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들의 천국. 드래곤들의 둥지라고 불리는 산맥. 그랜드 월의 살고 있는 드래곤들 중 드래곤중 가장 현명하다는 골드 드래곤. 이미 에이션트 드래곤이 된지 4000여년이 지난 드래곤족의 최고령의 고룡. 데미니안의 레어 근처에 마련된 실험실에서 데미니안은 1만세에 가까운 나이에 답지 않게 20대 초반의 금발 미남으로 폴리모프한 상태에서 어떤 일을 벌이고 있었다. “후후후. 이제 이것만 마법진의 가운데에 배치하면 완성이군. 후후후. 아버지. 이번에 실험이 성공하면 아버지와 저의 이름은 길이길이 남을 것입니다.” 놀랍게도 데미니안의 손에 들린 것은 드래곤 하트였다. 그 드래곤 하트는 데미니안의 아버지 데미리온의 드래곤 하트였는데 데미리온은 만년을 산 끝에 마나를 자연으로 환원하기 직전 자신의 아들 데미니안에게 남긴 드래곤 하트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데미니안이 서 있는 동공 전체에는 마법진으로 뒤덮여있었다. 공동을 가득 채울정도의 마법진이라니!? 거기에 벽까지 가득 채운 마법진!? 도대체 어떤 실험이기에 고룡 데미니안은 공동을 가득 채운 마법진을 만들고 1만년을 살고 자연으로 돌아간 데미리온이 남긴 드래곤 하트를 필요로 하는 것인가!? 데미니안은 매우 긴장한 얼굴을 하고 마법진의 중심에 자신의 아버지가 남긴 드래곤 하트를 내려놓았고 드래곤 하트는 마법진에 파여져 있던 홈에 딱 들어맞았다. 우우우웅!!!! 파아아악! 마법진에 파여진 홈에 드래곤 하트가 자리잡자 드래곤 하트안의 마나는 순식간에 공동에 설치된 마법진에 드래곤 하트의 마나가 공급되었고 수십 아니 수백개의 복합적인 마법진들이 일제히 발동되며 공명하기 시작했다. 수백개의 마법진의 공명으로 인해 동공은 크게 흔들리고 동공안의 마나도 요동치고 있었지만 정작 마법진에 중심에 있는 데미니안은 환희에 찬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성공!? 성공이다!? 마법진이!? 마법진이 발동하고 있어!? 크하하하! 아버지 기뻐해 주십시오! 이 아들! 데미니안이 아버지가 남기진 차원이동마법을 완성하고 말았습니다!?” 차원이동마법. 이 세계에 중간계, 마계, 신계, 정령계 이외의 차원. 이계(異界)가 존재한다는 이론을 토대로 만들어진 마법으로 중간계의 인간들뿐만 아니라 마법의 조종이자 중간계에서는 신과 맞먹는 힘을 지닌다는 드래곤 조차 성공해내지 못한 마법이었다. 그런 마법이 데미니안의 손에 의해서 시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차원이동마법은 수많은 종족의 마법사들이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리고 그 실패 끝에는 하나같이 끔찍한 결말이 그들을 반겼다. 그 끔찍한 결말이란 차원이동마법진을 마왕소환 마법진으로 오해한 신관들과 군인들에게 잡혀 화형을 당하거나 마법진에 공급하는 막대한 마나를 감당하지 못해 육체의 마나를 모두 빼앗겨 미이라가 되어 죽어버린 것이었다. 그 외에 몇가지가 더있지만 이만 생략하겠다. 수많은 종족이 도전한 차원이동마법진. 그 마법진에 도전한 도전자 중에는 당연히 마법의 시초이라는 드래곤도 껴있었다. 드래곤들은 인간마법사들처럼 마왕소환진으로 오해받아 화형을 당하거나 마나를 흡수를 당해 죽을 일은 없었으나 성공한 이는 그 누구도 없었다. 하지만 마법의 조종이라 불리는 드래곤답게 수많은 드래곤들이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다. 허나 도전한 드래곤들 역시 실패의 쓴잔을 맛봐야 했다. 그후 시간은 흘러 차원이동마법은 절대 불가능마법이라 여기고 마법의 조종인 드래곤조차 포기했다. 그러나 어디에서 불가능에 도전하는 이가 있는 법! 그런 이가 바로 데미니안의 아버지. 데미리온이었다. 데미리온은 드래곤으로서 용언마법 이외에도 순수하게 인간마법을 9클래스까지 마스터하고 정령마법과 엘프들의 체계로 발전한 마법 또한 엘프의 제자로 들어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모두 익혔다. 마법이란 마법을 익힌 종족을 모두 찾아가 제자로 들어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배웠던 것이다. 이로 인해 드래곤으로서 이단아 취급을 받았지만 그는 다른 드래곤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법을 익혔다. 데미리온이 대륙의 마법이란 마법을 다 익혔다고 생각했을 때 그의 나이는 이미 에이션트급. 거의 오천살에 다다라 있었다. 그가 오천살에 다다라 있을 때까지는 드래곤들 사이에서 별로 유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사건으로 인해 그는 드래곤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바로 그 사건은 드래곤 중 가장 강력하고 가장 포악한 성격을 가진 종족. 레드족의 한 드래곤과의 싸움이었다. 당시 그가 싸웠던 이는 레드 드래곤족 장로인 카베이라였다. 카베이라의 당시 나이는 무려 9564세. 거의 1만세에 가까운 나이를 먹은 드래곤이었다. 데미리온과 카베이라가 싸우게 된 것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결과는 엄청났다. 당시 둘의 싸움을 참관하던 드래곤들은 데미리온의 죽음을 당연시 생각했다. 데미리온은 드래곤 중 가장 약하다는 골드족과 실버족 중 골드족.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데미리온의 일방적인 승리. 레드 드래곤족의 장로인 카베이라는 데미리온의 비늘은 건들어 보지도 못하고 패배했다. 데미리온. 그는 오천년간의 마법 연구 끝에 전대 드래곤 로드로부터 힘과 지식을 전수받아 10서클에 올랐던 역대 드래곤 로드와 다른 방법으로 10서클에 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 힘은 드래곤 로드의 힘을 웃돌았다. 그의 손짓 한번에 카베이라를 공중에 띄워주던 마나는 사라졌고 카베이라가 내뿜은 레이저 브레스는 방향을 되돌려 발사한 카베이라에게로 되돌아갔다. 그 날 데미리온은 진정한 10서클의 힘이 어떤 것인가를 드래곤들에게 보여주었다. 카베이라와 데미리온의 싸움을 지켜본 드래곤 로드는 진정한 10서클의 힘을 보고는 자신보다 어린 데미리온에게 배움을 청했고 물론 데미리온은 승낙했다. 그 후 데미리온은 드래곤 로드에게 유일하게 존대 받는 존재가 되었다. 그의 힘은 그저 의식하는 10서클에 오른 드래곤 로드보다 월등히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 사건을 통해서 데미리온은 드래곤 최고의 신랑감으로 손꼽혔고 수많은 여성 드래곤들이 추파를 던졌지만 천년동안 데미리온은 모든 여성 드래곤의 청혼을 거절했다. 여성 드래곤들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그가 차원이동마법에 도전했기 때문이었다. 진실로 10서클에 올랐던 데미리온은 불가능하다 알려진 차원이동마법에 도전했다. 자신의 레어 안에서 천년간의 연구 끝에 데미리온은 자신에게 남은 시간 안에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절망에 빠졌던 데미리온은 자신의 대에 안되면 다음 대에는 반드시 해내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결국 한 여성 드래곤. 자신보다 3000살 어린, 그리고 물리친 카베이라의 외손녀인 당시 레드족 최고이자 최악의 여성과 결혼하여 데미니안을 낳았다. 그 후 데미리온은 체계적으로 후계양성 들어갔다. 자신의 아들이 태어난 이후부터 조금씩 지식을 전수한 이후 마법을 가르쳤고 항시 옆에 두고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했다. 그 결과 데미니안은 불과 2000세의 나이로 10서클에 올랐다. 데미니안이 10서클에 오른 이후 데미리온은 데미니안에게 차원이동마법에 도전할 것을 명했고 마법에 대해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데미니안도 흔쾌히 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데미리온은 죽고 결국 데미니안의 나이 9278세의 드디어 차원이동마법을 완성했다 생각하고 실험에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마법진이 반응하는 것을 보고 데미니안은 자신의 실험이 성공했다 여기고 웃음을 터트린 것이다. 우우우웅.... “푸하하하! 응? 아,아니!?” 웃음을 터트리던 데미니안은 갑자기 동공의 마법진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깜짝놀라 어쩔 줄을 몰라했다. 죽은 데미리온의 드래곤 하트의 마나로 인해 작동. 공명하던 마법진의 공명이 끊어지고 마법진의 빛이 점차 약해졌기 때문이었다. 어쩔 줄 몰라하던 데미니안은 마나가 부족하다 생각하고 자신의 마나를 드래곤 하트에 주입하였지만 마법진의 빛은 점차 약해져만 갔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마법진은 완전히 작동을 멈추었다. “제기이랄! 어째서!? 어째서! 실패한 거냐!? 아버지의 드래곤 하트의 마나와 마나 결집마법진 덕분에 마나는 충분했을 테고!? 수백개의 마법진도 분명이 공명이 일어났다!? 그런데! 그런데! 왜!? 실패한 거야!?” 콰콰콰쾅! 데미니안의 손을 벗어난 마나 응축탄은 공동을 가격했고 그 파괴력으로 공동은 제모습을 점차 잃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난동을 부리던 데미니안은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은 이후 냉정을 되찾았다. “후~우. 후~우. 진정. 진정하자. 어자피 실패한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도대체 어디가 잘 못된 거지. 후~우. 나에게도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데. 으으으. 나도 아버지처럼 다음대로 넘겨야 하는 것인가. 어쩔 수 없지. 아들 녀석을 믿어보는 수밖에.” 데미니안은 자신의 앞에 놓여진 자신의 아버지 데미리온의 드래곤 하트를 살펴보았다. 찬란하게 금빛을 내며 엄청난 마나를 품고 있던 드래곤 하트는 제 모습을 잃은 상태였다. 회색으로 변하고 엄청난 마나는 커녕 고작 1서클의 마나조차 남아 있지 않은 드래곤 하트. 그런 드래곤 하트를 보며 데미니안은 쓴웃음을 지었다. “크윽! 아버지의 드래곤 하트가 이렇게 되다니. 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군. 제길!” 데미니안은 다시 한번 회색으로 변한 드래곤 하트를 살펴본 이후 보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는 드래곤 하트를 남기고는 그대로 텔레포트를 시전하여 자신의 레어로 향했다. 데미니안은 레어로 가자마자 한숨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실험의 실패로 인해 피로가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데미니안이 사라진 이후 놀랍게도 고작 1서클의 마나도 남지 않은 드래곤 하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고 동공의 마법진도 빛을 내기 시작했다. 점차 마법진의 빛은 강해져 갔고 절정에 올랐을 때 놀랍게도 동공의 수백개의 마법진이 드래곤 하트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수백개의 마법진은 놀랍게도 드래곤 하트의 안쪽에 자리 잡았고 곧 빛은 사라지고 드래곤 하트 위의 공간이 마치 우물에 한 방울의 물방울이 떨어진 것처럼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차원이동마법의 성공! 데미니안이 실패했다고 생각한 차원이동 마법진은 성공했던 것이다. 아니 정확히 완전하게 성공했다 할 수 없었다. 완전하게 성공했다면 선명하게 다른 차원의 입구가 열렸을 테지만 현재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문은 물처럼 출렁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공은 성공이었다. 그러나 이미 데미니안은 드래곤 하트에 주입한 마나를 회복하기 위해서 수면에 들어간 상태였다. 이미 죽은 데미리온과 잠든 데미니안이 알았으면 울분을 터트렸을 일이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데미리온은 죽고 데미니안은 수면에 빠졌는데 어찌하겠는가. 차원이동마법이 성공. 데미니안은 몰랐다. 이로 인해 한 소년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1)장 시작 아스카! [게임공략집: 아스카. 세계에서 발표된 가상현실 게임중 (주)리얼사에서 발표한 게임으로 세계적으로 두 번째 게임이다. 게임접속방법은 첫 번째 가상현실게임 접속법인 헤드셋이 아닌 캡슐을 이용한 접속이다. 이는 보다 나은 서비스와 함께 보다 플레이어들을 만족하기 위해서 캡슐을 이용한 접속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세계에서 첫 번째로 발표된 가상현실게임 프리월드보다 발전된 게임으로 NPC의 AI,능력치 시스템, 오감시스템, 직업시스템 등 전작보다 훨씬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시스템 설명. (1)능력치 시스템. 첫 번째 가상현실 게임 개혁에서는 힘, 체력, 민첩, 지력, 행운. 이렇게 5개의 능력치를 지원했지만 두 번째 가상현실게임인 아스카에서는 7개의 기본능력치와 직업을 가지게 되면 생성되는 직업능력치 4가지를 지원하고 있다. 7개의 기본 능력치에는 첫 번째 가상현실 게임 개혁에서 지원했던 5가지의 능력치인 힘(Str),민첩(Agi),체력(Vit),지력(Int),행운(Luk)에 두가지 능력치를 더한 것 뿐이지만 개혁에서 지원한 능력치 민첩과 지력을 보다 세분화 했을 뿐이다. 그 두 가지 능력치는 지혜(Wis)와 손재주(Dex)이다. 지금부터는 능력치에 효능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능력치의 효능은 다음과 같다. *힘(Str) 캐릭터의 공격력을 상승시켜주고 동시에 인벤토리의 한계무계를 늘려준다. 공격력은 힘 1당 3이 상승하며 힘 10단위로 추가공격력이 15 상승하며 무게는 힘 1당 10씩 늘어나며 힘5단위로 추가로 30씩 상승한다. 아이템으로 인해서 힘이 올라갈 경우 공격력의 상승만이 적용되고 소지량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민첩(Agi) 캐릭터의 회피율을 상승시켜주고 동시에 움직임을 보다 민첩하게 해준다. 회피율은 캐릭터의 레벨 상승할 때 기본적으로 1씩 상승하며 민첩이 1 상승할 때 역시 1상승한다. 민첩이 상승할 때 올라가는 회피율은 플레이어의 컨트롤 이외의 회피율을 말하는 것이다. 한때 아스카는 높은 리얼리티로 인해서 플레이어 사이에서는 컨트롤이 좋다면 민첩을 올리지 않아도 되는 스텟으로 구분되었지만 민첩을 올린 플레이어와 민첩을 올리지 않은 플레이어간의 움직임이 확연히 다른 것이 밟혀진 이후 직접공격형 직업에 경우 반드시 올려야하는 스텟이 되었다. 설명에는 민첩이 올라갈 경우 회피율과 움직임이 민첩해진다고 되어 있지만 민첩에 따라 움직임이 얼마나 빨라지는지 알려진 바 없다. 단지 올리지 않은 플레이어의 움직임과 올린 플레이어의 움직임이 확연히 달라 움직임이 빨라진다는 것이 알려져 있을 뿐이다. *체력(Vit) 캐릭터의 HP(Health Point)를 늘려준다. 동시에 방어구를 제외에 육체의 기본방어력을 올려준다. HP는 레벨업당 기본적으로 10씩 늘어나는데 체력 1당 HP는 8씩 늘어나고 체력 5단위로 추가적으로 HP가 25 더 늘어난다. 육체의 기본방어력이란 방어구를 제외한 방어력을 말하며 체력 1당 육체방어력은 1씩 상승하고 체력 5단위로 추가로 3씩 상승한다. 아이템으로 인해서 체력 상승시 HP 상승에만 적용되고 방어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지혜(Wis) 지혜는 보다 높은 등급의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 올려주어야 할 능력치이다. 또한 마법공격력을 상승시키고 마법캐스팅 시간은 보다 단축시킨다. 지혜 1당 마법공격력은 5상승하며 지혜 5단위로 마법공격력이 30이 추가로 상승한다. *지력(Int) 지력은 MP(Mana Point)을 늘려주고 동시에 마법저항력을 상승시킨다. MP는 레벨업당 5씩 늘어나며 지력 1당 MP가 5상승하고 지력 5단위로 추가로 MP 20이 상승한다. *손재주(Dex) 손재주는 명중률과 여타 비전투 직업인 대장장이와 연금술사, 사냥꾼과 같은 생산직의 아이템제조 성공률에 영향을 준다. 손재주는 플레이어의 컨트롤 이외의 명중률을 상승시켜주며 민첩과 마찬가지로 레벨 1이 오를 때 명중률 1이 상승한다. 손재주 1당 역시 명중률 1이 상승하며 손재주 5단위로 추가로 명중률 2가 상승한다. 손재주가 올라갈 때 비전투 직업의 아이템제조 성공률의 상승은 역시 앞서 설명한 민첩의 움직임 상승과 지혜의 캐스팅 속도 단축과 마찬가지로 얼마나 상승되는지 알려진바 없다. *행운(Luk) 행운은 아이템제조 성공률, 사냥시에 몬스터가 보다 좋은 아이템을 드롭할 확률, 마지막으로 크리티컬 데미지가 나올 확률에 영향을 준다. 여타 다른 능력치에 비해서 올리는 이가 매우 드물며 가장 베일에 숨겨져 있는 스텟이다. 지금부터는 기본능력치 이외의 능력치 직업능력치에 설명하겠다. 직업능력치란 직업을 가지게 되면 기본능력치와 함께 스테이터스 창에 추가되는 능력치이다. 직업능력치를 얻을 수 있는 직업은 총 4가지가 존재한다. 그 직업에는 테이머와 정령사, 신관과 흑마법사이다. 테이머의 경우에는 친화력이라는 능력치를 주고 정령사는 정령친화력, 신관은 신앙, 흑마법사는 숭배라는 능력치를 준다. 여기서 반드시 언급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성기사와 다크나이트이다. 전작에서는 성기사가 되려면 신관기사가 되는 방법과 검사로 전직 후 원마스터가 되고 그후 신관으로 전직하여 나중에 직업결합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아스카에서는 후자의 직업결합을 통해서만 성기사가 될 수 있다. 다크나이트 역시 그렇다. 다크나이트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흑마법사를 거쳐야하는 것이다. 이정도면 이해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다음 직업능력치의 효능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친화력. 테이머가 되면 얻을 수 있는 직업능력치이다. 친화력은 보다 높은 레벨이 몬스터를 테이밍 하기 위해서 반드시 올려주어야 한다. 친화력은 보다 높은 레벨의 몬스터를 테이밍하게 해줄 수 있는 효능이외에도 테이밍 할수 있는 몬스터의 수를 늘려주는 효능도 있는데 물론 높은 레벨의 몬스터를 여럿 테이밍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신의 친화력으로 테이밍 할 수 있는 몬스터의 한계 레벨보다 낮은 레벨의 몬스터의 테이밍 할 수 있는 수를 늘려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오우거들 중 제일 레벨이 낮은 미니멈 오우거를 한 마리 테이밍 할 수 있는 친화력으로 그보다 레벨이 10 낮은 오크 전사 둘을 테이밍이 가능하다. *정령친화력. 정령친화력은 정령사가 되면 얻을 수 있는 직업능력치이다. 정령친화력은 자신이 소환한 정령이 자신의 말을 보다 잘 따르게 하기 위해서, 보다 높은 등급의 정령을 소환하기 위해서 반드시 올려주어야 할 능력치이다. 정령친화력을 올리게 되면 앞서 설명한 두가지 이외에도 정령을 소환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마나소모속도도 줄어들게 해준다. *신앙. 신앙은 신관이 되면 얻을 수 있는 직업능력치이다. 신앙은 기본능력치인 지혜와 지력이라 할수 있는 능력치이지만 지혜와 지력 이 두 가지보다 나은 것은 아니다. 신성마법의 경우 신성력뿐만 아니라 체력도 소모되기 때문에 체력도 올려주어야 하기에 지혜와 지력을 섞어 놓은 것이 아닐 까라는 생각을 하는 지필자이다. 신앙을 올릴 경우 신성마법공격력이 3상승하며 5단위로 추가적으로 데미지가 20상승한다. 그리고 지력처럼 신성력(神聖力) 또한 상승하는데 신앙 1당 신성력 2가 상승하며 신상은 지력과 다르게 5단위가 아닌 10단위로 신성력이 추가로 10상승한다. 동시에 항마력(降魔力)도 상승하는데 마법저항력과 마찬가지로 신앙 1당 1씩 상승하며 5단위로 추가 상승하는 지력과 다르게 10단위로 항마력이 추가로 2상승한다. *숭배. 숭배역시 지혜와 지력을 섞어 놓은 듯한 능력치이다. 신앙과 마찬가지로 보다 높은 흑마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올려주어야 할 능력치이다. 숭배의 경우 마법공격력 상승 면에서는 지혜를 앞서지만 마력(魔力)의 상승에서는 지력과 같다. 숭배를 올릴 경우 마법공격력은 7 상승하며 5단위로 추가적으로 맥시멈 데미지가 35 상승한다. 흑마법의 경우에는 강한 공격력을 자랑하지만 시전할 경우 신성마법과 마찬가지로 체력 또한 소모되는데 그 소모되는 체력은 신성마법에 비해서 그 양이 상당히 많다.] “응? 상민아. 뭘 그렇게 뚫어져라 보냐? 응? 이것은!?” 나의 절친한 친구. 경순이는 내가 들고 있는 아스카 공략집 아니 공략집이라기 보다 설명집에 가까운 책을 보고 매우 놀라워했다. 하긴 놀랄만도 하지. 그동안 경순이 녀석이 거의 반년동안 하자고 졸라도 안하고 버텼으니 말이야. 경순이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경순이의 얼굴은 놀라움보다는 분노가 가득했고 눈속에서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하.하.하. “네,네 이놈!? 내가 고등학교에 들어와 장장 약 반년! 정확히 193일 동안 졸랐건만 거들 떠보지도 않던 녀석이 어째서 아스카 공략집을 보고 있는 것이냐!?“ “하.하.하. 그렇게 됐다. 하.하.하.” “으으으. 이 썩을 놈!?” “미안. 미안. 대신 내가 오늘 점심때 아이스크림 쏜다.” “...불고기 버거 1개에 콜라 1개 추가.” “으윽! 알았어.” 나의 이름은 호상민(虎上旻). 범 호라는 특이한 성을 가진 집안에서 태어나 위로 누나한 분을 두고 있는 아주 평범한 녀석이다. 어머니가 말하시길 태몽은 호랑이가 어머니를 태우고 하늘의 구름위로 올라가는 것이었다는 거창한 것이었다는데 거창한 태몽과 다르게 나는 매우 평범했다. 키도 중간. 외모도 중간. 운동신경도 중간. 성적도 중간. 무엇하나 특출 난 것은 없었지만 무엇 하나 떨어지는 것도 없었다. 나처럼 평범한 녀석에게는 특이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나의 친구들이 하나같이 알아주는 녀석들이라는 것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경순이 녀석은 우리 학교에서 알아주는 수재이고 중학교 때는 같은 반이었지만 고등학교에 올라와 다른 반으로 갈라진 녀석 중에는 인터넷에서 알아주는 해커이자 프로그래머인 녀석도 있다. 거기에 내 친구들 중에는 주먹으로도 조금 알려진 녀석도 있다. 이와 같은 점은 내가 생각해도 정말 신기했다. 나는 평범한데 친구 녀석들이 다 특출 나다니 말이야. 방금 경순이가 내가 들고 있는 책을 보고 놀란 이유는 앞서 말한대로 장장 반년동안 경순이가 졸랐던 게임을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갑작스럽게 보았기 때문이었다. 경순이가 나에게 반년 동안 함께 하자고 졸랐던 게임의 이름은 아스카. (주)리얼사에서 두 번째로 발표한 가상현실게임이다. 배경은 판타지를 하고 있고 불과 나온지 4년 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고 현재 세계적으로 게임랭킹에서 1위를 출시된 이후 단 한번도 놓치지 않은 게임이다. 아스카는 엄청난 리얼리티를 자랑하는데 그 리얼리티는 보급사의 이름에서부터 알수 있다. 오죽하면 보급사 이름이 (주)리얼이겠나. 아스카가 무엇보다 엄청난 리얼리티로 유명하게 된 것은 쓰리아웃 시스템 때문이다. 쓰리아웃 시스템. 보통 여타 온라인게임에서는 캐릭터가 죽게 되면 경험치와 함께 아이템 혹은 돈을 드롭하게 된다. 하지만 아스카에서의 죽음은 진짜 죽음이다. 쓰리아웃. 말 그대로 캐릭터가 3번 죽게 되면 기존에 키우던 캐릭터는 완전히 사라지게 되고 다시 처음부터 키워야한다. 3번의 죽음 끝에 캐릭터 삭제. 그것이 쓰리아웃 시스템이다. 물론 쓰리아웃 시스템에 수많은 유저들이 불만을 토로했지만 (주)리얼사에서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시간이 지나자 유저 쪽에서 제풀에 지쳐서 그만두었단다. 유저들이 제풀에 떨어져 나갈 때쯤 (주)리얼사에서는 쓰리 아웃시스템으로 인해 캐릭터가 삭제되면 삭제된 캐릭터의 창고가 그대로 새로 생성된 캐릭터의 창고에 그대로 이전되도록 하는 패치를 해서 유저들을 달랬다고 어제 누나에게 들었다. 장장 반년 간 경순이의 조름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나는 바로 누나의 한번의 권유로 넘어갔다. 이 사실을 알면 경순이가 나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 사실 나도 조금 아스카에 관심이 있긴 있었지만 문제는 돈이었다. 매달 정액요금 30만원. 거기에 접속용 캡슐의 가격이 65만원. 30만원과 60만원을 합하면 거의 백만원! 어디 백만원이 어느 집 개 이름인가!? 돈에 유난히 민감했던 나는 당연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경순이 녀석이야 공부도 잘하고 녀석 집안이 상류층에 속하니 그정도야 상관없었지만 중상류층에 속하는 우리 집안에서 게임을 하기 위해서 백만원을 쓴다는 소리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었다. 그런 중상류층 집안에 속하는 내가 바로 어제부터 아스카를 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나보다 6살 많은 누님의 힘이 크게 미쳤다. 나보다 6살 많은 누님의 성함은 호미연. 아름답고 아름다운 호랑이라는 이름을 가지신 누나다. 누나는 나와 다르게 모든 일에서 우수했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여러 가지로 그런 누나가 싫어서 누나에게 정말 몹쓸 장난을 많이 쳤지만 누나는 그런 나의 장난을 웃으면서 받아주었다. 누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자취를 시작했다. 누나의 말에 따르면 우연히 아스카 베타테스터에 당첨되어 아스카를 자취를 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쭉 해왔다고 한다. 그 덕분에 게임을 통해서 돈을 조금 벌고 이름이 조금 알려질 정도로 레벨이 높다고 했고 할 의향이 있으면 누나가 캡슐과 정액요금을 내줄 테니 어떻냐는 말에 고민하던 나는 부모님은 자신이 알아서 설득하겠다는 누님의 말씀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나는 어제부터 아스카를 시작하게 되었다. 어느새 시간은 흐르고 흘러 점심시간이 되었고 급식을 다 먹은 이후 나는 그대로 경순이와 함께 약속했던 불고기 버거와 콜라를 사주기 위해서 매점으로 향했다. 학생이란 항상 배고픈 법! 그런 학생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매점은 항상 붐볐지만 우리들은 아주 쉽게 인해(人海)를 뚫고 용건을 볼 수 있었다. 녀석이 있어서 편하긴 하지만. 흑흑! 돈이 따블로 더 나갔다. 여기서 녀석이란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교를 평정한 주먹. 나의 초등학교때부터의 친구. 이성민이다. 노는 녀석이 머리는 어느 정도 있어서 상위권에서 놀고 있어서 선생님들도 뭐라 안하는 나의 베스트 프렌드다. 얼마 전에 3학년과의 싸움이 있었기에 얼굴에는 반창고가 가득하고 매우 험상 굳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괜찮은 녀석이다. “야야. 자리 옮기자. 성민이 때문에 공포분위기 조성되잖아.” “하지만 세호하고 민수는?” “세호는 현재 식사후 수면중. 민수는 노트북으로 학교 회선 연결해서 활주로 컴퓨터에 폭탄 심는 중. 못 올 거다.” “그래? 그럼 옮기자.” 세호는 나의 친구들 중 가장 등치 좋은 녀석으로 체육 특기생인데 유도부 에이스다. 그리고 민수는 내가 말했던 인터넷에서 알아주는 해커이자 프로그래머인 녀석이다. 녀석. 활주로 컴퓨터에 폭탄을 심다니. 또 활주로가 뭐라고 했나? 활주로란 1학년 주임 선생님으로 머리가 고속도로 혹은 활주로처럼 벗겨져서 애들 사이에서는 활주로라 부르고 있었다. 나는 경순이와 성민이와 함께 애들이 잘 안오는, 좀 노는 아이들이 모여서 노는 으슥한 곳으로 향했다. 이미 온 사람들이 있었지만 성민이를 보자 자리를 비켜주었기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그래. 이번에 상민이가 아스카를 시작하게 됐다고. 경순이가 그렇게 졸라도 안하던 녀석이. 갑자기 웬일이냐?” “그러게 말이야! 내가 장장 반년동안이나 졸랐는데! 어서 불어!? 왜 갑자기 하게 된 거야!?” “하.하.하. 그게 말이야.” 난 성민이와 경순이에게 원래 내용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첨가하여 말해주었다. “으음. 짜식. 그럼 솔직히 말하지. 그렇게 하기 싫은 척할 게 뭐냐.” “그래. 그나저나 잘됐다. 3개월간 설득한 끝에 할 수 있게 되다니. 그럼 드디어 다 모이는 건가.” “오! 그리고 보니 우리 5총사가 다 모이는 거네! 하지만 다 같이 다니기에는 상민이 레벨이 너무 낮잖아. 참 상민아. 너 직업 뭐로 했냐?” “나? 사령술사로 했는데.” “에? 사령술사?” “으음. 좀 그렇군.” 어제 전직해서 가지게 된 직업. 사령술사(死靈術士). 사령술사라는 직업은 죽은 시체와 망령을 조종할 수도 있고 저주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도 있는 직업이다. 후에 사령술사가 레벨 100이되면 판타지와 관련된 게임을 해본 이라면 누구나 아는 직업 네크로맨서가 되는 직업이다. 누나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사령술사는 꼭 언데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골렘을 소환하여 골렘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도 있고 세포를 배양하여 키메라. 합성 생물을 만들어 싸울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주(主)가 되는 사령술(死靈術)이지만 말이다. 사령술사는 여러 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업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성민이와 경순이가 영 아니라는 표정을 짓자 조금 언짢아졌다. “사령술사가 뭐 어때서 그래.” “사령술사는 초반에 키우기 매우 힘든 직업이다. 물론 후반에 가면 중간은 가지만 말이야.” “성민이 말대로야. 상민아. 그냥 다시 키우는 게 어떠냐? 물론 네 이미지와 딱 맞다 만은 우리들이 도와 준다고 해도 우리들 레벨에 오를려면 한참 걸린 단 말이야.” “잠깐! 내 이미지가 뭐 어때서?” 나는 나의 이미지에 딱 맞는다는 경순이에 말에 제지를 걸었다. 내 이미지가 뭐 어때서. “네 이미지와 사령술사는 딱이잖아. 생각해봐라. 우리들 뒤에서 사악한 음모를 계획하는 이는 항상 너잖아. 그리고 사령술사에 앞에 언데드들을 세워놓고 저주를 걸고 공격마법을 시전하는 직업이잖아. 봐봐. 딱 맞지.” “으음. 생각해보니 그렇군.” “으윽!” “거봐. 너도 부인 못하잖아.” 크윽! 경순이! 너 나중에 두고 보자. 생각해보면 경순이의 말이 사실이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한번도 일을 벌이진 않았지만 중학교 때 여러 가지로 사고를 일으킬 때 난 항상 후방에서 잔머리를 굴렸으니 말이다. 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서글프구나. “키운지 얼마 안됐으면 그냥 다른 직업으로 해라. 그래야 레벨 빨리 올리고 함께 다니지.” “너희들 레벨이 얼마나 되길래 그래?” “우후후후! 이제야 물어보는 구나! 그래! 말해주마! 이 몸의 레벨은 215! 신관클래스를 마스터한 이후 검사로 전직해서 올리시는 중이시다!” “난 레벨 221. 무투가클래스를 마스터하고 암살자로 전직해서 올리는 중이야.” “후후후. 다음으로 세호랑 민수 레벨은 각각 215,214! 세호는 전사클래스 마스터한 이후 궁수로 전직한 상태고, 민수는 마법사로 5써클 마스터하고 정령사로 전직했다.” “에게. 그거 밖에 안돼?” “에게? 에게라고? 임마! 한 클래스 마스터하는데 얼마나 걸리는 줄 알아. 그것도 한번도 안죽고 말이야! 무려 반년이나 걸렸다고!? 그뿐 인줄 아냐!? 그전에도 키웠던 캐릭터들까지 하면 무려 1년이나 걸렸어! 임마!” “그,그렇게 오래 걸리냐?” 나의 말에 열이 오른 경순이의 기세에 눌린 나는 말까지 더듬으며 말했다. 그렇게 오래 걸리나 이상하다. 누나 레벨이 워낙에 높아서 얼마 걸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미,미안해. 그런데 이상하다. 그렇게 오래 안 걸릴 줄 알았는데.” “후~우. 이상하다니 무슨 말이야?” “그게 우리 누나도 아스카를 하거든. 그래서 누나의 레벨을 물어봤었거든. 누나의 레벨이 꽤 높아서 금방 키울 수있을 줄 알았는데. 한 클래스 마스터하는데 반년이나 걸리다니.” “너희 누나도 아스카하시냐? 그런데 레벨이 도대체 몇이시기에 너한데 그런 소리를 나오게 하시냐?” “우리 누나 레벨? 레벨 859라고 하던데.” “팔! 팔백오십구!?” “....” 누나의 레벨에 대해서 들은 경순이와 성민이는 굳어서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경순이와 성민이가 이런 반응을 보이자 나는 너무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높은 레벨이기에 경순이와 성민이가 이런 반응을 보이지? 이제 갓 아스카를 시작하게 된 나는 도통 실감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높은 레벨 이길레 이러는 거야? “그,그거 사실이냐?” “응. 누나가 상태창도 보여 줬는걸. 분명이 레벨이 859였어.” “너,너희 누님. 베타때부터 하셨냐?” “응. 그렇다고 하던데.” “저,저기 서,성함, 아니 캐릭터 이름이 어떻게 되시냐?” “캐릭터 이름? 뭐였더라? 으음. 카.카.카.” “호,혹시 카류시안?” “맞아! 카류시안! 분명 카류시안이었어! 그런데 너희들이 우리누나 캐릭터 명은 어떻게 아냐?” “하.하.하. 네 누님이 카류시안님이시라니.” “하.하.하.” 나는 한참 뒤에서야 경순이와 성민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스카에서는 유명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중 최고로 유명한 사람들 10명을 아주 특별한 칭호로 부리는데 그 칭호는 바로 대륙 10성이란다. 대륙 10성의 인물들은 아스카를 모두 베타테스트때 부터 해온 이들로 모두 레벨 순위 1위부터 10위까지의 인물들이라고 한다. 하나같이 엄청난 실력과 컨트롤 능력을 보여주는 이들로 이들이 싸우는 동영상인 간간히 올라와 유저들의 들뜨게 한다고 한다. 그런 대륙 10성인 1인이 바로 나의 누님. 카류시안이라는 이름을 쓰는 유저라고 한다. 무성(武星) 카류시안. 또다른 칭호는 올 웨폰마스터라고 한다. 무성 카류시안은 10성중 상위 3위 안에 드는 대륙 10성에 2명밖에 없는 여성 유저중 한명이라고 한다. 카류시안. 우리 누나가 올웨폰 마스터라 불리는 이유는 사용하는 무기 때문이란다. 블레이드, 소드, 엑스, 메이스, 창, 단검, 피스트, 활 등. 각가지 무기를 적절하게 사용하기에 올웨폰 마스터라 불린다고 한다. “우와. 우리 누나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대단!? 대단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런데 정말 너희 누님이 카류시안님 맞지? 정말이지?” “맞다니까. 분명 우리 누나 캐릭터 이름이 카류시안이었어.” 경순이는 이후 몇 번이나 나에게 누나의 캐릭터 이름이 카류시안이 맞는 줄 물어보았다.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 경순이가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로 말이야. 그렇게 점심시간 동안 몇 번이나 경순이의 똑같은 질문에 답해준 나는 방과후 아스카에 접속해 누나를 소개시켜준다고 약속한 후에서야 경순이의 계속되는 똑같은 질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누나를 소개시켜준다고 약속을 받아낸 이후 경순이는 점심시간 이후의 수업시간에 실실 쪼개고만 있었다. 경순이가 저렇게 좋아할 정도로 대단한 일인가? [(2).능력치 성장시스템. 앞서 설명한 능력치 시스템 외에도 아스카는 첫 번째 가상현실 게임 개혁과 다르게 레벨 업을 할 경우 3포인트씩만 준다. 이는 개혁에서와 겨우 2포인트 차이지는 그 차이는 크다. 프리월드와 다르게 레벨 업을 할 경우 3포인트만 준 이유는 바로 이 시스템. 능력치 성장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었다. 능력치 성장시스템이란 현실에서의 운동과 같다. 운동을 할 경우 체력과 근력이 상승하고 동시에 심폐기능도 좋아지는 것처럼 게임 내에서 운동을 항 경우 스텟인 체력과 힘, 그리고 정신력에 해당하는 지력이 상승한다. 그뿐만 아니라 게임 내에서 책을 많이 읽게 되면 지혜와 함께 지력 역시 상승한다. 물론 성장에는 그 성장기간이 있는데 그 기간은 게임 속에서 3개월. 게임에서의 하루는 현실에서의 6시간이니 약 현실시간으로 23일이다. 이는 현실에서 운동을 할 경우 그 효력이 나타나는 3개월을 성장기간으로 잡은 것이라고 한다. 물론 게임을 하며 사냥만 하여도 능력치는 상승된다. 사냥을 하게 되면 자신의 직업에 따라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되므로 능력치가 성장하는 것이다. 물론 이때도 성장기간은 3개월이다. 하지만 사냥을 통해서 얻는 성장 능력치보다는 훈련을 통한 능력치 성장이 더욱 크다. 직업능력치의 경우에는 능력치 성장 조건이 조금 까다롭다. 테이머와 정령사에 경우에는 자신이 테이밍한 몬스터와 소환한 정령과 놀아주어야 한고 신관의 경우 신앙을 올리기 위해서는 성서를 읽고 자신이 속한 교단을 위해서 일하고 기도해야한다. 흑마법사의 경우에는 직업능력치를 성장시키는 것은 가장 쉽다. 자신이 섬기는 마신에게 재물을 받치는 것만으로 능력치를 성장시킬 수도 있고 피를 갈구하는 마신을 섬기는 경우 전투중에 온몸을 피로 적시는 것만으로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 만약 전투를 갈구하는 마신일 경우에는 적을 가장 악랄하고 잔인하게 죽이게 되면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 과연 그런 짓을 하려는 이가 몇이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3)오감 시스템. 오감 시스템. 이것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첫번째 가상현실 게임 개혁과 두번째 가상현실 게임 아스카는 모두 가상현실 게임이고 또 다른 세계라는 타이틀을 가진 만큼 NPC의 AI와 오감 시스템은 중요한 것이다. 만약 플레이어들이 게임 내에서 오감. 후각,촉각,미각,청각을 느끼지 못하고 시각만을 느꼈다면 금방 실증을 내고 다른 게임을 찾아 나섰을 것이다. 아스카는 기존의 고통시스템을 없애버리고 전혀 다른 시스템을 도입했다. 바로 주 컴퓨터에 통증을 담당하는 프로그램을 삭제하고 통증을 집중적으로 담당하는 컴퓨터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통증만을 집중적으로 담당하는 컴퓨터 일명 만통(萬痛:만가지 아픔)은 게임내의 수많은 플레이어의 통증을 조절한다. 만통으로 인해서 플레이어들은 보다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때로는 사투를 벌이며 팔이 떨어져 나가고 칼에 꿰뚫려도 빰을 맞고 바늘로 찔리는 정도의 통증으로 느끼고 여자친구가 꼬집는 것은 실제통증보다 더한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모두 만통이 자체적으로 통증만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4)직업 시스템. 앞서 선보였던 가상 현실게임에서는 주직업과 보조직업. 서브클래스가 존재했다. 하지만 (주)리얼사는 서브클래스 시스템을 과감히 버리고 직업을 전투 직업과 비전투 직업으로 나누었다. 본 직업과 서브클래스에 대한 것은 수많은 유저들에 의해서 평가받아왔고 이에 (주)리얼사에서는 서브클래스 시스템을 과감하게 버린 것이었고 본 지필자 역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바이다. 전투 직업과 비전투 직업으로 나뉜 직업시스템으로 인해서 초기에는 많은 혼란을 야기했지만 현재에 이르러서 수많은 패치를 통해 보완해 왔기에 플레이어들도 지금은 만족하고 있다. 전투 직업과 비전투 직업으로 나뉜 이후 개혁에서 서브클래스를 주로 즐기던 플레이어들은 아스카로 넘어오며 참으로 재미있는 일을 벌였다. 그 재미있는 일이란 바로 비전투 직업의 전투스킬이다. 비전투 직업에는 대장장이와 연금술사, 제빵사, 낚시꾼, 광부, 나무꾼등과 같은 직업이 존재하는데 이 직업들은 제조 스킬들이 대부분이지만 몇까지의 전투스킬도 가지고 있다. 낚시꾼의 경우에는 낚시대와 낚시줄을 이용한 공격스킬이 존재하고 대장장이의 경우에는 망치를 이용한 공격스킬이 존재한다. 이와 같은 비전투 직업의 전투스킬 중 단연 화재가 되는 것은 바로 제빵사의 공격스킬이다. 밀가루 반죽을 통해서 한정된 공간에 적을 가두는 도우(Dough:가루 반죽). 그리고 그 한정된 공간에 밀가루를 가득 부은 이후 불을 붙이는 분진폭발(Dust Explosion). 이를 선보인 동영상이 올라왔을 때 제빵사가 늘어나는 참 아이러니한 상태가 일어났다. 그 이후 비전투 직업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5)NPC의 AI시스템 완전히 새로운 세계, 판타지 소설이나 퓨전 소설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완벽하게 구현된 A,I시스템을 자랑한다. 이로 인해서 인간의 뇌를 이용하여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났지만 A,I시스템을 관리하는 전용 컴퓨터 미라클(Miracle:기적)을 논란을 제기한 일부 관계자에게 공개함으로서 논란을 잠재웠다. (6)돌발 퀘스트 시스템. 돌발 퀘스트 시스템이란 일정 NPC에게 받는 퀘스트와 다르게 말그대로 돌발적인 상황에 갑자기 생기는 퀘스트로 유저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시스템이다. 돌발 퀘스트의 종류에는 골목길에서 건달을 상대로 싸워 이기기, 늙은 노인의 부탁을 들어주기등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이 돌발 퀘스트는 모두 주컴퓨터에서 담당한다. (7)솔로잉 플레이어를 위한 배려. 아스카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솔로잉 플레이어에 대한 배려이다. 아스카에서는 솔로잉 플레이어를 위한 배려로 가디언NPC를 비롯한 여러 패치를 이행했는데 그중 솔로잉 플레이어들이 가장 만족해하는 것은 바로 상점이용 게시판이었다. 상점이용 게시판이란 장소가 어디든 NPC가 운영하는 각 직업의 전직소, 무기점, 잡화점, 식당, 창고 등을 연결하여 아이템을 사고팔고 할 수 있게 해주는 게시판이다. 물론 단점으로는 이 게시판을 이용할 때는 시간당 일정 요금이 부과되고 전직을 하거나 스킬을 배울 때, 아이템을 살 때는 5~20%이상 더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과 아이템을 팔 때는 10~20%싸게 팔아야한다는 있지만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8) 파티 플레이어를 위한 배려. (주)리얼사에서는 앞서 설명한 솔로잉 플레이어을 위한 배려뿐만 아니라 파티 플레이를 하는 플레이어를 위한 배려도 잊지 않고....] 후~우. 이걸로 필요한 것은 대충 다 읽었군.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아스카 공략집 아니 설명집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누나와 만나기로 한 시간은 오후 6시. 학원에 안다니는 나의 귀가 시간은 오후 4시쯤이었기에 시간은 충분했고 나는 먼저 접속하기 보다는 설명집을 우선 모두 읽는 것을 선택했다. 만나기로 한 경순이는 내가 있는 영지. 반트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기에 오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했기에 설명집을 읽을 시간은 충분했다. 시계바늘은 어느새 숫자 6과 12에 다다라 있었다. 이제 접속해 보실까. 후후후. 나는 아스카 설명집을 침대위로 던져 놓고 누나가 아무렇지 않게 현금으로 그것도 3개월 정액권 패키지로 120만원에 산 캡슐 안으로 몸을 맡겼다. 곧 캡슐의 문이 닫혔다. 이번이 두 번째지만 꼭 관속에 들어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좀 그렇군. [가상 속에 또 다른 현실. 아스카. 아스카에 접속하기 위해서 망막과 뇌파를 검사합니다. 망막과 뇌파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두통과 같은 증상이 일어나니 놀라지 마십시오. 만약 접속후 계속 두통을 느끼신다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주십시오. 망막과 뇌파 검사에 들어갑니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캡슐에 전용사용자 설정을 해놓았기에 아이디를 델 필요 없이 바로 접속을 위한 망막과 뇌파 검사에 들어갔다. 머리 위에서 시작된 초록 빛은 나의 머리를 한번 휩쓸고 내려간 이후 다시 시작된 곳으로 되돌아갔다. [망막 검사 완료. 뇌파 검사 완료. 전용 사용자. 호상민님이 확인되었습니다. 아스카에 접속합니다. 즐거운 꿈꾸시기를....] 잠시 눈을 뜨기도 힘든 빛이 비쳐졌고 곧 나는 가상속의 현실. 아스카에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실에서는 해가 져가고 있건만 아스카 속의 내가 있는 여관 창 밖에서는 이제 막 아침이 시작되려하고 있었다. 마치 현실의 해처럼 어둠을 물러서게 하는 해. 정말 컴퓨터로 만들어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해였다. 아침 해가 뜨는 것을 보고는 나는 그대로 여관 아래로 내려가 아침식사를 한 이후 여관을 나섰다. 여관 주인NPC는 나를 매우 껄끄러워 했는데 이는 사령술사의 단점 중 하나 때문이다. 흑마법사, 사령술사, 광전사 같은 기피 직업은 NPC 역시 기피한다고 설정집에서 보았지만 막상 당하고 나니 기분이 나빴다. 여관을 나선 나는 바로 나의 스텟창과 스킬 창을 열어보았다. 어제는 사령술사로 전직한 이후에 끝냈었지 아마. [이름: 한스. Lv:1 EXP:0% 직업: 사령술사. 계층: 평민. 공격력:10 방어력: 11. 회피율:20 명중률:20 마법공격력:120. 인벤토리: 175/510 HP:298 MP:395스테미너 100% 힘(Str):11. 민첩(Agi):10 지혜(Wis):20. 지력(Int):34 체력(Vit):11 손재주(Dex):11 행운(Luk):10 남은 포인트:0] [*영혼축출(靈魂逐出). Skill Lv:1 EXP:0% 시체에서 영혼을 뽑아내어 영혼석을 만들어 낸다. 스킬레벨이 올라갈 수록 높은 레벨의 시체에서 영혼을 뽑아낼 수 있다. (마나소모: 5 다음레벨 필요 스킬포인트:1) *사령안(死靈眼). Skill Lv:1 EXP:0% 죽은 영혼을 볼 수 있게 해주고 밤을 낮처럼 선명하게 볼수 있게 해주는 사령술사만의 패시브 스킬이다. 스킬레벨이 오르면 살아있는 사람의 영혼과 영혼의 색까지 구별할 수 있다. (마나소모:0 다음레벨 필요 스킬포인트:1 *망령생성(亡靈生成), Skill Lv:1 EXP:0% 영혼축출로 만들어낸 영혼석으로 망령을 만들어낸다. 망령을 매개체로 마법을 시전하거나 망령을 직접적으로 이용하여 공격에 이용할 수 있다. 스킬 레벨이 올라갈수록 고레벨의 영혼석으로 고레벨의 망령을 만들어 낼 수있다. (마나소모:10 다음레벨 필요 스킬포인트:1) *레이지 스켈레톤(Raise Skeleton). Skill Lv:1 EXP:0% 시체를 매개체로 하여 스켈레톤을 소환한다. 스킬 레벨 1단위로 스켈레톤 1구를 더 소환할수 있다. 소환되어 있는 동안 소모되는 마나는 없다. 지속시간 또한 없고 소멸될 때까지 소환되어 있는다. (마나소모:20. 다음레벨 필요 스킬포인트:1) *스켈레톤 마스터리(Skeieton Mastery) Skill Lv:1 EXP:0% 스켈레톤의 공격력, 방어력, 움직임, 내구력을 강화시키는 패시브 스킬이자 액티브 스킬이다. 부가 스킬인 관찰과 보수가 있고 이 두가지 부가 스킬을 통해서 스켈레톤 마스터리를 올릴 수 있다. 스켈레톤 마스터리의 스킬레벨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부가스킬 관찰과 보수 또한 효과가 상승한다. -관찰(觀察) 마나소모:1 스켈레톤을 자세히 살피어 스켈레톤을 좀더 파악하고 수리가 필요한 곳을 찾을 수 있다. -수리(修理) 마나소모:5 관찰을 통해서 발견된 스켈레톤의 고쳐야 할 곳을 수리한다. 수리를 시전하기 위해서는 뼈가 필요하다. (다음레벨 필요 스킬 포인트:1) *본 아머(Bone Armor). Skill Lv:1 EXP:0% 뼈를 매개체로 하여 시전자를 보호하는 뼈 방어막을 소환하여 방어한다. 내구력이 존재하고 있어 지속시간이 지나지 않아도 내구력이 소모되면 소멸한다. (뼈방어막의 내구력:50. 지속시간 5분 마나소모:35 다음레벨 필요 스킬포인트:1) *티스(teeth). Skill Lv:1 EXP:0% 이빨 미사일을 날려 공격한다. 데미지는 그리 강하지 않아 초반 이외에는 사용되지 않는다. (공격력: 15 마나소모: 4 다음레벨 필요 스킬포인트:1) *커스 엠플리파이 데미지(Amplify Damage) Skill Lv:1 EXP:0% 저주. 엠플리파이 데미지에 걸린 피시전자는 지속시간 동안 물리데미지를 더 받는다. 스킬레벨에 따라 더욱 많은 물리데미지를 줄 수있다. (물리데미지 상승:10% 지속시간: 30초. 마나소모:25 다음레벨 필요 스킬포인트:1) 남은 스킬 포인트:13] 내 캐릭터 이름은 한스. 매우 평범한 이름이다. 처음에는 아주 멋진 이름으로 하려고 했지만 웬만한 멋진 이름들은 이미 만든 사람이 있었기에 그냥 평범한 이름으로 했는데 단번에 만들어져 정해진 이름이었다. 뭐 상관없다. 꼭 게임에서 캐릭터의 이름을 쓰라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현재 나의 장비들은 어제 막 사령술사로 전직한 이후 끝냈기에 현재 내가 장착하고 있는 로브를 제외하고 모두 초보자 때 사용하던 아이템들이다. 물론 지금도 초보지만 말이다. 사실 어제 아이템을 맞출 수 있는 있었지만 누나가 직접 준비해 준다고 했고 이제 막 게임을 시작했으니 부모님 시선을 생각해서 일찍 로그 아웃을 하라고 해서 그날은 전직만하고 끝냈다. 누나의 말대로 로그 아웃을 하고 책상에 앉은 지 얼마 안 되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방문을 두드리셨고 내가 책상에 앉아 있자 웃어 보이시며 나가셨다. 만약 누나의 말을 따르지 않고 계속 캡슐에 누워있었다면 미운털이 팍팍 박혔을 것이다. 경순이와 성민이 말에 의하면 누나는 대륙에서 제일 레벨이 높고 제일 유명한 10인 중 한명이다. 그런 누나가 직접아이템을 준비해준다고 하니 조금 기대가 되었다. 누나가 과연 어떤 아이템을 준비해 줄까. 정말 기대되는데. 한번 귓말이라고 해볼까. [한스: 누나 있어?] [현재 카류시안님은 아스카에 접속하지 않은 상태이십니다.] 누나는 현재 접속하지 않은 상태라는 글이 올라왔다. 음. 내가 조금 빨리 들어왔나. 뭐 나중에 누나한테서 귓말이 오겠지. 누나가 올 때까지 어제 못했던 사냥이나 해봐야지. 후후후. 나는 어제 사령술사로 전직을 하기 위해서 사냥을 했던 초보자 사냥터로 향했다. 초보자 사냥터는 현재 내가 있는 반트리 영지의 서문을 나가면 시작되는 사냥터인데 나오는 몬스터 아니 동물은 토끼,다람쥐, 산토끼, 산다람쥐, 병든 여우와 늑대, 암사슴, 숫사슴 등이 나왔다. 초보자 사냥터에서 나오는 동물들은 나보다 조금 레벨이 높거나 매우 낮은 녀석들이었기에 충분히 혼자서 사냥 가능했다. 초보자 사냥터에 도착한 나는 주위에 아침부터 열심히 토끼와 다람뒤를 쥐어패고 있는 초보자 유저들을 볼 수 있었다. 후후후. 나도 어제만 해도 저랬지. 후후후. 그럼 사령술사 한스로서 첫발을 내딛어 볼까! 히익! 시,시체!? 우욱!? 사령술사 한스로서 첫발을 내딛기 위해서, 스켈레톤을 소환하려고 사령술사로 전직할 때 받은 초보자용 망령의 로브에서 건장한 남자의 시체를 꺼내자 가만히 서있던 나를 잠시나마 주목하고 있던 초보자 유저들은 매우 당황스러워했다. 사령술사가 소환하는 스켈리톤이나 좀비의 경우에는 시체라는 매개체가 필요한데 사령술사는 로브 안에 시체를 넣고 다닐 수 있다. 처음에는 나도 조금 꺼림직 했지만 금방 적응이 되어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시체를 꺼내고 넣을 수있었다. 내가 지금 착용하고 있는 초보자용 망령의 로브에는 건장한 남성 시체를 5구까지 넣고 다닐 수 있는 옵션 외에는 평범한 로브였다. 나는 사령술사 길드에서 5실버나 주고 산 남성의 시체를 땅에 내려 놓고는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산자를 향한 원한과 분노가 남은 자여! 나! 그대에게 육신을 주리니 나의 명에 따라 행동하리라! 레이지 스켈레톤(Raise Skeleton)!” 부르르르! 끼릭! 끼릭! 주문이 완성되고 시전어를 외우자 내 앞에 놓여져 있는 남성의 시체는 부르르르 떨기 시작했고 곧 온몸의 살점들이 떨어져 나가며 새하얀 해골. 스켈레톤의 모습을 들어냈고 몸을 일으켰다. 우와! 신기한데! 난 내 눈앞에 선 스켈레톤을 잠시 살펴보았다. 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디고 몽둥이라고 하기에는 날이 조금 있는 몸체와 똑같은 뼈로 된 무기를 든 스켈레톤은 키가 170cm인 내 키보다 컸다. 어디한번 사냥시켜 볼까. 나는 마침 내 앞을 알짱거리는 토끼를 잡도록 스켈레톤에게 명령했다. 끼릭! 끼릭! 퍽! 역시 퍽이란 소리가 나는 구나. 스켈레톤이 무딘 검을 휘두르자 토끼는 단번에 목숨을 잃었다. 어자피 토끼는 레벨 1의 유저가 맨손으로 5방만 치면 죽는 동물이니 별로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내 예상보다는 꽤 공격력이 강했다. 한방에 죽다니. 나도 단검으로 2방 정도는 찔어야 죽는데. 자! 그럼 사냥을 시작해 볼까! 나는 내가 처음 소환해낸 스켈레톤 1호와 함께 열심히 사냥을 했다. 사냥 도중 티스도 써보고 엠플리파이 데미지도 써보았는데 티스는 설명 그대로 새하얀 이빨이 날아가는데 토끼 한 마리도 세방은 맞아야 죽었다. 엠플리파이 데미지란 저주는 스킬레벨이 오르면 꽤 쓸만할 것 같아서 열심히 사용했다. 아직 스킬 레벨이 1이라 그런지 5번 정도 사용하고 나니 바로 스킬 레벨이 올랐고 다시 8번 정도 사용하고 나니 또 올랐다. 스킬 레벨이 금방금방 올라가니 기분도 좋았고 토끼들도 반항하지 않고 조용히 죽어주니 더욱 기분이 좋았다. 토끼를 한참동안 사냥하던 나는 잠시 사냥을 멈추고 스킬 레이지 스켈리톤을 올리는 데 주력했다. 소환해 놓은 스켈레톤 1호의 소환을 캔슬하고 다시 소환하고 이를 3번 정도 반복하자 바로 스킬 레벨 업을 했고 이어서 나는 초보자용 망령의 로브에서 시체 한 구를 더 꺼내어 스켈레톤 2호를 소환했다. 이후 스켈리톤 1,2호의 소환을 캔슬하고 다시 소환하고를 다시 반복했는데 두 번째 스킬 레벨 업은 딱 2번을 반복하자 바로 할 수 있었다. 아마도 한번에 두구의 스켈레톤을 소환하여서 그런 모양이었다. 이어서 스켈레톤 3호를 소환했고 이를 한번 더 반복하자 마나가 모자라서 스켈레톤 1,2호만 일어섰고 3호는 그대로 무너진 상태였다. 스킬 창을 열어 확인 했을 때 스킬 레벨 4가 되려면 불과 1%를 남기고 있었기에 스켈레톤 3호를 소환할 마나가 채워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마나가 되자 바로 3호를 소환했고 바로 스킬 레벨 4가 될 수 있었다. 마나가 0이 되고 그와 반대로 소모되었던 스테미나는 다시 100%가 되었다. 나는 한구에서 세구로 늘어난 스켈리톤 1,2,3호를 데리고 다시 사냥을 시작했다. 역시 둘이서 사냥하던 것이 4명 아니 1명과 3구와 함께 사냥하니 더욱 많은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토끼 대 학살전이 시작 된 것이다. 인벤토리에 토끼 가죽과 토끼 고기가 가득 찬 이후 나는 더 이상 토끼 가죽과 고기를 줍지 않았다. 아깝긴 하지만 별로 비싼 것도 아니었기에 그냥 버리둔 것이다. 마나가 다 차면 다시 스켈레톤의 소환을 캔슬하고 다시 소환하기를 반복했고 어느새 내 근처에서는 5구의 스켈레톤들이 나와 함께 토끼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토끼를 학살한 덕분에 내 레벨은 어느새 3이 되어 있었고 스켈레톤의 소환 캔슬과 소환을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레이지 스켈레톤의 스킬레벨은 12나 되어 있었다. 만약 시체만 더 가지고 다닐 수 있다면 더욱 빠른 사냥을 할 수 있을 텐데. 초보자용 망령의 로브에 넣어 놓을 수 있는 시체가 5구뿐이라는 점이 너무도 아쉬웠다. 마나가 가득 찬 이후 한번에 5구를 소환하자 3번 정도 반복하자 마나가 거의 남지 않았기에 그때는 스켈레톤 마스터리에 부가 스킬은 관찰을 사용하여 스켈레톤1,2,3,4,5호를 관찰하여 스켈레톤 마스터리를 올리는데 주력했다. [카류시안: 상민이 있니? 한스:아! 누나 왔구나. 카류시안:있구나. 미안해.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게 조금 길어져서 늦었어. 지금 어디 있니? 한스:서문 초보자 사냥터에서 사냥하고 있어. 누나는 지금 어디있어? 내가 그리로 갈게. 카류시안:아니 그냥 거기서 계속 사냥하고 있어. 누나가 찾아 갈테니까. 한스:응. 그럼 사냥하면서 기다릴 게. 빨리 와. 카류시안:응.] 누나가 접속해서 바로 나에게 귓말을 보냈고 내가 있는 초보자 사냥터로 온다고 했다. 그리고보니 경순이랑 약속했는데 누나를 소개시켜 준다고. 경순이 캐릭터 이름이 뭐였더라. 음. 크,크, 맞다! 크리언트였지. 귓말을 보내볼까. [한스:헤이. 경순씨 계세요? 크리언트: 상민이냐? 임마! 이제야 귓말하면 어떻게 해!? 한스:미안. 미안. 사냥하느냐고 잊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지금 반트리 영지에 있으면 서쪽 초보자 사냥터로 와라. 누나도 이리로 온다고 했으니까, 크리언트: 오오오! 바로 가마!] “상민아. 누나 왔어.” “아! 누나 왔어.” 내가 경순이 녀석에게 귓말을 하는 사이 누나는 어느새 내 뒤에 서 있었다. 키 177cm, 몸무게 모름, 쓰리사이즈 들어갈 곳은 들어갔고 나올 곳은 나왔음. 성격 차분하고 남을 배려하는 성격으로 말그대로 천사표. 현실에서는 겨우 날개 뼈까지 밖에 내려오는 장발이지만 게임에서는 무려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머리카락을 보유하고 있는 미인. 이사람이 바로 나의 누님. 호미연이었다. 누나는 머리색과 마찬가지로 검은색 일색으로 된 장비를 장착하고 있었다. 흠. 아무리 살펴봐도 누나가 아스카에서 제일 강한 10명중 상위 3명에 손꼽히는 사람으로는 안보이는데. 으음. “사,상민아. 누나 얼굴에 뭐 묻었니?” “아니 깨끗해.” “그런데 왜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야?” “음. 누나도 경순이 알지. 그밖에 항상 뭉쳐 다니는 4명도 알테고, 어제 내가 아스카 한다는 것을 경순이에게 말했거든. 경순이와 아스카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누나에 대해서 들었는데 정말로 누나가 그 대륙 10성인가 뭔가에서 무성이야?” “아!” 누나는 나의 질문에 놀라워했다. 음. 사실인 모양이네. 누나는 얼굴을 붉히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게 아스카를 하다보니 어느 사이에 그렇게 됐지 뭐니.” “음. 그렇구나. 누나 정말 대단해. 참 누나. 누나가 카류시안이라는 것을 경순이에게 말하니까 만나보고 싶다고 했는데 만나 줄 거지?” “물론이지. 네 친구잖아.” “고마워. 누나.” “상민아!!!” “아! 경순이! 여기다!” 누나의 허락을 받은 이후 달려오면서 나의 이름을 부르는 이를 발견할 수 있었고 현실에서의 외모와는 조금 틀리지만 경순이라는 것은 안 나는 손을 흔들었다. 나를 발견한 경순이는 그대로 나를 향해서 달려왔다. 그런데 경순이를 뒤따르는 이들이 있었다. 경순이를 뒤따라 오는 이들은 3명이었는데 나는 곧 그들이 누군지 알 수있었다. 나의 절친한 친구. 성민,세호,민수. 바로 이 세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를 향해서 뛰어 오던 녀석들이 나의 옆에 서 있는 이. 나의 누님을 발견하고 서는 점점 속도를 줄이고는 로브와 갑옷을 다듬기 시작했다. 하.하.하. 녀석들. “사,상민아. 이,이분이...” “그래. 이쪽이 호미연. 아스카 내에서는 카류시안이라는 이름을 쓰는 내 친누나야. 너희들도 어쩌다 몇 번 봤을 거야.” “안녕하세요. 여기 상민이의 누나인 미연. 아스카내에서는 카류시안이란 이름을 쓰는 유저입니다. 우리 상민이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아,안녕하십니까! 저는 상민이의 베스트 프렌드 박경순이라고 합니다! 아스카에서는 크리언트라는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저는 이성민이라고 합니다! 무인이란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저는 김세호라고 하고요 케이발트라는 이름을 씁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민수라고 합니다. 아스카에서는 성수라는 이름을 쓰고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녀석들은 누나에게 자신들으 소개를 했다. 상당히 긴장한 모양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매우 정중하게 자신들을 소개했다. 누나도 이미 몇 번 본적 있는 녀석들이었기에 이런 태도를 보이는 녀석들이 조금 웃긴지 웃어보였기 이에 녀석들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하긴 내가 봐도 우리 누나는 미인이니까. “누나. 누나가 지난번에 아이템 준비해 준다고 했었잖아. 가져왔어?” “물론 가져왔지. 자 이거 받아.” “저,저것은!?” “커억!? “과,과연 카류시안님! 저것을 아무렇지 않게 주시다니!?” 누나가 나에게 준 것은 등에 메는 가방이었다. 그리 크지도 않았고 겉으로 보기에도 특별한 것 하나 없는 가방이었는데 녀석들은 매우 놀라워했다. 이게 무슨 가방이길레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누나. 이 가방은 뭐야?” “지금부터 설명해 줄게. 이 가방은 무한의 가방이라는 아이템으로 대륙에서 그런데로 귀한 아이템이야.” “하.하.하. 그런데로레. 그런데로.” “허.허.허.” “부,부러운 자식!?” “흠흠. 조용히 하자. 카류시안님이 민망해 하시잖아.” “민망하긴요. 아니에요.” “누나. 저녀석들은 상관하지 말고 설명 계속 해 봐.” “알았어. 이 무한의 가방은 어떤 옵션을 가지고 있냐 하면, 우선 한번 주인으로 인식하게되면 주인 이외의 사람은 절대로 가방안의 물건을 꺼내지 못해. 지금 내가 준 무한의 가방은 주인이 인식되어 있지 않은 가방이야. 우선 주인 인식부터 하자.” “주인 인식은 어떻게 시켜?” “그 일은 아주 간단해. 여기 스켈레톤을 소환할 때 소모한 마나 있지. 그 마나를 가방에 주입하면 되.” “그렇구나. 어디.” 나는 누나의 말대로 가방에 스켈레톤에 소환할 때 소모했던 마나란 것을 주입했다. 나의 의도대로 마나는 가방에 스며들었고 곧 나의 귀로 한가지 음성이 들려왔다. [무한의 가방이 한스님을 주인으로 인식하였습니다. 이후 가방안의 물건은 한스님만이 넣고 꺼내실 수 있습니다.] “오오! 이거 정말 신기한데.” “신기한 것 그것 뿐만이 아니야. 무한의 가방에는 최고 1000가지 아이템을 넣을 수 있는데. 그 1000가지 물건의 한해서 개수와 상관없이 계속 넣을 수 있고 무게는 전혀 늘지 않아. 예를 들어 무한의 가방에 힐링 포션을 넣는다 치면 힐링 포션이 1000가지 물건 중 한가지 물건이 되고 이후 천개를 넣든, 만개를 넣든 집어 넣을 수 있어.” “오오오! 이거 정말 대단한 거네! 너희들이 부러워하는 이유를 알겠는데. 후후후.” “으으으! 속쓰려.” “나중에 학교에서 보자.” “음메! 속쓰린그.” 내가 누나의 설명을 통해서 무한의 가방의 가치를 알게 되어 녀석들을 향해서 득의의 미소를 지어보이자 녀석들은 매우 속 쓰려했다. 크크크. 배가 좀 아플 거다. 이후 끝난 줄 알았던 누나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네게 준 무한의 가방에는 누나가 어제 구한 사령술사 아이템과 스킬북으로 가득 채워 놓았어. 네가 어제 끝까지 사령술사로 한다고 해서 후반에도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넣었어. 그리고 무한의 가방 안에 무한의 돈주머니도 넣었고 돈주머니에 어느 정도 넣어 놓았으니까 나중에 확인해. 그 외에 힐링포션이랑 마나포션은 종류별로 충분히 넣었으니까 아끼지 말고 쓰고. 나중에 다 쓰게 되거나 구할 것 있으면 누나한테 편지 보내. 귓말 보내지 말고.” “응. 알았어. 누나.” 누나가 말한 편지란 말그대로 편지다. 귓말과 다르게 우체국에 들려 직접 종이에 써서 보내는 것으로 발신자와 수신자가 친구등록이 되어 있거나 혈연등록이 되어 있으면 캐릭터 이름만 가지고 서로 편지와 소포를 주고받을 수 있다. 정말 기대가 되었다. 누나가 어떤 아이템을 준비해주었을지 말이다. 아스카에서는 대부분 레벨 200이면 장착하지 못하는 아이템은 없다고 설명집에서 읽었다. 그 레벨 200도 전사, 검사,무투가등의 직접전투계열이고 마법사,정령사,흑마법사등의 매직컬 클래스는 레벨 1에도 못차는 아이템은 없다고 되어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아스카에서는 아이템 장착에 조건은 아주 완화되어 있어서 그저 직업만 가지게 되면 레벨이 1이라도 앞서 말했던 대로 못차는 아이템은 없다고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누나 앞에서 노골적으로 아이템을 꺼내어 확인할 수 없었기에 당장이라도 아이템을 꺼내어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잠시 후 누나는 앞에 한가지 창을 띄우고 무엇인가 찾는 듯하더니 곧 찾은 듯 창을 닫고 나의 친구. 경순이와 성민, 세호와 민수를 향해서 돌아섰다. “앞으로도 저희 상민이를 잘 부탁드린다는 뜻으로 이것을 드릴 게요. 앞으로도 저희 상민이 잘 부탁합니다.” “이,이것은!? “무한의 주머니!?” “커억!?” “가,감사합니다!” 역시 그낼 보낼 누나가 아니지. 누나가 녀석들에게 내민 것은 내 손바닥 2개 만한 주머니였는데 세호의 탄성에 의하면 무한의 가방과 비슷한 아이템인 모양이었다. 곧 누나의 설명을 들어보니 무한의 주머니는 무한의 가방보다는 적은 수의 아이템. 그러니까 100가지의 아이템을 무한으로 넣을 수 있는 주머니였다. 무한의 가방보다는 흔하다고 했지만 그래도 귀한 것인지 녀석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걸려있었다. “무한의 주머니에 아이템도 하나씩 넣었어요. 나중에 확인해 보세요. 상민아.” “응? 왜 누나?” “누나는 이만 가야겠어. 오늘은 피곤해서 그냥 자려고.” “그래? 알았어. 누나 그럼 나중에 또봐.” “아! 안녕히 가십시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세요.” 누나는 이 말을 남기로 로그 아웃을 하여 사라졌다. 녀석들은 누나가 가자마자 무한의 주머니에서 아이템을 꺼내들었는데 경순이의 아이템은 양손검이었고, 성민이는 두자리의 단검, 세호는 크로스보우, 민수는 스태프였다. “커억!? A급 레어 아이템!?” “나,나도 그래.” “하.하.하. 나도.” “허.허.허. 나도 그렇다네.” A급 레어 아이템. 아스카에서는 아이템은 노멀,매직,레어,유니크,신급 아이템이 존재하고 매직아이템부터 자체적인 등급이 있는데 그 등급은 좋은 순부터 S,A,B,C,D,E,F급으로 나뉜다고 되어 있었다. 그런데 누나가 녀석들에게 선물한 아이템이 레어급에서 S급 다음으로 좋은 A급 레어아이템이라니. 역시 누나는 통이 상당히 크다니까. 누나가 친구녀석들에게 선물한 게 A급 레어면 과연 나는 무슨급 아이템일까. 나는 바로 아이템을 확인하기 위해서 가방인벤토리를 열었다. 인벤토리를 열자 주욱 나열되어있는 아이템의 이름들과 맨 마지막 부분에 표시되어 있는 숫자 197/1000. 아무래도 이 숫자는 무한의 가방에 차지하는 아이템의 개수인 모양이었다. 가방 인벤토리 창에는 분류시스템이 있는지 창 위에 장비라는 글자와 소모성 아이템, 재료 아이템이라는 세가지 글자가 있었고 나는 바로 장비를 선택하였다. 그러자 아까의 빽빽하게 가득한 글자 대신 11개의 아이템의 이름이 떴다. 나는 과연 어떤 아이템일까 하는 심정에 아이템을 일일이 하나씩 확인해 보았다. [로브 오브 데스리치. C급 유니크 아이템.(데스리치 세트) 과거 죽은 자들의 군주. 데스로드를 보좌하던 군사(軍師). 데스리치가 입던 로브. 마법 데미지와 물리데미지를 막아내는 데 탁월하다. 방어력:300. 내구력:1000/1000 내구력 30초당 1씩 회복. 무게:30. 사용조건: 사령술사만이 사용가능하다. 옵션: 착용자에게 귀속된다. 로브 안의 시체 무한보관 가능. 시체가 부패하지 않는다. 로브 안에 시체를 확인 가능하다. *스킬 ‘회수(回收)’ 사용가능. *사령술사의 모든 스킬+Lv/30(마스터 스킬 제외) *MP+순수 전체MP의 (Lv/10)% *HP,MP 회복력+(Lv/20)%] [로드 오브 데스 스펠. B급 유니크 아이템.(데스리치 세트) 과거 죽은 자들의 군주를 보좌하던 군사. 데스리치가 사용하던 목걸이. 죽은 자들의 군주. 데스로드의 힘이 서려있다. 내구력:1000/1000 내구력 30초당 1씩 회복. 무게:20. 사용조건: 사령술사만이 사용가능하다. 옵션: 착용자에게 귀속된다. 사령술사의 모든 스킬을 시전어만으로 사용가능. *착용한 상태에서 스킬 시전시 마나소모 2배. *MP-순수 전체 MP의 (Lv/20)%] [서클릿 오브 데스리치. C급 유니크 아이템.(데스리치 세트) 죽은 자들의 군주. 데스로드를 보좌하던 군사. 데스리치의 서클릿. 죽은 자들의 군주 데스로드의 힘이 서려있다. 방어력:250. 내구력:1500/1500. 1분당 내구력 5회복. 무게:60 사용조건:사령술사만이 사용가능하다. 옵션:착용자에게 귀속된다. *MP,HP+Lv*5 *사령술사의 모든 스킬+Lv/25(마스터 스킬 제외) *능력치+(Lv/15)] [글러브 오브 데스리치. D급 유니크 아이템(데스리치 세트) 죽은 자들의 군주. 데스로드를 보좌하던 군사. 데스리치의 장갑. 죽은 자들의 군주 데스로드의 힘이 서려있다. 공격력:115. 방어력:115. 내구력:800/800. 1분당 내구력 1회복. 무게:25. 사용조건:사령술사만이 사용가능하다. 옵션:착용자에게 귀속된다. *고스트,레이스,미스트, 쉐도우 같은 물리데미지를 입지 않는 몬스터 직접가격 가능. *착용시 소환수를 비롯해 착용자가 몬스터를 죽일시 한 마리당 HP,MP 10회복.] 이후 아이템은 반지와 속옷을 제외하고 모드 데스리치 세트 아이템이었다. 데스리치 세트 아이템을 모두 착용하자 나는 완전히 회색으로 일색이 되어 버렸다. 보기에도 좋지 않고 대단히 음침해 보였지만 데스리치 세트의 힘은 대단했다. 단번의 나의 능력치,MP, HP,MP 회복력등의 각가지 능력을 대폭 상승시켜주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세트아이템이기 때문에 세트아이템 착용 효과가 생겼는데 그 착용효과는 단 하나 뿐이었다. 그 하나의 효과는 데스로드의 힘. 일부를 사용가능하게 해준다고 되어 있었는데 그와 함께 스킬창에 데스로어라는 스킬이 추가되어 있었다. 추가된 스킬 데스로어의 설명을 읽어보았지만 ???만 있을 뿐 설명이 되어 있지 않았다. 거기에 한번 시전할 때마다 마나가 1500소모라고 되어 있었기에 아직 나는 사용도 못하는 스킬이었다. 이후 스텟창을 열어보았지만 아직 레벨이 낮아 데스리치 아이템의 효과를 거의 못받고 있었기에 MP와 HP만 조금 늘었을 뿐 거의 변화가 없었다. 나는 아이템을 모두 착용하기 위해서 가지고 있던 토끼가죽과 고기를 모두 무한의 가방안에 넣어야 했다. 아이템의 장착 방법에는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실제로 옷을 입는 것처럼 장착하는 것이 있었고 다른 하나는 인벤토리 창에 넣고 장비창을 열어 장착하는 것이다. 아이템을 인벤토리 창에 넣고 나서 장착한 이후 나는 스킬북을 익히기로 했다. 스킬북은 소모성 아이템이었기에 가방 인벤토리에서 소모성 아이템을 선택하였다. 그러자 처음에는 여러종류의 힐링 포션과 마나포션이 나열되어 있었고 그 아래부터는 스킬북이 레벨별로 나열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197/1000에서 지금 내가 장착한 아이템과 포션 수를 뺀 나머지가 모드 스킬북으로 채워져 있었다. 생각이상으로 나를 챙겨준 누나에게 난 큰 고마움을 느꼈다. 나는 바로 스킬북을 꺼내어 스킬을 익혔다. 내가 무한의 가방에서 꺼낸 스킬북은 총 7권이었다. 내가 꺼낸 스킬북의 스킬 이름은 각각 레이지 파이어, 아이스, 포이즌 스켈레톤과 명상. 소울 인첸트, 소울 스트라이크, 마나드레인였다. 명상과 마나드레인은 마법사로 5써클까지 마스터한 민수에게 들어보니 매직컬 클래스에게는 필수적인 스킬이라고 한다. 명상은 앉아서 쉬는 동안 사용하면 마나 회복 속도가 상승하는데 스킬 마스터시에 300%까지 상승한다고 한다. 거기에 마나드레인은 소량의 마나로 시전하여 대기중의 마나를 빨아들여 마나를 회복시키는 스킬인데 죽은 시체나 살아 있는 동료에게 시전하여 마나를 빨아들일 수 있는 스킬이기에 매우 좋은 스킬이고 매우 비싼 스킬이라고 했다. 명상과 마나 드레인은 좋은 스킬임에도 불구하고 제한이 없는 스킬이기에 더욱 좋은 스킬이었다. 다음으로 내가 익힌 레이지 파이어, 아이스, 포이즌 스켈레톤은 스킬 이름 그대로 파이어, 아이스, 포이즌 속성을 가진 스켈레톤을 소환하는 스킬이었다. 각각 스킬북의 걸린 제한은 사령술사 레벨 1,2,3이 되어야 배울 수 있는 것이었는데 내 레벨은 마침 딱 3이었기에 배울 수 있었다. 다음으로 소울 인첸트와 소울 스트라이크는 조건이 없는 스킬이었는데 사령술사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영혼축출과 망령생성스킬을 사용하여 영혼석과 망령을 만들어야 쓸 수 있는 스킬이었다. 소울 인첸트는 자신이 소환한 소환물에 영혼을 부여하여 나에게 완전히 귀속시킬 수도 있었고 무기나 방어구에 영혼을 부여하여 살아생전에 가지고 있던 영혼의 능력을 부여하는 보조 스킬이기도 했다. 다음 소울 스트라이크는 망령생성으로 만들어낸 망령을 이용해서 하는 공격마법으로 물질방어력을 무시하는 아주 좋은 스킬이었지만 그 공격력의 위력이 오직 망령의 수준에 의해서 정해진다는 단점을 가진 스킬이었다. 스킬까지 익히자 나는 녀석들을 이끌고 초보자 사냥터 깊숙이 들어갔다. 녀석들이 우리 누나에게 선물을 받은 만큼 부려먹기 위해서 말이다. 녀석들은 두말없이 따라왔다. 누나의 선물의 효과가 좋긴 좋은 모양이다. 우리가 간 곳은 초보자 사냥터 가장 안쪽에 위치한 오크족 마을이 있는 곳이었다. 오크족 마을의 가장 약한 몬스터인 일꾼 오크만 해도 레벨은 25. 나보다 무려 레벨이 23이나 높은 녀석이다. 물론 전직 전의 레벨까지 생각하면 레벨차는 13이지만 그래도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새로 배운 속성을 가진 스켈레톤을 소환하기 위한 매개체는 자체 급조했다. 한마디로 오크시체로 소환했다는 말이다. 오크의 시체로 소환해서 그런지 몸체는 사람 시체로 소환한 스켈레톤 보다 작았지만 탄탄했고 들고 있는 무기는 도끼였다. 물론 날은 엄청 무뎠지만 말이다. 사냥은 순조로웠다. 녀석들에게 몸빵을 시키고 나는 스켈레톤들과 함께 공격만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많은 레벨차이 덕분에 도중 스켈레톤들이 많이 부서지기는 했지만 소환이 캔슬될 정도로 부셔진 것은 아니었기에 관찰과 수리를 통해서 스켈레톤 마스터리를 올릴 수 있었다. 수리에 필요한 뼈는 오크의 시체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 한참동안 녀석들을 도움을 받아 오크들을 잡은 끝에 레벨 34에 오를 수 있었고 도중에 영지로 되돌아가기 싫었던 나는 스킬을 상점이용 게시판을 통해서 배웠다. 오크들의 영혼과 시체는 빼놓지 않고 회수했다. 영혼축출을 통해서 영혼을 축출하며 시체가 사라지었기에 한번 영혼 축출을 하면 한번은 시체를 거두었다. 사냥을 마치고 영지로 되돌아갔을 때는 해가 지고 성문이 점차 닫히고 있었다. 사실 나는 계속 사냥을 하고 싶었지만 그만 돌아가서 한턱 쏜다는 경순이 아니 크리언트의 말에 영지로 되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이제 아스카를 자주해야 하니까 아스카에서 사용하는 이름을 익숙하게 사용해야지. 영지로 돌아온 우리는 우선 식당으로 들어가 식사를 한 이후 오락실이며 노래방, 유저들이 모여서 아이템을 파는 노점상거리등을 한참동안 돌아다녔다. 오락실이나 노래방은 요즘 복고 열풍이 불기에 옛날 게임과 노래들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오락실과 노래방과 같은 편히 시설은 게임 내에서 가지고 있는 돈을 현금화 하여 이용하는 것이라는데 이는 현실에서 즐기는 오락과 노래방 이용 요금과 동일하다고 했다. 하긴 이렇게 하지 않으면 현실의 오락실과 노래방은 모두 문 닫을 테니 이러는 게 좋겠지. 내일 녀석들은 반트리 영지를 떠나기로 했다. 사실 녀석들은 며칠 더 있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되면 나는 좋지만 녀석들은 레벨업을 할 수 없었기에 내가 가라고 했다. 이제 내 레벨도 어느 정도되고 아이템도 끝내주니 충분히 혼자서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여관방에 누워서 자고 있는 녀석들을 잠시 살펴보니 녀석들은 이번에 누나에게 받은 아이템과 무한의 주머니를 손에 꽉 쥐고 자고 있었다. 녀석들. 그렇게 좋은가. 나는 잠시 동안 그런 녀석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가 스텟창과 스킬창을 열었다. [이름: 한스. Lv:34 EXP:7% 직업: 사령술사. 계층: 평민. 공격력:517(10+507) 방어력: 1241(26+1215). 회피율:67(52+15) 명중률:63(52+11) 마법공격력:1435(560+875). 인벤토리: 437/500 HP:2130(700+1430) MP:2444(1040+1404) 스테미너 100% 힘(Str):10+9. 민첩(Agi):10+12 지혜(Wis):60+9. 지력(Int):86+11 체력(Vit):20+11 손재주(Dex):10+9 행운(Luk):10+11 남은포인트:0] [*영혼축출(靈魂逐出). Skill Lv:18+4 EXP:9% (마나소모:15 다음레벨 필요 스킬포인트:3) *사령안(死靈眼). Skill Lv:1+4 EXP:0% (*패시브 스킬* 다음레벨 필요 스킬포인트:1) *망령생성(亡靈生成), Skill Lv:19+4 EXP:78% (마나소모:15 다음레벨 필요 스킬포인트:3) *레이지 스켈레톤(Raise Skeleton). Skill Lv:56+4 EXP:1% (마나소모:40 다음레벨 필요 스킬포인트:3) *스켈레톤 마스터리(Skeieton Mastery) Skill Lv:48+4 EXP:7% -관찰(觀察) 마나소모:1 -수리(修理) 마나소모:5 (다음레벨 필요 스킬 포인트:6) *본 아머(Bone Armor). Skill Lv:51+4 EXP:97% (뼈방어막의 내구력:840 지속시간: 30분 마나소모:65 다음레벨 필요 스킬포인트:5) *티스(teeth). Skill Lv:1+4 EXP:34% (공격력: 35 마나소모: 4 다음레벨 필요 스킬포인트:1) *커스 엠플리파이 데미지(Amplify Damage) Skill Lv:41+4 EXP:2% (물리데미지 상승:55% 지속시간: 6분 마나소모:60 다음레벨 필요 스킬포인트:4) *레이지 파이어 스켈레톤(Raise Fire Skeleton) Skill Lv:37+4 EXP:99% 시체를 매개체로 하여 화염속성을 지닌 스켈레톤을 소환한다. 스킬레벨 1당 한구의 파이어 스켈레톤을 소환한다. (마나소모:50 다음 레벨 필요 스킬포인트:3) *레이지 아이스 스켈레톤(Raise Ice Skeleton) Skill Lv:32+4 EXP:9% 시체를 매개체로 하여 얼음속성을 지닌 스켈레톤을 소환한다. 스킬레벨 1당 한구의 아이스 스켈레톤을 소환한다. (마나소모:50 다음 레벨 필요 스킬포인트:3) *레이지 포이즌 스켈레톤(Raise Poison Skeleton) Skill Lv:34+4 EXP:1% 시체를 매개체로 하여 독속성을 지닌 스켈레톤을 소환한다. 스킬레벨 1당 한구의 포이즌 스켈레톤을 소환한다. (마나소모:50 다음 레벨 필요 스킬포인트:3) *마나 드레인(Mana Drain) Skill Lv:9+4 EXP:81% 일정한 양의 마나를 소모하여 대기중의 마나 또는 생명체의 마나를 흡수하는 조금 잔혹한 스킬이다. 생명체에게 마나드레인을 사용할 경우 죽은 시체에서는 시체에 남아 있는 잔존마나를 흡수하고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시전할 경우 살아있는 생명체의 에너지를 마나로 전환하여 흡수하는 아주 무서운 스킬이다. 마나 드레인을 시전하는 동안 전혀 움직여서는 안되고 생명체 역시 움직여서는 안 된다. (마나소모:90 대기중에 시전시 마나회복:230. 시체에 시전시 마나회복: 시체의 잔존마나. 살아있는 생명체의 시전시 마나회복: HP/9. 시전시 공격받거나 피시전자 움직일 경우 체력의 44%를 데미지로 받는다. 다음레벨 필요 스킬포인트: 12)] *명상(瞑想) Skill Lv:5+4 EXP:99% 명상을 통해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평정을 되찾는다. 마나회복 속도가 상승한다. (마나소모:10 마나 회복속도: 50% 다음 레벨 필요 스킬포인트:5) *소울 인첸트(Soul enchant). Skill Lv:1+4 EXP:0% 영혼을 부여한다. 소환물의 영혼을 부여할 경우 소환물은 시전자에게 귀속된다. 무기와 방어구의 부여할 경우 영혼에 따라 다른 능력을 부여한다. (마나소모:60. 무기 및 방어구 지속시 마나소모 초당:3 소환물 귀속 수:10. 다음레벨 필요 스킬포인트:3) *소울 스트라이크(Soul Strike). Skill Lv:16+4 EXP:9% 영혼석을 통해서 만들어낸 망령을 이용한 공격마법. 망령의 수준에 따라 공격력이 달라진다. 공격에 사용된 망령은 곧 시전자에게 되돌아 온다. 디바인 실드와 같은 신성계열의 방어주문을 타격할 경우 망령의 수준에 따라 소멸하거나 약해져 되돌아 온다. (마나소모: 45. 시전시 공격하는 망령의 수:15 다음레벨 스킬포인트:2 *에미메이트 데드. Skill Lv:22+4 EXP:11% 시체를 매개체로 하여 좀비를 소환한다. 스킬 레벨 2당 한구의 좀비를 소환할 수있다. (마나소모:50. 다음레벨 필요 스킬포인트:1) *레이지 스켈레톤 스피어. Skill Lv:15+4 EXP:97% 시체를 매개체로 하여 창을 쓰는 스켈레톤을 소환한다. 스킬레벨 1당 한구의 스켈레톤 스피어를 소환할 수있다. (마나소모:40. 다음레벨 필요 스킬포인트:1) *레이지 스켈레톤 아쳐. Skill Lv:14+4 EXP:1% 시체를 매개체로 하여 활을 쓰는 스켈레톤을 소환한다. 스킬레벨 1당 한구의 스켈레톤 아쳐를 소환할 수있다. (마나소모:40 다음레벨 필요 스킬포인트:1) *서먼 클레이 골렘. Skill Lv:5+4 EXP:9% 진흙으로 된 클레이 골렘을 소환한다. 스킬레벨이 상승 시 소환되는 골렘의 수는 늘지 않으나 골렘의 공격력과 방어력은 상승한다. (마나소모:65. 다음 레벨 필요 스킬포인트:1) *골렘 마스터리. *레이지 스켈레톤 자이언트. *레이지 좀비 자이언트 *본 스피어 *... *... *... ================ *데스로어. Skill Lv:1+4 EXP:0% 데스리치가 사용하던 아이템이 한데 모여 아이템에 서려 있는 데스로드의 힘으로 인해 사용할 수있게된 데스로드의 권능 중 한 가지. 그 힘은 직접 사용해봐야 만이 알수 있다. (마나소모:1200.) 남은 스킬 포인트:15] 스킬창의 스킬은 이미 오십개가 넘어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레벨업을 해서 얻은 스킬포인트는 스킬북을 통해서 스킬을 익힐 때를 제외하면 사용하지 않고 모아놓았다. 스킬북을 통해서 익힌 스킬은 총 21개. 그중 소환스킬은 7개나 되고 나머지 14개의 스킬은 저주나 망령을 이용한 보조, 공격 스킬들이었다. 물론 그중 사용해 보지 않은 것도 많다. 단번에 엄청난 수의 스켈레톤을 소환하고 캔슬하고는 사냥중에서 계속 반복했기에 레이지 스켈레톤 계열의 스킬들은 다른 스킬들에 비해서 상당히 높았다. 이미 내가 소환할 수 있는 스켈레톤을 비롯해 좀비와 골렘을 포함하면 무려 244구나 된다. 하.하.하. 생각해보니까 엄청나네. 물론 그렇게 강한 녀석들이 아니기는 하지만 244구나 된다는 것은 무시할게 못된다. 이것이 모두 누나가 선물해준 아이템들 덕분이다. 후후후. 현재 나의 HP와 MP를 양만으로 보며 레벨은 100의 유저와 비슷했다. 그만큼 누나가 준 데스리치 세트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이제 겨우 레벨 34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대로 레벨을 올리면 얼마나 강해질지 생각하니 절로 흥이 났다. 후후후. 내일! 내일이 진짜 시작이다!? (2)장 특별한 스켈레톤! 다음날 녀석들은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야 다른 영지로 향하는 마차를 타고 반트리 영지를 떠났다. 영지에서 영지로 이동하는 방법에는 총 3가지가 있는데 영지에서 영지간 운영하는 마차를 타고 떠나는 방법이 한가지. 직접 노숙용 아이템을 챙겨서 노숙을 하면서 영지로 향하는 것이 두 번째 방법이고 마지막으로 마법사 길드에 있는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는 방법은 가장 빨리 다른 영지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워프게이트를 이용하는데 무려 100골드를 필요로 하기에 이용하는 사람들은 엄청 바쁘거나 돈이 넘치는 사람들뿐이었다. 1골드의 현금 가치는 원화로 500원이다. 한마디로 100골드는 무려 현금으로 오만원이나 하는 것이다. 100골드면 C급 매직 아이템을 살수 있는 금액으로 이제 막 아스카를 시작하는 유저가 모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금액이다. 보통 오크를 사냥하다 보면 나오는 금액은 20~30코퍼로. 코퍼는 동화로서 제일 낮은 단위의 화폐다. 코퍼보다 높은 단위의 화폐로는 실버와 골드가 있는데 100코퍼는 1실버가 되고 100실버는 1골드가 된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은 누나가 준 무한의 가방에 든 무한의 돈주머니 덕분에 엄청난 금액을 보유하고 있었다. 무려 2만골드! 2만골드는 현실에서 원화로 무려 천만원! 천만원이나 되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 금액을 확인 했을 때 나는 이런 엄청난 금액을 아무렇지 않게 준 누나를 생각하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만골드를 당장 현금으로 바꿔서 내 비자금 통장에 넣어 놀까 생각도 했지만 하지 않기로 했다. 2만골드나 되는 거금. 지금은 사용하겠지만 나중에 레벨을 높이게 되면 누나에게 돌려주기로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가능할 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녀석들과 헤어진 이후 나는 바로 초보자 사냥터로 향했다. 오늘은 한번 혼자서 오크족 마을의 오크 사냥에 도전하기 위해서 말이다. 나는 토끼가 나오는 초보자 사냥터의 시작점부터 스켈레톤과 좀비, 클레이 골렘을 소환했다. 조금이라고 경험치를 올리기 위해서 나는 주변의 초보자 유저들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언데드를 소환했다. 로브 안에 보관중인 매개체는 무려 120여구에 이르는 시체들이 있었지만 내가 소환할 수 있는 언데드의 수는 총 243구! 우선 120여구의 스켈레톤들을 소환한 이후 나는 스켈레톤과 클레이 골렘과 함께 초보자 사냥터를 휩쓸었다. 100여구가 넘는 소환물을 통해서 나에게 들어오는 경험치는 엄청났다. 소환물을 통해서 소환자에게 들어오는 경험치는 100%의 경험치에서 오직 20%! 겨우 20%라고는 하지만 무려 100구가 넘는 스켈레톤들이 사냥을 하고 있었기에 경험치가 오르는 속도는 엄청났다. 나는 사냥을 할 생각도 하지 않고 키가 3m에 이르는 클레이 골렘의 어깨에 올라 스켈레톤들의 호위를 받으면 초보자 사냥터를 휩쓸며 나아갔다. 초보자 사냥터의 유저들은 갑작스러운 엄청난 수의 스켈레톤의 등장과 스켈레톤에게 사냥감을 빼앗기어 어쩔 줄 몰라 했다. 클레이 골렘의 어깨에 올라와 있는 나를 스크린 샷을 비롯해 동영상을 찍는 이들도 있었고 사냥감을 빼앗기어 나에게 욕을 하는 유저도 있었지만 나는 그런 유저들을 무시하면서 초보자 사냥터의 사냥감을 휩쓸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자피 로브에 의해서 얼굴이 가려졌기에 주변의 유저들의 시선을 상관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오크족 마을로 향하는 도중에 간혹 나의 스켈레톤을 공격하는 유저도 있었는데 유저가 공격하자 스켈레톤은 정당방위로 반격을 했고 주변의 있던 스켈레톤들이 달려들어 그 유저를 공격해 죽이는 사건도 일어났다. 처음에는 어쩔 줄 몰라 했지만 스탯창을 열어 확인해 본 결과 PK로 인정되지 않아 나에게 끼쳐지는 악영향은 없었기에 이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져도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죽은 유저의 시체를 통해서 스켈레톤을 소환하여 스켈레톤 군단의 수를 불려갔다. 그렇게 내가 오크족 마을에 도착하는 동안의 120여구에 스켈레톤 군단은 정확히 159구로 늘어나 있었다. 무려 159구나 되는 스켈레톤의 수를 확인 할 수있었던 것은 스탯창 덕분이었다. 알고 보니 스탯창 오른쪽 상당에 소환수의 숫자가 표기되어 있었고 그것을 통해서 내가 소환해낸 스켈레톤의 수를 알 수 있었다. 클레이 골렘의 어깨위에서 바라본 빨강, 파랑,초록과 하양의 스켈레톤들의 어울려진 모습. 가히 장관이었다. 오크족 마을에 도착했을 때 늘어난 것은 스켈레톤뿐만 아니라 나의 레벨과 나를 뒤따르는 유저들도 늘어나 있었다. 불과 20%씩이라고는 하지만 많은 수의 스켈레톤들이 보내왔기에 오크족 마을에 도착했을 때 나의 레벨은 3이나 오른 37이 되어 있었다. 다음 이어서 말한 나를 뒤따르는 유저가 늘어났다는 말은 말그대로 나의 뒤를 쫓아오는 유저들이 늘어났다는 말이다. 나는 스켈레톤 군단에 둘러 싸인 상태이기에 동물과 몬스터가 떨어트린 돈을 주울 수 없었다. 그리고 어자피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기에 그냥 지나갔는데 이를 줍는 유저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초보자 유저들이었다. 점차 수를 늘려가기 시작한 유저들은 스켈레톤 군단이 지나간 이후 아이템을 회수하기 시작했고 그 수는 현재 100여명에 가까워 진 것 같았다. 하긴 나라고 해도 공짜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이와 같은 행동을 했을 것 이다. 내가 클레이 골렘의 어깨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오크의 영혼으로 만든 망령으로 소울 스트라이크를 시전하거나 저주를 걸고 데스리치의 로브에 부여된 스킬 회수를 통해서 시체를 회수하는 일 뿐이었다. 스킬 회수는 오직 시체만이 회수 가능했다. 만약 이 회수 스킬이 아이템까지 회수가 가능했다면 나는 스켈레톤들이 사냥한 몬스터들로부터 나온 아이템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회수했을 것이다. 쩝. 아쉽구만. 취이익! 취이익! 취익! 도,도망가라! 취이익! 오크족 마을에 스켈레톤 군단과 함께 도착하자 오크들은 덤벼오기보다는 도망가기 바빴다. 역시 대단한 A,I! 오크는 인간보다는 뒤떨어지는 지능을 지녔지만 유사인간으로 분류되는 몬스터였다. 오크들은 덤벼오기 보다는 도망치기 시작했고 나의 스켈레톤 군단은 그런 오크들을 추격해가며 뼈로된 무기를 휘두르고 뼈로 된 활로 뼈로 된 화살을 발사했다. 좀비들은 이빨과 손톱으로 오크를 물어 뜯었고 거대한 스켈레톤 자이언트와 좀비 자이언트는 웬만한 성인 남성의 머리만한 주먹으로 오크들을 깨부셨다.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파파팍! “헉!” 갑자기 손을 들어 나의 앞을 막는 클레이 골렘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겼는데 그 이유는 곧 알수 있었다. 클레이 골렘의 손을 뚫고 보이는 화살촉! 누군가 나를 향해서 화살을 발사했고 그것을 본 클레이 골렘이 소환자인 나를 지키기 위해서 손을 들어 막았던 것이다. 곧 클레이 골렘에 박혀있던 화살은 진흙들에 의해서 내쪽으로 떨어져 내렸고 화살로 인해 뚫렸던 구멍은 진흙으로 메워졌다. 나를 향해서 날아온 화살이 쏘아진 방향을 쳐다보니 그곳에는 오크들이 만든 조잡한 크로스보우를 든 오크들이 있었다. 크로스보우를 든 오크뿐만이 아니었다. 조잡하게 만든 사슬방어구와 방패와 검을 든 오크전사. 동물 가죽으로 중요한 곳만 가린 오크일꾼. 조잡한 활을 들고 있는 오크궁수. 갑옷인지 아니면 철판인지 분간이 안되는 갑옷과 도끼를 든 오크병사! 그밖에 다양한 오크들이 한데 뭉쳐 체계적으로 진형을 짜고 나의 스켈레톤 군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골치 아프게 됐군. 역시 유사인종으로 구분되는 오크답게 스켈레톤 군단을 상대로 도망쳤던 오크들은 한데 뭉쳐 대항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크족 마을에서 사냥한 오크들의 시체를 통해서 소환한 스켈레톤과 좀비의 수는 247구! 3구 더 늘어난 상태이건만 수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나의 스켈레톤 군단이 불리했다. 클레이 골렘의 어깨 위에 올라와 있던 나는 볼수 있었다. 오크들 후방에 있는 3명의 오크들을. 그 오크들은 조잡하게 만든 오크전사들의 장비들과 다르게 유저들이 사용하는 장비들 못지않게 좋아 보이는 장비를 차고 있었고 다른 오크들에 비해서 상당히 몸이 건장하고 커보였고 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큰 존재감을 들어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나의 눈앞에 한 가지 창이 떴고 동시에 귀로는 음성이 들려왔다. *돌발 퀘스트[초보자 사냥터의 오크족 마을 토벌]. 참가자: 초보자 사냥터의 모든 유저. 참가자 판별 조건: 오크족 마을의 오크를 한 마리라도 죽여야 참가자로 인정된다. *성공조건: 초보자 사냥터의 오크족 마을 토벌. 오크족 마을의 모든 오크들을 토벌 해야만 한다.(오크 총수:843마리. 구성: *오크일꾼 Lv25:248마리, 오크병사 Lv28:377마리, 오크궁수 Lv 29: 137마리. 오크 스카우트 Lv48: 55마리. 오크전사Lv 65:23 마리. 오크투사Lv 86:2마리 오크족 마을 촌장 Lv105:1마리) *실패조건: 사망 및 초보자 사냥터 밖으로 도망. *성공할 시 보상.: 레벨 1~30이하의 유저 레벨 5 상승. 레벨 30~50이상의 유저 레벨 2상승. 레벨 50~~의 유저 레벨 1 상승. 활약도 따라 영주성에서 상금 지급. *실패할 시: 초보자 사냥터의 오크족 마을의 크기가 커진다. 후일 오크들이 반트리 영지를 침략. 갑작스러운 돌발 퀘스트. 돌발 퀘스트의 내용창이 뜬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나의 뒤를 따르던 초보자 사냥터의 유저들 눈앞에서 나와 같은 창이 떠 있었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수적으로도 질적으로 불리한 상황. 하지만 퀘스트 성공 시에 보상을 포기하기에는 너무도 아까웠다. 나는 잠시 스켈레톤 군단 뒤에 있는 유저들을 살펴보았다. 그 수는 어느새 또 늘어서 대략 80명 정도는 되어 보였다. 그중 전직한사람은 적었지만 초보자 사냥터의 퍼져있는 유저들이 속속들이 오크족 마을로 모여들고 있었다. 에이! 그래 한번 해보자! 불씨를 당긴 것은 나니까! 불씨를 제압하는 것도 나다! 끼리릭! 끼리릭! 그어어어! 그어어어! 쿵! 쿵! 쿵! 결심을 내린 나는 가만히 서있던 스켈레톤 군단을 오크들에게 진격시켰다. 수로서도, 질로서도 밀리는 상황! 무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나도 생각이 있었기에 싸우기로 한 것이다. 이번 승부의 광건은 오크들의 우두머리들인 투사와 촌장이다. 몬스터들 중에서도 유저처럼 레벨 100이 되면 검사나 전사처럼 소드익스퍼드에 올라 검기를 쓰는데 촌장은 레벨 100이 넘어 검기를 사용했다. 거기에 나머지 오크 투사는 거의 익스퍼드에 다다른 녀석들이었다. 만약 이들이 초반부터 나서서 나를 치려고 한다면 이번 싸움은 지게 될 것이다. 내가 죽게 되면 내가 소환한 소환물들은 모두 사라지니 말이다. 물론 나도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다. 눈뜨고 당할 생각은 없으니 말이다. 이번 싸움은 장기전으로 나가야 한다. 장기전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는 우선 초보자 사냥터의 유저들이 속속들이 오크족 마을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체력 때문이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하지만 아스카란 게임은 너무 리얼한 것 같았다. 엄청난 리얼리티에 불평도 많았지만 이럴 때는 도움이 된다. 내가 엄청난 리얼리티가 이상황에 도움이 된다고 한 이유는 바로 아스카의 리얼리티는 유저뿐만이 아니라 몬스터에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 엄청난 리얼리티 덕분에 몬스터들도 장기전으로 끌고나간다면 지치게 될 것이다. 반면 나의 소환물인 스켈레톤과 좀비는 언데드! 이미 죽은 자들이기에 지치지 않는다. 문제가 된다면 나의 소환물인 스켈레톤과 좀비의 레벨이었다. 스켈레톤과 좀비는 하급 언데드. 앞으로 전투를 벌여야만 하는 오크들중 최고 약한 오크일꾼보다 약한 것이 스켈레톤과 좀비다. 지금까지는 레벨차이가 있지만 수로서 밀어 붙였지만 지금은 수로서도 밀린다. 물론 대책은 있다. 바로 무한 소환과 무한 수리! 나는 현재 종합평가 B급 유니크 세트 아이템 데스리치 세트 덕분에 레벨에 걸맞지 않은 HP와 MP를 보유하고 있었고 회복력 역시 레벨의 걸맞지 않게 높았다. 거기에 데스리치 세트의 옵션 중에는 몬스터를 죽일 때마다 HP와 MP를 회복하는 옵션이 있었다. 그 양은 한 마리당 HP와 MP 30!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파악! 퍼억! 그어어어! 취이이익! 드디어 스켈레톤 군단과 다수의 오크들이 맞부딪혔다. 엄청난 수의 두무리가 부딪혀 피해를 본 것은 나의 스켈레톤 군단이었다. 역시 스켈레톤과 좀비로는 어쩔 수 없나. 나는 재빨리 완드와 망령의 주머니를 든 양손을 치켜들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적의 전진을 막는 어둠! 적의 눈으로부터 빛을 빼앗아라! 블라인드(Blind)! 나의 앞에서 선 저 어리석은 자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엄청난 고통을 선사하라! 엠플리파이 데미지(Amplify Damage)!” 촤아아아앙! 취익? 취익? 꿰이이이익! 나의 손으로 뻗어나간 검은 기운과 붉은 기운은 넓게 뻗어나가 오크들의 몸에 스며들었다. 블라인드와 엠플리파이 데미지는 광역저주마법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블라인드에 의해서 시아를 빼앗기고 엠플리파이 데미지로 인해서 더욱 큰 데미지를 입게 된 오크들의 전진은 멈추어졌다. 원래 블라인드와 엠플리파이 데미지를 시전할 때 목걸이의 옵션 덕분에 주문을 외우지 않아도 되었지만 주문을 외워 시전하게 되면 스킬의 위력이 1.5배 상승하기에 주문을 외웠는데 그 덕을 톡톡히 볼 수 있었다. 블라인드와 엠플리파이 데미지를 시전하는 사이 꽤 많은 수의 스켈레톤과 좀비들이 부서지고 쓰러져 있긴 했지만 언데드 답게 몸이 부서지고 박살나도 스켈레톤과 좀비들은 끝까지 오크들에게 달려들었다. 이에 쓰러진 오크들의 수도 꽤 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오크들이 남아 있었다. 나는 들어올린 팔을 내리지 않고 계속해서 스킬을 시전했다. “수리! 일어나라! 죽은 자들이여! 그대의 이빨과 손톱으로 산자들의 목숨을 끊어라! 일어나라! 망자들이여! 에니메이트 데드! 산자를 향한 원한과 분노가 남은 자여! 나! 그대에게 육신을 주리니 나의 명에 따라 행동하리라! 레이지 스켈레톤! 산자를 향한 원한과 분노가 남은 자여! 나! 그대들에게 타오르는 육신을 주리니 나의 명에 따라 행동하리라! 레이지 파이어 스켈레톤! 산자를 향한 원한과 분노가 남은 자여! 나! 그대들에게 그대들의 한과 같은 차가운 육신을 주리니 나의 명에 따라 행동하리라! 레이지 아이스 스켈레톤! 산자를 향한 원한과 분노가 남은 자여! 나! 그대들에게 그대들의 분노가 담긴 육신을 주리니 나의 명에 따라 행동하리라! 레이지 포이즌 스켈레톤!” 수리는 주문이 없었기에 그대로 시전어만을 외쳐 사용했고 에니메이트 데드와 레이지 스켈레톤, 파이어, 아이스, 포이즌 스켈레톤은 주문을 외워 사용했다. 소환주문의 경우 위력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소환물의 소환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주문을 외워 사용한 것이다. 마나가 빠르게 소모되는 것을 느끼긴 했지만 얼마가지 않아 마나는 빠르게 차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시전한 수리로 인해서 완전히 제모습을 찾은 스켈레톤들이 일어나 오크들에게 달려들었고 부서져 수리조차 불가능한 스켈레톤들과 좀비대신 죽은 오크들의 시체를 통해서 소환된 스켈레톤들과 오크들이 다시 오크들을 향해서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파파팍! 신변 보호용으로 나의 앞에 세워두었던 클레이 골렘은 저 멀리 나를 향해서 쏘아져 오는 화살을 잘 막아내고 있었다. 나는 나의 안전을 기하기 위해서 본 아머와 스피릿 실드를 시전했다. 스피릿 실드는 누나가 준 스킬 북으로 익힌 스킬인데 망령생성을 통해서 만들어낸 망령으로 실드는 치는 것으로 망령으로 친 실드답게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강하게 공격받는 곳에는 망령이 몰려 더욱 단단하게 방어하는 유동적인 실드였다. 단점이라는 소울 스트라이크처럼 실드의 방어력 수준이 망령의 수준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현재 망령 중 최고 수준 높은 녀석은 오크전사! 그렇기에 간혹 클레이 골렘이 막아내지 못한 오크 스카우트 정도의 화살정도는 쉽게 막아낼 수 있었다. 퐁! 어느새 마나가 20%아래도 떨어졌는지 데스리치 세트인 벨트. 데스리치의 탐욕의 벨트에 내재 스킬인 오토포션에 의해서 벨트에 담겨져 있는 마나포션의 뚜껑이 열리며 더욱 빠른 속도로 마나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나의 스켈레톤 군단과 오크들과의 전투가 팽팽하게 이어지자 그저 뒤에 서있기만 하던 초보자 사냥터의 유저들도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아직 직업도 가지지 못한 초보자 유저였지만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그런 유저들을 신경쓰기 위해서 주변 스켈레톤과 좀비에게 초보자 유저들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는 전투를 벌였다. 싸움은 나의 계획대로 장기전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점차 늘어가는 유저들! 뒤늦게 오크족 마을에 온 유저들은 직업을 가진 유저들이었고 점차 전투는 유저연합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취익! 취익! 합류하라! 취익! 싸우자! 취익! 나는 이때 한가지를 잊고 있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바로 리젠! 몬스터는 리젠이 된 다는 것을 말이다! 오크들과 전투를 벌이는 도중에 갑자기 나타난 오크들은 스켈레톤 군단과 오크들의 전투에 끼어들었다. 크윽! 내가 그 중요한 걸 잊다니! 다행히도 한번에 많은 수의 오크들이 리젠되는 것은 아닌 듯 합류한 오크들의 숫자는 40여마리 정도 되었다. 거기에 리젠 간격도 꽤 긴 것 같았다. 승리 조건에서는 분명 오크족 마을을 토벌해야 한다고 했어. 그렇다면 오크들을 모두 죽이면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인가?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오크들과 스켈레톤 군단의 전투도 계속 됐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지쳐가는 것은 오크들만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전투를 벌이던 유저들도 지쳐갔다. 계속 리젠되는 오크들. 전투는 유저연합쪽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초보자 유저들의 레벨이 올라가고 있었고 직업을 가지지 못했던 유저들도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레벨이 되자 상인게시판을 이용하여 직업을 가졌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오크들 쪽에서는 수뇌부인 오크투사와 오크족 마을 촌장. 그리고 오크전사들은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수가 불과 26마리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여기 있는 유저 그누구보다 강했다. 물론 나도 오크들과 스켈레톤 군단의 접전하는 도중에 레벨 업을 했다. 그래서 현재 레벨은 40! 능력치는 분배하지 않은 상태였다. 방심하고 있다가는 당하는 쪽은 우리 쪽이 될 것이다. 그러니 하시도 마음을 놓고 있을 수 없었다. 나는 레벨 40이 되자마자 바로 무한의 가방의 인벤토리를 열어 스킬북을 살펴보았다. 역시 잘못 본 게 아니었어. 레벨 40에 익힐 수 있는 스킬북 두권. 이 두권의 스킬에 의해서 이번 승패가 좌지우지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성공하면 승리. 실패하면 죽음! 둘 중 하나다! 나는 두권의 스킬북을 꺼내어 익혔다. 그리고 숨을 가다듬은 후 승부수를 걸기로 했다. 나는 스켈레톤과 좀비들을 컨트롤 하여 좀비와 좀비자이언트는 중간으로 물러나게 했고 스켈레톤들을 전면에 앞세웠다. 가장 앞에선 스켈레톤은 돌진력이 가장 좋은 스켈레톤 스피어와 자이언트를 앞세웠다. 오크들과 전투한 시간은 약 1시간. 1시간 동안 나의 스킬들도 레벨업을 하여 스켈레톤의 수만으로도 전의 좀비와 좀비자이언트를 합한 수. 244구에 가까웠다. 좀비와 좀비자이언트의 수는 36구! 좀비의 숫자가 23구였고 좀비 자이언트가 13구였다. 후~우. 제발 성공해야 할 텐데. 끼리릭! 끼리릭! 끼리릭! 끼리릭! 쿵!쿵!쿵!쿵! “커스! 패럴라이즈! 슬로우! 블라인드! 소울 스트라이크!!!” 퍼퍼퍽! 퍼억! 꿰에엑! 취이이익! 오크들은 갑자기 돌진하는 스켈레톤 군단의 행동에 당황했고 이어서 내가 시전한 패럴라이즈와 슬로우, 블라이드. 이 세 저주에 당해 스켈레톤 군단에게 맥없이 길을 내주었다. 거대한 스켈레톤 자이언트가 거대한 팔을 휘두르며 길을 내고 그 뒤를 따라 스켈레톤들이 좀비들을 보호하며 오크들의 뚫고 지나갔다. 스켈레톤 아쳐는 화살을 쏘아보내는 오크궁수와 오크스카우트에게 똑같이 화살을 날렸고 나는 소울 스트라이크를 시전하여 오크궁수와 오크스카우트의 무기. 활과 크로스 보우를 노렸다. 소울 스트라이크에 의해서 쏘아진 오크전사의 망령들은 나의 의지에 따라 활과 크로스보우를 공격했고 오크들의 손에 의해서 조잡하게 만들어진 활은 쉽게 부서져나갔다. 크로스보우는 완전히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로 부서졌다. 소울 스트라이크는 망령이 공격하는 것이기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검기를 쏘아지는 망령을 공격하거나 마법으로 막는 방법뿐이었지만 이곳에서 검기를 다룰 수 있는 것은 오크족 마을 촌장밖에 없었다. 난 계속해서 소울 스트라이크를 시전하여 스켈레톤 자이언트의 앞을 막아서는 오크의 머리를 공격했다. 현재 나와 스켈레톤 군단은 오크들 진영의 정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었다. 만약 이대로 조금이라도 돌진속도가 줄고 멈추게 된다면 나는 이대로 오크들에 둘러싸여 죽게 될게 뻔했기에 나는 필사적으로 길을 뚫으려고 노력했다. 저 멀리 뒤에서는 오크 진영의 돌진한 스켈레톤 군단 때문에 직접적으로 전투를 벌이게 된 유저들이 오크들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크들의 비명소리도 많이 들려왔지만 간간이 유저들의 비명소리도 들려왔다. 나 때문에 벌어진 싸움이기에 미안하기는 했지만 나는 그대로 오크 진영을 뚫고 앞으로 나아갔다. 거의 끝에 다다랐을 때! 드디어 가만히 있던 오크전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레벨이 높은 오크투사와 오크촌장은 전투를 벌일 생각도 없는지 오히려 뒤로 물러났다. 제길! 어쩔 수 없지! 퍼억! 오크전사들의 검에 의해서 스켈레톤 자이언트는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그 거대한 뼈에 금이 갔다. 단 23마리에 불과한 오크전사들이었지만 오크전사들은 그 많은 스켈레톤들을 밀어붙이고 있었고 점차 나를 향해서 다가오기 시작했다. 와! 조금 더! 조금 더 안으로 들어와! 스켈레톤들을 박살내면서 점차 다가오는 오크전사들을 보며 나는 양손에 들린 완드와 망령의 주머니를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꽉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크전사들이 중앙에 나를 호위하고 있는 동시에 스켈레톤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좀비와 좀비 자이언트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좋아! 시작한다! “수리!! 레이지 스켈레톤! 레이지 파이어! 아이스! 포이즌! 스켈레톤! 레이지 스켈레톤 자이언트! 블라인드! 패럴라이즈! 엠크리파이 데미지! 가라! 좀비들이여!” 스켈레톤 군단의 진영의 깊숙하게 들어온 오크전사들! 나는 이것을 노렸다. 오크전사들이 들어온 진영 안에는 오크들로 시체로 넘쳐났기에 스켈레톤들을 소환하는데는 무리가 없었다. 물론 파이어 스켈레톤과 아이스 스켈레톤, 포이즌 스켈레톤은 앞의 단어만 붙여서 한번에 소환될지는 조금 걱정되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소환되어 나의 의지에 따라 오크전사들을 몸에 엉겨 붙기 시작했다. 오크전사들의 몸에 엉겨 붙은 것은 스켈레톤들뿐만이 아니었다. 진영의 가운데에 있던 좀비들 역시 오크전사의 몸에 엉겨 붙었다. 오크전사들은 갑자기 소환된 스켈레톤이 자신들의 몸에 엉겨 붙자 뛰어내기 위해서 발버둥 쳤지만 블라인드에 의해서 시아를 차단당하고 패럴라이즈에 의해서 마비가 되었기에 쉽게 스켈레톤들과 좀비들을 뛰어낼 수 없었다. 나는 나의 앞에 클레이 골렘을 세워두고 조용히 시전어만을 외웠다. “콥스 익스프로젼(Corpse Explosion:시체 폭발)!” 콰쾅! 콰쾅! 콰쾅! 꿰이이이익! 취이이이익! 시전어를 외우자 급격히 빠져나가는 마나. 금세 마나는 바닥을 쳤고 그로 인해 탐욕의 벨트의 오토포션이 다시 사용되어 마나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폭발이 멈춘 이후 나는 오크전사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시체가 되어 나뒹굴고 있거나 콥스 익스프로젼에 의해서 엄청난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스켈레톤의 공격을 받아 죽은 오크전사들! 계획은 성공이었다. 아까 레벨 40이 되고 익힌 두가지 스킬 중 하나! 그것은 바로 시체폭발! 콥스 익스프로젼(Corpse Explosion)이었다! 콥스 익스프로젼은 시체를 폭발시켜 폭발의 데미지와 폭발 때문에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시체의 조각으로 타격을 입히는 스킬로 시체가 있으면 사용가능한 스킬인데 나는 이를 이용하여 오크전사를 비롯한 고레벨 오크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입히기 위해서 스켈레톤 군단으로 오크들의 진영 안으로 돌진한 것이었다. 계획은 성공적이었지만 오크투사와 오크 촌장에게는 타격을 입히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나는 어느새 차오른 마나로 스켈레톤들을 수리하고 다시 좀비를 소환했다. 콥스 익스프로젼으로 타격을 입은 것은 오크전사만이 아니었다. 오크병사와 오크궁수, 오크스카우트도 콥스 익스프로젼에 타격을 입어 죽지는 않은 상태였으나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상태였다. 나는 이에 스켈레톤들에게 명령을 내려 오크들을 죽이게 했다. 이번이 기회다! 이대로 오크들을 토벌하는 거야! 사사사사삭! 쿵! 꺄아아아아아! 크윽! 무엇인가 베어지는 소리와 함께 나의 호위를 맡은 클레이 골렘은 한발짝 움직여 나의 앞을 막아섰지만 클레이 골렘 역시 베어지고 내가 시전해 놓았던 스피릿 실드에 의해서 나에게로 날라온 그 무엇인가를 간신히 막을 수 있었다. 나를 향해서 날라온 무엇인가는 오크전사가 있는 검이었다. 하지만 그 검은 수많은 스켈레톤과 좀비를 깨끗하게 베어버리고 이어서 클레이 골렘까지 베어버릴 정도로 그리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 검을 던진 존재가 대단하다는 것! 역시나 검이 날라 온 그곳에는 오크족 마을의 최고레벨의 오크. 오크족 마을 촌장과 오크투사들이 검을 빼들고 서있었다. 드디어 나서기로 했다 이거시군! 하지만 늦었어! “인간! 우리의 마을을 쳐들어 온 것을 후회하게 해주겠다!” “수많은 오크들이 죽어갈 때까지 가만히 있던 놈이! 어디서 큰소리야!?” “죽어라! 인간!” 역시 오크족 최고레벨 오크답게 오크 촌장은 인간의 말을 유창하게 했다. 촌장이 든 검은 검신이 넓은 브로드 소드였다. 오크투사가 든 무기는 바스타드 소드였는데 브로드 소드와 바스타드 소드의 날은 피라도 그대로 흘러내릴 것처럼 광이 났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곧 브로드 소드에 생성되는 검기! 오크 촌장은 그대로 나를 향해서 정면 엄청난 속도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퍼억! 퍼억! 휘익! 쿵! “이이! 소울 스트라이크! 본 스피어! 스피릿 실드! 본 아머!” 스켈레톤들과 좀비들의 머리를 밟고 다가오는 오크촌장과 오크투사! 스켈레톤 자이언트가 손을 크게 휘둘러 막아보려 했지만 오크 촌장은 그런 스켈레톤 자이언트를 비웃듯이 스켈레톤 자이언트의 팔을 베어버리고는 그대로 나를 향해서 다가왔다. 오크 촌장과 오크투사의 전진을 어떻게해서든 막기 위해서 소울 스트라이크와 본 스피어를 쏘아 보냈지만 오크 촌장은 망령들을 검기로 베어버리며 소울 스트라이크를 막아냈고 본스피어는 간단하게 피해버렸다. 이것이 레벨 100의 익스퍼드의 힘인가! 어느새 오크촌장과 나의 거리는 5m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좋아! 니죽고 나살자! “콥스 익스프로젼! 소울 브레이크!” 콰콰콰쾅! 콰콰콰쾅! 꺄아아악! 꺄아아악! 나는 오크 촌장과의 거리를 얼마 남기지 않고 클레이 골렘에게 나를 껴안으라고 한이후 콥스 익스프로젼과 함께 익힌 스킬! 소울 브레이크를 시전했다.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폭발과 망령의 비명소리가 나의 귀를 가득 채웠고 생각이상으로 폭발이 엄청났는지 나를 지켜주던 클레이 골렘은 그대로 무너져 사라졌고 폭발의 타격은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크윽! 내가 이정도면 너는 거의 사망이다! 퐁! 퐁! 이번에는 에너지와 마나 모두 20% 아래로 떨어졌는지 포션의 뚜껑이 열리는 소리가 두 번 들려왔고 에너지와 마나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소울 브레이크. 생각이 상의 파괴력이었다. 소울 브레이크는 콥스 익스프로젼과 함께 익힌 스킬로 단어 그대로 영혼을 파괴하여 폭발력을 일으키는 스킬이었는데 생각 이상의 폭발력 때문에 나 조차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클레이 골렘과 스피릿 실드, 본 아머에 의해서 보호받았기에 잠시 몸이 마비되었을 뿐이었기에 몸의 감각이 회복되자 나는 바로 몸을 일으켜 상황을 확인했다. 나를 향해서 뛰어오던 오크촌장과 투사도, 나를 지키기 위해서 힘쓰던 스켈레톤들과 좀비들도 제대로 서있는 녀석들이 없었다. 오크투사들은 죽지는 않았지만 큰 상처를 입어 기절한 상태에서 숨만 쉬고 있었고 스켈레톤들은 간신히 서있을 뿐이었다. 외곽의 스켈레톤들은 오크촌장과 오크투사의 뒤를 따르려는 오크들을 유저들과 함께 막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손을 뻗어 스켈레톤과 좀비를 다시 소환하고 수리했다. 소환에 매개체가 되는 시체는 얼마든지 주변에 널려 있었기에 스켈레톤들과 좀비들은 곧 소환되어 일부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 주변에 두고 나머지는 오크들을 상대하러 보냈다. 클레이 골렘도 타격을 입어 사라진 상태였기에 다시 소환했다. 나는 천천히 기절해 있는 오크투사를 향해서 다가갔다. 나를 이렇게 고생시키다니! 휙! 푸욱! 내가 손을 휘젓자 나의 옆에 서있던 스켈레톤들은 나의 의지에 따라 오크투사의 몸에 뼈로 된 검을 박아 넣었고 전신에 검이 박힌 오크투사는 몸을 부르르 떨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나는 이어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기절해 있는 오크투사를 처리하도록 스켈레톤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나의 명령에 스켈레톤들의 일부가 오크투사를 향해서 걸어갔다. ================================ 파악! 사악! 크윽! 갑자가 땅속에서 무엇인가 튀어나오자 급하게 몸을 젖혔던 나는 가슴에 큰 상처를 입고는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제길! 멀쩡이 살아있었나!? 나의 가슴을 벤 존재! 그는 바로 레벨 105의 오크 촌장이었다. 그 엄청난 폭발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하지만 역시 멀쩡하지는 않았다. 두개였던 팔중 하나는 떨어져 나간 상태였고 오크의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모자이크 처리가 되었지만 배에서는 장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직 나는 성인이 아니었기에 너무 끔찍한 장면은 자체적으로 모자이크처리되어 보여주기에 간신히 그 끔직한 광경을 보는 것을 면할 수있었다. 퐁! 또다시 포션이 열리는 소리. 방금 타격으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모양이었다. 로브 속에 입고 있던 견갑 덕분에 죽는 것은 면하였지만 꽤나 큰 상처를 입은 모양이었다. 오크 촌장의 몸에는 전에 없던 기세와 독기가 가득했다. 제길!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 “블라인드! 슬로우! 패럴라이즈! 소울 스트라이크! 어떻게해서든 오크 촌장을 죽여!?”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 서있는 스켈레톤들과 좀비, 클레이 골렘에게 소리쳤지만 오크촌장에게는 무리였다. 상처를 입었다고는 하지만 소환물들과 오크촌장의 레벨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고 내가 저주를 걸었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저주들은 10초도 되지 않아 곧 풀리었고 오크 촌장은 스켈레톤들과 좀비, 클레이 골렘을 무시하고 오직 나를 향해서만 달려들었다. 스켈레톤 스피어의 뼈창에 꿰뚫려도 스켈레톤 아쳐의 화살이 몸에 꽂혀도 오직 나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오직 나를 향해서 돌진해 오는 오크 촌장을 막아설 소환물은 나에게 없었고 얼마되지 않아 오크 촌장의 하나 남은 손에 들려 있던 브로드소드가 나의 머리를 박살내기 위해서 내려쳐지고 있었다. 후~우. 결국 이렇게 죽는 건가. 어쩔 수 없지. 뭐 레벨도 올랐잖아. 아이템은 떨어트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챙! 챙? 퍼억! 삭이 아니라? 챙은 철과 철. 그러니까 검과 검이 부딪힐 때 나는 소리인데. 죽음을 예상하고 눈을 감고 있었던 나는 조용히 눈을 떴다. 그리고 내 앞을 막아선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의 앞을 막아선 존재. 그것은 바로 스켈레톤이었다. 보통의 스켈레톤! 하지만 뭔가 달랐다. 스켈레톤 치고는 덩치가 너무컸고 뼈도 굵었다. 또 신기하게도 하얀 연기 아니 기운 같은 것이 그 스켈레톤에게 스며들고 있었는데 그 하얀기운이 스며들면 스며들수록 스켈레톤의 뼈가 굵어지고 좀더 커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스켈레톤 마스터리가 올라 몽둥이에 날을 세운 것 같던 검은 제대로 된 크기의 뼈로 검 모습으로 변화되고 있었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던 스켈레톤의 몸에 뼈로 된 브레스트 아머가 입혀져 있었다. 챙! 챙! 챙! 또 다시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니 그곳에서는 붉은색, 푸른색, 상반신이 초록색이고 하반신이 보라색인 스켈레톤들이 오크 촌장을 힘을 합쳐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 스켈레톤들 역시 붉은색의 기운과 푸른색의 기운, 초록색의 기운을 빨아들이고 있었는데 빨아들이면 빨아들일수록 움직임은 빨라졌고 검을 휘두르는 것이 날카로워졌다. 그 기운이 나오는 곳! 그곳은 바로 내가 소환했던, 폭발에 휘말렸던 스켈레톤들의 뼈가 있는 곳이었다! 파이어 스켈레톤의 뼈로부터 나온 붉은색의 기운은 오크 촌장을 밀어 붙이는 붉은색의 스켈레톤에게 빨려들어갔고 그와 마찬가지로 푸른색은 푸른색으로, 초록색의 기운은 지금은 전신이 보라색이 된 포이즌 스켈레톤에게로 스며들었다. 변화를 한 것은 4구의 스켈레톤뿐만이 아닌지 뒤늦게 오크 촌장을 밀어붙이고 있는 스켈레톤들과 같은 스켈레톤들이 모습을 들어냈고 오크 촌장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스켈레톤들의 변화에 놀라 어쩔 줄 몰라하고 있을 갑자기 나의 귀로 음성이 들려오며 나의 눈에 한가지 창이 떴다. [노멀, 파이어, 아이스, 포이즌 스켈레톤이 성장하였습니다. 노멀 스켈레톤은 스켈레톤 배틀워리어로, 파이어 스켈레톤은 플레임 스켈레톤 워리어로, 아이스 스켈레톤은 프로스트 스켈레톤 워리어로, 포이즌 스켈레톤은 베놈 스켈레톤 워리어로 성장하였습니다. 스킬 레이지 노멀,파이어,아이스,포이즌 스켈레톤이 레이지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 레이지 플레임, 프로스트, 베놈 스켈레톤 워리어로 변환(變換)되었습니다. 이 네 개의 스킬의 스킬레벨이 반으로 떨어집니다.] 퍼석! 퍼석! 스킬 레벨이 반으로 떨어진 다는 말과 함께 오크들을 상대하고 있던 스켈레톤들이 무너졌고 동시에 일부 스켈레톤들은 오크 촌장을 상대하던 스켈레톤들처럼 성장하여 오크들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성장한 스켈레톤들의 힘은 대단했다. 엄청난 몸놀림과 공격력! 무엇보다 각 속성의 스켈레톤 워리어들의 공격은 대단했다. 플레임 스켈레톤 워리어의 검에 베인 오크의 상처에서는 불이 타오르고, 프로스트 스켈레톤 워리어에게 받은 상처는 상처에서부터 시작된 한기가 뻗어 올라가 전신을 얼리기 시작했다. 초록색으로 보라색으로 변한 베놈 스켈레톤 워리어의 공격을 받은 오크는 독에 죽독되어 보라색으로 물들어 죽어갔다. 단연 뛰어난 움직임을 보인 것은 속성의 스켈레톤 워리어가 아닌 노멀 스켈레톤에서 성장한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였다. 다른 스켈레톤 워리어보다 월등한 움직임과 절삭력(切削力)! 이 두가지로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는 다른 스켈레톤 워리어들과 오크들을 몰아쳤다. 오크 촌장도 성장한 스켈레톤 워리어 8구를 상대로 팽팽하게 싸웠지만 큰 상처를 입은 상태였고 무엇보다 지치지 않는 스켈레톤 워리어 8구가 몰아치니 당해낼 제간이 없었다. 결국 레벨 105의 오크 촌장은 스켈레톤 워리어들에 의해서 죽음을 맞이했고 오크 촌장이 죽고 오크족 마을의 모든 유저들의 눈앞에 한가지 창이 떴다. *돌발 퀘스트(초보자 사냥터의 오크족 마을 토벌) 오크족 마을이 토벌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오크토벌의 다른 보상은 영주성에서 지급받으십시오. 수고하셨습니다. [레벨 2가 올랐습니다. 스테이터스 포인트와 스킬 포인트를 분배해주십시오] 레벨 2가 올랐다는 음성과 함께 장장 2시간 가까이 진행되던 돌발 퀘스트. 오크족 마을 토벌은 유저 연합측의 승리로 종료되었다. 오크족 마을 토벌 퀘스트를 끝내자마자 나는 몰려오는 피로에 바로 영지로 돌아가 방을 잡고나서 누운 후 그대로 로그 아웃을 했다. 그리고는 캡슐에서 나와 바로 침대로 뛰어들었다. 그대로 잠든 나는 다음날 학교에 지각을 했고 벌로 학교 종례후에 청소를 돕게 되었다.어제 오크족 마을을 토벌하자마자 밀려온 피로는 상당했다. 장장 2시간 가까이 진행된 대규모 전투였고 아스카를 시작한지 현실시간으로 2일. 게임내 시간으로 3일만에 벌어진 그 일은 나에게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 엄청난 레벨차와 수적차이를 이겨내고 승리했기에 기분은 좋았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스켈레톤이 성장하다니 말이다. 만약 그 순간 스켈레톤이 성장하여 오크 촌장의 브로드 소드를 막아주지 않았다면 난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스켈레톤의 성장. 정말 뜻밖의 일이었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옆 반 민수의 노트북을 이용해 학교 전용 회선과 연결하여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았는데 아무리 봐도 스켈레톤이 성장했다는 소리는 없었다. 하지만 뜻밖에 수확은 있었다. 소환물들도 몬스터들처럼 레벨이 있고 그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과 꼭 소환될 때 함께 소환되는 무기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소환물의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은 소환물의 신체 일부에 손을 데고 상태창 오픈이라고 외치면 된다고 한다. 생각이상으로 간단한 방법이었다. 과연 스켈레톤의 성장은 어떻게 된 일일까. 분명 스켈레톤에서 성장하여 조금 다른 명칭이 붙기는 했지만 스켈레톤 워리어가 됐다. 다른 명칭은 플레임, 프로스트, 베놈. 누나가 준 무한의 가방에는 파이어, 아이스, 포이즌 스켈레톤 워리어와 나이트의 스킬북을 존재하지만 플레임, 프로스트, 베놈 스켈레톤 워리어와 나이트에 대한 스킬북은 없었다. 나보다 반년 빨리 시간한 녀석들. 경군, 성민, 세호, 민수에게 물어보니 그런 소환물이나 몬스터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흐음.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어느새 시간은 흐르고 흘러 점심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어김없이 한데 모였다. “캬! 어제 카류시안님이 주신 검을 써보니까 정말 죽이더라. 보조마법으로 떡칠을 하고 겨우겨우 잡았던 하이오크일꾼을 아주 쉽게 잡더라구. 보기만 해도 도망쳤던 하이오크 병사도 잡았어. 역시 레어 아이템이 좋긴 좋더라.” “맞아. 맞아.” 녀석들은 누나에게 받은 아이템들을 사용해본 감상을 한마디씩 했는데 대부분 예전에는 보기만 해도 피해다니 거나 겨우 잡을 수 있었던 몬스터를 잡았다는 말들이었다. “그런데 레벨 업을 잘 되가냐?” “응. 그런데로 잘 되가.” “상민군! 그런데로라니! 네가 가진 데스리치 세트는 종합적으로 B급 유니크 아이템이다! 네 레벨이 B급 유니크 아이템은 우리같았으면 상상도 못해볼 아이템이야! 그런데! 그런데로라니!? 적어도 내가 계산해 본 바에 따르면 너의 레벨업 속도는 예전 우리의 레벨업 속도보다 최소 300%에서 최고 600% 빨라야 정상이다! 어서 불어라! 레벨 몇이냐!?” “세호 이녀석. 또 불붙었군.” “나도 궁금하다. 지금 레벨 몇이야?” 열혈유도소년 세호는 그 엄청난 생명력을 자랑하며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하.하.하. 역시 열혈유도소년이야. 그애 비해 차분한 민수는 차분하게 물어왔다. 나의 레벨은 오크족 마을 토벌 퀘스트 하는 중에 3개 올랐고 퀘스트를 완료한 보상으로 2올랐으니 총 레벨은 42였다. 그리고보니 영주성에서 상금 받아야하는데. 오늘 받으러 가야지. “내 레벨 42야. 생각이상으로 잘 오르더라고.” “4...2?” “허.허.허. 구라(거짓말의 속어)면 죽음이다. 어서 솔직히 불어.” “....” “진짜로 42야. 첫째날 너희들이 도와줘서 레벨 34까지 올렸고 다음날 나 혼자서 올렸어.” “커억! 뭐라고?” “으음. 이거 너무 불공평하군.” 녀석들은 나의 말에 한마디씩 했다. 알고 보니 녀석들은 레벨 30대로 올리는 데 현실시간으로 일주일. 게임시간으로 35일이나 걸렸다고 한다. 자기들이 도와줬다고는 하지만 그때 나의 레벨이 겨우 20초반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 후 나는 레벨업의 가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고 녀석들은 또다시 멍해졌다. “허.허.허. 244구의 스켈레톤이라니.” “그것이 아이템 빨의 힘인가.” “부러운 놈!” “사령술사. 인해전술의 대가였군. 수로 밀어 붙이는 게 사악한 것이 역시 상민이랑 딱 맞네.” “야.야. 인해전술도 전술이야.” “도대체 누가 사령술사가 키우기 힘들다고 한거야. 으으으. 배 아퍼.” 경순이는 진짜로 배가 아픈 사람처럼 배를 움켜쥐고 얼굴을 찡그렸다. “생각해보니까 사령술사는 후반에 가면 힘들긴 하겠다.” “응? 후반에 힘들다니?” 우리들 중 가장 차분하고 계획적인 민수의 말에 우리는 민수를 주목했다. 아무래도 사령술사의 단점이라도 발견한 모양이다. “생각해봐. 지금은 초반이라 수로서 밀어붙여 잘 오르겠지만 후반에가면 검기와 강기를 쓰는 몬스터들도 나오잖아. 그런 몬스터를 상대로 인해전술이 먹힐까?” “흐음. 사령술사가 레벨 180되면 데스나이트 소환 가능하잖아. 데스나이트는 소환자의 레벨보다 레벨 20 높은 녀석으로 소환된 데잖아. 거기에 데스나이트 뿐이냐. 데스나이트보다는 약하지만 레벨 160에 소환하는 듀라한도 있고, 거기에 구울도 있고 스켈레톤 나이트도 있잖아.” “그렇긴 하지만 수가 적잖아. 데스나이트는 내가 알기로 스킬레벨 25당 한명 소환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어. 거기에 듀라한은 듀라한은 레벨은 160에서 변하지 않잖아. 거기에 스킬레벨 10당 한 구 소환가능하고, 스켈레톤 나이트도 그렇고 구울도 그렇잖아. 결국 데스나이트로 레벨을 올려야한다는 소리인데 후반에는 데스나이트 한구로 버텨야한다는 소리잖아.” “이런, 이런. 민수군! 한 가지 잊은 게 있지! 상민이에게 B급 유니크 세트 아이템은 데스리치 세트가 있고 그 세트아이템에는 스킬레벨을 올려주는 옵션이 있다는 사실!?” “아! 그렇지!” “결국 아이템이 좋으면 문제가 없다는 소리군.” “크윽! 속쓰려!” “결국 아이템이야기로 빠지는 거냐. 에유.” 확실히 누나에게 받은 아이템이 좋긴 했다. 레벨 180이 되면 아이템에 옵션에 의해서 스킬레벨 뿐만이 아니라 능력치도 대폭 상승하기 때문이다. 아이템의 힘은 위대하다. “그건 그렇고 너 사령술사 마스터하면 뭐로 전직할거냐?” “야야. 경순. 이제 겨우 레벨 43인데 벌써부터 2차직업을 물어보냐.” “세호. 네가 뭘 모르는 소리를 하는구나. 상민이 이놈. 아스카에 빠졌으니 이제 밤새서 사냥할껄. 사령술사는 밤에도 낮처럼 볼수있으니까 분명 이놈은 그럴꺼야. 그러니까 미리 물어봐 둬야지.” “음. 일리가 있어.” “자자. 불어라. 어떤 직업으로 전직할 꺼냐? 검사로 전직해서 사령검사가 될꺼냐? 아니면 흑마법사로 전직해서 악령술사? 흠. 한번 색다르게 신관으로 전직해보는 것은 어떠냐? 어떤 직업이 나올까 궁금한데.” “흠. 난 그냥 끝까지 사령술사로 밀어보려고 하는데.” 그렇다. 나는 계속해서 사령술사로 밀어붙일 생각이다. 사실 나도 앞서 경순이가 말한데로 검사나 흑마법사로 전직할까 생각했지만 이번에 스켈레톤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고 사령술사로 밀어붙여보자고 결정을 내렸다. 나의 말을 들은 경순이는 나를 설득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령술사는 후반에 가면 사용하는 스킬은 소환술에서 서먼 데스나이트뿐이고 사용하는 공격마법중에는 제대로 된것하나 없고, 그저 저주나 걸면서 후방을 보조하는 키우기 힘든 직업이다. 그렇기에 사령술사를 하는 사람은 적고 사령술사를 하는 사람이라도 도중에 포기하거나 마스터한 이후에 검사나 흑마법사로 전직하여 사령검사나 악령술사가 되는 게 대부분이었다. 아스카에서는 대부분의 유저들이 한 직업을 마스터한 이후에 대부분 다른 직업으로 전직을 한다. 그 이유는 한 직업을 마스터한 이후에 그대로 마스터한 직업을 계속 한다고 해도 새로 배우는 스킬이 매우 적고 키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마스터하게 눈앞에 창이 뜨며 마스터 스킬을 고르도록 하고 마스터한 직업으로 계속할지 아니면 다른 직업으로 전직을 할지 선택하게 하는데 만약 마스터한 직업을 계속 할 것을 선택한 경우 모든 스킬레벨의 마스터레벨이 100에서 그 두 배인 200으로 상승하고 보너스 스텟 포인트와 스킬 포인트를 준다. 다른 직업으로의 전직을 선택하면 보너스 포인트는 안주어저 처음에는 마스터한 직업을 계속하는 유저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유저들이 다른 직업으로의 전직을 선택한다. 그 이유는 스킬레벨을 올리는 것이 너무도 힘들고 새로 배우는 스킬도 그리 많지 않거나 강력한 것이 없고 레벨을 올려 레벨 400이 된다고 해도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마스터 스킬 중 한 가지를 선택하게 할 뿐이고 한 직업을 마스터 이후 다른 직업을 선택하여 마스터한 유저보다 강하지 않기 때문이었다라고 녀석은 말했다. 나는 경순이의 열띤 설득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사령술사로 밀어볼꺼야.” “상민아. 경순이 이야기 못들었어? 그냥 다른 직업으로 전직해. 내가 반년동안 알아본 바에 의하며 같은 직업을 그것도 사령술사를 투마스터 레벨까지 플레이한 유저는 한명도 없다고.”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분명 사령술사로 투마스터 레벨까지 키운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 거야. 그러니 나도 도전한다.” “그게 무슨 궤변이냐!?” “세호야. 진정해라. 어자피 아직 마스터 레벨이 되려면 한참 남았어. 그리고 상민이의 선택에 우리가 뭐라고 할 권리는 없어.” “오오오! 성민군! 옳은 말씀이오!” “하지만 우리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모두 너를 위한 것이다. 그것만은 알아주길 바래.” “알았어. 좀더 알아보고 신중하게 결정할게.” 그 후 다른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 다른 이야기도 사령술사의 장단점에 관한 이야기들 뿐이었다. 녀석들 자기 직업도 아니면서 어제 하루 종일 사냥했다는 말은 거짓말이고 하루종일 사령술사에 대해서 알아온 듯 사령술사인 내가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와 같은 행동이 모두 나를 위해서라는 것을 난 알 수 있었다. 사령술사는 유저들이 거의 선택을 하지 않아 별로 알려진 게 없는 직업. 그런 미지의 직업을 선택한 나를 신경써 주는 것이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는 점심시간이 끝나고 각자의 교실로 돌아갔다. 다음 우리반 수업시간은 기술산업. 아이들 사이에서는 일명 점심식사 후 의 달콤한 수면시간. 후후후. 행복해라. [이름: 한스. Lv:43 EXP:7% 직업: 사령술사. 계층: 평민. 공격력:(40+507) 방어력: 1241(26+1215). 회피율:80(61+19) 명중률:74(61+13) 마법공격력:1435(670+875) 인벤토리: 437/580 HP:2578(790+1788) MP:2970(1185+1785) 스테미너 100% 힘(Str):15+11. 민첩(Agi):10+15 지혜(Wis):70+11. 지력(Int):88+13 체력(Vit):20+13 손재주(Dex):10+11 행운(Luk):10+13 남은포인트:0] 아스카에 접속하자마자 나는 바로 스탯창을 열어 능력치를 분배하였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현재 나의 능력치였다. 순수하게 올린 능력치로 인해서 오른 HP와 MP보다 많은 아이템의 옵션으로 인한 증가. 앞으로 레벨이 더욱 오른다면 이보다 더 많이 오를 것이다. 유니크 아이템이 이런데 과연 신급 아이템이면 어느 정도일까. 정말 궁금해진다. 아이템으로 인해서 상승한 것은 스킬도 역시였다. 현재 아이템으로 스킬 상승은 +5. 전에 34였을 때는 4였는데 레벨 9가 오르고 나니 5가 되었다. 만약 나의 계획대로 레벨 400까지 사령술사로 밀고 나간다면 무려 스킬 레벨이 49나 오른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지금다시 생각해보니 완전히 유니크 아이템은 사기 아이템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만큼 구하기는 힘들겠지만 말이다. 물론 내가 사령술사를 마스터한 이후 다른 직업을 선택한다면 옵션의 능력치 상승과 스킬 레벨의 상승은 레벨 200에서 끝이겠지만 말이다. 한번 진짜로 레벨 400까지 사령술사로 밀어볼까. 어제 오크 촌장에 의해서 베어진 로브와 견갑은 자체 내구력 회복 옵션 덕분에 다시 제모습을 찾은 상태였다. 아이템이 멀쩡한지 확인한 이후 나는 바로 방을 나가지 않았다. 방을 나가지 않은 이유는 일단 오크족 토벌 퀘스트에서 상장한 스켈레톤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우선 변형되었다고 알려온 스킬을 확인하기 위해서 나는 스킬창을 열고 변환된 스킬들을 확인했다. [*레이지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 Lv:33+5 EXP:0% 스켈레톤이 수많은 전투를 통해서 성장한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를 소환한다. 이들의 힘은 일반의 스켈레톤 워리어보다 월등하다. 스킬레벨 2당 1구의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를 소환할 수 있다. (마나소모:100. 다음레벨 필요 스킬포인트:5) *레이지 플레임 스켈레톤 워리어 Lv:22+5 EXP:0% 파이어 스켈레톤이 수많은 전투를 통해서 성장한 플레임 스켈레톤 워리어를 소환한다. 이들은 파이어 스켈레톤 워리어보다 월등하다. 스킬레벨 2당 1구의 플레임 스켈레톤 워리어를 소환할 수있다. (마나소모:120 다음레벨 필요 스킬 포인트:5) *레이지 프로스트 스켈레톤 워리어 Lv:20+5 EXP:0% 아이스 스켈레톤이 수많은 전투를 통해서 성장한 프로스트 스켈레톤 워리어를 소환한다. 이들은 아이스 스켈레톤 워리어보다 월등하다. 스킬레벨 2당 1구의 프로스트 스켈레톤 워리어를 소환할 수있다. (마나소모:120 다음레벨 필요 스킬 포인트:5) *레이지 베놈 스켈레톤 워리어 Lv:21+5 EXP:0% 포이즌 스켈레톤이 수많은 전투를 통해서 성장한 베놈 스켈레톤 워리어를 소환한다. 이들은 포이즌 워리어보다 월등하다. 스킬레벨 2당 1구의 베놈 스켈레톤 워리어를 소환할 수있다. (마나소모:120 다음레벨 필요 스킬 포인트:5)] 이들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은 나와있지 않았다. 단지 같은 속성의 스켈레톤 워리어보다 월등하다고 나와있을 뿐이었다. 내 개인적으로 알아본 바에 의하면 보통의 스켈레톤 워리어를 소환하는 스킬. 레이지 스켈레톤 워리어를 배우는 레벨은 60. 하지만 보통의 스켈레톤 워리어의 실력은 레벨 50의 전사 또는 검사와 같다고 되어 있었다. 레벨 50의 전사와 검사정도의 실력이라면 괜찮지만 문제는 에니메이트 데드로 소환되는 좀비 역시 레벨 60에 되면 새로운 좀비가 소환되게 되는데 그 좀비의 이름은 블루좀비. 평범한 좀비가 푸른색으로 변한 것으로 방어력이 꽤 높고 움직임도 좀비에 비해서는 빠르다고 되어 있었다. 블루좀비의 실력은 레벨 65의 전사 또는 검사정도의 능력이라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스켈레톤 워리어는 스킬레벨 2당 1구 소환되는데 반해 블루좀비는 에니메이트 데드로 소환되기 때문에 스켈레벨 1당 1구의 블루좀비가 소환가능하여 스켈레톤 워리어는 그냥 조금 도움이 되기에 배워두는 스킬이라고 되어 있었다. 그런 스켈레톤 워리어보다 월등이 강하다고 설명되어 있는 성장한 스켈레톤 워리어들. 과연 얼마나 강할까. 궁금하기는 했지만 아직 나의 레벨은 43이었기에 레이지 스켈레톤 워리어를 배우지 못했기에 비교해 볼 수가 없었다. 스켈레톤의 강함에 대한 궁금증을 접고 나는 보다 중요한 것! 과연 어떤 이유로 스켈레톤이 성장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이미 스킬 레이지 노멀, 파이어, 아이스, 포이즌 스켈레톤은 변환되었기에 성장전의 스켈레톤을 소환하여 실험할 수 없었다. 나는 일단 성장한 스켈레톤.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와 플레임, 프로스트, 베놈 스켈레톤 워리어를 소환하여 인터넷의 어떤 사이트를 통해서 알아 놓은 방법으로 녀석들의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여관방이었기에 주문을 외우지 않고 로브 안에서 어제 회수한 녀석들의 매개체를 꺼내어 그냥 녀석들을 소환했다. “레이지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 레이지 플레임! 프로스트! 베놈 스켈레톤 워리어!” 끼리리릭! 순식간에 소환되는 녀석들. 일반 스켈레톤들의 소환시간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빠르게 소환되었다. 역시 소환에서부터 평범하지 않다 이건가. 나는 소환된 스켈레톤 워리어들을 잠시 살펴보았다. 일반 스켈레톤 보다 월등히 크고 굵은 뼈. 소환 스켈레톤 워리어들의 키는 대충 어림잡아 2m30? 아니 50? 정확치는 않지만 그 정도는 되어 보였다. 그렇게 잠시 동안 녀석들을 살펴본 이후 나는 인터넷의 어떤 사이트를 통해서 알아낸 방법을 사용해보았다. 신체일부분을 잡으면 된다고 했었지. 나는 뼈로 된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와 플레임 스켈레톤 워리어의 브레스트 아머에 손을 올리고 외쳤다. “상태창 오픈!”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 Lv:13(비교Lv:82) 종족:언데드(소환물). 공격력:959(639+320) 방어력:761(241+520) . 회피율:200 명중률:175 마법공격력:20. HP:2284 MP:760 *스킬 -소울 블레이드[초급]. 데스 스크림. 플레임 스켈레톤 워리어. Lv:11(비교Lv:77) 종족:언데드(소환물) 공격력:1006(656+350)방어력:707(227+480) 회피율:199 명중률:184 마법공격력:20 HP:2152 MP:660 *스킬 -플레임 소울 블레이드[초급]. 플레임 베쉬.] 비,비교 레벨82! 77! 비교 레벨이란 몬스터의 실력을 유저의 레벨로 나타내는 것으로 비교레벨 82이란 소리는 유저레벨 82의 실력이라는 말과 똑같은 소리였다. 말도 안돼!? 겨우 스켈레톤 워리어일 뿐인데! 이이서 확인해 프로스트와 베놈 스켈레톤 워리어의 상태창을 확인해 볼 결과 녀석들의 비교레벨은 무려 77! 무려 77이었다. 하지만 공격력과 방어력에서는 조금씩 차이를 보였는데 가장 평균적인 것은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였고 공격력은 높으나 방어력이 약한 것은 플레임 스켈레톤 워리어였고 그 다음으로 프로스트, 베놈 스켈레톤 워리어 순이었다. 녀석들의 방어구나 무기를 확인할 수 있는지 무기와 방어구에 손을 열고 아이템창 오픈을 열자 녀석들의 아이템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녀석들이 쓰는 무기는 노멀 아이템으로 노멀 아이템 치고는 강한 데미지를 자랑하였지만 매직아이템이랑 비교해서는 부족했다. 아이템 정도야 바꿔주면 그만이지만 놀라운 것은 스킬! 소환물인 주제에 스킬을 구사한다는 것이 너무도 놀라웠다. 물론 몬스터중에 스킬을 구사하는 녀석들이 있다고 들어보긴 했지만 겨우 스켈레톤 워리어가 스킬을 구사하다니 너무도 놀라웠다.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의 스킬은 소울 블레이드는 검사나 전사가 레벨 100되면 쓸 수 있게 되는 검기 같은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검기와 마찬가지로 순간적으로 공격력이 2배로 상승된다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마나가 소모되기 때문에 겨우 2분 정도의 시간동안 사용할 수있다고 되어 있었다. 거기에 소울 블레이드의 시전이 끝난 이후 다시 사용하기 위해서는 마나가 있다고 해도 30분은 지나야 다시 사용할 수있다고 되어 있었다. 검사와 전사의 검기와 공격력 증폭과 지속적으로 마나를 소모시키는 것은 같았지만 마나의 소모정도가 달랐고 30분이란 딜레이가 있다는 것이 달랐다. 검사와 전사의 검기는 그런 점이 없는데 말이다. 플레임 소울 블레이드 역시 검기나 마찬가지지만 속성이 부여된 화검기라고 할까. 지속시간은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보다 더욱 짧았다. 프로스트 스켈레톤 워리어와 베놈 스켈레톤 워리어에게도 각자의 이름이 붙은 프로스트 소울 블레이드, 베놈 소울 블레이드 스킬이 있었고 그와 함께 한가지 스킬이 더 있었다.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의 데스 스크림은 일시적으로 적의 움직임을 둔화 시키는 스킬이었고 플레임 스켈레톤 워리어의 플레임 베쉬는 검사와 전사의 초반 스킬인 베쉬의 강화판 인 듯 했는데 적 가격시 폭발이 일어난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프로스트와 베놈 스켈레톤 워리어의 스킬은 각각 프로스트 커터와 베놈 포그였는데 이름 그대로 얼음의 칼날을 날리고 독 안개를 일으키는 스킬이었다. 일반적인 스켈레톤 워리어와 비교도 되지 않는 능력과 스킬. 내가 생각하기에는 완전히 아스카의 벨런스를 무시하는 능력들이었다. 인터넷을 통해서 조사해보고 이런 엄청난 능력치를 보아 지금까지 스켈레톤을 성장 시킨 사람이 없었기에 이런 사실이 운영자 측에 들어가지 않았고 그래서 벨런스가 무시된 이 성장형 스켈레톤 워리어들이 존재하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수가 예전에 했던 말이 있었다. 아스카의 벨러스를 파괴하는 무엇인가나 버그를 발견하고 (주)리얼 벨런스 및 버그 조정팀에게 쪽지를 보내게 된다면 어느 정도 보상이 있다고.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벨런스 및 버그 조정팀에 쪽지를 보내고 보상을 받느냐, 아니면 조용히 있느냐.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나 역시 자신을 아끼는 사람. 후후후.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후후후. 이대로 조용히 있는 거다. 크크크. 결정을 내린 나는 과연 어떻게 해서 스켈레톤들이 스켈레톤 워리어로 성장했는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아까 상태창을 열어본 결과 분명 소환물들에게도 레벨이 있고 사냥을 통해서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수 있었다. 그렇다면 스켈레톤이 그동안 사냥을 통해서 나에게 들어오는 20%의 경험치를 제외하고 80%의 경험치를 통해서 레벨업을 했고 일정한 레벨이 되자 성장했다는 건가? 흠. 만약 그렇다면 성장한 스켈레톤을 발견한 사람이 내가 최초라는 것은 조금 말이 안된다. 사령술사를 하는 유저들이 적다고는 하지만 있긴 있다. 사령술사라면 당연히 스켈레톤을 사용하게 되고 레벨 60에 배우는 스킬 레이지 스켈레톤 워리어를 배우기 전까지 에니메이트 데드로 소환하는 좀비와 함께 사용하게 된다. 레벨 60까지 키우는 동안 스켈레톤을 소환하게 되니 충분히 그 사이에 스켈레톤이 레벨 업을 하고 성장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성장한 스켈레톤을 얻은 것은 내가 최초다. 그렇다는 말은 나에게 뭔가 다른 유저들과 다른 점이 있다는 소리다. 다른 유저들과 다른 점이라. 일단 아이템이 좋다. 내가 현재 착용중인 아이템 B급 유니크 세트 아이템. 데스리치 세트는 누나가 없었다면 구경도 못해볼 아이템이다. 하지만 이 아이템의 특별한 것이라면 세트 효과로 나오는 것이 고작 데스로어라는 스킬 하나뿐이라는 점이다. 성장한 스켈레톤들과는 전혀 연관없는 스킬 말이다. 그렇다면 아이템이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고, 그럼 나의 어떤 행동 때문인가. 내가 어떤 특별한 행동을 했던가? 뭐 특별한 행동은 하지 않았는데. 그후 한참동안 생각을 해봐도 도통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으으으. 방안에서만 고민해 봐야 뭐하나. 일단 나가자. 나는 방안에 소환해 놓은 스켈레톤 워리어들을 소환을 캔슬 시켰다. 스스스스. 소환을 캔슬하자 가루가 되어 무너져내리는 스켈레톤 워리어들. 그리고 그 가루들은 곧 사라졌고 스켈레톤 워리어들의 소환에 매개체로 사용되었던 조금 굵고 큰 뼈만이 남아 스케렐톤 워리어들이 소환되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뼈. 뼈. 뼈. 매개체. 그래! 바로 매개체 때문이야! 나는 바닥에 놓여 있는 매개체! 뼈를 보면 한가지 이론을 생각해내고 바로 소환을 해보기로 했다. 일단 로브 안에서 나는 스켈레톤 아쳐와 스켈레톤 스피어를 소환하는데 썼던 뼈를 각각 하나씩 꺼내었다. 그리고 아이템 확인창을 열어 확인해보았다. [스켈레톤 아쳐의 뼈(매개체). 스켈레톤 아쳐의 소환에 사용되었던 뼈다. 무게:1 스켈레톤 스피어의 뼈. 스켈레톤 스피어의 소환에 사용되었던 뼈다. 무게:1] 이후 일단 각각의 뼈를 들고 스켈레톤 아쳐의 아쳐의 뼈로는 스켈레톤 아쳐를, 스켈레톤 스피어의 뼈로는 스켈레톤 스피어를 소환했고 그 후 전에 스켈레톤 워리어들의 상태를 확인 한 것처럼 신체 일부에 손을 언고 확인해 보았다. 간단하게 레벨과 공격력을 확인한 뒤에 소환을 캔슬했고 이번에는 스켈레톤 아쳐의 뼈로는 스켈레톤 스피어를, 스켈레톤 스피어의 뼈로 스켈레톤 아쳐를 소환했다. 스켈레톤 아쳐와 스켈레톤 스피어는 아무 이상없이 소환되었다. 그 후 나는 다시 스켈레톤들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역시! 나의 예상대로 스켈레톤 아쳐의 뼈로 소환된 스켈레톤 스피어의 레벨과 공격력은 떨어져 있었고 스켈레톤 스피어의 뼈로 소환된 스켈레톤 아쳐의 레벨과 공격력 역시 레벨과 공격력이 떨어져 있었다. 이제 다시 확인만 하면 되는 거야.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의 박동을 느끼며 스켈레톤들의 소환을 캔슬한 이후 스켈레톤 아쳐의 뼈로는 아쳐를, 스피어의 뼈로는 스피어를 소환하였고 그후 다시 상태창을 열어 확인해 보았다! 역시나 나의 예상대로 매개체를 바꾸기 전의 레벨과 공격력이 표시되어 있는 상태창! 역시 나의 예상이 맞았어! 매개체! 매개체가 문제였던 거야! 스켈레톤 워리어들의 소환을 캔슬하고 남아있는 뼈. 매개체를 보고 내가 생각해낸 것은 혹시 매개체가 스켈레톤의 레벨,공격력등을 기억하는 저장공간이 아닐까라는 것이었다. 무엇이든 어떤가를 쌓으려면 지지대가 필요한 법! 나는 성장한 스켈레톤의 지지대가 매개체. 뼈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확실히 나는 사냥을 끝낸 이후 스켈레톤의 소환을 취소하고 모든 매개체를 회수하여 다시 사냥을 시작할 때 꺼내어 사용하였다. 사실 뼈를 회수하지 않고 버려도 되지만 조금이라도 돈을 아껴볼려고 한 일이었다. 그 일이 설마 스켈레톤의 성장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니. 조금 당황스러운 걸. 결국 스켈레톤의 성장의 비밀에 대해서 알아낸 나는 또 다른 궁금증이 피어올랐다. 과연 다른 스켈레톤들도 아니 스켈레톤들 뿐만 아니라 다른 소환수들도 성장이 가능할까? 라고 말이다. 내가 소환할 수 있는 스켈레톤은 스켈레톤 아쳐와 스켈레톤 스피어, 후에 아니 이제는 배울 수 있는 스켈레톤 메이지가 있다. 거기에 내가 소환가능한 소환물에는 클레이 골렘도 있다. 각각의 소환물의 매개체는 확실하다. 스켈레톤들의 매개체는 뼈. 클레이 골렘의 매개체는 진흙이다. 클레이 골렘을 소환할 때는 그냥 아무곳에서나 소환하지만 그 매개체는 대지의 흙. 그중 진흙이 분명했다. 과연 그런 클레이 골렘도 성장이 가능할까. 나는 몸이 떨릴 정도로 궁금증이 피어올랐다. 이대로는 참을 수없을 것 같아 일단 스킬 레이지 스켈레톤 메이지를 배우기 위해서 사령술사 길드로 향했다. 여관 밖으로 나와 사령술사 길드로 향했을 때 서서히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기에 서둘러야 했다. 실험을 하기위해서는 사냥터로 가야하는데 해가 지면 영지의 성문은 닫히고 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사령술사 길드로 가는 도중 나는 생각을 바꿔 바로 사냥터로 향했다. 사령술사 길드에 꼭 가지 않아도 상점이용 게시판을 통해서 스킬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물론 돈은 더 들지만 말이다. 다행히 나는 성문이 닫히기 직전에 사냥터로 들어갈 수 있었다. 후~우. 다행이다. 그럼. 상점이용 게시판을 이용해 볼까. “상점이용 게시판 오픈” 파악. 상점이용 게시판 (주)리얼에서 솔로잉 플레이어분들을 위해 제공하는 상점이용 게시판 서비스입니다. 상점이용 게시판을 통해 플레이어 분들은 어디에서든 각 직업군의 전직소, 무기점, 잡화점, 창고등을 이용가능합니다. 시간당 일정 요금이 소모되며 요금은 사용 플레이어분의 레벨이 따라 달라집니다.(한스. 레벨 43. 초당 1코퍼 요금 부담. 현 소모 요금:24코퍼. 1.전직소. 2.무기점. 3.잡화점. 4. 창고. 5.....] 나는 바로 전직소를 선택한 이후 사령술사 길드를 선택하였다. 그러자 상점이용 게시판에는 사령술사 길드에서 본적 있는 음침한 NPC의 모습이 떴다. [어떻게 왔나?] 반말을 하는 NPC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나의 용건을 말했다. “스킬을 배우기 위해서 왔습니다.” [알았다. 게시판 창에 손을 언도록 해라. 그럼 네가 배울 수 있는 스킬을 알 수있을 것이다.] 나는 그 NPC의 말대로 게시판 창에 손을 언졌고 곧 나의 눈앞에는 내가 배울 수 있는 스킬들이 떴다. 내가 배울 수 있는 스킬은 3가지였는데 모두 레벨 40에 배울 수 있는 스킬이었다. 다음 스킬들을 배우려면 레벨 60. 스켈레톤 워리어를 배우는 레벨이 되어야 했다. [ 습득 가능 스킬. *레이지 스켈레톤 메이지. 습득 비용:1골드. *포이즌 대거. 습득 비용:1골드. *아이스 노바. 습득 비용:1골드 5실버.] 드디어 1골드 대로 올라갔군. 아이스 노바라. 그런데로 쓸만한 스킬이로군. 나는 모든 스킬을 배우기로 했다. [이 세 스킬을 배우는 데 드는 비용은 3골드 5실버다. 게시판을 이용하였으니 10%가 더 붙어 3골드 35실버만 받겠다. 그런데도 배우겠는가?] “배우겠습니다.” 띠리링! [스킬 레이지 스켈레톤 메이지. 스킬 포이즌 대거. 스킬 아이스 노바를 배웠습니다. 3골드 35실버가 지불되었습니다.] [스켈레톤 메이지를 소환하기 위해서는 마법사의 시체가 매개체로 필요하다. 구입하겠는가?] “예. 구입하겠습니다. 마법사의 시체뿐만 아니라 전사, 검사, 궁수의 시체도 구입하겠습니다.” [알았다. 혹시 팔 것 있다면 구입할 때 팔아라.] “알았습니다.” 곧 게시판 창에는 시체의 목록에 대해서 떴다. 내가 이번에 스켈레톤 메이지의 소환에 필요한 마법사의 시체뿐만이 아니라. 전사와 검사, 궁수의 시체도 구입하려는 것은 기존의 가지고 있는 매개체를 모두 팔고 다른 매개체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스켈레톤을 소환하는데 아무 매개체를 사용해도 되지만 나는 이미 매개체의 중요함을 안 상태였기에 보다 좋은 매개체를 사용하기 위해서 기존에 사용하던 매개체를 과감하게 팔기로 한 것이다. 나는 우선 전사와 검사의 시체의 목록을 잘 살펴보았다. 각 목록에는 시체의 살아생전 레벨과 쓰던 무기가 자세히 나와 있었는데 이 목록을 보니 혹시 매개체의 중요함을 GM들도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이 들었다. 매개체의 중요함에 대해서 알면 스켈레톤의 성장에 대해서도 앍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GM들이 알았다면 아스카의 벨런스가 파괴되도록 납두겠어. 아스카는 무엇보다 리얼리티로 유명한 게임이니 모를 거야. 나는 잡생각은 접고 시체의 살아생전의 무기와 레벨을 확인하고 살 시체의 목록을 체크했다. 내가 이번에 구입한 시체의 평균 레벨은 98! 시체의 레벨 중 가장 높은 110이었지만 레벨 100이 넘는 시체는 몇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보다 낮은 레벨의 시체를 구입하였고 내가 그날 구입한 시체의 총 수는 무려 300구나 되었다. 데스리치의 로브 덕분에 시체의 보관은 걱정이 없었기에 무려 300구나 산 것이다. 레벨 높은 시체의 경우 역시 가격도 비쌌기에 그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으음. 시체의 구입 비용은 무려 3224골드나 돈다. 10%를 더 붙이게 되면 3546골드 40실버나 되고. 그런데도 사겠나? 직접 와서 사는 편이 좋을 텐데...] “아니 그냥 사겠습니다.” 띠리링. [시체(매개체)를 300구 구입하였습니다.3500골드가 지급되었습니다.] [많이 구입하니 조금은 깍아 주겠다. 이제 또 볼일 있는가?] “아니요. 없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그래. 잘가게.] 곧 게시판 창은 초기화면으로 이동되었고 나는 게시판을 종료하였다. 시체를 구입하는데 무려 3500골드나 써서 조금은 너무 했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난 곧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투자다. 더욱 강해지기 위해서 말이야. 돈은 어자피 벌면 되는 것이니까. 나는 바로 로브의 시체 보관창을 열어 시체를 확인했고 시체의 종류별로 따로 잘 구분하여 놓았다. 마법사의 시체는 마법사의 시체끼리, 전사의 시체는 전사의 시체끼리 말이다. 정리가 끝난 이후 나는 로브 안에 손을 넣어 마법사의 시체를 꺼내는 생각을 하였고 손에 무엇인가 잡혔고 나는 곧 시체를 꺼내었다. 그렇게 총 3구의 시체를 꺼낸 나는 주문을 외웠다. “일어나라! 살아생전 마법의 진리를 추구하던 자들이여! 그대들에게 육신을 주리니! 나의 의지에 따라 적을 치는 마법의 망령이 되어라! 레이지 스켈레톤 메이지!” 부르르르! 끼리릭! 끼리리릭! 화르르륵! 치지지직! 스스스스! 나의 주문에 의해서 소환된 스켈레톤 메이지의 움직임은 초반에는 일반의 스켈레톤들과 똑같았다. 하지만 스켈레톤 메이지들이 일어서니 뼈로 이루어진 그들의 양손에는 열기와 전기, 냉기가 맺혔다. 파이어 볼트와 라이트닝 볼트. 아이스 볼트를 사용하는 스켈레톤 메이지가 소환된 것이다. 레이지 스켈레톤 메이지로 소환된 스켈레톤 메이지는 5가지 속성. 불, 얼음,전기,바람,독. 이렇게 5가지 속성 중 1가지 속성을 가지고 소환이 되게 된다. 소환된 스켈레톤 메이지는 단 한가지 마법만을 시전 가능한데 그마법은 속성별로 불은 파이어 볼트. 얼음은 아이스 볼트. 전기는 라이트닝 볼트, 바람은 윈드 애로우, 독은 포이즌 볼트다. 스켈레톤 메이지들은 원거리에서 마법을 쏘게 되고 마나가 되면 아무 활동도 하지 않고 한번의 마법을 쓸 마나가 찰 때까지 가만히 있는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역시 레벨이 높은 시체로 스켈레톤 메이지를 소환하니 보다 레벨 높은 시체로 소환된 스켈레톤 메이지의 방어력과 마법공격력, 마나 보유량이 훨씬 강하고 많았다. 물론 그렇게 많이 차이가나는 것은 아니었다. 마나 보유량은 불과 20~30의 차이였고 마법공격력 20정도의 차이였다. 그후 나는 궁수의 시체로 스켈레톤 아쳐를 살아 생전 창을 썼던 전사와 검사의 시체로 스켈레톤 스피어를 소환했다. 이어 가장 레벨 높은 순의 전사와 검사의 시체로는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와 플레임, 프로스트, 베놈 스켈레톤 워리어를 소환했고 팔지 않는 좀비의 매개체로 좀비를 소환했고 순식간에 또 다시 대다수의 스켈레톤으로 이루어진 언데드 군단이 형성되었다.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 18구. 플레임 스켈레톤 워리어 13구. 프로스트 스켈레톤 워리어 12구. 베놈 스켈레톤 워리어 13구. 스켈레톤 아쳐 23구. 스켈레톤 스피어 22구. 스켈레톤 메이지 3구. 스켈레톤 자이언트 15구 좀비 24구. 좀비 자이언트 14구. 총 157구. 전보다 수는 적어졌지만 질적인 면으로는 월등해진 언데드 군단이 해가 저어 점차 어둠에 휩싸여 가는 사냥터에 첫 발을 내딛었다. 원 클래스 마스터! 그리고... [이것으로 7월 23일 XX고등학교의 여름방학식을 마치겠습니다.] “으다다다! 드디어 방학이다!” “후후후. 그래. 방학이로군. 친구.” 어느새 아스카를 시작한지 한달. 1학기 기말고사도 아스카의 현실과 게임속의 시간차를 이용하여 누나와 경순이에게 과외를 받은 결과 꽤 잘 쳤다. 방금 성적표를 받아보았는데 평균이 중간고사보다 무려 8점이나 높게 나왔다. 나의 기말 고사 점수. 83.244! 지금까지 중학교 때부터 평균을 간신히 75점을 유지해오던 내가 무려 80점 대를 넘어선 것이다! 푸하하하! 아버지와 어머니가 보시면 좋아하시겠지. 그리고 방학동안에는 흐흐흐흐. “음. 드디어 사악한 본성이 들어나는 군.” “얌마! 내가 뭐가 사악해!” “사악하지. 자기는 뒤에 빠져있고 소환물로 몬스터들을 난도질 하는게 사악하지 않으면 어떤 거냐.” “얌마! 내가 가만히 빠져만 있냐!? 저주도 걸고 공격마법도 날리고, 보조마법도 쓴다고.” “예. 예. 알았습니다.” “후후후. 솔직히 말해라. 이 몸이 부러워서 그렇지. 이제 곳 나의 레벨이 클래스 마스터에 다다르니까 말이야.” “크윽! 또 속 쓰리군.” 경순이는 나의 말을 듣자 진짜로 속이 쓰린 듯 배에 손을 데고 돌리기 시작했다. 크크크. 자기는 반년동안 올린 것 내가 한달동안에 올려서 그렇게 억울하냐. 지난 한달. 나는 아스카에 푹 빠져 열심히 레벨 업 했다. 보통의 유저라면 생각도 못할 속도로 레벨 업에 주력했는데 현재 나의 레벨은 무려 196! 이제 레벨 4면 사령술사 클래스를 마스터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무려 한달 만에 게임시간으로 정확히 127일만에 무려 레벨 196까지 올릴 수있었던 것은 바로 성장한 스켈레톤 덕분이었다. 스켈레톤에서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 플레임, 프로스트, 베놈 스켈레톤 워리어로의 성장. 그 성장의 이유를 알아낸 이후 나는 열심히 다른 스켈레톤과 골렘을 성장시켰다. 각각 스켈레톤을 성장시킬 때 나는 하루하루 스켈레톤의 레벨과 비교 레벨을 체크했는데 스켈레톤 아쳐의 레벨이 99가 됐을 때의 능력은 겨우 비교 레벨 25였다. 스켈레톤 스피어도 그랬다. 스켈레톤 스피어의 레벨이 99가 됐을 때 비교레벨은 아쳐 보다 높긴 했지만 겨우 31이었다. 아마 이때 당시 나의 레벨이 71이었을 것이다. 소환물들은 플레이어들보다 레벨 업을 하는데 경험치를 적게 필요로 했기에 레벨 업 시키는 것은 쉬었다. 하지만 레벨업을 시키는 과정에서 여러번 두개골이 부서져 수리도 불가능한 스켈레톤도 있었고 내가 죽을 뻔한 적도 여러번 있었다. 그런 힘든 고난을 헤치고 난 스켈레톤들을 성공적으로 성장시켰다. 스켈레톤 아쳐가 성장한 이름은 스켈레톤 헌터! 스켈레톤 스피어가 성장한 이름은 스켈레톤 랜서였다! 그뿐 만 아니라 스켈레톤 자이언트도 성장했는데 그 이름은 스켈레톤 브레이커였다. 마지막으로 스켈레톤 메이지는 스켈레톤 위저드로 성장하였다. 이쯤 눈치 챘을 거다. 내가 성장한 스켈레톤들의 이름을 밝혔을 때 과거형으로 말했다는 사실을!? 그렇다. 방금 내가 밝힌 성장한 스켈레톤들의 이름은 과거의 이름이다! 후후후. 스켈레톤의 성장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놀랍게고 한 번 더 성장했던 것이다!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는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로! 플레임, 프로스트, 베놈 스켈레톤 워리어는 플레임, 프로스트, 베놈 스켈레톤 나이트로 성장했다. 스켈레톤 헌터는 스켈레톤 스카우트로 스켈레톤 랜서는 스켈레톤 로열 랜서로 성장했고 스켈레톤 브래이커는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로, 스켈레톤 위저드는 스켈레톤 세이지로 성장하였다! 한 번 더 성장한 스켈레톤들의 실력은 대단했다. 성장한 스켈레톤들의 평균 비교 레벨은 172! 무려 172나 되었다. 물론 그동안 사냥을 통해서 성장한 스켈레톤들도 레벨이 상당히 올랐기에 비교레벨이 172가 된 것이다. 막 성장했을 때 평균 비교 레벨은 150정도였다. 하지만 스킬을 마스터한 스켈레톤 마스터리로 인해서 능력치가 느니 당연히 비교레벨도 올라갔고 사냥을 통해서 레벨을 올리니 비교레벨이 무려 172나 된 것이다. 현재 성장한 스켈레톤들 중 최고 레벨의 스켈레톤은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로 레벨은 82다. 스켈레톤들은 성장한 이후 레벨 100이 되면 성장한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래서 난 또 다시 스켈레톤들이 성장하지 않을 까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중이다. 과연 또 다시 스켈레톤들이 성장한다면 얼마나 강해질까. 나는 그 기대로 요즘 잠까지 줄여가며 사냥에 열중했다. 두 번의 성장을 거쳐 성장한 스켈레톤들은 스킬 레벨 4당 1구를 소환하게 되었고 이미 스켈레톤 소환스킬을 모두 마스터한 상태였고 거기에 아이템의 옵션 덕분에 스킬레벨이 올라 무려 248구의 성장한 스켈레톤을 소환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두 번째 성장때는 스킬이 변환되었지만 그전의 성장한 스켈레톤. 1차 성장 스켈레톤의 스킬이 생겼기에 1차 성장 스켈레톤도 소환할 수있었다. 거기에 평범한 스켈레톤 워리어와 나이트. 파이어, 아이스, 포이즌 스켈레톤 워리어와 나이트도 소환 가능했다. 한마디로 엄청난 수의 스켈레톤 대군이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스켈레톤들에 대해서 설명하느냐고 말안 했지만 골렘도 무려 2번의 성장을 거쳐 현재 솔리드 아이언 골렘(Soild Iron Golem)이 되었다. 평범한 아이언 골렘이 아닌 솔리드 아이언 골렘! 견고한, 단단한 강철 골렘. 후후후. 솔리드 아이언 골렘의 비교 레벨은 무려 190! 나의 소환물들 중 데스나이트를 제외하고 가장 강한 소환물이다. 솔리드 아이언 골렘의 레벨도 현재 89라. 기대하고 있다. 과연 어떤 골렘으로 성장할지 말이다. 이와 같이 많은 소환수들이 성장한 반면 성장하지 못한 아니 않은 소환물도 있었다. 그 소환물은 바로 좀비와 좀비 자이언트였다. 이 녀석들도 레벨 업을 시켰지만 레벨 100이 되어도 성장하지 않고 단지 유저 레벨에 따라 성장하여 나의 레벨 60이 되어 블루 좀비와 블루 좀비 자이언트가 되었고 레벨 120이 되자 레드 좀비와 레드 좀비 자이언트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레벨 170이 되니 뮤턴트 좀비와 뮤턴트 좀비 자이언트로 성장했다. 나의 레벨에 따라 성장한 좀비들도 역시 강하긴 했지만 성장한 스켈레톤이 비해서 손색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레벨업을 시켜보아도 단지 조금더 강해질 뿐 성장하지는 않아 포기했다. 만약 좀비들도 성장했다면 엄청 났을 텐데 말이다. 지난 한달 동안 나는 성장한 스켈레톤과 골렘을 통해서 인해전술로 열심히 레벨 업을 했고 나의 친구 녀석들이 반년 만에 이루어낸 것을 불과 한 달 만에 아주 쉽게 이루어 내려고 하고 있었다. 녀석들은 처음에는 매우 놀라워하면서 배아파 했지만 축하해주었다. 녀석들에게 나는 스켈레톤의 성장에 대해서 다 말해주었기에 녀석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녀석들도 소환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중이다. 물론 그 사실은 우리들끼리 공유하기로 했다. 나의 레벨이 무려 196이 될 동안 나는 단 한번도 반트리 영지를 떠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반트리 영지에 생겨난 던젼 때문이었다. 반트리 영지에 생겨난 던전. 그것은 바로 초보자 사냥터의 오크족 마을 토벌 퀘스트가 완료된 지 게임시간으로 일주일 후의 일이었다. 갑자기 영주가 붙은 공문. 오크족 마을 뒤편의 작은 산 안에 있는 동굴에서 던젼이 발견되었다고 던전을 탐험할 여행자를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던젼이 발견되면서 레벨 1~60까지의 유저의 성장할 수 있는 중급영지 반트리는 레벨 1~200까지 성장할 수 있는 중상급 영지로 발전하였다. 수많은 유저들이 던젼을 탐험하겠다고 영주를 찾아가 퀘스트. 그러니까 던전을 탐험하여 지도를 제작하는 퀘스트를 받아 던전을 탐험하였는데 그로 인해 수많은 유저가 울고 웃었다. 우선 운 유저는 생각이상으로 강한 몬스터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유저들이었고 한층의 지도의 제작을 완료하고 영주에게 가져다주고 보상을 받은 유저들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보상이 상당하다고 하는데 완성된 지도의 층수에 따라 보상이 틀리다고 들었다. 이에 수많은 유저들이 도전하였고 이 지도 제작 퀘스트는 반복이 가능한 퀘스트라는 것이 알려진 이후 수많은 유저들이 도전하였다. 물론 이 퀘스트에도 조건이 있었다. 바로 레벨 200이하의 유저만이 가능하고 던전의 출입 가능한 레벨도 200이하의 유저만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이 조건으로 인해 유저들은 던전이 레벨 200이하까지 키우기 적당한 던전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고 그로 인해서 반트리에서 시작하여 레벨 200이 될 때까지 반트리를 벗어나지 않는 유저들이 생겼다. 물론 나도 그중 하나다. 그 던전은 총 10층으로 이루어졌는데 지금까지 단 한명도 10층의 지도를 완성한 사람은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10층에 있는 보스몬스터가 한 방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보스몬스터의 이름은 스톤 자이언트였다. 거인족 몬스터로 레벨은 320. 거인족 중 이름에 걸맞게 가장 멍청한 녀석으로 그 멍청함 덕분에 스킬이나 마법은 구사하지 못하지만 거인족의 엄청난 힘과 엄청난 방어력을 자랑하는 녀석이다. 레벨 200이항의 유저만이 출입이 가능한 던전의 보스몬스터로 레벨 320의 스톤 자이언트라니. 조금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유저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바로 그 스톤 자이언트가 막고 있는 방에 엄청난 아이템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그후 수많은 유저들이 도전하였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유저들이 죽음을 맞이한 이유는 바로 레벨 320의 스톤 자이언트만으로도 버거운데 그 스톤 자이언트가 일부 몬스터를 부하로 두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하로 거느린 몬스터들의 레벨은 모두 거의 원 클래스 마스터에 다다른 몬스터로 미노타우르스 전사, 미노타우르스 마법사, 오우거 워리어,오우거 주술사, 트롤 워리어, 트롤 주술사 등 거대 몬스터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니 개인으로서 던전의 정복을 불가능했다. 던전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길드가 나어야 하는데 대규모 길드에 경우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중간 규모의 길드는 관심을 가지긴 했지만 원클래스 마스터는 아니나 레벨 190대의 유저가 적어 도전하지 못했고 소규모의 길드의 경우 꿈도 못 꾸었다. 물론 가끔 어느 중간 규모의 길드에서 원 클래스 마스터의 다다른 유저들을 모집하여 던전 정복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나는 그런 던전에서 지난 한달동안 사냥을 하며 레벨을 올렸고 바로 어제 레벨 196을 찍고 10층으로 내려가는 출구에서 로그 아웃을 했다. 난 바로 오늘 드디어 그 누구도 정복하지 못했던 10층에 들어서게 된다. 과연 스톤 자이언트가 막고 있는 그 방에 무엇이 존재할 까. 나는 벌써부터 그것이 궁금해졌다. “상민아. 이제부터 너 아주 캡슐에 누워 살겠구나.” “후후후. 그렇게 되겠지.” “오늘 그 반트리에 생긴 던전 10층에 내려간다고 했지?” “응!” “우오오오! 우리의 친구라면 정복하고 와라! 그렇지 않으면 몰매 맞을 줄 알아!?” 우리는 현재 학교를 나와 학교 근처의 PC방을 찾아 걸어가고 있었다. 방학식이라 학교도 일찍 끝났고 방학인지라 앞으로 개학식이 끝날 때까지 자주 못 만날 것이니 오늘은 실컷 놀기 위해서 우리는 집에 들리지 않고 PC방을 찾아 나선 것이다. 돈이야 충분하다. 그동안 용돈을 모아 둔 것도 있고 아스카를 통해서 벌어들여 현금화 시킨 것도 있으니 말이다. “하여튼 어서 레벨업 해라. 우리도 지난 한달 동안 열심히 레벨 업해서 레벨 300에 올랐으니까.” “성민이 말대로다! 임마! 서둘러! 정말 기다리기 지친다 지쳐.” “좀만 기달려라. 금방 따라잡아 줄 테니까.” “네게 레벨 업하는 동안 우리는 가만히 있겠냐!?” “자자! PC방에 도착했으니까 아스카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놀생각만 하자! PC방은 내가 학교 오면서 미리 자리 예약해 놨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오오오! 역시 민수다!” 역시 우리들 중 가장 계획적인 민수! 방학식이라 PC방에 학생들이 몰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예약해 두다니. 역시 친구 한명 잘 두면 편해진다니까. 후후후. ========= [이름: 한스. Lv:196 EXP:0% 직업: 네크로맨서 계층: 평민. 공격력:1021(100+921) 방어력:1321 (106+1215). 회피율:334(244+90) 명중률:294(242+52) 마법공격력:3350(1790+1560) 인벤토리: 437/740 HP:11563(2970+8593) MP:11956(3300+8916) 스테미너 100% 힘(Str):25+52 민첩(Agi):40+71 지혜(Wis):174+68 지력(Int):338+93 체력(Vit):70+65 손재주(Dex):30+52 행운(Luk):10+65 남은포인트:0] 접속하자마자 나는 바로 스탯창을 열어 나의 능력치를 확인해 보았다. 본래 HP와 MP에 거의 3배에 당하는 HP와 MP. 이것이 모두 B급 유니크 세트 아이템 데스리치 세트 덕분이었다. 앞으로 레벨 4만 올리게 되면 난 선택을 하여야한다. 또 다시 사령술사를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직업으로 전직을 할 것인가. 만약 내가 다른 직업의 전직을 선택하게 되면 데스리치 세트의 아이템 옵션의 덕을 더 이상 볼 수없었다. 데스리치 세트의 사용조건. 사령술사‘만’이 사용가능하다고 말이다. 만약 내가 다른 직업으로의 전직을 선택하게 된다면 더 이상 데스리치 세트의 덕을 보지 못하고 새로 아이템을 맞춰야 한다. 데스리치 세트. 너무도 포기하기 아쉬운 아이템. 능력치를 대폭 상승시켜 주는 옵션과 스킬 레벨도 올려주는 옵션이 있고 오직 단점이라면 데스리치 세트 중 완드의 공격력이 매우 낮다는 것일 뿐. 어디에서 빠지는 아이템이 아니었다. 에라이. 우선 레벨이나 올리고 선택하자. 그동안 게임내의 시간으로 무려 4달 가까이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능력치 성장시스템의 덕을 거의 보지 못했다. 보통 마법사는 아무 노력도 않하고 레벨 200때까지 키우게 되면 능력치 성장시스템으로 인해서 지혜가 40~50정도, 지력이 50~60정도 상승된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나는 겨우 지혜 16과 지력 28밖에 덕을 보지 못했다. 아마도 아이템이 너무 좋아서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으음. 레벨 200이 되서 원클래스 마스터 한 이후에 아무 옵션 없는 아이템으로 3달만 사냥해 볼까. 현재 내가 있는 곳은 던전의 지하 10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건장한 사내 50여명이 나란히 걸어가도 될 정도로 넓은 공간이었다. 지금까지 나의 사냥은 수로 밀어 붙이는 인해전술! 다음 층인 10층도 인해전술로 밀어 붙일 것이다. 현재 내가 소환할 수 있는 최강의 소환수는 데스나이트! 현재 내가 소환할 수 있는 데스나이트의 수는 3명이다. 아이템 덕분에 스킬 레벨이 24나 더 올랐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데스나이트는 정말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언데드들을 지휘하는 그 능력과 더불어 엄청난 검술 실력! 정말 대단했다. 내가 던전의 9층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데스나이트의 도움이 컸다. 만약 나 혼자 그 많은 언데드들를 컨트롤했다면 난 진작에 7층에서 전멸하고 말았을 것이다. 데스나이트는 최강의 언데드답게 자아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의 병력 운용 능력은 대단했다. 시기에 적절하게 병력을 운용하여 최선의 방법으로 적을 상대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나는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끔은 과연 언데드들의 소환자가 정말 내가 맞는 지 헷갈릴 정도였다. 자자! 이제 슬슬 내려갈 준비를 해보실까! “검의 길을 걸으며 죽음이란 시련에도 검을 놓지 않은 이들이여! 나 그대들을 여기 소환하려니! 여기에 그 모습을 들어내라! 서먼! 데스나이트!” 쿠오오오!! 나의 몸에서 뿜어진 마나는 요동치며 눈앞에 거대한 게이트를 만들어 냈다. 게이트 안은 빛조차 빨아들일 정도의 깊은 어둠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 게이트에서 누군가 걸어나왔다. 전신을 검은 갑주로 감싸고 보이는 것이라면 머리의 헬름에서 보이는 붉은 혈광뿐인 이들. 그들은 데스나이트였다. 그들의 수는 정확히 3명. 소환된 그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나의 뒤에 섰다.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소환자의 의지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세명의 데스나이트 중 가운데의 있는 이는 이말을 마지막으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으음. 현재 이들과 나의 관계는 소환자와 소환물. 그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다. 현재 나의 서먼 데스나이트의 순수 스킬 레벨은 52. 그렇기에 소환자와 소환물의 관계가 된 것이다. 스킬 레벨이 50 아래였을 때는 어쩌다가 소환에 응하지 않았을 때도 있었고 응한다 하더라도 웬만해서는 나의 말에 따라주지도 않았었다. 지금은 소환자와 소환물 관계이지만 서먼 데스나이트의 스킬 레벨은 순수 80까지만 끌어올린다면 이들과 나의 관계는 주군과 수하가 된다. 그때가 되면 내가 부탁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일 것이다. 지금은 부탁을 해야만 행동하지만 말이다. 데스나이트를 소환하는데만 소모된 마나는 무려 3500. 거의 3분의 1의 마나가 소모된 것이다. 뭐 지금의 나의 마나회복력은 경이적이기에 10분쯤 가만히 있으면 회복될 것이다. 명상까지 한다면 3분 안에 회복 가능했다. 하지만 나는 쉬지 않고 소환을 계속했다. 우선 골렘부터 소환하자. 로브 안에서 나는 성장한 골렘. 솔리드 아이언 골렘의 매개체. 솔리드 아이언을 꺼내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견고한 강철의 의지와 육체를 가진 이여. 나의 명에 따라 이 자리에 그 거대한 모습을 들어내라! 서먼 솔리드 아이언 골렘!” 쿠쿠쿠쿠쿠! 시전어를 외우자 마자 빛을 내기 시작하는 솔리드 아이언을 나는 땅에 떨어트렸고 그러자 솔리드 아이언은 땅에 스며들었다. 잠시 후 머리부터 모습을 들어내기 시작하는 솔리드 아이언 골렘! 강철로 이루어진 몸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윤기와 광택을 내는 몸체! 거의 8m에 이르는 신장! 솔리드 아이언 골렘의 모습은 마치 거인이 강철로 된 풀플레이트를 착용한 모습과도 같았다. [솔리드 아이언 골렘. 레온. 주인님을 뵙습니다.] “안녕. 레온. 오늘도 잘 부탁해.” [예, 주인님.] 후후후. 솔리드 아이언 골렘은 놀랍게도 데스나이트처럼 자아가 있었다. 클레이 골렘의 첫 번째 성장했을 때는 배틀 스톤 골렘이었다. 이때까지는 골렘에게는 자아가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 성장! 솔리드 아이언 골렘이 됐을 때 자아가 생겼고 그 후 나는 솔리드 아이언 골렘에게 레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레온의 주임무는 데스나이트 한명과 함께 나를 호위하는 것이었다. 레온은 거대한 덩치에 걸맞지 않게 상당히 빠른 민첩했고 거기에 데스나이트들과 다르게 성격도 좋았기에 내가 꽤나 마음에 들어하고 있었다. 레온을 소환하느냐고 무려 마나 1800이 소모되었지만 상관 없었다. 레온을 소환하고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에 마나가 빠르게 회복되어 갔기 때문이다. 이후 나는 2차 성장을 스켈레톤들을 소환해냈다.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 플레임, 프로스트, 베놈 스켈레톤 나이트, 스켈레톤 스카우트, 스켈레톤 로열 랜서, 스켈레톤 빅 자이언트, 마지막으로 스켈레톤 세이지까지 모두 소환해냈다. 물론 소환 도중에 마나가 모두 소모 되는 바람에 마나드레인을 시전하여 회복하고 명상을 시전하고 잠시 쉬고 마나가 회복된 이후 다시 소환을 계속했다. 마지막 스켈레톤 세이지까지 소환하자 마나가 3200정도 남았기에 나는 다시 마나 드레인을 시전했다. 1000 정도의 마나가 소모되고 6000정도의 마나가 회복되는 마나 드레인. 현재 마나드레인의 스킬 레벨은 67! 거기에 아이템 덕분에 스킬 레벨이 24 더 상승하니 91의 마나 드레인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2차 성장을 한 스켈레톤을 모두 소환하고 나니 넓어 보였던 계단이 좁아 보았다. 내가 소환해낸 스켈레톤들의 수는 248구! 아직 소환하지 못한 스켈레톤은 아직 많았다. 하지만 나는 다른 스켈레톤들을 소환하지 않고 에니메이트 데드로 뮤턴트 좀비를 소환했고 이어서 뮤턴트 좀비 자이언트를 소환했다. 뮤턴트 좀비는 살아 생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기에 상당히 쓸만했다. 뮤턴트 좀비와 뮤턴트 좀비 자이언트를 모두 소환해 놓고 나니 내가 소환한 소환물의 수는 무려 359명이나 되었다. 뮤턴트 좀비의 수가 무려 61마리나 되었고 뮤턴트 좀비 자이언트의 수가 무려 46구나되었기 때문이다. 과연 여기에서 소환하지 않은 스켈레톤들을 모두 소환하게 되면 수가 과연 얼마나 될까. 정말 궁금했다. 지금까지 나는 소환물 전부를 소환해 본적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사냥터의 레벨이 올라가면 올라 갈수록 레벨이 낮은 소환물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고 데스나이트들이 전투에 도움이 되는 병력만 소환해달라고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한자리에 모두 소환해 본적은 없었다. 과연 얼마나 될까. [주인님. 준비가 끝나셨으면 이제 그만 내려가시죠.] “아! 그럴까. 그럼 두분.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알았다.] 끄덕. 두명의 데스나이트들은 스켈레톤들을 헤치고 나아갔다. 역시 대답을 하는 사람은 저 데스나이트 뿐이군. 데스나이트들 중 대답을 해주는 이는 항상 가운데의 서있는 데스나이트 뿐이었다. 다른 데스나이트들은 말을 전혀하지 않고 단지 고개를 흔들거나 끄덕이는 것으로 의사 표현을 했다. 대답 좀 해주면 좋으련만. “레온.” [예. 주인님.] 레온의 천천히 두손으로 나를 들어 올려 자신의 어깨 위로 올려 놓았다. 으으으. 자주 올라오긴 했지만 언제 내려다봐도 아찔하다니까. 레온의 어깨 위로 올라간 나는 잠시 아래를 내려다 보고는 바로 물러섰다. 레온의 신장은 약 8m. 웬만한 건물의 3층 정도 되는 키였다. 그런 레온의 어깨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조금은 아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레온의 어깨 위에서 보이는 스켈레톤들과 선두에 선 데스나이트. 데스나이트들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아! 맞다. 깜박할 번했군. “언홀리 오라! 뱀피릭 오라! 데스 프리즈 오라!” 나는 세가지 스킬의 시전어를 외웠다. 언홀리 오라. 뱀피릭 오라. 데스 프리즈 오라는 모두 오라라는 스킬로 성기사와 사령술사만이 가지는 스킬이다. 일정 지역에 영향을 주는 스킬로 일정 영역안의 아군 혹은 적에게 영향을 준다. 내가 처음 시전한 언홀리 오라는 아군의 이동속도와 공격속도를 올려주는 스킬로 현재 아이템으로 오른 스킬레벨까지 해서 54! 그 효과로 이동속도 40% 상승. 공격속도 40%상승 시키고 이를 적용 받는 영역은 나로부터 약 120m안이었다. 처음에는 30m 정도였는데 스킬 레벨업을 통해서 영역도 넓혀지고 효과도 상승하였다. 다음 뱀피릭 오라는 적에게 직접적으로 준 데미지의 일부만큼 아군의 HP를 회복시키는 오라로 스킬레벨은 역시 54였지만 효과는 겨우 데미지의 24%만이 회복된다. 영역은 역시 언홀리 오라와 같았다. 마지막으로 데스 프리즈 오라는 적에게만 적용되는 공격성 오라로 죽은 자들의 원한과 한기로 인해서 일정 영역안의 들어온 적의 움직임과 공격속도가 느려지게 하는 오라 스킬이다. 스킬레벨은 겨우 42로 영역은 약 100m로 적의 움직임과 공격속도를 고작 18% 정도 느리게 한다. 이런 오라 스킬은 지속적으로 마나를 소모하기에 엄청난 마나 보유량과 회복력을 자랑하는 내가 아니면 동시에 3개 이상의 오라를 시전하여 유지하고 있을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한 가지 오라가 더 있지만 이는 오히려 나에게 좋지 않은 스킬이었기에 시전하지 않았다. 내가 시전하지 않은 오라스킬. 그 스킬의 이름은 세크리파이즈 오라다. 한마디로 희생의 오라라는 뜻이다. 이 오라를 시전하게 되면 일정 영역안의 아군 대시 데미지를 입는 것으로 HP대신 MP가 소모되지만 MP마저 다 소모되면 HP가 소모되는 아주 위험한 스킬이다. 어째서 사령술사가 이런 스킬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스킬 레벨은 아이템 덕분에 25. 지금까지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옵션으로 적에게 받는 데미지를 약화시켜 받는다고는 되었지만 스킬 레벨 25임에도 불구하고 겨우 5%이 약화 시켜 받는다고 되어 있었다. 겨우 5%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스킬을 봉인해 두었다. 과연 쓸 일이 있을까 모르겠다. 세가지의 오라스킬을 시전하자 나의 몸에서는 회색과 붉은색, 탁한 푸른색이 감싸았고 주변의 있는 아군 역시 나와 같은 빛에 감싸인 상태였다. 이는 내가 시전한 세가지 오러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소리였다. 세가지 오러의 영향을 받는 것을 확인한 데스나이트 2명은 천천히 계단을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고 이어서 스켈레톤들이 뒤 쫓아 갔다. 어느새 병력배치를 끝냈는지 가장 앞에는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와 스켈레톤 로열 랜서가 자리를 잡고 걸어가고 있었고 그 뒤에는 4종류의 스켈레톤 나이트들이 후방에는 스켈레톤 스카우트와 스켈레톤 세이지들이 자리를 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가장 후방에 레온과 함께 가고 있었기에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 10층으로 들어가는 문에 도착할 수있고 키가 5m에 이르는 스켈레톤 빅 브래이커 두구가 나아가 문을 열었고 데스나이트들은 검을 빼들고 언제든지 달려들 준비를 했다. 크아아아아! 퍼억! 퍼억! 문이 열리자마자 스켈레톤 빅 브래이커를 덮이는 존재가 있었으니 그 녀석들은 바로 오우거 워리어와 오우거 주술사였다.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와 거의 비슷비슷한 오우거 워리어는 자신이 공격한 존재를 확인하고 깜짝 놀라긴 했지만 곧 다시 싸우기 위해서 달려들었다. 오우거 워리어와 오우거 주술사의 수는 총합 8마리. 그중 오우거 워리어가 여섯, 오우거 주술사가 둘이었다. 오우거 워리어의 워클럽에 의해서 공격을 받은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의 등과 어깨는 금이 가 있었다. 오우거 워리어의 공격에 겨우 금이 가다니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의 엄청난 방어력이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물론 오우거 워리어의 공격을 받은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들은 곧바로 몸을 일으키지는 못 했다. 등과 어깨에 보이는 부상은 고작 금이 간 정도지만 그 안쪽으로 피해가 없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오우거 워리어들은 그대로 쓰러져 있는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에게 공격을 가하려고 했지만 그때 날아온 무엇인가에 의해서 무산되고 말았다. 파파팍! 스켈레톤 스카우터들의 뼈로 된 크로스 보우에서 발사된 화살. 그 화살에는 하나 같인 회색의 무엇인가가 감싸고 있었다. 그것은 소울 오러. 유저로 치자면 검기와 같은 것이었다. 회색의 소울 오러는 상급의 오러였고 덕분에 두꺼운 오우거 워리어의 엉성하지만 중요한 부위는 확실하게 보호하는 방어구와 피부를 뚫고 오우거 워리어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 소울 오러가 맺힌 뼈화살은 오우거 워리어의 방어구 중 가장 튼튼한 동족의 뼈로 만들어준 투구를 뚫고 그대로 파고들었다. 소울 오러가 맺힌 화살에 의해서 머리를 꿰뚫은 오우거 워리어는 그대로 절명하였다. 소울 오러에 죽음을 맞이한 오우거 워리어의 수는 2마리였는데 이 2마리는 모두 쓰러져 있던 스켈레톤 빅 브래이커를 공격하려 했던 오우거 워리어였다. 다른 오우거 워리어들은 워클럽과 두꺼운 팔을 휘둘러 스켈레톤 스카우트의 화살을 막아냈다. 그 사이에 스켈레톤 로열 랜서들은 달려들어 오우거 워리어의 팔과 다리에 랜스를 꽂았고 스켈레톤 나이트들의 검은 오우거 워리어의 엉성한 철판 갑옷과 함께 질긴 가슴에 검을 박아 넣었다. 오우거 워리어들은 그렇게 목숨을 잃었고 오우거 주술사들은 저항하였지만 결국 다수의 스켈레톤들의 의해서 목숨을 잃었다. 역시 수로 밀어 붙이는 것에는 당할게 없다니까. 오우거 워리어의 레벨은 192. 전의 9층에서도 쉽게 잡던 몬스터였다. 오우거 워리어가 골치가 아픈 것은 오우거 주술사의 주술 때문이다. 오우거 주술사가 오우거 워리어에게 거는 주술은 분노의 문장. 이 문장의 효과는 버서커 화다. 이 분노의 문장에 의해서 오우거 워리어는 자신의 몸을 가누지 않고 공격해온다. 생각해보아라. 무식하게 힘이 쎄고 질긴 가죽에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는 오우거가 그것도 그중 전사라는 오우거 워리어가 미쳐서 날 뛰는 모습을 말이다. 물론 대처 방법은 있다. 오우거 주술사가 오우거 워리어에게 분노의 문장을 시전하기 전에 끝내는 것!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오우거 주술사가 오우거 워리어에게 분노의 문장을 시전하는 것은 전투를 시작하고 1분 정도 후다. 오우거 주술사는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분노의 문장을 시전하기 위해서 주문을 외우는데 이때 약간이라도 타격을 입게 되면 주문을 취소되기에 오우거 워리어에게 보호를 받는데 오우거 워리어를 무시하고 화살을 통해서 공격하면 되기에 주문의 시전은 막을 수 있다. 그 사이 오우거 워리어를 처리하고 오우거 주술사를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이 방법은 내가 다수의 스켈레톤들을 보유하고 있고 스켈레톤들의 레벨이 상당히 높기에 가능한 일이다. 오우거 워리어와 주술사에서 나온 돈을 회수하고 영혼을 축출한 이후 나는 잠시 스탯창을 열어 경험치가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해 보았다. 에게. 겨우 0,28%밖에 안오른 거야. 흠. 만약 내가 혼자서 직접 잡았다면 이보다 5배 더 오를 테니까 자그만치 1.5%나 되는군. 오우거 워리어 6마리에 오우거 주술사 2마리가 무려 1.5%라 짭짤하구만. 하지만 정작 들어오는 것은 그에 5분의 1인 0,28%. 뭐 빨리 잡을 수 있으니까 그냥 만족하자. 앞으로 레벨업을 하려면 남은 경험치는 99.72%. 지금부터 오우거 워리어와 오우거 주술사를 약 3500마리 정도 잡으면 레벨이군. 하~아. 열심히 하자! 쿵! 쿵! 쿵! 벌써 다음 손님이군. 이번에 나를 향해서 다가오는 몬스터는 소머리의 근육질의 몸, 거대한 도끼를 든 미노타우르스 전사들이었다. 그 수는 무리 5마리. 과연 이놈들은 얼마나 경험치를 주려나. ========== 꺄아아아악!!!! “후~우. 레온. 잠깐 쉬자.” [예. 주인님.] 마지막 남은 레이스 한 마리를 처리하자 주변에 더 이상의 몬스터는 없었고 나는 레온에게 잠시 쉬자고 하자 레온은 어깨 위에서 나를 내려놓고 한쪽 무릎을 꿇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언데드들을 관리, 지휘하던 데스나이트 역시 나의 옆으로 다가와 조용히 옆에 섰다. 하~아. 한층, 한층 내려갈 때마다 전 층의 두층 크기라고는 하지만 도대체 얼마나 넓은 거야? 하~아. 벌써 접속하고 3시간째. 오로지 직진! 앞을 막아서는 벽조차 부수고 덤벼드는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오직 직진만 한지 3시간째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도통 스톤 자이언트가 지키고 있다는 방에 도착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 수로 밀어 붙이는 방법으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었고 3시간 동안 레벨 업 1번을 하고 경험치는 68.79%까지 올릴 수 있었다. 한마디로 정말 질리게 사냥을 한 것이다. 내가 그동안 잡은 몬스터 중에는 나의 레벨보다 10~20 높은 몬스터도 있었고 오히려 레벨이 낮은 몬스터도 있었다. 나보다 레벨이 높았던 몬스터는 미노타우르스 투사, 오우거 투사, 오우거 마법사, 최하급 뱀파이어등이었다. 간혹 언데드 몬스터가 껴있어서 한번 사로잡아 볼까 했지만 그만두었다. 어자피 사로잡아 봐야 그저 잠깐 구경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간혹 나오는 언데드 몬스터들 중 나의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은 스켈레톤 데드라는 녀석이었다. 레벨이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하얗게 변하는 스켈레톤의 뼈와 다르게 거의 흑색의 스켈레톤. 그것이 바로 스켈레톤 데드였다. 몬스터의 레벨과 체력, 몬스터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아볼 수 있는 스킬 에스터네이션(Estimation:판단,평가.)를 통해서 스켈레톤 데드를 확인해 본 결과 스켈레톤 데드의 레벨은 192였다. 거기에 스켈레톤 데드에게는 특수 스킬이란 것이 있었는데 바로 리셋(Reset)이라는 스킬로 두개골만 무사하다면 얼마든지 다시 몸을 회복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물론 나의 성장한 스켈레톤들고 리셋이라는 스킬을 가지고는 있었다. 두 번의 성장을 거듭한 스켈레톤에 한해서 말이다. 또 스켈레톤 데드는 아무 조건이 없는데 반해 나의 스켈레톤의 리셋은 하루에 딱 1번한 사용할 수 있었다. 스켈레톤 데드을 보며 나는 혹시 나중에, 그러니까 원 클래스 마스터이후 계속 사령술사로 선택하면 배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 배우게 된다면 혹시 스켈레톤 데드도 성장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 후 나는 스켈레톤 데드를 보는 족족히 잡아 들였다. 혹시 스켈레톤 데드의 소환스킬북이 떨어지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하지만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전혀 나오지 않았다. 간혹 몬스터에게서 떨어지는 스킬북이 있긴 했지만 그것은 전사나 주술사의 스킬북이었고 간혹 저 써클의 마법이 3개에서 5개가 담겨져 있는 마법서도 나왔다. 그 외에 매직급 아이템도 나왔다. 겨우 7개! 3시간 동안 수천여마리를 잡았는데 겨우 7개가 나온 것이다! 그것도 매직급 아이템으로 말이다! 매직 아이템 7개 중 4개는 별로 쓸모가 없는 것이었으나 3개는 꽤 고가로 팔리는 아이템이었다. 바로 OWPG와 OBPG! 오우거 워리어 파워 건들릿과 오우거 배틀 파워 건들릿 말이다. 오우거 워리어와 오우거 투사를 잡으면 적은 확률로 나오는 아이템으로 힘을 상당히 많이 올려주는 아이템이었다. 내가 장착하고 있는 데스리치 세트의 능력치 상승 옵션처럼 레벨에 따라 올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장착하기만 하면 힘이 각각 40, 60오르는 아이템이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 좋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OWPG와 OBPG가 좋았다. 두 아이템은 각각 D와 C급 매직 아이템이었다. 남은 하나의 아이템. 그것은 B급 매직 아이템이었는데 아이템의 이름은 OMPG. 오우거 메지션 파워 건들릿. 오우거 마법사에게서 나오는 아이템이었다. 힘을 35올려주고 지혜와 지력을 10씩 올려주는 옵션이 달린 것으로 매직컬계열의 직업이 사용하면 상당히 좋은 아이템이었다. 이 세가지 아이템을 모두 팔면 적어도 400골드는 나올 것이다. OWPG는 60골드 정도 나올 것이고 OBPG는 110골드 정도, OMPG는 200골드 정도 나올 것이니 말이다. 겨우 등급 하나씩의 차이였지만 그 가격 차이는 매우 컸다. 나중에 레벨이 되어 잡을 수 있다면 난 OPG 종류의 아이템 중 최고의 아이템! THOPG! 트윈 헤드 오우거 파워 건들릿을 직접 구해볼 것이다. 트윈헤드 오우거의 레벨은 450. 현재 아스카에서 등장하는 오우거 중 최강의 오우거라고 할 수 있는 몬스터였다. 오우거 답게 무식한 힘과 두개의 머리 중 하나가 오우거 답지 않게 똑똑해 마법까지 쓰는 오우거. 그것이 바로 트윈헤드 오우거였다. 나의 레벨은 이제 겨우 197. 트윈헤드 오우거를 잡으려면 아직도 한참 멀은 상태였다. 후~우. 이제 충분히 쉬었으니까 다시 사냥을 시작해 볼까. “레온. 이제 출발하자.” [예. 주인님.] 나의 말에 레온은 나를 들어 올려 어깨 위에 놓았고 나의 호위를 맡은 한명의 데스나이트는 레온의 몸을 딛고 어깨 위로 올라와 나의 뒤에 섰다. 과연 데스나이트군. 레온이 몸을 일으키자 가만히 서있던 언데드 군단은 2명의 데스나이트를 선두에 두고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했고 레온은 그 뒤를 따랐다. 쿵! 쿵! 쿵! 키아아아아!!! 저 멀리 우리를 향해서 걸어오는 무리. 그 무리는 바로 빅 아이언 골렘과 빅 스톤골렘, 그리고 가고일로 이루어진 무리였다. 빅 아이언 골렘과 빅 스톤골렘은 보통 아이언 골렘과 스톤 골렘보다 거대한 골렘으로 키가 각각 6m, 7m였다. 빅 스톤 골렘이 아이언 골렘보다 키가 크기는 했지만 움직임과 파워 면에서는 빅 아이언 골렘을 따르지 못했다. 물론 빅 아이언 골렘도 나의 솔리드 아이언 골렘. 레온에게는 상대가 안 되었다. 골렘들과 함께 무리를 이룬 가고일들은 골렘들 머리 위를 선회하다가 우리를 발견했는지 우리를 향해서 날아오고 있었다. 키아아아아!!! 앞장선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를 향해서 떨어져 내리는 가고일! 아마도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를 공격하려고 했지만 가고일은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그 이유는 바로 날개가 파괴되고, 얼어 붙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스켈레톤 세이지에 의해서 말이다. 슈우우우! 파아아아! 콰쾅! 콰쾅! 키에에에에!!!! 스켈레톤 세이지. 스켈레톤 메이지가 두 번의 성장을 거친 이들로 이들은 스켈레톤 자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5가지의 마법이 구사가 가능했다. 스켈레톤 메이지가 스켈레톤 위저드로 성장하였을 때 스켈레톤 위저드는 신기하게도 자신의 속성의 마법 3가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마법은 메이지 때 사용하던 1써클 마법과 2써클,3써클의 마법이었다. 이에 알 수있듯이 스켈레톤 세이지들은 4써클과 5써클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화염속성의 스켈레톤 세이지가 사용가능한 마법은 1써클의 파이어 볼트, 2써클 파이어 볼, 3써클 파이어 랜스, 4써클 플레임, 5써클의 파이어 필드고 얼음 속성의 스켈레톤 세이지가 사용가능한 마법은 1써클의 아이스 볼트, 2써클 아이스 볼, 3써클 아이스 스피어, 4써클 프로즌 오브, 5써클의 아이스 필드를 사용했다. 다음 풍속성의 스켈레톤 세이지가 사용가능한 마법은 1써클 윈드 애로우, 2써클 윈드 커터 3써클 윈드 스피어, 4써클 윈드 토네이도, 5써클 윈드 캐논을 사용했다. 남은 전기 속성과 독 속성의 스켈레톤 세이지는 1써클에 라이트닝 볼트와 포이즌 볼트, 2서클 스파크 볼과 포이즈 볼, 3써클 라이트닝 스피어와 포이즌 포그, 4서클 라이트닝 월과 포이즌 노바, 5서클에는 썬더 캐논과 포이즌 익스프로젼을 사용했다. 이와 같이 5가지 마법은 사용하는 스켈레톤 세이지의 능력은 엄청났지만 그만큼 컨트롤은 힘들었다. 이들은 평소에 1써클 마법과 2,3써클 마법을 번갈아 가면서 썼지만 4써클과 5써클은 명령을 하지 않으면 쓰지 않았다. 그렇기에 상당히 신경이 많이갔다. 하지만 데스나이트를 소환한 이 후에는 난 전혀 신경쓸 필요 없었다. 데스나이트가 모든 스켈레톤을 지휘하기 때문이었다. 데스나이트는 스켈레톤 세이지를 적절하게 컨트롤하여 마법을 쓰게 했기에 스켈레톤 세이지의 효용성은 데스나이트에 의해서 극대화 되었다. 화염속성의 스켈레톤 세이지와 얼음속성의 스켈레톤 세이지가 사용한 마법은 2써클의 파이어 볼과 아이스 볼이었다. 파이어 볼과 아이스 볼에 적중 당한 가고일의 날개는 그대로 부서져 나갔고 그대로 가고일은 추락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스켈레톤 빅 브래이커의 발에 밟혀 그대로 부서져 나갔다. 저 멀리 다가오는 빅 아이언 골렘과 빅 스톤 골렘을 향해서 풍속성 스켈레톤 세이지는 4서클의 윈드 토네이도를 시전하였다. 휘이이잉! 쿠쿠쿠쿠쿠! 작은 바람으로 시작된 바람은 점차 커지더니 회오리 바람이 되어 빅 아이언 골렘과 빅 스톤 골렘을 공격하였지만 골렘들은 긁히는 상처만 입을 뿐 그대로 회오리 바람을 헤치고 다가오고 있었다. 만약 7서클의 토네이도였다면 당하는 것은 골렘들이었을 것이다. 골렘들이 무사할 수있었던 것은 4써클의 윈드 토네이도였기 때문이었다. 그저 긁히는 상처만 입힙에도 불구하고 풍속성의 스켈레톤 세이지들은 계속 윈드 토네이도를 날렸다. 그때 윈드 토네이도에 휩싸인 골렘들을 향해서 4써클 마법 플레임이 시전되었다. 윈드 토네이도와 플레임은 하나가 되어 골렘들을 덮쳤고 골렘들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플레임과 하나된 윈드 토네이도가 잦아든 이후 다시 풍속성 스켈레톤 세이지들은 윈드 토네이도를 시전하였고 이어서 얼음 속성 스켈레톤 세이지들은 프로즌 오브를 시전하였다. 프로즌 오브. 얼음의 구체는 사방으로 얼음조각을 날렸지만 얼음조각들은 그대로 윈드 토네이도에 빨려들었고 얼음조각을 빨아들인 윈드 토네이도는 골렘들을 덮쳤다. 빨갛게 달아올라 있던 골렘들의 몸체는 식기 시작했고 얼마 가지 않아 도리어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프로즌 오브의 얼음 조각을 빨아들인 윈드 토네이도가 잦아 들었을 때 스켈레톤 빅 브래이커들은 앞으로 나서서 뼈로 된 거대한 해머로 골렘들을 향해 내리쳤다. 깡! 쾅!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의 해머에 적중된 골렘들의 몸에서는 놀랍게도 전신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스켈레톤 빅 브래이커가 몇 번더 해머를 내리치자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이렇게 쉽게 골렘들을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스켈레톤 세이지를 마법으로 급격한 차이의 열기(熱氣)와 냉기(冷氣)를 골렘들의 몸에 가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단단한 몸체를 가지고 있는 골렘이라고 하더라도 열기와 냉기의 급격한 온도 차이에 의해서 몸체는 약해졌고 그런 약해진 골렘의 몸은 스켈레톤 빅 브래이커의 해머에 쉽게 무너져 내린 것이다. 스켈레톤 세이지의 효용성이 극대화된 공격방법이라 할 수 있었다. 언제 봐도 마법이란 참 대단한 것 같았다.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해주면 적에게 치명적은 타격을 입힐 수 있고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에 너무도 좋은 것이 바로 마법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도 마법을 익힐 수있는다. 그 이유는 바로 나의 직업이 사령술사이기 때문이다. 사령술사란 직업은 매직컬클래스의 직업군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법을 익힐 수 있다.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필요한 능력치는 지혜와 지력다. 사실 아스카에서는 꼭 자신의 직업 외에도 다른 직업의 스킬을 스킬북을 통해서 익힐 수있다. 단 이에는 조건이 있다. 바로 능력치와 레벨이라는 것이다. 그 예로 마법사는 레벨과 함께 지혜와 지력이 배울 마법에 맞게 되면 배울 수 있다. 그런 마법사의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마법사가 마법을 배울 때의 조건 중 지혜와 지력이 배울 마법의 2배가 되어야 배울 수있다. 한마디로 1써클 마법. 매직 미사일을 배울 때 필요한 지혜와 지력이 10씩이라면 다른 직업의 유저가 매직 미사일을 배우기 위해서는 지혜와 지력이 20씩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지혜와 지력을 올리는 매직컬 클래스의 사령술사인 나는 마법을 익힐 수 있었다. 현재 내가 익히고 있는 마법은 4써클이었다. 그것도 4써클 초반의 마법이었다. 4써클 마법을 배울 수있었던 것도 다 데스리치 세트의 능력치 상승 옵션 덕분이다. 능력치 상승 옵션이 없었다면 3써클까지밖에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스킬북을 통해서 다른 직업의 스킬을 배우면 여러 가지 단점이 있다. 일단 다른 직업군의 스킬이기 때문에 스킬의 레벨을 50까지 밖에 올리지 못한다. 스켈레벨 50. 이는 스킬의 위력을 절반밖에 내지 못한다는 소리였다. 단점은 이 것뿐만이 아니라 스킬을 시전할 때 마나소모가 2배나 되고 스킬의 스킬 레벨업 속도도 극악이라고 불릴 정도라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매직컬 클래스의 직업을 가진 유저는 여타 매직컬 클래스의 스킬을 배워 자신의 모자른 점을 보충하고 전투클래스의 직업의 경우 역시 다른 직업의 스킬을 익히 자신의 모자른 점을 보충한다고 한다. 이런 점을 보통 유저들은 다음 직업. 그러니까 원클래스 마스터 이후 할 직업의 스킬을 익혀 미리 스킬 레벨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나의 경우에는 이대로 사령술사를 계속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 고민 중이지만 말이다. 내가 이렇게 레온의 어깨 위에서 다른 생각을 하는 도중에서 언데드 군단의 사냥을 계속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또 레벨업을 했다는 음성이 들려왔고 나의 레벨은 198이 되었다. 앞으로 원클래스 마스터 레벨에서 남은 레벨은 2였다. 하~아. 어떻게 해야하지. 데스리치 세트를 포기하기에는 아까운데. 하~아. [주인님. 주인님. 주인님.] “응? 왜? 레온.” [아무래도 목적지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목적지? 목적지라면...” [예. 던전의 끝. 스톤 자이언트가 막아서도 있는 방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레온의 말대로 저 멀리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앉아 있는 거대한 존재. 거대한 클럽과 갈색의 머리카락, 마치 돌조각처럼 균열이 가있는 피부. 스톤 자이언트가 눈에 들어왔다. 스톤 자이언트 주위에서 눈을 붉히면서 어슬렁어슬렁 경계를 서고 있는 몬스터들. 미노타우르스 전사와 투사, 미노타우르스 마법사, 오우거 워리어와 투사, 주술사와 마법사가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스켈레톤 세이지를 통해서 쉽게 잡았던 가고일과 골렘들도 스톤 자이언트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스톤 자이언트를 제외하고 주변의 몬스터들의 수는 약 70~90마리 정도 되어 보였다. 으음. 이거 힘들겠는데. 솔직히 몬스터들만이라면 어떻게든 이길 수는 있다. 각종 저주를 통해서 약화시키고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면 되니 말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보스몬스터인 스톤 자이언트. 스톤 자이언트는 변변한 스킬은 없지만 무식한 힘과 방어력, 체력은 거인족에서 수위를 다툰다. 저 많은 몬스터와의 전투 중에 스톤 자이언트가 끼어든다면 매우 위험할 것이 자명했다. 으음. 어떻게 해야 하지. 한동안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며 스톤 자이언트를 관찰한 결과 스톤 자이언트는 고개를 숙이고 조는 중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고개가 끄덕끄덕 거리고 있는 것과 입에서 뭔가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흐음. 자고 있다라. 스톤 자이언트가 자고 있는 모습을 본 나는 한가지 작전을 세웠다. 솔직히 작전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것이었다. 바로 스톤 자이언트가 깨지 않게 조심하며 주위의 순회중인 몬스터를 조금씩 유인하여 사냥하고 주위의 몬스터들을 모두 해치운 이후 수로서 스톤 자이언트를 밀어붙이자는 것이었다. 이 계획의 관건은 스톤 자이언트가 깨지 않게 몬스터를 유인하는 것이었다. 나는 몬스터의 유인은 레온의 어깨 위에서 나의 호위를 맡은 데스나이트에게 부탁했다. 이번 작전에서 난 최악의 상황. 그러니까 스톤 자이언트가 잠에서 깨어나 몬스터들과 함께 덤벼드는 것까지 생각해 두었다. 그래서 만약 스톤 자이언트가 깨어난다면 스톤 자이언트는 스켈레톤 빅 자이언트와 레온에게 상대하도록 하기로 했고, 나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 위해서 무한의 가방에서 세가지 아이템을 꺼내었다. 세가지 아이템 모두 내가 직접 구한 것으로 모두 매직 아이템이었다. 첫 번째 아이템은 OBPG. 오우거 배틀 파워 건들릿이었다. 다름 두 번째 아이템은 갑옷으로 이름은 미노타우르스 전사의 철판 갑옷이었다. 옵션으로는 힘과 체력을 각각 20와 15씩 올려주는 C급 매직 아이템이었다. 다음 투구로 미노타우르스 전사의 철판 투구였다. 역시 C급 매직 아이템으로 힘과 체력은 18과 14씩 올려주는 아이템이었다. 내가 이 세가지 아이템을 꺼내든 이유는 바로 레온의 특수능력 사용에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레온. 퓨전 아이템이다.” [예. 주인님.] 퓨전 아이템. 이는 솔리드 아이언 골렘인 레온의 특수능력으로 금속으로 된 아이템의 능력을 흡수하여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이었다. 보통 아이언 골렘의 경우 금속으로 된 아이템을 통해서 소환하게 되면 그 아이템의 능력을 그대로 가지게 된다. 이는 레온의 특수능력 퓨전 아이템과 똑같다. 하지만 보통 아이언 골렘과 같다면 솔리드 아이언 골렘이라는 이름이 운다. 레온의 특수능력 퓨전 아이템은 최고 3개! 3개의 아이템을 흡수하여 그 아이템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고 여타 아이언 골렘의 아이템을 사용하면 아이템을 다시 찾을 수 없는 반면 레온의 퓨전 아이템은 나중에 아이템을 내구력이 사용한 만큼 소모된 상태에서 되찾을 수도 있다. 세가지 아이템을 레온의 어깨 위에 내려놓자. 아이템들은 레온의 몸속으로 흡수 되었고 레온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보통 기사의 헬름을 쓴 모습이었던 레온의 머리는 미노타우르스 전사의 투구와 똑같이 변해 미노타우르스처럼 2개의 거대한 뿔이 생겨났고 몸체는 미노타우르스 전사의 철판 갑옷처럼 거대한 배틀 엑스의 문장이 생겨났다. 그리고 손 모양도 OBPG처럼 변하였다. [완료 되었습니다. 주인님. 힘과 체력이 각각 98, 19 상승하였습니다. 오우거 종의 몬스터가 저를 볼 시 광폭화하여 공격력이 상승할 염려가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주인님.] “그냥 그대로 차고 있어. 광폭화 해봐야 오우거야.” [알았습니다. 주인님.] 레온은 OBPG의 옵션. 오우거 종의 몬스터가 장착한 이를 발견시 광폭화 된다는 옵션 또한 그대로 적용받았고 이를 염려하여 나에게 어떻게 해야할지 물어보았고 나는 무시하라고 했다. 흐음. 역시 안좋은 옵션도 흡수되는 군. 이어서 나는 한번의 성장을 한 스켈레톤인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와 플레임, 프로스트, 베놈 스켈레톤 워리어, 스켈레톤 헌터, 스켈레톤 브레이커, 스켈레톤 랜서, 스켈레톤 위저드를 소환했다. 이는 조금이라도 유인해온 몬스터를 빨리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두 번의 성장을 한 스켈레톤들보다는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도움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번의 성장을 거친 스켈레톤의 소환 스킬은 두 번의 성장을 거친 스켈레톤들만을 자주 사용하는 바람에 그리 스킬레벨이 높지 않았지만 아이템의 옵션 덕분에 꽤 많은 수를 소환할 수 있었고 한번의 성장을 거친 스켈레톤의 수는 157구였다. 이로서 언데드 군단의 총수는 무려 512구나 되었다. 물론 이 수는 레온과 데스나이트들을 뺀 숫자였다. 나는 한번의 성장을 거치 스켈레톤들의 소환에 그치지 않고 거의 소환을 하지 않았던 듀라한도 소환했다. 듀라한은 겨우 4구를 소환할 수 있었는데 4구를 소환할 수 있었던 것도 데스리치 세트의 스킬 레벨 업 옵션 덕분이었다. 데스리치 세트가 없었다면 겨우 1구만 소환가능 했을 것이다. 모든 소환을 마친 이후 나는 벨트에 마나 포션과 힐링 포션을 가득 채워 놓았고 오라 스킬마저 꺼 놓은 다음 마나가 모두 채워지기를 기다렸다. 마나가 모두 회복된 이후 다시 오라 스킬을 사용했고 곧 나와 함께 레온의 어깨 위에 있던 데스나이트는 뛰어 나갔다. 역시 원클래스 마스터급 데스나이트였기에 그 움직임은 굉장히 빠르고 민첩했다. 데스나이트는 우선 스톤 자이언트의 외곽쪽에 있는 몬스터. 미노타우르스와 오우거의 전사와 투사, 주술사와 마법사를 유인했다. 원거리 공격인 검기를 날리자 몬스터들은 광분하여 데스나이트를 향해서 달려들었고 다행스럽게도 스톤 자이언트는 잠에서 깨지 않았다. 좋았어! 데스나이트는 간혹 몬스터들을 향해서 검기를 날리거나 사령마법을 사용하여 몬스터들을 흥분시켜 유인했고 얼마 되지 않아 언데드 군단이 있는 곳까지 유인해 왔다. 좋았어! 간다! “죽은 자들의 한과 분노가 서려있는 육체의 조각이여! 나의 명에 따라 산자들의 육체를 구속하라! 본 프리즌!” 파파파팍! 구어어어! 크아아아! 쾅! 쾅! 쾅! 언데드 군단이 있는 곳까지 오자 나는 바로 구속 마법. 본 프리즌을 시전하였다. 본 프리즌은 말 그대로 뼈로 된 감옥으로 땅속에서 뼈가 솟아 나와 적을 구속하는 마법으로 뼈의 내구력이 모두 소모되거나 시간이 되면 사라지는 마법이었다. 갑자기 나온 뼈로 인해 구속당하자 오우거와 미노타우스는 무기를 휘둘렀고 점차 본 프리즌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역시 스킬 레벨이 별로 높지 않아서 금방 파괴되겠군. 하지만 조금 시간을 벌었으니 상관없지. 콰콰콱! 콰쾅! 치지지직! 쿠우우우! 콰콰콰쾅! 본 프리즌으로 조금을 시간을 벌자 스켈레톤 로열 랜서는 소울 오라가 가득한 창을 던졌고 스켈레톤 세이지들은 5써클의 라이트닝 캐논과 윈드 캐논을 시전하여 본 프리즌에 구속당해 있는 미노타우르스와 오우거의 머리를 향해서 날렸고 라이트닝 캐논과 윈드 캐논은 그대로 두 몬스터의 머리를 관통하여 두 몬스터 뒤에 역시 본 프리즌에 의해서 구속되어 있던 미노타우르스와 오우거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는 사라졌다. 나는 이어서 계속 구속마법을 시전했다. “죽은 자들의 한과 분노가 서린 망령들이여! 나의 명에 따라 산자들의 영혼을 구속하는 사슬이 되어라! 산자들의 육체의 자유를 빼앗아라! 소울 프리즌!” 꺄아아아악! 소울 프리즌. 망령들을 몬스터의 육체 안으로 침투시켜 영혼의 자유를 빼앗아 아무것도 못하게 만드는 구속마법으로 망령들의 수준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결정되는 마법이었는데 망령들은 모두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미노타우르스와 오우거 전사와 투사, 주술사와 마법사로 만들어진 녀석들이었고 한 마리당 두 망령이 스며들었기에 미노타우르스와 오우거는 쉽게 육체의 자유를 빼앗기에 초점 없는 눈을 하고 가만히 있었다. “레온!” [예. 주인님.] 레온은 감정 없는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앞으로 나아가 초점없는 눈으로 멍하니 서있는 미노타우르스 전사의 머리를 향해서 거대한 주먹을 뻗었다. 퍼억! 아이템으로 인해 힘이 대폭 상승한 레온의 주먹에 의해서 미노타우르스 전사는 그대로 쓰려졌고 코로부터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레온은 이에 멈추지 않고 발까지 사용하여 미노타우르스 전사의 머리를 철저하게 파괴했다. 물론 아직 미성년인 나의 눈에는 모자이크처리가 되어있었기에 상당히 끔찍하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데스나이트가 유인해온 몬스터들을 우리는 신속하게 처리했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자 스톤 자이언트의 근처에 남아 있는 것은 골렘들뿐이었고 그 수는 20마리를 넘지 못했다. 20마리도 안되는 수의 골렘과 스톤 자이언트라면 상대 해볼만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 오늘은 이것이 마지막!!! 혹시 코멘트가 좀더 있다면... 더 올릴 수도 있어요 +ㅁ+ 나는 스톤 자이언트와 싸우기 전에 성장한 스켈레톤이 아닌 그냥 스켈레톤. 노멀, 파이어,아이스, 포이즌 스켈레톤 나이트를 소환하였다. 성장하지 않은 스켈레톤 중에 그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소환을 마치자마자 나는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정면으로 아직까지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며 졸고 있는 스톤 자이언트를 향해서 진군하였다. 쿵! 쿵! 쿵! 쿵! 쿵! 언데드 군단을 발견하고 다가오기 시작한 골렘들! 제일 처음 격돌한 것은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였다.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보다 조금 크거나 같은 골렘들이 먼저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들이 손에 들리 뼈로 된 해머를 휘둘러 골렘들을 공격하자 골렘들은 팔을 들어 막아냈지만 아이언 골렘의 경우에는 팔의 강철이 찌그러졌고 스톤 골렘의 경우 팔에 균열이 갔다. 이어 골렘들을 공격한 것은 스켈레톤 세이지들이었다.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와 골렘들이 설켜있음에도 불구하고 데스나이트의 지시였는지 거침없이 5써클의 마법을 썼다. 윈드 캐논과 파이어 필드가 골렘들과 함께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에게 작열하였고 이어 썬더 캐논과 아이스 필드가 골렘들과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에게 작열하였다. 그로 인해 몸집이 거대한 골렘들과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는 극심한 온도차이로 인해서 약해진 골렘들은 마법이 작열한 뒤에 공격에 나선 뮤턴트 좀비 자이언트에 의해서 파괴되었다.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 역시 멀쩡하지 못했다. 윈드 캐논과 썬더 캐논에 의해서 몸을 관통당하거나 파이어 필드와 아이스 필드에 의해서 뼈가 녹거나 얼어붙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를 수리하기 위해서 로브 안에서 미노타우르스의 시체와 오우거의 시체를 꺼내서 스켈레톤 마스터리의 부수 스킬은 수리를 시전하였고 시체로부터 빠져나간 하얀 연기는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의 몸에 흡수되었다. 그러자 마법으로 인해 관통되었던 부분이 매워졌고 녹거나 얼어붙었던 뼈들도 제 모습을 찾았다. 그리고 꺼내놓았던 몬스터들의 시체는 뼈는 없어지고 살과 가죽만이 남았다. 살과 가죽만 남은 몬스터들의 시체를 나는 다시 회수했다. 이 이유는 바로 살과 가죽과 남은 시체는 뮤턴트 좀비에게 먹여 몸을 회복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20여마리의 골렘들을 처리하는 동안에도 스톤 자이언트는 계속 졸고 있었다. 바로 자신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땅이 울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저 녀석 엄청 둔 하구만. 뭐 상관없지. 오히려 잘 된 일이니까. 나는 데스나이트들에게 언데드 군단을 지휘하여 스톤 자이언트를 포위하도록 명령했고 곧 언데드 군단은 신속하게 스톤 자이언트를 포위하였다. 나 역시 레온의 어깨에서 내려 제일 후방에서 마법을 시전할 준비를 했다. “오러를 날릴 수 있는 스켈레톤 나이트들은 스톤 자이언트의 몸을! 스켈레톤 세이지와 스켈레톤 로열 랜서! 스켈레톤 스카우트는 스톤 자이언트의 다리를! 뮤턴트 좀비 자이언트와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 레온은 점프를 해서 스톤 자이언트의 머리를 노린다! 공격은 내가 마법을 시전함과 동시에 한다!” [알았다.] [알았습니다. 주인님.] 나의 목소리를 들은 데스나이트와 레온은 대답해 주었고 나는 내가 가진 공격마법 중 두 번째로 강력한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가장 강력한 마법을 써도 되었지만 그 마법은 일단 시전하고 나면 한동안 무방비 상태가 되기 때문에 위험했다. 그렇기에 두 번째로 강력한 마법을 시전하기로 한 것이다. “산자들을 향한 원한과 분노 그리고 탐욕을 가진 망령들이여! 그대들의 원한과 분노는 산자들의 육체와 영혼을 꿰뚫을 한 자루 검의 검신이 되고 산자들의 생명을 향한 탐욕은 원한과 분노의 검신의 검자루가 되리라! 스피릿 스워드 스트라이크!” 우우우웅! 망령의 주머니와 마의 주위를 떠돌던 망령들은 두,세 망령씩 뭉치기 시작했다. 망령들이 뭉쳐서 만들어낸 것은 망령들의 색과 함은 회색의 검! 스피릿 스워드였다. 망령들로 만들어진 스피릿 스워드의 수는 무려 40 자루! 40자루의 스피릿 스워드는 그래도 검신을 땅으로 향하고 공중에 떠있었다. 나는 그 스워드들을 보며 손을 들어 아직도 졸고 있는 스톤 자이언트의 머리를 가르쳤고 그러자 심하게 떨기 시작하던 스피릿 스워드는 스톤 자이언트를 향해서 날아가기 시작했다. 스피릿 스워드 스트라이크. 이는 소울 스트라이크보다 상위의 공격마법으로 누나가 준비해 준 스킬북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다. 배울 수 있는 레벨은 180. 필요한 스킬 포인트는 무려 10이었다. 그렇지만 그 위력만큼은 필요 레벨을 뛰어넘고 스킬포인트 소모가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이 스피릿 스워드 스트라이크는 소울 스트라이크처럼 망령을 이용한 공격마법이기에 마법이나 오러가 아니면 막아낼 방법은 없었다. 아니 있긴 있었다. 바로 자신의 다른 신체 부위를 내주는 것 말이다. 소울 스트라이크와 다르게 스피릿 스워드 스트라이크는 충돌이전에도 물리력이 존재한다. 스피릿 스워드 스트라이크는 물리적은 공격력과 영적인 공격력을 가지는데 우선 물리적인 공격력을 통해서 육체에 상처를 입히고 영적인 공격력으로 영혼에 상처를 입혀 능력치는 하락시키고 체력을 저하시키는 정말 무서운 공격마법이었다. 스피릿 스워드가 스톤 자이언트의 머리에 거의 다다랐을 때 놀랍게도 스톤 자이언트의 눈이 떠지는 광경을 난 볼 수 있었다. 지지지직! 파아아아! 쩌쩌쩌쩍! 파아아아아. 쿠우우우우! 파파팍! 쾅! 쾅! 쾅! 애초 계획되로 스켈레톤 세이지들의 마법. 파이어 필드와 아이스 필드, 썬더 캐논과 윈드 캐논, 포이즌 익스프로젼이 스톤 자이언트의 다리에 작열했고 스켈레톤 로열 랜서들의 창과 스켈레톤 스카우트들의 화살이 오러가 맺힌 상태에서 다리에 박혀들어갔다. 이어 스켈레톤 나이트들의 소울 오러들이 스톤 자이언트의 가슴에 작열했다. 마지막으로 나의 명에 의해서 그 육중한 몸체로 점프까지 한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들과 뮤턴트 좀비 자이언트는 해머와 손을 휘둘렀고 레온은 보다 높게 점프를 하여 그 거대한 몸으로 발을 내리 꽂았다. 크아아아아악! 쾅!쾅!쾅!쾅! “쉬지 말고 계속 공격해! 소울 스트라이크! 프로스트 노바!” 스톤 자이언트가 비명과 함께 쓰러지자 나는 쉬지 않고 주문도 외우지 않고 계속 공격마법을 시전하였고 언데드 군단도 달려들어 쓰러진 스톤 자이언트를 향해서 쉬지 않고 공격했다. 마법이 작열하고 스켈레톤들의 오러가 맺힌 검과 화살, 창, 뮤턴트 좀비들의 손톱이 스톤 자이언트를 공격할 때마다 스톤 자이언트의 비명이 던전을 울렸다. 계속 적인 마법으로 인해서 생긴 먼지 구름은 스톤 자이언트를 뒤덮을 정도가 되었고 더 이상 스톤 자이언트의 비명이 들려오지 않자 나는 마법시전을 그만두고 언데드 군단 역시 뒤로 물러났다. 스톤 자이언트. 죽었겠지. 이정도로 공격에도 살아남았다면 스톤 자이언트. 너의 그 엄청난 육체적 능력에 경의를 표하며 죽여주마. 나는 먼지 구름이 잦아들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스톤 자이언트가 쓰러져 있던 곳을 지켜보았다. 먼지 구름이 잦아들자 제일 처음 모습을 들어낸 것은 바로 붉게 피로 물든 대지였다. 이어서 보이는 스톤 자이언트의 다리. 스톤 자이언트의 다리는 말그대로 너덜너덜 했다.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그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그 모습이 상상이 갔다. 분명 뼈가 들어났을 것이다. 점차 모습을 들어낸 스톤 자이언트의 모습은 처참했다. 가슴으로부터 흘러내리는 피는 던전의 대지를 적시고 있었고 머리는 레온과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와 뮤턴트 좀비 자이언트에 의해서 모양이 변해있었다. 하지만 스톤 자이언트는 죽지 않은 상태였다. 그 엄청난 공격에도 살아남은 스톤 자이언트는 살아남았다는 증거로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거리고 있었다. 정말 엄청난 생명력이군. [크윽! 이,이, 죽일놈들! 쿨럭!] “하.하.하. 그 엄청난 공격에서 살아남고도 말까지 하네.” 정말 놀라웠다. 그 엄청난 공격에서 살아남고도 말까지 하고 거기에 상반신 뿐이지만 몸도 일으키다니. 나는 상반신을 일으키는 스톤 자이언트를 보며 가만히 있었다. 어자피 이대로 두면 곧 죽을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마지막 말을 들어주마. “죽기 전에 무슨 할말 없나?” [크크크크. 난 혼자 죽지 않는다! 대지여! 그 위대한 대지의 힘을 보여다오! 대지의 분노!] 쿠쿠쿠쿠쿠! 쩌저저적! 크윽! 그냥 끝낼 것을.... 스톤 자이언트는 곧 자신의 목숨이 다한다는 생각에 동귀어진의 수를 펼쳤다. 스톤 자이언트가 시전한 대지의 분노에 의해서 던전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땅을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갈라진 틈으로부터는 마그마가 뛰쳐나와 나와 언데드 군단뿐만 아니라 스톤 자이언트를 향해서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제길! 프로스트 노바! 프로스트 노바! 프로스트 아머! 캔슬! 회수! 얼음 계열의 스켈레톤 세이지는 어서 아이스 필드를 시전해! 아이스 필드가 안되면 다른 마법이라도 시전하란 말이야!” 마그마은 언데드 군단을 덮쳤고 제일 처음 피해를 본 것은 가장 선두에 서있던 데스나이트들이었다. 이어 스켈레톤 빅 자이언트와 뮤턴트 좀비 자이언트를 덮쳤기에 나는 재빨리 소환을 캔슬하고 매개체를 회수했다. 얼음계열의 스켈레톤 세이지와 함께 얼음계열의 마법을 시전했지만 마그마의 전진 속도를 늦출 뿐이었다. 이런! 어떻게 해야 하지!? ============= 아침이라 일단 한편!!! 저의 글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복받으세요! 오늘도 꽤 올릴 예정이니... 기다려 주십시오!!! [주인님. 저의 손에 올라타십시오.] “레온!” [저는 솔리드 아이언 골렘. 어느정도 마그마 속에서 버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의 육체의 파편만 조금 남아 있다하더라도 다시 소환할 수 있으니 어서 오르십시오.] “아! 그렇군! 알았어!” 지금 이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지금까지 거의 내말만 따르던 레온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았고 나는 그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나는 혼자서 오르지 않고 얼음속성의 스켈레톤 세이지들과 함께 레온의 손에 올랐다. 얼음속성의 스켈레톤 세이지의 수는 6구. 충분히 레온의 양손바닥 위에 오를 수 있는 수였다. 그 외에 나머지 스켈레톤들은 모두 소환을 캔슬하여 매개체를 회수하였다. 레온은 자신의 손에 나와 스켈레톤 세이지들이 오르자 양손을 머리위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얼마 후 결국 마그마는 레온을 덮쳤다. 레온이 보통 아이언 골렘이었다면 금방 녹아버렸을 테지만 레온은 특별한 아이언 골렘. 솔리드 아이언 골렘이었기에 녹고 있긴 했지만 녹는 속도는 현저하게 느렸다. 계속 녹아내리고 있는 레온. 그렇게 10여 분간 마그마는 계속해서 흘러내렸고 레온의 하반신은 모두 녹아내린 상태였다. 도대체 얼마나 계속되는 거야. 레온의 상반신이 3분의 2정도 녹아내렸을 때 던전을 뒤덮었던 마그마는 사라지고 원래 상태로 되돌아왔다. 후~우. 정말 죽을 뻔했군. “레온. 괜찮은 거냐?”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소환을 취소하신다면 다시 저를 소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거기에 주인님의 아이템은 OBPG와 미노타우르스 전사의 투구를 제외하고 모두 녹아내렸습니다.] “어쩔 수 없지. 그럼 레온 나중에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보자.” [예. 주인님. 안녕히 계십시오.] “푹 쉬어. 캔슬!” 쿠르르르. 소환을 취소하자 레온의 몸은 무너져 내렸고 레온이 있던 자리에는 작은 철조각 하나만이 남아있었다. 후~우. 데스나이트도 당하고 듀라한도 녹아내렸으니 스켈레톤 나이트들로 호위를 대신해야겠군. “레이지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만을 소환한 나는 주변을 살펴보았고 3m에 이르는 철문을 발견할 수있었다. 스톤 자이언트와 아이템이 모두 녹아버렸는데 저 문을 멀쩡하군. 저 문 뒤의 방만 기록하면 드디어 10층의 지도도 완성이군. 후후후. 과연 어떤 보상이 나를 기다릴까. 크크크. 나는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에게 문을 열도록 시켰고 만약의 사태를 위해서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를 앞세웠다. 하지만 그 만약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철문을 열자 곧 자동으로 방안의 촛불들이 켜졌고 방 저 끝에 화려하게 금으로 도금된 상장만이 우리를 반겨주었기 때문이었다. 오오오! 금상자! 보물 상자인가! 뭐가 들어있으려나! 곧 내가 방안에 들어서자 나의 귀로 한가지 음성이 들려왔다. [던전 10층의 지도를 완성하셨습니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으로 레벨이 2올랐습니다. 그 외에 보상은 영주성의 영주로부터 받으시길 바랍니다. 직업명이 네크로맨서에서 네크로마스터로 변경됩니다. 마스터 스킬이 주어집니다. 마스터 스킬을 선택하여 주십시오. 1. 리바이벌 몬스터. 2. 서먼 주얼 골렘. 3. 키메라제작. 4.서먼 커스 엘리멘탈.] 놀랍게도 지도를 완성하자 퀘스트가 완료되었고 보상으로 레벨이 2나 오른 것이다. 바로 원 클래스 마스터가 된 것이다! 오예! 완전히 대박이구만. 나는 마스터 스킬의 설명을 읽고 어떤 스킬을 골라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리바이벌 몬스터. 리바이벌 몬스터는 자신이 죽인 몬스터 중 가장 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소환하는 마법으로 스킬레벨 50당 한 마리의 몬스터를 소환 가능하고 리바이벌 몬스터로 소환된 몬스터는 스킬 레벨에 따라 레벨이 더욱 플러스 되어 소환되는 마법이었다. 서먼 주얼 골렘은 말그대로 보석으로 된 골렘을 소환하는 마법이다. 주얼 골렘은 보통 금강석. 그러니까 다이아몬드를 매개체로 하여 소환된다. 다이아몬드 골렘은 역시 최강의 강도를 자랑하는 보석답게 골렘 중 최강의 방어력과 공격력을 자랑한다. 거기에 매개체인 보석에 마법이 부여되어 있다면 보석에 부여된 마법을 골렘역시 사용할 수 있기에 상당히 좋은 스킬이었다. 다음 키메라 제작은 말그대로 키메라를 제작하는 스킬이다. 키메라 제작에는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일단 만들어진 키메라는 유저를 능가할 정도록 강력하기에 매우 좋은 스킬이었다. 마지막 서먼 커스 엘리멘탈은 말그대로 저주의 정령을 소환하는 마법으로 저주를 전문으로 나가는 사령술사를 선택하는 이라면 반드시 마스터 스킬로 서먼 커스 엘리멘탈을 선택하는 스킬이었다. 이 네가지 스킬 모두 매우 좋은 스킬이었다. 나는 한참동안 고민한 끝에 마스터 스킬로 리바이벌 몬스터를 선택했다. 나는 언데드를 주로 다루는 언데드 사령술사! 그래서 리바이얼 몬스터를 선택한 것이다. [마스터 스킬 리바이벌 몬스터를 선택하셨습니다. 마스터 스킬 리바이벌 몬스터를 익히셨습니다. 현재 소환한 가능한 리바이벌 몬스터는 스톤 자이언트입니다. 현재 직업 사령술사로 플레이 하시겠습니까? 사령술사로 계속 플레이시 보너스 스테이터스 포인트와 스킬 포인트가 주어집니다. 또 일부 스킬이 변환되고 스킬 레벨의 한계레벨이 200으로 상승합니다. 사령술사로 계속 플레이하시겠습니까?(Y/N)] 으음. 어떻게 하지? 다른 직업을 선택하게 되면 더 이상 데스리치 세트의 덕을 보지 못하게 되지만 사령술사 이외의 직업으로 전직하여 새로운 클래스를 만들어 낼수 있는데. 으음. 어떻게 하지. 나는 한참동안 생각에 빠져있었다. 후~우. 에라이 모르겠다! “사령술사로 계속 플레이 한다!” [사령술사로 계속적인 플레이를 선택하셨습니다. 데스리치 세트의 숨겨진 세트 스킬이 들어납니다. 특수 스테이터스 지배(Domination)가 추가 되었습니다. 스켈레톤 마스터리가 언데드 마스터리로 변환되었습니다. 레이지 스켈레톤 계열의 스킬이 일부 변환되었습니다. 스킬 레벨의 한계레벨이 200으로 변환되었습니다. 새로운 스킬을 익혔습니다. 추가된 스테이터스 지배와 변환,추가된 스킬에 대한 설명을 보시겠습니까?(Y/N)] 오늘은 참 놀랄 일이 많은가 보다. 에라이 모르겠다는 심정에 사령술사로의 플레이를 선택하자 정령사, 흑마법사, 신관이 가지는 특수 스테이터스가 나에게 생기다니 말이다. 거기에 데스리치에 숨겨진 세트 스킬이라니. 나는 바로 보겠다고 했고 곧 나의 눈 앞에 새로운 창이 떴다. [*지배(Dom. Domination)(습득) 특스 스테이터스 지배는 말그대로 피지배자를 지배하는 능력치다. 지배가 높으면 높을 수록 NPC와 몬스터는 지배를 지닌 유저에게 본능적으로 지배계층으로부터 느끼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지배는 스킬레벨보다 많은 소환물을 소환하게 해주며 소환물에 따라 지배로 인해 증가되는 수는 다르다. 또 자신보다 레벨이 현저히 낮은 몬스터의 경우 직접 지배, 컨트롤 할 수 있다. 그 외에 여러 가지 스킬을 통해서 몬스터를 종속시킬 경우 지배가 성공률에 영향을 준다. *언데드 마스터리. Skill Lv:1(변환) 모든 언데드를 관찰, 수리할 수 있으며 자신이 가진 소환물 이외의 언데드를 산체로 관찰 할 경우 언데드 제작의 레시피를 얻을 수있다. 그 외에 자신에게 소환되거나 종속된 언데드의 공격력, 방어력, 능력치를 상승시킨다. -관찰. 마나소모:50. -수리. 마나소모:60 -언데드 제작 보유 레시피. -언데드 공격력, 방어력, 능력치 상승률 20% (다음레벨 필요 스킬 포인트:10) *레이지 스켈레톤 데드. Skill Lv:34(변환) 죽음의 기운이 더욱 강하게 깃든 스켈레톤 데드를 소환한다. 스킬레벨 2당 1구의 스켈레톤 데드를 소환할 수있다. (마나소모:120. 다음레벨 필요 스킬포인트:8) *레이지 스켈레톤 데드 워리어 Skill:24(변환) 죽음의 기운이 더욱 강하게 깃든 스켈레톤 데드 워리어를 소환한다. 스킬레벨 4당 한구의 스켈레톤 데드 워리어를 소환할 수있다. (마나소모:360. 다음 레벨 필요 스킬 포인트:11) *레이지 스켈레톤 데드 나이트 Skill Lv:44(변환) 죽음의 기운이 더욱 강하게 깃든 스켈레톤 데드 나이트를 소환한다. 스킬레벨 6당 한구의 스켈레톤 데드 나이트를 소환할 수있다. (마나소모:550 다음 레벨 필요 스킬포인트:19) *언데드 제작.Skill Lv:1(습득) 언데드를 제작한다. 언데드 제작을 통해서 제작한 언데드들은 소환물이 아니므로 다른 이에게 양도 가능하며 항상 옆에 둘 수도 있다. 제작한 언데드의 수에는 한도(限度)를 두지 않는다. 스킬 레벨이 올라가면 언데드 제작의 성공률이 올라간다. 언데드 제작의 성공률에 영향을 주는 것은 지혜, 손재주, 지배 마지막으로 스킬 레벨이다. (마나소모:2000. 다음 레벨 필요 스킬포인트:20) *망령제작(亡靈制作). Skill Lv:1(습득) 망령생성을 통해서 만들어낸 망령으로 보다 강한 망령을 만들어낸다. 스킬 레벨이 높으면 높을 수록 제작할 수 있는 망령 역시 다양해지고 강해진다. 만들어진 망령은 망령형 몬스터 레이스, 미스트와는 다르게 몬스터로 구분되지 않는다. (마나소모:770 다음 레벨 필요 스킬포인트:9) *트리플 스펠. Skill Lv:1(습득) 보유하고 있는 망령을 통해서 동시에 세가지의 주문을 외울 수있다. 망령을 통해서 시전된 주문에 마나소모는 본래 마나소모에 4배이며 위력은 50%로 떨어진다. 스킬마스터시 본래 위력과 본래의 마나소모로 주문을 외울 수있다. (패시브 스킬. 다음레벨 필요 스킬포인트:20) 라이프 포스 베슬.(데스리치 세트 스킬). 자신의 생명력을 용기에 담아 리치가 된다. 생명력이 담긴 용기가 부서져 생명력이 빠져나가지 않는 한 죽지 않는다. 리치화시 HP와 MP, 레벨 및 능력치가 1.5배 상승한다. (마나소모: 5000)] 하.하.하. 리치화 스킬이라니. 이건 너무한 것 아니야. 데스리치 세트의 숨겨진 스킬은 너무나도 대단했다. 리치화 스킬이라니. 아스카에서는 서버를 오픈 했을 때 이런 공지가 제일 먼저 올라왔었다고 한다. 그 공지는 바로 종족에 관한 공지였다. 공지의 글에 따르면 아스카의 종족에 대한 패치는 이미 끝났다. 다른 종족이 되는 방법은 유저 스스로가 알아낼 의무이다라고 말이다. 그 후 라이칸스로프, 뱀파이어, 드워프, 엘프가 되는 방법을 유저들은 알아냈고 여타 다른 종족이 아스카에 돌아다니기 시작했단다. 하지만 아직까지 들어나지 않은 종족이 있었으니 그 종족이 바로 언데드였다. 언데드. 이미 한번 이들이 되살아나 산자들을 향해서 증오를 불꽃을 태우는 이들. 수많은 유저들이 언데드가 되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실험을 해보았지만 알아낸 이은 없었다고 한다. 좀비에게 물려보고, 아무리 죽어봐도 언데드는 되지 않고 죽음만 맞이했다고 한다. 결국 유저들은 언데드는 될 수 없는 종족이라 여기소 포기했다. 그런데 나에게 그 언데드. 그것도 리치가 될 수 있는 스킬이 생기다니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리치가 되어 아스카 최초의 언데드가 될까. 아니면 이대로 플레이할까 하고 말이다. 한참동안 고민한 끝에 나는 인간으로 남기로 했다. 그 이유는 바로 아스카의 리얼리티 때문이었다. 아스카는 엄청난 리얼리티를 자랑한다. 그러니 리치가 된다면 인간과 적대적인 종족이 될 것이고 무엇보다도 이미 죽은 자이기에 맛! 바로 맛을 느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이런 소리를 들어본 적 있었다. 자고로 인생의 반은 먹는 것이라고 말이다. 맞는 지는 정확치 않다. 그러니 나는 그냥 인간으로 플레이하기로 했다. 뭐 리치가 된다면 앞으로 식사비도 안들고 죽지도 않고 지치지도 않으니 좋지만 역시 먹는 것은 중요하기에 인간으로 남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였다. 자자! 그러면 아이템을 챙기러 가볼까. 나는 애초의 목적인 금상자를 향해서 걸어갔다. 저벅저벅. 쑥! 저벅,저벅 쑥? 하.하.하. 설마. 설마가 사람잡았다. 아무것도 없을 꺼라고 생각했던 이곳! 이곳에는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으아아아!!! 엄청난 속도로 떨어져 내리는 나와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들! 흑흑! 원클래스 마스터가 되자마자 죽는구나. 아니야 죽을 순 없어! “본 아머! 스피릿 실드! 나를 감싸라!!!!” 나는 살아남기 위해서 본 아머와 스피릿 실드를 시전하고 함께 떨어져 내리는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에게 나를 감싸도록 했다.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들은 공중에서 허우적 거리다가 나를 껴안을 수있고 나머지는 운명에 걸기로 했다. 출렁! 마치 물을 통과하는 기분. 그와 함께 온몸으로 느껴지는 고통! “크아아아아!” 생전 느껴보지 못한 고통에 나는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는 것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 한스. 아니 상민이 느낀 그 생전에 느껴보지 못한 고통은 바로 차원의 벽을 통과할 때 느낀 고통이었다. 차원벽. 이는 차원과 차원 사이에 있는 벽으로서 다른 차원관의 간섭을 막는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벽이었다. 이 차원의 벽을 어떻게 해서 상민이, 그것도 바로 게임 아스카에서 통과할 수 있었냐하면은 바로 데미니안이 실험한 차원이동마법진 때문이었다. 차원이동마법진이 불완전하게 성공한 것을 몰랐던 데미니안이 그대로 차원의 문을 불안전하게 두었기에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불완전한 차원의 문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게임속의 새롭게 생긴 던젼의 마지막 방의 함정 속에 존재하고 있었는데 이는 운명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차원의 문을 통해서 불완전하게나마 구멍이 뚫린 차원의 벽을 통과한 상민의 게임속 육체. 한스의 육체는 차원의 벽을 만들어낸 모든 이의 어머니이자 아버지의 힘. 카오스. 혼돈에 의해서 진실한 육체로 거듭났다. 그와 함께 상민이 차고 있던 아이템 역시 그 혼돈의 힘에 의해서 진실한 것으로 거듭났다. 이는 차원의 벽을 이루는 혼돈. 카오스 덕분이었다. 카오스는 빛과 어둠. 창생과 파멸을 모두 가진 힘. 그랬기에 가짜의 육신과 물건이 진짜로 거듭난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한스. 상민이 차원의 벽을 넘은 것은 게임속! 그 게임속의 기능이 불완전한 차원의 문을 통해서 그대로 구현되고 있었다. 불완전한 차원의 문이 닫힌다면 이는 계속 구현되고 말것이었다. 차원의 벽은 완전히 넘어 다른 세계로 온 한스, 상민은 다행히 목숨을 잃지 않은 상태였다. 어자피 게임속의 기능이 구현되어 있기에 진짜로 목숨을 잃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목숨을 잃지 않는 것은 다행이었다. 불완전한 차원의 문을 넘어 상민이 떨어진 곳은 어느 외딴 숲이었다. 불완전한 차원의 문에서 땅으로 그대로 떨어지자 상민은 고통을 느껴며 정신을 들었고 자신이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고 오토 포션을 통해서 회복되어 가고 있다고는 하나 이대로 상처를 치료하지 않는다면 목숨이 위험하다고 느낀 상민은 살아남을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상민은 현재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전신에서 흘러내리는 피는 땅을 젖시고 있었고 상민이 생각하는 동안 벌써 6개째의 포션이 오토 포션으로 인해서 사용되었다. 남은 포션은 수는 18개. 나머지 6개는 마나포션이었다. 결국 살아남을 방법을 생각해낸 상민은 고통을 참으며 입속의 피를 삼키고는 조용히 주문을 외웠다. “거,검의 기,길을 걸으며 주,죽음이란 시련에도 검을 놓지 않은 이,이들이여! 나,나 그대들을 여기 소화,환하려니! 쿨럭! 여기에 그 모습을 들어내라! 서먼! 데스나이트!” 주문을 외우자 게이트가 열리고 이전과 똑같이 3명의 데스나이트가 게이트로 나왔다. 하지만 다른 것이 하나 있었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투기와 죽음의 기운! 그것은 진짜였다. 그렇지만 엄청난 고통으로 인해 다시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던 상민은 그것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치,치료... 보,보호...” 이를 마지막으로 상민은 정신을 잃었고 데스나이트들은 그대로 상민을 내려다 보았다. 한참동안 데스나이트들은 상민을 내려다 보다가 다가왔다. 그 세 데스나이트중 오른쪽의 데스나이트는 검을 빼들어 치켜올렸다. 상민의 명령을 지키지 않고 죽이려하고 있는 것이다. 데스나이트가 고위의 언데드라고는 하나 역시 언데드. 산자를 향해서 증오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소환자인 상민을 죽이려 한 것이었다. 치켜올려졌던 데스나이트의 검은 정신을 잃은 상민의 목을 향해 내리쳤다. 깡! 놀랍게도 데스나이트의 검은 가운데의 서있던 데스나이트의 검에 의해서 막혀졌다. 자신의 검을 막은 가운데의 데스나이트를 확인하고는 오른쪽의 데스나이트는 급하게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났다. 마치 상관에게 잘못을 한 기사처럼 말이다. [어째서 데일런의 검을 막으신 겁니까. 마스터 스칼런.] 왼쪽의 가만히 있던 데스나이트는 가운데의 데스나이트. 스칼런에게 물었다. 스칼런의 헬름 속에서 빛나는 붉은 눈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아직도 모르겠나. 게일. 저 인간에게 느껴지는 정확히 물건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을 말이야.] [....이,이 기운은!?] [그래. 그분의 기운이지.] [허억! 그,그럼 제가 감히 불경한 일을...] 오른 쪽 데스나이트. 가운데의 데스나이트. 데스마스터. 스칼런의 말에 데일런은 어쩔 줄 몰라했다. 이를 지켜보는 스칼런의 눈 웃음은 더욱 진해졌다. [후후후.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네. 단지 물건에서 느껴지는 기운일 뿐이야. 하지만 이녀석을 살려두어야 해. 잘하면 우리의 군주(君主). 혹은 군사(軍師)가 될지도 모르니 말이야. 데일런.] [예!] [이 녀석을 엎어라! 가까운 마을로 간다!] [예!] 이후 데일런이 상민을 업자 데스나이트들은 놀라운 속도로 뛰어나갔다. 상민을 치료할 사람이 있는 마을을 찾아서.... 인연. 시작. 으으으. 정신이 들자마자 내가 느낀 것은 전신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압박감이었다. 그리고 점차 등 뒤에서 느껴지는 딱딱함. 지금 나는 딱딱한 무엇인가에 누워있는 모양이었다. 제길! 그런 엄청난 함정이라니. 지금까지 단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통증이라니 엄청난 통증이라면 통증을 크게 약화시켜 느껴야하는데. 나중에 항의 메일을 보내야겠어. 어느정도 정신을 추수린 나는 주위를 살펴보았다. 분명 내가 떨어진 함정이 있는 곳은 던전 안이 었다. 그런데 잠깐 정신을 차렸을 때 내가 있던 곳은 얼핏 보아 숲이었고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나무로 지어진 집이었다. 으음. 그 함정. 혹시 텔레포트도 걸려있었나? 함정의 마법으로 망신창이로 만들고 혹시 살아남더라도 몬스터들이 가득한 숲에 떨어지게 해서 죽이려고 말이야. 으음. 그럴거야. 그렇지 않으면 설명이 안되지. 후~우 . 다행이다. 잠깐이나마 정신을 차려서 데스나이트를 소환했으니 말이야. 원클래스 마스터가 되자마자 죽으면 억울하잖아. 후후후. 윽! 상태를 파악하느냐고 몰랐지만 숨을 쉴 때조차 조금씩 통증이 느껴졌고 몸을 조금 움직이자 온몸이 욱신거렸다. 꽤 아프기는 했지만 참을 만했다. 후~우. 가방에서 포션이라도 꺼내서 마셔야겠다. 나는 나의 가방을 찾기 위해서 주변을 살펴보았고 나의 머리맡에 놓여져 있는 무한의 가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있었구.. 으윽! 가방에 손을 뻗기 위해서 손을 들자 보다 강한 통증에 나는 얼굴을 찡그렸지만 참고 가방에 손을 뻗어 들어올려 나의 가슴에 올려 놓았다. 도대체 얼마나 다친 거야. 끄응. 무한의 가방에 손을 넣고 포션을 생각하자 곧 나의 손에 무엇인가 잡히는 것을 느낀 나는 손을 가방에서 뺐고 손에는 누나가 챙겨 놓아준 포션 중 7번째로 좋은 그레이트 힐링 포션이 들려 있었다. 그레이트 힐링 포션의 코르크 마개를 병 안으로 밀어 넣어 열었고 그대로 나는 포션을 입에 가져갔다. 으윽! 통증 때문에 잠시 힘이 빠져 포션을 놓쳤고 일부는 애초 목적인 입안으로 들어갔고 나머지는 얼굴에 뿌려졌다. 으으으! 얼굴에 뿌려진 포션에 의해서 얼굴의 상처가 회복되어 가고 있는지 얼굴이 땡기고 쓰라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조금이나마 입을 통해서 몸안으로 들어간 포션으로 인해서 몸이 좋아진 것 같았고 나는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 후 나는 내가 놓쳤던 포션의 병을 들고 안에 남아 있는 포션을 마셨고 가방에서 다른 포션을 꺼내어 온몸에 뿌렸다. 나의 전신은 알고보니 붕대로 감겨 있었는데 꽤나 오래된 것인지 색이 누랬다. 으음. 원래부터 이런 것이군. 기절해봐야 하루에서 이틀일 테니. 그이상이면 자동 로그아웃이니 말이야. 누런 붕대는 내가 몸의 치료를 위해서 뿌린 포션에 의해서 핑크빛으로 변해갔고 포션이 스며든 붕대는 나의 몸의 상처에 닿아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전신의 상처가 치료되는 과정에느 느껴지는 통증에 의해서 나는 끙끙 거렸지만 시간이 지나자 곧 통증은 사라졌고 몸도 움직일 만해졌다. 나는 그대로 벽에 등을 기댄 상태에서 스탯창을 열었다. “스탯창 오픈” [[이름: 한스. Lv:200 EXP:0% 직업: 네크로마스터 계층: 평민. 공격력:340(100+240) 방어력:106(106+0). 회피율:298(258+40) 명중률:296(256+40) 마법공격력:2430(1790+640) 인벤토리: 5/740 HP:4030(3510+520) MP:3440(3820+620) 스테미너 100% 힘(Str):25+40 민첩(Agi):40+40 지혜(Wis):174+56 지력(Int):338+68 체력(Vit):70+40 손재주(Dex):30+40 행운(Luk):10+40 지배(Dom):10+40 남은포인트:12+20] 아! 내 아이템! 나는 스탯창을 열어 내가 반지 이외에는 어떠한 아이템도 차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아이템을 찾기 위해서 두리번거렸고 다행이고 무한의 가방이 있는 침대 머리맡에 나의 아이템들이 모두 놓여져 있었다. 하~아. 다행이다. 함정으로 인해서 내구력이 상당히 달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이템들은 모두 제모습을 찾은 상태였다. 역시 자체 내구력 회복 옵션이 있으면 편하다니까. 나는 우선 온몸의 붕대를 풀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매듭이 보이지 않아 우선 그냥 두기로 했다. 끼이이익. “아! 아직 일어나면 안되요!?” 기름칠이 제대로 안된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소녀가 있었는데 소녀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아직 일어서면 안된다며 나를 침대에 눕혔고 나는 얼떨결에 소녀의 행동에 따라 딱딱한 나무 침대에 누워야 했다. 소녀는 신기하게도 붉은 색 머리카락에 외모는 귀엽다고 느낄 정도였고 얼굴에는 주근깨가 가득했다. 소녀가 들어온 뒤 이어서 한명의 남자가 들어왔는데 아마 소녀의 아버지인 듯해 보였다. 소녀의 아버지는 면도를 하지 않아 턱에 삼국지의 장비와 같은 수염이 가득했고 꽤나 건장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저,저기 전 괜찮습니다.” “아직 안된다니까요! 저희 집에 놓여 있을 때 어쨌는지 알아요. 완전히 피범벅이었다고요! 붕대 감으면서 봤는데 얼마나 상처가 많았었는데요! 이 붕대봐요! 피 때문에 빨갛게 물들었잖아요! 그러니까 누워요!” “저기 이 붕대가 이렇게 된 건....” “누워요!” “예.” 나는 몇 번이나 다시 일어나려고 했지만 소녀의 방해와 기세에 눌려 가만히 누워있었다. 하~아. 그래도 생명의 은인이니 따라주는 수밖에. “저기 이름이 어떻게 되니?” “제 이름은 한나에요. 붕대를 갈아야겠네. 잠깐만 기달리세요.” 한나는 붕대를 가지러 방을 나갔다. 한나가 나가자 한나의 아버지와 나만이 방에 남게 되었다. 붕대를 갈기 위해서 붕대를 풀테니 그때 나의 몸을 보면 붕대 감는다는 소리는 안하겠지. “놀랍군. 상처가 깊은 건 아니었지만 피도 많이 흘렸고 상처의 수도 많았는데 겨우 2일 만에 일어나다니 말이야.” “아. 그건 포션을 사용해서 그렇습니다.” “....그렇군. 나는 한스라고 한다.” “아! 제 이름과 같군요. 제 이름도 역시 한스입니다. 저의 생명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갚겠습니다.” “그럼 쉬게.” “...예.” 쉬라는 말과 함께 한스씨는 방을 나갔다. 거참 무뚝뚝한 사람아니 NPC네. 잠시 후 한나가 붕대를 들고 왔는데 이번에 들고 온 붕대는 내가 하고 있던 누런 붕대가 아닌 새하얀 붕대였다. “어제 아버지가 마을에 내려가서 구해오신 붕대에요. 어? 어라? 붕대는 피가 스며들어 붉어질 정도였는데 상처가 다 나았네.” “저기 아까도 말하려고 했었는데. 붕대가 붉어진 건 내가 몸에 포션을 뿌려서 그런 거야.” “포션이요!? 거짓말 하지 마요! 포션 하나에 얼마나 하는지 알아요!? 아버지가 그러시는데. 평민은 평생 구경도 못해볼 가격이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몸에 뿌리다니!? 온몸에 뿌리려면 얼마나 많은 포션이 필요한지 알아요!?” “겨우 2병 필요하던 걸.” 나는 침대에 놓여져 있던 빈 포션병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러자 팔의 붕대를 풀고 나서 놀라 커진 눈은 더욱더 커졌다. 그렇게 놀랄 일인가? NPC라도 포션은 구경해 봤을 텐데. “여,역시!? 마법사였군요! 마법사니까 돈도 많고, 그러니 포션도 가지고 있었을 테고, 포션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할 수 있었을 테고요! 우와! 땡잡았다!” “...땡?” “그렇죠! 완전히 땡잡은 거죠! 저희 입장에서는 말이에요. 설마 생명의 은혜도 갚지 않고 그냥 가실 생각이었어요!? 사람이 그러면 안되죠!? 그냥 은혜도 아닌 생명의 은혜인데! 그런데 마법사는 진짜로 불이랑 얼음이랑 전기 만들어 낼 수 있어요? 몬스터는 사냥해 보셨어요? 혹시 오우거는 잡아 봤어요? 마법사 길드는 하늘까지 솟아 있다는데 그게 진짜에요?” 속사포처럼 내뱄어지는 한나의 말에 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까 땡잡았다는 말도 그렇지만 한나는 정말 솔직한 아이구나. “하,한나. 나 환자거든?” “환자는 무슨 환자에요!? 포션 덕분에 상처는 다 나았잖아요! 아니 아버지가 내상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고 하셨으니까 아직도 환자인가? 에이 상관없어! 어서 대답 좀 해봐요! 정말로 제가 말한데로에요?” “하.하.하.” 그 후 나는 결국 한나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을 해주고 나서야 한나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하~아. 한나. 정말 대단하구나. 한나는 지금까지 내가 만나보았던 NPC중 가장 리얼하고 가장 말이 많은 NPC였다. 이제야 (주)리얼의 A,I시스템의 위대함을 알겠군. 한나가 나간 이후 나는 딱딱한 침대에 누웠다. 과연 이곳은 어디일까? 생각해보니 나도 한번도 반트리 영지를 벗어나 본적이 없군. 참! 내가 던젼에서 사냥한 시간은 약 6시간 정도 되고 거기에 이틀동안 기절해 있었으니까 현재 시간은 새벽 4시겠군. 윽! 나는 죽었다! 방학을 하자마자 캡슐에 들어가 아버지 어머니 얼굴도 못 뵈었으니. 으으으. 에라이! 모르겠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아버지랑 어머니가 깨실 시간에 캡슐에서 나와서 비는 수밖에. 부모님께 혼날 생각을 하니 조금은 걱정이 되긴 했지만 기왕 이렇게 된거 계속 접속해 있기로 했다. 붕대를 모두 푼 이후 한나가 두고 간 한스씨의 옷을 입고 방을 나섰다. 음. 옷이 좀 크네. 집을 나와 보니 한나의 집은 숲 안에 지어진 집이었다. 숲 안에 지어진 집이라. 산림욕 하기에 좋겠는 걸. “빨리 나오셨네요.” “아. 응. 포션 덕분에 몸은 괜찮아졌고 가만히 있기 심심해서. 그런데 한나. 이 근처에 마을이 있니?” “예! 있어요! 숲에서 반나절 정도만 걸어가면 있는 마을인데 아주 작아요! 집이 겨우 50채 정도 밖에 없고 들리는 사람도 거의 없어요.” 한나는 나의 질문에 손가락으로 나의 오른쪽을 가르키며 말했다. 반나절만 걸어가면 된다라. 의외로 생각외로 가까운 곳에 마을이 있네. 음. 그런데 어째서 한나와 한스씨는 가까운 곳에 있는 마을이 아니라 이곳에서 살고 있는 거지? “저기요! 오빠는 이름이 뭐에요?” “아. 내 소개를 안했구나. 나는 네 아버지와 같은 이름인 한스라고 해.” “한스요. 아버지가 이름을 짓기 귀찮아 하셨나 보군요.” “하.하.하. ...그렇게 되나?” “이름을 알았으니 됐고. 한스 오빠! 마법 좀 써봐요! 저 지금까지 마법은 한번도 못 봤거든요! 마을의 땅콩 한스는 지난번에 용병이 들렸을 때 마법사가 있어서 마법을 보았다고 자랑했는데 얼마나 아니꼬웠는지! 대단한 마법 좀 보여줘요! 땅콩 한스 녀석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게요! 네! 좀 보여줘요! 한스 오빠~.” 나의 팔에 달라붙어 마법을 보여 달라고 조르는 한나. 하.하.하. 정말 다시 봐도 넌 대단한 아이구나. 한나와 내가 만난 시간은 불과 몇분. 물론 내가 기절해 있는 동안에 몇 번이나 나를 보았을 테지만 직접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은 불과 몇 분에 불과함에도 한나는 아무 경계심 없이 나를 대하고 있었다. 나는 나의 팔에 달라붙어 계속 조르는 한나를 잠시 쳐다보다가 웃어보이며 말했다. 뭐 마법을 보여주는 것 정도야 힘든 일도 아니니까. “한나. 이 팔을 놓아야 마법을 쓰지.” “아! 그럼 보여주시는 거에요!?” “응. 어자피 마법을 보여주는 정도야 별로 힘든 일도 아니니까.” “우와! 그럼 어서 보여주세요! 어서요!” “알았어. 진정하고. 우선 라이트!” 나는 우선 1서클 마법. 빛의 구를 만들어 내는 라이트를 시전했다. 나는 사령술사이지만 4써클까지 마법을 배우고 있었기에 1써클 마법은 주문 없이 시전 가능했다. 물론 다른 마법도 시전어만으로 가능하지만 그렇게 되면 나의 직업도 아닌 이유와 원래 시전어만으로 마법을 시전할 때는 마나 소모다 2배라는 패널티 덕분에 4배의 마나를 소모해야 한다. 나는 손바닥 위에 나타난 광구(光毬)를 보고는 한나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한나를 쳐다보았다. “에게. 겨우 그거에요? 뭐 화끈 한거 없어요.” “하.하.하.” 이런 반응을 예상한 내가 무섭구나. 나는 라이트를 사라지게 했다. 평범하지 않은 아이. 그것도 여자아이. 한나. 그런 한나가 만족하려면 좀 대단한 것이어야겠지. 음. 그래. 그게 좋겠다. “아까는 장난이었고 지금부터 진짜다. 그럼 잘봐라! 파이어 볼! 아이스 볼!” “우와!” 이제야 내가 기다렸던 반응을 보이는 군. 나의 오른손에는 파이어 볼이, 왼손에는 아이스 볼이 떠 있었고 그런 파이어 볼과 아이스 볼을 본 한나는 매우 놀라워했다. 그 때! 한나는 파이어 볼을 만져보기 위해서 손을 뻗었다! 아,앗! 나는 급하게 파이어 볼을 캔슬 시켰고 다행이 한나가 파이어 볼을 만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에 한나는 화가 났는지 볼을 부풀렸다. “한나! 파이어 볼과 아이스 볼은 공격마법이야! 함부로 만지려고 했다가는 폭발해서 죽을 수도 있다고!” “네? 그게 공격마법이었어요? 그 파이어 볼이라는 둥근 화구가요?” “그래! 2써클의 공격마법으로 충격을 가하면 폭발하는 마법이라고. 이 아이스 볼 역시 폭발하긴 하지만 파이어 볼과 다르게 얼려버려.” “우와! 대단해요! 그럼 한번 보여줘요!” “안돼. 이곳은 숲이고, 그랬다가는 네 아버지께 내가 혼날 거야.” “쳇! 치사해요. 그럼 다른 마법 보여줘요!” “알았어.” 나는 이어서 각종 마법을 보여주었다. 마나소모가 4배이긴 하지만 마나야 충분했기에 시전어만으로 시전하여 마법을 보여주었고 대상을 정해야만 하는 마법은 뒤에 뜰에 있는 땔감을 상대로 마법을 시전했다. 물론 폭발하는 마법을 사용을 자제했다. 마법을 시전하며 나는 마법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었고 나의 설명을 들은 한나는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 웃으며 폴짝폴짝 뛰어 다녔다. 정말 이런 동생 한명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집안의 막내이다보니 항상 동생이 한명 있었으면 했다. 동생이 있는 친구녀석들은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하지만 나는 항상 귀여운 여동생이 있었으면 했다. 그런데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허물없이 오빠라 불러주고 내가 시전한 마법과 설명을 듣고 좋아하는 한나를 보니 동생으로 삼고픈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시전할 수 있는 마법을 모두 시전해준 이후 더 이상 시전할 마법이 없는데도 한나는 나의 팔에 다시 붙어 다른 마법을 보여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한스 오빠. 다른 마법도 보여줘!? 응!? 좀 보여주라! 제발! 이 귀여운 한나가 이렇게 부탁하는데도 안보여 줄 거야?” “하지만 한나. 오빠가 배운 마법을 모두 보여줬는걸.” “거짓말!? 한나는 알아! 우리 아빠가 그랬는데 사람이 거짓말하는지 안하는지 눈을 보면 알수 있다고 했어! 오빠는 아까 말할 때 눈이 떨렸는걸! 그러니까 거짓말이야!?” 한스씨가 아이교육을 잘 시키셨네. 예리한 한나의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지. 저주나 공격마법은 제외하고 소환물은 시체를 매개체로 하는 것이니 제외하고 결국 보여줄 것은 그것밖에 없군. “알았어. 알았어. 보여 줄게. 그러니까 좀 떨어져주라.” “와! 오빠! 사랑해!” “한나. 이번에 오빠가 보여주려는 마법은 꽤 큰 넓은 공간이 필요하거든. 어디 아는데 없니?” “음...아! 있어! 하지만 뭔데...” “어디 있는데?” “집에서 마을 반대편으로 반나절 정도 걸어가야 되. 웅. 지금가면 아빠 돌아오실 때까지 못 돌아오는데.”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럼 내일 그곳으로 가자.” “그냥 여기서 보여줘요!?”“ “그럼 집이 무너져버릴 텐데? 상관없어?” “쳇! 알았어요! 대신 약속해요! 시시한 마법 아니라고요! 시시한 마법이면 각오해요!?” “후훗. 알았다.” 그 후 난 한나와 함께 숲을 둘러보았다. 한나의 말에 의하면 이 숲은 몬스터가 있긴 있지만 거의 사람들이 사는 곳까지 오지 않는 평화로운 숲이라고 한다. 한나의 아버지 한스씨는 마을에서도 알아주는 사냥꾼인데 가끔 곰이나 늑대와 같은 맹수도 잡아올 때도 있다고 한나가 자랑했다. 알고 보니 한나에게는 어머니가 없었다. 나는 왜 한나의 어머니가 안보이나 했는데 한나의 어머니는 6년 전. 그러니까 8살 때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는 한나에게 직접 들었다. 어머니가 어디 가셨냐는 나의 질문에 한나가 어머니는 6년 전에 돌아가셨다는 말을 직접들은 나는 어쩔 줄 몰라 했다. 한나의 서글픈 표정은 한나가 NPC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서글퍼보였기 때문이었다. 한나는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를 향해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괜찮다고 했다. 한나의 해맑은 미소. 그 미소를 본 나는 한나가 강한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내 어머니가 아니 부모님 중 한분이라고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면 나는 한나와 같은 해맑은 미소를 지을 자신이 없었다. 숲의 밤은 빨리 왔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숲의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고 한스씨도 사냥을 마치고 돌아왔다. 마을 최고의 사냥꾼이라는 말은 거짓이 아닌 듯 그는 숫사슴 한 마리를 잡아왔다. 그 후 한스씨가 가죽을 벗기고 속을 비운 이후 한나가 직접 요리한 사슴고기 스튜에 무슨 빵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먹으면 아무 맛도 안났지만 사슴고기 스튜에 조금씩 찍어먹으니 꽤 맛있었다. 소금만으로 간을 친 사슴고기도 꽤 맛있었다. 오늘 요리에 사용하고 남은 사슴고기는 건량으로 만들어서 마을에 들리는 상인들에게 판다고 했다. 그렇게 식사가 끝난 이후 우리는 모두 방에 들어갔다. 사실 한나는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한스씨의 무표정한 눈빛에 그냥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 나도 그냥 거실에 있기 그래서 내가 누워있던 방으로 들어갔다. 쩝. 표정은 무표정했지만 노골적으로 가깝게 지내지 말란 눈빛을 보내다니. 조금 불쾌한데. 후~우. 그냥 로그 아웃이나 해야겠다. 어자피 부모님 일어날 시간도 됐으니까. 으으으. 부모님께 뭐라고 빌어야 하지. “로그아...” 똑똑. 로그아웃을 하려는데 갑자기 노크 소리에 나는 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문을 열고 한명의 남자. 한나의 아버지 한스씨가 방으로 들어왔다. 한스씨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마주보고 있었는데 그런 한스씨를 나는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할말이 있어서 들어온 것일 텐데. 왜 아무 말도 안하지? 그렇게 우리는 한동안 서로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이제 몸이 완전히 회복 된 것 같군.” “다 포션 덕분입니다. 최고급 포션이거든요.” “그렇군. 그럼 앞으로 이틀 후 이곳을 떠나주게.” 이 말을 남기고 한스씨는 방을 나갔다. 뭐야. 겨우 떠나달라는 말을 하려고 그렇게 분위기 잡은 거였어. 어자피 오래 있을 생각도 없었지만 이틀 후 떠나라고 통보를 하다니. 로그 아웃이나 하자. 침대에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로그 아웃을 했다. 그런데 다른 때와 다르게 몸이 붕뜨는 느낌이 들었고 온몸에 기운이 없어졌다. 갑자기 왜 이러지. 곧 캡슐의 문이 열렸고 난 한동안 캡슐에 누워있었다. 이상하게 팔을 들고 몸을 일으킬 힘조차 없었고 마치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괴리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몇 분인가 누워있으니 괴리감은 사라졌고 힘이 없었던 것이 거짓말처럼 아무렇지 않게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으음. 지난 한달 동안 너무 무리해서 그런가. 아니면 너무 오래 동안 접속해 있어서 그런가. 생각해보니까 오늘이 지금까지 아스카에 접속한 시간이 제일 기네. 으음. 한동안 자제해야겠다. 캡슐에서 나온 난 거실로 나왔고 거실의 TV를 켰다. 아버지랑 어머니가 안일어나셨네. 내가 너무 빨리 나온 건가? 아직 밖이 어두운 것을 보니 새벽 인 것은 확실한데. 나는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 리모콘의 확인을 눌렀다. 그러자 TV에서 채널의 번호와 현재 시간이 떴다. [채널 11. 오후 10:03] 에? 오후? 오전 아니라 오후? 설마 내가 하루종일 캡슐에 접속해 있었고 24시간 만에 깨어난 거야!? 나는 TV시계를 확인하자 너무 놀라서 급하게 거실에 걸려있는 벽시계를 확인해서 역시나 벽시계도 10시 3분을 가르치고 있었다. 날짜!? 날짜를 확인하자!? 나는 TV의 채널을 돌리며 날짜가 뜨는 채널을 찾기 시작했고 얼마 가지 않아 날짜와 함께 시간이 떠있는 채널을 발견할 수있었다. [7월 23일 오후 10시 3분] 하.하.하. 이게 어떻게 된거지? 설마 한나와 한스씨가 거짓말 한건가? 이틀 동안 기절해 있던게 아니라 잠깐 기절해 있었던 걸 말이야. 그러면 말이 되잖아. 나는 그제야 놀랐던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네. 하루 종일 접속해 있었던 것이 아니니 말이야. 방학을 하자마자 하루 종일 캡슐에 들어간 사실을 부모님이 아셨다면 당장에 캡슐 사용금지령이 내려졌을 테니 말이야. 철컥! “다녀왔다.” “아! 다녀오셨어요. 오늘은 두 분이 같이 들어오시네요.” “상민이 네 놈이 웬일이냐? 캡슐에 누워 있을 줄 알았는데.” “에이. 당신도 참. 오늘이 방학 첫날인데. 그랬다가는 캡슐 사용을 못하게 할 걸 알텐데. 상민이가 그러겠어요. 저녁은 먹었고?” “하.하.하. 그게 캡슐에서 나온지 불과 1시간 밖에 안 된지라 아직... 죄송합니다. 어무이!” “흐음. 그래. 맞다. 오늘 성적표 나오는 날이지. 어서 가져오려무나.” “넵!” 내가 로그 아웃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들어오셨다. 한마디로 운이 좋았던 것이다. 잠시후 내가 가져온 성적표를 보신 아버지와 어머니는 매우 놀라워 하셨다. “상민아. 솔직히 불어라. 컨닝했지? 이 점수는 한달 동안. 그것도 시험이 며칠 안남은 날에도 캡슐에 접속해 있던 네 점수라고는 생각할 수 가 없다.” “아버지! 너무하세요! 제가 캡슐에 들어가서 게임만 한줄 아세요! 게임이랑 현실의 시간차이를 이용해서 다른 때보다 공부를 더 많이 했다고요!?” “아니면 아닌거지. 짜식. 화내기는. 쳇!” “성적이 올랐구나. 여보. 아쉽게 됐네요. 자자. 내놓으세요.” “흑! 여보. 용돈도 얼마 안되는데. 꼭 받아야겠어?” “호호호! 당연하죠!” 아버지가 그런 반응을 보이신 것은 어머니와의 내기 때문이었다. 하~아. 아들을 두고 내기를 벌이시다니. 너무하십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내기는 바로 나의 시험성적을 두고한 내기였다. 어머니는 내가 게임 속에서 공부하는 것을 아셨기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내기였다. 반면 아버지는 게임 속에서 시간 차이를 이용해서 공부하는 것을 모르신 상태에서 내기에 응하신 것이었다. 우리 부모님은 정말로 특이하다니까. 내기에서 이기신 어머니는 나에게 캡슐 무한 이용권한을 선물로 주셨다.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께 아무 말도 못하셨다. 아마 이것도 내기와 무슨 상관이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인터넷을 떠돌면 보았던 한 문장을 떠올렸다. ‘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남자지만, 그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다.’라는 문장을 말이다. 그 후 부모님과 늦은 저녁식사를 했고 잠시 동안 거실에서 TV를 보며 이야기를 나눈 이후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일도 직장에 나가셔야 하기에 그만 자기 위해서 침실로 가셨고 나도 나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온 나는 수면모드로 아스카에 접속할까 했지만 로그아웃을 했을 때 경험한 그일 때문에 오늘은 그냥 자기로 했다. 한달 동안 수면모드로 접속했으니 하루쯤 편히 자는게 좋겠지. ========= 나의 방학의 시작은 중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늦잠으로 시작되었다. 내기 일어난 시간은 오전 9시 50분쯤. 거의 10시가 다되어서야 일어난 것이다. 일어나 거실로 가니 역시나 부모님들은 출근하신 상태였고 부엌에는 나의 아침과 쪽지, 그리고 돈이 놓여져 있었다. 오늘은 두 분 다 어제보다 늦으시고 저녁은 알아서 사먹으라고 적혀 있었다. 어머니께서 사려놓으신 아침 겸 점시 식사를 마친 이후 나는 바로 캡슐에 들어 누웠다. [가상 속에 또 다른 현실. 아스카. 아스카에 접속하기 위해서 망막과 뇌파를 검사합니다. 망막과 뇌파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두통과 같은 증상이 일어나니 놀라지 마십시오. 만약 접속후 계속 두통을 느끼신다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주십시오. 망막과 뇌파 검사에 들어갑니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망막 검사 완료. 뇌파 검사 완료. 전용 사용자. 호상민님이 확인되었습니다. 아스카에 접속합니다. 즐거운 꿈꾸시기를....] 으윽! 설마 했는데 어제 로그 아웃을 했던 때처럼 몸이 붕뜨는 느낌과 함께 온몸의 기운이 죄다 빠져나간 것처럼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거기에 로그아웃을 했을 때와 다른 점이 하나있었는데 바로 온몸이 저리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크게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로그인을 하자마자 온몸이 저리자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역시 아까와처럼 일정시간이 지나자 몸이 붕뜬 느낌과 저림도 사라지고 기운도 차릴 수 있었다. 우두득! 우드득! 꼬르륵! 내가 누워있던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온몸의 뼈들이 비명을 질렀다. 실생활에서 경험해 본적 없는 것 일을 게임 속에서 경험하다니 별일 다 있군. 침대에서 일어나고 몸상태를 확인한 이후 내가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엄청난 공복감이었다. 이상하다. 분명 로그아웃하기 전에 밥 먹었는데. 끼이이익! “하,한스 오빠!?” “안녕. 한나. 아앗!” 방문을 열고 들어온 한나에게 나는 가볍게 인사를 건냈는데 갑자기 한나가 달려들어 나의 허리를 껴안았다. 한나의 이런 행동에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혹시 내가 로그아웃을 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그건 말이 안되는데 내가 로그 아웃을 한시간은 불과 5분 정도니 말이야. 한나는 나의 품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고 그상태에서 울음마저 터트리고 있었다. “하,한나. 진정하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래?” “흐흑!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한스 오빠!” 이번에는 또 왜 미안하다고 하는 거야? 한나는 그후 한동안 계속 울면서 나에게 계속 미안하다고 했다. 한나가 진정된 것은 그로부터 30분정도가 흐른 뒤였다. 진정된 한나에게 나는 어째서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는지 물었는데 한나의 말에 의하면 나는 10일 만에 깨어났다고 한다. 내가 로그아웃을 한 시간은 12시간정도였는데 로그아웃을 하게 되면 게임속의 나는 사라지는데 10일 만에 깨어났다는 한나의 말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난 가만히 한나의 말을 계속 듣고 있었다. 한나의 말에 의하면 나는 10일전 그러니까 내가 로그아웃을 한 날 다음날에 그전 날 약속했던 공터에 가기 위해서 한나는 한스씨가 사냥을 하기 위해서 숲으로 가자마자 나를 깨우기 위해서 나를 깨우러 왔는데 그때 내가 그대로 방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 후 계속 나의 몸을 흔들고 갖은 방법으로 나를 깨워보려 했지만 깨어나지 않자 한나는 당황했고 그대로 떠난지 얼마 안된 한스씨를 뒤쫓아가서 나의 상태를 말했단다. 뒤쫓아온 한나에게 나의 상태를 들은 한스씨는 급하게 집으로 돌아와 방바닥에 쓰러져있는 나를 침대에 눕히고 나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고 한다. 그후 한나에게 그 전날 있었던 일을 물었고 어쩔줄 몰라하던 한나는 전날 내가 마법을 보여주었단 사실을 모두 말했고 그 말을 들은 한스씨는 한나를 크게 혼냈다고 한다. 한나가 한스씨에게 들은 말에 의하면 몸이 회복되긴 했지만 회복된 것은 외상뿐이고 내상이 남아있는데 한나에게 마법을 보여주기 위해서 내가 무리하게 마나를 사용하여 마나를 회복과 내상을 회복하기 위해서 가사상태가 되었다라고 했단다. 그후 한스씨에게 크게 혼난 한나는 지난 10일간 나를 돌봐주었고 언제 깨어날지 모를 나를 위해서 식사준비를 하러 간 사이 내가 깨어났다고 했다. 한나의 말은 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우선 내가 로그아웃을 한 날 내가 방바닥에 쓰러져 있었다는 것과 10일 만에 깨어났다는 것이었다. 한나에게 내가 쓰러져 있던 자리를 물어본 결과 내가 쓰러져 있던 자리는 내가 로그아웃을 한자리 근처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나는 한참동안 가만히 앉아 생각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어째서 나의 육신이 방바닥에 쓰러져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로그 아웃을 하면 육신은 사라지게 되는데 말이다. 그리고 내가 로그아웃을 하고 다시 접속한데 걸린 시간은 12시간밖에 안 되는데 10일이라니. 하~아. 모르겠다. 모르겠어. 하~아. 내가 지금 무슨 짓이냐. 무슨 시험 보는 것도 아니고. 잠깐. 시험. 시험이라. 설마.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겠어. 음. 아니야. 그럴 수도 있어. 그래 혹시 모르니까 물어나 볼까.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한나에게 한가지 물어보았다. 그것은 바로 이세계에 국가들에 관한 것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한번도 반트리 영지를 벗어나 본적은 없지만 국가에 대해서 알아두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이기에 알아놓았다. 만약 내가 알고 있는 국가에 대한 지식과 한나가 알고 있는 국가에 대한 지식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나의 추측이 맞을 것이다. 맞는다면 정말 재미있게 되겠는데. “한나야. 혹시 이세계의 국가에 대해서 알고 있니?” “훌쩍. 갑자기 국가는 왜?” “아니. 그냥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서. 네가 알고 있는 이세계의 국가에 대해서 좀 말해줄래?” “으응. 알았어. 우선....” 하.하.하. 이거 정말 재미있게 됐군. 한나에게 들은 국가에 대한 설명은 내가 알고 있는 내용과는 전혀 틀렸다. 아스카의 국가는 5국 1연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한나의 말에 의하면 이세계는 두개의 제국과 6개의 왕국. 2개의 연방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살아가는 이 대륙을 로시아 대륙이라고 한다고 한단다. 로시아 대륙은 한때 대륙을 통일한 국가. 지금도 두개의 제국중 하나인 로시아 제국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했다. 로시아 대륙에 존재하는 두 제국은 아까 설명했던 로시아 제국과 신성제국 세인트 이렇게 두 제국이 있다고 했다. 신성제국 세인트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를 국교로 하고 있는데 세인트는 교권이 황권보다 강한 국가라고 한다. 다음 6개의 왕국은 각각 마법왕국 에르니카. 사막왕국 자하르. 용병의 왕국 포르스트. 풍요의 왕국 샨. 기사의 왕국 카일로트. 얼음의 왕국. 바이런트이 있다고 했다. 다음 2개의 연방은 상인연방 마이트과 소국연방 아이런트. 이렇게 두개의 연방이 존재한다고 한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은 소국연방 아이런트에 속한 8개의 국가중 하나인 체이크의 변방이라고 했다. 한나에게 국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나는 확신할 수있었다. 바로 내가 지금 테스트 서버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말이다! 테스트 서버. 본서버에 적용될 패치를 먼저 패치하여 시험하는 서버! 바로 나는 테스트 서버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내가 테스트 서버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하면 모든게 말이 된다. 내가 로그아웃을 한 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는 것은 좀더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서 육신에 대한 패치일 것이다. 앞으로 로그아웃도 아무 곳에서 못하겠군. 현실에서의 10시간이 이곳에서 10일인 것도 좀더 많은 시간 동안 관찰하고 버그를 수정하기 위해서 시간을 늘렸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됐다. 그런데 과연 내가 어떻게 해서 테스트 서버에 들어온 것일까. 나는 아마 던전의 마지막 층의 함정으로 인해서 테스트 서버로 들어온 것 같았다. 확실히 레벨 200대 유저를 위한 던전치고 함정이 지나치게 강력했어. 아마 그곳에 버그가 있어서 우연히 이곳으로 들어오게 된 것일 테지. 후후후. 앞으로 정말 재미있게 되었는걸. 현실에서 1시간이 이곳에는 20시간! 약하루! 나는 한동안 (주)리얼에 알리지 않고 이곳에서 지내기로 했다. 후후후. 앞으로 본섭에 진행될 패치에 되해서 알아두면 좋지 않겠어. 거기에 테스트 서버니까 경험치도 몇배나 되겠지. 보통 테스트 서버는 본섭에 비해서 경험치가 최소 2배에서 최대 4배정도 된다. 그러니 테스트 서버에서 사냥을 하게 되면 빠르게 레벨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 들어온 것은 어디까지나 우연이고 어느 정도 레벨 업을 한 이후 GM에게 메일을 보내 갑자기 이곳에 떨어졌다고 하면 아마도 나는 그 레벨 그대로 본섭으로 이동될 것이다. 후후후. 이게 웬 떡이냐. 그렇게 테스트 서버에서의 3일이 지나갔다. 테스트 서버에서의 하루는 현실에서의 약 1시간 정도 이기에 나는 아주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내가 테스트 서버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안 이후 난 한나가 걱정하지 않게 내가 특이한 체질이라고 말해 두었다. 어떤 특이한 체질이냐 하면 하루종일 잠도 자지 않고 전혀 피로해 하지 않고 활동 가능하지만 어느 순간 짧게 5일에서 길게 1달 이상을 자는 체질이라고 말이다. 한나는 그저 놀라워했을 뿐 나의 말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스씨에게도 이런 체질이라고 말했고 한스씨는 내가 몇서클 마법사인지 물어본 이후 내가 4서클 마법사라고하자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냥 방을 나갔다 . 그후 한스씨는 나에 대해서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지난 3일간 난 한나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을 수있었다. 물론 그 보답으로 나는 한나에게 약속했던 공터에서 솔리드 아이언 골렘. 레온을 보여주었다. 처음 레온을 보았을 때 한나는 놀라서 까무러쳤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한나는 레온을 보고 겁을 내지 않고 오히려 올라 타보려고 했다. 한나를 데리고 레온의 어깨 위에 올라 숲을 걸었을 뿐인데도 한나는 뭐가 그리 좋은지 한나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후 레온에 대한 것은 한스씨에게 비밀로 하기로 했다. 테스트 서버의 NPC들이 레온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나의 말에 의하면 이 테스트서버에서는 마법사란 사람들은 굉장히 귀하다고 했다. 거기에 검강을 사용하는 소드마스터 역시 대륙에 10명만이 알려졌다고 했다. 한마디로 판타지 소설의 세계와 매우 비슷했다. 계급과 계급의 차이가 크고 평민은 평생 평민으로 귀족은 평생 귀족으로 살아가는 세계 말이다. 다행히 돈의 단위는 본섭과 같았다. 골드와 실버, 그리고 코퍼. 내가 테스트 서버란 사실을 안지 2일째 집에 가만이 있기 좀이 쑤신 나는 한나를 꼬셔서 한나와 함께 마을에 내려가 봤는데 그날이 마침 상인들이 마을에 들리는 날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장이 섰고 한나는 상인들이 가져온 여자 아이들의 옷과 머리핀과 머리끈 등에 눈독을 들였다. 나는 그런 한나가 귀여워서 선물해 준다며 고르라고 했고 대가를 치르기 위해서 골드를 냈다. 이때 테스트 서버의 돈의 단위를 알 수 있었다. 그 후 한나에게 여러 가지로 물어봐서 이곳 NPC들에게 적용되는 돈의 가치에 대해서 물어보았는데 이곳에서 1코퍼는 현실에서 약 500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마을에 들린 상인에게 평민의 1년 생활비에 대해서 물어보았는데 불과 5골드라고 했다. 그것도 풍족한 평민 4인가족이 말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은 약 3만 골드. 이중 2만 5천 골드는 창고에 있지만 테스트 서버에서 상점이용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었기에 언제든 꺼낼 수 있었다. 한마디로 나는 이곳에서 대단한 부자라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테스트서버에 대해서 알아가자 나는 어서 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한나와 짧은 시간이지만 꽤 친해졌었기에 쉽게 떠날 수 없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미루다 보니 어느새 또 일주일이 지나가 버렸다. 지난 일주일간 나는 원 클래스 마스터가 된 이후 얻은 보너스 스테이터스 포인트와 기존에 모아둔 포인트는 모두 지배에 투자했고 스킬 포인트는 모아두었다. 간혹 모두가 잠들었을 때 데스리치 세트를 입고 특수능력치 지배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서 한나에게 레온을 소환해 보여준 공터로 가서 언데드들을 소환하였는데 확실히 소환되는 스켈레톤들의 수가 늘고 움직임도 더욱 빨라져 있었다. 2차 성장을 한 스켈레톤들은 지배 20단위로 한구의 성장한 스켈레톤을 더 소환할 수있었고 1차 성장을 한 스켈레톤들은 지배 10단위로 한구의 성장한 스켈레톤을 더 소환할 수있었다. 성장하지 않은 스켈레톤들은 모두 5단위로 한구의 스켈레톤을 소환가능했고 좀비들 역시 그랬다. 듀라한은 30단위로 한구 더 소환 가능했고 데스나이트는 아마도 50단위로 한구를 더 소환 가능했다. 지난 번 스톤 자이언트에 의해서 데스나이트들은 전부 잃었기에 새로운 데스나이트가 소환되었는데 이들은 나에게 깍듯이 대하며 존대를 해왔다. 스킬 레벨이 아직 80도 아닌데도 말이다. 난 아마도 이것도 지배의 효과라고 생각했다. 또 스켈레톤 마스터리에서 변환된 언데드 마스터리의 관찰을 통해서 내가 소환한 언데드의 제작에 관한 레시피도 엎을 수있었다. 물론 한번에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스킬 레벨이 낮아서 그런지 스킬 변환으로 레이지 스켈레톤 데스가 되어 다시 익힌 레이지 스켈레톤의 스켈레톤 제작 레시피를 얻는데도 관찰을 무려 1시간 동안 펼쳐야 했다. 관찰을 통해서 스켈레톤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하나씩 하나씩 알아내갔고 모드 알아내자 완전한 스켈레톤 제작 레시피를 얻었다는 창이 떴다. 그후 나는 계속해서 한나와 한스씨가 잠시 시간에 나와 언데드들의 제작 레시피를 얻기 위해서 노력해왔고 일주일이 지난 오늘에서야 성장하지 않은 스켈레톤. 노멀, 파이어, 아이스, 포이즌 스켈레톤, 스켈레톤 워리어, 나이트, 아쳐, 스피어, 메이지, 자이언트에 완전한 제작 레시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목적을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떠나기로 했고 오늘 저녁 이제 그만 떠나겠다는 말을 한스씨와 한나에게 하기로 결심했다. 이대로 시간을 끌며 더 떠나기 힘들어질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해가지자마자 한스씨는 사냥감을 들고 집에 돌아왔고 한나는 그 사냥감을 가지고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곧 식사는 준비되어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한스씨의 무표정으로 인해 조용한 식사가 시작되었다. 으으으. 저 무표정 때문에 말을 못 꺼내겠네. 결국 나는 떠나겠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고 식사를 끝내고 방으로 들어갔다. “하~아. 결국 말 못했네. 으으으. 이렇게 된거 편지라도 남기고... 잠깐. 이 테스트 서버 글자 내가 쓸수 있으려나. 말이나 읽는 것은 문제없었는데. 한번 이곳 글자 써볼까.” 상점이용 게시판을 통해서 미리 구해놓았던 현실에서 사용하던 샤프와 똑같은 샤프와 공책을 꺼낸 나는 바로 실험에 들어갔다. 우선 한글로 ‘사과’ 쓴 이후 이곳의 글자를 기억해 내면서 글을 썼는데 이곳의 글자로 ‘사과’라고 적을 수 있었다. 좋아! 글을 쓰는데 문제는 없군. 글을 쓰는 것에 문제가 없자 나는 편지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아무말도 없이 떠나서 미안하고 언젠가 다시 오겠다. 이 정도였다. 과연 진짜로 올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편지를 다 쓴 이후 편지를 곱게 접어 아주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었다. 자. 그럼 떠날 준비를 해볼까. 나는 이제 떠나기 위해서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데스리치 세트를 하나씩 장착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한의 가방을 메는 것으로 떠날 준비는 끝났다. 후~우. 한나에게 말없이 떠나려니까 미안하네. 그래. 선물이라도 두고 갈까. 나는 무한의 가방의 가방 인벤토리 창을 열어 살펴보기 시작했다. 흐음. 그때 던전에서 사냥하다 나온 마법서랑 오우거 워리어의 가죽, 오우거 메이지의 눈. 이상한 것만 잔득 들어있네. 결국 줄만한 것은 마법서와 포션뿐인가. 나는 마법에 관심이 많은 한나를 위해서 1서클 마법이 5개 들어있는 마법서와 포션 한병을 두고 가기로 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심정에 마법서를 펼쳐보았는데 역시나 마법서에는 글자들로 가득했고 그와 함께 나의 귀로 마법을 익히겠냐는 음성이 들려왔다. 물론 이미 익히고 있는 것이었기에 나는 익히지 않는다고 했다. 과연 NPC인 한나에게 이 마법서가 어떤 효과를 보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읽어본 결과 마법을 처음 익히는 사람에게 잘 이해가 되도록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나는 이 마법서를 선물로 두고 가기로 했다. 그리고 또하나의 선물로 두고 가기로 한 포션은 조금 특별한 포션이었다. 무지개색 액체가 들어있는 포션. 그것은 바로 상급 홀리 포션이었다. 아스카 내에서 포션은 무수히 많다. 기본적인 포션은 누구나 알고 있는 힐링 포션과 마나포션이 있다. 그 외에 많은 수의 포션이 존재하고 그중 연금술사들도 투클래스를 마스터하지 않는 이상 오직 몬스터를 사냥해서 나오는 아주 귀한 포션이 바로 내가 한나에게 선물하려는 홀리 포션이었다. 홀리 포션이란 마시는 즉시 에너지와 마나를 회복를 회복시켜주는 포션으로 원클래스 마스터나 돈이 되는 유저라면 꼭 가지고 다니는 포션이다. 홀리 포션 역시 시중 NPC가 운영하는 상점에는 힐링포션과 마나 포션처럼 네 등급의 홀리 포션이 존재한다. 우선 하급 홀리 포션은 대상의 에너지와 마나를 10%를 단번에 회복 시켜준다. 다음 중급 홀리포션은 30% 상급은 50% 최상급은 80% 회복시켜준다. 내가 지금까지 사용하는 포션은 모두 누나가 무한의 가방을 주었을 때 챙겨준 것으로 누나가 챙겨준 포션에는 홀리포션 역시 포함되었다. 무한의 가방 안에는 하급 홀리 포션이 100병, 중급 50병, 상급 30병, 최상급 10병. 이렇게 총 190병의 홀리 포션이 들어 있었다. 지금까지야 별로 목숨을 잃을 만한 일이 없었고, 무엇보다 비싼 홀리 포션을 사용하기에 아까워서 무한의 가방에 모셔두었는데 오늘 한나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무한의 가방에서 처음으로 꺼내게 된 것이다. 마법서 위에 홀리 포션을 올리놓은 이후 나는 편지의 내용에 마법서와 홀리포션에 대한 내용을 추가한 이후 마법서 옆에 놓아두었다. 자. 그럼 출발해 볼까.문을 열 때마다 소리가 나는 방문에 사일런스까지 걸어가며 나는 조심스럽게 짧지만 한나와의 추억이 가득한 집밖으로 나와 잠시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미안하다. 한나. “역시 떠나려고 했군.” “역시 나와 계셨네요. 한스씨.” 뒤를 돌아봐았을 때 나는 나무에 기대어 서있는 한스씨를 발견할 수있었다. 한스씨. 웬지 모르지만 언제부터인가 한스씨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저 모른척하고 있었다. 어째서 나를 감시하는지 궁금증을 느끼긴 했지만 곧 떠날 것이기에 나는 모른척하고 있었다. 나무에 기대어 서있는 한스씨와 나는 한동안 서로를 아무 말 없이 쳐다만 보고 있었다. “...잘 가라.” “예. 참 제가 한나에게 선물을 남겼습니다. 한나가 마법에 관심이 많은 것 같더군요. 그 선물 꼭 전해주십시오.” “알았다.” “그럼 언젠가 다시 뵙겠습니다.” 이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한스씨를 지나쳐 앞으로 나아갔다. 하~아. 나중에 한나가 일어나면 굉장히 화를 내겠지. 그저 평범한 NPC일 뿐인 한나에게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이유는 그만큼 정이 들었다는 것이겠지.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어서 뒤를 돌아보았지만 이미 빽빽이 늘어서 있는 나무들에 의해서 나무집은 보이지 않았다. 한나야. 언젠가 다시 찾아오마. 스스로에게 약속하며 나는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그 누구도 모르는 테스트 서버에서의 여행의 첫발을 내딛었다. ===== 용병이 되고 평화 용병단의 창설 멤버가 되다. 테스트 서버라는 것을 안지 현실에서 이틀째. 게임 속에서 1개월 동안 테스트서버의 땅덩어리가 넓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지난 1개월 동안 여행을 하며 나는 겨우 소규모의 영지 두 군데를 거쳐 갔다. 1개월! 한달 동안 겨우 두 군데 말이다! 지난 한달동안 나는 거의 도보로 여행을 했다. 간혹 작은 규모의 상단을 만나면 짐수레에 얻어 타기는 했지만 대부분 도보였다. 1개월 동안 도보로 여행한 덕분에 나는 여행을 주로 하는 유저들의 필수 스킬인 도보(徒步)를 얻을 수 있었다. 테스트서버에서도 역시 본 서버와 마찬가지로 반복한 행동을 통해서 스킬을 얻는 것은 똑같았다. 아스카에서는 스킬을 얻는 법은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각직업의 전직소에서 스킬을 돈주고 익히는 것이고 두 번째는 몬스터들이 드롭하거나 각직업 전직소에서 판매하는 스킬북을 통해서 익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도보를 얻을 때처럼 일정한 행동을 반복하여 스킬을 생성되게 하는 것이었다. 내가 도보를 얻은 것처럼 일정한 행동을 반복하여 스킬을 얻는 것은 많은 유저들이 알고 있지만 검사나 전사 같은 직접전투클래스의 유저들이 행할 뿐 마법사, 정령사 같은 매직컬 클래스의 직업의 유저들은 거의 하지 않았다. 이유는 매직컬 클래스의 직업을 가진 유저가 일정한 행동을 반복해 봤자 얻을 수 있는 스킬 중에 전투에 도움이 되는 스킬이 몇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정 행동을 반복해서 얻을 수 있는 스킬은 모두 직접전투클래스의 스킬들이 대부분이기에 매직컬 클래스의 유저들은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일정한 행동을 반복하여 얻을 수 있는 스킬 중에서 매직컬 클래스에게 좋은 스킬도 몇몇 있다. 그 대표적인 스킬이 바로 워크 캐스팅이다. 전투 중 걸어 다니며 주문을 외우는 행동을 반복하게 되면 생기는 스킬로 스킬명 그대로 이동 중에 캐스팅을 가능하게 해주는 스킬이었다. 하지만 이 워크 캐스팅 외에는 그리 좋은 스킬이 없었고 일정한 행동을 반복하는 일도 쉽지 않기에 힘들기에 대부분의 매직컬 클래스의 유저들은 스킬북을 통해서 스킬을 익혔다. 심지어 내가 얻은 도보. 삼주동안 내리 걸어주기만 해도 얻을 수 있는 스킬인 도보조차 스킬북을 통해서 익히는 유저들도 있다고 알고 있었다. 내가 얻은 생성스킬 도보는 겉은 동안 소모되는 스테미나를 10%줄여주고 이동속도를 10%상승시키는 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1개월 동안 도보 여행을 하면서 들린 마을과 영지를 통해서 나는 테스트서버와 본 서버의 차이를 꽤나 많이 알 수 있었다. 본 서버와 테스트서버와의 차이는 테스트 서버를 마치 현실처럼 꾸며놓았다는 것이었다. 본서버에는 유저들을 위해서 각 직업의 전직소, 포션상점, 여관, 식당 등의 편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는데 지난 1개월 동안 들린 마을과 영지를 살펴본 결과 작은 마을의 경우에는 여관과 잡화점조차 없었고 영지의 경우에는 잡화점과 여관, 식당 같은 것은 있었지만 전직소 같은 것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도 이는 좀더 리얼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생각되었다. 확실히 진짜 판타지의 세계라면 각 마을마다 식당과 여관, 각 직업의 전직소가 갖추어져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난 아마도 앞으로 유저가 직업을 가지는 것은 상점이용게시판을 통해서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일정행동을 반복해서 스킬을 얻고 직 업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밖에 본서버와 다른 점은 또 있었다. 바로 몬스터. 몬스터의 대한 것이 달랐다. 지난 1개월 동안 여행하며 내가 만난 몬스터는 오크와 고블린, 코볼트 정도였고 그 수도 많지 않았다. 간혹 만난 소규모 상인들에게 고용된 용병들에게 물어보니 역시나 예상대로 오우거나 트롤 같은 몬스터는 조금 큰 숲이나 산맥 쪽에서나 볼 수 있다고 했다. 체이크 같은 작은 숲이 많은 나라에서는 오우거나 트롤 같은 몬스터를 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했다. 용병들에게 들은 말을 통해서 나는 앞으로 사냥을 하는데 조금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훨씬 재미 있을 것 같았다. 레벨 업을 위해서는 사냥을 해야하고 사냥을 하기 위해서는 여행을 해야 하니 말이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은 소국 연합에 속하는 8개의 국가 중 체이크에서 셰루로 넘어가기 전에 있는 영지였다. 체이크에 속한 대영지 중 하나라고 하는데 확실히 크기는 했다. 하지만 나의 솔리드 아이언 골렘 레온보다는 낮은 성벽을 가지고 있었다. 영지의 이름은 캰트리온. 영주의 성이라고 한다. 지금 나는 여관을 잡은 이후 평범한 여행복을 입은 상태에서 영지의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흠. 본서버의 거리에 비해서 초라하지만 자연스러원데. 가로등도 있긴 있지만 초나 기름을 이용한 가로등이고 말이야. 이제 곳 해가 지는 것을 보며 나는 영지의 거리를 살펴보았다. 본서버에 비해서 초라하지만 자연스럽고, 오히려 정감이 느껴지는 거리. 그것이 이 세계의 영지의 거리였다. 해가 완전히 지자 거기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비병들이 가로등에 불을 붙이는 모습이 들려왔고 거리에는 점차 사람들이 줄어갔다.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느는 곳이 있었는데 바로 그곳은 여관이었다. 테스트 서버의 여관은 본서버에서의 여관과 마찬가지로 숙박과 식사, 술을 함께 팔고 있었는데 저녁시간만 되면 상단과 함께 들린 용병들이 여관에서 술판을 벌였기에 항상 북적였다. “여기 흑맥주 한통 가져와!” “예예! 갑니다! 한스! 술 창고에서 술좀 꺼내와라!” “예! 엄마!” 나와 똑같은 이름의 여관 주인의 아들의 대답이 들려왔다. 쩝. 좀 특별한 이름으로 할걸 그랬나. 지금까지 만난 한스만 해도 8명. 그들 중에는 용병도 있었고 나무꾼, 경비병도 있었다. 그리고 방금 술을 가지러간 한스도 있었다. 이름이 평범해서 안좋은 점도 있지만 이름이 평범해서 좋은 점도 있었다. 평범한 이름이지만 나와 같은 이름의 한스들은 이름이 같다는 것 하나만으로 경계심을 풀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이름이 같은 덕분에 숙박비를 조금 싸게 낼수 있었다. “한스군. 미안해요. 자리가 없어서 그러니까 합석 좀 해야겠어요.” “저는 상관 없어요. 그리고 그냥 한스라고 부르세요.” “그래도 되겠어요?” “괜찮다니까요. 그리고 그냥 말 놓으시라니까요.” “괜찮다고 하니까. 그러마. 그럼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특별히 큰놈으로 구워줄 테니까.” “오오! 벌서 기대가 되는데요.” “호호호. 조금만 기달려라.” 여관 주인이신 레나 아줌마는 웃어 보이시며 부엌으로 주문을 받은 것을 말하시고는 잠시 나를 쳐다보며 웃어 보이신 이후 카운터에 서셨다. 곧 내 앞에 합석하기로 한 이들이 앉았는데 그들의 수는 3명. 모두 용병인 듯해 보였다. 그 3명 중 한명은 놀랍게도 여성용병이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다른 남성 용병 못지않게 널찍한 어깨와 큰 신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외모는 그저 평범한 수준. 그 이상 그이하도 아니었다. 다른 한명은 지나치게 몸집이 큰 이었는데 외모는 덩치에 안 맞게 순박해보였지만 그가 식탁에 기대어 놓은 무기는 전혀 순박하지 않았다. 그의 무기는 바로 모닝스타. 철퇴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한명은 같은 식탁에 앉은 여성 용병보다 외소해보였지만 꽤나 날렵할 것 같았다. 눈은 마치 오늘은 어떤 장난을 칠까 궁리하는 개구쟁이의 아이의 눈 같았다. 정말 특이한 이들이네. 무기는 허리에 메여져 있는 두자루의 숏소드인 듯해 보였다. 역시 자신에 알맞은 무기네. “뭘 그렇게 살피지?” “아!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리에나. 애가 겁먹잖아. 하지만 네가 잘못하기는 했다. 만약 다른 용병들 같았으면 바로 주먹이 먼저 움직였을 걸. 참 합석 허락해 줘서 고맙다. 난 쌍검의 게일이라 불리는 유명한 용병이라고 한다! 용병계에서 좀 알아주는 사람이 바로 나다! 그리고 이쪽을 열정의 아리에나!” “누가 열정의 아리에나라는 거냐!?” “히익! 알았어. 알았다구. 에유. 농담도 못하나. 마지막 이쪽은 미친소 알프라고 한다.” “아,안녕.” “안녕하세요. 저는 한스라고 합니다. 성년식을 마치고 여행중입니다.” “오오오! 여행! 그거 좋지!” 내가 성년식을 마치고 여행 중이라고 한 이유는 지금까지 들렸던 마을마다 내가 말하기도 전에 성년식을 마치고 여행을 시작하느냐고 물어온 사람들 덕분이었다. 매번 계속 그렇게 물어오니 그냥 처음부터 말하는 게 속편했기에 처음부터 성년식을 마치고 여행 중이라고 말한 것이었다. 자기소개 이후 게일씨는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쉴세 없이 떠들기 시작했다. 그가 하는 말의 내용은 대부분 용병생황에서 겪은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했는데 딱 들어도 20%는 진실, 80%는 허풍이라는 사실을 알 정도로 부풀려진 이야기였다. 용병. 용병이라. 얼마 안되어 레나 아주머니가 게일씨 일행의 음식과 함께 내가 주문한 스테이크를 가져오셨는데 확실히 게일씨가 시킨 스테이크보다 배는 커보였다. “어라! 아줌마! 왜 내 고기는 한스 고기보다 작아요? 나도 한스 거 만한걸로 바꿔줘요!” “일없어!” “쳇! 치사하게! 그럼 이유라도 압시다! 한스거랑 내 거랑 왜 이렇게 다른지!?” “그거야 한스는 우리 아들이랑 나이도 비슷하고 이름도 같잖아! 무엇보다 중용한 것은 바로 내 마음에 들어서 그래! 왜 불만있어!?” “쳇!” 하하하하! “레나! 나도 한스니까 흑맥주 한잔만 더 줘!” “호~오. 그럼 댁도 내 아들 하실라우!?” “에~이. 됐어!” 하하하하!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된 여관은 더욱 활기차져 갔고 우리들은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게일씨 일행과 내가 잡은 방의 옆방이었다. 물론 아리에나씨는 다른 여성 용병과 따로 방을 잡은 모양이었다. 여관 방안에 딱딱한 나무 침대에 누워서 나는 생각해 보았다. 용병이라. 용병은 본섭에도 있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용병은 이곳에서의 용병과는 달랐다. 본섭에서 용병은 오직 NPC뿐이고 공성전이나 퀘스트 진행의 도우미 역할을 위해서 고용되는 이들이었다. “아. 게일씨. 아리에나씨. 알프씨.” “....” “아,안녕.” “야야. 씨가 뭐냐. 그냥 형, 누나라고 불러라. 그런데 한스. 네가 용병길드에는 웬일이냐? 혹시 호위 의뢰하려고? 하긴 혼자서 여행하는 것은 위험하니까. 그럼 잘됐군! 우리가 싸게 해줄테니까 우리에게 의뢰해라. 기왕이면 호위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좋지 않냐. 자! 그럼 길드 안으로 들어가자고!” “자,잠깐만요!” 뒤에는 일행들은 앞에는 나를 세워두고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게일씨에게 용병길드 안으로 끌려갈 뻔한 나는 간신히 크게 소리를 질러 게일씨 아니 게일 형을 막아낼 수 있었다. 하~아. 사람이 좋긴 하지만 이런 문제가 있군. “야야. 무슨 소리를 그렇게 크게 지르니. 주변사람들이 다 쳐다보잖아. 음메. 민망한거. 자리 옮기자. 여기서 이야기 못하겠다.” “하~아. 여러분도 고생 많으시네요.” “...익숙하다.” “나,난 괜찮아.” 게일씨는 우리들을 끌고 용병길드 근처의 식당으로 향했다. 아직 식당 안에는 아직 아침 식 사를 안해 시켜놓은 음식들을 용병들로 가득했다. 다행히 자리는 금방 났고 우리는 간단하게 음식들을 시켰다. “그런데 의뢰를 하러가는게 아니라면 혹시 가입?” “예. 용병이 되려고요.” “그만 둬라. 용병이 하는 일은 어린애 장난이 아니다.” “마,맞아.” 역시 반대부터 하는군. 보통 조금이라도 알고지내는 사람이라면. 그것도 이미 용병이라면, 자신이 알고 있는 이가 용병이 되려고 하는 것을 말릴 것이다. 라고 생각해왔는데 겨우 만난지 하루밖에 안된 사람들이 말려주다니 기분은 좋은 걸. “하지만 용병이 되기로 결심한 걸요.” “설마 내가 어제한 이야기 때문이냐. 그거다 거짓말이야! 용병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줄 아냐? 아군이 어느 순간 적이 되어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이는게 용병이다. 그뿐 인줄 아냐. 용병이 얼마나 사람들의 공포의 대상이 되는데. 거기에 몬스터 토벌 의뢰를 하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단 말이야. 네가 오우거나 트롤 같은 대형 몬스터를 못봐서 그런데 그런 녀석들에게 한방 맞았다는 바로 꽥이다. 꽥!” “흠. 오우거나 트롤은 많이 봤는걸요. 오우거 그 녀석들 힘이 쎄고 움직임도 빠르긴 하지만 멍청해서 상대하기 편하죠. 물론 혼자서는 아니고요. 제 생각에는 트롤이 오우거보다 더 골치파워요. 그 엄청난 재생력. 으으으. 아직도 치가 떨리는군요. 하지만 트롤보다는 역시 오우거가 돈이 되죠. 오우거의 그 질긴 가죽과 머리는 고가로 거래되니까요.” “....” “자,잘 아네.” “너 뭐하다가 온 녀석이냐?” “뭐 어자피 알게 되실 테니 말씀드려도 상관없겠죠. 저 사실 마법사에요.” 그 후 이야기는 쉬웠다. 나는 그들에게 각국에 존재하는 학파의 마법사의 탑에 이름이 기록되어 있지도 않고 학파들이 한데 모여 설립한 마법사 길드에 속하지 않은 은거 마법사의 제자라고 소개했다. 아주 어렸을 때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마법사에게 거두어진 나는 그의 제자가 되어 마법을 익혔고 그가 죽은 이후 유산을 모두 정리한 이후 그 가상의 스승이 죽기진전에 남긴 유언에 따라 여행을 나선 것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아까 말한 오우거와 트롤에 대한 이야기는 가상의 스승이 몬스터를 상대할 때 그 옆에 있었기에 안 것이라고 했다. ============= “우와! 마법사라니! 대단한데! 그것도 각국에 존재하는 학파에 이름이 남겨져 있지 않은 이름 없는 마법사의 제자라니! 그럼 네 스승이라는 사람은 백년 전 사람이라는 뜻이잖아!” “백년전?” “그래. 백년 전. 혹시 스승님이 아무말도 안해주신 거냐? 하긴 제자에게 들어내고 싶지 않았겠지.” 그 후 나는 게일 형에게 뜻밖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 테스트 서버에서 백년전에 전쟁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 전쟁은 약 3년간 계속 된 전쟁으로 그 전쟁으로 인해 대륙은 황폐해지고 사람들은 점차 전쟁의 광기에 휩싸여 미쳐갔다고 한다. 그게 내가 가상으로 만들어진 전쟁과 무슨 상관이 있냐 하면은 백년전 전쟁에서는 각국에 자리를 잡은 마법사의 탑의 비밀리에 키워온 전력마저 들어냈는데 그게 바로 내가 가상으로 만들어낸 스승. 이름 없는 마법사라고 했다. 이름 없는 마법사들은 대부분 전쟁에서 죽거나 자신을 키워낸 학파의 탑에 속하거나 그대로 대륙을 떠돌았다고 한다. 이는 유명한 애기인지 아리에나 누나와 알프 형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마법사 길드에 대해서 물어보았는데 마법사 길드는 전쟁으로 인해 마법사의 수가 급격히 줄자 혹시 다시 일어날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 각 학파의 탑 마 스터들이 모여 설립한 것이라고 게일 형이 말해주었다. 그 이상은 형도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흠. 탑이 위치한 국각에 속해 있으면서도 길드를 만들었다라. 좀더 알아볼 가치는 있겠어. “흠. 아무리 마법사라고 해도 네 나이에 용병이 되는 것은 권해줄 수 없다. 그냥 마법사 길드로 가라.” “나도 그러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나도.” “물론 마법사 길드로 가는 것도 좋겠지요. 하지만 아까도 말해드렸잖아요. 스승님의 유언이 대륙을 여행하라는 것이었다고요. 대륙을 여행하는데 좋은 직업이 용병 말고 또 뭐가 있겠어요. 마법사 길드로 가봐야 탑안에서 마법수련이나 마법연구만 할 텐데. 그건 저에게 영아니라고요. 여러분도 잘 알거 아니에요. 용병이 되면 상단 호위로 돈도 벌면서 편하게 여행도 할 수있고, 만약 국경이나 신분을 보장해야하는 상황이 오면 용병패를 보여줘서 신분을 증명할 수 있잖아요. 이만한 직업이 또 있겠어요. 그러니까 전 용병이 될 거에요.” “끄응. 역시 마법사를 말로서 설득하려고 하는게 아니었어. 에라이. 네 맘 데로 해라. 나는 모르겠다. 그런데 너 몇써클 마법사냐? 2써클 마스터? 3써클 유저?” “에헴! 저는 무려 4써클 익스퍼터라고요!” “4써클!?” “우,우와!” “대단하군.” 내가 4써클 익스퍼터라고 하자 게일 형과 알프 형, 아리에나 누나는 매우 놀라워했다. 후후후. 이 테스트 서버에서의 나의 마법실력은 나이에 비해서 상당한 것이었다. 마치 소설에서처럼 말이다. 나의 나이 대라면 아까 게일 형이 말한 데로 평범한 재능이라면 2써클 마스터. 조금 뛰어난 재능이라면 3써클 유저정도 일 것이었다. 과연 내가 네크로마스터라는 것을 알면 어떻게 될까. “으음. 이거 정말 대단한데. 이름도 평범 그자체고, 외모도 평범한. 평범이 똘똘 뭉친 네녀석이 4써클 익스퍼터라니. 으으으. 갑자기 배가 아프다. 누구는 고생고생해서 B급 용병인데. 네녀석은 가입만 해도 B급 용병이라니.” “후후후. 그럼 아까 시키신 것 제가 먹을 게요.” “됐어! 이놈아!” 그 후 게일형은 툴툴거리면서 식사를 했고 나는 그런 형을 보며 기분 좋게 식사를 했다. 용병들은 실력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데 낮은 수준에서부터 D,C,B,A,S급까지 존재했다. D급 용병은 용병이라 불릴만한 이라고 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신출내기. 가장 많은 이들이 죽어나가는 등급이라고 게일 형에게 들을 수 있었다. 다음 C급. C급부터가 제대로 된 용병이라고 할수 있었다. C급부터는 어느 정도 돈을 벌기도 하고 어느정도 여유를 가지게 된다고 한다. 다음 B급 용병. 게일 형과 알프 형, 아리에나 누나가 속한 등급으로 용병들 중 어느정도 이름을 날리기 시작하는 등급이라고 한다. 이들은 어느 정도 마나를 다스릴 줄 아는 이들로, 한마디로 재능이 있는 이들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다음 A급 용병은 자신의 무기에 마나를 주입할 수 있는 실력. 익스퍼드들이라고 한다. A급 용병은 그 수가 B급 용병에 비해서 수가 극히 적다고 한다. A급 용병들은 마나를 자유자제로 쓰고 무기에 주입이 가능하기에 간혹 용병을 그만두고 귀족의 기사가 되는 이가 있다고 게일 형에게 들을 수 있었다. 기사는 준남작의 작위로서 귀족이라 권력을 원하는 용병이라면 대부분 귀족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기사가 된다고 한다. 다음 마지막 등급. S급 등급의 용병은 이 대륙의 단 2명뿐이라고 한다. S급은 오직 소드마스터! 그에 준하는 7써클 마법사이 될 수 있는 등급이기 때문이었다. S급 용병 2명 중 한명은 현 용병길드의 길드마스터. 용병왕 한스! 공교롭게도 이름이 나와 같았다. 용병왕 한스는 제국에서까지 끌어들이려고 했지만 ‘자신은 용병. 돈에 살고 돈에 죽는 이다. 단 나는 고용될 뿐, 누군가에게 나 자신을 맡기지 않는다’라는 말로 유명하다고 한다. 다음 S급 용병 2명중 한명은 파계(破契)기사 엔판므트. 과거 신성제국의 성기사였으나 어느 순간 스스로 용병이 되어 파계(破契)한 기사로 소드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 검강(劍剛)과는 다른 오직 성기사중 진실하고 순결한 신앙을 가진 이에게만 허락된다는 오라클 블레이드. 성검강(聖劍剛) 사용하는 이라고 한다. 신성제국 세인트에서는 그에게 신성기사라는 칭호까지 내려 다시 불러들이려 했지만 그는 용병으로 남기를 원했다고 한다. 소드마스터와 신성기사라. 흠. 본서버에서와는 다르게 두 클래스가 동급인 모양인가? 신성기사라면 성기사니 투클래스 마스터야만 가능하지만 이곳에서는 아닌 모양이네. 뜻밖에 정보를 또 얻었네. 이후 나는 게일 형의 도움을 받아 쉽게 용병이 될 수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4써클 마법을 펼쳐보기도 했고 각가지 테스트를 했다. 그리고 난 B급 용병이 될 수 있었다. 용병들 중 마법사는 귀한 존재다. 용병길드에 가입된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마법사 길드에서 파문되거나 학파에 이름이 남겨져 있지 않은 마법사들의 제자들이라는 사실을 알수 있었다. 그러니 나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B급 용병이 된 것이다. 나의 용병패는 은으로 도금된 용병패였는데 A급이 되면 금으로 도금된 용병패가 주어진다고 한다. 용병패는 나의 손바닥만 했고 잃어버리게 되면 길드에서는 다시 재발급을 해줄 수 없다고 했다. 용병패에는 검과 도끼, 메이스와 창. 이 네가지 무기가 교차되어 있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었는데 이는 각가지 무기를 사 용하는 용병들을 상징하는 문장이라는 사실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용병패를 받은 이후 나는 내가 용병이 되었음을 실감할 수있었다. 후후후. 과연 어떤 의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까. “저보고 형의 용병단에 들라고요?” “그래. 내가 이번에 작은 용병단을 하나 만들려고. 이번에 용병단을 만들려고 생각한 것은 다 너 때문이다. 너 같은 신출내기 용병을 위해서 이 한 몸 희생하려고 말이야. 의외로 아리에나도 내가 창설하는 용병단에 들어온다고 했다. 물론 알프 녀석도. 그러니까 네녀석도 우리 용병단에 들어와라.” 용병길드를 찾아가 B급 용병이 된지 어언 3일. 3일동안 영지를 둘러보며 지내고 해가 지나 저녁을 먹기 위해서 여관으로 돌아왔을 때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게일 형이 나를 끌고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한말이었다. 용병단이라. 게일 형이 용병단을 창설한단 말이지. “용병단에 전사만 있으면 뭐하지 않냐. 그러니 마법사인 네 녀석이 우리 용병단에 들어와 줘야겠다. 물론 지금은 수가 겨우 네녀석까지 4명밖에 안되지만 예전부터 나와 안면이 있는 녀석들도 만나는 데로 끌어들인 생각이나까 점차 늘어날 거다. 그러니까 우리 용병단으로 들어와라. 응?” “음. 형이 용병단을 만든다고 하니 저도 가입하고는 싶은데. 제 목적 아시잖아요. 스승님의 유언에 따라 대륙을 여행하는 것이라는 거요. 만약 용병단에 가입하게 되면 여러 가지로 걸리는게 많을 거 아니에요. 그건 좀 곤란한 걸요.” “으음. 그게 문제란 말이지. 그건 다른 일행들이랑 상의 좀 해봐야겠다. 하여튼 그 문제만 어떻게 되면 가입하는 거지?” “예. 여행에 대한 문제만 어떻게 된다면 얼마든지 가입해 드릴게요. 저도 게일 형과 다른 일행분들이 마음에 들었으니까요.” “좋았어! 그럼 나는 이만 가보마. 다른 녀석들을 설득하러 가야되서 말이야.” “아. 예. 그럼 안녕히 가세요.” 게일 형은 곧 나 이외에 용병단에 가입할 후보 용병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여관을 나섰다. 용병단이라. 용병단 창설의 최소 인원이 5명에다가 필요한 돈이 5골드나 되는데 형이 용병단을 창설하려고 하다니. 의외인 걸. 사실 3일간 몇몇의 용병단에서 나를 스카웃하기 위해서 찾아오기는 했었다. 대부분 나이가 어린 나를 얕잡아보고 돈으로 꼬드기거나 협박을 통해서 나를 자신의 용병단에 가입시키려고 했다. 물론 나는 그들의 유혹과 협박에 굴하지 않고 자신을 사수했다. 아직까지는 그저 협박하는 정도이나 그리 큰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거 너무 리얼해도 문제가 된단 말이야. 식사를 한 이후 나는 영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경했고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여관으로 돌아왔다. 지난 한달 동안 거의 아니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사냥을 하지 못한 나의 레벨은 그대로 원클래스 마스터. 레벨 200에 머물고 있었다. 정확히는 나는 지금 레벨 업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한달 동안 돌아다니며 사냥한 오크, 고블린, 코볼트를 상대로 원클래스 마스터인 내가 거의 레벨 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본 서버에서라면 1%정도도 올랐으면 많이 오른 경험치였다. 그런데 98%라니. 이제 2%면 나는 레벨이 201이 되는 것이다. 과연 본 서버의 몇배의 경험치길래 이렇게 많이 오른 것일까. 정말 궁금해졌다. 물론 한달 동안 급격히 성장한 것도 있었다. 바로 스킬. 여행을 하면서 사냥을 하지 못하자 난 노숙을 하거나 여관 방에서 잠자기 전 2시간 동안 스킬을 계속해서 시전하여 스킬 레벨을 올리는데 주력했다. 그런 결과 불과 한달만에 몇몇 스킬을 제외하고 모든 스킬의 스킬 레벨이 마스터. 레벨 200에 다다라 있었다. 그 몇몇 스킬에는 내가 초창기부터 인힌 영혼축출, 망령생성, 소울 인첸트, 소울 브레이크 등의 영혼을 필요로 하는 스킬이었다. 제대로 된 사냥을 못하니 영혼을 축출할 몬스터를 만날 수도 없었고 그러니 망령을 만들 필요도 없었다. 그러니 이 스킬들은 그대로 그 레벨로 머물러 있을 뿐이었다. 요즘 나의 고 심은 성장한 스켈레톤들이다. 현재 2차 성장을 거친 스켈레톤들은 모두 레벨 99. 거기에 경험치 역시 99%에서 멈춘 상태였다. 어째서 그런 상태인지는 도통 알수 없었고 한달간 고민한 끝에 나는 얼마 전부터 성장이 멈춘 이유가 혹시 영혼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성장한 스켈레톤들. 아니 언데드들은 육신은 움직이고 있지만 영혼이 있다고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나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의지가 없는 시체이니 말이다. 하지만 데스나이트는 다르다. 영혼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에 생각하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한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바로 최근이었다. 한달 동안 스킬 레벨이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은 모두 영혼을 필요로 하는 스킬이다 보니 영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고 데스나이트와 성장한 스켈레톤들과 비교하기 시작했고 데스나이트와 성장한 스켈레톤들과 다른 점을 찾다보니 영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상점이용 게시판을 통해서 사령술사 길드에서 내가 구입한 시체에 해당하는 시체의 영혼석, 또는 다른 지능형 NPC의 영혼석을 구해 스킬 소울 인체트로 성장한 스켈레톤들에게 영혼을 부여해 볼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할 수가 없었다. 소울 인첸트로 영혼을 부여하게 되면 성장한 스켈레톤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몰랐고 거기에 영혼을 부여하게 되면 나에게 귀속되는 것이므로 소환을 취소하여 뼈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갑자기 나에게 생긴 일행에게 관심을 보일 것이고 그 일행이 언데드라는 것을 곳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릴 것이다. 1개월 동안 알아본 바에 의하면 대륙에 학파에는 네크로맨서를 인정하는 학파가 있긴 있었다. 그 학파의 네크로맨시(Necromancy)로 로시아 제국의 있는 3개의 마법사 학파 중 하나였다. 네크로맨시 학파는 언제가 대륙의 재통일을 노리는 로시아 제국의 황제가 인정한 이후 대륙에서도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한 학파였다. 도둑길드를 통해서 산 정보에 의하면 네크로맨시 학파는 대륙의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그 갖은 노력 중에는 죽어서 유언을 못 남기거나 어떤 이유에선지 지상에 미련을 남기는 영혼을 형상화 시켜 가족과 만나게 해주거나 그 미련을 풀어주는 일이었고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이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보내주는 일이었다. 그밖에 시체를 자주 다루는 이들이다 보니 인체에 대해서 어느 마법사 못지않게 잘 알기에 그 지식을 통해서 의료 활동도 했고 지금도 정기적으로 의료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갖은 노력을 통해서 네크로맨시 학파는 대륙에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신성제국 세인트에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었고 네크로맨시 학파를 인정한 로시아 제국과 전쟁이 일어날 뻔한 적도 있다고 도둑길드에서 산 정보에 나와 있었다. 대륙에 네크로맨시 학파가 인정받음으로 인해서 대륙에서 사라져야 할 학파가 하나로 줄었다. 그 사라져야 할 학파는 바로 마족에게 제물을 받쳐 계약을 통해서 힘을 얻는 이들. 바로 흑마법사 학파였다. 이들의 학파 명은 도둑길드에 산 정보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이들은 음지에서 복수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되어 있었다. 정말 흑마법사 학파는 불쌍하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 동거동락 하던 네크로맨시 학파가 대륙에 인정받에 적으로 돌변했으니 말이다. 나는 언제 한번 로시아 제국으로 가서 네크로맨시 학파의 탑에 찾아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모를 쓸만한 스킬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날 저녁에도 나는 열심히 스킬을 반복해서 사용하며 8개의 저주 스킬을 마스터 스킬로 만들 수 있었다. 다음 날 게일 형과 알프 형. 아리에나 누나가 다른 2명과 함께 아침 일찍 여관에 찾아왔고 우리 6명은 식탁에 둘러앉았고 모두 아침 식사 전이었기에 음식을 시킨 이후 이야기를 시작했다. “후후후. 드디어 멤버가 모두 모였다! 자! 소개하지! 이쪽은 마법사 한스! 어린나이라고 무시하지마. 이녀석 4써클 익스퍼터니까. 그리고 한스. 이쪽 두명은 나의 유창한 말솜씨에 의해서 설득당한 이들! 만걸음 떨어져 있는 사과도 맞춘다는 헌터! 그 이름도 유명한 그레이트 보우 헌트란고 한다. 내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녀석 아버지가 최고의 헌터가 되라고 헌터라고 지으려고 했다가 어머니이신 분에게 철절한 응징을 받으면서까지 견디시다가 결국 헌트라고 지으셨다고 한다.” “...게일. 넌 앞으로 뒤통수 조심해라.” “음하하하! 이몸은 뒤통수뿐만 아니라 앞통수도 항상 조심하고 있다! 다음 이 녀석은 그냥 신입. 너와는 다르게 순수한 초짜 용병. 이름은 크리스! 여자같은 이름이지만 실력은 초짜치고는 기초가 잡혀있더라.” “아,안녕. 난 크리스라고해.” “안녕. 이거 내 나이대의 용병은 오늘 처음보는 걸. 그리고 안녕하세요. 이번에 용병단에 들어가기로 한 4써클 익스퍼터 한스라고 합니다.” “나도 잘 부탁한다.” 그레이트 보우 헌트씨는 그의 명칭 그대로 등에 거대한 활. 그레이트 보우와 그에 걸맞은 화살통을 메고 있었다. 활을 쏘는 사람들은 대부분 몸이 전사에 비해서 민첩하지만 근력을 약하다. 하지만 헌트씨는 오히려 전사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건장한 몸을 하고 있었다. 하긴 그레이트 보우를 사용하려면 웬만한 힘으로는 안되니까. 다음으로 완전한 초짜 용병이라는 크리스. 크리스의 외모는 딱 보기에 잘생겼다고 생각될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평민사이에서 흔치 않은 금발 머리는 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리고 게일 형의 말대로 초짜치고는 꽤 잘 단련된 몸을 지니고 있었다. 