는걸 누구보다 내가 더 잘알지만… 아마도 그게 솔직한 내 마음일거야. "마마아아…" "……" "마마아… 가지마요. 가지마요. 로렌이랑 있어요" "후우…" 절로 한숨이 나왔다. 난 여전히 눈물이 그렁그렁한 로렌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웃어주었다. 그러자 갑자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있던 로렌이 벌떡 일어서더니 그 조막만한 손으로 옷에 묻은 흙을 탁탁 털고는 손등으로 눈가 를 문질렀다. 그리고 '에헤헤'하고 웃으며 말했다. "마마아. 다녀오세요. 기다리고 있을께요. 에헤헤…" "……" 갑자기 로렌이 왜 저럴까? 이해할수 없었다. 하지만 그 조그만 손으로 어서 가라고 내 등을 떠밀면서 로렌은 연신 웃어보였고 - 비록 그점이 더 가슴아 팠지만 - 난 로렌에게 떠밀리듯이 마차에 올랐다. "마마~ 오실때 맛난 선물 많이 사다 주세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마차를 따라 뛰어오며 로렌이 손을 흔들었다. 나 역시 마차밖으로 손을 내밀고 뛰어오는 로렌에게 손을 흔들어주었고 곧이어 마차가 성문밖을 나가면서 로렌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후우…" "아이들은 때로는 부모가 깜짝 놀랄정도로 성장해 있는법이지요. 마마" "누구? 아아… 덴이냐. 언제 탄거야?" "아까부터 있었습니다만…. 전 잊혀진거로군요. 슬픕니다." "나 장난칠 기분 아니야." "뭐… 그러시다면야…. 흠흠" "로렌은 언제 왕성으로 돌아가는거지?" "내일 오전중으로 출발하실겁니다. 마마. 물론 왕성까지의 경비는 물론이고 수도내의 경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으니 걱정안하셔도 될겁니다." "호오~ 수도내에 병력이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폐하께 듣기로는 그랬던것 같은데 말이야." "물론 부족하긴 합니다만… 왕자 전하 한분을 지키는데 근위대 1천여명과 로 얄가드 서른 다섯이면 충분하고도 남지 않겠습니까? 무엇보다 이 일대 수천 킬로미터 내로는 스무살 이상의 남자는 거의 씨가 말랐을 정도이니까요" "흐음…. 뭐 덴이 그렇다면 그렇겠지. 맡겼으니까." "하하하. 이렇게 신뢰해 주시니 참으로 영광입니다. 마마." "뭘… 실수하던 실패하던 문제가 생기면 죽여버리면 그만이니까 말이야" 성쪽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린 혼잣말을 덴이 들은것 같다. 찔끔거리면서 입을 닫는걸 보면 말이야. 하긴… 들으라고 중얼거린거긴 하지만. 마차는 플로랜스 백장령의 성과 도시를 빠져나와 항구로 향했다. 낮은 성벽 에 의해 보호되는 플로랜스 항구가 얼마지나지 않아서 모습을 드러냈고 곧이 어 항구 중앙의 대로를 따라 달린 마차는 단 한번도 멈추지 않고 곧장 부두 로 향했다. 그리고…. "또냐… 젠장할." 망할 로얄 프린스가 당당한 자태를 뽐내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솔직히 말 하자면… 나 저거 타기 싫어! 우아아아…. 얼마전에 겪었던 끔찍한 악몽이 되살아난다고!!! "크레센트 해군과 상선들을 통털어 가장 우수한 함선입니다. 마마. 조금 불편 하시더라도…" "조금이 아니란 말이야! 으윽… 보기만해도 속이 울렁거리는것 같아" 타기도 전에 벌써 이러면 어쩌라고… 으으윽… 세척의 중카락의 호위를 받으며 북해로 뱃머리를 돌린 '로얄 프린스'호는 나 와 선원 100명, 그리고 내 호위병 600여명을 태운채 항구를 떠났다. 중간에 작고 사소한 - 나 또한번 탈진해버렸다. 배가 싫어! 죽어도 싫어! - 일들이 있었지만 북풍을 받으며 출항한 배들은 빠른 속도로 북진했고 예정보다 하루 빠른 이틀만에 목적지 근처까지 도달했다. "또 나와 계십니까? 각하." "으으응…" "북해의 바람은 몸에 안좋습니다. 각하" "끄응… 무슨말인지 나도 알겠지만 말이야…" 난 뱃전에 턱을 괸채 축늘어진 자세로 손을 저으며 중얼거렸다. 지금 내게 말을 거는 사내는 이 '로얄 프린스'호의 함장으로 임명된 제로 선장이다. 화 격단 3대대 2중대장을 맡고 있던 사내였는데 전직이 해적이었던지라 이번에 강탈… 아니 회수한 함선들의 함장직을 맡게된것이다. "바람 좀 쐬고 들어갈테니까 가서 일봐" "예. 각하" 함장답게 근엄하고 중후한맛이 있는건 좋은데 말이야. 난 덮수룩한 수염을 잔뜩 기른 중년 아저씨는 별로 안좋아하거든. 거기다 팔뚝이며 가슴이며… 온통 수염투성이라 더욱더 감점. 나중에 갈아치워야지. 음음… 아니 이젠 다 시는 죽어도 배에 탈 일이 없으니 그럴필요 없을려나? 으음….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속은 울렁울렁. 가슴은 답답. 머리속은 어질어질. 독한 럼주와 맥주를 믹스해서 한통 다 비운뒤 자고 일어난뒤 같아…. 우웁…. 기분 나빠라…. 이럴땐 뭔가 기분전환이라도…. 음음… 아 그러고보니 저 제로 선 장이 화격단에 들어온 이유가 뭐라고 했었더라… 으음…. 맞다. 원래는 녹해 에서 해적질하던 해적선 선장이라고 했었지. 그러다가 아크레닌의 해군과 크 레센트 해군에 쫓겨서 백해로 도망쳐나오다가 근해에서 암초에 배가 걸려서 좌초했다고 했던가? 그래서 배를 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갔고…. 그덕에 산적 이 되었고 새 배를 사기 위해 산적질 했는데 의외로 잘벌려서 업종을 바꿨다 던가? 그러다가 화격단에 들어왔고… 이제는 또 선장이 되었지만… 우에… 더 기분나빠졌어. 다른거 다른거…. 내가 뱃전에 주저앉아서 턱을 괸채 푸른 바다를 보고 있을때 머리위에서 '육지다. 섬이다'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들리지마자 난 선수상이 있 는 뱃머리쪽으로 죽자고 뛰었고 작게 흔들리는 배의 갑판을 지나서 - 뱃전 에서 일하고 있는 선원들을 마구 밀치면서 - 선수상 앞머리 위에 달라붙어 서 앞을 내다보았다. 망루에서 사방을 관찰하고 있던 선원의 외침대로 우리 들 눈앞에 손바닥만한 작은 섬이 눈에 들어왔다. "와아아아… 이제… 배에서 내릴수 있다! 만세!!!" 난 체면도 잊은체 선상에서 뛰어다니면서 웃어댔다. 나중에 그때를 회상한 덴이 너무 기뻐하는것 같아서 차마 말을 걸지 못했단다. 그리고 그말을 들은 난 내 체면과 명예를 위해서 배에 탔던 선원들과 병사들을 - 뛰어다니던 날 목격했던 - 배와 함께 바닷속에 가라앉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로얄 프린스'호와 카락선들에게서 수십척의 보트가 내려졌고 난 그 보트의 맨 선두에 당당히 서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섬으로 향하는 선원들과 병사들을 향해 빨리 노를 저으라고 재촉했다. 덕분에 우리들이 섬에 도착했을때 노를 젓던 선원들이 땀에 절은채 혀를 빼물고 헥헥 댔지만 그딴건 내 알바가 아니 란 말이야! 우하하하… 땅이다! 모래다! 흔들리지 않는다! 대지여! 내가 왔도 다! 나 아넬리안이 왔다!!! "와아아아아!!!" "마마. 체통을 좀 지켜주십시오. 마마아…" "시끄럿!" 첨벙. 해안가의 모래사장에 보트 밑바닥이 닿자마자 난 즉시 보트에서 뛰어 내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바닷물을 헤치면서 걸어올라갔다. 덕분에 입고있 던 드래스가 다 젖어서 물위에 둥둥 떠다녔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는게 정확할거다. "마마. 아직 이곳의 안전도 확보하지 않았습니다. 좀더 자중하심이…" "입닥쳐. 덴. 나에겐 그딴것보다 흔들리지 않는 땅덩어리가 더 중요해!" 난 그렇게 말하면서 모래사장위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짠내가 가득한 차가 운 바닷바람이 젖은 드래스 사이로 파고들어와서 좀 춥긴 했지만 기분은 최 고였다. 아아… 살것같아. 역시 사람은 땅위에서 살아야되는 법이야. 배따윈 인간이 만든 최악의 물건이라니까. 므흣…. "제 4중대, 5중대는 각 소대별로 나뉘어서 섬 주변을 정찰한다. 6중대는 곧바 로 캠프준비를 하고 선원들은 배로 돌아가서 휴식한다. 주변 경계를 철저히 할것! 어서 움직여!" 모래사장위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내 대신 덴이 보트를 타고온 병사들에 게 명령을 내렸고 곧이어 간이 천막이 해안가 곳곳에 건설되었다. 그때까지 바닷바람을 맞으며 모래위를 굴러다니던 난 건장한 체격의 병사 두명에게 양 팔을 잡힌채 질질 끌려갔다. 망할 덴 녀석. 사람이 행복감에 젖어있는데 그걸 그렇게 무참하게 박살내다니. 두고보자! 흥! 바닷물과 모래범벅이 된 드래스를 벗어던지고 식수로 사용할 물로 대충 씻 은 난 덴이 챙겨온 옷상자에서 새 드래스를 꺼내서 입었다. 그리고나서 편한 자세로 누워서 기다리니 해가 질 무렵 '로얄 프린스'호에서 횃불 신호가 우리 들쪽으로 깜빡거리며 전해져왔다. "함선 출현, 20척 내외, 진행방향 이곳 섬 이라는군요. 마마. 저쪽도 예상외로 빨리 도착했군요." "흠… 뭐… 회담이 빨리 끝나면 나로서야 좋지." "저쪽이 다른 생각이 없었으면 좋게습니다만…" "그때는 그때고. 자… 손님 오신다. 덴 부하들에게 단단히 준비하라고 일러 둬" "알겠습니다. 마마" 덴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뒤 차가운 바닷바람을 피해 옹기종기 모여서 모닥불을 피우고 있는 병사들쪽으로 걸어갔다. 자아… 나도 준비를… 할게 없잖아. 음…. 하긴 나야 맨몸으로 왔다가 맨몸으로 돌아가면 되는것이고. 서 류나 한장 들고 가면 될까나. 별탈없이 회담을 끝낼수 있으면 좋겠는데…. 케센의 이왕자인 사이릭 왕자가 해변가 모래사장에 나타난 시각은 해가 완 전히 지고서도 꽤나 시간이 흐른뒤였다. 이미 하늘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가 득 들어찬 한밤이 되고나서야 저쪽 롱보트에서 내려진 작은 보트들이 우리쪽 을 향해 노를 저어왔고 또 꽤 긴 시간을 기다리고 나서야 그들의 보트가 해 안가에 닿았다. "참으로 오랫만이군. 4년만인가? 아넬리안 왕녀. 아니 이젠 왕비로군" "그렇군요. 만년 왕자 나리." "하하하…" 만나자마자 시비냐? 하여간 저 인간도 마음에 안들어. 쯧. 하지만 내가 마음 에 안든다고 마음대로 내칠수 있는 인간도 아니고하니 난 이쯤에서 그만두기 로 하고 해안가에 마련된 협상 장소로 사이릭 이왕자를 안내했다. "흠… 이번엔 개방된 곳인가?" "네. 저희 크레센트는 음침하고 폐쇄된곳은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어디의 누 구와는 다르게 말이죠. 덤으로 공포분위기도 조성하는 법이 없답니다." "하하하… 언제나 날 유쾌하게 만든단 말이야. 당신은…. 솔직히 난 당신네 국왕이 로이드 1세가 아닌 마틴 1세가 될줄 알았는데. 그랬다면 좀더 일찍 당신을 만날수 있었을거라 생각했지." "그것참 죄송하네요." 난 비꼬는 어투로 대답했다. 그런 나를 보며 쓴웃음을 짓던 사이릭 이왕자 는 내가 안내한 작은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한손으로 턱을 괸채 말을 했다. "자. 어디… 그럼 협상을 해볼까? 나로서는 한가지만 충족되면 모든지 들어 줄수 있을것 같지만 말이야." 그 한가지 조건이 뭔지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않아. 이래서 인기인이란 괴롭 다니까. 훗. 난 사이릭 이왕자의 맞은편에 앉은뒤 덴에게 손짓하여 몇가지 서 류들과 지도를 가져오게 시켰다. 덴이 가져온 지도는 질긴 종이로 만들어진 커다란 대륙 지도였는데 크레센트와 로세니아 그리고 케센 삼국의 전토가 그 려져있는 지도였다. "흐음…" "우선 협상에 앞서서. 그쪽의 심경을 좀 듣고 싶은데요. 왜 이곳에 많은 병력 을 끌어모으고 있는것이죠?" 난 크레센트 북단의 국경지역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물었다. 그러자 사이릭 이왕자는 휘파람을 작게 불면서 씨익 웃었다. "휘유~ 처음부터 강공인가? 뭐… 좋아. 대답해주지. 국경선 부근에 많은 수의 병사들을 끌어모으는거야 한가지 목적밖에 더 있겠어?" "…그게 본심인가요?" "그건…. 마음대로 생각하라고. 후후" "좋아요. 그럼 이 회담은 여기서 마무리 짓기로 하죠. 덴. 돌아간다." "예? 마마…" "어이 이봐. 아넬리안." "남의 부인을 함부로 부르지 말아줬으면 좋겠군요. 사이릭 이왕자 전하." 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면서 약간 놀란듯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진 사이릭 왕자를 쏘아보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등을 돌리면서 아까전 내가 옷 을 갈아입을때 썼던 막사쪽으로 걸어갔다. "이 계집이 감히!!!" "그만도 흉켈!!!" 철컥. 케센측 장군이 배틀 엑스를 들어올리자마자 양측의 병사들이 검을 반 쯤 뽑아들고 창을 서로에게 겨눴다. 하지만 사이릭 이왕자가 끼어들면서 그 우락부락한 장군을 말렸다. 덕분에 반쯤 뽑혔던 검들이 다시 검집으로 돌아 갔고 창날은 다시 하늘을 향해 겨눠졌다. "아넬리안 왕비. 우리 장난은 이제 그만하도록 하지. 인내심 많은 나도 슬슬 기분이 나빠지려고 하고 있으니까." "장난? 미안하지만 전 진심입니다만." "흥. 그래? 과연 크레센트가 로세니아와 케센의 군대를 막아낼수 있을까? 그 렇게 과신하는것 이라면…" "케센의 왕성은 아크레닌의 포트로얄보다 더 오래버틸수 있을까요? 기대되는 군요. 훗." "……" "그쪽에서 전쟁을 바란다면 그에 답해드리도록 하죠. 하지만… 크레센트를 침공한 국가는 그에 따른 응분의 댓가를 받게 될겁니다. 아크레닌처럼!" 몸을 돌린 난 케센의 이왕자를 노려보면서 그렇게 소리쳤다. 그리고 그가 뭐라고 입을 열기전에 먼저 말을 꺼냈다. "크레센트의 인구는 천만. 아니 천이백만! 당신네 케센보다 세배는 많습니다. 얼마든지 와보시지요. 최후의 한명까지 모조리 몰살시키지 않는한 당신의 군 대는 크레센트의 영토를 절대로 밟을수 없을테니까!" "…흥. 허풍이 심하군." "허풍인지 아닌지는 직접 몸으로 체험해보시죠?. 아마 당신의 상대는 지금 눈앞에 있는 바로 제가 될테니까요." "하~ 북구의 한파와 거친 기후에 단련된 전사들을 농사나 짓던 농부들을 가 지고 막아보시겠다? 정말 웃기는군. 그렇게 죽고 싶은건가?" "그 단련된 전사들을 먹일 밀은 있나요? 철을 살 돈은 있고요? 우습기로 따 지면 당신네 케센이 더 웃기는군요. 하지만 장담컨데… 제가 있는한 전장에 서의 타협따윈 절대 있을수 없어요. 정 그렇게 전쟁을 벌이고 싶다면 언제든 지 응해드리죠. 하지만… 어설픈 마음으로 남의 땅으로 넘어올것이라면 집으 롣 돌아가서 낫이나 갈아두세요. 한번 전쟁이 시작되었다면… 어느 한쪽이 멸망할때까지 싸워야 할테니까." "당신…. 도가 지나치군. 지금 발언은 장난으로 들어줄 수준을 넘겼어" "제가 말하는게 마음에 안드신다면 전장에서 보자고 분명히 말씀 드렸습니다 만?" "크윽…." "전하. 이런 모욕을… 전 더이상 참을수 없습니다. 전하! 명령을!" "기다려" 케센의 이왕자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두 주먹을 부들부들 떨면서 이를 갈 았다. 나를 노려보는 사이릭 이왕자의 맞은편에 다시 앉은 난 씨익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분명 케센의 군대는 현재의 크레센트에게 위협적이에요. 하지만 위협적일뿐 이지 왕국의 존망이 걸릴정도로 위험한 수준은 아니죠. 아직도 크레센트의 각지에서는 왕국을 지키기 위해 자원하는 수많은 청년들이 있고 그들은 로세 니아의 침공군을 멸하기 위해서 전장으로 떠난 형제들을 대신해서 자신들의 고향을 지키고 있죠. 전 솔직히 그런 혈기넘치는 젊은 청년들이 전장에서 피 를 흘리는걸 원치 않아요. 전선에서 매일매일 조국과 고향을 위해 싸우고 있 을 병사들도 자신들이 돌아갈 고향이 외침으로부터 안전하기를 바랄테니까 요." "흐음…" "하지만… 물론 이건 가정일뿐이지만. 만약 케센의 군대가 남쪽으로 진군해 온다면 우리의 폐하께서는 대대적인 징집령을 선포할테고 그렇게 조직된 군 대가 또 다른 적국을 막아내겠죠. 우리는 두개의 전선을 유지하면서도 최소 한 10년은 버틸수 있어요. 그만한 돈과 식량, 그리고 병사들이 있으니까요. 과연 케센이 10년이 넘는 장기전을 벌일 여력이 있는지 되묻고 싶군요. 수만 의 강인한 전사들이 떠나간 고향이 다른 여러가지 위험요소로부터 어떻게 안 전할수 있을지도 의문이에요. 그리고… 과연 굶주리고 불안에 떠는 케센 국 민들이 행복할수 있을까요? 그대들이 왜 전쟁을 벌이려는지 전 잘알고 있어 요. 북부의 척박하고 추운 기후는 인간이 살아가기 힘들죠. 언제나 굶주리 고… 혹한과 흰늑대떼로부터 위협을 당할테니까요." "과연. 우리나라를 조금은 연구한듯하군. 하지만 우리가 수십년전부터 이런 기회를 노리고 힘을 비축해 왔다면? 당신 말대로 우리에겐 넓고 푸른 곡창지 대가 필요해. 해마다 수백명씩 심할때는 수천명씩 굶주림과 추위로 죽어가고 있지. 어차피 나의 왕국민들은 칼에 맞아 죽으나 굶어죽으나 마찬가지야. 그 렇다면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뼈를 묻는것도 나쁘진 않지 않게나?" "후… 그거라면… 저희 크레센트가 도와드릴수 있죠. 매년 10만톤의 밀을 무 상으로 10년동안 제공하고 지금 당장이라도 왕자 전하 혼자서는 절대 들수없 는 양의 금화를 제공할수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수출하는 밀의 가 격을 낮출수도 있고 백해를 통과하는 케센의 민간 무역선을 통행세를 받지않 고 통과시켜줄수도 있고요." "…나쁘지는 않군" "전하!" "아니. 솔직히 그정도라면 상당히 좋은 조건이야. 하지만 내가 아는 아넬리안 이라면 이런 조건을 내놓을때 그에 상응하는 조건이 필요하겠지?" "저에 대해 많이 연구하셨나보네요." 난 사이릭 왕자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하면서 대답했다. 내 대답을 들은 사 이릭 이왕자는 '하하하'하고 크게 웃으면서 기분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때 갑자기 덴이 슬쩍 끼어들어서는 내 귓가에 대고 작게 소근거렸다. "마마… 그런 조건은 조금 무리가…" "시끄럿. 덴. 난 왕비고. 이자리에는 크레센트 대표로 나온거야. 내 말이 곧 로이드 폐하의 말이야."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한손을 주머니에 넣고 서있던 덴은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보다가 다시 뒤로 한걸음 물러서서 내 바로 뒤에 섰다. 그런 우리의 행동을 바라보던 사 이릭 이왕자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하나만 묻지. 여자이면서 왜 이렇게 일을 벌이고 다니는거지? 명예욕인가? 아니면 권력욕?" "…글쎄요. 딱히 대답하자면… 무신경하고 신경질적인데다가 성격도 더러운 한 사람한테 인정받고 싶어서… 라고 해야겠군요." "그런가? 흐음…. 거참 행복하겠군. 그 남자는…" 난 사람이라고 했지. 남자라고는 안했는데…. 뭐 어차피 마찬가지의 뜻이겠 지만 말이야. 지금의 내게 있어 작은 소원이 있다면 로렌은 무릎에 앉혀놓은 로이드가 '네 어머니는 나와 너를 위해서 평생을 왕국을 위해 헌신했단다'라 고 말해주는거다. 남편과 아이에게 인정받을수 있는 부인이자 엄마라면 그것 으로 충분해. 자…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겠지? 난 사이릭 왕자에게 작게 손 짓했고 그는 내 의도대로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나도 역시 사이릭 왕자처럼 몸을 앞으로 내민뒤 그의 귓가에 작게 소근거렸다. "언제까지 만년 왕자로 만족할건가요?" "……" 난 그말을 끝으로 입가에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팔짱을 꼈다. 내말을 들은 사이릭 왕자는 나와는 반대로 입가에 걸려있던 미소를 거둬버리고는 목재 테 이블과 내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잠시뒤 생 각을 마친 사이릭 이왕자가 툭하고 말을 꺼냈다. "조건은?" "후훗…" 자… 이제부터 본격적인 협상의 시작이다. 후후후. -------------------------------------------------------------- 로렌 : 헨켈! 헨켈! 헨켈 : 예. 전하. 여기있습니다. 로렌 : 우유! 우유줘! 우유! 헨켈 : 알겠습니다. 전하. 로렌 : 많이줘! 많이! 다 줘! 헨켈 : 많이 드시면 배가 아프실겁니다. 전하. 로렌 : 괜찮아! 많이 먹고 엄마만큼 클거야. 그래서 엄마 도와드릴거야. 그러 니까 우유 많이줘 헨켈 : 네. 전하. 하지만 우유만 드신다고 빨리 크지는 않는답니다. 전하. 식 사도 꼬박꼬박 하시고 씩씩하게 뛰어노셔야 하고 그리고 밤에 푹 주무셔야… 로렌 : 우유! 헨켈 : 예. 전하. 후일담. 우유를 많이 마신 로렌은 후에 로렌 1세로 등극하여 크레센트 왕국 내의 많은 목축지를 만들었고 왕국민들은 모두 우유를 풍족하게 마실수 있었 다. 로렌 1세 사후 그는 역사가들과 목축가들에 의해서 우유왕으로 추대되었 다는 전설. 믿거나 말거나. - 크레센트 2대 황실 서기관이자 역사학자이 후 렌경과는 전혀 상관없는 인간의 잡설록중. 무에...힘들어.피곤해 졸려. 우어어어어어 가우군. p.s 분량이 적다고해서 조금 늘려봤습니다 -_-+삐죽 p.s2 6권 끝. 25장부터는 7권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5장 Front Line (1) 2004-02-20 10:14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25장. Front Line. 전선에 대열을 이루고 서면 말이다. 처음엔 손발에 떨려오지. 그다음엔 어깨 가 떨리고 마지막으로 이빨들이 딱딱하고 부딪쳐. 그리고 적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달려오거나 돌격 명령이 떨어져서 창대를 꼬나쥐고 있는 자식들을 향 해 뛰어갈때는 거시기까지 오그라들어. 캬~ 정말이지 사람이 할짓이 못된다 고… 하여간 전쟁을 일으키는 자식들은 전쟁터는커녕 밀밭에도 나와본적 없 는 자식들이나 벌이는 짓이라니까. 그 새끼들이 여기나와서 창대 들고 서있 으라고 해봐. 아마 1분도 안되서 두손으로 거시기를 쥐고 꽁지빠지게 도망칠 껄? 킬킬킬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크레센트 제국 북부 원정군에서 만난 입이 거친 소대장과의 대담 중. - 주. 거시기가 뭐지? 새로운 인체명인가? - 대륙력 999년. 겨울. 케센왕국. 케이프 협곡.- 춥다아아…. 바람이 휭휭 하고 불어오고 있고 얼어붙은 땅바닥에 쇠망치로 박아놓은 말뚝이 부르르 떤다. 질긴 소가죽으로 만든 천막이 파라락하는 소 리를 내면서 펄럭이고 있었고 그 안에서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 피워놓은 모 닥불 마저도 당장이라도 꺼질듯 사방으로 불똥을 튀기며 흔들리고 있다. 거 참 말그대로 타오르는 불꽃마저도 꺼트려 버릴정도로 엄청난 추위로구나…. 펄럭…. 누름돌로 단단히 막아놓은 천막의 휘장이 펄럭거리면서 열렸다. "어떤자식이야?! 들어올거면 얼렁 튀어들어오고! 나갈거면 썩 꺼져! 바람들어 오잖아!" "따닥…따닥…" 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나면서 손에 무언가를 쥔 남정네들 - 라기보다는 눈 뭉치들 - 이 내가 기거하는 막사안으로 후다닥 뛰어들어왔다. "크아… 춥다아…" "뭐냐. 네놈들이야? 왜 왔어?" "그래도 여기가 가장 따뜻하것 같아서요. 마마." "후우… 귀가 얼어버린것 같아. 으…" "너무 그러지 말아주십시오. 마마. 정말로 얼어죽겠단 말입니다." "끄응…. 시끄럿! 막사안 온도 떨구지 말고 다 나가! 여기서 눈털지마! 눈덩 어리가 튀잖아! 이 멍충이들아! 나가서 털고 들어와!" "밖에… 나가면 또 이 꼴이 될것같습니다만…" "꼬박꼬박 말대꾸하지마! 덴! 크렌, 닐크, 아르케네스! 네놈들… 당장 안나가 면 엉덩이를 걷어차서 내쫓아버릴테다!!!" 크르릉… 가뜩이나 추워죽겠는데!!! 눈덩이들이 왜 사람사는데로 기어들어오 는거얏! 눈덩이면 눈덩이답게 밖에서 놀란말이다! 지휘관용 막사안에는 사람 이! 밖에는 눈덩이가! 크아아악!!! "드십시오." "응? 뭐야?" 묵묵히 막사 한켠에 서서 머리와 어깨에 쌓인 눈을 털어낸 아르케네스가 모 닥불을 등지고 있는 내게 다가와서는 원통형의 컵을 건냈다. 추워서 겨드랑 이에 끼워넣은 양팔을 빼내기는 싫었지만 아르케네스가 건내는 컵을 받기위 해서 난 어쩔수 없이 손을 뽑았다. "으응?" 뚜껑이 달린 철제 컵을 손으로 쥐자 차가운 한기가 양손을 타고 몸속으로 흘러든다. 으어어어… 영혼까지 얼어붙는것 같아. 난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다시 모닥불쪽으로 돌리며 - 하도 추워서 몇분마다 몸을 돌려주지 않으면 냉기가 뼈속까지 파고든다 - 컵의 뚜껑을 열었다. …이건 뭐라고 불러야 할 까? "아이스 티냐? 응?" "……" "허참… 살얼음까지 끼었네? 추워죽겠는데… 이걸 마시라고? 누굴 얼려죽일 속셈이야? 응?" 절로 눈썹히 하늘을 찌를듯 솟구쳐오르고 양 미간에 주름이 진다. 크으으으 으으으!!!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을 퍼마셔도 - 물론 진짜로 마신다는건 아니 고… - 이 얼어죽을듯한 망할 날씨를 버틸까 말까인데… 이 인간들이 지금 장난하는건가!!! 내가 이렇게 신경질을 부리자 아르케네스가 머리를 긁적이면 서 말했다. "뜨거운 홍차였는데…" "과연… 살인적인 추위라는건 바로 이럴때 쓰는거군." "그렇군. 역시… 음음." "시끄러워! 네녀석들도 어서 네놈들 막사로 꺼져버려!" 난 손에 쥐고 있던 컵을 내단져버리려다가 참았다. 진짜… 정말로! 얼마 남 지도 않은 인내심을 쥐어짜서 참은거다! 신경질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아 르케네스가 성의를 보인건데… 좀 그렇잖아. "으음…" 나와 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르케네스는 이내 강철컵을 다시 가져가더니 작게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아르케네스의 오른손에서 붉은빛이 조금씩 뿜어져나왔고 곧이어 컵의 가장자리에 붙어있던 서리들이 물방울이 되어서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헤에… 마법인가?" "Burning Hands마법이로군요. 마마. 물 끓이기 좋은 마법이죠" "시끄럽다. 열혈바보 녀석." "헹~ 네놈의 마법같은건 가사일 외에 쓸데나 있냐? 아니 가사외에 마법을 쓴 적이 있던가? 훗" "흥. 상대하는 내가 바보지. 여기있습니다. 마마. 두번 끓여서 맛과 향은 덜하 겠지만…" 그렇게 말한 아르케네스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강철컵을 내게 건내줬 고 난 그것을 소매자락으로 잡은뒤 호~ 하고 불었다. 새하얀 김과 함께 내입 에서 나온 입김이 만나서 허공을 맴돌았다. 후룩…. "괜찮네. 고마워 아르케네스" "별말씀을" 내가 고맙다고 말하자 아르케네스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씨익 웃었 다. 으음… 사람은 좋은데… 역시 저 무기나 다름없는 얼굴은 어쩔수 없구나. 웃어도 섬뜩해지는 미소라니…. 안됐어. 쯧쯧. 저래서는 아무리 사람좋고 능 력이 있어도 여자한테는 인기가 없을거야. 특이취향이 아니라면 말이지. "오늘따라 신경질이 느셨는데. 역시 그날일까?" "음음… 아무래도 그날에는 신경질이 느는법이니까. 나이가 먹을수록 더욱" "오오~ 잘아는군. 역시 전 카사노바" "훗. 현 카사노바에게 비할바가 있겠나." "와하핫… 이것참. 살아있는 전설, 사교계의 신화인 그대에게 칭찬을 받으니 몸둘바를 모르겠는걸?" 저 닐크 자식과 덴 자식…. 남의 천막안에서 뭐라고 나불대는거야? 아… 죽 여버리고 싶다. 죽여버리고 싶다. "덴…. 닐크…. 막사밖에다 묻어줄까? 그간의 공을 생각해서 머리는 묻지않아 주마. 뿌득" "무…무슨 그런 무서운 말씀을… 지금 묻혔다간 얼어죽습니다. 마마." "재고해주십시오. 마마. 아하하하…" "다 들었어! 이자식들아! 크렌! 가서 삽가져와! 삽!" "예…예?" 크윽…. 미친다. 정말. 크렌 자식은 자기 상관이 뭔 죽을 죄를 짓건말건 모 닥불 앞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크아아악!!! 왜 내부하라는 잡것들은 다 이런 녀석들뿐이냐고!!! 나 안해! 안한다고! 이 빌어먹도록 추운 나라랑도 빠이빠이 할거고! 귀염고 예쁘고 새침하고 발랄한 우리 로렌이랑 싸바싸바~ 룰루랄라~ 즐거웁게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여유만만한 꽃놀이 다닐거야아!!! "…마마. 진정하십시오." "으어…" 머리속으로는 오만가지 잡생각이 마구 스쳐지나갔지만 정작 입에서는 단 한 마디의 제대로 된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머리속까지 얼어붙었나봐. 크엑…. "프휴휴휴… 뭐 좋아… 어차피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수도 없는법이니까. 그 래… 저 빌어먹을 폭설은 언제쯤 그친대?" "길안내인으로 데리고온 주민의 말에 따르면 아마 2~3일쯤 갈것이라 합니다. 마마. 매해 이맘때쯤 되면 자주 찾아오는 한파로 길어도 일주일이면 그치지 만 행군에는 지장이 클것이라 생각됩니다." "월동 준비가 미흡한 부대에서는 벌써 동상자가 생기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들 병사들에 대한 마땅한 조치를 취할만한 의료물품이 턱없이 부족한지라…" "쓰읍… 추운것도 추운거지만… 어서 빨리 남쪽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크 렌. 새로 들어온 정보없어?" "…쿠울" "크렌!!!" "예…옙? 아… 후아암…. 별다른건 없습니다. 마마. 크레센트 동부의 전선은 첫눈이 내리면서 완전히 동결된 상태입니다. 적들은 제펠 요새를 중심으로 하는 아군의 방어라인을 돌파하지 못한채 겨울을 맞았고 소수의 로세니아 군 과의 작은 접전이 몇번 있었지만 그리 신경쓰실건 없습니다. 후아암…" 저자식은 또 왜 저러는거야? 밤에 잠안자고 뭔짓을 했길래…. "흐음…. 덴. 현위치가 어떻게 되지?" "예. 마마. 지금 저희의 위치는 케센국 남부지방에 속하는 케이프 협곡안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수백년동안 케센 - 로세니아의 국경선 및 관문으 로 통하는곳으로 이곳에서 남쪽으로 수킬로미터만 진군하면 바로 로세니아의 북부지방으로 진군할수 있습니다." "보안상태는?"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마마. 걱정마십시오. 저희가 이곳에 있다는걸 로세 니아측에서 눈치챈다면 최소한 저희쪽에서 흘린 정보는 아닐것입니다. 이것 은 확신할수 있습니다." "아아. 케센이 우리를 팔아넘기지만 않는다면 현재로써는 안전하다는 뜻이 군" "예. 마마. 이 시기에는 로세니아와 케센의 무역도 거의 동결된 상태인데다가 이 주변은 군사지역인지라 민간인인의 출입이 통제되는곳입니다. 저희의 존 재가 알려진다면 그들에 의해서지요" "뭐… 사이릭 이왕자도 우리에게 협력한다고 했으니까. 지금은 믿어줘야겠 지" 지금은 말이야. 훗.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금은 그들 을 믿는수밖에 없겠지. "아참. 그리고 사이릭 이왕자측과는 연락해봤어?" "그게… 어제부터 내린 폭설로 연락이 끊긴 상태입니다. 아마 몇일동안은 이 런 상태일것 같습니다. 이런 날씨에는 전서구를 보내는것도 불가능하고 전령 을 내보냈다간 가다가 얼어죽기 딱 좋을 날씨이니까요" "좀 불안한데…. 부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주변 경계를 좀더 철저히 하라고 전하고 야간에도 경계의 끈을 느슨하게 풀지 않도록 각군 장교들에게 단단히 일러둬. 여긴 적지나 다름없는곳이니까. 주의에 주의를 거듭해도 모잘라" "알겠습니다. 마마. 경계병을 사교대로 두시간씩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지 만 이런 날씨탓에 외각 초계병을 내보내는것은 불가능하니 생략하겠습니다." "아아. 아참. 아르케네스" "예. 마마" "헤쉬케린경과 다른 마법사들은?" "이쪽으로 오신다는 연락이 어제 저녁에 도착하긴 했습니다만…" "마법으로?" "예. 마마. 하지만 이런 날씨라면 아마 날이 풀릴때까지는 도착하시기 힘들것 입니다." "아아. 그런가. 그렇다면 할수없지. 그럼 다들 가서 일보도록 해."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아니면 이들중에 열혈에 죽고 열혈에 사는 열혈바보 가 있어서 그런가 천막안의 공기가 좀 따뜻해진것 같긴하다. 하지만말이야… 나같이 정숙하고 아릿따운 여인네가 냄새나는 남정네들이 넷이나 우글거리는 천막안에서 어찌 같이 있을수 있겠어? 안그래? 흠흠. "마마. 여기 따뜻한데 좀더 있다가 가면 안되겠습니까? 예? 다른 막사들은 환기가 제대로 되는게 없어서 불도 못피운단 말입니다." "시끄럿! 어서 나가! 꺼져버렷!" "그렇게 신경질만 부리시니 꼭 노처녀 히스테리 같습니다." "닐크!" "…저. 열혈 바보 결국 저놈이 입때문에 죽게될줄 알았지" 뭐어? 노처녀? 히스테리? 이몸이? 하…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 웃겼 다. 닐크. 정말 웃겼다. 푸.하.하.하. "데엔…" "예에…마마" 난 눈을 가늘게 뜨면서 자기 말실수에 놀라서 히끅하고 딸꾹질을 하는 닐크 를 노려보면서 낮은 어조로 말했다. "저자식… 묻어버려! 아니… 삽가져와! 닐크으! 네놈! 이몸이 친히 묻어주마!" "우아아악!!!" 정말로 닐크자식을 묻어버리기 위해서 난 진짜로 삽을 찾아다녔고 그런 나 를 피해 닐크는 좁은 지휘관용 막사 - 사이릭 이왕자가 필요할거라면서 선 물한거다. 정말… 이것만큼은 고마웠다. - 안을 뛰어다녔다. 나… 지금 뭐하 고 있는거래. 정말이지…. 초반에 단기전이라 주변국들로부터 평가되었던 크레센트-로세니아 전쟁은 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다. 우리쪽이야 애초부터 장기전으로 끌어갈 생각이었 지만 로세니아 측으로써는 의외였을거다. 물론 그에 대한 대비를 저쪽도 하 긴 했겠지만 - 이에 대한 대비를 안했다면 이미 크레센트 군대가 로세니아 의 수도로 진격하고 있었을거다. - 전황이 이렇게 결판안나고 지지부진한 상 태로 끌고가게 될줄은 몰랐을거다. 더군다나 근 20km에 걸친 긴 전선에는 그간 동원된 수많은 농민들과 시민들 덕에 많은 목조 요새가 새로 건설되었 고 그곳에 혈기넘치는 젊은 청년들이 검을 잡고 로세니아 군에 맞서고 있다. 물론 그들은 애국심이라는 일반인들에겐 거추장스럽고 귀찮기만한 표어에 내 몰린채 억지로 검을 들게된것이겠지만 어쨋건 사이릭 이왕자와의 회담이후 2 개월동안 크레센트의 군은 점점 조직화되고 동부의 평야는 요새화되었다. 그 탓에 한곳에 전력을 집중시킬수 없는 로세니아군은 현재 전장에서 3~4km쯤 후퇴한채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한다. 하긴 하도 야전막사와 요새를 지어대 서 전선 부근의 밀밭이 추수조차 못하고 몽땅 갈아엎어졌다는 보고였다. 덕분에 쌍수를 들고 반기는건 우리 크레센트와 로세니아 양측에 무기와 용 병들을 팔아먹는 아리츠반이었다. 전쟁터에서는 뭐든지 아무리 많아도 부족 한 법이고 수만명이나 되는 병력이 한곳에 밀집되어있으면 하루에 소모하는 식량의 양만해도 장난이 아닌지라 식량과 무기들을 아무리 후방에 쌓아놨다 해도 언제나 부족한 법이다. 거기다 새로 만들어내는것보다는 그냥 외국에서 사오는 편이 훨씬 빠르기 때문에 통상가보다 더한 웃돈을 주고라도 있는대로 긁어모으고 있다. 우리나라나 로세니아나 말이다. 심지어 아직 싸움한번 안한 케센국 조차도 아리츠반산 밀과 절인 생선, 무기류를 다량으로 사들이고 있 다. 아리츠반의 상인들은 아마도 금화더미속에서 헤엄치고 있을껄.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돈을 생각하면 눈물나도록 아깝긴하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어쩔수 없지 뭐. 아크레닌 국은 이제 완전히 지도에서 지워져버렸다. 내가 그곳을 점령한뒤 로 몇몇 영주들과 요새 주둔군이 결사항전의 뜻을 내세웠지만 정통 후계자도 없는데다가 왕의 행방조차 찾지못한 저항군은 얼마지나지 않아서 내부분열로 해체되버렸고 곧이어 크레센트 남부 귀족들에 의해서 각기 고립된채 항복하 거나 몰살당했다. 그리고 난 아크레닌 국의 동부지역을 크레드 부족들에게 넘겨주기로 한 약속을 지켰고 초기에 있었던 사소한 무력충돌은 이젠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남부의 정세는 아직도 불안하긴 하지만 대충 힘으로 아크 레닌 국의 국민들을 억누른 상태이고 위협적이라 생각될정도의 저항군은 조 직되지 못했다. 아마 그나라 국민들로써는 괜히 전쟁을 벌였다가 져서 도망 친 자기네 왕이나 침략자인 우리들이나 그놈이 그놈이라고 생각할거다. 반감 은 가지겠지만 침략군으로써 그건 당연한거고 솔직히 그편이 점령지의 주민 들을 다루는데는 편하지. 음음. 거기다 셔우드 자작은 무능하지도 않고 만만 한 상대도 아니니 왠만한 저항군들은 알아서 처리할테니 당분간은 크레센트 남부지방과 구 아크레닌 왕국 영토에 대해서는 특별히 신경쓸게 없을것같다. 뭐… 덕분에 남부에서 올라왔어야할 지원군이 오지 못하게 되긴했지만…. 영 토를 넓힌걸로 만족해야겠지. 로이드에게도 그렇게 말해뒀고 말이야. 무인도에서의 회담 이후 케센은 크레센트와 손을 잡았다. 정확히는 크레센 트의 나와 케센의 사이릭 이왕자간의 담합이었지만 난 평범한 왕비가 아니었 고 사이릭 이왕자도 케센에서는 한 군단을 이끄는 지휘관이었기에 조금 확대 해석하자만 두나라가 협정을 맺은거나 다름없었다. 길고 긴 협의끝에 서로간 의 타협안을 내놓아 절충하긴 했지만 무인도에서한 회담의 골자는 간단했다. 두나라가 손잡고 한나라를 반씩 공평하게 집어삼킨다. 끝. 그뿐이었다. 케센 으로써도 상대적으로 덩치좋고 힘좋은 크레센트보다는 악을쓰고는 있지만 비 리비리해 보이는 - 실제로 비리비리한지 어떤지는 직접 싸워봐야 알겠지만 - 로세니아를 더 만만하게 보았고 또 녹색산맥이 중간에 가로막고 있는 동 쪽 평원이나 서쪽 평원이나 케센이 원하는 평원인건 마찬가지였던것이다. 어 느쪽을 얻어도 비슷비슷 하다면 좀더 쉬고 편한쪽을 고르는게 일반적이었고 사이릭 이왕자에겐 로세니아와 크레센트중 더 만만한쪽이 로세니아였던것 같 다. 그리고 무엇보다… 회의를 시작하기전에 내가 던진 한마디가 그의 마음 을 굳히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던것 같다. 역시 사람속은 직접 들여다봐야 만 알수 있다니까. 하긴 뭐… 잘생겼지. 능력좋지. 배경좋지. 인맥 넓지. 병사 많지. 케센의 왕세자보다 못한건 늦게 태어났다는것 하나뿐인 사이릭 이왕자 가 언제까지고 왕자자리에 만족할거라는 생각은 그리 신빙성이 없다고. 난 그런 사이릭 이왕자의 결심을 결정적으로 흔들어 놓고 그의 야심을 수면위로 끌어올린것 뿐이라고. 하여간 그러한 사정이 오고가면서 자세한 계획이 잡혔고 그 계획에 따라서 우리들이 여기 케센땅에 주둔하고 있는것이다. 원래는 이미 이곳을 통과했어 야 하지만… 솔직히 이런 혹한에 밖으로 내몰면 그게 인간이냐?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지. "아아…" 한숨이 절로 나오는구나 쳇. 케센의 기후에 무지한탓에 여기서 발이 묶여버 렸다. 원래대로라면 로세니아의 북부 국경을 넘어 남서쪽으로 진군하고 있어 야 하는데 말이야. 기껏 크레센트 북부에서 병력을 모아서 케센 서부로 진출 한뒤 동쪽으로 빠져나와 로세니아로 진출하는 작전계획을 짜놨는데. 이래서 야 일정이 완전히 틀어지잖아. 에잉…. 할일도 없고 심심하고 짜증나서 미치 겠네. 거기다 더럽게 추워서 나돌아다니긴 커녕 모포속에서 기어나오기도 싫 어! 우워어어어! 따뜻한 남쪽 나라로 날 보내주우…. -------------------------------------------------------------- 하룻밤에 A4 15장인가....음....나쁘지는 않군. 하지만...아직 모잘라. 밧뜨. 졸려라. 쿠울. 가우군 p.s 자백하자면...한밤에 헤드셋을 끼고 황산벌을 다시봤슴다~(-- )~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5장 Front Line (2) 2004-02-21 07:28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내가 짜증을 부리건 신경질을 내건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흘러갔고 이 세상이 끝날때까지 절대로 그칠것같지 않던 폭설은 혹한의 추위가 몰아친지 만 이틀만에 멈췄다. 천막사이로 새어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오들오들 떨면 서 선잠을 자고 일어나 부시시한 몰골로 두꺼운 모포를 몸에 걸친채 천막의 휘장을 젖히고 밖으로 나온 난 나도 모르게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와아…" 눈에 보이는 모든곳이 새하얀 설경이 펼쳐졌다. 언제 눈을 뿌렸냐는듯이 높 고 푸른 하늘과 그와 대조적으로 반짝거리는 새하얀 눈들이 산이고 언덕이고 손바닥만한 평지고 할것없이 모두 새햐안 색으로 가득 메워버린것이다. 눈이 아플정도로…. "눈부셔라. 호오…" 아직도 붉은 코끝을 얼어붙게 만들것처럼 차가운 바람이 간간히 몰아치긴 했지만 이정도 추위는 폭설이 몰아칠때와 비교하면 정말이지 애교나 다름없 었다. 거기다 내 천막 주변과 사령부 막사로 사용되는곳 주변은 이미 다른 병사들이 눈을 치우기 시작했는지 바닥에만 흰눈이 조금 쌓여있었을뿐 걸어 다니는데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음…. 몸도 좀 찌뿌둥하고 하니 산책삼아서 한바퀴 거닐어볼까나. 와아아아아…. 산이다. 산. 산처럼도 아니고 정말로 산이다. 그것도 눈산. 간 이로 구축한 야전진지 곳곳에 삽이나 너까래로 밀어놓은 눈산이 쌓여있었고 진자 밖에는 눈벽을 만들어도 될만큼 높다란 눈의 산이 쌓여있었다. "거기! 빨리빨리 움직여! 아침 먹을때까지는 다 치워야 할것 아니야?!" 에? 덴인가. 긁적긁적. 난 머리를 긁적이면서 소리가 들려온곳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거기에는 두터운 가죽방한복을 껴입은 덴이 오른손은 주머니에 넣 고 왼손에 작달만한 지휘봉을 든채 열씸히 눈을 퍼나르고 있는 병사들을 독 려하며 소리치고 있었다. "어이. 덴." "아. 일어나셨습니까? 마마" "응. 근데 뭐야? 이건. 성이라도 짓는거야?" "하하하. 별것아닙니다. 그저 막사 주변 정리라고나 할까요." "굳이 그럴필요 있을까? 아침 먹고 바로 출발하자고." "그건 힘들것 같습니다만…. 마마 저쪽을 보십시오." "응?" 난 덴이 가리킨곳을 바라보았다. 목책너머로 두명의 경계병이 뒤뚱거리면서 걷고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뒤뚱거리고 있다. 한발 한발 힘겹게 눈밭 위에서 어기적거리면서 걸어다니고 있다. 놀랍게도… 눈은 건장해보이는 사 내들의 허벅지위까지. 어떤곳은 허리깊이까지 쌓여있었다. 우에…. 내가 살던 곳에서는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곳은 없었는데. 기껏해야 1~2cm정도. 많이 내려도 발목부근정도가 다였는데…. 왠지 저런 모습을 보니까 끔찍하다. 역시 이곳은 사람이 살데가 못돼. "행군은 불가능합니다. 마마. 물론 길을 헤치면서 전진하면 되긴합니다만…. 행군속도는 평소의 1/5도 못될것입니다. 병사들의 피로도 빠르게 쌓일테고요. 거기다 야전진지도 없는 상태에서 야영이라도 하게되면 동상자들이 대량으로 생길것입니다." "그래서?" "음… 최소한 이 눈이 녹을때까지. 혹은 다른 이동방법이 생길때까지 이곳을 거점으로 주둔하고 있는게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마마." "흐음…. 뭐…. 지금 크레센트 동부전선이 암묵적인 휴전상태라지만 말이야. 우린 아직도 전쟁상태라고. 거기다 시간이 지나면 케센이 태도를 바꿀지도 모른단말이야." "그렇다해도… 지금 상태로는…" 덴녀석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나를 내려다본다. 쳇. 하늘도 안도와주는군. 비 젠신도 자기 고향을 쑥대밭으로 만들려는 패륜녀를 외면하는건가? 하긴 상관 은 없지만 말이야. 신이 무시를 하건 천벌을 내리건 훼방을 놓건 난 내가 하 고자 하는일을 무슨일이 있어도 이루고 말테니까. "아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욕조에 길게 누워서 뜨거운 홍차를 마시며 한가롭게 시집이라도 낭송하고 싶어." "큭. 준비해드릴까요? 마마" "됐네. 됐어. 누굴 바보로 아는거야? 그저… 그랬으면 좋겠다는거지. 아… 졸 려. 밤에 잠을 설쳐서 그런지 졸립다. 난 좀더 잘테니까 사소한일은 덴이 알 아서해. 왠만한 일로 날 깨우지 말라고. 알았어?" "물론입니다. 마마. 거기! 눈을 그쪽으로 치우면 어떻해! 축대가 부러져서 막 사안에 누워있는 자식들을 모조리 압사시키고 싶어? 엉?" 냉큼 대답한 덴은 삽으로 눈덩이를 퍼나르고 있는 병사들에게 버럭버럭 소 리를 질러대면서 지휘봉을 휘둘러댔다. 음… 왼손으로 지휘봉을 휘두르며 소 리치는 덴의 뒷모습이… 조금 불쌍하다. 오른손 손목부터 잘려버린 덴은 기사로써는 폐업해버렸다. 그전부터도 검을 좀 쓰기는 했지만 그리 특출난 실력을 보여준것은 아니지만 크레센트의 남자 라면 그것도 귀족이라면 당연히 검이나 창등의 무구를 다룰줄 알아야 하는게 당연했고 왼손의 외팔이 기사따윈 중장의 갑옷을 입는 기사들에게 있어서는 거추장스러운 짐일 뿐이었다. 아마 왠간한 기사였다면 오른 손목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자살을 해도 전혀 이상할것이 없을정도로 큰 충격일게 분명한데도 덴의 태도는 언제나와 같았다. "늘 웃고있지. 뭐가 그리 좋은건지… 쯧" 뭐…. 저인간의 속마음을 내가 알아볼 방법이 없으니 뭔생각을 하는지 알수 는 없지만 이곳으로 오기전에 잠깐 만난 에린이나 내 주변을 맴도는 카렌을 시켜서 알아본바로는 덴이 부하들과 술을 마시는 시간이 좀 늘었다는것 외에 는 별로 바뀐점이 없다고한다. 뭐… 바보 에린 녀석에게 댄이 어떻게 대해주 는지야 알아볼 방법도 없고 관심도 없지만 둘의 딸인 예니에게는 지금도 성 실한 아버지 역할을 해주고 있고 - 나보다 더 성실한… 이란다. 망할! 나도 좋아서 이짓하고 다니는게 아니란말이야!!! - 로이드의 측근으로 근무하면서 이전과 다름없는 철두철미한 일처리로 하급자들로부터도 칭송이 자자하다고 한다. 거기다 카사노바직을 폐업한지도 벌써 4년이나 되었는데도 아직도 사 교계에서 인기가 식을줄 모른다고 하고…. 음… 어쩌면 40살도 되기전에 왕 국 재상자리에 오를지도…. 나나 로이드의 신임을 한몸에 받고 있는 자타공 인 2인자이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내가 쓰던 천막앞에 도착하였다. 정사각형 모양으로 구축한 진지의 정 중앙에 마련된 내 막사는 주변의 커다 란 막사들 사이에 혼자서만 특이한 모양으로 세워져있어서 멀리서도 쉽게 찾 을수 있었다. 침입자들에게도 좋은 표식이 될려나? 흠…. 암살자같은 놈들이 들어오면 때려눕혀서 잡아버리면 그만이지 뭐. "하아암…. 겨울잠 자는 곰도 아닌데 왜이렇게 졸리지… 하암" 난 연신 하품을 하면서 목조침상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아… 졸려… 쿠울…. 곤히 자고있을때 누가 깨우면 아무리 사람좋은 성인군자라도 기분이 나쁠 거다. 그것도 깨우는 손이 투박한 남자의 손이라면 더욱 그렇고 더더군다나 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눈을 뜨니 목에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느껴지면 기분 은 더이상 나쁠수없을만큼 최악으로 치닫는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기분 더러 워. 젠장할. "눈을 떳군. 잠꾸러기 아가씨는 왕자님들에게나 인기가 있다고." "이거 치워." "호~ 강해보이는 연녹색 눈동자만큼이나 딱딱한 어조로군. 후후후" "나 기분 더러우니까. 좋게 말할때 치워." 난 낮게 으르렁 거리면서 내 목가에 단검의 날을 겨누고 있는 사내를 향해 말했다. 그러자 그자는 두손을 어깨높이로 들어올리면서 뒤로 두어걸음 물러 섰다. "뭐. 좋아. 나도 굳이 싸우고자 여기까지 온건 아니니까. 소리만 지르지 않는 다면 나도 특별히 해를 끼칠 생각은 없다고. 알겠어?" "내가 소리치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믿을건가? 닥치고 용건이나 말해" "푸흡…. 정말이지. 소문으로 들은만큼… 아니 그보다 더할정도로 안하무인에 재수없는 성격이군." "뭔 소문을 들었는지 몰라도 난 자다가 목덜미에 단검날이 내뿜는 서늘한 감 촉에 억지로 깨게되도 예의를 지켜줄만큼 성격이 좋은편은 아니야. 넌 누구 지?" 난 침상에서 상체를 일으키면서 여유만만한 태도로 팔짱을 낀채 나를 내려 다보고 있는 사내를 노려보면서 물었다. 여차하면 모포를 놈에게 던질 태세 로 두손으로 모포자락을 꽉쥔채 말이다. "알파. 그렇게만 알아두라고. 내 이름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것들을 가르켜 주면 널 죽여야할테니까. 후훗" "목적은?" "이런이런… 재미없는 아가씨로군. 정말. 당신같이 놀라지도 않고 냉기가 철 철 흘러 넘칠정도로 무뚝뚝한 여자는 처음보는걸?" "나도 너처럼 말이 많은 암살자 자식은 처음봐. 이걸로 비긴셈인가?" 난 그렇게 말하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침상에서 두다리를 바닥에 대었다. 차가운 흙바닥의 감촉이 양발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으… 추워. "내가 너를 찾아온 목적은 그리 대단한건 아니야. 그저 오래전에 잊어버린 물건하나를 돌려받으러 왔다고나 할까?" "어떤?" "흠…. 키는 한 이만하고… 붉은머리카락을 가진 성깔 더러운 새끼고양이지" 놈은 자기 가슴높이정도로 손을 들어올리면서 말했다. 붉은머리에 성깔 더 러운 새끼고양이라면 나도 알고 있는녀석같은걸? "벌써 4년이나 지났으니 좀더 컸을지도 모르겠군. 하여간 이제 왠만큼 써먹 었으니 돌려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카렌을 말하는건가?" "아아… 카렌. 코드네임 카렌. 홍염의 그림자. 바로 그녀석이지" "왜지? 이제와서 그녀석을 찾다니." "그건 우리쪽 실수로 녀석이 죽은걸로 되어있었거든. 덕분에 너를 암살하러 갔던 우리쪽 요원 다섯을 그 계집애한테 잃었어. 뭐… 그걸 보상받자는건 아 니고 말이야. 어쨋든 우리 물건이었으니 이제 좀 돌려달라… 라는것이지" "거절한다. 난 내것을 누구에게 주는걸 정말로 싫어하거든." 휘이잉… 펄럭펄럭. 천막의 끄트머리가 바람에 휘날리면서 작은 소리를 냈 다. 오늘따라 내 전용 천막이 참 넓게 느껴졌다. 아니 그 천막 정 중앙에 저 알파라는 자가 서있어서 그런것 같다. 화격단 병사들이 입는 평범한 복장에 조금 커보이는 둥근 투구를 쓰고 있는 얼핏보면 아무런 개성도 느껴지지 않 는 평범한 얼굴인데. 지금 내 앞에 팔짱을 낀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자에 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절대 저자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것을 알수있게 해주었다. 위험해. 그것도 극히 위험해. 보통 상대가 아니야. 그는 무언가를 생각하는듯이 꽤 오랜시간동안 - 그래봤자 2~3분정도였겠지만 엄청 길게 느 껴졌다 - 무언가를 ㅅ애각하는듯 하다가 불쑥 입을 열었다. "…설마. 그 아이가 널 주인으로 인정한건가?" "그애의 태도를 보자면 그렇다고 해야겠지" "후우… 그런가. 후후후." "뭐가 웃기지?" "거참. 이래서 세상이 재미있나보군. 근 10년동안 온갖 공을 들여서 조련한 암살자를 어디서 굴러먹었는지도 모를 말뼈다귀 같은 계집한테 통째로 뺏기 다니. 후후… 후후후" "……" "거기다 그것도 모잘라 암살자 주제에 주인을 정했다? 이것참. 돌아버리시겠 군. 뭐… 좋아. 그렇다면 할수없지." 그자는 연신 싱글거리면서 팔짱을 풀었다. 그리고 뒤로 두어발짝 물러나더 니 내게서 등을 돌렸다. 알파라고 한 그자의 시선이 내게서 떨어지자 내 몸 을 잔뜩 긴장시키던 위압감이 조금씩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난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죽엇!" 파악! 그자가 서있던 바닥의 단단한 흙들이 허공으로 튀어오르면서 놈의 몸 이 내쪽으로 날아왔다. 덜컥. 놀란 심장이 주저앉는것 같았다. 그 상황에서 내가 놈을 향해 아직도 쥐고 있던 모포를 내던진건 순전히 본능적으로 행한 일이었다. 펄럭… 좌아악…. 허공으로 날아오른 모포는 그대로 공중에서 반으 로 갈라지면사 좌우로 펄럭였고 그 사이를 뚫고 그자가 내쪽을 향해 쇄도해 들어왔다. 난 두발로 바닥을 강하게 차면서 등을 둥글게 말았고 내가 앉아있 던 자세 그대로 뒤로 한바퀴를 굴러 침상 반대편으로 떨어질때쯤 그자의 손 이 내가 굴러갔던 자리를 강하게 후러쳤다. 퍼걱…. 나무 파편이 튀어오르면 서 목재 침상이 반으로 부서졌다. "큭…. 제법 눈치는 좋은걸?" "시끄럿!" 난 팔랑거리며 걸리적거리는 속치마를 한손으로 잡고 찢으면서 소리쳤다. 젠장할. 누가 좀 듣고 달려와주라. 이자식… 맨손으로 상대할수 있을정도로 만만한 놈이 아니란 말이야! "흥. 도움을 청하는건가? 미안하지만 이 근방에서 경계를 서던 놈들은 지금 쯤 하늘나라에서 춤을 추고 있을껄?" "갑자기 왜 이러는거야? 젠장" "그런 경우가 거의 없긴 하지만… 주인을 정한 암살자를 다시 조직으로 불러 들일려면 역시 그 주인을 죽여버리는 편이 가장 좋지. 어차피 암살자는 암살 자. 일반 생활에 적응할수 있을리도 없고 결국 돌아올곳은 우리 조직뿐일테 니까. 그러니까 죽어라. 고통없이 보내주마." "웃기지마! 개자식아! 누가 네놈 말따위를 들을것 같아?" 악을 써가면서 소리친 난 최대한 몸을 낮추면서 무기로 쓸만한 것이 있나하 고 바닥을 더듬거렸다. 하지만… 이자식들 어떻게 청소를 했길래 흙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맹이하나 없냐? 응? 젠장할. -------------------------------------------------------------- 가우군이 싫어하는 인간 군상들. 1. 성에 관하여 편집증적인 청교도주의를 내세우며 고고한 체 하는 인간들. 2. 10대 청소년은 무슨짓을 해도 보호되어야 한다고 외치는 편집증적인 보호 론자들. 3. 세상엔 돈보다 소중한게 많다고 말하지만 막상 예를 들면 입만 뻐끔거리 는 립싱크파들. 4. 거짓과 가식을 내던진다면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건말건 내멋대로 욕설을 해대고 다니는 삐뚤어진 쾌락주의자들. 5. 입으로는 우주여행도 하면서 정작 해놓은건 개뿔도 없는 국회 딴따라들과 이대 여사들. 6. 인생은 공부가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는 갑부집 자식들. 7. 당장 배곪으면서도 철학이네 어쩌네 하는 말만 해대는 써먹을데라곤 눈꼽 만큼도 없는 배고픈 소크라테스들. 8. 내가 곧 법이요 진리이니 믿는자 천국가고 불신자 지옥간다고 외치는 연 예계 혹은 인터넷 교주들과 빠순 빠돌이들. 9. 익명성을 악용하는 만 13세도 안된 어린녀석들. 10. 혼자서는 약해빠진 주제에 뭉치기만하면 세계정복한다고 난리치는 정신 병자들 집단들. 가우군이 싫어하는 10종류의 인간군상. 저런 인간은 되지 말아야지. '대리만족은 대리만족일뿐. 절.대.로. 현실이 될수없다.'라고나 할까나~(-- )~.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5장 Front Line (3) 2004-02-22 08:01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싸한 정적이 감돌았다. 저 빌어먹을 알파인지 알바인지 하는놈이 진짜로 주 변의 경계병들을 모두 해치웠는지 그렇게 난리를 피우고 소리를 질러대도 아 직까지 아무도 달려오지 않았다. 그렇다해도 이건 너무 늦잖아! 거점 경계병 들이 모두 당했다해도 진지내 구역 순찰병들이 낌채를 챘어야하는거 아니야? 저런 자식을 막기위해서 순찰을 돌고 경계를 하는거잖아! 이것들 나중에 두 고보자! 감히 저런녀석이 내 막사로 숨어들정도로 근무를 허술하게 했단말이 지! 뿌득. "거참. 포기라는걸 모르는 여자네. 이 각박하고 힘들기만한 세상 뭐 아쉬운게 있다고 그렇게 바락바락 살려고 발버둥치는지 모르겠군. 그냥 간단히 목만 내주면 나도 편하고 너도 편안해지고 얼마나 좋아? 누이 좋고 매부좋고. 좋 은게 좋은거잖아? 안그래?" "그럼 니가 죽어. 자식아! 내가 죽여줄테니까" "음… 그건 좀 곤란한데.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짹짹거리는 어린녀석들 이 많아서 말이지. 골이 빈 그 멍청이 녀석들은 다 굶어뒤지던지 아니면 개 죽음을 당할테니 아무래도 난 좀더 살아야 할것 같은걸?" "그렇게 따지면 나도 나한테 목을 메는 식충이들때문에 눈 못감아!" "호오~ 네가 죽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인간들이 참 많을것 같은데 말이야. 몇년전에 있었던 크레센트 내전, 왕자의 난이라던가? 그때도 너의 명령에 많 은 사람들이 죽었지 아마? 거기다 반란분자 색출이라는 명목으로 별별 귀족 놈들을 다 쳐죽였고. 그 밑에서 일하는 병사는 물론이고 필요하면 마을 전체 를 산적들의 습격으로 위장해서 잿더미로 만든적도 있지? 또한 크롬발시의 폭동에서는 민간인이건 폭도건 가릴것없이 눈에 거슬리는 상대는 모조리 죽 이라고 명령했었고. 그리고 몇달전에는 아크레닌을 지도상에서 지워버렸지. 그동안 얼마의 인간들을 죽인거야? 응? 피의 마녀 아넬리안." "…시끄러!" "훗. 한명을 죽이면 살인자요. 만명을 죽이며 영웅이라고 했던가? 전장의 사 신, 피의 마녀, 살육의 대가. 꽤 멋들어진 수식어들이로군. 너같이 나약해 보 이는 계집이 얻기에는 좀 부적합해 보이지만 말이야. 크레센트에는 영웅이 없나보군. 훗" "……" 이자식. 어세신이 아니라 스토커 아니야? 남의 과거사를 아주 통째로 꿰고 있잖아. 기분나빠. "왜? 설마 그런 사실을 아무도 모를거라고 생각했나? 훗. 세상에 완벽한 비 밀따윈 없다고." "그렇다해도 살인으로 먹고사는 네놈따위에게 그런 소리 듣고싶지않아!" "휘유~ 하긴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래뵈도 난 손에 피묻힌적 이 그리 많지 않다고. 비싸거든. 후후후. 그에 반해… 넌 네손에 직접 묻힌 피만 얼마나 되지? 백? 이백? 어쩌면 삼백쯤? 오호~ 역사에 유래없는 학살 자로 꽤나 오랫동안 남겠는걸? 그것도 여자의 몸으로 말이야. 저런 피에 절 은 마녀를 엄마라고 믿고 따르는 순진한 로렌 왕자가 불쌍하군. 후후" "닥쳐!!!" 죽인다! 죽인다! 죽여버릴테다! 콰앙! 숏소드의 검날에 반쯤 부서졌던 목재 침상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놈에게 날아갔다. 난 녀석쪽으로 집어던진 침상을 따라 앞으로 튀어나갔다. 죽여버릴테다! 개자식! "훗" 하지만 놈은 피할줄 알았던 내 예상과는 달리 제자리에 버티고 서서 자기한 테 날아오는 반토막난 - 그렇다해도 상당히 육중하고 커다란 나무조각이다! - 목제 침상을 바라보고 있더니 거의 부딪칠때쯤 손을 들어올리는게 보였다. 쾅! 우직. 나무쪼가리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놈에게 날아갔던 목재 침 상이 다시 내쪽으로 날아왔다. 우윽! 난 날아간만큼이나 빠르게 내쪽으로 날 아오는 침상을 오른손으로 올려쳤다. 뻐억. "아으윽…" 쿠당탕…. 내 머리위로 지나간 반토막난 침상은 커다란 소리를 내면서 흙바 닥위를 굴러다녔다. 젠장… 오른손 손목이 부은것 같다. 화끈거리면서 찌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저런… 타점이 안좋았나보군. 주먹이던 검이던 무기를 쓸때는 말이야. 정확 한 타점을 잡아서 확실하고 빠르게 한번에 찔러넣어야 한단말이야. 안그러면 너처럼 부상을 당할수 있지. 초심자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이기도 하고 말 이야. 후후후" "닥쳐! 빌어먹을 자식아!" "후후후. 남은 생각해서 충고해준건데. 역시 입이 거친 계집이라니까. 너 그 성격 고치지 않으면 이혼 당할껄?" "상관… 웃!" 쉬익… 막 놈에게 한마디 쏘아붙여주려던 난 왼손으로 손목을 쥔 자세 그대 로 몸을 최대한 낮게 숙였다. 내머리위로 검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면서 지나갔고 간신히 숏소드의 검날을 피하자마자 낮게 몸을 숙인 내 얼굴쪽으로 검은 가죽장화가 날아왔다. 으윽… 양팔로 얼굴을 가리자 금새 둔탁한 소리 가 나면서 양 팔뚝부근에 통증이 느껴졌다. "크윽…" 지익. 난 몸을 뒤로 젖히면서 뒤로 한바퀴 굴렀다. 그러면서 곧바로 몸을 일 으킨뒤 놈을 노려보았다. 아… 발바닥이야. 다 까진거 같아. 젠장. 신발이라도 신었어야 하는건데…. 쯧. 그럴 경황이 없긴했지만…. 역시 후회는 아무리 빨 라도 늦는…. "헙!" 몸을 왼쪽으로 틀자마자 방금전까지 내가 있던 빈 공간에 빛에 반짝이는 작 은 단검이 휙하고 지나갔다. 망할…. 누가 카렌녀석을 키운 놈 아니랄까봐. 정말이지 암살자 자식들은 상종하기 싫어! 제기랄…. 무기로 쓸만한거 어디 없나? "쳇." "훗. 저걸 찾나?" 놈은 자기 바로 옆에 세워져있는 내 육중한 갑옷과 그 옆에 곱게 놓여져있 는 클레이모어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러니까 나 그 갑옷 다 입고 검을 들때까지 기다려 줄래? 응? 그럴리가 없겠지? 우우…. "미안하지만 난 일부러 일을 어렵게 꼬아놓는 마조히스트가 아니거든." 놈은 씨익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저렇게 말하니까 더 재수없어! 죽여버 리고 싶을정도로! 크악! 저 빌어먹도록 여유만만한 태도! 건들거리는 자세! 히죽거리는 저 면상! 전부 마음에 안들어! 교수형! 아니 단두형감이야! 목을 잘라버린 다음에 시체를 난도질해도 화가 풀릴것같지 않아! 아아악!!! 돌아버 리겠다! "호~ 아직도 눈빛이 죽지 않았는걸? 내가 너무 편하게 대해준건가? 그럼… 이제 나도 장난은 그만하고 끝내야겠는걸? 시간도 시간이고 말이야. 후훗" "……" 그렇게 말하면서 놈은 나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걸어왔다. 진지한 눈빛으로 변한 놈의 눈을 보고있자 나도 모르게 몸이 위축된다. 적병들에게 둘러쌓인 전장 한복판에서도 이런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으윽…. 몸이 나도 모르게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터억…. 등에 무언가가 닿았다. 황급히 곁눈질 로 뒤를 돌아보나 아까 놈이 내게로 날렸던 목재 침상이 거꾸로 뒤집힌채 굴 러다니고 있었다. 난 잽싸게 손을 뻗어서 침상의 다리를 한손으로 잡았다. 그 리고 힘을주어 뜯어냈다. 우지직…. "호…. 의외로 힘이 좋은걸? 아니면 나무가 삭았던것? 후훗. 어느쪽이던 그런 걸로 날 막을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거냐? 정말 웃기는군. 후후후" "당하고 나면 그딴 소리는 못할껄?" 놈이 피식거리면서 날 비웃었지만 나 역시 그런 놈을 비웃어주면서 두손으 로 길쭉하고 두꺼운 나무몽둥이 - 라기엔 좀 무리가 있지만… - 을 들고 일 어섰다. 막 내가 자세를 잡고 일어서자마자 놈이 내쪽을 향해 달려왔다. 거의 열걸음정도 떨어져있었는데 눈 한번 깜빡일사이에 놈이 거의 코앞까지 근접 했다. "흐윽…"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그리고 왼손으로는 검 의 폼멜부위를 잡고 안쪽으로 당긴채 나를 향해 찔러들어오는 숏소드의 날을 나무몽둥이의 중간부분으로 간신히 막자 놈의 왼손이 얼굴쪽을 향해 날아들 었다. 머리를 뒤로 젖히면서 피하자 눈앞에 길쭉한 송곳을 잡고있는 놈의 손 이 휙하고 지나갔다 사라졌다. 등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망할 뭐 가 이렇게 빨라! 뒤로 젖혔던 고개를 다시 들어올리는데 갑자기 왼쪽 발목 부근에 강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몸이 뒤로 확하고 젖혀졌다. 쿵…. "아악!" 아윽… 뒷통수야… 엉덩이야. 젠장! 멍들겠잖아! 히익…. 바닥에 누운 나를 바로보던 놈이 숏소드의 검날을 거꾸로 쥐는걸 보자마자 옆으로 힘껏 굴렀 다. 파악. 바닥에 숏소드의 날이 10cm는 파고든것 같다. 무식한놈. 젠장. 한 바퀴 반을 구르며 엎드린 내가 양팔로 힘을 주어서 몸을 일으키려는데 그새 를 못참은 녀석의 가죽장화가 다시금 내 얼굴쪽으로 날아온다. 우아악… 퍼 억!!! "끄윽…" 고개가 뒤로 확하고 젖혀지면서 저절로 입이 열렸다. 으윽…. 난 일어서려는 자세 그대로 다시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주저앉았다. 절대적으로 멍들었 다. 확신할수있다. 하지만 그전에 목숨이 먼저라고! 난 다시 내쪽으로 날아오 는 숏소드를 옆으로 굴러서 피한뒤 비틀거리면서 일어섰다. "거참… 이제 좀 짜증나는데. 그만 좀 죽어주지 그래? 응?" "너 같으면 죽으란다고 죽을래? 빌어먹을 자식아!" "음… 생각해보니 그렇긴 하군. 하지만 그걸 권하는 내 입장도 생각좀 해달 라고. 훗" 그렇게 말하면서 빌어먹을 자식이 내쪽으로 다시 바닥을 박차며 뛰어왔다. 난 그런놈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다른 생각하고 자시고 할것도 없이 재빨리 왼쪽으로 몇바퀴나 데굴데굴 구르며 직선으로 달려드는 놈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졌다. 