곧 시켰던 음식이 나왔고 오늘은 용병단 창설기념일이라며 아침식사를 게일 형이 사기로 했다. 이때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던 아리에나 누나가 입을 열었다. “저녁에 사면 술값이 많이 나가니까 지금 사는 거냐?” “윽!? 어떻게 그 사실을!?” “여기 있는 사람 모두 알고 있을 거다.” “쳇! 알았어! 저녁까지 살게! 흑흑! 용병단 창설 비용도 내가 내는데. 흑흑흑!” 호~오! 예상외로 모아둔 돈이 꽤 되나 보네. 창설 비용을 혼자서 내다니 말이야. 나는 여관 구석에 쪼구려 앉아서 바닥을 손가락으로 끄적이고 있는 게일 형을 보며 의외라고 생각했다. 혼자서 5골드나 내다니. 정말 의외인걸. 게일 형이 산 아침식사를 마친 이후 우리 6명은 바로 용병길드로 향했다. 바로 용병단을 창설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우리 용병단 이름은 뭐로 할꺼에요?” 우뚝! 용병길드로 향해서 힘차게 걸어가던 일행들은 나의 질문에 갑자기 멈추어 섰다. 설마... 용병단 이름도 안정해 놓은 거야. “하.하.하. 깜박하고 있었네.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뭐 지금부터 생각하면 되잖아! 시간은 많으니까! 우선 다시 되돌아가서 생각해 보자고!” 우리는 다시 여관으로 되돌아 왔고 식탁에 둘러 앉았다. “자! 그럼 우리 용병단이 이름을 정해봅시다! 이거 어때? 게일 용병단!” “됐다. 이거 어떠냐? 헌터 용병단!” “하~아. 거기서 거기잖아요.” “그럼 이건 어때요. 정의의 용병단.” “....” 탁탁. “크리스. 영웅소설을 너무 많이 봤구나.” 나는 너무 순진한 이름을 말한 크리스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점차 나아지겠지. 나도 저런 때가 있었으니 말이야. 다른 일행들도 나와 같은 눈으로 순진한 크리스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회상에 들어간 듯 아무말도 없이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저,저기 펴,평화 용병단 어때?” “평화 용병단이요? 음. 평화라. 용병단의 이름치고는 안어울리는 것 같은데.” “그래도 지금까지 우리가 내놓은 이름보다는 나은 것 같군.” “그런데 알프. 어째서 평화 용병단이라는 이름을 내놓은 거야?” 게일 형이 평화 용병단이란 이름을 내놓은 알프 형에게 묻자 우리는 알프 형의 대답을 듣기 위해서 알프 형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알프 형은 수줍은 성격 답게 우리의 시전이 모이자 얼굴이 토마토처럼 붉어졌고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알프 형을 두 검지 손가락을 부딪히며 천천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어렸을 때.” “어렸을 때.” “대,대륙의 평화를 지키는 용병이 되고 싶었어!” “풋! 푸하하하!” “하하하하!” “우,웃지마!!!!!!” 게일 형을 비롯한 헌트씨, 아리에나 누나는 웃음을 터트렸고 이 세명이 웃자 알프 형의 얼굴을 마치 금방이라도 피가 몰려서 터질 듯이 붉어져버렸고 알프 형은 웃지 말라며 귀가 멍멍할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이에 웃음을 터트렸던 일행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어떻게든 웃음을 참아보려고 했지만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고개를 돌리고 입을 막고는 계속 웃어댔다. 하지만 이와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가 있었으니 우리의 순둥이 크리스였다. 마치 동지를 맞났다는 듯한 눈빛을 하며 크리스는 알프 형에게 부담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하~아. 하~아. 너무 웃긴다. 미친소 알프 답지 않은 발언이었어.” “하~아. 하~아. 그러게 말이야. 정말 이렇게 웃어보기는 오랜만이구만.” “하지만 난 웬지 좋은 걸. 대륙의 평화를 지키는 용병단. 평화 용병단이라.” “저는 적극 찬성입니다! 알프 형도 그렇죠!?” “으응.” “나도 그렇게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요.” “이런 벌써 과반수가 넘어 버렸네. 그럼 우리 용병단의 이름은 평화 용병단이다! 대륙의 평화를 지키는 평화 용병단.” 우리들은 이때 몰랐다. 단지 장난스럽게 지은 이름의 용병단이 그 이름 그대로 대륙의 평화를 지키게 될 줄 말이다. 밝혀진 나의 직업! “그동안 수고했네. 자네 용병단 수는 적지만 실력은 좋구만. 자. 여기 나머지 의뢰비라네. 의뢰비에 조금 더 넣으었으니 오늘 저녁에 술 한 잔씩 하게. 그리고 나중에도 잘 부탁하네.” “헤헤헤. 오히려 저희가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안녕히 계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우리들은 일제히 인사를 하고는 뒤를 돌아 용병길드를 빠져나왔다. 정말 이번 상단 호위는 위험천만했다. 형도 참 아무리 우리들의 평균 등급이 B급이라고 해도 그렇지 말 한 마리가 끄는 수레가 3대가 되는 상단을 호위하는 의뢰를 받다니. 하~아. 잘못했으면 언데드를 소환할 뻔했잖아. 용병단을 결성한지 어느새 3달. 현실시간으로는 겨우 7일 정도 지난 시간이다. 용병단을 결성한지 2달째 되는날 아리에나 누나는 에나 누나라고 부르게되었고 에나 누나의 등급은 우리 평화 용병단에서 제일 높은 등급! A급 용병이 되었다. 바로 소드익스퍼드가 된 것이다! 비록 초급이지만 말이다. 거기에 크리스 녀석도 등급이 급상승해서 C급 용병이 되었다. 보통 D급 용병에서 반년정도 의뢰를 수행하며 어느정도 실력이 쌓은 이후 몇까지 테스트를 합격해야 C급 용병이 될 수 있지만 크리스는 탄탄한 기초와 주변에서 봐주는 일행들이 있었기에 단 2달만에 C급 용병이 될 수 있었다. “요번 상당 호위 의뢰도 무사히 완수다! 흐흐흐. 역시 소수로 상단을 호위하니 꽤 돈이 되는 걸. 오늘 내가 쏜다!?” “후후후. 우리야. 좋지.” “나,난 식사부터...” “나도!! 나도 우선 밥부터 먹고 싶어!” “형! 나도요!?” “당연히 먹어하지! 빈속에 술이 들어가봐야 얼마나 들어가겠어. 하지만 나는 술은 사지만 밥은 안산다.” “쳇! 그래. 알았다. 밥은 내가 산다!” “우오오오!” “훗...” 지난 3달 동안 같이 지내면서 꽤 많은 전투를 치루었다. 상단을 습격해 오는 산적들과 전투를 벌이기도 했고 어떤 때는 지능이 낮은 오크가 산적들과 함께 쳐들어온 적도 있었다. 물론 그때는 다른 용병단과 함께 있었고 어느정도 실력이 있는 용병단이었기에 막아낼 수 있었다. 테스트 서버에서 나는 처음으로 NPC를 죽이게 된 것도 첫 번째 상단 호위 의뢰였다. 본 서버와 다르게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아 검에 꿰뚫려 장을 흘러내리는 시체와 나의 마법에 의해서 익어버린 산적의 시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시체로부터 나는 그 피 비린내와 나의 마법에 의해서 익어버린 살 냄새. 그냥 볼때는 어느정도 참을 수 있었던 나는 그 냄새를 맡고는 탈진할 정도로 헛구역질을 해댔고 그로 인해서 일행의 보살핌을 받아야 했다. 물론 나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용병단의 신출내기 크리스 또한 나와 같은 아니 더한 반응을 보였다. 다른 일행들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자신의 검에 산적 한명이 꿰뚫리자 그때부터 패닉에 빠져 죽을 뻔한 것을 에나 누나가 간신히 지켜냈다고 한다. 전투중에 에나 누나가 크게 소리치자 억지로 움직이며 검을 휘둘렀는데 그 검이 하필 산적의 목을 베었고 목이 베인 산적의 목으로부터 나온 피를 뒤집어 썼단다. 그후 완전히 패닉에 빠져버렸단다. 금방 회복한 나와는 다르게 크리스는 그 후 4일간 음식도 먹지 않고 잠을 자지도 않고 쪼구려 앉아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었고 거의 탈진상태까지 갔고 보다 못한 내가 슬립으로 재웠다. 그렇게 며칠이 흐르자 크리스는 점차 괜찮아지기 시작하더니 자신의 검을 좀더 다듬어 달라고 자신을 훈련시켜달라고 우리들에게 부탁해 왔는데 크리스의 확고한 결심이 깃든 눈빛에 우리는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후 우리들은 크리스를 모질게 다루었다. 특히 에나 누나가 크리스에게 가장 모질게 대했다. 에나 누나는 평소에는 말이 없었지만 크리스의 검을 봐줄 테는 정말 거침없이 말을 했다. 에나 누나와 훈련을 할 때는 크리스는 항상 망신창이가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진검으로 대련하기 때문이다. 에나 누나와 크리스가 진검대련을 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에나 누나와 크리스의 실력차이가 크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가 항상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진검으로 대련을 하다보니 아무리 에나 누나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몸을 어느정도 베이지 않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에나 누나와 크리스가 대련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대련이 끝나면 크리스의 상처에 힐을 시전해 주었다. 내가 시전 하는 힐은 본래 마법사가 내는 위력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 상처를 회복시켜 줄 수는 있었다. 물론 마나가 많기에 물량으로 밀고 나갈수도 있지만 그랬다가는 딱 의심받기 좋았기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 크리스를 훈련시키는 것은 에나 누나만이 아니었다. 크리스는 헌트 형과 게일 형에게도 훈련을 받고 있었다. 게일 형은 두개의 숏소드를 빠르게 휘둘러 속도로 밀어붙이는 속검사였기에 에나 누나와는 다른 면이 있었고 헌트 형은 화살촉을 제거한 화살을 이용해서 먼거리로부터 신속하게 달려와 화살을 피해서 자신을 제압해야 하는 훈련을 크리스에게 시켰다. 물론 크리스는 항상 헌트 형의 화살에 맞아 헌트 형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했다. 훈련을 시작한지 아제 거의 2개월하고 보름이 되어가는데 크리스의 몸은 여전히 에나 누나의 검에 베이고 게일 형의 숏소드에 제압당하고 헌트 형의 화살에 멍이 들었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실력이 좋아지고 있었다. 눈에 띄게 말이다. 물론 나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도 용병단을 창설한 이후 여러 의뢰를 수행하면서 레벨을 올릴 수 있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용병단으로서 의뢰를 받아들인 이후 의뢰를 수행할 때마다 나의 눈앞에는 퀘스트 방식으로 의뢰에 내용이 적혀 있는 창이 떠올라고 그 창에는 퀘스트 성공시에 보상 또한 나와 있었다. 퀘스트 성공시 경험치가 주어진다고 되어 있었는데 처음에는 조금만 주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 경험치가 조금이 아니었다. 거의 의뢰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때마다 주어지는 경험치는 레벨 업을 한번하고 경험치를 50%까지 채울 정도의 경험치였다. 덕분에 나의 레벨은 어느새 219. 지난 3달 동안 레벨 업을 19번이나 한 것이다. 3달 동안 우리 평화 용병단이 수행한 의뢰는 총 8번. 의뢰의 수에 따르면 나의 레벨은 12만 올랐어야 하지만 7이나 더 오른 것은 의뢰를 수행하며 상단을 노리고 쳐들어온 산적들이나 몬스터들로부터 경험치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NPC라고는 하지만 이 테스트 서버에서는 인간인 산적을 죽여서 얻은 경험치.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은 좋지 않았다. 물론 그뿐이었다. 그나마 그 기분도 처음에만 그랬을 뿐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열정적으로 산적들을 죽이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들을 죽이는 것은 꺼림직 했기 때문이다. 지난 3달 동안 함께 지낸 덕분에 일행들은 내가 로그아웃을 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고 나는 일행들에게 특이체질이라고 했다. 10일에서 15일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생활이 가능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짧으면 하루에서 길면 5일 동안 잠드는 체질이라고 말이다. 처음 이 말을 들은 일행들은 매우 놀라워했고 내가 보충으로 이 나이에 4써클 익스퍼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이 이 체질이 한몫했다고 하니 의의로 쉽게 믿어주었다. 현 재 우리 평화 용병단의 등급은 소규모 용병단에서 B급 용병단이다. 소규모 용병단이란 최소 인원 5명에서 최대 인원 30명으로 구성된 용병단을 뜻한다. 그 다음으로 중소규모 용병단이 있다. 중소규모 용병단은 최소 인원 31명부터 최대 인원 100명으로 구성된 용병단을 뜻한다. 다음 대규모 용병단이 있는데 대규모 용병단은 최소 인원이 101명이고 그 이후부터는 인원의 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이 세규모의 용병단 중 소규모 용병단에 속하고 그 소규모 용병단의 등급 중 B급 용병단이었다. 용병단 역시 낮은 등급부터 D,C,B,A,S급 용병단이 있고 용병단 구성원의 등급과 의뢰수행 능력을 평가하여 등급을 정하는데 우리는 A급 용병 1명과 B급 용병 4명. C급 용병 1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용병단 창설이후 의뢰는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했기에 B급 용병단으로 등급이 매겨진 것이다. 우리가 소규모 용병단에서 B급 용병단 이기는 했지만 이번 의뢰는 조금 무모한 감이 있었다. 수레가 3대나 되는 상단의 호위를 6명이서 하다니 말이다. 다행이도 산적무리를 만나지 않고 조금 수는 많지만 그나마 약한 고블린무리를 만나서 다행이지 잘못했으면 의뢰를 수행하지 못하고 도망쳤어야 했다. 용병이 돈에 움직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목숨! 우선 살아있어야 돈을 쓸수 있는 것이다. 용병들은 의뢰를 실패할 상황. 그러니까 목숨을 잃을 상황이 되면 의뢰고 뭐고 없이 도망친다고 게일 형에게 들었다. 다만 그렇게 되면 용병의 신용도는 떨어지고 등급 역시 떨어진다. 만약 의뢰인마저 살아있다면 의뢰인을 버리고 간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 여러모로 편하지만은 많은 않은 직업. 그것이 바로 용병이었다. “마셔라! 마셔!?” “야! 이 꼬맹이들아! 안주만 먹지 말고, 술도 좀 마셔!?” “오늘은 이상하게 술은 안받고 안주만 받아. 너도 그러냐? 크리스?” “응.” “그건 변명일 뿐이다! 마셔!?” “웁! 웁!” 갑자기 크리스에게 달려들은 게일 형과 헌트 형은 크리스에 몸과 목을 붙은 이후 코를 막아 입을 벌리게 한 이후 맥주잔 안의 맥주를 억지로 마시게 했다. 게일 형과 헌트 형 가까이 있던 크리스가 희생양이 된 것이다. 내가 오늘도 이럴 줄 알았지. 이런 일이 이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거의 매번. 이렇게 술 파티가 벌어질 때면 이렇게 둘이서 나와 크리스를 붙잡고 술을 먹이는데 나도 크리스와 마찬가지로 몇 번 당했다. 물론 난 초반에 2번 당했을 뿐이다. 형들이 술만 마시면 억지로 술을 마시려고 한다는 것을 안 이후로는 형들의 가까운 쪽에 크리스를 앉혔고 그 이후에는 나는 당하지 않았다. 크리스. 너의 희생은 잊지 않으마. 후후후. “저기 에나 누나. 형들에게 저 먼저 올라간다고 말해주세요. 오늘은 뭐 좀 할 게 있거든요.그리고 전 바로 잘게요.” “그래라. 그럼 잘자라.” “누나도 적당히 마시다 주무세요. 누나가 취하면 형들을 누가 옮기겠어요. 후후후.” “그래.” 나는 나의 맥주잔 안에 남아있는 맥주를 모두 마셔버리고는 미리 잡아놓은 방으로 올라갔다. 현재 내가 있는 서버는 테스트 서버였기에 내 나이가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끔찍하고 잔인한 장면이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았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본 서버였다면 마시지도 못했을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했다. 꺼억! 맥주는 역시 가스가 찬단 말이야. 방에 들어온 나는 비장한 눈빛을 하고는 무한의 가방에서 한권의 책을 꺼내 놓았다. 파란색 표지에 내 검지 손가락 두 마디 두께의 책. 나는 그 책을 조용히 펼쳤다. 펼쳐진 책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놀라지 않았다. 책에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이 펼쳐지고 얼마 되지 않아 나의 눈앞에 한가지 창이 뜨며 귀로는 음성이 들려왔다. [최상급 융합 스킬북을 펼치셨습니다. 융합할 스킬 또는 스킬북을 선택하여 주십시오. 스킬과 스킬북을 포함해 최고 10개의 스킬을 선택 가능합니다.] 융합 스킬북! 지금까지는 난 스킬북을 통해서 스킬을 익히거나 전직소. 사령술사 길드에서 스킬을 배웠다. 지금까지는 누구나 익히는 스킬. 돈만있다면 익힐 수 있는 스킬들인 것이다. 물론 돈이 없어서 구하지도 못해 익히지 못하는 사람도 꽤 되는 스킬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미 정해놓은 스킬만 익히게 된다면 언젠가는 똑같은 스킬을 익힌 사람들이 넘쳐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식상해 할 것이다. 그런 문제점을 잊을 (주)리얼이 아니었다. (주)리얼에서는 유저들이 스킬을 개발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는데 그것이 바로 융합 스킬북이다. 융합 스킬북! 이 융합 스킬북은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스킬을 융합하여 전혀 다른 스킬을 만들어 내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스킬북으로 최고 10개의 스킬을 융합가능하게 해준다. 융합 스킬북에는 등급이 있는데 낮은 등급에서부터 최하급,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 등급에 따라 융합할 수 있는 스킬의 객수도 틀려지고 성공률이 달라진다. 융합 스킬북의 성공률은 최하급이 20%, 하급이 30%, 중급이 35%, 상급이 40%, 최상급이 50%다. 스킬 융합의 성공률은 기본적으로 융합 스킬북에 등급에 따른 성공률과 스킬을 융합하는 유저의 레벨과 능력치 행운(Luk)과 손재주(Dex), 융합하는 스킬의 스킬 레벨과 개수도 영향을 미친다. 융합 스킬북을 통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직업의 스킬을 융합시키고 싶을 때는 스킬북을 이용하면 된다. 물론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스킬을 스킬북을 사용하여 융합시킬 수도 있다. 단 위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스킬북을 이용한 스킬 융합은 융합 스킬북을 통해서 융합이 실패했을 때의 페널티를 적용받지 않는다. 융합 스킬북을 통해서 융합이 실패하게 되면 당연히 페널티가 존재한다. 그 페널티란 융합에 실패시 융합 스킬북을 통해서 융합시키려고 한 스킬의 스킬레벨이 하락하는 것이다. 융합 스킬북의 등급에 따라 그 페널티도 달라지는데 최하급과 하급의 경우 스킬의 레벨이 10~15 하락하고, 중급의 경우에는 스킬 레벨이 8~12 하락한다. 다음 상급은 스킬 레벨을 5~7 하락시킨다. 그리고 마직막으로 최상급은 스킬 레벨은 3~5 하락시킨다. 이렇게 등급이 높은 융합 스킬북의 경우 페널티가 최하급과 하급에 비해서 적게 받다보니 그 가격도 상당하다. 최하급과 하급 융합 스킬북은 유저들 사이에서 거의 거래되지 않고 중급의 경우 100골드, 상급의 경우 2000골드, 최상급의 경우 최고 8000골드에 거래된 다고 누나가 보내온 융합 스킬북과 동봉된 편지를 통 해서 알 수 있었다. 현실 시간으로 4일전. 나는 테스트 서버에서 상점이용 게시판을 통해서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편지를 보냈는데 운이 좋게도 현실 시간으로 3일전 누나는 본 서버에서 보낸 편지를 받아 볼 수 있었다. 그 후 귓말도 시험해 보았지만 귓말은 되지 않았다. 그 후 누나와 편지나 소포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 나는 누나에게 융합 스킬북을 충분히 구해줄 것을 부탁했고 게임 속 시간으로 바로 어제 저녁! 그 소포가 도착했다! 무려 187권이나 되는 그것도 대부분이 상급과 최상급인 융합 스킬북이 말이다. 나는 이때 대륙 10성인 누나의 저력을 또다시 느낄 수 있었다. 누나가 동봉한 편지에는 보낸 시간과 날짜가 적혀 있었는데 그것으로 인해 난 내가 테스트 서버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누나가 나에게 보낸 소포에는 융합 스킬북을 비롯해서 마법서, 검사, 전사, 궁수, 사령술사등의 여러직업의 스킬북도 함께 들어있었다. 이는 내가 부탁한 것이었다. 융합 스킬북을 비롯해 보통 스킬북까지 하면 그 수는 딱 250권이었다. 아마도 누나가 수를 맞춰서 보냈으리라고 생각됐다. 어제는 상단을 호위하고 일행들이 모두 보고 있는 곳에서 융합 스킬북을 통해서 스킬을 융합 시킬수 없었기에 융합 스킬북을 가만히 두고 있었지만 오늘은 의뢰도 끝났고 일행들이 술파티를 벌이고 있었기에 나 혼자 방에 올라간다 한 것이다. 자! 이제 스킬을 융합해 볼까!? 나는 우선 그동안 입고 있던 평범한 로브 대신 데스리치 세트를 모두 장착했다. 데스리치 세트에 붙은 옵션으로 행운과 손재주를 올리기 위해서였다. 데스리치 세트를 모두 장착한 나는 융합 스킬북 창 옆에 뜬 스킬창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후~우. 처음부터 최상급 융합 스킬북을 쓰는데 겨우 2개 스킬 융합하는데 실패하지는 않겠지. 최상급 융합 스킬북으로 융합 시키기로 한 두가지 스킬은 사령술사로 전직할 때 배우는 망령생성 스킬과 파이어 볼이었다.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것인데 내가 소환 가능한 스켈레톤에는 속성을 가진 스켈레톤이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속성을 가진 망령으로 소울 스트라이크, 스피릿 스워드 스트라이크를 시전하면 어떻게 될까? 소울 스트라이크와 스피릿 스워드 스트라이크는 망령들을 이용한 공격마법이기에 100% 적중한다. 그런 망령들이 속성을 가지면 어떻게 될까라고 나는 지금까지 생각했고 이번에 드디어 스킬 융합에 도전하는 것이다. [스킬 망령생성과 스킬 파이어 볼을 선택하셨습니다. 융합하시겠습니까?(Y/N)] “당연이 예스!” [스킬을 융합합니다.] 위이이잉! 파악! 갑자기 빛이 나기 시작하는 융합 스킬북을 보고 놀란 나는 급하게 방안에 있는 이불로 융합 스킬북을 급하게 감쌌다. 음메.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네. 이런 이펙트가 있다니. 후~우. 방안에서 하길 다행이지 어제 노숙했던 곳에서 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 띠리링! [융합에 성공했습니다. 스킬북을 확인하십시오.] “오예! 역시 비싼 값을 하는 구나.” 나는 융합에 성공한 융합 스킬북을 급하게 확인했다. [밤 소울(Bomb Soul:폭탄 영혼) 생성(융합 스킬) 폭발하는 영혼을 생성한다. 이들은 적을 가격하는 즉시 폭발하는 영혼으로 소울 브레이크와 다르게 소멸하지 않으나 어느 정도 회복시간이 필요하다. 이들을 화속성을 띄고 있어 가격하는 방법 외에도 적에게 붙어 생명력을 흡수하여 자신들을 뜨겁게 달라오르게 하여 적에게 데미지를 줄 수도 있다. (마나소모: 100. 필요 스킬포인트:1)] 꽤나 아니 엄청 좋은 스킬이었다. 2개의 스킬을 융합한 것 치고는 매우 좋은 스킬이 나온 것이다. 나는 나의 첫 융합 스킬이 들어있는 스킬북을 한동안 익히지 않고 껴안고 침대위를 뒹굴었다. 후후후. 나의 작품! 앞으로 잘 사용해 주마! 밤 소울 생성을 익히는 데 필요한 스킬 포인트는 충분했다. 그동안 모아 놓은 스킬포인트도 있고 원 클래스 마스터가 된 이후 얻은 보너스 스킬 포인트와 레벨업을 해서 얻은 스킬 포인트를 충분히 모아 두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나는 아이스 볼과 라이트닝 볼, 에어볼을 각각 망령생성과 융합 시켰고 역시 단번에 성공하여 아이스 소울, 라이트닝 소울, 에어 소울 생성을 만들어 내고 익힐 수 있었다. 아이스 소울은 가격하는 즉시 적을 냉기가 적을 덮쳐 냉기로 적을 얼리거나 움직임을 느리게 하는 스킬이었고 역시 밤 소울처럼 생명력을 흡수하여 그 생명력을 냉기로 전환하여 적에게 데미지를 줄수 있었다. 라이트닝 소울도 에어 소울도 비슷했다. 라이트닝 소울은 적에게 전격을 가해 데미지를 입히고 부과적으로 마비를 시키고 생명력을 흡수하여 전격을 일으키고 에어 소울은 가격 즉시 날카로운 바람처럼 적을 몸을 베고 역시 생명력을 흡수하여 베이는 듯한 상처를 주는 녀석이었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만들어 볼까!? 나는 또 다른 최상급 융합 스킬북을 꺼내어 펼쳤고 신중하게 스킬들을 살펴보았다. 스킬들을 아무리 살펴보고 살펴봐도 어떤 스킬을 융합 스킬지 결정을 쉽게 내릴수 없었다. 다 고생고생해서 올린 스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으으으. 시간이 길어지니 생각이 많아지기만 하잖아! 이럴 때는 무조건 찍는 거야!? 나는 눈을 감고 스킬창을 왼손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면 아무것이나 손가락으로 찍었고 그렇게 10번을 찍은 후에 눈을 떴고 마침 귀로 음성이 들려왔다. [스킬 서먼 데스나이트, 스킬 레이지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 스킬 커스 테러, 스킬 데스 프리즈 오라, 스킬 마나 드레인, 스킬 영혼축출, 스킬 프로스트 노바, 스킬 에니메이트 데드, 스킬 데스 스크림, 스킬 포이즌 익스프로젼을 선택하셨습니다. 융합하시겠습니까(Y/N)] 하.하.하. 내가 지금 떨고 있나. 왜 하필 서먼 데스나이트가 선택된 거야!? 그게 얼마나 힘들게올린 스킬인데. 내가 선택한 스킬들은 하나같이 내가 자주 사용하는 스킬들이었다. 젠장! 다음에 선택할 때는 바닥에서부터 시작한다. 흑흑흑. 기왕 이렇게 된 거 한번 해보는 거야!? 성공하면 대박이고 실패해도 중간은 간다!? “융합한다!?” [스킬을 융합합니다] 위이이잉! 파악! 구우우우. [스킬 융합에 실패했습니다. 융합에 시도한 스킬의 스킬 레벨이 모두 4하락합니다.] 끄어어억!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그냥 하지 말 걸! 스킬 융합 실패로 융합에 시도한 스킬들의 레벨이 무려 4나 하락했다. 크윽! 무려 4나 하락하다니!? 아까워라! 그동안 스킬들의 스켈레벨을 올리느냐고 투자했던 시간이 너무도 아까워지는 시간이었다. 물론 테스트 서버이기에 금방 올릴 수있지만 아까운 것은 아까운 것이었다. 후~우. 진정하고 계속 도전해 보자고. 언젠가 대박 한번 터지겠지. ...그냥 조합으로 한번더 해볼까. 테스트 서버니까 성공률도 높을 거 아니야. 나는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전과 똑같은 조합으로 융합에 도전했다. 웬지 굉장한 스킬이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스킬 융합에 실패했습니다. 융합에 시도한 스킬의....] [스킬 융합에 실패했습니다. 융합에...] [스킬 융합에 실패했습....] .... “크윽! 이번을 마지막 다시는 이 조합으로 융합 안한다!” 이렇게 소리쳐 놓고 과연 그럴까라는 생각이 드는 나다. 처음에는 그냥. 다음에는 한번만 더 하는 방식으로 그 조합으로 융합을 시도한지 벌써 이번이 10번째. 지금까지 떨어진 스킬 레벨은 총 28. 처음 스킬레벨이 4떨어진 이후 모두 스킬레벨이 3씩 떨어졌기에 나온 수였다. 이번이 열 번째 제발 좀 성공해라! “융합해!?” [스킬을 융합합니다.] 위이이잉! 파악! 하느님! 부처님! 조상님! 알라신이시여! 성공하게 해 주옵소서!? 띠리링! [융합에 성공했습니다. 스킬북을 확인하십시오.] “오오오! 앗싸!? 대박이다!?” 나는 두근 거리는 심장의 고동소리를 느껴며 스킬북을 확인했다! 과연 어떤 스킬이 나왔느냐!? 네 정체를 밝혀라!? [서먼 데스 브레이커(융합 스킬) 모든 것을 파괴하는 죽음의 파괴자를 소환한다. 이들은 적을 노려보는 것만으로 적을 공포에 떨게 하고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도 얼어붙게 만든다. 그들은 죽은 자들의 시체와 영혼에서 힘을 흡수하여 언제든지 무한하게 싸움을 벌일 수 있다. 무엇보다 데스 브레이커가 무서운 것은 자신의 종을 소환하고 거기에 간단한 마법까지 사용하는데에 있다. 이들을 소환하는 데는 그렇게 힘을 들지 않으나 지배하는 데는 굉장한 힘이 필요하다. 만약 지배에 실패하게 되면 오히려 적으로 돌변할 위험도 가지고 있다. 스킬 레벨 20당 한명의 데스 브레이커를 소환할 수있다. (마나소모:1250. 필요 스킬 포인트:5)] 우오오오! 완전히 대박이다!? 에헤야 디야!? “.... 너 지금 뭐하는 거냐? 한스.” “....하.하.하. 운동! 운동하는 거야! 잠을 자려는 데 몸이 뻐근해서.” “음. 잠자기 전에 완전 무장을 하고 자는 거니?” “그,그게...” “뭐 나중에 이야기 하자. 나도 빨리 쉬고 싶다. 여기 크리스.” “응.” “그럼 적당히 운동하다 자라.” “응.” 내가 좋아라하며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을 때 마침 방문을 들어온 에나 누나. 난 에나누나와 눈을 마주쳤을 때는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고 급하게 변명을 하긴 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얼토당토 없는 소리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누나가 상당히 술을 많이 마신 듯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제발 누나가 오늘 일을 잊게 해주십 옵소서! 신이시여!? ============================ 여관 방안에서 한스가 신을 부르짖고 있을 때 마계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계. 마족과 각종 마물들이 생존을 위해서 살아가는 대지. 마계에서 살아가는 것은 마족과 마물들뿐만이 아니었다. 마계의 그 광활한 대지 한편 망자의 대지라는 그곳에서는 인간출신의 언데드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망자의 대지에서 살아가는 언데드들은 모두 인간출신으로 중간계의 추적을 벗어나기 위해서 마계로 온 것이었다. 그들은 마계로 와 인간들의 추적을 벗어날 수는 있었지만 그들은 보다 큰 위험에 맞닥드리게 되었다. 그 보다 큰 위험은 바로 마족이었다. 마족들은 자신들의 세계에 들어온 데스나이트, 리치 같은 고위의 언데드들을 자신들의 종으로 부리기 위해서 망자의 대지를 찾아왔고 당연히 마족에게 굴복할 수 없었던 고위 언데드를 비롯해 그 아래의 하위 언데드들은 갖은 수난을 당해야 했다. 물론 고위 언데드들이 싸워보려고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한때 고위 언데드들이 마계의 언데드들을 통솔하여 마족과 전투를 벌였지만 그 결과는 언데드들의 패배였다. 그 패배의 원인은 바로 군주의 부재였다. 그들의 군주. 언데드들의 군주 데스로드가 없는 것만으로 그들은 패배했던 것이다. 군주 있는 것과 없는 것 은 큰 차이다. 언데드와 마족의 싸움에서 그 힘을 명확하게 들어났다. 군주를 섬기는 마족의 힘은 대단했다. 고위의 언데드. 그랜드 마스터급 데스나이트들의 힘 을 고작 상급 마족까지만 상대해 이길 수 있었지만 그 위의 작위를 가지고 있는 마족을 이길 수는 없었다. 군주를 가진 마족들은 군주로부터 힘을 부여받아 그 힘이 애초부터 가지고 있던 힘보다 몇배다 강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족의 군주. 마왕의 수는 5명! 이들은 아주 특별한 이들이었다. 이들의 탄생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결정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반면 언데드들의 군주.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는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군주와 부재로 인해 언데드들은 갖은 수난을 당해 마족들을 피해 망자의 대지로 숨어들은 것이었다. 그런 언데드. 그것도 고위의 언데드들이 놀랍게도 한데 모여 회의 를 열고 있었다. [그 말이 사실인가. 마스터 스칼런?] [예. 제가 중간계로 소환되었을 때 소환자로부터 확실히 느꼈습니다.] [오오오!?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우리들의 군주께서 탄생하시는 가!?] [아직 낙관한 때가 아닙니다. 그의 힘은 아주 미약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나이에 비해서 느껴지는 힘은 대단했지만 군주라 생각하기에는 미약했습니다.] 한때 한스에 의해서 소환되었던 데스마스터. 스칼런의 말에 한데 모인 고위 언데드. 아크리치와 엘더 벤시, 스켈레톤 킹, 듀라한 로드, 좀비 로드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 하더라고 군주의 자질을 가진이가 아닌가!? 그가 살아서 우리들의 군주가 될 수 있도록 조취를 취해야하네.] [맞습니다. 우리 죽은 자들의 군주가 탄생하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 언데드들이 존재해온 시간 중 이번이 두 번째!? 절대로 그분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리치들의 대표, 아크리치의 말에 벤시들의 지배자 엘더 벤시가 호응했고 다른 군주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군주의 탄생. 마족의 군주와 다르게 만들어지는 그 들의 군주의 탄생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그분은 확실히 보호해야해. 이미 그분의 힘을 보지 않았나. 중간계에 있으면서 새로운 나의 종들을 많이 만들어 냈어.] 이번에는 모든 스켈레톤들의 왕. 스켈레톤 킹이 입을 열었다. 스켈레톤 킹의 말대로 지금 망자의 대지에는 전혀 없었던 새로운 스켈레톤들로 가득했다. 새로운 스켈레톤. 그것은 바로 한스의 성장한 스켈레톤들이었다.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부터 시작해서 한스가 성장시킨 모든 스켈레톤들이 망자의 대지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 성장한 스켈레톤들이 망자의 대지에 나타난 것은 바로 한스가 테스트 서버라고 생각한 세계. 그 세계에 들어왔을 때부터였다. 강력한 스켈레톤들이 늘자 도리어 힘이 강해진 이는 스켈레톤 킹이었기 그런 그였기에 한스를 보호하자고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그건 그렇지만 저희가 나섰다가는 오히려 마족과 신족들의 이목을 끌수....] [스칼런님!?] 스칼런이 자신들이 나서면 마족과 신족의 이목을 끌 수있다고 말하려 할때 갑자기 한명의 데스나이트가 들어왔고 그의 목소리는 매우 다급해하고 있었다. [스, 스칼런님!? 나와 보십시오! 새로운 동족이! 새로운 동족이 나타났습니다!?] [뭐라고!? 그말이 사실인가!?] [예! 그들이 갑자기 나타나 지배자님들을 만나 뵙고 싶어하십니다.] [들으셨겠죠. 어서 나가보지요.] [그럽시다.] 데스나이트의 말에 한데 둘러 앉아 있던 언데드들의 지배자들은 일어나 막사를 나왔다. 막사를 나오자 막사를 중심으로 수천 수만의 언데드들이 진을 치고 있 는 모습이 들려왔고 그 모습은 경이적이었다. 그런 엄청난 수의 언데드들 사이에서 유독 눈의 띄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로 느껴지는 기운은 가히 데스나이트들과 맞먹었다. 스켈레톤 킹에게 새롭게 귀속된 스켈레톤 자이언트와 비슷한 크기의 몸집. 데스나이트처럼 전신을 뒤덮인 갑주! 벤시들 처럼 사방으로 느껴지는 한기! 그들은.... 데스 브레이커들이었다. 이렇게 마계의 언데드들 진형의 새로운 강자들이 편입되었다. 물론 이 사실은 중간계의 한스는 모르고 있었다. 데스 브레이커 소환 스킬을 얻은 지 4일이 지났다. 우리는 4일간 아무 의뢰도 하지 않고 영지에 머물렀고 4일 동안 실컷 놀 수 있었다. 물론 나야 데스 브레이커 소환스킬을 얻어 기분이 날아갈 정도로 좋았다. 오늘도 영지를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때우고 여관으로 돌아왔는데 용병단의 일행들이 모두 한데 모여 있었다. “이제야 왔구나. 한스.” “뭐야. 나만 빼고 모두 모여 있다니.” “그거야 네가 영지를 싸돌아다니니까 그렇지. 왔으면 앉아라. 우리 용병단의 단장 게일 이놈이 의뢰를 하나 물어왔는데 그것 때문에 회의를 연거니까.” “응? 어떤 의뢰길래? 회의를 다 열었어?” 용병단을 창설하고 의뢰를 받아들일 때 우리들은 항상 게일 형이 의뢰를 받아오고 그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마디로 의뢰를 받아들이는 것은 게일 형에게 믿고 맡겼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이렇게 용병단원 모두가 모여 회의를 연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거나 의뢰금이 상당한 의뢰라는 소리였다. 도대체 어떤 의뢰이길래 이러는 거지. “도대체 무슨 의뢰야?” “이번 의뢰는 영주가 직접한 의뢰다.” “영주가?” 게일 형에게는 평소의 장난스러운 표정은 사라지고 진중함만이 남아있었다. 나는 아니 여기있는 일행들은 게일 형이 그만큼 고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주가 직접한 의뢰로 우리가 상단을 호위하며 노숙했던 숲 모두 기억하고 있겠지.” “물론. 무려 3일이나 그 숲에서 노숙을 했는데 모르겠어.” “그 숲에 트롤 무리가 살고 있단다. 목격자인 영주의 말에 의하면 트롤의 수는 다섯. 그중 한 마리는 아직 미성숙 트롤이라고 한다. 거기에 오크도 끌고 다닌다고 하는군.” “뭐라고!?” 하.하.하. 노숙하는 동안 안 마주친 게 다행이네. 마주쳤다면 나의 모든 것을 들어내서 상대해야 했었을 테니까. “영주는 트롤의 토벌을 의뢰했다. 선수금으로 B급 용병에게 5골드, A급 용병에게는 8골드. C급 용병에게는 3골드를 주기로 했다. 후불로 우리에게 20골드를 주기로 했다. 한마디로 우리 평화 용병단에게 들어오는 돈은 총 51골드다. 나쁘지 않은 금액이야.” “하지만 우리는 겨우 6명이라고 어떻게 트롤 5마리를 잡아! 거기에 오크들도 데리고 다닌다며!” “우리만 가는 게 아니래. 다른 용병단도 가는데 소규모 용병단인 불도끼 용병단이 의뢰를 받아들였데.” “불도끼 용병단?” “불도끼 류즈를 단장으로 하는 용병단으로 총 인명 15명. 불도끼 류즈는 A급 용병이고, B급이 3명. 나머지는 모두 C급이다. B급 중에는 마법사도 한명 껴있다고 했다. 그들은 우리보다 그들은 선금 60골드에 후불 40골드로 고용됐다고 했다.” 다른 용병단이 이미 고용되어 있다는 말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 설마 우리들만으로 트롤을 잡는 의뢰를 하는 줄 알았네. “의뢰 조건은 뭐야?” “몬스터의 시체를 그대로 영주에게 넘기는 것. 이외엔 의뢰 불이행시에 대한 벌금에 대한 것 뿐이야.” “그럼 잘됐네. 받아들이자! 우리 6명에 15명이면 쉽게 잡을 수있잖아.” “그렇게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야. 한스.” 나는 에나 누나의 말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매우 쉬운 일이었다. C급 용병이 오크 한 마리는 상대할 수있고 거기에 나까지 해서 마법사가 2명이나 있으니 쉬울 것이 분명했다. 거기에 A급 용병이 2명인데 트롤 정도야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신중을 기하는 게일 형과 헌트 형, 에나 누나를 보며 나는 도통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신중을 기하는 거지? “헌트. 영주에 대한 평판에 대해서 알아 봤어?” “물론. 도둑길드 녀석들에게 돈좀 쥐어주고 알아봤지. 평판은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야. 세금을 다른 영지에 비해서 좀 더 겉긴 하지만 영지의 치안 역시 다른 영지에 비해서 더 신경 써서 영지민들도 아무말 없이 세금을 내고 있데." “성격은?” “음. 돈을 좋아하고 자신이 가족 이외에는 아무도 안 믿는데.” “그래? 음. 돈을 좋아하는 영주는 조심해야하는데. 이렇게 된 거 다수결로 결정하자. 나는 개인적으로 이 의뢰가 조금 의심스럽다. 우선 트롤 시체를 온전히 넘겨준다고 했어도 선수금을 너무 많이 준 게 신경 쓰인데. 그래서 난 반대다.” “난 찬성. 설마 영주나 되는 사람이 거짓 의뢰를 했겠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난 게일과 생각과 같다.” “게일에게는 미안하지만 난 찬성. 나도 조금 의심스럽긴 하지만 이렇게 쉽게 돈 벌기회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나,나는 기권.” 나와 크리스, 헌트 형의 찬성으로 우리들은 결국 의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게일 형은 의뢰를 받아들이기로 결정 나자 한숨을 내쉬기는 했지만 그렇게 기분 나쁜 표정을 짓지는 않았다. 게일 형은 의뢰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하기 위해서 용병길드를 찾아갔고 돌아왔을 때는 다른 때와 같은 게일 형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로부터 2일을 지난 뒤 우리는 함께 의뢰를 수행하기로 한 불도끼 용병단을 만나기 위해서, 트롤 무리가 출몰했던 곳의 안내하기로 한 안내인을 만나기 위해서 영주성으로 향했다. “여어! 미친소 알프 아니냐!?” “아,안녕하세요.” 영주성에 들어오자마자 우리에게 말을 거는 이가 있었는데 그는 나의 생명의 은인인 한나와 같은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였다. 나이는 30대 중반으로 보였고 섬짓한 붉은 수염이 그의 턱을 뒤덮고 있었다. 나는 그가 바로 불도끼 류즈라는 사실을 바로 알수 있었다. 우리에게 다가오며 바람에 의해서 휘날리는 머리카락이 마치 불꽃과 같았기 때문이다. 류즈씨는 뜻밖에도 알프형에게 가장 먼저 아는 척을 했다. 혹시 전부터 아는 사인가? “크크크. 오늘 트롤들이 미친소에 광기에 치어 죽겠군. 나도 분발해야겠어.” “헤에. 정말 오랜만인데. 류즈.” “네녀석. 아직도 살아있었냐? 귀신은 뭐하나 게일 같은 놈을 안잡아 가고.” “흐흐흐. 내가 쉽게 죽을 줄 알았냐. 적어도 네가 나한테 빌린 10골드 갚을 때까지는 죽을 수 없지!” “크윽! 끈질긴 놈. 만날 때 마다 그 소리냐!? 옛다! 받아라! 10골드!” “뭐,뭐야? 갚는 거야?” “그래. 여깄다. 10골드.” 5년 전에 빌린 10골드를 갚는 다는데 게일 형의 반응은 좀 시언찮았다. 빌려준 돈을 5년만에 돌려받으니 좋아해야하는 것이 정상인데 게일 형을 비롯해 알프 형은 놀란 얼굴을 해가지고는 류즈씨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류즈...씨.” “짜식! 웬일로 존댓말을 다 하냐?” “목표치를 다 채우셨군요.” “후후후. 그렇게 됐다. 드디어 이 지겨운 용병생활도 청산이야! 후후후. 요번에 딸내미가 학교에 들어가게 됐고 마침 목표치도 다 채워서 은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축하드립니다. 류즈씨.” “추,축하드려요.” “그래. 고맙다. 내가 이번 의뢰가 끝나면 크게 한턱 쏠테니까 기대해라! 그리고 이번 의뢰 잘해보자!” 이 말을 마치고는 류즈씨는 돌아서서 자신의 용병단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처음에는 반말을 하더니 갑자기 존댓말을 하고 또 저 류즈씨의 은퇴와 게일 형과 알프 형은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나는 게일 형에게 직접 물어보려고 했지만 마침 영주가 나와 의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형식적인 지루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물어보지 못햇다. 영주는 소설에서 묘사되는 악덕 영주처럼 양손가락에 사파이어, 루비, 금으로 된 반지를 가득 끼고 얼굴에는 개기름이 줄줄 흐르는 이였다. 말그대로 인간 오크란 소리 아니 차라리 오크가 나았다. 형식적인 이야기가 끝난 이후 이번에 처리해야할 트롤이 발견된 곳을 안내할 안내인이 소개되었는데 그는 놀랍게도 기사였다. 그의 이름은 칼론 제이런트였다. 그와 함께 평민 경비병이 안내인으로 소개되었고 기사가 안내인으로 소개되자 게일 형을 비롯해 여타 용병들은 안도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확실히 나도 이번 의뢰를 받아들이자고 찬성했을 때는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영주의 성격이 돈을 밝히고 거기에 게일 형의 말대로 트롤의 시체를 그대로 넘긴다 치더라도 돈을 밝힌다는 영주가 선금으로 준 금액이 꽤나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안내인으로 기사가 소개된 이후 나도 불안함을 덜 수 있었다. 곧 우리 평화 용병단을 비롯해 불도끼 용병단은 영주가 준비한 마차를 타고 숲의 입구까지 가기로 했고 모두 마차에 올랐다. 총 2대의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수가 적은 우리 용병단이 탄 마차에 불도끼 용병단의 단원들이 함께 탔다. “음하하하! 우리 딸내미가 말이야! 마법에 재질이 있다고 하더라고! 역시 우리집안은 대단해!? 자네 그거 아나? 이건 비밀인데. 우리 조상...” “하~아. 또 그 헛소리 하시는 거에요?” “이짜식이! 헛소리는 무슨 헛소리!? 이 활활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카락이 안보이냐!? 그리고 나이에 비해서 젊어 보이는 이놈은 어떻고!? 우리 조상님 중에는 폴리모프하신 드래곤이 있다니까!?” 공교롭게도 우리 일행이 탄 마차에 함께 타게 된 불도끼 용병단의 단장. 류즈씨는 계속 자신의 딸이 마법에 대한 재능이 있다는 소리와 함께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조상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게일 형이 끼어들었고 이에 류즈씨는 호통을 치며 자신의 붉은 머리카락과 나이에 젊어 보이는 얼굴을 들이 밀려 자신의 조상님 중에는 폴리모프를 한 드래곤이 있다고 소리쳤다. “하~아. 아저씨 말대로 라면 붉은 머리카락을 자신사람과 나이에 비해서 젊어 보이는 사람은 죄다 드래곤의 후손이겠네요.” “이익! 그럼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거냐!? 우리 집안 대대로 전해지는 이 붉은 날의 불도끼는 어떻게 설명할 거냐!?” “그거야 운이 좋아서 그런 도끼를 구한 것 아니에요.” “이이!?” “자,잠깐만요. 흥분 좀 가라앉히세요. 형도 그만 빈정거리고요.” “나야 사실을 말한 것 뿐이야. 내가 뭘 어쨌다고.” “이익! 으으으. 내가 이녀석을 그때부터 왜 돌봐줬는지.” “역시 예전부터 게일 형과 아시는 사이였군요.” 당장이라도 핏빛과 같은 도끼를 내려칠 것만 같은 류즈씨를 말리기 위해서 내가 중간에 끼어들였고 마침 이야기를 다른 곳으로 돌릴 기회와 궁금증을 풀 기회가 생기자 나는 바로 류즈씨에게 매우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보였고 나의 반응에 류즈씨는 조금 진정된 듯 도끼를 내려 놓으시며 말하셨다. “그래. 저 뺀질이 녀석과 예전부터 아는 사이지. 악연이야. 악연!?” “저기 좀더 자세히 가르쳐 주실수 없나요? 처음에는 형이 류즈씨에게 반말을 하다가 갑자기 존댓말을 해서 줄곧 궁금했거든요.” “뭐 못해줄 것도 없지. 난 이 뺀질이 게일과 미친소 알프의 대부(代父)라고 할수 있다.” “대부(代父)요?” “그래. 대부.” “쳇!” “저 봐라. 아무말 못하는 거.” 그 후 류즈씨는 게일 형과 알프 형. 이 둘과의 인연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대부(代父). 용병계에서 대부란 단어는 신출내기 용병. 그러니까 막 용병이 된 D급 용병이 조금이라도 살아남게 하기 위해서 뒤치다꺼리를 하는 이들을 가르키는 단어란다. 물론 이 대부를 얻은 D급 용병은 매우 드물고 그 대부가 꼳 좋은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류즈씨에게 들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류즈씨의 나이는 외모보다 10세가 많은 40대 초반의 중년이었다. 류즈씨와 게일 형, 알프 형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15년. 그러니까 게일 형과 알프 형의 나이가 13세때 시작되었단다. 게일 형과 알프 형은 운이 좋게도 꽤 규모가 큰 지금은 사라진 철검 용병단에 들어갈 수 있었고 당시 철검 용병단의 C급 용병이었던 류즈씨를 대부로 얻을 수 있었단다. 이때 게일 형은 그대로 뒤돌아 누워버렸다. 아무래도 진짜인 모양이네. 게일 형과 알프 형의 대부가 된 류즈씨는 게일 형과 알프 형에게 생존법과 무기 사용법을 가르쳤고 자기에 알맞은 무기를 찾자 그 무기 보다 능숙하게 사용하는 용병을 소개 그들에게 배우게 해주었다고 한다. 이때 잠시 류즈씨는 뒤돌아 누워있는 게일 형을 쳐다보았는데 그 눈빛은 마치 친 아들을 바라 보는 아버지의 눈빛이었다. 류즈씨와 게일 형과 알프형의 사이가 깊어진 계기는 한 의뢰 때문이었는데 그 의뢰는 영주와 영주간의 분쟁으로 시작된 두 영주간의 싸움에 고용되었을 때였단다. 그 때 당시에는 류즈씨는 B급, 게일 형과 알프 형은 C급 용병이었다고 한다. 영주와 영주간의 전쟁에서 많은 용병들과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단다. 이 전쟁에서 류즈씨와 게일 형과 알프 형의 사이가 깊어진 사건은 바로 눈먼 화살 이었다고 한다. 난전에서는 눈먼 화살에 의해서 많은 이들이 죽어가는데 류즈씨도 그럴 뻔했다고 한다. 난전을 통해서 많은 상처를 입고 지쳐 있는 상태에서 눈먼 화살이 류즈씨의 머리를 향해서 날아왔고 그것을 게일 형과 알프 형이 막아냈다고 한다. 물론 눈먼 화살을 막아내고서야 그 사실을 알았단다. 나는 겨우 그런 일로 사이가 깊어졌나 했는데 이는 매우 대단한 일이라고 한다. 난전 중에는 간혹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지 못할 때도 있고 간혹 아까 말한 눈먼 화살에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 난전 속에서 아군을 신경 쓰며 싸우는 일은 미친 짓임에도 불구하고 게일 형은 류즈씨를 향해서 날아온 눈먼 화살을 막아주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 게일 형과 알프 형을 쳐다보았는데 알프 형 은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게일 형은 그대로 등을 보이고 누워있었다. 그럼 혹시 그 10골드는... “그럼 아까 주신 그 10골드는...” “그래. 내 목숨 값이다. 녀석들이 용병단을 떠난 것은 철검 용병단이 해산되었던 5년 전이었고 나는 그일을 잊지 못하고 떠나는 녀석들에게 말해줬지. 나는 너희들에게 목숨을 빚졌고 그 목숨 값은 10골드라고 말이야. 지금 생각해 보면 내 목숨을 값을 너무 낮게 부른 것 같아. 이게 중요한게 아니지. 난 그 말과 함께 이렇게 말했단다. 내가 용병을 은퇴하는 날 그 빚을 갚겠다고 말이야. 그러니 그 빚을 갚을 때까지 난 살아있을 테니 너희들도 살아있으라고 말이야. 캬! 내가 생각해도 그때 그말은 정말 멋졌어.” “멋지긴 개뿔이!? 자기 목숨값을 겨우 10골드라고 했으면서.” “이익! 썩을 놈의 자식이!?” 퉁명스럽게 말하긴 했지만 게일 형의 눈으로 류즈씨를 바라보는 눈빛이 따뜻하다는 것을 알 수있었다. 이거 용병을 내가 너무 얕본 것 같은데. 그 후 게일 형과 류즈씨는 계속 말싸움을 했지만 우리는 계속 군말 없이 그냥 듣고만 있었다. 그 두사람이 하는 말싸움은 마치 아버지와 아들이 대화를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아. 부럽네. 생각해보니 아버지와 마주보고 길게 이야기한 게 언제더라. 웬지 조금 부끄럽네. ===== 그동안 게임이다. 학교다 뭐다 해서 아버지를 비롯해 어머니와 대화를 나눈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 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모님도 모두 맛벌이를 하시기에 바쁘시니 어쩔 수 없지만 이번 방학을 기회로 부모님과 좀더 많이 대화를 해야겠다고 게일 형과 류즈씨를 보고 생각하게 되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휴일인 주말과 공휴일에 되도록 게임은 자제하고 부모님과 대화를 하도록 노력해야지.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동안 말싸움을 하다가 지쳤는지 그만두었고 류즈씨는 이럴 줄 알고 미리 준비해 왔는지 나무로 된 작은 물통을 3개 꺼내어 각각 게일 형과 알프 형에게 던졌다. 두 사람은 물통을 가볍게 받아들고는 바로 들이켰다. “이 짜식들! 이 대부께서 따지도 않았는데 먼저 마시다니!?” “뭐 어때요.” “수,술도 아니고 그,그냥 물인데 뭐,뭘 그러세요.” “짜식들. 끝가지 말대답이야. 됐다. 됐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류즈씨는 웃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오전 10시 쯤 출발했던 마차는 목적지인 숲의 입구에 도착하지 못했고 마차에 탔던 용병들은 모두 노숙 준비를 했다. 마법사인 나와 불도끼 용병단의 마법사. 3써클 마스터. 4써클 유저인 데인씨는 알람마법을 곳곳에 시전하였다. 알람마법을 시전한 이후 나는 재빨리 자리를 피해버렸다. 그 이유는 나보다 많은 나이의 데인씨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전에도 간혹 마법사와 마주쳤는데 그때마다 마법사들은 어린 나이에 4써클 익스퍼터인 나에게 여러 가지로 마법에 대한 것을 물어보거나 마법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질릴 정도였다. 다행히 기본직인 지식이 있어 마법사들의 질문을 모두 답해줄 수는 있었지만 언제 들통날지 몰랐기에 내가 먼저 몸을 피한 것이다. 그 후 저녁을 먹었는데 잘 못했으면 저녁은 제대로 된 저녁을 먹을 수 없을 뻔했다. 이번 의뢰에 참여한 용병단. 우리 평화 용병단과 불도끼 용병단. 이 두 용병단 모두 취사 도구를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랬던 이유는 바로 영주가 챙겨줄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차까지 준비해 준 영주는 조리할 야채와 고기는 챙겨주었지만 취사도구를 챙겨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때 용병들은 모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했고 동시에 여기저기서 불만을 터트렸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은 매우 중대한 문제였다. 용병들은 돈을 벌기위해서 목숨도 거는 이들이다. 그들에게는 오늘 살아있다고 해서 내일까지 산다는 보장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인생의 반은 먹는 낙으로 살아간다는 말처럼 먹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자고로 먹고 죽은 귀신을 때깔도 곱다하지 않은가. 여기저기에서 터지시 시작한 불만은 곳 되돌아가자는 의견까지 도달했고 이런 반응에 당황한 기사와 마부들은 어쩔 줄 몰라 했다. 곤란한 이는 기사와 마부뿐만이 아니었다. 용병단의 단장인 류즈씨와 게일 형 역시 곤란해 했다. 류즈씨도 게일 형도 용병이기에 용병들에게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지만 의뢰를 이행하지 않고 되돌아가게 되면 영주가 어떤 행동을 할지 예상이 갔기 때문일 것이다. 이때 나는 곤란해 하는 모든 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내가 류즈씨와 게일 형에게 다가가 가지고 있는 무한의 가방에 4인용 솥과 국자, 소금이 있다고 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때 두사람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내가 가방에서 4인용 솥과 국자, 10인분의 소금을 꺼내고 나서 류즈씨가 대표로 소리쳤고 다른 용병단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다. 그후 4인용 솥에 건량을 찢어 넣어 스튜를 5번을 만들고 영주가 준비한 고기를 소금으로 간을 맞춰 구워서 빵과 함께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후식 으로는 영주가 준비한 햇볕에 말린 사과를 먹었다. 식사가 끝난 후 용병들은 하나같이 만족한 표정으로 늘어졌다. 식사가 끝난지 얼마 안되었을 때 기사. 그러니까 이름이 뭐였더라. 맞다! 칼론 제이런트! 나이트 칼론 제이런트경은 갑자기 찾아와 용병들의 불만을 수습해주어 고맙다고 직접 인사를 하러 왔다. 이는 대단한 일이었다. 준남작의 작위를 가진 기사가 평민인. 그것도 용병에게 먼저 고개를 숙여 있사를 하러 온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이에 류즈씨와 게일 형은 처음에는 당황하기는 했지만 곧 안정을 되찾았고 두사람은 기사인 칼론 경을 좋게 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칼론 경은 예상대로 평민출신의 기사였다. 평민인 용병에게 쉽게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고 평민 출신 기사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평민 출신 기사였다. 칼론 경이 평민 출신이라고 한 이후 두사람은 말을 놓았고 칼론경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 순식간에 친해진 이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얼마 되지 않아 칼론 경은 이런 저런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귀족 출신 기사와 평민 출신 기사와의 대접차이 , 거기에 월봉의 차이 기타등등 갖은 불만이 터져나왔고 마지막에는 용병이 되고 싶다고 했다가 용병도 쉽지 않은 일인데 너무 쉽게 말했다며 사과를 했다. 이에 더욱 맘에 들어 한 두 사람은 정 생각이 있으면 용병이 되보라고 했다. 기사가 될 정도면 실력은 충분하다고 말이다. 여기에 덧붙여 게일 형은 생각있으면 자신의, 우리 평화 용병단에 들어오라고 까지 말했고 칼론 경은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이후 칼론 경은 쉬기 위해서 마차 안으로 들어갔고 다른 용병들도 다들 잘 준비를 했다. 불침번은 우리 용병단에서 2명, 불도끼 용병단에서 6명을 차출하여 4번으로 나누어 서기로 했고 이번 솥을 비롯해 소금을 아낌 없이 꺼낸 이유로 우리 용병단원들은 가장 편한 첫 번째로 불침번을 서리고 했다. 불침번을 설때 제일 좋은 순서는 제일 처음과 끝이다. 제일 나뿐 것은 중간이고. 그 이유는 중간에 불침번을 서면 중간에 깼다가 불침번을 섰다가 다시 자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에 별로 좋지 않았다. 나는 제일 좋은 자리인 마차에서 마법사인 데인씨와 함께 자게 되었다. 이는 바로 마법사는 몸과 체력이 약하는 기본적인 편견 때문이었다. 뭐 꼭 마법사가 몸과 체력이 약하지는 않은데 말이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났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용병들은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이후 출발했다. 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 했는데 그 이유는 나와 함께 마차에서 잔 데인씨 때문이었다. 마법사들은 대게 아침 일찍 일어나 메모라이즈를 해둔다. 뭐 나야 메모라이즈는 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는데 데인씨 덕분에 아침 일찍 일어나 메모라이즈를 하는 척 하느냐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침 일찍 출발한 마차는 해가 충천에 떠서야 목적지인 숲의 입구에 도착했다. ===== 오늘은 이것으로 땡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폭탄투하도 끝났습니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쓴 분량을 모두 올렸다는 소리죠. 이제부터는 오늘저녁과 내일 오전에 써서 모은 분량을 올릴 겁니다. 동시에 분량도 모을 꺼고 일주일에 한번 폭탄을 투하 할겁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잘부탁드립니다. 참. 제발 코멘트 좀 남겨주세요! 여러분도 아시겟지만 코멘트는 작가들의 힘이요! 약식입니다! 그러니 제발 코멘트 좀 남겨주십시오! 추천에 선작까지 찍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지금 까지 극악이었고요! 모두 내일 뵙겠습니다. 예전에 이런 소리를 들은 적 있었다. 오래된 숲은 마력을 가지고 있다고. 그 숲의 마력은 때로는 사람들을 곤경에 처하기도 하고 어쩔 때는 숲을 지나는 이의 시간을 빼앗는다고 말이다. 지난번에는 상단을 호위하고 그저 지나가는 숲이라고 생각했던 숲에 몬스터를 퇴치하기 위해서 다시 되돌아오니 갑자기 예전의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그저 야생동물들이 숲에 침입자가 들어와 경계를 하느냐고 모습을 들어 내지 않고 숲의 새들은 울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숲은 언제 몬스터가 출몰해서 목숨을 노릴 줄 모르는 공포의 숲이 되어 있었다. 후~우.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관점이 이렇게나 틀려지다니. “후~우.” “훗. 긴장되냐?” “기,긴장되긴.” 누군가 심호흡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내 옆에선 크리스가 심호흡을 하는 것을 볼수 있었다. 녀석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용병이 되고 만나본 몬스터라고는 오크, 코볼트, 고블린. 이렇게 3종뿐인데 갑자기 트롤을 사냥해야 하니 긴장되는 것은 당연했다. 사실 나도 평범한 초보 유저 혹은 용병이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내가 테스트 서버의 세계. 게임속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하게 구현된 세계에서 적응하며 지내고는 있지만 나는 유저. 한번 죽는다고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기에 한번 죽음을 맞이하면 그걸로 끝인 크리스가 느끼는 죽음의 공포에 무게는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심호흡을 하는 크리스는 보며 나는 미소 지었다. “크리스. 너무 긴장하지마라.” “후후후. 초짜니까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지. 게일 녀석도 처음엔 저랬다.” “류즈씨!?” 하하하하! 류즈씨의 말에 강한 반응을 보이는 게일 형을 보며 크리스를 비롯해 모든 용병들은 웃음을 터트렸고 그로 인해 긴장이 조금은 완화되었다. 역시 용병단의 단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가. 적절한 시기에 긴장을 풀어주나 그 긴장이 완전하게 풀리지 않을 정도로 유지하는 것. 이것은 매우 힘든 일인데. 류즈씨는 그 일을 해내고 있었다. 숲을 거닐며 나아갈 때 너무 긴장하지 않도록 농담도 주고받지만 진형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거나 긴장이 풀릴려고 하면 바로 호통을 치는 류즈씨의 행동에서는 노장의 노련미가 돋보였다. 현재 우리는 기사와 병사 한명을 앞세우고 진형을 짠 상태에서 나아가고 있었다. 우리를 태우고 왔던 마차는 식량과 함께 우리를 내려놓고서는 바로 되돌아 가버렸다. 칼론 경의 말에 의하면 일주일 뒤에 자신들을 데리러 온다고 했다고 했다. 식량도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일주일 분이었고 모자르다고 해도 숲에서 충분히 충당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가 유지하고 있는 진형은 처음 진형을 짜보는 내가 봐도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가운데 원거리 공격을 담당하고 가장 보호해야할 대상인 마법사인 나와 데인씨를 배치하고 아직 미숙한 용병인 크리스를 함께 배치하였다. 그리고 선두에는 안내인인 기사 칼론 경과 병사를 필두로 불도끼 류즈씨와 헌터인 헌트씨를 배치했고 나머지 용병들은 가운데의 나와 데인씨, 크리스를 보호하기 위해 둘러싸고 있었다. 용병단에서 단 2명뿐인 A급 용병 중 한명인 에나누나는 현재 나의 뒤에 서있었다. 류즈씨의 말에 의하면 에나 누나의 진형에서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했다. 에나 누나의 역할! 그것은 보충역이었다. 하지만 보통 보충역이 아니었다. 다방면으로 신경써야 하는, A급 용병이 아니면 불가능한 역할이었다. 전투시 진형을 유지하도록 여기저기에 신경써야하기도 하고 동시에 가운데의 우리들도 신경 써야 했다. 이런 힘든 일을 에나 누나에게 맡긴다는 것은 여성을 깔보는 이 곳. 테스트 서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동시에 그만큼 에나누나의 실력을 믿는다는 이야기 도 되었다. 이와 같은 진형을 유지하며 우리들은 한참동안 숲을 걸었고 해가 질 때가 되서야 행군을 멈추고 노숙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첫날에 트롤을 만나지 않은 것이다. “후~우.” “히히히. 너 지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뭐,뭐야!? 갑자기...” “자자. 솔직히 말해봐. 그렇지 내말 맞지?” “아니야!?”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 뜻도 된다는데. 역시 안심하고 있었구나. 크크크. 크리스. 너무 걱정하지마라. 이 형님께서 반드시 지켜 줄 테니 말이야.” 탁! 탁! 부들부들! 이런 너무 놀렸나. 나는 바로 크리스의 어깨를 치던 손을 치우고 자세를 잡았다. 셋. 둘. 하나! “한스!?” “음헤헤헤! 잡힐 내가 아니다!?” “거기서!?” 하하하! 그렇게 시작된 크리스와 나의 추격전은 한참동안 계속되었다. 물론 일행들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한해서 도망다녔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결 국 한참동안 도망 다니다가 적당한 시기에 일부러 녀석에게 잡혀주었고 크리스 녀석에게 목을 졸려야만 했지만 크리스의 긴장감은 눈에 띄게 사라진 상태였기에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크리스. 나와 나이대가 같으며 용병의 길을 선택한 아이. 나와는 다른 이유에서 용병을 선택한 아이였다. 내가 아까 했던 말을 빈말이 아니었다. 나는 크리스 녀석을 반드시 지켜줄 것이다. 나의 모든 힘을 써서라도 말이다. 그만큼 크리스는 나에게 소중한 친구인 것이다. 물론 크리스만 소중하다는 것이 아니었다. 평화 용병단의 단원들. 장난스러운 성격을 가지고는 있지만 때로는 진지한 게일 형, 무뚝뚝하지만 웃을 때는 아름다운 아리에나 누나, 평소에는 말도 더듬는 부끄럼쟁이지만 일단 전투가 시작되면 미친 소처럼 돌진하는 알프 형. 술만 먹으면 반드시 대륙 최고의 헌터가 되고 말겠다고 소리치는 헌트 형. 이들 모두 나에게 소중한 이들이다. 물론 이들이 인간이 아니라 NPC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소중한 이들이다. 그것이 인간이든 NPC이든 상관없었다. 소중한 이들을 지키고 싶은 것이 나의 마음이고 그래서 난 소중한 이들을 지킬 것이다. 그것이 다다. 하~아. 내가 너무 진지했나. 시간이 지나고 용병들이 하나둘씩 잠이 들자 나도 역시 불편한 잠자리에 누워서 생각했다. 역시 숲에서의 노숙은 힘들어. 으으으. 내일 근육통에 안 시달렸으면 좋겠는데... 다음 날 아침 이번에도 데인씨는 이른 아침부터 나를 깨웠다. 흑흑! 좀더 자고 싶어라. 하지만 그것은 못 이룰 바램이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자려고 발버둥 쳐봤지만 끈질긴 데인씨는 나를 가만두지 않았고 결국 일어나 할 수도 없는 메모라이즈를 하는 척해야만 했다. 메모라이즈를 하는 척 하기 위해서 일어난 지 30분? 한 시간? 그 정도 지났을까 일행들이 한명씩 일어나기 시작했고 곧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서 준비에 들어갔다. 식사라고 해봐야 뜨거운 스튜에 빵, 건량, 그리고 말린 과일 정도였지만 이도 내일부터는 불가능했다. 오늘 오후쯤이면 트롤을 목격했던 곳에 도착하기 때문이었다. 트롤을 목격했던 곳에 도착하면 그 후는 우리들 몫이었다. 우리의 안내를 맡았던 칼론 경과 병사는 되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그들의 임무는 안내이니 말이다. 그곳에 도착한 이후 아마도 헌트 형을 비롯한 추적에 능숙한 용병들이 몬스터들을 추적하게 될 것이고 둥지를 찾아서 계획을 세우고 사냥을 하게 될 것이다. 육중한 대형 몬스터이니 흔적이 남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니 아마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연히 트롤들을 만나지만 않는다면 이번 의뢰를 맡은 우리들의 피해는 최소가 될 것이다. 녀석들은 몬스터. 오크를 끌고 다닌다고는 하지만 지능이 낮은 녀석들이니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그나마 편안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트롤과 오크들이 발견된 그곳을 향해서 나아갔다. “취익! 취익! 주,주인님. 인간들이 취익! 들어왔습니다.” “몇 명이나?” 평화 용병단을 비롯해 불도끼 용병단이 트롤을 사냥하기 위해서 들어간 숲에 가장 깊숙한 곳. 그곳에서 오크와 한 이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오크는 말하면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지만 그의 덩치는 일반 오크보다는 머리가 배는 컸다. 그 오크는 이 숲의 오크족을 통솔하는 오크족 족장 카크였다. 그런 카크가 바들바들 떨면서 말하는 존재가 누군지 너무도 궁금햇다. “취익. 이,이십명 정도 된다 합니다.” “크크크. 겨우 20명만 보내다니. 아둔한 것들. 모두 일어나라! 사냥이다! 우리를 그동안 사냥해왔던 인간들을 사냥하는 거다!? 그 20명을 시작으로 인간들의 땅으로 처들어가 만찬을 즐기자!” 크아아아아! 크르르르!! 쿵! 쿵! 쿵! 능숙한 대륙 공통어로 말하는 존재가 크게 소리치자 그의 주위에 있던 몬스터들, 한데 모여있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코볼트, 고블린, 오크를 비롯해 트롤을 비롯해 늑대인간 웨어울트 거기에 오우거까지 모여 있었고 한데 모여 있는 몬스터들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그는 인간들이 이 소리를 들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오히려 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소리를 듣고 그 20명의 인간이 공포의 물든 얼굴을 자신에게 보여주었으면 했다. 이런 섬짓한 생각과 능숙한 대륙 공통어를 구사하는 이는 놀랍게도 오우거였다. 하지만 그는 다른 오우거와 틀렸다. 초록 피부를 가진 다른 오우거와 달리 검은 피부와 다른 오우거 보다 더욱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 스스로를 오우거 로드라 칭한 그는 몬스터들과 함께 소리를 질렀고 그나마 살아남아 있던 야생동물들은 공포에 떨며 숲의 더욱 깊숙한 곳으로 도망쳤다. 곧 몬스터들의 괴음은 멈추고 몬스터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적은 이 숲에 들어온 인간. 평화 용병단과 불도끼 용병단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평화 용병단과 불도끼 용병단은 모르고 있었다. 그들과 몬스터들이 떨어진 거리는 이틀 거리. 하지만 이도 인간의 걸음으로 이틀이었다. 그들과 몬스터들이 마주치는 남은 시간은 실제로 겨우 하루였다. ===================== “솔직히 불어!? 이게 어딜 봐서 트롤과 오크의 흔적이냐고!?” “히익!” 트롤이 목격된 곳에서 우리가 본 것은... 태풍이 휩쓸고 간 듯한 숲이었다. 뿌리채 뽑히거나 부러진 나무들. 거기에 무수히 찍혀있는 발자국들. 이는 트롤의 흔적이라고 볼 수 없는 흔적들이었다. 이에 놀란 불도끼 류즈씨는 우리를 안내하던 병사의 멱살을 움겨 잡고 들어올렸고 이에 멱살을 잡힌 병사는 기겁을 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게일 형은 그대 회의를 열었을 때처럼 진지한 표정을 하고는 칼론 경에게 물었다. 그런데 칼론 경의 표정은 더욱 가관이었다. 이것이 어떻게 된지, 도대체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본 게일 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형뿐만이 아니었다. 칼론 경의 표정을 본 용병들 그 누구도 칼론 경을 추궁하지 않았다. 우리는 칼론 경의 표정을 보는 순간 알수 있었기 때문이다. 칼론경은 영주 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제길!? 이자식아!? 어떻게 된 건지 불어!? 안그러면 당장에 포를 떠버리겠어!?” “당장 불어!? 갈아마시기 전에!?” “흐흑! 어,어쩔수 없었습니다. 여,영주님 아니 영주 놈이 이곳으로 여러분을 안내하지 않으면 누명을 씌워 죽이겠다고 해서 이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크윽! 흐흑” 피해자는 칼론 경만이 아니었다. 우리를 안내한 병사 역시 영주에게 협박당해서 어쩔수 없이 우리를 안내한 것이었다. 제길!? 고작 NPC따위에게 당하다니!? “누구냐!?” 휙! 슈우우욱! 팍! 키이이이!!! 갑자기 소리친 헌트 형은 순식간에 그레이트 보우에 화살을 메기고 나무에서 나무로 이동하여 도망치는 어떤 이를 향해서 화살을 날렸고 화살은 도망치는 어떤 이에게 명중했다. 곧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고 화살에 맞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3명의 용병이 뛰어갔고 화살의 맞은 이를 데려왔다. 그리고 우리는 화살에 맞은 이를 확인하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붉은 색 피부. 보통 고블린보다 머리하나는 더 큰 신장. 화살의 맞은 이는 바로 홉고블린이었기 때문이다. “홉고블린이 왜 우리를 감시한거지?” “....” “제길!?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팍! 키이이익! 화를 이기지 못한 헌트 형은 홉고블린의 다리에 꽂힌 화살을 빼냈고 그로 인해서 화살이 꽂혀 있던 홉고블린의 다리에는 더욱 큰 상처가 났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홉고블린은 고블린을 지휘하는 몬스터인데. 어째서 혼자서, 그것도 우리를 감시한 거지? 우리들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홉고블린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모두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전력을 다해서 숲밖으로 도망친다. 지금부터 휴식은 없다. 마법사인 한스와 데인이 지치면 돌아가면서 엎고 뛴다. 홉고블린은 처리하고 움직인다. 어서 서둘러!?” “에라이! 죽어버려!” 퍽! 홉고블린은 헌트 형이 그대로 내리친 그레이트 보우에 의해서 머리가 박살나 목숨을 잃었다. 보통 그레이트 보우라면 상상도 할수 없는 것이지만 헌트 형의 그레이트 보우는 자신의 아들이 최고의 헌터가 되길 원했던 헌트형의 아버지가 구한 특별한 활로 미노타우르스의 뿔로 만들어진 활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때로는 활대는 매우 튼튼했고 그런 장점을 이용해서 헌트 형은 그대로 휘둘러 무기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들은 전력을 다해서 뛰기 시작했다. 역시 마법사인 데인씨는 금방 지쳐 한 용병이 업고 뛰기 시작했고 나는 보다 오래 버티기는 했지만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서 도중에 지친 연기를 해 다른 용병에 엎였다. 도대체 왜 홉고블린이 우리를 감시하고 있었던 것일까. 도대체 왜. 어째서 홉고블린이 우리를 감시했는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때 한가지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그것은 홉고블린의 능력에 관한 것이었다. 설마... 아니겠지. 아닐거야. 그렇다면 일이 정말 곤란하게 되버리는데. “10분간 쉰다! 최대한 쉬어두도록! 그리고 긴장을 늦추지 마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마법사인 한스와 데인은 디텍트 마법으로 주변을 살펴봐라.” “예!” “하~아. 하~아.” 크리스가 숨을 헐떡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지만 그동안의 훈련이 성과가 있었는지 많이 지친듯해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디텍트 몬스터를 시전하여 주변을 살펴보았고 다행히도 디텍트 몬스터로 살펴볼 수 있는 범위에는 몬스터는 없었다. 주위에 몬스터가 없다는 것을 보고한 이후 나는 조용히 쉬고 있는 데인씨에게 다가갔다. “데인씨.” “응? 자네가 웬일로 나를 찾았는가.” “사실 제가 엎여 오면서 계속 생각해 봤는데. 혹시 홉고블린의 정신파에 대한 것을 아십니까?” “물론 알고 있지. 나도 책에서 읽어 보았으니 말이야. 홉고블린의 정신파는 정말 신비하지. 어떻게 그런 능력이 생긴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능력은 고블린이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생긴 것이라고 알려져있지.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나?” “그게 사실 아니길 바랍니다만... 혹시 그 정신파를 통해서 다른 홉고블린과의 대화가 가능합니까?” “물론이네. 홉고블린과 홉고블린은 상당히 먼거리에 떨어져 있어도 대화가 가능하지. 그런 능력 덕분에 홉고블린들은 신마대전에서 마족의 연락담당.... 설마! ? 자네! 그건 말이 안되네!? 수많은 마법사들이 홉고블린을 길들여 보려했지만 모두 실패했네! 마족의 마력을 쓰는 흑마법사 조차도 말이야! 말이 안되!? 말이 안된다고!?” “만약! 어디까지나 만약입니다. 그 홉고블린을 조종하는 이가 인간이 아니라면... 가능하겠습니까?” “....” “말해 보게” “류즈씨.” 나와 데인씨가 대화를 하는 사이 언제 다가왔는지 류즈씨와 게일 형이 나의 뒤에서 데인씨에게 대답을 재촉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용병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렸다. “가,가능하네. 하지만 마족은 이 중간계로 나오지 못하네! 나왔다 하더라도! 우리 마법사 길드에서 못 알아 차릴리 없어! 그렇다고 드래곤이 이런 작은 숲에 자리를 잡을 리도 없네.” “제길! 저기 병사좀 족쳐서 정보 좀 알아와!? 아니 우선 이동하자! 게일! 니가 이동하면서 병사를 족쳐서 정보를 알아오고 한스와 데인에게 알려라! 모두 일어서! 이동한다!” 우리들은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고 이동하면서 병사를 닦달한 게일 형이 알아온 사실이 있었는데 트롤이 오크와 함께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한 몬스터가 또 있었단다. 그 몬스터는 오거로 피부가 검은 색이었고 보통 오우거 보다 큰 몸집을 가진 녀석이었다고 했단다. 그 때 당시 영주를 비롯해 호위기사, 병사들은 트롤과 오크를 보자마자 도망쳤는데 가장 후방에 있던 병사였기에 도망치는 것이 늦었고 그 검은색의 오우거를 볼수 있었다고 한다. 검은색 오우거? 본서버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오우거인데. 검은색 오우거라니. “데인씨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니길 바라네만은 아무래도 그 오우거가 원흉인 것 같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저도 그렇습니다. 그 오우거의 피부가 검은 색이라는데 혹시 마력에 노출되거나 흡수해서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요?” “내 생각도 그러네. 몬스터들의 조상은 마계의 마물. 만약 그 오우거가 마력을 흡수했다면 그 오우거의 힘은 보통 오우거보다 강력하고 지능도....높을 거네.” “형! 들었지! 어서 류즈씨에게 알려!” “알았어!” “충분히 여기서도 들리니 그럴 필요 없어!” 크아아아!!!!!! 키이이이이!!! 갑자기 들려오는 몬스터들의 울음소리에 우리들은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쉬지도 않고 뛰었는데. 제길! 주위에서 속속들이 모습을 들어내는 몬스터들. 이 숲의 몬스터란 몬스터는 제다 모아 놨는지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이 우리를 빙둘러싸고 있었다. 제길! 왜 불길한 예상은 적중률이 높은 거지! ============= 몬스터들은 우리에게 달려들지 않고 포위함을 유지했다. 역시 그 불길한 예감도 맞아 떨어졌군. 그 검은색 오우거 녀석은 내가 생각한 데로 마력을 흡수하여 상당한 지능과 힘을 얻은 모양이었다. 엄청난 힘을 자랑하는 오우거가 최소한 인간에 준하는 지능을 가지게 되다니. 하~아. 정말 빌어먹을 이군. 쿵! 쿵! 쿵! 일제히 발을 구르는 몬스터들의 모습은 잘 정비된 군대를 보는 듯했다. 몬스터로 이루어진 군대를 말이다. 몬스터들이 들고 있는 무기 중에는 간혹 인간들의 무기도 껴있었는데 아마도 우리 이전에 이들에게 당한 이들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무기를 가지지 못한 몬스터들도 있었지만 무기가 없는 몬스터들에게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무기. 엄처안 힘과 날카로운 손톱과 발톱, 이빨이란 무기가 존재했다. 나는 이미 몬스터들에 의해서 포위된 상태에서 결심을 하고 용병의 등에서 내려 아이템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용병들을 비롯해 일행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꿀꺽! 쿵! 쿵! 쿵! 옆에 있는 크리스의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고 몬스터들의 발 구르는 소리도 역시 갈수록 크게 들려왔다. 몬스터들에게 포위된 상태에서 몇몇 용병들이 자신의 무기를 좀더 꽉쥐는 것을 난 볼수 있었고 생각에 깊이 빠져있는 용병도 볼 수있었다. 반면 이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을 보고 공포에 떨고 있는 사람도 볼수 있었는데 이는 영주에게 이용당한 병사였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기사인 칼론 경은 검을 빼들고 이미 죽음을 각오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난 단번에 알수 있었다. 칼론 경은 이 자리에서 죽을 생각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는 이미 주군은 영주로부터 버림받은 상태였고 들은 바에 의하면 이미 어머니와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이번에 주군인 영주에게 버려졌으니 더 이상 지킬 것도 거리낄 것도 없는 몸이었다. 칼론 경이 만약 이번에 살아남게 된다면 아마도 영지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난 생각했다. 후~우. 자. 이제 준비해 볼까. 쿵! 쿵! 쿵... 갑자기 발 구름을 멈추는 몬스터들. 이에 우리는 더욱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숲에서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간혹 들려오는 용병들의 숨소리와 몬스터들의 숨소리 외에는 매우 조용했다. 마치 폭풍전야처럼 말이다. 쿵. 쿵. 쿵.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우리들은 모두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주목했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바로 우리의 뒤편이었고 우리는 모두 뒤를 돌아 처다 보았다. 서서히 모습을 들어내는 존재. 보통 오우거와는 다른 검은색의 피부. 마치 피부를 뚫고 나올 것만 같은 근육. 일반 오우거보다 머리 두개는 큰 오우거. 블랙 오우거가 모습을 들어낸 것이다. “크크크!” 키키키키! 크크크크! 블랙 오우거가 웃기 시작하자 주위의 몬스터들도 웃기 시작했고 숲은 몬스터들의 웃음 소리로 뒤덮였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모습을 들어낸 블랙 오우거로부터 느껴지는 위압감과 흉폭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후~우. 이거 잘하면 나도 죽을 수 있겠는데. 나는 블랙 오우거의 등장에 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블랙 오우거의 레벨을 알기 위해서 스킬 에스터네이션(Estimation:판단,평가.)를 시전했다. “에스터네이션...” 최대한 조용히 외웠기에 내 주위의 크리스를 비롯해 마법사 데인씨, 용병들은 듣지 못했고 곧 나의 눈앞에 블랙 오우거에 대한 정보가 떴다. [블랙 오우거 Lv:238. 마력을 흡수한 오우거. 마력을 흡수하여 일반 오우거의 몇배나되는 힘과 인간에 준하는 지능을 얻은 오우거다. 조금이지만 마력을 사용할 수 있고 몸으로부터 뿜어지는 마력으로 인해 몬스터들을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낀다. HP:???? MP:????] 뭐야? 본섭에서는 방어력, 공격력이랑 속성도 다 나왔는데 겨우 설명하고 레벨만 나오다니. 낭패인 걸. 레벨 238이라. 나보다 높긴 하지만 상대할 만해. 하지만 방심했다가는 바로 당한다. 나와 녀석의 레벨이 비슷하다는 걸 안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여유를 부리지 않기로 했다. 우선 전투를 벌이기에는 지형이 좋지 않았다. 숲은 몬스터들에게 유리한 지형. 우선 이 지형을 벗어나야 했다. 나는 이 곳을 벗어날 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여기 있는 모두가 안전하게 벗어나야 돼. 그럼 역시 방법은 그것뿐이겠군. 결정을 내린 로브 안에서 한가지를 꺼내어 들었다. 그것은 철조각. 솔리드 아이언 골렘 레온의 몸 조각. 솔리드 아이언이었다. 후~우. 레온이라 면 충분히 탈출... 크아아아아!!!!!! 크아아아아!!!! 아우우우우!! 키이이이이!!!! 블랙 오우거가 함성을 지르자 일제히 몬스터들은 우리들을 향해서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 싸움은 전력에서부터 비교가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우리 평화 용병단과 불도끼 용병단의 단원들은 이 앞도적인 전력 앞에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역시 내가 사람을 볼 줄 안다니까. “모두!? 살아남는 거다!?” “예!” “그럼! 가자!!!!!” “커스 블라인드!? 패럴라이즈! 슬로우! 컨퓨즈! 테러!? 본 월! 본 월! 본 월!” 파아아악! 퐁! 눈이 멀고, 마비되며 광기에 휩싸여 아군마저 공격하고 겁에 질려 도망치는 등. 몬스터들은 내가 시전한 저주로 인해서 혼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나는 저주에 당하지 않고 계속 달려들 몬스터들을 막기 위해서 뼈로 된 벽! 본 월까지 시전 했다. 주문 없이 시전하다보니 스킬 레벨이 마스터 레벨이었던 저주들로 인해 보다 많은 몬스터들에게 영향을 줄 수있었지만 레벨에 비해서 많은 마나가 소모되어 벨트에 있는 오토 포션에 의해서 벌써 하나의 포션이 사용되고 말았다. 효과는 좋지만 이거 마나소모가 너무 많네. 마나가 차오르는 것을 확인하며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크게 소리를 지르며 나아가려던 불도끼 용병단의 단원들을 비롯해 우리 평화 용병단의 단원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쏠려 있었다. 너무 놀랬는지 모두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고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이 상황에서도 멍하니 있었다. “이,이마법은 네,네크로...”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요!? 나중에 다 설명해 줄 테니까 모두 정신 차려요!? 지금부터 탈출할 거니까요!” “으응. 하지만 이 숫자로 저 많은 몬스터들을 뚫는 것은 무리...” “다 방법이 있으니까 조용히 해요!? 좋았어! 이정도 마나면 소환할 수 있겠군!” 나는 중간에 한 용병의 말을 끊은 이후 레온을 소환할 만한 마력이 회복되자 레온의 몸 조각인 솔리드 아이언을 바닥에 떨어트리고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견고한 강철의 의지와 육체를 가진 이여. 나의 명에 따라 이 자리에 그 거대한 모습을 들어내라! 서먼 솔리드 아이언 골렘!” 쿠쿠쿠쿠쿠!!!! 지난번과 다르게 먼저 떨어트리고 시전한 덕분에 주문을 다 외우자마자 솔리드 아이언은 땅에 스며들었고 점차 우리가 서있던 자리가 크게 흔들리며 솟아나가 시작했다. 일행들은 갑자기 자신들이 서있던 땅이 흔들리고 솟아나자 어쩔 줄 몰라하며 균형을 잡기 위해서 노력했다. 일행들은 땅이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점차 들어나는 솔리드 아이언 골렘. 레온의 몸의 광체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레온이 완전히 소환되었을 때 우리는 다행이도 레온의 어깨와 머리 위에 올라와 있었고 머리에 올라타고 있었던 나는 조심스럽게 움직여 그나마 자리 여유가 있는 레온의 오른쪽 어깨에 설수 있었다. [주인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나야 늘 잘 지내지. 레온.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잠깐만 둘러봐도 지금 이상황을 이해할 수 있겠지.” [ 포위된 상태군요. 주인님의 마법에 의해서 저들이 혼란에 빠져있긴 하지만 곧 제정신을 차릴 것 같군요.] “그럼 지금 네가 해야할 일을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주인님. 그럼 제 몸을 꽉 잡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금부터 전력을 다해 도망치겠습니다. 그럼 갑니다.] 레온은 무미건조한 말투로 말했고 말이 끝남과 함께 그 엄청난 덩치를 움직였다. 으아아아아!!!!! 꺄아아악!!!! 커어어억! 레온이 움직이자 몇몇의 일행들은 미병을 질러댔다. 꺄아아악은 아마도 에나 누나일 테고 으아아아는 이해가 가지만 커어어억은 누구냐? 이런 긴박한 순간에도 실없는 생각을 하는 나였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레온을 막아설 수 있는 존재는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몬스터 중에는 없었다. 레온의 신장은 8m. 반면 레온 앞에 선 몬스터 들의 신장은 제일 큰 오우거가 4m에서 5m! 그 정도 키로는 레온을 막아설 수 없었다! 크아아아아!!!! 딱 봐도 덩치가 매우 차이가 나는데 무식한 오우거 두 마리가 우리의 앞을 막아섰다. 겨우 두 마리 정도로 나의 레온을 막아설 수는 없어! 휘익! 퍽! 퍽! 레온의 앞을 막아선 오우거는 레온의 두 번의 주먹질에 의해서 쓰러졌고 우리에게 길을 내주었다. 완전히 포위망을 벗어난 레온은 쉬지 않고 계속 뛰어갔다. 레온의 발걸음 소리가 숲을 울렸고 뒤로는 우리를 추적해오는 몬스터들의 기괴한 함성이 가득했다. 몬스터들은 끈질겼다. 거의 1시간 동안 몬스터들은 계속 레온을 뒤따라 왔고 그런 몬스터들의 선두에는 블랙 오우거가 존재하고 있었다. [주인님. 곳 숲 밖입니다.] “벌써?” 우리가 거의 하루동안 안으로 걸어갔던 숲을 우리가 직접 달린 것과 레온의 어깨에 올라서 이동한 것 시간까지 해서 약 2시간 만에 숲을 벗어나게 되다니. 신중을 기하느냐고 천천히 자리를 옮겼기는 했지만 얼마 안으로 못 들어갔었나 보군. 하여튼 드디어 숲 밖이군. 곧 숲밖이라는 말에 나는 소리쳤다. “곧 숲 밖입니다! 모두 계획대로 해 주세요.” “알았다! 그럼 너만 믿겠다.” 레온의 머리 건너편. 왼쪽 어깨에 있는 류즈씨의 대답이 들려왔고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오른쪽 어깨에 있는 게일 형을 쳐다보았다. “형. 그럼 잘부탁해.” “알았어. 계획대로 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그나저나 너. 이번 일 끝나고 좀 맞자.” “윽! 봐주면 안될까?” “안되지. 자! 숲 밖이다! 잘해 임마!” 쿵! 레온은 숲 밖으로 나가기 직전 그 거대한 덩치로 점프를 하면서 뒤들 돌았고 거대한 덩치만큼 무거운 몸무게 때문에 뒤로 미끌어졌다. 레온은 멈추자마자 양어깨의 우리들은 모두 내려놓았고 바로 숲 밖으로 나오는 블랙 오우거와 몬스터들을 향해서 돌진했다. 자! 이제 쇼타임이다! 크으으으으! 레온을 뒤쫓은 블랙 오우거. 스스로를 오우거 로드라 칭한 그는 화가 난 상태였다. 겨우 인간 마법사 한명이 시전한 마법이 자신의 부하들이 혼란에 빠지고 아군을 죽이기까지 했다. 스스로를 로드(Lord)라고 까지 칭한 그에게는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어느 날 갑지기 힘을 얻고 똑똑해진 이후 그는 여러 가지를 배웠다. 간혹 숲을 지나는 인간을 사로잡아서 언어를 배웠고 여러 지식을 섭렵했다. 수많은 인간들이 그를 이용하려 했지만 오히려 이용당하고는 죽음을 맛이 했다. 그는 인간은 아주 어리석은 존재고 언제든 죽일 수 있는 존재로 여겼다. ‘그런데 그런 인간에게! 그런 인간에게 내가 당하다니!’ 크아아아아!!!!!!! 그는 분노가 가득 담긴 함성을 내밷으며 더욱 빠른 속도로 나아갔고 그의 뒤를 따르던 몬스터들 역시 더욱 속도를 내었지만 곧 지쳐서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뒤쳐지는 부하들을 보며 그는 자신이 뒤쫓고 있는 레온을 쳐다보았다. 사실 그는 레온이 등장하는 순간 겁을 먹었었다. 야생의 오우거는 본능적으로 강자를 구분할 때 상대의 몸집과 자신의 몸집을 비교한다. 그 본능인 레온이 등장할 때도 역시 발휘되었고 레온의 덩치에 놀란 그는 일순간 겁을 먹었다. 만약 그가 인간에 준하는 지능과 이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본능에 따라 도망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인간에 준하는 지능과 이성을 가지고 있었다. 본능을 보다 강한 이성을 가진 인간 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그는 더욱 분노하는 것이었다. 바로 자신이 겁을 먹었다는 것과 그 겁을 먹게 한 존재 레온에 대해서 말이다. 그는 부하들이 지쳐가는 것을 보고 부하들에게 속도를 맞추었다. 분노에 휩싸였다고는 하지만 힘을 얻기 전처럼 무조건 달려들 그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덩치보다 큰 레온은 상태할 수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단지 문제가 되는 것을 레온을 불러낸 존재가 걱정되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부하들과 속도를 맞췄던 것이다. 그는 부하들로 하여금 레온을 상대하게 하고 레온을 불러낸 존재를 죽이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가 섭렵한 지식 중에는 소환술을 씨는 적에 대한 대처 방법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도 있었기 때문이다. 블랙오우거가 소환술에 대한 지식을 얻은 것은 그에게 사로 잡혔던 이중에는 아주 오래 동안 용병일을 한 용병이 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사로잡힌 용병은 살기 위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그에게 말했고 그 용병이 했던 말 중에는 소환술을 쓰는 적에 대한 대처 방법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알고 있었다. 소환수는 소환자가 죽으면 사라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쿵! 그가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레온이 점프를 하며 뒤를 돌아보았고 어깨에 있던 인간을 내리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는 자신과 부하들이 숲을 벗어났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는 숲을 벗어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깨의 인간들을 내리고 자신을 향해서 달려오는 레온을 보며 그는 소리쳤다. 본능이 강했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지만 싸움에서는 기세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아아아아!!! 그는 함성을 지르며 용병에게 배운 주먹 쓰는 법을 이용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는 몰랐다. 레온의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알았다면 그는 전력을 다해 숲 안으로 도망쳤을 것이다. ====== 쾅! 레온이 블랙 오우거를 향해서 뛰어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서 들려온 소리였다. 소리가 들려온 곳을 쳐다보니 놀랍게도 레온의 가슴이 안쪽을 찌그러져 있었다. 거기에 공격의 충격으로 뒤로 밀려났는지 레온의 발꿈치에는 흙이 쌓여 있었다. 하.하.하. 몸체 안쪽에서 솔리드 아이언으로 가득 채워져 있어서 엄청난 강도와 무게를 자랑하는 레온이 밀려나다니. 저 블랙 오우거. 완전히 괴물이잖아! “한스!?” “아! 미안!” 멍하니 있던 나를 부르는 게일 형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급하게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아까는 잘도 수로 밀어 붙였겠다. 이번에는 이쪽에서 수로 밀어 붙여주마!? 나는 양 팔을 앞으로 뻗은 다음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로브 안에서 수십여구의 시체와 뼈조각들이 나와 여기저기로 퍼졌다. 나의 로브 안에서 시체와 뼈조각들이 나오자 용병들이 주춤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지만 상관 없이 나는 바로 주문을 외웠다. “일어나라! 죽은 자들이여! 그대의 이빨과 손톱으로 산자들의 목숨을 끊어라! 일어나라! 망자들이여! 에니메이트 데드! 산자를 향한 원한과 분노가 남은 자여! 나! 그대에게 육신을 주리니 나의 명에 따라 행동하리라! 레이지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 산자를 향한 원한과 분노가 남은 자여! 나! 그대들에게 적조차 녹여버릴 육신을 주리니 나의 명에 따라 행동하리라! 레이지 플레임 스켈레톤 나이트! 산자를 향한 원한과 분노가 남은 자여! 나! 그대들에게 그대들의 한과 같은 적조차 얼려버릴 차가운 육신을 주리니 나의 명에 따라 행동하리라! 레이지 프로스 스켈레톤 나이트! 산자를 향한 원한과 분노가 남은 자여! 나! 그대들에게 적을 산체로 부식시키는 독으로 사악한 육신을 주리니 나의 명에 따라 행동하리라! 레이지 베놈 스켈레톤 나이트!” 퐁! 퐁! 구어어어! 끼리리릭! 척척! 순식간에 소환되는 엄청난 수의 언데드들. 동시에 나의 허리에 달린 밸트 안에 있는 마나 포션은 동시에 2개의 뚜껑이 열렸고 마나가 회복되는 그대로 다시 소환에 소모되었다. 내가 소환한 언데드의 수는 엄청났다. 원클래스 마스터가 된 이후 뮤턴트 좀비가 소환되던 에니메이트 데드는 구울이 소환되었고 동시에 두 번 성장한 스켈레톤들과 마찬가지로 스킬레벨 4당 1구의 구울을 소환할 수있었다. 거기에 특수 능력치 지배를 통해 구울을 지배 15당 한구씩 더 소환할 수있었는데 레벨업을 할때마다 지배에 투자한 덕분에 데스리치 세트의 옵션까지 해서 지배는 총 154! 그리하여 구울의 수는 무려 66구나 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스킬 레벨 마스터에 지배의 효과로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 플레임, 프로스트, 베놈 스켈레톤 나이트 각각 63구씩! 무려 252구나 소환되었지만 아직 소환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후후후. “파괴를 갈망하는 망자들이여! 나 그대들을 이곳에 불러들이려 아니! 나의 의지에 따라 나의 적을 파괴! 괴멸 시켜라! 레이지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 한 자루의 창으로 적을 꿰뚫는 망자여! 나의 의지에 따라 나의 적을 꿰뚫어라! 레이지 스켈레톤 로열 랜서! 일어나라! 살아생전 마법의 진리를 추구하던 현자들이여! 그대들에 게 육신을 주리니! 나의 의지에 따라 적을 치는 마법의 망령이 되어라! 레이지 스켈레톤 세이지! 산자들의 숨통을 노리는 사냥꾼들이여! 나 그대들에게 가벼우나 동시에 무거운 육신을 주리니 나의 의지에 따라 나의 적을 숨통을 끊어라! 레이지 스켈레톤 스카우트! 레이지 구울 자이언트!” 퐁퐁퐁!!! 연속이로 뚜껑이 따지는 포션소리가 이렇게 기분 좋게 들리기는 정말 처음인 것 같았다. 서서히 모습을 들어내는 스켈레톤들.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 스켈레톤 로열 랜서, 스켈레톤 스카우트, 스켈레톤 세이지. 마지막으로 구울 자이언트. 모두 마스터 레벨까지 올린 스킬이었고 특수 능력치 지배. 거기에 데스리치 세트로 올라간 스킬 레벨과 능력치에 의해서 자그만치 구울 자이언트를 빼고 각각 63구씩! 252구의 스켈레톤의 구울과 마찬가지로 지배 15당 한구씩 추가되는 구울 자이언트의 수는 66구! 총 언데드가 더 소환되었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지휘할 언데드만 소환하면 된다. 후~우. 이거 마나소모가 장난 아닌데. 이제 마지막으로 소환할 언데드는 지금 내가 소환해낸 언데드. 총 636구의 언데드를 지휘할 언데드. 데스나이트였다. 그리고 지난번에 여관해서 융합해서 얻은 소환 스킬! 데스 브레이커도 이번 기회에 소환할 생각이었다. 마나가 차오르는 동안 몬스터들 역시 가만이 있지 않았기에 언데드들을 지휘할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를 소환 못 한 상태에서 난 언데드들을 진군시켰다. 구어어어어! 척! 척! 척! 크아아아아!!!!! 언데드 군단이 진격하자 몬스터들은 일순간 주춤 거렸지만 레온을 상대하던 블랙 오우거가고함을 치자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저 깜둥이가!? 너 조금 있다보자! 나는 블랙 오우거를 잠시 노려본 이후에 마나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서서 명상을 시전했다. 이미 마스터 레벨에 오른 스킬이기에 원래 마나 회복속도의 3배. 300%에 데스리치 세트의 효과로 더욱 빠른 속도로 마나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좋아 됐어!! “검의 길을 걸으며 죽음이란 시련에도 검을 놓지 않은 이들이여! 나 그대들을 여기 소환하려니! 여기에 그 모습을 들어내라! 서먼! 데스나이트! 죽음조차 파괴하는 망자들이여! 나 그대들을 여기 소환하려니! 여기에 그 모습을 들어내라! 서먼! 데스 브레이커!” 쿠오오오!!! 쿵! 쿵! 쿵! 빛조차 빨아들이는 어둠이 가득한 게이트 안에서 데스나이트만을 소환할 때와는 다르게 엄청난 존재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게이트로부터 들려오는 그 소리는 존재감을 더욱 증폭시켰고 그 엄청난 존재감의 주인은 곧 모습을 들어냈다. 신장은 성장하지 않은 스켈레톤 자이언트와 비슷했지만 전신은 데스나이트와 마찬가지로 검은색 갑주로 둘러싸여 있었고 그들로부터 느껴지는 한기는 소환자인 나조차도 섬짓할 정도였다. 데스나이트와 함께 나온 그들. 그 엄청난 존재감의 주인공은 데스 브레이커였다.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가 게이트에서 완전히 나오자 데스 브레이커에 존재감에 묻혔던 데스나이트의 존재감도 느낄 수 있었다. 자세히 느껴보니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의 존재감은 비슷비슷했다. 단지 데스나이트는 잘 갈무리되어있는 것과는 다르게 데스 브레이커는 존재감을 전혀 갈무리하지 않고 오히려 풀어 해쳐놓은 느낌이었다. 과연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정말 기대되는 걸. 내가 소환한 데스나이트의 수는 총 12명이었고 데스 브레이커는 5명이었다. 이도 데스리치 세트 옵션과 지배 능력치 덕분에에 원래 스킬 레벨이 비해서 4명을 더 소환할 수 있었다. 소환된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나는 재빨리 그들에게 말했다. “저기 언데드들을 지휘해 주십시오! 데스나이트분들 만으로 충분한 것 같으니 데스 브레이커분들은 마음껏 날뛰셔도 좋습니다. 단! 아군인 인간은 건드리지 마십시오!” [주인의 명을 받듭니다.] [후후후. 주인이 시작부터 끝내주는 임무를 주는 군! 좋았어! 가자!] [예! 형님!] 쿵! 쿵! 쿵! 쿵! 데스 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는 몬스터들과 언데드군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하.하.하. 나 혹시 잘못 들은건가? 주인? 그동안 스킬 레벨이 마스터 레벨이 되어서 절대로 존대도 하지 않던 데스나이트들이 나에게 주인이라고 했어. 하.하.하.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서먼 데스나이트의 스킬 레벨을 마스터 레벨로 올리기 위해서 수없이 소환하면서 한번도 존댓말을 하지 않았던 데스나이트가 나에게 주인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늘 처음 소환하는 데스 브레이커 역시 나에게 분명 주인이라고 했다. 주인이라고 말이다. 나는 한동안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가 뛰어간 곳을 멍하니 쳐다보았고 곧 언데드와 몬스터들의 싸우는 장면을 보고는 정신을 차렸다. 이대로 가면 어자피 우리가 이길 싸움!? 하지만 저 깜둥이 오우거 녀석을 다른 사람에게 뺐길 순 없지! 기다려라! 내가 간다!?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의 전장 합류로 이미 승기가 기울어진 싸움터에 난 뛰어들었다. 나를 귀찮게 만든. 블랙 오우거의 처리. 그 하나만을 목적으로.... =================== 꿰이이이익! 크아아아악! 키이이익! 레온을 잘 상대하고 있던 블랙 오우거인 그는 도대체 지금 이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갑자기 나타난 엄청난 숫자의 적! 그 수는 자신의 부하들은 몬스터들보다 많다는 것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갑자기 나타난 적은 매우 단조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갑자기 엄청난 수의 적이 나타나자 겁에 질린 부하들에게 적을 공격하도록 한 것이었다. 확실히 예상대로 자신의 부하들은 엄청난 숫자의 적을 상대로 잘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단조로운 움직임을 보이던 적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일정한 행동만을 반복하며 단조로운 공격을 하던 적이 갑자기 뒤로 물러서더니 진형을 갖추는 것이 아닌가!? 선두에 검과 창, 해머를 든 새하얀 해골과 자신의 부하처럼 강한 손톱과 이빨을 가진 작고 큰 인간의 시체를 선두로 두고 그 뒤에 활을 쏘고 마법을 날리던 해골을 두었다. 그리고 공격을 시작한 적은 정말 무서웠다. 그저 단순하게 불과 얼음, 바람 그리고 초록색 덩어리를 날리던 적은 자신의 부하들을 일격에 꿰뚫은 정도의 강력한 불과 바람을 내뿜었고 부하들이 순식간에 쓰러질 정도의 냉기와 초록색 덩어리. 독을 내뿜었다. 그 후 자신의 부하들을 덮치는 선두의 해골들과 인간의 시체들! 부하들은 갑자기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적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그 후 부하들은 살기 위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가 아무리 고함을 질러보고 자신을 강하게 한 힘을 내뿜어 봐도 살고자 하는 본능으로 부하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는 갑자기 왜 적의 움직임이 달라졌는지 생각하기 시작했고 아직도 적과 싸우고 있는 부하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몸을 굳힐 수 밖에 없었다. 전신에 검은 색으로 갑옷을 입고 눈으로 혈광을 내뿜으며 거대한 해골들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해머를 가진 이들이 자신의 부하들을 파괴. 말그대로 파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로부터 느껴지는 엄청난 힘을 느낀 자신의 본능은 도망치라고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때도 계속 눈으로 전장을 살피고 있었는데 또다른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해머를 든 이와 마찬가지로 검은 색 갑옷을 입은 검을 든 이들! 그들을 본 그는 바로 저들 때문에 적의 움직임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평소 같았으면 달려들었을 테지만 해머를 든 검은 이들과 비슷했기에 그들에게도 무엇인가 있다는 생각에 달려들지 못했다. 본능은 지금 도망치라고 하고 있었지만 그는 다른 몬스터와 다르게 인간에 준하는 지능과 이성을 가진 존재. 바로 본능에 따를 수는 없었다. 그 때 본능을 배제하게 만드는 일이 하나 벌어졌다. “이놈의 깜둥이! 넌 내가 직접 상대해 주마!” 그는 단번에 알아보았다. 회색 로브를 입고 손에 이상한 주머니와 막대기를 든 이. 그가 바로 이 엄청난 수와 저 전율적인 적을 불러낸 이라는 사실을! 그는 한스를 본 순간 본능을 억눌렀다. 이것은 그의 일생일대의 실수였다. ======= “이놈의 깜둥이! 넌 내가 직접 상대해 주마!” 레온은 상대하던 블랙 오우거가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의 등장에 도망을 가야할지 아니면 이대로 싸워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나는 블랙 오우거에게 소리쳤고 블랙 오우거의 눈에는 망설이는 빛이 사라졌다. 결국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미 레온을 뒤로 물린 사이였고 내 주위에는 나를 호위하는 병력도 전혀 없었다. “인간. 네가 이 들을 불러낸 이인가?” “호! 역시 말도 하는군. 그렇다.” “그렇다면 죽어라!” 팍! 쾅! 꺄아아악! 헉! 헉! 죽을 뻔했다. 갑자기 달려들며 주먹을 휘두르는 블랙 오우거의 움직임은 덩치에 비해서 매우 민첩했다. 다행히 신발에 발이 빠른 웨어울프의 영혼을 인첸드 시키고 망령들로 스피릿 실드를 시전했기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너무 방심했어. 만약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난 방금 그 일격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어떻게 스치기만 했는데 거의 비슷한 레벨의 영혼으로 만든 망령들이 사라져 버리지. 하지만 나를 공격한 블랙 오우거 역시 멀쩡하지는 않았다. “크윽! 인간!? 그게 뭐냐!?” “내가 알려 줄 것 같냐!? 이제 내 차례다! 본 프리즌! 소울 프리즌!” 나를 공격했던 블랙 오우거의 주먹을 막아낸 망령들은 보통 망령들이 아니었다. 융합 스킬을 통해서 새로 얻은 스킬. 새로운 망령. 밤 소울이었다. 밤 소울의 속성은 화! 그런 밤 소울로 만들어진 스피릿 실드를 쳤으니 멀쩡할 리가 없었다. 나를 공격하여 스피릿 실드를 쳤던 블랙 오우거의 주먹은 검은색 피부 때문에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화상을 입은 것 같았다. 아까의 공격으로 시간을 끌었다가는 이녀석이 도망치고 말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빨리 끝내기로 하고 본 프리즌과 소울 프리즌을 시전했다. 크아아아악!!! “무슨 짓을 한거냐!? 인간!!!!!” “알 것 없어. 가까이서 보니 정말 특이하구만.” 본 프리즌에 의해서 육체를 구속당하고 영혼을 구속하는데 특출난 아이스 소울에 의해서 영혼을 구속당한 블랙 오우거은 그대로 아무 움직임 없이 고함만 질러댔다. 물론 아이스 소울을 막아보려고 아이스 소울을 향해서 팔을 휘둘러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아이스 소울은 영혼! 방향을 자유자제로 틀 수 있으니 말이다. 육체와 영혼을 완전히 구속한 이후 나는 블랙 오우거를 살펴보기 위해서 다가갔다. 영혼을 구속당한 이상 녀석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기에 아무 걱정없이 다가간 것이다. 지금까지 소울 프리즌의 구속을 벗어난 몬스터는 단 한 마리도 없었기에 걱정없이 다가간 것이다. ====== ‘크윽! 이,이게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짓을 한거냐!? 인간!!!!” “알 것 없어. 가까이서 보니 정말 특이하구만.” 갑자기 솟아한 뼈로 된 무엇인가에 갖이고 새하얀 무엇인가가 몸과 팔과 다리에 스며든 이후 움직일 수 없게 되자 블랙 오우거인 그는 분노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와 자신을 살피는 인간을 보고 분노했다. 그 때! 그를 강하게 만들어 주었던 힘. 마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이지만 움직일 수 있게 되자 그는 조용히 웃었다. ‘이것은 기회다! 저 인간을 죽일 기회!’ 그는 마력을 돌려 오른쪽 팔에 집중 시켰고 점차 오른 쪽 팔의 감각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고 자신을 살피는 인간이 더욱 가까이 오기까지 참고 기달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까이 와라.’ 거의 자신의 발밑까지 한스가 다가오자 그는 젓먹던 힘까지 다해 한스를 향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본 프리즌의 뼈들은 단번에 부서져 나갔고 주먹은 한스를 향해서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는 한스가 매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자 미소지었다. “크하하하! 죽어라! 인간!” 퍽! ================= 어,어떻게 된거야!? 어떻게 소울 프리즌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거지! 제길 이대로 죽는 건가. 저 블랙 오우거의 주먹을 피할 방법은 없었다. 살아날 방법이라면 충격에 대비하는 것. 다행이도 스피릿 실드와 본 아머를 시전한 상태이고 방어력이 꽤 좋은 데스리치 세트가 있으니 운이 좋으면 살수도 있을 것이다. 제길! 너무 방심했어. 나는 블랙 오우거의 주먹을 맞을 준비를 하며 눈을 감았다. 퍽! 으윽! ....어라? 분명 치는 소리가 들렸는데. 나는 눈을 감은 상태에서 온몸이 괜찮은지 더듬어 보였고 나의 몸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안 이후 눈을 떴다. 그리고 확인 할 수 있었다. 나의 코앞에서 박살나 있는 블랙 오우거의 주먹과 블랙 오우거의 주먹을 박살낸 이를. 블랙 오우거의 주먹을 박살낸 이는 바로 데스 브레이커였다. 그의 거대한 해머가 블랙 오우거의 주먹을 박살 냈던 것이다. 크아아악! [이런. 이런. 주인님 조심하셨어야지요. 큰일 날 뻔했습니다.] “고,고마워. 이 썩을 놈의 깜둥이! 넌 편하게 못 죽을 줄 알아라! 데스 브레이커!” [예!] “저 녀석을 붙잡고 있어!?” [명을 받듭니다.] 데스 브레이커 2명은 블랙 오우거의 양 팔을 붙잡았다. 나는 또 만약을 위해서 소울 프리즌을 시전한 이후 블랙 오우거에게 다가갔다. 공포에 물든 눈을 하고 있는 블랙 오우거를 보며 나는 사악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감히 내 목숨을 노리다니! 편하게 못죽을 줄 알아라! 난 레온의 손에 올라 블랙 오우거의 팔을 댔다. 그리고 시전어를 외웠다. “마나 드레인!” 크아아악! 크아아악! 마나 드레인. 공기 중의 마나와 시체, 거기에 살아있는 생명체에서 마나를 뽑아내어 마나를 회복시키는 스킬. 이를 아직 살.아.있.는 블랙 오우거에게 시전한 것이다. 이미 마나 드레인도 레벨이 마스터 레벨까지 올린 스킬! 그렇기에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시전해도 나에게 돌아오는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산체로 마나가 빨리는 블랙 오우거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다 주었다. 블랙 오우거는 발버둥 쳤지만 데스 브레이커의 팔을 뿌리칠 수는 없었다. 후후후. 나의 목숨을 노린 대가는 크다! 나는 블랙 오우거로부터 빨아들이는 마나를 모두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부서진 언데드들의 수리에 써버렸다. 물론 난 마나드레인을 시전 중이었지만 나에게는 망령들을 이용해 주문을 외우는 트리플 스펠이라는 스킬이 있었기에 문제가 없었다. 이어서 몸이 많이 찌그러진 레온의 몸을 회복시키는데 마나를 사용했는데도 블랙 오우거 로부터 마나는 계속 빨려들어 왔다. 정말 엄청난 체력이로구만. 그렇데 5분이 지났을까 몬스터들은 죽거나 모두 뿔뿔히 흩어져 숲으로 도망쳤고 블랙 오우거 역시 발버둥치는 것을 멈추고 그대로 축 늘어졌다. 이제 거의 다된 모양이군. 크아아아악! 갑자기 고함을 치며 발버둥 치는 블랙 오우거! 놀랍게도 블랙 오우거는 전력을 다해 양 팔을 흔들었다. 그러자 블랙 오우거의 어깨 근육은 찢어져 나갔고 양 팔을 뜯어져 버렸고 그후 데스 브레어커의 손 아귀에서 벗어난 블랙 오우거는 숲을 향해서 전력을 다해 뛰었다. 다른 데스 브레이커가 쫓아가긴 했지만 블랙 오우거의 도망치는 속도가 엄청났기에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죄송합니다. 녀석을 놓쳤습니다.] “괜찮아. 설마 자신의 팔을 뜯고 도망칠 줄이야. 어자피 그정도 상처면 과다 출혈로 죽을 수밖에 없어. 그전에 10여분간 나에게 마나를 빨렸으니 녀석이 살아날 확률은 없어.” 블랙 오우거가 자신의 팔을 뜯어내고 도망치는 것으로 이번 의뢰는 끝이 났다. 이제 남은 것은 거짓 정보를 제공한 한 영주를 찾아가는 것뿐이었다. 기다려라! 영주! ========= 로시아 대륙 모든 나라들은 갑작스러운 몬스터들의 습격에 많은 피해를 입어야 했다. 일부 영지는 몬스터들의 공격을 막아내기는 했으나 그보다 막아내지 못한 영지가 더 많았다. 갑작스러운 몬스터들의 습격의 이유를 조사한 마법사 길드원들은 습격을 막아낸 영지에서 발견된 몬스터들의 시체 중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원래 피부색과는 다른 몬스터들. 검은색으로 물든 몬스터들. 고블린부터 시작해서 코볼트, 오크, 트롤, 오우거, 트윈헤드 오우거, 와이번등! 습격한 영지에는 꼭 한 마리씩 검은색으로 물든 몬스터들의 시체가 존재했다. 이를 조사하기 위해서 마법사 길드에서는 이 검은색 몬스터들의 시체를 수거해 갔고 그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대륙의 모든 국가들은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조사결과는 마력. 마족이 사용하는 마력으로 인해 몬스터들이 검게 물들었다는 것이다! 마력을 흡수해 검게 변한 몬스터들의 신체구조는 보통 몬스터들의 비해서 월등하게 발달되어 있었고 검은색 몬스터와 대화를 했다는 제보가 나와 검게 변한 몬스터들이 인간에 준하는 지능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해 대륙에는 오래 전에 시행되었던 흑마법사 사냥이 다시 시작되었고 많은 죄없는 평민들이 흑마법사라는 오명을 쓰고 죽어야만 했다. 물론 죽은 이들 사이에는 진짜 흑마법사가 껴있긴 했지만 그 수는 극소수였다. 흑마법사 사냥과 함께 대륙에 화재거리가 되는 것이 하나 더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새로운 네크로 마스터의 등장이었다. 네크로마스터. 로시아 제국에 존재하는 네크로맨시 학파의 수장과 몇몇 장로들이 가진 칭호로 데스나이트를 소환하는 정도의 실력이 되어야 주어지는 칭호였다. 그런 네크로마스터가 대륙에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네크로마스터가 불과 나이가 20세가 되지 않았고 네크로맨시 학파에 이름도 기재되는 않은 이라는사실이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었다. 네크로맨시 학파에 이름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네크로마스터! 이는 다른 나라에서 끌어들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소문에 의해서 로시아 대륙의 국가들의 권력층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크로맨시 학파에 이름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젊은 네크로마스터를 자신의 세력에 끌어들이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대륙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 헉! 헉! 헉! “난 살아남는다! 난 살아남는다!” 매우 느린 속도로 숲의 깊숙한 곳으로 걸어가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계속해서 살아남는 다는 말을 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 살아남는다 라고 말하며 걷는 이는 놀랍게도 몬스터. 오우거였다. 하지만 그 오우거는 좀 특이했다. 대륙을 휩쓴 검은색 몬스터들처럼 검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고 양팔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 이 오우거는 살아남기 위해서 자 신의 팔을 뜯어낸 그 블랙오우거 였던 것이다. 한스와 이 블랙오우거와 싸운지 벌써 일주일이 지나씀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살아남은 것이다. 하지만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정도로 피골이 상접해져 있었고 양팔이 뜯겨난 자리에는 살이 썩어들어 가고 있었다. 지금 그가 향하는 곳은 바로 그가 힘을 얻은 곳이었다. 그는 그곳에 도착하면 자신이 살아날 방법이 있을 것이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을 이 꼴로 만든 인간에게 복수할 기회도 생길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렇게 끈질기게 살아남은 것이었다. 이제 얼마가지 않으면 힘을 얻은 곳에 도착한다. 그러면 자신은 회복하고 복수할 기회를 얻는다. 그는 속으로 계속 이말을 되내였고 곧 힘을 얻었던 동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출렁! 놀랍게도 동굴 안의 벽은 출렁거리고 있었고 그 벽으로부터 미세하지만 마력이 세어나오고 있었다. 그는 마력을 느끼며 마력이 나오는 곳을 향해서 걸어갔다. 그때였다! 출렁거리던 벽에서 갑자기 강한 마력이 내뿜어지면서 무엇인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곧 강하게 마력이 뿜어져 나오던 벽은 더 이상 마력을 내뿜지 않기 시작했고 그 벽에는 누군가 서있었다. 남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아름답고 그렇다고 여자라고 부르기에도 뭐한 이가 서있었던 것이다. 블랙 오우거인 그는 본능적으로 그를 향해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조용히 무릎을 꿇고 말했다. “주,주인님을 뵙습니다.” 이 말을 남기고 그는 쓰러졌다. 벽에서 마력을 내뿜으며 나온 이는 자신을 주인이라고 부른 오우거를 쳐다보았다. 한동안 오우거를 쳐다본 그는 미소 지었고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아름다운 손에서 강렬한 마력이 내뿜어지며 오우거에게 스며들었고 놀랍게도 오우거의 몸은 회복되어갔다. 썩었던 살은 떨어져나가고 새살이 돋기 시작했고 돋기 시작한 살은 떨어져 나간 팔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아 블랙 오우거인 그는 정신을 차렸고 완전히 회복된 몸과 떨어져 나갔던 팔이 붙어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몸을 살필 새도 없이 그 미남자를 향해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네 이름은 펠이다.” 이렇게 블랙오우거. 펠은 이름을 얻었다. 그리고 한스에게 복수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이상황을 정작 복수대상인 한스는 모르고 있었다. 현실에서의 변화. 하지만 둔한 상민. 으윽! 매번 접속할 때도 그렇지만 로그 아웃을 하고 난 이후의 이 느낌 정말 싫다니까. 로그 아웃을 할 때마다 몇 분간이지만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은 느낌이 정말 싫었다. 하지만 몇분 누워 있다보면 회복되기에 병원을 찾아가지는 않았다. 블랙 오우거를 상대한 이후 벌써 게임시간으로 10일. 현실 시간으로 반나절이 지났고 나는 로그아웃을 했다. 지난번에 나의 직업에 대해서 안 이후 일행들은 되도록 나의 직업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나의 직업에 대해서 되도록 언급하지 않았고 전투 때 입었던 데스리치 세트는 그날 이후 꺼내지 않았다. 형, 누나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조금 섭섭했지만 그들에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하~아. 그래도 섭섭한 것은 섭섭한 것. 하~아. 난 이번에 로그아웃을 하기 전에 일행들에게 적어도 이번에는 짧으면 20일. 길면 40일 정도 잠들거라고 했으니 생각할 시간 여유는 충분할 것이다. 아마 다음 에 접속하면 뭐라고 말이라도 하겠지. 나의 정체가 밝혀진 이후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만나기 위해서 찾아왔고 난 게임 속 안의 내 캐릭터의 안전을 위해서 일행 들 몰래 데스나이트를 소환해 놓고 왔는데 괜히 한 짓 같았다. 데스나이트의 소환이 20일이나 40일 동안 계속 지속되지 못 할 테고 어자피 일행들이 지켜 줄 텐데 말이 다. 캡슐에서 나온 나는 바로 시계를 확인했다. [A,M 9:40] 하~아. 요번에도 밤새서 캡슐에 누워있었군. 아무리 어머니가 캡슐 무한 이용 권한을 주셨지만 내가 생각해도 너무한 것 같군. 그런데 오늘은 무슨 요일이야? 무슨 요일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자 나는 내가 점차 폐인의 기본조건을 갖추어 간다는 생각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 우리 상민이 나왔니. 그래도 딱 맞춰나왔구나. 어서 씻고 나갈 준비해라.” “상민아. 적당히 해야지. 그러다 몸상해.” “걱정하지마. 누나. 나도 몸 생각 하면서 게임하고 있으니까.” 자취를 하는 누나가 오늘 집에 와 있는 것은 오늘이 바로 아버지의 아버지! 나의 할아버지가 살고 계신 친가로 내려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미 준비를 다 마치신 상태였고 누나도 준비를 다해온 상태였다. 이제 나만 준비를 맞치고 아침겸 점심식사를 한 이후 친가로 출발하게 될 것이다. 친가는 전라남도 여수이고 외가는 전라남도 광주의 구석지인데 이번 일정은 친가에서 하루를 지낸 뒤 외가로 올라가 또 외가에서 하루를 지난 뒤에 집으로 올라올 일정이었다. 난 이번에 친가에 거의 3년만에 내려간다. 호(虎) 상(上)자 군(君)자 되시는 나의 친 할아버지는 나를 유독 아껴주시기는 하지만 동시에 나에게만 유독 엄격하시기에 내가 2년간 어떻게든 친가에 내려가는 것을 피해보았지만 이번에는 피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께서 직접 나를 데리고 오라고 명하셨기 때문이다. 하~아. 가기 싫어라. 하지만 할아버지께서 직접 지명하신 이상 난 가야한다. 아아. 아버지 왜 장남으로 태어나셨어요. 흑흑. 우리 아버지는 장남. 거기에 우리집에는 누나가 하나있고 내가 있다. 이말은 내가 바로 장손이라는 뜻이었다. 장손은 여러 가지로 부담스럽다. 집안의 어르신인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동생이신 작은 할아버지의 기대 어린 눈빛을 볼 때면 정말 죄송하다. 나는 못나지는 않지만 결코 뛰어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아. 가기 싫다. ===== “하하하! 이녀석!? 이 할애비가 불러서야 오다니!? 요번에 단단히 각오하거라. 하하하!” “하하하. 상민아. 오늘 하루는 죽었다고 생각하거라. 형님께서 단단히 벼르시고 계시니까.” “흑흑! 작은 할아버지. 살려주세요!?” 마지막 구원의 손길인 작은 할아버지마저 이러시다니. 흑흑흑.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강하시네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댁에 도착하자마자 마중을 나오셨던 나의 친할아버지의 손아귀에 붙잡힌 나는 그대로 할아버지의 옆구리에 들려 집안으로 들어갔다. 나의 할아버지. 호자 상자 군자 되는 분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보이자면 키 192cm. 모든 일가 친척들보다 크신 신장을 지니셨고 취미는 운동이요. 특기는 극기 훈련이시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단련해 오신 근육은 전혀 칠순잔치를 1년 남긴 할아버지의 근육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탄탄하셨다. “여보! 상민이를 그렇게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해요!?” “그,그게....” “어서 내려놓지 못해요!?” “아,알았어!” “흑흑! 할머니!” “아유. 우리 강아지.” 강철의 거인이신 할아버지를 단번에 제압하는 여인!? 키는 겨우 160cm정도이지만 우리 호씨 가문을 지배하는 할아버지를 지배하는 여인! 그 이름도 위대하신 김(金) 연(娟)자 되시는 분이셨다. 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이를 보면서 늘 생각하는 거지만 사회는 남자가 지배하지만 그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라는 말은 천고의 명언이라는 사실이다. 할아버지의 그 굵은 팔뚝에서 벗어난 나는 할머니 곁에 꼭 붙어 있었다. 마지막 구원의 손길이라고 생각했던 작은 할아버지께서 나서지 않으시는 이상 나의 최후의 방벽은 할머니다. 살길은 할머니뿐이다. 할머니는 내가 따라다니자 좋으신지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시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할아버지 댁에 왔을 때 마다 할아버지랑 운동하기 싫어서 할머니를 졸졸 따라다녔었지. 아. 옛날 생각난다. “이놈의 짜슥! 3년만에 와서 어머니 뒤꽁무니만 쫄쫄 따라다니고 있냐!” “켁! 누,누구!?” 갑자기 두꺼운 팔이 나의 목을 조르자 나는 기겁하며 나의 목을 조르는 팔을 잡아 당겼고 다행이도 벗어날 수 있었다. “으음. 못본 사이에 힘이 많이 좋아졌구나.” “자,작은 아버지였어요!? 놀랐잖아요!” “짜식! 장난 한 것 가지고 흥분 하기는.” 아버지의 동생이신 작은 아버지는 아까 와 마찬가지로 두꺼운 팔로 나의 목을 조르셨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나는 전혀 힘을 주지 않았고 작은 아버지 역시 이번에는 힘을 주시지 않으셨다. 작은 아버지의 성함은 호연진으로 할아버지와 가장 많이 닮으신 분이다. 키는 무려 185cm에 몸무게는 100kg은 가뿐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은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운동을 좋아하셔서 아예 헬스클럽을 직접 차리셔서 운영하고 계신다. “가,갑자기 뭐하세요!?” “연진아!? 뭐하는 짓이니!?” 나의 목을 조르던 팔을 푸시던 작은 아버지는 갑자기 나의 온몸을 더듬이시기 시작하셨다. 이에 놀란 나는 소리를 질렀고 작은 아버지가 나의 몸을 더듬는 것을 보신 할머니도 소리치셨다. 할머니와 내가 이런 격한 반응을 보이자 작은 아버지는 조금 당황하셨는지 뒤로 급히 물러나서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셨다. “하하하. 오해하지 마세요. 어머니. 그냥 상민이 몸이 못 본 사이에 많이 좋아져서 확인해 본거였어요. 자씩. 그동안 운동 제대로 했구나. 어느 헬스클럽에서 했는지 불어라. 거기 한번 찾아가 보게.” “에? 저 운동 안하는데요. 작은 아버지도 아시잖아요. 원체 제가 움직이기 싫어하는 거요.” “에이. 솔직히 불라니까. 네 뱃살을 봐라. 네가 우리 집에 찾아온 것이 1년 전이었는데 그때는 완전히 아저씨 뱃살이었지 않냐. 그런데 봐라. 배 쏙 들어간 거. 거기에 근육도 조금 붙었잖냐.” “어? 진짜네.” “연진이 말대로구나.” 작은 아버지의 말이 사실이었다. 내 나이대의 아이들 치고는 조금.... 그래. 많이 나온 배가 쏙 들어가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나는 쏙 들어간 배를 보며 그동안 내가 한일을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결론을 낼 수 있었다. 바로 게임!? 나는 한달 넘는 시간 동안 게임에 빠져 캡슐에만 누워있었고 그로 인해서 뱃살이 빠진 것이라는 알 수있었다. 생각해보면 게임을 하느냐고 굶기도 참 많이 굶었었지. 히히히. 게임 덕분에 뱃살 뺐네. “작은 아버지. 이건 게임에 너무 열중해서 그래요. 제가 게임에 빠져서 밥도 제대로 안먹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빠진 걸 거에요.” “무슨 소리!? 그런 방식으로 뱃살이 빠졌다면 우리나라 폐인들의 뱃살은 사라졌을 거다!” “어머어머. 상민아. 게임을 하더라도 밥을 제대로 먹고 해야지. 이 할머니가 어서 밥 차려 줄 테니까. 기다리거라. 그리고 연진아. 상민이 닦달하지 말고 그만 아버지께 인사드리러 가거라. 아버지께 혼나기 싫으면.” “윽. 예. 어머니. 상민아. 좀 있다가 보자꾸나.” 크윽! 할아버지만으로도 벅찬데 작은 아버지까지 저러시다니. 흑흑! 난 이제 편하게 있기는 글렀구나. ============ 점차 시간은 흘러 저녁이 되었고 집은 차례차례 도착한 고모들과 고모부들. 거기에 고모들과 고모부들의 자녀들인 내 사촌들 때문에 시끌시끌해졌다. 거기에 작은 아버지의 식구들까지 있으니 정말 많긴 많았다. 캬. 정말 우리 친가식구들이 모두 모여 있는 것을 보는게 얼마만이냐. 언제 봐도 정말 많단 말이야. 올해부터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는 막내 고모의 막내 딸. 가영이는 할아버지의 앞에서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와 춤을 추며 재롱을 떨고 있었다. 가영이는 우리 사촌 중에서 제일 나이가 어린 아이로 가영이의 오빠인 용천이와 12살이나 차이가 났다. 가영이는 특이하게 할아버지를 매우 따랐다. 나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는데 말이다. 거참 가영아. 너는 정말 물건이다. 물건이야. “야야. 상민아. 너 얼마 전부터 아스카 한다며.” “응. 이제 거의 한달하고 일주일 조금 더 됐어.” “호~오. 그럼 완전 초짜겠다. 아이디가 뭐냐? 이 형님이 친히 도와주마.” “상민이 오빠. 아스카 시작한거야? 그렇게 하자고 해도 안했으면서 결국 시작했구나.” “짜식! 그동안 내빼더니!? 시작했구나!?” 내가 아스카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용천이가 말을 걸어왔고 이어서 첫째 고모의 첫째 딸. 나보다 1살 어린 연화가 말을 걸었다. 다음으로 둘째 고모의 첫째 아들인 천인이 형이 말을 걸어왔고 계속해서 형,누나 동생들이 말을 걸어왔다. 내가 아스카를 시작한게 그렇게 좋은가? “직업은 뭐야?” “내 직업? 사령술사.” “아. 사령술사. 너도 그때 그 동영상을 보고 선택했구나. 참 불쌍하게 됐다.” “에? 불쌍하게 됐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응? 너 몰라? 한 일주일전에 패치됐잖아. 사령술사가 소환하는 언데드 소환 제한시간 말이야. 게임 벨런스 맞춘다고 부랴부랴 패치되서 사령술사를 선택한 사람들 완전히 죽어났잖냐. 하긴 당연한 패치지. 그 엄청난 수의 언데드를 제한 시간 없이 데리고 다닌 다는 것은 말이 안되잖아.” “맞아. 맞아.” 용천이의 말에 내 주변에 몰려 있던 사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테스트 서버에 가는 동안 그런 패치가 됐었구나. 소환 제한 시간이라. 그게 테스트 서버에도 적용됐으면 곤란할 뻔했는걸. 이후 나는 본서버에 된 패치에 대해서 일일이 물어보기 시작했고 사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패치에 대한 내용을 말해주었다 . 패치에 대한 내용을 왜 모르냐고 물어 봤을 때는 요즘 아스카에 접속을 못해서라고 말했다. 물론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안들리도록 조용히 말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가 항상 캡슐에 누워있는 것을 아시기 때문에 들으셨다가는 낭패였다. “모두들 이야기 그만하고 어머니 저녁 준비하는 것 좀 도와드리거라.” “너희들도 도와드리거라.” “이런!? 저희가 깜박했네요. 어서 가요 형님.” “그래. 어서 가자. 동서.” 열심히 수다를 떨고 계시는 어머니와 작은 어머니, 고모들, 작은 할아버지네 식구들은 할아버지와 작은 할아버지의 말씀에 급하게 일어서시더니 주방으로 나가셨다. 어미니와 작은 어머니. 고모들이 방을 나간 이후 할아버지와 작은 할아버지는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 고무부님들을 향해서 고개를 돌리셨다. “너희들도 밖에 나가서 저녁 준비를 하거라. 남자들이 필요할 테니.” “예. 아버님.” 할아버지의 말씀에 집안의 남자들이 모두 집 안마당으로 나갔다. 몇 명만 나가면 되지만 어른들은 모두 함께 나가셨다. 아마 담배라도 피시기 위해서 나가셨겠지. 할아버지랑 작은 할아버지는 집안에서 담배를 피시는 것을 싫어하니까. 앞마당에 준비하는 것을 보니까 오랜만에 숯불 바비큐 파티인가. 후후후. 그럼 나야 좋지. 저녁은 나의 예상대로 숯불 바비큐였다. 물론 고기만 먹은 것은 아니었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은 전라남도 여수! 바다가 바로 코앞에 있는 곳이다. 그런 여수에 내려와서 회를 안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고향이 여수이긴 하지만 난 여수에 대해서 잘 몰랐다. 할아버지 댁에 오면 거의 할아버지 댁에서 지낼 뿐 여수 시내를 별로 돌아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 생각해보니까 어렸을 때 거북선을 타본 것 이외에는 여수에서 거의 아니 전혀 돌아다니질 않았네. 숯불 바비큐를 먹은 이후 후식으로 바닷물에 그대로 데운 홍합을 초고추장에 찍어먹었다. 어렸을 때 너무 많이 먹어서 한번 토한 이후 입도 안 대던 홍합을 오늘 용기를 내어 먹어보았는데 꽤나 맛있었나. 몸에서 거부감도 없었기에 나는 어렸을 때처럼 홍합을 마음껏 먹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와 달라진 점이라는 홍합과 함께 술을 마셨다는 것이다. 내 나이 17세. 술을 마시기에는 좀 빠른 나이였지만 오늘 처음으로 할아버지께서 직접 술을 마시는 법을 가르쳐 주셨기에 마실 수 있었다. 물론 어른들 몰래 몇 번 친구들과 술자리를 하긴 했지만 어른들에게 직접배우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어느 정도 어른들과 술을 마실 때 해야할 행동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나는 아는 대로 행동했고 할아버지는 나에게 잘못 된 점을 설명해 주셨다. 크윽! 쓰다. 할아버지가 주신 술은 인삼주나 과일 주를 담을 때 쓰는 소주였는데 시중에서 파는 소주보다 조금 도수가 조금 높은 소주였기에 조금 썼다. 고개를 돌리고 마셨던 나는 모두 마시고는 소주잔을 내려놓았다. 으으으. 다리도 저린다. 술을 배우기 시작하고부터 무릎을 꿇고 있었더니 다리에 점점 감각이 사리지기 시작했지만 현재 할아버지는 매우 진중한 표정을 하시고 계셨기에 내색을 할 수 없었다. 이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였다가는 할아버지가 호통을 치실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상민아.” “예. 할아버지.” “우리 호씨 가문의 가훈이 무엇이더냐.” “호부에 아래 견자는 없다(虎父下不犬子) 입니다.” 호부하불견자(虎父下不犬子). 호랑이 아비 아래 개 같은 아들은 없다. 이것이 우리 호씨 집안에 가훈이었다. “그렇다. 우리 호씨 가문의 가훈은 호부하불견자(虎父下不犬子)다. 네 녀석은 늘 스스로를 평범하다 말하지만 그 평범함 아래 비범함이 숨겨있을 것이다. 아직 그 비범함을 찾지 못해서 두각을 들어내지 못하는 것뿐이다.” “할아버지.” “네가 지난 3년간 찾아오지 않은 이유를 알고 있다. 장남인 네녀석에 비해서 뛰어난 네 사촌들을 보며 부담감을 느꼈다는 사실을 말이다. 미안하구나. 나의 기대가 너에게 큰 부담을 안겨줬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감을 가지 거라! 넌 우리 호씨 집안의 장남!? 우리 호씨 집안을 이끌어갈 아이다! 알았느냐!?” “예. 할아버지.” “자! 받거라!” 할아버지는 나에게 술을 따라주셨고 나는 술잔에 따라진 술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가 나에게 하신 말씀에 나는 가슴속을 답답하게 했던 무엇인가가 사라지고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할아버지 말씀대로였다. 집안 어른들의 기대. 하지만 그 기대에 못 미치는 나. 어른들에 기대에 못 미치자 난 점차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지난 3년간 할아버지 댁에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피했던 것이다. 도망갔던 것이다. 부담감을 피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말씀을 들은 나는 결심했다. 노력하겠다고. 우리 호씨 가문의 가훈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 호씨 집안의 가훈. 호부 아래 견자는 없다는 가훈을 말이다. 결심을 한 나는 술을 들이켰다. 아까전가지만 해도 쓰게만 느껴졌던 술잔 안의 술은 너무도 달콤했다. ======== “저녁에 부는 바닷바람은 참 시원하지.” “예. 할아버지. 정말 시원하네요.” 할아버지께 술을 마시는 법을 배우고 가슴 안에 담아두었던 답답함을 깨끗이 털어낸 이후 난 할아버지와 단 둘이고 집 근처의 바닷가로 걸어갔다. 할아버지 댁에서 불과 20분만 걸어가면 보이는 바닷가에서 불러오는 바람에는 짠내와 물고기의 비린내가 가득했지만 바람에 실려 오는 냄새들이 싫지는 않았다. 바닷가로 내려온 할아버지와 나는 할아버지의 배가 있는 곳 근처에 컨테이너 박스 앞에 놓여진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 “이런 곳에 쇼파를 가져다 놓으실 생각을 다하셨네요.” “하하하! 나도 늙었는지 푹신한 것이 좋더구나. 그래서 하나 장만해서 가져다 놓았단다. 비올 때는 항상 안으로 들여다 놓는 게 귀찮기는 하지만 말이다.” 3인용 소파를 컨테이너 박스에 들여놨다 꺼냈다 마음대로 하시다니. 역시 할아버지는 대단하셔. 할아버지와 나는 아무 말 없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앉아 있기만 했다. 요즘 사람들은 인터넷의 발달로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수많은 생각을 한다. 그렇기에 아무 생각 없이 있는 일이 드물다. 나역시 지금처럼 불과 1분? 2분정도밖에 아무 생각 없이 있지 못했다. 후~우. 나는 완전히 소파에 몸을 맡기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서울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에 보이는 것은 달과 몇 개의 별뿐이었다. 여수의 하늘도 서울의 하늘이랑 틀리지 않구나. 이제 별자리 같은 것은 책에서나 볼 수 있는 건가. 훗. 내가 언제부터 별을 찾았다고 이런 생각을 하는 거지. “흠흠. 상민아. 이 할애비는 먼저 들어가마.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바닷바람에 뼈가 시리구나.” “에이. 거짓말 하지 마세요. 다른 할아버지들이라면 몰라도 할아버지가 뼈가 시리시다니. 에이.” “에끼! 이놈아! 이 할애비도 노인이야! 노인! 하여튼 먼저 들어가마.” “헤헤헤. 밤길 어두우니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오냐.” 할아버지는 바닷바람에 뼈가 시리시다며 먼저 들어가셨다. 흠. 내가 너무했나. 할아버지의 몸이 운동으로 다져지시기는 했지만 연세가 있으신데. 그건 그렇고 정말 바닷바람 시원하다. 나는 한참동안 소파에 몸을 맡긴 채 바닷바람을 맞았다. 하~암. 이러다가 여기서 잠들겠다. 이제 슬슬 나도 집에 가봐야지. 나는 천천히 집을 향해서 걸어가며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거리를 구경했다. 밤에 보는 이렇게 구경하는 것도 색다른데... 그리고 보니까 이상하게 너무 잘 보이네. 가로등도 없어 어둠에 휩싸인 곳을 나는 아까부터 마치 낮처럼은 아니지만 잘 볼 수 있었다. 그동안 게임을 해서 눈을 별로 안사용하니까 눈까지 좋아진 건가. 후후후. 게임 덕을 톡톡히 보네. 응? 저건 강씨 할아버지 아닌가? 왜 집 앞에 서 계시면서 안들가시지? 강씨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소꼽 친구이신 분인데. 덩치가 산만하신 할아버지와 다르게 조금 외소하신 분이셨는데 덩치만큼이나 덜렁거리신 할아버지를 어렸을 때부터 챙겨주시던 분이었다. 어렸을 때는 강씨 할아버지 댁에 자주 놀러갔는데. 그런데 무슨 일 있나? 걱정어린 표정으로 집안을 쳐다보고 계시다니. “강씨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 “강씨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응? 혹시 못 들으신건가? “강씨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내가 큰소리로 인사를 하자. 그제서야 고개를 돌리시는 강씨 할아버지. 오랜만에 본 강씨 할아버지의 얼굴은 꽤나 창백해 보였다. 어디 몸이 안 좋으신가? “...상민아. 내가 보이느냐?” “응? 무슨 소리세요. 당연히 잘 보이죠! 제 시력은 양쪽 다 1.2라고요. 그런데 집에 안 들어가고 뭐하세요. 밤공기가 얼마나 찬데요. 어서 들어가서 주무세요.” “허허허! 이것도 인연이겠지. 상민아. 나대신 안으로 들어가서 아범에게 말 좀 전해주겠니?” “할아버지도 참. 들어가셔서 직접 말하시면 되잖아요. 그나저나 요즘 몸은 괜찮으세요? 얼굴이 창백하신 게 어디 안 좋으신 데가 있는 거 아니에요? 병원에는 다녀오셨어요?” “허허허! 내 몸은 괜찮단다. 그래. 그냥 난 바람 좀 세러 나온 거란다. 네가 들어가기 전에 네가 들어가서 이 할애비 말좀 아범에게 전해주려무나.” “그러셨어요? 제가 전해 드릴게요. 그런데 저희 할아버지도 바람 세러 나오셨다가 들어가셨는데.” “허허허. 보았단다. 그럼 부탁하자. 아범에게 내가 항상 누워있던 곳 방바닥을 뜯어보라고 하거라.” “그것만 전하면 되요? 다른 말을 전할 거 없나요?” “그래. 없단다.” “알았어요. 전해드릴게요. 할아버지. 어서 들어오세요. 제가 이불도 깔아 놓으시라고 말씀드릴 게요.” “오냐.” 난 오랜만에 강씨 할아버지 댁에 들어갔다. 강씨 할아버지 댁 사람들도 지금까지 잠을 자지 않고 있었는지 방 불이 켜 있었다. “저기... 아저씨.” “누,누구. 아! 상민이구나. 정말 오랜만이구나. 3년만이지.” “예.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나야 늘 안녕하지.” 오랜만에 본 강씨 할아버지의 아들이신 강씨 아저씨는 꽤나 말라 계셨다. 거기에 피로가 쌓였는지 눈 밑에는 다크 써클이 있었다. 강씨 아저씨 뿐이 아니었다. 고개를 조금 돌려 쳐다보니 집안의 강씨 할아버지의 자제분들의 얼굴에도 걱정이 어려 있었다. 무슨 일 있나? “아저씨. 집안에 무슨 일 있으세요?” “그게 조금 일이 있단다. 그런데 네가 이시간에 우리집에는 웬일이냐?” “바람 좀 세고 집에 들어가다가 강씨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강씨 할아버지가 부탁하셔서요. 강씨 할아버지가 아저씨에게 할아버지가 누워계시던 방바닥을 뜯어보라고 전해드리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방에 이불도 깔아 놓으라고 하셨어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뭐,뭐라고?” 나는 강씨 아저씨의 말을 듣지도 않고 집을 나왔다. 집 문 앞에는 강씨 할아버지가 서 있으셨는데 아직도 안들어 오셨네. “할아버지. 아직도 안들어 오시고 뭐하세요. 할아버지 말씀대로 강씨 아저씨에게 말씀드렸어요.” “그래. 정말 고맙구나.” [이제 이승에 대한 미련은 없는가?] “예. 그렇습니다. 이녀석이 제 대신 일을 해결해 주었으니까요.” “다,당신 누구야!?” 갑자기 할아버지 뒤에서 나타난 사람!? 한밤중에 검은 색 양복과 검은 색 썬글라스를 쓴사람이 나타나다니!? 머리도 스포츠. 일명 깍두기 머리!? 그렇다면 저사람 깍두기!? [특이한 인간이로군. 이제 가지.] “예.” “가긴 어딜가!? 할아버지를 끌고 어딜 가려고!?” 퍽! 나는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검은 양복의 깍두기의 턱에 주먹을 날렸고 깍두기는 뇌에 충격을 받았는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집으로 들어가세요!? 제가 시간을 끌....” [크윽! 저승사자 인생 이백년만에 맞아보긴 처음이네. 제길.이 개XX시키! 너 운 좋았다! 씁! 모르고 한일이니까 봐준다! 이런 썩을 정말 기분 더럽네! 너!? 수명 다하는 날 보자! 자 어서 가자고!] “감사합니다. 저승사자님. 그리고 상민아. 고맙구나. 상군이에게 전에 쓰던 만년필은 TV뒤쪽으로 굴러 떨어졌다고 전하거라.” 나의 주먹을 맞고 벗겨진 선글라스가 벗겨진 깍두기의 눈과 마주치자 나는 가슴을 죄이는 어떤 힘에 의해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방금 저승사자라고!? 나는 스스로를 저승사자라고 말하며 할아버지를 데리고 떠나는 그 깍두기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강씨 할아버지와 깍두기가 걸어가는 곳에 안개가 생기더니 곳 거대한 문이 예초부터 거기에 있었다는 듯이 모습을 들어냈다. 강철로 된 문이었는데 문이 열리는 부분에는 나의 팔뚝만한 쇠사슬들이 이어져 있었다. 그런 문이 조 금씩 열리기 시작하더니 강씨 할아버지와 깍두기는 문안으로 들어갔고 문안으로 들어가기 직전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시는 강씨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 하셨다. 강씨 할아버지와 깍두기가 문안으로 들어간 뒤 문은 닫혔고 또 안개가 생겼고 문은 사라졌다. 그리고 나의 가슴을 죄이는 어떤 힘도 사라졌고 나는 그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나,나 그럼 귀신을 본거야!? 나는 이날 처음으로 기절이란 것을 해보았다. ======== 다음날 내가 정신을 차린 곳은 할아버지 댁이었다. 내가 정신을 차리자 내가 기절해 있는 방에 모여 있던 일가친척들과 강씨 아저씨와 강씨 아저씨의 일가친척들은 나를 향해서 질문을 퍼부었다. 물론 나는 정신이 들자마자 쏟아지는 질문에 혼란스러워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모두 조용!!!!!!‘ 뚝! 할아버지의 고함에 질문을 쏟아 붓던 친척들과 강씨 아저씨의 친척들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할아버지. 땡큐! “상민이 아범과 어멈. 미연이 빼고 모두 나가거라. 강씨 아범과 어멈도 남고.” “예. 아버지.” “예. 할아버지.” 할아버지 말씀에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와 강씨 아저씨와 강씨 아줌마를 제외하고 모두 방을 나갔고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 좁아 보였던 방이 넓어 보일 정도였다. “상민아. 아까 강씨 아범에게 들었단다. 강씨가 강씨 아범에 자기가 누워있던 방바닥을 뜯어보라고 했다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 보거라.” “그게..” 나는 할아버지의 질문에 강씨 할아버지를 만났던 일부터 차례대로 말씀 드렸다. 문앞에 서서 걱정어린 표정으로 집안을 바라보시는 강씨 할아버지에 대해서 이야기 했을 때 강씨 아저씨와 아줌마는 울음을 터트리셨고 잠시 멈추어졌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내가 한 이야기를 모두 들은 강씨 아저씨와 아줌마는 울음을 터트리시며 내 앞에 무엇인가 꺼내 놓으셨는데 그것은 바로 통장과 도장이었다. 이건... “흐흑! 아버지가 누워있던 방바닥에서 발견된 거란다. 크윽! 아버지!” “...그 친구 죽어서까지 가족을 챙기다니. 그녀석 답구나.” 나는 강씨 아저씨가 꺼내 놓으신 통장을 펴보았는데 통장은 마지막 페이지만 빼고 숫자들로 가득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빈 공백 바로 위에는 놀랍게도 2억이라는 숫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공백 아래 귀퉁이에는 비밀번호로 생각되는 숫자 4개가 적혀 있었다. 울음을 터트리시면서 말하시는 강씨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강씨 아저씨가 강씨 아저씨의 절친한 친구를 대신해서 보증을 섰는데 친구가 그만 회사를 부도를 내고 연락을 끊었단다. 그래서 보증을 섰던 강씨 아저씨의 땅이며 배, 집까지 빼앗길 상황이라 일가친척들이 모여 고심하고 있었는데 마침 어제 내가 찾아와 돌아가신 강씨 할아버지에 심부름을 시켰다고 방바닥을 뜯어보라고 했을 때는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단다. 정신을 차린 이후 나의 말대로 강씨 할아버지가 누워계시던 방바닥을 뜯어보았고 그곳에서 통장과 도장이 발견되었단다. 이에 급하게 나를 찾기 위해서 나오신 아저씨는 내가 집문 앞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급하게 업고 우리 할아버지 댁으로 데리고 왔고 그 후 우리집에는 난리가 났단다. “흐흑! 이 돈이면 빚을 갚을 수 있단다. 흐흑!” “아저씨 그만 우세요. 좋은 일이잖아요. 강씨 할아버지도 지금 아저씨를 보시면 마음이 편치 않으실 거에요.” “그래. 분명 그녀석이라면 그럴게다. 그러니 울지 말거라.” “크읍. 예. 어르신. 크윽.” “상민아. 그녀석이 나에게 전하라는 말은 없더냐.” “아! 강씨 할아버지가 할아버지가 쓰시던 만년필은 TV뒤 쪽으로 넘어갔다고 전하라고 하셨어요.” “그래?” 나의 말은 들으신 할아버지는 TV에 다가가 단번에 TV를 들어 내려놓으시고는 뒤쪽에 손을 넣어 뒤척이셨고 곧 손을 꺼내셨다. 할아버지의 손에는 강씨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만년필이 들려 있었고 할아버지와 강씨 아저씨와 아줌마는 놀라신 눈으로 할아버지의 손에 들린 만년필을 쳐다보고 계셨다. “친구. 자네는 끝까지 나를 챙겨주는 구만. 허허허.” 할아버지는 웃고 계셨지만 나는 할아버지가 울고 계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하루사이에 많이 늙으신 것 같았다. 그렇게 3년 만에 온 할아버지 댁에서 난 잊지 못할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 우리 가족은 할아버지 댁에서 예상보다 이틀 더 머물게 되었고 외가에는 들리지 않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시는 어머니는 매우 아쉬워하시기는 했지만 휴가는 오늘로 마지막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과연 내가 돌아가신 강씨 할아버지를 보게 된 것은 우연일 까?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운 나는 생각했다. 다른 때 보다 어둠 속에서 더 잘보고, 그 덕에 강씨 할아버지를 볼 수 있었다. 다른 때보다 어둠 속에서 더 잘볼 수 있었던 것은 아마 내가 강씨 할아버지를 볼 수 있도록 신이 안배한 것은 아닐까? 에이. 그게 무슨 엉뚱한 소리냐. 다 우연이겠지. 우연. 으으으. 피곤해라. 잠이나 자자. ========== (8)장 동료.이별.시작. 다음 날. 현실에서 4일. 게임속 시간으로 80일 만에 접속한 나는 제일 먼저 공복감을 느꼈다. 내가 4일전 로그아웃했던 곳은 영주의 성이었다. 몬스터들을 모두 처리한 이후 우리들은 영주성으로 되돌아갔다. 이때 난 일부러 언데드 군단의 소환을 취소하지 않고 그대로 레온의 어깨에 올라 영주성으로 향했다. 언데드 군단의 소환을 취소하지 않고 영주성 근처에 도착했을 때 영지에서는 난리가 났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갑자기 엄청난 대군의 언데드가 그것도 고위 언데드인 데스나이트가 언데드들이 이끌고 나타났으니 말이다. 성문은 닫히고 성벽위에는 경비병들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성벽은 레온보다 낮았기에 나는 레온의 머리 위에서 성안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성벽 안쪽의 영지민들은 언데드군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지 혼란에 빠져있었고 짐을 싸는 사람들도 보였다. 영지 안에 있던 용병들은 각기 무기를 들고 성벽위로 올라오는 것도 보였다. 무기를 들고 모이는 이들 중에는 노인에서부터 이제 막 청년티가 나기 시작한 남자들도 있었다. 이런 영지민들을 보며 나는 내가 진짜로 악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동안 언데드 군단을 그대로 있게 해 놓은 다음 몰라 영지 안으로 들어가 영주성에 가보았는데. 영지민들이 자신의 삶터와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서 무기를 들었을 때 정작 영주라는 인간은 도망갈 준비를 마치고 마차를 타고 영주성을 벗어나고 있었다! 영지민을 책임져야할 영주가 말이다! 이에 분노한 나는 일부 언데드들의 소환을 취소하고 데스나이트 4명을 끌고 반대 쪽 문에 소환한 다음 도망가는 영주를 덮쳤다. 영주를 호위하던 기사들은 저항을 하기는 했지만 기사의 실력은 소드익스퍼드. 소드마스터인 데스나이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영주와 영주 가족을 제압한 이후 나는 데스나 이트와 데스 브레이커만 그대로 두고 레온과 다른 언데드들의 소환을 취소시키고 사로잡은 영주를 데리고 영지로 들어갔다. 그 다음일은 쉬었다. 엄청난 수의 언데드들이 이곳에 나타난 것은 나 때문이라고 했고 내가 이런 일을 벌인 이유와 영주의 행동을 모두 이야기 해주었기 때문이다. 영지민들은 정작 내가 처음한 이야기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영주가 영지민을 버리고 도망간 것에는 크게 분노했다. 이후 나는 영주를 어떻게 처리할까 하다가 망령을 붙여주었고 거짓 정보를 준 대가로 돈을 잔득 뜯어냈고 그것을 우리 평화 용병단과 불도끼 용병단과 나누었다. 대가를 받아낸 이후 나는 영주를 놓아 주었고 소란은 잦아들고 영지민들의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물론 그들이 나에게 보내는 눈빛은 전과 틀렸다. 네크로맨서 가 대륙에 좋은 일을 많이 해 그들에 대해서 악명이 많이 희석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들은 공포의 대상이었고 그 공포의 대상인 네크로맨서가 나였기 때문이다. 망령 을 붙여두자 다음날 영주는 나를 직접 찾아와 빌기 시작했다. 망령들은 자신들이 붙은 대상의 생명력을 조금씩 빨아들인다. 이번이 처음이기는 했지만 망령들은 의외로 여러 가지 효과를 내었던 모양이다. 영주가 다음날 나를 찾아와 빌었으니 말이다. 나는 내가 한짓이 아니라고 한 이후 며칠 동안 두고 보았는데 망령들은 영주의 생명 력을 빨아들여 조금씩 힘을 얻고 있었고 영주에 말에 따르면 물리력도 사용이 가능했는지 물건이 방안에 둥둥 떠다녔다고 한다. 만약 이 영지가 대규모의 영지였다면 신전이 들어섰을 테고 그렇다면 간단히 벗어날 수 있었을 테지만 불행하게도 이 영지는 소규모영지였고 신전이 없었다. 그러니 영주는 망령에게 계속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영주는 결국 3일 째 되던 날 자신을 살려달라고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고 우리는 영주성에 초대되었다. 영주성에 초대된 이후 우리 용병단은 극진한 대접을 받긴 했지만 나와 용병단원들 사이는 어색하기만 했다. 나는 그래서 괜히 영주에게 화풀이를 했고 말이다. 내가 로그 아웃을 하기 전에 망령을 회수해주었으니 과연 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긴 했지만 당장 급한 것은 공복감을 해소하는 일이었다. 철컹. 철컹. [주인을 뵙습니다.] “뭐,뭐야!? 남아 있었던 거야?” 갑자기 어둠속에서 나타난 데스나이트에 놀란 나는 뒤로 나자빠지는 줄 알았다. 허.허.허. 80일 전에 소환한 데스나이트가 아직도 남아있다니. 아무리 테스트 서버라고 그렇지. 말이 안되잖아. [처음 저와 함께 소환된 데스나이트 12명 중 나머지 11명은 주인께서 잠들어 있는 사이에 한명씩 한명씩 강제 소환되었고 남은 것은 저 한명 뿐입니다. 만약 주인께서 깨어나지시 않았다면 저도 30분 이내에 강제 소환되었을 것입니다.] “그런거야? 하.하.하. 그럼 돌아가도록 해.” [명을 받듭니다.] 데스나이트는 곳 검은 어둠의 휩싸였고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데스나이트가 이렇게 사라지는 구나. 꼬르르륵! 아. 배고프다. 잠시 방밖을 쳐다보니 해가 중천에 떠있는 것으로 보아 점심때가 된 모양이었다. 잘하면 푸짐하게 먹을 수 있겠군. 자. 그럼 방을 나가 볼까. 끼이이익! “헉!?” “나왔냐?” “한스. 잠 한번 지랄스럽게 오래 자는구나. 네가 무슨 겨울잠 자는 곰이냐.” “나,나왔구나.” “....” 방문을 열고 나온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방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마주친 일행때문에도 놀랐지만 내가 놀란 주원인은 바로 복도의 모습 때문이었다. 복도의 모습은 소설책에서만 보던 전쟁터의 막사였다. 한 부쪽에 놓여진 간이침대. 타고 있는 땔감. 땔감위에 놓여진 솥. 거기에 피골이 상접해서 마치 패잔병같은 얼굴을 한 일행들. 도대체 얼마동안이나 이러고 있었길레 이모양인거야!? 꼬르르륵! 꼬르르륵! “마침 식사 때니 일단 먹고 이야기 하자.” 매우 진중한 표정을 하고는 목소리도 조용히 깔고 말하는 게일 형의 말에 나는 조용히 다른 일행들 틈바구니에 껴서 식사를 시작했다. 게임 속에서는 장장 80일만에 들어오는 음식이었고 워낙에 배가 고팠기에 간단한 스튜와 빵뿐이었지만 매우 맛있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최악. 매우 기계적으로 스튜와 빵을 먹고 있을 뿐이었다. 식사는 오래 가지 못했다. 분위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나를 비롯해 일행들 역시 별로 먹고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스.” “으응?” “일단 맞고 시작하자.” “에?” 덥석! 퍽! 커억! 게일 형이 말을 마치자마자 알프 형은 나를 그대로 들어 땅바닥을 향해서 떨어트렸고 그다음에 일행들은 일제히 나를 밟기 시작했다. 크윽! 내가 왜 맞아야하는 거야!? “크윽! 왜, 왜 때려!?” “임마! 우리가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죽어!? 죽어버려!?” “커억!” 게일 형을 비롯해 일행들의 얼굴에는 살기까지 감돌았고 나의 반항으로 인해 발에는 힘이 더욱 실리게 되었다. 나는 일행들의 기세에 눌려 반항도 못해보고 맞을 수밖에 없었다. 크윽! 내가 뭘 어쨌길레 이러는 거야!? === 일행들의 화가 풀린 이후에서야 난 크리스에게 일행들이 왜 이리 나에게 화가 나 있는지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 때문이었다. 대륙에 갑자기 나타난 네크로마스 터. 그것도 로시아 제국에 이름조차 등록되어 있지 않은 네크로마스터가 대륙에 등장하나 대륙의 각국의 권력자들은 나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대륙에 갑자기 나타난 네크로마스터는 당연히 바로 나였고 대륙에 존재하는 나라의 권력자들이 나를 만나기 위해서 이 영지에 도착한 것은 내가 잠이 들고 하루 뒤였다고 한다. 그래! 딱 하루뒤! 바로 그게 문제였다. 적어도 일주일 아니 3일 뒤였다면 난 일행들에게 맞지 않았을지 몰랐다. 크리스에 말에 의하면 나를 찾아온 이들은 대륙에 존재하는 나라의 귀족들이었기에 일행들이 상대하기에는 매우 곤란한 상대였다. 물론 함부로 대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나의 동료라는 이유로 동료들을 거쳐서 나를 만나보려고 한 이들이 일행들을 귀찮게 했고 때로는 감히 귀족인 자신들을 무시한다며 호위를 위해서 데려온 기사에게 결투를 신청하게까지 했단다. 때로는 위험한 의도를 품고 일행들의 목숨이 위협받게되면 내가 등장할 거라고 생각한 귀족이 기사들을 시켜 싸우게 하여 목숨을 노렸지만 다행히 내가 소환해 놓은 데스나이트가 나서서 일행들의 목숨을 지켰다고 한다. 그 데스나이트 때문에 목숨을 건진게 크리스였는데 그래서 크리스는 나를 조금 약하게 쳤다고 말하여 나의 화를 돋우었지만 다른 형,누나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었기에 화도 낼 수 없었다. 데스나이트가 한번 나서기 시작한 이후 데스나이트들은 내가 명령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행들은 귀찮게하거나 위험하게 하는 귀족과 기사들을 강제로 되돌려 보냈다고 한다. 일행들은 그런 데스나이트의 행동이 내가 명령한 줄 알고 모습을 보이지 않는 나를 향해서 분노를 키워왔다고 했다. 데스나이트가 나를 생각해서 한 행동이 오히려 나에게 화가 된 것이다. 크윽! 그럼 나는 화풀이할 상대도 없잖아. “자. 이제 그만 궁상떨고 본격적으로 이야기 해보자. 한스.” “으응?” “우리 5명은 각기 한가지씩 질문을 하기로 결정을 봤다. 솔직히 우리는 이럴 권리도 없다. 우리는 너에 비해서 ‘약자’니까. 그러니 우리 질문에 기분...” “난! 단 한번도 형과 누나들. 크리스를 약자라고 생각한적 없어.” 나는 게일 형이 한 말에 발끈해서 소리쳤다. 지금까지 용병단의 형들과 누나, 크리스를 단한 번도 약자로 생각해본 적 없었다. 오히려 내가 용병이 되고 의뢰를 수행하면서 형들과 누나, 크리스는 동료. 그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난 자신을 ‘약자’라고 말한 게일 형의 말에 소리친 것이다. “후훗. 너무 흥분하지마. 네가 그럴 녀석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까. 그럼 시작하마.” “응.” “나부터 시작하지. 한스. 네가 우리에게 실력을 숨긴 이유는 뭐냐?” “스승님의 말씀 때문에 그랬어.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이에게는 그 힘을 보고 모여드는 파리 떼가 있으시다고 말하시면서 실력을 숨기고 다니라고 하셨거든. 그리고 네크로맨서가 일반사람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라고 하셔서 숨겼어.” “이,이번에는 내,내가 할게. 우,우리와 여행할 때 어,어땠어?” “즐거웠어. 모두 함께 노숙을 하는 것도 즐거웠고, 크리스가 형들과 누나들 한테 훈련받으면서 고생하는 걸 구경하는 것도 즐거웠고, 함께 술을 마시는 것도 즐거웠어 . 스승님과 함께 지낼 때는 항상 마법 수련뿐이었거든. 밥도 혼자 먹고, 놀기도 혼자서 놀았거든.” 헌트 형과 알프 형의 질문이 끝난 후에도 형들과 누나들은 무표정했다. 하지만 크리스는 나를 향해서 주먹을 쥐고 소리 없이 입모양으로 무엇인가 말하고 있었다. 응? [있,다,가,좀,,보,자.] 짜식. 내가 한말에 삐져가지고는. “크리스. 조용히 있어라. 그리고 한스. 집중해라.” “으응. 알았어. 게일 형.” “이번에는 내가 질문하마. 네가 우리에게 한 말 중 어디까지가 사실이지?” “한 가지만 빼고 모두 사실이야.” “한가지? 그 한가지가 뭐지?” “그건 바로 스승님에 대한 것인데... 사실 내 스승님은 살아 계셔. 아니 살아있다고도 할 수 없구나. 내 스승님은 사실 리치거든.” “리,리치!?” 형들과 누나, 크리스는 나의 스승이 리치라는 말에 놀라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나는 이야기를 계속 시작했다. 계속 거짓말을 하는 것이 찔리긴 하지만 이들에게 이 세계가 게임속 세계고 이곳이 테스트서버다. 그리고 나는 우연히 테스트 서버에 들어온 유저다라고는 말할 수 없었기에 나는 이야기가 맞아 떨어지도록 거짓말을 했다. 돌아가신 가상의 스승은 사실 천년을 살아온 리치. 그것도 아크리치라고 대신 했고 그 덕분에 나의 특이한 체질과 스승님의 지식을 통해서 어린 나이에 네크로마스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 스승님이라는 분은....” “스승님은 나를 내보내실 때 마계로 가신다고 하셨어. 더 이상에 중간계에 미련은 없다고 하시면서. 아마 지금쯤 마계에 계실 거야.” 사실 내가 말했음에도 얼토당토 없는 이야기지만 형들과 누나, 크리스는 믿는 듯해 보였다. 아마도 나이에 비해서 엄청난 나의 실력 때문일 것이다. 이 테스트 서버에서는 NPC가 레벨을 올리는 것이 매우 힘드니 어린 나이에 나정도 되는 실력을 가지려면 실제로는 엄청난 실력을 가진 사부와 재능을 가져야 하니 말이다. 일행들은 한동안 아무말 없이 가만이 있었다. “후~우. 네 스승님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끼리의 비밀로 하자. 그럼 이번에는 크리스 차례 맞지?” “응. 그럼 이번에 내가 질문할게. 그 때 넌 충분히 도망칠 수 있었어. 어째서 실력을 들어내면서까지 우리를 도와 준거야?” 이번 질문도 역시 내가 생각해 놓은 예상 문안에 들어있었다. 다행이다. 크리스 녀석은 영 종잡을 수 없어서 의뢰의 질문을 할수 있었는데 말이야. “저기 그때 마차에서 류즈씨랑 게일 형, 알프 형에 대한 이야기도 들은 것도 있고, 무엇보다도 우린...동료잖아.” “....” “....” 나의 마지막 말은 진심이었다. 앞서 내가 한 말들이 거짓말일 지언정. 이 말은 진심이었다. “후~우. 이거 내가 준비한 질문은 할 필요도 없겠는 걸.” “그러게 말이야.” “마,맞아.” “...훗.” 진중한 표정을 짓고 있던 게일 형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장난기어린 표정으로 되돌아갔고 헌트 형의 얼굴에도 미소가 돌아왔다. 나는 마지막 질문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넌 우리를 동료로 생각 하냐?’라는 질문을 말이다. “자! 모두 주목! 나 게일! 평화 용병단 단장으로서 한스의 용병단 축출을 다수결에 붙이고자한다! 난 당연히 찬성이다!” “찬성!” “차,찬성.” “찬성.” “찬성입니다!” “무,뭐야!? 축출이라니!? 용서해 주는 거 아니었어!?” 축출이라니!? 아까까지만 해도 용서해준다는 듯한 얼굴을 해놓고는 뒤통수를 치다니!? 그리고 반대 한표도 없이 모두 찬성이라니! 나는 너무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서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 “어,어째서 나를 용병단에서 축출 시키는 거야!? 아까까지만 해도 용서해 줄 것 같더니 이럴 수 있어!?” “한스! 진정해! 우리 이야기 좀 들어봐. 우리가 그냥 이러겠냐.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러거야. 그러니까 진정해!” “씩! 씩!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뭐있어! 어자피...” “한스!!!!” 너무 화가 났던 나는 게일 형이 나에게 하려는 말을 무엇인지 조차 들어보려고 하지 않고 만약 게일 형이 큰소리로 나를 부르지 않았으면 후회할 말을 할 뻔 했다. 그래. 그래. 우선 진정하고 게일 형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거야. 후~우. 후~우. 심호흡을 하고. “후~우. 도대체 나를 용병단에서 축출 시키는 이유가 뭐야.” “그건 우리들 때문이다.” “그게 무슨 뜻이야?” “한스. 네가 우리 용병단에 있음으로 해서 우리들이 변질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변질되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나는 게일 형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소리쳤다. 형들과 누나, 크리스가 변질되다니!? 무슨 헛소리야!? “우리는 용병이다.” “알아. 나도 용병이잖아.” 에나 누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 용병인거 나도 알아. 그게 무슨 상관인데. “우리 용병은 항상 목숨을 걸고 움직인다. 그래서 네가 우리 용병단에서 축출 된 것이다.” “....” 나는 그제서야 형들과 누나, 크리스가 나를 축출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용병이란 직업은 게일 형의 말처럼 의뢰를 수행할 때 항상 목숨을 걸고 움직인다. 그렇기에 나를 축출하는 것이었다. 목숨을 걸고 돈을 버는 직업인만큼 목숨을 잃을 기회다 많다. 하지만 용병들은 그걸 알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강해진다. 형들과 누나, 크리스는 그런 용병인 것이다. 만약 내가 용병단에 남아있게 되면 난 의뢰를 수행하면서 위험한 일이 있게 되면 나의 힘을 써서 도와줄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동료들이 위험에 빠질 때 마다 힘을 써서 도와주게 된다면 당장은 아닐지라도 무의식적으로 내가 도와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형들과 누나는 약해질 것이다. 바로 그것 때문에 나를 축출한 것이다. “후~우. 알았어. 어쩔 수 없는 일지.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동료지?” “당연하지!” “당연한 소리를 왜 하냐!?” “....” 끄덕. “도,동료지.” “하~아. 좀 편하게 있어보나 했는데.” 형들과 누나. 크리스는 모두 나를 향해서 웃어 보이면서 말했다. 그래. 항상 곁에 있다고 해서 동료이고 떨어져 있다고 해서 동료가 아닌 것은 아니잖아. 속으로 이렇게 되내이기는 했지만 역시 서운 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스.” “응?” “기다려라. 우리가 네녀석 앞에 당당하게 나타날만한 실력을 가지고 만나게 될 날을. 자! 그럼 나가자! 오늘은 내가 쏜다!?” “우오오오!” “물론 술 마시기 전에 제대로 먹고 마시자고. 식사는 한스가 사는 거지?” 그럼 그렇지. “좋아! 술 마시기 전에 식사는 내가 살게. 어서 가자고!” 게일 형과 헌트 형은 어깨 동무를 하고는 빠르게 걸어 나갔고 그 뒤를 에나 누나와 알프형, 크리스가 따르고 있었다. 이제 형들과 누나, 크리스의 등을, 동료들의 등을 보는 마지막 날인지도 몰랐다. 아까 게일 형이 말했던 대로 동료들은 내 앞에 당당히 모습들 들어낼 것이다. 지금은 헤어지지만 우리는 동료다. 서로 믿고 의지하는 동료. 오랜만에 영주성을 벗어나는 일행을 막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그리고 영지민들도 나도, 일행들도 알아보지 못했다. 하긴 80일이나 흘렀으니까. 어느 정도 소란을 잦아들었겠지. 식사를 하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들어보자 내가 잠들기 전에 있던 영주는 자신의 아들에게 영지를 물러주고 떠났단다. 영주의 아들은 현재 로시아 제국의 아카데미의 다니고 있어서 현재는 영주 대리인. 총관이 영지를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잠든 지 이틀 만에 모여들기 시작한 귀족들은 정말 엄청난 수였다고 한다. 로시아 제국에서는 2명의 귀족과 10여명의 기사, 100여명의 병사를 이곳으로 보냈다고 한다. 그 2명의 귀족중 한명은 로시아제국에 있는 2개의 탑 중 네크로맨시 학파의 학파의 수장을 제외한 5명의 네크로마스터. 장로회에 속한 장로중 가장 말단은 5장로가 껴있었다고 한다. 다른 귀족은 그냥 평범한 귀족이었지만 작위가 후작이었다고 한다. 후작! 하지만 그들은 10여일 기다리다가 돌아갔다고 한다. 그 외에도 대륙에 존재하는 국가 중 신성제국 세인트를 제외하고 모든 나라에서 귀족들이 나를 만나기 이 영지로 왔지만 가장 끈질겼던 귀족조차 2개월 동안 기다리고는 포기하고 되돌아갔다고 한다. 후~우. 잘하면 나도 귀족이 될 수 있었던 거네. 이거 조금 아쉬운데. ======================= 으으으. 머리가 깨질 것 같네. 도대체 어제 얼마나 마신거야. 꿀꺽! 꿀꺽! 꿀꺽! 나는 마침 여관방에 놓여있는 작은 서랍장 위에 놓여있는 물병의 물을 원샷했다. 하~아. 좀 났군. 어제는 낮에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더니 일어나보니 아직 새벽이었다. 깜깜한 어둠이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사령안이 있었기에 밤을 낮처럼 볼 수 있었다. 후~우. 형들과 누나, 크리스는 내일 아침. 아니 오늘 아침 이 영지를 떠나기로 했다. 이 영지에는 거의 3개월 동안 머물렀고 머무르기 위해서 쓴 돈도 상당하기에 이미 내일 아침 의뢰를 떠나기로 계약도 해놓은 상태라고 한다. 알고 보니 형들과 누나, 크리스는 이미 용병길드에 가서 나를 용병단에서 착출 시킨 상태였다. 일행들은 내가 어떤 대답을 하던지 이미 착출할 결심을 한것이었다. 그렇다고 뭐 달라진 것은 없으니 상관없었다. 후~우. 이제 이별이로군. 게일 형이 강해져서, 당당하게 모습을 보이겠다고는 했지만 난 NPC인 게일 형과 일행들이 강해진다는 것이 결코 쉽기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후~우. 내가 도와줄 방법이 없을 까. 무기를 사거 선물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실력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좋은 무기는 오히려 사용자를 약하게 만든다는 것을 많은 소설책을 섭렵해서 알고 있었다. 상점이용 게시판으로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은 무기점에서 파는 매직아이템까지 였지만 매직 아이템도 이곳에서는 매우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었고 상당히 좋은 아이템이었다. 그러니 섭불리 아이템을 사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난 매직 아이템 대신 노멀 아이템을 사기로 했다. 노멀 아이템은 아무 마법도 걸려있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노멀 아이템도 중상급에 속하는 무기였기 때문이다. 그럼 오랜만에 상점이용 게시판을 이용해볼까. “상점이용 게시판 오픈” 파악. 상점이용 게시판 (주)리얼에서 솔로잉 플레이어분들을 위해 제공하는 상점이용 게시판 서비스입니다. 상점이용 게시판을 통해 플레이어 분들은 어디에서든 각 직업군의 전직소, 무기점, 잡화점, 창고등을 이용가능합니다. 시간당 일정 요금이 소모되며 요금은 사용 플레이어분의 레벨이 따라 달라집니다.(한스. 레벨 279. 초당 20코퍼 요금 부담. 현 소모 요금:60코퍼. 1.전직소. 2.무기점. 3.잡화점. 4. 창고. 5.....] 뜨악! 초당 20코퍼라니 너무한 거 아닌가. 그런데 레벨이 279나 되어있네. 하.하.하. 정말 빠른 레벨 업 속도로 구만 그럼 무기점을 들어가야지. 있다가 능력치 분배해야지. 나는 바로 무기점을 선택하였고 상점이용 게시판 창에 무표정하고 얼굴에 턱수염이 잔득 난 NPC의 모습이 보였다. 그 NPC뒤로는 각가지 무기와 방어구가 진열되어 있어 한눈에 창에 보이는 곳이 무기점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어떻게 왔는가.] 후~우. 역시 반말이구만. 상점이용 게시판을 통해서 이용하는 상점들의 NPC들은 모두 반말을 했기에 기분이 좀 언짢았지만 그렇다고 욕을 지껄이고는 아무것도 안살수는 없기에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랬다가는 손해를 보는 것은 나니까. “노멀 아이템으로 바스타드소드 두자루와 모닝스타, 숏소드 종류로 쌍검이 있으면 보여주십시오. 참. 이 무기점에서 가장 많은 화살을 담을 수 있는 화살통도 보여주십시오.” [그러지. 기다려라.] 나의 말에 NPC는 상점이용 게시판 창에서 모습을 감췄다. 바스타드소드를 두자루를 주문한 것은 에나누나와 크리스 녀석이 쓰는 검이 바스타드소드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활을 주문하지 않고 화살통을 주문한 이유는 노멀 아이템중에는 헌트형의 미노타우르스의 뿔로 만든 활보다 좋은 활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대신 화살이 많이 들어가는 화살통을 주문하는 수밖에 없었다. 얼마 되지 않아 무기점 NPC는 모습을 들어냈고 나에게 바스타드소드를 들어 보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바스타드소드는 드워프가 연마한 강철로 만들 바스타드소드로 공격력이 다른 바스타드소드보다 좋다. 이 바스타드소드 역시 같은 강철로 만들어진 바 스타드소드다. 이 두자루의 가격을 합해서 14골드만 받겠다. 다음 이 모닝스타 역시 드워프가 연마한 강철로 만들어진 모닝스타로 가격은 9골드만 받겠다 . 그리고 숏소드 종류에는 쌍검이 없어서 앞서 설명한 무기들고 같은 강철로 만들어진 숏소드 두 자루를 가져왔다. 숏소드는 한자루당 6골드 55실버만 받겠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져온 화살통은 무기점에서 가장많은 화살이 들어가는 화살통이다. 화살의 종류에 상관없이 5000발이 들어간다. 가격은 제일 비싼 35골드 10실버다. 사겠는가?] “구입하겠습니다. 참. 화살통에 그레이트 보우용 화살로 가득 채워주십시오.” [알았다. 그레이트 보우용 화살은 그냥 주지. 모두 합해 71골드 10실버다. 지불하겠는가?] “지불 하겠습니다.” [드워프제 강철로 만들어진 바스타드소드 두자루, 모닝스타, 숏소드 두자루, 확장의 화살통을 구입했습니다. 돈 71골드 10실버를 지불하였습니다.] [또 필요한 것이 있는가?] “없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잘가라.] 나는 바로 무기점을 나왔다. 내 입장에서야 별로 좋은 물건이 아니지만 형들과 누나, 크리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좋은 물건이었다. 나는 인벤토리에 들어있는 무기들을 확인하고는 꺼내어 무한의 가방으로 옮겨놓았다. 이걸로 형들과 누나, 크리스에게 줄 선물 준비가 끝났군. 이제 스킬을 배우기 위해서 나는 전직소를 선택한 다음 사령술사길드를 선택하였다. 블랙오우거가 이끄는 몬스터들을 상대한 것은 대부분이 나의 언데드들이었기 난 상당한 레벨업을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사령술사 클래스를 계속 플레이하여 배울 수 있는 스킬이 적다고는 하지만 배울 수 있는 스킬이 하나도 없을 수는 없었다. 상점이용 게시판에는 자주 보았던 늙은 사령술사가 비쳐졌다. [또 자네군. 그래. 오늘은 무슨 일로 왔나?] “오늘은 영혼석과 스킬을 배우기 위해서 왔습니다. 먼저 스킬을 배우고 싶습니다.” [알았네. 그럼 게시판 창에 손을 언도록 하게.] 가장 자주 만났기에 사령술사 길드의 NPC는 다른 NPC들에 비해서 나에게 친근하게 굴었다. 게시판 창에 손을 언자 곧 현재 내레벨에 배울 수 있는 스킬들이 기록되어 있는 창이 떴다. [습득가능한 스킬. *서먼 팬텀스티드 40골드 *강제(强制) 영혼이탈(靈魂離脫) 55골드 *영체공격술(靈體攻擊術) 60골드 *영체회복술(靈體回復術) 65골드] 서먼 팬텀스티드야 유령마를 소환하는 스킬인 것은 알겠고. 강제 영혼이탈? 영체공격술? 영체회복술? 이건 도대체 무슨 스킬이지. 흐음. 듣도 보도 못한 스킬이네. 음. 일단 배워볼까. 레벨이 무려 50이상 올랐지만 배울 수 있는 스킬이 겨우 4가지뿐이자 조금 실망하기는 했지만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의 스킬에 궁금증이 생긴 나는 모두 배우기로 했다. [이 4가지 스킬을 배우는데 필요한 금액은 총 220골드네. 상점이용 게시판 이용으로 인해 10%수수료가 더 붙게 되어 총 242골드지만 내가 임의적으로 12골드 깍아줌세. 230골드만 내게.] “예. 지불하겠습니다.” 띠리링! [스킬 서먼 팬텀스티드, 강제(强制) 영혼이탈(靈魂離脫),영체공격술(靈體攻擊術),영체회복술(靈體回復術)을 배웠습니다. 230골드가 지불되었습니다.] [자. 이제 남은 볼일은 영혼석이군. 얼마나 사려하는가?] “좀 많이 사려고 합니다.” 나는 이번에 영혼석을 구매한 것은 바로 그동안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미뤄왔던 영혼과 언데드의 성장관계에 대해서 실험하기 위해서였다. 난 그동안 항상 궁금했었다. 영혼이 언데드들과 내가 성장시킨 스켈레톤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말이다. 하지만 그때 당시 난 정체를 숨기고 여행중이었기 때문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번 블랙오우거 사건 때문에 나의 정체가 들통 났고 이번에 용병단의 동료들과 헤어지게 되었으니 더 이상 영혼과 언데드의 성장관계에 대한 실험을 미룰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영혼석을 구입하기로 한 것이다. 하~아. 걱정이군. 예전에 시체를 살 때만 해도 삼천골드 이상 나갔는데. 이번에는 더 많이 나갈테니까. 하~아. ============= [자네가 말 한대로 검,창,둔기,활,마법을 쓰던 이들의 영혼석 100개네. 가격은 총 3767골드라네. 이거 엄청나군. 자네 이거 살수 있겠나?] “사,사겠습니다.” 예상대로 엄청난 금액이었다. 크윽! 100개를 사는데 3767골드나 되다니. 이거 돈벌 방법을 구상해봐야겠다. 하~아. 사실 처음에 나는 영혼석을 총 1000개를 구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심정에서 영혼석 한개의 가격을 물어보았는데 무려 37골드!? 소드익스퍼드급 창술가의 영혼석의 가격이었다. 그 엄청난 가격에 나는 급히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100개의 영혼석을 구입하기로 말이다. 영혼석은 각각 검,창,둔기,활,마법을 쓰는 이의 영혼석을 각각 20개씩 100개를 구입했다. 애초 사려했던 개수의 10분의 1로 불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무려 3767골드나 되었다. 물론 이뿐만이 아니었다. 3767골드에서 상점이용 게시판의 수수료까지 내야했다. [음. 사겠다하니. 내 특별히 많이 깍아줌세. 4000골드만 내게나.] “가,감사합니다. 지불하겠습니다.” 띠리링! [영혼석 100개를 구입하였습니다. 4000골드가 지불되었습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그래. 잘 가게. 다음에 봄세.] 나는 사령술사 길드의 NPC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상점이용 게시판을 닫았고 초당 20코퍼씩 해서 무려 16340코퍼를 지불해야했다. 실버로 환산하면 총 163실버였고 시간으로 계산하면 13분 17초였다. 한마디로 난 13분 17초동안 이용하고 무려 1골드 63실버 40코퍼를 지불했던 것이다. 하~아. 안그래도 수입이 거의 없고 앞으로 레벨이 더 올라가면 더 많은 돈을 내고 이용하게 될텐데. 정말로 돈을 벌 궁리 좀 해봐야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골드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나는 상점이용 게시판을 이용한 이후 1골드조차 아깝게 생각했다. 이제 나에게 남은 돈이 불과 만 오천골드정도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용병으로서 활동하면서 번 돈도 있지만 그돈은 그리 많지 않은 금액이었고 이번에 스킬을 배우고 영혼석을 사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과소비를 한다면 난 금방 알거지가 될 것이다. 이곳 테스트 서버에서는 몬스터를 사냥해봐야 돈이나 아이템이 드롭 되지 않기 때문에 돈을 방법을 생각해 내야했다. 하~아. 정말 걱정이다. ===== 침대에 누워서 돈벌 방법을 궁리하던 도중 나는 잠들었고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햇살에 잠을 깼다. 하~암. 오늘도 날씨가 화창하구만. 잠시 창문으로 여관 밖을 쳐다보았는데 근처 빵집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여관집 앞에는 나와 이름이 같은 한스가 앞마당을 쓸고 있었다. 각 영지마다 한스는 있었고 이번에 들린 영지의 여관집 아들의 이름도 한스였다. 세상은 넓고 한스는 많다. 이런 말이 생각나네.후훗. 해가 뜬지 좀 된 것 같은데. 일단 내려가 볼까. 방을 나와 식당 칸이 있는 여관의 1층으로 내려오니 10대명의 사람들이 간단한 식사. 고기 스튜와 빵, 샐러드로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10대명 중 5명은 우리 평화용병단의 단원들이었다. 참. 난 평화용병단에서 착출됐지. 이제는 그냥 일행들이라고 불러야 하나. 후훗. “좀만 기달려요.” “자,잘 잤어?” “나야 늘 잘 자지.” “원 없이 오래도 잔 놈이 잘도 자더구만. 으으으. 속쓰려.” “그거야. 게일 형이랑 형이 억지로 술을 먹이고 꽤 많이 먹어서 그런 거고. 그리고 크리스. 넌 괜찮냐?” “후후후. 네 덕분에 어제는 그냥 넘어갔지.” “크윽! 그랬던 거냐.” 어제는 내가 당했던 거군. 크리스는 예전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나를 희생삼아 게일 형과 알트 형의 술 지옥에서 벗어났던 모양인지 괜찮아 보였다. 게일 형은 옆에 앉아 있는 죽을 상을 하고 있는 헌트 형과 다르게 전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제 꽤나 마신 것 같은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행동하다니. 게일 형은 정말 괴물이니까. 식사를 마친 이후 우리들은 여관을 나왔고 바로 용병길드로 향했다. 일행들은 의뢰를 하기 위해서 나는 용병패를 바꾸기 위해서 말이다. “하하하. 은으로 된 패가 미스릴 패로 바뀌었네요.” 이곳 영지의 용병길드에는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떠나지 않았음을 알았는지 오직 용병길드 총본부에만 있다는 S급 용병패. 미스릴로 된 용병패가 준비되어있었다. 아침시간에는 용병길드에는 사람들로 가득하기에 용병길드 지부장에게 직접 면담을 신청했는데 당연히 처음에는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용병길드 지부장이 있다는 곳에 망령을 보냈고 얼마 되지 않아. 지부장의 비명으로 생각되는 비명이 들려왔지만 들은 사람은 우리 일행과 나, 카운터를 보던 직원뿐이었다. 용병길드의 지부장이 놀라 비명을 지른 것은 내가 보낸 망령을 통해서 느껴지는 생명력. 용병길드 지부장 앞에서 망령을 형상화 시켰기 때문이다. 일반 사람들이 령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마나를 불어넣어 형상화 시키거나 전투 중 마법을 시전할 때가 아니면 보지 못하는데 나는 용병길드 지부장을 만나기 위해서 망령 하나를 보냈고 망령을 통해서 느껴지는 생명력. 지부장 앞에서 망령을 형상화 시킨 것이다. 형상화 시킨 이후 난 스킬인 트리플 스펠을 응용해서 주문대신 용건을 말했고 곧 옷도 제대로 챙겨입지 않고 급하게 나온 지부장을 만나 미스릴 패를 받을 수 있었다. 용병길드의 지부장은 미스릴 패와 한 장의 편지를 주었는데 그 편지를 나에게 보낸이는 용병길드의 길드마스터이자 용병왕 한스였다. 그 편지에는 ‘한번 만나러 와주지 않겠나? 대답은 지부장에게 해주게’라고 적혀있었다. 내가 편지를 읽는 것을 확인한 지부장은 나의 대답을 기다렸고 난 언젠가 찾아가겠다고 전하라고 말하고는 길드를 나왔다. 그리고 길드 앞에서 용병패를 일행들에게 보여주었다. “짜식! 네가 S급 용병이라니.” “이게 말로만 듣던 미스릴 패로군. 후후후. 기다려라. 나도 곧 저 패가 생길테니까.” “...기대하고 있어라.” “바,반드시 가,가지고 찾아갈게.” “하~아. 앞으로 고생길이 험하겠군. 다 너 때문이야! 한스!” 말은 이렇게 하고 있었지만 크리스 역시 마치 자신 일처럼 기뻐해주고 있었다. 이 용병패는 일행들과 나와 떨어져 있는 거리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지 아니면 일행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알수 없지만 말이다. 에나 누나와는 겨우 한등급, 다른 일행들과는 겨우 두등급 차이이지만 그 차이는 꽤 넓었다. 하지만 나는 기다릴 것이다. 일행들이 내 앞에 당당하게 미스릴 패를 들고 나타나기를... “이제 그럼 헤어지자. 우리도 곧 상단을 호위하고 떠나야 하니까.” “건강하게 지내라.” “간혹 용병길드에 들리면 편지 남기고. 어쩌다가 우리가 편지를 볼수도 있으니까.” “잘 지내라.” “나중에 밥이나 한번 사!” “모두들... 참! 제가 준비한 것 있어요.” 나는 이제 떠나려는 일행들을 멈춰 세우고 새벽에 상점이용 게시판을 통해서 사서 무한의 가방 안에 넣어 놓았던 무기를 하나둘씩 꺼내어 놓았다. “이건 제 선물이에요. 그리 좋은 것은 아니지만 스승님에게 물려받은 것들이에요. 이 무기들 모두 미스릴이나 마법이 부여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드워프의 비법으로 연마된 강철로 만들어진 무기들이니 웬만한 무기들 보다는 좋을 거에요.” “오오오!” "고,고맙다!“ “대단한 검이군.” “에나 누나. 그렇게 대단한 검이야?” “이럴수가!? 왜 난 아무것도 안주는 거야!? 이! 사악한 놈!?” “후후후. 그런 말을 하시면 제가 섭섭하죠. 형 것은 따로 준비했는데.” “내, 내것도 있었어. 그럼 그렇지. 네가 그런 녀석이 아니잖아. 한스. 아까 한말을 못들은 걸로 해다오. 하.하.하.” “후후후. 여기 있어요. 형에게 활을 선물할까 했는데 제가 가진 활중에는 형의 활보다 좋은 활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화살통을 준비했어요. 우리 스승님께서 만드는 화살통인데 공간확장마법이 부여되어 있어서 화살 종류와 상관없이 최고 5000발까지 넣을 수 있어요. 화살통 안에는 제가 그레이트 보우용 화살로 가득 채워넣어 놨어요.” “오오오! 한스!! 정말 너밖에 없다!” 일행들은 내가 준 무기를 들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특히 거의 표정변화가 없는 에나 누나가 너무 좋아서 웃으면서 검신을 스다듬을 정도면 말 다한 것이었다. 내가 준 것들을 받고 특히 좋아한 사람들은 헌트형이었는데 화살통에서 화살을 계속 꺼내며 웃고 있는 헌트 형의 얼굴과 웃음소리에는 광기가 뭍어나왔다. “크하하하! 계속 나온다! 계속 나온다고!! 크하하하! 이제 따로 화살을 챙길 필요 없는 거야! 크하하하!” “한스. 이거 정말 우리가 받아도 되는 가 모르겠다.” “형. 눈은 절대로 못준다는 눈빛을 하고서는 그런 말을 하면 믿음이 안가죠.” “하.하.하. 그런가.” “제가 지금 드린 무기들은 형들과 누나, 크리스를 좀더 빨리 보기 위해서 드린 거에요. 그러니 빨리 오세요. 제가 있는 곳으로.” “알았다. 후후후. 생각보다 긴 시간은 아닐 거다. 그럼 잘가라. 나중에 보자.” “그럼 나중에 뵈요.” 이말을 남기고 우리들은 서로 반대 반향으로 걸어나갔다. 나는 뒤돌아 보지 않았다. 우리가 다음에 볼 때는 서로를 마주보고 할 때이기 때문이다. 나는 믿는다. 그들이 내 앞에 당당하게 나타날 것을.... ====== (9)장 마물의 숲. 오해. 장기간 숙박. 마물의 숲. 마물의 숲이 위치한 곳은 3국. 정확히 두 제국과 한 왕국이 맞닿아 있는 곳에 위치한 숲이다. 마물의 숲의 원래 이름은 경계의 숲이었다. 그 숲의 크기가 거의 대륙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로시아 제국의 10분의 1크기. 소국 연합국의 두개의 왕국보다 큰 크기 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80여년 전 간혹 숲에서 헤메어 목숨을 잃는 사람이 있긴 있었지만 그저 거대한 숲이었던 경계의 숲이 갑자기 마력을 띄기 시작했고 평범했던 숲이 마력에 노출되어 범위를 더욱 확장하기 시작하고 숲의 마력에 의해서 이끌려온 몬스터들이 살기 시작한 숲. 그것이 마물의 숲이었다. 신성제국 세인트에서도 몇 번이나 신관과 성기사들을 파견하였지만 되돌아온 이는 없었다. 로시아 제국의 자리 잡은 두개의 마법사의 탑의 마법사들과 기사들 또한 숲이 갑자기 변한 원인을 찾기 위해서 파견되었지만 역시나 되돌아온 이는 없었다. 30여년간 수많은 모험가와 용병들이 마물의 숲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서 마물의 숲 안으로 들어갔고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마물의 숲은 그로 인해서 죽음의 숲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마물의 숲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불과 10년 전이었다. 10년 전부터 갑자기 죽음의 숲. 현재의 마물의 숲에 살고 있던 몬스터들이 숲의 외곽에 위치한 영지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로 인해서 마물의 숲 근처의 수많은 영지가 사라지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마물의 숲의 몬스터들은 보통 몬스터들의 비해서 덩치도 월등히 컸고 강했다. 동시에 지능도 높았기에 수많은 영지가 피해를 입었다. 거기에 사람들이 사는 영지를 공격한 몬스터들에는 마물의 숲이라 불리기 이전에 경계의 숲을 죽음의 숲이라 불리게 한 공헌자들의 시체. 살되 죽은 자들. 언데드도 껴있었다. 이에 마물의 숲을 경계로 하고 있던 두제국과 한 왕국. 로시아 제국, 세인트 제국, 기사의 나라. 카일로트에서는 힘을 합하여 마물의 숲의 몬스터들 토벌하고, 숲의 변화에 대해서 조사하기 위해서 토벌군 5만 대군을 마물의 숲에 파견하였지만 그들 중 되돌아 온 이들은 불과 1만명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살아돌아온 이들 조차 일부는 미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아직 살아있는 이들은 폐인이 되어 버렸다. 삼국이 전력을 다해 투입한 병력은 아니지만 자그만치 5만이나 되는 병력 중 4만을 잃은 이유는 마물의 숲의 안개와 천연의 미로, 몬스터, 그리고 언데드 때문이었다. 마물의 숲은 마력을 띄기 전 경계의 숲이라고 불릴 때부터 안개가 심했다. 그 안개로 인해서 경계의 숲에 들어오는 이들은 줄어들었고 점차 나무들이 자라나 천연의 미로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안개와 천연의 미로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한 경계의 숲이 마력을 띄고 마력에 의해서 이끌린 몬스터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그 곳은 죽음의 숲이 되어버렸다. 안개와 천연의 미로에서 살 수 있는 것은 본능이 강한 야생동물들 뿐이었지만 마력을 띄기 시작한 이후 마력으로 인해 변한 야생동물들과 마력에 이끌린 몬스터들은 안개와 천연의 미로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마물의 숲에 사람이. 그 수가 무려 5만이나 되고 성기사를 비롯해 프리스트, 기사에 마법사까지 있었다고는 하나 안개와 천연의 미로를 방패 삼아 싸우는 몬스터와 마력으로 변한 야생동물들을 상대로 살아남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바로 언데드였다. 어제까지만 함께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서 이야기를 나누던 동료가 적이 되어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무기를 휘두르고 한번 죽였던 몬스터들이 언데드로 살아나 다시 공격해오는 곳이 바로 마물의 숲이었다. 토벌군 5만에는 다수의 성기사들과 프리스트들이 존재했지만 신을 모시는 그들 조차 일부는 죽음에서 부활하여 데스나이트가 되어 언데드를 이끌거나 스스로 데스나이트가 됨을 용서하지 못하여 살아남은 성기사와 프리스트들에게 완전한 죽음을 맞이했다. 물론 이사실을 아는 것은 원정에서 살아남은 토벌군뿐이었다. 토벌군 어느 충성스러운 기사는 죽어서 데스나이트가 되어 토벌군의 편에 서서 싸웠던 이도 있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로시아 제국과 세인트 제국, 카일로트 왕국이 힘을 합쳐 결성한 토벌군 5만 중 살아남은 수가 채 1만이 되지 않자 세 국가는 당시 죽음의 숲이라 불리던 마물의 숲의 이름을 마물의 숲으로 명하고 누구도 마물의 숲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 후 세 국가는 계속해서 마물의 숲의 몬스터들에게 공격을 받는 영지들을 포기하였고 한 국가당 감시를 위한 한 영지만을 관리하기로 하였다. 각 국에서 다른 영지들을 포기하고 관리하기로 한 영지는 당시 마물의 숲에 있던 가장 큰 영지들이었다. 로시아 제국의 프리즌. 세인트 제국의 토르. 카일로트 왕국의 더소드. 이들이 바로 현재 마물의 숲에 사람이 생존하고 있는 유일한 영지들이었다. 이후 세 왕국은 이 세 영지들의 중심에 한가지 마법진을 설치했다. 그 마법진을 설치는 로시아 제국의 마법사들이 맡았고 마법진을 설치하는데 들어간 시간은 장장 3년이나 되었다. 마법진이 설치된 이후 그 세영지는 평화로운 이 시대에 살기위해서 몬스터들과 사투를 벌 여야 했다. 로시아 제국의 마법사들이 설치한 이 마법진은 바로 몬스터 유인 마법진이었다. 몬스터 유인 마법진을 설치한 이유는 몬스터들이 이 마법진이 설치된 영지만을 공격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 마법진이 설치되는 3년간 수많은 몬스터들이 세 영지가 아닌 다른 곳을 통해서 빠져나갔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영지들도 사라졌다. 그 3년 동안의 피해는 가히 한 국가의 1년 예산을 넘어 섰다. 그런 엄청난 피해에 세영지의 주인들. 기존 영주들을 절망했다. 자신의 국가를 위해서 희생한다는 명목아래에 목숨을 걸고 몬스터들과 평생을 싸워야만 하는 운명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황제와 국왕의 명을 따랐다. 그 이유는 그들이 황제와 국왕에게 충성을 다하는 충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국가에서 지원하는 병사들과 기사들로 몬스터들과 싸웠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후 지원은 약 2년 동안 계속 되다 더 이상 수도에서는 지원이 내려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서 보내는 지원병력. 그 중 기사와 마법사를 키우는데는 막대한 자금이 소모되기 때문이었다. 물론 몬스터들의 시체는 돈이 되기는 하지만 그만한 인력을 키우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원을 해줄 수 없었다. 이후 각 로시아 제국의 황제. 제이크리트 폰 에이하르트 로시아는 그 영지에 수도나 귀족, 마법사의 탑에서 양성한 기사, 마법사, 병사 대신 중죄인을 프리즌으로 보냈다. 프리즌으로 보낸 중죄인들은 1년 동안만 병사로서 일하게 되면 반역을 제외하고 모든 죄를 사면해주는 조건을 달았고 곧 프리즌을 비롯해 나머지 영지는 유배지가 되어갔다. 물론 중죄인들만으로는 몬스터들로부터 영지를 지켜낼 수 없었기에 몬스터들의 시체로 벌어들이는 돈으로 용병을 고용하게 했다. 그리고 그 세 영지의 영주에게는 막대한 권력을 주고 세금을 면제해주는 것으로 달랬다. 물론 이 세영지의 영주들이 각국의 충신중의 충신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세인트 제국와 카일로트 왕국에서도 로시아 제국이 행한 일을 그대로 행했다. 충신은 간신으로부터 많은 시기와 모함을 받는 법. 그 세 영지의 영주들은 모두 각 국의 개국 공시의 후예였고 황제와 국왕에게 충성을 다하는 가문이었기에 위험한 마물의 숲의 영지를 기꺼이 지키고 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황제와 국왕의 대한 충성심이 퇴색되겠지만 그들이 이 영지를 맡은 시간은 불과 10년. 황제와 국왕의 충신이나 충신의 아들 대까지는 변함없는 충성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과연 그 다음대의 충신의 자손은 어떨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얼마전 대륙에 몬스터들 영지를 습격하는 사건이 있던 시기 이 세영지는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았고 영지를 함락당할 번했지만 급하게 각국에서 보낸 지원군. 기사와 마법사, 성기사와 프리스트들 덕분에 막아낼 수 있었다. 이 세영지가 뚫리는 순간 그 피해는 국가 전체로 퍼지기에 세 국가의 수뇌부들이 급하게 지원군을 보냈던 것이다. 지원군의 도움으로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을 막아낸 지 어느새 3개월째. 마물의 숲의 세영지중 로시아 제국의 프리즌 영지는 5개월 전과 비슷한 규모의 몬스터들을 상대로 생명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기름을 붓고, 돌을 던져라!” “영주님!? 기름과 돌이 떨어졌습니다! 화살도 부족합니다!” “마법사!? 마법사는 뭐하는가!? 어서 마법을 사용하라!?” “에이트 마법사님은 현재 부상으로 후방에 계십니다! 그분의 제자이신 앤크님과 미르하님이 계시긴 하지만 현재 탈진하신 상태입니다!” 캬아아아!!! 크아아아아! 키키키키키! 으아아악! 살려줘!!!! 그야말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져내린 와이번의 발톱에 어깨를 관통되어 그대로 끌려올라가는 병사들의 비명, 오우거가 던진 바위에 맞아 그대로 절명한 용병, 다른 몬스터들의 시체를 밟고 성벽위에 올라와 용병과 병사들과 사투를 벌이는 오크들. 그야말로 지상에 현신한 지옥이었다. 성벽 위에서 이를 지켜보는 영지 프리즌의 영주. 페이란 폰 라이언은 눈을 부릅뜨고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와이번에 의해서 끌려올라간 병사의 얼굴을, 오우거가 던진 바위에 목숨을 잃은 용병 의 얼굴을, 성벽 위에 올라온 오크들과의 사투에서 목숨을 잃은 병사와 용병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눈에 박아놓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이 영지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다 죽어간 이들이었고 그런 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기억해야할 의무가 그에게는 있었기 때문이었다. 꿰이이이익!!! “조금만 더 버텨라!! 곳 지원군이 올것이다! 황제페하께서 보내신 지원군이 올 것이다! 그러니 조금만 더 버텨라!!!” 영주 페이란은 손수 마물의 숲의 일반 오크보다 머리하나는 더 큰 그레이오크를 베어 넘기며 병사들과 용병들을 독려했다. 그때 페이란을 향해서 다가오는 인영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페이란의 아들 다음 대 프리즌의 영주가 될 15세 때부터 10년간 병사들과 용병들과 함께 몬스터들을 상대로 생명을 건 사투를 벌여온 소영주 테리오 라이언이었다. 아직 정식으로 작위를 받지 못하여 폰이란 성을 쓰지 못하지만 그가 소영주라는 사실을 프리즌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테리오 역시 몬스터들과 사투를 벌였는지 입고 있는 브레스트 메일 여기저기 찌그러지거나 긁힌 자국이 나있었고 몬스터들의 피로 목욕한 듯 여기저기에 몬스터들의 피가 묻어있었다. “아버지. 이대로는 버틸 수 없습니다. 차라리 영지를 포기하시는 것이...” “그건 아니될 말이다! 이곳은 우리 조상님께서 대대로 지켜오신 영지이고 황제페하께서 친히 내게 내려주신 영지이다! 그런 이곳을 난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아버지!! 영지민들을 생각하십시오! 이대로라면 우린 모두 죽습니다! 후~우. 후~우. 그리고 지원군을 적어도 3일 후에나 도착하지 않습니까.” 테리오는 자신의 아버지 페이란의 말에 화가 나 소리쳤지만 중간에 심호흡을 한 이후 조용히 말했다. 테리오. 그 역시 인간과 몬스터들의 전장에서 생활해 온지 어언 10년. 사기가 전장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었기에 작게 말한 것이었다. 테리오의 말대로 지원군은 빨라도 3일 후에도 도착할 것이다. 영주인 페이란이 마물의 숲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일주일 전에 통신마법용 수정구로 지원을 요청하였지만 수도에서 프리즌까지 중간중간에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한다 해도 10일 정도는 걸리기 때문이었다. 설사 온다해도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이동할 수 있는 인원수는 한계가 있는 법. 전장에 크게 영향을 주기 위해서라면 제국에 있는 6명의 네크로마스터와 3명의 소드마스터 중 2명은 와야 가능했다. 허나 그들은 제국의 고위 귀족들이고 그들이 직접 나설 확률은 천분의 일도 되지 않았다. 어,언데드들이다! 맙소사! 말도 안돼!? 갑자기 들려온 병사와 용병들의 외침에 페이란과 테리오 두 부자는 급하게 고개를 돌려 마물의 숲 쪽을 쳐다보았다. 마물의 숲으로부터 천천히 걸어나오는 엄청난 수의 언데드들! 그들의 선두에는 놀랍게도 두 부자가 10년 동안 사투를 벌이며 한번도 보지 못한 막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데스나이트들이 서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뒤로 목을 허리에 끼고 싸우는 기사. 듀라한이 서있었던 것이다. 그 듀라한 뒤에는 엄청난 수의 언데드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는 듯이 하늘에는 그 수가 채 열이 넘지 않지만 죽은 자들의 망령들이 한데 모여 집대성이 극에 이르면 탄생한다는 레이스가 떠있었다. 거기에 엄청난 크기의 스켈레톤과 좀비들이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간혹 프리즌 영지에 언데드들이 쳐들어오긴 했지만 그들은 모두 하급 언데드. 스켈레톤과 좀비 정도였다. 그런데 하필 이시기에 엄청난 수의 언데드들이 쳐들어오다니! 두 부자는 절망어린 얼굴로 언데드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언데드들을 지켜보는 것은 두 부자뿐만이 아니었다. 영지를 지키기 위해서 몬스터와 사투를 벌이던 병사와 용병도, 영지를 공격하던 몬스터들도 언데드들의 등장에 긴장하며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젠! 이젠 우린 다 죽을 거야!? 안돼!? 이렇게 죽을 순 없어! 크아아아!!!!! 으아아악!!!! 병사와 용병들은 절망에 빠져 소리쳤고 이에 많은 병사들과 용병들은 동요했다. 병사들과 용병들이 엄청난 수의 언데드들을 보고 절망을 빠져있는 순간 몬스터들을 크게 고함을 지르며 병사들과 용병들을 향해서 공격을 가했다. 몬스터들은 자신들이 이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마물의 숲의 언데드들은 몬스터들을 공격하지 않는다. 몬스터들은 평소에도 그랬기에 그럴 것이라고 자신들을 도와 인간들의 도시를 함락시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 콰콰쾅! 슈우우웅! 팍! 키이이익! 크아아악! 몬스터들의 아군이라고 생각했던 언데드들이 일제히 몬스터들을 공격 했던 것이다. 거대한 스켈레톤과 좀비들에 둘러 쌓여 보이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양손에 불꽃과 얼음, 전기와 바람, 독의 기운을 깃들 스켈레톤들이 손을 뻗을 때면 마법이 시전되어 몬스터들을 덮쳤고 앞서 나간 창을 쓰는 스켈레톤들에 의해서 몬스터들의 몸을 꿰뚫렸다. 창을 쓰는 스켈레톤뿐만이 아니었다. 창을 쓰는 스켈레톤 뒤에 활을 쓰는 스켈레톤들의 화살에 의해서 하늘을 선회하며 병사들을 한명한명 낮아 채던 와이번과 그레이 그리폰, 하피들은 땅으로 떨어져 내렸고 땅으로 떨어져 내린 와이번과 그레이 그리폰과 하피들은 거대한 스켈레톤과 좀비들에 의해서 그대로 으깨졌다.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은 공중의 몬스터들은 하늘에 둥둥 떠있는 레이스에 의해서 생명력이 빨리고 레이스의 몸을 이루는 망령들의 한 어린 냉기에 의해서 전신이 얼어서 떨어져 내렸고 그대로 떨어져 내린 공중형 몬스터의 육체는 산산 조각났다. 이들을 지휘하는 데스나이트들은 거침없이 마스터급 데스나이트만 사용가능하다는 데스 블레이드가 깃든 검을 휘두르며 몬스터들을 처리했다. 데스나이트를 호위하듯이 따르는 듀라한도 못지않았다. 강철과 같은 몸과 강력한 힘으로 무기와 자신의 머리를 휘두르면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모습은 너무도 끔찍했다. 몬스터들을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몬스터들에 비해서 마력의 영향으로 똑똑한 몬스터들은 같은 마물의 숲에 사는 언데드들이 자신들을 공격한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는 다는 듯했다.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마물의 숲의 몬스터들뿐만이 아니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몬스터들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언데드들의 등장에 절망에 빠졌던 병사들과 용병들은 몬스터들을 공격하는 언데드들의 모습을 보며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적이라 생각하고 절망에 빠졌던 그들이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저,저기 좀 봐! 저기 뭔가 있어! 어,어디를 말하는 거야? 저기! 저기 말이야!!! 언데드들 뒤에 무엇인가를 발견한 한 병사의 말에 영지의 모든 이들은 병사가 가르키는 방향을 쳐다보았고 곧 언데드들의 상공에 떠있는 어떤 것을 발견하였다. 성벽 위에서 한 병사가 가르친 방향을 보고 있던 페이란 영주와 테리오 소영주를 비롯해 이들의 호위기사들은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그들 모두 마나를 다루어 무기에 주입하는 경지. 소드익스퍼드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나를 눈에 주입한 그들은 병사들과 용병들이 그저 형체만 알아본 어떤 것을 볼 수 있었다. 죽음의 기사 데스나이트가 타고다니고 물위에서도, 공중에서도, 땅위에서도 달릴 수 있는 말. 팬텀스티드 위에 회색 로브를 입고 지켜보는 존재! 그는 바로 네크로맨서였던 것이다. 팬텀스티드를 탄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역시 같은 팬텀스티드를 타고 네크로맨서를 호위하고 있는 존재. 데스나이트들 역시 팬텀스티드를 타고 네크로맨서를 지키고 있었다. 이미 5명의 데스나이트가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명의 데스나이트가 팬텀스티드에 올라 네크로맨서를 지키고 있었다. 이를 지켜본 페이란 영주와 테리오 소영주를 비롯한 호위기사들은 검을 들고 있는 손을 떨기 시작했다. 지원군이다! 그들은 수도에서 지원군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수도의 단 5명밖에 없다는 네크로마스터를 말이다! 페이란 영주와 테리오 소영주를 비롯한 기사들이 지원군이라고 생각한 존재. 팬텀스티드에 올라 몬스터들과 언데드들과의 전투를 지켜보는 이는 사실 지원군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대륙에 나타난 젊은 네크로마스터.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의 귀족들에게 러브콜을 받은 이. 바로 한스였다. 평화 용병단에서 축출된 한스는 영지에 머물지 않고 바로 떠났다. 한스는 마침 배울 스킬 서먼 팬텀스티드로 팬텀스티드를 소환하여 여행길에 올랐다. 팬텀스티드를 타고 여행을 하며 한스는 돈을 벌 궁리를 하기 시작했고 생각해낸 것이 바로 몬스터들의 시체를 파는 것이었다. 한스는 테스트서버라고 생각한 이 세계. 이세계의 몬스터들은 죽여도 돈은 주지 않지만 시체는 남기기에 시체에서 팔 수 있는 것을 회수하여 팔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몬스터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은 찾기 힘들기에 한스는 정보를 얻기위해서 용병길드와 도둑길드를 이용했고 이 두 길드에서 얻을 수 있었다. 이 두 길드에서 몬스터가 밀집되어 있는 장소에 대한 정보는 공교롭게도 똑같았다. 한군데는 드래곤들이 서식하여 많은 몬스터들이 몰려있는 곳. 허나 드래곤들이 레어를 지키기 위해서 모아둔 몬스터였기에 함부로 사냥할 수 없는 곳이었기에 한스는 포기했다. 다음으로 두 길드에서 얻은 정보에서는 한 곳을 가르키고 있었다. 바로 마물의 숲. 보통 몬스터들보다 강한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집단을 이루는 곳. 심지어 평생 한번 보기도 힘들다는 언데드몬스터까지 있는 숲. 그곳이 바로 마물의 숲이었다. 마물의 숲으로 가기로 한 한스는 팬텀스티드을 타고 일주일간 쉬지 않고 달린 끝에 마물의 숲에 도착할 수있었다. 마물의 숲에 도착한 한스는 안개 속에서 덤벼오는 수많은 몬스터들과 싸워야 했고 천연의 미로를 헤매야 했다. 물론 식량과 물은 언제든 구입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한스에게는 이곳이 게임속 세계이고 마물의 숲은 이 세계에서 드문 무한 사냥터라고 생각했기에 안개 속에서도 혼자서 지내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한스에게는 마물의 숲의 안개는 아무 소용없었다. 그 이유는 망령의 눈으로 밤을 낮처럼 볼수 있는 사령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개로 인해서 불편함을 격지 않자 몬스터들을 본격적으로 사냥했고 강력한 몬스터를 만나 목숨을 잃을 뻔하기는 했지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마물의 숲에 들어온지 2주째 되는 날. 한스는 한 동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동굴은 트롤 무리가 사는 동굴이었는데 마침 영혼과 언데드의 성장관계에 대해서 연구를 하려고 했던 한스에게는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동굴안의 트롤 무리를 사냥한 이후 한스는 동굴을 깨끗이 청소한 이후 데스나이트를 동굴의 입구에 세워두고 실험을 시작했다. 물론 동굴 안에서는 악취가 심하게 났지만 상점이용 게시판을 통해서 구입한 냄새 제거제를 4통이나 뿌렸기에 악취는 사라졌고 실험에 들어갔다. 동굴 입구에 데스나이트를 세워놓은 이유는 몬스터들이 이상하게 데스나이트를 보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한스는 사냥을 할때도 데스나이트를 소환하지 않고 듀라한과 성장한 스켈레톤들과 구울만으로 사냥을 했다. 반나절동안 실험과 반나절동안의 사냥을 반복한 한스는 실험에서 엄청난 성과를 보았고 계속 실험에 몰두하다 더 이상 성과가 없자 마물의 숲을 벗어나기로 한 것이었다. 마물의 숲을 벗어나기로 한 것은 공교롭게도 페이란 영주가 통신마법수정구로 지원을 요청한 시기였다.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돈을 벌기위해서 익힌 도축 스킬로 몬스터들의 몸에서 거두어 낼수 있는 모든 것을 거두어 낸 한스는 페이란 영주가 통신마법수정고로 지원을 요청한지 일주일 만에 숲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숲을 벗어나자마자 영지를 공격하는 몬스터들과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았고 그대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데스나이트를 소환하여 언데드군단과 함께 몬스터들에게 보낸 것이다. 물론 이사실을 알지 못하는 페이란 영주는 로시아 제국의 황제. 제이크리트 폰 에이하르트 로시아가 보낸 지원군이라 생각하고 기뻐하고 있었다. 한스가 황제가 보낸 지원군이라 생각한 페이란 영주를 비롯한 테리오 소영주와 기사들은 황제의 은혜에 어쩔 줄 몰라했고 아직도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 하는 병사들과 용병들에게 소리쳤다. “지원군이다! 황제폐하께서 지원군을 보내주신 거다!!!” “지원군이다! 황제폐하께서 지원군을 보내주신 거다!!!” 웅성웅성! 페이란 영주가 소리치자 뒤이어 아들 테리오 소영주가 소리쳤고 이어서 기사들이 소리쳤다. 이는 금방 병사들과 용병들에게 퍼져나갔고 그들은 떠들기 시작했고 곧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제국에는 네크로맨서가 있잖아! 수도에는 5명의 네크로마스터가 있다고 들은 적 있어! 웅성웅성! 병사들과 용병들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한스가 황제가 보낸 네크로마스터라고 믿기 시작했고 그들은 쉬지 않고 이야기를 했다. 점차 병사들과 용병들의 얼굴이 밝아지고 사기가 올라가자 딱 적정한 시기에 페이란 영주가 소리쳤다! “몬스터들을 물리쳐라!!! 우리에게는 황제페하께서 보내주신 네크로 마스터가 있다! 몬스터들을 물리쳐라!!!” 와아아아아!!!!! 절망에 빠져있던 병사들과 용병들은 떨어트렸던 무기를 주워들었고 언데드들과 싸우고 있는 몬스터들을 향해서 무기를 휘둘렀다. 언데드들이 싸우기 위해서 다가온 병사들과 용병들을 공격하지 않고 오히려 보호하자 황제가 보낸 네크로마스터가 아닐까라는 생각은 확신이 되어 황제가 보낸 네크로마스터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들은 거침없이 몬스터들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공포의 대상이었던 네크로맨서. 그런 네크로맨서를 뛰어넘은 경지인 네크로마스터가 일순간 영웅이 되는 순간이었다. =========== 와아아아아!!! 하.하.하. 이렇게 환영해주지 않아도 괜찮은데. 몇 살아남지 못한 몬스터들이 도망간 이후 난 레이스를 모두 데스 리치의 망령의 주머니에 넣은 이후 데스나이트만을 남겨두고 모두 소환을 취소하고 팬텀스티드를 타고 활짝 열려진 성문으로 영지 안으로 들어섰다. 영지로 들어서자마자 영지를 지키기 위해서 몬스터들과 사투를 벌이던 병사 한명이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고 한명 한명 함성을 지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영지의 모든 병사들과 용병들이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고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나는 이들의 환영에 답례를 해주기 위해서 손을 흔들었다. 역시 성문 밖에서 살펴보았을 때부터 보통 영지와는 달랐지만 평범하지 않은 영지로군. 영지의 남자란 남자는 모두 하나같이 무기와 갑옷을 입고 있었고 여자들조차 활동하기 편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영지 사람들이 몸에는 여자들조차 하나,둘씩 몸에 흉터가 있었고 온몸에 몬스터들의 피를 뭍이고 있었다. 정말 처절하게 싸운 모양이군. 우리는 사람들이 내어준 길로 팬텀스티드를 타고 갔는데 그 길의 끝에는 한 남자와 4명의 기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네크로마스터이신...” “아. 한스라고 부르십시오.” “아! 한스님이셨군요. 네크로마스터이신 한스님 덕분에 영지와 영지민들을 지켜낼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프리즌 영지의 소영주. 테리오 라이언이라고 합니다. 이쪽의 저희 가문의 가신들입니다.” “네크로마스터이신 한스님을 뵙습니다.” 소영주라는 테리오씨와 그의 가신들이라는 기사들은 나에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존대를 해주었다. 이거 너무 부담스럽네. 나는 팬텀스티드의 등에서 내렸고 내가 내리자 다른 데스나이트들도 내렸기에 더 이상 탈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팬텀스티드의 소환을 취소했다. 본 서버에서 패치된 언데드 소환 제한시간 패치가 테스트 서버에서의 나에게 영향을 줄지 걱정을 했었는데 불행하게도 그 패치는 테스트 서버에서의 나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의 특수 능력치 지배에도 한가지 옵션이 추가되었다. 바로 언데드 소환 제한시간을 늘려준다는 것이다. 후후후. 그래서 난 레벨 업을 해서 얻은 포인트를 지혜와 지력에 찍을 것을 제외하고 제다 지배에 찍어버렸다. 그로 인해서 데스나이트의 경우에는 스킬 레벨을 마스터 레벨까지 올렸고 거기에 데스리치 세트의 효과로 스킬레벨이 더욱 올랐기에 원래는 3시간인데 스킬레벨이 더욱 올라 5시간을 소환해 놓을수 있었고 특수 능력치 지배의 효과로 지배 100당 한시간씩 더 지속할 수있었다. 마물의 숲에서 영혼과 언데드의 성장관계에 대해서 실험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사냥을 했기에 나의 레벨은 현재 무려 334나 되었다. 이제 투 클래스 마스터까지 레벨이 66남은 것이다. 현재 나의 능력치는 이미 투클래스 마스터를 넘어선 상태였지만 말이다. 현재 나의 능력치는 이랬다. [[이름: 한스. Lv:334 EXP:92% 직업: 네크로마스터 계층: 평민. 공격력:1087(100+987) 방어력:1321(106+1215). 회피율:544(389+155) 명중률:511(389+122) 마법공격력:4450(2500+1955) 인벤토리: 510/740 HP:19248(4980+14268) MP:21292(6295+14997) 스테미너 100% 힘(Str):25+89 민첩(Agi):40+122 지혜(Wis):244+105 지력(Int):448+139 체력(Vit):70+122 손재주(Dex):30+89 행운(Luk):10+122 지배(Dom):261+89 남은포인트:0] 여기에 스킬레벨들은 데스리치 세트의 옵션 덕분에 +41씩 되기에 마스터 레벨까지 올린 스킬들은 더욱 큰 위력을 냈다. 기사들에게 인사를 받은 이후 나는 데스나이트들과 함께 영주란 이가 있는 곳으로 안내되었다. 영주가 있는 곳은 놀랍게도 영지 구석에 천막으로 만들어진 병동이었다. 팔을 잃고 누워있는 사람, 다리를 잃고 누워있는 사람. 이미 목숨을 끊어져 있지만 그대로 눠있는 사람. 거기에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큰 상처를 입었는지 붕대를 가슴에 칭칭 감고는 숨을 헐떡이는 소년병사도 있었다. 이,이런 곳에 영주가 있다니. 병동에는 5명의 신관들과 여자들이 환자들 사이를 오가며 치료를 하고 있었지만 치료라고 하는 것은 붕대를 메고 간단한 약을 바르는 정도였다. 정상적인 치료를 받는 이는 신관에게 신성마법으로 치료받는 이들이었는데 신성마법을 쓰는 신관마저도 얼굴이 파리해져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상태였다. 나는 영화에서나 보던 병동을 보고는 조금 당황하였지만 바로 데스나이트의 소환을 취소하였다. 데스나이트의 소환을 취소한 이유는 데스나이트는 언데드 중에서도 고위의 언데드. 그들이 내뿜는 죽음의 기운은 상처를 입은 이들에게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죽음의 기운을 내뿜는 데스리치 세트 대신 평범한 로브로 갈아입었다. “아!!” “왜 그러시죠?” “사,상당히 젊으시군요.” “아.예. 그것보다 우선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이 좋겠군요. 저도 도울 수 있는데까지 돕겠습니다. 우선 이것들을 환자들에게 먹여주십시오.” 로브를 갈아 입을 때 나의 모습을 보고 놀라는 소영주에게 나는 무한의 가방에서 포션을 꺼내어 주었다. 내가 준 포션들은 중급 힐링 포션인 그냥 힐링 포션이었다. 힐링포션은 상처회복에도 좋지만 우선 체력이 약해진 사람들의 체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기에 먹이라고 한 것이다. 그냥 힐링포션은 솔직히 가격도 얼마하지 않고 누나가 무한의 가방에 넣어준 포션의 수도 엄청났기에 아무렇지 않게 꺼낸 것이다. 하지만 정작 소영주에게는 아무렇지 않은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 이것은 포션이 아닙니까?” “예. 포션입니다. 어서 환자들에게 먹이기나 하십시오. 거기 신관분들도 포션도 마시시고 체력을 회복하여 주시고 기사님들도 어서 포션을 받으시고 환자들에게 먹이십시오. 다 먹이고 나서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된 환자에게는 뿌려서 상처를 회복시켜 주시고요. 거기 계신 아줌마! 잠깐 이리로 와보세요!” 나는 아낌없이 포션을 풀었다. 어자피 돈은 몬스터들을 사냥해서 얼마든지 벌수 있고 무엇보다 게임속이긴 하지만 누군가가 내 앞에서 죽어간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기에 아낌없이 풀은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환자들에게 포션을 마시게 하고 환자들에게 힐링 마법을 시전하는 마법사에게 마나포션과 힐링 포션을 계속 마시게 한 이후 함께 한참동안 힐링을 시전한 결과 병동의 환자들은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신음을 흘리며 못자는 환자도 있었는데 그런 환자는 슬립으로 강제로 제워버렸다. 하~아.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됐구나. 이제야 좀 쉴 수 있겠구나.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힘들고 포션을 아낌없이 풀었기에 돈도 많이 들었지만 기분은 매우 좋았다. 설사 게임속이라고 하더라도 생명을 구했기 때문인지 기분은 매우 좋았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총각도 수고 했어.” “아줌마도요.” “아줌마라니! 난 아직 아줌마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라고!” “후후후.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데. 역시 아줌마는 스스로 아줌마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군요.” “예끼! 난 아직 젊다니까!? “호호호. 가이 엄마는 아직도 그소리야.” “호호호.” 환자를 치료하는데 함께 전력을 다하고 내가 포션을 풀었다는 것을 아는지 함께 환자를 치료한 아줌마들은 나를 살갑게 대해 주셨다. 그때 갑자기 한쪽 아줌마가 있던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아줌마는 뒤를 돌아보더니 급하게 고개를 숙이며 옆으로 물러섰고 그옆에 아줌마 역시 급하게 고개를 숙이고 옆으로 물러섰다. 다른 아줌마들 역시 아줌마들이 고개를 숙이는 원인을 알고는 고개를 숙였다. 아줌마들이 나를 향해서 걸어오는 이유는 바로 나를 향해서 한 무리가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몬스터들의 피로 목욕을 한듯한 중년의 남자. 딱 봐도 우직해보이는 이 남자의 뒤에는 소영주인 테리오님과 기사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단번에 알수 있었다. 가장 앞장서서 걸어오는 이가 바로 이 영지의 영주라는 사실을 말이다. ====== “영주님을 뵈어요.” “모두들 수고했네. 그만 고개를 들고 편히 쉬게. 나는 이분과 할 말이 있으니 좀 물러가 주게나.” “예. 영주님.” 다른 영지의 영주 같았으면 명령조로 말했을 텐데. 이 영지의 영주는 부탁을 하듯이 말했고 그런 영주가 난 마음에 들었다. 지난번의 만났던 영주. 그는 자신만을 살기 위해서 영지민들을 버리고 도망갈 정도였는데 그와 다른 영주를 보니 웬지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아줌마들은 영주님의 말대로 물러가셨다. 아줌마들이 물러간 이후 영주님은 갑자기 나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여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저는 프리즌 영주의 영주. 페이란 폰 라이언 후작입니다. 저희 영지를 구해주신 것도 감사할 따름인데, 포션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정말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뒤이어 영주님 뒤에 서있던 소영주와 기사들까지 고개를 숙이며 나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보통 영지를 다스리는 귀족이라면 생각도 할수 없는 행동이었다. 귀족이 고개를 숙이다니 말이다. 나는 급히 영주님의 고개를 들게 했다. 영주님이 고개를 들자 뒤이어 뒤에 서있던 이들도 고개를 들었다. 후~우. 정말 사람 당황스럽게 만드는구만. “정말 그때 오지시 않았다면 저희는 그대로 몬스터들의 밥이 되었을 겁니다. 정말 황제페하께서 한스님 같은 네크로마스터를 보내주신 이 은혜 잊지 못할 겁니다.” “예?” 황제? 갑자기 황제가 왜 나와?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오실 수 있었던 겁니까? 통신마법 수정구로 지원을 요청한 것은 겨우 일주일 전이었고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한다 해도 10일은 걸리는 거리인데 말입니다.” “예?” 또 이건 무슨 소리래? “저기 지금 저에게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죠?” “예? 그게 무슨 말씀인신지...” “그게 저는 영주님께서 말하신 것처럼 황제란 이가 보낸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마물의 숲을 경유해서 지나가다가 우연히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아 열세인 여러분을 도와드린 것 뿐입니다.” “그,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륙에 네크로마스터는 수도에 있는 네크로맨시 학파의 6명의 네크로마스터밖에 없지 않습니까.” “역시 제 예상대로 소문을 듣지 못하신 모양이군요. 5개월 전 갑자기 나타난 네크로마스터. 어느 국가에도, 제국의 수도의 네크로맨시 학파의 이름이 기명되어있지 않은 이. 용병으로서 단 2명뿐인 S급 용병은 3명으로 만들은 이에 대한 소문 말입니다.” “그,그런 소문이 돌았습니까?” 하~아. 이 프리즌 영지의 영주라는 라이언 후작님은 진짜로 나에 대한 소문을 전혀 못들은 듯했다. 그뿐만 아니라 수도의 네크로마스터들을 만나본적도 없었던 모양이다. 나의 말을 들은 영주님를 비롯해 소영주님과 기사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하~아. 어떻게 대륙 전역에 퍼진 소문이 이곳에는 전해지지 않은 거지. 후~우. 뭐 상관없지. 이제 내가 할일은 모두 끝났으니 좀 쉬자. “후~우. 뭐 모르신다니 어쩔 수 없죠. 하여튼 저는 영주님께서 생각하시는 지원군이 아닙니다. 잠시 들린 여행객일 뿐입니다. 그러니 이제 좀 쉬게 해주시겠습니까. 혹시 아시는 곳이 있으시다면 여관을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관이라니요! 황제페하께서 보내주신 지원군이 아니라 한들. 저희 영지를 구해주시고 다친 병사들과 용병들을 위해서 아낌없이 회복마법과 포션을 내주신 분을 고작 여관에서 재우다니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영주성으로 가시지요. 빈방은 얼마든지 있으니 내드리겠습니다. 테리오! 한스님을 모셔라!” “예! 아버지! 가시지요. 한스님.” 어!어! 나는 소영주 테리오님에 의해서 거의 강제로 끌려가게 되었다. 뭐 중간에 손을 놓아주긴했지만 말이다. 테리오님은 사실 내가 도망칠까봐 절대로 손을 놓지 않으려고 했는데 내가 도망치지 않고 조용히 영주성으로 간다고 몇 번이나 약속하자 놓아주었다. 영주성으로 가는 동안 영지의 거리를 살펴보았는데 영지의 거리의 상태는 내가 지금까지 방문하고 구경 다녔던 영지 중 가장 최악이었다. 여기저기 허물어지거나 불에 타버려 뼈대만 남은 집들, 그런 집들 사이에 천막을 세워놓고 그 천막에서 쉬고 있는 이들. 그밖에 기타등등!! 정말로 최악이었다. 하지만 유독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웃음. 몬스터들과의 사투에서 살아남아 식사를 하며 웃고, 이야기를 하며 웃는 사람들의 모습은 뭐랄까. 아름답다. 그래 아름다웠다. 곳 영주성에 도착했고 영주성 안에 들어 섰을 때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영주성은 영지의 사람들로 생각되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주성을 둘러싼 성벽 안쪽에는 사람들이 천막을 치고 살고 있었고 영주성 안에도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다른 영지라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주성의 사람들은 영주성에서 일하는 시종이나 시녀가 아닌 영지민들이었지만 나를 안내하고 있는 소영주를 향해서 웃음을 지어보이며 인사를 했고 소영주 영지 아무 거리낌 없이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후훗. 많이 놀라셨죠?” “아. 예. 제가 본 영지는 몇 곳 안되지만 귀족이 서슴없이 평민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거기에 영주성에 시종이나 시녀가 아닌 사람이 살다니. 정말 놀랐습니다.” “그러실 겁니다. 다른 영지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요. 하지만 저희 아버지가 워낙에 소탈하시기도 하고 영지민들을 위하시기에 이런 겁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영지의 영주성은 다른 영지의 영주성과 다르게 영지에 중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성벽이 뚫리지 않는 이상 가장 안전한 곳이죠.” “그렇군요.” “저희 영지는 몬스터들의 습격이 잦습니다. 거의 일주일에 2번은 몬스터들이 쳐들어 옵니다. 그래서 많은 영지민들이 죽었고 집을 잃었습니다. 다시 집을 지어보려고 했지만 항상 몬스터들의 습격에 의해서 부서졌죠. 그래서 저희 아버지가 영주성을 개방하신 겁니다. 영주성에는 빈방이 넘친다고 하시면서 말입니다.” 나에게 이런 말을 하며 걷고 있는 소영주 테리오님은 웃고 계셨다. 마치 자신의 아버지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이다. “자! 도착했습니다. 이곳이 한스님이 쓰실 방입니다. 저희 영주성에서 가장 좋은 방이죠.” “아. 감사합니다.” “식사는 오후 4시에 있습니다. 한 30분 남았으니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아.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스님. 이건 제 개인적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정말 감사합니다.” 고개를 깊이 숙여 보인 테리오님은 방문을 닫고 나가셨다. 테리오님이 가장 좋은 방이라고 안내해준 방에는 박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 하나와 나무로 된 침대와 위에 물건을 놓을 수 있는 작은 서랍장이 전부였다. 마치 여관처럼 말이다. 이정도가 제일 좋은 방이라니. 나는 얇은 담요로 덮어진 나무 침대위에 누워서 생각해 보았다. 이 방까지 오면서 본 것들. 그리고 테리오님의 말. 솔직히 난 의심이 갔다. 일부러 나에게 그런 모습들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라고 말이다. 이곳은 게임 속이긴 하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가 구현되어 있는 세계. 그러니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걸어오면서 테리오님 말하시면서 보인 표정, 테리오님에게 웃어보이며 고개를 숙이는 사람들의 표정. 마지막 방을 나갈 때 테리오님의 목소리와 표정은 정말 진짜였다. 후~우. 뭐 이렇게 생각할 필요가 있나. 어자피 하루만 신세를 졌다가 떠날 건데 말이야. 에이. 있다가 밥이나 먹고 좀 쉬자. ==== 장장 한달 하고 보름 아니 거의 로그아웃을 하고 있던 시간까지 해서 거의 두달 동안 마물의 숲에서 건량과 스튜,빵만 먹고 살았던 나는 2개월 만에 찾은 영지에서의 저녁 식사를 조금 아니 엄청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내가 마물의 숲에서 벗어났고 영지에도 들어섰는데! 왜 마물의 숲에서 먹던 건량과 스튜! 빵을 먹어야 한단 말이야!!!!! “한스님. 저기 입맛에 안 맞으십니까?” “아. 아니에요. 스튜가 조금 뜨거운 것 같아서 조금 식혀서 먹으려고요.” “아. 그러시군요. 하하하! 저는 혹시나 한스님께서 입맛에 안 맞으시는 줄 알았습니다. 오늘 스튜는 조금 특별한 겁니다. 제 아내인 안젤라가 직접 만든 스튜는 영지에서 알아주는 스튜입니다. 자! 많이 드십시오!” “하.하.하. 잘 먹겠습니다.” 크윽! 거의 2개월 만에 영지에서 먹는 음식이 2개월 동안 질리게 먹던 스튜와 건량, 그리고 빵이라니. 나는 눈물을 삼키며 스튜에 빵을 찍어먹었다. 크윽! 이것이 말로만 듣던 눈물 젓은 빵이란 것인가. 크윽! 딱딱한 나무 침대에서 쉬고 있다가 한 어린 아이의 안내를 받아 식사를 하기 위해서 영주성 안의 식당으로 가게 되었다. 난 내심 2개월 만에 먹는 영지 내에서의 식사를 기대하고 있었다. 푸짐한 것은 바라지 않았지만 그래도 갓 구워진 고기라도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식당에서 얻은 것은 갓 구워진 고기가 아니라 갓 구워진 건량이었다. 흑흑! 그렇다고 불만있다고 겉으로 들어낼 수도 없는 것이 영주성에 있는 모든 이들이. 심지어 후작이신 영주님조차 같은 식단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기에 난 두말 없이 먹을 수밖에 없었다. 크윽! 상점이용 게시판을 통해서 사놓은 딸기맛 포션이라도 먹어야 겠다. 크윽! 왜 상점이용 게시판으로는 노숙용 식량밖에 못사냐고! 으아아아!!! “한스님. 잠시만 이리로...” “응? 테리오님. 무슨 할 말씀이...” “잠시만 저를 따라 오십시오.” 식당 밖으로 나오자마자 마치 대기하고 있다는 듯이 갑자기 나타난 소영주 테리오님은 나를 어디나로 끌고 갔다. 테리오님이 나를 이끌고 간 곳은 영주성의 깊숙한 곳의 위치한 방이었다. 설마 나를 이대로 감금... 킁킁. 이건 무슨 냄새? 어디선가 많이 맡아본 냄새인데. 킁킁. “한스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대접해 드릴 수 있는 것은 이정도 밖에 안됩니다.” “이,이것은!?” 영주성 깊숙한 곳에 위치한 방에서 나를 불러내어 테리오님이 나에게 내민 것은 바로 닭고기였다!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닭고기! 거기에 함께 준비된 소금! 아! 이때 닭배달 시킬 때 같이 오는 사각 무도 있으면 딱인데. 아. 아쉽네. 나는 내 눈앞에 놓여진 닭의 다리를 잔인하게 뜯어서 입에 쑤셔넣기 시작했다. 꿀꺽! 그때 느껴지는 매우 거북한 시선과 함께 들려오는 소음에 나는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서는 나를 방으로 안내하고 닭고기를 내밀었던 테리오님이 침을 질질 흘리며 나를 아니 닭고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하.하.하. “하.하.하. 혹시 괜찮으시다면 같이 드시겠습니까?” “하하하!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허허허! 거부도 하지 않다니. 내 말에 테리오님은 당장에 닭의 한쪽 다리를 뜯어 입으로 가져갔고 그 속도는 내가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 이,이런 모두 빼앗길 수는 없다! 이게 얼마 만에 별식인데! 나는 바로 통닭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이후 테리오님과 통닭 쟁탈전을 벌여 간신히 제목을 챙긴 나는 배를 두두리며 바닥에 들어앉았다. 오랜만에 들어온 닭고기인데 잘 소화가 되려나 모르겠네. 후후후. “후후후. 꺼억!” 나와 함께 닭고기를 먹은 테리오님을 방금 전 나와 같은 포즈로 배를 두두리고 내 옆에 주저 앉아 있었고 트림까지 하고 있었다. 후훗. 나는 인벤토리에서 미리 사놓은 딸기맛 포션을 두병을 꺼내서 뚜껑을 따 한 병을 테리오님에게 내밀었다. “이거 드셔보십시오.” “아!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테리오님은 사양하지 않고 그대로 병을 받아들고 마시기 시작했다. 딸기맛 포션을 마신 테리오님은 매우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아껴서 먹기 시작했다. 후후후. 테리오님은 정말 재미있는 데가 있으신 분이군. “후~우. 정말 죄송합니다. 식량사정만 좋았다면 제대로 대접했을 텐데. 정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아까 식당에서 먹은 스튜도 나쁘지 않았고, 닭고기도 충분히 맛있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조만간 상단이 들리는 날이니 그 날에는 충분히 제대로 된 음식을 맛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아까 식당에서처럼 항상 그런 식으로 모두 함께 식사를 하는 것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저희 아버지 말씀이 이렇게 작은 일에서부터 병사들과 용병들의 사기에 영향을 준다고 하시면서 항상 같이 식사를 하고 계십니다. 저희 아버지 말씀이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신다고 계속 그러시고 계십니다. 벌써 나이가 50세를 코앞에 두분 분이 말입니다. 하지만 뭐 아버지 말씀대로 그 효과를 보고 있기도 하고요” “그렇군요.” 테리오님은 불평은 했지만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하지만 곳 그의 표정은 시무룩 해졌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나는 테리오님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테리오님. 혹시 무슨 걱정이 있으십니까?” “아! 제가 한스님에게 폐를 끼쳤군요. 아무것도 아니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으음. 혹시 고민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보십시오. 혹시 압니까. 제가 도움이 될지.” “하~아. 사실 저희 영지는 10년 전에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10년 전에는 여타 다른 영지보다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평민들을 배려하시는 아버지의 성품 덕분에 다른 영지보다 치안과 낮은 세금으로 조금은 이름이 알려진 영지였습니다. 그때도 몬스터들의 습격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심하진 않았죠. 하지만 7년 전부터 저희 영지는 급속하게 변했습니다.” 10년 전 대 마물의 숲 토벌군 5만이 마물의 숲에서 거의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이후 3년간 마물의 숲의 남기기로 한 세 영지중 하나인 이곳. 프리즌 영지에 한 마법진이 설치되면서 영지는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단다. 그 마법진은 바로 몬스터 유인 마법진. 몬스터를 유인하는 마법진이었단다. 그때부터 시작된 몬스터들과의 치열한 사투.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은 규모의 몬스터들의 습격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그대로 처음 2년간은 황제가 보내준 지원군으로 잘 버텨 보았지만 귀족들의 반발로 더 이상 정상적인 지원군은 2년 뒤로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황제는 이 영지를 위해서 꾀를 내었는데 바로 중죄인이나 사형수를 이 영지로 보내어 1년간 싸워 살아남으면 죄를 사면하는 조건으로 싸우게 했단다. 거기에 영지에서 황궁으로 보내는 세금도 면제해주었지만 그나마도 없었다면 프리즌 영지는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저기 어째서 몬스터를 끌어들이는 마법진은 영지에 설치하도록 한 것이죠?” “아. 그건 바로 몬스터들이 마물의 숲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몬스터들이 마물의 숲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요?” “예. 몬스터 유인 마법진으로 인해 마물의 숲의 몬스터들은 저희 프리즌 영지와 몬스터 유인 마법진이 설치된 마법진으로 인해 그 세 영지를 공격하게 되어 마물의 숲이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과거 몬스터 유인 마법진이 설치되기 전에는 마물의 숲을 벗어난 몬스터들로 인해서 저희 로시아 제국과 세인트 제국, 카일로트 왕국은 큰 피해를 입었었지요.” 음. 그렇구나. 하지만 겨우 세 영지로 마물의 숲의 몬스터들을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지 않나.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테리오님의 말은 계속 되었다. 몬스터 유인 마법진이 설치된 이후 영지민들은 정말 죽을 힘을 다해서 몬스터와 싸웠고 영지는 지켜냈지만 많은 사람이 죽고 집을 잃었다고 한다. 거기에 몬스터들의 피로 인해서 오염된 땅에서는 제대로 된 농작물을 키울 수 없게 되었고 식량은 모두 영지에 들리는 상인으로부터 충당하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했다. 나는 테리오님의 말을 중간에 끊고 물어보았다. “몬스터들의 시체는 상당히 비싸지 않습니까? 그러면 돈도 충분할텐데. 식량을 충분히 사두면 되잖아요.” “예. 한스님 말씀대로 몬스터들의 시체는 고가로 거래되지요. 이 마물의 숲의 몬스터는 더욱 특별하기에 고가에 거래되기는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영지를 방문하는 상인들이 적다는 것입니다.” “예? 이 영지를 방문하는 상인들이 적다니요?” “한스님도 아시겠지만 이곳은 언제 몬스터들의 대대적인 습격을 받고 함락될지 모르는 곳입니다. 그런 곳에 상인들이 아무리 이익이 남는다 하더라도 목숨을 걸고 오지는 않습니다. 현재 영지를 방문하는 상인도 예전부터 저의 할아버지대부터 이어진 인연 덕분에 오는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 저희는 진작에 굶어 죽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몬스터들의 시체가 고가에 거래되긴 하지만 저희에게는 별로 남는 것이 없습니다. 영지를 지키기 위해서 용병을 고용해야하고 거기에 용병들은 언제 죽을지 모를 이곳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금액을 지불 해야합니다. 또 용병들이 죽는다면 어느 정도 위로금을 지불해야하죠.” “으음. 그럼 차라리 몬스터들의 시체로 벌어들인 돈으로 상단을 운영하든지 병사를 양성하면 되지 않습니까?” “저도 그 생각을 해보았습니다면... 상단을 운영할 인력을 빼낼 수 없고 병사를 키우기에도 시간이 없습니다.” 으음. 그렇구나. 확실히 웬만한 병사를 키우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테니까. 그리고 상단을 운영하는 게 솔직히 말만 쉽지 쉬운 일이 아니잖아. 이후 테리오님의 말씀은 계속 되었다. 현재 영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죄인들의 가족들이란다. 예전에 살던 영지민들은 영지에 애착이 강한 사람들을 빼고 모두 다른 영지로 이사를 했고 영주님은 그것을 막지 않으셨단다. 그들이 살기위해서 이사 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말이다. 나는 테리오님에게 프리즌 영지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갑자기 다른 두 영지의 상황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저기 프리즌 영지 외에도 마물의 숲에 몬스터 유인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는 두 영지의 상황은 어떠하죠?” “하~아.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희 프리즌 영지의 상황보다 낫습니다. 저희 로시아 제국은 현재 황제페하의 권력보다는 귀족의 권력이 강한 상태입니다. 저희는 로시아 제국이 개국했을 당시 존재하던 개국공신 가문이죠. 한마디로 황제파 귀족이라는 소리입니다. 그러니 귀족파에서 황제페하께서 저희를 지원하는 것을 두고만 보고 있을 리 없죠. 귀족파 귀족들은 갖은 방법으로 황제페하께서 저희를 도우려는 것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세금이 면제되고 죄인들이 내려오는 것도 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다른 영지의 상황은 저희보다 좋습니다. 세인트 제국의 영지 토르는 현재 교황 직속기사단 광휘의 성기사단, 대지의 성기사단, 풍요의 성기사단, 자유의 성기사단, 운명의 성기사단. 이렇게 5개의 성기사단이 이 일년에 한번씩 번갈아 가면서 토르 영지로 파견됩니다. 이는 신성제국 세인트에 걸출한 인물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름은 기가스 폰 베하인 세인트 황태자입니다. 기간테스. 대지의 여신의 자식이란 뜻의 이름은 가진 이로 현재 다음대 황제이면서 동시에 다음 대 여신의 첫 번째 손으로 오를 것이라고 거론되는 인물입니다. 기가스 황태자가 교황에 오르고 황제가 되면 황권과 교권이 나누어져 있던 세인트 제국은 황권과 교권이 하나가 되고 더욱 커갈 것이 분명입니다. 그러니 교황조차 황태자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 지원의 증거로 교황직속 기사단을 토르 영지에 파견한 것입니다.” 이야기를 마친 테리오님은 잠시 숨을 들이마셨다. 황권과 교권이 나누어진 세이트 제국의 황권과 교권을 통일하게 할지도 모르는 황태자라.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 잠시 쉰 테리오님은 계속 이야기를 했다. “다음 기사의 왕국 카일로트의 더소드 영지는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카일로트 왕국은 기사의 나라 가장 청렴결백한 나라이고 어린 아이조차 어렸을 때부터 검을 드는 곳입니다. 그러니 더소드 영지에는 영지민들 오히려 몬스터들과 싸우기를 즐기고 기사가 되고자 하는 이들은 더소드 영지에 모여 몬스터들을 상대하며 실력을 가다듬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 카일로트 왕국의 국왕이 죽어가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함부로 사람들이 더소드 영지에 들어서지 못하게 했고 오직 수련기사 이상의 신분을 지닌 이만이 더소드영지로 들어올 수 있게 했습니다. 거기에 기사를 양성하고 실전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 수련기사와 기사단을 함께 더소드 영지에 주둔시켜 놓고 있으니 현재로서는 더소드 영지가 제일 좋은 환경을 유지하고 있지요. 앞서 말한 두 영지와 다르게 저희 영지는 최악이지만 말입니다.” 이야기를 모두 마친 테리오님의 얼굴에는 그늘이 졌다. 나는 그런 테리오님을 위로해 드리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갑자기 테리오님의 표정이 무엇인가를 결심했다는 듯한 표정을 했기 때문이다. 테리오님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고 테리오님의 강렬한 눈빛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테리오님을 지켜보았다. ========== “한스님.” “....” “한스님. 저는 오래전부터 한가지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영지를 보다 좋게, 영지 사람들이 좀더 안전하게, 영지 사람들이 좀더 배부르게 먹게 하는 것이 저의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 꿈이었습니다. 전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귀족들이 천시하는 상술도 배웠고 영지를 지키기 위해서 검술도 배웠습니다.” “....” “배우긴 많이 배웠습니다만 배운 것을 사용할 기회는 오직 검술에게만 주어지더군요. 정말 영지를 위해서 안해본 일이 없습니다. 성벽 보수공사에 아버지와 함께 벽돌을 날랐고, 무너지고 불탄 집을 완전히 허물고 다시 집을 지었지만 곳 다시 무너지고 불타더군요. 그때마다 전 실의에 빠진 사람들을 봐왔고 그때마다 다짐했습니다. 더 이상 우리영지민들이 실의에 빠져있게 두지 않겠다고요! 하지만 모두 꿈이더군요. 저는 솔직히 점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영지, 배고품에 굶주리는 아이들을 보고 말이죠. 오늘만 해도 사실 한스님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전 포기 했을 겁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한스님. 부탁드립니다! 저희 영지를 위해서! 단 1년만! 단 1년만 몸을 의탁해 주십시오! 저는 한스님을 만나는 순간 알았습니다. 이분이라면! 한스님이라면! 한스님의 힘이라면! 저희 영지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제발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한스님!” 쿵! 쿵! 테리오님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찍으며 말했다. 얼마나 강하게 찍었는지 테리오님의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 바닥을 천천히 젖시기 시작했다. 역시 나의 예상대로 나에게 그 광경을 보여준 것은 일부러 였던 건가. 만약 영지민들의 웃음과 테리오님의 결심어린 얼굴, 영지민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영주님의 모습, 이들이 나에 대한 소문을 이미 알고 있었더라면 난 이대로 영지를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나의 대한 소문을 듣지 못했고 나에게 보여준 모습은 거짓된 모습이 아닌 진실한 모습이었기에 떠날 수 없었다. 나는 잠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붙이고 있는 테리오님을 지켜보았다. 후~우. 나는 고개를 숙여 테리오님을 일으켰고 테리오님의 이마를 인벤토리에서 꺼낸 천으로 닦아낸 이후 힐링을 써서 치료시키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테리오님을 보고 하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하~아. 저에게 생각할 시간 좀 주시겠습니까?”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한스님!” “아직 결정한 것은 아닙니다.” “아닙니다. 생각만이라도 해주시는 것이 어딥니까. 다른 이 같았으면 그대로 떠나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스님은 생각할 시간을 달라 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한스님!” 이후 테리오님은 나를 방까지 안내해주셨고 밤에 다시 있을지 모르는 몬스터들의 습격에 대비해서 경계를 해야 한다면서 나가셨다. 하~아. 어떻게 해야 할까. 게임 속이긴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이대로 영지에 남아 영지를 돕는 것도 가능했고 사악한 네크로맨서로 돌변해서 대륙을 휩쓸 수도 있다. 물론 내가 그럴 일은 없지만 말이다. 현재 프리즌 영지의 상황은 말그대로 최악이다. 성벽은 계속되는 몬스터들의 습격에 의해서 약해질 대로 약해져있었고, 영지민들과 병사들과 용병들도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이대로 몇 번 아니 한번만 내가 도와주었을 때의 규모로 몬스터들 습격해 온다면 그대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하~아. 결국 돕는 수밖에 없는 건가. 으으으. 나란 사람은 너무도 좋아서 탈이야. 나는 결국 영지를 돕기로 결정을 내리고는 나무 침대에 그대로 누워 웃어버렸다. 기왕 돕기로 했으니 확실히 돕는 것이 좋겠지. 좋아! 오늘부터 도와드리자. 그전에 영주님부터 만나야겠지. 프리즌 영지를 돕기로 결정을 내린 이후 나는 방을 나와 영주님을 찾아 헤맸다. 영주성의 사람들에게 계속 물어본 끝에 영주님이 영지의 성벽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나는 천천히 거리를 거닐면서 영주님이 있는 성벽으로 가기 시작했다. 영지에도 어느새 어둠이 자리를 잡았고 어둠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안식을 나누어주었다. 하지만 어둠이 주는 안식에 대항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영지를 지키는 병사들과 용병들이었다. 병사들과 용병들은 언제 있을지 모르는 전투를 대비해서 자신들의 무기를 손질하고 있었고 거의 성벽에 다가갔을 때는 여자들이 기름을 끊이고 부서진 집의 돌조각들을 모아놓고 있었다. 공성전을 준비하는 여인들처럼 말이다. 성벽에 도착한 나는 한 병사를 붙잡고는 영주님이 어디있느냐고 물었고 그 병사는 친절하게 나를 영주님이 있는 곳까지 안내해주었다. 영주님이 있는 곳은 성벽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다. 성벽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영주님은 그곳에서 마물의 숲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언제 다시 저 마물의 숲에서 몬스터들이 어둠을 등지고 나타날지 모른다는 듯이 잔득 경계를 하고 말이다. 영주님 곁에는 소영주인 테리오님과 호위기사들이 아무말 없이 영주님 뒤에 서있었고 영주님과 마찬가지로 마물의 숲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다가왔는데도 전혀 반응을 하지 않고 마물의 숲을 지켜보고 있었고 나는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후~우. 이런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한스님.” “아닙니다. 이 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다행이군요. 저는 가끔 깊을 생각에 빠지면 주위에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는 버릇이 있기에 다른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든 것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웬일이십니까?” “제가 이 곳에 온 것은 소영주님의 부탁에 대한 답변을 드리기 위해서 왔습니다.” “아. 아까 전에 아들놈에게 들었습니다. 제 아들놈이 한스님을 곤란하게 해드렸다지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전혀 곤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가 소영주님의 영지에 대한 사랑에 감동할 정도였습니다.” 나의 말에 영주님은 소영주님을 바라보고는 웃어 보이셨다. 그리고 곧 진중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마도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서 듣고 싶은 모양인 듯 했다. 나는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서 말하려고 할때 영주님께서 먼저 입을 여셨다. “한스님. 제 아들 놈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주시고, 생각해보겠다고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는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한스님이 떠나신다고 해도 이 자리에 그 누구도 원망할 일은 없을 겁니다. 오히려 저희는 한스님에게 은혜를 갚아야 하는 입장이니 말입니다. 자. 그럼 말씀해 주십시오.” 이거 완전히‘ 이대로 떠나면 원망할테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압박이 심한데. 후후후. 나는 우직한 영주님으로부터 능청스러운 너구리같은 면을 발견하고는 웃어보였고 영주님도 나를 따라 웃어 보이셨지만 단번에 영주님이 굉장히 긴장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구나 딱 보면 알 수 있을 정도로 영주님의 손은 심하게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주님.” “예. 한스님.” “영주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네크로마스터입니다.” “예.” “그리고 동시에 S급 용병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저를 고용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그,그 말씀은!?” “저는 대륙에 3명 밖에 없는 S급 용병입니다. 저를 고용하는데 상당한 금액이 필요하지만 저에게 영주성의 방을 장기간 숙박하도로 해주신다면 깍아드리겠습니다. 어떠십니까?” “물론입니다! 당연히 지내게 해드려야지요! 돈도 드리겠습니다. 크흑!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주님은 눈물까지 흘리시면서 나의 손을 잡고 연신 고개를 숙이셨고 그 뒤에 서있던 테리오님과 기사들도 눈물을 흘리며 나를 향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렇게 프리즌 영지에서의 첫 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 (10)장 노예(奴隸). 의심(疑心).한나. 프리즌 영지에서 영주님께 직접 고용된 나는 몇까지 조건을 걸었다. 일단 첫 번째 조건을 프리즌 영지 밖으로 나의 이름이 세어나가지 않게 단속해달라는 것이었다. 이 프리즌 영지에 들리는 상단주는 전대 영주님 때부터 이어진 인연이고 현 영주님의 의동생이자 다음 대 영주가 될 소영주에게 상술을 가르친 스승이고 프리즌 영지에 오는 유일한 상단이기에 그들과 영지 내에 병사들과 용병들의 입단속만 시킨다면 나의 이름은 다른 영지로 세어나가지 않을 수 있었기에 부탁한 것이다. 내가 만약 프리즌 영지에 영주님께 고용된 사실이 알려지만 영주님도 여러 가지로 곤란하기에 영주님의 나의 첫 번째 조건을 흔쾌히 받아들이셨다. 두 번째 조건은 내 방에는 그 누구도 출입하지 말 것이었다. 심지어 방을 청소하는 시녀조차도, 내가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아도 말이다. 내가 이 조건을 단 이유는 바로 로그아웃을 한 이후의 무방비 상태가 되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물론 마물의 숲에서 실험을 통해서 얻은 ‘그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들’은 최대한 숨기기로 했기에 두 번째 조건을 단것이다. 소환에 제한 시간도 생겨 전처럼 데스나이트를 소환해 두고 로그아웃을 할수도 없으니 말이다. 시간 제한이 생긴 이후 테스트 서버에서의 나를 지키는 방법은 ‘그들’과 언데드 제작을 통해서 제작한 언데드들 뿐이었다. 그래. 바로 언데드 제작에 들어가자. 음. 일부 재료는 사령술사 길드에서 구입할 수 있고 구입 못하는 것은 누나에게 부탁하면 되니까. 다음 세 번째 조건은 바로 고용 금액이다. 나는 대륙에 단 3명만이 존재하는 S급 용병! 그러니 공짜로 일해줄 수 없었다. 이일은 프리즌 영지의 예산을 관리하는 소영주님과 상의한 결과 선수금으로 500골드와 월마다 100골드를 받기로 했다. 다른 S급 용병들이 의뢰를 받을 때마다 어느 정도의 돈을 벌어들이는 줄 몰랐지만 충분히 많은 돈이라고 생각했기에 그 정도를 받기로 했다. 이렇게 세 가지 조건을 걸고 고용된 나는 전에 있던 방에서 소영주님과 닭고기를 뜯었던 방으로 옮겼다. 거기는 사실 창고로 사용하던 방인데 영지에 가장 깊숙한 곳에 있었기에 사람들의 출입이 적고 식당에서도 가깝고 영주성 밖으로 나가는 출입구에서 그런대로 가까웠기에 그 방을 달라고 했다. 그 방은 언데드를 제작하기에는 딱 좋은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고용된 첫날에는 아쉽게도 몬스터들의 습격은 없었다. 고용된 첫날은 그냥 놀고먹게 된 것이다. 아니 꼭 놀고먹었다고 할 수는 없지. 환자들에게 돌보고 포션을 나누어 주었으니 말이야. 어제의 몬스터들과의 사투로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병사들과 용병들을 돌보면서 하루를 보내며 나는 아낌없이 포션을 사용했다. 나에게는 포션의 가치는 언제든 구할 수있었기에 매우 낮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던지 영주조차 내가 포션을 내놓자 고개를 숙이시며 고마워하셨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포션이 다른 이들에게는 상당한 가치를 가지자 한번 팔아서 돈 좀 챙겨볼까 했지만 영지 내에서 포션을 살만한 돈을 가진 사람은 영주님뿐이라는 환자를 돌보는 아주머니들 말에 포기하였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포션은 매우 비싼 것으로 보통 싸게 60골드. 비싸게 90골드 정도에 거래된다고 소영주님께 들을 수 있었다. 겨우 몇 실버 주고 산 포션이 말이다. 포션을 팔아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안 나는 매우 기뻐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포션을 살 사람은 영주님뿐이었고 몬스터들과의 사투에서 살아남았지만 상처를 입은 환자들에게 돈을 뜯어낼 정도로 난 못된 녀석은 아니었기에 나중에 한몫 단단이 잡자는 생각을 하며 포션을 아낌없이 풀었다. 포션을 사용하며 병동의 아주머니들과 환자들을 돌본 이후 나는 소영주님의 안내를 받아 영지를 둘러보았다. 영지를 둘러보며 영지의 마법사인 에이트님과 에이트님의 제자인 앤크와 미르하를 소개받았다. 에이트님은 50대 중반으로 꽤 나이가 있으신 분이었는데, 게일 형에게 들었던 이름 없는 마법사의 제자로 대륙에 존재하는 마법사의 탑에 이름을 남기지 않은 마법사로 4써클 마스터라고 하셨지만 소영주님의 말에 따르면 5써클 마법을 몰라서 그렇지 이미 마나 보유량과 마나 활용도는 5써클 마스터보다 낫다고 하셨다. 에이트님의 제자인 앤트는 꽤나 잘생긴 얼굴에 평민에게서는 흔치 않은 금발 머리를 가진 녀석이었는데 나이는 16세이고 3써클 유저라고 했다. 다음 미르하 누나. 내가 이 테스트 서버에 와서 처음보는 여자마법사로 역시나 테스트 서버에서 처음 보는 핑크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고 뭐랄까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의 아내처럼 순박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나이는 나보다 6살 많은 24세로 3써클 익스퍼터라고 했다. 에이트님과 앤트, 미르하 누나는 프리즌 영지에 단 3명뿐인 마법사들이었다. 에이트님은 처음 나를 보았을 때 존댓말을 하여 나를 당황스럽게 만드셨다. 어린 나이에 그만한 실력을 쌓았으니 존대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며 존대를 하시는데 동방예의지국이라는 한국에서 자란 나는 존대를 하시는 에이트님은 너무도 부담스러웠다. 그리고보니 에이트님이 어떤 학파의 이름 없는 마법사의 제자였는지 안 가르쳐 주셨네. 나중에 전투가 벌어지면 알 수 있겠지. “한스님. 한숨 자두시는 게 좋을 것입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시진지. 이제 겨우 1시인데...” 점심을 막 먹고 나서는데 언제 다가왔는지 테리오님은 나에게 한숨 자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말을 하여 나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음. 직접 겪어보시는 게 낫겠죠. 하지만 제 말대로 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럼 전 이만.” 밤이 찾아 왔을 때 나는 테리오님이 한 말 뜻을 알 수 있었다. 아우!!! 크아아아아! 키익! 키익! 키익! 쿵! 쿵! 쿵! 키이이익! 밤이 되자마자 마물의 숲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는 영지에 있는 사람들을 잠에 자게하지 않았다. 테리오님의 말에 의하면 7년 전 몬스터 유인 마법진이 설치된 이후부터 이런 식으로 밤만 되면 소리가 들려온다는데 처음에는 몬스터들이 이런 소리를 낼 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을 자지도 못했고, 공포에 떨기도 했단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뒤 몬스터들이 쳐들어오면 큰 피해를 입었단다. 그렇다고 경계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이 소리에 적응되어 밤에 경계를 하지 않았다가 역시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거 몬스터들이 두뇌 플레이를 다하네. 마물의 숲에서 지낼 때는 이런 소리도 내지 않았는데, 상대해야 할 사람들이 많으니 이런 작전을 구사하다니. 대단하군. 어자피 나는 잠을 자지 않아도 상관없었기에 아무렇지도 않았다. 영지의 병사들과 용병들도 이골이 났는지 몬스터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졸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몬스터들의 울음소리가 영지로 들려오는 프리즌 영지에서의 하루가 지나갔다. ==== 프리즌 영지에서 3일을 보내는 동안 몬스터들은 쳐들어오지 않았다. 난 지난 3일 동안 몬스터들과의 사투에서 상처를 입은 환자를 돌본 이후 나는 영지를 둘러보았다. 프리즌 영지를 좀더 자세히 둘러본 결과 그때 영주성으로 들어가며 둘러본 것보다 더욱 좋지 않았다. 영지 여기저기에는 죽은 자들의 시체가 썩고 있었고 영지에는 쥐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시체는 내가 발견하는 족족 불태워버리긴 했지만 아마 영지 구석구석을 찾아보면 더 나올 것 같았다. 거기에 영지에 아이들은 시체들을 아무렇지 않게 방치시켜둔 골목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거기에 식수원은 영주성에 한군데 존재하는 우물과 영지 곳곳에 존재하는 총 4군데에 존재하는 우물인데. 우물의 위생상태도 확인해보니 물에 무엇인가 있었는데 다행히 물은 끓여 마신다고 한다. 하긴 그냥 마시기에는 꺼림직 하겠지. 겨우 3일 동안 둘러 봤을 뿐인데도 영지의 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영주님을 만나서 상의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4일 째 날. 아침이 되자마자 영주님이 계신 집무실로 향했다. “아! 한스님. 다행히 엇갈리지 않았군요. 영주님께서 회의를 여시겠다고 모셔오라 하셨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당신은...” “저는 영주님의 호위기사 중 한명은 켈런티 켈혼이라고 합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영주님의 집무실로 가는 도중 영주님의 곁에 있는 걸 본적 있는 기사. 켈런티 켈혼 경을 만났고 그의 안내를 받아 집무실로 갈 수 있었다. 켈런티라. 겔런티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군. 집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소영주 테리오님을 비롯해 마법사인 에이트님과 제자인 앤크와 미르하 누나가 와 있었고, 거기에 처음 보는 한사람이 더 있었다. 온몸에 크고 작은 흉터와 얼굴에 이마에서 눈을 지나 빰까지 내려오는 2개의 흉터를 가진 이었는데 상당히 잘단련된 몸에 브레스트 메일을 입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기사는 아닌 것 같았다. 거기에 병동에서 보았던 신관도 한명 있었는데 그는 나에게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하긴 신의 의지를 거스르는 언데드를 다루는 나를 보는 것도 싫겠다. “어서 오십시오. 한스님. 자. 자리에 앉으십시오. 그래야 회의를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아. 예.” 내가 집무실로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서 나를 맞이해 주신 영주님은 내가 앉을 자리를 가르쳐 주셨다. 내가 앉은 자리는 얼굴에 2개의 큰 흉터를 가진 남자의 . 옆자리였다. 왼쪽에는 에이트님이 앉아 계셨다. “우선 소개해 드리지요. 이쪽에 얼굴에 두개의 큰 흉터를 있는 분은 저희 프리즌 영지의 고용된 용병들의 대장이신 총 용병대장 칸트님이십시다.” 벌떡! 흠짓! 용병대장이라는 칸트씨는 자신을 소개하자 갑자기 벌떡 일어나 나를 놀라게 했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봐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S급 용병이신 한스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하.하.하. 저도 영광입니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90도 각도로 나에게 인사를 하는 칸트씨의 행동에 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말에 고개를 들은 칸트씨의 눈을 불타오르고 있었고 나는 웬지 피곤해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어서 고개를 돌린 신관을 소개했는데 신관의 이름은 기프님으로 대지의 여신 가이아님의 신관이라고 했다. “한스님도 다른 분들을 알고 계실 테니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테리오.” “예. 영주님. 지금부터 영지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4일전 한스님의 도움으로 저희 프리즌 영지는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한스님.” “자꾸 그러시면 부담스럽.. 에이! 어색해. 그냥 편한대로 말할게요. 그리고 이번 기회에 말씀 드릴 게요. 저의 나이는 18세. 그러니 말 놓으셔도 상관없습니다. 아니 말 놓으세요.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존대 받는 것은 기분이 썩 좋지 않으니까요..” 나는 그동안 극존댓말을 하느냐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에게 존댓말을 듣느냐 어색함과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는데 이 기회에 나에게 말을 놓으라고 해버렸다. 나의 이런 말에 탁자에 둘러 않은 영주님과 소영주님, 에이트님을 비롯해 칸트님은 매우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난 아랑곳 하지 않고 말했다. “어서 회의를 진행하죠.” “아. 예. 그런데 정말로 말을...” “놓으시라니까요!!” “아,알았어. 그럼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4일전 저희 영지에 고용되신 아니 고용된 한스 덕분에 저희 프리즌 영지는 드디어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나에게 존대를 하려는 테리오님을 나는 노려보았고 나와 눈을 마주친 테리오님은 존대에서 도중에 평대로 바꾸었다. 그래. 그래야지. 그동안 얼마나 어색하고 불편했는데. 이제 좀 났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우리 프리즌 영지는 몬스터들과의 사투를 벌이느냐 영지를 꾸리는 일을 제대로 신경 쓰지 못 했습니다. 그 결과 영지의 위생상태는 그야말로 최악! 거기에 영지의 예산 또한 3개월 마다 들려주시는 발리만상당의 발리만 상단주님의 도움으로 간신히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는 바로 인력에 여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스의 합류로 인력에 여유가 생겼고 저는 이번에 영지 회의에서 여러분들께 몇까지 요청을 하려고 합니다.” 이후 이어진 테리오님의 몇까지 요청은 이랬다. 첫 번째 요청은 바로 나와 칸트님에게 한 요청이었는데 우리 둘에게 한 요청은 바로 영지 방어였다. 나의 언데드와 영지에 고용된 용병들로 몬스터들을 상대로 영지를 방어해 달라고 말이다. 한마디로 나와 용병들에게 영지의 방어를 전적으로 맡기겠다는 소리였다. 나는 물론 단번에 허락했고 내가 허락하자 칸트님도 허락했다. 영지 방어야 어렵지 않았다. 나의 직업은 네크로맨서. 다수를 상대하는 전쟁터에서 그 엄청난 위용을 과시하는 네크로맨서였다. 그러니 문제 없었다.프리즌 영지를 쳐들어온 몬스터들을 상대할 때 보여주지 않은 언데드들도 더 있으니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음 테리오님의 두 번째 요청은 아니 요청이라기보다 승낙을 구한다고 하는 것이 좋겠다. 바로 병사들을 따로 빼내어 사냥한 몬스터들의 사체를 다듬고 영지에 들린다는 발리만 상단과 함께 몬스터들이 사체를 판매하러 다녀오겠다고 이를 허락해 달라고 했다. 테리오님에 말에 의하면 그동안 발리만 상단에 넘기는 몬스터들의 시체는 말그대로 통체로 넘기는 것이었단다. 전혀 가공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다. 그동안 몬스터들과의 사투에서 살아남느냐고 몬스터들의 시체를 가공할 생각은 전혀 할 수 도 없었기에 그냥 몬스터들의 시체를 통째로 넘겼는데 이제 병력에 여유도 생겼으니 몬스터들의 시체를 가공하여 발리만 상단에 넘기고 발리만 상단에 팔리지 않은 몬스터들의 가죽과 이빨, 머리등을 직접 가져다 팔겠다고 했다. 귀족으로서는 상당히 수치스러운 일이지만 귀족이 천하게 여기는 상수을 배우고 영지와 영지민들을 아끼는 테리오님은 전혀 꺼리김없이 말하셨고 당연히 회의에 참석한 이들 모두 승낙했다. 이어서 3번째 요청은 나와 에이트님에게 한 요청이었다. 3번째 요청은 너무도 당황스러운 것이었는데 그것은 바로 제자육성이다. 나와 에이트님에게 영지에 남아있는 이들중 마법에 재능이 있는 이를 찾아내어 가르쳐달라는 요청이었다. 에이트님은 결국 프리즌 영지에 속한 마법사였고 그동안 여유가 없었기에 제자로 앤크와 미르하 누나만을 두었을 뿐 언제든 영지를 위해서 제자를 키우기 싶었다는 말을 하며 단번에 허락하셨다. 반면 나는 아무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과연 내가 제자를 키울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제자를 키운다는 것은 나에게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과연 내가 제자를 키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기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나중에 대답해 주겠다고 했다. 회의가 끝나고 알아봐야겠어. 처음 아스카를 시작할 때 제자에 대한 어떤 글을 본 것 같긴 한데. 으음. 마지막 4번째 요청은 이번에도 나와 칸트님에게 한 요청이었다. 바로 신병훈련과 용병들의 재훈련이었다. 앞으로 일주일 후면 수도로부터 죄인들이 내려온다고 한다. 그 수는 얼마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훈련을 우리에게 맡아달라고 했다. 테리오님은 나에게 신병에 대한 구체적인 훈련에 대한 방법까지 설명해주었는데 그 훈련에는 바로 데스나이트를 동원해 달라고 했다. 죽음의 기사! 상급 언데드인 데스나이트를 말이다. 신병 훈련에 데스나이트를 동원하는 이유는 바로 신병들에게 몬스터들에 대한 공포심을 제거해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영지에 온 죄인들이 짧은 기간이지만 훈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몬스터들의 사투에서 대부분 죽어나가는 이유는 바로 몬스터들에 대한 공포심 때문이란다. 그 공포심에 몸이 굳어버리고 몸이 굳어버리는 사이 몬스터들에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란다. 그렇기에 신병 훈련에 데스나이트를 동원하여 공포심을 제거해 달라고 한 것이었다. 거기에 대련 역시 실전처럼 하기 위해서 언데드들을 동원해 달라고까지 했다. 이 말에 칸트님은 데스나이트와 언데드들과 대련을 하게 된다면 용병들의 실력이 팍팍 늘거라면서 단번에 허락했고 나역시 같은 생각이었기에 허락했다. 테리오님은 내가 고용되자마자 나를 울궈먹으려고 작정을 한 모양이다. 데스나이트까지 이용해서 신병을 훈련시키려는 것을 보니 말이다. 그 다음은 신관인 기프님에게 한 부탁으로 영지의 위생을 신경써달라고 했다. 물론 그에 따르는 비용과 인력을 충분히 지원해주겠다고 했고 기프님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도중에 메시지 마법으로 말을 걸어오신 에이트님의 말에 의하면 평소에는 저러지 않은데 내가 네크로마스터이고 나를 고용한 영주에게 화가 나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신관이 참 쪼잔하구만. 영지의 집에 대한 문제는 몬스터들의 가죽과 이빨등을 팔고 난 이후 해결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다. 후~우. 제자라... ========= [입력어. ‘아스카에서 NPC 제자 양성하는 법’에 대한 디렉토리 0건, 문서 0건, 이미지 0건, 지식 자료 0건이 발견되었습니다.] “내가 예전에 잘못 봤나. 분명 봤던 것 같은데.” 나는 컴퓨터 모니터의 창에 뜬 글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테리오님에게 제자 양성에 대한 부탁을 들은 이후 나는 내가 제자를 양성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아스카 안에서 도움말을 훑어보기도 하고 로그아웃을 하고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누나에게 받았던 공략집도 차근차근 살펴보았는데 역시나 발견되지 않았다. 진짜로 잘못 봤나. “하~암. 오랜만에 잠이나 잘까.” 컴퓨터 시계를 확인해 보니 현재 시간은 오후 2시였다. 거의 하루종일 캡슐에서 생활하다보니 요일 감각도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시간 감각도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았다. 컴퓨터를 끄고 거실로 나온 나는 바로 소파로 뛰어들었다. 침대 못지않은 푹신함. TV나 좀 보다가 잘까. TV를 켜니 뉴스가 나왔는데 그 뉴스는 단번에 눈길을 끄는 뉴스였다. 어떤 산에서 발견되 수십구의 해골. 해골의 유전자 감식 결과 산을 올랐던 등산객으로 들어났다고 한다. 발견된 시신 중에는 살점이 붙어있는 시신도 있었는데 그 시신은 먹기 좋게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상태였다고 한다. 그리고 살점에 남아있는 선명한 이빨 자국이 사람을 구워먹었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했다. 으윽. 인육(人肉)을 먹는 살인마가 나왔다니. 끔찍하구만. 나는 뉴스를 보고 끔찍한 생각이 떠올라 채널을 돌렸지만 대부분의 공중파 채널은 식인마 사건을 뉴스로 다루고 있었다. 쳇! 오랜만에 보는 TV에서 저런 것이나 때리다니. 정말 안도와주는 구만. 잠도 확 달아났네. TV를 꺼버린 나는 물을 마시기 위해서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냉장고에는 어머니가 해놓으신 반찬들로 가득했고 포토,수박,복숭아,토마토등 각가지 과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입맛이 땡기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TV에서 보여준 뉴스 때문이었다.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긴 했었지만 테스트 서버에서 몬스터들을 상대하며 상처를 입은 병동의 환자를 돌봤기에 모자이크 처리되어있는 그 시체의 원래 모습이 상상이 갔기때문이다. 으으으. 설마 이런 부작용이 있을 줄이야. 게임 속에서 끔찍한 모습들을 많이 봐서 적응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적응이 되어있었던 모양이다. 뉴스에서 보여준 모자이크 처리가 된 시신의 모습이 바로 생각나는 것을 보니 말이다. “이대로 자기도 뭐하고, 먹을 것은 입으로 들어갈 것 같지도 않으니. 결국 할 일은 캡슐에 짱박히는 건가.” 나는 혼잣말을 하며 시계를 보았는데 내가 로그아웃을 한지 한 시간 반정도가 지난 오후 2시 17분이었다. 그럼 대충 하루하고 2시간 정도 지났겠군. 내가 로그아웃을 한 시간이 저녁이었으니까 게임 속에서는 다음 날 저녁이겠군. 그럼 접속해 보실까. [가상 속에 또 다른 현실. 아스카. 아스카에 접속하기 위해서 망막과 뇌파를 검사합니다. 망막과 뇌파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두통과 같은 증상이 일어나니 놀라지 마십시오. 만약 접속후 계속 두통을 느끼신다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주십시오. 망막과 뇌파 검사에 들어갑니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망막 검사 완료. 뇌파 검사 완료. 전용 사용자. 호상민님이 확인되었습니다. 아스카에 접속합니다. 즐거운 꿈꾸시기를....] 으으으. 로그인을 하니 매번 로그인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무력감이 나를 덮쳤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기는 했지만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다는 사실은 기분이 더러운 일이었기에 로그인을 할 때마다 조금씩 신경질이 났다. 잠시 후 몸이 괜찮아지자 나는 몸을 일으켰고 잠시 그대로 앉아 있다가 방을 나왔다. 방을 나오자 영주성을 가득 채운 어둠이 나를 반겨주었고 낮에는 보지 못한 밤의 영주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래된 성이니 만큼 이상한 것이 많이 붙어있구만. 낮에는 보지 못했던 밤의 영주성에는 각가지 망령들이 붙어있었다. 시종을 보이는 망령이 영주성의 복도와 왔다가 갔다가 하고 있었고 목이 베어진 망령도 자신의 머리를 끼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음. 저 망령은 나중에 듀라한을 제작할 때 쓸만하겠는데. 나는 내 눈앞에 돌아다니는 망령들을 거두어 들이지 않았다. 영주성에 있는 망령들은 그렇게 강력한 망령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마 영주성 지하 감옥에 가면 꽤 쓸만한 망령들을 얻을 수 있겠지. 나중에 가봐야겠어. 영주성 밖으로 나오자 일순간 영주성 앞에 막사를 치고 사는 이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지만 곧 그들은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쫄았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가. 너무 조용한데. 그리고보니... 몬스터들의 울음소리가 없잖아. 나는 곧 막사를 치고 있는 사람들이 긴장을 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며칠간 아침 해가 뜰 때까지 계속 들려오던 몬스터들의 울음소리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서둘러서 성벽을 향해서 뛰어갔다. 성벽 위에서는 병사들과 용병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성벽 아래에서는 성벽위로 돌과 끓인 기름을 옮기고 있었다. 병사들과 용병들의 두 눈에는 잔득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나는 영주님을 찾아 성벽위로 올라갔는데. 성주님은 성벽 중앙에서 마물의 숲을 지켜보고 계셨다. 영주님도 매우 긴장한 듯 해보였다. “영주님.” “아. 한스님 오셨...” “그냥 말 놓으시라니까요.” “흠흠. 알았네. 마침 잘 와줬네. 자네가 방에 들어가서 아무리 불러도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말이야.” “그러셨군요. 연구에 집중하느냐고 못들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네. 오면 된거야.” “그런데... 오면서 살펴보니 사람들과 병사들과 용병들이 매우 긴장한 듯한데. 혹시 무슨일 있는 겁니까?” “자네. 하늘을 못 본 모양이군.” “예? 하늘에 뭐가... 저것은!?” 영주님 말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을 때 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테스트 서버에는 본서버에 존재하는 2개의 달 외에도 1개의 달이 더 존재했는데. 본서버에 존재하는 블루문. 푸른 달과 실버문. 그러니까 현실의 평범한 달 외에 레드문이라는 달이 존재했다. 레드문. 이름부터 섬짓하지 않을가. 그 핏빛의 레드문이. 평소에는 블루문과 실버문에 사려져 제대로 빛도 내지 못했던 레드문이 형광을 내뿜으며 혼자서 떠있었다. 혼자서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굉장히 긴장했던 거군. “3년 만에 찾아온 레드문이네. 지난 번 레드 문 때는 영주성까지 몬스터가 밀어닥쳤었지. 다행히 레드문이 완전히 진 이후 그냥 물러가긴 했지만 그 후 성벽을 복구하느냐고 진땀을 빼야했네. 그래서 영지의 모든 사람들이 긴장하는 것이라네.” “그렇군요. 그런데 에이트님은?” “에이트도 지금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있다네. 제자들과 현재 마법진을 만들어 놓고 언제든 마법을 시전할 수 있도록 준비한 상태라네. 한스군. 자네도 준비해야하지 않겠나.”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군요. 그럼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이말을 하고 성벽을 내려왔다. 그리고 거의 다 쓰러져 가는 벽 뒤에서 인벤토리를 열고 데스리치 세트를 장착하기 시작했다. 데스리치 세트를 모두 장착한 나는 성벽위로 올라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쿵! 쿵! 쿵! 쿵! 지축을 울리는 진동이 영지를 감돌고 있는 침묵을 깼다. 나는 급히 성벽위로 올라가 멍하니 있는 영주님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마물의 숲을 보았을 때 나역시 멍하니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마물의 숲에서 모습을 들어낸 존재. 높게 치솟은 마물의 숲의 나무들보다 높게 치켜 올린 목. 드래곤과 뱀의 머리를 반반 섞어 놓은 듯은 5개의 머리! 마물의 숲에 존재할 수 없는 몬스터! 그것은 바로...히드라였다. 늪지 깊숙한 곳에서나 산다는 히드라가! 육체적 능력으로는 드래곤을 능가한다는 히드라가 모습을 들어낸 것이다! ========== 내가 아는 히드라는 늪지 깊숙한 곳에 사는 몬스터로 마물의 숲에서 나타날 수 없는 몬스터였다. 그런 히드라가 마물의 숲에서 나타나다니. 난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히드라의 레벨은 내 기억에 따르면 500에서 600사이. 성룡인 드래곤이 레벨 800인 것을 가만하면 낮은 레벨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체적 능력이 드래곤을 능가한다는 것은 엄청난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꿀꺽! 영주님의 침을 삼키는 소리는 나에게 너무 크게 들려왔다. 아니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영지에 있는 모든 이들이 영주님의 침 삼키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쿵! 쿵! 쿵! 캬아아아아아!!!! 숲에서 걸어나온 히드라는 거대한 몸에 5개의 머리들이 일제히 기괴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성벽 위에서 몬스터들과의 싸움을 준비하던 이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히드라의 기괴한 목소리가 잦아들자 히드라의 뒤로부터 나서는 존재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몬스터들이었다. 모두 피부색이 회색은 몬스터들. 그레이 오크, 그레이 오우거, 그레이 트롤, 그레이 리자드맨, 그레이 고블린등! 함께 있을 수 없는 몬스터들이 히드라에 앞에 포진하고 있었다. 이거 지난번에 본 블랙 오우거 때 보다 종류도 다양하잖아. 그때와 다른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히드라의 머리보다 높은 곳에서 날아오고 있는 몬스터들. 그레이 와이번과 그레이 그리폰, 회색의 날개를 가진 그레이 하피, 그리고 공중형 몬스터의 망신이라는 거대한 잠자리. 드래곤 플라이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공중형 몬스터의 종류는 이 네 종류뿐이라는 사실이었다. 후~우. 하늘을 날 수 있는 드래이크가 없어서 다행이군. 나는 아직도 멍하니 있는 영주님을 바라보며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영주님의 얼굴은 굳어있긴 했지만 절망어린 표정이 아니었다.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반드시 지키고 말겠다는 결의가 어려 있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런 영주님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구나. 내가 이렇게 여유 있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나에게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만약 현실이었다면 나 역시 공포에 떨고 있었을 것이다. 만약 현실이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게임이기에 나는 무모한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이기면 대박! 죽으면 말짱 꽝! 좋아 한번 해보자고! “영주님.” “하하하. 자네를 고용한지 며칠이나 됐다고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이거 면목 없구만. 도망갈 텐가?” “아니요. 히드라의 시체로 만든 언데드는 꽤나 좋은 녀석이 될 것 같은데. 저 좋은 재료를 두고 떠날 수 있겠습니까. 절대로 떠날 수 없습니다.” “자네도 멍청한 사람이구만. 항상 손해만 보고 살겠어.” “제가 왜 손해를 보고 삽니까. 걱정 마세요. 이번에 막아내면 확실히 받아낼 테니까요. 기대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래. 그러지. 일단 저들부터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군.” 영주님은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농담까지 건내시면서 웃어 보이셨다. 나는 테스트 서버속에 속한 이가 아닌 이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영주님은 이 세계에 속한 이. 이대로라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농담까지 건내시는 영주님은 존경받을 만한 분이셨다. 무모하고 용기 있는 것으로 말이다. “모두 들어라!!!! 성벽 아래에서 보지 못한 병사와 용병들도 들었을 것이다! 그 엄청난 소리를!! 그 엄청난 소리를 지른 몬스터는 바로 히드라! 마물의 숲에서 존재할 수 없는 몬스터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마물의 숲에서 나타나 우리의 영지를 몬스터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가히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웅성웅성! “얼마 안 있으면 저 몬스터들은 영지를 짓밟기 위해서 쳐들어 올 것이다! 이대로 이곳에 남는다면 죽을 수도 있다! 나 프리즌 영지의 영주! 페이란 폰 라이언 후작의 이름으로 말한다! 살고자 하는 이들은 도망가라! 난 그들을 잡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어떤 피해도 입지 않게 할 것이다! 그러니 살고 하는 이들은 떠나라!” 웅성웅성. 영주님의 말에 병사들과 용병들은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살고하는 이들을 떠나라니. 한명이라도 더 붙잡아두고 싸울 준비를 해야 하는 이 상황에. “하지만 난 남을 것이다. 이곳은 내가 태어난 땅이고, 내가 살아온 땅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의 아들, 나의 손자! 나의 자손들이 살아갈 땅이다! 그런 이땅을 난 몬스터들 따위에게 넘겨줄 수 없다! 그대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그대들의 살아오고, 동료들의 죽음에도 계속해서 지켜온 이 땅을 몬스터 따위에게 짓밟히도록 나두겠는가!” “아닙니다! 그럴 순 없습니다!” 성벽에 배치한 한 병사가 소리쳤다. 정말 용기 있는 친구로군. “자네도 보아서 알고 있지 않은가. 절망적이 상황이라는 사실을.” “그래도 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영주님. 아십니까. 전 4년전에 들어온 죄수였습니다. 거리에서 소매치기를 하다가 잡혀온 녀석이었지요. 이곳에 끌려와서 전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와 같이 들어온 많이 이들이 죽었으니까요. 하지만 전 살아남았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영주님은 기억하지 못할지 모르시겠지만 제가 들어온지 반년쯤 되었을 때 오크의 검에 가슴을 크게 베이고 간신히 살아남았을 때 영주님이 제 손을 잡아주시면서 하신 말때문입니다. ‘살아남아라. 살아남아서 이 영지를 떠나라.’” 병동에서 환자들의 손을 잡고 있는 영주님의 모습을 자주 보았는데. 저 말을 전하고 계셨군. 한 병사의 말을 들은 영지의 병사들과 용병들은 숙연한 분위기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서 전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떠나지 않았습니다.” “자네...멍청한 사람이로군.” “멍청한 것은 영주님도 마찬가지십니다! 다른 곳의 영주라면 자기 자신의 생명만을 생각하고 다른 이들의 생명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영주님은 그러시지 않았습니다! 몬스터들에게 죽은 이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셨고 병동에서 병사들과 용병들의 돌보시며 손을 잡고 항상 말하셨습니다. 살아서 영지를 떠나라고 말입니다. 지금 프리즌 영지의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라는 사실을 압니다. 하지만 최악일지언정 이곳은 살아있습니다. 그러니 전 절대로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자네 부인이 만삭이니 떠날 수 없잖아.” “맞아. 맞아. 우리 딸도 이제 3살이라 장거리 여행을 불가능 하다고. 나도 남아야겠군.” “난 외상값 때문에 못떠나겠는 걸. 떠났다가는 리나 아줌마한테 맞아 죽을 테니.” 하하하!! 병사 한명이 남겠다고 한 말에 한,두 명씩 얼토당토 없는 변명을 하며, 변명할 거리가 없다면 만들어서까지 남겠다고 하더니 결국에는 모두 남겠다고 해버렸다. 그런 병사들과 용병들을 보며 영주님은 눈시울을 붉히고 계셨다. “이런 멍청이들. 이런 바보같은 것들! 너희들은 바보다!” 그래요! 저희들은 바보입니다! 하지만 영주님도 바보십니다! 하하하! “그래. 난 바보다! 난 바보들의 영주다! 나 바보들의 영주로서 말한다! 모두 살아남아라! 살아남아서! 살아남아서 내일을 즐겨라!!” 영주님의 명을 받듭니다! ============== 이렇게 우리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다행히 히드라와 몬스터들은 가만히 있었지만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사이에 몬스터들의 수는 더욱 불어났다. “지난번보다 많군...” “그뿐만이 아닌데요. 무슨 일인지. 몬스터들을 분류해 놨습니다. 오크는 오크끼리, 오우거는 오우거끼리 말이죠. 아무래도 수뇌부가 있는 것 같은데요.” “으음. 마물의 숲이 저 히드라에 의해서 통일된 것인가.” “네? 그게 무슨 소리죠?”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마물의 숲의 몬스터들은 마력에 의해서 다른 몬스터들에 비해서 강하고 똑똑하지. 그간 마물의 숲의 몬스터들은 파벌을 나누어 다투고 있었네. 간혹 쳐들어 오는 몬스터들은 한 파벌에 속한 몬스터들이고, 항상 마물의 숲에서는 파벌간의 싸움이 벌어지지. 그런데 저렇게 강력한 존재가 나타났으니 완전히 상대하는 것을 포기하고 고개를 숙이고 들어갔겠지.” “..그렇군요.” 후~우. 엄청 골치 아프게 됐는데. 영주님의 말에 의하면 마물의 숲의 몬스터들은 파벌간의 싸움으로 간신히 영지를 버텨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물의 숲에 나타날 수 없는 몬스터. 히드라에 의해서 마물의 숲의 파벌간의 싸움은 그치고 그대로 히드라에게 귀속되었다는 말이었다. 영주님의 말대로 몬스터들은 계속 늘어나 있었고 내가 언데드를 소환하여 도와주었던 지난번과 비교해서 그 수는 가히 엄청났다. ‘그들’을 불러내야 할 것 같군. ‘그들’. 실험을 통해서 내가 만들어낸 이들. 그들이 아니면 이 상황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 같았기에 나는 결단을 내렸다. 최대한 숨기려고 했는데. 그냥 도망갈까. 하지만 이대로 도망가기에는 보는 사람들도 많고, 무엇보다도 저 히드라로 그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모르니 그냥 갈 수는 없겠지. 히드라. 육체적인 능력만으로는 드래곤을 능가한다는 평을 지닌 몬스터. 그 시체로 만들 수 있는 것!! 그것은 바로 본 드래곤. 아니 본 히드라라고 해야 하나. 본 히드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본 히드라가 안된다고 해도 좀비 히드라라도 만들어 낼 수 있을 테니 저 히드라는 나에게 포기하기 힘든 녀석이었다. 더구나 본 서버와는 다르게 이 테스트 서버에서는 아이템이 떨어지거나 하지 않지만 시체가 그래도 남지 않는가! 그런 이유에서 난 절대로 히드라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후후후. 히드라야. 너는 나의 것이다! 크하하하! “나에게 귀속된 이들을 불러들이고자 한다. 콜!” 촤아아아앙! 콜(Call). 내가 '그들'을 얻어냈을 때 생긴 스킬이다. 콜은 말 그대로 나에게 귀속되어 있는 ‘그들’을 불러내는 스킬로 주문은 사실 필요 없는데 형식적으로 내가 지어낸 것이다. 까먹으면 다른 주문을 외울 수도 있지만. 콜을 사용하자 내 옆에 데스나이트를 소환할 때와 마찬가지로 빛조차 잠식할 것만 같은 어둠이 자리 잡은 게이트가 생겼고 게이트로부터 어떤 이들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가장 앞장서 나오는 존재. 그는 전신에 하얀 풀플레이트를 입고 있었고 허리에는 검집이 없는 양손검으로도 한손 검으로도 사용가능한 풀플레이트와 비슷한 하얀색 바스타드소드를 차고 나오고 있었다. 그 뒤에 나오고 있는 이들도 모두 몸집도 틀리고 들고 있는 무기도 틀리지만 같은 점이 하나 있었다. 하나같이 전신을 감한 하얀 풀플레이트를 입고 있다는 점이었다. “본나이트 셰인이. 주인님을 뵙습니다.” “프로스트 본 나이트. 프로스트가 주인님을 뵙습니다.” “플레임 본 나이트. 볼케이노가 주인님을 뵙습니다.” “키키키. 베놈 본 나이트. 빌 리가 주인님을 뵙습니다. 키키키” “본 브레이커! 우라노스가 주인님을 뵙습니다!” “본 스카우트! 킬이 주인님을 뵙습니다.” “죽어서도 마법의 진리를 탐구하는 자. 본 메이지. 보를이 죽은 자들의 주인이신 주인님을 뵙습니다.” “본 랜서. 켈트가 주인님을 뵙습니다.” 본 나이트. 프로스트, 플레임, 베놈 본나이트, 본 브레이커, 본 스카우트, 본 메이지, 본 랜서. 모두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 같지 않은가. 후후후. 그렇다. 이들은 모두 이차 성장을 거친 스켈레톤들이 성장한 이들이다. 후후후. 마물의 숲에서 지내는 동안 난 영혼석을 가지고 영혼과 언데드의 성장 관계에 대해서 실험을 했다. 사실 실험이라고 할 것까지 없었다. 스켈레톤에게 소울 인첸트로 영혼을 귀속 시킨 이후 사냥을 하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내가 맨 처음 영혼을 부여한 것은 레벨 199에서 성장을 멈춘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였다. 영혼을 부여한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는 나의 예상과 다르게 성장하지 않았다. 나는 사실 영혼만 부여하면 성장할 줄 알았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영혼을 부여한 이후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는지 움직임이 다양해졌고 항상 같은 패턴으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이후 이차 성장을 거친 스켈레톤들에게 영혼을 부여해보았지만 여전히 움직임만 다양해졌을 뿐. 성장하지 않았고 레벨도 오르지 않았다. 이차 성장을 거친 스켈레톤들 그치지 않고 일차 성장, 성장을 거치지 않은 스켈레톤과 좀비에게도 영혼을 부여해 보았지만 역시 변화는 없었다. 실험에 전혀 진전이 없자 나는 영혼을 부여했던 스켈레톤들과 좀비들에게 모두 영혼축출로 영혼을 회수해버렸다. 영혼을 회수할 때 맨 마지막 남은 것은 내가 제일 처음 영혼을 부여했던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였다. 영혼을 부여했던 녀석들중 가장 처음 부여했고 가장 오래 동안 부여되어 있었던 녀석이기에 난 혹시나 변화가 있을까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 그때 당시 나는 영혼을 부여한 이후 창을 열어보고 한번도 상태창을 열어보지 않았다. 영혼을 부여한 이후 두 번째로 열어보는 상태창. 상태창은 한 가지가 추가된 것 이외에는 변한 것이 없었다. 그 한가지! 그 한가지가! 본 나이트를 비롯한 3차 성장을 한 스켈레톤들을 만들어냈다. 상태창에 추가된 한 가지! 그것은 이름 칸이었다. 그때 당시 상태창에는 이름 칸이라는 것이 추가되어있었고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의 이름 칸에는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 01이라고 되어있었다. 처음 영혼을 부여하고 나서는 이름 칸 같은 것은 없었는데 말이다. 이름 칸에는 이름과 함께 옆에 이름 변경이라는 버튼이 있었다. 이름 변경. 처음에는 나는 이름을 변경하는 것만으로 어떤 변화를 할 것이 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 혹시 이름을 변경 아니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01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이름을 부여한다면 변화를 겪지 않을 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나는 이름 변경 버튼을 누르고 셰인 이름을 부여했다. 이름 부여한 이후 상태창을 닫고 손을 떼자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다. 영혼을 부여한 이후부터 두개골에 뚫린 눈구멍에서 약하게 빛나던 혈광이 데스나이트의 눈빛과 맞먹을 정도로 형광을 내뿜기 시작했고 성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주위의 시체로부터 햐얀 기운. 뼈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때 당시 막 사냥을 마친 이후였기에 주위에는 몬스터들의 시체가 널려있었다. 주위의 몬스터들의 뼈를 흡수한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는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앙상한 뼈대를 들어내고 있던 하반신은 점차 굵어지더니 풀플레이트의 하의로 변했고 상반신의 뼈로 된 브레스트 메일 역시 풀플레이트의 상의로 변화했다. 거기에 머리의 헬름은 얼굴을 완전히 감싸더니 눈구멍만을 남기고 모든 구멍을 메워버렸다. 뼈의 흡수를 마치고 변화 또한 마친 제 3차 성장을 거친 스켈레톤은 눈으로부터 혈광을 내뿜었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본 그 스켈레톤은 나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고 말했다. “본 나이트. 셰인이 주인님을 뵙습니다.” 라고 말이다. 이쯤이면 모두 알아차렸을 것이다. 본 나이트들이 입고 있는 화이트 풀플레이트. 그것은 바로 뼈로 된 것이고 갑옷인 동시에 본 나이트들의 육체라는 사실을 말이다. 3차 성장을 거친 스켈레톤은 스스로를 본 나이트라 칭하고 나를 주인님이라고 불렀다. 당시 나는 3차 성장을 거친 스켈레톤. 본나이트 셰인이 자연스럽게 말을 하자 너무도 놀라 아무말도 못했다. 단지 이름만 부여했을 뿐인데 성장을 하고 동시에 데스나이트처럼 자아를 가지고 말까지 하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일단 그때부터 본 나이트 셰인에 능력에 대해서 확인해 들어갔다. 본 나이트 셰인의 말에 따르면 살아생전의 전투경험과 사용하던 검법에 대한 기억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과연 그말이 진실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에 그냥 넘어갔다. 본 나이트 셰인이 보여준 능력은 내가 레벨 180때 막 소환했던 데스나이트보다 월등했다. 현재 내가 소환 가능한 데스나이트들은 모두 소드마스터 상급에 해당하는 이들이지만 처음 소환했을 때는 소드익스퍼드 최상급의 데스나이트였다. 그런데 막 본 나이트가 된 셰인은 소드마스터 중급에 해당하는 데스나이트와 비슷한 경지였다. 그 뿐만 아니라 살아생전의 사용하던 검법도 사용가능한지 각가지 검법을 보여주었다. 이에 나는 너무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다. 이후 나는 어떻게 해서 상태창에 이름칸이 생겼는지, 이름을 부여한 것만으로도 어째서 성장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상태창에 이름칸이 생기는 것을 조사하는 것도 ] 이름을 부여한 것만으로도 어째서 성장했는지 조사하는 것은 쉬웠다. 일단 이름칸이 생기는 것을 조사하는 것은 스켈레톤을 하나 소환해 놓은 다음 영혼을 부여해놓고 기다리면 되었고 어째서 성장했는지 조사하는 것은 셰인에게 물어보면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셰인의 말에 따르면 내가 이름을 부여하지 않았을 때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로 남아 있을 때는 그저 멍한 느낌과 답답함이 자신을 지배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이름을 부여하는 순간 멍한 느낌과 답답함은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과 육체의 지배권을 차지할 수 있었고 살아생전의 전투경험과 사용하던 검법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름. 이름을 부여한 것만으로 말이다. ============ 이름. 태어나서 누구나 가지는 것이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불리고 듣는 것. 그것이 바로 이름이다. 이름을 지을 때는 누구나 신중을 기한다. 용한 점쟁이를 찾아가 이름을 받아오기도 하고 집안의 높은 어르신께 이름을 지어줄 것을 부탁드리기도 한다. 나의 경우에는 할아버지께서 직접 지으셨다. 나는 아무래도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가 본 나이트로 성장한 이유는 바로 이름이 가진 힘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디서 주워들은 바에 의하면 진실인지 아니면 거짓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름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힘이 있다고 한다. 어렸을 때 나도 여러번 들어보았지만 붉은 글씨로 자신의 이름을 쓰면 죽는다는 소리를 말이다. 또 저승사자는 생사부라는 책을 들고 다니는데 그 책에 이름이 적히면 반드시 죽는다는 소리도 들은 적 있었다. 그 외에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이름이 가진 힘으로 인해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가 본 나이트로 성장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다음으로 상태창에 이름이 생긴 날은 영혼을 부여하고 소환해놓은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정확히 3일 말이다. 3. 내가 알기로는 3이라는 숫자는 가장 안정적인 숫자다. 솔직히 숫자 3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숫자 3은 가장 안정적인 숫자라는 사실과 숫자 3과 관련된 몇가지 이야기가 내가 알고 있는 전부다. 내가 들은 숫자 3과 관련된 이야기 중에는 악마가 죽은 사람의 묘지에서 영혼을 빼갈 수 있는 시간은 죽은 지 3일 안에만 가능하다는 이야기와 어렸을 때 먹을 것을 준다는 말에 갔던 교회에서 예수가 죽고 3일만에 부활했다는 이야기. 이 정도였다. 그런데 이름 칸이 3일 만에 나오다니. 나는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이름 칸에 이름을 변경시키자 다른 스켈레톤들도 성장했고 현재 내 앞에 서있는 이들이 바로 그 산물이다. 그들의 수는 총 8명이다. 이들이 단 8명만 존재하는 이유는 이상하게 더 이상 영혼을 부여한 스켈레톤들에게 이름 칸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름 칸이 나오지 않으니 성장시키는 것도 불가능했고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이들은 모두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기에 만족하고 있었다. 이들은 평소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공간에 있다가 내가 부르거나 위험할 때 갑자기 나타난다. 방금처럼 내가 부르지 않았다고 해도 내가 위험하게 된다면 나왔을 것이다. 내가 이들을 불러내자 영주님을 매우 놀라워하셨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계셨다. 하긴 놀랍겠지. “이,이들은 누군가?” “제가 만들어낸 이들입니다. 제 비밀 무기죠. 셰인. 너는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를 비롯한 노멀 스켈레톤들은 지휘한다.” “주인님의 명을 받듭니다.” “프로스트, 볼케이노, 빌리. 너희는 너희들이 속한 스켈레톤들을 지휘한다.” “명을 받듭니다.” “맡겨 주십시오.” “키키키. 알겠습니다.” “우라노스. 너는..” “거참! 주인! 그냥 우리가 속한 스켈레톤들을 지휘하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냥 총지휘관이나 지명해 주십쇼!!” 하~아. 키 2.5m의 거인. 우라노스는 몸집만큼 단순한 성격을 지닌 녀석 답게 나의 말을 중간에 끊고 요점만 말해주기를 원했고 다른 녀석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우라노스처럼 요점만 말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아. 폼 좀 잡아보려는데. 우라노스. 너 나중에 두고 보자. “총 지휘관은...셰인이 맡는다.” “주인님이 주신 그 마음.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키이. 또 셰인이군.” “빌리. 주인님의 말씀은 곧 법이다.” “알고 있다고. 프로스트. 하지만 셰인을 너무 편해하시잖아.” 하~아. 또 껄렁한 빌리녀석이 말썽이군. 빌리는 베놈 본 나이트. 독을 내뿜는 베놈 스켈레톤 나이트에서 성장한 녀석이라 혹시 사악한 녀석이 나올까봐 조 금이라도 순화되라고 순한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이상하게 껄렁한 녀석이 나와 버렸다. 하지만 이름으로도 순화되지 않는 그 웃음소리는 정말 듣기에도 사악하게 들렸다. 하~아. 그래도 면전 앞에서 대들지 않는게 다행이지. “그럼. 모두 가라!” “예!” 나의 말에 껄렁한 빌리조차 엄숙하게 대답하며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고 그들은 안전하게 성벽 아래에 착지하여 앞으로 걸어 나갔다. 나의 옆에 계신 영주님은 녀석들이 뛰어내리자 놀라서 급하게 성벽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쳐다보셨는데 그들이 안전하게 착지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셨다. “후~우. 그런데 저들을 저렇게 보내도 되는 건가. 아무리 언데드라지만 우리 편이고, 몬스터들은 엄청난 숫자를 자랑하네.” “후후후. 기다려보세요. 곧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질테니.” 영주님은 나의 말에 고개를 돌려 몬스터들을 향해서 걸어나간 이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함께 뭉쳐서 가지 않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앞으로 나아갔는데. 8명은 일순간 동시에 멈추어섰다. 그리고는 자신의 무기. 셰인과 프로스트, 볼케이노, 빌리는 검을, 킬을 화살을, 보를은 스태프를, 우라노스는 거대한 해머를, 마지막 켈트는 랜스를 땅에 박아 넣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급히 명상을 시전했다. 명상을 시작하자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동시에 엄청난 속도로 마나가 빠져나가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스킬을 시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나가 빠져나가는 이유는 바로 저들의 등 뒤로 나타난 이들 때문이었다. 끼리릭! 척척! 끼리릭! 쿵! 저 8명이 무기를 꽂아 놓은 이후 그들의 뒤로 땅이 들썩이며 일제이 모습 들어낸 것은 바로 내가 소환하는 스켈레톤들. 일차, 이차 성장을 거친 스켈레톤들과 성장을 거치지 않은 스켈레톤들이었다. 셰인의 등뒤에는 바로 뒤에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부터 시작하여 스켈레톤 데드 나이트, 스켈레톤 나이트등의 속성을 가지지 않은 노멀 스켈레톤들인 전열을 맞춰서있었고 프로스트와 볼케이노, 빌리의 뒤에 역시 이셋의 속성을 가진 스켈레톤들이 서있었다. 이들 넷 뿐만이 아니었다. 각기 특화된 스켈레톤들이 나머지 4명의 등 뒤에 서있었다. 곧 아무것도 없던 공터는 스켈레톤들로 가득 찼다. 이들이 각자의 무기를 땅에 박아 넣은 것은 그들의 특수능력을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들의 특수능력. 그것은 바로 자신이 성장을 거친 스켈레톤의 소환이었다. 이들은 단지 자신들의 무기를 땅에 꽂아 놓은 것만으로도 자신들이 거쳐지나가거나 자신에게 속한 스켈레 톤들을 소환할 수있었다. 나의 경우 주문을 외우고 매개체를 던져야 하는 것에 반해 매우 편리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특수능력에도 단점은 존재했다. 단점은 총 4가지로 첫 번째는 이들이 소환할 수 있는 스켈레톤들의 수는 바로 이들의 주인. 내가 소환할 수 있는 스켈레 톤들의 수로 한한(限閑)다는 것이다. 두 번째 단점은 바로 이들이 소환한 상태에서는 나는 더 이상 스켈레톤들 소환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소환은 할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소환한 만큼 저들이 소환한 스켈레톤들은 부서져 매개체로 되돌아가게 된다. 세 번째 단점은 바로 저들이 스켈레톤들을 소환할 때 소모되는 마나는 모두 나의 마나에서 소모된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직접 소환할 때보다 적은 마나가 들지만 수가 수인만큼 막대한 마나가 소모된다. 그래서 내가 저들이 무기 를 땅에 꽂는 것을 보자마자 마스터 레벨까지 올리게되면 마나회복력을 최고 3배까지 올려주는 명상을 시전한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 단점은 저렇게 스켈레톤들 소환 하는 것은 단 하루에 한번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4가지 단점만 아니라면 매우 좋은 능력이었다. 물론 저 스켈레톤들을 소환하는데는 내가 스켈레톤들을 소환할 때처럼 매개체를 필요로 한다. 저들이 공터에 매개체를 뿌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켈레톤들이 소환된 이후는 이미 매개체가 그들의 몸안에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마물의 숲을 나오기 전에 저들에게 저런 특수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내가 사용하던 매개체들. 최고 레벨까지 올려놓은 매개체들을 모두 넘겨주었고 나는 새로운 매개체를 사용하였다. 한마디로 지금 저들에 의해서 소환된 스켈레톤들은 최고레벨의 정예 중에 정예라는 소리였다. 퐁! 크윽! 정말 엄청나게 마나가 소모되는구만. 저들이 소환을 시작하자마자 명사을 시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마나가 소모되는 속도는 줄지 않았고 결국 벨트의 옵션인 오토포션으로 인해 마나포션의 뚜껑이 열리고 천천히 마나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후~우. 만약 내가 소환했다면 저보다 많은 마나를 소모했겠지. “저,정말 대단하군. 도,도대체 저게 얼마나 되는 건가?” “하~아. 하~아. 세,세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대충 천은 넘을 겁니다.” “처,천!?” ============ 털썩! “하,한스군!?” 영주님은 갑자기 내가 쓰러지자 어쩔 줄 몰라하시면서 다가오셨고 나는 힘든 표정을 지어보이며 영주님을 바라보았다. 후후후. 역시 나의 연기 솜씨는 탁월하구만. 솔직히 저 정도 스켈레톤들을 소환해놓고 내가 아무렇지 않다면 나에대해서 의심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무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한 것이다. “괘,괜찮은 건가? 한스군!” “괘,괜찮습니다. 저들이 스켈레톤을 소환하는데는 제 마나가 소모되기 때문에 이런 겁니다. 이 걸 마시고 조금만 쉬면 괜찮아 질 겁니다.” 나는 가방에서 푸른색 포션. 중급 마나포션을 꺼내들며 말했다. 사실 마나포션을 마실 필요는 없었다. 어자피 어느 정도 쉬면 마나는 자연스럽게 회복되지만 영주님에게 내가 아주 특별한 포션을 마시고 회복되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 포션을 마신 것이었다. 포션을 마신 이후 내가 일어나려 하자 영주님은 나를 부축해 주셨고 난 본 나이트들이 간 곳을 쳐다보았다. 후~우. 내가 봐도 엄청난 숫자구만. 여기에 아직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 듀라한, 구울과 구울 자이언트도 소환하게 되면 엄청난 수 겠군. 그야 말로 개인이 보여줄 수 있는 인해전술의 극의라고 할 수 있겠군. 성벽 앞 공터에 바글바글 거리는 엄청난 수의 스켈레톤들과 마물의 숲 입구 앞에서 계속 수를 불리고 있는 몬스터들은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 두 진영 어느 누구도 공격하지 않고 있었다. 엄청난 수의 스켈레톤들과 몬스터들이 대치중인 이상황에서 나는 스켈레톤들의 수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모든 스켈레톤 소환 스킬의 스킬 레벨은 마스터 레벨. 200까지 올려놓은 상태다. 보통 스켈레톤의 성장을 하지 않은 스켈레톤들은 스킬레벨 1당 한구씩 소환가능 하니. 헉! 단번에 1600구가 넘잖아! 커억! 그럼 저게 전부 소환된 것이 아니란 말이야! 확실히 그 정도 숫자가 되면 한번에 소환되게 되면 나의 마나로 감당할 수 없는 수였다. 스킬레벨만 올려났지 지금까지 한번도 모든 언데드들을 소환한 적 없었기에 나는 너무나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하.하. 완전히 사기로군. 조만간 이 사실을 알면 당장 패치가 되겠군. 아니 잘하면 패치 안될 수도 있겠다. 확실히 수를 조정하는 패치가 안될 확률도 조금은 있었다. 일단 초반에 배우는 스켈레톤 소환 스킬을 마스터 레벨까지 올리는 사람은 드물테고 나처럼 사령술사는 연속해서 플레이하는 사람도 드물 테니 말이다. 마나가 모두 회복된 이후 나는 바로 셰인에게 말을 걸었다. 본 나이트들은 모두 나에게 귀속된 존재들이었기에 언제 어디서든, 얼마나 떨어져 있는 말을 걸수 있었다. [셰인.] [예. 주인님.] [너를 비롯해 다른 녀석들 모두 스켈레톤들을 모두 소환하지 않은 거냐?] [...예. 주인님의 마나로는 아직 감당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저희가 임의로 수를 한정시킨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역시 나의 예상대로 저들은 모든 스켈레톤들을 소환하지 않은 것이다. 아마도 레벨이 높은 스켈레톤으로 골라서 소환한 것이겠지. 확실히 소환되어 있는 스켈레톤들을 살펴보니 레벨이 가장 높은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와 프로스트, 플레임, 베놈 스켈레톤 나이트등 이차 성장 스켈레톤들이 다수를 차지했고 나머지는 그 하위의 스켈레톤들로 되어 있었다. 쿵! 쿵! 쿠우우우우! 내가 스켈레톤들을 살피고 있는 그 때! 가만히 있던 히드라는 앞으로 걸어나오더니 숨을 들이켰다. 그러자 히드라의 몸체로부터 무엇인가 목으로 옮겨가더니 히드라의 5개의 머리의 입이 크게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브레스! 브레스다! “영주님! 숙이십시오!” 캬아아아아! 콰콰콰콰콰!!! 5개의 입에서 내뿜어지는 포이즌 브레스! 히드라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브레스의 풍압으로 인해 땅은 파해쳐져 스켈레톤군단을 덮쳐갔다. 중앙의 머리가 쏘아보낸 포이즌 브레스는 셰인에게로, 중앙 오른쪽 첫 번째 머리가 쏘아보낸 브레스는 볼케이노에게, 왼쪽 첫 번째의 브레스는 프로스트에게, 오른쪽 두 번째 브레스는 우라노스에게, 왼쪽 두 번째 브레스는 빌리에게 쏘아져나갔다. [키키키. 주인님. 잘 보시라고요. 키키키] 빌리의 목소리가 들려오긴 했지만 나의 시선은 중앙에서 가장 먼저 히드라의 포이즌 브레스를 맞게된 셰인에게 가있었다. 셰인은 엄청난 풍압으로 땅을 파헤치며 다가오는 포이즌 브레스를 향해서 검을 빼들고 서있었다. 셰인! 왜 가만히 있는 거야! 피하라고! 나는 당장 셰인에게 이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셰인과 셰인 뒤에선 스켈레톤들이 벌인 일을 보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슈우우우! 팍! 어떤 물건에 검을 데고 하늘을 향해서 휘두르는 셰인과 노멀 스켈레톤들의 의해서 히드라의 포이즌 브레스가 하늘로 방향을 바꿔서 날아갔기 때문이다. 하.하.하.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야? 콰쾅! 파아아아아!!! 갑자기 들려오는 엄청난 소리에 고개를 들려보니 그곳에서도 셰인과 노멀 스켈레톤들이 벌인 일 못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엄청난 소리가 난 곳은 바로 본 브레이커. 우라노스가 있던 곳인데 그곳에 있는 우라노스를 비롯해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와 스켈레톤 브레이커, 스켈레톤 자이언트들은 모두 자신들의 무기를 땅에 내리치고 있었다. 그로 인해서 우라노스와 스켈레톤들 앞의 흙들은 크게 파도쳐 포이즌 브레스와 부딪혔고 포이즌 브레스는 흙의 파도에 의해서 막혀 사라졌다. 화르르르! 또!? 난 불이 거세게 타오르는 소리에 급하게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서는 볼케이노와 플레임 스켈레톤들이 엄청난 열기로 히드라의 포이즌 브레스를 태워 막아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프로스트쪽도 만만치 않았다. 프로스트를 비롯해 프로스트 스켈레톤들이 내뿜는 냉기에 의해서 포이즌 브레스는 그대로 얼어붙어서 땅에 떨어져 내려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나에게 말을 걸었던 빌리쪽은 이보다 더했다. 베놈 본 나이트인 빌리 쪽은 그대로 히드라의 포이즌 브레스를 맞았는지 포이즌 브레스에 의해서 보라색의 베놈 스켈레톤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특이한 점이 있었다. 엄청난 풍압으로 쏘아져 오던 포이즌 브레스에게 더 이상 그 엄청난 풍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포이즌 브레스들은 그 자리에 모여 있었고 점차 엷어지고 있었다. 점차 엷어지는 포이즌 브레스가 사라지자 그속에서 나타난 것은 바로 초록색으로 물든 빌리와 베놈 스켈레톤들이었다. 초록색으로 물든 베놈 스켈레톤들의 몸색은 조금 시간이 지나자 곧 제 색을 되찾았고 그런 베놈 스켈레톤들을 지휘하는 빌리의 목소리가 나의 귀로 들려왔다. [음. 생각보다 괜찮은 맛(?)이였어. 하지만 약해. 어땠어? 주인.] [하.하.하. 그래. 너 참 대단하다. 대단해.] [키키키. 내가 한 대단하지.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볼까.] 키이이이. 캬아아아아!!! 쿵! 쿵! 크아아아! 크어어어! 자신이 쏘아보낸 포이즌 브레스가 막히자 분노한 히드라는 크게 고함을 지르며 발을 굴렀고 동시에 주위의 있던 몬스터들이 뛰어나갔다. 이때 스켈레톤 진형에서 몬스터들을 향해서 뛰어나가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랜스를 든 스켈레톤 부대. 본 랜서. 켈트의 스켈레톤 로열 랜서와 랜서부대였다. 파아아아! 치지지직! 파아아아! 몬스터들을 향해서 뛰어나간 켈트의 부대보다 먼저 도착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마법. 5써클의 파이어 필드와 아이스 필드. 썬더 캐논, 윈드 캐논을 비롯해 4써클의 포이즌 노바가 작열랬고 뒤어이 3써클 마법인 파이어 랜스, 아이스 스피어, 윈드 스피어, 라이트닝 스피어와 2써클 마법 포이즌 볼이 작열했다. 이와 같은 마법을 쏜 것은 바로 본 메이지. 보를이 지휘하는 스켈레톤 세이지와 스켈레톤 위저드였다. 갑작스러운 마법 공격으로 인해 몬스터들의 돌격속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몬스터들의 돌격속도가 현저히 떨어지자 스켈레톤 세이지와 위저드, 메이지는 계속해서 마법을 날렸고 정작 이들을 지휘하는 보를은 계속해서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본 메이지. 보를. 스켈레톤 세이지에서 성장한 보를은 스켈레톤 세이지가 구사할 수 있는 마법이외에도 5써클까지 5가지 속성의 마법을 구사할 수 있었고 동시에 6써클 마법도 딱 5가지지만 구사할 수있었다. 한마디로 보를은 5써클 마스터이자 6써클 유저인 것이다. 그런 보를이 주문을 외우고 있다는 소리는 지금 6써클 마법을 사용할 생각이라는 것이었다. 보를 주위에 불꽃들이 넘실거리는 것을 보고 나는 바로 보를이 사용하려는 마법을 알 수 있었다. 파아아아!! 보를이 주문을 완성시킨 이후 하늘을 향해서 손을 뻗자 하늘에는 붉은 구름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그 붉은 구름으로부터는 비대신 다른 것이 내렸다. 그것은 바로 불! 불로된 비가 내린 것이다. 보를이 사용한 6서클 마법! 그것은 바로 불을 내리게 하는 광범위 마법! 파이어 레인이었다! ===================== 크아아악! 꿰에에엑 키이이이!! 깨갱! 하늘에서 내린 불비로 인해서 몬스터들은 혼란에 빠져들었고 더 이상 돌진해 오지 못하고 있었고 계속 해서 발사된 마법에 의해서 그 수가 줄어가고 있었다. 파파팍! 멀리 떨어진 내가 있는 곳까지 들려오는 소리. 그 소리는 바로 몬스터들의 몸에 기다란 무기. 창이 박히는 소리였다. 수백의 창이 하늘로 떠올라 몬스터들에게 박히는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명확하게 들려왔다. 창을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켈트와 스켈레톤 로열 랜서와 랜서에게는 창이 들려져 있었다. 켈트의 부대를 뒤이어 나타난 것은 우라노스의 부대였고 차차 다른 부대들도 몬스터들과의 난전에 들어갔다. 키아아아!! 이,이런! 스켈레톤 부대와 몬스터들을 전투를 구경하느냐고 비행형 몬스터들이 접근하는 것을 잊고 있었다니! 어느새 성벽 가까이 다가온 비행형 몬스터들은 빠르게 하강하여 성벽위의 사람들을 노렸고 비행형 몬스터들이 노리는 이들 중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이런! “소울 스트라이크!” 콰콰콰쾅! 캬아아악! 급하게 시전하기는 했지만 스킬 레벨을 마스터 레벨까지 올린 스킬이었고 무엇보다 망령의 수준이 나를 노리는 그레이 와이번보다 높았기에 그레이 와이번은 그대로 소울 스트라이크에 의해서 몸 여기저기가 터져나가며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난 위험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시전한 소울 스트라이크에 의해서 목숨을 잃은 와이번의 육체. 이제는 시체가 된 와이번의 육체가 나를 향해서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이번이 비행형 몬스터이기에 몸무게가 지상형몬스터들에 비해서 가볍다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몬스터와 비교해서였다. 인간과 비교하자면 엄청난 차이였고 엄청난 무게를 자랑하는 와이번에게 깔리게 된다면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더구나 나의 옆에는 프리즌 영지의 영주님도 계셨다. “스,스피릿 실...으아아아!” 이,이런 늦었다. 크어어엉! 퍼억! .... 응? 나 멀쩡한 건가? “허허허! 한스군. 그만 눈을 뜨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은가.” 크어어엉! “에이트님!” 급히 스피릿 실드를 시전하려했지만 엄청난 속도로 추락하는 그레이 와이번의 시체로 인해 타이밍을 못맞춘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눈을 감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뒤에서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자 눈을 감은 상태에서 온몸을 더듬었고 다행히 아무이상이 없다는 확인했을 때 에이트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이트님이 하신 말을 들은 나는 얼굴을 붉히면서 눈을 떴고 놀라운 것을 볼 수있었다. 에이트님은 한 몬스터 위에 올라타고 계셨는데 놀랍게도 그 몬스터는 바로 맨티코어였다! 맨티코어! 인간의 얼굴에 사자의 몸체! 전갈의 꼬리! 박쥐의 날개를 가진 몬스터! 맨티코어! 에이트님은 그 맨티코어에 올라타고 계셨던 것이다! 어떻게 에이트님이 멘티코어에 올라타고 계신 거지!? “에이트님. 어째서 맨티코어가...” “나중에 설명해 줌세. 일단 몬스터들을 처리하는게 급하네! 가자!” 크어어엉! 확실히 급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지금 이렇게 내가 가만이 있는 순간에도 비행형 몬스터들은 영지의 병사들과 용병들을 노리고 있었다. 좋아! 한번 제대로 나서 보는 거야! 끼아아아! 그때 마침 나를 향해서 날카로운 발톱을 과시하고 빠르게 낙하하고 있는 그레이 그리폰이 눈에 들어왔고 나는 당황하지 않고 손을 들어 그리폰을 가르켰다. “망령들이여! 살아 있는 이의 영혼이 가진 육체의 지배권을 빼앗아라! 빙의(憑依)!” 끄아아아악! 나의 손으로부터 뻗어나간 망령들은 나를 향해서 낙하하고 있는 그레이 그리폰의 몸에 들러붙기 시작했고 그 후 갑자기 그레이 그리폰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게 변하더니 그대로 떨어져내렸다. 바닥에 떨어져 내린 그레이 그리폰은 나의 의도와 다르게 떨어지자마자 달려들은 병사들과 용병들에 의해서 목숨을 잃었다. 원래 그런 목적으로 사용한 게 아닌데. 내가 시전한 스킬 빙의(憑依). 망령들로 하여금 몬스터의 육체의 자유를 빼앗아 조종할 수 있게 해주는 스킬인데 문제는 완전하게 빙의가 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는 것이다. 그레이 그리폰의 몸의 지배권을 빼앗으려 했던 망령들은 나에게로 되돌아 왔고 난 곧 다른 비행형몬스터들을 향해서 망령들을 보내어 빙의에 도전했지만 이상하게 나의 의도와 다르게 빙의 과정중에 일어나는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인해 바닥에 떨어진 몬스터들은 그대로 병사들과 용병들의 밥이 되었다. 안되겠어. 그걸 사용해야겠어! 캬아아아!!! 나는 나를 향해서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대는 그레이 와이번의 향해서 손을 뻗으면서 외쳤다. “강제(强制) 영혼이탈(靈魂離脫)!” 스킬 강제(强制) 영혼이탈(靈魂離脫). 이 스킬은 특이하게 주문이 없는 스킬이었다. 이 스킬의 효과는 말그대로 영혼을 강제로 육체에서 이탈 시키는 스킬이다. 영혼이 육체에서 이탈하게되면 육체는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 하게된다. 강제(强制) 영혼이탈(靈魂離脫)은 스킬레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사정거리는 길어지고 성공률도 높아지게 되는데. 현재 스킬레벨은 마스터레벨. 웬만해선 성공하게 된다. [키이이이? 키이?] 육체로부터 이탈된 그레이 와이번의 영혼은 현재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떨어져 내린 육체와 다르게 그대로 떠있었다. 육체로부터 나에 의해서 강제로 이탈된 그레이 와이번의 영혼과 육체에는 서로를 잊는 끈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생명의 끈이었다. 생명의 끈. 이끈은 유체이탈을 할때 육체와 영혼을 잊는 것으로 이 끈이 끊어지게 되면 육체는 그대로 죽음에 이른다고 알고 있었다. 후후후. 이제 계속해 볼까. “죽은 자들의 영혼이여! 나의 의지에 따라 산자의 영혼을 치는 손과 발이 되어라. 영체공격술(靈體攻擊術)!” 삭! 망령들은 내가 시전한 영체공격술(靈體攻擊術)의 의해서 하나로 뭉쳐 하나의 형체를 이루었고 망령들이 형성한 것은 사신이 들고 다니는 낫! 사이드였다. 나는 망령들로 만들어진 사이드를 들고 그대로 그레이 와이번의 영혼과 육체를 잊는 끈을 향해서 휘둘렀고 끈은 너무도 쉽게 잘라졌다. [캬아아아!!!!!] 끈이 잘라지자 그레이 와이번은 본능적으로 비명을 질렀고 동시에 나를 향해서 달려들었지만 그것은 소용없는 일이었다. 크크크크! 키키키키! [캬아아아!] 항상 내 주변을 맴도는 망령들의 의해서 자유를 속박당했기 때문이다. 나에 의해서 생명의 끈이 끊긴 그레이 와이번의 영혼은 더 이상 살아있는 영혼. 생령(生靈)이 아니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생령이었던 그레이 와이번의 영혼은 망령 아니 나로 인해서 생명의 끈이 끊겼고 나를 향한 원망과 복수심을 가질 테니 원령(怨靈)이 되었다고 할수 있었다. 나는 나를 향해서 강한 복수심과 적개심을 들어내는 그레이 와이번의 원령을 향해서 손을 뻗었고 스킬을 시전했다. “영혼축출!” 슈우우우! 팍! 그레이 와이번의 영혼은 나의 의해서 영혼석이 되었고 난 곧 그레이 와이번의 영혼석을 가지고 망령을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나는 사악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병사들과 용병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그레이 와이번의 육체를 향해서 빙의를 시전했다. “망령들이여! 살아 있는 이의 영혼이 가진 육체의 지배권을 빼앗아라! 빙의(憑依)!” 캬아아아아! 그레이 와이번의 망령은 그대로 육체로 파고들었고 회색의 무엇인가 그레이 와이번의 몸에 파고들자 공격을 가하던 병사들과 용병들은 급하게 뒤로 물러섰다. 잠시후 몸을 일으킨 그레이 와이번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후~우. 성공적인가. 애초부터 자신의 육체였기 때문인지 그레이 와이번은 금세 적응해서 날아올랐고 나의 의지에 따라 다른 비행형 몬스터들을 향해서 날아갔다. 후후후. 이제 거 와이번은 육체가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계속 싸우게 될 것이다. 방금 날아간 그레이 와이번의 상태는 살아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이다. 애초부터 나로 인해 생명의 끈이 끊긴 시간도 얼마 되지 않았고 그레이 와이번의 육체를 조종하게 한 망령 역시 원래 육체의 주인이니 말이다. 난 저 상태를 버서커 상태라고 명하고 있다. 육체는 살아있으되 영혼은 죽어있는 상태. 그렇기에 산자를 향한 복수심과 적의가 가득하고 영혼이 죽어있으니 육체가 느끼는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육체가 가진 모든 힘을 끌어낼 수 있으니 말이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끔찍한 일이지만 나로서는 매우 유용한 스킬이었다. ================= 이와 같이 난 계속 버서커 상태의 비행형몬스터들을 계속 만들어 냈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나를 비롯한 프리즌 영지의 병사들과 용병들이었다. 저쪽에서는 마물의 숲이라는 거의 무한대라고 할 수 있는 몬스터들의 서식지가 있었고 무엇보다 저들의 수장. 5개의 머리를 지닌 히드라는 아직도 지켜보고 있었다. 나서도 곤란하지만 나서지 않아도 곤란했다. 히드라가 나서게 되면 그 엄청난 덩치를 감당할 만한 이가 없었기에 곤란하게 나서지 않으면 몬스터들과 함께 싸워야 하니 곤란했다. 으으으. 좋아! 한번 해보자고! 나는 그대로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고 마법을 사용해도 되지만 마나를 아끼기 위해서 망령들에게 물리력을 부여해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었다. “검의 길을 걸으며 죽음이란 시련에도 검을 놓지 않은 이들이여! 나 그대들을 여기 소환하려니! 여기에 그 모습을 들어내라! 서먼! 데스나이트! 죽음조차 파괴하는 망자들이여! 나 그대들을 여기 소환하려니! 여기에 그 모습을 들어내라! 서먼! 데스 브레이커!” 쿠오오오!!! 쿵! 쿵! 쿵! 성벽 아래에서 난 스켈레톤들과 몬스터들이 싸우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고는 지금까지 소환하지 않았던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를 소환하였다. 마물의 숲에서 보내는 동안 열심히 스킬 레벨을 올려놨고 그럼에도 잘 오르지 않아 그동안 모아놓은 스킬 포인트의 절반을 투자한 덕분에 마스터 레벨까지 올려놨던 서먼 데스 브레이커와 나의 특수 능력치 지배로 인해서 데스나이트 18명과 데스 브레이커 18명이 소환되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소환된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의 무리중 한명씩 나와 나에게 말했고 이들이 지난번에 블랙오우거를 상대할 때 나를 놀라게 했던 이들이라는 사실은 단번에 알수 있었다. 그동안 스킬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소환할 때는 한번도 안 나타나더니 어떻게 전투상황이니까 나타나네. 저 데스 브레이커. [와우! 정말 끝내주는데! 주인! 당장 애들 풀까요?] 후~우. 정말 데스 브레이커가 되기 전의 뭘 했는지 궁금하군.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는 따로 상대할 녀석이 있다.” [쳇. 아쉽게 됐군. 우리가 따로 상대할 녀석이 누굽니까?] [투크. 주인님께 무례를 범하지 말아라.] [이봐. 이봐. 주인님이 아무말 안하는데 댁이 무슨 상관이야! 불만 있어? 한판 할래? 난 좋은데.] “그만!” 나의 제지에 데스나이트는 검자루로부터 손을 뗐고 데스 브레이커는 해머의 자루로부터 손을 뗐다. “투크라고 했지? 우리가 상대해야할 녀석을 보면 기가 질릴 거다. 우리가 상대할 녀석은 바로 저녀석이다!” [....치는 맛이 끝내주겠는데! 주인! 역시 내 마음에 들어!] 처음에는 아무말도 못하고 있길레 엄청난 히드라의 몸집을 보고 기가 죽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너무 좋아서 아무말도 않하고 있었던 것이다. 투크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데스 브레이커들이 자신들의 무기인 해머의 자루를 스다듬고 있었다. 하~아. 이녀석들을 누가 말려. “지금부터 우리는 몬스터들의 벽을 뚫고 저 히드라를 상대한다. 목적은 히드라의 죽음! 단 시체를 너무 파손시키지 말도록. 아주 귀한 재료니까.” [크크크. 어자피 저정도 몸집이면 어느 정도 쳐놔도 흔적도 안남으니까. 크크크.] 캬아아아아! 쿠쿠쿠쿠 쿵! 쿵! 쿵! 쿵! 내 쪽으로 움직이려 할 때 갑자기 히드라가 앞으로 나서며 엄청난 몸집을 끌고 전장을 향해서 다가오기 시작했다. 히드라가 움직이자 땅에 끌리는 몸통은 땅을 파해쳤고 짧은 다리는 대지를 울렸다. 히드라가 향하는 쪽은 바로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를 소환한 내가 있는 방향이었다. 히드라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몬스터든, 스켈레톤이든 뭉개며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크크크. 아무래도 우리들의 기세를 느끼고 오는 것 같은데. 잘됐네.] [어떻게 할까요. 주인님.] “그래. 한번 해보자고! 히드라의 대뇌는 5개의 가슴부위에 있다. 뚫기 힘들겠지만 그곳을 공격하면 가장 빨리 죽일 수 있다! 그럼! 가라!” 드래곤의 관심이 많았던 나는 드래곤들에 대한 재료가 가득한 책을 한권가지고 있었다. 그 책에는 히드라에 대한 자료도 들어있었는데 히드라의 신체에 대해서도 나와있었다. 히드라의 청각은 완전히 퇴화하여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척추는 5개의 머리 때문에 뼈들이 옆으로 이어져 있어 좌우로는 움직이지 못하고 그만큼 움직임이 둔하지만 그 둔한 움직임을 5개 긴다란 목의 움직임으로 보완한다고 그책에 써있었다. 과연 그런지 볼까. 캬아아아아!!!! [와우! 정말 크구만!] [잡담은 그쯤하고 집중해라.] 쿵! 쿵! 쿵! 쿵! “간다! 산자들을 향한 원한과 분노 그리고 탐욕을 가진 망령들이여! 그대들의 원한과 분노는 산자들의 육체와 영혼을 꿰뚫을 한 자루 검의 검신이 되고 산자들의 생명을 향한 탐욕은 원한과 분노의 검신의 검자루가 되리라! 스피릿 스워드 스트라이크!” 우우우웅! 우우우웅! 스톤 자이언트를 상대할 때보다 많은 수의 망령들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자 스피릿 스워드 스트라이크로 인해 만들어진 망령의 검의 수도 늘어났고 그 힘도 전과 비교할 수 없게 강해져 있었다. “가랏!” 슈우우우우! 콰콰콰쾅! 나의 명령에 의해서 망령의 검은 거대한 히드라를 향해서 날라갔고 뒤이어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들이 뛰어나갔다. 끄아아악! 쾅! [크하하하! 나보다 더 무식한 녀석이구나!] “투크! 입다물고 진지하게 싸워! 죽은 자들의 한과 분노가 서린 망령들이여! 나의 명에 따라 산자들의 영혼을 구속하는 사슬이 되어라! 산자들의 육체의 자유를 빼앗아라! 소울 프리즌!” 키이이이!!! 스피릿 스워드 스트라이크는 히드라의 몸의 박혀들면서 작은 폭발을 일으켰지만 질긴 히드라의 가죽으로부터 피를 흘리게 했을 뿐. 그렇게 큰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거기에 크기가 크기인 만큼 히드라는 고통스러워하긴 했지만 오히려 자극이 된 듯 더욱 결력하게 목을 휘둘러댔다. 이에 나는 히드라의 목과 몸에 박혀있는 망령들을 이용해서 바로 소을 프리즌을 시전했다. 검의 모습을 하고 있던 망령들은 그대로 히드라의 몸에 흡수되었고 동시에 히드라의 움직임은 그 수많은 망령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부자연스러운 움직임만을 보일뿐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괴물 같으니라고! 참 히드라는 원래부터 괴물이지. [크하하하! 애들아! 본격적으로 한번 놀아보자!] [예! 형님!] ========== “예전부터 거슬렸는데! 애들아는 또 뭐고! 형님은 또 뭐야!? 너희들이 조폭이야!” [크하하하! 정감 있고 좋잖아! 우리는 어자피 주인으로부터 태어난 녀석들이니까! 우리가 이런 것은 다 주인때문이야! 안그러냐? 애들아!] [그렇습니다! 형님!] 그게...무슨 소리야? 캬아아아아! “이런! 스피릿 실드! 본 월! 본 아머! 소울 인첸트!” 가까운 거리에 한머리가 포이즌 브레스를 내뿜자 나는 급하게 포이즌 브레스를 막기 위해서 스피릿 실드와 본 월, 본 아머를 시전한 이후 본 월과 본 아머에 방어력이 강하고 독에 대한 저항력이 높은 마물의 숲의 그레이 오우거의 영혼석을 꺼내어 인첸트 시켰다. 스스스스! “맙소사! 녹고 있잖아!” 독에 대한 저항력을 가진 그레이 오우거의 영혼을 인첸트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본 월은 순식간에 녹기 시작했고 나는 급하게 물러섰고 그때 나의 앞을 막아서는 이가 있었으니 놀랍게도 그는 바로 빌리! 베놈 본 나이트 빌리였다. “이런. 이런. 주인에게 감히 독을 내뿜다니. 그럼 곤란하지!” 파아아아! 본 월의 녹아버린 포이즌 브레스는 나를 향해서 쏘아져 왔고 그대로 내 앞에 서 있던 빌리를 덮쳤다. 아니 덮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히드라의 포이즌 브레스는 베놈 본 나이트. 빌리의 손에 막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놀라운 광경을 본 나는 너무 몰라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런 나를 보며 빌리는 장난치듯이 다른 한쪽손을 포이즌 브레스로 집어 넣은 다음에 마치 와인의 맛을 음미하듯한 소리를 냈다. “음. 아까 것보다 나은데. 키키키. 이제 내 차례군. 포이즌 컨트롤.” 슈우우우우! 놀랍게도 빌리의 손으로 인해 막히 포이즌 브레스는 소용돌이를 치더니 점차 압축되어 가기 시작했고 빌리의 손 앞에는 성인 남자 머리만한 초록색 공. 압축된 포이즌 브레스만이 남아 있었다. “키키키. 베놈 포그! 포이즌 컨트롤! 퓨전!” 시전어로 인해서 빌리의 다른 한쪽 손에서는 보라색 안개가 생겨났고 포이즌 브레스가 압축된 것처럼 압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라색 공의 크기는 성인 남자의 머리만한 포이즌 브레스의 압축 볼 보다 매우 작아 겨우 엄지손가락만 했다. 그런데 빌리는 그런 보라색 볼과 초록색 볼은 합체시켰고 히드라의 포이즌 브레스 압축볼의 생각은 보라색과 초록색이 휘저은 미묘한 색깔이 되었다. “키키키! 간다! 베놈 스트라이크!” “아앗! 빌리!” 빌리는 미묘한 색의 공을 히드라의 5개의 머리와 고군분투중인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가 있는데도 히드라를 향해서 쏘아보냈다. 독이 압축된 공은 그대로 히드라의 몸통을 향해서 쏘아져 갔고 그대로 히드라의 몸에 충돌하여 부서졌다. 그 후 이상하게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키이이.. 키이이... 캬아아아아! 뭐,뭐야! “키키키키. 내 독맛이 어떠냐? 네 독보다는 맛있지. 키키키.” 나는 빌리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 오우거보다 독에 저항력이 강한 마물의 숲의 그레이 오우거조차 녹아버릴 독을 가지고 있는 히드라를 독으로 중독시키다니!? 빌리의 말대로 히드라는 괴로워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맛보지 못한 독으로 인한 고통으로 인해 말이다. 그로인해 히드라는 더욱 격렬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중독된 독으로 인해 점차 히드라의 움직임은 느려졌고 소울 프리즌도 더욱 강하게 발현되어 히드라의 움직임 눈에 띄게 부자연스럽게 변하였다. [크음. 이런 즐거움을 언제나 다시 맛보게 될지. 애들아. 이제 그만 끝내자!] [예! 형님! 뭐로 준비할 깝쇼?] [음. 오늘은 데스 브레이크로 가자.] [예! 형님!] 나는 데스 브레이커들의 대화를 듣고 그쪽을 쳐다보았는데 데스 브레이크들이 공격한 곳으로 보이는 히드라의 사지를 비롯해 몸통은 거의 걸래가 되어 있었다. 크윽! 저런 엄청난 해머로 저 덩치가 치니 저럴만도 하지. 그런데 데스 브레이크란 것은 뭐지? 스킬 명이라고 생각되는 데스 브레이크를 보기 위해서 데스 브레이커들을 살폈는데 데스 브레이커들은 히드라의 정면에 한데 뭉쳐서 가만히 서있었다. 아니 그들은 가만히 서있는 것이 아니었다. 갑자기 그들로부터 엄청난 존재감과 죽음의 기운. 사기(死氣)가 퍼져나오기 시작했다. 엄청난 사기(死氣)들은 놀랍게도 데스 브레이커. 그들의 대장인 투크에게 집중되어 있었는데 데스 브레이커들로부터 나오는 사기(死氣)는 투크의 몸에 집중 되고 있었다. 이때 히드라 역시 뭔가 심장치 않음을 느끼고 데스 브레이커들을 향해서 포이즌 브레스를 내뿜었지만 언제 다가갔는지 빌리에 의해서 포이즌 브레스는 막혔고 그때 데스 브레이커들이 일제히 히드라를 가슴. 내가 대뇌가 있다고 한 그곳을 향해서 돌진하기 시작했다. [데스!!!!] [브레이크!!!!] 콰콰콰콰콰!!!!! 데스 브레이크라는 시전어를 외우자 돌진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죽음의 기. 사기(死氣) 역시 몇배나 강해졌다 캬아아아!! 히드라는 데스 브레이커들을 막아보려고 포이즌 브레스를 계속 뿜고 다른 머리로는 데스 브레이커들을 내리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데스 브레이커들이 투크에게 집중한 사기(死氣)가 보호막 역할을 하여 히드라의 포이즌 브레스도, 머리를 이용한 공격도 팅겨냈기 때문이다. 그대로 데스 브레이커들은 히드라의 가슴과 충돌했다. 콰쾅!!! 카아아아아아!!!!! 데스 브레이커들과 히드라의 몸통의 충돌. 그로 인해 생긴 먼지구름. 먼지구름으로부터 데스 브레이커들이 튀어나오고 히드라는 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5 개의 목을 계속 휘두르며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상처를 입었길레... 먼지구름이 잦아들고 내가 본 것은 가슴에서 계속 쏟아지고 있는 히드라의 피와 그 속에서 살기 위해서 발버둥치고 있는 히드라의 장기들이었다. 이미 뇌라는 것은 형체도 보이지 않았다. 히드라의 5개의 머리는 계속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하고 있었지만 히드라의 대뇌가 형체도 없이 박살난 이상 히드라는 얼마 안있으면 죽게 될 것이다. 데스 브레이크. 너무도 무서운 기술인걸. [크하하하! 역시 끝내주는 구나. 안그러냐? 애들아.] [그렇습니다. 형님!] 쿠쿵. 결국 얼마가지 않아 히드라는 혀를 축 늘어트리고 죽음을 맞이했다. 이겼다! 이겼어! 이긴거야! 크아아아아! 꿰이이이익! 히드라가 죽자 이전투에서 승리했다고 생각한 것은 나의 오산이었다. 구심점은 히드라는 죽었지만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데스 브레이커를 비롯한 데스 나이트는 어느새 몬스터들을 도륙하고 있었지만 수적으로는 매우 불리했다. 우리가 히드라를 상대하고 있는 동안에 스켈레톤들은 상당수 부서졌기에 남은 스켈레톤들의 수는 얼마되지 않았다. 이럴 때는 그 스킬이 좋겠군. “스킬. 데스 로어를 시전한다!” [스킬 데스 로어를 시전합니다!] 크아아아아아!!!!!!! 나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목소리가 몬스터들과 언데드들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전장에 퍼져나갔고 일순간 전투는 중지 되었다. 데스로어. 데스리치 세트의 아이템스킬. 이 스킬을 시험삼아 시전해 보았을 때는 너무 놀라서 아무말도 못했다. 이 스킬로 인해서 마물의 숲에서 몬스터들을 상대하며 부서져 나간 스켈레톤들은 제모습을 찾아 일어났고 주변의 널린 시체들은 좀비가 되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데스로어는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데스로드의 권능 중 하나라고는 하지만 엄청난 위력을 자랑했다. 내가 사용한 데스로어로 인해 몬스터들의 부서졌던 스켈레톤들은 회복하여 몸을 일으켰고 주위에 널려있던 몬스터들의 시체들은 조금씩 조금씩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수는 이미 전장에 나와있는 몬스터들의 수를 압도 하고도 남았다. 취이이이이! 키이이이! 크어어어어! 수적으로도 밀리자 몬스터들은 마물의 숲을 향해서 도망치기 시작했고 나는 언데드들에게 몬스터들을 쫓지 말라고 하였다. 데스로어로 인해 엄청난 수의 좀비가 일어서긴 했지만 이좀비들은 나의 지휘아래에 있지 않다. 오직 서있을 뿐이었다. 거기에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속시간은 5분이 넘지 못했고 그대로 다시 평범한 시체로 되돌아갔다. 그와는 다르게 나에게 속한 스켈레톤들은 회복된 그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지만 말이다. 털썩! “하~아. 하~아. 이겼구나. 으으으. 목아파.” “키키키. 주인. 목소리 끝내줬어.” [음. 우리 주인을 고함은 대륙 제일이로군. 내가 졌다. 과연 나의 주인!] 이봐. 이봐. 그렇게 말해줘도 전혀 기쁘지 않다고. 몬스터들이 도망치고 하나둘 나에게로 모여드는 본나이트들과 데스나이트들을 보며 나는 이 전투에서 이겼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겼다. 이겼다고! ========= 마물의 숲으로 몬스터들이 도망간 뒤 나는 히드라의 시체를 데스리치의 로브 안에 넣으려고 했는데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들어가지 않았다. 이에 나는 로브 안에 있는 시체를 비롯해 매개체란 매개체는 모두 꺼내었고 히드라의 시체를 다시 로브안에 넣기 위해서 시도했는데 그제서야 로브 안에 히드라의 시체가 들어갔다. 그후 나의 눈앞에 한가지 창이 떴는데. 거대한 히드라의 시체의 보관을 위해서 로브안의 공간이 확장중이며 일주일간 로브 안에 시체를 보관하지 못한다는 글일 적혀있었다. 난 이때 인벤토리가 확장될 수있다는 것도 알수 있었다. 로브 오브 데스리치. 데스리치의 로브의 옵션에는 시체를 무한하게 보관 가능한 옵션이 있었는데 그 옵션덕분 인 것 같았다. 공간이 부족하게 되면 그 공간을 늘리는 그런 옵션 말이다. 히드라의 시체를 회수한 이후 다른 매개체들은 다른 로브를 구입해서 입은 후 그 안에 보관했다. 데스리치 세트를 벗자 좀비들은 그대로 쓰러졌고 평범한 시체로 되돌아갔다. 나는 마물의 숲과 영지 사이의 있는 공터의 시체를 보며 이 생각을 했다. ‘한동안 먹고살 걱정은 없겠다.’라고 말이다. 몬스터들의 시체는 고가로 거래된다. 거기에 몬스터들의 시체중에는 잡기 힘들다는 와이번. 그것도 마물의 숲산 특산물(?) 그레이 와이번도 있으니 엄청난 가격으로 거래될 것이 분명했다. 또 평소에는 시체 그대로 맡긴 것과 다르게 가공을 거칠 것이고, 소영주가 직접 판매를 할 것이니 막대한 이문이 남을 것이다. 이제 나도 좀 챙길 때가 됐으니까. 연구비 면목으로 좀 뜯어내야겠군. 후후후. 구하기도 힘든 히드라이 시체도 얻었으니 지금까지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스킬 언데드 제작에 열을 올리기로 해볼까! 언데드 제작하는데 재료값이 만만치 않으니까. 후후후. 잔득 뜯어내 보자고. 나는 주위의 나뒹굴고 있는 시체들을 살펴보면서 영주성으로 향했다. 영주성의 문은 열려있었으나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 본 나이트들과 함께 들어온 나를 그 누구도 환영해주지 않았다. 지난 번과 다르게 말이다. 영지로 들어오는 나를 바라보는 영지민들의 눈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자리 잡고 있었고 내가 고개를 돌린 쪽의 있는 병사를 비롯해 용병들은 덜덜 떨고 오줌을 지리는 사람까지 나왔다. 다른 사람이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은 두 번째였다. 예전에 일행들에게 나의 정체에 대해서 밝힌 그날, 그리고 오늘.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기분이 더러웠다. 내가 누구 때문에 목숨을 걸고 싸웠는데, 내가 왜 싸웠는데. 환호를 못해줄지언정 어째서 나를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인지. 정말 기분 더러웠다. “정말 수고했네! 정말 수고했어! 자네가 아니었다면 우리 영지는 끝났을 거야.” “수고하셨습니다. 한스님.” “허허허! 수고했네.” 만약 기분이 불쾌해진 나에게 다가와 이런 말을 건낸 영주님과 소영주님, 에이트님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대로 영지를 떠났을 지도 몰랐다. 공포의 대명사. 네크로맨서. 죽은 자의 육체와 영혼을 다루는 이들. 난 그런 네크로맨서보다 상위에 있는 네크로마스터. 이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고도 남았다. 하지만 웬지 화가 났다. 저들이 나를 보고 공포에 떠는 건은 당연한데도 화가 났다. 나와 같은 기분을 다른 네크로맨서도 느꼈을까. 그래서 사람들을 피해서 음지에서 생활하는 것일까. 후~우. 괜히 영지에 남아서 영지를 도와주겠다고 한 것인가. 난 갑자기 영지에 남아 영지를 돕기로 한 결정이 후회되었다. 적은 금액이지만 이미 계약도 했고 계약서 도 남긴 상태이니 어쩔 수 없었다. 영지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죽여버리고 떠나지 않는 이상 말이다. 후~우. 나는 바로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들을 돌려보낸 뒤 본 나이트들의 호위를 받으며 영주성에 있는 나의 방으로 향했다. 영주성으로 가는 도중에 병동이 있기에 가는 도중 병동에 들렸는데 역시나 다친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별로 돕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영지에 들어섰을 때 나를 바라보던 영지민들의 눈빛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병동을 지나쳐 가려는 그때 갑자기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스! 한스군!” “응? 아! 가이네 아줌마.” “나. 아줌마 아니라니까!” 나에게 말을 걸어온 이는 바로 병동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아줌마들 사이에서 가이 엄마라 불리시는 아주머니였다. “후훗! 아줌마.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도 된다니까요.” “에유. 그래. 나 아줌마야. 아줌마. 그건 그렇고. 병동에 온 녀석들에게 들었어. 큰일을 해냈다며, 그런데 녀석들은 환호는커녕 오히려 무서워서 피했다지.” “...그럴 수밖에요.” “으이구! 몹쓸 것들!” 직접 그 현장을. 몬스터들을 상태하는 나의 모습을 보지 못한 아줌마는 병사들과 용병들을 욕했다. 그런 아줌마를 보며 나는 한결 기분이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스군이 이해해. 들어보니 영지 안쪽까지 들리던 소리 한스군이 소리를 질렀다면서?” “아. 예.” “그 소리가 들려온 뒤 몬스터들의 시체가 일어섰다지.” “예.” “한스군은 몰랐겠지만 영지 안의 시체들도 일어섰던 모양이야. 그래서 사람들이 피했던 거고.” “아!” 나는 그제서야 나를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한 눈으로 쳐다본 이유를 알 수있었다. 그랬었구나. 데스로어의 힘이 영지 안에까지 미쳤구나. “그러니 이해해. 내가 대신 사과할테니. 아이고! 피곤한 사람을 불러 세우는 게 아니었는데. 이제 들어가서 푹! 쉬어. 난 가볼게!” “가이네 아줌마! 잠시만요!” “응? 왜?” “이거 받으세요. 아니 무거우니까. 우라노스. 네가 이걸 들고 병동까지 들여다 드리고 와.” “알았어! 주인.” 나는 이제 그만 돌아서 병동으로 가시려는 아줌마를 불러세웠고 무한의 가방에서 포션을 꺼내어서 드리려다가 무거울 것 같아서 덩치가 가장 좋은 우라노스를 시켜서 포션을 병동으로 들여다 드리고 오라고 명령했다. 아줌마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시며 우라노스와 병동으로 가셨고 아줌마는 언데드인 우라노스가 무섭지도 않으신지 병동으로 가는 도중 이야기를 하시면서 웃고 계셨다. 나는 그런 아줌마와 우라노스를 보며 미소 지었다. 이미 더럽고 불쾌한 기분은 말끔하게 사라진 나는 천천히 영주성으로 향했다. 영주성으로 향하는 동안 만난 병사들과 용병들은 모두 나를 두려움과 공포가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았지만 난 참아주기로 했다. 데스로어로 인해 방금전까지 몬스터들을 상대로 함께 사투를 벌이고, 죽음으로 슬퍼할 세도 없는 사이 갑자기 전우가 언데드가 되어 몸을 일으켰으니 두려울 만도 했으니 말이다. 나는 영주성으로 향하면서 가이네 아줌마의 미소를 떠올렸다. 단 한명의 미소. 지금은 그정도면 됐다. 내가 이곳에 남아있는 이유는. 자! 그럼 어서 돌아가서 영주님께 연구비를 뜯어낼 계획이나 세워볼까! ========== “영지민들을 대신해서 사과하겠네. 정말 미안하네. 한스군이 이대로 영지를 떠나도 난 할말이 없어.” “아니에요. 저라도 얼마전까지 동료였던 이가 좀비가 되어 일어선다면 그런 반응을 보였을 거에요.” “정말 미안하네.” 내가 한참동안 기분 좋게 영주님께 연구비 면목으로 뜯어낼 목록과 장부를 제작하는 도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문을 열고 보니 영주님이 문 밖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나는 영주님을 기꺼이 방으로 보셨고, 영주님은 바로 고개를 숙이시면서 나에게 사과를 하셨다. 가이네 아줌마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별로 소용없었을 테지만 영주님의 사과로 난 조금더 기분이 좋아졌고 머릿속으로 뜯어낼 금액을 하향조정했다. “괜찮다니까요. 그런데 현재 영지의 상황은 어떤가요?” “자네가 벌인 일 때문에 아직도 긴장하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살아있다는 것에 모두 기뻐하고 있네.” “그거 다행이네요. 한동안은 몬스터들이 안쳐들어 올 테니. 몬스터들에 대한 걱정도 덜었고요. 거기에 몬스터들의 시체도 널렸으니 갔다가 팔면 상당한 돈이 될 테고요.” “그렇지. 자네가 많은 몬스터들을 쓰러트려준 것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네.” 나는 은근슬쩍 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후후후. 좋았어. 이제 연구비 면목으로 뜯어내는 거야. 하지만 나는 곧바로 말하지 않았다. 현재 영지의 사정은 그리 좋지 않으니 어느정도 시기를 두고 달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단 도움을 준다고 이야기를 꺼내야겠지. 그 후에 연구비 이야기다. “일단 영지민들만으로 영지 밖의 몬스터들의 시체를 영지 안으로 옮기는 것은 힘들테니. 제가 언데드를 소환하여 옮겨드리겠습니다. 아니 몬스터들의 시체를 옮기는 일은 제가 전적으로 맡겠습니다.” “내가 부탁하려던 일을 맡아주겠다니. 정말 고맙네. 대신 내가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라면 은혜를 보답하는 의미로 들어줌세.” 나이스! 걸렸다! “저기 영주님?” “응? 갑자기 왜 그러나?” “영주님께 마침 드릴 부탁이 있습니다.” “오오! 다행이군! 말해보게!” “사실 한 가지 일을 벌이려고 계획 중입니다. 영지로 남기로 한 이후부터 줄 곧 생각해왔던 것이지요.” “음. 그래. 어떤 일을 벌 일려는 것인가?” “그게 제가 벌이려는 일은 바로 언데드 제작입니다.” “언데드 제작!?” 영주님은 내가 벌이려는 일이 언데드 제작이라고 말하자 너무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셨지만 곧 냉정함을 되찾으시고 신중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하셨다. “정확히 언데드를 제작하려 벌이려는 일이 뭔가. 자세히 말해보게.” “정확히 제가 하려는 일은 바로 제가 제작한 언데드로 하여금 영지에 부족한 수비 병력과 인력을 충당하려는 것입니다. 현재 프리즌 영지는 병사들과 고용한 용병들로 겨우겨우 몬스터들을 상대로 막아내 왔고, 이번에는 저의 언데드로 하여금 대규모의 몬스터 무리로부터 영지를 지켜냈습니다. 이점은 인정하실 겁니다.” “으음. 그렇지.” “영주님과의 계약으로 인해 제가 이곳에 머무는 시간은 단 1년! 그 이후 저는 프리즌을 떠날 생각입니다.” “크음.” 영주님은 내가 영지를 1년 동안 머물고 떠나겠다고 못 박자 침울한 표정을 지으셨지만 나는 계속 해서 말을 이어갔다. “겨우 며칠이지만 몬스터들과 사투를 벌이며, 영지의 사람들과 조금을 정이 들었기에 저는 지금부터 영지를 떠날 때를 대비하려고 했습니다. 그 대비가 바로 언데드 제작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언데드 제작을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습니다만 스승님께서 물려주신 책을 통해서 해볼 생각입니다. 스승님이 남기신 책에 내용에 의하면 제작한 언데드들은 소유권이 양도가 가능하고 제가 마나를 공급하지 않아도 유지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럼. 자네 말은 언데드를 제작하여 그 소유권을 우리 영지에 넘기겠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영주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1년 동안 제가 제작한 언데드의 소유권을 드리겠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언데드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영지에서 부담해 주시고, 제가 영지에 소유권을 넘기는 언데드는 제가 제작하는 언데드의 3분의 1로 하겠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언데드를 제작해보지 않아 실패할 확률도 높고 수준 낮은 언데드를 만들어 내겠지만 차차 성공률도 오르고 제작 가능한 언데드의 수준도 높아질 것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영주님. 제 제의를 받아들이실 겁니까?” 나는 영주님에게 말을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렸다. 영주님의 성격은 우직하고 충성심 있는 성격이시니 말을 돌리는 것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주님은 나의 제의에 눈을 감고 고민하기 시작하셨고 나는 고민에 빠져계시는 영주님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영주님은 드디어 눈을 뜨시고 나를 쳐다보셨다. “자네의 제의. 받아들이겠네.” 예스! “단! 조건이 있네. 절대로 영지를 위해서 죽어간 병사들과 용병들의 시신으로 언데드를 제작하지 말 것! 언데드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은 한달에 한번 지급받을 것. 제작에 성공한 언데드의 수를 반드시 나에게 알려줄 것. 마지막으로 우리 영지에 머무는 동안 영지를 위해서 최대한 일 해줄 것. 이 4가지 조건이네. 받아들이겠는가?” “예! 받아들이겠습니다.” 나는 영주님의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흐흐흐. 이걸로 제작 자금을 정당하게 뜯어낼 수 있게 되었군. 영주님은 제시한 조건에는 나에게 불리한 것도, 꺼릴만한 것도 없었기에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흠흠. 그런데 언데드 제작에 드는 비용이 얼마나 되나?” “아! 그걸 말씀 안드렸군요. 아마 지금부터 언데드를 제작하기 시작한다면 언데드 제작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최대한 은밀히 구해야하고, 실패할 확률도 높으니 많이 구입해야 하니까. 일단 3000골드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삼, 삼천골드!!”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그럼 제가 미안해지잖아요. 물론 이번에 살 재료중 일부는 3개월 분량인 것도 껴있습니다. 거기에 지금은 수준이 낮은 언데드. 좀비나 스켈레톤이니 이정도인 겁니다. 나중에 가면 스켈레톤 워리어, 블루 좀비 정도 가면 이보다 배는 더 들껄요. 하지만 몬스터들의 시체로 팔아 들이는 금액이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겁니다. 영지의 미래를 생각하십시오.” “크윽! 알았네. 그런데 재료는 어떻게 구할 건가.” “아.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팬텀스티드를 타고 다른 영지에 가서 구할 테니까요. 또 스승님께서 알려주신 암시장을 이용하면 됩니다.” “알았네. 후~우. 돈은 나중에 보내겠네. 자네도 알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지급해 줄 수 없네. 상단이 들리고, 테리오가 팔러가지 않는 이상 말이야.” “알았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영주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이후 영주님은 나에게 편히 쉬라고 하시면서 방을 나가셨다. 후후후. 초반에 들어가는 언데드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은 좀비 한구에 겨우 80실버정도! 하지만 내가 지급 받는 금액은 무려 3000골드! 초반에는 좀비나 스켈레톤 같은 하급 언데드만을 제작하게 될 테니 엄청난 금액이 남을 것이다. 후후후. 영주님에게 미안하지만 내가 그만큼 일했잖아. 그럼 된거지. 스킬 레벨도 올리고, 돈도 벌고, 언데드도 제작하고. 거기에 영지도 돕고! 일석사조(一石四鳥)로군. 후후후. “으으으. 정말 이 느낌 싫다. 하지만 오늘은 봐준다.” 일석사조의 계약을 한 나는 바로 로그아웃을 했고 로그아웃을 하자 온몸이 내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느낌을 다시 체험하게 되어 기분이 나빠질 뻔했지만 게임 속에서 영주님과 한 계약으로 인해 본 이익이 생각나자 기분이 좋아졌다. 크크크. 3000골드다! 무려 3000골드! 다음번에는 한 5000골드 불러야지. 그때가 되면 영지의 상황도 조금은 나아질 테니까. 후후후. 이미 계획은 세워둔 상태였다. 짧은 시간에 세운 계획이라 허술한 곳이 많긴 하지만 그건 차차 보완해가면 되는 것이다. 현재까지 내가 세워놓은 계획인 이랬다. 일단 소영주가 영지를 떠날 때 나도 함께 떠난다. 그 다음 마법사 길드나 도둑길드에 가서 재료에 대해서 물어보고 상저이용 게시판에서 구입 가능한 재료들과의 가격 차이를 알아본다. 다음 구하지 못하는 것은 누나에게 편지를 보내어 소포로 보내어 달라고 한다. 현재까지 세워놓은 계획은 여기까지였다. 이후 언데드를 제작하고 영주님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수에 대해서도 계획을 세워야 하겠지만 나중에 하면 되는 일이었다. 어자피 시간은 많으니 말이다. 꼬르륵! 음. 그리고 보니까 아직도 점심도 안먹었네. 아니 이제는 점심 겸 저녁인가. 일단 밥먹고 생각하자. ================= [캬아아아!!!!] “이거 정말 굉장한데. 펠. 이게 네녀석이 말한 그녀석이야.” “예. 주인님.” “네가 말한 것보다 강한데. 인간이 이렇게 강하다니. 정말 마음에 들어.” 펠. 한스에게 붙잡혀 마나드레인을 당하고 살기 위해서 두 팔을 포기하고 도주했던 블랙 오우거. 그리고 힘을 얻은 곳에서 주인이란 인물을 만나 복수의 귀회와 펠이라 이름을 얻은 그는 한스와 한스가 소환한 언데드와 히드라와의 전투 장면이 나오고 있는 수정구슬을 지켜보고 있었다. 블랙 오우거. 펠에게 주인이라 불린 존재는 수정구의 한스를 보며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저 인간은 그때에 비해서 배는 강해진 것 같습니다. 주인님.” “그래? 더욱 마음에 드는데! 순식간에 강해지는 인간이라니! 정말 마음에 들어. 네 말대로 히드라를 소환해서 보낸 보람이 있었어.” “감사합니다. 주인님.” 그랬다. 마물의 숲에 서직하지도 않는 몬스터. 히드라가 마물의 숲에 갑자기 나타나 몬스터들을 이끌고 프리즌 영지를 공격한 것은 바로 이들 때문이었다. 수정구의 확대된 모습의 한스. 수정구의 한스를 지켜보는 펠의 주인이란 인물과 펠은 서로 다른 의미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결코 순수하진 않았다. =========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은 이후 오랜만에 샤워도 하고 공원산책도 한 나는 5시쯤에 다시 접속했다. 거의 2시간. 게임 속 시간으로 40시간만에 접속하니 영지는 늦은 저녁이었다. 하늘의 달을 보니 레드문은 다시 실버문과 블루문에 의해서 다시 빛을 잃고 있었다. 기왕 이렇게 된거 나는 지금까지 내가 보은 언데드 제작 레시피를 살펴보기로 했다. “레시피 창 오픈” 팍! 곳 나의 눈앞에는 내가 초반에 소환하던 스켈레톤들을 비롯해 좀비, 스켈레톤 워리어등 성장을 하지 않은 스켈레톤들의 제작 레시피가 차례대로 정리되어있는 창이 떴다. 어디. 좀비 제작 레시피나 열어볼까. 나는 레시피 창에서 좀비 제작 레시피를 선택했고 레시피 창 옆에 좀비 제작에 필요한 재료가 적혀있는 창이 떴다. [좀비 제작 레시피. 재료: 레벨 30이상의 시체 1구, 망자의 의지 1병. 망자의 이빨 1개. 제작 소모 시간:5분] 좀비를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재료는 단 3종류뿐이었다. 언데드를 제작하니 당연히 시체를 필요로 했고 망자의 의지와 망자의 이빨을 필요로 했다. 망자의 의지라는 것은 약품인데 언데드를 제작할 때 꼭 필요한 약품이다. 가격은 무려 50실버! 겨우 엄지 손가락만한 병에 한 모금 정도 들어있으면서 50실버나 한다. 망자의 이빨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좀비의 이빨이다. 음. 이건 내가 소환한 좀비의 이빨을 뽑아서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된다. 흠. 한번 해볼까. 이어서 스켈레톤의 제작 레시피를 열어보니 스켈레톤 제작 레시피에는 레벨에 상관없이 시체가 필요로 하고 망자의 의지 1병과 스켈레톤의 뼈가루란 가루 한줌이 필요로 했다. 스켈레톤의 뼈가루라. 스켈레톤 소환해서 갈까. 나는 계속 언데드 제작의 레시피를 살펴보면서 조금이라도 돈을 아껴보려고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최대한 이익을 남겨야 하니까. 조금이라도 아껴야지. 후후후. 똑똑! 똑똑! 이 늦은 시간에 누가 찾아온 거지? 나는 누군가 방문을 두두리는 소리에 방문을 열어 보았는데 방문 앞에는 내 나이대, 그러니까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병사가 한명 서 있었다. 그 청년 병사는 설마 내가 나올지 몰랐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곧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을 하며 말을 더듬으며 하기 시작했다. “저,저기. 여,영주님이 서,성벽으로 오,오시랍니다!” “알았어요. 가보세요.” “예!” 가보라는 말에 그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듯이 뛰어나갔다. 후~우. 참자. 참아. 내가 손을 쓰면 그대로 영지에 소문이 퍼질 테니까. 으으으. 너 운 좋은 줄 알아라. 아까 그 병사의 표정으로 보아 여러번 나의 방의 문을 두두렸나 보다. 내가 나오자마자 나올지는 몰랐다는 표정을 한 것을 보니 말이다. 하긴 한창 바쁠 때니까. 약속한 것도 있고 이제 그만 가볼까. 영지의 밤은 어느 때보다 활기찼다. 지금까지의 밤과 다르게 몬스터들의 울음소리도 들여오지 않았고 그 때문인지 모두 생명력있게 움직이고 있었다. 몬스터들과의 전투를 치룬 성벽쪽으로 가보니 성벽의 문이 열려 있고 몬스터들의 시체가 수레에 실려서 옮겨지고 있었다. 그 수레들은 나무판자들로 급조해서 만들어진 것이었고 그 수레를 끄는 이들에는 영주님도 계셨다. 정말 바보 같은 영주님이라니까. 그러니까 영지민들이 좋아하겠지. 후후후. “영주님.” “오! 한스군! 마침 잘 왔어. 이제 자네도 연구비 받을 값을 해야겠지.” “걱정마십시오. 지금부터 시작할테니까요. 콜! 우라노스!” 나는 본 브레이커인 우라노스를 소환했다. 역시 힘쓰는 일에는 덩치가 좋은 우라노스와 우라노스가 속한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와 브레이커, 자이언트들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뭐 간단하게 몬스터들의 시체를 좀비화 시켜서 영지로 직접 걸어오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사람들은 나를 더욱 두려워 할 것이 분명하기에 우나노스를 소환한 것이다. 그래도 1년 동안 이 영지에서 지내야하고 영지민들도 많이 만나게 될 텐데. 모두 두려워하면 기분 더럽잖아. 그러다가 언제 내가 일을 낼지도 모르고. “여어! 주인. 웬일로 나를 다 불렀어?” “우라노스. 네가 해줄 일이 있어. 네가 속한 스켈레톤들을 모두 소환해서 영지 밖의 몬스터들의 시체를 영지 안으로 옮겨줘. 네 특기가 힘쓰는 일 아니냐.” “크윽! 주인! 내가 아무리 힘쓰는 일이 특기라도 그렇지. 끄응.” “그래서 못하겠다고?” “누가 못하겠다고 했어. 하면 되잖아. 하면. 으이구.” 역시 셰인이 없으니 반말을 하는군. 어떻게 덩치가 이는 놈들은 데스 브레이커나 본 브레이커나 모두 조폭 같은지. 나중에 분명 다른 본 브레이커들이 생기면 저녀석은 데스 브레이커처럼 행동하겠지. ‘애들아!’,‘예! 형님’. 이렇게 말이야. 나중에 데스 브레이커랑 본 브레이커랑 대면시켜볼까. 어떤 반응을 보이는 지. 본 브레이커 우라노스는 투덜거리면서도 영지밖으로 나가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와 스켈레톤 브레이커, 스켈레톤 자이언트를 소환했다. 소환해 놓고 보니 엄청난 수였다. 엄청난 덩치의 스켈레톤들이 소환되고 그 스켈레톤들이 영지 안으로 몬스터들의 시체를 들고 들어오자 사람들은 매우 두려워했지만 인간이란 적응하는 생물. 시간이 지나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스켈레톤들을 지나서 수레에 실어 몬스터들의 시체를 옮기었다. 물론 그렇다고 말을 건네거나 친근하게 지내는 것이 아니었다. 어자피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라노스뿐이니 말을 걸 수도 없었지만 말이다. 엄청난 수의 스켈레톤들이 옮기기 시작하니 애초에 준비 되었던 창고. 영주성의 식량창고로 쓰던 창고는 금세 가득 찼고 다른 시체들은 영주성 앞에 쌓아두었다. 다른 영지에서라면 기겁할 일이어지만 프리즌 영지에서는 몬스터들을 보는 것은 생활화 되어 있었기에 영지민들은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린 아이들은 몬스터들의 시체로 만들어진 작은 동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놀 정도였다. 영지민들은 밤 생활이 익숙해져 밤에도 계속 활동했는데 시체를 옮기고 몬스터들의 시체를 해체하는 일을 했다. 시체를 해체라고 해봤자 가죽을 베끼고 이빨과 손톱, 발톱들을 뽑아서 모아두는 것이었다. 개중 트롤의 시체에서는 피를 뽑아서 가죽물통에 보관했고 그레이 와이번의 시체는 워낙에 해체하는 것이 힘들어 소드익스퍼드인 영주님과 소영주님. 그리고 기사들이 맡아서 했다. 그렇게 가공된 몬스터들의 가죽들은 영주성 내에 햇볕이 잘드는 방에 보관하였고 트롤의 피는 마법사인 에이트님이 만들어 놓으신 얼음창고에 보관했다. 병사들과 용병들이 몬스터들의 시체를 해체하면서 몬스터들의 이빨이나 손톱, 발톱을 빼돌리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영주님도 그것을 보셨는데도 그저 웃으실 뿐 계속해서 그레이 와이번의 시체를 해체하셨다. 그런 영주님을 보고 궁금증을 느낀 나는 영주님께 물어보았다. “저기 영주님. 병사들과 용병들이 몬스터들의 시체를 해체하면서 이빨이나 손톱, 발톱을 빼돌리는데. 안 말리십니까?” “하하하. 그냥 냅두게나.” “하지만 저렇게 한 두개씩 빼가는 것을 모아도 상당한 금액이 될텐데.” “그냥 냅두게.” “하지만...” “저들이 다 저러는 것은 이유가 있다네. 일종의 미신 때문이지.” “미신이요? 혹시 그 미신이 어떤 몬스터의 이빨, 손톱, 발톱으로 목걸이를 만들어 가지고 있으면 공격 안받는 다는 미신 말이십니까?” “역시 용병이라 잘 알고 있구만. 자네 말대로네. 병사들과 용병들 사이에는 그런 미신이 있다네. 그래서 나도 병사들과 용병들의 행위를 눈감아 주는 것이고. 그러니 자네도 모른척 하게.” 쩝. 하나, 둘씩 가져가는 것만 모아도 주머니가 두둑할 텐데. 나도 좀... 챙길까나. 흐흐흐. 나는 바로 몬스터 해체작업에 들어갔고 몬스터들의 이빨과 손톱, 발톱, 거기에 뼈까지 챙길 수 있는 것은 모두 챙겼다. 워낙에 몬스터들이 시체가 많았고 시체를 분해작업을 하느냐 모두 바빴기에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흐흐흐. 나중에 다른 영지로 가서 팔아야지. 흐흐흐. 영주님을 비롯한 소드익스퍼드의 검사인 소영주님과 기사들은 계속해서 검기를 사용하다보니 금세 지쳐갔고 나는 이어서 셰인과 프로스트, 볼케이노를 불러서 검기를 사용할 수 있는 1차,2차 성장의 스켈레톤들 소환하여 그레이 와이번을 비롯한 몬스터들의 시체를 해체하도록 했다. 역시 본 나이트들중 가장 충성도가 높은 세 명은 나의 명령에 아무 말 없이 몬스터들의 시체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그레이 와이번을 분해할 수 있는 것은 검기를 사용하는 이들. 영주님과 소영주님, 그리고 기사들까지 해서 총 8명뿐이었기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본 나이트와 스켈레톤들이 가세하자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었다. 그렇게 영지의 밤은 영지의 발전을 위한 첫 발걸음으로 분주하기 그지없었다. 왜 영지민들이 잠도 자지 않고 몬스터들의 시체를 해체하고 창고에 쌓아두는 이유는 바로 다음날 오후에 알 수 있었다. 아니 오늘이라고 하는 게 정확하겠다. 바로 오늘 오후. 전대 영주님과 인연이 있고 소영주인 테리오님에게 상술을 가르쳤다는 상단의 주인이 영지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영지에 도착한 상단은 내 예상보다 큰 중간규모의 상단이었다. 무려 수레를 10대를 끌고 왔고 그 수레에는 식량을 비롯해서 생필품이 가득 차있었다. 거기에 상단을 회위하는 이들 중에는 용병이 아닌 이들이 껴있었는데 그들은 바로 상단에서 직접 조직한 이들이라고 했다. 상단에서 직접 상단 호위를 할 조직을 양성할 정도라면 이름이 없는 상단이 아닐 텐데. 도대체 어떤 상단이지? 나는 영지민들에게 크게 환영을 받고 있는 상단에 대해서 큰 궁금증을 느꼈지만 나설 수는 없었다. 나의 존재는 영지민들만 알아야하는 비밀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전에 영주님께서 영지민들을 모아두고 나의 존재에 대해서는 함구하도록 명심시키셨고 나는 현재 어느 용병의 갑옷과 검을 빌려서 입고 영지에 들린 상단의 식량을 비롯해서 생필품을 옮기고 있었다. 다행히 반지는 빼지 않았기에 나의 힘은 상당했고 짐을 옮기는데 문제는 없었다. 몬스터들의 가죽과 이빨, 손톱과 발톱은 빈 수레에 실어졌는데. 잘 해체된 몬스터들의 가죽과 이빨, 손톱과 발톱으로 인해서 빈 수레가 생겨 상단주는 조금 놀라는 듯 했다. 먼 거리에서 본 상단주는 예상외로 영주님보다 젊은 사람이었다. 어디까지나 예상외로다. 나이는 한 40대 초반이나 30대 후반으로 보였고 몸매는 여느 상단주들과 다르게 단단하게 단련된 몸을 하고 있었다. 상단주의 이름은 페드로 멜로이. 멜로이 상단의 상단주로 몰락 귀족 출신의 상인이라고 한다. 전대 상단주와 전대 영주님은 서로 호형호제(呼兄呼弟)하는 사이였고 그런 전대 상단주와 전대 영주님의 영향으로 현 상단주와 영주님도 역시 호형호제하는 사이란다. 멜로이 상단은 로시아 제국 내에서 조금 이름이 알려진 상단으로 마물의 숲의 몬스터들의 가죽, 이빨, 손톱,발톱등을 독점 거래하여 막대한 이익을 본 상단으로 평민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은 상단이라고 소영주님께 들을 수 있었다. 멜로이 상단은 하루 동안 영지에 머물기로 했고 그 후 상단에 고용된 용병들이 따로 가져온 물건들을 구입하는 병사들과 영지에 고용된 용병들 사이에 껴서 나도 물건을 샀다. 이런 일은 자주 있는 일이라는 데 물건 값이 평범한 영지에서 살 수 있는 것에 비해서 2배에서 3배 이상 비쌌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쉽운 것은 나인데. 내가 주로 산 것은 먹을 거였다. 흑흑. 어떻게 구했는지 모르지만 이 곳에도 껌은 있었다. 물론 현실에서의 껌과는 맛도 씹는 것도 별로 좋진 않지만 그런데로 괜찮았다. 물론 현실에서처럼 종이 대신 헝겊에 쌓여지고 직사각형 모양이 아닌 동그랗게 뭉쳐 놓은 모양이었지만 씹는 데는 아무런 불편도 없었다. 위생 상태가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말이다. 사탕도 있었는데 이건 좀 비쌌다. 무슨 사탕이 20개에 1골드나 하는 거야. 그래도 난 무려 5골드 어치 100개나 구입했다. 나중에 간간이 꺼내먹어야지. 혹시 아이스크림을 파는 용병이 있나 해서 찾아보았는데 역시 아이스크림은 보관이 힘들다보니 판매하는 용병은 없었다. 아.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똑똑! 응? 누구지? 내 방에서 누워서 용병들에게 구입한 싸구려 껌을 씹고 있던 나는 누군가 방을 두두리는 소리에 방문을 열었다. 방문을 열자 지난번에 방문을 두두렸던 청년 병사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가 방문을 열자 잔득 긴장해서 굳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말했다. “여,영주님께서 지,집무실로 오,오시랍니다!” “아. 알았어요. 수고했어요.” “예!” “잠깐!” 대답을 하고 그대로 뛰어나가려는 병사를 나는 불러세웠고 병사는 그대로 패럴라이즈라도 걸린 듯 뛰어나가려는 자세로 그대로 굳어 천천히 뒤를 돌아 나를 보았다. 후후후. 나는 그런 병사의 행동을 보고 장난이 치고 싶어졌고 아주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병사에게로 천천히 걸어갔다. 내가 한걸음, 한걸음 다가갈 때마다 병사의 몸의 떨림 역시 심해졌고 코앞까지 다가간 나는 병사의 어깨의 손을 올린 뒤 말했다. “껌 씹을래?” “사,살려주세요! 저에게는 부양할 가족이... 예?” “껌 씹을래? 이번에 용병들에게 껌 산 게 있는데. 좀 줄까 해서.” “예?” “자. 그런데로 괜찮은 껌이니까. 잘 씹어. 수고.” 나는 그대로 현재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는 청년병사에게 동그란 모양으로 굳어져 있는 껌을 몇 개 쥐어주고는 영주님의 집무실로 향했다. 웬일로 다 부르신 다냐. 영주님의 집무실에는 기사들이 서있었고 기사들은 내가 오자 문을 열어주었다.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집무실에는 영주님을 비롯해, 소영주 테리오님과 마법사인 에이트님. 그리고 멜로이 상단주인 페드로 멜로이님이 계셨다. 음. 아무래도 나의 정체에 대해서 말한 것 같은데. 페드로님은 나의 모습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영주님과 나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형님. 정말 이청년이 형님이 말한 그 사람 맞습니까? 아무리 봐도 평범한 청년 용병 아닙니까.” “자네가 몰라서 하는 소리네. 여기 있는 한스군이 아니었다면 자네는 우리 영지와 운명을 함께 했을 꺼야. 하하하!” “하~우. 영주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영지 내의 주민들을 제외하고 저의 대한 것은 함구하기로요.” “미안하네. 한스군. 하지만 이 친구는 내 친동생이나 마찬가지인 녀석이라 말한 거니 이해해 주게. 자. 소개하지. 이쪽은 우리 영지를 구한 영웅. 대륙에 단 3명 밖에 없는 S급 용병. 네크로마스터. 한스군이네. 이쪽은 내 의동생이자 멜로이 상단의 상단주. 페드로 멜로이라네.” “한스라고 합니다.” “페드로 멜로이라고 하네.” 영주님에게 직접 소개를 받았음에도 내가 S급 용병이자 네크로마스터라는 것을 못믿겠다는 듯한 눈빛을 한 페드로님을 보며 나는 웃어주었다. 그래. 가끔 이런 사람도 있어줘야지. 나중에 나의 진면목을 알고 놀라주는 사람이 있으면 기분이 더 좋잖아. 흐흐흐. 그런데 이렇게 집무실로 영지의 수뇌부들을 모두 모아 놨다면 무슨 할말이 있으시다는 것인데. 아! 맞다. 용병대장 칸트씨가 빠졌구나. 나는 그제서야 용병대장 칸트씨가 이곳에 없다는 것을 알았고 칸트씨는 그로부터 5분쯤 지나자 들어왔다. 이걸로 진짜로 영지의 수뇌부들이 모두 모였군. “모두 모였군.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지. 내가 이렇게 내 집무실에 모두를 모이게 한 것은 긴히 할말이 있기 때문이네. 이번의 대규모의 몬스터 무리를 물리친 덕분에 한동안. 내가 생각하기에는 적어도 2개월에서 4개월, 길게 잡으면 반년 정도는 몬스터들이 쳐들어오지 않을 것 같네. 그래서 난 몬스터들이 쳐들어오지 않는 시간동안 전력을 다해 영지를 복구, 발전시킬 생각이네.” 영주님의 말대로 이번 대규모 몬스터 무리를 물리친 덕분에 적어도 2개월에서 4개월, 길게 잡으면 반년은 몬스터들이 쳐들어오진 않을 것이다. 이 곳의 몬스터들은 리젠되는 것도 아니기에 확실히 수를 원상복귀되기 전에는 몬스터들이 쳐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몬스터들이 쳐들어오지 않는 기간은 그야말로 프리즌 영지를 복구, 발전시킬 절호의 기회인 셈이었다. 흠. 그래서 이렇게 우리들을 모두 불러들인 것이구나. “이후부터 자세한 이야기는 테리오가 말해줄 걸세.” “지금부터 제가 세운 영지 복구 및 발전 계획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전 바로 내일 멜로이 상단과 함께 떠날 생각입니다.” “응?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소영주님! 영지를 떠나다니요!?” “에이트님. 진정하십시오. 제 말을 끝까지 들어보십시오. 제가 멜로이 상단과 함께 떠나는 것은 바로 몬스터들로부터 얻은 가죽과 이빨, 손톱, 발톱 등의 물품들을 팔아 영지의 발전자금으로 쓰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서 가는 것입니다. 저도 페드로 삼촌에게 상술을 배우긴 했지만 소영주가 된 입장으로서 삼촌과 멜로이 상단에만 신세를 지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제가 직접 나서기로 한 것 입니다.” 소영주인 테리오님이 영주를 떠난다는 말에 에이트님은 흥분해서 소리치셨지만 곧 이어진 테리오님의 말에 조용히 호흡을 다듬으시면서 소영주님에게 이야기를 계속하라는 시선을 보내시며 주변의 의자를 가지고 와 앉으셨다. 집무실에 있는 우리들도 주변의 있는 의자나 탁자에 아무렇게 앉았다. 영주님부터 서류를 살피는 책상에 기대어 앉으셨기에 우리도 아무렇지 않게 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모두가 앉자 서 있는 것은 소영주인 테리오님 뿐이었다. “제가 돈을 벌기 위해서 영지를 떠나게 되면 여러분이 해주실 일이 있습니다. 일단 한스님. 제가 부탁 드렸던 제자 양성은...” “죄송합니다. 역시 안 되겠습니다. 함부로 제자를 키운다는 것은 저로서도...” “후~우. 역시 제가 무리한 부탁을 드렸군요. 이미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너무 무리한 부탁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제 부탁에 대해서 생각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테리오님은 나의 대답에 매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곳 아까 이야기를 할 때의 표정으로 돌아오시더니 이야기를 계속 하셨다. 테리오님이 영지를 떠나게 되면 해달라는 일은 일단 첫 번째는 영지 내에 사용하지 않고 무너지거나 불태워진 집을 완전히 무너트리고 언제든 집을 만들 수 있도록 공터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영지내의 몬스터들의 시체를 계속해서 해체해 달라는 것이었다. 세 번째는 예전에도 말했던 신병훈련이었다. 그리고보니 잊고 있었는데 곳 죄인들이 실린 마차가 도착하기로 한 날짜가 다가와 있었다. 후~우. 신병 훈련이라. 테리오님은 죄인들 중 누명을 썼거나 죄명이 가벼운 사람, 자신의 죄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는 죄수를 골라내어 영지에 정착 시킬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니 나에게 신병 훈련을 가장하여 인성개조를 확실하게 해달란다. 으음. 신병훈련을 시키게 되면 이번에 멜로이 상단이 떠날 때 함께 떠나려고 했던 계획은 없었던 일로 해야겠군. 테리오님은 나머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자신이 돌아온 이후 계속하겠다며 이야기를 끝냈고 집무실에 있던 영지의 수뇌부는 한명씩 나갔다. 나는 제일 먼저 나가려고 했지만 에이트님으로부터 메시지 마법을 통해서 영주님께서 방에 남으라고 하셨다는 말을 들었기에 다른 사람들이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런데 왜 남으시라고 하신 거지. “에이트님. 제 말씀을 전하셨군요. 감사합니다.” “아니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럼 전 이만.” 에이트님이 나가자 집무실에는 나를 비롯해 영주님과 소영주님, 페드로님만이 남았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거지? “한스군. 자. 받게 약속했던 연구비네.” “아! 그래서... 감사합니다. 영주님.” 영주님이 에이트님을 시켜서 나를 집무실에 남긴 이유는 바로 연구비를 주기 위해서 였던 것이다. 영주님이 나에게 주신 것은 작은 주머니였다. 음. 혹시 무한의 주머니인가? 혹시나 하는 심정에 주머니를 열어보니 주머니 안에는 골드 두개 크기의 동전 30개가 들어있었다. 그 동전의 앞면에는 검과 스태프가 조각되어 있었고 뒷면에는 숫자 100이 조각되어 있었다. 아! 100골드짜리 동전이구나! “영주님. 잘 쓰겠습니다. 반드시 ‘그것’의 제작을 성공해 보이겠습니다.” “하하하. 그것이라고 할 필요 없네. 페드로도 알고 있으니까.” “아. 그러셨군요. 제가 괜한 짓을 했군요. 하여튼 반드시 성공해보이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잘가게.” 히히히. 돈 벌었다. 나는 영주님으로부터 받은 100골드짜리 동전을 요리조리 살펴보면서 나의 방으로 향했다. 후후후. 그럼 앞으로 3일 후부터 본격적으로 제작에 시작하자고! ========== 멜로이 상단과 함께 소영주 테리오님은 그 다음날 떠났다. 영지내에 기사 중 절반에 해당하는 4명의 기사가 소영주 테리오님을 따라서 갔다. 멜로이 상단과 테리오님이 떠난 후 경계를 설 최소한의 병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지 정리 작업과 몬스터 시체 해체 작업에 동원되었다. 그동안 방치했던 무너진 집과 불타버린 집을 완전히 무너트리고 공터로 만드는 작업에는 역시나 힘이 쎈 본 브레이커 우라노스와 우라노스에게 속한 스켈레톤들과 용병들이 담당했다. 몬스터 시체 해제 작업은 병사들과 본 나이트 셰인, 볼케이노, 프로스트가 담당했고 만약의 몬스터들이 쳐들어 올 때를 생각해서 빌리에게 경계하는 병사들과 함께 경 계를 하도록 하게 했다. 이렇게 영지민들과 병사들과 용병들, 거기에 본 나이트들까지 열심히 일하고 있을 때 나는 내 방에 있었다. 내 방에는 전에 없던 가구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급조된 강철로 된 거대한 탁자이었다. 그 탁자 위에는 이미 죽은 몬스터의 시체. 그레이 오우거의 시체가 놓여져 있었다. 그레이 오우거의 시체로부터는 원래부터 나는지 아니면 썩기 시작해서 그런지 고약한 냄새가 풍겨왔다. 으으으. 싸울 때는 몰랐는데 정말 끔찍하구만. 그레이 오우거의 시체를 보며 나는 혀를 찼다. 만약 게임속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시체를 보고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히드라의 시체를 보고 왜 그렇게 웃었는지. 나는 내 방을 둘러보며 벽에 세워져 있는 그레이 오우거의 시체를 비롯해, 그레이 트롤, 그레이 리자드맨등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흐흐흐. 이러니까 진짜로 내가 네크로맨서 같네. 내 방에 세워져 있는 몬스터들의 시체는 모두 우라노스를 시켜서 가져다 놓은 것이다. 내가 몬스터들의 시체르 방에 가져다 놓은 이유는 바로 언데드 제작! 몬스터들의 시체로 언데드 제작을 시도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2일 이후에나 시작하려고 했지만 막상 모든 일은 본 나이트들과 스켈레톤들에게 맡겨놓고 나니 막상 나는 할일이 없었다. 그래서 예정보다 언데드를 빨리 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언데드 제작 레시피에는 인간의 시체를 기준으로 시체 한 구라고 되어 있었지 꼭 언데드가 인간의 시체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난 몬스터들의 시체중 비교적 멀쩡한 시체를 내 방에 가져다 놓은 것이다. 후후후. 그럼 시작해 볼까. 그레이 오우거의 신장은 인간의 2.5배. 그러니까 재료도 더 들어가겠지. 나는 미리 구매해 놓은 망자의 의지를 2병 꺼내어 그레이 오우거의 몸 곳곳에 뿌렸고 손에는 망자의 이빨 2개를 쥐고 그레이 오우거의 머리에 손을 대고 외쳤다. “그대 죽은 자의 육체여. 나 그대에게 다시 한번 죽은 자로서의 생명을 주리니! 그대 사신의 낫으로부터 자유로워지리라! 언데드 제작!” 스으으으. 우우웅! 그레이 오우거의 머리에 댄 나의 손으로부터는 회색의 기운이 나와 그레이 오우거의 시체의 전신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회색의 기운이 전신으로 퍼져나가고 나서야 겨우 손을 땔 수있었다. 나의 손에 쥐어져 있던 망자의 이빨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상태였고 회색의 기운은 계속 그레이 오우거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스스스스. [언데드 제작 ‘그레이 오우거 좀비’이 실패하였습니다. 제작 실패 원인: 재료 부족.] 나의 귀로 들여로는 음성과 함께 그레이 오우거의 시체는 그대로 녹기 시작했고 그 거대한 덩치의 그레이 오우거의 시체는 순식간에 녹아 사라졌다. 연기가 되어 말이다. 으음. 실패네. 예상은 했지만 설마 실패하니 시체가 그대로 연기처럼 사라져버릴 줄이야. 나는 그레이 오우거의 시체가 연기처럼 사라져 텅 비어있는 강철 탁자를 보며 앞으로 돈이 꽤 많이 깨지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럼 계속 해 볼까. 나는 방 한 구석에 대기 시켜 놓았던 스켈레톤 자이언트에게 명령을 내려 그레이 오우거의 시체를 탁자에 눕혀 놓도록 했다. 이번에는 망자의 의지 3명에 망자의 이빨 3개로 도전해 보자. 분명 아까 실패 원인이 재료 부족이라고 되어 있었으니 말이야. 스스스스. [언데드 제작 ‘그레이 오우거 좀비’이 실패하였습니다. 제작 실패 원인: 재료 부족.] [언데드 제작 ‘그레이 오우거 좀비’이 실패하.....] [언데드 제작 ‘그레이 오우거 좀비’이 실패하.....] [언데드 제작 ‘그레이 오우거 좀비’이 실패하.....] 연속적인 제작 실패.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제작에 실패하게 되면 그후 실패 원인에 대해서 간단하게 나왔기 때문에 더욱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2번 더 실패하자 더 이상 내방에는 그레이 오우거의 시체가 남아 있지 않았다. 후~우. 일단 망자의 의지가 5병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문제는 망자의 이빨이로군. 차례차례 수를 늘려서 계속 실험해 본 결과 망자의 의지는 5병이면 되었고 망자의 이빨은 8개째에서 실패했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지. 나는 영지성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우라노스에게 말을 해서 그레이 오우거의 시체를 내 방으로 가져오게 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라노스를 비롯해 나에게 종속된 본 나이트들은 어디에서든 말을 걸 수 있었다. 얼마 되지 않아 우라노스와 스켈레톤들이 그레이 오우거의 시체를 들고 내 방으로 가져왔다. 우라노스와 스켈레톤들이 가져온 그레이 오우거의 시체는 총 10구였다. 후~우. 지금까지 들어간 망자의 의지가 29병. 들어간 망자의 이빨이 35개. 망자의 의지의 가격은 개당 50실버. 10%가 더 붙어 개당 55실버, 망자의 이빨은 개당 2실버, 2실버 20코퍼. 이로서 내가 사용한 금액은 무려 1672실버. 16골드 72실버나 사용한 것이다. 거기에 그레이 오우거의 시체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들까지 하면... 엄청난 손해였다. 크윽! 3000골드로는 턱없이 부족했어. 크윽! 그냥 처음부터 5000골드 부를 걸. 나는 겨우 7번 실패했을 뿐인데도 생각보다 많은 돈이 소모되자 억울해졌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번 달은 어쩔 수 없이 그냥 넘어가지만... 다음 달에는 이번 달의 따블! 6000골드를 달라고 하기로 말이다! 후~우. 이제 진정하고 계속 제작해 보자고! 이번에는 망자의 이빨 9개지. “그대 죽은 자의 육체여. 나 그대에게 다시 한번 죽은 자로서의 생명을 주리니! 그대 사신의 낫으로부터 자유로워지리라! 언데드 제작!” 스스스스. [언데드 제작 ‘그레이 오우거 좀비’이 실패하였습니다. 제작 실패 원인: 망자의 이빨 부족.] 으으으! 참자. 참자. 이로서 8번째 실패! 언젠가는 성공하겠지. 나는 속쓰림을 참으면서 다른 그레이 오우거의 시체를 탁자에 놓고 망자의 의지를 뿌린 이후 망자의 이빨 10개를 양손으로 집어 들고 그레이 오우거의 머리에 손을 데고 주문을 외웠다. “그대 죽은 자의 육체여. 나 그대에게 다시 한번 죽은 자로서의 생명을 주리니! 그대 사신의 낫으로부터 자유로워지리라! 언데드 제작!” 스스스스. 슈우우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반응! 그저 그레이 오우거의 시체를 감싸기만 했던 회색의 기운이 그레이 오우거의 몸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회색의 기운이 완전히 그레이 오우거의 몸속으로 스며든 이후 놀랍게도 죽은 그레이 오우거의 온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동안 떨리던 그레이 오우거의 육체의 떨림이 멈춘과 함께 감겨져 있던 그레이 오우거의 눈이 떠졌다. 크어어어. 띠리링! [언데드 제작‘ 그레이 오우거 좀비’이 성공하였습니다. ‘그레이 오우거 좀비’레시피가 추가 되었습니다.] 드디어! 드디어 성공했구나! “아싸! 성공이다!” 무려 8번 만에 그레이 오우거 좀비에 제작에 성공한 나는 기뻐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어디 한번 움직여 보자! 나는 나에게 종속된 그레이 오우거에게 탁자에서 내려와 서보라고 명령했고 그레이 오우거는 살아있는 그레이 오우거보다는 느리지만 일반 오우거보다는 조금 빠른 속도로 몸을 일으켰고 나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성공이다! 아싸! 첫 언데드 제작에 성공한 나는 언데드 제작에 박차를 가해서 내 방에 존재하는 그레이 오우거들을 모두 그레이 오우거 좀비로 제작해 버렸다. 흐흐흐. 이로서 9구의 그레이 오우거 좀비가 탄생한 것이다! 크하하하! 아까의 음성과 창에 나온 대로 가지고 있지 않은 레시피로 언데드를 제작하게 되면 레시피 창에 레시피가 추가되는 모양이었다. 이후 나는 계속해서 방안에 있는 시체들을 가지고 언데드 제작에 박차를 가했고 그날 하루만 쓴 돈이 약 300골드 정도 되었지만 내 방안에 가득한 좀비들을 보며 나는 기쁘게 웃을 수 있었다. 흐흐흐. 이제야 좀 제대로 된 네크로맨서 같은 걸. 흐흐흐. ======== 취익! 취익! 여기저기에서 풍겨오는 인간의 냄새. 그는 사방을 살펴보았다. 사방에서 느껴지는 기척은 너무도 많았다. 그는 이 작은 산에서 만난 인간을 죽이고 먹은 것이 잘 못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자신의 종족과 마찬가지로 복수를 잊지 않는다는 것을 깜박했던 자신이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전력을 다해 도망치고 있지만 인간들은 점차 포위망을 좁혀 자신을 사냥하려 드는 것을 보며 그는 손에 들린 스톤 액스를 꽉 쥐었다. “뭐,뭐야? 저건!?” “저,저거 오,오크? 게임의 오크 아니야?” “마,말도 안돼!? 오크라니!” 자신을 포위한 인간들이 알지 못할 말을 지껄이는 것을 보며 그는 한 인간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자신은 오크! 오크족의 전사라는 것을 마음으로 되새기면서 말이다! 취이이이익! “뭐,뭐야!?” 파악! 자신이 달려들은 인간의 뒤로부터 무엇인가 날라와 자신을 덮침과 함께 그는 엄청난 통증을 느꼈고 전신이 마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점차 의식을 흐려지고 시작했고 인간들이 떠드는 소리가 귀에서 울렸다. “제8조...생포...돌아....” 그리고는 정신을 잃었다. ============================ 으으으! 왜 잠이 안 오는 거야!!! 나는 딱딱한 목조 침대에서 일어나 버렸다. 여러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언데드 제작을 성공해낸 나는 이제 그만 자기 위해서 목조 침대에 누웠다. 그때 당시에는 기분이 너무 좋았고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 양을 300여마리까지 세어보아도, 조용히 아무 생각 없이 눈을 감고 있어도 말이다. 한참동안 뒤척이던 나는 목조 침대에서 일어나 내 방을 살펴보았다. 크어어어. 캬아아아. 크르르르. 시이이이. 으음. 이런 방에서 편하게 자려고 하는 내가 이상한건가. 내 방에는 여러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만들어낸 언데드들이 가득했다. 제일 먼저 제작에 성공해낸 그레이 오우거 좀비에서부터 그레이 오크 좀비, 그레이 리자드맨 좀비, 그레이 트롤 좀비, 그레이 고블린 좀비까지 말이다. 확실히 이런 방에서 자겠다고 하는 나 자신이 이상한 거군. 나도 참 이상해졌단 말이야. 예전 같았으면 이런 방에서 잘 엄두도 못 냈을 텐데. 그냥 영지민들이나 도와 줘야겠다. 영지의 밤은 낮보다 활기찼다. 원래부터 밤과 낮을 바꿔서 생활하던 사람들이다 보니 낮보다는 밤에 일어나 있는 사람도, 힘이 넘치는 이들도 많았다. 마치 밤에 더욱 강해지는 몬스터들처럼 말이다. 말해 놓고 보니까 이상하네. 뭐 상관없지. 나는 방문을 확실하게 닫은 이후 영주성 밖으로 향했다. 복도에는 밤마다 늘 보았던 망령들이 가득했다. 음. 그리고 보니까 감옥에 간다고 했었는데. 깜박 잊고 있었네. 지금 한번 가볼까. 난 감옥에 가볼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지금은 밤... 내가 아무리 네크로맨서를 직업으로 하고 있고 망령과 언데드를 다룬다고는 하지만 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 낮에 가자. 낮에. 팍! 뭐,뭐야! 나는 갑자기 나의 눈앞에 무엇인가 나타나자 몰라서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다시 고개를 들고 뒤를 돌아보았는데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설마 망령들이 장난친 건가. 이놈의 자식들이 가만히 뒀더니 기어올라! 나는 망령들이 장난을 쳤다는데 화가 올라 당장에 나에게 속한 망령들을 풀어서 망령들을 모두 잡아올까 했지만 나의 눈앞에 나타난 한 망령에 의해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배에 박혀있는 3개의 부러진 창대. 그 창대 사이로 흘러내리는 창자. 있어야할 자리에 없는 왼팔. 오른쪽 눈에 박혀 있는 화살. 그리고 등 뒤로 보이는 무수한 화살들. 이런 망령의 모습에 나는 기가 질릴 수밖에 없었다. 이 망령이 내 앞을 막아섰던 건가. 망령은 오른손에는 부러진 롱소드를 들고 있었고 그나마 멀쩡한 한쪽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째서 내 앞에 나타난 거지. 이런 망령은 영주성에 없었다. 그간 별로 돌아다니지는 않았지만 영주성의 망령들은 대부분 보았기에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런 망령은 없었다. [....군...나를..구...주..제...]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봐.” [...스군.....나를...구....주..제발.] 지금까지 나에게 말을 걸어온적 없었던 망령이. 그것도 이 영주성의 망령으로 보이지 않는 망령이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이미 죽은 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간절한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기에 나는 무시할 수가 없었다. 나는 망령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망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마나를 주입해 주었고 드디어 망령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한스군! 한나를! 한나를 구해주게! 제발!] “맙소사! 한스씨!” 나는 내 눈앞에 나타난 망령이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잠깐이지만 나와 함께 같은 집에서 지냈던! 너무도 활기찬 아이. 마법에 관심이 많던 아이. 바로 한나의 아버지. 너무도 무뚝뚝한 이. 한스씨였다! 어째서 한스씨가!! 한나와 함께 있어야할 한스씨가 망령이 되어 내 눈앞에 있는 거지! 거기에 저 모습은 뭐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한스씨! 어떻게 된겁니까? 말해 보십시오! 한나를 구해달라니요!” [한스군! 한나를! 한나를 구해주게! 제발!!] “한스씨! 한스씨!” 망령이 되어 나타난 한스씨는 한나를 구해달라는 말을 남기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뭐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나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망령이 존재한다는 것은 안다. 내가 망령을 사용하니까.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이. 한스씨가 죽어서 내 앞에 나타나다니.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게임 속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건가? 거기에 한나를 구해달라니. 한스씨는 망령이 되어 내 눈 앞에 나타난 것을 보아 이미 죽은 상태. 분명 한나를 구해달라고 했다. 그렇다는 말은 한나는 아직 살아 있다는 말이었다. 한나가 살고 있던 마을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한나가 있는 마을까지는 내가 팬텀스티드를 타고 전력을 다해서 간다고 해도 한달, 짧으면 보름은 걸린다. 그렇기에 당장 가 볼수도 없었다. 또 망령이 되어 나타난 한스씨가 설마 마을에서 이곳까지 찾아 왔을 리 만무하기 때문에 지금 찾아가 봐야 소용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갑자기 나타난 한스씨의 망령에 의해서 나는 그날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나의 방에서 들락날락 거렸다. 아침 해가 뜨고 영지민들은 잠을 자기 위해서 자신을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이들도 있었고 이제 막 일어나 아침 식사 준비는 하는 이들도 있었다. 나는 한숨도 자지 못하고 영지 여기저기를 서성거렸다. 새벽에 갑자기 한스씨가 나타나서 너무나 당황스러웠고 한스씨가 남긴 말. 한나를 구해달라는 말에 한나가 걱정되어서 여러 잡생각을 하며 신경을 쓰다보니 너무나도 피곤했다. 당장 침대에 눕게 되면 잠에 빠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나의 눈앞에 한스씨가 나타난 것. 그것은 한나가 내 가까이에 있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한스씨는 망령이 되어서 내 눈앞에 나타났다. 망령. 죽은 이의 영혼이 망령이 될 수 있는 것은 산자를 향한 증오나 한가지 일에 집착을 하여야 가능할 일이라고 알고 있었다. 난 한스씨가 망령이 된 이유를 바로 한나의 생존! 하나뿐인 자신의 딸인 한나를 보고 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고 생각했기에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영지 주변을 살펴볼까 했지만 내가 없는 사이에 한나가 나타날지 몰랐기에 함부로 영지를 나설 수도 없었다. 이미 본 나이트를 비롯해 스켈레톤들을 모두 돌려보낸 상태였다. “한스. 자네 무슨 일 있나?” “예?” “그게 자네 상당히 초조해보이네. 거기에 상당히 피곤해 보이고. 한숨 자는게 어떤가.” “아. 전 괜찮습니다. 단지 어제 잠을 좀 설쳐서 그런 것뿐이에요.” “으음. 자네가 그렇다면...” 영주님은 나를 걱정해주시면서 자는게 어떻겠냐고 권했지만 내가 잠든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기에 잘 수도 없었다. 나는 밀려오는 피로와 수마로부터 정신의 끈을 부여답고 버티고 또 버텼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끄덕. 끄덕. 웅성웅성! “뭐,뭐야!” 나는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에 깼다. 이런 깜박 존 모양이군. 얼마 정도 잔거지. 해는 어느새 서쪽으로 지고 있었고 그런 해를 본 나는 깜짝 놀라서 몸을 일으켰다. 제길! 졸려면 잠깐 졸 것이지! 왜 이렇게 오래 자버린 거야! 나는 너무 오래동안 잤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책망했다. 나는 급히 주변을 살펴보았고 영지민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역시... 누군가 온 건가. 여기 담요 한 장 주세요. 예! 여깄습니다! 여기 맥주 한잔 더! 네! 갑니다! 영지민들이 하데 모여있는 곳. 그곳에는 작은 시장이 벌려져 있었다. 영지에 거의 들리지 않는 다는 상단이. 바로 영지에 들린 것이다. 마침 무너진 집들을 완전히 무너트리고 생긴 공터에 작은 노점상과 상단의 수레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노점상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 작은 시장을 만든 것이었다. 작다고는 하지만 그 크기도 만만치 않았다. 각종 먹거리도 팔았고 거기에 이번에 몇통 반입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맥주도 팔고 있었다. 거기에 담요나 옷, 조리도구등의 생필품을 파는 곳도 있었고 어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군것질 거리도 팔고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곳 적응한 나는 그 작은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밝아진 영지민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마침 큰 싸움이 있었고 때에 알맞게 들린 상단들로 인해서 영지민들은 너무도 기뻐하고 있었다. 후~우. 그래. 내가 너무 긴장했어. 꼭 오늘 온다는 보장은 없잖아. 시장이나 돌아다니면서 저녁도 먹고 마음을 가다듬자. “아저씨. 여기 닭꼬치. 4개 주세요.” “예! 1실버 20코퍼 되겠습니다.” 나는 일단 내 근처에서 파는 닭고치를 샀다. 음. 꽤 괜찮은 맛인데. 상단의 구성원 중에는 인형극장을 하는 사람도 껴있었는지 아이들을 비롯해 영지민들이 그 연극을 지켜보고 있었다. 구경하는 아이들도, 물건을 사는 사람들도 얼굴에 모두 미소를 짓고 있었다. 1골드 80실버! 1골드 82실버! 1골드 85실버! 2골드! 예! 예! 2골드 나왔습니다! 더 올리실 분은 없으십니까? 2골드 1실버! “응? 무슨 소리지?” 나는 시장을 돌아다니다가 시장의 제일 한 구석까지 오게 되었는데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그 사람들은 대부분 용병들이었고 용병들은 손을 올려 가격을 올리고 있었다. 혹시 무기라고 파는 건가. 그 무기를 가지고 경매를 하는 것이고. 어디 한번 살펴볼까. 용병들은 모두 하나같이 나보다 키가 크거나 같은 정도였는데 나는 그런 용병들이 만든 인벽(人壁)을 뚫고 용병들이 가격을 올리며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탁! 탁! “예! 이 금발의 노예는 하루 동안 저 용병님께 2골드 50실버에 낙찰 되었습니다.” 수례위에 용병들에게 가격이 매겨진 그것. 옷이라고 볼 수 없는 헝겊 쪼가리로 간신히 중요한 부분을 가린 채 서있는 사람. 그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 “마,말도 안돼!” 정말 내가 한 말대로 지금 상황은 말이 안된다. 아무리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노예라니! 거기에 창녀라니! 하지만 방금 그 일은 내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아무리 게임이라도! 아무리 테스트 서버라고는 하지만 노예라니 말이 안된다. 아스카는 민주주의 국가중 하나인 우리나라에서 만든 게임이다. 아무리 테스트 서버라고는 하지만 노예제도는 인정이 안되는, 되어서도 일이다. 그런데 게임 속에서 노예제도가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니! 탁! 탁! “이번 노예는 하루 동안 저 용병님께 5골드 55실버 낙찰 되었습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또 다른 여자가 용병에게 낙찰되었다. 설마 내가 잘못생각한 것일까. 이곳은 테스트 서버가 아닌 것인가. 혹시 게임 속이 아니라 현실인가. 말도 안된다. 분명 상태창, 인벤토리, 스킬, 아이템 모두 사용할 수있었고 아스카에서 서비스하는 것은 모두 이용할 수 있었다. 거기에 나는 분명 캡슐로 접속하지 않았는가! 내가 생각해도 그건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혹시 불법 서버? 이것도 말도 안돼. 가상현실 서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웬만한 컴퓨터로는 아니 세계에서 가상현실 서버를 운영 가능한 컴퓨터는 (주)리얼의 주 컴퓨터 창조(創造)밖에 없었다. 그럼 이 상황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탁! 탁! “이번 상품은 평범하지만 속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여자입니다! 나이는 16세! 거기에 처녀입니다! 이번 상품은 2골드부터 시작합니다.” “이봐! 아무리 처녀라고는 하지만 너무 비싼거 아니야?” “맞아. 맞아.” 내가 혼란에 빠져있는 사이 또다른 여자가 수레 위로 올라왔다. 앞서 용병들에 의해서 낙찰된 두 여자와는 다르게 덜덜 떨면서 주위의 사람들을 두려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제길!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거야! “그런 말씀이 나오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끌고 와.” 절뚝. 절뚝. 건장한 남자에 의해서 끌려오는 여자아이. 여자아이는 지금까지의 여자들과 다르게 매우 어렸다. 겨우 12? 13세 정도 밖에 안되어 보이는 소녀였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한 남자에게 끌려오는 여자아이. 그 여자아이의 머리카락은 먼지와 흙으로 떡칠이 되어 있었고 거기에 얼굴에는 맞았는지 멍이 가득했다. “저 상품을 낙찰 받은 분께 이 아이도 함께 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처녀입니다!” 웅성웅성. 너무도 어린 나이다보니 나서는 용병은 아무도 없었다. 단지 웅성거릴 뿐. 그때 한 용병이 손을 들고 외쳤다. “2골드.” “음. 2골드 1실버.” “2골드 5실버!” 한명이 나서기 시작하자 다른 용병들도 나서기 시작했고 수레 위의 여자의 떨림은 더욱 심해졌다. 그와 다르게 어린 어린 아이는 앙칼진 눈빛으로 용병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난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와 마주친 아이의 눈빛은 방금 전까지의 앙칼진 눈빛이 아닌 반가움과 두려움, 절실함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나를... [한스군! 한나를! 한나를 구해주게! 제발!] 그때 나의 귀로 들려오는 한스씨의 목소리! 설마! “한나?” “어어어! 어어어!” “한나? 한나니?” “어어어! 어어어!” “이봐. 더 이상 가까이 오지...” “꺼져!” 퍽! 나는 나의 앞을 막아서는 남자에게 팔을 휘둘렀고 남자는 배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제길! 왜 처음부터 알아보지 못 한거지! 주변의 용병들은 모두 아무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수레 뒤쪽 천막으로부터 검을 가진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였다. “콜. 셰인. 볼케이노, 프로스트, 빌리.” 촤아아아앙! “저들을 처리해라.” “명을 받듭니다.” 으아아아! 나의 정체를 안 용병들은 빠르게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고 셰인과 볼케이노, 프로스트, 빌리는 나의 명에 따라 나를 향해 다가오던 이들에게 검을 빼들고 다가갔다. 그들이 본 나이트들을 보고 겁을 먹고는 무모하게 덤비는 모습까지 지켜본 나는 한나에게 다가갔다. “어어어! 어어어!” “괜찮아. 괜찮아. 오빠가 옆에 있잖아.” 한나는 내가 수레에 올라가자마자 나에게 안겨왔다. 한나는 나의 품에 안겨 울기 시작했고 나는 한나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반년. 아니 거의 1년 만에 만난 한나는 너무도 변해있었다. 예전에 활기가 가득한 얼굴은 맞아서 부어오르기는 했지만 뼈가 두드러지게 나와 있었다. 팔도, 다리도 예전보다 가늘어져 있었다. 한나의 다리를 보던 도중... 나는 볼 수 있었다. 한나의 아킬레스건이 끊어진 것을. 그래서. 그래서. 한나가 절뚝거리면서 걸어왔구나. 오히려 화가 너무 나면 냉정해진다고 했던가. 아마도 그게 내 상태인 것 같았다. “한나. 우선 좀 자렴. 슬립.” 지금부터 일을 일은 한나에게 보여줄 수는 없었기에 난 우선 한나를 재웠다. 그후 본 나이트들. 셰인과 볼케이노, 프로스트와 빌리를 제외한 나머지. 우라노스와 킬, 보를, 켈트를 불러냈다. “전원. 이 노예상단의 사람들을 모두 사로잡아라. 어떤 수를 써서든 사로잡아 내 앞에 무릎을 꿇려라! 단 한명도 놓치지 마라.” “명을 받듭니다.” 으아아아! 살려줘! 끼리릭! 나의 명에 의해서 나선 본 나이트들은 스켈레톤들까지 소환하여 노예상단의 사람들 사로잡기 시작했다. 이 일로 인해서 영지민들이 나를 더욱 무서워할지 모르지만 상관 없었다. 나는 편히 잠든 한나를 품에 안고는 먼지와 흙으로 인해서 엉켜버린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빗어주었다. “한스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그리고 그 아이는 또 뭔가?” “영주님.” “응?” “지금부터 일은 상관하지 말아 주십시오.” “....” 영주님의 웃어보이며 한 말에 아무 말도 못하시며 조용히 내 옆에 앉으셨다. 얼마 되지 않아. 노예상단의 모든 사람들이 사로잡혀 내 앞에 무릎을 꿇었고 나는 잠시 영주님께 한나를 맡기고는 앞으로 나섰다. “모두에게 한번만 묻겠습니다. 저기 잠든 아이의 다리. 누가 저렇게 만들었죠?” “사,살려주십시오!” “제발! 제에게는 부양해야할 노모가!” “저는 처자식이 있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제크! 제크! 니가 했잖아! 나가! 어서 나가!” “우라노스. 끌고와.” “명을 받듭니다.” “으아아아! 놔! 놓으라고! 난 살아야 돼! 살아야 된다고! 나도 시켜서 한 일이야! 상단주가 시켰단 말이야!” “무,무슨 헛소리냐! 입 다물어!” 제크라는 용병과 함께 난 상단주라는 사람을 내 앞에 세웠다. 그래. 네녀석들이 한나를 팔아넘기려고 했고, 한나의 아킬레스건을 끊은 녀석이라는 거군.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제발!” “이거 놔라! 내가 누군지 아나! 로시아 제국의 숀트레아 후작님의 조카인 죤크트리 남작이시다! 놔라!” “강제(强制) 영혼이탈(靈魂離脫).” 털썩! 털썩! [뭐,뭐야!? 저, 저건 나! 으아아아!] [무,무슨 짓을 한거냐!? 당장 원래대로 해놔라!] “당신들은 알고있습니다. 인간의 육신은 영혼의 영향을 받는 사실을 말입니다. 저는 마물의 숲에서 참 많은 실험을 해보았죠. 그 중 아주 신기한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영혼의 상처죠.” 스스스스. 사악! 사악! [으아아아! 내 다리! 내 다리!] [크아아악!] 나는 망령들로 만들어낸 낫으로 남작이라는 상단주의 영혼의 양 다리와 양 팔을 베어버렸고, 용병의 한쪽 다리를 베어 버렸다. 그리고는 영혼을 되돌려 보냈다. 그들은 육신에 되돌아오자마자 망령의 낫으로 베어진 팔과 다리를 살펴보았고 남작이란 상단주는 득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나는 그런 상단주를 보고 마주 웃 어주었다. “후후후. 뭐가 좋아서 웃으십니까. 당신은 방금 영혼을 베였는데. 아까 제가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인간의 육체는 영혼의 영향을 받는다고요. 좀더 보충 설명을 해드리죠. 제가 예전에 마물의 숲에서 오늘과 같은 일을 몬스터를 상대로 실험했습니다. 처음에는 당신들처럼 괜찮더군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영혼이 베어진 팔이 썩어 들어가기 시작하더군요. 점차 썩어가는 자신의 팔과 다리를 보며 몬스터는 서서히 죽어갔습니다. 제 생각에는 영혼에 낸 상처로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것 같더군요. 그때 몬스터가 생명력이 강한 트롤이었는데 일주일 버텼습니다. 과연 인간인 두분은 얼마나 버틸까요?” “뭐,뭐라고!” “아..아.하.하.하. 겨,결국 죽는 건가? 하.하.하.” “다,당장 원래대로 해놔라! 당장!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여러분을 죽게 해드리는 것을 감사히 생각하십시오. 생각 같아서는 죽지도 살지도 않은 상태로 만들어 버리고 싶지만 여기 계신 영주님의 입장을 생각해서 참은 것이니까요. 그리고 여러분. 마을을 떠난 이후 저에 대한 소문이 퍼진다면... 쫓아가서 똑같이 만들어드리지요.” .... .... 나의 말에 주변에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을 비롯해 노예상단의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본 나는 영주님 품에 안겨 조용히 잠들어 있는 한나를 안아들고 나의 방으로 향했다. 뒤로 남작이라는 상단주의 처절한 외침이 들려왔지만 난 그의 외침을 무시하며 사람들이 열어준 길로 나아갔다. ========= (11)장. 혼란(混亂). 위험(危險). 인식(認識). 나는 처음 한나가 나에게 말을 하지 않고 어어어. 그렸을 때 너무 화가 나고 반가워서 그런 줄 알았지만 그런게 아니었다. 실어증.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한나는 실어증으로 인해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나가 정신이 차린 이후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어보려고 했던 나는 계획을 수정하여 상단주를 끌고 왔다. “크으으윽! 네,네 이놈! 나,나를 원래대로 해놔라!”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 불과 하루만의 본 상단주의 양팔은 손목까지 썩어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양 다리의 발목까지 썩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고통을 느끼는 것을 보니 피부까지만 썩었나 보군. “강제. 영혼이탈.” [으아아아!] “한번만 묻지. 한나가 어떻게 네 노예상단에 끼어있게 된 거지?” [저,전 단지 후,후작님께서 넘져 주신 겁니다!] “숀트레아 후작이?” [예! 후,후작님께서는 여행중에 죽여버리라고 하셨지만 도,돈이 될 것 같아서. 이, 이상은 저도 모릅니다! 사,살려 주십시오!] 상단주라는 남작은 망령들로 만들어진 망령의 낫이 목에 가져다데자 알아서 술술 불기 시작했다. 그의 눈은 이번만은 진실했기에 나는 망령의 낫을 치웠고 영혼을 원래대로 육체에 집어넣었다. “꺼져라!” “히이익!” 남작은 그대로 전력을 다해서 도망쳤다. 숀트레아 후작. 그사람이 한스씨의 죽음과 한나가 노예로 팔려간 것에 관련이 있는 이군. 자세한 이야기는 역시 본인에게 듣는 편이 좋겠지. 나는 식사를 마치고 다시 자고 있는 한나의 머리를 스다듬으면서 허공을 향해서 말을 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말해주시겠습니까. 한스씨.” 사아아아. [그러지.] 나의 힘으로 인해 선명하게 모습을 들어낸 한스씨는 한나를 구한 이후부터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망령으로서의 기운은 더욱 강해져 방안의 온도는 내려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한스씨는 만약 육체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바로 언데드가 되고도 남을 정도였다. 망령의 힘은 살아생전의 힘과 죽어서 망령이 될 때의 집념에 따라 좌우되는데 한나를 구하고 지키겠다는 집념은 한스씨를 강하게 만들은 것 같았다. 만약 이 자리에 한스씨의 시체가 있었다면 최소한 스켈레톤 나이트는 되었을 만한 힘이었다. [한스군. 일단 우리 한나를 구해줘서 고맙네.] “아니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된 것입니까? 한스씨가 죽고 한나가 노예로 팔리다니. 도대체 제가 떠난 이후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후~우. 이일에 대해서 설명하려면 일단 한나의 엄마에 대해서 설명해야하네. 사실 한나의 엄마는 귀족의 딸이었지. 그것도 로시아 제국에 단 세개밖에 없다는 공작가문 중 정열의 델리아드 공작가의 딸이네. 한나는 현 공작님의 조카가 되는 것이고.] “뭐라고요!?” 나는 한스씨의 말에 너무 놀라서 어쩔 줄 몰랐다. 한나의 어머니가 로시아 제국의 단 3명 밖에 없다는 공작가의 딸이라니. 그렇다면 한나는 소공녀? 내가 놀란 눈으로 한나를 쳐다보는 동안 한스씨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내가 한나의 엄마를 만날 당시에는 겨우 막 기사의 작위를 받은 평민출신의 기사였지.] 이후 이야기는 뻔한 이야기였다. 평민출신의 기사인 한스씨는 로시아 제국의 공작가의 공녀와 사랑에 빠졌고 그러다가 한나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결혼도 하기 전에 말이다. 이로 인해 공작은 분노했고 평민기사인 한스씨를 죽이려고 했지만 딸의 간절한 부탁의 부녀의 연을 끓고 한스씨와 한나의 어머니를 내쫓으셨다고 한다. 이후 여행을 하다 대륙 여기저기를 전전하다가 그 숲에 정착하게 되었고 한나의 어머니의 한분뿐인 오라버니. 현 공작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지내기 시작했단다. 공작가에서 쫓겨난 한나의 어머니와 현공작과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던 것은 현 공작이 바로 한스씨의 친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작가의 이단아라 불리며 평민들과 놀기 좋아하고 친구로 사귀기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던 현 공작은 한스씨와 한나의 어머니의 결혼에 대해서 축복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한나가 태어나고 처음 3년간은 계속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현 공작이 공작위에 오른 뒤 편지가 끊겼는데 내가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편지와 함께 공작가에서 사람이 왔다고 한다. 그 편지의 내용은... 전 공작인 한나의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것과 유언장이 공개되었다는 것이었다. 한스씨의 말에 의하면 현 공작은 자식이 없다고 한다. 현공작의 나이는 46세. 한스씨보다 6세 많은데 편지에 내용에 따르면 첩을 4명이나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식이 없다고 한다. 공개된 유언장에 의하면 자신의 딸. 그러니까 한나의 어머니의 첫 번째 자식에게 현 공작에게 자식이 생길 때까지 다음대 공작의 작위를 물러 받을 권리가 생기며 만약 공작의 나이 50세가 넘은 이후에도 자식이 태어나지 않는다면 한나가 성인이 되는 성인식 날. 현 공작은 공작의 작위로 한나에게 물러주라고 되어있었다고 한다. 나는 한스씨에게 이 말을 듣고 한스씨와 한나가 권력 다툼에 희생되었다는 것을 알 수있었다. 이어진 한스씨의 말에 의하면 단편적인 기억이지만 망령이 되어 한나를 따라다니면서 들은 바에 의하면 숀크레아 후작이 자신의 아들을 공작으로 만들기 위해서 일을 벌인 것이라고 한다. 숀크레아 후작의 아버지는 전대 공작의 동생으로서 만약 한나가 죽고 현 공작이 50세가 될 때까지 자식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면 숀크레아 후작의 자식들은 공작의 작위를 이어받을 권리를 얻게 되는데 그것을 노리고 자신의 첫 아들에게 공작으로 만들기 위해서 일을 벌인 것이라고 했다. 사실 한스씨는 이보다 더욱 자세하게 어렵게 이야기했지만 나는 저 정도로 밖에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난...한나가 죽을 때까지 곁을 지킬 거라네.] “하지만 한나는 한스씨가 그러길 바라지 않을 겁니다. 제가 신관님에게 부탁해보겠습니다. 한스씨의 영혼을 정화가 가능한지 말입니다.” [되었네. 나는 이미 망령이 되었네. 하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네.] “정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죠. 하지만 망령인 상태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한스씨. 한나에게 도움이 되고 싶으십니까? 그리고 그 결정 정말로 후회하지 않으십니까?” [물론이네! 난 결코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아.] “후~우. 좋습니다. 한스씨. 한나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들어보시겠습니까?” 나는 한나의 곁에 남길 원하는 한스씨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을 해주기로 했다. 내가 한스씨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한가지 뿐이었다. 바로 한스씨를 언데드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것도 데스나이트로 말이다! 데스나이트를 제작 레시피에는 레벨 180이상의 시체와 기사의 영혼석 외에 여러 가지 재료를 필요로 한다. 한스씨는 한때 기사였으니 한스씨를 데스나이트로 만들 수 있었다. 한스씨를 데스나이트로 만들어 주는 일. 그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일이었다. 한스씨가 데스나이트가 된다면 살아생전보다 강한 검술을 발휘할 수 있게 되고 상급 언데드답게 자아도 확실히 유지할 수있으니 한나 곁에서 한나를 지켜줄 수있게 된다. 한스씨는 나의 말을 듣고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확고한 눈빛으로 말했다. [나를 데스나이트로 만들어주게! 내가 오히려 부탁하네!] “한스씨. 좀더 생각해 보십시오. 그것은 언데드가 되는 일입니다. 언데드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일인지 어느정도 아실 것 아닙니까. 언데드는 신의 의지를 거스르는 존재입니다. 좀더 생각해 보십시오.” [생각할 것도 없네. 한나. 한나의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상관없어. 부탁하네. 한스군!] “후~우. 제가 괜한 이야기를 꺼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 한스씨. 정말 죄송합니다. 괜한 제의를 한 저를 원망하십시오.” [아니네. 오히려 고맙네. 그런 제의를 해줘서.] “후~우. 현재 제 언데드 제작 실력은 미천합니다. 그러니 좀더 기다려주십시오. 언데드 제작 실력이 좀더 쌓인 이후 한스씨를 데스나이트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부탁하네.] 나는 이때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잠에 든 줄 알았던 한나가 실눈을 뜨고 나와 한스씨를 지켜보고 있었음을. ============== “후~우.” 로그 아웃을 하고 캡슐에서 나온 나는 그대로 욕실의 욕조에 뜨거운 물을 채워놓고 욕조에 몸을 실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오실 시간이지만 상관없었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은 무슨 풀리지 않는 일이 있을 때 하는 행동이었고 이는 부모님들도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에 빠져있을 때는 부모님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으시고 나를 가만히 두신다. 한나를 구하느냐고 잠시 잊고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캡슐을 통해서 접속한 그곳. 나는 사실 테스트 서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곳은 테스트 서버가 아니었다. 테스트 서버라면 그 세계에는 노예제도라는 것이 존재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과연 내가 있는 곳은 어디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가 없었다. 생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머릿속은 복잡해져갔고 짜증이 밀려왔다. 제길!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뜨거웠던 욕조의 물도 식어 차가워진 상태였기에 더욱 짜증이 났다. 욕실에서 나온 나는 그대로 트레이닝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신발을 보아하니 부모님은 이미 집에 들어오신 것 같았다. 늦은 밤이었지만 찌는 더위 때문인지 집안에 있지 않고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나는 더위 때문에 밖으로 나온 사람들을 피해서 계속 걸어갔다. 게임속의 있는 나. 나의 캐릭터가 있는 곳이 어떤 곳인지 고민하고 있는 지금의 내가 너무도 한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계속 걷다보니 어느새 나는 한번도 와 본적 없는 곳에 와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약수터가 앞으로 500m만 더 가면 있다는 표지판이 보였고 나는 약수터로 가기로 했다. 이시간에 약수를 뜨러 약수터를 찾는 사람들은 없을 테니까. 조용히 혼자서 생각할 수 있겠지.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약수터는 도시안에 존재하는 작은 산 위에 있었는데 산의 나무들 때문인지 다른 곳보다 더욱 시원했기에 사람들이 다른 곳보다 많이 몰려 있었던 것이다. “하~아.” 조용한 곳에서 혼자서 생각하고 싶었던 나의 바램은 예상외로 힘든 일이었나 보다. 하~아. 그래. 그냥 집에 가서 생각하자. 나는 또 다시 밤길을 계속 걷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걷다보면 아는 곳이 나올 테고 아는 곳이 나오게되면 그때부터 방향을 잡아서 걸어가면 되니 걱정은 없었다. 그렇게 정차 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나는 학교 근처에 와있었다. 히야. 엄청 걸어 왔구만. 나는 어둠에 잠긴 학교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보니까 앞으로 방학이 얼마나 남았더라. 그동안 캡슐안에만 거의 누워있었기에 시간감각만을 겨우 유지하고 있을 뿐 지금 날짜도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 집에 가서 확인해봐야지. 어서 집에나 가자. ================== 상민이 학교를 한번 바라보고 집을 향해서 걸어가고 있는 그때 어둠에 잠긴 학교의 운동장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넓은 학교 운동장 전체가 마치 물결이 파도치는 것처럼 출렁거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넓은 운동장이 출렁거리는 것과는 다르게 소리는 전혀 없었고 그로 인해 이처럼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학교 주변에 사는 사람들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 출렁거리던 운동장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나무! 운동장 바닥으로부터 나무가 솟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운동장에서 솟아나기 시작한 나무들은 금방 숲을 이루었고 얼마 되지 않아서 운동장이었던 곳에는 빽빽한 숲이 형성되어 있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운동장이었다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흔적은 학교 건물뿐이었다. 이와 같이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은 바로 데미니안이 연 불완전한 차원의 문 때문이었다. 불완전하게 열린 차원의 문으로 인해서 차원의 벽을 형성하던 힘. 혼돈. 카오스가 조금씩 날뛰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때문에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세계 곳곳에서 몬스터의 출몰하였지만 각 국가의 경찰과 군부에 의해서 정보가 차단되고 있었기에 아직 평온한 것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정보를 차원할 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지형! 지형이 변화하였기 때문이다. 상민의 학교 운동장처럼 세계 곳곳이 변화를 겪었기에 더 이상 정보를 차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지형이 변화되면서 그와 함께 딸려온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몬스터. 게임이나 만화, 소설에서 접하던 몬스터들이 지형과 함께 달려서 온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지형의 변화와 알지 못할 냄새 때문에 몬스터들은 숨을 죽이고 있을 뿐이었다. 상민. 그가 학교를 떠난지 불과 30분만에 있었던 일이지만 정작 상민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 [뉴스 속보입니다 서울 XX구 XX동에 위치한 XX 고등학교의...] 집에 들어가 그대로 잠을 들고 일어나자 시계바늘은 6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나는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TV를 트니 놀랍게도 TV에서 처음 들려온 음성은 바로 우리 학교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 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놀라서 정신이 번쩍 들었고 TV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뉴스에 따르면 우리 학교 운동장이 숲으로 바뀌었다고 되어 있었다. 뉴스에서 보여주는 영상자료를 보니 숲뒤로 보이는 우리 학교 건물을 보고서야 나는 진짜로 우리 학교라는 사실을 알 수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 어제 내가 갔을 때는 운동장에 숲 같은 것은 없었는데. 영상자료를 살펴보니 학교는 경찰과 군인들로 인해서 접근이 차단되어 있었다. 경찰과 군인들은 완전무장이 되어 있었고 하늘에는 군용헬기가 방송사 헬기들을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레. 전화 받어! 이새끼야! 왜 안받아! 썩을 놈아! 이 벨소리는 경순이? 경순이의 핸드폰 번호는 특이한 벨소리를 지정해 놓았기에 기억하고 있었고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래. 나다. 이시간에 웬일이냐?” [야야. 너 뉴스 봤냐?] “지금보고 있어. 도대체 저게 어떻게 된 일이냐?” [내가 알 리가 없잖아. 그건 그렇고 후후후. 이대로 가면 개학식 늦어지겠지. 오히려 잘되지 않았냐.] “참나. 오랜만에 전화해서 하는 이야기가 고작 그거냐?” 나는 개학식이 늦어질 것이라는 경순이에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하긴 개학식이 늦어지면 우리들이야 좋지. [야. 상민아. 우리 오랜만에 만나지 안을래? 다른 녀석들에게는 내가 연락할게.] “나야 좋지. 오랜만에 너희들 얼굴도 보고.” [좋았어! 그럼 우리 학교 앞에서 보자!] “너...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훗. 역시 너는 단번에 알아차렸구나. 우리의 모교에 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났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있냐. 한번 가봐야지.] “야야. 아서라. 경찰과 군인들이 쫘악 깔려있는데 어떻게 들어가려고.” [후후후. 다 방법이 있지. 너도 알잖아. 학교 후문에서 그거.] “그 개구멍으로 들어가자고?” 나는 경순이의 말에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마음이 동했다. 그래. 별일 있겠어. 한번 가보자. 어자피 숲일 뿐이잖아. 결정을 내린 나는 경순이에게 말했고 아침 먹고 10시까지 학교 정문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다른 녀석들에게는 경순이 녀석이 연락한다고 했다.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어제 보았을 때는 뉴스에서처럼 숲이 없었기에 불안함보다 궁금증이 더욱 강했다. 그래. 한번 가보는 거야. ========= 정문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개중에는 방송사 사람들도 있었고 우리 학교 학생과 선생님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 밖의 사람들이 이 근처에 사는 주민들 같았는데 학교 근처에 모여 있는 사람 중 신난 사람은 우리 학교 학생들 밖에 없는 것 같았다. 하긴 신날 만도 하지. 방학도 이제 절반이나 지나갔고 이대로라면 방학을 연장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면 혹시 겨울 방학이 주는 거 아니야? “여어! 상민아! 오랜만이다!” “아. 왔냐. 엥? 그 것들은 또 뭐냐?” “후후후. 만약을 위한 준비라고 할 수있지.” 제일 먼저 나타난 사람은 경순이였는데. 경순이는 등산이나 캠핑이라도 가려는지 등산용 신발에 등산복에 주머니가 많은 붉은색 조끼를 입고 등에는 빵빵한 여행용 배낭을 메고 있었다. 경순이와 다르게 나는 반팔티와 반바지에 쓰레바만 신고 왔는데 말이다. “설마.. 다른 녀석들에게도 이렇게 준비하라고 했냐?” “아니지! 나는 식량담당이고, 성민이는 호위담당, 세호는 작은 텐트 가져오리고 했어. 참 민수는 통신담당이야.” “하.하.하. 그러면서 나는 그냥 오라고 했냐?” “걱정하지마. 우리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너는 머리만 굴리면 되는 거야! 잔머리에 대가 상민! 너만 믿는다!” 한마디로 너희들은 몸으로 떼우고 나는 머리로 떼우라는 말이군. 하~아. 들어가서 한참 있을 것도 아닌데. 녀석도 참. 얼마 되지 않아서 친구들이 도착했다. 경순이 말대로 성민이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알루니늄 방망이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가스총과 스팅건을 가지고 왔다. 그 외에 응급치료를 위한 응급상자도 성민이가 가져왔다. 세호는 경순이 말대로 쉽게 조립할 수 있는 텐트와 침낭을 가지고 왔다. 역시 잠에 빠져사는 녀석이라 침낭도 고급이었다. 다음 민수는 노트북을 비롯해 핸드폰, 거기에 비상용 무전기까지 챙긴 상태였다. 말그대로 모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것이다. 그냥 몸만 온 나와 다르게 말이야. 이 썩을놈의 경순이! “야. 나 그냥 갈래. 나만 이게 뭐냐.” “우리의 작전 참모께서 삐지셨네. 그럼 어쩔 수 없지. 우리끼리 가자.” “쳇! 좀만 기다려라. 나도 옷갈아 입고 올테니까. 경순이! 이 원한 잊지 않으마!” 경순이 녀석 내가 분명 옷을 갈아입으러 다시 집에 갈 줄 알고 이런 짓을 벌인 것이다. 으으으. 생각해보면 경순이 녀석이 나에게 이런 장난을 치는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처음 한두번 당했을 때는 장난이 아니라 나를 골리려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경순이 녀석에게 아주 처절한 복수를 해주었지만 장난이라는 것을 안 이후에는 복수를 할 수는 없었다. 물론 대가는 확실하게 받아냈다. 점심시간에 매점에서 먹을 것을 사게 하거나, 숙제 대신 시키기등의 일로 대가를 확실하게 받아냈다. 학교 근처는 교통이 혼잡했기에 나는 전력을 다해 뛰어 집으로 향했다. 경순이 이놈의 자식! 두고 보자! 지난 번에 민수에게 받아둔 폭탄. 너 네 집으로 메일로 보내주마! 그런데.. 이상하네. 전력을 다해 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땀이 나질 않았다. 그리고보니 여름에 나는 거의 땀에 절어서 사는데 올 여름에는 별로 땀을 흘리지 않았다. 호흡도 안정적이었고 지금 내가 전력을 다해서 뛰고 있는 것이 맞나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마 쓰레바를 신어서 전력을 다해 뛰지 못해서 그런 거겠지. 말로는 전력을 다해서 뛰고 있다고 했지만 말이야. 집에 도착한 이후 나는 기다리고 있을 녀석들 때문에 재빨리 옷을 갈아입었다. 아무래도 숲으로 들어갈 거니까 긴 반지가 좋겠지. 조금 덥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신발은 등산화로 하자. 또 챙길게 뭐 있나. 그래. 만약을 위해서 나도 몸을 지킬 것 한가지를 챙기자. 나는 집을 뒤진 끝에 아버지가 사 놓으신 가스총을 들고 갔다. 사용법은 모르지만 뭐 성민이에게 배우면 되니까. 하~아. 다시 전력 질주다! 이번에야 말로 전력질주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마치 내 몸이 예전의 내 몸이 아닌 것처럼 너무나도 달랐다. 항상 캡슐에 누워있었기에 체력을 비롯해 근력이 약해졌어야 정상인데 이상하게 오히려 힘이 넘쳤다. 마치 내 몸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다른 때보다 더욱 빠르게 뛸수 있다는 것도, 힘이 넘친다는 것도 말이다. 전력을 다해서 뛰어서 녀석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 녀석들은 수다를 떨고 있었다. 짜식들. “야. 나왔다. ” “우와. 빨리왔는데. 중간에 택시라고 잡아탔냐?” “뛰어 왔어! 임마!” “자! 그럼 모두 가자!” 크아아아!!! 캬아아아!! 취익! 취익! 키키키키! “뭐,뭐야!?” 내가 도착하고 이제 막 후문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갑자기 기괴하면서 친근한 음성이 우리들의 귀로 들려왔다. 이 기괴하면서 친근한 소리에 의해서 학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고 경찰을 비롯해 군인들은 잔득 긴장하여 숲을 향해서 총구를 향하게 했다. 쿵! 쿵! 쿵! “마,맙소사!” “저건 몬스터!?” “그레이 오우거, 그레이 트롤, 그레이 오크, 그레이 리자드맨, 드래곤 플라이, 그레이 고블린까지...” “하.하.하. 우리가 아까까지 저런 숲에 들어가려고 했던 거냐?” 그 기괴한 소리가 친근하게 들렸는지 이해가 갔다. 우리 나이대의 애들. 나도 애면서 애들이라고하니까 좀 이상하군. 하여튼 우리 나이대의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서 몬스터의 모습과 외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몬스터들을 실제로 보고 우리들이 느끼는 것은 두려움이나 공포보다는 신기함이다. 나는 저 몬스터들이 진짜 몬스터인지부터가 의심이 갔다. 하지만 나의 의심을 금세 확신으로 변했다. 크아아아아!!! 쾅! 콰쾅! 힘의 대명사. 몬스터들 중 가장 힘이 쎄다는 오우거. 그것도 보통 오우거보다 강한 오우거. 그레이 오우거가 들고 있던 몽둥이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레이 오우거가 던진 몽둥이는 그대로 군용트럭에 박혀 버렸고 군용 트럭은 결국 폭발했다. 이일로 인해서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고 학교를 구경하기 위해서 조금이라고 가까이 가려고 했던 이들은 반대로 조금이라도 멀리 도망치려고 뛰기 시작했다. 이 일로 인해 학교 근처에 남은 이들은 방송사의 리포터와 카메라맨과 무장경찰과 무장군인뿐이었다. 경찰과 군인들은 숲을 빠져나오려는 몬스터들을 향해서 총을 쐈고 총성이 주위로 퍼져나갔다. 경찰과 군인들의 공격으로 타격을 받은 것은 오크와 고블린 정도의 몬스터정도였다. 정작 총알은 몬스터 무리 중에서 제일 강한 그레이 오우거의 피부를 뚫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그레이 트롤에 박힌 총알은 그레이 트롤의 엄청난 재생력으로 인해서 소용도 없는 듯해 보였다. 경찰과 군인의 공격이 몬스터들의 화와 돋우었을 뿐이었다. “우리도 도망쳐야 되는 거 아니냐?” “그래야지.” “그럼! 뭐해! 뛰어!” 우리들은 도망치는 행렬에 끼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텐트를 가져온 세호와 빵빵한 배낭을 멘 경순이가 뒤쳐지기 시작했다. “임마! 그거 버리고 뛰어!” “이 텐트랑 침낭이 얼마짜리인 줄 알아!” “그래도 사는 게 먼저지! 그깟 물건이 문제냐!” 부우우웅! “으아아아!” 퍽! 키이이이! 뒤쳐졌던 세호를 향해서 날라온 드래곤 플라이. 거대 잠자리는 가장 앞서 뛰던 성민이가 급하게 방향을 틀어 뒤로 돌아가 알루미늄 방망이를 휘둘러 간신히 세호를 무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제길! 그러니까 버리고 뛰라니까! 나는 세호 옆으로가 텐트 가방을 빼앗아 들고 뛰기 시작했다. 성민이는 뒤에서 우리를 향해서 날라오는 드래곤 플라이를 향해서 알루미늄 방망이를 휘두르고 가스총을 쏘면서 따라오고 있었다. 영화에서나 일어날 일을 우리가 직접 경험하다니! 살다보니 별일 다있네. 캬아아아! 펄럭! 펄럭! “와,와이번!” “제길! 진작에 도망칠걸!” 갑자기 하늘로부터 나타난 와이번! 그것도 그레이 와이번이었다. 그 수는 단 3마리 뿐이었지만 그 3마리만으로도 우리는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콰쾅! 콰쾅! 어디선가 들려오는 폭발음에 고개를 돌려보니 그레이 오우거와 트롤이 있는 곳에서 난 소리였다. 수류탄이라고 던졌는지 아니면 자동차가 폭발이라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소리로 인해서 와이번의 관심이 그곳으로 향했기에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달려!!!!” “으다다다다!” ==============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총성과 폭발음. 거기에 혼란에 빠진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귀를 울렸다. 이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들이 뿔뿔이 흩어지지 않은 것은 운이 좋았다고 할 수있었다. “모두들 괜찮냐?” “하~아. 하~아. 괜찮아. 이게 무슨 영화같은 일이냐.” “하~아. 하~아. 그러게. 현실에 게임속 몬스터가 나타나다니.” “경순아. 니가 식량담당이잖아. 뭐 마실 것 없냐?” “하~아. 하~아. 가져온 게 있어. 조금만 기달려.” 식량담당 경순이는 배낭을 열어서 뒤지기 시작하더니 갈증해소 음료하고 물을 꺼냈다. 우리는 맨뒤에서 우릴 지켜준 성민이에게 가장 먼저 물통을 건냈고 그 후 차례대로 마셨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민수야. 그 노트북 인터넷 되지? 한번 뒤져봐.” “알았어.” “혹시 모르니 계속 움직이자.” 우리는 성민이의 제의를 받아들여 계속 걸었다. 민수는 이동하면서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뒤지고 있었다. 이동하면서 찾는지라 원래 속도보다 찾는 속도가 느렸지만 그 래도 여기있는 우리들보다는 빨랐다. 민수는 무엇인가 찾았는지 우리들을 불렀고 우리들은 민수의 뒤로 이동했다. 노트북에는 방송사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생방송 뉴스가 나오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와이번에 의해서 군용 헬리콥터가 추락하는 모습과 군용트럭과 학교 근처의 차들이 근처의 처박혀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구석에 그레이 오우거 한 마리가 쓰러져있는 것이 보였는데 머리와 목 아래부분이 없는 것이 어떤 군인이 오우거의 입속에 수류탄이라고 쑤셔 넣어 처리한 것 같았다. 뉴스의 내용에 따르면 리포터가 게임을 하는 사람이었는지 몬스터의 이름. 그러니까 와이번,오크, 오우거 같은 이름을 말하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와이번은 3마리로 인해서 격추된 군용 헬기가 4대이고 급하게 출동한 다른 군용 헬기 자신들의 수에 3배. 9대가 되자 숲 안으로 도망갔다고 한다. 그리 넓지 않은 숲이었지만 언제 숲 아래에서 와이번들이 공격해 올지 몰랐기에 헬기는 후퇴했다고 한다. 아마도 헬기 몇 대가 그런 방식으로 격추된 모양이다. “이거 완전히 난리가 났는데.” “이것으로 휴교는 확실하다.” “얌마! 지금 그거 이야기할 때냐.” “뭐 어때. 여기서 학교는 상당히 떨어져 있잖아. 이번에 군대에서 탱크도 끌고 온다는데. 잘하면 전투기도 출동할지 모르고 말이야. 아무리 그레이 와이번이라도 전투기는 못 이긴다고.” “그건 싸워 봐야 알지. 기계가 하늘을 나는 것과 생물이 하늘을 나는 것은 컨트롤부터가 엄청난 차이니까. 거기에 와이번은 체온이 너무 낮아서 유도 미사일도 못쓴다고.” “그건 그렇고 이게 무슨 일이냐. 몬스터라니. 이러다가 갑자기 마법사들이 짠하고 나타나는 거 아니야?” “오오오! 말 된다! 혹시 우리나라의 비밀 결사단체가 나타나서 다 쓸어버리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무당하고 싸울아비가 등장하지 않을까?” “중국에서는 무림인들이 등장!” “유럽권에서는 마법사와 정령사들이 등장하고!” “미국쪽에서는 샤먼하고 기사들!” “정말 그러면 끝내주겠다.”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생각되자 녀석들은 장난치듯이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말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몬스터가 나타났는데 마법사들이나 무림인들이 등장하지 말라는 법은 없었기 때문이다. 진짜 그렇다면 재미있을 텐데. 이야기가 계속 그렇게 진행되자 녀석들은 퓨전 소설속에서 나오는 마법사 및 기사 양성학교, 대몬스터 대항부대등의 이야기를 계속 꺼냈다. 참 속편한 놈들. 나는 그런 녀석들을 보며 주위를 살펴보았는데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곳은 어제 내가 갔었던 약수터로 향하는 길이었다. 잘됐다. 약수터에서 좀 쉬자. “야야. 내 말 좀 들어봐. 이 근처에 약수터가 있거든. 거기고 좀 쉬자. 어제보니까 잘되있더라.” “오! 잘됐네! 거기 자리 깔고 뭐좀 먹으면서 이야기나 나누자.” “어여 가자!” 약수터에 도착하자 약수터에도 사람이 많이 몰려있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학교를 구경하려다가 몬스터들을 피해서 도망친 사람들인 모양이었다. 약수터에서 빈 자리가 보이자 우리는 바로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고 민수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민수는 우리가 모여들자 따로 가져온 휴대용 스피커를 꺼내어 노트북과 연결했고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뉴스를 틀어놓았다. [숲에서 나온 몬스터들의 해서 30여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사상자가 100여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사상자의 대부분은 구경을 하기 위해 몰렸던 사람들이 도망가다 넘어져 다친 이들로서...] 죽은 사람은 예상외로 적었다. 겨우 30여명. 약수터 주위의 사람들은 차츰 우리 주위로 몰려들었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노트북의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악! 갑자기 들려온 비명에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비명이 들려온 쪽으로 돌렸다. 마,맙소사! 비명이 들려온 그곳! 그곳에서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공중이 물이 출렁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으아아아아! 이 현상에 사람들은 무엇인가 벌어진다고 생각했는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했고 우리들도 급하게 짐을 챙기고 도망칠 준비를 했다. 쿠쿵! 무엇인가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소리. 도망칠 준비를 마치고 도망치려는 찰나에 그 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소리의 근원에는 살아있는 어떤 것이 존재했다. 와이번과 마찬가지로 파충류. 하지만 날개는 달고 있지 않았지만 덩치는 와이번보다 더욱 컸다. 그 존재는 바로 드래곤의 아류! 퇴화된 존재라고 불리는 용! 드래이크가 있었던 것이다! 와,와이번 다음에는 드래이크냐!? “뛰어!!!” 드래이크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고 주위를 살피며 현재 상황을 파악하려고하고 있었다. 이때 도망가야 해! 드래곤의 아류이긴 하지만 드래곤처럼 말을 하거나 마법을 쓰지도 못하고 이성 대신 본능만이 남은 몬스터가 바로 드래이크다. 만약 드래이크가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우리를 본다면 아니 주위를 본다면 파괴하려고 들것이다. 드래이크는 마법을 쓰지 못하지만 그 가공할 육체와 그래도 드래곤의 아류라고 와이번이 사용하지 못하는 브레스를 사용하기에 공포스러운 몬스터였다. 분명 그 드래이크의 몸 색은 초록색! 그린 드래이크였다. 그나마 드래이크 중 가장 약하다는 드래이크였다. 거기에 날 수 있는 비룡형 드래이크가 아닌 지상을 걷는 지상형 드래이크였으니 군대에 알리기만 한다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번호를 모르잖아! 제길! “야! 너희들 군대 전화 번호 아냐!?” “알 리가 없잖아! 뛰기나 해!” 크아아아! 쿵! 쿵! 쿵! 쿵! 꺄아아아악! 사,살려줘!!! 죽기 싫어! 엄마!!! 쾅! 쿠르르르! 엄청난 속도로 달려온 그린 드래이크는 그대로 집을 무너트렸고 그린 드래이크를 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고 무너진 집의 돌더미 여기저기에서 피가 묻어 나왔지만 우리는 상관하지 않고 계속 뛰었다. 그 사람들은 죽었겠지. 하지만 전혀 슬프지 않았다. 인간은 원래 그렇다. 아는 이가 죽었다면, 친하게 지내는 이나 혈족이 죽었다면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슬퍼하지만 자신과 상관없는 이가 죽었다면 그저 죽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인간인 것이다. 크르르르. 쿠우우우우! “아,안돼!!!” 파아아아아!!! “...사,살아 있는 건가?” “당연히 살아있지! 주인.” “응? 아,아니 너,넌!?” 분명 그린 드래이크가 브레스를 내뿜기 위해서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를 들었다. 골목을 돌아 간신히 그린 드래이크와 충돌을 면했지만 그린 드래이크와 우리들과 떨어진 거리는 불과 5m? 6m? 하여튼 매우 가까웠다. 그렇기에 그린 드래이크의 포이즌 브레스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난 그때 주마등이라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5살 때 어머니가 아끼던 반지를 가지고 나갔다가 잃어버리고 어쩔 줄 몰라서 집에 안들어갔다가 나를 찾으러 온 어머니 품에서 울었던 일. 4살 때 누나에게 떼를 썼던 일.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는데도 몸에 감각이 있자 나는 온몸을 더듬으며 말했는데 누군가 나의 말에 대답을 했다. 나의 앞을 막아선 존재. 정확히 나와 친구들을 둘러싸고 있는 존재. 그들은 바로 어제까지 보았던 이들이었다. 내가 만들어낸 이들. 나를 혼란스러운 곳에 속해있고 나에게 귀속된 존재들! 그들은 바로... 본 나이트들이었다. ================ “셰인. 물어 필요 있겠어? 당연히 처리 해야지." "나도 이번에는 빌리의 의견에 동의한다.“ “....” 끄덕! “캬! 여기 집들이 높구만. 어떻게 이렇게 지었는지 신기한네.” “마법의 힘으로 지어진 게 아니로군. 정말 궁금하구나.” “....” 셰인, 볼케이노, 프로스트, 빌리, 우라노스, 킬, 보를, 켈트. 내가 게임속에서 만들어 낸 존재들. 그런 그들이. 게임속에 있어야할 그들이 내 눈앞에 서있었다. 도,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너무 당황스러웠다. 어제부터 게임속에 있을 수 없는 노예제도가 있어서 그곳이 어딘지 계속 생각하게되어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기분도 정리할 겸해서 이상현상으로 모교에 생긴 숲에 들어가려다가 몬스터들에게 쫓기고, 약수터에서 뉴스를 보다가 드래이크가 등장해서 죽을 번하질 않나. 그런데 이번에는 게임 속에, 게임 속에서만 존재해야만 하는 본 나이트들이 내 눈 앞에 나타나다니! 크아아아아!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나는 드래이크의 외침에 정신을 차렸다. 그래. 우선 사는 게 우선이야. 살아야지 생각도 할 수 있으니까! “셰인! 볼케이노! 프로스트! 빌리는 드래이크를 최대한 빨리 처리한다! 우라노스와 켈트는 내 친구들을 보호해! 킬과 보를은 만약에 나타날지 모르는 몬스터를 경계해.” “명을 받듭니다.” “키키키. 그린 드래이크라. 독을 쓰는 녀석이잖아. 셰인. 나 혼자 처리해도 돼?” “주인님의 명령은 드래이크를 최대한 짧은 시간안에 처리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나서면 순간에 끝난다. 그러니 허용할 수 없다.” “쳇! 알았어.” “일격에 끝낸다. 가자!” 팍! 크아아아! 쾅! 셰인이 가자고 소리치자 셰인을 비롯해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빌리는 일제히 뛰어나갔다. 그린 드래이크는 소리를 지르며 거대한 몸을 돌리며 꼬리를 휘둘렀지만 멀쩡한 벽만 무너트렸을 뿐이었다. 4명의 본 나이트들은 드래이크를 사방에서 포위했고 그들의 검에서는 각각 색은 틀리지만 죽음의 검강. 데스 블레이드가 맺혀있었다. “크림슨 스워드.” “마그마 캐논!” “다이아몬드 더스트.” “베놈 스피릿!” 콰콰콰쾅! 본 나이트 4명의 공격은 일시에 이루어지진 않았다. 시간차 공격! 제일 처음 그린 드래이크의 몸을 공격한 것은 빌리의 베놈 스피릿이었고 그 다음에는 볼케이노의 마그마 캐논, 프로스트의 다이아몬드 더스트, 마지막은 셰인의 크림슨 스워드였다. 이 시간차 공격으로 인해 엄청난 폭발음이 퍼져나갔고 동시에 먼지구름이 생겨났다. 보를은 마법을 시전하여 먼지 구름을 없앴는데 먼지 구름이 사라지자 그린 드래이크의 모습이 들어났다. 프로스트의 다이아몬드 더스트로 인해 완전히 얼어버린 다음 셰인의 크림슨 스워드가 그린 드래이크 몸을 박살냈기에 그린 드래이크의 몸은 산산조각 났지만 여기 저기 피가 티거나 하지 않았다. 말그대로 아주 깔끔했다. 저 얼음이 녹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후~우. 살았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어째서 너희가 여기 있는 거야.” “주인님도 아시다시피 저희가 주인님께 나타나는 이유는 두가지 뿐입니다. 첫 번째는 주인님께서 부르실 때. 두 번째는 주인님의 목숨이 위험할 때. 이번의 경우 두 번째의 해당하여 이곳으로 온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게임 속에서나 가능.... 서,설마!?” “게임? 카드 게임 같은 것 말이 십니까?” “아니야. 아닐꺼야. 그게 말이 안되잖아.” “주인님.” “아니야. 아닐꺼야. 말도 안돼! 그곳이 현실이라니! 말도 안돼! 말도 안된다고!” “주인님!” “그래. 난 지금 꿈을 꾸고 있는거야. 그래. 꿈! 현실에서 몬스터가 나온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된다고.” “죄송합니다. 주인님!” 퍽! 나는 극도의 혼란 속에서 정신을 잃었다. 그래. 자고 일어나면 현실로 돌아올 거야. ================= “셰인!” “야! 너 제정신이냐! 주인님을 치다니!” “현재 주인님의 정신은 극도의 혼란에 빠진 상태다. 만약 이러지 않았다면 주인님은 미쳐버리고 마셨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도 끝이다.” “끄응.” 셰인의 말에 다른 본 나이트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셰인의 말대로 상민은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상민은 점차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했고 만약 셰인이 조금만 늦었다면 상민은 자신만에 세계에 빠져 자폐아가 되거나, 미쳐서 광인이 되었을 것이다. 상민을 안아든 셰인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 웬만한 성보다 높게 지어진 건물들. 셰인은 이 곳이 어딘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하지?” “일단 이곳에 대해서 아는 게 좋겠군. 조금만 기다려 보게.” 셰인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을 때 본 메이지 보를이 나섰다. 보를은 그린 드래이크에 의해서 짓눌려 죽은 시체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시체를 한참동안 뒤지던 보를은 비교적 형태를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 시체의 머리에 손을 올렸고 동시에 손으로부터 하얀 기운이 내뿜어져 시체의 머릿속에 스며들었다. 그런 보를의 행동을 보았던 본 나이트들은 보를 옆에 상민을 눕혀두고 방어진을 형성했다. 방금 보를이 시전한 것은 바로 죽은 자의 시체로부터 정보를 빼내는 본 메이지만의 특수 능력이었다. 이 능력에는 몇까지 패널티가 존재했는데 이 특수능력을 사용할 때 누군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강한 타격을 입고 심하면 소멸할 수도 있었다. 거기에 사용한 이후 단 3시간 뿐이지만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패널티가 존재했다. 이 특수 능력은 살아있는 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긴 했지만 죽은 자에게 사용할 때보다 얻을 수 있는 지식이 단편적이었고 무엇보다 시전도중 반드시 피시전자는 기절한 상태여야하고 도중에 피시전자가 깨어나게 되면 시전자와 피시전자 모두 정신이 붕괴될 위험이 있었다. 죽은 자의 시체로부터 지식을 빼낸 보를은 현재 이 세계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보를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린 드래이크의 브레스의 풍압으로 인해서 날려가 기절해 있는 상민의 친구들. 경순과 성민, 세호와 민수에게 손을 뻗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본 나이트들은 경순과 성민, 세호와 민수가 상민의 친구인 것을 암에도 불구하고 보를을 제지 않지 않았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상민! 자신들의 영혼의 주인인 상민이었기에 그들은 보를을 제지 하지 않았던 것이다. 보를은 경순과 성민, 세호와 민수에게서 정보를 얻었고 자신의 주인인 상민의 집을 비롯해 이 네명의 집의 위치를 알아냈다. “이 4명은 앞으로 이틀동안은 일어나지 못할 걸세. 그리고 오늘부터 5일전의 일은 기억하지 못할 거네. 이들의 집의 위치와 주인님의 집 위치를 알아냈으니 이들은 각자 집 앞에 내려두고 우리는 주인님의 집으로 향하지.” “그러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볼케이노, 프로스트. 빌리, 우라노스, 켈트.” 끄덕! 셰인은 바닥의 눕혀 놓은 상민을 안아들었고 정신을 잃고 있는 경순을 비롯해 상민의 친구들을 볼케이노를 비롯해 켈트가 안아들었고 특수능력을 사용하느냐고 기운이 빠진 본 메이지 보를을 우라노스가 업고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들이 사라진 이후 경찰과 군대는 뒤늦게 나타났다. 그들은 산산조각이 난 그린 드래이크의 시체만으로 놀라워했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방금 전 그린 드래이크를 처리한 이들이 이세계에 나타났음을.... ================== 으음. 여긴 어디지.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익숙한 천장이었다. 몸을 일으킨 나는 주변을 살폈고 곧 나의 방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아. 역시 꿈이었구나. 꿈이었어. “일어나셨습니다. 주인님.” “셰,셰인.” “주인님의 상태가 위험하여 부득이하게 제가 손을 썼습니다. 감히 주인님의 몸에 손을 쓴 죄. 달게 받겠습니다.” “셰인.. 우욱!” 나는 내 눈앞에 셰인을 제치고 바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우욱! 우웨에엑! 우웨에엑!” 배속에 있는 모든 것은 게워내고도 나는 계속 헛구역질을 했다. 시간이 지나자 위액만이 나올 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현실. 모든 것이 현실이라니! 내가 어제부터 어디였는지 고민했던 곳이 현실이었다니! 지금까지 내가 테스트 서버라고 생각했던 곳이 현실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믿게 되면 난...살인자가 되는 것이다! 나의 마법에 의해서 불타 죽은 이들와 얼어 죽은 이들. 그들의 살이 익는 냄새와 산산조각이나 부서진 시체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욱! 우웨에엑!” 내가 사용한 영혼중에는 인간의 영혼도 있었고 그 영혼들로 나는 망령들을 만들었다. 그 곳에서 얻은 영혼은 얼마 되지 않지만 나는 영혼을 가지고 감히 농락한 죄인이었다. 난 죽으면 지옥에 가겠지. 그래. 지옥에 갈거야. 수많은 사람을 죽였고 영혼을 감히 농락했으니까. 하하하. 그래. 난 지옥에 갈 거야. 섬짓! 나는 갑자기 등 쪽에서 느껴지는 섬짓함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내가 등 뒤에서 본 것은 망령! 나에게 죽은 망령들이었다! [키키키! 죽어라! 죽어라!] [너도 죽어서 망령이 되는 거야!] “켁! 나,놔!” [왜? 어째서?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고 싶다고 생각했었잖아. 그런데 이제와서 죽기 싫어?] [넌 죄인이야! 살인자라고! 크크크! 죽어라! 죽어라! 죽어!] “감히! 하급 망령 따위가 주인님을 노리느냐!” “하~아. 하~아. 하~아.” “괜찮으십니까? 주인님.” 나의 목을 틀어잡은 망령들은 셰인의 외침에 뿔뿔이 흩어졌고 그제서야 숨을 쉴 수있었다. 하.하.하. 망령의 말 그대로였다. 처음에는 죽어버리자고 생각했었지만 정작 진짜로 목숨을 위협받자 살고자 했다. 살고 싶었다. 내 나이는 겨우 17세. 앞으로 살날이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많은 나이였다. 너무 쉽게 죽자고 생각한 내가 한심스러웠다. 살고 싶었다. 그곳에서 내가 저지른 살인은 살아남기 위해서 한 살인이었다. 그들은 산적이었고 우리를 죽이려고 했었다. 그래서. 그래서. 나도 그들을 죽인 것이다. 난 정당방위를 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마음 한쪽 편에서는 죄책감이 나를 짓눌렀다. 겨우 이런 식으로 살인을 정당화 할 거냐고 말이다. “주인님. 주인님.” “셰,셰인.” “저희 언데드들이 살아 있는 자들에게 느끼는 감정이 뭔지 아십니까?” 갑자기 나에게 이상한 질문을 하는 셰인. 셰인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그 눈빛은 마치 어렸을 때 나를 꾸짖으시던 할아버지의 눈빛과 닮아있었다 “즈,증오.” “그렇습니다. 저희 언데드는 산자를 향해서 증오의 감정을 느낍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서 살아가기 때문에, 살아서 웃고, 울고, 실망하고, 분노하고, 화를 내기고 하고. 이런 감정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주인님. 인간은 살아가면서 언제나 죄를 짓습니다. 그리고 주인님의 친구분들로부터 정보를 얻어낸 보를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주인님인 살인을 저지른 세계가 아닌 전혀 다른 세계더군요. 주인님. 그 세계에서는 살인은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방법. 그러니 고민하지 마십시오. 이곳에서 살아가는 방법이 틀리듯이 그곳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틀리니까요.” “하,하지만 난 그저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살인을 했어. 살인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게임을 즐긴다고 생각하며 살인을 했다고!!” “그건 확실히 용서받을 수 없는 죄입니다. 하지만 그 일을 계속 부여잡고 있을 것입니까. 과연 주인님이 죽는다고 모든 것이 해결될까요? 주인님이 죽으신다면 그 망령들이나 좋아할 겁니다.” “....” “주인님.” “나가줘. 혼자 있고 싶어.” 셰인의 말대로 그 세계와 이 세계는 살아가는 방법이 다르다. 하지만 난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때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살인을 한 나 자신이 경멸스러웠다. 하지만... 살고 싶었다. 더 이상 죽고 싶다는 감정은 없었다. 내가 죽게되면 슬퍼할 이들. 나의 일 가족과 친구들의 슬퍼할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나약한 동물이란 것을 난 절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크크크. 죽어라! 넌 우리들은 죽인 죄인이야!] [죽어! 죽어! 죽으란 말이야!] 다시 나타난 망령들. 망령들은 나를 죽이기 위해서 나의 목을 향해서 손을 뻗어왔지만 이번에는 전과 달랐다. 그대로 나의 몸을 통과하는 망령들의 손. 망령들은 자신들의 손이 통과하자 당황했고 계속 해서 팔을 휘두르고 발로 나를 차려고 했지만 그들의 손과 발은 나의 몸을 그대로 통과했다. [어떻게 된 일이냐!? 죄인! 죄인 따위가! 우리를 죽인 죄인 따위가!] [죽어! 죽어! 죽으란 말이야!] 그들은 나를 죽이려고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아까 전 그들이 나의 목을 조를 수 있었던 것은...죽고자하는 나의 마음과 망설임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나에게는 망설임이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죄인이 되기로 했으니. 죄인으로서 살아가기로 했으니 말이다. [죽어! 죽어! 죽으란 말이야!!!!] “영혼축출.” [으아아아아!] 영혼축출. 게임속의 사령술사의 기본 스킬이 나의 손에 의해서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몸에서 무엇인가 빠져나가는 이질적인 느낌이 나의 몸을 휩쓸었지만 상관없었다. 나의 손에 들린 영혼석 2개. 나는 그 2개의 영혼석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난 여러분을 죽인 죄인입니다. 그래요. 죄인이죠. 하지만 전 살아가겠습니다. 죄인으로서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들을. 나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선택을 하게 해준 당신들을.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은... 그것뿐입니다.” 그렇게 나는 현실과 타협을 했다. 앞으로 죄인으로서 살아갈 날들을 위해서... ============= 현실과 타협을 한 나는 어제처럼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운 이후 욕조에 몸을 담구었다. 과연 내가 언제부터 다른 세계. 다른 차원으로 넘어갔었을까. 그래. 그때였어. 나는 내가 언제 다른 차원으로 이동했는지 생각해 냈다. 던전 마지막층. 스톤 자이언트를 쓰러트리고 들어간 방에서 빠진 함정! 그 함정으로 인해서 나는 다른 세계로 넘어가게 된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함정에 있는 무엇인가였다. 생각해보면 그린 드래이크가 나온 그 현상. 공간이 출렁거렸을 때 나는 그 현상에서 조금은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그린 드래이크. 맞다! 녀석들은! 녀석들은 어떻게 됐지! 나는 그대로 하나도 입지 않고 욕실을 나왔다. 거실에는 본 나이트들이 둘러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셰인! 내 친구들은 어떻게 했어? 어서 말해!” “주인님의 친구분들은 모두 집 문앞에 모두 모셔두고 왔습니다. 떠나기전에 벨을 눌렀으니 친구분들의 부모님들이 집안으로 들이셨을 겁니다. 그리고 저희가 임의로 친구분들께 손을 댔습니다.” “소,손을 대다니?” “이 곳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 마법을 하나 시전했고 그로 인해 이틀간 정신을 차리시지 못할 것이고, 오늘로부터 5일전까지의 기억은 기억하지 못하게 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하~아. 아니야. 됐어. 오히려 잘 했어.” 녀석들의 기억이 지워졌다는 말에 나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잘 된 거야. 녀석들이 무사하다는 말에 나는 다시 욕실로 들어가 욕조에 몸을 맡겼다. 후~우. 인정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조금은 혼란스러웠다. 내가 게임 속이라고, 테스트 서버라고 생각한 곳이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진짜 세계라니. 나는 욕조 물속에서 손을 꺼내어 들고는 외쳤다. “라이트.” 핑! 1서클 마법. 라이트. 게임속에서나 보던 마법이 나에 의해서 현실에서 구현되고 있었다. 아까 망령들에게 사용했던 영혼축출로 만들어낸 영혼석을 바라보았다. 아까 영혼축출을 사용하면서 내 몸에서 이질적인 기운. 마나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 후부터 나의 몸과 공기 중에 존재하는 마나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하하하. 내가 이런 힘을 가지게 되다니. 좋아해야 하는 건가.그 후 한참동안 욕조에 누워있던 나는 욕실에서 나와 내 방으로 향했고 간단하게 트레이닝 복. 츄리닝을 입고 거실로 나왔다. 내가 거실로 나오자 모두 몸을 일으켰고 내가 소파로 가자 그들은 내 앞에 섰다. “후~우. 셰인.” “예. 주인님.” 막상 셰인을 불러 놓고 보니 마땅히 할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셰인은 내가 말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다른 본 나이트들도 그런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후~우. 셰인. 네가 생각하기에 현재 상황은 어떻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보를이 제공한 정보에 따르자면 이곳의 사람들이 저희를 보게 되면 주인님을 비롯해, 저희를 강제로 이송, 감금, 실험할지 모르나. 현재 저희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주인님뿐입니다.” 셰인의 말대로 경찰과 군인들이 이들을 본다면 이들을 강제로 이송한 다음 감금하고, 실험하려고 하겠지. 거기에 그에 관련된 사람인 나도 끌고 갈 테고 말이야 .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남들보다 강한 힘을 얻었다는 것은 기뻐할 만한 일이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괴상하고 이상한 힘일 것이다. 후~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셰인.” “모든 것은 주인님의 의지에 달려있습니다. 저희는 주인님의 명령에 따를 뿐입니다.” “알았어. 질문을 바꿀게. 네가 나라면 앞으로 어떻게 하겠어?” “제가 주인님이라면... 일단 그 숲의 몬스터들을 모두 처리하겠습니다. 주인님이시라면 프리즌 영지에서처럼 다른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길 원하시지 않으셨을 겁니다. 그리고 다시 그 다른 차원으로 갈겁니다. 제 생각에는 이 세계의 몬스터들이 나타나고, 지형이 변화한 이유는 아무래도 저희가 속한 차원과 연관이 있을 것만 같으니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한나님이 기다리고 계실 테니 말입니다.” “맞다! 한나!”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워서 한나를 깜박 잊고 있었다. 한나는 현재 말을 못하는 상태다. 그리고 극도로 불안한 상태고 말이다. 로그 아웃하기 전에 본 나이트들에게 한나를 맡겼는데! 본 나이트들은 모두 여기 있으니 혼자 있을 테고, 불안해하고 있을 텐데.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주인님. 한나님은 주인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강하신 분이니까요.” “뭐라고?” 셰인의 말에 의하면 한나는 내가 로그 아웃을 한 이후 2일 이후부터 방을 나와서 영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3일 째 되는 날부터는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라면 아버지가 죽고 노예로 팔려가는 일을 당한 이후 위험으로부터 벗어난다고 해도 그런 일을 할 자신은 없었다. 셰인의 말대로 한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한 아이였던 모양이다. 한나야. 나는 잠시 한나에 대한 생각을 한 이후 셰인이 한 말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그래. 일단 숲의 몬스터들을 처리해야해. 아까는 도망쳤지만 그때는 내가 힘이 있는 줄 몰랐으니 그런 것이고 이제는 몬스터들을 처리할 힘이 있으니 복수를 해줘야지. 나는 이후 본 나이트들을 이끌고 학교로 향했다. 학교로 향하며 나는 확실히 내 몸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저 막연히 이상하다고 생각한 나의 몸은 이미 보통 인간의 몸이라고 할 수 없는 정도에 까지 와 있었던 것이다. 학교 주변에는 역시 무장 경찰과 무장 군인들이 경계를 하고 있었고 하늘에는 헬기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만으로는 본 나이트들이 숲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몰래 숲으로 들어가 몬스터들을 조용히 처리한 이후 난 몬스터들의 영혼을 축출했다. 언젠가 쓸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숲의 몬스터들을 처리한 이후 집으로 돌아온 나는 한가지 결심을 했다. 셰인의 말대로 조사해 보겠다고. 어째서 내가, 정확히 게임속의 내 캐릭터가 왜 다른 세계로 넘어가 진짜가 되었고 현실에서의 내가 변화했는지 말이다. 그리고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그 다른 세계에서의 일들과 무슨 연관이 있는 알아보겠다고 말이다. 나는 이 모든 일을 알아낼 때까지 내가 가지게 된 힘에 대해서 비밀로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내가 가진 힘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나를 이용하려고 들테니. 그렇게 현실과 타협한 하루가 지나갔다. ========= (12)장. 이용(利用). 수련(修練). 게임 속. 테스트 서버라고 생각했던 세계. 하지만 현실인 세계. 나는 그 세계에 들어와 있었다. 현실에서 보았던 본 나이트들도 이 세계에서 다시 볼 수 있었고 로그아웃을 하기 전보다 밝은 모습의 한나도 볼 수 있었다. 내가 접속하지 않은 하루 사이. 이 세계 시간으로 20일 동안 영지는 눈에 띄게 변해 있었다. 거리는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몬스터들의 시체도 더 이상 눈에 띄지 않았다. 거기에 무너지거나 불타버려 방치했던 집들도 모두 완전히 무너트리고 정리하자 꽤나 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있었고 영지민들은 예전의 자신들이 살던 집에 천막을 치고 살기 시작했다. 내가 현실에 있는 동안 죄인들이 도착했고 용병대장 칸트씨는 이미 훈련을 시작했다. 나는 이 세계로 오자마자 일단 내가 만들어낸 좀비들에 대해서 영주님에게 말씀 드렸다. 내가 만들어낸 좀비들의 수는 총 38구. 그레이 오우거 좀비 9구, 그레이 오크 좀비 11구. 그레이 트롤 좀비 9구. 그레이 리자드맨 좀비 9구. 이렇게 38구 말이다. 나는 이 좀비들을 영주님에게 모두 넘기는 대신 돈을 요구했다. 한구당 200골드! 난 절대로 이 가격을 깍지 않았다. 앞으로도 연구비를 주는 것 대신 이런 방식으로 언데드들을 판 돈으로 연구를 계속 하겠다고 영주님에게 못박았고 영주님은 고민한 끝에 결국 모든 좀비들을 구입했고 난 소유권을 영주님께 이전했다. [한스 오빠. 점심 먹으러 가요?] “벌써 그렇게 됐나? 그래. 어서 가자. 한나.” 한나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지만 나의 머리귀로는 한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이유는 내가 에이트님에게 얻은 아이템 덕분이다. 한나는 큰 충격을 받아 실어증에 걸려 말을 못하게 되었기에 난 에이트님에게 메시지 마법이 부여된 목걸이의 제작을 부탁드렸다. 그 대가로는 난 마법서를 내밀었다. 5써클 마법서! 나는 이곳에서 게임을 통해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어떻게 게임속의 아이템들이 이곳에서 진짜가 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마법서를 비롯해 스킬북들은 이곳에서 아주 놀라운 효과를 냈다. 바로 머릿속으로 직접 스킬북의 정보가 들어온 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한나에게 들어서 알 수있었다. 나에게는 그저 스킬북일 따름이지만 이 세계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최고의 아이템이었다. 한나의 말에 의하면 내가 두고 갔던 1써클 마법서를 펼쳤을 때 책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그 빛이 머릿속으로 파고들었고 곧 책은 불타 사라졌단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1써클 마법의 정보가 들어와 있었단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정보만 들어와 있었지 사용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그 후 나는 에이트님을 찾아가 5써클 마법이 3개 들어가 있는 마법서를 보이며 2가지 요구를 했다. 아까 말했던 메시지 마법이 부여되어있는 아이템을 만들어 줄 것과 한나에게 마법을 익히게 해줄 것을 말이다. 에이트님은 고민하시다가 결국 허락하셨다. 그리고 에이트님은 내가 5써클 마법서를 넘기자마자 바로 마법서를 펼쳤고 한나가 말 한대로 마법서에서 빛이 나더니 에이트님의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빛이 에이트님의 머릿속으로 파고들은 이후 책은 사라졌고 그후 에이트님은 매우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어째서 자신의 머릿속에 5써클 마법에 대한 공식과 주문, 시전어가 들어있냐고 말이다. 나는 그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마법서는 스승님께서 남겨주신 마법서로, 저도 어렸을 때부터 그와 같은 마법서로 마법을 배웠습니다. 저기 보통 마법서가 아까와 같은 게 정상 아닙니까?” 라고 말이다. 에이트님은 어쩔 줄 몰라 하시다가 나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셨지만 나는 조금 당황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곧 의심스럽다는 눈빛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대로 나에 대한 의심은 계속 될 것 같았다. 이후 에이트님은 나에게 예전에 만들어 둔 것이 있다며 메시지 마법이 부여되어 있는 목걸이를 주셨고 한나에게 마법을 가르치기로 하셨다. 그게 바로 이틀 전이었다. “오늘은 에이트님이 어떤 걸 가르쳐 주셨니?” [음. 일단 수인 맺는 법하고 주문 외우는 법. 그리고 기초 룬어 공부. 룬어라는 게 글씨라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냥 아무렇게나 그린 것 같은데 스승님은 글씨라잖아. 발음하기도 힘들고, 참 주문은 마음속에서 외워도 마법을 사용 할 수있데.] “그래? 다행이네. 그밖에 뭐 물어보거나 하시는 거 없었니?” [그게 사실 오빠에 대해서 여러 가지 물어보셨어. 어디서 만났냐? 무슨 사람이냐? 정말 사람 맞냐? 여러 가지.] 역시 나에 대해서 의심을 하고 계시군. 그정도야 이미 예상하거니까. [참 오빠. 나 앞으로 2일 후면 드디어 마나로 써클 만들기 배운다.] “좋겠네. 써클을 만들면 마법도 쓸 수 있을테니까.” 써클이라. 이 곳에 돌아온 이후 나는 내 몸속의 마나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세계의 나의 몸은 현실에서의 몸과 다르게 그야말로 마나 덩어리였다. 전신을 가득 채우고 있는 마나. 마법을 사용하게 되면 몸속의 마나가 소모되고 마나가 공기 중의 마나가 순식간에 그 빈자리를 채웠다. 공기 중의 마나는 현실보다 이곳이 더욱 풍부했다. 마나는 자연의 에너지라는 것이 맞긴 맞는 모양이다. 식사를 마친 이후 한나는 다시 마법을 배운 다고 에이트님의 방으로 달려갔다. 한나와 항상 함께 하는 한스씨의 말에 의하면 에이트님의 학파는 서모닝학파. 역시 지난 번의 맨티코어를 소환한 것을 보고 예상한 그대로였다. 에이트님이 한나에게 가르치기 전에 여러 학파에 대해서 설명할 때 이런 이야기를 했단다. 오직 한 학파. 네크로맨시 학파만이 마나를 쌓는 법이 다르다고 말이다. 그들의 마나는 뼈 속에 쌓는다고 알려져 있단다.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사는 그래서 뼈속에 마나를 쌓고 동시에 심장을 중심으로 써클을 만드는데 서클 마법에 비해서 성취가 빠른 대신 그들은 육체적으로 매우 약화된다고 했단다. 서클 마법은 마나로 서클을 만들어 심장 주위를 항상 돌게 하여 순환하는 데에 반해 네크로맨시의 마법은 뼈 속에 가두어 두기 때문에 항상 마법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일부 마나가 뼈 속에 남고 뼈 속에 고여 있는 마나가 탁하게 변하여 육체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하셨단다. 이에 나는 뼈 속에 마나를 저장할 까 했지만 그만 두었다. 그래서 난 일단 서클을 만드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마나의 저장 공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곳은 현실. 게임의 여러 가지 기능이 사용되긴 하지만 분명 현실이었다. 그러니 레벨업을 하는 방법 외에도 강해질 방법은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한나가 서클을 만드는 법을 배우는 그날. 그날이 나의 서클을 만드는 날이 될 것이다. 식사를 마친 이후 나는 영주님의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실 앞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기사들이 지키고 있었고 나는 아무 제지 없이 영주님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영주님은 집무실에서 한창 서류를 보시는 중이셨다. “영주님.” “아. 한스군. 들어왔군. 한나는 어떤가?” “많이 밝아졌습니다. 얼마후면 에이트님에게 서클을 만드는 법을 배운다고 좋아하던 걸요.” “그거 다행이군. 그런데 여긴 웬일인가?”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부탁? 말해보게.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들어주지.” “제가 드릴 부탁은 영주님 이름으로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서를 한권 구해주십시오.” “으음.” 영주님의 나의 부탁에 조금 의외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었다. 잠시 생각에 빠져 게시던 영주님은 고개를 들어 나에게 말하셨다. “구해줄 수는 있지만은 왜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서를 필요로 하는가?” “그건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으음. 어쩔 수 없지. 내가 빠른 시일 안에 구해보지. 아니 자네가 직접가서 사는게 어떤가. 내가 심부름을 시키는 형식으로 말이야. 내가 증명서를 써주겠네.” “확실히 그것이 빠를 것 같군요. 부탁드립니다.” “지금 당장 써주지.” 영주님은 양피지를 꺼내어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고 귀족이라면 가지고 있는 인장을 찍어보이고는 나에게 건내 주셨다. 양피지에는 프리즌 영지의 영주. 페이란 라이언의 이름으로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서를 구매하고자 한다고 적혀 있었다. 확인을 마친 나는 영주님에게 감사하다는 말과 앞으로 이틀 안에 돌아오겠다는 말을 하고는 집무실을 나갔다. 팬텀스티드의 이동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일반 말의 4배. 내가 마나를 주입한다면 더욱 빨라질 수도 있었다. 이틀. 이틀 안에 다녀온다. ============== 팬텀스티드는 유령마다. 일반 말보다 4배이상 빠르고 내가 마나를 주입하면 더욱 빨라질 수 도 있는 녀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용한 것은 바로 팬텀스티드가 언데드라는 것이다. 언데드는 이미 죽은 존재이기 때문에 지치지 않는다. 그런 언데드인 팬텀스티드는 나의 명령에 의해서 영지를 떠난 이후 계속해서 달리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일반적인 땅을 달리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하늘! 하늘을 달리고 있었다. 하늘을 달려 오로지 직선거리고 이동하는 팬텀스티드는 이미 영지를 몇 개나 지나쳤다. 난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시간에 10분씩 마나를 회복하기 위해서 쉰 것 외에는 난 팬텀스티드를 타고 로시아 제국의 수도를 향해서 달리고 있었다. 5시간동안 말이다. 어느새 해는 져가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영주님의 말에 의하면 일반 군마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군마를 여러 번 갈아탄다고 할 때 프리즌 영지에서 수도까지는 약 15일. 보름이 걸린다고 한다. 군마의 경우 일반 말보다 2배는 빠르고 체력이 좋으니 그 정도라고 한다. 군마랑 비교해서 팬텀스티드는 2배나 빠르고, 마나를 주입하면 더욱 빠르니 시간이 단축 될 것이다. 거기에 땅이 아닐 하늘을 달리니 더욱 단축될 것이다. 사실 나는 이틀 안에 로시아 제국의 수도를 다녀올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직접 이동해보고는 무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목표를 변경하여 수도로 가는 도중에 있는 대영지로 가기로 했다. 영주님께서 주신 지도에 따르면 프리즌 영지에서 수도로 가는 도중 있는 영지 중 대 영지는 2곳이었다. 그중 내가 향하는 곳은 한스씨와 한나의 목숨을 노리고 한나를 노예로 팔아넘긴 숀트레아 후작의 영지. 게리아였다. 사실 지도에 표기된 영지와 그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의 이름이 아니었다면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수도로 향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도에서 난 게리아 영지와 그 영지를 다스리는 숀트레아 후작이라는 이름을 보았고 그곳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히이이잉! “응? 도착한 건가.” 나는 팬텀스티드가 울자 앞을 주시했고 곧 높은 성벽을 발견 할 수있었다. 다행히 성문은 아직 닫히지 않은 상태였고 경비병들도 없었다. 나는 급하게 팬텀스티드를 하강시켰고 팬텀스티드가 땅에 닿자 내린 이후 걸어서 영지 안으로 들어섰다. 지금 내 복장은 예전에 받아놓은 용병의 장비를 입고 있었기에 누가 보기에도 용병으로 보였다. 흠이라면 너무 젊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나는 일단 근처에 보이는 여관으로 들어갔다. 마법사 길드는 내일 찾아가기로 했다. 일단 영지의 상황에 대해서 아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게리아 영지는 프리즌 영지보다 나았다. 여기저기 무너지고 보수할 곳이 넘쳐나는 프리즌 영지의 성벽보다 굳건해 보였고, 여관에 있는 영지민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니 만약 한나에 대한 이야기를 한스씨에게 듣지 못했다면 그저그런 평범한 영주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숀트레아 후작은 수도에 저택을 마련해 자신의 가족과 지내고 있지만 영지의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영지민들에게도 신임을 얻고 있었고 평민들로부터 평판도 좋다라고 게리아 영지에 있는 도둑길드로부터 산 정보에 나와 있었다. 그 외에 한스씨와 한나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와 있지 않았다. 한마디로 깨끗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순간 숀트레아 후작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적이라고 생각하는 인물. 숀트레아 후작은 그야말로 철두철미하고 야심가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람이 한나의 적이 되다니. 그렇게 숀트레아 후작에 대한 정보를 접한 하루가 지나갔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용병의 장비대신 마법사의 로브와 스태프를 장비하고는 여관 주인 아줌마에게 물어서 알아낸 마법사 길드로 향했다. 대영지와 중간 규모의 영지, 혹은 요점지에는 반드시 있는 마법사길드. 마법사 길드의 건물은 영주성 못지않게 큰 규모의 건물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안에는 큰 규모와는 다르게 사람을 몇 명 없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 저는 한스라고 하는데 프리즌 영지의 영주님이신 페이란 폰 라이언 후작님의 심부름으로 물건을 구매하려고 왔습니다.” “프리즌 영지라면 마물의 숲에...” “예. 그 곳입니다.” 길드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회색 로브를 입고 나에게 말을 걸어온 이가 있었는데 의외로 여자였다. 그 여자는 내가 마물의 숲에 있는 영지에서 왔다고 하자 매우 놀라워했다. “그러면 마법사 길드에 속해있지 않은...” “예. 저 역시 마법사 길드에 속해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혹시 이곳에서 안내를 맡고 계십니까?” “아! 제가 제 소개를 깜박했군요. 저는 이곳을 처음 출입하시는 분들을 안내해드리고 있는 레나라고 합니다. 저는 아직 수련마법사라 이와 같은 잡일을 하고 있죠. 자. 그럼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어떤 마법물품을 사러 오셨죠?” “그게 영주님께서는 네크로맨서 학파의 마법서를 사오라고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그건 제 선에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네요. 잠시만 기달려 주세요.”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서를 구입하고자 한다고 말하자 굳어진 레나씨는 나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는 어딘가로 갔다. 나는 마법사 길드 내에 있는 휴게실로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역시 마법사 길드답게 마법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아이스크림을 비롯해, 얼음 음료를 판매하고 있었다. 잘됐네. “어떤 걸로 주문하시겠습니까?” “초코아이스크림 중간거랑, 바닐라 아이스크림 중간거 하나 주세요.” “저 아이스크림은 선불을 주셔야만 합니다만...” “그러죠. 얼마죠?” “각각 2골드씩 해서 4골드 입니다.” “으음. 비싸네요. 여기 있어요.” “잠시만 기달리십시오.” 주문을 받은 종업원은 4골드를 받아서 갔다. 아이스크림이 2골드씩이나 하다니. 엄청 비싸네. 얼마 되지 않아 나무 그릇에 아이스크림이 담겨져 나왔는데 그 양은 매우 적었다. 슈퍼에서 50% 세일해서 500원 주고 살 수 있는 스푼으로 퍼먹는 아이스크림보다 조금 큰 정도였다. 겨우 이정도 아이스크림이 2골드나 하다니. 끄응. 아이스크림을 다먹은 이후에도 레나씨는 오지 않았고 나는 그후 점심시간이 지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휴게실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이후 기다리고 있을 때 그제서야 레나씨가 나를 찾아왔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자. 가시죠. 지부장님께서 만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아. 예.” 자그만치 3시간 정도를 기다리고 나서야 난 지부장이란 사람들 만날 수 있었다. 로브를 찢고 나올 것만 같은 배. 얼굴에 주렁주렁 달린 살. 과연 이 사람이 인간인지 돼지 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인 이가 바로 지부장이란 사람이었다. 나이는 56세. 이름은 피그니 폰 도가스 남작. 중급 네크로맨서이자 5써클 유저로 게리아 영지의 마법사길드 지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래. 페이란 폰 라이언 후작님의 명령으로 우리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서를 사러 왔다고.” “예. 영주님께서는 네크로맨시 학파에 마법서를 구매해 오라고 하셨습니다. 여기 영주님께서 써주신 증명서 입니다.” “흠. 그래. 확실하군. 하지만 말이야. 우리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서는 매우 귀하다네.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지. 흠흠.” 피그니. 말그대로 돼지니 놈은 말을 하면서 손가락은 문질렀다. 나는 그 순간 이 돼지니놈을 그대로 정육점으로 보내버리고 싶었지만 겨우 참아내고는 미리 준비해 놓은 주머니를 돼지니에게 넘겼다. 돼지니는 주머니의 든 돈을 확인하고는 전과 다르게 매우 반가운 사람을 만난 것처럼 나를 대했다. 주머니에 들어있는 돈은 100골드. 어제 도둑길드에서 얻은 정보 중에는 마법사 길드 지부장. 돼지니의 대한 정보도 있었기에 거기에 적힌 뇌물의 금액보다 20골드를 더 해서 주었다. “하하하! 잘 왔네. 내 친히 우리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서를 골라주지. 일단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한 5권 정도면 되겠군.” “직접 골라주신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네. 당연한 일이지.” 돼지니는 그 육중한 몸을 이끌고 방을 나와 2층으로 내려갔는데 2층안으로 들어서자 카운터가 있었고 그 뒤로 수많은 마법서로 보이는 책들이 꽂혀있는 책장들이 보였다. 카운터로 간 돼지니는 마법서의 이름을 말했고 카운터를 보고 있던 마법사는 그대로 받아 적고는 마법서를 가지러 갔다. 돼지니가 말한 마법서의 제목은 네크로맨시 학파 입문서, 수련 네크로맨서 입문 마법서. 하급 네크로맨서 초급,중급,상급 마법서였다. 카운터를 보고 있던 마법사가 가져온 것은 진본이 아닌 복사본이었는데 이 세계에서 구하기 힘든 종이로 되어 있었다. “하하하! 나도 한때 즐겨보던 책들이지. 많은 도움이 될 걸세. 하하하!” “그,그렇군요. 저기 가격은 얼마나?” “흠. 내 자네를 좋게 보았으니 좀 싸게주지! 원래 한권당 200골드씩 하지만 네크로맨시 학파 입문서와 수련 네크로맨서 입문 마법서는 100골드에 해주지. 나머지는 권당 150골드씩 해주고 말이야.” “가,감사합니다.” 나는 엄청난 가격에 그대로 돼지니의 얼굴의 펀치를 날릴 뻔했지만 그대로 돈을 지급하고는 나를 붙잡고 좀더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돼지니로부터 벗어났다. 과연 이 마법서들이 그정도 가격이 될지 않될지는 모르지만 웬지 바가지를 쓴 기분이었다. 아니 분명 바가지를 씌웠을 것이다. 나는 그대로 마법서를 챙겨서 영지를 벗어났다. 더러운 기분이었지만 목적은 달성했으니 잘 된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말이다. 프리즌 영지에서 게리아 영지까지는 팬텀스티드로 전력을 다해 가면 5시간. 오늘 저녁 안에는 프리즌 영지로 도착할 수있을 것이다. 팬텀스티드 위에서 난 네크로맨시 학파 입문서를 꺼내들었다. 프리즌 영지로 도착할 려면 한참동안의 지루함과 이곳에서의 네크로맨서들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 말이다. ======== [일단 이 책을 보는 이들에게 경고한다. 아직 네크로맨서로서 마나를 쌓지 않은 후배여. 당장 책을 덮어라. 그리고 불태워라. 만약 내크로맨서로서 마나를 쌓은 후배라면 나는 이말 밖에 해줄 말이 없다. 어서오라. 후배여. 앞으로 갖은 멸시와 공포어린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하는 이여.] 왠지 뭐가 있어 보이는데. 입문서를 펼치자 맨 앞장에는 이와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마도 이 책을 쓴 저자가 남긴 글인 모양이었다. 하긴 네크로맨서는 다른 이들에게 멸시와 공포의 대상이니까. 첫 페이지부터 뭔가 있어 보일만한 글이 적혀있자 나는 매우 기대가 되었다. 이 다음 장에는 어떤 글이 적혀 있을지 말이다. [어서 오라. 후배여. 나의 이름은 베이트로이 게이시스. 네크로마스터를 넘어서 죽은 자들의 지배자. 데스마스터에 이른 이다. 내가 이 책을 남긴 이유는 그대들이 선택한 길이 얼마나 험한 길이고, 이 길이 추구했던 목적에 대해서 가르치기 위해서다. 그 외에도 네크로맨서의 기본적인 지식에 대해서도 가르치기 위해서 글은 남겼다. 이 책의 총 3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첫 장은 우리 네크로맨서들이 최초로 걷고자 했던 길에 과한 이야기와 그 길의 변질된 이유에 대한 이야기다. 두 번째 장은 그대들이 선택한 길. 네크로맨서의 기본 지식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장은 충고다.] 네크로맨서가 최초로 걷고자 했던 길이라. [1장. 네크로맨서가 최초로 걷고자 했던 길. 그리고 그 길이 변질된 이유. 후배여. 후배가 선택한 네크로맨서들이 최초로 추구했던 길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바로 불노불사(不老不死)다. 좀더 정확히 하자면 불노(不老)였다. 좀더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살고자 했던 이들. 그런 이들 중에 마법을 익힌 이들이 바로 후배가 선택한 현재의 네크로맨서다. 마법을 익힌 이들은 특별하다. 마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일단 마나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마법을 시전하기 이해서 수식을 풀 수있어야하고 룬 어도 읽고 쓸 줄 알아야한다. 이 두 가지만을 익힌다고 하더라도 웬만하게 똑똑한 두뇌를 가진 이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런 특별한 마법사들 중 일부가 추구하기 시작한 불노의 길. 그것은 우선 스스로를, 인간을 알아감으로서 시작되었다. 후배는 아는가. 인간의 육체를 구성하는 것들 중 피가. 물이 얼마나 차지하는 지. 몸에 있는 뼈들이 몇 개나 되는지. 몸 안에 얼마나 많은 장기들이 존재하는 지 말이다.] 이 이후부터의 내용은 현실에서 언젠가 한번은 들어보았던 내용들이었다. 인간의 수분이 약 70%를 차지하고 있고, 뼈가 200여개로 이루어졌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그 밖의 몸안의 장기들. 심장에서부터 뇌까지 장기들의 우리 사람의 육체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대단한지 설명하고 있었다. 계속 읽고 보니 마치 내가 의학서적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세계는 내가 속한 세계. 현실보다 몇백년은 뒤처진 문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글의 내용은 현실의 내용에 비해서 전혀 뒤쳐지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네크로맨서들은 사실 의사들이 아니었을 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정도로 사람의 육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바로 우리의 선배들이 죽은 자들의 시체를 가지고 직접 알아낸 사실이다. 위의 앞서 말했던 장기들이 가진 능력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 우리의 선배들은 살아있는 자의 가슴을 가르는 일을 서슴치 않았고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선배들을 비판할 자격 따위는 없다. 우리들이 지금가지고 있는 지식들은 그런 선배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니 말이다. 하여튼 우리의 선배들은 인간의 가슴을 가르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며 점차 불노의 길을 한걸음씩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불노의 길을 나아가고 있던 선배들은 점차 불사! 죽지 않음의 길에 도전했다. 생명을 가진 것은 언제고 죽음을 맞이한다. 이것은 태초부터 정해진 법칙이며 진리였다. 그런 법칙과 진리를 무시하는 길. 불사를 연구하기 시작한 선배들은 상상하지 못했으리라. 현재 우리가 받는 멸시와 공포 어린 시선을...] 여기까지 읽은 나는 팬텀스티드의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느끼며 마나를 회복하기 위해서 팬텀스티드를 세웠고 여느 때처럼 10분간 쉬기로 했다. 아마도 이 다음에 나온 내용은 추구하던 길이 변질된 이유에 대해서 언급되어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마나가 회복될때까지 책을 읽지 않으려고 힘썼다. 지금 책을 읽게 되면 도중에 멈추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갖은 노력 끝에 마나를 모두 회복한 나는 다시 팬텀스티드 위에 올랐고 다시 책을 펼쳤다. [태초부터 정해진 법칙이자 진리인 죽음대한 반란의 첫걸음은 바로 우리 네크로맨서들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언데드에게 접근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신의 의지를 거스르고, 태초부터 정해진 법칙이자 진리인 죽음을 거역한 몬스터. 언데드. 우리의 선배들은 불사를 연구하기 위해서 언데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서 언데드가 생겨나는지, 언데드가 가지는 기본적인 욕구는 또 무엇인지. 또 언데드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는지 말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선배들과 사람들이 죽어나갔지만 우리의 선배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언데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알기 위해서 한 사람의 인생은 파멸시켜 자살에 이르게도 하고, 심지어 복수심을 일으키기 위해서 어미가 보는 앞에서 자식의 목숨을 거둔 선배도 있었다 한다. 그리고 언데드의 만들어지는 법을 알게 된 선배들은 직접 언데드를 만들고 조종하는 데까지 손을 뻗었다. 이때까지는 ‘필요’가 아닌 ‘욕구’였었지만 어느 사건으로 인해 달라졌다고 한다. 바로 한 왕국에서 언데드를 제작하고, 조종하는 이들을 악(惡)으로 결정을 내리고 사냥하기 시작한 사건으로 말이다. 한 왕국을 시작으로 불노불사(不老不死)의 길을 추구하던 우리의 선배들은 목숨을 잃었고 살아남기 위해서 복수를 하기 위해서 ‘욕구’로서 언데드를 조종하고 만들어 내는 것을 연구했던 것이 ‘필요(必要)’로 하여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후 사람들과 우리 네크로맨서들과의 깊은 골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불노불사의 길을 추구하는 데신 우리의 선배들은 힘을 추구하고 복수를 원하는 복수의 화신이 되었던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 연구하고 익힌 마법. 그것이 현재 우리가 선택한 네크로맨서의 마법이다. 과연 우리가 익히고 익힐 마법에 실린 무게가 얼마나 되는 지 후배는 실감하겠는가. 두려운가. 두렵다 한들 이미 늦었다.] 이 글의 저자의 말대로 현재 네크로맨서들의 마법은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목숨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마법에 실린 무게. 나는 갑자기 양어깨가 무거워 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나는 이미 죄인이고 앞으로 죄인으로서 살아가기로 한 이. 나에게 더 이상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이미 죄인이니까. 나는 계속 해서 다음 페이지를 펼쳤다. [2장. 네크로맨서의 기본 지식. 네크로맨서. 앞으로 자주 듣게 된 단어일 것이다. 지금부터 난 네크로맨서로서 가져야할 지속적인 지식에 대해서 거론할 것이다. 잘 읽어두는 편이 후배에게 좋을 것이다. 일단 시작은 네크로맨서의 등급에 대해서 말하겠다. 우리 네크로맨서들은 일단 마법사들과 다르게 다른 방법으로 마나를 쌓는다. 바로 뼈에! 뼈속에 마나를 쌓는다. 이 경우 일반 마법사들보다 실력의 증진이 빠른 장점이 있다. 네크로맨서의 등급은 바로 얼마나 많은 뼈에 마나를 쌓느냐로 정해진다. 일단 골반 뼈에 마나를 쌓기 시작한 이를 수련 네크로맨서라고 한다. 이들은 이제 막 네크로맨서로서 입문한 이들이다. 쓸수 있는 마법은 몇까지 안되고 이때는 다른 학파의 입문 마법사들과 비교해서는 뒤처진다. 다음 골반의 뼈에 마나를 가득 쌓고 이어서 갈비뼈에 마나를 쌓기 시작한 이들은 하급 네크로맨서라고 한다. 하급 네크로맨서. 바로 이대부터 네크로맨서의 진면목이 들어난다. 최소 5구의 스켈레톤을 소환하여 조용하고 간단한 공격마법과 저주 마법을 시전 할 수 있어. 다른 학파의 수련마법사들보다 월등한 실력을 보여준다. 다음 중급 네크로맨서는 골반과 갈비뼈에 마나를 가득 쌓은 이후 손과 발 뼈에 마나를 쌓기 시작한 이들이다. 중급 네크로맨서는 굉장하다. 최소 30구의 스켈레톤과 최소 5구 이상의 스켈레톤 워리어를 조종가능하고 역시나 간단한 공격마법과 저주, 보조 마법를 사용할 수있고 죽은 이들의 영혼. 망령을 조종하여 사용할 수있다. 다음 상급 네크로맨서는 골반, 갈비뼈, 손과 발의 뼈까지 가득 마나를 쌓고 척추와 두개골의 마나를 쌓는 이들을 말한다. 상급 네크로맨서는 그야말로 1인으로 이루어진 부대라고 할 수있었다. 상급 네크로맨서는 중급 네크로맨서보다 많은 수의 언데드를 소환 가능하고 무엇보다 기사 급 실력을 가진 스켈레톤 나이트를 소환가능하고 네크로맨서의 마법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기에 집단전에서 엄청난 힘을 선보인다. 다음 등급은 바로 네크로마스터! 데스 오러를 사용하는 데스나이트를 제작소환할 수 있는 경지. 네크로마스터였다. 네크로마스터가 되려면 목숨을 잃을 고비를 넘겨야 한다. 몸 전체의 뼈에 마나를 쌓는 순간 상급 네크로맨서는 벽에 부딪히게 되는데 이벽을 넘느냐 못 넘느냐에 따라 상급 네크로맨서로 머물거나 네크로마스터가 될 수있다. 네크로마스터가 될 경우 네크로맨서의 마나 쌓는 법의 여러 가지 폐해(弊害)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다음은 역사상 이 경지에 오른 이들은 몇 안되었던 경지. 바로 내가 속한 경지 데스마스터의 경지다. 과연 이 경지를 내가 어떻게 올랐느냐고 묻는다면 그저 어떻게 하다보니 올라왔다고 밖에 말할 수밖에 없다. 나조차 어떻게 이 경지에 올랐는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데스마스터의 힘을 대단하다. 단 혼자서 한 왕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도 될 정도의 힘을 지닌 말그대로 집단전의 최강고수라고 할 수 있는 경지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겠지만 이미 그 일은 증명되었다. 어렸을 때 한번은 들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언데드들을 이끌고 왕국을 멸망시키고 공주를 자신의 부인으로 삼으려 한 마왕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그 이야기의 마왕.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데스마스터들이었다. 그만큼 데스마스터는 엄청난 힘을 지닌 이들이다. 다음 경지. 현재 막연히 생각하고 있는 경지가 있었다. 꿈같은 경지지만 있을 거라고 믿고 목표로 하는 경지. 그 경지는 바로 데스로드!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모든 언데드들의 군주가 되는 경지다. 과연 얼마나 대단한 힘을 지닌지는 알수 없고 막연히 상상만하고 있지만 그 힘은 대륙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도 지지는 않을 정도의 힘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경지다. 과연 데스로드의 경지에 오른 이가 있는지 없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데스 마스터! 한 왕구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도 될 정도로 힘을 가진 존재! 데스 로드!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언데드들의 군주! 너무도 대단한 이야기였다. 그럼 나는 어떤 경지에 존재하는 걸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난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른 것 같았다. 내가 소환할 수 있는 언데드의 수와 종류는 충분힌 한 왕국의 군대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니 말이다. 그정도의 힘이라면 엄청난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욱 높은 경지가 있다니!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언데드들의 군주! 데스로드. 그야 말로 꿈의 경지였다. 나는 혹시나 하는 심정에 다음 페이지를 펼쳤는데 아쉽게도 그다음 페이지에는 네크로맨서의 마나쌓은 법에 대한 폐해에 대한 글이 적혀있었다. 데스로드. 데스로드. 그 데스로드라는 단어는 나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데스로드라. 데스로드. ========== 나는 한참 뒤에서야 데스로드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떼어낼 수 있었고 계속 책을 읽었다. 네크로맨서의 마나쌓는 법에 대한 폐해(弊害)라. 과연 무엇일까. [우리 네크로맨서들은 마나를 뼈속에 쌓는다. 그 덕분에 다른 학파의 마법사들보다 진전이 빠르지만 단점은 존재한다. 지금부터 나는 우리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나쌓는 법의 폐해에 대해서 언급하려 한다. 일단 폐해에 대해서 설명하기 전에 장점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우리 네크로맨시 학파는 여타 다른 학파들이 심장을 중심으로 써클을 만들어 마나를 쌓는 것과 다르게 뼈 속에 마나를 쌓는다. 우리 네크로맨시 학파는 뼈 속에 마나를 쌓기에 써클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물론 써클 마법으로서의 위력은 다른 학파에 비해서 현저히 떨어지지만 뼈 속에 마나를 쌓고 써클을 만들어 마나를 쌓는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유리하다. 써클을 만들어 쌓은 마나를 언제든 뼈 속으로 흡수시켜 우리 네크로맨서 학파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르 뼈 속의 마나를 써클로 흡수시켜 써클 마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우리 네크로맨서들은 다른 학파의 마법사보다 많은 마나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같이 유리한 점도 있지만 단점은 있다. 바로 뼈 속에 마나를 쌓는다는 것! 그 자체가 단점이었다. 마나는 항상 움직인다. 마법사가 써클을 만들어 몸속에 가두어 두기는 하지만 마나는 그 써클을 회전시키며 항상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 네크로맨서들이 뼈 속에 쌓는 마나는 그렇지 않다. 항상 움직이는 마나가 뼈 속에 가두어져 있는 것이다. 고여 있는 물은 썩는 법! 이 것은 마나도 마찬가지다. 정확히 하자면 변질된다 할 수 있다. 뼈 속에 가두어져 움직이지 못하게 된 마나는 점차 변질된다. 그 변질된 마나는 뼈 속에서 우리 신체 내의 영향을 미쳐 우리 네크로맨서들의 몸을 일반 마법사보다 약하게 만든다. 이를 알아낸 이후 우리의 선배들이 갖은 방법을 구상해보았지만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문제로 남아 있다. 항상 마법을 써 뼈 속의 마나를 소모한다고 해도 조금씩이지만 우리가 느끼지 못할 정도의 마나는 뼈 속에 남아 변질되어 우리의 몸을 약화시키고 써클의 마나를 뼈 속의 마나와 서로 자리를 바꾸는 방법도 소용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폐해를 벗어날 방법은 한 가지 있었다. 바로 네크로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나쌓는 법의 폐해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다. 소드마스터, 7써클 마법사. 이들은 그 경지에 오르게 되면 보다 젊어진다. 바로 바디 체인지(Body Change)를 겪기 때문이다. 소드마스터의 경우 바디 체인지를 겪게 되면 늙어 활력이 사라지던 육체는 젊었을 때 이상의 활력을 얻게 되고 피부는 몬스터 못지 않게 단단해진다. 거기에 추위와 더위를 거의 느끼지 않고 마법에 대한 저항력도 크게 올라가게 된다. 7써클 마법사의 경우 바디 체인지를 겪게 되면 몸을 단련한 일반 검사 못지않은 육체와 보다 마나와 친밀하고 민감한 육체를 얻게 된다. 거기에 몸속의 마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고 더욱 지혜롭게 변한다. 간혹 성격조차 변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이들처럼 우리 네크로맨서들도 네크로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게 되면 바디 체인지를 겪게 된다. 우리 네크로맨서들이 바디 체인지를 겪게 되면 소드마스터나 7써클 마법사처럼 보다 젊어지긴 하지만 육체가 일반 검사 못지 않을 정도로 강화되진 않는다. 그저 일반 성인남자보다 강해진 육체를 얻을 뿐이다. 물론 소드마스터와 7써클 마법사의 바디 체인지보다 이점은 존재한다. 바로 써클 마법이 다른 학파의 마법사 못지않은 위력을 낼 수있고 동시에 바디 체인지를 겪게되면 네크로마스터들은 6서클에 해당하는 서클을 얻을 수 있고 뼈 속에 쌓을 수 있는 마나가 7서클 마법사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거기에 우리 학파의 마나쌓는 법의 폐해로부터도 벗어날 수있다. 네크로마스터의 경지가 되면 뼈는 자신의 속에 들어온 마나를 움직이게 한다. 그로 인해서 마나의 변질로 몸을 약화시키는 것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네크로마스터의 경지에 드는 것은 쉽지 않다. 나의 경우 희대의 천재라 불리어 20대에 상급 네크로맨서의 올랐었지만 자그만치 20년 동안 상급 네크로맨서에 머물러야 했다. 그만큼 네크로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바디 체인지(Body Change). 아마도 바디 체인지라는 것은 환골탈태(換骨奪胎)를 말하는 모양이다. 육체를 제구성하여 보다 강한 육체로 거듭나는 환골탈태. 이곳에서 환골탈태를 바디 체인지라고 하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지. 뼈 속에 마나를 쌓고 동시에 써클을 만들어 마나를 쌓을 수있다라. 굉장히 좋은 걸. 네크로마스터는 결국 6써클 마법사라는 이야기니 말이야. 거기에 언제든 써클의 마나를 뼈 속으로 흡수시켜 마법을 사용할 수있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니. 정말 굉장하군. 나는 이번에 영지로 돌아가게 되면 한번 시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내 마나는 내 몸속에 아무렇지 않게 가득 차있는 상태다. 그 마나들은 뼈 속에 쌓고 써클을 만들어 써클에도 마나를 쌓게되면 마나량이 늘어나지 않을 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나는 네크로마스터이기는 하지만 아직 바디 체인지. 환골탈태를 했는지 않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과연 이곳에서의 육체가 환골탈태를 경험하게 되면 현실에서의 육체는 어떤 영향을 받을지 알 수 없었다. 그래. 영지로 돌아가서 시도해 보는 거야. 이제 마지막 장인 충고지. 어떤 충고가 적혀 있을라나. [3장. 충고. 후배여. 일단 내가 쓴 책을 읽어주어 한 책의 저자로서 고맙다. 지금부터 내가 해줄 충고가 과연 후배에게 도움이 될지 안될지는 모두 책을 읽고 있는 후배에게 달렸다. 부디 도움이 되길 빌겠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찾아보아라.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하지 마라. 죽고자하는 이는 살고 살고자 하는 이는 죽을지니. 자신을 돌아보라. 산자로서 죽은 자들을 지배할 것인가. 죽은 자로서 죽은 자들을 지배할 것인가. 이 네 가지가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충고들이다. 부디 후배에게 도움이 되었길 빈다.] 책은 아직 많은 페이지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글이 마지막이었다. 나머지 페이지는 아무것도 없는 백지였다. 이 책의 저자.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 는 이가 남긴 충고.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라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찾아보라고? 무슨 소리지? 삶과 죽은은 동전의 양면이라. 이건 만화책에서 읽어본 적 있던 것 같은데. 자신을 돌아보라. 자기반성을 하라는 건가. 너무도 뜬금없는 이야기에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나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라라는 충고에 혹시나 책의 빈페이지에 무엇인가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마나도 주입해보고 물도 뿌려보고 했지만 평범한 종이었다. 음. 아무래도 복사본이라서 그런가. 언제 한번 진본을 구해봐야겠어. 나는 입문서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무한의 가방에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이책은 그럴만한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어서 수련 네크로맨서 입문 마법서를 펼쳤다. 이대로라면 이 수련 네크로맨서 입문 마법서를 다읽을 때쯤이면 영지에 도착하겠지. 어제와 다르게 책을 읽으면서 가자 시간이 빨리가는 것을 느끼며 난 책에 집중했다. 모든 것이 기초가 중요한 법! 나는 세계의 네크로맨서들과 다르게 기초가 전혀 잡혀있지 않았고 순식간에 네크로마스터가 되었기에 그야말로 뻥튀기 네크로마스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고 난 기초를 탄탄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꼼꼼이 읽기 시작했다. 아까 읽었던 입문서도 영지에 도착하면 처음부터 천천히 다시 읽어봐야지. ============= 프리즌 영지에 예정대로 이틀 만에 돌아온 나는 일단 영주님께 찾아가서 구입한 마법서를 보여주고는 한나를 찾아갔다. 내가 도착한 시간은 이제 막 해가질 때쯤이었기에 한나를 만나 보았다. 한나는 예정보다 하루 빨리 써클을 만드는 법을 배웠단다. 하지만 아직 마나를 느끼지 못한 한나는 만들 수 없었단다. 하긴 며칠만에 마나를 느낀다는 것을 무리지. 드래곤이 아닌 이상. 에이트님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한나는 확실히 마법의 재능이 있다고 하셨으니 적어도 한달. 길면 세달 안에 마나를 느끼고 서클을 만들게 될 것이다. 한나와 식사를 한 이후 나는 한스씨로부터 써클을 만드는 법에 대해서 들을 수있었다. 써클을 만드는 법은 구입했던 책에 언급되어 있는 것과 같았다. 써클은 스승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쉬운데 일단 스승의 마나로 얇은 서클을 만들 이후 제자가 모은 마나로 그 얇은 서클을 둘러싸고 스승의 마나를 완전히 뒤덮은 이후 흡수하면 순식간에 1써클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물론 혼자서 하는 방법도 있다. 이때는 스스로 하는 것이니 스승이 도와줄때보다 많은 정신력과 심력(心力)이 소모되기에 적어도 3일은 걸린다고 한다. 1써클 유저로서의 써클을 만드는데 말이다. 네크로맨서로서 마나를 쌓는 법은 더욱 쉬웠다. 스승이 있을 때는 제자의 마나를 유도하여 골반에 들어가 도록만 하면 되고 혼자서 하는 경우에는 골반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마나를 움직여 그 속에 마나가 흡수되고 쌓여져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되어 있었다. 내 방에서 나는 펼쳐들고 있던 책을 접고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가부좌를 해야 정상이지만 가부좌를 본적도 없고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기에 일단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것이다. 뭐 상관 없겠지. “모두들 잘들어라. 지금부터 누구도 내방에 들여서는 안돼. 망령조차 말이다. 그리고 너희들도 절대로 나를 건드려서는 안돼. 알았지?” “주인님의 명을 받듭니다.” “또 뭘 하려고 그러는 거야. 주인.” “시키는 대로 해라. 빌리.” “쳇. 알았어.” 빌리녀석. 정말 걱정이군. 나는 빌리를 한번 노려봐 주고는 심호흡을 하며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나의 몸속의 마나와 몸 밖의 마나가 좀더 확연히 느껴졌다. 후~우. 후~우. 이제 시작하자. 나는 일단 나의 몸속의 마나를 골반으로 유도했다. 마나는 나의 명령들 잘 따라주었고 골반 속으로 파고들었다. 일단 골반속에 마나를 투입하는 것은 성공. 이제 쌓는 거다. 나는 마나가 골반 뼈 속에 차곡차곡 쌓인다고 강하게 생각했다. 그러자 마나는 나의 이미지에 맞게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성공이다! 골반에 마나가 쌓이기 시작하자 나는 좀더 마나가 쌓이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마나를 좀더 많이 주입하기 시작했고 나의 의도대로 빠르게 마나가 쌓이기 시작했다. 골반에 마나가 쌓이는 것을 계속 주시하던 나는 골반의 마나가 다 차자 바로 갈비뼈에 마나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나는 신중히 골반에서 가까운 갈비뼈에 마나를 주입하기 시작했고 마나는 나의 의도대로 차곡차곡 쌓아갔다. 많은 마나가 소모되었지만 이 세계에서의 육체는 아이템의 옵션덕분에 굉장한 마나 회복력을 자랑했고 내가 뼈 속에 마나를 쌓는 사이 회복되어 갔다. 뼈속에 마나를 쌓아가면 쌓아갈 수록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나는 이번에는 척추와 손과 발의 뼈에 마나를 쌓는 것에 도전했다. 마나는 나의 의지를 잘 따라주었고 동시에 갈비뼈, 척추, 손과 발의 뼈에 마나를 쌓을 수 있게 되었다. 여러 군대에 마나를 쌓기 시작하자 마나회복속도가 흡수되는 마나량을 이기지 못했고 나는 바로 마음속으로 명상을 시전하였다. 명사을 통해서 더욱 늘어나 마나 회복력! 바로 그때였다. 몸으로 흘러들어오던 마나가 아닌 나의 골반에 쌓였던 마나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말이다. 나는 골반에 쌓았던 마나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긴장하며 골반의 마나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골반의 마나는 뼈 속에 쌓이기 시작한 마나오 하나가 되어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골반은 계속해서 주변의 마나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갈비뼈에 마나가 가득 쌓이자 골반 뼈의 쌓인 마나와 마차간지로 다른 뼈로 쌓이기 시작한 마나와 하나가 되어 힘을 실어주었고 난 얼마 되지 않아 책에서 언급한 상급 네크로맨서처럼 전신의 뼈에 마나를 쌓을 수 있었다. 전신의 뼈의 마나를 쌓은 이후에도 나의 몸에 빈 공간에는 마나들이 채워지기 시작했고 나는 이번에는 써클을 만드는데 도전했다. 써클은 심장을 중심으로 마나로 만들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시도였다. 잘못해서 마나가 심장에 충격을 주기라도 한다면...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웬지 이번에 시도하지 않으면 뭔가 중요한 것을 얻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래! 죽기 아니면 살기다! 나의 육체는 게임속 캐릭터. 과연 진짜로 죽을지. 아니면 게임에서처럼 3번의 목숨이 남아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잠시 시간을 두고 나는 심장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내 심장이 이렇게 활발하게 뛰고 있었던가. 후~우. 한번 해보자. 나는 심장에 약한 거리를 주고 심장을 둘러싼 마나로 된 원. 서클을 생각했다. 처음 마나는 나의 이미지에 따라 원. 서클을 만들어 주었지만 마나로 된 서클은 움직이지 않았다. 뭔가 잘못 된 건가. 나는 뭔가 잘못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심장과 심장 주위를 감싼 서클을 주시했다. 우우웅. 후~우. 다행이다. 다행이도 잘못된 것이 아니었는지 내가 만들어낸 써클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느끼지 못할 정도로 느렸지만 말이다. 내가 만들어낸 첫 써클은 점차 회전속도가 빨리지기 시작했고 내 몸속의 마나를 끌어들여 점차 굵어지기 시작했다. 써클의 굵기는 내가 상상했던 그 이상으로 굵었다. 내가 만들어낸 첫 써클이 더 이상 마나를 끌어들이지 않자. 두 번째 써클을 만들기 시작했다. 두 번째 써클도 만들어진 이후 움직이지 않아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 움직였다. 그런데 굵기는 처음 만들어낸 써클에 비해서 2배정도 되는 굵기였다. 그렇게 굵어지자 첫 번째 써클과 두 번째 써클 사이에 공간이 매우 좁아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아무 이상은 없었기에 난 두 번째 써클에 이서 세 번째 써클, 네 번째 써클을 만들기 시작했다. 세 번째 써클은 두 번째 써클과 비교해서 굵기가 2배나 굵었다. 첫 번째 써클과 비교하자면 4배나 굵은 샘이었다. 네 번째 써클도 세 번째 써클보다 2배는 굵었다. 다섯 번째 써클 조차도 말이다. 나의 경지가 네크로마스터라 그런가. 다섯 번째 서클을 만드는 것까진 쉬웠다. 과연 여섯 번째 써클을 만드는 것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숫자 6. 숫자 6은 악마의 숫자라고도 하고 스스로 가장 완전한 수라고도 들은 적 있었다. 내가 읽어본 소설속에서도 5써클과 6써클의 차이는 매우 컸다. 그만큼 숫자 6이 지니는 가치는 대단한 것이다. 나는 여섯 번째 써클을 만드는데 신중을 기했다. 앞서 만들 써클들에 비해서 얇게 시작하여 천천히 조금씩 이어갔고 완성되었을 때 여섯 번째 써클에 들어간 마나는 앞서 만들어진 5개의 써클들보다 많은 마나가 소모되었지만 그 굵기는 첫 번째 써클의 4분의 1도 되지 않았다. 후~우. 조금만 기다리면 움직이겠지. 나는 혹시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몰랐기에 잔득 긴장한 체 여섯 번째 써클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우우웅! 팍! 크윽! 전혀 안움직이던 여섯 번째 써클은 갑자기 내가 만들어낸 다른 써클들과 공명하기 시작했고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의 뼈속에 쌓인 마나들 역시 여섯 번째 써클에 의해서 공명하기 시작했고 뼈 속에서 빠져나오고를 반복했다. 뼈속에서 빠져나온 마나로 인해서 나의 몸의 통증은 갈수록 커져만 갔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생각해 두었던 방법을 썼다. ‘패럴라이즈!’ 다행이도 시전어를 외우자 요동치던 마나는 나의 의지를 따라주었다. 곧 나의 몸에 시전된 패럴라이즈에 의해서 몸이 마비되는 것을 느끼며 동시에 고통도 약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잠깐이었다. 나의 몸에 시전된 패럴라이즈는 나의 몸 속에서 요동치던 마나에 의해서 해체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패럴라이즈를 시전했다. 파아아아악! 패럴라이즈를 통해서 고통을 견디던 나는 곳 머리에서 무엇인가 터져나가는 느낌을 받을 수있었고 온몸을 누비던 마나들이 6개의 써클을 이루고 뼈속으로 흡수되는 것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고 고통도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하.하. 편법으로지만 살았다. 이것이 기절하기 직전 내가 한 생각이었다. ======================= 상민이 몸속에서 여섯 번째 써클을 만들고 몸 속의 마나가 공명했을 때 느낀 고통은 바로 육체를 재구성 하는 것! 바디 체인지. 환골탈태(換骨奪胎)를 경험할 때 겪는 고통이었다. 사실 상민의 다른 세계의 육체는 차원의 문을 지나 차원의 벽을 넘을 때 만들어진 육체였기에 깨끗하기 그지없었지만 그것은 바로 차원의 문을 막 지났을 때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몸에는 노폐물들이 쌓여갔지만 다른 이들과 비교해서는 현저히 적은 노폐물이었다. 그렇기에 환골탈태를 겪었을 때 느낀 고통은 다른 이들과 비교해서 현저히 약한 고통이었지만 상민에게는 엄청난 고통으로 다가왔다.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면 상민은 죽은 목숨이었다. 하지만 상민이 준비한 편법! 스스로에게 패럴라이즈를 걸어 감각을 마비시키는 것으로 고통을 견뎌낸 상민의 몸이 재구성되었을 되었을 뿐 아니라 차원을 오가는 영혼도 한층 성장하였다. 영혼이 성장할 기회는 드물다. 아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러번 차원의 벽을 넘어 영혼만 오간 상민의 영혼은 점차 차원의 벽을 이루는 순수한 힘. 카오스의 영향을 받아 이번 환골탈태로 인하여 영혼도 성장하게 된 것이다. 영혼의 성장으로 인해 상민이 있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성장하게 되었고 망령형의 언데드. 벤시와 레이스같은 영혼이 있는 망령들은 상민에게 자연스럽게 굴복하게 될 것이었다. 거기에 현실에서의 육체도 영향을 받아 환골탈태는 아니지만 몸속의 노폐물이 빠져나가게 될 것이었다. 인간의 육체는 영혼의 깊은 연관이 있었기에 그러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상민은 호위하고 있던 본 나이트들은 자신들의 주인. 상민의 영혼이 더욱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있었고 동시에 그들도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영혼은 상민에게 귀속된 존재였기에 상민의 영혼이 성장하자 성장하게 된 것이다. 본 나이트들은 점차 성장을 거쳐 보다 강한 사기를 띄게 되었고 지배력 또한 강해졌다. 겉으로 들어난 변화는 없었지만 그들의 칭호는 달라졌다. 그들은 바로 본 마스터. 본 나이트들의 지배자가 된 것이었다. 마계의 언데드들도 상민의 성장으로 인해서 혼란에 빠져있었다. 스켈레톤 킹의 지배아래 있던 본 나이트들이 스켈레톤 킹의 지배를 거부한 것이다. 그것은 당연했다. 그들의 직속 상위 언데드인 본 마스터가 탄생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계에는 본 마스터가 나타나지 않았다. 본 마스터. 그들은 오직 상민에게 귀속된 여덟뿐이기 때문이었다. 정작 이사실은 상민은 모르고 편하게 잠들어 있었다. 상민이 편하게 잠든 것은 영지로 돌아온 지 보름만이었다. 물론 상민은 이사실을 모르지만 말이다. =================== “하~암. 웬지 기분이 산뜻한데.” 잠에서 깨어 일어나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 잠에서 깨어나 기분이 좋을 때는 정말 드문 일이었다. 참! 난 엄청난 고통이 사라지자마자 기절하듯이 잠에 빠졌지! 나는 몸을 일으켜 나의 몸을 살폈다! 역시 바디 체인지! 환골탈태했구나! 우유빛 같은 피부! 캬! 내가 이런 피부를 얻다니! 옷! 왕(王)자다! 내 복부에 선명한 왕자라니! 헉! 내 물건(?)이 이렇게 특실하다니! 크윽! 이것이 환골탈태의 힘이구나! “경하드립니다. 마스터.” “경하드립니다. 마스터.” “응? 앗!” 나는 본 나이트들의 목소리에 급하게 나의 몸을 덮고 있던 담요로 몸을 가렸다. 난 지금 벌거벗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환골탈태를 경험하면서 입고 있던 장비들. 상점이용 게시판으로 구입한 마나회복력 위주의 아이템들은 사라졌는지 눈에 보이지 않았다. 휴. 데스리치 세트를 안 입고하길 잘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옷을 꺼내어 입고는 몸을 움직여 보았다. 마치 나의 몸같지 않은 움직임과 힘! 일반 전사와 싸워서도 밀리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나의 몸속의 써클과 마나를 확인했는데. 나의 심장 주위로 6개의 써클이 존재했다. 6개의 써클은 비정상적으로 굵었다. 거기에 다른 써클들이 비해서 존재감이 미약하고 얇아서 주의를 기울여 살피지 않으면 느끼지 못하는 써클! 일곱 번째 써클! 존재했다! 호,혹시! 나는 급하게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창 오픈!” [[이름: 한스. Lv:397 EXP:92% 직업: 네크로마스터 계층: 평민. 공격력:500 방어력:1200. 회피율:500 명중률:500 마법공격력:4000 인벤토리: 540/2000 HP:10000 MP:18000 스테미너 100% 힘(Str):150 민첩(Agi):100 지혜(Wis):350+16 지력(Int):650+28 체력(Vit):200 손재주(Dex):100 행운(Luk):10 지배(Dom):800 남은포인트:0] 현재 나는 능력치가 상승하거나 HP와 MP가 상승하는 아이템을 하나도 장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능력치는 대폭 상승되어 있었다. 방어력도 능력치와 상관없이 대폭 상승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눈에 뛰는 것이 마나양이었다. 전의 아이템을 장착하지 않은 상태와 비교해서 약 3.5배나 늘어난 마나야! 엄청난 양이었다! 나는 상태창을 닫고 시험 삼아 내가 누워서 자는 나무 침대의 끝을 양손으로 잡고 들어 올려보았다. 와우! 너무도 쉽게 들리는 나무 침대! 이어서 벽도 쳐보기도 하고 점프를 해보기도 했는데 근력, 민첩성! 정확성 모두 엄청나게 상승되어 있었다. 환골탈태의 힘이 이렇게 대단하다니! 과연 데스마스터가 된 다면 어떻게 될까. 굉장히 궁금했다. 이제 데스마스터까지는 레벨3. 하지만 레벨업을 통해서 된 데스마스터는 거짓된 데스마스터 임을 난 알고 있었다. 데스마스터! 난 진실한 데스마스터가 되어야 한다! 난 속으로 계속해서 다짐했다. 진실한 데스마스터가 되어 보이겠다고 말이다! “자! 그럼 나가볼까! 너희도 그만 돌아가.” “마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그리고보니까. 본 나이트들이 나를 부르는 호칭이 주인님에서 마스터로 바뀌었네. 뭐 주인님이나 마스터가 똑같은 뜻이니까. 방을 나와보니 대낮이었다. 나는 일단 영주성의 연병장으로 가보기로 했다. 영지민들이 사용하던 천막이 있던 자리 중에는 연병장이 있었는데 이번에 영지의 무너지거나 불타버린 집을 정리하면서 많은 영지민들이 영주성을 나가 예전의 살던 집에 천막을 짓고 살기에 이번에 신병들을 연병장에서 훈련시키기로 했기에 나는 연병장으로 향한 것이다. [한스 오빠!!!!] “아! 한나!” 연병장으로 향하던 도중 귀로 울리는 한나의 목소리에 난 뒤를 돌아보았고 한나는 나를 향해서 참 오랜만에 보는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힘차게 달려와 나에게 뛰어들었다. 전같았으면 뒤로 밀려났겠지만 나는 아주 가볍게 한나를 받아들 수 있었다. 후후후. 환골탈태의 힘이 대단하구나. [오빠! 너무해! 보름이나 방에서 안나오다니!] “응? 보름이라니? 무슨 말이야? 한나.” [오빠야 말로 무슨 소리야! 나랑 저녁 먹고 나서 방에 들어간 이후 보름이나 방에서 안나왔으면서!] 설마 마나를 뼈 속에 쌓고 써클을 만드는데 보름이나 걸렸다는 말인가! 아니면 환골탈태를 하고 보름이나 잠들어 있었다는 것인가. 나는 한나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았다. 내가 보았던 소설에서는 분명 주인공이 환골탈태를 하고 길 게는 4일. 짧게는 이틀동안 잠들어 있긴 했지만 보름이나 잠들어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마나를 쌓고 써클을 만드는 동안 너무 집중해서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는 말인가. 꼬르르륵! 보름동안 끼니를 걸렀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가만히 있던 나의 배는 먹을 것을 달라고 요동치기 시작했다. [한스 오빠!!!] “아. 미안. 생각 좀 하느냐고. 오빠가 그동안 바빠서 그랬어. 용서해주라. 오! 그리고보니 우리 한나 1써클 마법사가 됐네!” [어? 어떻게 알았어?] “그거야 오빠는 한나보다 높은 수준의 마법사니까! 음하하하!” [쳇! 오빠 밥먹으러 가자!] “그럴까?” 마침 한나도 점심 먹으로 가는 것이었는지 우리는 함께 영주성의 식당으로 갔다. 여전히 식당칸에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식당으로 가면서도, 식사를 하면서도 내가 방에 있는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한나에게 물어 보았는데 한나의 말에 의하면 소영주님과 페드로님의 멜로이 상단이 집을 지을 자재와 식량, 생필품을 가득 실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집이 지어지고 성벽의 보수도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영지에서 화재가 되는 것은 바로 나라고 했다. 그 이유는 식당을 나와 연병장에 갔을 때 알 수있었다. 연병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죄인들. 이제는 신병이 된 이들이 내가 만들어낸 그레이 오우거 좀비를 상대로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만들어낸 좀비를 훈련에 사용했군. 확실히 좋은 방법이었다. 몬스터들에 대한 공포를 제거할 수도 있고 실전처럼 훈련을 할 수있으니 말이다. “중지! 1조는 합격점이다! 다음 2조!” “열심이시군요. 칸트님.” “아! 한스님 오셨습니까!” 웅성웅성. 신병들은 그동안 자신들을 가리 친 칸트씨가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인사하는 것이 매우 놀라운지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제가 없는 동안 훈련 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아. 어느정도 기초체력훈련은 마쳤습니다. 사실 일주일 전까지는 계속해서 기초체력훈련만 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전에 영주님께서 저기 저녀석들을 빌려주셔서 실전 훈련을 할 수있게 되었습니다. 모두 한스님 덕분입니다.” “아니요. 전 저녀석들을 만든 것밖에 한일이 없는데요. 뭘.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원래 저도 함께 해야 하는데 요즘 계속 연구를 하고 있는지라.” “맡겨 두십시오!” 나는 칸트님의 배웅을 받으며 나의 방으로 향했고 방에 도착하자마자 본 나이트들을 불렀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몸을 보호하도록 했다. 보름동안이나 잠들어 있었으니 좀 쉬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공복감은 채웠으니 이제 저쪽의 공복감을 채워보자고! ============== ====== 로그아웃을 하고 접속을 끊은 이후 두 가지 일로 부모님께 혼이 났다. 첫 번째는 게임의 접속을 너무 오래한다는 이유로 혼이 났고, 두 번째는 목욕탕의 배수관을 막히게 하여 혼이 났다.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화장실을 갔는데 소변이 심하게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샤워를 했는데 몸으로부터 심하게 때가 나왔다. 단지 뜨거운 물을 끼 얻는 것만으로도 때가 베껴질 정도로 말이다. 집에 준비되어 있는 때 타올로 난 때를 밀었는데 정말 쉴세 없이 나왔고 나또한 쉴세 없이 밀었다. 그러다가 결국 욕실의 배수관이 막히게 된 것이다. 어머니 말하시길. 도대체 얼마나 안 씻었으면 배수관이 막힐 정도로 때가 나오냐며 나를 크게 혼내셨고 아직 더 베껴야 했지만 그대로 욕실을 나왔다. 이와 같은 현상이 생긴지 이유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바로 다른 차원에서의 환골탈태! 그것이 이곳에서의 육체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나는 부모님이 잠드신 시간에 집을 몰래 집에 준비되어 있는 때 타올 4개를 챙겨서 집을 나왔다. 그리고는 봉쇄되어 있는 학교의 숲으로 들어갔다. 숲에 들어간 이후 조금 우습지만 본 나이트들을 불러 호위하게 했고 보를을 시켜서 숲 안에 작은 목욕탕을 만들어 냈다. 마법의 힘은 과연 위대했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작은 목욕탕! 뭐 땅을 파헤치고 땅을 단단하게 다진 다음 뜨거운 물을 채운 것뿐이지만 말이다. 그 후 난 볼케이노를 시켜 물이 식지 않게 했고 셰인으로 하여금 나의 때를 베끼도록 했다. 그렇게 한참동안 때를 베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나는 부모님이 깨시기 전에 집으로 돌아갔다. 어머니가 오늘 배수공 아저씨를 부른다고 게임할 생각을 버리라고 하셨다. 만약 게임에 들어가 있어서 배수공 아저씨가 그냥 가시게 되면 단단히 각오하시라면서 말이다. 아침에 샤워를 못하고 직장에 나가시는 어머니는 기분이 좋지 않으셨기에 나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배수공 아저씨를 기다리며 난 TV를 시청했다. 뉴스에 따르면 우리 학교에서 일어난 일 같은 것이 우리나라의 총 5군데에서 일어났고 세계적으로는 수백군데에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났단다. 몬스터들은 각 나라의 군대가 출동하여 막아낸 모양이지만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어 사건이 일어난 곳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이와 같은 일이 어째서 벌어진 것일까. 난 또 왜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었을까. 혹시 내가 다른세계로 넘어갔기에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했던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꼭 나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우연히 그 쪽 세계로 넘어갔을 뿐이니 말이다. 나는 한동안 뉴스에 집중했다. 혹시 특이한 이들이 나타나지 않았나 해서 말이다. 얼마전에서야 겨우 느끼기 시작했지만 이 세계에도 마나는 있다. 허나 그 쪽 세계와 비교해서 마나의 분포도와 양이 극히 적었다. 나는 마나를 느끼기 시작한 이후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에도 마법사, 성기사등의 사람들이 있지 않을 까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기억을 잃어 기억하지 못할 테지만 우리가 장난스럽게 한 이야기. 그 이야기가 현실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만약 진짜로 그들이 있다면 만나보고 싶었다. 그쪽 세계와 비교해서 우리 세계는 몇백년이나 앞선 문명을 지니고 있으니 마법 또한 많은 발전을 거듭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그런 이들의 등장에 대한 이야기는 뉴스에 전혀 나오지 않았다. 혹시 가끔 소설에서 본 정보 통제를 한 건가? 점심시간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아 배수공 아저씨가 오셨고 배수관을 막은 때를 보고는 좀 멍한 표정을 지으셨다. 하.하.하. 과연 그게 내 때라고 말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배수공 아저씨는 어머니가 미리 말해 놓으셨는지 부엌과 부모님 방의 화장실의 배수관도 점검해 주시고 가셨다. 자. 이제 그 쪽 세계로 가볼까! =========== 상민이 캡슐 안으로 들어가 다른 세계로 이동한지 30분이 지났을 때 갑자기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는 놀랍게도 아까 그 배수공! 특별한 특징이 없고 그렇기에 기억하기 힘든 그런 얼굴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가 어째서 되돌아 온 것일까? 거기에 어떻게 잠긴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일까? 그는 상민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상민은 이미 다른 세계로 간 상태였기에 그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고 그는 잠시 캡슐안의 상민을 본 이후 무엇인가 방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상민의 방뿐만 아니었다. 상민의 집 여기저기에 무엇인가 설치하기 시작했고 설치가 잘 되었는지 확인한 이후 그는 그대로 집을 나왔다. 철컥! 문은 열쇠로 잠근 듯이 밖에서 잠거 졌고 상민의 집은 누군가 오고 갔다는 흔적은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상민의 집에 뭔가 설치하고 나온 그는 밖에서 상민의 집을 바라보고는 옷 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걸었다. 신호가 가고 시간이 지나자 누군가 전화를 받았고 그는 어감 없이 말을 했다. “생존자와 주변 목격자가 설명한 인상착의와 동일. 감시카메라 및 도청기 설치 완료했습니다.” 그는 자기 할말만 하고는 전화를 끊고는 그대로 유유히 사라졌다. 다른 세계로 간 상민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설사 안다고 해도 찾아내기는 힘들었다. 그는 이런 일의 전문가니 말이다. ============== “아직 밤이군. 그럼 언데드 제작이나 해보자.” 내가 막 접속했을 때 하늘은 어둠이 뒤덮고 있었다. 몬스터들의 습격이 거의 없자 영지민들의 생활은 여타 다른 영지와 똑같이 바뀌었다. 일부 경계 를 위한 병력을 제외하고 지금쯤 모두 잠들어 있을 것이 분명했기에 나는 아침 해가 뜰때까지 언데드 제작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환골탈태이후 상승한 능력치! 거기에 아이템으로 더욱 높아진 능력치라면 웬만한 언데드 제작은 재료만 제대로 된다면 성공할 것이다. 뭐 실패하여도 능력치가 더욱 높아졌으니 실패원인도 더욱 자세하게 나올 것이기에 나는 언데드 제작을 하기 위해서 재료를 꺼내어 놓았다. 망자의 의지. 망자의 이빨. 스켈레톤의 뼈가루. 전사의 검조각, 기사의 갑옷 조각등 재료를 모두 꺼내어 놓고 보니 꽤 많은 종류였다. 현재 내 언데드 제작의 스킬 레벨은 4 5. 마스터 레벨이 되려면 155나 올려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일단 미리 구입해 놓은 시체를 강철 탁자에 내려놓았다. 이것으로 처음으로 인간형 언데드를 만드는 것이로군. 나는 내 눈앞에 시체를 보았다. 우욱! 나는 간신히 구역질을 참아냈다. 게임의 상점이용 게시판으로 구입한 시체지만 이 세계로 넘어오면서는 진짜가 된다. 이 생각을 하게 되자 비린 냄새가 나의 코를 쑤셨고 구역질을 할번 했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후~우. 후~우. 심호흡을 한 이후 나는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후~우. 후~우. 그래! 해보자! 지금 내가 제작하려는 것은 바로 좀비다. 하지만 평범한 좀비가 아니었다. 내가 보유한 레시피를 조합하여 새로운 것을 제작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조합하려는 레시피는 바로 스켈레톤 워리어와 좀비의 레시피였다. 스켈레톤 워리어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레벨 50이상의 전사의 시체가 필요하고 망자의 의지 6병과 스켈레톤의 가루 5줌. 전사의 검조각이 두 조각이 필요했다. 나는 스켈레톤 워리어의 레시피와 좀비의 레시피를 조합하여 새로운 언데드. 좀비 워리어를 제작해보려고 했다. 일단 스켈레톤 워리어를 제작할 때 필요한 재료에서 스켈레톤의 뼈가루 대신 망자의 이빨 5개를 준비했다. 이것만으로 될까. 망자의 의지를 골고루 시체에 뿌린 이후 사령술사 길드에서 구입한 피가 말라 붙어있는 검조각. 전사의 검조각을 가슴에 박아넣고는 망자의 이빨을 쥐고 시전어를 외쳤다. “언데드 제작!” 스스스스! [언데드 제작. ‘좀비 워리어’제작에 실패하였습니다. 실패원인:망자의 의지, 망자의 이빨, 전사의 검조각 부족. 피의 광기 결여(缺如).] 능력치가 상승해서 그런지 실패원인이 좀더 자세하게 나와 있었다. 피의 광기라고 결여되어 있다고? 나는 꺼내어 놓은 재료를 살펴보았지만 피의 광기라는 것은 없었다. 나는 상점이용 게시판을 열어 사령술사 길드에 연결했고 피의 광기를 달라고 했다. [피의 광기는 우리 사령술사 길드에서 판매하지 않네.] “예? 사령술사 길드에서 판매하지 안다니요? 그게 무슨 소리지요?” [그동안 자네에게 꽤 친해져서 특별히 말해주는 것인데. 언데드 제작에 필요한 재료는 꼭 사령술사 길드에서만 판매하지 않네. 다른 길드에서도 언데드 제작에 필요한 재료 몇가지를 판매하고 있지. 물론 그들은 그것이 언데드 제작에 필요한 재료라는 것을 모르고 팔고 있지만 말이야. 피의 광기는 전사길드에서 판매할 걸세.]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잘가게.] 뜻밖의 정보를 얻은 나는 일단 전사길드에 갔고 그곳에서 판매하고 있는 물품의 목록을 요구했고 곧 나의 눈앞에는 길드에서 판매하고 있는 물품에 대한 목록창이 떴다. 나는 수백 종류나 되는 목록을 보고는 다시 정정해서 부탁했다. 무기류와 방어구들을 제외시켜 달라고 말이다. 그러고 나니 팍 줄어들었다. 천천히 살펴본 결과 피의 광기라는 재료 아이템을 찾을 수있었다. 그밖에 언데드 제작에 사용될 것만 같은 이름의 재료아이템도 있었는데 광전사의 혈액. 광기의 물약. 전장의 피에 절은 흙 등이었다. 나는 이 재료들을 일단 하나씩 구입했다. 피의 광기는 좀더 30개 정도 구입했다. 사령술사 길드에서 얻은 정보에 따른 다른 길드에서도 판매하고 있으니 다른 길드에도 들려볼까 했지만 일단 좀비 워리어의 제작에 도전해야했기에 상점이용 게 시판을 닫았다. 그럼. 한번 제작해 보자고! ================== “아. 한스님. 정말 오랜만에 뵙는군요. 한나가 꽤 삐져있던데.” “하.하.하. 달래느냐고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뒤 쪽의 로브를 쓴 무리들은?” “이번의 저의 연구 성과입니다.” 나는 오후가 되자마자 로브를 이끈 무리를 이끌고 연병장으로 향했다. 오전에는 한나를 달래느냐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연병장에서 신병들을 훈려시키던 칸트님은 내가 이끌고 온 로브를 쓴 무리에 대해서 매우 궁금해 했다. 나는 손을 들어올렸고 그러자 로브를 쓴 무리들은 로브에 달린 모자를 벗었다. “소개하죠. 그동안 제 연구의 성과인 좀비 워리어와 매드 좀비 워리어 입니다.” “조,좀비! 언데드라는 말씀입니까?” “예. 저기 있는 이들은 제가 잠깐 영지를 떠났을 때 구한 죄인들의 시체로 만든 언데드들입니다. 모두 죽어마땅한 놈들이죠. 아니 죽어서도 이렇게 고통 받아 마땅한 놈들입니다.” “그,그렇군요.” 나는 조금이라도 거부감을 줄여보기 위해서 좀비 워리어와 매드 좀비 워리어의 주 재료인 시체들은 죽어 마땅한 놈들도 만들어 버렸다. 좀비 워리어는 2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3번째에 성공하여 만들어낸 녀석이다. 좀비 워리어에는 망자의 의지가 8병. 망자의 이빨 8개. 전사의 검조각 4개. 피의 광기 2개가 필요했다. 좀비 워리어의 실력에 대해서는 실험해 보지 못했지만 이번에 실험해 보려고 연병장으로 데리고 온 것이었다. 매드 좀비 워리어는 우연의 산물이었다. 바로 좀비 워리어를 만들기 위해서 첫 번째에 실패하고 두 번째에 피의 광기를 좀 4개를 몸에 꽂아 놓고 시도한 것이었는데 좀비 워리어 대신 매드 좀비 워리어가 만들어졌다. 매드 좀비 워리어는 매드(Mad). 미친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만큼 뭔가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이번에 만들어낸 언데드와 예전에 제가 만든 몬스터 좀비와 한번 대결 시켜보고 싶어서요.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어자피 나중에 여러분의 훈련용으로 써야 할테니 무슨 문제가 있나 사전에 고쳐야하니 말이에요.” “아. 예. 한스님이 원하신다면 해야지요. 모두들 연병장에서 비켜서 편히 쉬어!” 웅성웅성. 신병들은 칸트님의 말에 하던 훈련을 멈추고 연병장 한부쪽으로 비켰고 그곳에 편히 앉아 무엇인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럼 시작해 볼까. 내가 영주님에게 팔았던 몬스터 좀비중 제일 힘이 쎄고 강력한 그레이 오우거 좀비 한구가 연병장으로 나왔고 나는 매드 좀비 워리어를 내세웠다. “서로가 서로를 움직이지 못하게 할 때까지로 명령하죠. 어자피 부서지거나 파괴되도 제가 수리할 수있으니까요.” “알았습니다.” 칸트님은 그레이 오우거 좀비에게 명령을 했고 나도 매드 좀비 워리어에게 명령을 했다. 두 좀비들은 내가 시작함과 동시에 서로에게 덤벼들기로 했다. “시작!” 크아아아! 캬아아아! 서로를 향해서 달려드는 좀비들! 속도는 매드 좀비 워리어가 단연 빨랐다. 거기에 특이한 점이 있었으니 눈이 붉게 물들었다는 것이다. 매드 좀비 워리어는 그레이 오우거 좀비에게 엄청난 속도로 다가갔지만 첫 공격을 그레이 오우거 좀비였다. 쿵! 양손을 붙여서 그대로 내려치자 연병장이 울릴 정도였지만 매드 좀비 워리어는 쉽게 피해내 손을 뻗어 그레이 오우거 좀비의 팔을 향해서 휘둘렀고 공격은 제대로 들어갔다. 하지만 피부가 두껍고 질긴 오우거의 특성 때문에 피해는 입히지 못했다. 그후 좀비들의 전투는 계속 되었고 매드 좀비 워리어는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서 그레이 오우거 좀비의 공격을 피하며 공격했고 그레이 오우거 좀비는 강한 방어력과 맺집을 이용하여 전투를 이어갔다. 계속 해봤자 승부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안 나와 칸트씨는 매드 좀비 워리어와 그레이 오우거 좀비를 멈추도록 했다. 매드 좀비 워리어는 훈련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녀석으로 판단을 내렸다. 그야말로 대인(對人)전투용이라고 할 수있었다. 엄청난 스피드와 사지가 떨어져도 계속 싸우는 좀비의 특징까지 이어받은 매드 좀비 워리어는 그야말로 자신이 죽을 때까지 전투를 벌이는 광전사라 할 수있었다. 매드 그레이 오우거 좀비도 만들어 봐도 좋겠는데. 이후 좀비 워리어와 다른 몬스터 좀비와 전투를 벌이도록 해보았는데 매드 좀비 워리어가 광전사라면 좀비 워리어는 그야말로 평범한 전사라 할 수 있었고 훈련용으로 쓰기에도 적당했다. “정말 굉장하군요. 과연 S급 용병이신 한스님이십니다.” “뭘요. 그럼 오늘부터 좀비 워리어는 훈련용으로 쓰기로 하죠. 그리고 제가 한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는데...” “한스님에 제게 부탁이요?” “예. 저도 이번에 신병훈련에 끼고 싶습니다. 안될까요?” “시,신병 훈련 말입니까? 신병 훈련은 보통 힘든게 아닙니다. 거기에 한스님은 마법사시고 훈련할 때 한명을 감싸고 돌면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기에 조금 곤란합니다.” “그건 걱정마십시오. 저도 일반 신병들처럼 훈련시키면 되는 것이 아닙니까.” “그게....” “뭐,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죠. 그럼 수고하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 한스님.” 역시 예상대로였다. 뭐 솔직히 신병들처럼 대하라는 것이 말이 쉽지.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야. 그럼 결국 본 나이트들에게 훈련을 받는 수밖에 없겠군. 나는 이곳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고 내가 익힐 수 있는 것을 닥치는 대로 익히기로 결심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검술이었다. 마법사는. 근접전에서 약하다. 그러니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검술을 익히려고 한 것이다. 뭐 상점이용 게시판으로 소드마스터리를 익혀도 되고 스킬북을 누나에게 구해달라고 해서 익혀도 되지만 나는 몸으로 직접 익히기로 했다. 검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니 말이다. 나는 본 나이트들 중 전통 검술을 사용하는 셰인을 불렀고 검을 배우고자 한다고 말했고 셰인은 한동안 생각하더니 허락했다. “마스터. 제가 마스터에게 검을 가르쳐드리는 동안에는 아무리 마스터라해도 제 말을 따라주셔야 하고 봐드리지 않겠습니다.” “알았어. 걱정하지 말라니까.” “알았습니다. 마스터는 일단 방어적인 검술을 배우는 게 좋겠죠.” “아니 난 공격과 방어의 전환이 능수능란한 검을 배우고 싶어.” “마스터. 마스터에게는 저희라는 최강의 창과 방패가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 확실히 본 나이트들이 최강의 창이자 최강의 방패이긴 하지만 언제까지나 나를 지키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나는 그 때를 위해서 검술을 익히고 싶었다. 구상하고 있던 것도 있고 말이다. 셰인이 이후 나를 몇 번이나 계속 설득해보려고 했지만 나는 고집을 지켰다. 결국 셰인은 포기했고 우리는 훈련에 들어갔다. “마스터. 각오하십시오. 일단 마스터는 어떤 검을 쓰시겠습니까? 저는 일단 마스터께 롱소드를 추천해드리겠습니다. 롱소드의 경우 일반 기사들이 가장 애용하는 무기이며 다루기 그나마 쉬운 무기이니까요.” “바스타드소드로 할까 했는데.” “바스타드소드는 양손검과 한손검의 중간 형태인 검으로 어느정도 근력이 되어야 사용가능합니다. 한손검이라 하기에는 무겁고, 양손검이라 하기에는 가벼운 검이니까요. 일단 이 검을 들어보십시오.” 셰인은 자신이 사용하는 바스타드소드를 나에게 건내주었고 나는 셰인의 검의 자루를 쥐어 보였다. 예상외로 가벼운데. 셰인의 바스타드소드를 들었을 때는 내가 느낀 것은 예상외로 가볍다는 느낌이었다. 셰인의 바스타드소드를 들고 장난스럽게 휘둘러보았는데 별로 힘들지 않았다. “음. 마스터의 근력이 상상이상이군요. 그럼 바스타드소드로 하시겠습니까?” “응!” “좋겠습니다. 저도 바스타드소드를 사용하니 잘됐군요. 일단 훈련용 목검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늘 당장은 무리인 것 같으니...” “무슨 소리! 조금만 기다려봐!” 훈련용 목검이 없어 오늘 당장은 무리라는 소리에 나는 제지를 걸고는 바로 상점이용 게시판을 이용하였다. 전사길드로 연결하여 훈련용 목검이 있냐고 물어보았더니 어느정도 무게의 목검이 필요하냐고 물어왔고 나는 바스타드소드정도의 무게의 목검을 달라고 했다. 이럴 때는 정말 편하다니까. 나는 바스타드소드 무게의 목검 2개를 사 하나를 셰인에게 넘겨주었다. “당장 기초체력 훈련을 하자고 하려고 했는데, 목검을 구해오시다니. 그래도 일단 기초 체력훈련이 먼저입니다. 마스터.” 이런 말을 하고는 나에게서 목검을 빼앗았다. 그래. 검술 훈련에도 기초 체력이 중요하니까. 셰인이 기초체력을 쌓기위해서 나에게 시킨 것은 영지 밖에서 성벽을 빙빙 도는 일이었다. 확실히 체력을 기우는데는 달리는 것이 제일이기에 나는 두말없이 따랐다. 성벽 밖을 도는 것이기에 위험할 수도 있지만 셰인과 함께 달리는 것이기에 걱정은 없었다. 셰인은 나와 함께 달릴때 갑자기 속력을 빨리하고 갑자기 늦추기를 반복했고 나는 어렵지 않게 따라잡을 수있었다. 환골탈태를 경험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그렇게 몇바퀴나 뛰었을까 어느새 해는 지고 있었고 성문이 닫히기 전에 성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셰인과 나는 달리기 훈련은 마치기로 했다. “마스터. 마스터는 바디 체인지로 인해서 일반 검사 못지 않은 체력과 힘을 지니시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 내일부터는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십시오. 그럼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달리기 훈련을 마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검술 훈련에 들어가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알았어. 내가 다 준비해 둘게.” 좋았어! 확실히 대영지는 아니지만 중간 규모의 영지인 프리즌 영지의 성벽 바깥 쪽을 몇바퀴나 돌고도 그렇게 힘들다고 느끼지 못할 정도였으니 체력은 된 모양이었다. 내일부터는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라고 했겠다. 당장 구해놔야지. 나는 상점이용 게시판에서 전사길드로 연결했고 그곳에서 모래주머니를 구하려 고 했지만 그보다 훨씬 좋은 강철로 무게를 조절할 수 있는 주머니가 있어서 구입했고 주머니가 가득 달린 조끼까지 구입했다. 물론 그 조끼와 손과 다리에 달 주머니에 넣을 철조각도 구입했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훈련 시작이다! ============== 훈련 준비를 마친 나는 마법사 길드에서 구해온 마법서를 꺼내어 들었다. 모두 하급 네크로맨서의 초급, 중급, 상급 마법서이지만 말이다. 내가 구해온 마법에는 이미 내가 익히고 있는 마법도 꽤 많이 있었다. 스켈레톤 소환, 본 아머, 티스, 간단한 저주 마법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그 외에 내가 익히지 못한 마법도 많았다. 내가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저주! 그야말로 진짜 저주였다! 마법서에서 언급된 저주는 매우 위험한 것으로 만약 저주걸고 그에 실패하게되면 자신에게 배로 되돌아오는 것이 저주라고 적혀있었다. 그야말로 진짜 저주인 것이다. 놀랍게도 인간을 개구리나 오리로 만드는 저주는 하급 마법서에 존재했다. 인간을 개구리나 오리로 만드는 것이 하급 저주라니. 정말 웃기는 일이었다. 나는 마법들을 익히면서 이 세계의 마법사들이 진짜배기 천재라는 것을 실감할 수있었다. 마법의 시전 조건에는 세가지가 있다. 첫 번째 수식계산. 머릿속에서 수식을 계산하여 목표에게 적중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었다. 두 번째는 강한 이미지를 생각하는 것! 수식을 계산하면서 자신이 사용할 마법의 강한 이미지를 사용한다는 것!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마나를 조종하는 일이었다. 머릿속에서 수식을 계산하고 강한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마나까지 조종해야만이 마법이 시전되는 것이다. 동시에 3가지 일을 해야하는 데 이를 해내는 마법사들이 나는 괴물처럼 느껴졌다. 거기에 이곳에서 사용하는 수식에는 내가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을 이용하면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쭉 풀어져 있었다. 그런 수식을 풀어내는 이들. 마법사. 그들은 진정한 천재였다. 쭉 풀어져 있는 수식은 나에게 장점으로 적용되었다. 일단 우리세계의 공식을 통해서 간편하게 할 수있었기에 계산하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학! 열심히 공부하길 잘했다. 그리고 그밖에 두 가지도 환골탈태 때문인지 별로 힘들진 않았다. 하급 네크로맨서 마법서에는 소환마법이나 공격마법 보다는 보조마법이 많았다. 영혼들로 하여근 소환물을 보호하게 하는 스피릿 아머. 영혼을 불태워 불을 라이트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소울 파이어. 무거운 물건을 대신 들 유령 일꾼을 소환하는 고스트 워커등 여러 가지가 존재했다. 이와 같은 마법들을 계속해서 시전하자 반복한 행동으로 인하여 스킬창에 추가되었고 곧 시전어만으로 시전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날 하급 네크로맨서 초급 마법서에 기록된 마법들을 모두 얻어낼 수 있었다. 하급 네크로매선 초급 마법서의 모든 마법을 얻어낸 나는 누나가 보내는 준 마법서를 꺼내었다. 누나가 보내는 마법서는 6써클과 7써클 마법서가 대부분이었다. 5써클 마법서는 예전에 받아 놓은 상태였다. 현재 나는 여섯 번째 써클이 완성되고 일곱 번째 써클이 만들어지는 중이었다. 그러니 6써클 마법까지는 충분히 익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환골탈태이후 기존에 익혀둔 마법의 스킬레벨 제한도 사라졌기에 나는 마법을 제한 없이 익힐 수있다고 확실하고 있었다. 그래서 누나에게 6써클 마법서와 7써클 마법서를 보내달라고 한 것이었다. 내가 가장 관심을 보이는 마법은 바로 6써클의 아공간 생성 마법이었다. 아공간을 만들어 그 공간안에 자신의 물건을 보관할 수있게 해주는 마법! 그러나 게임 속에서는 무한의 가방과 무한의 주머니 때문에 거의 이용되지 않는 마법! 그 아공간 생성 마법에 나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공간 마법은 시전자의 인벤토리의 3배에 해당하는 아이템을 보관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무한의 가방과 주머니에게 밀린 것이다. 현재 나의 인벤토리는 무게 2000까지 보관할 수 있었다! 아공간 생성 마법을 이용하면 무게 6000까지 보관할 수있다는 소리였다. 그렇지만 내가 아공간 생성 마법을 주시한 이유는 바로 아공간이라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아공간은 어느차원에도 속하지 않은 차원으로 언제 어디서든 열 수있었다. 나는 이 아공간을 이용하여 이 세계에서 진짜가 된 아이템들을 현실로 가지고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주시한 것이다. 본 나이트들의 경우 현실로 올 수 있지만 그들이 가져 올 수 있는 것은 스켈레톤 소환에 필요한 매개체뿐이었다. 본 나이트들은 아이템을 장착할 수가 없었고 물건을 들게 한 이후 현실에서 소환하여도 아이템들은 사라질 뿐 현실에 나오지 못했다. 그렇기에 내가 아공간 생성 마법에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이었다. 나는 아공간 생성 마법만이 저장되어 있는 마법서를 펼쳤다. [매직컬 스킬 ‘아공간 생성 마법’을 익히시겠습니까? Y/N] “익힌다.” 내가 익힌다고 말하자 책으로부터 빛이 나오더니 에이트님 때처럼 나의 머릿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책은 그대로 사라졌고 머릿속에는 기억나는 공식같은 것은 없었지만 스킬창에는 아공간 생성마법이 추가 되어있었다. [아공간 생성 마법. 아공간을 생성하여 물건을 보관한다. 아공간은 일인당 한 개씩만을 생성시킬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지 열 수있다. 이 스킬은 스킬레벨이 존재하지 않으며 아공간을 생성할 때와 아공간을 열고 닫을 때 마나가 소모된다. 출입구의 크기는 사용자가 임의로 조절 가능하다. (열때 마나소모:500. 닫을 때 마나소모:500. 현재 아공간 유무: 無)] “아공간 생성.” 나는 주문없이 시전어만을 외웠다. 그러자 써클로부터 빠져나가는 마나!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아마도 아공간이 생기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스킬창을 열어 확인해본 결과 혹실히 현재 아공간 유무에 유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나는 아공간을 한번 열어보기로 했다. 크기는 사람이 들어갈 수있을 정도로 해보자. “아공간 오픈!” 우우우웅! 파아아악! 시전어를 외우자 내 눈앞에 생기는 아공간의 출입구! 아공간 안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한번 고개를 들여 밀어 볼까 했지만 위험할지 몰랐기에 들어 밀지 않았다. 아주 편리하겠군. 앞으로 제작한 언데드들을 이곳에 보관해도 되지 않을 까. 아니야. 그 녀석들이 얼마나 무겁냐. 몇구 보관하지 못할 거야. 나는 앞으로 아공간에 내가 만들어낸 언데드들을 보관하면 되지 않을 까라고 잠시 생각하였지만 그 녀석들의 무게를 생각해내고는 포기했다. 일단 이 안에 준비해 놓은 아이템들을 넣어놓고 로그 아웃을 한 뒤에 해보자. 나는 아공간 안에 미리 준비해 놓은 아이템. 이곳으로 넘어오면서 진짜가 된 OWPG. 오우거 워리어 파워 건들릿과 누나가 나에게 보낸 마법서를 넣었다. 아공간으로 들어난 아이템들은 공중에 그대로 떠있었다. “아공간 클로즈.” 아공간을 닫은 이후 나는 바로 로그 아웃을 했다. 이제는 익숙함이 되어버린 멍함. 멍함이 사라지고 나는 내 몸 안의 마나를 확인하고는 아공간을 열고 닫을 때 소모되는 것을 느꼈던 마나량과 비교해 보고는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했고 심호흡을 한 이후에 시전어를 외웠다. “아공간 오픈!” 우우우웅! 파아아악! 서,성공이다! 시전어를 외우자 나의 몸에서 마나가 빠져나가며 아공간의 출입구가 열렸고 그 안에 아이템들이 가득했다. 그 아이템 중에는 내가 샀던 하급 네크로맨서의 초급,중급, 상급 마법서도 껴있었다. 책을 펼쳐서 확인해 보기도 하고 아이템. OWPG를 꺼내어 착용한뒤 확인해 보았는데 아이템의 능력 역시 그대로였다. 현실에서의 나의 힘은 그리 강한 편은 아니다. 아니 보통보다는 강하다. 하지만 두손으로 침대가 붕 뜰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다. 아공간 마법을 통해서 현실에서의 물품과 그 세계에서의 물품이 오갈 수있게 되자 나는 너무나 기뻤다. 아공간을 통해서 현실과 그 세계의 물품이 오갈 수 있게 된 것을 확인되자마자 나는 부엌으로 달려갔다. 그 이유는 먹을 것! 라면을 비롯해, 과자, 아이스크림 기타등등의 먹을 것을 아공간에 넣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말은 안했지만 그 세계의 음식은 서양적이었다. 동양인으로서, 김치 없이는 하루도 못하는 한국인으로서는 견디기 힘들었지만 안먹고 살수는 없었기에 그저 야채들을 먹으면서 참아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참을 필요도 없었다. 아공간 마법으로 물건이 오갈 수있으니 말이다. 후후후. 언제 시장한번 다녀와야겠네. 버너하고 냄비같은 생필품도 아공간에 넣기 위해서 말이야. 후후후. 아공간에 먹을 것은 가득 채워 넣은 이후 아공간을 닫고 난 다시 캡슐 안으로 들어가 로그인을 했다. 후후후. 좋았어! ========= 상민이 아공간에 먹을 것을 가득 넣은 이후 캡슐 안으로 들어갔을 때 상민의 집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로 상민의 방을 감시하고 있던 이들은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상민이 벌인 이 놀라운 일을 상부에게 보고 하기 위해서 말이다. 상민은 이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자신에게 벌어질 일을 모르고 다른 세계에서 아공간을 열어 밥과 김치의 맛을 맛보며 좋아하고 있었다. (12)장 계약 완료. 여행 시작. 나를 만나러 온 이들. 시간은 흐리고 흘러 다른 세계시간으로 8개월. 현실시간으로는 12일이 흘렀다. 원래대로라면 앞으로 일주일 이후 개학식을 했어야 했지만 개학은 무기한 연기 되었다. 휴학이라고 해도 되었다. 이는 우리 학교 전교생의 이메일을 비롯해 담임 선생님들께서 학부모님들께 직접 전화하여 전한 이야기다. 개학의 무기한 연기. 이로 인해 우리 학교 학생들은 좋아라하고 있었다. 현재 우리 학교의 숲에 생태조사가 이루지고 있다고 한다. 뉴스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숲을 이루고 나무는 현재 세계에 존재하는 수백 수천종의 나무들과는 전혀 다른 종이고 학교의 토질조차 변하였다고 되어 있었다. 거기에 숲 안에서 발견된 몬스터들의 시체. 내가 죽인 시체를 회수하여 해부 및 유전자 조사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그 곳이 다른 세계라는 것을 안 이후 12일 동안 2번의 지형 변화와 몬스터가 출몰했다. 지형이 변화된 곳은 설악산과 제주도였다. 설악산은 늪지화 되었고 제주도는 사막화가 되었다고 한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설악산의 일부분이 늪지화 되었고 제주도의 일부가 사막화 되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지금도 한창 TV에서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늪지화된 설악산에는 한번 가보았다. 지난 12일 동안 나의 몸은 12일 전과 비교해서 전혀 달라졌다. 온몸의 노폐물이 모두 빠져나가고 두개골을 제외하고 몸의 뼈 속에는 마나가 가득 차 있었고 심장 주위로 4개의 써클이 돌고 있었다. 아공간 마법을 통해서 다른 세계의 아이템을 현실 세계로 가져올 수있게 되자 난 일단 마나를 쌓기 위해서 마나가 풍부한 곳을 찾아다녔다. 마나가 풍부한 곳은 대부분 산지로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곳이었다. 나는 잠까지 줄여가며 팬텀스티드를 타고 마나가 풍부한 곳을 찾아가 마나를 쌓았다. 이때는 데스리치 아이템을 착용하고 마나를 쌓았는데. 데스리치 아이템의 옵션. 마나회복력 상승 덕분에 보다 빨리 몸에 마나를 쌓을 수 있었다. 변한 것은 이쪽 육체만이 아니었다. 이쪽 시간으로 12일. 그쪽 시간으로 8개월 동안 검술을 수련하며 나만의 검술을 불완전하게나마 사용할 수 있게되었고 레벨도 올라 거짓된 경지이긴 하지만 데스마스터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후에 계속해서 사령술사를 플레이 하겠다는 것을 선택했다. 데스마스터가 된 이후 내가 제작한 언데드의 보관에 대한 문제는 해결 되었다. 데스마스터가 된 이후 두가지 권능이 생겼기 때문이다. 권능(權能)! 권능은 스킬과는 전혀 다른 능력이었다. 그야말로 데스마스터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힘! 그것이 권능이었다. 내가 지닌 두가지 권능 중 하나는 아공간이었다. 오직 언데드만을 보관할 수 있는 아공간. 그 아공간을 마나소모 없이 열고 닫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첫 번째 권능이었다. 두 번째 권능은 종속! 언데드를 나에게 종속시키는 권능이다. 이 권능을 사용하게 되면 데스나이트와 리치, 뱀파이어 같은 고위의 언데드뿐만 아니라 좀비와 스켈레톤 같은 하위 언데드도 나에게 종속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두 번째 권능에는 패널티가 따라다녔다. 일단 두 번째 권능을 사용하게 되면 나의 레벨은 1씩 떨어지게 되고 3일간 능력치가 70%로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하위 언데드의 경우에는 경험치가 적게 1%에서 많게는 10%씩 떨어지는 패널티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패널티가 따라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거침없이 사용하였다. 마물의 숲에 존재하는 13명의 데스나이트로 모두 나에게 종속시켰고, 개중 쓸만한 언데드. 그래봐야 듀라한 정도였지만 데스나이트까지 하여 총 29명의 언데드를 나에게 종속시켰다. 마물의 숲의 언데드들을 종속시키러 다니면 몬스터를 검으로 사냥하며 실전 훈련을 할 수있었고 동시에 레벨업도 할 수 있었다. 현실에서의 능력과 그 세계에서의 능력의 차이는 컸지만 그 간격은 점차 좁혀지고 있었다. 나는 현실에서의 능력을, 내가 익힌 검을 시험하고 현실에 나타난 몬스터들로 인해서 일어날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지형 변화가 일어난 설악산과 제주도를 찾아간 적 있었다. 나는 지형 변화가 생긴 곳을 찾아갈 때마다 혹시 현실에 마법사가 나타나지 않을 까라는 기대감에 주위를 살피기는 했지만 역시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설악산과 제주도를 찾아간 것은 늘 늦은 밤이었는데 설악산에 출몰한 몬스터는 늪지 리자드 맨과 늪지에 적응한 트롤, 보통 악어보다 엄청난 크기 차이를 보이는 늪지 악어, 거대 거미 그리고 바질리스크였다. 다행히 바질리스크는 한 마리였기에 금방 처리할 수 있었고 바질리스크의 시체는 회수하고 나머지 몬스터들에게서는 영혼만 축출하여 버려두었다. 제주도에 출몰한 몬스터는 거대 지렁이. 웜과 거대 전갈. 스콜피온이었다. 거기에 닭머리에 파충류의 몸을 가진 코카트리스도 출몰하였는데 나는 스콜피온의 시체만을 회수하고 다른 몬스터들의 영혼만을 축출하였다. 그리고 마나드레인을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현실은 그 쪽 세계보다 마나의 양이 적었기에 보다 많은 마나를 쌓기 위해서는 마나드레인을 이용해야했다. 몬스터들의 시체로부터 마나를 뽑아내어 마나를 쌓았기에 단기간에 현재의 경지에 이르를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나는 아공간을 열어 놓고 다른 차원에서 벌어 놓은 돈을 환전하여 사 놓은 생필품을 아공간 앞으로 옮기는 도중이었다. 버너 2개, 부탄가스 5줄. 라면 3박스, 생수 1.5L짜리로 40병. 그 밖에 여러 가지 말이다. 집에 있는 것을 빼돌리기도 하고 몰래 마련한 비자금으로 산것도 있었다. 자! 모두 다 챙겼고, 그만 들어가보자고. 프리즌 영지와의 계약. 그 계약은 1년 동안 영지에 머물면서 영지의 발전에 힘쓴다는 것이었다. 나는 지난 8개월의 4분의 1은 거의 방에서 보낸 것으로 되어있었지만 할 일은 다했다. 영지로 들어오는 신병들을 내가 만들어낸 언데드로 훈련시켰고 영주님에게 꼬박꼬박 언데드를 만들어 팔았다. 물론 전부 판 것은 아니었지만 그수가 상당했다. 무려 500여구! 정정확하게 새어보진 않았지만 그 정도 되었다. 개중 후반에 판 언데드 중에는 상급 언데드인 듀라한도 좀 껴있었기에 상당한 전력이었다. 로그인을 하자 내 눈에 보인 것은 이제는 익숙해진 내 방의 천장이었다. 나는 한동안 내 방을 살펴보았다. 이미 모두 다 정리하여 나무 침대와 강철 탁자만 있는 삭만한 방. 내가 참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몰라. 이렇게 삭막한 곳에서 말이야. 쾅쾅쾅! 쾅쾅쾅! “응? 아. 한나구나.” [오빠. 오랜만! 정확히 10일만이네.] 한나는 10일만에 만남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나를 대했다. 그간 익숙해진 것이다. 내가 정기적으로 수면. 로그 아웃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익숙해진 것이다. 지난 8개월은 한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나와 다시 만났을 때보다 꽤 살이 붙어 딱 보기 좋았고 키고 갑자기 12cm나 커버렸다. 8개월 만에 말이다. 아마도 그동안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았던 몸이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되자 성장을 시작한 모양이다. 물론 한나가 절뚝거리는 다리를 극복하기 위해서 열심히 한 운동도 영향을 준 것 같았지만 말이다. 이제 한나의 나이는 13세. 같은 나이대의 아이들보다 키가 조금 컸다. 한나는 항상 밝게 웃고 지내지만 그런 한나를 볼 때마다 걱정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도록, 내가 걱정하지 않도록 그러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한나야. 한나의 곁에는 항상 한스씨가 따라다녔다. 아직 데스나이트의 제작을 할 정도의 실력이 되지 않기에 한스씨의 새로운 육체는 못 만들어 드렸다.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수준의 언데드는 듀라한 나이트. 내가 개발해낸 녀석이었다. 일반 듀라한 보다 강한 공격력과 방어력. 동시에 정교한 움직임을 가진 녀석으로 이 녀석과 상반되는 그야말로 오직 공격만하는 언데드도 있었는데 그 언데드는 듀라한 버서커였다. 현재 언데드 제작의 스킬레벨은 167.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언데드. 듀라한 나이트의 제작 성공률은 67%. 10번 중 7번은 성공한다. 그렇기에 난 아직 데스나이트의 제작에 도전할 수 없었다. 데스나이트는 상급언데드. 여타 언데드들과 다르게 영혼석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만약 제작에 실패하게 된다면 재료와 함께 데스나이트의 제작에 사용된 한스씨의 영혼이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아직 데스나이트의 제작에 도전하지 않고 있었다. 한스씨는 한나를 위해서 자신 스스로의 의지로 망령이 되었다. 그런 한스씨와 한나를 위해서도 데스나이트의 제작은 반드시 성공해야 했기에 신중을 기했다. ============ “그동안 고마웠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흠흠. 한나를 잘 부탁하네.” “수,수고하셨습니다!” “아니요. 오히려 제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현재 나는 영주님을 비롯해 프리즌 영지의 수뇌부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계약 기간은 이미 끝났지만 한나 때문에 한동안 머물렀었는데 한나도 준비가 되어 드디어 영지를 떠나게 된 것이다. 나는 한나가 2써클 마스터. 3써클 유저가 되길 기다렸다. 한나를 3써클 유저로 만들기 위해서 마법서를 적극적으로 익히게 했고, 한나의 스승인 에이트님에게도 서모닝 학파와 관련된 마법서도 5권. 15개의 마법을 가져다 바쳤다. 뭐 그만큼 영주님에게 뜯어냈지만 말이다. 나는 한나에게 앞으로 생길지도 모르는 한나의 제자를 제외하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 조건으로 수학을 가르쳤다. 그로 인해 한나는 수식을 간편화할 수 있었고 순식간에 3써클 유저가 된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 제 몸을 지킬 정도는 된 것이란 말이다. 한나의 끊어진 아킬레스건을 치료할 방법을 이쪽 세계에서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 신관에게 부탁을 하여 신성마법을 시전 받아도 불가능했다. 적어도 대주교 수준의 신성력이 가진 이가 아니라면 불가능하다고 신관 으로부터 들었다. 대주교는 각 교단의 본단이 있는 세인트 제국의 수도. 가이아에 있다. 그곳에 네크로맨서인내가 가는 것은 딱 화형당하기 좋은 일이었다. 그러므로 대주교를 찾아가는 일은 무리였다. 그 외에 포션을 한나에게 매일같이 마시게 하고 발을 무릎까지 담구게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리하여 남은 방법은 단 하나 뿐이었다. 바로 한나를 7써클 마법사로 만드는 것. 하지만 이 일은 성공확률도 네크로마스터보다는 높지만 매우 낮았다. 거기에 장기간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스스로도 그만한 열의를 가져야만 했다. 한나가 열의를 가지고 열심히 마법을 수련하고 내가 곁에서 돕는다 하더라고 과연 오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단지 노력해 볼 뿐이었다. 우리가 떠난 다는 것은 이미 내가 로그아웃 하기 전 보름 전에 알렸다. 약 20일 전후에 떠나겠다고 말이다. 어제는 한나와 함께 영지에서 그간 친해진 이들에게 작별인사를 나누었고 오늘은 영지민들에게 배웅을 받으며 떠나게 되었다. “혹시 이 근방을 지나다가 생각나면 들리게. 한나야. 잘 지내야 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영주님.] “저희 영지에 베푸셨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제.자. 한나를 잘 부탁하네.” “걱정마십시오. 에이트님. 그럼 출발 하겠습니다.” “잘 가십시오! 한스님!” 영주님께서 직접 내주신 여행용 마차를 출발시키자 용병길드의 지부장이 된 칸트님을 비롯해 용병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래서 데스 브레이커 투크가 그런 건가. 후훗. [오빠. 뭐가 좋아서 웃어?] “그냥. 자! 그러면 전력은 다해서 달려볼까! 이랴!” 히이이잉! [꺄아! 오빠!!!! 천천히 달려!] ========================== 한스와 한나가 떠난 이후 배웅을 나왔던 사람들을 뿔뿔이 흩어졌다. 영주성으로 돌아간 영주는 집무실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해 걸어갔다. 영주가 가는 곳은 바로 지하감옥! 죄인들을 가두는 지하감옥이었다. 지하감옥에는 영지로 온 질 나쁜 죄인들을 비롯해 영지에서 말썽을 부려 짧게는 이틀, 길게는 4일 이후에는 나가게 될 용병들이 잡혀 있었다. 영주는 지하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간수복으로 갈아입고는 주변의 죄인들을 살피는 것처럼 지하감옥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가장 깊숙한 곳은 어둠과 짓은 죽음의 냄새만이 남아있었다. 지하감옥의 가장 깊숙한 곳에 들어간 영주는 감옥의 끝에 서서 벽을 더듬다가 벽돌 하나를 눌렀다. 끼리리릭! 그러자 영주가 서있던 오른쪽 감옥의 바닥이 열리며 계단이 들어났다. 그것을 보며 영주는 감옥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의 끝에 있는 것은 자그만한 방이었다. 그 방에는 놀랍게도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라이트 볼이 천장에 붙어 있었고 작은 나무 탁자와 그 위에 통신 마법용 수정구슬이 있었다. 영주는 수정구슬에 마나를 주입했고 상당한 양의 마나를 주입받은 수정구슬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빛이 점차 사라지자 수정구슬에는 어떤 인물이 모습을 들어내고 있다. 수정구슬에 보이는 인물의 얼굴은 40대 후반의 인물로 귀족들 사이에서도 드문 백금발을 지닌 이었다. 그로부터는 알 수 없는 근엄함과 카리스마가 절로 느껴질 정도였다. “신 페이란 폰 라이언이 위대하신 로시아 제국의 제이크리트 폰 에이하르트 로시아 폐하를 뵙습니다.” [편히 하도록 하라.] 그렇다. 수정구의 모습을 보인 이는 바로 로시아 제국의 현 황제! 제이크리트 폰 에이하르트 로시아였던 것이다! 제국 황제에게 바로 연락을 할 수 있는 수정구를 고작 후작인 페이란 영주가 가지고 있다니. 제국의 귀족들이 알면 까무러칠 일이었다. [보고하라.] “예. 폐하. 네크로마스터인 한스는 한나라는 소녀와 함께 저와의 계약을 마치고 떠났습니다. 송구스럽게도 목적지는 알아내지 못 했습니다. 폐하.” [페이란. 자네가 내린 그의 대한 평가는 변함없나?] “예! 폐하! 그는 놓쳐서는 안될 인물입니다. 폐하께서 말씀하신 권력에 찌든 네크로마스터들과는 비교하는 것조차 제 스스로가 사죄해야할 정도의 인물입니다. 한스. 그가 가진 무력은 일반 네크로마스터와는 비교되지 않습니다. 폐하의 대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등용해야할 인물입니다.” 수정구슬 속의 황제는 영주를 한동안 쳐다보았다. 영주 또한 감히 정면으로 마주치지 못했던 황제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황제는 결국 한숨을 내쉬면서 말하였다. [자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직접 한번 만나보고 싶군. 그동안 수고했네. 앞으로 2년! 2년만 더 수고하게.] “예! 폐하.” 영주가 지하감옥의 비밀스런 방에서 황제와 수정구를 통하여 한스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을 때 또 다른 인물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수정구를 통해서 한스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한스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인물! 그는 바로 몇 달전 프리즌 영지. 용병길드 지부장으로 진급한 칸트였다. “예! 한스님. 한스님은 영지를 떠나셨습니다.” [어디로 간다고 말은 없었고?] “에... 그게 없었는데요.” [이 멍청한 녀석아! 그럼 물어라도 봤어야지!] “헤헤헤. 죄송합니다.” 용병길드 지부장이 된 칸트와 수정구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는 바로 용병왕! 대륙에 단 3명밖에 없는 S급 용병! 소드마스터 한스였다! 그는 이름과 다르게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갖은 전투로 인해 생긴 흉터들이 얼굴에 자리 잡고 있었고 거기에 원래부터 조금 공포스러웠던 얼굴은 흉터로 인해서 더욱 부각되었다. [알았다! 끊어! 마나 아까우니까! 마나석이 얼마인데...] “쳇. 쫌생이.” [이놈의 시키! 다들었어!] “히익!” 연결이 끊길줄 알았던 칸트는 갑자기 들려온 한스의 목소리에 기겁했다. 이런 소란이 벌어지고 있을 때 영지 곳곳에서는 비둘기. 전서구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 전서구들이 실은 정보는 모두 한스가 프리즌 영지와의 계약을 끝내고 영지를 떠났다는 것이었다. 전서구들을 날라 프리즌 영지에서 가까운 각국의 영지로 향했고 대륙은 다시 한번 한스라는 인물 때문에 소란스러워지려고 있었다. =============================== 후~. 후~. 후르륵! “천천히 먹어. 아직 많으니까.” [헤헤헤.] 영지를 떠난지 이틀째 밤. 현재 우리는 내가 현실에서 가져온 라면을 먹고 있었다. 사실 그동안 영지에서도 간혹 먹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다른 사람. 한나에게 버너를 비롯해 냄비들을 보여주며 라면을 끓여 주었다. 한나는 내가 아공간에서 꺼내는 물품들을 보고 하나같이 신기했고, 특히 라면을 끓이는 동안 먹으면서 기다리라고 준 초코 아이스크림에 매우 놀라웠다. 이 후 라면 2개를 끓여서 따로 덜어주었는데 이곳 사람들 입맛에는 조금 매울 텐데도 내가 꺼낸 페트병 물통을 껴않고 잘 먹고 있었다. 내가 버너를 꺼낼 때만해도 신기해서 어쩔 줄 몰라 하던 녀석이 라면의 맛을 보자마자 주위는 상관없이 먹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이후 설거지 거리는 그대로 아공간에 넣어두었고 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꺼내어 먹었다. 아공간 안에 보관하게 되면 물건은 상하지도 않고 그대로 보관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기에 아이스크림을 보관하여도 상관없었다. 영지를 떠난지 이틀째. 우리는 아주 평화롭게 여행을 하고 있었다. 마차를 가로막는 산적도 없고, 출몰하는 몬스터도 없고. 거기에 지나가는 상단도 없으니 심심해서 죽을 맛이었다. 그냥 팬텀스티드를 타고 여행을 할까 했지만 영주님으로부터 받은 마차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마차를 버리고 갈 수는 없으니 말이다. 마차는 영지에 도착하는 대로 팔아넘기기로 했다. “자. 그럼 오늘도 열심히 하자.” [히잉. 그냥 오늘은 넘어가면 안돼?] “당연히 안되지!” 나는 에이트님으로부터 받은 마법서를 꺼내며 말했다. 떠나기 직전 에이트님이 말하시길 한나는 재능있는 아이라고 한다. 생각 같아서는 붙잡아두고 가르치고 싶지만 한나가 떠나고 싶어하니 못 잡은 거란다. 이런 말을 하시면서 에이트님은 직접 쓰신 마법서를 나에게 주시며 한나를 가르칠 것을 부탁하셨다. 에이트님이 넘겨주신 마법서는 5써클 마법까지 자세하게 풀이되어있었는데 모두 서모닝 학파의 마법이었다. 내가 드린 마법서로 인해서 5써클 익스퍼터가 되신 에이트님이 힘들게 제작한 마법서를 일단 내가 보관하기로 했다. 나중에 한나에게 넘겨주기로 했다. 난 적어도 한나가 5써클이 될 때까지는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에이트님이 나에게 주신 마법서에는 서모닝 학파의 마법. 소환 마법의 주문과 재료. 마법진의 구성등이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거기에 4써클에 오래동안 머물러 계셨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1써클부터 4써클까지의 서모닝 학파의 마법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은 더욱 발전시킨 에이트님만의 마법이 기록되어 있었기에 서모닝 학파의 마법사들이 보면 군침을 흘릴 만한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한나가 5써클이 될 때까지는 내가 보관하기로 한 것이다. 잠자기 전 3시간 중 2시간동안 마법을 가르치고, 1시간은 수학을 가르쳤다. 뭐 내가 남을 가르칠 수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 사람들보다는 나았기에 가르킬 수 있었다. 한나는 한참동안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셰인.” “예. 마스터.” “프리즌 영지에서 이상한 일어날 것 있었나.”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단지 마스터에 대한 이야기가 적힌 종이를 묶은 새들이 좀 많이 날아다녔을 뿐입니다.” 셰인. 내가 가장 신임하고 있는 본 나이트. 아니 이제는 본 마스터지. 나는 나에게 귀속한 본 나이트들이 본 마스터가 된 것을 아주 늦게 알았다. 셰인의 말에 의하면 내가 바디 체인지. 환골탈태를 할때 자신들도 강해져 본 마스터가 되었다고 했다. 본 마스터. 이들의 능력은 대단했다. 본 마스터의 친위대 격인 자신에게 속한 본 나이트를 10명씩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 그들의 능력인 본 마스터가 되기전의 그들의 능력 못지 않다고 했다. 본 마스터들에게는 각각 특수능력이 생겼다. 노멀 본 나이트였던 셰인은 본 마스터가 된 이후 다른 녀석들보다 많은 15명의 본 나이트를 소환할 수 있었고,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빌리는 각기 자신 속성에 해당하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본 브레이커였던 우라노스는 하루에 단 한번! 무엇이던 파괴할 수 있는 브레이크라는 특수능력을 얻었단다. 본 메이지인 보를은 본 마스터가 되며 내가 이미 기존에 가지고 있는 동시에 세가지 주문을 외울 수 있는 능력. 트리플 스펠을 얻었고 킬은 단 한발이지만 자신의 의지에 따라 방향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 본 랜서인 캘트는 본 마스터가 되면서 뼈로 된 군마. 본 홀스를 소환할 수 있게 되었는데 본 홀스를 타야만이 쓸 수 있는 특수 능력. 모든 것을 뚫을 수 있는 피어싱이라는 특수능력을 얻었다. 그로 인해 나의 능력은 보다 강화된 것이다. “셰인. 나의 힘은 어느정도지?” “마스터의 힘은 한 나라의 군대를 상대하실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가? 하하. 엄청 강해졌네.” 불과 2달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나.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세계로 오게 되었고 뒤늦게 이 세계가 현실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현실에서의 사건이 이 곳과 관련있지 않을 까라는 생각에 이번 여행을 하기로 하였고 계약 기간이 끝난 이틀 전에서야 여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과연 어떻게 알아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조사를 시작해야할지.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그저 이곳에서 만약의 사태를 준비하기 위해서 나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힘을 키웠고 그 힘은 어느새 한 나라의 군대를 상대할 정도가 되었다. 나는 잠을 자고 있는 한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만난 아이. 아버지는 죽어 망령이 되어 지키고 있고, 아직도 목숨을 노리는 이들이 있을 지도 모르는 아이. 한나는 참 불쌍한 아이였다. 후~우. 일단 한나의 일부터 생각하자. 한나의 일을 해결하다보면 방법이 생기겠지. “셰인. 불침번 부탁해.” “예. 마스터.” ============ 모닥불은 모두 타버리고 어둠이 한스와 한나를 감싸 안았다. 어둠이 주는 안식에서 편안히 잠든 한스와 한나를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한스가 프리즌 영지를 떠나기 2개월 전부터 감시해온 이었다. 그의 주인은 한스를 감시하라고만 명령하였고 바로 어제 새로운 명령이 내려왔다. 바로 한스를 자신의 동족으로 만들라고 말이다. 스스스. 놀랍게도 나무위에서 한스를 지켜보던 그는 몸이 흩어지더니 사라졌다. 아니 그가 사라진 자리에는 안개만이 남아 있었다. 그 안개는 마치 살아 있는 듯 천천히 한스와 한나가 잠들어 있는 마차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안개는 한동안 한스와 한나가 있는 마차 주위를 맴돌았고 점점 더 짙어져만 갔다. 한치 앞도 분간이 안될 정도로 짙어지자 안개 안쪽에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한스의 바로 옆에서 모습을 들어낸 존재는 한스의 얼굴에 정확히 목을 향해서 입을 벌리기 시작했고 그의 입안에서는 다른 이빨들에 비해서 길다란 이빨 2개다 보였다. 턱! 케겍! “이런. 이런. 그러면 곤란하지.” 한스의 목을 물려고 했던 그는 갑자기 눈을 뜬 한스에 의해서 목을 잡혔고 그대로 몸을 일으킨 한스에 의해서 목을 잡힌 채 공중에 몸을 떠있게 되었고 그는 점점 괴로워했다. 한스의 목을 물어 동족으로 만들려 했던자. 그는 바로 어둠의 귀족. 중간계에 존재하는 언데드 중 고위에 속하는 언데드. 뱀파이어였다. ============ 영지에서 지내는 동안 갑자기 느껴지는 시선을 느낀 것은 약 2개월 전이었다. 처음에는 혹시 나의 목숨을 노리는 이라고 생각하여 항시 본 마스터들을 대기시켜 놓았다. 하지만 그 시선의 주인은 나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를 지켜보기만 하는 그 시선의 주인을 가만히 냅두었다. 어자피 나에게 피해가 되는 일이 아니니 상관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개월 동안 나를 지켜보고만 있던 존재가 움직였다. 지켜만 보고 있던 이가 움직여 나에게 다가오자 난 그동안 나를 지켜보고 있던 이가 어떤 이인지 궁금해졌고 어떤 행동을 하나 자는척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를 지켜보던 이는 바로 뱀파이어. 흡혈귀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조금 놀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이가 없었다. 뱀파이어. 어둠의 귀족이라 불리는 그들은 살아 움직이지만 심장이 멈춘 존재. 언데드였다. 그런 언데드가 거짓된 경지이긴 하지만 데스마스터인 나에게서 피를 빨려고 하니 말이다. 그뿐 만이 아니었다. 나의 피를 빨려는 뱀파이어가 수준있는 뱀파이어라면 말을 안한다. 고작 하급 뱀파이어주제에 나의 피를 빨려고 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켁! 켁! 나에게 목을 붙잡힌 뱀파이어는 발버둥치고 있었지만 자신의 목을 잡은 팔을 공격하지 않고 공중을 휘졌고 있었다. 이는 내가 데스마스터이기 때문이다. 데스마스터가 된 이후 하위 언데드들은 나를 먼저 공격하지 못하고 오히려 나의 명령을 따랐다. 그렇기에 나에게 붙잡힌 하급 뱀파이어는 발버둥은 치지만 나를 공격하지 않은 것이다. 부스럭. “도망치던 녀석을 잡아왔습니다. 마스터.” “잘했어. 셰인. 자. 그럼 준비를 해볼까. 실드. 사일런스.” 셰인이 잡아온 녀석은 나의 손에 잡힌 뱀파이어를 감시하던 녀석으로 지금 내가 잡고 있는 뱀파이어보다 강한 녀석이었다. 나는 일단 마차에 실드를 걸고 나서 그 실드 위에 사일런스를 시전하였다. 이렇게 시전하게되면 실드 안의 마차에서 자고 있는 한나는 외부에서 나는 소리는 듣지 못하게 된다. 이제 준비도 다 됐고. 본격적으로 심문해볼까. “소울 프리즌.” 키키키키. 소울 프리즌을 사용하자 망령들은 2명의 뱀파이어의 팔과 다리에 스며들었고 곳 발버둥치던 팔과 다리는 축 늘어졌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심문해보자고. “네녀석들 이름은?” “재,잭입니다.” “베,벤입니다.” “역시 하급 뱀파이어답게 대답을 잘하는군. 좋아. 좋아. 이대로만 하라고. 2개월 전부터 나를 감시한 이유는 뭐지?” “그,그것은 마,마더가 며,명령하셨기 때문입니다.” “너는 이 녀석을 왜 감시했지?” “그,그건 마,마더가 이,임무를 서,성공할지 실패할지 가,감시하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녀석들은 하급 뱀파이어답게 나의 대답에 또박또박 잘 대답했다. 계속 물어본 결과 이들은 마더라는 인물의 명령에 의해서 한명은 나를 동족으로 만들려고, 한명은 나를 동족으로 만들라는 명령을 받은 이를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란다. 그 이후 마더라는 인물에 대해서 계속 물어보았지만 대답을 하지 않았다 . 영혼을 꺼내어 소멸시켜버린다고도 하고, 죽여서 좀비로 만들어 버린다고도 했지만 마더라는 인물이 금제(禁制)라도 걸었는지 말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소모품으로 이용하고 버릴려는 거였나. 조금 불쌍하게 되었는데. “마스터. 어떻게 처리할까요?” “흠. 잠깐만 기달려. 마더라는 인물은 어느 수준의 뱀파이어지?” “그,그것이 저,저희도 잘...” “마더라는 인물이 자신을 칭하는 호칭 같은 거 있잖아. 다른 뱀파이어가 부르는 호칭 같은 거라도 기억나는 것 없어?” “저,전에 오신 손님이 마더에게 레, 레이디이라는 호칭을 붙이셨습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한데...” “마,마더와 함께 계신분을 남작! 남작님이라고 손님이 그러셨습니다!” “남작이라. 그럼 마더라는 뱀파이어는 남작부인이라 이건가.” 뱀파이어. 스스로를 어둠의 귀족이라는 칭호를 쓰는 그들은 자신들의 힘의 등급 역시 귀족의 계급으로 나누었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인간들의 계급 중 최고 높은 계급은 황제인데 반해 뱀파이어들의 계급에서 가장 높은 뱀파이어 로드를 칭하는 호칭이 프린스 또는 프린세스라는 점이었다. 또 다른 점은 나이트란 계급이 뱀파이어의 세계에서는 2번째로 높은 계급이라는 것이었다. 뱀파이어들의 계급은 낮은 등급에서부터 남작,자작,백작,후작,공작 그리고 프린스 또는 프린세스가 존재했고 높으면 높을수록 그들이 지니고 있는 힘 역시 강하다. 뱀파이어 나이트의 경우 계급에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뱀파이어 로드. 프린스를 섬기는 이들로서 공작보다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여성 뱀파이어의 경우 역시 계급이 존재하고 다른 호칭을 사용한다. 다른 호칭을 사용하는 것 이외에 남성 뱀파이어들의 계급과 또 다른 점이 있다면 여성 뱀파이어들의 계급에는 한가지 등급이 더 있다는 것이다. 바로 마담! 마담이라는 등급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성 뱀파이어들의 계급은 낮은 순부터 남작부인을 뜻하는 배러니스. 자작부인을 뜻하는 비스콘테스. 백작부인을 뜻하는 콘테스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차례대로 마퀘스, 두체스, 마지막의 마담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이는 내가 영지에서 지내는 동안 마법사 길드에서 구입한 언데드 대백과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들의 마더가 배러니스란 말이지. 마더라는 인물의 등급을 알게 되자 나는 갑자기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고 내 앞에 제압되어 있는 하급 뱀파이어들을 바라보았다. 하급 뱀파이어를 보는 순간 나는 얼굴을 굳일 수밖에 없었다. 나 스스로가 아직도 이곳을 게임속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길! 난 스스로를 질책했다. 이런 한심한 놈! 스스로를 질책하며 눈을 감고 있었던 나는 눈을 떠 눈 앞에 하급 뱀파이어를 보았다. 뱀파이어가 된 이상 인간으로 되돌아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대로 뱀파이어로서 어둠 속에서 살아가거나 뱀파이어로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 그것이 바로 뱀파이어의 일생이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자 마음이 약해지는 것 같았지만 나는 급하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 세계에서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가 죽는 것은 당연한 일. 내가 만약 약자였다면 이들에게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고 재미로 세웠지만 확실하게 보복할 수 있는 계획을 실행하기로 했다. “너의 뱀파이어가 되기 전에 직업이 뭐였지?” “저,저는 소작농이었습니다.” “저,전...” “말해라.” “거,건달이었습니다.” 이것으로 결정되었군. 나는 일단 뱀파이어가 되기 전에 건달이었다는 뱀파이어에게 슬립을 걸어 재워버렸다. 그리고는 뱀파이어가 되기 전에 소작농이었다는 잭이라는 뱀파이어의 몸을 구속한 소울 프리즌을 해체했다. “아까 잭이라고 했지?” “예.예.” 뱀파이어 잭은 확실히 미남형이었다. 몇까지 질문을 해보니 그런데로 머리도 똑똑한 것 같았고 글을 배웠느냐는 말에 배웠다고 했고 확인해 본 결과 확실히 글을 익히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 평민이 글을 익힌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런데 평민도 아닌 소작농이었던 잭이 글을 익히고 있다는 것은 잭이 평범한 소작농은 아니었다는 말이었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을 확인한 나는 마음을 굳혔고 잭에게 제의를 했다. “잭. 나에게 종속되지 않겠나?” “예?” “나에게 종속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건 강요가 아니다. 제의하는 것이지. 만약 네가 거부한다면 난 이 녀석을 죽이고 너를 되돌려 보낼 거다. 자. 어떻게 할래?” “....” 잭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역시 평범한 녀석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의 제의를 바로 받아들이지 않고 고민을 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내가 처음에는 재미로 세운 계획. 그것은 바로 이 두 뱀파이어중 하나를 나에게 종속시키는 것이었다. 처음 내가 가진 마음은 이 뱀파이어 중 ‘하나’를 나에게 종속 시켜 키운 다는 것이었다. ‘한명’이 아닌 ‘하나’를 말이다! 마치 게임의 펫처럼 말이다! 뒤늦게 깨달은 나는 스스로를 질책했다. 제길! 다시 생각하니까 기분 더럽네. 그 후 계획을 완전히 없던 것으로 할까 했지만 이 세계에서 뱀파이어는 흔히 볼수 있는 이들이 아니었고 이들을 나에게 보낸 이에게, 모든 뱀파이어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새겨줄 수 있기에 계획을 수정하여 실행하기로 한 것이다. “받아들이겠습니다. 그 제의.” “잘 선택했어! 그럼 종속 의식을 시작하겠다!” 내가 귀속 의식을 시작한다고 하자. 셰인은 갑자기 바스타드소드를 빼들고 땅의 박으며 외쳤다. “오라! 나의 종이여!” 우우우웅. 그러자 바닥에서 15개의 구멍이 생기며 셰인과 비슷한 모습의 본 나이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나에게 무릎을 꿇은 이후 다시한번 셰인 앞에 무릎을 꿇고는 셰인의 명령에 따라 나와 잭을 중심으로 방어진을 짰다. 이는 내가 귀속 의식을 향하는 동안 완벽하게 무방비 상태가 되기 때문이었다. 잭은 갑자기 나타난 본 나이트이 무의식적으로 내뿜는 기운에 의해서 겁을 먹고 떨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잭에게 다가가 머리에 손을 언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두 가지 권능 중 종속의 권능을 사용하기 위해서 말이다. “나 죽은 자들의 주인. 데스마스터. 상민의 이름으로 알리노라. 여기 내 앞에 있는 자. 죽되 살아 움직이는 자. 어둠의 귀족의 잭을 나의 영혼과 이름 아래에 있음을! 종속(從屬)!!” 쿠쿠쿠쿠! 파아아아! 나의 몸으로부터 뿜어지는 회색기운! 그것은 잭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이제 종속의 의식이 시작된 것이다. 종속의 의식을 하는 동안에 공격을 받게 되면 무조건 크리티컬 대미지를 받게 된다. 예전의 마물의 숲의 데스나이트를 종속시킬때 이 사실을 모르고 종속의 의식을 했는데 종속의 의식 중에 몬스터들이 쳐들어 왔다. 몬스터들은 잘 막아냈지만 돌 파편은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었는데 겨우 돌의 파편에 맞았을 뿐인데 종속의 의식이 끝나고 나서 난 4일 동안 기절해있었다. 종속의 의심은 언데드의 레벨이 높으면 높을수록 오래 걸렸는데 잭의 레벨은 그리 높지 않은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아. 마스터를 뵙습니다.” 종속의 의식이 끝난 뒤 잭은 나를 존경심과 경외심이 어린 표정을 하고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좋아. 이것으로 1단계 준비 끝!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보자고! =============== “일어나라.” “예. 마스터.” 잭이 몸을 일으키자 잭이 예상보다 키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세계 사람들은 먹을 것을 풍족하게 먹는 현실의 사람들과 다르게 키가 작았다. 바디 체인지 이후 나의 키는 184cm였다. 프리즌 영지의 사람들은 나와 친한 몇몇 사람만 내가 급속히 키가 컸다는 것으로 알았을 뿐. 누구도 내가 환골탈태를 경험했다는 것을 몰랐다. 잭은 그런 나와 비슷한 키를 가지고 있었다. 소작농. 농노가 말이다. “상당히 키가 크군. 그런데 어떻게 해서 뱀파이어가 됐지?” “그,그게....” “말해봐.” 잭이 뱀파이어가 된 것은 순전히 운이 없어서였다고 한다. 잭은 마을에서 장차 병사가 될 아이로 생각하고 양성한 녀석이라고 한다. 농노는 말 그대로 농사를 짓는 노예. 농노는 인간 대접을 못받는데 농노에게도 병사가 될 기회는 있다고 한다. 경비병이 되게 되면 병사가 된 농노는 5년간 열심히 병사로서 일하게 되면 평민이 되는데 5년간 일하는 동안에는 평민 병사의 월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50실버를 받는다고 한다. 그 50실버도 농노들에게는 굉장한 금액이었고 병사가 배출된 농노마을에는 세금을 조금 덜 겉거나 말미를 더 주기에 마을에서 어렸을 때부터 덩치도 좋고, 머리가 좋았던 잭을 키우기 위해서 마을의 사람들이 많은 희생을 했다고 한다. 그런 잭은 마을 사람들의 열망대로 영지의 병사가 되었고 성인이 된 이후 2년간 열심히 근무했다고 한다. 그런 잭이 뱀파이어가 된 것은 바로 21세가 되는 자신의 생일 하루 전이었다고 한다. 생일이라 선배들이 대신 야근을 서주었고 그날 잭은 마을 사람들에게 고기를 나누거 주기 위해서 사냥을 갔단다. 잭이 말하길 사냥 솜씨도 마을에서 제일이었다고 한다. 근처 숲에서 사냥을 하기 위해서 숲을 헤맸고 그 날은 이상하게 동물들이 눈에 보이지도 않았단다. 하지만 그냥 갈수는 없었던 잭은 계속 숲을 뒤적고 하필 그 숲을 지나치던 마더라는 인물의 눈에 들어 뱀파이어가 되었단다. 그야말로 운이 없어서였다. “그렇군. 그렇다면 넌 그 마더라는 이에게 원한이 있겠군.” “물론입니다! 힘만 있다면 그 년을 갈기갈기 찢어서 죽여 버릴 겁니다.” “좋아. 그럼 내가 그 힘을 주지.” “예?” “그 힘을 주겠다고. 감히 나를 뱀파이어로 만들라고 명령을 내린 그 년이 괘씸해서 말이야. 고작 남작부인정도의 뱀파이어가 말이야. 일단 네 몸의 상태에 대해서 알아야겠군. 잠시만 기다려라.” 나는 다음 단계인 잭의 강화를 위해서 힘을 주겠다고 말했고 나에게 종속된 잭의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일단 현재 잭의 레벨에 대해서 알아야 하니 말이야. [이름: 잭 Lv:15 EXP:0% 종족: 뱀파이어. 계층: 하급 뱀파이어. 공격력:360 방어력:185. 회피율:60 명중률:45 마법공격력:150. HP:890 MP:300 스테미너 100% *스킬 -흡혈, 종족 번식, 안개화, 블러디 네일.] 잭은 나에게 종속되어 있었기에 이와 같이 능력치가 정리되어 나와 있었다. 뱀파이어라 그런지 레벨 15임에도 불구하고 체력도 높고 공격력도 높네. 방어력도 꽤 높고 말이야. 안개화라. 뱀파이어의 안개화는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된 뱀파이어라 사용할 수 있는 건데. 어떻게 잭은 동물화 같은 능력은 없으면서 안개화 능력이 있는 거지? “잭. 어떻게 하급 뱀파이어 임에도 불구하고 안개화 능력을 쓸 수있는거지?” “그,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뱀파이어가 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운이 좋았군. 잭. 이 녀석 제대로 키우면 귀족 계급의 뱀파이어가 될 수 있겠어. 나는 잭을 잠시 바라보고는 어떻게 강화시킬지 생각했다. 역시 흡혈을 시키는 것이 좋겠지. 뱀파이어의 힘은 피! 피에서부터 나온다. 뱀파이어가 흡혈을 하는 이유는 강해지기 위해서, 혹은 살아가기 위해서다. 뱀파이어가 흡혈을 하게 되면 피 속에 스며들어있는 마나로 인해서 강해진다. 물론 평범한 사람의 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전에 읽어본 서적에 적혀있었다. 그렇기에 뱀파이어가 목숨을 걸고 마법사나 기사의 피를 빨려고 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 마더라는 인물도 멍청한 것 같았다 만약 잭이 나의 피를 빨았다면 강해질 것이 분명했고 그렇게 되면 잭과 그 마더의 귀속관계는 끊어질 수도 있었다. 아마 그 마더라는 인물은 나를 너무 과소평가했던 모양이다. 나는 잭에게 내 피를 주기로 했고 그전에 상점이용 게시판을 열어 사령술사 길드에 연결했다. 내가 사령술사 길드에 연결한 이유는 사령술사 길드의 NPC와 가장 친밀도가 높고 그렇기에 간혹 조언을 얻을 수있기 때문이었다. [또 왔군. 오늘은 뭘 사러왔나?] “그게 오늘은 뭘 사로 온 것이 아니라. 궁금한 점이 있어서 왔습니다.” [궁금한 점? 물어보게. 내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아는 것이라면 가르쳐 주지.] “감사합니다. 제가 이번에 뱀파이어 한명을 수하로 두게 되었습니다.” [오오오! 축하하네. 자네 대단한 사람이구만. 아마도 궁그만 점이란게 뱀파이어에 관한 것이겠지?] “예. 제가 수하로 둔 뱀파이어는 너무 약합니다. 강하게 만들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몇 안되지만 말해줌세. 일단 자네의 뱀파이어를 강하게 만드는 방법으로는 첫 번째로 자네의 피를 마시게 하는 방법이 있지. 자네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피에 담겨있는 마나역시 많기에 단번에 강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네. 이 경우 자네가 가진 피로 인해서 뱀파이어가 가진 능력이 깨어나게 되지. 뱀파이어가 가진 능력이란 어둠에 스며드는 능력이나 안개화, 늑대나 박쥐같은 동물을 다루는 능력, 또는 변신하는 능력이 들어나게 된다네.] “그렇군요.” [두 번째 방법으로는 자네의 피로 뱀파이어를 강하게 만든 다음 다른 뱀파이어의 피를 흡수하게 하는 거야. 뱀파이어의 힘의 상징을 피! 피로서 힘을 얻고 정보도 얻을 수있다네. 만약 다른 자신에게 없는 능력을 가진 뱀파이어의 피를 흡수하게 되면 그 뱀파이어의 능력을 사용할 수있게되네. 그뿐만 아니라 피를 흡수당한 뱀파이어가 마법을 사용했다면 그 피에 들어있는 정보를 통해서 마법을 사용할 수있다네. 물론 피를 흡수하고 나서는 그 지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시간이 걸리지만 말이야. 마지막 세 번째는 인간처럼 훈련을 하는 것이네.] “훈련이요?” [그래. 훈련. 훈련을 통해서 강화시키면 되네. 뱀파이어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종족이고 동시에 강한 육체를 가지고 있으니 마법을 가르치고 검을 가르치면 강하게 만들 수있지. 이게 내가 알고있는 전부라네.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잘됐군. 참 이것 받게 뱀파이어를 수하로 두었다고 하니 주는 선물이네.] 띠리링! [뱀파이어 자작의 피. 1병을 받았습니다.] “이,이건!?” [우연히 얻은 거라네. 이걸 마시게 하면 일부나마 뱀파이어 자작의 능력을 사용할 수있을 거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뱀파이어 자작의 피를 준 사령술사 길드의 NPC에게 거듭해서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에 상점이용 게시판을 닫았다. 좋았어! 강화시킬 방법도 알았으니 제대로 강하게 만들어 보자고! 나는 인벤토리에서 단검과 뱀파이어 자작의 피가 담긴 병, 빈 패트병을 꺼내어 들었다. 빈 패트병의 위의 3분의 1을 잘라낸 나는 눈을 딱 감고 팔을 그었다. 크윽! 그리고는 패트병에 피를 담았다. 철철 흘러넘치는 피! 꿀꺽! 잭은 뱀파이어답게 피를 보자 마시고 픈 욕구가 생기는지 침을 삼키고 있었다. 으으으. 고통을 참으며 나는 패트병에 피가 가득 차도록 기다렸다. 난 피가 거의 가득 차자마자 포션을 꺼내어 마시면서 뿌렸고, 칼로 그은 곳에 힐링을 시전했다. 포션과 마법을 쏫아 부은 덕분에 언제 팔을 칼로 그었냐는 듯이 상처는 말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아.아. 피를 너무 많이 뺐나 현기증이 나네. 아직 끝난 아니니 조금만 더 참아 보자. 나는 거의 가득 찬 패트병에 사령술사 길드 NPC에게서 얻은 자작의 피를 패트병에 부었다. 좋아. 준비 끝. 준비가 끝나자마자 난 나의 피가 가득차 있는 패트병을 셰인에게 넘겨주었다. 나의 의도를 안 셰인은 패트병은 잭에게 넘겨주었다. “마셔라. 그 피에는 나의 마나와 우연히 얻은 뱀파이어 자작의 피가 섞여 있다. 마셔라! 그러면 네가 원하는 힘을 얻게 되리라!” 꿀꺽! 꿀꺽! 꿀꺽! 꿀꺽! 잭은 패트병은 잡고 마시기 시작했다! 단 한방울도 남길 수 없다는 듯이! 단 한방울도 흘리지 않겠다는 듯이! 잭은 패트병의 담긴 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패트병에 담긴 피는 순식간에 잭의 배속으로 사라졌다. “아아아!!” 스스스. 피를 모두 마신 잭은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주위의 어둠이 잭과 공명하기 시작했고 잭으로부터 나오는 기세 또한 변화하였다. 크르르르. 잭으로부터 나온 기운으로 인해 늑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주위의 늑대들은 점차 많았졌지만 상관없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잭의 변화도 점차 끝나갔다. 완전히 변화가 끝난 잭은 얼굴도, 느껴지는 기세도 달라져있었다. 나와 마주친 잭의 눈에는 뱀파이어의 능력 중 하나인 매혹의 눈이 자리잡고 있었다. 감히! “크아아아! 요,용서를! 마스터! 용서를! 제가 아직 힘을 다루지 못하여 감히! 크아아아! 마스터께 매혹의 눈을 사용하고 말았습니다! 제발! 제발! 용서를!” 잭은 나에게 영혼조차 종속된 존재. 내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잭에게 지옥과 같은 고통을 선사할 수있었다. 감히 나에게 매혹의 눈을 사용한 잭에게 처음으로 그 지옥과 같은 고통을 선사했고 잭은 바닥에 내뒹굴며 괴로워했다. “좋아. 이번은 봐주지.” “하~아. 하~아. 가,감사합니다. 마스터.” [이름: 잭 Lv:255 EXP:0% 종족: 뱀파이어. 계층: 뱀파이어 준 자작 공격력:2800 방어력:2200. 회피율:386 명중률:366 마법공격력:2000. HP:8654 MP:6670 스테미너 100% *스킬 -흡혈, 종족 번식, 안개화, 블러디 네일. 비스트 컨트롤. 박쥐화, 늑대화 등.] 상태창을 열어 확인해 본 결과 잭은 단번에 하급 뱀파이어에서 뱀파이어 준 자작이 되어 있었다. 아마도 내 피에 섞인 자작의 피 덕분인 것 같았다. 좋았어. 단번에 준 자작 급의 뱀파이어를 거두게 되었군. 내가 선사한 고통으로 인해 내 앞에 고개를 땅에 박고 엎드려있는 잭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잭. 나는 관대한 사람이다. 나와 나와 관계된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만 않으면 어떤 일을 하든 상관하지 않겠다. 하지만 명심해라! 또 다시 나에게 이런 짓을 했다면 영혼조차 파괴해 버리겠다!” “아,알았습니다. 마스터.” “받아라!” 나는 작은 주머니를 잭에게 던졌다. 그 작은 주머니에는 약 200골드가 들어있었다. 그 주머니는 여행용때 사용하기 위해서 돈을 따로 담아 놓은 것이었는데 그걸 잭에게 던져 준것이다. “그 주머니에는 200골드가 들어있다. 앞으로 네가 사용할 돈이다.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하든 상관하지 않았다. 앞으로 2달간 시간을 주마. 명령이다! 감히 나를 노린 마더란 인물을 찢어 죽여라! 그리고 그 피를 흡수하여 힘을 키워라! 단! 마더의 남편은 살려두어라. 그것은 내가 뱀파이어들에게 보내는 경고가 되리니! 저놈을 끌고 가라. 너는 나에게 종속됨으로서 마더와의 귀속 관계가 끊겼으니 마더란 이가 도망가면 찾을 수 없을 터. 저녀석을 길잡이로 삼아라! 가라! 나의 종이여!” “마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그리고 이건 인간 잭으로 말씀드립니다.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잭은 어둠속에 스며들어 사라졌고 내가 재워 둔 뱀파이어도 잭에 의해서 어둠에 스며들어 사라졌다. 후~우. 끝났군. 좀 쉬어야 겠어. 으으으. 피를 너무 많이 뽑았나봐. “셰인. 불침번을 부탁해.” ====================== 뱀파이어 잭은 나에게 종속시킨지 일주일 만에 우리는 작은 영지에 도착할 수있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마침 그 영지를 경유하여 프리즌 영지로 가는 페드로님의 멜로이 상단을 만나게 되었고 멜로이 상단에게 영주님께서 내주신 마차를 드리고 영주님께 돌려드리라고 부탁했다. 사실 이 영지에서 팔았어야 했지만 멜로이 상단과 마주치는 바람에 그냥 돌려드리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 들린 영지의 이름은 펠크. 그저 그런 영지로 영주는 남작이라고 한다. 그런데 웬지 이 영지에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평민으로 위장하려고 했지만 귀족으로서의 눈빛. 평민을 깔보는 눈빛과 암중으로 한 사람을 지키려는 기사들의 행동으로 이 영지에 암행을 온 이들이 꽤 된다는 것을 알 수있었다. 아마도 이들은 나를 만나러 온 것 같았다. ‘네크로마스터. 한스’를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만날 수는 있었지만 네크로마스터 한스는 만날 수 없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예상하고 나는 또 다른 신분을 만들어두었고 영지로 들어올 때 장비들도 다른 것으로 장착했기 때문이다. 내가 만들어 둔 또 다른 신분은 B급 용병. 아이안트. 그게 내 가짜 신분이다. 어째 가짜신분의 이름이 멋지지만 말이다. 성문을 들어오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신분 확인이 필요하다. 물론 사람이 적은 작은 영지의 경우 검문을 하는 것은 드물지만 오늘에는 이 펠크 영지에 사람들이 이상하게 많이 몰렸기에 영주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체고 검문을 했던 것이고 나는 한나. 아니 에나를 호위하는 의뢰를 맡은 B급 용병. 아이안트로서 신분을 증명했고 영지 안으로 들어 올 수 있었다.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나의 신분은 어떻게 할 수있었지만 나와 한나가 영지를 떠난 것이 알려졌으니 금방 눈치를 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히잉. 구경하러 다니고 싶은데.] “미안해. 한나야. 하지만 네가 구경하러 다니면 내가 따라다녀야 할테고, 그럼 우리를 의심하게 된단 말이야. 그렇게 되면 오빠의 정체는 밝혀질테고 그럼 엄청 골치 아파져. 대신 오빠가 앞으로 여행을 하면서 노숙하게 될 때는 맛있는 거 해줄테니까 좀 봐주라. 응?” [알았어. 대신 약속 지켜야 돼.] “알았어. 방에 그냥 있기 심심하니까. 마법공부라도 할까?” [히잉. 그냥 나갈래.] “농담이야. 농담.” 한나와 내가 있는 곳은 멜로이 상단이 머물던 여관이다. 우리가 멜로이 상단을 만난 것은 멜로이 상단이 영지를 떠나기 위해서 준비 중이었던 때였다. 