어지러워. 하도 굴러서 그런지 눈앞이 뱅글뱅글 도는것 같잖아. 텅…. 응? "큭…" "후훗. 이거 고마운걸? 이럴땐 감사의 인사라도 해야하나?" 저 빌어먹을 자식의 불유쾌한 침입을 받은 이후로 처음으로 난 진심으로 참 을수 없는 기쁨에 미소를 지었다. 내가 속옷차림으로 흙바닥을 몇바퀴나 데 굴데굴 굴러다니는 남 보여주기 처참한 -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는데. 이런 내 몰골을 본놈은 죽인다. 절대로! - 몰골로 멈춰선곳은 내 침상에서 약간 떨어진 곳. 그러니까 내 갑옷과 검이 예쁘장하게 놓여있는 바로 그곳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놈과 나의 위치가 바뀐것이다. 난 씨익 웃으면서 갑옷 옆에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클레이모어의 손잡이를 두손으로 붙잡고 벌떡 일어섰 다. "쿡…쿡쿡쿡…" "엉? 뭐가 웃기냐?"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갑자기 쿡쿡거리며 재수없게 웃는 녀석을 노려보는데 콧등을 타고 뜨뜻한 액체가 윗입술을 타고 입주변으로 흘러내렸다. 설마… 콧물은 아니겠지? 미친놈처럼 제자리에 서서 어깨를 들썩이면서 쿡쿡거리는 놈을 노려보면서 손등으로 콧잔등 주위를 훔쳤다. 헌데 손등에 뭍은것은 맑 은 콧물이 아니라 붉고 찝찔한 맛이 나는 피였다. "……" "쿡쿡. 기세 좋게 일어난것 치고는 몰골이 말이 아닌걸? 큭큭큭…" "시끄럿! 죽엇!" 얼굴이 새빨갛게 - 화끈거리는걸 보면 더이상 붉어질수 없을만큼 달아올랐 을거다 - 달아오르는걸 애써 무시한 난 놈을 향해 뛰어가면서 클레이모어를 수평으로 강하게 휘둘렀다. 휘잉…. 하지만 놈은 가볍게 뒤로 세발짝 물러서 는것으로 내 클레이모어의 검날을 슬쩍 피한뒤 숏소드를 내 얼굴을 향해 찔 렀다. 피잇…. 고개를 옆으로 틀자마자 숏소드의 검날이 쉬익하고 귓가를 스 쳐 지나갔고 나와 놈이 뒤로 한발짝씩 물러나자 검날이 스쳐지나간 귓가에 화끈한 느낌과 함께 머리카락이 축늘어지면서 볼에 달라붙었다. 젠장. 기분나 쁜 감촉. "쯧.쯧.쯧. 안된다니까." "죽엇!" "훗. 개성이 없는 기합소리로군" 빌어먹을! 쳐죽일 암살자 자식은 내가 휘두르는 클레이모어의 검날을 손가 락 두세마디 차이로 피하면서 슬슬 뒤로 물러섰다. 맞을듯 맞을듯 하면서 안 맞고 뒤로 물러설수록 난 점점 더 기분이 나빠졌다. 저 개자식이 지금 날 놀 리는거 맞지? "……" 입가에 미소까지 지어보이면서 여유만만한 자세 그대로인 놈은 내가 클레이 모어를 들고 있건말건 상관없다는듯이 나를 비웃고 있었다. 그게 더 기분나 빠! 젠장! 놈이 봐주는듯한 대치상황이 대략 30여초간 지속되었다. 어쩌면 평생 그럴 것같기도 했지만 그런 대치상황은 금새 깨지고 말았다. 그것도 우리 둘중 하 나에 의해서가 아니라 천막 밖에서 들려온 소리 때문이었다. "얼레? 이놈들 다 졸고 있는거야? 교대 시간인데 왜이렇게 조용해? 이놈아. 이렇게 추운게 잠이 오냐? 잠이 와?" "……" "어라? 이놈봐라… 어…어…?" 쿠웅…. 무슨 나무토막 쓰러지는 소리가 나면서 밖에서 놀란듯 새된 목소리 가 들려왔다. "어어…?" "주…죽은거야?" "이…이거 어쩌지?" 밤이라 두터운 천막밖에서 두런두런 떠드는 소리도 참 잘드리는군. 기뻐죽 겠다. 우훗. 나와 놈의 눈동자가 거의 동시에 소리가 들려온 천막밖으로 바라 보았고 역시 거의 동시에 서로를 노려보았다. "우웃…" 살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듯한 기분나쁜 느낌이 놈에게서 풍겨져 나오고 있 다. 입을 열어도 소리조차 나지않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기운이 내 몸을 휘감 았고 몸의 근육들이 제멋대로 수축하였고 등골을 타고 흐르는 차가운 식은땀 의 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클레이모어의 손잡이를 잡고있는 두손에 축축 하다. 쳇… 인정하긴 싫지만… 저놈은 시퍼렇게 갈린 검날이야. 맨몸으로 상 대할만큼 만만한 놈이 아니기도 하고. 실수였어. "……나갈땐 좀 시끄럽겠군" "누…누가… 보…보내줄줄 알아?" "시간이 없으니… 그대로 죽어" 쉬익… 무언가가 눈앞에서 번쩍거리는가 싶었는데 그놈의 숏소드의 검날이 내 목을 향해 휘둘러져 들어왔다. 반사적으로 두손으로 쥐고 있는 클레이모 어의 검날을 숏소드쪽으로 밀치자마자 까앙!!! 하는 소리와 함께 클레이모어 의 검날이 반대쪽으로 튕겨나갔고 내 목을 벨듯이 날아들었던 숏소드의 날 역시 반대쪽으로 튕겨나갔다. 하지만 어느새 숏소드의 검날이 살짝 닿았는지 목덜미 부근에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허? 허참… 내 실력도 녹슨건가?" "크윽…" 목덜미가 따끔따금 거린다. 젠장. 미치겠다. 그때 천상의 천사들의 노래소리 와도 같은 감미로운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삑…삐익…삑삑… 비상!!! 비상!!!" "각하! 괜찮으십니까? 각하!!!" "뭘 소리지르고 있어?! 어서 들어가!! 어서!" 펄럭. 천막의 휘장이 젖혀지면서 알파라는 암살자와 똑같은 복장 - 이라고 하지만 화격단의 기본 복장이니 당연한거겠지? - 을 한 병사가 막사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죽었다. 콰득… "크억…" 검을 들고 기세 좋게 뛰어들었던 그 용감한 병사는 목 정중앙 - 결후라던 가? 바로 그곳! - 에 맨질맨질한 가죽 손잡이가 달린 단검을 깊숙히 꼽은채 그륵거리면서 툭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그 바로 뒤로 뛰어들어온 다른 병사 는 심장부근의 가슴을 두손으로 쥐면서 방금전에 쓰러진 그 병사 바로 위에 포개진채 쓰러졌다. 비명조차 못지른채로…. "아……" 절로 힘이 쭉 빠지는 느낌. 쓰러지는 병사들을 보고 있을때 갑자기 그놈이 내게 뛰어왔다. 깜짝 놀라서 뒤로 한걸음 물러서면서 난 반사적으로 클레이 모어를 휘둘렀다. 자세를 낮추고 나를 향해 달려오던 그자의 숏소드가 내 검 을 튕겨낼듯 강하게 찔러들어왔지만 어설프게 휘두른 내 클레이모어에 검날 의 중간부분이 부딪쳤다. 카앙. 놈의 손에 들려있던 숏소드의 중간부분이 뚝 하고 부러지면서 천막 한쪽으로 날아갔다. 거기다 나를 향해 달려오던 놈 역 시 급히 자세를 바뀌며 뒤로 물러섰고 반토막난 숏소드를 툭하고 떨어뜨리면 서 왼손으로 떨리고 있는 오른손 팔목을 붙잡았다. "젠장… 이거였나? 역시 전장의 사신이라 불릴만한게 있긴 했군. 쳇" "흥! 이제 전세 역전인걸? 후후. 네놈은 특별히 내가 손수 그 주둥이를 길게 찢어줄테니 영광으로 알라고" "후훗. 웃기는군. 너 쥐새끼까 찍찍거린다고 고양이가 겁먹을것 같냐?" 뭐라고? 저자식이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도 모르는가본 데? 어디 맛을… 아이씨! 내가 쥐냐? 망할놈! "죽어버렷! 개자식아!" 부웅… 퍼억! 위에서 아래로 크게 휘두른 클레이모어가 놈이 있던 자리를 뚫고 지나갔지만 알파는 이미 뒤로 물러선 상태였고 내 검은 애매한 땅만 파 올렸다. 난 즉새 검을 들어 가슴주변을 가리면서 놈의 반격에 대비했지만 의 외로 그자는 오히려 뒤로 물러서면서 내게서 떨어졌다. "거기서! 누가 도망치게 둘줄 알아?" 난 천막 끝까지 물러선 그자를 향해 뛰어가려했다. 그때 내 등뒤와 좌우의 천막벽이 찌이익…하는 긴 소리를 내면서 찢겨져나갔고 그 사이로 병사들이 뛰어들어왔다. "마마! 무사하십니까?" "닐크?! 저자식 붙잡아! 당장!" "예! 마마를 호위하라! 몸으로 지켜!" 막사안으로 뛰어들고나서 단번에 상황을 파악한 닐크는 즉시 같이 뛰어든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면서 알파에게 뛰어갔다. 하지만 놈은 나보다 더 어 설픈 - 몸놀림만 빠른 - 닐크의 검날에 맞아줄만큼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 었다. 이에 난 겹겹이 내 주위를 둘러싼 병사들을 뒤에서 밀치면서 소리쳤다. "비켜! 저자식은 내가 죽여버릴거야! 어서 비…" 쉬익…퍽! 막 눈앞에 딱 가로막고 있는 두 병사를 좌우로 밀치며 앞으로 나 서려는 내 배에 무언가 딱딱한 이물질이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다. "아…" 왼손으로 배 부근을 만져보니 붉고 따뜻한 피와 맨질맨질한 단검의 손잡이 가 만져졌다. 처음엔 뼈속까지 시린 차가운 느낌… 그다음엔 활활 타오르는 불길속에 들어간듯한 뜨거운 느낌과 함께 끔찍한 통증이 등을 타고 솟구쳐올 랐다. "커흑…" 허리가 저절로 굽혀질정도로 지독한 통증이 느껴졌다. 난 그대로 새우처럼 허리를 한껏 굽히면서 앞으로 쓰러졌고 입을 벌린채 뻐끔거렸다. 내 입가로 고여있던 침들이 주르륵 흘러내렸지만 머리속은 끔찍한 고통으로 가득차서 아무런 생각도 안난다. "너 이 새끼!!!" "큭. 심장을 노린건데…. 쯧. 다음에 두고보자!" "비…빌어먹을… 다…다음에 보…보자는 놈…치…고 콜록…콜록… 무…서운 놈… 없…" 내장이 꼬이는것 같은 지독한 통증을 견디며 땅바닥에 머리를 쳐박은 추한 몰골이면서도 난 끝까지 놈에게 말대꾸를 했다. 그렇게라도 안하면 지는것 같아서…. 그리고 난 놈이 닐크의 검을 손쉽게 피하면서 찢겨진 막사밖으로 뛰쳐나가는걸 마지막으로 결국 눈을 감고 말았다. 아아… 바닥이 시원해…. -------------------------------------------------------------- 25화 종결! 다음화 예고! 폐인대전과 함께 같이 불타고 있는 Queen`s Heart! 제 26화! King of Joke! 가우군의 한마디 : 역시 남자라면 조크에 목숨을 걸어야지. 알파라는 웃기지도 않는 네이밍 센스를 가진 암살자에게 심각한 부상을 당한 아넬리안. 7일간 고열에 시달리면서 괴로워하던 아넬리안은 결국 출혈과다와 파상풍으로 사망하고… 케센의 배신과 로세니아의 진압군에 이중으로 포위된 크레센트 사설군단 화격단은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게되는데… 이 위급한 상황에 젖소를 타고 등장한 영웅이 있으니! 후에 역사가들과 목축 인들로부터 우유왕으로 칭송받게된 로렌 왕자! 그는 차가운 대지에 흩뿌려진 눈처럼 새하얀 우유를 양손에 들고 벌컥벌컥 마시며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는 전장을 지나간다. 우유를 마시며… 그냥 지 나갔다. ...뭐냐? 이건!!!! 크오오오오!!! 이건 내가 아니야!!! 내 스타일은 이런게 아니 야!!! 우어어어어어!!! 가우군 p.s 역시 남자라면 조크에 목숨을 걸어야지 암암. 돌이건 창이건 사시미건... 뭐가 날아오건~(=-=)~ p.s2 생각외로 용량이 적다. 으음... 느낌상으로는 많이 쓴것 같은데.... 왜일까?(갸우뚱)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5장 Front Line (4) 2004-02-27 19:51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두런두런 거리는 작은 소리에 눈이 떠졌다. "크흑…" 내 입에서 내가 낸 목소리라 믿어지지 않을정도로 작고 갸날픈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우… 세상에…. 살면서 내가 이렇게 나약한 신음소리를 내면서 끙끙거릴줄이야…. 하지만 내 몸은 서서히 선명해지는 정신과는 다르게 여전 히 힘이 들어가지를 않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정도로…. 정말로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가면서 간신히 고개를 들자 가장 먼저 내 눈에 띈것은 거 의 벌거벗은것 같은 내 몸이었다. 가슴을 가리는 얇은 브래지어와 부드러운 털이 가득 나있는 속바지외에는 아무것도 입고있지 않다. 거기다가 배부분에 는 두터운 붕대가 몇겹으로 감겨져 있었다. 그 붕대에는 내것임이 분명한 붉 은 피가 한가득 배여있었다. "그래서 군의관. 그대의 의견은 뭔가?" "각하의 상세는 지극히 위중합니다. 당장 안전하고 따뜻한곳으로 옮겨야 합 니다." "허나… 현재 우리의 상태로는…" "다행이 지금이 겨울이라 상처가 심각하게 훼손되지는 않겠지만 벌써 환부가 곪고 있습니다. 겉에 난 상처는 우선 봉합하긴 했지만 아마도 내장까지 손상 되었을게 분명합니다. 이대로 방치하다간…" "그런가…. 아르케네스." "…음?" "여기서 마마를 모시고 본국으로 돌아가는데 얼마나 걸릴까?" "스승님이라면 금방이겠지만 난 무리다. 최소한 일주일 이상. 그것도 방해가 없다고 가정할때겠지만" "우리가 왔던길을 우회하면 한달은 족히 걸려. 흐음… 별수없나? 마마께서 중상이니 더이상 전진할수도 없고…" 덴의 목소리다. 아아… 저자식도 멀쩡한걸 보면 그 알파라는 놈은 혼자서 왔나보군. 그것도 정말로 카렌을 되찾기 위해서. 미친놈. 겨우 암살자 하나를 위해서 주변에 수많은 병사들이 우글거리는 야전막사로 기어들어오다니 제장 신이 아니야. 끄응…. "할수없지. 닐크와 아르케네스 그리고 크렌은 발빠른 녀석들과 함께 마마를 모시고 본국으로 돌아간다. 난 남은 부하들과 함께 다시 케센을 우회해서 본 국으로 돌아가도록 하지. 무엇보다 마마의 상세가 더 중요하니까" "그건… 콜록…콜록… 안돼" "마마!!!" "정신이 드십니까?" 이제야 내가 눈을 뜬걸 눈치챈거냐? 하여간… 남자놈들은 둔감한데다가 바 보같다니까. 내가 침상위에서 힘겹게 버둥거리자 막사안에 모여앉아 음침한 이야기만 주고받던 녀석들이 내쪽으로 우르르 몰려왔다. "크윽…" 눈치 빠른 아르케네스가 내등뒤에 푹신한 베게를 두어개 받쳐서 나를 일으 켜주었다. 하지만 몸을 일으키자마자 배쪽에서 지독한 통증이 느껴졌다. 으… 아파아…. 난 눈물을 찔끔거리면서 내 옆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는 덴에게 손 을 내뻗었다. "데…에엔…" "예! 마마!" "회군은… 절대 안돼…. 크흑…" 정말 눈물이 난다. 으흑…. 아파 죽겠어. 주르륵…. 이마에 맺혀있던 몇개의 땀방울이 볼을 타고 뚝뚝 떨어져내렸다. "하지만… 마마 지금의 상세로는 도저히…" "그래도… 안돼. 로이드가… 아니 폐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그렇다해도… 군의관!" "예! 지금 각하의 몸으로는 군의 행군을 버틸만한 체력이 없습니다. 거기다 겉으로 드러난 상처는 우선 봉합했지만 내장이 상했습니다. 당장 신성력을 사용할수 있는 신관을 찾아가야 합니다." "이런 사정이니 어쩔수 없습니다. 마마. 우선 부상에서 회복되신뒤에…" "불가." "허나…" 덴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 뿐만 아니고 그 뒤에 서있는 다른 사내들 역시 비슷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왜 다 우락부락한 사내들 뿐인거야? 쳇. 저놈들 모두 합쳐봐도 로이드의 반의 반도 못될것들이면서. 흥…. 아야야야… "끄으으응… 하여간… 안된다면 안돼. 내 몸이 이러니… 내일 당장 진군한 다" "예? 허나… 마마!" "시끄러워! 내말 못들었어? 아야야….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란…말이야! 이 머저리들아!!!" 아윽… 소리를 질렀더니 배가 당긴다. 눈물이 줄줄 나올정도로 아파. 흐 윽…. 난 눈물을 찔끔거리면서 배를 움켜쥐었고 그 때문에 망치와 톱을 들고 있던 중년의 군의관이 상처를 본다고 호들갑을 떠는걸 엉덩이를 걷어차 내쫓 은뒤 내 부대의 핵심이라 할수있는 사내들 - 아니 크레센트의 중신이라고 할수 있는 - 을 가까이 모았다. "잘들어… 지금 상황에서 우린 물러설수 없어. 절대로" "그건 그렇습니다만…" "시끄러. 말할때마다 배가 쿡쿡 쑤신단 말이야. 토달지마. 패줄거야. 하여간… 예정대로 로세니아를 친다. 최대한 빠른 속도로 남진해서 아넬 공국으로 통 하는 녹색 산맥 접경지역을 장악하고 공국 주변에서 우리 군과 대치하고 있 는 놈들의 후방을 끊어야돼" 어느새 가져온 - 역시 아르케네스는 눈치가 빨라 - 지도를 활짝 펼친 난 손으로 우리가 있는 위치와 로세니아 왕국의 남단 지역을 가리켰다. 예정보 다 일주일정도 늦어지긴 했지만 그정도는 별 문제가 못된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지금 로세니아의 기세를 끊지 못하면… 우리와 로세니아 양 국은 케센의 눈치를 봐야해. 케센이 어느쪽에 가세 하는가에 따라서 한쪽 나 라는 지도에서 사라질테니까." "하지만 케센국은 저희와 밀약을 맺지않았습니까?" "케센의 국왕과 맺은 협약도 아니야. 겨우 삼왕자 한명의 사인이 들어간 협 정서따윈 언제든지 불쏘시개로 쓸수 있는 것이지. 지금은 우리쪽과 손을 잡 는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되서 같이 싸우는것뿐이야. 이 상황에서 전황을 알 수없게 된다면… 혹은 우리가 우세한 기세로 몰아붙이지 못한다면 케센 국에 만 좋은일을 하게 되는거야. 알겠어?" "예… 마마. 하지만 그 몸으로는 행군조차 힘들다고 군의관이 말하지 않았습 니까. 무리입니다." "그러니까… 더욱 더 빨리 진군해야되. 나도 이런 추운데서 개죽음 하고 싶 은 생각 따윈 없다고." "그럼 어서 본국으로 돌아가시는게…" "아니. 안돌아가. 몇번을 말해도 마찬가지야. 그보다는 어서 로세니아 침공 루트나 찾아봐." "상처가 위중합니다." "시끄러워. 그건 내가 더 잘알아. 그러니까! 남진하면서 비젠신의 신전이 있 는 도시와 마을들도 찾아보도록 하고!!! 머리를 쓰란 말이야 멍청이들아!" 아윽…. 또 배가 아파온다. 내장이 끊어지는듯한 - 실제로 끊겼던가? - 고 콩이 물밀듯이 밀려와서 난 결국 자세를 바로하고 누웠다. 내 외침에 아~ 하 고 무언가를 깨닳은듯한 표정을 지은 덴은 침대에 누운채 두터운 모포를 덮 어쓴 내게 대충 예를 표한뒤 안에 있던 닐크에 아르케네스등을 끌고 허둥지 둥 밖으로 나가버렸다. 하여간… 바보들 뿐이라니까. 에휴…. 다음날 해가 뜨자마자 내가 속한 화격단 병력이 진군을 시작했다. 폭설은 멈추었지만 그간 쌓인 눈때문에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할정도로 도로 사정이 엉망이긴 했지만 1개 군단. 1만명에 달하는 화격단 병사들은 선두의 정찰 및 도로 개척을 담당하는 1개 대대의 뒤를 따라 천천히 행군을 개시했다. 그래 봐야 하루에 10km도 제대로 이동하지 못했지만 그정도면 뭐…. 크흑… 아파. 행군을 시작한 날부터 난 열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온몸이 화끈거리고 땀이 줄줄 흐르고 있어서 하루종일 마차안에 누워서 보내야 했다. 군의관이 가져온 해열제는 전혀 소용이 없는듯 들지 않았고 그나마 나를 편하게 해준 건 마약에 가까운 진통제였다. 하지만 그것도 약효가 돌때뿐이었고 시간이 조금 지나서 약효가 약해지면 이전의 몇배에 달하는 지독한 통증에 나도 모 르게 비명을 지르곤 했다. 입술이 쩍쩍 갈라지고 입안에는 침조차 고이지 않 는다. 죽을지도 몰라…. 난 정말로 내가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공포감을 느 꼈다. 밤에 잠들기가 무서워… 다시는 깨지 못할것 같아서…. 죽음에 대한 공포와 고통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로세니아의 국경을 넘어섰다. 그동안 내 마차 주변에는 동상과 독감에 걸린 병사들이 하나둘 늘 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수백에 달하는 환자들이 생겨났다. 제대로 전투 한번 못해봤는데…. 마차 밖에서 신음소리를 내면서 혹은 고통을 호소하는 병사들 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들려올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것 같았다. 저 들에게 나도 똑같이 느껴질까? 크흑… 아파…아파… "엄마… 흐흑… 아파…" 근 십여년만에 난 내 어머니를 불렀다. 죽을때까지 다시는 입에 담지 않을 거라고 맹세했었는데…. 난 그만큼 약해져있었다. 바깥의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하나도 알수 없다. 하루의 절반을 누워서 보냈고 그 대부분의 시간에 난 잠을 잤다. 아무것도 하지않고 마차안에 누운 채 당번병의 시중을 받으며 보낸것이다. 배를 다친탓에 한두 스픈정도의 아 주 묽은 스프와 한잔도 채 될까말까하는 물이 내 식사의 전부였다. 겨우 그 정도를 먹고도 버틸수 있다니 인간의 몸이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 론 그것도 진통제로 쓰이는 약초죽을 조금 먹고난뒤에 드는 생각이지만…. 덴은 잘하고 있을려나? 아마 잘하고 있겠지. 직책은 부사령관이긴 하지만 남 자인데다가 귀족이니까. 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병사들을 잘 이끌거다. 아마…. 그래도 기사였던 녀석이었고 유능하기도 하니까…. 눈앞이 안개가 낀듯 흐릿하다. 거기다 머리속도 몽롱한것이 지금 내가 깨어 있는것인지 꿈을 꾸고 있는것인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그런 상태로 멍하니 마차의 천정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밖에서 커다란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무엇 일까? 으음… 생각하기 싫다. 피곤해. 졸려. 난 눈을 감으려 했다. 그때 끼이 익… 하고 마차의 문이 열리면서 검은 그림자들이 우르르 마차안으로 뛰어들 어왔다. 그들은 저항은 커녕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는 나를 모포더미속에서 꺼낸뒤 들어올렸다. 그리고 나를 마차밖으로 들고 나왔다. 누군가가 나를 안 아드는것 같긴 한데 눈앞이 흐려서 누군지 알수가 없다. 거기다 뭐라고 떠들 어대는 그들의 목소리역시 멀리서 울리는 듯 확실히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난 누군가의 품에 안긴채 커다랗고 하얀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건물안의 하얀 천정을 바라보면서 난 멍하니 있었다. 천정이 흐릿한 문양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여기가 천국인것 같은 착각이 든다. 피식. 난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이 제대로 표현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입술조차 떼기 힘들었으 니까. 그러는동안 내몸은 어느 커다란 방안으로 안겨 들어갔고 곧이어 방의 정중앙에 놓인 네모난 침상위에 올려졌다. 펄럭…. 나를 감싸고 있던 모포가 떨어져나가자 공기중에 감돌고 있던 한기가 내몸을 헤집고 다닌다. 추워…. 하지만 덕분에 정신이 조금 든다. 몽롱하던 시야가 조금 선명해졌고 주변에 서 웅웅거리던 목소리가 좀더 또렷하게 들려왔다. "뜨거운 물 가져와! 메스도!" "관계자외에는 나가시오! 밖에 나가있어요! 어서!" "하지만…" "어서! 치료중에는 그 누구도 들어올수 없소!" 덴이 건장한 체구의 사제들에게 질질 끌려나가는게 보였다. 헤에… 나 외에 는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던 - 아니 에린과 예니도 있군 - 덴이 변변한 말조차 제대로 못하고 쫓겨나다니 신기해라. 하지만 그 신기함은 금세 무시 무시한 격통으로 바뀌었다. "끄아아악!!!" "이런… 기절한게 아니잖아! 누구 마취제 가져와!" "우선 술이라도…" "뭐든지 좋으니까 어쨋든 몸을 붙잡아! 어서!" 건장한 팔뚝을 자랑하는 흰옷의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와서는 내 팔다리를 단단히 붙잡았다. 그리고 그 사내중 한명이 내 입에 냄새만 맡아도 기절할듯 한 독한 럼주를 쏟아붇는다. 아악… 고문하는거냐? 나죽어어…. "지독하군… 이런 상태로 어떻게 살아있는거지? 거참… 기적이로군" 어느새 풀려나간 붉은 붕대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술병을 피하던 내 눈 에 들어왔다. 바닥에 떨어져나간 붉은 붕대가 마치 미래의 내 모습같다. 우 우… "크학…" 꿈틀…. 지독한 통증이 등줄기를 타고 머리속을 강타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에 난 팔다리를 휘저으면서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버둥거렸다. "끄응…" "다 죽어가는 반 시체 주제에 뭔 힘이 이렇게 센거야? 거기! 꽉누르라고!" 내 팔다리를 부여잡고 있던 자들이 아예 내 위에 올라타듯이 온몸으로 날 억누른다. 아아악!!! 아파! 아파! 죽겠어! 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 쿨럭. 쿨럭…" 뱃속에서 꿈틀거리던 덩어리같은게 입에서 튀어나왔다. 붉은 핏덩어리… 으 으윽…. 내 머리맡에 서있던 자가 얼굴을 억지로 옆으로 돌린뒤 젖은 수건으 로 입가로 흘러내린 피를 닦아낸다. 거기다 그걸로 모자른지 양볼을 잡고 억 지로 입을 벌린뒤 입안에 손가락을 집어넣고는 고여있는 핏덩어리들을 헤집 어댔다. "아흑… 아아… 아아악!!!" "꽉잡아! 에잇… 왜 취하지도 않는거야? 망할…" 내 배쪽에 손을 댄채 무언가를 하던 사내가 악을 써대면서 소리질러댄다. 나도 차라리 기절하고 싶다고…. 아니… 죽고 싶다. 그냥. 고통없이 편하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숨을 헐떡이고 있을때 갑자기 아랫배 부분에 뜨끔한 통 증이 느껴지더니 이내 뼛속까지 시린 느낌이 들었다. 그때 누군가가 내 머리 와 어깨를 살짝 들어올렸다. 덕분에 난 내 배쪽을 바라볼수 있었다. "아……" "이 멍청아! 뭐하는 짓이야?!" "하…하지만… 기도가 막힐것 같아서…" "당장 눕혀! 환자를 쇼크로 죽일셈이야?" "예…예…" 하지만 난 이미 다 보고 말았다. 배꼽 바로 아래 있는 상처 부위가 타원형 으로 절개되어 있는것을….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백색의 내장들…. 타인 의 것을 많이 봐와서 그런지 난 그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차렸고 - 차라 리 모르고 싶다. - 내 몸상태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알수 있었다. 몸이 다 시 침상위에 눕혀진탓에 다시 보지는 못했지만 검붉은 핏덩어리들과 대조적 으로 흰 백색의 내장들. 그것만으로도 난 죽은것이나 다름없다. 거기에 긴 창 상이 나있는 상처가 없더라도 말이지… "으으으음…" 길고 가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난 그대로 눈을 감았다. 난 누군가의 손이 내 뱃속으로 들어오는걸 느끼면서 생각했다. 아마… 강간당하는 기분이 바로 이 런게 아닐까? 크흣…. 웃기지도 않는 소리. 전신의 감각이 조금씩 무뎌지는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니 실제로 무뎌진것인지 모르겠다. 아랫배쪽에서 쩔꺽쩔 꺽거리는 소리나 예리한 메스로 무언가를 서걱서걱 자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데도 몸에는 아무런 느낌이 없다. 방금전까지만해도 그렇게 고통스러웠는데 도 불구하고 지금은 누군가가 내 몸속을 헤집고 다니는중인지도 확실하게 알 수 없다. "죽은 피와 고름은 빨아냈다. 됐으니까 다들 모여! 어서! 시간을 끌다간 진짜 시체 치울지도 모른다" 팔다리의 압박감이 사라졌다. 내 주위에 서있던 사내들이 뒤로 물러서면서 역시 흰 옷을 입은 다른 사내들이 그자리를 채웠다. 그들은 서로의 손을 피 와 고름으로 얼룩졌을 내 배위에 올려놓고는 작은 목소리로 기도를 하기 시 작했다. "Cure Critical Wounds!" 맨처음 내 상처 부위에 손을 올려놓은 자가 높게 소리치면서 말했다. 밝은 빛이 누워있는 내 배의 위쪽에서 빛나기 시작했다. 흰 빛의 무리가 주변을 떠돌면서 내 상처를 치료하는것… 같지 않을걸? 왜 아무런 느낌도 없는거 지? "이…이건?" "상처가 낫지 않다니…" "시끄럽게 굴지마라! 환자가 있잖나!!!" 소란스러운 사내들 - 아마도 신관들이겠지? - 중 중년의 사내가 다른 이들 의 입을 닫아버린뒤 내 이마에 피에 절은 붉은 손을 대고는 눈을 감았다. 그 리고 조금씩 달짝이는듯한 작은 소리를 내다가 이내 눈을 뜨며 크게 소리쳤 다. "Cure Disease!" 이번에는 푸른색의 빛덩어리들이 내 이마에 대고 있는 그의 손에서 방출되 면서 내 몸을 감싼뒤 사라졌다. 하지만 별로 달라진건…" "Heal!!!" 쿠웅…. 주변의 공기가 무겁게 변하는게 눈에 보이는것 같다. 이전과는 비교 도 할수없을정도로 밝은 빛무리가 내 몸을 관통하고 지나갔다. 하지만 단 몇 초뒤 난 역시 아무런 변화도 느낄수 없었다. "대신관님… 이건…" "소란부리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레이드 신관! 당장 뛰어가서 성수와 힐링 포션들 그리고 저장되어 있는 약초들을 가져오게! 어서!" "예옛!!!"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나… 다음에 눈떴을때는 관속일것 같 다. 음… 영혼이 있다면… 이겠지? 아마도… -------------------------------------------------------------- Cure Critical Wounds - 치명상 치료. 외상 치료 가능. 내상도 치료 가능. Cure Disease - 질병 치료. Heal - 모든 외상과 내상 치료 가능. 덤으로 대부분의 질병 치료 가능. 일부 정신 병 및 마법에 의한 정신이상 치료 가능. 궁극의 회복마법...( ..) 살아있 다면... 질병치료를 쓴 이유는 상처 치료 이후 일어날 파상풍 및 내장감염을 막기위 해서...라는것입니다. 아직 이 시기에는 바이러스는 커녕 병원균도 모르던 시 절이니까요~( --)~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5장 Front Line (5) 2004-02-27 19:51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아…. "으음…" 따뜻한 이불의 감촉에 뒤척이던 난 작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눈을 떴다. 푸 르른 하늘과 새파란 초원… 그리고 짹짹거리면서 날아다니는 이름모를 산 새… 따윈 없군. 쳇. 천국이라도 온줄 알았는데 몸을 일으켜 주변을 돌아보니 아무리봐도 천국같지는 않다. 대신 천사랑 친구할만한 녀석이 내가 눈을 뜨 자마자 화들짝 놀라면서 내가 누워있던 침대로 뛰어왔다. "아… 정신이 드십니까?" "여긴?" "정말 다행입니다. 삼일동안이나 혼수상태에 빠져있어서 정말 걱정을 많이했 는데 이제서야 눈을 뜨셨군요" "그러니까… 여긴 어디야?" "아아~ 정말 신의 도움이 컸습니다. 결코 자애롭다고는 할수 없는… 앗차. 이 건 못들은걸로 해주세요. 우훗. 그래도 무력한 일반 백성들을 너그러운 마음 으로 보살펴주시는 저희 신의 은총이 아니었다면…" "닥쳐줄래?" "예? 예에…" 그제서야 내 앞에서 쟁알쟁알 떠들어대면서 두통을 유발시키던 녀석의 입을 닫을수 있었다. 흠… 목소리를 들어보니 여자인듯 해서 슬쩍 올려다보니 나 랑 비슷한 백금발의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서있다. 나랑 눈을 마주치자 '헤~'하고 생긋 웃는다. 아아… 미안하지만 말이야. 내가 남자였다면 한눈에 반할정도로 성스럽고 아름답다고 해주겠지만 난 여자는 관심없어. "그럼… 여긴 어디지?" "예? 아… 전 크리스티나라고 해요. 빛과 정의를 수호하시는 비젠 신을 모시 는 프리스트입니다. 아가씨께서는 무려 삼일간이나…" "끄응…." 주절주절. 쟁알쟁알. 짜증난다. 사람 좋은 얼굴로 눈앞에서 내가 묻지도 않 은 자기 소개나 하면서 내 몸이 어떻네 저떻네 하고 있는 소리를 듣고 있자 니 확 돌아버릴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아… 그냥 진짜로 돌아버릴까? 확!!! …이라고 생각하고 있을때 때마침 크리스티나인지 크리스틴인지 하는 여사제 와 비슷한 흰색 신관복을 입은 사제가 내 시야안에 들어왔다. 어라? 저 얼굴 은 어디선가 본듯한… "대… 대신관님…" "크리스티나 그대는 잠시…" "네. 대신관님" 신관 주제에 얼굴을 살짝 붉히며 - 어이어이… 그대들은 신과 결혼한 몸 아니었어? - 대신관의 곁을 스쳐지나간 그 여신관은 아쉬움이 남는지 자꾸 뒤를 돌아보면서 우리쪽을 바라보다가 나와 대신관의 시선에 화들짝 놀라면 서 방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나서야 난 그 대신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수 있었다. 확실히… 어디선가 본듯한 얼굴인데… "우리… 언젠가 본적 있지 않던가?" 나를 치료했다면 덴과 별볼일 없는 바보들도 주변에 있을터. 당연히 내 신 분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난 거리낌없이 하대를 하 면서 대신관에게 말을 걸었다. "두번째로 뵙는군요. 테세온이라 합니다. 아넬리안 왕비마마" "아!!! 당신이?!" 테세온…. 아주 오래전… 아마도 4년전이던가? 로이드와 만나기전에 이사람 덕분에 목숨을 건진적이 있었다. 확실해. "기억해주시니 영광입니다. 마마" "하아~. 인연이란 참 신기한거군요. 같은 분에게 두번이나 목숨을 빚지다니 말이죠." 나도 모르게 존칭이 나왔지만 다시 번복할 생각은 없다. 어쨋거나 상대는 내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 이 빚은 결코 작은게 아니니까. "우연일뿐입니다. 또한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것은 신관으로써 당연한 일이 기도 합니다…만…. 솔직히 마마를 회생시킨것이 정녕 잘한일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에?" 반가운 기색이 역력한 나에 비해 그는 오히려 침울한 얼굴을 한채 복잡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뭐…뭐지? 내가 실례라도 한건가? "왜…왜 그런 말을 하는거죠?" 난 정말로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몸이 건강했을때보다는 훨씬 무겁긴 했지만 그래도 통증에 의한 고통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조금 몸이 찌뿌둥한것을 제외하면 멀쩡했기에 난 상체를 일으켜 앉은뒤 여전히 복 잡한 눈빛으로 날 내려다보는 그를 마주 바라보았다. 뭐야? 정말… 내가 뭘 잘못했다고…. "마마께서는 의식이 없으셨을테니… 아니 어차피 군대의 상징적인 의미를 가 지고 있었을테니 아넬리안 왕비마마께 따지는것이 좀 억울하시긴 하겠군요" "에에?" "하지만… 비록 제 목이 날아간다해도 한말씀은 드리고 싶습니다. 마마께서 끌고온 군대. 그 군대가 이 일대의 마을을 파괴하고 도시의 시민들을 학살하 고 있으며 약탈과 방화를 서슴치않고 자행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농민들이 오랫동안 살아가던 농토에서 쫓겨나 유민으로 떠돌고 있고 노인과 어린아이 들이 추위와 굶주림속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무…무슨 소리를…" "전 신관이니 나라가 전쟁을 하던 망하던 기본적으로 중립을 취해야 하는 입 장입니다만… 그렇다해도 수많은 왕국의 백성들이 창칼에 억압된채 이리저리 쫓겨다니고 고통속에서 죽어가는것을 차마 눈뜨고 볼수 없습니다. 한가지만 묻겠습니다. 마마께서는…" "……" "아넬리안 왕비마마. 마마께서는… 어느나라 사람입니까? 이곳은… 당신의 고향이 아닌것입니까? 어찌… 어찌 이런…" 비젠 신전의 하이프리스트, 대신관 테세온의 꽉 쥐어진 두 주먹이 내 눈앞 에서 부르르 떨린다. 격한 감정의 기운을 온몸으로 내뱉는 그는 마치 원수를 보는듯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화격단이겠지. 하긴 애초에 목적이 침공이었고 진군루트안에 있는 대부분의 마을을 파괴한다는 작전계획도 이미 오래전에 세워져 있었다. 로이드가 있는 본대와 합류한뒤라면 모를까 녹색산 맥을 우회해서 들어온 화격단 병력만으로는 점령과 통치를 계속해 나갈수 없 었으니까. 비록 그것이 상당수의 젊은이들을 우리 크레센트와 마찬가지로 전 장으로 내몰아 군사력이 거의 공백지나 다름없는 로세니아 북부라 해도 마찬 가지다. 점령할수 없다면 최대한 챙긴뒤 불태운다. 평화롭던 고향에서 쫓겨난 유민들은 살기위해 사방으로 흩어질것이고 가뜩이나 치안유지도 힘들만큼 전 력이 바닥나있는 로세니아 북부는 그야말로 무법지대로 변할것이다. 그만큼 적의 자원과 인력을 더 소모시킬수 있고 어디도 안전한곳이 없다는 위기감은 가뜩이나 전쟁으로 어지러운 로세니아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한층 더 공포 에 떨게 만들것이다. 그런 파급효과와 실질적인 효과를 예측해서 세운 계획. 덴은 내가 부재중임에도 그 계획대로 충실히 임무를 완수한듯 했다. 그 때문 에 내 앞에 서있는 이 테세온 대신관이 화를 내고 있는것일테고…. "후우…" 절로 한숨이 나왔다. 한겨울에 따스한 집에서 쫓겨난 이들이 굶주림과 추위 에 고통받다가 천천히 죽어갈것이라는것은 나도 잘알고 있다. 애초에 그것을 목적으로 하기도 했고 전장에 나가있는 젊은 병사들에게 고향이 파괴당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흔들리지 않을리가 없을거다. 이것도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질문. 고향을 이렇게 무자비하게 파괴 할수 있는가 하는 질문은 정말로 예상외였다. 이들에게 난… 아직도 로세니 아 사람으로 받아들여 지는것일까? "대신관…" "……" "난… 그러니까… 나는…" 나약한 아넬리안이 또 내 마음속에서 튀어나온다. 아니… 이래서는 안돼. 난 아넬리안이야. 절대 약한 마음으로 먹어서는 안되는 강인한 여자여야되. 로이 드와 로렌을 위해서라도! 두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이를 악문 난 여전 히 나를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는 테세온 대신관을 마주 노려보면서 입으 열었다. "이제 기억나는군요. 내가 가는곳에 검이 있고 내가 가는곳에 빛이 있나니. 나의 길이 곧은길이 될것이다…라는게 그대가 나에게 예언한 문구였지요?" "…예." "그렇다면…. 전 지금 곧은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무고한 이들의 피와 죽음을 바닥에 깔고서 말입니까?" "그래요. 나의 길을 위해서 난 그 몇십배에 달하는 시신을 밟고서라도 나아 갈겁니다. 아니 나아가야만 하죠. 난 그러기 위해서 존재하니까" "어떠한 희생을 치뤄서라도? 그것이 그토록 중요한 일입니까? 수천… 아니 수만명의 목숨보다도 더?" "그 죄에 대한 댓가는 나중에 받기로 하죠. 하지만 지금은… 내게 보이는 빛 을 향해… 내 손에 들린 검으로 모든 방해물을 제거해가면서 내 길을 걸어갈 거에요. 설령… 그것이 무고한 왕국민이라해도… 내가 태어난 고향이라해도 말이죠." "……" "난 물러서지도 되돌아가지도 않아요. 한발짝이라도 뒤로 물러선다면 더이상 내가 있을자리따윈 존재하지 않을테니까." "마마께서는… 아니… 됐습니다." 그는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면서 시선을 돌렸다. 그 런 테세온 대신관의 행동에 약간 찔리는 기분이 든 나 역시 고개를 슬며시 돌리면서 말했다. "그래도… 신전과 그 주변에는 피해가 안가도록… 노력해보죠" "말씀만은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이젠 그리 신경쓰실 필요 없을것입니다. 이 신전 주변 수십킬로미터 안에 제대로 된 도시나 마을따윈 존재하지 않으니까 요." 그정도인가? 덴녀석 정말 일을 너무 철저하게 한거아니야? 이걸 칭찬해야 하는지 아니면 너무 심하다고 화를 내야하는지 헷깔린다. 쳇. 난 말을 마친 테세온 대신관을 보고 있다가 문득 몸을 일으켰다. 팔다리가 좀 저리면서 늘 어지는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럭저럭 몸을 움직일만 하다. 그런대 막 내가 침대위에서 몸을 벗어나려고 할때 대신관이 날 저지했다. "무리하지 마십시오. 아직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에? 하지만…" "마마께서는 심각한 저주에 걸린 상태였고 현재 신전의 모든 신관들이 전력 을 다해서 이곳을 유지하는 중입니다." "응?" 테세온 대신관의 말에 난 고개를 들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얀색인것을 제외하면 달랑 침대하나뿐인 크기만 하고 썰렁한 방이었다. 어디에서 특별한 것은… "아?!" 그러고보니 이 방안의 공기가 무겁다는 느낌이 든다. 미묘한 위화감. 거기다 단 하나뿐인 창으로 내다본 밖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상태. 햇볕이 방안으로 한껏 들어온다해도 그리 밝지 않을것같은곳인데도 불구하고 사방은 촛불을 수백개쯤 켜놓은듯 굉장히 밝았다. 눈이 부실정도로 강한 빛은 아니었지만 건물안임에도 불구하고 햇볕아래 서있는듯한 착각이 든다. 어라? 그림자가 없어? 농담이 아니다. 정말로 그림자가 없다? 빛이 있는곳엔 언제나 그림자 가 존재하는법. 그게 자연의 법칙이고 당연한건데 이곳은 어디에도 그림자가 없다. 은은하게 빛만 존재할뿐. 그런주제에 주변의 사물이 또렷이 보이다니 신기하기도 해라. "여긴 어디죠? 나 정말 죽은거 아니에요? 이곳은 사후세계이고… 설마… 그 런건 아니겠죠?" "하하하…" "웃지말라고요. 난 지금 심각해요. 아직 할일도 많은데 벌써 죽을수는 없다고 요." "걱정마십시오. 마마께서는 분명히 살아계시니까요. 다만… 이곳이 저희 비젠 신의 강림지이기에 조금 특별한곳이 된것뿐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마 마는 아직도 저주에 걸린 상태입니다. 어떤 효과의 저주인지는 아직 확실히 판명되지는 않았지만 우선 두가지 정도의 저주 효과는 알아내었습니다." "어떤?" "첫째는 특정 신을 제외한 타 신의 신성력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덕분에 신 성 마법 자체가 효과를 보지못해서 상당히 위험했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는 상처의 악화입니다. 마법적인 치유는 물론이고 물리적인 치료법 역시 효 과가 없었습니다. 힐링포션은 물론이고 약초도… 그리고 자연적인 치유력을 올려주는 법구조차도 효과가 없더군요." "흐음…" "이 신전안에 있는 신관 전부가 달려들어서 신성력을 쏟아부어도 아무런 효 과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곳 신전의 정 중앙. 저희 신이 가장 강하게 느껴 지는 이곳에 마마를 모셔 놓고 강림지를 생성한것입니다. 그탓에 지금 신전 내의 신관중 신성마법을 사용할수 있는 신관은 거의 없게 되었지만요" "그럼 내몸은 누가 치료한거죠? 신성마법을 쓸수 있는 신관이 없다면서요? 거기다 저주에 걸렸다면서요?" "마마의 몸에 걸린 저주는 특정 신의 힘을 빌려서 타신의 신성마법을 방해하 는것입니다. 아마도… 사악한 브리츠의 신도들이 일을 벌인듯 합니다만…. 물 론 이것은 추측일뿐입니다. 마마. 그렇다해도 지금에와서 저주와 같은것을 사 용할 신관은 브리츠의 신도들뿐입니다만…. 하여간 암흑 신이라해도 신의 힘 은 저희같은 미약한 신관들이 어찌할정도로 약한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저 희 신의 힘을 빌어서 저주의 효과를 중화시키고 그사이에 신성 마법과 약초 등을 사용해서 치료를 해드린것입니다." "그럼 이제 내몸은 다 나은건가요?" "예. 우선은… 그렇습니다만…" 나았으면 나은거고 아니면 아닌거지. 우선은… 이라니. 뭐야? 정말…. "그건 무슨 뜻이죠? 확실하게 대답해줬으면 좋겠군요" "이곳안에서 저희 비젠 신을 제외한 다른 힘은 간섭할수 없습니다. 겨우 십 평방미터 정도의 작은 공간이지만 이곳은 저희 신께서 직접적으로 간섭하는 구역. 그렇기에 마마의 저주도 이 공간안에서는 효력을 상실하는것입니다. 하 지만 당장 이곳을 벗어나시면 그 저주의 효력이 다시 효과를 발휘할것입니 다. 마마. 몸은 다 나으셨지만 저주를 해소할 방법을 찾을때까지 이 지역을 벗어나시는것은 말리고 싶습니다." "……" 아아아아아!!! 정말이지!!! 망할 브리츠 놈들! 최후의…최후의…최후까지!!! 내 발목을 움켜잡고 발광을 하는구나. 몽땅 쳐죽이고 싶어!!! 캬앗!!! "그렇게 말해도 난 여기서 오래 머물수 없어요." "허나… 당장 이곳을 벗어나시면 저주로부터…" "그 저주가 그렇게 대단한건가요?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것도 아니고 갑자기 늙거나 외모가 추해진다는것도 아니잖아요." "그런 효과가 있는것은 아닙니다만…. 저주에 걸린 마마께서는 아주 작은 상 처. 그러니까 작은 찰과상이나 못이나 돌에 긁힌 상처로도 목숨을 잃으실수 있습니다. 하루에도 자그마한 상처 한둘쯤은 생기는게 당연하고 그런것으로 도 오랜시간동안 고생을 하다가 목숨을 잃으실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 그때마다 테세온 대신관의 도움이 필요하겠네요." "그것도 힘듭니다. 강림지라는것… 쉽게 생성할수 있는것이 아닙니다. 신께서 는 세상을 관리하는것만으로도 힘드십니다. 거기다 신의 힘을 빌려서 쓰는것 이 아닌 힘 그 자체를 끌어온다는것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굳이 하자 면… 아니… 아닙니다." 흠… 뭔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무는거지? 설마 산제물이라도 바쳐야 한다는 건가? 어린아이와 같은…. 우에… 그건 나로서도 좀 꺼려지는데…. "그럼 그 저주자체를 해소시키면 되잖아요. 안되요?" "시도는 해보았습니다만… 효력을 일시적으로 약화시키긴 했지만 그것뿐입니 다. 이 방을 벗어나는 즉시 저주의 효과가 다시 나타날것입니다." "휴우…" 절로 한숨이 나오는구나. 정말이지… 이 신이고 저 신이고 신이라는 분들은 왜그렇게 날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21년의 인생동안 '신이여 감사드립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따위의 말을 할수 있었던적이 단 한번도 없다니 이건 좀 심하잖아? 에휴… 하긴 지상에서 발발거리며 기어다니는 작은 인간들 수천만 명을 관리하자면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피곤하긴 하겠다. 음음… 그렇다해도 역시 기분은 더럽지만. 누구라도 직접 당해보면 나랑 같은 기분일거야. 결국 결론은 난 이곳을 벗어나면 죽은 목숨이라는 뜻이었다. 거기다 더욱 충격적인건 저주에 걸린 상태에서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한다는건 자살이나 다름없다는 판정이었다. 찰과상에도 죽네사네 하는데 정말 반쯤 저승문턱에 발한쪽을 들여놓는 출산행위같은걸 했다간 정말로 죽게될거란다. 거기다 감 기같은 가벼운 병부터 돌림병같은 병에라도 걸렸다간 그대로 꼴까닥. 참으로 피곤한 저주다. 정말… 프휴…. 더욱 가관인건 저주의 해소방법. 없다. 저주를 건 시전자가 개심해서 내게 걸린 저주를 풀어주거나 그자보다 더 강한 신관 이 저주를 풀어야 한다는데 강림지를 생성 - 비록 다른 신관들의 힘을 빌리 긴 했지만 어쨋건 - 할정도로 신성력이 강한 테세온 대신관조차 저주를 풀 지 못했다면 아마 대륙내에 내 저주를 해소할만한 신관은 전혀 없다는뜻이 다. 신이 직접 강림하지 않는한…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 하다나? 망할이지 뭐. 망할. 망할. 빌어먹을!!! "프휴…" 한숨을 내쉬면서 침대에 누워서 천정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지금 내가 할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한숨을 내쉬는것 외에는…. 그렇게 거의 좌 절에 가까운 감정 - 아니 좌절 그자체인가? - 을 맡보면서 내가 침대에 누 워서 천정을 올려다보고 있을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면서 누군가가 방안으 로 데굴데굴 굴러들어왔다. 그리고는 허둥거리면서 내쪽으로 뛰어왔다. "마마아아아!!!" 달려온 녀석은 충신이라면 충신이라고 할수 있을만한 - 그리 믿음직스럽지 는 못하지만… - 덴 녀석이다. 저녀석 허둥대다가 바닥에 목재 의수를 떨궜 는데도 눈치채지 못한것 같다. 바아보~. "아아. 시끄러워. 나 귀 안먹었으니까 조용히 말해. 조용히" "마마아…" "그런 표정 짓지마. 겨우 살아났는데 시체를 보는듯한 얼굴이잖아. 날 두번 죽일 셈이야?" "…정말 마마가 맞으시군요. 흠흠" 그러니까 뺀질거리고 건들건들거리는 불량한 모습이 더 어울린다고 넌. 알 았냐? 덴. 그러니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것같은 충신 연기 따윈하지말라고. "그래. 소식은 들었겠지?" "예. 마마. 지금 당장 본국에 그 강림지라는것을 만들도록 연락하겠습니다." "됐어." "예? 하지만…" "덴. 하나만 묻지" "예. 마마" "지금 대륙에서 가장 교세가 높은 신전이 어디야?" "그야… 당연히 비젠교이죠." "그렇다면 그 비젠 교가 가장 성세를 이루고 있는곳은?" "그야… 로세니아…" 내 질문에 반사적으로 대답을 하던 녀석이 흠칫거리면서 몸을 작게 떨었다. 훗. 바보. "그래. 비젠 교의 본산이라고 할수 있는 이곳에서조차 겨우 방하나 정도의 강림지를 만들수 있었는데 수많은 신전과 신관들이 득시글거리는 크레센트에 과연 이런곳을 만들 신관이 있을까? 있다해도… 그건 얼마나 될까? 관짝 정 도? 그런데 쳐박혀서 평생을 살아야 될지도 모르겠군. 후훗" "마마…" "아아… 나도 이런 궁상은 별로 마음에 안들어. 하지만… 뭐 사정이 사정인 지라 말이지. 그건 됐고. 그래 보고해봐. 지금 상황은?" "어제부로 케센군이 남하를 개시했습니다. 정확히는 사이릭 삼왕자가 이끄는 원정군 일부뿐입니다만 어쨋건 그들이 로세니아를 침공했고 조만간 로세니아 왕실에 정식으로 선전포고가 전해질것입니다." "그래? 그거 잘됐군" 로세니아 놈들로써는 뒷통수를 맞은격이겠군. 후후후. 욕설을 내뱉고 있을 커트렌 그자식의 얼굴이 눈앞에 선하다. 아~ 고소해. "그리고 이 곳 신전 일대의 주민들 소개가 완전히 끝났고 총 스물 세곳의 마 을을 파괴하였으며 일곱군데의 도시를 완전히 파괴했습니다. 그동안 지방 영 주군과 적들이 조직한 저항군등과의 전투가 몇건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별다 른 피해는 없습니다. 또한 국경을 넘은지 오일째인 지금까지 로세니아 정규 군과의 접전은 아직 단 한건도 없었습니다." "그래? 우리 군은 지금 뭘하고 있지?" "각 대대와 중대별로 로세니아 북부 지방에 흩어져서 잔당 색출과 거점 확보 에 힘을 쏟고 있는 형편입니다. 마마의 상세도 걱정되고 또한 이제 슬슬 로 세니아의 정규군도 나타날때가 되었기에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우선 사방에 흩어놓은채 대기중입니다. 그래도 하루정도면 전부 한지역으로 집결 시킬수 있도록 연락망을 가동시키고 있으니 걱정은 안하셔도 될것입니다." "흐음… 동부 전선쪽 상황은?" "적들 내부에 작은 소요사태가 벌어졌지만 별다른일은 없었다고 합니다. 아 마도 이제야 저희의 침입을 눈치챘을겁니다. 마마." "그렇다면 놈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녹색산맥을 넘어서 후퇴하기 전에 뒷통수 를 후려 갈겨줘야겠군." "예. 그렇긴합니다만… 다만… 로세니아 국경을 넘은 케센의 군대가 예상외 로 적은 숫자라는것과 적의 예비대가 어느정도인지 확실치 않습니다. 마마. 잘못하면 저희가 녹색산맥 사이에 갇힌채 앞뒤로 공격당할수도 있습니다. 이 런 사태를 최대한 막기위해서 주민들을 남쪽으로 몰아내고는 있지만 그것이 어느정도 효과를 보여줄지는…. 거기다 긴 원정때문에 사기도…" "내밑에 있는 산도적 녀석들이 마음껏 약탈과 방화를 벌이지 않았나? 그걸로 는 모자른가보지? 후훗." 난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지만 가슴이 아려왔다. 말로는 정규군이지만 단 몇년전까지만해도 화격단원 대부분은 산적질을 하던 놈들이다. 그러니까 도 둑이나 다름없는 범죄자 집단인것이다. 그런 녀석들이 상관의 허락을 받고 벌이는 약탈과 방화라면 허술하게 일을 처리하지는 않았을터. 아니 오히려 직업정신에 입각해서 철저하게 빼앗고 죽였을거다. 푸훗… 그런 명령을 내린 난… 악마일까? 아무래도 그쪽이 더 가깝겠지. 아하하하…젠장. "뭐… 투덜거리고 있어도 바뀌는건 없지" "…예?" "자자. 덴. 가서 내 갑옷이나 가져오라고." "예에? 하지만 마마…" "됐어. 잔소리는 아까 대신관에게 지겹도록 들었으니까 그정도로 해둬. 나도 바보는 아니니까 말이야. 하지만… 지금 내가 있을곳은 이곳이 아니야. 침대 위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죽이면서 고상하게 차나 마시는건 딴나라 왕비들이 나 하라고 해. 최소한 난… 전장에서 싸우다가 기사답게 죽을거야." "하지만…" "시끄러워. 로이드 폐하조차 나선 전쟁이다. 왕이 선두에서 싸우는데 내가 여 기서 죽치고 앉아있을수는 없잖아? 국왕이 왕으로써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데 그의 부인이자 왕의 기사인 내가 이런곳에서 노닥거리고 있을수는 없어. 당 장 전 병력을 이곳으로 집결시켜. 단숨에 남진해서 녹색산맥을 넘는다. 그리 고 우리의 왕에게 이 별볼일 없는 나라를 바치도록 하자고." "……" "그런 표정 짓지마. 괜히 나까지 마음이 약해지잖아. 알았어? 덴. 지금 내가 있어야 할곳은 침대위가 아니라 전선(Front Line) 한복판이야. 우린 이곳에 휴양차 온것이 아니잖아?" 마치 아이를 달래는듯한 어투로 그렇게 말한 난 우물거리면서 말을 꺼내려 는 덴의 엉덩이를 걷어차서 내쫓은뒤 침대위에서 완전히 일어섰다. 그리고 침대보의 끝을 잡고 힘을 주었다. 지이익…. 내손에 잡힌 길쭉한 천조각. 난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을 한손으로 붙잡고 다른 손으로 강하게 묶으면서 고개 를 들었다. 이런곳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을수는 없단말이지. 이제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발을 뻗으면 손에 닿을듯한 거리에 찬란하게 빛나는 빛 이 있는데 어떻게 조급하지 않을수 있겠어? 자~ 조금만 더 힘내자 아넬리안. 내 이 두손으로… 빌어먹을 운명을 뒤엎어버리는거야. 그래… 그러면 되는거 야. 후후후후…. -------------------------------------------------------------- ... ......라...... .........라이......... ............라이브............ ...............라이브여............... ..................영원하라.................. 풀썩. 가우군 p.s 지크 라이브!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6장 Firewood (1) 2004-03-01 00:39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26장. Firewood. 모닥불 피우는법 알아? 모른다고? 하긴… 척보기에도 황성안에서만 데굴데 굴 굴러다닐 녀석이니 모를법도 하지. 하여간 요즘 어린것들은 근성이 부족 하다니까. 근성이. 자자. 잘들어봐. 혹시나 나중에 홀로 대지에 서서 모닥불을 의지한채 밤을 지새울때가 올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불을 피우기 위해서는 불씨가 필요하지? 당연하다고? 그야 물론 당연하지. 생나무를 비빈다거나 부 싯돌같은걸 쓰는건 너무 원시적이잖아? 안그래? 하여간 불씨랑 잘 마른 장 작이 필요해. 그리고 나무덤불이던 종이조각이던 불을 붙일만한것도 필요하 지. 하지만 그런걸 대충 쌓아올린다고 모닥불이 활활타오르지는 않아. 오히려 불붙기전에 꺼질거다. 그러니까 구덩이를 파는거야. 구덩이를 팔때는 바람방 향을 잘 생각해서 숨구멍을 만들어주고 그위에 장작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거지. 조심스럽게 말이야. 얆고 잘마른건 아래로. 무겁고 덜마른 장작은 위로. 마치 나무집을 짓듯이 그렇게 쌓아올린 다음에 밑에다 불이 잘붙는 나무덤불 같은걸 밀어넣는거야. 그리고 불씨를 확!!! 그러면… 후후후. 단번에 세상을 집어삼킬 정도로 어마어마한 불이… 어이어이~ 과장이 아니라니까. 진짜야. 진짜.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크레센트 제국 초대 해군성 장군으로 임명된 제로 제독 과의 대담중. - 주. 뱃사람이면서 뭔 모닥불이고 장작불일까? 음… 어쩌면 저건 비유일지 도…. 아니다! 제로 제독님의 성격으로 봤을때 절대로 다른 의미는 없다. 그 냥 자기 캠프파이어 비법을 자랑하고 싶었던것 뿐이다. 이건 자신할수 있다. - 대륙력 999년. 겨울. 로세니아 서부. 녹색산맥 초입.- 덜컹덜컹. 마차가 상하로 크게 요동쳤다. 웃차…. 아아~ 정말이지 가만히 앉 아있는것도 체력소모가 크구나. 신전을 나오고나서 부터는 가만히 반쯤 누운 채로 있는것만으로도 눈이 감길정도로 피로감이 몰려온다. 훗…. 마차여행만 하다가 안락사하면 그것도 참 꼴볼견일것 같아. 덜컹… 쿵. "아얏. 쓰읍…" 헤~ 하고 반쯤 벌리고 있던 입이 딱소리가 나도록 부딪쳤다. 아파라…. 쓰 으… 마차 몰고있는 병사녀석의 목을 잡아서 아래 위로 길게 늘여줄까보다. 하아…. 그것도 귀찮아. 아직 목적지까지는 멀었을텐데 잠이나 더 잘까. "하도 자기만해서 잠도 안오지만…" 말똥말똥. 마차 천정의 무늬를 세는것도 솔직히 이제 질렸다. 한두번까지는 그럭저럭 할만했지만 대여섯번쯤 되면 무늬를 세는것 자체가 지겨워지고 열 댓번쯤 되면 천정의 무늬만 봐도 혐오감이 들정도란 말이야. 거기다 난 절대 안정이라는 무시무시한 선고를 받은 몸인지라 혼자서 커다란 6인승 마차를 독차지하고 있다. 이는 즉… 말상대조차 없다는 뜻이다. 우…. 심심해. 난 심 심함에 몸을 배배꼬면서 마차에 하나뿐인 마차창문쪽으로 기어갔다. 말그대 로 기어갔다. 이 넓은 마차는 의자를 뜯어내고 그위에 두터운 메트리스와 가 죽시트 그리고 모포를 한무더기나 밀어넣은 대니어스 드 워렌 자작 특제품! 한마디로 움직이는 침대다. 침대. 그렇기에 난 덜컹거리는 마차안에 나있는 창문을 향해 기어가야했다. 물론 서서 가도 되긴 하지만… 솔직히 일어서기 도 귀찮았거든. "아…" 창밖의 풍경은 여전히 흰색이다. 하지만…. 그 흰색의 양이 상당히 줄었다. 확실히 남쪽으로 내려오긴 한건가보네. 거기다 드문 드문 보이는 농가와 흰 색으로 뒤덮힌 밀밭이 보인다. 한때 황금빛으로 물들었을 넓은 밀밭은 지금 은 갈색과 흰색이 뒤섞여 황량함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나를… 아니 우리를 바라보며… 서있다. 넓은 들판에 옹기종기 모여서 우리를 보고 있는 이들은 지저분하고 초라해 보인다. 그도 그럴것이 이 추운겨울에 멀쩡한 옷을 걸치고 있는 이가 거의 없는데다가 군데군데 검뎅이가 묻은건지 검은색으로 얼룩진 옷들을 입고 있 기 때문이었다. 난민들…. 저들은 지금 우리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까? 포장도 제대로 되지않은 거친 흙길을 2열로 길게 늘어선채 행군하는 병사들 에게 넓은 들판에 모여있던 난민들의 시선에 꽃힌다. 마차 옆에 바짝 붙어서 길을 걸어가고 있던 한 병사는 그런 시선이 거슬리는 헛기침을 하면서 고개 를 돌려버렸고 그 뒤에서 걷던 다른 병사는 괜히 창대로 땅바닥을 신경질적 으로 쿵쿵 치면서 겁을 준다. "아앙…아앙…" 난민들 사이에 한여인이 품안에서 바둥대면서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아이는… 올해 겨울을 무사히 보낼수 있을까? 아마 힘들겠지. 돈도 먹을것도 없어서 뒤쳐진 자들이니까. 가진자들은 우리가 나타나기도전에 가산을 싸들고 도망쳤을테고 남은건 저들처럼 피난갈곳조차 없어 추위와 굶주림에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무기력한 난민들뿐일테니까. 그나마 다행이라면 저들이 한순간의 분노에 몸을 맡긴채 우리에게 달려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저항한다면… 아니 행군에 방해가 된다면 난 저들을 몰살하라고 명령해야 할테니까. 내가 막 상념에서 현실로 돌아왔을때 땟국물 이 줄줄 흐르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두쌍의 눈이 내 시야안에 가득 들어왔다. 열살쯤이나 되었을까? 추운지 양손으로 어깨를 움켜쥔채 몸을 부 들부들 떨고 있던 작은 소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주르륵 흐를것같은 그 눈을… 난 외면했다. 덜컹덜컹. 내 속마음과는 전혀 상관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추위에 몸 을 움츠린채 행군을 하는 병사들 역시 나와 마찬가지의 심정을 마음속에 담 은채 발걸음을 빨리하고 있을것이다. 그렇게 1km쯤 나아갔을까? 거기까지 이어지던 난민대열 - 아마도 화격단의 행군을 위해서 길위에서 쫓겨난것일 테지 - 에서 몇몇의 사람들과 아이들이 행군대열쪽으로 쭈볏거리면서 다가 왔다. 그리고… 구걸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이들이었다. 퉁퉁 부은 얼굴 로 울면서 지나가는 화격단 병사들에게 꼬질꼬질하고 갈라진 작은 손을 내밀 면서 '배고파요…. 배고파요…' 하고 작게 종알거리면서 손을 내민다. 그리고 그뒤로 비굴한 표정의 어른들이 굽시거리면서 밀한톨이라도 헌옷 한벌이라도 얻어보고자 빌기 시작한다. 두 무릎을 바닥에 꿇은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자비를…'이라고 중얼거리는 반대머리의 아저씨와 앙 앙거리면서 우는 아이를 품에 안은채 처량한 눈으로 무심하게 지나가는 병사 들을 바라보며 서있는 여자. 외면… 할까? 그래도 상관없긴 하지만… 왠지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다. 난 한 일가로 보이는 그 가족을 계속 지켜보았다. 행군중이던 병사들중 한명이 갑자기 대열에서 빠져나오더니 그 난민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등에 지고있던 베낭에서 가죽주머니 하나를 꺼내더니 허 리에 차고있던 물주머니와 함께 그 가족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는 아무말도 없이 등을 돌리고는 자기가 빠져나온 대열을 향해 뛰어갔다. 그 병사의 뒤로 난민 가족들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하고 연신 고개를 숙였지만 그 병사 는 금세 대열속으로 들어가버렸기에 내 시야밖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주머니안에서 나온 육포조각과 조그만 보리빵 조각을 손에 쥔채 떠 들어대는 가족이 내 마차 창문에 한가득 들어왔다가 뒤로 밀려나갈때 난 살 짝 웃었다. 그래도 저들은… 어…어? "마차 멈춰! 안들려? 멈추라고!" 쾅! 쾅쾅! 난 마부가 있는 앞쪽의 마차벽을 한손으로 치면서 소리쳤다. 끼 익… 끼이익…. 덜컹. 잘나가던 마차가 갑자기 그자리에 멈춰섰다. "선두 제자리! 선두 제자리!!!" "걸으면서 졸지마! 새끼들아! 멈추라는 소리 안들려?" "대열에서 벗어나지마! 거기! 멋대로 주저앉지 말라고 했지? 앙?" 웅성웅성. 갑작스러운 내 외침소리에 마차뿐만 아니고 지친얼굴로 길을 걷 던 병사들까지 멈춰섰다. 그리고 주변에서 갑작스러운 정지명령에 작은 소란 이 일었다. 하지만 내 시선안에 그런 병사들의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슨 일입니까? 마마" "비켜. 안보이잖아!" 난 버럭 화를 내면서 창가를 가린 크렌에게 꺼지라고 손짓했다. 내 무례한 행동에 기분이 상했는지 크렌은 머리에 쓰고 있던 투구의 바이져를 밑으로 내리면서 말을 몰아서 창가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내 시선은 작게 투덜거리 면서 마차앞으로 나아가는 크렌이 아니라 아까전의 그 난민 가족에게 향했 다. "……" 크렌이 시야를 가리기 직전 연신 고개를 조아리는 난민 가족 뒤로 역시 같 은 난민처럼 보이는 - …이 아니라 난민이겠지 - 중년의 사내들 대여섯이 서있는게 보였고 막 크렌이 비키고 난뒤에 보니 그 가족들이 사내들에게 붙 잡힌채 난민 무리쪽으로 질질 끌려가는게 보였다. 그리고 그들이 들고 있던 가죽 주머니가 바닥을 굴렀고 그와 동시에 육포조각과 빵조각들이 흙바닥위 에 떨어졌다. 한 사내가 그 가족의 남편으로 보이는 사내의 멱살을 잡고 그 를 윽박지르고 있었고 그뒤에 서서 무서운 기세를 풍기던 다른 사내들이 땅 바닥에 굴러다니는 먹을걸 거칠게 밟으면서 차버렸다. 곧이어 멱살을 잡힌 그 가족의 남편이 멱살을 쥐고 있던 사내의 주먹에 얻어맞아서 바닥을 굴렀 고 그의 등위로 주변에 둘러선 다른 사내들의 발이 내리꽃힌다. 아이를 안고 있던 여인은 한 사내가 내지른 손에 뺨을 얻어맞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 앉았고 그녀의 주변에 둥글게 선 난민 여자들이 손가락질을 하면서 침을 뱉 는게 보였다. 그리고… 아버지를 때리는 사내들에게 조막만한 주먹을 쥐고 울면서 달려들던 소녀가 한 사내의 발길질에 채여서 딱딱하고 차가운 바닥위 에 굴렀다. "매국노! 매국노! 매국노!" "죽여! 죽여! 죽여!" 한껏 두들겨팬 일가족을 한곳으로 몰아넣은 난민들이 손가락질을 하며 합창 을 하듯 외쳐댔다. "……" 멍하니 광기에 휩쌓인 난민들을 보고 있을때 누군가가 또다시 내 시야를 가 로막았다. "날씨가 춥습니다. 마마. 창을 닫겠습니다." "…비켜. 덴" "쓸데없는건 안보셔도 됩니다. 마차를 출발시켜라! 갈길이 멀다. 선두부터 이 동하도록." "데엔…" 마치 짐승이 그르렁거리는것처럼 내 목소리가 낮게 울렸지만 덴은 내 말을 싸그리 무시한채 마차를 출발시켰고 곧이어 덜컹거리면서 다시 이동을 개시 한 마차는 한곳으로 몰려든 난민들을 뒤로 한채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꺼져라!" "너희 나라로 돌아가!" "가버려! 가서 죽어버려!" 듣기싫어도 싫은 소리들이 야유와 함께 내 귓가를 강타한다. 후우…. 피곤하 다. 근 일주일간 이어진 긴 행군동안 세번의 작은 전투가 있었지만 그 전투들은 내가 나서기는커녕 덴이 나설 필요도 없을정도로 작은 전투였다. 그것도 몇 개 중대정도만 차출해서 내보내도 압승 - 이라기보다는 모여있던 적들이 싸 우기도 전에 도망치는 수준이었다 - 이었기에 제대로된 싸움이라고 할수도 없었다. 내가 이끄는 화격단은 이전과는 다르게 한곳에 뭉쳐서 도로를 따라 일직선으론 남하했고 병력을 모으는 중인지 아니면 우리의 보급한계까지 기 다리는것인지 알수없는 로세니아의 군대는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하긴 지 금 크레센트 동부전선에만 근 칠만여명에 달하는 적군이 모여있으니 여력이 없다고 봐도 되겠지. 로세니아의 인구라고 해봐야 겨우 500만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고 그중에서 20대 초중반의 젊은 사내라고 해봐야 10만명정도 일테니 함부로 나설수 없는거겠지. 건장한 사내들도 잘 훈련된 정규군과 싸우면 엄 청난 피해를 내게 되는데 열대여섯의 어린 소년들이나 서른이상의 남자들을 내보내봐야 아군의 실전경험을 늘려주는 정도밖에 안될거다. 거기다 훈련도 무장도도 형편없을게 뻔하니 죽으라고 화살받이로 내보내는것 이외는 의미가 없다. 병사라는게 무기를 쥐어주고 하루이틀 훈련시킨다고 뚝딱하고 만들어 지는게 아니니까 말이야. 물론 실전을 거치면서 단련될수도 있지만 그것도 살아남았을때 이야기. 급조된 농민병이나 시민병의 생존률은… 열에 한둘 정 도일려나? 나가서 죽으라는 소리다. 거기다 보급도 각 마을과 도시를 점거하면서 철저하게 약탈을 계속해왔기에 한두주정도는 보급선없이도 버틸수 있다. 그 시기가 지나가면 굶어죽던지 또 다시 약탈을 하던지 해야겠지만…. 하여간 로세니아가 잠잠하게 웅크리고 있 는건 다행이야. 아직까지는 병사들의 피로가 적어보이니까. 동사자가 전사자 의 몇배나 되기는 하지만…. 이러다가 싸우기도전에 다 얼어죽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휴우…. 똑똑. "들어와." "식사 가져왔습니다. 마마." "흐음… 그래도 명색이 부사령관인데 내 식사를 직접 들고오는거야? 그렇게 일손이 부족해?" "하하하…" 덴은 작게 웃으면서 뚜껑이 덮인 둥근 쟁반을 들고 허리를 굽히며 마차안으 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내가 다리를 꼬고 앉은 바로 앞에 쟁반을 내려놓았다. 어디보자…. 흐음…. "또 스프야? 이러다 영양실조로 죽겠다." "아직은 조금 무리지 않겠습니까?" "난 멀쩡해. 괜히 환자 취급하지 말라고" 작게 투덜거리면서 한마디 해줬지만 덴은 쓴웃음만 지을뿐 별다른 말은 하 지않는다. 쳇. 이죽거리면서 반항하는 녀석을 패는게 스트래스 해소에 좋은 데. 저런 얼굴을 하고 있으면 장난으로라도 주먹질을 할수 없잖아. 아아… 우 울해라. 난 스푼을 오른손으로 들어올리면서 물었다. "후룩…. 목적지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우에… 맛없어" "약초가 들어가서 좀 쓴맛이 날겁니다. 마마. 참으십시오. 그리고… 앞으로 반나절거리입니다만…" "응? 왜? 문제있어?" "예. 좀…. 이제야 적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규모는 저희보다 훨씬 적습 니다만…" "어느정도인데?" "정찰병의 보고로는 대략 오천여명 수준이라고 합니다. 적은 숫자는 아니지 만 실제 정규병으로 보이는 병력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민병이라고 파악하 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이라면 그리 어렵지않게 이길듯 합니다만…" "왠만하면 전투는 피하고 싶은데…" "하지만 막상 로세니아의 웨스트 게이트에 도착했을때 적들이 등뒤를 노릴수 도 있습니다. 위치상으로 보나 시기적으로 보나 말입니다. 물론 적들도 그런 점을 노리고 평지로 저 병력을 내몬듯 합니다만…" "만약에… 만약에 말이지. 지금 적들이 녹색산맥을 넘어서 돌아온다면 얼마 나 걸릴까?" "전군이 회군하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특히나 적들의 훈련도는 부족 한 편이니까요. 하지만… 정규군. 그것도 젊고 숙련된 병력이라면 충분한 장 비를 갖추었다고 했을때 열흘이면 웨스트 게이트까지 도착할것입니다. 그것 도 눈이라는 장애물을 고려해 최대한 잡았을때 이야기입니다만…" "그래…. 하긴 그렇겠지. 평소라면 열흘이 아니라 사오일이면 가능한 거리니 까. 산길이긴 하지만 완만한 언덕들도 많고 길도 그럭저럭 잘 닦여있다고 들 어으니까 말이야. 흐음…. 시간상으로 봤을때 좀 위험해. 내가 누워있느라고 시간을 꽤 끈데다가 로세니아 북부지방을 쓸고 다닌다고 잡아먹은 시간까지 생각하면 적들이 대비를 할 시간은 충분했을거야." "차라리 로세니아의 왕성으로 진격하는것은 어떻겠습니까? 마마. 그 주변 지 역을 점령하고 왕성을 포위하고 있으면 적들도 아넬 공국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을수는 없을것입니다." 덴은 내가 반쯤 먹다가 내려놓은 스프 그릇에 무례하게 손가락을 살짝 집어 넣어서 맛을 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가 다시 하하하하고 작게 웃었다. "맛이… 좀 특이하군요. 마마. 아하하…" "응. 좀 특이하지. 이거 만든 자식을 불러다가 하루종일 이 스프를 쳐먹이는 고문을 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야." 어떻게 만들어야 한 스푼씩 떠먹으면 떠먹을수록 쓴맛이 배가 될수 있지? 두번다시 먹고싶지않은 그런맛이다. 우우… 물주전자를 입에 대고 - 에레니 아 시녀장이 봤다면 거품을 물겠군 - 벌컥벌컥 마셔도 입안에서 맴도는 쓴 맛이 사라질 생각을 하지않는다. 어떤 의미로는 무서운 맛이야. 난 손에 들고 있던 스푼을 쟁반위에 내려놓으면서 덴의 의견에 반박했다. "로세니아 수도로 진군하는건 안돼. 영토를 성과 요새로 도배한 크레센트 수 준은 아니라해도 로세니아 자체의 성과 요새 숫자도 무시할수 없고 거기에 상주하는 병력수도 적은게 아니야. 지금은 지킬곳이 많으니 각 거점에 뭉쳐 서 우리를 주시하고 있겠지만 수도로 향한다면 그들 전부를 격파한뒤에야 왕 성을 두눈으로 볼수 있을거야. 거기다 로세니아는 수도 근교에 인구가 집중 되어있으니 이정도 숫자로는 로세니아인들을 통제할수 없어. 그 건은 기각. 그보다 케센군은?" "저희가 휘젖고다닌 로세니아 북부 지방에 거점을 세우고 천천히 남하중입니 다만… 솔직히 그들은 이 전투에 참가한다기보다는 눈치만 보고있다가 실속 만 챙기고 빠질듯한 분위기입니다. 저희가 이기면 그 기세를 따라 로세니아 를 압박하고 예정대로 안되면 지금 점거하고 있는 영토정도에 머물 태세인것 같았습니다." "흐음… 사이릭 이왕자가 그렇게 소극적이던가? 아니 그보다는 케센 왕성쪽 에서 제동을 건것일지도 모르겠군. 로세니아와 크레센트가 서로 피터지게 싸 우는동안 손가락 빨고 있다가 결정적인때 나서겠다는 심보겠지?" "예." 덴 역시 케센측의 행동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로 대답했다. 하긴 우리로써야 불만이지만… 아마 나라도 같은 상황이라면 똑같 이 했을거다. 그쪽이 훨씬 이득이니까. 그렇다해도 북쪽에서 꾸물대는 야만족 놈들의 엉덩이를 걷어차주는편이 좋겠지? "케센측. 아니 사이릭 이왕자에게 진군을 재촉하는 전령을 보내. 이틀… 아니 매일 보내. 조속한 시일내에 그 굼뜬 엉덩이를 땅바닥에서 떼어놓지 않으면 협정을 파기하겠다고 협박해버려. 도로 사용료로 밀 10톤이면 넘치고도 남으 니까. 나머지도 받고싶으면 움직일테지" "그래도 되겠습니까? 너무 강하게 나서면 싫어할텐데요." "상관없어." "하지만… 사이릭 이왕자는 마마께 호의를 가지고 있는데…" "그러니까 더 많이 윽박질러야지. 만만해 보이는 녀석에게 조금이라도 더 착 취하는건 외교술의 기본이라고." "하…하하…. 그…그래도 저쪽에서 호의를 보여주는데 이쪽도 같이 맞장구를 쳐주시는 편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때 좀더…" "시끄럿! 지금 나보고 바람이라도 피우라는 소리야? 사이릭 녀석… 흠흠. 아 니 사이릭 이왕자는 내가 조금이라도 약한모습을 보이면 당장에 잡아다가 벽 장속에 넣어놓고 혼자서만 감상할 타입이라고. 아무튼 안돼. 최대한 독촉해!"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후후후" 참을까? 참아야겠지? 에라!!! 퍼억! "크흑… 뭐…뭡니까? 갑자기…" 손에 잡히는 베게 - 오리털이 잔뜩 들어있다. 가벼울것같지만 전.혀. 안그렇 다. 높은데 물건을 납품하는 인간들은 '적당히' 라는 단어를 잊는 경우가 많 으니까 - 를 힘껏 집어던지자 일직선으로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베게는 그 대로 덴의 면상을 후려갈간뒤 퉁~ 하는 소리와 함께 마차벽에 부딪친뒤 바닥 에 떨어졌다. 난 코를 문지르는 덴을 노려보면서 다른 베게를 들어올렸다. 후.후.후. "많이 컸구나 덴. 꼬박꼬박 말대답에다가 이젠 비꼬기까지 해? 요즘 안맞았 더니 온몸이 근질거리나보지? 아참. 그러고보니 네녀석 부하놈들도 요즘 헤 이해진게 조금 조여줄 필요가 있을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응?" "그…그건… 사양하고 싶습니다만…" "그럼 입닥치고 시키는대로 해." "예… 마마. 고개를 떨구며 힘없이 대답한 덴은 자기신세를 작게 중얼거리면서 음침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난 가볍게 무시해버렸다. 그리고 뒤로 풀썩 쓰러진뒤 데굴데굴 굴러서 마차벽에 찰싹 달라붙었다. "…남들이 볼까 두렵습니다. 마마. 부디 체통을 지켜주십시오." "뭐 어때서? 지금 내가 이러고 있는거 아는 녀석은 하나뿐이잖아? 소문나면 한놈만 죽도록 패면 되고말이야. 그놈도 제 수명대로 살고 싶으면 알아서 입 닫을게 분명하잖아. 안그래?" "…그건. 그렇군요. 휴우…" 한숨쉬지마! 우이익! 역시 저놈은 좀더 손을 봐줘야 할것같다. 그렇게 결론 을 내린 난 무언가 던질게 없을까해서 엎드린채로 팔을 뻗어 주변을 더듬거 렸다. 왠만하면 네모나고 단단한것이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저기서 궁상을 떨면서 은근히 내 신경을 긁는 덴녀석의 이마를 깨버릴만한 경도를 가진거 없을려나? 막 내가 가죽시트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바닥에 깔린 판자를 뜯을 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때 갑자기 덴 녀석이 낮고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마마. 지금… 잘되가고 있습니까?" "으응? 뭐가?" "그게…. 그거 있지않습니까? 그것" "그렇게 말하면 뭔줄 내가 어떻게 알아?" "끄응… 그… 제국화… 계획…말입니다." "아아~" 뭐 그런게 비밀이라고 작게 소근거리고 그래? 남자가 말이야 포부 정도는 당당히 밝힐정도는 되야하지 않겠어? 물론… 나나 덴정도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인간이 저런 이야기를 공석에서 해댔다간 당장에 난리나겠지만… 뭐…. 으음… 제국이라…. "덴. 그거 알아?" "예?" "캠프파이어 하는법" "음…글쎄요. 기사 수업할때 요령은 배웠습니다만…" "헤에…. 덴이 모르는것도 있네?" "모르는게 아닙니다! 단지 해본적이 없는것뿐입니다." "하긴. 그런 작고 사소한 일들은 다아~ 아랫사람들이 해주겠지? 부럽다아~" "…왠지 말속에 숨어있는 가시가 콕콕 찌르는듯한 기분이 듭니다. 마마." "기분탓이야." "…기분탓이로군요." "응. 그래. 하여간 들어봐. 캠프파이어를 할때는 우선 구덩이를 파야한데. 그 다음에 주변에 화덕으로 쓸만한 돌을 쌓아올리고 공기가 통할만한 숨구멍을 만들지. 그리고 그위에 굵은 장작 두어개로 기둥을 만들고 땔감들을 쌓아올 리는거야. 왠만하면 잘 마른 나무장작이 좋겠지? 덜마른 나무는 연기가 맵고 그을음이 많이 난다니까 말이야." "흐음…" "차곡차곡 잘 쌓아야지 돼. 잘못하면 기둥이 폭삭 주저앉아서 엉망이 될수도 있으니까. 될수있는한 오래가는 화톳불을 만들어야 하니까 말이야. 물론 나중 에도 계속 장작을 넣어줘야겠지만 우선 처음에 불을 잘 키워야 하니까 바람 부는 방향도 고려하고 연기와 재가 날리게 될곳에는 구워먹을 음식을 올리면 안되겠지?. 아참… 이게 아니지. 하여간 그렇게 장작을 쌓은 다음에는 불씨를 가져오는거야. 물론 부싯돌이나 다른것도 있지만 역시 소뿔이나 그런데 넣어 둔 솜에 불씨를 넣어두는편이 더 편할거야. 손이 좀 가기는 하겠지만. 그리고 불이 붙을만한 종이나 마른풀을 모아서 불을 키운다음에 화톳불에 불을 당기 는거지. 그럼… 화악… 은 아니겠고. 타닥타닥. 잘타겠지. 아아~ 따뜻할거 같 아. 무지무지 행복할것 같지않아?" "으음…" 덴이 내가 한말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 한손으로 턱을 괸채 고민하기 시 작한다. 흐응… 역시 비유가 너무 간접적이었나? 에이에이… 그냥 평소대로 하자 평소대로. "그러니까 말이야." "예에…" "이제 장작은 다 쌓았으니까. 불만 놓으면 된다는거야. 한… 천년쯤 가는 화 톳불을 만들어볼까?" "…물론입니다 마마. 그럼 전 불을 당길 준비를 하러 가겠습니다." "응. 그래. 수고해." 난 선선히 자리에서 일어선 덴에게 손짓하며 일을 보러 나가라고 허락했다. 덴은 나가면서 '장작이라…'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입가에 작은 미소를 단채 로 말이다. 후훗. -------------------------------------------------------------- 하아... 하아아아.... 하아아아아아.... 마음이 황폐해지고 있어. 훌쩍. 이럴땐!!! 건그레이브! 무한난사 모조리 쏴죽이자! 크하하하핫.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6장 Firewood (2) 2004-03-02 18:42 코멘트0 추천0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지금 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어느쪽일까…. 으음…. 신중해야 한다. 아넬 리안. 적의 유인책에 빠져들면 그대로 자멸하고 말거야. 자… 다시 전장의 상 황을 떠올려보자. 적은 두곳으로 세력을 분산시켜놓고 있어. 왼쪽은 그리 강 하지 않지만 오른쪽은 방어가 굳건해. 거기다 시간은 저쪽의 편이고…. 전력 을 양쪽으로 분산시키는것은 오히려 손해야. 한곳에 병력을 집중해서 일거에 밀어버리고 다른쪽을 각개격파해야되. 하지만…. 어느쪽을 먼저 치지? 잘못하 면 뒤를 당해버릴텐데. 이쪽도 저쪽도 한칸만 더 나가면 모두 공격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는걸…. 최악의 패배… 아니 양측이 모두 전력이 감소한다면 저 쪽의 승리. 비기면 지는거다. 역시 이길수밖에 없어. 이럴때는… 강하게 나가 는거다!!! "간다아앗!!! 나이트로 폰을 잡고 체크메이트!!!" "훗. 그렇게 나오신것입니까? 하지만… 이쪽에 있는 비숍은 못보셨나보군요" "으윽?" 망했다!!! 닐크 자식의 살아남은 비숍이 대각선 방향으로 쭈우욱 이동하더니 내 나이트를 톡하고 쳐버린다. 그리고는 실실 웃으면서 툭하고 쓰러진 나이 트를 비숍의 끝으로 툭툭 쳐서는 판밖으로 밀어냈다! 크악! 열받아!!! "흥! 다한거냐? 이쪽엔 록이 있다고!" 내손에 들린 록이 일직선으로 쭈욱 앞으로 나아가서는 닐크의 비숍을 쳐서 체스판 밖으로 몰아냈다. 하지만 내가 손을 놓자마자 닐크는 여전히 히죽거 리면서 폰을 대각선으로 쓰윽 밀면서 내 록을 치워버렸다. 으으윽!!! 이럴수 가! "질수없다!!" 타앙! 이럴때를 위해 준비한 비숍이 텅빈 대각선 공간을 질주해서는 록을 장렬하게 전사시킨 폰을 쳐내고는 그자리를 차지했다. "…마마. 판 쪼개지겠습니다. 좀 살살하십시오. 보십시오. 여기 나무판에 금이 가지않았습니까?" "시끄럿! 어서 둬!!!" 씨익…씨익…. 나 열받았다고!. 이런 내 모습에 빌어먹을 닐크 자식은 피식 하고 웃더니 록을 한창 전쟁이 벌어지는 체스판 왼쪽과는 전혀 상관없는 장 소로 이동시켰다. 응? 뭐하자는거지? 상관없어! 밀어붙인다!!!! 난 곧바로 하 나남은 나이트를 다시금 움직여서 닐크 녀석의 폰 하나를 치워버렸다. 좋았 어! 이제 닐크자식이 몰아놓았던 왼쪽부분은 완파. 겨우 폰하나 남았을뿐이 야! 이길수 있다! "후후후. 안됐군요. 마마. 체크메이트!" 탁. "에? 에에에?" 뭐…뭐야? 이럴수가!!! 왜…왜… 녀석의 퀸과 내 킹사이에 아무것도 없는거 지? 뒤…뒤는 막혔고. 오른쪽 대각선과 중앙은 퀸이고… 그렇다면 바로 위 로…. 게엑! 저놈 오른편에 있던 비숍이 그 공간을 노리고 있다! 그…그렇다 면 왼쪽 대각선…에는 록이…라니…. 이거였나? 왜… 왜… 왜에!!! 눈치 채지 못한거지? 응? 이건 말도 안돼! "……" "체스 두시던 분 어디갔습니까? 자~ 어서 다음수를 두시지요? 참고로 체.크. 메.이.트. 랍니다. 후후후후" 으득…. 주…죽인다아…. 후우. 아니야. 아니야. 겨우 체스한판으로 부하를 쳐죽일수야…. "자아~ 지셨으면 어서 졌.습.니.다. 라고 말씀하셔야죠? 마.마. 후후후." "뿌드득…" 건들건들하는 몸짓으로 손짓하면서 나를 약올리는 닐크. 정녕 네놈이 맞아 죽고 싶은게냐? 으으으… 하지만… 저놈을 쳐죽여도 체스판의 상황은 안바뀌 는데…. "저기… 한수만 물리면…" "부우울~ 가! 마마께서도 아까 한수 물리는건 절대 안된다고 하지 않으셨습 니까? 예에?" 크윽… 이거였나? 초반에 멍청한 실수로 한수만 물려달라고 생떼를 쓰던 닐 크 자식의 모습은… 이를 예상한 계획이었구나!!! 으아아아악!!! 머리를 부여 잡고 울고 싶다. 아르케네스도 아니고… 닐크 자식한테 지다니이이이!!! "뭐하십니까? 마마. 체스 두다가 해저물겠습니다. 후우~" 귀를 후비는 시늉을 하면서 능글맞은 태도를 보이던 닐크는 새끼손가락 끝 에 묻은 귀지를 입을 불면서 여유만만한 모습으로 이죽거렸다. "외통수에 걸렸으면…" "예?" "판을 뒤집어야지!" 콰당. 쿠당탕. 테이블위에 올려져있던 체스판이 허공으로 날아오르면서 말들 을 사방으로 비산시켰다. 그와 동시에 난 벌떡 일어나서는 히죽거리면서 웃 고 있던 닐크자식의 어깨를 확하고 밀어버렸다. "우…우와악!" 갑자기 떠밀려서 뒤로 넘어진 닐크는 흙바닥에서 추하게 버둥거리다가 벌떡 일어서서는 두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투덜거렸다. "너무 하신것 아닙니까? 겨우 체스 한판 지셨다고 판을 엎어버리시다니." "뭐? 누가? 언제? 증거는? 증인은?" "증거라면 바닥을 구르고 있는 저 체스말들이 있잖습니까? 거기다 증인이라 고 하면 여기에…" "헤헹? 어디? 내 눈에는 바닥을 굴러다는 말들밖에 안보이는걸? 아아~ 아까 워라 다 이긴판이었는데~" "마…말도 안됩니다!!! 너…너희들도 봐…봤지?" 내 억지에 당황한 닐크가 말을 더듬거리면서 막사안에서 서류를 작성하고나 지도에 표식을 꼽고 있던 장교들과 행정병사들을 돌아보면서 소리쳤다. 하지 만 그들은 내가 눈을 부라리면서 한번 쓰윽 돌아보자 닐크를 외면한채 우리 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호오~ 증인? 있다면 면상좀 봤으면 좋겠는걸? 응? 나와봐. 어서 나와봐" "이…이자식들!!! 너…너희들이 그럴수 있는거냐? 한번 쓴맛을 볼테냐?" "어이어이. 닐크 왜 일 잘하는 병사들을 협박하고 그래? 응? 아아~ 다 이긴 판을 놓치다니. 아쉽다. 아쉬워. 저엉말~ 아쉽네." "크아아아악!!!" 그렇게 머리를 부여잡고 분을 삭여도 소용없다고. 훗. 그러게 왜 내 성질을 긁냐고. 그것만 아니었으면 '졌다'라는 한마디정도는 해줄만큼 마음이 넓은 나인데 말이야. 남들이 보면 한심하다고 생각할만한 희극을 연출하면서 나와 닐크가 싸우고 있을때 덴과 크렌이 막사안으로 들어왔다. 피냄새를 풍기면서…. "어? 왔어? 결과는?" "압승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럭저럭 완승이었습니다. 마마께서 말씀하신대로 도주하는자는 추격하지 않고 곧바로 병력을 추스려서 돌아왔습니다." "응. 그래. 잘했군. 전과는?" "적 사상자는 천여명정도입니다. 포로는 모두 처리하였고 중상을 입은 부상 자는 내버려뒀습니다. 무기와 갑옷의 회수로 약간의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명하신대로 오전중에 끝장낼수 있었습니다." "으음…. 기습이 잘 먹혔나보지?" "예. 수색조는 커녕 경계병조차 제대로 안세웠더군요. 덕분에 초반에 아주 손 쉽게 적을 밀어붙일수 있었습니다. 아군 사망자는 이백여명. 중상자는 삼백여 명정도로 진지내로 후송해놓았습니다." "적이 재집결해서 다시 위협적인 세력이 될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잘 훈련된 정규병이라면 반나절도 안되서 다시 군을 이룰수 있겠지만 이번 적은 대부분의 병력이 농민병과 시민병으로 이루어져있었으니 사방으로 도주 한 민병들이 군의 명령에 따라 제대로 모일지도 의문이고 그전에 집결지를 미리 정해놨을지도 의문일정도로 지휘체계가 엉망이었습니다. 아마 다시 모 여서 재편한다해도 수백정도일듯 합니다. 도주한 적병의 대부분은 그대로 탈 영할것이 분명하니까요." "음…. 하긴 적병의 대부분은 나라를 지킨다는 대의명분으로 끌려온것이니까. 그게 힘으로 꺾여버렸으니 도망가는것도 당연하겠지. 물론 나중에 또 전장으 로 끌려나올테지만 그만한 시간만 벌면 충분하니까. 좋아. 이제 웨스트 게이 트를 친다." "곧바로 말입니까?" "그래. 지금도 충분히 늦었어. 바로 공략해야돼. 더군다나 대규모의 전투로 승리감을 맛보고 있을테니 조금 피로하다해도 지금 밀어붙이는게 좋을거야. 그런 감정은 쉽게 식어버리니까." "예. 알겠습니다. 마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덴은 내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밖으로 나갔다. 나 역시 사령부로 사용하 는 막사에서 나온뒤 내 천막으로 돌아갔다. 이번 전투에서는 나도 손가락만 빨고 있을수는 없으니까. 오랫만에 입어보는 슈트 아머는 무거웠다. 입고 있는것만으로도 체력이 쭉 쭉 빠져나가는듯한 기분이 들정도로 갑갑하고 무겁다. 우… 늙은건가? 쳇. 난 한손으로 말고삐를 쥐고 다른손으로 투구를 든채 길게 이어지는 행군대열을 내려다보았다. 방금전에 전투를 치루고는 늦은 아침식사를 끝마친 병사들은 남쪽으로 이어지는 긴 대열을 따라서 이동하기 시작한다. 연속적으로 내려오 는 명령에 투덜거리는 병사들도 일부 있었지만 그런 불만은 장교들의 윽박지 름에 금세 쑥 들어갔고 방패와 활통을 어깨에 맨 병사들은 앞서 떠난 정찰조 의 뒤를 따라 행군 대형으로 이동중이다. 나 역시 덴이 말을 몰아 내쪽으로 다가오자마자 그런 병사들 속으로 들어갔다. 요새 외부에 있는 같은 편 군대가 당하고 있는데도 요새속의 적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는것은 두 군대의 지휘체계가 이원화 되어있거나 공조체계가 엉망이라는 소리. 거기다 게이트를 지키는 병력의 수가 많지않다는 반증이었 다. 잘은 모르지만…. "마마." "왜?" "웨스트 게이트에 가보신적이 있으십니까?" "당연히 없지. 나같은 여자가 그것도 왕녀가 그런 군사요새를 방문할일이 평 생에 몇번이나 있겠어?" "하긴 그렇군요. 이곳이 고향이시니 혹시나해서 물어본것뿐입니다." "음…. 단지 왕성안에 있던 책에서 본 지식은 약간 있지. 로세니아는 기본적 으로 웨스트 게이트와 미들 게이트만 막으면 어느나라의 침공이라도 막아낼 수 있다고 했어. 미들 게이트는 세개의 도시와 두개의 요새를 동에서 서로 이어주는 대형 성벽으로 이루어져있고 이곳에는 상주군의 숫자도 꽤 되지. 케센군에 기마병의 비율이 상당히 높기때문에 그 기병의 위협을 막기위해서 수십년에 걸쳐서 건조한 인조 성벽이야. 반면에 웨스트 게이트는 크레센트의 위협을 막기위해서 건축한 성벽이지만 정확히 말해 웨스트 게이트라는건 녹 색 산맥 그자체를 말한다더군. 소수라면 모를까 다수의 군대가 이동할수 있 는 길이라는건 그리 많지않은 법이고 특히나 그것이 산맥속이라면 더욱 그렇 지 그리고 그 길들이 모이는 한점에 건축한 요새가 웨스트 게이트야. 규모와 상주 병력은 미들 게이트에 비해서 훨씬 적은 편이지만 천연의 방벽이 요새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서 오히려 미들 게이트보다 공략이 힘들다고 해." "흐음… 이번 전투는 힘들지도 모르겠군요" "응. 자세한 지도나 지형도를 본적은 없지만 아무리 산세가 험하지 않은 녹 색산맥이라해도 산은 산이니까." "하긴 진입로가 일정하고 범위가 작다면 이쪽에서 투입할수 있는 병력의 숫 자도 뻔하니 장기전이 되기 쉽겠군요. 거기다 산맥을 넘어야하니 투석기등의 공성 장비와 물자의 운송도 힘들테고요." "그렇지. 그나마 다행이라면 우리는 웨스트 게이트의 정면이 아닌 뒷면을 치 려는것이기 때문에 사정이 좀 나은편이야. 아무래도 뒷쪽이 좀더 허술하지 않겠어?" "그렇겠죠. 마마. 아~ 저곳이로군요." 나와 대화를 나누던 닐크가 갑자기 손을 뻗어서 한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봉화를 피우는지 산봉우리 위에서 검은연기가 꼬리를 물고 하늘로 향하고 있 다. 그리고 그 산봉우리 바로 아래 적회색의 높다란 성벽 일부가 눈에 들어 왔다. 아직 2~30분은 더 행군해야 요새의 근처까지 다다르겠지만 벌써부터 저런걸 보고나니 왠지 싸우러가기 싫은걸. 에에… 정말 이번 전투는 힘들겠 군. -------------------------------------------------------------- 검호 2. 마야모토 무사시! 내 검을 받으라! 받으라! 어이...거기 노는 좀 내려놓고 싸우지그래? 너무한거 아니야?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pmc.hitel.net/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6장 Firewood (3)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손짓을 했다. "4대대 돌격!!!" "돌겨억! 뛰어라! 돌격!!!" "주춤대지마! 뒷열이 못나가잖아! 어서 뛰어!" "와아아아아아!!!" 시끄러운 전장 한복판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장교들의 고함소리와 함께 병사 들이 내지르는 커다란 함성소리, 그리고 두두두두… 하는 발구르는 소리와 함께 내 앞에 모여있던 천여명의 병사들이 완만하게 경사진 언덕위를 향해 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막 선두에 선 병사가 언덕중간쯤 오르자 곧바로 화 답이 왔다. 화살이 새까맣게 날아온것이다. 나무방패나 갑옷쪼가리 혹은 천조 각이라도 머리위에 들어올린채 언덕위를 향해 내달리던 화격단 4대대 소속 병사들중 앞열에 있던 병사들이 줄줄히 쓰러졌다. 그뒤를 달리던 한 병사가 쓰러지는 병사에 걸린채 앞으로 엎어졌고 그위로 달려가던 대열중 한곳이 우 르르 무너졌다. 화살에 투구를 꿰뚫린 한 병사가 그대로 뒤로 쓰러지면서 서 너명의 동료들을 깔아뭉갰고 한떼가 된 병사들이 데굴데굴 구르며 뒷열의 병 사들과 함께 언덕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저건… 죽지는 않더라도 팔다리한두 개는 부러지고도 남겠군. "이번에도 틀린듯합니다. 마마" "으응…" 완만하다고는 해도 언덕은 언덕. 거기다 저 빌어먹을 웨스트 게이트로 통하 는 중앙의 길을 제외하 양측면은 울퉁불퉁한 바위들이 산재해있다. 그런곳이 라해도 지나가려고만 하면 못할것도 없지. 단지 머리위로 화살이 새까맣게 날아들고 투석기에서 날아오는 엄청난양의 자갈들만 없다면 말이야. "아…" 눈쌀을 찌푸리며 주변 지형을 돌아보는 사이에 4대대가 언덕위까지 도달했 다. 하지만 경사가 훨씬 줄어들어 평지라고 해도 될만한 정상이었지만 그위 에는 높다란 성벽이 가로막고 있다. 물론 그 앞에 목책과 해자 비스무리한 구덩이도 있었다. 갖출건 다 갖췄다는건가? 쳇. 언덕위에 올라선 4대대의 머 릿수는 내가 있던 이곳에서 출발할때의 절반숫자도 안되보인다. 반수이상이 저 언덕길을 올라가다가 화살이나 동료에 걸려서 낙오된것이다. 그것도 대다 수는 중상. 하긴 언덕위부터 굴러떨어졌으니 멀쩡하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 "후퇴명령을 내릴까요?" "……" 마음에 안들어. 쉽지 않을것이라는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너무 일방 적이잖아. 4대대 병사들은 쏟아지는 돌과 창, 그리고 화살에도 굴하지 않고 성벽앞을 가로막고 있는 목책을 뜯어내고 사다리를 들어서 성벽위에 걸치고 있긴 하지만 1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일방적으로 공격당해 수십명씩 쓰러지고 있었다. 화력의 우세를 통해 적을 압도한뒤 일방적으로 몰아내는 방식은 화 격단의 장기이자 특기인데 여기서는 그런게 하나도 안먹힌다. 후우… 할수없 지. "다음." "예! 후퇴 명령을 내려라! 5대대 전투준비!" "5대대 전투준비! 5대대 전투준비!" 둥둥둥…. 전장에 커다란 북소리가 울려퍼지면서 목책을 뜯고 사다리를 걸 치고 있던 4대대 병사들이 언덕위에서 뛰어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퇴 하는 4대대 병사들이 언덕을 완전히 내려와 본진에 합류하자 곧바로 5대대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동료들의 피와 시체로 포장한 언덕길을 향해 뛰어올 라가기 시작했다. "이짓도 이제 지겨워" "별수 없지않습니까? 방법이 있어야죠." "물량공세라니. 효과적이라는건 인정하겠지만… 이래서는 막상 저 웨스트 게 이트를 점령한뒤에 꼼짝도 못할것같아." 난 엄폐물하나 없는 일직선의 언덕위를 향해 뛰어올라가는 병사들을 보면서 투덜거렸다. 그때 요새안쪽에서 날아오른 엄청난 숫자의 자갈들이 5대대의 후미를 덮쳤다. 여기까지 들리는 끔찍한 비명소리와 함께 힘겹게 언덕위를 향해 기어오르고 있는 5대대 병사들 수십명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면서 가 뜩이나 좁고 가파른 언덕길위에 시체와 부상자의 벽을 쌓았다. 망할. 배틀 램 은 물론이고 투석기조차 쓸수 없다니. 심하잖아. 저쪽은 아래를 향해 쏴대는 거니 충분히 닿겠지만 이쪽은 놈들 사정거리안으로 한참 들어가야 하는데다 가 투석기를 거치할만한 공간은 뻔하다. 언덕길 정중앙. 완전히 적의 표적이 되고 싶어 환장한거지. 후우…. "그래도 성벽위에서 날아오는 화살의 숫자가 많이 줄었습니다. 마마" "당연하지. 근 한시간 이상 이짓을 하고 있는데 줄어야지. 적 궁수들의 체력 보다 화살이 먼저 떨어지길 빌어야겠지? 저 게이트의 사령관이 게으르고 무 사안일주의에 빠진녀석이었으면 좋겠어." "하하하…." "농담아니야. 저놈들 우리의 십분의 일도 안되는 숫자로 일방적인 학살을 감 행하고 있다고. 여기다 적측 사령관까지 똑똑하고 능력있는 자식이라면 난 그냥 짐싸들고 돌아갈거야." 진심이야. 저 웨스트 게이트를 점령못한다면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가 사라 지는건 물론이고 오히려 적들의 포위망에 걸려서 학살당하거나 굶어죽거나 둘중 하나일거다. 그런일이 벌어지기전에 일찌감치 손털고 집에가는게 낫지. "그래도 5대대가 선전하는군요." "으음?" 내 측근이자 부사령관인 덴의 말에 난 고개를 들어 언덕위를 올려다보았다. 덴의 말대로 5대대는 걸리적거리는 목책을 도끼로 부숴서 뜯어내고는 성벽위 에 사다리를 걸친채 위로 기어올라가고 있었다. 아마 적들도 화살 숫자는 물 론이고 체력에도 슬슬 한계가 온듯하다. "다음 내보내. 이번에 승부를 봐야지" "예. 마마. 제 6대대. 전투준비!" "6대대 전투준비! 6대대 전투준비!" "길을 치우라고 해둬. 이기회에 바로 몰아친다." "알겠습니다. 마마." 고개를 끄덕인 덴이 근처에 있던 장교에게 몇마디 지시를 했고 곧이어 대열 을 갖추고 정렬하는 6대대 앞으로 2개 중대의 병사들이 나섰다. 그 병사들은 언덕길을 따라 뛰어올라간뒤 두세명이 한명의 부상자나 시체를 들쳐메고 뛰 어내려왔다. 그렇게 몇개 중대가 화살비가 날아오는 전장 한복판에 서서 부 상당한 동료나 이제는 걸리적거리는 장애물이 된 시체들을 끌고 내려오자 언 덕 중간까지 붉게 물든 흙바닥이 나타났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내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덴이 손을 들면서 소리친다. "6대대 돌격!" "돌격 앞으로!!!" "달려라! 달려! 화살보다 빠르게 달려! 죽기싫으면 달리는거다!" "절대 쓰러지지마라! 밟혀죽는다!" "우아아아아아!!!" 제 6대대 소속 천여명의 병사들이 다시금 길고긴 언덕위를 향해 뛰어올라갔 다. 아직 적의 투석기는 준비가 덜되었는지 이번엔 자갈무더기가 날아오지 않았다. 거기다 성벽 바로 아래서 싸우는 5대대에 정신이 팔린 성벽위의 궁 수들은 6대대를 저지하기 위해서 화살을 날리지 못했다. 그덕에 제 6대대는 내가 이끌고온 10개 대대중에서 아직 투입되지 않은 대대 녀석들을 제외하고 가장 적은 사상자를 낸채 성벽앞에 도달한 부대가 되었다. 이걸 영광으로 생 각할지는 알수없지만 말이야. 상황이 호전되는것 같은것 같았는데도 불구하고 적들의 저항은 필사적이었 다. 하긴 당연한건가? 목숨이 달려있으니까. 필사적이지 않은게 더 이상하겠 군.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병사들중 몇명이 성벽위에 올라선게 보였다. 하지 만 잠깐동안 성벽위를 점령했던 그 병사들은 금세 적병들에게 묻혀버렸고 그 들이 올라갔던 사다리는 뒤로 쓰러지면서 그위에 올라타고 있던 두어명의 병 사들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다음 준비시켜." "예. 마마. 7대대! 제 7대대!" "7대대 전투준비! 7대대 전투준비!" 불안한 눈으로 혹은 불만에 찬 눈으로 나를 힐끔거리던 병사들중 일부가 또 다시 저 피로 가득한 - 그나마 부상자들과 시체를 치우고나니 그래도 좀 넓 어보였다 - 언덕앞에 집결하기 시작했다. 덜덜 떨면서 혹은 건들거리는 몸짓 으로 불만을 온몸으로 내보이면서 내 앞에 모이는 병사들을 바라보던 난 말 안장에 걸어둔 투구를 들어서 머리에 썼다. "마마?"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덴. 난 그런 덴의 시선을 외면한뒤 투구의 바 이져를 내렸다. 쇳덩어리의 차가운 감촉이 느껴지자 머리속으로 한기가 뻗어 들어오는것 같았다. "나도 간다." "예? 하지만 아직…" "덴은 여기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예비대를 투입시켜. 만약 사태가 불리해질 것같으면 곧바로 병력을 후퇴시키라고. 그리고… 만약에… 내가 죽거나 돌이 킬수없을 정도로 피해가 커지면 그대가 지휘권을 양도받아서 부하들을 이끌 고 본국으로 돌아가. 방법은… 맡기지" "허나…" 난 타고 있던 말에서 내렸다. 지금 내가타고 있는 전마는 저런 경사길을… 그것도 피에 절어서 질퍽거리는 흙길위를 나와 내 무거운 갑옷을 등에 태운 채 달려올라갈만큼 힘이 좋은 말이 아니다. 좋은 표적만 되는데다가 내 뒤에 서 달릴 병사들에게 방해가 될 확률이 높기에 말을 버린것이다. 난 말안장에 메어놓은 검집에서 클레이모어와 카이트 실드를 손에 들고 앞으로 걸어갔다. "기다리십시오! 마마! 제기랄! 크렌! 닐크! 기사들을 이끌고 마마를 호위해! 어서!" 등뒤에서 덴의 째지는듯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귀에 거슬려. 덴의 명령에 황급히 내 호위 기사들 대여섯을 끌고 달려온 크렌과 닐크가 등뒤에 서자 난 오른손에 들고 있던 클레이모어를 높이 들어올렸다. "국왕폐하 만세!" "크레센트 만세!" "와아아아아아!!!" 고막이 찌르르 울릴정도로 커다란 함성소리가 터져나왔다. 내 바로 왼편으 로 달려온 닐크는 한손에 카이트 실드를 그리고 다른손에는 4m에 달하는 커 다란 장창을 들고 있다. 그리고 그 창의 끝에는 크레센트 왕실기가 푸른 하 늘위에 휘날리고 있었다. 잠시 펄럭거리며 휘날리는 깃발을 바라보고 있던 난 병사들이 함성이 잦아들때쯤 검을 앞으로 내밀면서 언덕위를 향해 뛰어오 르기 시작했다. 내뒤로 다시금 ''와아아아아!!!''하는 함성소리가 들리면서 화격 단 7대대 병사들이 뒤따라 올라왔다. "허억…허억…" 언덕길의 중간쯤을 지났을때 내몸이 쳐지는걸 느낄수 있었다. 확실히 약해 졌어. "끄응…" "와아아아아!!! 와아아아!!!" "진격하라! 함성을 질러라! 물러서지마라!" 등뒤에서 들려오는 한 장교의 고함소리가 지치기 시작한 내몸을 질타한다. 난 미끌거리는 흙길을 비틀거리면서도 위를 향해 뛰어올라갔다. 그때 쉬익… 하는 바람가르는 소리가 나더니 고개를 치켜든 내 눈앞에 검은 점 몇개가 들 어왔다. 따당…. 타앙…. 몇개의 화살이 어깨와 배쪽을 두들기면서 튕겨나갔 다. 난 황급히 왼팔뚝에 묶어놓은 카이트 실드를 들어올려 얼굴과 상체를 가 리면서 뛰었다. "커헉…아아악…" 비명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내 왼쪽에서 뛰던 한 기사가 가슴 한복판에 꼽 힌 화살을 두손으로 잡은채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 기사는 뒤에서 쫓아온 한 병사에게 옆으로 밀려 길의 구석에 쌓인 시체위로 엎어졌고 곧이어 그자리를 메꾼 다른 병사들 때문에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칫…" 이를 악물었다. 찝질한 피맛이 입안에서 느껴졌지만 난 무시하고는 다시금 양 발에 힘을 주면서 언덕위를 향해 뛰어올라갔다. 겨우 수십미터에 불과한 길이 지금은 수킬로미터는 되는것 같은 기분이 든다. 멀어… "마마! 거의 다왔습니다. 힘내십시오!" 내 등에 한손을 댄채 뒤에서 나를 지탱해주던 닐크가 나에게 바싹 붙어서 소리쳤다. 그소리에 난 다시 비틀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다왔다! "후우…" 투구의 숨구멍사이로 흰 입김이 뿜어져나온다. 힘들어. 자고 싶어. 하지만 이런 내 마음과는 다르게 내 몸은 평지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바닥에 겹겹이 깔린 시체들을 피해서 발을 움직이면서 난 성문쪽을 향해 죽자고 달렸다. 뒤 따르던 기사들과 병사들이 내 속도를 못쫓아올정도로 말이다. 난 앞을 가로 막고 있던 5대대와 6대대 병사들의 어깨를 밀치면서 앞으로 뛰어갔다. "비켜어엇!!!" 목에 핏줄이 서는게 느껴질정도로 크게 소리친 난 클레이모어를 높이 치켜 들면서 일직선으로 뛰었다. 위에서 떨어진 돌무더기와 시체들이 수북히 쌓인 해자를 단번에 넘어선 난 문에 도끼질을 하고 있던 병사들이 나를 보고 좌우 로 물러서는것을 보면서 커다란 성문앞으로 온힘을 다해서 뛰었다. 그리고 성문 바로 앞에서 왼발로 강하게 바닥을 치면서 머리위로 들고 있던 클레이 모어를 강하게 내리쳤다. 콰아아앙!!! 두텁고 단단해 보이는 웨스트 게이트의 성문이 앞뒤로 출렁이면서 커다란 광음을 내었고 내 클레이모어의 검날은 끝 부분의 20cm정도가 강철로 보강된 성문을 뚫고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 있었 다. "크윽…" 클레이모어를 쥐고 있던 오른손의 가죽장갑이 찢어지면서 피가 주르륵 흘러 내렸다. 피로 물든 클레이모어의 손잡이를 놓아버린 난 입을 쩍벌린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주변의 병사들을 돌아보다가 한 병사가 들고 있는 육중해 보 이는 배틀 헤머를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 카이트 실드로 바닥에 버린채 양손 으로 배틀 헤머를 들고는 그것으로 성문을 치기 시작했다. 쾅! 쾅! 콰앙! "어…어어어…" 내 부하들뿐만 아니고 적들도 내가 휘두른 클레이모어의 위력에 놀랐는지 ''어어…''하는 소리만 들려올뿐이다. 그동안 난 성문의 정 중앙을 향해 온힘을 다해 배틀 헤머를 미친듯이 마구 휘둘러댔다. 퍽퍽… 아니 쾅쾅 거리는 시끄 러운 소리를 수십번쯤 들었을때 성문에 대어놓았던 쇳조각들이 사방으로 파 편을 날리면서 후두둑 떨어졌고 쩍쩍 금이가면서 속살을 드러낸 성문이 빠지 직 하는 소리를 내면서 좌우로 갈라졌다. "무…물러서…" "성문이… 부서진다아!!!" 성문뒤에 걸어둔 두터운 빗장이 반으로 부러지면서 안쪽으로 조금 열렸다. 하지만 그보다 성문을 단단하게 고정하고 있던 윗쪽 경첩이 먼저 부서져나갔 다. 주먹만하 돌덩어리를 단채 끌려나온 경첩은 적군들이 있는 안쪽으로 기 울었고 곧이어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한 성문의 윗부분이 적들 쪽으로 떨어졌 다. 콰아아앙…. 수킬로미터 밖에서 들릴듯한 커다란 소리가 나면서 떨어진 문짝은 몇몇의 불운한 적병들을 깔아뭉갠채 쪼개졌고 내가 발을 들어 강하게 내지르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던 빗장이 좌우로 뜯겨져나가면서 성문이 활짝 열렸다. "……" "…괴…괴물…" "악마다…악마야… 인간이 아니야…" 성문앞에 둥글게 포진한채 우리와 대적하고 있던 적병들의 눈에 공포의 빛 이 아른거린다. 난 그런 적들의 앞으로 걸어나갔고 아직도 성문에 박힌채 부 르르 떨고 있는 클레이모어의 손잡이를 왼손으로 잡고 힘주어 뽑았다. 그리 고 오른손에 쥐고 있던 배틀 헤머를 적들이 모여있는 쪽으로 힘껏 던졌다. 부웅부웅. 콰득…. 뼈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내가 던진 배틀 헤머에 얻 어맞은 적과 그 주변에 있던 적병 몇이 그대로 뒤로 날아오르며 자기 동료들 을 덮쳤다. 쿠웅…. 한덩어리가 되어서 쓰러진 운없던 적병들아래로 붉은 피 가 둥글게 퍼져나간다. 피가 흘러내리는 인간 무더기 주변에 있던 적들이 신 음소리를 내면서 뒤로 몇걸음이나 물러선다. 난 그런 적들을 보면서 클레이 모어를 두손으로 쥐고는 그대로 성문의 잔해를 넘어서 뛰어들어갔다. "와아아아!!!" "성문이 열렸다!!!" "돌격! 5대대 돌격!" "승리가 눈앞에 있다! 돌겨어억!!!" 화격단 병사들이 열린 성문을 통해 속속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홀로 적들 사이에 뛰어들어 싸우고 있던 내 주변에 어느새 화격단 병사들이 하나둘씩 나타났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더이상 내 앞에는 적이 보이지 않았다. "아파아… 엄마아…" 어디서 어떻게 잃었는지 양 허벅지 아래로 있어야 할 다리를 잃어버린 적 병사가 두손으로 바닥을 기어다니면서 신음소리를 내었다. "후우…" 공포와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 적병은 앞도 잘 안보이는지 주변에 뛰어다니 는 화격단 병사들쪽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숨을 고르면서 제자리에 서있던 난 아직도 바닥을 기어다니며 끊어질듯 가늘게 이어지는 적병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심장 부근이 있을것이라 추측되는 등부분을 오른발로 강하게 밟 았다. 콰직. 내 발밑에서 잠깐 꿈틀거리던 그 병사는 입으로 피를 토하면서 잠시 경련을 일으키더니 그대로 축 늘어졌다. 고개를 옆으로 꺾은채 축 늘어진 그 병사를 보면서 멍하니 서있을때 닐크와 크렌이 내쪽으로 달려왔다. "마마! 괜찮으십니까? 마마! 마마! 정신차리십시오!" "응? 아… 난 괜찮아. 그보다 상황은?" "웨스트 게이트의 동쪽 성벽은 완전히 점령했습니다. 워렌 자작께서 이끄는 본대가 지금 언덕위로 오르고 있는 중입니다." "요새 내부의 적들이 서쪽 성문쪽으로 후퇴중입니다. 아군이 추격중인데 어 떻게 할까요?" "흠…. 밀어버려. 이제 이 요새는 우리것이다. 전주인은 집밖으로 쫓아내는게 이치겠지." "예! 마마!. 가자!" 닐크와 크렌은 한무리의 병사들을 이끌고 주변의 건물들을 수색하기 시작했 다. 난 내뒤에 여덜명의 기사들을 이끌고 마치 산보를 하듯이 천천히 요새안 을 걸었다. 후후후. 이게 바로 승리자의 여유인가?. 나쁘지는 않군. 피와 시체 죽음이 넘쳐흐르는 요새안을 마치 꽃밭을 거닐듯이 걷고 있던 내 귀에 시끄러운 고함소리와 비명소리 그리고 쇠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 즉시 몸을 들려 소리가 난쪽으로 뛰기 시작했고 내 뒤에서 검을 뽑아든채 대 기중이던 기사들 역시 나를 따라 뛰기 시작했다. "밀어붙여! 개 잡종놈들을 죽여!" "막아라! 버텨야 한다!" "우아아악!!!" 완만한 경사가 진 돌계단 위에 로세니아 군복을 입은 병사들이 저항을 하고 있다. 아직도 버티다니 전황을 모르는건가? 아니면 최후의 발악일까? 대충 서른명쯤 되어보이는 적병들은 계단 위를 점거한채 아래로 창대를 휘두르며 화격단 병사들의 진입을 막고 있었다. 겨우 사람 두명이 지나갈만한 좁은 길 인데다가 좌우로는 높다란 석조건물이 세워져 있었기 때문에 좌우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마치 이 웨스트 게이트로 올라오는 길을 그대로 축소시켜 놓은 듯한 모양이다. "올라가! 올라가라고! 머릿수로 밀어붙여!" "하지만…" "아가리 닥치고 뛰어올라가지 않으면 네놈의 창자를 끄집어낼테다! 어서 안 가? 앙?" "히익…" 중대장쯤 되어보이는 장교가 검을 위협적으로 휘두르자 깜짝 놀란 병사들이 허둥지둥 계단을 타고 뛰어올라간다. 하지만 올라가던 대여섯명의 병사들은 중간쯤 멈춰서서 적군과 아래서 고함을 치고 있는 장교를 번갈아 보면서 어 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거기서 밍기적 거리다 뒤질래? 앙? 네놈들은 뭘 보고 있어? 어서 안뛰어 올 라가? 앙?" 붕~ 검날이 반짝이면서 병사들 머리위를 휘젓고 다닌다. 까앙. 한 운이 없던 - 키가 크던 - 병사가 위협하려고 휘두른 롱소드의 검날에 투구를 맞고 그 대로 픽 쓰러졌다. "우악…" 재수도 없지. 죽일려고 휘두른것도 아닐텐데. 그래도 그덕에 계단 아래서 둥 그렇게 포위한채 어쩔줄 몰라하던 병사들중 일부가 다시 계단위로 뛰어올라 갔다. 계단 중간에서 아래서 벌어지는 일을 힐끔거리며 보고 있던 선두 병사 들은 아래서 올라오는 동료들 때문에 어쩔수 없이 위로 밀려올라갔고 계단위 에서 대기하고 있던 적들은 기다렸다는듯이 들고 있던 창을 아래로 던졌다. 푸욱…. "으아…" 가슴에 길쭉한 창날이 박힌 선두 병사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뒤로 쓰러졌 지만 뒤따라 올라가던 다른 병사들이 그 병사의 몸을 붙잡고 앞으로 밀었다. 쓰러지지도 못한채 바둥거리는 그 병사의 몸위로 몇개의 창날이 더 날아들었 고 그 병사는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선두의 몇몇 병사들이 계단위로 올라 섰고 곧이어 치열한 육박전이 윗쪽에서 벌어졌다. 적들만큼이나 필사적인 아 군 병사들은 어떻게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를 썼고 적군도 뒤로 밀리 지 않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도 아군 병사들은 계 속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가고 있었고 한명 두명씩 화격단 병사들이 쓰러지 는 만큼 계단위로 올라가는 병사들도 늘어났다. "이겼군." 난 그렇게 작게 중얼거린뒤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때 콰아아앙!!! 하는 커 다란 폭음이 돌계단 위에서 들려왔고 자욱한 흙먼지가 내가 있는곳에서도 보 일정도로 높다랗게 솟아올랐다. "뭐…뭐야?" "무슨일이 일어난거야?" "이봐! 거기! 무슨일이야?"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계단 아래서 대기하던 병사들이 웅성거리면서 위를 향해 소리쳤지만 콜록거리는 기침소리와 비명소리외에는 들리지 않았다. 이 상한 예감에 난 즉시 앞을 가로막고 있는 병사들을 헤치면서 계단위로 뛰어 올라갔다. "비켜! 올라가던 내려가던 길을 비키란 말이야! 꾸물대면 내던져버리겠다" 계단위에 몰려있던 병사들을 밀치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불길한 예감. 그것 도 아주 안좋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난 당황하는 병사들을 밀치면서 빠 르게 계단을 올라갔다. 곧이어 내 투구사이로 대략 20평정도 되보이는 공터 가 눈에 들어왔다. 공터 끝에는 흙더미가 수북히 쌓여있었고 그 주변에 아군 과 적군의 병사들이 엉킨채 쓰러져있었다. "어떻게 된거야? 멀쩡한 놈 없어? 대답해! 명령이다!" 난 그렇게 소리쳤지만 바닥에 쓰러진채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자들중에서 내 명령에 답하는 자는 없었다. 그때 흙무더기 바로 앞에 쓰러져있던 자가 비틀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큭큭큭… 빌어먹을 크레센트의 개들아. 여기가 네놈들의 무덤이 될거다. 하 하하하하!!!" "넌?" "대 로세니아의 자랑스러운 기사! 네르 폰 노베른이다!" 노베른… 노베른? 빌어먹을 개자식의 가문? "너… 죽인다" "크흐흐… 쿨럭…쿨럭… 죽인다고? 굳이 네놈이 손을 안대도 될껄? 봐라! 하 하하하!!!" 입가로 피를 토한 놈은 자기 배를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그자의 배에는 어 른 팔뚝 만한 뾰족한 돌이 등뒤서 부터 배를 뚫고 박혀있었다. 놈의 허리아 래로 피가 줄줄 흐른다. "고통없이 보내…" "하하하… 그런 고마운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지만… 난 아직 할일이 남았 다." 저런 몸으로 무엇을? 당장이라도 쓰러져 죽어도 이상할게 없는 몸으로. 그 자는 힘겹게 발을 움직이면서 공터의 끝으로 걸어갔다. 비틀거리면서 당장이 라도 쓰러질듯 걸어간 그자는 공터의 끝자락에 서서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 고는 나를 비웃는듯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정면을 보면서 소리쳤 다. "빌어쳐먹을 크레센트의 개자식들아! 귓구멍 열고 잘 들어라아!!! 쿨럭… 쿨 럭…. 이 요새에 하나뿐인 우물을 지금 내가 파괴했다아! 다 때려부쉈다고 오!!! 하하하하…" 난 놈에게 다가갔다. 아니 뛰어갔다. 내가 놈에게 달려가는것을 본 그자가 당황하면서 몸을 앞으로 내밀었지만 놈이 아래로 굴러떨어지기 전에 내가 먼 저 놈의 발을 붙잡았다. 그리고 단번에 놈의 몸을 끌어당겨 바닥에 패대기 쳤다. "크허헉…" "무슨짓을 한거지?" "쿨럭…쿨럭…. 크흐흐…. 드…들은대로다… 카악… 퉤…" 바닥을 구르는 놈의 목을 밟자 놈이 정강이쪽에 피가 잔뜩 섞인 침을 뱉었 다. 그리고는 죽는놈 답지 않게 씨익 웃었다. "나도 죽지만… 흐흐흐… 네놈들도… 죽을거다. 한놈도 남…김없이 모두…" "미안하지만 내가 있는한 그렇게는 안돼." 우둑. 놈의 목을 밟고 있던 내가 발에 힘을 주자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면서 그자의 목이 꺾였고 부릅떠졌던 놈의 눈이 촛점을 잃고 흐려졌다. 난 시체가 되버린 네르 폰 노베른이란 놈을 노려보다가 몸을 돌렸다. -------------------------------------------------------------- 폐인대전 종료. 2회차에도 1등 할거에요 -_-/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blog.paran.com/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6장 Firewood (4)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타닥. 타다닥. 어두운 밤하늘위로 불길과 회색 재들이 흩날린다. "어이! 물러나! 물러나라고!" "건물이 무너진다!" 쿠구궁. 기둥이 뽑혀나간 요새의 석조 건물 한켠이 무너지면서 폭싹 주저앉 았다. 한 장교의 외침에 주변에 모여있던 한때의 화격단 병사들이 와하고 물 러섰고 곧이어 완전히 무너진 건물 잔해로부터 재와 먼지가 퍼져나왔다. "물을 뿌려. 어서!" 촤아악. 손에 무기대신 물통을 짊어진 병사들이 얼굴에 수건을 두른채 달려 들어서 무너진 건물위에 뿌려댄다. 그런 병사들 뒤로 돌덩이마저 태워버릴듯 한 불길이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었다. 웨스트 게이트 요새 안 절반이 불타 고 있었다. 누군가의 실수로 혹은 방화로 일어난 불은 모두가 전투로 정신이 없는 사이 야금야금 요새 내부 건물을 하나둘씩 집어먹었고 적들이 모두 도 주하거나 항복한 지금은 더이상 진화가 힘들정도로 것잡을수 없이 불타고 있 었다. 이에 난 요새를 벗어나 도망치는 적들을 추격하려던 닐크에게 불을 잡 으라고 명령했다. 내 명령에 따라서 닐크는 즉시 불길에서 가까운 건물을 허 물고 도로를 기준으로 방화선을 만들었다. 그리고 바람에 날리는 불똥에 불 이 붙을만한 물건들을 모두 치우고 있었다. 수시간동안 계속된 전투와 곧바 로 이어진 방화 작업에 화격단 병사들은 굉장히 지친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나와 닐크의 명령에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바람이 찹니다. 마마. 이만 들어가시지요." "물… 물은 어떻게 되었지?" "그것이…." "역시 놈들이 없앤 우물이 전부였나?" "포로를 심문한 결과 그곳외에도 요새안에 샘터가 두곳이 있긴 합니다. 그리 고 요새 지하에는 물이 가득찬 저수조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샘에서 나오는 수량은 병사들이 충분히 마시기에 턱없이 모자르고 저수조의 물 역시 언젠가 는 모두 써버리고 말것입니다." "얼마나 버틸것 같아?" "…일주일 이상은 힘들겁니다. 마마." 후우. 이것참 힘들게 되어버렸네. 일만의 정예병사들이 있어도 마실 물이 없 다면 이야기가 안된다고. 물이 없으면 삼일도 버티기 힘드니까. 식량 부족과 는 비교도 안되는걸. 요새의 성벽 너머로 보이는 평원을 바라보았다. 저기엔 물도 식량도 충분하겠지? 그리고 적들도 충분히 많을테고…. "닐크. 내 거처는?" "이미 마련해두었습니다. 마마. 요새 사령관 거처입니다." "그리로 가지. 화재 현장 지휘는 각 중대장에게 맡기도록 하고 화격단 대대 장들은 모두 내 거처로 모이라고 해" "알겠습니다. 마마" 난 몸을 돌렸다. 뒷일은 부하들이 알아서 할테지.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요새 중앙의 내성으로 들어섰을때였다. "꺄악!" "케헤헤… 꽤나 귀여운 비명소린데 그래?" "어이~ 이봐 그만하라고. 중대장한테 들키면 혼나는걸로 끝나지 않는다 너" "뭐 어때서 그래? 지금 윗사람들은 다들 불때문에 정신 없잖아. 거기다 내가 뭐 잡아먹기라도 했냐? 조금 만졌다고 제멋대로 비명을 질러대는것 뿐이잖 아. 안그래?" 내성의 성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섰을때 내 귀에 들려온 소리는 여자의 비명 소리였다. 소리가 난곳을 바라보자 내성안의 조그마한 정원 - 이라고 불리기 도 민망할만큼 작다. 손바닥 만한걸? - 한구석에 열댓명의 여자들이 몸을 웅 크린채 모여있었고 그 주위에 서너명의 화격단 병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 다. 내가 그곳을 바라보자 곁에서 호위하고 있던 3대대 소속 중대장이 급히 그 병사들을 향해 뛰어간다. "어이! 너희들!" "히익!" "그…근무중 이상무!" 이제서야 내가 나타난걸 알아챈 경비병들이었지만 창대로 여자들을 툭툭 치 던 병사와 그걸 말리던 병사는 이내 중대장에게 잡혀서 어디론가 끌려갔다. 쯧쯧. 불쌍하게 되었군. "저들은?" "옛?" "저 여자들은 뭐냐고" "그게… 다…당장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내 곁에서 호위를 하던 병사중 하나가 급히 여자들이 모여있는쪽으로 뛰어 갔다. 그리고는 경비를 서는 병사와 몇마디 말을 나눈뒤 내게 달려왔다. "알아왔습니다. 각하. 저들은 이곳 요새 사령관의 부인과 딸, 그리고 시녀들 이라고 합니다. 크렌 장군의 명에 따라서 따로 격리해두었다고 합니다." "그래?" 여기 요새사령관이 아마 네르 폰 노베른. 내가 죽인 그자라고 했었지 아마? 흐음… 도망치지 못했던건가? 하긴 평범한 여자가 전장을 뚫고 도망친다는건 불가능하겠지. 그러고보면 저 여자들도 불쌍하군. 남편과 아버지를 잘못만나 서 저꼴이 되다니. 나라면… 가족을 먼저 피신 시켰을거다. 그놈이 우물을 파 괴한 탓에 일이 꼬이긴 했지만…. 쳇. 가족 보다는 국가라 이건가? 하여간 사 내놈들은 이래서 싫다니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각하. 명하신다면 요새안에 가두어 둘수도 있습니다 만…" 자리를 비운 중대장을 대신해 선임 소대장이 은근슬쩍 내 눈치를 살피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마도 내가 여자라서 그런거겠지? 내 앞에서 여자들에게 손 댈수 없을테니까. 훗. 만약 내가 남자였다면 이 소대장은 뭐라고 했을까? '방 으로 들일까요?'라고 물어봤을려나? 피식. "다른 포로들과 똑같이 대해라. 예외는 없다. 설령 그것이 여자라도 말이야." "허…허나…" "그대의 이름은?" "쉴츠입니다. 화격단 3대대 3중대 1소대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각하" "그래. 쉴츠 소대장. 여자들은 그대가 생각하는것만큼 약하지 않다. 남자들이 다 죽어도 살아남는게 여자거든. 말이 길어졌군. 들어간다. 안내해" "예! 각하!" 내가 발걸음을 옮기자 병사들이 우르르 붙어서 뒤따라 왔다. 정원을 지나가 면서 나는 한구석에 모여있는 여자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들 중 한명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녀의 눈에는 적대감이 어려있었다. 이 내가 증오스럽겠 지? 잘먹고 잘살고 있는 자기네 집에 쳐들어와 몽땅 빼앗고 다 죽여버렸으니 까. 촤악. 주르륵…. 눈앞에 놓인 놋쇠대양의 물이 붉게 물들어 간다. 찢어진 가 죽장갑을 벗어던지고 손을 씻던 나는 살갖이 벗겨진 붉은 손바닥을 내려다보 았다. 몇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검붉은 피딱지 사이로 핏방울이 새어나 오고 있다. "흐음…" 그래도 이정도 상처라면 얼마간 버틸수 있을것 같아. 출혈이 심한것도 아니 고 뼈나 근육을 다친것도 아니니까. 단지 손바닥 살이 찢어진것 뿐이다. 죽을 만한 상처는 아니야. 아직은. 똑똑. "누구야?" "덴 입니다. 마마.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기다려." 난 그렇게 말하면서 붉은색으로 물든 놋쇠대야를 들고 창가로 걸어갔다. 그 런뒤 그것을 아무 망설임 없이 창밖으로 내던졌다. 곧이어 쿠당탕하는 시끄 러운 소리가 아래서 들려왔지만 난 상관하지 않고 붕대를 꺼내 손바닥에 단 단히 감았다. 그리고 새로 가져온 질긴 가죽 장갑을 낀뒤 문에 대고 소리쳤 다. "들어와" 벌컥.덴과 닐크, 아르케네스, 크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뒤로 천인장급 장 교들도 보였지만 그들은 감히 내 침실에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이렇게 우르르 몰려오다니. 작전회의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있지 않아?" "마마. 이후 작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의 오른팔이자 2인자인 덴이 의수를 달고 있는 손을 슬며시 바지속으로 집어넣으면서 되물었다. 내 시선이 신경쓰였던걸까? 아니아니… 지금은 이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할때가 아니지. 어쩐다…. "원래 우리는 이곳을 점령하여 적의 보급선을 차단한뒤 버티는 것이었지?" "예. 마마. 그러면서 덤으로 주변 영지를 압박하여 물자를 약탈할 예정이었습 니다. 하지만…" "아아. 알고있어. 이 웨스트 게이트는 크레센트의 침공을 막기위해 건설된 요 새야. 요새치고는 규모가 굉장히 크지. 평시 상주군만 3천명이 넘고 외부 보 급 없이도 6개월 이상 버틸수 있는 곳이야. 솔직히 말해서 커트렌 그 개자식 이 여기 병사중 상당수를 차출해가지 않았다면 웨스트 게이트 함락은 말도 안되는 소리였을거야." "상황이 변했습니다.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마마" "그래. 오래 버티고 있을수 없게 되었으니까. 하아…." 우리가 케센을 손잡고 로세니아 북부를 넘어서 이곳까지 진격한 이유도 전 황을 단번에 바꿔버릴수 있는 웨스트 게이트를 점령하기 위해서였다. 제대로 된 공성장비도 없이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한 채 마치 도박을 하듯이 이곳까지 내달려온것이다. 그런데 큰 피해를 입어가면서 막상 점령하고 나니 쓸모없는 바위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칫. 아넬 공국으로 넘어간 로세니아 녀석들을 완전히 포위할수 있는 상황인 데. 아깝군." "이곳을 점령하고 파괴하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공을 세우셨습니다. 마마." "공 따윈 알바 아니야. 중요한건 로세니아 군이 아직 건재하다는 사실이지." "그렇다하여도 본국으로부터 보급이 끊긴 상태로는 오래 버티기 힘들것입니 다. 식량이야 가을에 추수한것이 있다해도 무기와 병력의 보충이 불가능할테 니까요." "아니. 커트렌 그 빌어먹을 자식이라면 우리가 여기를 떠나는 즉시 보급선을 다시 연결할거다. 그렇게되면 우리가 여기까지 피를 흘리며 달려온게 모두 쓸데없는 짓이 되어버려." "차라리 이곳을 포기하시고 주변 성들을 점령하시는것이 어떠십니까? 지금 로세니아 왕국내에는 제대로된 군대가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안돼. 이쪽 영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고. 성을 점령하기 위해 병력을 분산 시켰다가 저 산맥너머에서 기어다니고 있는 놈들이 돌아오면 우리는 꼼짝없 이 갇히게 돼. 물자, 병력 부족은 우리 군이 놈들보다 더 심해. 놈들은 이제 서야 보급선이 끊어졌지만 우린 보급선 자체가 아예 없었으니까. 닐크! 병사 들의 화살 잔량은 얼마나 되지?" "바닥 나셨다고 보시면 됩니다. 전장에서 화살과 무기를 수거하고 요새내의 무기 창고에서 약간 얻어냈지만 요새 무기고중 상당수가 불타버렸고 화살촉 과 살대를 만들 장인도 없습니다. 재료 역시 턱없이 부족합니다. 마마. 우선 어떻게 해서든 만들어내라고 명령해놓기는 했지만 만족할만한 수량에는 훨씬 못미칠것입니다. 그나마 검, 창, 갑옷류는 많이 수거했습니다." "수성전은 꿈도 꾸지 말라는거군. 빌어먹을" 정말이지…. 졌으면 곱게 도망이나 칠것이지 우물도 때려부수고 거기다 불 까지 질러대고 튀어버리다니. 놈들로써는 당연히 할일을 한것뿐이겠지만 직 접 당하니까 짜증나 미치겠다. "덴. 아군 병력 상황은?" "전사 1천여명이 부상 2천여명. 추정치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정도의 사상 자는 나올것이라 예상되고 있습니다. 비교적 부상이 가벼운 경상자들을 집어 넣어도 전투가 가능한 대대는 겨우 6개 대대 정도일것입니다." "6천명이라…. 턱도 없이 부족하군." "단지 요새를 지키는 것뿐이라면야 많은 숫자입니다만…" "물이 없지. 할수 없다. 우리가 살기위해서는 녹색산맥을 넘어야 돼. 아넬 공 국으로 향해서 거기에 주둔하고 있는 적들을 몰아내고 커트렌 그 망할 자식 이 있는 로세니아군 주력의 후미를 친다." 난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했다. 덴이나 다른 녀석들도 내 의견에 달리 말을 꺼내지 않았는데 아마 더 나은 대안을 내놓지 못해서 일거다. 아무리 생각해 도 여기를 지키고 있는건 불가능하다. "덴. 케센 군의 움직임은?" "여전한것 같습니다. 전령이 돌아와봐야 확실히 알수 있겠지만 그놈들은 로 세니아를 침공하는데 소극적이었으니까요." "그 망할 자식들이 조금만 더 날뛰어주면 편할텐데 말이야." 빌어먹을 북부 야만인 자식들. 저렇게 겁쟁이들처럼 고개를 쳐박고 굼뜬 엉 덩이를 움직이려 하지 않으니 도저히 방법이 없다. 놈들이 이 일대의 영지만 점령해주거나 하다못해 근처에 부대를 주둔시켜 압박해주기만 해도 내가 지 금 이런 고민을 하고 있지는 않을텐데. 쯧…. 하긴 어차피 이익을 위해서 손 을 잡은 상대이니 이정도가 한계겠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던 난 결단을 내렸다. "좋아! 녹색산맥을 넘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수밖에 없어. 덴!" "예! 마마" "당장 병사들에게 성벽 보강과 함께 성문을 폐쇠하라고 명령해. 요새의 절반 을 태워 먹었으니까 석재는 남아돌겠지? 아예 막아버려. 로이드 전하가 계신 본대가 이곳에 도착하기전까지는 그 성문을 쓸 일이 없을테니까. 