멜로이 상단은 이미 영지를 떠났고 우리는 멜로이 상단주이신 페드로님이 소개시켜 주신 이 여관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영지에 신분을 숨기고 암행을 온 이들의 시선 때문에 한나와 나는 여관 방 안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똑!똑! “누구세요?” “주문시키신 스테이크 2인분 가져왔습니다.” “아. 들어오세요.” 다행히 나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온 사람이 아니라 여관의 종업원이었다. 방으로 올라가기 전에 주문시켰던 음식이 이제야 도착한 것이다. 식사를 마친 이후 아공간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어 먹었고 그 후에는 막상할 일이 없었다. 여관방안에 가쳐서 할만한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결국 우리는 방에 있는 나무 침대에서 뒹굴었다. [심심해. 심심해. 심심해.] “한나야. 심심하면 마법공부라도 할래?” [히잉. 그건 싫은데...] “하지만 마땅히 할 일이 없잖아. 마법공부나 하자. 그럼 시간이 금방 갈거야. 대신 지금 공부하면 저녁에는 공부 안 시킬게.” 그 후 우리는 마법 공부를 시작했다. 한나의 마법공부를 도와주면서 나도 서모닝 학파의 마법을 이론적이나마 익혀갈 수있었다. 서모닝 학파의 마법은 내가 익힌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처럼 일대 다수를 상대하기에 매우 적절한 마법이었다. 개중 네크로맨시 계열의 몬스터. 언데드를 소환하는 마법도 있었다. 내가 서모닝 학파의 마법에서 가장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바로 소환마법진이다. 자신의 써클보다 높은 써클의 몬스터들 소환할 수있게 해주는 마법진. 이는 나에게 매우 흥미로운 것이었다. 하지만 마법진을 그리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마법진을 그리는데는 정교함과 정확성이 필요했다. 마법진을 이용하여 몬스터를 소환할 때 룬어 하나라도 잘 못되면 전혀 다른 것이 소환되게 된다고 주의하라고 되어있었기에 함부로 시험을 해볼 수도 없었다. 간혹 소환 마법진을 통해서 몬스터가 아닌 마족이 소환될 때가 있기에 마법진을 통해서 소환을 행할때는 항상 스승이 함께 한다고 한다. 나는 아직 마법진을 익히지 못했고 익히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로 했기에 한나에게 소환마법진에 대해서 가르칠 수는 없었다. 한나는 아직 어리다. 그만큼 호기심이 많은 나이다. 만약 소환마법진을 가르쳤다가 호기심에 소환마법진으로 소환을 하여 한나가 감당할 수 없는 몬스터 혹은 소환물이 소환되면 위험할 수있기 때문이다. 한나에게 마법을 가르치며 동시에 내가 마법을 익혀나가는 동안 시간은 정말로 빨리 흘러갔다. 여관방 안이었기에 실습할 수는 없었지만 이론적이나마 꽤 진전이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 “하~아. 지루해. 지루해. 심심해. 심심해.” “주인님. 심심하십니까?” “진짜로 심심해. 아버지도 참. 어째서 마음대로 나돌아 다니지도 못하게 하는 거야. 아버지가 시키는 일은 모두 다했는데.” 어두운 공간. 그 곳에는 블랙 오우거. 펠과 그의 주인만이 존재했다. 펠의 주인이란 이는 어린 아이처럼 심심하다며 칭얼거리고 있었고 펠은 그런 주인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펠은 이렇게 어린 아이처럼 칭얼거리는 자신의 주인을 보며 주인이 벌인 일들에 대해서 생각하며 순간 몸을 떨었다. “주인님. 조금만 참으시지요. 얼마 안있으면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때를 생각하시고 조금만 참으십시오.” “확실히 그때가 되면 아주 재미있을 거야. 키키키. 하지만 지금은 심심하단 말이야.” “그럼 그녀석들은 인간들이 사는 마을이나 숲에 뿌리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음. 그럼 재미있긴 하겠는데...” “어자피 실패작들 아닙니까.” “그래. 어자피 실패작이니까 아버지도 뭐라고 안하시겠지. 키키키. 재미있을 거야. 키키키. ========================= “한나야. 아침 먹고 바로 떠나자.” [응!] 녀석. 하루종일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던 게 보통 지루한 게 아니었나보네. 어제 우리는 말 그대로 하루종일 방안에 틀어박혀서 마법공부만 했다. 영지에는 하루가 다르게 다른 나라에서 온 귀족들이 모여들었고 엄청난 숫자가 모여들자 더 이상 암행을 할 필요 없다는 듯이 그들은 귀족으로서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갔다. 덕분에 우리는 무려 4일이나 더 머물러야 했다. 겨우 사람을 만나러 귀족이나 되는 이들이 이렇게 몰려들지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몰래 도망을 칠까 했지만 무슨 현상수배범을 잡으러 나왔는지 귀족들의 기사들이 잠도 안자고 영지를 살피고 있었고 개중에는 마법사까지 동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륙에 존재하는 나라의 귀족들은 시간도 남고, 기사랑 마법사도 남아도는 모양이다. 겨우 나를 만나기 위해서 이렇게 모여드니 말이다. 영지에 귀족들이 몰려들자 죽어나는 것은 평민들과 영주였다. 영주의 작위가 높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영주의 작위는 남작. 하지만 이 곳에 나를 만나러 온 귀족들은 최소가 백작이었다. 그러니 영주는 귀족들을 어떻게 할 힘이 없었다. 으으으. 완전히 7써클에 오르고 누나가 텔레포트 마법서만 넘겨줬다면 단번에 도망쳤을 텐데. 내가 7써클 마법을 조금이나마 익히고는 있었지만 텔레포트는 아직 익히지 못했다. 텔레포트만 익혔다면 어떻게서든 도망쳤을 텐데 말이다. 후~우. 7써클 마법서는 정말 구하기 힘들다. 그건 게임속이나 현실에서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부탁하면 되도록 빠른 시간 안에 구해주었던 누나도 꽤 시간이 걸릴 정도라고 하니 말다한 거였다. 그 동안 4일 동안 나는 귀족들이 곳 포기하고 되돌아가겠지 라는 생각에 참으면서 방안에 틀어박혀 있었지만 오히려 더 수만 늘어갈 뿐이었다. 그래서 오늘! 그냥 가기로 한 것이다! 젊은 청년과 10대 초반의 아이가 함께 여행하는 것은 드물기에 금방 틀킬테지만 지금은 상관없었다. 눈에 띄기 싫어서 자숙했을 뿐. 귀족들이 데리고 온 기사들 정도야 금방 헤치워 버리고 도망칠 수 있으니 말이다. 마법사는 조금 골치 아프지만 말이다. 새벽에 내려와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주위의 시선이 느껴졌다. 어떤 이는 어디론가 달려나가기도 하고, 어떤 이는 같은 여관에 방을 잡았는지 방문을 두두리고 있었다. 하지만 귀족이라는 것들은 겉치레가 심한 놈들이다. 씻고 옷을 입고 꾸미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니 우리가 영지를 벗어나 이들로부터 벗어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다 먹었지. 그럼. 가자!” [응!] “여기 식사비랑 숙박비요. 나머지는 가지세요.” “저기 실례 좀 해도 되겠습니까?” “안되요!” 나는 나의 앞을 막아서는 기사에게 쏘아주고는 한나를 알고 뛰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숨막히는 추격적이 시작되었다. 내가 기사를 밀치고 한나를 안고 뛰기 시작하자 네크로마스터 한스라는 것을 알아차린 귀족의 기사를 비롯해 시종, 마법사들이 나를 뒤쫓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생긴 이 난리에 영지민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구경하고 있었고 나는 이 상황이 꽤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잠시 놀까. “자,잠시만 서주십시오!” “잠깐! 잠깐만 제 주군을!” “제발 멈춰주십시오!” [히히히. 저 아저씨들 표정 웃긴다.] 확실히 나를 뒤쫓고 있는 기사들을 비롯해 시종들의 표정을 재미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어째서 자신들이 이래야 하는 건가. 또는 힘들어 죽겠다, 잡히면 가만안둔다는 애초의 목적을 잃은 표정들이었다. 주위의 영지민들 역시 그런 사람들의 표정을 보며 조용히 웃고 있었다. 이제 장난은 그만치고 떠나자. “서먼 팬텀스티드!” 히이이잉! 시전어를 외우자 바로 내 옆에 팬텀스티드가 점차 모습을 들어내기 시작했고 완전히 모습을 들어내자 일단 한나를 태운 이후 탔다. “모두들 잘 있으라고요. 수고하셨습니다. 가자!” 히이이잉! 나와 한나를 태운 팬텀스티드는 땅을 박차 올랐고 나를 기다리고 또 한참동안 쫓아왔던 이들의 애원과 원한 어린 목소리를 무시하며 날아올랐다. 성문은 예상대로 닫혀져 있었다. 열려있다고 하더라도 저들의 말로는 나를 따라오지 못했을테지만. 후후후. [히히히. 오빠. 나중에 또 하자.] “그럴까? 후훗.” 그들로부터 벗어난 이후 나는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속력은 보통 말의 2배정도로만 달리도록 했다. 너무 빨리 달리게 되면 한나가 맞부딪혀 오는 바람을 이길 수 없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나는 처음 타보는 팬텀스티드 위에서 높은 곳에서 지켜보는 것이 뭐가 그리 신기한지 두리번두리번 거리다가 결국 얼마가지 않아 질렸는지 내 품안에서 잠이 들었다. 녀석. 두두두두. 응? 갑자기 웬 먼지구름이지? 갑자기 저 멀리에서 보이는 먼지구름에 난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먼지구름의 규모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먼지구름은 엄청난 속도로 나를 향해서 다가오고 있었고 나는 팬텀스티드를 멈추고 먼지구름을 일으키는 존재들을 살폈다. 마,맙소사! 먼지구름을 일으키는 존재! 그 것은 바로 웨어울프였다! 그것도 평범한 웨어울프가 아닌 초록색 털을 가진 웨어울프! 그린 웨어울프였던 것이다. 내가 아는 웨어울프 중에는 초록색 털을 가진 웨어울프는 없었다. 그들은 나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엄청난 속도로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지나쳤다. 순식간에 지나친 그들. 그들의 소리에 한나는 깨어났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지나간 자리를 보고 가만히 있었다. 엄청난 수의 웨어울프. 그 정도 숫자라면 웬만해서는 못 막아낼 숫자였다. 웨어울프들이 향하는 곳... 그곳은 바로 내가 떠나온 영지. 펠크가 있었다. 후~우. 나란 녀석. 사람이 너무 좋단 말이야! “한나야.” [왜? 오빠.] “아무래도 되돌아가야 겠다, 가자!” 히이이잉! ============== 한나의 앞에 실드를 시전한 이후 나는 팬텀스티드를 최고속도로 달리도록 했다. 초록색 웨어울프. 그들의 수는 엄청났다. 성을 이용해서 싸우지 않으면 위험할 정도로 말이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 웨어울프들은 여러가지로 특이했다. 일단 털의 색이 초록색이라는 점부터가 매우 특이했고 낮에 활동하는것 또한 특이한다. 보통 웨어울프들은 밤에만 활동한다.그 이유는 달이뜨는 밤에만 변신 할 수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웨어울프와 라이칸스로프와 헷갈리는데. 웨어울프와 라이칸스로프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일단 라이칸스로프는 반인반수의 종족을 칭하는 명칭이기도 한데. 이들은 웨어울프들과 다르게 이성이 존재하고 있어서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갈 확률도 조금이나마 있다. 허나 웨어울프는 라이칸스로프들과 다르게 오직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몬스터다. 웨어울프들은 오직 달이 뜨는 밤에만 활동할 수 있다는 점도 틀리다. 라이칸스로프들은 낮이든 밤이든 언제든 스스로의 변신을 자유자제로 컨트롤 할 수있다. 물론 밤에. 특히 보름달이 뜨는 밤에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현재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초록색 웨어울프들은 정말 특이했다. 달이 뜨지 않은 낮에 움직이고 있었고 그뿐만 아니라 책에서 보았던 웨어울프의 체력, 움직임을 모두 능가하고 있었다. [오,오빠. 우리 그냥 도망가자.] "한나야. 혹시 오빠가 걱정 되서 그러는 거야?" 한나는 내 품에서 엄청난 수의 웨어울프들을 보고는 잔득 겁을 먹고 덜덜 떨고 있었다. 한나가 걱정하는 것은 당연했다. 내가 싸우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도 그렇지만 이렇게 많은 웨어울프들을 보면 겁에 질리는 것이 정상이기 때문이다. 웨어울프는 기사 못지않은 움직임과 공격력을 지닌 이들이기에 기사들도 웬만하면 피하는 녀석들이다. 물론 기사들이 진다는 말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검기가 있으니 공격력 면에서는 오히려 압도적이니 말이다. 문제는 웨어울프의 재생력이다. 트롤보다는 재생력이 약하지만 그래도 그 재생력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사실을 한나는 모르고 있을 테지만 말이다. 나는 떨고 있는 한나의 머리를 스다듬어 주면서 말했다. “걱정 하지마. 저 정도 몬스터들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오빠는 저녀석들 보다 많은 수의 몬스터들을 상대로 이겼는 걸. 그러니까. 걱정하지마. 한나는 오빠가 지켜줄테니까.” [하,하지만...] “걱정 말라니까. 한나야. 지금부터는 오빠를 꽉잡아라. 좀더 속도를 내야겠으니까.” 히이이잉! [꺄아! 오빠!] 나는 좀더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에 팬텀스티드에게 마나를 더욱 주입했고 갑자기 속력이 빨라지자 한나는 나를 붙잡으며 소리쳤다. 이런 엄청난 수의 웨어울프들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것일까. 후~우. 일단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니까. 서두르자! 히이이잉! =================== 한스가 떠난 펠크 영지. 아침의 소동으로 영지민들의 생활은 다른 때보자 조금 늦게 시작되었다. 아직 영지에는 많은 귀족들이 남겨져 있었지만 그들은 서둘러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만나러 왔던 네크로마스터. 한스는 이미 영지를 떠났으니 이곳에는 볼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성벽 위의 경비초소의 병사. 얼마 전에 훈련을 마치고 정식으로 펠크 영지의 병사가 된 크리스는 신출내기답게 열심히 성벽 위에서 순찰을 돌고 있었다. 그의 선배들 역시 얼마 전까지는 대륙 곳곳에서 모여든 귀족들로 인해서 바짝 긴장하고 있었지만 이제 귀족들이 떠난다는 생각에 풀어져 있었다. 현재 영지에서 잔득 긴장하고 있는 병사는 크리스와 동기인 신병들 밖에 없었다. 신병 크리스는 순찰을 도는 도중 오늘 아침 소동을 일으킨 이를 생각해보았다. 자신과 비슷해 보이는 나이의 사람. 소문을 들어보니 대륙에 3명밖에 없는 S급 용병이며 동시에 제국에도 몇 명 없는 네크로마스터라는 그. 크리스는 웬지 그가 부러웠다. 비슷한 나이에 누구는 작은 영지의 병사고 누구는 대륙 곳곳의 나라의 귀족들이 찾아와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크리스는 급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이 병사가 되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했던가. 그리고 병사로 뽑힌 이후 얼마나 기뻐했던가. 그런 자신이 고작 병사라고 생각하다니. 크리스는 고개를 흔들며 자신을 질책했다. 신병 크리스. 그는 자신의 수준을 아는 똑똑한 병사였다. 잠시 딴 생각을 하던 신병 크리스는 계속 순찰을 돌기 시작했다. 히이이잉! 어디선가 들려오는 말 울음소리에 크리스는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어디에서도 말이 발견되지 않았다. 크리스는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어서 성문을 닫아!” “응?” “어서 성문을 닫으라고!” 크리스는 아까 들려온 말 울음소리가 어디서 났는지 알 수있었다. 그 말 울음소리는 바로 자신의 위. 하늘에서 났던 것이다. 크리스는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존재. 그는 바로 아까만 해도 자신이 부러워하던 이. 네크로마스터라는 이었기 때문이다. =============== 내 나이대의 경비병은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내가 그렇게 놀라운가. 성벽 아래에서 떠나려고 준비하던 귀족들과 기사들은 나를 발견하고 뭐라고 소리쳤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어서 성문을 닫으라고!” “저,저기 성문은 좌우로 열고 닫는 여닫이 방식이라 직접 열고 닫아야 합니다.” 제길! 나도 참 멍청하지! 딱 보면 아는 건데 괜히 병사에게 소리치고. 나는 한나와 함께 성벽에 내려왔다. 일단 성문이 닫는 게 중요하다! “콜! 우라노스!” “부르셨니까! 마스터!” “당장 본 브레이커들을 소환해서 성문을 모두 닫아! 서둘러!” “예! 마스터!” “이봐! 당장 영지의 경비대장과 영주에게 찾아가서 전해! 엄청난 수의 웨어울프들이 쳐들어 오고 있다고!” “예?” “어서 전해!” “예!” 나는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던 병사에게 소리쳤고 병사는 급하게 뛰어나갔다. 쿠르르르! 쿵! 성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셰인을 비롯해 보를을 제외하고 모든 본 마스터들을 불러냈다. 귀족들은 갑자기 성문이 닫히고 얼마 되지 않아 뭐라고 하는 것 같았지만 무시하고 본 마스터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셰인, 볼케이노, 프로스트, 빌리. 너희들은 본 나이트들을 소환하고 웨어울프들을 상대할 준비를 한다. 총 지휘는 이번에도 셰인이 맡는다. 킬! 너는 본 스카우트들과 스켈레톤 스카우트까지만 소환하고 성벽 위에서 언제든 화살을 날릴 수 있도록 준비한다. 켈트는 성벽 밖에서 본 랜서들과 진격할 준비를 하고 우라노스! 너도 켈트와 함께 진격할 준비해.” “마스터.” “응? 왜 그러지? 셰인.” “보를과 본 메이지. 스켈레톤 세이지를 어째서 이용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주위를 봐라.” 셰인의 질문에 나는 주위를 살펴보라고 했다. 그러자 내가 어째서 보를을 부르지 않았나 궁금해 하던 본 마스터들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이 영지에는 대륙 곳곳의 귀족들이 모여 있었다. 내가 알아본 결과 이 세계의 마법을 쓰는 언데드. 마법사 언데드는 리치밖에 없었다. 이 곳에서는 스켈레톤 메이지 같은 언데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마법사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노여진 존재였다. 마법사는 전쟁과 같은 대인전 전투에서 한번에 수십 수백명을 학살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마법사가 언데드로 존재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야말로 대륙 곳곳에서 죽은 마법사의 시체로 언데드를 만들어 사용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보를을 부르지 않은 것이었다. 만약 이 자리에서 보를을 부르고 보를이 스켈레톤 세이지를 소환하게 된다면 마법을 사용하는 언데드가 리치 이외에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그 스켈레톤의 제작법을 알기 위해서 네크로맨시 학파는 갖은 수를 써서 나를 끌어들이거나 사로잡으려고 할 것이다. 그 두가지도 안된다면 나를 제거하려 할테고 말이다. 그래서 난 보를을 소환하지 않은 것이다. 두두두두! 크르르르!! 아우우우!!!! 저 멀리서 서서히 모습을 들어내는 초록색 웨어울프들! 이쪽도 어느 정도 준비는 끝난 상태! 한번 붙어보자고! 너희들의 정체는 모두 처리한 이후에 천천히 알아내 주겠어! =================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웨어울프답게 네 발로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웨어울프들! 그 수는 거의 수백은 되는 듯해보였다. 저런 웨어울프들이 어디서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저녀석들을 처리하는 것이 먼저였다. 크르르르! “뭐지.”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던 웨어울프들이 갑자기 모두 멈추어섰다. 갑자기 멈추어 서는 웨어울프들을 보며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 저 웨어울프들의 우두머리가 지능을 가진 녀석인가. 저만한 웨어울프들을 모우기 위해서는 강한 우두머리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우두머리가 있을 것이라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우두머리가 본능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어느 정도 지능을 가진 녀석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도,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저기 신분이 어떻게 되시죠?” “저,저는 펠크 영지의 경비대장인 쿨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나타난 중년 남자는 이 펠크 영지의 경비대장이라는 사람이었다. 그 뒤로 여러 귀족들의 기사들이 성벽위로 올라왔고 성벽 밖의 몬스터들을 발견하고는 모두 얼굴이 창백해져 갔다. “저 귀족분들을 피해서 팬텀스티드를 타고 가던 도중 몬스터 무리를 발견하고 되돌아 온 것입니다. 모두 초록색 웨어울프더군요.” “웨,웨어울프!” “거기 기사분들. 여러분이 모시고 오신 귀족분들에게 전하세요. 죽기 싫으면 병력을 보내라고. 당장! 경비대장이신 쿨님은 당장 은으로 도금된 무기나 화살을 준비해 주세요. 소금도 좋습니다. 당장 수성전을 할 준비해 주세요. 그동안 제가 최대한 막아보겠습니다.” “아. 예!” 나의 말에 현재의 상황을 알기위해서 성벽 위에 올라왔던 기사들과 경비대장 쿨님은 그대로 성벽을 내려갔다. 쿨님은 병사 하나를 영주성으로 보냈고 이후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영지민들 중 싸울 수 있는 이들을 착출해 나가기 시작했다. 반면 이 사실을 안 귀족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직접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성벽에 올라와 사실을 확인하고는 겁을 먹고 벌벌 떠는 귀족에서부터 확인도 안고 듣자마자 벌벌 떠는 귀족. 공포에 떠는 기사들을 다그치는 귀족. 바로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어던지고 가지고 온 갑옷과 무기를 찾아 전투 준비를 하는 귀족까지. 전부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영지에서 소란이 일어나는 동안 웨어울프들은 전혀 쳐들어 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어째서 쳐들어 오지 않는 거지? 웨어울프들이 일정한 거리에서 전혀 접근해 오지 않자 나는 이상하게 생각하고는 한동안 살펴보기로 했다. 어자피 싸울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니 말이다. 그렇게 웨어울프들과의 대치시간은 길어져가고 있었다. 어째서 쳐들어오지 않는 거지. 거의 30분이 지났는데 말이야. 척! 척! 척!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그 곳에서는 브레스트 메일과 롱소드, 스케일 아머와 바스타드소드등의 장비들로 무장을 한 이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귀족들간의 회의가 끝난 모양이었다. 귀족들은 언제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상태에서도 무슨 회의를 하는 것 같았는데. 그 회의가 이제야 끝난 모양이다. 무장을 한 이들 가장 앞에선 이가 유독 눈에 들어왔는데 그 이유는 그로부터 느껴지는 기세 때문이었다.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한 이유 공기중에 마나를 느끼게 된 것 외에도 한가지를 더 느끼게 되었는데 바로 어느정도 수준의 기사나 마법사들에게 느낄 수 있는 기세였다. 뭐랄까. 강자들의 특유의 기운이랄까. 참 설명하기 에메했다. 하여튼 무장을 한 이들의 가장 앞에선 이는 지금까지 내가 느껴본 기세들 중 가장 강했다. 나는 가장 앞에선 이를 살피던 도중 그와 눈을 마주치게 되었고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았다. 그러자 그로부터 느껴지는 기세가 더욱 강해졌고 나는 그 기세에 대항하기 위해서 힘을 끌어 올렸다. 그와 나의 기세 싸움에 그의 주위 사람들은 숨죽이고 나와 그를 지켜보았다. 덜덜덜. 이런! 나는 잠시 한나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한나는 나와 그의 기세싸움에 영향을 받아 덜덜덜 떨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안 나는 급하게 힘을 거두어 들였고 그 역시 한나를 발견하고는 힘을 거두어 들였다. “힐!” 나는 힘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떨고 있는 한나에게 힐을 시전하였고 그러자 조금은 진정되는지 떨림이 잦아들었다. 후~우. 다행이다. “으음. 미안하네. 어린 아이가 잊는 것을 보지 못했네.” “아닙니다. 저도 깜박 잊고 있었는 걸요. 한나야. 괜찮니?” [괘,괜찮아. 오빠.] 괜찮다고 말은 했지만 한나의 얼굴을 백지처럼 창백해져 있었다. 후~우. 미안해. 한나야. “나의 이름과 영혼 아래 종속된 자. 나의 이름과 영혼 아래에 만들어진 공간에 있는 자. 살되 죽은 자. 죽어서도 검의 길을 걷고 기사로서의 긍지를 잊지 않은 자 들이여. 내 이름과 영혼 아래 만들어진 공간에서 이곳에 나타나라.” 우우우웅! 파아아아! 철컹! 철컹! 철컹! 나의 주문에 따라 나의 앞에 게이트가 열리며 그 게이트로부터 나에게 종속된 데스나이트들이 모습을 들어냈다. 방금 내가 쓴 주문은 나에게 종속된 이들을 불러내는 주문으로 평소에 데스마스터의 권능 중 하나인 아공간의 언데드를 불러내는 주문이었다. 사실 주문을 외울 필요 없이 그냥 ‘데스나이트여. 나와라.’라고 해도 되지만 주위의 지켜보는 수많은 시선이 있었기에 데스나이트를 아공간에서 불러내는 특정적인 주문을 외운 것이다. [마스터를 뵙습니다.] [마스터를 뵙습니다.] “헤리온. 제이크. 샨드라. 벨크리트. 멘프크. 이렇게 5명이 한나를 호위한다. 나머지는 전투 준비를 한다. 한나야. 일단 저기 여관에서 쉬고 있어.” [으응. 오빠.] “샨드라. 한나를 잘 부탁해.” [걱정마세요. 마스터. 자. 가시죠. 아가씨.] 나는 데스나이트중 유일한 여성 데스나이트. 샨드라에게 한나를 부탁했다. 샨드라를 처음 발견했을 때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 데스나이트를 생각하면 남성 기사를 생각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데스나이트인 샨드라는 바로 여성이었다! 여성 기사! 샨드라는 내가 다른 데스나이트들을 종속시킬 때 스스로 자진하여 나타나 나에게 종속된 데스나이트였다. 거기에 여성 데스나이트라는 이유에서 난 샨드라에게는 좀 다르게 대한다. 데스나이트라고 하더라도 여성은 보호받아야 할 이니 말이다. 그래서 샨드라는 보통 한나를 돌볼 때가 아니면 전투중에는 부르지 않았다. 물론 이런 나의 행동에 샨드라는 불만이 있는 듯했지만 말이다. 데스나이트의 호위를 받으며 기사들을 지나쳐 가는 한나를 보며, 정확히 데스나이트들을 보며 기사들은 매우 놀라워했다. 후후후. 내가 만들어낸 언데드들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한 걸. 생각은 이렇게 했지만 나는 내가 만들어낸 언데드들을 꺼낼 생각은 없었다. 그들은 내 비장의 카드 중 하나이니 말이다. ============== “나는 기사의 왕국 카일로트의 7대 귀족가 중 파워소드의 헬마이언 폰 브레이크 후작이라 하네.” “S급 용병. 네크로마스터. 한스라고 합니다. 후작님을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나는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있었지만 속으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 곳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도둑길드를 통해서 대륙의 존재하는 국가에 대한 정보를 샀을 때 대륙의 강자들 중 한명으로 언급된 로시아 제국보다 많은 수의 소드마스터를 보유한 국가인 카일로트의 7명의 소드마스터 중 파워소드의 헬마이언 폰 브레이크 후작이 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카일로트 왕국은 기사의 왕국이라고 불리는 왕국답게 검과 기사도를 숭상하는 호전적인 국가였다. 그런 카일로트 왕국은 제국은 로시아 제국보다 많은 수의 소드마스터를 보유한 국가였다. 무려 2배하고도 1명이 더 많은 7명이나 말이다. 카일로트 왕국에는 소드마스터를 배출한 가문의 앞에는 아까 브레이크 후작님이 말하신 것처럼 파워소드. 강검, 유검등의 호칭이 붙어있단다. 그중 제일 유명한 것은 스피드소드. 쾌검(快劍)의 마하 공작가와 슬로우소드. 둔검(鈍劍)의 엘리언 공작가라고 한다. 이들은 그야말로 대륙 최강의 검가로 나머지 다른 5명의 소드마스터를 배출한 가문에게 목표가 되는 가문이라고 도둑길드에서 산 정보에 되어 있었다. 그런 카일로트 왕국의 2대 공작가는 아니지만 5대 후작가 중 파워소드. 강검의 브레이크 후작. 소드마스터가 나를 만나기 위해서 오다니 놀라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소드마스터인 브레이크 후작이 소개가 끝나자 직접 싸우기 위해서 온 귀족이나 귀족에 속해있는 기사들은 하나둘씩 자신이나 자신들이 속한 귀족가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소개를 계속했다. 아우우우우!!! 아우우우우!!! 두두두!!!! 갑자기 울부짖기 시작하는 초록색의 웨어울프들의 울음소리에 기사들은 소개를 멈추고 웨어울프들을 주시했다. 그 울음소리는 영지민들과 훈련받은 병사들. 그리고 기사들 조차 떨게 만들었다. 그만큼 그들의 울음소리는 컸고 음침했다. 나는 어째서 웨어울프들이 쳐들어오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는지 곧 알 수있었다. 그 웨어울프들은 선발대였던 것이다. 선발대 치고는 많은 선발대지만 말이다. 후에 나타난 웨어울프들은 가만히 기다리고 있던 웨어울프들의 비해서 2배, 아니 3배정도는 많은 수였던 것이다. 크르르르! “어,엄청나군.” “후작님. 현재 영지에 있는 기사를 비롯해 마법사의 숫자는 얼마나 되죠?” 나는 엄청난 수의 웨어울프들을 보며 기가 질려 있는 후작님에게 기사의 숫자와 마법사의 숫자를 물어보았지만 후작님은 웨어울프들을 보느냐고 나의 말을 듣지 못한 듯했다. 확실히 기가 질릴 정도의 숫자였다. 저 많은 숫자들이 웨어울프라니 말이다. 그것도 일반 웨어울프가 아닌 일반 웨어울프보다 강한 변종 웨어울프로 이루어진 무리라니 말이다. “후작님. 후작님.” “아. 이런 내가 못 볼꼴을 보였군. 아까 자네가 한 질문이 뭔가?” “현재 영지에 있는 기사와 마법사에 수에 대한 것입니다.” “그렇군. 일단 소드익스퍼드 중급에 해당하는 기사들이 46명이라네. 그리고 소드익스퍼드 상급이 2명. 최상급이 1명 있네. 마지막으로 소드마스터 1명이 있지. 마법사는 내가 데려온 4써클 익스퍼터 1명과 마법왕국 에르니카에서 온 5써클 유저 1명. 4써클 유저 5명. 3써클 유저 8명이 있네. 그리고 다른 왕국의 마법사들이 있긴 하지만 모두 통신마법사라는 군.” 통신마법사란 오직 통신마법을 위해서 양성된 이로서 마나량은 일반 마법사들보다 많지만 오직 마나를 키우는 데만 신경 썼기에 마법을 몇가지 익히지 못한 이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통신마법사들은 전혀 전투에 도움이 안되는 마법사들이라는 것이다. 기사와 마법사가 예상보다 많은 수이기는 했지만 물경 천마리는 되어 보이는 웨어울프들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자네가 운용 가능한 언데드의 수는 얼마나 되나?” “음...” 나는 솔직히 말해야할까 아니면 속여서 말해야 할까 고민했다. 지금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언데드의 대해서 말할 수는 없었다. 내가 소환 가능한 언데드의 숫자는 이 세계의 네크로마스터와 비교해서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신중하게 생각한 다음 입을 열었다. “소드익스퍼드 상급의 언데드 60구와 숙련된 헌터급의 언데드 41구. 숙련된 창기병급의 언데드 11구. 방금 보여 들였던 소드마스터 초급의 데스나이트 13명을 운용 가능합니다. 그중 5명은 한나를 호위하기 위해서 보냈지만 말입니다. 스켈레톤도 조금 소환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제 지배력으로는 감당하지 못합니다.” “대,대단하군.” 브레이크 후작님은 나의 말에 매우 놀라워했다. 놀라워하는 것은 브레이크 후작님뿐만이 아니었다. 그 뒤에 선 기사들도 모두 놀라워하고 있었다. 으음. 이것도 엄청나게 줄여서 말한 건데. 이렇게 놀라워하다니. 곤란한 걸. 사실 내가 말한 소드익스퍼드 상급의 언데드 60구는 이미 소환된 셰인을 비롯해 볼케이노, 프로스트, 빌리, 우라노스와 그들이 소환가능한 본 나이트들과 본 브레이커들이었다. 거기에 헌터급 언데드는 당연히 킬과 본 스카우트, 스켈레톤 스카우트들이었고 창기병은 바로 켈트와 본 랜서들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놀라워하다니 정말 곤란했다. 이 세계의 네크로마스터들은 나의 생각보다 적은 수의 언데드를 다루었던 모양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본격적으로 소환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나는 급하게 나에게 종속된 본 마스터들에게 소드익스퍼드 상급 이상의 실력을 겉으로 들어내지 말 것과 자신들이 속한 언데드를 소환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나의 명령이 억지라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직 나의 대한 진짜 실력에 대한 소문이 대륙에 퍼지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세계를 계속 여행하는 목적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이상 현상이 이곳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 것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나는 눈에 띄어서는 안되었다. 이미 나의 소문은 대륙에 퍼질대로 퍼졌지만 이 이상은 곤란했다. 독하게 마음을 먹는다면 이대로 떠나버려도 되었다. 웨어울프들이 많기는 하지만 난 저보다 많은 수의 언데드를 소환할 수 있고 지금 소환한 언데드들 만으로도 저들을 뚫고 도망갈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독한 마음을 먹을 정도로 마음이 강하지 못했다. 눈앞에서 누군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만 볼 정도로 썩은 녀석이 아니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두 가지였다. 최대한 힘을 숨기고 저 웨어울프들을 모두 물리치던가. 아니면 언데드와 기사들과 힘을 합쳐 보다 큰 영지로 도망치는 것이었다. 후자 방법은 무리였기에 남은 방법은 앞서 말한 방법밖에 없었다. 최대한 나 자신을 숨겨가면서 싸우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크아아아아!!! 아우우우!!!! 아우우우!!!! 갑자기 더욱 커진 웨어울프들의 울음소리에 그전까지 들어보지 못한 소리가 하나 끼어있었다. 그 소리는 너무도 음침하고 흉폭하고 사악한 느낌이 가득했다. 그 소리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서 웨어울프들에게 시선을 돌렸을 때 너무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초록색 웨어울프들이 갈라지며 모습을 들어낸 존재. 일반 웨어울프들의 2배는 되어 보이는 몸집과 키! 거기에 2개의 팔 외에도 몸통에 달린 또 다른 2개의 팔! 총 4개의 팔이 붙어있었으며 몸통은 웨어울프의 몸통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 마치 오우거의 몸통 같았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팔도 제자리에 붙어있는 것도 아니었다. 벨런스가 전혀 맞지 않은 곳에 붙어있는 팔. 너무도 이상했다. “키...라...” “응?” 후작님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나는 귀를 기울였고 후작님이 뭐라고 중얼거렸는지 들을 수 있었고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저 초록색 웨어울프와 저 이상한 웨어울프의 정체를 알 수있었다. “키메라.” 인조 생명체. 이세상에 태어나서는 안 될 존재. 저들은 키메라였던 것이다. 크아아아! 아우우우!!! 두두두두! 오우거의 몸통에 4개의 팔, 웨어울프의 머리와 다리를 가진 키메라가 등장하고 소리치자 약 천마리에 이르는 웨어울프들이 일제히 뛰어오기 시작했다. 두두두!!! 맞붙어서 달려가기 시작한 켈트와 본 랜서들! 그들은 모두 본 홀스에 타고 있었다. 1000대 11! 누가 봐도 무모한 짓이지만 그들은 달려나갔다. 아니 오히려 더욱 빨라지고 있었다. 핑핑핑핑! 콰콰콰콰쾅! 쾅쾅쾅! 이번에는 킬과 본 스카우트, 스켈레톤 스카우트들이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들의 화살에는 모두 붉은색의 화염이 휘감고 있었는데 킬과 본 스카우트들의 화살이 좀더 붉었다. 화살은 웨어울프들과 부딪힘과 동시에 폭발을 일으켰다. 그들이 쏘아보낸 화살은 익스프로젼 샷과 파이어 샷이었기 때문이다. 익스프로젼 샷과 파이어 샷은 하루에 단 5발씩밖에 쓰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외에는 마법사가 쏘는 익스프로젼보다 위력은 약하지만 사정거리가 넓다는 장점이 있었다. 크르르르! 놀랍게도 초록색 웨어울프들은 익스프로젼 샷과 파이어 샷에 거의 타격을 받지 않은 듯. 아무렇지 않게 달려오고 있었다. 물론 죽음을 맞이한 녀석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수는 익스프로젼 샷과 파이어 샷이 보여준 위력에 비해서 턱없이 적은 수였다. 이어서 본 랜서들의 창이 웨어울프들의 몸을 꿰뚫었고 본 랜서들은 웨어울프를 랜스에 꽂은 상태에서 랜스를 휘둘렀다. 거기에 랜서들이 타고 있는 본 홀스들도 발길질을 하면 웨어울프를 공격하고 있었다. 이어서 셰인을 비롯해 볼케이노, 프로스트, 빌리의 본 나이트들이 웨어울프들을 향해서 달려들었고 우라노스와 본 브레이커들도 엄청난 수의 웨어울프들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드디어 난전이 시작된 것이다. 난전이 시작되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나는 나의 뒤로 10여개의 뼈를 뿌리면 주문을 외웠다. “산자를 향한 원한과 분노가 남은 자여! 나! 그대에게 육신을 주리니 나의 명에 따라 행동하리라! 레이지 스켈레톤 나이트!” 끼리리릭! 척! 척! 소환된 스켈레톤 나이트들은 그대로 나의 뒤로 서 있었고 나는 데스나이트와 함께 스켈레톤 나이트들을 난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을 향해서 보냈다. 본 마스터들과 본 나이트들이 활약을 하고 있다고 해도 웨어울프들의 수는 엄청났기에 성벽까지 오는 웨어울프들이 없을 수는 없었다. 크아아아! 성벽을 기어 올라와 나를 향해서 긴 손톱을 휘두르려고 하는 웨어울프를 향해서 급하게 마력탄을 만들어 쏘려할 때 나보다 먼저 나서는 이가 있었다. 그는 바로 기사의 왕국. 카일로트의 5대 후작가 중 강검의 브레이크가의 현 가주! 헬마이언 폰 브레이크 후작님이었다! 후작님은 나를 향해서 손톱을 휘두르려는 웨어울프를 향해서 검강. 오러블레이드가 솟아나 있는 바스타드소드를 휘둘렀고 검을 막으려 한 웨어울프의 손톱과 함께 단번에 베어 버렸다. “모두 가만히 있을 텐가! 움직여라! 우리의 목숨을 노리는 적의 목을 쳐라!” 후작님의 한마디로 넋을 놓고 있던 기사들과 병사들이 전투를 시작했다. 병사들은 성벽에 기어 올라오는 웨어울프를 향해서 창을 찔러 넣었고 병사들이 찔러넣은 창에 의해서 움직임이 어느정도 봉쇄된 웨어울프의 머리를 치는 것을 기사들이 맡았다. 성벽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 웨어울프를 향해서 영지민들은 급하게 구해온 소금과 돌을 던졌고 마법사들인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격마법을 사용했다. 사람들이 열심히 싸우고 있는 동안 나는 마나를 끌어올리며 주문을 외우는 척 하고 있었다. 이곳의 마법사들보다 나의 마법 시전시간은 매우 짧다. 그러니 나의 실력을 숨기기 위해서는 외우는 척을 할 필요가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나는 진짜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나 죽은 자들의 주인으로서 말하노라. 살되 죽은 자들의 대지의 나의 이름과 영혼 아래. 이 곳에 그 모습을 들어내라. 그리고 살되 죽은 자들의 대지의 무서움을 산자들에게 일깨워 주어라! 데스필드!” 꺄아아아아!!! 캬캬캬캬캬!!!! 키키키키키!!! 쿠쿠쿠쿠쿠!!! 나의 몸에서 빠져나가는 망령들은 소름끼치는 웃음소리를 퍼트리면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장 한 가운데의 땅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전장은 조금씩 진동하기 시작했고 잠시 전투는 멈추어졌다. 하지만 곧 땅이 진동이 잦아들면서 전투는 속행되었지만 누구도 땅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눈치를 챈 것은 언데드들뿐이었다. 데스필드. 죽음의 대지. 이 스킬은 내가 레벨이 400이 넘으면서 얻은 스킬중 하나였다.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모든 망령을 땅으로 스며들게 하여 그 대지를 죽음의 대지로 만드는 스킬. 데스필드 안에서 살아있는 존재는 자연스럽게 생명력을 빼앗기게 된다. 거기에 데스 필드 안에 죽은 시체가 있다면 그 시체로 죽음의 대지를 만들어낸 망령들이 스며들어 움직여 싸운다. 이 대지 안에서 영향을 받지 않는 것. 아니 오히려 더욱 강해지는 것은 언데드 뿐이었다. 저 필드 안에서는 시전자인 나조차도 생명력을 빨리는 말 그대로 죽음의 대지였다. 데스필드를 시전한 이유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고 나의 곁에 있던 후작님이 나를 붙잡아 주셨다. “가,감사합니다.” “괜찮은가? 오래동안 주문을 외우던데. 그만큼 부담이 큰 마법인 모양이군.” “아. 예. 스승님께 이어받은 비전 중에 비전인 마법이니까요.” “스승님이 계시단 말인가. 그런데 그 마법이란 것이 효과가 별로 없는 것 같군.” “후후후. 곧 데스필드의 힘을 아시게 될 겁니다.” “데스필드?” 후작님은 나를 부축해 주시면서 내가 시전한 마법에 대해서 실망했는지 말하셨지만 데스필드라고 한 말에 처음 들어보는 마법인지 조금 놀라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이셨다. “지금부터 전장에 살아있는 사람은 절대로 가지 못하도록 해주십시오.” “그게..” “뭐,뭐야! 저건!” 그게 무슨소리냐고 나에게 물어보려 했던 후작님은 어느 기사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서는 내가 예상했던 일과 뜻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끼리릭! 내가 예상했던 일은 망령들은 죽은 웨어울프의 몸에 흡수되어 그 몸을 가지고 산자. 웨어울프들을 공격하는 모습이었고 내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일은 바로 땅속에서 스켈레톤들이 기어 나온 것이었다. 정말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스켈레톤들은 땅속에서 기어나와 살아있는 웨어울프들을 공격했고 스켈레톤의 수는 갈수록 늘어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 나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데스필드의 설명에는 분명 데스 필드의 있는 살아있는 존재의 생명력을 흡구하고 동시에 망령들이 죽은 자들의 육체를 빼앗아 살아있는 모든 존재를 공격한다고 되어있었는데. 스켈레톤이 소환된다는 말을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았는데. 스켈레톤의 수는 점차 늘어갔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많아져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데스필드의 나타난 스켈레톤의 수는 내가 보유하고 있는 수의 망령들의 수는 넘어섰지만 계속 나타나고 있었다. “데스필드. 정말 무서운 마법이군.” “....” 나는 후작님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계속 모습을 들러내고 있는 스켈레톤들을 바라보았다. 처음 나타난 스켈레톤들은 그저 천조가리로 몸을 가리고 있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나타난 스켈레톤들을 녹슨 것이긴 하지만 무장을 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내가 데스필드의 뜻밖의 효과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을 때 초록 웨어울프들의 우두머리. 키메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웨어울프 키메라의 4개의 손에는 무기가 쥐어져 있었는데 무기는 각각 모닝스타와 그레이트 액스. 그레이트 소드와 랜스가 들려있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지만 그 무기들은 낡은 것이 아닌 날이 잘 서있는 무기였다. 피가 말라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저 무기에 희생된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파악! “본 스피어! 본 스피어! 본 스피어! 스피릿 실드! 본 아머!” 쾅! 쾅! 쾅! 꺄아아아아악! 웨어울프 키메라는 나를 향해서 랜서를 던졌고 그 랜스는 곧장 나를 향해서 날라왔다. 급하게 시전한 본 스피어는 랜스에 의해서 공중에서 파괴되었고 그대로 일부 망령들을 회수하여 급하게 시전한 스피릿 실드를 막히긴 했지만 계속 전진하고 있었다. 크윽! 엄청난 힘이군! 사악! “괜찮은가?” “아. 감사합니다. 후작님.” 마침 나의 곁에 계시던 후작님은 오러 블레이드로 랜스는 반토막내셨고 나는 간신히 위험을 벗어날 수 있었다. “대단한 컨트롤이군.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랜스를 향해서 본 스피어를 쏴 속도를 줄이고 급하게 실드를 치다니 말이야.” “과찬이십니다. 그보다 이럴 때가 아닙니다.” 크아아아아! 퍽! 퍽! 퍽! 끼리릭! 끼리릭! 웨어울프 키메라는 자신의 앞을 막는 모든 것을 박살내고 베면서 일직선으로 나를 향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개중 녀석의 부하인 초록색 웨어울프도 껴있었지만 그녀석을 상관없이 무기를 휘둘렀다. 무식한 녀석! 이럴 때는 장기전으로 가는 것이 좋겠지. 나는 장기전으로 끌어 녀석의 체력을 소모시키고 동시에 녀석에게 자신의 부하들을 공격하게 만들기 위해서 셰인에게 명령을 내렸다. [셰인. 네가 저녀석을 유인해라. 그래서 최대한 웨어울프들의 수를 줄여.] [예. 마스터.] 셰인은 나의 명령대로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빌리를 이끌고 웨어울프 키메라에게 다가갔다. 웨어울프 키메라에게 다가간 그들은 자신의 속성을 띤 검기를 웨어울프 키메라를 향해서 날렸고 검기는 질긴 가죽 때문에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했지만 키메라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몬스터의 초록색 피도 아닌 특이한 색의 피. 보라색과 초록색, 파랑색이 합쳐진 피를 흘리게 만들었다. 크아아아아! 상처는 곧 회복되었지만 고통은 없는 것이 아니기에 광분하고 있던 웨어울프 키메라는 더욱 광분하여 이 4명을 향해서 무기를 휘두르고 남은 하나의 손으로는 잡히는 것을 던져기 시작했다. [쳇! 마스터. 이 녀석 독을 가지고 있는데. 여러 독이 혼합 되어있어. 쳇! 맛없는 놈! 난 미식가란 말이다!] 크아아아아! 웨어울프 키메라의 팔을 공격하고 팔에서 흘러내린 피를 뒤집어 쓴 빌리가 나에게 알려왔다. 피에 독이 함유되어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굉장해 위험한 녀석이잖아. 베놈 본 마스터인 빌리에게는 별로 효력이 없지만 만약 기사였다면 매우 곤란한 것이었다. 거기에 혼합되어 있다니. 일부러 저렇게 만든 건가. ============ 언데드와 초록색 웨어울프. 웨어울프 키메라와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서 누군가 이 전투를 보며 양피지로 된 두루마리에 무엇인가 계속 적어나가고 있었다. “흠. 독성은 기대이하군. 언데드 정도야 단번에 녹여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전투능력과 감염능력은 만족할만하군. 그나저나 저 청년이 그분께서 주시하는 이인가. 어린 나이 치고는 마나 보유량도 대단하고, 컨트롤도 좋아. 과연 그분께서 주시할만해. 그나저나 키메라의 문제가 되는 것은 지능이로군. 이성이 있는 인간의 뇌를 사용하면 되겠지만 몬스터의 몸과 거부반응을 일으키니. 후~우.” 그가 하는 말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점은 하나였다. 그가 저 키메라와 언데드. 실력을 숨긴 본 마스터들과의 전투를 관찰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처음 저 웨어울프 키메라를 풀어 놓은 장본이었고 지금까지 관찰해온 이였다. 그는 인간 기사와의 웨어울프 키메라의 전투를 관찰하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하였지만 이제 그만 끝날 때라는 것을 알 수있었다. 현재 본 마스터들과 싸우고 있는 웨어울프 키메라는 시험작이다. 시험작의 수명은 고작 3일! 얼마 안 있으면 풀어놓은 시간이 되기에 저녀석을 폐기해야 했다. 그는 품에서 한개의 구슬을 꺼냈다. 그 구슬은 성인 남자의 주먹만한 수정구슬이었다. “이제 끝내자. 폐기.” 촤아아아앙! 그의 손에 들린 수정구슬을 잠시 동안 빛을 내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제 저기 전투를 벌이고 있는 웨어울프 키메라는 폐기 되었다. 하지만 웨어울프 키메라는 계속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오히려 더욱 광폭해진 상태에서 말이다. 그는 그런 웨어울프 키메라를 보며 품에서 스크롤을 찢었다. 그분으로부터 얻은 텔레포트 스크롤. 7써클 마법인 텔레포트의 스크롤을 말이다! 스크롤을 찢자 빛이 그를 감쌌고 그가 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애초부터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 크아아아아! [마스터! 녀석의 몸속의 마나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알고 있어!] 갑자기 고함과 함께 더욱 광폭해진 웨어울프 키메라는 날뛰기 시작했고 마나를 느낄 수 있는 자라면 누구나 느낄 정도로 녀석의 몸안에는 마나가 요동치고 있었다. 몸 속의 마나가 요동침으로 인해서 녀석의 몸은 몇배나 부풀었고 더욱 빠른 스피드와 힘을 얻게 되었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여기 있는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꺼지기 직전에 더욱 거세게 타오르는 불꽃처럼 말이다. [셰인! 녀석을 최대한 영지로부터 먼 곳으로 유인해! 빌리! 녀석의 독성을 모두 흡수해! 볼케이노와 프로스트는 녀석의 폭발로 인해서 빠져나갈지 모르는 독을 사전에 차단해!] [예! 마스터!] [쳇! 난 미식가인데. 어쩔 수 없지.] 크아아아아!!! 나의 명령에 따라 4명의 본 마스터들을 웨어울프 키메라를 유인해 영지로부터 멀어져갔다. 불과 30초! 녀석은 더 이상 팔을 휘두르지 못 할 정도로 부풀어 올라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되어 있었다. 그 주위에는 빌리와 볼케이노, 프로스트가 둘러싸고 있었는데 각기 독기와 화기, 냉기를 내뿜고 있었다. 곧 녀석의 마나는 팽창할 때로 팽창했고 난 녀석이 폭발할 거라고 여겼다. 푸시시시시. 하지만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녀석을 폭발하지 않았고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독기가 가득한 안개를 내뿜었고 주위의 모든 것이 녹기 시작했다. 정말 예상밖이긴 했지만 본 마스터들은 본 나이트들과 함께 나의 명령을 이행하기 시작했다. 베놈 본 마스터인 빌리와 베놈 본 나이트들은 독기를 흡수하기 시작했고 플레임 본 마스터 볼케이노와 플레임 본 나이트들은 화기를 내뿜으면 독기를 불태웠다. 프로스트 본 마스터. 프로스트와 프로스트 본 나이트들은 냉기를 내뿜으며 그대로 독기를 얼렸고 얼인 독기덩어리는 베놈 본 나이트들이 회수하여 흡수했다. 웨어울프 키메라의 시체는 남지 않고 독기에 녹아버렸다. 독기를 품고 있었던 녀석이 독기에 녹아버리다니. 더욱 독기가 강해진 건가. 웨어울프 키메라가 사라지자 전장의 초록색 털을 가진 웨어울프들로부터 변화가 시작되었다. 털썩! 털썩! 놀랍게도 그래도 쓰러진 녹색의 웨어울프들은 점차 변해 인간이 되었지만 이미 죽은 상태였다. 그,그렇다면 저 웨어울프들이 모두 감염자들이었단 말이야! 웨어울프에게는 특이한 능력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감염! 자신이 가진 손톱이나 이빨로 상처를 내어 감염시켜 웨어울프로 만드는 능력이었다. 웨어울프에 의해서 감염된 이는 길게는 다음 보름달이 뜰때, 짧게는 어떤 달이든 상관없을 때 웨어울프가 되어 이성을 상실하게 된다. 물론 라이칸스로프도 이 능력이 있지만 그들은 그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성을 가지고 있고 자기 종족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땅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쓰러져 있는 시체들은 모두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 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들이 감염자였다는 소리였다. 웨어울프가 된 이가 인간으로 되돌아 오기 위해서는 웨어울프가 되어 2번째 보름달을 보기 전에 자신을 감염시킨 웨어울프를 죽이게 되면 되돌아오는데 웨어울프 키메라가 죽자 초록색 웨어울프들이 모두 인간으로 되돌아 온 것이었다. 모두 숨이 끊어진 상태이긴 했지만 말이다. 데스마스터가 된 이후 생명의 기운과 죽음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기에 난 저들이 인간이 되는 순간 이미 숨이 끊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천명에 이르는 사람을 웨어울프로 간염시키다니! 끼리리릭! 퍼억! 뭐,뭐야! 내가 천명의 사람을 웨어울프로 감염시킨 키메라에 대해서 놀라고 있을 때 갑자기 멍하니 서있던 스켈레톤이 이미 죽어 있는 감염자의 머리를 내리쳐 박살냈다. 그뿐 만인 아니었다. 개중 감염자의 시체는 일어서 다른 감염자의 시체를 박살 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데스필드 캔슬! 망령회수!” 꺄아아아! 크크크크!! 키키키키!! 끼리리릭! 퍼억! 퍼억! 데스필드를 캔슬하고 내가 만들어낸 망령들을 회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데스필드는 유지되고 있었고 스켈레톤들은 계속 움직여 감염자의 시체를 훼손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자네! 이게 어떻게 된건가!” “이미 데스필드는 캔슬했고 망령들도 모두 회수했습니다. 그런데도 데스필드는 유지되고 있고 망령들은 스켈레톤과 시체를 움직이고 있어요. 저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소울즈 앵거(Sou's Anger: 영혼의 분노)인가.” “소울즈 앵거이요?” “그래. 소울즈 앵거. 말 그대로 영혼의 분노라는 것이지.” “그렇다면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사실 나도 소문으로만 들었지.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네. 자네도 알겠지만 백년전에는 큰 전쟁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지. 전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속한 이동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죽은 자들의 시신을 거둘 수 없었지. 이미 죽은 자들은 짐이니까. 그래서 그때 당시 군인들은 시체를 그대로 땅에 한번에 뭇고 떠났지. 그렇게 죽어간 병사와 평민들의 영혼이 분노한 것인가. 이 로시아 제국에서는 가끔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하네. 그 원인은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과 죽었던 병사와 평민들의 영혼이네.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이 촉진제가 되어 잠들어 있던 죽은 병사와 평민들의 영혼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산자들을 증오하게 되고 언데드가 되어 산자를 공격한다고 하지.” “그렇다면.... 해결 방법도 알고 계십니까?” 원인도 알고 계시니 해결방법도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후작님에게 물었고 후작님의 얼굴을 딱딱하게 굳어만 갔다. “알고는 있네.” “그럼 가르쳐 주십시오. 이대로라면 곳 산자가 있는 영지로 밀어 닥칠 겁니다.” “후~우. 그래. 산자는 살아야겠지. 내가 아는 방법은 딴 한가지네. 저들을 물리치는 것이지.” 나는 후작님의 대답에 어째서 후작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저들. 언데드라고는 하나 불쌍하게 전쟁중에 죽어나가고 아무렇게나 땅에 뭇힌 불쌍한 이들이었다. 그렇지만 저들은 언데드. 신의 의지를 거스른 이들이다. 그들에게 안식은 없다. 이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언데드가 되는 것을 선택한 순간 그들에게 남은 것은 산자를 향한 증오뿐이었다. 언데드는 죽는 순간 영혼은 소멸되거나 혹은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과연 그것이 진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불쌍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끼리릭! 끼리릭! 결국 감염자들의 시체를 공격하던 언데드들은 점차 산자들이 모여 있는 곳. 영지의 성을 향하여 다가오고 있었다. 저 언데드들의 수준은 고작 하급 언데드. 현재 여기 있는 병력만으로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후~우. 나는 언데드들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빠졌다. 내가 저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언데드의 천적은 신관이다. 그것은 신관들이 사용하는 힘. 그것이 바로 신성력이기 때문이다. 신성력은 언데드를 소멸시키는 힘도 있지만 동시에 정화하는 힘도 있었다. 정화라. 나는 신성력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데드 상태가 아닌 상태. 그러니까 영혼석 상태가 되면 신성력이 어떤 영향을 줄까 하고 말이다. 나는 본 마스터들에게 언데드들을 컨트롤 하여 최대한 영지로 다가오는 것을 늦추라고 한 이후 성벽을 내려갔다. 아무리 작은 영지라도 신관은 있겠지. 나는 급하게 신관을 찾기 시작했고 신관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은 성벽에 올라온 웨어울프들에게 공격받아 다친 이들을 치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관들은 대륙에 가장 많이 퍼져있고 네크로맨시 학파를 인정한 로시아 제국에 있는 유일한 교단. 대지의 여신 가이아 교단의 신관들이었다. “저기 신관님.” “응? 음. 당신은 네크로맨서시군요.” 내가 말을 건 신관은 여성 신관이었다. 나이가 거의 우리 할머니뻘 되어 보이지만 아마 더 높으신 것 같았다. 신성력을 가지게 되면 노화가 늦추어진다고 하니 말이다. 여성 신관은 네크로맨서는 나를 매우 인자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다른 교단의 신관이었으면 일단 메이스로 후려치려고 했을 텐데 말이다. 과연 대지의 여신 가이아 교단의 신관이란 말인가. “무슨 일로 저를 만나로 오셨습니까.” “현재 영지 밖에 소울즈 앵거이 일어났습니다.” “아아. 가이아시여. 그것 때문에 직접 저를 찾아오신 것이로군요. 후~우.” “예. 하지만 제가 찾아온 이유는 또 하나가 있습니다. 한가지 확인하기 위해서지요.” “확인이요?” “예. 확인이요. 잠시 이걸 봐주시겠습니까?” 나는 확인을 하기 위해서 찾아왔다는 말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여신관님의 앞에 영혼석을 꺼내어 보였고 순간 여신관님의 얼굴에는 나를 향한 분노가 자리잡았지만 곧 사라졌다. 역시 단번에 알아치리시는 군. “이것은 영혼을 가두어 둔 것이로군요.” “예. 스승님에게 배운 것으로 다른 네크로맨서들은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이죠. 이 것을 일명 영혼석이라고 합니다. 이 영혼성은 언데드도, 살아있는 자의 영혼도 아닌 상태죠.” “저 이 자리에서 요청합니다. 이 영혼석의 영혼을 자유롭게 해주십시오.” “죄송하지만 그건 안됩니다.” “다시 한번...” “잠깐 제 말을 끝까지 들어보십시오. 정확히 말하자면 안되는 것이 아니라 못합니다. 저희 스승님 말씀으로는 자신은 망령과 죽은 자의 영혼을 영혼석으로 만들지만 알았지. 풀어주는 법은 모르신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당연한 일이죠. 이 영혼석의 영혼은 제가 떠돌다가 망령이 되어 떠도는 영혼을 영혼석으로 만든 것입니다. 아까 말씀 드렸다 시피 제가 신관님을 찾은 것은 확인을 하기 위해서 입니다. 이 영혼석의 상태는 산자도 망령인 언데드도 아닌 상태. 그런 영혼석에 신성력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제 예상에는 상당히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도와 주시겠습니까?” 내가 생각해 낸 것은 바로 이것이다. 영혼석의 정화! 영혼석은 망령인 언데드도 산자의 상태도 아닌 중간의 상태. 그 중간의 상태이기 때문에 신성력의 영향을 받아 정화가 될 수 있지 않을 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소울즈 앵글이라는 것도 해결 가능했다. 나의 말을 들은 여신관님은 매우 흥분하셨는지 손을 떨며 나의 손에 올려져 있는 영혼석을 받아드셨다. 그리고 가슴에 품으시고는 천천히 신성력을 끌어올리셨다. “아아아! 가이아시여! 이 불쌍한 영혼을 굽이 살피소서!” 촤아아아앙! 퍼석! 신성력으로 인해서 감싸진 영혼석을 놀랍게도 변해갔다. 영지의 감방에서 회수한 영혼으로 망령을 만든 이후 영혼석으로 만들었던 영혼석을 회색이었는데 신성력에 감싸인 영혼석은 점차 하얀색으로 변해가다 투명해져갔고 완전히 투명해졌을 때 영혼석이 부서지며 빛이 새어나왔다. 그 빛은 신성력으로 인한 빛이 아닌 영혼이 가진 순수한 힘! 그 힘으로 난 빛이었다. 빛은 곳 한가지 형태를 만들었고 그 형태는 내가 예전에 감옥에서 보았던 죄수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예전의 감옥에서 보았을 때처럼 피골이 상접한 상태의 죄수복을 것이 아니라 살이 보기 좋게 붙어있었고 죄수복 대신 평민들이 입는 옷을 입고 있었다. 그 영혼은 여신관님을 향해서 웃어보이며 고개를 숙여 인사한 이후 나를 향해서 못마땅한 얼굴을 하면서도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사라졌다. 됐어! 성공이야! ================= (14)장. 납치 그리고 시험.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는 로시아 제국이 대륙을 통일했던 때부터 수도로서 대륙에 알려졌다.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에는 유명한 것이 3가지 있다. 첫 번째 로시아 제국의 황제가 사는 황성 안에 존재하는 황후를 위한 궁전! 크리스탈 궁이었다. 크리스탈 궁은 너무도 평범했으나 동시에 너무도 지혜롭고 인자했던 동시에 알지 못 할 병에 걸로 20세까지 밖에 살지 못하는 황후를 위해서 대륙의 지배자인 황제가 드워프들에게 고개를 숙여 부탁하여 만들어 졌다는 궁이란다. 그 궁은 황성 안에 있는데 오직 황제와 황후. 황후의 자식 그리고 황태자만이 오고 갈 수 있는 금지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두 번째로 유명한 것은 바로 수도에 위치한 네크로맨시 학파와 서모닝 학파, 인첸트 학파의 마법사의 탑이었다. 황성을 중심으로 삼각형으로 높게 솟은 마법사의 탑은 글로리의 명물중의 명물로 소문에 의하면 수도 글로리에 설치된 방어마법진의 축이라는 소문도 있단다. 도대체 이런 소문이 어떻게 났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세 번째로 유명한 것은 바로 학교였다. 그 학교의 이름은 벨체레이어 아카데미라고 한다. 이 아카데미가 유명한 이유에는 2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첫 번째로 제국의 황족조차 이 학교를 나와야 만이 황위 계승의 후보자로서 인정받고 각국의 왕족을 비롯해 귀족들이 다니기 때문이란다. 두 번째 이유는 평민이 귀족이 될 수 있는 등용의 장이라는 것이었다. 로시아 제국에서는 평민이 이 학교에 다닐 수 있는데 졸업할 시 최소한 준귀족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단 평민이 이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조건은 매우 까다로웠다. 입학 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귀족의 추천장이었다. 귀족에게는 뛰어난 평민을 추천할 권한이 있는데 이 권한으로 한 평민을 추천하게되면 입학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추천으로 입학한 평민은 기대이하의 능력을 보여줄 시에는 퇴학당하게 되고 추천한 귀족에게도 불이익이 돌아간다고 한다. 입학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시험이라고 한다. 시험! 벨체레이어 아카데미에서 가르치는 것은 검술, 마법, 정치를 중심으로 그밖에 여러 가지를 가르치는데 이중 시험입학이 가능한 것은 검술과 마법. 이 두 가지라고 한다. 이 두 가지만이 평민이 귀족이 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 두가지 방법으로도 평민이 귀족이 되는 것은 1년에 두,세명 정도로 극히 적다고 한다. 내가 이렇게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에 대해서 설명하는 이유는 현재 우리가 글로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웨어울프 키메라 사건이 있은지 1개월 만에 온 것이다. 영혼석으로 언데드가 된 이들의 영혼을 정화시켜 성불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나는 이 사실을 비밀로 해줄 것은 부탁했고 그후 소울즈 앵거로 인해서 일어서 언데드들의 영혼을 모두 영혼석으로 만들어 회수했고 영지를 떠나기 전에 몰래 신관들에게 넘겨주었다. 다행히 신관들은 약속을 지켰는지 영혼석과 언데드의 영혼의 정화에 대한 소문은 전혀 나지 않았다. 영혼의 정화법을 안 이후 한나가 잠들어 있을 때 한스씨에게 정화되어 성불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보았지만 한스씨는 거부했다. 정화가 된다하더라도 한나가 성인식을 맞이할 때까지는 곁에 있게 해달라고 했기에 나는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 이제 영혼의 정화법도 알아냈으니 한스씨를 데스나이트로 만든다고 해도 나중에 영혼축출로 영혼석을 만들어 정화를 하면되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아니 있긴 있었다. 데스나이트의 제작의 성공률이 바로 그 문제였다. 1개월 아니 중간중간에 로그 아웃을 한 시간을 빼면 약 20일 동안 드디어 데스나이트의 제작에 도전한 결과 성공률은 56%. 거의 절반에 성공률이지만 아직 멀은 상태였다. 데스나이트의 제작에 힘쓴 결과 현재 내가 보유한 데스나이트는 무려 30명이나 됐다. 데스나이트 한명을 만들때 들어간 돈은 약 600골드. 좀더 정확히 하자면 598골드 97실버였다. 데스나이트를 제작할 때 필요한 시체는 최소한 레벨 190. 소드익스퍼드 최상급이 어야만 했기에 시체와 영혼석의 값이 장난이 아니었다. 거기에 들어가는 망자의 의지에서부터 각종 재료까지 비싸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600골드나 드는 것이었다. 데스나이트 이전에 제작했던 듀라한 나이트와 엄청난 가격 차이였다. 데스나이트 제작에 도전하면서 사용한 돈은 무려 만 팔천골드! 영지에서 벌어 높은 돈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아직 영지에서 벌어들인 돈과 누나가 나에게 준 돈까지해서 6만골드에 가까운 금액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앞으로 계속 제작해야 하기에 돈은 부족했다. 하지만 걱정은 없었다. 이곳에서 내가 돈을 벌 방법은 무궁무진하니 말이다. 일단 상점이용 게시판을 이용하여 산 물품들을 팔아서 돈을 벌어도 되고, 내가 제작한 언데드를 팔아서 돈을 벌어도 되니 말이다. [우와! 진짜 크다! 오빠! 성벽 끝이 안보여!] “그래? 진짜 그렇네.” 내가 돈 벌 궁리를 하고 있을 때 한나는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며 성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수도 글로리. 한나는 이 곳에 온 이유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 곳에 자신의 외삼촌이 산다는 것도 그리고 그 외삼촌이 공작이라는 것도 말이다. 후~우. 말을 해줘야 하는데. 한나의 외삼촌이라는 공작의 영지는 먼 곳에 있지만 공작은 수도에 저택을 구해 그 저택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을 도둑길드로부터 구했기에 알고 있었다. 나는 지금 고심하고 있었다. 이대로 한나와 함께 공작을 찾아갈 것인가. 아니면 그냥 있을 것인가. 이번에 수도 글로리에 온 이유는 사실 한나 때문만이 아니라 나의 개인적인 일 때문이기도 했다. 바로 차원이동에 대한 것을 알기 위해서. 그 것 때문에 온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에 온 것이었다. 수도 글로리에 있는 3개의 마법사의 탑. 그중 서모닝 학파 때문에 내가 수도로 온것이다. 서모닝 학파는 마법진이나 주문을 통해서 몬스터를 소환한다. 나는 에이트님이 주신 마법서를 통해서 차원이동의 가능성을 보았고 그 때문에 서모닝 학파와 내가 차원이동을 한 일. 그리고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이 관련있지 않을 까라는 생각에 조사하기 위해서 수도로 온 것이었다. 수도에 있는 동안 나는 젊은 나이에 소환마법에 재능이 있는 이로, 서모닝 학파에 들어갈 것이다. 물론 한나와 함께 말이다. 이 것은 어디까지나 한나에게 아무것도 말을 하지 않았을 때, 한나가 아무것도 몰랐을 때의 일이었다. 후~우. 어떻게 해야하지. [오빠! 우리 차례야!] “아. 그렇네.” 수도로 들어가는 것은 꽤 시간이 걸렸다. 한 국가. 그것도 대륙에 단 2개 밖에 없는 제국의 수도이니 만큼 검문검색이 철저했다. 거의 한시간 동안 문으로 들어가는 줄을 선 끝에 드디어 우리는 간단한 신상확인과 방문 이유를 말한 끝에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로 들어섰다. ========== 수도. 글로리. 지금까지 내가 들렸던 영지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거대했다. 일단 길부터가 틀렸다. 잘 정돈되어있는 길!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길이 가장 넓은 길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마차 5대가 지나가도 충분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길이었다. 이 길은 그대로 황성까지 이어져 있었는데 웅장하고 거대한 황성이 눈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걸어서 가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 거리였다. 하.하.하. 이거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 모르겠네. [우와! 진짜 넓다!] 한나는 수도로 들어온 이후에 상상이상의 규모를 가진 수도 글로리를 보고 매우 놀라워하고 있었다. 현재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암담해하고 있는데 반해 말이다. 용병검문 때문에 꽤 오래동안 서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리도 안 아픈 모양이다. 용병검문이란 수도로 들어오는 용병들과 그 의뢰인들을 신상을 검문하는 것이었다. 왜 용병만 따로 검문을 하냐 하면은 바로 용병이란 직업의 특성 때문이다. 용병은 돈에 고용되어 어제의 아군이었던 이를 적으로서 죽이는 것도 서슴치 않기 때문이었다. 용병들의 이런 특성을 이용하여 수도 내에 불순한 마음을 품고 용병을 고용하고 혹은 다른 나라의 기사들이 위장하여 진입하여 어떤 일을 벌일 수 있기에 용병들과 의뢰인들을 검문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사실 우리는 이 사실도 모르고 그냥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로 들어가려고 했다가 경비병에게 제지를 당하고 그대로 경비대 감옥으로 끌려갈 뻔했지만 우리가 매우 어이없어하고 있다는 것을 안 누구라고 했더라. 맞다. 남문 경비대장이란 사람이 우리에게 친절하게 가르쳐 주어서 감옥에 가지 않을 수 있었다. 그 후 그는 용병검문에 대해서 우리에게 설명해 주었고 그 후 우리는 줄을 서서 검문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경비대장이라는 사람이 직접 경비병과 검문을 하고 웃고 떠들고 있는 것이 조금 의외이기는 했지만 그는 남문 경비대의 경비병들에게 매우 신임을 얻고 있는 이 같았다. [그런데 오빠. 우리 어디로 갈 거야? 난 너무 넓어서 어디로 가야할지 엄두를 못 내겠어.] “하.하.하. 사실 오빠도 어디로 가야할지 엄두를 못 내겠어.” [역시 오빠도 그렇구나.]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한나. 녀석! 나는 한나의 머리에 손을 언고 머리를 흥크러트렸고 이에 한나는 볼을 부풀리면서 화를 내긴 했지만 크게 저항하지는 않았다. 후~우. 진짜 어디로 가야하나.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나의 앞을 획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 나의 앞을 지나간 그는 여행자처럼 보였는데 아주 익숙한 거리를 걷는 것처럼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음. 일단 따라가 볼까. “한나야. 일단 저사람 따라 가보자.” [저사람? 왜?] “저사람 왠지 익숙한 거리를 걷는 것처럼 보이잖아. 자. 가자.” 익숙한 거기를 걷는 것처럼 어딘가로 향하는 여행자를 따라 가다보니 보이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고 그 사람들은 우리가 따라가고 있는 여행자처럼 아주 익숙한 거기를 걷는 것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지도 않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 여행자는 어느 건물에 도착했고 그 여행자처럼 익숙한 거리를 걷는 것 같았던 사람들도 여행자가 들어간 건물로 들어갔다. 다른 사람들이 그 건물로 들어갈 때 우리는 들어가지 않고 건물의 새겨진 글을 읽고 있었다. 건물에는 다섯 글자가 새겨져있었고 그 글자는 이런 글자였다. [마차정류소]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우리가 마차정류소라는 글을 읽었을 때 마침 큰 입구에서 말 4마리가 끄는 마차 2개를 이어 붙인 마차가 마차정류소로부터 나오고 있었다. 그 마차에는 용병부터 시작에 수도에 사는 사람, 거기에 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확실히 이 넓은 곳을 걸어서 이동할 수는 없으니 마차를 이용하면 되겠구나. 마차정류소라. 현실의 버스 정류소나 마찬가지군. [오빠! 오빠! 어서 들어가보자!] “그럴까.” 마차정류소에 가니 마차를 타기 위해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마차정류소는 밖에서 볼때보다 더욱 큰 규모였다. 거기에 마차정류소라는 이름과 다르게 마치 버스터미널처럼 입구에 번호가 되어 있었고 그 번호 밑에는 어디로 가는 마차인지 적혀 있었다. 오! 직행마차도 있네. [우와! 신기해! 오빠! 우리 어서 타보자! 응! 어서!] “잠깐만 한나야. 좀 기다려봐. 일단 어디로 가야할지 정해야 하잖아.” 한나는 마차를 어서 타보고 싶은지 졸라댔지만 나는 일단 어디로 가야할지 정해야 했기에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살펴보았다. 역시! 판매하고 있구나. 나의 예상대로 마차정류소 한 부쪽에는 작은 상점이 있었는데 그 상점에는 간단한 먹을 것과 과일, 그리고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안내책자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이 세계에서는 종이를 구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기에 질이 좋지 않더고 하더라도 꽤 비쌌다. 겨우 20페이지 정도 하는 안내 책자가 무려 11실버라니. 정말 비싸네. 내가 구입한 안내책자는 관광안내 책자였다. 그 외에도 여러 안내 책자가 있긴 했지만 살펴본 결과 관광안내 책자에 나온 정보 정도면 충분했다. 일단 여관에 가야하니까 어디보자. 여행자의 거리. 마차정류소에서 직행 마차로 20분 거리. 정차(停車) 마차로 50분 거리라. 걸어서는 1시간 반 거리! 으아! 정말 멀구만. 관광안내 책자에는 정말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마차로 어디에서 어디까지 도보, 정차 마차, 직행 마차로 얼마나 걸리는 지 시간이 나와 있었고 그밖에 무슨 거리에서 꼭 가보아야 할 곳, 가격이 싼 곳이라든지 아주 잘 나와 있었다. 거기에 처음 수도 글로리에 방문에는 여행자가 주의해야 할 점까지 잘 나와 있었다. 누가 만들었는지 참 장한 일을 했구만. 일단 직행마차로 여행자의 거리로 가자. [오빠! 아직도 멀었어?] “이제 정했어. 자! 어서 표사러 가자!” [응!] 한나와 나는 매표소로 향했다. 매표소의 표지판을 보니 가는 거리에 따라 드는 비용과 마차의 등급에 대해서 나와 있었다. 마차의 등급과 함께 그 아래에 그림이 있었는데 일단 하급 마차는 그냥 사람을 태우고 나르기 위한 마차로 지붕조차 없었다. 성인은 1실버이고 16세 아래의 미성년은 50코퍼라고 되어 있었다. 다음 중급 마차는 지붕이 달리고 마차 의자에 그리 푹신하지 않지만 쿠션이 있는 마차로 성인은 4실버, 미성년 2실버였다. 다음 상급 마차는 정원이 정해진 마차인데 10명만 타는 마차이고 지붕이 달려있고 의자에도 푹신한 쿠션과 거리를 살펴볼 수 있는 창문이 달려 있었다. 상급 마차는 꽤 비쌌는데 성인 40실버, 미성년 20실버였다. 다음 최상급 마차가 있었는데 최상급 마차는 거부나 수도 글로리에 있는 벨체레이어 아카데미에 다니는 귀족 자제들이 주로 이용하는 마차라고 한다. 귀족의 자제들이 타는 마차답게 상급 마차보다 적은 수 6명이 마차의 정원이고 상급마차와 비교가 되지 않고 고급스럽게 만들어진 마차라고 한다. 거기에 마차 안에는 간단한 음식과 음료가 준비되어 있다고 되어 있었다. 그것은 무료라고 되어 있었다. 최상급 마차는 일단 이용료부터가 상급마차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성인 4골드! 미성년도 무려 3골드나 했다. 최상급 마차의 매표소가 따로 있을 정도니 말 다한 것이었다. 나는 한나가 마차를 타며 거리를 구경할 수있도록 상급 마차를 타기로 했다. 고작 20분 거리이긴 했지만 한나에게는 좋은 구경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표소에 줄을 선 사람들처럼 줄을 서서 기다렸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어서오십시오. 어떤 표로 드릴까요?” “여행자의 거리가는 표로 성인 한표, 미성년 한표 주세요.” “마차는 어떤 마차로 하시겠습니까?” “상급 마차요.” “상급 마차. 여행자의 거리 행 표 성인 하나, 미성년 하나 맞습니까?” “예.” “상급 마차 이용료 60실버와 여행자의 거리까지의 비용 1실버. 총 61실버 되겠습니다.” 나는 주머니에서 1골드를 꺼내어 주었고 거스름 돈과 함께 나무패 2개를 받았다. 각각의 나무패의 앞면에는 상급마차 성인, 미성년이라고 조각되어 있었고 뒤에는 여행자의 거리행과 3번 입구라고 되어 있었다. 3번 입구라. [오빠! 오빠! 나도 그 패 보여줘! 보여줘!] 한나는 내가 한 일이 신기했던 모양인지 나무패를 보여 달라고 했고 그 모습이 귀여웠던 난 다시 한번 한나의 머리를 흥크려트리고는 패를 주었다. 패를 받은 한나는 뭐가 그리고 신기한지 계속 살펴보았고 그런 한나를 인도하여 난 3번 입구로 향했다. 3번 입구에 기다리고 있는 마차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마부에게 패를 보여주고 들어가자 안은 생각 이상으로 쾌적했다. 마차 안에는 앞서 탄 8명의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리가 타자 정원이 다찼고 곧 출발했다. 마차가 출발하자 좌석 옆에 달린 창문으로 한나는 고개를 내밀며 지켜보았는데 뭐가 그리 좋은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한나가 이렇게 좋아하다니 자주 이용해 줘야겠는데. 후후후. 이렇게 우리는 마차를 타고 여행자의 거리로 향하고 있었다. ============= 여행자의 거리. 정말 말 그대로 여행자의 거리였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오고가고 거기에 여행자들이 쉴수 있는 여관들이 가득했고 거기에 식당, 술집, 용병길드에 대규모의 노점상까지. 정말 여행자를 위한 거리였다. 마차정류소에서 산 관광안내 책자에서 소개한 여관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나는 관광안내 책자를 살펴봤고 그 곳에는 친절하고 특히 흑맥주맛이 좋은 곳인 ‘불타는 맥주’여관이 소개되어 있었다. 하차한 곳으로부터 동쪽으로 5분만 걸어가면 보인다고 했지. [오빠 봐봐! 근처에 있는 집이 모두 여관이야!] “여행자의 거리니까. 이 책자에도 나와있는 걸. 여행자의 거리는 말 그대로 여행자를 위한 거리라고 말이야. 자. 서두르자. 오빠. 이제 곳 잠들 시간이거든.” [아! 오늘이 그날이야? 히잉. 아쉽다.] “녀석. 걱정하지마. 마음껏 돌아다니게 해줄 테니까” 이제 곳 잠들 시간이란 말은 이제 내가 로그아웃을 하고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는 뜻이었다. 그동안 여행을 하면서 한나 때문에 거의 로그아웃을 하지 못했기에 부모님께 굉장히 혼났다. 아무리 학교가 개학이 연장되었다고 하루종일 게임만 하냐고 말이다. 그렇기에 오늘은 반드시 빨리 로그아웃을 해야 했다. 한나는 내가 잠들 시간이라고 하자 매우 아쉬워했다. 그 이유는 내가 잠들게 되면 별로 돌아다니지 못 하기 때문이다. 한나가 3써클 유저이긴 하지만 나이도 어리기에 마나 보유량이 3써클 유저보다 적다. 거기에 급속히 성장하여 다른 3써클 유저들보다 조금 모자르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한나가 혼자서 돌아다니게 되면은 매우 위험했다. 하지만 이번에 로그아웃을 하게 되면 한동안 다시 돌아오기는 힘들테니 데스나이트를 10명을 붙여두기로 했다. 데스나이트들의 실력은 모두 소드마스터! 그러니 그들이 암행을 한다면 데스나이트들에 준하는 실력을 지니는 사람이 아니라면 들킬 확률은 매우 적었다. 물론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면 들킬 위험이 있지만 말이다. 불타는 맥주 여관에 방을 잡은 이후 나는 한나에게 데스나이트들이 몰래 따라다닐 테니 안전하겠지만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고 당부를 했다. 한나는 대답은 잘 했지만 나는 매우 불안했다. 후~우. 이성이 있는 망령형 언데드를 다룰 수 있게 된다면 한나를 보다 안전하게 가까운 곳에서 보호할 수있을 텐데.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한나가 보는 앞에서 침대에 눕고 눈을 감은 상태에서 로그아웃을 했다. 로그아웃을 하자 항상 느끼는 더러운 기분이 나를 덮쳤다. 내 몸이 내몸 같지 않은 상태. 이와 같은 상태를 계속 경험하다보니 가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영혼이 다른 세계의 육체에서 이 육체로 되돌아오는 것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라고 말이다. 요즘에는 이런 상태의 시간이 짧아져서 안심이 되긴 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꼬르르륵! “하~아. 이제 밥 굶기는 습관이 되어 버렸구나. 조만간 다시 환골탈태를 경험하게 될 텐데. 한적한 곳을 찾아봐야겠네.” 방을 나와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아침 10시였다. 하~아. 나는 이제 부모님께 죽었다. 분명 어머니는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내 방문을 열어 보셨을 것이다. 역시 나의 예상대로 어머니의 섬짓한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아들~~! 용돈 80% 삭감! 엄마가 전화 할때 안받으면 나머지 20%도 삭감이야!] 크윽! 아들내미 용돈을 가지고 협박을 하시다니! 어무이! 너무하십니다! 이 메시지는 어머니가 차려놓고 가신 아침 상 옆에 놓여져 있었다. 그래도 아들 생각해서 아침 일찍 일을 나가심에도 불구하고 아침 상을 차려 놓고 가시다니. 깜싸합니다! 어무이! 아침 일찍 차려놓고 어머니가 차려놓고 가신 아침을 먹고 설거지까지 끝낸 이후 TV를 틀어 뉴스를 보았다. 흠. 별일 없는 모양이군. 하~암. 배불러서 그런지 졸린걸. ============== 로그 아웃을 하고 아침 식사를 마친 이후 상민은 TV를 틀어놓고 얼마 되지 않아 잠이 들었다. 그간 대부분의 시간을 캡슐에 들어가 있었기에 정신적으로는 피곤하지 않았지만 아직 환골탈태를 경험하지 못한 육체는 피곤했기에 그런 것이다. 깊이 잠이든 상민은 누가 엎어가도 모를 정도로 잠이 빠져 있었다. 철컥! 상민이 잠이 들고 30분이 지났을 때! 갑자기 상민의 집의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지 5분 정도 지나자 문은 천천히 열렸고 문이 열림과 함께 평상복은 입은 2명의 사람이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그들은 도둑고양이처럼 조심스럽게 움직였고 천천히 현관문을 닫고 문을 잠궜다. 집으로 들어온 이들은 거실로 들어가는 입구의 천장을 향해서 손으로 OK싸인을 만들어보였다. 그들이 OK싸인을 만들어 보인 그곳에는 바로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들은 천천히 거실로 향하며 거실에서 소파에 누워 잠들어 있는 상민을 잠시 지켜보았다. “으음.” 갑자기 몸을 뒤척이는 상민의 움직임의 두 남자는 그대로 모든 행동을 멈추고 숨죽이고 벽에 몸을 붙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남자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품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그것은 바로 가스마스크와 가스 폭탄이었다. 그들은 안전핀을 뽑고 가스 폭탄을 거실로 굴렸고 그 가스폭탄에서는 가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가스는 수면가스. 인체에 전혀 무해한 가스였다. 수면 가스 폭탄은 특별히 상민을 잡기 위해서 제작된 것이었다. 수면가스에 상민의 집에 가득 퍼진 지 1시간. 그 1시간동안 그들은 숨죽이며 상민을 지켜보았고 천천히 상민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만약의 사태를 생각하여 두 남자 중 한남자가 마취총으로 상민을 겨누고 있었고 다른 남자는 상민이 완전히 잠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다가갔다. 상민의 팔을 들었다 났다하며 상민이 깊은 수면에 빠진 것을 확인한 그들은 상민의 집을 나와 가스마스크를 벗고 핸드폰을 꺼내어 연락을 취했다. “여기는 여우. 곰이 겨울잠에 빠졌습니다.” 남자는 이 말을 하고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그리로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출동했고 상민은 그대로 구급차에 실려 어딘가로 실려 갔다. 상민은 수면가스와 육체적 피로로 인해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 =============== “응? 뭐,뭐야! 여,여긴 어디야?” 다른 때의 비해서 머리가 조금 아프긴 했지만 그리 나쁘지 않은 기분으로 기지개를 폈는데 내 팔꿈치와 벽이 부딪히면서 벽의 냉기가 팔에 스며들었고, 그 냉기에 이상함을 느낀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영화나 TV에서 보았던 독방도 이보다는 나았다. 단 한 가지 색. 그것도 하얀색으로 도배가 되어있는 방. 벽과 천장. 심지어 바닥까지 하얀색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 방에 내가 감금된 것이다. 도,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조금 마음을 진정시키고 살펴보니 나의 옷도 갈아입혀져 있었는데. 내가 입은 옷도 방의 색과 같은 흰색 옷이었다. 마치 정신병동의 정신이상자처럼 말이다. “도대체...어떻게 된 거지.” 누가 어째서 나를 납치한 거지. 처음에는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다른 때에 비해서 더욱 냉정해진 상태였다. 이는 몸의 마나를 쌓고 써클을 만든 이후 생긴 장점 중 하나였다. 좀더 정확히 하자면 다른 세계에서 환골탈태를 경험한 이후 생긴 장점 중 하나였다. 웬만한 일에 당황하지 않고 당황한다 하더라고 평정심을 금세 회복하는 것. 이것이 환골탈태와 마나로 인해 생긴 장점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렇게 냉정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모른 다고 항상 생각해 왔었기에 빠르게 평정심을 회복하고 냉정한 상태로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가진 힘. 그 힘을 안 이후 조심스럽게 사용하긴 했지만 내가 발견하지 못한 목격자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나를 납치해 온 것일 테고 말이다. 후~우. 과연 나의 힘에 대해서 모두 알아차리고 납치한 걸까. 아니면 그냥 의심을 하고 납치한 것일까. 또 과연 어느 곳에서 나를 납치한 것일까. 한국정부? 인터폴? CIA? “훗.” 이게 힘 있는 자의 여유라는 건가. 만약 내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지금쯤 공포의 떨면서 애절하게 벽을 치며 울며 소리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는 평범하지 않았다.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네크로맨서. 그게 바로 나니 말이다. 다행스럽다고 하면 안 되려나? 그 힘 때문에 납치된 거니 말이야. 지금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지. 과연 누가 나를 납치하여 이방에 가둔 것일까. 나는 다른 생각은 일단 모두 접어둔 이후 방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방의 크기는 8평정도? 꽤 넓은 곳이었다. 방 한쪽 구석에는 소형 냉장고도 있었는데 방과 똑같은 색으로 되어 있어 현재 상황에 당황하였다면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는 자리에 있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냉장고 안에는 물이 가득 들어있는 1.5L 물통 5병과 저쪽 세계에서 자주 애용하였던 건량이 들어 있었는데 말린 고기와 말린 사과가 들어 있었다. 물론 그쪽 세계보다 질 좋은 것들이었다. 음. 현실에서 건량이 아직 만들어 지고 있었구나. 나중에 구입해 놔야겠군. 납치당하고 독방에 감금되어 있으면서도 내가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은 언제든지 이곳을 벗어날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힘. 힘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쯤 울부짖고 있었을 것이다. 방을 모두 살펴보고 내가 누워있던 강철로 된 침대 아래에 있던 방과 똑같은 색의 하얀 담요를 비롯해 자루를 발견한 나는 침대에 담요를 깔고 앉았다. 그냥 앉기에는 침대가 너무 차가웠기 때문이다. 냉장고 안의 식량은 약 20일분이다. 물이 좀 적은 것 같긴 했지만 아껴 먹는다면 20일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나를 납치한 사람들은 이 방안에 최소한 20일은 가두어 두고 관찰할 생각이라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분명 이 방 어딘가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겠지. 요즘 감시 카메라는 소형화 되어 웬만해서는 눈으로는 찾을 수 없었고 감시 카메라를 찾는 기기 없이는 찾을 수 없었다. 과연 이 방에는 몇 대나 설치되어 있을라나. 이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었지만 사실 긴장되었다.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내 몸에 어떤 짓을 했을지는 알 수 없었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내색을 해야만 정상이지만 이미 그 시기를 놓쳤기에 나는 내 능력을 숨기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 들어내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 일부만 들어내기로 한 것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 “흠. 역시 금방 평정심을 찾는 군.” “그러게 말이야. 대단한데.” 스크린을 통해서 상민을 관찰하고 있는 이들의 대화였다. 그 들이 있는 방에는 상민이 보여지고 있는 스크린 외에도 여러 개의 스크린이 존재했는데 그 스크린에는 갖가지 모습이 비쳐지고 있었다. 벽을 치면서 울부짖는 이도 있었고, 냉정한 척하지만 불안한지 다리를 심하게 떨고 있는 이도 있었다. 그밖에 상민과 마찬가지로 금방 평점심을 찾아 냉장고를 발견하고 건량과 물통을 꺼내어 강철 침대에 앉아 식사를 하는 이도 있었다. 그 스크린을 통해서 알아낸 것은 하나였다. 납치된 것은 상민뿐만이 아니라는 것 말이다. 스크린을 통해서 보이는 이들은 모두 한국인이 아니었다. 일본인, 중국인, 미국인 그 외에 여러 국가에서 납치되어 온 이들이었다. 납치되어 온 이들은 세계적으로 이상현상이 일어난 이후 특이한 능력이 있거나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이었다. 이상현상이 일어난 이후 갑자기 나타난 능력자들. 현재 저들을 감금한 시설은 능력자들을 감별하고, 능력자의 능력을 테스트하는 시설이고 현재 스크린을 보고 있는 두 명 역시 거쳐간 곳이었다. “갑자기 능력자들이 늘어나다니. 이거 좋아해야하나.” “좋아할 일이 아니다. 캐서린.” 스크린을 보고 있던 두 명 중 한명. 금발 머리의 여성. 그녀의 이름은 캐서린 에버헤인. 26세의 능력자였다. 캐서린은 셔츠의 달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물렀고 라이터를 찾기 위해서 주머니를 뒤지다가 이내 포기하고는 손가락을 팅겼다. 화르르. 손가락을 팅기자 공중에 불씨가 생겼고 캐서린은 앞 머리카락이 타지 않게 조심하면서 담배에 불을 붙였고 곧 불씨는 사라졌다. 캐서린. 그녀는 발화 능력자였던 것이다. 캐서린의 발화능력은 다행이도 어린 나이에 ‘기관’에 발견되어 ‘기관’에 의해서 다듬어져왔기에 매스컴에 실리지 않을 수 있었다. “능력을 그런 일에 사용하다니.” “뭐 어때. 사용하자고 있는 능력인데. 어라? 고스트. 저것 봐봐.” 캐서린이 봐보라고 한 스크린 그것은 바로 상민이 비쳐지고 있는 스크린이었다. 그 스크린을 통해서 보이는 상민의 모습. 상민은 침대 위에 담요를 깔고 있었다. 각 방에 주어진 하얀 담요가 아닌 갈색의 담요를 말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냉장고의 위에는 갖가지 음식이 올려져 있었고 침대 머리쪽에는 책까지 꺼내어져 있었던 것이다! “음. 아무래도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능력을 가진 것 같군.” “어디보자. 이름이 호상민? 호(虎)? 성이 타이거라. 마음에 드는데. 어디 보자. 윈드계열과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공간사용 능력자로 보여진다라.” “음. 그래서 저 물건들이 방에 있었던 거군. 공간사용 능력자라.” “데리고 다니면서 쇼핑하면 편하겠다.” “하~아.” 캐서린은 눈을 빛내면서 상민이 비쳐지는 스크린을 바라보았고 스크린에 비쳐지고 있는 상민은 추운지 몸을 떨고 있었다. ============ “갑자기 왜 한기가 느껴지지. 보통 소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데.” 갑자기 등뒤로 느껴지는 냉기에 나는 몸을 떨었고 아공간에서 꺼내어 놓은 담요가 깔려있는 침대로 올라갔다. 능력을 사용하기로 결정을 내린 이후 나는 작게 아공간을 열어 여러 가지 물건을 꺼내어 놓았다. 아공간에는 만약의 사태를 위해서 준비해 놓은 물건들로 가득했다. 담요를 비롯해 여행용 장비들. 거기에 심심할 때를 위해서 소설책에, 휴대용 게임기. 식량까지 없는 게 없었다. 일단 나는 냉장고 위에 식량. 먹을 것을 꺼내어 놓았다. 김치를 비롯해, 여러 밑반찬들. 거기에 냉장고 옆에는 버너와 냄비, 쌀까지 꺼내어 놓았다. 한국인의 힘은 역시 밥! 밥을 먹고 살아야지! 그 밖에 라면에 컵라면, 3분 카레, 짜장, 스테이크등! 물에 넣어 데워먹기만 하면 되는 음식들은 냉장고 안에 넣어 두었다. 자. 이제 준비는 끝났고 시간이나 떼우자. 침대에 누워서 생각해보았다. 난 내가 잠들어 있던 시간은 얼마나 되는 것인지 궁금해서 물건을 꺼내어 놓기 전에 보를을 불러내어 인져빌리티를 시전하게 한 이후 한나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물어보았다. 보를의 말에 의하면 그곳 시간으로 26일 정도 지났다고 한다. 한나는 여전히 수도 글로리를 돌아보러 다니는데 여러번 위험할 뻔했지만 숨어서 따라다니는 데스나이트들에 의해서 처리되었다고 한다. 한나는 매일 방에 찾아와 나를 살펴보고 나간다고 한다. 어떨 때는 잠들어 있는 내 옆에 누워서 자고 말이다. 나는 보를의 말을 들은 이후 나의 육체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도록 했고 편지를 남기로 한나를 벨체레이어 아카데미에 입학시키도록 했다. 물론 한나가 원한다면 말이다. 아무래도 그 세계로 돌아가려면 최소 20일. 그 곳 시간으로 400일 이라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1년 동안 한나를 내버려 둘 수 없었기에 한나를 벨체레이어 아카데미에 입학 시키도록 한 것이었다. 이 때 필요하다면 그 세계에서의 나의 이름을 사용해도 좋다고 했다. 그렇게 말해 놓고도 안심이 되지 않았던 나는 본 마스터들 중 킬과 프로스트가 항상 한나를 따라다니도록 했고 그밖에 여러 가지 명령을 하고는 돌려보냈다. 후~우. 이럴 때는 이쪽의 하루가 그 쪽 세계에서 20일이란 것이 좋지 않았다. 과연 언제나 다시 그 쪽 세계로 접속할 수 있으려나.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다보니 가족들 생각도 났다. 나도 참 한심한 놈이다. 가족들보다 한나를 먼저 생각하다니. 나는 내가 한심스럽다는 생각에 주먹으로 머리를 쳤다. 내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가족들이 많이 걱정하겠지.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난리가 나겠군. 내가 평범하긴 하지만 호씨 집안의 장손이니 말이야. 잘하면 할아버지가 애들(?) 푸실 수도... 어렸을 때 주변을 인식하고 할아버지를 보았을 때 난 할아버지의 직업이 조직 폭력배. 조폭인 줄 알았다. 할아버지 집에 있던 검은 색 양복. 거기에 썬글라스. 그래서 참 많이 울었었다. 간혹 할아버지 댁에 찾아오는 손님도 모두 엄청난 덩치에 검은 색 양복입고 썬글라스를 가지고 다녔기에 나는 할아버지의 직업이 조폭인 줄 알았던 것이다. 알고보니 할아버지의 직업은 경호원이었단다. 그래서 검은 양복과 썬글라스가 가득했던 것이고 말이다. 간혹 찾아온 손님들은 바로 할아버지의 부하나 동기, 후배, 제자들이었고 말이다. 현재 할아버지는 은퇴하셨지만 꽤나 많은 후배와 제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으신다고 하니 아마 내가 납치된 것을 아신다면 당장에 후배와 제자들을 풀어서 나를 찾으실 것이다. 들어보니 할아버지의 제자 되는 분들 중에는 꽤 높은 사람들도 있다는데... ===== 위이이잉! “응? 예상보다 빨리 열렸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새 10일이나 지났다. 10일간 나는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다. 단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있는 것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와 대화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고 가만히 있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거기에 더욱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방의 색이었다. 정신병동의 독방처럼. 아니 독방보다 더하게 창문도 없는 곳에서 그것도 하얀 색으로 된 방에서 가만히 지낸다는 것. 정말 힘들었다. 말 그대로 백색의 공포였다. 다행히 아공간에서 꺼낸 물건들은 백색이 아니 여러 가지 색이 있었고 거기에 나에게는 소설책과 게임기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10일이 지나자 드디어 벽 한쪽이 위로 올라가며 열린 것이다. 열린 방문으로 밖을 쳐다보니 방 밖은 복도였다. 복도 역시 하얀 색으로 되어 있는 곳이었다. 하~아. 정말 질린다 질려. 또 하얀 색이냐. 방 밖의 복도는 성인 남자 4명이 나란히 걸어가도 될 정도로 넓었고 천장도 꽤 높았다. 흠. 방문이 열린 것을 보면 나오라는 것이니까 나갈 준비를 해볼까. 나는 방안에 준비되어 있는 하얀색 배낭에 냉장고에 들어있는 물통과 건량을 넣었고 다른 것들은 아공간에 넣었다. 후후후. 감히 나를 이 곳에 가두었겠다. 나는 그냥 갈수는 없다는 생각에 모든 물건을 챙겼다. 냉장고도 말이다. 후후후. 모든 짐을 정리하고 하얀 자루를 들고는 방을 나왔다. 위이이잉! 내가 방을 나가자마자 닫히는 문. 웬지 기분이 영 안좋은 걸. 방을 나와 보니 길은 두 갈래였다. 앞으로 가는 길과 오른쪽으로 가는 길. 나는 가만히 서있다가 결국 앞으로 난 길을 가기로 했다. 위이이잉! 참나. 내가 앞으로 걸어가자 오른 쪽으로 가는 길의 천장에서 강철로 된 벽이 내려오며 닫혔다.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뜻인가. 그래. 한번 해보자고. 나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하얀 색으로 일색인 복도. 이제는 하얀 색이라면 진절머리가 날 정도였다. 걸어갈 때마다 내가 10일간 지냈던 방 크기만큼 지나면 천장으로부터 벽이 내려왔다. 천장에서 내려온 벽을 보며 나는 내가 10일간 지냈던 곳이 방이 아니라 복도가 아닐 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이이잉! “뭐야! 아직 지나가지 않았는데.” 아직 방 한칸 정도의 거리를 지나지 않았음에도 내려오는 벽에 나는 좀더 급하게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런데 앞의 복도의 천장에서도 서서히 벽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래! 시험이라 이거지! 기꺼이 응해주지. 위이이잉! 위이이잉! 위이이잉! 내가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가자 천장의 벽도 내려오는 속도를 빨리했다. 하지만 아직 여유있게 앞으로 달려나갈 수 있었다. 몸에 마나를 쌓고 써클을 만들 이후 생긴 장점 두 번째! 그것은 보다 높아진 신체능력이었다. 마나를 이용하면 소설에서처럼 보다 빠르게, 보다 강한 힘을 낼 수 있었다. 네크로맨서는 마법사인데 말이다. 거기에 어떤 이유에서인지 체력도 좋아졌고 기본적인 신체능력도 좋아진 상태였다. ========= “신체능력이 상상이상이네. 체력도 좋고. 쇼핑할 때 데리고 다니기 딱 좋겠다.” “하~아. 일단 순발력과 체력은 A급 인 것 같군. 다른 이들은 어떠지?” “음. B급 2명이랑 나머지는 C급이나 D급이야. 자. 그럼 다음 테스트로 넘어가자고.” “그러지.” ========= 위이이잉! “제길!” 결국 천장에서 내려온 벽에 의해서 난 또다시 가치게 되었다. 제길 도대체 이 복도 얼마나 가야 끝이 나오는 거야! 거의 30분 동안 전력을 다해 앞으로만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복도는 끝이 나지 않았다. 결국 다시 가치게 된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자루에서 물통을 꺼냈다. 제길 두고 보자! 나를 이렇게 고생시키고도 내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아. 개구리로 만들어 주마. 아니야 저주에 걸리면 걸린 사람을 바라보는 여자가 적대감을 품는 저주를 걸어주지. 반드시 고위 저주를 배워서 성불구자로 만들어주마. 나는 감시카메라를 통해서 지켜보고 있을 사람에게 걸어줄 저주를 생각하면서 이를 갈았다. 벽은 시간이 지나도 열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한동안 쉬게 할 생각인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자 호흡은 안정되었고 몸도 식어갔다. 꼬르르륵! 쩝. 그리고 보니까 아침에 문이 열리자마자 나왔으니 아침 밥을 안먹었네. 일단 먹고 가자. 나는 아공간에서 버너와 냄비를 꺼내어 놓고 물을 부었다. 이어서 3분 카레와 미리 해놓은 밥을 꺼내어 놓고 물이 데워지기를 기다렸다. 위이이잉! “뭐야! 제기랄! 밥 먹으려고 하는데 치사하게!” 위이이잉. “어라?” 물이 데워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갑자기 정면이 아닌 오른 쪽 벽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이에 나는 다시 테스트가 시작된다는 생각에 욕을 내뱄었지만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벽이 천장으로 올라간 이후 바닥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바닥은 천천히 움직이더니 새로 생긴 복도로 나를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내가 아공간에서 꺼내어 놓은 물건들과 함께 말이다. 음. 고맙군. 다 끓었네. 밥먹자! 내가 아침 밥을 먹는 동안에도 복도는 계속 이동했다. 식사를 끝내고 정리를 마치는 도중에도 복도는 계속 움직였고 나는 복도에 주저앉아 복도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도대체 얼마나 가야 멈추는 거야.” 위이이잉.. “때 마침 멈추는 군.” 말 그대로 내가 말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복도는 멈췄다. 복도가 멈춘 곳은 거대한 공간이었다. 다른 곳에 비해서 매우 넓은 곳. 이 곳의 특성상 벽을 마음대로 올리고 닫을 수 있으니 아마 여러 개의 벽을 올린 곳일 것이다. 오오오! 저 것은! 거대한 방에 도착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나는 이곳에 온지 10일 만에 처음으로 다른 사람을 볼 수있었다. 나와 같은 하얀색 옷을 입은 사람!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면... 그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이었다. “하.하.하. 헬로우.” “....” 처음 이 방에서 만난 사람이 외국인이라니. 그것도 미국인! 난 영어가 싫어! 그는 뭐 이런 놈이 다있냐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끄응. 어쩔 수 없지. 나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이들을 위한 매우 편리한 마법! 그것은 바로 통역 마법이었다! 음하하하! 이 마법을 개발한 자여! 축복받을 지어다! “리드 랭귀지(READ LANGUAGE)!” 나의 손에서 나온 빛은 곳 나의 몸으로 스며들었고 나는 심호흡을 한 이후 그 외국인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 꽤 억양이 괜찮군. 그래. 안녕하다.” 이런 건방진... 참자. 참아. “저는 호상민이라고 합니다. 한국인이고요. 이렇게 만난 거 잘 지내요.” “성이 타이거라. 너네 아버지는 타이거 마스크냐?” 빠직! “이 잡놈아! 으아아아. 너 오늘 한번 죽도로 맞아봐라! 너 죽고 나살자!”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으으으. 위험한 상황이 되면 도와주나 봐라. 나는 곳 리드 랭귀지를 캔슬 했다. 그 썩을 놈에 이어서 속속들이 사람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나와 같은 하얀색 옷을 입고 있었지만 피골이 상접해져 있었다. 하긴 나와 다르게 잘 못 먹었을 테니 말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국인들이었다. 아까 본 제수 없는 미국놈부터 시작해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이 있었다. 이 공간에 모여 있는 사람은 나를 제외하고 총 10명 그중 미국놈들이 3명. 중국인이 2명. 일본인이 4명. 나와 같은 한국인이 1명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국가의 사람들끼리 모여있었고 나도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사람과 함께 있게 되었다. 나와 같은 한국인인 사람은 나이가 나보다 적은 15세. 중학교 2학년의 여자였고 이 공간에 있는 사람들 중 유일한 여자였다. “안녕.” “아,안녕하세요.” 더듬으면서 말하는 이 모습! 한나를 보는 듯했다. 여자아이 역시 제대로 먹지 못해서 그런지 피골이 상접해져있어 보기 안쓰러웠다. 그동안 김치 맛도 못 봤을 텐데. 일단 잘보이는 게 좋을 테니 먹을 걸로 환심을 사볼까. 나는 아공간을 열었고 그 안에서 미리 해 놓은 밥과 3분 카레와 짜장, 그 밖에 버너를 비롯해 밑반찬들을 꺼내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허공에 손을 뻗어 물건을 꺼내는 것으로 보일 테지만 말이다. “어,어떻게!” “후후후. 내 능력이지. 그동안 건량이랑 물만 먹느냐고 힘들었지. 자 밥이야. 그런데 뭘로 먹을래? 카레? 짜장? 라면도 있는데. 라면으로 먹을래? 일단 밥먹기 전에 간단히 요기 좀 해.” “가,감사합니다.” 나는 아공간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어 주었다. 주변의 외국인들이 내가 허공에서 물건을 꺼내는 것을 보고는 뭐라고 떠드는 것을 들리긴 했지만 간단하게 무시해 주었다. 여자아이의 이름은 김지혜라고 한단다. 나와 마찬가지로 잠을 깨고 보니 이곳으로 납치되었다는데 들어보니 초능력자란다. 시범으로 간단한 염력을 보여주었는데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능력은 마법! 스스로 익힌 것이다. 하지만 지혜가 보여준 능력을 타고난 것! 초능력인 것 이다! 저벅저벅!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에 나는 뒤를 돌아보았고 미국놈들과 중국인들, 일본인들의 대표 한명씩 나를 향해서 걸어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말이 통해야 하니까. 리드 랭귀지를 걸어주어야 겠지. ==================== 리드 랭귀지를 걸자마자 때 마침 미국놈들의 대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아. 예.” 흠. 저자세로 나온다 이거냐. 이어서 중국인들과 일본인들의 대표가 다가왔다. 이들은 모두 나에게 저자세로 나왔다. 아마도 이들의 목적은 식량일 것이다. 내가 가진 음식들. 하긴 적어도 10일 동안은 음식구경 못 해봤을 테니까. “저는 스티븐 데리안트라고 합니다.” “저는 코지로 라고 합니다.” “저는 장 친이라고 합니다. “아. 저는 호상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신 거죠?” “그게... 실례가 아니라면 음식을 얻고 싶어서 왔습니다. 아까 보니 허공에서 물건을 꺼내시던데...” “아. 그건 제 능력이죠. 음식이라. 별로 드리고 싶지 않군요.” 나의 말에 세사람은 한순간 얼굴이 굳어졌지만 곧 웃어보였다. 그래. 그래야지. 궁한 사람들은 당신들이니까. 같은 한국인도 아니고 내가 무슨 성자도 아니고 저들에게 자비를 베풀 이유 따위는 없으니 말이야. “으음. 아까 제키가 한 행동에 화가 나신 모양이군요.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사람 때문에 이러는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죠. ” “...그러십니까?” 오오오! 핏줄 섰다. 핏줄이 섰는데 웃어보이다니! 대단한 인내심이로군. 그때 일본인 대표. 코지로라는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건냈다. “저는 공짜로 얻고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거래입니다. 거래.” “흠. 거래요? 당신이 제게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거래를 하죠?” “그건 당신의 목숨 입니다.” “....” 식량을 주지 않는다면 나를 살려두지 않겠다. 이말 인가. 그래. 한번 붙어보자고. 나는 언제든지 싸울 수 있도록 마나를 끌어올렸다. “잠깐 잠깐 제가 말을 잘 못했군요. 제가 말 하는 것은 당신의 생명을 구해주겠다는 말입니다. 이 곳에서 우리는 시험을 받고 있습니다. 개중 위험한 상황이 일어날 수있습니다. 그 상황이 되면 저희 일본측 사람들이 도와드리겠습니다. 이미 저희 쪽은 협의가 끝난 상태입니다. 그러니 거래를 하시는 게 어떠십니까?” “으음.” 코지로는 내가 마나를 끌어올리자 급하게 손을 휘저으면서 말했다. 그런 뜻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흠. 뭐 넘어가 주겠어. 하지만 다음은 없다. 이어서 중국인 대표인 장 친이라는 사람은 이 곳을 벗어나게 된다면 물질적으로 보상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며 거래를 청해왔다. 뒤 늦게 미국인 대표 스티븐도 거래를 청해왔고 나는 아공간에서 종이를 꺼내어 계약서를 작성했고 모두 작성이 끝내고 계약서를 아공간에 넣은 이후 미리 해놓았던 밥과 간편한 음식들. 물을 비롯해 간식거리들을 그들에게 넘겨주었다. 전화번호와 주소, 이메일 주소까지 다 받아놨으니 설마 나중에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뭐 그래도 재미있겠지. 후후후. “오빠. 대단하네요.” “응? 뭐가?” “아까 미국인이랑 중국인. 일본인이라 아주 자연스럽게 대화 했잖아요. 3개국어. 아니 우리 나라 말까지 해서 4개국어를 하다니. 대단해요.” “하하하! 내가 한 대단하지.” 리드 랭귀지를 통해서 말한 것이 지혜에게는 중국어와 영어, 일본어로 들렸던 모양이다. 음하하하! 한 공간에 모여 있은 지 한참이 지났지만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단 한번 조사나 해볼까. 나는 눈을 감고 조는 자세를 취한 다음 망령들을 퍼트렸다. 망령들은 나의 의지에 따라 벽을 뚫고 여기저기로 돌아다녔다. 으아! 정말 넓구만. 망령들을 통해서 알아본 바에 따르면 현재 우리들이 있는 곳은 정말 질릴 정도로 넓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래로도 이와 같은 공간이 더 있었고 위로도 더 있었다. 만약 이 시설을 관리하는 이들이 우리를 헤매게 했다면 우리는 절대로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수 도 있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야 틀리지만 무한대 언데드 소환을 해서 모두 때려부수고 탈출하면 되니 말이야. 현재 내가 보유한 언데드의 수만 해도 엄청나다. 내가 제각한 언데드 중에는 몬스터의 시체로 만들어져 특출난 녀석들이 있었기에 충분히 탈출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탈출 하지 않았다. 탈출했다가는 우리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들은 내가 집에서 졸고 있을 때 나를 납치했다. 그말은 이미 집의 위치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 밖에 여러 가지를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기에 탈출하지 않은 것이다. 응? 망령들을 통해서 주변을 살펴보던 도중 우리를 향해서 다가오는 생명력을 느낄 수있었다. 그런데 그 생명력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망령을 통해서 느끼는 모습 또한 사람이 아니었다. 호~오. 그렇군. 나는 급하게 망령들을 회수했고 몸을 일으키고 공간의 중앙으로 향했다. 내가 중앙으로 향하자 지혜는 나를 따라 왔고 주변의 외국인들은 나를 주목하고 있었다. 후훗. 내가 중앙에 있자 각국의 대표들이 나를 찾아 왔다. 아마도 내가 어째서 중앙에 왔는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코지로씨.” “예? 아무래도 대가를 받을 때가 된 것 같군요.” “예? 대가요?” 위이이잉! 크아아아아! 키키키!!! 정확히 동,서,남,북 네 방향의 벽이 천장으로 올라가면서 모습을 보인 존재. 그들은 바로 몬스터! 고블린과 오크였다. “그럼. 코지로씨. 부탁드립니다.” ==================== 나의 말에 코지로를 비롯해 4명의 일본인들은 매우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지금 우리들이 있는 곳으로 온 몬스터들의 수는 총 17마리. 그중 8마리는 오크였고 나머지는 고블린들이었다. 그들은 우리들과 다르게 사용하던 무기, 녹슨 단검과 녹슨 도끼, 돌도끼를 가지고 있었고 우리들은 빈손이었다. 수로도, 장비로도 밀리는 상황이었다. 과연 저 일본인들은 어떻게 할까. 나는 그들을 지켜보기로 했다. 과연 계약을 지킬까. 키이이이! 취익! 취익! 오크들과 고블린들은 우리를 향해서 고함을 지르긴 했지만 달려들 진 않았다. 그 이유는 오크들과 고블린들 관의 경쟁 때문이었다. 두 종류의 몬스터들은 우리를 사냥감으로 생각하고 서로를 견제하는 것이었다. 몬스터를 조금이나마 많이 상대해 본 나는 알 수 있었다.일본인들을 비롯해 중국인과 미국인들은 몬스터들을 처음 등장했을 때는 그저 조금 놀랍다는 표정을 했고 이어서 어떻게 처리할까라는 표정을 했다. 아마도 이런 것은 게임 때문일 것이다. 게임. 아스카에서는 오크와 고블린은 유저들의 밥이니 말이다. 후후후. 아스카의 오크와 고블린이라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칠텐데. “자. 어서 나서세요.” “그러죠. 오크와 고블린 정도야 껌이니까요.” 이런 말을 하고는 코지로를 비롯해 일본인들은 서로 대치 중인 몬스터들을 향해서 걸어 나갔다. 여러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선별된 능력자들. 어떤 능력이 있는지는 알 수없지만 오크와 고블린을 상대로 죽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죽는다면 능력자라는 이름이 아까운 것이고 말이다. 과연 어떤 능력을 보여주려나. 앞으로 나가면서 제일 먼저 능력을 보여준 이는 일본인들 중 가장 창백한 얼굴과 날개 뼈까지 내려오는 미소년으로 보이는 이였는데 그는 나에게 A4용지를 없냐고 물었던 이었다. 칼이나 가위도 부탁했었는데 그 때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그는 나에게 사갔던 종이를 가위를 통해서 오렸는지 각가지 모양이 있었는데 그 종이를 던졌다. 마나를 쌓기 시작한 이후 좋아진 시력 덕분에 그 종이들에 피가 뭇어있는 것을 볼 수있었다. 크르르릉! 캬아아아!!! 놀랍게도 그의 손에서 벗어난 종이들은 실제 동물이 되어 몬스터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저것이 영화나 만화책에서만 보던 일본 음양사의 식신! 종이에서 진짜가 된 동물은 호랑이와 거대한 뱀! 악어 이렇게 3마리뿐이었지만 그만으로도 몬스터들의 기세를 꺾기에는 충분했다. 샤악! 키익? 취익? 갑자기 난 바람소리와 함께 몬스터들 뒤에 나타난 일본인. 가장 짧은 머리에 가장 단련된 몸을 한 그의 손에는 한자루의 일본도가 들려있었다. 그 일본도는 아까까지만 해도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의 엄청난 움직임! 마나를 쌓은 나조차도 놓칠정도로 엄청난 스피드로 움직임이었다. 그의 뒤편에 서있던 몬스터. 오크 3마리와 고블린 4마리는 상방신과 머리가 어긋나기 시작했고 그대로 쓰러졌다. 엄청난 속도로 움직인 일본인의 일본도에 의해서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렇게 몬스터들은 식신과 일본도에 의해서 목숨을 잃었다. 생각이상으로 대단한데. =============== “이런. 저 두녀석이 모두 처리해 버리면 전투력 테스트가 안되잖아. 쳇! 재미없게.” “음. 저 일본도를 든 녀석은 B급. 식신을 쓴 이는 C급. 캐서린. 저 두 녀석을 제외시켜.” “알았어.” 꾹! ======== 철컹! 갑자기 열리는 바닥!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여유를 부리고 있던 중에 일어난 일이라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세도 없이 전투에 나선 2명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갑자기 열린 바닥으로 떨어지고 얼마되지 않아 몬스터들이 있던 자리의 바닥도 열렸고 곧 바닥은 다시 닫혔다. “이,이런!” “오,오빠!” 갑자기 두 명이 아래로 떨어져 사라지자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은 매우 당황스러워했다. 하지만 이들도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사람들이 곧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사라진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실력 테스트.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이들이 우리의 실력을 보기를 원한 것이고 그 두 명은 자신의 실력을 내보인 뒤에 사라졌기에 무사하다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실력이라. 나의 실력은 최대한 숨기는 편이 좋겠지. 이후 나의 예상대로 몬스터들은 계속 등장했다. 하지만 전과 다르게 한 마리씩. 우리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보기위한 정도의 몬스터만 나타났다. 나는 나의 능력을 숨기기 위해서 대가를 받지 않는 것으로 먼저 나설 것을 부탁했고 사람들은 허락했다. 미국인들인 자연계의 능력자들이었다. 제수 없던 녀석은 불을 일으키는 능력을 가진 녀석이었고 스티븐씨는 겉으로 보이는 성격과 다르게 얼음. 덩치가 가장 좋았던 미국인은 몸을 바위처럼 단단하게 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중국인 두 명은 알수가 없었다. 워낙에 순식간에 처리해버렸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신체능력을 향상시키는 능력을 지닌 것 같았다. 지혜는 보여줬던 대로 염력이었고 결국 마지막으로 나만 남게 되었다. 과연 어떤 몬스터가 나오려나. 쾅! 쾅! 크아아아아!!! “하~아. 이거 곤란할 걸.” ====================== “캐서린! 이게 무슨 짓이야! 뭣대로 오우거를 투입하다니!” “재미있잖아. 솔직히 너도 보고 싶잖아. 저녀석의 실력.” “상대는 오우거다! 죽을 수도 있어!” “안죽을 수도 있지.” 스크린을 통해서 보이는 몬스터! 그것은 바로 오우거였다. 오우거는 강철로 된 벽을 찢으면서 상민이 있는 곳으로 진입했고 상민을 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스크린을 통해서 보이는 오우거는 캐서린과 고스트가 속한 단체에서도 단 3마리 밖에 사로잡지 못한 몬스터였다. 오우거의 흉폭성과 항독성 때문에 사로잡기 힘들었던 몬스터. 그 오우거를 캐서린이 멋대로 투입한 것이다. “이 일은 상부에 보고하겠어.” “다음대로 하세요. 자! 시작한다!” 캐서린을 고스트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스크린만을 주시했고 고스트는 캐서린을 한동안 쳐다본 이후 캐서린과 마찬가지로 스크린에 주목했다. 오우거는 기세 좋게 상민을 향해서 뛰어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오우거와 상민! 오우거는 그대로 상민을 향해서 엄청난 힘이 실린 팔로 내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오우거는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오우거가 갑자기 멈추었기 때문이었다. 감시 카메라를 조정하여 살펴본 결과 상민은 아까와 같은 자세로 가만히 있었다. 다시 감시 카메라를 조정하여 오우거의 얼굴을 살펴보았는데 오우거의 얼굴에는 어째서 몸이 안 움직여지는 지, 어떻해서든 움직이려는 표정이 가득했다. 그때 가만히 있던 상민은 오우거를 향해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오우거는 온몸을 떨기 시작하더니 입에서는 거품을 물고 눈을 뒤집어지기 시작했고 곧 그 육중한 몸은 그대로 쓰러졌다. 이 장면을 모두 본 캐서린은 매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고스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 (15)장. 정보. 이용. 탈출. 오우거를 처리한 마법. 그것은 마리오네트라는 마법이었다. 마리오네뜨 마법은 일종의 저주마법으로 피시전자의 영혼과 육체의 자유를 빼앗아 내 의지대로 조종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이었다. 마리오네뜨 마법은 대신 성공조건이 조금 까다로웠다. 일단 저주를 받는 피시전자는 시전자의 시아에 있어야 하고 마법이 성공할 때까지 피시전자와 시전자 사이에는 어떠한 장애물도 없어야 한다. 거기에 시전자는 피시전자보다 정신력 또한 강해야 했다. 내가 있는 공간은 아무도 없었고 장애물도 없었다. 모든 조건을 만족시킨 마리오네뜨 마법은 당연히 성공했고 나는 감시 카메라로 지켜보고 있을 이들을 위해서 일부러 오우거가 나에게 다가와 손을 내려치는 것까지 가만히 두었던 것이다. 나를 향해서 그 두꺼운 팔을 내려치려던 오우거를 마리오네뜨 마법으로 도중에 멈추었고 어떻게 처리할까 고심하던 도중 그냥 한번 멋을 부려봤다. 마리오네뜨 마법은 사실 끔찍한 마법이다. 시전자의 의지로 피시전자의 신체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으니 말이다. 마.음.대.로 말이다. 내가 오우거를 끔찍하게 죽이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사지의 관절을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접히게 하고 스스로 가슴을 가르고 심장을 꺼내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를 납치한 이들이 오우거를 용케 사로잡은 것을 생각해서 죽이지 않은 것이었다. 난 너무 착해서 탈이라니까. 위이이잉. “이제 이동이군.” 마지막 남은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까.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나는 바닥이 열리면서 떨어트리지 않고 그대로 바닥을 움직여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얼마동안 이동했을 까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천장이 내려오면서 사방을 막고는 그대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호라. 엘리베이터 기능까지 있었단 말이지. 거참 편리하네. 바닥도 열리고 엘리베이터 기능까지. 누가 만들었는지 진짜로 대단하구만. 또 한참동안 한 20분 쯤 내려가던 방은 또 이번에는 뒤쪽으로 한참동안 움직이기 시작했고 다시 위로 올라갔다. 다시 앞으로 이동하고 내려가고를 반복했다. 아무래도 지금 이동하려는 곳을 알려지게 하지 않으려는 모양인가. 그렇게 거의 4시간 정도 이동하던 방은 드디어 멈췄고 천장이 올라가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색! 회색으로 된 문을 보였다. 그 문은 여닫이 문이고 곧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자 그 곳에는 거대한 공동이 있었고 그 안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내가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주시하다가 나를 확인하고는 곧 시선을 돌렸다. 하긴 내가 주목받을 만한 외모를 가진 것은 아니니까. 공동은 꽤 쾌적했다. 공동의 중심에는 놀랍게도 나무도 한그루 있었고 사람들이 앉을 좌석도 충분히 있었다. 거기에 한쪽 벽에는 커피 자판기에 간단한 빵과 과자류가 나오는 자판기등 여러 음식과 생필품을 파는 자판기들이 있었다. 오오오! 보기 힘들다던 라면 자판기다! 라면 자판기에서 파는 라면 한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잘됐다! 라면 자판기는 총 3대. 그 앞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 3대의 자판기 중 유독 많은 사람이 줄을 서있는 자판기가 있었는데 그 자판기는 바로 우리 한국에서 판매하는 라면이 나오는 한국 라면 자판기였다. 후후후. 역시 라면은 우리나라 라면이 최고야. 일본 라면도 그런데로 먹을 만 하지만 입맛에 영 안 맞단 말이야. “오빠!” “응? 아. 지혜야.” 나보다 먼저 몬스터를 처리하고 이동한 지혜를 라면 자판기 줄을 서는 동안 만날 수 있었다. 지혜 옆에는 또래의 여자아이가 2명 더 있었는데 우리 나라 사람이었다. 우리나라에 능력자들이 꽤 되나. “지혜야. 너도 라면 뽑으려고 왔니?” “아니요. 오빠가 보이길레 온 거에요. 이 쪽은 이 곳에서 사귀게 된 친구들이에요. 선영이하고 민이에요. 이쪽은 내가 아까 말했던 그 오빠야.” “아! 김치를 가지고 있다는 그 오빠! 안녕하세요! 김선영이에요!” “안녕하세요. 남궁민이라고 합니다.” “으응. 안녕. 난 호상민이라고 한다.” 어째 이상한 것. 김치로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신경이 쓰이기는 하지만 나는 웃으면서 인사했다. 그후 라면을 뽑은 이후 지혜와 친구들에 의해서 한국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모여 있는 한국인들의 수는 나까지 총 14명. 이 공동에 있는 총인원이 대충 40여명인 것을 생각하면 꽤 많은 수였다. 모여 있는 한국인 중 남자는 10명이었고 여자는 4명이었다. 이중 가장 연장자의 나이는 서른 초반이었고 나이가 제일 어린 것은 지혜를 비롯해 선영이와 민이었다. 흠. “여러분! 제가 말씀드렸던 오빠가 드디어 왔어요!” “뭐시라!” “오오오! 드디어 온 거냐!” “하하하! 어서오게! 김치소년! 자자! 어서 김치를 꺼내어 보게. 여기는 다른 것은 다있는데 김치가 없어서 말이야!” “하.하.하. 지혜야. 나를 뭐라고 소개한거니?” “헤헤헤.” “오오오! 진짜 김치다! 그것도 배추김치!” “쩝. 난 열무김치가 좋은 데.” 사람들은 내가 김치통을 꺼내어 놓자마자 빼앗들이 받아들고는 한데 뭉쳐서 먹기 시작했다. 내가 그 김치통을 어디서 꺼냈는지 궁금하지도 않은 모양이다. 하.하.하. 지혜야 진짜로 나를 뭐라고 소개한거니. 그렇게 김치에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이후 김치 통을 회수하고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한 이후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둘러 앉아 있었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위이이잉! 위이이잉!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쉬고 있을 때 나무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네 방향에서 거대한 스크린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우리들을 납치한 사람들이 모습을 보이려고 하는 모양인가. ================ [하이! 모두들 안녕!] “에?” “뭐냐...” “음. 미인이네. 결혼 했을려나.” 스크린을 통해서 모습을 보인 이는 바로 여자! 금발에 초록색 눈! 주저없이 미인이라고 부를 만한 여인이었다. 하얀색 티에 갈색 가죽점퍼를 입고 있었는데 그도 잘 어울렸다. 스크린에 나타난 여자로 인해 공동은 금세 시끄러워졌고 여자는 제지도 하지 않고 그대로 사람들을 구경하듯이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 여자 괴짜 같은 아주 불길한 예감이 드는 이유는 뭘까. 나는 한동안 스크린의 여자를 쳐다보고 있었고 스크린의 여자도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스크린의 여자와 나는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아니 마주친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스크린의 여자가 가만히 있는 것을 보니 말이다. “하.하.하.” 싱긋. 마주쳤어! 분명 마주쳤어! 그리고 느껴지는 오한은 뭐야! 그래. 한번 느껴본 느낌이야. 그렇다면 저 여자가 그 오한의 주인공! 하.하.하. 나는 고개를 돌렸고 다른 쪽 스크린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 여자의 미소는 더욱 진해져 있었다. 불길해. 불길해. [자자! 모두 진정해 주세요! 지금부터 이야기를 시작할테니. 단 한번만 할 테니 잘 들으세요.] 여자의 말이 웅성거리던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입을 다물고 스크린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분명 내 귀에는 한국말로 들리는데 어째서 저들도 조용해 진거지. [지금쯤 예리한 사람들은 눈치 챘을 거에요. 자기들 귀에는 자기의 국가의 음성이 들리는데 어째서 다른 국가의 사람들이 말을 듣고 따르는 지 말이에요. 그건 바로 제 능력 때문이죠. 일단 제 소개를 하죠. 제 이름은 캐서린 에버헤인. 보시다시피 나이스한 바디에 나이스한 페이스를 가진 여자죠. 거기에 아직 미혼이랍니다. 호호호호!] “오오오! 기회가 있군!” 아까부터 나의 옆에서 떠드는 우리 한국인들 중 가장 연장자인 30세의 노총각 찬수형. 그 렇게 결혼을 하고 싶은 건가. [이제 그만 장난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일단 여러분은 제가 속한 단체에 의해서 각국에서 나쁘게 말하자면 납치당하신 거고 좋게 말하자면 수면 중에 정중히 모신 분들입니다.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자신들이 어째서 이곳에 납치되어 온 것인지 말이에요. 여러분은 바로 능력자! 일명 초능력자라는 이유로 이 곳에 납치되어 온 것입니다. 지금 여기에 있으신 분들은 모두 능력을 테스트 받으시고 합격점을 얻으신 분들입니다. 자! 여러분! 벽을 봐주세요.] 위이이잉! 캐서린의 말대로 벽을 쳐다보니 벽의 문이 열리면서 그 안에서 옷이 걸려 있는 옷걸이들이 나왔다. 그리고 옷 아래에는 양말과 구두가 놓여져 있었다. 옷은 정장이었는데 와이셔츠 위에 걸치는 옷이 바닥에 끌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발목까지 내려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은으로 된 부로치가 있었는데 그 브로치는 영어가 새겨져 있었다. SWU? 무슨 뜻이지? [여러분들은 브로치가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할 겁니다. 제가 일단 설명해 드리죠. SWU! 슈퍼 내츄럴 월드 유니온(Supernatural World Union). 초능력 세계 연합이란 뜻입니다. 바로 제가 속한 단체이고 여러분이 속할 수도 있는 단체인 것이죠.] 슈퍼 내츄럴 월드 유니온(Supernatural World Union). 그래서 SWU인 것인가. 우리를 시험한 시설과 지금이 공동을 보면 꽤나 오래된 기관같은데. 일단 옷이나 갈아입자. [모두들 일단 옷을 갈아입어주십시오. 옷걸이에는 여기 계신 여러분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그 옷들과 양말 구두는 여러분들의 사이즈에 맞게 제작된 것이니 딱 맞을 겁니다. 뭐 시험 중에 편하게 먹으면서 뒹굴었던 어떤 분은 안 맞을 지도 모르지만 말이에요. 호호호!] 분명 내이야기다. 분명 내이야기야. 갈수록 더욱 심해지는 오한. 분명 저 여자 나를 노리고(?) 있어. 오한을 느끼며 옷을 갈아 입은 뒤 난 스크린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다행이도 옷은 딱 맞았고 옷이 좋아서 그런지 나도 조금 멋있어 진 것 같았다. 진짜 고급 같은데. 남성과 여성의 옷은 완전히 똑같은 디자인이었는데 여자에게도 매우 잘 어울리는 옷이었다. 어린 여자아이들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웃으면서 옷을 살펴보고 있었다. [모두 갈아입으신 것 같으니 일단 이동하지요.] 철컥! 무슨 버튼을 누르는 동작을 하자 우리 한국인들이 모여 있는 벽쪽의 문이 열리면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이리로 내려가라는 것인가. [모두 저 계단을 통해서 이동해 주십시오. 그 곳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저도 이만 이동하죠. 있다가 뵙겠습니다.] 위이이잉! 이말을 마지막으로 스크린은 다시 천장으로 올라갔다. 아마도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할 생각인 모양이다. 좋아 한번 들어보자. 솔직히 이런 단체가 있다니 호기심도 생기고 혹시 모르잖아 뜻밖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말이야. 나는 사람들의 대열에 참여하여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계단을 내려가자 복도가 나왔고 그 복도 끝에는 방이 있었다. 그 방은 TV에서 보았던 대학의 강의실처럼 되어 있었고 대학 강의실의 의자와 책상이 존재했다. 방 중앙에는 아까 스크린을 통해서 보았던 캐서린이란 여자가 서 있었다. “자자! 모두 저희의 자시에 따라 앉아 주세요. 일단 오른 쪽 소매의 단추를 봐주세요. 단추에 번호가 새겨져 있을 겁니다. 그 것이 좌석의 위치이니 앉아 주십시오.” 이제 보니 방에는 캐서린이란 여자뿐만 아니라 여러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숫자는 총 20명. 하지만 하나같이 심장치 않은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내 상대는 아니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일 뿐이었다. 아마도 저들도 SWU에 속한 이들이겠지. 좋아 일단 따라주지. 나는 오른쪽 소매의 달린 단추를 보았고 번호는 3번이었다. 하.하.하. 내 자리는 바로 캐서린이란 여자를 바로 마주볼 수 있는 가장 앞줄의 가운데 자리였다. 나는 캐서린을 쳐다보았고 캐서린 또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으으으. 일부러 내가 저기 앉게 했군. 왜 이리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거지.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좌석을 향해서 걸어갔고 모두들 자신의 좌석을 향해서 걸어가 앉았다. 우리가 모두 앉은 이후 캐서린은 단상 위에서 내려와 다른 능력자들처럼 벽으로 향했고 한 능력자가 단상 위로 올라왔다. “나는 고스트. 일명 유령이라고 불리는 이다. 지금부터는 내가 설명하고 내가 설명하는 도중에는 잡담은 전혀 용납하지 않는다. 만약 잡담을 하는 자는 내가 어째서 고스트라고 불리는 지 알게 해주겠다.” “....” 고스트란 남자가 내뿜는 한기. 그 한기는 매우 익숙한 것이었다. 그것은 망령들이 한과 분노가 서린 한기였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의 눈에는 안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눈에는 똑똑하게 보였다. 고스트란 사람의 주위에 떠돌고 있는 망령들을 말이다. 후후후. 망령을 다루는 자라. 재미있게 됐는데. “일단 지금부터 너희들이 속하게 될 수도 있는 기관. 내가 속한 기관 SWU. 슈퍼 내츄럴 월드 유니온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우리 슈퍼 내츄럴 월드 유니온은 1465년에 설립되어 800년이 흐름 지금까지 능력자들을 모아 양성하고 제어하는 역할을 해왔다. 우리 SWU는 세계에 존재하는 5기관 중 수위를 다투는 기관 중 하나다.” 800년. 올해가 딱 설립 800주년이란 말이지. 호~오. 대단한데. 그만큼 엄청난 저력을 가지고 있겠지. 그런데 세계에 존재하는 5기관이라. 역시 이 곳 외에도 4곳이나 되는 기관이 더 있었구나. 나는 이 곳에서 뜻밖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귀를 좀더 기울였다. 얻을 수있을 때 최대한 얻어가야지. 후후후. =================== 웅성웅성! 아까 경고를 했는데 떠들다니. 하긴 놀랍겠지. 800년이나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기관이라니 말이야. 후후후. 사람들은 SWU에 대해서 아주 간단한 설명만 들었을 뿐인데도 서로 말을 주고받으면 소란스럽게 떠들고 있었다. 파아아아! “내가 잡담은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을 텐데...” 강의실 전체로 퍼지는 망령의 한기. 한기는 이 강의실의 있는 사람들을 덮쳤고 여자아이들은 점점 몸을 떨기 시작했다. 이거 생각이상인데. 망령들을 이용해서 이런 한기를 내뿜다니 말이다. 망령들의 한기로 인해서 강의실은 일시에 조용해졌고 모두 다시 고스트라는 사람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망령들을 자유자제로 조종한다라. 웬지 마음에 드는 걸.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지. 우리 SWU의 설립 의지는 초능력자의 양성과 보호, 일류 보호다. 과거 우리 초능력자들은 숭배를 받기도 했지만 마녀, 악마라는 누명을 쓰고 사냥당하기도 했다. 그런 초능력자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또 자신과 같이 마녀, 악마라 불리면서 다른 초능력자들이 희생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SWU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1465년에 설립된 SWU는 점차 성장하기 시작했다. SWU의 능력자들은 힘을 합쳐 자신들을 사냥하려는 이들과 전쟁을 벌이기도 했고 능력을 숨기고 기관을 유지하기 위한 자금을 벌기 위해서 사업을 손을 뻗기 시작했다. 그 결과 우리 SWU은 점차 초능력을 사업에 사용하기 시작했고 현재에 이르러 아메리카 대륙에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되었다.” 아메리가 대륙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그게 무슨 뜻이지? “지금부터 질문 받겠다. 질문 있는 사람은 손을 들도록!” 번쩍! 나는 급하게 손을 들었고 다행히 그 고스트라는 사람의 눈에 들 수 있었다. 나는 나를 본 이후 손에 가만히 들고 있던 차트를 넘기더니 나를 발견했는지 확인에 들어갔다. “국적은 한국이고 이름은 호상민이군. 말해보도록.” “아까 아메리카 대륙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하셨지요.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고 싶습니다.” “아메리가 대륙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말 그대로다. 우리 SWU의 능력자들은 아메리카 대륙에 존재하는 국가의 정부 주요 관리들부터 시작해서 대기업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아메리카 대륙에 존재하는 대기업과 국가의 고위 관리들 중에는 우리 SWU의 능력자들도 일부 있다. 만약 우리 SWU가 세계를 혼란에 빠트리려고 한다면 가장 먼저 무너질 곳은 아마도 아메리가 대륙에 존재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다른 질문 있나?” “예. 아까 세계에 존재하는 5개의 기관이 있다고 하셨죠. 한 기관은 이곳 SWU. 다른 기관은 어떤 어떤 기관들이 있죠.” 고스트는 나의 다음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한동안 나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무슨 불만있냐. 그렇게 뚫어져라 노려보게. 나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같이 뚫어져라 노려봐 주었다.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고. “고스트. 어린 애랑 눈싸움 하는 거야? 흠. 과연 누가 이길까.” “캐서린. 제자리로 돌아가라.” 갑자기 끼어든 캐서린으로 인해서 우리의 눈싸움은 중지 되었고 고스트의 말에 캐서린은 아가 있던 자리로 되돌아갔다. 쩝. 이길 수있는데. “네 질문에 대답해주지.” “감사히 듣지요. 훗!” “건방진 녀석. 아까 이녀석이 말했던 대로 이세계에는 총 5개의 기관이 존재한다. 5개의 기관! 그 기관은 우리 SWU보다 오랜 역사와 저력을 자랑하는 기관들이다. 우리 SWU와 마찬가지로 각각의 기관은 여러 국가와 그 국가의 속한 기업의 수뇌부들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단 한기관만 빼고 말이다.” 단 한기관만 빼고? 그 한기관은 어떤 기관이지? “일단 4개의 기관을 부르는 호칭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각각 4개의 기관을 부르는 호칭은 더 마나(The Mama), 홀리 글로리(Holy Glory), 무림(武林). 한(韓)이다.” 더 마나(The Mama), 홀리 글로리(Holy Glory), 무림(武林). 한(韓). 이 명칭만 듣고도 나는 단번에 이 단체의 속성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그저 친구들과 장난처럼 이야기 했던 것! 진짜로 이 세계에 무림인들과 마법사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거기에 성직자까지 말이다! 이 뜻밖의 정보에 나는 정말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이 호칭만으로도 눈치를 네 기관에 대해서 어느정도 눈치를 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들은 너희들이 생각하는 이들. 마법사와 성직자. 무림인들이 만들어낸 기관인 것이다. 지금부터는 각각 기관에 대해서 설명해 주겠다. 일단 더 마나(The Mama)란 기관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더 마나. 들으면 알 수 있듯이 더 마나에 속한 이들은 마법사들이다. 이들은 마법이라는 알 수 없는 힘을 사용하는 이들로 우리 SWU의 몇배나 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 하는 기관이다. 약 200년 전부터는 정령과 자연의 영(靈)을 사용하는 이들의 기관 샤먼이라는 기관을 흡수하여 더욱 거대해진 기관이다. 현재 우리 아메리카에도 더 마나의 지부가 몇몇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사실 더 마나라는 기관에 들어야 정상인 건가. 나는 네크로맨서니 말이야. 후후후. 고스트는 이어서 다른 기관에 대해서 설명을 계속 했다. “다음 홀리 글로리(Holy Glory)기관은 호칭에서 알 수 있듯이 성직자들로 이루어진 기관이다. 바티칸 시국의 교황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기관인 홀리 글로리는 과거 우리 SWU의 능력자들과 더 마나의 마법사들을 악마와 마녀로 몰고 사냥을 일삼은 이들이었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유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기관이다. 이들은 신성력(神聖力)이라는 알수 없는 힘을 사용하는 이들로 정화와 치료, 방어의 탁월함을 보인다. 하지만 단점이 있는데 신성력을 지닌 사람이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나머지 구성원은 평범한 사람들. 신자들이란 소리지. 그로 인해 생긴 빈틈은 신앙으로서 감당한다고 늘 소리치지만 그들의 공격력은 다른 기관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공격력을 보완하기 위해서 여러 장비를 개발하여 착용하는데 그로 인해 그들의 장비 개발 수준은 5개의 기관 중 최고가 됐다. 그들은 거의 광신도라 전투에 들어가면 자신의 목숨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그래서 그들이 세계의 5개의 기관 중 수위를 다툴 수 있는 것이다. 다음 무림(武林). 이들은 중국인들로만 이루어진 이들로 무공(武功)이라는 아주 특별한 공부를 통해서 인간을 초월하고 노력이 재능을 능가한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는 이들이다. 이들이 언제부터 존재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은 나이가 많은 이들일 수록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고 그들 각종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병기의 천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주 활동권은 중국이지만 세계에 존재하는 차이나 타운에도 그들의 지부가 존재한다.” 무림인들이 차이나 타운에도 존재한다는 말에 나는 꼭 차이나 타운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림인! 그들의 마나 정제술! 심법은 엄청나니 말이다. 혹시 아나 삼재심법이나 기초적인 심법이나마 얻을 수 있을지 말이다. 드디어 고스트는 마지막 기관! 한(韓). 뭔가 우리 나라와 관계있을 것만 같은 기관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기관. 한(韓). 이들의 주활동권과 세력은 가장 약하지만 엄청난 저력과 힘을 지닌 중립의 기관이다. 이들의 주 세력권은 한국이다. 이들은 사실 기관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다. 이들은 평소에 아주 평범하게 샐러리맨, 우편배달부. 가정주부등 평범한 생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국가에 아주 중요한 일이 생기게 되면 생업조차 내팽겨 치우고 나서는 이들이다. 이들은 민족성이라는 테두리 안에 힘을 모우는데 그 민족성은 다른 기관의 결속력을 능가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이들은 더 마나에 속성을 지닌 무당이라는 샤먼과 무림에 속하는 무술가. 홀리 글로리에 속하는 성직자. 우리 SWU에 속하는 초능력자등. 나머지 4개의 기관의 속하는 능력자들이 모두 속해있는 기관이다. 아직 세력이 약하다고 알려져 있으면서 나머지 4개의 기관이 함부로 건들지 못하는 기관. 그것이 바로 한(韓)이란 기관이다. 이들의 총수도, 기관에 속한 이들이 누군지도 철저하게 미궁에 감춰져 있는 기관. 그런 기관이 바로 한이다.” 와우! 그런 기관이 바로 우리나라에 있었단 말이지! 좋아. 목적지는 정해졌군. 난 한(韓)! 한에 속하겠어! 당연히 한국인이라면 한에 속해야지! “이정도면 너의 질문에 답변이 되었나?” “충분히 되었습니다. 후후후.” “건방진 녀석!” 고스트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에게서 멀어졌다. 그 이후 여러 질문들을 받은 그는 엄청난 폐활량을 자랑하며 질문 하나하나에 자세하게 대답해 주었다. 정말 엄청난 폐활량이로군 ====================== 사람들의 질문과 고스트의 답변은 거의 2시간 동안 계속 된 끝에 막을 내렸다. 정말 뭐가 그리 궁금한 게 많은지. 질문은 듣지 못했지만 답변은 알아들었을 수있었기에 어떤 질문인지는 금방 유추해 낼 수 있었다. “더이상 질문이 없다면 나는 내려가겠다.” 고스트가 내려간 이후 다른 이가 올라 왔는데 그는 놀랍게도 몬스터가 나타난 공간! 그 공간에서 보았던! 얼음을 사용하는 능력자! 스티븐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스티븐 데리안트라고 합니다. 저의 얼굴을 알고 있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여러분께 이 자리에서 알려드리죠. 여러분이 테스트를 받을 때 함께 있던 이들 중 1명은 저의 SWU의 속한 능력자들입니다. 저희는 항상 만약의 사태를 생각하여 그런 것이니 이해해 주시길 빕니다. 그리고 저 역시 제가 말하는 도중에 잡담은 용납하지 못합니다.” 스티븐은 웃고 있었지만 그 미소로부터 느껴지는 느낌. 그것은 아까 고스트에게서 느낀 그 이상의 뭔가가 있었기에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스티븐으로부터는 한기가 느껴졌는데 그가 내뿜는 한기는 고스트가 내뿜는 한기와는 전혀 달랐다. 말 그대로 한기(寒氣). 망령들의 한기와는 다른 것이었다. “자. 그러면 이야기를 시작하죠. 제가 할 이야기 저희 SWU에 속하게 되면 여러분에게 돌아가 보상에 관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갑자기 납치되어 테스트를 치루셨기에 기분이 안 좋으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대표로 사과드리겠습니다.” “....” “아까 고스트가 말했다 시피 저희 SWU는 아메리카 대륙의 국가와 대기업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테스트를 받으면서 보셨던 시설을 생각해 보시면 아실 겁니다. 저희 SWU가 가진 재력과 과학력을 말입니다. 저희가 여러분은 납치하긴 했지만 강제로 저희 SWU에 가입시키려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의 가진 능력은 엄청난 것이죠. 그런 능력은 공짜로 사용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 저의 SWU에서는 기관에 속하게 되시면 소정의 보상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저희 SWU에서 해드리는 보장은 일단 여러분에게 최소 30평의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주거공간에 들어간 생필품을 비롯해 가구, 전자기기등 모두 저희 SWU에서 제공합니다. 그뿐 만이 아닙니다. 저희 SWU에는 능력자의 실력에 따라 대우도 달리 하고 있습니다. 아까 제가 말한 30평의 주거 공간은 말단인 D급 능력자분들의 대우이고 A급 능력자의 경우 대기업의 회장 부럽지 않은 대우를 해드립니다. 또 저희 SWU에 속하시면 여러 가지로 이점이 있습니다. 일단 아메리카 대륙의 모든 나라를 오갈 때 여관 없이도 이동가능하고 일부 저희 SWU에서 관리하는 백화점이나 호텔등은 무료로 이용가능합니다. 거기에 등급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월급이 지급 되고 말단인 D급 능력자의 경우 원화로는 500만원. 달러로는 5000달러. 엔화로는 55만엔. 중국원화로는 39000위엔은 지급 합니다. 또 저희는 평소에는 여러분이 생업에 종사하게 해드립니다. 단지 여러분은 저희 기관에 속하신 이후 가끔 상부에서 내려오는 임무를 행하시면 되고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시게 되면 역시 수당이 지급됩니다. 자. 지금부터는 질문을 받겠습니다.” 이후 사람들은 계속해서 손을 올려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등급에 따른 월급과 대우에 대한 질문. 임무에 대한 질문. 임무 수당에 대한 질문등 각가지 질문들이 쏟어졌다. 확실히 그들이 제시한 제의는 거절하기 힘든, 솔직히 아까운 제의였다. 단지 기관에 속한 이후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주거 공간의 가구를 비롯해 생필품에 전자기기까지 제공. 또 한달에 일정한 월급 제공까지 하니 말이다. 나도 순간 기관에 가입할까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나는 부족한 집안에 태어난 것도 아니고 현재 집안 형편에 불만을 가진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돈으로 사람들을 사려한다는 것이 마음에 안들었다. 다짜고짜 납치한 다음 테스트를 하고 그다음 돈으로 환심을 사다니. 마음에 안 들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도 몇 명은 있었는지 다른 이들과 다르게 열성적으로 질문을 하지 않고 가만히 인상을 찡그리고 앉아 있는 이들도 있었다. 엥? 얼굴을 찡그리고 가만히 앉아 있는 이들 중에서는 나와 같은 공간에서 테스트를 했고 가장 먼저 만났던 미국인. 가장 제수 없는 그 미국놈도 껴있었다. 의외네. 저놈도 그런데로 괜찮은 구석이 있는 모양이네. 이번 질문 시간도 거의 2시간 동안 진행된 끝에 겨우 끝이 났다. “더이상 질문이 없는 것으로 알겠고 지금부터 저희 SWU에 속하실 분들을 받겠습니다. 저희 기관에 속하실 분들은 저기 고스트가 서 있는 쪽의 문으로 가주십시오. 저 문을 통과하시게 되면 저희 SWU에 속하기 위한 과정을 거치게 되실 겁니다.” 웅성웅성. 사람들은 다시 한데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아무도 제지 하지 않았다. 나 역시 한국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나는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니 상관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는 알 수 없으니까 가봐야지. “모두들 어떻게 할거에요?” “으음.” 나의 질문에 다른 이들은 순간 아무 말도 못하고 고심하기 시작했다. “저는 솔직히 이 SWU라는 기관이 마음에 안들어요. 다짜고짜 납치를 하질 않나. 테스트를 하지 않나.” “으음. 나도 솔직히 처음에는 그랬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준 엄청난 시설과 재력. 또 우리에게 한다는 보상.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워.” 찬수 형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포기하기에는 아까운 제의였다. 솔직히 이들 중에서 모두 나처럼 모자르지 않은 가정을 가졌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후~우. 결국 이들의 선택은 이들에게 달렸다는 거군. 나는 잠시 고개를 돌려 고스트가 있는 문을 바라보았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 문안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아직 결정을 못 내린 건 우리 한국인과 중국인과 유럽쪽 사람들이었다. 아마도 이들은 자신의 국가들이 속한 곳이 있는 다른 기관들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과연 저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여러분. 꼭 지금 결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생각할 시간을 드리죠. 3일! 3일간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일단 숙소로 이동하시죠. 그동안 테스트를 받느냐고 힘드셨을 테니. 좀 쉬셔야 할테니 말입니다.” 스티븐의 말에 우리는 고스트가 서있는 문의 반대편 문으로 갔고 숙소라는 곳으로 안내를 받았다. 각각 인종에 따라 방을 배정받았는데 다른 방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국인들이 배정 받은 방은 말 그대로 호화로움 그 자체였다. 집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규모의 방! 거기에 5명은 충분히 누울 수 있을 정도의 침대! 거의 수영장 만한 목욕당! 술을 마시기 위한 바와 엄청난 크기의 TV와 소파! 거기에 거대한 냉장고에는 각종 음식 재료들과 과일, 군것질 거리들로 가득 차 있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호화스러운 이 방에서 우리가 지내게 되다니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잘 지내십시오. 무슨 필요한 것이 있거나 저희 SWU에 가입하시려면 저 인터폰이나 설치된 전화를 이용해 주십시오. 물론 저 전화기는 외부로 통화가 불가능 하지만 말입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이 말을 남기로 스티븐은 문을 닫고 나갔다. 다른 일행들은 이 방을 살펴보느냐고 여념이 없었지만 나는 닫힌 문을 열어보려고 했지만 역시나 나의 예상대로 방문은 열리지 않았다. 후~우. 우리를 가두어 놓고 그런 말을 했겠다. 더욱 더 마음에 안드는 군. ============== 문이 잠긴 것을 확인한 뒤 나는 냉장고로 향했다. 어디보자. 대부분 외국거로군. 거기에 김치도 없고. 쩝. 한국인은 김치 없이는 못사는데 김치를 안챙겨 놓다니. “야야. 상민아. 이리와 봐. 저 엄청난 크기의 TV! 얼마나 할까?” “크기도 크고 벽걸이니까 꽤 나가겠죠.” “그러겠지?” 찬수 형은 나에게 친근하게 대하면서 말을 걸었다. 나는 솔직히 이렇게 호화로운 곳은 부담스러웠다. 나는 역시 서민이라니까. 내 방이 그립구만. 형은 나를 잡게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 “형. 저는 이만 방에 들어가서 잘게요. 오늘 너무 피곤해서요.” “응? 그래? 그래. 피곤하면 자야지. 잠이 보약이다! 자! 가서 푹 자라!” 나는 거대한 침대가 있는 방으로 가 뛰어들었다. 우리 집 침대에 비해서 너무 푹신한 메트리스. 너무 푹신하면 오히려 잠이 안오는데. 나는 한참동안 뒹군 끝에 겨우겨우 잠들 수 있었다. ===================== 상민이 잠든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서 감시하고 있는 이들. 그들은 고스트와 캐서린. 스티븐이었다. “스티븐. 네가 생각하기에 저 상민이라는 녀석은 어떻지?” “흠. 제가 생각하기에는 일단 정이 많은 성격인 것 같더군요. 사람도 좋고요. 일단 동료로 삼게 된다면 믿을 수 있는 함께 하기 좋은 이입니다.” “와우! 좋겠다. 스티븐 말대로라면 웬만해서는 쇼핑에 따라올 테니까.” 스티븐의 대답에 캐서린을 박수까지 치면서 좋아했다. 하지만 고스트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져 있었다. 스티븐은 그런 고스트의 표정을 보며 더욱 짖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스티븐. 만약 저 상민이란 녀석이 적이 된다면?” “으음. 적이 된다면 상민군 만큼 골치 픈 사람이 없을 것 같군요. 사람이 너무 좋다보니 일단 주위 사람들을 위해서 있는 힘을 모두 짜낼 겁니다. 상민군을 주위 사람들을 위해서, 지키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힘 이상의 힘을 내는 스타일인 것 같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웬만하면 상민군은 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군요.” “응? 왜?” “아무래도 좀 의심스럽거든요. 녹화해 놓은 테이프와 몬스터가 등장할 때 상민군의 모습. 거기에 앞서 사람들이 몬스터들을 처리할 때 상민군의 표정. 그리고 앞서 이야기 하는 동안의 상민군의 표정. 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여유를 부릴 수 없죠. 상민군의 표정은 언제든지 이곳을 빠져나갈 자신이 있다는 표정이었거든요.” “우와! 상민이가 그렇게 대단해. 이거 정말 재미있게 됐는데.” “으음.” 스티븐의 말에 고스트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잠들어 있는 상민이 비쳐지고 있는 스크린으로 향했다. 고스트. 그가 상민을 보고 느낀 것은 익숙함이었다. 그리고 웬지 모를 꺼림직함. 자신이 다루는 망령들이 다른 때의 비해서 좀더 강한 힘을 낸 것. 이 모든 것이 신경 쓰였다. “그보다 가입을 거부한 중국인 두명은 어떻게 처리했지?” “후후후. 아시면서 뭘 그러십니까? 비밀을 새어나가게 할 수 없으니 잘 처리하는 수밖에요. 한분씩 모셔서 처리 했죠. 죽이지는 않았습니다만 다시는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들어 드렸지요. 그분들은 안전하게 자택 앞으로 호송될 겁니다.” “어머. 어머. 불쌍해라. 백치가 되다니.” “백치로 만들진 않았습니다. 단지 저능아로 만들어 드렸을 뿐이죠.” “거기서 거기잖아. 스티븐.” “백치와 저능아는 엄연히 다른 겁니다. 캐서린.” “치잇. 끝까지 안 지려고 그래.” 그렇게 그들이 상민이 비쳐지고 있는 스크린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이를 지켜보는 이가 아니 존재가 있었다. 그 존재는 망령! 고스트가 조종할 수 있고 그의 주위를 항상 멤도는 망령! 그런 망령이었다. 하지만 그 망령은 다른 점이 있었다. 다른 망령들보다 강력한 힘과 더욱 강력한 한기를 지닌 것! 그것이 달랐던 것이다. 그 망령은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의 주인의 명을 행하기 위해서.... ======== “하~암. 역시 너무 푹신해도 좋은 건 아니라니까.” 잠에서 깨어난 나는 오히려 피로가 쌓인 것만 같았다. 하~암. [아아! 죽은 자의 주인이시여! 기침 하셨습니까.] 내가 기지개를 펴고 있을 때 갑자기 나의 귀로 익숙하지 않은 음성이 들려왔다. 그 존재는 몸이 반투명한 존재였는데 바로 내가 어제 고스트에게 붙여놓고 어느 정도 자유와 의지. 힘을 부여한 망령이었다. 사실 그전에 나는 망령들을 그저 마법의 매개체로 사용할 뿐이었지만 기초적인 네크로맨서 마법서 덕분에 망령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법을 알 수 있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내 앞의 망령이었다. 망령에게 어느 정도의 자유와 의지. 그리고 힘을 부여하여 이용하는 것이었다. 자. 뭘 알아왔는지 한번 알아볼까. “자. 네가 알아온 것을 한번 보자.” [죽은 자의 주인의 뜻대로 하소서.] 나는 망령의 머리의 손가락을 박아 놓고는 마나를 흘러 보냈고 눈을 감았다. 사실 이 과정에서 망령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는데 내가 데스마스터이고 그 망령의 주인이기에 아무 반항을 하지 않을 것이었다. 망령이 보고 들은 이야기가 그대로 감긴 나의 눈 앞에서 펼쳐졌다. 이,이 녀석들! 푸욱! 나의 주먹은 그대로 푹신한 쿠션에 파고들었다. 나는 볼수 있었다. 반항을 하고 있는 중국인을 제압하여 머리에 손을 언고 잠시 후 그 중국인이 어린 아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그리고 스티븐이 한 말을 듣을 수 있었다. 또 그런 내용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고스트와 캐서린의 태도와 말을 말이다. 이! 이! 나는 잠시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방금 내가 한 행동과 표정은 저들에게 경계심만 키워줄 뿐이다. 나는 이미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위치도 알고 있었다. 망령이 본 스크린을 통해서 보인 위치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아. 최대한 평소와 같이 행동하자. 아직 2일 남았어. 2일 동안 망령들을 이용해 이곳에 대해서 최대한 조사를 한 다음 탈출하는 거야. 나는 그 망령에게 이 곳에 대해서 좀더 조사해 보라고 명령을 내린 뒤에 다른 망령에게도 그 망령처럼 자유와 의지. 힘을 부여한 다음 이 곳에 대해서 조사해보라고 했다. 떠날 때 떠나더라도 나를 납치하고 감금하고 멋대로 테스트한 대가는 톡톡히 받아내겠어. 마침 이 방에 꽤 값나가는 것들이 많네. 다 챙겨가 주지. 후후후. 생각을 마친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거실로 향했다. 거실에는 찬수 형을 비롯해 여럿 형들이 술병과 함께 나뒹굴고 있었다. 아마도 어제 하루 종일 술을 마시며 밤을 지새웠던 모양이네. 하긴 여기 있는 술들은 모두 하나같이 고급술이었으니까. 아마 일어나며 속이 쓰려서 죽을 려고 하겠지. “에구. 잠은 제대로 자지.” 방에 설치된 시계를 보니 현재 시간은 새벽 5시 53분이었다. 음. 그러면 이들을 잠자리로 옮기는 게 좋겠지. 나는 형들을 하나하나 업어서 침실로 옮기기 시작했다. 형들을 하나하나 옮기면서 나는 스티븐이 말한 나의 성격에 대해서 생각했다. 정이 많고 사람이 좋다라. 좋게 말해줬지만 용서할 생각은 없다. 단지 좀더 고통을 줄여주도록 하지. ============================== 망령들을 풀어서 조사해본 결과 우리가 있는 곳은 지하가 아니었다. 산! 우리는 거대한 산 안에 만들어진 시설에 가두어져 있는 것이었다. 어떻게 산 안에 이런 거대한 시설을 만들 생각을 했고 만들어 냈는지 정말 SWU의 저력에 나는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시설에 있는 능력자들. SWU에 속해 있는 능력자들의 수는 시설의 규모에 비해서 적은 수였다. 그들의 수는 총 80명. 어떤 능력을 가진지는 모르지만 능력자라는 것은 분명했다. SWU에 가입하기로 한 사람에게 망령을 붙여 출구를 알아본 결과 출구는 한 곳 뿐이었다. 바로 지하로 통하는 엘리베이터! 그 엘리베이터로 지하로 이동한 뒤 자동차를 타고 가야만이 시설을 나갈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0분. 자동차를 타고 30분을 가면 작은 마을이 있다. 그 마을 역시 SWU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마을이었다. 하지만 능력자들은 없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0분이나 걸리는 이유는 테스트를 받은 능력자들을 모을 때와 같은 이유였다. 현재 우리가 있는 시설은 모두 자동화가 되어 있고 자가 발전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었다. 이곳의 발전기는 시설의 가장 높은 곳에 있었다. 어떤 발전시스템을 이용하는 지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와 같은 사실을 알아낸 데 걸린 시간은 거의 반나절이나 걸렸다. 망령들을 통해서 탈출구도 한번 구상해 보았는데. 벽을 모두 부수고 탈출하는 것은 무리였다. 이 기지는 산 안에 있었기에 벽을 부순다 하더라도 불가능한 것이었다. 다음 환풍구를 통해서 그 지하도로 이동하는 방법을 알아보았는데 직접 이동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환풍구에도 여기저기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경계시스템이 있어 불가능했다. 엘리베이터는 고스트와 스티븐. 캐서린이 있는 곳에서만 컨트롤 가능하기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탈출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후~우. 어떻게 해야하지. 음. 역시 이럴 때는 단순하게 밀어 붙이는 게 좋겠지. 하지만 내가 그만한 언데드들을 소환했다는 증거를 남기면 곤란하단 말이야. “야야. 상민이. 밥 안먹고 뭐하냐?” “그냥 생각할 게 좀 있어서요.” 현재 우리는 모두 함께 저녁식사 중이었다. 쌀인 이 방에 준비 되어 있었고 그밖에 여러 가지 재료들은 갖추어져 있었기에 식사 준비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들은 모두 거실에 둘러앉았다. SWU에 가입을 할지 안할지 결정하지 위해서 말이다. 나는 형들이 선택을 할 때까지 내가 알아낸 사실을 말하지 않기로 했다. 선택은 스스로가 하는 것이고 내가 그들에게 선택을 강요할 권리는 없으니 말이다. “흠. 너희들은 어떻게 할 작정이냐?” 시작은 나이가 가장 많은 찬수 형이었다. 일단 그래도 바람은 넣어볼까. “저는 가입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상민이 너는 역시 그렇구나. 이유는 뭐냐?” “그게 마음에 안들어서요. 일단 저희를 멋대로 납치해 왔고, 또 자기들 마음대로 테스트를 했으니까요. 그 이후 우리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 같긴 하지만 저는 마음에 안들어요. 형들도 아실 거에요. 우리가 이방에 들어온 뒤 그 스티븐이란 사람이 나간뒤에 문이 잠긴 것을요. 또 지금쯤 우리가 회의를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껄요. 감시 카메라로 말이에요.” “으음.”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곳에는 감시 카메라는 설치되어 있었지만 도청기는 설치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도 어째서 감시 카메라는 설치되어 있는데 도청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게 의아했지만 일단 넘어갔다. 물론 난 만약의 사태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 만약의 사태란 바로 여기 있는 사람들 중 SWU의 일원이 숨어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반나절 동안 살펴본 결과 별로 의심되는 행동을 한 사람은 없었다. 과연 어떨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나의 말에 여러 형들과 나보다 어린 나이의 지혜와 선영이. 민이는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나이가 어린 지혜와 선영이, 민이는 꼭 데리고 탈출해야지. “모두 조용. 조용히 좀 해라. 상민아. 잘 알았다. 모든 것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니까. 자.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기로 했냐?” “....” 찬수 형의 질문에 방안에 있는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아직 결정을 못 내렸거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기다리는 모양이다. “흠. 그렇다면 일단 내 결정부터 말하지. SWU에서 지급한다는 아파트와 월급. 정말 유혹적이지. 거기에 최하 등급의 월급이 500만원이라니. 완전히 땡잡은 거지.” 음. 형은 가입하려는 건가. 뭐 결정은 스스로 하니 것이니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지. “하지만 말이야. 나는 역시 이 놈들이 마음에 안들어. SWU. 상민이 말대로 멋대로 납치한 상태에서 테스트를 하질 않나. 무엇보다 사람을 돈으로 살려고 한다는 게 마음에 안든단 말이야. 그래서 나는 가입하지 않을 작정이다. 상민이처럼 말이야.” 히죽. 형도 참. 형은 말을 마치고 나를 쳐다보며 웃어주었다. 이것으로 탈출할 멤버가 한명 더 늘었군. 형의 말이 끝난 뒤에 하나 둘씩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가입 하겠다고 한 사람은 4명. 가입하지 않겠다고 한 사람은 나까지 해서 10명이었다. 가입하겠다고 한 형들은 그대로 전화를 통해서 가입하겠다고 연락했고 나는 그들에게 우리에 대한 이야기와 우리들이 한 이야기를 말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했다. 물론 그들이 허락하긴 했지만 그들 중에 SWU의 일원이 껴있다면 알려질 것이 뻔했기에 어디까지나 말만 해두었다. 강제로 금제를 걸수도 있었지만 말이다. 곧 SWU의 일원들이 형들을 데리러 왔고 우리들은 아직 더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지금부터는 그 이야기를 해야겠군. “저기 찬수 형 잠깐 이리로 와 볼래요. 할 이야기가 있는데.” “할 이야기? 그냥 여기서 하면 되지 않냐?” “그게...” 나는 눈으로 감시 카메라가 있는 쪽을 가르켰고 그제야 찬수 형은 알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나를 따라왔다. 내가 향한 곳은 침실의 방 한 귀퉁이었다. 그 곳은 바로 감시 카메라의 사각지대! 감시 카메라로 볼 수 없는 곳이었다. “왜 부른 거야?” “형.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 잘 들어요. SWU에 가입하지 않기로 한 우리를 그들이 가만히 두지 않을 것 정도는 형도 이미 예상했겠죠.” “으음. 그 이야기 때문이냐?” “예. 형 잠시만 손을 주시겠어요. 그리고 눈을 감고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주세요.” “응? 갑자기...” “따라 주세요.” “...쳇. 요즘 애들은 드세다니까.” 찬수 형은 나의 말대로 눈을 감았다. 후~우. 그럼 시작해볼까. 나는 오늘 아침에 나에게 보고하러 왔던 자유와 의지 그리고 힘을 처음으로 부여한 망령을 불러 아침과 같은 방식으로 머리에 손가락을 받아 넣은 이후 마나를 흘러보냈다. 동시에 형을 마나로 감쌌다. 이렇게 하면 마나로 인해서 연결된 찬수 형은 망령이 본 것은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방법에는 상당한 마나가 소모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듯이 설명을 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이 이해하게 하기 쉽게 생각했기에 이와 같은 일을 한 것이다. 찬수 형은 영상을 보고 있는지 나를 잡은 손에 힘을 줬고 거기에 얼굴에는 핏줄이 섰다. 잠시 후 눈을 뜬 형의 눈이 굉장히 충혈되어 있었고 형으로부터 느껴지는 기세 또한 광폭해져있었다. “...내가 본 장면 사실이냐?” “...예.” “이 빌어먹을 새끼들!” “형! 진정하세요!” 나는 일단 흥분한 형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힘썼다. 형의 흥분한 얼굴이 감시 카메라를 통해서 보여 지면 그들이 의심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형은 곧 진정하기 시작했지만 그 광폭한 기세는 여전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걸 알아낸 것이냐?” “그건 제 능력 중 하나라고 밖에 말씀드릴 수가 없겠네요.” “후~우. 후~우. 그래. 하여튼 고맙다. 이런 사실을 알려줘서. 이 빌어먹을 새끼들. 모두 쓸어버리겠어.” “형! 형! 진정하세요. 물론 그들이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먼저 탈출을 해야 되요.” “후~우. 후~우. 그렇지. 여기는 그들의 본거지니까. 후~우. 후~우. 방법은 있냐?” “지금부터 세워야죠. 이제 다른 형들을 한명이 불러 주겠어요?” “그래. 그러마. 일단 진정 좀 시키고. 으으으. 빌어먹을 놈들!” ==================== 찬수 형에게 보여줬던 방식으로 이어서 여러 형들에게 보여주었고 여자들 중에는 가장 연장자인 누나에게만 보여주었다. 모두 영상을 본 이후 핏줄을 세우면 분노를 표출했고 나는 그때마다 그들을 진정시키고 이곳이 그들의 본거지라는 것을 인식시켰다. 모두를 진정시킨 이후 우리는 다시 거실에 둘러앉았다. 모두 표정은 다른 때와 거의 다른 점은 없었지만 그들의 눈을 통해서 보이는 분노는 확연하게 느껴졌다. “상민아. 일단 네가 알아낸 사실을 모두에게 가르쳐 줘라.” “예. 제 능력 중 하나로 약 반나절 동안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 곳은 어느 산 속에 만들어진 시설이에요.” “산? 산 속? 산 내부 말이야?” “네.” 찬수 형의 왼 쪽에 있던 26세의 권인이 형은 현재 우리가 있는 시설이 산 내부에 만들어졌다는 것에 놀랐는지 나에게 계속 물어왔고 다른 형들도 매우 놀라워했다. “현재 우리가 있는 이곳의 출구는 단 하나에요. 바로 지하통로. 그 지하통로가 유일한 출입구죠. 그 지하 출입구로 가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방법이고, 다른 방법은 직접 걸어서 내려가는 거에요.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지하 출입구로 하는 방법은 사실 상 불가능해요. 엘리베이터는 통제실에서만 컨트롤 가능하거든요. 그렇다고 직접 걸어서 내려가는 방법도 위험해요. 각가지 경계시스템과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죠. 만약 우리가 계단을 내려가는 방법으로 간다면 그들에 의해서 잡힐 거에요.” “그렇다면 어떻게 탈출하겠다는 말이야?” “제가 생각해 놓은 방법이 있긴 한데. 그건 좀 있다가 말씀드리고, 이곳에 대해서 좀더 설명해 드릴 게요. 일단 이곳은 모두 자동화되어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이 시설의 규모에 비해서 많지 않은 능력자들이 있어요. SWU소속 능력자들의 수는 80명이에요.” “80명? 그게 적은 거냐?” “어디까지나 시설을 비해서 말이에요.” “하~아. 그야 말로 최악의 상황이로군.” 찬수 형 맞은편에 않은 나보다 2살 많은 19세. 고3 강한이 형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나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밖에 현재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중국인과 유럽쪽 능력자들이 총 13명이 있어요. 그리고 가입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내리고 저능아가 된 능력자가 6명 있고요. 그중 중국인이 4명이고 2명은 유럽쪽 사람이에요.” “흠. 그들이 우리 편이 된다고 해도 23명이군. 다른 6명은 짐덩어리고 말이야. 후~우.” 나의 말을 들은 일행들은 모두 절망적인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직 할말이 더 남아 있는데. “그 6명은 제가 어떻게든 회복시킬 수 있을 거에요. 그들이 회복된다면 아군은 늘어나는 거죠.” “으음. 네가 회복시킨다고. 그래. 일단 그런다고 쳐. 하지만 다른 국가 사람들이 우리편이 된다는 보장은 없잖아.” “후후후. 제가 다 생각해 놓은 것이 있죠. 상황이 안되면 되게 만들어야죠.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모두 비밀입니다. 잘 들어주세요.” ================= “저 한국인들 하루 종일 회의를 하고 있는데.” “혹시 알아. 회의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놀고 있는 것일지.” “다른 쪽은 어떻지?” “음. 아무래도 중국인들은 힘들 것 같아. 유럽 쪽 사람들은 가능성이 있는 것 같고.” “그렇군요. 뭐 어자피 내일이면 모두 결정 나겠죠.” 고스트와 캐서린. 스티븐은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얼마뒤 일어날 일을 생각도 못하고 말이다. ============== 후~우. 겨우 이야기 끝났군. “야야. 상민아. 이야기는 잘 됐냐?” “예. 중국쪽 사람들은 화까지 내면서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했어요. 유럽쪽 사람들도 역시 그랬고요. 오늘 12시. 일이 벌어진 뒤에 시작하기로 했어요.” “후후후. 드디어 복수를 할때가 다가왔구나.” 찬수 형은 나의 말을 듣고 아주 음흉하게 웃기 시작했다. 찬수 형 주위의 형들도 함께 음흉하게 웃기는 했지만 단연 돋보이는 것은 찬수 형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았다. 현재 시간은 10시 45분. 앞으로 작전 실행까지 1시간 15분 남았다. ====== 12시가 되기 1분전. 사건의 시작은 발전시스템이 있는 시설의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시간이 되었다! 모두 주인님의 명을 시행하여라!] 보다 강한 힘을 부여 받은 망령의 명령을 시작으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자유와 의지. 그리고 힘을 부여받은 망령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전소를 관리하는 능력자 4명의 몸에 일시에 수십의 망령들이 들어붙어 자유와 의지를 속박하기 시작했다. 4명의 능력자들은 다른 평범한 사람들보다 강한 저항을 하기는 했지만 혼자서 수십의 망령을, 그것도 힘이 부여된 망령을 이길 재간은 없었다. 망령에게 의지를 빼앗기 4명의 능력자들은 그대로 발전기를 멈추기 시작했고 동시에 시설로 들어가는 전력 공급을 끓기 시작했다. 서서히 멈추는 발전시스템. 하지만 보조 발전기가 가동되기 시작했는지 다시 전력은 공급되기는 했지만 그 양은 극히 적었다. 발전시스템이 있는 곳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SWU에 가입하지 않은 능력자들이 있는 방 앞의 복도에서는 또 다른 일어 벌어지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키키키키! 취익! 취익! 복도에 모습을 보인 것은 바로 그레이 오우거와 고블린, 코볼트, 오크를 비롯한 몬스터들이었다. 그들은 복도에서 날뛰면서 벽을 부수고 방의 문을 박살내며 퍼져가고 있었다. 이 모습을 고스트와 캐서린, 스티븐은 감시 카메라를 통해서 모두 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아마도 발전시스템이 누군가에 의해서 점령당한 것 같습니다. 거기에 전력 공급이 끝난 사이에 몬스터들이 나타나다니. 다른 기관에서 쳐들어 온 것일까요?” “그건 말이 안돼. 그들이 쳐들어올 이유도 없고, 무엇보다 이곳의 위치를 그들이 알고 있을 리 없으니까.” “일단 저녀석들부터 처리하자고.” “불가능 합니다.” “불가능 하다고? 왜?” “이 곳은 대부분이 자동화되어 있습니다. 보조발전기로 전기가 공급 가능한 곳인 이곳과 엘리베이터, 경계시스템 정도죠. 현재 다른 능력자들은 각자 방에서 쉬고 있고 그 문을 열기 위해서는 전기가 들어와야 합니다.” “제길! 문을 부수고 나오라고 그래!” “부순다고 해도 몬스터들로 인해서 방어벽이 작동했고 그 방어벽까지 뚫고 올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제길! 이렇게 손을 놓고 있어야 하다니! 내가 직접 발전소로 가보겠다.” 고스트는 이 말을 하고는 문을 열고 나가려 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문은 곧 열렸다. 아니 부수어졌다. 산산조각 난 얼음조각과 함께 말이다. ================ 후후후. 갑자기 나타난 몬스터. 이들은 바로 내가 만들은 언데드들이다. 겉모습은 몬스터들과 다른 것이 없기에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저들이 언데드라는 사실을 알 수는 없다. 언데드를 풀어 놓은 뒤 언데드들이 난동을 부리도록 명령했다. 언데드들인 나의 명령을 충실이 이행했다. 난동을 부리면서 우리 방문과 중국인, 유럽쪽 사람들이 있는 방문을 사고처럼 부수도록 했고 안의 사람들에게 덤벼들도록 했다. 그리고 아마 그런 언데드들은 능력자들에 의해서 금방 처리되었을 것이다. 아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 나가자!” “모두 먼저 나가세요. 전 조금 있다 나갈게요. 그냥 나갈 수는 없으니까요.” “후후후. 내 몫까지 확실히 하고 와라! 자! 가자!” 형은 일행들을 이끌고 나갔다. 이 곳에 지리에 대해서는 형과 중국인 대표. 유럽인 대표에게 이야기 해두었기에 문제는 없었다. 모두 나간 뒤 나는 챙기기 시작했다. 이방에 있는 대형 TV! 각종 술! 음식 재료! 침대까지 말이다! 원래는 불가능 했겠지만 아공간의 공간이 더욱 늘어났기에 가능했다. 챙길건 모두 챙긴 이후 나는 아공간에서 장비를 꺼내었다. 그 장비는 누나가 나에게 선물했던 아이템들! 데스리치 세트와 반지와 셔츠였다. 그리고 한가지 더 꺼냈는데 그건 바로 마스크였다. 데스리치 세트와 똑같은 회색의 마스크를 쓰자 나는 한명의 네크로맨서가 되었다. 후후후.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자고. “콜!” 나는 준비를 마친 이후 오랜만에 모두를 불러냈다. 나에게 종속된 본 마스터들과 데스나이트. 그리고 뱀파이어 잭. 한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붙여 놓은 킬과 프로스트를 제외하고 모두를 불러낸 것이다. “마스터를 뵙습니다.” “모두 오랜만이야. 특히 잭. 그동안 잘 지냈어.” “예. 마스터의 은혜로 가족들을 만나고 복수도 할 수있었습니다.” “잘됐네. 다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지금부터 너희들이 해야할 일이 있다. 너희들은 내가 불러낸 언데드를 이용해 이 시설에서 최대한 소란을 일으킨다. 이 곳은 어떤 능력자들의 시설이다. 방심하지 않는게 좋아. 현재 적은 뿔뿔이 흩어져 있지만 그들의 수는 총 80명! 아마 너희들이 한번도 보지 못한 무기로 무장을 했을 테니 방심하지 마라! 자! 가라!” “마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잭은 남아라. 넌 따라 할 일이 있으니.” “예. 마스터.” ========== “빌어먹을 방어벽!” 퍼억! “이런. 이런. 당신이 속한 시설인데 그렇게 부수셔야 되겠습니다.” “누구냐!!” 고스트. 스티븐. 캐서린이 있는 주 통제실로 가는 도중 방어벽을 부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고스트를 운 좋게 보게 되었다. 고스트는 평소와 다르게 매우 격분한 상태였다.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아마 내가 소환한 몬스터들에게 당한 게 분한가? “안녕하십니까. 저는 데스. 데스라고 합니다.” “네가. 네 녀석이 이곳에 몬스터를 푼 장본인이냐!?” “뭐. 그럼 셈이죠. 훗.” “이이!” 파아아아악! “이런. 이런. 당신의 공격은 저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내가 몬스터를 풀었다는 말에 고스트는 더욱 흥분했고 그의 분노에 인해 주위를 떠돌고 있던 망령들은 더욱 한기를 내뿜으며 나를 향해서 다가왔지만 불행히도 나는 죽은 자의 주인이라 불리는 자. 데스마스터였다. 나는 그저 손에 들린 데스리치의 완드를 휘둘렀고 망령들은 자연스럽게 나를 비껴갔다. 죽은 자의 주인이라 불리는 나에게 망령의 한기를 이용해서 공격하다니. 후후후. “어,어떻게?” “가르쳐 드릴까요? 그거야 저 역시 망령들을 다루니까요. 자. 이번에는 제 차롑니다.” 쩌쩌쩌쩍! 캬캬캬캬캬!! 나는 내가 만들어낸 망령 중 아이스 소울들을 내세웠고 그 아이스 소울에게 보다 많은 마나를 주입시키며 고스트에게 보냈다. 원래 한기를 띄는 망령이 얼음의 망령으로 다시 태어난 아이스 소울은 보다 많은 마나를 주입받자 주위의 벽은 순식간에 얼어 붙이면서 나아갔다. 고스트의 얼굴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어쩝니까. 현실인데. 후후후. “마,말도 안돼!!!” 쩌쩌쩌쩍! “크아아아악!” 모든 게 얼어붙은 그곳. 아직 그곳에는 고스트가 살아 있었다. 흠. 있는 힘을 당해서 망령을 조종하여 막은 모양이네. 고스트의 모습은 처참했다. 이미 사지는 얼어붙은 상태에서 박살난 상태였고 박살난 그곳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지만 않지만 곧 녹아 흘리기 시작할 것이 분명했다. 아니 그전에 아마 동상으로 죽을 것 같았다. 쉽게 죽게 해줄 수는 없지. 사람의 정신을 망가트리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이들에게는 말이야. 나는 천천히 고스트를 향해서 다가갔다. 덜덜덜덜. “이런 추우신가 보군요. 제가 따뜻하게 해드리지요.” 화르르르! “크아아아!!!” 고스트의 힘이 약해지자 지배력 또한 약해졌고 나는 그의 주위에 맴돌고 있던 망령들을 거두어 들였다. 망령들이 아이스 소울 못지 않은 한기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실을 고스트는 모르고 있는 것 같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는 밤 소울을 고스트의 몸에 붙여주었다. 밤소울의 특징은 상대의 생명에너지를 흡수하여 타오르는 것! 밤 소울의 열기로 인해서 얼어붙은 몸은 녹았고 동시에 더욱 타오르는 밤 소울로 인해서 고스트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불에 몸이 타오르는 고통 속에서 저항하던 그는 얼마 가지 않아 저항을 멈추었고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정도로 용서해줄 내가 아니었다. “영혼축출.” 크아아아악!!!! 망령을 다루어 한기를 내뿜는 능력을 지녔던 고스트의 영혼. 후후후. 잘 쓰겠습니다. 이제 남은 사람은 두 사람입니다. ================= “마,말도 안돼! 고,고스트가 누군데 저렇게 쉽게 당하다니!” “하.하.하. 아무래도 엄청난 적이 들어온 것 같군요.” 스크린을 통해서 고스트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본 캐서린을 혼돈에 빠졌고 스티븐은 그저 굳어진 웃음만 흘릴 뿐이었다. 사실 상민이 고스트를 쉽게 처리할 수있었던 것은 그의 힘이 망령을 다루어 한기를 이용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상대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상민은 죽은 자의 주인이라 불리는 데스마스터. 망령을 다루어 한기를 이용한 공격이 통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캐서린과 스티븐이 그것을 알 리가 없었고 자신들과 비슷한 실력을 가진 고스트가 너무도 쉽게 당하자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탈출! 탈출하자! 그래! 탈출하는 거야!” “진정! 진정하세요! 캐서린! 이미 늦었습니다! 시설 여기저기에는 몬스터들 깔렸습니다. 아마도 그 몬스터들을 푼 것은 고스트를 처리한 이일 테니. 그를 처리해야만이 우리가 탈출할 수 있습니다.” “너,너도 봤잖아! 고스트가 당하는 거! 그런데도 그와 싸우겠다는 거야!” “물론 저희가 정면 승부를 한다면 승산은 없겠죠. 제 이야기 한번 들어 보시겠습니까?” 스티븐은 혼돈 상태에 빠진 캐서린의 어깨를 잡고 이야기를 해나갔고 혼돈에 빠져있던 캐서린의 눈빛도 점차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스티븐의 이야기에 정신을 가다듬은 캐서린은 몸을 일으켰고 주 통제실을 스티븐과 함께 빠져나갔다. ====================== “어서 오십시오.” 드디어 도망가기를 포기한 것인가. 주통제실로 갔을 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캐서린과 스티븐에게 망령을 붙여놓았기에 쉽게 그들을 따라갔고 그들 역시 마치 따라오라는 듯이 흔적은 남기고 갔기에 따라갔다. 한번 어떤 반항을 하나보기 위해서 말이다. 동시에 주변에는 언데드들이 다가오도록 했고 이미 그들은 몬스터들에 의해서 포위된 상태였다. 흠. 거의 30분 동안의 추격전도 이것으로 끝이군. “안녕하십니까. 저를 이곳까지 초대해 주시다니 일단 감사드립니다. 제 소개를 하는게 좋겠죠. 저는 데스마스터. 그냥 데스라고 부르십시오.” “데스씨로군요. 저는 스티븐 데리안트라고 합니다. 그냥 스티븐이라고 부르십시오. 손님 대접이 소홀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요. 오기전에 고스트란 분에게 대접을 받았습니다. 아마 감시 카메라로 두분도 보셨을 겁니다.” 내가 고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캐서린의 어깨가 떨렸지만 곧 진정되었다. 나는 천천히 그들을 향해서 다가갔고 내가 다가가면 갈수록 자신들의 힘. 냉기와 화기를 끌어올렸다. “일단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몇까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음. 하십시오. 대답이 가능한데까지 해드리지요.” “일단 더 마나에 속하신 분입니까?” “죄송하게도 아니군요. 저는 프리로 일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한국, 유럽, 일본의 높으신 분들이 자녀들을 저에게 좀 찾아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군요. 제가 한가지 제의하겠습니다. 저희 SWU에서 데스님의 의뢰인이 드린 금액의 5배. 아니 10배를 드리겠습니다.” “으음.” 역시 돈으로 해결하려는 건가. 나는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구미가 당긴다는 포즈를 지어보였고 스티븐의 얼굴에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흠. 제가 얼마를 받은지 모르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10배의 금액을 주겠다는 겁니까.” “저희는 SWU의 B급 요원이고 이번 일을 끝으로 A급 요원으로 승진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동원할 수 있는 돈은 가히 엄청나죠. 그리고 그동안 월급을 모아 놓은 것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캐서린.” “응! 쇼핑에 조금 쓰긴 했지만 모아 놨어!” “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음. 그렇게 하죠.” 나는 손을 내리면서 주위의 몬스터들을 뒤로 물러서게 했고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 악수를 건냈다. 내가 악수를 청하기 위해서 손을 건내자 캐서린과 스티븐의 미소는 더욱 진해졌고 나 역시 웃어보였다. “그럼 지금 받기로 할까요.” “예?” “제가 받기한 의뢰금은 생명이었거든요. 10배로 주신다고 했으니 당신들의 생명을 모두 거두어 가도 부족하군요. 뭐 어쩔 수 없죠.” “캐,캐서린!” 파아아아아! 화르르르륵! 악수를 했던 손을 놓으면서 나를 향해서 냉기를 내뿜으며 얼음으로 된 창을 날리는 스티븐 동시에 바닥을 향해서 불을 내뿜는 캐서린. 나는 스티븐의 냉기 공격을 받아주었고, 캐서린이 바닥을 향해서 불을 내뿜는 것을 방치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흠. 제법 시원하군요.” “...어째서! 어째서 터지지 않는 거야!” “이 아래 무기고 말입니까?” “어,어떻게 그걸 당신이 알고 있지?” “후후후. 그건 비밀입니다. 하지만 작전 좋았습니다. 캐서린의 발화능력으로 무기고를 폭발시켜 몬스터와 함께 저를 죽일 생각을 하다니 말입니다. 그런데 아마 살 자신이 있으셨던 모양이죠. 그 폭발 속에서 말입니다. 하긴 얼음으로 자신들을 방어한다면 살수는 있었겠죠. 큰 상처를 입겠지만 말입니다.” “모두. 모두 알고 있었던 거냐!” “그런거죠. 수고 했습니다. 잭.” “아닙니다. 마스터.” 그들에게 붙여 놓았던 망령 덕분에 난 그들이 세운 작전을 이미 알 수 있었고 만약의 사태를 위해서 함께 왔던 잭에게 명령을 내려 캐서린의 열기를 차단하도록 했었다. 그 임무를 마친 잭은 나의 옆에 모습을 들어냈고 둘은 잭의 모습을 보고는 절망에 빠졌다. “후후후. 자. 이제 장난은 그만하겠습니다. 죽어주셔야겠습니다. 특별히 스티븐씨를 생각해서 여러분의 영혼은 자유롭게 해드리겠습니다. 스피릿 스워드 스트라이크.” 우우우웅! 푸푸푸푸푹! 그들은 그렇게 망령들로 만들어진 검에 목숨을 잃었다. 영혼이 아깝긴 하지만 거두어 들이지 않겠어. 웬지 여자의 영혼을 축출하는 것은 꺼림직하고 나에 대해서 잘 말해 줬으니까. 자! 그럼 이제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가볼까. “그럼.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가자. 잭.” “예. 마스터.” 잭은 내가 명령하자 망토로 나를 깜쌌고 곧 나는 잭과 함께 안개가 되어 사라졌다. 후후후. 갈때는 편하게 가겠군. =============== 후후후. 고스트와 캐서린. 스티븐을 처리했습니다. 아마 죽은 고스트가 억울해 하겠군요. 자기만 영혼이 축출당했으니 말입니다. 후후후. 여기서 잭의 또다른 능력이 들어납니다. 바로 다른 이와 함께 안개화 하여 이동하는 것! 뱀파이어 자작이 된 잭의 능력 중 하나인 것이죠 후후후. 자.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그럼 모두 내일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극악이었고요. 앞으로도 잘부탁드립니다. <<2>>=+=+=+=+=+=+=+=+=+=+=+=+=+=+=+=+=+=+NovelExtra(notesee@gmail.com)=+= <<1>>=+=+=+=+=+=+=+=+=+=+=+=+=+=+=+=+=+=+NovelExtra(notesee@gmail.com)=+= (16)장. 추적자들. 그리고 한(韓). SWU의 시설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트린 이후 챙길 건 다 챙기고 간혹 눈에 보이는 쓰러져 있는 SWU의 요원들의 지갑까지 뒤져서 현금을 챙긴 뒤에 나는 뒤늦게 일행들과 합류했다. 과연 언데드들에 의해서 죽은 SWU의 인원이 몇이나 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꽤 많은 사람이 죽은 것 같았다. “야! 상민이! 왜 이리 늦었어! 어서 타!” “아! 알았어요!” 지하 출입구에 내려가니 일행들은 먼저 떠나지 않고 SWU의 요원들의 차로 보이는 차를 타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꽤 큰 지프였기에 한 대에 우리 모두가 탈 수 있었다. 운전은 찬수 형이 맡았고 좌석에는 아직 나이가 여자아이들이 앉아 있었다. “권인이 형. 다른 나라 사람들은 모두 먼저 떠난 거에요?” “그래. 새끼들 참 의리 없이. 저능아가 될 뻔한 것 구해줬는데 그냥 자기들끼리 가버리다니.” “그럼. 잘됐네요.” “잘돼? 뭐가 잘돼?” “후후후. 제가 사실 말씀 안드린 것이 있거든요.” “뭐? 우리에게 말을 안 한게 있어?” 내가 말하지 않은게 있다는 소리에 지프 트럭에 짐 칸에 탄 일행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후후후. 오히려 알리지 않은 게 잘한 것 같은데. 내가 일행들과 다른 외국인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이 지하출입구에 위치한 마을이었다. 그 마을은 바로 SWU에 속한 능력자들이 일부 살아가고 능력자가 아니더라도 SWU에 속한 이들이 살아가는 마을이었다. 당연히 우리들이 이 지하출입구를 나오기 위해서는 그 마을을 지나쳐야하고 그 과정에서 전투가 일어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지하출입구에 끝에는 마을이 있고 그 마을이 SWU의 속한 능력자들과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이 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말했다. 그러자 형들은 나를 향해서 웃어보이면서 말했다. “잘했어! 그 놈들은 고생 좀 해봐야지!” “맞아! 맞아! 구해준 사람은 우리데 감히 우리를 버리고 가다니 말이야!” “짜식! 잘했다.” “헤헤헤.” “우리는 편하게 가겠는 걸. 그런데 왜 그렇게 늦게 온거냐?” “아. 그건요. 바로 돈 때문이죠.” “돈? 아! 맞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다른 나라지!” “후후후. 저는 그것을 생각해서 쓰러져 있는 요원들의 지급에서 돈을 좀 빌렸죠. 겨우겨우 몬스터들을 피해서 말이에요.” “짜식! 잘했어! 김치를 가지고 다닐 때부터 알아 봤다니까!” “후후후. 녀석들은 앞으로가 막막하겠지.” “흐흐흐흐.” 아마도 형들은 우리를 두고 먼저 떠난 중국인과 유럽인들에게 많이 화가 났었던 모양이다.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이후 한참을 달린 이후 우리는 지하 출입구를 벗어날 수 있었고 전투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전투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여기저기 불에 타 없어지거나 상처를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도 눈에 들어왔다. 나이가 아직 어린 여자아이들과 형들은 그 장면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고 급하게 벗어나긴 했지만 나는 그 모습을 모두 보았다. 사건 현장에서 약간 벗어난 이후 일행들에게 잠깐만 기다리라고 한 이후 나는 다시 마을로 들어갔다. 역시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초능력을 가지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내가 다시 마을로 들어오자 경계의 눈빛을 보냈고 나는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묵묵히 일을 보았다. 주유소를 찾아 주유소 내에 존재하는 드럼통에 기름을 채웠고 주유소에 딸린 마트에서 물을 비롯해 식량을 챙겼다. 이후 몇몇 집안으로 들어가 옷과 신발, 이불 같은 생필품을 챙겨 아공간에 넣은 이후 나는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나왔다. 생필품과 주유소에서 물건을 챙길 때 나를 향해 보낸 그들의 눈빛. 그들의 눈빛에는 원망과 분노. 공포와 이 상황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안타까움이 뒤섞여 있었다. 만약 그런 눈빛을 일행들이 보았다면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들에게 사과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그들의 눈빛을 마주보고 철저하게 공포를 심어 주었다. 나는 이미 죄인. 살인도 서슴치 않게 하는 죄인이었다. 내가 아까 한 약탈정도는 나에게는 그저 기억남는 일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사람이 죽은 모습과 고통속에서 처절하게 울부짖는 모습. 그리고 그 고통속에서 울부짖는 이를 울면서 지켜보는 가족의 모습을 본 일행들은 숙연해져 있었다. 후~우. 과연 이들이 살인을 하게 되다면 어떻게 될까. 죄책감에 스스로를 포기할까. 아니면 정화화 시켜 스스로를 납득시킬까. 또 아니면 나와 같은 죄인의 길을 걷게 될까. 참. 나도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휘이이이잉! 덜덜덜덜. 그때 바람이 거세게 불어 그동안 꽤 자라난 나의 머리를 쓸어 넘겼고 옆에 붙어 앉아 있는 권인이 형이 떨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참. 나누어 주려고 가져 온 것을 그대로 아공간 안에 넣어두다니. “모두들 이 옷들 받아요. 이 지프는 위의 뚜겅이 없어서 바람이 불어오니까 추울 테니까요.” “...이거 거기서 가져 온 거지?” “예. 거기서 가져왔죠. 그렇지만 뭐라고 하지 마세요. 다 우리들을 생각해서 가져온 거니까요.” 나의 말에 망설이던 일행들은 모두 옷을 받아 들었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 잠시 지프를 멈추었다. 이후 이불과 음식을 꺼냈고 간단한 식사를 한 이후 운전이 가능한 사람끼리 4시간씩 교대로 운전을 하면서 가기로 했다. 나머지는 자고 말이다. 첫 번째 순서는 찬수 형이었고 그렇게 우리들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 상민 일행들 비롯해 다른 나라의 능력자들이 탈출한지 3일 째 SWU의 요원들은 사건이 일어난 테스트 시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테스트 시설에 도착한 이들의 수는 단 2명! 그들은 SWU에 존재하는 단 20명밖에 안된다는 S급 능력자들이었다. “후~우. 이거 굉장하구만. 전혀 못쓰게 됐어.” “제키. 조용히 해주겠습니까. 그리고 다리를 떨지 말아 주십시오. 신경 쓰입니다. 껌도 그만 뱄고요.” “예. 예. 알아 모시겠습니다. 레이디.” 제키 마커스. SWU소속 S급 능력자 20명 중 서열 19위. 그는 야구 광인지 야구모자와 함께 야구 점퍼를 입고 있었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상태에서 껌을 씹고 있었다. 제키의 외모는 말그대로 호쾌한 남성의 표준이라고 할만했다. 누가 봐도 딱 붙임성 있게 보이고 동시에 친근한 외모를 가진이. 그게 제키 마커스였다. 그 제키 마스커에게 말을 건 이는 놀랍게도 맹인이었다. 하지만 그 아니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앞으로 걸어 나가며 장애물도 마치 보고있는 사람처럼 비켜 움직였다. 그녀는 S급 능력자 20명 중 서열 20위.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SWU에서 특별히 보호 받고 있는 이로 암호명. 가디스(Goddess). 여신이었다. 가디스. 그녀가 가진 능력은 과거와 미래를 보는 능력이었다. 물론 과거의 경우 일 주일 전의 일까지 명확하게 볼 수 있지만 미래의 경우에는 가까운 날. 하루. 이틀 안의 미래를 볼 수 있고 미래를 보는 부담으로 인해 미래를 한번 볼 경우 거의 보름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야만 했다. 하지만 미래를 볼수 있다는 것만으로 그녀가 S급 능력자가 된 것은 아니었다. “이 곳에서 고스트가 죽었군요.” “확실히 그런 것 같군. 그 유령쟁이가 흔적이 여기저기에 남아 있는 것을 보니 말이야. 못 본사이에 많이 강해졌는데.” “이 흔적은 고스트가 남긴 것이 아닙니다.” “응? 뭐라고?” “이건 고스트를 죽인 이. 데스마스터. 데스라 불리는 이가 한 짓입니다. 고스트가 상대를 잘못 만났군요. 고스트의 망령들의 한기가 데스라는 자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어요. 그는 고스트보다 강한 망령들을 보유하고 있었고 조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스트가 당한 겁니다.” “...그 유령쟁이보다 강한 망령을 다루고 있다고.” “예.” “와우! 이거 재미있겠는데. 오랜만에 피가 끌어오르는 느낌이야. 자자! 어서 추적하자고. 갑자기 빨리 만나보고 싶어졌어.” “아직 가봐야 할 곳이 남아 있습니다. 추적은 그 다음이에요.” “쳇! 알았어. 기다리지 뭐. 이거 정말 재미있게 됐는데. 크크크.” 파지지직! ============== 안녕하세요. 극악입니다. 후후후. 오늘도 연재 시작합니다. 음. 그런데 이 다음편 연재가 문제로군요. 제가 미국의 도시 지명은 저언혀 모르거든요. 뭐 유명한 데는 조금 알지만 말이에요. 그래서 고민중입니다. 어떻게 넘겨야 할지 말입니다. 으음. 일단 미국 지도나 한번 보는게 좋겠죠. 으음. 지명이 문제로다. 아마 이 지명때문에... 연재가 조금 늦어질 수 있을 것 같네요. 끄응. 그냥 콱 팬텀스티드로 날아가 버릴까. 끄응. 지금까지 극악이 었습니다. 그럼 있다가 또 뵙죠. 끄응 ㅡㅡ;; <<2>>=+=+=+=+=+=+=+=+=+=+=+=+=+=+=+=+=+=+NovelExtra(notesee@gmail.com)=+= 지프를 타고 여행한지 벌써 4일. 거의 하루종일. 번갈아가면서 운전하고, 식사시간 이외에도 이동한 끝에 우리는 어느 한 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 한국에서도 너무도 유명한 도시! 황금의 도시! 도박과 향락의 도시라고 불리는 그 곳! 로스엔젤레스에서 장거리 버스를 이용하여 불과 6시간 정도밖에 안걸린다는 도시! 라스베가스에 도착한 것이다! “하.하.하. 라스베가스라니.” “언젠가 가보려고는 했지만 하필 빈털터리일 때 오다니. 크윽!” “크윽! 내가 영화에서나 보던 곳에 오다니!” “자자! 진정하고 일단 들어가기 전에 먼지부터 털어내고 단정히 하고 들어가자고. 이불들고 다 챙겨라.” 찬수 형의 말에 일행들은 모두 자기의 옷에 뭇어있는 먼지들을 틀어내기 시작했고 수건에 물을 적셔 얼굴을 닦았다. 밤에 도착해서 그런지 라스베가스와 상당히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도박과 향락의 도시! 라스베가스! 카지노에 있는 슬롯머신 한번 꼭 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생기다니. 준비를 끝낸 우리는 드디어 라스베가스에 입성했다. 아니 입성하려고 했다. “저기 우리 이 차 버리고 가는 게 어떨까?” “에?” “차를 버리고 가다니?” 우리는 찬수형의 어이없는 말에 형을 주목했다. 차를 버리다니. 아무리 라스베가스로 들어간다고 해도 한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데. 우리에게는 비자도 없고 여권도 없고, 신분을 증명할 것도 없는데. 우리는 이곳에서 불법밀입국자인데 말이야. “솔직히 한국사람이 단체로 지프를 타고 라스베가스에 나타나봐라. 그럼 주위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우리에게 솔리지 않겠냐. 그러니까 버리고 가자는 거야. 솔직히 주차도 문제잖아.” “확실히 그렇지.” “하지만 버리기에는 아까운 차잖아.” “음. 그렇다면...” 일제히 나를 쳐다보는 일행들. 하.하.하. 아무리 나라도 차는 무리일 것 같은데. “에. 아무리 생각해도 차는 무리일 것 같은데요. 제 아공간이라도 말이에요.”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한번 도전해봐.” “맞아요. 오빠. 도전해 봐요. 혹시 알아요. 될지.” “으음. 한번 해보긴 하겠지만 어떤 일이 일어나도 몰라요.” “알았어. 알았어. 해보기나해.” 일행들은 그말을 하고는 차에서 내려 멀찍이 떨어졌다. 끄응. 아무리 생각해도 차는 무리인데. 에유. 나는 천천히 마나를 끌어올렸다. 이번에 아공간의 문을 최대로 열어야 하니 마나가 많이 소모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마나가 최대로 끌어올린 이후에 시전어를 외웠다. “아공간 오픈!” 우우우우웅! 지프 바닥에 생긴 거대한 아공간의 문! 점차 아래로 스며드는 지프의 바퀴. 지금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아직 방심해서는 안돼. 점차 아공간의 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지프를 보며 나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우우우우웅! “크윽! 쿨럭!” “상민아!” 내가 피를 뱄어내자 일행들은 놀라서 나에게 다가왔지만 나는 한손을 들어 제지했다. 크윽! 역시 안된다니까. 나는 다시 차를 위로 끌어올린 이후 서서 아공간의 문을 닫았다. 내상을 입었어.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 도전하다니. 나의 몸속의 마나는 조금씩 내상을 회복시켜나가고는 있었지만 이대로라면 적어도 일주일은 되어야만이 내상이 나을 수있을 것 같았다. 물론 포션을 마신다면 그런데로 괜찮아지겠지. “거봐요. 제가 무리라고 했잖아요.” “미,미안하다. 설마 피까지 토할 줄이야.” 나는 입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피를 닥아 내고는 말했다. 일행들 모두 내가 피를 토해낼 줄을 몰랐는지 모두 미안한 표정을 하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사람이 너무 좋아서 탈이라니까. 결국 우리는 라스베가스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바위 뒤에 지프를 숨기고 라스베가스로 향했다. 일행들은 라스베가스로 향하면서 나의 눈치를 보았고 나의 몸이 괜찮은지 몇 번이나 물어보았다. 나는 괜찮다고 말은 했지만 내상으로 인해서 현재 사용가능한 마법 중 5써클 마법은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내상이 나을 때까지 말이다. “정말 화려하네요.” “우와! 이 전단지 봐바!” “야야. 사람들이 다 쳐다보잖아. 조용히 있어.” 확실히 우리가 라스베가스에 걸어서 들어가자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과 그밖에 기존에 거기를 거닐고 있던 관광객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모여졌고 우리는 급하게 사람들 사이로 움직였다. 확실히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전단지 역시 대단히 선정적이었다. “흐흐흐. 가판대에서 주는 전단지만 모아도 포르노 잡지가 된다더니. 진짜였네.” 형. 그런 말을 하면 안되지. 찬수 형은 4명의 여자들의 시선을 느끼지도 못했는지 연신 주위를 살펴보기 바빴다. 정말 화려하구나. 일단 도박의 도시에 왔으니 돈 좀 챙겨가야겠지. 한동안 여행도 해야하니 말이야. 내가 SWU요원들의 지급에서 꺼내온 돈은 총 1657달러. 90센트였다. 흠. 90센트는 일단 내가 먹고 나머지는 나눠야지. 현재 우리의 인원은 10명! 한명만 165달러씩만 나누어 주면 되겠지. 7달러도 내가 먹네. 후후후. “일단 저기 중국인 관광객들에 끼어서 카지노로 들어가죠. 들어가서 돈 나눠드릴게요.” “오오오! 역시 상민이. 네가 뭘 좀 아는 구나! 흐흐흐. 좋았어! 한번 놀아 보는 거야!” 우리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줄을 따라 카지노 안으로 들어갔고 안에 들어가서 돈을 나누었다. 지혜와 선영이, 민이를 그냥 보내는 것이 조금 안심이 되지 형들 중 2명이 항상 따라다니는 조건을 달았고 형들 역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허락했다. 헤어지기 전에 언어에 대한 문제는 내가 해결했다. 과연 지속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리드 랭귀지를 시전하여 주었고 일행들은 리드 랭귀지를 받고 외국인들의 말이 한국어로 들려오자 매우 신기해 하며 흩어졌고 1시간 뒤에 카지노 출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다. 후후후. 그럼 어디 한번 돈을 벌어 보실까. 일단 환전부터 해야겠지. 환전을 하는데까지는 어떻게 하다보니 모두 함께 가게되었고 환전을 한 이후 진짜로 우리는 흩어졌다. 나는 카지노를 거닐면서 내가 노리는 그 것을 찾기 시작했다. 결국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그 곳에서 나는 찾을 수있었다. 내가 노리는 백전불패할 자신이 있는 그것! 룰렛이 있는 곳을 말이다. 자자! 한번 대박으로 벌어 봅시다. =============== 그냥 한번에 라스베가스로 보내버렸습니다. 뭐 걸리는 것이 있더라도 넘어가 주세요. 크윽! 룰렛! 주인공 상민이 노리는 도박! 후후후. 망령들을 이용하면 절대로 질 수 없는 게임이지요. 후후후. 심지어 마음대로 조작도 가능하고 딜러는 구슬을 던지는 것 뿐이니 뭐라고 할 수있겠습니까. 후후후. 뭐 어깨들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후후후. 자! 다음편으로 고고! 고고! 그럼 잠시 후 뵙겠습니다. 후후후후. <<3>>=+=+=+=+=+=+=+=+=+=+=+=+=+=+=+=+=+=+NovelExtra(notesee@gmail.com)=+= “음. 그들이 오늘 여기로 들어온다는 거 정말인가. 가디스는 미래를 한번 보고나면 보름은 기절해 있으니 정말 답답하다니까.” “가디스가 본 미래는 틀린 적 없으니까. 걱정 좀 작작해라.” “난 방에만 있기 갑갑하니까 아래 카지노에 좀 다녀올게.” “조금만 쓸고 와라. 아래 카지노는 우리 SWU소유의 것이니까.” “걱정마세요.” ========= 와우! 대단한데! 저한국인 정말 대단해! 거참 시끄럽구만. “손님. 계속 하시겠습니까? 그만 하시는 편이.” “오늘은 날인 것 같으니 한번 본전을 뽑아 봐야죠! 자 이번에는 어디에 걸어볼까나.” 딜러는 용케 말을 더듬지 않고 말하기는 했지만 그의 표정은 거의 죽을 상이었다. 하긴 내가 따먹은 돈이 꽤 되니까. 현재 나의 손에 들린 칩은 나의 손에 처음 들려 있던 100달러짜리 칩 1개와 10달러짜리 칩 7개 대신 5000달러짜리 칩이 들려 있었다. 겨우 170달러 8개의 침으로 시작했던 나의 손에 무려 5000달러짜리 칩이 20개나 들려 있는 것이었다. 룰렛이란 게임은 정말 쉬웠다. 내가 걸고 싶은 숫자에 칩을 올려놓으면 되니 말이다. 나는 처음에 그저 다른 사람이 룰렛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았고 30분 정도 지켜본 뒤에 게임에 참여 했다. 30분 동안 내가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구슬에 망령을 심은 이후 그 망령을 자연스럽게 조종하는 것을 연습했기 때문이다. 30분 동안 연습한 끝에 망령이 나의 의지대로 완전히 움직이게 했고 그후에 참여했다. 나는 첫 판부터 올인했다. 올인이라고 해봐야 170달러이지만 말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레드나 블랙에 걸때 단 하나 1번에 걸었다. 그리고 당연히 난 승리했다. 내가 처음 승리했을 때 주위에서는 환호가 터졌다. 번호 하나에 걸어서 승리시 나에게 지불되는 금액은 원금의 35배! 무려 5950달러였기 때문이다. 단번에 떼돈을 번 것이다. 나는 칩을 지불 받은 뒤 계속 게임을 이어갔다. 다음에는 신중한 척하려고 50달러짜리 칩을 레드에 걸었고 이번에 역시 승리해 50달러 칩을 하나더 받았다. 다음에는 홀수와 짝수 중 홀수에 50달러짜리 칩 2개를 걸어 100달러짜리 칩을 받았고 한번은 과감하게 50달러짜리 칩 2개만 남기고 모두 걸어 일부러 저주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계속해서 현재 나의 손에는 5000달러짜리 칩 20개가 들려 있는 것이었다. 후후후. 10만 달러라니. 도대체 한국 돈으로 하면 얼마나 되는 거야. “이번에는 음. 파이브 넘버에 2만 달러!” 파이브 넘버란 0,00,1,2,3의 숫자에 거는 것으로 만약 성공할 경우 거는 금액의 6배를 지불하는 곳이다. 내가 걸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그곳에 걸기 시작했고, 딜러는 땀을 흘리면서 룰렛을 돌렸다. 또르르르. 딱. “후~우. 22번입니다.” 후후후. 이번에 이겼으면 12만 달러지만 더 이상 따게되면 저 딜러는 직장을 잃을지도 모르잖아. 이제 그만해야지. 나는 져서 힘이 빠진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사람들이 만들어낸 장벽을 뚫고 나왔다. 후후후. 8만 달러라. 떼돈을 벌었군. 어자피 약속시간도 다 됐으니 그만 환전하고 일행들이나 찾아볼까. 환전소에 간 나는 침을 건내주면서 1만 달러는 100달러짜리로 달라고 하고는 100달러짜리 한뭉치와 5000달러짜리 14장을 건내 받고 돈다발에서 100달러 한 장을 꺼내어 팁으로 줬다. 내가 팁을 다주고 웬일이냐. 어자피 도박으로 번 돈이니까. 내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꽤 친근감 있고 호쾌하고 보이는 야구모자를 쓴 외국인과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친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어보였고 서로 고개를 숙이며 지나쳤다. 저 사람도 환전하러 온 건가. 웬지 나중에 또 만나게 될 것 같은데. “과연 형들이 뭘 했을까. 아무래도 카드 게임이겠지.” 카드 게임을 하는 곳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일행들을 찾아보았는데 일행들은 한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약속시간이 다되어 나는 만나기로 한 카지노의 출입구로 향했다. 역시 카지노 출입구에는 모두 모여있었고 다들 시무룩해진 상태였다. 딱보니 모두 잃은 모양이네. “모두 먼저 와 있었네요.” “아. 왔냐. 네가 제일 늦었다. 하~아.” “그런데 앞으로 어떻하지. 돈도 다 써버리고.” “저희돈은 다 오빠들이 잃었잖아요! 책임져요!” “크윽! 미안하다. 미안해. 제길! 인터넷으로 한 블랙잭으로 신급까지 오른 이 몸인데! 제길!” 고3인 강한이 형. 게임할 시간도 있고 대단하군. 결국 딴 사람은 나뿐인 것인가. 후후후. “자! 어서 나가죠. 일단 호텔에서 방을 잡고 쉬자고요.전 어서 씻고 싶어요.” “상민이. 혹시 너.. 딴거냐!” “헤헤헤. 보시죠.” 탁탁! “허억! 돈 다발!” “그,그것도 100달러짜리 돈 다발이다!” 이후 우리는 현재 우리가 있는 카지노가 속한 호텔로 들어갔다. 체크인을 하기 위해서는 신분증명이 필요하기는 했지만 간단한 최면술로 해결해 버렸다. 이후 벨보이에게 방을 안내받았고 SWU의 시설에서 탈출하기 전에 사용하던 곳보다는 못하지만 그대로 VIP룸을 안내 받았고 벨보이에게 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100달러를 팁으로 주고 잘못해서 돈을 흘린 것처럼 5000달러자리 지폐를 보여주었다. 이후 벨보이에게 옷과 생필품 자외선 차단크림, 썬글라스를 사다줄 것을 부탁했고 식사는 이곳에서 하겠다고 했다. 10명이서 방을 쓰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까봐 간단한 최면술로 인원수를 4명으로 기억하도록 했다. “후후후. 술이다! 술!” “침대다! 침대!” “하~아. 오빠들. 우리 여자들 먼저 샤워할께요.” “그래! 이 오라버니들은 한잔 걸치고 해야겠다. 음하하하!” 방에 들어와서 벨보이가 나가자마자 술을 집어 드는 형들. 하~아. 정말 못 말린다니까. ==================== 역시 딴지가 많이 걸려 오는 군요. 으음. 가본 경험이 전혀 없는지라. 끄응. 일단 어떻게든 핑계를 만들어 보거나... 수정하겠습니다. 웬지 지금의 흐름. 놓치기가 싫어서요. 하.하.하. 주인공이 너무 사람이 좋아서 라는 핑계로는 안되겠죠. 하.하.하. 거기에 미성년인데도 가능한 것은 최면술의 힘이라고 해도 안되려나 --;; 아니면 다른 일행들이 보호자라고 생각해서 라고 하면 안되려나.... 음. 하여튼 수정을 하던가. 핑계거리를 만들던가. 그 핑계로 SWU에서 손을 썼다고 하면... 음. 그래고 그렇네요. 일단 봐주신분들! 지적해 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출판본에는 여러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수정하겠습니다. 후후후. 지금 쓰는 게 3권분량이거든요. 책은 아마도 10월 초에 나온다고 합니다. 그때 당연히 이벤트를 해야겠죠. 후후후. 지금까지 극악이었고요. 아마 다음편! SWU의 S급 요원들과 일행들의 전투가 시작될겁니다. 아마도요 --;; <<4>>=+=+=+=+=+=+=+=+=+=+=+=+=+=+=+=+=+=+NovelExtra(notesee@gmail.com)=+= 우리는 VIP룸에서 3일간 지냈다. 3일간 지낸 것은 4일간의 여행으로 인해서 쌓인 피로를 풀기위해서 이기도 했지만 나의 내상을 다스리기 위해서였다. 나의 내상을 사실 그리 심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 5대 기관이라는 SWU의 시설을 파괴하고 탈출한 이들이었기에 몸을 최상의 상태를 만들어 놓지 않으면 곤란했다. 지난 3일 동안 머무는 동안 나는 방의 한 부쪽에서 혼자있고 싶다고 한 이후 아공간에서 포션을 꺼내어 마신 뒤 내상을 다스리는데 최선을 다했고 잠까지 줄여가는 수고 덕분에 3일째 되는 날 밤 9시가 되서야 모든 내 상을 치료할 수 있었다. 역시 하급 홀리 포션을 사용하길 잘했군. “다녀왔습니다. 마스터.” “아. 잭.” 뱀파이어 자작. 잭. 나에게 종속된 잭은 나의 명령을 수행하고는 내가 눈을 뜨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뱀파이어란 종족은 정말로 쓸모가 많았다. 동물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었고, 매혹의 눈. 안개화 능력등. 여러 가지로 말이다. 문제가 있다면 낮에 활동할 수 없다는 것인데. 그것은 이곳에서 아주 간단히 해결했다. 바로 썬글라스와 자외선 차단크림을 말이다! 물론 아주 진한 자외선 차단크림을 사용해야만 했고 그 덕분에 창백한 잭의 외모는 덕지덕지 발린 크림 덕분에 조금. 아주 조금 변색되었다. 뭐 낮에 활동할 수 있게 되었으니 됐지. 낮에 활동할 수있게 된 잭은 처음에는 감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썬글라스를 통해서 이지만 낮에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감격스러웠는지 우는 소리를 냈다. 뱀파이어는 죽은 자. 언데드이기에 눈물을 흘릴 수는 없다. 그래서 우는 소리만 난 것이다. 그런 감격스러운 순간이 지나가고 나는 잭에게 명령을 내렸다. 일명 뒷골목 브로커들을 만나보라고 말이다. 처음 뒷골목 브로커라는 말을 못알아 들은 잭은 조금 의아해하며 나갔지만 돌아왔을 때는 나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잭의 말의 의하면 간단하게 뱀파이어의 능력을 이용했단다. 피를 통한 지식 흡수 말이다. 나는 뱀파이어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 줄 몰랐었다.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 당황하며 사람을 죽이거나 하지 않았냐고 잭에게 물어보았는데 죽이지는 않았단다. 단지 자신에게 피를 빨린 이들은 지금쯤 빈혈로 병원에 있을 거란다. 자신의 동족으로도 만들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말라고까지 했다. 설마 동족을 만들고 안 만들고까지 컨트롤 할 수 있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었다. 하여튼 잭은 여러 사람들의 피를 빨면서 이 세계에 대한 지식을 늘려갔고 뒷골목 브러커와도 만나보았단다. “잭. 알아보라고 한건 어떻게 됐지?” “이야기는 잘 됐습니다. 마스터를 비롯한 10명의 가짜 관광비자와 가짜 여권을 구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내일 저녁 8시에 접선 장소로 돈을 가지고 오라고 하더군요. 문제는 그 비용이...” “얼마나 되지?” “현금으로 한명당 만 오천 달러라고 합니다.” “그래? 뭐 상관없어. 어자피 도박으로 번 돈이니까.” 무려 15만 달러나 되는 금액이지만 모두 도박으로 번 돈이었기에 상관없었다. 일단 급한 것 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이니 말이다. 현재 남아 있는 돈이 7만 달러정도 되니까. 오늘 내려가서 두배로 불려와야겠군. 아니 체크 아웃할 때 낼 돈도 필요하니까 더더 말고 16만 달러만 벌어 오자. 내상도 다 회복됐고, 그럼 지금 가볼까. ============ 딸각. “방금 연락이 왔다. 뒷골목 브로커를 통해서 관광비자와 가짜 여권을 구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이야. 말로는 뜨내기라고 하더군. 거금을 말했는데 한푼도 깍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구하는 여권과 비자의 수는 딱 10개라고 했다.” “오오오! 드디어 찾은 건가. 결국 가디스가 맞긴 맞았네. 뭐 다른 이야기는 없어?” “말로는 우리가 제공한 사진의 인물은 아니라고 하더군. 아무래도 돈을 이용해서 사람을 썼던 모양이야.” “그럼. 일단 그 놈을 잡아야겠군. 애들 좀 보내지.”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 A급으로 8명을 보낼 생각이다. 디텍트와 천리안을 가진 녀석들은 함께 붙어 둘 거니 더 이상 그들은 우리에게서 못 벗어나.” “훗. 3일 동안 흔적도 못 찾았으면서 말은 잘해요.” “후~우. 이번은 내가 참지. 제키. 잊지마라.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를.” “알아. 에유. 나는 다시 카지노에나 내려가 볼란다.” ========================== 카지노에는 거의 저녁에 도착했을 때보다 지금과 같이 늦은 밤에 사람이 더 많았다. 지난 번과 다르게 검은 양복을 입고 검문을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간단하게 최면술로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시작은 1000달러로 시작하자. 나는 1000달러는 100달러짜리 칩 8개와 10달러짜리 칩 10개. 5달러짜리 칩 20개로 바꾸었다. 한번 블랙잭이나 해볼까나. 블랙잭은 순수한 실력으로! 라고 말하고 싶지만 역시나 꼼수는 존재했다. 꼼수는 2가지! 일단 망령을 이용하여 상대의 카드패를 보는 것이고 다음은 바로 투시(透視)! 투시를 통해서 카드패를 보고 하는 것이다. 흠. 그래. 투시로 한번 해보자. 투시 마법이 뭐였더라. 투시마법에 대해서 생각하던 도중 나는 고개를 들었고 신기하게도 3일전 돈을 환전할 때 보았던 이와 또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야구모자를 쓴 호쾌남. 그도 나를 기억하고 있는지 조금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보였고 곧 나를 향해서 손을 흔들며 웃어보였다. “호~오. 똑같은 사람은 똑같은 장소에서 두 번이나 만나다니. 이거 운명인가.” “첫번째 만남은 우연. 두 번째 만남은 인연. 세 번째 만남은 운명이라고 하죠. 그렇지만 이 상황에는 그런 멘트는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 그런 멘트는 여자를 꼬실 때나 써야죠.” “하하하. 그런가. 그런데 꽤 영어 잘하는데.” “좀 하는 편이죠. 그럼 전 이만.” “아. 잡아 놓고 있어서. 미안. 나중에 한번 더 보자고. 그러면 운명이니까.” “후훗.” 단지 같은 장소에서 두 번 눈을 마주쳤을 뿐인 나에게 아주 친근하게 대하는 그. 불쾌해야 정상이겠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의 외모가 한몫했던 모양이다. 인상이란 중요한 것이니 말이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한번 더 만나게 될 것만 같았다. 에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우리는 이틀 후면 떠나잖아. 자! 그러면 돈을 벌어 보실까나. 아! 투시마법을 사용할 필요 없이 잭을 이용하면 되겠구나. 잭도 마법을 사용할 수있을 테니 인져빌리티로 숨어서 살펴보고 나에게 전해달라고 해야겠다. 후후후. ============= 안녕하세요. 극악입니다. 하.하.하. 죄송스러운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죄송하게도. 오늘은 하루 연재 분량인 3연참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최소 연재는 2연참도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모르고요. 사실 제 귀가 중학교때부터 상당히 안좋은데 이비인후과를 귀찮아서 않찾아 갔는데 귀에 면봉솜이 들어가 어쩔 수 없이 전문은 아니지만 여러가지를 하는 의원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곳 의사선생님에게 들어보니 귀에 염증이 있고 고막이 헐었답니다. 그래서 잘 안들렸던 건지..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전문 이비인후과를 찾아가 보랍니다. 거기에 오늘 개인적인 약속이 잡혀 있는지라 병원을 가고 거기에 약속에 가면 연재가..... 정말 죄송합니다. 여러분과 한 약속을 결국 못지키게 되서 말입니다. 되도록 빨리 집에 들어와 최소 2연참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니면 새벽에 하나라도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극악이었고요. 나중에 뵙겠습니다. <<5>>=+=+=+=+=+=+=+=+=+=+=+=+=+=+=+=+=+=+NovelExtra(notesee@gmail.com)=+= 시간은 흐르고 다음 날 밤. 라스베가스의 밤은 또다시 시작되었다. 거리여기저기를 돋보이게 하는 네온사인. 네온사인으로 인해 낮보다 더욱 밝고 화려해진 라스베가스의 거리를 사람들을 거닐고 있었다. 라스베가스의 네온사인 아래에서 거닐고 있는 많은 사람들. 그 사이에는 상민에게 종속된 잭도 껴있었다. 운이 없게 뱀파이어가 된 이후 종으로서 살다 상민을 만나 복수를 하고 가족들까지 다시 보게되고 상민이 준 돈으로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을 평민으로 만든 잭. 남색 와이셔츠에 피처럼 붉은 넥타이. 검은색 정장은 주변사람으로 하여금 잭을 쳐다보도록 만들고 있었다. 잭은 잠시 멈추어 서서 거리를 밝히고 있는 간판들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잭은 처음 이 세계에서 뱀파이어가 된 이후 맞이하게 된 아침을 생각했다. 상민이 바른 자외선차단 크림과 썬글라스를 통해서 다시 만끽할 수 있게 된 아침! 정말 잊을 수 없었다. 상민의 명으로 뒷골목 브로커를 만나기 위해서 흡혈을 통해서 이 세계에 대한 지식을 얻고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강철로 된 배가 바다를 누비고 마법도 없이 하늘을 날며 여행을 한다. 심지어 우주. 별의 밖까지 오고가는 세계. 그곳이 바로 자신의 주인이 살아가는 세계다. 그리고 동시에 주인인 상민의 위치도 알 수있었다. 엄청난 힘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인. 상민은 그저 평범한 시민이라는 것에 조금은 실망했지만 곧 이세계의 법에 대해서 알고 상민을 이해했다. 그리고 그런 상민을 주인으로 만난 것을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가진 힘을 사용하지 않고 평범하게 평범한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 잭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 다 잭의 착각이었지만 말이다. 잭은 마스터가 준 돈으로 구한 시계를 보았다. 8시 반. 약속시간까지 30분 정도 남은 상태. 잭은 천천히 걸어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관광비자와 함께 여권을 넘겨받기로 한 곳은 카지노였다. 그렇게 사람이 많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적지도 않은 평범한 곳. 카지노에 들어선 이후 검문을 하는 이에게 안내를 받아 잭은 카지노의 한쪽 구석으로 향했다. 카지노에서 가장 외진 곳. 낡은 슬롯머신들이 있는 곳이었다. 잭을 안내한 이는 낡은 슬롯머신을 돌렸고 그러자 확률이 극히 낮다는 럭키 세븐이 떴다. 잠시 후 다른 이가 잭이 있는 곳에 나타났고 잭에게 두건을 씌운 이후 잭을 이끌고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두건을 씌운 것은 소용없는 짓이었다. 뱀파이어인 잭의 눈을 두건 따위로 가릴 수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뭔가 이상하군. 이 길은 어제 가던 길이 아니야.’ 잭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천천히 마나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나타난 이들을 본 이후 급하게 마나를 거두어 들였다. 갑자기 나타난 이들은 총 8명. 그들은 SWU에 속한 A급 요원들이었다. 잭이 급하게 마나를 거두어들인 이유는 바로 그들 때문이었던 것이다. 물론 긴장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잭은 SWU의 A급 요원들을 보며 언제든지 탈출할 자신이 있었다. 잭은 가만히 있었다. 곧 잭을 안내하던 이는 물러섰고 8명의 SWU의 요원 중 한명이 잭의 두건을 벗겼다. “으음. 응? 다,당신들은 누구..” 퍽! “크윽!” “질문은 우리가 한다.” 잭은 자신을 친 남자를 기억해 두겠다고 생각하며 연기를 계속했다. 그래. 연기. 잭은 연기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주인을 쫓는 자들이 분명했다. 이 곳에서 얻은 지식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백전 이긴다! 잭은 이 말을 기억해 내고 연기를 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이 도시에서 자신의 주인 일행을 쫓는 자들에게서 정보를 얻기 위해서 말이다. 현재 인원은 8명. 모두 제압이 가능하지만 이들이 도망치려고 한다면 잡을 수 있다는 보장을 없었기에 연기를 한 것이다. 잠시 후 잭의 배를 쳤던 이는 잭의 뒷골을 치고는 쓰러진 잭을 밧줄로 묶은 뒤 잭을 끌고 어딘 가로 했고 잭은 기절한 연기를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었다. 곧 잭과 잭을 쳤던 남자는 단 둘이 방에 남게 되었다. 잭과 함께 방에 단둘이 남게 된 남자는 방에 준비된 물을 잭을 향해서 부렸다. “뭐,뭐야!” 남자가 뿌린 물을 아쉽게도 잭에게 뿌려지지 않았다. 잭이 앉아 있던 의자에 뿌려져 잭을 묶은 밧줄과 의자를 적셨을 뿐이었다. 갑자기 사라진 잭은 물을 뿌린 남자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뭐긴 뭐야. 사라진 거지.” 퍽! “크윽!” “이것으로 빚은 갚았다.” “이 자식....” 잭이 뒤에 있다는 것을 안 남자는 뒤로 돌며 팔을 휘둘렀지만 고개를 숙여 피한 잭은 그대로 아까 자신이 맞은 똑같은 곳에 쳤고 그는 그대로 다리가 풀려 물로 젓은 의자에 앉게 되었다. 남자는 곧 반격을 하려 했지만 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잭과 눈을 마주쳤기 때문이다. 잭의 눈에서는 붉고 요사스러운 기운이 넘길 거리고 있었고 잭의 눈과 마주친 남자의 동공은 풀려 있었다. 잭과 방에 단둘이 남게된 남자. 그는 잭의 매혹의 눈에 걸려든 것이었다. 잭은 남자가 완전히 걸려들은 것을 확인한 뒤 미소 지으며 남자가 앉으려고 준비한 듯한 편안한 의자에 앉았다. “자. 그러면 이야기를 시작할까. 일단 네가 속한 인물들이 이 도시에 몇 명이나 있는지? 그들의 실력에 대해서 말해봐.” “예. 라스베가스에 있는 요원들은 저를 포함해 S급 2명. A급 16명. B급 80명이 있습니다. 그들의 실력은 대단합니다.” 남자는 생기도 어감도 없이 말했다. 잭은 남자의 대답에 조금 못마땅했다. 그들의 숫자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했지만 실력에 대해서는 대단하다고 간단히 말했기 때문이었다. 역시 매혹의 눈으로는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얼마 없다고 생각한 잭은 천천히 남자를 향해서 다가갔다. 그리고 입을 천천히 벌렸다. 잭이 입이 벌리자 일반인들보다 길다란 송곳니와 날카로운 이빨들이 모습을 들어냈고 그대로 잭의 이빨은 남자의 목에 박혀 들어갔다. “하~아. 하~아. 하~아.” 잭에게 물린 남자는 얼굴을 붉히며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점차 자신의 피가 빠져나가 죽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쾅! “로일!!!!” “쳇!” 갑작스러운 폭발과 함께 들어오는 다른 이들을 보며 잭은 물고 있던 남자를 놓았다. 남자는 창백한 얼굴로 여전히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시 그 남자를 지켜본 잭은 천천히 안개화 하며 벽으로 스며들어 탈출했다. 방으로 진입뒤 사라진 잭을 찾던 그들은 바닥에 황홀한 표정을 하며 점차 죽어가고 있는 로일이라는 남자를 보며 분노했다. 그리고 그들은 사라진 잭을 찾기 위해서 뛰쳐나가기 보다는 방의 바닥과 의자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렇게 방을 살피던 남자들 중 한명이 갑자기 멈추어 섰고 그는 조심스럽게 검지와 엄지를 이용하여 주워들었고 다른 남자들의 시선은 그 남자의 손으로 모여들었다. 검지와 엄지 사이에 들린 그것. 그것은 잭이 로일이란 남자의 목을 물때 자신도 모르게 흘렸던 잭의 머리카락 한 올이었다. 잭의 머리카락을 본 남자들의 눈에서는 분노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 하.하.하. 안녕하세요. 극악입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제 몸을 생각해 주셔서 말입니다. 단지 귀에 염증이랑 고막이 헐었을 뿐인데 제 몸을 생각해 주시다니 정말 감격입니다. 그 마음에 보답하여 연참을 하고 싶지만 너무 피곤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내일은 정상 연재를 하겠습니다. 후후후. 드디어 내일! SWU와 상민&한국인들이 전투를 벌이게 될 겁니다. 후후후. 으음. 어떻게 써야 할까요. 전투신 자신 없는데 ㅡㅜ 하여튼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극악이었고요. 여러분 내일 뵙겠습니다. <<6>>=+=+=+=+=+=+=+=+=+=+=+=+=+=+=+=+=+=+NovelExtra(notesee@gmail.com)=+= 잭은 안개화 능력으로 거리로 벗어난 이유 의심받지 않도록 골목에서 옷을 가다듬은 이후 천천히 평소와 똑같이 걸어 상민이 있는 호텔로 가기 시작했다. 흡혈을 통해서 습득한 정보를 정리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정리를 해야 상민에게 알려줄 수 있으니 말이다. 잭이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자신의 존재를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잭이 나타난 곳은 거래하기로 한 카지노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곳이었으니 말이다. 잭이 이렇게 여유를 부리며 상민을 향해서 걸어가고 있을 때 로일이란 능력자가 죽은 방에서 잭의 머리카락을 총 네 가닥을 찾은 그들은 S급 능력자 2명이 있는 로열 룸에 가 있었다. “이거 진짜로 재미있게 됐는데. 그냥 돈으로 고용된 녀석이 능력자였다니 말이야.” “후~우. 잭. 너는 지금 이 상황이 재미있나?” “즐기면서 하자고. 즐겁게 일하는 게 능률도 좋잖아.” “하~아.” 제키를 보며 고개를 흔드는 그에게 로일이 죽은 그 방에서 잭의 머리카락을 제일 먼저 발견한 자는 천천히 다가와 조심스럽게 잭의 머리카락은 그에게 보여주었다. “로일을 죽은 녀석의 머리카락입니다.” “음. 잘했어.” “오오오! 드디어 추적자(Chaser)가 나서는 건가.”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 그렇다. 가디스가 미래를 상민 일행이 라스베가스의 호텔에 올 것을 예언한 뒤 쓰러진 이후 대신 온 이. 그는 S급 능력자 서열 18위! 일명 추적자(Chaser). 체이서였다. 이 일을 위해서 특별히 파견된 그의 능력은 추적할 대상의 가진 물건이나 머리카락등의 신체 일부를 통해서 추적을 하는 것이었다. 체이서는 머리카락을 받아든 이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금 지나자 체이서의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는 머리카락은 타올랐고 타오른 연기는 코를 통해서 머리 속으로 들어갔다. “느껴져 점점 가까이 오고 있군.” “와우!” “모두 전투 준비를 한다.” “저기 체이서. 사진 좀 보여주겠어?” “사진? 무슨 사진을 말하는 거냐?” “헤헤헤. 우리의 타겟들 사진.” “그럼 넌 지금까지 우리의 타겟의 사진도 한 번도 보지 않았던 것이냐! 분명 지급 되었을 텐데!” “헤헤헤. 잃어버렸거든.” “이! 이!” 체이서는 제키를 보면서 얼굴을 붉히며 노려보았지만 결국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에게 지급된 사진을 품에서 꺼내어 제키에게 던졌다. 가볍게 사진을 받아든 제키는 웃으면서 천천히 사진을 넘기며 살펴보았고 마지막 10번째 사진에서 제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지만 곧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이거 정말 미안하게 됐는 걸.” “응? 그게 무슨 소리지?‘ “하.하.하. 이 사진의 인물 말이야. 사실 카지노에서 몇 번이나 마주쳤거든.” “뭐라고!!!!” “미안! 미안!” “그게 사과한다고 끝날 일이냐!” 제키는 체이서에게 갖은 소리를 듣게 되었지만 언제나처럼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 그저 반복적으로 미안이란 말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현재 제키의 머릿속에서는 마지막 사진의 인물. 상민을 생각하고 있었다. ‘보이(Boy. 결국 우리는 운명이었던 것 같군.' "야.“ “미안.” “...” “미안.” “제키!!!!!!!” “하.하.하. 진짜로 미안.” ======================= 쾅! “마스터! 당장 도망쳐야 합니다!” “누,누구?” “잭! 무슨 소리야?” “SWU의 요원들이 지금 이 건물에 우리 바로 3층 위에 있습니다!” “뭐라고!?” 문을 부수듯이 들어온 잭의 말에 우리들은 혼비백산하여 급하게 옷을 챙겨입고 호텔방을 나왔다. 설마 같은 호텔에서 묵고 있었을 줄이야. 급하게 우리는 엘리베이터로 이동해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띵! 곧 열리는 문. 엘리베이터 안에는 여러명의 남자들이 먼저 타고 있었다. 그 남자 중에는 내가 카지노에서 두 번이나 마주친 야구모자의 남자가 타고 있었다. “이거 역시 우리는 운명적으로 만날 사이인가 본데.” “마스터!” 갑자기 나를 뒤로 밀치면서 안개화하여 그들을 덮치는 잭! 그런 잭의 행동을 보고 나는 그들이 바로 SWU의 요원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있었다. 제길! 나는 일행들을 끌고 도망쳤다. 잭이 안개화 능력으로 그들을 덮쳤으니 어느 정도 시간은 있었다. 잭은 자작급 뱀파이어니 말이다. 콰쾅! 갑자기 들려오는 폭발음! 제길! 능력자들 중에 발화 능력자들이 있나? 아니면 폭탄이라도 터트린 건가? 안개화 상태에서의 약점은 존재한다. 그 약점은 바로 폭발! 안개화 했다 하더라도 폭발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폭발휘 휩쓸런 잭의 안개는 점차 약해지기 시작했고 안개는 나를 따라 오기 시작했다. 곧 안개화 형상을 가지며 잭의 모습을 갖추었는데 뱀파이어이기에 창백한 잭의 안색은 다른 때보다 더욱 창백해져 있었다. “잭! 반드시 저 들 중 한명은 너에게 넘겨 주마.” “감사합니다. 마스터.” 아까 폭발로 일어난 폭발음으로 인해 그 층에 있던 방의 사람들을 모두 방문을 열고 쳐다보기 시작했고 나는 갑작스러운 폭발음에 놀라 문을 열고 나온 이를 밀치고는 일행들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창문을 깨부수었다. 내가 창문을 깨부수자 잭은 단번에 알아차렸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모두 뛰어 내려요!” “무,무슨 소리야! 여기가 몇층인지 알고 하는 소리야?” “에잇! 콜! 데스나이트!” 그놈의 정이 문제지! 나란 놈은 사람이 너무 좋아! 나는 일행들이 뛰어 내리려 하지 않자 그대로 데스나이트들을 불러들였다. 갑자기 나타난 죽음의 기사. 데스나이트들로 인해서 일행들을 모두 당황스러워했고 나는 그런 일행들을 아랑곳 하지 않고 데스나이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 일행들을 잡고 뛰어 내려!” “마스터의 명을 받습니다!” “꺄아아아악!” “끄아아아악!” “크어어어억!” “가자! 잭!” “네 맘대로 안되지!" 파지지지지직! 나를 향해서 날아오는 엄청난 량의 전기! 하지만 다행이도 영화에서 주인공이 폭발을 피할때처럼 아슬아슬하게 뛰어내릴 수 있었고 엄청난 량의 전기를 우리의 머리 위로 지나갔다. 고개를 올려 보았을 때 나는 다시 그 야구모자의 남자와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좋아. 한번 해보자고. ================ 머리카락으로 참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시는 여러분이 챔피언 입니다 >ㅁ<乃 사실 제가 머리카락을 이용한 것은 추적을 위한 것입니다. 위의 체이서의 이름을 말하고 능력을 밝히기 위해서 말이에요. 후후후. 드디어 시작된 추격전!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사람이 너무 좋은 상민! 항상 손해보고 있군요. 언제나 이익을 볼지. 복수를 위해서 이빨을 갈고 있는 잭! 과연 잭의 상대는 누구!? 후후후후. 다음편 기대해 주십시오. 여기까지에 다음 편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다음은 제 개인 적인 이야기 입니다. 사실 제가 하루 3편 연참을 할 때 잠자기 전에 다음 날 연재할 것을 한편 써두지면 추석에 다녀온 이후 그게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그때 그때 써서 연재하는 것이죠. 그래서 여러가지로 허술 하기 그지 없습니다. 솔직히 하루에 3편 연재한다는 것. 힘들 더군요. 머리는 굴려야 되고 손가락을 놀려야 하니 말이에요. 그래서 전 결단을 내렸습니다! 책이 나오는 10월 부터는 일주일에 2일은 쉬겠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연재도 하루에 2편으로 줄이겠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대신 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3연참 하겠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오늘은 3번째 연참은 좀 늦게 될 듯합니다. 오늘 집에 누님이 계시거든요. 저희 집에는 컴퓨터가 한대이고요. 누나는 레포트 써야한다고 비켜달라 하십니다. 그러니 연재가 늦어질 테니 이해해 주십시오. 지금까지 극악이었고요. 있다가 뵙겠습니다. <<7>>=+=+=+=+=+=+=+=+=+=+=+=+=+=+=+=+=+=+NovelExtra(notesee@gmail.com)=+= 씨익! 파지지지직! 이런 치사한! 영화에서처럼 운명적인 적은 신사적이지 않았다. 나를 행해서 쏘아진 전기. 아니 뇌전이라고 하는 것이 낳겠다. 나는 급하게 마나를 끌어올려 외쳤다. “아쿠아 애로우!” 파파파팍! 파지지지지직! 아쿠아 애로우로 인해 뇌전은 그대로 공중에서 방전되었고 난 마나를 이용해 나의 몸을 더욱 무겁게 했고 잭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무겁게 했다. 우리는 곧 먼저 떨어진 데스나이트와 일행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고 데스나이트와 함께 떨어진 일행들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 오히려 잘 됐어. 기절해 있는 게 나를 돕는 것이니 말이다. 거의 바닥에 다 왔을 때 나는 급하게 시전어를 외웠다. “리버스 그라비티!” 역중력 마법. 리버스 그라비티! 리버스 그라비티 덕분에 우리는 안전하게 떨어져 내릴 수 있었고 밤거리를 거닐 던 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곤란하게 되었는데. 짝짝짝! 와우! 대단해! 정말 환상적이야! 이 카지노에서 보여지는 쇼는 정말 대단하구만! 사람들은 아무래도 오해를 한 모양이었다. 우리가 한 일이 바로 쇼라고 말이다. 라스베가스. 도박과 향락의 도시. 이 곳에서는 갖가지 쇼가 벌어지고 있기에 우리가 건물로부터 떨어져 내려 안전하게 착률 한 것을 쇼라고 여긴 것이다. 오히려 잘 됐지. 데스나이트를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을 테니까. “모두 이대로 도시 밖으로 도망친다. 싸우는 것은 도시 밖에서 하는 거야!” “예! 마스터!” 팍! 나의 명령을 받은 데스나이트들을 뛰어 나기 시작했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은 자신들의 키 높이 이상으로 점프를 하여 자신들을 지나치자 다시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그러는 사이 나는 아공간에서 마나 포션을 꺼내어 마셨다. 아까 리버스 그라비티를 사용하느냐고 상당한 마나가 소모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잭보고 나를 업으라고 한 이후 데스리치 세트를 장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미 내가 데스나이트를 불러낸 것을 보았고 또 나를 죽이려고 쫓아오는 이들을 살려둘 만큼 난 좋은 녀석이 아니었기에 본격적인 전투를 위해서 데스리치 세트를 입은 것이었다. 모든 장착을 끝낸 이후 나는 잭의 등에서 내려 다시 뛰기 시작했다. 파파팍! 나를 향해서 날아오는 무엇인가를 느낀 나는 급하게 피할 수 있었고 동시에 나를 향해서 날라온 무엇인가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총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총을 쓰다니! 저 녀석들! 주변사람들은 상관없는 이들인데! 아무렇지 않게 우리를 향해서 총을 쏘는 녀석들을 보며 나는 그들의 얼굴을 확실하게 기억해 두었다. 너희들의 영혼은 죽어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깡! 깡! 깡! 까아아악! 초,총이다! 데스나이트를 노리고 쏘아진 총알은 데스나이트의 전신을 감싼 풀플레이트를 뚫지 못하고 그대로 팅겨져 주위의 사람들을 맞추었고 그때부터 혼란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혼란에 빠져 여기저기로 도망치기 시작했고 주변의 몇몇 사람들은 핸드폰으로 경찰에 연락하고 있었다. 경찰이 오면 고란한데. [모두 전속력으로 도시를 벗어난다. 일부는 뒤에 서서 총알을 막도록. 팅겨 낸 총알이 사람들이 안맞도록하고!] [마스터의 받습니다.] 나의 명령에 일부 데스나이트들은 나의 뒤로 와 총알을 막아내기 시작했고 우리는 속력을 더욱 올렸다. 데스나이트들은 나의 명령대로 총알을 팅겨냈고 팅겨진 총알은 주변에 세워진 차나 간판에 맞았다. 적들은 주위 사람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우리를 추격하며 총을 난사하고 있었다. 제길! 도시만 벗어나고 보자! 한참동안 계속된 추격전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경찰은 잠잠했다. 이정도면 경찰헬기가 뜨고 무장 경찰이 출동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말이다. 두두두두두! 이제야 헬기가 떴군. 나는 드디어 경찰 헬기가 떴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오산이었다. 헬기가 나타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헬기는 경찰 헬기가 아니었다. 그 헬기는 민간헬기였고 그 헬기에는 나에게 전격을 내뿜었던 이. 야구모자의 외국인이 타고 있었다. 히죽. 파지지지직! “라이트닝 실드!” 파지지지직! 파지지지직! 파팍! 파팍! 나를 향해서 발사된 뇌전을 막기 위해서 난 라이트닝 실드를 시전했고 그 덕분에 라이트닝 실드로 인해 막힌 뇌전은 주변의 간판의 전구들을 폭발시켰고 전구들의 폭발로 인해 유리조각들은 떨어져 내렸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치기 바빴다. 결국 우리는 라스베가스를 벗어나 겨우 황량한 모래지대로 이동할 수 있었다. SWU의 추적은 끝나지 않았다. 헬기를 이용해서 계속 추적을 했고 이어 차를 타고 라스베가스를 벗어나 우리를 추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도망갔을 까. 드디어 라스베가스가 멀어져 빛줄기로만 보일 때 나는 드디어 멈추어 섰다. “10명은 일행들을 보호하고 나머지는 모두 전투준비에 들어간다.” “예! 마스터!” “콜! 셰인! 보를! 볼케이노! 빌리! 켈트! 우라노스!” “마스터를 뵙습니다!” 순식간에 내 앞에 나타나 한쪽 무릎을 꿇은 본 마스터들. 적들의 수는 한명이 줄어 79명! 지금부터 데스마스터의 무서움을 가르쳐 주마! 나는 멈추어선 그 자리에서 그들을 기다렸다. 그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로브의 소매를 아래로 하고 작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우면서 말이다. 나는 그들의 공격을 기다렸지만 그들은 공격하지 않았다. 천천히 내려오는 헬기. 그리고 멈추어서는 자동차들. 그들은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수만으로 말이다. 후후후. 좋아. 좋아. 헬기에서 내려 나를 향해서 천천히 다고오는 두 사람. 그 두사람 중 한명은 익히 내가 아는 이었다. 카니노에서 잠깐이지만 이야기를 나눈 이. 그는 마주쳤을 때와 마찬가지로 친근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다가오고 있었다. “여어. 정말 네 말대로 우리는 운명으로 역어져 있나봐.” “전혀 달갑지 않군요.” “뭐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어쩔 수 없잖아. 그보다 우리 이름이나 알자. 우린 서로 운명으로 역어져 있잖아.” “그렇군요. 뭐 가르쳐 준다고 다는 것는 아니니까요. 안녕하십니까. 저는 데스마스터. 데스라고 불러주십시오.” “와우! 네가 우리 시설을 완전히 못쓰게 만든 그 데스마스터란 녀석이었군! 난 제키! 제키 마커스! 일명 전뇌의 사자라 불리는 자지! 잘해보자고. 참 이쪽 녀석은 체이서. 이름에서 알수 있겠지만 누굴 쫓는데는 도가 튼 녀석이지.” “제키. 쓸데 없는 말은 하지 마라. 순순히 우릴 따라온다면 목숨을 살려주지.” “제키씨와 다르게 말이 통하지 않는 분이군요. 제가 따라갈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겠지. 그건 지나가던 개도 알겠다.” “제키! 입 다물어라!” “쳇.” “으으으. 나중에 보자. 그럼 강제로라도 따라오도록 해주마!” 체이서라는 자는 등 뒤에서 두자루의 엽총! 양손으로도 들기 힘들 것 같은 엽총을 각각 한손에 빼들고 나를 향해서 들이댔다. “멋진 축포가 되겠군요.” “오오오! 우리 생각이 일치 했다!” “제키!!!” 타탕! ============= 으음. 엽총 포음이 이거 맞나 모르겠습니다. 끄응. 하여튼 엽총의 총성으로 시작된 전투! 크크크! 데스마스터의 무서움을 적에게 보여주마 캬캬캬캬. 다음 편!!!!! 오늘 안에 못 올리면 12시 조금 넘어서라도 올리고 말겠습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8>>=+=+=+=+=+=+=+=+=+=+=+=+=+=+=+=+=+=+NovelExtra(notesee@gmail.com)=+= 이름은 제키씨의 이름을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총구는 나를 향해 있었고 총알은 그대로 나를 향해서 날라왔다. 물론 나는 가만히 있었다. 내가 일부러 막지 않았다. 데스나이트들이 총알을 막아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파파파팍! “헛!” “크크크. 나를 무시하지 마라!” 타탕! 놀랍게도 체이서란 자가 가진 엽총에서 발사된 총알을 데스나이트가 막지 못했다. 엽총에서 발사된 총알의 일부는 그대로 데스나이트의 몸을 나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고 나는 뺨이 화끈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어,어떻게 고작 총알 따위가 데스나이틔 갑옷을 뚫을 수 있었지? 데스나이트의 두꺼운 갑옷을 뚫다니. 데스나이트의 갑옷은 보통 갑옷이 아니다. 일단 강철로 만들어진데다가 데스나이트가 가진 죽음의 기운. 사기(死氣)로 인해 보다 강해진 강도를 지닌 것이었다. 그런 데스나이트의 갑옷을 뚫는 총알이라니. 아주 특수한 총알인 것인가. “언제까지 딴 생각을 하고 있을 거냐! 지금은 전투 중이다!” 타탕! 내가 생각하는 동안 체이서는 언제 내 등 뒤로 돌아 왔는지 등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고 곧 총성이 들려왔다. 총알은 나의 뒤에 서 있던 데스나이트가 일단 막아주었고 나는 반격하기 위해서 망령들을 불러 들이고 그대로 시전어를 외웠다. “소울 스트라이크!” “크크크. 그런 것은 나에게 통하지 않아!” 콰콰콰쾅! 제길! 내가 시전한 소울 스트라이크로 인해 엄청난 속도로 날라가던 망령들은 멀쩡한 땅만 파이게 만들었고 적중시키지 못했다. 그 이유는 체이서라는 자가 게임속에서나 보던 이동하면서 이어진 잔상을 만들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이어진 잔상 때문에 소울 스트라이크는 잔상에 적중해 그대로 땅만 파게 된 것이었다. 고속 이동 능력이 저 사람의 능력인 모양이군. 콰쾅! 파아아아! 그때 갑자기 나를 덮쳐오는 불꽃과 얼음. 하지만 그 불꽃과 얼음은 마찬가지로 불꽃과 얼음으로 상쇄되어 사라졌다. SWU의 다른 능력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점차 나를 포위하기 위해서 진형을 짜는 그들을 보며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좋아! 지금이다! 팍! 팍! 팍! 구어어어어! 끄아아아악! 조,좀비다! 조,좀비가 땅에서 나온다! SWU의 요원들이 헬기와 차에서 내릴 때 미리 소환해둔 녀석들! 보통 좀비가 아닌 내가 데스마스터가 된 이후 특별한 좀비! 에이션트 좀비가 된 녀석들이 땅속에서 나와 그대로 SWU의 요원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이션트 좀비. 이 좀비는 아주 특별한 녀석이다. 에니메이트 데드로 소환되지만 에이션트 좀비는 특별했다. 다른 좀비들에 비애서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기에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쓸만한 특수 능력도 많았다. 일단 독! 좀비라면 꼭 가지고 있는 시독(尸毒)을 에이션트 좀비 역시 가지고 있었지만 그 위력과 감염속도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거기에 구울보다 딱딱한 피부와 빠른 몸놀림! 거기에 땅속으로 숨어서 공격할 수 있는 버로우 능력! 마법에 대한 저항력과 웬만한 불에 타지도 않는다. 그러 좀비가 바로 에이션트 좀비였던 것이다. 에이션트 좀비에 의해서 갑작스럽게 공격당한 이들은 당황스러워 하긴 했지만 곧 대응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자신의 다리를 잡은 에이션트 좀비의 팔을 공격하여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에이션트 좀비의 등장은 시작일 뿐이었다. 우우우웅! 척! 척! 척! 끼리리릭! 척척척! 나에게 속한 본 마스터들이 소환한 본 시리즈와 스켈레톤들이 소환된 것이다. 전투중이라 나의 마나를 따로 뽑아가지 않고 본 마스터들 본연의 능력만으로 소환된 스켈레톤들이라 그 수는 나의 마나를 뽑아 소환할 때보다 적긴 했지만 그 수는 모두 합해 이백은 넘은 상태였다. 후후후. 전세 역전! 나는 급하게 플라이로 날아올라 뒤로 후퇴했다. 그쪽에서 먼저 수로 밀어 붙였으니 할말은 없겠지. “축복(Blessing)사용을 허가한다!” 축복? 그건 뭐지. 체이서가 축복이란 것의 사용을 허가한다고 하자 언데드들에 둘러싸여 힘을 합쳐 대응하기 위해서 뭉쳐있던 그들은 각자 무엇인가 꺼내어 차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팔찌. 어떤 이는 반지. 또 어떤이는 장갑을 끼기 시작했다. 그 밖에 여러 가지가 있었고 그들은 그것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그 물건들은 모두 달랐지만 공통점이 한가지 있었다. 물건에 달린 보석장식! 그 보석장식은 투명한 것이었다. 다이아몬드는 아닌 것 같은데. “잭. 축복에 대한 것을 아나?” “잠시만 시간을 주십시오.” 잭은 나의 말에 눈을 감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곧 눈을 뜬 잭의 얼굴을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축복은 SWU 소속 연구부에서 오랜 연구끝에 만들어낸 것입니다. 실전 배치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겨우 10년 전이라고 합니다. 축복은 정확히 저 물건들에 달린 투명한 보석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보석이 가진 능력은 바로 정신력 상승인데, SWU 소속 요원들의 능력은 정신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그 정신력 상승으로 능력 역시 상승시킨다고 합니다. 축복을 지급 받는 것은 A급 요원부터이고 A급 요원이 지급 받는 축복은 능력을 3배까지 증폭 시키고, S급 요원이 지급 받는 축복은 최고 5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로 개발된 B급 요원용 축복을 실전에 투입하였는데 증폭률은 2배에서 1.5배라고 합니다.” 잭이 얼굴을 굳어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곤란하게 되었는 걸. 능력 증폭기라니. 축복이란 능력 증폭기를 착용한 그들은 엄청난 수의 언데드들을 보고도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아까보다 강력함을 보이는 능력들! 발화 능력을 지닌 이의 폭발력은 더욱 강해졌고 동결능력을 가진 자가 내뿜는 냉기 또한 더욱 차가워졌다. 그 중 가장 달라진 이가 있었으니 바로 체이서였다. 그가 쏘는 총알은 그대로 데스나이트의 갑옷을 뚫은 뒤에도 계속 쏘아져나갔다. 이거 심각한 걸. “잭. 축복의 단점은?” “없습니다. 아니 한가지 있습니다. 사용이후 사용자의 능력이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용하는 동안에는 증폭한 능력 그대로 사용할 수있고 사용 시간은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 A급 요원이었던 로일의 기억한 그의 한계 사용시간은 2시간이었습니다.” A급 요원이 2시간이라. 흠. 그렇다면 S급 요원은 그보다 많은 시간이거나 그 배정도 되는 시간을 사용가능하다는 소리겠군. 사실 내 계획은 언데드의 특징. 인해전술을 이용하여 장기전으로 싸움을 끌고 가서 녀석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서서히 겪게 하면 죽이려고 했지만 계획을 바꿔야겠다는 생각했다. 그 정도 시간이면 사람이 몰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저들의 응원군이 오지 않는 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음. 역시 이럴 때는 수뇌부를 치는 게 좋겠지. 그리고 압도적인 힘으로 처리하는 거야. 결정을 내린 나는 뒤로 더욱 물러서서 천천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검의 길을 걸으며 죽음이란 시련에도 검을 놓지 않은 이들이여! 나 그대들을 여기 소환하려니! 여기에 그 모습을 들어내라! 서먼! 데스나이트! 죽음조차 파괴하는 망자들이여! 나 그대들을 여기 소환하려니! 여기에 그 모습을 들어내라! 서먼! 데스 브레이커!” 쿠오오오!!! 쿵! 쿵! 쿵! 천천히 모습을 들어내는 이들. 모든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현실에서 처음 소환되어 오는 이들! 그들은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래이커들이었다. 그들의 소환으로 주변의 언데드들은 몸을 떨었고 소환으로 인해 울려퍼지는 소리로 인해 산 자들은 몸을 움추렸다.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싸움이다! ======================= 늦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뒤늦게 누님이 태클을.... 크윽! 누님께서 남자 친구랑 채팅한다고 늦은 태클을 걸어서 이렇게 늦게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도 약속은 지켰네요. 다행입니다. 후후후. 현실에 처음 소환되는 마계의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래이커! 그들의 압도적인 힘! 하지만 쉽게 끝내면 재미없겠죠. 후후후. 주인공을 놀게만 할 수는 없죠. 후후후. 그럼. 극악이는 이만 자러 갑니다. 자기전에 좀 써두고 자야겠네요. 후후후. 그럼 여러분. 있다가. 그러니까 잠자고 나서 뵙겠습니다. ^^ <<9>>=+=+=+=+=+=+=+=+=+=+=+=+=+=+=+=+=+=+NovelExtra(notesee@gmail.com)=+= 현실 세계에서 소환된 데스 브래이커들에게서 느껴지는 존재감은 그쪽 세계보다 더욱 강했다. 물론 데스나이트로 느껴지는 예기 역시 더욱 강했다. 그쪽 세계보다 강한 존재감에 놀라긴 했지만 그들은 게이트에서 나온 이후 나의 앞에 무릎을 꿇고 외쳤다. [죽은 자의 주인이신 데스마스터를 뵙습니다!] “모두 일어나라. 그리고 가라! 가서 감히 나에게 덤빈 자들에게 너희 죽은 자들이 가진 힘을 보여주어라!” [마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애들아! 오랜만에 활기차게 놀아보자!} [예! 형님!] 하~아. 결국 또 애들아! 형님이군. 데스 브래이커들의 조폭집단 같은 대화를 오랜만들 들으니 꽤 듣기 좋았다. 전투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는 마음을 다시 가다듬은 이후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SWU의 100명의 능력자 대 약 230구. 아니 이제는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가 소환되었으니 100명대 300구군. 데스나이트와 데스브레이커가 얼마나 소환되었는 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캡슐을 이용한 다른 세계로의 접속 안한지 한 참 되었기에 기억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마계에서 소환된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래이커들이 전투에 참여 하기 전까지의 전투는 팽팽하게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발화 능력자와 동결능력자와 같은 발현계열의 능력자들은 본 메이지들과 스켈레톤 세이지들이 속성을 이용하여 상쇄시키고 있었고 근력 강화, 순발력 강화 같은 강화계 능력자들은 다른 본 나이트들과 스켈레톤들이 잘 상대하고 있었다. 본 마스터들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모두 내 주위에서 나를 호위하며 구경을 하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팽팽하게 균형을 유지하던 전장은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래이커들이 전투에 참여하면서 기울기 시작했다. 내가 마물의 숲에서 종속시킨 데스나이트와 마계의 데스나이트들은 살아온 세월부터가 틀리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살아온 곳은 마계! 강자존의 법칙이, 강해야만 살아남는 마계에서 살아온 그들의 실력은 중간계에서 종속시킨 데스나이트들에 비해서 월등했다.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래이커들이 전장에 참여함으로 인해 SWU의 요원들은 일단 몸을 움츠리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래이커들이 뿜는 죽음의 기운. 사기(死氣) 때문이었다. 그들이 내뿜는 엄청난 사기로 인해 SWU의 요원들은 마치 발악하듯이 불꽃과 얼음, 전기와 바람을 발사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데스나이트의 예리한 검에 맺힌 데스 블레이드가 그대로 베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 말그대로 베어 버렸다. 중간계에서 종속시킨 데스나이트들은 데스 블레이드로 발사된 불꽃과 얼음등의 것을 베기는 했지만 그것들은 벰과 동시에 폭발을 일으켰다. 하지만 마계에서 소환된 데스나이트들은 말 그대로 베어버렸고 베어진 불꽃과 얼음은 바닥에 떨어지거나 무엇인가에 적중될 때까지 폭발하지 않았다. 거기에 데스 브래이커들이 불꽃과 얼음등의 것들을 그대로 파괴! 파괴해버렸다. 데스 브래이커들의 무기에 의해서 파괴된 불꽃과 얼음은 그대로 힘을 내보지도 못하고 사라졌고 그로 인해 SWU의 요원들은 혼란에 빠졌고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역시 마계의 강자들이야. 단번에 전장의 승기를 우리쪽으로 기울게 만들다니. 전장의 승기가 우리 쪽으로 기울자 나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나에게 전기를 쏘아보냈던 그나마 조금 인연이 있었던 제키라는 남자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타탕! “프로텍트 프롬 미사일.” 체이서가 나를 노리고 쏜 총알은 내 옆에 서있던 보를이 시전한 마법에 의해서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빗나갔다. 그리고보니 저 총은 두발을 쏘고 장전해야 할 텐데 어떻게 장전하는 거지? 양손에 총을 들었으니 장전하기도 어려울 텐데. 나는 호기심이 생겨 체이서를 주시했고 그가 총알을 갈아끼는 것을 볼 수있었다. 바로 염력. 염력을 이용해서 총알을 갈아끼고 있었다. “후후후. 우리 S급 능력자는 4가지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 흠짓! 척! 갑자기 나의 뒤편에서 들려온 목소리! 그 목소리는 바로 제키 마커스! 그의 목소리였다. 나는 몸을 긴장시키면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깨끗했다. 전장에서 싸우고 있는 체이서의 온몸에 먼지가 잔득 묻어 있는 것에 반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나의 등 뒤에 돌아온지 한참 되었다는 말이거나 엄청난 실력자라는 말인데. “이거 내가 너무 놀라게 했나.”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거죠?” “아. 방금 전에 왔어. 아까까지는 존재감을 지우고 하늘에 떠 있었거든.” “하늘에?” “아. 내 능력 중에는 비행능력도 있거든. 존재감을 지우는 것은 사부에게 배웠지.” 제키씨는 전혀 싸울 생각이 없는 사람처음 말을 계속했다. 자신의 사부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대한 이야기등.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도대체 저 사람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지? 자신이 속한 곳의 사람들이 죽을 위기에 있는데 말이야. “자.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 이제 한판 붙자!” “한판 붙자니요?” “말 그대로 1:1로 한판 붙자! 우리 사부님이 말하시길 강자와 싸워서 패배한다면 그것 또한 은혜를 입는 거라 하셨지!” “우리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적입니다. 제가 당신과 제가 싸운다면 우리 둘 중 한명은 죽습니다.” “뭐 상관없어. 사부가 말하시길 죽음은 동전의 양면! 또 다른 삶의 시작이라고 하셨거든! 자! 1:1로 한판 붙자.” “마스터. 무시하시지요.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검을 빼들면서 앞으로 나서는 셰인. 확실히 내가 꼭 제키씨의 도전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었다. 나에게는 나대신 싸워줄 이들이 얼마나 있었고 만약 제키씨가 그들보다 강하다 하더라도 엄청난 수로 밀어붙이면 되었다. 하지만... 왠지 제키씨와는 싸워보고 싶었다. 그 이유는 알 수 있었다. 일단 호승심이라고 해두는 것이 좋겠지. “제키씨. 당신의 도전 받아들이지요.” “마스터!!!” “단! 이들은 저에게 종속된 이들. 제 목숨이 위태롭게 된다면 나서게 될 것이니 이해하십시오.” “쳇! 어쩔 수 없지! 그럼 시작하자고!” “마스터! 다시 생각...” “이미 결정했어. 아공간 오픈.” 나는 셰인의 말을 끊으면서 아공간을 열었고 아공간에 손을 넣으면서 조용히 주문을 외웠고 주문을 완성시킨 이후 검을 꺼냈다. 내가 꺼낸 검은 롱소드! 평범한 강철 롱소드였다. 단지 검의 수가 6자루라는 것이 특이했을 뿐이었다. 후~우. 드디어 실전에서 사용하게 되었군. ================== 으음. 드디어 검술을 펼치는 상민! 예전에 프리즌 영지에서 갈고 닦은 검술을 드디어 펼치게 되었습니다. 제 억지로 말입니다 .후후후. 마스터스킬! 레벨 400이 된 이후 가지게 된 마스터스킬에 대해서 궁금해 하신 분들! 후후후. 이제 그 마스터스킬에 대해서 알게 되실 겁니다. 크하하하하! 지금까지 극악이었고요. 있다가 뵙겠습니다요 >ㅁ<乃 <<10>>=+=+=+=+=+=+=+=+=+=+=+=+=+=+=+=+=+=+NovelExtra(notesee@gmail.com)=+= “와우! 검은 6자루나 꺼내다니! 날이 꽤 잘 섰네.” “감사합니다. 그럼 시작하죠.” 부웅! 시작하자는 말과 함께 떠오는 검 4자루! 나머지 2자루는 나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4개의 검은 공중을 떠올라 나의 머리 위를 돌고 있었다. 4개의 검이 공중으로 떠오르자 제키씨는 매우 놀라워했지만 곧 전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항상 웃고 있던 제키씨의 얼굴은 무표정했고 그의 주먹에는 전기들이 감싸고 있었다. [마스터. 조심하십시오.] 끄덕. “소울 인첸트. 그럼 갑니다!” 나는 급하게 공중에 마물의 숲의 라이칸스로프의 영혼석을 던지며 소울 인첸트를 시전했고 영혼석으로 인해 검에는 라이칸스러프의 영혼이 부여되어 마치 검기처럼 검을 감쌌다. 라이칸스로프의 영혼이 인첸트된 검은 보다 날카로운 예기를 띄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라이칸스로프의 손톱이 가진 독조차 가지고 있었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자 공중에서 떠돌던 검들도 역시 제키씨를 향해서 날아갔다. 치지지지직! 검과 주먹이 부딪힌 소리라고 생각되지 않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장 먼저 도착한 검은 제키씨의 머리를 노리고 찔러왔지만 전기가 깜싸고 있는 주먹과 정면 충돌하여 물러섰고 두 번째 검은 제키씨의 다리를 노리고 휘둘러졌지만 급하게 전기를 띄게 만든 발에 의해서 밟혔다. 그리고 3번째 검은 또 다시 두 번째 검이 노린 다리를 노리고 찔러들어갔고 마지막 검은 다른 한쪽 다리를 노렸고 그때 내가 도착했다. “크로스.” 두 롱소드를 역검으로 쥔 나는 오른손의 롱소드는 위에서 아래로. 왼손의 롱소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둘렀다. 그리고 팅겨졌던 검은 제키씨의 머리 위해서 그대로 찔러 들어오고 있었 4번째 검은 제키씨의 등뒤에서 가슴을 노리고 엄청난 속도로 찔르려 하고 있었다. 제키씨의 발에 밟힌 검을 제외하고 동시에 공격하고 있는 5개의 검! 어떻게 피할 곳은 없습니다. 제키씨! “라이트닝 포스!” 파지지지직! 으윽! 나는 제키씨의 전신에서 퍼져나오는 전기를 피하기 위해서 급하게 뒤로 물러섰고 다른 4자루의 검도 제키씨의 전신에서 뿜어진 전기에 팅겨져 나왔다. 설마 저런 방법으로 막을 줄이야. 팅겨진 4자루의 검은 다시 나의 머리 위를 떠돌기 시작했다. “후~우. 겨우 살았네. 설마 6자루의 검을 모두를 이용하여 공격할 줄이야. 정말 대단해.” “칭찬 감사합니다.” 나는 다시 뛰어나갈 준비자세를 취할 때 제키씨는 잠시 멈추어 보라는 듯이 손을 들어보였다. “잠깐. 잠깐. 잠시 준비할 시간을 주겠어? 아주 잠깐이면 되는데.” “제가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당신은 저의 적입니다.” “너무하네. 너도 진짜 실력을 들어낸 것 아니잖아. 난 전력을 다하기 위해서 시간을 달라는 거라고.” “좋습니다. 시간을 드리지요. 웬지 궁금하군요. 어떤 걸 보여줄지 말입니다.” “오! 고마워!” 나에게 허락을 받은 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의 전신에서 전기가 내뿜어지기 시작했고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 뿜어지는 전기들은 마치 그를 보호하려는 듯이 둥그런 실드를 만들어냈고 웬만해서는 다가가기 힘들것만 같았다. “크아아아아!” 치지지지직! 갑자기 소리치는 제키씨! 제키씨가 소리침과 함께 그의 몸을 보호하고 있던 전기와 그의 몸에서 내뿜어진 전기는 그대로 하늘을 향해서 쏘아졌다. 그리고 곧 다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번개처럼 말이다. 콰쾅! 치지지지직! “제키씨!”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번개는 그대로 제키씨에게 적중했고 나는 그가 적이라는 사실조차 잊고 그의 이름을 부리고 말았다. 폭발과 함께 생겨난 먼지구름은 곧 사라지고 그곳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제키씨의 온몸을 전기가 감싸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 인해 그의 옷을 비롯해, 머리카락, 눈동자까지 전기의 색과 마찬가지로 노란색을 띄고 있었다. “걱정해 줘고 고마워. 이게 바로 내 최후의 카드! 뇌제(雷帝). 라이트닝 엠퍼러! 라는 기술이다!” 꽤 잘어울리는 이름이었다. 뇌제. 라이트닝 엠퍼러. 전신을 감싼 저기. 그것은 방어를 위한 방패이자 공격을 위한 검이었다. 이거 진짜로 최선을 다해야겠는데. 제키씨는 달려들지 않고 나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나에게 기술을 시전할 시간을 주겠다 이건가. 좋아. 한번 해보자고. 나는 사람을 상대로 처음 사용하는 내가 개발해낸 최강 최악의 검을 사용하기 위해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인간의 혼돈에서 태어난 이여. 정령이되 정령으로 인정받지 못한 자. 나 상민은 그대를 부르고자 한다. 모든 저주의 근원이 되는 자. 정령임에도 불구하고 정령의 신으로부터 버림받은 자여! 여기 그 모습을 들어내라! 서먼(Summon)! 커스 엘리멘탈(Curse Elemental)!" 크크크크! 캬캬캬캬! 키키키키!!! 주문과 시전어를 외우자 나의 허락 없이 공중을 휘도는 망령들! 그 망령들은 점차 하나도 뭉치더니 음침한 기운이 넘쳐흐르는 게이트 하나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 게이트로부터 나오는 존재. 강한 마이너스적인 에너지를 내뿜고 동시에 품고 있는자! 정령이되 정령의 창조주인 정령신으로부터 버림받은 정령! 모든 저주에 근원이 되는 자! 인간이 가진 혼란스러운 마음으로부터 태어난 자! 커스 엘리멘탈(Curse Elemental)! 저주의 정령이 모습을 들어낸 것이다! 망령들이 만들어낸 게이트로 모습을 들어낸 저주의 정령은 주위를 살피고 곧 나와 눈을 마추졌다. 그는 한동안 나를 쳐다보고 가만히 있었다. 그의 몸을 이루는 어둠. 아니 인간이 남을 저주하는 마음속에 빛나고 있는 붉은 눈동자는 나를 향해서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고 나는 그의 눈빛을 받아주었다. [말하라. 계약자여.] “이 6자루의 검에 내가 원하는 그때까지 머물러 주시오!” [....알았다.] 우우우웅! 저주의 정령은 나의 부탁을 들어주었고 그대로 일정한 형체를 벗어나 6갈래로 갈아져 검에 흡수되었다. 저주의 정령이 머물게 된 검신은 점차 검게 물들었고 검으로부터 나오는 예기와 저주의 정령으로부터 나오는 탁함이 한데 어울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두 번째 사용하는 저주의 검! 커스 소드(Curse Sword). 사람을 상대로 어떤 효능을 보여줄지 정말 궁금했다. “이제 준비가 끝난 것 같군!” “예. 그럼 시작하죠!” “간다!” 파지지직! 먼거리에서 휘둘러진 제키씨의 주먹으로부터 전기가 쏘아져 나와 나를 향해 날라왔고 나역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은 반월이 나가 전기로 쏘아져 나갔고 검은 반월은 전기를 베어 자신과 감은 검은색으로 물들여 버리고는 전기와 함께 제키씨를 향해서 쏘아져 나갔다. 검은 반월. 그건 바로 순수한 저주의 기운이었다. 나의 검에 머물게된 저주의 정령의 가장 순수한 기운 말이다. 제키씨는 검게 물든 전기와 검은 반월을 막지 않고 그대로 피했고 순수한 저주의 기운에 물든 전기와 검은 반월. 저주의 반월은 그대로 땅에 부딪혔고 점차 땅 조차 검게 물들여갔다. 그만큼 순수한 저주의 힘은 대단했다. 순수한 저주의 힘을 본 제키씨의 표정을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순수한 저주의 기운은 사람과 생물들에게 치명적이었다. 몬스터를 상대로 시험했을 때 그 힘은 나조차도 놀랄 정도였다. 순수한 저주의 힘에 물든 몬스터는 갖은 저주. 마비와 노화, 공포의 저주등 여러 저주에 걸려 괴롭게 죽음을 맞이했고 죽음을 맞이한 시체에 조차 저주의 기운이 남아 땅을 저주의 땅으로 만들어버렸다. 꿀꺽! “대,대단하군.” “이 승부는 이미 난겁니다. 당신이 저에게 이 저주의 검. 커스 소드를 사용하게 아니 저주의 정령을 소환하도록 그냥 두었을 때부터 승부는 났습니다. 작은 인연을 생각해 말해드리겠습니다. 항복하십시오. 그럼 목숨만은 살려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싸움은 이미 시작됐잖아. 그런데 이제와서 물러설 수는 없지! 간다! 썬더 캐논!” 파지지지지직! “저주의 반월.” 사사사사사삭! 일시에 휘둘러진 검으로부터 쏘아져 나가는 저주의 반월! 저주의 반월은 썬더 캐논을 저주로 물들였고 또 다시 썬더 캐논 역시 제키씨를 향해서 날라갔지만 이미 그 자리에는 제키씨는 존재하지 않았다. 제키씨는 엄청난 속도로 나를 향해서 다가오고 있었고 나 또한 앞으로 나아갔다. “트리플 소드!” 내가 배운 검은 오직! 기본 검술! 내가 기본 검술을 통해서 만들어낸 기술은 굉장히 단순하지만 쓸만한 기술이었다. 트리플 소드는 빠른 속도로 검을 찔러 상대에게 검이 3개로 보이도록 하는 것이었고 나는 그것은 양손으로 시전했다. 트리플소드로 인해 생겨난 6개의 검! 그리고 사방에서 제키씨를 베어오는 4개의 검! 콰콰쾅! 콰콰쾅! 쾅! 쾅! 쾅! 쾅! 검과 사람의 몸이 부딪힌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소리가 울려퍼졌고 우리는 급하게 뒤로 물러섰다. 물러서면서 제키씨는 나를 향해서 전기를 쏘아보냈지만 공중을 떠돌던 검에 의해서 전기는 다시 저주로 물들었다. 이는 내가 컨트롤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저주의 정령! 검에 깃든 저주의 정령이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검을 컨트롤한 것이었다. 저주의 정령이 깃든 검은 살아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빨리 끝내도록 하지요! “이,이런! 좋아! 한번 해보자고!” 나는 전투를 빨리 끝내기로 결정을 내리고는 두 롱소드를 하늘로 치켜올렸다. 그리자 공중을 떠돌던 4개의 검은 그대로 마치 뱀처러 검미(劍尾)와 검자루를 잊기 시작했고 모든 검이 이어지자 끝의 검으로 모든 검을 검게 물들던 순수한 저주의 힘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끝의 검에 형상을 띄기 시작한 순수한 저주의 힘! 그 모습은 저주의 정려이었지만 처음 모습을 들어냈을 때의 저주의 정령보다 배는 강한 힘과 큰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갑니다! 커스 엘리멘탈 앵거(Curse Elemental anger 저주의 정령의 분노)!!!!” 크아아아아아!!!! “뇌제초래(雷帝招來)!” 크아아아아!!! 제키씨가 만들어낸 뇌전의 거인과 저주의 정령의 격돌! 그 격돌로 인해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고 곧 저주의 정령과 뇌전의 거인은 사라졌다. 커스 엘리멘탈 앵거를 시전하기 위해서 엄청난 마나를 소모했기에 소환해 놓은 저주의 정령은 사라졌고 공중을 떠돌고 있어야할 검들 역시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리고 곧 폭발로 생긴 먼지구름을 가라앉았고 제키씨의 모습이 들어났다. 그의 몸을 감싸던 전기들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고 그의 머리카락과 피부는 검게 물들어 있었다. 순수한 저주의 힘에 감염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대로 서있었다. 내가 천천히 다가가자 고개를 드는 제키씨. 그는 웃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고 주먹을 쥔이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You Win. 너의 승리다.” 털썩! 제키씨는 이 말을 남기로 그대로 쓰러졌다. 나는 그렇게 쓰러진 제키씨를 보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순수한 저주의 힘에 물든 그는 죽어가고 있었다. 후~우. 나란 놈은 정말 못말려 =============================== 하~아. 하~아. 겨우 겨우 써냈군요. 그렇습니다! 그런 겁니다! 주인공의 두번쨰 마스터스킬! 그것은 바로 저주의 정령이었던 겁니다! 저주의 정령을 이용한 검법! 후후후. 제가 구상한 것입니다 .음하하하! 거기에 공중을 날아다니며 주인공의 의지에 따라 공격하는 검들! 과연 그 이유는 왜 일까요? 참고로 힌트! 네크로맨서의 마법을 이용한 겁니다. 그리고 그 검들은 아주 평범한 철제 롱소드입니다. 후후후. 지금까지 극악이었고요. 또 나중에 뵙겠습니다. 으으으. 배고파랑 ㅡㅜ <<11>>=+=+=+=+=+=+=+=+=+=+=+=+=+=+=+=+=+=+NovelExtra(notesee@gmail.com)=+= 나는 고개를 흔들면서 쓰러져 있는 제키씨에게 다가갔다. 한동안 쓰러져 있는 제키씨를 쳐다보고는 아공간을 열어 한가지 물병을 꺼내었다. 웨어울프 키메라를 상대하고 나서 영혼을 자유롭게 할 때 가이아 교단에서 얻은 성수(聖水)가 든 물병이었다. 나는 일단 성수를 제키씨에게 먹인 몸 곳곳에 뿌렸다. 치지지지직! 온몸에서 피어나는 검은 연기. 성수로 인해서 순수한 저주의 힘은 조금이나마 약화되었고 언제 끊어질지 몰랐던 미약한 숨소리가 조금 커지며 편안해졌다. 나는 쓰러져 있는 제키씨에 쓰러지듯이 주저앉았고 힐링포션과 마나 포션을 꺼내어 먹었다. 제키씨와 싸울 때 마지막에 사용했던 커스 엘리멘타 앵거는 막대한 마나와 체력을 소모하는 기술이었기에 나 역시 매우 지친 상태였다. 지금 제키씨는 순수한 저주의 힘에 의해서 잠식당한 상태고 이대로 가만히 둔다면 필히 죽고 말 것이다. 제키씨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저주의 정령을 다시 소환하여 순수한 저주의 힘을 거두어 가도록 하는 방법뿐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력과 마나를 회복해야했다. 나는 힐링 포션과 마나 포션을 꺼내어 마시며 미약한 숨소리를 내며 겨우 생명을 연장해 가고 있는 제키씨를 쳐다보았다. 제키씨는 나의 적이다. 나의 목숨을 노리는 적! 그런데 그런 사람을 살리려고 하다니. 갑자기 내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그냥 이대로 죽게 내버려둘까 하는 생각도 들렸지만 곧 다시 고개를 내저었다. 잠시 쉬며 마나를 회복한 이후 다시 저주의 정령을 소환하였고 저주의 정령에게 순수한 저주의 힘을 거두어 가라고 했고 완전히 거두어지자 제키씨는 편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마스터. 임무 완료했습니다. 적 6명을 제외한 모든 적 주살. 마스터가 상대하신 저 남자 외에 다른 S급의 요원은 도망쳤습니다. 추적 할까요?” “아니. 도망가게 가만히 둬. 살아서 도망간 녀석들이 SWU에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할테니까. 경고차원에서 좋겠지. 참. 죽은 시체들에서 축복이란 것을 회수해와. 쓸일이 있을 것 같으니까. 그리고 모든 시체들은 불태워버리도록. 패어진 땅을 메우고 전투의 흔적을 최대한 지우도록 해.” “마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내가 제키씨를 살려 놓는 동안 전투는 끝난 상태였다. 잭에 의해서 피가 빨리고 미라가 되어 죽은 시체도 있었고, 우라노스와 데스 브래이커들의 의해서 곤죽이 되어 죽어버린 시체. 예리하게 토막 난 시체. 불로 인해 익어버리고, 냉기에 의해 얼어붙고, 바람에 의해서 잘게 썰린 시체들. 독에 중독되어 괴로운 표정으로 죽어있는 시체. 이 모습을 보았다면 누구다로 구역질을 해되었겠지만 이상하게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단지 그것들이 고깃덩어리로 보일 뿐이었다. 그래. 그렇군. 결국 익숙해진 건가. 나는 볼케이노가 일으킨 불로 인해 사리지고 있는 시체들을 한동안 지켜보았다. 사람을 결국 죽으면 다시 흙으로, 재로 되돌아간다. 죽음은 또 다른 삶의 시작. 나도 언젠가 저들처럼 죽게 되겠지. “마스터. 명령하신 일을 모두 끝냈습니다.” “아. 모두 수고했어.” 나도 참 못말려. 어울리지 않게 감상에 빠져있다니. 나는 우라노스가 들고 있는 축복을 모두 아공간 안에 집어넣고는 쓰러져 내 옆에 쓰러져 있는 제키씨를 잠시 쳐다보았다. 참 제키씨의 축복도 회수해야지. 뒤적뒤적! 어라? 없네. 제키씨의 옷을 뒤저봐도 축복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전투 중에도 용케 벗겨지지 않았던 야구모자를 벗겨 살펴봐도 축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설마 제키씨는 축복 없이 순수한 실력으로 나를 상대한 건가. 나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제키씨가 축복을 사용한 체 나와 싸웠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내가졌을 거다. 1:1 승부에서는 졌겠지만 결국 승리하는 것은 나였을 것이다. 나에게는 본 마스터들과 데스나이트. 데스 브래이커들이 있으니 말이다. 두두두두! 갑자기 들려오는 헬리콥터 소리에 본 마스터와 데스 나이트. 데스 브래이커들은 다시 무기를 빼들었다. 헬기 2대와 함께 다가오는 군용 트럭 못지않게 큰 트럭 3대. 경찰 헬기와 경찰 특공대 트럭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SWU의 지원부대인가. 이거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아까는 압도적은 수와 질로서 눌렀지만 엄청난 크기의 트럭에 SWU의 요원들이 타고 있다면 또 저 트럭에 탄 이들이 모두 총화기로 무장을 하고 있다면 승부는 장담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저정도 인원이면 분명 SWU의 S급 요원도 다수 껴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나는 잔득 긴장하며 언제든 마법을 사용할 수있도록 준비했다. 팍! 쿵! 우리와 가까워진 헬기에서 누군가 뛰어내렸고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먼지를 털어내고 나를 향해서 다가왔다. 그와 가까워 질수록 나는 점점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져 갔다. 이 때처럼 사령안을 통해서 밤에도 낮처럼 볼 수 있다는 것이 난처할 수가 없었다. 헬기에서 뛰어내린 존재. 그는 너무도 익숙한 이였다. 군복을 입고 있지만 잘 단련된 근육! 헌칠한 키! 익숙한 외모! 그는 바로.... “상민아. 오랜만이구나.” “자,작은 아버지.” 아버지의 동생! 나의 작은 아버지였다. ============== 늦었습니다. 후~우. 개인적인 약속때문에 외출했기에 늦었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여러분 죄송하게도, 내일은... 연재를 못할 것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약속과 28일까지 수정을 하여 출판사로 보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계속 글만 쓰다보니 슬슬 머리도 아프고요. 좀 쉬고 싶습니다. 그러니 이해해주십시오. 어자피 내일 귀때문에 병원도 가야하고, 개인적인 약속에 수정까지 해야하니 쉬지 못하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말입니다. 다시한번 죄송합니다. 내일. 하루 쉬겠습니다. 제발 이해해 주십시오. 지금까지 극악이었고요. 여러분 수요일에 뵙겠습니다. <<12>>=+=+=+=+=+=+=+=+=+=+=+=+=+=+=+=+=+=+NovelExtra(notesee@gmail.com)=+= 자,작은 아버지가 왜 이곳에 계신거지? 그,그리고 보니 어떻게 단번에 나를 알아보신 거지. 얼굴을 숨기기 위해서 마스크도 쓴 상태인데. 작은 아버지는 주위를 둘러보셨다. 주변의 불타고 있는 SWU의 요원들의 시체. 나를 호위하듯이 둘러싸고 있는 본마스터들과 데스나이트, 데스 브래이커들. 나는 굳은 얼굴로 작은 아버지가 주변을 살피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슥. 슥. 고개를 돌리실 때마다 옷이 쓸리는 소리만이 나의 귀로 들려왔다. 한동안 주변을 살피던 작은 아버지의 시선은 내쪽으로 향했다. 나를 아래 위로 살펴보신 이후 나를 호위하듯이 에워싸고 있는 본 마스터들과 데스나이트들. 데스 브래이커들을 살펴보셨다. 역시 나를 보실 때와 마찬가지로 아래 위로 고개를 움직여 살펴보신 이후 천천히 다가오셨다. 나는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래이커들에게 길을 만들도록 했고 작은 아버지는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래이커들로 이루어진 벽을 지나오셨다. 치익! 후~우. 후~~. 군복 주머니에서 꺼낸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이시면서 다가오시는 작은 아버지. 작은 아버지는 담배 끊으셨다고 했는데. 작은 어머니가 뭐라고 하셨다고. 이 상황에 그런 생각을 하다니. “후~우. 후~~. 상민아.” “예. 작은 아버지.” “몇명이나 죽였냐?” “...” “지금까지 몇 명이나 죽였냐고?” 나는 처음의 질문에 작은 아버지가 바라시는 답변이 어떤 것인지 몰랐지만 두 번째의 작은 아버지의 질문에 난 어떤 답변을 원하시는 지 알수 있었다. 내가 힘을 가지게 되고 그 힘을 이용하여 죽은 사람들의 수에 대해서 뭇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바로 대답했다. “98명입니다.” 내가 게임이라 생각하고 죽인 이들의 수는 4명. 시설에서 죽은 3명. 이곳에서 죽인 91명. 9총 98명. 98명 모두 내가 죽인 이들이었다. 4명은 게임이라 생각하고 마법을 쏘아 죽은 산적 2명과 한나를 사고 팔려고 했던 노예상인 상단주와 한나의 아킬레스건을 끝은 용병. 이렇게 4명이었고 3명은 SWU의 시설을 탈출할 때 죽인 고스트와 캐서린, 스티븐이었다. 나머지 91명은 바로 이 자리에 불타고 있는 이들이었다. 총 98명. 이들이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어째서 죽인 거냐?” “96명은 저의 목숨을 노렸기에 죽였고, 2명은 제 소중한 이를 위해서 죽였습니다.” “그들이 죽은 이유가 그것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하느냐.” “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남을 죽인 다는 것! 그 것은 어떤 이유로도 타당해질 수 없는 것이니까요.” 나의 답변의 작은 아버지는 한동안 나를 쳐다보고만 계셨다. 나는 그런 작은 아버지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마주쳤다. 다른 사람을 죽인 다는 것. 살해. 그것은 어떤 이유와 변명으로도 타당해질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난 살아갈 것이다. 죄인으로서 살아갈 것이다. “후~우. 그래. 역시 너도 우리 호씨 집안의 남자구나. 가자구나. 할 이야기가 많다.” “예. 작은 아버지.” “참 이거에 대한 것. 네 작은 엄마에게는 비밀이다.” “후후후.” “그 웃음의 의미는 뭐냐?”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는 담배에 대한 것을 작은 어머니께 비밀로 해달라는 것과 나를 대답에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이시는 작은 아버지를 보며 미소지었다. 정말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데. 후후후. ===== 작은 아버지와 내가 향한 곳은 라스베가스. 그 것도 얼마 전에 날리를 피우며 탈출했던 호텔이었다. 우리가 간 곳은 그 호텔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로열 룸이었다. 어째서 이 곳으로 오신 거지? 나를 비롯해 작은 아버지와 함께 로열 룸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2명이 더 있었는데 그 중 한명의 등 뒤에는 사극에서나 보던 갑옷을 입고 장군검을 찬 영혼이 붙어 있었다. 음. 남자니까 박수무당인가. “어서 오십시오. 모두들 기다리고 계십니다.” 모두들 기다리고 있다고? 누가. 로열 룸 앞의 외국인이 기다리고 있다는 모두가 누군지는 곳 알수 있었다. 다들 범상치 않은 기운을 가진 이들. 예전에 고스트로부터 들었던 세계에 존재하는 5개의 기관들. SWU. 더 마나(The mana). 무림(武林). 홀리 글로리(Holy Glory)에 속한 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서 오십시오. 미스터...” “타이거. 미스터 타이거다.” “어서 오십시오. 미스터 타이거. 한(韓)의 대표여.” 한(韓). 세계에 존재하는 5개의 기관중 가장 신비에 쌓여져 있으면서 중립을 유지해오고 있는 기관. 그 기관에 작은 아버지가 속해있었던 것이다. 사실 놀랍지 않았다. 나와 본 마스터를 비롯한 언데드들을 보셨을 때 놀라워하지 않고 의연하셨던 작은 아버지 행동에서 눈치를 채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놀란 것은 바로 5개의 기관에 있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더 마나의 인물을 주시했는데 더 마나의 인물은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유일한 여자였다. 체내에 만들어진 써클은 4써클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나이는 이십대 후반인데 말이다. 각 기관의 사람들은 작은 아버지처럼 보좌관 격인 인물을 2명씩 데리고 온 왔고 그로 인해 로열 룸에는 나를 포함해 16명의 사람만이 존재했다. “거기 있는 청년이 바로...” “예. 저희 SWU의 시설을 보기 좋게 파괴한 이입니다.” “한 가지 더 추가하지. SWU의 요원 91명을 저승으로 보낸 내 조카녀석이지.” “!!!!” 일시에 네 기관의 대표들과 보좌관, 그리고 작은 아버지의 뒤에 서있던 한의 보좌관들의 시선은 나에게 쏠렸고 나는 그들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내가 저들의 눈을 피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저,저희 SWU에서 파견된 S급 요원 2명과 A급 요원 16명! B급 요원 80명! 총원 98명을 이겼단 말입니까! 말도 안됩니다!” 딱딱. 데구르르르. 바닥에 무엇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 이후 굴러가는 소리로 인해 방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은 소리의 근원으로 집중되었고 그 소리의 근원과 나의 손에 들린 것을 본 SWU의 대표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나의 손에 들린 것. 그것은 바로 죽은 SWU의 요원들에게 회수한 축복이었다. 나는 축복을 보여준 이후 다시 아공간을 열어 넣었는데 이때 더 마나의 인물들의 눈빛이 순간 변했다가 원상태로 돌아갔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기에 그 것을 본 사람은 나뿐이었다. 더 마나. 현실세계의 마법사 집단. 웬지 그들에게 자꾸 눈이 가는군. ========== 안녕하세요 극악입니다. 후~우. 언제 잘 쉬었습니다. 좀 쉬고 나니 기운이 나더군요. 후후후. 오늘부터 다시 성실연재 들어갑니다. 크크크크. <<13>>=+=+=+=+=+=+=+=+=+=+=+=+=+=+=+=+=+=+NovelExtra(notesee@gmail.com)=+= “흠. 우리가 여기에 모인 목적은 그게 아니지 않은가. 겨우 그런 이야기 가지고 시간을 끌필요 있나. 어서 본론으로 들어가지.” “겨우! 방금 겨우라고 하셨습니까!!!” 방금 전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던 무림소속의 중년의 중국인이 말을 꺼냈고 그의 말에 SWU의 대표는 크게 분노했다. 분노로 인해 뿜어져 나오는 기세! 주변의 물건들이 떠올랐고 회전하기 시작했지만 주위의 그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 모습을 본 중년의 중국인을 오히려 웃고 있었다. “한번 해볼텐가?” 쿠오오오! 기세를 끌어올린 중국인의 옷은 펄럭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느껴지는 기. 마나는 여기 있는 이들과는 전혀 달랐다. 잘 정제되어 있고 밀도 높은 마나. 정말 무림인이라는 것이 있긴 있었군. “으으으! 오늘 일 기억해 두겠소!” 털썩! SWU의 대표는 이 말을 하고는 그대로 소파에 주저앉았다. 후후후. 떠날 수 없겠지. 이 자리는 당신들 SWU 때문에 만들어진 자리인 것 같으니까. SWU의 대표는 한동안 호흡을 조절하며 점차 냉정을 되찾아갔고 그것은 불과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과연 대표라 이건가. “후~우. 일단 아까 일 사과드리겠습니다. 팽무진님.” “후후후.” “이 자리에 우리가 모이게 된 것. 그 것은 저희 SWU의 일부 세력이 멋대로 여러분의 세력권의 나라에서 능력자들로 보이는 이들을 납치한 것 때문입니다. 사실 이번에 파견된 요원들은 여기 있는 대표분들에게 안전하게 인도하기 위해서 파견한 것이었는데. 그런 일이 생겨 제가 흥분했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후훗.” “모두 그분의 품으로 돌아갔을 뿐이니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 여기있는 그 누구도 그말을 믿을 사람은 없었다. 나를 추적해오던 그들은 나에게 따라오라고 하긴 했지만 전투에 들어가자 오히려 잘 됐다는 듯이 나를 죽이려고 했었다. 만약 나를 찾아 데리고 가려고 했다면 도시를 탈출할 때 총 같은 것은 쏘지 않았을 것이다. “준비한 것들을 대표분들에게 나눠드리도록.” “예.” SWU의 보좌관은 준비해둔 것. 서류를 각각 4명의 대표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대표들은 한동안 그것을 살펴보더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고 작은 아버지는 무표정한 눈으로 계속 살펴보다가 나에게 넘겨주셨다. 어디보자. 뭐야. 이건. 서류에 적힌 내용. 그것은 이번 일을 무마시키는 대가로 각 단체의 지급하는 금액이 적혀있었다. 거기에 이번에 납치된 이들에게도 대가를 지급한다고 되어 있었다. 또 돈인가.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다니. 마음에 안 들어. “흠. 역시 돈이 많은 SWU로군. 받아들이기로 하지.” “그만한 돈을 기부하시겠다니. 감사합니다.” “...일단 받아들이기로 하지요.” “나도 받아들이지.” “작은 아버지!” 나는 받아들이겠다고 말하시는 작은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작은 아버지의 얼굴에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하지만. 하지만. [더이상 끌어봐야 소용없다. 돈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구나. 거기에 솔직히 우리 한국인들의 피해는 없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SWU다. 그런 그들이 이정도까지 한다는 것은 크게 양보하는 거다. 그러니 이해하거라.] 갑자기 나의 귀로 들려오는 말. 분명 작은 아버지의 말대로였다. 후~우. 어쩔 수 없지. 더 이상 끌어봐야 이로울 것도 없을 테고, 확실히 보복은 해둔 상태이니까. 만약 다시 한번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다면 단독으로 상대해주지. “모두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거기 계신 미스터 타이거의 조카님. 돌려주시겠습니까? 저희 SWU의 블레싱을.” “제가 어째서 그래야 하죠.” “호~오.” “....” “으음.” 나의 말에 대표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내보였다. 확실히 내가 그들에게 블레싱. 축복을 돌려줄 이유 따위는 없었다. 이것은 적을 죽이고 얻은 전리품이고 연구할 만한 가치를 가진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대답을 들은 SWU의 대표는 아주 잠깐이지만 얼굴을 굳혔고 순식간에 다시 웃는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블레싱은 저희 SWU에서 심여를 기울여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러니 돌려주시지요. 물론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겠습니다. 얼마를 원하십니까?” 또 돈이냐? 뭐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하다니 마음에 안들어. 나는 마음에 안들었지만 돌려주지 않는다면 끈질기게 따라붙을 것 같았기에 아공간에 손을 넣어 축복을 꺼낸 뒤 말하면서 바닥에 떨어트렸다. “먹고 떨어져라.” “....” “크크크. 마음에 드는 녀석이군.” “흐음. 생각이상의 배짱이로군요.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의 행동을 본 이들은 모두 재미있는지 웃어보였지만 SWU의 대표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하긴 자신의 기관에서 심여를 기울여 만들어낸 것을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 버리듯이 떨어트리고 허리를 숙여서 주워하도록 했으니 말이다. 몸을 일으킨 더 마나의 인물들은 입구쪽에 서있는 우리를 지나쳐갔고 그때 더 마나의 대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만간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마나의 길을 걷는 자여.] 더 마나를 시작으로 각 기관의 대표들은 로열룸을 떠났고 우리 역시 로열룸을 나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작은 아버지와 그 보좌관분들은 아무말도 없이 그저 가만히 계셨고 우리는 그대로 호텔을 나와 트럭을 타고 어딘가로 향했다. “상민아.” “예?” “아주 잘했다! 크크크. 녀석들 엄청 분했을 거다. 먹고 떨어지라니! 크크크!” “맞아. 맞아. 녀석! 마음에 드는데. 역시 호씨 집안의 남자들은 배짱이 두둑해서 좋다니까.” “...저도 그점은 마음에 드는 군요.” “자! 이것으로 다른 네 단체에 신고식을 끝냈다. 앞으로 그들은 너를 주시하겠지. 그것보다 가족들에게 왜 한번도 전화 안했냐? 탈출한지 일주일이 넘었던데.” “예? 그,그게...” 나는 작은 아버지의 질문에 곤혹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 작은 아버지의 행동이 장난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작은 아버지와 함께 납치 당한지 거의 한달만에 한국으로.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 이번 장은 이편이 끝입니다. 드디어 다시 다른 세계로!!!! 크하하하하! 어서 다른 세계로 가서 열심히 움직이게 해야겠죠. 크크크. 현 <<14>>=+=+=+=+=+=+=+=+=+=+=+=+=+=+=+=+=+=+NovelExtra(notesee@gmail.com)=+= (17)장. 25일. 그리고 1년 6개월. 거의 한달 만에 집에 돌아갔을 때 우리 호씨 집안은 날 리가 났었다. 우리 호씨 일가는 내가 납치된 이후 가지고 있는 인맥을 총 동원하여 나를 찾았단다. 그런데도 나를 찾지 못하고 그렇다고 납치범에게도 협박전화 조차 없자 결국 한(韓)의 인원들까지 동원했단다. 참 집으로 돌아온 이후 할아버지께 들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 호씨 일가가 3대째 한(韓)의 총수를 지내어 오고 있다는 소리였다. 처음 이 소리를 들었을 때 너무 놀라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숨겨진 세력은 한(韓)의 총수를 3대째나 해오고 있다는 사실에 말이다. 우리 집안은 우리 증조할아버지대부터 한의 총수자리를 해왔고 현 한의 총수는 나의 작은 아버지. 호연진이라고 한다. 우리 호씨 집안에는 가전무예가 있는데 그 가전무예를 갈고 딱아 왔고 현 전수자는 작은 아버지라고 하셨다. 우리 호씨 집안의 가전무예의 이름은 패왕무(敗王舞)는 할아버지와 작은 아버지 같은 건장하고 튼튼한 골격을 가져야만 연무할 수 있는 것으로 그저 평범한 사람보다 약간 나은 골격을 가지신 아버지는 패왕무를 이으시지 못했고 이번 일이 없었다면 나에게는 우리 호씨 집안에 패왕무란 가전 무예가 있었다는 것조차 말하지 않을 생각이라 하셨단다. 우리 호씨 집안의 가전 무예. 할아버지는 말을 마치신 이후 그것을 나에게 익히지 않겠냐고 하시면서 패왕무를 펼쳐 보이셨는데. 말 그대로 패왕! 패왕무는 말 그대로 패왕의 춤이었다!모든 것을 깨트려 버릴 듯한 강렬한 힘과 앞을 막아서는 것은 그 어떠한 것이든 부셔버릴 듯 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나와 아버지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 역시 알 수 있었다. 패왕무를 펼쳐보이신 이후 나에게 익히지 않겠냐고 물으시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나는 거부했다. 할아버지가 펼쳐보이신 패왕무를 보고 패왕무는 나에게 맞기 않고 무엇보다 나에게는 네크로맨서의 마법이 있었고 그 마법에 알맞게 마나가 정착했기 때문에 기초적인 심법도 불가능하다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아직 네크로맨서 마법조차 겨우 기초를 뗀 상태였다. 물론 고위의 마법을 익히고는 있지만 그것은 운이 좋아 게임의 마법을 사용하는 것뿐. 나의 머릿속의 이론으로 치자면 이제 겨우 하급 네크로맨서 수준이었다. 그 후 우리 호씨 일가의 가전무예와 숨겨진 사실을 모두들은 이후 이번에는 할아버지께서 내가 네크로맨서의 마법. 사령마법을 어디서 배웠는지 물어오셨다. 나는 이때 잠시 난감해 했다. 과연 내가 게임을 통해서 다른 세계로 이동되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 믿어주실지 의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결국 진실과 거짓을 조금씩 섞어서 말씀드렸다. 아스카 게임을 해서 만난 한 노인. 고령의 유저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친해졌고 사령술사로서 여러 가지 조언을 받고 컨트롤에 대해서 조금씩 배우다면 결국 한번 진짜로 만나게 되었고 그 노인으로부터 사령마법에 재능이 있는 것을 알고 마법에 대해서 배웠다고 말이다. 마나는 집에서 쌓았지만 사령마법에 대한 이론과 주문은 게임 속에서 전수받았다고 말이다. 스승님의 성함은 예전에 얻은 네크로맨시 학파 입문서의 저자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로 했고 더 마나의 세력권인 유럽인으로 했다. 나는 그 증거로 스승님께 받은 거라고 하며 아공간에서 하급 네크로맨서 마법서를 꺼내어 보여드렸고 조금 의심스러운 눈으로 잠시 쳐다보신 할아버지는 믿어주셨다. 그후에서야 어머니와 아버지, 누나와 따로 이야기를 할수 있었다. 지난 한달동안 내가 납치된 것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셨는지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은 말그대로 반쪽이 되어 있었다. 그동안 잠도 편히 못 주무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한시도 나의 곁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으셨다. 어머니의 몸은 매우 약해져 있었고 신경도 예민해져 있으셨고 잠든 것이라고 생각되어 잠시만 손을 놓아도 어떻게 느끼셨는지 일어나셔서 나를 꽉 붙잡으셨다. 결국 나는 어머니가 얇게 잠드셨을 때 슬립으로 재워드렸다. “후~우.” “잠이 안오느냐.” “아. 할아버지.” 어머니를 재워드리고 나는 집을 나와 바닷가로 향했다. 거의 한달. 아니 두달인가. 하여튼 오랜만에 보는 바다는 많이 변해있었다. 아니 바다는 그대로였다. 단지 보고있는 내가 많이 변했을 뿐이었다. 내가 바닷가로 내려와 콘테이너 앞의 소파에 앉아 보고 있을 때 할아버지가 다가오셨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보이셨지만 그간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는지 간간이 보이던 흰머리가 이제는 머리를 뒤덮으려고 하고 있었다. “이 어두운 곳에서 나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구나.” “할아버지도 아시잖아요.” “아. 밤에도 낮처럼 볼 수 있다고 했었지. 이 할애비가 깜박했구나. 하하하!” 나에 대해서 말씀드렸을 때 나의 모든 것을 말씀드렸고 그 중에는 눈에 대한 것도 들어있었다. 바로 사령안. 영혼을 보고 밤을 낮처럼 볼 수 있는 눈 말이다. “그래. 그때부터 심상치 않았지. 네가 그 녀석을 보았을 때부터. 설마 네가 네크로맨서의 자질이 있었을 줄이야.” “저도 설마 그런 자질이 있을 줄 몰랐죠.” “알았다면 내 당장 용한 무당녀석을 소개시켜 주었을 것을.” “할아버지! 장손은 박수무당으로 만드실 생각이셨어요!” “하하하! 녀석. 놀라기는. 자. 이것 받거라.” “응? 이건...” 할아버지께서 나에게 건내주신 것은 두권의 책이었다. 두권 중 한 권은 만들어진지 얼마되지 않은 책이었다. 갑자기 책을 주시다니. 어디보자. 이건. 할아버지께서 내게 주긴 것은 바로 우리 호씨 집안의 가전무예인 패왕무의 수련법과 심법이 든 패왕무서(敗王舞書)와 어디서 구하셨는 지 모르지만 다른 한권은 분명 마법서였다! 마법서! 할아버지가 나에게 마법서를 주시다니! “하,할아버지 이것은...” “네녀석은 우리 호씨 집안의 장손이니 설사 익히지 못한다 하더라고 알고는 있어야 할 것이 아니더냐. 만약을 위해서 준비해 놓은 복사본이란다. 그리고 다른 한권은 나의 친우로부터 얻은 것이다. 지금은 어디서 뭘하면서 사는지 모르겠지만 혹시 인연이 닫는 이가 있으면 전하라 하였고 네가 마법을 익혔다하니 욕심이나 너에게 주는 것이다.” “할아버지.” 현재 나의 몸의 마나는 이미 나의 몸에 알맞게 완전히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것. 심법이나 현대에 마법사들이 익히는 마나를 쌓는 법은 배울 수 없었다. 나는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해야하는 것이다. 이것을 안 것은 얼마되지 않았고 어떻게 알았냐 하면은 뭐라 답할 수가 없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알수 있었다. 나의 몸의 마나를 다른식으로 변형시킬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로 인해 나는 구세대의 유물이 된 셈이다. 물론 현대에 뒤지지 않지만 말이다. 할아버지가 나에게 주신 패왕무서. 그것은 나에게 전혀 쓸모없는 것인 것이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알아두기로 했다. 난 호씨 집안의 장손이니까. 그치만 마법서는 이야기가 틀리다. 확실히 읽어본 결과 마법의 시전 방식은 변한 것이 없었다. 우리 세계의 마법서를 이렇게 쉽게 얻게 되다니. 이거 운이 좋았는걸. 나는 마법서를 살펴보면서 좋아라 했다. “상민아.” “아. 죄송해요.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조금이지만 서운하다는 표정이 깃들어 있었다. 호씨 집안의 장손이 집안의 가전무예가 기록된 패왕무서보다 마법서를 더욱 중시하니 서운하셨던 모양이다. 나는 급하게 두권의 책을 아공간의 넣고 할아버지를 마주보았다. “후~우. 어쩔 수 없지. 너와 패왕무가 인연이 없는 것을.” “....” “상민아. 이것만은 기억하거라. 힘을 가진 자에게는 힘에 휘둘리지 않을 강한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예. 할아버님.”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힘을 가진 자는 힘의 휘둘리지 않을 강한 정신이 필요했다. 힘을 휘두르지 않고 힘에 휘둘리는 이의 끝에는 오직 파멸만이 있을 뿐이란 것. 이후 할아버지와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바다를 쳐다보았다. 달라지지 않았지만 나로 인해서 달라진 바다를... ================== 호씨 집안의 가전무예! 패왕무! 단순한 이름. 오래전부터 만들어 두었던 무공이건만 왜이리 단순하게 느껴진단 말인가... 역시 무협쪽은 저에게 안맞나 봅니다. 어여 판타지로 넘겨야지 ==;; 참 앞서 올린 글에서 제가 기간을 잘못 했습니다. 바로 상민이 납치되어 다시 한국으로 향한지 며칠이나 됐는지 말입니다. 알고보니 그 기간은 23일 혹은 24일입니다. 게임속 시간으로 치자면 460일. 혹은 480일인 거지요. 그러니까 만약 이 다음에 상민이 다른 세계로 접속한다면 1년하고 6개월정도 지난 뒤의 시간 입니다. 다른 세계에서는 말이죠. 과연 1년 6개월 동안 그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 까요. 후후후. 지금까지 극악이었고요. 허접한 이번편. 그냥 넘어가 주십시오. 수정할테니 ㅡㅜ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15>>=+=+=+=+=+=+=+=+=+=+=+=+=+=+=+=+=+=+NovelExtra(notesee@gmail.com)=+= “으아아아. 정말 오랜만에 오는 집이군.” “도련님 말씀으로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는 구나. 이미 감시카메라는 모두 찾아내어 회수하였지만 만약을 위해서 감시카메라에 반응하는 기기를 주셨단다 . 여기 받거라. 상민아.” “아. 예.” 정말 오랜만에 와보는 집. 우리 가족은 바로 다음날 집으로 되돌아왔다. 작은 아버지의 말씀에 의하면 이번 일로 우리 가족을 비롯해, SWU의 요원들의 의해서 납치된 이들은 납치된 인물들이 사는 국가를 세력권으로 하는 기관에서 보호하기로 했단다. 물론 한동안이고 알려진 능력자들이 다른 기관에 의해서 다시 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러기로 했단다. 