그리고 전 투가 가능한 병사들을 모아서 각 대대를 재편해. 부상자들은 최대한 이 요새 에 수용하고 치료하도록." "알겠습니다. 마마." "사령관 재량으로 덴을 이 요새의 임시 사령관으로 임명한다. 보고 따윈 안 해도 되니까 알아서 잘해봐. 닐크!, 크렌!" "예!" "말씀하십시오. 마마" "둘은 각 대대장들을 데리고 부대를 재편해. 앞으로 3일동안 이곳에서 쉰다. 그다음 곧바로 녹색산맥을 넘을거니까 그때까지 재편을 끝내도록. 그리고 아 르케네스는 헤쉬케린 늙은이에게 연락해서 그 마법사들을 이곳으로 불러올수 있도록 손써봐." "알겠습니다. 마마" "그럼 나가봐. 작전 회의는 이걸로 대체한다. 필요한게 있으면 알아서들 가져 다 쓰고 중요한 일이 아니면 보고 안해도 되. 각 장교들과 병사들에게 우리 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서 충분히 숙지시켜 놓도록. 살고 싶으면 녹색 산맥을 넘어가야 한다는걸 강조해둬. 알겠지?" "예! 마마!" 내 앞에 서있는 네 사내가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그들의 우렁찬 외침에 피 식 웃던 나는 갑자기 피곤함이 몰려오는듯한 느낌에 손을 들어서 덴과 닐크 등에게 나가라고 손짓했다. 끼이익…. 탁. 그들이 나가고 나서 곧바로 문밖에 서 커다란 외침이 들려왔고 잠시뒤 역시 커다란 복창소리와 함께 타다닥하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좀 쉬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난 따뜻한 난로가에 앉아 서 편히 쉴만한 팔자는 아닌가보다. 피식. 괜히 헛웃음이 나온다. 아넬리안아. 아넬리안아. 넌 아직 쉬려면 멀었어. 이제 겨우 스무살이 넘은 녀석이 벌써부 터 쉬겠다는 소리를 하기엔 너무나도 이르잖아? "늙은…건가? 킥. 쿡쿡쿡" 괜히 헛웃음이 나왔다. 정말이지… 내가 생각해도 웃긴다니까. 한창 팔팔한 젊은 나이에 인생 다 산 늙은이처럼 말하다니. 아아~ 피곤하긴 피곤한가보네. 잠이나 자둬야지. 최대한 체력을 보충해둬야 하니까 말이야. 겉옷도 다 집어던지고 속옷차림으로 침대에 누웠다. 타닥. 타닥. 벽난로 속 에서 불타고 있는 모닥불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밤. 잠이 안와. 좀전까 지 잊고 있었던 손의 상처가 은근히 욱씬거린다. "하아아…" 자기위해 누웠는데 오히려 눈앞이 뚜렷해지고 정신이 더 맑아진다. 바로 얼 마전까지만해도 피곤해서 미칠것만 같았는데 막상 쉬려고 하니까 잠이 안오 다니 너무하잖아. 스륵. 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붉은 빛을 내뿜 으며 타오르고 있는 벽난로가로 걸어갔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장작들은 붉은 빛을 내뿜으며 조금씩 재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런 장작들을 보고 있자니 문 득 조금씩 바스러져 재로 변하고 있는 장작들이 황혼기에 접어든 인간 같다 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의 황혼기는 언제쯤일까? 30년뒤? 15년뒤? 아니 면… 내일? "훗." 불이 붙은 장작은 언젠가 재로 변하는법. 그게 이치이고 순리이며 당연한것 이겠지. 손을 들었다 그리고 벽난로가에 놓이 쌓여져 있는 장작들 몇개를 집 어서 벽난로안으로 밀어넣었다. 장작만 넣어주면 불은 계속 불타오르는 법. 이것도 또 인생이겠지. 에이…. 궁상은 이제 그만 두고 와인이나 몇잔 마시고 자야겠다. 될대로 되라지. 어차피 한번뿐인 인생인걸. -------------------------------------------------------------- 복귀 입니다. 역시 가우군은 동시에 이것저것 하는건 못합니다 -_-; 한번에 한 우물만. 한번에 하나만. 한번에 한개씩 밖에 못한다는걸 다시금 깨닳았습니다 -_-a. 그런고로 어서 빨리 여왕님 이야기를 끝내고 Gun`s Love에 집중해야 겠습니 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우군 p.s 4권이 나올지는 모르겠군요. ....될대로 되라지~( --)~느물느물.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blog.paran.com/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7장 Why Do We Fight? (1)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27장. Why We Are Fight? 내가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뭔줄 알아? 왜 여자의 몸으로 그 치열한 전쟁 터를 누비고 다니면서 사투를 벌이냐는 질문이었어. 솔직히 나도 알고는 있 다고. 굳이 내가 전장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걸 말이야. 덴도 있고, 크렌도 있어, 밀러 기사단장도 있지. 나보다 유능하고 싸움 잘하는 남자들은 많았거 든. 헤쉬케린 늙은이에게 강탈한 마법 아이템이 없으면 난 그저 성질 더러운 여자일뿐이니까. 그래도 말이야. 난 가만히 앉아있을수 없었거든. 뭐든지 직 접 뛰어다니고 선두에서 병사들을 이끌고 달려야만 직성이 풀려서 참을수가 있어야지. 사실 나도 무서워. 내가 죽인 적병이 피를 질질 흘리면서 떼로 몰 려나오는 악몽을 꾸고나면 온몸이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는단말이야. 그런 날은 지독한 두통까지 날 힘들게 하지. 하지만 난 나를 위해서 싸우는거란 말이야. 나와 나의 왕, 그리고 나의 로렌을 위해서 싸우는거야. 그런 싸움에 내가 빠질수야 없잖아?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영광스러운 크레센트 제국의 황후 마마이신 아넬리안 마마와의 대담 중 - 주. 황후마마의 기백에는 정말 두손 다 들었다. 하긴 그 나이가 되셨어도 일선에서 뛰시고 있으니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 대륙력 999년. 겨울. 로세니아 동부 녹색 산맥 안 - 결국 여기까지 온건가. 후우…. "아파. 치잇" 찢어진 오른손 손바닥은 역시나 아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심하게 곪고 있다. 가죽 장갑을 벗고 피고름이 흥건히 젖어있는 붕대를 바꾸어도 그때뿐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금새 젖어버린다. 말 많은 녀석들에게 잔소리 듣기 싫어 서 혼자 약초를 으깨서 상처 부위에 바르고 한손으로 붕대를 감는데도 꽤나 익숙해졌다. 이럴때는 여자라는게 좋다니까. 함부로 내가 쉬고 있는 막사로 들어올 녀석이 없으니까. "하아아…" 송곳으로 쿡쿡 찌르는 지독한 고통이 팔꿈치를 타고 몰려온다. 웨스트 게이 트 요새를 떠나올때 군의관에게 몰래 받아온 말린 대마 잎사귀도 이제 얼마 안남았다. 털썩. 나무침상에 걸터 앉은 난 쓰기만 한 대마 입사귀를 질겅 질 겅 씹으면서 침상에 드러누웠다. 역한 맛에 구역질이 올라왔지만 이제 조금 은 익숙해져서 그런지 참을만하다. 후우. 이러고 조금만 더 있으면 통증은 많 이 가라앉겠지. 침대에 누운채 천정을 올려다본지 얼마나 되었을까? 멋대가리 없는 갈색 천 정이 좌우로 일렁이면서 흔들린다. 그리고 눈앞에 또렷하지만 눈부시지 않은 빛덩어리들이 떠다닌다. 파라락. 바람이 심하게 부는걸까? 밖에서 들려오는 깃발 나부끼는 소리가 마치 북소리처럼 커다랗게 울려퍼지고 있다. 쿵.쿵.쿵. 커다란 심장소리. 엄청나게 예민해진 내 귓가로 주변의 작은 소음이 마치 진 군 나팔처럼 커다랗게 들려왔다. 피곤해…. 자고 싶어. 뽀득 뽀드득. 막사밖에서 누군가 발목 깊이까지 쌓인 눈을 밟으면서 다가오 고 있다. 점점 커지고 있는 그 발소리에 참기 힘들정도로 짜증이 밀려오고 있다. "마마!!! 들어가도 돼겠습니까?!!!" 으윽…. 귀가 울려! 시끄러워! 닥치라고! "마마?!!! 주무십니까?!!!" "우…" 두통이 밀려온다. 눈앞에서 오락가락하는 빛덩어리들이 점점 더 밝게 빗나 고 있는것 같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천정때문에 멀미가 날것 같아. 눈을 감았 다. 하지만 그럼에도 눈앞에서 떠다니던 빛덩어리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미칠 것 같아. "마마?!!!" 시끄러워! 그렇게 바락바락 소리치지마! "들어가겠습니다!!! 마마!!!" 멀리서 들리는것 같지만 또 한편으로는 바로 귓가에 대고 소리치는듯한 목 소리에 난 두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하지만 손으로 귀를 막고 있음에도 밖 에서 들려오는 끔찍한 소음은 더 커지기만 한다. 펄럭. 막사의 휘장이 젖혀지 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마?!!!" "끄……" "마!!!마!!!" "시끄러워! 소리지르지마! 머리가 울리잖아!!!" "예?!!!" 삐이이이…. 갑자기 주변의 소음이 사라졌다. 귀를 울리는 이명이 계속 나를 괴롭히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세상이 떠나갈듯이 커다랗게 울려대던 소리가 평소처럼 돌아왔다. 눈을 떠보니 덴 녀석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야?" "괜찮으십니까? 안색이 안 좋아보입니다." "별것 아니야. 신경쓰지마."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이 밀려왔지만 그래도 짜증을 유발하던 시끄러운 소음 이 사라지고 나니까 한결 살것 같다. 난 내게 바싹 붙어서 내 얼굴을 내려다 보고 있던 덴의 가슴을 밀쳐내면서 몸을 일으켰다. 우… 어지러워. 거기다 토 할것 같아. 젠장. "무슨일이야?" "마법사들이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정찰병들의 정찰 결과 아넬 공국에 속해 있던 주변 지역에 적병읜 거의 없다고 합니다." "……" 아넬? 공국? 그게 뭐더라…. 생각이 날듯한데 마치 안개속에 있는것처럼 아 무런 생각도 안떠올라. 아…. 아넬 공국. 그래 바로 거기지. 그런데 내가 왜 여기 와 있는거였지? 난… 난…. 아! 짜증나! "마마?" "…알았어. 나가봐." "저…" "나가라고 했잖아!" "예. 알겠습니다. 마마" 내 외침에 덴 녀석이 주저주저 하다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날 힐끔거 리며 바라보다가 내게서 등을 돌리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덴" "예?" "일단 덴이 알아서 해. 난 피곤해서 좀더 쉬고 싶어. 알았지?" "알겠습니다. 푹 쉬십시오. 마마." 덴은 고개를 끄덕인뒤 막사밖으로 나갔다. 젠장. 통증이 덜한건 좋은데 진짜 기분나빠. 역시 아무리 진통효과가 좋아도 좀 자제해야 할것 같아. 우욱… 또 다시 손목이 쑤셔온다. 아까보다는 훨씬 덜하지만 그래도 바늘로 손바닥을 쿡쿡 찔러대는 느낌이야. 졸려…. 두런두런. 누군가 옆에서 떠들어대는 소리에 잠이 깨버렸다. 어라? 나 언제 잠이 든거지? "어떻습니까? 스승님" "음…. 내가 보기엔 대마초 중독 증상 같다. 하지만 약효가 다되면 금방 정상 으로 돌아올테니 걱정 할것까지는 없다. 그보다 이 손이 문제인데 말이야" "…이런 상처를 지금까지 잘도 숨겼더군요" "고집으로 똘똘 뭉친 계집이니까. 하여간 귀여움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계 집애라니까. 쯧쯧" 슬며시 실눈을 뜨고 바라보니 헤쉬케린 늙은이랑 아르케네스가 침대가에 앉 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게 보인다. 거기다 덴과 크렌도 있네. 쳇. 들킨건 가. "어떻게 치료가 안되겠습니까?" "틀렸어. 그 저주인지 뭔지 그것 때문에 아무것도 안먹혀. 차라리 독이라면 중화를 시키던 늦추던 할수 있겠는데 약물도 안듣고 약초도 안통하는데 수가 있어야지. 쯧쯧. 이정도면 꽤나 고통스러웠을텐데 지금것 잘도 참았군. 예사 계집은 아니라니까. 흥" "아…" 목 말라. 몸에 힘이 안들어간다. 마치 내 몸이 아닌것 같아. 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침대 주위에 의자를 가져다놓고 앉아서 자기들끼리 떠들던 사내녀석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마마 괜찮으십니까?" "목 말라. 물가져와. 물" 역시나 가장 먼저 내 눈앞에 얼굴을 들이미는 덴 녀석에게 힘없는 목소리로 물 내놓으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덴은 부하나 병사에게 시켜도 될걸 자기가 직접 가져온다고 단번에 막사밖으로 뛰어나가 버렸다. 흐릿한 눈가를 비비고 주변을 둘러보니 익숙한 얼굴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어라? "카렌. 너도 왔냐?" "응" "로렌은?" "왕이 안놔줘. 기사들도 가까이 못가게 해." "그래도 너라면 지킬수 있을텐데? 내 명령을 무시하는거야?" 도리도리. 붉은 머리의 꼬맹이가 작게 고개를 도리질치면서 나를 빤히 바라 본다. "그럼 왜 여기 있는거지? 당장 돌아가" "…싫어" "내말을 거역하겠다는거야? 카렌?" "아니" "그럼 돌아가! 당장!" "…싫어" 울컥. 이 고집쟁이 꼬맹이가 지금 사람 놀리는거야? 콱 쥐어 패버릴까보다! "내 말을 안듣겠다면 너따윈 필요없어! 당장 눈앞에서 사라져!" "저… 마마." "시끄러워! 닥쳐!" 내가 말하고 있는데 끼어들지 말라고! 닐크! 슬며시 끼어들려고 하는 닐크 에게 한마디한 난 곧바로 붉은 머리의 꼬맹이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카렌은 나를 마주 노려보다가 갑자기 밖으로 나가버렸다. "후우…" "쯧쯧. 하여간 성질머리 하고는…" "나 별로 기분 안좋아요. 시비걸지 말아줘요" "흥! 이 위대하신 대마법사께서 너같이 하찮은 계집애에게 시비를 걸까보냐? 웃기지 말아라. 계집애야" "스…스승님" "왜? 내가 못할말 했냐? 기껏 자기 생각해서 달려온 아이에게 잘해주지는 못 할 망정 오히려 화를 내며 내쫓다니 저런 성질머리 더러운 계집애는 그저 정 신 차릴때까지 패줘야 하는건데. 아쉽구나 아쉬워" "크으… 다 나가!!! 나가란 말이야! 눈앞에서 사라져!" 젠장! 왜 집어던질게 없는거야! 베개와 이불이 허공을 날아갔다. 내 서슬퍼 런 기세에 아르케네스와 크렌이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헤쉬케린 늙은이는 그 자리에 꼿꼿이 서서 클클거리고 있다. 짜증나! "클클클. 그런걸로 어디 사람 잡겠냐?" "시끄러워요!" "흥. 하여간 성질머리 하고는…. 쯧쯧. 왕도 참 고생이로구나. 이런 성질 더러 운 계집을 부인으로 뒀으니 얼마나 고생일꼬." "뭐요?" "하긴 그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겠군. 옛다. 받아라" 툭. 갑자기 헤쉬케린 늙은이가 품속에서 자그마한 가죽 주머니를 내 무릎위 에 던졌다. 그 주머니의 입구를 열어보니 속에는 새하얀 가루가 가득 차있다. 마치 잘 빻은 밀가루 같은걸. "뭐죠? 이건?" "진통제다. 양귀비 열매에서 추출한 수액을 건조시켜서 가루로 만든거지. 거 기에 몇가지 약초를 첨가해 뒀으니 진통효과는 그만일게다." "그럼 이것도 마약? 잘돼었군요. 그렇지않아도 약이 떨어져서 걱정이었는데" "클클. 너무 먹어대면 중독 될껄? 그러면 나야 좋지. 그 주머니 하나를 위해 서 수만 골드도 쓸테니까." "적당히 먹어두죠" "자주 복용하면 효과가 반감된다. 도저히 견디기 힘들때만 소량씩 흡입하는 게 좋을게야." "……" "그럼. 어서 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라. 이 전쟁이 빨리 끝나야 나도 편히 돈받으며 놀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헤쉬케린 늙은이는 천막 밖에서 안을 힐끔거리며 들여다보 고 있는 사내들쪽으로 걸어갔다. 펄럭. 휘장이 젖혀지며 안을 힐끔거리는 덴 의 눈길이 느껴졌지만 피곤해진 나는 더이상 신경쓰지 않고 눈을 감았다. 앞 으로 싸우려면 힘을 비축해둬야 하니까. 푹 자고 일어났는데도 몸이 무겁다. 자는 동안에도 몇번이나 손목의 통증 때문에 깼다. 이렇게 잠을 설쳐서야 어떻게 싸울지 걱정이야. "끄응…" 힘겹게 몸을 일으킨 난 침상에서 일어선뒤 어느새 가져다 놓은 대야의 물로 세수를 했다. 그리고 막사 한구석에 반짝반짝 닦여 있는 내 갑옷을 집어들어 하나하나 조립해가면서 입기 시작했다. "카렌. 나와서 갑옷입는거나 도와줘" "……" 이 망할 꼬맹이가! 반항기냐?! "어서 안나와! 썩!" 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그제서야 침대 밑에서 기어나온다. 그리고는 내 등뒤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내 시중을 들어준다. 그러면서도 내 눈앞에 모습 이 드러나지않게 이리저러 움직이는걸 보면…. 이녀석 날 놀리는걸까? 눈앞 에서 사라지라고 눈옆에서 알짱거리냐? 이건 날 놀리는게 분명해! "빨리해." "응" 카렌 녀석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덕분에 갑옷을 빨리 입을수 있었지만 내가 완전 무장을 하고 몸을 일으키는 동안에도 이 꼬맹이 녀석은 내 등뒤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니가 거머리냐? "후우. 카렌 내 앞으로 나와" "…응" 한숨을 길게 내쉰 내가 달래듯 말하자 그제서야 카렌 녀석이 내 앞에 섰다. 이녀석 잔뜩 주늑든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군. "카렌. 왜 내 명령을 어겼지? 대답해." "……" "시간없다. 어서 말해. 안그러면 난 널 용서하지 않을거야" "그냥…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그래서…." "겨우 그것뿐이야?" "하지만!" "하지만이고 뭐고! 너같은 아이가 그런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서 임무를 포기했다고? 어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해? 어디서 거짓말이야?!" "거짓말 아니야…" "이게 자꾸!" "지…진짜야. 아넬리안이 죽는 꿈을 꿨어. 피…피를 흘리면서 쓰러져 있었단 말이야. 진짜로 죽었어" "…휴우" 이 빌어먹을 꼬맹이의 머리속은 도대체 어떻게 되어 쳐먹은건지 도저히 짐 작이 안간다. 망할. 그렇지 않아도 여러가지 일들 때문에 머리가 아픈데 이 꼬맹이 자식은 또 왜 이러는거야. 정말이지…. 난 머리를 벅벅 긁다가 울듯한 표정으로 내 앞에 서있는 꼬맹이 - 라고 하기엔 이제 너무 커버린 녀석이지 만… - 의 머리를 툭툭 쳤다. 그리고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카렌아. 카렌아. 네가 보기엔 이 몸이 죽을것 같냐? 웃기지마! 설사 신이라 해도 난 못 죽여. 훗. 알겠냐? 그러니까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당장 로렌에 게 달려가!" "…싫어. 작은 주인도 중요해. 하지만 아넬리안이 더 중요해. 내 주인이니까" "이익! 이 고집불통 꼬맹이 자식! 그래 네 멋대로 해라! 멋대로 해! 젠장" 정말이지. 두손 다 들었다. 에이. 여기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어서 덴 자식 의 뻔뻔한 면상이나 보러 가야겠다. 막사의 휘장을 젖히고 나가보니 이제 겨우 해가 뜨고 있는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주변의 막사들은 한창 철거중이었다. 곳곳에서 흰 연기가 치솟고 있었고 음식 냄새가 차가운 바람속에 섞인채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다. 몇몇 병사들은 경계를 서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병사들은 모닥불가나 공터에 옹기 종기 모여앉아서 짐을 꾸리고 있다. 빠르긴 빠르다니까. 막사주변을 둘러보던 난 지휘관용 막사로 사용되는 커다란 천막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등뒤에 서 카렌 녀석이 쫄래쫄래 따라오는게 느껴졌지만 더이상 말하는것도 귀찮으 니 멋대로 하게 놔두지 뭐. 펄럭. 경계를 서고 있는 두 병사들 사이를 지나쳐 휘장을 젖히며 안으로 들 어가보니 장교들과 덴등이 지도를 보며 무언가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아. 오셨습니까. 마마" "전체 차렷!" "됐어. 편히들 쉬어. 작전회의 중이야?" 막사안을 둘러보던 난 손을 저으면서 꼿꼿이 서있는 장교들에게 대답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내가 다가가자 덴이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를 내게 내어주 고는 옆에 섰다. 커다란 테이블 위에는 아넬 공국과 크레센트 동부 지역이 그려진 커다란 지도가 펼쳐져 있었고 그 지도위에는 붉은색과 푸른색 기호들 이 빽빽하게 그려져 있었다. "예. 마마. 행군 루트에 대해서 토론중이었습니다." "그래. 상황 설명해봐" 나의 말에 덴은 크레센트 동부 평원지역에 그려진 붉은 기호 세개를 손으로 짚었다. "이곳, 이곳, 그리고 이곳 이 세곳에 각기 1만명 내외의 로세니아 군이 주둔 중입니다. 좌측부터 헤이츠, 로젠버그, 빈 요새로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이 세 요새를 거점으로 적이 전선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아군인 크레 센트 군은 신펠 요새를 거점으로 좌우로 전개한채 적들의 침공을 저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긴 뭐야?" 난 적들의 거점이라는 세 요새 뒤로 조금 떨어진 붉은 기호를 가리켰다. "그곳은 적의 주력이 주둔중인 평원입니다. 마마. 대략 2만에서 3만 사이의 적군이 반경 1km에 달하는 진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곳이 적군의 실질 적인 주력이자 망치 역할을 하는 부대입니다. 아마도 적의 사령관인 노베른 공작이 위치하고 있을것이라 예상됩니다." "그래? 호오~." "지금 저희 병력으로는 적 주력군에 큰 피해를 주기 힘듭니다." "알아. 알아. 그런데 아넬 공국 쪽은?" "그것이… 이 공국쪽에는 적군이 거의 없습니다. 대략 천여명 내외 수준이라 고 하는데 이곳 빈 요새에서 아넬 공국의 가장 큰 도시이자 수도인 아넬시까 지 겨우 20km밖에 안되기 때문에 병력을 주둔시키지 않은것이라 생각됩니 다. 기병이라면 하룻밤이면 도착할테니까요" "우리가 공국을 해방한다면?" "스파이들의 보고에 따르면 아넬 공국에는 식량이 거의 없습니다. 빈민가에 서는 벌써 아사자들이 수천명이나 나왔다고 합니다. 거기다 로세니아 군의 암묵적인 동의를 얻어 활동하는 치안 유지군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부유한 귀족이나 상인들만 지킬 뿐이라 치안이 엉망입니다. 이런 도시들과 마을들을 점령해봐야 물자의 소비만 커질뿐 얻을만한 이득이 없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해방시킨다면 주민들이 꽤 동요하지 않을까?" "아마 힘들것입니다. 그들은 아넬 공국민이지 크레센트 국민이 아니니까요. 로세니아던 크레센트던 타국인일 뿐입니다. 먹을것을 준다면 인심은 얻겠지 만 현재로써는 낭비일뿐입니다." "그래? 흠…. 그래서 우리들의 진군 루트는?" "이곳으로 향할 예정입니다. 마마" 덴이 가르킨 라인은 녹색산맥 기슭에서 출발하여 아넬 공국의 남단을 통과 한뒤 크레센트 동부 평야로 이어지는 작은 무역로였다. 그리고 그 끝은 빈 요새로 이어지고 있다. "과연. 적의 거점 하나를 급습해서 빼앗아 버리자?" "성공만 한다면 로세니아군은 반포위를 당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적은 측 면을 열어놓은채 대규모 전투를 벌이던지 후퇴를 해야할겁니다." "하지만 적 주력군의 측면을 우회해야 하잖아? 괜찮겠어?" "제 예상일 뿐입니다만 적들도 이미 웨스트 게이트가 저희 손에 넘어간건 알 고 있을것입니다. 거기다 웨스트 게이트의 하나뿐인 우물이 파괴된것도 알고 있을것이라 생각됩니다. 아마도 웨스트 게이트 앞뒤로 병력을 포진시키고 저 희가 알아서 밖으로 나오거나 식수가 떨어질때까지 기다릴것입니다." "예상이야? 확신인것 같은데?" 내말에 덴이 피식하고 웃는다. "만약 저라면 당연히 그렇게 합니다. 아마도 적 병력은 저희와 비슷한 숫자 에 노련한 중장보병을 포함한 1개 군단일것입니다. 기사나 기병대가 싸우기 엔 녹색 산맥과 웨스트 게이트의 성벽은 너무 높으니까요. 저희는 그 군대를 격파하고 빈 요새를 포위합니다. 이렇게요" 그렇게 말하면서 덴은 북쪽으로 빙 돌아서 우회하는 반원을 그리면서 지도 에 선을 주욱 그었다. "저희가 여기에 도작하면 곧바로 신펠 요새에 주둔중인 국왕 폐하의 주력군 이 헤이츠, 로젠버그, 빈 요새 이 세곳을 동시에 공략합니다. 평원에 주둔중 인 적 주력군이 어느 한 요새를 지원하러 오면 그곳을 포기하고 다른 두 요 새를 점거하는것이죠. 이렇게 적의 거점을 분쇄하고 적을 한곳에 몰아넣는것 이 이번 작전의 요지입니다." "그렇군. 과연 우리가 뒤를 끊었다는것을 확실히 알려줘야겠군." "그렇습니다. 마마. 적들에게 저희가 녹색 산맥을 넘어서 배후로 돌아왔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줘야 합니다. 도망칠곳이 없는 놈들은 사기가 급격히 꺾일 테니 승기를 잡을수 있을것입니다." "좋아. 덴. 그대의 작전대로 하도록. 그리고 웨스트 게이트로 향하는 적의 병 력을 어디쯤에서 요격하는게 좋을지 파악해서 보고해. 그런데 언제부터 행군 을 개시할거지?" "회의가 끝나면 곧바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이미 명령해 뒀으니 언제라도 출 발이 가능할것입니다." "그래? 그럼 병사들을 한곳에 모아둬." "연설하시겠습니까?" "응. 병사들은 많이 지쳤을거야. 조금은 힘을 북돋아줘야겠지" "그럼 준비해두겠습니다. 마마"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덴 이하의 사내들이 곧바로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런 데 헤쉬케린 늙은이와 다른 마법사들은 없네. 어디 간거야? 이 인간들은. 쯧. -------------------------------------------------------------- 그어어어어어어.... 죽고싶어. 가우군 p.s ....무념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blog.paran.com/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7장 Why Do We Fight? (2)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십여분뒤. 지휘관용 막사에서 지도를 보면서 기다리다가 밖으로 나가보니 이미 연설 준비가 끝났는지 병사들이 공터 정중앙에 빽빽히 모여있었다. 서 로 어깨를 맞댄채 서있는 병사들의 옆모습을 보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철컹. 철컹. 내가 몸을 움직일때마다 갑옷의 이음새에서 쇠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그 덕분에 외각에 서있던 몇몇 병사들이 나를 힐끔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탁. 쿵. 단상 대용으로 쌓아둔 나무 상자위로 뛰어올라갔다. 웅성웅성. "주목! 사령관님 훈시다!" "모두 주목! 주목!" "아가리 놀리지마! 이빨을 몽창 뽑아버린다!" 카리스마 넘치는 대대장 이하 장교들의 설득력 넘치는 외침에 주변이 삽시 간에 침묵에 잠겼다. 고개를 숙인채 힐끔거리며 나를 쳐다보는 내 부하들을 보면서 난 머리에 쓰고 있던 투구를 벗었다. 그러자 투구속으로 말아넣었던 백금발 머리카락이 등뒤로 샤르륵 흘러내린다. "오오…" 아직 여유있는 녀석들이 있나보군. 간덩어리가 부어터진 녀석들이로군. 하긴 어차피 사신과 팔짱끼고 사는 놈들이니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병사들의 산만 했던 시선이 모두 내게로 모였다. 난 그런 화격단 병사들을 한번씩 쓰윽 살 펴본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들어라…. 쓰래기들아" "……" "네놈들은 쓰래기다!" 탕. 발을 구르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날 올려다보고 있는 병사놈들을 가리 켰다. 몇몇은 '하하하'하고 웃었고 일부는 노골적으로 얼굴을 찌푸린다. 대다 수의 병사들은 '그런데?'라는 표정이었지만…. "내말이 틀렸냐? 어디 대답해봐?! 여기 있는 놈들은 모두 산도적에 도둑놈, 그리고 강간범에 살인자들뿐이지. 아니면 영지에서 도망쳐온 머저리들이라던 가 말이야." "우우우…" "맞습니다아!!! 우리는 쓰래기들입니다아!" "와하하하하하!" 병사들중 나서기 좋아하는 몇몇 놈이 휘파람을 불면서 대답한다. 후훗. "그래. 거기 너! 너 말이야! 이름이 뭐냐?" "셔우드 영지 구석에 쳐박혀 있는 사우스 우드 마을에서 온 비벤입니다!" "비벤? 이름도 괴상하군." "와하하하하" "좋아. 비벤! 너 영주의 저택이나 왕성에 들어가본적 있냐?" "있습니다!" "오오오오" 당당하게 외치는 비벤이라는 놈에게 시선이 쏠린다. 호오~. "뭣때문에 들어갔었지?" "영주의 사냥터에서 사슴 잡다가 걸려서 저택 지하 감방에 갇혀봤습니다!" "와하하하!" "그럼 그렇지" 삽시간에 병사들 사이로 웃음이 번져나갔다. 피식. 나 역시 그 비벤이라는 병사를 보면서 웃고 있었다. 짝짝. 난 박수를 쳐서 웃고 있는 병사들의 입을 다물게 만든뒤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좋아. 다른 놈 없어? 한번 말해봐" "기사님 말을 훔쳤다가 던젼에 갇혀봤습니다!" "빈집 털다가 잡혀서 들어가 봤습니다!" "아그들 모아서 영주 저택도 털어봤습니다!" "오오오~" "저놈 어떻게 아직도 살아있데?" "재수도 좋은놈이네. 정말" 웅성웅성. 완전 시장바닥 같이 되버렸다. 간이 부은 이 병사 녀석들. 눈앞에 서 장교들이 눈을 부라리는데도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어댄다. 역시 이게 화 격단이라는거지. 음음. "너희들! 다 그런 경험뿐이냐? 좋아! 내가 하나만 약속하지! 앞으로 이 전쟁 이 끝날때까지 살아남은 녀석, 그중에서도 공훈을 세운 녀석은 방금전에 네 놈들이 도둑질하거나 귀족의 사냥터에서 몰래 짐승을 잡다 걸려서 들어갔던 바로 그 저택! 그걸 하사 받게 될거다! 알아 듣겠냐?" "우오오오오!!!!" "휘이이익~" "귓구멍 똑바로 열고 잘들어라! 이 쓰래기들아! 네놈들도 잘 만하면 귀족이 될수 있다! 그게 힘들다 해도 너희들 모두 내가 책임지고 먹고사는데는 걱정 없게 만들어주겠다! 이것이 나 아넬리안이 너희들에게 해줄수 있는 약속이 다!" "와아아아아!!!!" 쿵쿵쿵. 창대를 잡은 병사들이 바닥을 힘껏 치면서 함성을 질러댄다. 바닥이 꺼져라 발을 굴러대는 화격단 병사들은 목청이 터져나갈듯이 소리를 지르면 서 열광하고 있었다. 사회에서 맨 밑바닥 최하층의 쓰래기들로 구성된 그래 서 더 질기고 더 잔혹하며 더 치열하게 싸우는 내 병사들이 지금 내 눈앞에 서 나를 보면서 환호하고 있다. "조용! 조용! 아직 각하의 연설은 끝나지 않았다!" "거기! 대열에서 이탈하지마! 이새끼야!" "제자리로 안가?! 죽어볼래?" 급기야 도저히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덴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발광을 하는 병사들 사이로 장교들이 투입했다. 곧이어 일반 병사보다 더 거칠고 사 나운 장교들이 주먹과 발로 발광하는 병사들을 통제했고 그걸 가만히 보고 있던 난 그제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기억해둬라. 나의 자랑스러운 부하들이여. 너희들의 주인은 여기 있 는 이 지휘관들도. 나도 아닌 영광스러운 크레센트 왕국의 국왕폐하이신 로 이드 1세 폐하시다! 그분의 영광이 바로 너희들의 영광이고 그분의 승리가 바로 너희들의 승리이다!" 허리에 차고 있던 클레이모어를 뽑아들었다. 날이 서있지 않아서 번쩍이지 는 않았지만 내가 검을 뽑아들고 하늘을 가리키자 병사들은 그 검을 따라 시 선을 집중한다. "너희들에게 하사할 땅과 돈과 영광! 이 모든건 국왕 폐하께서 내려 주시는 것이다! 왕의 승리가 곧 너희의 승리이고 왕의 영광이 곧 너희들의 영광이 다! 이런 영광과 승리를 땅이나 갈아먹다가 슬렁슬렁 잠깐 훈련받고 전장으 로 기어나온 멍청한 농민들에게 빼앗길수는 없겠지?"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좋아! 그러니까 우리는 싸운다! 전장에서 가장 위험하고 가장 치열한곳에서 최고의 영광과 승리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서 그 누구보다 가장 앞에서서 가 장 먼저 적을 벨것이다! 너희들은 국왕폐하의 첫번째 검이 될것이다! 국왕 폐하 만세! 로세니아 산도적들을 산으로 내몰자!" "와아아아아아!!!" "국왕 폐하 만세!" "적들에게 죽음을! 산도적들의 배를 갈라버리자!" "국왕 폐하 만세! 사령관 각하 만세!" "우아아아아아아!!!" 흥분한 병사들이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무기를 흔들어댔다. 대륙의 절반을 가로지르는 - 최단거리로 진행하기는 했지만 나라를 세개나 지나쳤 다 - 길고 험난한 여정동안 지치고 힘없는 기색이 역력했던 화격단 병사들 이 광기에 가까운 흥분에 휩쌓여 있었다. 왕이 인정한 정예라는 자부심, 승리 후 얻어질 부와 명예, 그리고 농민병따윈 간단히 격파할수 있다는 오만. 이 모든것이 한데 어우려져서 병사들은 열광했다. "부대 앞으로! 1대대 선두에 선다! 1대대 앞으로!" "행군 나팔을 불어라!!!" 뿌우우우우우…. 긴 나팔 소리와 함께 흥분한 병사들이 씩씩한 발걸음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선두의 병사들이 내 앞을 지나쳐 가면서 무기를 하늘 높 이 치켜든다. 거수경례를 하면서 지나가는 1대대장에게 답해준 난 상자위에 서 내려왔다. 내가 아래로 내려오자마자 곧바로 덴이 말 두필을 끌고 내게 다가왔다. "훌륭한 연설이었습니다. 마마" "훌륭하긴 개뿔이…" "그래도 시기 적절하게 사기를 고양시켜 주셔서 한결 편한 전투가 될듯 합니 다. 그렇지않아도 오랜 원정으로 병사들이 지쳐 있었으니까요" "난 그저 저들에게 싸워야 할 이유를 제시해 줬을뿐이야. 잘난놈이 되어서 잘살고 싶으면 필사적으로 싸우겠지"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병사들은 마마의 연설에 고무되어서 필사적으로 싸울 것입니다." "시끄러워. 자꾸 생각나게 하지마.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그보다 행군 속도를 더 빨리해. 지금 당장은 전의에 불타오르고 있지만 오래지 않아서 마음이 변 할지도 모르니까." 나도 모르게 퉁명스러운 말이 튀어나온다. 난 투구를 고쳐쓰면서 말에 올랐 다. 얼굴이 빨개졌어. 쳇. 말위에 올라탄 난 즉시 1대대의 후미로 말을 몰았다. 덴과 닐크등의 녀석들 과 날 호위하기 위해서 따라온 몇 안남은 기사들이 말을 몰아서 내뒤로 따라 붙었고 그 옆으로 로브를 쓴 마법사들이 따라붙었다. 그리고 그 뒤로 화격단 2대대가 발걸음을 재촉하며 따라왔다. "클클클. 연설한번 기막히게 잘하더구나. 계집아." "시끄러워요! 자꾸 옆에서 이죽거리면 수염을 몽땅 잡아 뽑아버릴거에요!" "훗. 여기서 공놀이 해볼래? 네 부하들도 많긴 하다만 여기엔 마법사도 많단 다. 클클클" "큭…" 이 망할 늙은이가! 가뜩이나 창피해죽겠는데 아주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이 죽거리다니! 확! 진짜로 수염을 몽창 뽑아 버릴까보다! "장난은 그만하고. 앞으로 전투가 벌어질때 마법이나 잘 써달라고요." "걱정마라. 그정도쯤은 일도 아니까 말이야. 후후후. 네녀석 상대가 될 적들 이 불쌍하구나. 불쌍해. 클클클" "흥. 제대로 안하면 땡전 한푼 안줄테니까 알아서 하시죠." 난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획하고 돌렸다. 더 상대하고 있다간 말발에서 밀릴것 같았거든. 아우~ 창피해. 내가 다시는 연설같은거 하나봐라. 아직도 얼굴이 화끈 거리네. 행군이 시작되고 근 2시간정도까지는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갔다. 출발 할때 이미 아넬 공국 - 로세니아 령이 되긴 했지만… - 으로 들어선 화격단 부대 는 처음보다는 조금 식은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연설의 효과가 남 아있는지 두런두런 떠들어대는 잡담조차 없이 울퉁불퉁한 흙길을 따라 진군 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앞서서 걷고 있는 병사들의 어깨가 조금씩 쳐지는 걸 봐서 이제 조금 쉬었다가 가야할것 같은데…. "마마. 휴식을 명할까요?" "음… 아니. 저 언덕 위까지만 진행하고 그뒤에 쉬도록 하지." "예. 알겠습니다. 전령!"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덴이 곧바로 전령을 불렀고 말을 몰아서 달려 온 전령은 덴의 명령을 듣고는 앞서서 행군하고 있는 1대대장을 향해 말을 몰아갔다. 그리고 명령을 전달한 전령은 그다음 내가 있는곳을 지나쳐 뒤로 달려갔다. 병사들의 행군 속도가 조금 빨라졌고 말위에 타고 있던 난 그 속 도에 맞춰서 말을 좀더 빨리 몰았다. "저 앞 언덕위에서 휴식한다!" "언덕 위에서 휴식한다! 빨리 걸어! 빨리!" "대열 이탈하지마! 쳐지는 놈은 버려두고 간다!"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중대장 이하 장교들이 뛰어다녔고 병사들은 그런 장교들의 독설과 발길질에 고무되어 길을 따라 걸어나갔다. 그렇게 야트막한 언덕을 반쯤 올라가고 있을때였다. 갑자기 맨 선두에서 행군중이던 1대대의 앞열이 소란스러워졌다. "무슨일이야?" "지금 곧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마마" "그래. 어서 가…" "적이다!!!!" "적이다! 적이 나타났다!" 뭐야? 무슨 소리야? 이게! 갑작스럽게 울려퍼지는 비명과도 같은 외침소리 에 정신이 번쩍 든 내가 고개를 들어 언덕위를 올려다보자 위쪽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젠장. 정찰조? 아니 보병인데? 어떻 게 된거지? "마마! 기사들은 마마를 호위해라! 1대대! 1대대 언덕을 점령한다! 젠장! 전 령! 전령 어디갔나? 전령! 아무나 가서 1대대장보고 언덕을 점령하고 명령해! 당장!" 깜짝 놀란 나와 다르게 덴 녀석은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면서도 차근차근 명 령을 내렸고 곧이어 행군대형에서 좌우로 길게 뻗은 전투대형으로 바꾼 1대 대가 '와아아아'하는 외침과 함께 언덕위를 향해 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마마! 다른 대대도 얼마 안있으면 도착할것입니다. 우선 화살 사정거리 밖으 로 물러나시는것이…" "이익! 하아!" "히히히힝!!!" 1대대가 언덕위를 향해 올라가는 동안 적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걸 본 난 나도 모르게 말배를 걷어차면서 앞으로 달려나갔다. "마마! 젠장! 또야?! 뭐해?! 크렌! 기사들을 이끌고 당장 마마를 쫓아가!" "예!" 두두두두. 완만한 경사라 다행이야. 급경사였으면 말에서 내렸어야 할텐데 나를 태운 말이 어렵지 않게 올라갈만한 경사였기에 난 얼마지나지 않아서 1 대대 후미로 따라붙을수 있었다. 등뒤로 크렌과 몇명의 기사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걸 느낀 난 앞에서 위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달려가고 있는 화격단 병사들에게 외쳤다. "비켜어어어엇!!!" "우와아악!" 내 외침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 한 병사가 급히 자신 옆에 있는 다른 병 사의 목덜미를 붙잡고 옆으로 비켜선다. 그렇게 좌우로 갈라지는 병사들 사 이를 뚫고 앞으로 나선 난 벌써 거품을 물고 힘겨워하는 말의 배를 힘껏 차 면서 앞으로 뻗어나갔다. 그러자 어느 순간 갑자기 주변의 시야가 탁하고 넓 게 커지면서 촘촘히 모여있는 인간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아아앗!!!" 아직 대열을 잡지 못하고 서너명씩 모여있는 적들 사이로 말머리를 들이민 난 말안장에 걸어놓았던 클레이모어를 뽑아든뒤 오른쪽으로 스쳐지나가는 적 의 머리를 힘껏 후려쳤다. 퍼억! "……!!!" 머리가 우그러지면서 뒤로 쓰러지는 그 병사는 허공으로 피를 뿌리면서 나 가 떨어졌다. 그러면서 말고삐를 왼쪽으로 힘껏 당기자 갑자기 말이 앞발을 치켜든다. "히히히히힝!!!" "이 빌어먹을 말대가리야!" 퍼억! 아래로 늘어뜨렸던 클레이모어로 어설프게 창을 들고 달려오는 적병 의 양팔을 분지른 난 말고삐를 쥐고 있는 왼손으로 말의 목부위를 힘껏 밀어 젖혔고 내 힘에 몸을 위로 들어올렸던 전마는 다시금 바닥에 네발을 디디며 섰다. 뿌직. 젠장…. "끄아아아악…" 내게 다가섰던 재수없는 적병중 하나가 말의 앞발에 밟혔다. 뒈졌겠군. 그때 1대대 병사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온 크렌이 긴 장창의 끝으로 내게 달려드는 병사중 하나를 그대로 허공으로 튕겨오르게 만들었고 좌우로 밀려나는 적병 들 사이로 기사들을 이끌고 파고들었다. "와아아아아아!!!" 그리고 때 맞춰 화격단 1대대 병사들이 언덕위로 뛰어올라온뒤 적들을 향해 돌격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카라락. 흠칫. 적병의 긴 창날이 어깨 갑옷을 스 치고 지나갔다. "죽엇!" 몸을 한껏 옆으로 내밀면서 창대를 들고 있는 적병을 향해 클레이모어를 휘 두르자 그자의 어깨가 뼈부러지는 소리가 나면서 우그러들었고 놈은 다른 적 병들 사이에 파뭍혀버렸다. "하아!" 난 말배를 걷어차면서 앞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이놈의 말 녀석 군마로 훈련 도 안받은건지 아니면 원래 겁쟁이라서 그런지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 다. 오히려 뒷걸음을 치다니! 이런 쓸모없는 말을 누가 가져온거야! 망할! "우와아아아악!!" "입닥쳐 개자식아!" 나무봉에 쇳덩어리를 달아놓은 어설픈 메이스를 들고 달려들던 적병의 면상 을 강철부츠로 후려갈긴 난 말대가리를 손바닥으로 힘껏 후려쳤다. 뻐억! "히히히힝!" "앞으로 안나가면 자근자근 져며서 말고기로 만들어버릴테다! 이 빌어먹을 말대가리야!" 젠장! 로이드 3세 - 말이다 - 녀석은 겁대가리를 상실한 놈은데 이놈은 왜 이따위야! 왼쪽에서 다가오는 또다른 적병의 가슴에 클레이모어를 쑤셔넣은 난 검날에 가슴이 꿰인채 버둥거리는 놈을 한손으로 들어올린뒤 그놈을 적병 들 한가운데로 집어던졌다. 쿠당탕. 한데 몰려있던 적들중 대여섯이 와르르 쓰러졌고 내가 말배를 다시금 걷어차자 이 말대가리 녀석이 더이상 얻어맞는 게 무서웠는지 다다닥. 달리면서 쓰러진 적들을 밟으며 앞으로 내달렸다. "우…우와아아악!" 빠직. 빠드득. 바로 발아래서 듣기에도 소름끼치는 뼈부러지는 소리가 들리 면서 마치 썰물처럼 적들이 좌우로 밀려났고 난 그사이로 파고들었다. 그런 내뒤를 따라 기사들이 더욱 공간을 넓히면서 달려들었고 그 기사들의 바로 뒤로 화격단 병사들이 적들을 밀어내면서 뒤따라오고 있었다. 그렇게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것처럼 적병들을 말로 밀치고 밟으며 앞으로 진행하던 내 눈 앞에 내가 올라온 언덕 맞은편이 눈에 들어왔다. "젠장…" 까맣다. 바글바글하다. 저게 도대체 얼마나 되는거야? 언덕 맞은편에는 적들 이 자기들끼리 밀리면서 언덕위를 기어오르기 위해서 발악하고 있었다. 쉬이 익… 카라랑. 큭. 등짝이 아려온다. 어떤놈이? "으…으으…" "이 빌어먹을 새끼야!" 고개를 옆으로 홱하고 돌려보니 용감하게 앞으로 나서서 창을 내지른 적병 이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그대로 바들바들 떨고 있다. 난 곧바로 피와 살점 이 잔뜩 묻어있는 클레이모어를 들어서 놈의 머리통을 내리찍었다. 퍽! 적병 의 투구가 으스러지면서 붉은 피가 주르륵 흘려내린다. 쓰러지는 적병에게서 클레이모어를 회수한 난 고개를 돌려 등뒤를 바라봤다. 내가 달려온 피의 길 에는 적들과 아군이 섞여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고 언덕을 올라온 1대대는 언덕위의 작은 공터 중앙에서 적들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저 언덕 아래 있는 놈들이 위로 올라온다면… 사정이 뒤바뀌겠지? 젠장.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칫. 말위에 올라타 있던 난 몸을 기울여서 옆에 있는 적병중 하나의 투구를 왼손으로 움켜쥐었다. 우득 "이야아아아아!!!" "아악! 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그놈을 한손으로 들어올린 난 그놈을 언덕아래로 힘껏 집어 던졌다. 쿵. 쿠웅. 한데 뭉쳐서 언덕을 뛰어올라오던 적들중 일부가 내가 던 지 그 병사와 엉킨채 아래를 향해 굴러떨어진다. 그리고 그때 등뒤에서 긴 나팔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왕실 문장이 그려진 커다란 깃발이 모습을 드러냈 다. "와아아아아!" "산도적 새끼들을 다 쳐죽이자!" "크레센트에 영광을! 로세니아에 죽음을!" "죽여! 죽여버려!" "전원 돌격!" 아주 시기 적절하게 덴이 부대를 이끌고 언덕위에 도달했다. 이 전투… 이 겼어! "우하하하하!!! 밀어붙여! 숨쉴 틈도 주지마!" "와아아아아!!!" 느껴진다. 기세가 역전되었다. 흐름이 우리쪽으로 돌아섰다. 언덕을 뛰어올 라오느라 지쳤을텐데도 화격단 병사들의 눈빛에는 광기가 서려있다. 난 미친 듯이 웃으면서 수많은 인간들 사이에 서서 - 뒤에 기사들의 말이 있지만 이 놈은 다리를 부들부들 떤다 - 겁을 먹은듯 눈을 껌뻑이는 말의 뒤통수를 후 려치면서 앞으로 달려나갔다. 단숨에 언덕을 주파하여 적들을 밀어버릴테다! -------------------------------------------------------------- 뭐랄까...처음 느낌이랑 많이 틀려졌어요. 처음 의도는 이게 아니었는데...라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들어요 -_-; 원래 아넬리안은 자폐증에 걸릴정도로 혹독하게 고생을 해야하는데 너무 행복하게 풀어준건지도...으음...좀더 고생을 시킬까나... 가우군 p.s 가능하면 일일연재.( -)/. 힘들면 격일 연재. 안되면 주간연재. 후후 후.~(-0-)~. 월간 연재는 이미 해봤으니 안할겁니다.( ..) p.s2 제목 변경했습니다. 지적해주신 tiamat님 감사드립니다 ^^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blog.paran.com/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7장 Why Do We Fight? (3)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우아아아아아!!!!" 두두두두두. 언덕 꼭대기에서 말을 몰아 달리기 시작한 나는 적들이 빽빽히 밀집해있는 언덕 아래쪽을 향해 내달렸다. 눈앞에 서있던 적들이 좌우로 갈 라지면서 말발굽을 피했고 어설프게 내쪽을 향해 창날 몇개가 불쑥 튀어나왔 지만 어차피 노리고 찌른것도 아니고 모두 갑옷에 튕겨나갔기에 난 아예 무 시하고 오른손에 들린 클레이모어를 무작정 휘두르면서 아래를 향해 미친듯 이 달려내려갔다. 터덩. 따앙~ 바닥에 닿을듯 아래로 내리고 있던 클레이모어 의 검끝에 미처 물러서지 못한 적병의 허벅지에 닿았다. 우드득. 검을 앞으로 당기자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나면서 그 적병이 허공으로 날아올랐고 어설픈 자세로 서서 창대를 겨누던 적들과 한데 엉킨채 바닥을 굴렀다. 휙휙 지나가 는 반짝이는 창날들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과감히 무시한 난 타고 있 는 말을 더욱 혹사시키면서 죽죽 내달렸다. 완만한 언덕을 끼고 올라오던 적 병들이 좌우로 갈라지면서 길이 만들어졌고 그 좁은 길을 주파하면서 난 언 덕 끝자락에 높다랗게 세워져있는 깃발을 향해 달려갔다. "비켯!" 빠각! 앞길을 막고 있던 적들중 하나를 머리위로 들어올렸던 클레이모어를 후려치고 앞으로 고꾸라지는 적병의 등을 말발굽으로 밟으며 내달린다. 그렇 게 단숨에 수십미터를 주파하고 나자 투구도 쓰지 못한채 당황한 얼굴로 나 를 바라보고 있는 적 사령관 - 영주일까? 아니면 기사일까? - 의 모습이 눈 에 들어왔다.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말위에 올라있던 적 사령관이 당황한듯 말고삐를 잡아당기며 말머리를 돌린다. 그리고 그 앞을 사령관과 비슷한 갑 옷을 입고 있는 기사들이 막아섰다. "막아라!" "벽을 만들어! 물러서지마라!" "우아아아아!!!" 롱소드를 앞으로 길게 뻗으며 나를 향해 마주 달려오는 적 기사를 향해 고 힘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확실히 기사는 기사인듯 일반 병사들처럼 겁을 먹 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놈의 롱소드는 내 왼쪽 어깨를 스치며 위로 튕겨져 올 라갔고 텅빈 놈의 배에 클레이모어의 검날이 파고들었다. 빠가각. 반원형으로 튀어나와 있던 그 기사의 흉갑이 우그러지면서 투구의 숨구멍 사이로 붉은 핏방울이 튀어나왔다. 손목에 힘을 주고 힘껏 앞으로 밀치자 그 기사가 붙잡 고 있던 말고삐가 뚝 끊어지면 기사의 몸이 허공으로 날아가버린다. 쿵. 무거 운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면서 바닥에 쓰러진 그 기사는 더이상 움직이 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거기서 시선을 떼자마자 세개의 창날이 나를 향해 찔러들어왔다. 긴 장창을 들고 있는 적 기사 놈들이 말을 달리며 내게 창을 내지른것이다. 쾅. "크으윽…" 어깨를 스친 창날에 몸이 휘청거리자마자 곧바로 투구사이의 작은 눈구멍사 이를 창날이 후려친뒤 위로 튕겨올라갔다. 고개가 휙하고 뒤로 젖혀지면서 하마터면 그대로 뒤로 쓰러질뻔 했지만 말고삐를 쥐고 있던 왼손으로 말갈기 를 움켜쥐며 - 말이 '히히힝~'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 힘겹게 버텨냈고 창날 을 내지른뒤 내 옆으로 스쳐지나가는 적기사의 말머리를 클레이모어의 폼멜 로 힘껏 후려쳤다. 뻐억. "히히히히힝…" "우와악…" 쾅. 쿠당. 고개를 숙이며 엎어진 말은 그대로 등위에 태우고 있던 기사를 깔 아뭉개며 그 뒤에 서있던 병사 몇명을 몸으로 덮쳤다. 곧이어 비명소리와 신 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고개를 돌리고 다시 앞으로 보자 적 기사중 한명이 바 로 코앞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어…아앗!" 쾅! "히히히힝!!!" 빌어먹을 자식! 온몸이 떨려오잖아! 젠장. 어지러워! 미친놈! 말로 말을 들 이박다니! 내 말이 본능적으로 피하고 자시고 할시간도 없이 놈의 말이 가슴 으로 내 말을 들이박았다. 덕분에 큰 충격을 받은 내가 자세를 수습하는 동 안 내가 탄 말이 뒷발을 주저앉으며 뒤로 쓰러졌다. 쿠웅. 크아악! "아악! 젠장할…" 왼발이 말에 깔렸다. 난 말의 몸을 밀면서 일어서려고 했지만 충격 때문인 지 온몸이 저릿저릿하면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쓰러진 내 말 옆에는 자기 말로 내 말을 들이박은 미친놈이 쓰러져있었는데 목이 반으로 꺾인걸 봐서 즉사했을것 같다. 막 내가 말의 몸체를 밀쳐내면서 일어서려고 할때 그때까 지 뒤로 물러서서 보고만 있던 적병들이 나를 향해 우르르 달려왔다. "죽여! 죽여버려!" "개자식! 죽여버릴테다!" "밟아! 눌러!" 우르르르. 큭. 몇몇 놈이 내 몸위에 올라탔다. 젠장 힘이 안들어가. "이 개자식아! 뒈져라!" 쾅. 쾅. 창자루로 나를 내리찍는 놈. 발로 차는 놈, 그리고 손가락질을 하면 서 욕설을 내 뱉는놈. 내 위에 올라탄 놈들은 내 갑옷을 열기 위해 거칠게 손을 움직였지만 이 갑옷은 그렇게 쉽게 벗겨지는게 아니다. 난 숨을 골랐다. 온몸이 저릿저릿하고 눈앞에서 욕설과 발길질이 이어졌지만 단단하고 두꺼운 갑옷은 내 몸을 지켜주고 있었다. 따당. 땅. 발목이 뒤틀린것 같아. 아파. 젠 장. "우아아아악!!!" "우왓." "뭐야? 이건. 괴물아니야?" 팔을 들어서 내 몸위에 올라타고 있던 놈들을 밀쳐냈다. 상체를 일으킨 난 눈앞에서 아직도 알짱 대는 적병중 하나의 정강이를 한손으로 움켜쥐었다. 우득. "으아아악!" 뼈가 부러졌나? 흥. 난 놈의 다리를 붙잡고 힘껏 눈앞에서 얼쩡거리는 다른 놈들에게 집어던졌다. 콰당. 쿠당탕. 대여섯의 적병이 한데 엉크러진채 쓰러 진다. 난 그사이에 말을 들어올려 끼어있던 다리를 빼낸뒤 몸을 일으켰다. 큭. 발목이 아파. 바닥에 떨어진 클레이모어를 집어들고 몸을 일으키자 적병 중 도끼를 든놈이 갑자기 내게 달려들었다. "이야아아아!" 고함을 지르며 달려온 적병은 머리위로 들어올린 도끼를 힘껏 내리쳤다. 따 앙. 팔목의 건틀렛으로 도끼날을 막아내자 맑은 쇠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난 도끼를 든채 놀라는 적병에게 손을 뻗어서 도끼자루를 움켜쥐었다. 그리 고 클레이모어를 쥔 오른손 주먹으로 놈의 면상을 후려친뒤 내 주위를 둥그 렇게 빙둘러 서있는 적들중 한 쪽을 향해 도끼를 힘껏 집어던졌다. 윙윙윙. 파각. 빙빙 돌면서 날아간 도끼날에 맨 앞에 서있던 적병의 가슴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러고도 힘이 남은 도끼는 그뒤에 서있는 다른 병사의 가슴팍이 틀어박혔고 두 인간의 몸체를 가르고도 힘이 남은 도끼날은 그뒤에 서있는 다른 병사들을 한데 엉키게 만들면서 쓰러트렸다. 난 그쪽을 향해 온힘을 다 해 뛰었다. 파밧. 바닥이 파이면서 흙덩이가 발뒤로 밀려나갔다. "으…어…어?" "죽엇!" 쾅! 사방으로 물러서는 적병들 사이로 떨어져 내린 난 바닥에 발이 닿자마 자 두손으로 쥔 클레이모어를 앞으로 힘껏 찔러넣었다. 콰득. 눈앞에 서있던 적병의 배를 가볍게 뚫고 들어간 클레이모어의 검날이 거의 검자루 부분까지 파묻혔다. 난 어깨로 배에 구멍이 난 그 병사의 가슴팍을 밀면서 앞으로 뛰 어나갔다. 크윽…. 걸을때마다 발목이 시큰거린다. 젠장. 적병의 몸을 방패삼아 무작정 앞으로 내달렸다. 그렇게 죽자고 달리다보니 어느새 난 적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있었고 내 클레이모어에 꿰여있는 자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수 있었다. …기분나빠. 구역질이 나올것 같아. "휴우…" 시체들 사이에서 검날을 뽑아든 난 검날을 바닥에 박으면서 그것에 기대어 섰다. 그때였다. 갑자기 언덕위에서 붉은 불덩어리들 수십개가 적들이 모여있 는 언덕 아래쪽을 향해 떨어져내렸다. 쾅! 콰광! 구덩이가 생길정도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나면서 그 근처의 적병들이 공중으로 날아오르거나 좌우로 밀려 났고 몇몇은 몸에 불이 붙은채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몇번의 마법이 펼쳐지고 나자 언덕위에 대형을 갖춘채 서있던 병사들이 함성을 질러댔다. "와아아아아!!!" 화격단 병사들은 창이나 검등을 앞에 세운채 언덕위에서부터 뛰어내려오기 시작했고 언덕 중간에서 우왕좌왕하면서 밀리던 로세니아 병사들을 밀어붙이 기 시작했다. 곧이어 두 부대가 언덕 중간에서 부딪쳤다. 비명소리와 고함소 리 그리고 무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얼마지나지 않아서 적병 들이 내가 있는 언덕 아래쪽부터 한두명씩 도망치기 시작했다. 곧이어 긴 나 팔소리가 울려퍼진뒤 적병 대부분이 등을 돌린채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뒤를 따라서 언덕을 뛰어내려온 화격단 병사들이 등을 돌린채 도주하고 있는 적들 을 쫓아서 달리기 시작했고 적군과 화격단이 지나간 언덕 위에는 바닥에 쓰 러져있는 시체가 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한무리의 적병들이 내가 있는 방향으로 도망치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몸을 돌려 옆으로 도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사이로 위에서 뛰어내려온 화격단 병사들이 파고들었다. "사…살려줘. 사…" 빠악. 바닥에 쓰러진채 뒷걸음질을 치면서 부들부들 떨던 적병의 머리가 화 격단 병사의 메이스에 박살이 나면서 뒤로 쓰러졌다. 쓰러지는 시체를 타넘 은 그 화격단 병사는 잔인한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옆에서 도망치는 다른 병 사의 무릎을 메이스로 후려쳤고 고꾸라지는 그 적병의 몸위에 올라타서는 머 리를 마구 내리친다. 그 옆에는 창대에 꿰인 로세니아 병사를 발로 차면서 창날을 뽑고 있는 내 부하들이 보였고 바닥에 버려둔 무기를 집어 들어 던지 는 녀석들도 있었다. "마마." "왔어? 늦었네" "……" "왜? 할말 있나? 덴?" "…휴우. 됐습니다. 그냥 입을 다물기로 하죠. 어차피 떠들어봐야 들으실 분 도 아니니까요." "훗. 그걸 이제야 안거야?" "4년동안 난 뭘한건지…" 따각따각. 여유로운 자세로 말을 타고 온 덴은 바로 내 옆에 바싹 붙어서서 나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젓는다. 한대 때려주고 싶은걸? "덴." "예? 말씀하십시오." "내려." "…예?" "내리라고. 맞을래? 하긴 맞아야 말을 잘듣지. 덴은" 내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덴이 화급히 말에서 내리고는 말고삐를 붙잡는다. "어서 오르시지요. 마마. 아무래도 이 근청에서 야영을 해야겠습니다." "좀더 앞으로 나가서. 그리고 부하들에게 최다한 많은 적을 포획하라고 명령 해. 아참. 지휘관 놓쳤으니 적이 재집결할지도 몰라." "병사들을 풀어서 정찰하겠습니다." "그리고…" 난 말에 오르면서 아까전 무언가 말을 하려던것을 곰곰히 생각해봤다. 뭐였 지? 아! 그거로군 "정찰조는 어떻게 된거야? 1대대가 맞부딪칠때까지 적의 출현을 모르다니!" "그게… 말이 부족해서…"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야? 덴!" "죄…죄송합니다. 마마." 젠장. 이자식도 나사가 풀렸어. 아군 지역도 아니고 적군이 어디서 튀어나올 지 모르는 이런 전장 한복판에서 척후조도 없이 부대를 이동시킨거란 말이 야? 아주 지고 싶어서 발악을 하는구나. 적 사령관도 척후도 없이 움직여서 이길수 있긴 했지만 놈들이 언덕위에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다가 기습이라도 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젠장. 적이 머저리였기에 살았어. "덴!" "예! 마마" "한번만 더 이런 실수를 하면 네 목부터 치겠다. 이점 잘새겨 두도록!" "명심하겠습니다. 마마" 내가 오른 말의 - 방금전까지 자신이 탔던 - 말고삐를 움켜쥔 덴은 큰 소 리로 대답했다. 이정도로 봐줄까? 덴은 쓸데가 앖으니까. 다른 녀석이었다면 죽여버려도 상관없겠지만 덴의 지휘력이나 행정능력은 쉽게 구할수 없으니 좀더 두고봐야겠다. 도망치는 적병을 따라 앞으러 달려가던 화격단 병사들이 갑자기 무기를 치 켜들고 함성을 질러댔다. "무슨일이야?" "마마. 저쪽을…" 내 앞에 서서 말고삐를 잡고 있던 덴이 평원 한쪽을 가리키자 난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호…" 아까전에 봤던 적 장군의 깃발. 흰 백합이 그려진 그 깃발이 반으로 꺽인채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 모여있던 화격단 병사들이 함성 을 지르고 있었고 그 함성은 주변의 다른 화격단 병사들에게 전염되면서 퍼 져나갔다. 곧이어 넓은 벌판 한 복판에는 두손을 들고 항복한 적 병사들과 무기를 높이 치켜들고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질러대는 화격단 병사들로 가득찼 다. 말을 몰아서 - 덴 녀석 뛰어오느라 고생좀 했다. 이정도로 용서해주는거면 매우 싼거지 - 그 깃발이 있는곳까지 달려가보니 말에 탄 한 병사를 둘러싸 고 화격단 병사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그런 병사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보니 남자치고는 작은 체구인 병사가 눈에 들어왔다. 막 내가 이름을 묻기 위해 앞으로 나서자 그 병사가 머리에 쓰고 있던 투구를 벗었다. 목위 를 살짝 덮는 붉은 머리카락. "카렌?" "응" 녀석이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그리고는 말 엉덩이에 걸쳐져 있는 갑옷 입 은 기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잡았어." "적 사령관이야?" "응" "잘했다. 카렌." 아까전 결사적으로 나를 막아서는 기사들을 놔두고 도망쳤던 바로 그 사령 관인것 같다. 카렌이 하는 말이니 맞겠지. 그런데 저녀석은 언제 여기까지 들 어와서 저 사령관을 암살한거지? 하여간 신기한 녀석이라니까. 난 말위에 타 고 있는 카렌에게 고개를 끄덕여준뒤에 소리쳤다. "자! 승리다! 마음껏 즐거워해라!" "와아아아아!!!" "국왕폐하 만세!" "사령관 각하 만세!" 주위에 몰려든 병사들이 더욱더 열광하면서 소리쳤다. 어서 빨리 이동해야 하지만… 조금쯤 이렇게 승리에 취하는것도 좋겠지. 난 말배를 살짝 걷어차 면서 카렌에게 다가갔고 어깨를 작게 움츠리는 녀석의 머리를 손으로 쓱쓱 문질러주었다. "수고했어" "…응" 기분탓일까? 녀석이 희미하게 웃는듯한…. 아무래도 기분탓이겠지. 아… 근 처에 강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갑옷사이로 흘러들어온 핏물과 땀 때문에 몸이 끈적거려. 거기다 잠깐 잊고 있었지만 긴장이 풀리니까 손바닥 과 발목의 통증이 다시금 욱신거린다. 쉬고 싶다. -------------------------------------------------------------- 니나노~ 닐리리야~ 닐리리야~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노나니~ 젊을때 놀아야 하는겁니다! 그런고로 내일은 쉽니다!(퍽!) 가우군 p.s 10일과 12일에는 개인적 사정으로 인하여 쉽니다.( -)/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blog.paran.com/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7장 Why Do We Fight? (3)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우아아아아아!!!!" 두두두두두. 언덕 꼭대기에서 말을 몰아 달리기 시작한 나는 적들이 빽빽히 밀집해있는 언덕 아래쪽을 향해 내달렸다. 눈앞에 서있던 적들이 좌우로 갈 라지면서 말발굽을 피했고 어설프게 내쪽을 향해 창날 몇개가 불쑥 튀어나왔 지만 어차피 노리고 찌른것도 아니고 모두 갑옷에 튕겨나갔기에 난 아예 무 시하고 오른손에 들린 클레이모어를 무작정 휘두르면서 아래를 향해 미친듯 이 달려내려갔다. 터덩. 따앙~ 바닥에 닿을듯 아래로 내리고 있던 클레이모어 의 검끝에 미처 물러서지 못한 적병의 허벅지에 닿았다. 우드득. 검을 앞으로 당기자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나면서 그 적병이 허공으로 날아올랐고 어설픈 자세로 서서 창대를 겨누던 적들과 한데 엉킨채 바닥을 굴렀다. 휙휙 지나가 는 반짝이는 창날들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과감히 무시한 난 타고 있 는 말을 더욱 혹사시키면서 죽죽 내달렸다. 완만한 언덕을 끼고 올라오던 적 병들이 좌우로 갈라지면서 길이 만들어졌고 그 좁은 길을 주파하면서 난 언 덕 끝자락에 높다랗게 세워져있는 깃발을 향해 달려갔다. "비켯!" 빠각! 앞길을 막고 있던 적들중 하나를 머리위로 들어올렸던 클레이모어를 후려치고 앞으로 고꾸라지는 적병의 등을 말발굽으로 밟으며 내달린다. 그렇 게 단숨에 수십미터를 주파하고 나자 투구도 쓰지 못한채 당황한 얼굴로 나 를 바라보고 있는 적 사령관 - 영주일까? 아니면 기사일까? - 의 모습이 눈 에 들어왔다.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말위에 올라있던 적 사령관이 당황한듯 말고삐를 잡아당기며 말머리를 돌린다. 그리고 그 앞을 사령관과 비슷한 갑 옷을 입고 있는 기사들이 막아섰다. "막아라!" "벽을 만들어! 물러서지마라!" "우아아아아!!!" 