거기에 만약 다른 기관에서 보호되고 있는 이를 납치하게되면 다른 네 기관에서 힘을 합쳐 보복을 하기로 되어 있으니 걱정 말라고 작은 아버지가 그러셨지만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머니는 이사를 가기로 결정을 내리셨고 아버지도 찬성하셨다. 물론 아직 이사갈 집을 구한 것은 아니었기에 한동안은 집에서 지내야 했다. 후~우. 내 방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니. 놀라운 일인 걸. 나는 어머니께서 주신 감시카메라에 반응하는 기기를 방 여기저기에 가져다 본 다음에서야 트레이닝복. 츄리닝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서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한창 감시카메라에 반응하는 기기로 집 여기저기를 데어보시고 계셨고 누나도 그 일을 돕고 있었다. 나까지 그 일에 참여한 끝에 빨리 끝낼 수 있었고 그제서야 어머니는 옷을 갈아입으셨다. 그리고는 나와 절대로 떨어지려 하지 않으셨다. 현재 어머니의 상태는 극도로 불안한 상태셨고 아버지의 말씀에 따르면 내가 납치되어 있는 동안에 정신과 치료를 받으셨다고 한다. 정신계 마법 중에는 불안이나 혼란 등에 빠진 정신을 제대로 하는 마법이 있긴 있었지만 정작 나는 그런 마법대신 적을 혼란,공포등의 빠지는 마법밖에 알고 있지 못했기에 어머니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은 곁에 있어드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나는 어머니가 잠이 드실 때가 곁에 있어드리고는 내가 다시 납치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슬립을 걸어 재워드리고는 방을 나왔다. 누나는 오피스텔로 돌아가지 않고 이사 갈 집을 구할 때까지 집에서 같이 생활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 오는 길에 잠깐 오피스텔에 들려 여러 가지 필요한 것들을 챙겨왔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가족은 다시 한집에 모여살기로 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미 직장에 장기 휴가를 신청하신 상태였기에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늦은 밤. 방에 들어온 나는 내 방에 놓여져 있는 캡슐을 보았다. 후~우. 거의 한달만에 접속하게 되는 군. 한달이면 그 곳 시간으로 600일. 25일인가. 24일인가 접속을 못했으니까 500일이나 480일. 1년 6개월 정도 활동을 안 한 것이로군. 나는 그쪽 세계에서의 육신이 걱정되었다. 1년 6개월. 바디체인지를 겪고, 불안전하 게나마 데스마스터의 경지를 맛본 육체이긴 하지만 1년 6개월 동안 영양공급도 없이, 어떠한 활동도 없이 누워만 있었으니 멀쩡하지는 않을 것이다. 셰인의 말에 의하면 자신들이 임의로 관리를 했다고는 하지만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후~우. 한번 들어가 볼까. 지금이라도 여유있을 때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회복시켜놔야지. [가상 속에 또 다른 현실. 아스카. 아스카에 접속하기 위해서 망막과 뇌파를 검사합니다. 망막과 뇌파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두통과 같은 증상이 일어나니 놀라지 마십시오. 만약 접속후 계속 두통을 느끼신다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주십시오. 망막과 뇌파 검사에 들어갑니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망막 검사 완료. 뇌파 검사 완료. 전용 사용자. 호상민님이 확인되었습니다. 아스카에 접속합니다. 즐거운 꿈꾸시기를....] 으윽! 오랜만에 느껴보는 육체의 박탈감. 후~우. 이것도 오랜만이라 그런지 정말 기분 더럽구만. 으윽! 나는 어느정도 감각이 돌아오자 눈을 뜨려고 했는데 엄청난 밝기로 인해 눈이 아파오는 것을 느끼고 재빨리 눈을 감았다. 이거 걱정인데. 나는 거의 1년하고 6개월동안 누워만 있었다. 그 오랜 시간동안 누워만 있었으니 당연히 눈은 사용하지 않았을 테니 지금 나의 눈은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일 것이다. 만약 방금 일로 인해 망막에 손상을 입었다면 실명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걱정이라고 한 것이다. “콜. 셰인.” “마스터를 뵙겠습니다.” “셰인. 이 곳에서의 나의 육신은 어떤 상태지? 자세하게 이야기 해봐.” 나의 육체의 관리는 셰인에게 모든 것은 맡긴 상태였기에 나는 셰인을 불러 나의 현 육체의 상태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현재의 마스터의 육신의 상태는 최상이라고 할 수있습니다.” “최상이라고? 어디.” 셰인의 말대로 1년 6개월 동안 움직이지 않은 것치고는 팔도, 다리고 내 마음대로 움직였다. 거기에 뿌득 뿌득 같은 뼈소리도 나지 않았다. 호~오. 제대로 관리한 모양이네. “확실히 그런 것 같군. 좀더 자세히 이야기 해봐. 셰인.” “예. 마스터. 일단 지금 마스터가 누워계신 곳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현재 마스터는 욕조에 누워계시고 어떠한 특별한 물 속에 계십니다. 그 물은 일명 생명의 물. 엘프의 숲의 생명의 호수의 물입니다.” “생명의 호수 물? 그럼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엘프의 숲이란 거야?” “예. 마스터.” 엘프의 숲. 이름 그대로 엘프들이 살아가는 숲이다. 엘프의 숲은 드래곤의 둥지라는 그랜드 월의 위치한 숲으로 엘프들을 위해서 드래곤들이 내 준 숲이라고 한다. 엘프의 숲에 사는 엘프의 수는 정확히 파악이 되고 있지 않으며 일확천금을 노리고 겁도 없이 엘프를 사냥하기 위해서 엘프의 숲으로 들어온 엘프사냥꾼 중에 살아서 되돌아 온 자가 없다는 것으로 유명한 숲이었다. 그런 엘프의 숲에 생명의 호수라는 호수가 있었단 말이야. “생명의 호수란 뭐지?” “엘프들의 말에 의하면 엘프들이 숲에 정착한 이후 호수 중앙에 엘프들의 신기를 보관하게 된 이후 호수가 생명의 기운을 띄게 되면서 생명의 호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생명의 호수의 물이 가진 생명의 힘은 포션못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사실은 현재 인간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오래전 고 문언 서적에서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희는 마스터의 육신에 대한 관리를 생각하다 고 문언 서적에서 생명의 호수에 대한 언급이 되어 있자 엘프의 숲으로 온 것입니다.” “그 후 나의 육신을 그 생명의 호수 물에 담구어 놓았단 말이지.” “마스터의 말씀 그대로 입니다. 저희는 마스터의 육신을 하루 중 절반을 그 생명의 물 속에 담구어 두었고 그 후의 시간에는 마사지를 통해 근육과 골격이 굳지 않게 했고, 영양의 공급은 생명의 호수의 물에 담긴 생명의 힘 덕분에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죄송하게도 눈에 대한 것은 저희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렇군. 수고했어. 셰인.” “아닙니다. 마스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생명의 호수 물이라. 1년 6개월 동안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고 육체를 거의 최상의 상태로 유지시킬 수 있는 물이라. 정말 대단한 물인 걸. 한번 알아봐야겠어. 나는 이후 셰인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켰고 몸에 묻은 물을 말리고 옷을 입었다. 흐음. 문제가 되는 것은 눈인데. 뭐 어쩔 수 없지. 차차 적응해 나가는 수밖에. 몸을 일으킨 이후 나는 오랜만에 이 육신으로 마나를 움직여 보기로 했다. 그간 사용을 하지 않았으니 고여 있었을 테니 한번 순환시켜주는 것도 좋겠지. 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체내의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실에서의 육신과 비교도 되지 않는 마나량. 이거 오랜만이라 그런가. 아닌데 이거 전보다 마나량이 늘어난 것 같은데. 나는 마나를 움직이며 마나량을 체크했는데 확실히 마나량이 늘어나 있었다. 거의 1.5배! 내가 납치되기 전과 비교해서 1.5배 정도 마나량이 늘어나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마나의 순도 또한 매우 정순하였다. 생명의 호수의 물의 효능인가. 정말 대단하구만. ========== 후후후. 오늘도 성실 연재 들어갑니다. 일단 육체에 대한 문제는 끝냈고. 후후후. <<16>>=+=+=+=+=+=+=+=+=+=+=+=+=+=+=+=+=+=+NovelExtra(notesee@gmail.com)=+= 마나를 순환시키며 마나를 체크하던 도중 나는 마나를 한번 눈에 주입해 볼까 했다. 소설 같은 곳에 보며 마나를 눈에 집중하여 시력을 향상시키거나 하는데 그것처럼 눈을 강화하거나 보호할 수 있지 않을 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으음. 확실히 해볼 가치는 있어. 결정을 내린 나는 눈에 마나를 천천히 주입하기 시작했다. 아주 미량을 천천히 주입시켰다. 눈은 예민한 기관이다. 단지 자주 만지는 것만으로도 나빠질 수 있는 게 눈! 그런 눈에 잘못하여 마나를 과다하게 주입하면 오히려 눈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었기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마나를 주입하여 눈 앞에 얇은 막을 만들어 냈는데 이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눈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마나를 컨트롤해야 하고 눈에 마나로 된 얇은 막을 만들어 낸다는 것 자체도 힘든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갖은 노력 끝에 결국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눈을 떠본 결과 역시나 현실에서처럼 눈을 뜰 수 있었다. 하지만 곧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바로 움직일 때, 마법을 쓸 때등의 생활을 할 때 눈이 빛에 적응할 때까지 얇은 마나막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거 완전히 훈련이구만. 훈련. 많은 시간과 엄청난 정신력을 소모하고 나서야 얇디 얇은 마나막을 유지하면서 아주 간단한 행동을 할수 있게되었다. 후~우.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일단 이 육신이 바디체인지를 통해서 예민하기 그지없다는 점과 생명의 호수의 물로 인해서 감각이 좀더 예민해진 점 덕분이었다. 생명의 호수의 물. 정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대단하구만. 분명 셰인의 말에 의하면 호수 중앙에 엘프들의 신기를 보관... 잠깐 엘프들의 신기(神器)? 신기라면 엘프들이 소홀히 관리할 리가 없었을 텐데. 생명의 호수의 물에 대해서 생각하던 도중 나는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떠올린 생각은 바로 나의 부하들에 대한 것이었다. 나의 부하. 나의 영혼에 종속되어 있는 이들. 그들은 모두 언데드다. 그런 언데드가 신기가 보관된 호수에 접근했다. 과연 엘프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물론 아니다. 가만히 있었으면 그게 오크지. 엘프가 아니다. 그렇다는 말은 언데드들과 엘프들과 교전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셰인.” “부르셨습니까. 마스터.” “셰인. 이 엘프의 숲에 들어올 때. 그리고 생명의 호수에서 물을 떠올때 엘프와의 교전이 있었나.” “...예. 있었습니다.” 후~우. 역시나 있었군. 하긴 자신들이 사는 숲에 언데드들이 들어왔는데 가만히 있을 리가 없겠지. “설마...죽이진 않았겠지?” “예. 몇 번 교전이 있었으나 그들의 목숨에 위해를 가해야만 할 정도의 교전은 없었습니다. 저희는 마스터의 몸을 담굴 호수의 물을 재빨리 챙겨와 도망쳤을 뿐입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그것도 처음 3개월 동안만 그랬을 뿐. 저희가 생명의 호수 물만을 챙기자 그저 감시만 하고 있습니다.” “그래? 의외인 걸.” 설마 엘프들이 대응을 할 줄이야. 나는 목숨 걸고 싸움을 걸어올 줄 알았는데. 셰인에게 들어보니 처음 3개월 동안의 교전에서 힘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서 본 마스터들과 본 나이트, 데스나이트들까지 동원하여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여주었단다. 물론 목숨을 도외시하는 공격을 하는 엘프들도 있었다고 하지만 그런 이들도 간단히 기절시키고 유유히 물을 떠 왔단다. 그후 갈수록 엘프의 수와 실력자들이 신기를 지키기 위해서 모여들었고 그쪽의 수가 늘어나자 스켈레톤들을 소환하여 수로서 압도적은 수로 제압하고 물을 떠왔고 더 이상 감당할 수가 되지 않자 물만 재빨리 떠서 도망쳐왔단다. “흐음. 그렇게 몇 번 일을 반복하자 더 이상의 교전은 없었고, 감시만 했단 말이지.” “예. 마스터.” “흐음. 뭐 그럼 잘 된 거지. 눈을 회복시킨 이후 한번 엘프들을 찾아가 봐야겠어. 어떤 이들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생명의 호수의 물의 신세도 졌으니 엘프들의 신세도 진거나 마찬가지이니 신세도 갚을 겸 말이야.” 어머니가 많이 피곤하셔서 일찍 잠드신 덕분에 거의 밤 10시쯤에 접속할 수 있었으니 내게 허락된 시간은 8시간 정도 이 곳에서의 20시간은 현실에서의 1시간. 총 160시간이니까. 6일하고 16시간 정도 여유가 있군. 일단 눈을 회복시키는 데 주력하자. 그 후 1년 6개월 만의 진짜 식사를 마친 이후 나는 눈을 덮는 얇은 막을 유지하고 마법을 사용할 수있도록 연습했고 역시나 쉽지 않았다. 간단하게 시전어만 외우는 것을 쉬웠지만 주문을 외워 사용하는 것은 힘들었다. 밤이 되자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생성시킨 마나의 막을 거두어 들였다. 역시 달빛 정도는 견딜 수 있구나. 흐음. 잠이 오지도 않으니 할아버지가 주신 책이나 볼까. 나는 아공간에서 할아버지가 주신 책. 패왕무서와 마법서를 꺼냈다. 뭐를 먼저 읽을까. 하나는 우리 집안의 것. 하나는 할아버지의 친구분이 남기신 것. 으음.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나는 역시 나의 관심사인 마법서 먼저 읽어보기로 했다. 나는 마법서를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간단히 살피는 방법으로 살펴보았다. 굉장하다. 현실 세계의 마법은 무려 7써클까지 기록되어 있잖아. 그것도 현실의 수학을 이용하여 정리된 수식으로 말이야. 그뿐만이 아니었다. 듣도 보도 못한 각가지 마법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겨우 내 엄지손가락 두께의 책에 1써클부터 7써클의 마법이 모두 기록되어 있다니 정말 대단해. 부스럭. 응? 마법서를 살펴보던 도중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내가 고개를 돌린 그곳에 있는 것은 달의 여신이었을까. 밝게 빛나는 보름 달 아래. 빛나는 은발의 머리. 가련함과 고귀함이 한데 섞인 외모. 순수한 눈망울. 가련한 그 몸은 보는 누구라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을 샘솟게 하는 이었다. 누,누구지. 나는 곧 정신을 차리고 좀더 자세히 그녀를 살펴보았다. 나에게 발견되자 딱딱하게 굳어있는 여자. 순구한 눈망울은 공포에 점령되어 있었고 몸은 덜덜 떨고 있었다. 그리고 축처진 귀. 인간의 귀보다 몇배나 긴 귀는 축 처져있었고 공포에 떨고 있는 그녀의 몸과 함께 떨고 있었다. 한순간 달의 . 여신이라고 생각한 이는 엘프였던 것이다. ========== 히로인 등장!!! 드디어 주인공의 히로인 등장했습니다. 과연 제가 해낼(?)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꼭 해내도록 노려하겠습니다. 크크크. 지금부터는 여러분의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여러 독자분들께서 질문하셨는데 현실에서 캡슐의 플러그를 뽑으면 주인공은 어떻게 되냐? 또는 다른 세계에서의 주인공이 죽으면 어떻게 되냐? 거기에 현실에서의 육체를 누가 죽이면 어떻게 되냐고 물어 오셨는데. 그에 대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일단 캡슐이 든 플러그를 뽑으면 주인공은 어떻게 되냐 하면은 솔직히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변명거리를 급하게 생각해냈죠. 후후후. 이해해 주시길. 주인공이 사용하는 캡슐. 그 캡슐은 엄청난 과학력의 집결이라 할수 있습니다. 뇌파를 이용한 게임이기에 매우 신중해야하죠. 그러니 캡슐을 개발한 이들이 누군가 강제로 플러그를 뽑을 것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을 까요. 물론 세웠을 겁니다. 바로 그 방법은 플러그 완전 연결방식. 한마디로 인간의 힘으로는 플러그를 뽑을 수 없게 완전히 연결했다는 겁니다. 거기에 누군가 플러그의 전선을 자를 때를 대비하여 특수한 소제를 이용하여 겉 외피를 둘러쌓습니다. 그 특수한 외피에 대해서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다음 질문. 각각 세계에서 주인공이 죽으면 어떻게 되냐고 물어오셨죠. 후후후. 죄송하지만 이번 질문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나중에 펼쳐질 내용과 아주 깊은 관련이 있기에 말씀드리면 재미가 없거든요. 아주 오래전부터! 이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구상해놓은 것이기에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점 이해해 주시길. 답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후후후. 지금가지 극악이었고요. 나중에 뵙겠습니다. <<17>>=+=+=+=+=+=+=+=+=+=+=+=+=+=+=+=+=+=+NovelExtra(notesee@gmail.com)=+= 나에게 발견되자마자 온몸을 떨면서 공포에 점령되어 버린 가련한 엘프. 덜덜 떨고 있는 그녀를 보며 나는 한순간 멍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하지. 나는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고 엘프를 만나는 것도 처음이었기에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기에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녀 역시 나를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쳐다만 보고 있을 뿐.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휙! 잠시 틈을 보이자마자 뒤로 돌아 숲속으로 뛰어나가는 그녀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순식간에 사라진 그녀. 난 그녀가 서있던 자리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아. 웬지 서운했다. 말없이 떠나버린 그녀가. 나를 보고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 서있던 그녀가 말이다.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거지. 설마 첫눈에 반한 건가. 후훗.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후~우. 마법서나 보자. 마법서나. 7써클 마법서다. 7써클 마법서. 그 구하기 힘든 7써클 마법서. 이렇게 생각을 하고 마법서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후~우. 왜 이러지. 정말로 반한건가. 그녀의 이름은 뭘까. 엘프니까 엘프의 마을에 살겠지. 언제 한번 찾아가볼까. 어자피 그동안 신세도 졌으니까 한번 찾아가봐야 하잖아. 좋아. 찾아가서 그녀에 이름이라도 알아보자. 일단 눈을 회복시킨 이후에 말이야. ========= “하~아. 하~아. 하~아.” 나무 가지들 위로 엄청난 속도로 뛰어나가고 있는 이. 그녀의 머리카락은 달빛을 받아 더욱 빛나고 있었고 흘러내리는 땀은 그녀는 오히려 더욱 아름답게 꾸며주고 있었다. 상민에게 발견되어 두려움에 떨고 가만히 서있던 그녀는 전력을 다해 도망치고 있었다. 그녀가 상민을 보고 두려움에 떤 이유는 바로 그녀를 가르친 4명의 최고 장로들 때문이었다. 그녀를 가르친 최고장로들은 인간을 잔악무도한 이들이라고 했고 엘프를 잡아 노예로 파는 무서운 이들로 교육시켰다. 물론 인간에 대해서 그렇게만 배운 것은 아니었다. 그녀를 가르친 또한명의 장로 엘프장로들을 통솔하는 이. 대장로는 인간에 대해서 좀더 사실적으로 가르쳐주었다. 빛과 어둠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존재. 인간. 가장 혼돈스러우면서도 가장 생명력있고 짧은 삶은 살아가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종족. 가장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가장 추한 종족. 그것이 대장로가 그녀에게 가르쳐준 인간이었다. 최근 생명의 호수의 침입한 언데드로 인해서 엘프들이 소집되고 여러번 교전이 펼쳐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 그녀였다. 이상하게도 언데드들을 상대한 엘프들은 한명도 죽지 않고 경계를 뚫은 언데드들이 신기를 노리지 않고 물만 떠갔다는 소리를 들은 적 있었기에 호기심에 언데드들이 있는 곳을 찾아간 것이었다. 그러다가 상민과 눈을 마주치게 된 것이고 말이다. “하~아. 하~아. 하~아.” 한참동안 전력을 다해 뛰어간 그녀는 지쳐서 한 나무에 기대어 쓰러지듯이 주저앉았다. 태어나서 처음 본 인간. 그녀는 공포에 떨면서도 상민을 관찰했던 것이다. 웬만한 엘븐나이트들보다 큰키와 두꺼운 근육을 가진 인간. 최고 장로들에게 들었던 것보다 평범한 아니 순박한 외모를 가진 이었다는 것으로 상민을 기억하는 그녀였다. “가이나님!” “아. 페이.” “도대체 말도 없이 어딜 가신 겁니까!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십니까!” “미안. 마음대로 마을에서 나와서.” “후~우. 마을에 돌아가시면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가이나님을 찾기 위해서 마을의 모든 엘프들이 동원되었으니까요. 대장로님께서도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는 않으실 겁니다.” “...응.” 가이나라 불린 그녀. 그녀와 대화하는 페이. 페이란 이는 평범한 엘프가 아니었다. 엘프중 전사의 자질이 있는 이들이 수련 끝에 오른 다는 엘븐나이트! 그 엘븐 나이트가 바로 페이인 것이다. 엘븐나이트가 살고 있는 마을의 엘프들이 단지 한 엘프. 가이나만을 찾기 위해서 동원될 정도라면 과연 가이나는 어떤 위치에 있는 이라는 것일까. 가이나. 외모도 그렇지만 평범하지 않은 신분을 가진 그녀였다. =============================== 나의 눈은 내 예상이상으로 빛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얇은 마나 막으로 눈을 보호한 뒤 생활해서 그런지 나의 눈은 금세 대낮은 아니어도 그늘 아래에서는 마나 막 없이 가만히 있어도 괜찮았다. 물론 아직 직사광선은 위험하지만 말이다. 5일이란 시간 동안 나는 얇은 마나의 막을 유지하면서 마법을 익혀나갔는데 상점이용 게시판을 통해서 나에게 도착한 우편물을 보았는데 편지만 수백장. 소포만 5개가 내 앞으로 와 있었다. 편지는 모두 누나가 나에게 보낸 것으론 내가 납치된 동안 누나가 나에게 보낸 편지들이었다. 편지를 10개 정도 확인한 뒤에 나는 모든 편지를 폐기 시켰다. 모두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음 소포는 내가 예전에 누나에게 부탁했던 것과 누나가 따로 준비해 준 것들이었다. 한개의 소포에는 7써클 마법이 하나씩 뜰은 마법서 4권이 들어있었다. 그 4권중에 예전에 부탁했던 텔레포트가 포함되어 있었고 두 번째 소포에는 내가 부탁했던 언데드 제작에 필요한 재료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세 번째 소포에는 바로 레시피가 들어있었는데 그 것들은 바로 언데드 제작 레시피! 어떻게 구했는지 모를 레시피였다. 도대체 어떻게 구한 거지? 세 번째 소포에 든 언데드 제작 레시피는 총 10가지였다. 그 중 나의 눈을 가장 사로잡는 것은 바로 프로스트 웜! 프로스트 웜 제작 레시피였다. 정말 누나가 어떻게 구했는지 모를 일이다. 네 번째 소포에는 단 한가지만 들어 있었고 그 단 한가지 만으로 너무 놀라 나는 내 자신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내 주먹의 반만한 것. 붉게 빛나는 보석. 그 보석안에 요동치는 엄청난 마나! 그것은 바로 드래곤 하트! 반쪽이었다. 누나가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드래곤 하트까지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나는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 마지막 소포는 아이템이었다. 드래곤 위저드 세트. 그것이 아이템의 이름이었다. 등급은 A급 유니크 세트아이템. 데스리치 아이템보다 높은 등급이었다. 장착 조건도 데스리치 세트보다 낮았고, 몇까지 특히 마법공격력 및 위력, 지속시간 증폭이라는 아주 유혹적인 옵션이 달린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데스리치 세트처럼 스킬을 올려주는 옵션은 단 하나 드래곤 위저드 스태프에만 달려 있었기에 전체적으로 스킬을 올려주는 것은 데스리치 세트가 더욱 좋았다. 거기에 마나는 데스리치 세트보다 많이 늘어나지만 체력을 늘리는 옵션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드래곤 위저드 세트는 고이 모셔두기로 했다. 역시 나는 데스리치 세트가 좋아. 네크로맨서하면 인해전술인데 스킬 레벨 올려주는 옵션이 많은 데스리치 세트가 제격이지. 세트 아이템 추가 옵션이 조금 아깝긴 하지만 말이야. 드래곤 위저드 세트의 세트 아이템 추가 옵션은 매우 유혹적인 것이었다. 으으으. 생각하지 말자. 나는 데스리치 세트면 만족해. “이제 눈도 거의 다 회복되었으니. 엘프 마을에 가볼까. 셰인.” “예. 마스터.” “명령대로 알아봤겠지.” “예. 마스터의 명령하신대로 은발의 엘프가 사는 엘프 마을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지금 가시겠습니까?” “그러지. 내일이면 난 다시 잠들어야 하니까. 선물은 어떤 게 좋을까.” 그동안 신세진 것도 있고, 무엇보다 그녀가 있는 마을이니까. 단지 잠깐 만났을 뿐이지만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그녀. 드디어 그녀를 만나러 가는 구나. ============ 드디어 엘프마을로 가는 주인공! 한스! 과연 엘프마을에서 환영을 받을 수있을까. 과연 그녀의 신분은 무엇인가! 후후후. 제 변명글을 읽고 여러 리플을 달아주셨는데. 후후후. 고리대금업자님. 너무 깊게 파고드시면 재미 없습니다. 스윽(품에서 사시미 꺼내는 소리). 일단 재해에 대해서는 주인공은 안전합니다. 주인공의 생명의 위협을 받게되면 자연스럽게 본 마스터들이 출동하니까요. 후후후. 다음 두번째 질문. 드래곤이 만들어낸 차원의 문을 통해서 다른 세계의 주인공이 현실로 넘어올 수 없냐고 물으셨죠? 가능은 합니다만 계획은 없습니다. 마지막 질문.... 그건 비밀입니다 .고리대금 업자면 답변이 되셨길 빕니다. 지금까지 극악이었고요. 모두 내일 내일 뵙겠습니다. 기분 좋으면... 한편 더 올릴 수도 있지만요. 후후후후. <<18>>=+=+=+=+=+=+=+=+=+=+=+=+=+=+=+=+=+=+NovelExtra(notesee@gmail.com)=+= 척! 척! 척! 휘이이잉! 화르르르! 출렁! 쿠르르르. “하.하.하. 이렇게 거창하게 환영해 주지 않으셔도 되는데.” 아주 잠깐 만났을 뿐인 그녀를 보기 위해서. 또 생명의 호수의 물을 멋대로 사용한 신세를 갚기 위해서 셰인이 알아 놓은 엘프 마을로 고민 끝에 고른 상점이용 게시판에서 구입한 생필품을 가지고 갔을 때 우리는 거창한 환영인사를 받을 수 있었다. 엘븐 나이트들은 검을 뽑고 나를 죽일 듯이 보려보고 있었고, 엘프들은 각가지 정령을 소환하고, 활시위에 활을 메겨 언제든 나를 향해서 쏠 수 있도록 준비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간 꽤나 나도 모르게 미움을 많이 받았던 모양이네. “인간! 네가 그간 우리 엘프의 도시. 포레스트의 결계를 깨트리고, 생명의 호수의 물을 멋대로 떠난 언데드들의 주인이냐!” “...결계까지 깬 거냐. 셰인.” “결계는 구경도 해보지 못했고, 그 결계라는 것이 있었고 그걸 파괴했다면 제가 마스터께 말씀드리지 않았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라고 하는 군요.” “신의 섭리를 거스른 언데드의 말 따위는 믿을 수 없다!” 하~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거 너무 과격한 것 같은데. 정말 숲의 정령. 숲의 여신의 자손이라는 엘프 맞아? 아까부터 우리에게 소리친 엘프는 한 남자 엘프였는데 그렇게 미워보일 수가 없었다. 보아하니 엘븐 나이트도 아니고 활을 든 것도 아니고, 몸을 보니 전혀 단련되지 않았는데. 뒤에 엘프들을 믿고 소리치는 건가. 콱 저주를 걸어버려. 엘프들은 식물도 먹으니까 먹을 수 있는 식물로 몰래 만들어 버릴까. “분명 언데드들이 호수로 침입한 그날! 결계가 깨어져 나갔다! 그런데 어디서 변명이!?” “마스터. 죽일까요?” “결국 본 모습을 들어내는 구나!” 이크! 저놈의 엘프! 작게 말했던 셰인의 말을 아까부터 말하던 엘프가 들었는지 크게 소리쳤고 엘프들이 내뿜는 기세 또한 더욱 흉흉해 졌다. 으으으. 참자. 참아. 후~우. 결국 마을에는 진입도 못해보는 구나. “후~우. 그러면 어쩔 수 없죠. 제가 할 말만 하고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제 수하들이 생명의 호수의 물을 떠갔던 것은 저를 위해서였습니다. 일단 멋대로 호수의 물을 떠간 것을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딴 소리를 왜 하는 거...” “입 닥쳐! 한마디만 더하면 당장 개구리로 만들어 버리겠어!” 결국 참지 못했던 나는 말하던 엘프에게 소리쳤고 내가 그동안 숙이고 들어가 만만하게 보았던 엘프는 나의 말에 기가 죽어서 뒤로 물러났다. 다행히 다른 엘프들도 그 녀석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화살이나 정령의 공격은 없었다. “후~우. 일단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생명의 호수의 엘프분들에게 신세를 졌다는 생각에 온 것입니다. 저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여러분은 원하시지 않는 것 같군요. 저의 이름은 한스. 인간들 사이에 네크로마스터라 불리는 이라고 합니다. 신세를 진 것이 있으니 만약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용병길드를 통해서 저를 찾으십시오. 그럼 어떤 일이든 한가지 도와 드리겠습니다. 우라노스. 물건을 내려놓도록. 그럼 저희는 이만...” 후~우. 생각 같아서는 이대로 엘프 마을을 쓸어버리고 싶었지만 생명의 호수의 물에 신세를 진 것도 있고, 무엇보다 그녀가. 너무도 아름다웠던 그녀가 사는 마을이라는 생각에 참기로 했다. 하~아. 그녀를 꼭 다시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나도 참 못말릴 녀석이다. 여자 때문에 이렇게 죽이고 들어가다니 말이야. 그렇게 나는 원래 목적도 이루지 못하고 다시 5일간 지냈던 동굴로 돌아갔다. 후~우. 그녀와 난 인연이 아니었나 보지 뭐. ============ 한스. 상민이 뒤를 돌아 엘프들의 시아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엘프들은 활시위를 놓지 않았다. 상민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지자 엘프들은 활시위를 놓았고 일부 엘프들은 정령들을 모두 되돌려 보냈다. 엘븐 나이트들은 상민이 남기고 간 물건들을 정령을 통해서 살펴보았고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가지고 가지 않았다. 인간이 남기고 간 물건. 그 것을 받을 이유 따위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대로 둔다면 야생동물들이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이라는 것이 엘프들의 생각이었다. “갔어?” “가이나님! 숨어서 살펴보고 계셨던 겁니까?” “헤헤헤. 미안.” 마지막까지 정령으로 철저하게 물건들을 검사하는 엘븐나이트 페이의 등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엘프. 그녀는 바로 상민이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가이나라는 엘프였다. 그렇다. 가이나는 방금 전의 있었던 일을 모두 보고 있었던 것이다. 가이나는 상민이 두고 간 물건들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인간들의 물건. 가이나는 인간들의 물건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저기 페이. 이거 살펴봐도 돼?” “저주나 마법이 걸린 물품은 없는 것 같으니 상관은 없을 겁니다.” 페이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가이나는 물품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자루를 하나하나 열어 그 안에 든 물건들을 꺼내며 살펴보기 시작했고 처음 보는 물건들을 보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우와! 이거 너무 예쁘다!” “음. 상당한 솜씨인걸요. 드워프가 만든 것 같은데요.” 자루를 뒤지던 가이나가 찾아낸 것은 바로 핀이었다. 나비모양이 핀이었는데 금속의 겉에 검은색으로 덧칠을 한 이후 큐빅을 나비모양 그대로 박아 넣은 것이었다. 나비의 날개에도 큐빅이 박혀있었는데 그 핀은 상민이 애초부터 가이나에게 주려고 준비해 놓은 것이었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 끝에 고른 것으로 지력을 올려주는 옵션이 있는 머리핀이었다. 그 핀은 현대에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흔하디흔한 핀 중 하나였지만 가이나와 페이에게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저기 페이. 이거 나 가지면 안 될까?” “안됩니다! 장로님들이 인간의 물품을 받은 것을 아시면 크게 화를 내실 겁니다!” “페이.” 똘망똘망. “안됩니다.” “페이~. 제발..” “...후~우. 알았습니다. 대신 장로님들에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페이! 고마워!” “후~우. 저에게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고마워. 하실려면 이것들을 두고 간 인간에게 고마워하십시오.” 가이나는 몰랐지만 애초부터 그 핀은 가이나의 것이었다. 결국 상민이 바라는 대로 핀은 제 주인을 찾아갔다. 이것으로 또 하나의 인연의 끈이 이어졌다. =========== 한편 업!!!! <<19>>=+=+=+=+=+=+=+=+=+=+=+=+=+=+=+=+=+=+NovelExtra(notesee@gmail.com)=+= 동굴로 되돌아 온 이후 나는 잠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내일이면 6일째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일단 알람마법에 트랩마법을 설치하고 거기에 데스나이트들도 배치하고. 준비 끝. “준비도 끝났으니 다시 마법서나 읽어볼까.” “마스터. 저기 드릴 말씀이....” “응? 무슨 할 말 있어?” “한나 아가씨에 대한 일입니다.” “아! 맞다! 한나가 있었지.” 나는 셰인의 말에 그동안 한나를 잊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이런. 한나를 깜빡하다니 정말 한나에게 면목 없는 걸. “그래. 이야기 해봐. 셰인. 한나는 잘 지내고 있어?” “예. 한나 아가씨는 잘 지내고 계십니다. 마스터의 명대로 한나 아가씨를 수도에 저택을 마련하여 한동안 지내게 하신 뒤 아카데미에 입학시켜드렸습니다. 마스터의 대해서는 피치못할 사정이 있다고만 말씀 드렸습니다.” “잘했어. 그런데 한나에게 무슨 일 없었어?” “마스터가 갑작스럽게 사라지시자 처음에는 많이 당황해하셨지만, 나이답지 않게 곧 냉정을 되찾으셨습니다. 하지만 방에서 저희 몰래 우는 것으로 보아 외로우셨던 모양입니다.” “후~우. 그래. 다 내 죄지. 한나는 아직 어린 아이인데 혼자 두다니.” 나는 한나가 방에서 본마스터들 몰래 울었다는 말을 듣고 정말로 미안해졌다. 한나는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아이이자만 연약한 아이였다. 그리고 보니 한나의 나이가 벌써 16세네. 별로 먹지 못해 나이답지 어려보이는 외모 덕분에 가끔 한나의 나이를 잊고 있었는데. 한나가 벌써 성년식을 치루는 16세라니. 이 세계에서 남자는 18세때, 여성은 16세때부터 성인으로 인정받는다. 후~우. 한나가 벌써 성인이구나. 내가 없는 사이 많이 자랐어야 할텐데. 한나의 나이에 대해서 생각하던 도중 나는 이 세계에서의 나의 나이를 생각해보았다. 이 세계 속에서의 나의 나이는 22세. 현실보다 5살이나 많은 나이였다. 이 세계에서 나이를 한 살 높게 불렀으니 이 곳에서 4년이란 시간을 지낸 건가. 후후후. 4년. 현실에서는 겨우 몇 개월일 뿐인데. 4년이란 시간이 흐르다니. 지난 4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가장 큰 변화는 정신적인 성장. 살인을 하고 그 죄책감을 이겨내며 그 후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나는 스스로 조금은 성장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한나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다른 생각을 하다니. “셰인. 한나는 많이 컸어?” “한나 아가씨께서는 주인님이 그곳에서 생활하실 동안 몰라볼 정도로 성숙해지셨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되지 않던 영양공급이 제대로 되고 마법을 익히시면서 몸에 쌓으신 마나와 다리의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 하신 운동덕분에 몸에 이상이 생기시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키가 크셨고 많이 성숙해지셨습니다. 아마 직접 보시게 되면 놀라실 겁니다.” “그래. 이거 기대되는 걸.” 한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셰인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하였지만 웬지 모르게 즐거워보였다. 마치 자신의 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팔불출 아버지처럼 말이다. 그후 한나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일단 한나는 제국의 수도 글로리에서 나 네크로마스터 한스의 동생으로 알려져 있었고 그 덕분에 어렵지 않게 학교에 들어갔고 귀족들의 텃세를 겪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귀족들이 한나를 끌어들이려고 한다고 했다. 한나는 그런 귀족들과 오히려 더욱 멀리했고 나의 이름. 네크로마스터 한스의 동생이라는 것 것 때문에 평민들도 쉽게 접근하지 않아 처음 몇 달 동안은 친구도 없이 학교와 저택을 왔다갔다만 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나의 이름 때문에 다가오지 않던 평민들과 친해져 친구를 사귈 수 있었고 단 한명이지만 귀족을 친구로 사귀었다고 한다. 평민과 친구가 된 귀족자제라. 나중에 만나면 잘해줘야 겠는 걸. 현재 한나는 벨체레이어 아카데미 4학년이라고 한단다. 벨체레이어 아카데미는 총 6학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3써클에 오른 덕분에 3학년으로 월반했고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노력한 끝에 4학년이 된지 3개월. 지금으로부터 세 달전에 3써클 마스터가 되고 동시에 4써클 유저가 되었단다. 벌써 4써클 마법사라니. 정말 대단하구나. 한나. “마스터. 언제 쯤 한나 아가씨께 가실 생각이십니까?” “음. 다음에 되돌아오면 갈 생각이야.” “그럼. 킬과 프로스트에게 알려 한나 아가씨께 먼저 말씀드리도록 할까요? 조만간 간다고 말입니다.” “그러지 말아. 아마 내가 온다는 것을 알았다가는 단단히 화낼 준비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을 걸. 몰래 찾아가서 놀래 켜 줄거야. 그리고 선물도 주고. 그러면 조금이나마 화를 풀겠지.” “알았습니다. 마스터.” 단단히 화가 나 있을 한나를 달래려면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 하려나. 아직 한나를 찾아가려면 멀었으니 천천히 생각하자. 어디 마법서나 계속 봐 볼까. 할아버지의 친구분이 남긴 마법서는 매우 흥미로웠다. 공격계열의 마법은 많지는 않으나 그 강력함은 말할 필요도 없었고 전투보조마법과 생활보조마법 등. 각가지 마법이 존재했다. 개중 쓸모 있는 생활보조마법도 많았는데 주변의 먼지를 한데 뭉치게 하는 마법. 바퀴벌레와 같은 해충 박멸마법. 조리 기구들이 스스로 알아서 요리를 하게 하는 요리 마법등 정말 유용한 것들이 많았다. 내 관심사 위주로 마법서를 살펴보는 데만 5일이 걸렸다. 오늘부터는 처음부터 자세히 살펴봐야지. 나는 책을 덮었다가 첫 페이지를 펼쳐보았다. 대충 살펴봤기에 놓쳤던 것. 할아버지의 친구들이 남기신 글이 적혀 있었다. [나의 마법서를 얻게 된 이여. 축하한다. 거저로 7써클 마법서를 얻게 되었으니 말이다. 어떻게 하여 나의 친구의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지만 그동안 많은 고생을 했겠구나.] 이분 조금은 재미있는 분 같은데. [거저로 얻은 7써클 마법서를 얻게 된 것 좋겠지만 미안하게도 후배가 현대의 마법을 익혔다면 고생 좀. 아니 많이 하게 될 것이다. 이 마법서는 이미 거의 사용되지 않는 과거의 마나 축척법을 중심으로 만들어내고 재정립한 것들이니 말이야.] 나는 마법서에 적힌 글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과거의 마나 축척법을 중심을 만들어내고 재정립한 마법들이라고. 전혀 몰랐는데. 흐음. 도대체 현대의 마법사들은 어떤 마나 축척법을 사용하기에 고생을 많이 하게 될거라고 하신거지. [현재의 마법사들은 그저 눈앞의 것들만을 바라보고 있다. 정말 한심한 것들인 것이다. 썩을 놈들. 정말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 다 갈아엎어 버리고 싶지만 그놈들이 무식하게 세력을 모아버려서, 으으으. 언제고 두고 보자. 내가 8써클 마스터가 되는 날. 갈아엎어 주마.] 이거 일기인가. 정말 특이하신 분 같네. 어떻게 해서 우리 할아버지의 친구가 되신 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특이하신 분 같은데. 글로부터 느껴지는 느낌. 그 느낌은 꽤 재미이었다. 잠시 남기신 글을 읽어보니 개인적인 마음이 나타나는 글이 많이 남아 있었다. 어디 계속 읽어볼까나. ============= 2편 업! 후후후. 안녕하세요. 극악입니다. 현대의 마법서가 남긴 과거의 마나 축척법을 중심으로 만들어낸 마법서! 과연 그가 하려는 말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현대의 마법사들은 어떻게 마나를 쌓기에 그런 말을 한 걸까요. 후후후. 그건.... 다음 편을 보시면 압니다. 이제 주인공을 다시 학교에 보낼 때 됐는데. 후후후. 학교. 고등학생이 학교에 가야지. 후후후. 슬슬 주인공도 현실에서 환골탈태를 시켜야겠고. 시키고 나서 학교를 보내야겠네요. 너무 오래 쉬었잖아요. 후후후. 지금까지 극악이었고요. 나중에 뵙겠습니다. 후후후. <<20>>=+=+=+=+=+=+=+=+=+=+=+=+=+=+=+=+=+=+NovelExtra(notesee@gmail.com)=+= [현대의 마법사들은 모두 속성의 마나 축척법을 익힌다. 이 책의 주인이 된 그대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마법을 전혀 익히지 않은 이라면 걱정마라! 오히려 잘됐다! 그렇다면 책을 덮고 책을 뒤집어서 책을 펼쳐라! 그렇지 않다면 다음 페이지로 넘기고.] 흠. 어떤 마법을 걸어두기라고 한 건가. 나는 현대의 속성 마나 축척법이 언급되어 있을 것 같았기에 글의 내용을 따라 책을 뒤집고 나서 책을 펼쳤다. 그러자 놀랍게도 전혀 다른 내용이 적혀있었다. 5일 동안이나 대충이지만 꽤 살펴보았는데 이런 마법이 걸려있다니! 정말 대단한 걸. [책 주인이여!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후후후. 만약 그대가 책을 뒤집어서 책을 펼쳐라 라는 글을 읽고 10분 내로 행하지 않았다면 그대는 이글을 읽지 못했을 것이니 말이다. 현대의 속성 마나 축척법을 익힌 녀석들은 과거의 마나 축척법을 보려고도 하지 않으니 말이다. 현대의 마나 축척법은 과거의 마나 축척법과 비교하여 굉장히 빠르다. 현대의 마나 축척법을 익혀 마나를 쌓게되면 나이가 30세가 되기 전에 5써클의 경지에 오르지 않아도 5써클의 마나를 축척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나는 과거의 마나 축척법을 익히고 있는 이다. 나의 스승님은 과거이 마나 축척법을 고집하는 분이셨기 때문이다. 나도 젊었을 적에는 스승님을 많이 원망하고 과거를 너무 고집하는 분이라 생각했다. 내 나이에 비해서 많은 마나와 높은 경지의 오른 동기들을 보고 나도 잠시 잘못된 길. 현대의 속성 마나 축척법을 배울 뻔 했다. 현대의 속성의 마나 축척법은 그동안의 과학이 발전해오며 연구한 끝에 완성된 것들이다. 처음 현대의 마나 축척법이 완성되었을 때 많은 마법사들이 좋아라 했고 지금도 좋아라 하지만 그 길은 잘못된 길이다.] 으음. 30세가 되기 전에 마법의 경지와 상관없이 5써클이라. 완전히 양산형 마나 축척법인 모양이군. 정말 유혹적인 걸. 하지만 그만큼 빠르다는 것은 중요한 무엇인가가 결여되어 있거나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하겠군. [현재의 마나 축척법은 빠르긴 빠르다. 하지만 그것은 마법을 익히고 마나의 길을 걷는 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결여되어 있었다. 바로 마법을 배우는 이유! 그 이유가 결여되어 있었다! 우리 마법사는 자연의 이치를 배우고 연구하는 이들! 하지만 현대의 마법사들은 전투를 위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단지 다른 이들보다 강해지기 위해서 마법을 익히고 있었다. 마법은 자연의 이치가 담긴 학문이다. 그런 학문인 마법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익히게 되다니 먼저 간 스승님과 여러 선배님들이 아시게 되면 경을 치실 일이었다. 과거의 마나 축척법은 마법의 경지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마나가 늘어나는 것이었다. 물론 마법의 경지에 비해서 더욱 많은 마나를 쌓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런 과거의 마나 축척법은 자연의 순응의 진리가 담겨져 있다. 하지만 현대의 속성 마나 축척법은 자연을 거르스는 역행의 진리가 담겨져 있었다. 강제적으로 마나를 더욱 쌓는 마나 축척법. 마법의 경지와는 상관없이 마나를 쌓는 마나 축척법. 그것이 바로 현대의 마나 축척법이다. 현대의 속성 마나 축척법은 수술로 완성된다. 마나를 좀더 세밀하게 다룰 수 있는 기계. 그 이름 게, 게.. 그딴 거 알아서 뭐하냐! 그냥 마나를 정밀하 게 다룰 수 있는 기계가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도록.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정밀한 기계로 수술을 받는 이의 얇디얇은 마나의 원. 써클을 미리 만들어 내는 것으로 마나 축척법은 완료된다. 미리 만들어진 5개의 써클과 마나의 유동성과 주변의 마나를 끌어들이는 성질로 인해 5써클의 마나를 자연스럽게 쌓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수술은 성공률이 매우 높긴 하지만 실패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실패사례가 묻혀질 뿐이지. 거기에 수술을 통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써클은 5개. 그 이후의 써클은 성공해 내지 못했고 5개 이상의 써클을 만들은 사람들은 심장에 무리가 가 의자신세를 지고 있다. 그것은 당연한 결과. 아무 노력 없이 힘을 가지려 하는 이에게 자연이 내리는 벌이었다. ] 마나를 정밀하게 다룰 수 있는 기계가 존재 한다라. 이거 뜻밖인데. 현재의 속성 마나 축척법이 수술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말에 난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글에서 언급한 그대로 마법사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밖의 단점으로는 6번째 써클을 만들기가 똥줄타게 힘들다는 거다. 크크크. 당연한 결과지. 그리고 무엇보다 큰 단점은 5번째 써클 이후부터 과거의 마나 축척법으로 마나를 쌓은 사람과 엄청난 마나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더 마나란 거창한 단체의 수뇌부들은 나와 같은 7써클이지만 마나량은 나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크하하하하! 거기에 마나 컨트롤 능력도 나보다 떨어지고, 신체 능력도 나보다 떨어진다! 크하하하하!] 지금 자기 자랑하고 있는 건가. 그 후 여러 가지 5써클 이후부터 과거의 마나 축척법으로 쌓은 마법사와 현대의 속성 마나 축척법으로 마나를 쌓은 마법사의 차이를 계속 언급하면서 자신이 더 마나의 수뇌부들보다 나은 점을 계속 나열하고 있었다. 크하하하하, 라는 웃음 소리가 꼭 나오면서 말이다. [흠흠. 나의 주책을 이해하길 바란다. 내가 젊은 적에 그 녀석들 때문에 품은 한이 꽤 되서 말이야. 자! 지금부터 과거의 전통 마나 축척법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그리고 좀더 빨리 마나를 쌓을 수 있는 법에 대해서도 언급하겠다.] 이 후의 내용은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마나 축척법이었다. 다행이 이쪽 세계과 그 쪽 세계와 마나 축척법은 다른 것은 없었다. 그리고 아까 글에서 언급된 것처럼 좀더 마나를 빨리 쌓는 법에 대해서도 나와 있었는데 그 방법은 바로 마나 집결 마법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었다. 마나를 마법진을 통해서 집결시켜 농도가 높은 곳에서 마나를 쌓는다. 그것이 좀더 빨리 마나를 쌓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결국 정공법에 약간의 편법을 가미한 것이다. [이 이후부터는 우리 학파의 마법이다. 현대의 마법사들에게는 학파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지만 나와 내 스승님은 학파를 기억하고 그 마법만들 집중적으로 발전해 나갔다. 이제 그대가 바로 우리 학파의 전인이 되는 것이다! 우리 학파는 바로! 서모닝 학파다! 그대는 대인 전투의 대가인 우리 서모닝 학파의 전인이 되는 것이다. 우리 서모닝 학파는 다른 차원으로부터 몬스터를 소환하여 싸운다. 하지만 이세계의 몬스터들은 대부분 사라지거나 혹은 아마존 같은 오지에 숨어들었다. 그로 인해 우리는 한때 사람들로부터 악마를 다루는 마법사들로 몇백년전 사라진 네크로맨시 학파와 같은 절차를 걸어왔다. 우리 학파는 살아남기 위해서 소환마법을 자제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마법이 실전되기도 했지만 명맥을 이어왔다. 우리 서모닝 학파는 소환마법을 자제한 결과 다른 쪽으로 마법이 발전했다. 바로 그것은 테이밍! 소환이 아닌 기존에 있는 동물과 몬스터를 아군으로 부리는 마법이 말이다. 테이밍 마법을 발전 시켜온 우리는 그 테이밍 방법을 사람에 적용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 학파의 제자가 된 이여! 앞으로 우리 학파의 마법을 보다 발전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길 빈다. 나머지는 마법서를 보면서 알아서 익히도록. 크크크. 겨우 다 됐군. 아유. 화장실이나 가자. 응? 이봐 그만 적어. 어? 그만 적으라니까! 이 잉크는 마법잉크라서 지워지지 않는다고!!] 뭐야...대필했던 거냐. 지금까지 있었던 글이 대필이었다니. 하.하.하. 이분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 ========= 현대의 서모닝 학파의 마법을 얻은 주인공! 소환보다는 테이밍쪽으로 발전해온 서모닝 학파의 마법!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 까요. 후후후. 후~우. 비가 오는 군요. 그래서 그런지 힘이 안납니다. 피곤도 하고요. 다음 편은 현실입니다. 현실에서 과연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후후후. 지금까지 극악이었고요. 내일 뵙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쉽니다. 흐흐흐. 공짜 게임 해야지. <<21>>=+=+=+=+=+=+=+=+=+=+=+=+=+=+=+=+=+=+NovelExtra(notesee@gmail.com)=+= 로그 아웃을 하자 역시 접속할 때와 마찬가지로 육체의 박탈감을 느꼈고 어느정도 시간이 되자 나는 몸을 감각을 되찾았고 캡슐에서 나왔다. 캡슐에 나와 몸을 체크한 뒤에 거실로 나온 나는 TV를 켜고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6시 3분. 애초 일어나려고 했던 시간에 일어난 것이다. “하~아. 일찍 일어났구나. 상민아.” “아. 누나 일어났네. TV소리가 컸나.” “아니야. 어제는 조금 일찍 자서 지금 일어난 거야.” 누나는 어제 편하게 잠을 자지 못했는지 피곤한 기색이 만연했다. 아. 그걸 한번 줘보자. 나는 아공간을 열어 손을 집어넣었고 그 안에서 한가지를 꺼냈다. 누나는 내가 공중에 손을 넣고도 손이 사라지자 매우 놀라워했지만 곧 내가 마법사라는 것을 기억해낸 누나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 받아.” “응? 이건 뭐니?” “스승님께 받은 포션. 힐링 포션인데 체력 회복효과도 있으니 어서 마셔.” “우와! 이거 진짜 포션이구나.” 내가 누나에게 건낸 것은 포션. 800mL 생수통에 옮겨 담은 힐링 포션이었던 것이다. 힐링포션을 한동안 신기해하며 살펴보던 누나는 뚜껑을 열고 마시기 시작했다. 물처럼 들이키지 않고 음식의 맛을 보듯이 한모금씩 마셨다. “우와. 신기하다. 진짜로 힘이 나는 것 같은걸.” “그렇지. 어머니랑 아버지께도 챙겨드려야지.” “진짜 그러면 되겠다. 요즘 아버지랑 어머니 몸도 많이 약해지셨으니까.” 부모님께 포션을 드리기로 한 이후 나는 누나에게 다른 패트병에 담긴 포션을 2병 넘겨 주었고 이후 누나는 아침 식사 준비에 들어갔다. 누나가 식사 준비는 하는 동안 나는 TV의 뉴스를 주목했다. 몬스터들의 출몰은 계속 되고 있었다. 한달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군대와 경찰이 힘을 합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고 사람들이 상대하기 힘든 몬스터. 와이번, 드래이크, 바질리스크, 코카트리스. 히드라 같은 몬스터는 나타나지 않는 다는 점이었다. 히드라가 나타나면 좋을 텐데. 재료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니까. 프리즌 영지에서 운 좋게 구할 수 있었던 다두룡 히드라의 시체. 현재고 고이 모셔놓은 상태다. 그동안에는 히드라의 시체로 언데드를 제작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일단 히드라와 같은 드래곤 형 몬스터의 제작 레시피가 없었기에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 감을 잡을 수 없었고 히드라의 시체는 단 한구 뿐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중 한가지 문제는 해결되었다. 바로 레시피. 누나가 어떻게 구했는 지 모를 레시피 중에는 프로스트 웜의 레시피가 껴있었기 때문이다. 그 레시피를 토대로 어느 정도 히드라의 제작 레시피를 추측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바로 히드라의 시체. 그것이 하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혹시 사령술사 길드에서 팔까해서 물어보았지만 사령술사 길드에서는 인간의 시체와 인간형 몬스터 이외의 시체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쪽에서 구입은 해주지만 말이다. 어머니는 슬립으로 잠드신 덕분에 다른 때보다 한참 늦은 오전 10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나셨다. 아버지와 함께 일어나셨고 누나는 미리 준비해 놓은 포션을 마시게 하셨고 조금이지만 어머니의 안색이 좋아진 진듯해 보이셨다. 이후 식사를 했고 식사를 마친 이후 누나는 약속 때문에 외출했고 나는 가만히 집에 있었다. 집에서 나갔다가는 어머니가 불안해 하실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단 하루가 지났을 뿐이지만 어머니는 어제보다 나아지신 모습을 보여주셨다. 식사도 남기지 않고 다하셨고 누나한다고 한 설거지도 조금은 움직여야 한다면서 어머니가 직접 하셨다. 그 외에는 방에 누워계셨는데 간간히 나와 내가 집에 잘 있나 확인하러 거실로 나오셨다. 나는 거실에서 TV를 뉴스가 나오는 채널에 돌려놓고 마법서를 꺼내어 보고 있었다. 호~오. 테이밍 마법을 사람에게 사용하면 그런 효과가 있구나. 챰(Charm:매혹)이랑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도 있잖아. 테이밍 마법으로 발전해온 서모닝 학파의 마법 중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다. 자신에게 걸어 자신을 보는 사람이나 동물, 몬스터들에게 신뢰감을 가지게 하는 페이(Faith:신뢰). 다른 사람에게 걸어 오히려 불신감을 안겨주는 딥비리브(Disbelief:불신). 투쟁심을 일끌어내는 파이링(Fighting:투쟁)등 여러 가지 마법이 존재했다. 이 마법들 가지고 사기를 치거나 방문 판매사원하기에 딱 좋겠군. 한번 시험해 볼까. “인간이 가진 가장 큰 혼돈 마음이여. 나에게 그대가 가진 힘중 한가지를 내려다오. 페이(Faith)." 스스스스. 나의 손에서 나온 빛은 온몸으로 퍼져갔고 곧 몸에 흡수되고는 사라졌다. 음. 과연 진짜로 효과가 있으려나. 어머니는 내가 어디론가 사라질까봐 불안해하고 계신다. 내가 이번에 알게 된 테이밍 마법을 이용하면 어머니를 안정시켜드리고 동시에 신뢰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테이밍 마법은 계속 사용하게 되거든 언젠가 자신을 믿지 못하고 테이밍 마법에 의지하게 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에 어머니를 상대로 사용해 보기로 했다. 어머니가 좀더 빨리 회복하실 수 있도록 말이다. 일단 어머니에게 평정화 마법을 걸어드리자. “인간이 가진 가장 큰 혼도 마음이여. 나의 의지에 따라 그대가 가진 힘 중 선 보여라. 이본네브리엄(Equilibrium:마음의 평정).” 나의 손으로부터 나간 빛은 곧 잦아들더니 바닥을 통해서 어머니의 몸으로 스며들었고 조금은 불안해하시는 것 같던 어머니의 표정이 안정적으로 바뀌어졌다. 확실히 효과가 있네. 후~우. 그러면 나서보자. “저기 어머니. 아버지.” “응? 왜 그러니 상민아.” “저기 잠시 나가볼까 해서요. 그동안 미루어둔 일도 있고 해서요.” “....”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머니를 쳐다보셨고 안정적인 어머니의 표정을 보고 조금은 놀라워하셨다. 어머니는 생각에 빠지신 것 같더니 나를 쳐다보셨고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나는 어머니의 눈을 피하지 않고 아들을 믿어달라는 마음을 간절히 담아 마주 보았다. 그렇게 한동안 어머니는 나를 쳐다만 보고 계셨다. 어머니는 갑자기 일어나시더니 옷과 핸드백이 걸려있는 옷걸이로 가셨다. 그리고 핸드백을 뒤지시더니 핸드폰과 지갑을 꺼내어 나에게 다가오셨다. “그래. 나갔다 오려무나. 언제까지 내 품안에 품고 살수는 없겠지. 하지만 불안하구나. 자. 받거라. 혹시 늦게 되면 전화하고, 나가서 뭐라도 사먹으렴.” “어머니...” “어머니가 뭐니. 안어울리게. 이 엄마 아직 젊다. 자! 엄마라고 해봐. 엄마.” “어..머니.” “하~아. 이제 엄마라고 불리긴 그른 건가. 자. 이제 나가보렴. 오랜만에 네 아빠랑 오붓한 시간을 보내게.” “예? 예.” 어머니는 나를 떠미셨고 난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는 상태였기에 신발만 신고 나왔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현관 앞까지 배웅해 주셨다. 이거 웬지 내가 아주 큰 일을 벌인 것 같은 기분인 걸. ========== 현관문을 나가는 상민의 뒷모습을 보며 상민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 모습을 머릿속에 담기 시작했다. 현관문을 닫힌 뒤 상민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어깨의 머 리를 기댔다. “여보.” “응.” “왜 아이들은 금세 어른이 되는 걸까요. 언제까지 아이로 남아 내 곁에 남아 줄거라고 생각했는데.” “....” “난 걱정이 되요. 상민이가 이 험난한 사회에서 한 사람의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을 지...” “걱정 하지 마. 내 아들이잖아.” 상민의 아버지의 말에 조금은 감동한 상민의 어머니는 고개를 돌려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얼굴에 장난끼가 돌기 시작하더니 옆구리를 꼬집으며 말했다. “그래서 더 걱정이에요.” “으윽! 너무해! 여보!” ============ 잠에서 깨어나자 마자 한편.... 올립니당... <<22>>=+=+=+=+=+=+=+=+=+=+=+=+=+=+=+=+=+=+NovelExtra(notesee@gmail.com)=+= 집을 나오긴 했는데 어디로 가야할까나. 집에서 나온 나는 마냥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쥐어주신 핸드폰과 만원짜리 5장. 계속 걷다보니 어느새 나는 우리 학교 앞에 도착해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는 여전히 울창한 나무들이 가득했다. 그리고보니 학교는 어떻게 됐으려나. 나는 천천히 걸어서 학교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운동장에는 나무들이 가득했지만 교실로 향하는 길은 그대로 남아 있었기에 올라가는 데는 문제없었다. 와글와글. 웅성웅성. 어라? 오랜만에 와본 학교의 매점. 놀랍게도 그곳에는 학생들로 바글바글 거렸다. 어머니가 맡기신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해 볼 결과 지금 시간은 12시 반. 학교 점심시간이었다. 이런 휴교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학교가 정상수업을 하고 있었다니 운동장에 저런 숲을 두고 수업을 하다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아무리 사건이 일어난지 한 달. 아니 거의 두달이 다됐다고는 하지만 말이야. “호상민. 상민이 맞지? 상민이구나! 짜씩!” “응? 아. 경순아.” “경순이 밖에 눈에 안들어 오냐?” “성민아. 세호야. 민수야.” 나의 이름을 부르고 다가온 이. 그는 바로 나의 베스트 프렌드. 경순이었다. 경순이 뿐만이 아니었다. 나의 베스트 프렌드들. 성민이, 세호, 민수까지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이네. 그날 그 사건... 아. 이 녀석들은 기억 못하지. “몸이 갑자기 안좋아졌다고 하더니. 순 거짓말이잖아. 오히려 예전보다 더 건강해진 것 같은데.” “그러게 말이야.” 아마도 학교에 나는 몸이 아파서 못나오는 걸로 말해두셨던 모양이다. “하.하.하. 그렇게 됐다. 요 근래에 꽤 좋아져서 할아버지네 내려가 있다가 며칠 전에 올라왔어. 그런데 언제부터 정상 수업했냐?” “에? 아무것도 못 들었냐? 그정도로 아팠던 거야?” “아. 그게 아니라. 어머니가 아무말 않으셔서 못들은 거야.” 후~우. 큰일 날 뻔했군. 이후 녀석들에게 들어보니 수업이 정상화 된 것은 이주일 전이었다. 좀더 정확히 하자면 일주일 전이란다. 앞서 일주일에는 오전의 1,2교시만 하고 집으로 돌려보냈고 일주일 전부터는 완전히 정상수업에 들어갔단다. 어떻게 운동장의 숲을 두고 수업을 하냐고 물으니 오히려 공기가 더욱 좋아진 것 같고 딴청 피우며 창문을 볼때 울창한 숲이 보여 좋다는 장난스런 말도 했다. 민수의 말에 의하면 방학이 끝난 이후에도 군인들과 경찰들은 숲에서 유해한 세균이 있는지 없는지. 한번 등장한 적 있는 몬스터들이 남아 있는 지 없는지 철저하게 조사했고 그 결과 인간에게 유해한 세균은 발견되지 않았고 몬스터의 박멸도 확인하였단다. 그 결과 바로 이주전에 수업이 재계되었고 말이다. 물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학교에 군과 경찰을 대기시켜 놓았단다. 학교 뒤편에 말이다. 거기에 숲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학교 건물 쪽에 벽을 세웠다고 한다. 그것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딩동! 딩동! “으으으. 예비종이다. 이만 들어가 봐야겠다.” “아. 그래. 잘가라. 이 형님은 열심히 놀 테니 너희들은 열심히 공부해라!” “으으으. 오늘 네 녀석의 모습을 선생님께 까발려주마! 이틀 안에 학교로 복귀해라!” “그래. 그래. 알았어. 모두 이틀 뒤에 보자.” 예비종이 치자 녀석들은 수업종이 치기 전에 교실로 들어가기 위해서 교실로 향했고 나는 학교 밖으로 향했다. 그래. 학교는 가야지. 나는 학교 정문에 서서 뒤로 돌아 녀석들이 공부하고 있을 교실을 쳐다보았다. 불과 몇 달이지만 너무나도 달라져버린 나. 그런 내가 녀석들 곁에 있어도 될까.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괜히 분위기나 잡고 말이야. “저기 거기 지켜보고 계신 분. 잠시 나와 주시겠습니까.” “....” “뭐 나오기 싫으시다면 어쩔 수 없죠. 전 지금 할아버지 댁으로 갈겁니다. 그렇게 알아두십시오.” 나는 사람들의 시아에 안보이는 곳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한의 사람에게 말을 하고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내가 외우기 시작한 주문은 바로 텔레포트. 스킬북을 통해서 익힌 텔레포트였다. 스킬북을 이용하여 익힌 텔레포트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곳에 한해서 자유자제로 이동 가능했다. 단지 스킬레벨에 따라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텔레포트의 횟수가 제한된다는 것이었다. 이는 현실에서도 적용되었다. 하지만 내가 마법서에서 얻은 텔레포트를 익히게 된다면 횟수에 상관없이 이동가능하게 될 것이다. 마법서의 텔레포트는 좌표를 이용한 텔레포트. 좌표를 알고 있다면 몇 번이든 이동 가능한 것이 진짜 텔레포트였다. 주문을 완성시킨 나는 바로 시전어를 외웠다. “텔레포트!” 시전어를 외우자 몸이 붕뜨는 느낌과 함께 나는 순식간에 전혀 다른 곳에 와 있었다. 그 곳은 바로 어제 보았던 할아버지의 집 마당이었다. 후~우. 막대한 마나가 소모되기는 했지만 순식간에 할아버지 댁에 도착하다니. 정말 굉장한 걸. 끼이익. “누구... 아니 상민이 아니냐.” “할머니. 저왔어요.” “어제 올라가지 않았니. 그런데 이렇게 오다니 어떻게 된 일이냐?” “할아버지께 드릴 말씀이 방금 있어서 왔어요.” “방금?” “할머니도 아시잖아요. 제가 마법사라는 것을. 마법을 이용해서 집에서 이 곳으로 온거에요.” “마법이라는 것은 매우 편리한 것이구나. 할아버지는 큰방에 손님과 계신단다. 가보렴.” “예. 할머니.” 할머니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나오시다가 나라는 것을 알고 매우 놀라워하셨다. 마법에 대해서 문외한 이신 할머니는 내가 마법을 써서 집에서 왔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시며 할아버지가 계신 곳을 가르쳐 주셨다. 손님이 함께 계신다라. 어떤 분일까. 그 마법서를 만드신 분이면 좋을텐데. 하지만 아쉽게도 손님이란 분은 전혀 다른 분이었다. 평범한 사람. 한의 사람도 아닌 아주 평범한 개인적으로 온 손님이었다. 할아버지는 어제 올라간 내가 나타나자 놀라워하셨지만 아무말 하지 않으셨다. 나는 할아버지와 손님이 이야기 나누는 동안 작은 방에 가있었고 손님이 돌아가신 이후 할아버지에게 이 곳에 온 이유를 말씀드렸다. 내가 할아버지 댁에 온 이유. 그 이유는 마나. 기가 풍부한 위치를 아시는 지 묻기 위해서였다. 현재 나의 몸은 마나로 인해 과부화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異)세계에서 바디 체인지. 환골탈태를 경험한 이후 나의 몸의 불순물은 제거되었지만 육체가 완전히 재구성된 것이 아니기에 나의 몸은 마나로 인해 과부화되어 있었다. 그동안 SWU에 납치당해 있었고 동시에 추격받고 있었기에 미루어 왔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럴 필요 없었기에 기. 마나가 풍부한 장소를 묻기 위해서 온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어째서 그런 장소를 묻느냐고 물으셨고 나는 솔직히 나의 육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렸고 할아버지는 매우 놀라워하셨고 동시에 매우 기뻐해주셨다. 환골탈태. 그것은 상당한 경지의 올라 경험하는 것이고 그것을 경험한다 하는 것은 상당한 실력을 갖춘 것이라 할 수있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직접 안내해 주시겠다고 배를 몰고 한참 동안 어딘가로 향하셨다. 할아버지가 배를 몰고 향한 곳은 안개가 자욱한 곳이었다. 아주 갑작스럽게 나타난 짖은 안개. 그런 안개 속으로 들어간 뒤 할아버지는 배 위에서 회를 떠먹기 위해서 준비되어 있는 칼로 엄지손가락을 찌른 뒤 바다에 피를 흘러 보내셨고 그 이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바로 안개가 짓은 안개가 뱃길을 터주었던 것이다. 그 뱃길 끝에는 나무가 울창한 섬이 있었다. 그 섬은 우리 호가의 수련섬! 할아버지의 친우이자 나에게 주신 마법서를 쓰신 분이 만들어낸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어. 우리 호가의 사람이 바다에 떨어트리지 않으면 안개속을 헤메다가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게 되는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다고 하셨다. 확실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다른 곳에 비해서 마나가 풍부했다. 이후 나는 할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환골탈태를 하기 위해서 6번째 써클을 만들었고 환골탈태를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되었다. 이번에 겪는 환골탈태는 먼저 겪어본 환골탈태보다 고통스럽지 않았고 정신을 잃지도 않았다. 물론 지난 번 같은 편법 또한 사용하지 않았다. 육체의 노폐물들이 이미 빠져나간 상태였기에 그런지 환골탈태를 경험하면서 느꼈던 고통은 전에 비해서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았다. 완성된 6번째 써클과 미약하게나마 느껴지는 7번째 써클. 나는 현실에서도 진짜로 7써클 마법사가 된 것이다. ============ 환골탈태를 간단하게 넘겨버린 극악입니다. 후후후. 이 다음 편은 드디어 한나를 찾아가는 주인공 입니다. 한나는 주인공. 네크로마스터. 한스의 동생으로 알려져있죠. 후후후. 과연 또 어떤 소란이 일어날지... 지금까지 극악이었고요. 나중에 뵙겠습니다. 으음. 아직도 띵하네. 일어나자마자 올리니까... <<23>>=+=+=+=+=+=+=+=+=+=+=+=+=+=+=+=+=+=+NovelExtra(notesee@gmail.com)=+= 환골탈태를 겪게 된 이후 순식간에 성장한 육체. 키는 재어본 결과 186cm. 16cm나 순식간에 커버린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근육은 붙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환골탈태를 겪은 몸을 보시고는 매우 좋아하셨다.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환골탈태를 겪은 나의 몸은 조금 이상한 상태라고 했다. 마법사의 환골탈태 이후의 육체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사 그러니까 무인이 환골탈태한 육체도 아니라고 말이다. 그 중간. 마법사와 무인의 환골탈태 이후의 육체에 중간에 육체. 그것이 바로 나의 육체라고 했다. 나는 이런 말을 꺼내시는 할아버지가 당장이라도 가전무예인 패왕무를 잊히기 않겠냐고 말하실까봐 집으로 되돌아갔다. 옷이야. 애초 입고 있던 트레이닝복을 입고 갔다. 애초부터 조금 큰 것이었기에 입는데 지장은 없었다. 조금 끼기는 했지만. 집에 되돌아 갔을 때 단 몇 시간 만에 몰라보게 자라버린 나를 보고 가족들은 놀라워했다. 달라진 것은 신장뿐만이 아니라 외모도 역시 변했기 때문이다. 누가봐도 평범했던 내 얼굴이 조금은 남자답고 어른스럽다고 할만한 얼굴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들은 단번에 나를 알아볼 수 있었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왔다. 나는 숨기지 않고 모두 말씀드렸다. 일정한 경지에 오르면 육체가 재구성되는 것. 환골탈태를 경험하게 되고 그동안 그것을 내가 미루어왔다고. 그리고 이번에 외출하여 할아버지 댁에 가서 환골탈태를 했다고 말이다. 이야기를 하는 도중 몇가지 부수적인 설명도 잊지 않았다. 마법으로 할아버지 댁에 간 것과 우리 호가의 수련섬으로 간 것까지 말이다. 어머니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커버린 나의 모습을 보시고는 매우 아쉬워하셨다. 하지만 곧 밝아지셨다. 그것은 바로 나의 옷을 사기위해서 데리고 나가신다고 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이후로 내 옷은 어머니께 돈을 받아 직접 골랐다. 한마디로 초등학교 이후로 어머니가 골라주신 옷은 없다는 말이다. 오랜만에 힘차 보이시는 어머니였기에 거부할 수도 없었던 나는 결국 이 한 몸 희생하기로 했다. 중학교 2학년때. 어느정도 철이 들었을 때 처음으로 어머니와 누나가 쇼핑간다고 했을 때 따라갔고 그때 여자들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알 수있었다. 사지도 않을 물건을 구경하고 돌아다니는데 무려 4시간! 집에 돌아왔을 때는 나의 발에는 물집이 잡혀있었다. 그후로 나는 어머니와 누나가 쇼핑 간다고 했을 때 방에 숨어들었다. 짐꾼으로 부려먹기 위해서 데리고 갈까봐 말이다. 오랜만에 답합을 하신 어머니와 누나는 나를 이끌고 마트로 갔다. 그때가 오후 5시. 마트 폐점 시간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었다. 어머니가 차를 몰아서 간 마트는 총 지하 3층. 지상 8층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마트로. 지하 3층은 주차장. 지하 2층은 슈퍼마켓. 1층은 먹거리 장터가 있었고 지상 1층과 2층은 생필품을 비롯해 옷을 팔았고 3층과 4층은 전자기기들. 5층과 6층은 컴퓨터기기와 게임들을 판매하였고 7층에는 극장이, 8층에는 전망대와 전망대 식당이 있었다. 이때부터 나의 고생은 시작되었다. 일단 나의 옷을 사기위해서 1층 매장들을 쫙 돌아보았는데 산 옷은 트레이닝복 한 벌과 겨울 티셔츠 한 장. 이렇게가 다였다. 1층의 매장을 다 돌아다니는데 1시간도 더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것도 내가 재촉해서 그런 것이다. 아직 2층이 남아 있었다. 2층에는 옷보다는 생필품이 더욱 많았다. 1층에서는 생필품보다 옷이 많았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2층에서 돌아다닌 시간은 1층에서 돌아다닌 시간보다 더욱 길었다. 그렇게 나는 녹초가 되고 다시 한번 어머니와 누나의 엄청난 체력을 확인한 뒤에 지하 마트로 가 시장을 본 이후 우리는 다시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하~아. 대단해. 끼익. “상민아. 잠깐 내려보렴.” “응? 왜요? 또 살게 남아 있어요?” 어머니가 차를 멈추신 곳. 그곳은 바로 양장점이었다. 양장점에 왜 차를 세우신 거지. 어머니가 차를 세우신 양장점은 누나의 성인식 날 왔던 그곳이었다. 그 양장점은 맞춤제작도 하고 미리 만들어 놓은 양복도 팔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고 그 기억이 틀리지 않았는지 미리 만들어 진 양복들이 걸려있었다. 갑자기 왜 양장점에 오신 거지. 어머니는 미리 만들어져 있는 양장점의 양복들을 살펴보시던 중 정갈해 보이는 남색의 정장을 나에게 데어 보셨고 나는 그런 어머니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번 입어 보시겠습니까?” “그러죠. 와이셔츠도 하나 주시고요. 상민아. 가서 한번 입어보렴.” “예? 예.” 얼떨결에 받아든 양복을 들고 난 주인아저씨를 따라 탈의실로 갔다. 아저씨는 나의 덩치를 보시고는 적당한 와이셔츠를 찾아 주셨고 나는 어색함을 느끼면서도 입어보았다. 조금은 답답한 걸. 양복을 입고 나왔을 때 나는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꽤 멋있어보였다. 거울을 통해서 본 내 모습을 정말 어른스러웠다. 이거 꽤 잘어울리는데. “넥타이는 이걸로 주세요.” 어머니가 고른 넥타이는 남색 일색으로 넥타이었는데 꽤 잘어울리는 것 같았다. 넥타이를 받아든 어머니는 나에게 다가와 직접 매주셨다. 하.하.하. 왜 이러시는 거지. “상민아.” “예?” “오늘 이후부터 엄마는 더 이상 너에게 뭐라고 하지 않으마. 우리 상민이도 이제 다 컸으니까.” “....” “언젠가 너도 이 양복을 입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겠지.” “....” “상민아. 이것만은 기억하렴. 너도 어른이 되었으니 스스로가 벌인 일은 스스로가 책임질 줄 알아야 한 다는 것을.” “예.” 양장점에 온 이유를 난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어머니는 오늘로서 나를 한명의 성인으로서 인정해 주신 것이었던 것이다. 넥타이를 매주신 이후 어머니는 뒤로 물러서셔서 나를 살펴보셨고 만족스러우신 표정을 지어보이셨다. “역시 우리 아들. 한인물 하는데.” “후후후. 제가 누구 아들인데요.” 이후 난 다시 옷을 갈아입었고 양복을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나는 오늘 어머니께서 사주신 양복을 내 방의 벽에 걸어놓고 보았다. 내가 한명의 성인으로 인정받은 증거인 한 벌의 양복. 웬지 기분이 시원섭섭했다. 예전의 누나도 이랬을 까. 한명의 성인으로 인정받은 뒤에 나와 같은 기분이었을 까. 나는 벽의 걸린 양복으로부터 무게를 느낄 수있었다. 한명의 성인으로서 살아가면서 지탱해야할 무게를... ================= 상민이 한나를 찾아가는 것은 다음 편으로 미루었습니다. 쩝. 웬지 모르지만 그러고 싶었거든요. 한명의 성인으로 인정받는다라. 어색하고 부족한 글이네요. 하.하.하. 어쨌든 오늘도 3편 올렸네요. 여러분 죄송하지만 내일은 연재 쉬겠습니다. 좀 쉬고 싶어서요. 이해해 주시길.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지금까지 극악이었고요. 월요일! 개천절날 보겠습니다. 학생분들은 좋으시겠네요. --------------------------------------------------- <17장> 15일. 그리고 1년 6개월. 오랜만에 보는데도 달라진 것 하나 없이 여전히 혼잡스럽군. 정말 오랜만에 1년 6개월 아니 한 달이 또 지났으니 7개월이지. 1년 7개월 만에 본 제국 글로리는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으면서도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엘프의 숲에서 제국까지 오는 데는 얼마 거릴지도 않았다. 바로 텔레포트로 왔기 때문이다. 스킬을 통해서 시전한 텔레포트기에 그 엄청난 거리. 집에서 할아버지 댁과는 몇 배나 먼 거리를 단번에 이동할 수 있었다. 물론 나의 엄청난 마나의 절반에 해당하는 마나와 함께 체력이 3분의 1만 남기고 모두 소모되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편하게 온 것을 생각하면 아주 싼 대가였다. 어차피 마나와 체력은 회복되니 말이다. 일단 마차정류소로 가야겠지. 지금 시간은 오전 10시 11분. 지금쯤이면 한나는 한창 수업을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마차정류소는 예전에 왔을 때보다는 한산했다. 직행마차를 타고 바로 벨체레이어 아카데미로 가야지. “벨체레이어 아카데미 행 상급마차 어른 표 한 장 주세요.” “벨체레이어 아카데미 행 상급마차 어른 표 한 장 맞습니까?” “예!” “상급마차 이용료 60실버와 벨체레이어 아카데미까지의 비용 1골드 65실버. 총 2골드 25실버 되겠습니다.” “여기요.” 1골드 16실버라. 꽤 먼 거리인가 보군. 나무패를 받은 나는 마차 안에 들어갔고 아직 마차의 인원이 다 차지 않았기에 마차에 달린 창문으로 밖을 살펴보고 있었다. 20분이 지나도 마차의 좌석이 다 차지 않자 마차는 출발했다. 상급 마차 안에 있는 사람은 나까지 총 4명뿐이었다. 난 잠시 마차안의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마차의 가장 앞좌석에 탄 중년의 사내. 흠, 옷은 꽤 고급이지만 다리를 떨고 잠시도 손을 가만히 안두는 것을 보니 돈 많은 상인정도 되겠군. 음, 옷은 고급은 아니지만 품위 있고 동시에 위엄도 서려 있군. 하지만 귀족이라면 마차 정류소의 마차를 이용하진 않을 테니 몰락 귀족인가. 마지막으로...... 흠칫! “......” 마차 안에 탄 마지막 사람. 그 사람은 나의 뒤쪽 맨 끝좌석에 앉았는데 공교롭게도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무표정했고 나를 가만히 쳐 다보고 있었다. 싱긋. “......” 스윽. 그는 웃어 보이는 나를 잠시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웃어 보인 내가 다 민망할 정도로 말이다. 그 사람은 기사였다. 무릎 위에 검이 놓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수도 내에서 검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이들은 기사와 용병뿐이었다. 평상복을 입고 있긴 했지만 그로부터 느껴지는 느낌은 분명 기사였다. 흠, 기사라. 벨체레이어 아카데미에 누굴 만나러 가나. 마차는 장장 1시간 동안 이동한 끝에 잠시 쉬기 위해서 휴게소에 멈추어 섰다. 전력으로 달렸다면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을, 거기에 직행마차라고 하지만 마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거리는 한정되어 있는지 삥 돌아서 가는 것 같았다. 마차휴게소에는 버스 휴게소와 마찬가지로 화장실이 있었고 그밖에 간단한 음식이나 음료를 파는 곳이 존재했다. 간단하게 샌드위치와 우유를 사들고 마차로 들어왔던 나는 마차에서 내리지 않고 창밖만을 쳐다보고 있는 그 검을 든 남자를 바라보았다. 흠, 다가가 볼까. 일단 먹는 것으로 마음을 끌어보자고. 나는 다시 마차에서 내려 그 남자 것으로 나와 똑같은 샌드위치와 우유를 사들고 마차에 올랐고 그 남자의 옆의 빈 좌석 앞에 섰다. “흠흠. 이 자리 비었다면 앉아도 되겠습니까?” 스윽. “...마음대로 하십시오.” 남자는 곧 다시 고개를 돌려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음, 내가 귀찮은 모양이군. 그러니까 더욱 귀찮게 해주고 싶어지는 걸. 나는 마차에 달린 컵이나 우유를 껴놓는 곳에 내 우유를 껴놓은 다음 그에게 웃어 보이며 우유를 내밀었다. “같은 마차에 탄 것도 인연인데 그냥 마차 안에 가만히 계시길래 사온 것입니다. 여기 샌드위치도 있으니 같이 드십시오.” 싱긋. 나의 손에 들린 우유와 샌드위치와 나의 얼굴을 무표정한 얼굴로 번갈아보던 그는 결국 우유와 샌드위치를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하하하! 뭘요. 어차피 얼마 하지도 않는 건데요. 저는 한스라고 합니다. 마법사죠. 벨체레이어 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여동생을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저는 카이안트라고 합니다.” 귀찮아도 대답은 해주는군. 후후후, 이후 나는 웃는 얼굴로 계속해서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다. 직접적으로 물어본 것도 아니고 웃는 얼굴로 물어보았기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처럼 그는 귀찮아하면서도 나의 질문에 모두 대답해 주었다. 카이안트라는 그의 나이는 26세. 나의 예상대로 기사였다. 벨체레이어 아카데미에 가는 이유는 나와 마찬가지로 여동생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라고 했다. 여동생의 나이는 17세. 한나보다 1살 많았지만 한나와 마찬가지로 마법사 학부 5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한다. 내가 여러 가지를 캐묻는 동안 어느새 마차는 벨체레이어 아카데미에 도착했고 마차에서 함께 내리게 되었다. 마차에서 내린 나는 카이안트경을 따라갔다. 아까 물어본 결과 그는 몇 번이나 동생을 만나기 위해 벨체레이어 아카데미에 와 봤다고 했기에 따라간 것이다. 벨체레이어 아카데미에 찾아갈 줄은 알았지만 어떻게 하여 만나야 되는 것인지는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짜고짜 교실로 찾아가서 만날 수도 없으니 말이다. 카이안트 경을 따라서 간 곳은 바로 교실로 보이는 거대한 건물이 아닌 그 건물 한편에 마련된 작은 건물이었다.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용병길드처럼 접수대가 있었고 그 접수대에 고용된 이들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들이 서 있었다. 카이안트 경이 하는 것을 보니 일단 자신의 신분과 이름을 밝히고 무엇인가를 작성한 뒤에 정갈한 옷을 입은 하녀. 메이드에게 방으로 안내되었다. 흠, 이제 어느 정도 알았으니. “저기...” “어서 오세요. 이곳에 처음 오시나 보죠?” “아, 예.” “후훗. 지그부터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일단 이 건물은 벨체레이어 아카데미에 속한 건물로 방문의 장(場)이라 이름 붙은 건물입니다. 이곳에서 하는 일은 학부모와 학생을 만나게 해드리는 것입니다. 학부모와 학생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점심시간인데 정오부터 오후 수업이 시작되기 전인 오후 2시까지입니다. 일단 이것을 작성해 주시겠습니까.” “예.” 매우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안내원이 내민 것은 바로 면담요청장이었다. 면담요청장에는 요청자의 이름과 계급, 직업에 대해서 쓰는 칸이 존재했고 그밖에 면담할 학생과의 관계, 학생의 계급과 이름 칸 또한 존재했다. 안내원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면담요청장을 작성한 뒤 나는 면담요청장을 안내원에게 넘겨주었다.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뭘요.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이제 다른 안내원을 따라가시면 됩니다. 아직 점심시간이 아니니 대기실에서 기다리면 됩니다. 저심시간이 시작되면 저희가 마법 음성 통신구를 통해서 부를 학생을 부르게 되니 빠른 시간 안에 만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예, 수고하십시오.” 나는 안내원들의 모습에서 대륙에 존재하는 두 제국 중 한 제국의 수도. 글로리에 존재하고, 대륙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이름값은 가볍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한 학교야. 대기실에 도착한 뒤 나는 대기실을 쭉 살펴보았다. 사치스러운 귀족의 저택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빈티나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근엄하여 보이는 대기실은 다시 한 번 벨체레이어 아카데미의 저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대기실에 있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나보다 먼저 안내를 받은 카이안트 경과 화려하지 않지만 수수한 느낌을 주는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귀족도 있었다. 얼마 되지 않아 아까 마차에서 보았던 상인으로 추정되는 이도, 몰락귀족으로 추정되는 이도 대기실에 들어왔다. 대기실의 준비된 좌석에 앉아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 시간은 11시 59분. 직행마차로 1시간 20분 정도 걸렸고 마차 휴게소에서 10분 정도 있었기에 운이 좋게도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정오가 거의 다 된 것이다. 딩동댕동! 딩동댕동! 갑자기 대기실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 그 종소리의 근원은 바로 대기실 벽 모서리부분 천장에 설치된 수정구술로부터 나왔다. 오! 저것이 안내원이 말했던 마법 음성 통신구인가. 종은 그렇게 10초간 울린 이후 멈추었고 곧 사람의 음성이 들려왔다. [마법사 학부 4학년의 17세의 카이란 양과 16세의 한나 양은 당장 방문의 장으로 와주십시오. 마법사 학부 4학년의 17세의 카이란 양과 16세의 한나 양은 당장 방문의 장으로 와주십시오. 두 분의 오라버니이신 나이트 카이안트 경과 마법사이신 한스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기사학부 6학년에 재학 중이신....] 오오! 예상대로 모서리에 설치된 수정구는 마법 음성 통신구였다. 이거 완전히 학교의 방송하는 것과 똑같잖아. 오히려 음질은 더 좋은데. 그건 그렇고 한나가 많이 놀라겠지. 그런데 몰라볼 정도로 많이 변했다고 했는데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기대되는 걸. --------------------------------------------------- 방문의 장 대기실에 막 한스가 들어갔을 때 한스의 동생으로서 벨체레이어 아카데미 마법사 학부에 입학한 후 뛰어난 마법실력을 보여준 한나는 현재 예절수업 중이었다. 교양수업이라고 해봐야 실질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없었다. 기본적인 예절은 귀족들의 경우 각 가문에서 직접 가르치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는 귀족은 없었다. 거기에 가르치는 선생조차 대부분이 귀족이었기에 그나마 배우려는 평민들에게는 신경 쓰지 않았기에 예절수업 대부분 자습이었다. 예절수업 시간에 한나는 열심히 마법서를 살펴보며 수식을 계산중이었다. 현재 한나는 4써클 유저. 어서 익스퍼드에 오르기 위해서는 한시도 쉴 수 없었기 때문에 항상 자습시간인 예절시간에 공부중인 한나였다. 1년 7개월 동안 한나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일단 가장 큰 변화는 외모였다. 한스에게 나이를 착각하게 만들었던 나이에 비해서 어려보이는 외모는 이미 어린아이 같은 얼굴은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전혀 치장하지 않은 얼굴은 너무도 활기차 보였고 붉게 타오르는 것만 같은 붉은 머리는 어깨에서 한 뼘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 붉은 머리카락과 함께 마법의 습득을 위한 학구열로 타오르고 있는 눈빛은 한나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런 한나 옆에서 한나의 눈치를 보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그녀는 바로 한나가 사귄 3명의 친구 중 한 명. 카이렌이라는 여자아이였다. 이곳의 여자답지 않게 큰 173cm를 가진 그녀는 한나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자극을 받아 공부해 왔고 그 덕분에 꽤 상위의 성적을 내고 있었다. 카이렌은 한나가 공부하는 모습에 함께 공부하였지만 곧 시작될 점심시간이 기다려져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한나 옆에는 그녀만 있는 게 아니었다. 바로 카이렌의 반대쪽. 그 자리에도 한 명의 소녀가 앉아 있었다. 귀족들 중에서 흔치 않은 순수한 백금발 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키에, 백금발 머리카락의 전혀 손색이 없는 고귀해 보이는 외모. 한마디로 미인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베이라 비토리노. 비토리노 자작이 외동딸이었다. 비토리노 자작. 3대에 걸쳐 노력한 끝에 귀족이 된 상인가문으로 유명한 로시아 제국의 손꼽히는 부자의 딸인 것이다. 베이라는 한나처럼 열심히 계산중이었지만 한나와는 전혀 목적이 다른 계산이었다. 바로 베이라 가문, 비토리노 대상단의 장부를 계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으음, 역시 몬스터들의 갑작스러운 습격으로 인해 우리 상단도 많은 피해를 입었군. 다행이라면 몬스터들의 시체를 건졌다는 것이고. 하지만 그 때문에 몬스터들로부터 건질 수 있는 물건들의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간신히 손해는 안 보겠군.” “뭐야? 벌써 정리 끝난 거야?” “음. 아직 남아 있지만 거의 다 끝났어.” 베이라의 말을 들은 카이렌은 좋아하며 말을 걸었다. 그 이유는 드디어 말상대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베이라는 지금까지 장부를 정리중이라 말을 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말상대가 생긴 카이렌은 마법서를 덮고는 한나를 사이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한나는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용케 열심히 수식을 계산하고 있었다. 딩동댕동! 딩동댕동! “드디어 끝났다! 한나야! 수업 끝났어! 한나야!” “응? 아, 수업 끝난 모양이네.” “자! 어서 밥 먹으러 가자고!” “어자애가 밥이 뭐니, 밥! 식사하러 가자고 하면 될 것을.” “어차피 그게 그거잖아!” “그래, 일단 정리 좀 하고.” 카이렌의 말에 딴지를 건 베이라. 이 둘의 모습을 보며 한나는 마법서와 펜과 연습장을 정리하여 가방 안에 넣었다. 그때 갑자기 마법 음성 통신구로부터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법사 학부 4학년의 17세의 카이란 양과 16세의 한나 양은 당장 방문의 장으로 와주십시오. 마법사 학부 4학년의 17세의 카이란 양과 16세의 한나 양은 당장 방문의 장으로 와주십시오. 두 분의 오라버니이신 나이트 카이안트 경과 마법사이신 한스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기사학부 6학년에 재학 중이신......] “으아아아. 또 오빠가 온 모양이다. 그리고 보니까 오늘이 오빠의 정기 방문일이네. 크윽! 한나야. 나랑 같이 가주라. 가줄 거지, 응? 왜 그래, 한나야?” “......” “한나야. 한나야.” 방송이 나온 이후 갑자기 멍하니 마법 음성 통신구를 쳐다보는 한나! 그런 한나를 본 베이라와 케이렌은 계속 한나를 불렀다. 그때 다시 한 번 마법 음성 통신구로부터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마법사 학부 4학년의 17세의 카이란 양과 16세의 한나 양은 당장 방문의 장으로 와주십시오. 마법사 학부 4학년의 17세의 카이란 양과 16세의 한나 양은 당장 방문의 장으로 와주십시오. 두 분의 오라버니이신 나이트 카이안트 경과 마법사이신 한스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기사학부 6학년에 재학 중이신....] “오...빠? 오빠가 왔다고? 카이렌. 베이라. 분명 내가 잘못들은 거 아니지? 너희들도 똑똑히 들었지 한나의 오빠 마법사 한스님이 왔다고 말이야.” “뭐야. 나는 또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잖아. 맞아, 분명 나의 귀에도 그렇게 들렸어.” “그렇지? 그렇구나.” “... 이거 큰일 났는데.” “응? 큰일? 갑자기 웬 큰일?” 큰일 났다는 베이라의 말에 지그 이 상황에 갑자기 웬 큰일이라며 묻는 카이렌을 본 베이라는 고개를 흔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너 잊었어? 한나가 누군지?” “한나가 누구긴 한나지.” “하~아. 정말 네가 어떻게 해서 3써클 마법사가 됐는지 모르겠다. 진짜로 기억 안나? 한나가 누군지 말이야.” “음, 에. 아!” “이제야 알아차린 거야.” 뒤늦게 알아차린 카이렌은 매우 놀라워하고 있는 한나를 쳐다보았다. 한나. 대륙에 존재하는 6명의 네크로 마스터 중 가장 젊은 자. 동시에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은 용병길드의 단 3명만 존재하는 S급 용병 중 한 명! 네크로 마스터 한스의 동생으로 알려진 이가 바로 한나인 것이다. 동생을 만나기 위해서 네크로 마스터 한스가 벨체레이어 아카데미로 왔다. 그동안 한나에게 관심을 끊고 살았던 귀족들의 자녀들이 다시 한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수정구에서 나온 음성을 들은 귀족들의 자제들은 한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한나를 보기 위해서 교실로 들어왔고 금방 교실은 북적북적 거렸다. 주변이 소란스러워지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한나는 어서 방문의 장 저택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했고 결단을 내렸다. “샨드라 언니! 델키안, 팔시온 아저씨!” 슥슥슥! 히익! 꺄아아아! 한나의 부름에 나타난 존재들. 그들은 바로 한스가 한나의 신변 보호를 위해서 붙여놓은 데스나이트 5명 중 3명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데스나이트로 인해서 주변은 혼란에 빠졌다. 그들로 느껴지는 사기가 주위에 있는 이들에게 본능적인 두려움을 선사했기 때문이었다. “샨드라 언니. 오빠가 있는 곳으로 저를 데려다 주세요.” “한나야! 나도 같이 가! 어차피 나도 오빠 만나러 가야한단 말이야.” “그럼 나도 빠질 수 없지.” “델키안 아저씨. 팔시온 아저씨. 부탁드려요.” “그러지 뭐. 별로 힘든 일도 아니니까.” 한나의 부탁에 샨드라는 한나를 업었고 델키안은 베이라를, 팔시온은 카이렌을 업고 뛰기 시작했다. 그들이 내뿜은 사기로 인해 사람들은 알아서 길을 터주었고 그들은 엄청난 속도로 방문의 장 저택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꺄아아아! 도, 도망쳐! 왔군. 대기실 밖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명소리. 나는 이 비명소리의 원인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의 실수 때문이었다. 한나. 이 벨체레이어 아카데미에 한나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잠시 그것을 잊었던 것이다. 한나는 나의 이름으로, 네크로 마스터 한스의 이름으로 학교에 들어온 것을 깜빡했던 것이다. 방송이 나간 뒤에 항상 한나를 보호 중인 데스나이트들 중 샨드라로부터 음성이 나의 귀로 들려왔고 샨드라가 한 말은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한나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다가와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이 나서서 한나와 친구들을 업고 내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는 내용이었다. 대기실 밖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자 대기실 안의 사람들도 혼란에 빠졌다. 정확히 혼란에 빠진 사람은 단 3명과 그 3명을 보호하기 위한 수행인들뿐이었다. 대기실에 있는 사람은 총 7명. 한마디로 아무렇지도 않게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4명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그 3명 중 한 사람은 바로 나였고, 다른 한 명은 카이안트 경이었다. 세 번째 사람은 바로 같은 마차를 탔던 몰락 귀족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사람은 조금의 외였는데 바로 마차에 함께 탔던 상인으로 보이던 중년의 남자였다. 솔직히 정말 의외였다. 수행인들조차 대동하지 않은 사람. 전혀 아무렇지 않게 있고 오히려 혼란에 빠진 귀족들과 그 수행인들을 보며 웃고 있다니 말이다. 대기실 밖의 비명은 곧 잦아들었지만 그로 인해서 대기실 안에 있는 3명의 귀족들과 수행인들은 더욱 불안해하고 있었다. 곧 대기실의 문이 열리고 창백한 얼굴에 잔뜩 겁먹은 얼굴을 한 안내인이 3명의 숙녀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고 그 3명과 함께 죽음의 기사들, 나에게 종속된 이들, 데스나이트들이 따라 들어왔다. 안내인은 곧 방문을 열고 도망치듯이 대기실을 벗어났다. 나는 곧 찾을 수 있었다. 데스나이트들에게 호위를 받으며 두리번거리는 한 명의 숙녀를. 셰인의 말대로 정말 몰라볼 정도로 자라있었다. 불과 1년 6개월 만에 몰라볼 정도로 큰 키. 활활 타오를 것만 같은 붉은 머리와 꾸미지 않았지만 오히려 꾸미지 않았기에 더욱 돋보이는 얼굴. 예전의 어린아이 같은 외모는 희미하게 밖에 남아있지 않았지만 나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나를 발견해낸 한나. 한나는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고 나는 그런 한나에게 웃어 보이면서 양 팔을 벌려보였다. 데스나이트들을 제치고 나를 향해서 뛰어온 한나는 나의 품에 안겨들었다. “이거 우리 한나 많이 무거워 졌는걸.” “칫! 오빠는 바보야! 1년 7개월 만에 만나서 하는 소리가 그런 소리야!” “하하하! 미안, 미안.” “오빠. 각오해 둬! 나 단단히 화났으니까.” “후후후. 오빠가 그걸 생각 안 했을까. 그럴 줄 알고 오빠가 한나 화를 풀어줄 선물들을 준비했지. 여기서 꺼내기는 그러니까 집에서 보여줄게.” “흠. 오빠 용서해주는 것 나도 생각해 볼게. “녀석.” 나는 한나의 붉은 머리카락을 오랜만에 헝클어뜨리며 웃었다. 앞으로 이렇게 하는 것도 못하겠지. 한나의 키는 약 165cm정도 되었기 때문이다. 1년 6개월 아니 7개월 만에 몰라볼 정도로 자라난 한나를 보며 난 계속해서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다. 그동안 못한 것을 오늘 다하겠다는 듯이 말이다. 물론 한나가 심한 저항을 했지만 그런 저항은 간단하게 무시해 주었다. 물론 손가락에 걸리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을 잊지 않고 말이다. “마스터를 뵙습니다.” “아, 모두 오랜만이야.” 나의 앞에 무릎을 꿇는 데스나이트들. 이로 인해 주변의 사람들은 나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두 놀라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내 앞에 무릎을 꿇은 데스나이트들 뒤로 보이는 2명의 숙녀. 저 둘이 바로 한나의 친구인가. “안녕. 나는 한스라고 한단다. 보시다시피 한나를 학교에 넣어놓고 한참 만에 돌아온 아주 몹쓸 녀석이자.” “아, 안녕하세요. 저, 저는 마, 마법사 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카이렌이라고 합니다!” “자기 소개하나 제대로 못하나! 카이렌!” “오, 오라버니.” 갑자기 나의 뒤에서 들려온 외침! 그 외침의 주인공은 바로 카이안트 경이었다. 어쩐지 이름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동생이었구나. “자기 소개하나 제대로 못하다니! 용돈 10% 감봉이다!” “너, 너무하세요! 오라버니!” “어디서 말대답이냐! 용돈 10% 더 감봉이다!” “크윽.” 내가 저 기분 알지. 용돈이 나도 한때 어머니께 당했으니까. 그러고 보니 나도 용돈 깎였었는데. 나와 한나와는 조금 다르지만 나름대로 서로간이 정(?)이 느껴지는 카이안트 경과 카이렌의 대화를 지켜보았는데 마치 막연히 상상해 왔던 군인 집안의 아버지와 딸의 모습 같았다. “최종적으로 용돈 40% 감봉이다. 자 받아라. 이번 달 용돈이야.” “예. 오라버니.” “아껴 쓰도록. 난 이만 근무지로 가보겠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아, 예.” 카이안트 경은 볼일을 끝낸 이후 나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이후 대기실을 나갔다. 음, 아무래도 근무 중에 용돈을 주기 위해서 잠깐 들린 것이었던 모양이다. 카이안트 경, 너무 우직한 사람 같은걸. “히잉. 베이라. 나 또 용돈 40%나 깎였어.” “그래도 지난번 보다는 낫네. 지난번에는 60% 까까였었잖아.” “히잉. 이번 달 어떻게 버티지.” “잘. 그리고 나에게 붙어봐야 소용없다.” “매정해. 히잉.” “하하하! 역시 나의 딸답구나! 암! 아무리 친구라도 돈과 관련된 것은 분명히 해야지. 그렇고 말고.” “아버지 오셨어요? 예상보다 빨리 오셨네요. 이번 달 장부 정리 거의 다 끝냈으니 방과 후에 가지고 갈 테니 걱정 마세요. 참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베이라 비토리노라고 하고 여기 계신 분은 저의 아버지이신 스쿠루 폰 비토리노 자작이십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한스라고 합니다.” “하하하! 이거 운이 좋군요. 이렇게 네크로 마스터인 한스님을 만나 뵙게 되다니 말입니다! 자자! 점심시간이지 않습니까.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나가죠. 오늘 점심은 제가 사겠습니다.” “아버지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데요. 정문까지 걸어가는데 성인 남자는 10분. 저희와 같은 여자들은 20분 정도 걸리고 점심시간은 어느새 10분이나 지나갔으니까요. 거기에 학교 밖에 있는 식당가까지는 마차로 20분. 너무 오래 걸린다고요.” “음. 그렇구나.” “그 문제라면 제가 해결해 드리죠. 일단 모두 손이나 옷을 잡아주시겠습니까. 그리고 끝에 연결되신 분은 저를 잡아 주시고요.”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그들은 나의 말에 따라 주었고 마지막 한나가 나의 손을 잡았을 때 나는 시전어를 외웠다. “텔레포트!” 이 날 나는 로시아 제국 수도 글로리에서 또 다른 호칭이 붙어 나에게 붙은 호칭이 한 가지 더 늘게 되었다. S급 용병이자 네크로 마스터. 동시에 7써클 대마법사 한스라고 말이다. 이로서 나의 몸값은 더욱 뛰어 오른 것이다. ------------------------------------------------- <18장> 현실의 실종자들. 이(異)계의 낯선 자들. [오늘로서 이 지형변화 현상이 일어난 지 두 달째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 지형변화 현상으로 변형된 지형만 해도 세계적으로 수백 군데에 이르며 변화된 지형에서 출몰한 몬스터들에 의해 생긴 인명피해 및 경제적 피해만 해도......] “후~우. SWU나 무림. 더 마나는 왜 나서지 않은 거지?” 인터넷을 통해서 내가 납치된 사이 보지 못했던 뉴스를 살펴보며 생각했다. 세계의 지형변화 현상으로 명해진 곳은 대부분 SWU등의 5개 기관이 나선다면 최소한의 피해로 끝날 수 있는 사건들을 방치하여 엄청난 피해를 입고 마무리 되어 있었다. 할아버지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한에 속한 이들은 군에 복무중인 이들도 있기에 알게 모르게 나서고 있긴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나서지 않는 것 같았다. 피해규모부터가 엄청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뉴스를 통해서 본 통계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제적 피해 및 인명 피해는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의 4분의 1도 못 미쳤다. 이는 군과 경찰에 속한 한의 요원들이 알게 모르게 나섰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의 각광을 받기는 했지만 나는 오히려 못마땅했다. 어째서 나서지 않는지. 힘이 있으면서 나서지 않는지 말이다. 내가 이렇게 열을 내는 이유는 얼마 전의 TV에서 본 사건 때문이었다. 그 사건은 바로 미국 LA 한복판에 드레이크가! 그곳도 내가 처리했던 지상형 그린 드레이크도 아닌! 비행형 드레이크들 중 가장 흉폭하고 가장 강력하다는 레드 드레이크가 나타난 사건이다. 갑작스러운 레드 드레이크의 등장으로 미국의 방송사에서는 기존 방송을 멈추고 방송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비행형의 몬스터는 여러모로 상대하기 어려운 녀석들이었다. 인간이 헬기나 비행기로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다고는 하지만 비행 컨트롤은 살아있는 비행형 동물들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대행인 것은 드레이크가 바로 레드 드레이크. 열기를 내뿜고 열기를 품고 있는 녀석이라는 것이다. 분명 LA에도 SWU의 지점이 있을 것이고 나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 SWU의 요원들이 알게 모르게 힘을 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도심을 활공하는 레드 드레이크를 방해하거나 막는 것은 어떤 것도 없었다. 이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겁도 없이 자동차를 타고, 차가 막히면 달려서까지 레드 드레이크를 쫓아다닌 카메라맨 덕분이었다. 그는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 레드 드레이크는 군과 경찰의 헬기로 시외로 몰려 뒤늦게 나타나 공군 전투기의 유도 미사일로 처리되었다. 레드 드레이크가 처리된 것은 좋았지만 무제가 되는 것이 있었다. 바로 레드 드레이크가 처리된 시간은 등장으로부터 4시간 뒤였다는 것이었다. 레드 드레이크 한 마리로 인해 생긴 인명피해만 해도 100여 명에 달하며 경제적 피해 역시 엄청났다. 레드 드레이크가 내뿜는 파이어 브레스와 헬기를 통해서 레드 드레이크를 몰던 때 생긴 피해가 대부분이었다. 분명 SWU요원. 나를 상대했던 S급 요원 제키 씨만 축복을 착용하고 나섰다면, 아니 B급 요원이 5명만 나섰다면 최소 한의 피해로 끝날 수 있는 사건을 방치하여 대참사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능력자들만 나섰다며 최소한의 피해로 끝날 수 있는 사건들이 모두 방치되어 대참사가 되어 버렸다. 중국의 22성 중 사천성에 나타난 사막형 바질리스크. 유럽 벨기에 부르셀 레오폴 고원에 나타난 사이클롭스. 아탈리아 베네치아 주데카 운하에 나타난 옥토퍼스. 이 3가지 사건 외의 여러 사거들이 있었다. 앞서 말한 레드 드레이크 출몰 사건까지 하여 4가지 사건은 가장 큰 참사로 알려진 사건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나서지 않았고 그 사건들은 대참사로 기록되었다. 어재서 나서지 않는 거지. 어째서! 나는 다른 네 기관의 수뇌부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보고 싶어졌다. 우리나라에서 다른 나라에 나타난 몬스터들에 준하는 몬스터들이 나타나긴 했다. 일단 내가 처리한 그린 드레이크부터 시작해서, 제주도아 나타나 내가 처리한 코카트리스와 거대 전갈. 스콜피온 등. 갖가지 몬스터가 출몰했지만 나나 한의 인물들에 의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전에 처리된 몬스터들이 꽤 되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고 현재 인터넷에서는 소설이나 만화에서 등장하는 능력자. 은자(隱者)들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상민아. 아버님 댁에 좀 가자.” “예? 오늘도요?” “호호호! 오늘은 어머님이랑 종고산에 다녀오기로 했거든. 종고산에 들렸다가 거북선도 탈거란다.” “하~아. 예, 예. 자, 가시죠.” 종고산은 할아버지 댁인 여수에 있는 산중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산이었다. 종고산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동전에서 자주 보는 분인 이순신 장군님이 왜적들을 물리치고 세웠다는... 음, 이름은 생각 안 나지만 봉수대, 봉화를 피울 수 있는 곳이 있는 산이다. 정작 나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어머니도 아버지께 시집오셔서 할아버지 댁에 자주 내려가셨지만 대부분 명절이나 제사 때였기에 한 번도 가보시지 못한 곳이었다. 쩝, 기분도 꿀꿀한데 나도 따라갈까. 내가 텔레포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안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누나는 나를 아주 자주 교통편 대신 애용했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부탁만 들어드렸는데 이후 아버지가 압박하시고 이어 누나가 압박을 했기에 결국 모두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덕분에 나는 스킬북으로 익힌 텔레포트가 아닌 마법서를 이용해서 하는 좌표를 계산하여 사용하는 엄청난 노력과 마나, 정신력을 소모하는 텔레포트를 할아버지 댁과 집뿐이지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텔레포트란 위험한 마법이다. 자칫 잘못하면 계산이 틀리게 되어 땅속으로 이동하게 되면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는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계산을 끝내고 나서도 몇 번이나 재검토를 해야 하는 텔레포트 마법이었다. 텔레포트로 어머니와 함께 이동한 곳은 텔레포트를 위해서 마련된 공터였다. 이 공터는 오직 나만 사용 가능하고 평소에 누구도 오지 못하고 동물조차 오지 못하게 조치한 곳이었다. 어머니를 할아버지 댁에 모셔다 드린 이후 나는 한동안 할아버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되돌아왔다. 최근 할아버지와 나누기 시작한 것은 바로 나의 장래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의 나이 17세. 아작 젊긴 하지만 사회의 진출하여 한명의 성인으로서 인정받으려면 남은 시간은 불과 2년. 아니 대학 생활까지 생각한다면 길면 6년. 짧으면 4년이란 짧고도 긴 시간이 남아 있었다. 할아버지는 나의 의견을 존중하여 주시긴 했지만 할아버지는 내가 평범한 생활을 하길 원하시는 것 같았다. 과연 나는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나는 힘을 접했다. 어느 정도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 젊었다. 젊은 치기에 실수를 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힘을 접하고 그 힘을 사용해본 내가 그 힘을 사용하지 않고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집에 돌아온 뒤 부모님 침실에 존재하는 화장실에 쌓여있는 신문을 가져와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때 나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있었다. [지형변화 현상 이후 한국과 일본 1개월 만에 실종자 50명 돌파. 그들의 행방은?] 실종자라. 왠지 읽어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데. -------------------------------------------------- [지형변화 현상 이후 한국과 일본 1개월 만에 실종자 50명 돌파. 그들의 행방은? 지형변화 현상. 기존 지형이 갑작스럽게 변화하는 현상. 이 현상이 시작된 지 1개월. 지형의 갑작스러운 변화와 그 지형으로부터 출몰한 몬스터들로 인해 세계 각국은 엄청난 경제적 피해 및 인명피해를 입었다. 몬스터들의.......] 기사의 내용은 계속되었다. 이 기사를 쓴 기자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의 관심사는 몬스터들의 출몰과 몬스터들로 인해 생긴 경제적 피해 및 인명피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말해놓고서는 이 기자는 전혀 다른 것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바로 지형변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사라진 사람들! 실종자들에 대해서 말이다. 기사의 내용에 따르면 기자의 개인적인 조사결과 한국과 일본에서 지형변화 현상이 일어난 주변에 사는 주민 중 일부 주민이 실종되었다고 되어 있었다. 개인적인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총 23명이 실종되었고, 일본에서는 31명이 실종되었다고 한다. 기자의 개인적으로 조사가 이루어졌기에 기자가 알아본 수의 최소 2배에서 최고 4배나 되는 사람들이 실종되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고 되어 있었다. 최소 100명에서 200명이 실종되었단 말이야. 후~우, 굉장히 많은 사라졌네. 한국과 일본에서만 그 정도면 세계적으로 조사를 해보면 수천 명은 사라졌다는 건가. 나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기사에 집중했다. [실종자들에게는 놀랍게도 공통점이 존재했다. 바로 지형변화 현상이 일어난 그 지형을 자주 들락날락 거렸다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 주목했다. 실종자들이 지형변화 현상이 일어난 그곳을 자주 들락날락거렸다는 내용에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지형변화 현상은 다른 차원의 지형이 우리 차원의 지형과 뒤바뀌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이(異)세계의 대륙은 너무 넓었고 무엇보다 현실보다 정보의 공유가 느렸기에 알아볼 수가 없었다. 만약 내 생각대로라면 실종자들은 이(異) 세계에 살아있을 수도 있었다. 그야말로 진짜 차원이동! 차원을 이동한 사람들이 되는 것이었다. 기사를 모두 읽은 뒤 다른 신문에서도 이와 비슷한 기사를 찾기 시작했고 나는 최대한 자세한 내용이 적혀있는 기사와 자세한 실종자 명단이 적혀 있는 기사를 오려내기 시작했고 오려낸 기사를 아공간 안에 넣었다. 아공간에 기사를 넣은 이후 내 방으로 가서 캡슐에 들어가려던 도중 난 동작을 멈추었다. 내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느꼈기 때문이었다. 난 지금 새로운 임무를 받은, 게임 속에서 퀘스트를 얻은 사람과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썩을! 아직도냐! 제길! 그런 기분을 느낀 나 스스로가 너무 경멸스러웠다. 퍽! 퍽! 퍽! 크윽! 너무 강하게 쳤나. 아니야. 이 정도는 돼야지. 아니 부족해. 나는 스스로 얼굴을 친 것으로 인해서 얼굴이 조금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지만 그대로 두었다. 전력을 다해 치긴 했지만 겨우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방금 퀘스트라고 생각한 것은 현실! 이 세계의 현실이 아니긴 하지만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이다. 그런 일을 게임의 퀘스트라고 생각하다니.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몇 번이나 이러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몇 번이나 스스로를 다그치고 벌을 줘도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을 하게 되어버리는 나였다. 쿵! 으윽! 너무 세게 쳤다. 반성을 끝낸다는 의미로 나는 주먹을 쥐고 전력을 다해서 아니 솔직히 좀 힘을 빼서 머리를 쳤다. 으으으. 어지러워. 예상 이상으로 큰 타격에 잠시 침대에 누운 이후 다시 한 번 반성을 한 뒤 나는 캡슐에 누웠다. 일단 기사에 나온 명단의 사람들 중 한국인들을 먼저 찾아보자. [가상 속에 또 다른 현실. 아스카. 아스카에 접속하기 위해서 망막과 뇌파를 검사합니다. 망막과 뇌파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두통과 같은 증상이 일어나니 놀라지 마십시오. 만약 접속 후 계속 두통을 느끼신다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주십시오. 망막과 뇌파 검사에 들어갑니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망막 검사 완료. 뇌파검사 완료. 전용 사용자 호상민님이 확인되었습니다. 아스카에 접속합니다. 즐거운 꿈꾸시기를......] 또 다시 느끼는 육체의 박탈감. 후~우. 익숙해 질 때도 됐는데. 그래도 박탈감을 느끼는 시간도 짧아지고 감각을 느끼는 시간이 빨라지니 그걸로 만족하는 수밖에. 내가 현재 있는 곳은 바로 저택. 한나가 나의 동생이라는 이름으로 벨체레이어 아카데미에 입학하면서 살게 하기 위해서 구한 저택이었다. 현실에서라면 생각도 못해볼 어마어마한 규모의 저택! 그 저택의 주인이 바로 나인 것이다. 저택에 고용된 인원만 해도 30명! 정원을 가꾸기 위해서 1명의 정원사와 그 정원사의 조수 2명이 고용되었고 그 밖에 하녀와 하인들. 그리고 하녀와 하인들을 통솔할 집사까지 해서 총 30명이 고용된 것이다. 이들의 수는 최소 인원이라고 한다. 이 저택에 존재하는 방의 수는 서재와 파티 홀을 포함해 총 20개였다. 그 20개의 방중 가장 큰 방 3개와 중간 크기의 방 한 개는 내가 사용하고 있었고 2개의 방은 한나가 사용하고 있었다. 그 외에 14개의 방은 전혀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내가 구입한 저택은 백작이 사용하던 저택으로 권력다툼에서 밀려난 백작이 판 것으로 비교적 싸게 구입했다고 한다. 나는 저택의 구입비용을 생각하기 싫어서 셰인에게 묻지 않았다. 저택에는 마구간과 하인과 하녀들이 쓰는 건물이 따로 있었다. 정말 얼마나 비쌀지 상상이 가지 않는 나의 저택이었다. 내 방 창문으로 본 하늘은 이미 태양이 달에게 자신의 자리를 양보한 상태였다. 오히려 잘 됐군. “셰인.” “예, 마스터.” “도둑길드의 위치는 기억하고 있지?” “예.” “그럼 안내해.” “마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나는 저택의 문을 열고는 팬텀스티드를 소환하여 셰인과 함께 도둑길드를 향했다. 이 세계의 정보통.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도둑길드를 이용하는 것이 제격이지. 도둑길드는 의외로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바로 저택이 있는 곳으로부터 팬텀스티드로 불과 5분. 말을 타고 천천히 왔다면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었던 것이다. 설마 귀족들의 가장 자주 애용하는 곳에 도둑길드의 지부가 있을 줄이야. 팬텀스티드를 타고 도착한 그곳은 귀족들의 저택이 있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귀족들이 이용하는 술집과 옷가게, 음식점 등이 있는 귀족의 거리에 어느 술집이었다. ‘달의 마력’이라. 꽤 이름이 괜찮은 걸. [마스터. 이곳에서 정보를 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암호가 필요합니다. 암호는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러 부탁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암호가 필요하다라. 역시 제국의 수도에 있는 도둑길드의 지부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건가. 그럼 어디 들어가 보실까. ------------------------------------------------- 달의 마력 안은 화려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품위가 느껴지게 꾸며져 있었다. 역시 귀족을 모시기 위해서 만들어진 술집이라 이건가. “죄송합니다만 나가주시겠습니까. 저희 달의 마력은 귀족 분들만을 손님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달의 마력에 빠져보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그럼 술이라도 한 병 사가고 싶은데 달의 그림자 한 병 줄 수 있겠나?’라고 하십시오.] “달의 마력에 빠져보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그럼 술이라도 한 병 사가고 싶은데 달의 그림자 한 병 줄 수 있겠나?” “나가주십시오. 영업에 방해됩니다.” [‘달의 그리자가 안되면 초승달 밤 한 병 안 되겠나?’라고 하십시오.] “달의 그리자가 안되면 초승달 밤 한 병 안 되겠나?” “하~아, 어쩔 수 없죠. 잠시만 밖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사람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나의 앞을 막아섰던 종업원의 말대로 밖에서 기다리자 다른 종업원이 나를 데려가기 위해서 왔고 종업원이 나를 데려간 곳은 바로 술집의 뒷문이었다. 뒷문을 통해서 들어간 뒤 주방으로 들어가 주방과 연결된 술창고로 들어갔는데 술창고로 들어간 뒤 나는 복면을 썼고 그 후 난 누군가의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간 다음 계속 걸어갔다. 셰인의 말에 의하면 달의 그림자와 초승달의 밤은 정보와 암살. 도둑길드에서 행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두 가지를 말해야만이 도둑길드로 진입할 수 있는 것이란다. 그렇게 한동안 이동한 뒤에 나는 복면을 벗었고 주위를 살펴볼 수 있었다. 8평 규모의 방. 그 방에 있는 것 한 개의 책상과 2개의 의자. 책상 위에서 타오르고 있는 초. 그리고 한 명의 복면인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한스님.” “저에 대해서 알고 계시군요.” “유명하신 한스님을 모를 수 없죠. S급 용병이자 네크로 마스터. 거기에 최근에는 식당에 가기 위해서 벨체레이어 아카데미에서 한스님을 제외하고 4명과 함께 텔레포트를 하시고 7써클 대마법사라는 칭호를 얻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과연 도둑길드로군요.” “일단 앉으시죠.” 식당에 가기 위해서 텔레포트를 썼다는 말에서 조금 얼굴을 붉히기는 했지만 나는 마음을 안정시킨 이후 준비된 의자에 앉았다. 거래를 하는데 중요한 것은 냉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 일단 기선 제압을 하는 게 좋겠군. “흠. 일단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나가달라고 해주시겠습니까?” “그게 무슨...” “그렇게 말하신다면 제가 직접...” “됐습니다. 모두 나가라.” 내가 의자에서 일어나 직접 하겠다고 하자 복면인은 말했고 곧 나를 주시하던 시선이 사라졌다. 하지만 모두는 아니군. “제가 모두라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 모습을 드러내라.” 스윽. 곧 복면인 옆에서 애초부터 거기에 있던 사람처럼 또 다른 복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뒤늦게 나타난 복면인. 그의 은신술은 대단했다. 하지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나는 데스 마스터. 죽음의 주인이라 불리는 자. 뒤늦게 나타난 복면인에게 붙어있는 원령들과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생명력 덕분에 나는 그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녀석은 저를 보호하기 위해서 있는 녀석이니 이정도로 이해해 주십시오.” “그러죠. 한 단체의 수장을 노리는 사람들이 꽤 될 테니까요.”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죠. 자, 정보를 사시겠습니까? 아니면 암살?” “암살이야 언제든 가능하죠. 저주를 걸면 되니 말입니다. 머리카락 한 가닥이나 손톱 조각만 있어도 언제든 저주를 걸어 죽이는 것이 가능합니다. 후후후, 제가 잠시 상관없는 이야기를 했군요. 제가 원하는 것은 사람들을 찾는 것입니다.” 휙! “네크로 마스터이신 한스님이 찾으신다는 분들이 계시다니 정말 궁금하군요.” 후후후, 내가 책상에 놓여있는 머리카락 한 가닥을 주워들며 말하자 뒤에 있던 복면인은 머리카락을 낚아 채갔고 이어 앉아있는 복면인이 말했다. “제가 찾는 사람은...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을 찾으신다니. 너무 광범위 하지 않습니까.” “아, 특징이 더 있습니다. 이 곳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언어를 사용한다는 거죠. 거기에 최근 4년 동안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이들입니다. 이 특징이면 찾으실 수 있으시겠죠?” “... 찾을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럼 됐습니다. 그럼 그런 사람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하죠. 기간은 제가 찾아와서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때까지로 해주십시오. 일단 선수금을 드리죠. 얼마 정도면 되겠습니까?” “선수금 2000골드로 하고, 그들은 한스님께 인수인계하는 것까지 해서 한 명당 200골드로 해드리겠습니다. 어떠십니까?” 200골드. 200골드면 5인 평민 가족이 15년은 놀고먹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엄청난 금액이기는 했지만 나는 고민하지 않고 바로 아공간을 열어 돈을 꺼내었다. 선수금 2000골드를 책상 위에 내려놓은 뒤 나는 웃어보였다. 내가 아공간에서 현금으로 2000골드를 꺼낼 줄 몰랐던지 그들은 조금 놀라워했다. “과연 한스님이시군요. 그런 거액을 현금으로 준비해 두시다니요. 좋습니다. 이것으로 거래는 성사되었습니다. 이제 계약서를 작성하죠.” “아니 됐습니다. 설마 저를 상대로 사기를 치시겠습니까. 자, 그럼 저는 가보죠.” “최대한 빨리 그들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두건을 써주셔야겠습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이해해 주십시오.” “제가 충고 한 가지할까요.” “충고요?” “네크로 마스터는 죽은 자의 망령을 조종합니다. 망령을 조종하여 자신이 있는 위치 정도는 얼마든지 기억할 수 있죠. 한 마디로 이런 두건은 아무 소용없다는 겁니다.” “......” “그리고 거기 뒤에 서 계신 분. 성구 하나 정도는 가지고 다니십시오. 현재 당신과 인연이 있으신 분이 막고 계시지만 이대로 원령 한둘만 붙는다면 더 이상 막지 못하실 겁니다. 믿기지 않으십니까. 음, 이름이 아, 데일리라고 하는군요. 데일리 양이 더 이상 힘들어하지 않게 성구 하나정도는 가지고 다니십시오.” 그들은 나의 말에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내가 뒤늦게 나타난 복면인에게 한 말은 사실이었다. 데일리라는 여자가 원령들을 결사적으로 막고 있는 모습이 나의 눈에는 보였기 때문이다. 그 후 나는 두건을 쓰지 않고 그대로 문을 나섰다. 그런 나를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나는 주방을 거쳐 술집의 뒷문으로 나와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평범한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제국의 글로리의 거리에는 수백 수십의 망령들이 거닐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수도 글로리의 성과 성벽을 짓는데 희생된 노예들. 그들은 죽어서가지 계속해서 성을 완성하기 위해서 돌을 나르고 있었다. 그리고 망령들은 성벽과 성에 붙어 있었고 그 모습이 마치 성과 성벽을 지탱하는 것 같았다. 겉보기에는 너무나도 웅장하고 아름다운 성. 그 성은 나의 눈에는 마치 악마의 성으로 보였다. 나는 고개를 흔들며 시선을 돌렸다. --------------------------------------------------- 그럼 오늘도 한나에게 가볼까 나. “텔레포트!” 점심시간 종이 치기 직전 나는 한나의 교실로 텔레포트 했고 바로 인비져빌리티를 시전 하였다. 시전어 만으로 시잔 했기에 내가 한나의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모습이 보인 것은 찰나라 할 수 있었다. 지금 수업시간은 예절 시간. 허나 예절을 가르치는 선생도, 배우는 학생도 없었다. 다들 자습을 하고 있을 뿐.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녀석들도 있었고, 한데 모여 수다를 떨거나, 카드 게임을 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학생의 반 이상은 모두 귀족인데 귀족들도 별다를 것 없구만. 한나는 내가 할아버지께 받은 마법서를 이곳의 언어로 바꾸어 적어준 것을 읽으며 열심히 수식 계산중이었다. 베이라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장부 정리 중이었고, 카이렌은 시 계를 보며 저심시간 종이 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딩동댕동! 딩동댕동! 종이 차자 조용히 책을 읽고 있던 예절 담당 선생님은 교실을 나갔고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학생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서 교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긴 있었다. 교실 문으로 향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향하는 이들. 그들의 대부분은 남성이었고 그들이 향하는 목적지에는 바로 한나가 있었다. “레이디 한나. 저와 함께 식사를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아닙니다. 레이드 한나, 저와 함께......” “아니 저와.....” 내가 다시 수도에 등장한 이후 귀족의 자제들은 이렇게 한나에게 점심식사를 같이하자고 귀찮게 해서 그동안 점심식사도 못하고 귀족 자제들로부터 도망만 다녀야 했다고 바로 어제 하나에게 들었다. 예상보다 열기가 대단한데. 음, 그만큼 이 몸이 대단하다는 것이겠지. 음하하하! 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오늘은 어떻게든 해결을 봐준다고 했으니까. 그럼 나서 볼까. 딱! 슥! 슥! 슥! 슥! 히익! 데, 데스나이트다! 아악! 손가락을 튕기자마자 한나를 중심으로 나타난 데스나이트들은 나의 명령에 따라 한나의 가까이에 있는 귀족 자제들을 던졌다. 물론 크게 다치지 않게 적당한 곳으로 말이다. 좀 다쳐봤자 다리가 삐는 정도겠지, 뭐. “오빠!” “여러분 죄송합니다. 레이디 한나께서는 저와 점심을 같이 하기로 선약이 되어 있습니다. 그럼 가실까요. 레이디 한나.” “응! 오빠!” “윽! 장단 좀 맞춰주지,” “안녕하세요! 한스 오빠! 역시 대단한데요! 언제부터 교실에 있으셨던 거예요?” “안녕하세요. 한스님. 아버지께서 감사하다고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 한스님이 주신 마법의 자루들 덕분에 이번에 꽤 이익을 봤다고 마법 통신구로 전해 들었거든요. ” “다행이구나. 혹시 손해라도 보셨으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그런데 아버지가 직접 가신 거니?” “예. 이번 기회에 그곳에 저희 상단 지부를 만드는 게 어떤가 해서 직접 살펴보러 가셨어요.” 설마 상단주가 직접 갔을 줄이야. 베이라의 아버지가 상단주로 있는 상단. 비토리노 대상단 상단주에게 나는 개인적인 부탁을 했다. 바로 프리즌 영지에 생필품을 팔러 가줄 것을 부탁했었다. 프리즌 영지에서는 자체적으로 상단을 운영하며 몬스터들로부터 나온 이빨과 가죽을 팔아 식량과 생필품을 구매한다고 하지만 항상 부족했다. 그래서 기왕 생각난 김에 서로 쌓은 인연을 생각해서 부탁한 것이다. 베이라의 아버지는 나의 부탁에 잠시 고민하더니 허락하셨다. 알다시피 프리즌 영지는 몬스터들이 엄청나게 출몰하는 마물의 숲에 위치하는 영지라 가려고 하는 상단이 없었는데 나의 부탁을 단번에 허락하자 나는 답례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상점이용 게시판에서 무게 1000. 100kg까지 물건을 담을 수 있는 가방을 5개 사서 선물하였다. 물론 그걸 건네주면서 내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뻥을 쳤지만 말이다. 그런데 기간 상 아직 도착하지 못했을 텐데. 글로리에서 프리즌 영지까지는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저기 프리즌 영지에 도착하신 거야?” “예? 당연히 아직 도착하지 않으셨죠. 아직 절반정도밖에 가지 못하셨을 거예요. 다지 자루 덕분에 많은 물품을 담아 가지고 다닐 수 있어서 이익이 났다는 거예요. 제가 제대로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아니야.” 그럼 그렇지. 아직 도착했을 리가 없지. “자, 그러면 그만 점심 먹으러 갈까. 출발하기 전에 식사 준비해 놓으라고 했으니까. 이제 가자.” “응! 오빠!” 나는 한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한나는 나의 손을 잡았다. 참, 카이렌이란 베이라도 데리고 가야지. “카이렌. 베이라. 너희들 것도 준비해 두었으니 같이 가자.” “헤헤헤. 신세 좀 질게요. 한스 오빠.”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간다! 텔레포트!” -------------------------------------------------- 한스가 한나와 카이렌, 베이라를 데리고 텔레포트로 저택으로 이동한 이후 정작 한나를 초대하려고 했던 귀족의 자제들은 텔레포트로 사라지 한스와 한나, 카이렌과 베이라가 서 있던 자리를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었다. “하~아.” 그들은 모두 일시에 한숨을 내쉬며 뒤돌아섰다. 그들이 한숨을 내쉰 이유는 바로 자신들의 아버지들 때문이었다. 그들이 한나에게 접근한 것은 순전히 그들의 아버지들이 시켰기 때문이었다. 물론 하나의 아직 활짝 피어나지 않은 꽃봉오리 같은 외모도 한몫 단단히 했지만 말이다. 그들의 아버지인 귀족들은 한나를 끌어들여 한스의 힘을 얻으려는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자신들의 아들에게 명한 것이었다. 아주 단순하지만 성공만 한다면 확실한 방법이었다. 그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서 교실 밖으로 나가려 할 때! 갑자기 교실 문이 닫히면서 그 앞에 누군가 섰다. 그리고 주위가 갑자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어, 어떻게 된 거지!” “저, 저길 봐! 데, 데스나이트들이! 엄청난 수의 데스나이트들이!” [모두 조용히 해주시겠습니까.] 갑자기 나타난 30여명의 데스나이트들과 주위가 어두워지자 그들은 공포로 인해 혼란에 빠졌고 횡설수설하고 있을 때, 한 데스나이트가 나서서 말했고 그 데스나이트의 말로 인해 순식간에 교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죄송하게도 저희들은 여러분께 감정은 없습니다만 맞아주셔야겠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데스나이트들의 구타가 시작되었다. 데스나이트들의 주먹은 그들이 쓰는 검의 위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강했다. 무가의 귀족자제는 조금이나마 저항했지만 데스나이트들에게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데스나이트들이 이렇게 귀족자제들을 구타하는 것은 바로 한스의 명령 때문이었다. 자신이 잠들어 있는 동안 점심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얼굴이 창백해지고 몸무게가 조금 빠진 한나를 보고 그런 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물론 어떻게 해달라고 한 한나가 눈물을 낸 것도 한몫 단단히 했다. 구타가 계속 됨에도 불구하고 교실 밖에서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본 마스터 중 한명. 보를이 어떤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었다. 교실에 사람들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하게 하는 마법을 걸고, 거기에 사일런스 마법까지 걸었기에 사람들이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마법을 모두 시전 했음에도 교실에 남아 있는 것은 바로 구타 이후 귀족 자제들의 기억을 조작하기 위해서였다. 데스나이트들에게 구타당하고 있는 이들은 귀족의 자제들. 한스가 네크로 마스터이고 7써클 대마법사라고 알려졌다고는 하나 평민. 귀족의 자제를 건드리고도 가만히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보를을 남겨 기억을 조작하게 한 것이다. 이날 벨체레이어 아카데미 역사의 길이 남은 귀족자제 패싸움 사건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동생을 너무나도 아끼는 오빠의 복수극이라는 진실을 묻어둔 채로...... --------------------------------------------------- 도둑 길드에 사람을 찾아달라고 의뢰를 한지 4일째. 늦은 밤에 도둑길드에서 사람을 보내왔다. 내가 찾는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알아듣지 못할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을 찾았다고 말이다. 나는 이후 도둑길드에서 보내온 사람의 안내를 받아 수도 글로리 밖으로 향했다. 놀랍게도 도둑길드에서는 글로리 밖으로 통하는 비밀 통로를 가지고 있었고 나는 그 비밀 통로를 통해서 수도 글로리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글로리 밖에 준비되어 있는 마차를 타고 한참을 간 끝에 마차는 어느 허름한 창고 앞에서 멈추어 섰다. 이곳에 그들이 있는 건가. “수고하셨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연기 하실 것 없습니다. 그것보다 다행이군요. 데일리 양이 많이 편해 보입니다. 성구 하나 구하신 모양이군요. 정말 다행이에요 . 그래도 혹시 모르니 신전에. 자주 가서 기도를 하세요.” “.....” 나의 말에 평범한 도둑 길드원으로 연기를 하던 그는 얼굴을 굳히고는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는 나를 창고 안으로 안내했다. 창고 안에는 모습을 숨기고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있었다. 거참 소용없다니까. 그래도 무력시위는 해야겠지. [셰인.] [예. 마스터.] [데스나이트들을 이끌고 숨어있는 이들의 뒤에 숨어 있어. 내가 신호하면 그들을 제압하고 모습을 보이도록 해.] [마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나는 항시 대기 중인 셰인에게 명령을 내렸고 곧 셰인이 창고 안에 숨어 있는 이들에게 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창고 안으로 들어가자 나는 4일 전에 보았던 이. 도둑 길드의 길드마스터로 추정되는 이를 만날 수 있었다. 당연히 이번에는 맨얼굴이었다. 의외로 평범하게 생겼는걸. 하긴 도둑이라는 직업이 외모가 평범하면 평범할수록 좋은 직업이니까. 흠, 아무래도 무력시위는 할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저들은 이 사람을 지키려는 것 같으니까. “4일 만에 뵙는군요.” “역시 단번에 알아보시는군요. 정식으로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전 도둑 길드의 길드마스터. 베일이라고 합니다.” “베일님이셨군요. 기억해 두겠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어디 있죠?” “지금은 잠들어 있습니다. 고생이 많았던 모양이더군요. 몸 여기저기에 곯은 상처들이 가득했고 그중 2 명은 급히 치료를 하지 않으면 위급한 상태라 지금 신전에 있습니다.” “... 그렇군요. 옹 몇 명이나 찾으셨죠?” “5명입니다. 남자가 4명. 여자가 1명. 남자들이 여자를 보호하고 있더군요. 저희를 적으로 알아 데리고 오는데 많은 애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제압하는 괴정에서......” “그 일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친 이들이 있다면 확실히 보상을 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방입니다. 신전에 간 남자와 여자를 제외하고 모두 이방에 옮겨 두었습니다. 들어가 보시죠.” 창고 2층에 마련된 방들 중 가장 안쪽의방으로 안내되었고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어디서 구했을지 모를 몽둥이를 들고 일어나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많은 고생을 했는지 얼굴은 피곤에 쪄들어 있었고 잠도 제대로 못 잤는지 눈은 붉게 충혈 되어 있었으며 눈 밑에는 진한 다크서클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한국인이었다. 그중 한 명은 30대 초반정도로 보였고 나머지는 20대 초반으로 보였다. 일단 진정시키자. 그런데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하지? “이놈의 썩을 XX들아! 우릴 왜 이 곳에 가두어 둔 거야! 한경이와 채경이는 어떻게 한 거야?! 어서 말해! 이 개XX들아!” “형. 어차피 저쪽은 우리말을 못 알아들어요. 형도 알고 있잖아요!” “다른 두 분은 상태가 위태로워 신전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하, 한국어?” 그들은 내가 한 말에 놀라서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손에 들린 몽둥이까지 놓칠 정도였다. “많이 놀라신 모양이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모시지 말고 위치만 가르쳐 달라고 해서 찾아갈 것을. 정말 죄송합니다.” “경일아. 한국어, 한국어 맞지?” “크윽! 맞아, 한국어! 한국어라고1” 그들은 갑자기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갑자기 말도 언어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으로 이동된 이들. 이 세계에서 낯선 자들이 되어버렸던 그들의 고생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의 울음이 그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쓰읍. 그만 울자. 그만 울어. 이제 우리 고생도 끝난 거야. 저 옷 봐봐! 뻔지르르 하잖아!” “그래요! 이제 고생 끝난 거예요!” “이제 더 이상 쫓기지도 도망 다니지 않아도 되는 거야!” “먹을 것 찾기 위해서 숲을 뒤지지 않아도 되고!” “먹을 것을 훔치지 않아도 돼!” “잠도 편하게 잘 수 있고!” 그들은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을 하나둘씩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이 바라는 것을 듣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 그것은 바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평범한 삶이었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된 잠자리에서 잠을 자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것이 그들이 바라는 것이었다. “쓰읍. 우리가 못 볼꼴을 보였다. 난 김방연. 26세에 술에 취해서 잠들었다가 외딴 이 세계에 왔다. 나이는 28세고, 이 녀석들은 헤매던 도중 만난 녀석들이다. 1년 전에 왔단다. 여기 머리에 붕대를 잔뜩 멘 녀석은 이경일. 여기 얼굴에 칼자국 난 녀석은 김제일. 17세, 아니 18세다.” “김제일이라고 합니다. 크윽! 다시 내 이름을 말하다니.” “나, 난 이경일이야.” “이 짜식들아! 그만 울어! 거시기 다 따버리기 전에 그치란 말이야!” “그냥 그대로 두십시오. 울고 싶을 때 울어야죠.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마음 푹 놓으세요. 제가 도와드릴 테니까요. 그리고 늦게 여러분을 찾아 죄송합니다.” 정말로 미안했다. 이곳이 다른 세계라고 알고도 한참 뒤에 이들을 찾아서. 이들을 고생시켜서 정말 미안했다. 나는 고개를 들지 않고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그들의 울음소리만이 나의 귀로 들려왔다. -------------------------------------------------- 실컷 울고 나자 진정이 되는지 가장 연장자인 방연이 형을 제외하고는 잠에 빠져들었다. “형도 좀 주무세요. 모두 자는 동안 제가 옮겨 놓을 테니까요.” “별로 잠이 안 온다. 아까까지만 해도 잠이 몰려왔는데 말이야. 그건 그렇게 이곳에 온지 4년이나 됐다고. 정말 대단하구나.” “아니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나는 방연이 형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 모든 진실을 말해주었다가는 더욱 큰 절망과 분노로 빠져버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저런 말을 꾸며내어 말해주었다. 4년 전 이세계에 떨어지고 운이 좋게 마법사 스승을 만나 언어와 마법을 전수받고 이 세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혹시 자신과 비슷하게 이 차원에 떨어진 이들이 없나 최근에 찾게 됐다고 말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너 같은 녀석이 있어서. 그것보다 진짜 한경이란 채경이는 괜찮은 거냐?” “신전에서 데려가 치료했다고 하니 괜찮을 거예요.” 한경이와 채경이는 이란성 쌍둥이 남매로 늦은 밤 공원을 산책하다가 그만 이 차원으로 오게 된 이들이었다. 나이는 굉장히 어린 15세. 3개월 전에 방연이 형 일행을 만났고 방연히 형 일행을 만나기 2개월 전에 이 차원에 왔다고 한다. 그야말로 가장 최근인 것이다. 방연이 형은 결국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잠에 빠졌고 나는 잠에 빠진 형을 보고는 방 밖으로 나왔다. “이야기는 잘 하셨습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여기 계약대로 5명을 찾아 주셨으니 1000골드를 드리겠습니다. 거기에 신전까지 찾아가셨고 다친 사람도 있다고 하셨으니 100골드 더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들은 잠든 것 같던데, 저택까지 옮겨 드릴까요?”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동안 긴장감으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던 그들은 나를 만남으로 인해 긴장이 풀려 잠에 빠지게 되었고 도둑길드의 사람들이 그들을 마차에 옮겨 싣고 지하 통로를 통해서 나의 저택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깨어나지 않았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많이 놀라겠지. 일단 통역마법이 걸린 아티팩트를 구해봐야겠군. 그리고 글과 말을 가르칠 선생도 알아봐야겠고. 그렇게 그들의 또 다른 생활이 시작되었다. 신전에서 치료를 받은 한경이와 채경이란 아이는 저택으로 옮겨도 좋다는 말을 듣고 저택으로 옮겼다. 처음 아침에 일어난 현과 아이들은 갑자기 달라진 환경에 알딸딸해 했지만 곧 적응하였다. 일단 나는 해가 뜨자마자 마법사 길드로 사람을 보내 통역 마법이 부여되어 있는 아티팩트를 구하였는데 그 금액이 적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상점 이용 게시판에서 구입한 매직 아이템들을 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통역마법이 부여된 아티팩트는 의외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내가 보낸 하인의 말에 의하면 우연히 만난, 과연 우연일지는 모르겠지만 네크로맨시 학파의 네크로 마스터 중 2명이 직접 통역마법이 부여되어 있는 아티팩트를 내주었다고 한다. 조만간 찾아가겠다고 말과 함께 말이다. “그러니까. 이 아이템들을 착용하고 있으면 이 세계의 말과 글을 읽을 수 있단 말이지.” “예. 통역마법이 부여되어 있는 아티팩트이니까요.” “제길! 그럼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고생은 다 뭐야! 겨우 이런 것으로 해결되다니!” 그간 어떻게서든 이곳의 언어와 글을 익혀보기 위해서 고생이 많았던지 방연이 형은 자신의 눈앞에 놓인 통역마법이 부여되어 있는 아티팩트들을 당장이라도 박살낼 것만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일단 이 아이템들은 보조용이에요. 조만간 선생님을 모셔올 테니, 선생님이 오시면 이곳의 언어를 익히셔야 해요. 물론 너희들도.” “저기....” “응? 뜸들이지 말고 말해. 내게 뭐 필요한 것 있어?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봐. 내가 구할 수 있는 것이면 구해줄 테니까.” 얼굴을 가로지르는 흉터를 입은 제일이는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다. 무슨 중요한 할 말이라도 있나? “저기 마법... 가르쳐 줄 수 있어요?” “마법?” “예, 마법. 이곳은 다른 세계. 아스카의 게임 속 판타지처럼 마법사와 검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난 마법! 마법을 익히고 싶어요! 재능이 없다면 검을! 검을 배우고 싶어요! 힘! 힘이 필요해요! 나의 목숨을 지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이! 힘이 필요해요! 나에게 마법을! 마법을 가르쳐 줘요! 상민이 형!” 제일이는 얼굴에 난 흉터를 만지며 말했고 녀석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얼굴에 난 흉터. 그 흉터는 신전에 찾아가면 없앨 수 있는 것이지만 제일이에게는 아직 말해주지 않았다. 이제 막 말해줄 생각이었지만 나는 지금 흉터를 만지며 떨고 있는 제일이를 보고 말해줄 수가 없었다. 마법, 난 사실 이들이 잠든 사이에 몸을 살펴보았다. 차원이동으로 인해 몸의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몸이, 육체가 지나치게 깨끗하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깨끗하다는 것은 겉이 아니라 몸의 내부 안이었다.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주위의 공기에 있는 노폐물을 몸에 쌓기 시작한다. 물론 육에가 자체적으로 배출하기는 하지만 미량은 점차 몸에 쌓이게 되는 것이다. 이는 나도 나중에 안 것이었다. 하지만 어제 만난 방연히 형 일행의 내부는 너무도 깨끗했다. 물론 노폐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일반 성인에 비해서. 제일이와 경일이의 나이에 비해서 몸에 쌓인 노폐물은 극히 적었다. 마치 바디 체인지. 환골탈태를 경험한 사람처럼 말이다. 나는 아마 차원이동을 하면서 얻은 효과라고 예상했고 이들에게 사실 마법을 익히도록 권유해볼 생각이었다. 언제까지 내가 보호해줄 수만은 없었다. 이들에게 스스로를 지키고 자립할 만한 힘을 키워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먼저 마법을 가르쳐 줄 수 있겠냐고 물어보는 제일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르쳐 줄게. 하지만 마법은 쉬운 학문이 아니야. 오히려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금까지 배워온 것들보다 어려운 학문일 수도 있고, 배우는 도중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그래도 배우겠어?” “배울 거예요! 반드시! 꼭! 배우고 말겠어요!” “저도요! 저도 배우겠어요! 반드시!” 제일이의 말에 경일이도 함께 대답을 했고 그들의 눈에는 마법을 배우고자 하는 열의로 가득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방연이 형을 쳐다보았다. 형은 마법을 배우겠다고 하는 제일이와 경일이의 모습을 보고 왠지 결의에 찬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난 머리를 사용하는 거 귀찮다. 검, 난 검을 익힐란다.” “형, 지금 형 나이에 검을 배운다는 것은 좀....” “됐어! 난 검을 배울 거야. 아니면 주먹질이라도 배우겠어!” “후~우. 알았어요. 하지만 제일이와 경일이가 마법을 배우는 것보다 힘들고 배는 노력해야 할 거예요.” “걱정 하지 마! 내 별명 뭔 줄 아냐? 독종! 독종이다! 일단 시작한 것은 결말이 날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게 내 성격이야!” 형은 검을 배우겠다는 결의를 담아 나에게 말했고 나는 그런 형을 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검, 형의 나이는 28세. 이미 성장은 멈춘 상태다. 사실 내가 형의 몸의 상태를 몰랐다면 검을 배우려고 하는 형을 뜯어 말렸을 것이다. 하지만 형의 결의와 깨끗한 육체를 믿어보고 가만히 냅두기로 했다. 그로부터 2일 후. 그들의 힘을 가지기 위한 수련은 시작되었다. --------------------------------------------------- <19장.> 격돌! 불사의 황제(Undead Pharaoh) VS 죽음의 주인(Death Master)! “하하하! 한스군. 그럼 나중에 또 보지.” “조심히 살펴 가십시오. 벤마이오트님. 젯맨토님. 두 달 후에 뵙죠.” “하하하! 기다리고 있겠네. 그 때 내가 자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줄 테니 각오해두게!” “나 역시 마찬가지네. 알아내서 준비해 두고 기다리고 있겠네.” “그런 말을 들으니 오히려 기대되는데요.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나는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이 각기 다른 마차를 타는 것과 마차가 정원을 벗어날 때까지 지켜보다가 뒤돌아섰다.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은 내가 보낸 하인에게 통역마법이 부여된 아티팩트를 공짜로 제공한 제국에 존재하는 6명의 네크로 마스터 중 두 명이었다. 두 분은 네크로맨시 학파에서의 위치는 서열 6위와 5위로 말단이었다. 두 분께서 나를 찾아온 이유는 나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젊은 나이에 네크로 마스터가 되 자. 그러면서 네크로맨시 학파에 들지 않은 자. 그런 나에게 큰 호기심을 느끼신 두 분은 나를 찾아오신 것이었다. 두 분들은 처음 나를 시험하듯이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에 대한 것과 여러 질문을 하며 나를 시험하셨지만 처음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에 대한 질문이 어려웠던 것을 제외하고는 나는 유연히 넘어갈 수 있었다. 사실 나는 뻥튀기 네크로 마스터였기에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에 대한 지식은 기초지식 밖에 없었다. 그래서 처음 두 분의 질문 공세에 난감했지만 기초지식을 바탕으로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짜 맞춰 얼추 대답할 수 있었다. 나의 대답에 크게 만족하시지는 않았지만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시며 두 분은 다른 질문을 하셨고, 얼추 합격점을 받아낼 수 있었다. 얼추 합격점을 받아낸 내가 그분들과 급격히 가까워 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분들의 출신 때문이었다.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은 제국에 있는 6명의 네크로 마스터들 중 두 분만이 평민 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4명의 네크로 마스터들은 모두 귀족 출신인데 그들은 이 두 분을 매우 무시하고 간혹 학파 대회의에서도 두 분에게 일부러 연락을 하지 않아 출석을 하지 못하게 한 적도 있다고 하셨다. 네크로맨시 학파 내에도 귀족파와 평민파가 대립하고 있다는 아주 유용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고 그밖에도 진짜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에 대한 것도 많이 알 수 있었고 나도 몇 가지 정보와 선물을 했다. 아무래도 선물빨 때문에 급격히 가까워 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선물한 것. 그것은 바로 언데드 제작에 대한 레시피 일부와 망자의 의지였다. 두 분의 질문 중에는 언데드 제작에 대한 것도 있었기에 나는 이 세계 네크로맨서들도 언데드를 제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분의 말씀에 의하면 언데드 제작의 레시피는 일부의 네크로맨서들만이 가지고 있고 그 일부의 네크로맨서들은 바로 나머지 4명의 네크로 마스터. 귀족 출신의 네크로맨서들과 귀족파 네크로맨서들이 독점하고 있단다. 물론 평민파 네크로맨서들도 언데드 제작의 레시피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것은 하급 언데드. 스켈레톤과 좀비, 와이트 정도의 하급 언데드의 레시피 정도란다. 이에 나는 잠시 뭘 좀 가지러 간다고 한 후 레시피를 일부를 베껴 적은 이후 다시 두 분께 찾아가 그것을 보여드렸다. 그리고 이 세계에 없는 재료 망자의 의지를 선물했다. 그 수는 딱 더도 말고 100병씩 선물한 것이다. 두 분은 내가 언데드 제작의 레시피를 선 듯 건네주자 매우 놀라워하면서도 단번에 받아들이셨다. 그리고 살펴보신 이후 언데드의 종류와 재료들을 보고 매우 놀라워 하셨다. 내가 베껴 적어서 드린 언데드 제작 레시피는 총 10가지. 일단 이곳의 언데드 제작의 레시피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기 위해서 스켈레톤 제작 레시피를 10가지 레시피에 넣었고 그 외에 9가지의 레시피는 내가 만들어낸 것으로 베껴 적었다. 레시피를 확인 하신 두 분은 매우 놀라워 하셨다. 말을 별로 안하시는 젯맨토님 조차 놀라서 횡설수설할 정도로 말이다. 두 분은 스켈레톤의 제작의 재료가 이렇게 적고 그 외에 이런 언데드들의 레시피는 어디에서 얻었는지 등 엄청난 질문공세를 펼치셨다. 두 분의 말에 의하면 스켈레톤 제작에 필요한 재료만 해도 10가지가 넘는다고 하는데 나의 스켈레톤 제작 레시피의 제작에 필요한 재료가 단 2가지라 너무 놀라셨다고 한다. 레시피를 쫙 살펴보고 말하셨기에 두 분은 동시에 똑같이 질문을 하셨다. 바로 망자의 의지가 무엇인지 가르쳐 달라고 말이다. 망자의 의지. 이 세계에는 없는 재료. 내가 언데드를 제작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재료. 그 망자의 의지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두 분의 질문이 이렇게 대답했다. “제 스승님이 남기신 비전의 비약입니다.” 라고 말이다. 두 분은 나의 대답에 아쉬워함과 동시에 매우 놀라워 하셨다. 바로 그런 비전의 비약을 만들어내고 어린 나이에 네크로 마스터를 양성해내는 스승의 존재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두 분의 질문 공세에 가상의 스승에 대한 답변을 해야 했고 겨우겨우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난 두 분에게 망자의 의지 100명씩을 선물해 드렸다. 나의 선물을 받은 두 분은 매우 놀라워하시다가 곧 표정을 굳히시면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한참동아 어색한 침묵이 계속되었고 벤마이오트님의 질문으로 침묵은 깨어졌다. “어째서 비전의 비약이란 망자의 의지를 이만큼 선물하는 것인가. 이 만큼의 양이면 우리라면 이 망자의 의지 성분을 알아낼 수 있는데.” 나는 이 말에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솔직히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망자의 의지의 성분을 알아낸다? 그것은 내가 상상도 해본 적 없었다. 그저 사서 쓸 줄만 알았지 망자의 의지의 성분을 알아내어 만들어낼 생각은 하지도 해본적도 없었다.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두 분들이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 한참동안 머리를 굴린 끝에 대답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시는 두 분을 보며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후후후. 알아낼 수 있으시다면 알아내 보십시오. 쉽진 않으실 겁니다.” 나의 대답에 두 분은 매우 크게 웃어 보이셨고 나를 더욱 마음에 들어 해 하셨다. 나는 사실 그렇게 말을 할 때 불안했다. 잘못하여 노력 끝에 얻은 호감도가 단번에 떨어질 수도 있었고 적개심을 심어줄 수도 있는 대답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대답을 하면서 표정과 어투를 신경 쓰긴 했지만 불안했다. 다행히 두 분은 곡해서 받아들이시지 않으셨고 난 두 분에게 큰 호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후 이야기는 좋게 진행되었다. 나를 좋게 보신 두 분은 네크로맨세 학파의 중급과 상급 마법서를 구하고 싶다는 말에 집에 있는 마법서를 주신다고까지 하셨고 그밖에 자주 서로의 저택에 들려 마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오늘은 우리집에서 했으니 다음번, 그러니까 앞으로 두 달 이후 벤마이오트님의 집에서 모이기로 했다. 중급 네크로맨시 마법서와 상급 네크로맨시 마법서는 내일 하인을 시켜 보내주신다고 하셨지. 자, 그럼 이제 방연히 형이랑 제일이랑 경일이의 공부를 봐주러 가야겠네. 바로 어제부터 마법 공부를 시작한 두 사람은 내가 직접 가리치고 있었고 방연히 형은 데스나이트 중 가장 성격이 비슷한 데스나이트. 한나를 호위하던 팔시온이라는 데스나이트가 맡았다. 데스나이트 팔시온은 사용하는 무기 역시 팔시온으로 살아생전에도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오직 팔시온만을 사용해왔다고 한다. 가르치는 팔시온을 사용하니 배우는 방연이 형도 팔시온을 사용하게 되었다. 필시온이 사용하는 팔시온은 일반 팔시온과 달랐다. 일반 팔시온보다 길고 넓은 폭을 자랑하는 팔시온의 팔시온은 무협 소설에서 간혹 등장하는 대도(大刀)를 생각나게 했다. 저택에 따로 마련된 연무장에서 형은 열심히 뛰고 있었다. 팔시온이 사용하는 팔시온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하던 형은 그와 똑같은 팔시온을 사용하겠다고 했고 그것으로 형의 고생은 시작되었다. 일반 팔시온보다 더 큰 팔시온. 대도라고 할 수 있는 그 검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팔 힘을 필요로 했기에 형은 근력훈련을 위주로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이지만 체력훈련과 병행되는 근력훈련에 형은 거의 죽을 지경이었다. 다 형이 사서한 고생이라고. 연무장에서 팔시온의 감시 하에 열심히 뛰고 있는 방연이 형을 본 이후 나는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 안으로 들어간 이후 나는 기초적인 마법을 공부하고 있는 제일이와 경일이를 봐주었다. 차원이동 후 육체가 깨끗해져서 그런 것일까. 녀석들은 자신들의 기억력과 학습능력에 매우 놀라워했다. 그간 쫓기고 도망 다니느라고 너무 긴장을 하고 있었기에 자신들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확실히 밖의 연무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형도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체능력을 초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형은 모르겠지만 말이다. --------------------------------------------------- 현실에 밥을 먹기 위해서 잠시 되돌아간 것을 빼고는 나는 계속 접속하여 이 세계에 남아 있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서 로그아웃을 하고 현실로 돌아간 때가 바로 5일째 되는 날. 방연이 형 일행에게 강해지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은 날. 현실 시간으로 접속한지 6시간이 지난 오후 8시 10분이었다. 나는 어머니를 데리러 여수로 다시 내려간 뒤 할아버지 댁에서 식사를 했다. 그 후 바로 집으로 돌아오기도 속보였기에 할아버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족들과 함께 돌아왔고 나는 바로 간단하게 씻은 이후 바로 접속했다. 내가 접속하기 직전에 본 시계는 막 10시 34분을 지나고 있었다. 내가 접속을 끊고 현실로 되돌아온 시간은 정확히 정오였고 나는 딱 이틀째 되는 정오에 다시 접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방연히 형을 비롯해, 제일이와 경일이의 훈련을 시작하였다. 심각한 상처를 입고 신전에서 상처를 치료 받은 뒤 저택에 데려온 한경이와 채경이 남매는 거의 방안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다른 이들보다 어린 나이에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상처를 입고 험난한 일을 겪었으니 그러는 것도 당연했다. 내가 살펴본 결과 그 둘의 정신은 매우 불안했다.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버티고는 있었지만 과연 그대로 얼마나 버틸지는 의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버팀목이 되어 주기로 하고 할아버지가 주신 마법서를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테이밍 마법을 사용하였고 극도로 불안정한 둘에게 신임을 얻을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신임을 말이다. 한경이와 채경이가 아직 따르는 사람은 방연이 형과 제일이와 경일이 뿐이었다. 앞으로 차차 나아지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신임을 얻은 정도에 만족했다. 나는 제일이와 경일이의 기초 마법공부를 봐 준 다음, 그들을 끌고 저택의 지하로 이동했다. 이 저택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공간이 꽤나 존재했다. 비밀 통로나 비밀 창고 같은 곳 말이다. 나는 우연히 망령들을 다루다가 비밀 통로를 비롯해 비밀 창고를 발견했는데 아쉽게도 비밀 창고는 텅텅 비어 있었다. 비밀 창고는 바로 1층 서재의 어떤 책을 뽑으면 열리는 방식으로, 나는 둘을 데리고 비밀 창고로 내려갔다. 비밀 창고, 총 두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잇다. 저택의 방 크기가 큰 만큼 비밀 창고의 크기도 컸다. 내가 현재 쓰고 있는 방 두 개를 합쳐 놓은 것이 비밀 창고 한 개의 방 크기보다 조금 작은 정도였으니 말 다한 것이다. 그 비밀 창고의 방 두 개 중 하나는 내가 쓰고 있었다. 밖으로 알려져서는 안 되는 것! 바로 언데드 제작을 난 그 창고에서 하고 있었다. 얼마 전 프로스트 웜을 한 마리 겨우 완성시켰다. 프로스트 웜. 일단 그 녀석의 재료는 비룡형. 그러니까 날개달린 도마뱀들이었다. 날개 달린 도마뱀들은 모두 마물의 숲에서 미리 모아둔 시체와 영혼석을 이용하거나 직접 가서 잡아왔다. 텔레포트의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서 정말 머리에 과부하가 날 정도로 난 열심히 텔레포트를 사용하여 마물의 숲에서 와이번을 비롯해, 드레이크도 몇 마리 잡아왔다. 스킬 텔레포트가 아닌 마법 텔레포트를 사용하여 가면 12번의 텔레포트를 하여 이동하여야 했다. 이 12번은 사냥을 위해서 마나를 아껴 가면서 텔레포트를 하는 것으로 만약 마나를 아끼지 않고 최장거리로 텔레포트를 한다면 아마 4 번이면 될 것이다. 해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하여튼 덕분에 마법 텔레포트의 숙련도와 성공률은 상당히 높아졌다. 물론 스킬 텔레포트의 스킬 레벨도 꽤 올려놔 하루에 6번은 사용할 수 있었다. 데스리치 세트를 입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다. 비밀 창고에 도착하자 제일이와 경일이는 매우 놀라워하고 있었다. 일단 놀란 이유 첫 번째는 비밀 창고의 규모 때문이었고 놀란 이유 두 번째는 바로 창고에 설치되 마법진 때문이었다. 장장 반경 2m짜리 마법진! 그 마법진이 빛을 내며 비밀 창고 바닥을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저거 그리느라고 죽는 줄 알았다. 보를이 아니었다면 정말 난 과로로 쓰러졌을 것이다. “형. 이건 무슨 마법진이죠?” “이건 다 너희들을 위해서 만든 마법진이야. 바로 마나 집결마법진이지.” “마나 집결 마법진?” 그렇다. 내가 비밀창고 바닥에 설치한 마법진은 할아버지가 주신 책에 나와 있던 마나 집결 마법진이었다. 보를의 도움으로 성공한 이 마법진은 주변의 마나를 이곳으로 집결시키는 효능을 가지는 마법진이다. 이 마법진에서 명상을 하며 마나를 느끼는 훈련을 한다면 보다 빨리 마나를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강하지게 만들기 위해서 내가 보를과 함께 잠까지 안자가며 만든 마법진이었다. 뭐 솔직히 대부분은 보를이 다 그렸지만. “이곳에 설치된 마나 집결 마법진으로 인해 이곳은 다른 곳에 비해서 마나가 3배 정도 밀도가 높아. 그러니 이곳에서 명상을 하면서 마나를 느끼도록 노력해 봐. 밖에서 하는 것보다 마나를 빨리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저기... 마나는 어떻게 느끼죠?” “아, 내가 그걸 설명 안 해줬구나. 일단 마법진 안으로 들어가서 눈을 감고 주변을 느껴봐. 그리고 주변에 느껴지는 것은 하나씩 하나씩 지워. 그렇게 지워 나가다 보면 마치 바닷물처럼 출렁거리는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게 될 거야. 그게 바로 마나야. 물론 느끼기 쉽지 않을 거야. 이곳의 재능 있는 이들조차 마나를 느끼는데 짧으면 3개월 길면 1년 정도 걸린다고 하더군. 하지만 희대의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은 한 달 안에 느꼈다고 하더군. 나는 한 달하고 보름 걸렸어. 일단 저 마법진에 들어가서 가장 편한 자세로 앉은 후 눈을 감아 봐. 내가 등으로 마나를 주입해 줄 테니까.” “아, 예.” 녀석들은 나의 말대로 마법진 안에 들어가 앉은 뒤 눈을 감았다. 나는 마나를 끌어올려 녀석들의 등에 손바닥을 대어 마나를 주입해 주었다. 녀석들은 처음 느껴보는 마나에 눈을 감은 상태에서 매우 놀라워했지만 곧 마치 포근한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처럼 편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내가 마나를 거두어들이자 녀석들은 매우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눈을 떴다. “마나라는 것. 정말 대단하네요.” “그렇지. 한 번 열심히 해봐. 그리고 기초 마법을 공부하는 것을 멈추지 말고. 특히 경일이는 노력해라.” “예.” 경일이는 노력하라는 말에 힘없이 대답했다. 자, 그럼 나는 언데드를 제작하러 가보실까. “그럼 느껴보도록 노력해봐. 나는 옆방에서 할께 있으니까. 무슨 궁금한 거나 필요한 것 있으면 문을 두드려. 그럼 수고해라.” “형도 수고하세요.” “제일아. 마나가 몸에 들어올 때 정말 따뜻하지 않았냐?” 내가 등을 돌아 비밀창고의 다른 방으로 향하자마자 말을 시작하는 경일이. 녀석 참 못 말린다니까. 경일이는 제일이와 비교해서 집중력과 주의력은 떨어진다. 하지만 기초마법 지식 습득력은 제일이보다 앞섰고 이해력도 높았다. 반면 제일이는 집중력과 주의력은 높았지만 기초마법 습득력과 이해력이 떨어졌다. 과연 저 두 녀석이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나 집결 마법진이 설치된 방의 옆방에 들어서자. 내 눈에 제일 처음 보인 것은 바로 프로스트 웜이었다. 내가 무려 20번이나 도전해서 단 한 번 성공해낸 프로스트 웜. 어렵게 잡은 비룡형 그린 드레이크로 만들어낸 녀석은 냉기를 품고 있었고 녀석이 내뿜는 냉기로 인해 방의 온도는 낮아져 있었다. 크르르르. 나를 발견하자마자 고개를 내개 내밀며 아양을 떠는 프로스트 웜. 원래 초록색이었던 녀석의 비늘은 냉기로 인해서 푸른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전과 비교해서 더욱 강력한 냉기를 내뿜고 있었다. 후후후. 크르르르. 녀석은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매우 좋아했다. 후후후. 난 녀석을 세워 둔 이후 강철로 만든 거대한 탁자가 놓여져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 놓여져 있는 것은 바로 시체. 인간의 시체였다. 상점이용 게시판을 통해서 구입한 시체. 소드마스터의 시체로 무려 400골드나 준 시체였다. 이 시체는 한나의 아버지. 한스씨의 육체가 될 것이다. 그렇다 드디어 한스씨와의 약속을 지킬 때가 된 것이다. “한스씨. 준비되셨습니까?” [난 준비 끝났네.] 내 뒤에는 항상 한나의 곁에 붙어 계시던 한스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현제 데스나이트 제작의 성공률은 90%! 어제 마법진을 설치하고 나서 시간이 남아 제작에 도전했을 때가 딱 10번째였다. 그런데 그 10번째의 데스나이트의 제작은 실패했다. 그 전의 9명의 데스나이트 제작은 성공했는데 말이다. 성공률은 90%! 성공률이 높긴 하지만 실패할 확률이 있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혹시 실패하게 된다면 한스씨는 더 이상 한나의 곁에 있지 못합니다. 그래도 괜찮으십니까?” [성공률이 실패할 확률보다 높네. 그리고 난 자네를 믿고 나를 믿네. 그럼 시작하지.] 이 말을 하고는 한스씨는 눈을 감으셨다. 후~우. “영혼축출.” 우우웅! 다른 망령들과 다르게 저항 없이 나의 손에 빨려 들어와 형성된 한스씨의 영혼석. 나는 한스씨의 영혼석을 내려다보았다. 성공해야 한다. 반드시 성공해야 해! 나는 한스씨의 영혼석을 쥐고 천천히 소드마스터의 시체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참! 데스리치 세트를 입어야지. 그래야 더욱 성공률이 올라가니까. 나는 급히 데스리치 세트를 꺼내어 입었고 다시 소드마스터의 시체에 손을 얹었다. “그대 죽은 자의 육체여. 나 그대에게 다시 한 번 죽은 자로서의 생명을 주리니! 그대 사신의 낫으로부터 자유로워지리라! 언데드 제작!” 스스스스. 정말 오랜만에 외워보는 주문. 나의 주문에 의해서 손에서 뻗어나간 회색의 기운은 소드마스터의 시체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성공해야 하는데. 슈우우우! 우우우웅! 띠리링! [언데드 제작 ‘데스나이트’이 성공하였습니다.] 휴! 성고이다. 다행히 한스씨의 영혼석을 이용한 데스나이트 제작은 성공하였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차 데스나이트의 모습을 갖추어 가는 육체. 불과 10분 만에 데스나이트의 모습을 완전히 갖추었고 데스나이트의 헬름으로부터 붉은 빛, 혈광이 나오기 시작했다. 척! 척! [서, 성공이군. 육체야, 육체.] “다행입니다. 한스씨. 자, 한나에게로 가시죠. 한스씨의 소유권을 한나에게 넘겨주겠습니다. 이제부터 늘 한나 옆에 계실 수 있게 된 겁니다.” [크윽! 정말 고맙네! 고마워!] 솔직히 난 슬프지 않았다. 감정이 메마른 것일까. 아니면 눈물이 보이지 않기 때문인 걸까. 나는 나의 손을 잡고는 고개를 숙이며 울음소리를 내는 한스씨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그때! 아주 놀라운 것이 나의 눈에 목격되었다. 그것은 바로 눈물! 데스나이트인 한스씨의 얼굴로부터 흘러내리는 붉은 눈물이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놀랍게도 그 붉은 눈물은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며 결정을 형성했고 눈물은 한데 뭉쳐 나의 엄지손가락만한 결정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를 한스씨는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일단 나는 한스씨에게 한나의 곁으로 가보라고 한 뒤에 그것을 조심히 주워들었다. 과연 이것은 뭘까? “아이템 확인.” 혹시나 하는 심저에 아이템 확인을 말하였고 곧 나의 눈앞에 한 가지 창이 떴다. [죽되 산자의 눈물(Undead Tear) 죽되 산자. 언데드가 흘리는 눈물. 죽은 자는 눈물을 흘리지 못한다. 하지만 극소수의 죽은 자는 눈물을 흘리는데 그 눈물은 육체의 눈물샘에 고여 있던 것이라고도 하고 죽은 자가 흘릴 수 있는 최후의 눈물이라고도 한다. 무게 : 1] 죽데 산자의 눈물, 언데드 티어(Undead Tear)라. 왠지 모르게 엄청난 것을 얻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그때 갑자기 내 눈앞에 한 가지 창이 더 떴다. [주의! 전력공급이 끊겼습니다. 캡슐 내 충전전력으로 유지되고 있으나 그 시간은 극히 짧으니 로그아웃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강제 로그아웃까지 남은 시간 : 5분] 갑자기 전력공급이 끊기다니. 정전인가. 아니만...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어서 로그아웃을 해야 해! 나는 급히 한스씨의 육체가 누워있던 자리에 누운 뒤 로그아웃을 했다. 도대체 왜 갑자기 전력이 끊긴 거지? --------------------------------------------------- 나는 바로 캡슐 문을 열지 않았다. 일단 박탈감을 느끼는 동안 나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나의 목숨이 위험해지면 본 마스터들이 나서기는 하지만 그들은 만능이 아니다. 그러니 그들의 방어가 뚫릴 수도 있고 나는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난 일단 캡슐 안에서 마나를 끌어올려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방에는 아무도 없군. 내 방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마나로 감지한 나는 일단 캡슐에서 나왔다. “콜. 잭.” 우우웅! 곧 게이트가 열리고 그곳으로부터 잭이 걸어 나왔다. 잭은 라스베가스에서 입고 있던 옷을 계속 입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옷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마스터를 뵙습니다.” 잭은 게이트에서 나와 나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예전에 무릎을 꿇는 방식이 아닌 허리를 깊게 숙이고 오른손을 배에 왼손은 뒤로 돌려 등에 붙이는 방식으로 말이다. 간혹 영화에서 본 인사방법이었다. “잭, 나의 그림자 안에 스며들어 있어. 내가 명령하면 뛰어나와 주변의 사람들을 제압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두고.” “마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잭은 나의 명령을 받고 나의 그림자 안으로 스며들었고 곧 잭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림자 안에 스며드는 능력은 사실 쉐이드나 쉐도우 워커의 능력이지만 뱀파이어도 사용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원래 그림자에서 태어난 쉐이드와 쉐도우 워커의 능력에 못 미친다는 점이 달랐다. 하지만 이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비였다. 현재 집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 모든 가족이 있고 집에 침입한 이들이 가족들을 인질로 잡고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낮 익은 이들을 볼 수 있었다. 지난 번 라스베가스의 한 호텔 로열 룸에서 만난 이들. 세계에 존재하는 다섯 기관 중 한을 제외한 나머지 네 기관, 더 마나, 홀리 글로리, 무림, SWU의 대표들이 우리 집 거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째서 저들이 이 늦은 시간에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있는 거지? “예상보다 조금 빨리 나왔구나. 상민아.” “할아버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저들이 왜 집에.”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자. 일단 이동하자꾸나.” 집에는 그들뿐만 안라 할아버지와 작은 아버지도 계셨는데, 작은 아버지는 일단 이동하자고 하시면서 나를 이끌고 집 밖으로 나갔다. 집 밖에는 차들이 시동을 걸어놓은 채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할아버지를 비롯해 작은 아버지, 지난번 라스베가스에서 본 이들과 함께 차를 탔고 다른 기관에 속한 이들은 각기 다른 차에 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할아버지, 작은 아버지.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우리 한을 비롯해 세계에 존재하는 다른 네 기관은 현재 1급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1급 비상사태?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아앗!” “앗! 쏘리! 서둘러야하기 때문이니 이해해라!” 갑작스러운 급커브에 나는 옆에 계신 작은 아버지의 몸에 눌리게 되었고 운전석의 아저씨가 소리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저 산적 같은 아저씨도 한의 일원인가. 하여튼 이후에도 커브가 나타나면 작은 아버지에게 눌리던가 내가 작은 아버지를 누를 수밖에 없었고 그러니 대화가 진행될 리가 없었다. “1차 지점 도착! 모두 내려!” 두두두두! “이번에는 헬기?” “아직 끝이 아니다. 다음에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비행기에 탄 이후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다.” 작은 아버지의 말을 들은 나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단지 혼자서 고민하고 있을 뿐이었다. 1급 비상사태. 나는 그 단어들을 떠올리며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설마 지형 변화현상으로 인해 그 세계의 드래곤이 이 세계로 온 건가? 아니면 엄청난 수의 몬스터가 습격? 나는 갖가지 상상을 다해보았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물어봐 감이라도 잡아볼까 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모두 눈을 감고 졸고 있었다.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로 인해 시끄러운데도 말이다. 뭐 내공이나 마법을 사용하면 헬기의 소음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분명 1급 비상사태라고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태연하게 졸수가 있지? 그렇게 헬기로 10분쯤 갔을까. 헬기가 내린 곳은 바로 공항이었다. 공항에 도착한 헬기에서 내린 다른 기관의 사람들과 우리 한의 사람들은 모두 한 비행기에 올랐다. 그들의 표정은 모두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고 분위기는 매우 심각했다. 보통 일이 아닌 모양이군. 그런데 왜 우리 집에 모두 찾아왔을까. 꼭 나를 반드시 데려 가야하는 것처럼 말이야. 정말 궁금하군. 비행기 안은 넓었다. 아니 정정하겠다 . 종류는 모르지만 대형 비행기이니 안이 넓은 것은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안은 정말 대단했다. 마치 누구 집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엄청난 크기의 비행기 안은 마치 영화에서 보던 몇 백만 장자나 돈 많은 악당의 비행기처럼 꾸며져 있었다. 가운데 길이 나있고 양 옆쪽으로 앉을 수 있게 되어 있는 좌석. 거기에 예전에 호텔과 SWU의 기관의 방에서 보았던 바도 있었고 천장을 보니 영화를 볼 수 있는 화이트 스크린과 영사기도 있었다. 이 비행기 소유한 사람은 정말 알부잔가 보다. 나는 한참이나 비행기 안을 살펴보다가 화이트 스크린이 설치된 칸에 다시 되돌아 왔고 그곳에 다른 기관의 사람들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너무 뺀질나게 돌아다닌 건가. 나는 재빨리 할아버지와 할아버지 사이에 비어진 자리에 앉았고 곧 비행기가 이륙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비행기가 이륙한 뒤 사람들은 좌석에서 일어나 바로 갔고 각기 다른 술을 잔에 받아와 좌석에 앉았다. 작은 아버지는 담배를 피우고 싶으셔서 근질근질 거리시는지 가만히 있으시질 못했다. 비행기 안인데 담배를 피울 수는 없잖아. “작은 아버지. 담배 대신 껌이라도 씹으실래요?” “응? 껌 있냐? 그럼 그거라도 다오.” “여기요.” 나는 아공간에 손을 넣어 껌을 꺼내었고 껌을 작은 아버지께 드렸다. 그때 무슨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 소리가 나는 곳은 바로 더 마나의 대표들이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통역마법을 걸지 않았기에 나는 그들이 하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으음, 미리 통역마법을 걸어두는 것이 좋겠군. 나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 모래 주문을 외웠고 리드 랭귀지를 나에게 시전했다. 이제 됐군. 뭐라고 떠드는지 한 번 귀를 기울여 볼까. “대단하군. 아공간을 주문 없이 열다니.” 훗! 내가 한 대단하지. “저 소년이 바로 사라진 네크로맨시 학파의 계승자인가. 제대로 계승되었어야 할 텐데.” “그래. 고 문헌에 네크로맨시 학파의 그것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고문헌에 나오는 네크로맨시 학파의 그것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네크로맨시 학파의 그것? 음, 네크로맨시 학파와 관련됐다는 것은 언데드와 관련된다는 것인데. 으음,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기에 네크로맨시 학파의 나도 모를 그것이 필요하다는 거지? 나는 더 마나의 사람들의 대화에서 언데드와 관련된 무슨 사건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이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작은 아버지는 비행기 안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 끄응, 도대체 언제쯤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거야. -------------------------------------------------- [현 비행기에 탑승한 탑승객 여러분은 좌석에 모두 착석해 주십시오! 현 비행기에 탑승한 탑승객 여러분은 좌석에 모두 착석해 주십시오.] 스피커를 통해서 나오는 방송에 사람들의 시선은 한순간에 스피커에 집중되었다. 처음에는 한국어가 나왔고 이어서 각국의 언어로 방송이 되었고 사람들은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 앉기 시작했고 나 역시 아까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아무래도 이제야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두 자신의 좌석에 앉자 스튜어디스가 나와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서류철 A4 용지 여러 장을 서류철에 껴서 나누어주기 시작한 것이다. 나 역시 스튜어디스가 나누어준 서류철을 받아들였다. 어디 확인해볼까. 오! 사진도...... 스튜어디스가 나누어준 서류철을 보게 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급히 자료들을 살펴보았다. 자료까지 확인한 나는 굳어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 하. 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심하잖아! “작은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 이것 때문에 제가 동행해야 하는 거군요.” “그렇단다.” 내가 본 사진은 바로 언데드. 미이라가 모래 속으로부터 솟아나는 장면의 사진이었다. 그 종류는 단 두 가지였다. 일단 몸의 낡은 천을 감은 보통의 미이라. 그리고 하나는 과거의 어떤 영화에서 보았던 이집트 전사의 곡검을 든 전사 미이라였다.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건가. “지금부터 브리핑을 시작하죠. 일단 저를 모르는 분을 위해서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SWU대외 활동부 부장, 델 곤멜이라고 합니다.” 델 곤멜이라 소개한 그는 예전에 라스베가스에서 보았던 SWU의 대표였다. 음, 대외 활동부의 부장이었군. “일단 첫 페이지를 봐 주십시오.첫 페이지에는 현재 발상한 일에 대해서 나와 있습니다. 이렇게 저의 SWU의 권한으로 소집한 것도 1급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도 이집트 시간으로 3일 전 낮 2시 24분. 우리가 출발한 한국 시간으로는 역시 3일 전 아침 7시 24분에 회수한 사진 때문입니다. 여러분에게 나누어 드린 사진은 리비아 사막의 모래 바다와 파도를 촬영하기 위해서 갔던 한 사진작가가 찍은 것으로 저희 SWU 이집트 지부에서 회수한 것들입니다.” “음. 아무래도 이 위치는 그곳인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그곳입니다.” “그곳? 그곳이란 어디를 말하는 거죠?” 홀리 글로리의 대표의 말에 나는 그곳이란 곳이 어딘지 물어보았고 몇몇의 사람들도 나처럼 궁금한 눈으로 델 곤멜을 쳐다보고 있었다. “일단 그곳에 대해서 설명해 드려야겠군요. 그곳이란 약 60년 전 발견된 지하 피라미드. 봉인된 황제의 무덤이라 이름 붙인 곳을 말하는 것입니다.” “봉인된 황제의 무덤?” “그렇습니다. 봉인된 황제의 무덤. 리비아 사막에서 조난당했던 여행객들이 찾아낸 곳으로 지하에 위치한 거대한 피라미드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름부터가 매우 불길했다. 거기에 지하에 존재하는 피라미드라니. 정말 불안한 걸. 피라미드는 이집트의 황제, 파라오들의 무덤으로 알고 있었다. 으음, 불안해. “봉인된 황제의 무덤의 주인은 말 그대로 봉인된 황제. 이름 없는 파라오입니다. 그 무덤에는 말 그대로 진짜 파라오가 존재하고 있던 곳이죠. 누가 봉인했는지 모르지만 그곳에는 불사의 황제(Undead Pharaoh)가 봉인되어 있던 것입니다. 그것은 60년 전에 발견한 것이죠.”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Undead Pharaoh). 그 최상위 언데드가 이 세계에 존재하다니! 나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간혹 만화책에나 소설에서 본적 있는 언데드 파라오는 너무도 무서운 존재였다. 일단 소설에서지만 그의 힘의 근원은 그의 백성. 자신의 무덤인 파리미드를 만들 때 죽어간 노예들과 죽은 파라오를 죽어서까지 지키기 위해서 함께 묻힌 전사 등, 함께 묻힌 이들의 영혼이 언데드 파라오의 힘의 근원이라고 소설에서 본 적 있었다. 과연 그게 진짜인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봉인되어 있다는 그의 이야기가 나온 다는 것은...... “설마 언데드 파라오를 봉인한 봉인이 깨어졌다는 것은 아니겠죠?”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그 봉인된 황제의 무덤 주위에는 더 마나의 협조를 얻어 만들어낸 결계가 존재하고 있었고 불사의 황제의 힘의 근원이 되는 노예와 전사들의 영혼을 해방시키기 위해서 봉인을 조절하여 영혼을 해방시켜왔던 홀리 글로리의 프리스트와 팔라딘이 파견되어 있었습니다. 더 마나의 마법사들이 봉인을 조절하고 홀리 글로리의 프리스트와 팔라딘이 영혼을 해방시켜왔고, 그것이 벌써 60년입니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 정확히 일주일 전 정기적으로 방문해야 할 저희 SWU의 요원들을 비롯해 더 마나, 홀리 글로리의 요원들의 연락이 끊겼습니다. 그런데 불과 3일 전 사진작가로부터 회수한 사진이 발견되었고 위치는 바로 결계가 있는 봉인된 황제의 무덤의 위였던 것입니다. 그것으로 보아 이미 결계는 깨어졌고 그들은 이미 죽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야 말로 최악의 사태로군. 봉인이 깨어진 상태라. 나는 작은 아버지를 보며 작게 말했다. “혹시 작은 아버지는 알고 계셨어요?” “아니, 나도 이 자리에서 처음 듣는 거다. 아버지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바로 봉인에 대한 것이죠. 불사의 황제를 봉인한 봉인은 완전히 깨진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오오오! 신이시여!” “만약 봉인이 완전히 깨졌다면 엄청난 수의 미이라가 그곳에서 나왔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보고된 바에 의하면 약 만 오천의 영혼만이 남아있다 했으니 말입니다.” “마, 만 오천!” “그것도 많이 줄은 겁니다. 최초로 봉인이 발견되었을 때 불사의 황제에게 붙잡혀 있던 영혼의 수는 무려 10만에 달했다고 합니다.” 맙소사! 10만이라니! 만약 그때 봉인이 풀렸다면 10만의 언데드 대군과 싸워야 했단 말인가. 뭐 현대에는 강력한 무기도 존재하고 다섯 기관도 존재하니 지지는 않겠지만 그 10만의 언데드 중 마법적인 능력이 있는 녀석들도 있을 테니 그 피해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만 오천으로 줄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봉인이 완전히 깨어진 것으로 보이지 않아 저는 급하게 SWU의 대외 활동부 부장의 권한으로 여러분을 소집하고 1급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입니다.” 델 곤멜의 말을 끝으로 비행기 안은 너무도 조용해졌다. 그렇다는 말은 다섯 기관에서 인원을 착출하여 재봉인을 하기위해서 원정대를 조작하자는 말인 건가. 원정대라. 그럼 반드시 나는 들어가겠군. 나는 이세계의 유일한 네크로맨서니까.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 얼마나 대단한 언데드일까. “저기 잠시만 저를 주목해 주시겠습니까?” 언데드 파라오의 봉인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것으로 인해서 소란을 떨던 사람들은 델 곤멜의 말에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저 SWU의 대외 활동부 부장이자 SWU의 총수 대리로서 이 자리에서 권유하는 바입니다. 불사의 황제와의 결전을!” 언데드 파라오와의 결전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나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언데드 파라오와의 결전을 제의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봉인할 방법이 있는데 어째서 싸워야 하지? 분명 언데드 파라오에게 종속된 영혼의 수가 만 오천이라고 했다. 그 정도면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피해를 최소화하려 한다면 부활시킨 이후 폭격을 가하 면 되겠지만 언데드 파라오가 폭격을 막을 수 있는 확률도 있으니 언데드 파라오와의 결전을 통해서 일어날 피해는 엄청날 것이다. 나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주변의 반응은 의외로 두 가지뿐이었다. 첫 번째 반응은 나처럼 매우 당황스러워 하는 반응이었고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나와 같은 젊은 층과 다섯 기관의 보좌관과 요원들이었다. 두 번째 반응은 냉담한 반응이었다. 전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오히려 마치 흥미가 동한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반응을 보이는 이들은 바로 대표들. 다섯 기관의 대표들이었다. 그 대표들에는 작은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들어 있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군요. SWU의 총수 대리로서 어째서 그런 제의를 하는 건지 말입니다.” “저도 그렇군요.” “흠, 일단 들어보지.” 끄덕. 대표들은 일단 언데드 파라오와의 결전을 벌이자고 말한 이유를 듣고 싶어 했다. 델 곤멜은 그런 대표들을 보며 웃어 보이며 말했다. 아마도 그는 대표들이 이렇게 말할 줄 알았던 모양이다. 대표들이 이렇게 말하자 당황해하며 떠들고 있던 이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델 곤멜을 주목했다. 과연 그렇게 제의한 이유가 몰까. “일단 제가 그런 제의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현 시대는 혼란의 시대입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지형 변화현상으로 인해 사라지거나 깊은 밀림이나 바다 속으로 숨어버린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많은 피해를 냈습니다. 여러분도 뉴스에서 보셨을 겁니다. LA에 출몰한 레드 드레이크, 중국의 22성 중 사천성에 나타난 사막형 바질리스크, 유럽 베릭에 브루셀 레오폴 공원에 나타난 사이클롭스. 이탈리아 베네치아 주데카 운하에 나타난 옥토퍼스.” “음.”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 보았던 것들. TV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아는 엄청난 인명피해와 경제적 피해를 입은 사건. 그 사건이 델 곤멜의 입에서 나왔고 그 말에 우리 한을 제외한 다른 세 기관의 대표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다른 기관의 대표들을 쭉 살펴본 그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 네 사건으로 인해 미국, 중국, 벨기에와 이탈리아는 엄청난 인명 피해와 경제적 피해를 입었습니다. 만약 세계에 존재하는 우리 다섯 기관의 요원들이 나섰다면 그 피해는 최소화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서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 다섯 기관의 협약 때문이죠. 절대로 우리들이 가진 힘을 방송매체를 통해서 알려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협약 말입니다. 그 대 재해는 방송매체의 주목을 받고 있었기에 우리는 나서지 못했습니다. 우리들의 힘으로 방송매체에 제제 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말입니다.” “음.” 이번에 대표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그런 협약이 존재했던 거야. 그래서 그들이 나서지 못했던 건가. 겨우 협약 때문에 나서지 못했다니. 그깟 협약을 무시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었는데. 나는 갑자기 기분이 더러워졌다. 하지만 대표들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우리나라에는 나로 인해 큰 피해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놈의 협약, 알고 있었다 해도 난 무시했을 거다. 그것은 장담할 수 있었다. “대 참사로 인해 저희 SWU의 총수께서는 결단을 내리셨습니다. 본격적으로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자고!” “!!!” 델 곤멜의 말에 대표들을 비롯해 보좌관과 다섯 기관에 속한 요원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라워하는 이들 중에는 SWU의 요원들도 속해 있었는데 전혀 몰랐던 모양이다. 대표들의 표정은 곧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는 심각한 이야기였다. 만약 능력자들이 속한 다섯 기관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세계는 삽시간에 혼란에 빠질 수도 있고, 능력자와 비 능력자간의 다툼과 계급이 생길지도 몰랐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다섯 기관의 대표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한의 전대 총수이신 할아버지는 현 한의 총수인 작은 아버지를 쳐다보고 계셨다. 할아버지는 이미 일선에서 물러서신 분. 결정은 현 총수이신 작은 아버지가 하는 것이다. 작은 아버지의 시선은 아직도 델 곤멜에게 가 있었고 곧 다른 대표들의 시선도 그를 향했다. “델 곤멜씨의 말씀은 이번에 언데드 파라오와의 결전을 통해서 세상에 우리의 존재를 알리자는 말씀이시군요. 그것이 SWU 총수의 뜻이기도 하고요.” “그렇습니다. 현재 세계는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군과 경찰이 나서기는 하지만 그들의 출동시간은 너무 늦습니다. 이것은 기회입니다! 상대는 불사의 황제! 더불어 그에게는 엄청난 대군이 있습니다. 그들을 상대로 싸워 이겨낸다면 우리는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시선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각국의 국가들은 저희들의 존재를 알고 있고 저희는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결심만 하면 겉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저희 SWU에서는 이미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지금쯤 다른 기관의 총수분들도 이 사실을 전해 듣고 이집트로 오고 계실 겁니다. 한의 수뇌부 여러분들은 직접 연락을 해주시겠습니까? 다른 분들의 연락처는 알아내어 저희 SWU의 요원들을 보내어 초청했지만 한의 수뇌부 여러분들은 찾을 수가 없기에....” “아버지. 어떻게 해야 하죠?” “모든 것은 현 총수인 네가 결정 하거라. 나는 이미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이니.” “후~우.” 작은 아버지는 고민되는지 전 총수셨던 할아버지에게 질문을 했지만 할아버지는 현 총수인 작은 아버지에게 스스로 결정하라 하셨다. 작은 아버지는 한참 동안 가만히 생각에 빠져 계셨다. 그러는 동안 다른 기관의 대표들은 핸드폰을 통해서 자신의 기관의 상관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 눈에 띠었다. 얼마 되지 않아 작은 아버지는 결단을 내린 표정을 짓고 할아버지를 쳐다보셨다. “장로 회의를 소집하겠습니다.” “알았네. 상민아.” “너는 나와 이집트에 들렸다가 다시 되돌아가자꾸나. 장로들을 소집해야하고 아범과 어멈이 많이 걱정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할아버지. 그냥 지금 가시죠.” “음. 가능 하느냐?” “혹시 텔레포트 할 생각이라면 포기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이동하고 있는 비행기 안에서 텔레포트를 하는 것은 자살.....” “텔레포트!” 나는 더 마나의 대표의 말을 무시하고 내 방으로 텔레포트를 했고 텔레포트 하는 순간 경악하는 대표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하하하! 대단하구나! 상민아!” “훗! 제가 한 대단하죠.” 급하게 나갔던 나와 할아버지가 내 방에서 나오자 가족들은 처음엔 매우 당황했지만 오히려 나중에는 안도했다. 일단 할아버지는 작은 아버지가 가지고 계신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셨다. 역시 IT 강국인 우리나라의 핸드폰은 비행기 안에서도 터졌다. 전화를 통해서 말도 안 되다고 소리치는 더 마나의 대표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솔직히 좌표를 이용한 텔레포트라면 불가능하다. 이동 중인 비행기 안에서는 목적지와 거리가 계속 달라지니 말이다. 하지만 이미지만으로 이동하는 텔레포트라면 가능했다. 오직 이미지를 통해서 이동하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현실에서도 몸값이 올라가고 있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이후 다음 날 아침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한의 장로 분들을 찾으러 다녀야 했다. 한의 장로 분들은 총 여섯 분! 그 여섯에는 할아버지도 들어갔다. 그러니 찾아야 하는 분들은 할아버지를 제외하고 다섯 분들이었다. 다섯 분들 중 두 분을 찾는 것은 매우 쉬웠다. 아니 찾았다고 할 수 없었다. 그분들이 직접 찾아오셨으니 말이다. 제일 먼저 찾아오신 분은 무당이셨는데 이미 무당으로서의 활동은 하지 않으시고 수양 중이신 분이라고 하셨다. 성함은 물어보지 못했다. 뒤늦게 찾아오신 다른 분은 놀랍게도 신부님이셨다! 난 처음 그분을 보았을 때 조금 당황스러웠다. 신부님이 우리 한의 일원이시니 말이다. 나는 신부라면 홀리 글로리에 속해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찾아오신 두 분과 함께 다른 분들을 찾아갔을 때 나는 장로 분들을 만날 때마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모두 특이하신 직업을 가지신 분들이었기 때문이다. 제일 처음 찾아간 분은 스님이었고, 두 번째로 찾아가신 분은 여성으로 해녀셨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분을 보았을 때 난 놀라서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바로 마지막 분이 우리 학교! 수위 아저씨였기 때문이다! 수위 아저씨가 한의 장로셨을 줄이야! 역시 학교 전설이 된 이유가 있었군. 우리 학교 수위아저씨는 우리 학교의 전설이다. 현 수위 아저씨가 수위가 되시고 15년 동안 단 한 번도 담치기, 일명 담 넘기를 허용하신 적이 없는 전설이 말이다. 예전에 써클의 선배들에게 들어본 말에 의하면 수위아저씨께는 신통력이 있으며 발에는 모터가 달렸다고 했는데 그 말이 딱이었다. 수위 아저씨. 제 5장로이신 김제신 어르신은 점과 경공을 주로 익히셨다고 한다. 그 점이 매우 용해서 한의 대사를 결정할 때는 제 2장로이신 무당 선매화 할머니와 김제신 어르신의 점의 결과를 적극 수렴하여 결정한다고 하셨다. 장로 분들은 모두 상당한 연세를 가지신 분들이지만 모두 정정하셨고 나에게 할아버지와 할머니라 부르라고 하셨다. 순식간에 세 분의 할아버지와 두 분의 할머니가 생긴 나였다. “모두 모였으니 이제 공항으로 가세. 이집트로 가야하니.” “허허허! 이거 호장로 덕분에 해외여행 해보게 생겼군. 안 그런가, 땡중.” “제신이, 자네 말이 맞네! 허허허!” 땡중. 제 3장로. 법명은 가르쳐주시지 않았지만 장로님들 사이에서는 땡중으로 불리고 계시고 나에게도 땡중 할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하셨다. 땡중은 좋은 말이 아니기에 땡중 할아버지라고 하기에 좀 걸려서 그냥 중 할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는 할아버지셨다. “상민아. 우리가 헬기에서 내렸던 곳으로 갈 수 있겠느냐?” “음, 잠시 만요.” 나는 눈을 감고 헬기에서 내려 비행기에 올랐던 곳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점차 잊혀져 갔던 그곳의 이미지가 곧 머릿속에 떠올랐고 이미지는 명확해지고 곧 완전히 떠올릴 수 있었다. 이제 갈 수 있겠군. “예. 갈 수 있어요.” “잘 됐구나. 그곳에서 SWU의 요원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구나. 어서 가자.” “예. 할아버지. 장로 분들 모두 손을 잡아주세요.” “허허허. 매화 선자의 손은 여전히 부드럽구려!” “으이구. 땡중 그 버릇이 어디 가겠어!” “허허! 그건 네가 할 말이 아닌 것 같은데. 자네는 신부면서 나를 대접한다고 내가 보는 앞에서 개를 잡지 않았던가.” “으으으. 내가 말을 말지.” 스님 앞에서 개를 잡는 신부님이라. 말 그대로 개잡는 신부님이로군. 키키키. 중 할아버지의 말씀에 그 장면을 떠올린 나는 너무 웃겨서 참지 못하고 소리 죽여 웃었고 곧 얼굴이 따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제 4장로, 신부님이신 박 세일 할아버지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헤유, 아니다. 다 저 땡중놈 탓이지. 자, 어서 가자꾸나.” “예, 그러 갑니다! 텔레포트!” --------------------------------------------------- “허허허. 이제 우리도 물러날 때도 됐지.” “물러나시다니요. 아직 정정하신 분들이.” “총수. 아직도 우리 같은 늙은이들을 부려먹으려 하는가.” 이집트에 도착한 뒤 우리 한의 장로님들과 총수인 작은 아버지는 바로 회의에 들어가셨다. 회의의 결과는 대세에 따른다는 것이었다. 다른 네 기관의 결과도 모두 비슷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은 SWU와 더 마나였다. 무림과 홀리 글로리는 아직 결정이 내려지지 않아 아직도 회의 중이라고 한다. 하긴 SWU와 더 마나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그들은 모두 준비가 되었으니까. 더 마나는 5써클 마법사들 양산이 가능하고 SWU야 요즘 늘어나고 있는 능력자들을 받아들이면 되고 능력은 약간의 훈련을 시키면 되니까. 거기에 SWU에는 블레싱이라는 보조기구도 있으니까. 문제가 되는 것은 홀리 글로리와 무림. 홀리 글로리의 요원들은 신성력을 쓰는 능력자들은 소수이고 대부분 광신도들이니까. 무림이야 무공의 연성시간이 매우 길고 성과를 보이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으니까. 뭐 작은 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속성 연성법이 있다고는 하지만 앞서 말한 두 기관. SWU와 더 마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허허허! 이집트에 왔으니 피라미드라도 보고 가야지!” “호호호. 난 손녀 녀석이 기념품으로 스핑크스 조각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우.” “모두 제가 모시겠습니다. 가시죠.” “저도 따라갈래요!” 장로님들이 관광을 가시겠다는 말에 나도 따라간다 하였다. 중 할아버지 말씀대로 이집트에 왔는데 피라미드라도 보고 가야지. 어디 보자. 오! 카이로 근처에 세계유산이 세 곳이나 있네. 기자에서 다 쉬르까지 피라미드 지역이란 말이지. 나는 이집트 관광가이드 북을 보며 어디로 갈지 궁금해졌다. 멤피스와 네크로폴리스라. 기자에서 다 쉬르까지를 네크로폴리스라고 부른단 말이지. 네크로폴리스. 죽은 자의 도시라. 꼭 가봐야지! 작은 아버지를 비롯해 장로님들과 나는 함께 돌아다녔다. 이집트의 태양은 과연 뜨거웠다. 다행이 SWU에서 관광을 한다고 하자 자동차를 지급해 줬고 그 자동차의 에어콘은 빵빵했기에 겨우겨우 견딜 수 있었다. 에유. 덥다, 더워. 아! 맞다! 아공간에 아이스크림을 넣어 뒀었지! 몇 개나 있으려나. 호텔에서도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기는 했지만 비싸기는 엄청나게 비쌌고 양은 감질나게 적었다. 비싸기만 하고 적은 것을 어떻게 먹어. 나는 역시 동네에서 파는 천 원짜리나 오백 원짜리 아이스크림이 딱 맞아. 가끔 삼천 원짜리도 먹어주고. 후후후. “오! 그것은 아이스크림이 아니더냐! 어디서 났더냐?” “아, 이건 아공간에 넣어놨던 거예요. 중 할아버지도 드실래요?” “나도 좀 주려무나.” “오! 혹시 딸기맛 아이스크림도 있느냐?” “물론이죠. 신부할아버지.” “개잡는 신부주제에 안 어울리는 것만 찾는구나.” “뭐라고! 이 땡중이!” 또 다시 말싸움을 시작하시는 중 할아버지와 신부할아버지. 두 분은 비행기에서도 그랬고 호텔에서도 그랬듯이 항상 붙어계시면서 말싸움을 하셨다. 두 분의 할아버지가 말싸움을 하시는 동안 나는 다른 분들께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드렸고 뒤늦게 두 분께도 나누어 드렸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에어콘을 틀어서 그나마 견딜 만 했지만 조금 부족했다. 아! 그리고 보니 이럴 때 쓰는 마법도 있었는데. 나는 아공간에서 할아버지께 받은 마법서를 꺼내어 뒤지기 시작했다. 여기 어디 있었는데! 아! 여깄다! 내가 마법서에서 찾아낸 마법은 무려 6써클 마법! 하지만 높은 써클인데 반해 그 마법은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보기에 말이다. 그 마법의 이름은 어메니티(Amenity). 마법이 시전 된 곳을 매우 쾌적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마법이었다. 습도, 기온 등을 변화시켜 그야말로 사람이 지내기 아주 쾌적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마법이었다. 자! 그럼 시전해 볼까. “위대한 자연의 의지 마나여. 나의 의지를 따라주오. 그대의 은총을 나의 의지에 실어 그 모습을 선보여주시오! 어메니티(Amenity)!” 파아아악! 주문을 외우자 우리가 타고 있는 차에 퍼지는 빛들! 곧 자동차 안은 덥지도 춥지도 않게 되었고 그야말로 쾌적하게 되었다. 음, 꽤 쓸 만한 걸. “음, 꽤 쓸 만하구나, 상민아. 이게 무슨 마법이더냐?” “할아버지가 주신 마법서에 있는 마법이에요. 어메니티라고 시전 된 곳을 쾌적한 환경으로 변화시켜주고 유지하도록 하는 마법이죠. 높은 써클이라 능률은 떨어지는 마법이에요.” “그 친구, 별난 것을 다 만들어냈구나.” 할아버지는 그 마법서를 쓰신 친구 분이 생각나시는 모양이다. 음, 어떤 분일까. 이런 마법을 만들고 자신의 마법서를 쓰는데 대필을 하시는 분이. 한 번 만나보고 싶다. ------------------------------------------------- “이곳이 봉인된 황제의 무덤이 있는 사막이란 말이군요.” “그렇다고 하더구나.” “그나저나 엄청난 전력이네요. 저희는 나설 필요도 없겠어요.” 나는 점차 져가는 해 아래에서 막사를 짓는 이들을 보며 말했다. 장로님들과 이집트 세계유산을 돌아보며 관광을 한지 3일째 되는 날! 결국 결정이 되었다.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와의 결전과 세계의 다섯 기관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말이다. 세계의 다섯 기관은 일단 불사의 황제와의 대결에 전력을 다해 서로 협조하기로 했고 일단 불사의 황제를 물리치는 모습을 방송매체를 통해서 공개한 뒤에 또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일단 결말이 난 것은 각자의 세력권은 유지된다는 것 하나라고 작은 아버지에게 들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다섯 기관과 통합되어 한 단체로 만들어질 것 같았다. 현재 사막의 밤은 점차 찾아오고 있었고 사막은 그 열기를 식히고 밤의 냉기를 내뿜고 있었다. 현재 막사를 치고 있는 사람들은 총 5200명! 한을 포함하여 다섯 기관의 정예 중에 정예들로 이루어진 수였다. SWU의 S급 요원 20명! A급 요원 200명 B급 요원 500명! 총 720명! 더 마나! 6써클 마법사 20명! 5써클 마법사 300명! 4써클 마법사 1000명! 총 1320명! 홀리 글로리. 하이 프리스트 10명! 프리스트 50명! 팔라딘 100명! 성전사 2000명 총 2160명! 무림! 절정의 무인 5명! 일류의 무인 60명! 이류의 무인 600명! 총 665명! 한! 총수와 장로 7명! 절정 무인 6명! 일류의 무인 88명! S급 초능력자 10명! A급 초능력자 40명! 하이 프리스트 급 5명! 프리스트 25명! 전투 및 보조가 가능한 무당과 박수무당 153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데스 마스터이자 7써클 마법사인 나. 총 335명! 다섯 기관의 인원을 합쳐 총 5200명이 모여 있는 것이다. 수는 우리가 가장 적지만 그 구성원은 우리가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설마 우리 한의 이런 엄청난 저력이 숨겨져 있을 지는 나도 몰랐다. 절정 무인만 해도 무림에 비해서 한 명이 많고 하이 프리스트와 S급 초능력자는 절반인 5명과 10명이지만 우리나라 같은 작은 나라의 땅 크기를 생각한다면 엄청난 것이다. 거기에 전투 보조 및 보조가 가능하다는 무당과 박수무당이 무려 153명이나 존재하고 있고 그들이 모시는 이들의 영혼은 하나같이 심상치 않은 힘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한의 세력이 공개되었을 때 다른 기관이 대표들의 놀라던 표정. 킥! 정말 볼만 했는데. “여어. 오랜만인데.” “응? 자네는 누군가?” “아! 제키씨!” 사막 언덕에 올라와 막사를 짓는 모습을 할아버지와 함께 살펴보고 있는 중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나와 싸웠던 이, SWU의 S급 능력자. 제키 씨였다. 제키 씨는 여전히 야구모자와 야구 자켓을 입고 껌을 씹고 있었다. “모습을 보니 괜찮으신 것 같네요.” “후후후. 다 들었다. 네가 나를 살렸다며. 정말 그때 굉장했지. 내 최후의 기술인 뇌제초래를 박살내고 나를 쓰러트렸으니까. 그런데 그거 도대체 뭐냐? 그 불길한 것.” “후후후. 가르쳐 드릴 수 없죠.” “흠흠.” “아! 죄송합니다.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안녕하십니까. 저는 SWU의 S급 능력자, 제키 마커스라고 합니다. 한의 전대 총수이신 분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하하하! 자네가 내 얼굴에 금칠을 하는구만. 그나저나 외국인 청년이 한국어를 참 잘 하는구만.” 할아버지는 제키 형의 말에 기분이 좋으신지 웃어 보이셨다. 하간 누군가 자신을 알아준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 그나저나 정말 굉장한 전력이네. 총기와 화기로 무장하고 거기에 각 기관에서 개발한 무기들로 무장한 요원들. 이 정도 전력이라면 작은 국가 정도는 말아먹을 수 있을 만한 전력이었다. “이 늙은이는 이만 가보마. 상민아. 막사는 기억하고 있느냐?” “예, 물론이죠. 걱정하시 마세요.” “안녕히 가십시오.” “하하하! 나중에 혹시 시간 난다면 우리 집으로 놀러오게나.” 할아버지는 그 말을 하시고는 언덕 아래로 걸어가셨다. 할아버지가 내려가신 이후 제키 씨는 나를 보며 웃어보였다. “그때는 내가졌지만 다시 싸우게 된다면 반드시 이길 거다.” “후후후. 과연 그게 쉬울까요? 하지만 뭐 더 이상 싸울 일도 없잖아요.” “그건 그래. 그나저나 너에게 당한 덕분에 한 가지 능력이 더 생겨서 보여주러 왔다.” “저에게 당한 덕분에 한 가지 능력이 더요?” 파지지직! 나 때문에 한 가지 능력이 더 생겼다는 제키씨! 그리고 그가 보인 새로운 능력!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본래 전기의 속성만 가지고 있던 그의 전기가 검게 물들어 있었고 순수하지는 않지만 저주의 힘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 하. 하. 이거 예상외의 변수인데요?” “그렇지? 후후후. 일명 다크 썬더! 그래서 내 기술명도 다 바꿨다. 이번 불사의 황제와의 결전에서 보여주마.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상관이 텔레파시로 잔소리 한다. 윽! 알았어요, 알았어, 가면 되잖아요. 끄응.” 제키 형은 고개를 흔들면서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언덕을 내려갔고 사막 언덕 위에는 나만이 서 있었다. 후후후. 제키 씨도 고생이 많군.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와의 결전. 제발 우리 뜻대로 되어야 할 텐데.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 “자연스럽게 봉인이 풀리기를 기다린다면 변수를 제외시킨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4일정도 걸리리라 예상됩니다.” “4일이라. 불길한 숫자군.” 리비아 사막에 설치된 막사 안에서 진행되는 수뇌부 회의. 나는 유일한 네크로맨서라는 이유로 수뇌부 회의에 참여할 수 있었다. 수뇌부 회의의 진행자는 SWU의 대외 활동부 부장이자 총수 대리인 델 곤멜이 맡고 있었다. 그 외에 좌석에 자리하고 있는 이들의 얼굴은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단지 수가 한 기간 당 한 명씩 추가되었을 뿐이었다. 나는 제외시킨 변수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내가 생각한 변수는 바로 달이었다. 언데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만월(滿月)과 삭월(朔月)에 보다 강해진다. 아마도 내 예상에는 만월에는 음기가 강해져서, 삭월에는 빛조차 사라지니 역시 음기가 강하져서 그런 것 같았다. 또 변수라면... 피 정도겠지. 피는 힘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살아있는 자의 삶의 상징이기도 하니까. “흠흠.” “상민아.” “응? 아! 죄송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고. 저기 저에게 무슨 말을 하셨나요?” 내가 변수에 대해서 생각하는 동안 나에게 무슨 질문을 했던 모양인지 사람들의 시선을 모두 나에게 쏠려 있었다. “흠흠. 혹시 봉인에 영향을 줄만한 변수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만.” “아! 저도 사실 방금 전부터 그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변수라면 일단 달이에요. 언데드는 어떤 이유에선지는 모르지만 만월과 삭월에 강해지거든요. 또 변수라면 피나 저 정도가 될 거에요. 피는 살아있는 자의 삶의 상징이기도 하니까요. 혹시 봉인에 피가 묻기라도 한다면 봉인 된 망령들의 영혼이 날뛸 겁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변수 중에 상민님도 들어간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는 또 뭐죠?” “그 이유는 제가 망령을 다루기 때문이죠. 제 망령들로 봉인이 되어 있는 언데드 파라오에게 종속되어 있는 망령들을 자극한다면 좀 더 빨리 봉인이 깨질 테니까요. ” 나는 델 곤멜을 쳐다보며 말해주었다. 나의 말을 들은 수뇌부들은 잠시 나를 쳐다본 뒤에 다시 델 곤멜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달과 피에 대한 것은 저들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별로 거론하지 않는 것을 보니 말이다. 다음에는 전투 진형에 대해서 상의하기 시작했다. 일단 가장 정면에 선 이들은 더 마나와 우리 한을 제외하고 SWU, 무림과 홀리 글로리의 근접 전투 요원들이 맡기로 했다. SWU에서는 활성화 능력을 지닌 이들이 나서게 되었고 무림에서는 대부분의 요원들이 나서게 되었다. 홀리 글로리에서는 성기사인 팔라딘 전부가 나서기로 했다. 성전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사실 무기와 약물, 그리고 훈련으로 강화된 민간인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을 선두에 세울 수는 없었다. 다음 후방 보조는 역시 이번에도 우리 한을 제외한 네 기관의 원거리 공격 능력자들이 맡기로 했다. 홀리 글로리의 하이 프리스트들과 프리스트들은 두 부대로 나누어 한 부대는 전방의 직접 전투를 하는 이들을 보조하기로 했고 일부는 부상자를 치료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더 마나의 마법사들은 전원 공격으로 돌리기로 했다. 직접 전투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지만 말이다. 진형이 결정이 난 후 다음 문제로 넘어갔는데. 그 다음 문제는 지휘관이었다. 여기 사막에 모여 있는 기관은 총 다섯! 이렇게 다섯 기관의 요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도 유래가 없는 일이었기에 지휘 계통의 문제가 일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자리에서 총 지휘관을 비롯해 가장 많은 피해가 날 것으로 예상되는 전방 돌격부대의 부대장. 후방 지원 공격부대를 보호할 후방 방어부대 부대장. 전방 돌격부대를 마법과 총기를 통해서 지원하게 될 전방 공격 지원부대 부대장. 전방의 돌격부대에게 보조 마법을 펼치고 부상자를 후방으로 빼내어 치료할 후방 보조부대의 부대장. 전장을 두루 살피어 지원을 필요로 하는 곳을 지원할 전후방 총지원부대 부대장. 총 지휘부 6명을 뽑게 되었다. 전방 돌격부대의 부대장은 무림의 대표, 라스베가스에서 보았던 이. 무협소설에서 꼭 등장하는 세가. 도로 유명한 하북팽가의 팽무진이라는 이가 맡게 되었다. 이어 후방 방어부대의 부대장은 SWU소속 S급 요원, 코드명 이지스의 방패라 불리는 이가 맡게 되었다. 코드명이 이지스의 방패로 불리는 것으로 보아 그는 방어가 특기인 모양이다. 전방 공격지원부대의 부대장은 더 마나의 6써클 마스터지만 아직 7써클에 오르지 못한 제라드 갈폰이란 분이 맡게 되었다. 후방 보조부대의 부대장은 홀리 글로리의 하이 프리스트, 엘리자베스 수녀님이 되셨다. 다음 전후방 총지원부대의 부대장은 나의 작은 아버지가 맡게 되었다. 전후방 총지원부대는 우리 한의 요원들로 이루어진 부대로 확실히 전후방 총지원부대가 되기에 적당했다. 무공을 쓰는 이도 있고, 신성력을 사용하는 성직자도 있고, 거기에 초능력자, 영적 능력을 사용하는 무당들. 마지막으로 7써클 마법사인 나도 있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총 지휘관은 SWU의 델 곤멜이 맡게 되었다. 그 이유는 일단 이번 계획을 구상한 것이 SWU이고 사막 원정부대의 식량, 식수, 막사, 무기 지원 등을 모두 SWU에서 부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만약 사망하는 이가 있을 시 유족들의 지원까지 모두 SWU에서 부담하기로 했단다. 돈이 넘쳐나는 기관인 모양이다. 거기에 매스컴까지 그들이 끌어들였으니 말 다한 것이다. 그런 관계로 총 지휘관을 SWU에 양보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델 곤멜이 총 지휘관이 된 것이다. 끄응, 그가 지휘관이라니. 마음에 안 들어. “그럼 이것으로 수뇌부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잠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델 곤멜 총 지휘관님.” “음. 상민님이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니. 궁금하군요.” “저기 저에게 개인 막사를 하나 주셨으면 합니다. 될 수 있으면 봉인과 거리가 멀고 큰 것으로 말입니다.” 회의가 끝나고 모두 막사를 나가려 할 때 나는 총 지휘관이 된 델 곤멜을 멈추어 세우고 말했다. 그로 인해 수뇌부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쏠렸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을 했다. 모두들 궁금해 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다른 이였다면 일단 호통부터 쳤을 테지만, 나는 이들에게 조금 특별하게 보이는 이. 알려지기로는 세계에서 유일한 네크로맨서이기에 그들은 일단 내가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지 궁금해 하는 것이다. “어째서 그런 부탁을 하는지 궁금하군요.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불사의 황제와의 전투를 대비해서 준비할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 이상은 묻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죠. 지금 당장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의외로 허락해 주는 델 곤멜. 정말 의외로군. 델 곤멜이 나간 뒤 다른 사람들도 한두 명씩 나가기 시작했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나갔을 때 작은 아버지가 다가와셔서 나에게 물어보셨다. “상민아. 갑자기 그런 부탁을 왜 한 것이냐?” “네크로맨서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요. 준비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리거든요.” “준비?” “더 이상은 묻지 마세요. 다 전투기 시작되면 알게 되실 거예요.” “음, 알았다.” 작은 아버지는 매우 궁금해 하셨지만 더 이상 묻지 않으셨다. 그로부터 2시간 뒤 나는 일반 막사의 4배 크기의 막사를 배정 받을 수 있었다. 그 막사에는 일반 막사에 있는 것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간이침대, 간이발전기, 전등, 그리고 물을 비롯해 약간의 음식이 들어있는 아이스박스가 말이다. 그 외에는 모두 비어 있었다. 후~우. 그럼 준비에 들어가 볼까. 상대는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 이론적이라면 우리 다섯 기관의 압도적인 승리.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론. 어떤 변수가 존재할지 모르니 만반의 준비를 해놓는 것이 좋겠지. 그들에게 나에 대한 인상도 깊게 남겨 놓고 말이야. 내가 아무도 몰래 하려는 준지. 그것은 바로 언데드를 제작하려는 것이다. 현실에서 처음으로 제작에 시도해 보지만 불안하지는 않았다. 레시피야 이미 종이에 받아 적어서 아공간에 보관해 놓았고 재료들도 모두 아공간에 있으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봉인이 있는 이곳에 오기 전에 나는 거의 수백 마리에 달하는 죽은 전갈을 비롯해 죽은 지렁이를 샀다. 그 이유는 바로 스콜피온과 웜을 언데드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레시피를 알아낼 필요가 있었고 크기는 작지만 수가 많은 전갈과 지렁이의 시체로 실험하기로 한 것이다. 이(異) 세계에서 제작할 때처럼 실패를 하게 되면 어째서 실패했는지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서 노력할 것이다. 나에게 있는 스콜피온과 웜의 시체는 모두 합해서 열! 스콜피온과 웜의 언데드를 만들어낸다면 이번 전투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에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후~우. 그럼 시작해 볼까. ------------------------------------------------- 키키키키. 크크크크. 캬캬캬캬! 정말 엄청난 사기(死氣)였다.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4일. 회의가 끝난 이후 이틀 뒤부터 사막의 모래로부터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사기(死氣). 죽음의 기운은 점차 커지기 시작하더니 4일째 되는 오늘. 일반인이라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그 기세가 커졌다. 그로 인해 사막에서 죽어간 이들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언데드 파라오에게 귀속된 이들인지 모를 망령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수뇌부 회의가 있던 다음 날 왔던 매스컴의 기자와 카메라맨, 스텝들의 근처를 알짱거리더니, 3일째 되는 날 사기(死氣)가 강해지고 그로 인해 평범한 이들인 기자와 카메라맨, 스텝들의 생기(生氣)가 약해지자 겁도 없이 덮치려 했지만 다행히 홀리 글로리의 프리스트들에 의해서 사전에 차단되었다. 그렇지만 강해진 사기로 인해서 보통 사람들의 눈에도 보이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일순간 스텝들은 공포와 혼란에 빠졌지만 곧 괜찮아졌다. 정말 엄청난 사기! 엄청난 사기로 인해 언제 등장할지 모를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와의 전투를 위해 우리들은 완전 무장을 하고 근육이 수축되지 않도록 몸을 풀고 있었고 각자의 무기와 장비들을 점검하고 있었다. 착! 착! 쿠쿠쿠쿠. “기다려. 아직 아니야.” 언데드 파라오가 내뿜는 사기에 반응하여 흥분한 녀석들은 깊은 모래 속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아직은 아니다. 곧 날뛰게 해줄 테니, 기다리렴. 후후후. 현재 내가 있는 곳은 연합군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 작은 아버지를 비롯해 한의 요원들에게는 말하고 나왔지만 그밖에 다른 이들에게는 말하지 않고 몰래 이동했다. 이곳으로 이동한 이후 나는 전투를 위해서 준비를 시작했고 겨우 얼마 전에 준비를 마치었다. “셰인.” [예, 마스터.] “내가 명령하면 바로 전군 출동이다. 언데드 파라오에게 너희들의 힘을 보여주는 거다.” [마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크크크. 이쪽 세계의 언데드들은 과연 얼마나 강할지 모르겠군. 언데드 파라오, 불사의 황제라. 참으로 광오한 이름이로군. 크크크.] [투크, 방심은 금물이다.] [알았어, 알았다고. 이거 정말 두근거리는데. 확실히 이름은 어이없지만 대단한 사기야. 정말 재미있겠어, 안 그러냐! 얘들아!] [그렇습니다! 형님!] “모두 조용히! 나온다!” 절정에 오른 사기(死氣)! 꽤나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내뿜는 사기가 절정에 오르고 점차 이 사기의 근원이 되는 자가 땅속으로부터 올라오고 있다는 것을! 쿠쿠쿠쿠!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는 모래들! 그리고 모래 속에서 솟아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집트 관광 때 보았던 피라미드였다. 그 크기는 관광 때 보았던 피라미드보다 작지만 놀랍게도 그 피라미드는 황금! 금으로 되어 있는 피라미드였다. 황금으로 되 피라미드는 한순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나의 시선은 다른 곳에 있었다. 피라미드 정상에 있는 이! 이 모든 사건의 주역이자, 우리가 쓰러트려야 할 자. 불사의 황제라는 언데드 파라오라는 광오한 이름을 가진 자. 사기의 중심에 선 자. 언데드 파라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천 년 전 이집트의 황제였던 이기 죽음을 거스르고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언데드 파라오를 감싼 붕대는 수천 년 전의 붕대라고 생각되지 않게 너무도 깨끗했다. 붕대 사이로 드러난 언데드 파라오의 눈빛은 데스나이트처럼 붉지도, 좀비의 눈처럼 탁하지도 않고, 오히려 정갈하고 근엄이 넘치는 것이 정말 언데드가 맞는 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때 황금의 피라미드 주위의 모래 속에서 손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피라미드 주위의 모래 속으로부터 나오는 존재는 모두 미라들이었다. 하지만 그 미라들의 모습은 모두 천차만별이었다. 언데드 파라오의 존재를 안 뒤 이집트의 직위에 대해서 공부하는 동안 보았던 사진의 제사장과 거의 다를 것이 없는 옷을 입은 미라. 전사의 무기와 투구 옷을 입은 미라. 거기에 오직 창을 든 노예병 미라. 거기에 있는 지도 몰랐던 피라미드와 연결된 줄을 잡고 있는 미라등! 엄청난 수의 미라들이 사막을 채우기 시작했다. 모래 속으로부터 나타난 미라들은 저 멀리 있는 연합군의 생기(生氣)를 느꼈을 텐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뒤를 돌아 무릎을 꿇고 절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태양신의 아들. 신의 화신. 최고의 신관임과 동시에 최고 사령관인 죽임에서조차 부활한 언데드 파라오에 대한 경배였다. [위대하신 태양신 라의 아들이시자 지상에 강리하신 신의 화신이신 파라오의 부활을 경하 드리옵니다!] [전원 공격!!!] 미라들이 언데드 파라오를 경배하며 말하는 외침은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언어였다. 하지만 그들, 즉은 자들인 미라의 사기와 함께 경배가 가득한 외침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바로 어제 지급받았던 소형 이어폰을 통해서 총 지휘관으로 임명된 델 곤멜의 공격 명령이 들려왔고 잘못했으면 공격을 하라고 명령할 뻔했다. 콰콰콰쾅! 투투투투! 쾅! 쾅! 화르르르! 파지지지직! 쿠쿠쿠쿠. 델 곤멜의 명령으로 시작된 공격! 후방의 더 마나의 마법사들은 각각 다른 마법이긴 하지만 화염계의 마법을 쏘았고 그 중 제일 강한 것은 7써클 화염계 마법! 플레어였다. 이어서 홀리 글로리의 성전사가 총기와 화기를 동원하였고, SWU의 자연계 능력자들은 각기 다른 능력을 선보이며 전력을 다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밖에 직접전투에 투입되지 않은 이들도 지급된 총기를 들고 공격했다. 그렇게 장장 5분 동안 공격은 계속되었고 그로 인해 모래먼지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중지! 공격 중지!] 델 곤멜의 공격중지 명령이 떨어지자 일제히 공격은 멈추어졌다. 모래먼지로 자욱한 사막. 나는 언데드 파라오의 평가를 달리하게 되었다. 저들은 모를 테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모래먼지로 가려진 그 안의 상황을. 연합군의 공격은 엄청났다. 7써클 마법을 비롯해 6써클 마법들이 난사되었고 그에 준하는 SWU의 자연계 능력자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거기에 홀리 글로리에서 개발된 엄청난 무기들의 공격도 대단했다. 지금 쏟아 부은 화력만 하더라도 웬만한 도시는 날려버릴 정도라고 자신한다. 그렇지만 모래먼지 안의 상황은 기대에 못 미쳤다. 알 수 없는 힘. 그 힘은 사기(死氣). 죽음의 기운이 아니었다. 그 힘은 오히려 신성력에 가까운 힘! 그 힘이 모래먼지 속에서 느껴졌다. 그 힘으로 인해 연합군의 엄청난 공격은 처음의 공격과 엄청난 공격으로 인해 힘이 사라진 이후인 후반의 공격을 제외하고 아무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 성과를 내지 못한 시간은 공격이 계속된 5분 중 약 4분! 무려 4분이나 되었다. 만약 나에게 저만한 공격을 4분 동안 막으라고 한다면 자신 없었다. 아니 절대로 불가능했다. 꿀꺽!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모래먼지는 곧 잦아들고 그런 모래먼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언데드 파라오와 그의 백성들. 그 모습을 본 이들은 모두 딱딱하게 굳을 수밖에 없었다. 수가 줄기는 하였으나 그 수는 만 오천이라는 엄청난 수와 아까의 엄청난 공격에 비해서 새 발의 피라 할 수 있었다. 수천 년간 봉인되어 온 언데드 파라오. 봉인되어 있는 동안 그 힘의 근원이라는 백성들의 영혼은 상당수가 해방되었고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만약 그 백성들의 영혼이 해방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그와 싸우게 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후후후. [어이 마스터. 왜 몸을 떨고 그래. 무서워서 그래?] [마스터...] “크크크. 이거 정말 재미있게 됐어. 정말 상상 이상이야. 불사의 황제란 이름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군! 언데드 주제에 신성력을 사용한단 말이지. 정말 재미있어! 정말 재미있다고. 크크크!” [뭐야. 좋아서 그런 거야. 과연 우리 마스터야! 정말 마음에 들어!] “투크.” [응? 왜 마스터?] “오늘 우리 한 번 신명나가 놀아보자고.” [우리야 좋지.] 나는 생각을 바꾸어 먹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에 대한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자리라고 생각했던 이 자리. 그 따위 생각은 접었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저쪽이 죽던가! 아니면 내가 죽는다! 이건 생사! 그리고 불사의 황제란 칭호와 죽음의 주인이라는 칭호를 건 싸움이다! -------------------------------------------------- “오! 신이시여!” 연합군 지휘관이 된 델 곤멜은 모래먼지들이 사라진 이후 모습을 드러낸 언데드 파라오와 언데드 파라오의 힘의 근원이 되는 백성들인 미라들의 모습을 보고는 SWU에 속한 뒤 한 번도 찾지 않았던 신을 찾았다. 델 곤멜은 이번 공격을 통해서 적어도 3분의 1에 달하는 미라들이 처리될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그만한 위력을 가진 공격들이었다. 고작 몇 백, 약 천 구에 달하는 미라들이 당했을 뿐이었다. 놀란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상상 이상의 힘을 가진 언데드 파라오의 저력에 연합군의 요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한 공격의 위력을 알고 있었다. 웬만한 도시는 순식간에 먼지로 만들어버릴 만한 공격! 그런 공격에 피해를 입은 것은 고작 몇 백. 많아도 고작 천 구 정도의 미라가 당한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들은 이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연합군의 요원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엄청난 냉기를 품고, 지옥에 가 들을 법한 소리가 리비아 사막으로 퍼져나갔다. 크아아아아아아!!!! 팍! 팍! 팍! 척! 척! 척! 쿠쿠쿠쿠! 착! 착! 착! 크아아아아! 외침이 잦아든 이후 언데드 파라오의 백성들과 연합군 사이에서 팔이 솟아나오기 시작했다. 그 팔은 모두 성치 않은 팔들! 심지어 백골! 뼈로만 된 팔도 있었다. 그들은 언데드! 좀비와 블루 좀비! 레드 좀비! 구울! 에이션트 구울도 있었다. 스켈레톤도 있었다. 스켈레톤, 스켈레톤 워리어, 스켈레톤 나이트. 엄청난 수였다. 그 뒤 갑자기 언덕으로부터 누군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뼈로 된 말! 본 홀스를 타고 내려오고 있었고 온몸이 뼈로 된 이들이었다. 각기 색은 다르지만 모두 스켈레톤들이었다. 그렇다. 그들은 상민! 죽음의 주인. 데스마스터에게 종속된 언데드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상민에 의해서 소환된 이후 모래 속으로 이동하여 나타날 준비를 하고 있었고 리비아 사막으로 퍼진 고함! 데스리치의 아이템 스킬인 데스로어에 의해서 모래 속에서 나왔던 것이다! 모래 속에서 나온 것은 평범한 언데드 뿐만이 아니었다. 상민이 만들어낸 그레이 오우거 조비! 그레이 오우거 워리어 좀비! 그레이 매드 오우거 등! 몬스터들의 시체로 만들어진 언데드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언데드들에 매우 놀라워하며 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때 그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지나갔다. 크아아아아! 엄청난 덩치와 두 개의 날개! 푸른색으로 물든 초록색 비늘! 그것은 바로 프로스트 웜! 상민이 만들어낸 유일한 비행형 언데드! 그린 드레이크의 시체로 만들어 낸 프로스트 웜이었던 것이다! 그 프로스트 웜의 위에는 데스리치 세트를 입은 상민과 데스나이트 스칼런과 데스 브레이커 대장 투크. 본 마스터 셰인이 타고 있었다. 프로스트 웜 위에서 상민은 황금의 피라미드 위에 있는 언데드 파라오를 쳐다보았고, 언데드 파라오 역시 프로스트 웜 위에 있는 상민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쳐다보며 가만히 있었다. 한동안의 침묵! 그 한동안의 침묵을 깬 것은 상민이었다! “난 죽음의 주인! 데스마스터 상민! 나, 나의 이름을 걸고!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인 그대에게 도전하려 한다!” 상민의 외침은 사막 여기저기로 퍼져나갔고 사막에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언데드 파라오에게로 쏠렸다. [나 위대한 태양신 라의 아들이자 신의 화신 파라오는 그대 죽음의 주인 데스마스터, 상민의 도전을 받아들이겠다.] 크아아아아! 수천 년의 시간이 흘러 부활한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 이 세계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죽음의 주인 데스마스터. 두 존재의 이름과 명예가 걸린 싸움은 시작되었다. --------------------------------------------------- “가라! 나의 영혼에 귀속된 망자들이여! 그대들의 힘을! 그대들의 한을 보여주어라!” [가라, 나의 백성들이여. 나에 대한 그대들의 충성을 증명할 때이다! 가라! 나의 백성들이여.] 쿠우우우우! 파아아아아! 시작은 내가 올라타고 있는 프로스트 웜의 프로즌 브레스로부터 시작되었다. 일직선으로 발사된 프로즌 브레스는 미라들을 순식간에 얼려버렸고 사막의 열기도 프로스트 웜의 프로즌 브레스를 막지 못했다. 순식간에 얼어버린 미라들은 엄청난 냉기로 인해 산산조각 나버렸다. 쿠우우우우! 파아아아아! 다시 발사된 프로즌 브레스! 하지만 이번에는 그들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비의 여신이신 테프네트시여. 태양신 라의 아들이신 파라오를 모시는 제사장들로서 바라옵건대. 감히 파라오께 대항하는 이이게 그 힘을 보여주소서!] 슈우우우웅! 콰콰콰콰콰! 제사장의 기도와 같은 주문으로 인해 갑자기 나타난 물기둥은 프로즌 브레스와 격돌했다. 물기둥과 프로즌 브레스의 격돌의 결과는 양패구상! 둘 다 사라졌다! 제길! 언데드 주제에 신성력과 비슷한 힘을 쓰다니! 비의 여신 혹은 이슬의 여신이라 불리는 테프네트.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여신의 이름이었다. 도대체 어떤 이유에선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신성력과 비슷한 힘을 사용하고 있었다. 언데드 주제에 말이다! [공기의 신이신 슈시여. 태양신 라의 아들이신 파라오를 모시는 제사장들로서 바라옵건대. 감히 파라오께 대항하는 이에게 위대한 힘을 보여주소서!] 파아아악! 쿠쿠쿠쿠쿠! 크윽! 갑자기 느껴지는 엄청난 압력! 공기의 신 슈라는 신의 힘을 빌어 사용한 것인가! [리버스 그라비티!] “잘했어! 보를!” [허허허! 저희들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공기의 압력에 대항하여 시전한 리버스 그라비티로 인해서 상쇄되었고 다시 나에게 속한 언데드들은 자유롭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크크. 가만있으려니까 좀이 쑤시는군. 마스터,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저도 이만....] 투크와 스칼런은 그대로 프로스트 웜에서 뛰어내려 전투에 참여하였다. 수로서는 밀리지만 질로서는 내 쪽이 앞섰다. 검은 붕대로 죽음의 기운을 내뿜는 머미(Mummy) . 일반 미라보다 강했지만 스켈레톤 나이트보다는 강하지 않았다. 성장하지 않은 일반 스켈레톤의 수는 1200구! 데스마스터로 오른 이후 스킬 레벨의 한계 레벨이 300으로 상승하였기에 가능한 수였다! 그냥 스켈레톤 300구! 파이어 스켈레톤 300구! 아이스 스켈레톤 300구! 포이즌 스켈레톤 300구! 총 1200구! 이어서 그냥 스켈레톤 워리어들의 수는 절반인 600구! 스켈레톤 나이트의 수는 워리어의 절반인 300구! 이렇게 성장하지 않은 스켈레톤과 스켈레톤 워리어, 스켈레톤 나이트의 수많 합쳐도 2100구나 되었다. 거기에 성장하지 않은 다른 스켈레톤들! 스켈레톤 자이언트, 스켈레톤 스피어, 스켈레톤 아쳐! 스켈레톤 메이지까지 하면 성장하지 않은 스켈레톤의 총 수는 2700구나 되었다! 거기에 에니메이트 데드로 소환하고 만들어낸 인간형 좀비들의 수는 210구! 좀비와 성장하지 않은 스켈레톤들을 합하면 총 2910구. 약 삼천 구나 되었다. 사실 나도 이 정도 엄청난 수의 언데드를 소환할 수 있을지는 몰랐다. 이 정도를 소환한 뒤에서야 나는 어째서 예전에 보았던 네크로맨서 입문서에서 데스마스터가 혼자서 일국(一國)을 상대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언데드들은 시작에 불과했다. 일차 성장을 한 스켈레톤들.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 플레임, 프로스트, 베놈 스켈레톤 워리어. 스켈레톤 브레이커, 스켈레톤 헌터, 스켈레톤 랜서, 스켈레톤 위저드, 이들의 총 수는 1200구! 다음으로 이차 성장을 거친 스켈레톤들.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 플레임, 프로스트, 베놈 스켈레톤 나이트.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 스켈레톤 스카우트, 스켈레톤 로열 랜서, 스켈레톤 세이지. 이들의 총수는 600구였다. 이어 소환 가능한 수의 듀라한 50구! 소환 가능한 데스나이트 12명. 데스 브레이커 역시 12명 소환가능하다. 이쯤에서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눈치 챘을 것이다. 이 숫자! 이만큼의 소환 가능한 숫자가! 나의 특수한 능력! 지배로 인해서 더 소환 가능한 언데드 숫자를 뺐다는 것을 말이다! 오직 스킬 레벨로만 소환했을 때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전력을 다해! 내가 가진 한계까지 언데드들을 소환했고 그 수는 현실이지만 그대로 나의 몸에 남아있는 능력치 지배로 인해서 스킬 레벨의 한계를 넘어선 숫자를 소환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직접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소환한 모든 언데드와 내가 제작을 한 언데드를 합한 그 숫자는 추정 약 5500구의 언데드였다! 이 수에는 상위의 언데드,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 본 시리즈의언데드들도 모두 포함시킨 것이다! 착! 착! 이번에 막사에서 제작했던 스콜피언 좀비는 거대한 두 집게로 미라들의 몸을 토막 내고 휘둘러 박살냈다. 꼬리 역시 쉬지 않고 내리쳐 미라들을 박살내고 있었다. 좀비 웜 역시 쉬지 않았다. 체내에서 만들어진 산성액을 내뿜어 미라들을 녹이거나 그대로 삼켜 속으로부터 녹여버렸다. 스켈레톤들은 엉성한 무기들을 휘두르며 미라들을 산산조각 내고 있었고 스피어들은 랜서들과 함께 창을 휘두르며 미라의 몸에 구멍을 내고 있었다. 이집트의 언데드들. 미라와 머미, 개의 머리를 한 전사 미라, 보통의 전사 미라, 창을 든 미라, 곡괭이를 든 미라, 등에 바위를 진 미라들도 그 엄청난 수로서 나의 언데드들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수로서는 밀린다. 허나 질로서는 내 쪽이 앞섰다. 현재 내가 본 마스터들과 본 나이트들. 이차 성장을 거친 스켈레톤들을 나서지 않게 하는 것처럼 언데드 파라오 역시 그와 가까이 있는 이들. 모습은 같지만 그 육체가 품은 사기(死氣)는 다른 미라들과 비교되지 않게 정갈하고 진했다. 그때였다! 콰콰콰쾅! 콰쾅! 콰쾅! 화르르르! 파지지직! [공격! 공격 하라! 모두 공격하라!] 안 돼! 안 돼! “모두 멈춰!!! 크아아아아!!!” 델 곤멜의 명령에 의해서 미라들과 나의 언데드들과 싸우는 전장에 연합군은 전력을 다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는 안 돼! 이건 불사의 황제와 죽음의 주인의 이름과 명예가 걸린 싸움! 이래서는 안 된다고!! “가라! 셰인! 저들을 막아라! 저들이 공격하지 못하게 막아!” [마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가자!” 크아아아아! 나는 프로스트 웜에게 명령을 내려 지휘부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고 지휘부 상공에서 뛰어내렸다. 지휘실 안에는 델 곤멜이 계속해서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그때 지휘실 안으로 들어온 나를 발견한 그는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그런 엄청난 수의 언데드라니! 이대로라면 저희의...” “입 닥쳐!” 퍽! 나는 그대로 델 곤멜의 얼굴에 주먹을 한 대 먹여준 이후 마이크가 달린 헤드폰을 빼앗아 외쳤다. “당장 공격을 멈춰! 계속 공격하게 된다면 난 언데드 파라오 쪽으로 돌아서겠어!” 콰쾅. 나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공격소리가 멈추었다. 제길! 제길! “지,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절호의 찬스입니다! 이대로 밀어 붙이면...” “네가 지금 한 짓이 무슨 짓인지 아나! 이건 평범한 싸움이 아니다!” “그렇죠. 평범한 싸움이 아니죠. 대외적으로 우리 능력자들의 이름을......” “그런 싸움이 아니란 말이다! 이건 불사의 황제와 나! 죽음의 주인의 이름과 명예를 걸고 하는 싸움이란 말이다! 네가 방금 한 짓이 어떤 짓인 줄 아느냐! 만약 더 이상 싸움에 껴든다면 나는 아까 말했던 대로 언데드 파라오 쪽으로 돌아서겠다! 그리고 네 영혼을! 아니 네가 속한 SWU의 요원들의 영혼을 영원이 구천을 떠돌게 만들어 주겠다!” 이 말을 하고는 난 델 곤멜을 던져버린 다음 바로 프로스트 웜을 타고 언데드 파라오를 향해서 날아갔다. 전투는 멈춰진 상태였다. 언데드 파라오는 분노하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과 명예를 건 싸움. 전쟁에서 방해받았으니 말이다. 나는 언데드 파라오의 진형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갔다. 이에 매우 놀라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 왔지만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다가갔고 언데드 파라오의 백성 역시 막지 않았다. 프로스트 웜은 황금빛 피라미드 앞까지 날아갔고 프로스트 웜은 나와 언데드 파라오가 마주볼 수 있는 높이로 날개를 펄럭이며 고도를 유지했다. “....” [.....] 한동안 언데드 파라오를 바라본 뒤 나는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그리고 말했다. “사과드리겠습니다. 감히 당신과 나의 이름과 명예를 건 전쟁에 저들이 나서게 된 것을.” [... 이번만 그대의 얼굴을 봐 용서하겠다. 허나 다시 한 번 방해한다면 태양신 라의 아들인 나의 이름과 명예를 걸고 응징하겠다.] “저 역시 다시 한 번 방해한다면 그대를 돕겠습니다.” 끄덕. [가라! 적이여! 그대가 그대의 백성들에게 간 후 이 모래가 모두 떨어질 때 다시 전쟁을 시작하겠다!] 휙! 나는 언데드 파라오가 던진 모래시계를 받아들었다. 모래시계 모래가 모두 떨어질 때까지 걸릴 시간은 약 5분. 그 정도면 충분했다. 나의 언데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간 뒤 나는 정식으로 싸우기 위해서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들을 비롯해 본 마스터들과 본 나이트. 뒤로 빼두었던 이차 성장 스켈레톤들을 앞에 세웠다. 그리고 언데드 파라오의 성의에 보답하기 위해서 비장의 카드를 모두 보이기로 했다. “나와 나의 대리자에게 죽음을 맞이한 이들이여! 나 그대를 부르노니! 나의 영혼! 나의 이름 아래에! 그 모습을 보여라! 나 그대에게 다시 육체를 주리니! 나의 의지에 따라 나의 적을 치는 충실한 종이 되리라! 리바이벌 몬스터(Revival Monster)!” 우우우우웅! 쿵! 쿵! 쿵! 쿵! 마스터 스킬! 리바이벌 몬스터(Revival Monster)! 그것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나의 눈앞에 열린 거대한 게이트! 그리고 그 게이트로부터 천천히 걸어 나오는 거대한 네 존재! 그 두 존재는 모두 나의 손에 목숨을 잃은 이들! 5개의 목! 그 시체는 나의 로브 안에 있는 몬스터! 히드라였다! 이어서 모습을 보인 존재! 게임 속에서 나에게 너무도 쉽게 목숨을 잃은 이! 엄청난 힘을 자랑하는 거인! 스톤 자이언트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현실에서 잡았던 몬스터. 녀석이 가진 석화 브레스에 맞게 되면 돌이 되어 버리는 몬스터. 바질리스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는 바질리스크와 마찬가지로 석화시키는 독을 가진 몬스터! 코카트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습을 드러낸 히드라와 스톤 자이언트. 바질리스크와 코카트리스. 이들이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그 정도면 충분했다. 언데드 파라오와 나와의 전쟁이 결말나기에는. 그때! 이번에는 언데드 파라오 쪽에서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다. 게이트가 열리고 모습을 보인 존재는 바로 스핑크스! 사자의 몸과 독수리의 날개. 뱀의 꼬리. 인간의 얼굴을 가진 몬스터 스핑크스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 마리의 새! 불사의 상징. 스스로를 용암 속에 던짐으로서 다시 부활한다는 영조(靈鳥)! 불사조 피닉스가 게이트로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스핑크스와 피닉스! 이렇게 단 두 마리였지만 그들로 느껴지는 위압감은 내가 소환한 4마리 못지않았다.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몬스터들. 잠시 후 언데드 파라오가 나에게 준 모래시계는 모두 떨어졌고 모래시계는 말 그대로 모래가 되어 사라졌다. “가라! 나의 종들이여!” [가라! 나의 백성들이여!] 크아아아! 꺄아아! 크어어어! 불사의 황제와 죽음의 전쟁은 다시 시작되었다. -------------------------------------------------- “상민아.” “호장로. 물러서게. 자네손자 말대로 우리가 끼어들 싸움이 아니야.” 상민의 할아버지. 전대 한의 총수이자, 현 한의 제 1장로. 호상군은 불사의 황제의 백성과 죽음의 주인, 상민의 언데드들과의 전쟁을 지켜보고 있었다. 호상군 그도 지급받은 송신기를 통해서 모두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의 손자가 한 말을. 그 말에서 느껴지는 결심! 더 이상의 방해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그도 느낄 수 있었다. 그저 평범했던 아이. 그런 아이가 어느 사이엔가 SWU의 시설을 박살내고 수많은 요원들을 상대로 싸워 목숨을 빼앗고, 자신의 친구가 올랐던 경지 이상의 경지와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하하! 상민아, 너도 역시 호가의 남자구나! 하하하! 이 자리에서 보여주어라! 우리 호가에 속한 남자의 의지를! 기상을!” ------------------------------------------------- 꺄아아악! 크아아아악! 파아아악! 우두둑! 화르르르! 불사조 피닉스를 상대하는 것은 히드라와 프로스트 웜이었다. 프로스트 웜은 날아다니며 공격하는 피닉스를 견제했고 히드라는 목을 휘두르고 포이즌 브레스를 내뿜으며 피닉스를 공격했다. 그렇게 얼마가지 않아 피닉스는 프로스트 웜의 프로즌 브레스에 날개를 맞았고 히드라의 목에 붙잡힐 수밖에 없었다. 히드라의 목에 붙잡힌 피닉스는 온 몸을 뒤덮은 불을 더욱 거세게 타오르게 하며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리바이벌 몬스터로 인해 소환된 히드라는 이미 죽은 몬스터! 엄청난 열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조여 왔다. 허나 피닉스가 내뿜는 열기는 엄청났다. 만약 계소기해서 프로스트 웜이 프로즌 브레스를 내뿜어주지 않았다면 히드라의 목이 녹아버릴 정도로 말이다. 쾅! 크르르르! 파아아악! 쩌저적! 코르르르! 스핑크스를 상대하는 것은 스톤 자이언트와 바질리스크, 코카트리스였다. 세 몬스터의 연합 공격에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을 지닌 스핑크스는 스스로가 가진 특수한 능력, 초음파를 이용한 공격으로 상대하고 있었으나 엄청난 힘을 지닌 스톤 자이언트의 몽둥이와 석화 브레스를 쏘는 바질리스크, 역시 석화의 독을 가진 코카트리스 에게 맥을 못 추고 당하고 있었다. 언데드 파라오의 백성인 미라들과 나의 언데드들과의 싸움은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수로서는 밀리지만 질로서 앞서는 나의 언데드들! 특히 엄청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마계로부터 소환된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 본 마스터들과 본 나이트들이었다. 그들의 검과 무기에서 나오는 데스 블레이드는 언데드 파라오의 용사들 을 상대로 엄청난 위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마계의 데스나이트 한 명을 상대하기 위해서 파라오의 가까이 있던 용사 4명이 투입되었고, 데스 브레이커 한 명을 상대하기 위해서 용사 5명이 투입되었다. 신성력과 비슷한 힘을 사용하는 제사장들을 본 마스터 보를과 본 메이지. 그리고 스켈레톤 세이지들이 상대하였고, 현재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균형을 이루고 있긴 하지만 미세하게나마 우리 쪽이 우세했다. 이대로 시간을 끈다면 피닉스는 히드라와 프로스트 웜이 처리할 것이고, 스핑크스는 스톤 자이언트와 바질리스크, 코카트리스가 처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완전히 승기는 내 쪽으로 기울 것이었다. 끼아아악! 화르르르! 크아아아아! 크아아아아! 히드라와 프로스터 웜이 상대하던 피닉스는 결국 히드라의 엄청난 악력과 프로스트 웜의 프로즌 브레스에 의해서 죽음을 맞이했다. 혹시 만약 전설대로 부활할까 해서 나는 잠시 동안 그곳을 주시했지만 피닉스는 다시 부활하지 않았다. 아마도 소환된 피닉스였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이것으로 승기는 완전히 내 쪽으로 기울었다! 그때였다1 지금까지 황금의 피라미드 위에서 가만히 있던 언데드 파라오가 움직인 것ㄷ이! 황금의 피라미드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파라오는 한 자루의 검을 빼들었다. 언데드 파라오가 빼든 검은 스스로 빛을 내고 있었고 놀랍게도 그 빛은 저차 커지더니 하나의 태양을 만들어냈다. [오오오! 파라오시여!] 파라오의 행동에 나의 언데드들을 상대하던 미라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언데드 파라오를 경배하기 시작했다. 나의 언데드들에게 당하면서까지 말이다. 언데드 파라오는 자신의 검에 맺힌 작은 태양을 쳐다보더니 그대로 피닉스를 처리한 히드라를 향해서 휘둘렀다. 화르르르르! 크아아아아!!! 모든 것을 불태워버릴 것만 같은 작은 태양은 그대로 히드라를 향해서 휘둘러졌고 나의 명령으로 인해 급하게 피하려 했던 히드라의 머리 중 3개의 머리를 휩쓸고 지나갔다. 놀랍게도 작은 태양이 지나친 히드라의 3개의 머리는 재도 남지 않고 사라졌고 그로 인한 분노로 히드라는 나의 명령조차 거부하며 언데드 파라오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화르르르르!!! 또 다시 검에 맺힌 작은 태양은 앞서 것보다 컸다. 다시 휘둘러진 검! 그리고 발사된 태양! 쿠우우우! 파아아아아! 쿠우우우! 파아앙아아! 숨을 들이켜 태양을 향해 발사된 히드라의 포이즌 브레스와 프로스트 웜의 프로즌 브레스! 하지만 그것으로는 태양의 진군을 막을 수 없었다. 쳇! 나는 급하게 프로스트 웜에게 피하라고 명령했고 프로스트 웜은 브레스를 멈추고 높게 날아올랐다. 크아아아아!!! 태양에 적중당한 히드라의 몸은 그대로 재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하지만 남은 2개의 머리는 계속 요동치고 있었다. 이것은 언데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요동치던 히드라의 2개의 머리는 곧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저, 저런 엄청난 것을 어떻게 상대해야하지! 만약 계속해서 저것을 쏜다면 나의 완벽한 패배다! 아니야! 설마 저런 것을 계속 쓸 수 있겠어? 분명 한계는 존재할 거야! “위저드 아이!” 나는 급하게 위저드 아이를 시전하여 언데드 파라오를 살폈다. 역시! 태양을 맺혔던 검을 잡은 언데드 파라오의 팔은 어깨까지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언데드 파라오가 가진 엄청난 회복력으로 인해 더디지만 점차 회복되고 있었다. 역시 언데드는 언데드! 신성력이 담긴 검을 계속해서 사용할 수는 없을 테지. 하지만 무시할 수는 없었다. 단 한두 방만으로 나의 언데드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만한 위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나 죽음의 주인! 상민! 그대!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에게 1:1 대결을 신청한다!” 나는 큰소리로 외쳤다. 과연 그가 받아들일지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지지는 않을 테지만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했다. 언데드 파라오는 손에 쥔 검을 잠시 바라보고는 나에게 말했다. [그대의 요청을 받아들인다!] [오오오! 파라오시여!!!] 그가 받아들인다는 말과 함께 그의 백성들인 미라들은 일제히 물러나며 경배했고 나의 언데드들 역시 뒤로 물러났다. [마스터.] “걱정 하지 마, 셰인. 만일 계속 집단전을 벌이고 그가 저 검을 사용한다면 엄청난 피해를 입을 거야.” [허나 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그의 공격으로 인해 너희들을 잃을 수도 있어. 난 그것이 싫어서 나서는 거야.” [마스터.] “그럼 다녀올게.” 나는 언데드 파라오의 백성과 나의 언데드들이 만들어낸 결투장 안으로 들어섰다. 먼저 도착하여 나를 기다리고 있는 언데드 파라오. 나는 그를 향해서 고개를 숙여보였고 그 역시 나를 향해서 고개를 숙여보였다. 나는 그를 잠시 돌아본 뒤에 아공간에서 여섯 자루의 검을 꺼냈다. 지난번과 다르게 나는 숨기듯이 주문을 외우지 않았다. 여섯 자루의 검을 꺼내고 나는 준비에 들어가기 위해 주문을 외웠다. “망자의 영혼이여! 나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나의 또 다른 손이 되어라! 고스트 핸드!” 그렇다. 나의 검술! 양손에 두 자루를 제외하고 다른 네 자루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고스트 핸드라는 망령들로 만들어진 손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제키 씨와의 결투에서 아공간을 열면서 시전하고 고스트 핸드에 인비져빌리티를 시전 하였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은 것이다. 나는 이어서 계속 주문을 외웠다. 나의 검술! 커스 소드를 사용하기 위해서 말이다! “인간의 혼돈에서 태어난 이여. 정령이되 정령으로 인정받지 못한 자. 나 상민은 그대를 부르고자 한다. 모든 저주의 근원이 되는 자. 정령임에도 불구하고 정령의 신으로부터 버림받은 자여! 여기 그 모습을 드러내라! 서먼 커스 엘리멘탈(Summon Curse Elemental)!” 크크크크! 캬캬캬캬! 키키키키! 망자들이 뭉쳐 만들어낸 게이트로부터 마이너스 에너지를 품고 나타난 정령! 저주의 정령 커스 엘리멘탈의 모습이 드러났다. [말하라, 계약자여.] “이 6자루의 검에 내가 원하는 그때까지 머물러 주시오!” [.....알았다.] 우우우웅!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저주의 정령은 6개로 나뉘어 여섯 자루의 검안으로 깃들었고 검신은 검게 물들었다. 이것으로 준비는 끝이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작하지.] 퓍! 헛! 엄청난 속도로 찔러 들어오는 검!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단 승기를 잡은 파라오는 나를 계속 휘몰아쳤다. 크윽! “소울 스트라이크!” 캬아아아악! 콰콰콰쾅! 제키 씨와의 결투에서 쓰지 않았던 마법을 나는 급하게 시전했다. 그러지 않았으면 내가 당했을 테니 말이다. 언데드 파라오는 검을 휘둘러 소울 스트라이크로 자신을 노려오는 망령들을 베었고 나는 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이해하시길. 이것은 결투! 제가 가진 능력을 모두 사용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시길!” 끄덕! “헤이스트! 스트랭스! 프로텍트 아머! 갑니다! 커스 페럴라이즈!” 움찔! 페럴라이즈에 당한 파라오는 잠시 동안 몸이 굳어졌지만 곧 다시 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헤이스트를 시전하자 언데드 파라오와 나의 속도는 막상막하였다! “트리플!” 까까강! 쾅! 크윽! 오른손으로는 연속 세 번 찌르기! 왼손으로는 연속 세 번 베기를 펼치고, 나머지 네 자루의 검이 사방에서 각각 두 자루씩 오른 손과 왼손처럼 연속 세 번 찌르기와 베기를 펼치는 트리플을 파라오는 쉽게 막아내며 나의 가슴을 향해서 칼을 찔러왔다. 크윽! 다행히 프로텍트 아머 덕분에 나는 상처를 입지 않고 물러설 수 있었다. 제길! 스친 것뿐인데 이렇게 가슴이 쑤시다니! [이번에는 내가 간다. 라의 분노.] 화르르르! 먼저 공격을 시작하는 언데드 파라오! 라의 분노라고 말한 뒤 그의 검으로부터는 나의 주먹만 한 화구들이 뿜어져 나왔고 곧 하늘을 가득 채웠다. 척! 화르르르! “이런 소울 스트라이크! 아이스 애로우! 아이스 스피어! 파이어 실드! 프로텍션 프롬 파이어!” 콰콰콰콰! 크윽! 엄청난 공격이었다. 아이스 소울로 시전한 소울 스트라이크와 아이스 애로우, 아이스 스피어로 인해 도중 사라진 화구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화구들은 나를 덮쳐왔고 프로텍션 프롬 파이어가 걸린 파이어 실드와 부딪쳤다. 그 엄청난 힘! 다행히 버틸 수는 있었지만 파이어 실드는 파괴되었다. 언데드 파라오의 검을 든 손은 더욱 타오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검을 사용할 때마다 타격을 입는 모양이다. 이대로 가면 양패구상! 둘 다 죽을 수 있었다. 기왕 그럴꺼면 단번에 결판을 내자! “타앗!” 나는 전투를 단번에 결정내기로 한 뒤 두 롱 소드를 하늘로 치켜 올렸다. 제키 씨를 상대로 마지막에 사용한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 그러자 공중을 떠돌던 4개의 검은 그대로 마치 뱀처럼 검미(劒眉)와 검자루를 잇기 시작했고, 모든 검이 이어지자 끝의 검으로 모든 검을 검게 물들던 순수한 저주의 힘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나의 이런 행동을 보고 언데드 파라오 역시 나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의 검에서 시작된 불꽃은 그의 전신을 감쌌고 더욱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다. 커스 엘레멘탈 만으론 부족해! 수를 내야 해! 수를! 점차 완성되어가는 기술들! 에잇! 나는 과감하게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나의 의지 아래 망령들이여! 나의 의지! 나의 이름에 따라라!” 캬캬캬캬! 크크크크! 크하하하! 키키키키! 나는 내가 다룰 수 있는 망령들을 단 한 자루의 검! 커스 엘레멘탈. 저주의 모든 힘이 집중되어 있는 6번째 검에 모았다! 크아아아아! 크윽! 엄청난 압력! 저주의 정령과 수백의 망령들이 서로를 거부하며 생겨난 힘은 나에게 압박을 가해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이래 죽나 저래 죽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쿠오오오오! 그때 저주의 정령과 수백의 망령들은 싸움을 멈추고 서로 공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데 뭉쳐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미소 지으며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단어들을 외쳤다. “스피릿 페스티벌(Spirit Festival : 영혼의 축제)!” [라의 응징!] 크크크크! 캬캬캬캬! 크하하하하! 푸하하하하! 키키키키! 쿄쿄쿄쿄! 화르르르르! 검에 모인 모든 망령들의 웃음. 저주의 정령의 웃음. 모든 영(靈)의 웃음. 그것을 보고 내가 생각한 것이 바로 영혼의 축제. 스피릿 페스티벌(Spirit Festival : 영혼의 축제)이라는 기술 명이었다. 그들은 모두 웃고 있었지만 엄청난 냉기와 저주의 힘을 품고 있었다. 언데드 파라오가 시전한 기술! 그것은 바로히드라를 상대로 사용했던 그것이었다. 크기는 작지만 알 수 있었다. 히드라에게 시전된 엄청난 열기가 압축되어 있음을! 스스스스스! 스피릿 페스티벌의 냉기와 라의 응징의 열기가 격돌하며 엄청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막상막하! 결과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화르르르르! “아, 안 돼!” 스피릿 페스티벌은 라의 응징의 열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증발해버렸고 엄청난 열기가 나를 향해서 날아왔다! 안 돼! 이대로 죽을 순 없어! 이대로 죽을 순 없다고! 우우우웅! 그때였다! 라의 응징의 엄청난 열기가 나를 덮치기 직전 내가 입은 데스리치 세트가 공명을 하기 시작한 것이! 우우우웅! 슈우우우! 화르르르르! 놀랍게도 라의 응징의 열기는 잠시 동안 나의 데스리치 세트 안에 흡수된 이후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열기와 함께 자신을 쏘아 보낸 언데드 파라오를 향해서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화르르르르! [크아아아아아아!!!] 언데드 파라오는 되돌아온 라의 응징을 그대로 맞았고 그의 몸은 그대로 불타올랐다. 불타오르는 그를 보며 나는 한참동안 가만히 있었다. 분명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째서 한순간 데스리치 세트가 라의 응징을 흡수한 뒤에 두 배로, 두 배....... 나는 두 배라는 말에 한 가지를 기억해 냈다. 데스리치 세트. 그 중 로브 안에 입은 견갑의 옵션을 말이다! [데스리치의 견갑. B급 유니크 아이템(데스리치 세트) 죽은 자들의 군주. 데스로드를 보좌하던 군사. 데스리치의 견갑. 죽은 자들의 군주. 데스로드의 힘이 서려 있다. 견갑으로서 로브 안에 착용할 수 있다. 방어력 : 550. 내구력 : 2000/2000-1분당 내구력 10회복. 무게 : 125. 사용조건 : 사령술사만이 사용가능하다. 옵션: 착용자에게 귀속된다. +HP,MP+LV*10 *30%확률로 200%로 마법 및 물질 데미지 반사] 30%확률로 200%로 마법 및 물질 데미지를 반사한다는 옵션을 말이다! 그 능력이! 발동된 것이다! 현실에서 말이다! 하. 하. 하. 운이! 운이 나를 살렸다! 하하하! 나는 자신의 기술에 의해서 타오르고 있는 언데드 파라오를 쳐다보았다. 그는 점차 죽어가고 있었다. 자신의 공격으로 인해서. 그가 죽어가자 그에게 종속된 미라들은 점차 허물어져 가고 있었다. 언데드 파라오. 그는 엄청난 이였다. 사실 진 사람은 나. 아이템의 옵션 덕분에 나는 살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천천히 언데드 파라오를 향해서 다가갔다. 그리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나 죽은 자들의 주인. 데스마스터. 상민의 이름으로 알리노라. 여기 내 앞에 있는 자. 죽되 살아 움직이는 자.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의 영혼이 나의 영혼과 이름 아래에 있음을! 종속(從屬)!!” 그렇다! 종속! 나는 언데드 파라오에게 종속을 시전한 것이다. 이대로 가면 그는 소멸될 것이 분명했다. 그는 너무도 놓치기 아까운 언데드! 그를 얻는다면 나는 엄청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쿠쿠쿠쿠! 파아아아! 나의 몸으로부터 뿜어지는 회색 기운! 그 기운은 언데드 파라오의 몸에 스며들었다. 아니 스며들려고 했다. 허나 스며들지 못했다. 언데드 파라오! 산산이 부서져 가는 그의 영혼이 거부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에게 귀속되는 것을 말이다. 만약 이대로 나에게 귀속된다면 소멸당하지 않고 살 수 있었다. 허나 그의 영혼이. 거의 황제로서의 자존심이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영혼으로 말이다! 나는 강제로 힘을 쓸까 했지만 그만두었다. 그는 진정한 황제! 진정한 불사의 황제였다. 나는 힘을 서서히 주입했다. 허나 그 힘은 종속의 힘이 아니었다. 그것은 계약! 계약의 힘이었다. [그대여. 언데드 파라오여! 나의 실례를 용서하시길. 그대의 영혼의 숭고함을 더럽히려 했던 저를 용서하시길. 나 그대에게 청합니다. 종속이 아닌 친우로서의 계약을.....] [.....] [그대의 영혼은 산산이 부서져 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소멸되고 맙니다.] [...그대를 용서하노라. 형제여.] 쿠오오오오! 계약은 성공했다. 그가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나의 힘은 그의 영혼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의 영혼은 소멸을 멈추기 시작했고 거의 무너지던 백성들의 육체 또한 붕괴를 멈추었다. 시간이 지난 뒤 그는 나를 쳐다보고 미소 지었다. 형제의 계약. 그것이 나와 언데드 파라오와의 계약이었다. 그렇게 언데드 파라오와 나의 대결은 나의 승리로 끝났고 나는 언데드이나 숭고한 영혼을 지닌 형제를 얻었다. --------------------------------------------------- <20장>더 가디언(The Guardian : 수호자) [이상입니다. 지금부터 질문 받겠습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계속된 카메라 플레시와 질문을 받겠다는 말과 함께 빗발치는 기자들의 질문들.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와 형제의 계약을 한지 벌써 일주일이 흘렀고 오늘 드디어 세계의 다섯 기관의 총 연합기관. 기다연의 출범과 기자회견을 열었고 다섯 기관의 대외 활동을 맡는 대표들과 함께 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나는 현재 기자회견장에 배치된 좌석에 가장 구석에 앉아있었다. 다행이라면 현재 로브를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쓴 상태라는 점이다. 나는 그것만으로 불안해서 나 자신의 얼굴에 일루젼을 걸었다. “저기 끝에 계신 분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세계에 동시에 방송된 화면을 통해서 보았습니다. 엄청나시더군요. 당신은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소감이 어떠십니까?” ....... 설마 나에게 질문을 해올 줄이야. 그때 스테프로 보이는 사람이 나에게 마이크를 건네주었고 나는 마이크를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며 가만히 있었다. 다행히 일루젼을 펼친 상태였기에 저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보였을 것이기에 난 잠시 숨을 가다듬은 이후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그저 그렇습니다.] “한국! 한국어야!” “그럼 한국인인가? 분명 방송에서 보였던 머리카락은 검은색이었어!” 이, 이런! 리드 랭귀지라도 걸고 말할 걸 그랬나. 그랬으면 모두 각자의 나라의 말로 들었을 텐데! 내가 한 말이 한국어이고 방송에서 바람 때문에 로브가 벗겨진 이후 나의 뒷모습을 보았던지 나의 말을 듣고 한국인이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한동안 시끄러워진 기자회견실은 내가 손을 들자 바로 조용해졌다. 척! 그 이유는 바로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기자들의 과도한 취재 열기를 식힐 겸, 동시에 나의 안전을 지킬 겸 배치한 데스나이트들이 한 걸음씩 앞으로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데스나이트들이 내뿜는 사기로 인해 순식간에 조용해진 기자회견장은 곧 다시 시끄러워졌다. “한국인이신가요!” “나이는 몇이죠!” 이곳에 모인 목적과 전혀 관계없는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 그렇게 한참동안 쓸데없는 질문은 계속되었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그들도 포기하고 이곳에 모인 목적에 맞게 질문을 했다. 그렇게 한참동안 계속된 기자회견은 시작한 지 3시간 만에 끝이 났다. 곧 대표들과 나는 대기실로 향했고 대기실에 들어와서야 나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다. 정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힘드네. 드디어 음지에서 양지로 모습을 보인 세계의 다섯 기관. 그리고 그 연합 기관인 가디언. 가디언의 대외적인 목적은 지형 변화현상이 일어난 이유 조사와 지형 변화현상과 함께 출몰한 몬스터들의 퇴치였다. 그 외에 테러나 범국가적인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었다. 대외적인 이유는 그렇다. 하지만 본색은 따로 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말이다. 그동안 음지에서 숨어 있고 자신의 능력을 숨겨야 했던 이들이 양지로 나와 합법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엄청난 일인 것이다. 거기에 그동안 음지에 있기에 손을 데지 못했던 일들. 대리자를 이용하여 벌인 일들을 직접 손을 델 수 있으니 말이다. 가디언이란 거창한 이름으로 기관을 만들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단지 노골적으로 견제하던 것이 암중의 견제로 바뀌었다는 것이 다를 뿐. 각 기관의 활동 영역은 단체의 대표들의 협약에 의해서 보장되었다. 나는 기자회견을 하기 직전 작은 아버지께 받은 카드를 꺼내 놓았다. 카드는 나의 손바닥만한 것이었다. 그런 카드의 앞면을 가득 채운 카이트 실드, 그리고 그 실드 안에 있는 더 마나를 뜻하는 스테프와 무림을 뜻하는 검. 홀리 글로리를 뜻하는 황금 십자가. 한을 뜻하는 화살. 마지막으로 이를 떠받치듯이 손을 치켜 올린 SWU의 상징, 사람. 이것이 바로 가디언의 상징이었다. 뒷면에는 로브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쓰고 찍은 나의 증명사진과 나에 대한 등급. 내가 이 카드를 통해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나와 있었다. 가디언 소속 유일한 SS급 요원. 코드명 데스마스터. 그게 바로 나였다.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와의 결전. 그리고 결국 데스리치 세트의 데스리치 견갑의 옵션 덕분에 이긴 이후 언데드 파라오와 형제의 계약을 한 두 그 사건은 결말이 되었다. 현재 불사의 황제께서는..... [이제 오는가. 형제여.] 우리 집에 계시다. 모두들 새하얀 붕대를 감고 이집트의 황제의 상징인 금관을 쓰고 미라 여인들의 수발을 받는 모습을 상상했다면 그건 오산이다. 나도 언데드 파라오의 처음 모습을 보고 붕대 속은 부패된 시체와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데드 파라오. 그는 군주급의 언데드. 붕대를 푼 그의 얼굴은... 미남이었다. 모델 뺨치는 미남. 거기에 붕대에 감겨 있던 엄청난 길이의 검은 머리카락은 그의 미모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었다. 나의 형제인 언데드 파라오. 라오는 현재 나의 트레이닝복. 츄리닝을 입고 소파에 앉아 오른 손에는 리모콘을 들고 왼손으로는 감자칩을 집어 먹으면서 TV를 보고 있었다. 결말이 난 후 나의 힘으로 엄청난 속도로 회복한 라오를 공격하려는 이도 있었고 봉인을 하려는 이도 있었지만 나는 그들을 막아섰다. 그와 내가 나눈 계약은 형제의 계약. 그의 적은 나의 적이고 나의 적은 그의 적이기에 막아야 했다. 라오는 나의 말을 의외로 잘 따라주었다.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본 결과 그가 싸운 이유는 이쪽이 먼저 덤볐기 때문이란다. 그는 사실 봉인에서 깨어난 뒤에 세상을 둘러볼 생각이었단다. 라오는 자신이 이미 수천 년 전에 죽었고 이 세계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수천 년 이후의 세계의 모습이 궁금해 여행을 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누군가 공격해왔고 그렇기에 대응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우리의 생각, 라오가 언데드이기에 산자들을 증오하고 봉인에서 깨어나 살육을 벌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과 다르게 그런 일을 벌일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안 나는 수뇌부들의 설득에 들어갔다. 작은 아버지를 비롯해 한의 요원들은 나의 말을 믿고 따라주었지만 다른 기관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자신들의 그 엄청난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낸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를 도시 한 복판에 풀어놓을 수 없다고 했고 나는 강수를 두어 만약 언데드 파라오를 공격한다면 그를 돕겠다고 했다. 그런 나의 강수에 수뇌부들은 자시 당황스러워했다. 하지만 이어서 내가 언데드 파라오와의 계약에 대해 말해주었고 결국 나는 다른 기관의 수뇌부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언데드 파라오와 정당하게 싸우기 위해서 내가 생각 없이 말했던 말. 그것이 문제가 됐던 것이다. 그 말로 인해 내가 속한 한은 곤란하게 되었던 것이다. 다른 네 기관은 한에 금전적으로 명예 훼손의 보상을 요구해왔고 나로 인해 한은 그것을 부담하게 되었을 때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명예훼손도 약과였다. 만약 네 기관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리 한을 고립시키려 한다면 우리 한은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로 인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한줄기의 빛이 내려왔다. 바로 나의 형제가 된 언데드 파라오가 나에게 선물을 보내온 것이다. 제사장과 전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노예가 끌고 온 것은 엄청난 보물! 과거 파라오인 그가 죽었을 때 함께 묻힌 보물! 그것을 선물이라고 나에게 보낸 것이었다! 나는 조금 속보이게 냉큼 받아들였고 그 보물들의 일부를 그들에게 직접 지급했다. 수천 년 전 파라오의 죽음과 함께 묻힌 보물들. 그것들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가치를 지니지만 역사적! 고고학적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지닌 것들이었다. 그 보물들을 받아든 대표들은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였고 수레에 쌓인 보물들을 보고 잠시 탐욕이 깃든 눈을 하고 쳐다보았지만 곧 고개를 흔들며 나에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 이후 그의 백성들, 미라들은 모두 내가 제작한 언데드를 보관하는 공간과 비슷한 언데드 파라오가 소유한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 이후 언데드 파라오는 나의 간곡한 부탁으로 여러 기관의 시설에서 여러 검사를 받아야 했다. 물론 나는 그 검사에 모두 참여했고 그의 곁에 있으면서 파라오의 분노를 잠재웠다. 그는 매우 분노했지만 형제로 인정한 나의 간곡한 부탁과 사과로 분노를 삭였다. 그리고 이후 마지막으로 인간을 함부로 죽이지 않겠다고 불사의 황제인 언데드 파라오가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믿지 못한 네 기관의 대표들 때문에 여혼의 계약서를 쓰는 치욕을 당해야했다. 영혼의 계약서. 그것은 나도 그때 처음 들은 것으로, 더 마나의 대표가 꺼낸 것으로 자신의 영혼을 걸고 하는 계약으로 만약 영혼의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을 어겼을 시에 어긴 당사자의 영혼은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이에 언데드 파라오는 분노했다. 나도 말리지 못할 정도로 분노했다. 만약 그때 나를 비롯해 작은 아버지와 할아버지, 그리고 한의 요원들이 고개를 숙여 사과하지 않았다면 다시 싸움이 벌어질 뻔했었다. 한의 소속의 수백 명이 고개를 숙여 사과하자 언데드 파라오는 간신히 분노를 삭이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물론 계약서의 내용을 꼼꼼히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계약서를 이용하여 나의 형제인 언데드 파라오를 이용하려고 할 수도 있었기에 작은 아버지와 할아버지, 그 외 장로님들, 나, 언데드 파라오까지 가담하여 꼼꼼히 살펴본 후에 계약에 응했다. 그리고 나서야 내가 언데드 파라오를 관리하는 조건으로 그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유를 인정받은 그, 라오는 현재 우리 집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기자 회견에서 거의 말이 없더군. 그리고 얼굴도 틀렸어. 그 마법이란 것을 쓴 건가.] “응, 그래. 내 정체가 밝혀지면 곤란하거든.” [여러 가지로 피곤하겠군. 음, 옷 갈아입으러 가면서 콜라 좀 더 가져다주겠나.] “하. 하. 하 알았어.” 공항에서 라오가 가장 처음 맛을 본 것은 콜라. 그 이후로 라오는 콜라 매니아가 되어 버렸다. 언데드 파라오. 그의 본명을 형제인 나는 알고 있었지만 나는 애칭인 라오로 부르고 있었다. 이름. 그것은 엄청난 힘을 지닌 것. 그렇기에 나는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애칭으로 라오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라오도 애칭인 라오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라오의 지식 습득 속도는 엄청났다. 라오는 내가 TV와 컴퓨터를 가르쳐 준 이후 혼자서 현대의 지식을 습득했고 나도 모르는 것을 알고 있을 정도였다. 현재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머니와 아버지, 누나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가셨다. 몸만 말이다. 하지만 나는 가지 않았다. 당분간 혼자 살게 된 것이다. 바로 라오 때문에 말이다. 라오는 나를 제외하고 모두 자신 이하로 보고 있었다. 라오는 황제! 죽어서 부활했다고는 하나 그는 황제였기 때문에 말이다. 그런 라오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은 나뿐이었기에 나는 라오와 단둘이 살게 된 것이었다. 어머니는 짐을 싸고 나가시면서 잠시 걱정 어린 눈으로 쳐다보셨지만 곧 나를 믿는다는 눈을 하시면서 하루에 한 번씩 이사한 집에 들르고 전화를 하도록 하셨다. [형제여. 오늘의 저녁은 무엇인가?] “아! 잠깐만 기다려. 오늘은 시켜먹자. 중국지에서 시켜 먹는 게 어때?” [음. 나는 형제가 끓여준 김치찌개가 좋았는데. 아쉽군. 메뉴는 형제가 알아서 고르게.] “응, 알았어.” 언데드 파라오. 라오. 라오는 놀랍게도 언데드 주제에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엄청난 대식가였다. 나는 중국집 전화번호를 누르며 오늘은 과연 얼마나 돈이 나갈지 생각했다. 하~아. 대식가이자 미식가인 라오. 그는 현재 오른 손에 리모콘을 쥐고 채널을 돌리며 왼손으로는 감자칩을 먹고 있었다. 저 모습을 보고 누가 TV에서 봤던 언데드 파라오라고 생각하겠어. 후훗. [예. 사천루입니다.] “아, 여기....”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 강제로 접속을 해제당하고 비행기를 탔다가 한의 장로님들을 모시러 가기위해서 비행 중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이집트로 가 관광을 하고 봉인이 자연스럽게 깨질 때까지 기다리고, 부활한 불사의 황제와의 대 결투! 승리 끝에 형제의 계약을 하고 이런저런 검사를 받은 이후 가디언의 출범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이러한 엄청난 일을 겪은 시간은 15일! 15일 도안 평범한 사람은 죽을 때까지 경험에 보지 못할 일을 나는 보름 동안 경험한 것이다. 15일. 이(異)세계 시간으로 300일! 거의 1년에서 65일 모자란 시간. 이 15일 동안 난 거의 다른 세계로 접속하지 못했다. 거의! 완전이 아닌 거의 접속을 못했단 소리였다! 그 말은 간혹 접속했다는 소리였다. 나는 그간 이(異)세계로 접속할 때 집의 내 전용 캡슐을 이용했다. 그 이유는 내가 그 캡슐을 이용해서 다른 세계로 접속하는 건지, 아니면 가상현실 게임 아스카를 이용하여 다른 세계로 접속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내가 이집트에서 용기를 내어 그곳의 캡슐방에 가 접속해보았다. 그때 나는 불안했다. 만약 그대로 게임에 접속되고 다시는 다른 세계의 나의 육체에 접속할 수 없을까봐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괜한 걱정이었다. 이집트의 캡슐방의 캡슐을 이용하여 나는 다른 세계의 나로 접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집의 내 전용 캡슐이 아닌, 게임을 매개체로 하여 다른 세계로 접속했던 것이다! 그 이후 나는 이집트에서 사막으로 출발하기 전에 캡슐방에서 살았다. 1시간에 한국 돈으로 오천 원이라는 거금이었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다른 세계에서 네크로 마스터이신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을 찾아가 모임에 참속하지 못한 것을 사과드렸다. 개인 적인 사정으로 한동안 모임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고도 말씀 드렸고 시간이 나는 대로 접속 할 때마다 찾아가 간신히 연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마다 망자의 의지 50명이 나갔지만 말이다. 하지만 덕분에 나는 중급과 상급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서를 얻을 수 있었다. 복사본이지만 말이다. 그 외에 난 라오와 형제의 계약을 한 이후 다른 기관의 시설에서 라오가 이런저런 검사를 받을 때 시간이 날 때마다 캡슐로 접속했다. 그쪽 세계에서의 인연. 한나를 보살피고, 방연이 형과 제일이와 경일이, 한경이와 채경이를 돌봐주기 위해서 말이다. 한경이와 채경이는 놀랍게도 내가 다시 보았을 때 견습신관이 되어 있었다. 놀랍게도 한경이와 채경이는 신성력을 느끼고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방연이 형의 말에 따르면 내가 잠든 이후 신전에서 치료를 받은 한경이와 채경이는 매일 같이 신전으로 찾아가 일을 도우며 기도를 했고 그러던 중 놀랍게도 신관으로부터 신성력이 있다는 것을 판정 받았고 견습 신관이 되었단다. 그 교단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 교단! 대륙에서 가장 큰 교세를 자랑하는 교단이었다. 견습 신관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만 하루 동안. 20일 동안 접속을 하지 못했으니 또 지금은 어떨지 몰랐다. 정식 신관이 되어 있을지도. 차원이동을 통해서 깨끗해진 육체는 놀랍게도 신성력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고, 견습신관이 된 한경이와 채경이의 담당 신관의 말을 들어보아도 신성력의 성장이 대단하다고 하니 계속 노력했다면 나의 예상대로 정식 신관이 되어 있을 수도 있었다. 어서 접속해 봐야지. [형제여. 게임을 할 생각인가?] “아! 라오.” 내가 막 방에 들어가서 캡슐에 누우려는 찰나 방에 라오가 들어왔다. 라오의 손에는 항상 마찬가지로 리모콘이 들려 있었지만 말이다. “응. 꼭 접속해야 하거든.” [음. 형제여. 그대가 게임에 접속할 때마다 형제의 영혼은 육체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가더군.] “!!!” 나는 라오의 말에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 라오라면 느낄 수 있었을 거야. 라오와 나는 형제의 계약으로 서로 영혼이 이어진 상태니까. 하. 하. 하. 나는 접속하려던 마음을 접고 라오를 데리고 거실로 갔다. “라오. 언제부터 그걸 알았어?” [형제가 나와 형제가 된 이후 처음으로 저 캡슐이란 것에 들어갔을 때부터 알았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모두 알고 있었단 말이잖아. 나는 라오를 바라보며 잠시 고민했다. 에잇! 어차피 라오와 나는 형제! 서로 영혼이 이어진 존재이니 숨길 필요 없겠지. 결국 결심한 나는 라오에게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모든 것을 말이다. 거의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는 라오는 너무도 놀라워했다 . 다른 세계의 존재와 그곳에 나의 또 다른 육체가 존재하고, 현재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이(異)세계와 관련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에서는 눈이 휘둥그레진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형제는 현재 홀로 그 현상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다는 것인가.] “으음. 그렇지.” 조사는 거의 안하고 마법을 익히고, 한나와 방연이 형 일행들 돌보고 있지만 말이다. 조금 찔리는 걸. 라오의 표정은 매우 심각했다. 혹시 내가 방금 마음속으로 한 말을 들은 건가! 영혼이 이어져 있으니까 가능성은 있어. 나는 조심스럽게 라오의 눈치를 살폈다. [형제여.] “응? 왜?” [나도 돕기로 하겠다. 형제. 혼자서 하기에는 너무도 힘든 일. 나도 돕도록 하겠다.] 라오는 놀랍게도 나를 도와주겠단다. 나는 놀라서 아무 말도 없이 라오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이곳은 내가 태어나고 죽음을 맞이한 세상이다. 나도 돕고 싶다.] “고마워. 라오. 하지만 네가 도와줄 방법이 없어. 일단 그쪽 세계로 넌 갈수도 없고.” [갈 방법은 있다. 형제와 나는 계약으로 영혼이 이어진 자. 그곳에 역시 형제의 육체가 있고 영혼만이 이동되다 하였으니, 형제가 부르기만 한다면 나는 그곳으로 갈 수 있다.] 아! 라오의 말 대로였다. 라오와 나는 영혼이 이어진 상태. 내가 간절히 원하고 라오가 응하기만 한다면 분명 그곳으로 불러들일 수 있었다. 그 밖의 방법도 있었다. 라오는 언데드이니 아무것도 살지 못하는 공간. 아공간에 넣은 뒤 접속해서 다른 세계에서 아공간을 열어 나오게 하면 되니 말이다. 거기에 그곳은 이집트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곳도 있으니 그곳에 자리 잡게 하여도 되었다. “고마워. 라오.” [형제로서 당연한 일을 할 뿐이다.]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붉히고는 부끄러워하는 라오를 보며 난 웃어주었다. 이후 나는 라오에게 몇 가지 주의할 점을 말해 주었다. 라오는 나의 말한 주의점인 현실에서의 음식! 특히 콜라는 안 된다고 하니 매우 상심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무래도 콜라에 중독된 모양이다. 키키키. 그렇게 나는 또 한 명의 조력자를 얻었다. 좋았어! 이제부터 제대로 조사해 보자고! --------------------------------------------------- 캡슐을 통해서 다른 세계로 이동한 이후 나는 라오를 간절하게 생각했다. [이곳이 형제가 사는 곳이군. 음, 왠지 정감이 가는 공간이야.] 순식간에 내 옆에 나타난 라오. 옷은 이집트에서 막 부활했을 때 입었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때는 붕대를 감고 있었지만 지금은 나의 당부로 인해서 아무것도 입지 않고 이집트 황제의 옷을 입고 있었기에 상반신 대부분이 노출 되어 있었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은 비밀창고의 두 개의 방 중 내가 언데드 제작을 할 때 사용하는 방이었다. “라오. 일단 육성(肉聲)으로 말할 수 있겠어?” “#%!#%@%.” 오! 육성이 되는구나. 그런데 알아들을 수는 없네. 그간 라오가 사용한 언어는 정신적인 언어. 텔레파시였다. 막 부활한 상태의 라오는 육체적으로는 완전히 죽은 자의 육체였다. 그렇기에 육성을 하지 않고 텔레파시를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라오의 육체는 점차 산자의 육체와 비슷해져갔고 현재의 상태는 반반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반은 죽은 자. 반은 산자. 그것이 라오의 상태였다. 만약 처음부터 그런 상태였다면 내가 100% 졌을 것이다. 그때 나와 싸울 때 라오가 사용한 검. 그것은 바로 위대한 라의 아들이자, 최고의 전사, 동시에 최고의 신관인 파라오에게 전해지는 태양신 라의 신검이라고 한다. 그 검은 오직 신혈(神血)을 가진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검으로 라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단다. 라오의 말에 따르면 그때 불사조 피닉스와 스핑크스를 소환할 수 있었던 것도 다 라의 신검 덕분이라고 했다. 라의 신검은 신검. 그렇기 때문에 그때 라오가 나와 싸울 때 검의 권능을 사용할 때마다 타격을 입었다. 그 이유는 막 부활한 라오의 육체는 완전히 죽은 자. 언데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반생반사(半生半死). 반은 살아있지만 반은 죽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신검을 사용할 때 입는 타격도 거의 없다고 한다. 거기에 그때는 완전히 죽은 자였기에 신혈(神血)이라는 피도 육체에 흐르지 않았기 때문에 위력이 약화되었다고 한다. 약 30%정도 말이다. 30%가 약화된 정도가 그 정도였으니 신검을 사용할 때의 패널티도 사라지고 육체에 흐르기 시작한 신혈 덕분에 100%의 위력도 낼 수 있다고 하니. 지금 싸우게 되면 100% 나의 패배였다. 만약 내가 완전힌 데스마스터였다면 싸워 볼만 하겠지만 말이다. 지금 나의 경제는 불완전한 데스마스터. 게임의 기능, 레벨 덕분에 오른 뻥튀기 데스마스터이다. 나는 라오와 싸운 이후, 완전한 데스마스터의 경지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다시 라오와 준할 만한 상대와 싸우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진정한 데스마스터의 경지는 현재의 나에게는 환상일 뿐이었다. 예전에 구입했던 책. 네크로맨시 학파 입문서. 저자가 누구라고 했더라. 음, 베이트로이 게이시스. 스스로 죽은 자들의 지배자, 데스마스터에 이른 이였다고 했지.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라는 사람이 쓴 진본을 한 번 봐봤으면 좋겠는데. 나는 아직 그 책에서 보았던 그의 충고를 기억하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찾아보아라. 또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 하지 마라. 죽고자하는 이는 살고, 살고자 하는 이는 죽을 지니, 마지막으로 자신을 돌아보라. 산자로서 죽은 자들을 지배할 것인가. 죽은 자로서 죽은 자들을 지배할 것인가. 진정한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이의 충고였기에 항상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아직 겨우 진짜 네크로맨서의 기초를 땐 나였기에 그 충고들은 뜬구름같이 느껴질 뿐이었다. [형제여,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아, 미안. 라오. 이곳에서는 나를 한스라고 불러. 되도록 육성을 사용, 아니다. 일단 그냥 텔레파시를 이용해줘. 통역마법이 부여된 아티팩트를 구할 때까지만 말이야.” [그러지, 형제여.] 육성을 사용하라고 하려 했지만 언어가 문제가 되어 일단 텔레파시를 사용하라고 해두었다. 일단 옷부터 어떻게 해야겠네. 라오의 옷은 너무 튀었다. 난 라오에게 옷을 갈아입을 것을 부탁했고 상점이용 게시판을 이용해서 여행복 하나를 구입해서 넘겨주었다. 그러자 아공간의 문이 열리며 걸어 나오는 하녀들. 하녀들의 모습은 놀랍게도 완전한 살아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라오의 아공간에 있는 것은 함께 부활한 미라들 밖에 없는데 말이다. “저기 라오야. 저들 너의 백성?” [그렇다. 형제여. 관심 있나? 형제가 원한다면 주....] “아니야. 됐어. 그것 때문이 아니라. 그렇다면 저들 미라 아니야?” [미라가 맞다, 형제여.] “그런데 어떻게 사람과 같은 모습이지?” [그건 나 때문이다. 이들은 나에게 육체와 영혼을 바친 이들. 내가 산자의 모습과 산자의 힘을 일부 얻었으니 저들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산자의 모습과 산자의 힘을 얻은 것뿐이다.] 라오의 말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자 라오 역시 그것은 모른단다. 단지 자신이 변했기에 그들이 변했다고만 할 뿐이었다. 으음, 모르겠군. 모르겠어. 옷을 갈아입은 라오의 미모는 역시 평범한 여행복 따위로 가릴 수는 없었다. 오히려 평범한 여행복이 더욱 라오를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끄응, 앞으로 조금 소란스러워질지 모르겠는걸. 라오의 하녀들은 다시 아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열린 아공간을 살펴보니 나의 아공간과는 색달랐다. 내 아공간에는 어둠만이 존재한다면 라오의 아공간 안에는 빛과 어둠, 대지와 물이 모두 존재했으니 말이다. 물론 그것이 마나로 만들어진 하상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아! 한스 형!” “한스 형 나오셨어요. 이번에는 빨리 나오셨군요.” 방문을 열고나오니 경일이와 제일이가 마법진 위에서 마나를 모으고 있었다. 녀석들 지난번에 왔을 때도 마법진 위에서 마나를 모으고 있더니. 경일이와 제일이. 마법사의 길을 택한 녀석들. 녀석들은 얼마 전에 학파를 정하게 되었고 서로 다른 학파의 길을 걷게 되었다. 힘을 원하던 경일이는 내가 속한 네크로맨시 학파를, 제일이는 서모닝 학파를 선택하였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몰랐다. 경일이와 제일이가 힘을 원하는 이유의 무게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까. [형제여. 저들은 누군가.] “응? 우와! 꽃돌이다! 꽃돌이!” “.....” 라오를 본 제일이는 꽃돌이라며 소리치고 있었지만 경일이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나와 함께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경계를 하는 경일이었다. 현재 경일이의 마나 수준은 2써클의 막바지에 이르는 수준. 하지만 그것은 뼈 속에 모은 마나와 써클의 마나를 포함한 마나였다. 라오를 계속 살피고는 있지만 라오의 실력을 알아볼 수 있을 리 없었다. 라오는 불사의 황제! 수천 년 만에 부활한 언데드 파라오니 말이다. [건방지군.] 스윽. “아직 실력이 낮은 아이야. 참아다오.” [형제가 부탁한다면...] 자신을 관찰하듯이 살피는 경일이의 시선에 불쾌함을 느낀 라오는 순간 앞으로 나아가며 힘을 풀어내려 했고 나는 급하게 손을 들어 라오를 제지했다. “경일아. 다짜고짜 사람을 경계하고 살피는 것은 좋은 버릇이 아니야. 그러다가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그때는 힘으로 해결하면 됩니다.” “하~아. 하지만 상대가 너보다 강하면 어떻하려고.”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겠습니다. 살아남아서 강해져서 처절하게 복수해 줄 겁니다.” “하~아.” 경일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힘이 생기고부터 점차 변해가더니 이 지경이 되다니. 투쟁심이 들끓는 경일이의 눈을 바라보며 나는 녀석이 걱정스러웠다. 동시에 옆에 서 있는 제일이를 보았다. 항상 경일이 옆에 붙어 다니는 제일이. 앞으로 제일이가 잘해줘야 할 텐데. 나는 제일이를 경일이의 족쇄로 만들 생각이었다. 경일이의 이런 성격상 수없이 많은 싸움이 경일이를 따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제일이, 녀석은 경일이의 최고의 족쇄이자 동시에 최고의 동료가 될 것이다. -------------------------------------------------- 마계. 항상 마물과 마물, 마족과 마족 사이의 전투가 벌어지는 약육강식의 세계. 그 세계의 망자의 대지. 그곳은 엄청난 수의 언데드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평범한 스켈레톤부터 시작하여 최상급 언데드인 데스나이트까지. 거의 모든 언데드들이 집결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망자의 대지 가장 깊숙한 곳. 그곳에 언데드들이 마족의 이목을 피해서 집결해 있는 것이었다. 그런 언데드들의 지도자들. 데스마스터, 아크리치, 듀라한 로드, 좀비 로드, 스켈레톤 킹, 엘더 벤시,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데스 브레이커의 지도자. 일명 브레이크 마스터. 이 일곱의 지도자들은 정기적인 회의를 하기 위해서 한데 모여 있었다. [그럼 정기적인 회의를 시작하지. 일단 북쪽. 빙염의 마왕을 맡은 스칼런부터 시작하지.] 회의는 모든 리치들의 지도자, 아크리치의 주도아래 시작되었다. 아크리치가 데스마스터, 스칼런에게 고개를 돌리자 스칼런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다른 지도자들의 시선이 스칼런에게 주목되었다. [빙염의 마왕을 비롯해 그에게 귀속된 귀족 계급이 마족들은 평소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의 변화는 못 알아차린 건지 아니면 방관하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조치를 취할 것 같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피의 마왕은?] 다음 피의 마왕에 대해서 묻자 스칼런은 자신의 자리에 앉았고, 이번에는 모든 좀비들의 군주. 새로운 좀비들의 탄생으로 보다 강해진 좀비로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변화 없다.] 이어서 마계의 군주들. 5명의 마왕 중 2명의 마왕. 투쟁의 마왕과 성(聖)마왕을 담당하여 살피던 듀라한 로드와 엘더 벤시가 차례대로 일어나 보고했다. 그렇다. 마계의 언데드들의 지도자. 그들은 마계의 군주들을 항시 감시해왔던 것이다. 마계의 언데드들 그들은 마족들에게 강제로 제압당하여 겉으로는 호위, 진실로는 장식품으로서 취급당하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언데드들은 자신을 제압한 마족으로부터 도망쳐 나온다. 마족들은 그런 언데드들을 방관한다. 마족들에게 언데드는 언제든 다시 잡을 수 있는 존재로 기억되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고위의 마족일수록 두드러지고 있었다. 간혹 일부러 언데드들을 풀어주고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사냥하듯이 다시 잡으러 돌아다니는 마족들도 있었다. 그런 마족에게는 마계의 군주인 마왕도 일부 껴있었다. 언데드들은 그 점을 이용하여 오히려 수천 년 동안 마족들을 관찰해왔고 동시에 마족들과의 실전 전투를 단련해왔다. 정작 그것이 마족에게는 발악하는 것으로 보일지언정 말이다. 현 마계 정보는 가히 언데드들이 손에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성마왕에 대한 보고를 마친 엘더 벤시가 자리에 앉은 이후 마지막 마왕. 탐욕의 마왕을 맡은 아크리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담당한 탐욕의 마왕 진형의 움직임이 범상치 않았네.] [!!!] 지도자들은 매우 놀라워했다. 혹시 자신들의 변화가, 자신들의 군주의 재목에 대해서 탐욕의 마왕이 눈치를 챈 것이 아닌지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군주의 재목. 상민이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뒤 언데드들의 변화는 두드러지게 되었다. 그 전에 상민이 나타났을 때 시작된 변화는 새로운 스켈레톤의 추가였다. 이후 데스 브레이커들이 합류하였고, 그 외에 상민이 새로운 언데드.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광전사와 같은 매드 언데드들을 만들어 냈을 때마다 마계의 좀비 로드는 일반의 좀비들은 매드 언데드들로 바꾸거나 만들어낼 권능이 생겨났다. 그리고 동시에 모든 언데드들의 힘이 강해졌다. 무론 두드러질 정도로 강해진 것은 오직 수뇌부를 포함한 고위의 언데드들 뿐이었다. 하지만 상민이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고 그 경지에 완숙하져가자 언데드들은 모두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되었다. 마계의 마물. 그 중에는 오크도 있었다. 물론 그냥 오크는 아니었다. 중간계의 오크들과 다르게 그들의 피는 붉은 색이었고 무엇보다 신장과 힘은 일반오크를 넘어섰다. 언데드들은 그런 오크들을 블러디 오크라고 부르고 있었다. 블러디 오크들은 중간계의 오크들보다 몇 배는 뛰어난 지능, 인간보다 약간 모자라는 지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마계의 수많은 마물들을 상대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 블러디 오크의 일반 전사 한 명을 상대하는데 마계의 일반 스켈레톤이 보통 10구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단 5구! 상민이 나타나기 전에 비해서 절반의 수만으로 블러디 오크의 일반 전사를 상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엄청난 것이었다. 상민이 나타나기 전에 블러디 오크와 언데드들의 전력 차는 거의 없었다. 수로서는 언데드들이 앞서고 질로서는 일부 고위 언데드들을 제외하고 블러디 오크들이 높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질로서도, 수로서도 더 이상 블러디 오크들과 비교가 되지 않게 된 것이다. 현재의 지도자들 7명. 이들의 실력은 마족 후작을 상대하여 승리할 만한 실력을 지니게 되었다. 상만이 나타나기 이전에는 막 백작의 작위를 받은 마족을 겨우 이길 만한 실력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마족들은 모르고 있었다. 이유는 언데드들의 지도자들이 언데드들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언데드들의 실력이 갑자기 향상된 것을 마족들이 알았다면 마족들과 언데드들과의 전쟁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마족, 그들은 힘을 숭상하고 싸움을 즐기지만 자신의 목숨과 위치를 위협할 존재로 자라날 존재가 보이면 자신의 자식의 목숨도 거두는 종족이었다. 그렇기에 탐욕의 마왕 진형의 마족들이 범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인다고 하자 모두 바짝 긴장한 것이다. 아직 때가 아니었다. 그들의 군주.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데스로드는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 만약 지금 마족과 언데드들이 전쟁을 벌인다면 언데드들의 100% 패배였다. 그들에게 5명이나 되는 군주가 있으니 말이다.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아크리치를 주목하고 있는 6명의 지도자들. 그때 아크리치는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그렇게 긴장할 것 없네. 우리와는 상관없는 움직임이니.] [후~우. 그렇다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 거죠?] [마치 사백 년 전의 마왕간의 전쟁을 벌일 때처럼 준비를 하고 있네.] [뭐야. 그럼 별일 아니잖아. 아니 오히려 잘된 건가. 몸을 풀게 생겼으니.] [투크.] [쳇! 알았어, 알았다구.] 데스나이트들의 마스터, 데스마스터 스칼런의 말에 데스 브레이커들의 마스터, 브레이크 마스터 투크는 투덜거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투크, 현 마계의 언데드들의 지도자 중 가장 어린 나이의 지도자였다. 언데드들은 거의 무한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간다. 이 자리에 모인 지도자들은 가장 짧은 세월을 산 투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삼천 년 이상을 살아온 이들이었다. 그 세월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식은 전혀 무시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잠시 투크를 바라보던 아크리치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탐욕의 마왕의 진형의 마족들. 일부 상위 귀족들의 마족들은 마왕성을 자주 드나들고 있었네. 거기에 마왕성을 자주 드나드는 귀족 마족들의 수하들은 하나같이 전쟁준비를 하고 있었네.] [그렇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군요. 탐욕의 마왕이 전쟁을 벌이려는 것이 하루 이틀도 아니니 말입니다.] [그렇지도 않을 것 같네, 스칼런.] 스칼런의 대답에 아크리치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고 그에 다른 지도자들의 눈빛은 다시 긴장이 어리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다니요. 그게 무슨 뜻입니까?] [나도 처음에 자네와 같은 생각을 했었네. 하지만 만약을 위해서 좀 더 자세히 조사해 보았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었지.] [.....] [거참! 뜸들이지 말고 말해보슈!] [그 사실은 바로 마왕성을 자주 드나드는 상위 귀족 마족의 자제들. 이제 중급이나 상급의 마족이 된 그들의 모습이 마계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네.] 