롱소드를 앞으로 길게 뻗으며 나를 향해 마주 달려오는 적 기사를 향해 고 힘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확실히 기사는 기사인듯 일반 병사들처럼 겁을 먹 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놈의 롱소드는 내 왼쪽 어깨를 스치며 위로 튕겨져 올 라갔고 텅빈 놈의 배에 클레이모어의 검날이 파고들었다. 빠가각. 반원형으로 튀어나와 있던 그 기사의 흉갑이 우그러지면서 투구의 숨구멍 사이로 붉은 핏방울이 튀어나왔다. 손목에 힘을 주고 힘껏 앞으로 밀치자 그 기사가 붙잡 고 있던 말고삐가 뚝 끊어지면 기사의 몸이 허공으로 날아가버린다. 쿵. 무거 운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면서 바닥에 쓰러진 그 기사는 더이상 움직이 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거기서 시선을 떼자마자 세개의 창날이 나를 향해 찔러들어왔다. 긴 장창을 들고 있는 적 기사 놈들이 말을 달리며 내게 창을 내지른것이다. 쾅. "크으윽…" 어깨를 스친 창날에 몸이 휘청거리자마자 곧바로 투구사이의 작은 눈구멍사 이를 창날이 후려친뒤 위로 튕겨올라갔다. 고개가 휙하고 뒤로 젖혀지면서 하마터면 그대로 뒤로 쓰러질뻔 했지만 말고삐를 쥐고 있던 왼손으로 말갈기 를 움켜쥐며 - 말이 '히히힝~'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 힘겹게 버텨냈고 창날 을 내지른뒤 내 옆으로 스쳐지나가는 적기사의 말머리를 클레이모어의 폼멜 로 힘껏 후려쳤다. 뻐억. "히히히히힝…" "우와악…" 쾅. 쿠당. 고개를 숙이며 엎어진 말은 그대로 등위에 태우고 있던 기사를 깔 아뭉개며 그 뒤에 서있던 병사 몇명을 몸으로 덮쳤다. 곧이어 비명소리와 신 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고개를 돌리고 다시 앞으로 보자 적 기사중 한명이 바 로 코앞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어…아앗!" 쾅! "히히히힝!!!" 빌어먹을 자식! 온몸이 떨려오잖아! 젠장. 어지러워! 미친놈! 말로 말을 들 이박다니! 내 말이 본능적으로 피하고 자시고 할시간도 없이 놈의 말이 가슴 으로 내 말을 들이박았다. 덕분에 큰 충격을 받은 내가 자세를 수습하는 동 안 내가 탄 말이 뒷발을 주저앉으며 뒤로 쓰러졌다. 쿠웅. 크아악! "아악! 젠장할…" 왼발이 말에 깔렸다. 난 말의 몸을 밀면서 일어서려고 했지만 충격 때문인 지 온몸이 저릿저릿하면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쓰러진 내 말 옆에는 자기 말로 내 말을 들이박은 미친놈이 쓰러져있었는데 목이 반으로 꺾인걸 봐서 즉사했을것 같다. 막 내가 말의 몸체를 밀쳐내면서 일어서려고 할때 그때까 지 뒤로 물러서서 보고만 있던 적병들이 나를 향해 우르르 달려왔다. "죽여! 죽여버려!" "개자식! 죽여버릴테다!" "밟아! 눌러!" 우르르르. 큭. 몇몇 놈이 내 몸위에 올라탔다. 젠장 힘이 안들어가. "이 개자식아! 뒈져라!" 쾅. 쾅. 창자루로 나를 내리찍는 놈. 발로 차는 놈, 그리고 손가락질을 하면 서 욕설을 내 뱉는놈. 내 위에 올라탄 놈들은 내 갑옷을 열기 위해 거칠게 손을 움직였지만 이 갑옷은 그렇게 쉽게 벗겨지는게 아니다. 난 숨을 골랐다. 온몸이 저릿저릿하고 눈앞에서 욕설과 발길질이 이어졌지만 단단하고 두꺼운 갑옷은 내 몸을 지켜주고 있었다. 따당. 땅. 발목이 뒤틀린것 같아. 아파. 젠 장. "우아아아악!!!" "우왓." "뭐야? 이건. 괴물아니야?" 팔을 들어서 내 몸위에 올라타고 있던 놈들을 밀쳐냈다. 상체를 일으킨 난 눈앞에서 아직도 알짱 대는 적병중 하나의 정강이를 한손으로 움켜쥐었다. 우득. "으아아악!" 뼈가 부러졌나? 흥. 난 놈의 다리를 붙잡고 힘껏 눈앞에서 얼쩡거리는 다른 놈들에게 집어던졌다. 콰당. 쿠당탕. 대여섯의 적병이 한데 엉크러진채 쓰러 진다. 난 그사이에 말을 들어올려 끼어있던 다리를 빼낸뒤 몸을 일으켰다. 큭. 발목이 아파. 바닥에 떨어진 클레이모어를 집어들고 몸을 일으키자 적병 중 도끼를 든놈이 갑자기 내게 달려들었다. "이야아아아!" 고함을 지르며 달려온 적병은 머리위로 들어올린 도끼를 힘껏 내리쳤다. 따 앙. 팔목의 건틀렛으로 도끼날을 막아내자 맑은 쇠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난 도끼를 든채 놀라는 적병에게 손을 뻗어서 도끼자루를 움켜쥐었다. 그리 고 클레이모어를 쥔 오른손 주먹으로 놈의 면상을 후려친뒤 내 주위를 둥그 렇게 빙둘러 서있는 적들중 한 쪽을 향해 도끼를 힘껏 집어던졌다. 윙윙윙. 파각. 빙빙 돌면서 날아간 도끼날에 맨 앞에 서있던 적병의 가슴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러고도 힘이 남은 도끼는 그뒤에 서있는 다른 병사의 가슴팍이 틀어박혔고 두 인간의 몸체를 가르고도 힘이 남은 도끼날은 그뒤에 서있는 다른 병사들을 한데 엉키게 만들면서 쓰러트렸다. 난 그쪽을 향해 온힘을 다 해 뛰었다. 파밧. 바닥이 파이면서 흙덩이가 발뒤로 밀려나갔다. "으…어…어?" "죽엇!" 쾅! 사방으로 물러서는 적병들 사이로 떨어져 내린 난 바닥에 발이 닿자마 자 두손으로 쥔 클레이모어를 앞으로 힘껏 찔러넣었다. 콰득. 눈앞에 서있던 적병의 배를 가볍게 뚫고 들어간 클레이모어의 검날이 거의 검자루 부분까지 파묻혔다. 난 어깨로 배에 구멍이 난 그 병사의 가슴팍을 밀면서 앞으로 뛰 어나갔다. 크윽…. 걸을때마다 발목이 시큰거린다. 젠장. 적병의 몸을 방패삼아 무작정 앞으로 내달렸다. 그렇게 죽자고 달리다보니 어느새 난 적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있었고 내 클레이모어에 꿰여있는 자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수 있었다. …기분나빠. 구역질이 나올것 같아. "휴우…" 시체들 사이에서 검날을 뽑아든 난 검날을 바닥에 박으면서 그것에 기대어 섰다. 그때였다. 갑자기 언덕위에서 붉은 불덩어리들 수십개가 적들이 모여있 는 언덕 아래쪽을 향해 떨어져내렸다. 쾅! 콰광! 구덩이가 생길정도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나면서 그 근처의 적병들이 공중으로 날아오르거나 좌우로 밀려 났고 몇몇은 몸에 불이 붙은채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몇번의 마법이 펼쳐지고 나자 언덕위에 대형을 갖춘채 서있던 병사들이 함성을 질러댔다. "와아아아아!!!" 화격단 병사들은 창이나 검등을 앞에 세운채 언덕위에서부터 뛰어내려오기 시작했고 언덕 중간에서 우왕좌왕하면서 밀리던 로세니아 병사들을 밀어붙이 기 시작했다. 곧이어 두 부대가 언덕 중간에서 부딪쳤다. 비명소리와 고함소 리 그리고 무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얼마지나지 않아서 적병 들이 내가 있는 언덕 아래쪽부터 한두명씩 도망치기 시작했다. 곧이어 긴 나 팔소리가 울려퍼진뒤 적병 대부분이 등을 돌린채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뒤를 따라서 언덕을 뛰어내려온 화격단 병사들이 등을 돌린채 도주하고 있는 적들 을 쫓아서 달리기 시작했고 적군과 화격단이 지나간 언덕 위에는 바닥에 쓰 러져있는 시체가 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한무리의 적병들이 내가 있는 방향으로 도망치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몸을 돌려 옆으로 도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사이로 위에서 뛰어내려온 화격단 병사들이 파고들었다. "사…살려줘. 사…" 빠악. 바닥에 쓰러진채 뒷걸음질을 치면서 부들부들 떨던 적병의 머리가 화 격단 병사의 메이스에 박살이 나면서 뒤로 쓰러졌다. 쓰러지는 시체를 타넘 은 그 화격단 병사는 잔인한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옆에서 도망치는 다른 병 사의 무릎을 메이스로 후려쳤고 고꾸라지는 그 적병의 몸위에 올라타서는 머 리를 마구 내리친다. 그 옆에는 창대에 꿰인 로세니아 병사를 발로 차면서 창날을 뽑고 있는 내 부하들이 보였고 바닥에 버려둔 무기를 집어 들어 던지 는 녀석들도 있었다. "마마." "왔어? 늦었네" "……" "왜? 할말 있나? 덴?" "…휴우. 됐습니다. 그냥 입을 다물기로 하죠. 어차피 떠들어봐야 들으실 분 도 아니니까요." "훗. 그걸 이제야 안거야?" "4년동안 난 뭘한건지…" 따각따각. 여유로운 자세로 말을 타고 온 덴은 바로 내 옆에 바싹 붙어서서 나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젓는다. 한대 때려주고 싶은걸? "덴." "예? 말씀하십시오." "내려." "…예?" "내리라고. 맞을래? 하긴 맞아야 말을 잘듣지. 덴은" 내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덴이 화급히 말에서 내리고는 말고삐를 붙잡는다. "어서 오르시지요. 마마. 아무래도 이 근청에서 야영을 해야겠습니다." "좀더 앞으로 나가서. 그리고 부하들에게 최다한 많은 적을 포획하라고 명령 해. 아참. 지휘관 놓쳤으니 적이 재집결할지도 몰라." "병사들을 풀어서 정찰하겠습니다." "그리고…" 난 말에 오르면서 아까전 무언가 말을 하려던것을 곰곰히 생각해봤다. 뭐였 지? 아! 그거로군 "정찰조는 어떻게 된거야? 1대대가 맞부딪칠때까지 적의 출현을 모르다니!" "그게… 말이 부족해서…"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야? 덴!" "죄…죄송합니다. 마마." 젠장. 이자식도 나사가 풀렸어. 아군 지역도 아니고 적군이 어디서 튀어나올 지 모르는 이런 전장 한복판에서 척후조도 없이 부대를 이동시킨거란 말이 야? 아주 지고 싶어서 발악을 하는구나. 적 사령관도 척후도 없이 움직여서 이길수 있긴 했지만 놈들이 언덕위에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다가 기습이라도 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젠장. 적이 머저리였기에 살았어. "덴!" "예! 마마" "한번만 더 이런 실수를 하면 네 목부터 치겠다. 이점 잘새겨 두도록!" "명심하겠습니다. 마마" 내가 오른 말의 - 방금전까지 자신이 탔던 - 말고삐를 움켜쥔 덴은 큰 소 리로 대답했다. 이정도로 봐줄까? 덴은 쓸데가 앖으니까. 다른 녀석이었다면 죽여버려도 상관없겠지만 덴의 지휘력이나 행정능력은 쉽게 구할수 없으니 좀더 두고봐야겠다. 도망치는 적병을 따라 앞으러 달려가던 화격단 병사들이 갑자기 무기를 치 켜들고 함성을 질러댔다. "무슨일이야?" "마마. 저쪽을…" 내 앞에 서서 말고삐를 잡고 있던 덴이 평원 한쪽을 가리키자 난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호…" 아까전에 봤던 적 장군의 깃발. 흰 백합이 그려진 그 깃발이 반으로 꺽인채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 모여있던 화격단 병사들이 함성 을 지르고 있었고 그 함성은 주변의 다른 화격단 병사들에게 전염되면서 퍼 져나갔다. 곧이어 넓은 벌판 한 복판에는 두손을 들고 항복한 적 병사들과 무기를 높이 치켜들고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질러대는 화격단 병사들로 가득찼 다. 말을 몰아서 - 덴 녀석 뛰어오느라 고생좀 했다. 이정도로 용서해주는거면 매우 싼거지 - 그 깃발이 있는곳까지 달려가보니 말에 탄 한 병사를 둘러싸 고 화격단 병사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그런 병사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보니 남자치고는 작은 체구인 병사가 눈에 들어왔다. 막 내가 이름을 묻기 위해 앞으로 나서자 그 병사가 머리에 쓰고 있던 투구를 벗었다. 목위 를 살짝 덮는 붉은 머리카락. "카렌?" "응" 녀석이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그리고는 말 엉덩이에 걸쳐져 있는 갑옷 입 은 기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잡았어." "적 사령관이야?" "응" "잘했다. 카렌." 아까전 결사적으로 나를 막아서는 기사들을 놔두고 도망쳤던 바로 그 사령 관인것 같다. 카렌이 하는 말이니 맞겠지. 그런데 저녀석은 언제 여기까지 들 어와서 저 사령관을 암살한거지? 하여간 신기한 녀석이라니까. 난 말위에 타 고 있는 카렌에게 고개를 끄덕여준뒤에 소리쳤다. "자! 승리다! 마음껏 즐거워해라!" "와아아아아!!!" "국왕폐하 만세!" "사령관 각하 만세!" 주위에 몰려든 병사들이 더욱더 열광하면서 소리쳤다. 어서 빨리 이동해야 하지만… 조금쯤 이렇게 승리에 취하는것도 좋겠지. 난 말배를 살짝 걷어차 면서 카렌에게 다가갔고 어깨를 작게 움츠리는 녀석의 머리를 손으로 쓱쓱 문질러주었다. "수고했어" "…응" 기분탓일까? 녀석이 희미하게 웃는듯한…. 아무래도 기분탓이겠지. 아… 근 처에 강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갑옷사이로 흘러들어온 핏물과 땀 때문에 몸이 끈적거려. 거기다 잠깐 잊고 있었지만 긴장이 풀리니까 손바닥 과 발목의 통증이 다시금 욱신거린다. 쉬고 싶다. -------------------------------------------------------------- 니나노~ 닐리리야~ 닐리리야~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노나니~ 젊을때 놀아야 하는겁니다! 그런고로 내일은 쉽니다!(퍽!) 가우군 p.s 10일과 12일에는 개인적 사정으로 인하여 쉽니다.( -)/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blog.paran.com/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7장 Why Do We Fight? (4)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어둡다. 눈앞이 깜깜하다. 희미한 달빛이 넓은 평야를 비추고 있을텐데 그럼 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어둡다. 내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병사들의 모습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몽환적인 분위기. 눈앞에서 손톱보다도 작은… 아주 작은 빛들이 조그맣게 흔들리며 움직이고 있다. 너무나도 조용해…. "……!!" "으응?" 알아들을수 없는 목소리. 마치 산골짜기를 울리는 메아리처럼 이리저리 퍼 지면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외침소리에 입이 멋대로 반응했지만 상대가 누군 지 그리고 무슨 말을 한건지 알아들을수가 없었다. 턱. 갑자기 누군가가 내 어깨를 만졌다. "건들지마!" 타악! 내 어깨를 만진 손을 쳐내며 놈의 팔목을 움켜쥐었다. 상대는 내게 잡힌 팔목을 빼내려고 꼼지락거리고 있었지만 난 놈의 손을 움켜쥐고 놓지않 았다. "…마마! 마마! 접니다!" "아…" 삐이이--. 귀를 울리는 아릿한 소리가 조금씩 잦아들고 나자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덴인가? 닐크? 아니면…. 내가 잡은 이 팔목의 주인이 누 구인지 생각하고 있을때 남자의 얼굴이 눈앞에 불쑥 튀어나왔다. "뭐야… 크렌." "이 팔목좀 놔주십시오." "아…아아…" 내가 손을 풀자 크렌 녀석이 고개를 돌리고는 작게 투덜거리면서 팔목에 차 고 있던 건틀렛을 벗는다. 달빛에 반사되는 은빛 건틀렛에는 내 손자국이 선 명하게 새겨져 있다.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건가. 힘조절이 잘 안돼. "아…" "괜찮으십니까? 피곤하신듯 한데…" "아아? 아…. 괜찮아. 조금 어지러운것뿐이야." "그럼 휴식을 명하겠습니다. 마마" "아니야. 됐어. 아직 버틸만하니까…" "병사들이 못버팁니다. 전령! 각하께서 잠시 휴식을 명하셨다. 각부대에 알리 고 중대장급 이상 장교들을 소집하도록. 특히 워렌 자작 각하께 가장 먼저 알리도록" "예!" "이봐…" "왜그러십니까?" 이자식이! 누굴 허수아비로 아는거야? 자기 멋대로 내 이름을 빌려서 명령 을 내리다니! 젠장…. 머리도 어지러워 죽겠구만. 별게 다 기분 잡치게 만드 는구만. 난 나를 보면서 '나 잘했지?'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크렌놈을 노려보 았다. 하지만 이내 어지럼증에 눈앞이 흐릿해져서 고개를 몇번 저으며 멋대 로 나서는 저놈을 두들겨 패려던 계획은 포기했다. "전군 휴식!" "대열 흐트리지말고 그자리에 앉아!" "거기! 졸지마! 사주 경계 철저히 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장교들 사이로 간간히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하 긴 전투가 끝나자마자 쉬지도 못하고 곧바로 행군해 왔으니까. 그것도 한밤 중까지 계속 걸었으니 힘들기도 할거다. 말위에 타고 있는 나 역시도 힘이 드는데 일반 병사들이야 오죽할까? "부축해드릴까요? 마마" "됐어." 갑자기 안하던 친절은…. 저자식 죽을때가 된건가? 난 고개를 저으면서 천 천히 말위에서 내려왔다. "큭…" 쿠당. 막 바닥에 발을 내려놓는 순간 지독한 통증이 발목을 타고 올라왔고 내몸은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아야야야야…. 아파. "마마!" 나를 따라서 말에서 내리던 크렌과 내 호위 기사들이 황급히 내쪽으로 달려 왔다. 그들사이를 헤치고 달려온 크렌이 내 머리를 들어올리면서 나를 내려 다본다. "마마! 괜찮으십니까?" "시끄러. 닥쳐." "뭣들하고 있어? 당장 가서 들것가져와!" "예!" "됐어. 나 혼자서…" 우왓…. 쿵. 크렌녀석의 손길을 밀쳐내고 일어서려다가 그대로 앞으로 엎어 졌다. 우우욱….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냥 폭 쓰러진것도 아니고 면상을 지면 에 쳐박다니…. 아아아아아!!! 쪽팔려! "……" "……" "……마마?" "……" "마마? 마마! 이런… 정신을 잃은건가?" "군의관을 불러오겠습니다!" "당장 뛰어가! 그리고 들것! 빨리 가져오고!" 사태가… 너무 심각하게 돌아간다. 여기서 '에헤헤' 웃으면서 '난 괜찮아.' 라 고 말하면…. 바보가 되겠지? 그냥 기절한척 해야겠다. 으으음…. 으응? 기절한척 하다가 잠이 들었나? 깨어보니 난 막사안에 누워있었다. 이 거이거… 요즘들어 너무 자주 기절하는것 같아. 몸이 많이 축난걸까? 예전엔 안그랬는데. "끄응…"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보니 기절하기전에 입고 있었던 갑옷이 벗겨져 있었 다. 작은 기름등잔 하나만이 외롭게 켜져 있는 작은 막사안을 돌아보다가 몸 을 일으켜보니 바닥에 수북히 쌓여있는 피고름이 잔뜩 묻은 붕대가 눈에 들 어왔다. "하아…. 정말 지독한 저주네" 난 작게 중얼거리면서 손바닥에 감긴 붕대를 만져보였다. "큭…" 마치 뼈마디가 만져지는듯한 느낌. 거기다 물이 가득차있는듯한…. 아… 기 분나빠. 이젠 손가락들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고통을 참아가면서 겨우 손가락들을 접어야 간신히 접힐정도로…. 후훗. 이렇게 내 몸이 하나하 나 썩어들어가다가 어느날 갑자기 죽어버리는걸까? "아~ 짜증나." 죽는다 죽는다 했더니 기분이 팍 상한다. 침대를 내려왔다. 언제나 사용하던 딱딱한 나무침상을 내려오자 온몸의 뼈마디가 우두둑하는 소리를 내면서 삐 걱거린다. 하아… 테세온 대신관이 만들어줬던 성역을 나온뒤로 계속 내몸에 달라붙어있는 미열은 내 기분을 더욱 불쾌하게 만든다. 젠장. 자리를 털고 일어선 난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나무침상 밑에 놓여있는 나무상자를 뒤적거렸다. "찾았다." 역시 여기 있구나. 헤쉬케린 늙은이한테 받아온 약…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 지만 어쨋든 진통 효과 하나는 확실하니까 약이라고 해두지 뭐. 손바닥만한 작은 가죽주머니를 열고 안을 들여다보니 접혀진 종이들이 들어있다. 그중 하나를 꺼내든 난 곱게 접혀있는 종이를 푼뒤 그안에 들어있는 새하얀 가루 를 입안으로 털어넣었다. "크으… 도대체 뭘 집어넣은거야? 이건…" 입안이 아릿아릿해. 젠장. 흰 가루를 남김없이 입안으로 털어넣은 난 고개를 치켜들고 한동안 서있었다. 곧이어 눈앞의 사물이 뱅글뱅글 도는 느낌과 함 께 세상이 무너지는듯한 어지럼증이 몰려온다. 지독한 구토감까지 덤으로 달 고 말이다. "으…아아…" 목안이 따끔거려.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고개를 몇번 도리질 쳐봤지만 오히 려 어지럼증만 더 생긴다. 하지만 그도 잠시 꿈속을 걷는듯한 몽환적인 기분 이 물밀듯이 밀려왔고 어깨가 부들부들 떨릴정도의 쾌감이 밀려온다. "하아아…. 하악…하악…" 숨을 내쉬는게 괴로와. 내가 내뱉은 뜨거운 숨결이 살에 닿을때마다 불에 덴듯한 느낌이 몰려온다. 온몸의 신경이 불에 타는듯한 느낌이야. 털썩. 저멀 리 까마득하게 보이던 흙비닥이 갑자기 내 눈앞에 불쑥 튀어오른다. 살갖이 따끔거려. 불구덩이 속에 들어앉아 있는것 같은 기분이야. 젠장…젠장할! "우아아아악!" 온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고 나니 조금은 기분이 후련해졌다. 하지만 곧이어 거센 파도처럼 밀려드는 공허함이 내 몸을 잠식한다. 주르륵…. 양 볼을 타고 무언가가 흘러내리는 느낌. 눈앞이 뿌옇다. "마마! 왕비 마마! 정신차리십시오! 마마!" "아…아아아…" "젠장! 도대체 경비를 어떻게 선거야! 이 빌어먹을 자식들 모조리 목을 잘라 버리겠어!" 나를 향해 말하는것 일텐데도 마치 저멀리 있는 타인과의 대화를 엿듣고 있 는듯한 기분이다. 마치 난 아무 상관없는 타인이 된것처럼…. 내 몸에서 쫓겨 난것처럼…. 누군가가 내 몸을 붙잡았다. 날 쫓아내려는거야? 죽이려고? 웃기 지마! "내 몸에 손대지마!" 빡! 내 팔을 붙잡은 놈의 면상을 후려쳤다. 놈은 의외로 허약했는지 그대로 붕떠서 날아가버렸다. 괜찮아. 아넬리안. 괜찮아. 내가 더 강해. 저놈들은 약 해 별거 아니야. 그래 별것아닌 적병들처럼. 그냥 내가 클레이모어를 휘두르 기만 해도 퍽퍽 죽어나가는 별것 아닌 놈들이야. 그래… 벌래들처럼. 절 대 난 죽지 않아. 아무도 날 죽일수 없어. 그래 맞아! 난 강해! "마마! 정신 차리세요! 마마!" "데…덴? 어디야? 어디있어? 흐히익!" 시…시체다! 눈앞에 시체가 있다! 썩어문드러진 손으로 날 잡으려고 하고 있어! 싫어! 뻐억! 온힘을 다해 걷어찼다. 놈의 가슴뼈가 부러지면서 뒤로 발 라당 쓰러진다. 으으으…. 발에 찐득찐득한게 묻었어. 지독한 시체 썩는 냄새 가 코를 찌르고 있어! "아아…아아아…" "뭘 보고 있어? 당장 붙잡아! 제정신이 아니야!" "마마! 젠장! 모두 달라붙어!" "제발좀 정신차리시라고요! 마마!" "아아악!!! 건들지마! 내 몸에 손대지마!" 누군가가 등뒤에서 내몸을 움켜쥐고 들어올렸다. 내 양발이 지면에서 떨어 진 틈을 타고 멀찍이 떨어져있던 해골들이 우르르 내몸에 달라붙는다. 고개 를 돌려 돌아보니 반쯤 썩어있는 곰의 시체가 날 노려보고 있다! 난 곰은 안 죽였어! 아직까지 한번도! 왜 나한테 이러는거야?! "오지마! 죽일거야!" 빠악! 달려오는 해골놈중 하나를 발등으로 내리 찍었다. 해골녀석의 새하얀 뼈가 우직하고 부러지면서 그대로 푹 쓰러진다. 꼴좋다. 시체주제에…. "우악! 젠장!" 마치 인간처럼 말을 한다. 웃겨 썩어문드러진 시체주제에! 인간처럼 말하고 인간처럼 행동하다니! 시체주제에! 죽은놈주제에! 왜 살아있는 인간에게 달라 붙는거야?! 그냥 무덤속으로나 기어들어가! 시체곰의 앞발에서 벗어나기 위 해서 발버둥을 쳤지만 이놈의 곰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괴물! 역시 괴물이 야 이놈들은! 그때 갑자기 눈앞에 구멍이 숭숭 뚫린 시꺼먼 로브를 입은 해 골바가지가 불쑥 튀어나왔다. 눈이 있던 자리에 시꺼먼 어둠의 냉기를 풀풀 풍기면서 다가온 그 해골은 지팡이를 든 손을 내쪽으로 쭉 뻗으면서 음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yebits" 움찔. 검은 로브를 쓰고 있는 해골 바가지의 두눈에 시퍼런 빛이 뿜어져나 온다. 갑자기 졸음이 쏟아져내린다. 마법? 시체가? 언데드가? 이건 뭐야? 으 으윽…. "누가 당할줄 알아? 웃기지마! 크앗!" 양손으로 내 가슴팍에 앞발을 붙이고 있는 시체곰의 두꺼운 팔뚝을 움켜쥐 고 힘을 주었다. 움찔거리면서 완강히 버티는 곰녀석의 힘이 느껴졌지만 내 힘에 밀리기 시작한다. 좋아 이제 풀려날수… 쉬익…. 막 고름이 줄줄 흐르는 시체곰의 손에서 풀려나려고 할때 갑자기 눈앞에 시꺼먼 검날을 두손으로 쥐 고 있는 붉은머리의 창백한 시체가 튀어나왔다. 꽉 다물고 있는 입사이로 삐 죽이 튀어나온 두개의 송곳니를 내게 내보이면서 달려든 그 시체는 막 내가 시체곰의 앞발을 떼어내지마자 내목을 노리고 새까만 검을 찔러넣었다. 콱. "케흑…" 숨이 갑자기 턱하고 막혀왔다. 이렇게 죽는건가? 말도 안돼. 난… 빠악. 촤아악…. 물소리가 들리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아아… 차가워!!! "아…" 얼굴선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는 물기를 손으로 닦아내면서 눈을 뜨자 내 주위에 너무 오랫동안 봐서 지겹기까지 한 인간들이 둥글게 모여서 날 내려 다보고 있다. "뭐야? 먹이에 몰려드는 개떼 같은 얼굴을 하고는…" "기억… 안나시는겁니까?" "응? 뭐가?" 눈을 비비면서 몸을 일으켰다. 왠일인지 몰라도 늘상 어지럽고 몽롱하던 머 리속이 개운하게 걷힌 기분이었다. 마치 시린 호숫물속에 머리를 한번 쳐박 았다가 튀어나온듯한 느낌이다. 상쾌하다고나 할까? "어라? 통증이 그리 심하지 않네? 근데 다들 왜 여기 모여있는거야? 구경났 어?" "…보시면 압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덴은 한팔로 어깨를 부여잡은채 고개를 떨궜다. 카렌의 부 축을 받으며 일어서보니 완전히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듯한 광경이 눈에 들어 왔다. 막사안이 완전히 난장판이다. "뭐야? 이건? 응? 닐크 누구한테 맞았어? 얼굴이 왜그래? 부었잖아?" "…크흑. 태어나서 이렇게 서럽긴 처음입니다. 크흐흐흐흑" "다들 왜 그러는거야? 이봐 말을 하라고 말을! 사람 놀리는거야? 지금?" 내가 미간의 주름까지 잡아가면서 녀석들을 노려봤지만 덴도, 닐크도, 크렌 도, 헤쉬케린 늙은이까지도 한숨을 내쉴뿐이다. 이에 난 내 팔에 찰싹 붙어서 부축중인 카렌을 내려다봤다. "카렌!" "……" "내가 부르면 대답해! 이 빌어먹을 꼬맹아!" "…미안" "에엥?" 카렌이 사과한다. 순순히…. 으으음…. 고개를 돌렸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서 창백한 얼굴로 '숨이…' 라던가 '죽을거야' 라던가 하는 소리를 중 얼거리고 있는 크렌이 보였다. "저놈은 또 왜 저래?" "……" 다들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때 마침 군의관으로 보이는 - 흰색 가운과 검은 색 가죽 가방을 가진 - 중년의 사내가 막사안으로 허겁지겁 달려왔다. "느…늦어서 죄…죄송합니다. 각하!" "너! 이 빌어먹을 자식!" 갑자기 한손으로 뺨을 감싸쥐고 있던 닐크가 벌떡 일어서더니 군의관 - 아 마 맞겠지? -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주먹을 꽉 쥐고 힘껏 휘둘렀 다. 빠악. 우아~ 무지 아프겠다. "커흑…" "이 개자식아! 도대체 처방을 어떻게 한거야? 앙?!" "죄…죄송합니다. 전 그저… 통증을 줄여드리기 위해서… 그래서…" "아앙? 그래서? 뭐? 그래서 마약을 팍팍 처방한거냐? 이 빌어먹을 자식아! 누구 시체 치우는꼴 보고 싶었던거냐? 너 이자식! 설마… 암살자냐?" "히엑…" 바닥에 주저앉은채 두손으로 가방을 꼭 쥐고 있던 군의관이 고개를 숙이면 서 덜덜 떤다. 아들뻘 되는 닐크 - 아니 큰 조카뻘일려나? - 녀석의 발길질 에 군의관은 겁에 잔뜩 질린채 가방으로 머리를 가렸고 그위를 무자비한 닐 크의 발길질이 이어졌다. 저러다 사람잡겠네. "그만해. 닐크. 무슨짓이야?" "마마! 이 자식 때문에…" "닥쳐! 무슨일인지 사정이나 설명해! 그러고 질책을 하던가 말던가 하라고! 언제부터 내 부대가 상관의 기분 내키는대로 부하를 멋대로 패는 문란한 군 기를 가진 부대가 된거지? 앙?" "그…그게… 마마. 지…진정하시죠?" "시끄러워! 상황 설명이나 해봐! 당장!" 내 호통소리에 찔끔한 닐크 녀석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구석으로 물러섰다. 그러자 헤쉬케린 늙은이가 팔목을 만지작거리면서 서있던 아르케네스를 밀치 면서 앞으로 나섰다. "내가 설명하지." "흥. 말씀해보시죠" "쯧쯧. 성깔머리 하고는…. 그러고도 시집을 갔다니 참 신기하다. 신기해." "시끄러워요! 상황 설명이나 해요." "뭐… 별건 아니다. 내가 준 약과 저기 있는 군의관이 처방한 마리화나가 쉐 이크 된것뿐이다." "무슨 소리에요? 그건?" "가끔 마약중에도 상성이 잘 들어맞는 약이 있다는게지. 일정양의 약들을 적 당하게 배분해서 사용하면 효과가 더 좋아진다는 뜻이다." "그럼… 좋은거잖아요?" 약효가 좋아진게 그렇게 나쁜건가? 오히려 도 좋은거잖아? "클클클. 좋기야 좋지. 네 꼬라지를 보니 그 효과라는게 마약의 효과만 높아 진것 같으니까. 결국 넌 끝내주게 좋은 마약의 효과를 몸으로 체험한게 된게 다. 클클. 중독 현상이 일어날려나? 약효가 어느정도 일지 궁금한걸? 나중에 실험해봐야겠군." "난 빼줘요. 왠지 모르겠지만 무지하게 안좋을것 같으니까." "클클클. 또 모르지 마약에 찌든 네가 제발 약좀 달라고 내 로브자락을 붙잡 고 애걸할지도. 호오~ 그것참 기대가 되는걸? 어때? 아예 내가 잘 배합해줘 다시 조재해 줄까? 응?" "됐나요. 뭐… 통증도 많이 가라앉았고… 당분간은 괜찮을것 같네요." 말한대로 몸의 통증이 많이 가라앉았다. 아니 통감이 마비된듯한 느낌도 들 고… 둔감해진걸까? 약효 때문에? 그럴수도 있겠네. 하여간 몸이 아프면 머 리도 무거운데. 이렇게 머리가 맑고 가쁜한걸 보니 몸 상태도 그리 나쁜것같 지는 않다. "끄으으으…" 털썩. 어라? 크렌이 쓰러졌다. 그것도 앞으로 고꾸라졌다. 나와 헤쉬케린 늙 은이가 대화를 하는동안 많이 진정되었던 막사안의 분위기는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진 크렌 때문에 다시 부산스러워졌고 닐크의 협박에 후다닥 달려온 군의관은 자신없는 어투로 갈비뼈가 부리진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고보니… 저도 어깨뼈가 부러진것 같은데요? 아하하하…" "이빨이 흔들립니다." "스승님. 멍든데 잘듣는 약초 혹시 안가지고 계십니까?" 움찔. "자자. 다들나가라고. 가서 치료를 받던 말던 해. 아침까지 난 잘테니까 깨우 지 말고! 남정네들은 당장 나가!" 불만스러운 얼굴이 가득한 녀석들을 쏘아보면서 소리치자 덴 이하의 놈들이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한채 어기적 거리며 - 혹은 부축을 받으며 - 막사를 나 섰다. "헤쉬케린 경도 그만 나가시죠? 설마 숙녀가 침상에 오르는데 지켜보고 있을 생각이에요?" "헹? 웃기는군. 이 몸께서 너같이 볼것없는 계집의 몸매에 관심이라도 있을 것 같으냐?" "뭐라고요?" 내가 발끈해서 소리를 지르자 노친네가 갑자기 고개를 홱하고 돌려버린다. 이 망할 늙은이가! "뭐…. 약은 정 참기 힘들때만 복용해라. 효과는 확실하지만 독한 약초들과 마약을 배합한거라 절대 몸에 좋을리가 없다." "그래서요?" "단명하고 싶지 않으면 먹지 말라는 소리다. 흥. 하긴 네깟 계집이 죽던 말던 이 나와는 상관은 없다만…. 돈줄이니 이정도 충고 정도는 해줘야겠지. 암암. 그런것이다. 알겠냐?" "잔소리는 그쯤해두고 빨리 나가기나 하시죠? 네?" "흥. 하여간 요즘 젊은것들은… 쯧쯧쯧" 혀를 차면서 헤쉬케린 늙은이까지 나가버렸다. 그제서야 난 카렌에게 기대 고 있던 몸을 바로 세운뒤 붉은 머리의 꼬맹이 - 라고 부르기엔 너무 커버 렸지만. 이녀석은 애다. 겉도 속도 애다. 절대 꼬맹이다 - 를 노려보며 말했 다. "넌 왜 안나가?" "난…" "당.장. 눈앞에서 사라져! 밖에가서 놀던 뒹굴던 검을 훔치던! 썩!" "…으응" 내말에 카렌 녀석이 고개를 푹숙이면서 밖으로 터벅터벅 걸어나갔다. 휴 우… 이제야 다 내쫓았네. 털썩. 침상위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우아아아아…우아…우아…" 얼굴이 화끈거린다. 거울로 보면 새빨같게 달아올라 있을거야! 난몰라아아 아!!! 끄아악! 마약에 취해서 부하들을 두들겨 팬 왕비라니!!! 절대… 절대! 얼굴들고 못다녀! 아아아악!!! 미쳐! 미쳐어어어!!! 내일부터 어쩌라고오오 오!!! 돌겠다아!!! "크흐… 이렇게 된이상 할수없다!" 어쩔수 없어. 조금… 아주 쬐끔 죄책감이 들긴 하지만… 이 사실은 나 혼자 만의 비밀로 하는거야. 그래… 무덤속까지 가지고 가자. 아넬리안. 넌 아무것 도 기억 못해. 다 그 망할 늙은이가 만들어온 약때문이야. 약기운에 취해서 아무것도 생각 못하는거야. 그래! 그런거야! "……" 쬐끔 미안하긴 하다. 으음…. -------------------------------------------------------------- 요즘 듣고 있는 노래는 소설로도 나온 애니 십이국기입니다. 벅스 뮤직 애니 메이션 란에 있는 십이국기 OST중 두번째 OST로 호궁을 가지고 연주한 OST입니다. 사실 십이국기는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전형적인 이계 진입고딩깽판물(.......)입니다 -_-;. 여주인공인 유카(요코였던가? -_-;)는 평범 하고 소심하며 어디에나 있는 일반적인 여고생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멋진 사내(...인간...으로 쳐야하나?)에게 갑자기 끌려가 십이국 세계로 빠지게 되는것입니다. 거기서 좌충우돌...이라고 할것까지는 없지만 하여간 꽤나 고생하고 괴로워하 다가 겨우겨우 행복해지는...뭐 그런 이야기입니다만... 평범하지 않습니다. 양 날의 검에 가까울정도로 캐릭터들의 감정묘사에 치중한 이 애니는 자체적으 로 단점도 많지만 그 단점들이 장점으로 바꾸는 능력이 있습니다. 너무많은 갈등요소와 산만한 내용진행이 조금 지루하긴 하지만 그만큼 뒤로 갈수록 이 어지는 내용들이 맞물린 톱니바퀴들처럼 하나로 짜맞춰 들어갑니다. 자칫하 면 그저 어느날 우연히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진 대단한 능력자가 된 주인공이 멋대로 그저 나하고 싶은대로 마구 깽판치는 그런 내용이 될 소지가 다분함 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보는 시각을 바꿔버림으로써 전혀 새로운 내용으로 다 가옵니다. 이 애니를 보면서 역시 프로란 이런것이구나 하는것을 느꼈습니다. 너무나도 친숙하도 못해 물려버릴만한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다른 이야기를 만들수 있 다는것. 그것이야 말로 프로의 기본요건들중 하나일것입니다. 결론 : 아직 부족해. 100만년은 부족해. 가우군 p.s 십이국기 소설책을 구하고 있는데...먼저 사신분들의 말씀에 의하면 내용 은 좋지만 제본양식이 KIN이라고 합니다 -_-; 사긴 사야하는데...으음...왠지 선뜻 손이 안가는...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blog.paran.com/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28장. 숙적. 커트렌? 아~ 그자식? 어떻게 생각하냐고? 뭐… 별로 대단할건 없어. 그냥 사랑에 빠진 소녀가 백마탄 왕자님을 그리는 정도? 뭐? 위험한거 아니냐고? 와하하~ 그런일은 절.대. 없을껄? 난 그 빌어먹을 개자식을 보면 놈의 살점을 잘게 저며서 잘근 잘근 씹어먹고 배를 가르고 속에 들어있는 내장을 끄집어 내서 놈의 모가지를 졸라버리고 싶으니까. 크흐흐… 제발 죽여달라고 울부짖 으며 애원할때까지 고문해서 죽여버리고 싶어. 그래… 바로 그거야! 어떻게 죽여야 잘 죽였다고 할까? 응? 어떻게 생각해?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영광스러운 크레센트 제국의 황후 마마이신 아넬리안 마마와의 대담 중 - 주. …무섭다. - 대륙력 1000년. 겨울. 빈 요새 1km - "와아아아아!!!!" 거친 함성을 지르며 크레센트 정규군 병사들이 목조 성벽을 향해 달려간다. 그들의 머리위로 엄청난 숫자의 화살들이 타원형의 곡선을 그리며 하늘을 갈 랐고 그 화살들이 요새벽에 닿기도 전에 상대쪽에서 거의 비슷한 숫자의 화 살들이 방패를 머리위로 치켜든채 달리는 병사들을 향해 날아올랐다. "열성적이네? 추울텐데" "땅바닥보다는 건물안이 더 따뜻할겁니다. 마마" "흐응~" 아~ 눈이다. 하늘에서 하얀 눈송이들이 떨어져내리기 시작한다. "보아하니 전투가 장기전으로 돌입할것 같은데 이만 돌아가시겠습니까?" "아니. 그래도 명색이 예비대인데. 자리는 지키고 있어줘야지. 안그러면 저 앞에서 싸우는 녀석들이나 이 눈발을 맞으며 서있는 화격단 부하들에게 미안 하잖아." 난 언제라도 전투에 투입될 태세를 갖춘채 서있는 화격단 부하들을 가리키 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덴 - 어깨에 붕대를 감고 있다. 부상탓인지 갑 옷은 안입었지만 그 대신 두터운 망토를 두르고 있다 - 이 고개를 끄덕이면 서 말했다. "하긴 그도 그렇겠군요." "그보다… 폐하의 위치는?" "본대라면 여기서 12km떨어진 평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아직 저 로세니아 본대가 움직이지 않아서 이쪽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 흐음…" "부대를 이동시킬까요? 지금 저희가 빠져도 큰 문제는 없어보입니다만…" "아니야. 됐어. 이번 작전에서 우리의 목적은 빈 요새를 점령하는것이니까 거 기에나 집중해야지. 폐하는 그뒤에 뵈어도 돼" 난 고개를 저으면서 그렇게 답했다. 내 멋대로 케센과 협정을 맺고 그것도 모잘라서 적국 영토까지 넘어갔다 돌아왔는데 빈손으로 갔다간 로이드가 얼 마나 잔소리를 해댈지 상상조차 안가니까. 확실히 눈에 '보이는' 실적을 가져 가야돼. 음음. 그래 실적이 필요하지. 화가난 로이드가 우리 로렌을 못보게할 지도 모르니까. 그러면 난 정말 가슴아파서 죽어버리고 싶을거야. "요새안의 적은 얼마나 되지?" "대략 천여명쯤 된다고 합니다. 요새 주변에 주둔하고 있던 적 병력은 아군 부대가 도착하자마자 적의 본대쪽으로 도주해버렸고 남은건 요새 수비군 일 부입니다." "그런것치고는 저항이 너무 격렬한것 같지 않아?" 질척해진 땅바닥에 긴 홈을 파면서 앞으로 나아간 배틀램이 성문을 두들리 고 수천명의 크레센트 병사들이 사다리를 타고 성벽위로 기어올라가기 위해 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별로 크지 않은 목조 성은 함락될 기미 가 보이지 않는다. 작은 요새위에서 버티고 있는 로세니아 군은 결사적으로 항전했고 아군만큼이나 그들도 필사적이었다. "버티면 원군이 올줄 아는것이겠죠. 로세니아 놈들은 이런 요새들을 각 지역 에 세워서 조금씩 야금야금 크레센트의 영토를 잠식해 들어왔으니까요" "그래? 하긴 등뒤에 요새를 남겨두고 적의 주력을 치는것도 불안한 일이긴 하지. 하지만 저놈들도 제정신이 아니야. 겨우 몇달사이에 저만한 요새를 남 의 영토안에 떡하니 건설하다니" "인력과 물자는 남아돌겁니다." "어디에? 아…" "그렇습니다. 굳이 험한 산맥을 넘어 물자를 실어나를 필요도 없습니다. 아넬 공국에서 약탈하면 그만이니까요. 목조가옥의 기둥은 좋은 통나무 재료가 되 어줄테고 거기다 수만명의 인부들에게 강제 노역을 시킬수 있을테니 마음 먹 고 요새하나 세우면 얼마 걸리지도 않을것입니다. 성벽으로 쓸만한 석재가 주변에 많지 않다는것이 다행이죠" "지루한 싸움이 되겠네" "현재 전투의 양상도 지루한 소모전이 계속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마 마. 그것도 아군측과 적군이 건설한 요새와 목책을 빼앗고 뺏기는 공성전 양 상이더군요" "남의 땅까지 넘어온 녀석들이 왜 여기서 우물거리는걸까?" "케센 왕국 때문이겠죠. 크레센트도 로세니아도 가용할수 있는 병력의 대부 분이 이곳에 몰려있으니 두 군대가 교전을 벌이면 한쪽 주력군은 사라지게 될테고 그렇게 되면 진쪽은 케센국의 침공을 당하게 될테니까요" "그런가…. 흠 그도 그렇군요. 그래서 이렇게 지루한 땅따먹기나 하고 있는거 지?" "뭐…. 그런 작전도 마마 덕분에 박살났습니다. 로세니아 놈들은 이제 본국으 로 도망치던가 아니면 전 병력을 이끌고 몰려나오던가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것입니다." "잘아네?" "하하. 제가 좀 잘나긴 했습니다." "……" 아~ 아~ 덴녀석은 원래 이런 놈이었지. 그정도는 나도 지도만 보면 충분히 알수 있는거라고. 흥! 부우우우우우웅…. 시끄러운 전장의 소음을 뒤덮는 커 다란 나팔소리가 울려퍼졌다. "퇴각신호군요" "아. 그래. 우리도 이만 돌아가자." "예. 마마." 말고삐를 잡아당겼다. 그동안 나를 태우고 묵묵히 서있던 검은 털을 가진 말 - 카렌 녀석이 끌고온 바로 그 말이다. - 은 고삐를 당기자 순순히 고개 를 돌리며 움직였다. "부대! 진지로 복귀한다! 해가 지기전에 식사를 마치고 각 중대별로 경계에 임한다. 이동!" 내 뒤를 따라 말을 모는 덴을 대신해서 화격단 선임 대대장이 된 밀러 대대 장이 크게 소리쳤다. 그의 구호에 맞춰서 각 대대별로 진지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음… 역시 크렌과 닐크가 빠진게 크긴 크구나. 그자식들 겨우 연약한 나한테 몇대 얻어맞았다고 드러눕다니 말이야. 하여간 허약하기는… 쯧쯧. 덕 분에 밀러 대대장만 고생하는구나. 말뚝 장애물들과 목책을 지나쳐 부대 진지로 돌아온 나는 우선 거추장스러 운 갑옷부터 벗어던졌다. 그리고 헤쉬케린 늙은이가 주었던 그 흰가루약을 입안에 털어넣었다. 효능이 미심쩍긴 했지만 진통 효과는 확실했기 때문에 입에서 뗄수가 없는걸. 내 막사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군의관에게 손바닥의 상처를 치료받고 퉁퉁부운 발등의 붓기를 빼는 약초를 붙인뒤 난 다시 막사 를 젖히고 밖으로 나왔다. 상처는 낫지 않고 있다. 더 심하게 악화되지 않기 위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니 왠지 좀 처량한걸. "으응?" 막 막사를 나서서 밖을 내다보니 석양을 등진채 진지로 복귀하는 한무리의 병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공성전에 투입되었던 정규군 병사들이로군. 둘 씩 혹은 셋씩 서로 부축을 해가면서 돌아온 병사들은 진지 입구를 통과하자 마자 금세 사방으로 흩어져버렸다. 곧이어 주위에서 끙끙 앓는 신음소리와 비명소리 그리고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휴우…." 어쩌겠어. 전쟁이란 원래 이런것을…. 어서 빨리 끝내버리는게 낫겠지. 상처 가 쑤셔온다. 우울한 광경을 보게 된 나는 진지 주변을 거닐며 기분전환 하려던 생각을 내던져버리고 다시 막사안으로 들어왔다. 막사 구석에는 카렌 녀석이 짐더미 사이에 주저앉아서 동글동글한 눈동자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난 녀석의 존재를 무시해버리고는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털썩. 아…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난 언제까지 싸워야 하는걸까? 그리고 언제쯤이면 우리 로렌을 안고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소풍을 나갈수 있는걸까. "하아…" 울고 싶다. 잠이 안와. 한밤중이 되도록 침대에 누워서 뒤척거려봤지만 잠이 안온다. 평 소에는 눕기만하면 기절하듯 잠이 들었는데 오늘은 왜 이러는거야. 정말이 지…. 쯧. "아아…"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몸을 일으켰지만 이 시간에 마땅히 할일이 있는것도 아니고 또 놀러다닐 처지도 아니니 정말 지루하다. 에휴…. 덴 자식들에게 시 비나 걸러 갈까? 음… 그것도 지은 죄가 있으니 별로 내키지가 않아. "저…정말로 아…안됩니다아~" 응? 뭔소리야? 막사밖에서 들리는듯한데 이 밤중에 누가 저렇게 떠들어대 는거야? 그것도 내 막사 앞에서 말이야. 간도 크구나. 너 잘 걸렸다. 후후후.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우왁~" 펄럭. 침대에서 막 빠져나오려고 할때 밖에서 반짝이는 플레이트 메일을 입 은 사내가 안으로 튀어들어왔다. "뭐야?" "예? 예? 아니… 그게 아니라. 저기…마마…" "랭스턴 자작! 누구 허락을 받고 멋대로 내 침소에 들어온건가?" "그…그러니까…" 에잇! 짜증나! 로이드는 왜 저런 술주정뱅이를 신하로 삼은거야? 그렇게 인 재가 없었나? 내가 자신을 쏘아보자 어쩔줄 몰라하면서 허둥대던 랭스턴 자 작은 말까지 더듬으면서 - 그것도 양손을 허공에 휘저으면서 - 당황한 모습 으로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갑자기 휘장밖에서 툭하고 튀어나온 발바닥이 그의 허리를 힘껏 걷어차버렸다. 퍽. "우아아…. 아야야야…" "길막지 말고 비키라고 했지? 젠장. 짜증나게시리…" "어…어?" "뭘그렇게 보는건가? 아넬리안. 사람 얼굴 처음봐?" "예에…그게…" 말 더듬는것도 전염되나봐. 아니아니 이게 아니잖아! "폐하!" "그렇게 소리 안질러도 다 들려. 작게 말해." "그게 아니잖아요! 폐하께서 어찌 이곳에…" 로…로이드가 갑자기 나타나다니. 이거 뭔가 잘못된거 아니야? 어떻게 그가 여기 있을수 있는거지? 말도 안돼! "왜? 당신이 여기 숨어있으면 내가 못올줄 알았나?" "어…어떻게 오신거에요?" "어떻게 오긴! 말타고 왔지! 지도상으로는 그리 멀지 않은것 같았는데 막상 말을 몰고 달려보니 한시간이나 걸리더군" "아니! 그게 아니잖아요! 왜 여기 오신거에요? 네?" "내 얼굴만 보면 집밖으로 가출하는 여편내 잡으러 왔다! 망할." 하…하하…하하하…. 로…로이드가 과격해졌어. 아니야. 저건 과격한게 아니 라 신경질쟁이가 된거야! 우아… 나의 로이드가… 그 귀엽고 상냥하던 - 추 억이란 원래 각색 되는법이다 - 저렇게 미간을 찌푸리며 신경질을 부리는 못된 남편이 되다니! 이것도 저주인건가? 아하하… 기가 막힌다. "랭스턴 자작!" "예옛! 폐하!" "나가봐. 왕비랑 단둘이 나눌 말이 있으니. 그리고 경비병들도 멀찍이 보내 놔! 당장!" "옛! 폐하!" 로이드의 외침에 허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던 랭스턴 자작이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뒤도 안돌아보고 허겁지겁 밖으로 뛰쳐나갔다. 랭스턴 자작을 내 보낸 로이드는 이어서 여전히 짐더미사이에 쪼그리고 앉아서 우리들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카렌에게 소리쳤다. "너도 나가!" "……" 과연 카렌. 자랑스러운 크레센트 왕국의 국왕폐하이신 로이드 1세의 명령에 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리에 앉아서 로이드를 빤히 올려다본다. 그리고 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내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카렌은 아무말없 이 몸을 일으키고는 바지에 뭍은 흙을 툭툭 털면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자! 이제 우리 대화좀 할까? 부.인." "그러…죠" 왠지 잠은 다 잔것같은 분위기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나한테 사과할것 없나? 아넬리안" "에…" 없기는…. 너무 많아서 뭐부터 말해야할지 모르겠는걸. 난 잠시동안 곰곰히 생각한뒤에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되는것 부터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멋대로 가출해서 미안해요." "……" "로렌…. 우리 아이를 쓸쓸하게 놔둬서 미안해요" "…그리고?" "허락도 없이 신하들 빼가서 미안해요" "……" "아참. 국고에서 자금도 조금 슬쩍했어요. 많지는 않아요. 한 이백만 골드 쯤…" "끄응…" "그리고…. 황실 무기고에 있던 활과 창들도 서류 조작으로 슬쩍 들고나왔 고…" 털썩. 나를 노려보고 있던 로이드가 내 침상에 걸터앉으면서 손으로 눈가를 가린다. 나… 뭐 실수한걸까? "계속해. 계속" "에…음…. 또 뭐가 있더라…. 아! 북부 도시에 보관되어 있는 군용 곡창들 다 비었을거에요. 거기도 조금 채워줘야 되요. 모자라서 민간용 식량창고도 다 털어갔거든요. 그러고보니 폐하 이름으로 했구나. 깜빡했네" "크흠…" "멋대로 케센국이랑 협정 맺어서 미안해요. 하지만 이건 비밀 협정이었어요. 잘되면 나중에 보고할 생각이었다고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잘되었잖아요. 안 그래요?" "하아…" "그리고…" 난 살며시 입을 다물었다. 이걸 말해야 할까? 더 화낼거 같은데…. 이해해 줄까? 고민된다. "계속해." "하지만…" "계속하라고 했어! 명령을 내려줄까? 응? 대 크레센트 왕국의 국왕 로이드 1 세의 이름으로 명한다! 계속해! 됐나?" "계…계속할께요" 무…무서워. 진짜 화난건가? 로이드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아… 이것만은 말 하기 싫었는데…. "이번에도 전장 선두에서… 싸…싸웠어요. 무…물론! 그러지 말라고 덴…아니 워렌 자작이랑 다른 이들 붙여준건 알아요. 비…비록 제 부하들이긴 했지만 어쨌든 직위를 받았으니까 폐…폐하의 신하들이니까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참으려고 했었는데… 그게…" "후우… 빌어먹을" "데…덴도 많이 말렸고 저도 참으려고 했었는데…그게…. 있잖아요! 원래 사 령관은 맨 선두에서 싸워야 병사들이 따르는거잖아요. 안그래요? 그래서 저 도 솔선수범해서…" "닥쳐!" 움찔. 포…폭발했다. 로이드가 폭발했다아~ 난 노려보는 로이드의 눈. 내가 그의 의지를 무시하고 그를 배반했을때 상처를 받은채 가라앉은 바로 그 눈 과 똑같은 눈초리였다. 무서워…. "후우… 또 없어?" "이…이젠 없는…데…요" 갑자기 로이드가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내게 다가온다. 내 앞에 우뚝선 로 이드. 이젠 나보다 더 커버려서 올려다보게 되어버린 내 남편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나를 내려다본다. 그의 눈동자 사이로 커다란 분노가 보이는건 내 착 각일까? "입 꽉닫아." 나를 노려보던 로이드가 오른손을 치켜들며 말했다. 맞는다! "자…잠깐만요! 잠깐!" "…뭐야?" 막 내 뺨을 때리려고 움직이던 손이 뚝 멎었다. 난 나도 모르게 감았던 눈 을 뜨면서 그의 얼굴에 손을 들이댔다. "저…저기… 저 부상자인데요" "하…하하…" 내말에 로이드가 허탈한듯 웃는다. 그리고는 내 손에 감긴 붕대와 내 얼굴 을 번갈아 바라본다. "이런걸로 안 죽어! 다시 한다! 무서우면 눈감아" "에에에에…" 이번엔 진짜로 맞는다. 화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로이드의 눈빛이 너무 무서워.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겼다. 쉬익… 귓가로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움찔. "……" "……" 소…소리가 안나네? 아프지도 않고…. 살며시 눈을 떠보니 로이드의 손이 내 볼 바로 앞에 멈춰서 있는게 보였다. 그리고 그의 얼굴로 시선을 돌려보 니까 입꼬리를 움직이며 실룩거리고 있는 로이드의 모습이 보였다. "쿡…" 로이드가 작게 웃으면서 손을 뻗어서 내 볼을 만졌다. 따뜻해…. 그의 두팔 이 내 어깨를 타고 스르륵 미끌어진다. 나를 껴안은 로이드는 내 뺨에 자신 의 볼을 비비면서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역시 여자는 못때리겠어. 아니… 당신은 못때리겠어. 쿡쿡쿡" "히에에…" 아…하아…아아아…. "뭐야? 그 소리는?" "…온몸에 힘빠지는 소리요" 안도감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오자 잔뜩 긴장했던 몸이 저절로 스르륵 풀려나 갔다. 로이드에게 안긴 난 그의 몸에 기대면서 두팔로 로이드의 목을 껴안았 다. 따뜻해…. 화해…라고 할수 있으려나? 하여간 로이드의 기분이 풀어졌다. 사실 여기까 지 와서도 당장 로이드를 보러 달려가지 않은건 혼날걸 뻔히 알고 있기때문 이었는데…. 뭐… 이정도로 끝난게 다행이지. 진짜 맞는줄 알았는데 말이야. 아팠을거야. 무척 아팠을거야. 몸도 마음도…. "무슨 생각하고 있지?" "에…" "뭐… 말하기 싫으면 관두고.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알아?" "……" "모르면 잘 들어 두라고." "네에"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화난건…. 왜 로렌에게는 미안하면서 나한테는 미안 하다는 말한마디 안하는건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내가 로렌보다 더 걱정 했을거라고 생각안해? 응?" "……" 그런 이유였냐? 겨우 그것뿐? 그것때문에… 난… 알리지 않아도 될 비리들 과 남편 몰래 꿍쳐둔 비자금에 대해서 불어버린거야? 와하하하하…. 차라리 날 죽여줘. 아니 때려줘…. "왜 대답이 없지? 아넬리안?" "미…미…미안…해요" "거참. 사과 한번 받기 참 힘들군" 크흑…. 로이드의 성격으로 봤을때 보나마나 일 끝나면 오늘 내가 떠벌인거 에 대해서 몽땅 추궁해 올거야. 아아…. 이제 화격단 운영비는 어디서 조달하 냐고. 내 인생은 너무나 참담해. 참혹해. 불쌍해! 크흑…. 내가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때 갑자기 로이드가 달려들어서는 번쩍 들어올렸다. "웃차" "꺄…꺄악! 내…내려줘요!" "부상자라면서? 부상자는 부상자에 걸맞게 대우해줘야겠지?" "하…하지만…" 우아아…. 로이드 힘 세졌네…가 아니라! 이 남자는 왜이렇게 날 안는걸 좋 아하는거야! 난 바닥에서 발이 떨어지면 불안하다고! 말에 탔을때는 괜찮지 만…. 이렇게 남의 품에 안긴채 들려가는건 싫어! 창피하다고! "버둥거리지마! 떨어지면 다친다고!" 양팔로 날 안아든 로이드는 그렇게 말하면서 날 나무 침상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내 옆에 반쯤 드러누우면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화장도 안하고 전쟁터만 쫓아다녀서 못생겨졌을줄 알았는데 여전히 예쁘네. 의외로…" "그… 의외라는건 무슨 뜻이죠? 뭘 기대한거에요?" "하하. 역시 이래야 아넬리안이지. 좀전에는 너무 고분고분해서 내가 사람을 착각한줄 알았다니까." "……" 나야말로 당신이 진짜 로이드인지 의심스럽네요. 나의 로이드는… 나의 로 이드는…. 원래 삐뚤어지고 심통 맞았지…. 그래도 전엔 순진하기라도 했었는 데 이제는…. 슬며시 고개를 들어서 로이드를 올려다보니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골똘이 생각에 잠겨있다. 분명히 눈은 나를 보고 있는데 그의 머리속 은 다른곳에 가있는게 분명해 보인다. "무슨 생각을 하는거에요?" "아? 아아… 별로. 대단한건 아니야"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고민하시는건가요?" "뭐… 그런거지. 오늘 장군들에게 보고받기로는 더이상 적은 전쟁을 수행하 기 힘들어질테니 아마도 마지막 결전을 준비하던지 아니면 협상을 하려 할거 라고 하더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지?" "커트렌 그 자식이라면… 절대로 협상같은건 안할거에요. 폐하" "…커트렌… 확실히 저쪽 사령관 이름이 바로 그 이름이었지. 노베른 가문의 장자…가 아니라 이젠 가주라고 해야할까?" "그자식은 절대로 협상같은걸 할 놈이 아니에요. 폐하. 만약 협상을 제의해 온다면 다른 꿍꿍이가 있던지 시간을 벌려고 하는거겠죠." "하긴… 나도 그렇게 생각해. 젊은놈이긴 하지만 교활한 놈이니까" 그래도 로이드보다는 나이가 많은걸로 아는데… 자기보다 어린 사람에게 젊 은놈 소리를 들으면… 아마 분통터져 죽으려고 하겠지? 풋. "뭐가 웃긴데?" "아뇨. 별것 아니에요. 그보다 왕실안 상황은 어때요?" "아아~ 꽉 잡았어" 스윽. 로이드가 슬며시 내 머리를 감싸 쥐면서 드러누웠다. 그리고는 내 앞 머리카락을 손으로 만지면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요 몇년동안 계속된 왕위 계승 싸움과 내전, 그리고 이번 전쟁 때문에 영지 를 가진 귀족들은 큰 타격을 입었어. 싸움에 직접 연관된 자들은 대부분 죽 었고 직접 연관이 되어있지 않더라도 재정적, 군사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지. 쥐어짤대로 쥐어짜고 있거든. 그렇게 해서야 겨우 북부와 남부를 안정시키고 로세니아 놈들을 몰아낼수 있을만큼 전력을 비축할수 있었으니까. 거기다 지 금 군권은 모두 내가 거머쥐고 있다고. 징집병은 물론이고 정규군들까지 모 두 내 명령을 듣고 있으니 아무리 간 큰 귀족이라도 내 앞에서는 입을 함부 로 놀리지 못해. 실제로 내가 직접 전쟁에 참가한다고 말했을때도 아무도 반 대하지 못했거든. 늙은 대신들이 한번 찾아와서 넌지시 말을 건내기는 했지 만 무시해버리니까 그 다음부터 안오더라고. 거기다 정규군 지휘관들과 장교 들도 브래드릭 형님이 꽉 쥐고 있어서 더 편하기도 했고." "헤에…. 그럼 이제 반대파는 모두 사라진걸까요?" "뭐… 귀족 놈들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알수가 있나? 하지만 그 래도 지금 상황에서는 대놓고 내게 투덜거릴 놈은 없지. 전시에 왕의 명령을 어긴다는건 반란을 일으킨다고 떠들어대는거나 다름없으니까." "그렇군요" "거기다. 워렌 자작이 워낙 기틀을 잘 다져놔서 말이지. 어디서 구슬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귀족 파벌에 휩쓸리지 않고 중립을 지키거나 몰락 귀족 출 신의 장교들과 관료들을 끌고 왔거든. 크레센트가 세워진 이래로 왕의 권한 이 나만큼 강했던때는 아마 없었을거야. 원하던 원치않던 따를수 밖에 없는 상황이랄까? 그런 상황이지" "잘됐네요. 폐하. 이제 폐하께서 원하시는대로 나라를 운영하실수 있을거에 요" "그것도 이 전쟁이 빨리 끝난다음에나 가능한것이고… 그보다 아넬리안. 당 신은 이제 어쩔거지?" "예?" "이제 당신의 부대… 화격단이던가? 그 부대도 본대와 합류했잖아. 이제 굳 이 당신이 지휘할 필요는 없지 않겠어? 거기다 다치기까지 했잖아. 안그래?" "그렇긴 하지만…" "그러니까. 이제 당신은 왕성으로 돌아가라고." "예? 하지만요." "더이상 여자인 당신이 이곳에서 고생할 필요는 없어. 로렌도 데려왔으니까 로렌과 함께 왕성으로 돌아가. 로렌도 당신을 많이 찾았으니까 이제 아이를 돌보면서 쉬라고. 전쟁같은 일은 남자들에게 맡겨두고" "하지만…" "뭐가 하지만이야?! 내말 들어! 만약에 싫다고 하거나 내 시야에서 도망치려 고 하면 꽁꽁 묶어서 튼튼한 상자에 집어넣은다음에 왕성으로 보내버릴거야! 100m밖에서도 아주 잘보일정도로 커다란 리본을 달아서 말이야!" "에에엑?" 그거… 무지하게 끔찍하다. 어라? 로이드의 이말 언젠가 내가 했었던가? 왠 지 매우 친숙한… 아냐! 지금 중요한건 이게 아니야! 어쩌지? 난 그럴 마음 이 전혀 눈꼽만큼도 없는데! 슬쩍 로이드를 돌아봤지만 그는 완고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뿐이다. 지금은 어떤 말로 설득해도 씨도 안먹힐게 뻔해. 안돼! 그 뺀질뺀질한 덴 자식과 쓰래기와 동급인 내 부하놈들은 내가 없으면 안된다고! "그게… 에…" "뭐… 지금 당장 가라는건 아니야. 눈도 오고 하니까 조금 날씨가 풀리면 그 때가서 다시 이야기 하도록 하자고" 우아아… 벌써 마음을 정했어! 그래놓고 뭘 나중가서 다시 이야기 하자는거 야? 망할 남편 같으니라고! 하여간 내가 하는일에 도움을 줄생각을 안한다니 까! 우이씨! 그때 막사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누구야?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을텐데?" "왕세자 전하께서 오셨습니다." "그래? 로렌이? 이시간에? 자고 있지 않았던가?" "들여보내! 어서!" "예!" 휘장이 젖혀지면서 내 허리에도 안올만큼 조그마한 아이가 튀어들어왔다. 아아~ 로렌. 꿈속에서 몇번이나 만났지만 실물로 보니까 너무 귀엽고 사랑스 럽구나 "마마!" "로렌!" 탁. 나를 안고 있던 로이드의 팔을 쳐내고 잽사게 일어선 난 모피를 뒤집어 쓴건지 움직이는 모피걸이가 된건지 분간할수 없을만큼 모피에 둘러쌓인 로 렌에게 달려가서 아이를 꼬옥 안아주었다. "보고 싶었쪄요! 보고 싶었쪄요!" "그래. 엄마도 로렌을 많이 보고 싶었다. 내 아기" 울먹거리는 로렌을 번쩍 안아들었다. 로렌은 내 얼굴을 보자 그동안 꾹꾹 눌러서 참고 있었던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울었고 난 그런 로렌을 달래주었 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보니 로이드가 '쳇'하고 툴툴거리면서 얼굴을 돌려버 린다. 풋 "폐하아~" "…왜그러지?" "세상에서 가장 못난 남편이 어떤 남편인지 아세요?" "몰라!" "자기 자식을 질투하는 남편이랍니다. 후훗" "흥!" 로이드는 콧방귀를 뀌면서 돌아누웠다. 그러면서도 이불을 젖혀주는걸 보니 까 양심은 아직 남아 있나보네. 후후후. 나를 놀린 벌이다! "자. 로렌 오랫만에 엄마랑 같이 잘래?" "네! 네! 네!" "쳇…" 저런. 로이드도 아직 너무 어리다니까. 로렌이나 로이드나…. 쯧쯧. 이래서야 내가 어린애 둘을 키우는거나 다름없잖아? 아아~ 난 너무 불행해. 우후훗. 연 신 터져나오는 웃음을 한손으로 막으면서 로렌의 그 과도한 - 너무 많이 껴 입은 - 모피코트를 벗어준다음에 아이를 가운데 눕히고 침대속으로 들어갔 다. "날씨가 춥다. 더 가까이 와" "네에~" 로렌은 자다가 깨서 쫓아온건지 자리에 눕자마자 연신 하품을 한다. 졸린 기색이 역력한데도 불구하고 내 손을 꼬옥 붙잡으면서 졸음을 쫓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스윽. 나와 로렌의 머리 밑으로 로이드의 큰 팔이 지나갔다. 하여간… 말과 행동이 안맞는 남자라니 까. 로이드는…. -------------------------------------------------------------- 제 3차 드림워커배 폐인대전 a(알파)가 5월 23일 시작됩니다. ...이번에도 1등을 노리고...예열시작합니다. 가우군 p.s 예열 실패하면 엔진 정지로 시동이 꺼질수도 있습니다( --)y=~푸우. p.s2 커플지옥 솔로천국! 남자들이여 솔로가 되라! 36.5도의 생체 난로따윈 우리에겐 사치다! 우오오오오오오!!! 난 이런거 쓰기 싫어! 우아아아악!!!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blog.paran.com/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8장 숙적 (2)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하아암…. 오랫만에 맘 편하게 잤다. 천막 밖이 밝아오는걸 보니 슬슬 아침 이 될 시간인것 같았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로이드와 로렌이 서로 이마 를 맞댄채 쿨쿨 자고 있다. 헤에~ 로렌도 로렌이지만 로이드도 이렇게 보니 까 귀엽다아~ 우훗. 살짝 손을 뻗어서 로렌의 볼을 쿡쿡 찔렀더니 저절로 몸 이 배배 꼬일만큼 귀여운 로렌이 몸을 움찔거린다. "우우웅" 그리고는 내 손길을 피해서 꼼지락 거리면서 제 아버지한테 달라붙는다. 오 호홋. 조금만 더가면 굿모닝 키스도 가능하겠는걸? 푸훗. 쿡쿡. 꾹. "우웅~" 꼼지락 꼼지락. 조막만한 손으로 내 손가락에 찔린 볼을 긁적거리며 로렌은 로이드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그러자 로이드는 고개를 숙이면서 로렌의 키스 세례(?)를 이마로 받았고 귀찮은지 몸을 뒤척이면서 로렌에게서 떨어진다. 우훗. 쿡쿡. 쿡쿡쿡. 재미있다. "우에… 우에엥!" "어…어라?" 갑자기 로렌이 눈을 감은채 울음을 터뜨렸다. 깜짝 놀란 난 급히 로렌을 안 아들어서 무릎위에 올려주었고 아이의 울음소리에 눈을 뜬 로이드가 고개만 빼꼼히 든채 나를 올려다본다. 로이드… 이마가 침투성이야. 머리카락이 찰싹 달라붙어있다. "왜그래?" "에? 에? 그게… 무서운 꿈이라도 꾸었나봐요." "아아…." 로이드는 그렇게 무성의하게 대답하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다. 치이. 너무하잖아! 아이가 우는데 귀찮다고 고개를 돌려버리다니! "우엥…우엥…" "엄마 여기있잖아. 로렌. 자~ 뚝. 뚝." 아이의 눈가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닦아주면서 꼭 안아주자 로렌은 내 품 안에서 히끅거리면서 울음을 참는다. 그리고는 제 엄지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다시 잠이 들었다. 우하~ 갑자기 울줄은 몰랐다고. 뭐. 일부로 그런건 절대 아니야. 귀찮게 해서 짜증났던 걸까? "자~ 로렌아. 엄마랑 코~ 자자?" "우우웅" 내 품에 안긴 로렌이 작게 옹알거리면서 내 가슴에 몸을 묻고는 비비적 거 린다. 후훗.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구나. 아아~ 이맛에 산다니까 정말. "자아~ 자자. 로렌" 조심스럽게 로렌을 침대위에 눕혔다. 그리고 그 옆에 같이 누운뒤 로렌의 목위까지 이불을 덮어주자. 입을 반쯤 벌리고 눈을 꼭감은채 누워있던 로렌 이 조그만 팔을 휘휘젓다가 내 가슴팍의 옷자락을 양손으로 꼬옥 붙잡고는 내게 메달려 왔다. 난 아이가 깨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로렌의 머리에 팔베게 를 해준다음 내 품에 안겨있는 아이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우웅" 로렌은 기분이 좋은지 작게 웅얼거리면서 더욱더 내품에 메달렸고 떨어지지 않으려는듯 자는중에도 가운 옷자락을 두손으로 꼬옥 쥐고 있었다. 이녀석 잠든거 맞아? 어린애면서 왜이렇게 힘이 좋은거야. 안떨어지네…. 뭐… 옷 찢 어지면 로이드 보고 새로 맞춰달라고 하면 그만이지. 우리 아이를 위해서인 데 설마 그깟 옷 한벌 가지고 째잔하게 굴까. 우훗. 난 마치 천사처럼 보이는 로렌의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해주었다. 쪽. "나도." "…히엑" "뭐야? 그 반응은?" 노…놀래라. 언제 깬거야? 이 인간은? 고개를 들어보니 로렌과 마찬가지로 목만 이불밖으로 빼꼼히 내밀고 있던 로이드가 두눈을 껌뻑이면서 나를 바라 보고 있다. "안해줄거야?" "네?" "모닝 키스. 여기. 여기" 그렇게 말하면서 로이드는 자신의 이마를 톡톡 친다. 나참. 애냐?! 정말이지 이남자 올해로 21살 - 결국 난 22살이 되고 말았다. 슬퍼 - 된 건장한 청년 맞아? 하는짓은 완전히 애잖아! 로렌이 보면 얼마나 한심해할까. 이런 남자 가 아빠라니…. 쯧쯧. "뭐해? 빨리 해줘" "로렌이 깨잖아요." 로이드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슬며시 피한 난 내 품안에 안긴 로렌을 방패로 내세우면서 조심스럽게 거절했다. 그러자 로이드가 갑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내 품에 안겨서 새근새근거리며 잠들어있는 로렌의 뒷통수를 노려보다가 꿈 지럭 거리면서 내게 머리를 들이밀었다. 나참…. 이 남자는 뭘믿고 이렇게 애 처럼 구는걸까? 철좀 들었으면 좋겠다. 어릴때의 로이드가 좋았는데…. 작게 한숨을 내쉰 난 로렌의 등을 토닥이던 손을 내밀어서 로이드의 목을 끌어안 았다. 그리고는 그의 이마에 입을 가져갔다. 쪽. "이제 됐…웁! 웁웁!" 망할 남편! 갑자기 덥쳐서 억지로 키스해버리다니! 고개를 뒤로 빼면서 반 항해봤지만 로이드는 양손으로 내 귓가를 단단히 붙잡고 머리를 움직이지 못 하게 만들었다. 우에…. 혀 집어넣지마! 꽉. 내 이빨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로이드의 혀를 꽉 깨물었다. "우웃" 그러자 로이드가 인상을 쓰면서 떨어져나갔는데 그러고도 정신을 못차렸는 지 날 노려본다. "흥!" 난 로렌의 몸을 두손으로 안은뒤에 몸을 돌렸다. 뒷통수가 따끔거리는걸 봐 서는 로이드는 계속 날 노려보는듯 했는데 의외로 조용하다. 한번 당하고 나 니까 포기한건가? 시간이 조금 지나자 슬며시 걱정된다. 고개를 슬쩍 돌려서 돌아보니 로이드의 살기등등한 눈이 나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우엣! 황급히 고개를 돌려서 로이드를 외면했다. 전쟁터에서도 저만한 살기를 느껴 본적은 없다고! 뿌득. 등뒤에서 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 등뒤로 식은땀 이 흘러내린다. "아.넬.리.안." "네…네에?" "이 망할 여편네! 감히 남편의 혀를 깨물어?" "그…그러길래! 누…누가 막 키스 하라고 했어요?" "그래도 꼬박꼬박 대답한다 이거지? 뿌득" 찔끔. 저렇게 이를 갈면서 화내는걸 보니까…조금 무섭다. "저…저기… 폐…폐하? 조…조금 진정하시고…" "시끄럿!" "꺅!" 와락. 갑자기 로이드가 뒤에서 나를 껴안더니 억지로 내 고개를 돌리게 하 고는 다시 입술을 겹쳐왔다. 아아앙… 난 몰라. 기분이…. "우웅? 마마?" 움찔. 나와 로이드의 몸이 동시에 굳어버렸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내 가 슴팍에 매달려있는 로렌을 내려다보자 땡글땡글한 두눈으로 우리를 올려다보 고 있는 로렌의 얼굴이 보였다. 아으…. 얼굴이 불이 난것처럼 달아오른다. 그때 갑자기 로이드가 손을 뻗더니 손바닥으로 아이의 두눈을 턱하고 가려버 린다. 그리고는 계속 키스를 이어갔다. "웁! 우웁!" 후엑… 숨찬다고! 아이 앞에서 이 무슨 추태냐고오!!! 이 망측한 남편을 밀 쳐버리고 싶었지만 로이드가 로렌을 깔아뭉갤까봐 손을 뗄수가 없다. 이런 내 사정을 눈꼽만큼도 고려하지 않는지 로이드는 마치 기회라는듯이 내게 매 달려서 키스를 이어갔다. 우우우…. 너무해. "푸하…" 겨우 떨어져나갔다. 입가가 침으로 번들거려. 우이씨. 로이드 나빠! 내게서 떨어져나간 로이드는 내가 째려보는데도 불구하고 씨익 웃으면서 몸을 일으 키더니 내 품안에서 바둥거리는 로렌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로렌을 자신의 무릎위에 세우고는 말했다. "로렌. 아버지한테 모닝 키스 해야지?" "네에~ 로렌 잘해요~" 무슨 망측한 소리냐. 로렌. 이 남자가 착하고 귀여운 아이 하나 버려놨어. 흑…. 로렌아! 넌 로이드를 닮으면 안돼! 쪽. 귀엽고 깜찍한 로렌은 로이드의 입술에 쪽소리 나도록 뽀뽀를 한다음에 그의 품에 안겨서 볼을 부벼댔다. 아… 귀여워라. 하지만 이런 내 기분은 승리감에 우쭐거리고 있는 로이드의 얼굴을 보고는 박살나버렸다. 우이씨! 내가 왕성을 비운사이에 이 남정네가 도대체 뭔짓을 한거야?! "로렌아. 엄마한테도 해줘야지?" "네에~" 생글거리면서 웃은 로렌은 로이드의 품에서 뛰어내려오더니 고 작은 얼굴을 내 눈앞에 들이대고는 쪽하고 뽀뽀를 했다. 그리고 제 아버지한테 했던것처 럼 내 볼에 자기 뺨을 대고는 부벼댄다. 우아아아아!!! 너무 귀여워! 역시 내 새끼! "로렌아!" "끼엑…" "이봐. 우리 아이를 죽일셈이야?" 너무 꽉 쥐었다. 우…. 난 단지 너무 귀여워서 안아주고 싶었던건데…. 자리를 털고 일어나 침대위에 앉았다. 그러자 침대위에서 폴짝거리면서 - 어느새 기운을 차렸다. 역시 애들은 힘이 넘친다니까 - 정신사납게 뛰어다니 던 로렌이 내 무릎위에 털썩 주저앉는다. 그리고 나를 올려다보며 방긋 웃는 다. "에헷~" 아… 현기증 나라. 내 아이라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정말 천사같다니까. 몸에서 빛이 나는것 같아.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로렌은 방실방실 웃다 가 뭔가 가지고 놀게 없나 두리번거린다. 그리고는 내 백금발 머리카락을 한 움큼 쥐더니 그 끝을 가지고 놀기 시작한다. 터억. 어깨에 무거운게 내려 앉 는 느낌 "…무거워요" "설마~ 당신 힘 세잖아? 그리고 설마 내 머리가 로렌보다 무거울려고?" "나참… 누가 볼까 무섭지도 않아요?" "훗. 어떤 간 큰 놈이 우릴 엿볼까? 죽고 싶어서 환장했다면 모르지만…" "에휴" 능글맞아라. 능글맞아라. 이 남자 겨우 몇년사이에 왜 이렇게 변한거야? 음… 만약 로이드가 왕이 안되었어도 이랬을까? 그럴것 같기도 하고 아닐것 같기도 하고… 아~ 모르겠다. 포기했다. 포기했어. 로이드는 원래 이랬었다고 생각하지 뭐. 그게 속편하겠다. 음음. 로이드는 내가 포기하고 가만히 있자 양팔을 뻗어서 내 목을 감싸면서 내게 찰싹 달라붙었다. 앞에는 로렌. 뒤에는 로이드. 이거야 원…. 완전히 애가 둘이잖아. 정말이지 이 나라의 장래가 불 안하다. 이러니 내가 가만히 앉아서 놀수가 없는거 아니겠어? 뭐… 조금 자 기 변명같기는 하지만. 맞는 이야기라고. 음음. 확실히 내가 없으면 안돼. 로 이드도 로렌도. 우훗. "쉬이~ 착하지. 착하지." 로렌과 로이드의 머리를 토닥여줬다. "에헷~" "…애 취급이냐? 기분나쁜걸?" 이런이런. 큰 '애'와 작은 '애'의 반응이 정 반대인걸? 우훗. 나를 보면서 방 실방실 웃던 로렌은 다시 내 머리카락 끝을 잡고 손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어깨에 턱을 걸친 로이드는 로렌처럼 내 머리카락을 쥐고는 슥슥 문질러본다. 덥썩 "꺄~" 뭐…뭐야! 이 인간! 갑자기 남의 가슴을 움켜쥐다니! 응큼해! 깜짝 놀란 난 급히 로이드의 양손을 찰싹 때린다음에 등뒤로 넘겨버렸다. "아프잖아" "흥!" 하는김에 아예 내 어깨에 얹혀져 있는 고개까지 뒤로 밀어서 떨궈버린 난 콩닥콩닥 뛰는 심장소리가 들킬새라 어깨를 움츠리면서 몸을 둥글게 말았다. 내가 로렌하고만 놀아줘서 삐진건가? 갑자기 왜 이러는거야? 사람 당황스럽 게…. "쳇. 그렇다면…" 터억. 다시 고개를 내 어깨위로 올려놓는다. 그리고 이번에는 귓가에 뜨거운 입김을 불었다. 후웃… "하아…" 부르르…. 나도 모르게 몸이 떨려왔다. 찌릿찌릿한 느낌이 등골을 타고 흐른 다. 우이잇! 내가 장난감이야! 이 남정네가 정말! 막 화내려고 하는데 갑자기 로이드가 입술 끝으로 귓볼을 꽉 깨물었다. 꺄아아아아아아…. 머리속에서 펑~ 하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다. 우우우…. 찌릿찌릿해라. "그만!" 손으로 로이드의 얼굴을 힘껏 밀친 난 로렌을 꼭 안아든채 침대 끝으로 기 어갔다. 그러자 뒤로 벌러덩 쓰러졌던 로이드가 벌떡 일어서더니 날 쫓아왔 다. 입가에 예의 그 능글맞은 - 마치 빌어먹을 덴 녀석과 같은 - 미소를 지 으면서 말이다. 막 날 덮치려는 로이드를 향해 난 눈을 말똥말똥 뜨고 나와 로이드를 번갈아 보고 있던 로렌을 들이댔다. "우웃! 비겁해!" "시끄러워요! 폐하께서 그런 말 할 자격이나 있어요?" "쳇…. 아이를 방패로 삼다니. 치사해졌어. 아넬리안" 에효효효…. 투덜거리는 로이드를 보고 있자니 왠지 내 자신이 한심해진다. 하늘이 너무나도 행복한 날 시기한걸까? 투덜거리는 로이드는 어떻게 해서든 내게 달라붙으려 했지만 그때마다 난 로렌을 들이대면서 - 미안해 로렌아! 엄마도 이러고 싶지 않아! 정말 미안해! - 그의 돌진을 막았고 이런 대치는 꽤 오래갔다. 내게 반짝 들려 있는 로렌은 이 상황이 재미있는지 - 아니 내 가 들어줘서인지도 모르겠다 - '에헷~에헷~'하고 웃었고 달려들려는 로이드 의 얼굴을 향해 조막만한 양손을 내뻗어서 나를 도와주었다. 잘한다 로렌! 그때였다. 나와 로이드 사이에 벌어지던 치열한 신경전이 어느순간 갑자기 뚝하고 멈췄다. 막사밖에서 '와아아아아!!!'하는 커다란 함성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나가봐야겠군" "직접 나가시게요?" "아아. 전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지휘관 막사에 얼굴이라도 비춰야지. 난 왕이 잖아. 직접 전쟁터까지 나왔는데 전장으로 떠나는 병사들조차 보지 않으면 여기 올 자격이 없잖아?" "하긴 그도 그렇네요." 로이드는 아쉽다는 표정으로 몸을 돌려서 침대를 벗어났다. 그리고는 바닥 과 짐상자위에 대충 널려있는 자신의 옷가지들을 챙겨입고는 긴 가죽장화를 신었다. 그리고 로렌을 안고 있는 내게 다가와서 살짝 키스를 했다. "다음에는 둘이 놀자고. 로렌도 혼자라서 심심해 하는거 같으니까" "……" 너구리다. 너구리! 로이드는 너구리다! 우아앙…. 예전엔 안그랬는데. 나의 로이드를 돌려줘어어!!! "알았지?" "…네에" 화끈거리는 얼굴을 숨기기 위해서 고개를 푹 숙인 난 작게 대답하면서 고개 를 끄덕였다. 그리고 힐끔 고개를 들어서 로이드를 바라보니 만족한 표정을 하고 있던 그는 웃으면서 막사를 나갔다. 휴우…. 정말이지…. 조금 오래 - 조금일까? - 떨어져 있었다고 보자마자 무지막지한 애정공세를 펼치는구나. 피곤할 정도로 말이야.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우후훗. "마마?" "응? 왜그래? 로렌? 배고파?" "아니요. 아니요. 로렌도 기뻐요. 마마가 웃어서 기뻐요." 아우우우우우!!! 요 귀여운것! 세상에 어떤 아이가 우리 로렌처럼 깜찍하고 귀여울수 있을까? 아~ 행복해. 너무 행복해. 이런게 바로 가족인가봐. 하지 만…. 그전에 나도 이만 나가봐야겠지? 로이드만으로는 조금 불안하니까. "카렌. 나와" 대답이 없다. 이 망할 꼬맹이가! 점점 반항기가 늘어간단 말이야. "카렌 어서 안나와?! "마마?" "응? 괜찮아. 우리 로렌한테 소리지른거 아니야. 카렌! 당장 뛰어나왓!" 난 품에 안고 있던 로렌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러자 품에 안겨있던 로렌이 깜짝 놀란다. 흠흠… 목소리 좀 줄여야겠군. 그나 저나 이 꼬맹이 자식! 왜 안튀어 나오는거야? 정말 언제 날잡아서 반 죽을정 도로 패줘야 말을 잘 들으려나? 그런 궁리를 하고 있을때 침대밑에서 지익지 익 하는 무언가 끌리는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내 앞에 흙을 잔뜩 묻힌 붉은 머리의 꼬맹이가 튀어나왔다. 녀석! 부르면 당장 뛰쳐나와야지! 하여간 내 부 하라는것들은 왜 다들 이모양인지 몰라. "카렌." "응" "우리 로렌이랑 잠깐 놀고 있어. 아침 꼭 먹이고. 씻겨주고. 알았지?" "……" "대답해" "…응" 왠지 싫은 기색이 역력해보이지만 상관없지. 쯧 부하주제에 말이야. 시키면 시키는대로 할것이지. 하여간 요즘 젊은것들은…. 젠장 이건 헤쉬케린 늙은이 의 말투잖아! 옮은건가…. "로렌아. 엄마도 아빠랑 같이 잠깐 나갔다 올께. 여기서 조금만 놀고 있으렴. 알았지?" "우웅" 그런 슬픈 눈으로 보면 마음이 흔들리잖아. 로렌아. 흐윽…. 이게 다 이 엄 마가 못나서…가 아니라 네 아빠가 못나서 그런거란다. 이 엄마를 용서해주 렴. 사랑하는 로렌아. "기다리고 있을께요. 딴데 가지마세요. 빨리 오세요." "그래. 우리 로렌 착하지? 여기서 카렌이랑 놀고 있으렴" "네! 네! 착해요! 착해요! 여기서 놀고 있을께요!" "그래. 그래." 난 씩씩하게 대답하는 로렌을 꼭 안아준 다음에 급히 일어나서 내 옷가지를 찾았다. 음…. 로이드도 왔으니까 오늘은 드래스를 입어볼까? 수수한걸로 하 자. 아무래도 로이드가 있는데 셔츠에 바지차림으로 돌아다니는건 좀 그러니 까…. 상자에서 그럭저럭 쓸만한 연한 녹색의 드래스를 꺼내입은 난 즉시 막 사 입구로 뛰어가면서 로렌에게 손을 흔들었다. "로렌아~ 엄마 갔다올께~" "다녀오세요~ 마마" 방긋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로렌. 아아~ 오늘은 정말 기념할만한 행복한 날 이 될것 같아. 우훗. -------------------------------------------------------------- 아넬리안이 나간뒤. 막사안. 로렌 : (방긋방긋 웃으면 손을 흔들다 갑자기 털썩 주저앉더니 피곤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후우~ 애 노릇하기도 힘들다니까. 카렌 : (익숙한듯 무표정한 얼굴로 로렌 뒤에 선다) 로렌 : 시가(손을 내민다) 카렌 : (품속에서 엄지손가락 굵기의 긴 시가를 꺼내서 로렌의 입에 물려준 다) 로렌 : 흐음~ 향이 괜찮군. 불(귀찮다는듯 손을 흔들며 말한다) 카렌 : (아무말 없이 품에서 부싯돌을 꺼내서 시가 끝에 불을 붙여준다) 로렌 : 후읍. 후우…. 아~ 피곤하다.(한손엔 회색 연기가 피어오르는 시가를 들고 다른손으로 어깨를 두드린다) 카렌 : ..... 로렌 : 뭐해? 앉아.(올려다보는게 기분나쁜지 인상을 쓰며 카렌을 노려본다) 카렌 : (아무말 없이 로렌 앞에 털썩 주저앉는다) 로렌 : 후우~(연기를 내뿜는다) 손. 카렌 : (묵묵히 로렌의 조막만한 손바닥위에 오른손을 올려놓는다) 로렌 : 발 카렌 : (앉은채로 왼발을 로렌의 손바닥위에 올려놓는다) 로렌 : 멍멍. 카렌 :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면서 외친다) 멍멍멍. 로렌 : 참잘했어요. 이리와서 어깨나 주물러. 아~ 어깨가 뻐근해 카렌 : (묵묵히 로렌뒤로 돌아가서 두손으로 로렌의 어깨를 주무른다) 로렌 : 좀더 팍팍 좀 주물러~ 그래~ 그렇게~ 아~ 시원하다~. 에휴. 정말 엄마 아빠 비위맞추기도 힘들어. 그렇게 생각하지 카렌? 카렌 : ....(5초뒤)...응. 로렌 : 거기다 좀 재미난 일좀 하려고 하면. 하지마라. 하지마라. 이거해라. 저거해라. 정말 귀찮아 죽겠다니까. 누굴 유아로 아나? 5살이면 다 컸는데. 아우~ 그래도 자식된 도리로 부모님께 애교도 떨고 귀엽게 웃기도 해야하지. 피곤하고 귀찮긴 해도 어쩌겠어. 에휴. 내 팔자야(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 다) 카렌 : ........ 로렌 : 끄으응~ 하암. 졸린데 조금 더 잘까? (그러면서 손에 든 시가를 허공 으로 내던진다) 카렌 : (잡싸게 뛰어올라 로렌이 던진 시가를 손으로 붙잡은뒤 불을 끄고는 품속에 갈무리한다.) 로렌 : 하아암. 엄마나 아빠 오시면 깨워. 알았지? 카렌 : 응 로렌 : 쿨(잔다.) ....5분뒤. 카렌 : ...이래서 아넬리안 한테 도망갔던건데.(운다) ...세상살기 힘들어요.( --)/ (주. 위 이야기는 전적으로 픽션임을 밝힙니다.) 가우군 p.s 제 3차 폐인대전 이벤트(순위 맞추기) 오늘부터 시작이에요.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blog.paran.com/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8장 숙적 (3)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로렌의 웃는 얼굴을 뒤로 한채 막사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야전 진지 정 중 앙에 있는 커다란 지휘관용 막사로 걸어가고 있을때 갑자기 지독한 통증이 느껴졌다. "으읍…" 찌이이이…. 얇은 가죽장갑을 끼고 있던 오른손에서 참기 힘들만큼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던 것이다. 입술을 꽉 깨물면서 참으려 해봤지만 뒷골이 지끈 지끈거릴정도로 끔직한 통증은 나를 놔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털썩. 나도 모 르게 주저앉은 난 왼손으로 오른손 손목을 움켜쥔채 부들부들 떨었다. 크으 윽…. "아으윽…" 눈앞이 어질어질 거릴 정도로 지독한 통증이었다. 어깨까지 떨리는 통증을 겨우겨우 참아가면서 가죽장갑을 벗어던졌다. 주르륵…. 손바닥에 감고 있던 흰 붕대는 검붉은 피고름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약을 먹고 나오는거였는데. "괜찮으십니까?" "크으…" 등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미간을 찡그리면서 돌아보니 로렌이 있는 막사앞 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 중 하나가 내게 다가와서 손을 내밀고 있었다. "괘…괜찮아." "다치신것 같은데 군의관을 불러드리겠습니다." "됐어." 모처럼의 호의지만 겨우 이정도 상처에 엄살을 떨어서야 지휘관으로써 면목 이 안서잖아. 일선의 병사들은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내장이 부서지는 중상과 도 싸우는데 말이야. 겨우 손바닥이 조금 찢어지고 고름이 흘러나온 정도로 약해져서야 안되겠지. 난 내 옆에 서서 손을 내미는 병사의 호의를 사양한뒤 이를 악물면서 몸을 일으켰다. "…응?" 나았나? 아니 떨림은 그대로인데. 통증이 훨씬 덜하다. 몸을 일으킨 난 제자 리에 서서 오른손을 쥐었다 폈다 해보았다. 손목이 부들부들 떨리는건 여전 했지만 손가락들도 잘 움직였고 - 반응이 좀 느리긴 했지만… - 통증도 크 지 않았다. 어떻게 된거지? 음… 모르겠다. 이제 별로 아프지 않으니까 괜찮 은거겠지. 난 아직도 내 뒤에 서서 우물쭈물 거리고 있는 젊은 병사에게 손 짓으로 가보라고 한뒤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가죽장갑을 집어들어 손에 낀 뒤에 다시 로이드가 있을 막사로 향했다. 펄럭. 진지를 가로지른채 안으로 들어간 내 눈앞에 수많은 서류들과 지도들 이 허공으로 날아다니는게 보였다. "와아~" 끝내주게 멋진걸? 두꺼운 책이 파라락~ 거리면서 하늘을 난다. 그리고 둘둘 말려있어야 정상일 양피지들이 펄럭거리면서 천장으로 솟아오른다. "폐하! 진정하십시오! 폐하!" "이 멍청한것들! 도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거야?! 엉?" "우선 진정좀 하십시오! 폐하!" "닥쳐! 워렌 자작! 지금 내가 흥분안하게 생겼나?" "허나 그렇게 화만 내신다고 될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와와~ 뭔지는 몰라도 또 일이 터졌나보네. 역시 역사는 밤에 이루어지나봐. 자고 일어났더니 뭔가 일이 터져있으니 원…. 밤에도 잠을 자지 말고 뜬눈으 로 지새던지 해야지 어떻게 자고 일어나면 일이 벌어져있냐. 스윽. 날아오는 두꺼운 책을 슬쩍 피하고 허둥대면서 바닥에 떨어진 서류들을 줍고 있는 행 정병을 슬쩍 피하면서 앞으로 걸어나간 난 얼마지나지 않아서 귀족들과 덴등 에게 둘러쌓인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 로이드를 찾을수 있었다. 어 차피 목소리가 워낙 커서 눈에 안띌래야 안띌수가 없었지만. "무슨 일이죠? 밖에서도 다 들릴 정도네요." "…후우" 내가 다른 이들을 헤치면서 앞으로 나서자 로이드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한손으로 눈가를 가리면서 다시 한번 길 게 한숨을 내쉰다. "휴우우…" "도대체 무슨 일인데요? 덴? 말해봐" "저…그것이…" "당신은 알것 없어. 가서 로렌이나 돌봐" "싫어요" 로이드의 말을 곧바로 거절하자 그자 고개를 홱하고 돌리더니 나를 쏘아본 다. 이에 나도 지지않고 같이 마주 쏘아봐주었다. 잠시간 막사안에 침묵이 감 돌면서 무거운 기류가 흘러내렸다. 누가 질줄 알고? 난 조금도 위축되지 않 은채 내 남편이자 이 나라의 왕인 로이드를 노려보았다. 그 역시 나를 노려 보고 있었지만 이내 고개를 절래절래 젓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하긴 당신이 언제 내 말을 들은적이 있었나. 멋대로 하라고" "흐응~ 그렇게 나오신다면 저도 사양하지 않을께요. 덴!" "예! 마마" "무슨 일이야? 보고해" 뚱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로이드의 시선을 외면한 난 덴에게 고개를 돌 렸다. 그러자 덴은 나와 로이드의 시선을 거의 동시에 받았고 어쩔줄 몰라하 는 얼굴로 나와 로이드를 번갈아보다가 슬그머니 발을 뒤로 뺐다. 꿈틀. 눈썹 을 꿈틀거리면서 난 왼손 주먹을 쥐었고 주먹으로 있는 힘껏 나와 덴 앞에 놓인 탁자를 내리쳤다. 타앙! 우직. 또 부서졌네. "내말 안들려? 귀먹었어?" "다…다음에 보고서를…" "워렌 자작!" "옛! 마마!" "난 지금! 이곳에서!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 내 외침에 로이드가 꿈틀거리면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지만 과감하게 무시 해버린 난 덴과 그 뒤에 서있는 귀족들을 노려보았다. 모두들 내 눈길을 피 하기 위해서 슬며시 고개를 숙이거나 옆을 돌아본다. 그래도 이것들이 내 질 문을 회피해? 술술 불때까지 두들겨 패볼까? 난 몸을 돌려서 여전히 우물거 리면서 어쩔줄 몰라하는 덴에게 다가갔고 왼손을 뻗어서 녀석의 멱살을 힘껏 움켜쥐었다. 그리고 덴의 얼굴을 내 코앞까지 끌어당긴뒤 낮은 억양으로 말 했다. "감.히. 내 명령을 무시해? 죽여줄까?" "그…그게…" "아넬리안! 지금 그게 무슨짓이야? 당신은 결혼한 부인이라고! 거기다 왕비 이기까지 하면서 그런 몰상식한 짓을 하다니! 당장 떨어지지 못해?!" "시끄러워요! 이 망할 덴 녀석이 내 명령을 무시하는것도 다 폐하가 뒤에서 노려보고 있어서 그런거잖아요!" "뭐? 다…당신! 지금 말 다했어?" "아직 다 못했어요! 멋대로 하라고 말해 해놓고 왜 방해하는거에요? 네? 남 자가 되어서 행동에 일관성을 가져보라고요! 일관성을!" "뭐라고? 이이……" 난 코앞까지 들이댔던 덴의 면상을 밀쳐내면서 로이드에게 소리를 질러댔 다. 그러자 로이드도 지지 않고 맞받아치다가 할말이 떨어졌는지 이를 북북 갈면서 나를 노려본다. 그리고는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귀청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그래! 내가 나가주면 되겠지? 당신 마음대로 하라고! 거기 비켜!" 괜히 눈앞에서 알짱거리다가 로이드에게 한소리를 먹은 귀족들 - 각 부대 의 지휘관들 - 이 화들짝 놀라서 좌우로 쫘악 갈라진다. 흥. 그러게 왜 나한 테 시비를 거냐고. 이기지도 못하면서 말이지. 후후후… 가 아니다! 안돼! 난 급히 덴과 기타등등 - 닐크와 크렌등등 - 을 헤치면서 로이드에게 뛰어갔다. 덥썩! 로이드의 뒷덜미를 붙잡은 난 앞으로 나가려는 그를 힘으로 막아세웠 다. "뭐야?" "잠깐…잠깐만요. 폐하" "이거 놔! 어차피 당신은 내가 없어도… 웁! 웁!" 거참 시끄럽네. 정말 남편만 아니었으면 확 몇대 패주는건데. 쯧. …내가 왜 이렇게 과격해졌을까. 쳇. 이게 다 덴 같은 뺀질뺀질하고 건방진 부하들을 곁 에 둬서 이렇게 된거라니까. 손을 내밀어서 시끄럽게 떠드는 로이드의 입을 막아버린 난 한손으로 그의 몸을 번쩍 들어올려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로이드를 방금전에 그가 앉아있던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뒤 손을 떼었 다. "무슨 짓이야?" "아니… 그냥…" "가겠어!" 잔뜩 화가난 로이드는 이마에 핏줄을 세워면서 내게 소리를 쳤다. 그리고는 다시 의자에서 일어서려고 했지만 난 그런 그의 가슴을 밀쳐서 다시 의자에 주저앉혔다. "아넬리안!!!" "저 귀 안먹었어요. 그렇게 소리 안질러도 돼요. 폐하" "이게 지금 무슨…" 떽떽거리면서 시끄럽게 구는 로이드. 하지만 난 가볍게 그의 외침을 무시해 준뒤 두손으로 치마자락 중간을 붙잡고 사쁜히 로이드의 무릎위에 주저앉았 다. 그리고는 왼손을 로이드의 목뒤로 감아서 그의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아넬… 웁푸…" 시끄럽기도 해라. 빽빽거리는 로이드의 뒷목을 손바닥으로 붙잡고 내 가슴 팍으로 끌어당긴 난 그의 얼굴을 품에 안은채 덴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보고해 봐" "예에…푸흡…" 웃기냐? 팔목을 확 분질러버려도 저렇게 웃을수 있을까? 흠… 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이 물씬 드는걸? 덴 녀석뿐만 아니고 막사안에 있던 다른 귀족들도 괜히 헛기침을 하거나 몸을 돌린채 어깨를 들썩이는걸 보니 나와 로이드의 꼴이 그리 보기 좋지는 않은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안하면 또 도망가버릴테 니 좀 보기 흉해도 참지 뭐. "우웁…웁웁!!!" 내 품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로이드가 양 팔을 휘저으면서 버둥거린다. 그 리고는 두 손으로 내 몸을 밀면서 빠져나오려고 발악을 해댔다. 슬쩍 힘을 빼면서 그의 얼굴을 놔주니 귀끝까지 새빨개진 얼굴의 로이드가 미간을 찌푸 리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아넬리안. 정말 당신…" "쉿…" 덴의 보고를 방해하는 로이드를 돌아본 난 한손으로 그의 귓볼을 살짝 잡고 내쪽으로 당겼다. 그리고 그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댄뒤에 작게 소근거렸 다. "가만히 안있으면 부하들 보는 앞에서 키스해버릴거에요. 길고 찌인~ 하게." "크윽…" 어머나~ 더 빨개졌네. 더이상 빨개질수 없을것 같았는데 말이야. 이젠 목아 래까지 새빨개졌다. 이러다가 발등까지 빨개지는거 아닌지 몰라. 우후후훗. 그래도 내 협박이 먹혀들기는 했는지 로이드는 더이상 말을 하지않은채 고개 를 돌려서 나를 외면해 버렸고 로이드의 무릎팍위에 가지런히 다리를 모으고 안은 난 치마자락을 정돈하면서 덴을 올려다보았다. 고개를 돌린채 쿡쿡거리 며 웃고 있던 덴은 내 시선을 느꼈는지 급히 자세를 바로하면서 헛기침을 몇 번 했다. "흠흠. 그것이…" "어서 말해봐. 무슨 문제야?" "별로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마마" "그건 보면 알아. 우리 인자하시고 자상하신 폐하께서 뺀질뺀질거리고 느끼 한 얼굴의 덴을 보고 화를 낼 정도면 좋은 일은 아니겠지." "크흠. 묘사가 조금 잘못되신것 같…" 타앙!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자 목재 테이블이 부르르 떤다. 난 눈을 가 늘게 뜨면서 덴을 노려보았다. "장난은 거기까지. 어서 보고해!" "예! 마마. 간밤에 왕성에서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왕실 외교부 소속 문서였 는데 아리츠반과 모레니안에서 사자가 도착했다는 소식입니다." "그래서?" "문제는 두 나라가 모두 저희 크레센트에 선전포고를 해왔다는것입니다." "뭐?" 이 무슨 웃기지도 않는 소리야? 그놈들이 딴 마음을 먹지 못하도록 본보기 로 아크레닌 왕국을 철저히 박살냈는데. 그런데 남부의 약소국들 주제에 크 레센트에 선전포고를 해? "이유가 뭐야? 설마 명분도 없이 그런짓을 벌이지는 않았을테고 말이야." "예. 그것이… 모레니안 왕성에 아크레닌 왕족이 망명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이름은…" "됐어. 그런 사소한 놈의 이름 따윈. 그 난리통에 죽지않고 도망친놈이 있었 나보지?" "그건 확실치 않습니다. 모레니아 왕실에서 내세운 망명 왕족이 진짜 아크레 닌의 왕족인지도 아직 판명나지는 않았습니다만… 하여간 모레니안 왕국의 주장은 저희가 불법적으로 점거한 아크레닌 영토를 정당한 계승자에게 돌려 줄것과 야만족… 그러니까 쿠르드 족을 말하는것입니다. 이들을 전 아크레닌 국의 영토에서 몰아내줄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웃기는군." 보나마나 끔찍하도록 긴 외교수식어들로 점철된 장문의 항의 문서가 날아왔 겠구만. 어차피 놈들도 남의 땅일에 간섭하는 주제에 마치 자신들이 정의인 양 한껏 미화해서 말이야.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찍소리도 못할거면서. "하지만 저희가 아크레닌 왕국을 쳤을때부터 집중 투입한 스파이들의 보고에 따르면 그간 착실히 군대를 모은 모레니안 왕국의 병력이 국경선을 넘어서 크레센트 남부와 저희가 점령중인 구 아크레닌 왕국의 영토로 진격중입니 다." "그에 대한 대응은?" "정식으로 사절단을 파견하고 외교적으로 엄중히 항의를 한다고 하고 있지만 아마 먹혀들것 같지는 않습니다." 난 고개를 숙이고 곰곰히 고민했다. 이런 시기에 갑자기 모레니안이 움직인 다…라. 물론 국력차이나 병력차이나 다른 여러가지를 따져봐도 모레니안이 크레센트 왕국이 멸망하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만… 가뜩이나 장기화되고 있 는 전쟁으로 백성들의 고통이 가중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부 지방까지 타국 의 군대가 약탈하고 다닌다면 전쟁에 승리한다해도 전쟁 전의 국력을 회복하 는데까지 수십년은 걸릴거다. 거기다 이곳 막사안에 있는 남부 출신 귀족들 도 눈에 띄게 동요하고 있다. 하긴 자기 집이 털리게 생겼는데 마음 편할리 가 없겠지. 잘못하면 여기 있는 귀족들이 멋대로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할지 도…. "막을 병력은?" "당장은 없습니다. 우선 남부 귀족 연합의 치안병들과 징집병으로 국경을 지 키고는 있지만 실제적인 전력이 되어줄지는 미지수입니다. 마마" "여기서도 그쪽으로 돌릴 병력같은건 없겠지?" "눈앞에 있는 적을 견재하는데도 급급하니까요." "아리츠반쪽은? 그놈들은 섬안에나 쳐박혀 있지 왜 갑자기 날뛰는거야?" "그게… 그쪽 요구는 더 황당합니다. 저희측에서 억류하고 있는 '그'를 당장 돌려달라고 하더군요" "뭐?" 이건 또 무슨 웃기지도 않는 소리야? 누굴 돌려달라고? "'그'라니? 누굴 말하는건데?" "그게… 저희측에서도 아직 누구를 원하는것인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아리 츠반측에서는 이틀 뒤까지 자신들이 요구한 중요 인물을 돌려주지 않으면 크 레센트 깃발을 단 모든 함선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할것이라고 협박해 왔습니 다. 마마" "그러니까. 저쪽에서는 '그'라는 인물을 돌려달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게 누군 지도 모른다? 그런 말이야?" "예…마마" "누군지도 모르는 그 인간을 돌려주지 않으면 전쟁도 불사하겠다?" "…예?" "하!" 기가 막힌다. 이게 무슨 농담 따먹기도 아니고 국가간의 외교가 무슨 애들 장난이야? 아니면 퀴즈 풀이야? 허참. 로이드가 신경질을 부릴만 하구만. "그래. 만약 아리츠반이 개입되면 어느정도의 피해를 입게 되지?" "급조된 저희 해군력으로는 아리츠반 해군을 이겨내기 힘듭니다. 마마. 아마 도 크레센트 남부 해안과 서부 해안사이에 이어지던 교역로가 막히게 될것이 고 해상을 통한 아리츠반 군의 상륙이 예상됩니다. 이 두지역 역시 영토를 지킬 병력이 극단적으로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대책은?" "그게… 아직…" 덴 자식이 우물거리면서 말끝을 흐린다. 빠직! 혈압이 올라가는구나. 아아~ 돌겠다. 이런 멍청하고 무능한 것들이 나라의 요직을 하나씩 꿰차고 있으니 나라꼴이 이모양 이꼴이지. 난 한손으로 탁자 모서리를 움켜쥐었다. 빠직. 조 금 힘을 주자 금새 탁자 모서리가 한움큼이나 부서져서 내 손에 쥐어졌다. "아직? 아직? 이 빌어먹을 자식들아! 네놈들이 그러고도 크레센트 귀족들이 냐? 그러고도 나라의 중요 관직을 차지하고 앉아있어?" 로이드의 무릎위에서 벌떡 일어선 난 손에 쥔 나무조각을 덴 자식을 향해 힘껏 집어던졌다. 피슛…. 내 손을 떠난 나무조각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날아가 덴 녀석의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퍼억. 지이익…. 덴의 등뒤에 있는 막사의 벽이 찢어지는 소리를 내면서 좌악 갈라졌다. 휘이잉…. 뚫린 구멍을 타고 차가운 바람이 안으로 새어 들어온다. 난 씩씩거리면서 덴 을 노려보았고 녀석은 무표정한 얼굴로 - 늘 실실거려서 몰랐는데 의외로 어울리는 표정이었다 - 나를 내려다보다가 허리를 깊숙히 숙이면서 말을 했 다. "죄송합니다. 마마. 모두 제 잘못입니다." "닥쳐! 죄송하다는 말 따윈 필요없어! 당장 아리츠반에서 원하는 그 빌어먹 을 자식을 찾아! 그리고 놈을 꽁꽁 묶어서 놈의 나라로 던져버려!" "예. 마마" "그리고! 모레니안에 엄중히 항의해! 아니 경고해! 더이상 까불면 로세니아가 아니라 녀석들 먼저 칠거라고!" "알겠습니다. 마마" 정말이지 눈앞의 전쟁으로도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오는데 저 먼곳에 있는 땅덩어리들까지 지켜야 한다니 아주 돌아가시겠다. 돌아가시겠어. 젠장… 또 두통이…. 눈앞이 흐릿해진다. "아…" 구역질이 나올것만 같은 기분나쁜 느낌이 들면서 난 중심을 못잡고 비틀거 렸다. "마마!" "나…난 괜찮…" 우앗. 갑자기 등뒤에서 뻗어나온 손이 내 양 허리를 붙잡고 끌어당겼다. 비 틀거리던 난 그대로 뒤로 딸려갔고 어떻게 해볼사이도 없이 다시 로이드의 무릎위에 주저앉고 말았다. 나를 끌어당긴 로이드는 한손으로 여전히 내 허 리를 붙잡고 다른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내 어깨위에 볼을 부비면서 덴을 바라보았다. "아넬리안이 말한건 다 들어겠지? 워렌 자작" "예. 폐하" "그럼 당장 움직여. 모레니안으로 출발한 사절단에는 내가 친필 서한을 보내 도록 하지. 이건 외교관 수준이 아닌 왕의 이름을 내걸고 하는 협박이다. 수 틀리면 진짜로 해버릴거라고 전해. 참고로 거기로 파견된 사신에게 말해두도 록 모레니안이 우리 국경을 넘어오면 전면전이다. 살아돌아오기 힘들테니 유 서라도 써두고 가라고 말이야." "…예" "그리고 우리 왕국에 망명한 귀족들중 아리츠반과 연관이 있는 자들을 모두 잡아들여. 필요하다면 무력 사용도 허가한다. 3대… 아니 5대 전까지 계보도 를 살펴서 모조리 찾아내. 친가뿐만 아니고 외가에도 아리츠반과 연관된 자 들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그리고… 그렇군 아리츠반에도 스파이 망이 아직 유지되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아르츠반 국은 저희 왕국에 있어서 두번째로 큰 무역 상대국입 니다." "그랬던가? 흠… 뭐. 상관없어. 모든 스파이들과 어세신들을 동원해서 아리츠 반에서 요구하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내도록. 암살, 납치, 유괴. 필요하다면 병력을 운용해서라도 필히 찾아내도록 해." "예? 허나… 폐하. 그렇게 되면 치명적인 외교 분쟁을 불러일으킬수 있…" "선전포고까지 받은 마당인데 이 이상 나빠질수 있을까? 시키는대로 하게" "…예" "좋아. 그럼 모두 나가보도록.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이니까" 로이드는 능숙하게 내 부하들과 귀족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그들은 모두 납 득한듯 똑같이 나와 로이드에게 고개 숙여 예를 표한뒤 뒤돌아서 막사를 나 섰다. 그리고 로이드는 높으신 분들이 모두 나갔는데도 불구하고 눈치없이 아직도 막사안에서 얼쩡거리고 있는 장교들과 행정병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자네들은 뭔가?" "예? 옛? 폐…폐하… 저… 저희들은…" 장교들중 가장 나이가 많아보이는 - 아마 선임이겠지? - 장교가 대표로 로 이드에게 대답했다. 더듬더듬 거리면서…. 로이드 같이 높은 사람은 처음 봤 나보지? "내가 말하지 않았나? 1분 1초가 아깝다고. 왜 아직도 거기서 그러고 있는건 가?" 수염이 덮수룩한 그 장교는 무언가 대답하려는듯 우물거렸지만 이내 눈치빠 른 다른 장교들에게 붙잡혀서 막사밖으로 끌려나갔다. 이어서 뒷정리를 하고 있던 행정병들도 모두 우리들의 눈치를 보면서 슬금슬금 밖으로 나가버렸고 이내 막사 안에는 나와 로이드 만이 남게 되었다. "저…저기 폐…폐하… 이건…" "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 문제? 많지? 왜 일 잘하고 있는 인간들을 다 내보낸건데? 여긴 지휘관용 막사라고. 군 지휘관들이 여기서 나가서 뭘하라고? 설마 야전까지 뛰어나가 서 직접 지휘하라는거야? 거기다 행정병들까지 모두 내쫓으면 어쩌겠다는건 데? 응? 내 머리속에 이런 의문점들이 마구마구 피어올랐다. 하지만 로이드 는 여전히 느긋한 - 능글맞은 - 모습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왠지 불안해진 내가 슬며시 일어서려고 했지만 여전히 내 허리를 움켜쥔 로이드의 손에 힘 이 들어갔다. "저…저기 폐하…이것 좀 놔주시죠?" "싫어" "왜 갑자기 이러세요? 애들도 아니고…" "애들이 아니니까 이러는거지. 사랑하는 부인이 남들의 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유혹해주는데 내가 거절하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 안그 런가?" "예에?" "괜찮아. 나도 알만큼 다 안다고. 언제까지 어린애가 아니야." 그렇게 말하면서 로이드는 한손으로 내 뒷통수를 감싸쥐면서 자기쪽으로 끌 어당겼다. 우에에엣… 왜 눈을 감는건데? 입술 내밀지마! 이…이…이이이!!! 쪼옥. "으흡…" 당했다. 으흐흑…. 로이드의 입술이 내 입가에 닿았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혀가 내 입안으로 스르륵 밀려들어 왔고 굳건히 저항하던 윗니와 아랫니는 귓볼과 목덜미를 살 며서 쓸어내리는 로이드의 손길에 허무하게 열려버렸다. "아…흡…" 머리끝으로 피가 몰려드는 느낌이 들면서 뜨겁고 격렬한 감정이 가슴으로부 터 머리위로 터져올라왔다. 스르륵 감은 눈에는 검은 어둠과 그 어둠속에서 펑펑거리며 폭발하는 불꽃들이 보였고 찌릿찌릿한 느낌이 등골을 타로 온몸 으로 퍼져나갔다. 쪽. 츱 "하아아…" 머엉…. 머리속은 뭐가 뭔지 모를 뜨겁고 황홀한 기분에 푹 빠져버렸고 온 몸의 힘은 쭈욱 빠져서 손가락 하나 들기 힘들정도로 늘어졌다. 살며시 눈을 뜨니 로이드의 검은 머리카락이 눈앞에서 살랑거린다. "어때?" "……" 뭐…뭐가? 어때야? 어때는? 이 남자가 정말… 우우우…. 좋았다고 대답해야 하나? 너무하다고 해야하나? 모른다고 할까? 우아… 모르겠다. 아무것도 생 각이 안나.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어. 얼굴이 화끈거린다. 난 아무말도 못한채 우물거리다가 그냥 로이드의 목을 껴안으면서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 었다. 그러자 로이드는 내 뒷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나를 안아주었다. 크다. 넓다. 로이드의 가슴이 이렇게 컸던가? 처음 봤을때는 나보다도 작고 어린 소년이었는데… 남자는 너무 빨리 자라는것 같아. 난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게 없는데 로이드는 어느새 남자가 되어 있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 으로나…. 뭐… 때때로 어린애가 되긴 하지만… 남자들이야 원래 그런거잖 아? 스륵…스르륵… "엣? 엣? 에엣?" 가슴을 가리고 있던 드래스 앞자락이 풀리면서 어깨를 타고 미끄러졌다. 이 남자가! 어느새 등뒤에 묶어놓은 끈을 풀은거야? 자…잠깐! 그런 뜨거운 손 으로 등을 만지지… "하흑…" 저절로 신음소리가 터져나온다. 아…안돼는데… 이런곳에서… 그것도 이런 자세로…. 하지만 로이드의 손길이 내 살에 닿을때마다 찌릿찌릿한 느낌이 온몸을 타고 퍼진다. 정신이 몽롱해질정도로 뜨거운 손길. 로이드의 손에 한 껏 달아오른 내 볼을 쓰다듬었다. 따스해… 그러면서도 기분이 묘해진다. 단 지 손가락이 스쳐지나간것 뿐인데…. "하아아…" 자연스럽게 벌려진 입술사이로 뜨거운 숨이 흘러나왔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로이드의 입술이 내 옆얼굴에 스칠때마다 몸이 움찔거린다. 눈을 감고 그의 손길을 느낄때마다 온몸이 달아오르는 기분에 내 마음은 한껏 들떴고 내 목 에 부드럽게 키스를 할때마다 한껏 달아오른 내 몸에 뜨거운 그 무언가가 왈 칵 쏟아져나왔다. 덥썩. 엑? 에엑? 가슴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감촉에 100m위 상공에서 유영중이던 정신이 단번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눈을 번쩍 뜨고 아 래를 내려다보니 옷자락이 이미 팔꿈치 아래까지 내려가 있었고 코르셋 윗단 의 끈들도 모두 풀려있었다. 그리고 로이드의 손가락은 그 사이를 비집고 들 어와 내 가…가슴을…. 와아아아아아앗!!! "자…잠깐요! 잠깐!" "…또 왜?" "잠깐! 진정해요. 진정! 폐…폐하!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어서해요!" "후우…." 이 망할 남편같으니라고! 그렇게 노골적으로 실망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 개를 돌린다고 누가 용서해줄줄 알아? 난 급히 로이드의 무릎위에서 뛰어올 라 뒤로 물러서면서 옷자락을 추스리려고 했지만 너무 당황해서인지 손끝이 덜덜 떨려왔다. "정말 로렌녀석 동생 하나 만들어주기 힘들군" "그…그게 말이나 돼요?" "왜? 안돼? 뭐가 안되는데?" "그…그러니까! 여…여기서 그러다니! 너무하잖아요! 폐하!" "내가 뭘?" 이 망할 남편녀석! 내가 중간에 멈췄다고 곧바로 태도를 바꿔서 퉁명스럽게 굴다니! 아니 그건 둘째치고 이런건 또 어디서 배워온거야?! 도대체 내가 없 는 사이에 뭔짓을 하고 다닌거냐고! 설마… 바람피고 다니는…건 아니겠지. 설마. 저 퉁명스럽고 무뚝뚝한 로이드에게 맞춰줄수 있는 여자가 이세상에 나 외에 존재할리가 없잖아. "그래. 이번엔 내가 뭘 잘못했는데? 응?" "정말 몰라서 물어요? 네?" "몰라!" 정말이지…. 난 옷을 추스리는것을 포기하고는 로이드의 앞에 떡하니 버티 고 섰다. 그리고 왼손을 들어서 엄지손가락을 위로 향하게 했다. "…뭐야?" "장소! 이런데서 꼭 그렇게 해야겠어요? 네?" "아니…그건…" "폐하는 어떨지 몰라도 전 절.대. 싫다고요! 이런 서류쪼가리랑 책더미속에 파뭍혀서 옷을 벗는건 제 자존심이 용납못해요. 죽어도! 거기다 밖에 부하들 이 떼로 몰려있을텐데 여기서 이러는건 모두에게 폐가 된다고요." "아아~ 알았어. 알았어." 로이드는 그제야 납득한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휴… 겨우 설득한 것 같다. 정말이지 나라가 망하느냐 마느냐 하는 중요한 시기에 말이야. 여자 한테 빠져서 저렇게 헤롱헤롱 거리다니. 앞으로 이 나라가 어떻게 될지 참 걱정이다. 걱정이야. "그러니까 요는…" 자리에 앉아있던 로이드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면서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양손으로 내 어깨를 감싸쥐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데서 하면 된다는거지?" "에에에엣?" 이 인간아! 지금까지 내 말을 뭐로 들은… "흐으읍!" 아아아…. 난 몰라. 이제. 될대로 되라. 쪼옥. 길고 긴 키스를 끝낸 로이드는 내 등뒤로 긴 망토를 둘러주면서 나를 감싸 고 막사밖으로 나왔다. 예상대로 막사밖에서는 덴 이하의 귀족들이 둥글게 모여앉아서 - 아마도 이 인원이 들어갈만한 커다란 막사가 동이 난듯하다 - 막대기로 바닥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무언가를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로이드 는 그런 이들의 시선을 끌지 않고 급히 나를 끌고 지나갔다. 가다가 크렌과 눈이 마주쳤는데…. 뭐 입이 가벼우면 오래살지 못하는 법이니 알아서 입단 속은 잘하겠지. "어…어디로 가는거에요?" 로이드의 품에 안긴채 질질 끌려가던 난 발걸음을 멈추면서 물었다. 그러자 무작정 앞으로 걷던 로이드가 딱 멈춰서더니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곤란 하다는 표정으로…. "그러고보니… 우리 막사는 로렌이 있었지." 끄덕끄덕 "녀석을 내쫓으면 또 삐쳐서 일주일은 말도 안하고 꽁하게 지낼테니 안돼겠 고 다른곳을 찾아봐야겠군" "로렌이요? 그 착한애가?" "아~ 당신은 못봤으려나? 그 녀석 당신이 없을때 주로 내가 돌봐줬잖아. 가 끔 일이 바빠서 상대 못해줄때도 있었는데 한번은 한 몇일동안 얼굴도 못볼 정도로 바빴거든. 그 다음에 찾아가보니까 꽁해가지고 말이야. 방구석에 쳐박 혀서 돌아볼 생각도 안하더라고. 한 일주일동안 그렇게 꽁해가지고 있는걸 달래느라고 정말 애먹었어. 어린 녀석이 어찌나 고집이 센지 말이야. 녀석이 제일 좋아하는 당신 초상화를 가지고 달랬는데도 토라져서 꿈쩍도 안하더라 고" "그…그래서 어떻게 달래셨어요?" "응? 아아…. 전부터 사냥가는데 데려가 달라고 졸랐었거든. 위험해서 왠만하 면 안 데려가려고 했었는데 도저히 방법이 있어야지. 좋다고 하고 데려가주 었더니 풀어지더군" "하아?" 로이드도 그렇고… 로렌도 그렇고… 이 남자들 머리속에는 뭐가 들었는지 정말 모르겠다. 그 귀엽고 씩씩한 로렌이 안놀아준다고 일주일이나 삐쳐있 어? 그걸 풀어준다고 그 어린것을 데리고 그 위험한 사냥에 나가? 정말 아 버지나 아들이나 똑같다. 똑같아. 에효…. "흠… 그럼 워렌 자작의 막사로 갈까?" "에엣? 무…무슨 마…말도 아…안돼는!!!" "왜? 우리 막사에는 로렌이 있잖아. 그리고 다른 막사중 제대로 된 건 워렌 자작이나 헤쉬케린 경의 숙소정도잖아. 안그래?" "하…하지만…" "워렌 자작이라면 입도 무거우니 상관없겠지. 거기다 당신 시녀였던 아이와 결혼까지 했잖아?" 그거랑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 "그래도오…" "가자!" 우에엑…. 내 팔을 붙잡은 로이드는 싫다고 버둥거리는 날 질질 끌고 정말 로 덴의 막사로 향했다. 끌려가는거야 힘으로 풀어버리면 되긴 하지만… 뒷 감당이 무서워. 우우…. 막사 앞을 지키는 경비병에게 몇마디를 나눈 로이드는 그후 즉시 나를 이끌 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쓰던 막사보다 작기는 하지만 두터운 가죽이 겹겹 이 깔려있는 나무침상과 덴의 성격이 잘 나타나있는 정돈되어 있는 - 건들 기 무서울정도로 - 사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에린 녀석 왠지 걱정이 되는걸? 덴과 에린 사이의 일이니 크게 신경쓰고 싶지는 않지만 전쟁터에 나와서도 이렇게 유난히 깔끔을 떠는 덴 녀석이니 집안에서는 오죽할까? 설마 물건들 제자리에 안놔뒀다고 두들겨 맞고 사는건 아니겠지? 에린? "무슨 생각해?" "예? 아니요. 그게…" 난 황급히 망상을 머리속에서 내몰아 버리면서 이 상황을 어떻게 잘 모면해 볼까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그보다 빨리 로이드의 몸이 나를 덥쳐왔다. "우웁…" 눈이 마주칠때마다 키스좀 하지…하지…마아아…아아아…아. 아하…하아…. 또다시 아까와 같은… 아니 이전보다 몇배는 격렬한 감정이 가슴속에서 뿜어 져나왔다. 마치 폭풍이 치는것처럼 격렬하게 몰아치는 뜨거운 감정에 머리속 이 흐릿해진 난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로이드가 움직이는 대로 끌려 갔다. 사…사랑해요. 로이드. 이말을… 입으로 말해야 하는데… 하는데…. 뜨거워. 로이드와 활활 타오르는 사랑을 나눈지도 꽤 되었는데도 아직도 막 사안은 후끈한 공기로 가득했다. 콧가를 스치는 체향. 으음…. 몸에서 흘러내 린 땀이 식었더니 온몸이 끈적거린다. 씻고 싶은데…. 하아암. 귀찮다. "으음…" 로이드는 오래전에 꿈나라로 가버렸다. 이제 늦은 오후인데 벌써부터 잠을 자다니. 쯧쯧. 로이드도 성실한 국왕은 못될것 같아. 난 잠든 로이드의 팔을 머리에 베고 그의 매끈한 살결을 매만지면서 더욱 달라붙었다. 아~ 따듯해라. 난 로이드의 몸에 더욱 매달렸다. 그러자 로이드는 팔을 좌우로 크게 벌린채 대자로 자고 있다가 몸을 뒤척이더니 나를 꽉 껴안는다. 모피 이불을 머리위 까지 끌어당기며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로이드의 얼굴을 바라보니 그 검은 두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깨운거에요?" "아아…. 자고 있는데 뭔가가 꼬물꼬물 거리더라고." "우후후" "왜?" "그냥요" "싱겁긴" 이렇게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웃어본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난다. 그동 안 서로 너무나 바빴고 - 물론 내 일은 내가 만들어서 한것들 투성이지만 - 사이도 그렇게 좋다고는 할수 없었으니까.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로이드가 갑자기 손을 뻗어서 내 머리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살며시 내 입술에 살짝 키스 했다. 그리고 내 둥근 이마에 키스한다. 쪽. "우우…" "왜? 아쉬워?" "조금도 안 아쉽네요." "키스 해줄까?" "싫어요. 그래 놓고 또 할려고 그러죠?" "…싫어?" "싫네요. 허리 아프단 말이에요." "큭. 푸하하하하" "웃지마세요. 폐하! 전 진지하다고요!" "아하하… 알았어. 알았다고. 크흠" 뭐가 좋은지 혼자 웃어대는 로이드. 괜히 심술이 난 나는 그에게 등을 돌리 면서 돌아누웠다. 그러자 로이드가 슬며시 내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집어넣 고는 나를 꽉 껴안는다. 그리고 나를 잡아당겨서 몸을 밀착시키고는 내 귓가 에 작은 목소리로 소근거렸다. "사랑해" "……" 왜… 이럴때. 눈물이 나는걸까. 주르륵…. 눈물이 눈가를 따라 흘러내린다. 너무나 가슴이 벅차서…. 너무 기뻐서 주체할수 없을 만큼 눈물이 흘러내린 다. 난 이 사람에게 좀 더 사랑받고 싶어. 좀 더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 좀 더… 행복해지고 싶어. 등뒤에 맞닿은 로이드의 가슴이 너무나 따뜻하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로이 드의 작은 숨소리. 그리고 코끝을 맴도는 그의 체향. 행복해. 너무나도 행복 해. 난 행복한 여자야. 사랑하는 남편과 사랑하는 아이가 있고 내일 먹을 음 식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미래는 어떻게 변할지 알수없는 법이기는 하 지만 그래도 지금 현재가 너무나도 행복하다. "…폐하? 폐하" 슬며시 고개를 돌려보니 로이드는 내 머리카락 사이에 얼굴을 파묻은채 색 색거리며 자고 있었다. 우웅… 이래서야 혼자서 일어나지도 못하잖아. 뭐… 주체할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지금의 기분을 깨고 싶 은 생각따윈 눈곱만큼도 없지만. 일이 있어도 나중으로 미룰거야. 지금은. 생각해보면 난 정말 행복했던것 같다. 로이드를 만난 뒤부터. 그전에는 단순 히 어릴때부터 가지고 있던 것들 - 드래스, 장신구, 그리고 내 성 - 을 지키 기 위해서 내 자신을 억누르고 주변에 맞췄었다. 어린 난 아무런 힘도 없었 고 여자라는 이유로 움직이는 인형정도의 취급밖에 받지 못했었다. 아주 어 릴때는 그래도 어머니라는 든든한 기둥이 있었지만 그 어머니마저 내게서 사 리진뒤로는 내게 남은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둠뿐. 아무도 날 돌아봐주지 않 았고 아무도 날 사랑해주지 않았다. 그저 정원에 핀 꽃처럼. 거장이 그린 유 명한 명화처럼 모두들 내 외모를… 내 움직임을 보면서 감상할 뿐이었다. 그 나마 나를 인간으로 봐준건… 커트렌 그 빌어먹을 자식! 개자식! …그놈 뿐 이다. 아니 단지 소유욕이 발동한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놈도 마찬가지야! 나 를 인간으로 한명의 동등한 사람을 봐준건 로이드 뿐이야. 그래… 로이드 뿐 이야. 나의 로이드. "……" 슬며시 몸을 돌렸다. 조심스럽게 자고 있는 로이드의 머리를 한손으로 들어 올리고 머리카락을 정돈한 난 눈을 감은채 자고 있는 로이드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입술을 조금 벌린채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로이드. 이렇게 보고 있으니까 쿡쿡 찔러서 깨워버리고 싶은 충동이 무럭무럭 샘솟는다. "웃흥♡"(차후 우훗~♡으로 변경 예정) 손가락을 들어서 로이드의 콧등을 살짝 찔러봤다. 쿡쿡. "우음…" 몇번 쿡쿡 찔러주니까 로이드가 간지러운지 손을 들어서 콧등을 긁었다. 잠 깐 기다리면서 로이드를 살펴본 난 그의 손이 내려가자 다시금 콧등을 손가 락을 쿡쿡 찔렀다. 그러자 갑자기 로이드의 손이 휙~ 하고 빠르게 날아오더 니 내 손목을 낚아챘다. "에?" "……" 게슴치레하게 반쯤 뜬눈으로 나를 노려보던 로이드. 갑자기 내 팔을 들어올 리고는 온몸으로 나를 꽉 눌렀다. "우… 수…숨막혀요!" "하아암…. 곤히 자고 있는 사람에게 장난을 걸 만큼 피로가 풀렸나보지?" "에…그게…" "그럼 아까 하던거 계속 할까?" "자…잠깐! 왜 또 그쪽으로 가는건데요?" "내 맘이야." 아이익! 이 남정네의 머리속에는 온통 야한 생각 뿐이냐? 괜히 깨웠다아 아…. "폐…폐하! 잠깐만…" "뭐가 잠깐이야? 잠깐은." "그런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맞아. 맞아." 뭐야? 이 괴상한 대화는! 설마 이 남자… 아직도 잠에 취해 있는건가? 우이 이익… 이게 아닌데에…. 난 발버둥을 치면서 로이드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지 만 그 역시 내 위에 올라타고는 내가 도망치지 못하게 꽉 눌러댔다. 마악 로 이드가 길고 찐한 - …조금 기대했다 - 키스를 하려고 할때 갑자기 밖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폐하! 이곳에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폐하!" "들어오지마!" 깜짝 놀라서 막사 휘장쪽을 바라보니 안쪽으로 들어왔던 손이 로이드의 외 침에 슬그머니 밖으로 빠져나가는것이 보였다. …덴이냐? 녀석. 그렇지 않아 도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주제에 아주 말뚝을 박는구나. 로이드는 내가 예상 한대로 잔뜩 인상을 찌푸리면서 투덜거렸고 이내 내 몸 위에서 떨어져나왔 다. "불쌍한 덴" "왜? 뭐가 불쌍해?" "괴롭힐거잖아요" "안 괴롭혀! 내가 어린애야?" "후훗. 보기에는 그래 보이는걸요?" "시끄러워. 빨리 옷이나 입어." "폐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닥치고 기달려! 워렌 자작!" 뭐가 그리 급한지 다시한번 재촉하던 덴은 로이드의 고함소리 한방에 침몰. 이후 침묵을 지켰다. 내게서 떨어져나간 로이드는 바닥에 널려있는 옷가지를 집어들기 시작했고 나 역시 몸을 일으켜서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있던 옷들을 줏어들기 위해서 침대에서 나왔다. "어…엇…" 쿵. 아야야…. 침대에서 떨어져버렸네. 참나. 내가 왜이러지? 이건 다 로이드 탓이야. 음음. 그래. 로이드 탓이야. 그런거야. "괜찮아? 아넬리안?" "예. 괜찮아요." "정말이야? 큰소리가 났는데?" "네… 뭐. 아픈데도 없는걸요." 등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로이드가 걱정스러운듯한 목소리로 말 해왔지만 정말로 난 괜찮은걸? 아픈데도 없고. 그보다는 좋은 분위기를 망쳐 버린 덴 자식이 언제 불쑥 뛰어들어올지 모르니 빨리 옷을 입어야겠다. 속옷 을 받쳐입고 그위에 드래스를 껴입은 난 로이드에게 등을 보이면서 말했다. "끈 좀 묶어주세요." "응" 로이드는 내 말에 순순히 코르셋의 끈들을 단단히 - 숨쉬기 거북할 정도로 - 묶어주었고 그다음 드래스의 뒤에 달려있는 끈들도 묶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덴이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폐하!" "꺅!" 까…깜짝이야! 놀랬잖아! "이자식! 누가 멋대로 들어오라고 했나? 엉?" "어엇… 저…그게…" "당장 안나가?" "아~ 저는 괜찮아요. 폐하. 옷도 다 입었…" 쿵. 허둥대면서 일어서던 난 발치에 놓여있던 상자에 다리가 걸렸고 허공을 허우적 거리면서 앞으로 볼품없이 쓰러졌다. 쿵. 아이고… 눈앞이 어질어질 거린다. "아넬리안! 괜찮아?" "아…네. 전… 괜찮아요" 망신이야. 망신. 으흑…. 볼품없이 꽈당하고 넘어지다니. 이 일이 소문나면 정말로 얼굴 들고 다니기 힘들게 될거야. 그래도 로이드가 걱정하는데 멀쩡 하다는걸 보여줘야겠지? 바닥에 얼굴을 쳐박았지만 눈앞이 조금 어지러울뿐 특별히 어디 아픈곳이 있는건 아니니까. 난 내가 아무렇지 않다는걸 보여주 기 위해서 바닥을 짚으며 벌떡 일어섰다. 아니 일어서려 했다. 막 몸을 일으 키던 난 갑자기 왼쪽 무릎이 풀리면서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갑자기 왜이 러지? "아넬리안!" 주르륵… 이마 부근에서 무슨 액체가 흘러내렸다. 땀? 손을 들어 쓰윽 닦아 보니 붉은색… 피? 왜? 난 아무렇지 않은데? 전혀 아프지도 않고…. "아넬리안! 정신차려!" 급히 내게 달려온 로이드가 날 안아들었고 덴 역시 그런 로이드 뒤에서 걱 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 괜찮아요. 괜찮…" "아넬리안!" "여…역시 조금 이상하죠? 피가 나는데… 안 아파요. 하나도…" "이봐! 아넬리안! 워렌 자작! 군의관을! 어서!" "예! 폐하! 경비! 당장가서 군의관을 불려와! 급하다!" 막사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면서 급히 뛰어가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로이드 의 품에 안긴채 고개를 숙이니 드래스 자락 사이로 뻗어나와 있는 내 왼쪽 다리 부근. 그러니까 종아리 부근이 아래서 위로 길게 찢어져 있었다. 그 사 이로 붉은 피가 샘솟듣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았다. 손 을 들어 피가 나오는 상처 부위를 꾹꾹 눌러봤지만 - 덕분에 로이드가 기겁 을 하면서 나를 붙잡았다 - 아프긴 커녕 마치 남의 다리를 만지는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건… 어떻게 된거지? 조금 이상…해. -------------------------------------------------------------- 행복의 산이 높을수록 불행의 골짜기도 깊은법. 크흐흐흐흐흐흐(다크화 진행중) 가우군 p.s 폐인대전...이제부터 시작입니다.( --)/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blog.paran.com/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8장 숙적 (4)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가슴이 답답해. 어깨도 무겁고 눈꺼풀은 더 무거워. 힘겹게 눈을 뜨고 아래 를 내려다보니 로렌 녀석이 내 가슴께의 옷자락을 꽉 움켜쥔채 쿨쿨 자고 있 었다. 그것도 침을 흘리면서…. 어쩐지 축축하더라니. 하지만 로렌의 눈가에 나있는 눈물 자국을 보니 차마 아이를 떼어놓을수가 없었다. 불쌍한 로렌. 우 리 로렌. 가엾은 아이. 엄마를 잘못 만나서 한껏 어리광을 부리고 사랑을 받 으며 쑥쑥 자랄 나이에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법부터 배워야 했던 내 아이. 가엾은 것. 손을 들어서 자고 있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건 그 렇고… 이녀석 엄청나게 무거워졌잖아? 숨쉬기도 힘들 정도야. 돌덩이를 가 슴에 얹어놓은것 같다. 으음… 건강한건 좋지만…. "그건 안돼!" "허나 폐하아…" 까…깜짝이야. 갑자기 옆에서 빽하고 고함을 지르는 소리에 고개만 돌려서 - 로렌 때문에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다 - 바라보니 로이드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선채 군의관과 신관들 앞에서 고함을 치고 있었다. "절대 안되니 그렇게 아시오!" "이대로 방치하면 더욱 악화될 뿐입니다. 폐하" "저희로써는 더이상 손써볼 방법이 없습니다." "찾으시오. 방법이 없으면 만들도록 하고! 난 절대 아넬리안의 팔다리를 자르 는데 동의할수 없소!" "벌써 피부밑까지 썩어들어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오른손의 상태는 더욱 심 합니다. 폐하.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나날이 상처가 곪고 있는 상황입니다." "약초도 상처 치료 마법으로도, 어떤것도 통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대로 계속 방치하다간 결국 목숨을 잃게 되실겁니다. 폐하" "손목을 잘라내고 나면? 그다음에는? 다음에는 팔목을 자를건가? 아니 그전 에 무릎아래를 잘라내야겠군? 안그렇소?" "으음…" "그것이…" 늙은 군의관이 반짝이는 대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며 고개를 조아린다. 저건 내 몸 상태를 말하는것 같지? 그렇게 심각했던가? 가끔 참기 힘들정도로 아 프긴 했지만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데는 별 무리가 없었는데…. "왕비 마마의 육체적 능력자체가 전체적으로 크게 저하된 상태입니다. 폐하. 이대로는 가벼운 감기만으로도 목숨을 잃으실정도로 심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의 몸을 절단한다고? 그게 말이나 되는가?" "하지만 이대로 놔두면 계속 곪게 되고 화농을 일으킨 부위가 썩어들어가면 서 결국 돌아가시게 될것입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목숨을 연장하시려면…" "듣기 싫소! 모두 물러가시오!" 로이드의 외침에 군의관들과 신관들이 몸을 일으킨뒤 밖으로 나갔다. 홀로 - 나와 로렌이 있긴 하지만… - 남은 로이드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손으 로 눈가를 짚는다. "후우~" "폐하." "응? 아넬리안! 깼어?"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로이드가 황급히 내쪽으로 달려왔다. 그리고는 내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면서 물었다. "아픈데는 없어? 불편한데 없어? 