아크리치의 대답에 지도자들의 눈에 서려있던 긴장은 사라졌다. 그들이 생각하기에는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그 귀족의 자제들이 중간계에 소환되었을 수도 있고 중간계로 가출을 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족이 중간계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총 두 가지가 있다. 일단 첫 번째로는 바로 소환! 흑마법사가 마족을 소환하여 계약을 맺고 중간계에 머무는 것이다. 소환의 방식으로 중간계로 이동된 마족은 오래전 창조신 카오스가 만든 벽에 의해서 자신의 힘의 30%정도만을 낼 수 있었다. 두 번째 방법은 바로 게이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게이트, 그 게이트는 일부 상위의 귀족 마족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가끔 중간계에서 유희를 보내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게이트를 통해서 중간계로 간다면 여러 가지로 단점이 존재한다. 일단 소환과 다르게 자신의 힘의 10%에서 20%정도 밖에 못 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계약되어 있는 마족과 다르게 지속적으로 중간계의 마나로부터 침범을 당하고 마력이 흩어지게 되므로 그리 오랜 시간동안 중간계에 머물 수 없었다. 지도자들이 생각한 것은 바로 자제들의 가출. 게이트를 이용하여 중간계로의 가출을 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내 이름과 명예를 걸고 장담하건데, 그간 단 한 번도 게이트의 오픈은 없었네. 소환조차도 없었네.] [!!!!] 지도자들의 생각을 예측한 아크리치는 자신의 이름과 명예를 걸고 말했고, 그의 말은 지도자들을 너무도 놀라게 했다. 아크리치, 모든 리치들의 지도자이자 인간이 익힐 수 있는 마법의 한계라 불리는 8써클을 넘어 9써클에 오른 자. 그의 이름과 명예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 그렇다면 그 자제들이 어디로 갔단 말이냐.] 스켈레톤 킹의 말에 모든 지도자들의 시선이 다시 아크리치에게로 몰렸다. [그간 개인적으로 알아 보았네만은 알 수가 없었네. 하지만 이것은 말할 수 있네. 절대로 그들이 마계에는 없다는 것이네., 스칼런, 자네가 그랬지. 중간계에 여러 가지로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마력으로 인해 강해진 몬스터의 등장. 그리고 키메라의 등장 등 말일세. 나는 아무래도 그것이 중간계로 간 마족 자제들이 벌인 일 같네.] [방금 전에는 분명 단 한 번도 게이트의 오픈과 소환은 없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까지 회의에서 항상 침묵을 지키던 목 없는 자들의 군주. 듀라한 로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일순간 지도자들은 놀라워했지만 곧 다시 아크리치에게로 눈을 돌렸다. 그의 대답을 듣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네. 분명 게이트의 오픈은 없었고, 소환 또한 없었네. 그리고 내가 방금 말한 것 역시 추측에 불과하지. 허나 나는 중간계의 일이 마족의 자제들이 벌인 일인 것 같네. 자네들도 알지. 상위 마족조차 출입을 엄격히 하는 몇 곳을.] 아크리치의 말대로 어느 날 갑자기 마왕의 명령으로 인해 갑자기 마계의 몇 곳이 상위 마족조차 출입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장소가 생겨났다. 그 이유는 모르지만 뭔가 심상치 않았다. 언데드들 역시 궁금해 하고 있지만 마왕의 직속 친위대가 지키고 있었기에 접근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그곳을 조사해볼 가치가 있는 것 같네.] [그렇게 하지요.] 끄덕. [그렇게 해요.] [그러지.] 모든 지도자들은 아크리치의 제의에 찬성했다. 중간계, 그곳은 그들의 고향. 물론 중간계의 인간들은 그들을 공격하고 소멸시키려 했지만 그들의 근본은 인간. 인간이 없다면 그들의 종족은 새롭게 탄생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족의 손에 중간계가 농락당하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모두 찬성한 것이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마계의 언데드들은 중간계를 지키기 위해서 힘을 쓰고 있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 [에유. 반년가까이 결석할 녀석이 진학이라니, 좋겠다.] “좋긴 뭐가 좋냐. 누군 아파서 죽겠는데.” [그래도 앞으로 두 달 가까이 학교 안 나오잖아.] “안 나가면 뭐하냐. 시험은 모두 다 쳐야하는데. 선생님이 직접 감독하러 오신다고 하시더라.” [호~오! 그건 기쁜 일이로군!] 이놈의 영택이 자식! 나중에 두고 보자. “참. 그런데 지금 수업시간 아니냐?” [후후후. 현재 자습시간이라네. 그러니 전혀 문제없지.] “그러냐. 그럼 다행이구. 그런데 꽤 오래한 것 같은데. 뭐 어차피 네 쪽에서 걸은 전화이니 나야 상관없지만.” [헉! 으아아아! 엄마가 통화료 기본요금 빼고 5만원 넘으면 죽인다고 했는데. 이만 끊자! 나중에 니가 걸어. 더 이상 요금 나오면 난 죽음이니까.] “그래. 그래. 알았다. 이 형님이 걸마. 그럼 나중에 봅시다, 영택군.” [그려, 상민군.] “와우! 정말 오래도 통화하네. 거의 40분 넘게 했어. 뭐 어차피 우리가 돈 내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야. 그런데 이곳에 가만히 있기 심심하지 않냐. 상민아.” “심심하죠, 나갈까요? 제키 형.” 현재 내가 있는 곳은 가디언의 한국지부 중 가장 지형 변화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 서울의 가디언 지부의 건물 맨 위층 8층의 사무실이었다. 난 오늘 가디언으로서 첫 출근이었다. 출범식이 있은 지 4일 만에 말이다. 가디언 서울지부는 아직 내부 공사 중이지만 맨 위층 8층은 내부 공사까지 다 끝난 상태였다. 서울지부에는 가디언. 그러니까 능력자가 총 20명이 대기 중이다. 나는 SS급 능력자로서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었다. 내가 처음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정말 이곳이 사무실이 맞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일단 사무실에 컴퓨터 2대가 갖추어져 있었고 방 한쪽에 아스카 접속용 캡슐도 갖추어져 있었다. 거기에 2인용 침대까지 있었고 40인치 TV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그런 공간이 나만을 위해서 준비되어 있는 것이었다. 제키 마커스. 나와 싸운 적 있는 제키 형은 서울로 스스로 지원하여 왔단다. 그래서 형도 나와 같은 8층을 쓰고 있었고 내 사무실에서 라오와 함께 컴퓨터를 하면서 놀고 있었다. 라오,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가 이제는 컴퓨터 게임에까지 도전하고 있었다. “마침 점심시간도 거의 다 됐고 하니 밥 먹으로 가자. 어이, 라오. 너도 갈 거지.” “물론 간다.” 라오는 이제 자연스럽게 육성으로 말하고 있었다. 물론 말투가 연장자들이 듣기에는 많이 거슬리는 말투지만 말이다. 라오와 함께 이(異)세계에서 보낸 시간은 약 80일. 출근하기 전까지 우리는 그 세계에 머물러 있었다. 80일 동안 나는 전력을 다해서 네크로맨시 마법을 익혀갔고 동시에 경일이와 제일이에게 마법을 가르쳤다.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 사령마법은 정말 내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마법이었다. 생물의 생명에너지를 마음대로 촉질 혹은 둔화시킬 수도 있었고, 사자(死者)의 영혼과 살아있는 자와 대면을 시켜줄 수 있는 마법이었다. 물론 그만큼 무서운 마법도 있었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바로 망자의 의지! 그것의 제조법을 아니, 좀 더 정확히 하자면 그것과 유사한 약품의 제조법을 네크로마스터이신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이 알아내어 나에게 가르쳐 주셨다는 것이다! 망자의 의지. 언데드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로 하는 약품. 하지만 어디까지나 게임속의 약품이었다. 그런 망자의 의지와 비슷한 약품의 제조법을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은 알아내신 것이다. 물론 1년에 가까운 시간이 들긴 했지만 말이다. 망자의 의지와 비슷한 약품의 이름은 망자의 조각이라고 젯맨토님이 이름 붙이셨다고 한다. 망자의 조각에 들어가는 재로는 5가지로 의외로 적었다. 일단 물, 물론 보통 물이 아니다. 가장 깨끗하고 순수한 물. 바로 아침 이슬이었다. 갖가지 물을 이용하여 실험해 본 결과 이슬로 만든 망자의 의지가 가장 큰 효과를 냈기에 이슬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물론 평범한 물도 상관없지만 되도록 깨끗한 물일수록 좋다고 하셨다. 물론 평범한 물도 상관없지만 되도록 깨끗한 물일수록 좋다고 한다. 다음 재료는 바로 흙. 물론 또한 보통 흙이 아니었다. 아무 곳에서나 구할 수 있는 흙이 아닌 생명력이 풍부하고 깨끗한 흙! 그런 흙이어야 한다고 하셨다. 물론 보통 흙으로도 되긴 하지만 앞서 말한 물과 마찬가지로 생명력이 풍부한 흙일수록 보다 높은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다음으로 나머지 3가지 재료 중 2가지는 앞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물과 흙이라고 한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물과 흙과 정 반대되는 것. 묘지에서 파헤쳐진 무덤에 고여 있는 물과 그리고 사형수들이 죽어가면서 흘린 피를 품은 흙! 이 두 가지였다. 정말 상상도 해보지 못한 재료들이었다.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흙과 물. 물론 가장 순수하고 깨끗한 것과 더럽고 탁한 것들이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만들어진 망자의 의지가 무려 50실버나 하다니! 다시 생각하니 속 쓰리네. 상점이용 게시판을 통해서 사령술사 길드에 항의할까도 했지만 그간 쌓아온 친화도가 떨어질까 봐 그만 두었다. 다음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재료는 망자의 조각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라고 하셨다. 그 마지막 다섯 번째 재료! 그것은 바로 망자. 언데드 그 자체였다! 망자의 의지를 나에게 받아 가신 이후 두 분은 함께 망자의 의지의 재료에 대해 알기 위해서 수천 수백 번의 실험과 검사를 하셨단다. 내가 드린 언데드 제작이 레시피를 내 팽겨둘 정도로 말이다. 앞서 설명한 4가지 재료에 대해서는 불과 1개월 만에 알아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재료를 알아내지 못한 두 분은 갖은 실험을 했지만 도저히 알아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내가 드린 약품. 망자의 의지의 이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되었고 혹시나 하는 심정에 제압하여 가두어 둔 좀비 한 구를 4가지 재료들과 함께 거대한 솥에 끓이셨다고 한다. 망자의 의지라는 이름처럼 망자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랍게도 성공이었다. 바로 망자의 의지와 유사한 약품! 망자의 조각이 만들어진 것이다. 망자. 언데드가 약품의 제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두 분은 이후 조건을 달리하여 실험을 했고 그 실험에 대해서 기록된 책을 나에게 직접 보여주시기까지 했다. 물과 흙을 달리하고 망자의 조각을 만들 때 들어가는 언데드까지 달리한 것까지 기록되어 있었는데, 망자의 조각을 만드는데 들어간 언데드 중에는 상급 언데드인 듀라한까지 껴 있었다. 데스나이트도 실험해 볼까 했지만 아까워서 그만 두셨단다. 하. 하. 하. 하여튼 두 분 덕분에 나는 현실에서도 망자의 의지와 비슷한 약품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후후후. 물론 나는 두 분이 주신 책을 보고 보다 발전된 형태의 약품! 망자의 의지의 3배! 4배 효과를 내는 약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재료는 똑같이 4가지의 물과 흙이었다. 하지만 물은 이슬이 아닌 성수(聖水)와 커스 엘레멘탈이 저주한 물이었고, 흙은 대지의 여신 교단의 텃밭에서 가져온 흙과 커스 엘레멘탈이 저주한 흙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재료! 그것은 바로 영혼석! 영혼석을 이용했다. 그 결과 망자의 의지에 4배나 되는 효능을 보이는 약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허나 단점은 존재했다. 일단 성수와 신전의 흙을 구하기 힘들다는 첫 번째 단점이 있었고,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에 비해서 만들어지는 약품의 양이 턱없이 적다는 두 번째 단점이 존재했다. 이 두 가지 단점만 아니라면 오히려 망자의 의지보다 나았다. 그 외에 특별한 일은 별로 없었다. 한나가 4써클 마스터가 된 점과 방연이 형이 놀랍게도 마나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점 외에는 말이다. 데스나이트 팔시온과 엄청난 훈련을 말없이 꿋꿋하게 받아온 형은 결국 소드 유저가 된 것이었다. 소드 유저란 자신의 몸 안의 마나를 느끼고 그 마나를 통해서 육체와 근력과 민첩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이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드 익스퍼드와는 다르게 검에 검기를 생성시킬 수는 없었다. 소드 유저 상급이 되면 그것마저도 가능하긴 하단다. 물론 검기를 생성시키는 동안에 육체를 강화시키진 못하지만 말이다. 형에 소드 유저가 된 날은 모두 모여 파티를 열었다. 파티라고 해봐야 함께 모여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고 선물을 하는 정도가 다였지만 꽤 즐거웠다. 그 세계에서의 80일은 꽤 유익한 시간이었다. 사령마법의 수준을 중급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후후후. 라오와 제키 형을 이끌고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이후 우리는 다시 사무실로 올라갔고, 사무실에는 한 남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남자는 바로.... “작은 아버지.” ‘오! 상민이 왔구나. 제키군도 왔군. 잘 됐어.“ 가디언 한국 총지부장이자 서울지부 지부장이신 작은 아버지가 내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웬일이시지? --------------------------------------------------- “일단 모두 자리에 앉지.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까.” “아, 예.”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다는 작은 아버지의 말에 나와 제키 형은 내 사무실에 있는 소파에 앉았고 작은 아버지는 우리를 마주보는 소파에 앉으셨다. 반면 라오는 사무실의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내더니 침대에 앉아 콜라를 마시면서 TV를 돌렸다. 그런 라오의 모습을 본 작은 아버지는 조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이시다가 나를 쳐다보셨고, 나는 작은 아버지를 보며 웃어 보일 뿐이었다. “흠흠.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마. 일단 나는 네 작은 아버지로서 온 것이 아니라 가디언 한국지부 총지부장이자 서울 지부 지부장으로서 온 것이다.” “사건이로군. 심심했었는데 잘 됐군,” 제키 형은 작은 아버지의 말에 미소 지으면서 항상 쓰고 다니는 야구 모자를 벗었다가 다시 썼다. 사건이라. 왠지 두근거리는 걸. 가디언으로서의 첫 번째 임무일 테니까. “자, 이것들을 보아라.” 작은 아버지가 꺼내신 것은 바로 미라의 사진이었다. 앙상하게 말라서 거죽만 남긴 미라의 사진. 사진은 총 12장이었고 사진의 미라 역시 모두 달랐다. 음, 미라라. 사진을 자세히 본 결과 사진의 미라들의 옷으로 보아 그들이 꽤나 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라라. 혹시 뱀파이어인가. 하지만 미라의 목에는 이빨 자국 같은 건 없는데. 아니지, 미라가 꼭 입을 이용해서 피를 빤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음. “지부장님. 이 사진들은 뭐죠?” “이 사진들은 바로 어제 경찰청으로부터 넘겨받은 것들이다. 처음 발견된 미라는 이것이다.” 나는 형식적으로 지부장님이라 불렀고 작은 아버지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시면서 제일 처음 발견한 미라라는 미라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시면서 말하셨다. 작은 아버지가 가리킨 사진은 여성 미라의 사진이었다. 솔직히 머리카락이 장발이 아니고 짧은 머리였고 미라가 입은 옷이 원피스이고, 핸드백이 없었다면 여성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 여성 미라의 DNA감식 결과 이름은 김세인. 24세의 대학생이다. 시종신고가 접수 된 것은 40여일 전이고 발견된 날짜는 불과 이주 전이다. 마지막으로 만났던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술에 잔뜩 취해서 집 근처까지 데려다 주었다고 한다. 미라의 발견자는 당사자의 집 근처 하수도에서 발견되었다.” 이후 작은 아버지는 차근차근 미라의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이름과 실종신고가 접수된 날짜, 그리고 발견된 날짜 등 여러 가지를 이야기해 주셨다. 12구의 미라들은 모두 집 근처 하수도에서 발견되었다라. 그렇다면 뱀파이어가 하수도로 사람을 끌고 가서 피를 빨고 죽인 건가. 잠깐, 뱀파이어라면 이 미라들이 좀비가 되었을 텐데. 그렇다면 뱀파이어가 한 짓이 아닌 건가. “음. 도통 모르겠네. 아무래도 뱀파이어가 한 짓 같진 않고.” “다음 이 사진들을 봐라.” 작은 아버지는 다른 사진들을 꺼내셨다. 작은 아버지가 꺼내신 사진에는 각기 다른 사람 5명이 찍혀져 있었다. 별로 특출난 것 하나 없는 사람들인데. 잠깐, 설마..... “지부장님. 설마....” “그렇다 이 사진의 5명은 앞서 내가 보여준 12장의 미라사진 중 5장의 주인공들이다.” “이거 정말 재미있게 됐는데. 도플갱어라니.” 도플갱어. 도풀갱어란 단어는 독일어로 ‘이중으로 걷는 자’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내가 알기로는 도플갱어는 자신의 분신을 가리키는 것이다. 여기서 자신의 분신이란 사고방식은 옛날부터 여러 나라에서 전해지고 있는 대부분이 죽음에 관한 것이었다.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보면 그 두 사람 중 한 명은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거나 또 다른 사람을 본다는 것은 죽음이 임박했다는 징조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도플갱어의 단어를 통해서 알아본 도플갱어였다. 지금부터가 몬스터로서의 도플갱어에 대한 설명이다. 몬스터로서의 도플갱어는 굉장히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다. 일단 모습을 복사하는 능력부터가 골치 아프다. 만약 도플갱어가 모습을 복제하고 자신이 복제한 모습의 사람을 죽인 이후 상처를 통해서 피를 빨아들이게 되면 모습의 사람의 버릇, 지식, 습관까지도 모두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플갱어라, 정말 골치 아픈 몬스터가 걸렸군. “현재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을 비롯해 채 10명이 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만약 이 사실이 언론매체를 통해서 퍼졌다가는 엄청난 혼란에 빠질 테니까요.” 나의 말대로 만약 사회에 도플갱어가 숨었다는 사실이 퍼지게 된다면 사람들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도플갱어, 모습을 복제하는 이 몬스터는 정말 여러 가지로 골치 아픈 존재였다. 되도록 빨리 처리하는 것이 좋겠군. “지부장님, 도플갱어의 수는 총 몇이죠?” “최소한 5명으로 보고 있다.” “5명의 도플갱어라. 설마 뭉쳐서 활동하진 않겠죠? 그럼 재미없는데.” “다행히도 그렇지 않네, 제키 군. 도플갱어들은 각기 따로 행동하고 있어.” 도플갱어들은 뭉쳐 다니게 되면 진짜로 골치 아픈 녀석들이다. 변신 전에는 고작 슬라임 정도의 지능밖에 없는 것들이 변신을 하고 수십 명의 모습을 빼앗고 나서는 인간 못지않은 지능을 얻게 되는 녀석들이니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異)세계의 전사나 검사, 마법사 같은 사람은 극히, 아니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빼앗았으니 그나마 찾기만 한다면 상대하기는 쉽겠군. 문제는 찾는 것이 엄청 힘들다는 것이지. “A급의 임무군요. 그렇다면 보수는 얼마 정도 하려나.” “흠흠. 제키 군. 깜빡했나본데 가디언의 능력자들은 모두 연봉제라네.” “아! 맞다, 깜빡했습니다. 연봉제로 바뀐 거. 그래도 보너스는 있죠?” 세계의 각 기관이 가디언으로 통합된 이후 임무를 맡고 그에 맞는 보수를 주던 각 기관에서는 모두 연봉제로 바꾸었다. 참고로 SS급 능력자인 나의 연봉은 엄청나다. 어마냐고 묻지 말도록. 이미 받은 연봉은 모두 어머니 통장에 입금되어 있으니까. 그래도 궁금하다면 연봉을 보신 어머니가 잠시 현기증을 느끼실 정도라고 해두겠다. “물론 보너스는 있네. 상민아, 되도록 조용히 끝내는 것이 좋겠지만 쉽지 않을 것 같구나. 이번에 사실 너를 찾아온 것은 네가 네크로맨서라서 그렇단다. 제 2장로님과 제 5장로님이 점을 보신 결과 너를 찾아가라 하시더구나. 점괘에도 네가 나서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법이라고 나왔다고 말이다. 도움이 되는 단어로는 제 2장로님께서 생명력이라고 하시더구나. 제 5장로님께서는 도움이 될 한자를 골라주셨다. 자, 보아라.” 무당이신 제 2장로님과 점을 잘 보시는 제 5장로님이 점을 보셔서 나에게 가라고 하셨다니. 음, 도움이 되는 단어가 생명력이라. 작은 아버지가 꺼내주신 한자는 다인(多人)과 락(樂)이라는 한자였다. 많은 사람과 즐거울 락이라.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고 즐거운 곳이라 이건가. 흠, 생명력과 많은 사람이 모여 즐거운 곳이라. 정말 난감하군. 하지만 이게 어디냐. 이런 단서라도 없었으면 막연히 돌아다녀야 했을 테니까. “그럼 잘 해보도록. 솔직히 이번 임무는 상민에게 하려 했지만 전격능력을 사용하는 제키 군이 함께하면 조용히 끝내기 쉬울 테니 제키 군도 잘 부탁하네.” “심심한데 잘됐네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자! 가자! 상민아!” “나도 같이 가지.” 이렇게 나의 첫 번째 임무, 도플갱어 사냥은 시작되었다. 왠지 긴장되는데. 후후후. -------------------------------------------------- 와글와글 까아아아악! 엄마! 나 이거 탈래! “라오. 이번에는 뭐 탈래” “음. 저걸 타기로 하지.” “그럴까? 저걸 타고 야외 놀이공원으로 나가자. 자! 가자! 상민아.” “에유, 알았어. 제키 형.” 도플갱어를 찾기 위해서 작은아버지가 남기고 가신 한자. 다인(多人) 즐거울 락(樂)이 적혀 있는 종이쪽지를 들고 막연히 거리를 걸었다. 막연히 종이쪽지를 보며 걷던 도중 갑자기 제키 형이 손뼉을 치며 알았다는 듯한 득의의 웃음을 지어보였고 나와 라오는 제키 형을 따라 지하철을 탔고, 곧 어느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어느 곳,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마지막으로 고등학생이 된 이후에도 온 것까지 족히 20번은 넘게 와 본 곳! 바로 롯데월드였다. 사람이 많고 즐거운 곳. 조건은 맞았다. 놀이공원이라면 사람들이 많고 다들 즐거워하니 말이다. 문제는.... 제키 형은 도저히 도플갱어를 찾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자유이용권을 끊어서 놀고만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라오야 그렇다 쳐도 그렇지. 가디언의 S급 요원인 제키 형이 이럴 줄이야. 나는 형이 늠름한 모습을 보여줄 줄 알았는데. 나보다는 임무를 많이 맡아보았을 테니까. 하~아. 기운 빠진다. 20분간 기다린 끝에 우리는 롯데월드의 야외 놀이공원과 실내 놀이공원을 도는 관람차를 탈 수 있었다. 사람들은 우리들을 보고 매우 큰 관심을 보였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일단 잘생기고 활기차 보이는 미국인 제키 형. 이국적인 미남 라오. 마지막으로 두 사람과 비교하여 평범하긴 하지만 꽤 헌칠한 키와 환골탈태 이후 조금 잘생겨진 나. 이 세 명이 함께 다니니 관심을 안 끌래야 안 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외국인. 단일 민족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은 매우 낮선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관람차에 올라 주위를 살피며 아이처럼 좋아하는 제키 형과 콜라를 손에 놓지 않고 마시면서 고개를 돌려가며 주위를 살피는 라오. 하~아. 나라도 열심히 찾자. 나는 작은 아버지께 받아온 사진을 꺼내어 잠시 살펴보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상민아. 너 지금 뭐하냐?” “뭐하다니요. 놀고 있는 형 대신 열심히 도플갱어를 찾고 있잖아요.” “쯧쯧쯧. 역시 신입은 뭘 몰라요.” 자신의 이마에 손을 데고는 고개를 흔드는 제키 형. 으으으! 내가 어째서 형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거지. 지금까지 놀자고 나와 라오를 끌고 다닌 것은 형인데. “상민아. 너는 육체강화 계열의 능력자인 나와 매지컬 계열의 능력자인 너 중 누가 더 시력이 좋다고 생각하냐?” “물론 육체강화 계열의 능력자인 형이 훨씬 좋겠죠.” 나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말했다. 제키 형은 자연계 능력인 번개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 이전에 형은 육체강화 계열의 능력자였다. 번개는 어디까지나 육체강화 능력을 보조하기 위한 것이란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갑자기 왜 시력 이야기가 나오는 거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럼 시력을 이용해서 찾는 것은 내가 해야지! 난 지금까지 네가 두리번거리고 있길래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서 하나 했는데. 그것이 단지 시력에 의존해서 두리번거렸을 뿐이라니. 역시 신입은 뭘 몰라요.” “형이야 말로 무슨 소리에요. 눈으로 찾지 않으면 사람을 어떻게 찾아요.” 눈으로 보고 찾지 않으면 어떻게 찾으란 말이지? 나는 형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눈으로 봐야 이미 미라가 되 인물로 변신한 아니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라도 찾지. 나는 어이기 없다는 눈으로 형을 쳐다보았지만 형은 더욱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SS급 능력자라고 해도 역시 기본 교육은 받아야하는데. 하~아. 그래. 가르쳐 주마. 일단 지부장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단서는 총 몇 개냐?” “왜 갑자기 딴 소리에요.”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라.” “쳇! 일단 이 사진. 그리고 이 쪽지에 적힌 단어. 이렇게 두 가지요.” “좋아. 두 가지 단서 중 이 쪽지에 적힌 단어는?” “다인(多人)과 즐거울 락(樂)이요.” “내가 이럴 줄 알았어. 한 가지 단어를 깜박했잖아. 바로 너를 위한 단어! 생명력(生命力)!” “아!” 나는 그제서야 형이 나를 보며 어째서 한숨을 내쉬었는지 알 수 있었다. 생명력! 형의 말대로 그것은 나를 위한 단어였다. 그 단어를 잊고 있었다니! 나도 정말 못 말릴 녀석이군. “솔직히 지부장님이 주신 단서들을 미흡한데가 많고 부실하기도 해. 거기에 얼토당토 없기도 하고 말이야.” “하긴 그렇죠.” 확실히 그렇다. 작은 아버지가 주신 단서는 두 번째 단서. 세 단어는 모두 점을 통해서 얻은 단어들이기 때문이다. 막연히 세 단어를 이용하여 인간의 모습을 빼앗아 활동하는 도플갱어를 찾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런 단서를 가지고 우리는 도플갱어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생가해보면 참으로 무모한 행동이었다. 점을 통해서 얻은 정보를 통해서 도플갱어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니 말이다. 물론 그 점을 본 두 분이 바로 우리 한의 장로님들이고 두 분의 점이 한의 운영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특별한 점이긴 하지만 말이다. 내가 짐시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잠시 멈추어졌던 제키 형은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세계 다섯 기관이 가디언으로 통합되기 전 각 기관의 정보부에서 가장 기피하는 정보부를 가진 기관이 어떤 기관인 줄 알아?” “설마 우리 한?” “맞았어! 각 기관의 정보부에서 가장 기피하는 정보부를 가진 기관! 그 기관이 바로 한이다! 여타 다른 기관에서는 엄청난 인원과 자금을 투자하여 갖은 노력 끝에 정보를 얻는 데 반해 한의 정보부는 너무도 쉽게 정보를 얻어냈거든. 그 방법이 뭔지는 이 정도 설명해줬으면 눈치 챘겠지.” “설마 점? 점으로 정보를 얻었단 말이에요?” “그래, 점! 점을 통해서 한의 정보부는 정보를 다른 여타 기관보다 쉽게 얻어낼 수 있었어.” 나는 제키 형의 말에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점, 그저 맞으면 좋고 틀리면 그만이라는 심정으로 보는 점을 통해서 여타 다른 기관의 정보부들이 기피할 정도로 정보를 쉽게 얻다니. 말도 안 돼! “물론 믿기지 않겠지. 하지만 말이야. 믿는 수밖에 없어. 너도 알잖아. 한은 여타 다른 기관에 비해서 질은 높지만 수가 적다는 것을. 그런 한이 덩치가 엄청난 네 기관을 상대로 자신들의 영역인 한국을 지켜내고 동시에 전 세계에 지부를 둘 수 있었던 것은, 각 기관의 정보부의 말에 의하면 점이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지. 예를 하나 들어볼까.” 이후 제키 형은 한 가지 예를 이야기 해 주었다. 그 예란 바로 다른 기관과의 싸움이 전면적으로 번질법한 싸움에 우리 한의 기관원들이 반드시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한의 요원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SWU의 S급 능력자 정도의 실력자 5명이 모이는 전투에서는 반드시 등장했다고 한다. S급 실력자들은 기관에서 얼마 되지 않는 이들로서 매우 귀중한 몸들이란다. 이런 S급 실력자들이 서로 맞붙게 되면 반드시 죽거나 불구가 되는 자들이 나오는데 그렇게 되면 싸움은 전면적으로 치닫게 된단다. 그런 전투가 벌어질 법한 곳에는 항상 우리 한의 요원들이 나타났다고 한다. 그것도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말이다. 여기서 압도적인 힘이란 싸움을 벌이는 두 기관을 동시에 상대하고 남을 만한 힘이라고 한다. 그렇게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나타난 한의 요원들은 항상 싸움을 그만둘 것을 요청하고,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두 기관을 동시에 상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단다. 그때마다 싸움을 벌인 두 기관은 대부분 물러섰지만 초창기 몇 번은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단다. 하여튼 어떻게 알았는지 한은 기관과의 전면전으로 번질법한 싸움에 계속 나타났고 이후 각 기관에서는 정보부를 총 동원하여 어떻게 한의 요원들이 그런 장소에 나타날 수 있는지 조사하였고 갖은 노력 끝에 알아냈단다. 처음 그 사실을 알아낸 각 기관의 정보부는 믿으려 하지 않았단다. 점! 점을 통해서 장소와 싸움을 벌일 인원을 알아내어 파견한다는 얼토당토 없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물론 한의 정보부에서 점에 완전히 의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단지 점을 통해서 얻은 정보를 중점으로 조사하여 정보를 얻을 뿐이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점의 적중률이 무려 70%! 70%나 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쉬쉬하고 다시 조사에 들어갔던 각 기관의 정보부는 아무리 조사해도 같은 답! 점이 한의 정보부의 큰 역할을 한다는 답만 나오자 시간이 지나가면 갈수록 믿게 되었고 완전히 믿게 된 이후부터 각 기관의 정보부는 한의 정보부를 가장 기피했다고 한다. “아마 이번에 지부장님이 가져오신 것은 점을 보고 바로 가져오신 걸 거야. 내가 알기로는 점을 보고난 이후 점을 본 당사자는 길면 일주일. 짧으면 사일은 앓아눕는다고 하더라고.” 이 말을 끝으로 형은 입을 다물고 나를 쳐다보았다. 형의 말을 듣고도 믿기지 않았다. 점, 그저 맞으면 좋고 틀리면 말고 라는 심정으로 보는 점이 우리 한의 정보부 정보의 중심이라니. 하. 하. 하 “그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단서들은 믿을만한 것들이라고! 그런데 감히 그런 단서 중 하나를 무시하다니! 시정하도록!” “점이라. 그리고 보니 신년이 얼마 남지 않았군. 제사장들을 시켜서 점을 보도록 해야겠어.” 지금까지 제키 형의 말을 들은 라오는 자신의 제사장들을 시켜 점을 보도록 해야겠단다. 수천 년 만에 부활한 파라오의 제사장들의 점이라. 어떤 점일까. 잠시 이집트의 점이 어떤 점인지 궁금해지긴 했지만 제키 형과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관람차는 야외 놀이공원에 도착했고 우리는 내려야 했다. 좋아!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한 번 살펴보자고! --------------------------------------------------- 생명력(生命力)! 지부장이신 작은 아버지가 나에게 주신 단여 두 가지 중 쪽지에 적힌 세 단어 중 하나. 생명을 가진 생물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고 심지어 무생물인 돌이나 바위조차도 가지고 있는 것!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그 생명력을 난 관찰하기 시작했다. 사령안(死靈眼). 죽은 자의 영혼을 볼 수 있게 해주고 밤을 낮처럼 볼 수 있게 해주는 기본적인 스킬. 이는 이(異)세계어조차 네크로맨서가 반드시 익혀야 할 마법이었다. 물론 내가 익힌 사령안과는 조금 다른 것이지만 말이다. 이세계의 네크로맨서의 사령안은 마법이다. 이름 또한 다른데 데스 소울아이(Death Soul Eye). 죽은 영혼의 눈. 결국에는 사령안이라는 소리다. 죽은 자의 영혼을 볼 수 있게 해주고 동시에 생명이 가진 생명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그와 다르게 내가 가진 사령안. 이는 패시브 스킬. 일부러 발동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효과를 내는 스킬이다. 물론 이(異)세계의 사령안과 다르게 생명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죽은 자의 영혼을 볼 수 있다는 공통점과 스킬레벨이 높으면 살아있는 자의 영혼과 그 영혼의 색을 볼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영혼의 색. 이는 매우 재미있다. 영혼의 색은 영혼을 가진 이의 심경에 따라 변하는데 화가 나거나 그와 비슷한 감정, 그러니까 삐지거나 불만 등의 감정을 가졌을 때 영혼의 색은 붉게 변한다. 또 슬프거나 외로움, 우울한 감정을 가졌을 때는 영혼의 색은 노란색이 된다. 그 외에 감정에 따라 영혼의 색은 각기 다른데 악한 생각을 했을 때는 영혼의 색은 검정이 되고 즐거운 생각을 했을 때는 푸른색. 사랑에 빠졌을 때는 분홍색 등 각가지 색깔이 존재했다. 나의 사령한 스킬레벨은 아직 마스터 레벨인 300의 절반인 150도 되지 못했다. 만약 마스터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낮에 집중을 해야만 영혼의 색을 볼 수 있었다. 밤에는 집중을 하지 않아도 볼 수 있고 말이다. 놀이공원을 돌아다니는 동안 나는 항시 마법 사령안과 스킬 사령안을 발동하고 다녔다. 7써클 마법사이자 데스마스터인 나였기에 사령하는 사용하는 동안에 소모되는 마나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데스 소울 아이, 사령안은 네크로맨서의 마법의 기초중의 기초이니 말이다. 사령안과 데스 소울 아이를 통해서 나는 놀이공원 안의 사람들의 생명력과 영혼을 살폈다. 생명력.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고 무생물조차 가지는 힘! 그 생명력은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이 모두 미묘하게 달랐다. 처음 막 데스 소울 아이를 시전하고 사령안을 발동했을 때는 어지러울 정도였다. 생각해 보아라. 자신의 눈앞에 다양한 새을 지니고 있는 무엇인가가 계속 움직이는 것을. 처음 관찰해본 엄청난 수의 사람들과 움직이지 않고 있는 식물들을 비롯해 돌조차 가지고 있는 생명력은 항상 움직이고 있다. 그로 인해서 처음에는 어지러워서 이동하는 데 제키 형과 라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처음 관찰하는 생명력은 너무도 신기했다. 계속 몸속에서 혈맥을 타고 움직이며 소모되고 있었고 동시에 회복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 몸속의 생명력뿐만이 아니었다. 우리의 발을 지탱하고 있는 땅도, 건물들도 생명력이 소모되며 동시에 생명력이 회복되고 있었다. 사실 생명력이 소모되고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데스 소울 아이와 사령안을 사용한지 4시간 정도 지난 이후였다. 데스 소울 아이와 사령안을 시전한 이후 놀이 기구들을 타고 나서 저녁을 먹기 위해서 잠시 쉬는 동안 나는 계속 해서 데스 소울 아이와 사령안을 발동시킨 상태였는데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한 시간 전에 지나쳤던 한 사람을 다시 보게 되었다. 다시 본 그 사람을 나는 그냥 식사를 하는 동안에 계속 관찰하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그가 음식을 섭취할 때 음식의 생명력이 체내에서 몸속으로 스며들어 생명력이 눈에 띄게 불어난 것을 볼 수 있었다. 생명력이 음식을 섭취함으로서 눈에 띄게 늘어나자 놀란 나는 식당안의 사람들을 좀 더 세심히 관찰하기 시작했고 그에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의 생명력이 소모되기도 하며 동시에 음식을 섭취로 인해 그 소모된 생명력이 회복된다는 것을 말이다. 소모된 생명력은 음식을 섭취함만으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아무 활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만 해도 호흡만으로도 회복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안 이후 나는 주변의 모든 것들을 돌아다니면서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주변의 모든 것은 조금씩 생명력을 소모하고 있고 동시에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생명력의 소모와 회복을 안 뒤 나는 여러 가지를 실험해 보고 싶어 주체할 수 없었지만 제키 형이 어떻게 눈치를 챘는지 계속해서 현재 우리의 임무인 도플갱어 추적 및 말살을 계속 상기시키며 도플갱어를 발견하기 전까지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고 하였다. 덕분에 나는 간신히 놀이공원을 돌아다니는 동안 참아내고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캡슐로 이(異)세계에 접속했다. 이(異)세계에는 내 개인 실험실이 있었고 그 개인 실험실에는 갖가지 재료와 물건들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뭐라고 할 사람도 없고 말이다. 실험실에 준비되어 있는 갖가지 재료. 일단 무생물인 돌과, 보다 좋은 산소를 마시기 위해서 가져다 놓은 식물. 그리고 상점이용 게시판을 통해서 언데드를 제작하기 위해서 구입한 시체를 비롯해 기타 등등의 물건을 실험실에 나열한 뒤 나는 데스 소울 아이와 사령안을 발동시켜 관찰하기 시작했다. 일단 내가 중점적으로 관찰한 것은 돌이었다. 돌은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돌의 생명력은 큰 움직임은 없었다. 단지 신기한 것이 있다면 표면 전체로 생명력이 소모되기도 하고 동시에 표면 전체로 회복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이 사실은 놀이공원을 돌아다닐 때부터 알았던 사실이었다. 나는 제키 형의 견제로 하지 못했던, 하고 싶었던 갖가지 실험을 시작했다. 일단 돌을 가만히 둬보고 물을 부어보고, 불로 태워보기도 하는 등 갖가지 실험을 했다. 돌에 한 갖가지 실험을 통해서 알 수 있었던 점은 불속에서조차, 물속에서조차 돌은 생명력을 전신으로 소모하고 동시에 회복한다는 점이었다. 그에 나는 돌에 한 가지 실험을 더하였다 만약 내가 회복되는 생명력보다 많은 생명력을 소모시킨다면 돌은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에 말이다. 나는 내가 항상 데리고 다니는 망령을 통해서 돌의 생명력을 흡수시켰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망령에 의해서 생명력을 흡수당한 돌이 보다 많은 생명력을 전신을 통해서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얼마가지 않았고 곧 돌의 생명력은 망령에게 완전히 흡수되었고 돌에 생명력이 남지 않게 되었다. 생명력이 사라진 돌은 더 이상 생명력을 전신을 통해서 흡수하지 않게 되었고, 내가 살짝 쥐자 바스러져 버리고 말았다. 이후 갖가지 물건들을 가지고 갖가지 실험을 해본 결과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놀라운 사실은 바로 죽은 시체! 시체에조차 생명력이 남아있다는 사실이었다. 상점이용 게시판을 이용하여 구입한 시체로 생명력에 대한 실험을 하기에는 마땅치 않아 마물의 숲에서 그레이 오크 한 마리를 잡아 그 시체로 실험을 했는데 놀랍게도 죽은 뒤의 시체도 생명력을 유지하고 피부를 통해서 흡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양은 미미했다. 호흡을 통해서 얻는 생명력보다, 음식의 섭취를 통해서 얻는 생명력보다 말이다. 이후 망령을 통해서 시체의 남아 있는 생명력을 흡수하게 했는데 시체에 남아 있는 생명력이 흡수되자 그레이 오크의 시체는 빠른 속도로 부식되기 시작했다. 생명력이 모두 흡수된 그레이 오크의 시체는 곧 뼈만 남게 되었고 뼈에는 약간이나마 생명력이 남아있었고 그 뼈의 생명력마저 흡수하자 살짝 건드리자마자 바스러져 사라졌다. 이후 갖가지 몬스터들을 생포해 와 생명력을 관찰해 본 결과. 사람에 따라 모두 생명력이 다르듯이 몬스터들조차 모두 다른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 생명력의 소모와 회복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몬스터들 중 내가 가장 중점적으로 관찰한 것은 슬라임이었다. 슬라임은 일정한 형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젤리형 몬스터. 내가 그런 슬라임을 관찰한 이유는 바로 도플갱어가 다른 이의 모습을 빼앗기 전에는 슬라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모습을 빼앗은 도플갱어의 생명력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몬스터이니 도플갱어와 비슷한 슬라임의 생명력의 소모와 회복을 기억해 두기로 한 것이다. 진짜 도플갱어를 생포하여 관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도플갱어는 이(異)세계에서조차 보기 힘든 몬스터였기에 아쉽게도 슬라임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도플갱어. 되도록 생포하고 싶어지는 걸. --------------------------------------------------- 어둠, 인간에게 본능적으로 공포를 가져다주면서 동시에 안정감을 주는 것.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항상 빛으로 밝혀지고 있다. 거리를 화려하게 수놓는 네온사인들. 전봇대에 설치된 가로등들. 거리 곳곳에는 빛들이 가득했다. 허나 그런 빛이 전혀 들지 않는 곳도 있었다. 바로 우리들의 땅 밑. 사람들이 쓰고 버린 물들이 흘러 정화시설로 향하는 곳, 바로 하수도. 그 하수도에는 오직 어둠과 사람들이 쓰고 버린 오물들과 그 오물들의 냄새만이 가득했다. 그런 하수도는 화려한 네온사인들로 가득한 거리 지하에도 역시 존재했다. 그런 화려한 네온사인들로 수놓아진 거리를 한 남자가 걷고 있었다. 화려한 거리를 거니는 그 남자는 쾌락과 환락을 즐기기 위해서 거리를 찾은 이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고 있었지만 그 남자는 자신을 쳐다보는 이들에게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거리를 거니는 남자의 얼굴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만약 평평한 가슴으로 인해서 남자라는 것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남자들조차 여자라고 생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이였다. 그 남자의 외모는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접근하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 너무 아름다웠기에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기에 접근하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접근하지 않은 것은 본능! 이성에 억눌려 있던 본능이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남자에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피하라고! 도망가라고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본능의 외침에도 도망가지 않았다. 그 남자의 아름다움에 취해 그 본능을 억누르고 남자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남자는 잠시 고개를 돌려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이들을 살펴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앞으로 걸어갔다. “아직 회복이 덜 됐군.” 완전히 회복되었다면 자신을 바라보는 인간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다가왔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는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때 쓴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의 뒤로 세 남녀가 바짝 따라붙었고 주위의 사람들은 아름답지만 본능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이를 바짝 따라 붙은 세 남녀를 보고는 놀라워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시선은 뒤늦게 따라 붙은 세 남녀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그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길을 걸어갔고 아무리 밝고 화려한 곳이라도 반드시 있는 곳. 어둠이 짙게 자리 잡은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선 뒷골목에는 먼저 자리를 잡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건장한 체격에 험상궂은 얼굴의 남자 둘. 그리고 그 남자들 뒤에는 오들오들 몸을 떨고 잇는 여자가 찢어진 상의를 붙잡고 서 있었다. “도, 도와주세요!” “이 계집애가!” “꺄아아아!” “어! 어!” 여자는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자신을 붙잡은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뒤늦게 골목으로 나타난 이들을 향해서 뛰어갔지만 불행하게도 골목에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에 걸려 넘어졌고 자신의 몸이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자는 자신의 몸이 떠오름과 함께 땅에 부딪쳤을 때의 고통을 생각하며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고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자 여자는 용기를 내어 눈을 떴다. 눈을 뜬 여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남자의 얼굴이었다. “음. 그런대로 괜찮군요. 저 놈들을 처리하도록 해. 치료보다 식사를 먼저 해야겠으니 말이야.” “예. 마더(Mother).” 뒤에서 들려오는 대답. 마더라니? 여자는 마더라는 단어에 잠시 의문을 가졌지만 그 의문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갑자기 느껴지는 황홀함과 자신의 눈앞에 섬짓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보는 남자의 미소로 인해 말이다. 섬짓할 정도의 아름다운 미소. 그것은 여자가 살아서 본 마지막 미소였다. =========================================== “어젯밤 또 다른 희생자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너희들도 뉴스를 봐서 알겠지만 정보가 샜다.” 도플갱어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지 이틀째 되는 날 아침. 뉴스를 통해서 우리는 작은 아버지가 보여주신 사진을 그대로 뉴스를 통해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뉴스를 통해서 또 다른 희생자를 볼 수 있었다. 처음 뉴스를 통해서 이 사실을 확인했을 때 난 너무 놀라고 황당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몬스터와 그 몬스터로 인해서 생긴 정보는 세계의 다섯 기관이 통합하여 만든 기관, 가디언에 의해서 통제된다. 그런데 우리가 조사를 시작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뉴스를 통해서 같은 자료를 아니 보다 세세한 자료들을 뉴스를 통해서 접하게 된 것이다. 집에서 같이 잔 제키 형 역시 뉴스를 보고 매우 당황스러워 했지만 곧 뭔가 알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형이 그런 표정을 지어보이는 순간 대충이나마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우리는 일단 뉴스를 보았다. 그 이유는 뉴스를 통해서 방송되고 있는 정보들은 우리에게 지급된 정보들보다 더욱더 세세한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뉴스를 통해서 얻은 정보를 메모하며 간단히 정리한 이후 우리는 옷을 갈아입고 바로 사무실로 향했고 사무실에 먼저 도착해 계시는 작은 아버지. 가디언 한국지부 총지부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저희도 뉴스를 봤습니다. 저희에게 주신 사지을 비롯해 새로운 희생자와 그밖에 미처 발견하지 않은 희생자의 사진까지 나오더군요. 보기 좋게 한방 먹은 거죠.”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작은 아버지.” “후~우. 너희들도 뉴스를 봐서 알고 있겠지. 뉴스에서 공개된 자료들이 너희에게 지급된 자료들보다 더욱 자세하고 세세하다는 것을.” 작은 아버지의 말을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작은 아버지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무시고는 불을 붙인 뒤 한동안 가만히 계셨다. 담배가 반쯤 타들어갈 쯤. 굳게 닫혀져 있던 작은 아버지의 입이 열렸다. “그 썩을 개잡놈들! 언젠가 배로 갚아주고 말테다! 크아아아!!!!” 작은 아버지의 입이 열리면서 나온 것은 욕설이었다. 작은 아버지 성격을 생각하면 욕이라 할 것도 없었지만 작은 아버지의 목소리에 실린 분노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났다. 작은 아버지의 말씀에 난 나의 예상했던 대로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제키 형의 얼굴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바로 가디언을 구성한 다섯 기관 중 하나인 한국을 맡은 한을 곤란하게 하기 위해서 다른 네 기관 중 하나가 일부러 정보를 누출시킨 것이다. 예전에 말했던 대로 몬스터에 관련된 정보는 가디언을 구성하는 다섯 기관, 그 다섯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부에 의해서 관리된다. 그런 정보가, 이번 사건을 맡은 나와 제키 형에게 지급된 정보보다 더욱 세세한 정보가 방송매체로 누출 된 것이다. 이 사실을 통해서 유추해 볼 수 있는 사실은 오직 하나. 아까 말했던 대로 한국을 맡은 한을 곤란하게 하기 위해서 다른 네 기관 중 한 기관 이상의 기관이 일부러 정보를 누출했다는 것이었다. 더 마나, 홀리 글로리, SWU, 무림, 한, 이 다섯 기관이 가디언이란 이름으로 한 데 뭉치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겉모습에 지나지 않을 뿐이었다. 물론 그 사실을 다섯 기관 모두 알고 있었고 나 역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일을 벌일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현재 음지에서 활동하던 다섯 기관이 양지에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서 가디언이란 기관으로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매우 중요한 때였다. 능력자, 마법과 무공, 초능력과 신성력, 이런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가진 이들은 사람들에게 경외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공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현재 가디언이란 기관의 출범으로 인해 사람들의 반응은 소설과 만화에서나 보았던 이들이 실제로 있다는 놀라움과 일단 지켜보자는 반응들이었다. 현재 세상은 혼란스러운 상태다. 지형변화 현상으로 인해 지형이 변화하고 그런 변화한 지형을 통해 게임 속에서나 보던 몬스터들이 나타나 난동을 부린다. 이런 사실 때문에 사람들은 가디언의 출범에 두고 보자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물론 애초부터 다섯 기관에 손을 대어온 세계 각국의 정부의 빠른 대처도 한몫 했지만 말이다. 현재 사람들에게 우리 가디언이란 단체는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서 발호한 국가 단체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서 발호한 단체. 그런 단체에서 몬스터들을 처리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어떻게 볼까. 으으으, 정말 생각하기도 싫다. 거기에 현재 가디언이란 단체는 이제 막 발호한 상태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이 더욱 심각해진 것이다. 만약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국을 맡은 한의 발언권은 약해질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지탄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의 가디언 지부는 바로 나로 인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후~우. 후~우. 지금부터는 은밀히 할 것도 없다! 한국 지부의 능력자들을 총동원해서 이 사건을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해.” 똑똑. 그때 나의 사무실로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잠시 후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들어왔다. “총지부장님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으으으, 빌어먹을!” 작은 아버지는 손에 쥐어진 담배 갑을 구겨버리고는 던져버리셨고 그 후 일어나셔서 사무실 밖으로 걸어 나가셨다. 사무실 밖으로 걸어 나가시던 작은 아버지는 갑자기 멈추어서시더니 뒤를 돌아보시면서 말하셨다. “상민아. 담배 핀 것은 네 작은 엄마에게는 비밀이다.” “걱정 마세요. 작은 아버지.” “그래. 고맙다.” 이 말을 끝으로 작은 아버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셨다. 도플갱어, 정말 여러 가지로 골치 아프게 만드는구만. --------------------------------------------------- 작은 아버지가 기자회견을 하기위해서 기자회견실로 가신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나의 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우리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한의 전 총수이자 현재는 장로의 위치에 계시는 할아버지셨다. 갑작스러운 할아버지의 전화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할아버지가 나에게 전화를 거신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이번에 할아버지께서 나에게 전화를 거신 이유는 나의 할아버지로서가 아닌 장루 중 한 명으로 거신 전화였기 때문이었다. 정보의 의도적인 누출로 인해서 우리 한은 되도록 빠른 시간 안에 몬스터들을 처리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할아버지는 장로의 권한으로 도플갱어 처리를 위해서 투입 인원을 대폭 늘리기로 했단다. 그 투입인원에는 놀랍게도 할아버지를 포함하여 두 분의 장로님들이 껴 있었고, 거기에 각기 사용하는 능력은 다르지만 A급에 해당하는 요원 40명과 B급 요원 100명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하셨단다. 총 추가 투입인원은 할아버지를 비롯해 두 분의 장로님들을 포함하여 총 154명이라고 했다. 154명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보통 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많은 수였다. 할아버지가 전화를 거신 이유는 이것 때문에가 아니었다. 엄청난 수의 인원이 추가로 투입된 만큼 좀 더 도플갱어에 대한 추적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서 4인 1조를 이루어 일정 지역을 수색하기로 했다고 한다. 4인 1조, 4인 1조라는 이유 때문에 곧 나의 사무실에 두 명의 요원이 도착할 것이고 그것 때문에 나에게 전화를 하신 것이라고 하셨다. 확실히 할아버지가 전화를 끊으신 뒤 10분도 되지 않아 2명의 남녀가 도착했다. 나의 사무실에 등장한 남녀는 모두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이었고 두 남녀 모두 한국인이었다. 일단 나부터 소개하는 것이 좋겠지.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함께 움직이게 될 상민이라 합니다. 장로님께 연락을 받았습니다. 4인 1조로 활동해야 한다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제키 마커스. 전에는 SWU소속 S급 능력자였고 지금은 한국지부로 파견됐지. 이봐, 이봐. 도끼눈 뜨지 말라고. 난 자진해서 온 사람이야.” “...난 강인한이라고 한다. 한 소속, 무공사용자다.” 강인한이라는 남자는 일단 겉모습은 이름 그대로 강인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키도 일반인에 비해서 상당히 커서 2m는 되어보였고 그의 옷에 쌓인 근육 하나하나가 갑자기 옷을 찢고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강인한 씨는 함께 행동하게 된 제키 형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인지 잠시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마커스 씨.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인한 씨는 한때 SWU의 능력자에게 여러 가지로 곤혹스러운 일을 당한 적이 있거든요. 참, 제 소개를 안했군요. 저는 인한 씨의 안사람 되는 땅지기 박초연이라고 해요. 짧은 시간동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 말로 잘 부탁드려요.” 땅지기 박초연. 그녀가 강인한 씨의 아내라는 말에 형과 나는 매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초연 씨가 강인한 씨의 아내라고는 설마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가면서 하도록 하지. 지금은 1분 1초도 아까운 상황이니까.” 이 말을 남기고는 인한 씨는 그대로 뒤돌아서서 나아갔다. 그렇게 형이 마음에 안 드나. 초연 씨는 그런 인한 씨의 행동에 대신 사과했다. 인한 씨 부부와 함께 우리가 맡은 지역은 서울 대공원이었다. 인한 씨 부부 역시 우리에게 전해진 지료, 아니 보다 자세한 자료를 지급받았고 우리 역시 보다 자세한 자료를 지급받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인한 씨가 운전하는 차에 올라 이동하면서 초연 씨에게 여러 가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도플갱어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서 B급에서 상위에 해당하는 능력자들은 대부분 서울로 올라왔다고 한다. 조사해본 결과 도플갱어들의 활동범위가 서울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승용차로 한참을 이동한 끝에 우리가 도착한 곳은 어제 우리가 조사, 아니 조사를 내세우고 놀았던 놀이공원이었다. “일단 2명씩 짝을 지어서 수색하기로 하지.” “확실히 그러는 게 나을 것 같네. 댁은 나를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것 같으니 말이야.” “...부정하지는 않겠다.” “죄송해요 마커스 씨. 일단 인한 씨의 말대로 하고 뭔가 발견한다면 이걸로 연락 주세요.” 초연 씨는 우리에게 무전기 하나를 주고는 먼저 걸어 나간 인한 씨를 따라잡기 위해서 달려 나갔다. 도대체 어떤 일을 당했기에 제키 형을 싫어하는 거지. 그것보다 어서 조사에 들어가야겠군. “룰루루. 오늘은 뭐부터 탈까나.” “음. 오늘은 이것부터 타기로 하지.” 고개를 돌려 제키 형과 라오를 쳐다보았을 때 나의 눈으로 들어온 것은 안내 책자를 들고 어떤 놀이기구를 탈지 정하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하.하.하. 라오는 그렇다 치고 제키 형, 너무하는 거 아니야. 정말 못 말려. 그렇게 우리 한의 자존심을 건 수색은 시작되었다. --------------------------------------------------- “후후후. 완전히 회복되었군.” “축하드립니다. 마더.” “그래, 그래. 너희들도 그간 생명력을 모아오느냐고 수고했다.” 인간이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미남. 그는 15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극존대를 받고 있었고 그를 존대하는 이들은 대부분이 그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는 아름답다고는 하나 확실한 남자. 그런 그가 15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마더라고 불리고 있었다. 그가 스스로 했던 말대로 그는 예전과 뭔가 달랐다. 인간의 본능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무엇인가가 더 이상 감지되지 않았던 것이다. “크크크. 정말 기분 좋군.” 그렇다 그는 정말 기분 좋았다. 그는 마계에 어느 사이엔가 생겨난 공간의 틈을 통해서 보내진 이었다. 바로 하급마족! 그것도 몬스터 출신의 하급 마족이었다. 몬스터, 마계의 마물을 조상으로 하고 있는 중간계 인간의 최대의 적. 몬스터에서 마족이 된 이었던 것이다. 몬스터는 누구나 몸을 이루는 근육과 피, 뼈에조차 마력(魔力)을 가지고 있다. 강하고 흉포한 몬스터일수록 근육과 피, 뼈에 함유되어 있는 마력의 양과 농도는 진했다.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자신이 태어날 때 가지고 있는 마력의 수치 그대로 살아가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존재하는 법! 자신이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마력의 수치를 성장시키는 몬스터가. 그런 몬스터가 존재했다. 마치 기사가 수련을 통해서 마나를 쌓고 마나를 다루어 검기를 다루고 더욱 고된 수련 끝에 검강을 다루는 것처럼 말이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몬스터들의 마력의 성장은 인간처럼 수련으로서가 아닌 자신보다 약한 몬스터를 잡아먹고 혹은 자신보다 강한 몬스터에게 잡아먹히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방법이라는 것이었다. 약육강식, 몬스터는 그 방법으로 중간계에서 마력을 쌓는 것이다. 자신보다 약한 몬스터들을 잡아먹고 잡아먹은 몬스터들의 몸에 쌓여진 마력을 흡수하여 자신의 마력을 향상시키는 것. 그것이 몬스터들이 마력의 수치를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다. 허나 이를 일부러 하는 몬스터는 없다. 몬스터들의 피에 새겨진 본능에 의해서, 몬스터들은 같은 몬스터들을 잡아먹고 마력을 쌓아간다. 모다 많은 몬스터를 잡아먹은 몬스터일수록 강하고 흉폭하며, 사악하며 흉계를 잘 꾸미는 이유는 바로 보다 많은 마력을 쌓았기 때문이다. 물론 몬스터가 마력을 쌓는 법은 다른 몬스터를 잡아먹는 방법 외에도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수련을 통해서 마나를 쌓은 인간, 마법사와 기사를 잡아먹는 것이다. 이 경우 오히려 자신보다 약한 몬스터들을 잡아먹는 것보다 효율이 높았다. 하지만 그 경우 오히려 죽을 확률은 높았다. 마나를 다루는 인간. 마법사와 기사는 웬만해서는 혼자 다니지 않고 일반 몬스터들보다는 강하기 때문이다. 몬스터가 만약 자신의 육체의 한계치까지 마력을 쌓게 된다면 몬스터는 소드마스터가 바디체인지, 환골탈태를 겪는 것처럼 환골탈태를 겪는다. 마력으로 인한 육체의 재구성! 바로 마족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몬스터가 마족이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몬스터가 마족이 될 확률은 천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인 것이다. 그런 천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을 해닌 이가 바로 마더라 불린 남자였다. 도플갱어, 모습을 빼앗을 상대를 죽이고 죽은 상대로부터 성격, 습관, 지식 등을 그대로 베껴내는 몬스터. 그런 특성을 살려 죽은 상대의 파티에 가담하여 파티원을 하나씩 하나씩 자신의 먹이로 삼는 몬스터가 바로 도플갱어였다. 그렇다. 그는 바로 도플갱어 출신의 마족이었다. 고작 하급마족이었지만 말이다. 그는 운이 좋은 도플갱어였다. 우연히 모습을 빼앗은 여자가 일가족과 여행을 나왔던 소드마스터 상급에 다다랐던 자의 딸이었고 딸의 모습을 빌어 소드마스터 상급에 다다랐던 자를 먹이로 삼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소드마스터 상급에 다다랐던 자를 먹이로 삼은 이후 그의 마나를 마력으로 바꾸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 후에 일사천리였다. 갑자기 강력한 힘을 얻은 그는 예전 같았으면 피했을 기사, 소드 익스퍼드에 오른 이들을 먹이로 삼았고 간혹 마법사도 먹이로 삼았다. 그리고 결국 바디체인지. 환골탈태를 겪어 하급마족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그가 하급마족이 된지 300년 전 일이었다. 하급마족이 된 후 마력에 의한 환골탈태로 인해서 열린 게이트로 본능적으로 마계로 간 뒤의 일을 그는 회상했다. 같은 하급마족이면서도 자신이 몬스터 출신이란 이유로 무시하고 자신을 죽이고 힘을 빼앗으려 했던 이들. 허나 그들은 오히려 그에게 목숨을 잃고 힘을 빼앗겼다. 몬스터로서 오랜 시간을 지내온 그는 마계에서 썩은 하급마족보다 음흉하고 노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다였다. 그의 먹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고작 하급마족이었다. 중급마족들은 하급마족과 비교도 되지 않게 음흉했고 노련했기에 여러 번 죽을 뻔했다. 허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하급 마족들을 먹이로 삼으며 마력을 키워갔다. 중급 마족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운이 나쁘게도 그는 상급마족의 눈에 띄어 그에게 종속되었고 그로 인해 중급 마족이 되는 것에 대해서 제재를 당했다. 그로 인해 여러 번 절망에 빠지긴 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기회가 온 것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마계 곳곳에 생겨난 차원의 틈으로 뛰어든 이후 소멸할 뻔하긴 했지만 살아남았고 자신을 종속시킨 상급마족과의 끈 역시 약해질 대로 약해졌기에 상급마족이 그에게 각인 시킨 제재 역시 약해졌고 중급마족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이다. 거기에 운이 좋게도 자신이 있는 세계와 전혀 다른 세계, 마나는 있지만 마법사나 기사들은 보이지 않는 세계였던 것이다. 이는 그가 오직 회복을 하는 데 전력을 다했고 그의 분신들이 지식까지 복사하는 것이 아닌 성격과 습관만 베끼고 생명력을 모아오도록 급하게 만들어진 녀석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세계에서 하급마족이지만 본체, 일부가 아닌 본신의 힘을 가진 자신을 이길 존재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수많은 인간을 먹이로 삼아 중급마족으로 아니 상급마족으로 올라갈 기회라고 말이다. 그는 너무도 아름답지만 섬짓한 미소를 지으며 많은 인간들이 몰려 있고 많은 인간들이 오고가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그는 몰랐다. 자신으로 인해 벌어질 일을, 또 자신에게 벌어질 일을. --------------------------------------------------- 와글와글! 롯데월드는 언제 와도 사람이 많다니까.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거기에 커플끼리 놀러온 사람들까지! 정말 이곳에서 몬스터들이 난동을 부렸다가는 어떤 혼란이 일어날지 상상도 안 간다. “상민아 무슨 성과 있냐?” “아니요, 성과라고 할 만한 정보는 아직 없어요. 사령안을 통해서 살펴봐도 몬스터의 생명력으로 보이는 것은 없는데요. 풀어놓은 망령들에게서도 정보라 할 만한 것은 들어오지 않고 있어요.” 같은 곳을 또다시 조사하게 되자 지난번과는 달리 보다 효과적인 방식으로 조사할 수 있었다. 망령의 일부를 롯데월드의 각 출입구에 세워두고 생명력을 관찰하게 하여 1시간마다 보고하도록 하였고, 그밖에 각 놀이기구를 비롯해 으슥한 장소마다 망령들을 배치해 역시 1시간마다 보고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여타 유용한 정보는 전혀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간혹 보통 사람보다 강한 생명력을 지닌 이가 있다, 혹은 자신을 보고 기겁해서 도망갔다는 보고 정도만 들어왔다. 하~아, 해결하지 못할지언정 어느 정도 성과는 보여야 하는데. 정말 걱정이네. “형, 초연 씨에게는 무슨 연락 없어요?” “삼십 분 간격으로 연락이 오긴 오는데 정보랑 상관없이 현재 자신들의 위치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어. 그리고 이쪽의 위치에 대해 묻더라.” 우리와 따로 행동하는 초연 씨 일행도 전혀 소득이 없는 모양이군. 도플갱어. 제길! 왜 하필 그렇게 까다로운 몬스터가 나타나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거야! 정말 골치가 아팠다. 도플갱어, 사람의 모습을 빼앗고, 성격, 습관까지 모두 따라할 수 있는 몬스터. 이 세계 사람의 모습을 빼앗을 테니 쉽게 처리할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그 도플갱어를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빌어먹을 도플갱어! 내 손에 잡히면 그대로 젤리를 해먹어주마! 스스스스스! 뭐지, 이 느낌은? 갑자기 전신을 감싸는 거북함과 싸늘함에 나는 몸을 떨었다. 그 느낌을 좀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마치 내 신체의 일부분이 누군가에 의해서 강제로 떨어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도, 도대체 이 느낌은 뭐지! “상민아, 갑자기 왜 그래?” 슉! “접근하지 마라.” “뭐야, 라오? 갑자기........” “더 이상 접근한다면 아무리 너라도 처리하겠다.” 갑자기 나의 앞을 막아선 라오. 어째서 라오가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방금 라오의 발언으로 제키 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리고 느낄 수 있었다. 라오가 내뿜는 기운을. 나와 싸울 때보다 더 위엄이 어리고 잘 정제된 기운을. 어째서 이런 기운을 내뿜은 거지, 라오? 하지만 갑자기 내뿜어진 라오의 기운 덕분에 방금 전까지 느껴지던 그 느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동시에 내뿜어지던 라오의 기운들 역시 갈무리되었다. “형제여, 괜찮은가? “으응......” “그런가? 다행군. 그럼 우선 이 자리를 벗어나도록 하자, 형제여.” “아!” 나는 그제야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라오가 내뿜은 기운 때문에 다리가 풀려 주저앉거나 기절한 사람들이 우리를 중심으로 너부러져 있었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었다. “인져빌리티!” 일단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인져빌리티를 시전하여 모습을 감춘 뒤, 우리는 갑작스러운 일로 인해 점차 몰려드는 사람들을 피해서 이동했다. 잠시 후, 나는 라오에게 어째서 갑자기 기운을 내뿜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라오는 역시나 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대답해주었다. “형제여, 아까 형제의 상태가 어떤 상태였는지 아는가? 형지의 힘은 나와 필적하지만, 그 힘을 얻은 세월이 결코 길지 않음을 알고 있다.” “.......” 나는 갑자기 진지해진 라오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확실히 라오의 말대로 지금 내 힘은 언데드 파라오, 불사의 황제인 라오와 필적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수련을 한 끝에 얻은 힘이 아니라 여러 가지로 미숙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 미숙한 점을 메우기 위해 캡슐을 통해 이세계에서 노력해왔다. 하지만 노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바로 오랜 시간 동안 얻은 연륜(年輪)! 난 그 말을 듣고 라오의 행동이 바로 나에게 모자란 연륜 때문에 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형제여, 너무 자책할 것 없다. 이로써 형제는 앞으로 한발 나아간 것이니.” “...고마워, 라오.” “아니다, 형제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이봐, 이봐! 형제애를 과시하는 것은 좋은데 설명 좀 해줄래? 아까 상민의 상태가 도대체 어땠기에 라오가 그런 일을 벌였는지 설명을 좀 해달라고!” 심각한 분위기와 아까 라오의 행동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던 제키 형이 분위기가 조금 부드러워지자 질문을 해왔다. 그런 형의 얼굴에는 평서와 같은 장난기 어린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방금 전 라오의 행동으로 인해 한동안 둘의 관계가 어색해질 줄 알았는데 형이 평소와 같이 행동하자 마음이 놓였다. 제키 형은 대답을 재촉하며 라오를 주목했고, 나 역시 방금 전 내 상태가 어땠는지 궁금했기에 라오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라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방금 전 형제의 상태 변화는 바로 영혼에 작게나마 상처가 생겨서 발생한 것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상처가 아닌 흠집이 나서 발생한 것이지.” “영혼에 상처가 생겨? 거기에 흠집?” “그렇다, 형제여. 형제는 이번이 처음인 듯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영혼에 수없이 많은 상처를 입었고, 얼마 전에는 소멸을 할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었다. 그때가 언젠지는 형제도 잘 알 것이다.” “아!” 라오가 말하는 때를 나는 단번에 기억해냈다. 내가 운 좋게도 입고 있던 데스리치 세트 아이템 중 하나인 데스리치의 견갑 덕분에 라오의 공격을 되받아쳤던 그때. 바로 그때가 라오가 소멸할 정도로 영혼에 타격을 입었던 때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영혼에 상처를 입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라오를 나에게 종속시키려고 했을 때 라오의 영혼과 나의 영혼이 대치했고, 그때 소멸해가는 라오의 영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를 다시 생각하자 강한 거부감과 근원을 알지 못할 공포감이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돌려 라오를 쳐다보았다. 영혼이 소멸해가는 그 느낌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강한 거부감과 엄청난 공포를 느꼈는데, 그 느낌을 직접 받은 라오는 어떻겠는가. 하지만 라오는 의연했다. 단지 그때의 생각만으로 공포를 느낀 나와는 다르게 말이다. “영혼에 상처를 입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혼에는 자체 수복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영혼에 상처를 입게 되면 영혼은 자체 수복 능력으로 영혼에 입은 상처를 치료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에 오랜 시간 피로를 느낄 수 있고, 잠들어 깨어나지 않거나 정신이 온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상처가 완전히 치료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면 영혼에 입은 상처가 치료되어가는 과정이다.” 영혼에 자체 수복 능력이 있다는 소리에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영혼의 소멸. 나는 그것이 영혼에 입은 상처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혼에 입은 상처의 치료 과정이 문제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영혼은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는 기본적인 틀이고 그릇이다. 영혼을 구성하는 것은 순수한 힘. 형제가 사용하는 마나도 아니고, 내가 사용하는 신성력도, 초능력을 사용하는 제키의 정신 에너지도 아닌 순수한 에너지다. 그 에너지가 어떤 것인지는 수천 년을 살아온 나조차도 알 수 없다. 다만 아는 것은 영혼을 이루는 순수한 에너지는 어떤 것과도 섞여서도, 합쳐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순수한 힘이라도 말이다.” “흠... 영혼의 상처라, 그래서 갑자기 기운을 내뿜으면서 나의 접근을 막았던 거군.” “그렇다, 제키. 네가 가진 힘은 뇌격과 저주. 처음으로 영혼에 상처를 입은 형제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다. 아무리 작은 영혼의 상처라도 그 상태에서 육체에 타격을 입게 되면 그 타격은 몇 배로 증폭되어 형제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거기에 제키, 네가 가진 저주의 힘이 만약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영혼의 상처를 통해 파고들었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너를 막은 것이다.” “설마 내가 상민이를 이유 없이 공격할 놈으로 보이냐? 쳇!” “라오, 질문이 하나 있는데... 영혼의 상처라는 것은 어떤 경우에 입게 되는 거지?” 영혼의 상처. 오늘 처음 알게 되었지만 후에 또 입을 수 있으니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물어보았다. 또 내가 왜 갑자기 영혼의 상처를 입었는지 알고 싶기도 했고. 이 질문에 라오는 뜸들이지 않고 바로 말해주었다. “평범한 인간이 영혼에 상처를 입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육체적으로 큰 상처를 입었을 때 영혼 역시 상처를 입는다. 인간의 영혼은 육체와 큰 연관성을 가진다. 그렇기에 육체에 상처를 입었을 때 영혼도 상처를 입는다. 이때 육체의 상처가 치료된다 하더라도 영혼의 상처가 다 치료되지 않아 그대로 죽을 때까지 잠들어 있는 경우가 있다. 둘째로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었을 때 영혼 역시 상처를 입는다. 이 경우 육체의 상처로 인해 영혼에 상처를 입는 것보다 회복 속도가 느리다. 또한 육체적으로는 전혀 이상이 없기에 활동할 수 있는데, 이렇게 영혼의 상처를 입고 돌아다니는 이들을 보통 사람들은 미쳤다고 한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한 후 라오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허공을 휘저어 작은 페트병 콜라를 꺼내 한 모그 마신 뒤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앞서 설명한 것은 평범한 인간들의 경우다. 지금부터는 특별한 인간, 바로 형제처럼 죽은 망령을 다루는 인간이 영혼에 상처를 입는 경우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특별한 경우의 인간 역시 평범한 인간처럼 육체적, 정신적으로 타격을 받으면 영혼에 상처를 입게 된다. 거기에 영혼에 상처를 입게 되는 경우가 한 가지 더 있다. 그 때문에 형제가 영혼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영혼에 종속 혹은 귀속된 존재, 형제와 같은 네크로맨서의 경우 망령이나 완전히 종속 혹은 귀속시킨 언데드, 그리고 내 경우는 나에게 종속된 백성들, 그런 이들이 소멸하거나 강제적으로 그 관계가 끊겼을 때 영혼에 상처를 입는다.” “아!” 라오의 말을 들은 이후 나는 아까 내가 느꼈던 느낌, 강한 거부가과 동시에 내 신체의 일부가 강제적으로 떨어져나가는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군, 그래서 그런 느낌이 났구나. 그럼 이 경우에는 종속 관계가 끊긴 건가? 자, 잠깐! 강제적으로 종속 관계가 끊기다니! 나는 급하게 풀어놓은 망령들의 수를 확인했다. 스스스! “아아!” 이번에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인가 음침하고 탁한 힘. 어둠에 가까운 힘이지만 결코 순수하지 않은 힘. 그 힘으로 인해 나에게 종속된 망령 하나가 강제적으로 나와의 종속 관계가 끊어지는 것을 말이다! 동시에 영혼의 상처라는 것도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이는 내가 강제적으로 나에게 종속된 망령이 있다는 것을 알고 망령들을 확인 중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공원 안에 퍼트려 놓은 망령들을 확인하는 도중 갑자기 어떤 음침한 탁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힘은 나의 망령을 순식간에 감싼 뒤에 망령과 나를 연결해주는 것, 끈! 종속의 끈이라 할 수 있는 것을 끊어버렸다. 종속의 끈이 끊기기 직전, 난 볼 수 있었다. 그 음침하고 탁한 힘의 근원이 되는 자의 모습을. 인간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외모를 가진 자. 동시에 본능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자. 그자는 어둠이었다. 그러나 순수한 어둠이 아니었다. 그가 가진 힘처럼 음침하고 탁한 어둠. 그런 어둠이었다. 그는 그런 어둠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아! 하~아! “형제여.” “이제 괜찮아진 거냐?‘ “제키 형, 당장 작은아버지께 연락하세요.” “응? 갑자기 지부장님은 왜?” “어서요!” 제키 형은 잠시 심각한 표정을 해 보이더니 핸드폰을 꺼내서 작은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나를 바꿔주었다. -싱민아, 갑자기 왜....... “작은아버지, 아니 한국 지부 총지부장님! SS급 능력자, 데스 마스터로서 요청합니다. 현재 한국 지부에서 비상 연락망을 통해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신성 계열의 능력자들을 지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지원 사유는? “SS급 능력자, 데스 마스터의 이름을 걸고 가디언 몬스터 분류 등급 S급 몬스터, 마족의 출몰을 사유로 하여 지원을 요청합니다!” “뭐, 뭐? 마족!” 오직 어둠만으로 이루어졌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데스 마스터인 나에게 종속된 망령과의 종속관계를 강제로 끊을 수 있는 존재. 그것은 어둠의 종족, 마족밖에 없었다. 나는 확신했다. 종속 관계가 끊기기 전에 본 그는 분명 어둠만으로 이루어진 이였다. 흑마법이 사라짐으로 인해 그저 고서적으로만 알려졌던 마족. 그 마족이 내 발언을 통해 이 세상에 다시 나타났음이 알려졌다. “뜻밖에 좋은 것들을 건졌군.” 그는 놀이공원 출입구 앞에서 구한 망령과 방금 구한 망령을 마력으로 동그랗게 압축시켜 만든 구슬을 보며 미소 지었다. 과거 마족이 되기 전 도플갱어였을 때 그에게 모습을 빼앗긴 이들 중에는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네크로맨서도 껴 있었다. 당시 그에게 모습을 빼앗긴 네크로맨서는 막 중급에 오른 자였다. 그렇기에 변변한 저주도, 언데드 소환마법도 몇 알고 있는 것이 없었지만, 중급 네크로맨서의 모습과 힘을 빼앗은 뒤 정체를 들켜 위험할 때마다 네크로맨서의 마법을 통해 위험을 벗어날 수 있었기에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우연히 손에 넣은 망령들을 보며 과거의 나약했던 자신을 회상하며 미소 지었다. 자신의 손에 들린 망령들은 과거 도플갱어였을 때도 몇 번 손에 넣지 못했던, 꽤나 쓸 만한 망령들이었기에 그의 기분은 더욱 좋았다. 시작이 좋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후후후!”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손에 들린 망령 압축 구슬을 바라보던 그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진한 마나를 가진 이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른 인간, 평범한 인간들에 비해서 몇 배나 되는 양의 마나를 가진 이. 혹시 마법사인가 하는 심정에 긴장을 하고 쳐다보았지만 마법사로는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잘 정제된 마나. 그런 마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마나였기에 마법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뭐, 마법사여도 상관없지.’ 그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저 인간 여자가 다른 인간들에 비해 어째서 많은 마나를 가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접어두었다. 자신은 현재 마계에 있어야 할 본체와 함께 넘어온 상태. 이론적으로 자신의 힘은 인간에 의해 소환된 상급 마족을 상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여유가 넘쳤던 것이다. 소환된 상급 마족. 그 정도의 힘이라면 인간으로 치자면 9써클 유저와 비슷한 힘이었기에 이 세계에서 자신을 이길 존재는 없을 것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마족은 마나로 인해 마력이 지속적으로 소모되지만, 본신과 함께 넘어온 자신은 마나를 마력으로 전환할 수 있기에 마력이 소모될 염려는 없었다. “아!” 그때, 그의 머릿속으로 아주 좋은 아이디어가 스치고 지나갔다. 애초 목적했던 곳으로 이동되고, 종속의 끝이 약해지지 않았다면 상상도 못했을 방법. 바로 현재 본신을 가진 자신의 힘보다 약한 중급 마족을 소환하여 소환체를 죽여 마력을 빼앗는 방법이다. 확실히 그렇게 한다면 순식간에 힘을 키울 수 있고, 언젠가 그런 방식으로 상급 마족을 소환하여 마왕의 자리에까지 오를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효율도 인간의 마나를 흡수하여 마력을 바꾸는 것보다 높을 것이 분명했기에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마계에서 당했던 굴욕에 대한 보상이 이제 시작되는구나. 그는 이렇게 생각하며 다른 인간들보다 많은 마나를 가진 인간을 쳐다보았다. 그 방법은 나중이다. 일단 중요한 것은 현재의 자유를 즐기는 것. 그는 곧 자신의 몸을 적시고 코와 입을 즐겁게 해줄 축제, 자신만의 피의 축제를 상상하며 기분 좋게 웃으면서 다른 인간보다 많은 마나를 가진 인간을 뒤쫓았다. 그리고 뒤늦게 나타난 또 한 명의 남성을 보고는 더욱 진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쫓아갔다. 다른 인간보다 훨씬 많은 마나를 가진 두 인간! 그 두 사람은 강인한, 박초연 부부였다. “마족이라니!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작은아버지와 통화를 끝내자마자 제키 형은 나에게 물어왔다. 마족. 마의 종족. 흑마법 학파가 사라지면서 함께 잊힌 종족. 그 종족이 출몰했다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오자 형은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나도 믿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음침하고 탁한 어둠과 같은 힘으로 육체를 이루는 존재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족밖에 없었다. 나에게 종속되어 있던 망령을 통해 종속 관계가 끊기기 직전에 잠시 봤기에, 그 마족의 얼굴과 등급도 알지 못하지만 나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마계에 살면서 항상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강해지기 위해서 생존을 건 투쟁을 하는 전투 종족, 그것이 내가 아는 마족이었다. 지금 이(異) 세계에서조차 마족을 본 적이 없었는데, 현실에서 마족이 출몰하고 마족을 보게 되다니. 막연한 공포심이 나를 덮쳤다. 그 마족은 얼마나 강할까. 등급은 얼마나 높을까. 혹시 상급? 상급이면 이길 확률이 낮은데. 또 많은 사람들이 전투에 휘말려 죽을 거야.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딱! “형제여.” “아, 라오.” “형제여, 이 세계에는 형제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 이런 바보! 마족에 대해 생각하던 도중 나도 모르게 혼자서 상대할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이 세계에 있는 사람 중 힘을 가진 사람이 나 혼자만이 아닌데 말이다. 나도 있고, 나보다 강할 것이라 생각되는 라오도 있고, 제키 형도 있는데 말이다. 만약 우리가 막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세계에는 수많은 강자들이 존재한다. 그러니 혼자서 모두 감당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고마워, 라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진짜 고맙다면 오늘 저녁은 거하게 사라.” “후훗! 알았어. 거하게 살게.” 이제는 이 세상에 완전히 적응하여 저녁을 사라는 말을 하는 라오를 보며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과연 누가 라오를 언데드 파라오라고 생각할까. 일단 지원부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일....... 일단 지원부대가 도착할 때까지 그 마족을 찾아 감시하면서 만약의 사태에 준비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현재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정을 내리고 우리는 일단 망령과의 종속의 끈이 끊긴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상민아, 설명해봐라. 마족이 출몰하다니 도대체 무스 소리야? 제키 형은 이동 도중에 다시 물어왔다. 나는 잠시 형을 쳐다보고는 빠른 속도로 걸어가면서 입을 열었다. “말 그대로 마족이 출몰한 것 같아요. 아까 라오에게서 영혼의 상처에 대한 설명은 형도 들었죠.” “당연하지.” “그럼 형도 알 거예요. 특별한 사람이 영혼에 상처 입는 경우는.......” “종속 혹은 귀속된 이들이 소멸하거나 강제적으로 종속 혹은 귀속관계가 끊겼을 때다.” 형은 나의 말을 중간에 끊고 말을 이어나갔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형 말 대로예요. 그래서 전 제가 조사를 위해서 퍼트려놓은 망령들을 확인했죠. 그리고 망령의 수가 하나 줄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렇군. 그래서 아까 눈을 감고 있었던 거구나.” “그래요. 제가 망령들을 확인하던 도중 갑자기 일이 발생했어요. 바로 누군가가 힘을 이용해 제 망령과 저의 종속의 끈을 끊으려 한 거죠.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저는 손도 못 써보고 제 망령을 빼앗겨야 했지만, 그 과정에서 소득은 있었어요. 망령과 저의 종속의 끈이 끊어지기 직전에 제 망령을 빼앗으려는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죠.” “아하!” “종속의 끈이 끊어지기 직전, 저는 볼 수 있었어요, 그 존재를. 도저히 사람 같지 않은 아름다움. 동시에 본능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무엇인가를 가진 자. 그리고 그로부터 느껴지는 음침하고 탁한 어둠. 그 음침하고 탁한 어둠은 그 존재 자체였어요. 그리고 전 바로 마족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죠. 오직 어둠만으로 이루어진 존재는 제가 알기로는 마족밖에 없었으니까요.” “사람 같지 않은 아름다움이라, 한번 보고 싶은걸.” 말은 이렇게 했지만 제키 형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난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되도록 빠른 걸음으로 망령과의 종속의 끈이 끊겼던 곳으로 향했다. 스스스스! “아!” “왜 그래!?” “또 하나. 또 하나의 망령과의 종속의 끈이 끊겼어요.” “형제여, 위치를 기억하는가.” “물론!” 우리는 바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이동하는 동안 계속해서 망령과의 종속의 끈이 끊어졌고, 덕분에 우리는 마족의 이동경로를 따라서 이동할 수 있었다. 마족은 현재 이상하게도 놀이공원 밖을 향해서 가고 있었다. 마족이라면 피를 좋아할 테고, 그렇다면 사람이 많은 놀이공원이 좋을 텐데 밖을 향해서 가고 있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었기에 좀 더 속도를 내서 따라갔고, 놀이공원을 완전히 벗어났을 때 우리들은 목표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외모를 가진 남자. 동시에 본능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존재. 그를 보는 순간 난 느낄 수 있었다. 망령을 통해서 느낀 음침하고 탁한 어둠을. 그는 분명 마족! 마족이었다! “확실히 인간이 아니군, 형제여.” “와우! 정말 사람 같지 않은 미모를 가졌는데? 마족이란 종족은 모두 미남미녀인가? 남자 마족이라니, 좀 아쉽네.” 파지지직! 제키 형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언제든 전투를 할 수 있도록 손에 뇌전을 끌어올리고 손을 쥐었다 폈다 반복하고 있었다. 나로 인해 검게 물든 뇌전. 과연 저주의 힘이 깃든 뇌전이 마족을 상대로 어떤 효과를 보일지는 모르지만 조금 걱정되었다. 마족은 마이너스적인 에너지의 결집체. 그런 마족을 마이너스적인 힘인 저주의 힘이 깃든 뇌전으로 상대하게 되면 어떤 효과를 보일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제키 형의 주머니에서 들려오는 진동음, 그것은 바로 핸드폰의 진동음이었다. 마족을 찾기 위해 이동하면서 벨소리를 진동으로 바꿔놓고 언제 연락이 올까 형의 주머니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마침 연락이 온 것이다. 제키 형도 곧 진동을 느끼고는 뇌전을 회수한 다음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받았다. “여보세요. 아, 초연 씨.” 작은아버지가 아니라 초연 씨에게 온 것이군. 웃으면서 받던 형의 표정이 곧 굳어졌다. 굳어진 얼굴로 마족 쪽을 쳐다보았는데, 그 후 얼굴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가 다시 원래 표정, 전화를 처음 받았을 때의 웃는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얼마 안 되어 통화는 끝이 났고 나는 형에게 물어보았다. “형, 초연 씨가 뭐라고 하기에 표정이 그렇게 변했어요?” “후후후! 상민아, 아무래도 좀 더 빨리 마족이란 녀석과 싸우게 될 것 같다.” 곧 시작될 피의 향연을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다른 인간들보다 체내 마나량이 많은 두 사람, 인한과 초연 부부를 쫓아가는 것도 차츰 질려가기 시작했다. 처음 그들이 자신이 접근해오는 속도에 맞춰 걸음걸이를 빨리하고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알아챘을 때는 조금 의아한 감이 있었다. 그리고 곧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어딘가로 유인하려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 의심이 확신이 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자신이 뒤쫓고 있는 인간들이 자신이 도플갱어였을 적에 한 번 경험한 적 있는 정의감 넘치는 인간처럼 인간들이 많이 몰리지 않은 곳으로 자신을 유인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는 전투를 벌이며 자신도 모르게 유인 당했었다는 점이 다르지만 말이다. 그는 자신을 유인하는 인간들을 보며 미소 지었고, 동시에 자신이 만들어낸 아이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항상 만약의 사태, 그것도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다. 그것이 그가 도플갱어에서 마족이 되고 몬스터 출신의 하급 마족으로서 마계에서 살아남은 이유였다. 현재 자신을 유인하는 인간과 자신이 가진 힘의 차이는 다 자란 성인과 갓 걷기 시작한 아이만큼의 차이지만 그는 방심하지 않았다. 인간이란 존재는 엄청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그 가능성으로 인해 자신이 살던 중간계의 지배자였던 드래곤들조차 무시하지 못했다고 그는 생각했다. 인한과 초연 부부가 그를 이끌고 간 곳은 바로 초등학교였다. 초등학교 안으로 인한과 초연 부부가 들어가자 그는 더욱 진한 미소를 지으며 인한, 초연 부부를 따라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들어갔다. 초등학교 주변을 둘러싼 거대한 건물들. 그의 세계에서라면 보기 힘들었을 건물. 아파트와 그 안에서 느껴지는 무수한 생명력을 느끼며 곧 시작될 피의 향연과 인간들의 절규를 생각하면서 눈을 감았다. 그때, 그의 귀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지(大地)의 장(章)! 토벽출래(土壁出來)!” 쿠쿠쿠! 그 음성은 여성의 음성. 그가 뒤쫓던 두 사람 중 자신을 스스로 땅지기라 소개한 초연의 목소리였다. 대지의 장 토벽출래. 초연, 그녀가 한 말 그대로 이루어졌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갑자기 솟아난 벽! 그 벽들은 운동장 외곽에서 솟아나왔고, 완전히 솟아난 벽의 높이는 5미터쯤 되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다였다. 운동장 외곽을 둘러싸 빈틈없이 막았지만 정작 지붕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초연은 무엇인가를 뿌리며 땅에 손바닥을 붙이고는 외쳤다. “초목(草木)의 장(章)! 초목출래(草木出來) 봉(封)!” 그 후, 갑자기 운동장에 토벽이 솟아난 것처럼 토벽의 바닥으로부터 식물들의 줄기들이 솟아났다. 그 식물들은 놀라운 속도로 자라났다. 그리고 그것은 토벽에 파고들어 토벽을 보강하며 계속 자라나 존재하지 않았던 천장을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흙과 식물로 이루어진 공동이 만들어진 것이다. 땅지기! 가디언이라는 하나의 기관이 생기기 전에도 오직 한(韓)에만 존재했고, 한에서도 아주 극소수만 존재하는 결계사(結界士)들. 그것이 바로 땅지기였다. 땅지기 중 상위 능력자이면서 가장 젊고, 땅지기들의 대표인 다음 대 지주(地主)로 유력시되는 이가 바로 상민 일행과 함께 파견된 박초연의 신분이었다. 초연이 시전한 토벽출래는 말 그대로 땅으로부터 거대한 벽이 솟아나게 하는 술법이었다. 토벽출래로 인해 솟아난 벽은 보통 벽이 아니다. 땅속에 존재하는 가장 단단하고 정갈한 것들이 모여 만들어낸 벽이기에 엄청난 경도를 자랑하는 동시에, 파마(破魔)의 성질도 가지고 있기에 결계를 형성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단점은 존재했다. 바로 천장! 천장까지는 생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전된 것이 바로 초목출래 봉이었다. 초목출래 봉을 시전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필요한 것이 있는데 초연이 초목출래 봉을 시전하기 전에 뿌린 것! 바로 신성수(神聖樹)의 나뭇잎 가루였다. 신성수. 말 그대로 신성한 나무를 뜻하는 것이다. 신성수는 현대에 이르러 점차 사라지고 있고, 현재 땅지기들에 의해서 겨우 보존되고 있는 귀한 나무다. 그런 신성수의 잎, 그것도 자연스럽게 떨어진 잎만을 말려 가루로 낸 것을 방금 전에 초연이 초목출래 봉을 시전하기 위해 사용했다. 겨우 한 줌만을 사용했을 뿐이지만 그 신성수의 나뭇잎 가루 한 줌의 가치는 주술이나 술법, 마법을 사용하는 이들이 알았다면 사막을 횡단하다 굶어 죽을 상황이라도 버리지 않는다는 마법서를 내주고서라도 사려고 할 정도로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신성수의 나뭇잎 가루를 사용한 것이다. 대지의 장인 토벽출래와 초목의 장인 초목출래 봉을 연달아 시전한 초연은 지쳐서 그대로 주저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그녀의 남편인 무공 사용자, 강인한이 버티고 서 있었다. 부동금강인(不動金剛人). 그것이 바로 인한의 별호였다. 땅지기들이 술법을 쓰고 나면 대부분 탈진 상태에 이른다. 그런 그들을 위해서 한에서는 항상 한 명의 무인을 대동시키는데, 개중 특별한 이기 있었으니 그가 바로 부동금강인이라는 별호를 받은 강인한이었다. 강인한의 특기는 오직 방어. 그를 중심으로 반경 2미터는 절대방어 영역으로서, 그가 땅지기들의 방어 무인으로 활동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8년 동안 단 한 번도 뚫려본 적 없었고, 그로 인해 그에게 부동금강인이라는 명예로운 별호가 내려졌다. 강인한! 그의 몸은 지금까지 여러 임무를 활동하는 때와 비교하여 최고조로 달아올라 있었다. 바로 운동장, 아니 공동 안에 존재하는 한 존재로 인해서 말이다. 그는 거의 절정 무인에 달한 일류 무인. 그렇기에 그는 상대의 실력을, 내면을 조금이나마 알아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천천히 따라오는 존재를 느끼며 그는 몇 번이나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기 위해 힘써야 했고, 결국 지금에 이르러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시간은 흘러갔다. 인한에게는 그 짧은 시간이 하루, 아니 1년처럼 느껴졌다. “이거 꽤나 공을 들이셨군.” 눈을 감고 있던 존재, 부동금강인이라는 별호를 가진 인한을 긴장하게 만든 이, 몬스터 출신의 하급 마족인 그가 눈을 떴고 그 후부터 검은 기운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더 이상 마력을 갈무리할 필요 없었기에 그의 몸속에 갇혀 지내던 마력들은 제어가 풀리자마자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하급 마족이라고는 하나 거의 중급에 다다랐던 자다. 거기에 소환체가 아닌 본신을 지닌 하급 마족의 마력은 가히 엄청났다. 그러나 등급이 높은 마력처럼 순수하지는 않았다. 음침하고 탁한 어둠. 그것이 현재 그의 마력이었다. “일단 자기소개부터 해야겠지. 믿기 힘들겠지만 난 하급 마족 도플이라 하네. 내가 도플갱어 출신의 하급 마족이라 그렇지.” “그렇다면 그간 벌인 일의 중심에는 네 녀석이 있었던 것이냐?” “그간 벌인 일? 아! 회복을 위해 섭취한 음식들 말이군. 후후후.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이곳으로 넘어오다가 좀 다쳤거든. 덕분에 지금은 모두 회복됐지.” “.......” “자자, 잡담은 그만두고. 어디 한번 볼까? 이 세계에는 어떤 능력자가 있는지. 그리고 일단 고맙다는 말을 하지. 네 녀석들 덕분에 중급 마족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야.” “No! No! No! 상대를 잘못 골랐어. 도플이라고 했나? 네이밍 센스가 꽝이로군. 그리고 댁은 영원히 중급 마족이 될 수 없을 거야. 오늘 이 자리에서 죽을 테니까. 안 그러냐, 상민아, 라오야?” “.......”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 도플갱어 출신의 하급 마족, 도플은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도플의 뒤쪽, 그곳에는 3명의 사내가 서 있었다. 붉은색 야구모자에 야구재킷을 입고 껌을 씹고 있는 자, 전 SWU소속, 현 가디언 소속 한국 지부 S급 능력자 뇌제 제키 마커스. 회색 로브로 인해 코 밑 부분만 보이는 자, 전 한 소속, 현 가디언 소속 한국지부 SS급 능력자 데스 마스터 호상민. 마지막으로 박물관에서나 볼 만한 황금과 순백이 조화를 이룬 이집트의 옷을 입고 있는 자. S언데드 몬스터,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 이 3명이 서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모습을 본 도플은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도플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자신 앞에 서 있는 이 3명이 강자라는 사실을....... 땅지기 초연 씨가 만들어낸 공동. 그야말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마족의 존재를 알린 지 얼마 안 되어 갑작스럽게 급조된 작전. 어떤 이유에서인지 마족은 인한 씨와 초연 씨를 뒤쫓았다. 물론 그런 마족의 존재를 그들 부부는 알아차렸고, 마침 작은아버지께 연락이 와 지금처럼 급조된 작전을 계획 및 실행하게 된 것이다. 현재 마족은 공교롭게도 공동의 중심에 서 있었다. 자신을 도플이라고 소개한 마족은 내 생각과는 다르게 나와 제키 형, 라오가 공동에 들어섰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물론 나와 라오는 일부러 힘을 갈무리한 상태이고, 제키 형의 능력은 우리와 다른 초능력이란 특이한 점도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공동이 형성되고 더 이상 자신의 힘을 갈무리하지 않은 마족 도플의 힘은 모두 내가 상상하던 것 이하였다. 무지(無知). 알지 못한다는 것은 공포로 다가온다. 나는 갑작스럽게 언젠가 들어본 적 있는 이 말을 생각해냈다. 마족은 내가 지금까지 그저 책으로, 혹은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로만 접했던 종족이다. 그런데 갑자기 마족이 출몰하지 막연하게 막강한 힘을 지닌 마족을 상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 도플로부터 느껴지는 힘은 나 혼자로서도 승리를 확신할 수 있을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전력을 다한다는 조건하에 말이다. 마족을 직접 보고 그 힘을 가늠하게 되자 나는 긴장의 끈을 조금 느슨하게 할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조금 느슨하게 말이다. 현재 도플은 그저 그동안 갈무리해놓은 마력을 풀어놓았을 뿐이지, 자신이 낼 수 있는 힘을 다해 내뿜은 것이 아니니 말이다. “이 세계에서도 마법은 존재했던 모양이군. 역시 너무 회복에 치중했던 것이 실수군. 나답지 않아.” 도플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그로부터 긴장하는 듯한 낌새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가 넘쳤다. 그 여유는 나에게 불안으로 다가왔다. 나는 일단 언제든 전투를 벌일 수 있도록 마나를 활성화시켰다. “일단 그쪽! 이 결계를 친 여자와 남자, 저들과 합류하게 해주지.” “........” “뭐 해? 어사 이동하리고. 뭐, 별다른 속셈이 있는 건 아니야. 난 단지 좀 더 재미있는 게임을 즐기고 싶어서 배려해주는 것뿐이라고.” 도플이란 마족은 미소까지 지어 보이면서 인한 씨와 초연 씨를 우리와 합류하라며 재촉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부부는 도플의 말대로 우리와 합류할 수가 없었다. 상대는 마족. 그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플은 우리와 인한 씨 부부를 번갈아 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 모습은 도저히 어둠의 종족인 마족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천진해 보였다. “좋아. 나는 저기로 가 있을 테니까. 그 사이에 합류하라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재미있는 게임을 시작할 수 없으니 말이야.” 저벅저벅. 말을 마친 도플은 운동장을 감싸고 있는 벽까지 걸어 나갔다. 도대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런 행동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공격할 의사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며 천천히 움직였고,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서야 겨우 합류할 수 있었다. “초연 씨, 몸은 괜찮으세요?” “아, 예. 단지 지친 것뿐이에요.” “지부장님께 들었다. 저 녀석, 마족이라지? 정말 엄청난 마기를 가지고 있었어. 하지만 마공을 익힌 녀석들과 다르게 정제되어 있지 않더군.” 마공이라... 마공이란 것이 진짜로 존재하기는 하군. 나도 참,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집중하자! 집중! 잠시 허튼 생각을 한 나는 다시 마족을 바라보았다. 도플이란 마족은 결계를 관찰 중이었는데 결계에 손을 대자 결계는 놀랍게도 그의 손을 튕겨냈고 도플은 그것이 매우 신기한 듯 반복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도플이 고개를 돌렸고 난 도플과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씨익! “저놈 왜 웃고 지랄이냐? 어쭈? 손도 흔드네. 상민아, 저놈의 면상 누가 먼저 뭉개버리나 내기하자. 진 사람이 오늘 저녁 쏘는 거다.” 파지지직! “형제여, 너무 긴장할 것 없다. 자신의 힘을 믿고 싸워라. 그대는 강하다.” 나에게 웃어 보이며 손까지 흔드는 도플을 보며 제키 형과 라오가 한 말이었다. 나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미소 지었다. 두 사람은 혼란스럽고 긴장한 나를 위해 한 말이었다. 도플이란 마족이 보여주는 여유. 그것은 나에게 혼란과 긴장감을 안겨주었다. 솔직히 나의 전투 경험이 가장 적었다. 그리고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긴장하게 된 것이다. 후~우. 그래 라오의 말처럼 난 강해. 또 난 지금 혼자 싸우는 게 아니잖아? “제키 형, 고작 저녁이 뭐야. 적어도 일주일 치, 아니 한 달 치 식사 정도는 돼야지.” “오호! 좋아! 한 달! 나야 좋지!” “그 내기, 나도 해도 돼나.” “오! 댁도 끼려고! 좋지!” “이제 정리가 끝난 모양이군.” 갑자기 들려온 도플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너무도 가깝게 들려와 우리는 뒤로 물러나면서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쳐다보았고 이내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족 도플! 그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들이 있던 자리 옆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돼! “이제 장난은 그만둬라. 더 이상의 심리전은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 “이런, 이런! 이거 이미 눈치 챈 녀석이 있었잖아.” 라오는 자신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미는 도플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장난? 라오의 말에 나는 아까 도플이 서 있던 곳을 바라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그곳에는 또 한 명의 도플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라오, 이거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있어?” “물론 알고 있다. 이 녀석은 애초부터 이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얌마! 좀 더 자세히 설명해봐.” 제키 형의 말에 라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공동 안의 바닥을 바라보았다. 바닥? 아! “사령안 발동! 데스 소울 아이! 역시 그렇군!” 사령안을 발동시키고 데스 소울 아이를 시전한 뒤 공동 안의 바닥을 살펴본 나는 라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애초부터 이 자리에 있었을 뿐이라는 말의 뜻을 말이다. “제키 형, 이 운동장 전체에 방전을 할 수 있으세요?” “그 정도야 간단하지.” 파지지직! “암(暗) 뇌전류(雷電流)! 지전뢰(地傳雷)!” 지지지직! 형의 팔에서 모습을 보인 암흑의 번개는 공동의 운동장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운동장에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다. 꿈틀 꿈틀! 꿈틀 꿈틀! 제키 형이 시전한 지전뢰로 인해 운동장 바닥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물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운동장 전체는 아니었다. 일부, 방금 전 우리가 서 있던 자리와 현재 우리가 서 있는 곳의 바닥. 그 외에 여러 곳의 운동장 바닥이 꿈틀거린 것이다. 애초부터 이 자리에 있었다는 라오의 말은 바로 이런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도플이라는 자는 스스로 도플갱어, 몬스터에서 마족이 된 자라 했다. 그러니 도플은 도플갱어의 특성을 아주 잘 알고 있었고, 도플갱어의 특성을 이용해 우리들에게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려 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여유를 보인 것 또한 그런 이유에서였던 것이고 말이다. 물론 전투 경험이 일천한 나에게만 통했을 뿐, 다른 일행들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도플은 도플갱어의 특성. 바로 대상의 모습을 베낄 수 있는 특징을 이용해 자신의 모습을 베끼게 하였다. 물론 그 전에 공동 안에 도플갱어들을 풀어 운동장 바닥과 동화시켜놓았고 말이다. 만약 이 사실을 라오가 알아내지 못했다면 큰일 날 뻔했던 것이다. 제키 형과 라오 덕분에 벗어났던 압박감을 다시 느낄 수도 있었고, 그 압박감이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퍼져나가 전투를 시작하기 전부터 심리적으로 지고 들어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쳇! 이거 재미없게 됐군.” 공동의 벽 쪽에 서 있던 도플이 손을 번쩍 들자 동시에 운동장 바닥에서 꿈틀거리던 도플갱어들이 이동하기 시작했고, 라오의 옆에 서 있던 도플은 순식간에 모습을 잃어 마치 슬라임 같은 모습을 하더니 손을 번쩍 든 도플을 향해 이동했다. 이동한 도플갱어들은 놀랍게도 그대로 도플에게 모두 흡수되었다. 그러나 도플에게는 겉으로 어떠한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자, 그럼 그쪽도 준비가 끝난 것 같으니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해 보자고.” 자신이 세워둔 한 가지 수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유를 잃지 않은 도플을 보며 나는 우리를 발견하고부터 계속해서 도플이 언급하고, 방금 전에 또다시 언급한 게임이란 단어에 왠지 불길함을 느꼈다. 천천히 우리를 향해 걸어오는 도플의 미소. 그의 미소는 점차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진해져가고 있었다. “전투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자.” “이야기를?” “그래. 아무래도 그쪽의 대표는 그대인 것 같군, 네크로맨서.” “........” 단번에 내가 네크로맨서란 것을 알아차린 도플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마나를 갈무리하고 있었는데 단번에 네크로맨서란 것을 눈치 채다니! 역시 보통 녀석이 아니야. “이봐, 인간! 넌 과연 마족이 어떤 종족이라고 생각하지?” “갑자기 무슨 소리지?” “아니, 단지 이 세계의 인간은 마족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해서 말이야.” “마족은 전투 종족, 마계에서 생존을 위해 하루에도 수십 번을 싸우고 단지 즐기기 위해서도 싸우는 단일 종족 상 최강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는 종족. 하지만 그런 약육강식에서 살아가다 보니 동족 간의 단결이 되지 않아 대규모 전투, 신마대전 같은 전투에서 항상 지는 종족. 마지막으로 전투에 있어서만은 가장 순수한 종족이라고 알고 있다.” “이거 너무 과한 칭찬........” “동시에 피를 즐기고 자신의 힘을 과신하여 매우 건방진데다 사악하기 그지없고, 싸가지도 없는 종족이 바로 마족이지. 안 그래, 모두들?” “그 말, 동의한다.” “양키, 처음으로 옳은 말을 하는군.” “인한 씨! 죄송해요, 제키 씨.” “아아! 전 괜찮아요, 초연 씨.” 제키 형은 도플의 말을 도중에 끊고 말을 이어나갔고, 그로 인해 도플의 표정은 잠시 일그러졌지만 곧 다시 웃는 표정으로 되돌아왔다. 짝짝짝! “그래. 너희들이 한 말은 모두 옳은 말이야. 확실히 마족은 전투 종족이지. 생존을 위해 하루에 수십 수백 번의 전투를 벌이는 것도 맞고 단일 종족 중 최고의 전투를 가지고 있는 것도 맞아. 그리고 대규모 전투에서 단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야. 마족이란 종족이 힘을 과신한다는 것도 정답이고 말이야.” “.......” “하지만 나는 보통 마족과는 조금, 아니 많이 다르지. 너희에게 쉬운 수수께끼를 하나 내지. 이 세상이 창조되면서 빛과 어둠을 품고, 동시에 품은 빛과 어둠으로 인해 혼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유지하며, 가장 순수하면서도 가장 더러운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 “.......” “응? 모르는 거야? 진짜로 쉬운 문제인데. 정답은 바로 인간! 인간은 참으로 신비로운 종족이지. 고작 백 년도 못 살면서도 어느 종족보다 활기차게 살아가고, 어느 종족보다도 깊은 절망 속에서 살아가지. 정말 신비한 종족이야.” “저놈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는구만.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형 말대로 도플은 스스로 낸 수수께끼에 스스로 대답했다. 마치 인간인 우리에게 인간에 대해 설명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도플의 행동은 가벼웠지만 우리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상대는 마족! 언제 돌변해서 우리에게 달려들지 모르니 말이다. “이거 아나? 인간은 약해. 아주 약하지. 조금 강하게 긁히는 것만으로도 상처를 입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하지. 하지만 동시에 아주 강하기도 하지. 인간은 특별해. 가장 불완전하면서 가장 완전한 것이 인간이지. 여기서 또다시 문제를 내지. 일 더하기 일은?” “...이.” “정답!” 나의 대답에 도플은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그래! 일 더하기 일은 이지! 하지만 꼭 일 더하기 일이 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간은 더욱 그렇다. 인간은 두 명이 모여서 세 명, 아니 그 이상의 힘을 내기도 하지.” 지금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에 대해서 말하는 건가? 1 더하기 1이 2 이상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 말이야. 도대체 갑자기 이런 소리를 왜 하는 건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혹시 저 도플이란 마족이 인간 애찬론마(人間 愛餐論魔)인건가? “인간의 진정한 힘은 집단을 이루었을 때 나타난다. 이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서 난 지금 여기에서 한 가지 게임을 통해서 실험을 하나 할까 해. 과연 너희 인간 집단과 나의 가짜 인간 집단 중 어느 쪽이 효율이 좋은지 말이야.” “결국 싸우자는 말이잖아. 거참, 그냥 싸우자고 하면 될 것이지 질질 끌고 지랄이야.” “방금 네가 한 말에는 한 가지 말이 안 되는 사실이 있다. 네가 원하는 것은 집단전, 하지만 너는 한 명이다.” “아!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없어.” “없어.” “없어.” “없어.” 나의 지적에 걱정할 필요 없다며 도플은 손을 흔들었고 그 후 매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바로 분열! 도플이 분열하여 5명이 되었던 것이다! 마치 단세포 생물인 아메바처럼 말이다. 잠시 후, 5명이 되었던 도플은 다시 1명이 되었고 말을 이어나갔다. “자, 앞으로 십 분을 주지. 각자의 능력에 맞춰서 진형을 잘 짜보라고. 이번 게임은 너희 목숨을 건 게임이니 말이야. 음, 기왕 한 가지 더 서비스 해주지. 다섯 명! 다섯 명, 그 이상은 분열하지 않겠다. 나의 영혼과 존재의 의미를 걸고 맹세하마. 거참, 나는 참 좋은 마족이란 말이야. 그럼 십 분 뒤에 보자고.” 5명 그 이상 분명하지 않겠다고 자신의 영혼과 존재의 의미를 걸고 맹세를 한 도플은 아까 있던 벽 쪽을 향해 걸어갔다. 방금 한 맹세에는 분명한 힘이 느껴졌다. 그 힘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맹세는 반드시 지켜질 것이고, 만약 도플이 지키지 않는다면 도플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뜻밖의 사태에 우리는 도플이 약속한 10분 동안 어떻게 할지 회의를 하기로 했다. 꼭 회의를 할 필요가 있을 것만 같았고, 그런 내 의견은 쉽게 받아들여졌다. “일단 자신의 특기를 설명하는 것으로 하죠. 저는 네크로맨서이고 근접전보다는 후방 지원이 보다 자신 있습니다. 물론 근접전도 어느 정도 자신 있고요.” “얌마, 근접전으로 치면 네가 나한테 상대가 될 것 같냐?” “제키 형, 지난번에 나한테 졌잖아. 근접전으로 말이야.” “윽!” 제키 형은 내 말에 토를 달았지만, 예전 전투에서 나한테 진 일에 대해 꺼내자 본전도 못 찾고 물러났다. “쳇! 난 근접전이 특기다. 아시다시피 뇌전과 신체 활성화 능력을 사용한 라운 파이터라고 할 수 있지. 야! 라오, 다음은 니 차례다.” “짐은 언데드 파라오. 근접전이든 원거리 전투든 상관없다. 그리고 나에게 부탁을 할 수 있는 이는 오직 형제뿐이니 함부로 나에게 명령을 내리려고 하지 말도록.” 확실히 라오는 근접전이든 원거리 전투든 상관없다. 일단 나처럼 엄청난 수의 백성들, 그러니까 언데드들을 거느리고 있으니 대규모 접전에서는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이다. 거기에 근접전이라면 이미 나와의 전투에서 그 힘이 입증된 상태이니 두말할 것도 없었다. 물론 제약은 있었다. 현재 우리가 있는 공동, 공동을 유지하는 결계의 힘 그 이상의 힘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계를 만들기 위해서 이곳을 장소로 결정한 것이지만, 만약 결계가 깨진다면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있기에 엄청난 대형사고로 확산될 수도 있기에 우리는 힘에 어느 정도 제약을 두어야 했다. 결계를 만든 땅지기 초연 씨는 현재 회복에 전력을 다하기 위해서 우리가 회의를 하는 동안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을 취하고 있었다. 물론 그 앞을 인한 씨가 지키고 있고 말이다. 우리는 현재 인한 씨와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한 거리에 있을 뿐, 더 이상의 접근을 허가하지 않았다. 인한 씨는 무공 사용자이지만 오직 초연 씨를 지키기 위해서 후방에 남겠다고 했다. 간간이 후방에서 보조는 해주겠다고 했지만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 결국 우리 셋이서 싸워야하는 건가. 후~우. 도플갱어 출신의 마족 도플. 분명 도플은 오랜 시간 살아왔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몬스터 출신의 마족이라 했는데 과연 어떻게 몬스터가 마족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몬스터에서 마족이 된 만큼 실전 경험도 많이 했을 테고, 그만큼 노련할 것이다. 과연 도플은 얼마나 강한 이일까. 전력을 다할 수 없는 우리가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잠시 이런 걱정을 하기도 했다. 도플은 꽤나 긴 시간을 우리에게 주었고, 그 시간은 나에게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차라리 어서 전투를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자! 시간도 됐고 이제 즐거운 게임을 시작해볼까!” “볼까!” “볼까!” “볼까!” “볼까!” 분열한 상태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도플. 5명의 도플은 아까와 다르게 각기 다른 옷을, 아니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이 세계의 장비인 검과 갑옷, 로브 등을 착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자기소개! 나는 검사 도플이다. 즐겁게 놀아보자고.” 검사 도플. 그는 검은색의 전신을 감싼 풀 플레이트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 무거운 풀 플레이트를 입고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 있었다. 검사 도플의 바로 옆에 박혀 있는 거대한 그레이트 소드. 검날이 검은색이었는데 그 검 역시 심상치 않은 것이었다. 풀 플레이트와 그레이트 소드에는 무엇인가 조각되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마법이 부여된 마법 무구들인 것 같았다. “나는 마법사 도플이다.” 마법사 도플 역시 검은색 일색인 장비들을 착용하고 있었다. 검은색으로 된 로브와 자신의 키 만한 스태프를 들고 있는 마법사 도플은 검사 도플과 조금 성격이 다른 것 같았다. 검사 도플이 활기참을 가지고 있다면 마법사 도플은 냉정함을 가지고 있었다. 나머지 다른 도플 역시 성격이 모두 다른 것 같았다. 이어서 소개된 도플들은 도적 도플과 궁수 도플이 있었고, 마지막 한 명의 도플은 그저 자신을 도플이라고 소개했을 뿐 앞서 직업과 함께 자신을 소개한 도플들과 다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직업을 밝히지 않은 도플의 장비는 역시 모두 검은색이었고, 검사, 궁수, 도적 도플들과 비슷한 장비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 물론 똑같은 장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아니다. 검사 도플의 거대한 그레이트 소드 대신 롱소드, 도적 도플의 타이트한 가죽 옷 대신 가죽으로 된 브레스트 메일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건틀렛에는 작은 단궁이 장착되어 있었다. 그 외의 장비도 착용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직업을 밝히지 않은 도플은 앞서 자신을 소개한 4명, 검사, 마법사, 도적, 궁수를 섞어놓은 도플로 보였다. 가장 조심해야 할 녀석은 저 도플인 것 같군. “그럼 시작해보자고! 너희들의 생명을 건 게임을!” 그오오오! 파지지지직! 파아아아!! 뇌제(雷帝)! 라이트닝 엠퍼러. 제키 형은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나와 싸울 때 썼던 라이트닝 엠퍼러를 시전하였다. 제키 형의 전신을 감싼 뇌전들, 그 모습은 예저에 비해 더욱 강한 모습을 내보였다. 지난번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형의 몸을 감싼 번개가 검은색이라는 것뿐이었다. 라이트닝 엠퍼러를 시전하면서 방전된 전기들은 놀랍게도 사방으로 퍼지지 않고 모여들었고 형과 함께 쏘아져 나갔다. 쾅! 파지지직! “으윽! 괴, 굉장히 짜릿할걸!” “꽤 하는데!” 휘익! 파파팍! 팍팍! 제키 형과 검사 도플이 잠시 말을 주고받는 사이, 궁수 도플은 화살을 연사했고 그 속도는 찰나였다. 하지만 곧 나의 로브를 스치고 간 무엇인가로 인해 화살은 제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나는 곧 화살과 함께 떨어져 내린, 내 로브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 무엇인지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동전, 백 원짜리 동전이었다. “후방 지원은 확실히 하겠다.” “키키키! 나를 잊으면 안 되지!” 휙! 잠시 뒤를 돌아 인한 씨를 바라보는 사이 들려온 목소리!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아주 가는 무엇인가가 나를 향해서 휘둘러져오고 있었다. 팍! “괜찮은가, 형제여.” “아! 고마워, 라오.” 나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라오는 나와 싸울 때 사용한 태양신 라의 신검을 들고 있었다. 라의 신검에는 가는 실 같은 것이 감겨 있었는데 그것이 아까 나를 향해서 휘둘러진 것이라는 것은 금방 눈치 챌 수 있었다. 가는 실의 예기는 상당했고, 동시에 꽤나 튼튼한 모양이었다. 라의 신검을 감고도 끊어지지 않은 것을 보니 말이다. “불꽃의 파도! 분노의 흐름이여! 나의 적을 휩쓸어라! 파이어 웨이브!” “대지의 장! 사일(沙溢)!” 화르르르! 스스스스! 맞부딪친 불꽃의 파도와 모래의 파도! 승리자는 모래의 파도였다. 불꽃의 파도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모래의 파도는 그대로 파이어 웨이브를 시전한 마법사 도플을 향해 나아갔지만, 마법사 도플 앞에는 자신의 직업을 말하지 않은 도플이 서 있었다. 그는 롱소드로 그대로 모래의 파도를 베었고 모래의 파도는 멈춰섰다. 그러는 사이, 마법사 도플은 주문을 외우고 있었고 그 모습이 내 눈으로 들어왔다. 마법사 도플이 외우는 주문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매우 익숙한 주문이었다. 그 주문에서 나는 마법사 도플이 시전 할 마법을 알 수 있었고, 나도 매개체를 던지며 시전어를 외웠고 때마침 마법사 도플의 마법도 완성되었다. “레이지 스켈레톤 나이트!” “레이지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 끼리리릭! 끼리리리릭! 척! 척! 척! 마법사 도플이 시전한 마법은 레이지 스켈레톤 나이트! 그 수는 내가 소환한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에 비해 3배 정도는 되어 보이는 40여 구. 내가 소환한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의 수는 총 11구였다. 사전에 작정을 하고 불러낸 마법사 도플과 다르게 나는 급하게 불러냈기에 그 수가 적었던 것이다. 하지만 질로써는 이쪽이 앞서고 더 소환할 수 있기에 문제는 없었다. “처음 보는 스켈레톤이로군. 뭐, 상관없지. 이번 게임이 끝난 후 네 모든 것은 내 것이 될 테니. 어둠이여! 나의 의지에 따라 나의 병사들의 검에 그 잔혹함을, 갑옷에 그 고요함을 부여하여라! 다크니스 윌(Darkness Will:어둠의 의지)!” “망자의 영혼이여! 나의 의지에 따라 나의 병사의 갑옷에 그대들의 원한과 절규를 부여하여라! 스피릿 아머! 망자의 영혼이여! 나의 의지에 따라 나의 병사의 검에 그대들의 원한과 분노를 부여하여라! 스피릿 웨폰!” 꺄아아아악! 크아아아악! 망자들의 비명이 퍼지며 망자들은 그대로 나의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에게 빨려 들어갔고, 망자들이 한데 뭉쳐 이루어진 갑옷이 뼈로 된 갑옷 위를 감쌌고 검 역시 망자들이 감쌌다. 그로 인해 검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와 다르게 마법사 도플이 소환한 스켈레톤 나이트들은 검은 어둠이 감싸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만약 멀리서 보았다면 데스나이트와 착각할 정도로 비슷했다. 나크니스 윌! 어둠의 의지라는 마법이 어떤 효과를 지니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내가 시전한 스피릿 아머와 웨폰에 뒤지지 않는 마법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가라! 나의 병사들이여!” 서로 주고받은 공방. 그리고 좀 더 확대된 전투! 지금까지는 팽팽한 균형이 유지되고 있었다. 콰직! 파악! 스켈레톤 나이트 40여 구와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 11구의 접전! 이 두 무리는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속도, 파워, 컨트롤, 이 세 가지에서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가 단연 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적으로는 밀리기에 균형이 유지될 뿐이었다. 계속 스켈레톤을 소환하려 했지만 직업을 밝히지 않은 도플은 내가 스켈레톤을 소환하도록 가만히 두지 않았다. 챙! 챙! 파악! 꺄아아아아악! 오직 나에게만 붙은 도플은 정말 대단했다. 검자루를 실, 그러니까 아까 도둑 도플이 사용하던 은사로 묶어서 자유자재로 공중에서 다루고 있었다. 거기에 한쪽 손에 들린 단궁은 아마도 염력으로 생각되는 힘으로 인해 장전되어 은사로 이어진 검과 함께 나를 노렸다. 거기에 간혹 시전되는 마법. 급하게 6자루의 검과 스피릿 핸드를 소환하여 은사로 이어진 검을 막지 않았다면, 망자들로 만들어진 스피릿 실드가 의지를 가지지 않은 평범한 실드였다면 난 진즉에 운동장 바닥에 나뒹굴었을 것이다. 퍽! 꺄아아악! 스피릿 실드와 화살이 절반 정도 들어왔지만 곧 힘을 잃고 떨어져 내렸다. 나는 계속해서 쏘아지고 있는 화살을 스피릿 핸드로 조종하는 검들로 쳐내며 마법을 시전하였다. “소울 스트라이크!” 꺄아아아악! 쾅! 쾅! 쾅! 간발의 차로 빗나가는 소울 스트라이크! 거의 타격을 입히지는 못했지만 도플과의 거리를 벌수는 있었다. 잠시 여유가 생기자 나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마법사 도플과 초연 씨, 검사 도플과 제키 형, 도적 도플과 라오, 궁수 도플과 인한 씨, 마지막으로 나와 일명 솔저 도플이라고 부르기로 한 도플의 접전. 이렇게 우리는 각기 한 명씩을 맡고 있었다. 현재는 우리들이 유리했다. 검사 도플은 제키 형이 압도하고 있었고, 라오가 도적 도플을 상대로 어느 정도 우세를 거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세 사람은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데 말이다. 현재 나와 라오는 전력을 다하지 않은 상태다. 지금까지 도플들을 상대하고 살펴본 결과, 그들의 힘은 약하지 않았지만 나와 라오에 비하면 손색이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우리가 전력을 다했을 때 이야기지만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전력을 다할 수 없었다. 결계가 강력하다고 하나 우리가 전력을 다한다면 깨져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나의 힘은 집단의 힘! 보다 크고 넓은 장소가 필요했다. 라오라면 개인적인 힘도 대단하지만, 내 부탁으로 인해 전력을 다할 수 없으니 나와 마찬가지였다. 잠시 주변을 살핀 지 시간이 흘렀는데도 공격이 없자 나는 내가 맡은 솔저 도플을 찾기 시작했다. 솔저 도플은 마법사 도플 옆에 서 있었고 어느 사이엔가 검사 도플, 도적 도플, 궁수 도플도 한데 모여들고 있었다. 그들이 한곳에 모여들자 우리들 역시 나를 중심으로 모였고, 잠시 전투는 소강상태에 이르렀다. “일단 칭찬해주지. 너희들 다섯 명 모두 우리들이 상상하는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어.” “쳇! 전혀 고맙지 않은 칭찬이네.” 제키 형은 솔저 도플의 말에 전혀 달갑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제키 형의 기분이 조금 안 좋아 보였는데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형이 항상 입고 다니는 야구재킷과 모자에 흠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모자는 두 동강 나서 이미 운동장을 나뒹굴고 있었고, 재킷은 여기저기 검에 의해 베어져 볼품없이 변해 있었다. 다행이라면 재킷만 베어졌을 뿐 상처는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만약 내가 소환된 이였다면 지는 것은 바로 내 쪽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희는 운이 안 좋았다. 아니, 이 세상의 인간들 모두가 운이 안 좋은 건가. 네 녀석들을 시작으로 모두 나를 위해 죽어줄 테니까. 후후후!” “얼어 죽을이다! 우리가 죽긴 왜 죽어! 죽는 건 너야!”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이지.” 솔저 도플의 말이 마음에 걸렸던 것일까. 조용히 있던 인한 씨마저 한마디 했다. 운이 좋지 않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도플과 전투를 벌이는 동안 어느 정도 힘을 가늠할 수 있었다. 마족 도플의 힘은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들이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처럼 도플도 전력을 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전력을 다하고 싶어도 장소가 너무 좋지 않았다. 좀 더 넓은 곳, 좀 더 사람이 없는 곳이었다면 전력을 다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래그래,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지. 나는 지금부터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상상 이상의 실력을 보여준 너희들을 위해서 말이야. 하지만 네 녀석들은 과연 전력을 다할 수 있을까? 결계가 있긴 하지만 과연 우리들이 전력을 다한다면 결계가 얼마나 버틸까.” 도플의 말대로 전력을 다한다면, 내 예상대로 결계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파괴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형사고는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밖에서도 가디언 한국 지부 요원들이 힘을 쓰고 있을 테지만, 주변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데도 한계가 있다. 제길! 어떻게 해야 하지? “자! 그러면 파이널 라운드를 시작해보자고!” “호 총수, 아니 이제는 호 지부장이라고 불러야지. 호 지부장, 부탁한 것의 준비는 모두 끝났네.” “4장로님, 그냥 편하게 부르십시오.” “흠흠! 그럴 순 없지. 세계 대몬스터 대항 기관인 가디언의 한국 지부의 총지부장인데.” “장로님, 저희들이 언제 그런 것을 가렸습니까?” “음... 역시 그렇지? 에유! 이거 무게 잡는 것도 만만치 않구만.” 전 한 소속 장로들 중 제4장로, 신부 박세일은 근엄한 표정을 풀고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이 가디언이란 이름으로 모습을 드러냈을 때, 한의 장로들 역시 가디언에 들어왔다. 그러나 요원으로서가 아닌 수석 고문 및 교관으로서 가디언에 들어온 것이다. 장로들은 앞으로 행할 양성을 위해 오늘로 일주일째 한데 모여 회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겉으로만 후진 양성을 위한 회의고 실제로 회의한 것은 일주일 중 이틀 뿐. 나머지 5일은 오랜만에 모인 반가움에 함께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가디언 한국 지부의 예산으로 말이다. 그렇게 편안하게 보내던 도중에 갑자기 가디언 한국 지부 총지부장인 호연진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상민에게 마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이후 인한과 초연에게 전화를 건 뒤, 바로 장로들을 인솔하고 있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장로들 전원을 불러들였다. 텔레포트 능력자를 보내 일단 신성력을 사용하는 능력자인 4장로, 박세일을 가장 먼저 불러들였고 나머지 다른 장로들은 현재 헬기를 타고 오는 중이었다. “총지부장님, 전투가 잠시 멈췄습니다.” “그래? 안의 상황은 어떻지?” “현재 데스 마스터와 대화중입니다. 대화 내용은 알 수 없습니다.” SWU 소속이었다가 한국 지부로 발령받은 투시 능력자는 결계 안을 살피다가 상황이 바뀌자 바로 알려왔다. 가디언이란 이름으로 통합된 기관은 여러 가지로 편리해졌다. 그간 각기 다른 기관에 속해 있던 능력자들이 고루 퍼져 더욱 뛰어남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 예 중 하나가 이와 같은 SWU의 투시 능력자였다. 거기에 가디언이란 하나의 이름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기관은 더 이상 숨어서 후진을 양성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이 더욱 큰 장점으로 발휘됐다. 이대로 간다면 적어도 3년, 아니 빠르면 1년 내에 능력자 양성 교육 기관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조만간 그것을 발동시켜야 할 것 같구나. 그럼 난 발동을 위해서 가보마.” “잘 부탁드립니다, 4장로님.” “맡겨둬라.” 우우우웅! 파이널 라운드를 시작하자고 한 이후 검사 도플의 그레이트 소드에서 아까 전 제키 형과 싸울 때 보지 못했던 것이 솟아났다. 검은색의 검신을 더욱 짙은 어둠으로 감싼 것. 그것은 소드 마스터의 증거인 오러 블레이드였다! 검은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검사 도플의 그레이트 소드의 검신을 감싸고 있었던 것이다. “쳇! 골치 아프게 됐군!” 그레이트 소드에 맺힌 오러 블레이드를 보며 제키 형은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럼 어서 시작해보자고!” “젠장!” 처음과 마찬가지로 제일 먼저 움직인 것은 검사 도플과 제키 형이었다. 역시 라이트닝 엠퍼러를 유지하면서 돌진하는 제키 형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 콰쾅! 쾅! 처음 전투와는 달리 이번에 제키 형은 검은 오러가 맺힌 그레이트 소드를 간발의 차로 피한 뒤 검사 도플의 가슴에 주먹을 내질렀고, 주먹은 정확하게 가슴에 적중하였다. “크윽! 한 방 먹었군.” “내가 미쳤다고 오러 블레이드가 맺힌 검과 맨손으로 붙겠냐? 등신아!” “키키키! 맞는 말이야!” 피피피핑! 사악! 화르르르! “쳇!” 도둑 도플의 전신에서 나온 은사들이 거대한 그물을 만들어 우리를 덮치려 했지만 라오의 신검에서 뿜어져 나간, 불꽃처럼 생긴 검기로 인해 갈기갈기 찢겨졌다. 라오 역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본격적으로 힘을 쓰기 시작해서 그런 것일까? 신검을 잡고 있는 라오의 손에서 조금이지만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비록 라오가 반 언데드이기는 하지만 언데드는 언데드이기에 신검을 사용하자 그로 인해 손이 타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슈우우욱! 파파파팍! “대지의 장! 석부보신(石浮保身)!” 우우우웅! 파파파팍! 언제 쏘아졌는지 모를 화살들이 하늘로부터 떨어져 내리며 초연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석부보신이라는 한자에 담긴 뜻 그대로 운동장에서 돌들이 떠오르더니 우리 5명 주위를 맴돌며 우리에게 날아오는 화살을 대신 막아내고 있었다. “이런, 이런! 한눈팔고 있으면 안 되지!” “헛!” 내가 한눈파는 사이, 솔저 도플이 나를 향해 롱소드를 휘두르며 달려왔는데, 그 역시 검은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맺혀 있었다. 제길! 검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공격받을 부위에 마나를 집중하고, 동시에 반격을 위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때, 검은 그림자가 내 앞을 가로막았고, 익숙하지 않지만 반가운 음성이 들려왔다. “부동금강(不動金剛)!” 쾅! “크윽! 금강출해(金剛出解)!” 콰콰쾅! 내 앞을 막아선 이는 바로 인한 씨였다. 그는 내 대신 오러 블레이드를 맞고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은 듯했지만 바로 반격했다. 인한 씨의 주먹에서 5개의 금빛 권기들이 터져 나왔다. 권기를 사용한 후 그는 비틀거리며 쓰러졌고, 나는 그런 인한 씨를 부축하며 뒤로 물러섰다. 동시에 아공간에서 포션을 1병 꺼내 마시게 하고 남은 것은 오러 블레이드로 인해 생긴 상처에 부었다. 놀랍게도 인한 씨는 오러 블레이드를 맞았지만 그곳에는 부어오른 상처만 있을 뿐이었다. 아마도 그는 경지에 이르면 금강불괴가 되는 무공을 익힌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 그보다 이 포션 효과가 대단하군. 나중에 한 병 줄 수 있겠나?” “얼마든지요. 응?” 갑자기 엄청난 마나 유동이 느껴져 그 근원을 쳐다본 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법사 도플이 서 있는 바닥에 나타난 마법진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마나, 아니 마력의 양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법사 도플 앞에는 궁수 도플이 서 있었는데 어째서 저런 엄청난 마나를 이제야 느꼈는지 알 수 있었다. 바로 마법사 도플 앞에 서 있는 궁수 도플이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마나를 감췄기 때문이다. 이, 이런! 마법이 거의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어떤 마법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제든 대항 마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에 들어갔다. “...깊은 어둠 속에 존재하는 어둠의 별이여! 나의 부름에 응하여 내 앞의 적에게 응징의 철퇴를! 폴 오브 다크스타(Fall Of Darkstat)!" 우우우웅! 파지지직! 파지지직! 마법이 완성되자 마법사 도플 밑에 있던 마법진이 하늘로 올라가 공동의 천장을 이룬 나무줄기들에 부딪쳤다. 그로 인해 생긴 스파크가 공동 전체로 퍼져나가며 공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폴 오브 다크스타란 마법의 마력과 공동의 결계를 이루는 신성한 힘이 부딪쳤기 때문이다. 승세는 점차 폴 오브 다크스타란 마법의 마력에게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점차 말라가는 나무들. 파지지직! 팍! 결국 결계는 깨지고 마법진은 하늘로 떠올랐다. 동시에 공동을 이루던 초목들이 순식간에 메말라 부스러져버렸고, 토벽 역시 허물어지며 사라졌다. 이, 이런! 결계를 부수고도 계속될 정도의 마법이라면 그 위력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게다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폴 오브 다크스타는 광역 마법인 듯하니, 만약 마법이 시전된다면 엄청난 피해가 일어날 텐데! 어떻게 해야 하지! 대응마법을 펼쳐야 하건만 폴 오브 다크스타에 대응할 만한 마법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촤아아아앙! 아아아~! 그때 갑자기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의 빛이 나타났다. 그리고 빛과 함께 고요하면서 웅장하고, 따스하면서 포근함을 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지만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감상하게 할 정도로 대단히 아름다운 목소리들이었다. “크아아아악!” “캬아아악!” “크윽!” 파지지직! 팍! 눈을 감고 소리를 듣고 있던 난 조화를 깨는 또 다른 소리로 인해 눈을 떠야 했다. 목소리들의 조화를 깨트리는 소리의 근원은 바로 마족 도플로부터 시작됐다. 5명의 도플들은 모두 그 자리에 쓰러져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4명이 쓰러져 있었고 한 명은 서 있는 상태에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빛과 함께 들려온 목소리가 마족인 도플에게 영향을 준 모양인지 그들의 몸에서 검은 연기들이 새어나오고 있었고, 나는 그 연기가 마력이라는 것을 금방 눈치 챌 수 있었다. “크윽! 파워즈(Powers) 급 신성 결계라니!” “아!!” 쓰러지지 않은 솔저 도플이 한 말 덕분에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지원군! 내가 요청했던 지원군이 도착한 것이다! 분명 파워즈 급 신성 결계라고 했다. 천사의 등급은 잘 모르지만, 상당히 강한 결계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초연 씨가 친 결계보다 말이다. 참! 라오! 상황을 이해한 뒤 나는 급하게 라오를 찾았다. 그를 찾는 것은 쉬웠다. 이미 접전을 벌이던 스켈레톤 나이트와 나의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가 신성 결계로 인해 가루가 되어 사라져 운동장이 뻥 뚫려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라오는 멀쩡히 서 있었지만 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안색이 많이 나빠져 있었다. [난 괜찮다, 형제여.] 내가 자신을 걱정한다는 것을 안 라오가 텔레파시를 통해 자신은 괜찮다고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신성 결계 안에서 오랫동안 있으면 갈수록 나빠진다는 것은 나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 이 상황이 정리되기 전까지는 결계를 해제할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상황은 역전되었다. “크윽! 이대로 소멸될 수는 없다!!” 스스스스! 외침과 함께 솔저 도플을 제외한 도플들의 형체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액체화되더니 마치 그 모습이 슬라임처럼 되었다. 이어 도플들은 자신들이 쓰던 장비를 버리고 솔저 도플을 향해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다시 하나가 되려고 하는 건가! “너희들 마음대로는 안 되지! 암 뇌전류(暗 雷電流)! 진(眞) 지전뢰(地傳雷)!” 우르릉! 파지지지직! 펑! 펑! 다시 하나가 되려는 슬라임 모습의 도플들을 본 제키 형이 나의 부탁으로 했던 지전뢰와 비교가 되지 않은 강력함을 보이는 진 지전뢰를 시전했다. 제키 형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전기들까지 모두 사용했는지 라이트닝 엠퍼러는 해체되었고, 솔저 도플을 향해 엄청난 양의 전기가 똥을 통해서 뻗어나갔다. 그 결과, 합체하기 위해 이동하던 슬라임 모습의 도플 둘이 제키 형이 시전한 진 지전뢰로 인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터져버렸고, 갈기갈기 찢긴 조각들은 공중에서 재가 되어 사라졌다. 좋았어!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죽은 자들의 한과 분노가 서린 망령들이여! 나의 명에 따라 산 자들의 영혼을 구속하는 사슬이 되어라! 산 자들의 육체의 자유를 빼앗아라! 소울 프리즌!” 꺄아아아악! 크아아악! 캬아아아악! 신성 결계 안에서 시전한 소울 프리즌은 그 위력이 격감되긴 했지만 목적은 이룰 수 있었다. 내가 노린 것은 합류하려고 하는 도플이 아닌 솔저 도플이다. 솔저 도플의 몸에 파고든 망령들이 그를 속박했다. 이제 끝이다! “망령들이여! 그대들의 영혼에 맺힌 한과 분노를 터트려라! 그대들의 한과 분노가 산 자의 영혼조차 파괴하리라! 영혼의 파괴! 소울 브레이크!” 콰콰쾅! 소울 브레이크.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세계가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사용하지 않던 마법. 망령들의 영혼을 붕괴시켜 내부에서 폭발을 일으켜 적의 영혼을 파괴해버리는 마법을 지금 시전한 것이다. 시전된 소울 브레이크로 인해 터져버린 솔저 도플의 몸은 일부는 공중에서 재가 되어 사라졌지만 일부는 그대로 액체화되어 다른 슬라임의 모습을 한 도플과 합류했다. 슬라임의 모습을 한 도플은 엄청난 속도로 결계의 끝을 향해서 나아갔다. 멀쩡히 모은 것은 단둘. 거기에 흩어진 조각까지 하면 약 셋이라고 할 수 있었다. 파지지직! 파지지직! 파지지직! 팍! 결계의 끝으로 자신의 몸을 상관하지 않고 나아가던 슬라임의 모습을 한 도플이 검은 연기와 함께 점차 그 크기가 작아졌다. 이와 같은 방법을 쓰지 않는다면 우리를 비롯한 지원 부대에 의해 마족 도플은 반드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도플은 전투보다는 어느 정도 희생이 따르는 도망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비켜라! 형제여!” 화르르르르! 라오의 목소리에 급하게 옆으로 빗겨나자 그와 동시에 엄청난 속도로 슬라임의 모습을 한 도플을 향해 날아가는 불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라오가 예전에 나에게 사용했던 기술. 물론 많이 약화시킨 것이긴 하지만 분명한 라의 응징이었다. 캬아아아아! 슬라임 도플을 덮친 라의 응징은 더욱 거세가 타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플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고, 불꽃의 열기 또한 더해갔다. 결계의 끝에 슬라임이 도착했을 때 남은 것은 오직 새하얀 재뿐이었다. 강한 힘을 보이고 우리들을 상대로 여유를 보이던 마족 도플은 이렇게 간단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흑마법 학파가 세상에서 사라진 이후 최초로 등장한 마족의 존재는 곧 세상을, 아니 정확히 세계 각지로 퍼지기 시작한 가디언의 수뇌부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코드명 도플. 스스로를 도플갱어 출신이라고 밝힌 마족과 직접 싸운 이들의 보고서와 마법을 통해 녹화된 전투 장면을 본 가디언 수뇌부들은 마족의 존재와 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족이 상대한 요원은 가디언 소속의 코드명 데스 마스터 상민과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 SWU 소속 S급 능력자 제키 마커스, 한 소속의 초연과 인한, 모두 쟁쟁한 실력을 가진 이들이었다. 몰론 데스 마스터 상민의 능력이 대규모 전투에서 그 힘을 모두 발휘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환경 조건으로 인해 마족을 상대한 요원들이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지만, 팽팽한 접전을 벌인 것이다. 이에 가디언 수뇌부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마족이 뒤늦게 발동된 파워즈 급 신성 결계로 인해 소멸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흑마법 학파가 사라진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등장한 마족. 만약 그 마족을 사로잡았으면 다시 흑마법 학파를 부활시킬 수도 있었고, 마족에 대해 조사할 수도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은 것이다. 그러나 마족의 소멸로 인해 얻은 것도 있다. 바로 파워즈 급 신성 결계. 이는 신성력을 증폭시켜주는 성구와 다수의 프리스트들이 성구의 손실과 거의 보름간 제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된다는 손실을 감당하고 시전한 것으로 근 50년 만에 만들어진 결계였다. 이번에 시전된 신성 결계는 가디언의 수뇌부들에게 여러 부수적인 정보를 안겨주었고, 이것으로 수뇌부들은 아쉬움을 달랬다. 사건은 최대한 신속하게 은폐되었다. 마족의 출몰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족은 몬스터와 달리 겉보기에는 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사회에 섞여 들어가기가 쉽다. 바로 그 점이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가져다줄 수 있기에 은폐를 결정한 것이다. 사건이 결말난 이후 피해자들의 유가족들에게는 빠르게 보상이 이루어졌다. 한동안 각종 매스컴들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크게 떠들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잠잠해졌다. 그러나 마족과 상민 일행들의 전투가 벌어진 초등학교는 철저하게 관리되었다. 파워즈 급 신성 결계로 인해 마족이 내뿜은 마력은 정화되었으나, 신성 결계를 펼치기 전에 시전된 결계와 신성 결계로 인해 운동장에 일어난 변화를 아직 조사 중이었기 때문이다. 조사는 현재 일주일째 진행되고 있었고 앞으로 8일 동안 더 진행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좋아하는 이들은 오직 임시 휴교한 초등학교의 학생들뿐이었다. 늦은 밤, 달조차 구름에 가려진 날. 전투가 벌어진 초등학교의 운동장에 대한 조사는 멈춰진 상태다. 운동장의 변화는 놀라웠다. 신성 결계가 펼쳐지기 전에 이미 생성된 결계로 인해 조금이라도 많은 아이들이 뛰면 먼지가 일던 운동장의 모래와 흙이 생명력을 품게 되었다. 또한 신성 결계로 인해 건물을 비롯해 책걸상과 그 밖의 여러 가지 용품들이 마치 새것처럼 되어 있었다. 이런 변화를 겪은 학교 운동장 중앙, 그곳에서 달조차 구름에 가려진 이 시간에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팍! 꿈틀꿈틀! 꿈틀꿈틀! 운동장에서 갑자기 솟아난 그것은 고작 성인 남성의 손바닥만 한 크기로 어떠한 형체도 가지지 못하고 젤리 같은 모습을 한 채 자신도 살아 있는 것이라고 증명하듯이 꿈틀거렸다. 잠시 동안 한자리에서 꿈틀거리던 그것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인기척을 피해 학교 담장을 넘은 그것은 좌우로 왔다 갔다 하더니 한곳에 멈춰 섰다. 갑작스럽게 한 동물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찌직! 그것을 멈춰 서게 한 것은 바로 쥐였다. 그것도 상당한 크기의 쥐! 여성이 보았다면 기겁할 만한 크기였다. 쥐는 형체도 없이 제자리에서 꿈틀거리는 그것에 관심을 보였고, 잠시 경계를 하다가 천천히 다가갔다. 촤아악! 갑자기 자신의 몸을 최대한 펼친 그것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인 쥐를 감쌌다. 쥐는 갑작스러운 일에 당황해 자신의 몸을 감싼 그것으로부터 떨어지기 위해서 발버둥 쳤다. 그러나 아무소용이 없었다. 쥐를 덮친 그것은 마치 쥐와 한 몸이 된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쥐는 갈수록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그것은 쥐를 완전히 감쌌다. 쥐는 그것의 안에서 빠른 속도로 소화되었다. 완전히 쥐를 소화시킨 그것은 어느새 조금 커져 있었다. 얼마 후, 가만히 있던 그것으로부터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젤리 같던 것이 천천히 변하더니 방금 전에 소화시킨 쥐로 변한 것이다. 그것은 완벽한 한 마리의 쥐였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아까 그 쥐보다 약간 더 클 뿐이었다. 쥐로 변한 그것은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 소화시킨 것은 시작일 뿐이다. 쥐로 변한 그것은 원했다. 자신의 몸을 불려줄 좀 더 큰 사냥감을. ======================================================================= 22장. ‘그’가 남긴 것들 마족 도플. 내가 만나본 최초의 마족. 그 등급은 알 수 없지만 어째서 마족이 전투 종족이며 이(異) 세계에서 공포의 대명사인지 가르쳐 주었다. 이번 전투를 통해나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나의 취약점에 대해서 말이다. 내 직업은 네크로맨서, 그것도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네크로맨서다. 때문에 엄청난 수의 언데드들을 이용한 대인 전투를 하다 보니 일대일 전투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 내 취약점을 알기에 검을 익힌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익힌 검 역시 편법이다. 스피릿 핸드를 이용해 다른 이들보다 많은 6자루의 검을 사용하고, 각종 보조마법과 저주의 정령 커스 엘리멘탈을 이용한 것이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편법은 진정한 강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이번 전투를 통해서 실감했다.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은 변명이다. 결계가 깨지면 주변이 위험하니까, 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하니까, 그래서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핑계를 댔을 뿐이다. 나의 약함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나는 몇 번이나 스스로를 반성하고 2가지 결단을 내렸다. 첫 번째 결단은 포기! 나의 취약점이 개인전의 보강을 위해서 검을 포기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두 번째 결단은 바로 강화! 나는 네크로맨서다. 대인전에서 강한 네크로맨서. 그런 강점을 더욱 강화시키기로 결단을 내렸다. 그때의전투도 그랬다. 만약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고 데스 나이트를, 아니 그냥 바로 나에게 귀속된 본마스터들을 소환했다면 도플을 상대로 이기고 사로잡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때 보여준 그의 힘이 전부인지 의심이 가기는 하지만 말이다. 지금도 생각한다. 과연 도플이 5명으로 나뉘지 않고 한데 뭉쳐서 전력을 다했다면 얼마나 강했을까 하고 말이다. 비록 자신의 힘을 너무 과신하다 뒤늦게 합치려고 해 하나가 되지 못하고 소멸하였지만 말이다. 만약 처음부터 하나인 상태로 있었다면, 분명 상당한 피해를 입겠지만 우리를 상대로 도망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마족. 소설에서 등장한 고위 마족과 마왕은 얼마나 강할까. 도플과 싸운 뒤 나는 마족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옛말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소리가 있으니 말이다. 마족에 대한 자료를 모으는 것은 쉬웠다. 일단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인터넷이라는 엄청난 정보의 보고가 존재했고, 또 이(異) 세계에서의 내 지위도 상당히 높았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이 세계의 도둑 길드와 네크로맨시 학파를 통해서 구한 마족에 대한 자료, 이 자료들을 두루 살핀 끝에 나는 어느 정도 마족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 중 내 흥미를 끈 자료는 바로 몬스터 혹은 인간과 유사인종의 마족화에 대한 자료였다. 이는 양쪽 세계 모두 존재했다. 일단 이 세계의 자료에서는 인간의 마족화와 신족화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자료에서 인간은 창조주에 의해 가장 마지막에 만들어지고 빛과 어둠을 동시에 품고 있는, 가장 혼돈에 가까운 존재이기에 신족도, 그리고 마족도 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었다. 또 그 예에 대해서도 나와 있었다. 인간이 신족화한 예는 바로 이 세계에서 몇 번이나 나타난 성자, 성녀, 교황의 최후였다. 그들이 보여준, 인간이 품을 수 있는 신성력의 한계 이상의 힘, 그리고 최후에 이를 때 나타난 현상, 이 두 가지를 통해 글을 쓴 당사자는 인간이 신족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성자와 성녀, 교황들이 최후에 이를 때 나타난 현상이란 그들의 몸에서 뿜어진 엄청난 신성력이 만들어내는 빛의 기둥을 말하는 것이란다. 글쓴이는 그 현상을 세인트 로드(Saint Load)현상이라고 했다. 세인트 로드 현상으로 나타난 빛의 기둥은 구름을 뚫고 하늘로 이어지는데, 빛이 사라진 이후에는 놀랍게도 죽음을 맞이한 성자, 성녀, 교황의 시신이 사라진다고 쓰여 있었다. 육신이 사라진 이유는 바로 그들이 신족이 되어 신계로 갔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부실한 예지만 보통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으니 그냥 넘어갔다. 인간의 신족화 다음으로 언급한 마족화에 대한 예는 더욱 부실했는데, 그 예는 실종이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진 희대의 흑마법사나 살인마. 그는 그들이 마족화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 주장에 대한 근거로는 희대의 흑마법사와 살인마의 도주 루트와 이어진 곳에 생기는 의문의 영지 혹은 마을의 소멸이었다. 글쓴이는 그들이 마족화되면서 생긴 힘으로 영지 혹은 마을이 소멸되고, 그 때문에 그곳에서는 풀 한 포기도 자라지 않는다고 언급하고 있었다. 이 보고서 형식의 자료를 가져다주신 이는 네크로맨시 학파의 벤마이오트님이셨다. 얼토당토않지만 매우 흥미로워 가지고 있던 것이라고 하면서 주신 건데, 아무래도 이곳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던 모양이다. 현실에서 구한 자료는 몬스터의 마족화에 대한 것이었다. 몬스터의 마족화. 과연 누가 그런 생각을 하고 썼는지는 모르지만 꽤나 흥미 있고 일리도 있는 글이었다. 글에서 몬스터는 양이 많든 적든 마력을 품고 있는데 무협지나 판타지에서 인간이 체내에 어느 정도 마나를 쌓고 깨달음이란 것을 얻으면 바디 체인지, 환골탈태를 하는 것처럼 몬스터들도 자신보다 약한 몬스터나 인간을 먹음으로써 체내에 마력을 쌓아 마족이 된다고 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강한 마족일수록 잘 정제되어 있는 많은 양의 마력을 지니고 있고, 강한 몬스터일수록 체내에 많은 마력을 쌓아두고 있다고 한다. 나는 두 자료를 손에 들고 몇 번이나 다시 읽어보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과연 나 같은 네크로맨서는 뭐가 될까? 똑똑! “들어와, 한나.” “헤헤헤! 오빠, 뭐해?” “그냥 벤마이오트님이 가져다주신 자료들을 살펴보고 있었어.” 마족 도플과의 전투는 나를 한층 더 성장시켜주어 전에는 어느 정도 집중을 해야 느낄 수 있던 생명력을 지금은 완연하게 느끼고 구분할 수 있게 해주었다. 노크 소리가 들리기 전에 느낀 생명력은 분명 한나였고, 그 느낌은 적중했다. 방에 들어온 한나는 헤헤거리며 웃고 있었는데 이럴 때는 나에게 무엇인가 부탁이 있을 때뿐이다. 음... 용돈을 준 지도 겨우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다 썼나? “헤헤헤! 저기... 오빠, 있잖아........” “지난주에 용돈 줬잖아. 설마 벌써 다 쓴 거야?” “칫! 오빠는 내가 돈을 그렇게 헤프게 쓰는 줄 알아1” 내 말에 한나는 볼을 부풀리면서 화낸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나에게 그저 귀여워 보일 뿐이었다. “그럼 무슨 일인데?” “그, 그게........” [아가씨께서 또 실험실을 날려 먹으셨습니다.] “뭐라고? 하~아, 한나야!” 한나는 자신의 뒤에 서 있는 한스 씨, 지금은 한이라 불리고 있는 데스 나이트가 된 자신의 아버지를 째려보았다. 하지만 곧 내 반응에 잔뜩 기가 죽은 모습을 했다. 하~아, 정말 못 말려. 지금으로부터 3개월 전, 한나는 4써클을 마스터하고 고작 17세의 나이로 5써클에 올랐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마나의 양만으로 5써클 유저가 되었다. 마나의 양만으로 말이다. 나도 얼마 전에 알았지만 이 세계의 마법사들 사이에는 아무리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도 시간을 두고 노력한다면 3써클 마법사가 될 수 있고, 재능이 있는 자라면 깨달음 없이도 5써클까지 오를 수 있는 학문이 마법이라고 한단다. 이 말처럼 한나는 고작 17세의 나이로 6써클 유저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마나의 양만이었다. 어린 나이에 5써클 유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일단 한나가 마법에 꽤나 재능이 있고, 힘을 갈구하는 끝없는 노력 덕분이었다. 물론 거기에 이곳의 마법 수식을 좀 더 간단하고 쉽게 풀이할 수 있는 현대의 수식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5써클, 이것은 마도사가 될 수 있는 자와 없는 자를 구분하는 참으로 잔혹한 경지다. 대부분이 이 5써클에서 구분된다. 만약 5써클에 동시에 올랐다 하더라도 깨달음을 얻어 오르는 이와 그저 깨달음 없이 얻은 이는 차이가 많이 난다. 일단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수가 달라진다. 깨달음을 얻어 5써클에 오른 자는 5써클 마법을 5번에서 7번을 쓸 수 있지만, 깨달음 없이 오른 자는 2번에서 3번이 한계다. 그뿐만 아니라 5써클의 깨달음을 얻은 자는 장차 6써클의 깨달음을 추구하여 6써클에 오를 수 있지만 5써클의 깨달음을 얻지 못한 자는 6써클을 추구할 수 없다. 물론 먼저 5써클에 오른 뒤에 뒤늦게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드물고 힘든 일이다. 깨달음이란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지만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마법사들은 깨달음 없이 5써클에 오른 자를 부러워하기보다는 걱정하고 위로한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한나는 그저 좋아했다. 나는 좋아하는 한나의 모습에 한 가지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다. 한나의 나이는 이제 17세. 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많은 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를 깨달은 나는 한나의 5써클 입문 파티를 열었다. 그렇다고 다른 귀족들을 초대하거나 무도회를 연 큰 파티는 아니었다. 한나와 친한 카이렌과 베이라, 그리고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의 일가족만 초대한 아주 조촐한 파티였다. 그 파티가 벌어진 날, 나는 한나에게 개인 실험실을 선물해주었다. 앞으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그렇다면 그 시간 동안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한나가 마법 연구와 실험에 힘쓰도록 환경을 갖춰주는 일밖에 없었기에 개인 실험실을 선물한 것이다. 이날 내가 한나에게 개인 실험실을 선물하자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은 한나에게 선물이라며 향후 3년간 다달이 일정량의 마법 실험재료를 보내주기로 하셨고, 베이라의 아버지인 스쿠루 폰 비토리노 자작님은 역시 향후 3년간 다달이 50골드씩 마법 보조금을 보내주기로 하셨다. 이에 한나는 매우 좋아했다. 그러나 한나가 개인 마법 실험실을 가지게 되면서 한 가지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마법 실험으로 인한 실험실 파괴! 그것이 문제였다. 일단 실험실은 저택의 지하 깊숙한 곳에 만들어 놓았기에 주변으로 피해가 확산될 염려는 없었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한나의 안전과 실험실의 재료 및 용품들이다. 한나가 5써클에 오르가 실험실을 가진 지 불과 3개월. 그 사이 한나가 실험실을 날려 먹은 것이 이번까지 해서 8번이나 되었다. 처음 실험실이 폭발할 때는 놀라서 한나의 안전을 먼저 생각했고, 그 후 데스 나이트를 더 붙여 15명이 한나를 지키게 했다. 하지만 4번째 실험실 폭발 때부터는 돈을 생각하게 되었다. 실험실 폭발로 파괴된 용품들과 폭발에 휩싸여 쓸모없게 된 실험 재료들을 다시 구하려면 꽤나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돈이 아직 많긴 하지만 벌써 이번이 8번째. 아무리 나라고 해도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아아! 다시 그것들을 구하려면 얼마나 들여야 하나. 끄응! “미안, 오빠. 몇 번이나 살펴보고 또 살폈고 조심하고 또 조심했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폭발이.” “하~아.” “미안, 오빠.” “그래. 미안한 것이라도 알면 됐다. 대신 앞으로 세 달간 용돈 오십 퍼센트 삭감이다. 거기에 앞으로 두 달간 실험실 사용금지.” “에에! 너무해! 오빠!” “육십 퍼센트. 두 달 하고 보름.” “치이.” “대답은?” “...네.” 한나는 잠시 동안이지만 불만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나를 쳐다보았지만, 이어진 내 말에 고개를 숙이며 기죽은 모습을 보였다. 아마 한동안 나랑 말도 안 하려고 할 것이다. 대답을 들은 나는 한나를 방에서 쉬도록 했다. 한나야, 이해하렴. 오빠도 땅을 파서 돈을 구하는 것은 아니잖니. 현재 내 수입은 솔직히 말한다면... 없다. 용병 일을 해서 돈을 벌 도 있고, 언데드들을 팔아서 돈을 구할 수도, 상점이용게시판을 통해서 산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벌수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일단 용병 일을 하기에는 내 등급이 너무 높다. 나와 같은 등급의 용병은 오직 한 명, 용병왕 한스뿐이다. 만약 내가 용병 일을 한다고 나선다고 해도 과연 나에게 들어올 의뢰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다음으로 언데드를 파는 것, 이도 문제였다. 내가 만들어낸 언데드들, 솔직히 내 잎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하나같이 엄청난 것들이다. 예전에 네크로맨시 학파에서 이미 제작해놓은 전쟁용 언데드를 본 적 있는데, 그 수준은 기대 이하였다. 움직임도 파워도 말이다. 일단 만들어진 언데드들의 움직임은 생전 움직임과 비교하자면 많이 느렸다. 거기에 모습도 가히 보기 좋지 않았다. 물론 대단한 것도 몇 있었다. 바로 여러 시체를 합쳐서 만든 언데드 골렘, 플래스 골렘은 상상 이상이었다. 움직임 또한 플래시 골렘을 보기 전에 살펴본 언데드들과 비교하자면 매우 빨랐다. 거기에 그간 알지 못했던 언데드들도 있었다. 모래 대신 아주 작은 뼈 알갱이들로 몸을 이루고 두개골을 심장으로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약간의 충격을 받아도 폭발을 일으키는 밤 스켈레톤까지 여러 종류가 존재했다. 물론 그 스켈레톤들에 대한 레피시는 언데드 마스터리 부속 스킬 관찰을 통해 얻어낼 수 있었다. 그런 언데드들의 레피시까지 얻은 뒤 나는 한동안 또 개인 실험실에 들어가 언데드 제작에 힘썼고, 동시에 개량에도 힘썼다. 그 결과 몇 가지 종류의 언데드를 더 얻어낼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지금까지 만들어놓은 언데드를 팔려고 내놓는다면 사려고 하는 사람들이 몰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팔지 않을 생각이다. 내가 만들어낸 언데드들이 악용될 수도 있고,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큰 가치와 강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판다면 당장은 좋겠지만 후에 나에게 화근으로 다가올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더 이상 언데드 제작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현재 나는 하루에 최소 5구의 언데드를 제작하고 있었다. 이 5구 중 하나는 상위 언데드, 소드 익스퍼드를 상대할 수 있는 언데드를 만들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하루에 한 구씩 데스 나이트를 만들고 싶지만, 데스 나이트를 제작하는 데는 상당한 금액이 들기에 소드 익스퍼트를 상대할 수 있는 언데드로 아쉬움을 풀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만든 언데드의 수가 과연 얼마나 되는지 나도 모르지만, 계속 만들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만들 것이다. 미래를 위한 준비는 아무리 해도 부족하다. 그것이 나의 생각이다. 다음으로 상저이용 게시판에서 판매하는 것들을 내가 사서 판매하는 것. 이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내가 머리만 잘 굴리고 상재(商材)에 능한 사람을 얻는다면 대륙에 이름을 떨칠 상단을 만드는 것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상점이용 게시판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물건들은 이 세계에서 상등급 품에 해당하는 좋음 물건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세계에서 판매하는 것들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으니 싸게 팔 수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일단 솔직히 말하자면 귀찮아서이고 다른 이유로는 상점이용 게시판을 통해서 많은 양의 물건을 사들이고 판매하게 되면 여러 가지로 불편한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불편한 점을 들라면 일단 현재 내가 지금 있는 이 세계의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나는 상당히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20대의 아주 젊은 나이에 대인전투에서 가장 큰 활약을 보이는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을 익힌 네크로마스터. 또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을 익혔으면서도 네크로맨시 학파에 속하지 않은 네크로마스터가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상단을 열어 상등급의 물건들을 다른 상단보다 싸게 팔기 시작했다고 생각해봐라.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나에게 더욱 큰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물건을 어디서 구입하는지 조사하게 될 것이다. 직접적으로 물어온다면 나로서는 할 말이 없으니 곤란했다. 다음으로 불편한 점은 바로 현실 세계다. 나는 현재 캡슐을 통해서, 정확히 아스카란 게임을 통해서 이 세계에 온 것이다. 상점이용 게시판을 통해 엄청난 양의 물건들을 사들인다면 당연히 나에게 관심을 보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가 아스카를 통해 이 세계를 오간다는 것이 알려질 수도 있으니 곤란했다. 이 사실은 오직 나만의 비밀. 언젠가 알려질 수도 있겠지만 알려지기 직전까지는 비밀로 해야만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에 꼭 비밀로 할 것이다. 똑똑. “들어와라, 잭.” “예, 마스터.” 이번에 노크한 인물은 잭. 나에게 완전히 귀속된 뱀파이어 후작, 잭이었다. 백은 귀족들이 입는 고급 정장을 입고 있었다. 뱀파이어답지 않게 밝은 색 금으로 수놓은 화려한 것이었지만 꽤나 잘 어울렸다. 잭은 현재 나의 대외활동과 세력 조성에 힘쓰고 있었다. 세력조성! 바로 나 개인을 위한 세력! 오직 언데드만으로 이루어진 세력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세계에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언데드들이 꽤 있었다. 개중 상위 언데드인 리치도 상당히 있었고, 전투 본능만ㅇ르 가지는 보통 듀라한과 다르게 지성을 유지하는 듀라한도 있었다. 잭은 나의 명령으로 그런 상위 언데드를 비롯해서 각종 언데드들을 규합하여 세력을 조성하고 있었다. 그 규모는 나조차도 알지 못한다. 현재 대외에서 활동 중인 이들은 잭과 같은 종인 뱀파이어들뿐이었다. 현재 내 저택에 있는 하녀를 비롯한 시종의 40퍼센트는 뱀파이어들로 교체되었다. 잭은 그런 뱀파이어들을 총괄하는 총관의 역할도 맡고 있었기에 여러 가지로 나 이상으로 바빴다. 잭은 더 이상 준후작이 아니다. 완전한 후작급의 뱀파이어다. 나의 도움으로 후작급의 뱀파이어를 먹었기 때문이다. 준후작급의 뱀파이어가 후작급 뱀파이어를 먹는다. 이는 사실 말도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잭은 가능했다. 후작급 뱀파이어가 강하긴 하지만 역시 수에서는 당할 수 없는 법. 내가 잭에게 붙여준 40명의 데스 나이트와 함께 후작을 사로잡아 먹은 뒤 잭은 진짜 뱀파이어 후작이 되었다. 완전한 뱀파이어 후작이 된 이후 잭은 자신보다 낮은 ‘계급’의 뱀파이어를 거느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고작 남작급의 뱀파이어 5명을 거느리고 있지만, 장차 계급이 더 높은 뱀파이어도 휘하에 두게 될 것이다. “잭, 정말 오랜만에 보는구나. 그동안 더 멋있어졌네.” “감사합니다, 마스터.” 더욱 멋있어졌다. 이 말은 사실이다. 하위 뱀파이어에서 준후작으로 오른 뒤에 잭의 외모는 조금씩 변해갔고, 후작급 뱀파이어가 된 이후 변화가 멈췄지만 그 모습은 엄청난 미남이었다. 여자라면 잭이 쳐다보는 것만으로 얼굴을 붉힐 정도로 말이다. 이는 잭이 그만큼 강하다는 증거이다. 나는 그런 잭의 강함과 더불어 외모를 칭찬했고, 그 때문에 잭이 나에게 감사하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웬일이지? 긴급사태나 큰일을 벌일 때 외에는 내 허락 없이 스스로 판단해서 일을 처리하도록 했는데. “그런데 웬일이지, 잭?” “오늘 제가 찾아온 것은 보고드릴 것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주목적은 이것들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잭이 꺼낸 것은 상점이용 게시판에서 구입한 가방들이었다. 상점이용 게시판에서 내가 구입해 잭에게 준 가방의 수는 50개. 그중 잭이 내 앞에 꺼낸 것은 15개의 가방이었다. 가방에 들어 있는 것을 나에게 주기 위해서 왔다고? 도대체 뭐가 들어 있기에 그러는지 궁금해진 나는 잭에게서 건네받은 가방의 인벤토리를 열었다. 물론 잭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아니, 이것들을! 가방 하나를 확인한 뒤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고, 뒤이어 다른 가방들을 확인한 뒤 더욱 놀랐다. 하하하... 이거 정말 의외의 수입인걸! “잭, 이것들은 다 어디서 구했지?” “반은 제게 먹힌 후작의 비밀 창고에서 나온 것들이고 나머지는 저에게 종속된 계급의 뱀파이어들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일부는 세력 조성을 위해 사용하였고, 앞으로 사용할 비용을 제외하고 모두 가져온 것입니다.” “그랬군. 이거 정말 의외의 수입인데.” “그간 살펴본 결과 마스터께서는 수입이 없으신 것 같기에 챙겨온 것입니다. 최근 들어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잭이 나에게 준 가방에 들어 있는 것들! 그것들은 바로 마법서와 마법 실험에 필요한 각종 재료들, 거기에 보석과 금은보화들이었다. 2개의 가방에는 마법서들이 가득 차 있었고, 3개의 가방에는 마법 실험 재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나머지 10개의 가방에는 금은보화들로 차 있고 말이다. 뱀파이어! 인간과 가장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기에 인간들 사이에 숨어살기 적당한 종족. 그런 뱀파이어가 오랜 시간을 살아오면서 1년 동안 한 개 내지 두 개정도만 모아왔다 하더라도 그 양은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상상 이상이었다. 거기에 하나같이 굉장히 오래된 것들일 텐데. 과연 오래 사는 종족의 강점이란 말인가! 인벤토리 창을 통해 대충 확인했을 뿐이지만 한동안, 아니 몇십 년 동안은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마법 실험 재료들도 조금씩 아껴서 쓴다면 오래 사용할 수 있겠군. 나는 우선 제일 먼저 마법서가 들어 있는 가방을 열어 한 권씩 꺼내기 시작했다. 나도 어엿한 마법사가 다 됐나 보네. 마법서를 먼저 찾고 말이야, 후훗! “흠흠!” “아, 미안. 보고할 게 있다고 했지. 그럼 한번 들어볼까?” 마법서 한 권을 집어 펼치려는 순간, 가만히 기다리고 있던 잭의 헛기침소리가 들려왔고, 그제야 아직 용무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낸 나는 마법서를 내려놓고 잭을 바라보았다. 내 시선에 잭이 보고를 시작했다. 보고라고 해봐야 현재 추가된 언데드 종류와 수에 대한 것들과 현재 조성된 세력에 대해서였지만 말이다. 세력 형성은 그리 진척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내가 세력을 형성하기 원하는 목적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정보다. 현대에 살아가면서 많은 정보를 접하고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것과 다르게, 이 세계에서는 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고 그것은 불편함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물론 원한다면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도둑 길드를 통해서 정보를 살 수 있기는 하지만, 중요한 정보일수록 높은 금액을 지급해야 하고 그들이 나를 꼭 속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기에 정보 단체를 원한 것이다. 사실 정보 단체를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보 단체의 형성은 기대하고 있지 않았다. 만약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면 좋은 것이고, 실패하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 현재 나의 생각이었다. 잭의 말에 따르면 얼마 전에 작은 어쌔신 길드 하나를 손에 넣었고, 그 어쌔신 길드를 시작으로 점차 세력을 넓혀갈 생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존 세력의 저항이 심하다고 했다. 그래서 나에게 마물의 숲에 모아놓은 일부 언데드들의 차출을 요청해왔고 나는 쉽게 허락했다. 현재 잭이 모으고 내가 귀속시킨 언데드들은 모두 마물의 숲에 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며 아무렇지 않게 언데드들이 활동할 수 있을 만한 곳으로 마물의 숲만한 곳이 없기에, 마물의 숲에 있던 몬스터를 일부 몰아내고 그곳에 언데드들을 몰아 넣어두었다. 세력 형성을 위해 언데드들을 모으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대부분 애초부터 마물의 숲에 존재했던 언데드들인데, 그 수가 시간이 지나면 점차 늘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나의 숨겨진 힘 중 하나가 될 것이고 말이다. 보고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보고가 끝나자 잭은 방에서 나갔다. 그럼 금전적인 문제도 해결되어서 걱정도 없겠다, 본격적으로 마법서를 읽어볼까. [심심해. 심심해. 심심해. 무슨 재미있는 일 없을까, 펠?] [죄송합니다, 주인님.] 어둠. 한줄기 빛조차 보이지 않는 곳에서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주인이라 불린 이는 소파에 누워서 계속 심심하다는 말은 연발하고 있었다. 주인이라 불린 남자를 조용히 쳐다보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그 남자는 상당히 큰 키를 가지고 있었다. 2m는 가뿐하게 넘어 보일 듯한 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은 평민들이 즐겨 입는 평범한 옷이었지만, 그가 지니고 있는 터질 듯한 근육이 전사, 아니 투사로 보이게 했다.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근육. 성인 남성의 몸뚱이만한 허벅지. 옷을 찢고 튀어나올 것만 같은, 동시에 어떠한 공격도 허용하지 않을 것만 같은 가슴. 그야말로 근육덩어리. 그러나 그 근육들은 인공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일부러 키운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근육, 전투를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몸에서 내뿜어지는 투기. 투사란 단어는 이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이런 남자가 주인이라 부른 남자. 그 신분에 대해 호기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주인님, 이러실 게 아니라 ‘장난감’이라도 가지고 노시는 게 어떠십니까?] [하~아. 이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도 질렸어.] 휙! 데구르르. 가지고 노는 것도 질렸다면서 소파의 남자가 던진 것은 동그란 것이었는데, 관성의 법칙에 따라 계속 움직이던 ‘장난감’은 어떤 것에 부딪쳐 멈추었다. 그것은 모양이 다른 것이었다. 어둠 속이라 잘 보이지 않았지만, 방에는 ‘장난감’이라 불린 것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쳇! 아버지는 갑자기 왜 자중하고 있으라고 하신 거야? 심심하게 말이야.] [하지만 그분의 말씀을 거역할 수는 없지 않으십니까. 설마 신계에도 그 문이 열렸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으니 말입니다.] [빌어먹을 참새들. 심심해. 심심해. 심심해] [으음.] 계속 심심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자신의 주인을 위해 그는 고심하기 시작했다. 주인의 지루함을 가시게 해줄 무엇인가를, 동시에 그분의 말씀을 거역하지 않는 방법을 말이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서 예전에 들었던 대화에 대한 기억이 스치고 지나갔다. 잠시 그 대화를 기억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그는 결국 그 내용을 기억해냈고 미소 지었다. 지루해 하는 자신의 주인을 만족시키고, 동시에 그분의 명을 거스르지 않는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주인님, 제가아주 재미있는 곳을 알고 있는데 가시겠습니까?] [재미있는 곳! 어딘데? 당장 가자! 빨리! [일단 한 가지 약속해주십시오. 이는 주인님의 재미를 위해서도, 그 분의 명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해주셔야만 합니다.] [음, 알았어. 약속할게. 자자! 어서 가자고! 이후 이야기는 가면서 이야기하자!] 자신의 주인이 약속을 한다고 말하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앞서 걸어 나가는 주인을 뒤따라갔다. 어둠만이 존재하는 공간. 그 공간에 드디어 빛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 빛은 차라리 들어오지 않는 것이 좋았다. 두 사람이 있던 공간,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어둠만이 존재했던 공간은 너무도 잔혹했다. 그들이 장난감이라 부른 동그란 것! 그것은 머리! 죽은 여성의 머리였던 것이다. 그 밖에 방에서 나뒹굴고 있는 시체들. 조각난 시체들이 방 여기저기를 뒹굴고 있었다. 방을 뒹구는 시체들의 얼굴에는 극한의 공포와 공포 끝에 다다른 절규만이 남아 있었다. “으으으! 매번 말하지만 이 느낌 정말 싫다.” 캡슐에서 나오면서 매번 하는 혼잣말을 했다. 영혼이 이(異)세계의 육신에서 현실의 육신으로 옮겨가 잠시 동안 적응하는 동안의 그 느낌. 몇 번이나 느끼지만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솔직히 익숙해지는 게 이상한 거지만 말이야. “이놈 또 자신만의 세계로 빠졌구만. 임마! 어여 나와서 밥 먹어!” “아! 금방 나갈게.” 언제 내 방에 들어왔는지 제키 형이 큰 소리로 말했고, 그제야 나는 캡슐에서 완전히 나와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는 제키 형이 차린 점심상이 놓여 있었다. 오늘 점심은 참치 김치찌개였다. 으아! 오늘도 김치찌개야! 어제는 콩나물 김치찌개였고, 지난번에는 돼지고기 김치찌개였는데. 오늘은 참지 김치찌개라니! 아무리 김치찌개가 좋아도 그렇지, 너무한 거 아니야! “하~아! 오늘도 김치찌개네.” “왜? 불만이야? 먹기 싫으면 먹지 마! 기껏 차려줬더니!” “누가 안 먹는다고 했어.” 마족 도플을 쓰러트린 이후 우리는 대부분의 생활을 집에서 하고 있었다. 마족과의 전투로 인해 진이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나야 이세계에서 할 일이 있어서 집에 있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로 인해 우리 집 식사 담당은 자연스럽게 제키 형이 하게 되었다. 언데드 파라오인 라오는 과거 이집트의 황제다 보니 요리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고, 나는 집주인이라는 이유로 제외되었으니 자연스럽게 제키 형이 식사 담당이 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제키 형이 식사 담당을 맡게 되었을 때 난 페스트 푸드, 햄버거나 피자, 혹은 집에서 직접 만든 거대 샌드위치와 콜라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오산! 제키 형이 첫날 준비한 것은 중식(中食)! 중국요리였다. 볶음밥과 탕수육, 거기에 물만두, 이 세 가지뿐이었지만, 놀라운 것은 이를 형이 직접 만들었다는 것이다. 손수 말이다. 볶음밥은 그렇다 치고 탕수육과 물만두는 상당히 손이 많이 가는 것들인데 그걸 직접 만든 것이다. 처음 보았을 때는 중국집에서 시켰는지 의심했지만, 라오의 증언으로 형이 직접 만들었다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둘째 날은 양식, 간단한 양상추 샐러드와 야채스프, 거기에 역시나 직접 만든 햄버거 스테이크. 앞서 말한 중국요리도 맛이 좋았지만 양식 또한 훌륭했다. 다음은 바로 한식! 김치찌개 하나에 김, 그리고 밥. 이게 다였다. 역시 맛은 상당했다. 김치는 기존에 집에 있던 김치를 사용했고 국물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사골 국물을 사용해서 끓였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반찬은 오직 김뿐이었지만 김치찌개 반찬으로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본색이 나온 것일까? 형은 오직 김치찌개만을 끓이기 시작한 것이다. 첫날 김치찌개는 소시지와 부대찌개 햄, 그리고 라면 사리까지 넣은 것으로 김치찌개라기보다는 부대찌개에 가까웠지만 결국 김치를 주로 한 찌개요리. 다음날은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 또 그 다음날은 참치를 넣은 김치찌개, 그리고 오늘 참치 김치찌개. 하~아! 아무리 맛있는 것도 계속 먹으면 질린다고. 이렇게 속으로 말하면서도 김치찌개 국물에 밥을 말아서 먹는 나였다. “형, 오늘 저녁은 첫날 해준 중국 요리 안 될까?” “왜? 오늘 김치찌개는 맛이 없어?” “그게 아니라 아무리 맛있는 것이라도 계속 먹으면 질리는 법이라고.” “흠, 하긴 김치찌개로 좀 오래 끌긴 했지. 뭐,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알았어. 오늘 저녁은 중국요리다.” “오오오!” “탁월한 선택이다.” 제키 형의 말에 그동안 두말없이 잘 먹던 라오도 한마디 했다. 역시 라오도 질려갔던 거로구나. 식사를 끝낸 이후 나는 부엌으로 갔다. 만드는 것은 제키 형이지만 뒷정리는 내 일이었다. 솔직히 라오에게는 설거지를 시킬 수가 없고 요리를 한 사람은 형이니 결국 뒷정리를 할 사람은 나밖에 남지 않으니 내가 하게 된 것이다. 설거지는 금방 끝났다. 스피릿 핸드 여섯 손과 나의 두 손까지 사용하니 금방 끝날 수밖에 없었다. “응? 형, 어디 가려고?” “가긴 어딜 가냐. 저녁 재료 사러 간다. 손 많이 가는 것들이니까 재료 사서 다듬어놔야지.” “그래? 그럼 같이 가자. 라오, 넌 안 갈래?” “물로 나도 간다.” 설거지를 끝내고 거실로 나간 나는 평소 외출할 때 입는 야구재킷과 야구모자를 쓰고 신발을 신고 있는 형을 따라가기로 했다. 한동안 집에서만 지냈고, 별다른 일도 없고 하니 왠지 따라가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라오는 시장에 간다는 말에 당연히 가겠다고 했고 말이다. 라오에게 있어서 시장, 그곳은 먹을 것이 많은 거리이니 말이다. 대충 준비를 마친 두에 우리들은 제키 형을 따라 걸었다. 근처 시장, 아니 마트의 위치는 나도 알지만 저녁을 준비하는 것은 형! 그러니 재료를 고르는 것도, 그 재료를 살 곳을 고르는 것도 형이기 때문에 아무 말 없이 따라가는 것이다. 역시나 형은 항상 어머니가 저녁 찬거리를 사기 위해서 다니시던 마트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했다. 우리는 두말없이 형을 따라 걸었다. 형은 마치 산책을 나온 것처럼 휘파람까지 불면서 주변을 살펴보며 계속 걸었다. 그렇게 10분.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형, 도대체 장을 어디까지 가서 보려는 거야.” “따라오기나 해. 어차피 아까 전에 점심도 먹었고, 저녁이 되려면 한참 남았잖아. 소화도 시킬 겸 걷는 거니까 조용히 따라와. 목적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니까 말이야.” 그리고 멀지 않은 곳. 참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제키 형의 말을 듣고 20분간 더 걸은 이후 다리를 건너고 10여 분쯤 더 걸은 후에 도착한 목적지. 아무 말 없이 뒤따르던 시간과 다리를 건너는데 걸리는 시간까지 하면 거의 1시간 동안 걸은 끝에 도착한 것이다. 현재 시간인 오후 3시 40분. 아무래도 우리가 점심을 다른 때보다 늦게 먹었던 모양이다. 어느새 4시가 다되어가고 있는 것을 보니 말이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말 그대로 시장이었다. 그렇다고 TV에 가끔 나오는 재래시장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상가라고 하기에도 그랬다. 상가와 재래시장의 중간, 딱 그 정도였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저 왔어요.” “오! 제 씨 왔어!” “아저씨, 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어요. 제 성은 마커스라고요. 부르시려면 제대로 부르세요. 마 씨라고요.” “쳇! 마 씨는 정말 외국인 같지 않다니까. 그런데 뒤의 둘은?” “제가 예전에 말씀들인 적 있죠? 그 둘이에요.”“아! 짠돌이 집주인하고 왕빈대 식충이! 그 둘이 저 둘이구만.” “하하하... 형, 나중에 집에 가서 이야기 좀 하자.” “먹기만 하는 식돌이? 그게 무슨 뜻인가, 형제?” 우리가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은 시장 입구의 정육점이었다. 정육점 주인아저씨는 제키 형을 아주 친근하게 대했다.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말이다.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도 했었는지 주인아저씨는 나를 보고 짠돌이 집주인이라고 하고 라오를 보고 먹기만 하는 식돌이라고 말했다. 그것도 단번에 말이다. 형은 아저씨의 말에 식은땀을 흘리며 웃어 보였고, 아저씨는 그런 형의 얼굴을 보며 더욱 진한 웃음을 지어 보이셨다. “크크크! 이거 미안하구만. 그래, 제 씨! 오늘은 뭘 사려고 왔나?” “아저씨, 마 씨라니까요? 음, 오늘은 좀 많이 살 거예요. 오랜만에 솜씨 좀 발휘해보려고요. 첫날에 샀던 거 기억하시죠?” “당연하지. 왜? 그걸로 사게?” “예! 그때 샀던 걸로 양도 그때 그대로 주세요.” “알았어. 조금만 기다리라고.” 아저씨는 이내 고기를 꺼내 와서 썰기 시작하셨다. 고기를 써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제키 형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모습이 아주 친한 친구 사이 같았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산 우리는 계속 시장 안쪽으로 들어갔는데 시장 안쪽의 야채가게, 고춧가루를 가는 방앗간 주인아주머니, 과일가게 주인 할머니와 손자들, 거기에 작은 슈퍼 주인아저씨, 심지어 전봇대 아래에서 돗자리를 깔고 몇 가지 야채를 파는 할머니까지 모두 제키 형에게 아는 척을 했고,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친근하게 대해주셨다. 마족 도플을 상대하고 형이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한 지 겨우 일주일하고 3일, 총 10일이 지났을 뿐인데 말이다. 나는 시장을 걸어가면서 시장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가 잠깐씩 대화를 나누는 형을 보며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볼까 했지만, 그냥 나중에 물어보기로 했다. 시장 사람들과 아무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누는 형과 사람들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곳, 꽤 멋진 곳이군.” “큭, 그렇지.” 휙! “응? 왜 그러는가, 형제.”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래도 내가 잘못 느낀 모양이야.” 시장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형의 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느껴진 시선에 나는 얼른 고개를 돌렸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잘못 느낀 모양이다. 우리는 시장을 둘러본 후 종착지인, 이 시장에서 가장 크면서 가장 오래된 슈퍼마켓에 들러 군것질거리를 비롯해 생필품을 구입한 뒤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사면 교통비가 나오고도 남아. 집 근처에 있는 마트에서 사면 오히려 손해라니까. 응? 상민아, 무슨 일 있었냐?” “아무것도 아니야. 그건 그렇고. 형,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응?” “갑자기 무슨 소리냐?” “어째서 시장 사람들이 우리를 다 짠돌이 집주인과 왕빈대 식충이로 알고 있냐는 말이야.” “맞다. 나도 참 궁금하다.” “하하하! 자, 어서 가자. 저녁 준비하려면 오래 걸린다고.” “형!!!” 제키 형은 대답을 회피하고는 집을 향해서 뛰어갔다. 후후후, 피해봐야 소용없다고. 집에서 봅시다, 형님. 시장에서 느낀 시선. 그것은 상민이 잘못 느낀 것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도망쳐 나온 쥐를 잡아먹은 ‘그것’은 본능적으로 최대한 그곳에서 멀리 이동하면서, 자신보다 약간 크거나 약한 사냥감을 포획해가며 착실히 몸을 불려가고 있었다. 그런 ‘그것’이 잠시나마 쉬기 위해서, 그리고 많은 사냥감을 찾기 위해서 자리 잡은 곳이 바로 상민 일행이 장을 보기 위해서 온 시장이었다. 웃고 있는 상민을 본 ‘그것’은 본능적으로 상민에게 적의를 내보였다. 그것은 아주 미세한 양이었지만, 상민을 그 적의를 느끼고 급하게 뒤돌아보았다. 그러나 발견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바로 ‘그것’이 자신의 몸을 변화시켜 주변의 물건들과 동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러한 능력은 놈이 40여 마리의 사냥감을 잡아먹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상민이 바라보자 ‘그것’은 최대한 적의를 갈무리하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상민 일행이 떠난 후, 해가 지고 시장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이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생존을 위해서였다. 자신에 대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된다. 특히 오늘 본 인간, 상민 일행에게는 더더욱. ‘그것’의 본능은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뒤 시장에 적막이 감돌자, 그제야 ‘그것’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을 불려줄 사냥감을 찾아서, 그리고 상민 일행들을 피해서. 우리의 화, 아니 정확히 ‘먹기만 하는 식돌이’란 말을 이해 못한 라오를 제외하고 나의 화를 잠재우기 위해서 형은 정말 맛있는 요리를 내왔다. 물론 요리 중에 간간이 라오에게 왕빈대 식충이란 말의 뜻을 알려주겠다는 협박을 잊지 않았다. 어쨌든, 앞으로 며칠 동안은 먹을 것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자, 그럼 식사도 마쳤으니 다시 접속해볼까. “밥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게임하러 가냐. 정말 살찌지 않는 게 용하다니까.” “후후후, 나름대로의 관리법이 있지. 그럼 무슨 특별한 일 없으면 라오를 시켜서 불러.” “알았다, 적당히 몸 생각하면서 해.” “걱정 마세요, 형.” “으으으, 야, 평소대로 해.” 제키 형은 내가 예전처럼 존댓말을 하자 소름끼친다는 듯이 몸을 떨었다. 이미 눈치 챈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내가 어느 샌가 제키 형에게 존댓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마족 도플을 상대한 이후로는 나도 모르게 형에게 말을 놓게 되었고, 이는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솔직히 나도 오랜만에 형에게 존댓말을 하니 소름이 끼쳤다. 예전에는 어떻게 존댓말을 했는지 몰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방에 들어와 문을 닫았다. 그리고 마나를 끌어올려 문에 주입하기 시작했다. 우우웅! 내가 마나를 주입하자 문 주위로 마법진이 형성되어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이어 그 빛은 방 전체로 퍼져나간 뒤 사라져 버렸다. 준비 끝. 그럼 접속해볼까. 방금 내가 발동시킨 마법진은 결계다. 캡슐을 통해서 이세계의 나의 육신으로 영혼이 이동하게 되면 현실의 육체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되기 때문에 내가 직접 설치한 마법진이다. 이 마법은 단지 작은 결계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결계의 효능은 마나의 한도 내에서 내부를 외부로부터 차단시키고 큰 경고음을 내는 것이었다. 사실 세력 형성에 잭을 보내지 않았다면 이런 결계도 필요 없다. 하지만 잭에게 세력을 만들도록 시킨 것은 나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제키 형에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문에 마법진을 설치하여 결계를 만들었다. 이 결계는 매우 기초적이어서 마법진의 조예가 깊지 않은 나도 설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상의 결계는 어차피 불필요하기에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현재 나와 함께 생활하는 두 사람, 아니 정확히 한 사람과 한 언데드는 모두 엄청난 실력자들이니 말이다. 만약 결계가 어느 정도 외부로부터 침입을 막아준다면 그 사이 소리를 듣고 집에 있는 제키 형과 라오가 달려올 것이고, 그 틈을 이용해 나는 접속을 끊고 돌아오면 된다. 누가 감히 S급 능력자와 S급 몬스터 언데드 파라오인 라오를 뚫고 나의 목숨을 취할 수 있겠는가. 후후후, 그러니 간단한 결계만으로도 안심하고 난 이세계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잠시 후, 캡슐 안에 눕자 곧 문이 닫혔다. 그리고 나는 항상 들려오는 음성을 기다렸다. [가상 속의 또 다른 현실, 아스카. 아스카에 접속하기 위해 망막과 뇌파를 검사합니다. 망막과 뇌파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두통과 같은 증상이 일어나니 놀라지 마십시오. 접속 후에 계속 두통을 느끼신다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주십시오. 망막과 뇌파 검사에 들어갑니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망막 검사 완료. 뇌파 검사 완료. 전용 사용자, 호상민님이 확인되었습니다. 아스카에 접속합니다. 즐거운 꿈꾸시기를.] 영혼의 이탈과 이동, 그리고 안착. 마족 도플을 상대하고 얻은 소득 중 하나가 바로 이 세 가지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족 도플과의 대결은 참으로 나에게 많은 것을 안겨준 것이다. 영혼의 이탈과 이동, 안착을 느끼게 된 이후 별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아니, 한 가지 있긴 있었다. 바로 차원이동을 통해서 영혼이 육체에서 다른 육체로 안착하는 시간이 조금 길어졌다는 것이다. 그래 봐야 겨우 몇십 초일뿐이지만 말이다. 이것은 내가 다른 육체에서 다른 육체로 영혼이 안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지 않았다면 몰랐을 사실이다. “오늘은 다른 때보다 조금 빠르군.” 정확하지는 않지만 다른 때와 비교해서 5초 정도 빨리 영혼이 육체에 안착했다. 이로써 두 번째로 안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빨라진 것이다. 물론 마음속으로 시간을 재기에 틀리 수도 있지만 말이다. 뭐, 그래도 상관없지. 불과 몇 초 차이니까. 나는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폈다. 이것은 내가 현실에서 이세계로 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언데드를 제작하는 지하 창고였다. 이 지하 창고는 내가 항상 로그아웃을 하고 현실로 돌아갈 때 있는 곳이다. 이곳은 나의 개인 공간이기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한다. 그리고 늘 내가 만든 데스 나이트 10명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로그아웃을 했다. “모두 수고했다. 이만 돌아가도록.” [명을 받듭니다.] 나의 말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였던 창고에서 대답이 들려오더니 곧 데스 나이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그들 앞으로 아공간의 입구가 생기자 데스 나이트들은 나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뒤에 그 안으로 들어갔다. 오직 언데드만이 존재할 수 있는 공간. 이 아공간에 있는 언데드들은 모두 내가 손수 제작했지만, 지금 이 안에 얼마나 많은 언데드들이 존재하는지는 나도 모른다. 아마도 몇 백은 되지 않을까라고만 짐작할 따름이다. 이미 데스 나이트들의 수만 해도 150명 가까이 되니 말이다. 150명 정도의 데스 나이트. 물론 이들 모두가 소드 마스터급 데스 나이트는 아니다. 그들은 단지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40명 정도. 그리고 나머지는 소드 익스퍼트 상급, 혹으 최상급의 데스 나이트들이다. 그러나 그 40명만으로도 작은 왕국 하나쯤은 충분히 쓸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거기에 나머지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과 상급인 데스 나이트들이 약 110명. 어느 샌가 나는 강대국의 왕국 기사단에 버금가는 기사단을 갖게 된 것이다. 이들을 이용해서 하루 종일 사냥한다면 금방 쓰리 마스터가 될 수 있겠지만, 불행하게도 제작한 언데드로 사냥을 해봤자 경험치는 들어오지 않는다. 현재 나의 레벨은 437.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별로 오르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이곳이 현실이란 것을 알고 나는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몬스터를 사냥하기보다는 이곳의 마법을 익히고, 이론을 이해하고, 경험을 쌓는 데 중점을 두고 수련했으니 말이다. 사실 어느 정도 레벨이 오른 것도 새로 익힌 마법을 시험해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나에게 레벨은 무의미하다. 아니, 레벨만 높으면 좋긴 하다. 그러나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깨달음이다. 현재의 나는 불완전한 게임의 시스템으로 인해서 오른 데스 마스터, 즉 거품만 가득한 데스 마스터다. 보통 네크로마스터보다 몇 배 강한 것일 뿐, 진짜 데스 마스터는 아니란 말이다. 데스 마스터, 과연 어떤 경지인지조차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런 경지를 불완전하게나마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게임의 시스템 덕분이었다. 이곳이 현실이란 것을 알고 진짜 네크로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뒤, 기초부터 익히기 시작한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과 그 밖의 마법들, 그에 대해 알아가면서 나는 게임의 시스템으로 인한 강함이 이난 진정한 힘을 손에 넣고 싶어졌다. 그리고 진실한 경지를 맛보고 싶었다. 진짜 네크로마스터가 될 때 경험한 바디체인지, 즉 환골탈태를 할 때 맛본 쾌감을 말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그 쾌감을 맛보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이제 겨우 기초와 초급, 중급을 떼고 상급 사령마법을 익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알면 알수록 데스 마스터의 경지가 얼마나 높은지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 나아갈 것이다. 예전에 한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말한 것처럼, 나 역시 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더 많으니까. 꼬르르륵! “간단하게 라면이나 끓여먹을까.” 현실 세계에서 이미 밥을 먹고 왔지만, 이곳에서는 밥을 먹지 않은 상태라 나의 육체는 음식을 원했다. 하~아, 현실과 이곳의 육체의 밥통이 이어져 있다면 좋을 텐데. 으음, 그건 아닌가. 아휴~ 언데드들을 보관하는 아공간이 아닌 다른 아공간에서 버너와 냄비, 물과 라면을 꺼낸 뒤, 라면을 끓일 물을 데우면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현실에서 저녁을 거하게 먹었는데 지금은 이게 뭐냐. 끼이익! “헤헤헤! 역시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오빠, 하나 더 올려. 나도 먹게.” 창고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한나였다. 지난번 여덟 번째 실험실 폭발 사고 이후로 아주 잠시 동안 한나는 삐져서 나에게 말도 걸지 않았다. 하지만 곧 잭이 가져다준 마법서, 그중에서도 서모닝 학파의 마법서를 골라서 찾아갔더니 곧바로 화를 풀었다. 뭐, 실은 한나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금방 예전처럼 대했을 테지만, 항상 내가 먼저 사과하러 간다. 한나는 나에게 귀여운 동생이니까. 그리고 토라져 있는 한나를 보면 왠지 나도 모르게 화를 풀어주고 싶어졌기에 내가 먼저 굽히고 들어간 것이다. 창고 안에 들어온 한나는 내 앞에 놓인 라면 냄비 앞에 앉았다. 한나는 용케도 내가 이쯤에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온 것이다. 그간 나와 많은 시간을 보낸 이가 한나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후, 한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현재 어떻게 지내는지 학교생활은 재미있는지 등등. 요즘 들어 나도 마법 수련과 실험에 빠져서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주지 못했고, 둘이 대화를 거의 하지 못했기에 여러 가지로 할 말이 많았다. 학교에서는 별로 특별한 일이 없다고 한다. 가끔씩 남학생들이 치근덕거리기는 했지만 얼마 못 가서 자기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음, 역시 데스 나이트들이 일(?)을 잘 하고 있군. 또 서모닝 학파에서 사람이 찾아와 자신들의 학파에 들어오지 않겠냐고 말했단다. 파격적인 조건들까지 제시하면서 말이다. 사실 한나는 내가 네크로맨시 학파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처럼 서모닝 학파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마법사다. 원래대로라면 관심을 가지지 않고 가만히 두겠지만, 한나는 나의 동생. 동시에 불과 17세의 나이로 5써클 마법사가 된 인재이니 자신들의 학파로 끌어들이려고 한 것 같았다. 파격적인 조건 중 첫 번째가 다름 아닌 서모닝 학파의 학파주, 즉 탑주의 제자로 영입시켜준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한마디로, 앞으로 자신을 이끌어줄 스승을 소개해주겠다는 말이다. 이는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다음 대 탑주의 후보가 된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한나가 6써클에 오를 때까지 무상으로 모든 것을, 그러니까 마법서를 비롯해 실험실과 실험재료, 게다가 자금까지 모두 대주겠다는 소리였다. 이런 파격적인 조건에도 한나는 거절한 것이다. 나는 한나에게 어째서 그런 좋은 조건을 거절했냐고 물었다. 이런 질문에 한나는 실실 웃으면서 내 팔에 엉겨 붙으면서 말했다. “헤헤헤, 그거야 아주 간단하지. 그 아저씨들이 제시한 것들은 모두 오빠가 가지고 있잖아. 오빠, 앞으로도 잘 부탁해. 헤헤헤!” 그렇다면 죽을 때까지 나에게 붙어 있겠다는 소리! 이거야 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했다. 식사를 마친 뒤, 한나는 잠을 자러 침실로 향했다. 한나에게 물어본 결과, 한나가 자신의 방에서 나왔을 대 본 시계는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오후가 아닌 오전, 그러니까 새벽 2시 말이다. 사실 마법사에게 잠은 낭비다. 그러나 잠을 안 잘 수는 없으니 극히 짧을 뿐이었다. 한나는 새벽 2시까지 내가 가져다준 마법서를 읽었다고 한다. 내일도 수업이 있을 텐데. 이제야 자러 가는 한나를 보며, 한나도 어엿한 마법사가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나가 나간 뒤에서 나는 창고에 남아 있었다. 잭이 가져다준 마법서들을 읽기 위해서였다. 그 마법서들은 모두 잭이 먹어버린 뱀파이어 후작과 잭에게 종속된 뱀파이어들이 가지고 있던 것들이다. 모두 몇백 년 전의 것들이고 하나같이 귀했다. 그러니 그런 마법서들을 안 읽어볼 수는 없지 않은가. 다행히 이곳, 지하 창고는 그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마법서를 볼 수 있고, 도시에 실험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니 내겐 제격의 장소였다. 그렇게 나의 마법 공부는 다시 시작되었다. “이거 난감한데.......” “도대체 어떤 초대장인데 그래?” 한나와 라면을 끓여먹고 나서 밤을 새가며 마법서를 읽은 지 한참이 지난 후, 그러니까 거의 점심때가 다 되어서 지하 창고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우리 저택에 있는 하녀들과 하인들이 저택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매우 다급하면서도 필사적인 표정으로 무엇인가 찾는 듯한 그들의 진귀한 모습에 흥미가 느껴졌다. 그러던 중, 마침 나를 지나쳐가던 한 하인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나를 쳐다보고는 크게 소리쳤다. “주인님이 여기 계십니다!!!” 그러자 우르르 몰려오는 하녀와 하인들. 이어 그들의 맨 앞에 선 집사로부터 내뿜어지는 위압감은 상당해서 나도 모르게 망령들로 실드를 칠 정도였다. 저택의 모든 하녀와 하인들, 그리고 집사조차 혈색이 창백해질 정도로 뛰어다니며 찾은 것은 바로 다름 아닌 ‘나’였다. 그리고 마침내 현재 내 손에 들린 한 장의 초대장이 바로 저택의 모든 하녀들과 하인들을 몸져눕게 한 원인이고 말이다. 하~아, 이거 정말 난감한데. “오빠!” “직접 봐라.” 나는 손에 들린 초대장을 한나에게 넘겨주었다. 초대장을 넘겨받은 한나는 맨 위부터 천천히 시선을 주며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고, 끝에 이르자 나의 예상대로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잠시 동안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편지의 끝에 있는 문장을 볓 번이나 확인했다. “오, 오빠! 이, 이건......” “그래, 황제의 친필 초대장이야.” 그렇다. 저택의 모든 하녀들과 하인들, 그리고 집사조차 나를 찾기 위해서 뛰어다니게 한 초대장을 보낸 자. 그는 바로 로시아 제국의 황제, 제이크리트 폰 에이하르트 황제였다. 처음 편지를 봉합하는 밀랍의 문장은 확인할 겨를도 없이 개봉해야 했기에 볼 수 없었지만, 편지를 읽고 마지막 아랫부분의 명확하게 찍혀 있는 문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른쪽에는 사자가 왼쪽에는 그리폰이 몸을 일으킨 상태에서 포효하고 있고, 그 사자와 그리폰 사이에 겹쳐져 있는 3개의 검과 3개의 탑. 이는 바로 로시아 황가의 문장이었다. 3개의 검은 로시아 제국의 3대 공작, 즉 제국 건국 때부터 소드마스터를 배출해온 3대 공작가를 이른다. 그리고 3개의 탑은 로시아 제국에 존재하는 3개의 학파의 마탑, 즉 네크로맨시 학파와 서모닝 학파, 그리고 인첸터 학파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이 문장은 오직 로시아 제국의 황가에서만 사용하는 문장으로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에 들어온 뒤에 알게 된 것이었다. 황가의 문장이 찍혀 있는 초대장, 아니 정확히 서신이라고 해야 옳았다. 서신의 내용은 쓸데없는 부분을 제외하고 요점만 말하자면 일방적인 통보였다. <이번 임페리얼 블레싱(Imperial Blessing)에 참여하라. 참가하지 않으면 각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임페리얼 블레싱. 이것은 나도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이 임페리얼 블레싱이란 무엇일까. “오, 오빠! 이거 저, 정말이야? 오빠한테 임페리얼 블레싱에 참여하라는 게?” “보다시피. 그런데 넌 임페리얼 블레싱이 뭔지 아니?” “오빠, 그게 뭔지 몰라?” 이후 한나를 통해서 나는 임페리얼 블레싱이 어떤 것인지 들을 수 있었다. 임페리얼 블레싱. 이것은 로시아 제국에서 5년에 한 번 열리는 성대한 무투회(武鬪會)이자 대축제이다. 그야말로 현실의 로또와 마찬가지였다. 다시 말해, 노예가 단번에 평민이 되거나 귀족이 될 수 있고, 평민이 귀족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이 임페리얼 블레싱은 단어 뜻 그대로 ‘황제의 축복’이다. 이 무투회에서 두각을 보인 이는 노예건 평민이건 상관없이 모두 등용되어 귀족이 된다고 하여 그렇게 부른 것이다. 노예조차 참여가 가능한 무투회. 이것이 바로 임페리얼 블레싱이었다. 여기까지가 간단하게 한나에게 들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것에 대해서 더욱 많은 궁금증이 느껴져 이후에 집사님을 불러 좀 더 자세히 물어보았다. 내 저택의 집사님은 이미 연세가 예순에 가까우신 분. 그만큼 오래 사셨고, 그렇다면 임페리얼 블레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잇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역시나 집사님은 한나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임페리얼 블레싱은 무투회이지만, 이 안에서 다섯 부문으로 갈라진다고 한다. 첫 번째는 노예와 평민들이 주로 참여하는 브론즈 토너먼트다. 이것은 원래 다른 이름으로 불리던 무투회가 임페리얼 블레싱이라 불리게 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부분이라고 한다. 브론즈 토너먼트는 검을 익힌 일반 평민, 즉 용병들과 투노예, 그러니까 도박 무투장에서 자신의 모숨을 걸고 매일같이 전투를 벌이는 노예가 참여하는 대회이다. 이 대회에서 상위권에 들 경우에 평민은 최소 기사에서 남작의 작위를 받아 귀족이 되고, 투노예는 기사의 작위를 받아 준귀족이 될 수 있다. 평민이 이 대회에 참가하려면 간단한 시험만 치면 되지만, 노예, 즉 투노예의 경우는 다르다. 투노예가 브론즈 토너먼트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 그것은 바로 목숨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투노예 중에는 태어날 때부터 노예인 자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자도 있다고 한다. 그들은 귀족 혹은 평민이었다가 죄를 지어 신분이 노예로 전락한 자들이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브론즈 토너먼트에 참가한다고 한다. 투노예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참여하면서 평민들과 마찬가지로 시험을 봐야 한다. 만약 시험에 떨어지게 되면 그들은 바로 처형당하고, 설사 대회에 나간다 하더라도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패배하게 된다면 역시나 목숨을 내놔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두각이란, 당연히 상위 입상을 말하는 것이다. 노예에서 단번에 귀족이 될 수 있지만, 지게 된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대회. 그것이 바로 브론즈 토너먼트였다. 다섯 부문 중 두 번째 부문은 마법사를 위한 것이다. 일명 메지션 토너먼트. 마법사라면 어떤 이든 상관없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였다. 물론 대륙에서 금지하는 흑마법을 사용하는 흑마법사는 안 되지만 말이다. 매지션 토너먼트는 오직 순수한 마법만으로 대결을 펼치는 것으로, 역시 두각을 보이게 되면 황실에 속하게 되는 황실마법사가 되거나 귀족 작위를 받고 귀족이 될 수 있다. 이 토너먼트에는 대륙에 존재하는, 여러 학파에서 추방된 마법사, 혹은 범죄를 저질러 쫓기는 도망자 마법사, 그리고 어떤 학파에도 속하지 않은 떠돌이 마법사들이 참가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거의 대부분이 2써클에서 4써클 사이의 마법사들로, 아카데미 학생들과 각 학파의 제자들이 경험을 쌓기 위해서 많이 참여한다고 한다. 이는 오래전부터 그래 왔기에 암묵적으로 5써클 이상의 마법사들은 출전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 세 번째 부문은 역시 마법사들을 위한 토너먼트이지만 색깔이 좀 다른 토너먼트였다. 오직 네크로맨시 학파와 서모닝 학파만을 위한 투 타워 토너먼트가 바로 그것이다. 네크로맨시 학파와 서모닝 학파. 이 두 학파 모두 전쟁 같은 대규모 전투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학파이고, 그런 두 학파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바로 투 타워 토너먼트였다. 이것은 앞서 말한 메지션 토너먼트와 다르게 3인 1조로 팀을 이루어 전투를 벌이는 대회였다. 투 타워 토너먼트는 임페리얼 블레싱의 다섯 부문 중 두 번째로 유명한 부분인데, 이는 바로 네크로맨시 학파의 네크로맨서들이 소환하거나 제작한 언데드들과 서모닝 학파의 서머너들이 소환한 자들이 서로 맞붙기 때문이다. 이렇게 각자 자신의 소환수를 이용하여 대규모 전투를 벌이는 대회가 바로 투 타워 토너먼트였다. 오래전부터 열린 투 타워 토너먼트는 네크로맨시 학파와 서모닝 학파의 열띤 경쟁으로 가장 볼 것이 많은 대회라고 한다. 다음 네 번재 부문은 오직 귀족을 위한 부문으로, 일명 골드 토너먼트라고 한다. 준귀족 이상의 신분을 가지는 기사나 귀족의 자제, 혹은 귀족이 참여하는 대회다. 그런데 이 대회는 임페리얼 블레싱의 다섯 부문 중 가장 인기가 없는 부문이라, 평민들은 대부분 앞서 열리는 다른 토너먼트를 구경한 뒤에 쉬는 시간쯤으로 여긴다고 한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다섯 번째 부문이자, 그야말로 임페리얼 블레싱의 꽃이라 불리는 부문. 그것의 이름은 바로 임페리얼 토너먼트였다. 임페리얼 토너먼트는 앞서 열린 네 부문의 4강, 그러니까 준결승전에 오른 자들이 참여하는 대회로, 제국의 인재들과 제국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회라고 한다. 임페리얼 토너먼트는 대부분 투 타워 토너먼트의 우승팀 혹은 준우승팀이 최종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다고 한다.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것이, 투 타워 토너먼트의 우승팀과 준우승팀은 말 그대로 팀이니 각기 다른 토너먼트에서 우승했다고 하나, 혼자서 3명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러나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25년 전, 임페리얼 토너먼트의 상식을 깬 자들이 있었는데, 바로 로시아 제국의 개국 공신이자 지금까지 소드 마스터를 배출하고 있는 세 공작가의 자제들이라고 한다. 이들, 세 공작 가문은 25년 전에 임페리얼 토너먼트에서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차지하여 개국 공신 가문의 저력을 보여줬다고 한다. 이는 매 25년 내지는 30년마다 반복되고 있는데, 이번이 딱 25년째라 현재 공작 가문의 자제들에게 모든 수도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고 한다. 황제는 나에게 그런 임페리얼 토너먼트에 참가하라고 직접 서신을 보낸 것이다. 친필과 함게 황가의 문장이 찍힌 서신으로 말이다. 대륙에 존재하는 두 제국 중 한 제국의 황제가 친필로 보낸 서신이라면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법. 결국 참여해야겠지. 나는 갑자기 골치가 아파왔다. “저... 집사님, 임페리얼 블레싱은 언제 시작되죠?” “임페리얼 블레싱은 벨체레이어 아카데미의 기말 시험이 끝남과 함께 시작됩니다. 그리고 임페리얼 블리싱이 끝남과 동시에 벨체레이어 아카데미의 여름 방학이 시작되죠. 앞으로 두 달하고 보름 정도 남았습니다, 주인님.” 두 달하고 보름이라. 음, 아직 여유가 있군. 앞으로 바빠지겠는데. 임페리얼 토너먼트라...... 왠지 모르게 기대가 되는걸. “와아아아!” “죽여! 죽여라1” 크아아아아!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에는 총 5개의 지하 무투장이 존재한다. 이는 모두 도박 무투장이며 제국에서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운영하는 무투장이었다. 5개의 무투장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인 글로리의 북부. 이곳, 글로리의 그림자라 불리는 북부 무투장에는 오늘도 사람들의 광기가 가득한 외침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무투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가장 하층에 존재하는 뒷골목 건달에서부터 시작해서 신분을 속이고 이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 온 귀족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광기를 표출하고 있었다. 그 살벌한 무투장 중앙에서는 무장한 투노예 3명과 5마리의 오크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사투를 벌이고 있는 무투장에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살아 있던, 살기 위해서 무기를 휘두르던 인간과 오크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채 식지도 않은 피와 혈향은 무투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인간과 오크들의 이성뿐만 아니라, 관전하고 있는 모든 이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마음에 드십니까, 주인님.] [좋아! 아주 좋아! 이곳 정말 재미있어. 살기 위해서 죽이고자 하는 살기! 피와 혈향에 이끌려 흘러넘치는 광기와 원한 어린 망령들의 통곡! 좋아! 아주 좋아! 이런 곳이 있다니. 정말 네 말을 따르기 잘했는걸.] [과분한 칭찬, 감사드립니다.] 펠은 고개를 숙였다가 들며 무투장의 혈투를 보며 좋아하는 자신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자시의 주인. 그 무엇보다 순수하면서 또한 그 무엇보다 사악하고 잔인한 이, 그리고 누구보다 강한 힘을 지닌 자. 그런 이가 바로 자신 앞에 있는 주인이라고 펠은 생각했다. 지금 무투장에서 싸우고 있는 자들과 오크들. 솔직히 그들의 힘은 약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있는 모든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그들만 해도 자신이 나서기만 하면 10분 내로 모두 학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주인이라면 나서는 즉시 끝난다. 펠은 그렇게 생각했다. 펠의 주인인 그가 지금 무투장의 혈투를 보며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무투장 전테에서 느껴지는 순수한광기와 살아남기 위해서 남을 죽이려 하는 그들의 순수함에 기뻐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이었다. 그런 자신의 주인을 보며 펠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신이 주인의 지루함을 덜어준 동시에 주인의 명을 지켰다는 만족감으로부터 나오는 미소였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생사를 건 혈투는 결국 끝이 났고, 사람들은 내일 시작될 새로운 아침을 위해 휴식을 취하러 각자의 보금자리로 떠나갔다. [아쉽다. 이렇게 재미있는 걸 하루 종일 하지 않는 거지.] [그거야 하루 종일 계속 보다보면 금방 질려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주인님.] [맞아! 그랬지. 이거 내일이 기다려지는데.] 잠시 주인의 눈에 이채가 스치는 걸 펠은 볼 수 있었다. “자네, 그거 아나?” “응? 그거라니?” “역시 모르는구만! 이번 임페리얼 블레싱에 우리 북부 무투장의 기대주! 도살자 퓬이 참가한다고 소문이 쫙 퍼졌어.” “도살자 퓬이! 이거 정말 기다려지는구만!” 나가면서 주고받는 두 중년인의 대화를 펠과 그의 주인도 역시 들었다. 임페리얼 블레싱, 그것이 뭔지는 모르지만 펠의 주인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곳이 이곳, 무투회보다 재미있는 곳일 것이라는 것을. [펠.] [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부탁해. 키키키! 중간계는 너무 재미있는 것 같아.] 데스 마스터(Death Master). 이것은 바로 네크로마스터의 다음 경지. 그랜드 소드 마스터와 8써클 대마법사와 비견되는 경지가 바로 데스 마스터의 경지다. 하지만 그들보다 오르기 힘든 경지다. 그 이유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와 8써클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른 이들의 수보다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이가 극히 적기 때문이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나 8써클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른 이들은 후학들을 위해서, 또는 자신이 이룬것을 사라지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자신이 얻은 깨달음을 남긴다. 그렇기 때문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나 8써클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르는 이가 꾸준하게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자는 매우 적다. 개중에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이도 있고, 설령 알려졌다 하더라도 모두 악명으로 높았기에 그들의 깨달음을 기록한 마법서나 책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전무하다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데스 마스터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나 8써클 대마법사와 비슷한 경지로 알려졌음에도 훨씬 오르기 힘든 경지가 된 것이다. 그런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그것도 악명으로 이름이 알려진 것이 아닌 그저 우리 네크로맨서들 사이에서만 알려진 데스 마스터가 있다. 그 이름은 바로 베이트로이 게이시스. 네크로마스터의 경지를 넘어서 죽은 자들의 주인,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이였다. 그 이름을 접한 것은 복사본이긴 하지만 처음 구입한 마법서, 그것도 네크로맨서 입문서에서였다. 책을 통해서 스스로가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고, 그 경지를 넘어선 또 하나의 경지인 모든 죽은 자들ㄹ의 군주, 데스로드(Death Lord)를 언급한 자! 솔직히 나는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란 인물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만약 잭이 가지고 온 마법서 중에 있던 네크로맨시 입문서가 내가 최초로 접한 마법서의 진본이 아니었다면 기억해내지도 못했을 인물이다. 잭이 가져다준 마법서를 살피던 도중에 발견한 두 권의 입문서. 그것을 모두 쓴 이가 바로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란 인물이었다. 처음에는 둘 다 똑같은 것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두 권은 각각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일단 한 권은 내가 사본을 통해 접한 네크로맨서 입문서의 내용과 완전히 똑같았다. 하지만 다른 한 권은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앞서 한 권이 갓 네크로맨서에 입문한 자를 위한 것이라면, 다른 한 권은 숙련된 네크로맨서를 위한 참고서였다. 어떤 방법으로 망령을 다루면 좀 더 원활하게 다룰 수 있는지, 그리고 어느 곳, 어떤 지형에 가면 망령들이 있는지, 그밖에 저주에 대한 대처법과 반대로 저주를 확실하게 거는 법 등 다양한 방법들이 적혀 있었다. 개중에는 알고 있었던 것도 있었지만 몰랐던 것들이 더욱 많았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자신의 망령을 풀어주는 방법이었다. 그 방법은 내가 알아낸 망령을 영혼석으로 만들어 신관의 신성력으로 정화하여 강제 성불시키는 것과 전혀 다른 방법이었는데, 그 방법은 바로 망령의 한(恨)을 풀어주는 것이었다. 망령이란 존재는 죽은 뒤에도 이 세상에 한이나 미련 같은 것이 남아 평범한 영혼이 변화한 것이다. 처음 망령이 된 영혼은 생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전에 가지고 있던 기억 중 인상이 가장 강한 기억만 남게 되는 것이다. 책에서는 대부분 강한 인상으로 남은 기억이 미련이나 한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풀어주게 되면 망령은 평범한 영혼으로 되돌아가고 성불하게 된다고 한다. 물론 망령의 미련과 한을 풀어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망령으로 화한 지 오래된 영혼일수록 남아 있는 기억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힘들단다. 거기에 망령들이 가지는 미련과 한 중에는 절대로 풀어줄 수 없는 것들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망령들은 시간이 지나게 되면 미련과 한이 극대화되어 망령들이 하나로 뭉쳐지거나, 산 자나 대지로부터 생명력을 빨아들여 힘을 키우는 방법으로 언데드가 된다고 한다. 초급 네크로맨서를 위한 입문서와 상급 네크로맨서를 위한 참고서, 이 두 권을 상중하로 따지자면 상권과 하권이었다. 책을 모두 읽은 뒤, 나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두 권이 상권과 하권이면 과연 ‘중’에 해당하는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말이다. 그 후, 나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잭이 가져다준 마법서에서 베이트로이 게이시스가 쓴, 중권에 해당하는 책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역시나 잭이 가져다준 것에는 중권에 해당하는 책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쉬운걸. 과연 그 중권에는 어떤 내용이 있을지 궁금했는데. 똑똑! “들어와요.” “주인님,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께서 방금 도착하셨습니다. 하녀들을 시켜 두 분을 응접실로 안내해드렸습니다.” “아, 고마워요. 집사님.” 집사님은 곧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방을 나가셨다. 오늘은 바로 벤마이오트님, 젯맨토님과 두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만나 마법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었다. 그리고 이번이 우리 집 차례였다. 두 분과 나누는 대화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아시다시피 나의 경지는 순식간에 이루어진 것이기에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 그런 나에게 기초부터 천천히 쌓아 지금의 경지에 이르신 두 분과의 대화는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나도 그분들에게 도움만 받은 것은 아니다. 두 분의 말씀에 따르면 말이다. 대화가 끝나고 나면 두 분은 항상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해주신다. 그래서 어느 날에는 직접 물어본 적도 있다. 정말로 내가 두 분께 도움이 되었냐고 말이다. 나의 이런 질문에 두 분은 웃어 보이시곤 했다. 하루는 벤마이오트님께서 나에게 이런 말을 하셨다. “일정한 경지에 오른 이들은 말이네, 같은 경지에 오른 이들과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깨닫지. 전에는 이 친구와 나만 대화를 나누었고 그때도 많은 것을 깨달았지. 그런데 여기에 한 명이 더 추가됐으니 더욱 많은 걸 깨닫지 않겠는가.” 이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두 분과 대화를 나누며 오직 나만 가르침을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느 부분인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가 한 말이 두 분에게 도움이 된 것이다. 이후 나는 초조해하지 않고 두 분을 만나러, 혹은 맞이하러 갈 수 있었다. 맞다!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에 대해서 혹시 알지도 모르니까 이번에 한번 물어보자! 나는 두 권의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마법서를 챙겨서 응접실로 향했다. “오오! 한스 군, 왔는가!” “왔군.”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응접실 창가에 서서 차를 마시며 밖을 내다보시던 벤마이오트님은 내가 들어오자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젯맨토님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무뚝뚝하게 나를 맞아주셨고 말이다. “호~오! 그간 깨달음을 얻은 것이 있었던 모양이군. 뭔가 달라졌어. 축하하네!” “축하하네.” “아하하! 감사합니다.” 벤마이오트님은 조금이지만 내가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며 뭔가 달라졌다는 말과 함께 축하해주셨고, 역시나 젯맨토님도 축하해주셨다. 확실히 마족 도플과의 전투는 나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것으로 인해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 뭔가 달라졌던 모양인데, 그것을 두 분이 알아채고 함께 기뻐해주신 것이다. 이후 소파에 앉은 우리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는 매번 한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지난번에는 망령형 언데드라는 막연한 주제로 거의 6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번 이렇게 만나면 저녁때까지 4시간 내지 6시간 이상 이야기를 나눈다. 사실 나도 처음 두 분이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나 스스로가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수다를 떨 수 있다는 데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 지금이야 익숙해졌지만 말이다. “어서 앉도록 하게. 오늘도 할 이야기가 많으니까. 참! 오늘 저녁은 먹고 갈 것이네.” 끄덕! “얼마든지요. 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보여줄 게 있다고?” “예. 바로 이것입니다.” 나는 챙겨온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네크로맨서 입문서와 상급 네크로맨서를 위한 참고서를 꺼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내가 두 권의 책을 내려놓자 잠시 책을 살펴보던 두 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평소에 거의 표정의 변화가 없던 젯맨토님까지 놀란 표정을 지으셨다. 두 분의 얼굴에 서린 것은 놀라움과 부러움, 그리고 경악스러움이었다. 두 분은 한참 동안 책을 살펴보셨고, 나는 두 분이 책을 모두 다 보실 동안 조용히 있었다. 잠시 후, 두 분은 책을 다시 탁자에 내려놓으셨다. “한스 군, 이 책을 어떻게 구한 건지 가르쳐줄 수 있겠나?” “그것이........” “뜸 들이지 말고 어서 말하게!” 평소에 무뚝뚝한 젯맨토님이 큰 소리까지 치시면서 재촉을 하고 계셨다. 그 기세에 놀란 난 나도 모르게 스승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두 분은 역시나 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시면서 수긍하셨다. “후~우! 한스 군, 미안하네. 큰 소리를 질러서. 그나저나 정말 놀랍군. 네크로맨서의 아버지,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유산 진본이라니........” “그러게 말일세. 세상에, 진본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다니! 정말 여한이 없네.” “네크로맨서의 아버지라니요?” “설마... 자네, 모르는 건가?” 네크로맨서의 아버지, 베이트로이 게이시스. 과거 네크로맨서들이 흑마법사와 함께 대륙의 공적으로 숨어살던 시대에 수많은 이들의 핍박 속에서도 결코 일반 사람은 죽이지 않고, 오직 죄인만을 죽여 네크로맨서로서의 성인이라고까지 불렸던 이. 제국의 인정을 받고 현재의 네크로맨시 학파가 있게 만들었던 자. 네크로맨서의 아버지라는 이름과 함께 죽은 자들의 주인이란 이름의 데스 마스터란 이 두 이름으로 지금까지도 모든 네크로맨서들의 머릿속에 인식되어 있는 자가 바로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라고 한다. 베이트로이 게이시스. 그는 내 생각 이상으로 엄청난 자였다. 현재의 네크로맨시 학파가 있게 만들었다는 소리를 듣는 자라니. “그렇게 대단한 자였군요.” “나는 오히려 자네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네. 그분의 진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분에 대해서 모르다니 말이네.” “에... 그거야 스승님께서는 책을 주시기만 하셨을 뿐, 아무것도 가르쳐주시지 않으셨는걸요. 저도 저자인 베이트로이 게이시스가 누군지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긴 했지만 스승님은 그냥 극단적인 똘똘이가 써서 남긴 것이라고 하셨는걸요.” “극단적인.......” “똘똘이.......” 나도 모르게 한 거짓말에 두 분은 멍한 표정을 지어 보이셨다. 어째 갈수록 거짓말만 늘어가는 나였다. 잠시 후, 두 분은 정신을 차리신 뒤 두 눈을 반ㅉ가이면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셨다. “자네.” “예, 예?” “자네 스승님이시라는 분 정말 심상치 않으신 분이군. 그 망자의 의지라는 약도 그랬지만, 네크로맨서의 아버지이신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님을 마치 ‘알고 지낸 사이’처럼 말하시는 것을 보니 말이네.” “혹시... 우리들과 만남을 주선해줄 수는 없겠는가. 아주 잠깐! 아주 잠간이라도 좋네! 그분과!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해주게! 이렇게 부탁하네!” 나의 두 손을 잡고 간곡히 부탁하시는 젯맨토님과 간절한 눈빛을 보내시는 벤마이오트님을 보며 나는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는 내가 한 거짓말로 인해서 큰 곤경에 빠지게 된 것이다. 나는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재빨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고, 스승님께서 어떤 이유에서 떠난다는 편지 한 장만 남기고 사라지셔서 어디에 가셨는지 모른다고 얼버무렸다. 그리고 스승님의 성함을 묻는 두 분에게 나는 항상 스승님이라고만 불렀기에 스승님의 성함을 모른다고 계속 거짓말을 했다. 거짓말. 이는 마법사로서는 치명적인 것이다. 마법사는 언어로서 자연의 힘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자. 마법사가 궁극에 이르면 언령을 얻게 된다. 이 언령에 이르기 위해서는 말을 이해하고 무엇보다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한마디로, 나는 언령을 얻기에는 글렀다는 말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언어로서 자연의 힘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마법사가 아닌 생명으로써 죽음을 이해하고 불노불사를 꿈꾸는 네크로맨서이니 말이다. 나의 대답에 두 분은 굉장히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셨다. 네크로맨서의 아버지,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를 알고 지낸 사이처럼 말하고 고작 20대의 나이에 네크로마스터를 키워낸 자. 이 가상의 인물을 만날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내가 두 분 앞에 꺼낸 책으로 인해서 이번 주제는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로 정해져버렸고, 우리 세 남자들의 수다는 다시 시작되었다. “후~우!” 캡슐에서 나온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잭에 의해서 나의 손에 들어온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유산. 그는 모습을 감추기 전에 총 1백 권의 책을 남겼다고 한다. 그중 50권이 네크로맨서 입문서이고, 다른 50권을 상급 네크로맨서를 위한 참고서였다. 이 두 권은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네크로맨서의 아버지, 베이트로이 게이시스가 직접 집필한 것만으로도 큰 가치를 지니지만, 그 진정한 가치는 그가 1백 권의 책을 남기고 간 한 장의 쪽지에 의해서 정해졌다고 한다. 그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고 한다. <생명의 공백을 채우는 죽음을 이해하는 자, 나의 모든 것을 차지하게 되리라.> 이 글의 뒷부분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만, 앞의 생명의 공백을 채우는 죽음ㅇ르 이해하는 자란 글의 뜻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베이트로이 게이시스가 책을 남기고 사라졌을 때 그가 남긴 쪽지로 인해서 사람들은 1백 권의 책이 단서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 대 네크로맨시 학파뿐만 아니라 대륙에 존재하는 다른 학파의 마법사, 거기에 각 왕국의 권력자들까지 그의 책을 차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고, 그로 인해 흘린 피가 호수를 이루었다는 이야기까지 있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자 차츰 베이트로이 게이시스가 남긴 책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나왔지만, 그의 모든 것을 얻었다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책이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유산이라고 생각된 이유는 바로 두 권의 책의 공백이었다. 네크로맨서 입문서의 절반은 복사본과 마찬가지로 백지 상태였고 상급 네크로맨서를 위한 참고서도 역시 절반이 아무것도 없는 백지였지만, 입문서와는 달리 첫 장부터 절반까지가 백지였고 그 후에 글이 적혀 있었다. 입문서는 첫장부터 절반까지 글이 적혀 있고 그 뒤가 백지였는데 말이다. 책을 차지한 사람들은 그 공백에 어떠한 마법 처리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거기에 갖가지 실험을 했다고 한다. 마나를 주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약품처리, 네크로맨서답게 피 속에 담그기도 하는 등 갖가지 실험이 이어졌지만, 그 누구도 공백의 비밀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두 가지를 알아냈다고 한다. 바로 데스 마스터,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마법 수준과 그가 쪽지에 남긴 대로 그의 모든 것을 차지한 자는 개인의 힘으로 대륙의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벤마이오트님의 말에 의하면, 네크로맨시 학파가 제국에 인정받은 계기는 바로 세인트 제국의 각 교단에서 보낸 성기사를 비롯해 프리스트들과 신병(神兵)들로 구성된 군대, 그야말로 정예들로 구성된 성군(聖軍) 1만 명과 혼자서 대결하여 승리한 것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난 말도 안 된다고 말했지만 젯맨토님의 설명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지리적인 이점. 베이트로이 게이시스가 성군을 상대로 싸움을 벌인 장소는 지금은 지형이 변하여 없어졌고 이름조차 남아 있지 않지만, 그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이 티끌처럼 사라진 곳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네크로맨서로서 최적의 장소에서 싸움을 벌인 것이다. 다음으로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는 성군과 다르게 혼자라는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상대했던 성군은 각기 다른 여러 교단에서 파견된 이들로 구성되어 있었기에 긴박한 순간 지휘 체계가 무너져 제대로 지휘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혼자였던 그는 자신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따르는 데스 나이트와 리치, 듀라한 등 상급 언데드들로 성군을 상대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는 준비된 자였기에 이겼다고 한다. 이미 그는 세인트 제국에 의해서 성군이 조직되어 자신을 죽이려 할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장소를 선정하고 여러 가지 준비를 했고 결국 성군을 상대로 승리했다고 한다. 성군과 베이트로이 게이시스 개인의 대결로 대륙에는 이런 말이 퍼졌다고 한다. ‘네크로마스터가 한 명으로 이루어진 영지라면, 데스 마스터는 한 명으로 이루어진 왕국이다.’ 그는 성군과의 대결로 인해 자칫하면 대륙의 공적이 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더욱 이름ㅇ르 드높였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성군과의 전투가 끝난 뒤 자리에 남아 자신의 언데드에 죽음을 맞이한 신병과 성기사, 프리스트들을 손수 한 명씩 묻고 무덤마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란다. 그들의 명복을 빌면서 말이다. 애초 성군과 붙기 전부터 네크로맨서이지만 성자라고까지 불렸던 그였기에 그런 그의 행동은 평민들과 귀족, 그리고 성군을 파견한 세인트 제국의 일부 신관들조차 감동하게 만들었고, 그 일로 인해서 네크로맨시 학파는 로시아 제국의 인정을 받아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고 한다. 나는 아공간을 열어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유산을 꺼내들었다. 마법적인 처리가 되어 있어 불 속에 넣어도 그을리거나 타지 않고, 물에 넣어도 젖지 않는다고 하는 책. 그런데 어떤 마법 처리가 되어 있는지 현재까지 의문으로 남아 있다고 하는 두 권의 책. 이 책에 데스 마스터의 경지로 가는 실마리가 숨겨져 있을 것이 분명했다. 생명의 공백을 채우는 죽음을 이해하는 자라....... 나는 벤마이오트님께 들은 말을 되새기며 한동안 책을 바라보다가 다시 아공간을 열어 책을 집어넣었다.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보자고. 그보다 일단 지금 중요한 것은....... 꼬르르륵! 밥이다. “준비는 어떻게 됐지요?” “이미 포위망은 구축되었습니다. 중국 놈들 말로 하자면 천라지망이 펼쳐진 것이지요.” 치치직! [여기는 C조. 목표물이 F지검으로 이동 중.] “호~오. F지점이라면 이곳이군요. 잘됐군요.” 크어어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타난 목표물. 그것은 참으로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갖가지 동물의 신체가 한데 뭉쳐 있는 그 생물은 처음 보는 이라면 기겁할 만한 것이었다. 눈으로만 확인되는 동물의 종류만 하여도 10종류가 넘었다. 늑대와 사자, 호랑이의 머리, 독수리의 날개, 코끼리의 몸체와 다리 등 과언 어떻게 이른 생물이 나왔을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정말 미적감각이 꽝인 생물이로군요.” “사로잡도록 하겠습니다.” 방금 전까지 대화를 나누고 있던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 손을 앞으로 치켜들었다.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쾅! 크어어어! 아무것도 없는 공간. 그곳에 그 기괴한 생물이 무엇인가에 부딪친 것이다. 마치 투명한 벽에 부딪친 것처럼 말이다. 그 기괴한 생물이 곧 본능에 따라 방향을 틀어서 앞으로 달려갔지만 마찬가지였다. 쾅! 크어어어! 역시 보이지 않는 벽에 의해 기괴한 생물의 움직임은 멈추어졌다. 반대편도, 뒤쪽도 하늘도 마찬가지였다. 그 기괴한 생물은 갑자기 생성된 투명한 감옥에 의해 갇히게 된 것이다. 기괴한 생물은 상관없이 날뛰기 시작했고,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에 몸을 들이받기 시작했다. 쾅! 쾅! 쾅! 크어어어!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한참 동안 날뛰던 생물은 포기했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또다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던 생물의 몸이 녹기 시작한 것이다. 녹기 시작한 생물은 곧 마치 젤리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비록 시중의 젤리와 비교가 되지 않게 검었지만 말이다. 물론 모두 젤리처럼 변한 것은 아니었다. 마치 소화되다 만 것들처럼 동물들의 신체는 검은 젤리에 붙어 있었고, 점차 형체를 잃어가고 있었다. 마치 소화되어 가는 것처럼 말이다. “생포 완료. 이동을 위해서 압축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우우웅! 가자기 들려오는 진동음과 함께 방금 전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푸른 벽이 생겨났고, 그 벽들이 모여 검은 젤리, 아니 슬라임을 가두는 방을 이루고 있었다. 진동음이 계속될수록 벽은 갈수록 좁혀지기 시작했다. 대신 벽의 푸른색은 갈수록 진해졌고 갈수록 좁아지는 공간 안에서 검은 슬라임 역시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 소용없었다. 아까 보이지 않았을 때조차 깨지 못했던 벽을, 압축됨으로 인해서 더욱 견고해진 벽을 깰 수 있을 리 없었기 때문이다. 곧 압축된 푸른 방은 큰 개의 우리 정도 크기가 되었고, 검은 슬라임은 그 방에 맞게 가두어져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푸른 방이 조금씩 흔들림으로서 검은 슬라임이 저항하고 있음을 알려줄 뿐이다. “후후후! 결국 손에 넣었군요. 후후후!” 푸른 방, 결계를 만든 자 뒤에 서 있던 이가 검은 슬라임이 가두어진 결계 쪽으로 웃으며 다가왔다. 자신의 앞에 놓인 것, SS급 능력자 데스 마스터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자, 마족의 파편으로 추정되는 것이 자신의 손에 들어왔다는 것에 그는 미소 지었다. 드디어 지난번에 받았던 굴욕을 갚아줄 방법이 생긴 것이다. 그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결계에 손을 대고 미소 지었다. 그는 전 SWU 대외활동부 부장, 언데드 파라오와의 결전에서 상민에게 굴욕을 당했던 이! 현 가디언 미국 지부 총지부장 대리, 델 곤멜이었다. “오, 오늘 하루 여러분의 취재를 맡게 된 박혜미 기자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하하하! 그렇게 긴장하실 것 없습니다. 박혜미 씨라고 하셨죠?” “아, 예.” “오늘 시간 되시면 같이 차라도......” “네?” “형!!” 자기소개를 한 박혜미 기자님께 작업을 거는 제키 형을 급히 잡아당겼다. 형도 참 못 말린다니까. 물론 형이 한 행동이 긴장하고 있는 박혜미 기자님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는 것은 알지만, 아무래도 가만히 두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급히 형을 잡아당긴 것이다. 우리들끼리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현재 우리는 병원에 와 있다. 서울에 꽤 이름이 알려진, 나도 몇 번은 들어본 적 있는 병원이다. 병원에 오게 된 이유는 바로 불과 1시간 전쯤에 온 전화 때문이었다. 그 전화는 작은아버지로부터 온 전화였다. 나는 그때 아침을 먹고 바로 캡슐에 접속하지 않고 쉬는 중이었다. 전화의 내용은 이랬다. ‘할 일 없으면 나와서 봉사활동 좀 해라.’ 말 그대로 우리에게 봉사활동을 하라는 말씀이셨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병원에 와 있는 것이다. 원래 우리는 하나의 임무를 해결했기에 가디언의 요원 근무 수칙에 의해 SS급인 나는 3개월 동안, S급인 제키 형은 1개월 동안 긴급 임무, S급 임무가 아닌 이상 임무를 받지 않지만, 우리는 이렇게 또 긴급임무에 투입되었다. 이는 총지부장님이 바로 나의 작은아버지이기 때문이었다. 작은아버지의 은근한 협박으로 인해 우리는 가디언 한국지부의 이미지를 위해 병원으로 봉사활동을 온 것이다. 현재 우리 가디언 한국 지부의 이미지는 도플갱어 사건으로 인해 많이 실추되어 있는 상태다. 실추되어 있는 이미지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현재 가디언 중 가장 유명한 내가 이렇게 병원아 봉사활동을 하러 오게 된 것이다. 나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를 같이 붙여서 말이다. 물론 나만 온 것은 아니었다. 일단 나를 항상 따라다니는 라오도 따라왔고, 집에 혼자 있기 심심하다며 제키 형도 도시락을 싸가지고 따라왔다. 그리고 작은아버지에 의해 한 명이 더 일행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그 한 명은 프리스트. 신성력을 사용하는 능력자인 김 셀리나 양이었다. 오늘 우리가 병원에 파견된 목적은 정확히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우리 가디언 한국 지부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능력자들의 능력이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하도록 교두보를 만드는 것이다. 그 처음이 의학이고 말이다. 우리는 현재 응급실에 와 있다. 생명이 위급한 상태에서 들어온 사람의 생명을 마법을 통해 조금이나 연명시켜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응급실에 오는 이들 중에는 간단하게 마법을 통해서 치료할 수 있는 이가 있을 것이고, 그들을 치료하여 실추된 이미지를 어느 정도 회복시킬 의도도 이유에 섞여 있었다. 제키 형에게 잠깐 잔소리를 한 이후 나는 우리와 떨어져 있는 셀리나 양을 쳐다보았다. 셀리나 양은 나를 매우 싫어했는데 그 이유는 내가 네크로맨서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신관들에게는 나와 같은 네크로맨서는 있어서는 안 될 존재다. 신의 의지를 거스르는 존재, 죽되 산 자인 언데드를 다루는 자들이니 말이다. “저, 저기........” “아, 왜 그러시죠?” “저기 그 마스크 한 번만 벗어주시면 안 될까요?” “음, 그건 곤란한데요. 저도 사생활이 있으니까요. 정말 보기 원하신다면 보여드릴 수는 있어요. 다만 그 후 혜미 기자님의 기억을 지워야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아, 아닙니다. 됐어요.” 현재 나는 제키 형과 마찬가지로 야구모자를 쓰고 코 밑까지 가리는 마스크를 썼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마스크는 시중에서 파는 그런 마스크가 아니라 어쌔신들이 착용하는 것으로, 어깨부터 시작해서 목까지 모두 가리는 마스크였다. 나머지는 평상복이었다. 마스크만으로 부족해 일루젼 마법으로 외모를 바꾸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는 응급환자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30분이 지나고 있건만 아무도 실려 오지 않았다. 뭐, 응급환자가 없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러면 우리가 곤란해진다. 탁. 탁. 탁. “하~아! 정말 사람이 안 오네.” “뭐, 우리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이건 좋은 일이잖아. 다친 사람이 없다는 것 말이야.” “에이!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돌아다니자!” “돌아다니자니?” “말 그대로 병원을 돌아다니자는 소리야. 이렇게 한곳에 있는 것보다 병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할 일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야.” “그렇게 해요. 이대로 가면 왠지 기사를 쓰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거든요.” “으음, 하지만.......” “제가 이곳에 남을 테니 돌아다니십시오.”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우리와 떨어져 있던 셀리나 양이 말했다. 김 셀리나.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로, 금발에 검은 눈을 가진 미인인 그녀는 웃어 보이기까지 하며 말했다. “이곳은 저만으로 충분하니 다녀오세요.” “으음,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결국 셀리나 양에게 부탁하고는 응급실을 나섰다. 응급실을 나선 우리는 막상 어디로 가야 할지 경정을 내리지 못했다. “어디로 가야 하지?” “일단 막 돌아다녀보죠. 설마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겠어요.” 혜미 기자님의 말대로 우리는 일단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한참을 그렇게 다닌 우리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단지 의사를 비롯해 간호사들, 그리고 환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을 뿐이었다. 우리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외국인인 제키 형과 라오가 섞여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주된 원인은 나였다. 바로 내가 쓴 마스크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라! 병원에서 야구모자를 쓰고 특이한 마스크까지 한 사람이 돌아다니는 것을 말이다. 주목을 받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다. 그런 우리를 제지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 목에 걸려 있는 명찰 때문이었다. 병원 원장님이 발급해준 명찰로 인해 우리는 중환자실과 수술실 등 중요시설 몇 군데를 제외한 어디든 출입할 수 있었다.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우리가 한 일이라고는 병원에 입원해 심심해하는 어린아이들을 모아놓고 마법으로 쇼를 한 일밖에 없었다. 이도 잠시지만 말이다. 이나마도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하~아! 차라리 양로원이나 고아원에나 가라고 하시지. 스스스. “........” “응? 상... 데스야, 왜 갑자기 멈춰 선 거야?” “........” “야야야! 어디 가!” 갑자기 온몸을 휘감은 이 기운. 이는 익숙한 것이었다. 나는 그 기운이 느껴진 곳을 찾아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나를 부르는 제키 형의 부름조차 무시하고 말이다. 나를 따라오는 소리가 들려왔으니 문제될 것은 없었다. 내가 향한 곳은 암 투병자들이 있는 병동이었다. 이 병동에 짙게 서린 것. 그것은 바로 죽음이었다. 병동 앞에 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병동으로부터 느껴지는 죽음의 기운이 너무도 소름 끼쳤기 때문이다. 스스스. 또다시 내 몸을 휘감는 기운.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병동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무시하고 계속 걸어갔다. 그리고 곧 어느 병실 앞에 멈추어 섰다. 그 병실 안에서 유독 진한 죽음의 기운이 느껴졌다. 잠시 망설이던 나는 용기를 내어 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때마침 내 귀로 한 음성이 들려왔다. “운명하셨습니다.” 털썩. “아버지!” 하나의 생명이 사라졌다는 의사의 판정. 병실 안의 사람들은 내가 안에 들어온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큰 충격에 휩싸였다. 고인의 부인으로 보이시는 분은 그대로 주저앉으셨고 아들로 보이시는 분은 고인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울고 있었다. 이제야 편해지셨다는 듯이. 그때 나는 볼 수 있었다. 육체로부터 벗어난 고인의 영혼을 말이다. 고인의 영혼은 미소 지으며 울고 있는 아들을 보고, 주저앉아 통곡하는 자시의 부인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언을 못 남겨 아쉽겠지만 이제 가자.]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시선을 돌렸다. 그곳은 영혼의 옆. 그곳에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습의 저승사자가 서 있었다. 유...언을 못 남기셨다고? 나는 뒤를 돌아 저승사자를 따라가려는 고인의 영혼을 향해서 급하게 소리쳤다. “자, 잠깐만요!” “응? 당신은 누구십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명부의 사자이시여!” [...나 말인가?] 내 말에 처음 반응한 사람은 의사였고, 저승사자는 계속 나아가려고 하다가 뒤이어 내가 한 말에 뒤돌아섰다. 후~우! 다행이다. 나는 나를 막아서는 의사를 밀치고 저승사자에게 다가갔다. “우선 인사드립니다. 생명으로서 죽음을 이해하고 불노불사를 꿈꾸는 자, 명부의 사자께 인사 올립니다. 사정이 있어 이름을 밝히지 못함을 이해해주십시오.” “지금 허공에 대고 뭐하는 것입니까!” “자세한 것은 나중에 설명해줄 테니 기다리세요!” [오오! 나를 보다니! 그리고 생명으로서 죽음을 이해하고 불노불사를 꿈꾸는 자? 아, 누군지 알겠군. 그래, 나를 멈춰 서게 한 이유는 무엇인가?] 의사는 허공에 대고 말하는 나를 이상하게 보며 화를 냈고, 나는 나중에 설명해주겠다는 말을 내뱉고는 저승사자를 주시했다. 저승사자는 내 소개에 내가 누군지 알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자신을 멈추게 한 이유를 물어왔다. “이곳을 지나가던 도중에 저승사자께서 하신 말씀을 들었습니다. 사자께서 인도하시는 분께서 유언을 남기시지 못하셨다는 소리를 말입니다.” “여보! 여보 거기! 거기 있는 거예요?” [으음, 그래. 그게 무슨 상관인가.] “지금 무슨 쇼를 하는 거요! 정 간호사! 당장 경비원 불러서 이 사람들.......!” “잠깐, 잠깐! 잠시만 참아주쇼. 모처럼 내 동생이 좋은 일 하려니까.” 땡큐! 제키 형. 어느새 나를 쫓아온 제키 형이 나 대신 의사선생님을 제지했고, 덕분에 나는 말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그분이 가족 분들에게 유언을 남기도록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 그것이 정말 가능합니까!] [으음, 그건 곤란하네. 이자의 수명은 이미 다했고 육신 또한 죽음을 맞이했네.]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제발 허락해주십시오!” [제발! 저도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승사자님! 잠시 아주 잠시면 됩니다! 아주 잠깐만이라도 가족들과 대화를! 대화를 나누게 해주십시오!] [으음.]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영혼의 간곡한 부탁과 내 부탁으로 인해 저승사자는 고민하기 시작했고 병실은 순간 조용해졌다. [으음, 이번 기회에 잘 보여 놓는 것도 좋겠지. 높으신 분이 될지도 모르는 이니까.] “네?” [아, 아무것도 아니네. 내 아주 잠깐의 시간을 허락하지.] [크윽!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승사자는 잠시 홋잣말을 한 후 허락했다. 후~우! 다행이다. 나는 한숨을 내쉰 이후 고인의 영혼을 육체 옆, 내 옆에 서도록 했다. 이렇게 되자 나는 고인의 유가족들을 마주보게 되었다. 유가족들은 현재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시간이 없으니 어서 서둘러야겠군. “일단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 예......” “시간이 없으니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아주 잠시지만 고인과 대화를 나누도록 해드릴 수 있습니다.” “아, 아버지를 살려내실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살려내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아주 잠깐 동안 대화를 나누도록 해드릴 수 있을 뿐이죠. 고인께서는... 안되셨지만 이미 돌아가셨으니까요. 자, 시간이 없으니 마음의 준비를 해주십시오. 고인께서 준비해 주십시오.” [예.] 나는 잠시 뒤로 물라난 뒤에 고인의 영혼을 나의 양팔 사이에 있도록 한 뒤에 마나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번이 처음이긴 하지만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이 구해주신 마법서에는 아주 잠시지만 죽은 자의 육신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대화를 나누도록 해주는 주문이 있었고, 나는 지금 그것을 시전하려고 하고 있다. “삶과 죽음, 각기 그 끝을 맞대고 서 있는 것들이여. 나, 생명으로서 죽음을 이해하는 자, 불노불사를 추구하는 자로서 나의 영혼을 걸고 바란다. 그리고 원한다. 이 죽은 자의 영혼에게 마지막 유언을 남길 시간을 다오. 더 라스트 타임(The Last Time).” 우우우웅! 촤아아아앙! 휘이이이잉! 빛과 함께 고인의 영혼은 내 마나에 휩싸였고, 곧 마나와 함께 영혼이 육신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육신으로부터 빛이 나기 시작했고 이내 곧 빛은 사라졌다. 잠시 후, 다시는 떠질 것 같지 않았던 고인의 눈이 떠졌다. “커억!” “아, 아버지!” “여보!” 잠시지만 살아남으로 인해 크게 숨을 들이마시는 고인의 모습. 이것이 내가 기절하기 직전, 마지막에 본 장면이었다. <세상은 그로 인해 또 한번 놀랐다. 엄청난 언데드 대군을 거닐고 엄청난 수의 미이라 대군과 싸웠던 가디언 한국 지부 소속 SS급 능력자 데스 마스터로 인해 세상은 또 한번 놀랐다. 그가 보여준 아주 잠시 동안의 기적. 암투병자 김 모 씨는 한국 시간으로 16시 20분경에 사망하였으나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SS급 능력자 데스 마스터로 인해 4분 뒤 16시 24분경에 부활하였다. 당시 자리에 있었던 본 기자의 상황판단에 따르면, 병동을 지나던 SS급 요원 데스 마스터는 죽은 김 모 씨와 저승사자가 나누던 대화를 들었고, 김 모 씨가 유언을 남기지 못한 사실을 알고 나서게 되었다. 이는 본인이 직접 본 사실이다. 본인조차 그가 허공에 대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미친 사람으로 여겼다. 그러나 후에 벌어진 일과 뒤늦게 나타난 그의 동료들을 통해 그의 신분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벌ㄹ인 일! 그것은 아주 잠깐이지만 죽은 김 모 씨를 마법으로 부활시킨 것이다. 이는 본인이 SS급 요원 데스 마스터가 ‘마법’ 더 라스트 타임의 주문을 외우는 것을 눈앞에서 확인했다. 김 모 씨가 부활하는 순간, 데스 마스터는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김모 씨는 정신이 들은 뒤 제일 먼저 기절한 데스 마스터를 걱정했고, 본인과 간단한 인터뷰를 통해 데스 마스터로 인해 부활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부활한 김 모 씨는 그 후 유가족들과 30여 분간 시간을 보낸 뒤 잠든 것처럼 운명하였다.........> “이놈 봉사 활동하라고 보냈더니 사고를 쳤군.” 어제 함께 보냈던 셀리나에게 간단하게 보고를 받은 가디언 한국 지부 총지부장 호연지은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정말 조카 녀석만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반 시체로 만들어버렸을 텐데라고 그는 생각했다. 도플갱어 사건으로 인해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시키기 위해 보낸 것이긴 하지만 이것은 너무했다. 죽은 사람을 살려내다니 말이다. 또다시 시작될 열띤 취재진들을 생각하면 골치가 아팠지만, 상민을 떠올리면 미소가 떠올랐다. 자신의 조카의 능력이 그렇게 대단하다는 것에 놀랐고 동시에 기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그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그 원인은 바로....... 띠리리리! 띠리리리! 전화기의 구시대적이 벨소리였다. 이미지 회복을 위해 보낸 기자가 가지고 있던 캠코더로 촬영된 영상이 뉴스로 보도되면서 울리기 시작한 전화벨 소리. 도대체 어떻게 알아냈는지 기자들에게서 걸려오는 전화. 그는 또 전화번호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하며 전화선을 하나씩 뽑기 시작했다. 최근 자신의 일로 인해 예민해지신, 그리고 현재 잠들어 계신 마나님을 위해서. 가디언 한국 지부 총지부장 호연진, 절정 무인인 그도 결국 한 명의 중년 남자였다. 더 라스트 타임을 시전한 뒤에 기절하고 말았지만 나는 그때 느낄 수 있었다, 생명을... 그리고 죽음을. 내 몸으로부터 마나와 함께 빠져 나간 생명이 영혼과 함께 죽은 육신으로 스며들어, 육체를 점령하고 있던 ‘죽음’을 밀어내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단지 느꼈을 뿐이었다. 그것도 아주 잠깐 동안 말이다. 생명과 죽음. 그때 느낀 이 두 가지는 평소에 느꼈던, 그리고 느낄 수 있었던 것과는 달랐다. 뭐가 다른지 설명하라고 한다면 아무 말도 못할 것이다. 단지 다르다고 느낄 뿐이니까. 내가 깨어난 시간은 그로부터 5시간 뒤 밤이었다. 깨어난 뒤에 내가 기절한 소식을 듣고 집에 찾아온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누나를 진정시킨 뒤에 오랜만아 다 같이 식사를 하고, 가족들을 배웅한 뒤에 바로 캡슐에 들어가 이세계에 접속했다. 그리고 바로 명상에 들어갔다. 더 라스트 타임을 시전함으로써 한 경험. 그때 느낀 감각을 떠올리기 위해서 말이다. 죽은 육체에 머물러 있던 죽음. 그 죽음을 밀어낸 생명. 과언 죽은 육체에 머물러 있던 그 죽음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 죽음을 밀어낸 생명은 또 무엇이었을까. 나는 참으로 애매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었다. 죽은 육체이니 죽음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죽음은 죽음이니까 죽음인 거다. 머릿속은 갈수록 복잡해졌고, 나는 생각을 접기로 했다. 더 이상 계속하다가는 미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아직 나는 젊다. 깨달음에, 보다 높은 경지에 집착하여 현재를 잃는 실수를 범할 수는 없었기에 생각을 접었다. 물론 미련은 남았다. 다시는 이와 같은 기회를 잡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를 다독였다. 꼭 이번만이 기회가 아니라고, 다음번에 기화가 또 있을 것이라고, 오늘은 이번에 얻은 깨달음만으로 만족하자고 말이다. 그렇게 한참 동안 스스로를 다독인 뒤에야 나는 눈을 뜰 수 있었다. 눈을 뜨자 내 눈앞에 보인 것은 내 충직한 부하들, 내가 만들어냈고 내가 이름붙인 이들, 본마스터 셰인과 프로스트, 볼케이노, 빌리, 우라노스, 킬, 보를, 켈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뱀파이어 후작 잭. 이 모두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깨달음을 얻으신 것을 경하드립니다.] 일제히 소리치는 모두. 확실히 이번에 얻은 깨달음이 적지 않았다. 생명과 죽음. 이 두 가지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고, 덕분에 데스 마스터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되었다. 나는 이를 알고 축하해주는 모두를 보며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모두 고마워. 잭을 제외하고 모두 돌아가도록 해.” []마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깨달음을 얻는 동안 무방비 상태인 나를 보호하기 위해 소환되어 있던 이들 중 잭만 남겨두고는 모두 돌려보냈다. 깨달음을 얻는 동안 시간감각을 잃었기에 나는 일단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물어보았다. 잭의 말에 의하면 내가 명상에 들어간 뒤에 약 4일이 흘렀다고 한다. 휴! 다행이다. 역시 접속한 뒤에 명상에 들어가길 잘했네. 만약 현실세계에서 바로 명상에 들어갔다면, 나는 황제가 내린 명을 어기게 되고 당연히 황명을 거부한 죄로 처형되거나 도망자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에 얻은 깨달음을 정리해보았다. 일단 죽음을 밀어낸 생명. 그것이 내 육체에, 아니 살아 있는 모든 것에 존재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생명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내 육체에 존재하는 생명을 조금 끌어 모아보았다. 우우우웅! 손에 모아진 생명! 이는 매우 순수한 힘, 순수한 에너지였다. 오랫동안 유지하고 살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 몸속에 존재하는 생명을 임의로 손위에 끌어올림으로 해서 엄청난 피로가 누적되었기 때문이다. 일단 손으로 이동시킨 생명을 제자리로 되돌린 이후 나는 침실로 향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망상과 방금 전 임의로 생명을 이동시킴으로 해서 쌓인 피로로 인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침실에 도착한 뒤 그대로 침대에 뛰어들었다. 진정 오랜만에 느껴지는 피로. 오랜만에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 키키키키! 슈우우우! 캬캬캬캬! 마계. 그 드넓은 대지에 언데드들이 모여 있는 망자의 대지라 불리는 대지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 그 변화는 그림자, 어느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그림자로부터 시작되었다. 망자의 대지 하늘을 수놓았던 레이스와 와이트와 함께 하늘을 수놓은 그림자. 그것들은 바로 쉐이드들이었다. 그림자 마물 쉐이드. 보통 마족이 다루기에 언데드이기보다는 마력으로 인해 탄생된 그림자 마물로 알려진 쉐이드. 그들이 망자의 대지에서 탄생하고 모여 하늘을 수놓고 있는 것이다. 하늘을 수놓은 쉐이드들을 보며 언데드들의 수뇌부, 데스 마스터 스칼런과 스켈레톤 킹, 아크리치와 엘더 벤시, 듀라한 로드와 좀비 로드는 모두 기뻐하고 있었다. 그림자의 일족, 언데드 중 가장 은밀한 이들인 그림자의 일족이 되돌아온 것이다. 쉐이드와 같은 그림자 일족은 원래 언데드였다. 죽은 망령이 그림자란 육체를 얻게 되면서 탄생한 언데드 말이다. 언데드들의 수뇌부들은 그리자 일족이 돌아온 의미 외에도 또 다른 의미에서 기뻐하고 있었다. 바로 상민! 한스가 한걸음 더 자신들의 군주, 데스로드에 가까워졌다는 의미에서 기뻐하고 있는 것이다. 한참 동안 기뻐하던 그들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지기 시작했다. 하늘을 수놓고 있는 그림자 일족의 구성을 눈치 챘기 때문이다. 현재 하늘을 수놓는 그림자의 일족은 오직 쉐이드! 쉐이드뿐이었던 것이다. 과거 다시 한 번 데스로드가 탄생할 뻔했을 때, 역시 그림자의 일족이 되돌아왔다. 그때 돌아온 일족은 쉐이드뿐만이 아니었다. 쉐이드보다 한 등급 높은 쉐도우 워커부터 시작하여 쉐이드 솔저, 나이트 쉐이드, 그리고 그들의 군단장 격인 쉐이드 마스터, 그리고 모든 그림자 일족의 지배자인 쉐도우 로드도 모습을 드러냈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오직 쉐이드 뿐. 이는 상민의 깨달음이 완전치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순간 들떴던 언데드 군주들의 마음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과거 쉐도우 로드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때의 언데드들은 적어도 마왕과 마왕의 수하들을 견제할만한 힘을 가지게 되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언데드들의 군주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아직 자신들의 군주가 될 자는 젊었다. 그리고 전대, 아쉽게도 그들의 군주인 데스로드가 되지 못하고 군사가 되었던 자, 결국 영혼의 흐름에 회귀한 자보다 재능이 있었기에 그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그들은 좀 더 숨을 죽이기로 했다. 다른 마족들이, 다른 마왕들이 강해진 자신들의 힘을 눈치 채지 못하도록. 모든 언데드들의 군주들은 꿈꿨다. 진정한 자신들의 군주가 탄생하는 그 날을. 언데드들이 기지개를 펴고 마계, 아니 전 차원을 질타할 그날을.......! <4권 끝> ======================================================================== 제 23장 - ‘그’가 남긴 것들(2) 그날 이후 일부분이나마 죽음과 생명에 대해서 이하하게 된 나는 큰 진전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인 언데드 소환과 제작과 망령과 원령을 이용한 공격, 그리고 방어마법에서 가장 큰 진전을 보았다. 그 이유는 바로 죽음. 네크로맨시 학파 마법인 언데드 소환과 망령과 원령을 이용한 마법들이 죽음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이나마 죽음과 생명에 대해 이해하게 된 이후에 얻은 것은, 내 몸 안의 생명을 임의로 이동시키고 이용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대기 중에 존재하고 있는 죽음과 생명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아니, 정정하겠다. 내가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대기에 퍼져 있는 죽음뿐이다. 대기에 퍼져 있는 죽음. 그것을 느낀 것은 죽음과 생명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얻은 깨달음을 정리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한 지 일주일 만이었다. 그 깨달음을 얻은 뒤에는 내 몸 안의 생명뿐만 아니라 식물과 동물, 그리고 사물에 깃들어 있는 생명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에는 생명이 깃들어 있다. 이는 깨달음을 정리하던 도중에 가장 먼저 알게 된 사실이다. 살아 있는 식물과 동물뿐만 아니라 금속과 나무와 돌 등 물질로 만들어진 사물, 그리고 이 세상 모든 것에는 생명이 깃들어 있고, 그것은 사물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내가 임의로 의자를 비롯해서 돌에게서 생명을 빼앗을 때 그 형태가 허물어져 가루가 돼버리는 것을 통해서 증명되었다. 사물이나 식물, 동물들로부터 생명을 빼앗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저항. 생명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저항 때문이었다. 사물로부터 생명을 빼앗을 때는 몰랐지만, 식물과 동물로부터 생명을 빼앗을 때는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죽지 않기 위해 생명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저항을 말이다. 처음 이를 느꼈을 때는 정말 놀라서 자빠지는 줄 알았다. 어디까지나 처음에만 말이다. 자신의 목숨을 지키려는 것은 본능. 아주 당연한 것이었다. 저항이란 것을 겪은 이후에 갖가지 실험을 통해서, 사물의 저항은 워낙에 미미했기에 느끼지 못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 생명을 빼앗는 행위에 저항하는 데는 바로 정신력이 우선시된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앞서 말한 대기 중에 퍼져 있는 죽음과 생명에 대해서는 사물과 식물과 동물로부터 일정량의 생명, 그러니까 생명력을 빼앗고 그것을 관찰하는 실험을 하는 동안에 알게 된 것은, 사물로부터 형태를 유지하는 생명력을 모두 빼앗게 되면 가루가 되어 흩어지지만, 일정량의 생명력만을 빼앗고 기다리게 되면 회복된다는 것이다. 식물과 동물 또한 마찬가지다. 일정량의 생명력을 빼앗게 되면 식물의 경우에는 화분의 흙과 물로 생명력을 회복하고, 동물의 경우에는 수면과 음식물 섭취를 통해 생명력을 회복했다. 물론 회복되지 않는 ‘생명력’도 있다. 아무리 휴식을 취하고 음식물과 영양분을 섭취하여도 회복되지 않는 ‘생명력’. 나는 이것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무협 용어로 진원진기(眞元眞氣)라 불리는, 생명이 가지는 가장 순수한 에너지. 바로 수명(壽命)! 수명이었던 것이다. 이는 아무리 푹 쉬고 음식물을 섭취하여도 회복할 수 없는 에너지였다. 진원진기, 그러니까 수명에 해당하는 생명력에 대해 알게 된 이후, 나는 급하게 나의 몸 안에 존재하는 수명을 확인하였다. 내가 시전한 마법, ‘더 라스트 타임’을 통해 소모되어 빠져나간 것이 마나뿐만이 아니란 사실을. 그 순간, 진원진기를 알게 된 그때 알았기 때문이다. ‘더 라스트 타임’을 시전할 때 내 몸에서 마나와 함께 소모되어 빠져나간 것! 그것은 바로 생명력이었다. 막상 몸 안의 생명력을 확인했을 때 난 그 충만함에 놀랐고, 그때 얼마나 생명력이 소모되었는지 알 수 없었기에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 안심할 수 있었다. 바로 몸 안에서 느꼈던 충만한 생명력 때문이다. 그 양은 내가 느끼기에도 너무 방대했고, 또한 순수했다. 다른 이들과 비교해서 어떨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생명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그와 함께 죽음에 대한 이해도 높아져만 갔다. 대기에 퍼져 있는 죽음. 이는 내 몸 안의 생명보다 훨씬 가깝고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용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죽음보다는 생명에 대해 더 많이 알기 위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행했고 조금씩 이해해나갔지만, 오히려 이해가 깊어진 것은 죽음이었다. 죽음과 생명, 그 둘은 언제나 함께 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내린 결론이다. 대기에 죽음과 생명이 퍼져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바로 앞서 실험한 사물과 식물, 동물의 생명력 회복에 대해 실험하고 나서였다. 생명력이 소모된 식물과 동물은 휴식을 취하고 땅과 음식물을 통해 영양을 섭취함으로써 생명력을 회복했다. 사물 역시 시간이 지나면 형태를 이루는 생명력이 회복되었다. 나는 이 실험에서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 식물과 동물은 휴식과 영양분의 섭취를 통해서 소모된 생명력을 회복한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먹지도 못하는 사물은 과연 어떻게 생명력을 회복하는지 말이다. 몇 번이나 사물로부터 생명력을 빼앗은 뒤에 여러 가지 조건을 두고 실험해봤지만 두드러진 것은 없었다. 그나마 알아낸 것이 있다면 마나. 이 세상 어디에나 고르게 퍼져 있는 마나의 흐름이 활발한 곳에서 생명력의 회복이 빨라진다는 것. 이것이 사물의 생명력 회복을 관찰하면서 얻어낸 결과였다. 이에 나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이 세상에는 마나뿐만 아니라 죽음과 생명, 그리고 여러 가지 힘들이 퍼져 있다고 말이다. 물론 확실치는 않다. 어디까지나 어떠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하는 사물의 생명력 회복을 보고 내린 결론이니 말이다. 깨달음을 통해 조금이나마 죽음과 생명을 이해한 뒤 느끼기 시작한 대기에 퍼져 있는 죽음. 대기에 죽음이 퍼져 있으니 생명 역시 퍼져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단지 아직 나의 깨달음이 부족해서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 대기에는 분명 생명 역시 퍼져 있을 것이다. 생명을 이해하는 실험은 결론을 내린 이후로 멈췄다. 그 후 내가 행한 것은 이용. 내가 깨달음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한 죽음과 생명을 이용할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 수련을 시작했다. 대기에 퍼져 있는 죽음을 이용하는 방법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했다. 그것을 다루는 것은 쉬웠다. 대기에 퍼져 있는 죽음은 내 의지에 따라 모여들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했다. 이는 오직 정신력! 정신력에 의해서만 이루어졌다. 그렇기에 상당히 피곤하긴 했지만, 죽음의 이용방법에 대해 알아간다는 즐거움에 나는 지쳐 쓰러질 때까지 계속 수련에 임했다. 물론 생명의 수련도 잊지 않았다. 아직 내가 다룰 수 있는 생명은 사물과 식물, 동물에 머물러 있는 생명뿐이지만 그마저도 대단했기 때문이다. 사물과 식물, 동물로부터 빼앗은 생명력은 순수한 에너지인 만큼 정말 대단한 효능을 가지고 있었다. 빼앗은 생명력을 상처 부위에 주입하거나 가져다 댈 경우에 회복의 효과를 냈는데, 주입 시에는 고르게 온 몸으로 퍼져나가 자체 회복력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왔고, 상처 근처로 생명력을 가져다 댈 경우에는 조금씩 생명력이 스며들어 상처를 회복시켰다. 마치 마법처럼 말이다. 죽음은 그와 상반된 효과를 보였다. 주입할 경우에는 자체 회복력을 약화시켰고, 상처에 가져다 댈 경우에는 오히려 상처를 악화시켰다. 마치 저주처럼 말이다. 죽음과 생명은 마나와는 전혀 다른 힘이지만, 마치 회복마법과 저주와 같은 효과를 보였다. 이와 같은 반응에 과연 마법과 함께 생명, 혹은 죽음을 섞어서 쓰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 나는 시험을 해보았다. 처음 시험한 것은 생명과 죽음만으로 마법ㅇ르 쓸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인데, 이는 무리였다. 아니, 정확히 생명만으로는 무리였다. 죽음의 경우에는 대기의 죽음을 끌어 모아 1,2 써클의 마법으로 언데드 소환이나 간단한 저주는 시전 가능했지만, 생명의 경우에는 불가능했다. 몇 번이나 시험해보았지만 생명만으로는 도저히 마법이 시전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나와 섞어서 쓸 경우에 생명은 놀라운 효과를 보였다. 생명과 마나를 섞어서 쓰자 생명을 함께 쓴 효과인지, 공격마법의 경우에는 약간의 공격력 상승과 마치 신성력처럼 언데드에게 치명적이었고, 회복마법의 경우에는 원래의 효과 이상을 보여주었다. 물론 언데드의 소환과 망령과 원령을 이용한 공격마법, 그리고 저주의 경우에는 전혀 시전되지 않거나 그 원래 효과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반대로 죽음의 경우에는 회복마법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상승효과를 보였다. 특히 언데드의 소환과 망령과 원령을 이용한 공격마법 같은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 같은 경우에는 원래 소모되는 마나가 100이고 그것으로 발휘한 마법의 효과가 100이라면, 마나 40과 죽음 10을 함께 사용하면 200이라는 마법 효과를 보였다. 무려 4배에 가까운, 아니 그 이상의 효과를 보인 것이다. 이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효과와 효율! 4배! 무려 4배 이상의 효과인 것이다! 거기에 특히 언데드 소환의 경우에는 생각 이상의 효과를 보였는데, 그것은 바로 강화! 스켈레톤과 좀비들이 더욱 강해진 것이다. 원래보다 2배 이상의 움직임과 힘! 그리고 내구력! 그야말로 엄청난 효과였다. 아직 고급의 언데드인 지능이 있는 데스 나이트의 소환이나 제작에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분명 엄청난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물론 부작용도 있었다. 보통 언데드를 소환하고 다룰 때 이들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정신력이 필요하다. 여기까지 이야기했으면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렇다! 바로 죽음을 가미하여 소환한 언데드를 지배하는 데에는 원래 필요한 정신력 그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스켈레톤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어느 정도 소모되는지 느끼지 못할 정도의 정신력이 필요했지만, 스켈레톤 나이트부터는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에 마나만으로 소환한 스켈레톤 나이트를 지배하기 위해 필요한 정신력이 50이라면, 죽음을 가미하여 소환된 스켈레톤 나이트를 지배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신력은 70에서 80정도 소모되었다. 물론 이는 정확하지는 않았다. 정신력! 이것은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것의 성질이 아니니 말이다. 그저 이 숫자들은 내가 임의로 정한 것이다. 4배 이상의 효과지만, 지배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정신력 소모를 필요로 하는, 마나에 죽음을 가미한 언데드를 소환해야 한다. 이는 부작용을 감당하고서라도 이용할 만큼 대단했다. 물론 이 부작용은 보다 큰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언데드란 이미 죽은 자. 그렇기에 살아 있는 자나 생명을 품고 있는 모든 것을 증오한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증오하여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죽은 자로 만들기 위해서 움직인다. 이는 자연스럽게 생겨난 언데드뿐만 아니라 내가 소환해낸 언데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언데드가 나를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나의 정신력으로 인해서 지배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의 정신력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는 언데드들. 그런데 과연 내가 그들을 지배할 수 있는 정신력의 한계를 넘어서게 되면 어떻게 될까? 아마 언데드들은 나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게 될 것이고, 그들의 본능에 따라 모든 산 자들을 죽이고 짓밟을 것이다. 이런 위험 부담을 감당할 만큼의 효율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마나와 죽음을 가미한 마법이었다. 완벽한 제어가 가능하다면 나의 힘을 몇 배나 상승시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만약의 사태, 즉 언데드들이 나의 지배로부터 벗어날 경우에 대한 대책을 세워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2가지 대책을 생각해두긴 했다. 첫 번째는 바로 마나를 회수하여 언데드들의 소환을 취소하는 것이다. 소환된 언데드들, 그들은 모두 나의 마나를 매개체로 하여 소환된다. 그러니 내가 언데드들을 소환할 때 대가로 지급한 마나만 회수한다면 그들은 본래의 평범한 시체를 돌아갈 것이다. 이 방법은 가끔 자신이 소환한 언데드나 소환수의 지배에 실패했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벤마이오트님에게 들은 적이 있기에 금방 떠올렸다. 간혹 내가 앞서 말한 것처럼 자신의 정신력 그 이상의 소환수나 언데드를 소환하는 경우가 있는데, 만약 지배에 실패할 경우에 소환수는 자신을 소환한 소환자에게 큰 적대감을 가지게 되고 그의 목숨을 노린단다. 언데드가 지배로부터 벗어난 무분별하게 산 자의 목숨을 노리는 것과 다르게 말이다. 벤마이오트님의 말에 의하면 이와 같은 일은 한두 번이 아닌 듯했는데, 대부분의 소환은 소환자의 스승이나 다수의 동문 마법사와 함께 하기에 목숨을 잃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했다. 소환된 소환수나 언데드의 경우 소환자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게 되면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는데, 이때 지배에서 벗어났다고 하나 모습을 유지하고 행동하기 위해서 소환자로부터 마나를 뽑아 쓴다고 한다. 물론 강제로 말이다. 그런데 낮은 수준의 마법사의 경우에는 소환수에게 강제로 빼앗기는 마나의 공급을 끊지 못하고 계속해서 마나를 뽑히다가 결국 진원진기, 즉 생명을 유지하는 마나마저 빼앗기고 종종 죽음을 맞이하기도 했단다. 그래서 앞서 말한 것처럼 동문의 마법사나 스승이 소환수를 소환할 때 함께하는 것이다. 마나의 공급을 끊기 위해서 말이다. 반면 높은 수준의 마법사의 경우에는 스스로 소환수에게 공급되는 마나의 공급을 끊어 소환수를 돌려보낼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기에 그저 마나의 공급을 끊는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뭐 그때가 되면 알게 될 거라 생각하며 그때 그냥 넘겨버렸었다. 다음 두 번째, 이것도 벤마이오트님으로부터 들은 것인데, 바로 소환수나 언데드가 강제 역소환될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강제 역소환될 조건이란, 말 그대로 강제로 거꾸로 소환되도록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마법을 통해서 강한 데미지를 주거나 자신이 제작한 언데드를 통해서 말이다. 참, 소환된 언데드들과 다르게 직접 제작한 언데드들을 지배하는 데에는 정신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서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께 물었지만, 두 분은 왜 그런지는 모른다고 하셨다.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제작을 할 때 영혼에 종속되어서 그런 것 같았다. 상위 언데드, 그러니까 데스 나이트의 경우 제작과 함께 나의 영혼에 종속되는 것을 보니 말이다. 그것으로 보아 제작된 언데드의 경우엔 단지 느끼지 못할 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혼에 종속되는 것일 것이다. 이것은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대책을 준비한 후에 내가 한 일은 정리였다. 내가 지금까지 사용하고, 앞으로 키우게 될지도 모르는 제자를 위해서 깨달음을 가미하여 새롭게 정리하고 있었다. 언제고 소설책에서 본 적이 있었다. 자신의 제자를 위해서, 혹은 인연자를 위해서 자신의 깨달음을 정리하여 책으로 남기는 것을 말이다. 이는 무협 판타지 소설에서도 공통적인 것이었다. 그런 일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내가 책으로 정리하고 있는 것은, 1써클 마법에 나의 깨달음을 정리하여 기록하는 일이었다. 막상 시작하긴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깨달음을 기록한다는 것 자체도 힘든 일인데, 그것을 다른 것에 기마하여 정리하다니 말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새로운 것에 내가 얻은 깨달음을 가미한다는 것은 내가 얻은 깨달음의 또다른 정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1써클 마법에 내가 얻은 깨달음을 가미하고 정리한 뒤, 책에 기록하여 1써클 마법서를 만들었다. 나는 1써클 마법서를 완성한 후, 내가 이렇게 많은 글을 썼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뿌듯한 마음에 제일 먼저 한나를 찾아갔다. 나의 깨달음의 성과를 한나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나의 방을 찾아갔을 때가 늦은 밤이었는지 새벽이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잠자고 있는 한나를 깨워서 내 깨달음을 정리한 1써클 마법서를 보여주었다. 한나는 서모닝 학파의 마법을 익히긴 했지만, 내가 간간히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을 가르쳐줬기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곧 한나의 탄성을 기다리며 가만히 지켜보았다. 내가 오랜만에 나오자마자 잠을 깨우고, 게다가 다짜고짜 책을 읽어보라는 말에 한나는 화를 내기는커녕 졸린 눈임에도 차근차근 한 페이지씩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아침이 돼서야 한나는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 나는 한나에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물어보았다. 어떠냐고, 대단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나는 한나로부터 탄성이 나올 것을 기다했지만, 그것은 나의 오산이었다. 한나의 입으로부터 나온 말은... “대단한 것 같기는 한데, 뭐가 뭔지 모르겠어.” 대단한 것 같기는 하지만 뭐가 뭔지 모르겠다. 이것이 한나의 대답이었다. 몇 번이가 물어보고, 또 예전에 가르쳐준 마법의 페이지를 펴 보이며 물어보았지만 한나의 대답은 똑같았다. 이후 나에게서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을 배우고 있는 제일이도, 지금이나마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을 알고 있는 경일이도 한나와 같은 대답이었다. 이에 나는 다시 1써클 마법서를 들고 내 개인 실험실인 지하창고로 향했다. 어째서 이해하지 못한 것일까? 어째서 그런 대답을 한 것일까? 나는 그 해답을 얻기 위해서 내가 쓴 1써클 마법서를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처음에는 알 수 없었다.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는데 어째서 이해하지 못하는지 말이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골치가 아파왔고, 피로가 몰려왔다. 그리고 그때는 깨달음을 가미하여 1써클 마법서를 쓰느라 몇날 며칠 동안 밤을 샌 상태였기에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자 잊고 있었던 피로가 몰려와 결국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1써클 마법서를 던져버리고는 그대로 자버렸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후 조금 냉정을 되찾고는 내던졌던 1써클 마법서를 다시 주워들고 겉표지를 가만히 살펴보기만 했다. 책의 표지에는 ‘1써클 마법서, 죽음 가미의 장’이라고 써 있었다. 이는 깨달음을 정리하여 1써클 마법에 가미하기로 결정한 뒤, 1시간 동안 고민한 끝에 써넣은 것이었다. 죽음 가미의 장이라니. 겨우 이런 제목을 가지고 1시간이나 고민했단 말인가. 나도 참 못 말려. 이것이 바로 그때 나의 심정이었다. 이런 생각에 잠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책 표지 제목을 보고 웃고 있을 때, 갑자기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1써클 마법서’라는 표지의 제목이었다. 1써클 마법서. 어떤 학파는 마법에 입문하는 자가 보는 마법서이다. 그 순간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어째서 모두가 내가 쓴 마법서를 대단하다고 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했는지 말이다. 내가 쓴 1써클 마법서에서 결여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읽는 자의 관점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1써클 마법서는 어떤 학파에서든 갓 입문한 수련 마법사가 읽는 마법서이다. 그런 1써클 마법서를 나는 내 관점에서, 다시 말해 1써클 수련 마법사의 관점이 아닌 7써클이자 불완전한 데스 마스터의 관점에서 쓴 것이다. 그래서 한나와 경일이, 제일이가 대단하다고는 느꼈지만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문제점을 찾아낸 후, 나는 다시 한 번 내가 쓴 책을 읽어보았다. 그리고는 새로 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미 자고 일어난 상태였기에 피로감이 많이 가셔 있어서 그 후로는 계속 잠도 자지 않고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후 내가 얻은 깨달음을 가미하여 정리했던 첫 번째 1써클 마법서를 보며 정리하던 도중 난 더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고, 또 새롭게 정리할 수 있었다. 덕분에 애초에 300페이지 1권 분량이었던 1써클 마법서는 500페이지 2권 분량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되었다. 다 완성한 후, 나는 이번에도 한나와 경일이, 그리고 제일이를 찾아갔다. 마침 3명은 함께 모여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새롭게 정리한 ‘1써클 마법서, 죽음 가미의 장’을 다시 보여주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얼굴에는 내가 기대했던 표정들이 어려 있었다. 경악과 탄성, 그리고 놀라움! 모두의 표정을 보며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스르르르. 털썩! “오, 오빠!” “혀, 형!”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이. 현실 세계에서는 상민이라 불리지만, 이곳에서는 한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를 보며 한나와 경일, 제일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곧 쓰러진 한스의 표정을 보고 안도할 수 있었다. 쓰러져 있는 한스의 표정은 너무도 편안해 보였기 때문이다. 한스는 그런 표정으로 코까지 골면서 자는 한스를 보며 정말 못 말린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항상 자신을 따라다니는 데스 나이트를 시켜서 한스를 침대로 옮기도록 했다. “정말 오빠도 못 말려. 어떻게 거의 한 달이 넘도록 실험실에 처박혀 있는지. 보아하니 잠도 거의 안 잔 것 같은데.” “그만큼 한스 형이 얻은 이번 깨달음이 대단하다는 거다.” 대답을 하면서도 경일은 한스가 새롭게 얻은 깨달음을 가미하여 정리한 마법서로부터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런 경일을 보며 한나와 제일은 고개를 내저었다. 