응?" "물 좀…" "응! 그래. 잠깐만 기다려" 내말을 들은 로이드는 급히 몸을 돌려서 물잔을 가지러 갔지만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카렌이 그를 대신했다. 아무런 기척도 없이 조용히 내게 다가온 카 렌은 침대가에 주저앉아서 내 품에 여전히 매달려 있는 로렌을 떼어내어 옆 에 눕힌뒤 내게 다가와 상체를 일으켜 주었다. 그리고 물잔을 들어서 내게 물을 먹여주었다. 아~ 시원해. 기분까지 행복해지는 기분이야. "아넬리안. 여기 물 가져…" …미안해요. 로이드. 욕망을 이기지 못한 이 내가 죄인이에요. 내가 쓰러진뒤로 사흘이 지났다. 그동안 난 황송하다고 해야할지 눈물 겹다 고 해야할지.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내 아이. 사랑하 는 로렌은 내가 쓰러진뒤로 한시도 내 곁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내 식사시중이며 수발을 들어주겠다고 난리를 부렸다. 덕분에 카렌 녀석만 고생 했지만…. 그래도 기특하잖아? 우후. 거기다 아들네미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못난 남편 로이드도 덩달아서 내 곁에서 떠날 생각을 안했다. 왕이 전쟁터까 지 나와서 저래도 되는건가 몰라. 뭐… 로이드도 로렌만큼이나 서툴러서 카 렌만 더 고생했지만…. 나야 편하지.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해도 되니까. 로이드가 부드러운 크림 스프가 가득 들어있는 그릇을 들고 침대가에 앉았 다. 자기가 할거라고 떼를 쓰다가 결국 제 아버지한테 한대 맞은 로렌은 침 울한 표정으로 침대가에 주저앉아서 꿍얼거리고 있었고 카렌은 로이드 뒤에 서서 언제나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나와 로이드를 내려다보고 있다. "자. 아~해." "제가 먹어도 되는데요. 폐하." "시끄러워. 어서 입벌려. 아~" 에에…. 부끄럽단 말이야! 이런건… 낮간지러워서 못참겠다고. 으휴. 언제까 지 이래야 하지? 싫지는 않지만…. 이런 광경을 다른 놈들이 보기라도 했다 간 얼굴 들고 다니기 힘들어질거야. 자꾸 재촉하는 로이드에게 못이기는척 살며시 눈을 감고 입을 벌렸다. "아~ 음. 음음" "맛있어?" "…네" 스프를 목으로 꿀꺽 넘기면서 웃어주었더니 로이드도 씨익 웃는다. 왠지 로 이드 성격이 좀…. 그때 갑자기 덴 녀석이 막사안으로 뛰어들어왔다. "폐하!" 안으로 뛰어들어온 덴은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있는 완전 무장상태였다. 허 리에 롱소드까지 차고 손에 철제 투구까지 손에 들고 안으로 뛰어들어온 덴 은 로이드를 보며 크게 소리쳤다. "폐하! 적이 접근중입니다." "그래?" "예! 속히 밖으로…" "알았다." 고개를 끄덕인 로이드는 내 곁에 스프 그릇을 내려놓은뒤 몸을 일으켰다. "금방 다녀오지. 걱정하지말고 푹 쉬고 있어" "네. 폐하. 우리 로렌이랑 놀고 있을께요" "응." "로렌아? 폐하께서 가시잖아? 인사드려야지?" "우…" 내가 부르자 귀를 쫑긋거리며 돌아본 로렌은 로이드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 하자 싫다는 표정을 짓는다. 풋. 녀석…. 나를 바라보던 로렌은 얼굴을 찡그 리면서 반항적인 표정으로 로이드를 올려다보았고 그 맞상대를 해준 로이드 는 허리에 손을 얹은채 거만한 표정으로 내려다본다. "우우…" "훗." 당장이라도 심술을 부릴듯한 표정으로 로이드를 올려다보던 로렌이 먼저 고 개를 떨구었고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로이드는 승리자의 여유를 보여주면서 밖으로 나갔다. 참나 부자지간에 벌써부터 자존심 싸움이라니. 앞날이 걱정된 다. 정말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니까. 아침 식사를 마치고 또 자리에 누워있었다.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자리에 누워서 멍하니 - 가끔 로렌과 놀아주기도 했지만. 아이는 잠이 많다. 정말로 많다 - 천정을 바라보고 있으니 시간이 얼마나 지난건지 짐작도 안된다. 그 리고 밖의 일도 궁금하고…. "카렌" "…응" 바로 대답하는군. 저녀석 왜 이렇게 고분고분하지? 맨날 반항하고 까불던 녀석이 고분고분해지니까 왠지 이상해. "나가서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고 와" "응" 내말을 들은 카렌은 순순히 내곁을 떠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얼마뒤에 조용히 돌아와서 내게 말했다. "이기고 있어" "그래?" "…응" "그렇군" 난 고개를 끄덕인뒤에 눈을 감았다. 하나, 둘, 셋, 넷… 속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러가는지 알수가 없으니까. 그렇게 속으로 오백을 센뒤 난 다시 카렌에게 말을 걸었다. "카렌. 나가서 상황을 보고와" "응" 곧바로 대답한 카렌이 즉시 밖으로 나갔다. 난 눈을 감고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얼마뒤 돌아온 카렌은 아까와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기고 있어" "그래…" 카렌의 대답을 들은 난 손으로 침대바닥을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안돼. 쉬어야되" "닥쳐. 시끄럽게 조잘거리지 말고 어서 가서 내 갑옷이나 가져와" "하지만…" "명령이야." "하지만…하지만…" "내 명령을 듣지 않겠다면 내 눈앞에서 사라져. 필요없으니까" 내가 듣기에도 너무나 싸늘한 어조의 목소리가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 감정은… 분노? 난 화나 있는건가? 모르겠다. 고개를 들어 돌아보니 카렌 녀 석이 놀란 표정으로 - 그리고 울듯한 표정으로 -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 녀석이 이렇게나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을 얼마만에 보는건지 모르겠군. "카렌. 내 명령에 복종하던가. 내 눈앞에서 사라지던가. 선택해" "나…난…" "어서!" 내가 소리를 지르자 카렌 녀석이 움찔거리면서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곤히 자고 있는 로렌이 깰까봐 참고 있었는데 저녀석이 자꾸 우물거리니까 짜증이 나서 나도모르게 소리를 질러버렸잖아. 다행히 로렌이 깨지는 않았지만 말이 야. 내 외침에 어쩔줄 몰라하던 카렌은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는 막사 구석 에 대충 쳐박혀 있던 내 갑옷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난 헤쉬케린 늙 은이에게 받은 약봉지를 집어들어서 입안에 털어 넣었다. 텁텁해라. 침대속에 입고 있던 얇은 슬립을 벗어던지고 두껍고 거칠거칠해서 착용감이 제로인 마로 된 셔츠와 바지를 껴입었다. 그 다음 정강이부터 엉덩이까지 올 라오는 플레이트 아머 하반신 부분을 몸에 붙인뒤 질긴 가죽끈과 고리로 단 단히 고정했다. 질긴 가죽 장갑을 양손에 끼고 팔목과 팔꿈치, 어깨위까지 덮 는 갑옷 파츠를 몸에 달고 가죽끈을 이용해서 몸통사이에 고정한다. 그리고 나서 플레이트 아머의 흉갑부위를 몸에 대고 등을 가리는 백 플레이트 아머 를 붙인다. 그렇게 가슴 앞과 등뒤를 쇳덩어리로 가리고 몸에 고정한뒤 어깨 위부터 팔목 중간과 가슴 일부를 가리는 어깨갑을 고정한 뒤 단단하고 딱딱 한 - 덕분에 착용감은 최저인 - 강철 부츠를 신었다. 양손에 팔목까지 올라 오는 건틀렛을 착용하고 나서 머리위부터 목 아래까지 덮는 고짓을 쓰고 사 각형으로 각이 진 투구를 손에 들었다. "됐군." "정말 갈거야?" "클레이모어" 손을 내밀자 카렌이 주저주저 하면서 내게 클레이모어를 검집째 넘겨주었 다. 난 넘겨받은 클레이모어를 뽑아들어서 무거운 검집을 바닥에 버린뒤 검 을 한손에 든채 다른손에 투구를 쥐었다. "넌 로렌을 돌보고 있어." "하지만…" "또 네 멋대로 날 따라왔다간 그 면상을 후려갈겨 주겠어. 로렌에게 무슨 일 이 일어난다면… 용서하지 않을거야. 알아듣겠지?" "……" "대답해. 명령이야." "으응…" "그래. 그래야 착한 아이지" 씨익. 난 웃으면서 고개를 푹 숙이는 카렌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었다. 카렌은 암살자로는 상대를 찾기 힘든 강자이지만 난전에는 약할테니까. 굳이 저 아이를 끌고 갈만큼 내가 약한것도 아니고 말이야. 난 우물거리면서 서있 는 카렌을 바라보며 웃어준뒤 막사를 나왔다. 몇일만에 갑옷을 입어서 그런지 온몸이 짓눌리는 느낌이다. 아니 이건 체력 이 저하되서 그런걸까? 그래도 그럭저럭 참을만 하니까 견뎌봐야겠지. 밖으 로 나와서 주변을 돌아보니 시야내에 흰색 막사들이 한가득 펼쳐져 있었다. 아마도 내가 정신을 잃었던 틈에 본대가 이곳으로 진지를 옮긴것 같았다. 어 디로 가야하지? 우선 사령부로 가볼까? 전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아봐 야 할테고…. 거기라면 로이드가 있을것 같으니까. 이런 내 몰골을 보면 또 시끄럽게 잔소리를 늘어놓겠지만 로이드 혼자만 전쟁터로 보내는건 아무래도 마음이 안놓이니까. 내 막사 주변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경비병을 앞세워서 사령부로 쓰이는 막 사를 찾아가보니 안에는 서너명의 장교들만이 있을뿐이었다. 모두 전장으로 나간건가? 안으로 들어간 나는 주변을 돌아보다가 막사 한구석에 펼쳐져 있 는 커다란 전장 지도로 눈을 돌렸다. "흠…" 지도는 이 주변 지형이 그려져 있는 군사용 지도였는데 지도에 표시되어 있 던 헤이츠, 로젠버그 요새에 X자 표시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북쪽에 있는 빈 요새와 그 주변에 아군을 상징하는 푸른 깃발 표식들이 꼽혀 있었고 그 반대쪽 평원에 적군을 표시하는 붉은 깃발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전장 지 도를 보던 난 지나가던 중년의 장교를 불러세웠다. "거기. 자네" "예? 무슨 일입니까?" "지금 전황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전선에서 달려온 전령의 보고로는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숫 적으로는 저희가 우세한 편이지만 병력의 질에서 밀리는 상황이라고 합니 다." "그래? 여기 보니까 군을 세개로 나누었는데 말이야" "예. 워렌 자작님과 브래드릭 장군이 이끄는 부대가 각각 좌, 우측을 맡고 있 고 국왕 폐하께서 몸소 이끌고 나가신 군이 중앙을 맡고 있습니다. 현재 좌, 우군에서는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고 중군은 아직 대치중이라고 합니 다." "그렇군. 알았다. 그런데 진지내에 대기중인 병력이 있나?" "예. 지휘관 부재로 출격이 보류된 화격단과 예비대로 돌려진 수도 시민병 1, 2 연대, 동부 지방 시민병 제 7, 9, 22연대, 남부 귀족연합 소속 중장보병대 1 개 대대가 대기중입니다." "지방 시민병대 소속 22연대는 전선 유지를 위해 20분전에 전장으로 떠났습 니다" 내 앞에 서서 설명을 하던 장교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 옆에 앉아서 무언가 서류를 작성중이던 행정병이 고개를 번쩍 들면서 대답했다. 난 고개를 끄덕 인뒤에 입을 열었다. "그렇군. 그럼 화격단과 중장 보병대, 그리고 수도 시민병 연대들은 내 휘하 로 들어간다. 모두 당장 무장을 갖추고 행군 준비하라고 해. 즉시" "예? 허나…" "명령이다." 내 외침에 그 장교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곧바로 경례를 했다. "알겠습니다. 각하! 즉시 준비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내 말. 말 한마리 필요하니까 준비해줘" "예!!!" 막사안에 있는 이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큰 소리로 답한 그 장교에게 고개 를 끄덕여준 난 이내 발걸음을 돌려 밖으로 나왔다. 야전 진지내의 넓은 공터 한가운데 서서 잠시 기다리자 투덜투덜 거리면서 꾸물꾸물 기어나오는 '내'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절도나 군기따위는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볼수 없는 내 부하들은 서너명씩 혹은 열댓명씩 무리를 지 어서 공터로 나오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내 앞으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손도 끼에 라운드 실드를 든 녀석, 어깨에 헝겁으로 둘둘 말아둔 바스타드를 걸친 채 달려오는 녀석, 가죽 갑옷대신 체인 메일을 입고 가죽 투구를 쓴 녀석, 양 손에 활을 두개나 들고 뛰어오는 놈. 완전 각양각색에 제멋대로다. 화격단 초 기에는 그런대로 장비도 통일하고 복장도 통일하기 위해서 많은 돈을 썼는데 여러번의 실전을 거치면서 신경을 안썼더니 꼭 용병단 같은 꼬라지가 되고 말았다. 하긴 저 녀석들도 어떻게 보면 용병단이라고 할수도 있겠군. 내 개인 사병이나 다름없으니까. 내가 기사이니 기사단 휘하 보병대라고 해줄까? 흠… 화격 기사단이라… 그것도 괜찮겠는걸? "부대 정렬! 부대 정렬!"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화격단 소속 병사들이 모두 공터에 모였고 난 단상으로 쓰일 맥주통위로 올라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병사들을 굽어봤다. 몇몇은 지친 표정을 짓고 있는 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화격단 병사들은 지루하던 차에 일거리가 생겨서 기쁘다는 표정들이었다. 대놓고 쓰 래기라고 면박줘도 실실 웃는 놈들인 이 화격단 녀석들에게 싸움과 전쟁을 빼면 아무것도 안남을테니 이런 반응은 오히려 당연한건지도 모르겠다. 난 깊이 심호흡을 한뒤 가슴을 쭉펴고 당당한 목소리로 외쳤다. "들어라!" "부대 주목!" "꼼지락거리거나 떠드는 새끼는 골통을 뽀개버린다! 주목!" 역시 내 부대는 병사들뿐만 아니고 중대장이나 대대장들도 특이하다니까. 후후후. 난 장교들이 병사들을 통제할 시간을 잠깐 준뒤에 왼손에 들고 있던 클레이모어를 거꾸로 들어서 내가 서있는 나무통을 쳤다. 퉁퉁. 덕분에 화격 단 소속 병사들의 시선뿐만 아니고 그뒤에 어설푼 모습으로 대열을 이루고 있던 시민병들도 내게 시선을 맞추었다. "들어라! 자랑스러운 나의 병사들이여!" 쿵. 발을 구르자 빈 나무통이 큰소리를 낸다. 이러다 부서지는거 아닌지 몰 라. 흠흠. "오늘! 이자리에 선 나는! 단 한가지만 말하겠다! 우리는 지금! 여기! 바로 이곳에! 싸우기 위해서 모였다! 지금 이자리에 모인 그대들은 아마도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전쟁터 속에 서있는것이다! 제군들! 내 말 똑똑히 들어라! 한번 만 말할거니까. 난 두번 말 안해" "와하하하…" "그대들이 전장으로 떠나기전 절대적으로 명심해야 할 일이 있다. 그건 바로! 역사에 길이 남을 영광이다! 조국? 잊어라. 국왕폐하? 나중에 충성해. 가족? 가슴에 묻어둬라! 이것들은 지금 전쟁터로 떠나는 우리들에게 아무런 소용도 없다! 우리에게 필요하고 그리고 우리가 이 두손으로 획득해야하는것은 단하 나! 그것은 바로 승리의 영광이다! 딱잘라 말하는데 지면 아무것도 없다. 조 국도, 왕도, 그리고 너희들의 가족, 친우, 소중한 사람도. 모두 끝이란 말이다! 알겠나? 영광만을 생각해라. 그리고 이겨라! 그러면 모든걸 손에 넣을수 있 을것이다!" "와아아!!!" "나가서 싸운다! 그리고 이긴다! 그것만이 여기 너희들 앞에 서있는 내가 존 재하는 이유이고 그리고 너희들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너희들의 존재가치는 승리했을때만 존재하는 법!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면 너희들 모두는 조국 크 레센트를 구한 영웅이 되는것이다!" "와아아아아아!!!" "크레센트 만세!" "국왕폐하 만세!" "로세니아의 산도적 새끼들을 조져버리자!" "죽이자! 죽이자!" 내 연설에 열광하던 병사들이 '죽이자'를 외치면서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커다란 발소리에 지면이 요동쳤고 병사들이 내지르는 함성소리가 지평서너머까지 뻗어나갔다. 열광하는 병사들을 둘러보며 웃었다. 이들은 너 무나 쉽게 흥분하고 순진하다고 할 정도로 맹목적으로 내 말을 따른다. 남에 게 해를 끼치는 해충취급이나 받거나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정도로 존재 감이 없는 별볼일 없는 자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런지 믿고 따를수 있는 존재 에 열광한다. 손을 들었다. 흥분한채 날뛰던 병사들은 곧바로 침묵하면서 나 를 바라본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믿음이 가득한 눈으로….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겠다. 살아남아라. 너희들 자신과 너희들의 가족 을 위해서. 이상!" 탕! 나무통을 발로 힘껏차면서 도열해 있는 병사들을 한번 더 돌아본 난 지 면으로 내려오면서 손에 들고 있던 투구를 썼다. 그리고나서 한 병사가 끌고 나온 말위에 올라탄뒤 행군을 명했다. "상황이 급하니 구보로 이동한다!" "부대 구보로! 대열에서 이탈하지마!" "1대대 1중대 이동!" 믿음직스러운 내 부하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말배를 걷어찬 난 그뒤를 따 라가면서 말을 몰아갔다. 평원 저너머에 그놈이 있겠지. 커트렌. 내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고 내 집에서 날 내쫓은 빌어먹을 자식. 내 가족을 위해서 무 슨일이 있어도 타도해야할 내 인생 최대의 숙적. 이 나의 목숨이 다한다해도 놈은 반드시 내가 죽인다. 반드시. -------------------------------------------------------------- ... ...... ......... 중얼(음침)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blog.paran.com/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28장 숙적 (7)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빠르게 말을 몰아나갔다. 세찬 바람이 내 투구를 스치면서 어깨너머로 넘어 간다. 번쩍. 하늘의 먹구름사이에서 굵은 번개가 지면을 향해 내리꽂혔고 곧 이어 쿠르르릉… 하는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저멀리 평원 한 복판에 떨어져 내린 벼락이 만들어낸 구덩이를 힐끔 바라본 난 말등에 찰싹 달라붙어서 더 욱 빠르게 말을 몰았다. 순식간에 투구사이로 적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난 클 레이모어를 뽑아들어 높이 치켜들었고 나의 접근에 당황한 듯 나를 가리키며 뭐라고 떠들고 있는 적병중 하나를 노리고 클레이모어를 내리쳤다. 콰득. "끄아아아악!!!" 시끄러운 비명소리와 함께 놈이 그대로 앞으로 엎어졌다. 나와 내 말은 쓰 러지는 적병을 지나쳐 다음 적을 향해 달려들었고 검끝을 밑으로 내리고 있 던 내가 위로 힘껏 휘두르자 클레이모어 검날 중간에 몸에 걸린 적 병사 하 나가 공중으로 붕 뜨면서 팔다리를 휘저어댔다. 창날을 내게 겨누는 적병의 머리를 향해 클레이모어를 휘두르고 있을때쯤 내가 날려버린 적병의 몸이 바 닥에 쓰러졌고 주변의 다른 병사들을 깔아뭉갰다. 막 내가 또다른 적병의 목 을 검날로 후려친뒤 말배를 걷어차려고 할때 저 앞에서 수십명의 창병들이 나를 향해 달려오는게 보였다. 난 즉시 달리고 있는 말의 고삐를 잡아당기며 말을 멈춰세웠다. "히히히힝!!" "잡아! 놓치지마라!" 내가 급히 말고삐를 잡아당기며 말을 멈춰세우자 - 그래도 7~8m는 끌려갔 다 - 주변의 적병들이 내쪽을 향해 우르르 몰려왔다. 말고삐를 왼쪽으로 당 기며 말머리를 돌린 난 그사이에 내 곁까지 달려온 적병의 머리를 클레이모 어의 육중한 검날로 내리찍었다. 빠악. 상대는 나무 방패를 들어서 내 검을 막으려고 했지만 클레이모어는 가볍게 적의 방패를 부수고 들어가 적병의 투 구를 박살냈다. 힘주어 검날을 뽑아든 난 검을 휘둘러 검면에 흐르는 피를 털어내면서 말배를 걷어찼다. "하아!" 내가 배를 걷어차자마자 내가 타고 있던 말은 즉시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 고 내 몸은 적병들이 둘러싸기전에 적들의 포위망을 빠져나왔다. 뒤를 돌아보니 적들 진영 안에서 날뛰고 있는 나를 붙잡기 위해서 상당수의 적병이 나를 쫓아서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말을 달리고 있는 앞쪽에 는 화격단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와서는 난전장 뒤편에서 대기중이던 적병과 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내가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알아서 싸우는 화격단 병사들은 이 내가 있건 없건 상관없이 싸우고 있었다. 클레이모어를 휘둘렀 다. 내게 등을 보이고 있던 적병중 하나가 등을 붉게 물들이면서 앞으로 고 꾸라졌고 동료가 갑자기 쓰러지자 놀라며 뒤돌아봤던 적병의 목이 반쯤 뜯겨 나가면서 옆으로 날아갔다. 역시 날이 없는 무기는 이런게 안좋아. "하압! 다 죽여버려!" "우오!" 시끄러운 전장 상황속에서도 내 말을 들은 화격단 병사들이 구호를 외치면서 더욱더 적들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이내 적군의 측면에서 버티던 적들이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졌는지 뒷열에 있던 자들부터 하나둘씩 등을 돌리고 도망치기 시작했고 곧이어 나와 화격단이 싸우던 전열 곳곳에 크레센트 병사 들이 뚫고 나왔다. 적들의 도주는 계속 이루어졌고 이 혼란스러운 와중에서 도 이런 전황은 양쪽 병사들에게 빠르게 전파되었다. "승리의 함성을 질러라! 우리는 이기고 있다! 다른 모든 병사들이 들을수 있 도록!" "우오오오오오오!!!!" 그동안 끈질기도록 버티던 눈앞의 적병들중 일부가 부대 단위로 퇴각하기 시작했고 한번 대열이 무너지자 그 주변의 다른 부대들도 영향을 받기 시작 했다. 적군 한두 부대가 도망치기 시작하더니 그 도주숫자는 점점 늘어나 채 10분도 되기전에 팽팽하게 맞서고 있던 전장의 판도가 급격히 뒤바뀌었다. 전선에 나와있던 로세니아군은 한무리 또는 한부대 단위로 후퇴를 개시했고 그뒤를 크레센트의 병사들이 뒤쫓으면서 피해를 확대시키고 있었다. 난 물밀 듯이 치고 나가는 크레센트 병사들 맨 선두에 서서 적군 본진을 향 해 내달렸다. 화격단 병사들조차 등뒤에 놔둔채로. 그렇게 무작정 달리기 시 작했다. 적의 깃발이 나부끼는 본진까지 무작정 달렸다. 주변에 아군이 있건 말건 상관없이…. 그렇게 무작정 달리다보니 저 앞에 검은 로브를 입고 있는 대여섯명의 사제들이 눈에 들어왔다. 브리츠의 프리스트. 바로 저놈들 때문에 내 결혼식이 엉망이 되었고, 내 나라가 반으로 갈라졌으며, 전 국왕 폐하가 돌아가셨다. 그래서 솔직히 기뻐. 이제 복수를 할수 있게 되었으니까. "우아아아!!!" 난 달리는 말위에서 몸을 일으키면서 클레이모어를 높이 치켜들었고 내가 달려오는걸 보고는 급히 몸을 돌리는 프리스트들의 등을 노리고 검을 힘껏 내리찍었다. 콰득. 콰직. 내게 등을 돌리고 도망치는 적들을 향해 마구잡이고 클레이모어를 내리쳤다. 검을 내리칠때마다 브리츠의 프리스트들은 피를 뿌 리면서 쓰러졌고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웅크리는 자를 향해 말머리를 돌렸다. 우두두둑…. 내가 탄 말이 잠깐 비틀거리면서 껑충뛰었다. 타닥. 뒤를 돌아보 니 바닥에 엎드렸던 자는 그대로 바닥에 축늘어진채 입으로 피를 뿜고 있었 다. 난 놓친 두명의 적 프리스트를 처리하기 위해서 말머리를 돌리면서 말을 몰았지만 내가 그쪽으로 다가가기도 전에 어느새 적 본진에 뛰어든 병사들의 창날에 검은 로브를 입은 두 프리스트는 그대로 고슴도치같은 몰골이 되었 다. "적 대장을 찾아라!" "와아아아!!!" 거센 물결과도 같이 몰아치는 크레센트 군세는 단숨에 적 본진을 지키고 있 던 소수의 적병을 몰아내면서 적 대장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때 였다. "크아아아앙!!!" "우오오오오!!!" 갑자기 늑대 울음소리와 함께 수십마리의 웨어울프들이 나와 크레센트 병사 들을 향해 달려왔다. 젠장. 이놈들도 있었구나. 여기서 시간 끌면 커트렌 그 자식이 도망가버릴텐데…. "돌파해! 적은 소수다! 포위해서 공격해라!" 불이 있어야 할텐데. 제길. 우웃. 주변의 병사들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 면서 앞으로 내달리던 내게 갈색털의 웨어울프가 달려들었다. 난 놈이 휘두 른 날카로운 발톱을 클레이모어의 검날로 튕겨내면서 양발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다시금 펄쩍 뛰어오르는 웨어울프의 앞발을 오른쪽 어깨를 받아내면 서 놈의 배부분을 힘껏 가격했다. 가가가각…. 어깨 갑옷에서 불똥이 튀면서 귀로 듣기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 "크어어엉…" 공중으로 펄쩍 뛰어올라 내 어깨를 내리쳤던 웨어울프는 그대로 뒤로 날아 가면서 비명소리를 질렀고 난 즉시 말위에서 뛰어내리면서 쿵하는 소리와 함 께 바닥에 떨어진 웨어울프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클레이모어를 거꾸로 잡은 난 양손으로 클레이모어의 손잡이를 잡고 온힘을 다해 웨어울프의 가슴을 내 리찍었다. 콰드득. "크어어억…" 놈이 비명을 지르면서 앞발과 뒷발로 내 갑옷을 긁어댔지만 난 개의치않고 검 손잡이를 힘껏 비틀었다. 우드득.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그 웨어울프가 축 늘어졌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팔다리를 꿈틀거리는걸 보면 또다시 살아날 것 같았기 때문에 난 검날을 꼽은 그 상태로 주변을 돌아보다가 바닥에 떨어 진 커다란 배틀 엑스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집어들었다. 손잡이가 피로 물들 어 미끌거리는 배틀 엑스를 들어올린 난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자기 가슴에 꼽힌 클레이모어를 뽑기 위해서 버둥거리고 있는 웨어울프를 향해 다가갔다. 정말 괴물같은 - 아니 괴물 맞던가? - 회복력. 놈은 나를 발견하고는 버둥거 리면서 검날에서 벗어나려고 발악했다. 하지만 절반이나 꼽힌 검날은 바닥에 드러누운채 버둥거리는 웨어울프의 손에 쉽게 뽑히지 않았고 머리위로 배틀 엑스를 들어올린 난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온힘을 다해 놈의 목을 향해 도끼 날을 내리찍었다. 퍼억! 단번에 웨어울프의 목이 잘려나가면서 바닥을 굴렀 고 붉은 피가 주루륵 흘러내렸다. "후우…" 한 놈을 처치한 난 축 늘어진 웨어울프의 몸을 왼발로 밟고 두손으로 클레 이모어를 뽑아들고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크어어엉!" "우아아악!" "사…살려줘!" "괴물…괴물…" "끄아아악!" 병사들이 학살당하고 있었다. 몸에 검날이며 창날을 대여섯개나 꼽고 있는 한 웨어울프는 아군 병사들 사이로 뛰어들어 그 날카로운 손톱으로 병사들의 몸을 갈라버리거나 바닥에 널부러진 병사들의 시체를 들고 살아있는 - 아직 서있는 - 병사들에게 휘둘러댔다. 난 방금전 웨어울프의 목을 친 피가 잔뜩 묻어있는 배틀 엑스를 집어든뒤에 병사들을 학살하고 있던 웨어울프를 향해 힘껏 집어던졌다. 부웅. 부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배틀 엑스 가 놈의 머리통을 찍었다. 콰직. "끄어어어!!!" 저런 괴물도 고통은 느끼는지 괴성을 질러댄다. 놈은 머릿속으로 반이나 파 고든 배틀 엑스 자루를 붙잡더니 그것을 힘주어 뽑았다. 촤아악…. 붉은 피와 함께 희끗한 무언가가 줄줄이 쏟아져나오는데도 놈은 약간 비틀거릴뿐 죽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나를 발견한 그놈이 내쪽으로 달려오기 시 작했다. "크르르… 크아아아!!!" "시끄럿! 개대가리야!" 난 몸을 숙이면서 나를 향해 휘두르는 두 개의 발톱을 피해낸뒤에 클레이모 어로 놈의 정강이를 힘껏 후려쳤다. 우직. 뼈부러지는 소리와 둔중한 타격음 이 들리면서 놈이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고 난 쓰러진 놈을 향해 달려가 웨어 울프의 등을 온 체중을 실어서 밟았다. 우두둑. 놈이 축 늘어진다. "와아아아아!!!" "괴물을 잡았다!" 웨어울프들에게 고전을 하던 병사들이 무기를 치켜들며 함성을 질러댔다. 바보들이! 아직 안끝났어!?! "아직 안죽었어! 불을 가져와! 불!" 내가 아직 안 죽었다고 외치자 내게 달려오던 병사들이 주춤거리면서 멈춰 선다. 그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내 발밑에 깔려있던 웨어울프가 몸을 꿈틀 거리면서 내게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병사들은 이내 기세가 올랐는지 내쪽으로 달려와서는 창날로 쓰러진 웨어울프를 찌르 기 시작했다. 푹. 푸욱. "크아악! 크아아…" "죽어! 죽어! 이 개새끼야!" "골통을 뽀개버려! 골통을!" 내가 말리고 자시고 할 새도 없었다. 어느새 우르르 몰려온 병사들은 이 나 까지 뒤로 밀쳐버리면서 쓰러진 웨어울프에게 달려들었고 수십명의 병사들에 게 일방적으로 찔리고 얻어맞은 웨어울프는 이내 축 늘어졌다. 그리고 병사 들은 웨어울프의 목을 잘라 높이 치켜들면서 함성을 질러댔다. "괴물을 잡았다!" "와아아아!!!" 정말이지… 인간들이란…. 뭐 결과가 좋으니까 다 좋은거겠지. 주변을 둘러 보니 아직도 열댓마리의 웨어울프들이 날뛰고는 있었지만 하나둘씩 심각한 부상을 입으며 쓰러졌고 곧이어 목이 잘려서 창대에 걸렸다. 물론 웨어울프 하나가 죽을때마다 수십명 이상의 사상자가 생기고 있었지만 지금 분위기는 죽거나 다친자들을 생각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후우. 힘들다. 아참! "커트렌!" 웨어울프와 싸우느라고 잊고 있었다. 급히 주변을 돌아봤지만 이미 이 주변 은 모두 크레센트 병사들만이 득실 거릴뿐이다. …놓친건가. 허탈했다. 이번에야말로 커트렌 그 빌어먹을 자식을 죽일수 있을줄 알았는 데. 또다른 전쟁을 벌여야 할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또 실제로 다 음 전쟁 목표를 생각하고 있을때였다. "적 사령관을 붙잡았다!" "승리다! 우리가 이겼다고!" "우와아아아아아아!!!!" 뭣? 무슨 소리야? 그 빌어먹을 자식이 붙잡혔다고? 깜짝 놀란 난 머릿속에 떠다니던 잡생각을 날려버리고 함성이 들려오는 방향을 돌아보았다. 그곳에 는 수백명의 크레센트 병사들이 모여있었고 검은 준마에 올라탄 병사 - 일 반 보병 복장이었다 - 가 손에 쥔 줄을 흔들면서 함성을 질러대고 있는 병 사들 사이를 당당히 걷고 있었다. 정말 잡힌거야? 그놈이? 이렇게 쉽게? 커트렌이 붙잡혔다는 소식과 함께 전투는 끝났다. 아직도 사방으로 흩어진 적들중 일부가 저항을 하고 있었지만 그런 잔당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토 벌되거나 자연적으로 소멸될 것이다. 전장은 점차 정리되어가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얼마전까지 전투를 벌이던 넓은 평원에는 시체들이 빽빽하게 들어 차서 발디딜틈조차 없어보였다. 난 내앞에 도열해 있는 이천여명의 화격단 병사들의 얼굴을 한번씩 훑어보았다. "이제…" "꿀꺽." 누군가 침 삼키는 소리를 낸다. 크게도 들리는구만. 하지만… 남은 내 부하 가 이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자 조금 침울해졌다. 잠시동안 뜸을 들이던 난 헛 기침을 몇 번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은뒤 다시금 말을 이었다. "이제… 전쟁은 끝났다." "이예!!!" "와아아…아아…" 몇몇 병사가 환호를 하면서 펄쩍 뛰었지만 푹 쳐진채 지쳐있던 대부분의 병 사들은 환호하는 병사들을 무슨 전염병 환자보듯이 바라보았고 나 역시 낄때 도 모른채 환호성을 지른 그 병사들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이내 함성소리는 잦아들었고 모두의 시선이 다시 내게 쏠렸을 때 난 계속 말을 했다. "이제… 젠장! 까먹었잖아! 빌어먹을 너! 그리고 너! 기다리고 있어! 끝나고 보자!" "와하하하~" "흠흠. 아무튼간에 전쟁은 끝났다. 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하여간 더 이상 너희들이 투입될만한 전투는 많지 않을거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모두 들… 정말 고생했다. 그리고 고맙다. 이말은 꼭 하고 싶었어. 이 나에게 목숨 을 맡기고 싸워준 그대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그렇게 말하면서 난 병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수군수군. 이런 내 태도에 화격단 병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고 내가 고개를 들자 한 병사가 손을 번쩍 들면서 소리쳤다. "질문있습니다! 각하!" "뭔가?" "저희는 모두 잘리는겁니까?" "아니. 그런건 아니야. 자세한건 밀러 대대장이 말해줄거다. 밀러 대대장" "예. 각하. 여기있습니다." 밀러 대대장이 병사들 사이에서 걸어나왔다. 머리에 흰 붕대를 감고 있는 밀러 대대장은 피곤이 덕지덕지 붙은 얼굴이었지만 웃고 있었다. 이를 드러 내면서 말이다. 그는 내게 다가온뒤 병사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크게 소리쳤다. "화격단 제군들! 오늘부로 화격단은 해체된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겁니까?" "대답해 주십시오!" 웅성웅성. 병사들이 동요한다. "조용! 조용! 아직 내 말이 끝난게 아니야! 아무튼 화격단 해체는 벌써 정해 진 일이니 번복되는일은 없다! 그리고 크레센트 왕실 기사단중 화격기사단이 새로 재편된다." 이제는 화격단 병사들이 서로를 돌아보면서 떠들어대고 있었다. 이런 소동 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던 밀러대대장은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장교들을 호출 했다. "중대장들과 소대장들은 병사들을 진정시켜! 뭐하고 있는건가?" "하지만… 대대장님" "아직 내말이 안끝났다고 하지 않았나?" "조용! 조용히 해!" "이새끼들아! 니놈들이 언재부터 계집애들마냥 꽥꽥 되었었냐? 입닥치지 못 해? 앙?" 계집애? 꽥꽥? 저놈 기억해 둘테다. 반드시 기억해둔다. 그래도 밀러 대대장 이 내린 명령 덕분에 병사들의 동요는 웬만큼 진정되었다. 그리고 밀러 대대 장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아까 말한것처럼 화격단은 해체되고 왕실 기사단 소속 화격 기사단이 새로 신설된다. 이 화격 기사단의 구성원은 구 화격단 병력으로 채울 예정이다. 기 사는 물론이고 기병과 중장보병, 궁병과 창병까지 화격단 인원에서 우선적으 로 선별할 것이다" 이번에는 소동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밀러 대대장의 목소리를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고 귀를 귀울이고 있었다. 역시 밀러 대대장이라면 충분할 것 같아. "그리고 퇴역을 희망하는 병사는 화격 기사단 재편전까지 나나 각 중대장등 에게 알리도록. 그렇지 않은 병사들은 각 편재와 특기에 따라 화격 기사단 소속으로 바뀐다. 이상." "질문있습니다. 대대장님!" "뭔가?" "지금이랑 뭐가 바뀌는겁니까?" "그건…" 난 한 병사의 질문에 말끝을 흐리며 나를 바라보는 밀러 대대장을 대신해서 앞으로 나섰다. 아무래도 이런건 내가 말하는게 나을테니까. "그건 내가 말하지. 화격단은 사실 내 휘하에 조직된 사설 군대라고 보는편 이 맞다. 이런 저런 수식과 미사여구 다 빼고 까놓고 말해서 내가 없으면 너 희들은 그저 숫자많은 산적정도로 취급될 뿐이다. 물론 윗선에서 문서 조작 을 해둬서 실제로 그런 취급을 받지는 않겠지만 나와 워렌 자작이 일선에서 물러나면 너희들이 설곳은 없다. 정규군도 아니고 이만한 숫자의 무장한 사 병들이 있을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너희들이 왕실 소속 화격 기사단으로 신 분이 바뀌게 되면 모두 정규군이 된다. 신분, 대우, 그리고 봉급 모두가 정규 기사단 수준이 되고 무장과 보급등도 정규군 수준으로 격상된다. 마지막으 로… 화격단 기사는 너희들중 우수한 장교나 병사들이 우선적으로 채워지게 되며 물론 기사 작위도 수여되지. 과거에 산적이었던, 범죄자였던, 농지에서 도망친 농노이던 상관없어! 실력만 있다면 기사가 될 수 있다!" 잠잠.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정도로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흥분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우…우리도?" "범죄자인 내가 기사가 될 수 있다고?" "우리는… 우리는…" 난 흥분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화격단 병사들에게 쐐기를 박듯이 선언했다. "너희들은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다! 아니 이제부터 너희들은 자랑스러운 크 레센트 왕국 기사단 소속 병사들이다! 자부심을 가져라! 너희 가족과 자식들 에게 자랑스럽게 말해라! 이 나라는 바로 너희들의 손으로 지켜졌다는 것 을!" "…와아아" "우와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귀가 멍멍할정도로 커다란 함성소리였다. 지친 놈들이 목청도 좋네. 후후후. 화격단 병사들은 서로가 서로를 껴안고 얼싸안으면서 펄쩍펄쩍 뛰고 있었고 몇몇 병사들은 고개를 숙인채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고 있었다. 보고 있자니 내 가슴이 턱 막힐정도로 흥분과 기쁨이 전해져온다. "크레센트 만세!" "국왕폐하 만세!" "크레센트 만세에에!!!" 두손을 들어올리고 만세를 부르면서 웃는 내 부하들. 얼굴들은 모두 오갈데 없는 산적에다가 험악하고 오랫동안 제대로 씻지못해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놈들이기는 했지만… 바로 이들이 있어서 로이드를 지킬수 있었고 이들이 있 었기에 전쟁에서 승리할수 있었다. 화격단은 바로 내 힘의 상징이자 내가 나 자신과 로이드, 그리고 로렌을 위해서 노력한 행동의 결정체였다. 머리위로 물주머니를 뿌려대고 화격단 깃발을 흔들어대면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화격단 병사들이 너무나도 뿌듯하다. 난 흥분한채 소리를 지르고 있는 화격단 병사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기뻐하라! 그리고 지금을 즐겨라! 이건 내가 명령한대로 살아남아준 너희들 전원에게 내리는 포상이다!" "와아아아아!!!" "그리고! 포상금도 하사 할거니까! 너무 기뻐서 잊어먹지 말도록!" "와하하하핫!" 내말에 웃어제끼는 병사들을 향해 씨익 웃어준 난 밀러 대대장에게 뒷일을 맡긴뒤 로이드가 기다리고 있을 본대로 향했다. -------------------------------------------------------------- 음...폐인대...아니 작가대전은 아무래도...힘들겠군요 -=-. 너무 놀았나봅니다.( ..) 반성반성. 가우군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blog.paran.com/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전장 정리와 부상자 구호, 그리고 포로 획득을 위해서 뛰어다니는 일단의 병사들을 헤치면서 본대로 다가가보니 그곳도 벌써 승리의 기쁨이 흘러넘치 고 있었다. 병사들은 병사들끼리, 장교나 귀족들은 귀족들끼리 끼리끼리 모여 앉아서 승리를 축하하고 환호하는 모습들이었다. "국왕폐하 만세!" "크레센트 만세!" "휘익~" 승리를 자축하는 함성소리와 휘파람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고 진지 곳곳 에 모여앉은 병사들의 얼굴에도 함박웃음이 피어있었다. 모두들 전쟁에서 이 겼다는것과 이제 집으로 돌아갈수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격렬한 전투후의 피 로감같은건 보이지 않았다. 술과 고기만 있으면 완전히 축제겠는걸. 말을 몰아 병사들 사이를 헤치고 지나간 난 로이드가 있을 야전 막사앞에서 내린뒤에 경계를 서고 있는 경비병에게 말고삐를 넘겨준뒤 막사 안으로 들어 갔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각 지방귀족들이 막사 외각에 서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그 앞에 왕관을 쓰고 있는 로이드와 덴등의 사령관들이 한 사내를 둘러싸고 서 있었다. "…하여 크레센트 왕국에 끼친 해악이 극심하다고 판단되는 바. 본 국왕은 로세니아의 사령관 커트렌 폰 노베른 공작에게 참수형을 선언한다" "국왕폐하의 결정에 반대하시는 분은 의견을 주십시오" "동의합니다." "저 역시 동의합니다" 귀족들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포박을 당한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커트렌 자식에 대한 판결이 떨어졌다. 당연히 사형. 거기다 이 막사 안 에 있는 귀족들 역시 모두 로이드의 판결에 동의했다. "아넬리안! 당신!" "…에?" 커트렌 자식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기위해 앞으로 나섰는데 로이드에게 딱 걸려버렸다. 아차차… 갑옷은 벗고 왔어야 하는건데…. "또 날뛴건가? 아넬리안?" "에… 뭐. 이겼잖아요. 그러면 된거죠 뭐" "정말이지… 후우. 하여간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자고. 나중에" 로이드는 골치아픈 듯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손을 내젓는다. 뭐야 정말 남은 전장 한복판에서 죽자고 싸워왔는데 칭찬은 못해줄망정…. 그래도 커트 렌 자식을 붙잡았으니 잔소리쯤이야 얼마든지 들어주지 뭐. 후훗. 무릎을 꿇 고 있는 커트렌 자식에게 다가간 난 놈의 머리카락을 한손으로 움켜쥐고 들 어올렸다. 절망감에 빠져있는 놈의 얼굴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큭큭큭…" 이놈… 웃고 있잖아? "갑옷 입은 모습도 예쁜걸? 아넬리안. 큭큭큭" "이놈이! 이디서 감히 왕비마마의 성함을!" 빠악. 달려온 기사가 놈의 어깨를 걷어찼다. 발에 채여 데굴데굴 굴러간 커 트렌은 바닥에 쓰러진채로 여전히 웃고 있었다. 기분나빠. 이녀석 공포에 미 쳐서 돌아버리기라도 한건가?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데…. "형을 집행하라!" "자…잠깐만요. 폐하" "듣기싫소. 뭣들하고 있나. 당장 집행해!" 에엣! 저 자식은 죽을때까지 고문하고 고문해도 분이 안풀리는데 이렇게 쉽 게 죽여버리다니! 말도 안돼! 난 로이드를 말리기 위해서 그를 바라보았지만 로이드는 날 외면하면서 기사들을 재촉했다. 우르르 몰려간 기사들에 의해서 다시 무릎을 꿇고 주저앉게 된 커트렌은 목을 떨구었고 기사들중 한명에 롱 소드를 뽑아들고 그자의 앞에 섰다. 검을 들어올린 기사가 로이드의 명령을 기다리며 그를 바라보자 로이드는 마지막으로 선처라도 하듯이 말을 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로이드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든 커트렌은 나의 남편이자 이 나라의 국왕인 로이드를 잠깐 바라본뒤 이내 시선을 돌려 - 기분나빠 - 나를 올려다보면서 내게 말을 걸어왔다. "여전히 박제로 만들어서 장식하고 싶을 정도로 예쁘군. 아넬리안. 안그래?" "닥쳐. 변태자식아" "하지만 그 나불나불 말이 많은 혓바닥은 뽑아버려야겠군 그래"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올려다보는 커트렌의 시선에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 러 들었다. 기분나쁜 느낌이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게 마치 수십마리의 송충 이들이 등뒤를 기어다니는듯한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로이드가 내앞을 가리면서 검을 들고 있는 기사에게 소리쳤다. "처형해!" "옛! 폐하!" 검을 머리위로 들어올리고 있던 기사는 힘차게 대답하면서 단번에 검을 내 리쳤다. 곧이어 커트렌의 목이 잘리며… 카앙. 응? 뭐…뭣? "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검날이 위로 튕겨올라갔다. 나 뿐만 아니고 막사안에 있던 이들 모두가 놀 랐는지 웅성거렸고 검을 내리쳤던 기사는 당혹감을 감추며 다시금 검을 들어 올려 힘껏 내리쳤다. 깡. "크큭…. 다 끝났냐? 그럼 이제 내가 네놈들에게 판결을 내려주지. 판결 사 형. 집행은… 온몸을 갈갈이 찢어주마! 크하하하하!!!" 뚜두둑. 커트렌 놈의 몸을 묶고 있던 밧줄이 단번에 조각조각 끊겨 나갔다. 말도 안돼. 말이 안되는 상황임이 분명한데 그런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 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기분나쁜 예감에 몸을 떤 나는 아직도 내 앞을 가로막고 서있는 로이드를 내뒤로 밀쳐내면서 소리쳤다. "기사들은 폐하를 대피시켜! 뭘하고 있는건가? 당장 움직이지 못해?!" 로이드를 내뒤로 밀면서 막사 안에 서있던 기사들에게 소리치자 그제서야 기사들이 로이드의 주변을 호위하고 밧줄을 끊어버린 커트렌 주변을 둘러쌌 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놈은 웃고 있었다. 예의 비틀리고 꼬인듯한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기사들이 자신을 포위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었던 것이 다. 따닥. 딱. 이가 제멋대로 부딪치잖아? 저놈에게서 풍기는 이 기분 나쁜 느낌은… 공포? 마…말도 안돼! "죽어랏!" 한 기사가 커트렌을 향해 발을 내딛으며 롱소드를 내리쳤다. 까앙. 놈의 팔 에 막힌 롱소드는 쇳소리를 내면서 멈추었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롱소드를 막아낸 커트렌 자식의 팔과 그자의 얼굴을 보며 당황하고 있던 그 기사의 얼 굴을 향해 놈이 손을 뻗었다. "끄아악…" 우두둑. 커트렌 자식의 손에 잡힌 그 기사의 머리가 터져나가면서 사방으로 피가 튀어올랐다. 괴…괴물. 쿵. 놈의 손에서 풀려나 바닥에 쓰러진 기사의 머리는 투구와 함께 우그러져 있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있을수 있는거 야? "뭣들 하고 있는건가! 모두 동시에 공격해!" 덴의 외침에 주춤거리며 서로 눈치만 보던 기사들이 동시에 놈을 향해 달려 들었다. 여섯 개의 검날이 커트렌 자식의 몸을 노리고 날아들었지만 이번에 도 역시나 까가강… 하는 쇳소리가 나면서 검날이 튕겨나왔다. 거기다 검을 피할 생각도 하지 않은채 서있던 커트렌 자식은 다가온 기사중 한명의 가슴 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푸욱. 살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플레이트 메일을 뚫고 들어간 놈의 손이 붉은 피가 가득 묻은채 뽑혀나왔다. "끄어억…" "큭큭큭. 여기 있는 놈들. 모두 죽여주마." "피…피해!" "폐하를 모시고 나가! 빨리!" "우아악! 살려줘!" "아넬리안!" 등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붇잡아 끌었다. 커트렌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 던 내가 뒤돌아보니 다급한 표정의 로이드가 나를 바라보며 내 팔을 잡아당 기고 있었다. "아넬리안! 어서!" "폐하 우선 막사에서 나가셔야 합니다!" 나를 붙잡고 버티던 로이드는 곧이어 로얄가드들에 의해서 끌려나갔다. 나 역시 막사 안에서는 불리할 것 같다는 생각에 로이드가 나간 방향으로 뛰어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눈앞에 커트렌 자식이 나타났다. "어딜 가려고?" "비켜!" 눈앞에 나타난 놈의 면상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살짝 고개를 숙 여 피한 커트렌은 내쪽을 향해 달려오면서 어깨로 나를 들이박았다. "아아악…" 쿠웅. 끔찍한 고통이 놈의 어깨에 부딪친 가슴께에서 느껴졌다. 찌이이익… 놈에게 채인 내 몸은 두 다리가 지면에서 떨어진채 뒤로 날아갔고 막사의 천 을 찢으며 밖으로 튕겨나갔다. 곧이어 지면이 눈앞에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 졌다. 콰앙! 크으으으윽! "아으윽… 아악!" 아파! 너무 아파! 비명소리조차 제대로 못낼정도로 끔찍하게 아파! 삐이익!!! 땡땡땡. 호각소리와 긴급을 알리는 종소리가 마구 울려퍼지면서 귓청을 시끄럽게 때려댔다. 지독한 통증에 바닥을 기고 있던 난 힘겹게 몸을 일으키면서 막사쪽을 돌아봤다. "이럴수가…" 막사 기둥이 허공을 날아다닌다. 커트렌 자식이 막사 기둥을 뽑아들어서 기 사들과 급히 달려온 병사들을 마구잡이로 학살하고 있었던 것이다. "화…활을 쏴라! 활을!" 누군가의 외침에 몇발인가의 화살이 놈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커트렌 자 식의 몸에 맞은 화살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튕겨나왔다. 기둥으로 주변의 기 사들과 병사들의 몸을 박살내고 공중으로 날려보내던 커트렌이 갑자기 날아 온 화살에 화가 났는지 들고 있던 나무 기둥을 머리위로 들어올려 빙빙 돌리 다가 힘껏 내던졌다. 휘이이이잉… 콰광! 커다란 먼지 기둥과 함께 그곳에 몰려있던 궁수들 일부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으아아악!!!" 쿵. 철퍽. 눈앞에 하체가 끊긴 병사의 시체가 떨어졌다. 우읍…. 몸을 일으키려고 노력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바닥을 기며 버둥거렸 지만 힘이 풀린 몸은 제멋대로 움직이다가 꺾일 뿐이었다. 젠장할. 콰과광! "끄아아악!" "괴…괴물이야" "히이이익!!!" 콰광! 커다란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공중으로 피어올랐다. 그 먼지사이로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는 몇몇 병사들이 보였고 내가 엎어져 있는 옆으로 대여 섯명의 병사들이 무기를 바닥에 내던지면서 달려왔다. "도망가! 이길수 없어!" "저런 괴물 따위를 상대할 리가 없잖아!" "물러서지 마라! 자리를 지켜라!" 저 앞에서 떠들어대는 장교가 피를 토하듯 외치고 있었지만 그의 외침에 응 하는 병사들은 얼마 되어보이지 않았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커트렌 자식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놈의 키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피부가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거기다 머리 카락 역시 짙은 흑색으로 변하였고 변신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던 놈의 눈 이 붉은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괴물같은 힘을 가진 인간에서 완전히 괴물이 되어버렸군. 바닥에서 버둥대다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끄으응…"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 앉은뒤에 클레이모어를 지팡이 삼아서 간신히 일어서 고 나니 저 앞에 검게 변한 커트렌 자식이 웅크리고 있던 몸을 펴고 일어서 는게 보였다. 5m는 넘겠다. 더럽게 크네. 쿠웅. 놈이 움직일때마다 지면이 작 게 요동친다. 저런거랑 싸워야 한다니 사양하고 싶은데. 젠장할. "와아아아아!!!" 두두두두두. 말 발굽소리다. 고개를 돌려보니 평원에서 정렬해있던 기사들이 창을 앞세우며 커트렌 자식을 향해 말을 달려가고 있었다. 그래. 저속도의 기 사라면…. [우메한 인간들 같으니라고. 쿡쿡쿡] 뭐…뭐야? 이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는? 설마….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주변을 돌아보다가 커트렌 자식을 올려다보니 놈이 한쪽 팔을 뻗어서 말배를 걷어차며 달려오고 있는 기사들을 가리켰다. 그리고 잠시뒤 놈의 검은 손바 닥 주변의 공기가 일그러지는 것처럼 보이더니 곧이어 무언가 둥근 물체가 놈을 향해 달려가고 있던 기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아무런 소리도 없었고 빛 이 난다거나 하는것도 없었지만 무언가가 날아가는건 확실히 느낄수 있었다. "키히히히힝!!!" "우…우아아악!" 기사단 맨 선두에서 달리던 기사의 말이 갑자기 달리던 속도 그대로 앞발을 바닥에 붙이며 멈추려고 했다. 하지만 그뒤를 따르던 다른 말이 그 말의 엉 덩이를 들이박았고 그위에 타고 있던 기사는 그대로 공중을 날아가며 허우적 거렸다. 그리고 그때 커트렌 놈의 손에서 날아갔던 그 무언가가 지면에 격돌 했다. 쿠우우웅…. 파밧. 파아앗. 콰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하늘을 가득 메울듯한 흙먼지가 피어올랐고 그 흙먼지 사이로 말과 기사들이 같이 날아올 랐다. 파바밧. 흙먼지를 동반한 강한 바람이 내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 놈의 손에서 날아간 그 무언가에 직격당한 지면은 사람 하나가 들어갈만한 커다란 구덩이가 파여져 있었고 그 주변에는 엄청난 힘으로 짖눌러 버린듯한 말과 사람시체가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도대체가 이건…. 망연자실. 도저히 상대가 안돼. 놈의 발밑에는 아직도 싸우고 있는 일부 병 사들이 있었고 곳곳에서 화살이 날아가 놈의 몸을 강타하고 있었지만 그중에 서 커트렌 자식의 몸에 상처를 내는 무기는 하나도 없었다. 거기다 놈이 팔 을 휘두르거나 발을 들어 구르는것만으로도 근처의 병사들이 저항조차 하지 못한채 깔려죽거나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그 괴상한 힘이 이곳저곳에 방출 될 때마다 커다란 구덩이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났다. 안되겠어. 다른 방법을 찾아 야 해. 다른 방법을…. 막 내가 무슨 수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으며 방법을 찾 고 있을 때 놈의 주변 곳곳에서 갑자기 번개들이 나타나 커트렌 자식의 몸을 강타했다. 번쩍. 치지직… 치이이이…. [그어어어어어!!!] 통한다? 뭐지? 마법인가? [이런 괴씸한 인간들! 감히…감히…] 놈이 발광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렇게 소리지르는 사이에도 주변에서는 불덩어리들과 번개, 그리고 빛나는 화살들이 놈의 몸을 향해 날아들었다. 호 오 대단해. "뭘 멍하니 보고 있는게냐? 어서 빨리 도망치지 못해?" "에?" 뒤에서 들려온 호통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헤쉬케린 늙은이가 지팡이를 든 채 지면에 내려서고 있었다. "하지만 저놈 저렇게 하면 죽일수…" "없다! 불가능해! 조금 발을 묶을수는 있을지 몰라도 저런놈을 어떻게 막으 라는게냐? 말이 되는소리를 해라. 멍청한 계집같으니라고" "뭐라고요?!" "귀가 먹었냐? 쯧쯧. 어린 것이 벌써부터…" "시끄러워요! 닥치고 자세히 설명해요!" "클클. 보고도 모르겠냐? Cone Of Cold!" 헤쉬케린 노친네의 손에서 빙글빙글 회전하는 얼음조각들이 거대화된 커트 렌 자식을 향해 날아갔다. 원뿔형으로 날아간 헤쉬케린 늙은이의 마법은 커 트렌의 왼팔에 직격했고 그곳에 두꺼운 얼음이 끼었다. 와~ 대단…. 빠지직… 후두두둑. 쿵. …하지 않다. 단번에 그 두꺼운 얼음을 깨버리다니…. 히익. 놈 이 우리쪽을 노려…. "엎드려라! Wall Of Force!" "우왁!" 헤쉬케린 노인네의 외침에 양팔로 머리를 감싸며 주저앉았다. 그리고 잠시 뒤 갑자기 지면이 위아래로 크게 요동을 치면서 흙먼지가 사방에 자욱하게 깔렸다. 후두두둑… 머리위로 흙더미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콜록. 콜록. 젠장. 뭐야 도대체" "…크으으윽" 잔기침을 해대면서 먼지가 걷히기를 기다리던 난 내 바로 옆에서 들려온 신 음소리에 깜짝 놀라서 손을 더듬으면서 헤쉬케린 늙은이를 찾았다. "헤쉬케린경. 어디있어요? 다친거에요?" "쿨럭.쿨럭. …여기…다. 쿨럭" 헤쉬케린 노인내의 대답에 급히 바닥을 더듬으며 그쪽으로 기어가보니 사람 다리가 만져졌다. 그리고 바람에 의해 눈앞에 흙먼지가 걷혀지고나자 헤쉬케 린 늙은이의 모습이 보였다. "…헤쉬케린 경?" "쿨럭. 쿨럭. 우욱…" 노인네의 깡마르고 심술궂은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다. 그의 두팔은 뒤로 꺾 여져 있었고 헤쉬케린 노친네가 언제나 들고다니던 나무 지팡이는 중간이 부 러진채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저 빌어먹을 자식!" "가…가면 안된다. 가지마. 지금은… 쿨럭. 쿨럭. 도망치는것만이… 후우… 살 길이다." "도대체 저놈의 정체가 뭐야?" "아바타. 신의 화신이지. 클클… 쿨럭. 역시 인간은… 신에게는 안되는건가. 후후후. 브리츠의 화신일게다. 후욱. 후욱. 하지만… 끄응. 놈도 언제까지 저 모습을… 유지할 수는 없을게야. 그러니… 도망쳐라." "……" 신… 신의 화신? 저딴 개자식이? 신의 분신이라고?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있을수 있어? 웃기지마? 신의 화신이라서 도망친다고? 그렇게 도망만 다니 다가 뭘 어쩌라고! 젠장할! 콰아아앙!!! 후두두둑. 또다시 머리위로 흙의 비가 쏟아져내렸다. 쿠웅. 나와 헤쉬케린 늙은이 옆으로 허리가 옆으로 꺾인 병사 시체가 떨어졌고 헤쉬케린 노친네를 부축히면서 일어서보니 어느새 주변에는 아군 병사는 별로 안남아 있었고 곳곳에 흙구덩이가 파여져 있었다. 으득. "헤쉬케린 경. 몸을 추스릴수 있겠어요?" "보고도 모르냐? 쿨럭… 쿨럭. 젊은 것이 벌써 눈이 멀은게로군" "시끄러워요. 그 마법을 쓰던지 해서 알아서 피하라고요." "…넌?" "싸워야죠." "상대는…" "싸워보면 알게되겠죠. 개죽음일지. 영웅이 될지. 훗. 원래 인생이라는게 다 그런법 아니겠어요?" "미쳤군. 큭큭큭." "닥쳐요. 하여간 알아서 도망치라고요. 이봐! 거기 너! 이리로 와! 당장!" 헤쉬케린 노친네의 이죽거림을 되받아쳐준 난 창대를 내던지고 도망치는 한 병사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 병사는 내 말을 무시하고 도망칠까 아니면 명 을을 들어야 할까 고민하는 듯 했지만 이내 등뒤에서 커다란 폭음과 함께 흙 더미들이 쏟아져내리자. 비명을 지르며 내쪽으로 뛰어왔다. "너! 이분을 모시고 도망가! 이건 명령이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치라고! 알았나?" "예? 예!" "좋아! 그럼 가!" 내가 도망치라고 외치자 그 병사는 고개를 끄덕인뒤 헤쉬케린 늙은이의 깡 마른 몸을 들쳐업었다. 그리고 정말로 뒤도 안돌아보고 뛰어가기 시작했다. 쳇. 그래도 한번쯤 뒤돌아서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정도는 보여줘야 하는거 아 니야? 너무 하잖아? 아직도 간간히 마법들이 여기저기서 커트렌 자식의 몸을 향해 날아가고는 있었지만 이미 주변 전장은 완전히 황폐화 되었고 사방에 시체들만이 널려있 을뿐이었다. 그 위에서 움직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커트렌 자식은 손을 내 뻗어 도망치는 병사를 움켜쥔뒤 멀리 내던지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며 날아 가던 그 병사는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다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면과 격돌했 다. 후우. 저런건 이제 그만보자가. 그보다 어떻게 싸워야 할지나 생각해야지. 클레이모어는 아까전 막사안에서 날아갈 때 잃어버렸으니 새 무기를 얻어야 하는데… 주변을 둘러보며 쓸만한 무기를 찾던 내게 육중해 보이는 모닝 스 타가 눈에 들어왔다. 손잡이에 피가 잔뜩 묻은 모닝 스타를 들어올리니 차르 륵 하는 소리와 함께 쇠사슬들이 딸려 올라온다. 난 모닝 스타를 들고 놈을 향해 걸어갔다. 쿵. 쿠웅. 쿵. 커트렌 자식이 몸을 움직일때마다 지면이 울리면서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까마득하게 올려다봐야지만 얼굴이 보일정도로 높이 서있는 놈 의 근처까지 다가간 나는 저멀리 마법을 사용하여 놈을 공격하는 마법사를 향해 그 괴상한 공격을 하려고 준비중인 커트렌 자식의 발치에 서서 모닝 스 타를 힘껏 휘둘렀다. 붕.부웅. 붕. 그리고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모닝스타로 놈의 무릅 뒤쪽 관절을 향해 힘껏 후려쳤다. 뻐어어억! [그어어어억!] 놈이 비명을 지르면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쿠웅. 난 그때를 놓치지 않고 모 닝 스타를 들어올려 놈의 가슴팍을 다시금 힘껏 후려쳤다. 콰아앙! 모닝 스 타의 쇠추가 반으로 부서지면서 파편이 내 얼굴로 튀었지만 그래도 내 힘과 모닝 스타의 무게가 더해져 놈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아니 준 것 같다. 놈이 내 공격에 뒤로 쓰러졌으니 아마 그렇겠지. [이 계집이!!!] "시끄러워! 인간도 아닌놈에게 그딴 소리 들으면 기분 나쁘다고!" [크아아아!] "닥쳐!" 놈이 몸을 일으키려고 양팔로 지면을 짚는걸 보면서 놈의 가슴팍위로 뛰어 오른 난 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든 모닝 스타를 놈의 면상을 향해 힘껏 내리쳤 다. 퍽! 파삭. 쇳조각이 박살나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젠장. 다른 무기를… [놓치지 않는다!] 놈의 외침소리를 들으면서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쿵. 무릎이 부러질듯한 충 격을 이를 악물며 참아낸 나는 그다음으로 바로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방 금전까지 내가 있던 자리에 커트렌 자식의 검은 손바닥이 날아왔다. 쿵. 우 웃. 바닥이 흔들려서 일어서기가 힘들잖아. 그때 갑자기 커트렌 자식의 손바 닥이 눈앞에 나타났다. 난 개구리처럼 펄쩍 뛰어오르면서 놈의 손바닥을 피 했다. 그리고 지면에 착지하려고 할때 갑자기 등뒤에서 강한 압력이 느껴졌 다. 지면이 빠르게 내게 다가온다. 콰앙! "아아아악!!! 아아악!" 온몸을 관통하는 끔찍한 고통! 너무나 지독한 고통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 하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으으윽…. [큭큭. 잡았다.] "으으윽… 이것놔!" 놈의 손에 붙잡힌 난 힘을 쓰면서 커트렌 자식의 손바닥에서 빠져나가기 위 해서 발버둥을 쳐댔다. 하지만 갑자기 놈이 두손으로 나를 움켜쥐고 힘을 쓰 자 온몸에 엄청난 압력이 걸려왔다. "끄아아아악!!!! 아아아악!!!" [비명소리도 예쁜데? 안그래? 아넬리안. 감상이 어때? 큭큭큭] 우두두둑. 