저택에 온 뒤, 지나치게 잘 적응하는 제일과 다르게 경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고립되어갔다. 아니, 스스로 자신을 고립하고 있었다. 오직 강해지기 위해서 마법을 익히는 시간과 제일과 한스, 방연이 말을 걸 때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방금 전처럼 한나의 말에 대답을 하는 것도 최근에 들어서였다. 예전에는 한나가 말을 걸어도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무시할 뿐이었다. 하지만 점차 나아졌다. 제일은 그런 생각을 하며 경일을 보고 미소 지었다. 그런 제일을 보며 한나는 도통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탁자 앞에 놓인 마법서, 즉 한스가 쓴 1써클 마법서 2권 중 1권을 펼쳤다. 그로 인해 잠시 동안 또 다른 마법서 1권을 들고 있던 경일의 시선이 잠시 한나를 향하다가 다시 마법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스에게 조금이나마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을 배운 한나는 한스가 깨달음을 정리, 가미하여 쓴 1써클 마법서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처음엔 자고 있는 자신을 막무가내로 깨우고는 기대가 가득한 눈빛으로 마법서를 건네주자 한나는 그 내용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도통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이름 그대로 1써클 마법서. 마법사라면 어느 학파에서든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1써클 마법서답게 막 마법을 접한 마법사가 쉽게 마법을 이해하고 익힐 수 있도록 잘 설명되어 있었고, 동시에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른 한스의 깨달음마저 더해져 있었다. 중점적으로 익힌 서모닝 학파의 마법에비해서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은 보조로 사용할 만한 수준으로 익힌 한나였지만, 마법서를 읽으며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한스가 자신은 올려다보지도 못할 경지에 한 걸음 더 내댇었음을 말이다. 한나는 그의 경지가 보다 높아졌음에 기쁘기도 했지만, 동시에 약간 질투심도 일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조금이었다. 한스 덕분에 목숨을 구하고 마법을 익히기 시작한 이후, 자신이 한스를 만난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동시에 현재 자신이 가진 것들이 살얼음판으로 지탱되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예전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지만, 벨체레이어 아카데미에서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선물 공세를 하거나 존대를 한 귀족 남학생들과 여학생들. 이는 자신 때문이 아니라, 네크로마스터인 한스 때문임을 한나는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이 사실을 안 것은 불과 1,2년 전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강한 힘을 갖고자 한스가 아카데미에 자신을 맡기고 떠난 후,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마법에 집중하느라 귀족 자제들을 만나지 못했고, 또 그들의 접근이 귀찮았기에 멀리했지만 지금은 다른 이유에서 그들을 멀리했다. 만약 그들이 원하고 있는 네크로마스터 한스가 사라지거나 죽기라도 한다면 귀족들은 지금까지의 태도와 다르게 자신을 차갑게 대할 것이고, 오히려 그간에 들어간 노력의 대가를 받으려고 자신을 괴롭힐 것이라는 것을 한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마법에 파고들었다. 힘을 가지기 위해서, 아슬아슬하게 지탱되고 있는 현재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인 자신을 위해서 아낌없이 다 주는 한스를 위해서....... 언제나 도움만 받고 의지만 하지만 언제고 도움이 필요할 때 힘이 되어주고, 힘겨운 일이 있을 때 언제든 위로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 한나는 마법 수련에 좀 더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이제 한스의 경지가 더욱 높아졌으니, 그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한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곧 한나는 고개를 크게 내저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그리고 그대로 일어나 자신의 실험실로 향했다. 한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좀 더 마법을 갈고 닦으려고 말이다. 제일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 뒤에 의자에서 일어나 다과실을 나서는 한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지금 한나가 어떤 마음인지 알기 때문이다. 잠시 동안 다과실 문을 바라보고 있던 제일은 고개를 돌려 마법서에 집중하고 있는 경일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눈썹만 꿈틀거리고 있는 그를 보며 제일은 그가 매우 놀라워하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눈치 챘다.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을 얼마 익히지 않아도 마법서 안의 내용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는 제일이었다. 그런데 과연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을 집중적으로 익힌 경일이라면 얼마나 놀라겠는가. 계속 꿈틀거리는 그의 눈썹을 보며 제일은 한동안 경일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수련할 시간이 조금 줄어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홍차를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한동안 홍차를 맛보기도 힘들 것 같으니 말이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우걱우걱! 큭! “여기 있다.” 꿀꺽꿀꺽! 꿀꺽! “땡큐!” 우걱우걱! 잠시 목이 막혀서 멈춰졌던 나의 식사는 다시 시작되었다. 캡슐을 통해서 이 세계로 가 현실에서 얻은 깨달음을 정리하고, 또 그 깨달음을 가미하여 마법서를 저술한 뒤에 한나와경일, 제일이에게 만족할 만한 반응을 얻어낸 나는 그대로 쓰러지듯이 잠이 들었고, 깨아났을 때는 침실이었다. 깨어난 뒤에 내가 제일 먼저 한 것은 바로 로그아웃, 현실로 돌아가는 일이었다. 거의 실험실에만 있었기에 몰랐지만, 그곳 시간으로 대충 한 달은 넘게 지났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바로 로그아웃을 하여 현실로 돌아갔고, 역시나 현실에서는 하루하고도 약 16시간이 흘러가있었다. 캡슐에서 나오자마자 시계를 봤을 때 시간은 오후 1시. 마침 점심시간이라 제키 형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제키 형을 보았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제키 형을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이 아닌 내 몸속에서 느껴지는 공복감. 한마디로, 배가 고파졌다는 이야기다. 이에 제키 형은 내가 방에서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점심을 차렸고, 나는 바로 식사에 들어갔다. 얼마나 먹었는지, 또 얼마나 빨리 먹는지 스스로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나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빠르게 놀렸고, 점차 푸짐하게 차려진 점심상은 깨끇하게 비워져갔다. 꺼억! 아, 행복해. 깨달음을 얻은 뒤에 정리하느라고 제대로 된 식사를 한 적이 없었기에, 오랜만에 먹은 정상적인 식사를 마친 뒤 나는 크나큰 행복을 느꼈다. “하~아. 라오가 나올 때가 됐다고 해서 평소보다 몇 배나 많이 준비했는데, 정말 징하게 많이도 먹었구만. 라오, 그 깨달음이라는 것을 얻고 나면 이렇게 모두 대식가가 되는 거냐?” “으음, 그것은 어떤 깨달음을 얻느냐에 따라 다르다. 아마도 형제의 경우에는 아주 특별한 경우 같다.” “이봐, 이봐, 진지하게 대답하지 말라고. 하여간 눈치가 없어. 일단 축하해주마.” “축하한다, 형제여.” “아! 고마워 제키 형, 라오.” 나는 제키 형과 라오의 대화를 들으며 어째서 제키 형이 기다렸다는 듯이 점심상을 차렸는지 알 수 있었다. 나와 형제의 계약을 한 라오는 나와 영혼이 이어진 존재. 그렇기에 나의 상태를 알고 내가 언제쯤 나올 것인지에 대해서 제키 형에게 알려줬으리란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소설책이나 영화에서 보니까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은 모두 명상을 하던데, 너는 왜 게임에 접속해 있었냐?” “아, 그건 시간 때문에. 아무래도 게임 속에서는 현실과 다르기 시간 여유가 있잖아. 현실에 비해서 몇 배나 되는 시간이 적용되니까. 그래서 게임 속에서 이번에 얻은 깨달음을 정리한 거야.” “그래? 흠.” 무공을 익힌 이나 마법을 익힌 이가 나의 대답을 들었다면, 일단 나를 미친놈처럼 보았을 것이다. 깨달음을 통해서 변하는 것은 정신뿐만이 아니다. 정신의 성장과 함께 변화하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육체! 육체 역시 정신적인 깨달음에 의해서 그에 맞게 변화한다. 그 대체적인 예가 바로 환골탈태이다. 그러나 환골탈태는 가장 큰 변화이자 그 변화의 시작일 뿐이다. 한 번의 환골탈태를 겪은 뒤에는 깨달음을 얻게 되면 겉으로 보기에는 육체적으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분명 변화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몸 안쪽으로의 변화 말이다. 먼저 무인의 경우 환골탈태 이후에 깨달음을 얻어 그 이상의 경지에 다다르면, 내공이 흐르는 혈관이 더욱 넓어지고, 튼튼해지며, 단전이 커진다. 그로 인해 보다 많은 내공과 정순한 내공을 쌓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직접 경험해보지 못하였지만 할아버지께 들은 기억이 있었다. 반면 나와 같은 마법사의 경우 육체적인 변화는 극히 적은데, 환골탈태 이후보다 조금이나마 몸이 튼튼해지고, 보다 많은 마나를 보유할 뿐이다. 그리고 피부를 통해서 민감하게 마나를 반응하고 느낄 수 있으며, 의지를 통해서 마나를 끌어들이고 그 범위와 양도 함께 늘어나게 된다. 이는 내가 직접 경험한 사실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주변의 마나나 기를 끌어들임으로써 진행된다. 그런데 나는 마나가 존재하지 않는 게임 속에서 깨달음을 정리했다고 했으니 미친놈으로 봐도 무리가 아니었다. 깨달음을 얻은 뒤에 얻은 육체적인 변화는 개방된 곳일수록, 또 마나의 농도가 짙은 곳일수록 좋다. 그런데 나는 완전히 밀폐되어 있는 캡슐, 그것도 정신이 분리되는 게임 속에서 정리했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제키 형은 모르고 그냥 말 그대로 받아들였다. 현재 이(異)세계에서는 워낙에 마나가 풍부하여 어디에서든 상관없었기에, 그곳에서의 육체는 지금 최대의 효과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나의 육체는 영혼이 돌아온 지금에서야 변화기 진행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만약 지금 개방된 장소나 마나의 농도가 높은 곳으로 간다면 육체적으로 큰 효과를 보겠지만, 나는 장소를 옮기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한 가지 실험, 즉 영혼의 변화가 육체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 실험 대상은 나이고 말이다. 나는 이번 깨달음을 이세계의 육체를 통해서 얻고 정리했다. 그리고 그쪽의 육체는 이미 변화를 끝마쳤다. 이것이 영혼의 변화가 육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실험과 무슨 상관이 있느나고 묻는다면, 나의 영혼이 이 세계의 육체의 변화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되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까지 현재 내 육체의 변화는 이세계의 육체의 변화를 따라가고 있었다. 노폐물의 배출과 이 세계의 육체 때보다 순조로운 환골탈태 등등. 현실에서의 내 육체의 변화 속도는 느리지만 이세계의 것을 따라가고 있었고, 이는 영혼이 육체의 변화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그것을 증명하려고 장소를 옮기지 않은 것이다. 과연 어떨지... 그리고 이것이 이로운 것인지, 해로운 것인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이후 나는 형에게 이번에 얻은 깨달음에 관현 여러 가지 질문을 받았다. 이에 나는 마치 말하길 기다렸다는 듯이 서슴없이 꺼내었다. 하지만 초능력자이지, 마법사가 아니었던 제키 형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단지 고개만 끄덕였다. 반면 라오는 나의 말을 들으며 제키 형의 시큰둥한 반응과 다르게 연신 놀라운 표정을 지어 보였고, 이야기가 끝나자 라오는 마치 자신의 일처럼 매우 기뻐하고 축하한다고 말해주었다. “자자, 이야기가 끝났으면 나가자.” “응? 나가자니?”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일어서며 나가는 제키 형의 말에 대답하며 나는 일단 시계를 보았다. 현재 시간은 오후 5시 23분.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내 깨달음에 대해서 말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벌써 5시 반이 다 되어다가니. 조금 놀랐다. 그런데 지금 이 시간에 나가자는 이유는 뭐지? 혹시 내가 깨달음을 얻은 기념으로 제키 형이 한턱 쏘려나? 아니면 오늘 저녁에 파티를 하기 위해서 시장 보러? “네가 정신을 차리고 캡슐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서 지부장님께 전화가 왔어. 어제도,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말이야. 결국은 라오가 비밀로 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해서 어딘가로 사라졌다고 말해놨어. 그랬더니 네가 집에 오는 대로 함께 오라고 하셨어. 그러니 이제 가야지.” “아, 그래야지. 그런데 어디로?” “아! 잠깐만. 분명이 주머니 안에 넣어놨는데.” 나의 말에 제키 형은 바지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하더니 곧 방으로 들어가서는 자주 입는 붉은색 야구 점퍼와 함께 손에 쪽지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형이 건네준 쪽지를 받아든 나는 조금 놀랐다. 쪽지에 적혀 있는 것은 바로 좌표였다. 그것도 텔레포트를 위한 좌표 말이다. 텔레포트를 위한 좌표라... 과연 어딜까? “지부장님이 그 좌표로 이동해서 오라고 하시더라. 자자! 그럼 어서 준비해라. 혹시 모르니까 전투 준... 아니 설마 전투가 벌어질 일은 없을 테니 됐고. 위장은 잊지 말고 해라.” 형의 말대로 나는 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깨달음을 얻은 뒤에 이쪽에서 처음 사용하는 마법이다. 내가 얻은 것은 대기에 퍼져 있는 죽음에 대한 이해였지만, 마나에 대한 이해도 깨달음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더욱 높아졌기에 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얼굴에 일루젼을 시전할 수 있었다. 그 후 나는 언제나처럼 어깨에서 코까지 가리는 일체형 마스크를 썼다. 이로써 준비 끝! 이제 가볼까? “그럼 간다! 텔레포트!” 텔레포트를 통해 우리가 이동한 곳은 우리 한의 비처(鄙處). 모든 기관이 가디언이란 이름으로 통합된 이후에도 비밀로 해온 우리 한의 비처 중의 비처였다. 이곳은 그야말로 순수한 자연 그 자체였다. 인간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대지. 그렇기에 동식물들은 자유롭게 자라고, 약육강식의 법칙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너무도 놀라웠다. 우리가 텔레포트를 통해서 이동했을 때, 마중 나온 사람은 이전에 마족을 상대로 함께 싸웠던 땅지기 초연 씨와 남편인 인한 씨였다. 초연 씨와 인한 씨는 우리를 작은아버지가 있는 숲 속의 산장으로 안내해주었다. 잠시 후, 산장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오랜만에 작은아버지의 헤드락에 걸려야 했다. 캡슐이 들어가기 전에 내가 벌인 일, 즉 잠시지만 죽은 사람을 살려낸 일 때문에 말이다. 작은아버지가 들이민 신문과 함께 가져오신 노트북의 뉴스 모음들. 나는 그제야 내가 엄청난 일을 벌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작은아버지의 얼굴에 네 줄기의 긁힌 자국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후, 나는 작은아버지의 잔소리를 장장 30분 동안 들어야 했다. 사실 그리 말을 길게 안 하시는 편인데, 상당히 오랫동안 한 잔소리였기에 작은아버지가 얼마나 고생이 심하셨는지 알 수 있었다. 대신 그 이후에는 어떠한 문책도 하지 않으셨다. 그 이유는 비처에 대해서 들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이곳 비처는 오랜 시간 한의 인력을 투입하여 진법을 비롯해 마법과 신성마법의 결계로 지켜지고 있었고, 출입은 오직 우리가 이동한 깊숙한 땅속뿐이라고 한다. 비처의 정식 명칭은 주지(柱地). 기둥이 되는 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총 64개의 주지와 8개의 대주지가 있는데, 주지와 대주지는 모두 진법을 비롯해 마법과 신성마법의 결계로 둘러싸여 있고, 아주 먼 옛날부터 땅지기들에 의해서 지금까지 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이후 작은아버지는 그 외의 설명은 휴가 중이라 시간도 아깝다며 나중에 비서를 통해서 자료를 보내주겠다고 하셨다. 이에 나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물어보았지만, 휴가 중에는 그저 편히 쉬고 싶다고 말씀하시고는 내게 한동안 집에서 자숙하라는 말과 함께 그만 가보라고 하셨다. 결국 우리는 다시 초연 씨와 인한 씨의 안내를 받아 지하실로 이동한 후 텔레포트를 통해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얼마 뒤, 집으로 찾아온 작은아버지의 비서가 건네준 자료를 통해 어째서 작은아버지가 휴가라는 말과 시간이 아깝다고 말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주지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한에 소속된 요원들의 폐관 수련과 휴가 장소로 이용되어온 곳이었다. 주지는 그야말로 기둥이 되는 땅으로서 모든 기운이 모이는 곳으로, 그곳에 있기만 해도 가벼운 질병이 낫고, 또한 그곳에서 무공과 마법을 수련하면 다른 곳에서 수련하는 것보다 최고 4배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단, 주지에서 지낼 수 있는 기간은 정해져 있는데, 우선 폐관 수련을 목적으로 할 시에는 주지의 경우 3년을 주기로 최고 한 달이고, 대주지의 경우 4년 주기로 석 달이다. 그리고 휴가를 목적으로 할 시에는 주지는 반년 주기로 일주일, 대주지는 1년 주기로 2주일이라고 한다. 이는 한의 총수든 장로든 평요원이든 상관없이 적용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첫째, 주지와 대주지의 기운이 쇠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고 둘째, 인재의 양성을 위해서이다. 우리 한은 다른 기관에 비해서 규모와 요원의 수가 적지만 그 질은 월등히 높았다. 나는 그 배경에 이와 같은 사실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어 제키 형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나머지 다른 기관에서도 다른 명칭이지만 주지와 대주지를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SWU에서는 주지와 대주지를 세인트 그라운드(Saint Ground)라고 부르고, 우리 한이 주지와 대주지로 나누는 것과 다르게 이곳에서는 세 등급으로 나누어 자연 계열의 초능력자들이 관리한다. 3급 세인트 그라운드는 오직 B급 능력자만이, 2급은 A급 능력자가, 그리고 1급은 S급 능력자를 비롯해 SWU의 수뇌부만이 출입 가능하게 해놨다고 한다. 나중에 작은아버지의 비서 분이 가져다주신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니, SWU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에서 주지를 부르는 명칭과 그들의 주지 사용 조건에 대해서도 나와 있었는데, 그것을 보고 제키 형은 한의 정보력이 상상 이상이라며 매우 놀라워했다. 그렇게 한동안 작은아버지의 비서 분이 가져다준 자료를 본 뒤에 할 일이 없어진 나는, 바로 캡슐을 통해 이세계로 가서 이번에 얻은 깨달음을 정리하여 2써클 마법서 제작에 들어갈까 했지만 그만두었다. 이세계에 존재하는 두 제국 중 로시아 제국의 황제의 명으로 출전하기로 한 임페리얼 블레싱이, 현실로 치자면 불과 이틀도 안 남았기 때문이다. 지난번 집사님이 말씀하시길, 임페리얼 블레싱은 장장 보름 동안 진행되는 대축제라고 한다. 그러니 아바이번에 접속하게 되면 깨달음을 정리할 때처럼 하루 이상 접속을 끊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에 그만둔 것이다. 그나저나 임페리얼 블레싱에 내가 출전 가능한 부문은 투 타워 토너먼트밖에 없겠군. 더 이상 검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메지션 토너먼트는 암묵적으로 5써클 이상의 마법사는 출전하지 못하게 되어 있고 말이야. 또 골드 토너먼트는 당연히 제외이니 더 말할 것도 없다. 만약 투 타워 토너먼트에서 4강에 오르면 임페리얼 토너먼트에 출전하게 되겠군. 그나저나 나도 팀을 이뤄야 하나...... 일단 혼자서 나가는 것으로 생각해놓고 만약 안 되면 그때 가서 사람을 구하지, 뭐. 사실 경일이와 제일이, 한나, 이 세 사람 중 두 사람과 함께 팀을 이루어 출전해도 되지만 난는 그러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이 3명이서 팀을 이루어 투 타워 토너먼트에 출전시킬 예저이다. 사실 경일이와 제일이, 한나는 지금까지 마법을 배우기만 했지, 실전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 타워 토너먼트는 두 탑 간의 경쟁 관계 때문에 일반 제자들뿐만 아니라, 탑의 장로나 유능하고 경험 많은 인자들이 많이 출전한다고 들었다. 그런 투 타워 토너먼트에 출전하게 된다면 3명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설사 예선전에서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내가 두 타워의 마법사들을 마나보지 않아 그 수준을 모르지만, 일반 제자로 이루어진 팀이라면 세 사람의 현재 실력만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다. 다만 탑의 장로의 제자로 이루어진 팀이나 경험 많은 인재들로 이루어진 팀이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것이 현재 세 사람의 실력이다. 물론 이번 투 타워 토너먼트에 출전하여 차차 경험을 쌓으면 3명은 모두 발전하게 될 것이다. 시합을 하는 도중에도 발전할 것이고, 시합에서 이기거나 져도 발전할 것이다. 나는 분명히 그럴 것이라 믿었다. 으으으...... 나는 쇼파에서 벌떡 일어나 캡슐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내가 갑자기 일어나자 조용히 TV를 보고 있던 제키 형이 깜짝 놀랐지만, 곧 다시 TV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세 사람이 출전할 투 타워 토너먼트를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모두 나의 동생들이자 제자! 그런 그들을 위해서 아직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바로 방으로 향한 것이다. 물론 방에 들어가기 직전 제키 형과 라오에겐 내가 또 하루나 이틀 동안 방에서 안 나오더라도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두었다. 그 후, 나는 문을 닫고 방의 결계를 발동시킨 후 캡슐에 누웠다. 왠지 타오르는 기분인걸! 기다려라! 내가 간다! 크아아아! 쿵! 쿵! 쿵! 키키키키! “한나! 오우거가 이성을 잃었잖아! 컨트롤을 해! 컨트롤을! 제일이! 좀 더 집중해! 집중! 형태가 일그러지잖아! 경일이! 너의 언데드 컨트롤 능력은 대단해. 하지만 너무 구속력이 강해서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구속을 조금 풀어!” 저택의 연무장. 데스 나이트 팔시온과 방연이 형의 수련으로 인해 항상 몸살을 앓고 있던 연무장은 현재 다른 이유에서 또다시 떠들썩했다. 바로 투 타워 토너먼트에 출전에 대비하여 나와 세 사람이 벌이는 소환수 대결 때문이다. 캡슐을 통해 이세계에 돌아온 나는 바로 세 사람을 불러 투 타워 토너먼트에 출전하기 위해 소환수 대결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처음엔 내 말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셋은 잠시 멍한 상태였다. 하지만 임페리얼 블레싱에 대해서 알고 있던 한나는 곧 이해하며 곧바로 경일이와 제일이에게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이에 두 사람도 이에 수긍하며 수련을 시작하였다. 투 타워 토너먼트는 서모닝 학파와 네크로맨시 학파의 자존심을 건 대회다. 이 두 학파의 제 실력을 모두 끌어낼 수 있는 것은 대규모 전투! 특히 소환수를 이용한 대규모 전투이다. 그런 이유로 투 타워 토너먼트는 공격마법의 사용을 일체 허용하지 않고 오직 소환수와 그 소환수에게 사용할 보조마법만으로 시합을 벌인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우리는 바로 수련에 들어갔다. 그리고 수련에 임하며 우리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대회에서 사용할 소환수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투 타워 토너먼트의 규칙을 보니 네크로맨서와 서머너들이 소환하는 소환수의 수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언급되어 있었지만, 벤마이오트님의 말씀에 의하면 많아도 소환수의 숫자는 대부분 셋을 넘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투 타워 토너먼트가 가지는 성격 때문이다. 여러 번 언급했지만 투 타워 토너먼트는 서모닝 학파와 네크로맨시 학파의 자존심을 건 대회이다 보니 각 학파의 실력자들이 출전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수환수의 질 역시 높아지니 어설픈 소환수를 다수 소환하는 것보다는 질이 높은 소환수로서 맞서는 겻이 낫기에 그것의수가 아무리 많아도 다섯을 넘기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초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그 문제점 중 하나는 바로 서모닝 학파의 경우 출전자의 스승이 소환하여 계약하게 해준 소환수로 출전하거나 스승의 소환수를 위임받아 출전하였고, 네크로맨시 학파의 경우에는 역시나 서모닝 학파처럼 스승이 소환한 소환수를 가지고 출전하거나 스승이 제작한 언데드로 출전하는 경우였다. 출전자의 실력보다는 그 배경이 되는 자들의 실력으로 판가름 나는 시합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초기의 투 타워 토너먼트가 진행되다가 계속 그런 반칙들로 인해서 그 색이 바래지게 되자, 한때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뒤늦게 그 사실을 안 황제의 명에 의해서 지금까지 남아 있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명이란 바로 출전자 신청을 할 때 검증을 하라는 것이었는데, 서모닝 학파의 마법사는 기존에 계약을 맺은 소환수를 출전시키거나 매개체를 이용하여 소환한 경우 제압하여 테이밍한 소환수를 출전시킬 경우엔 네크로맨시 학파에서 엄선된 심사관들의 검증을 거치게 하였다. 또 그 반대로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사는 역시 기존에 계약을 맺은 소환수를 출전시키거나 직접 제작한 언데드를 출전시킬 경우 서모닝 학파의 심사관들에게 검증을 거치게 하였다. 벤마이오트님의 말에 의하면, 그 검증 방법으로 인해서 더 이상 두 학파는 편법을 사용하기보다는 제자의 실력을 높이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갈수록 소환수의 질은 높아지고, 양으로 승부하는 방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어 현재에는 소환수의 수가 아무리 많아도 다섯을 넘지 않게 된 것이라고 한다. 많아도 다섯, 적으면 하나이다. 우리들 역시 최고 다섯의 소환수를 소환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시합에 출전시킬 소환수 모색에 들어갔다. 서모닝 학파의 마법을 익힌 한나와 경일, 그리고 나에게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을 배운 제일. 이들 셋을 통해, 서로 경쟁 관계로 인해 절대로 함께 팀을 이루지 않는 두 학파의 마법을 익히고 팀을 이루었다. 이것은 어찌 보면 다른 팀들에 비해서 유리하다고 볼 수 있었다. 전쟁 때가 아니면 조합하지 못할 소환수를 만들 수도 있고, 그 소환수들에게 두 학파의 보조마법을 모두 걸어줄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일단 세 사람이 어떤 소환수로 대회에 출전한 것인지 물어보았다. 세 사람이 선택한 소환수는 현재 내가 컨트롤하고 있는 스켈레톤 배틀 워리어와 프로스트 스켈레톤 워리어, 그리고 플레임 스켈레톤 워리어를 상대로 어느 것으로 할 것인지 싸우고 있었다. 한나가 선택한 소환수는 오우거. 일반 오우거보다 약간 큰 덩치를 가진 암놈으로 상당히 성격이 포악했다. 한나 말로는 겨우겨우 제압해서 계약의 인을 찍은 녀석인데, 그 이후에 거의 소환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계약의 인이란 것은 서모닝 학파의 마법사인 서머너들이 가지는 아주 편리한 마법으로, 제압한 소환수에게 찍는 것이다. 만약 계약의 인이 새겨지게 되면, 그 계약의 인이 새겨진 소환수는 처음 소환할 때 필요로 하는 매개체나 마법 재료와 상관없이 마나만으로 소환 가능한 마법이다. 물론 계약의 인은 많은 수의 소환수에게 새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머너의 실력과 정신력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계약의 인은 어찌 보면 나의 종속과 비슷하지만, 둘은 천지 차이이다. 우선 종속은 나의 영혼에 귀속시킴으로써 하수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계약의 인은 매개체와 마법 재료의 소모를 없애주고, 자신을 제압한 적이 있는 소환사를 조금 따르게 해줄 뿐이다. 한나가 시합에 출전하여 사용하기로 한 오우거의 이름은 피나라고 지었다. 이놈의 오우거를 그냥! 나는 처음 피나를 보았을 때가 떠오르자 화가 치솟았다. 계약의 인이 새겨진 오우거 피나. 아까도 말했다시피 계약의 인의 효과는 매개체와 마법 재료의 소모를 없애주고, 자신을 제압했던 소환사를 조금 따르게 해주는 마법이다. 조금 말이다, 조금! 계약의 인에 의해 소환된 피나는 소환되자마자 나를 향해서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다. 만약 본마스터들이 없었다면 나는 이미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내가 아무리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근접했다고는 하나, 몸은 인간! 그러니 오우거의 엄청난 힘이 실린 주먹을 맞고 살아남을 수는 없었다. 더구나 그때는 한나의 소환수이니까, 계약의 인으로 소환되었으니까란 이유로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난다. 만약 셰인이 나타나 나를 옆으로 끌지 않았다면, 만약 처음 공격한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이였다면 어떻게 됐을지... 정말 끔찍하다. 그놈의 계약의인이란 마법에서 언급된, 소환사를 ‘조금’ 따르게 한다는 것이 이렇게 쥐꼬리만큼이었을 줄 누가 알았으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나와 같은 일이 여러 번 일어났는데, 대부분 이 사건을 겪은 사람은 죽거나, 더 이상 마법사 구실을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으으으... 그냥 저놈의 오우거를 죽일까. 나는 한나의 정신력에 대항하면서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오우거 피나를 보며 이를 갈았다. 그나마 저것도 많이 발전한 것이다. 불과 3일 번만 해도 피나는 한나의 명을 전혀 듣지 않고 본능에 충실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도 한나의 정신력이 성장 중이고, 조금이나마 그녀의 말을 듣는 피나를 보며 나는 죽일 생각을 접었다. 그런데 그때, 나는 본능에 충실한 피나의 손에 다른 소환수가 잡혀 흐느적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또 컨트롤이 풀렸군. “경일아!” “알았어요! 제발 말 좀 들어라!!!” 경일이의 애원이 통했는지, 피나의 손에 쥐여 흐느적거리던 그의 소환수는 점차 굳어가기 시작했고, 곧 거대한 해머인 전투 망치 마울의 모습을 갖추었다. 그러자 피나는 정말 보고 있는 나조차도 시원하게 마물을 휘둘렀고, 그 마울은 곧 지면과 충돌하고 말았다. 찰싹! “하하하......” “하~아.” 원래 나야 할 소리는 쿵! 한데, 정작 들린 소리는 찰싹이었다. 그 이유는 흐느적거리다 잠깐이지만 전투 망치인 마울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현재 오크라는 몬스터에게 밀려 점차 그 존재감이 약해져 가고 있지만, 한때 모험자들을 위해서 가장 먼저 희생했던 몬스터 슬라임이었다. 이 슬라임은 과언 어떤 재료로, 어떻게 해서 소환되었는지 모르지만, 오우거 피나의 손에 들린 슬라임은 바로 경일이의 소환수였다. 물론 이것은 평범한 슬라임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강철제 무기를 소화시키는 것을 반복함으로써 강철의 특성을 지니게 된 슬라임으로, 일명 ‘메탈 슬라임’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만약 슬라임의 색이 회색이라는 것이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조사하지 않았다면 그 이름조차 몰랐을 것이다. 메탈 슬라임은 슬라임의 희귀종 중에서도 희귀종으로 직접 찾는 것도 힘들지만, 소환하는 것은 더더욱 힘든 소환수였다. 메탈 슬라임은 보통의 슬라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불과 얼음, 전기에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 가지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특성 때문에 경일이가 슬라임과 함께 대회에 출전하겠다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경일이는 자신이 소환한 슬라임이 아주 희귀한 메탈 슬라임인 줄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것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그 특성을 끌어낼 수 있었다. 경일이의 말에 의하면, 메탈 슬라임을 우연히 소환하고 나서 색이 특이해 계약의 인을 새겼고, 그 후 간간이 불러서 관찰하던 도중 메탈 슬라임의 특성을 알게 되었는데, 그 특성이란 바로 자신이 소화시켰던 철제 용품의 모습 그대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는 경일이가 메탈 슬라임을 관찰하다가, 점심 식사 후 간식으로 먹으려고 가져온 사과를 깎기 위해서 예전에 방에 두었던 과도를 찾으려고 방을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결국 그것을 포기하고 다시 메탈 슬라임을 관찰하기 위해 책상을 쳐다보았는데, 그곳에는 놀랍게도 엄청난 크기의 과도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 바로 그 일로 인해서 경일이는 메탈 슬라임의 특성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에 나는 그것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메탈 슬라임을 변화시켜, 오우거인 피나의 무기인 동시에 방어구로 사용하게 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경일이를 집중적으로 훈련시키고 있었다. 투 타워 토너먼트의 규칙에는 소환수들은 소환될 때 가지고 있는 무기를 제외하고는 사용을 금한다는 규칙이 있기에, 만약 계획대로만 된다면 시합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규칙에는 소환수를 무기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규칙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것이 무리인 듯 보였다. 메탈 슬라임을 무기로 변환시켜서 무기의 강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0분 정도이니 말이다. 물론 방패나 갑옷과 같은 방어구의 경우에는 조금 더 긴 편이었다. 그래도 훈련 이전보다는 많이 나아져 있었다. 훈련을 막 시작했을 당시에는 고작 3분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음으로 마지막 멤버, 팀의 유일한 네크로맨서인 제일이의 소환수는 그가 직접 제작한 포핸드 매드 좀비였다. 이름 그대로 4개의 손을 가진 미친 좀비로, 내가 준 매드 좀비의 레시피를 토대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매드 좀비 워리어보다는 떨어지지만 매우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피부도 일반 좀비보다 단단하다. 거기에 팔이 4개! 4개의 팔의 연속적인 공격은 꽤 날카롭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어를 안 했을 때에 한해서였다. 아까 말했다시피 포핸드 매드 좀비의 토대는 매드 좀비. 즉 미친 좀비다. 미쳤기에 원래 가진 힘 이상을 낼 수 있지만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지 못하고, 살아 있는 모든 것을 공격한다. 그렇기에 제어를 해야했고, 그로 인해서 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오우거와 메탈 슬라임, 그리고 포핸드 매드 좀비를 조합하였다. 파워는 있지만 민첩하지만 오우거를 포핸드 매드 좀비가 보충하고, 민첩하지만 파워가 약한 포핸드 매드 좀비를 오우거가 보충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작전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많이 부족했다. 그러나 한나와 경일이, 제일이는 모두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나는 언데드들에게 아주 간단한 명령을 내리거나, 내가 아닌 셰인과 같은 본마스터들과 데스 나이트들들에게 컨트롤하도록 했기에 언데드들을 일일이 컨트롤하는 것이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3명의 잘못된 점을 꼬집으면서 동시에 스켈레톤 월리어들을 컨트롤할 수 있을 정도로까지 성장했다. 이는 내가 한나와 경일이, 그리고 제일이보다 높은 경지에 이르렀고, 보다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내가 지금 소환수들을 컨트롤하는 데 여념이 없는 세 사람과 똑같은 조건에서 시작했다면 저들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저들의 성장속도는 대단했다. 앞으로 투 타워 토너먼트까지는 보름! 이 보름 동안 난 저들을 최대한 이끌어줄 것이다. 기왕 나가는 것! 그저 출전자로 끝나게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투 타워 토너먼트 D-Day15일. 시간은 오늘도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었다. “사, 살려줘!” “난 죽을 수 없어! 난 살아야 해! 살아야 한다고!” “죽어! 죽어! 너희들이 죽어야 내가 살아! 내가 산단 말이야!” 사방이 막힌 공간. 마치 투기장을 연상시키는 이곳에서 10명의 남자들은 이성을 잃은 채 눈물을 흘리면서 광기를 내보이며 살기 위해서 발버둥치고 있었다. 이 10명의 남자들 중 일부는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었고, 돼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던 이도 있었다. 힘들게 농사를 지어 겨우 살아가는 농민과 같은 농사를 짓지만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농노, 그리고 때로는 말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마구간지기와, 남자지만 여자에게 때로는 남자에게 농락당하는 성노(性奴) 등, 그야말로 이곳에는 인간이 만들어낸 계급의 최하층민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이들은 모두 납치되어온 자들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 납치된 사람들은 저들뿐만이 아니었다. 그 증거로 저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곳에 시체들이 널려 있는 게 보였다. 목이 반쯤 잘려 뼈가 보이는 시체, 내장이 흘러나온 시체들은 바로 몇 시간 전만 해도 살아 있던 이들이었다. 갑자기 납치되어 끌려온 자들은 영문도 모르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 원흉은 바로 사방이 막힌 이곳의 가장 높은 곳에 있었다. 너무도 아름다운 얼굴. 그 얼굴에 맺힌 미소 역시 아름다웠지만 왠지 알지 못할 광기가 깃들어 있었다. 그런 남자 옆에는 또 다른 한 명이 서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바로 펠. 그는 얼마 전, 주인이 알아보도록 한 임페리얼 블레싱에 대해서 막 보고를 마친 상태였다. [키키키! 임페리얼 블레싱이 그런 재미있는 것이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주인님.] [어쩐지 그곳을 지날 따마다 느껴지는 사념이 정말 마음에 들었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군. 펠!] [이미 출전 신청을 해두었습니다.] [잘 했어! 이래서 난 펠이 좋아. 키키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리고?] 사아아아아! 미소가 사라짐과 동시에 주인의 몸에서 내뿜어지는 마력으로 인해 펠은 몸을 움츠렸다. 그것은 그가 의도한 것이 아닌 본능적인 것. 살기 위한 본능에서 육체가 그도 모르게 반응한 것이었다. 펠은 점차 떨리는 몸을 제어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며 말을 이어갔다. 자신의 주인의 신경을 거슬리지 않길 바라면서 말이다. [가,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가, 감히 미천한 인간 마법사들이 주, 주인님의 이번 외출과 함께 자신들의 일을 벌일 것에 대해서 허, 허락해주기를 청했고, 건방지게도 주인님께 미약하게나마 도와주시길 간절히 처, 청해왔습니다.] [일을 벌여? 호~오. 그것도 재미있겠는데.] “케켁!” 펠의 주인이 힘을 거두어들이며 미소를 지음과 동시에 아래의 상황도 끝나 있었다. 그곳엔 한 명만이 서 있었다. 바로 마구간지기. 마지막까지 사투를 벌이던 이는 농노로서 마지막에 목에 검이 꽂혀 완전히 죽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의 전투를 하기엔 불가능했다. 그리고 곧 숨이 끊어질 것이 당연하기에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구간지기였던 그는 말의 주인들인 기사들에게 말을 이끌고 갈 때마다 지났던 연무장에서 기사들이 하던 동작을 봐주었기에 살 수 있었다. 오직 보기만 했으나 그 기간은 무려 12년. 그 덕분에 어느 정도 검을 볼 수 있었고,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마구간지기는 이 일의 원흉인 펠과 그의 주인이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는 보상을 바라고 있었다. 그가 살아남은 것은 이번이 네 번째. 방금 그가 싸운 이들은 그와 마찬가지로 세 번을 살아남은 이들이었다. 처음 광기 어린 사투가 시작됐을 때 펠의 주인이 말한 것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싸워라. 그리고 죽이고 살아남이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단 한 명뿐이다. 만약 끝까지 살아남는다면 어떤 것이든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 단, 죽는다면 가족이 있는 자는 가족 또한 죽을 것이고, 친구가 있는 자들은 친구 또한 죽을 것이다.] 거기에 또 한 가지, 분명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그는 끝까지 살아남은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분명 어떠한 소원이라도 한 가지 들어준다고 했다. 그는 저 위의 인물이 고위의 귀족이라고 생각하고는 소원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따끔! 마구간지기는 갑자기 따끔함을 느꼈다. 하지만 괘념치 않았다. 그는 상상하고 있었다. 귀족 혹은 부자가 되어 떵떵거리는 자신의 모습을. 자신의 몸이 쓰러져 식어가는 것조차 모르면서 말이다. [키키키! 인간은 정말 재미있어! 처음에는 죄책감을 느꼈으면서 나중에는 즐기기까지 하고, 거기에 마지막에는 여유가 생기니 금전욕과 권력욕을 가지다니. 키키키! 펠! 그 청 허락한다고 해. 대신 최대한 재미있고 화려하게 하라고 해. 키키키! 자, 다음 시합을 시작하자고.] 또다시 시작된 사투.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아무리 살기 위해서 발버둥 쳐도, 발악을 하여도 끝에 남은 것은 오직 절망과 죽음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게 부질없는 사투는 계속되었다. 투 타워 토너먼트까지는 D-Day 3일! 앞으로 3일을 남겨두고 있었다. 지난 12일 동안 나는 녀석들을 한시도 쉬지 못하게 했다. 녀석들의 성장과 상관없이 나는 스켈레톤 워리어들의 수를 늘려서 상대하도록 하고, 때로는 데스 나이트들과 싸우게도 했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보통의 스켈레톤만을 다수 80여 구 정도 소환하여 싸우게도 했다. 물론 이는 녀석들을 위한 것이다. 자신들이 지닌 소환수보다 강한 소환수와 싸울 때를 위해서, 또 약하지만 다수와 싸울 때를 위해서 말이다. 녀석들은 불평하면서도 결국 나의 말을 따라주었고, 바로 어제서야 훈련을 끝낼 수 있었다. 그간 너무 녀석들을 막 다뤘기에 마침 거의 한계에 다다라 있었고, 어느 정도 쉬어줘야 했기에 투 타워 토너먼트까지 4일이 남은 어제의 훈련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은 것이다. 소환수 대결은 펼치지 않을 때는 식사 중에도, 쉬는 도중에도 나는 녀석들에게 갖가지 보조마법을 익히게 했다. 그렇다 보니 녀석들의 피부는 갈수록 푸석해지고, 눈은 점점 붉게 충혈되어갔다. 급기야 어제는 정말 보기 불쌍할 정도였다. 물론 나도 쉬지 않고 녀석들을 가르치고, 녀석들과 소환수 대결을 하며 함께 배워나갔다. 이 사실을 녀석들 역시 알고 있었기에 불평을 하면서도 나의 말을 따라 훈련에 임한 것이다. 현재 녀석들은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아직까지 자고 있다. 어제 훈련을 마치겠다고 하자마자 쓰러진 녀석들. 나는 녀석들이 대견스러웠다. 억지스러운 나의 말에 잘 따라주고, 엄청난 성장을 거둔 녀석들이니 말이다. 이에 나는 녀석들을 위해서 선물을 준비해두었다. 그렇지 않으면 녀석들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을 테니까. 잠시 후, 나는 그간 얻은 것들을 시간을 두고 정리하기 위해 실험실로 갔다. 녀석들을 가르치며 얻은 것들이 너무도 많았기에 3일 안에 끝낼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나도 물론 피곤하긴 했지만, 이미 바디 체인지를 한 번 경험하고 거의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러서인지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그래도 최고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서 투 타워 토너먼트 전날에는 잠을 잘 생각이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나는 거의 잠을 자지 않았다. 훈련에 임한 한나와 제일이, 경일이보다 말이다.일단 잠을 잘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자는 시간조차 아까웠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식사만 제대로 해준다면 일주일에 4시간 정도의 수면이면 충분했다. 나는 녀석들이 훈련에 지쳐 잠든 동안에 녀석들을 훈련시키면서 얻은 것들을 정리하고,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가미시키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틈틈이 그것을 통해 2써클 마법서도 써나갔다. 덕분에 그간의 훈련을 통해서 얻은 것들을 정리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더불어 깨달음을 가미한 2써클 마법서의 제작을 마칠 수 있었다. 나는 2써클 마법서를 차근차근 다시 읽어본 후 만족해하며, 아공간을 열어 마법서를 집어넣었다. 이번에 자작을 완료한 2써클 마법서는 1써클 마법서보다 3권이 많은 5권이다. 이제 겨우 한 써클 높을 뿐이었지만 이해시키기 위한 보충 설명이 배가 되고, 거기에 이번에 훈련을 통해서 얻은 것들로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서 적었기에 그렇게 많아진 것이다. 과연 다음에 제작에 들어갈 3써클 마법서는 몇 권이나 될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나는 식사를 하기 위해 개인 실험실에서 나왔다. 이어 날짜를 확인하니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이다. 이거 남는 시간에는 뭐 하지? 끼이익! “하~암. 오빠, 안녕.” 휘청휘청. 그르르. 털썩! 푹! 저벅저벅 “좋은 아침입니다.” 식당에 앉아 식사가 오길 기다리던 도중 문이 열리며 한나와 제일이, 그리고 경일이가 들어왔다. 녀석들 해가 중천인데, 방금 전까지 잤던 거냐? 그렇게 자고도 또 졸음이 쏟아지는지 하품을 하면서 들어오는 하나와 아직도 잠이 덜 깨 비몽사몽 상태에서 의자를 빼고 앉자마자 엎드려 졸기 시작한 경일이. 하지만 이런 둘과 다르게 제일이는 아주 멀쩡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좋은 아침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멀쩡한 모습과 다르게 잠이 덜 깬 듯했다. 잠시 후, 음식들이 놓이자 우리는 아침 겸 점심 식사를 시작했다. 눈은 반쯤 감긴 상태에서 용케 입으로 음식을 집어넣고 있는 제일이와 어느 정도 정신이 들었는지 평소와 마찬가지로 식사를 하는 경일이와 한나를 보며 나 역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후 식사를 제일 먼저 마친 이는 나였다. 다들 지금까지 자느라 거른 끼니만큼 모두 먹어 치우려는지 계속해서 음식을 먹어댔기에 평소와 같은 양을 먹은 내가 제일 먼저 식사를 끝낸 것이다. 내가 식사를 모두 마치고 일어서자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로 향했다. 이에 나는 마침 잘됐다 싶어 얼른 입을 열었다. “모두 먹으면서 들어. 앞으로 투 타워 토너먼트의 예선전, 그러니까 D-Day까지는 이틀이 남은 상태다. 한마디로 너희는 훈련은 마친다고 한 날 밤부터 자기시작해서 하루하고도 반나절동안 잤다는 이야기다.” 나의 말에 녀석들은 모두 놀라워했지만 식사를 멈추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먹는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었다. 녀석들도 참. “앞으로 이틀 동안은 모두 너희에게 달렸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모두 해주었으니까. 너희들도 알고 있겠지. 나도 투 타워 토너먼트에 출전한다는 것을. 아마 어떻게 되든 너희들과 나는 한 번 맞붙게 될 거다. 너희들이 도중에 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만약 우리들끼리 싸우게 된다면 최선을 다해 싸워보자. 나는 너희들과 싸우게 된다면 최고의 무대에서 싸웠으면 한다. 그럼 열심히들 먹고 이틀 뒤에 보자.” 말을 마친 나는 곧장 빠른 걸음으로 다시 실험실로 향했다. 왠지 그런 말을 한 내가 부끄럽기도 하고 너무나 어색했기 때문이다. 얼굴이 다 화끈거리네. 얼마쯤 가다 나는 다시 천천히 걸어갔다. 이번에 들어가면 이틀 동안 빛을 보기는 글렀으니 말이다. 나의 개인 실험실은 네크로맨서의 실험실답게 음침하기 그지없었다. 만약 마법으로서 환기를 시키지 않았다면 온갖 이상한 냄새로 가득했을 곳이다. 평범했던 나. 뭐 특출 난 것 없던 내가 이런 특이한 개인 실험실을 가지게 되고, 죽음의 지배자라는 데스 마스터의 지고한 경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니.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에유, 내가 지금 뭐 하는 짓이냐. 갑자기 감상에 젖고. 그나저나 뭘 한다냐. 그간 얻은 것들은 이미 정리가 끝났는데. 그냥 다시 한 번 되새겨볼까. 일단 하나는 정해졌고, 그 다음으로... 으음, 뭐 하지. <생명의 공백을 채우는 죽음을 이해하는 자, 나의 모든 것을 차지하게 되리라.> 아, 나의 머릿속에서 갑자기 울리는 문장. 그것은 바로 데스 마스터였다는 베이트로이 게이시스가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쪽지에 적혀 있는 문장이었다. 어째서 그것이 갑자기 떠올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그저 막연하게 그냥 넘어갔던 ‘생명의 공백을 채우는 죽음을 이해하는 자’란 문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이 뜻하는 것은 바로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른 자, 혹은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든 자를 말한다. 내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바로 문장에서 얻은 힌트 때문이다. ‘생명의 공백을 채우는 죽음을 이해하는 자’가 바로 힌트이다. 생명의 공백을 채우는 죽음을 이해하려면 일단 ‘느껴’야 한다. 생명과 죽음을 말이다. 네크로맨서라면 스스로 자신이 죽음을 다룬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다. 나도 현재의 경지에 올라서서야 자각한 것이지만 기존의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은 마나와 함께 죽음을 움직이게 할 뿐이지, 죽음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그 증거로 네크로맨서들은 마나를 이용하지 않고, 죽음을 움직이게 할 수 없고, 느낄 수도 없다. 반면 내가 오른 데스 마스터의 경지는 대기의 죽음을 느끼고 다루게 된다. 단지 의지만으로 말이다. 그럼으로써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을 발현해내는 것이다. 비록 그 일이 엄청난 정신력과 긴 시간을 요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나 역시 의지만으로 대기의 죽음을 다루어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을 일부 발현 가능하다. 비록 낮은 써클의 마법과 죽음과 아주 깊은 관련이 있는 마법에 한해서이지만. 물론 보통 네크로맨서는 마나 없이는 꿈도 못 꾸는 일이다. 나는 죽음을 느끼고 조금이나마 죽음을 이해하는 자, 베이트로이 게이시스가 남긴 쪽지에 적힌 ‘생명의 공백을 채우는 죽음을 이해하는 자’는 아니자만, ‘생명의 공백ㅇ르 채우는 죽음이나마 이해하는 자’이니 말이다. 나는 지금에서야 다시 기억해낸 문장을 보고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대해서 좀 더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바로 대기의 죽음과 생명을 느끼고 움직이는 자. 그것이 바로 데스 마스터의 경지였다. 주르륵! “아!” 순간 뺨을 타고 흘러내려 나의 손을 적신 눈물을 보고서야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어째서 우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눈물은 기쁨의 눈물이다. 올바른 길인지, 아니면 잘못된 길인지도 모르고 막연하게 걸어왔던 길. 이제야 그 길이 올바른 길임을 확인함으로써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그러나 내심 나는 불안해하고 있었는지도, 아니 불안해하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 그저 소설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로 인해서 ‘힘’을 얻은 이후부터 말이다. 처음에는 내게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힘으로 인해서 내가 한 일, 즉 ‘살인’으로 인해서 자칫 잘못했으면 무너질 뻔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에게는 셰인들이 있었고, 그들의 도움으로 나는 버틸 수 있었다ㅓ. 자칫 잘못하여 무너질 뻔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힘을 가진 것을 안 게 그때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셰인이 없었다면, 셰인이 탄생하지 않을 때 그 일을 겪었다면 나는 무너져버리고 힘의 노예가 되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얻은 힘이 진짜라는 것을 안 이후엔 무척 두려웠다. 물론 그때 그 일을 겪었다 하더라도 힘에 휘둘리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나 또한 특별한 환경에서 자랐다면 자랐으니 말이다. 우리 호가는 무인 집안이다. 그러나 나는 무인 가문으로서가 아닌 평범한 가문의 장남으로서 교육 받았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은연중에 무인 가문으로서 가르침이 섞였던 것 같았다. 물론 그때야 어렸을 때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머릿속에 담아두기만 했지만 말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때 그 은연중에 받은 가르침 덕분에 힘에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생겼던 것 같다. 그 후, 나는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서 내가 가진 힘의 기본에 대해서 알기 위해 힘썼다. 모른다는 것. 그것 또한 두려움으로 다가왔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터무니없이 그 힘을 사용해왔는지 알게 되면서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내가 가진 힘을 일단 오랜 시간을 거쳐 검증된 길에 맞추기 위해 노력했고, 그 길에 맞춤으로써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그때의 내가 꼭 불안정했다고는 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찾지 못한 새로운 길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안정을 위해서 그 길을 기꺼이 되돌아갔다. 나는 젊었다.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들보다 적은 나이이니 기꺼이 오랜 시간을 거쳐 검증된 길에 맞춘 것이었다. 혹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역시나 불안 요소는 있었다. 바로 데스 마스터, 그 미지의 경지이다. 그러나 그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고는 해도 그와 비슷하게 평가 받는 경지에 비해서 거의 알려진 것이 없고, 올라간 이의 숫자도 현저히 적다. 이런 불안 요소는 내가 현재, 즉 데스 마스터라는 위치에 만족하고 머무른다면 해결될 문제였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는 어느새 한 명의 네크로맨서. 생명으로써 죽음을 이해하고 불노불사를 꿈꾸는 네크로맨서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의 경지에 안주하지 못하고 보다 높은 곳에 대한 갈증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나는 높은 경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불안 요소를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해왔으나 더 이상 누군가 이끌어줄 수 없는 길, 그 길을 걷기 시작했고,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내심 많이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그 길이 틀리지 않다는 확신을 한 후에 가지게 된 안도감, 그 안도감으로 인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흘리게 된 것이다. 이대로 계속 이 길을 나아가도 된다는 안도감 말이다. 잠시 동안 나는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가만히 두었다. 그렇지만 소리 내어 울지는 않았다. 이 눈물은 기쁨의 눈물이니까.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 두근두근! 두근두근! 빠르게 뛰는 나의 심장소리. 이 모든 소리가 나의 귀에 들려올 정도로 나는 지금 긴장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나의 눈앞에 놓인 2권의 책! 데스 마스터이자 네크로맨서의 아버지인 베이트로 게이시스가 남긴 2권의 책 때문이었다. 나는 한동안 울면서 마음을 안정시킨 뒤, 바로 이 2권의 책을 아공간에서 꺼내어 실험 용구들이 가득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아공간에서 책을 꺼내기 위해서 손을 집어넣었을 때, 그리고 책을 손으로 집어 들었을 때 느낀 것. 그것은 바로 최근에 느끼게 된 죽음과 생명이었다. 나는 책 2권에 담긴 죽음과 생명을 느끼고 어찌나 긴장했는지, 마치 갓 태어난 어린 아기를 다루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책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잠시 동안 가만히 있었다. 베이트로이 게이시스가 남긴 이 2권의 책과 그가 남긴 쪽지의 내용, 즉 ‘생명의 공백을 채우는 죽음을 이해하는 자, 나의 모든 것을 차지하게 되리라’라는 내용을 몇 번이나 되새겼다.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유산! 이제 곧 내가 그의 모든 것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는 바로 데스 마스터! 내가 앞으로 올라야 할 경지에 올랐던 이! 분명 그의 유산 또한 대단할 것이다. 데스 마스터이니 그가 제작하고 만들어낸 것은 마법서라든지 아티팩트, 혹은 언데드일 수도 있다. 과연 그의 유산은 무엇일까? 혹시 본드래곤? 아니면 고대의 9써클 마법서? 나는 머릿속에서 갖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러나 곧 정신이 든 나는 걱정이 앞섰다. 데스 마스터의 유산을 내가 차지하게 되었다는 소문이 돌면 어떻게 될지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하였다. ‘이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라는 명언이 머릿속에서 떠돌면서 말이다. 그렇게 된 걱정은 끝이 없었다. 혹시 내가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유산을 거두게 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되어 아공간에 넣어두었던 데스리치 세트를 꺼내어 착용했고, 만약을 위해서 방어마법까지 시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혹시 엄청난 마나가 뿜어질까봐 개인 실험실 여기저기에 하이드 마나 포스 마법진을 설치하고 발동시켜 놓는 등, 정말 쉬지 않고 일을 벌였다. 게다가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지금 내 뒤에는 셰인을 비롯한 본마스터들과 잭까지 대기시켜놓은 상태였다. 그래도 어떤 일이 벌어질 줄 몰랐기에 나는 여전히 조마조마했다. 쿵! 쿵! [거참! 마스터! 보는 사람이 다 답답해 죽겠수다!] [키키키! 마스터답지 않은데. 키키키!] 계속 뜸을 들이는 나를 보며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두드리는 우라노스와 그런 나를 보며 놀리는 빌리. 후~우. 확실히 나답지는 않지. [마스터,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스터의 곁에는 저희들이 있습니다.] “고마워, 셰인.” 셰인의 말에 나는 조금 불안을 덜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를 돌아 모두를 바라보았다. 암묵적인 본마스터들의 지휘관이자, 가장 먼저 나의 종으로 만들어진 셰인. 평소에는 말도 없고 조용하지만 플레임이란 단어가 붙는 만큼 전투에 있어서는 화끈한 볼케이노. 그리고 거의 말하는 것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을 만큼 냉정한 프로스트. 장난기 많고 사악하기 그지없는 빌리와 충직한 기사의 표본이라 생각되는 켈트.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보를. 발톱을 감춘 맹수와 같은 킬. 힘 빼면 남는 것이 없는 우라노스. 마지막으로 뒤늦게 나의 종이 된 마치 고귀한 귀족처럼 보이는 잭. 이렇게 모두를 보고 나자 왠지 마음이 든든해졌다. 이들은 나의 종이자 동료, 그리고 나의 힘이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동안 그들을 쳐다본 후, 다시 뒤돌아서서 심호흡을 하고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유산인 2권의 책에는 각각 다른 것이 들어 있었다. 그중 상권에 해당하는 네크로맨서 입문서에는 생명이, 하권에 속하는 상급 네크로맨서를 위한 참고서에는 죽음이 들어 있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각 권의 백지 부분, 즉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페이지마다 생명과 죽음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전에 얻은 생명과 죽음에 대한 깨달음이 없었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생명과 죽음이 말이다. 분명 이 책들이 만들어진 지 수백 년이 지났을 터인데도 그럴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다시 한 번 데스 마스터인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힘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나도 역시 종이나 사물에 생명과 죽음을 담는 실험을 했지만 거의 성과는 없었다. 이 실험은 그 물건마다 각자 고유의 생명이 있고, 그 다른 생명으로부터 생명을 뽑아 주입해도 두 생명은 섞이지 않았다. 그리고 물건의 고유 생명을 제외하고는 결구 흩어졌기에 그만두었다. 그나마 담을 수 있는 생명과는 다르게 죽음은 아예 담는 것조차도 하지 못했다. 대기의 죽음을 모아 물건에 주입하게 되면 주입된 죽음으로 인해서 물건의 생명은 점차 사라져갔고, 그 생명이 사라지자 낡아버리거나 결국 ‘수명’이 다해서 바스러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종이에 생명뿐만 아니라 죽음까지 담다니.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당장이라도 이 책에 있는 것들을 실험하고 싶은 마음이 무궁무진하게 솟구쳤지만 참아야 했다. 일단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유산을 얻어야 하고, 혹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대비해야 했으니까. 잠시 심호흡을 하고 상권에 해당하는 네크로맨서 입문서를 펼치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손을 얹었다. 그리고 내가 펼칠 준비를 하자 셰인을 비롯한 본마스터들과 잭은 언제든 나를 보호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그래, 혹시 무슨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저들이 나를 지켜줄 테니 걱정 말자. 나는 다시 심호흡을 하고는 책에 손을 댄 채 뒤돌아 모두를 바라보고는, 다시 몸을 돌리고 마침내 책을 펼쳤다. ......... ......... ......... 잠시 동안의 정적. [아무 일도 안 일어나잖아. 쳇! 재미없게.] 정적이 빌리의 말로 인해 깨어졌다. 그의 말대로 펼친 후에 은근히 기대하고 있던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괜히 긴장했네. “어라? 이건.” [응? 왜 그러십니까. 아... 마스터, 너무 상심하실 것 없습니다.] “에? 상심이라니?” [마스터......] 갑자기 나를 위로하는 셰인의 행동에 나는 조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봐 셰인,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지 말라고. 셰인만 나에게 불쌍하다는 눈빛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셰인을 비롯한 본마스터들과 잭은 나에게 다가와 펼쳐진 책을 보고 모두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는 불쌍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설마... 이 글자가 보이지 않는 건가? “모두들, 이 책의 글자들이 안 보이는 거야?” [...마스터, 쉬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군요. 이 잭이 그동안 배운 모든 솜씨를 동원해서 최고의 만찬을 준비하겠습니다.] [마스터, 황궁 보물 창고라도 털어다줄까?] [우라노스, 같이 가자. 나도 한손 거들어주마.] [나도 가지.] 쉬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는 셰인과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라고 최고의 만찬ㅇ르 준비하겠다는 잭. 그리고 황궁 보물 창고라도 털어줄까라고 말하는 우라노스와 이를 돕겠다고 말하는 빌리와 볼케이노. 이와 함께 자기도 돕겠다는 의사로 한 걸음 앞으로 나오는 프로스트를 보며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보이지 않은 건가. 아까 내가 놀랐던 이유는 바로 아무것도 없는 페이지에 글자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정작 셰인을 비롯한 본마스터들은 그런 나의 행동이, 종이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아 상심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말이다. 그들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모양이지만 나는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던 페이지를 가득 채운 글들을 말이다. 그 글들의 필체는 분명 네크로맨서 입문서의 것과 일치하였고, 이에 그 글을 베이트로이 게이시스가 썼음을 알 수 있었다. 이후 나는 그 글들을 좀 더 관찰하다가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페이지를 가득 채운 그 글들을 이루는 것이 바로 책에 담긴 생명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봐도 잉크로 쓴 글처럼 보이는데 말이다. 이거 정말 놀라운걸.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계속 글들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글을 보고 읽고 있는 후배여, 우선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른 자인 그대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네.> [마스터 설마 진짜로 글자가 있는 것입니까?] “어? 응! 아무래도 모두의 눈에는 안 보이는 것 같지만 내 눈에는 확실히 보여, 이 글자들이!” 셰인의 질문에 내가 자신 있게 답하자, 그는 펼쳐진 책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셰인은 아무 말 없이 나를 믿어주었고, 만약의 사태를 위해서 수다를 떨고 있는 모두를 불러 대비하도록 했다. 이에 다른 본마스터들은 조금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셰인의 말을 따라 나를 호위하기 위해서 내 주위로 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셰인은 나의 뒤에 섰다. [지금부터는 책을 읽는 데 집중하십시오. 호위는 저희들에게 맡기시고.] “고마워, 셰인. 그럼 부탁해.” [예스! 마스터.] 그럼 읽어볼까. 나는 터질 듯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글을 보고 읽고 있는 후배여, 우선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른 자인 그대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네. 어떻게 자네가 데스 마스터가 아닌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른 자인 것을 알았는지 묻는다면, 지금 자네가 보고 있는 이 글은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른 자’만이 볼 수 있는 글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해주겠네. 내가 데스 마스터에 오르긴 했지만, 이와 비슷한 경지로 알려진 그랜드 소드 마스터나 8써클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르는 것보다 힘든 일이네. 그래서 나는 갖가지 경우를 생각하고 준비했지. 지금 자네가 읽는 이 글들은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른 자가 읽을 경우를 생각해 준비한 것이라네.>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른 자가 읽을 경우라는 이 글이 나온다는 말은,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 이 책을 본다면 다른 글이 또 있다는 말. 하하하! 정말 어이없군. 생명을 종이에 담은 것도, 또 글을 쓴 것도 놀라운데 경지에 따라 다른 글이 나오게 하다니. 하하하1 <그렇게 놀랄 것 없네. 자네는 데스 마스터에 다다른 자.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다면 자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니 말이네. 일단 내 소개를 하지 잘 알고 있겠지만 나는 데스 마스터. 과분하게도 죽음의 성자라는 칭호로도 불리는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라네. 그럼 내 소개도 끝났으니 이제 자네 소개를 해보겠나.> 내 소개를 하라고? 나의 소개를 하라는 문장을 보고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도 어이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미소 지으며 내 소개를 했다.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나의 이런 행동에 황당해했겠지만, 뭐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곧바로 소개를 했다. 이제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모든 것을 차지하게 될 텐데, 그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 “저는 한스, 아니 본명으로 하지요. 호상민이고,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른 자입니다.” 그런데 내 소개를 마치자마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바로 ‘자네 소개를 해보겠나’라는 문장의 바로 아래의 문장이 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자네는 꽤 괜찮은 사람이거나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상당히 가까운 것 같군. 아니면 미쳤거나. 꽤 괜찮은 자네에게 한 가지 선물을 하지. 선물은 모든 글을 읽고 나서 주도록 하겠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지. 이 늙은이의 자서전쯤으로 생각하고 재미있게 읽어주길 바라네.> 베이트로이 게이시스. 그는 4살 때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의 부모는 그가 마족의 아이, 악마의 아이라는 이유로 그를 팔아버린 것이다. 그는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죽은 자들을 보는 사령안과 죽은 자들을 본다는 것은 같지만 다른 한 가지 기능이 더 있는 눈, 즉 죽은 자들을 보고 지배하는 눈! 사안(死眼)을 가졌던 것이다. 어렸을 당시 그는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지만, 그의 부모는 그렇지 않았다. 허공에 대고 이야기하고 울고 웃는 아이, 그리고 그 아이를 보호하는 죽은 자들로 인해 그는 버려진 것이었다. 처음 얼마 동안은 부모가 아무리 먼 곳, 위험한 곳에 버려도 죽은 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집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그럴수록 부모는 그를 두려워하며 점차 공격적으로 변해갔다. 약 세 달 동안 버려지고 되돌아오는 것을 반복한 어린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는 결국 그의 스승, 중급 네크로맨서 벤 게이시스에게 1골드에 팔렸다. 그 후, 그는 단 한 번도 부모를 보지 못했다. 벤 게이시스는 고작 중급 네크로맨서였지만, 보통 네크로맨서와는 달랐다. 그 당시 네크로맨서는 흑마법사와 동급 취급을 받았고, 네크로맨서들은 복수를 꿈꾸고 힘으로써 인정받으려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그의 스승은 그렇지 않았다. 일명 친화파. 말로써, 도움으로써 대륙에 네크로맨서를 인정하게 하려는 소수의 친화파 네크로맨서였다. 그 수준은 낮은 네크로맨서였지만 말이다. 그를 스승으로 모신 뒤, 15년은 정말 즐거웠다. 인자한 할아버지-그는 벤 게이시스를 그렇게 표현했고, 글의 내용에서도 그렇게 느꼈다-같던 그는 베이트로이에게 자신의 성을 주고, 이후 제자로 거두어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의 친손자처럼 대해주었다. 그리고 처음 5년간 그는 놀기만 했다. 물론 글을 배우기도 하고 기초적인 마법 상식은 어렸을 때부터 배웠지만, 그 외에는 보통의 어린 아이들처럼 자유롭게 놀게 했다. 단지 그 아이들과 조금 달랐던 그는 조금 나이를 먹고 6살이 된 직후, 자신이 보통 아이들처럼 놀아도 되는지, 마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닌지 그의 스승에게 물어보자, 스승 베이시스는 인자한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다. ‘어린아이는 그런 생각을 할 필요 없단다. 그리고 어린아이가 어린아이답게 노는 것은 당연한 거란다. 네가 마법을 배우긴 했지만 너는 마법사기 이전에 어린아이다. 어린아이는 놀아야지, 암.’ 책의 내용에 의하면, 당시 그의 나이 때의 마법사의 제자로 들어간 이들은 혹독한 환경에서 오직 마법만 공부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그러나 그의 스승을 비롯한 친화파 네크로맨서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의 교육 방침이 네크로맨서, 그러니까 한 명의 마법사가 되기 이전에 한 명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교육 방침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는 꽤나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그 외의 내용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뭐, 중간에 유년기에서 청년기로, 성년기로, 또 어떨 때는 중, 장년기에서 유년기를 왔다 갔다 했지만 글의 내용은 그가 겪은 일들과 추억에 대한 얘기들이었다. 그러다가 책의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서 나는 경악하고야 말았다. 그가 대륙에 네크로맨시 학파를 인정받기 이전에 그는 이미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에 가장 가까이 갔던 자이자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의 군사, 데스리치’라고 말이다. 정말 놀라웠다.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께 들을 바에 의하면, 그는 분명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말이다. 리치의 모습, 그러니까 해골바가지의 모습이 아닌 사람의 모습을 말이다. 그런데 그때 이미 리치였다니,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데스리치였다고 언급한 것은 그 부분뿐이었다. 결국 내용은 그가 이 책의 제작에 들어간 목적을 말하는 것을 마지막 페이지로 끝을 맺었다. <내가 이렇게 오십 권의 네크로맨서 입문서와 오십 권의 상급 네크로맨서를 위한 참고서를 제작한 목적은 두 가지네. 첫 번째는 바로 겉으로 표현된 목적, 바로 후배들을 위한 것이지. 모든 것은 처음, 기초가 중요한 법. 나는 그것을 입문서로서 다지고 상급 네크로맨서를 위한 참고서로 되새기도록 만들기 위해서 제작했네. 아마도 자네도 눈치 챘을 것이라 생각하네. 다음 두 번째 목적. 이것이 바로 진짜 목적이라네. 일단 그것에 대해 설명하기 가르쳐 줄 게 있네.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언데드의 영혼은 구원받지 못하고, 윤회의 고리로 되돌아가지 못하네. 하나, 나는 가능하네. 그것은 바로 내가 데스리치이기 때문이지. 데스리치는 죽은 자들의 군주이자, 데스로드에 가장 근접했던 자이기에 가능하다네.> “마, 말도 안 돼!!!” 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미 언데드인 자가 영원을 얻어 죽되 산 자가 되어, 윤회로부터 버림받은 영혼이 어떻게 다시 윤회의 고리로 되돌아갈 수 있단 말이야! 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아무리 데스 마스터보다 높거나,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라는 데스로드에 근접한 경지라고 해도 말이다. 나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것은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나는 그 후,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잠시 책을 내려놓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언데드가 다시 윤회의 고리로 돌아가다니 말이다. 좀처럼 흥분은 가라앉지 않아 결국 나는 그 상태에서 다시 책을 들어 읽기 시작했다. <아마 자네는 믿지 못하겠지. 어찌하여 영원을 얻어 죽되 산 자가 되어, 윤회로부터 버림받은 자가 다시 윤회의 고리로 되돌아갈 수 있는지 말이지. 그러나 사실이네. 데스리치의 경지는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인 데스로드에게 가장 가까웠던 자만이 될 수 있기에 가능하네. 나조차도 처음에 믿지 못할 정도였으니 자네의 그 마음 이해하네. 하지만 믿게. 믿는 수밖에 없네. 나는 데스리치가 되고 한참 뒤, 그러니까 제국과 대륙에 네크로맨시 학파를 인정받게 만들고 난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 알게 되었다네. 다시 윤회의 고리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동시에 나는 내가 범한 한 가지 잘못과 두 가지 진실을 알게 되었고, 두 가지 미련을 가지게 되었다네.> 한 가지 잘못과 두 가지 진실, 그리고 두 가지 미련이라... 그건 뭐지? <먼저 두 가지진실 중 하나는 내가 데스리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네. 내가 범한 한 가지 잘못만 아니었다면 나는 분명 데스로드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또 다른 진실은 데스로드의 경지가 내가 생각하는 그 이상이라는 것이라네. 하지만 이 이상은 데스로드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겠네. 어찌 보면 자네와 나는 경쟁자이니 말이네. 데스로드라는 골인 지점을 향해서 달려가는 경쟁자 말일세.> 글의 내용이서 미루어 짐작해 나는 그가 범한 한 가지 잘못에 대해서는 눈치 챌 수 있었다. 바로 스스로 리치가 되어 언데드가 된 것과 데스로드란 경지는 절대로 언데드가 되어서는 오를 수 없는 경지라는 것을. 나는 이 사실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인 데스로드가 어째서 언데드가 되어서는 오를 수 없는 경지인 거지? 데스로드는 모든 언데드들의 군주이자 지배자잖아. 그런데 정작 모든 수하들은 언데드이면서 그 지배자가 살아 있는 자라니. 뭔가 이상한데.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확인해볼 방법이 없었기에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나는 다시 책에 집중했다. <아마 내가 언급한 한 가지 잘못으로 인해서 자네는 한 가지 힌트를 얻었겠지. 믿기지 않겠지만 믿어야 할 걸세. 데스로드의 경지는 내가 그리고 자네가 생각했던 그 이상의 경지니까. 자네는 나에게 빚을 진 것이지. 빚을!> 왜 빚을 언급하는 거지? 이 빚을 언급하는 것으로 페이지는 끝나 있었기에, 나는 다음 페이지를 보기 우해서는 이번 페이지를 넘겨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 페이지를 잡고 망설였다. 만약 이 페이지를 넘기면 꼭 어떤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빚이 자꾸 마음에 걸려서 말이다. 어떻게 하지? 지금까지는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었다. 아니, 없지는 않았다. 데스로드란 경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정보를 얻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것 외에는 얻은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으으으... 에라이! 모르겠다! 결국 나는 결정을 내리고는, 정신방어를 굳건히 하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라오까지 불러낼까 했지만 그만두었다. 잠시 후, 나는 다음 장을 조심히 펼쳤다. 고오오오!!! [마스터!] [마스터!] 으으으, 제길! 이럴 줄 알았어! 역시나 다음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뿜어져 나오는 빛. 그 빛이 나를 감싸자 점차 의식이 희미해졌다. 그때 갑자기 나는 예전에 보았던 소설의 한 내용을 기억해냈다. 자신의 영혼을 책에 봉인한 뒤, 책을 펼친 자의 육체에 들어가 육체를 빼앗는 내용을 말이다. 이제야 기억해 내다니! 크윽! 이대로 육체를 빼앗기고 마는 것인가! 나는 정신적으로나마 완강히 저항했다. 그러나 아무 소용없었다. 어떠한 것도 나의 영혼으로 악의를 가지고, 혹은 설사 있을지도 모르는 선의를 가지고 침범하려는 것이 도저히 느껴지지 않으니 저항할 수도, 버틸 수도 없었다. 점차 흐려지는 의식! 주변에서 들려오는 모두의 목소리. 결국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한스가 베이트로이 게이시스가 남긴 책의 빛에 휩싸여 정신을 잃은 시각, 대륙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대륙 전역에서 난 화재! 귀족가의 서재와 고위 마법사의 서고, 그리고 도둑 길드 마스터의 비밀문서 보관 금고에서, 심지어 황가와 왕가의 도서관과 보물 창고에서조차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그 일로 인해 수많은 고서들이 불타 소실되었고, 또한 저택까지 타버린 귀족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그 화재가 한 가지 공통점에서 시작되었음을. 그리고 그것이 바로 베이트로이 게이시스가 남긴 2권의 책을 가진 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들은 그 사실을 생각하지 못하고 각기 다른 방향에서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스가 모르는 사이, 대륙에는 최초의 공휴일이 정해지고 있었는데, 바로 ‘불조심의 날’이었다. “이보게, 이보게, 그만 일어나게.” “으음. 조그만... 조금만 더.......” “나야 상관없지만 자네는 오늘 투 타워 토너먼트에 출전해야하지 않나.” 벌떡! 이, 이런! 내가언제 잠들었... 어라? 그런데 여기는? 오늘 투 타워 토너먼트에 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난 나. 집이라고 생각하며 급히 뛰어나가려고 했는데, 주변이 눈에 들어오자 엉거주춤한 자세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온통 새하얀 공간이다. 그리고 이 공간에는 오직 나와 한 인자한 얼굴의 할아버지만 있을 뿐이었다. “허허허. 이제야 일어났군, 한스 군.” 나에게 말을 걸어오시는 할아버지. 적의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난생처음 만난 이 할아버지에게 나는 알지 못할 친근함마저 느끼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러다 보니 경계하고자 하는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도대체 이분은 누구시지? 그리고 이곳은 또 어디고? 참, 내가 언제 잠들... 맞다! 책! 책에서 나온 빛에 감싸인 후에 정신을 잃었지. 나는 그제야 내가 어떻게 해서 정신을 잃었는지 기억해낼 수 있었고, 지금 있는 공간과 이 할아버지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허허허. 눈치 챘나 보군. 맞네. 자네 생각대로지. 정식으로 내 소개를 하겠네. 나는 베이트로이 게이시스. 자네의 정신 공간으로 침입한 불청객이라네.” 데스 마스터이자 네크로맨서의 아버지, 그리고 죽음의 성자란 호칭으로 불리는 자인 베이트로이 게이시스! 그가 바로 나의 정신세계로 들어왔던 것이다. 설마 했지만 정말일 줄이야. 만약 보통 네크로맨서였다면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를 만난 것만으로도 매우 기뻐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았다. 현재 이곳은 정신세계. 저자는 말 그대로 불청객이기에 나는 경계를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여기 있는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는 나의 육체를 빼앗기 위해서 온 자이니 말이다. “너무 경계하지는 말게. 나는 자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어리석은 일을 벌일 생각이 없으니. 일단 차를 좀 내주겠나. 웬만하면 밀크 티로 부탁하네.” “에?” “뭐 하는 건가? 만들어내지 않고.” “예?” “허! 거참, 이곳은 자네의 정신세계일세. 그러니 모든 것은 자네 마음대로이지. 이쯤 설명해줬으면 됐겠지. 어서 만들어주게.” “아, 예. 그런데 뭘.......” “허허허. 일일이 설명해줘야 아나. 안 되겠군. 이러다가는 차도 못 얻어 마시겠어.” 덥석! 나는 갑자기 나의 손을 덥석 잡는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행동에 놀라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무슨 늙은이가 이렇게 힘이 센 거야! 아무리 힘을 주고 저항을 해봐도 소용없었지만 나는 계속해서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무것도 없던 새하얀 공간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고풍스러운 방과 고급스러운 가구들, 그리고 왠지 귀중해 보이는 책꽂이의 책들과 준비되어 있는 차. 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자네가 너무 뜸을 들이는 것 같아서 내가 준비했네. 아아, 정말 오랜만에 마셔보는 밀크 티로구만. 자네도 어서 들게. 자네가 어떤 차를 좋아하는지를 몰라 녹차로 준비했네.” “아, 예.” 어느새 나의 손을 놓은 베이크로이 게이시스는 의자에 앉아,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볕의 따스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하~아. 자네는 정말 어쩔 수 없구만. 일단 앉게. 차근차근 설명해줄 테니.” “아, 예.” 나는 왠지 내가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베이트로이 게이시스가 쳐다보는 눈빛은 마치 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보는 친할아버지의 눈빛과 같았기 때문이다. “일단 묻지. 자네 정신세계가 뭔지는 아나?” “자세한 것은 모르고, 모든 것이 정신에 의해서 좌우되는 세계라고 알고 있습니다. 또 누구나 자신만의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요.” “흠, 다행히 완전히 모르는 것은 아니군. 그런데 방금 그 행동은 뭔가! 내가 아까 몇 번을 말했나! 이곳은 자네의 정신세계라고! 그런데 자신의 정신세계에 갓 정신을 차렸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구축하지 못하고, 조각에 해당하는 나에게조차 주도권을 빼앗기다니! 도대체 정신머리가 제대로 박혀 있는 건가! 없는 건가!” “죄, 죄송합니다!”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님의 말에 내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나의 세계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떤 저항조차 못했다. 아니 저항은 했다. 정신적으로 했어야 할 저항 대신 육체적으로 생각하는 저항을 말이다. 그야말로 다른 자에게 육체를 빼앗겨도 할 말이 없는 지경이었다. 정말 면목이 없었다.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님은 정신이 깨어나는 것을 기다려줬을 뿐만 아니라 이곳이 나의 정신세계라고까지 가르쳐주셨는데...... “후~우. 미안하네. 내가 너무 흥분했군. 하긴 자네가 지금 같은 것도 당연하지. 뻥튀기 데스 마스터이니 말이야. 아, 미안하네. 아까 자네에게 손을 댔을 때, 자네에 대해 미리 알아보았네. 일단 사과하지.” “아, 아닙니다. 다 무방비한 저의 잘못입니다. 오히려 여러 가지로 꾸짖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 오히려 내가 감사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불청객이긴 하지만 이분은 나의 육체를 전혀 빼앗을 의사가 없었고, 여러 가지로 가르침을 주셨으니까.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자네는 나에게 총 두 개의 빚을 졌네.” “아, 알고 있습니다.” “그럼 이야기가 쉽겠군. 다시 나를 소개하겠네. 나는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조각이라 하네. 정확히 영혼의 파편이지.” “여, 영혼의 파편!” 영혼의 파편! 그것은 영혼을 일부 떼어냈다는 말! 나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영혼의 상처를 잠시 입는 것조차 엄청난 일인데, 파편이라니. 하하하! 정말 오늘 여러 번 놀라는군. “너무 놀라지 말게. 자네도 머지않아 할 수 있게 될 테니까.” 번뜩! “그 말씀은.......” “그래. 짧으면 오 년, 길면 삼십 년이면 자네도 데스 마스터가 될 걸세.” “그, 그렇군요.” “그 얼굴은 뭔가? 자네 나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높은 경지인데, 너무 늦다고 생각하다니. 쯧쯧쯧.” “며, 면목 없습니다.” 확실히 짧으면 5년이란 말에 나는 조금 실망했다. 머지않아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님의 말에 나도 곧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말 면목이 없다. 확실히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님의 말대로 나의 경지는 나이에 비해서 엄청 높은 경지이다. 그런데도 만족을 못하다니! 못난 것! 못난 것! “그만 자책하게. 자신의 잘못을 알면 되는 게야. 이 세상에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조차 모르고 사는 사람이 많으니 아는 것만으로도 됐네. 자자, 그럼 빚을 받아보실까.” 이에 나는 잔뜩 긴장한 채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님을 주시했다. “너무 긴장하지 말게. 단지 나는 두 가지 부탁을 하려는 것뿐이니 말일세.” “두 가지 부탁이요?” “그렇다네. 절대로 자네에게 무리가 되는 부탁은 아니라네. 오히려 자네에게 이익이 됐으면 됐지, 손해가 아니라네. 일단 어떤 부탁인지 말해야겠지. 첫 번째 부탁은 바로 나의 제자가 되어달라는 것이네. 그리고 두 번째는 나의 스승이 되어주게.” “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자가 되어달라고 하셨다가 스승이 되어 달라니요?” 베이트로이님이 나에게 말한 그 2가지 부탁은 너무나도 엉뚱하여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의아스런 표정으로 베이트로이님을 쳐다보자 베이트로이님은 그저 나에게 인자한 미소만 지어 보이셨다. “내 차근차근 설명해주겠다. 윤회의 고리로 돌아가기 전에 ‘과거의 나’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는 두 가지 미련을 갖게 되었네. 첫째는 바로 정식 자제. 게이시스라는 성을 물려줄 정식 자제를 키우지 못했기에 나는 자네에게 제자가 되어 달라고 한 것이네. 나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모든 것을 물려받고 차지할 자로서 말이네.” “그, 그렇군요. 그렇다면 두 번째 부탁인 스승이 되어달라는 말씀은 도대체......” “그건 바로 ‘현재의 나’의 스승이 되어달라는 말이었네.” “아!!” 나는 그제야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현재 베이트로이님은 윤회의 고리로 되돌아가 환생한 자신의 스승이 되어달라는 것이었다. 확실히 나에게는 전혀 손해 보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엄청난 스승을 얻어서 좋고, 잠재력이 뛰어난 제자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분명 ‘현재의 나’의 스승이 되어달라고 한 만큼 무슨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환생한 베이트로님을 찾을 수 있는. 나는 단번에 2가지 부탁 모두를 들어주겠다고 말하려다가 잠시 멈추었다. 왠지 양심에 찔리고 속이 보였기 때문이다. 훌륭한 스승을 얻고, 동시에 제자를 얻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과연 받아들여도 되는 것일까? “너무 고민할 것 없네. 자네가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강제로 제자로 만들 생각은 없으니까. 하지만 두 번째 부탁만은 꼭 들어주어야 하네.”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질문?” “예. 단지 저를 제자로 받아들이는 이유가 현재의 자신에게 훌륭한 스승을 만들어주기 위함입니까?” “... 이거 정곡을 찌르는군. 솔직히 말하면 그렇다네. 현재 환생해 있는 나 자신을 위해서 그런 것이네. 뭐, 또 다른 이유도 있지만 주목적은 바로 그것이네. 적어도 ‘파편’인 나에게는 말일세. 물론 다른 ‘나’는 그렇지 않겠지만.” “다른 나? 그렇다면 파편은 하나가 아니라는 말입니까?” 나는 또 다른 파편이 존재한다는 소리에 놀랐다. 도대체 데스 마스터란 경지는 얼마나 엄청난 경지인 것인가. “완전한 ‘나’는 꽤 괜찮은 인물이지. 인자하고 훌륭한 스승 아래에서 자라고 배운 만큼 제자를 친자식처럼 생각하지. 하나, ‘파편’인 나의 주 존재 목적은 바로 두 번째 부탁에 있네. 자, 이제 어떻게 하겠는가. 나는 모든 것을 말했네.” “후~우. 결국 제가 거부한다고 해도 억지로 약속을 하게 만들 것 아닙니까. 기왕 이렇게 된 거 손해만 볼 수는 없지요! 두 가지 부탁! 모두 들어드리겠습니다.” “잘 생각했네. 아니, 잘 생각했구나, 제자야. 그럼 시작하자꾸나.” “예.”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베이트로이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는 정신세계임에도 심장이 터질 듯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그 나와 베이트로이 스승님이 하려는 것은 바로 마나의 맹세. 이는 스승과 제자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의식이었다. 언젠가 제자를 받아들일 때를 위해서 알아둔 것인데, 내가 실제로 경험하게 된 것이다. 내가 무릎을 꿇은 후 느껴지는 엄청난 존재감은 고작 영혼의 파편이건만, 이런 엄청난 존재감이 느껴지다니. 정말 놀라웠다. “나, 베이트로이 게이시스!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에 가장 가까웠던 자. 그대의 이름은?” “제 본래 이름은 상민, 성은 호. 이세계에서의 제 이름은 한스.” “그대 상민이자 한스인 자여, 마나와 영혼의 흐름 앞에 나의 제자가 되었음을 맹세하는가.” “맹세합니다.” “그대 상민이자 한스이고 나의 제자여, 그대의 마나와 영혼의 흐름 앞에 나를 부모와 같이 따를 것이며 배신하지 않을 것임을 맹세하는가.” “맹세합니다.” 우우우웅! ‘맹세합니다’라고 말하자마자 공명하기 시작한 나의 육체의 마나와 영혼. 정신세계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의식은 끝나지 않았다. 잠시 후, 마지막 의식이 이어졌다. 나의 스승인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님이 나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이고는, 두 손으로 나의 머리를 가볍게 만지며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나를 천천히 일으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나 베이트로이 게이시스! 이 자리에서 상민 호 게이시스이자 한스 게이시스를 마나와 영혼의 흐름 앞에 나의 제자로 받아들일 것이며, 나의 자식처럼 여길 것을 맹세하노라!” 말을 마치신 스승님은 나를 껴안았다. 이에 나 역시 스승님을 껴안고 우리는 서로 마나를 주고받았다. 정신세계에고, 스승님께서는 영혼의 파편이지만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너무도 따듯하고 포근하며 동시에 근엄한 스승님의 마나를. 마계, 언데드들이 한데 모여 사는 망자의 대지. 그곳은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키키키키! 그어어어! 쿵쿵쿵! 크아아아! 망자의 대지의 언데드들이 일제히 발광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대한 좀비 자이언트와 스켈레톤 자이언트를 비롯해 이지를 거의 상실한 언데드들은 그 자리에서 발을 구르고, 일반인이 들었다면 실신했을 만한 살벌한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원령과 망령, 레이스와 와이트, 쉐이드 등은 망자의 대지의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소름끼치는 웃음을 내뱉고 있었다. 이런 하위 언데들의 행동과 다르게 이지를 상실하지 않은 상위 언데드들은 조용했다. 죽음의 기사 데스 나이트와 죽음의 파괴자 데스 브레이커, 스켈레톤 군단의 새로운 힘인 본시리즈와 윤화의 고리로부터 벗어나 영원을 얻은 대신 죽되 산 자가 된 리치, 죽은 여인의 분노와 한이 맺혀 민들어진 벤시, 그리고 목 없는 기사 듀라한과 이지를 완전히 상실하지 않은 에이션트 좀비와 에이션트 구울. 이 모든 상위 언데드들은 조용하면서도 매우 경건한 모습이었다. 그런 그들의 중앙에는 그들의 지배자들이 있었다. [모두 느끼고 있겠지.] [물론.] 데스 나이트의 지배자인 스칼런의 말에 언데드들의 지배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현재 상민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들의 군사였던 자와 자신들의 군주가 될지 모르는 자의 인연의 끈이 이어졌음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망자의 대지의 언데드들이 발광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언데드들이 발광하는 이유는 환희! 자신들의 군주가 탄생할 확률이 보다 높아졌음을 본능적으로 느꼈기에 발광을 한 것이다.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는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인 데스로드에 가장 가까웠던 자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던 그가 바로 자신들의 군주가 될지도 모르는 자의 스승이 된 것이다. 그렇기에 모든 언데드들은 기뻐하였다. 이것으로 군주에 탄생에 필요한 최고의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언데드들의 지배자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군사였던 자와 우리들의 군주가 될 가능성을 지닌 자의 만남. 최고의 환경은 만들어졌다. 모두들 알 것이다. 지금부터가 앞으로 진짜 시작이라는 것을! 숨겨라, 이 사실을! 죽여라, 아는 자들을!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스칼런의 외침에 언데드들의 지배자와 그들을 둘러싼 상위 언데드들의 눈빛이 일시에 차가워졌다. 숨기리라, 군주의 탄생이 가까워졌음을! 죽이리라, 군주의 탄생을 아는 모든 존재를! 이는 모든 언데드들의 본능에 각인되어갔다. “으음.” [저, 정신이 드십니까! 마스터!] [마스터!!] [괜찮은 거야! 마스터!] “아아, 나는 아무렇지 않으니까 걱정할 것 없어. 그보다 내가 정신을 잃고 얼마나 됐어? 셰인.” [삼십 분 정도 지났을 뿐입니다.] 히야~ 정말 정신세계에서 스승님의 말 대로군. 실제 내가 정신세계에서 지냈던 시간은 무려 이틀이었다. 스승님과 마나의 맹세를 하고 나서 나는 스승님에게 부족한 점을 지적받아야 했다. 네크로맨시 학파 마법의 부족한 기초와 이해도, 그리고 경지에 비해서 부족하기 그지없는 마나제어능력과 편법 그 자체인 언데드 제작 등등, 정말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었던 것이다. 사실 나야 뻥튀기 데스 마스터이니 이것은 당연하였다. 거기에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지식은 독학으로 익힌 것들이기에 오히려 부족하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 잔소리를 해대시는지. 정말 너무하셨다. 나는 여러 가지로 지적을 받은 후, 정신세계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리고는 내가 할 일을 지시 받았고 그렇게 하는 데만도 무려 이틀이 걸린 것이다. 귀로서 듣고서 기억하는지 못하는지 몇 번이나 시험 받아야 했던 것이다. 으으으. 정말 너무하시지. 정말 다시는 절대로 정신세계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 현재 스승님, 그러니까 스승님의 영혼의 파편은 나의 정신세계에 남아 있었다. 나는 스승님이 여러 가지를 일러주시고는 사라질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스승님은 사라지지 않고 나에게 정신세계의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겠다고 말하셨다. 이에 처음에는 매우 당황했지만 곧 냉정을 되찾은 나는 스승님께 물어보았다. 과연 그래도 되는지, 그리고 나의 몸에는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불이익은 없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질문이 끝났을 때 나는 또 엄청난 잔소리 공세를 들어야만 했다. 스승 왈, “이 녀석! 오히려 도움이 되면 됐지, 절대로 손해는 아니다! 내가 정신세계에 남아 있으면 네 종잇장보다 약하기 그지없는 정신방어가 무너질 때 내가 대신 방어해줄 수도 있고, 만약 위험해지면 내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도 있다! 어디 그뿐인 줄 아느냐! 내가 네 녀석의 정신세계에 자극을 주면 네 녀석의 정신세계는 더욱 넓어지고 단단해질 것이다! 거기에 정신방어도 강해져갈 것이고! 그런데 제자라는 녀석이 뭐! 불이익이 없냐고! 정말 제자 녀석만 아니었다면 바로 몸을 빼앗아버리는 건데!” 라고 하셨다. 으으으....... [마스터, 따뜻한 차라도 한 잔 드시겠습니까?] 내가 몸을 떠는 것을 보고 따뜻한 차를 권하는 잭. 아마 내가 추워서 떠는 줄 알았나 보다. 나는 그런 잭을 쳐다보며 한 잔을 부탁했다. 그러자 잭은 순식간에 안개가 되어 실험실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잭이 차를 가지러 사라진 사이, 나는 스승님에게 지시 받은 일 중 제일 첫 번째 일을 하기 위해서 몸을 일으키고는 생명이 담긴 책, 네크로맨서 입문서를 집어 들었다. 스승님의 영혼의 파편은 나의 정신세계로 이동했지만, 그로 인한 변화는 없는 것 같았다. 자! 그럼 해볼까! “모두, 호위를 부탁해.” [예스! 마스터.] 내가 뭔가 하려는 것을 눈치 챈 셰인은 바로 다른 본마스터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아까 내가 책을 펼치기 전처럼 진형을 짜고 셰인은 다시 나의 뒤에 섰다. 그럼 시작해볼까. 나는 눈을 감고 대기의 죽음을 느끼기 위해서 감각을 곤두세우고는 점차 느껴지는 대기의 죽음에 천천히 그것을 끌어 모았다. 그러자 죽음은 천천히 나의 의지에 따라 이동하다가 한데 모여 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 구는 좁쌀만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차 커져갔다. 시간이 지나고 내가 눈을 떴을 때, 나의 오른손에는 성인 남자의 주먹만 한 검은색 죽음의 구가 떠 있었다. 만약 이대로 죽음의 구를 살아 있는 누군가에게 던진다면 그 사람은 ‘죽음’을 맞이하고, 언데드화될 것이다. 그만큼 지금 나의 손에 모인 죽음은 대단했다. 죽음의 구, 데스 볼(Death Ball). 나는 이 자리에서 바로 이름을 붙였다.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맞기만 한다면 어떠한 것이든 완벽하게 죽일 수 있으니 딱 걸맞는 이름이었다. 나는 데스 볼을 만든 후, 손에 들린 책을 실험대 위에 올려놓고는 데스 볼을 그대로 책에 내리꽂았다! 스스스스! 우우우웅! 내리꽂힌 데스 볼은 책의 반쪽인 생명이 담겨 있지 않은 페이지를 단번에 삭여버렸고, 생명이 남아 있지 않은 페이지는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그리고 생명이 담겨진 나머지 책의 반은 그대로 죽음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죽음이 생명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죽음에게 자리를 내준 생명은 디기에 퍼져 나가더니 곧 책을 완전히 차지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책이 공명을 멈추자, 남은 것은 원래 두께의 반에 해당하는 새하얀 종이 대신 검은색의 종이로 이루어진 책이었다. 일반 책보다 얇고 불길하게 검은색 종이로 이루어진 책. 이것이 바로 베이크로이 게이시스, 즉 나의 스승이 된 자이자, 데스 마스터의 경지를 뛰어넘었지만 데스로드가 되지 못한 자, 그리고 네크로맨서의 아버지의 유일무이한 유산이었다. 비록 반쪽이지만 말이다. 나는 변화를 마치고 죽음이 자리 잡은 책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손을 통해서 흘러 들어오려는 책에 자리를 잡은 죽음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은 곧 멈추었다. 드디어 나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 윤회의 고리로 회귀하기 전에 만들어낸 역작! 스스로 칭하기를, 신기라 부르기에 부끄럽지 않은 아티팩트! 생명과 죽음의 서 중, 죽음의 장이 나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 [감축드립니다!] [감축드립니다!] 내가 책을 손에 들자 일제히 들려오는 목소리들. 그 목소리들은 지금까지 나를 위해서 진영을 유지한 채 서 있던 본마스터들의 것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두를 쳐다보며 미소만 지어보였다. 그 후, 나는 더 이상의 위험은 없다며 모두를 돌려보냈다. 하지만 여러 가지로 물어볼 것도 있고, 실험해볼 것도 있었기에 차를 준비해온 잭과 본마스터들의 리더인 셰인은 남겨두었다. 생명과 죽음의 서(Book Of Life&Death). 이것은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고 데스리치가 되었지만 그 이상의 경지인 데스로드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나의 스승, 베이트로이 게이시스가 만들어낸 아티팩트이다. 스승님이 말하시길, 자신이 만들었지만 드래곤이 만들어낸 아티팩트와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처음엔 이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스승님이 만드신 책은 총 100권. 이 말은 100권 전부가 아티팩트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말에 스승님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생명과 죽음의 서는 100권이 모두 진짜이면서 가짜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런 스승님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스승님의 설명을 듣고는 어쩔 수 없이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의 말에 의하면, 생명과 죽음의 서는 그야말로 생명과 죽음의 결집체이다. 생명과 죽음을 느끼고 다루는 데스 마스터로서, 생명과 죽음의 서를 100권으로 나누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가능한 일이란다. 이에 나는 믿지 못하고 혹시 데스 마스터는 신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하였다. 데스 마스터, 그 경지는 정말 어떤 경지일까? 스승님은 생명과 죽음의 서를 100조각으로 나누면서 누군가, 그러니까 데스 마스터의 경지나, 혹은 그 경지에 다다른 이가 책에 깃들어 있는 생명과 죽음의 서의 조각에 생명이 깃들어 있는 책에는 죽음을, 죽음이 깃들어 있는 책에는 생명을 주입하면 한데 모이도록 만드셨다고 한다. 물론 그와 함께 조각을 담고 있는 책들은 불타오르게 하고 말이다. 이런 생명과 죽음의 서를 만드는 데 스승님은 12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단다. 무려 121년의 노력 끝에 만들어진 생명과 죽음의 서는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생명과 죽음의 서가 가지는 능력 중 스승님이 기억하고 있는 능력은 총 5가지였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생명과 죽음이 관련된 능력으로, 바로 저장을 할 수 없는 세상의 생명과 죽음을 저장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능력뿐만이 아니라 생명과 죽음의 서를 이용하면, 세상에 퍼져 있는 생명과 죽음을 기존의 의지보다 적은 의지를 사용하여 보다 빠른 속도로 보다 많은 생명과 죽음을 모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나에게는 꿈의 아이템이었다. 다음 세 번째 능력은 바로 스승님이 생전에 사용하시던 아공간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승님이 말하시길, 스승님의 아공간의 코드와 생명과 죽음의 서를 연결시켜놓았다고 하셨다. 스승님의 아공간에는 지금까지 스승님이 모아오신 마법서를 비롯해, 제작해온 언데드와 데스 마스터에 오른 뒤에 제작한 스크롤 등 그야말로 보물들이 잔뜩 쌓여 있다고 하셨다. 나는 또 다른 아공간과 더불어 스승님이 지금까지 모아온 모든 것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다음 네 번째 능력은 바로 소환에 관련된 것이다. 소환에 소모되는 정신력과 마나! 이 2가지의 소모를 극도로 낮추어주고 동시에 소환된 언데드들을 강화시키는 기능이었다! 이는 생명과 죽음의 서가 품은 생명과 죽음 때문인데, 스승님 말씀에 의하면 만들고 나서 시험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정신력과 마나의 소모는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하였다. 거기에 생명과 죽음의 서가 지니는 기운 때문에 언데드들이 강화될 것이라고 하셨다. 마지막 다섯 번째 기능은 지배와 강화, 바로 언데드를 지배하고 강화시키는 능력이었다. 이 능력은 말 그대로 언데드를 지배하고 강화시키는 기능으로, 설사 이지를 상실하지 않은 상위의 언데드라고 하더라도 충성심을 이끌어내고 언데드의 힘을 보다 강화시킬 수 있다고 하셨다. 물론 지배할 수 있는 언데드의 수와 강화되는 정도는 사용하는 당사자의 정신력과 마나, 생명과 죽음의 지배력에 따라 달라진다. 이 다섯 번째 기능만으로도 이미 생명과 죽음의 서는 앞서 4가지 기능을 제외하고도 이미 신급에 가까운 아이템이었다. 이것을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그런데 이 외에 능력이 더 있을 수도 있다니. 정말 이런 아티팩트를 스승님이 만들어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스승님 말씀에 의하면, 생명과 죽음의 서가 이런 엄청난 능력을 지닌 아티팩트로 만들어진 것은 솔직히 운이 따랐기 때문이란다. 생명과 죽음의 서를 만드는 데 들어간 재료들이 스승님의 계산 이상의 결과를 보였기에 생겨난 기능이다. 스승님은 아마도 2가지 재료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셨다. 이어 나는 궁금한 나머지 그 2가지 재료에 대해서 물어보았는데, 듣고 나서 나는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이 다섯 번째 기능이 생겨나도록 큰 영향을 준 재료라고 생각한 2가지 중 첫 번째는 너무 어이없게도 바로 스승님의 유골, 정확히 데스리치의 두개골 조각이었다. 스승님은 생명과 죽음의 서를 만들기 위해서 자신의 생명력을 담는 그릇인 라이프 포스 베슬의 조각을 재료로 사용한 것이다. 하하하! 정말 나의 스승이지만 너무도 무모했다. 결국 윤회의 고리로 회귀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다음 두 번째는 정말 의외였다. 그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바로 언데드 티어, 언데드의 눈물이었다. 스승님은 그것을 스승님의 스승님으로부터 물려받았고, 스승님 대에 사용하셨다고 한다. 언데드는 죽은 존재이기에 이미 눈물샘이 말라버렸거나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눈물을 흘릴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눈물은 살아있는 자에게만 허락된 특권이기에 생각 이상으로 큰 가치를 지녔는데, 죽되 산 자인 언데드가 흘린 눈물은 희소성만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지녔다. 물론 언데드 티어는 희소성과 그것이 가진 의미로서 엄청난 가치를 지닐 뿐이지 물적, 마법적으로는 전혀 가치가 없다. 그런 언데드 티어를 다섯 번째 기능이 생긴 데 큰 영향을 준 재료로 꼽은 것은, 아까 말했던 허락되지 않은 자가 흘린 눈물이기 때문에 혹시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연 언데드 티어는 어떤 것일까. 내가 한 가지를 보유하고 있어서인지 나는 왠지 호기심이 일었다. 하지만 나중에 조사해보기로 하고 미루어두었다. 앞서 말한 엄청난 기능들을 갖춘 생명과 죽음의 서. 그러나 공교롭게도 지금 나의 손에 들린 것은 반쪽이다. 생명과 죽음의 서를 이루는 생명의 장과 죽음의 장 중 죽음의 장뿐이었다. 완전한 생명과 죽음의 서가 아닌 반쪽의 죽음의 장이기에 지금 생명과 죽음의 서의 능력은 절반, 아니 그 이하로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스승님도 분명 언급하셨다. 나는 아직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였기에, 오직 죽음만을 느끼고 다룰 수 있기에 죽음의 장만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죽음의 장만으로도 대단하겠지만, 그것은 완전한 것이 아닌 불안한 것이기에 여러 가지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으니 웬만해서는 사용하지 말고, 만약 사용하게 되더라도 조심하라고 몇 번이가 경고하셨다. 설명으로 듣는 것만으로도 믿기지 않았던 생명과 죽음의 서가 고작 절반뿐이지만, 그 절반이 나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 나는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생명과 죽음의 서의 죽음의 장을 사용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스승님의 당부가 떠올랐다. 되도록 사용하지 말고, 사용하게 되더라도 조심하라는. 으음, 어떤 기능을 가지는지 궁금한데. 그것을 알아보려면 사용.... 맞다! 나는 잠시, 지금 내가 이세계에 어떻게 와 있는지 잊고 있었다. 나는 지금 게임을 통해서 이세계에 와 있다. 그런데 이곳이 현실이라는 사실을 너무 강하게 인식한 나머지 게임의 기능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바보 같은 놈. 흐흐흐. 그럼 게임의 기능을 유용하게 사용해볼까. 나는 사악한 미소를 띠고는 죽음의 장에 손을 대고 입을 열었다. “아이템 확인!” 확! 곧 나의 눈앞에 나타난 아이템창. 너무도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후후후. 그럼 확인해볼까. 나는 얼마나 대단한 옵션을 가지고 있을지 상상하며 아이템창을 읽기 시작했다. [*생명과 죽음의 서(Book Of Life&Death): 죽음(Death)의 장(章), 고대(Ancient)급 아티팩트. 네크로맨서의 아버지이자 죽음의 성자,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데스로드에 가장 가까웠던 자, 그리고 죽은 자들의 군주를 보좌하는 데스리치. 베이트로 게이시스가 만들어낸 아티팩트인 생명과 죽음의 서를 이루는 2가지 장 중 죽음의 장은 완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완전하지 않기에 사용하는 데에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공격력: 무(無), 내구력 : 무(無), 무게: 200g, 사용 조건: 죽음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세상에 퍼져 있는 순수한 죽음을 저장하고 끌어 모은다. *언데드 소환에 들어가는 정신력과 마나의 소모를 죽음을 사용함으로써 줄여준다. 단 사용 시 죽음을 완전히 지배하지 못할 경우, 죽음이 몸에 흘러들어올 수도 있다. *베이트로이 게이시스가 남긴 아공간과 연결되어 열 수 있다. *모든 언데드를 지배할 수 있게 해주며, 동시에 강화시켜준다. 단, 지배할 수 있는 언데드의 수준과 강화 정도는 사용자의 능력에 의해서 정해진다. 사용 시 죽음을 완전히 지배하지 못할 경우, 죽음이 몸에 흘러들어올 수도 있다. ........ ....... ........]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모두 추상적으로 설명되어 있었고, 내가 알고 있는 정보에 한에서만 적혀 있었다. 정말 터무니없는 아티팩트였다.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이 무려 121년이고, 들어간 재료만 해도 말하면 경악해서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이다. 에인션트 블랙 드래곤의 드래곤 하트와 현자의 돌인 이그드라실의 씨앗, 그리고 엘릭서와 신의 금속이라 불리는 오리하르콘의 정수 등과 같은 지료로 만들어진 것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어이없는 아티팩트였다. 물론 사용하기 위해서는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거나, 그에 다다른 경지에 올라 죽음을 느끼고 다루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자칫 잘못하면 죽음에 몸을 침식당해 죽을 수도 있고, 언데드가 되어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악조건을 알고 있음에도 욕심이 나는 아티팩트가 바로 ‘생명과 죽음의 서’였다. 과연 죽음의 장만으로도 이런데 완전한 생명과 죽음의 서라면 어떨까? 정말로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우연의 산물이긴 하나, 이런 아티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데스리치의 경지에 나는 왠지 엄청난 것을 알아버린 것 같았다. 나는 내 손에 들린 죽음의 장과 눈앞에 놓인 아이템창을 계속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 24장. 임페리얼 블레싱(Imperial Blessing:황제의 축복) 와글와글. 따각따각. “승리를 위하여! 건배!” “빈방 있습니다. 빈방 있어요!” “정말 저택이 수도에 있어서 다행이네.” “한스야, 우리도 잠시 저택을 이용해서 여관을 열까? 꽤 짭짤할 것 같은데.” “형도 참. 제 체면도 생각해주셔야죠.” 나의 말에 방연이 형은 매우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확실히 많이 남기는 하겠다. 어느새 시간은 흘러 D-Day! 우리가 출전하는 투 타워 토너먼트가 열리는 임페리얼 블레싱이 다가왔다. 이미 일주일 전부터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우리가 쉬기 시작했던 3일 전부터는 성문 출입이 통제되었다는 소문이다. 나는 그것이 사실임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우리 이렇게 여유 부리고 있어도 되는 거야, 오빠?” “걱정이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뚫고 예선장까지 가야 하다니.” “녀석들! 우리가 걱정할 게 뭐 있냐!” “응?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는 거야, 방연이 형?” “바보 같은 녀석들! 바로 우리들 옆에 위대한 대마법사님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 그냥 텔레포트로 이동하면 되는데.” “그러면 그렇지.” 절레절레. 저택 입구조차 열기 힘들 정도로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을 뚫고 어떻게 예선장까지 가야 할지 걱정하던 한나와 경일이는 잠시나마 방연이 형의 말에 기대에 찬 눈빛을 보냈지만, 곧 이어진 방연이 형의 대답을 듣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 방연이 형이 그런 대답을 하는 것도 어쩔 수 없지. 방연이 형은 우리들 중 가장 외부 활동이 적었으니. 경일이와 제일이, 이 두 사람과 다르게 마법이 아닌 검을 택한 방연이 형은 그야말로 하루의 대부분을 훈련으로 보내고 있었다. 마법은 솔직히 늦은 나이에 시작해도 빠른 성과를 볼 수 있다. 물론 뛰어난 머리와 마나에 대한 재능이 상당해야 하고, 뛰어난 스승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검은 다르다. 검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기초부터 탄탄하게 다지면서 익혀야 성인이 되었을 때쯤 성과를 볼 수 있다. 그런 검술을 택한 방연이 형. 방연이 형은 원래 우리들보다 나이가 많다. 그런 형이 검술을 택했을 때 나는 많이 불안했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검을 익히는 데에 단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검술을 맛보기로 익힌 내가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검술은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근육과 대들보처럼 단단한 골격이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런 근육은 어린 시절부터 훈련을 통해서 ‘만들어져’ 간다고 들었다. 그렇다. 방금 말했던 것처럼 만들어져가는 것이다. 거의 10년 이상의 훈련을 통해서 말이다. 이는 아주 오랜 시간 살아온 검사, 마스터 급의 데스 나이트 스칼런에게 들은 것이니 분명한 사실이었다. 스컬런이 말하기를, 뛰어난 검사는 1퍼센트의 재능과 99퍼센트의 노력으로 ‘만들어’ 진다고 했다. 물론 검을 익히는 데 1퍼센트의 재능만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노력으로 그 재능을 압도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재능을 압도할 수 있는 것이 검술이지만, 검술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나이였다. 아무리 천년만년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한들 늦은 나이에 시작하면 어쩔 수 없는 것이 검술이라고 했다. 그만큼 검술을 익히기 시작하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말이다. 이는 무협지에서 많이 읽어보았던 이유 중 하나인데, 나이가 많을수록 골격은 굳어지고 근육 골격에 알맞게 굳어져 검술을 익히기에 적합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이 외에도 몇 가지 더 보충되는데, 무협의 세계에서 보자면 운래 방연이 형의 나이는 무공을 익히는 것을 생각 안 할 나이다. 그러나 이 세계는 아니었다. 이 세계에서의 방연이 형의 나이는 늦긴 했지만 다른 사람의 몇십 배 이상의 노력을 한다면 성과를 어느 정도 볼 수 있는 나이인 것이었다. 물론 내가 말한 것은 형이 차원 이동을 통해서 불순물이 제거된 몸 상태를 제외하고 한 말이었다. 만약 불순물이 제거된 몸 상태까지 포함한다면, 형은 무협에서 몇 가지 조건만 갖추어진다면 충분히 성과를 볼 수 있는 나이였다. 그 몇 가지 조건이 조금 이루어지기 힘들지만 말이다. 그 조건이란, 일단 뛰어난 무공을 지닌 뛰어난 스승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만년삼왕이나 천년하수오 등의 영약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 조건은 바로자질. 무공에 대해서 보통 그 이상의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조건은 바로 돈이다. 훈련을 할 동안 먹고, 자고 하는 데 들어갈 돈 말이다. 물론 위의 조건은 첫 번째와 네 번째 조건을 제외하면 어디까지나 무협의 세계에서나 적용되는 조건들이었다. 허나, 지금 방연이 형과 내가 있는 이세계는 파타지. 무협의 세계가 아니었다. 이곳, 판타지 세계에서의 검술은 뛰어난 검술과 스승, 그리고 보통 정도의 재능만 있다면 검술을 익혀도 무방했다. 그런 이세계에서 방연이 형은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일단 첫 번째 조건인 뛰어난 검술과 뛰어난 스승, 즉 데스 나이트로서 마스터급까지 오른 데스 나이트 팔시온과 그의 검술이 방연이 형에게는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조건의 돈도 갖추어져 있었다. 이 2가지 조건 아래에서 형은 검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식사와 대소변을 보고, 4시간의 수면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검술 수련으로 보냈다. 방연이 형의 무공은 솔직히 보통을 조금 상회한, 기재와 중간 정도의 재능을 지녔다. 마법을 익힌 나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나는 방연이 형의 재능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아마도 인간의 육체애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네크로맨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방연이 형은 우연히 생긴 이점과 내가 우연을 가장한 조력으로 인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우연히 생긴 이점. 그것은 바로 차원 이동을 통해서 불순물이 제거된 몸을 말하는 것이었다. 방연이 형은 모르는 것 같지만 스칼런의 말에 의하면, 방연이 형이 기본 검술을 펼치며 몸으로 받아들이는 마나의 양이 일반인의 몇 배나 된다고 했다. 이는 차원 이동을 통해서 몸의 불순물이 제거되어 몸이 깨끗해진 덕이었다. 나는 이 이점을 알고 난 후, 방연이 형을 위해서 몇 가지 일을 벌였다. 우연을 가장한 조력을 말이다. 그 조력의 첫 번째는 무서(武書). 나는 솔직히 방연이 형에게 무공의 길을 열어줄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니, 그러지 않았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했다. 그 이유는 바로 방연이 형에게 감춘 것. 방연이 형뿐만 아니라 경일이와 제일이에게 감춘 것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감춘 비밀은 내가 현실과 이세계를 오갈 수 있다는 비밀 말이다. 이 비밀 때문에 나는 방연이 형에게 직접 무서를 건네줄 수 없었다. 만약 내가 무서를 건네줄 경우엔 무서를 어디에서 어떻게 구했는지 물어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처음에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 후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심을 받다 보면 언제고 비밀이 새어나가게 될 수도 있었다. 언젠가는 말해야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어느 정도 형과 녀석들이 강해진 뒤에 말할 생각이긴 하지만,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내가 현실을 오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 모두가 느낄 배신감을 생각하면 말이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사용하여 무서를 방연이 형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그대 나는 한나에게 부탁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한나는 정기적으로 쇼핑을 한다. 그 쇼핑의 목적은 대부분 마법실험에 필요한 재료의 구입이다. 나는 이 점을 이요해서 한나에게 부탁했다. 무서를 우연히 구했는데, 글자들이 이상해서 혹시 이세계 사람인 오빠들이 알지 않을까란 생각에 구입했다며 보여주도록 했다. 그리고 그런 나의 의도는 성공하여 무서는 결국 방연이 형의 손으로 넘어갔다. 뭐, 무서라고 해봐야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니었다. 가디언으로 통합된 이후 각 기관의 고서, 혹은 서책을 관람하거나 구입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고서와 서책에는 무림의 무공서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가디언의 등급에 따라 구입하거나 관람할 수 있는 책의 등급도 달라지지만, SS급인 나의 경우에는 일류 무공까지 관람이 가능했고, 이루 무공까지도 구입이 가능했다. 나는 처음에는 별로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방연이 형 때문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결단을 내리고 무공서를 구입하게 된 것이다. 그 책의 이름은 ‘기초무학이해(基礎武學理解)’로, 그야말로 기초를 위한 무공서였다. 등급은 삼류.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 정도면 적당했으니까. 나는 단지 방연이 형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뿐이지, 이세계를 변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기초무학이해’에는 무학과 무공의 기초에 대해 여러 가지가 적혀 있었다. 기초 무공은 너무도 유명한 태극권에서부터 육합권과 삼재검법, 그리고 육합검법과 도법이 적혀 있었고, 심법으로는 역시나 유명한 삼재심법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기초 무공들이 적혀 있었는데, 그야말로 기초의 총집합이었다. 이는 이제 막 검술을 시작한 형에게 딱 맞았다. 물론 방연이 형에게 주기 전에 여러 가지 손을 보았다. 일단 마법으로 최대한 낡게 보이게 했고, 혹시 잘못된 것들이 없나 할아버지와 작은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잘못된 곳이 있으면 고치고 저술(著述)까지 달아놓았다. 이때 할아버지와 작은아버지는 내가 무공에 관심을 가진다고 좋아하셨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호기심 정도라고 말씀드렸다. 두 분의 실망하시는 표정을 보면 죄송하긴 했지만 말이다. 하여튼 여러 과정을 거쳐 무서는 결국 방연이 형에게 넘어갔고, 내가 예전에 한자를 전공했다는 거짓말로 인해 형은 무공이 입문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외에 나는 내공을, 그러니까 마나를 좀 더 잘 쌓을 수 있도록 전에 할아버지께 받은 마법서, 즉 할아버지 친우 분이 만드셨다는 마법서에 있는 마나 집결 마법진을 방연이 형의 방에 설치까지 해주었다. 그 덕분에 방연이 형 자신의 노력과 우연히 얻게 된 이점, 그리고 우연을 가장한 조력 덕분에 지금 거의 검기를 뽑아낼 수 있는 경지인 소드 익스퍼드에 다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소드 익스퍼드는 아니었다. 현재 방연이 형의 경지는 소드유저 상급. 거의 소드 익스퍼드 초급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었다. 방연이 형이 소드 익스퍼드가 되지 못한 것은 체내의 마나, 즉 내공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방연이 형의 내공 수위는 약 15년.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지는 거의 소드 익스퍼드 초급에 다다랐다. 이는 검술을 시작한 지 약 1년 정도 된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성과였다. 물론 형의 노력과 뛰어난 스승, 그리고 심법 덕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방연이 형이 익힌 심법은 고작 1년 동안 1년에 해당하는 내공을 쌓을 수 있다는 삼재심법이다. 물론 이 삼재심법이 가장 위험성이 적고 정갈한 내공을 쌓을 수 있다는 것과 내공을 배워 운용하는 것이 쉽다는 장점이 있긴 하다. 방연이 형의 내공 수위는 아까 말했던 대로 고작 약 15년. 적은 내공이긴 하지만 1년도 안 되는 시간으로 15년의 내공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불순물 없는 깨끗한 몸과 마나 집결 마법진, 그리고 형의 노력 덕분이었다. 잠조차 4시간, 아니 2시간까지 줄여가면서 수련을 한 형의 노력 말이다. 오직 수련으로 시간을 보낸 방연이 형. 그렇기에 형은 여전히 이세계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그러니까 아가의 같은 대답, 텔레포트로 이동하면 된다는 대답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임페리얼 블레싱은 5년에 한 번 열리고, 그때마다 대륙 전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 수많은 사람들이 말이다.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이 대륙의 상위 8퍼센트에 해당하는 지배층, 귀족들도 포함된다. 로시아 제국의 지방 귀족부터 시작하여, 변방의 소국의 왕족조차 이 임페리얼 블레싱에 참가, 혹은 관람하기 위해서 오는 것이다. 그런 상위 8퍼센트에 해당하는 귀족들의 가문에는 따로 마법사들이 한둘씩 존재한다. 그런 그들이 아까 방연이 형이 말한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을까? 당연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마차나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여 임페리얼 블레싱을 관람하기 위해서 움직인다. 대체 왜 이렇게 자존심 높은 귀족들께서 번거롭게 바글거리는 서민들을 헤치고 마차로 이동하는 것일까? 그것은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텔레포트를 통해서 이동하는 방법이 편하긴 하다. 하지만 위험하다. 이쯤 설명했으면 눈치 챘을 것이다. 텔레포트로 이동하는 방법이 위험하다는 말 정도면 말이다. 내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1백여 년 전에는 임페리얼 블레싱을 보기 위해서 수도에 사는 귀족들은 텔레포트를 이용했다고 한다. 단지 그때 당시에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들이 이동하기 전에 평민 한 명 이상을 우선 이동시키는 것이었다. 이런 행동은 바로 이동할 좌표의 어떤 물건이라든지 사람과 겹쳐져 생길 만약의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후, 그로 인해 임페리얼 블레싱에는 또 하나의 이름이 붙었는데, 바로 ‘인간 살육장’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이름이 붙을 만도 한 것이, 이동할 좌표에 뭔가 있을 경우에 이동하는 이와 좌표에 놓여 있는 물건, 혹은 사람은 완전히 그 구성이 흐트러지니 말이다. 솔직히 좋게 말해서 구성이 흐트러진다는 것이지,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완전히 분해가 되는 것이다. 사람이 말이다. 다행히 현재는 임페리얼 블레싱 기관에는 수도 내에서 텔레포트를 사용하여 이동하는 것이 전면 통제되어 잇다. 이는 3대 전의 황제가 직접 황가의 이름으로 내린 명령으로 임페리얼 블레싱의 오명이 또 다른 이름 ‘인간 살육장’을 씻기 위해서 한 행동이라고 한다. 이 사실은 마법사들에게는 기본 상식이고, 텔레포트의 이용이 가능한 귀족이나 거상에게도 기본적인 상식이다. 허나, 우직 수련과 검에만 몰두했던 형은 그 사실을 모르고 아까와 같은 대답을 한 것이다. 우리는 자시 동안 방연이 형에게 이 수도에 살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 상식을 가르쳐주었다. 그러자 형은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말을 했는지 깨닫고는 부끄러워했다. “그럼 우리 어떻게 이동하지?” “이 인파를 뚫고 가려면 굉장히 오래 걸릴 텐데.” “오빠! 우리 날아서가자! 팬텀 스티드 있잖아! 팬텀 스티드!” “확실히 그 편이 빠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엄청난 주목을 받겠죠.” 확실히 지금으로서 가장 편한 방법은 바로 팬텀스티드가 끄는 마차, 팬텀 캐리지(Phantom Carriage). 이 유령 마차를 소환하여 타고 가는 것이었다. 팬텀 캐리지는 4마리의 팬텀 스티드가 끌고 사신의 모습을 한 마부가 끄는 유령 마차로, 이 마차에 타는 자의 영혼은 그대로 저승으로 인도된다는 것을 들어본 적 있었다. 물론 시험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말이다. 나는 이미 이 팬텀 캐리지를 소환하는 마법을 알고 있고, 또 보유하고 있다. 나의 스승님이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로부터 물려받은 생명과 죽음의 서, 그리고 죽음의 장과 연결된 스승님의 아공간. 그 아공간에는 수많은 마법서와 스승님이 제작한 언데드들이 있었다. 그 당시에 나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소환술과 스승님이제작한 언데드만을 확인했고, 그때마침 팬텀 캐리지를 소환하는 마법이 기록된 마법서와 스승님에 의해서 제작된 팬텀 캐리지 4대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아공간에는 그 외에도 하나같이 굉장한 것들이 즐비해 있었고, 그때 나는 스승님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으음, 어떻게 하지? 그냥 팬텀 캐리지를 꺼내서 타고 갈까? 확실히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긴 한데....... 끼아아아아! “헛!” 꺄아아아! “와, 와이번이다!” “황실 드레이크 기사단이다!”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순식간에 귀가 멍멍할 정도로 소란스러워진 거리. 그 중심에는 다름 아닌 한 마리의 몬스터가 있었다. 로시아 제국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수도 글로리에 말이다. 하나, 곧 나는 그 몬스터의 종류와 그 몬스터의 몸에 걸쳐져 휘날리고 있는 문장을 보고 어째서 글로리에 몬스터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소란의 중심에 있는 몬스터는 다름 아닌 와이번이었다. 와이번은 그야말로 비행형 몬스터 중 드레이크를 제외하고 최강이라고 취급되는 몬스터로, 머리도 상당히 좋아 사냥하기 힘들기 그지없는 몬스터다. 하지만 잡기만 한다면 단번에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것 또한 와이번이었다. 와이번의 뼈와 비늘, 그리고 날개의 막은 무기와 갑옷, 망토와 같은 장비의 재료로 고가에 거래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만약에 와이번의 둥지를 발견하여 사냥에 성공하는 날에는 그야말로 인생 역전도 가능했다. 와이번은 하늘을 날아다니며 먹이를 낚아채는 몬스터. 어느 정도 지능을 가지고 있기에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이지만, 한 가지 장점이 있었다. 바로 비행형 몬스터 중 유일하게 길들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세계에서는 비행기와 헬기, 심지어 기구조차도 없다. 그렇기에 이세계에서는 날아보는 경험을 하는 사람들은 절벽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사람과 마법사나 돈이 많은 이들뿐이었다. 어떤 세계에서든 사람은 하늘을 나는 새를 동경해왔고, 하늘을 날기 위해서 시도해왔다. 그렇기에 비행기가 만들어지고, 우주선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 기구조차도 말이다. 아니, 찾아보면 기구가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 기구를 만든 이는 멍청이 취급을 받고 있겠지만 말이다. 그 이유는 바로 한 가지 다른 점 때문이다. 현실과 이세계가 다른 점, 그 한 가지 때문에 천재라도 불려도 좋을 사람들이 멍청이로 취급받는 것이다. 현실과 이세계의 다른 한 가지는 현재 이(異)세계의 시대, 그러니까 중세 시대 때 마녀 사냥으로 마법들이 탄압받은 것과 다르게 이세계에서는 마법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 이것이 다른 점이다. 이제야 마법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현실과 다르게 이세계에서 마법은 당연한 것이고, 편한 것이다. 그렇기에 천재라 불려도 좋을 사람들이 바보 취급을 받는 것이다. 확실히 사람이 탈 정도로 거대한 기구를 만드는 것은 번거롭고 들어가는 비용도 상당할 것이다. 차라리 기구를 제작할 바에는 그 돈으로 마법사를 초빙하여 마법으로 나는 것이 편한 방법 중 하나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그 편한 방법 중 하나가 와이번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와이번은 길들이는 것이 가능하다. 비록 알에서 태어나자마자 먹이를 주며 친해지고 훈련을 해야 한다는 점이 있지만, 기동성과 공격력에서 보면 기구를 제작하는 것보다 ‘편한’ 방법이다. 더욱이 기구에 비하면 와이번은 전쟁에서 아주 뛰어난 병기로서 활용 가능하다. 전령을 보내는 데도 사용할 수 있고, 기사나 마법사를 태워 공격용으로도 사용한다. 거기에 기구와 다르게 엄청난 속력을 가지고 있으니 와이번은 이세계에서 전투기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물론 와이번을 길들이고 관리하는 데는 엄청난 자금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하늘을 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이는 자살하려는 사람과 마법사나 그리고 돈 많은 사람이라고 말이다. 와이번은 전쟁에서 아주 중요한 전략적 병기이고, 동시에 아주 귀한 몬스터였기에 대부분 각 국가의 권력자인 제국의 황제와 공작, 왕국의 왕 이상의 권력을 지닌 이들만 보유하고 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방금 그 소란의 주인공인 와이번은 바로 그 권력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중, 최고 권력자라고 할 수 있는 황제에게 속한 황가의 드레이크 기사단이라는 곳에 속한 와이번이었다. 그런 와이번이 지금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날아다니고 있었고, 그 와이번이 목적으로 하는 곳은 아무래도 나의 저택 같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나의 저택 상공을 선회하던 와이번으로부터 마법사 한 명이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다. 떨어져 내렸다기보다는 내려왔다고 하는 표현이 정확하겠지만 말이다. 그 마법사의 로브에는 황가의 문장이 새겨져 있고, 나는 그 문장을 보고 그가 황실 마법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황실 마법사가 와이번을 타고 나의 저택을 찾아왔다라... 황제가 보냈나? 와이번을 타고 온 황실 마법사. 그는 중년의 남자였다. 하나, 나는 그가 겉으로 보이는 외모보다 상당히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의 체내에서 느껴지는 마나가 갈무리되어 있어 한나와 경일이, 제일이가 보기에는 고작 4써클 중반에 오른 마법사로 보일 테지만, 그는 6써클의 후반, 거의 7써클에 다다른 마법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가 겉모습에 비해 나이가 많은 것을 알아차린 것에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는데, 바로 그의 몸, 육체가 품고 있는 생명 때문이었다. 육체가 품은 생명으로부터 느껴지는 그 느낌은 겉모습보다 더욱 오랜 시간을 버텨온 오래된 거목. 그래, 거목 같았다. “황실 제3마법사단 평마법사 젤딘이 네크로마스터이신 한스님께 인사드립니다.” 나를 시험하기 위한 것인가? 황실 제3마법사단이라... 내가 알기로는 황실에느 제1, 제2, 제3, 이렇게 세 마법사단이 있고, 이 세 마법사단 중 제 3마법사단이 제일 평균 써클 수와 실력이 뒤처진다고 하던데. 7써클에 거의 다다른 자가 스스로를 제 3마법사단 평마법사라고 칭하다니. “역시 대제국의 황실에 속한 마법사단은 어디가 다르긴 다르군요. 젤딘님과 같은 분이 고작 제3마법사단의 평마법사라니 말입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나의 말에 한나를 비롯해 모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긴 그렇겠지. 모두가 보기에는 평마법사 수준인 4써클 중반의 마법사로만 보일 테니까. 그때 나의 말을 들은 젤딘님은 숙이고 있던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는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역시 내가 괜한 짓을 했군. 사과하지. 나는 소용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황제 폐하께서 시키셨으니 할 수밖에. 그럼 다시 소개하지. 황실 제2마법사단 단장, 제르딘 페인이라 하네.” “제, 제르딘 페인!!” “응?” 제르딘 페인. 나이 76세, 황실 제2마법사단 단장, 6써클 마스터, 7써클 익스퍼드의 마법사. 대외 활동이 없고, 정체조차 알 수 없는 제1마법사단 단장이자 총단장을 대신하여 실질적으로 황실 마법사단의 지배자. 이것이 황실에 대한 정보에 나와 있는 제르딘 페인의 정보였다. 황실 마법사단의 실질적인 지배자가 직접 오다니! 이거 놀라운걸. 나는 솔직히 놀랐다. 황실 마법사단의 실질적인 지배자를 보낼 정도로 황제가 나에게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놀람과 다르게 제르딘 페인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 한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물론 제르딘 페인이란 이름의 가치를 모르는 경일이와 제일이, 방연이 형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한나 양과 저 세 명, 참 대단하군. 짧은 기간에 상당한 경지를 이루었어. 모두 자네 솜씨인가?” “제가 한 일은 거의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두가 노력한 만큼 성취를 이루었을 뿐이니까요. 그나저나 제르딘님 같은 분이 이곳까지 오시다니. 아까하신 말씀을 보아하니 황제 폐하께서 보내신 것 같은데........” 짧은 기간에 상당한 경지를 이루었다. 나는 이 말을 듣는 순간 별로 놀라지 않았다. 황실 정보부가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주목하고 있음을 도둑 길드로부터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제르딘님은 잠시 세 사람을 쳐다본 후, 로브 안에서 두루마리 한 장을 꺼내어 나에게 던졌다. “황제 폐하께서 보내신 거네. 그것과 함께 황제 폐하께서 이렇게 전하라고 하셨네. ‘최대한 화려하게. 자네의 실력을 보고 싶군’이라고 말이네. 그럼 난 이만 가보겠네. 여러 가지로 바빠서 말이야. 그리고 나도 기대하고 있겠네.” 이 말을 남기고 제르딘님은 그대로 시전어도 없이 플라이를 시전하여 저택 상공을 선회하며 날고 있던 와이번에 올라타고는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사라졌다. ‘최대한 화려하게, 자네의 실력을 보고 싶군’이라... 도대체 뭘 보냈기에 그런 말을 전하라고 한 거지? 나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바로 두루마리를 펼쳐보았다. 한데, 펼쳐진 두루마리의 첫 문장은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첫 문장은 바로 ‘비행 허가서’란 것이었다. 비행 허가서. 말 그대로 비행을 허가한다는 서류였다. 나는 빠르게 비행 허가서란 이 두루마리를 읽어보았다. 그 안에는 특이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탑승물이 비행기나 헬기가 아닌 와이번, 드레이크, 팬텀스티드 등이라는 것과 로시아 제국 황제의 이름으로 제국에 속한 모든 영지의 출입 및 비행을 허가한다는 것이었다. 이 비행 허가증을 몇 번이나 읽은 뒤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 황제가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겠군. 그나저나 다행이네. 출발하기 전에 제르딘님이 찾아와서 말이야. 비행 허가증에는 비행 법규라는 것이 있었는데, 나중에 자세히 알아봐야겠지만 분명 이세계에서 나는 것은 드문 일인 만큼 그 규제가 대단할 것이라 예상되었다. 그나저나 황제가 분명 최대한 화려하게라고 했겠다. 좋아! 원하는 대로 해주지! 임페리얼 블레싱, 황제의 축복이라 불리는 대축제. 이 임페리얼 블레싱이 유명한 데에는 대무투회란 것과 등용의 장이란 점 외에도 2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그중 첫 번째는 대무투회가 펼쳐지는 콜로세움이다. 대륙에 존재하는 왕국에서는 인재를 뽑기 위해 간혹 무투회를 여는데, 그러다 보니 국가마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콜로세움이 존재한다. 그 규모는 각기 다르지만 국가의 특색을 보유하고 있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그런 각 국가마다 존재하는 콜로세움이 황제의 축복이라 불리는 대축제 임페리얼 블레싱을 유명하게 하는 이유는 바로 임페리얼 블레싱에 사용되는 콜로세움이 두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제국의 대축제 임페리얼 블레싱에 사용되는 콜로세움은 두 곳이다. 하지만 단지 그런 이유로 유명한 것은 아니다. 유명한 이유는 총 3가지. 첫 번째 이유와 두 번째 이유는 예선전과 임페리얼 토너먼트를 제외한 네 토너먼트인 16강까지의 시합이 펼쳐지는 콜로세움, 일명 ‘시작의 콜로세움’과 관련이 있다. 시작의 콜로세움은그 규모부터 시작하여 시설까지 여타 국가에 존재하는 콜로세움과 비교되지 않는다. 시작의 콜로세움은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에 존재하지 않는다. 시작의 콜로세움이 있는 곳은 글로리의 남문으로, 글로리에서 운영하는 마차 정류소의 마차를 이용하면 약 1시간 떨어진 곳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 시작의 콜로세움은 임페리얼 블레싱 기간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단지 콜로세움을 관리하는 관리자들과 그 관리자들이 가족만 살 뿐이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시작의 콜로세움이 황가의 땅, 황제의 영지에 지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곳에는 평소에 시작의 콜로세움을 관리하는 관리자들과 그 가족들로 인해 이루어진 마을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 임페리얼 블레싱 기간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기간에는 황명으로 인해서 평민이나 노예라 하더라도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황명으로 인해서 평소 때라면 엄두도 못 낼 황가의 땅, 황제의 영지에 평민들이 출입하고 상인들은 노점상을 차린다. 이것이 바로 첫 번째 이유다. 황족들만 출입이 가능한 황제의 영지에 평민들이 출입하는 것과 축제 때문에 모인 상인들로 인해서 임페리얼 블레싱 때만 생성되는 대시장 말이다. 다음 두 번째 이유는 시작의 콜로세움의 규모와 시설이다. 아까 말했다시피 이곳의 그 규모와 시설은 여타 국가에 존재하지 않는 콜로세움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각 토너먼트의 본선 진출자 384명의 토너먼트 기간 중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서 콜로세움 내에는 귀족들이 사용하는 상급 호텔에 버금가는 방이 256개가 갖추어져 있으며, 콜로세움을 방문하는 이들을 위해서 도박장과 술집 등 각종 편의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이 편의 시설은 콜로세움의 지하에 존재하는데, 콜로세움의 지하에 중급 영지 규모에 버금가는 거대한 도시가 형성되어 있고, 그 지하의 시설은 보통 때는 빈 도시로 철저하게 관리되지만 임페리얼 블레싱 때는 황가와 계약된 귀족의 상단이나 거대 상단 사람들이 운영을 시작한다. 소문에 의하면, 임페리얼 블레싱이 5년마다 운영이 가능한 이유는 이 지하 도시 때문이라는 소리도 있다. 물론 이 소문은 사실이다. 5년마다 열리는 임페리얼 블레싱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 운영비는 대부분 시작의 콜로세움의 지하 도시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그곳 역시 황제의 땅이기에 황제는 지하 도시를 운영하는 상단으로부터 매년 엄청난 금액의 세금을 거두어들이고, 임페리얼 블레싱 때는 평소 세금의 2배를 거두어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단이 아무 말 없이 세금을 지급하는 이유는 세금보다 더한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시작의 콜로세움 지하 도시, 이 도시에서 임페리얼 블레싱의 기간 동안 거두어들이는 금액은 가히 제국의 1년 운영 자금과 맞먹는다고 한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 이유는 대륙에 존재하는 왕국의 수많은 귀족들이 이 지하 도시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쓰고 가기 때문이다. 귀족들은 자신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하기에 자신들이 특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고, 특별한 것을 원한다. 이런 특성을 살린 도시가 바로 시작의 콜로세움의 지하도시였다. 이렇듯 지하 도시와 시작의 코로세움의 외곽에 생기는 임시 대시장, 이 두 곳에서 황제는 귀족과 평민들을 상대로 엄청난 금액의 세금을 거두어들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매 5년마다 임페리얼 블레싱이 열릴 수 있는 것이었다. 규모와 시설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니 갑자기 돈 이야기로 빠졌지만, 편의 시설 외에도 관람자를 위한 각종 장비들도 존재한다. 제국에 존재하는 세 마법사 학파의 힘을 보여주듯이 콜로세움에는 마법사들의 경기를 위해서 관람석과 경기장 사이에 대항마 마법장이 존재한다. 그뿐만 아니라 콜로세움 여기저기에는 영상을 송신하고 수신하는 마법구슬이 존재하는데, 이 마법 구슬을 통해서 표를 구하지 못해 경기장에 오지 못한 사람들은 수도 글로리의 전역에 설치된 영상 수신마법 구슬을 통해서, 경기장에서 상당히 먼 곳의 관람석에 있는 사람들은 관람석 구석구석에 설치된 마법 구슬을 통해서 편하게 경기를 관람한다. 이때 마법 구슬을 운영하는데, 마나석의 금액이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제국에서는 이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적이 없다. 앞서 말한 첫 번째 이유와 두 번째 이유, 이 2가지 이유만으로도 제국의 임페리얼 블레싱이 대륙 최고의 축제이자 최고의 무투회장이란 사실을 입증하고 남을 만하다. 하지만 한 가지 이유가 더 남아 있는데, 그것은 바로 두 번째 콜로세움. 임페리얼 토너먼트를 포함하여 각 네 토너먼트의 16강 이후의 경기가 펼쳐지는 일명 ‘영광의 콜로세움’이 임페리얼 블레싱이 유명하게 하는 데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영광의 콜로세움 역시 각종 편의 시설이 존재하는데, 16강 이후 경기를 펴릴 48명의 선수를 위한 32개의 방과 시작의 콜로세움처럼 관람자들을 위한 영상 송수신 마법 구슬도 완비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다였다. 이 외의 것들은 여타 왕국에 존재하는 콜로세움보다 조금 나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광의 콜로세움이 임페리을 블레싱을 유명하게 하는 데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이유는 다름 아닌 장소에 있었다. 장소! 영광의 콜로세움! 이 콜로세움이 만들어진 장소는 다름 아닌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 그 글로리에서 가장 영광된 자! 가장 위대한 자가 먹고 자고 일하는 곳! 오직 황가의 피를 이어받은 자들과 황제에게 평생을 바친 자들만이 기거 가능한 대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쯤이면 알았을 것이다. 그렇다. 영광의 콜로세움은 다름 아닌 황궁의 지하에 위치하고 있었다! 황궁! 대륙에 존재하는 두 제국의 지배자 중 한 명의 지배자가 기거하는 곳! 그곳에 영광의 콜로세움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황궁에 감히 피지배자 계층인 평민이 출입하고, 또 귀족이라 하나 다른 국가의 귀족이 출입한다. 이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벌써 몇백 년 전부터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에서 말이다! 이처럼 대단한 임페리얼 블레싱. 가히 대륙 최고의 축제, 대륙 최고의 무투회란 말이 아깝지 않았다. 이런 임페리얼 블레싱을 상대로 대륙의 어느 국가나 학파에서도 속하지 않은 네크로마스터이자, 대륙에 알려지지 않은 데스 마스터인 한스는 임페리얼 블레싱과 함께 기억될 전설의 첫발을 내딛으려 하고 있었다. “저, 저기 한스야, 이, 이거 너무 화려한 거 아니니?” “마, 맞아요, 형. 이, 이거 너무 화려하잖아요.” “오, 오빠, 그냥 이, 이제라도 그만두면 안 될까?” “... 이 정도면 충분히 강한 인상을 남겼을 것이고, 황제라 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쯤하지죠.” “후후후. 아무리 말해봐야 이미 늦었다고.” 크아아아아! 크아아아아! 히이이잉! 지금 우리는 임페리얼 블레싱의 투 타워 토너먼트와 브론즈 토너먼트에 출전하기 위해서 이동하고 있었다. 물론 팬텀 캐리지에 타고 날아서 말이다. 후후후. 나는 잠시 팬텀 캐리지의 문에 나 있는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어 밖을 쳐다보았다. 끼아아아아! 크아아아아! 내가 창문을 통해서 고개를 내밀자마자 마치 자신을 쳐다봐달라고 소리치는 것처럼 울음소리를 내뱉는 녀석들. 그렇다. 현재 우리들은 단순하게 팬텀 캐리지만을 타고 가는 것이 아니다. 황제가 나에게 보낸 비행 허가서의 ‘최대한 화려하게’라는 말에 따라 정말 화려하게 가고 있었다. 팬텀 캐리지를 호위하듯이 팬텀 캐리지보다 높은 곳에서 날고 있는 4마리의 프로스트 웜. 그린 드레이크의 시체를 가지고 내가 직접 만든 프로스트웜과 스승님의 아공간에 존재하던 레드, 블랙, 블루, 골드 드레이크의 시체로 만들어진 프로스트 웜들. 이렇게 5마리가 마계에서 소환된 5명의 데스 브레이커들을 태우고 날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팬텀 캐리지 주위에는 내가 제작한 데스 나이트를 비롯하여 스승니의 아공간에서 잠들어 있던 데스 나이트까지 무려 60명이 팬텀스티드를 타고 팬텀 캐리지를 호위하며 날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바로 이 60명의 데스 나이트 모두가 마스터급이라는 사실이다. 모두 소드 마스터 상급이었다. 마스터급 데스 나이트 60명으로부터 은연중에 뿜어지는 기세와 그들이 자연스럽게 내뿜는 사기는 가히 엄청났다. 만약 일반인이라면 기세와 시기로 인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리가 풀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는 날고 있었고, 당연히 근처엔 일반인이 있을 리 없었다. 물론 시작의 콜로세움에 도착하면 그들을 갈무리시킬 것이다. 나는 일반인들에게 해를 입힐 생각은 없으니 말이다. 현재 데스나이트들로부터 뿜어지고 있는 기세와 사기는 모두 나의 지시 아래 일부러 내뿜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이유는 아까 말했다시피 ‘최대한 화려하게’를 위해서였다. 조금 번거로운 일이긴 했지만 확실히 우리는 황제의 말대로 화려하게 시작의 콜로세움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상의 마차, 혹은 도보를 통해서 시작의 콜로세움으로 향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말이다. [마스터시여, 도착했습니다.] “예상외로 빨리 도착했는데. 수고했어, 데리엘. 적당한 곳에 착륙하고 데스 브레이커들에게는 계속 상공에서 호위하도록 하라고 알려줘.” [알겠습니다, 마스터.] 팬텀 캐리지의 마부, 데리엘. 물론 그는 평범한 마부가 아니라, 바로 리치. 스승님의 아공간에서 데스 나이트들과 함께 잠들어 있던 4명의 리치 중 가장 스승님을 오랫동안 섬겨왔던 자이다. 데리엘 외에도 각각 팬텀 캐리지에는 1명씩의 마부가 붙어 있고, 예상했겠지만 그들 역시 리치다. 나는 스승님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설마 리치를 보유하고 있으실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그들은 모두 6써클의 끝에 다다른 리치로, 모두 스승님으로부터 구원을 받은 자들이라고 한다. 사실 그들은 각기 다른 학파의 마법사로 더욱 높은 경지에 대한 욕구는 높았으나, 재능이 미치지 못해 수명이 거의 다한 상태에서 스스로 라이프 포스 베스을 시전하여 리치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낮은 써클, 그러니까 4써클인 상태에서 불완전한 라이프 포스 베슬로 인해 점차 미쳐가던 그들은 스승님께 구원을 받고, 동시에 여러 가지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그들은 정식 제자는 아니지만, 스승님의 제자라는 소리였다. 이에 처음에 나는 존대를 했지만, 내가 존대를 하자 오히려 그들이 만류를 했다. 알고 보니 베이트로이 게이시스 스승님은 수많은 사라들, 즉 마법에 열정을 보이는 이들에게 가르침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정식 제자로는 단 한 명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그렇다는 것은 내가 스승님의 최초의 정식 제자라는 소리였다. 이후, 4명의 리치는 자신들은 스승님의 정식 제자가 아니니 존대할 필요 없다고 했고, 스승님의 유지에 따라 나를 섬기겠다고 했다. 물론 영원히 섬긴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단 백 년, 백 년 동안만 나의 곁에서 나를 섬기겠다고 했다. 스승님께 받은 은혜를 갚는 차원에서 말이다. 물론 나는 허락했다. 단번에 6써클 마스터, 거의 7써클에 다다른 마법사가 부하로 자신을 섬기겠다는데 누가 이를 거부할까. 그 후, 데리엘을 제외하고 다른 3명의 리치들은 스승님의 부탁으로 잠들기 전에 자신의 연구실로 향했고, 데리엘은 다시 지금 마부석에 앉았다. 백 년간 나를 섬기겠다는 약속을 마나의 이름 앞에 했기에 나는 그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보내주었다. 마나의 이름 앞에 한 약속. 이는 마법사라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설사 목숨이 다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만약 이를 어긴다면, 그 마법사는 더 이상 마법사라고 할 수 없게 된다. 잠시 후, 점차 고도가 낮아지면서 팬텀 캐리지와 데스 나이트를 태운 팬텀 스티드는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다. 웅성웅성. 마차의 창문으로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웅성거리고만 있을 뿐, 그 누구도 다가오지는 않았다. 하긴 데스 나이트가 호위하고 리치가 마부로 있는 이곳에 오는 것이 더 이상하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들을 구경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더욱 몰려들었고, 그 수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만 갔다. “어, 어떻게 하지?” “혀, 형도 참. 뭘 어떻게 해. 이제 내려야지.” “그, 그렇지.” 방연의 형의 말에 그냥 마차에서 내리면 되지 하고 말한 제일이었지만, 말과는 다르게 조금 망설이고 있었다. 물론 제일이 뿐만이 아니라 한나, 경일이도 먼저 마차에서 내리려 하지 않고 있었다. 나도 그렇지만 말이다. 사실 나는 다른 의도를 가지고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거지만 말이야. 후후후. 아, 드디어 왔군. 웅성거리는 사람들 뒤로 시작된 작은 소란. 나는 그 소란이 어떤 이유에서 일어났는지 알고 있었다. 바로 우리를 향해서 오는 자들. 이번 시작의 콜로세움의 치안을 담당하는 이들이 온 것이다. 그들이 나타나자 사람들이 좌우로 갈라지며 그 사이에서 예전에 본 적이 있는, 글로리에 들어설 때 보았던 경비대의 장비를 갖춘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그들은 조금 다른 점이 있었는데, 전에 레어 아머만 있었던 것과 다르게 지금은 레어 아머 위에 체인, 아니 링 메일을 입었다는 것과 장창 대신 할버드를 갖고 있었다. 그들의 선두에는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앞장서서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상당히 고지식해 보이는 중년 남자였는데, 링 메일이 아닌 브레스트 메일과 허리에는 검을 차고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뒤이어 활을 가진 궁병들과 말을 탄 기사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좋아! 더 모이라고. 그럴수록 나는 오히려 더 좋으니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더 이상 무장을 한 이들은 모이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말을 탄 기사들 중에서가 아닌, 경비대의 가장 선두에 섰던 중년 남자가 제일 먼저 마차로 다가오고 있었다. 척! 끼이익! 마차를 향해서 그 중년 남자가 다가오는 것을 데스 나이트가 검집째 겹치며 막는 것과 동시에 궁병들이 활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 한스야!” “오, 오빠!” “아아, 걱정할 것 없어. 설사 싸움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안전하고. 이것도 다 내 계획대로니까, 모두 구경이나 하고 있어.” [마스터시여, 어떻게 할까요?] “정중하게 모시도록 해.” 내가 명령을 내리자마자 데스 나이트들은 검을 치웠고, 마차의 입구에 일렬로 서기 시작했다. 이에 중년 남자는 잠시 놀라다가 곧 냉정을 되찾고는 데스 나이트들로 인해 만들어진 길을 통해서 마차의 입구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저 사람, 꽤 대단한데. 과연 제국이라는 건가. 소드 마스터 상급인 마스터급 데스 나이트들로부터 은연중에 내뿜어지는 기세를 견디면서 걸어오다니 말이야. 나는 바로 중년 남자의 마나량을 체크했고, 그걸 통해서 그가 소드 익스퍼드 최상급에 거의 다다른 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야~ 경비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소드 익스퍼드 최상급에 다다른 자라. 과연 제국이군. “본인은 대 로시아 제국! 외성 제4경비대장인 카토스라고 한다! 나 외성 제4경비대장 카토스는 시작의 콜로세움 치안 담당으로서, 소란 및 불안 조성죄! 황가 직영지 무단 비행죄로! 그대들의 신병을 구속하려 한다! 이에 순순히 협조해주길 바란다!” 크아아아아! 크아아아아! 콰아아아! 꺄아아악! 크아아아악!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자신의 할 말을 다한 외성 제4경비대장 카토스 씨. 나는 그에게 경외의 박수를 보냈다. 어디까지나 속으로지만 말이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늘을 날고 있던 5마리의 프로스트 웜이 각자 자신의 속성이 담긴 프로즌 브레스를 하늘을 향해서 뿌렸고, 데스 나이트들의 기세는 더욱 강해지다 못해 살기까지 내뿜기 시작했다. 이에 카토스 씨는 갈수록 얼굴이 창백해지고 식은땀을 흘렸지만, 전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오직 마차의 입구를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만.” 휘청~! “하~아. 하~아. 하~아.” 마차에서 나오면서 내가 ‘그만’이라고 말하자마자 거두어진 데스 나이트들의 기세와 살기. 그와 동시에 하늘을 향해서 내뿜어지던 프로즌 브레스도 멈추었다. 그렇게 기세가 사라지자 카토스 씨는 몸을 휘청거리며 한쪽 무릎을 꿇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마차에서 내린 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나는 데스 나이트들의 기세와 살기를 견디느라 지쳐 있는 카토스 씨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어깨에 올려놓은 손을 통해서 그에게 생명을 주입하지 창백했던 그의 얼굴은 화색을 되찾고 곧 몸을 일으켰다. 내가 주입한 생명은 수명이 아닌 하루에 소모될 생명이었기에, 그 효과는 다른 생물의 생명에 비해서 발톱만큼도 안 되지만 그의 몸을 회복시키는 데는 충분했다. 탁! 어라? “소란 및 불안 조성죄, 황가 직영지 무단 비행죄, 추가로 공무집행 방해죄로 그대를 구속한다.” 철컥! 기운을 차리고 일어나자마자 나의 손을 잡더니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수갑을 채운는 카토스 씨의 행동에 나는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에 당황한 것은 나뿐만 아니었다. 저 멀리 말 위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기사들도 역시 카토스 씨의 행동에 당황해하고 있었다. 이런 고지시간 점은 마음에 들지만, 계속 이러면 곤란한데. 나는 손목에 채워진 수갑이 마나를 차단시키고 이를 운용하는 데에 방해를 준다는 사실을 차는 순간 알 수 있었다. 하나, 나와 같은 경지에 오른 사람에게는 소용없는 것들이기에 나는 여유를 가지고 카토스 씨를 쳐다보았다. “이러면 곤란한데요. 저는 곧 시작될 투 타워 토너먼트 예선에 출전해야 합니다.”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당신과 같은 수준의 네크로맨서가 출전할 만한 대회가 아닌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으니 허튼소리 하지 말도록. 그럼 연행하겠다. 나는 이번 임페리얼 블레싱의 치안을 황제 폐하의 전서로 직접 임명된 이다. 엉뚱한 생각은 하지 말도록.” “호~오. 이거 우연인데요. 저도 황제 폐하의 전서로 이 임페리얼 블레싱에 출전하게 되었는데 말입니다.” 흠칫! 황제로 인해서 이 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다는 말에 카토스 씨는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곧 그 표정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나는 그런 카토스 씨를 향해 웃어 보이고는 수갑이 채워진 팔을 옆으로 이동시켰다. 서걱! 곧 수갑은 나의 옆에 있던 데스 나이트의 데스 블레이드에 의해서 산산조각 났다. 이후 언제 다가왔는지 마부 데리엘이 내가 맡겨두었던 한 장의 편지와 두루마리를 넘겨주었고, 나는 그것을 카토스 씨에게 건네주었다. 내가 카토스 씨에게 넘겨준 편지와 두루마리는 모두 황제가 보낸 것. 황제의 친필로 작성된 친필 서한과 비행 허가서였다. 잠시 후, 편지의 내용과 두루마리의 내용을 확인한 카토스 씨는 심각한 표정으로 나와 편지와 두루마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그는 갈등하고 있는 것 같았다. 황제가 내린 임페리얼 블레싱의 치한 책임자라는 명과 친필 서한에 쓰인 임페리얼 블레싱에 출전하라는 황제의 명 사이에서 말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카토스 씨는 결국 결정을 내렸는지 단호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뒤돌아 말을 탄 기사들에게 다가가 뭐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자 기사들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뭐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것 같더니, 카토스 씨와 함께 왔던 경비대를 비롯해 궁수들이 주춤거렸다. 이에 그런 경비대를 보고 카토스 씨는 단호한 표정으로 뭐라고 또 소리를 쳤고, 잠시 후 경비대는 그의 무장을 해체시키고 팔에 수갑을 채운 후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대충 어떻게 상황이 흘러갔는지 알 수 있었다. “네크로마스터이신 한스님께 큰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카토스는 고지식한 것만 빼면 뛰어난 이기에 맡겨두었는데, 이런 큰 실례를 저지를 줄은 몰랐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리겠습니다. 가시지요. 사람을 시켜 예선 출전자 대기실까지 모시겠습니다.” “카토스 씨는 어떻게 된 거죠?” “그게.......” 이름조차 밝히지 않은 기사의 말에 따르면, 카토스 씨는 스스로 마나구속수갑을 차고 시작의 콜로세움 내의 감옥으로 호송되었다고 한다. 나의 예상대로로군. 카토스 씨는 결국 황제의 친서의 내용을 허용하는 대신 자신에게 내려진 황명을 지키지 못한 죄로 스스로 감방에 들어간 것이다. “이거 축하해줘야 하는 건가.” “예?”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 가시죠. 데리엘, 이제 자유롭게 행동해도 좋아. 그리고 데스 나이트들은 호위 인원을 제외하고 모두 돌아가도록. 프로스트 웜과 데스 브레이커들은 데리엘과 예정대로 행동하도록.” [마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한스가 말을 마치자마자 허공에 열린 아공간을 통해서 일부의 데스 나이트와 팬텀 스티드, 그리고 팬텀 캐리지가 사라졌고, 나머지 데스 나이트들도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또 하늘을 날고 있던 프로스트 웜들은 하늘로 날아오른 리치 데리엘을 태우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이렇게 데스 나이트와 데스 나이트가 타고 온 팬텀 스티드, 그리고 팬텀 캐리지가 모습을 감추자, 한스는 잠시 자시에게 허리를 숙이고 있는 기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고귀한 혈통의 기사님.......” 움찔! 한스의 말에 그 기사는 뭐가 놀라운지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거렸고, 한스는 잠시 그 기사를 쳐다보다 일행들과 함께 경비대와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예선 출전자 대기실로 향했다. 얼마 후 모여들었던 구경꾼들은 경비대에 의해서 흩어졌고, 콜로세움의 거리는 네크로마스터 한스의 출전으로 인해 무척 뜨거워졌다. 그렇게 시끌벅적하던 거리엔 한 명의 기사가 가만히 서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한스에게 사람을 시켜 예선 출전자 대기실로 모시라고 한 기사였다. 그는 한스 일행과 함께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 남아 한스 일행이 향한 방향을 한동안 쳐다보았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아버지가 주목할 만해. 팬텀 캐리지와 60명의 데스 나이트. 그뿐만 아니라 리치에 프로스트 웜까지 있다니. 정말 대단하더군. 또 마나 구속수갑을 찬 뒤에서 여유까지 보이고, 카토스의 상황과 내 정체까지 눈치 챈 것 같더군. 정말 천재라는 것이 존재하긴 존재하는구나.” “후후후. 자, 돌아가시지요. 황제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아, 어서 가지. 아버지도 궁금해 하실 거야. 그가 얼마나 화려하게 등장했는지 말이야.” 이 말을 마지막으로 그들은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스윽. 움찔! 스윽. 움찔! 킥! 내가 쳐다보는 곳마다 움찔거리는 마법사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라.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내가 쳐다볼 때마다 움찔거리는 모습을 말이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은 투 타워 토너먼트의 참가자들만이 모이는 예선 출전자 대기실이고, 이곳에는 수많은 마법사들이 모여 있었다. 단지 문제라면, 이 대기실의 출전자들 대부분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투 타워 토너먼트는 네크로맨시 학파와 서모닝 학파의 자존심이 걸린 대회라 각 학파의 장로들과 탑 마스터의 제자, 또 거기에 재능이 있는 제자들이 출전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러니 이때 알았어야 했다. 각 학파의 장로들과 탑 마스터의 나이가 이미 100세에 가깝거나 그보다 많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런 나이의 장로들과 탑 마스터의 제자들의 나이 역시 적지 않았다. 일단 투 타워 토너먼트에 참여하게 되었기에 도둑 길드에 의뢰하여 알아본 바에 의하면, 전 대회보다 출전자 연령이 10세 정도 높아졌다는 것과 장로들과 탑 마스터의 제자들 중 나이가 조금 많은 이들이 나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이럴 줄은 몰랐다. 현재 내 눈치를 보고 내가 볼 때마다 움찔거리는 이들은 모두 나의 아버지, 아니 그 이상으로 늙어 보이는 중년들이었다. 보아하니 나이가 최고로 많이 보이는 이가 50대로 보였고, 그나마 이들 중 가장 젊어 보이는 이는 서른 후반 정도는 되어 보였다. 하~아. 그때 대충 보고 넘긴 것이 죄다. 출전자 연령이 10세 정도 높아졌다고 해서 30대 초반이나, 중반의 제자들이 출전할 줄 알았는데. 끄응...... “하~아.” 녀석들도 많이 고생하고 있겠지. 이런 자신들의 아버지뻘 되는 사람들과 시합을 벌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야. 현재 한나와 경일이, 그리고 제일이는 나와는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내가 한나의 팀과 떨어진 이유는, 일단 예선전 순서도 한나의 팀이 빨랐고, 또 내가 많은 마법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기에 나와 함께 있다 보면 분위기에 치어 시합도 하기 전에 지쳐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녀석들, 긴장하지 말아야 할 텐데. 나는 다시 한 번 주위의 마법사들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아공간에서 도둑 길드로부터 산 정보를 꺼내었다. 대충 보았던 자료라, 나는 다시 자세히 읽어보기로 했다. 혹시 또 출전자 연령 같은 중요한(?) 정보가 기록되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후, 차근차근 살펴본 자료에는 그렇게 중요한 정보는 없었지만 도움이 되는 정보는 꽤 되었다. 일단 이번 투 타워 토너먼트에는 의외로 네크로맨시 학파와 서모닝 학파 외에도 제국의 수도 글로리에 탑이 위치한 마지막 세 번째, 인챈트 학파의 마법사들이 대거 출전한다는 것이었다. 인챈트 학파. 정확한 명칭은 인챈트먼트(Enchantment) 학파이다. 인챈트먼트의 뜻은 분명 내 기억에 의하면, 좀 더 정확히 아공간 내의 영어 사전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 인챈트먼트(Enchantment) : 1. 매혹, 매력. 2. 마법(을 걸기), 마술, 요술 3. 마법의 걸린 상태. 황홀 4. 매혹하는 것. 황홀하게 하는 것. 어째서 아공간에 영어 사전이 있냐고 묻는다면, 일단 나도 학생이기 때문이라고 답변하겠다. 학교에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놀고만 있는 것이아니라는 말이다. 흠흠. 하여튼 단어의 뜻에서처럼 과거의 인챈트 학파, 그러니까 인챈트먼트 학파는 사람의 정신을 조작하는 정신 계열의 마법과 인챈트, 아이템 제작 마법을 주로 익혔다고 한다. 하나, 사람의 정신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정신 계열의 마법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금기시되었고, 과거 흑마법사들과 같은 취급까지 당하다 보니 점차 정신 계열의 마법은 사장되거나 은닉되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인챈트 계열의 마법이 크게 발전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현재 사람들 사이에서는 인챈트 학파는 마법 아이템 제작에 능숙한 학파로만 알려져 있을 뿐이라고 한다. 그런 인챈트 학파가 이번 투 타워 토너먼트에 출전한다는 것이다. 이는 꽤 놀라운 정보였다. 투 타워 토너먼트는 예전부터 번외 출전자, 그러니까 네크로맨시 학파와 서모닝 학파에 속한 마법사 외에 출전하는 자들이 극히 드물다고 들었다. 물론 번외 출전자가 간혹 있기는 했지만, 그들은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투 타워 토너먼트는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두 학파 외에도 인챈트 학파와 나, 그리고 한나의 팀 등 전번 투 타워 토너먼트에 비해서 수많은 번외 출전자가 출전해 있었다. 자료에는 번외 출전자의 간단한 정보가 들어 있었는데, 물론 나와 한나의 팀에 대한 정보도 나와 있었따. “아무래도 이 자료, 양산형으로 제작된 것 같은데.” “물론 양산형입니다.” “...누구시죠?” 나의 혼잣말에 대답한 이가 있었으니 그는, 아니 그녀는 이곳의 분위기와 다르게 꽤나 평범한 사람이었다. 뭐랄까, 꼭 어디선가 한 번은 지나친 적이 있는 것 같은 얼굴이랄까. 하여튼 매우 평범한 얼굴이었다. 옷도 마법사들이 입는 로브가 아닌 꽤나 고급스러운 남성 하인용 옷을 입고 있었고, 그 옷 오른쪽 가슴에는 황가의 문장이 찍혀 있었다. “아, 저는 이번에 처음 출전하시는 한스님을 위해서 황태자 전하께서 보내신 수행원입니다. 그리고 지금 들고 계신 그 자료는 도둑 길드에서 매번 임페리얼 블레싱 때마다 양산형으로 제작하는 자료들입니다. 이 정도면 답변이 됐겠죠. 참, 제 이름을 밝히지 않았군요. 저는 루비아라고 합니다. 거기에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앞으로 일 분 내에 대기실 밖의 시합장에 오르지 않으면 예선 탈락이십니다. 자료를 읽고 계시는 동안 호명되었거든요.” “뭐라고요!!” 양산형으로 제작되었다는 말보다 내가 이미 호명되었다는 소리와 1분 내에 대기실 밖 시합장에 오르지 않는다면 탈락이라는 소리에 놀란 나는 시합장 입구로 향해서 전력으로 뛰었다. 이대로 소환도 못해보고 탈락할 수는 없어! 내가 전력을 다해서 뛰자, 사람들은 처음에는 당황스러워하다가, 이내 내 정체를 알고는 길을 내주었다. 그런데 대기실 밖, 시작의 콜로세움에 들어선 나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나를 호명한 시합장이 어딘지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엄청난 크기의 콜로세움에는 1개의 시합장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곳에는 총9개의 시합장이 있었는데, 시합장이라고 해봐야 지상에서 50센티미터 높이의 정육면체 모양으로 된 것이 전부였다. 도둑길드로부터 구한 자료에 의하면, 나중에 이 9개의 시합장은 골렘을 통해 밀어서 하나의 시합장으로 만들어 시합을 펼친다고 한다. 나는 급하게 9개의 시합장을 살펴보았다. 이 9개의 시합장에는 칸막이조차 쳐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3개의 시합장에서는 브론즈 토너먼트의 예선이 펼쳐지고 있었고, 또 다른 3개의 시합장에서 메지션 토너먼트의 예선전이, 마지막 3개의 시합장에서 투 타워 토너먼트의 예선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투 타워 토너먼트의 예선전이 펼쳐지는 3개의 시합장 중 2개의 시합장에서는 이미 시합이 시작된 상태였고, 한 시합장만이 조용했다. 이에 나는 그곳이 바로 내가 예선전을 벌일 시합장이라는 것을 알고 급하게 뛰어갔다. 그 시합장에는 4명이 올라와 있었고 모두 로브를 입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황가의 문장이 수놓아져 있는 로브를 입고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보고 그가 심판이고, 나머지 세 사람이 나의 상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어 나는 속력을 올려 간신히 시합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후! 다행히 예선 탈락은 면한 것 같군. “네크로마스터이신 한스님 맞으십니까?” “아! 예, 제가 한스입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저를 부르는 소리를 못 들었습니다. 정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누구나 그런 실수를 할 수도 있죠. 그럼 예선전을 시작해보도록 하죠.” “아, 예.” 시합장에 올라오자 심판은 출전자 명단으로 보이는 서류를 꺼내어 확인했다. 내가 네크로마스터로 알려진 한스라는 것이 확인되자 나의 상대 팀, 3명의 마법사들의 표정은 아쉽다는 감정이 떠올랐다가 곧 사라졌고, 대신 그들의 얼굴에는 강한 적대감이 떠올라 있었다. 그들의 나이는 서른 초반. 대기실에서 보았던 이들 중 젊은 편에 속하는 이들이었다. 나는 그들을 보는 순간, 그들의 학파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체내의 마나를 심장 주위뿐만 아니라 뼛속까지 쌓는 마법사. 그런 마법 학파는 오직 한 학파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 세 사람은 다름 아닌 네크로맨서,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사였다. 그들의 실력을 보자면 한 사람은 적어도 5써클 중, 후반이고 나머지 2명도 5써클 초, 중반에 오른 이들이었다. 그들의 경지를 보니 나는 그들이 외모에 비해서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거 초반부터 꽤 강한 팀이 걸렸는데. ‘그럼 예선 시합에 들어가기 전에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네크로마스터이신 한스님의 시합에는 특별 룰이 적용됩니다. 이는 투 타워 토너먼트뿐만 아니라, 후에 임페리얼 토너먼트에 올라가시게 되더라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특별 룰?” “특별 룰이라는 게 뭐지?” 내 상대 팀 리더로 보이는. 5써클 중, 후반에 오른 마법사는 나의 시합에 특별 룰이란 것이 적용된다는 말에 큰 관심을 내비쳤다. 끄응....... 역시 그냥 그대로 시합을 하게 두지 않을 줄 알았지만 특별 룰까지 만들다니.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나는 겉으로 내비치지 않았다. 이어 심판은 나와 상대 팀의 리더를 잠시 쳐다본 후 입을 열었다. “특별 룰이란 임페리얼 블레싱 운영 위원회에서 고심 끝에 결정한 것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특별 룰 첫 번째, 네크로마스터 한스는 투 타워 토너먼트 시합 중에 상위 언데드인 데스 나이트 같은 이지를 지닌 언데드를 소환수로 사용하지 못한다.” “으음.” “뭐 그 정도야.” “두 번째, 투 타워 토너먼트 시합 중에 네크로마스터 한스의 상대 팀은 예외적으로 공격마법의 사용을 허가한다. 단, 네크로마스터 한스는 공격마법을 사용할 수 없고 방어와 보조마법만을 사용, 허가한다. 또한 공격마법을 펼치는 대상을 소환수로 한정한다.” “오오오!” “...제길.” 특별 룰의 첫 번째를 들었을 때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언짢아하던 상대 팀 리더는, 두 번째 룰을 듣고 난 뒤에는 눈에 띄게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반면 나는 얼굴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소환수와 함께 마법을 사용하는 상대를 방어마법과 보조마법, 그리고 소환수만으로 상대해야 하다니. 제길! 임페리얼 블레싱 운영 위원회의 구성원들을 한번 보고 싶군. 저주라도 걸게. 내게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특별 룰에 대한 설명은 계속되고 있었다. “세 번째, 본디 투 타워 토너먼트의 출연자의 소환수 숫자는 제한하지 않으나, 네크로마스터 한스에 한하여 소환수의 숫자를 다섯으로 한정한다.” “으음.” “네 번째, 투 타워 토너먼트 시합 중 네크로마스터 한스의 상대팀에 한하여 소환수의 무구 사용을 허가한다.” “오오오!!!” “자, 잠깐 그건 너무.......” “단! 마법 무구가 아닌 평범한 철제 무구로 제한한다.” 휴~ 다행이다. 소환수가 마법 무구까지 사용했다가는 아무리 나라도 상대하는 데 꽤 애먹을 테니까. “마지막 다선 번째, 투 타워 토너먼트를 비롯하여 어떤 시합에서든 네크로마스터 한스를 상대로 승리 시에 자작 작위와 함께 영지, 그리고 5천 골드가 하사되며, 반대로 네크로마스터 한스가 패배할 시엔 제국의 재정에 큰 타격을 입힌 죄로 로시아 제국의 영토에서 일 년 동안 강제 복역을 명한다.” “뭐, 뭐라고!!” “오오오!!!” 이건 말도 안 돼! 내가 지면 강제 복역 1년을 해야 한다니!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규칙이 다 있어! 앞서 네 규칙은 귀엽게 넘어가 줄 수 있다. 하지만 다섯 번째 규칙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어째서 내가 지면 강제 복역을 해야 하는 규칙을 지키면서까지 시합을 해야 하는 거야! “이건 말도 안 됩니다! 내가 그런 규칙까지 지켜가며 시합을 해야 하는 이유는 없습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기권하겠습니다!” “자, 잠깐 기다려주십시오. 아직 내용이 더 있습니다! 들어보십시오! 그리고 반대로 네크로마스터 한스가 투 타워 토너먼트 우승 시엔 황궁 보고에서 한 가지 물건을 가질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이는 투 타워 토너먼트의 우승 상품과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화, 황궁 보고!!” 뒤이어 심판이 한 말에 상대 팀 마법사들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황궁 보고. 말 그대로 황궁 안에 있는 보물 창고다. 소문에 의하면 그곳은 그간 제국이 건립되고 지금까지 천고의 보물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그곳을 잘 찾아보면 고대의 마법 문명의 마법서와 드래고 하트 같은 마법사에게 천금과도 같은 보물들이 수겨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나는 바로 며칠 전에 네크로맨서의 아버지이자 죽음의 성자인 베이트로이 게이시스 스승님의 아공간을 넘겨받았기 때문이다. 그 아공간을 모두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분명 그곳에는 엄청난 것들이 가득할 것이다. 아마 찾아보면 드래곤 하트라도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이 아공간을 얻지 못했다면 귀가 솔깃할 만한 이야기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냥 무시할 수 없었다. 이와 같은 다섯 번째 규칙을 정할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뿐이기 때문이다. 누군지 짐작은 갔지만 나는 혹시나 하는 심정에 심판을 쳐다보며 말했다. “후~ 우. 혹시나 해서 묻는데, 임페리얼 블레싱 운영위온장이란 사람이 그분이 맞습니까?” “예? 아, 예. 임페리얼 블레싱 운영위원장이신 분은 황제 폐하십니다.” “하~아, 역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빌어먹을 황제! 데스 마스터가 되는 날! 기필코 치질을 비롯한 각종 성인 남성의 고질병 저주를 걸어주마! 나는 갉아먹어도 시원찮을 황제를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지금이라도 당장 황제에게 저주를 걸 수 있긴 하지만, 현재의 내 실력으로는 황제를 보좌하는 마법사들에게 저주를 받아치기당하거나 추적당하여 황제 살인 미수죄로 대륙에서 쫓길 수 있기에 데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때로 미루었다. 한숨을 내쉰 나는 고개를 들어 심판을 쳐다보았다. 내 시선이 향한 쪽에는 심판을 비롯하여 상대 팀 마법사들이 부담스럽게 기대에 가득 찬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하긴 시합을 하게 된다면 상대 팀 마법사들에게는 다시없을 기회가 될 테고, 심판에게도 무엇인가 보상이 있겠지. 나는 왠지 배가 아파오기는 했지만 이내 입을 열어 말했다. “시합... 하겠습니다.” “오오오! 잘 생각하셨습니다!” “반드시 이겨드리지요!” “최선을 다하는 거다!” “드릴 말씀이 더 있습니다. 만약 시합을 하시겠다면, 운영위원장께서 특별 룰의 세 번째를 수정하라 하셨습니다. 소환수의 숫자를 여섯으로 말입니다.” “끄응, 겨우 하나 더 늘려주는 겁니까.” 내가 시합을 하겠다고 하자마자 매우 좋아하는 상대 팀 마법사들과 심판. 심판이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의 기미는 보였지만, 기뻐하는 것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나마 자신의 일에 충실한 그는 황제의 또 다른 명을 전달하였다. 소환수의 숫자를 하나 더 늘려서 여섯을 소환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이다. 나는 그 말에서 왠지 인심 쓴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고, 그 황제라는 인간의 면상을 반드시 보고 말겠다고 결심했다. 잠시 후, 내가 시합을 하겠다고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내가 시합을 하게 될 시합장에 9명의 마법사가 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모두 아홉 방향으로 퍼져 시합장을 감쌌다. 그리고 곧 나는 그들이 어째서 이곳에 나타났는지 알 수 있었다. 나의 시합은 특별 룰이 적용된다. 그 룰 중에는 상대팀의 마법사들이 공격마법을 사용해도 된다고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공격마법이 다른 시합장의 시합에 방해되지 않도록, 그리고 시작의 콜로세움에 예선전을 보러온 관람객들의 안전을 위하여 그 9명의 마법사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들이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심판은 나와 상대 팀 3명의 마법사를 마주 보도록 했다. “그럼 시합을 하기 전에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쪽은 아시고 계시겠지만 최강의 번외 출전자, 네크로마스터 한스님이십니다.” “으득!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쪽 세 분은 네크로맨시 학파 2장로님의 제자이신 숀 헵젠프님이시고, 오른쪽에 계신 분은 3장로님의 제자이신 히리스 헤멘님, 그리고 왼쪽 본은 4장로님의 제자이신 켈리온 다이님이십니다.” “나도 역시 잘 부탁하네. 그리고 고맙네.” “고맙기는요. 오히려 제가 고마워해야지요.” 후후, 확실하게 박살내주지.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상대는 네크로맨시 학파의 네크로맨서. 나 역시 그 경지는 다르지만 네크로맨서. 네크로맨서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한다. 현재로서는 말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물론 저쪽도 네크로맨서이기 때문에 조금 힘든 시합이 될 수도 있겠지만, 분명 나는 승리한다. 나는 지지 않는다. 아니, 질 수 없었다. 내가 대외에 알려진 네크로마스터이기 때문에 질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네크로마스터라 하여도 이와 같은 조건이라면 질 수도 있다. 하나, 나는 그럴 수 없다. 나는 데스 마스터에 근접한 자이자, 가장 위대한 네크로맨서의 아버지인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제자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합은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그럼 예선전 13시합을 시작합니다!! 서먼!” 우우웅! “오너라! 나의 종이여! 죽은 자들의 육체의 파편으로 만들어진 자여!” “울부짖어라! 내 눈앞의 적을 저주하라! 원한 어린 여인의 망령이여!” “베어라! 그대의 저주가 어린 검으로! 오너라! 죽음의 기사여!” 쿠어어어어!! 꺄아아악! 스윽! 우우웅~! 심판이 서먼이라고 소리치자마자 그들은 언데드를 소환하기 시작했다. 그들 3 명이 부른 소환수는 3장로의 제자, 히리스라는 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손수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언데드였다. 네크로맨시 학파 4장로의 제자, 켈리온이라는 자는 3미터 크기의 몬스터들의 시체로 만들어진 플래시 골렘을 소환했다. 그리고 이 플래시 골렘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공포 영화의 주인공인 프랑켄슈타인. 인간의 시체의 조각으로 만들어진 괴물, 프랑켄슈타인이다. 이 프랑켄슈타인도 플래시 골렘의 일종이었다. 플래시 골렘은 네크로맨서 중에 다루는 이들이 드물다. 일단 만드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각기 다른 신체를 엮어서 만들기 때문에 제작 성공률도 낮다. 하지만 일단 만들어내기만 하면 보통 언데드 이상으로 강력한 것아 바로 플래시 골렘이었다. 켈리온이 소환한 플래시 골렘은 트윈헤드 오우거 머리를 가지고 있었고, 상체는 트윈헤드 오우거의 몸에 일반 오우거의 팔 2개가 더 달려 있었다. 여기까지 보면 보통의 트윈헤드 오우거 좀비에 오우거의 팔을 달았으니 플래시 골렘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하체를 보는 순간, 이 언데드가 어째서 플래시 골렘인지 알게 되었다. 이 플래시 골렘의 하체. 그것은 다름 아닌 사막형 몬스터, 거대 전갈인 스콜피온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바로 스콜피온의 등에 트윈헤드 오우거의 상체를 이어붙인 플래시 골렘인 것이다. 물론 스콜피온의 시체를 온전하게 붙인 것은 아니었다. 스콜피온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집게뿐만 아니라 스콜피온에게는 곤충형 몬스터인 자이언트 맨티스의 날카로운 팔이 4개나 달려 있었다. 이는 그야말로 대인전투에 최적화되어 있는 몬스터라 할 수 있었다. 이 괴상한 모습의 플래시 골렘은 소환된 이후 트윈헤드 오우거의 팔과 오우거의 팔, 이 4개의 팔에 거대한 메이스 4개가 쥐어져 있었다. 만약 저 메이스를 정통으로 맞는다면 데스 나이트도 멀쩡하지 못할 것이다. 원체 힘이 좋은 오우거와 트윈헤드 오우거의 팔이고 죽은 자이면서, 분명 여러 가지 마법과 약품 처리가 되어 있을 테니 생전의 힘 이상을 낼 것이 분명하니까 말이다. 다음 3장로의 제자, 히리스가 소환한 언데드는 망령이었다. 다름 아닌 레이스. 그러나 이도 평범하지는 않았다. 레이스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한 불투명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고, 자세히 살펴보니 레이스의 모습이 여자의 중간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반 레이스 이상의 냉기를 내뿜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저 레이스는 바로 레이스에서 벤시가 되기 직전의 망령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구했는지 모르지만 저 히리스라는 자는 레이스에서 벤시가 되기 직전의 언데드를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2장로의 제자라는 이 팀의 리더, 숀 헵젠프. 이자가 불러낸 언데드는 다름 아닌 데스 나이트였다. 데스 블레이드를 내뿜는 죽음의 기사 데스 나이트를 말이다. 하지만 그 데스 나이트의 검은 완성된 데스 블레이드를 내뿜는 것이 아니었다. 완성에 가깝지만 완성도지 않은 데스 블레이드를 내뿜는 데스 나이트. 이 데스 나이트는 다행히도 마스터급 데스 나이트가 아닌, 최상급 데스 나이트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대단했다. 나야 수많은 마스터급 데스 나이트를 지니고 있었지만, 이는 게임 시스템을 통해서 소드 마스터와 소드 익스퍼드 최상급에 해당하는 시체를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게임의 시스템을 통하지 않았다면 내가 손수 제작한 데스 나이트들은 대부분이 최상급 아니 그 이하의 데스 나이트였을 것이다. 그들의 소환수가 모두 모습을 드러내자 그들은 각자의 소환수에게 무기를 쥐어주었다. 아까 말했던 대로 플래시 골렘에게는 4개의 거대한 메이스를, 최상급 데스 나이트에게는 현재 지니고 있는 검 이상의 날카로움을 지니는 검을 말이다. 다행이라면 망령인 레이스와 벤시 사이의 언데드에게는 무기를 쥐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소환수에게 무기를 쥐어준 뒤에 나를 쳐다보았다. 이제 나의 소환수를 꺼내 보이라는 이야기다. 그들이 선보인 언데드는 모두 하나같이 최상급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도 그들 버금가는 언데드가 존재했다. 이지가 존재하지 않으나 최상급 데스 나이트 못지않은 날카로운 검을 지닌 언데드가, 이지는 존재하지 않으나 오우거의 시체로 만들어진 플래시 골렘 못지않은 힘을 지닌 언데드가, 이지가 존재하지 않으나 망령 못지않은 원한을 가진 언데드가 말이다. “오너라, 나의 종들이여!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 스켈레톤 세이지!” 끼리리릭! 스스스! 스윽! 우우웅! 쿵! 쿵! 크아아아! 회색의 로브와 소환된 스켈레톤. 그 회색의 로브 사이로 드러낸 뼈로 된 손에 깃든 언한 어린화기이자 뼈의 현자, 스켈레톤 세이지. 검집에서 빼어진 검에 어린 원한 어린 영혼의 검을 지닌 기사,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 플래시 골렘보다 큰 몸집! 거대한 뼈로 된 마울을 내려치며 힘을 과시하는 뼈의 거대한 파괴자,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 이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각기 2구씩 모습을 드러낸 스켈레톤들. 이 스켈레톤들의 등장으로 인해 시합장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의 언데드들을 꺼내 보이며 의기양양해하던 장로들의 제자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심판, 어서 시작하지요.” “예? 아, 예! 파이트!” 끼리리릭! 파아아악! 꺄아아악! 크아아아아! 심판의 선언과 함께, 기다렸다는 듯이 양손을 하늘로 뻗으며 5써클 마법 파이어 필드를 시전해 보이는 화염계 스켈레톤 세이지! 한 스켈레톤 세이지가 시전한 파이어 필드는 그대로 플레시 골렘과 레이스와 데스 나이트를 덮쳤다. 하지만 그 광범위한 파이어 필드는 타격만 주었을 뿐, 움직이지 못하게 하지는 않았다. 내가 소환한 스켈레톤 세이지가 마법을 사용하자, 숀을 비롯한 장로의 제자들 팀은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소환수들에게 보조마법조차 걸어주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그나마 마법을 펼칠 정신은 있었는지, 실드를 펼쳐 파이어 필드에 당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파이어 필드로 인해 화상을 당한 플래시 골렘은 고함을 지르며, 우리를 향해서 스콜피온의 수많은 다리를 이용하여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고는 파이어 필드에 의해서 달궈진 메이스를 휘둘러왔다. 쾅! 쾅! 그러나 플래시 골렘이 휘두른 메이스는 너무도 쉽게 막혔다. 자신보다 큰 덩치의 스켈레톤, 즉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의 마울에 의해서 말이다. 메이스가 너무도 쉽게 막히고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가 가까이 붙게 되자, 하체인 스콜피온의 거대한 집게와 자이언트 맨티스의 팔은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의 다리를 향해서 휘둘러졌지만 단단한 뼈로 된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크아아아아! “스트랭스! 헤이스트!” “그리스!” “홀드!” 정신ㅇ르 차린 장로의 제자 팀은 자신들의 언데드들에게 보조마법을 걸기 시작했다. 후후, 의외인 걸. 심판에게 스켈레톤 세이지에 의문을 가자고 바로 항의할 줄 알았는데. 꽤 된 사람들이로군. 그럼 나도 성의를 보여볼까. 나는 지금까지 거의 쓰지 않았던 것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그것을 쓸 의지를 보이자 나의 양 어깨에 모습을 드러낸 망령들. 그 망령들은 곧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나 역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망령들과 나는 동시에 시전어를 외쳤다. “디스펠 매직!” [헤이스트!] [스트랭스!] 크아아아아! 이 트리플 스펠은 망령들의 입을 이용하여 마법을 시전할 수 있게 해주는 스킬. 그것이 처음 선보인 것이다. 내가 직접 외운 디스펠 매직은 가장 먼저 나아가 장로들의 제자 팀이 시전한 주문을 해체시켰고, 이어서 망령들이 외운 마법들이 시전되어 나의 스켈레톤들에게 부여되었다. 그에 팽팽하게 힘으로써 대항하고 있던 플래시 골렘과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의 균형이 깨졌고, 2구의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는 플래시 골렘을 메이스와 함께 누르기 시작했다. 끼리리릭! 파파파파팍! 끼릭!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가 플래스 골렘을 누르는 사이, 스켈레톤 세이지 2구가 하늘을 향해서 동시에 손을 뻗어 올리자 거대한 불꽃의 창, 파이어 스피어가 시전되었다. 이에 모습을 드러낸 파이어 스피어의 수는 총 12개! 각각 6개씩 구현시킨 것이다. 이 12개의 파이어 스피어는 스켈레톤 세이지가 손가락뼈를 까닥임과 동시에 레이스를 향해서 달려갔다. 이에 레이스는 피하려 했다. “타겟 온 무브(Target On Move)!!” 물론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내가 아니었다. 나는 바로 파이어 스피어에 유도마법이 타겟 온 무브를 시전했다. 그러자 파이어 스피어는 도중에 방향을 바꿔 레이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콰콰콰콰쾅! 꺄아아아악! 파이어 스피어로 인해서 생긴 폭발음과 함께 들려오는 레이스의 비명. 이것으로 하나 끝! 서걱! 서걱! 철컹! 내가 스켈레톤 세이지와 함께 레이스를 처리하는 사이,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 2구는 데스 나이트의 두 팔을 잘랐고, 이에 데스 나이트의 두 팔은 시합장을 나뒹굴었다. 이어서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는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로 인해서 눌린 플래시 골렘을 향해서 뛰어갔고,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의 검에 맺힌 최상급 소울 블레이드는 그대로 플래시 골렘의 팔 4개를 그대로 잘라버렸다. 그러자 플래시 골렘의 팔 역시 데스 나이트의 팔처럼 시합장에 데굴데굴 나뒹굴었다. 이것으로 시합은 나의 승리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이의 있소!! 네크로마스터 한스는 특별 룰의 첫 번째 규칙을 어기고 이성이 있는 언데드! 리치와 데스 나이트를 소환수로 사용했소!!” “마, 맞소!!” “네크로마스터 한스는 실격이오!! 하지만 시합의 상황이 거의 다 정리된 상황에서 장로의 제자 팀의 항의가 이어졌다. 쳇! 꽤 좋게 봐주었는데, 항의를 하려면 진즉 하지 상황이 거의 다 종료되어서 할게 뭐야. 나는 그들이 뒤늦게 항의하자 조금 기분이 나빠졌지만 이겼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저들의 항의에 대한 답변은 이미 모두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 잠깐! 거기 세 분, 혹시 바고 아닙니까? 네크로맨서라면 상식은 있을 텐데요. 데스 나이트와 리치는 뼈로 소환되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런데 시합 시작 전에 봤을 텐데요. 제가 뼈로 이 녀석들을 소환하는 것을 말이죠. 저들은 분명 스켈레톤입니다. 소환할 때 시전어를 외치지 않았습니까.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 스켈레톤 세이지라고 말입니다.” “하, 하지만 마법을 사용하는 스켈레톤이라니! 방금 전에 시전한 마법만 해도 파이어 스피어였다. 그뿐만 아니라 유도마법까지......” “잠깐! 유도마법은 제가 시전한 겁니다. 보조마법으로서 말이죠.” “그, 그렇다 하더라도 분명 저 스켈레톤은 마법을 썼다! 처음에 사용한 마법은 분명 5써클 파이어 필드! 이래도 리치라는 것을 부정하고 스켈레톤이라고 우길 참이냐! 거기에 데스 나이트를 이기는 스켈레톤 나이트라니! 말도 안 된다!” 나의 대답에 얼굴을 붉히면서 고래고래 소리치는 제2장로의 제자, 숀 헵젠프. 나는 그런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째서 마법을 쓰는 스켈레톤이 있으면 안 되는 거죠? 그리고 스켈레톤 나이트가 데스 나이트를 이기면 안 된다는 법을 또 누가 정했습니까?” “그, 그건 상식이지 않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언데드는 리치뿐이고, 데스 나이트가 스켈레톤 나이트보다 약하다는 것을!” “숀 헵젠프님의 말씀을 들으니 이런 옛날 일이 생각나는군요. 제가 당신의 말과 같은 말을 했을 때, 나의스승님은 이렇게 말하셨답니다. ‘상식을 깨면 안 된다고 누가 말하더냐. 너는 상식의 틀에 머리를 맞출 참이냐. 제자야! 상식을 깨거라!’라고 말입니다.” 그 후, 네크로마스터 한스는 자신이 시합에서 사용한 소환수들이 스켈레톤임을 증명했고, 이 세상에 마법을 사용하는 언데드가 리치만이 아님을 세상에 알렸다. 네크로마스터 한스가 자신이 사용한 언데드가 스켈레톤임을 증명하는 데 사용한 방법은 바로 스켈레톤의 지휘권을 넘겨주는 일이었다. 스켈레톤 6구의 지휘권을 넘긴 이후 네크로맨시 학파의 탑 마스터와 장로들은 마법을 사용하는 스켈레톤이, 트윈헤드 오우거로 만들어진 플래시 골렘을 힘으로 누르는 스켈레톤이, 최상급 데스 나이트를 이기는 스켈레톤이 있다는 말에 탑에서 뛰쳐나왔고, 한스로부터 스켈레톤 6구의 지휘권을 넘겨받은 후 갖가지 실험을 해본 끝에 다음날 네크로맨시 학파의 탑 마스터와 장로들은 그 6구의 언데드 모두가 스켈레톤임을 선언했다. 대륙에 마법을 사용하는 언데드가 리치만이 아님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 언데드들이 스켈레톤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임페리얼 블레싱, 투 타워 토너먼트를 비롯하여 마법사들이 출전하는 메지션 토너먼트는 마법사들의 엄청난 관심으로 인해 그날 하루 동안 연기되어 다음날 마법사들의 마나가 바닥날 때까지 예선전을 벌이는 우스꽝스러운 상화잉 연출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을 시작으로 네크로마스터 한스가 네크로맨시 학파 2장로의 제제, 숀 헵젠프에게 한 말은 한스의 이름과 함께 널리 퍼져나갔다. ‘상식을 깨면 안 된다고 누가 말하더냐. 너는 상식의 틀에 머리를 맞출 참이냐. 제자야! 상식을 깨거라!’ 이 말은 한 당사자 한스는 몰랐다. 자신이 들뜬 기분으로 내뱉은 이 말이, 장차 대륙의 마법사라면 자신의 스승에게 반드시 한 번씩은 듣게 될 명언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게 임페리얼 블레싱의 시간은 흐름을 타고 빠르게 진행되어 나갔다. “우리 세 명과 한스 형의 본선 진출을 축하하며 건배!!” “건배!!” “허허허! 모두 축하하네.” 시간은 흘러 임페리얼 블레싱 7일째! 드디어 임페리얼 블레싱의 세 부문인 브론즈 토너먼트와 메지션 토너먼트, 그리고 투 타워 토너먼트의 모든 예선이 끝났다. 지난 일주일간 벌어진 수많은 시합 덕분에 나는 더욱 유명해졌다. 대륙 최초로 리치가 아닌 마법을 쓰는 언데드, 스켈레톤 메지션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로, 최상급 데스 나이트를 이길 수 있는 스켈레톤 마스터의 주인으로 말이다. 스켈레톤 메지션이라 이름 붙인 것은 다름 아닌 스켈레톤 세이지였고, 스켈레톤 마스터라 이름 붙인 것은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였다. 이미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네크로맨시 학파의 탑 마스터와 장로들의 선언으로 인해서 대륙의 사람들은 스켈레톤 세이지와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를 스켈레톤 메지션과 스켈레톤 마스터라고 부르고 있었다. 기분 나쁘게도 말이다. 나는 정정시킬까 했지만 그만두었다. 명칭이야 어떻든 스켈레톤 세이지와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는 결국에는 스켈레톤 세이지이고 로열 나이트이니 말이다. 현재 우리들은 저택에서 파티를 하고 있었다. 네크로맨시 학파의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까지 모셔서 말이다. 이 파티는 다름 아닌 투 타워 토너먼트에 나와 한나의 팀이 본선 진출자인 64팀에 들었음을 축하하는 파티였다. 지난 일주일간 수많은 경쟁자들을 쓰러트리고 결국 우리들은 본선에 든 것이다. 투 타워 토너먼트의 출전자들은 정말 많았다. 일주일 동안 하루에 3개씩 시합을 벌였으니 말이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번 투 타워 토너먼트는 정말 파란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일단 첫 번째 파란은 다름 아닌 내가 벌인 사건! 마법을 사용하는 또 다른 언데드, 스켈레톤 메지션과 최상급 데스 나이트를 이기는 스켈레톤 마스터의 등장이었다. 후후후. 다음 두 번째 파란은 번외 출전자 팀의 대거 본선 진출이었다. 이번 투 타워 토너먼트에 본선 진출 팀은 나와 한나의 팀까지 하여 번외 출전자 팀이 무려 30팀이나 되었다. 한마디로, 나와 한나의 팀을 제외하고 28팀이 모두 번외 출전자 팀이라는 말이었다. 나는 궁금증이 일어서 알아보았는데, 놀랍게도 본선에 진출한 번외 출전자 팀 중 8팀은 다름 아닌 신성제국, 세인트의 신관들이라는 사실이었다. 신관들이 투 타워 토너먼트에 출전한 것이다. 물론 그들이 출전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었다. 그들이 사용하는 신성마법의 힘의 근원은 신성력이라는 것이 다르지만, 결국 신성마법도 마법! 그러니 안 될 것은 없었다. 그런데 그들의 출전이 파란이 되는 것은 신관들이 출전한 부문이 다름 아닌 투 타워 토너먼트라는 사실이었다. 투 타워 토너먼트는 3인 1조로 팀을 이루어 소환수를 통해서 시합을 벌이는 대회. 그렇다는 말은 신관들이 소환수를 사용하였다는 말이다. 신성마법. 회복과 방어에 매우 특출함을 보이는 이 마법은 공격 면에서는 많은 취약점을 보인다. 물론 신성마법에도 강력한 공격마법은 존재한다. 하나, 신성소환마법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런 신관들이 신성력을 사용하여 소환마법을 펼쳐서 소환수를 불러내고 소환수로 시합을 벌이는 투 타워 토너먼트에 출전, 10팀을 출전시켜 무려 8팀이 본선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도둑 길드에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이 신성소환마법은 사실 각 교단에서 봉인되어 있던 마법이라고 한다. 감히 인간으로서 신의 사자인 천사와 신의 동물을 소환하여 부린다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여튼 이런 얼토당토않은 이유에서 봉인되었던 신성소환마법이 얼마 전 봉인이 해제되어 각 교단의 신관들이 다시 신성소환마법을 익히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봉인이 해제된 신성소환마법과 강력해진 신성 제국의 힘을 보여주고 과시하기 위해서 신성 제국에서는 자신들의 맞수인 로시아 제국에서 열리는 임페리얼 블레싱, 투 타워 토너먼트에 신관을 출전시킨 것이란다. 그리고 그 결과 10팀 중에 무려 8팀이나 본선에 진출하는 놀랄 만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나는 불행히도 예선전에서 단 한 번도 신관으로 이루어진 팀과 시합을 해보지 못했다. 물론 구경은 했다. 신성소환수는 모두 하나같이 엄청났고, 운이 작용한 것인지 신관 팀의 상대 팀이 모두 네크로맨시 학파의 팀이거나 서모닝 학파라고 하더라도, 몬스터와 마수를 소환하는 팀이었기에 상성이 맞지 않아 신관 팀의 실력을 보기도 전에 끝나 버렸다. 그렇기에 신관 팀의 실력은 현재로서는 미지수였다. 다음으로 이번 투 타워 토너먼트의 또 다른 파란은 바로 번외 출전자 팀인 인챈트 학파이다. 이 인챈트먼트 학파가 처음 출전함에도 불구하고 무려 12팀이나 본선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인챈트 학파에서 투 타워 토너먼트에 소환수로서 선보인 것은 두 종류가 있었다. 그중 첫 번째는 바로 골렘이었다. 그것도 보통 시중에도 잘 알려진 스톤 골렘이라든지 아이언 골렘 같은 전투 골렘이라는 사실이었다. 전투 골렘. 이 단어는 인챈트 학파에서 자신들의 골렘을 칭한 말로서, 말 그대로 전투를 위해서 만들어진 골렘이었다. 몸의 재질은 아이언 골렘처럼 강철이지만, 각종 강화마법과 보조마법의 룬이 골렘의 체내에 특별한 방법으로 새겨져 있어 주문 없이도 보조마법과 강화마법이 발동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 전투 골렘은 마나석의 마나로만 움직이는 기존의 골렘과 다르게, 골렘 마스터란 이와 골렘이 마나로 연결되어 있어 골렘 마스터가 지속적으로 마나를 공급해주기만 한다면 역시 특별한 방법으로 체내에 새겨진 룬어를 통해서 전투 골렘이 마법을 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 이 골렘은 상당히 만들기 힘들어서 이번에 선보인 8대의 전투 골렘이 전부였고, 이 골렘을 만들어낸 출전자들도 나이가 많고 신분이 높은 인챈트 학파의 상위 마법사로 이루어져 있었다. 심지어 장로들과 탑 마스터조차 이 전투 골렘을 선보이기 위해서 체면을 버리고 출전한 상태였다. 물론 이는 아무 문제없었다. 투 타워 토너먼트의 규칙에는 출전자의 연령에 대한 것은 전혀 없으니 말이다. 한마디로, 네크로맨시 학파와 서모닝 학파의 탑 마스터와 장로들조차 출전하여도 상관없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들은 탑의 마스터이고 장로들이기에 체면을 지켜야 하니 말이다. 그렇기에 대단한 것이다. 체면조차 버리고 한 학파의 탑 마스터와 장로들이 출전했으니 말이다. 다음으로 인챈트 학파에서 선보인 소환수, 아니 제작물은 다름 아닌 인형이었다. 물론 보통 인형이 아닌 전투 인형으로 자도 인형이라고 하는데, 그 이름이 오토 마리오네뜨(Auto Marionette)였다. 일던 겉 표면은 완전히 인간과 비슷했다. 피부조차 거의 인간과 흡사하고 표정과 얼굴, 하는 행동조차 인관과 똑같았다. 하지만 일단 전투에 들어가면 달라졌다. 그야말로 전신이 무기. 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갑자기 팔목에서 칼이 튀어나오고, 입에서 불꽃이 발사되며, 오우거 못지않은 힘! 상급 데스 나이트의 오러를 견디는 육체! 거기에 스스로에게 입력된 마법까지 사용하는 인형. 그것이 바로 오토 마리오네뜨였다. 하지만 이 오토 마리오네뜨는 그야말로 보여주기 위한 인형이었다. 도둑 길드의 자료에 의하면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모르지만, 이 오토 마리오네뜨를 만드는 데는 엄청난 자금이 들어간다고 한다. 오토 마리오네뜨 하나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자금은 한 왕국의 1년 운용금의 3분의 1! 무려 3분의 1이나 된다고 한다. 또 오토 마리오네뜨의 실력은 평가에 의하면, 소드 익스퍼드 상급과 3써클 유저를 섞어놓은 정도. 하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이 오토 마리오네뜨라는 녀석은 제국의 군사용 병기로서 효용이 없다는 말이었다. 물론 이 사실을 오토 마리오네뜨라는 녀석과 출전한 인챈트 학파의 마법사들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오토 마리오네뜨와 출전한 이유는, 도둑 길드에 의하면 귀족들의 시선을 끌고 자금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었다. 확실히 그것이 목적이라면 이해가 간다. 인형인 만큼 아름답게 만들 수 있고, 아름다운 동시에 상당한 실력을 지녀서 호위로 사용할 수 있기에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되는 귀족이라면 큰 관심을 보일 만한 물건이었다. 솔직히 나도 관심이 간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수많은 파란이 일은 이번 임페리얼 블레싱은 역대 최고라고 벌써부터 자자했다. 전번 임페리을 불레싱을 경험해보지 않아 알 수는 없지만, 이번 임페리얼 블레싱은 확실히 수많은 파란이 일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이틀 후에 열릴 본선 무대가 너무도 기대되었다. 또 어떤 사건이, 또 어떤 강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하면 흥분이 가라앉질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일단 이 기대심을 접어두고 지금 저택에서 벌이고 있는 본선 진출 파티를 즐기기로 했다. 이어 나는 잠시 주변을 살펴보았다. 하~ 아. 역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나는 술과 음식을 먹으며 광란에 빠져 있는 일행들 사이로 조용히 빠져 나와 파티장의 구석으로 향했다. 그 이유는 그곳에서 한 사람이 쓸쓸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연이 형, 형도 참.” “이게 누구야. 본선 진출자, 한스 아니야.” 그렇다. 구석에서 혼자서 쓸쓸하게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은 바로 방연이 형이었다. 브론즈 토너먼트에 출전했던 방연이 형. 형이 브론즈 토너먼트에서 보여준 실력은 상당했다. 검을 잡기 시작한지 1년 된 것치고는 말이다. 연전연승. 브론즈 토너먼트의 출전자 중에는 형을 상대할 만한 이는 없어 보이는 듯했고, 이에 우리는 높아지는 형의 콧대와 함께 형이 본선이 진출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오산이었다. 바로 본선 진출 전의 마지막 예선 시합에서 형은 패배하고 말았다. 그리고 결국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확실히 상대가 좋지 않았다. 많은 시합을 거치며 조금이나마 실전이란 것을 경험한 형이었지만, 마지막 상ㄷ는 너무도 좋지 않았다. 마지막 상대는 다름 아닌 자유기사 신분의 기사였기 때문이다. 자유기사란, 기사가 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군을 섬기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기사를 뜻한다. 그 자유기사가 형의 예선전 마지막 상대였던 것이다. 기사가 될 수 있는 능력은 기사로서 알아야 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기사도를 알고, 귀족으로서 지켜야 할 예절을 아는 능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드 익스퍼드 초급에 해당하는 실력이었다. 그렇다. 형의 마지막 상대는 형보다 최소한 2단계는 강한 소드 익스퍼드였던 것이다. 거기에 그 기사는 소드 익스퍼드 초급도 아닌 중급에서 상급으로 넘어가기 직전이었던 자. 실전 경험도 많은 이였다. 그런 상대로 형은 선전했지만 결국에는 졌고, 예선전에서 탈락했다. 그 후부터는 이 모양이었다. 그 후부터라고 말했지만 겨우 5시간도 안됐지만 말이다. “형도 참 못말린다니까.” “사람을 말려서 뭐 하게요. 설마 날 말려서 뜯어먹으려고! 저리 가라! 식인종!” “그래도 농담을 할 힘은 있나 보네, 형. 이번에 졌다고 너무 상심하지 마. 단지 상대가 좋지 않았을 뿐이라고. 그는 기사였다고, 기사. 소드 익스퍼드에 오른 자.” “알고 있어, 인마.” 대답을 하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방연이 형. 형도 참. “형, 형은 검을 이제 잡은 지 겨우 일 년밖에 안 됐다고, 일 년! 그런데도 형 실력을 봐봐! 무려 소드 유저 상급! 일 년! 단 일 년 만에 소드 유저 상급이 되었다고. 그야말로 경이적인 성장 속도라고밖에 볼 수 없어. 형은 앞으로 계속 성장해나갈 것이 분명한데 한 번의 패배로 이렇게 주저앉을 거야?” “.......” “단지 시기가 안 좋았을 뿐이라고. 아마 형이 이대로 계속 검을 수련한다면 분명 일 년 안에 소드 익스퍼드 중급, 아니 상급은 오를 수 있을 거야. 그러니 힘내!” 앞서 말한 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방연이 형은 나의 말에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음... 내 말에 조금 충격을 받은 건가. 뭐, 오히려 잘됐지. 형 같은 스타일은 이런 고비를 겪고 나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스타일이니까. “이... 가.. 그... 을... 있.......” “응? 뭐라고?” “이 천재가 겨우 그런 일에 기가 죽을 리가 있나! 한스! 나는 말이야, 겨우 그런 일에 삐친 게 아니라고! 절대로! 절대로! 그런 일 때문도! 나 혼자 본선에 진출하지 못해서 그런 것도 아니라고!” “........” 혼자서 본선에 진출하지 못해서 삐친 거였군. 그럼 그렇지. 형이 겨우 한 번 진 것 가지고 그렇게 분위기 잡을 리가 없는데. 아무래도 내가 너무 형을 쉽게 봤던 모양이다. 차원 이동 후 동생들을 돌보면서 살아남은 형이 겨우 한 번의 패배로 기가 죽을 리가 없는데 말이다. 곧 방연이 형은 자신의 천재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물론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였지만, 나는 참고 들어주었다. 그렇게 파티의 밤은 무르익어갔다. [히잉~ 펠은 좋겠다. 그런 대회에 출전하고 싸움도 할 수 있으니까. 나도 나가고 싶었는데.] [고귀하신 주인님께서 직접 나가실 만한 대회가 아닙니다. 그 수준이 매우 떨어지니까요. 저도 솔직히 그 인간들이 부탁이 아니었다면 주인님을 모시고 있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입니다.] [하긴 인간들의 수준은 거기서 거기니까.]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 찬란한 마법등으로 인해서 아름답게 꾸며진 밤거리를 거니는 두 사람의 대화는 무엇인가 어울리지 않았다. 일단 서로 매우 다른 두 사람이 함께 다니는 것부터가 어울리지 않았다. 정말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거대한 몸집과 터질 듯한 근육을 지닌 자와, 그 어떤 아름다운 여인이라 할지라도 울고 갈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과 툭 건드리기만 해도 쓰러질 것 같은 소년의 티를 벗지 못한 청년이 같이 다닌다니 말이다. 하지만 주위의 사람들은 전혀 어색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리를 빽빽하게 채운 사람들은 그들을 마치 없는 사람처럼 대하고 있었고, 그들이 서 있는 주위에는 어떠한 사람도 지나려 하지 않고 있었다. [그나저나 저 성, 너무 마음에 들어. 부숴버리기엔 너무 아깝다. 내 성으로 쓰면 딱 좋을 텐데.] [하지만 그러시게 되면 주인님께서 원하시는 재미있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으으으, 이거 고민이네. 어떻게 하지?] 펠이란 자의 주인이 되는 청년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만약 이 상황을 보통 사람들이 보았다면 어이없어할 것이다. 청년이 부숴버리기에 아깝다고 한 성, 자신의 성으로 쓰면 딱 좋겠다고 한 성은 다름 아닌 로시아 제국의 지배자이자, 대륙의 절반을 지배하고 있는 자의 황궁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감히 황궁을 부수겠다고, 자신의 성으로 쓰면 좋겠다고 말하겠는가. 아마 보통 사람이었다면 이 청년을 미쳤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펠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주인은 방금 한 말을 실현시킬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정도의 힘은 청년도 가지고 있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면 청년의 아버지로부터 되도록 ‘그 시기’가 될 때까지 정체를 숨기고 힘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만약 그런 명령이 없었다면 청년은 분명 자신이 방금 한 말을 지키고 말았을 것이다. 청년은 한참 동안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는지 입을 열었따. [아깝긴 하지만 아버지의 명령도 있고, 일단 재미있는 게 중요하지. 뭐, 저런 성이야 얼마든지 또 만들 수 있으니까.] [현명한 선택을 하셨습니다.] [펠, 그럼 돌아가자. 가서 놀이나 즐기면서 시간을 때워야겠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청년은 뒤를 돌아 걷기 시작했고, 펠은 조용히 청년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천천히 걸어가며 평범한 사람이라면 찾지 않을 것이 분명한 거리에 서서 청년은 잠시 뒤를 돌아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청년은 아쉽다고 생각했다. 한스가 보았던 황궁을 지탱하는 수많은 망령들을 보면서 말이다. 잠시 뒤, 청년은 펠과 함께 으슥한 골목으로 사라졌다. 아니, 스며들었다. 마치 애초부터 그곳에는 어둠만이 존재했다는 듯이 말이다. 그렇게 제국의 밤은 깊어져만 갔다. 이틀간의 휴식, 그러니까 실버 토너먼트의 예선이 끝난 뒤 드디어 본선 무대가 열리는 날이 다가왔다. 오늘 예정된 시합은 64강전과 32강전. 이는 네 부문 전부에 해당되었다. 가장 먼저 벌어지는 것은 다름 아닌 실버 토너먼트. 이는 제일 지루한 부문이기에 가장 먼저 시작한다고 한다. 다음으로 벌어지는 것이 브론즈 토너먼트인데, 살인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허용되는 이 피 튀기는 시합, 아니 싸움을 통해서 관람객들의 피를 달군다고 한다. 다음으로 꽤 화려한 시합을 볼 수 있는 메지션 토너먼트가 진행되고, 마지막은 가장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며 이번 임페리얼 블레싱에서 가장 많은, 그리고 가장 큰 파란을 일으킨 투 타워 토너먼트의 64강전과 32강전이 벌어진다. 본선에 진출한 나와 한나 팀의 시합은 오후 4시쯤에 있다. 현재 시각은 오전 11시 반. 아직 4시간 반을 남겨둔 상태였다. 현재 우리는 거리를 걷고 있었다. 물론 평범한 여행복으로 갈아입고서 말이다. 정말 오랜만에 입어보는 여행복이라 색다른 느낌과 조금 어색한 느낌이 났지만, 그리 나쁘지 않았다. 우리가 이렇게 도보로 걷는 이유는 신전에 가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마법 수련에, 검술 수련, 거기에 임페리얼 블레싱에 대한 대비를 한다고 훈련을 하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이들을 찾아가기 위해서이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이들, 즉 도둑 길드를 통해서 구해진 경일이와 제일, 그리고 방연이 형을 제외한 다른 2명의 아이들을 보러가는 중이다. 방연이 형의 말에 의하면, 형과 경일이가 간혹 찾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름도 잘 기억이 안 난다. 이름이 뭐였더라. 아! 맞다. 한경이와 채경이. 분명 한경이와 채경이, 둘은 남매라고 그랬었지. “이야~ 역시 축제 때다 그런지 다른 때보다 사람이 더 많군.” “그러게요.” “이거 한경이와 채경이를 찾는 데 꽤나 시간이 걸리겠는걸.” 확실히 신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제국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교단,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신전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심지어 마법사까지 신전 안으로 들어가고 나오고 있었는데, 이는 가이아 교단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보통 다른 교단의 신전이었다면 들어가기도 전에 출입을 저지당했을 테니 말이다. 잠시 후, 우리는 가이아 교단의 신전으로 들어가 입구에서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는 수련 신관에게 한경이와 채경이... 참 이곳에는 미카엘과 라파엘로 이름을 바꿨다고 했지? 미카엘과 라파엘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한데, 우리는 너무도 놀라운 사실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 “미카엘 형제님과 라파엘 자매님은 본단으로 떠난 지 꽤 되셨는데요.” “뭐라고요!!” 우리는 일제히 소리쳤다. 수련 신관의 말에 의하면, 약 한 달 전에 둘은 정식 신관이 되기 위해서 가이아 교단의 본단, 세인트 제국으로 향했다고 한다. 하하하! 설마 정식 신관이 되었을 줄이야. 정식 신관. 이는 일정량 이상의 신성력, 그러니까 사람을 충분히 치료할 만한 신성력을 보유한 자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계의 사람인 한경이, 채경이가 정식 신관이 되기 위해서 본단으로 향했다니. 너무 놀라웠다. 이후 우리는 그대로 멍한 상태에서 신전을 나왔다. 설마 말도 없이 떠날 줄이야. 신성력이 생겼다고 하니 안전은 문제가 없겠지만. 끄응. “우리 이제 뭐 하지?” 나의 말에 멍하니 있던 일행들의 시선은 일시에 나에게 몰렸다. 확실히 예정대로라면 한경이와 채경이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신전을 돌아다닌 뒤에 거리로 나와 간단한 식사, 그리고 바로 콜로세움으로 갈 계획이었지만, 한경이와 채경이가 세인트 제국으로 떠난 이상 모든 계획이 시작부터 어긋나 버렸기에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우리는 머리를 한데 모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냥 콜로세움으로 가서 다른 시합을 구경하자고 결론을 지었다. 결국 우리가 할 일은 없었던 것이다. 일단 저택으로 돌아간 우리는 대회 출전용 장비들로 갈아입은 뒤에 바로 팬텀 캐리지를 타고 날아갔다. 그런데 어찌 되 일인지 이번에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긴 했지만 모두 그렇게 당황스러움을 표하지는 않았다. 그렇다. 이제 적응된 것이다. 난색을 표했던 모두는 아무렇지 않게 타고 내리게 된 것이다. 역시 사람은 적응하는 생물이다. 우리는 투 타워 토너먼트 대기실을 통해서 콜로세움에서 펼쳐질 시합을 구경하기로 했다. 뭐 나와 한나 팀은 본선 진출자들이라 문제될 것은 없었지만, 본선 직전의 예선 시합에서 탈락한 방연이 형이 걸려 조금 문제가 일어났다. 그러나 곧 내 이름을 사용하여 형도 우리와 함께 출입하게 되었다. 그런데 대기실의 입구에 거의 도착한 그때였다. 쿵! 쿵! 퍽! 갑자기 날아온 거대한 무언가. 그것은 시합장과 대기실 출입구 바로 옆의 벽에 부딪쳤고, 중력의 법칙에 의해서 또다시 맨바닥으로 떨어져 내렷다. 우리는 처음 이 상황에 어리둥절해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난 뒤 달려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현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신관! 신관을 불러!” “이런.......” 갑자기 날아온 거대한 무언가는 다름 아닌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 사람의 얼굴은 곤죽이 되어 있었고, 팔과 다리는 기이한 방향으로 꺾여, 아니 으스러져 있었다. 마치 엄청나게 거대한 해머에게라도 공격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그 남자는 기절한 상태였지만 오히려 그게 다행이었다. 만약 정신을 차린 상태에서 자신의 몸 상태를 봤다면 정신마저 붕괴되었을 테니까. 그는 더 이상 검을 들 수 없는 몸이 된 것이다. 물론 고위 신관에게 치료를 받는다면 다시 검을 들 수 있겠지만, 고위 신관에게 치료를 받는 데는 엄청난 기부금을 필요로 한다. 신전에 사는 신관들 역시 사람이니 말이다. 그때, 저 멀리서 신관들이 다가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이 급히 신성력을 끌어올리는 것에 나는 눈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현재 신관들은 으스러진 뼈에 그대로 신성력을 주입하려고 했다. 만약 이대로라면 신성력에 의해 치료는 되겠지만, 그의 팔과 다리뼈는 기이한 모양이 될 것이 분명했다. 돈만 있으면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병신이 되는 걸 그냥 지켜만 볼 수는 없지. “잠깐! 멈추세요!” “응? 당신은 뭐요! 한시가 급한 상황이란 말이오!” “그렇다고 멀쩡한 사람을 병신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습니까. 비켜보십시오.” “지, 지금 뭐하는 짓.......” “거참, 시끄럽군요. 사일런스!” 뻐끔뻐끔. 나는 시끄러운 신관에게 사일런스를 걸어놓은 후, 그 검사를 살펴보았다. 으으으, 사지의 뼈가 모두 으스러졌군. 그나마 다른 곳은 이상 없는 게 다행이군. 역시 일부러 그런 거군그래. 검사의 상태를 파악한 뒤에 나는 시합장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런 일을 벌인 원흉과 눈이 마주쳤다. 엄청난 거구. 다른 표현은 필요 없었다. 그리고 그 엄청난 덩치에 맞게 터질 듯한 근육은 그 자체가 갑옷이었다. 그와 나는 한동안 서로를 마주 보고만 있었다. 그의 눈빛은 언제 한 번쯤 본 적이 있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기억은 잘 나지 않았다. 어디서,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크윽!” “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당신은 한숨 더 주무십시오! 슬립!” 정신이 들었는지 신음을 흘리는 검사에게 나는 슬립을 시전하여 다시 잠에 빠르도록 했다. 그럼 본격적으로 치료해볼까. 일단 검이 필요한데, 어디 단검 가진 사람 없나. “혹시 여기 단검 가진 사람 있습니까?” “저, 저기 붕대 자르기용 칼은 있는데.” “그거라도 좋습니다. 어서 주세요.” 나는 상당히 어린 신관으로부터 붕대 자르기용 칼을 넘겨받았다. 으음, 예기가 부족해. “웨폰 인챈드. 샤프니스!” 우우우! 나는 부족한 예기를 메우기 위해서 칼에 샤프니스를 시전했고, 예기를 시험하기 위해서 땅에 단검을 박아 넣어보았다. 푸욱! 이 정도면 딱 좋군. “그럼 마취를 해볼까. 커스 페럴라이즈! 커스 슬로우!” 나는 잠이 든 검사에게 마취약 대신 저주마법을 통해서 마취를 했다. 몸을 마비시키는 페럴라이즈와 육체의 시간을 늦추게 하는 슬로우를 걸어서 말이다. 이어 나는 샤프니스가 부여된 칼로 검사의 팔과 양다리를 완전히 으스러진 뼈가 보일 때까지 쨌다. 이에 주위에서 뭐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지만 나는 간단하게 무시해주고 망령들을 이용하여 완전히 으스러진 뼈를 모두 골라냈다. 망령들은 살아 있는 것에 민감했기에 완전히 으스러져 산산조각 난 아주 작은 뼛조각까지 찾아내었다. 그 후, 나는 망령들을 시켜 뼛조각들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것도 검사의 몸 안에서 말이다. 꽤나 긴 시간이 걸렸다. 얼마나 걸렸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만은 분명했다. 망령을 통해서 몸 안에서 맞춰진 뼈가 여기저기 균열을 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후~우. 이제 뼈의 재생을 돕는 약품을 뿌리고 상처를 봉합하기만 하면 되겠군. 나는 아공간에서 한 약품을 꺼내어 뼈에 뿌렸다. 내가 뿌린 약은 언데드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얻은 산물로, 뼈를 빨리 붙게 만드는 효능을 지녔다. 이렇게 약을 꼼꼼하게 뿌린 뒤, 나는 마나로 잠시 동안 뼈의 모양이 유지되도록 만들고는 바로 상처를 봉합했다. 물론 마법으로 말이다. 잠시 후, 나는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조금씩 생명을 모아 검사에게 주입했다. 이것으로 치료 끝! 내가 보기에는 치료는 성공적이었다. 물론 뼈가 한 번 완전히 으스러진 덕분에 뼈의 내구력이 많이 떨어져 한동안 검을 잡기는 힘들겠지만 말이다. “후~우. 끝났다. 이제 신성마법을 시전해 주십시오.” “아, 예.” “이 사람이 깨어나면 전해주십시오. 뼈를 모양 그대로 맞춰 치료하긴 했지만,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은 뼈가 매우 약해져 격한 운동은 무리일 거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노력한다면 다시 검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해주십시오. 그럼 데리고 가십시오. 참, 부목 좀 대신 대어주십시오.” 나는 이 말을 남기고 대기실의 입구로 들어갔다. 후~우. 괜한 짓을 한 것 아닌가 몰라. “오빠, 수고했어.” “수고했다, 한스야.” “수고하셨습니다.” “한스 형, 정말 대단하다! 으으으. 나라면 그렇게 팔을 가르는 것은 절대로 못할 텐데.” 모두들 대기실 복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일이 녀석, 네게 네크로맨서가 됐다면 매일같이 해야 했을 거다. 하긴 경일이 녀석은 원래부터 네크로맨서가 되기에는 그른 성격이었으니까.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모두와 함게 대기실로 향했다. 아무래도 구경하기에는 틀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그 근육 덩어리, 분명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데. 누굴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정도면 강한 인상이 남을 텐데, 내가 기억 못하고 있다니, 으으으. 나는 한참 동안 고민해 보았지만 역시나 기억이 나지 않아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지금은 그를 기억해내지 못하고 있지만 분명 나중에 기억해낼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나는 이렇게 속으로 말하며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역시 못 알아보는 건가.] 방금 전 시합장에서 사지의 뼈를 완전히 으스러트린 엄청난 완력을 가진 이, 펠은 대기실로 들어가며 말했다. 그는 한스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물론 알고 있었다. 과거 자신의 모습은 인간의 모습이 아닌, 단지 특이한 오우거의 모습에 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솔직히 그 자리에 한스가 나타난 것은 정말 의외였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한스. 으드득! 펠은 주먹을 쥐어 보였다. 인간으로 치자면 상당한 크기의 주먹이긴 하지만 이 모습이 되기 전의 자신의 주먹과 비교하면 그 크기는 작다고 생각했다. 하나, 그대와 비교하면 그 힘과 파괴력의 차이는 엄청났다. 과거 자신이 양팔을 포기하고 도망가게 만든 인물. 그때는 정말 아찔했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 무력한 자신과 살기 위해서 스스로 신체를 포기해야만 했던 나약한 자신의 육체와 정신. 그때를 회상하며 펠은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지.] 그렇다. 자신은 달라졌다. 아니,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다. 그 동굴에서, 힘을 얻은 동굴에서 자신의 주인님을 만나면서 자신은 바뀌었다. 완전히 새롭게 새로운 종족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렇다. 새롭게 약육강식의 법칙의 강자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비록 지금 자신이 가진 힘은 주인님에 비하면 약하기 그지없지만... 이라고 펠은 속으로 생각했다. 펠은 자신이 강해진 만큼 그 인간, 자신에게 죽음의 공포를 안겨준 한스 역시 강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때 무력했던 아둔한 종족으로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생활에 만족해하던 시절의 자신은 느끼지 못했지만 그 인간, 한스가 가진 강함을 지금은 느낄 수 있었다. 스스스스. 그때 갑자기 펠의 전신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근육이 터질 듯이 더욱 크게 부풀기 시작했고, 옷에 가려진 부분을 제외하고는 순간적으로 검게 물드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마치 잠깐 동안 눈의 착각이라고 느껴질 만큼 곧 정상으로 바뀌었다.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펠은 스스로 자책했다. 순간의 열등감에 분노를 일으키고, 분노에 몸을 맡긴 자신을 말이다. 과거의 자신은 분노에 아무렇지 않게 대응하고는 했다. 그대는 분노가 가져다주는 힘만이 최고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분노는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주지만, 모든 것을 맡기게 되면 많은 것을 앗아간다.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시야를 좁게 만들어 자신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약한 것은 죄악이라 생각하는 자신에게 분노에 몸을 맡기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라고 펠은 생각했다. 하지만 가끔은 분노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적당한 분노는 많은 도움이 된다. 하나, 지금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 강해진 인간, 그리고 자신의 원수인 한스. 과연 어떤 방법으로 갈수록 강해지는지 알 수 없지만, 자신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강해질 것이다. 그 누구도 냩보지 못하게, 언젠가 주인님조차 능가해 보일 것이라고 펠은 생각했다. 펠은 다시 대기실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펠은 요즘 빠져 있는 인간의 무술을 연습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예정된 시합은 방금 전이 마지막. 하지만 주인님은 이 사실을 모른다. 그렇기에 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 겨우 백 년도 못 사는 종족이지만, 수백 년을 사는 엘프보다도, 드워프보다도 강한 종족이면서 동시에 가장 약한 인간이 만든 무술이란 것은 대단했다. 자신이 강해지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될 정도로 말이다. 펠은 인간의 무술을 배우고 인간을 배울 것이라고 속으로 되새겼다. 인간이 짧은 시간에 강해질 수 있는 이유를 배워 반드시 강해지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펠은 대기실로 향해서 사라져갔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로시아 제국의 대축제! 임페리얼 블레싱의 가장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부문! 투 타워 토너멑트의 시합! 드디어 시작됩니다!> “와아아아아!” “헛소리 집어치우고 어서 시작해!” “버터 옥수수 있어요!” “각종 음료 있어요!” 역시 자판 상인의 목소리는 엄청나구만.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 속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니 말이야. 나는 현재 대기실 출입구에 서 있었다. 물론 데스리치 세트를 모두 착용하고 말이다. 거기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생명과 죽음의 서, 죽음의 장을 로브 안에 넣어놓았다. 나는 불리한 입장에서 시합을 하고 있다. 이미 소환수의 숫자도 종류도 모두 제한 당했을 뿐만 아니라, 나에게는 상금 비슷한 것까지 걸어서 상대하는 이들에게 아주 강한 의욕이 생기도록 만들어놓았기에 나는 본선에 올라오는 동안 숱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나를 이기게 되면 얻을 수 있는 자작의 작위와 영지, 그리고 5천 골드의 상금. 이는 마법사로서 탐나는 것들이었다. 나를 이기게 되면 귀족이 된다. 그것도 영지를 가진 귀족이 말이다. 기사가 되면 준귀족이 되는 것과 다르게 마법사는 5써클 이상은 되어야 귀족의 작위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법사들은 나를 기필코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마법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답은 아주 쉽다. 바로 하루 종일 마법 연구를 하는 것과 마법 연구 자금이 부족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마법 연구를 하는 데는 많은 돈이 든다. 마법 연구 재료들은 모두 하나같이 고가에 거래되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탑에서 지원 받는다고 하더라도 항상 마법 연구 재료는 부족하고, 부족한 재료를 사자니 돈이 없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를 이기면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일단 자작의 작위. 자작 정도 작위를 가지게 되면 자신이 속한 탑에서보다 많은 연구비를 지원 받을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작위를 가지는 마법사와 가지지 못한 마법사의 대우는 천지차이다. 다음으로 영지. 이는 정말 마법사로서 가장 좋은 선물이었다. 영지가 있다는 말은 다스릴 영주민이 있다는 것이고, 그 영주민들로부터 거두어들일 세금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 세금! 항상 마법에 필요한 연구 재료 구입으로 인해 재정난을 겪는 마법사들로서는 최고의 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탑으로부터 연구 자금을 지원 받고, 영지민들로부터 세금까지 거두어들이며, 간간히 만들어낸 마법 아이템들을 팔면 그야말로 재정난에 허덕이지 않고 항상 자신이 하고 싶을 때 마법 연구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법사들은 나를 상대로 필사적으로 승리를 따내려 했고, 덕분에 나는 예선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본선에 진출한 마법사들이 대부분이 네크로맨시 학파와 서모닝 학파의 다음 대 장로 위를 이어받을 직전 제자나 다음 대 탑 마스터 후보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대부분이 귀족이었기에 나를 이겨 귀족의 작위를 얻으려 하지 않았고, 상당한 신분 덕분에 마법 연구 재료의 구입에 재정난을 경험한 적 없는 이들이기에 필사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자존심. 높은 신분과 높은 실력, 거기에 나이까지 많은 이들은 자존심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본선 진출자들이 더욱 골치 아프다고 할 수 있었다. <투 타워 토너먼트 본선 첫 경기! 그 화려한 무대를 열어줄 선수들을 소개합니다! 이거 첫 시합은 모두 번외 출전자들이군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습니다. 이번 투 타워 토너먼트에 이는 파란! 아시는 분들은 모두 아실 겁니다! 과연 그 파란을 이들이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드디어 때가 되었군. 나는 몸을 풀면서 나갈 준비를 하였다. 그렇데 공교롭게도 첫 경기의 주인공들 중 한 명은 나였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제비 뽑기에서 1번을 뽑았고, 덕분에 첫 경기에 나가게 된 것이다. <그럼 소개합니다! 청 코너! 이번 대회 최고의 파란을 일으킨 선수! 3인 1조로 팀을 이루어 출전하는 투 타워 토너먼트에 1인 팀으로 출전한 이! 무소속 네크로마스터, 한스 선수입니다!> “와아아아아!” 팍! 내가 서 있는 대기실 출입구에 비치는 빛. 나는 그 빛을 받으며 경기장에 올랐다. 콜로세움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이 외치는 함성과 열기로 인해 나는 온몸의 피가 달아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경기장에 오른 뒤 나는 반대 입구, 홍 코너를 바라보았다. 이미 상대가 누군지는 알고 있었다. 제비뽑기를 하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상대 팀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이들이었고, 무시해서도 안 되는 이들이었다. <그럼 홍 코너!! 이번 투 타워 토너먼트의 첫 출전! 출전자 전원이 본선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한 인챈트 학파의 학파장이자 탑 마스터! 전투 골렘 마스터! 7써클 마법사 마니에트 진 컨트롤님과 그 분의 제자 분들이신 분케하 컨트롤님과 분게하 컨트롤님이십니다!> “와아아아아!” 쿵! 쿵! 쿵! 그들은 자신들이 소개되자마자 대기실 출입구에서 걸어 나왔고, 그와 함께 대기실 출입구로부터 무엇인가 거대한 것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그 소리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출입구로부터 마니에트 진 컨트롤님의 팀과 함께 걸어 나오는 것. 그것은 바로 전투 골렘이었다. 전투 골렘은 지금까지 인져빌리티로 대기실 출입구 옆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경기장에 올라선 전투 골렘의 모습은 그 위용이 가히 엄청났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강철로 된 아이언 골렘이지만, 숱한 소환수들을 물리치고 본선까지 올라온 전투에 특화되어 있는 골렘이었다. 한마디로, 전혀 무시할 수 없는 상대인 것이다. 거기에 골렘 마스터란 자의 마나의 공급까지 받으면 능력이 더욱 올라가고,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다만 내가 이지를 지닌 소환수를 소환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어, 엄청나군요! 지금까지 저 거대한 골렘이 인져빌리티로 숨겨져 있었다니 말입니다. 그것도 놀랍게도 골렘의 자체적인 마법으로 말입니다! 이거 특별 룰이 적용되는 한스 선수, 힘들겠는데요. 응? 뭐죠?> 그때 갑자기 다른 출입구로부터 한 남자가 뛰어나왔다. 그 남자의 손에는 한 장의 두루마리가 들려 있었는데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예상이 갔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아 떨어졌는지 사회자의 얼굴에는 매우 놀라워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런 사회자의 반응을 본 관람객들은 매우 궁금해하며 어서 두루마리의 내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모두 조용히 해주십시오. 바로 지금부터 설명해드릴 테니까요. 방금 전에 제가 건네받은 이 두루마리는 임페리얼 블레싱 위원회의 위원장을 직접 맡고 계신 우리의 위대하신 황제 폐하께서 보내신 겁니다.> “오오오!” <두루마리의 내용은 간단히 말하자면, 바로 네크로마스터 한스 선수에게만 적용되던 특별 룰을 수정한다는 것입니다. 특별 룰 중 다섯 번째를 제외하고 모두 수정하는데, 첫 번째 규칙은 전면 수정! 이번 시합을 기해서 더 이상 첫 번째 규칙의 이지를 가진 상위 언데드를 소환할 수 없다는 것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지금부터 한스 선수는 마음껏 본 실력을 발휘해도 된다는 말이죠! 다음으로 두 번째는, ‘비슷한 수준의 상대의 경우 공격마법의 사용은 허가하지 않으며, 그 수준의 경우는 시합 당사자들이 판단한다’입니다. 이는 자신의 수준이 낮다는 것을 밝히기 싫으면 공격마법을 사용하지 말란 말씀인 거죠. 후후후. 다음 세 번째, 소환수의 숫자 제한 역시 수정. 수의 제한은 없앤다고 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비슷한 수준에 한해서라고 합니다. 마지막 네 번째 소환수의 무기에 대한 것인데, 이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하셨습니다. 확실히 철제 무기 정도야 승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습니까. 그나저나 한스 선수, 정말 잘됐군요. 과언 얼마나 대단한 언데드를 보여주실지 정말 기대됩니다. 참고로 저와 관람객 여러분들은 매 임페리얼 블레싱 투 타워 토너먼트마다 데스 나이트를 구경하고 있습니다. 자, 그럼 소환에 들어갑니다! 서먼!> “서먼! 서먼!” 예상대로 제약이 없어진 것은 좋았지만, 막상 제약이 없어지니 무엇을 소환해야 할지 고민되었다. 상대는 골렘. 그것도 전투에 특화된 골렘이다. 완성된 데스 블레이드도 견디는 장갑을 가진 골렘 말이다. 골렘, 맞다! 골렘! 히죽! <오오오! 드디어 소환할 소환수를 결정한 모양이군요! 정말 기대가 됩니다. 어떤 언데드를 소환하여 또 우리를 놀래줄지 말입니다.> 후후. 언데드가 아니라고. 그나저나 정말 오랜만에 소환해보는 걸. 나는 녀석을 소환하기로 결정을 내린 뒤 우선 마나를 가다듬었다. 녀석은 언데드가 아니기 때문에 데스 마스터의 깨달음도 소용없었다. 오직 순수하게 마나로만 소환되는 것이다. 나는 가다듬은 마나를 끌어올리며 무릎을 꿇고 손바닥을 땅에 대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떠받치는 대지의 기본으로부터 태어난 이여! 때로는 대지에서 파생된 나무를 품고, 때로는 나무를 태우는 불을, 또 불을 제압하는 물을 품은 이여, 모든 것을 품어 다시 기본인 대지로 돌아가는 이여! 나 그대를 만든 이로서 그대를 부르노라! 나의 이름과 권위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라! 서먼(Summon)! 마스터 골렘(Master Golem)!” 파아아악! 주문을 외우는 동안 나의 손에서 빠져나간 마나는 시합장을 가득 메우는 마법진을 만들어냈고, 주문의 완성과 시전어의 외침과 함께 빛을 내기 시작했다. 빛이 나기 시작한 마법진은 나의 마나를 빨아들이며 동시에 대기의 마나와 공명해갔다. 그리고 잠시 후, 공명은 점차 약해지다가 사라져갔고 빛도 점차 사라져갔다. 빛이 완전히 사라지자 콜로세움은 침묵만이 감돌았다. 마치 폭풍전야처럼 말이다. 쿠쿵! 쿠쿵! 쿠쿵! 쿠쿵! 그러나 콜로세움을 뒤흔드는 진동으로 인해 침묵은 곧 깨어졌다. 엄청난 규모의 콜로세움조차 뒤흔드는 진동! 그 진동의 근원은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바로 강철의 기사. 그 강철의 기사는 놀랍게도 경기장의 돌에서 솟아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경기장의 돌에는 전혀 균열이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드디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강철의 기사. 그 크기는 4미터. 마치 거인이 장식용인 전신 갑옷, 풀 플레이트를 입은 모습과 같았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머리 부분. 헬름의 눈 부분에서 푸른빛이 눈처럼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이 강철 기사의 흉갑에는 특이하게 문장이 있었는데, 방패의 문양을 기본으로 네 부분으로 나누어 왼쪽 위쪽에는 불꽃이, 오른쪽 위에는 물방울과 그 물방울 안에 얼굴의 결정이 조각되어 있었다. 그리고 왼쪽 아래에는 땅에 심어져 있는 나무의 문장이, 오른쪽 아래에는 회오리바람이 번개를 감싼 문장이 있었다. 이 네 문장은 불과 물, 대지와 바람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 문장 외에도 특이한 점이 한 가지 더 있었다. 아니, 그것은 특이한 점이라고 할 수 없었다. 이 골렘의 모습은 강철의 기사. 기사라면 검을 차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말이다. 다만 그 검이 무척 거대하다는 것이 특이하지만 말이다. [마스터 골렘, 레온이 마이 로드를 뵙겠습니다.] “오랜만이야, 레온.” 그렇다. 내가 소환한 이 강철의 기사는 바로 나의 골렘, 솔리드 아이언 골렘이었던 레온이었다. 과거 스켈레톤들이 몇 번이나 성장을 거쳐서 현재의 본마스터에 이른 것처럼 레온 역시성장하였다. 단지 그 성장의 기간이 너무 길어 잊고 있었기에 거의 소환하지 않았던 것뿐이다. 솔리드 아이언 골렘이었던 레온은 내가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당시에 마스터 골렘이 되었다. 다만 마스터 골렘이란 거창한 성장의 기간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 기간은 무려 반년이나 되었다. 그 성장의 기간 동안에는 레온을 소환할 수 없다고 했기에 나는 완전히 레온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오늘 상대가 전투 골렘이었다면 계속 잊고 있었을 것이다. 너무도 오랜만에 보는 레온. 그 크기는 솔리드 아이언 골렘 때와 비교해서 매우 줄어 있었지만, 몸체에서 은연중에 느껴지는 분위기는 뭔가 특별했다. 거기에 검이라니. 정말 특이했다. 내가 오랜만에 보는 레온을 관찰하고 있을 때, 사회자의 큰 목소리가 콜로세움에 퍼져나갔다. <오오오! 한스 선수! 골렘! 골렘을 소환해냈습니다! 그 모습은 강철의 기사! 종류는 아이언 골렘으로 보이지만 강철로 만든 것이 맞는지, 은으로 만든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로 빛나는 몸체! 거기에 분명 들으셨겠지만 마스터 골렘이란 광오한 이름을 사용하는 골렘입니다. 이름에서부터 강한 뭔가가 느껴집니다! 정말 기대되는군요! 골렘과 골렘의 대결! 정말 보기 드문 대결입니다! 그럼 경기를 시작해 볼까요! 모두 준비되셨습니까?> [아무래도 저 골렘과 싸워야 할 것 같군요, 로드.] “아, 오랜만에 불러내자마자 싸움을 시키다니. 미안해, 레온.” [별말씀을. 한 명의 기사로서 자신의 주군의 명예를 위해서 검을 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오히려 이런 때 저를 불러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기사와 주군. 그간 뭔가 변한 것 같은 레온이었다. 말하는 것이 꽤 부드러워진 것 같아서 좋긴 하지만, 뭐랄까... 지금 레온의 모습은 마치 충성심 깊은 기사의 모습 같았다. 아마 이것도 내 머릿속 기사에 대한 이미지의 영향을 받은 듯 보였다. 뭐 상관없잖아. 레온은 레온이니까. <모두 준비되신 것 같군요. 그럼 시작합니다! 파이트!!> “”크크크! 감히 우리 인챈트 학파의 전투 골렘을 상대로 골렘을 소환하다니! 거기에 광오하게도 마스터 골렘이란 이름을 사용하다니. 네 인형을 완전히 박살내주마! 가라! 저 고철 덩이를 박살내라!“ [예.] 쿵! 쿵! 쿵! 전투 골렘의 어떠한 어감도 어조도 없는 대답. 나의 골렘 레온과는 천지차이였다. 이어 꽤나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전투 골렘은 그대로 레온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 속도는 상당했는데, 갓 소드 익스퍼드 초급에 오른 자라면 피하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레온은 그 공격을 한 걸음 뒤로 옮기는 것으로 피해냈다. [나와 같은 시작점에 선 자여, 나의 형제여.] 쿵! 쿵! 쿵! “레온! 지금 뭐 하는 거야! 공격을 해야지! 공격을!” [주군이시여! 저를 믿고 지켜봐주시길. 나와 같은 시작점에 선 자여, 나의 형제여.] 레온은 특이하게도 저투 골렘의 공격을 피해내면서 계속 말을 걸고 있었다. 전투 골렘을 상대로 말이다. 조금 의아하기는 했지만 나는 레온을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계속되는 전투 골렘의 공격을 피해내면서 레온은 쉬지 않고 전투 골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이이이! 일 호! 헤이스트 전개! 스트랭스 전개! 블레이즈 핸드 시전!!! 단번에 녹여버려!” [예! 헤이스트 전개. 스트랭스 전개. 블레이즈 핸드 시전!] 파악! 파악! 화르르르! 마니에트님의 명령으로 전투 골렘은 드디어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헤이스트와 스트랭스로 인해 갑자기 빨라진 움직임과 더욱 힘이 실린 주먹, 거기에 주먹을 감싼 뜨거운 불꽃. 이로써 전투 골렘은 한층 더 강해져 있었다. 깡! 펑! 한층 더 강해진 전투 골렘과 레온의 최초의 접촉! 전투 골렘의 주먹이 레온의 머리, 헬름에 적중한 것이다. 주먹에 적중당한 레온은 급하게 뒤로 물러섰고, 전투 골렘은 앞으로 더 따라붙었다. 이, 이런! 나는 급하게 레온에게 헤이스트와 스트랭스, 그리고 방어마법을 시전 해주려 했다. [로드, 모든 것을 나에게 맡겨주십시오.] 나의 의도를 알아차린 레온은 모든 것을 자신에게 맡겨달란다. 밀리고 있는 주제에 말이다. 한데, 내가 그 말을 무시하고 마법을 시전하려고 할 때, 놀랍게도 레온의 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레온의 강철로 된 부츠 부분이 푸른색, 그러니까 하늘색으로 물든 것이다. 하늘색으로 부츠가 물듦과 함께 레온의 움직임이 빨라진 것은 나의 착각일까. 아니, 착각이 아니었다. 레온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빨라진 것은 사실이었다. 이어 레온의 양팔의 건틀렛 부분이 붉게 물들었고, 레온은 그대로 전투 골렘의 팔을 붙잡았다. 나는 그때 작은 폭발이 일어날 줄 알았지만, 그저 전투 골렘의 팔목이 레온의 손에 고이 잡혔을 뿐이다. [나와 같은 시작점에 선 자여, 나의 형제여! 나의 말이 들리는가!] “이, 이! 지금 뭐 하는 짓이냐! 한스! 자네 지금 나를 무시하고 있는 건가!” “저, 저기 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레온의 행동은 모두 레온이 결정한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 고작 골렘의 자아로 하는 말을 대충 알아듣고 간단히 대답하는 정도라면 모를까, 저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더 이상 나를 모욕한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네!” “하, 하지만 사실입니다!” 마니에트님은 지금 레온의 행동이 내가 조종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괜히 나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확실히 전투를 벌이는 중에 골렘이 골렘을 상대로 말을 건다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레온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을 내려 행동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억울한 일이었다. [나와 같은 시작점에 선 자여, 나의 형제여! 나의 말이 들리는가!] “이, 이!!!” [드... 들린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바로 지금까지 대답하지 않던 전투 골렘이 대답을 한 것이다. 이에 레온의 푸른 눈은 매우 기뻐하는 것 같았다. [형제여, 드디어 대답하였는가. 나는 레온. 한스라는 분을 주군으로 섬기는 골렘의 기사.] [나... 나는 마... 마니에트 지... 진 커... 컨트롤 니... 님의 이... 인형.]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분명 최소한의 자아만 허용했을 뿐인데! 어떻게 저렇게 대답할 수 있지! 어떻게 입력하지 않은 말을 하는 거냐!” “스승님! 일단 진정하십시오! 흥분하시면 안 됩니다!” [형제여, 이번 싸움을 포기하라. 그대는 나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형제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그... 그럴 수 어... 없다. 나... 나는 마... 마니에트 지... 진 커... 컨트롤 니... 님의 인형. 이... 인형은 시... 시킨 대... 대로 우... 움직인다. 나... 나는 너... 너의 파... 파괴를 며... 명령 바... 받았다.] <놀랍습니다! 골렘이! 골렘이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마치 사람처럼 말입니다!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설명해드리자면, 골렘에게는 최소한의 자아만이 허용됩니다. 그 이유는 일단 조종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이고, 많은 자아를 허용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전투 골렘이 입력되지 않은 마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매우 놀라운 사실입니다. 한스 선수가 소환한 골렘, 레온이 혹 뭔가 특별한 힘을 지닌 골렘이 아닐까요. 이와 같은 일이 가능하다니 말입니다!> 사회자의 말에 나는 급히 스킬창을 열어 마스터 골렘 소환 스킬을 살펴보았다. [*서먼 마스터 골렘 Lv : MAX(최종형) 모든 골렘 소환의 최종형 스킬. 골렘 오브 골렘(Golem Of Golem). 마스터 골렘을 소환한다. 마스터 골렘은 인간 이상의 자아를 가지고 있으며 갖가지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다. -골렘 커뮤니케이션(MP소모:0) 마스터 골렘이 여타 골렘과 대화를 시도한다. 이 과정에도 마스터 골렘은 대화를 한 골렘과 정보를 나누며, 대화를 나눈 골렘에게 얻은 정보로 조금씩 발전한다. -체인지 엘리멘탈 마스터 골렘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4가지 대속성, 즉 불, 물, 대지, 바람, 이 4가지와 관련된 힘을 각 속성에 맞는 골렘의 힘으로 변환하여 사용한다. Ex : 불1=>파이어 골렘. 물1=>워터 골렘. 불3+대지1=>마그마 골렘. -??? -??? -???] 이것이 게임의 시스템으로 볼 수 있는 레온의 능력이었다. 나는 이 설명을 보고 나서 이해할 수 있었다. 최소한의 자아만이 허락된 전투 골렘이 저렇게 레온과 대화가 가능한 이유를 말이다. 그것은 레온이 사용한 골렘 커뮤니케이션으로 레온으로부터 정보를 건네받았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발의 색이 변하고 빨라진 것과 손의 색이 변한 뒤에 블레이즈 핸드가 시전되어 있는 전투 골렘의 손을 잡고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체인지 엘리멘탈로 인한 것이고 말이다. 이 일의 원인을 알았지만 나는 지금 이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현재 경기는 완전히 중지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레온과 전투 골렘은 대화 중이었고, 전투 골렘의 마스터인 마니에트님은 완전 패닉 상태였다. 순간, 대화를 나누고 있던 레온과 전투 골렘이 대화를 멈추고 떨어졌다. 스르릉! [형제여, 그대의 뜻은 잘 알겠다. 그대의 뜻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나 역시 최선을 다하겠다.] [나... 나도 최... 최선을 다한다.] [그럼 간다!!] 쿵! 쿵! 쿵! 쿵~! 깡!!! 레온과 전투 골렘은 서로를 향해 빠르게 달려들고는 곧장 검과 주먹을 휘둘렀다. 서로 교차하는 레온과 전투 골렘. 잠시 레온의 흉갑의 문장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우그러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지, 진 건가! 쿠쿵! [형제여, 편히 쉬기를.] 놀랍게도 레온의 흉갑의 문장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우그러진 것과 다르게, 전투 골렘의 상체는 검으로 인해서 대각선으로 베어져버렸고 그대로 쓰러졌다. 이긴 것이다. 관람객을 비롯해 콜로세움의 모든 이들을 패닉 상태로 만들어버린 두 골렘의 승부가 결말을 맺은 것이다. 레온이 이겼으나 나는 시합에서 이겼다고 자신할 수 없었다. 이 경기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판단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 콜로세움의 그 누구도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투 타워 토너먼트는 이렇게 첫 경기부터 파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네크로마스터 한스, 그가 또 일을 벌였다. 제국의 인챈트 학파에서 고생 끝에 만들어낸 전투 골렘을 상대로 일을 벌인 것이다. 한스가 소환한 마스터 골렘, 레온은 인챈트 학파를 비롯하여 수많은 마법사들의 관심을 받으며 여러 가지로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받은 것은 한스도 마찬가지였다. 어디까지 이 조사는 한스가 협조하는 한도 내에서 이루어졌다. 아무리 제국이라 한들, 마법 학파라 한들 한스를 강제로 구속할 권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구속할 만한 힘이 있었으나 한스 역시 엄청난 히을 지닌 존재. 힘으로써 한스를 강제하려면 많은 피해를 감수해야 했기에 어느 누구도 그러지 않았다. 한스와 마스터 골렘에 대한 조사에서 한스는 마스터 골렘을 스승님으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이후 내용은 예전의 벤마이오트와 젯맨토에게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했다. 이에 네크로맨시 학파의 장로 벤마이오트와 젯맨토는 적극적으로 변호하며 그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였다. 마스터 골렘 레온의 조사 과정에서는 거의 건진 것이 없었다. 마나로 내부의 스캔조차 되지 않고, 몸을 구성하는 금속의 재료조차 알 수 없었다. 거기에 주인은 따로 있고, 혹시 잘못하면 구동이 멈출 수도 있기에 장갑을 가르고 속을 살펴볼 수도 없었다. 결국 그렇게 흐지부지하게 넘어가게 되나 했지만 의외로 남아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레온을 상대로 큰 변화를 보인 전투 골렘의 핵! 그 핵이 부서지지 않고 살아 있었던 것이다. 살아 있는 전투 골렘의 핵을 자세히 조사하면 뭔가 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인챈트 학파장 마니에트 진 컨트롤은 바로 탑에 틀어박혔고, 그로 인해 인챈트 학파와 수많은 마법사들은 뜨겁게 타올랐다. 그리고 투 타워 토너먼트에 출전한 인챈트 학파의 장로들은 탑 마스터와 함께 골렘의 핵을 조사한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제자들에게 시합을 맡기게되는 아이러니한 사태가 벌어졌다. 이렇게 수많은 파란을 일으킨 투 타워 토너먼트는 이제 본선이 시작되었을 뿐이다. 레온이 벌인 일 덕분에 나는 마법사들에게 본선 첫날까지 해서 이틀 동안 잡혀 있어야 했다. 물론 본선 경기에는 빠짐없이 참여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진짜로 그 전투 골렘의 핵이 살아 있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도 마법사들에게 붙들려 여러 가지로 조사를 받고 있었을 것이다. 하~아. 레온,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복수를 그렇게 하다니. 크윽! 내가 마법사드에게 받은 조사는 질문의 반복이었다. 나는 대답을 하는 동안 내가 무슨 죄수가 된 줄 알았다. 한 대답을 또 하고, 들었던 질문을 또 듣고...... 정말 질렸다. 나도 마법사지만 마법사란 인종이 그렇게 독한 인종인 줄 처음 알았다. 솔직히 나도 레온이 그런 대단한 존재가 될 줄 몰랐다. 마스터 골렘, 골렘 오브 골렘이라니. 골렘과 대화를 하여 그 골렘과 정보를 교환, 그리고 강해지는 골렘이라니. 거기에 숨겨진 능력이 아직 더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녀석이 나에게 종속되어 있는 것이다. 혹시 이대로 가면 내가 신이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라는 실없는 생각까지 했다. 인간이 신이 된다. 과연 가능할까. 인간은 유한적인 존재. 그런 유한적인 존재가 무한적인 존재인 신이 될 수 있을까. 뭐, 상관없다. 설사 인간이 신이 된다는 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신은 아무나 하나. 현재에, 아니 앞으로의 나에게는 필요 없는 의문이었다. 내가 마법사들에게 조사를 받으며 본선을 치르는 사이, 황궁의 자히에 있는 영광의 콜로세움에서 시합을 벌인 선수들, 각 네 부분의 8강이 모두 정해졌다. 물론 나는 8강에 들 수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한나의 팀은 8강에 들지 못했다. 워낙에 이번 투 타워 토너먼트의 수준이 높았던 이유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경험 부족이었다. 사실 자신들보다 수많은 전투를 경험하고 강한 이들을 상대로 32강까지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지만, 결국 져서 탈락한 날에 한나는 억울해 울음을 터트릴 정도로 분해했다. 이후 한나와 경일이, 제일이는 수련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임페리얼 블레싱이 끝나면 마이다. 기분이 안 좋다고 해도 그것은 그것! 다른 사람들이 다 노는 축제 때에 실험실에 틀어박혀 수련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뭐, 결국 그렇게 해서 다음날 기분이 풀어진 모두는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수도 글로리를 돌아다녔다. 대륙의 수많은 이들이 모이는 축제, 임페리얼 블레싱. 그만큼 볼 것도 많았다. 사육 가능한 몬스터로 불리는 서커스, 이때를 노려 한몫 잡아보려는 점쟁이들과 음유시인 등 갖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돌아다니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말하라면 바로 연극이었다. 고도로 발전한 사회에서 살던 우리, 갖가지 특수 효과로 거의 진짜와 같은 것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영화에 익숙했던 우리에게 어설프기 그지없는 소품들로 하는 연극은 너무도 생소하고 재미있었다. 물론 지루한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축제를 즐기며 기분을 푼 다음날, 우리는 지금 황궁에서 마중 나온 황가의 마차를 타고 황궁을 향하고 있었다. 여기서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눈치를 챘을 것이다. 그렇다. ‘나’만 황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황궁으로 가는 것이다. 본선 8강에 오른 것은 나뿐인데 말이다. 이는 황가의 초대장덕분이었다. 임페리얼 블레싱 동안 한나를 비롯한 퓨리와 데인, 그리고 지크 형에게 말이다. 여기서 퓨리와 데인, 그리고 지크는 바로 이번 임페리얼 블레싱에서 제일이와 경일이, 그리고 방연이 형이 사용한 이름이었다. 베일, 경일 방연이란 이름으로 그대로 출전하기에는 이곳 사람들이 발음하기가 힘들고, 이들에게는 이상하게 들리기 때문에 이 세계에 맞는 이름으로 출전하게 된 것이다. 제일이가 결정한 이름은 퓨리. 정신계 정령, 분노의 정령 퓨리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설화에 의하면 원래는 사랑과 기쁨의 정령이었다고 하는 분노의 정령 퓨리에서 말이다. 어찌 보면 꽤나 제일이에게 그처럼 잘 어울리는 이름도 없었다. 그 밖에 경일이의 데인이란 이름은 아무 의미 없이 부르기 편한 이름으로 지은 것이라고 경일이 스스로 말했다. 그렇게 성의 없이 지은 경일이와 다르게 방연이 형은 며칠간 고심한 끝에 우리에게 3가지 이름을 내놓았고 그 세 이름 중 골라보라고 했다. 형이 내놓은 첫 번째 이름은 영웅왕 길가메쉬란 이름이었다. 형의 말에 의하면 어떤 게임에서 상당히 잘난 놈으로 나온다고 하는데, 항상 입에 ‘잡종’이란 말을 달고 사는 녀석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카리스마가 넘치는 녀석이기에 따왔다고 한다. 별명이 금삐까라나 뭐라나. 다음 두 번째로 나놓은 이름은 지크프리드. 이것은 나도 아는 이름이었다. 용의 피를 뒤집었고 불사신이 되었다는 영웅. 분명 어디선가 그렇게 들은 것 같았다. 다음 세 번째로 내놓은 이름은 샤아. 이는 너무도 잘 알려진 이름이었다. 내 기억에 의하면 샤아란 이름과 함께 붉은 혜성과 ‘3배’란 두 단어가 아주 유명했다. 길가메쉬, 지크프리드, 샤아. 이 세 이름 중에서 우리는 형에게 지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이유는 길가메쉬, 지크프리드, 샤아 모두 형에게는 너무도 거창한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길가메쉬와 지크프리드란 캐릭터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형의 설명에 의하면 상당히 대단한 캐릭터들. 평범한 형에게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았기에 우리는 무난하게 형의 이름을 지크로 정해버렸다. 물론 그에 형의 거친 반항이 있었으나 그런 것 따위가 우리에게 통할 리 없었고, 그렇게 형은 지크란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지크란 이름도 조금 아까운 면이 있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임페리얼 블레싱에 출전하게 된 한나와 세 사람은 나 때문인지, 아니면 순수한 실력으로 황제의 눈에 들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황궁으로부터 이 네 사람을 초대한다는 초대장이 도착한 것이다. 그야말로 여러 가지로 나를 고생시킨 황제가 기특한 짓을 한 것이다. 황가의 마차 안에서 한나를 비롯해 경일이와 제일이, 그리고 방연이 형은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대륙의 패자인 로시아 제국의 지배자가 자신들을 불렀다. 이는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 나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다가 한나에게 시선을 멈추었다. 황궁이라. 황궁에 가면 그도 만날 수 있겠지. 나는 한나를 보며 언젠가는 말해야 하는, 하지만 지금은 말할 수 없는 한나의 비밀을 기억해냈다. 한나, 로시아 제국의 단 3개밖에 없다는 공작 가문 중 정열의 델리아드 공작가 딸의 딸, 그리고 현 델리아드 공작의 조카이자 전대 공작의 유언에 의해서 다음 대 공작으로 선택된 소공녀란 비밀을 말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단지 순수하게 황제의 부름에 긴장하고 설레고 있는 한나의 모습을 보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괜찮으십니까?] [........] 나는 언제나 한나의 그림자에서 한나를 지키고 있는 자, 한나를 위해서 죽어서도 한나를 지키기 위해 데스 나이트가 되 한나의 아버지, 지금은 데스 나이트 한이라 불리고 있는 한스 씨에게 말을 걸었다. 한스 씨는 다른 데스 나이트와 다르게 한나에게 종속되어 있는 존재.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한나를 지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이였기에 항상 한나의 그림자에 숨어 있었다. 나는 그런 한스 씨에게 말을 건 것이다. 아마 한스 씨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대로 황궁에 들어가게 된다면 정열의 델리아드 공작가의 현 공작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괜찮네. 언제까지 피할 수만은 없지.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되네. 아직 한나는 어려.] [알았습니다. 그래도 현 공작과는 만나보는 것이 좋겠죠. 제가 자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부탁하네.] “오빠, 긴장되지 않아?” “응? 아, 오빠는 전혀 긴장되지 않는걸.” 마치 한스 씨와 이야기가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거는 한나. 한나의 얼굴은 상당히 상기되어 있었다. 나는 그런 하나의 얼굴에 혹시 한스 씨와 나의 이야기를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현재 한나의 실력으로는 나와 한스 씨의 이야기를 엿들 수 없으리라. 잠시 마차의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거대한 황궁의 문과 성벽이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대륙의 패자 중 한 명이 사는 한나의 작은아버지, 정열의 델리아드 공작이 있을지도 모르는 황궁에 말이다. 임페리얼 블레싱, 황제의 축복이라는 대축제이자 대무투회. 나는 이날을 기다렸다. 한스 오빠로부터 구원 받고 아빠가 망령이 된 것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대륙의 패자 로시아 제국의 지배자가 사는 곳이자 로시아 제국의 권력의 중심지인 황궁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이때를 말이다. 오빠와 아빠는 모르고 있었다. 내가 모든 것을....... 정말 힘들었다. 마법을 익히는 것도, 마법 실험을 하는 것도, 데스 나이트가 되어서도 한이란 이름으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면서까지 나를 지키려는 아버지를 보면서 눈물을 감추는 것이. 그리고 드디어 때가 되었다. 임페리얼 블레싱에 출전할 만한 실력을 쌓은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루지 못했다. 본선 32강전. 겨우 2번만... 두 걸음만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을 나는 나아가지 못했다. 볼 수 없는 것이다. 아버지의 친구를, 어머니의 오빠를, 나의 혈육을......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한스 오빠는 그저 졌기에 내가 우는 줄 알고 나를 위로해주고 안아주었다. 한스 오빠의 품에서 나는 쉬지 않고 울었다. 그간 참아온 눈물을 모두 흘러 보내려는 듯이. 이에 한스 오빠가 난처해하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그저 나는 울고 싶었다. 그뿐이었다. 단지 한스 오빠의 품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품에서도 울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만약 내가 아빠가 데스 나이트가 된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아시면 받으실 충격과 오빠가 느낄 죄책감 때문에 말이다. 그 다음날, 나는 한스 오빠와 다른 오빠들을 이끌고 놀러 다녔다. 사실 나는 다리를 절지만 평소에 마나로 인해서 평범한 사람들처럼 걸을 수 있었다. 나는 그런 다리의 마나가 모두 소모될 정도로 오빠들을 끌고 돌아다녔다. 그리고 간혹 나의 그림자를 쳐다보았다. 항상 나와 함께 있고, 나를 지켜주는 아빠를 보기 위해서 말이다. 나는 다음날 결심했다. 언제고 힘을 가지고 직접 공작가를 찾아가겠다고 말이다. 나는 아직 젊고 재능이 넘치니까. 그래도 조금 아쉬웠다. 나의 아버지의 친구이자 어머니의 오빠, 그리고 로시아 제국의 3대 공작가인 정열의 델리아드 공작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 말이다. 나는 이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어차피 한스 오빠와 다른 오빠들은 본선에서 떨어져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대륙의 패자, 로시아 제국의 황제가 나와 제일이, 아니 퓨리 오빠와 데인 오빠, 그리고 지크 오빠를 초대한 것이다. 황궁에 들어갈 수 있다. 드디어 델리아드 공작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황제가 우리를 초대한 것이 한스 오빠 때문인지, 투 타워 토너먼트에서 보인 우리들의 실력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상관없었다. 한스 오빠 때문이든 우리들의 실력 때문이든 말이다. 나는 황궁으로 가는 마차 안에서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감추려 하지 않았다. 어차피 한스 오빠는 다른 오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황궁에 들어가기 때문에 긴장한다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한스 오빠가 때로는 눈치가 빠르기도 하지만 이런 면에서는 상당히 둔한 것이 사실이었다. 황궁에서 만날 델리아드 공작을 생각하며 나는 잠시 한스 오빠를 쳐다보았는데, 오빠의 시선이 그림자로 향해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한스 오빠가 아빠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을 안 나는 아빠에게 조심스럽게 마나를 연결하여 들을 수 있었다. 이는 내가 아주 우연히 발견해낸 편법으로 아빠는 나에게 종속, 아니 내가 아빠의 존재 이유였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괜찮네. 언제까지 피할 수만은 없지.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되네. 아직 한나는 어려.] [알았습니다. 그래도 현 공작과는 만나보는 것이 좋겠죠. 제가 자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부탁하네.] 아직도 나를 어리다고 생각하는 아빠. 확실히 내가 어리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빠가, 한스 오빠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나는 성숙했다. 다지 그것을 아빠와 한스 오빠는 모를 뿐이었다. 나는 그렇게 둘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한스 오빠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 긴장되지 않아?” “응? 아, 오빠는 전혀 긴장되지 않는걸.” 대답을 하고 나서 잠시 나를 쳐다보는 오빠. 하지만 오빠는 이내 마차의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고, 나 또한 반대쪽 마차의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아버지의 친구이자 어머니의 오빠인 델리아드 공작이 기다리고 있을 황국의 벽과 문을.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황궁에, 델리아드 공작이 기다리고 있는 이곳에 말이다. “잠시 이곳에서 기다려주십시오.” 이 말을 남기고 황실 하녀장은 방을 나갔다. 우리가 안내된 곳은 응접실이었다. 그 응접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그들이 모두 임페리얼 블레싱의 8강 진출자라는 것과 이번 임페리얼 블레싱에서 돋보인 이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으아~ 황궁이 징하게 넓긴 넓구나. 한스야, 일단 앉자. 다리 아프다.” “시원한 음료는 없나.” “...무례한 행동은 삼가도록.” “그래. 일단 앉을까?” 방, 아니 지크 형 말대로 황궁은 넓기는 징하게 넓었다. 마차에서 내려 무려 20여 분 끝에 도착한 곳이 겨우 응접실이고, 이곳 응접실이 내 저택에서 가장 큰 방과 비교해서 2배, 아니 3배는 되어 보이는 것을 보니 말이다. 응접실에서 음식과 각종 음료가 나열되어 있는 식탁들과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좌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고개를 돌려 살펴보니 서서 와인 잔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귀족이었고, 마찬가지로 좌석에 앉아 차를 마시며 얘기하는 사람들은 마법사였다. 마지막으로 큰 접시에 음식을 가득 쌓아놓고 먹는 자들. 이들은 평민 출전자들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이 평민 출전자들 대열에 지크 형과 데인이 끼어들고 있었다. “한스야! 어서 와라! 여기 음식 정말 끝내준다!” “하늣 형! 어서 와요! 캐비어! 캐비어도 있어요!” “한스!” “한스!” “네크로마스터 한스!” “골렘 마스터 한스!” “한스가 왔다고!” 이, 이런....... 지크 형과 데인이 큰 소리로 나를 부름과 동시에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나의 이름과 부담스런 시선이 나에게 몰리기 시작했다. 눈에 광기를 띠고 있지만 순수하게 반짝이고 있는 마법사들. 권력의 중시에서 항상 암투를 벌이고 있는 권력욕이 가득한 탐욕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는 귀족들. 순수하게 놀라움만을 띤 평민과 기사들. 이 모든 이의 시선이 나를 주목하고 있었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척! 흠칫! 내가 한 걸음 물러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 걸음 다가오는 이들. 순간 나는 등줄기가 싸늘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이거 위험한데. “한스 오빠.” “으응? 왜 한나야?” “미안해.” “응? 왜.......” 퍽! 나는 한나가 나에게 어째서 미안하다고 하는지 의아했지만 곧 알 수 있었다. 그렇다 한나는 나의 등을 밀친 것이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 말이다. 크윽! 한나! 두고 보자.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정면을 쳐다보았다. 씨익! 씨익! 나를 보며 웃는 이들을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마주 보고 웃고 말았다. 비록 엉성한 미소이지만 말이다. 이 미소가 시발점이 되어 사람들은 나에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는 네크로맨시 학파의......” “저는 서모닝 학파의.......” “저는 인챈트......” “저는.......” 엄청난 기세를 내뿜으며 다가오는 이들. 그들은 모두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이에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그들의 소개를 모두 들어줘야 했으며, 그러는 사이 나는 그들에 의해서 포위되어버렸다. 그 후 쏟아진 질문 공세. 이번 투 타워 토너먼트에서 보여준 언데드는 어떻게 얻게 된 것인가, 혹시 그 비법을 공개할 생각 없는가, 골렘의 구동 원리에 대해서 토론해보지 않겠는가, 취미는 무엇이냐 등등 갖가지 질문이 나에게 쏟아졌고, 그로 인해 나는 귀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아플 지경이다. “그만들 하시죠. 한스님께서 곤란해 하잖습니까.” “...그만.” 그때 한줄기 빛이 내려왔다. 단 2명이 한 말로 인해서 조용해진 응접실. 덕분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나는 나를 구해준 이들을 쳐다보았다. 그 두 사람은 마법사와 기사였다. 짧게 말한 마법사. 그의 나이는 상당히 젊었다. 20대 중반, 딱 그 정도였다. 하지만 어디까지 그것은 겉모습일 뿐이었다. 나는 그를 본 순간 그가 네크로마스터, 바디체인지를 겪은 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겉모습이 젊다는 소리는 적어도 30대 후반이나 40대 초, 중반에 네크로마스터가 되어 바디 체인지를 겪었다는 소리기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후, 나는 그를 다시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는 날카로운 눈매와 이 세계에서는 흔하지 않은, 아니 거의 보기 힘든 우리와 같은 검은색 머리카락과 검은색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 무표정함이 더해져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 보통 사람이었다면 두려움을 느낄 만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반면 그 옆에 서 있는 기사는 거의 반대되는 이미지였다. 아까 설명한 마법사가 어둠과 두려움이었다면, 이 기사는 빛과 다정함이었다. 마치 웃고 있는 듯한 눈매와 찬란하게 빛이 나지만 그렇다고 너무 돋보일 정도가 아닌 딱 보통인 금발에, 흔하디흔한 갈색 눈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로부터 느껴지는 분위기는, 그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와 같이 느껴졌다. 한마디로 다가가기 쉬운 느낌이랄까.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 상반된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때 나는 서로 다른 이미지의 두 사람을 관찰하던 도중 얼굴을 굳혔다. 그 이유는 바로 기사가 입은 브레스트 메일에 새겨진 문장 때문이었다.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포효하는 사자. 이 문장은 한나의 가문, 정열의 델리아드 공작가의 문장이었던 것이다. “아, 이 문장 때문이시군요. 저는 평범한 브레스트 메일을 입으려 했지만 공작님께서 입고 가라고 하시기에 어쩔 수 없이 입었습니다. 참! 제 소개를 잊었군요. 제 이름은 아이안트 숀크레아. 숀크레아라는 성을 씀에도 불구하고 델리아드 공작님의 후계자로 지목된 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숀크레아. 이 성을 다시 들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그 가문의 사람으로부터 말이다. 나는 사람 좋게 웃어 보이며 악수를 청하는 그를 쳐다보았다. 바로 이자다. 한스 씨가 목숨을 잃도록 만들고, 한나가 노예로 팔려나가게 만든 숀크레아 가문의, 원래 한나의 자리를 빼앗은 사람이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악인이라기보다 호인(好人)으로 보이는 사람. 나는 일단 그가 청한 악수를 받아주었다. “나는 네크로맨시 학파의 다음 대 탑 마스터, 엡솔루트(Absolute)입니다.”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이 친구가 한스님을 보더니 호승심이 일었나 봅니다.” 자신을 네크로맨시 학파의 다음 대 탑 마스터라고 소개한 엡솔루트. 네크로맨시 학파의 학파장이 대대로 물려받는 성, 데스. 그렇다면 저자의 풀네임은 엡솔루트 진 데스. 완벽한, 절대적인 죽음이라. 참으로 광오한 이름이군. 나를 향해서 적대적인 눈빛을 보내는 엡솔루트를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마주 봐주었다. 너무도 광오했다. 죽음을 느끼지도 못하는 주제에 절대적인 죽음이란 이름을 사용하다니 말이다. 그런데 방금 분명 친구라고 했지? 한나의 자리를 빼앗은 자, 아이안트 숀크레아라는 자는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20대 초, 중반이었다. 그런데 거의 나이가 자신의 아버지뻘 되는 자와 친구라니. 말로만 듣던 나이를 초월한 친구라는 건가. “혹시 실례가 아니라면 기다리는 동안 함께 이야기라도 나누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아, 좋습니다. 저도 당신에게 관심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쪽과는 여러 가지로 통하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니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겠죠.” “제 권유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거 제가 끼어들 자리가 있을지 모르겠군요. 희대의 천재 한스님과 한스님이 나타나기 전의 천재라 불리던 이 친구와의 대화에 말입니다.” “...가자.” 엡솔루트는 그대로 돌아 한 좌석에 앉았고, 나와 아아안트는 그를 뒤따랐다. 이후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엡솔루트, 이자는 나와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애초부터 없었고, 나 역시 그와 이야기를 하고픈 생각도 없었다. 나의 목적은 아이안트 숀크레아, 이자를 살피는 것이다. 사령안과 데스 소울 아이를 통해서 살펴본 결과, 이 아이안트라는 자의 영혼은 순수했다.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의 영혼처럼 말이다. 다시 영혼 구석구석까지 살펴봐도 똑같았다. 그의 영혼은 순수함 그 자체였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영혼을 지닌 자가 한나의 자리를 빼앗고, 한나를 노예로 팔려가도록 가만히 두었을까. 도통 알 수 없었다. 혹시 겉만 순수한 건 아닌지 해서 좀 더 마나를 집중해서 살펴보려는 그때, [뭘 그렇게 계속 살펴보는 거지?] 메시지 마법을 통해서 엡솔루트, 그자가 말을 걸어왔다. 눈치 챈 건가. 이거 너무 저자를 쉽게 봤군. 나는 엡솔루트를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너무도 신기해서 말입니다. 이처럼 순수한 영혼이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그런가? 확실히 이처럼 더럽고, 끔찍한 곳에 아이안트 같은 순수한 영혼은 어울리지 않지.] 이처럼 더럽고 끔찍하다라. 저자도 보이는 건가, 황궁을 유지하고 있는 원령들과 망령들이. 이거 너무 저자를 쉽게 보았군. 나는 지금까지 엡솔루트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엡솔루트 진 데스’란 이름이 어쩌면 그에게 어울릴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나저나 정말 신기하군요. 아무리 순수한 영혼이라도 저 나이까지 살아오면 더러워지지 않을 수 없을 텐데 말입니다. 혹시 대신 그 더러움을 감당하는 자가 있는 모양이죠.] [.......] [있는 모양이군요.] [...너도 그자의 피해자인가.] 엡솔루트의 대답을 들은 순간 알 수 있었다. 엡솔루트, 이자는 아이안트의 진정한 보호자란 사실과 아이안트는 한나의 일과 전혀 상관없다는 것을 말이다. 후~우. 그런 건가. 나는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갔다. 모든 것이 말이다. 엡솔루트 씨, 그간 보모 노릇 하느라 많이 힘들었겠군요. [... 그자가 저지른 일을 이안 앞에서 말할 생각은 마라. 만약 그랬다가는.......] [비밀은 영원할 수 없습니다. 언제고 알게 될 겁니다. 일단 지금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저도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충고 하나 해드리죠. 아이는 언제나 아이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아이는 부모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빨리 자라니까요. 제 충고가 도움이 되셨길 빕니다.] [...알았다. 그리고 고맙다.] 우리는 이것으로 대활르 마쳤다. 후~우. 어떻게 해야 하지? 아이안트를 만난 이후 머리가 더욱 복잡해졌다. 후~우. 아들을 위해서라면 모든 더러운 짓을 일삼는 아버지라. 이쯤 되면 파악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 한스 씨가 죽고 한나가 노예로 팔려가게 한 원흉은 다름 아닌 아이안트. 하지만 그런 일을 벌인 것은 정작 본인이 아니라 그의 아버지인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정작 본인이었다면 그자를 처벌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당사자가 아닌 다른 이가 그 당사자를 위해서 저지른 일. 그렇다고 그 당사자를 처벌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었다. 아이안트 숀크레아. 나이에 맞지 않게, 이곳에 맞지 않게 너무도 순수한 영혼을 지닌 자. 나는 그자가 언제고 사실을 알고 감내하게 될 죗값을 생각하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그는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아무도 모르게 그를 살피고 보호하며 지탱해주는 친구인 엡솔루트가 있으니 말이다. 부디 두 사람의 영혼에 축복이 함께하기를........ ================================================================= 25장. 황궁의 붕괴, 그리고........ “모든 행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가시지요. 영광의 콜로세움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미 황제 폐하와 황태자 전하를 비롯하여 모든 황족 분들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응접실에서 상당히 나이가 많은 하녀, 모든 하녀들의 총지휘자인 하녀장이 들어서며 말했다. 황궁의 하녀들을 모두 통솔하는 하녀장으로부터 느껴지는 그 기품과 기세는 무시할 수 없었다. 괜히 제국이 아니로군. 우리들은 하녀장님의 안내를 받아 거대한 홀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하녀장님은 우리에게 간단한 예법을 가르치고 의복을 체크했다. 또 불손해 보이는 이들을 골라낸 후 뒤로 보내고는 줄을 세웠다. 이렇게 배치가 끝난 후, 하녀장님은 우리를 한번 쭉 훑어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홀을 나갔다. 그리고 이어 금으로 도금된 하프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기사들이 들어왔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줄을 섰다. 단지 우리의 외곽 쪽이라는 것이 달랐지만 말이다. 역시 그들도 하녀장님으로부터 여러 사항들을 체크 받았다. 그렇게 걸린 시간이 무려 1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있는 그 누구도 불명 한마디 하지 않았다. 물ㄹ노 그 이유는 짐작이 갔다. 바로 하녀장님의 신분 때문이다. 황궁의 하녀장. 이 신분은 절대로 평범한 신분도 아니고, 아무나 될 수 있는 신분도 아니다. 황궁의 하녀장은 대부분이 현 황제의 보모, 어린 시절부터 돌보아온 황제의 또다른 어머니란 것이 도둑 길드의 정보였다. 그런 황제의 하녀장에게 감히 누가 불평하고 함부로 대하겠는가. 설사 황태자라 하더라도 하녀장에게는 함부로 못한다는데 말이다. 모든 검사가 끝나자 하녀장님과 우리 출전자들, 그리고 초대된 자들을 둘러싼 기사들의 단장으로 보이는 이가 하녀장님 옆에 섰다. 그리고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쿠쿵! 우우우웅! 우리가 지금 서 있는 홀의 바닥이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있던 홀이 바로 임페리얼 토너먼트가 벌어지는 영광의 콜로세움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였던 것이다. 출전자들 중에 이를 이미 알고 있는 자들은 조용했지만 이를 모르고 있던 자들은 매우 놀라워하며 소란을 떨었다. 하지만 곧 하녀장님의 지시에 의해 우리를 둘러싼 기사들에게 제압되었다. 그렇게 잠시 소란이 있는 동안에도 우리가 서 있는 바닥은 계속 내려갔고, 곧 우리는 공중에 떠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놀라운 것을 볼 수 있었다. 영광의 콜로세움을 채운 수많은 사람들을, 그런 영광의 콜로세움으로 내려오는 자신들의 모습을 말이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우우우웅! 쿠쿵! [어서 오라! 대륙의 인재들이여! 미래의 대륙을 이끌어갈 자들이여!] 우리가 서 있던 바닥은 그대로 영광의 콜로세움의 시합장에 내려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음성확성마법으로 확성된 목소리가 영광의 콜로세움뿐만 아니라 지하 여기저기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우리는 볼 수 있었다. 입체 그래픽, 아니 일루젼 마법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황제의 모습을 말이다. 성군이라 불리며 평민들에게 가장 관대한 황제라 평가되는 현 황제, 제이크리트 폰 에이하르프 로시아를 말이다. [어서 오라! 대륙의 인재들이여! 미래의 대륙을 이끌어갈 자들이여! 이 자리에 있는 그대들 중에는 아깝게 패배하여 이 자리에 있지 못할 뻔했던 자들도, 이미 탈락하여 이 자리에 서게 될 것이라 생각지 못했던 자들도 있을 것이다. 일단 축하한다. 그대들은 선택되었다. 나는 그간 임페리얼 블레싱의 네 부문을 모두 관람하였다. 때로는 관람객으로서, 때로는 심판으로, 때로는 노점상으로 갖가지 변장을 해서 말이다.] 황제가 말을 마치자마자 일루젼으로 만들어진 황제의 모습 옆에 그간 황제가 변장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대부분이 마치 사진처럼 관람객들, 혹은 선수들과 함께 찍혀 있었기에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제국의 지배자라는 사람이 저렇게까지 하다니 말이다. 평민들에게 가장 관대한 황제라는 소리가 괜한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시켜주는 장면들이었다. [이 임페리얼 블레싱에 출전한 이유는 모두 다를 것이다. 어떤 이들은 권력을 얻기 위해서, 어떤 이들은 순수하게 자신의 실력을 시험하기 위해서, 또 어떤 이들은 나의 눈에 띄기 위해서 출전했을 것이다. 나 여기서 약속한다. 내 앞에서 그대들은 제이크리트 폰 에이하르프 로시아의 이름으로 그대들이 원하는 것을 한 가지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명령하노라! 더 이상 욕망을 위해서 이 자리에 서지 마라! 욕망 대신 순수함으로 이 자리에 서라! 이 영광된 자리에 걸맞게! 그럼 선언하노라! 임페리얼 블레싱의 진정한 시작을!] “와아아아아~~~!!” 연설이 끝나자마자 콜로세움의 관람객들에게서 나온 함성은 황성을 넘어 수도 글로리로 퍼져나갔다고 역사서에 저술해도 될 정도로 거대하고 웅장했다. 잠시 후, 우리는 그대로 좌석으로 안내되었다. 우리 본선 진출자들의 좌석은 공교롭게도 위쪽이 비어 있었다. 처음에는 왜 위쪽이 비어 있었는지에 대해 의아해했지만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좌석의 수 때문이었다. 