아아악! 아흑. 지독해! 끔찍해! 온몸의 뼈가…. 우둑! "아아악!!!" [크하하하! 울부짖어라! 괴로워해라! 크하하하하!!!] 끄으윽…. 흐윽.흐윽. 눈앞이 흐려진다. 커트렌 자식의 붉은 눈이 나를 바라 보며 웃고 있는게 흐릿하게 보였지만… 온몸을 타고 흐르는 지독한 통증은 이를 악물고 참기 힘들정도로 엄청난 고통을 내게 주었다. 차라리… 죽여줘. 내가 축 늘어진채 저항을 하지 못하자 빌어먹을 자식이 힘을 뺐다. 몽롱한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내 팔을 붙잡은듯한 느낌에 고개를 돌려보니 커트렌 자 식이 내 팔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힘주어 당기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악!!! 싫어! 그만해! 아아아악!" [인형놀이가 싫어? 여자아이들은 다 좋아하는줄 알았는데? 큭큭] 뿌직. 살점이 뜯겨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내 오른팔이 어깨부근부터 뜯겨나 가 있었다. 뜯겨진 살점 사이로 붉은 피가 줄줄 흘러내렸고 난 멍하게 잘려 나간 내 오른팔을 보고 있었다. 몇초가 흐른뒤 다시금 끔찍한 고통이 나를 덥쳤다. "아아아악!! 아악!"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며 눈앞을 가렸다. 지독한… 혀를 깨물고 싶을만한 지 독한 통증에 비명을 질렀다. 놈의 손에서 빠져나가고 싶어서 발버둥을 치려 했지만 내 몸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아으…. [겨우 이정도로 망가지다니. 쯧. 새 장난감을 구해야겠군. 큭] 몽롱한 머릿속을 파고드는 놈의 말소리에 분노가 잠깐 치밀었지만… 이내 어서 빨리 편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놈의 엄지 손가락이 내 머리를 향해 다가온다. 천천히…천천히…. 그리고 이마에 닿은 놈의 엄지손가 락에 힘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뚜둑. 고개가 뒤로 젖혀졌고 목뒤에서 아련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렇게… 쉽고 허무하게… 죽는거야? 싫어! "아으…아아아!!!" 발버둥이라도 치기위해서 발악했지만 입에서는 괴상한 신음소리만 흘러나올 뿐.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내 모습에 더 즐거운지 커트랜 이 개자식의 비웃음소리만… 싫어! 듣고 싶지 않아! 보고 싶지 않아! 눈을 감았 다. 주르륵…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때 콰앙! 하는 폭음소리가 내 귓가를 때렸다. [크어어어어억!!!] 휘청. 놈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몸을 흔드는 바람에 눈을 뜬 난 커트렌 자식의 얼굴가에 불타오르고 있는 불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건? 그때 놈 의 머리뒷편 공중에 검은 로브를 입은 자가 둥둥 떠있는게 보였고 그자의 손 에서 여러 가지 빛으로 반짝이는 둥근 구체가 생성되어 커트렌자식을 향해 날아오는걸 볼수 있었다. 번쩍! 콰아아앙! 파밧. 파밧. 퍼버벙. 커다란 폭음과 함께 놈의 뒷통수에서 번쩍이는 빛덩어리들이 연쇄적으로 폭발을 일으키면서 사방으로 불길을 머금은 바람을 퍼트렸다. [크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면서 얼굴로 손을 감싼 커트렌 자식은 자기 얼굴에 붙은 불길을 잡기 위해서 발악을 해댔지만 놈의 면상에 붙은 불은 쉽게 꺼질 것 같지 않 았다. 그때 갑자기 내몸이 공중에 붕 떠오르면서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 다. "웃차. 생각보다 무거우시군요. 레이디." "……" 누군가 떨어지는 내 몸을 받쳐주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바닥에 착지했다. 그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내가 어디가 무겁다는거얏! "말을 못할정도로 당한건가… 척보기에도 상태가 안좋아보이는군요. 우선… Heal!" 번쩍 그의 손길이 내 이마에 닿고 거기서 푸르른 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내 몸을 감싼다. 통증이 잦아들고 어깨에서 흘러내리던 피가 조금씩 지혈되는 느낌이었지만… 아직도 상처는 여전했다. "역시 저주 때문에 안듣는건가. 조금만 참으세요. 레이디" 씨익. 웃는 얼굴이 멋져. 조금 느끼하긴 하지만 그래도 봐줄게. 디온. 어디선가 나타난 디온은 멋지게 나를 받아낸뒤 내몸을 안아들고 뒤로 빠졌 다. 그리고는 그와 같은 사제복을 입고 있는 세 사내에게 다가갔다. "이…이들은?" "제 부하들입니다. 첫 번째 손들이죠." 그렇게 말한 디온은 날 그들 사이 눕힌뒤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세 사내들 이 갑자기 한곳에 모이더니 외쳤다. "휴이!" "루이!" "듀이!" "세 신관이 모여서 신조차 무찌른다! Combine! 합체!" …바보들. 휴이, 루이, 듀이라는 이름을 가진 세 신관들은 나를 중심으로 빙 둘러서더니 서로 손을 잡고 서서 찬양가인지 성가인지를 낭송하기 시작한다. 어라? 몸이 조금 편해지는 느낌인걸? "…이건?" "우리 신전만의 독특한 치료 방법이죠. 아름다운 레이디. 훗" 아~ 느끼해. 정말이지…. 어라? 이런 생각을 할정도로 여유가 생긴걸까? 나를 세 신관들에게 넘겨준 디온은 그대로 커트렌 자식과 검은 로브를 입은 사내쪽을 향해 뛰어갔다. 누워있던 난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싶어 져서 힘겹게 몸을 일으켰고 - 세 사내들이 이런 나를 보고 호들갑을 떨다가 성가를 끊어먹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부른단다 - 커다란 손을 휘두르며 허공에 떠있는 검은 로브의 사내를 붙잡기 위해서 펄쩍 펄쩍 뛰어다니고 있 는 커트렌을 바라보았다. 커트렌 자식이 울부짖는다. [왜! 왜! 네놈들이…] 놈이 울부짖건 말건 검은 로브의 사내는 새까만 지팡이를 허공에 휘두르면 서 공중으로 올라갔고 분노에 찬 커트렌 자식이 손을 뻗어서 예의 그 공간이 일그러져 보이는 무언가를 날려보냈지만 그 사내는 가볍게 피하였다. 그리고 잠시뒤에 아직도 우리들 허공을 잔뜩 메우고 있는 검은 먹구름들이 좌우로 흩어지면서 그 중앙에서 시퍼런 불덩어리가 지면을 향해 떨어져내렸다. 쉬이 이이잉… 콰아아아아앙!!! 눈이 아플정도로 흰 백색광과 함께 귀청이 떨어질 듯한 거대한 폭음이 들려왔다. 왼팔로 눈가를 가리면서 참아내고 나니 그 다 음에는 후끈한 열기를 동반한 강한 바람이 세차게 불어닥쳤다. "크윽…" 얼굴이 달아오르는 강한 열기에 온몸이 익어버리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우와아아악!" "참아! 듀이! 참는거다!" "그러니까 평소에 많이 먹고 뱃살을 늘려놓으라고 했잖아악!" 빠악. 뱃살 늘려놓으라고 나불대던 놈의 이마에 돌덩어리가 직격했고 바람 에 붉은 핏방울이 흩뿌려진다. 거참…. 흙먼지와 열풍이 사방을 가득 메워서 코앞도 안보일정도로 어둑어둑해졌다. 그때 아까와는 다른 시원한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 닥치면서 공중에 떠다니던 먼지 더미를 치워버렸다. 그리고 나타난 커트렌 자식의 본체. 놈의 몸도 멀쩡 하지는 않았다. 상체에는 아직도 불길이 불타고 있었고 놈이 서있던 장소 주 변에는 엄청난 크기의 구덩이가 파여져 있었다. [끄어어어어어억!!!] 비명을 지르며 놈이 몸을 일으킨다. 그때 그 푸른색 불덩어리 때문에 흩어 졌던 먹구름이 단번에 요동을 치면서 몰려들더니 그 정 중앙에서 엄청난 굵 기의 벼락이 놈을 향해 떨어져내렸다. 꽈르르르릉! 드드득. 지면이 울릴정도 로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떨어져 내린 벼락은 커트렌 자식의 몸을 강타했 다. 놈의 몸에 붙어있던 불길이 단번에 꺼질정도로 강렬한 벼락이 직격하자 놈의 몸이 옆으로 천천히 기울기 시작했다. [그어어…] 쿠웅. 땅이 울리면서 놈이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쓰러진 놈의 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 하늘위에서 빛줄기가 쏟아져 - 이 표현 외에는 마땅히 말할 만한 표현이 없다 - 내리면서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그 빛덩어리들이 커트렌 자식의 몸에 닿자 놈은 끔찍한 비명을 질러댔다. [끄어어어어어어억!! 끄아아악!!!] 피잉. 피잉. 귀를 막아도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할때쯤 빛줄기가 사라졌고 커트렌 자식의 그 커다란 몸체도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뒤. 주변이 진정되고 난뒤에 디온과 검은 로브를 입은 사내가 발가벗은 한 사내를 질질 끌고 다가왔다. 쿵. 속옷조차 입지 않은채 발가벗고 있는 자는 커트렌 그 빌어먹을 자식이었다. 그리고… "해…해골?" "리치라고 해줬으면 좋겠군. 필멸자여" 리…리치? 그건 또 뭐야? 말하는 해골이라니! 그것도 지팡이를 짚고 서서 입가로 보기에도 차가워 보이는 냉기를 뿜어대는 해골이다. 정말 별일이 다 있네. "뭐…아니. 누구신가요?" "그루질라넥. 여신의 축복과 여신의 저주를 동시에 받은 불멸자라네." 사아아아아… 딱딱거리며 이빨을 부딪치며 말하는 해골이 입을 열고 닫을때 마다 차가운 냉기의 기류가 흘러나와 지면을 향해 떨어져내린다. 그리고 그 해골이 들고 있는 지팡이는 흑요석으로 되어있는 물건이었다. 괴상한 해골에 괴상한 지팡이. "끄으으윽…" 갑자기 쓰러져있던 커트렌 자식이 상체를 일으키면서 신음소리를 냈다. "아직 안죽었어요? 당장 죽여버려요!" "놔둬도 됩니다. 레이디. 브리츠의 힘이 빠져나갔으니 얼마 못가서 죽을테니 까요." "내가 저 쳐죽일 새끼 때문에 이꼴이 되었는데! 못참아요! 검을 줘요! 검을! 내게… 검…을…" 끄으윽…. 갑자기 통증이 몰려왔다. 온몸이 뒤틀리는듯한 기분과 함께 이를 악물고 참아도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지독한 통증이었다. "이런…. 역시 빨리 성역으로 돌아가서 치료를 해야겠군요" "아…안돼! 저 놈을 죽여야…" 난 내 몸을 안아올리려는 디온의 손길을 뿌리치면서 악을 썼다. 그러고 있 을 때 커트렌 자식이 정신을 차렸는지 기침을 해대면서 고개를 들었다. "쿨럭.쿨럭. 크으… 왜 네놈들이… 이 일에 관여한거지? 이런… 이야기는 없 었어… 쿨럭" "샤아아… 넌 인간들에게 너무 깊숙이 개입했다." "힘의 사용법조차 터득 못한 주제에 그렇게 날뛰었으니 당연히 이렇게 된겁 니다. 무엇보다 성숙하지도 못한 정신을 가지고 화신으로 변화했으니 어차피 우리들이 개입하지 않았어도 당신은 오늘 해가 지기전에 붕괴되었을 겁니다" "쿨럭… 젠장. 그정도면… 그정도 시간이면 충분하단 말이야! 대륙도… 여자 도… 모든걸 손에 넣을수 있었는데… 이 손안에 잡혔었는데…" 놈은 바닥을 긁으면서 흙더미를 거머쥐었지만 떨리는 그놈의 손에서 흙먼지 들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리고 놈의 손에 잡혔던 흙먼지가 모두 떨어졌을 때쯤 커트렌은 고개를 땅에 쳐박은뒤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제… 다 끝난 것 같네요." "겨우 작은 일들중 하나가 끝날을 뿐이다. 이런 일을 언제까지 해야할지… 후우…" 한숨을 내쉬는 해골이라니… 푸. 푸흣. 커트렌의 몸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피부가 갈라지고 내장이 흘러나오면서 점차 썩어 들어가기 시작하더니 지독한 악취를 풍겨댔다. 그리고 몇분 지나 지도 않아서 새하얀 뼈들만 남긴채 흙속으로 사라졌다. 그 뼈들도 바람이 불 자 뼛가루가 되어서 흩어졌지만…. 사라지는 커트렌의 육신을 바라보면서 입을 다물고 있던 우리들중 그 그 루…어쩌구 했던 지팡이 들고 다니는 해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인간들이 오는군. 난 가겠다." "좀더 노시다 가시죠?" 디온…. 아무리 말하는 해골이라해도 말이야. 좀 거부감이 있어야 하는거 아 니야? 이런 내 생각에 동조하는지 말하는 해골도 싱글거리며 웃고 있는 디온 을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돌리면서 한마디했다. "너와 난 적이다. 앞으로 볼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런이런~ 만인은 모두 친구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적과 아군으로 나 눌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다음에 내눈에 네 면상이 눈에 띄면 네놈의 해골을 내 연구실에 장식해두 도록 하겠다" "거참~" 어깨를 으쓱이면서 별수 없다는 듯 말하는 디온. 그런 디온을 외면한 그 해 골은 지팡이를 위로 들어올리더니 무언가 나직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사라졌 다. 흔적도 없이. 원래부터 없었던 존재였던것처럼 아무런 기척도 소리도 없 이 그냥 사라져버렸다. 저멀리서 말발굽소리가 들려온다. 끙끙거리며 힘겹게 몸을 돌려보니 흰색 백마가 내쪽을 향해 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얼마지나지 않아 구덩이와 시체 로 가득찬 평원을 지나쳐 달려온 백마는 내게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멈춰섰다. 등뒤로 수십명의 말탄 기사들을 달고서 말이다. 백마에서 뛰어내린 사내가 날 향해 뛰어오면서 소리친다. "아넬리안!" "폐하! 위험합니다!" "닥쳐! 아까도 말했지? 내게서 10m안으로 다가오지마! 거기 있어! 아넬리 안!" 로이드… 나의 로이드…. 내 사랑. …이런 장소 이런 상황에서 말하니까 조 금 낮간지럽다. 난 웃어주었다. 피와 먼지로 범벅이 되어서 예쁘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사랑스럽게 보이고 싶어서 웃었다. 얼굴 근육이 당겨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참으며 웃었다. 급히 내게로 달려온 로이드는 내 앞에서 손에 손을 잡고 막아서고 있는 신관들을 제치며 들어올려다가 그 휴 이, 루이, 듀이들이 완강하게 저항하자 왕의 체면도 잊고 주저앉아서는 그들 사이를 기어서 내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를 안아주었다. "아넬리안! 아넬리안… 아넬리안…" "폐하… 아파요." "응? 응! 아니! 이게 아니라. 미안!" 황급히 나를 안았던 손을 풀면서 물러선 로이드가 내게 사과를 한다. 그리 고 내 몰골을 보고는 울듯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뭐가 미안한데요? 폐하. 후훗. 이제 다 끝났잖아요?" "하지만… 당신이…." "괜찮아요. 제가 원한건걸요." "그래도…. 거기다 당신만 여기 놔두고 나혼자 도망쳤잖아. 난 정말이지…" "폐하는 왕이시잖아요. 위험한 상황이 되면 누구보다 먼저 보호를 받으셔야 하는걸요. 당연한거에요. 그리고 전 폐하의 아내이기도 하지만 폐하께 충성하 는 기사에요. 페하를 위해 이 한 목숨을 던질수 있다면… 제겐 너무나도 커 다란 영광인걸요" "그런말은 하지마! 난… 난…" 로이드의 두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손을 뻗어 나를 부드럽게 안아든 로 이드의 손길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이걸로 된거야. 난 사랑 받고 있 으니까. 그리고 내 손으로 내 가족과 내 나라를 지켰으니까. 그걸로 된거야. "우욱…" 갑자기 목아래서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쳐 올랐다. 목구멍을 타고 튀어올라 온 액체는 내 입에서 뿜어져 나와 로이드의 가슴팍을 적셨다. 피…. 피구나. 검붉은 피. 입안에 작은 고기조각이 느껴졌다. 주르륵… 입가를 타고 흐르는 붉은피….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로이드의 얼굴이 점점 멀어지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넬리안! 정신차려! 이봐! 아넬리안!" "레이디! 신성력을 집중한다! Heal! 젠장 안먹히잖아! 약초건 포션이건 있는 건 다 써!" "휴이!" "루이!" "듀…커억!" "그딴 쓸데없는짓 하지말고 빨리!" 아아… 마지막 가는길인데…. 사랑하는 남편과 광대들에게 둘러쌓여 있다 니… 난 행복한걸까? 불행한 걸까? 아마도… 행복한거겠지? -------------------------------------------------------------- 끝....입니다. 아마도... 그리고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했습니다. Be Happy. Ever And After 가우군 p.s 에필로그로 퀸즈 하트는 끝입니닷!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blog.paran.com/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 Queen`s Heart. 1장 좌절의 시작. 경고 이글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위한 소설로 미성년자분들 은 창(인터넷)을 닫아주시거나 P를(PC통신) 눌러주십시오. ...라고 해도 규제방법따윈 전무!. 그런고로 자율규제에 맡깁니다. 글 중간중 간에 미성년자분들이 보기에 부적절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묘사및 언급 이 있으니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시는게 좋습니다. 뭐...재미는 보장 못합니다 -_-; -------------------------------------------------------------- 여백의 美 -------------------------------------------------------------- 종장. Epilogue 내 인생에 대한 정의? 한마디로 말하자면. 내가 나로서 자각한뒤로 지금까 지 난 언제나 현재에 충실했어. 그게 다야. 그것뿐이지 뭐. 별다른게 있겠어? 하지만… 그래도 난 행복한 삶을 살았던 것 같아. 하긴… 아직 이런말 하기 엔 너무 이런가? 아직 살아갈 날이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많으니까. - 제 2대 황실 서기관이자 궁중 역사학자인 후렌 경이 집필한 '황실비사' 중 - 영광스러운 크레센트 제국의 황후마마이신 아넬리안 마마와의 대담중 - 아주 오래전 황후 마마께 물었던 질문. 이게 왜 이제야 생각났을까? - 대륙력 1012년. 봄. 크레센트 제국 수도 크롬발 - 짹짹짹. 창밖에서 참새가 우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으응." 고개를 들어보니 에린 녀석이 의자에 앉은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이녀석 또 여기서 밤샌건가? 딸네미가 불량해졌다고 내게 하소연을 하면서 가출했으 면 멀리라도 갈것이지 왜 내방에서 이러고 있는건지 참나…. 하긴 요즘에 수 도에서는 여자들이 가출하는게 유행이라고 하더라. 그게 다 나 때문이라고 하면서 시비거는 로이드 때문에 가끔은 기분나쁘기도 하지만…. 좋게 생각 하면 내가 유행을 주도하는거잖아? 훗. 그나저나… 이 에린 녀석을 깨워야 할까? 말아야 할까? 꾸벅꾸벅 졸고 있는 에린 녀석을 깨우면 귀찮아질 것 같아서 그냥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나서 여전히 잠에 빠져있는 에린 녀석을 지나 창가로 걸어갔다. 굳게 닫혀있는 창문을 활짝 여니 시원한 새벽 공기가 나를 맞이한 다. 하아~ 기본 좋다아~. "중대 앞으로오~ 가! 하나! 둘! 하나! 둘!" 내가 있는 2층 창문에서 내려다보니 왕비궁 외각의 돌길을 따라 달리고 있 는 한무리의 병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웃통을 벗은채 건장한 근육들을 자랑 하며 달리는 저들은 이제 왕실 소속으로 지위가 변하여 내가 함부로 부릴수 는 없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내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부대. 바로 제국 화 격 기사단이었다. 나와 함께 그 지독했던 전투를 치뤘던 전 화격단 병사들중 대부분은 퇴역하거나 전사했지만 아직도 화격기사단의 기사들이나 고위 장교 들중에는 내 명령을 따르는 이들이 많다. 대부분의 병사들이 20대의 젊은 병 사들로 교체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명령은 화격 기사단 내부에서 유 효했다. "휘이익~" 몸을 창가로 내민 난 아래쪽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크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구령을 붙이며 한무리의 병사들과 함께 아침 구보를 뛰고 있던 젊은 장교가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본다. 그리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소리쳤다. "황후마마시다!" "모두 도망쳐!" "우아악!!! 살려줘!" 일사분란하게 대열을 맞춰 달리던 놈들이 양손으로 가슴께를 가리면서 사방 으로 도망친다. 훗. 역시 저번에 가슴털이 마음에 안든다고 면도날을 들고 웃 통벗은 놈들의 가슴털을 싸그리 밀어준 보람이 있구나. 쯔쯔쯔. 녀석들 사내 놈들이 말이야 여자한테 가슴털좀 밀렸다고 - 깨끗이 밀어주다가 몇놈은 면 도날에 베이긴 했지만 - 징징짜면서 밀러 기사단장에게 쪼르르 달려가고 말 이야. 쪼잔하긴. 아아~ 아침부터 시끄럽게 꽥꽥대는 녀석들도 쫓아버렸으니 이제 슬슬 준비나 해볼까? "끄응~ 날씨 좋다아~ 기분도 좋은데 외출이라도 할까나?" 기지개를 펴면서 몸을 푼 난 잠옷차림으로 방안을 걸어다니면서 콧노래를 불렀다. 정말 오랜만에 몸 컨디션도 좋고 기분도 상쾌하다. 따사로운 햇살의 기운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욕탕으로 들어서자 대기하고 있 던 시녀들고 하녀들이 우르르 내게 몰려왔다. 시녀들은 내가 손가락 하나 까 딱할 필요없도록 내게 달라붙어 잠옷과 속옷을 벋겨주었고 장미꽃잎이 동동 떠있는 욕조속으로 나를 안내했다. 따스한 느낌의 욕조속에 드러눕자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졌다. "하아~ 좋구나. 좋아" 5년전까지만 해도 남들앞에서 옷을 벗는다는 것 자체를 싫어했었는데 말이 야. 이젠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진다니까. 아~ 이건 로이드에겐 비밀. 정말 로 그런짓을 했다간 잔소리로 끝나지 않을테니까. 상상만 해야지. 난 오른손 을 들어올려 살펴봤다. 언제봐도 신기해. 오른손 약지에 끼고 있는 반지 하나 덕분에 이렇게 되다니. 후후훗. 12년전 그날 정말 죽는다고 생각했던 그날 어 찌어찌 난 살아났다. 신과 이름이 똑같은 프리스트인줄 알았던 디온이 알고 보니 진짜 신이었다. 반신이자 인간신이라나? 아주 오랜 옜날에는 나와 같은 인간이었는데 어쩌다보니까 신의 지위에 오르게 되었다고 하더라. 그 덕분인 지 신기한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내가 끼고 있는 이 반지도 바 로 그런것중 하나다. 재생의 반지(Ring Of Regenerate)라고 하던가? 참으로 오래 걸렸지. 음음. 내 오른팔이 재생되고 내 몸에 나있던 그많은 흉터들이 모두 사라질때까지 말이야. 무려 7년이나 걸렸다. 덴 녀석의 잘려진 손목을 재생하는데는 겨우 일주일정도 밖에 안걸렸는데도 불구하고 내 몸이 정상으 로 돌아오는데는 7년이나 걸렸다. 무려 7년! 그동안 참고 살아온걸 생각하면 정말이지… 눈물밖에 안난다. 온몸의 뼈마디는 조각조각 부서졌지. 근육은 끊기고 몸은 부어오르지 상처 는 곪아들어가지… 거기다 잘려나간 오른팔이 때때고 미칠 듯이 가려워져서 정말 돌아버릴 것 같은 생활을 무려 1년이나 해왔다. 몸을 일으키는건 고사 하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완전히 숨만 쉴수 있다뿐이지 시체나 다 름없는 생활을 1년이나 해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게 걸린 저주는 여전히 유효했고 지금도 난 보통사람이라면 몇일만에 나을만큼 자잘한 상처를 입어 도 치명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재생의 반지를 끼고 있는한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한다. 뭐라더라… 그 디온의 - 신인데 이렇게 말하면 불경죄가 되지 않을까? - 말에 의하면 브리츠의 힘이 약화되어서 자신이 걸 어놓은 재생의 힘이 효력을 발휘한다던가? 자세한건 모르겠고 하여간 이걸 끼고 있으면 상처가 낫는다. 오래걸리긴 하지만 그게 어디야. 음음. 그래도 그런것들 때문에 편한 것들도 있었지. 로이드는 내가 완전히 나아 서 몸을 일으키고 돌아다닐때까지 정말 매일 - 매일같이도 아니고 매일! - 나를 찾아왔고 내 시중을 드는 시녀의 숫자만해도 무려 서른명! 그것도 하루 24시간 3교대로 지키고 서서 내가 불편해하지 않도록 내 시중을 들어주었었 다. 처음에는 굉장히 귀찮았지만… 지금처럼 목욕을 하고 있을때건 식사때건 어디를 가던지간에 난 정말로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해도 될정도로 시중을 들 어주어서 솔직히 편하다. 화장실 안까지 쫓아와 주는걸 뭐. 이게 다 내게 관 심을 너무 쏟아준 로이드 때문이지만 이젠 꽤나 익숙해지기도 했고 나름대로 편하기도 해서 싫지는 않다. 목욕을 마치고 나와서 실내용 드래스를 입고 화장대 앞에 앉았다. 내가 앉 자마자 우르르 몰려나온 시녀들이 평소처럼 내게 달라붙었다. 한 시녀가 화 장대위에 홍차잔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다른 시녀들 두명이 내 긴 백금발 머 리를 빗질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다른 시녀들은 거울과 나를 번갈아 보면서 화장을 해주고 있다. 후룩. 흠~ 오늘따라 홍차맛이 각별한걸? 준비를 끝마치고 나서 난 아직도 졸고 있는 - 주변이 소란스러운데도 안일 어나다니! 에린 너 잠자는 기술만 늘었구나! - 에린 녀석의 어깨를 툭툭치면 서 녀석을 깨웠다. "에린. 일어나. 에린!" "예옛?! 마마! 지금 곧 차를 내오겠습니다!" 까…깜짝이야. 왜 갑자기 벌떡 일어서면서 소리를 지르는데?! "킥." "쿡쿡" 내 시중을 맡고 있던 시녀들이 소리죽여 웃어댄다. 나참 한심하긴… 정말이 지 이녀석은 어쩜 나이를 먹어도 이모양이냐. 의자에서 튕기듯 벌떡 일어나 서 반사적 - 혹은 본능적? - 으로 대답했던 에린 녀석은 내가 작게 한숨을 쉬면서 노려보고 내 뒤에 서있던 시녀들이 킥킥거리며 웃어대자 그제야 상황 을 파악한 듯 얼굴을 붉히며 우물쭈물 거린다. 늦어! 멍청이! "정말이지. 에린 넌 나이를 먹어도 변하는게 없구나" "죄…죄송합니다. 마마" "됐다. 됐어. 널 상대하고 있으면 내 머리가 아파와. 부디 부탁이니까 괜히 왕실 시녀들이 뭐 시킨다고 졸졸 따라가서 네 체통 깎아먹는짓은 하지 말아 주렴. 알았어?" "에…그게…" …벌써 그런 짓을 하고 온게냐? 내가 눈을 치켜뜨며 노려보자 에린 녀석이 우물쭈물하면서 말꼬리를 흐린다. 고개를 홱 돌려서 시녀들을 돌아보니 내 시녀들이 입가에 웃음기를 지우지 못한채 어쩔줄 몰라했다. 그렇게 웃기더 냐? "에린 녀석이 또 사고쳤냐?" "워렌 공작 부인께서는 어제 하녀들과 함께 빨래터에 계셨었습니다." "주방에서 감자도 깎으셨습니다. 마마" "별궁 청소도 거들어 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아… 정말이지. 이 멍청하고 또 멍청하며 끝없이 멍청하기만 한 이녀석은 언제나 되야 정신을 차릴까. 크레센트 제국 재상의 부인이잖아! 공작 부인! 아아~ 정말이지 이나라의 앞날이 걱정된다. 걱정 돼. 나를 제외한 - 아직 로 렌과 유리아가 결혼하지 않았으니까 - 제국 귀부인중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녀석이 하녀들과 함께 빨래터에 쪼그리고 앉아서 빨래하고 있었단다. 세상 말세다. "잘못했어요. 마마" "시끄럿! 멍청한데도 한도가 있고 끝이 있지. 정말 너의 멍청함에는 두손 다 들었다. 두손 다 들었어. 레오나!" 난 고개를 저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내 시중을 드는 시녀중 가 장 나이가 많은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예. 마마" "당장 조사해서 이 멍청한 녀석에게 잡일을 시킨 머저리들에게 징계를 내려! 한달간 무보수다!" "마마… 그건 너무 심한 처사가 아닌지…" "넌 입닥치고 있어! 에린! 이정도만해도 많이 참는거니까! 생각같아서는 폼으 로 달고 다니는 그 눈들을 몽땅 뽑아버리라고 명령하고 싶지만 그나마 네녀 석의 멍청함에 질려서 이정도로 끝내는거야! 알아듣겠어? 엉?" "네에…" 내 외침에 에린 녀석이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인다. 쯧. 그러니까 좀 귀족 부인이면 귀족 부인답게 처신을 하란 말이다. 이 답답아! 멍청한 에린 녀석에세 한바탕 잔소리를 퍼부은 다음에 기분 전환좀 할 겸 정원으로 나가려고 할때였다. 내 방문이 기세좋게 활짝 열리면서 소년과 소 녀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어머니!" "오~ 로렌. 여행은 잘 다녀왔니?" "네! 어머니. 이번 여행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이제는 훤칠한 사내티가 다나는 로렌이 웃으면서 내게 달려왔다. 올해로 열 여섯이 된 로렌을 꼬옥 안아준 나는 웃으면서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 이는 로렌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때 로렌과 같이 방안으로 들어온 소녀. 예 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엄맛!" "까…깜짝이야. 얘. 예니.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응?" "엄마! 내가 지금 소리 안지르게 생겼어? 가출이라니! 그나이에 가출이라니! 그게 말이나 돼? 내가 집에 돌아갔다가 엄마 가출했다는 소리 듣고 얼마나 놀랐는줄 알아? 거기다! 가출했으면 멀리라도 가던지. 왜 하필 또 여긴데? 이러면 잡으러 다니는 보람도 없잖아! 엄마! 도대체 지금 나이가 몇이야? 응? 엄마가 열댓살 먹은 애들이야? 툭하면 삐지고 툭하면 가출하고. 도대체 이번이 몇 번째냐고오!!!" …정말이지 볼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예니는 아무래도 에린이 낳은 딸이 아 닌 것 같아. 어쩜 저렇게 성격이 정반대일까. 어릴때는 너무 얌전하고 조용해 서 저러다 에린 닮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도 조금 했었는데 이젠 에린의 성격 중 조용한것만 - 멍청한건 빼고! - 닮았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난 말싸움을 하고 있는 두 모녀를 보다가 로렌에게 소리죽여 소근거렸다. "로렌아. 예니한테 시달리지는 않았니?" "뭘요. 제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지 듣는걸요. 죽으라고 했더니 죽는 시늉을 하는 아이인데요 뭐." "그래? 흐응~ 봄날이로구나. 봄날이야. 오호홋" 역시 내 아들. 벌써부터 꽉 잡아놓는거로구나. 오호홋. 비록 맹한 에린과 그 느끼한 덴 녀석과 사돈지간이 되는게 마음에 안들기는 하지만. 공작가 겠다. 재력있겠다. 권력도 빵빵하겠다. 뭐 딸리는게 있어야지. 우리 로렌의 베필감 이라면 역시 예니 정도가 딱이지. 음음. "엄마아! 자꾸 못들은척 할꺼야? 응? 자꾸 그러면 정말 꽁꽁 묶어서 집으로 끌고 간다!" 딴청을 부리며 말을 돌리던 에린 녀석이 자기 딸에게 협박당하고 있다. 예 니의 등살에 견디지 못하겠는지 에린 녀석은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내게 쪼르르 달려왔다. 그리고 내 등뒤에 숨는다. 후우… 자기 딸에게 쓴소리좀 들 었다고 울상을 지으면서 남에게 매달리는 엄마가 있을까? 있긴 있군. 내 등 뒤에 에린이 있으니까. "에린아. 그냥 미안하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가지 그래?" "싫어요! 마마. 저 계속 여기 있을거에요! 그…그리고 마마도 책임이 있으시 다고요!" "내가 뭘?" "우리 예니가 저렇게 불량하게 된것도 다 마마 때문이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뭘. 거참… 안돼니까 나를 걸고 넘어지는거냐? 이녀석 때려 줄까? "여자애가 남자들처럼 바지를 입고 돌아다니질 않나. 거기다 허리에는 무서 운 검까지 차고… 우리 예니는 예전에 저렇지 않았다고요. 이게 다 마마탓이 에요. 흑…흑흑…" 운다. 울어. 에휴… 내 팔자야. 하나 있는 고향 출신 시녀…. 아니지 동성 친 구 - 정말 많이 격상시켜줬다 - 가 이모양 이꼴이니 어디 마음 편히 눈을 감을수나 있을까. 에휴…. "엄맛!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응? 요즘 여자애들이 바지입고 롱소드 차고 다니는거야 유행이나 다름없다고! 평민 애들도 이렇게 하고 다녀! 요즘은 치 마입고 새침떠는 여자애들보다 짧은머리에 긴바지를 입고 다니는 보이쉬한 소녀들이 인기란 말이야!" "엄만 그런거 싫다! 얘 예니야~ 드래스 입어. 응? 엄마 얼굴 봐서 드래스 입 어라. 엄마가 구두까지 신으라고는 안할게. 응?" "싫어! 무겁고 거추장스러워! 뛰지도 못한단 말이야! 그런거 입고 어떻게 검 술을 연마해?!" "얘 여자애가 검술같은거 배워서 뭐하니 운동은 춤추는것만 배워도 충분해" "엄만 춤도 못추잖아! 그리고 나도 엄마 닮아서 춤에는 소질 없으니까 포기 해. 포기. 하여간 이제 집에 돌아가자. 아빠가 기다리다 목빠지겠다" "싫다! 예니가 드래스 입을때까지 절대로 싫어!" "뭐어? 엄맛!" 아아… 정말 들어주는것만으로도 고역이다. 왠간하면 그냥 참아줄려고 했는 데 안되겠어. "시끄럿! 둘다 입다물어! 감히 누구앞이라고 언성을 높여? 이것들이 난 눈에 보이지도 않냐? 둘다 나가! 아니! 내가 나간다! 둘다 여기서 날새도록 싸워! 명령이다! 알았냐?" 내가 서슬퍼렇게 소리를 질러대자 한창 말싸움을 하던 에린과 예니가 찔끔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난 고개를 치켜들며 두 모녀를 내려다본뒤 '흥'하고 콧방귀를 뀌면서 로렌의 손을 잡고 방밖으로 나섰다. 방을 나서고 나니 로렌이 걱정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그냥 놔둬도 괜찮을까요? 어머니" "괜찮아. 그 모녀가 그러는게 어디 하루 이틀이니? 그보다 폐하는 만나뵈었 어?" "아니요. 아직이요. 이제 가봐야죠." "그래? 후훗" 역시 내 아들! 그럼 그럼 맨날 바쁘다고 노래만 부르면서 잘 놀아주지도 않 는 아빠보다야 이 엄마가 훨씬 좋은걸거야. 그러니까 나한테 먼저왔지. 우훗. 이건 로이드에게 비밀로 해야지. 보나마나 또 질투할테니까. 로이드가 있는 집무실로 향해 가는중 오랜만에 카렌을 만났다. 아르케네스 와 또 처음보는 사내와 함께 셋이서 무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던중 복도 중간에서 만난 카렌은 나를 보자마자 대뜸 달려와서는 내게 말했다. "이거 그만두면 안돼?" "안.돼. 제국 정보부는 이제 겨우 기틀이 잡혀가고 있는데 갑자기 윗사람이 바뀌면 혼선이 빚어지잖아." "정말 싫어. 이런 일" "싫어도 할 수 없어. 그냥 해!" "치잇…" 이녀석 매번 안된다고 말하는데도 불구하고 매번 나를 볼때마다 그만두면 안되냐고 묻는다.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아. 내가 지쳐서 포기할때까지. 하지만 크레센트 제국은 제국으로 선포한지 이제 겨우 7년이 지났단 말이야. 가뜩이 나 사람이 부족해서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데 공짜로 부려먹을수 있는 카렌 녀석을 가만히 놔둘수야 없잖아? "고양이야" "응?" "아니 아무것도." 속으로 생각하던걸 입밖으로 내버렸네. 뭐 상관은 없지만. 간절한 눈빛으로 애원하는 카렌 녀석을 외면한 난 로렌을 찾았다. 로렌은 우리에게서 약간 떨 어진 곳에 서서 아르케네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역시 내 아들! 벌써부터 제국 황실의 실세들과 인맥을 다지고 있구나. 그래. 그래야지. 암암. "정말 안돼?" "안된다면 안되는거야. 미리 말해두는데 일 내팽개치고 도망칠 생각하지마. 명령이야. 알았지?" "치…" "그건 그렇고 넌 결혼 안할거야?" "몰라" 녀석. 결혼 이야기만 나오면 꽁무니를 빼는구만. 벌써 올해로 서른이나 된 녀석이 말이야. 아아~ 세월이 참 빠르긴 빠르구나. 저 조그맣던 카렌이 벌써 서른살이라니. 워낙 어려보여서 겉보기엔 20대 초반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 나저나 저녀석에게 대필시켜서 쓰게 만든 러브레터는 누구한테 보내는게 좋 을까. 어서 빨리 마땅한 상대를 찾아줘야 할텐데 말이야. "그런데 저 사람은 누구야? 처음보는 얼굴인데?" "몰라. 아르케네스가 데려왔어" "그래?" 호기심이 동하는걸? 난 그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다가가자 로렌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아르케네스가 나를 보고는 고개 숙여 인사한 다. "황후마마를 뵙습니다." "고개 드세요. 오랜만이네요. 아르케네스 경" "예. 마마" "그러고보니 얼마전이었죠? 고인이 된 헤쉬케린 경의 기일" "일주일 전이었습니다. 마마" "내가 몸이 안좋아서 못찾아갔었어요. 미안하군요" "아닙니다. 마마. 이렇게 생각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스승님은 굉장히 기뻐할 것입니다." "벌써 3년이나 되었군요. 헤쉬케린 경이 그렇게 갑자기 돌아가실줄은 정말 몰랐어요. 이 제국내에서 저와 말싸움을 할수 있었던 유일한 상대였는데" "스승님의 결례에 대해서는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마마" "아니에요. 뭐… 저도 헤쉬케린 경과 대화하고 있으면 즐거웠었는걸요. 이젠 볼수 없게 되었지만…" 즐겁긴…. 성질이 나서 열이 팍팍 뻗치는구만. 그놈의 노친네 꽥하고 죽을때 까지 이죽거릴줄 알았는데. 어느날 갑자가 쓰러져서는 그대로 무덤속으로 들 어가버렸다. 아르케네스의 말로는 67년이나 살았으니 장수한거라고 하지만… 죽여도 죽을 것 같지 않은 노친네가 어느날 갑자기 죽어버리니까 기분이 굉 장히 심란했었다. 이제는 조금 괜찮아졌지만… 가끔 헤쉬케린 늙은이가 그립 다. 말싸움을 할만한 상대가 없으니까 심심해. 으음… 죽은사람에게 이런소리 는 실례겠지? 난 고개를 저으며 머릿속에 떠다니는 잡생각을 털어버린뒤 아 르케네스 옆에 서있는 적갈색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사내를 보며 물었다. "이쪽은?" "위글님께서 추천해서 이번에 황실에 들어오게 된 새 식구입니다. 이름은 후 렌이라고 합니다. 마마" "후렌입니다.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마마" "만나서 반갑군요. 그런데 위글 경이라면…" "예. 스승님의 친구분이십니다." "그럼 후렌 경도 마법사?" "아…아닙니다. 황후마마. 전 마법에 재능이 없어서…" "마법에는 큰 재능이 없지만 문장을 만드는 문학적 능력과 멋드러진 외교문 구를 잘 만들어서 이번에 외교부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마마" 본인 앞에서 저런 소리를 해도 되는거야? 자기 덩치 믿고서 그렇게 막말하 는건가? 아르케네스 적이 늘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이 후렌이라는 녀석은 아르케네스의 말에 황송하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숙인다. 거참… 세상에는 정말 별별 녀석이 다 있구나. 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수 없다고 생각해서 아르케네스와 후렌에게 작별인사 - 카렌 녀석은 어느새 사라졌다 -를 나눈뒤 긴 황성 복도를 걸었다. 황성의 내성 정원에 들어섰을 때 정원에서 뛰놀고 있는 쥬리 - 풀네임은 쥴리아 드 크레센트 - 가 보였다. 올해로 여섯 살이 된 쥬리는 나를 닮아서 인지 활달하고 뛰어놀기 좋아하는 꼬마 숙녀다. 꼬맹이나 어린애 취급을 죽 도록 싫어하고 자기 손에 들어온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놓지 않는걸 보면 정 말 나랑 꼭 닮았다. 거기다 눈동자색도 머리색도 똑같고 얼굴형도 비슷해서 다른 사람에게 특별히 소개시켜주지 않아도 쥬리가 내딸인지 다들 알아본다. 녀석 오늘은 뭘하고 있을려나? 슬며시 호기심이 인 나는 여동생을 발견하자 마자 슬금슬금 뒷걸음을 치던 로렌의 팔을 잡고 질질 끌면서 쥬리가 있는 정 원을 향해 걸어갔다. 이러다가 오늘내로 로이드의 집무실에 도착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깐 들기는 했지만 뭐… 좀 늦으면 어때. 너무 늦으면 내 일 가도 되는걸. "한다!" "오오! 힘내세요! 공주마마!" "힘내라! 힘!" "공주마마는 할수 있습니다!" 뭐야? 이 괴상망측한 소리는…. 뭘 할수 있다는 건데? "우랴압!" 빠각…. 우수수…. 여섯살 난 여자 아이의 손에서 먼지가루가 흘러내린다. 저거… 또 자갈을 손으로 뭉갠거냐? 역시 괜히 준건가… 그 속바지…. 벌써 부터 저렇게 사고 치고 다니니 앞날이 걱정된다. 정말…. "쥬리는 여전하군요. 어머니" "으응…. 역시 좀더 큰 다음에 그걸 줄걸 그랬어. 저렇게 좋아하니 억지로 뺏 기도 그렇고 말이야. 정말 걱정이다." "걱정마세요. 어머니. 쥬리도 다 컸는걸요. 뭘" "어? 오라버니! 오라버니이이!!!" "으힉!" 우리를 발견한 쥬리가 활짝 웃으면서 이쪽으로 다다다 달려왔다. 이에 기겁 한 로렌은 주춤거리며 뒷걸음을 쳤고 난 그런 로렌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타앙! 쥬리가 도약을 하면서 힘껏 걷어찬 대리석 바닥에 쩍하고 금이 갔다. 역시나…. 뻐억! "오라버니이~ 보고싶었어요오오오~~~" "끄어어어어…" 불쌍한 로렌. 쥬리의 보디 태클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쿵. 저런 쓰러졌 다. 정말이지 로렌은 좀더 단련을 시켜야 할 것 같아. 제 아빠를 닮아서 그런 지 몸이 너무 허약하단 말이야. 10살이나 차이나는 제 동생이 반갑다고 품으 로 뛰어든것만으로 바닥에 대자로 누워서 게거품을 물다니. 쯧쯧쯧. "꺄아아악! 어떻해! 오라버니가 죽었어!" "끄으…아…아직 안…죽…" "정신차리세요! 오라버니! 정신차려요!" 짜악. 짝. 쥬리의 쬐끄만 손바닥이 좌우로 왕복할때마다 로렌의 고개가 격렬 하게 좌우로 움직인다. 짜악! 로렌의 입에서 붉은 피가 좌악~ 하고 터져나왔 다. 결국 또다시 피를 보는구나. 쯧쯧. "꺄악! 오라버니께서 피를 쏟았어! 어떻해! 어떻해! 오라버니 죽으면 안돼요! 죽으면 쥬리 너무 슬퍼요! 으아아아앙~" "끄으…" 쿵. 쿵떡. 쿵. 대자로 쓰러져있는 로렌의 멱살을 움켜쥔 쥬리가 위아래로 마 구 흔들어대면서 울어댄다. 그때마다 로렌의 뒷통수는 단단한 대리석과 서로 의 강도를 비교해야 했다. 저러다 진짜 죽이겠다. 이제 말려야겠지? 난 엉엉 울면서 로렌을 살리려고 - 혹은 확실히 목숨을 끊으려고 - 난리를 부리고 있는 쥬리에게 다가가서는 녀석의 양어깨를 두손으로 붙잡고 위로 들어올렸 다. 무거워라. 이녀석 언제 이렇게 큰거야. "우엥… 우엥… 어마마마. 오라버니가… 오라버니가…" "괜찮아. 쥬리. 걱정마렴. 로렌은 악운이 강해서 이정도로는 안죽어." "훌쩍. 훌쩍. …정말요?" "응. 보렴. 지금도 이렇게 질기게 꿈틀대면서 필사적으로 발악하지 않니. 안 그래?" 훌쩍거리는 쥬리를 안아든 난 여동생에게 얻어맞아서 처참한 몰골로 널부러 진 로렌을 발끝으로 툭툭차면서 말했다. 로렌 녀석 그래도 살겠다고 바닥을 발발기면서 도망가려고 한다. 그런 로렌 녀석의 등을 지그시 밟아준 난 우리 들 뒤에 서서 눈치만 보고 있는 세 바보들에게 소리쳤다. "거기 바보들 어서 이리로 뛰어와서 이 바보녀석 치료해줘!" "어…어머…니…" "어머. 어마마마 오라버니가 살아났나봐요. 좀더 힘껏 밟으세요! 네?" "그래? 그럴까?" 꾸우우욱…. 후후후. 감히 이 나의 허락도 없이 멋대로 6개월이나 여행을 갔 다온 벌이다. 로이드 앞에서 한바탕 할려고 했는데 기회가 왔으니까 그낭 밟 아버려야지. 후훗. 난 바들바들 떠는 로렌 녀석의 등짝을 꾹꾹 눌러주면서 아 직도 우물거리고 있는 놈들에게 소리쳤다. "바보 광대들! 어서 안와?! 죽도록 맞아볼래? 앙?" "누가 바보입니까? 그런 말씀을 하시면 심히 섭섭합니다! 황후마마!" "맞습니다! 저희는 바보가 아닙니다! 휴이!" "루이!" "듀이! 셋이 합치면 신조차 무찌른다!" "무적 용사 그룹! 쥬리와 똘마니들!" "우오오오!!!" 저놈의 바보짓은 10년을 해도 안질리냐. 정말. 거기다 이젠 쥬리랑 죽이 맞 아서 바보끼가 더 늘었어. 나이가 삼십이 넘은 사내놈들이 말이야. 아~ 머리 아파. 골치아파. 생각하지 말자. 기억속에서 지워버리자. 저놈들은 포션이다. 포션. 다리달린 포션이다. 사람으로 생각하면 안돼. 그냥 꾹 누르면 상처가 치료되는 물약이 나오는 포션이야. 그래. 그런거야. 포션이다. 포션이다. 시끄 러운 입이 달린 포션이다. 쓸데없는 말만 하는 포션이다. "시끄러워! 빨리 와서 로렌이나 치료해주지 못해? 죽여버린다! 너희들!" 내가 악을 쓰며 협박하자 녀석들이 찔끔하면서 달려와서 늘어져있는 로렌에 게 달라붙었다. 하여간 협박을 해야 말을 들어먹는다니까. 쥬리가 손을 흔든다. "오라버니! 다음에 또 놀아요!" "끄으으응…" 사색이 다 된 얼굴로 어색하게 웃으면서 로렌이 쥬리에게 손을 흔들어주었 다. 그리고 돌아서더니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린다. "정말 죽는줄 알았다고요. 저녀석은 왜 맨날 저렇게 활력이 넘치는거에요?" "어머~ 넌 안그랬는줄 아니? 너야 기억 못할지 몰라도 말이야. 네가 쥬리 나 이때는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설마. 농담이시죠? 전 얌전…" "전혀! 네가 깨먹은 도자기와 부숴먹은 갑옷과 엉망이 되어서 새로 그린 초 상화가 이 황실에 몇 개나 되는줄 알아? 정말이지 네가 어릴때만해도 황실에 서 일하던 하인과 하녀들이 너만 보면 아주 이를 갈았다. 너만 날뛰기 시작 하면 일거리가 열배가 넘게 늘어났거든. 마구간에 매여있는 말들 괴롭혀서 발광하게 만든것만 해도 몇 번이고 황성안을 온통 진흙투성이로 만든일도 있 었지. 그리고 복도에 장식해 놓은 도자기로 복도에다 자기 집 만든다고 쌓다 가 몽땅 깨먹은 일도 있었지 아마? 더 할까?" "그…그만하셔도 되요. 그만…" 고개를 설래설래 젓는 로렌. 그러면서 '내…내게도 쥬리와 같은 피가 흐르고 있어'라고 조그맣게 중얼거린다. 훗. 그래도 그랬던 로렌이 지금 이렇게 듬직 한 사내가 다되었으니까 쥬리도 좀더 크면 나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아 이가 될거야. 음… 자신할 수는 없지만. 로얄가드들이 철통같이 경비를 서고 있는 내성안으로 들어가 로이드의 집무 실 앞에 도착한 난 로렌의 옷차림새를 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 니 언제나처럼 집무실 의자에 앉아서 서류들을 검토하고 사인하고 있는 로이 드의 모습이 보였다. "로렌. 이제야 왔구나" "오랫만입니다. 아버지" 콧수염을 길게 기른 로이드가 들어오는 우리들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서면 서 다가온다. 저 콧수염… 좀 밀어버리고 싶은데. 수염이 따끔따끔, 북실북실 거려서 키스할때만에 거슬린단 말이야. 요즘엔 별로 안했지만…. 남자가 콧수 염좀 깎으로고 잔소리좀 했다고 삐지다니 말이야. 쪼잔해. 쪼잔해. 매우 쪼잔 해! 로이드의 얼굴에 수염은 안어울린다고! 쯧. 이런 내 속마음을 아는지 모 르는지 웃는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온 로이드는 양팔을 활짝 벌리고는 로렌을 껴안았다. 로이드의 입가에 미소가 감돈다. "당신도 왔군. 앉지 그래?" "여전히 바쁘신가보군요. 폐하" "여기저기 벌여놓았던 사업들이 한번에 몰려들었거든. 당분간 이렇게 바쁠 것 같아. 그래 로렌. 여행은 잘 다녀왔냐?" "예. 아버지께서 배려해주신 덕분에 편하게 다닐수 있었죠" "그래? 보고서에는 네녀석이 호위 기사들을 따돌리고 한달간 예니양과 돌아 다녔다고 하던데?" "그건 아버지가 붙여주신 호위 기사들이 너무 티나게 따라붙으니까 그랬죠. 척보기에도 나 기사요~ 하는 사람들을 열댓명이나 데리고 다니면 어딜가던 편할 리가 없잖아요." "그래도 네 안전을 위해서 그런건데 그들을 따돌리는건 너무하지 않았나 싶 다." "잘 찾아올수 있도록 흔적도 남겨주었는걸요. 거기다 정보실 요원들이 길안 내와 호위를 맡아주어서 별일 없었어요" "그렇다면 다행이다만…. 그래 황성밖의 상황은 어떻던?" "이번에 가본곳은 제국 남부 지방과 동부 지방이었는데요. 남부 지방은 평화 롭더군요. 작년에 흉년이 들어서 식량 부족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했 었는데 의외로 물가도 안정되어 있고 식량 수급에도 문제가 없더군요." "그야 그렇겠지. 요 5년사이에 새로 건설된 곡창만해도 전국 각지에 수십군 데가 넘으니까. 그리고 동부지방은 어떻던?" "그쪽은… 여전히 민심이 흉흉하고 치안도 안정되지 못했더군요. 각지에 산 적이 출몰하고 감옥들에는 도둑과 살인범들이 들끌었습니다. 거기다 로세니 아 부흥군이라는 반란분자들도 지방에서 득세하고 있어서 완전히 엉망이더라 고요." "그런가… 후우. 어렵군 어려워. 벌써 10년이나 지났는데 말이야" "제가 보기엔 웨스트 게이트 주변에 좀더 군사력을 보강해야 할것이라 생각 되었습니다. 아버지. 1개 대대 천명 내외의 병사를 주둔시킬수 있는 대형 요 새와 그 요새의 보급을 담당할 군사도시가 시급하다고 생각되더군요. 또한 현재 1만 3천명 수준인 파견군의 숫자도 2만명으로 증강시키는게 좋을 것 같 더군요. 현재의 파견군으로는 치안유지가 고작이라 막상 로세니아 영토내에 서 소요사태가 발생하면 신속히 대응하기가 힘듭니다." "허나. 그들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는 타국인이다. 그걸 기억해야지. 로렌. 너 도 이나라에 다른 나라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지 않 겠니?" 두 부자의 토론을 듣고 있던 난 로이드의 말이 끝나자마자 슬며시 입을 열 어서 끼어들었다. 심심했거든. "폐하. 그 말씀은 조금 틀린 것 같네요." "응? 뭐가? 말해보시오. 아넬리안" "로렌은 확실히 저희 크레센트 제국의 황태자이기도 하지만 로세니아 왕국의 왕자이기도 하잖아요. 로렌은 로세니아 왕국 왕위 계승 서열 2위이니까요" 물론 당연히 1위는 나다. 여자에게 왕위 계승권이 주어지지 않기에 현재 로 세니아의 왕자리는 공석이지만. "허나. 그것과 이것은 틀리지 않은가? 로렌이 로세니아의 왕위 계승권이 있 다는건 나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그것과는 틀려. 아넬리안. 지금 우리는 우리 나라에서 파견한 파견군의 숫자를 논의하는 중이니까" "로렌을 군사령관으로 임명하면 되죠. 물론 직접 로렌이 사령관 자리에 취임 해서 부대를 지휘할 필요는 없어요. 그저 명목상으로 최고 사령관이 되어주 고 실제 부대 운용은 부사령관에게 일임하면 되니까요. 로세니아 왕국의 안 전을 위해서 크레센트 사령관이 된 로렌 왕자라면 명분도 실리도 여럽지 않 게 취할수 있지 않겠어요?" "안돼. 로렌은 아직 어려" "이 애 나이가 벌써 열여섯이에요. 폐하. 남자 나이 열여섯이면 다 컸잖아요. 충분히 한사람 몫을 하고도 남는다고요. 안그래 로렌?" "당연하죠. 어머니. 아버지! 제게 기회를 주세요. 예?"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반 크레센트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로세 니아에 지금보다 더 많은 수의 병력을 파병한다면 각지에서 폭동과 반란이 이어질수 있다. 그보다는 좀더 온건한 방법으로 나아가는게 낫지 않겠느냐?" "우리쪽에서 상업지원을 하던 로세니아에 부족한 물자를 보내주던 우선 치안 이 안정화되어야만 가능하잖아요. 아버지. 현재 로세니아의 자체 치안력은 주 요 도시 주변에만 미치고 있는 실정이라서 우선 무력을 통한 치안력 확보가 우선이라고 생각되요. 민심 안정은 그 후에 천천히 이루어도 충분할거라고 봅니다." 나를 쏙 빼닮은 - 쥬리를 상대할때만은 예외로 로이드를 쏙 빼닮았지만 - 로렌은 자기 아버지인 로이드에게 강하게 자기 주장을 펴나갔다. 로렌이 말 한 세 요새를 건립하고 주변 치안을 안정화시키면서 로세니아의 주요도시 주 변까지 병력을 주둔시켜 치안력을 확보한다는 계획과 함께 로세니아 왕국에 대한 통제권을 획득하겠다는 이야기였다. 로렌의 일장연설과 같은 말을 들으 며 곰곰이 생각하던 로이드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좋다.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라. 하지만 그전에 우선 서면으로 자세한 계획 과 필요 병력, 물자, 소요 비용등을 첨부한 서류를 워렌 공작에게 확인 받은 다음에 가져오려무나. 워렌 공작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나도 확인해보고 허락 하겠다." "예! 지금 바로 시작할께요!" 녀석. 제 아버지가 좋다고 하니까 활짝 웃으면서 뛰어나간다. 저럴 때 보면 완전히 애라니까. 하여간 남자들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애나 어른이나…. "후우~ 차나 한잔 할까? 아넬리안." "그거 영광이네요. 폐하. 후훗" 이게 얼마만이냐. 기뻐라. 집무실과 이어져 있는 작은 방으로 같이 가보니 이미 오후 티타임 시간에 맞춰서 쿠기들과 찻잔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우리들이 자리에 앉자 시 종중 한명이 다가와서는 뜨거운 홍차를 찻잔에 따라준다. 로이드는 손을 들 어서 시중을 드는 시종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낸뒤에 내게 말을 건냈다. "정말 괜찮겠어? 아넬리안" "뭐가요?" "지금 나나 로렌이 하고 있는 일들은 로세니아에는 치명적이야. 그렇지 않아 도 로세니아의 노베른가가 무너진뒤에 국론이 분열되고 패전의 타격으로 휘 청이는 나라인데. 지금 여기서 더 많은 병력을 파견하여 로세니아의 치안력 을 확보하게 된다면 그나라는 더 이상 자생의 여지가 없어. 안그래도 워렌 자작의 뒷공작으로 친 크레센트파 들만 로세니아 왕실에 채워넣고 있지 않은 가?" "전 상관없어요. 폐하 뜻대로 하세요" "허나…. 그래도 그대의 조국이자 고향이 아닌가?" "아닙니다. 제 고향은 바로 이곳이고 제 조국은 크레센트에요." "하지만…" "주인이 사라져 약해진 나라가 주변 강국에게 먹혀버리는건 당연한 일이에 요. 그게 지금은 로세니아가 된 것 뿐이죠. 거기다 우리가 뭐 로세니아 왕국 처럼 남의 나라를 침략한것도 아니잖아요? 반란자들로부터 정당한 왕위 계승 권자에게 나라를 되찾아준거 잖아요. 로세니아는 여성에게 왕권을 계승하지 않으니 로렌이 왕이 되는건 당연한 거에요. 자기 나라에 병사를 얼마를 주둔 시키고 요새를 몇 개를 쌓던 그건 로렌의 당연한 권리에요." "하지만…" "어차피 나중에 로렌이 지배할 땅인걸요. 폐하께서는 정당한 권리가 없어서 이런 편법을 사용하는거지만 로렌이 폐하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되면 로세니아 의 국왕자리도 자연스럽게 돌아오는걸요" "후우~ 정말이지. 난 당신이 무서워. 그렇게 태연한 얼굴로 그런 무시무시한 음모를 획책할수 있는거지?" "제가 뭐요? 요즘엔 자중하고 있다고요. 저번에 폐하께서 성난 개구리처럼 펄쩍펄쩍 뛴뒤로 제가 어디 바깥나들이라도 한적 있던가요?" "뭐? 개구리? 아넬리안! 세상에 어느 여자가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가출을 하냐고! 그런 꼴을 보고 내가 화를 안내게 생겼어? 응?" "가출이 아니에요! 단지 기분전환 삼아서 잠깐 여행좀 다녀온 것 뿐이라고 요" "잠깐? 잠깐이라고? 당신에게는 무려 두달이 잠깐이야? 그것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내게 허락도 없이 말이야! 달랑 시종하나와 마부 하나 데리고 멋대로 황성을 나간게 가출이 아니면 도대체 뭐가 가출인데? 응 말해봐!" 또 화낸다. 또. 요즘 로이드. 너무 신경질적이야. 사람이 좀 느긋하고 긍정적 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맨날 안된다. 하지마라. 라고만 말하니까 내가 이러는 거 아니겠어? 심심하다고. "후우~ 그래. 좋아. 좋다고. 당신이 언제 내 말을 들은적이나 있던가. 그건 그 렇고 이제 말해줄때가 되지 않았나?" "뭘요?" "정말로 당신…. 로세니아 왕위 계승권자들이 불운한 사고로 죽은 일에 관여 한건 아니겠지?" "글쎄요~. 전 모르겠는걸요오~" "확실히 대답해! 지금 로세니아에서 올라오는 탄원서들중 절반이 로세니아 왕족들의 급작스러운 사고에 대해서 재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벌써 몇 년이나 지난 사건을 또 끄집어내는거에요? 정말 지겹지도 않은가 봐. 아니 할 일이 없는건가? 그런 쓸데없는 일에 쏟을 정력이 있으면 국가 재건사업이나 벌일것이지. 쯧쯧. 하여간 한심하다니까" "그런 말하지마. 당신도 알다피시 그들도 로세니아를 생각해서 그러는거 아 닌가." "무슨 로세니아를 위해서에요. 다 자기 권력을 위해서 그러는거지. 그래서 재 조사 할거에요?" "응? 아아… 어쨌든 형식상으로라도 다시 조사는 해보라고 시켜야지. 이번에 도 나오는건 없겠지만…" 당연하지. 로이드가 시킬 사람이라면 덴밖에 더있을까. 물론 실제 조사를 벌 이는건 재국 재상으로 취임한 덴 아래에 있는 관료들이 하겠지만 덴에게 조 사를 담당시킨다는 것 자체가 웃긴일이라고. 훗. 탄원서를 올린 놈들이 이 사 실을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해지는걸? "쓸데없는 일이기는 해도 지방 귀족들의 의견을 대놓고 무시할 수는 없다는 거로군요" "뭐… 그런거지. 상대가 타국의 귀족이긴 하지만…" 하아. 로이드는 로세니아가 아직도 남의 땅이라고 생각하나봐. 어차피 크레 센트 제국에 흡수될게 뻔한데도…. 하긴 원래 이런 성격이니 내가 이해해야 겠지. 음. 그때 방 밖으로 나갔던 로렌이 갑자기 문을 세차게 열어젖히면서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응? 로렌. 벌써 끝난거냐?" "헉…허억… 어머니!" "왜그래? 로렌? 숨넘어가겠다." "소…소식 들으셨어요?" "무슨 소식?" "제로 제독이 어제밤 돌아왔데요! 그것도 엄청 많은 섬들이 모여있는 새로운 땅을 발견했데요! 제로 제독은 거기를 산호해라고 명명하고 황성에 이를 인 가받기 위해서 올라왔데요!" "뭐? 그게 정말이야?" 섬들 무리? 제도? 먼바다에서? 그것도 산호해라고? 오호~ 신기한데? 가보 고 싶다. 내 두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지는… "안돼! 절대 안돼! 무조건 반대야!" "여보오~" "아버지이~" "안돼! 아넬리안 당신! 아직도 무리하면 심하게 앓잖아! 절대 안돼! 그리고 로렌! 넌 아까전에 내게 말한 로세니아 왕국에 관한 일들부터 끝내!" 꽉막힌 로이드. 절대 안된다고 고개를 마구 내저으면서 인상을 쓴다. 저럴때 의 로이드는 뭐라고 말을 해도 씨도 안먹히지. 음… 할수 없지. "로렌!" "네! 어머니!" "아넬리안 다…당신! 로…로렌! 읍…으읍!!!" 로이드에게 달려든 나와 로렌은 영광스러운 크레센트 제국의 황제폐하를 의 자에 꽁꽁 묶었다. 그리고 입에도 손수건을 넣어주었다. 의자에 묶인채 쿵쿵 거리며 발광하는 로이드를 바라보며 나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미안해요. 폐하. 그래도 제가 여보 소리까지 해줬으니까 용서해주세요. 네?" "으읍!! 웁웁! 우우웁!!!" 로이드가 절대 안된다는 듯이 눈을 부라리면서 고개를 내저었지만 난 활짝 웃으면서 로이드에게 말했다. "허락해 주신다고요?! 어머! 기뻐라! 그것도 원하는건 마음대로 쓰라고요? 정 말 기뻐요! 사랑해요! 폐하!" 쪽. 로이드의 볼에 키스를 날린 난 문을 나서면서 윙크까지 해주는 여유를 보여주었다. 내뒤를 따라온 로렌이 방안을 향해 소리친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나중에 돌아와서 한번에 몰아서 혼날께요! 건강하세 요!" 나와 로렌은 의아한 얼굴로 우리를 돌아보는 로얄가드와 경비병들을 헤치며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내성을 나왔을때쯤 등뒤에서 무시무시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아넬리아아아안!!!!" 뒤돌아보면 안돼. 무서운 괴물이 일그러진 얼굴을 한 채 쫓아올거야. 절대 돌아보면 안돼. 나와 로렌은 무작정 달렸다. 마굿간쪽을 향해서. 달라디보니 쥬리와 바보 삼총사가 여전히 정원에서 놀고 있는게 보였다. 우 리가 달려오는걸 본 쥬리는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는지 우리쪽을 달려오면서 소리쳤다. "어마마마아! 저도요! 저도요!" "십년은 일러! 밥이나 많이 먹고 어서 키나 크렴! 엄마 갔다온다! 아빠랑 집 잘보고 있어!" "치이잇. 엄마 미웟!" 녀석 제 아빠처럼 삐쳤다. 하지만… 쥬리야 넌 아직 먼 여행을 하기에는 너 무 어리단다! 좀더 큰 다음에 같이 다니자꾸나! 그렇게 난 로렌과 함께 마굿간을 급습하여 말 두필을 훔쳐낸뒤 옷갈아입을 새도 없이 말을 내달렸다. 머리끝까지 화가난 로이드가 황성 문을 모두 닫어 걸기전에 빠져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럇!" "하아! 달려라! 달려!" 정원을 질주했다. 그리고 앞을 가로막는 병사들을 무시무시한 기세로 통과 한뒤 성문의 해자가 올라가기전에 황성을 빠져나올수 있었다. 이제 달리기만 하면 된다. 와하하핫! "어머니!" "왜?" "돈은 있으세요?" "……" "저도 별로 없는데요!. 경비는 예니가 다 관리했다고요!" "괘…괜찮아. 워렌 공작령 가서 뜯어내면 돼. 거기가 내 개인 금고잖아! 와하 핫! 달려라! 달려! 정말 오늘 날씨 좋다!" 로렌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지만 난 그저 웃으면서 말을 달렸다. 이번이 몇 번째 가출인지 모르겠다. 아마 로이드는 알지도 모르겠는데 - 가 출할때마다 직접 잡으러 왔으니까. 아마 날짜까지 적어놨을거다 - 별로 물어 보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말이야~ 모험이 기다리고 있는데 집안에 틀어박혀 서 가만히 있을수야 있겠어? 이렇게 날씨가 좋잖아! 안그래? 그렇게 나와 로렌은 따사로운 햇살의 전송을 받으며 가도를 질주했다. 새로 운 모험을 위하여! -------------------------------------------------------------- 안됐지만...진짜 끝입니다. 이전에도 말했듯이 조기 종결입니다. 할말 물론 많습니다. 아직 두권 분량은 남아있었는걸요. 좀 질질 끄는감이 있 을지도 몰랐겠지만 지금처럼 단축하는 일은 없었을것입니다. 뭐...그건 아쉽긴 해도 이미 결정된일이니 별수 없죠. 왜 단축하냐! 라고 물으신다면...역시나 안팔려서. -_-; 라는 대답밖에 못합니 다. 원래 이렇습니다. 이동네는. 안팔리면 그걸로 조기종결 혹은 완결입니 다.-_-;. 잘팔리면 여러 가지 방향이 있지만 안팔리면 딱하나뿐입니다. 조기 종결 혹은 완결.(글쟁이에게는 같은뜻) 안팔린 글쟁이의 글은 조기 종결이죠 -_-. 대여점에서 조차 사주지 않는다면 그걸로 끝입니다. 앞으로 계약이나 할수 있을지 걱정될정도로 참패한것이죠. 그렇다고 제 마음대로 계속 연재 할수 있지도 못합니다. 계약에 묶여 있으니 까요. 유일한 방법은 빨리 완결시키고 새글 써서 계약하는 것 뿐입니다. 뭐...이런 사정이야 제 개인적인 사장이고요, 여왕님 이야기는 아쉬운점이 너무 많지만 어쨌든 이것으로 끝입니다. 그동안 애독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가우군 p.s 폐인대전은 Gun`s Love로 계속됩니다. -------------------------------------------------------------- 광고 페이지. 가우군 - Gawoo. 家雨 이메일 - dolso1@hitel.net 연재장소 - 삼룡넷 (3dragon.net), 드림워커 (drwk.com), 하이텔 Pmc (http://blog.paran.com/drezzit) 이곳 이외에는 불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