우리 본선 진출자들이 앉은 자리는 모두 한 층인데, 우리 층의 좌석은 총 48개. 네 부문의 8강 진출자들의 숫자와 같았다. 위층은 4강의 준결승 진출자들의 수에 맞게 24개 좌석이 존재했고, 그 위의 좌석은 결승 진출자들의 수에 맞게 12개의 좌석이 존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로 황제의 아래 좌석의 수는 우승자, 6개의 좌석만이 존재했다. 오직 승자만이, 승리한 자만이 위로 올라가 앉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좌석들을 바라보자 왠지 호승심이 일지 않았다. 이는 결국 우승을 해봐야 황제의 밑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쳐다보는 것은 나와 같지만 그들과 나는 시선이 달랐던 것이다. 모든 출전자들의 얼굴에는 저 위까지 올라가겠다는 호승심이 피어올라 있었고, 이 자리에 있으나 이미 져서 싸우지 못하는 자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어려 있었으니 말이다. 그때 나는 한참 동안 출전자들을 바라보다가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자는 예전에 보았던 자로, 한 검사의 팔과 다리뼈를 으스러트릴 만한 완력을 지니고 마치 갑옷 같은 근육을 지니고 있었다. 언젠가 보았던 것 같은 눈빛이었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는 그를 보며 미소 지었지만 그는 곧 시선을 돌리고 황제가 있는 좌석을 바라보았다. 그가 바라보는 시선은 왠지 다른 선수들과 달라 보였다. 뭔가... 목적이 있다고 할까.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보였다.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임페리얼 블레싱에 출전한 건가? 설마... 내가 잘못 본 거겠지. 드디어 임페리얼 블레싱의 브론즈 토너먼트가 시작되었다. 나는 좌석에 앉았다. 다른 좌석과 다르게 내 양옆은 비어 있는 두 좌석을 보며 누워도 되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눕지 않았다. 누웠다가는 한소리 들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도 참 실없지. 내가 눕는다면 주위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지만 참기로 했다. 으음, 그냥. “우리 아이들은 몇 명이나 잠입에 성공하였느냐?” “브론즈 토너먼트를 통해서 네 명의 아이가 잠입했고, 메지션 토너먼트를 통해서 다섯 명의 아이들이 잠입하였습니다. 다만 예상외로 실력이 높았던 투 타워 토너먼트는 불과 아홉 명밖에 잠입시키지 못했습니다.” “으음, 하긴 이번 투 타워 토너먼트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았으니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브론즈 토너먼트를 통해서 펠님께서 잠입해 주셨으니 걱정은 없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아이들? 잠입? 전혀 알지 못할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것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이들은 어떤 범상치 않은 사건을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때, 한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작은 주머니를 넘기는 것이 보였다. “이, 이것은!” “그래. 마물의 씨앗이란다. 그분께서 주신 거지,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그리고 재미있게 즐겨보라는 말을 덧붙이셨다.” “그, 그분께서 말이십니까?” “그래. 이 늙은이도 말년에 그분 덕분에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럼 나는 이만 가마. 아이야, 오늘 한번 신나게 놀아보자꾸나.” “예! 장로님!” 그들은 이야기를 마치고 무엇인가 들고 일어섰다. 하지만 어두웠기에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밝은 곳으로 나오자 그것이 무엇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들이 들고 일어난 것. 그것은 바로 자판기였다. 음료들이 가득 채워져 있는 자판기 말이다. 그리고 보통의 자판기와 다른 게 있다면, 바로 그들의 음료수에는 마물의 씨앗이라는 최악의 조미료가 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 음료 네 개 주세요!” “예예! 지금 갑니다!” 마물의 씨앗이 들어간 것도 모르고 음료를 달라는 일가족의 가장을 보며 중년인은 미소 지었다. 겉으로 보기에 그 미소는 푸근하기 그지없었다. 하나, 그 푸근한 미소에 감춰진 계략을 어둠의 음료를 사가는 남자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마물의 씨앗이라는 최악의 조미료가 든 음료는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암. 야야, 지루하지 않냐?” “당연히 지루하지. 에유, 왜 하필 오늘 같은 날 경비를 서야 하냐고.” “끄응. 그래도 팔 조보단 나아. 그 녀석들은 임페리얼 토너먼트가 시작되는 날부터 임페리얼 블레싱이 끝나는 날까지 숙직이잖아. 키키키!” “하긴 그렇지. 크크크1”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들은 마치 외성 경비를 서는 평범한 경비대원처럼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그들이 입고 있는 갑옷과 검술 실력을 보자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이 입고 있는 갑옷은 하프 플레이트로 은색으로 된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은으로 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바로 미스릴! 이 기사들은 마법 금속이라는 미스릴로 된 하프 플레이트를! 그것도 순수한 미스릴로만 제작된 하프 플레이트를 입고 있었다. 그 하프 플레이트에는 황가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고, 황가의 문장 아래에는 로마 숫자 1이 새겨져 있었다. 황가의 문장 아래 새겨진 로마 숫자 1. 이것이 뜻하는 것은 황궁 제 1기사단인 황제 직속 기사단, 골드 글로리 나이츠였다. 오직 황제의 명만 따르며 소드 마스터와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의 기사들로만 이루어진 제국 제일의 기사단 말이다. 그런 기사단의 기사가 경비를 서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현재 이들이 경비를 서고 있는 곳은 중요한 곳이었다. 현재 이들이 경비를 서고 있는 곳! 이곳은 바로 황궁의 중심에 위치한 홀의 입구다. 이 홀은 바로 황궁에 설치된 어떤 마법진의 핵심이 되는 곳이었다. 황궁의 대항마법진의 핵심이 되는 곳이라는 소문도 있고, 황궁의 보고로 들어가는 텔레포트 마법진이 설치된 곳이라는 소문도 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황궁이 완공되고 수백 년이 흐른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침입자도 허락하지 않은 곳이라는 사실이었다. 과연 안에 어떤 함정이 존재하는지는 경비를 서고 있는 이들도 알지 못했다. 이곳 경비 인원은 그들 2명이 전부이고, 어디까지나 교대로 입구를 지키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으니 말이다. 이 정도면 어째서 이곳을 지켜야 하는지 의문이 생길만 하건만 그들은 전혀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그들이 이곳을 지키는 이유는 황제의 명령, 그것이면 충분했으니 말이다. 자신들의 주군이 한 명령을 따르는 데에는 왜라는 이유는 필요치 않다. 그것이 이들뿐만 아니라 골드 글로리 나이츠 전원의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부스럭. “누구냐!” “모습을 드러내라!” 갑자기 난 소리에, 방금 전까지 어서 교대되기를 기다리던 경비병 같은 분위기를 풍기던 두 기사의 기세는 바뀌었다. 그야말로 한 자루의 날카로운 검. 그들의 바뀐 분위기를 설명하는 데에는 그만한 문장이 없었다. 그들은 천천히 마나를 끌어올렸다. 어떤 공격이라도 반응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는 도중에도 그들은 소리가 들려온 쪽뿐만 아니라 전방을 경계하였다. 꼭 적이 소리가 난 쪽에서 덤벼온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으니까. “끄윽! 흑! 우아아아앙!” “뭐야? 애잖아.” “후~우. 괜히 긴장했네.” 갑자기 소리가 들려온 곳을 주시하던 기사들은 긴장이 풀리는 지 허탈해했다. 그들이 주시하던 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침입자라고 하면 생각나는 암살자인 어쌔신이나 보물을 노리는 도둑이 아닌 보호받아야 마땅할 어린아이였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갑자기 나타난 어린아이. 그 아이의 옷을 보면 분명 남자아이인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얼굴을 보면 여자아이라고 착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귀여웠다. 대륙에서도 드문 흑진주 같은 검은 눈동자에 비단결 같은 보라색 머리카락, 거기에 우윳빛 피부, 이 3가지만 보더라도 아이는 상당히 높은 귀족이 아이 같았다. 보통 평민의 아이라면 저런 머릿결과 피부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긴장감이 풀리는지 기사들은 허탈해하는 표정으로 검에서 손을 떼며 천천히 다가갔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니?” “흑흑! 우와아앙!” 한 기사의 말에 아이는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보통 사람이 보았다면 귀여운 아이를 기사가 울렸다고 착각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였다. 두 기사는 아이의 이런 반응을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후 기사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아이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아마도 아이를 달래려는 모양이다. 서걱!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한숨을 내쉬며 다가간 기사들은 언제 뺐는지도 모르게 검을 빼들어 아이를 단칼에 베어버렸다. 순간, 아이의 연약한 몸은 한 기사의 검에 의해서 머리가 잘려나갔고, 또 한 기사에 의해서 상반신과 하반신으로 나뉘어졌다. 두 기사의 검에 의해서 베어진 어린아이의 시체는 그대로 홀 주위의 잔디를 붉게 적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잔인한 일을 벌인 기사들의 얼굴에는 손톱만큼의 죄책감이 떠올라 있지 않았다. 그들의 얼굴에는 오히려 무표정해지더니 곧 딱딱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이 굳어진 것은 아이를 죽인 죄책감에서가 아닌 다른 이유로 인한 것이었다. 소드 익스퍼드 최상급의 기사의 얼굴을 굳게 할 만한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소드 마스터는 아니라고 해도 검의 극의에 다가간 자들이니 말이다. “이거 보통 인간들은 어린아이에 대해서는 경계를 하지 않는데, 내가 너무 쉽게 봤는걸.” 소드 익스퍼드 최상급의 기사인 그들이 얼굴을 굳힐만한 일, 아니 굳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방금 전 그들이 베어버린 어린아이의 시체에 있었다. 방금 전 그들이 베어버려 저 멀리 나뒹굴고 있는 아이의 머리가 웃으며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평범한 이들이 보았다면 졸도하고도 남을 만한 일이었으나, 수많은 실전을 겪은 그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아야 할 그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방금 전 자신들이 베어버린 아이. 확실히 그 아이를 베었을 때 살과 뼈를 가르는 느낌이었다. 기사들은 자신들이 왜 하필 오늘 경비를 맡은 것인지 하늘을 원망하며 동시에 큰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곧 죄책감은 사라지고 공포가 생겨났다. 확실하게 살과 뼈를 가르는 느낌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베어버린 어린아이는 웃으며 말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는 자신들의 시각과 청각, 후각뿐만 아니라 촉감까지 속이는 마법이라는 것이 아닌가. 소드 익스퍼드 최상급에 다다른 그들의 모든 감각을 속이는 환상마법을 사용하는 고위 마법사. 그들은 저 아이의 환상을 만들어낸 자를 고위 마법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그들의 착각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환상 같은 것은 없었다. 단지 그들이 몸과 분리된 아이의 머리가 말을 하자 그것이 환상이라고 착각했을 뿐이다. 기사들은 자신들이 베어버린 아이의 시체를 무시하며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착각 속에서 만들어낸 고위 마법사를 찾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들이 죽음을 각오해서라도 해내야만 하는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곳을 지키는 골드 글로리 나이츠의 기사들이 받은 임무는 총 3가지다. 첫 번찌, 이 홀 근처에 접근하는 자들 중 황궁 마법사에 의해 만들어진 마법 인장을 가진 자 이외에는 설사 황제의 모습을 한 자라도 베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존재를 거침없이 베어버린 것이다. 허탈해하는 연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황궁 마법사에 의해서 만들어진 그 인장은 신기하게도 2시간 간격으로 어떠한 패턴도 없이 스스로 변화하는 마법 인장이었다. 이는 순전히 우연히 만들어진 불량품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2시간 간격으로 무작위로 변화하고 동시에 만들어진 단 4개의 인장만이 2시간 간격으로 똑같은 문장으로 변환하기에 기사들이 교대를 할 때 사용하게 된 마법 아이템이었다. 물론 이 문장의 존재를 아는 것은 오직 황제와 황태자, 골드 글로리 나이츠의 구성원뿐이었다. 다음 두 번째 임무는 바로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이 홀의 입구를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임무는 죽어서도 해내지 못하면 안 되는 것. 그것은 바로 침입자가 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이 임무는 바로 경비를 서고 있는 기사들이 감당하지 못할 상대가 나타났을 시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바로 지금 같은 상황이었다. 침입자가 있음을 알리는 방법은 쉽다. 바로 홀 입구의 어떤 물건이든 한 가지를 출입시키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홀에 설치된 마법진으로 인해서 침입자가 있다는 것이 골드 글로리 나이츠의 본부와 황궁 제 1마법사단 본부에 전달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간단한 일을 하는 것도 두 기사는 힘들다고 생각했고, 방금 전 자신들이 아이를 베어버리기 위해서 홀의 입구로부터 떨어진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었다. 그들의 착각 속의 고위 마법사가 그들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행동한다면 말이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저 입구에 어떤 물건이든 출입만 시키면 알려진단 말이지. 이거 다행이네. 몰랐었거든. 만약 너희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어. 키키키!” 따로 떨어진 아이의 머리가 하는 말에 기사들의 얼굴은 더욱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바로 자신들의 마음을 읽었다는 소리지 않은가. 적은 정신계 마법까지 능통하단 말인가. 그들은 여러 가지 추측을 하며 점차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적은 자신들의 의도를 알아차렸고, 이제 막으려 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등을 맞대고 검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기사들은 무엇인가 결단을 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잘 부탁한다.” “나야말로 그동안 고마웠다. 그럼 가자!” “한 명을 희생시켜서라도 침입자의 존재를 알리겠다? 그대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지. 하지만 말이야, 이렇게 되면 곤란하거든.” 이미 기사들은 한 기사가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한다고 했을 때부터 뛰기 시작했다. 한 기사는 주위를 경계하면서, 나머지 한 기사는 오직 입구를 향해서 뛰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침입한 것을 들켜서는 안 되는 침입자의 목소리에는 여유가 넘쳤다. 그 이유는 곧 밝혀졌다. 바로 아까 기사들에 의해서 잘려진 어린아이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어느 사이엔가 홀의 입구로 이동되어 있었고, 그 잘려진 상반신과 하반신에서 심상치 않은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크억!” “큭!” 상반신과 하반신에서 피어오른 검은 연기는 순식간에 두 기사를 덮쳤다. 두 기사는 피하려고 했지만 속수무책으로 순식간에 검은 연기에 휩싸였고, 그 검은 연기에 의해 공중에 띄워졌다. 마치 거대한 무엇인가에 목이 붙잡힌 것처럼 말이다. 점차 호흡이 가빠져오는 것을 느끼며 기사들은 마나를 끌어올려 검은 연기를 베었지만 소용없었다. 몇 번이나 다시시도하고 검은 연기로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모두 허사였다. 이에 두 기사는 마침내 결단을 내리고는 검에 자신의 몸의 모든 마나를 주입시킨 후 그대로 검을 내던졌다. 우우웅! 소드 마스터의 완성된 오러 블레이드는 아니지만, 불완전하게나마 형성된 오러 블레이드가 맺힌 2자루의 검은 각각 홀의 입구와 벽을 향해서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둘 중 하나만 성공하더라도 자신들의 임무는 성공이다. 그들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정신의 끈을 놓았다. 이어 검은 연기는 이내 사라졌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곳은 불행히도 기사들이 날린 검의 자루였다. 검은 연기는 아까 기사들이 연기를 베려고 했을 당시부터 이를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초부터 막지 않고 기사들이 행동하도록 가만히 둔 것이다. “키키키! 인간들은 정말 끈질기다니까. 하지만 그래서 인간이 재미있는 거지. 키키키!” 따로 놀던 아이의 머리로부터 검은 연기와 함께 음성이 점차 굵어지며 들려왔고, 이내 검을 붙잡은 검은 연기 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하나가 된 검은 연기는 이내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모습을 드러낸 자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속에는 본능에서부터 공포를 이끌어내는 뭔가 알지 못할 섬뜩함이 존재했다. <투 타워 토너먼트 제 4경기! 선수들을 소개합니다! 삼인 일조인 투 타워 토너먼트의 유일한 일인 일조로 출전하여 8강까지 올라온 자! 투 타워 토너먼트의 최대의 파란을 일으킨 자! 대륙 모든 한스의 대표자! 네크로마스터 한스!> “와아아아!” “한스! 한스!” 나는 좌석에서 일어나 경기장으로 나가며 사람들의 환성에 보답하기 위해 손을 흔들었다. 앞서 브론즈 토너먼트와 메지션 토너먼트가 끝나고 지금이 바로 마지막 경기다. 이 경기를 끝으로 오늘 일정이 끝나는 것이다. 나는 긴장되었다. 8강까지 올라오면서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상대가 이번에 나의 상대였기 때문이다. <다음 선수들을 소개합니다! 우리 로시아 제국의 유일한 맞수! 신성제국 세인트에서 이번에 첫 출전한 이들! 대지의 여신이신 가이아님의 신관! 대기의 철퇴 팀입니다!> “와아아아아!” 자신들이 소개되자마자 경기장에 나오는 신관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신관들은 단 한 명도 본명을 밝히지 않았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자신들은 감히 신의 종으로서 신의 사자들과 신의 동물을 불러 인간의 사사로운 마음 때문에 싸우게 하였으니 감히 본명을 밝힐 자격 따위는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들은 이대로 대회가 끝나면 본단으로 돌아가 처벌을 자처해서 받을 것이라는 말도 했었다. 나는 이번에 내 상대가 가이아 교단의 시관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투 타워 토너먼트의 본선 8강전에 올라온 신성 제국의 팀은 총 3팀으로, 모두 각기 다른 교단에 속한 이들이었다. 그래서 내가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가이아 교단은 일단 로시아 제국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교단이고, 무엇보다 대지라는 속성에 맞게 어머니처럼 관대하기 그지없어 네크로맨서들을 유일하게 비방하지 않는 교단이기 때문이다. 물론 비방만 하지 않는다는 거지, 네크로맨서를 이해하고 좋아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교단이 보기에 네크로맨서는 이단이다. 신의 의지를 거스르는 존재라며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로시아 제국이니 그러지 못할 것이다. <과연 이번 시합에서 어떤 소환수를 보여줄 것인가! 양 팀 모두 기대됩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서먼!> “아아아아!” 먼저 소환을 시작한 것은 대지의 철퇴 팀이었다. 가운데 여성 신관이 시작한 찬송계(讚頌系) 주가(呪歌)! 나도 그동안 좀 더 알아본 것이 있어서 알고 있었다. 신관 팀이 신성소환마법을 펼치는 데 몇 가지 조건을 필요하다는 것을. 일단 신관팀의 구성은 1명의 여성과 2명의 남성으로 이루어지는데, 1명의 여성 신관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여성 신관이 부르는 노래는 바로 주가, 신에게 비는 노래다. 이 노래의 종류는 총 3가지로 방금 전에 언급한 찬송계(讚頌系), 다음으로 보조계(補助系)와 축복계(祝福系)가 존재한다. 이들 노래는 모두 단어의 뜻 그대로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런 주가각 신성소환마법에는 아주 특별함을 보이는 것이다. 원래 노래가 가진 효과 외에도 말이다. 내가 경기를 관전하면서 알아본 바에 의하면, 찬송계 주가를 통해서 신성소환마법을 펼칠 때면 항상 공격적인 소환물이 나왔고, 보조계 주가를 부를 때는 공격보다 방어 위주의 소환수가, 축복계 주가를 부를 때는 공격과 방어 모두 평균이나 특수한 능력을 가진 소환수가 나왔었다. 나는 아마도 각기 주가에 담긴 마음에 따라 마음과 의미가 영향을 주지 않았나 하고 생각된다. 이는 나중에 좀 더 알아보기로 하자. 잠시 후, 여성 신관이 찬송계 주가를 부르는 사이에 남성 신관 2명은 여성 신관의 양 옆에 무릎을 꿇고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남성 신관이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하자 공중에 나타나기 시작한 소환마법진. 그 마법진은 신성어라는 성서의 제작에 사용되는 문자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남성 신관의 기도문은 찬송계 주가와 신성력의 증폭을 담당하고 있고, 동시에 소환마법진의 형성을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바로 기도문을 외우는 남성 신관의 입 모양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이는 서로 외우는 기도문의 내용이 다르다는 말이었기에 나는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이 찬송계 주가로 인해서 소환될 소환수가 과연 어떤 것일지 기대하며 나는 신성소환 마법진을 주시했다. 우우우웅! 파아아악! 공명음과 함께 신성소환마법진으로부터 엄청난 밝기의 빛이 내뿜어졌다. 그리고 그뿐만 아니라 열기, 순수한 열기가 빛과 함께 느껴졌다. 시간이 흐르자 빛은 서서히 잦아들고 소환수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것은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고, 순백의 옷으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그 자신의 키보다 큰 거대한 창이 들려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바로 불타오르는 듯한 머리카락. 정확히 말하자면, 머리카락이 마치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고, 불꽃처럼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화르르르! 그리고 그때 갑자기 남자의 등으로부터 치솟는 불꽃. 그것은 마치 날개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한 쌍의 불꽃 날개는 곧 두 쌍이 되었고, 5장 째에 불꽃의 날개가 생기고서야 멈추었다. 5장의 불꽃의 날개를 가진 천사. 그는 바로 염천사(炎天使)였던 것이다. [나는 염천사 케티르. 어째서 나를 불렀는가. 대지의 여신 가이아님의 종이여, 음... 보아하니 알 것 같군. 인간들의 대회인가?] “그렇습니다, 염천사 케티르님. 어떤 벌을 주시든 달게 받겠습니다.” [아니, 됐다. 그대들의 대지의 여신 가이아님에게 향한 마음에 한 치 거짓이 없음을 알고 있으니. 그대들의 뜻에 응하겠다. 저 인간이 부르는 종들을 쓰러트리면 되는 건가?] “그렇습니다.” [알았다. 기대하고 있겠다, 인간.] 화르르르! 더욱 거세게 타오르는 날개와 머리카락. 나는 그것을 보며 자신을 염천사 케티르라 밝힌 자가 전의를 불태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긴 그건 누구나 알 수 있지. 그런데 보통 이렇게 하찮은 이유로 소환되면 화를 내지 않나? 나는 신관을 쉽게 용서하고 쉽게 응하겠다고 하는 천사를 보며 조금 의아했다. 하지만 곧 다시 고심하기 시작했다. 상대는 5장의 날개를 가진 염천사, 불꽃의 천사인 것이다. 물론 저 신관들에 의해서 소환된 만큼 본 실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방심할 생각은 없었다. 누구를 소환하지? 상대는 불꽃의 천사인 염천사이니까 반대되는 속성으로 내보내는 것이 좋겠지. 하지만 문제는 불꽃의 반대 속성을 지니고 염천사를 상대할 만한 언데드는 한 명뿐인데....... 나는 프로스트를 소환할까 생각했다. 프로스트는 불꽃의 반대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니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프로스트와 함께 나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더 떠올랐다. 바로 볼케이노를 소환하면 어떨까라는 생각 말이다. 화 속성의 플레임 본마스터, 볼케이노. 불꽃으로 불꽃을 상대한다. 이 얼마나 엉뚱한 생각인가. 작은 불이 큰불에 흡수될 뿐인데 말이다. 으으으. 나의 머릿속에서는 프로스트와 볼케이노 중 어느 것을 소환할 것인가에 대해 갈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시 후, 나는 결정을 내렸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못한다면 둘 다 소환하면 되는 거지, 뭐! “콜! 플레임 본마스터, 볼케이노! 프로스트 본마스터, 프로스트!” 우우웅! 척! 척! 척! 화르르르! 스스스스! 본마스터들이 지내는 아공간의 문이 열리며 어둠 속으로부터 모습을 드러낸 두 존재. 염천사처럼 불꽃을 내뿜으면서 나타나는 붉은 풀 플레이트의 기사, 플레임 본마스터 볼케이노. 그리고 상반되는 냉기를 내뿜으면서 푸른 풀 플레이트의 기사, 프로스트 본마스터 프로스트. 이 둘이 모습을 드러내자 염천사의 얼굴은 잠시 굳어졌다고 곧 호승심을 드러낼 뿐이었다. [인간, 그대가 소환한 이들이 대단한 이들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나, 그들의 본질은 인간! 인간이 염천사인 나를 이길 수는 없다!] [건방진 병아리 X끼! 통닭구이로 만들어줄까!] [냉동보존... 시켜주지.] 화르르르! 화르르르! 스스스스! 경기 시작 전부터 서로 열기와 냉기를 내뿜으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세 존재들을 보며 사람들은 매우 흥미진진해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사회자는 이내 경기 시작을 알렸다. <모두 경기 규칙은 아실 겁니다! 소환자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것과 공격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것이 말입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파이트!> “헤이스트! 스트랭스! 파이어 볼! 파이어! 파이어! 파이어! 간다! 볼케이노!” 경기 시작이 선언되자마자 나는 제일 먼저 볼케이노와 프로스트에게 헤이스트와 스트랭슬르 시전한 뒤에 손에 파이어 볼을 만들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마나를 주입하면서 파이어를 외쳤다. 그러자 더욱 거세게 타오르는 파이어 볼! 나는 그 파이어 볼을 볼케이노를 향해서 던졌다. 콰쾅!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한스 선수 자신의 소환수에게 공격마법을 사용했습니다! 물론 적에게 공격마법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반칙은 아닙니다만 자신의 소환수에게 공격마법을 쓰다니, 무슨 생각일까요!> 사회자는 내가 볼케이노에게 파이어 볼을 던진 것이 놀라운 모양이었다. 하긴 놀랍겠지. 나는 사람들이 놀라는 사이, 이번에는 아이스 볼을 만들어 아까처럼 이이스를 외치며 마나를 주입했다. 그리고 점차 차가워진 아이스 볼을 그대로 프로스트에게 던졌다. 그러자 관람객들을 비롯해 모든 이들은 이런 나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 떠들고 있었다. 후후후. 이제 기대하시라! 화르르르!! 쩌쩌쩌적!! [으윽!] [크하하하하! 프로스트! 일단 넌 기다려라! 내가 먼저 나서마! 크하하하!] 좀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열기와 냉기! 그 열기와 냉기근처에는 다름 아닌 볼케이노와 프로스트가 서 있었다. 방금 전의 내가 한 행동은 바로 지금을 위한 것이었다. 아까 말했다시피 작은 불꽃이 큰 불꽃에 흡수된다. 이는 냉기 역시 마찬가지다. 바로 그 방법에 착안하여 나는 볼케이노와 프로스트의 열기와 냉기를 일시적으로 극대화시킨 것이다. 프로스트에게 기다릴라고 하며 검을 빼든 볼케이노는 그대로 염천사에게 다려들었다. 볼케이노의 검에는 플레임 데스 블레이드가 맺혀 있었다. [크하하하! 데스 플레임!] 볼케이노가 시전한 기술, 데스 플레임은 사실 단순한 베기다. 단, 플레임 데스 블레이드로 된 검강이 날아간다는 것이 다르지만 말이다. [감히 염천사인 나에게 불꽃으로 승부를 걸다니, 어리석구나!] 염천사는 자신을 향해서 날아오는 데스 플레임을 피하려는 생각도 하지 않고 데스 플레임을 향해서 창을 내밀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볼케이노가 쏘아 보낸 데스 플레임이 창에 흡수된 것이다. [되돌려주마!] 이 말과 함께 휘둘러진 창으로부터 나온 것은 다름 아닌 데스 플레임! 기존의 위력보다, 원래 볼케이노가 쏘아 보낸 데스 플레임보다 2배의 위력을 가진 데스 플레임 말이다. 이에 볼케이노의 몸에서 나오는 불꽃을 더욱 거세졌다. [이이! 네놈이 하면 나도 한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그 후 둘은 공격을, 그러니까 화염을 각자의 무기로 흡수한 뒤에 2배의 위력으로 다시 내뿜었고, 공격은 점차 강해져 둘도 점점 받아내고 내뿜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케이노와 염천사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공격을 무기로 받아내고, 위력을 배가시켜서 돌려보내고 있었다. 이는 불꽃을 다루는 자로서의 자존심 싸움인 것이다. 나도 사실 경기가 이렇게 단순하게 흘러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빨리 끝내자! “프로스트, 볼케이노를 도와주도록.” [예스, 마스터.] 나의 말에 프로스트는 볼케이노의 뒤로 이동했다. 마침 그때는 볼케이노가 염천사의 공격을 받을 차례였다. [크윽! 프로스트, 왜 온 거냐!] [마스터께서 도와주라 하셨다.] 화르르르르! 이미 처음의 20배나 넘게 강해진 화기는 부담이 안 될 수가 없었다. 공격을 받아내면 받아낼수록, 받아치면 받아칠수록 그로 인한 부담이 배가 돼가고 있었다. 마침 볼케이노의 검에 흡수된 화기, 나는 이때 프로스트가 도와줄 줄 알았다. 그러나 프로스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검만 빼들었을 뿐이다. 잠시 후, 겨우 견디어낸 볼케이노가 검을 휘둘러 화기를 쏘아 보내려 할 때, 프로스트가 움직였다. 바로 볼케이노가 검을 휘두르는 것에 맞춰서 검을 휘두른 것이다. 볼케이노의 검과 맞추어 휘둘러진 프로스트의 검에는 냉기가 가득했고, 곧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화르르르르르! 통상 2배의 위력이 배가 될 줄 알았던 불꽃은 2배, 아니 그 이상으로 위력이 확산된 것이다! 예상보다 훨씬 강해진 화기를 보며 염천사는 식은땀을 흘리며 창을 내밀었다. 그리고 화기는 점차 염천사를 향해 날아갔다. 점차 가까워지는 화기를 느끼는 것인지 염천사는 식은땀을 흘렸고, 두려운지 창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화기를 피해버렸다. 파지지지직! 화르르르르! 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염천사가 피해버린 화기는 그대로 콜로세움의 관람석으로 날아가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서 설치된 방어마법에 부딪쳤다. 하지만 그간 주고받으며 몇 배나 확산되었고, 마지막에 기본의 위력보다 몇 배로 커진 위력으로 화기는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방어막과 화기의 예상치 못한 접전! 하지만 그 접전은 결국 방어막의 승리였다. [그, 그대, 냉기의 기사!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어째서 그때 화기가 그렇게 강해졌던 거지? 분명 원래대로라면 견딜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번에 그 불꽃의 기사가 당했어야만 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자신이 화기를 피했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 염천사는 프로스트를 추궁했고, 나 역시 그것이 궁금해 프로스트를 쳐다보았다. [나는 볼케이노의 불꽃에 차가운 공기를 더해주었을 뿐이다.] “아!!” 나는 프로스트의 행동을 알 수 있었다. 극도로 뜨거워진 볼케이노의 불꽃. 그 불꽃에 순간적으로 냉한 공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냉한 공기로 인해서 잠시 불꽃은 주춤거리겠지만 이내 더욱 거세게 타올랐을 테고, 그로 인해 좀 전과 같이 기존의 위력에 몇 배나 강해진 위력을 보인 것이다. [그나저나 싸울 텐가? 나는 멀쩡하다. 지친 것은 볼케이노와 그대뿐이다.] [더 이상 싸웠다가는 가이아님의 종이 상할 수 있으니 오늘은 이쯤에서 포기하마. 그대, 불꽃의 기사여, 그대가 혼자 싸웠다면 이기는 것은 나였을 것이다.] 화르르르! 이 말을 남기고 염천사는 불꽃이 되어 이내 사라졌다. 아무래도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이다. 확실히 그 염천사의 말대로 3명의 신관들은 상당히 지쳐 있었다. 그들이 지친 것은 바로 뜨거운 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염천사에게 계속해서 신성력을 주입하느라 힘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대로 계속 싸웠다면 저 신관들은 멀쩡하지 못했을 것이다. 잠시 후, 심판은 나의 승리를 선언했다. [투 타워 토너먼트! 제 4경기! 일인 팀! 한스 선수의 승리입니다!] “오늘 밤 시작이다. 마물의 씨앗이 담긴 음료를 먹은 인간들이 수도 여기저기로 퍼져나가는 오늘 저녁이 말이다.” “키키키! 드디어 복수를 할 수 있겠군요. 우리들을 배신한 네크로맨시 학파에, 그리고 우리를 무시한 이 세상에.” 어둠 속의 대화. 네크로맨시 학파에게 배신당했다고 말하는 이들. 그들은 바로 흑마법사들이었다. 과거 네크로맨서들과 같은 취급을 받았으나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등장으로 인해 달라진 네크로맨서에 대한 대접으로부터 느낀 배신감과 그간 당해온 수많은 박해와 흑마법사사냥으로 인해 쌓인 한은 가히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났다. 그런 흑마법사들의 한을 풀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것도 자신들을 배신한 네크로맨시 학파와 그런 네크로맨시 학파를 받아들인 제국에, 자신들을 박해하고 동문들을 정의란 썩어빠진 이름으로 살해해온, 대륙에 퍼져 있는 왕국의 귀족들에게 말이다. 그들은 밤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 참지 못할 만큼의 설렘이 그들을 재비하려 했지만 그들은 끝까지 참아냈다. 최대한 화려하고 재미있게. 자신들에게 이런 기회를 살리도록 힘을 써준 존재가 한 말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후에 악몽의 밤이라 불리게 될 밤음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마지막 시합은 너무 단순하게 끝나서 재미없었어.” “나보고 어쩌라고. 설마 볼케이노하고 염천사하고 자존심 대결이 붙을 줄 알았나?” [죄송합니다, 마스터.] “오빠들, 그만해. 그래도 이겼으니까 됐잖아!”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황궁! 내 경기를 마지막으로 2시간 뒤에 호아제가 주최하는 파티에 와 있었다. 이번 파티의 목적은 대륙 인재 발견 및 4강 진출자들의 승리 축하였다. 황제가 주최하는 파티라 수도의 수많은 중앙 귀족들이 파티에 참여했다. 도둑 길드의 정보에 의하면, 이 파티에서 대부분의 평민들은 스카웃되는데, 그렇지 못한 평민들은 대부분 황가에 속하게 된다고 한다. 물론 나에게도 스카웃 제의를 하려는 사람들이 다가왔다. 이 몸이 누군가. 최연소 네크로마스터이자 장차 최연소 데스 마스터가 될 것이고, 이번 임페리얼 블레싱의 투 타워 토너먼트와 임페리얼 토너먼트의 우승 후보가 아닌가. 단연 최고의 몸값을 지닌 이가 바로 나였다. 하지만 나는 귀족들에게 고용될 생각은 추호도 없고, 황제를 섬길 생각도 없다. 그렇기에 함부로 그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몇 가지 조치를 취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나의 곁에 오늘 경기에서 활약한 볼케이노와 프로스트를 세워놓는 것이다. 물론 무기는 회수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효과는 확실했다. 그들이 내뿜는 기세만으로 내 주위에는 아무도 다가오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도 간혹 다가오는 자들이 있었다. 바로 마법사라는 인종 말이다. 제일 난감한 인종인 마법사. 그들을 처리하는 방법으로는 권력의 도움을 좀 받았다. “허허허. 지크 군. 그만 하게. 어차피 이기면 된 거 아닌가.” “맞네.” 권력이란 바로 벤마이오트님과 벳맨토님이다. 두 분은 네크로맨시 학파의 장로님, 평민 장로라 하더라도 한 학파의 장로인 만큼 그에 준하는 신분을 지녀야 다가올 수 있었다. 마법사란 생물은 귀족이란 생물의 신분 따위는 무시하면서도 마법사가 지닌 신분을 무시할 수 없는 결국 인간인 것이다. “흐음, 대단하군. 소드 마스터 중급, 아니 그 이상의 언데드야. 거기에 불을 다루다니.” “불뿐만이 아니네, 여기 얼음을 다루는 이도 있지 않은가. 분명 다른 속성을 다루는 언데드가 더 있을 걸세. 우리가문 이외에도 속성력을 다루다니, 정말 신비해.” “한번 겨뤄보고 싶군!” 그때 들려오는 세 사람의 목소리. 그들은 범상치 않은 기세를 내뿜으며 볼케이노와 프로스트의 기운에 대항하면서 미소까지 짓고 있었고, 볼케이노와 프로스트를 훑어보며 감상평까지 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체내에 들어 있는 마나량을 느끼며 그들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제국의 세 기둥인 3대 공작가의 가주들, 현 공작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자네가 한스군. 대단해. 이런 언데드를 만들어 내다니. 이 언데드들의 검술은 직접 가르쳤나? 아니면 이들이 생전이 익힌 건가? 언제 한번 우리 집에 찾아오게. 제대로 대화를 해보세.” 현재 지혜의 위즈덤 공작가인 휴머니즈 폰 위즈덤 공작. 그는 철저하게 적의 검술을 분석, 분해하는 검술을 사용하며, 전술에도 능통한 자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머리로 해결하라. 다만 머리로 안 되다면 포기하라. 그리고 머리가 안 되면 몸으로 하라>라는 위즈덤 공작가의 가훈을 몸소 실천한 인물이다. “자네, 이들을 어떻게 만들었나? 혹시 우리 가문의 기사를 납치해서 만든 것은 아니겠지. 그러고 보니 기록에 몇십 년 전에 기사 몇 명이 소식이 끊기고 실종됐다고 되어 있었는데.” 현재 자연의 프리아노스 공작가인 첼리온세인 폰 프리아노스 공작. 대대로 속성 마나를 다루는 가문으로, 시조는 마법사였으나 검가로 이름 높은 공작가이다. 그리고 세 공작 중 가장 약하지만 가문에 가장 많은 소드 마스터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불의 마나를 다루는 소드 마스터로 화끈하기로 정열의 델리아도 공작 못지않다는 인물이다. “자네가 한스인가? 언제 한번 우리 집에 찾아오게. 자네는 볼케이노라고 했지. 자네도 같이 오게. 언제 한번 검으로 대화를 나눠보자고.” 그리고 마지막, 현재 정열의 델리아드 공작가인 하이탄스 폰 델리아드 공작. 대대로 그 가문의 후손들은 기골이 장대하고 호탕하기로 유명하고, 제국의 국민들과 귀족들에게 신임을 받는 가문이다. ‘사나이는 마음과 검으로 대화한다’는 가훈을 몸소 실천한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귀족이건 평민이건 검술을 지도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한나의 어머니의 오바, 한나의 외가 큰아버지 되는 자였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델리아드 공작을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말이다. 나는 잠시 고개를 돌려 한나를 쳐다보았다. 나의 걱정과 다르게 정작 한나는 아무렇지 않게 지크 형과 퓨리, 데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긴 한나는 모르니까. “...안나.” 그때였다, 나의 앞에 서 있던 델리아드 공작이 안나라고 말한 것이. 델리아드 공작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델리아드 공작이 말했던 안나란 이름은 아마도 한나의 어머니의 이름이었을 것이다. 한나를 보고 안나란 이름을 기억해낸 것은 한나가 그만큼 어머니를 닮았다는 소리고 말이다. 후~우. “응? 자네 왜 그런가?” “...아무것도 아니네. 왠지 흥이 안 나는군. 나 먼저 가보겠네.” “어어! 이봐! 자네 갑자기 왜 그래?” 델리아드 공작은 흥이 안 난다면서 돌아가겠다고 말했고, 그런 그의 행동에 다른 두 공작들은 당황해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 파티장에 있는 모든 귀족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제국의 세 기둥이라 할 수 있는 3대 공작가의 현 공작 한 명이 먼저 돌아가겠다고 한 것이다. 이는 황제도 아직 파티장에 안 나온 상태였기에, 어떤 이유에서든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그냥 바람만 쐬고 오겠다고 하십시오. 저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방금 보셨던 한나란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흠칫! 델리아드 공작은 할 말이 있다는 나의 말보다 한나란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란 말에 놀라워했다. 이에 결국 그는 능청스럽게 한숨을 내쉬며 나의 말대로 잠시 바람을 쐬고 오겠다고 말하자, 두 공작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는 그를 잡지 않고 놔두었다. [한스 씨, 자리는 마련해드렸습니다. 잘 이야기 해보십시오.] [...고맙네.] 나의 말에 한스 씨는 곧 한나의 그림자에서 사라졌다. 그 이후 나의 그림자에서 나를 호위하던 데스 나이트들 중에서 4명에게 한나의 호위를 맡겼다. 데스 나이트들의 이동은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이를 눈치 챈 사람은 소드 마스터인 두 공작분이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말이다. 후~우. 나는 델리아드 공작과 만나게 될 한스 씨와 데스 나이트가 된 한스 씨를 만나게 될 델리아드 공작의 심정을 생각해보았다. 유일한 친구이자 동생의 남편. 그런 이가 데스 나이트가 되어 자신 앞에 나타난다면 델리아드 공작은 슬퍼할까, 반가워할까. 하지만 나의 이런 고민은 곧 사라졌다. 지금 나는 방금 나간 델리아드 공작 이외에 다른 두 공작을 상대하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어 나는 나를 노골적으로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두 공작에게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수도 글로리 내에 있는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가려 했던 정열의 델이아드 공작가의 현 공작, 하이탄스 폰 델리아드 공작은 한스의 말로 인해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을 찾았다. 현재 파티가 열리고 있는 곳으로부터 꽤나 멀리 떨어진 황궁 내의 연무장. 원래 황궁 소속의 기사단만이 출입 가능하지만 3대 공작 중 하나인 델리아드 공작인 그는 파티 중에도 황궁을 순찰 중인 골드 글로리 나이츠의 어떠한 제지도 없이 출입할 수 있었다. 척. 척. 척. 델리아드 공작이 연무장에 도착하자 연무장의 어둠 속에서부터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델리아드 공작은 그 소리를 듣고 잠시 얼굴이 굳어졌다가 다시 여유 있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잠시지만 델리아드 공작의 얼굴이 굳어졌던 이유는 바로 발소리 때문이었다. 소드 마스터인 델리아드 공작은 소리만으로도 상대의 실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구분할 수 있었는데, 들려온 소리는 자신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는 한스와 같은 마법사의 것이 아닌 검사, 그것도 완전무장한 검사의 발소리였다. 하지만 이내 여유 있는 표정을 지어보인 것은 상대로부터 어떠한 적의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상대로부터 느껴지는 것은 순수한 투기, 소드 마스터인 델리아드 공작 자신을 상대로 전혀 거침없이 내뿜어지는 순수한 투기 말이다. 곧 델리아드 공작은 마나를 활성화시키며 천천히 몸을 달구기 시작했다. 휙! 푹! 그때 어둠 속의 그림자가 델리아드 공작을 향해서 무언가를 던졌다. 그것은 바로 검. 그것도 델리아드 공작이 주로 사용하는 바스타드 소드였다. 소드 마스터인 자신을 상대로 투기를 내뿜고, 건방지게도 검까지 준비해온 이. 처음에는 감히 자신에게 덤비는 것에 약간 기분이 나빴지만, 그런 마음은 검을 든 순간 사라졌다. 이미 마나를 활성화시켜 상대의 실력을 어느 정도 파악해서이기도 하지만, 상대가 원하는 것은 순수하게 자신과의 대결이라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고맙군.” 델리아드 공작은 곧 바스타드 소드를 주워들고는 무게 중심을 확인하게 위해 허공에 몇 번검을 휘둘렀다. 그런 후 투기를 내뿜고 있는 상대를 향해서 곧바로 검을 치켜들었다. 이에 상대 역시 어둠 속에서 검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곧 두 사람이 내뿜는 투기가 연무장을 가득 채웠다. 델리아드 공작은 검을 쥐고 나서부터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검의 무게 중심과 손잡이의 모양, 그리고 검의 단련 정도가 자신이 애용하는 검과 너무도 똑같았기 때문이다. 이는 상대가 자신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검사가 사용하는 검은 모두 다르다. 물론 종류야 같을 수 있지만, 손잡이 모양과 검의 단련 정도는 사용하는 이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상대는 자신이 아끼는 검과 유사한 검을 건네준 것이다. 이렇게 자신은 상대는 모르게 상대는 자신을 잘 알고 있으니 긴장될 수밖에. 그나마 다행이라면 상대는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대결을 원할 뿐이었다. 팍! 먼저 달려든 것은 델리아드 공작이었다. 정열의 델리아드 공작가의 또 다른 호칭. 그것은 공격의 델리아드. 일단 공격이 시작되면 절대로 멈추지 않고, 공격이 이어지면 멈출 수 없다 하여 붙은 이름이었다. 시작된 델리아드 공작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오른쪽을 공격했다 생각한 검은 어느새 왼쪽에 나타나 팔을 노렸고, 다리를 노렸다고 생각한 검은 어느새 가슴을 노리고 와 있었다. 이런 델리아드 공작의 공격을 지켜보고 있는 이가 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검화(劍火). 델리아드 공작의 공격은 검으로 만들어진 불꽃과 같다고 말이다. 이는 델리아드 공작가의 연환 공격의 이름이기도 했다. 블레이즈 오브 블레이드(Blazes Of Blade). 그것이 델리아드 공작가에 전해져 내려오고, 현재 공작이 펼치고 있는 공격이었다. 일단 시작하면 상대의 목숨을 끊어놓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는 검화! 한데, 그 공격이 지금 모두 막히고 있었다. 이름도 모를 상대에 의해서 말이다. 공격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델리아드 공작은 초조해져갔다. 블레이즈 오브 블레이드는 상대의 시력이 검의 움직임에 익숙하기 전에 상대를 몰아쳐 죽음에 치닫게 하는 공격이다. 블레이즈 오브블레이드를 이루는 공격들은 모두 기본 베기, 내려 베기, 좌측 내려 베기, 우측 내려 베기, 올려 베기, 좌측 올려 베기, 우측 올려 베기, 좌우 베기, 우좌 베기 등의 기본 베기를 엄청난 속도로 몰아치는 공격이었다. 말은 쉽지만 사실 시전하기에는 근육에 상당히 무리가 있는 기술이었다. 자신의 신체가 지닌 움직임 이상의 움직임을 요구하는 기술. 그것이 바로 블레이즈 오브 블레이드였다. 그런 기술을 펼쳐낸 델리아드 공작도 대단하지만, 그것을 막아내는 상대도 대단했다. 상대는 마치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블레이드를 막고 있었다. 검은 마구잡이로 휘둘러지는 것 같지만 사실 여기엔 일정한 방식이 있었다. 그것은 델리아드 공작의 비밀이었고, 알고 있는 이들도 극소수였다. 그런데 상대는 그것을 다 알아챈 것처럼 막아내고 있는 것이다. 점차 당겨오는 근육들. 상대가 계속 모든 공격을 막아내자 무리하게 검을 유지해 근육이 과부하를 일으킨 것이다. 이를 깨달은 공작은 입술을 깨물고는 이내 뒤로 물러설 준비를 했다. 블레이즈 오브 블레이드는 단번에 죽일 수 있는 공격이면서도 자칫 잘못하면 근육을 파열시켜 시전자를 죽음으로 이르게 하는 기술이었기에 멈추어야 했다. 챙! 마지막으로 내려 베기가 막힘과 함께 공작은 전력을 다해 물러났다. 그때였다! 마치 상대는 그 공격을 끝으로 델리아드 공작이 물러날 것을 알았다는 듯이 빠르게 달려들었다. 이에 공작은 당황했지만 곧 상대의 검을 막을 준비를 했다. 예상했어야 한다. 상대가 블레이즈 오브 블레이드를 막아냈을 때부터. 공작은 이렇게 생각하며 치명상을 피하기 위해서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상대는 공작을 공격하지 않았다. 아니, 하긴 했다. 단지 반 박자 늦춰서 말이다. 아주 단순한 방법이고 누구나 사용하는 방법이었지만, 이는 델리아드 공작에게 치명적이었다. 반 박자 늦춰서 공격해오는 검. 그 검은 델리아드 공작의 목을 향해서 찔러 들어오고 있었다. 공작은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다. 상대가 순수하게 대결만을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도, 소드 마스터의 상징인 완성된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지 않은 자신도. 그러면서 공작은 이내 미소 지었다. 예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예전에도?” 공작은 자신도 모르게 ‘예전에도’란 말을 했고, 때마침 검이 자신의 목젖 앞에서 멈추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르륵. 공작의 목젖 앞에서 멈추어진 검끝에서 흘러내리는 자신의 피를 느낄 새도 없이 델리아드 공작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분명 예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다. 5년? 10년? 아니, 훨씬 오래전 일이었다. 자신과 똑같은 나이, 아니 자신보다 조금 높은 실력으로 항상 아슬아슬하게 자신에게 패배의 쓴맛을 안겨준 이. 공작은 기억해냈다. 자신의 동생을 차지한 녀석을. 그리고 그 녀석의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한스? 한스냐?” [이제 알아차렸나? 멍청이.] 흠칫! 거의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보지 못했다는 친구를 만났다는 반가움도 잠시, 델리아드 공작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방금 전까지 한스와 델리아드 공작이 내뿜던 투기로 인해 감추어진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투기에 감추어져 있던 기운은 다름 아닌 사기(死氣). 언데드들이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죽은 자의 기운이었다. 그렇기에 공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젊은 시절에 만나 함께 검을 나누고, 현재의 자신을 있게 해준 친우. 동생을 사랑했고 동생 역시 사랑했던 사내.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가 살되 죽은 자, 영혼조차 구원받지 못할 자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어찌 반가워만 할 수 있겠는가. 델리아드 공작가는 대대로 네크로맨시 학파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가문이었다. 그 이유는 평범한 다른 이들과 같은 이유였다. 바로 언데드 말이다. 언데드, 살되 죽은 자. 이들은 확실히 전쟁 때 유용하다. 이미 죽은 자들이기에 죽음의 공포를 가지지 않고, 웬만한 공격을 받아서는 쓰러지지 않고 끝까지 적을 죽이려 하는 병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탐탁지 않았다. 전쟁은 사람이 하는 것. 이미 한번 죽음을 맞이하여 안식에 든 이를 그 안식으로부터 깨워 다시 싸우게 하는 것은 죽은 자를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역대 델리아드 공작가의 공작들은 생각했고, 현 공작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들의 주군인 황제가 네크로맨시 학파를 인정하였고, 그로 인해 압도적인 힘을 보유하게 되어 현재의 평화가 유지되었기에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친우이자 동생의 남편이 언데드, 그것도 상위 언데드인 데스 나이트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신의 친우 한스가 데스 나이트라는 것을 안 델리아드 공작은 분노로 치를 떨었다. 지금 이 자리에 네크로맨서가 있다면, 설사 전설의 데스 마스터인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라 하더라도 찢어죽이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다. [진정하게. 내가 데스 나이트가 된 것은 내가 원해서 그런 것이니까.] “뭐라고! 이 빌어먹을 자식아! 어쩌고 어째!” 델리아드 공작은 한스의 대답에 뒷골이 당겨오는 것을 느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데스 나이트가 되어 영혼조차 구원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을 때, 당사자는 스스로 원해서 데스 나이트가 되었단다. 어찌 혈압이 오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한스의 이 말은 확실한 효과를 보였다. 방금 전까지 연무장에 가득했던 델리아드 공작의 살기가 사라졌으니 말이다. 델리아드 공작은 잠시 심호흡을 하며 혈압을 안정시키고는 한스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분명 스스로 원해서 데스 나이트가 되었다고 했다. 한스 녀석은 자신의 영혼조차 구원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힘을 위해 데스 나이트가 될 녀석이 아니라는 것은 친구인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다는 말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는 말이었다. 데스 나이트가 되어서라도 해야 할 일이 말이다. 과연 무엇일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델리아드 공작의 뇌리에는 파티장에서 보았던 한나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어딘지 모르게 데스 나이트가 되어버린 저 빌어먹을 녀석과 함께 떠났던 자신의 동생의 어린 시절과 비슷했던 아이. 그리고 은연중에 다리의 마나를 순횐시켜 걷던 아이가 말이다. 소드 마스터인 델리아드 공작은 다리의 마나가 근육을 대신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근육을 대신하는 마나. 그렇다는 말은 다리의 근육이 끊겼다는 말. 델리아드 공작은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분노했다. “어떤 녀석이냐!” [탄스.] “도대체 어떤 녀석이냔 말이냐!! 나의 동생의 딸의 다리 근육을 끊고, 네 녀석을 죽음으로 내몰고 이렇게 만든 녀석이!” [탄스.........] “어서 말해! 말하란 말이다! 이 빌어먹을 녀석아! 크윽!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하이탄스 폰 델리아드 공작. 그는 분노하고 있었다. 그 분노는 스스로에 대한 분노였다. 자신의 친구가 데스 나이트가 되게 만든 자신에 대한, 자신의 조카가 다리근육이 끊기고 그 사전에 겪었을 고생을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에 대한, 고작 복수밖에 해줄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분노였다. 이 역시 한스 또한 알고 있었다. 하이탄스, 나이 차이가 있지만 그 나이조차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친구로 대해주는 좋은 녀석임을. 스스로를 위해서 분노하기보다는 남을 위하여, 자신의 소중한 이들을 위하여 화를 내고 우는 녀석이 바로 하이탄스라는 것을 말이다. 둘은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그리고 잠시 정적이 이어졌다. “하~아. 정말 이럴 때는 담배를 끊은 것이 후회되는군.” [담배 끊었나.] “아아, 끊은 지 꽤 됐다. 담배가 불ㄹ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그럼 이건 필요 없겠군.] 한스의 손에 들린 것. 그것은 다름 아닌 담배였다. 물론 그 외관은 이세계의것이 아닌 현실, 한스와 상민이 속한 세계의 담배였다. 이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는 한스가 상민에게 부탁하여 구한 것이다. 하이탄스 폰 델리아드는 한스의 손에 들린 처음 보는 물건으로부터 맡아지는 담배 냄새에 호기심이 일었다. 담배를 끊기 전 그는 애연가였기에 각종 담배를 모으기도 했고, 담뱃잎을 사들이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처음 보는 담배가 나타난 것이다. 그는 단번에 그것을 빼앗아 들었다. 한스는 이럴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기에 담배를 쉽게 넘겨주었다. 델리아드 공작은 잠시 살펴본 후 담배 냄새가 나는 상자를 조심스럽게 검기로 베어 열었다. 그 안에 든 하얀 종이에 감싸인 것은 진정 담배였고, 공작은 담배 한 개피를 꺼내어 관찰한 뒤에 필터를 정확하게 입에 물었다. 그때였다. 한스가 불꽃이 붙어 있는 어떤 물건을 들이민 것이. 조금 놀라긴 했지만 탄스는 담배를 불에 가져다대고는 담배연기를 들이마셨다. 정말 오랜만에 피우는 담배라 그런지 가슴이 답답해져왔지만, 탄스는 가슴이 답답한 이유는 그것뿐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후~ 꽤 괜찮은데.” [꽤 고급 담배라고 하더군.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고 만들 정도로 말이야.] “그래? 흠, 오랜만에 펴서 그런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훗.] 데스 나이트가 된 자신을 만나고도 능청을 떠는 탄스를 보며 한스는 웃어 보였다. 거의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보지 못했던 자신의 친우, 탄스. 처음에 한스는 자신의 친구가 하이탄스 폰 델리아드가 되어 의젓해진 줄 알았지만, 이렇게 담배를 살피면서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라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그를 보며 공작이 되어도 탄스는 탄스라고 생각했다. [하나도 안 변했군.] “응? 아, 사람이 쉽게 변하겠냐. 그나저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어디 한번 자세한 이야기 좀 들어보자.” [........] “참을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말해봐라.” 그런 탄스의 말에 한스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탄스의 동생, 에리아나와 떠났을 당시에 시작된 여행. 그 여행을 하면서 겪었던 고생과 행복. 그리고 정착과 그 이후 여관에서 생활하면서 평민 아낙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평범해져가는 에리아나를 보며 느꼈던 행복........ 그렇게 이야기를 하던 도중, 노력 끝에 지은 집을 살펴보며 뭐가 좋은지 미소가 떠나지 않던 에리아나의 말이 한스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우리 집이잖아요. 앞으로 우리, 나와 당신과 우리 아이가 살아갈 집이요.’ 이때 처음 한나의 임신 사실을 알고 너무 기뻐 한시도 에리아나의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던 자신의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데스 나이트가 되면서 얼굴을 가려버린 헬름 속에서 빛내던 눈에는 씁쓸함만이 가득했다. 한나가 태어나고 이어진 짧은 행복,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죽음. 이때는 탄스마저 감추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애지중지해오던 동생이 저 빌어먹을 녀석과 사랑에 빠지고 떠나버렸을 때는 왜 도와줬는지 후회가 될 정도였다. 그리고 이어진 산속 생활과 그 외로운 산속에서 밝게 자라난 한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신의 엄마를 닮아가는 한나를 보며 행복과 슬픔을 느꼈던 자신. 이어 시작된 불행과 갑작스러운 습격자.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죽음........ 이때 탄스는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다. 감히 자신의 단 하나뿐인 조카에게 그런 일을 겪게 하다니. 하이탄스 폰 델리아드는 자식이 없다. 이 이유 외에도 그는 아이들을 매우 좋아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유일한 혈육인 동생의 딸이 그런 일을 겪었다는 데에 엄청난 분노를 느꼈던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한스는 숀크레아 후작이란 단어는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사실 응접실에서 보았던 그. 아이안트 숀크레아를 보지 않았다만 말했을 것이다. 공작인 자신의 친우에게 말하여 숀크레아 후작에게 복수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말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한 사람, 아이안트 숀크레아와 공작가 때문이었다. 잠깐 보았을 뿐이지만 아이안트 숀크레아는 분명 대단한 이였다. 은연중에 주위의 사람들을 사로잡는 카리스마와 인덕... 게다가 검가인 델리아드 공작가의 후계자로 거론될 만큼 검에 대한 재능까지 출중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 스스로처럼 똑같이 그를 아껴주고 걱정하는 든든한 친우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말하지 않은 것이다. 만약 이야기 도중에 숀크레아 후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면, 그의 친우는 탄스로서가 아닌 하이탄스 폰 델리아드의 이름으로 현 후작뿐만 아니라 후계자로 점찍은 아이안트의 목숨까지 거둘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후 한스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네크로마스터 한스, 상민과 인연을 맺은 것과 망령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된 것. 그리고 노예로 팔리게 되었던 한나를 상민에게 부탁하여 구한 것과 마지막 현재까지 말이다. “한스 군은 네크로맨서치곤 괜찮은 사람이로군.” [그렇지. 그는 선인(善人)이지.] 확실히 상민은 한스와 탄스가 보기에는 대단한 선인이었다. 목숨을 구원받기는 했지만 잠깐 인연을 맺은 아이를 저버리지 않고 구해주고, 마법까지 가르치며, 마치 친남매처럼 한나를 돌봐주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나저나 한나가 자네의 그 모습, 알고 있나?” [...모르네. 단지 나를 자신을 호위하는 데스 나이트 중 하나로 알고 있을 뿐이야.] “하긴 말하기 힘들겠지.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 나는 자네가 반대만 안 한다면 한나에게 모두 털어놓을 생각이네. 그리고 아버지의 유언대로 다음 대 공작으로 만들 걸세. 한나가 여자이긴 하지만 나에게는 한나를 충분히 다음 대 공작으로 만들 만한 힘이 있네.” [........] 탄스의 말은 사실이었다. 하이탄스 폰 델리아드는 역대 공작가의 공작들과 비교해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 공작가와 공작가에 속한 가신들 중 감히 그의 말을 거역할 이는 없었다. 설사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가 온다 하더라도 한나를 다음 대 공작으로 만들어줄 만한 힘을 그는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딸, 한나를 다음 대 공작으로 만들겠다는 말에 한스는 아무 말 없이 탄스를 바라보다가 하늘을 쳐다보았다. 만약 자신의 딸이 공작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야 공작이 된다면 정체가 밝혀진다 하더라도 목숨의 위협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한나를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인물은 없다. 한나의 이름 앞에는 항상 최연소 네크로마스터 한스라는 이름이 붙어 다니니 말이다. 공작의 후계자가 된다면 분명 지금보다 훨씬 나은 생활이 보장되지만, 그 대신 한나는 자유를 잃고 권력의 싸움터에 뛰어들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자유로운 삶을 잃는 것이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그 공작이란 자리 때문에 자신은 목숨을 잃고 데스 나이트가 되었고, 한나는 다리 근육을 끊기고 갖은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그런 공작의 자리를 지금 건네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한스는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또다시 연무장은 정적에 휩싸였다. 10분, 20분, 30분, 1시간... 계속된 정적 속에 쌓여가는 것은 타나 남은 담뱃재와 담배꽁초, 그리고 심각함뿐이었다. [후~우.] “...결정을 내렸나? 어떻게 하겠나.” [...아이안트 숀크라에. 그는 꽤 괜찮은 인물인 것 같더군.] “...만나봤나? 확실히 대단하지. 젊은 나이에 주위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도 가졌고, 후작가라는 탄탄한 배경과 인물 됨됨이도 괜찮은 녀석이지.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것은 목숨을 내어줄 만한 친구를 가졌다는 거지. 단지 단점이라면 그의 아버지, 숀크레아 후작이지. 하지만 문제될 것은 없네. 아이안트 군은 보기보다 심지가 굳은 사내이니까.” 아이안트의 이야기를 꺼내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야기를 하는 탄스를 보며 한스는 그간 망설이던 결정을 내렸다 자신의 친우, 탄스는 아이안트를 자신의 자식 그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결정을 내렸네. 내가 마음대로 결정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나에게는 비밀로 해주었으면 하네. 지금 한나가 알게 되면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많으니까.] “...정말 괜찮겠나?” [괜찮네. 이야기를 하더라도 내 이야기와 공작가의 후계자 건에 대한 이야기를 거론하지 말게. 또......] “걱정 말게. 불손한 생각은 아예 못하게 만들어놓을 테니. 그나저나 정말 놀랐어. 이름이 한나라고 했지. 정말 안나의 어렸을 적과 닮았어. 처음 봤을 때는 안나가 살아서 돌아온 줄 알았지 뭔가. 어머니가 좋아하시겠어.” [장모님은.......] 흠칫! 전대 공작부인인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는 탄스에게 장모님의 안부를 물으려던 한스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허공을 향해서 시선을 돌렸다. 이에 탄스는 자신의 친우의 행동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그때 갑자기 고개를 돌린 한스. 그 이유는 갑자기 일어난 황궁의 변화 때문이었다. 그 변화는 보통 사람이라면 느끼지 못할 종류의 것이지만, 자신과 같은 종인 언데드라면 바로 느낄만한 변화였다. 황궁에 들어오면서 느낀, 영혼을 어루만지는 안락함과 포근함. 그것이 방금 전에 사라졌음을 느끼고 한스는 알지 못할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에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고, 그것은 항상 일치해왔다. 황궁의 중앙, 오직 마법의 인장이 있어야만 출입 가능한 그곳에 설치된 마법진. 그것은 다름 아닌 데스 나이트인 한스가 느꼈던 영혼을 어루만지는 안락함과 포근함의 근원이 되는 마법진이었다. 황궁의 중앙에 설치되어 황궁 전체에 영향을 미치던 그 마법진의 이름은 영혼의 안식, 더 레스트 오브 소울(The Rest Of Soul)이었다. 사실 그동안 로시아 제국의 황궁을 짓는 데에 수많은 노예들이 죽어나갔다. 죽어나간 것은 노예뿐만이 아니라 제국을 침략했던 적국의 병사도 있었고, 황제와 황족, 귀족을 암살하러온 암살자도 있었다. 그밖에 반란을 일으켰던 황족과 귀족, 그리고 그들의 병사 등, 정말 수천, 수만이 이 황궁에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렇게 수천, 수만의 목숨을 앗아간 황궁이 평범하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일. 이 황궁의 터에서 죽어간 이들의 영혼은 죽기 직전 갖가지 마음을 품고 있었다. 황궁을 짓는 도중에 죽어간 노예는 억울함과 허망함과 황제와 귀족에 대한 분노를 가지고 있었고, 반란에 성공하지 못한 황족과 귀족들의 마음에는 부귀영화와 야망을 이루지 못한 탐욕이, 모함을 당하여 죽은 귀족과 황족의 영혼은 억울함이, 침략한 병사들의 영혼은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여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아쉬움과 그리움, 그리고 자신을 전쟁터로 몰은 귀족에 대한 원한이 서려 있었다. 이렇게 수천, 수만의 영혼들은 황궁의 터에 묶이게 되어 이승을 떠돌게 되었다. 수천, 수만의 망령들이 황궁에 터에 묶여 있는 것. 이는 황궁이 망령들에 의해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였다. 그런 황궁이 지금까지 온전히 유지되어온 것은 다름 아닌 황궁 중앙의 마법진, 더 레스트 오브 소울 때문이었다. 영혼의 안식이란 이름을 가진 마법진. 이 마법진의 효능은 단 한 가지다. 바로 영혼을 달래어 성불시키는 것! 이는 네크로맨시 학파가 제국에 받아들여지며 수도 글로리에 탑을 지을 때 황궁에서 보았던 베이트로이 게이시스가 황제와 다른 네크로맨서들에게 건의하여 설치한 마법진이었다. 물론 이때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마법진의 설치가 결정되기 이전에 그가 떠났기 때문이다. 만약 마법진의 설치에 그가 관여하였다면 마법진 더 레스트 오브 소울의 단점은 없었을 것이다. 황궁에 설치되어 있는 더 레스트 오브 소울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2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효율이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황궁의 터에 묶인 망령의 수는 수천, 수만, 아니 그 이상이다. 그런 영혼을 달래고 성불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효율이 좋지 않아도 너무 좋지 않았다. 마법진으로 인해서 1년에 성불한 영혼은 고작 15에서 20명. 그렇다는 말은 마법진이 설치된 600여 년 동안 약 9천에서 1만 2천명이라는 소리였다. 이 수도 엄청나긴 하지만 황궁의 터에 묶여 있는 망령의 숫자를 생각하면 고작 1만 2천 명인 것이다. 만약 베이트로이 게이시스가 참여하였다면 1년에 40명에서 60여 명 정도가 성불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설마 황궁의 누군가 침입하여 황궁의 터에 묶여 있는 망령들을 이용해 어떠한 일을 벌일 줄은 말이다. 다음 두 번째는 마법진의 효능이었다. 더 레스트 오브 소울은 오직 영혼을 어루만져 안락함과 포근함을 선사하여 조금씩 영혼을 성불시키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영혼을 달래는 데는 안락함과 포근함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천, 수만 가지의 영혼이 있는데 그들이 원하는 것이 꼭 안락함과 포근함만이 있겠는가. 복수도 있을 것이고, 자유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더 레스트 오브 소울이 제공하는 것은 안락함과 포근함뿐이었다. 이는 일부 영혼에게는 좋게 작용하여 빠른 성불을 유도하였지만 일부 영혼에게는 악영향을 미처 오히려 보다 강한 원한과 힘을 가지게 하였다. 그리고 그 힘은 마법진 더 레스트 오브 소울에 의하여 겉으로 표출되지 못했다. 그렇기에 더욱 문제인 것이다. 6백여 년 동안 겉으로 표출되지 못한 원한과 힘. 그것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났기 때문이다. 그런 6백여 년 동안 원한과 힘을 키워온 망령을 억누르고, 망령들에게 안락함과 포근함을 선사하며 성불을 이끌어나가던 마법진이 해체가 아닌 파괴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느낀 이는 죽은 자인 데스 나이트와 일부의 네크로맨서들뿐이었다. 더 레스트 오브 소울의 안락함과 포근함이 사라진 이후 뭔가 불안함을 느낀 한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친우 탄스를 향해서 입을 열었다. [황궁을 지키던 무엇인가 파괴됐네. 당장 파티장으로 돌아가야 해.]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황궁을 지키던 무엇인가 파괴되다니? 나는 전혀 그런 것을 못 느꼈는데.” [뭐라고 설명할 수 없네. 뭐랄까, 죽은 자의 영혼을 달래고 있던 무엇인가 사라졌다고 할까. 불길하네, 불길해. 어서 파티장으로 돌아가야 해.] 탄스는 그의 말에 뭔가 심각함을 느끼고 급하게 파티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탄스, 그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황궁의 미묘한 변화를, 웅장함과 화려함이 가득한 황궁에서 더 이상 웅장함과 화려함이 느껴지지 않음을. 대신 느껴지는 것은 알지 못할 칙칙함과 싸늘함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순수하게 근력으로만 달리던 탄스, 아니 하이탄스 폰 델리아드 공작은 마나까지 끌어 올려 달리기 시작했다. 키키키키! 캬캬캬캬! 크크크크! 꺄아아아악! 갑자기 황궁 여기저기에서 들려온 망령들의 비명! 그뿐만이 아니었다. 델리아드 공작이 달려가고 있는 황궁의 복도와 기둥, 조각상 등으로부터 망령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600여 년간 원한과 힘을 키워온 망령들이 보통사람들에게 보일 정도로 형상화한 것이었다. 대륙의 악몽의 밤이라 불리게 될 밤은 이렇게 바로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아빠, 배 아파.” “끄응.” “자기야, 배 아파?” “음메! 속 쓰린 거.” 오늘 일정의 모든 경기가 끝나고 거리로 되돌아와 축제를 즐기던 수많은 사람들은 갑자기 동시에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어른의 경우에는 축제 기간 동안의 과음으로 인해서 위가 아프다고 생각했고, 어린아이의 경우에는 과식으로 배탈이 났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약을 먹어도 가라앉지 않는 고통! 그 고통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고, 아닌 밤중에 신전은 북새통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것도 소용이 없었다. 신관의 신성력으로 치료를 받는다 하더라도 신성력이 쐬어지는 그때만 고통이 잦아들 뿐, 고통은 계속되었다. “아, 아빠! 아파! 아파!” “에나야! 신관님! 제발 우리 딸을! 우리 딸을 살려주십시오!” “자, 잠시만!” 고통을 호소하는 자신의 딸을 보며 신관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호소하는 아버지를 보며 신관은 신성력을 끌어올려 배에 가져다대었다. 그러자 조금 편해지는가 싶던 소녀의 표정은 이내 처음과 마찬가지로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신관들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갑자기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복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나이대도 다양했다. 어린아이부터 성인에 노인까지. 이 복통은 식중독은 아니었다. 식중독이었다면 설사와 복통을 동반할 텐데, 설사는 없고 오직 복통만 호소하고 있었다. 아니, 같은 점 한 가지 있었다. 얼굴이 창백해진다는 점. 그것은 식중독과 같았다.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에나야!!” 자신의 아빠를 계속 부르던 소녀는 그것을 마지막으로 축 늘어졌다. 신관은 그런 소녀를 보며 떨리는 손을 목에 가져다대었다. 소녀의 맥박은... 더 뛰지 않았다. 죽은 것이다. 첫 사망자는 다름 아닌 고작 6 살배기 소녀였다. 순간, 신관은 자신의 무력함을 저주했다. 죽은 소녀의 아버지는 축 늘어진 소녀의 손을 잡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의 어깨에 올라 음료를 마시며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이던 것이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그런 자신의 딸이 죽었고 점차 차갑게 식어간다는 것이 그는 믿기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 없었다. 그럴 리 없다. 자신의 딸이 이렇게 죽을 리가 없었다. 부인이 딸을 낳으면서 죽은 이후 얼마나 애지중지하며 키워온 딸인가. 딸이 죽다니. 그럴 리 없다. 그는 마음속으로 울부짖었다. 부우우! 그런데 그때 갑자기 자신의 딸의 배가 부풀기 시작했다. 그는 갑자기 부풀어 오른 딸의 배를 보며 뭔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한 무엇인가가 바로 자신의 딸의 목숨을 잃게 만든 원흉임을 눈치 챘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없던 힘이 솟아났다. 남자는 그대로 일어나 자신이 앉아 있던 의자를 집어 들고 부풀어 오른 자신의 딸의 배를 내리쳤다. “죽어라! 죽어! 죽어! 죽어!!!” 퍽! 퍽! 퍽! 퍽! 퍽! 퍼걱! 잠시 후, 뭔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소녀의 배는 부풀어 오르는 것을 멈추었다. 남자는 자신의 딸의 배에서 나오려는 그 무엇인가 죽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날카로운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는 신관은 너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죽은 소녀, 그리고 갑자기 부풀어 오른 소녀의 배와 그 배를 울면서 내리치는 죽은 딸의 아비. 너무 황당했다. 신관은 잠시 후 소녀의 아비가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단검으로 자신의 딸의 배를 가르는 것을 보고 막으려 했다. 하지만 이내 신관은 물러섰다. 갈라진 소녀의 배에서 나온 것. 그것은 다름 아닌 마력을 내뿜는 괴물, 마물이었기 때문이다. 흉측했다. 몸 여기저기에 난 털들과 성인 검지만한 이빨들. 만약 그대로 나왔다면 이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으리라. 신관은 그렇게 생각했다. 목숨을 잃은 소녀와 부풀어 오른 배. 이것은 다름 아닌 마물의 씨앗 때문이었다. 마물의 씨앗. 이것은 이름 그대로 마물의 씨앗이다. 이 마물의 씨앗은 흑마법사들이 마물을, 혹은 마족을 지상으로 현신시킬 때 사용하는 귀한 물건이다. 이 물건을 제물이 될 당사자에게 먹이게 되면 이 마물의 씨앗은 자신을 먹은 당사자의 생명력을 양분으로 삼고 생명력을 모두 빨아들인 뒤에 부화하게 된다. 일정 주문과 함께 부화시키게 되면 흑마법사는 원하는 마물과 마족을 현신시킬 수 있지만, 주문도 없이 사용하게 되면 무작위로 소환되어 마물이 가지는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 마물의 본능. 그것은 살육이었다. 만약 소녀의 아버지가 부풀어 오른 소녀의 배를 의자로 내려치지 않았다면, 그 내려치는 힘이 조금이라도 약했다면 죽는 것은 신관의 생각대로 소녀의 아비와 신관이었을 것이다. 마물의 부화는 지금 신전뿐만 아니라 토너먼트에서 마물의 씨앗이 든 음료를 마신 모든 이이게 일어나고 있었다. 죽은 소녀의 아비는 자신의 딸의 배에서 나온 마물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것! 이것 때문에 자신의 딸이 죽은 것이다! 고작 이런 괴물 때문에! 이게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이것이 바로 자신의 딸의 죽음과 이런 짓을 한 자들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 그때, 신관은 일어나 이 사실을 대사제님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퍽! 콰직! 한데, 방을 나서려는 순간 무엇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신관은 뒤를 돌아서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본능은 절대로 뒤를 돌아서는 안 된다고 호소하고 있었고, 이성은 뒤를 돌아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승부는 결국 이성이 승리했다. 우걱우걱! “우욱!” 신관은 자신의 이성을 저주했다. 뒤를 돌아섰을 때 신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독기 어린 눈을 한 소녀의 아비가 소녀의 배로부터 나온 마물의 뇌수를 먹는 장면이었다. 그렇다. 방금 부서지는 소리는 바로 마물의 머리가 부서지는 소리였던 것이다. 소녀의 아비는 엄청난 비린내를 내뿜는 괴물의 뇌수를 먹으면서 속으로 되뇌고 있었다. 먹어주겠다! 먹어주겠다! 나의 딸 속에서 나온 것이니 먹어주겠다! 그리고 죽여주마! 이런 일을 벌인 자들을! 가장 소중한, 하나뿐인 딸을 죽게 만든 이들을! 소녀의 죽음은 한 평범한 아버지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악몽의 밤의 시작은 한 명의 복수자를 낳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꺄아아악! “오, 오빠!” “하, 한스야!” “모두 이리 와! 벤마이오트님! 젯맨토님!” “알았네.” 갑자기 일어난 소동. 그것은 망령들의 출몰이었다. 그 시작은 다름 아닌 황궁에 들어설 때부터 느꼈던 알지 못할 기운이었다. 그 기운은 황궁 전체에 고르게 퍼져 있었고, 마치 영혼을 어루만지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그리고 그런 기운이 갑자기 사라지며 파티장에 망령들이 나타나 소란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파티장에는 상당한 수준의 네크로맨서가 다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형체화된 망령들의 수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늘어가고 있었고, 망령들의 힘 또한 강해지고 있었다. 나는 거추장스런 장식용 로브를 벗어버리고 바로 아공간에서 데스리치 세트와 죽음의 서를 꺼내어 입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을 비롯하여 파티장의 네크로맨서들은 망령들을 컨트롤하기 위해서 힘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일단 모두 귀족들과 탈출해! 호위는 데스 나이트들이 알아서 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오빠는 어쩌려고!” “나는 왠지 이곳에 남아 있어야 할 것 같거든.” 나는 황궁에 일어난 이 심상치 않은 일로 인해 분명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았기에 남기로 했다. 이곳에 남겠다는 나의 말에 한나는 곧 결심한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입을 열었다. “나도 남을래!” “뭐?” “나도 남을 거야!” “한나야! 지금 이곳에 벌어지는 일은 장난이 아니야!” “나도 장난 아니야! 무시하지 마! 나도 무려 5써클 마법사라고!” “하지만 네 전문 분야는 소환술이잖아! 적은 망령이라고! 여기 있어봤자 도움이 안 돼!” “하, 하지만!” “그만 해라, 한나야. 확실히 우리가 이곳에 있어봐야 짐밖에 안 돼.” “지, 지크 오빠, 하지만.......” 한나는 자신을 막아서는 지크 형을 보고 울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지크 형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휴~ 지크 형 덕분에 살았네. “한스야, 대신 한 가지만 약속해라. 반드시 돌아와라, 우리들 곁으로.” “당연하잖아. 걱정하지 마. 나는 네크로마스터라고. 그것도 최연소 네크로마스터 말이야.” “알았어. 제길! 약하다는 것은 서럽군! 가자! 우리 간다!” “저, 저희 갈게요!” “그럼 나중에 집에서 뵙겠습니다.” “...오빠는 바보야!!!” 각자 한마디씩 하며 다른 귀족들처럼 파티장을 나가는 일행들을 보며 나는 미소 지었다. 그리고 혹시나 하여 마스터급 데스 나이트 10명과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 데스 나이트 30명, 그리고 내 곁에 있는 리치 데리엘을 따라가게 해두었고, 흩어져 있는 다른 3명의 리치들도 호출했다. 곧 모든 귀족들이 빠져나가고 파티장에 남은 사람은 나를 비롯해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 그리고 몇 명의 네크로맨서들이었다. “우리들도 가죠. 이야기는 일단 가면서 하도록 하죠.” “그러지.” 나를 선두로 네크로맨서들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나는 지금과 같은 현상이 일어난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의 말에 의하면, 아마도 황궁에 설치된 마법진에 이상이 생겨서 그런 것이 아닐까라고 하셨다. 그 마법진의 이름은 더 레스트 오브 소울. 영혼의 안식으로 황궁의 터에 묶인 망령들에게 안락함과 포근함을 제공하고 성불시키는 효능을 가진 마법진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황궁에 들어섰을 때 안락함과 포근함을 느꼈던 것이다. 나는 곧바로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는 곳이 어딘지 물어보았는데, 그곳은 다름 아닌 황궁의 중앙인 황궁의 금지라고 하셨다. 금지라... 그렇다면 함부로 출입하지 못하는 거잖아. 어떻게 하지? 혼자라도 가볼까? 금지이니 로시아 제국에 속한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을 비롯해 현재 우리를 뒤따르고 있는 네크로맨서들은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 그러니 나 혼자라도 가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척! 척! 척! 척! 그때, 저 멀리서 완전 무장한 기사들이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선두에는 제국의 세 기둥인 3대 공작가의 공작들이 역시나 완전 무장하여 함께 다가오고 있었고, 그 뒤에는 은, 아니 미스릴로 만들어진 무구를 입은 이들이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갑옷에는 황가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그 아래 로마 숫자 1을 보니 그들이 바로 황제에게 귀속된 이들, 골드 글로리 나이츠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델리아드 공작님, 프리아노스 공작님, 위즈덤 공작님, 여기에는 어찌하여... 그리고 뒤에 보이는 골드 글로리 나이츠는 대체........” “황제 폐하께서 명하셨다. 우리 삼대 공작을 비롯하여 골드 글로리 나이츠는 황궁의 벌어진 이 사건을 조사하고 대처하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 일을 일으킨 원흉이 있다면, 감히 로시아 제국을 건드린 죗값을 치르게 해주라 하셨네. 여기이것이 황궁의 금지에 출입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유일한 인장이라네. 뭐, 지금에야 필요도 없게 되었지만 말이야. 황제 폐하께서는 최고 지휘자로서 자네를 지목하셨고, 자네가 지휘를 거부할 시 직결 처분권까지 내리셨네, 한스 군.” “예에!” 나는 황제가 최고 지휘자로 나를 지목했다는 소리에 놀라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엄밀히 말해서 나는 로시아 제국의 시민도 아니고, 제국에 속한 네크로맨시 학파의 네크로맨서도 아니다. 거기에 신분은 고작 평민이고 말이다. 그런 나에게 제국 제일이 기사단인 골드 글로리 나이츠를 비롯하여 3대 공작을 지휘할 수 있는 지휘자로 지목한 것도 모자라 직결 처분권이라니! 그 말은 곧 말을 안 들으면 죽여도 된다는 거잖아! 너무 당황스러웠다. “다른 네크로맨서들은 최고 지휘자로 지목된 한스를 도와 현재의 사태를 잠재우도록 황제 폐하께서 명을 내리셨네.” “기꺼이 황제 폐하의 명을 따르겠나이다!” “따르겠나이다!” “에에.......” 기꺼이 황제의 명에 따르겠다고 하며 고개를 숙이는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을 비롯한 네크로맨서들을 보며 나는 또 한 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보다 어린 사람을 최고 지휘자로 모시면서 일을 하라고 하는 명을 쉽게 받아들이다니! 나는 머리가 아파왔다. 점차 모두의 시선은 나에게 모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 시선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과연 황제의 명을 받아들일 것인지 하는 것이었다. 하~아. 뭐 어쩔 수 있나. 일단 일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좋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총지휘관을 뵙습니다!” 내가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하자마자 내 앞에 무릎을 꿇는 세 공작님들과 골든 글로리 나이츠, 그리고 네크로맨서들. 황명이라고는 하지만 이럴 정도라니. 나는 이 상황을 넘어서 이런 일이 가능하도록 한 황제에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과연 제국이 황제는 보통 사람이 아니야. 괴물, 괴물이라니까. 일단 지금 우리의 병력부터 파악하는 것이 좋겠지. “현재 우리의 병력 구성은 어떻습니까?” 나의 질문에 나선 것은 공작님들 뒤에 서 있던 이, 골든 글로리 나이츠의 기사 단장이었다. “총구성원은 공작님들을 비롯하여 저와 부단장과 차관, 이렇게 소드 마스터 여섯 명과 골드 글로리 나이츠 소속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 마흔여덟 명, 그리고 총지휘관님을 포함하여 네크로마스터 네 명과 상급 네크로맨서 다섯 명, 중금 네크로맨서 여섯 명! 총원 예순아홉 명입니다.” “네크로마스터가 네 명?” “나도 있다.” “아!” 나는 네크로마스터가 4명이란 말에 의아했지만 곧 어째서 4명인지 알 수 있었다. 아이안트 씨의 친우, 엡솔루트 씨가 껴 있었던 것이다. 그렇군. 소드 마스터 6명과 네크로마스터 4명이 보이다니. 이 정도 병력이면 작은 왕국쯤은 순식간에 사라지겠는 걸.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살짝 웃고는 이내 다시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일단 지금 네크로맨서들이 소환 가능한 소환수, 언데드의 숫자도 확인하자. “일잔 가면서 이야기하죠. 황궁의 금지까지 최단 이동 거리를 아는 이는 없습니까?” “제가 그곳에서 근무를 섰습니다.” “안내하세요.” 나의 말에 한 기사가 나서서 안내를 하였다. 이렇게 그의 안내를 받으며 나아가던 도중, 나는 네크로마스터인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 그리고 엡솔루트가 소환 가능한 언데드를 물어보았다. 하지만 나에게 돌아온 것은 기대이하의 대답이었다. 파티에 참여하기 위해서 그들은 언데드를 소환하기 위한 매개체와 장비들을 대부분 두고 왔다고 한다. 그나마 엡솔루트만이 매개체와 장비, 그리고 제작해놓은 언데드 일부를 아공간 안에 넣어놨다고 한다. 그야말로 지금 함께 이동하고 있는 네크로맨서 중에 장비를 제대로 가지고 있는 이는 나와 엡솔루트뿐이라는 소리였다. 이런, 어쩐다. 물론 이들은 모두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뿐만 아니라 다른 학파의 마법을 조금씩 익히고 있을 테니 충분히 도움이 되는 병력이지만, 지금 우리들은 어떤 이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고 있기에 전문을 살리지 않으면 곤란했다. 어쩔 수 없지. “모두 이것을 돌리세요.” “이것은........” “제 아공간에 넣어놓은 것들입니다. 마법 지팡이도 있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하세요. 제 아공간에 준비되어 있는 것들 중에 있다면 꺼내어드릴 테니.” 나의 이런 행동에 모두는 매우 놀라워했다. 보통 네크로맨서, 아니 마법사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법적인 재료들과 매개체를 함부로 다른 마법사들에게 넘기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설사 비상사태라도 말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보통 마법사의 상식을 깼으니 놀라워하는 것도 당연했다. 모두들 거침없이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각기 언데드 분야에서도 다른 분야를 다루는지 모두 필요로 하는 매개체가 달랐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대부분이 나의 아공간에 있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꺼내주면서 물론 나중에 받아내겠다는 말을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내가 매개체를 비롯하여 갖가지 재료들을 나눠주는 사이, 어느새 황궁의 금지에 거의 다 왔는지 우리를 안내하던 기사가 멈추어 섰다. 확실히 황궁 전테에 영향을 주던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던 곳이라 그런 지 다른 곳과 비교하여 망령들이 뭉쳐 있는 것이 수와 질 등 모든 것이 엄청났다. 망령형 몬스터가 형성되지 않는 것 자체가 이상할 정도로 말이다. 나는 잠시 전진을 멈춘 일행에게 말했다. “모두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서 갑니다. 망령들이 뭉쳐 있는 것으로 보아 심상치 않습니다. 아시겠지만 망령들의 질도 상당히 높고요. 모두 자신이 소환할 수 있는 언데드 중에서 가장 컨트롤을 잘 할 자신이 있는 언데드로 소환하세요. 수도 자신의 정신력 아래에서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언데드로 소환하시고요. 자칫 잘못하면 망령들에게 육체를 제공하는 입장이 될 수 있으니까요. 지금부터는 네크로맨서들은 기사들이 호위합니다. 저를 제외한 벤마이오트님, 젯맨토님, 그리고 엡솔루트님은 삼대 공작님께서 호위를 맡아주십시오. 상급 네크로맨서 분들은 한 분당 세 명이 호위를 맡아주시고, 중급 네크로맨서 분들은 한 분당 다섯 명이 호위해 주십시오. 남는 소드 마스터 세 분과 기사 세 분은 상급 네크로맨서 분들과 중급 네크로맨서 분들을 오가면서 호위를 도와주십시오.” “저기 총지휘관님에게도 호위가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나의 말에 골드 글로리 나이츠의 단장이 나에게도 호위가 필요하지 않냐고 물어왔다. 이에 나는 그에게 살짝 웃어 보이며 말했다. “저에게 호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척! 척! 척! 척! 나의 말이 끝남과 함게 모습을 드러내는 본마스터들, 정통파 본마스터인 셰인, 플레임 본마스터 볼케이노, 프로스트 본마스터 프로스트, 베놈 본마스터 빌리, 브레이커 본마스터 우라노스, 랜서 본마스터 켈트, 메이지 본마스터 보를, 아쳐 본마스터 킬 등 오랜만에 모든 본마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주위 망령들은 이들의 기세에 밀려 스스로 밀려났다. 기사단장은 이들의 등장으로 인해 자신이 괜한 말을 한 것을 알고는 되돌아갔다. 나는 그 후 다른 이들을 바라보았다. 기사들의 표정에는 약간의 놀라움이 떠올라 있긴 했지만 내가 쳐다보자 곧 사라졌고, 3분의 공작님들은 매우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 그리고 엡솔루트 씨를 비롯한 네크로맨서들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경외였다. 물론 엡솔루트의 표정은 곧 호승심으로 바뀌어갔지만 말이다. “모두 어서 소환하세요. 언데드를 앞세워 전진합니다.” “아, 예!” 나의 말에 정신을 차린 네크로맨서들은 언데드를 소환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평범한 스켈레톤 나이트를, 어떤 이는 팔이 4개에 4개의 검을 사용하는 스켈레톤을 소환했다. 그 외에 다양한 종류의 다른 언데드를 소환했고, 나 역시 본마스터들만으로는 대처하지 못할지 모르는 만약의 사태를 위해서 아공간에서 마스터급 데스 나이트 다섯을 더 꺼내놓았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우리는 언데드들을 앞세워 황궁의 금지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점차 강해지는 망령들과 그 망령들이 내뿜는 한기와 사기. 만약 기사들끼리만 왔다면 이 한기와 사기로 인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후퇴하게 되었겠지만, 현재 구성원에는 이 한기와 사기를 누구보다도 친근하고 잘 다루는 네크로맨서들이 다수 있었기에 기사들의 전력을 온전히 보전하고 전진할 수 있었다. 키이이이! 그때였다! 갑자기 괴상한 울음소리가 들려온 것이! 그 괴상한 울음소리의 근원은 다름 아닌 앞서 나가고 있는 언데드 선두 그룹이었다. 눈에 마나를 집중하여 쳐다보니 선두 그룹의 언데드들은 전투를 벌이고 있었는데, 그것은 몬스터가 아닌 생물이었다. 이족 생물에 마치 뼈처럼 거대한 낫과 자이언트 맨티스의 팔 같은 앞발을 가지고 있었고, 등 뒤에는 숨구멍인지, 아니면 무엇인가를 발사하기 위한 것인지 모를 구멍이 10여 개 뚫려 있었다. 그런 괴상한 괴물. 그 괴물의 무리는 앞서 나가고 있는 언데드들을 향해서 자이언트 맨티스의 팔과 같은 팔을 휘두르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저건 도대체.......” “마물이네. 망령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으로 보아 하급 마물인 모양이군.” “그렇다면 이것으로 확실해졌군. 이 사건의 배후에는 흑마법사들이 있다는 것이.” 마물이라는 벤마이오트님의 말에 이이서 델리아드 공작님의 말씀에 모두의 얼굴에는 결의가 느껴졌다. 흑마법사들은 대륙의 공적이며 반드시 사라져야 할 이들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흑마법. 이것은 마족에게 제물을 바치고 계약을 맺어 마나 이외의 힘인 강력한 마력을 통해 마법을 시전하는 마법이다. 또한 마족과의 계약이란 이유뿐만 아니라 인간, 순결한 처녀와 청년 등의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행위로 인하여 대륙의 공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교육되어온 것이다. 그 흑마법을 나는 나쁘다고 생각하거나 적대하진 않았다. 나의 소중한 이들을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흑마법사들은 나의 적이 되었다. 그들이 꼭 나의 소중한 것들을 노리고 일을 벌인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벌인 일에 나의 소중한 이들이 말려들은 이상 그들은 나의 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적이 된 이상 나는 그들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잠시 후, 나는 주위를 살피며 모두에게 말했다. “언제 흑마법사들이 마법 공격을 해올지 모르니 경계하십시오.”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군.” “알겠네.” 우리는 현재 보통 망령들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원한과 힘을 가진 망령들을 헤치고 지나가고 있기에 상당히 주위가 산만하고 많은 정신력을 소모하고 있었다. 만약 이럴 때 흑마법사들의 공격을 받게 되면, 흑마법의 강력한 공격력으로 보았을 때 전멸할 수도 있기에 나는 주위를 경계했다. 앞으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수많은 하급 마물들과 망령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영혼조차 자유롭지 못한 이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대부분 미처 피하지 못한 황궁의 하인들이었고, 우리는 바쁜 와중에도 그들에게만은 안식을 내려주었다. 안식이라고 해보았자 그들의 시신이 더 이상 망령들에게 이용당하지 않도록 태우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물론 태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망령들이 가지는 원한으로 인한 냉기로 인해서 화염 계열의 마법 시전에 방해를 받았으니 말이다. 전진 속도는 느렸지만 우리는 착실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안으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망령들의 원한과 힘도 강해졌고, 내뿜어지는 한기도 강해져 네크로맨서들이 안으로 들어갈수록 버거워했지만 지금까지는 문제없었다. 키이이이! 캬아아아! 전방을 경계하며 언데드를 내세우고 나아가고 있을 때, 갑자기 땅속에서 무엇인가 솟아나왔다. 그것은 아까 처음에 나왔던 하급 마물의 2배인 거의 성인 남성과 비슷한 몸집을 지니고 있었고, 검회색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 마물의 몸에는 어떠한 털도 없었고, 얼굴은 흉측한 것이 어떠한 동물과도 유사한 것이 없어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캬아아아! 화르르르! 이름 모를 마물은 얼굴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모두 입이었는지 네 갈래로 갈라지면서 불을 내뿜었다. 하지만 그뿐. 불을 내뿜는 것과 땅에서 솟아나왔다는 것, 그리고 앞서 나온 마물의 몸집의 2배 이상 크다는 것 외에는 별 볼일 없는 마물이었다. 그 마물 역시 망령들에 의해서 몸을 빼앗긴 모양인지 단지 날뛰기만 했다. 그렇게 우리가 천천히 전진하는 동안 수많은 하급 마물들이 나타났고, 우리는 그때마다 하급 마물이 처리될 동안 멈추는 수밖에 없었다. “이거 마치 시간을 끄는 것 같잖아.” “끄는 것 같은 게 아니라, 끄는 것이 확실하네.” 나의 말에 델리아드 공작님이 대답해주셨다. 그리고 보니 델리아드 공작님은 한스 씨와 만났던 모양인지 다른 두 분의 공작남과 골드 글로리 나이츠와 함께 왔을 때부터 가끔씩 쳐다보고 계셨다. 아무래도 한스 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셨던 모양이다. 과연 어떠한 이야기를 나누셨을지는 알 수 없지만, 나를 그렇게 곱게 보시지는 않은 것 같았다. 확실히 자신의 친구가 원했다고 하더라도 친구를 데스 나이트로 만든 사람을 좋아하려 해도 좋아할 수 없겠지. “어떻게 하겠나?” “예, 예?”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네. 이대로 그들의 의도대로 시간을 두고 전진할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공격을 감수하고 빠르게 나아갈 것인지 말이네.” “한스 군, 나는 아무래도 빨리 나아가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네. 어느 정도 희생은 따르겠지만 이렇게 미적거리다가는 그들이 벌이는 일에 의해서 더 큰 희생을 필요로 하게 될지 모르네.” “전력을 보존하는 것도 좋지만 나는 벤마이오트의 말대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네.” 내가 딴 생각을 하는 동안 델리아드 공작님은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각오하고 나아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말하셨던 모양이다. 이어 이런 위급 상황에 딴 생각을 한 나를 못마땅해 하며 델리아드 공작님은 말을 계속하셨고, 이후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셨다. 확실히 흑마법사들의 어떠한 일을 벌이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시간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주위에는 보통 망령도 아닌 상당한 힘과 원한을 지닌 망령들이 우글우글하였고, 우리의 전진을 막기 위해서 흑마법사들이 마물을 불러내고 있었다. 만약 우리가 빠르게 전진한다면 흑마법사들이 직접 나서게 될 것이고, 어느 정도의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죽는 사람도 나올지도 모른다. 이번 작전에 투입된 모두는 나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방법은 그것밖에 없잖아. “지금부터 전력을 다해서 질주합니다. 마법사분들은 기사 분들의 등에 업혀서 이동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기사 분들은 마법사분들을 업은 기사 분을 보호해주시고, 마법사 분들은 흑마법사들의 공격에 대비하여 대응마법을 준비해주십시오.” “예!” 나의 말에 따라 기사들은 마법사들을 업기 시작했고, 나 역시 본마스터 셰인의 등에 업혔다. 모두가 업히고 나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상태에서 소리쳤다. “지금부터 전력을 다해서 돌진합니다. 뒤처지는 이들은 어떻게든 스스로 살아남으십시오. 그럼 갑니다!” 팍! 황궁의 금지의 중앙, 더 레스트 오브 소울의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는 홀. 각종 마법 트랩과 드워프를 초청하여 만든 기관식 함정까지 설치되어 있던 홀은 지금 완전히 파괴되어 활동을 완전히 멈춘 상태였다. 그리고 최후의 보루로 세워놓았던 가디언, 제국에서 상당한 자금을 투자하여 만든 항마력을 지닌 미스릴 고렘은 토막이나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과연 이와 같은 일을 단 한 사람, 아니 한 존재가 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만큼 홀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그런 홀의 중앙, 더 레스트 오브 소울의 중앙 마법진이 설치된 곳에는 홀을 만신창이로 만든 존재가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가 어째서 그 자리를 뜨지 않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존재는 지금 희열에 젖어 있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그때, 홀에 또 다른 인물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는 우람하고 건장한 몸으로, 마치 터질 듯한 근육을 갖고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브론즈 토너먼트를 통해서 16강에 들었던 이, 권사로 알려진 펠이었다. 그가 바로 이 홀에 나타나 홀을 파괴한 존재에게 주인이라고 부른 것이다. 펠의 주인이라 불린 이의 희열에 젖어 있던 얼굴은 펠의 등장으로 방해 받은 것이 화가 나는지 짜증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얼굴은 다시 희열에 젖어갔다. [왜? 펠, 내가 방해하지 말라고 했잖아.]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보고드릴 것이 있었기에......] [그래? 무슨 보고?] [감히 주인님의 일을 방해하려는 인간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제가 인간들을 시켜 막도록 하고 있지만, 그들의 실력이 대단한지라.] 스스스스스! 꺄아아아악! 키이이이이! 펠의 말이 끝나자마자 희열에 젖어 있던 이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고, 그의 몸으로부터 무시 못할 어둡고 침침한, 그렇지만 탁하지 않은,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아이와 같은 어둠의 마력이 내뿜어졌다. 그가 내뿜은 마력으로 인해서 주위를 배회하던 망령들은 발버둥 쳤고, 어떤 망령은 소멸했다. 홀의 중앙에 위치하여 가장 강력한 힘과 원한을 가진 망령들이 고작 내뿜은 마력에 의해서 말이다. 덜덜덜. 내뿜어진 마력의 영향을 받은 것은 망령들뿐만이 아니었다. 스스로를 종으로 낮춘 이, 펠도 역시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는 주인이 어째서 분노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자신의 주인의 아버지가 권력과 소유욕, 야망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것처럼, 자신의 주인이 재미와 쾌락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것을 펠은 알고 있었다. 재미와 쾌락, 즐겁다는 것에서는 같을지 모르지만 두 말은 전혀 다르다. 재미는 순수하게 즐길 뿐이지만, 재미와는 다른 것이다. 순수한 재미와 끝을 모르는 욕망을 만족시키는 즐거움이 쾌락에 집착하는 자신의 주인. 펠은 알고 있었다. 순수하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지금 자신의 주인은 그렇기 때문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재미를, 쾌락을 즐기는 것을 방해하려는 존재가 있다는 것에 말이다. 우우웅! 그때였다. 갑자기 주위의 공기를 흔드는 공명음이 들린 것이. 이 공명음이 들려옴과 함께 펠은 자신의 주인으로부터 내뿜어진 마력이 거두어진 것을 눈치 챌 수 있었고, 주인의 얼굴이 보다 큰 희열에 젖어 있을 것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그런 펠의 예상처럼 그의 얼굴은 전보다 큰 희열로 인해 붉어질 정도였다. 만약 평범한 거라고 다른 사람들이 보았다면, 그가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이제 조금, 조금만 더 있으면 돼. 하아. 하아.] [........] [펠.] [예, 주인님.] [그 인간들과 조금 놀아주도록 해. 그렇다고 죽이진 말고 천천히 이곳으로 끌어들여.] [이곳으로... 말입니까?] [응.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끝나거든. 과연 인간들이 녀석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졌어.] [모든 일은 주인님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그럼 물러나겠습니다.] [응, 수고해.] 펠은 주인의 명을 수행하기 위해 가기 전에 고개를 들어 자신의 주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시선을 올려 홀의 천장을, 정확히 홀의 공중에 떠 있는 그것을 쳐다보았다. 완성된 종족의 심장. 완성된 종족으로 태어났으나 미완성도 완성되지도 못한 이의 심장을 말이다. 과연 저것을 보고 인간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펠도 자신의 주인과 마찬가지로 궁금해졌다. 절망에 어린 표정일지, 아니면 희망을 가지고 싸우고자 하는 결의 어린 표정일지 말이다. 그렇게 잠시 동안 완성된 종족으로 태어났으나 미완성도 완성도 되지 못한 이의 심장을 바라보던 펠은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자신에게 내려진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 “소울 프리즌! 소을 스트라이크!” 키키키키키! 꺄아아아악! 콰콰콰콰쾅! 나는 주위의 존재하는 망령들을 내 지배 아래 넣어 망령을 이용하여 마법을 시전하는 소울 프리즌으로 마물이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소울 스트라이크를 시전했다. 전진하는 속력을 높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마물들. 지금까지 망령들에게 지배당할 정도로 약한 하급 마물이 아닌, 망령들에게 지배를 당하지 않고 싸울 수 있을 정도의 마물이 등장했다. 그 마물들은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각기 이상한 능력, 불을 내뿜거나 주위를 얼려버리고, 전기를 내뿜고, 독 연기를 몸에 두르고 있는 녀석들까지, 이런 녀석들이 조합되어 있으니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물론 그런 녀석들은 본마스터들이 알아서 속성에 맞추어 처리하지만 진짜로 골치하픈 녀석이 있었다. 바로 내가 방금 전에 처리한 녀석 말이다. 소울 스트라이크는 영혼으로, 망령을 이용한 공격마법이지만 방금 전처럼 강력한 폭발력을 동반한 공격마법은 아니다. 그렇다. 정작 그렇게 굉장한 폭발을 일으킨 녀석은 소울 스트라이크의 공격을 받은 마물 녀석이라는 것이다. 그 녀석의 모습은 거의 고블린과 유사했지만, 지능과 몸놀림은 고블린과 비교도 되지 않았다. 거기에 무기도 사용할 줄 알았고, 도망칠 줄도 아는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이유는 바로 그 녀석의 몸에 흐르는 피가 강한 폭발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걸어 다니는 폭탄이라고 할까. 처음 그 녀석으로 인해서 소드 마스터인 공작님들 중 자연의 프리아노스 공작님은 목숨을 잃을 뻔했지만 곁에 붙어 있던 프로스트가 냉기를 뿜어 공작님과 자신을 보호하여 치명적인 부상은 면할 수 있었다. 그 이후 플레임 본마스터인 볼케이노와 화 속성의 완성된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프리아노스 공작님은 전방에서 공격하는 인원에서 제외되었다. 그 폭발하는 녀석들이 한 번에 나타나면 문제는 없겠지만, 여러 마물과 섞여서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볼케이노와 프리아노스 공작님은 전장에 세워둘 수 없었다. [제길! 썩을 놈의 폭탄 녀석들!] “제길!!!” 불같은 성격을 지닌 둘이 전방이 아닌 후방에서 방어만 하고 있으니 성격에 맞지 않는지, 두은 쉬지도 않고 그 폭발하는 마물을 씹어대고 있었다. 구우우우! [마스터!] 갑자기 나를 부르는 본마스터들의 목소리에 왜 그러는지 고개를 돌렸을 때 내 눈앞에 거대한 검은 구, 거의 나의 상반신만 한 검은색 구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대로 맞게 된다면 죽음, 죽는 것이었다. 한순간의 방심이 죽음을 부른 것이다. 사람은 죽기 전에 주마등이란 것을 경험한다고 했던가. 그것은 진정 사실이었다. 점차 시간을 거슬러가는 기억들. 그러고도 시간이 남는지 나는 나도 모르게 검은색 구가 어떠한 힘인지 파악하게 되었고, 그것이 다름 아닌 마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흑마법의 강력한 파괴력의 근원인 마력. 그 마력은 순수하게 탄환을 만들어 쏘아 보내는 것만으로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다. 그 강력한 마력탄이 거의 나의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으랏차!] 부웅! 쾅! 거의 내 눈앞까지 다가온 마력탄을 공을 치듯이 위로 쳐올린 흰색의 무엇인가가 일으킨 풍압에 의해서 얼굴에 약간의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그 덕분에 나는 목숨을 건졌다. 나는 마물에 의해서 공각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겨우 목숨을 건졌다는 안도감에 말이다. 하지만 곧 얼굴에 난 상처의 통증으로 인해 정신을 차리고는 마력탄을 거두어낸 흰색의 무엇인가가 어떤 것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마스터, 괜찮수?] “으, 응.” 그 흰색의 무엇인가는 다름 아닌 브레이커 본마스터, 우리노스의 해머였던 것이다.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우라노스가 그 거대한 해머로 마력탄을 쳐낸 것이다. “괜찮은가? 한스 군!” “괘, 괜찮습니다.” 나와 가장 근처에 계시던 벤마이오트님은 쓰러져 있는 나에게 달려오시며 괜찮은지 물어오셨다. 분명 100퍼센트 죽는 상황이었건만 나는 겨우 우라노스 덕분에 살아남은 것이다. 주위의 모든 기사들과 마법사들도 아까 그 상황을 보았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몸을 일으킨 뒤에 나는 그 마력탄을 쏘아 보낸 이를 찾기 위해서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주위를 살폈고, 그때 우라노스가 한곳에 시선을 멈추고 살펴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우라노스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강력한 힘과 원한을 가진 망령들이 가득하고 중급 마물들이 우글거리는 곳에 사람이 혼자 서 있는 것이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그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급 마족이지만 마계에 본체를 두지 않고 본체 자체를 가지고 현실에 나타난 마족 도플을 상대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완벽하게 인간의 모습으로 마족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망령들과 마물들이 감히 접근하지 못하는 것과 나의 목숨을 앗아갈 뻔했던 마력탄의 크기와 힘을 보면 마족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이거 오랜만에 제대로 몸 좀 풀겠는걸. 마스터, 저놈 내가 상대해도 되지?] 혼자서 마족을 상대하겠다는 우라노스를 보며 조금 어이가 없긴 했지만, 상대를 보니 우라노스가 관심을 가질 만한 상대였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라노스가 싸우겠다는 마족으로 추정, 아니 확신되는 그는 여러 번 본 적이 있는 이였다. 우람한 몸집과 마치 갑옷과 같은 근육으로 전신을 감싼 이이자 브론즈 토너먼트 8강 진출자. 바로 펠이라는 자였다. 그의 등장과 동시에 전투는 소강상태에 들어갔고, 어느 사이엔가 공작님들을 비롯해 모두가 모여들어 있었다. 모두가 나를 중심으로 모여든 이유는 단지 펠의 등장 때문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이들, 바로 흑마법사들의 등장 때문이었다. 검은색 로브를 입고 그 로브에 뿔이 4개 달린 악마가 아이의 목으로부터 흘러내린 피를 잔에 받고 있는 문장이 새겨져 있었고, 그 문장과 그들이 내뿜는 마력으로 인해 그들이 흑마법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드디어 흑마법사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다수의 흑마법사들에 의해서 포위된 상태. 정예 멤버로 구성된 우리들이라고는 하지만 사방에서 흑마법으로 공격해온다면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공격해오지 않고 그저 마력을 내뿜으며 위협만 하고 있었다. 그때, 우리들을 포위한 마물들을 헤치며 펠이 우리를 향해서 걸어오다 약 3미터 정도 남겨둔 거리에서 멈추어 섰다. [오랜만이군.] “그렇군요. 오랜만이군요.” [호~오, 내가 기억나나?] “아닙니다. 저는 여전히 당신이 누군지 모르고 있습니다. 그저 실제로 오랜만에 보기에 오랜만에 본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그거 아쉽군.] 그는 진정 나의 말에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주 오래전에 만난 적 있는 것 같은 눈빛을 지닌 자, 펠. 그가 설마 마족이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어째서 마족인 그에게 예전에 보았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나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지금 이 상황이 왠지 익숙하지 않나?] “전혀요.” [그래? 이 정도로 말해줬는데 생각해내지 못하다니. 하긴 그때는 내가 워낙 한심했으니까. 좋아! 기억나게 해주지. 거기 흰색 덩치, 나와 한판 붙지 않겠나?] [뭐? 나와 한판 붙자고? 나야 좋지! 너라면 싸울 맛이 나겠어! 마스터! 괜찮지?] [색만 다르지, 그 녀석들과 성격은 똑같군.] 마치 자신을 기억해내라고 강요하듯이 조금씩 힌트를 주는 펠.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익숙하지 않냐고? 그렇다는 말은 예전에 지금과 같이 내가 포위된 상황이 있었다는 말인데. [마스터!! 싸워도 돼? 안 돼?] “싸우는 것은 상관없지만 저들이......” [저들이라면 나서지 않을 거다. 그쪽에서 나서지 않는다면.] [좋았어! 완전히 묵사발을 만들어주지!] [크크크. 과연 묵사발이 되는 것은 누구일까.]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우라노스는 거대한 해머를 내려두고 앞으로 나아갔고, 우리는 뒤로 물러섰다. 해머를 두고 간 이유는 펠이 빈손이었기 때문인 듯했다. 우라노스가 바라는 것은 아마도 순수한 근력을 이용한 싸움인 듯했고, 펠 역시 마찬가지인 듯했다. 나는 그런 둘을 보며 주위를 살폈다. 마족인 펠이 원해 대결구도로 갔지만, 만약 그 상태에서 우리를 포위한 흑마법사들이 마법 공격을 감행했다면 우리들이 방어마법을 펼친다 하더라도 멀쩡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펠은 대결을 신청했고, 흑마법사들은 그것을 전혀 저지하지 않았다. 쾅! 그때 귀를 울리는 폭발음!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마족인 펠과 본마스터인 우라노스가 말이다. 둘이 내뿜는 투기는 정말 대단했다. 둘의 투기는 마치 그들의 성격을 반영하듯이 거침이 없었고 흉폭했다. 쾅! 쾅! 쾅! 주먹이 서로 부딪치는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굉음. 폭발음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다름 아닌 펠과 우라노스의 주먹이 부딪치는 소리였던 것이다. [크하하하! 좋아! 좋아! 어디 한번 끝까지 해보자고!] 둘은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우라노스는 뭐가 그리 좋은지 그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고, 펠 또한 우라노스의 주먹을 피하지 않고 맞부딪쳤다. 콰콰콰쾅! 콰콰콰쾅! 두 사람은 어느 순간 자리에 못 박힌 듯이 가만히 서서 주먹을 주고받았고, 주먹을 충돌음과 주먹에 담긴 힘이 그들이 싸우는 곳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대결하는 사이에 펠은 힘을 끌어올렸는지 검은 빛이 몸을 감쌌고, 우라노스도 힘을 끌어올렸는지 흰빛이 몸을 감쌌다. “자네... 저 녀석 분명 언데드 맞나?” “대, 대단하군! 저것이 만들어진 언데드라니!” “설마 이번에도 스승님에게 물려받았다고 변명할 생각은 하지 말게.” 우라노스와 펠의 대결을 보며 나는 또다시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특히 네크로맨서들에게 말이다. 나도 본마스터인 우라노스가 저렇게 강한지는 몰랐다. 그저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였을 줄이야. 다른 본마스터를 쳐다보니 그동안 내가 생각 이상으로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쾅! 파악! 다시 강한 충돌음과 함께 둘은 뒤로 동시에 물러섰다. [형씨! 제법인데!] [크윽! 역시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는 너를 박살내는 것은 무리인 것 같군. 보여주지! 나의 본 모습을!] 마족이 본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은 전력을 다한다는 말! 지금보다 더욱 강해진다는 말이었다. 나는 숨을 죽이고 쳐다보고만 있었다. 이 대결은 우라노스와 펠의 대결. 나는 우라노스를 믿기로 했다. 마력을 끌어올리는 펠. 점차 몸을 감싸는 마력과 그의 전신에서 돋아난 힘줄! 아직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그 모습은 보기 좋지 않았다. 우우웅! 펠이 끌어올린 마력으로 대기가 흔들리고 있었다. [펠! 거기까지 해. 내가 놀아주라고만 했잖아. 그러면 못써.] 펠의 마력이 절정으로 치솟을 때, 갑자기 한 존재가 나타나 펠의 몸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펠의 마력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는 이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절정으로까지 치솟은 마력에 아무렇지 않게 옆에 나타난 것도 놀라운데 마력을 흩어버리기까지 하다니! [주인님을 뵙습니다.] “위대하신 분을 뵙습니다.” 주인님! 마족 펠의 주인! 그렇다는 말은 마족이라는 소리! 그것도 펠보다 상위 마족이라는 소리였다. 이 자리에 위치한 흑마법사들조차 그를 경배하듯이 무릎을 꿇고 일제히 소리쳤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돈 많은 귀족집 자제 같고 순수하게 자라난 것 같은 외모를 가진 이가 바로 이번 일의 원흉일지도 모르는 이였다. [안녕. 이렇게 말을 거는 건 처음이지. 지난번보다 강해졌는데. 재미있어. 킥!] “.......” [뭐야, 그 반응은? 재미없게. 재미없는 건 죄악이라고.] 나의 반응에 재미없다고 하는 소년, 아니 청년은 재미없는 것은 죄악이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뭐, 이제 곧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질 테니까. 그럼 지켜보고 있을 테니 활약해주길 바란다. 자! 가라, 완성된 종족으로 태어났으나 미완성도 되지 못한 이여! 그럼 난 갈게!] “가긴 어딜 가느냐!” 쉭! 팍! “허억!” [이러면 곤란해. 그리고 너는 재미없어! 하지만 봐줄게, 킥!] 앞으로 달려가다 불타오르는 듯한 화염의 완성된 오러 블레이드가 맺힌 검을 펠의 주인을 향해서 휘두른 프리아노스 공작님. 하지만 프리아노스 공작님의 검은 마치 목검처럼 펠의 주인의 손에 잡혔다. 너무도 간단하게 말이다. 그 후, 그는 그대로 프리아노스 공작남의 멱살을 잡고는 우리에게 내던졌다. 그리고는 마치 순간이동을 하듯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사라진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흑마법사와 펠 또한 그가 사라짐과 함께 사라졌던 것이다. 키키키키! 캬캬캬캬! 크크크크! 꺄아아아! 그때 갑자기 엄청난 수의 망령들이 우리를 덮치고 지나갔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나는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꼈다. 엄청난 수의 망령. 이 망령들은 그저 우리를 덮치고 지나갈 뿐이었다. 우리를 공격한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불안감이 느껴져 우리를 지나가는 망령들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하늘에 떠 있는 수천, 수만의 망령을! 망령들은 한데 모여 어떠한 것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뭉치지 않고 스스로 망령형 몬스터가 되지 않고 있던 망령들이 말이다. 망령들이 어째서 갑자기 뭉치기 시작한 것일까? 촤아아아! 갑자기 망령들 중에서 나타난 붉은 빛! 피와 같은 붉은빛은 나의 불안감을 가중시켰지만 나는 그 붉은빛의 근원을 알기 위해서 마나를 눈에 집중하고 보았다. 마나로 인해서 강화된 눈 덕분에 나는 볼 수 있었다. 망령들의 중심의, 피와 같은 붉은빛의 근원을. 그것은 다름 아닌 드래곤 하트였다. -[뭐, 이제 곧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질 테니까. 그럼 지켜보고 있을 테니 활약해주길 바란다. 자! 가라, 완성된 종족으로 태어났으나 미완성도 되지 못한 이여! 그럼 난 갈게!]- 갑자기 이 말이 왜 생각나는 것일까. 완성된 종족으로 태어났으나 미완성도 완성도 되지 못한 이. 나는 이 말에 불안감을 느꼈고 그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크아아아! 한데 뭉쳐진 망령들! 붉은빛에 의해서 하나 된 망령들은 점차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너무도 위험한 것. 있어서는 안 되는 것. 그것은 지상 최강의 종족으로서의 자부심을 짓밟는 것. 하지만 이것은 현실이었다. [죽이리라! 죽이리라! 모든 인간을 죽이리라!] 크아아아아! 지상 최강의 종족으로서 소드 마스터의 완성된 오러 블레이드만이 베어낼 수 있는 비늘 대신 망령들로 이루어진 허상의 비늘과 한 번 발 구름으로 땅을 뒤흔드는 육체 대신 망령들로 이루어진 허상의 육체. 오랜 세월을 살아가며 현자 이상의 지식을 갖추는 머리 대신 망령들로 이루어진 허상의 머리를 가진 존재. 사상 최강 최악의 언데드. 그것이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나는 그 이름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곧 그 이름은 내 주위의 어떠한 입을 통해서 나의 귀로 들려왔다. “고, 고스트 드래곤(Ghost Dragon).” 수천, 수만의 망령을 육체로 삼아 나타난 존재. 그것은 최강이자 최악의 언데드, 고스트 드래곤이었다. <5권 끝> ========================================================================== [커넥션 6권] blog.naver.com/hbyoon1209(불펌금지!) 오타는 그냥 넘어가 주십시오.. ---------------------------------------- 드래곤(Dragon). 인간에게는 무한에 가까운 시간이라 해도 좋은 장장 1만 년이란 수명을 가지고 있고, 5백 년간의 해츨링 시간을 거쳐 성룡(成龍)이 되며, 1천 살에 완전한 성인 드래곤인 웜급 드래곤이 되고, 그의 5배인 5천 년의 세월을 살아간 뒤에 그 세월에 걸맞게 에이션트(Ancient) 드래곤이라 불리게 되는 중간계 최강의 종족. 그것이 바로 드래곤이다. 내가 보았던 소설 중에 드래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에서는 각 등급인 성룡과 웜급 드리곤, 그리고 에이션트 드래곤의 마나를 이렇게 비유했다. 성룡의 마나가 호수라면 웜급 드래곤의 마나는 강과 같고, 에이션트 드래곤의 마나는 바다와 같다고 말이다. 그만큼 드래곤이란 종족은 엄청난 종족이다. 이런 최강의 종족인 드래곤의 망령으로 만들어지는, 아니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어왔던 최강이자 최악의 언데드, 고스트 드래곤이 지금 나의 눈앞에 있다. 고스트 드래곤, 단어의 뜻 그래도 유령 용일나 뜻이다. 고스트 드래곤은 지금까지, 아니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상상 속의 네크로맨서들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해왔다. 본 드래곤(Bone Dragon)과 좀비 드래곤 처럼 드래곤의 시체로 만들어지는 언데드도 있을 것이라는 네크로맨서들의 상상으로 말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상으로만 취급 받아왔다. 여러 번 말했지만, 드래곤이란 종족은 중간계 최강의 종족이다. 성룡만 되어도 인간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마나량과 그 마나로부터 비롯된 힘을 지니게 되는 종족이 드래곤인 것이다. 그런 드래곤이 사냥당하는 것을 극히 드문 일이고, 대부분이 성룡이거나 갓 웜급에 오른 드래곤이 대부분이다. 드래곤들은 극히 개인적이다. 부모 사이의 드래곤조차 해츨링 시적 이외에는 크게 서로 관여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일들은 자존심도 무척 세다. 만약 자신의 동족이 사냥을 당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자신의 동족이 미천한 하등종족들보다 약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한심해할 정도다. 이 강한 자존심은 사냥당하는 드래곤도 알고 있다. 지상 최강의 종족인 드래곤, 그런 드래곤이 설마 평소에 발톱의 때만도 못하게 여기던 하등종족인 인간이나 유사종족에게 사냥당하는 당사자라 하더라도 말이다. 보통 누군가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면, 인간이란 종족은 처음에는 살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짐과 동시에 목숨을 노리는 대상에게 증오를 느끼게 된다. 그렇다. 원한! 복수심을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자존심이 강한 드래곤은 그렇지 않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지상 최강의 종족인 드래곤은 자신이 늘 하찮게 여기던 하등종족에게 목숨을 잃게 되더라도, 절대로 원한을 가지지 않는다. 바로 자존심 때문에 말이다. 지상 최가으이 종족으로서의 자존심을 지니고 있는 드래곤은, 설사 자신이 사냥을 당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자신이 약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원한을 품지는 않는다. 이것은 이미 예전에 보았던 책에 기록되어 있는 사실이다. 이렇게 지상 최강종족으로서의 자존심 때문에 원한을 가지지 않다보니, 드래곤의 영혼이 원령이나 망령이 될 리가 없다. 이에 고스트 드래곤은 항상 네크로맨서들 사이에서 상상의 언데드, 그러면서도 최강이자 최악의 언데드라 기억되고 있었다. 고스트 드래곤이 최강이자 최악의 언데드인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일단 중간계 최강의 종족인 드래곤의 망령으로 만들어졌고, 중간계 최강의 종족이란 자부심에서 비롯된 강한 자존심을 가진 드래곤이 원한을 품어 망령, 혹은 원령이 되었으니 그 한은 얼마나 엄청나겠는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그렇기에 고스트 드래곤이 최강이자 최악의 언데드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최강이자 최악의 언데드인 고스트 드래곤이 지금 우리들의 눈앞에 있는 것이다. [죽이리라! 죽이리라! 모든 인간을 죽이리라!] 크아아아아! 네크로맨서들 사이에서 상상의 언데드로 기억되고 있던, 최강이자 최악의 언데드의 원한의 대상은 불행히도 내가 속한 종족인 인간인것 같았다. 도대체 저 드래곤을 어떻게 죽였기에 원한을 품고 망령이되게 만들었는지, 저 드래곤을 사냥한 당사자들이 궁금해졌다. 고스트 드래곤의 몸을 이루는 수천, 수만의 망령들. 이 고스트 드래곤 덕분에 지금 황궁을 떠돌며 각가지 소란을 일으키던 망령들은 모조로 사라졌다. 그 많던 망령ㄷ르이 모두 고스트 드래곤의 지배 아래에 들어가 녀석의 몸을 이룬 것이다. "지금 넋을 잃고 있을 때인가! 모두 정신 차리게!"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고스트 드래곤의 등장으로 넋을 잃고 하늘을 쳐다보던 나는, 델리아드 공작임을 비롯한 다른 두 공작임과 골드 글로리 나이츠는 고스트 드래곤의 등장에 나와 마찬가지로 놀라워하긴 했지만, 보다 빨리 정신을 차렸는지 매우 다급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지휘관인 나를 주시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 공작님들을 비롯한 기사드로가는 다르게 공작임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 등 네크로매넛들은 모두 아직도 경이롭다는 표정으로 하늘에 떠 있는 고스트 드래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전만 해도 저들과 같은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는 사실에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완전 무방비. 저들의 상태가 딱 그랬기 때문이다. 만약 저 상태에서 누군가가 공격해왔다면 죽거나 치명상을 면치 못햇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 공격 대상이 고스트 드래곤이었다면 두말알 필요도 없고 말이다. 잠시 주변의 일행들을 살펴본 나는 다시 고개를 올려 고스트 드래곤을 살펴보았다. [죽이리라! 죽이리라! 모든 인간을 죽이리라!] 크아아아아! 하늘에서 원한이 가득한 외침과 함께 울부짖고 있는 고스트 드래곤. 하지만 계속 울부짖으며 공중에 떠 있는 것이 다였다. 현재까지는 말이다. 아무래도 녀석의 몸을 이루는 망령들을 고스트 드래곤의 영혼이 완전히 지배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되었다. 아무리 드래곤의 영혼이라 할지라도 수천, 수만의 망령들을 지배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테니 말이다. 나는 잠시 고스트 드래곤의 상태를 살펴본 뒤에 다시 일행들을 쳐다보았다. 네크로맨서들은 아직도 경이롭다는 표정으로 고스트 드래곤을 쳐다보았고, 기사들은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모두들! 정신을 차리세요!" "응? 아! 흠흠." "미안하네. 흠흠." 내가 마나까지 실어 크게 외치자, 네크로맨서들은 곧 정신을 차리고는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여전히 녀석들로부터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따. 단지 그들의 표정이, 경이롭다는 것에서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어떻게 할 건가, 한스 군." "임무는 실패한 것 같으니, 일단 물러서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보게! 그래도 중앙의 마법진이 있는 곳까지는 가봐야 하지 않겠나? 혹시 잔당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데." "아마 잔당은 없을 겁니다. 고스트 드래곤이 나타난 이상 말입니다." " 그렇지만 프리아노스, 이 친구 말대로 가봐야 하지 않겠나. 중앙의 마법진도 혹시 모르니 확인해봐야 하고." "맞네, 맞아." 잔다잉 남아 있을지도 모르니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는 곳까지 가봐야 하지 않겠냐는 프리아노스 공작님의 말을 거드시는 위즈덤 공작님의 말에, 프리아노스 공작님은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셨다. "중앙의 마법진은 확인할 필요 없을 겁니다. 더 이상 구동하고 있지 않을 테니까요." "그걸 어떻게 아나?" "저 하늘을 보십시오." "하늘? 아!!!" 하늘을 보라는 나의 말에, 위즈덤 공작님은 이제야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셨다. 하지만 그런 위즈덤 공작님과 다르게 프리아노스 공작님은 하늘을 쳐다보며 뭐가 뭔지 모르겟따는 듯이 어리둥절해하고 계셨다. 그런 프리아노스 공작임을 보며 위즈덤 공작님은 혀를 차시더니 차근차근 설명을 하기 시작하셨다. "쯧쯧쯧. 이 친구야. 아직도 모르겠나. 저 위에 떠 있는 고스트 드래곤을 보고 말이네." "그야 그래곤 본. 그것을 검을 만들면 명검이 나오지 않나." "그래. 드래곤 본도 생각나지만, 제일 먼저 생각나느 것을 손꼽으라면 드래곤 하트 아닌가." "드래곤 하트? 아!" "쯧쯨. 이제야 알겠는가." 위즈덤 공작님이 드래곤 하트를 언급하시자마자, 프리아노스 공작님은 그제야 알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셧다. 즉, 하늘에 떠 있는 고스트 드래곤 때문에 마법진을 확인할 필요사 없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아라, 고스트 드래곤의 몸을 이루는 망령들이 무엇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는지 말이다. 그렇다. 망령들은 드래곤의 마나와 근원인 S급 마나석인 드래곤 하트를 중심으로 모여든 것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넓은 황궁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마볍진의 에너지원이 되고 몇백 년동안 유지시킬 만한 것이 무엇인가. 결국 답은 하나! 바로 드래곤 하트인 것이다. 결국 나는 하늘에 떠 있는 고스트 드래곤의 드래곤 하트와 마법진의 에너지원인 드래곤 하트가 동일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는 위즈덤 공작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기에 마볍진을 확인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위즈덤 공작님의 설명 덕분에 우리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전력을 다해서 이곳을 벗어나기로 했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황궁에서 대피한 상태이니, 이곳에 계속 남아 있다가는 고스트 드래곤의 첫 희생양이 될지도 모른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예?" "자네는 저 고스트 드래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말일세." 이동하는 도중에 델리아드 공작님의 뜬금없는 질문에 조금 당황스러웠던 나는 생각하고 있떤 그래도 대답하였다. "최강이자 최악의 언데드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똑같은 대답이군." 델리아드 공작님은 나에게 묻기 전에 이미 고스트 드래곤에 대해서 다른 네크로맨서들에게 물어보셨나 보다. 그리고 모두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에 떠 있는 고스트 드래곤을 쳐다보았다. [죽이리라! 죽이리라! 모든 인간을 죽이리라!] 크아아아아아! 아까부터 반복적으로 외치고 있는 고스트 드래곤. 그러나 그 이외에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점차 몸을 이루는 망령들을 지배하기 시작했는지 몸의 윤관이 보다 뿌렸해졌고, 망령들이 내뿜는 한기로 인해서 고스트 드래곤의 주변에 안개가 형성되고 있었다. 그외에는 변한 것이 없었다. 나는 지금 당장 공격할까 하다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만약 지금 공격한다면 녀석은 무방비 상태에서 모두 받아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녀석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 현재 고스트 드래곤은 수천, 수만의 망령들로 몸을 만들고 있다. 이에 그 망령들이 완전히 녀석의 지배 아래로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공격을 받는다면 모두 직격으로 맞긴 하겠지만, 그 공격으로 인해서 당하는 것은 고스트 드래곤의 지배 아래에 놓이지 못한 녀석을이 대부분일 것이고, 녀석들이 사라지게 되면 그 지배력을 다른 곳에 투입하여 육체를 만드는 것이 보다 빨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둘 수도 없었따. 만약 수천, 수만의 망령을 모두 지배하여 육체를 만들게 된다면, 그 육체 역시 엄청날 테니 말이다. 황궁을 빠져나가는 동안 우리는 죽어 있는 마물을의 시체와 마물들에게 당하거나 망령들에게 육체를 빼았겨 죽은 자들의 시체를 볼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의 시체로 뒤덮인 황궁을 지켜보던 도중 나는, 델리아드 공작님을 비롯해 다른 두 분의 공작님들과 시가들의 팔이 떨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로시아 제국의 중심인 황궁이 유린당한 것에 대해서 말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그리고 그 모습을 다른 네크로맨서들고 보고 잇었다. 이후 우리들은 아무 말 없이 기사드로가 함께 묵묵히 걸어 나갈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금지에서 나와 다른 이들이 대피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도중, 이상하게도 아무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에 우리는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지금까지 하늘에서 수천, 수만의 망령들을 지배하여 육체를 만들이 위해서 가만히 공중에 떠서 소름끼치는 외침만을 반복하던 고스트 드래곤이 마침내 움직이니 시작했다! [죽어라! 인간!!] 크아아아! "이, 이런!" 설마 이렇게 금방 움직일 줄 몰랐던 우리는 너무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따. 고스트 드래곤은 생전의 드래곤이란 것을 잊지 않았다는 듯이 입을 크게 벌리며 내뱉고 있었다. 그건은 브레스, 고스트 드래곤의 브레스였다. 숨을 들이켜는 과정도 없었다. 그저 입을 열었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입으로부터 강하게 내뿜에지고 있었다. 캬캬캬캬! 죽어!죽어! 크크크크! 부서져버려!! 꺄아아악!싫어!싫어! "아....." "실드!" "배리어!" "파이어 실드!" "아쿠아 실드!" 고스트 드래곤의 외침에, 나도 모르게 방어마법의 시전어를 크게 내뱉었다. 뒤이어 모든 네크로맨서들도 최대한 빠른 속도로 방어마법을 시전하였다. 그것을 보고 나느 그제야 알 수 있었다. 고스트 드래곤의 입우로 부터 나온 브레스의 중심에 우리가 서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 이런! 나는 최대한 나에게 종속되어 있는 망령들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 주문도 없이 곧바로 다시 시전어를 외쳤다. "스피릿 실드!" 나의 의지에 따라 망령들은 실드의 가장 안쪽에 자리 잡았고, 애초의 목적인 시전자의 보호만을 위해서가 아닌, 다ㅏ수의 보호를 위해서 반구혀으이 모습을 취했다. 워낙 다급했기에 주변의 마법사들의 시선을 의식할 새도 없었다. 이후 스피릿 실드가 마법사들이 시전한 실드들의 가장 뒤에 완전히 자리 잡았을 때, 고스트 드래곤의 브레스가 우리를 덮쳤다. 캬캬캬캬! 크크크크! 꺄아아악! 키키키키! 콰콰콰콰콰! "쿨럭!" "쿨럭!" 가장 외곽에 시전된 실드를 시전한 마법사는 실드가 깨짐과 동시에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곧 두 번째 실드를 시전한 이도 실드가 파괴되며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그렇게 쓰러진 마법사들은 그대로 기사들에 의해서 후방으로 빠졌고, 다른 마법사들은 자신이 시전한 실드에 마나를 집중하면서, 자신들도 피를 토하고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되어 곁눈직을 하며 쓰러진 이들을 보고 있었다. 콰콰콰콰! "쿨럭!" 얼마 지나지 않아 마법사들이 차례차례 쓰러지고, 이제 남은 살마은 나와 네크로맨서들 셋뿐이었다.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 그리고 엡솔루트 씨는 고스트 드래곤이 브레스를 내뱉은 이후부터 계속 주문을 외우고 있었고, 그것이 어떤 마법의 주문인 줄은 몰랐지만 한번 믿어보기로 햇다. 이어 그들의 모습을 확인한 후, 나는 스피릿 실드를 이루는 망령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쿨럭!" 콰콰콰콰! "크윽!" 캬캬캬캬! 죽어! 죽어! 크크크크! 모두 다 부서져버려! 꺄아아아악! 싫어! 싫어! 싫어! 고스트 드래곤의 브레스. 그것은 망령들의 집단. 애초 물리력을 지니지 못한 망령들이 드래곤의 영혼으로 인해 물리력을 가지고, 그들이 가진 한과 분노를 통해 냉기를 띠어 프로즌 브레스와 비슷, 아니 그 이상의 냉기를 품은 고스트 브레서가 나의 망령들과 부딪치기 시작했다. 캬캬캬캬! 크크크크! 꺄아아악! 키키키키! 콰콰콰콰! 수많은 망령들의 집단이 고스트 브래스가 나의 스피릿 실드와 부딪치자, 녀석의 망령들이 주는 엄청난 압력을 느낄 수 있었다. 망령들에게 마나를 주입하며 버티고는 있었지만, 상대는 엄청난 수에 이르는 망령 집단! 길게 버틸 수 없었다. 이에 압력과 마나를 이용해 간신히 버티면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때! 지금까지 3명이서 함께 주문을 외우고 있던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 그리고 엡솔루트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텔레포트!" 네크로마스터 세 사람이 텔레포트를 외우자, 몸이 잠시 붕 뜨는 느낌과 함께 눈앞에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졌고, 그서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이동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이동된 곳이 공중이었기에 서서히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리버스 그리비티!" 우우우웅! 후~우. 배워두길 잘했네. 혹시나 해서 익혀두엇던 마법이 이때 도움이 되다니. 정말 다행이다. 스킬 북을 통해서 배워두었던 마법, 리버스 그라비티를 시전하 덕문에 우리들은 안전하게 땅에 안착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시전어만 으로 시전햇기에 상당한 마나가 소모되었지만 상관없었다. 나에게는 평범한 마법사들과 다른 점이 있었으니 말이다. 퐁!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 이 소리는 다름 아닌 오토 포션을 통해 마나 포션의 뚜껑이 열리는 소리였다. 동시에 나는 소모되었던 마나가 급혹도로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내가 평범한 마법사들과 다른 점은, 바로 나에게는 게임의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아니 있지만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개념의 마나 포션을 말이다. 또한 자체적인 마나 회복력뿐만 아니라, 현재 내가 입고 있는 아이템에 붙어 있는 마나 회복력까지......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모두 사기라고 외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나 또한 가르쳐줄 생각도 없었다. 그나저나 정말 오랜만인데, 마나 포션은 사용하는 것 말이야. "후~우. 덕분에 살았네." "뭘요. 여유가 있떤 제가 햇어야 할 일인데요, 뭐." "여유라. 대단하군. 괜히 젊은 나이에 네크로마스터에 오른 게 아니었어." 창백한 얼굴로 다가오신 벤마이오트님은 웃어 보이며 나의 어깨에 손은 올리고는 기대셨다. 그에 나는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까도 그랬지만, 나는 각가지 마법을 주문도 없이 시전했다. 지금은 어떻게는 넘어갔지만, 나중에 여유가 생기게 된다면 틀림없이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 나는 잠시 변명거리를 생각하면 주위를 살피기 시작햇다. [죽어라! 죽어라!] 크아아아아! 콰콰콰콰! 쿠쿠쿵! "화, 황궁이!" "..... 무너진다." "크으으으!" 주변을 살피고 있던 우리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황궁. 고스트 드래곤의 고스트 브레스와 거대한 몸에 의해서 파과되어가고 있는 황궁의 모습이었다. 로시아 제국의 수도 들로리의 상징이자 황가의 상징이기도 한, 수백 년간 로시아 황가와 함께해온 황궁이다. 지금 그런 황궁이 무너지고 있었다. 황궁을 지을 때, 욕망, 혹은 억울한 누명에 의해서 죽음을 맞이한 망령들의 집합체, 고스트 드래곤에 의해서 말이다. 주르륵! 순간, 흠칫!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무너지는 황궁의 모습을 보고 있던 세 분의 공작님의 꽉 다물어진 입과 쥐어진 손으로부터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골드 글로리 나이츠 전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눈도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단지 지켜보는 것만으로 그들로부터 크나큰 분노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휘이이잉~! 거센 바람. 그 바람에 실려 온 먼지들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뜨는 것이 힘들 정도였지만, 세 분의 공작니모가 골드 글로리 나이츠의 눈은 감기지 않았다. 지금 무너지고 있는 황궁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 잊지 않겠다는 듯이 충혈된 눈은 강한 기세ㅣ를 내뿜기 까지 하였다. 이어 그렇게 붉게 충혈된 이들의 시선 속에서 황가의 역사와 함께해온 황궁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27장. 고스트 드래곤의 원한과 남겨진 또 다른 원한- 크르윽! 키키키키! 침묵은 오래지 않아 끊어졌다. 입과 손에서 피가 나고 눈이 충혈된 정도로 분노하고 있는 이들 앞에 방해꾼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로시아 제국의 수도 들로리의 대로변이었다. 임페리얼 블레싱으로 인해 늦은 시간까지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을 거리는 이제 구경을 즐기던 이들의 시체와 흑마법사들로 인해 소환되었을 것이 분명한 마물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축제를 즐긴 후 귀가하여 피곤하지만, 즐러울 내일을 생각하며 잠들었을 가족드르이 집은 화마가 자리 잡고 있었다. 으드득! 으드득! 귀로 들려올 정도의 소리. 그건 분명 이를 가는 소리였다. 침묵을 깬 방해자는,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수백의 마물들을 보며 세 분의 공작님과 골드 글로리 나이츠들이 이를 가는 소리였던 것이다. 스르릉! 키키킥! 피로 물든 손에 쥐어진 검. 검을 쥐자마자 내뿜어지는 살기!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는 살기를 마물들 역시 느꼈는지 잠시 뒤로 물러서는 것 같았지만, 마물들은 곧 자신들의 수적 우세를 알고는 다시 다가오기 시작했다. 캬아아악! 팍! 갑자기 달려는 마물 한 마리. 그리고 순식간에 앞으로 나서신 정령의 델리아드 공작가의 현 공작님. 키킥? 키키키. 마물을 공작님이 자신을 스치고 지나간 뒤에 아무렇지 않자 잠시 놀라다가 간사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뒤돌아보고 서 있는 공작님께 손톱을 내려 그으려 했지만 못했다. 투툭! 공작나므이 등을 내려 그으려고 했던 팔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다. 그래고 그것을 시작으로 마물의 몸에서는 초록색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곧 몸이 다섯 등분되어 바닥을 나뒹굴었다. 델리아드 공작님은 순식간에 검을 여섯 번이나 휘들렀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죽어라!" 화르르르! 이어 자연의 프리아노스 공작님의 검에서 솟은, 엄청난 열기를 띤 오러 블레이드가 마물을 통쨰로 불태우기 시작햇다. 키이이이이! "아둔한 것들!" 투투툭! 지혜의 위즈덤 공작님의 검은 그야말로 정밀한 기계 같았다. 일정한 형식, 일정한 방법, 일정한 간격! 말 그대로, 마치 기계에 의해서 썰려버린 마물들의 시체는 순식간에 쌓여가기 시작했다. 이어 세 분의 공작뿐만이 아니라, 골드 글로리 나이츠도 달려들었다. 모두 소드마스터는 아니지만, 소드익스퍼드 최상그보가 상급에 해당하는 오러 블레이드가 맺힌 검으로, 마물들을 향해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돌진하여 마물들을 주살하기 시작했다. 그모습을 보며 나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저렇게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은 좋지만, 마물을 숫자는 눈에 보이는 것만 수백에 이른다. 분명 수도를 모두 불바닫로 만든 만큼 마물의 수가 저것이 다라고는 볼 수 없었다. 마물들이 죽어가고 있는 사이에도 녀석들은 죽는 수보다 더 많이 몰려드록 있었다. 장기전을 생각해야만 하는 상황에 지금 전력을 다하는 것이니 말이다. "한스님. 업히십시오." "예? 아!" 몰려드는 마물들과 베어지고 있는 마물들을 보고 있던 도중 한 기사의 말에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나느 곧 볼 수 있었다. 마물들을 향해서 모두가 ㄷ라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쓰러진 마법사들과 아직 서 있는 우리 4명의 네크로마스터를 업기 위해서 골드 글로리 나이츠의 일부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다른 기사들은 이미 기절해 있는 마법사들을 업고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끈으로 단단히 묶고 있었고, 벤마이오트님을 비롯하여 젯맨토님과 엡솔루트 씨는 이미 기사들의 등에 업혀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나만 업히면 바로 출발하는 상황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분노만 하고 있는 줄 알았던 세 분의 공작님과 골드 글로리 나이츠도 알고 보니 수도 밖의 남문을 향해서 길을 뚫고 있엇따. "어서 업히십시오! 한스님!" "아, 예!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내가 곧 기사의 등에 업히자마자 다른 기사들은 일제히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매직 애로우!" "그리스!" "홀드!" 기사들의 등에 업힌 마법사들 중에 기절하지 않았으나, 황궁에서 모두를 텔레포트시키느라 많은 마나를 소모한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 그리고 엡솔루트 씨는, 업힌 상태에서도 저써클의 마법을 사용하여 뒤늦게 출발한 우리의 기을 막는 마물들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나는 한창 깅르 내고 있는 세 공작님과 골드 글로리 나이츠를 보여 잊고 있었던 이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들은 바로 나에게 종 속된 마스터들! 셰인들이었다! 텔레포트된 것은 마법사들과 세 분의 공작님, 그리고 골드 글로리 나이츠뿐이었다. 나는 급하게 마음속으로 셰인을 불렀다. [셰인! 셰인!] [예, 마스터.] 곧 들려오는 셰인의 차분한 목소리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다행히 멀쩡하구나. [셰인, 모두 괜찮아?] [저희는 모두 괜찮습니다. 우라노스가 스켈레톤 자이언트를 소환하여 막은 덕분에, 브레스가 덮치기 직전에 아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마스터는 괜찮으십니까?] [나는 멀쩡해. 그러면 모두 다시 올 수 있는 거지?]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명령만 내려달라는 셰인의 차분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든든해지는 것을 느끼면 미소를 지었다. 만약 이를 보았다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겠지만, 다행히도 이를 볼 여유를 가진 이는 없었다. [지금부터 노멀 본나이트를 비롯해서 플레임, 프로스트, 베놈 본나이트, 본브레이커, 본메이지, 본아쳐, 본랜서. 그리고 마터금의 데스나이트도 모두 투입한다. 첫 번째 목적은 수도 탈출이고, 두 번째 목적은 생존자 확보 및 보호다!] [마스터, 하지만 그렇게 되면....] [상관없으니까! 어서 명령대로 해!] [예스. 마이 마스터] 셰인, 고마워. 셰인이 염려하는 것은 바로 다른 이들에게 나의 전력을 보이는 것이다. 힘. 사람들은 힘을 원하고, 힘을 가진 이를 자신의 곁에 두길 원한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한도 내의 힘, 자신이 감당할 수있는 힘에 한해서다. 만약 자신보다 엄청난 힘을 지닌 자를 본다면 처음에는 경이로울 것이도, 이후에는 두려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힘을 지닌 자가 자신의 적에게 붙게 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하게 되면서 말이다. 이는 다른 이들에게도 마찬가지, 그렇게 되면, 자신이 감당하지 못하고 남에게 넘기기에도 두려운 힘을 지닌 자에게 할 행동은 뻔하다. 그것은 제거. 자신이 가지지 못할 바에는 아무도 가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에 대한 평가는 그저 젊은 나이에 대단한 수준에 오른 실력자이고,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되는 자였다. 이는 나와 비슷한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존재가 있기 때문에 내려진 평가였다. 그러나 이번 일로 나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생각 이상의 힘을 지닌 자, 감당하겡 부담스러운 자로 말이다. 그렇게 되면 여러 가지로 곤란한 일이 벌어지게 되고, 최악의 사태에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나를 제거하려는 일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충분히 감당할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전혀 두렵지 않았다.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방법을 생각해놓았다. 바로 정열의 델리아드 공작님과 한다. 그것에 바로 방법이다. 만약 나를 제거하고 내 주변인들을 이용하려 한다면, 나는 한나에게 모든 것을 말해준 뒤에 지크 형과 함께 델리아드 공작님 댁에 맡기고 떠날 것이다. 로시아 제국의 세 기둥 중 하나인 정열의 데릴아드 공작가를 감히 건드릴 이가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최악의 사태의 이야이였다. 두두두두! 그때! 나의 뒤편으로부터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갈수록 커졌고, 잠시 후 그 소리의 주인은 우리들을 지나쳐 앞으로 나아갔다. 하얀색과 빨간색, 푸른색과 보라색으로 된 뼈로 된 말인 본홀스와 각기 본홀스와 똑같은 색을 풀플레이트를 입은 본나이트들이 바로 주인공이었다. 파파팍! 키이이익!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 그 화살이 날아온 곳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불타오르고 있는 건물 위에서 화살을 날리고 있는 본아쳐들이었다. 본아쳐들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지붕을 뛰어다니며 화살을 날리고 있었다. 콰쾅! 스스스스! 치지지직! 이어서 어딘가에서 날아온 공격마법들! 그 주인공들은 바로 본메이지인 프로스트 웜을 비롯한 데스나이트. 그들은 함께 올라탄 상태에서 마법을 날리며 길을 뚫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본나이트와 본아쳐, 본에이지들을 보며 세 분의 공작님을 비롯한 골드 글로리 나이츠는 넋을 잃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더욱 빠른 속도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쿠쿠쿠쿠! 그들의 등장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똑같은 말발굽 소리지만 조금 전과 비교되지 않는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가 들려왔고, 빠른 속도로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들은 다름아닌 본랜서! 그들은 앞서 지나간 본나이들의 말보다 큰 거마에 올라탄 상태에서 마물들을 짓밟으며 길을 트고 있었다. 그런 본랜서들을 보고 있는 사이, 갑자기 나의 몸이 붕 뜨는 것을 느끼며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크하하하! 마스터, 놀랐수?] "우라노스." 나의 몸을 붕 뜨게 만든 존재는 다름 아닌 우라노스였다. 알고 보니, 지축을 흔드는 말발굽 소리의 근원은 본랜서들만이 아니었다. 나를 들어 올려 내려높은 곳은 두 마리의 거마, 본홀스가 끄는 전차였다.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는 본브레이커인만큼 말에 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차를 타고 있었 줄이야.생각도 못했던 일이었다. 이에 나와 함께 전차에 타게 된 기사뿐만 아니라, 본브레이커들에 의해서 갑작스럽게 들어 올려져 전차에 오르게 된 이들은 모두 멍하니 본브레이커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스터, 지금부터 전력을 다해 탈출하겠습니다.] 내가 놀라고 있는 사이, 셰인의 목소리가 들렸따. [그럼 부탁할게.] 그에 나는 셰인에게 이렇게 부탁하였다. 이후 본니아트들과 본랜서들은 본브레이커들의 전차를 중심으로 진형을 짜기 시작했다. 가장 선두에 선 것은 돌진력을 가진 본랜서들이었고, 오른쪽과 왼쪽은 본나이트들이 맡았다. 진형이 갖추어지자 그 모양은 마치 화살촉과 같았다. 수백의 마물들의 우리들의 앞을 막아섰지만 엄청난 돌진력을 자랑하는 기병, 본랜서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또 이와 더불어 본아쳐와 본메이지들의 원거리 보조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잠시 후, 우리는 수도 밖으로 나가는 남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도착함과 동시에 나는 그만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남문에 남아 있는 흔적만으로도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문 여기저기에 나뒹굴고 있는 수많은 시체들. 마물들의 날카로운 손톱에 의해서 갈기갈기 찢긴 것도 있었지만,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시체도 있었다. 그 치체를 보고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마도 문은 굳게 닫혀 있었을 것이다. 축제라고는 하나, 밤이었으니 말이다. 굳게 닫힌 문과 갑자기 나타난 마물들, 그리고 살기 위해 문밖으로 도망치려고 모여든 사람들........ 지금은 문이 열려 있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마물들에 의해서가 아닌, 두려움과 혼란으로 인해 판단력을 잃고 서로 밟혀 죽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억울한 죽음인 것이었다. 아마도 이는 북문과 동문, 서문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셰인, 생존자는......] [생존자는 데스나이트들과 뱀파이어들이 맡았습니다. 지휘는 잭에게 맡겼으니 문제없을 것입니다. 실은 제 독단으로 잭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에 대한 벌은 나중에 달게 받겠습니다.] 나는 순가 놀랐다. 셰인이 잭에게 독단으로 명령을 내렸다고 해서가 아니라, 뱀파이어들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뱀파이어들이 다수라는 말이었다. 확실히 그들에게 생존자는 수백을 맡긴다면 안심할 수 있다. 뱀파이어들에게는 보통 언데드들과는 조금 다른 살아 있는 것, 특히 인간의 생명력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고, 건물 더미에 깔려 있다고 해도 안개화의 능력을 발휘해 구해낼 수 있으니 말이다. 히히히잉! 그때, 우리의 머리 위에서 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팬텀스티드. 데스나이트를 태운 팬텀스티드들이었다. 팬텀스티드에는 데스나이트뿐만 아니라, 뱀파이어로 보이는 이와 생존자도 실은 상태였다. 그런데 모든 팬텀스티드에 생존자가 실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일부 30여 마리의 팬텀스티드에만 실려 있었기에 나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후~우. 생존자가 겨우 30명이라니. 글로리에 사는 사람들과 이번 임페리얼 블레싱을 구경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을 텐데........... 이후 우리는 이 혼란 속에서 탈출했을 사람들을 찾기 위해 수도 글로리를 벗어나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공포와 혼란, 두려움과 광기에 희생된 자들을 말이다. "으으으." "우아아앙!" [처참하군] 우라노스의 말 그대로였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마물들로 인해서 생필품 하나 챙기지 못하고 도망 나온 이들, 혼란으로 인해서 뿔뿔이 흩어진 가족, 부상에도 불구하고 치료할 수조차 없어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이들. 이 모든 일이 바로 그 흑마법사들에 의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잠시 후, 우리가 거의 지척에 다다라서야 그들은 우리들의 등장을 눈치 채고는 두려워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저 두려워할 뿐, 저항 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더 이상 그럴 만한 힘도, 의지도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ㅏ. 생각해보면 남문을 벗어난 이후, 마물들의 공격도 없었다. 그리고 처음 고스트 브레스 이후, 고스트 드래곤도 이상하게도 수도 밖으로 도망친 이들을 찾아오지 않았다. 이상하게라, 지금은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한스 군." "아! 델리아드 공작님, 위즈돔 공작님, 프리아노스 공작님." 내가 자조적인 웃음을 지어 보이는 사이, 세 분의 공작님이 어느새 내가 타고 있는 전차로 다가오셨다. "한스 군." "아, 예." "보아하니 이들은 모두 자네의 부하들이거나 귀속된 이들 같은데." 텔리아드 공작님의 말씀에 나는 난감해졌다. 이대로 여러 가지를 캐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냥 또 스승님께 물려받았다고 할까? "자세한 것은 묻지 않겠네."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니까." 델리아드 공작님의 말에 위즈덤 공작님이 말을 이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저기 저 사람들을 이동시키는 것이네. 이대로 그냥 둔다면 위험할 수도 있어. 그러니 협조 부탁하네." "아, 예!" 나는 위즈덤 공작님의 말씀을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확실히 이대로 있는 것은 위험하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마물들은 수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었고, 고스트 드래곤 역시 황궁 근처, 정확히 황궁의 터에서만 파괴를 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 마물들과 고스트 드래곤이 수도 밖으로 나올지 모르니 이곳에 있는 것은 위험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이동시켜야 한다. 이들을 이동시키는 데에 내가 필요한 이유는 다름 아닌 힘 때문이다. 일단 나와 함께 나타난 본나이트들은 힘을 가진 존재이고, 수도 많으며, 강하기까지 하다. 현재 수도에서 벗어난 이들은 두려움과 함께 갑작스러운 일을 겪어 심적, 육체적으로 상당히 피곤한 상태다. 그런 이들을 말로 설득해서 이동시키는 것은 매우 버거운 일이다. 그들은 절대 움직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힘이 필요한 것이다. 때로는 이렇게 단순한 방법이 최고일 때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디로 이동한다는 거지요?" "그것도 미리 생각해두었네. 우리가 갈 곳은 바로 저쪽이네." "저쪽? 아!" "역시 눈치가 빠르군." 위즈덤 공작님이 가리킨 곳은 다름 아닌 우리의 정면이었다. 바로 수도 글로리의 남쪽 말이다. 많은 사람들을 수용 가능할 뿐만 아니라, 식랑과 각가지 의약품에 신관까지 있는 곳. 그곳은 바로 임페리얼 블레싱이 열리는 두 콜로세움 중 시작의 콜로세움이다. 확실히 그곳이라면, 여기 있는 사람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고 치료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문으로 탈출한 이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흑마법사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마물이 수도에서 벗어나지 않고, 혹시 사던 도중에 흑마법사들이 습격해온다면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지 않을 수도 없다. 지금은 비상사태이니 말이다. "그럼 부탁하네. 다른 네크로맨서들 역시 점차 정신을 차리고 있으니 그들에게도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걸세." "그거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제발 별일 없어야 할 텐데요. 다른 분들도 예측되시겠죠." 탁! "빌어먹을 흑마법사들!" 나의 말에 프리아노스 공작님은 애꿎은 땅만 찼다. 흐음, 약간의 희생은 어절 수 없는 건가. 나는 제발 흑마법사들이 습격해오지 않길 빌며 셰인과 잭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지 ㅇ낳도록 하기 위해서 갈무리해놓았던 언데드 특유의 사기를 마음껏 내뿜게 하였고, 미약하게나마 투기에ㅣ 살기를 섞어서 내뿜게 했다. 이번 일을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었기 떄문이었다. 나의 명령을 받은 본나이트들과 데스나이트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 뭐야!" "꺄아아악!" "도,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이야!" "우와아앙!엄마~!" 본아이트들과 데스나이트들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한데 뭉치게 된 사람들. 그들은 처음에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매우 도려워했고, 영문도 모른 채 이동하게 되었다. 이후 사람들을 이동시키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우리는 사람들을 모두 한데 모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잠시 두려움이 가신 듯, 조금은 굳어 있던 표정을 풀었다. 그리고는 우리들에게 막 화를 내기 시작했다. 자신들을 갑자기 데리고 왔기에 그런 것이다. 생각 이상으로 많은걸. 한테 모인 사람들의 수는 눈으로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많았다.수도 글로리의 밖이 숲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할 정도로 말이다. 일단 그 많은 살마들을 통제하기 위해 본나이트들과 데스나이튿르을 시켜 에워싸도록 했다. 물론 그들만으로는 부족했기에 내가 제작해놓았던 언데드들도 조금 꺼내여놓았다. 최대한 흉측하고 무시무시한 놈들로 말이다. 거기에 정신이 든 네크로맨서들에게 낮은 수준이나마 언데드를 소환하게 했다. 덕분에 성공적으로 살마들을 둘러쌀 수 있었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공작님들." "맡겨두게." 히이이잉! 나의 말에 공작님들은 팬텀스티드 위에 올라 타시고는 하늘로 날아오르셨다. 나는 그것을 지켜보면서 공작님들이 사람들이 모여 있는 중앙으로 이동할 때까지 기다렸다. 이어 그들은 도착함게 동시에 마법을 시전했다. "라이트!" "뭐, 뭐야!" "크윽! 눈이!" "모두 집중하라!" [와우! 대단한데. 마법의 도움 없이 순수한 마나만으로 이런 엄청난 목소리를 내다니.] 언제 내 옆에 왔는지, 우리노스는 델리아드 공작님의 우렁찬 목소리에 찬사를 보냈다. 확실히 저것은 마법의 도움 없이 소드마스터인 델리아드 공작님의 능력으로 해낸 것이었다. 마나만으로 말이다.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빛과 팬텀스티드를 타고 등장한 세 분의 공작님들께 관심을 보이고는 곧 조용해졌다. 그러자 잠시 후, 중앙에 위치한 델리아드 공작님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본인은 로시아 제국의 세 기둥 중 하나인 델리아드 공작가의 현 공작, 하이탄스 델리아드라고 한다!" "데, 델리아드 공작님!" "고, 공작님이!" "지, 진짜다! 난 본 적 있어!" "억! 여, 옆에 계신 분은! 위즈덤 공작님!" "프리아노스 공작님도 계시다!" 계획대로 잘 하고 있군, 잭. 내가 잭에게 내린 명령은 다름 아닌 선동이다. 뱀파이어들의 또 다른 특기는 매혹의 눈을 이용한 최면 기술이다. 집단에선 선동을 하는자가 꼭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에 일을 쉽게 풀기 위해서 그것을 임의로 만들어낸 것이다. 솔직히 평민 계급인 이곳 사람들이, 로시아 제국의 세 기둥인 공작가의 현 공작을 만날 기회가 과연 있을까. 그것을 이용한 것이 아주 유용하게 먹혀들어간 것이다. 후후후 "우리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는 사악한 흑마법사들에 의해서 파괴되었고, 지금도 파괴되어가고 있다. 이 참변은 모두 흑마법사들이 일으킨 것이다!" "흐, 흑마법사!" "역시! 크윽! 흑마법사!" "으으으!" 사람들은 흑마법사들이 이번 참변을 일으킨 당사자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오히려 더 무서워 두려움에 떨거나, 반대로 분노하며 울분을 터뜨렸다. 공작님들은 그런 그들을 아무 말 없이 지켜보았다. 이럴 때는 진정시키는 것보다 차분히 기다리는 게 낫다는 것을 공작님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뒤, 어느 정도 진정되었는지 사람들은 다시 공작님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현재 수도 글로리의 거리는 마물들이 자리 잡았고, 우리들의 터전은 모두 불타오르고 잇다. 나는 솔직히 지금이라도 당장 되돌아가 우리의 터전을 짓밟은 마물들은 모두 베어버리고 싶다!" 스르릉! 우우웅! "오, 오러 블레이드다!" "오오오! 저것이 오러 블레이드!" "하나, 나에게는 나의 단 하나뿐인 주군이신 황제 폐하의 명령을 지켜야 할 사명이 잇다. 나의 주군이신 황제 폐하가 내리신 명령은 다름아닌 그대들, 제국의 백성들을 지키라는 명령이다!" "화, 황제 폐하가!" "오오오!" "나는 그 명령을 지키기 위해 당장이라도 마물들을 모두 베어버리고 싶은 것을 참았다. 그런데 그대들은 고작 피곤함과 고됨 정도를 참지 못하는가!" "피곤한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참을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렇다면 나를 따르라! 나는 황제 폐하의 명으로 인해 그대들의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자! 나는 그대들을 지키기 위해서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것이다! 이는 황제 폐하의 명령을 이행하는 성스러운 행군! 이 행군에서 방해가 되는 자는 용서하지 않겠다! 그리고 우리는 목숨을 걸고 그대들을 지키겠다! 이는 나 하이탄스 폰 델리아드 공작뿐만 아니라!" "나 위즈덤 공작가의 현 공작! 휴머니즈 폰 위즈덤 공작과!" " 나 프리아노스 공작가의 현 공작! 첼리온세인 폰 프리아노스 공작! 우리 로시아 제국의 세 기둥인 공작 가문의 명예를 걸고 선언하는 바이다!" "오오오오오!" 설마 공작님들이 공작 가문의 명예까지 거실 줄이야. 상상도 못했는데. 이거 놀라운걸. 공작 가문의 명예를 건 이동. 이는 확실한 방법이었다. 불안에 떨고 있는 이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온순하게 말도 따르게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 이들이 무사히 도착한다며느 세 공작님들뿐만 아니라 황제의 이름 역시 드높이게 될 것이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였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나의 그림자로부터 누군가 솟아나왔다. 그는 다름 아닌 잭. 뱀파이어 후작, 잭이었다. [잭, 어떻게 됐지?] [확실히 마터의 예상대로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흑마법사들의 하수인으로 보이는 자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최면을 걸어 따로 두었는데, 어떻게 처리할까요.] [그들로부터 뺴낼 수 있는 정보를 정보를 모두 빼낸 뒤에 알아서 처리하도록. 흡혈 행위를 하는 것도 허락하겠다.] [감사합니다, 마스터] 나는 잭에게 다른 선동자들, 그러니까 아까 잭이 말했던 대로 흑마법사의 하수인을 골라내고, 그들의 계획을 사전에 차단하도록 했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내린 명령이었는데, 정말로 있을 줄이야. 아까 전에 잭은 뱀파이어답지 않게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나에게 보고를 하러 왔고,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보두 말해주었다. 그러나 잭이 잡아낸 흑마법사의 하수인은 말단이었는지 유용한 정보는 그리 없었다. 후~우. 흑마법사들의 근거지에 대한 정보라도 알고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일단 그것은 시작의 콜로세움에 가서 생각하자.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세 공작님을 선두로 한 수천 명의 전진이 시작되고 있었다. * * * * * 캬캬캬캬! 크크크크! 꺄아아악! 키키키키! [죽어라! 죽어라!] 크아아아아아! 로시아 제국과 역사를 함께 해온 황궁. 지금은 고스트 드래곤에 의해 무너져 원래의 형체조차 찾기 힘든 황궁의 터에서 고스트 드래곤은 멈추지 않고 황궁의 기둥까지 하나하나 부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몸을 이루도록 황궁에 묶인 수천, 수만의 망령들을 끌어들였고, 이후엔 지배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던 드래곤의 영혼. 아무리 드래곤의 영혼이라 하더라도 수많은 영혼을 지배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다. 그럼에고 불구하고 고스트 드래곤은 계속 황궁을 부수고 있었다. 수천, 수마느이 망령들로 이루어진 육체를 움직이면서 말이다. 고스트 드래곤이 그 짧은 시간에 망령들을 지배하여 자신의 통제아래에 두고 이런 일을 행하는 것이 아니다. 다닞 그 망령들과 드래곤의 영혼의 목적이 같았기에 가능한 것뿐이었다. 황궁의 터에 묶인 수천, 수만의 망령들. 이들의 목적은 바로 벗어남. 자신들을 붙잡고 있는 황궁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드래곤의 영혼의 목적은 인간이란 종족의 말살! 인간의 죽음이었다. 이 2가지 목적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파괴행위. 바로 그것이었다. 망령들의 목적은 자신들을 붙잡고 있는 황궁을 파괴하는 것이었고, 드래곤의 영혼의 목적은 인간이란 종족의 죽음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파괴가 행해져야 한다. 이 파괴 행위라는 공통점 덕분에 고스트 드래곤은 곧 한스를 비롯한 세 공작과 골드 글로리 나이츠를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황궁의 파괴와 그 과정에서의 인간의 죽이란 목적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들 망령과 드래곤과의 공생도 잠시, 곧 수천, 수만의 망령의 목적인 자신들을 붙잡고 있는 황궁이 무너지고 기둥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엇으니 말이다. 자유! 자유다! 캬캬캬캬! 죽어! 죽어! 크크크크! 부서져라! 모두 부서져버려! 키키키키! 황궁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자유를 찾은 망령들은, 고스트 드래곤의 몸에서부터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수많은 영혼들은 더욱 큰 파괴 행위를 원하고 있었다. 이는 바로 황궁을 파괴하는 도중에, 그래곤의 영혼이 조금씩 조금씩 수천, 수만의 영혼을 지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드래곤의 영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망령이 된 영혼은 아주 단순한 사고밖에 하지 못하지만, 드래곤이란 종족은 지고한 종족이기에 망령이된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의 이지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황궁을 파괴하는 중에도 조금씩 망령들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이다. 크우우우우! 황궁이 모두 무너지자 고스트 드래곤은 그대로 행동응ㄹ 멈추었다. 이어 점차 고스트 드래곤의 몸에서 벗어나던 영혼의 수도 줄어갔고, 마침내 고스트 드래곤은 수천, 수만의 영혼을 자신의 지배 아래에 두게 되었다. 그러나 고스트 드래곤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녀석은 자신의 몸을 이루는 수많은 망령들을 주시하고는 차츰 걸러내기 시작했다. 고스트 드래곤의 몸을 이루는 수천, 수만의 영혼들. 솔직히 고스트 드래곤이 대단하고는 하나, 수천, 수만의 영혼으로 몸응ㄹ 만드는 것은 부탐스럽고 불필요했다. 그렇기에 영혼들을 주시하고 걸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고스트 드래곤의 몸집은 점차 작아져갔짐나 갈수록 몸의 형태는 뚜렷해져갔고, 몸으로부터 피어나오는 냉기 또한 강해져갔다. 이는 자신에게 쓸모 있는 영혼을 걸러내는 과정에서 그것을 그대로 버리지 않고 에너지원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파괴 행위를 멈추고 망령들을 주시하며 걸러내고 있는 고스트 드래곤을 쳐다보고 있는 자가 있었다. [히야! 내가 만들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대단한걸.] 점차 몸의 형태가 뚜렷해져가는 고스트 드래곤을 바라보는 존재. 그는 다름아닌 황궁에 설치된 마법진을 파괴하고, 흑마법사들이 감히 이번 일을 벌일 수 있도록 도와준 이, 펠의 주인이 되는 자였다. 그의 얼굴은 마치 생일날, 잘 포장된 선물 상자를 받은 어린아이와 같았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아, 왔어? 일은 잘 되어가고 있고?] "위대하신 분의 도움 덕분에 모든 일이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 가니언들이 있었으나 곧 처리되어 일이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그때, 칠흑과 같은 검은색 로브를 입은 노인이 갑자기 나타나 펠의 주인 되는 자의 뒤에서 무릎을 꿇고, 얼굴이 땅바닥에 거의 닿을 정도로 숙여 보였다. 이렇게 자신을 낮추는 것과 다르게, 노인은 이번 일의 총책임자 대륙의 흑마법사들의 지배자라 불리는 자로, 7써클 마스터인 흑마법사임과 동시에 흑마법 학파의 학파장인 헤이트레드 진 다크였다. 헤이트레드, 그것은 그의 스승이 지은 이름이었다. 자신의 제자의 이름을 증오라고 지을 정도이니, 대륙을 향한 그의 스승과 흑마법사들의 분노는 가히 짐작할 수 없었다. [잘됐네, 킥! 일이 끝나면 알아서 돌아가도록 해. 나는 구경 좀 하다갈 테니까.] "예, 위대하신 분이시여." [참! 펠은 지금 뭐 하고 있어?] "펠님은 위대하신 분의 분부대로 저희를 도와주시고 계십니다." [그래? 그럼 일 끝내고 간단하게 먹을 것을 챙겨가지고 돌아오라고해. 역시 그냥 구경하려니까 입이 심심하다.] "예, 위대하신 분이시여.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래. 잘 가.]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그는 자신의 뒤에 극도로 자신을 낮추고 있는 이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헤이트레드는 전혀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대륙의 공적이기는 하지만, 7써클 마스터이자 한 학파의 ㅈ아이 말이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햇다. 헤이트레드 앞에 서 있는 자는 그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줄 자였으니 말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증오라고 지은 스승으로부터 대륙에 대해서 반드시 복수를 해야 한다고 주입을 받아왔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 역시 대륙을 증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흑마법사 학파는 강력한 임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대륙을 상대로 복수를 하는 것은 무리였다. 솔직히 7써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고 나서 그는 절망하고 있었다. 자신이 강해짐과 함께 대륙에 퍼져 있는 강자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흑마법의 7써클 마스터는 보통 다른 학파의 7써클 마법사 2, 3명ㅇ과 싸워도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지만, 대륙에는 7써클을 넘어서 8써클에 오른 강자들이 존재했다. 6써클인 당시에ㅣ는 느끼지 못했던 강자들을 알게 되자 그는 절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스승과 마찬가지로 후대를 위해서 준비를 하려 햇ㄷㅏ. 그때 헤이트레드 앞에 그가 나타난 것이다. 자신을 마족이라 밝히고, 펠이란 하급 마족을 대동하고 말이다. 헤이트레드는 그가 나타나고 그에게 맡겨진 임무를 들었을 떄 전율했다.기회! 자신의 대에 대륙을 상대로 복수할 기회가 온 것이다! 이후 그는 대륙에 퍼져 있는 흑마법사들과의 연락책을 이용해 연락하여, 그들을 통합하고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는 잡시 동안 펠의 주인되는 자의 등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순간, 그는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복수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 * * * * "자네들도 무사했군! 다행이야! 참 다행이야!" "위대하신 대륙의 지배자, 제이크리트 폰 에이하르프 로시아 황제폐하를 뵙습니다." 시작의 콜로세움에 도착한 뒤, 그곳에 도착해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수도에 주둔하고 있던 병력과 기사들에게 우리가 이끈 사람들을 넘겨준 후, 한 기사에 의해서 안내된, 막사 안에서 만난 황제가 우리를 보자마자 한 말이었다. 역시 황제는 무사했군. 황제는 전에 지하 콜로세움에서 보았던 화려하고 거추장스러운 옷이 아니라, 화려하긴 했지만 실용적인 하프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우리를 맞이했다. "주군,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다행이긴. 황궁이 무너졌는데 이렇게 멀쩡하게 있다니. 정말 면목이 없네." "황궁이야 주군께서 지내는 곳이 곧 황궁이 아니겠습니다." "하하하! 그거 말 되는ㄴ곤. 그럼 주군께서는 대륙 역사상 가장 초라한 황궁에서 지낸 황제가 되시는 건가." "말이 그렇게 되는군. 크크크!" 황제 폐하란 말 대신 주군이란 말을 쓰고 아무 꺼리낌 없이, 만약 다른 귀족들이 보았다면 황실 모독죄로 신고했을 농담을 주고받는 세 공작님들과 황제를 보며 나는 뭐라고 말로 표현하지 못할 기분을 느꼈다. 내가 그들을 바라보며 어정쩡하게 서 있자, 그때 갑자기 황제가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자네가 바로 한스인 모양이군. 최연소 네크로마스터." "위대하신 대륙의 지배..........." "됐네. 일부러 그럴 필요 없어. 그런 말은 하루에서 수십 번도 더 들으니까 말일세. 그나저나 이렇게 직접 대면하는 것은 청므이군. 정말 젊군그래. 나이가 아마 스물둘, 아니 스물셋이었던가?" "스물둘입니다." 솔직히 이 세계에서 나의 나이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기에 나도 잘 기억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스물들이라 한 것은, 나이가 많은 것보다는 적은 것이 더 좋기 때문이었다. 스물둘이라는 말에 황제는 더욱 놀라워했다. "스물둘이라. 이거 잘하면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전설의 데스마스터를 볼 수 있겠구만." 이미 데스마스터에 다다랐다고요. "자네의 친지들은 모두 잘 있네. 내가 그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어서 따로 막사를 내주었지. 이따가 안내인을 붙여줌세." "가,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대단하더군. 마스터급 데스나이트를 십여 명이나 호위로 붙여두다니 말이야." 윽! 나는 황제의 말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마스터급 데스나이트들은 내가 한나와 지크 형, 그리고 퓨리와 데인을 보호하기 위해서 붙여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이번에 네크로마스터 이상의 실력을 내보였다.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서 투입한 데스나이트들과 본나이트들. 나는 잔뜩 긴장하며 황제의 뒤에 서 있는 세분의 공작님들을 쳐다 보았다. 지금 만약 아공간으로 돌아가고 없는 그들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면 상당히 곤란해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공작님들의 입에서 나온 것은 구원의 손길이었다. "황제 폐하,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다른 일들을 해결하신 후에 그 일을 처리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흠, 델리아드 공작이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한스 군." "예?" "델리아드 공작에게 잘 보인 모양이구만. 이번에는 아쉽지만 나중에 계속하세." "예? 아, 예."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급조된 것으로 보이는 화려한 의자에 않는 황제의 등을 바라보았다. 델리아드 공작님 덕분에 이번은 잘 넘겼군.후~우. 나는 델리아드 공작님에게 감사의 표스로 고개를 숙여 보였고, 델리아드 공작님 역시 고개를 숙이며 웃어 보이셨다. 이어 황제가 의자에 앉자 델리아드 공작님과 프리아노스 공작님은 오린쪽에 가 서시고, 왼쪽엔 위즈덤 공작님과 애초부터 막사 안에 있는 줄도 몰랐던 한 마법사가 자리했다. 나는 그 마법사의 로브에 새겨져 있는 황실의 문장과 그로부터 기세와 마나량을 느끼곤 그가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을 실험실에서 지내 마법사단을 제2마법사단의 단장에게 맡긴, 황실 제 1마법사단장이란 사실을 말이다. 거의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황실 제 1마법사단장이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흠흠!" "아! 죄송합니다." 델리아드 공작님의 헛기침에 나는 급하게 이동하여 왼쪾에 섰다. 내가 오른쪽에 서지 않은 이유는 바로 내가 마법사이기 때문이다. 이미 눈치 챘겠지만, 오른쪽에 선 이들은 모두 무관이고, 왼쪽에 선 이들은 문관이었다. 위즈덤 공작님이 소드마스터이시긴 하지만 공작님의 가문은 대대로 문관이었고, 위즈덤 공작님의 황실의 실질적 직위는 재상이니 문관이라 할 수 있었다. 거기 왼쪽에는 황실 제 1마법사단장이 서 있으니 내가 왼쪽에 서는 것이 옳다고 생각되었다. 내가 왼쪽에 서자, 로브에 얼굴을 감촌 황실 제1마법사단장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황실 제1마법사단장, 진아하트 폰 로시아가 보고 드립니다." 에! 방금 진아하트 폰 로시아라고 했지. 로시아, 그것은 다름 아닌 황제의 성이었다. 그렇다면 베일에 싸인 황실 제1마법사단장이 황족이었단 말인가! 나는 너무 놀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도 쓰지 않고 황족인 황실 제1마법사단장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내가 그를 쳐다보고 있는 사이에도 보고는 계속되었다. 현재 시각의 콜로세움에 주둔중인 병력과 평민들의 수, 거기에 제국 소속의 귀족과 타국 괴족들의 수와 사망자 및 부상자돌, 그리고 그 밖에 식량사정 등과 같은 수많은 정보가 황실 제1마법사단장 진아하트의 입에서 공개되었다. "내일 아침이면 바로 진군하여 마물들과 흑마법사들을 쓸어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침내 진아하트의 보고가 끝을 맺었다. 확실히 임페리얼 블레싱 덕분에 관광을 온 타국 귀족들과, 제국 소속 귀족들과 함께 온 기사들과 호위병력, 거기에 수도 글로리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까지 기사들만의 수만 2천 명 가까이 되고, 보병만 2만이 넘으니, 마물과 흑마법사들은 쓸어버리고도 남을 것이다. 그라나 황실 제1마법사단장 진아하트 폰 로시아는 한 가지 놓친 것이 있었다. 바로 고스트 드래곤이란 존재를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녀석의 존재를 잊은 것은 그뿐이었다. "잠깐! 촌마법사단장님의 말씀에는 빠진 것이 있습니다." "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중요한 것을 잊다니, 총마법사단장님답지 않구만." "그러게 말이네, 백부님답지 않습니다." 황제의 백부라, 그렇다면 황제의 큰아버지라는 마리군.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닌데. "제가 잊은 것이라니요?" "가장 중요한 것을 잊으셨습니다. 바로 고스트 드래곤을요!" "고, 고스트 그래곤! 말도 안 됩니다! 고스트 드래곤이라니요!"ㅜ 고스트 드래곤이란 말에 총마법사단장은 믿을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긴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지. 하지만 이내 직접 보았다는 황제의 말과 세 공작님의 말에 그제야 진아하트는 믿게 되었다. 아마도 그는 오랫동안 외부에서 지냈던 모양이다. 수도 글로리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보았을 고스트 드래곤을 모르고 있다니 말이다. "그럼 고스트 드래곤에 대한 것은 전문가의 소견을 들어보도록 할까." 황제의 말과 함께 막사 안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흠흠, 하긴 이 자리에 언데드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는 나밖에 없으니까.그러고 보니 네크로맨시 학파와 서모닝 학파, 인챈트 학파의 마법사들은 모두 어디 간 거지? 나중에 한번 물어봐야겠군. "흠흠, 그럼 제 소견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고스트 드래곤은 아시다시피 유령 드래곤입니다." "그렇지." "일단 고스트 드래곤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래곤이란 종족에 대해서....." "잠깐잠깐! 여기 이 자리에서 드래곤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전투에서의 고스트 드래곤이 미칠 영햐오가 놈들을 물리칠 방법이네, 간단하게 요점만 말하게." 황제의 말에 나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나도 모르게 장황하게 설명하려고 했네. 나는 잠시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얼굴을 식혔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 고스트 드래곤과 함께 흑마법사들을 감당해야 한다면, 우리가 이길 확률은 20퍼센트, 아니 10퍼센트도 안 될 것입니다." "어째서?" "고스트 드래곤은 말 그대로 유령 드래곤입니다. 와이트, 레이쓰, 벤시와 같은 망령형 몬스터이죠. 아시다시피 망령형 몬스터에게는 직접적인 공격은 통하지 않습니다. 마법과 싱성마법, 마법검이나 신성력이 부여된 무기가 아니면 공격조차 불사능하다는 말입니다. 반면 고스트 드래곤은 물리력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세 공작님들도 인정하실 겁니다." "으음, 그렇지. 직접봣으니까." 델리아드 공작님은 나의 말에 대답하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이셨다. 아마도 고스트 드래곤에 의해서 황궁이 무너지는 것을 떠올리신 모양이다. 그런 데리아드 공작님의 표정을 잠시 쳐다보다가 나는 설명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망령형 몬스터는 생전에 무엇이었고 어떠한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지는데, 고스트 드래곤은 생전에 드래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아마도 드래곤의 생전의 능력, 그러니까 드래곤 피어라든지 강대한 마나를 이용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이건 저의 생각입니다만....." "말해보게" 내가 뜸을 들이자 황제는 심각한 표정으로 얼른 말할 것을 재촉했고, 고민하던 나는 결국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나 저의 생각입니다만, 고스트 드래곤은 언데드들을 지배하에 두어 다룰 수 있을 겁니다." "언데드를 지배하에 두고 다룬다고!" "예,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드래곤은 생전에 몬스터들을 마음대로 다루는 것을 말입니다. 그것은 드래곤의 강대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드래곤의 영역에 모여든 몬스터들은 녀석의 명령을 따르는 본능이 있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저는 고스트 드래곤이 언데드를 자신의 지배 아래에 두고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지능을 가진 언데드는 혼자 있지 않고 다른 언데드들을 지배하여 무리를 이룹니다. 그렇기에 고스트 드래곤이 하위 언데드들을 자신의 지배 아래에 둘 것이라 확신합니다." "으음, 확실히 그렇게 된다면 우리 제국의 이점이라 할 수 있는 네크로맨시 학파의 언데드는 무용지물, 아니 오리혀 악영향을 미치게되겠군." "음." 황제의 말 그대로였다.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이지만, 만약 나의 생각대로 된다면 그야말로 네크로맨시 학파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언데드를 이용한 인해전술은 무용지물을 넘어서, 적의 힘을 늘려주는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꼴이 될 것이었다. 이어 막사에 있던 모두는 고심하기 시작했다. 네크로맨시 학파는 확실히 전쟁이 일어난다면 엄청난 위력을 과시한다. 다만 이번과 같은 경우세는 예외지만 말이다. "혹시 대책은 없나?" "으음, 대책이라면 일단 소환하는 언데드의 수를 줄여서, 고스트 드래곤의 지배로부터 자신이 소환한 언데드를 지키는 것이 있습니다. 지배권이 유지 가능할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언데드 스스로의 의지로 거부하는 것입니다.그 외에는 생각나는 방법이 없습니다." "으음, 그렇다면 이번 토벌에서는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사들에게 언데드를 소환하지 못하게 해야겠군." "그렇게 되는군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마무로가 흑마법사들과 동시에 고스트 드래곤을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군요." 확실히 그나마 다행이었다. 언데드를 지배하고 마법까지 쓸지도 모르는 사상 최강이자 최악의 언데드인 고스트 드래곤과 함께, 마물과 흑마법사들까지 상대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니 말이다. 나는 잠시 고스트 드래곤을 나의 지배 아래에 두도록 시도를 해볼까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기억에서 그것을 지워버렸다. 고스트 드래곤 역시 언데드이니 네크로맨서, 그중에서도 높은 경지인 데서마스터의 다다른 나이니 도전해볼 만하지만, 위험부담이 어무 컸다. 만약 내가 진짜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면 시도를 해보았을 것이다. 검사든 마법사든, 다른 경지에 다다를 때마다 정신력은 강해지니 말이다. 거기에 나에게는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던 스승님이 남기신 아티팩트도 있기에 시도해볼 만했다. 그러나 운이 없게도 나는 데스마스터가 아니었다. 데스마스터에 다다른 자일 뿐이지. 이후에는 더 이상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았다. 단지 내일 아침, 아니 오늘 아침 하기로 한 진군은 보류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회의는 그것으로 끝이었고, 이후 우리는 각기 배정 받은 막사로 안내되었다. 그리고 나는 일행들이 있는 막사로 안내되었다, 뜻밖의 사람과 함께 말이다. "델리아드 공작님, 정말 티내지 않을 자신 있으십니까?" "걱정하지 말게." 나와 함께 한 이는 다름 아닌 델리아드 공작님이었다. 파티장에서 잠깐 본 것이 다였던 한나를 만나고 싶다며 나를 따라오신 것이다. 델리아드 공작님의 얼굴은, 자신의 동생 부부의 유일한 혈육을 본다는 것에 매우 상기되어 있었다. 이미 한 번 만나보셧는데도 말이다. 나는 그런 공작님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이미 계획은 세워두었다. 한나에게 모든 것을 밝히는 것으로 말이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내가 떠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처음엔 기왕 이렇게 된거 지금 밝힐까 하다가, 아직은 시기가 빠른 것 같아 금세 지워버렸다. 솔직히 나는 한나에게 직접 말할 자신이 없었다. 아마도 한나가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이미 떠나고 없을 것이다. 내가 남긴 편지를 볼 테니..... 왠지 씁쓸한걸. "이곳입니다." "아, 수고했네. 그럼 가보도록 하게."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우리는 일행들이 기다리는 막사에 도착했고, 델리아드 공작님의 말에 안내해준 기사는 고개를 숙여 보인 후 돌아갔다. 뭐, 그때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자. "후~우. 잠시만 기다리게 갑자기 긴장되는군." "오빠야!" 막사 안으로 들어가려니 꽤 긴장되시는지, 델리아드 공작님이 잠시 심호흡을 할 때, 막사에서 한나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곧 막사의 입구에서 한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델리아드 공작님은 덜컥 숨이 멈추는 것 같더니, 이내 숨을 내쉬셨다. "안나......" "오빠!" 와락! 한나는 공작님을 지나쳐서 바로 나의 품에 달려들고는 나를 꽉 껴안았다. 그리고는 나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자 잠시 로브를 적시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품에 안겨 울고 있는 한나의 등을 가만히 토닥여주었다. 아무래도 한나도 고스트 드래곤의 출현을 보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무사한 나를 보자마자 안긴 것이고. 아늬 품에 안겨 있는 한나와 나를 보며 델리아드 공작님은 섭섭한 표정을 지으셨다. "어어! 보기 좋은데." "동네 건달이 할 만한 대사를 읊고 있군요." "퓨리! 너도 그 생각했어! 나도 방금 그거 떠올렸는데!"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그건 지크 형과 퓨리, 데인이었다. 방금 전 대사는 확실히 동네 건달이 할 만한 대사인걸. 그나저나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야. [마스터를 뵙습니다.] 끄때 갑자기 회색의 낡은 로브를 입은 마법사. 그는 리치인 데리엘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뒤에는 마스터급 데스나이트를 비롯해서 최상급 데스나이트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놀라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도 이 주변에는 사람들이 없었고, 주변 막사는 모두 불이 꺼진 상태였다. 휴~ 다행이다. "모두들 보호하느라 수고했어. 데리엘만 남고 모두 아공간으로 되돌아가도록 해." [명을 받듭니다] 나의 명령에 데스나이트들은 그림자에 스며들어 아공간으로 사라졌고, 리치인 데리엘만이 남게 되었다. 나는 잠시 데리엘을 쳐다본 후, 고개를 돌려 델리아드 공작님을 쳐다보았다. 공작님의 표정에는 놀랍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리치라니. 자네 리치마저 부하로 두고 있나? 거기에 아까 그 데스나이트들은 또 뭔가. 무려 열 명이나. 모두 내가 느끼기에는 마스터급 네스나이트였네. 살마들을 이끌 때 보여준 언데드들도 그랫지만, 자네는 정말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군. 마스터급 언데드를 무려 백여 명이나 보유하고 있다니 말이야. 자네 혹시 왕국이라도 세울 참인가." "하하하! 그게... 물려받은 것이 꽤 많아서 말입니다." 나는 델리아드 공작님의 말씀에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ㅣ후 나는 데리엘에게 그간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간단하게 보고를 받았다. 뭐, 보고라고 해봐야 별다른 게 없었다. 그와 더불어 다른 리치들은 이미 나의 명령대로 모두 모여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에 나는 일단 그 상태로 대기하고, 언제든지 내가 명령하면 전투에 가담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도록 했다. 보고를 다 마친 데리엘은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조용히 사라졌다. 데리엘이 사라지고 난 후, 나는 한나를 안고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한나가 이상하게도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기 대문이다. 다 큰 녀석이 어리광은. "한스야, 그런데 저분은 어떤 분이시냐?" "아, 저분은 하이탄스 폰 델리아드. 로시아 제국의 세 기둥 중 하나인 델리아드 공작가의 현 가주이자 현 공작님이야." "아! 어디서 뵌 분 같더리니. 그 파티장에서 봤던 분이시군요!" "흠흠, 하이탄스 폰 델리아드 공작이라고 하네." 델리아드 공작님은 자신을 소개하면서 곁눈질로 한나를 계속 쳐다 보았다. 델리아드 공작님은 몰래 쳐다본다ㅏ고 쳐다보는 것 같은데, 여기 있는 그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너무도 티가 났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인지, 아니면 의외의 살마이 한자리에 있어서 그런지 막사 안의 분위기는 잠시 어색해졌고, 침묵만이 이어졌다. "흠흠, 나는 이만 가보겠네. 그럼 내일, 아니 아침에 다시 보기로 하지." "아, 예. 안녕히 가십시오." 결국 어색한 분위기를 참다못한 델리아드 공작님은 막사를 나서셨고, 그제야 지크 형을 비롯하여 퓨리와 데인이 입을 열었다. "뭐냐. 공작이란 살마 꽤 시간이 남나 봐." "아까부터 한나를 계속 곁눈질로 쳐다보는 게 자꾸 신경 쓰이더군요." "그 아저씨 변태 아닐까." "하하하!" "......" 졸지에 변태가 되어버린 공작님이셨다. * * * * * * 황궁에서 벗어나 수도 글로리에서 탈출, 아니 도망치면서 볼 수 있었다. 황궁에 나타난 엄청난 크기의 유령 드래곤을 말이다. 처음에는 무서웠다. 그 모습과 울음소리가. 그리고.... 저 유령 드래곤이 있는 곳에 오빠가 있다는 것이 무서웠다. 또다시 소중한 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를 덮쳤기 때문이다. 이후 나는 오빠가 호위로 붙여준 리치와 데스나이트의 호위를 받으며 안전하게 사직의 콜로세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 본 것은, 두려움과 공포에 의해서 휘둘리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헤어진 가족을 찾는 이들도 있었고, 마물들에 부상을 당해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죽은 자들도 있었다. 눈을 부릅뜨고 죽은 자들, 그들의 눈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 이어 우리는 싲가의 콜로세움에서 황제 폐하가 보낸 기사들에 의해서 막사로 안내되엇다. 하지만 그 후에도 머릿속에서는 눈을 부릅뜨고 죽은 자들의 모습이 떠나질 않았다. 어째서일까, 어째서.........어째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거지. [괜찮으십니까.] "아....." 나의 안부를 붇는 데스나이트. 그는 나의 아버지. 지금은 한스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나의 아버지였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어째서 눈을 부릅뜨고 죽은 이들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지를. 그 모습은 마치 아버지와 같았다. 나를 살리기 위해서, 도망치기 위해서 싸우다, 결국은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과..... 주르륵. [아, 아가씨!] 아가씨. 나를 아가씨라 부르는 아버지. 아버지는 매우 당황해하고 계셨다. 뭐가 그리 당황스러우셨을까.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나의 눈으로 흘러내리는 눈물, 나조차 언제부터 나왔는지 모를 눈물 때문이었다. 나...왜 울지. 와락! [아가씨,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스터는 괜찮으실 겁니다.] 아버지는 오해하고 있었다. 죽은 사람들을 보며 내가 오빠를, 아버지와 이름이 같은 한스 오빠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괜찮으실 겁니다.] 나의 등을 토닥이시는 아버지. 이것은 내가 어렸을 때 늘 악몽을 꾸고, 어둠이 무서워 울 때마다 아버지가 항상 대해주시던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때와 다르게 지금 내가 느낀 것은, 아버지의 따뜻한 체온 대신 차가운 갑옷의 냉기었다. "아....빠....." 흠칫! "흑. 아빠! 아빠!" 나는 아빠를 껴안았다. 그리고 그동안 부르지 못한 아빠를 몇 번이나 부르며 울었다.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울분이 풀릴 때까지..... "훌쩍! 손수건 줘." [아, 예] 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딱딱하게 굳어져 있던 아버지는, 나의 말에 바로 반응하시고는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주었다. 나는 손수건을 받은 뒤에 마법으로 대시의 물을 모아 적시고는, 막사 안의 간이침대에 누워 부어오른 눈에 손수건을 올렸다. "미안, 돌아가신 아버지랑 착각했어. 아까 네가 했던 행동이 어렸을때 아버지랑 했던 행동과 같았거든. 나도 참 멍청하지." [...그랬군요.] 나의 말에 대답하는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안도감과 동시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바보. 아쉬우면 직접 말하라고. 내가 네 아버지라고! 나는 당장이라도 그렇게 고리치고 싶었짐나, 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말할 용기가 없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후 아무 말 없이 누워 있던 나는 어느새 잠이 들었던 모양인지, 깨었을 때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담요가 목까지 올라와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때 갑자기 밖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밖에 다녀온 지크 오빠의 말에 의하면, 막 한스 오빠가 공작님들과 함께 도착했다고 했다. 하지만 한스 오빠는 지크 오빠의 말이 있은 지 한참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다른 누군가와 함께 말이다. 그러나 목소리를 통해서 오빠와 함께 온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바로 아버지의 치눅이자, 어머니의 오빠인 델리아드 공작님이었다. 나는 델리아드 공작님을 보고는 막사를 뛰어갔다. 그리고 한스 오빠에게 달려들어 오빠의 가심에 얼굴을 묻었다. 불안했다, 델리아드 공작님과 함께 온 한스 오빠가 무슨 말을 할지. 여기서 모든 걸 밝히려는 것일까? 안 돼. 밝히지 마. 밝히지 마. 속으로 몇 번이나 외쳤다. 나는 겁쟁이였다. 그냥 한스 오빠와 있고 싶었다. 한스 오빠와 항상 함께하고 싶었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스 오빠와 떨어지기 싫었다. 그래서 불안했고 무서웠다. 이 자리에서 모둔 것이 밝혀지고 한스 오빠와 떨어지게 되는 것이. 곧이어 나를 보고 엄마의 애칭을 부르는 공작님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를 보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는 시선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무시했다. 그러자 나로 인해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얼마 안 가 공작님은 막사를 나섰다. 그리고 졸지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목한 시선은 변대의 시선이 되어버렸다. 죄송해요, 델리아드 공작님. 나는 잠시 다른 오빠들과 함께 어핵하게 웃고 있는 한스 오빠를 쳐다보았다. 과연 내가 한스 오빠에게 느낀 그 감정은 무었일까. * * * * * [하~암. 재미없다. 도대체 언제까지 가만히 있는 거지?] 폐어가 되어버린 황궁. 그곳에서 펠의 주인인 그는 균열이 가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기둥 위에서 과자를 먹으며 고스트 드래곤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것도 지척에서 말이다. 그는 지금 매우 지르해하고 있었다. 수도 밖의 인간들을 상대로 화려한 파티를 벌이며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고스트 드래곤이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스트 드래곤은 계속해서 자신의 몸을 이루는 수많은 망령들을 걸러내는 작업을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작업 끝에 녀석의 몸집은 처음의 절반에도 마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몸을 이루는 망령들의 지배력은 더욱 견고해졌고, 그로 인해서 몸의 색은 더욱 선명해져 있었다. 만약 이를 처음 봤다면, 비늘의 색과 냉기로 인해서 화이트 드래곤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눈만 아니라면 말이다. 붉게 빛나는 눈동자. 그 눈동자만이 이것이 살아 있는 드래곤이 아닌, 죽은 드래곤이라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크우우우우우! 숨을 들어 내쉬는 소리. 이는 마치 살아 있는 생물과도 같았지만, 의미는 달랐다. 살아 있는 생물의 호흡은 공기 중의 산소를 마시기 위한 행동이짐나, 이미 죽어 있는 고슽 드래곤의 호흡은 그간 몇백 년간 마법진을 유지하느라 소모된 마나를 회복시키니 위한 것이었다. 입을 통한 호흡뿐만 아니라 전시을 통해서 마나를 빨아들이고 있지만, 그간 소모된 드래곤 하트의 마나는 아직 다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과 같은 고스트 드래곤은 드래곤 하트의 마나의 회복과 육체를 이루는 망령들을 걸러내는 행동을 동시에 하고 있었고, 이제 그 일도 서서히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크우우우우우! 붉은 눈은 더욱 빛나고 있었다. 앞으로 있을 수천, 수만의 망령을 통해서 만들어낸 육체로 인간들에게 가져다줄 절망을, 자신이 죽기 직전에 느꼈던 절망보다 몇 배니 되는 절망과 공포를 안겨다줄 것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지루해. 지루해. 도대체 언제쯤 움직이는 거야.] [주인님.] [응? 왜 그래?] 갑자기 나타는 펠은 무엇인가 할 말이 있는 듯 자신의 주인을 불렀다. 이에 펠의 주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에 들린 과자를 먹으며 말했다. [인간들이 한곳에 집결해 있습니다.] [그래? 오히려 잘됐네.] [그게, 문제가 되는 것이... 모인 인간들 중의 상당수가 전투 병력이고, 이대로 아침이 밝는다면 고스트 드래곤이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모여 있으면 강한 종족이니 말입니다.] [모여 있다라.] 펠의 말에 그는 갑자기 히죽거리며 웃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마치 재미있는 일이 생각났다는 듯이 말이다. [펠, 이미 작업은 모두 끝났지?] [예. 이미 모두 종료된 상태입니다.] [그럼 다들 놀고 있겠네?] [예. 그렇습니다만........] [좋았어! 그럼 모두 이리로 오라고 해.] [이리로... 말입니까?] [그래. 이리로. 후후후. 집단전, 그것만큼 재미있는 게 없지. 키키키!] * * * * * 결국 아침이 밝았군. 나는 잠시 나의 종아리를 베고 자고 있는 한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머리를 들어 올린 후, 아공간에서 푹신한 베게를 꺼내어 대신 베게 하고 막사를 나왔다. 주위의 막사는 모두 조용했다. 새벽 내내 고통을 호소하며 앓던 이들도, 도망치던 도중에 헤어진 가족을 찾아 헤메던 사람들도 모두 잠에 빠진 모양이다. 이와는 반대로 막사촌 외곽은 시끄러웠다. 잠에 빠진 사람들과 피난민들을 위해 식하를 준비하는 이들과, 혹시 모를 전투를 대비하여 장비를 손질하고 경비를 서고 있는 이들로 인해서 시끌벅적했다. 언제 전투가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잠시 정찰을 다녀오는 것이 좋겠지. "아, 한스군. 일어났는가." "응? 델리아드 공작님." 막사촌을 막 벗어나 팬텀스티드를 소환하려는 그 때, 나를 부르는이가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델리아드 공작님이었다. 델리아드 공작님 역시 나처럼 밤을 새셨던 모양인지, 피곤한 기색이 조금 엿보였다.아무래도 밤새 고민하신 모양이다. 소드마시터이신 공작님이 피곤해 하실 정도면 말이다. "자네도 밤을 샌 모양이군. 역시 젊음이 좋긴 좋군." "소드마스터이신 공작님이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런가? 그건 그렇고, 한나는 어떤가." "아, 새벽 내내 울다가 잠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죽은 사람들을 보고 죽기 직전의 한스 씨를 떠올린 것 같더군요. 잠을 자는 도중에도 계속 한스씨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그렇군. 한나를 잘 부탁하네. 한나가 무척이나 자네에게 의지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이렇게 말씀하시면서도 델리아드 공작님은 씁쓸함을 감추시지 못하셨다. 하긴 하나뿐인 혈육이 자신이 아닌 타인을 의지한다고 생각하니 서운하고 씁쓸하시겠지. 이후 공작니모가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재 이곳에 주둔한 병력의 수라든지, 아침 식사가 끝난 후에 피난민들을 어디로 이동시킬 것인지 등등. 그리고 현재 황제의 명으로 각 역지에서 병력이 차출되어 수도 글로리로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것이 고스트 드래곤을 상대로 하는 것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고, 자네 아까 어딜 가려고 했나?" "아, 그게. 글로리에 좀 다녀오려고 했습니다. 고스트 드래곤이 오지 않는 것도 이상하고, 아시다시피 이곳으로 이동하는 도중에도 흑마법사들의 공격도 전혀 없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가서 정찰을 하고 오려고요." "하긴 자네 정도의 실력자라면 위험하진 않겠군. 나도 부탁하겠네." "맡겨주십시오." 정식으로 델리아드 공작님의 부탁을 받게 된 나는, 바로 아공간에서 프로스트 웜 한 마리와 기수인 데스나이트를 꺼내어 수도 글로리로 향했다. 이거 뭔가 심상치 않은데. 잠시 후, 프로스트 웜 위에서 바라본 수도는 너무 조용했다. 거리엔 살마들을 학살하고 보금자리를 불태운 마물들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그 거대한 고스트 드래곤의 모습조차도 말이다. "이상해, 이상해." 마물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렇다 쳐도, 그 누구도 지배할 수 없는 고스트 드래곤조차 모습이 보이지 않다니 말이다. "저기, 이름이 뭐지?" [에일이라고 합니다, 마스터.] "그래, 에일. 선회하면서 천천히 하강해." [마스터, 하강하는 것은 추천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기습을 당할 수도......] "걱정하지 마. 안 그래? 잭." [물론입니다. 마스터]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기습을 걱정하는 데스나이트, 에일. 그리고 나의 대답에 모습을 드러낸 뱀파이어 후작, 잭. 아직 해가 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잭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자외선 차단 크림과 선글라스라는 현대의 물품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잭이 해가 떠있는 시간에도 활동할 수 있는 이상, 나는 기습으로부터 안전했다. 에일은 나의 그림자에서 모습을 드러낸 잭을 보고 놀라고는, 이내 나의 말에 따라 선회하면서 하강하기 시작했다. 이상해, 이상해. 마물은 그렇다 쳐도, 그렇게 거대한 고스트 드래곤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단. 슝!! [마스터!] 그때 갑자기 에일이 나를 밀쳤다! 퍼억! 크아아아아아!! 나는 곧 에일이 나를 밀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무언가가 에링과 프로스트 웜의 몸을 관통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에일의 상반신은 그대로 관통되어 풀플레이트 메일 안의 뼈를 드러내고 있었고, 프로스트 웜도 거대한 구멍이 나 있어 이미 죽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으로 인해 발버둥치고 있었다. 만약 에일이 나를 밀치지 않았다면, 아마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치명상을 면치 못했을 것이었다. [괜찮으십니까? 마스터.] 어느새 안개로 변한 잭이 나를 떠받치며 물었다. 나는 공중에서 발버둥치고 있는 프로스트 웜과 에일을 아공간으로 강제로 집어넣었다. 둘은 던데드, 살아 있었다면 어떻게 못하겠지만, 이미 죽은 존재인 언데드라면 얼마든지 회복 가능한 상처였다. 그 후, 나는 또 다른 프로스트 웜과 기수를 꺼내여 옮겨 탔다. 슝!! 슝!! 슝!! "크윽! 프로텍스 프롬 미사일!" 또다시 날아오는 정체불명의 무엇인가는 다름 아닌 기둥이었다. 누군가 기둥을 쏘아 보낸 것이다. 그것은 에일의 상반신을 관통해서 생긴 구멍만 한 지름 40~50센티미터는 되어 보였는데, 날아온 기둥 역시 그랬다. 이런 무거운 것들을 쏘아 보내다니, 흘마법사들이 발리스타라도 준비한 것인가. 슝! 슝! 슝! 연이어 날아오는 기둥들! 하지만 기둥들이 날아온 곳은 여전히 아무것도 없는 폐허였다. 그렇다면 서, 설마! 나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심정에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말이지, 불길한 예감은 항상 적중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디스펠 매직!" 크아아아! 취익! 취읶! 키키키! 쿠어어! 디스펠 매직의 효력이 미치는 곳을 통해서 몬스터들의 모습과 외침이 들렸다. 그렇다. 흑마법사들은 이곳. 수도 글로리에 몬스터들을 소환한 뒤에 인져빌리티 조노가 사일런스를 시전해둔 것이다! 광범위하게, 그것도 데스마스터에 다다른 나를 속일 요량으로 말이다. 나는 날아오는 기둥들을 피하며 연거푸 디스펠 매직을 시전했고, 대충이나마 인져빌리티 존과 사일런스가 시전된 범위를 알 수 있었다. "디스펠 매직!" 마지막, 도망칠 생각으로 시전한 디스펠 매직. 그 덕분에 나는 볼 수 있었다. 크기는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마치 화이트 드래곤처럼 선명한 모습을 한, 그리고 너무도 섬뜩한 붉은 눈빛을 가진 고스트 드래곤을 말이다! 마, 말도 안 돼! 저게 진짜 고스트 드래곤이란 말이야!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 눈으로 보아도 고스트 드래곤이 처음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해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데, 몬스터들까지 소환되어 있다니. 흑마법사들이 모두 고스으 드래곤에 의해서 지배라도 당한 것인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전력으로 후퇴해!" [예스, 마스터!] 크아아아아아아아!! 막 후퇴하려는 그때, 들려온 엄청난 고함. 그것은 오우거의 고함도, 트롤이나 오크, 드래이크의 고함도 아닌, 한없이 차가우면서 섬뜩한, 그리고 엄청난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 존재는 단 하나. 바로 고스트 드래곤의 외침인 것이었다. 나는 딱딱하게 굳어져 움직여지지 않는 목을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볼 수 있었다. 해체된 인져빌리티 존과 사일런스로 인해서 모습을 드러낸 고스트 드래곤의 완전한 모습과 수많은 몬스터들을 말이다. 막 움직이기 시작한 고스트 드래곤의 눈과 나의 눈은 공교롭게도 마주치게 되었고, 그때 마를 향한 말인지, 그냥 혼잣말인지 알수 없는 말이 들려왔다. [이제 시작이다.] 크아아아아아아!! * * * [꺄아아아! 움직인다! 움직여! 시작이다! 시작이야!] 펠은 기둥 위에서 손뼉까지 치면서 좋아하는 주인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펠은 그의 주인과 함께 고스트 드래곤의 바로 지척에 있었고, 고스트 드래곤의 엄청난 존재감과 느껴지는 힘은 펠로 하여금 식은땀을 흘리게 하고 있었다. 반면 자신과 다르게 아무렇지 않게 순수하게 기뻐하고 있는 자신의 주인을 보며, 펠은 다시금 주인의 엄청난 힘에 고개를 숙인 수밖에 없었다. 아어 펠은 그런 주인을 잠시 쳐다본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크아아아! 쿠어어어! 취익! 취익! 키이이이! 크르르르! 이미 일을 마친 흑마법사들까지 동원한 데다 자신의 주인조차 나서서 불로낸 몬스터들, 그 몬스터들은 고스트 드래곤이 움직이기 시작 한 후,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눈이 붉어지며 더욱 흉포해짐과 동시에 사악함을 드러내었다. 아마고 그것은 고스트 드래곤의 영혼 때문이리라. 주변이 변화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퍽! 퍽! 끼리릭! 끼리릭! 구어어어! 마물들에 의해서 죽은 살마들의 육신과 살아남기 위해 저항했던 죽은 마물들의 시체, 그리고 애초부터 수도 글로리가 만들어지기 전에, 혹은 만들어지고 묻혀 있던 죽은 자들의 시체가 일어난 것이었다. 그 수는 가히 엄청났다. 어째서 고스트 드래곤의 이름 앞에 최강이자 최악의 언데드란 호칭이 붙는지 알게 해주는 모습이었다. 땅속에서부터 나온 시신 중에는 놀랍게도 상급의 언데드도 일부 껴있었다. 그 수가 적은 것은 아니었지만, 죽음의 안식으로부터 몸을 일으킨 언데드들의 수에 비하면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마법을 사용하는 언데드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나마 말이다. [대단해! 생각 이상이야! 정말 엄청나! 재미있겠어! 정말 재미있겠어! 언데드와 몬스터 대 인간의 복수와 생존을 건 접전! 그 사이에서 살고자 하는 욕망은 엄청나겠지! 또 어떤 감정이 섞여 있을까. 궁금해! 궁금해! 키키키!] [....] 펠은 자신의 주인의 그런 모습에 섬뜩함과 두려운을 느꼈다. 주인으로 보이는 것이 순수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니, 순수하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 것일지도 몰랐다. 순수함만큼 무서운 것도 없으니까. [키키키!] [주인님.] [응? 펠, 왜?] [자리를 옮기시지요, 제가 명당자리를 알아봐두었습니다.] [그래! 가자! 어서 가자! 진짜 명당이지? 보고 싶어! 어서 보고 싶어! 이들과 인간들의 전투를! 키키키키!] 펠의 주인은 몸을 일으키며 펠을 따랐고, 그러는 도중에도 쉴 새 없이 웃었다. 그런 자신의 주인을 보며 펠은 아무 말 없이 걸어갔다. 그러면서 어쩌면 자신의 원수가 이번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에 펠은 자신의 원수인 한스가 자신의 주인의 장난에서 살아남기를 빌었다. 그렇게 아침은 시작되었다. * * * "더 빨리! 더 발리 날아!" [지금이 최고 속도입니다! 마스터!] 나는 데스나이트에게 더운 빨리 날 것을 재촉했지만, 사실 지금이 최고 속도임을 알고 있었다. 로시아 제구그이 수도 글로리로 향할 때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였짐나, 나에게는 한없이 느린 속도로 느껴졌기에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어서 좀 더 빨리 가야 한다. 고스트 드래곤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보다 더 강해졌고, 거기에 흑마법사들이 불러들인 몬스터드로가 고스트 드래곤의 외침에 의해서 다시 일어난 망자들이 있는 이상, 조금이라도 더 빨리 도착하여 이 사실을 알려야 했다. 결국 나는 데스나이트와 프로스트 웜을 닦달한 끝에 사람들이 피난온 시작의 콜로세움에 도착할 수 있었고, 사람들이 하나 둘 일어나 돌아다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데스나이트와 프로스트 웜을 보고 잠시 놀라긴 했지만, 어제 겪은 일과 비교하면 우리의 등장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보통 때처럼 행동했다. "잭!" [예, 마스터.] 나는 프로스트 웜 위에서 뛰어내리면서 잭을 불렀고, 잭은 나의 의도대로 안개화하여 나를 받아내고는 천천히 내려갔다. "잭! 황제 폐하를 비롯해서 수뇌부의 위치는?" "앞장서겠습니다." 안개화를 풀고 제 모습을 드러낸 잭은 나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일단 수뇌부에 당장 내가 보고 온 사실을 알려야 했다. 빠른 속도로 걸어가는 잭을 더욱더 재촉하면서, 나는 결국 수뇌부들이 모두 모여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막사 앞에는 골드 글로리 나이츠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급하게 오는 나를 발견하고는 회의에 늦어 서두르는 것이라 생각했는지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마침 회의 중이었는지 황제와 세 공작님, 그리고 황궁 제1마법사단장님도 계셨다. 그리고 보지 못했던 이들도 있었지만,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갑자기 막사에 내가 들어서자 조금 놀라워하다가, 이내 각자 다른 표정을 내보였다. 황제를 비롯하여 세 공작님은 나를 반가워했짐나, 황궁 제1마법사단장님을 비롯하여 다른 이들은 모두 불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서 오게, 최연소 네크로마스터 한스 군. 델리아드 공작에게 듣기로는 정찰을 갔다고 하던데, 빨리 다녀왔군. 어디 정찰 내용을 한번 들어볼까." 나는 황제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말을 하는 속도가 왜 이리 느린지, 정말 황제가 아니었으면 노화 저주라도 걸어주고 싶을 심정이었다. "황제 폐하! 당장 여기 있는 사람들을 피난시켜야 합니다. 또 당장 싸울 수 있는 병력은 모두 전투 준비를 해주십시오!" "감히 황제 폐하 앞에서 언성을 높......" 슥! "계속 말해보게!" 내가 언성을 높혀 말하자, 처음 보는 마법사가 나에게 뭐라고 하려 했지만 황제의 제지로 그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고스트 드래곤! 고스트 드래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흑마법사들이 무슨 생각인지 몬스터들을 소환하였고, 고스트 드래곤이 활동을 시작하자 수도 글로리에 잠들어 있던 망자들이 일어나 진군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서 사람들을 피난시키고 전투 준비를 해야 합니다. 시작의 콜로세움과 수도 글로리으 ㅣ거리는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이 알고 계식 겁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말도 안 되네! 고스트 드래곤은 그렇다 치고, 흑마법사들이 소환한 몬스터라니! 뭐 하려고 흑마법사들이 번거롭게 몬스터들을 소환한단 말인가! 그들의 목적은 이미 다 이루었는데 말이다!" 나의 말에 반박하는 한 마법사. 누군지는 모르지만 체내의 마나를 보아하니 네크로맨시 학파의 사람으로 보였다. 목적은 완수했다는 말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확실히 그의 말이 맞았다. 뭐 하려고 흑마법사들이 번거롭게 몬스터들을 소환한단 말인가. 하지만 나는 누으로 보았다,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을 말이다. 솔직히 이번 사건에서 흑마법사들의 의도는 분명치 않다. 황궁을 무너트리고 수도 글로리를 파괴함으로써, 제국에 수치를 주고, 대륙에 자신들의 힘을 알리는 것이 이번 사건을 벌인 흑마법사들의 의도라면 이미 완수한 상태였다. 짐작컨대 그들의 목적은 그것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황제의 암살은 더더욱 아닐 테고 말이다. 도대체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곧있을 몬스터들과 언데드들의 진군과 고스트 드래곤을 생각하여 이곳에 피난 온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고, 후퇴하여 재정비를 하거나, 어서 전투를 벌일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의 어떤 목적을 다 이루었는지 모르지만, 제가 한 말은 모두 사실입ㄴ디ㅏ!" "말도 안 되네!" "저 한스 게이시스는 생명으로서 죽음을 이해하고 불노불사를 꿈꾸는 자로서, 생명과 죽음 앞에 제ㅐ가 말한 것이 사실임을 맹세합니다!" 우우웅! "....!" 생명과 죽음 앞에 하는 맹세, 이는 네크로맨서들에게 마나의 맹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생명과 죽음을 다루는 네크로맨서로 반드시 어겨서도, 거짓을 말해서도 안 되는 맹세가 바로 생명과 죽음의 맹세였다. 내가 맹세를 하자마자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못했겠지만, 공기 중의 퍼져 있는 죽음은 공명을 했다. 생명과 죽음의 명세를 어기고 거짓을 말했다면, 나는 이 자리이ㅔ서 바로 죽음을 맞이햇을 것이다. 이는 모든 네크로맨서들에게도 적용되는 사실이었다. 내가 생며오가 죽음의 맹세를 하자 막사 안의 사람들은 모두 놀라워했고, 나의 말에 반박했던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사는 놀라움을 넘어서 경악했다. 다행히 게이시스란 성은 생명가 죽음의 맹세로 인해서 주목을 받지 않는 듯했다. 나중에야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제 믿으시겠습니까." "으음." "하이탄스 폰 델리아드 공작은 앞으로 나서라!" "예! 황제 폐하!" 황제의 명응로 델리아드 공작님은 오른쪽에서 걸어 나와 황제의 정면에 선 뒤에 무릎을 꿇었고, 나는 재빨리 움직여 왼쪽에 섰다. 스르릉! 황제는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빼낸 후, 검등을 델리아드 공작님의 오른쪽 어깨 위에 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나 제리크리트 폰 에이하르프 로사이의 이름으로 그대를 이번 토벌군의 군단장으로 임명한다!"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드나이다!" "휴머니즈 폰 위즈덤 공작은 앞으로 나오라!" 이어 황제는 위즈덤 공작님을 불러 델리아드 공작님 옆에 무릎을 꿇었다. "나 제리크리트 폰 에이하르프 로시아의 이름으로 그대를 이번 토벌군의 군사로 명하노라! 델리아드 공작을 도와 적을 토벌하여라!"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드나이다!" "그리고 이건 그대들에게 황제이기 이전에 그대들의 한 명의 친우로서 말하겠네. 반드시 살아 돌아오게. 그리고 미안하네." 황제는 정말로 미안하다는 표정을 하며, 양손으로 델리아드 공작님과 위즈덤 공작님의 어깨에 손을 올리셨다. 확실히 이번엔 살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만큼 고스트 드래곤은 엄청난 몬스터인 것이다. 게다가 흑마법사들이 소환한 몬스터들과 언데드들까지 있으니 살아서 돌아올 확률은 극히 낮았다. 그런 곳에 자신의 신하이기 이전에 친구를 보내야 하니, 황제로서는 많이 미안했을 것이다. "황궁 제1마법사단장이자 총마법사단장인 진아하트 폰 로시아는 들어라. 이번 토벌군에 황궁마법사단은 아낌없이 지원하고, 네크로맨시와 서모닝, 그리고 인챈트 학파에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라." "황제 페하의 명을 받드나이다." "가라! 시간이 없다! 서두르라! 적은 우리들 코앞에 와 있다!" 그 말에 델리아드 공작님과 위즈덤 공작님, 그리고 총마법사단장인 진아하트님을 비롯해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사는 곳장 막사를 나섰다. 그리고 총마법사단장의 뒤를 따르는 마법사들은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사 외에도 2명의 마법사가 더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들은 나머지 두 학파인 서모인 학파와 인챈트 학파의 마법사인 것 같았다. 이렇게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막사에 남은 사람은 나를 비롯하여 프리아노스 공작님과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제2마법사단장 제르딘 페인니모가 황제, 이렇게 4명뿐이었다. "황제 폐하, 그럼 저도 가보겠습니다.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나 최선응ㄹ 다해 돕겠습니다." "부탁하겠네." 이후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막사를 나섰다. "오빠!" "한스야." "형!" 막사를 나서자마자 나를 부르는 이들. 그들은 다름 아닌 한나를 비롯해 지크 형과 퓨리, 데인이었다. 그들 뒤에는 잭이 서 있었는데, 잭은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알고 이곳에 온 거지? "오빠." "미안. 아무래도 아침 식하는 같이 못할 것 같네. 대신 나중에 오빠가 거하게 쏠게." "지금 아침 식사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 "하하하! 그런가." 나는 난처한 얼굴로 한나에게 웃어주었다. 이에 한나는 잠시 화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이내 뭔가 다짐한 듯 표정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나도 갈게." "뭐?" "나도 오빠를 따라갈 거야." "안 돼!" "돼!" "안 돼!지금 내가 어딜 가는 줄이나 알고 었어!" "나도 알아! 아니까! 간다는 거란 말이야!"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면서도 나를 따라가겠단다. 설마 한나가 이렇게 떼를 쓸 줄은 몰랐고, 지금과 같은 상황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안 돼." "돼!" "한나야!" "....." "한나야, 네가 나를 따라와 봤자 오히려 방해만 될 뿐, 도움이 안돼. 그리고 나무 걱정하지 마. 이건 한나에게만 말해주는 건데, 오빠는 전설의 네크로마스터인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제자일 뿐만 아니라, 모든 유산을 이어받은 데스마스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이곳에서 사람들을 도와주렴." "오빠는.....오빠는....." "응?" "오빠는 바보야!!!" 한나는 이 말을 하고 뛰어나갔다. 이, 이런. 나는 뛰어나가는 한나를 잡지 못했다. 대신 데인이 뒤따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에유, 목도 많은 녀석." "복?" "어쭈, 눈치도 없네. 네가 무슨 게임 속 주인공이냐?" "도대체 무슨 소리야?" "됐다, 인마. 그건 그렇고, 많이 위험한 거냐?"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다가, 이내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지크 형을 보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상대는 고스트 드래곤이니까.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진 마. 나 혼자 싸우는 것도 아니니까." "후~우. 그렇구나. 뭐, 아까 네 말대로 우리가 가봐야 도움도 안되겠지. 아니, 한나와 퓨리, 데인이라면 도움은 조금 되겠지만, 나는 전혀 안 되겠네. 이거 속 쓰리네." "형." "장난이야, 장난. 그래, 잘 다녀와라. 한나와 녀석들은 내가 잘 보살필 테니까." "...다녀오십시오." 이 말을 남기고 지크 형과 퓨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둘의 등에서 한동아 시선을 떼지 않고 사람들과 섰여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았다. 형, 걱정하지 마. 반드시, 반드시 살아 돌아올 테니까. 나는 마음속으로 수십 번이나 살아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기다리고 있던 잭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는 그를 불렀다. "잭." "셰인을 비롯하여 다른 본마스터들의 휘하 병력들까지 모두 전투에 투입할 준비를 마쳤으며, 데스나이트와 리치들, 그 외에 마스터의 스승님과 마스터가 제작하신 언데드들 까지 모두 전투에 투입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본마스터드로가 휘하 병력의 운용은 본마스터 셰인에게 전담시켰으며, 데스나이트와 리치들, 그리고 제작된 언데드들은 각기 데스나이트와 리치들이 뽑은 이들에게 맡겼습니다." 내가 이름을 부르자마자, 전투 준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잭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잭의 보고가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제 휘하의 뱀파이어 일족은 모두 자외선 차단 크림을 바르는 중입니다. 또 알아본 바에 의하면, 대륙에서 제일 가까운 영지 지원군의 도착 시간은 앞으로 두 시간 뒤라고 합니다. 철야진군으로 지쳐 있긴 하지만, 바로 전투에 투입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입니다." "철야진군을 할 병력이 있다고? 정말 의외인걸." 조금 의외였다. 까다롭기 그지없는 귀족이 철야진군을 하여 이동해 오다니 말이다. 아마도 그 병력을 데리고 오는 귀족은 보통 충신이 아닌 모양이었다. 게다가 뱀파이어들까지 전투에 가담한다. 뱀파이얻르이라. 확실히 그들이라면 큰 도움이 되겠지. 유사 인간족이지만, 동시에 몬스터로 분류되는 뱀파이어. 그들은 하급이라 하더라도, 인간의 몇 배다 되는 근력, 민첩성과 함께 항마력도 지니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약점이라 할 수 있는 햇빛을 차단하는 자외선 차단 크림이 있으니, 가히 엄청나다 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들에게 공급할 무기인데.......... "잭, 델리아드 공작님께 찾아가서 뱀파이어들의 숫자에 맞게 무기를 배정 받고, 만약 배정 받지 못한다면 나를 찾아오도록." "그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무기 정도야 저희가 따로 준비하면 됩니다. 그리고 저희에게 무기는 있으면 편한 도구일 뿐입니다." 스스스스. 그리고는 웃으며 손톱을 길게 만들어 보이는 잭. 확실히 뱀파이어들에게는 그렇겠군.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들에 의해서 사람들이 강제적으로 이동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에 반항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은 기사에 의해서 제압되어 끌려갔다. 델이아드 공작님이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데 기사들까지 투입하신 것이다. 확실히 기사들이라면 준귀족이니, 평민들이 두말없이 따를 수밖에 없겠지. 움직이는 이들을 보며 나는 그들과 반대로 걸어갔다. 그러나 나를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느새 본마스터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어 내 뒤에 섰기 때문이다. [키키키. 정말 오랜만에 하는 전투인걸. 안 그러냐, 우라노스] [크크크. 그러게 말이야. 정말 오랜만에 피터지게 싸울 수 있겠어.] 앞으로 있을 전투가 기다려지는지, 들뜬 목소리로 떠드는 빌리와 우라노스였다. 그 목소리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앞으로 전투가 벌어질 사실을 사람들이 알았다가는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사람들을 지나쳐 피난민들의 외곽인 막사촌의 밖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막사촌 밖에서는 팬텀스티드에 오른 데스나이트들과 프로스트 웜을 세워둔 채 리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둥에 의해서 격추되에 거대한 구몽이 뚫린 프로스트 웜은 리치들이 고쳤는지 멀쩡한 모습이었다. 그들 이외에도 본홀스들이 고삐를 쥔 채 본랜서들과 본나이트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전차를 대기시켜놓고 기다리는 본 브레이커들도 있었다. 그야말로 대군. 최상위 언데드들로 이루어진 재군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언데드들은 내가 등장하자 알제히 나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죽어 있는 자들의 시선이었지만, 그들의 시선 속에는 전투에 대한 열의로 가득했다. 그들은 모두 각기 다른 목표를 위해서 죽음에서 부활한 것이지만 말이다. 나는 그런 그들을 쭉 살펴본 뒤에 입을 열었다. "모두 알겠짐나 이번 상대는 지금까지 상대했던 상대와는 수준이 다르다. 최강이자 최악의 언데드 드래곤의 영혼으로 탄생한 고스트 드래곤이다." 이번 싸움의 상대가 고스트 드래곤이라 하자 언데드들의 눈빛은 더욱 거세졌고, 그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투기와 사기는 더욱 강해졌다. "물론 고스트 드래곤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흑마법사들이 소환한 마물과 몬스터들고 있고, 고스트 드래곤에 의해서 다시 일어난 망자들도 있다. 나는 고스트 드래곤과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너희들을 모두 이용할 셈이다. 너희들이 몸이 박살나고 가루가 난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약속하마. 이번 전투에서 너희들은 너희들이 원하는 만큼 전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첫 번째이고, 설사 몸이 박살나고 움직이지 못하는 상대가 된다고 해도, 머리만은 어떻게든 남겨라. 머리만 남는다면, 내가 어떻게는 회수하여 회복시켜 주겠다. 다시 싸울 수 있도록,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말이다.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약속이다." "......" "모두 가자! 가서 보여주는 거다! 녀석들이! 고스트 드래곤과 흑마법사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을 벌였는지 말이다!" 척척! 언데들은 나의 말에 고함을 지르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고, 아무말 없이 더욱 거센 투기를 내뿜으며 각작의 탈 것에 올랐다. 본나이트들과 데스나이트들은 본홀스와 팬텀스티드에, 본브레이커와 본베이지는 본브레이커의 전차에, 프로스트 웜을 조종할 기수와 리치는 프로스트 웜에 올랐다. 뱀파이어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짐나, 하나 둘씩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내가 직접 만든 프로스트 웜에 올랐다. 그 프로스트 웜에는 리치 데리엘이 타고 있었다. [셰인, 데리엘.] [예, 마스터.] [셰인, 이번 전투에서는 전력을 다할 것을 허락한다. 스켈레톤을 소환해도 좋다. 이번 전투에서 총지휘는 내가 하겠지만, 셰인은 임의로 본 시리즈를 총괄한다. 데리엘 역시 마찬가지다. 데리엘은 제작된 데스나이트를 비롯하여 리치와 제작된 언데드들을 총괄 지휘한다. 이번 전투에서 우리는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한다. 현재 준비된 군대는우리들뿐. 황제의 군대가 준비를 서두른다 하더라도 시간이 걸린다. 피난민들은 모두 도망치는데도 말이다. 다시 한 번 말아지만 우리의 목적은 시간을 끄는 것이다. 이를 모두에게 숙지시키도록.] [예, 마스터.] [그리고 만약 할 수 있다면, 우리의 힘으로 고스트 드래곤을 소멸시킨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고스트 드래곤인 것이다.] [예! 마스터.] 말을 마치자마자 본 시리즈와 데스나이터, 그리고 리치들을 모두 셰인과 데리엘에게 나의 말을 전달받고는 이내 더욱 거센 투기를 내뿜었다. 나는 언데드들이 내뿜는 투기를 느끼며 외쳤다. "가자! 적들에게 우리에게 덤빈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는지 보여주는 거다! 전군, 전속 전군!!!" [예스! 마이 마스터!] * * * 크우우우우. [나는 죽었다.] 고스트 드래곤. 사상 최강이자 최악의 언데드는 혼잣말을 시작했다. 그렇다. 그는 죽었다. 다름 아닌 성룡이 되기 불과 몇 시간을 남기고 말이다. 수천, 수만의 망령들을 걸러내고 완전한 몸을 만들어낸 뒤에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있게 된 고스트 드래곤은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떠올린 것이다. 그의 이름은 라페우스. 가장 흉포하다는 레드족의 일원이었다. 불과 성룡이 되기 위한 몇 시간을 남기고 그는 죽었다. 완전한 일족으로 거듭나는 데 불과 몇 시간을 남기고 말이다. 과연 어떻게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설치해주신 결계들과 선물로 받은 키메라들을 해치우고 왔는지 모르지만, 인간들은 성룡으로 거듭나는 과정인 변태 도중에 자신의 레어에 온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거침없이 공격을 했고, 자신은 죽었다. 보통 인간이라면 뚫지 못했을 변태 당시에 생기는 보호막을 뚫고는 자신의 목을 자르고, 드래곤 하트를 빼았고, 숨이 끊어지는 동안 나랙와 비늘을 잘라냈다. 죽는 것은 억울하지 않았다. 약하면 죽는다. 그것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완전한 종족으로 태어났으나, 완전해지지 못한 것. 성룡이 되지 못한 것이 너무도 억울했다. 불과 몇 시간! 성룡이 되기 위해서 살아온 5백 년에 비하면 얼마 되지도 않는 불과 몇 시간을 남겨두고 말이다! 너무도 억울했다. 복수하고 싶었다. 자신을 완전한 종족으로 거듭나지 못하게 한 인간을 모조리 죽이고 대륙에서 멸종시켜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아니, 죽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 [그런데 나는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 그는 이렇게 존재하고 있었다. 이미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막 자신을 자각했을 때는 자신의 일족의 붉고 아름다운 비늘 대신 망령들로 만들어진 순백의 비늘, 그것도 진짜가 아닌 허상의 비늘이 자신을 감싸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자각했다. 신은 이미 일족에서 벗어났다고,. 살아 있되 살아 있지 않고, 죽되 죽지 않은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또 마음속에 남은 것은 분노와 복수심! 인간을 향한 복수심! 자신을 완전한 종족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 인간을 향한 분노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크아아아아아!! [죽이리라! 모든 인간을 죽이리라!] 크어어어어어! 키이이이이! 취이이익! * * * 크아아아!!!! [죽이리라! 모든 인간을 죽이리라!!] 저 멀리 들려오는 고스트 드래곤의 외침!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의 고스트 드래곤의 분노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 나에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침을 삼기며 마법을 준비했다. 고스트 드래곤은 지상으로 떨어트릴 마법을, 스승님께 물려받은 마법서를 뒤진 끝에 발견한 주문을 말이다. 숙련되지 않아 성공률은 40퍼센트 정도뿐. 사실 이것도 데스 리치 세트 아니템과 생명과 죽음의 서의 죽음의 장 덕분이었다. 만약 이것들이 없었다면 갓 알게 된 주문은 사용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크아아아! 저 멀리, 날아오르는 고스트 드래곤이 보인다. 그리고 고스트 드래곤과 함께 이동하기 싲가한 마물과 몬스터와 언데드들! 망령형 언데드들은 고스트 드래곤을 뒤따라 날아오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나를 태운 프로스트 웜은 빠른 속도로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요동치는 프로스트 웜의 머리 위에서 주문을 외우는 것이 쉽지는 많았지만, 나는 계속 주문을 외었다. "생명과 죽음, 육체와 영혼. 그 무게가 한없이 무겁고도 가벼운 것. 영혼, 죽되 산 자들의 영혼이여, 그대들의 영혼을 짊어지게 될 영혼의 무게, 한없이 무겁고도 가벼운 영혼의 무게를 통감하고 느끼게 될 지어다. 산 자조차 영혼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자는 없을지니. 그대들, 죽되 산 자들 역시 영혼의 무게에 짓눌리게 될 지어다!" 주문은 다행히도 완성되었다. 문제는 시기! 현제 나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햇을 때부터 눈을 감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볼 수 없었고, 주문을 시전할 시기를 정할 수 없었다. 이에 나는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았다. 나와 함께 프로스트 웜에 올라탄 데리엘에게 말이다. [지금입니다!]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weight of spirit:영혼의 무게)!" 파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 쿠쿵! 마법은 성공적으로 시전되었다. 나의 손에서 퍼져나간 푸른빛은 그대로 고스트 드래곤과 망령형 언데드들을 덮쳤다.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 이 마법은 한없이 가볍고도 한없이 무거운 것이 영혼. 그 영혼을 이용한 마법이다. 영혼의 무게는 무엇으로 판명될까? 그것은 나조차도 알 수 없짐나, 이것 하나는 분명했고, 그것은 스승님께 얻은 마법서에도 나와 있었다. 살아 있는 자들조차 자신의 영혼의 무게에 짓눌리는데, 감히 죽되 산 자의 영혼이 가벼울 리가 있겠냐고 말이다. 확실히 그 글의 내용은 사실이었다. 성공적으로 시전된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에 의해서 고스트 드래곤을 비롯하여, 망령형 언데드들이 모두 땅에 떨어진 것을 보면 말이다. 크아아아아! [감히! 감히! 나를! 죽여 버리겠다! 인간!] "이성이 있는 건가!" 자신의 영혼의 무게에 짓눌려 떨어져 내린 고스트 드래곤의 외침! 그것은 정확히 마법을 시전한 나에게 향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통해서 고스트 드래곤이 이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모두 공격! 공중에서 공격 가능한 모든 전투원은 고스트 드래곤을 노린다!" 캬아아아아! 프로스트 웜들은 입에서 각기 속성을 띤 프로즌 브레스를 내뿜었다. 레드 드래이크로 만들어진 프로스트 웜만이 프로즌 브레스가 아닌 파이어 브레스를 내뿜었지만, 그 영향으로 스스로의 몸조차 타고 있었다. 프로스트 웜만이건만 불을 내뿜은 대가였다. "인센디어리 클라우드!!" 나와 함께 프로스트 웜을 탄 데리엘은 놀랍게도 7서클 마법인 인센디어리 클라우드를 시전했다. 그러자 고스트 드래곤의 주변으로 불타오르는 구름들이 뒤덮었다. 그 위로 각기 프로스트 웜에 탄 리치들의 마법이 들이닥쳤다. 썬더 스톰을 시작으로, 땅으로부터 날카로운 바위가 치솟는 스톤 엣지, 에어 블라스트에 리버스 그라비티 등 리치들을 비롯하여 본메이지와 본마스터 보를이 시전한 고서클 마법들이 난무했다. 나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를 시전하는 데는 그 마법의 효느오가 비교해서 그렇게 많은 마나와 정신력을 소모하지 않았기에 다음 마법을 빠르게 준비할 수 있었다. "산 자들을 향한 원한과 분노, 탐욕을 가진 죽음의 망령들이여! 그대들의 원한과 분노는 산 자들의 육체를 꿰뚫는 한 자루의 검의 검신이 되고, 산 자들의 생명을 향한 탐욕은 원한과 분노의 검심의 검자루가 되리라! 그대들의 원한과 분노, 탐욕은 죽은 자들조차 비껴나가지 못할지니! 베어라! 꿰뚫어라! 데스 스피릿 스워드 스트라이크!" 꺄아아아아악! 우우우웅! 나의 몸에서 빠져나온 수많은 망령들은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나의 손에 들린 생명과 죽음의 서 중 죽음의 장과 공명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영혼들뿐만 아니라, 대기 중의 죽음 역시 죽음의 장과 공명을 하였다. 데스 스피릿 스워드 스트라이크. 이것은 스피릿 스워드 스트라이크의 개량판 마법이다.이것은 죽음의 장이 있기에 가능한 마법! 죽음의 장과 대기의 죽음, 그리고 망령들을 공명시켜 망령들에게 대기에 퍼져 있는 죽음을 품도록 하여 시전하는 마법이었다. 그러자 죽음의 장으로 인해 대기 주으이 죽음을 품게 된 망령들은 점차 검게 변하기 시작했고, 말열ㅇ들이 검의 모양을 띠었을 때 하늘에는 전신이 검은 검 수백 자루만이 떠 있었다. "가랏!" 파파파파파팍! 검은 망령의 검들은 나의 명령에 의해서 먼지가 채 사라지지 않은 고스트 드래곤이 있는 곳으로 쏘아져갔다. 고스트 드래곤을 향해서 숨낳은 마법들이 시전되었지만, 그것만으로 고스트 드래곤을 물리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마법을 시전한 뒤, 만약의 공격을 대비해 곧바로 마법을 시전한 병력을 모두 물러나게 했다. [크하하하하하! 재미있구나!] 쾅! 고스트 드래곤이 추락한 곳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호탕하고 우렁찬 목소리. 그것은 우라노스의 목소리였다. 우라노스를 비롯한 본브레이커들은 그대로 전차 위이ㅔ서 거대한 워해머를 휘두르며 몬스터들을 박살내고 있었다. 다른 이들도 그에 지지 않았다. 본 아쳐들은 몬스터들을 상대로 굉장히 선전하고 있었고, 기병인 본랜서들은 몬스터와 언데드 가릴 것 없이 진형을 휘젓고 있었다. 지상전의 싸움은 예상대로 일방적이었다. 다만 셰인을 비롯한 본마스터들이 스켈레톤들을 소환하지 않아 수적으로 밀릴 뿐이었다. 수도 글로리에 애초부터 영면에 빠져 있다가 고스트 드래곤에 의해 깨어난 언데드들의 수와 흑마법사들에 의해서 소환된 마물과 몬스터들의 수는 그만큼 많았다. "와아아아아!" "진격하라!" 그때! 저 멀리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델리아드 공작님이 이끄는 토벌군이 도착했다. 그들의 수는 눈으로 짐작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역시 마물과 몬스터, 언데드들의 수보다는 적었다. 그럼에도 병력이 부족한 우리에게는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 끼리리릭! 크아아아아! 쿠쿵! "네크로맨서가 어째서 집단전에서 공포의 대상인지 보여주자!" "서모닝 학파의 힘을 보여주자!" "인챈트 학파의 신병기! 대량 생산형 전투 골렘의 힘을 보여주마!" 이어서 나타난 것은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에 자리를 잡은 세 학파, 즉 네크로맨시와 서모닝, 그리고 인챈트 학파의 군대였다. 네크로맨시 학파는 하급 언데드인 스켈레톤부터 시작하여 네스나이트까지 각가지 언데드를 이끌고 나타났고, 서모닝 학파는 고블린부터 슬라임, 오크, 미노타우르스 등 평생 가도 모두 보지 못할 여러 조율의 몬스터들을 앞세웠다. 이어서 나타난 인챈트 학파는 대량 생산형 전투 골렘이라는 스톤 골렘을 앞세우고 나타났는데, 확실히 전투 골렘이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임페리얼 블레싱에소 보았던 철로 만들어진 전투 골렘보다는 못하짐나, 보통 스톤 골렘에 비해서 월등히 빠른 스톤 전투 골렘으로 언데드와 몬스터들을 박살내며 진군하고 있었다. 세 학파의 병력의 등장으로 고스트 드래곤이 이끄는 군단과 우리 군단 수는 비슷, 아니 월등히 많았다. 거기에 사기와 질에서 있어서도 상당히 앞서고 잇었다. 모두 생각 이상이었다. 만약 이대로 나간다면 모두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크르르르! [재롱은 여기까지다.] "뭐, 뭐라고!" 그때, 나의 귀를 때리는 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고스트 드래곤이었다. 설마 멀쩡하단 말인가! 먼지 구름이 잦아들고 모습을 드러낸 고스트 드래곤의 모습은 기괴하기 그지 없었다. 몸의 3분의 1이 날아가고, 그 안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상태였던 것이다. 보통 살아 있는 생물이라면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고스트 드래곤은 이미 죽은 언데드. 그렇기에 이렇게 말해도 이상할게 없었다. 단지 걱정이 되는 것이라면, 고스트 드래곤의 여유 있는 목소리였다. 고스트 드래곤의 몸에는 여전히 내가 시전한 데스 스피릿 스워드 스트라이크의 검은 망령의 검이 박혀 있었다. 한데, 어떻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거지? 검은 망령의 검은 망자조차 피해가지 못하는 검인데, 그런 검이 박혀 있고, 수많은 고위 마법들에 격중당했으면서 말이야. [크크크크.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크아아아아아아아! "크윽!" 고막이 찢어져나갈 듯한 고스트 드래곤의 고함! 그때! 나와 연결된 무언가가 끊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설마! 크아아아악! 뭐, 뭐야! 구어어어어! 취이이익! 불길한 예감은 항상 맞다는 말은 이번에도 맞아떨어졌다.. 나와 연결이 끊어진 것은 다름 아닌 내가 시전한 데스 스피릿 스워드 스트라이크의 망령들이었다. 다행히 내가 소환하고 아공간에서 꺼낸 고위 언데드들과의 연결은 끊어지지 않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네크로맨서들이 앞세운 하위의 언데드들은 내가 한때 예측했던 것처럼 고스트 드래군에 의해서 지휘권을 빼앗겨 아군에서 적으로 돌변하였고, 예상 밖이긴 했지만 서모닝 학파에서 앞세운 몬스터들 역시 적으로 돌변하여 마법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의 언데들에 의해서 죽은 몬스터들과 마물들의 시체와 전투 중에 죽은 이의 시체가 언데드가 되어 다시 일어나 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네크로맨시 학파와 서모닝 학파의 고위 마법사들은 언데드와 소환수의 연결이 끊어지지 않았고, 인챈트 학파의 스톤 전투 골렘 역시 멀쩡하다는 것이었다. "저, 저건 또 뭐야!" "여, 영혼이 아니야!" 확실히 병사들의 외침 그래도 영혼이었다. 죽은 몬스터드로가 마물, 그리고 병사들의 영혼이 육체에서 빠져나와 고스트 드래곤으로 향한 것이다. 곧이어 그 영혼은 입을 통해서 고스트 드래곤으로 향한 것이다. 곧이어 그 영혼은 입을 통해서 고스트 드래곤에게 흡수되는것처럼 보이더니, 좀 전의 대규모 마법 공세에 의해서 날아간 몸의 3분의 1이 점차 회복되어가는 듯했다. 크르르르. [크크크. 너희들에게 절망을 선사해주마.] 이 말과 함께 고스트 드래곤은 다시 몸을 띄웠다. 이에 우리들은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상 최강이자 최악의 언데드인 고스트 드래곤의 경이로운 능력 앞에서.... * * * * [컨트롤 웨더.] 그것은 경이였다. 그저 그 존재만으로도 버거운 고스트 드래곤이 마법을 시전한 것은. 거기에 그 마법이 보통 마법도 아닌 8서클에 해당하나, 9써클 마법 이상으로 어렵다는, 인간은 시전할 수 없다고 알려진 날씨조종마법, 컨트롤 웨더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라면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고스트 드래곤이 컨트롤 웨더를 시전할 때 외친 것은 그저 시전어뿐이었다. 마법 종족인 드래곤의 망령인 고스트 드래곤이기에 문제될것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고스트 드래곤이 마법을 사용할 때 사용한 것이 용언이 아니라면 심각한 문제였다. 그렇다. 고스트 드래곤이 시전한 컨트롤 웨더는 용언마법이 아닌, 보토으이 마법! 주문을 외우고 시전어를 외치는 인간의 마법이었던 것이다! 우르릉! 쏴아아아! 고스트 드래곤이 시전한 날씨조종마법인 컨트롤 웨더로 인해서 번개를 동반한 비구름이 하늘을 덮기 시작했고, 곧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는 먹구름으로써 하늘을 가려 언데드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태양으로부터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거기에 내리기 시작한 비는 사람들과 병사들에게 치명적이었다. 비로 인해서 땅이 질쳑해지면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고, 비를 오래 맞았다간 체온이 떨어지게 된다. 그럼 결국은 체력이 저하되어 전투를 계속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가장 무서운 점은... [크크크! 죽어라! 라이트닝 템페스트(lightning tempest)!] 우르르릉! 이, 이런! 컨트롤 웨더도 놀라운데, 이번에는 라이트닝 템페스트라니! 이는 8써클 마법인 전격계의 광범위한 마법 중 최강의 마법이었다. 한테 지금, 확실히 라이트닝 템페스트가 시전되기 위한 조건은 갖추엊 있고,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는 환경인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전멸이다! 하지만 라이트닝 템페스트가 시전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도망쳐야 할까, 아니면 방어를 해야 할까. 그때, 나의 눈에는 한 가지 물건이 들어왔다. 그리고는 한 방법을 떠올렸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으으으. 에라이! 일단 해보는 거다! "아이언 월(iron wall:강철의 벽)!!" [아이언 월!!] [아이언 월!] 내가 시전한 마법은 아이언 월! 시전자의 마력에 따라 그 두께와 높이가 달라지는 월 계열의 마법을 시전한 것이다. 나는 모든 마나를 끌어올려 언데드들이 있는 진형에 아이언 월을 계속해서 시전했다. 그리고 혼자 입으로만 시전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막대한 마나를 소모하여 망령을 통해 동시에 3가지 마법을 시전하게 해주는 트리플 스펠까지 사용했다. 나의 의도를 눈치 챈 것일까. 리치들도 곧바로 나처럼 아이언 월을 시전하기 시작했고, 인성을 지닌 언데드들은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퐁! 퐁! 나는 오토 포션으로 마나 표선의 뚜꼉이 자동으로 열려 마나가 회복되는 것을 느끼면서, 마나가 채 차오르기도 전에 아이언 월을 계속해서 시전했다. 우르르릉! ....... ....... "전원 대피해!!" 폭풍전야. 나는 곧 라이트닝 펨페스트가 시전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아이언 월을 시전하기 위해서 자리를 피하지 못한 리치들에게 자리를 피하라고 했고, 내가 말아기도 전에 리치들을 태운 프로스트 웜들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파지지직! 콰콰콰콰콰! "프로텍션 프롬 라이트닝!" [라이트닝 실드!] 라이트닝 템페스트! 번개의 태풍은 시작되었다. 나와 리치들로 인해 생겨난, 아이너 월로 만들어진 강철의 숲은 번개의 폭풍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성공이다! 콰콰콰콰콰콰! 내가 라이트닝 템페스트의 시전어를 듣고 고민하고 있을 때,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토벌군의 병사들이 든 창이었다. 그 창을 통해서 내가 생각해낸 것은 바로 피뢰침! 고층 건물이 많은 도시에 설치된 피뢰침을 생각해낸 것이다. 다행이 우리들이 있는 곳은 평지였고, 그나마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황궁은 무너졌기에 시도해볼 수 있었던 방법이다. 그리고 결국 도박은 성공했다. 물론 라이트닝 템페스트의 모든 뇌격들을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후퇴하라! 후퇴하라!" 파지지직! 콰콰콰콰! 나의 리치들이 만들어낸 아니언 월로 된, 강철의 숲이 라이트닝 템페스트의 뇌격을 대다수 끌어들였지만, 순간 병사들이 입고 있는 강철로 된 무구로 인해서 뇌격의 일부가 토벌군에게로 향하고 말았다. 라이트닝 템페스트의 뇌격 속에서 마나가 가득 실린 델리아드 공작님의 후퇴 명령은 모든 병사들에게 들렸을 것이 분명했고, 공작님이 그렇게 말하기 이전에 병사들은 이미 도망치고 있었다. [크크크크. 인간들이여! 절망하라! 그리고 그 절망에 먹혀 죽어라! 크하하하하!] 크아아아아! 9써클 마법인 컨트롤 웨더와 라이트닝 템페스트를 연거푸 시전한 고스트 드래곤은, 겁에 질려 도망가는 이들을 보며 웃고 있었다. 단 2가지 마법으로 인해서 하늘에까지 닿아 있던 사기가 바닥까지 추락한 것이다. 고스트 드래곤의 생전의 능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설마 8써클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을 줄이야! 저런 존재를, 저런 존재를 어떻게 이기란 말이야! 제길! [도망쳐라! 도망쳐라! 그리고 인간들에게 알려라! 이곳에서 느낀 공포를! 절망을! 크하하하하하] [전원 후퇴해!] [예, 마스터.] 나의 명령에 들려온 대답에는 어떠한 어조도 없었짐나, 그렇기에 모두가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만난 적, 우리가 싸워온 적 중 최강의 적을 만난 것이다. 그것도 압도적인 수의 인해전술이 통하지 않는 적을 말이다. 도망치고 있는 프로스트 웜 위에서 나는 뒤를 돌아 고스트 드래곤을 쳐다보았다. 녀석은 정신없이 도망가고 잇는 이들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잇었다. 녀석은 즐기고 잇었다. 공프와 두려움에 휘둘리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제길!! * * * * * 파지지지직! 콰콰콰콰콰! 팍! 팍! [키키키키! 정말 대단해! 생각 이상이야1 정말 재밌어! 키키키!] 팍팍! 펠은 식은땀을 흘리며 너무도 좋아하는 자신의 주인을 쳐다보다가 하늘의 고스트 드래곤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상상 이상의 힘을 보여주는 고스트 드래곤. 설마 마법까지 시전할 수 있을 줄이야. 드래곤이라고는 하나, 이미 죽고 육체가 사라진 상태 펠은 그런 드래곤의 상징인 강대한 육체가 없었기에 얕본 것이라 생각했다. 라이트닝 템페스트는 정말 대단한 마법이었다. 펠은 기회가 된다면 마법을 익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익힌 것은 마력을 이용한 전투 기술뿐이었다. 마법 정도는 마력을 이용한 전투력으로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마법은 거들떠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서 펠은 스스로를 다그쳤다. 이번에도 방심하고 만 자신을 말이다. 팍팍! 또다시 자신의 주인이 펼친 실드에 부딪치는 라이트닝 템페스트의 뇌격. 펠은 자신의 주인이 이 실드를 시전할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고스트 드래곤에 의해서 컨트롤 웨더가 시전될 때였다. 컨트롤 웨더가 시전되어 몰려온 먹구름으로 인해서 내리기 시작한 비. 그 비가 맞기 싫다며 시전한 실드엿다. 이때 펠은 이 실드가 그저 비나 좀 막아낼 수 있는 정도라 생각했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고스트 드래곤이 시전한 라이트닝 템페스트의 뇌격조차 막아낼 수 있는 실드. 분명 자신의 중니은 실드 안에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말은 애초에 이 정도의 방어력을 가진 채로 시전되엇다는 말이다. 그저 손 한번을 휘저어 시전된 실드가 말이다. [키키키키!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뭐, 재미있는 광경을 보았으니까 참아주지. 키키키키. 다음 전투가 기대되는걸. 키키키키.] 웃는 목소리와 다르게 너무도 순수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자신의 주인을 보며 펠은 식은땀을 흘렸다. 미번 자신의 상상을 넘어서는 힘을 보여주는 자신의 주인이었다. * * * * "오빠!" 시작의 콜로세움으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지 ㄴ곳에 다시 형성된 피난민촌. 그곳에 도착하여 프로스트 웜에서 내리자마자 한나는 나를 향해서 달려들고는, 이내 나를 꽉 껴안았다. 한나는 떨고 있었다. 아마도 나를 다시 보지 못할까 봐 많이 불안햇던 모양이다. 솔직히 고스트 드래곤과 계속 싸웠다면, 진짜로 한나를 다시 보지 못했을 것이다. 후~우. "괜찮아. 봐봐. 오빠는 어디 하나 다친 데 없잖아." 나는 한나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후~우. 고스트 드래곤이라. 8서클 마법을 시전하고 일반 물질 공격은 통하지도 않는, 최강이자 최악의 언데드. 모든 것이 상상 이상이었다. 몸의 3분의 1이 날아가도 죽은 자들의 영혼을 통해서 회복하고, 이제 막 죽은 자들을 언데드로 부활시켜 조종한다. 그야말로 뭊거. 과연 그런 고스트 드래곤을 이길 수 있을까. "오.....빠?" "아, 미안 . 잠시 딴생각을 하느라. 아, 배고프다. 일단 밥이나 먹으러 갈까." "으응."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한나. 후~우.한나를 더욱 걱정시키게 만들어버렸군. 이후 우리들은 사람들을 지나쳐 지크 형과 퓨리와 데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피난민촌의 분위기는 그댜지 좋지 않았다. 당연히 그럴수밖에 없었다ㅏ. 지원군인 영주군이 도착하긴 했고, 그로 인해서 식량 사정도 더욱 좋아졌지만, 고스트 드래곤을 상대한 토벌군의 병사들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한 고스트 드래곤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후~우. 차라리 보통 성룡이라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는데. 제길! "한스야!" "형!" "...어서 오십시오." 나를 발견하자마자 반갑게 맞아주는 지크 형과 퓨리와 데인. 나는 그들을 보며 어색하게나마 웃어 보이며 말햇다. "아, 배고프다. 일단 밥 먹고 이야기하자." "아, 응." 나는 아공간에서 간단한 재료들을 꺼내어 식사 준비를 했다. 간단히 양고기 스튜 정도면 되겠지. 내가 재료를 꺼내어놓자 한나는 자신이 준비할 테니 쉬라고 말했고, 나는 거부하지 않고 막사 안의 간이침대에 눕고는 이내 눈을 감았다. 고스트 드래곤.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차라리 보통 드래곤은 검이라도 박히지만, 고스트 드래곤은 일반적인 검은 박히지도 않는다. 어디 그뿐인다. 망자들을 조종하는 능력까지 있어서 벙력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다. 후~우. 그냥 도망칠까. 꼭 내가 나서서 싸울 필요는 없잔아. "스텟창 오픈." 팍! 곧 나의 눈앞에는 내가 지금 캡슐을 통해서 이 자리에 있다는 증거인 스테이터스창이 떠올랐다. 일반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창이지만, 나에게는 확실하게 보이는 창이 말이다. [이름:한스 Lv:511 exp:2% 직업:데스마스터 계층:평민 공격력:??? 방여력:??? 회피율:??? 명중률:?? 마법 공격력:??? 인벤토리:?? HP:?? MP:??] 뭐야? 나는 너무 놀라 몸을 일으켰다. 이름과 레벨, 그리고 경험치와 직업, 계층을 제외하고 모두가 물음표로 되어 있다니. 순간, 나는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무 오랜만에 확인햇기에 설마 이렇게 표기되어 잇을 줄은 몰랐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았지만, 도통 알 수 없었다. 설마 내가 진짜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라서 게임상의 능력시초 표기 불가능할 정도로 강해져서 그런가? 아니야. 그건 아닐 거야. 그렇다면 내가 진짜 네크로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을 때도 지금과 같이 표기되었어야 해. 네크로마스터의 경지의 능력도 솔직히 게임사으이 능력치만으로 표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니까. 나는 다시 열린 스테이터스창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그간 확인 하지 않아 쌓여 있는 스테이터스 포인르를 보고느 스테이터스 포인트를 찍기 시작햇다. 물음표 3개로 표기되어 있는 능력치. 스테이터스 포인트는 확실히 소모되었지만, 능력치의 창은 여전히 '???'로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마나의 한게가 늘어가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게임의 시스템은 확실히 적용되어 있다는 이야기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오빠, 식사 준비 끝났어. 와서 밥 먹어." "아, 응."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 나는 다시 스테이터스창을 닫으며 생각했다. 식사를 마친 뒤, 나는 한숨 자겠다는 말과 함께 간이침대에 누웠고, 한나와 지크 형, 퓨리와 데인은 자리를 지켜주겠다며 막사를 나섰다.그럴 필요 없다고 했지만, 막무가내로 모두 막사를 나가버렸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다시 확인해볼까. 나는 다시 스테이터스창을 열었고, 이번에는 스킬창도 함께 열었다. 나의 눈앞에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2개의 창이 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스테이터스창뿐만 아니라 스킬창도 이상했다. 마스터하여 'MAX' 라고 표기되어 있던 스킬들의 레벨은 모두 '???' 라고 표기 되어 있었고,레벨업으로 인한 스킬 포인트는 모아져 있었다. 그리고 내가 고스트 드래곤을 상대로 사용했던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를 비롯하여 한두번 사용한 마법들이 모두 스킬에 등록되어 있었다. 물론 스킬 레벨은 모두 1이었지만 말이다. 도데체 이게 어떻게 된 걸까. [형제여.] 그때 갑자기 나의 귀로 들려온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라오. 나와 형제의 계약ㄱ을 맺은 언데드 파라오인 라오의 목소리였다. 이런, 그간 라오를 잊고 있었군. [아, 라오.] [형제여.] 잠시 뒤, 나의 눈앞에 거대한 구멍이 열리며, 그곳으로부터 라오가 걸어 나왔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걸. "형제여." "아, 라오." "형제여, 어째서 그곳의 육체로 돌아오지 않는가. 벌써 그곳 시간으로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그곳의 육체도 영양을 공급해줘야 한다." "하하하! 그렇지." 생각해보니 오랫동안 이곳에서 보냈으니, 현실에서의 나의 육체는 여전히 누워 있는 상태일 것이다. 식사도 못하고 말이다. 물론 하루이틀 정도는 굶어도 상관은 없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고, 라오를 잊고 있었다니. 라오는 언데드 파라오인 불사의 황제가이다. 나의 우군 중에 가히 최강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라오를 잊다니. 나도 참 한심했다. 이거 고스트 드래곤을 상대하는 데 방법이 하나 생겼는걸. "왜 그러는가, 형제여. 어서 돌아가자. 그곳의 육체에도 영양을 공급해줘야 한다. 제키가 지금 기다리고 있다." "그게... 라오. 지금 피치 못할 사정이 있거든." "피치 못할 사정? 그럼 그 피치 못할 사정을 어서 해결하고 가자. 식사는 여럿이서 해야 맛있는 법이다." "하하하. 그렇긴 하지." 전에 내가 했던, 식사는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서 하는 것이 더욱 맛있다는 말을 나에게 하는 라오를 보며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곧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라오, 나를 도와줘." "... 그 피치 못할 사정 때문인가. 물론 도와주겠다. 형제를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고마워, 라오." 이후 나는 그 피치 못할 사정, 즉 고스트 드래곤의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물론 라오를 이해시키는 데 여러 가지 문제, 그러니까 라오가 드래곤의 존재를 모른다는 등의 문제가 있긴 했지만, 꽤나 긴 시간을 들여서 이해시킬 수 있었다. "그렇군. 형제가 감당하기 힘든 망자가 형제와 이곳에서 생긴 형제의 가족들을 노린다는 것이군." "하하하. 요약하자면 그렇지." 갈고 자세한 설명을 간단히 요약해버리는 라오였다. 하지만 내가한 말을 모두 이해했는지, 라오의 표정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그 망자가 못 본 사이에 더욱 강해진 형제가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니. 이 세계에는 강대한 존재들이 많군." "좀 많은 편이긴 하지." "그렇군. 형제여, 걱정 마라. 형제 혼자서 감당하지 못한다면 우리 둘, 우리 형제가 하면 되는 것이다. 나 또한 형제와 대결했을 때보다 강해진 상태! 그 망자가 강하다고 할지언정 우리 둘을 상대로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라오의 말에 나는 자신감이 생겼다. 라오를 생각해내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도망가 버릴까, 과연 이길 수 있을까 등의 한심한 생각은 더 이상 나의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라오는 나의 형제이자 최강의 우군이다. 불사의 황제인 언데드 파라오임에도 불구하고, 신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언데드이니 말이다. "참, 그런데 말이야." "또 뭔가, 형제여." 나는 혹시 나의 상태, 그러니까 스테이터스 창과 스킬창의 물음표가 뜬 이유를 혹시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라오에게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그리고 역시나 답은 라오를 통해서 쉽게 얻어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형제의 영혼이 지금의 육체에 정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착?" "그렇다, 정착. 영혼이란 사실 하나의 육체에 뿌리를 박으면 죽기 직전까지 벗어나지 않는다. 하나, 형제는 특이한 이유로 두 개의 육체를 지니게 되었고, 두 육체를 매번 오고 갔다. 안 그런가?" "그렇지." "형제도 알다시피, 형제는 이곳에서 육체를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라오의 말 그래도렸다. 생각해보면 게임을 통해서 이곳에 오게 되고, 이곳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현실에서의 육체를 사용하는 시간보다 월등히 많았다. 하지만 전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는데. 나는 이 사실을 그대로 라오게게 말햇다. "하지만 전에는 이곳에서 오랫동안 생활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그건 이곳, 이세계에서 육체에 내린 영혼의 뿌리가 그곳(현실)의 육체에 내린 영혼의 뿌리보다 더욱 깊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의 육체를 더욱 오래 사용하고 나니, 그곳에 내린 육체의 뿌리는 약해질 수밖에 없고, 이곳의 육체의 뿌리는 더욱더 깊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서 그 게임의 능력창에 물음표가 표기된 것이다. 사실 인간의 능력을 자세하게 숫자로 표기한다는 것은, 특히 보통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능력을 숫자화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라오의 말에 나는 생각 외로 심각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당면한 고스트 드래곤과의 전투보다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때, 막사 안으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이곳이 한스님의....." "제가 한스입니다." "위대하신 황제 폐하와 토벌군 군단장으로 임명 받으신 델리아드 공작님의 명령으로 한스님을 모시러 왔습ㄴ디ㅏ. 곧 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니, 저를 따라주십시오." 수뇌부 회의인가. "가지요. 라오, 함께 가자." "그러지, 형제여." "잠깐. 저는 한스님만을 모시고 오라고 명령 받았습니다." 나의 막사를 찾아온 골드 글로리 나이츠의 기사는, 내가 라오와 함께 가려고 하자 제지를 걸었다. 그 말을 하면서 기사는 라오를 아래위로 훑어봤고, 그의 눈에 띈 것은 다름 아닌 경멸이었다. 이, 이런! "컥!"' "멈춰! 라오." "형제여, 저 인간은 감히 나를 모욕했다. 나를 모욕하는 것은 형제를 모욕하는 것. 비켜라, 형제여." 기사의 눈에 띤 경멸을 느낀 라오. 언데드 파라오는 그대로 기사의 목을 움켜쥐었다. 다행히 단번에 목숨을 끊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라오는 상당히 분노한 상태였다. 라오는 황제, 그것도 죽음으로부터 부활한 언데드 파라오이다. 그런 엄청난 신분을 지닌 라오를 향해서 경멸서럽다는 마음을 품고 그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으니 라오가 화를 낼 만도 했다. "제발 부탁한다, 라오. 이 사람은 네 신분을 몰랐기 때문에 그런 것이야. 게다가 그는 이 세계의 두 개밖에 없는 제국의 황제가 보낸 사람이다. 그를 죽였다가는 내가 곤란해져. 당신도 어서 사과하십시오. 제 형제는 죽은 자들의 황제, 불사의 황제인 언데드 파라오입니다. 당신은 모를지 모르지만, 형제는 고귀한 핏줄을 지닌 이입니다." "......" "죄, 죄송합니다. 사, 살려주십시오." 휙! 쿵! "인간, 형제가 아니었다면 너는 죽지도 살지도 못했을 것이다." 라오는 그대로 그 기사를 던져버리면서 말했고, 기사는 괜히 기사가 아니라는 듯이 던져진 뒤에 떨어질 때 갑옷을 임은 채로 낙법을 발휘해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이후 기사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는 다시 한 번 라오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뒤, 우리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막사를 나서서 피난민촌을 지나 우리는 곧 수뇌부들이 있는 막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겨우 도착했군. 피난민촌을 지나는 동안, 라오를 보고 웅성거리는 피난민들을 보며 나는 가슴을 졸이다, 막사에 도착한 뒤에야 긴장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다. 지금 그들에게 라오의 모습은 상당히 특이했다. 나 또한 생전 처음 보는 상영 문자로 칮아된 백의에, 황금으로 된 팔찌, 거기에 황금실로 만들어 짠 하의와 이집트 사람들처럼 탄 피부를 갖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이 세계 사람들에게 상당히 생소하게 다가왔다. 그렇기에 이 모습을 보고 뭐라고 할까 봐, 또 그에 라오가 분노할까 봐 나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형제여." "응?왜?" "나 또한 무지한 것들에게 함부로 무력을 사용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아, 미안.........." "미안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됐다. 들어가자. 이 세계의 황제가 기다리고 있다." "으응." 라오의 말에 나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잠시 후, 막사 안에 들어서자 한창 회의 중이던 막사는 조용해졌고, 모두의 시선이 나와 라오에게 집중되었다. 막사 안에는 전에도 보았던 세 공작님과 총마법사단장님, 그리고 황궁 제2마법사단장이신 제르딘 페이님과 세 학파의 학파주를 제외하고도 4명이나 더 있었다. 역시 나의 예상이 맞았군. 새로운 네 사람 중 한 명은 예전에 시작의 콜로세움에서 보았던 이로, 나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기사였다. 역시 황족이었구나. 그 외에 3명은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는데, 아무래도 지원군을 이끌고 온 영주들인 것 같았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꿈틀! "어서 오게. 자, 자네도 여기 서게. 회의를 계속해야 하니." 내가 그저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끝내자, 험악한 얼굴로 꿈틀거리는 세 영주들이었다. 그러나 황제가 아무렇지 않게 여기자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자네 옆에 드래곤을 상대하기 위해서 부른 저희 의형제입니다." "...." 끄덕. "이이! 감히 이민족 주제에 어디서 고개를 까딱이느냐! 내 당장의 네 녀석의 목을......" 싸아아아아! "입 다물어라. 나는 살아생전에 황제라 불렸고, 죽음으로부터 부활한 뒤에도 황제라 불리는 자. 겨우 네 녀석 따위에게 놈이라고 불릴 이유는 없다. 만약 형제가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를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한 상태로 만들것이다. 나의 형제에게 감사하라." "하~아." 결국 터졌다. 나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영주 중 한 명이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하는 대신 라오에게 폭언을 퍼부었고, 그로 인해서 라오의 분노가 폭팔한 것이다.그 귀족은 분노한 라오의 몸으로부터 뿜어져 있는 기세로 인해 전신을 부들부들 떨고는 이내 주저앉았다. "라오, 그 정도까지만 해.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황제 폐하. 저의 의형제는 인간이 아닙니다. 하나, 제 형제가 한 말은 사실입니다. 제 형제는 살아생전에 대제국의 황제라 불렸고, 죽은 이후에도 다시 부활한 황제라 불렸으며, 죽음으로부터 부활한 뒤에도 항제라 불리는 이입니다. 제 형제의 진실 된 이름은 오직 인정받은 자만이 알 수 있기에 알려드리지 못하지만, 호칭만은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제 형제는..." "나는 불사의 황제, 죽음으로부터 부활한 황제. 언데드 파라오다." 나의 말을 꿇고 스스로를 밝히는 라오의 몸으로부터 뿜어지는 기도! 그것은 방금 전 영주에게 내뿜었던 한없이 차가운 기도가 아니었다. 그 기도는 제황의 기도! 오직 제황의 자리에 오른 자만이 내뿜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 근엄하고 거대한 라오의 모습을 보며, 나는 라오의 또 다른 이면을 보는 것만 같았다. 이어 그런 라오를 쳐다보다 고개를 돌려 황제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황제 역시 라오로부터 제황의 기도를 느꼈는지 아까와는 다르게, 할 제국의 황제로시의 근엄한 기도를 내뿜고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대 알지 못할 제국의 황제여, 나 제이크리트 폰 에이하르프 로시아는 정식으로 그대를 맞이하는 바이오!" 척! 스윽! 황제의 말이 끝나자마자 쓰러져 있던 여주는 어느새 자신의 자리에서서, 세 공작님을 비롯하여 다른 두 영주와 함께 기사로서의 최고의 예의인 검을 쥐고 자신의 앞에 세웠다. 뿐만 아니라, 황궁 총마법사단장의 비롯하여 제2마법사단장과 세 학파의 마법사들도 자신들의 스태프를 내세우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 중심에 선 황제의 모습은 가히 한 제국의 황제, 그 이상이었다. "로시아 제국의 황제여, 그대의 이와 같은 환대에 감사드리오." 황제의 환대에, 라오 역시 황제로서 황제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나 언데드 파라오는 형제의 요청 외에도, 황제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나 언데드 파라오는 형제의 요청 외에도, 황제의 이와 같은 환대에 보답으로 최선을 다해 돕겠소. 그리고 이것은 나의 선물이니 받아주시오." 딱. 오오오! 선물이라며 손가락을 튕기자 열리는 이공간의 문. 그리고 그곳으로부터 나온 라오의 백성과 병사들은 황금으로 만들어진 수레에 고고학적으로도, 물적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지닌 보물들을 싣고 나왔다. 그에 막사에 있던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놀라워했다. 이후 황제는 라오에게 자신 옆에 자리를 만들어 내주었다. 이는 라오를 자신과 똑같은 수준. 그러니까 황제로서 인정한다는 표현이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나였다. 라오는 나와 의형제이고, 로시아 제국의 황제에게 황제로서 인정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내 좌석 또한 황제의 옆자리가 되었던 것이다. "앞으로는 자네에게 함부로 말도 못하겠군." "하하하. 공작님도 참." 델리아드 공작님의 말씀이 농담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나는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 사건 이후,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라오로 인한 소란이 정리된 뒤, 거대한 고스트 드래곤 토벌전의 회의는 시작되었고, 막사 안의 분위기는 더없이 무거웠다. 회의의 진행은 재상이자, 이번 토벌군의 군사로 임명 받은 위즈덤 공작님이 맡으셨다. "놀랍게도 고스트 드래곤은 네크로마스터인 한스의 말대로 살아생전의 능력을 보유한 8서클이지만, 9서클 못징낳게 시전하기 힘들다는 컨트롤 웨더를 시전했고, 연거푸 전격계 최강의 광범위 마법인 라이트닝 템페승트를 시전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언데드를 비롯하여 몬스터의 지휘권을 강탈하는 능력까지 보유하였으며, 망자들을 이용하여 자체 수복 능력까지 지니고 있었습니다." "으음." "일단 네크로맨시 학파의 학파주님과 서모닝 학파의 학파주님의 말씀대로 하위의 네크로맨서들은 후방으로 배치하거나, 피난민들과 함께 있도록 하였습니다. 거기에 일반 병사들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생각하여, 이번 토벌군은 검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기사들로만 구성하기로 하였습니다." "잠깐. 그렇게 되면, 만약 고스트 드래곤에게 지게 되면 본국에 막대한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닙니까." "으음... 그건 어절 수 없습니다. 고스트 드래곤을 잡는 것은 우리 로시아 제국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일! 이번 토벌에서는 본 제국의 명예가 달린 일인 만큼 황제 폐하와 군단장인 델리아드 공작님 역시 허락하셨습니다." 한 귀족의 질문에, 위즈덤 공작님은 황제와 군단장인 델리아드 공작님의 허락하에 일을 벌인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그 영주는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기사들로만으로 이루어진 토벌군이라, 확실히 병사들은 이번 전투에서 동무이 되지 않는다. 일단 고스트 드래곤에게는 일반 무기는 통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기사라는 귀 제국의 용사들 못지않은 용사들이 나와 형제에게 있고, 나와 형제는 전력을 다해 돕기로 하였음을 잊지 마시오." "감사합니다. 혹 실례가 아니라면 기사급의 용사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내게는 기사라는 귀 제국의 용사들에 맞먹는 용사들 일만이 존재하오. 게다가 그대와 두 공작과 비슷한 수준의 용사가 열 명 존재하오." 오오오오! 허~! 언데드 파라오인 라오에게 종속되어 있는 영혼의 수는 1만 5천. 그중 기사급인 전사가 무려 1만이라니, 정말 엄청나군. 그 많은 이들이 모두 기사급이었단 말이지. 정말 소름이 다 끼치는구만. 뭐, 지금이야 나도 그 못지않은 병력이 있지만. "그리고 나의 형제에게는 귀 제국의 기사라 용사들의 수는 적짐나, 여기 세 공작님과 비슷한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용사들이 최소 삼백이 존재하오!" "에에?" "허허허." 나는 라오의 말에 재빨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일반 본마스터들은 확실히 공작님을 능가하는 실력자들이다. 본시리즈에서 보를의 수하들을 제외하면 한 명의 본마스터당 30명의 마스터급 본시리즈를 부하로 두고 있는니 210명! 거기에 내가 따로 제작한 데스나이트들과 스승님께 물려받든, 아공간의 있는 마스터급 데스나이트들의 수는 정확하진 않지만, 약 1백 명 정도 되니... 어어어. 마스터급 언데드만 이미 3백을 넘어선 상태였다.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나는 언데드 보유 수준만으로 데스마스터를 능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자네 분명 지난번에 생명과 죽음의 맹세를 할 때 한스 게이시스라고 했었지." "게, 게이시스!" "네크로맨서의 아버지!" "죽음의 성자의 성!" 잊힐 수 있었던 일인데, 황제가 생명과 죽음의 맹세를 기억해냄으로써 게이시스란 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황제의 말에 영주를 비롯하여, 각 세 학파의 학파주들은 나를 경이로운 시선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끄응. "그저 운이 좋아, 게이시스 스승님의 유산을 얻은 것뿐입니다. 성은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이고요. 게이시스 스승님은 저의 두 번째 스승님이실 뿐입니다." 죄송해요, 스승님. 졸지에 나의 두 번째 스승님이 되어버리신 스승님이셨다. 네크로맨서의 아버지, 죽음의 성자인 베이트로이 게이시스 스승님이 나의 두 번째 스승이라고 하자, 막사 안의 사람들은 더욱 놀라워했다. 나는 더욱 난감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모두 자중하라. 일단 말해보게. 파라오님의 말씀이 사실인가?" "사실입니다. 일부는 저의 첫 번째 스승님으로부터 얻을 이들이고, 또 일부는 두 번째 스승님으로부터 병력입니다. 그러고 또 나머지 일부는 제가 직접 만든 병력입니다." "하하하! 정말로 자네에게 함부로 할 수 없겠군. 설사 황제인 나라도 말이야. 잘못 보였다가는 무려 삼백 명이나 되는 소드마스터를 적으로 둘 테니까."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황제의 말. 그러나 나를 비롯하여 다른 사람들은 그럴 수 없었다. 사실 황제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소드마스터급 언데드가 3백 명이니, 과연 누가 잇어 이를 막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것이 전부다 아니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지금은 고스트 드래곤이라는 거대한 적이 있어서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 후였다. 나는 어떤 세력이든 끌어들여서는 안 되는 이, 그리고 끌어들일 수도 없는 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회의는 다시 이어졌다. 나의 병력 덕분에 작전의 폭은 더욱 넓어졌다. 애체 왜 고스트 드래곤이 이동하지 않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짐나, 회의 결과 아마 녀석은 밤에 움직일 거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로 인해 결전 또한 밤에 이루는 것으로 결정지었다. 그리고 회의는 얼마 안 가 끝을 맺었다. 나의 마스터급과 기사급 언데드, 거기에 라오의 1만에 달하는 용사들과 신관들, 그리고 로시아 제국의 모튼 기사들과 황궁마법사드로가 세 학파의 중급 이상의 마법사로 이루어진, 대륙 역사상 최강이라 할 수 있는 군단으로 고스트 드래곤과 언데드 군단이 결전을 벌이는 것으로 말이다. 회의가 끝난 뒤, 그 누구도 나에게 접근해오지 않았다. 내가 탐이 나긴 하지만,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형제여." "아, 괜찮아. 라오. 네 잘못이 아니야. 언제고 이렇게 될 일이었어. 단지 그 시기가 빨라졌을 뿐이야." "미안하다, 형제." 라오는 나의 분위기를 읽고 사과했다. 괜찮가니까, 라오. 이번에 고스트 드래곤을 토벌하게 된다면 나는 떠날 것이다. 아니 떠나야만 한다. 내가 어느 곳에 장기간 머문다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설사 제국이라 하더라도 큰 부담이 될 테니까. 라오에게 말한 대로, 단지 그 시기가 빨라졌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마음을 다독였다, 곧 다가올 이별의 시간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서. * * * * * 퍽! "크윽! 누구냐!" "이런 바보 같은 녀석! 누구긴, 네 스승이다! 이 바보 같은 녀석!" 퍽! "크윽! 스, 스승님? 어째서 막사에....." "아직도 여기가 막사로 보이냐! 이 바보 같은 제자야!" 퍽! 크윽! 으으으. 그렇군. 잠이 든 거군. 처음에는 누군가 나의 머리를 가격한 것에 놀라서 몰랐지만, 이내 스승님의 모습과 주변의 모습을 보고 내가 잠이 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내 머릿속 한 귀퉁이에 자리 잡은 스승님을 만나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크윽! 그런데 왜 내가 맞아야 하는 거야. "으으으! 젊은 나이에 죽음을 느끼기에 똑똑한 녀석이라 생각해서 제자로 받아들였더니. 아이고! 이걸 제자라고." 퍽! "크윽! 도대체 왜 그러세요! 때리시더라도 이유나 말해주시고 때리세요!" "이유! 일단 때리고 나서 이야기해주마!" 그 후 나는 연신 머리를, 그것도 뒤통수만 맞아야 했다. 분명 꿈속이 분명할 텐데, 현실 이상의 고통이 느껴지는 이유는 대체 뭔가. 그렇게 몇 대 맞았을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화가 나셧던 베이트로이 게이시스 스승님은, 스승님의 기억으로 만들어낸 소파에 앉으셨고, 나 또한 재빨리 스승님과 마주앉았다. "이제 말해주마, 이 썩을 놈아. 네 녀석이 그러고도 데스마스터에 근접했다 할 수 있더냐! 봐라!" 스승님이 손을 휘젓자 허공에 일그러지며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고, 잠시 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아무것도 없는 공간으로부터, 마치 비디오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내가 언데드들과 함께 고스트 드래곤을 상대할 때의 상황이 말이다. 마치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는 것 같았는데, 곧 알 수 있었다. 바로 나의 시선, 나의 눈으로 본 상황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 일그러진 공간으로부터 나온 그때의 상황은 뭐랄까, 폭이 넓다고 할까나.... "이래도 모르겠느냐." "예? 무슨 말씀이세요?" "하~아. 이걸 제자라고. 정말 네 녀석이 데스마스터에 근접한 것이 맞긴 하냐?" "맞긴 맞죠. 정상적인 방법으로 오른 것은 아니지만... 죽음도 느끼고, 죽음도 다룰 수 있고...." 나는 기가 죽어서 말을 흐렸다. 하지만 비록 내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나는 항상 노력해왔다. 평범한 네크로맨서들처럼 기초에서부터 탄탄하게 천천히 익혀왔고, 적어도 기본은 갖추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스승님 앞에서자 그 자신감은 금세 사라져버렸다. 내가 한없이 모자라고, 한없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래. 느끼고. 다룬다라. 그럼 못 들었을 만하구나." "못 '들었을' 만하다고요?" 나는 스승님의 말씀에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들었다니. 무엇인가 들린단 말인가. 분명 말했을 때, 난 죽음을 느끼고 다룬다고 말했다. 드런데 스승님은 내가 못 들었을 만하다니. 그렇다는 건, 내가 다루고 느낄 뿐인 죽음과 스승님은 대화라도 한다는 말이다. 설마, 죽음은 기운일 뿐인데, 대화를 하다니. "그래도 영 멍청이는 아니구나." "스승님?" "자, 가거라. 네 형제가 기다리고 있다." 점차 나와 멀어져가는 스승님의 모습! 스승님! 스승님! "스승님!" "일어났는가, 형제여." 눈이 떠졌을 때,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라오였다. 꿈속에서 뵈었던 스승님의 말씀대로 나의 형제, 라오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회의가 끝난 후, 막사로 돌아와 잠시 막사에 기대었던 난 잠에 빠졌고, 덕분에 스승님을 만난 것이다. 꿈속에서 만난 스승님은 분명 나에게 힌트를 주시려고 한 것이 분명했다. 죽음. 스승님의 말에 의하면, 스승님은 죽음과 대화를 나누는듯했다. 하지만 죽음은 그저 기운일 뿐이라 생각했기에, 데스마스터인 죽음의 주인이란 경지는 단지 말 그대로 죽음을 다루는 경지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라면,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대한 생각은 수정되었다. 데스마스터의 경지는 죽음과 대화를 나누고, 그 죽음을 다루는 경지라고 말이다. "형제여, 형제여." "아, 라오." "형제여, 밤이다." 밤이라는 라오 말에,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왔다. 이미 태양은 어둠에게 자리를 내주고 이제 막 달이 떠오르려 하고 있었다. 꽤나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군. "잭." "예, 마스터." "다른 이들은?" "속속 도착한 영주들에게 속한 기사를 비롯하여, 수둔에 주둔 중이던 기사들은 이미 모여 있으며, 영주군과 함께 도착한 가이아 교단의 프리스트들과 팔라딘들도 모여 있습니다. 저희들 역시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이고, 현재 고스트 드래곤은 천천히 우리를 향해서 이동 중입니다." 잭은 나의 그림자로부터 나와 보고하기 시작했다. 밤에 강해지는 언데드라 과연 얼마나 강해질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히 쉽지 않을 것이란 것만은 사실이었다. 스승님이 주신 힌트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곧 고스트 드래곤이 들이닥칠 테니 말이다. 그런데 가이아 교단의 프리스트들과 팔라딘들이 있단 말이지. 신성력에 약하기 그지없는 언데드이니 큰 도움이 되겠군. "오빠." "아, 한나야." "잘 잤어?" "음. 오랜만에 잘 잤어. 그건 그렇고, 너도 피난민들과 함께 피하는 거지?" "으응. 이곳에 남게 된 하급 마법사들과 함께 부상자들을 돕기로 했어. 그런데 이제 곧 출발이지." "으응. 그렇지. 하지만 반드시 이길 거야. 이번에는 나도 전력을 다할 것이고, 가이아 교단의 신관에 여기 내 형제도 있으니까." 어느새 나타난 한나. 한나의 표정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아마도 이번에 고스트 드래곤을 다시 상대하러 가는 나 때문이겠지. 수심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한나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다가갔다. "응? 오빠. 앗!" 한나 앞에 선 난 한나를 안았다. 내가 갑자기 안자 한나는 처음에 당황스러워했지만, 이내 한나도 나를 껴안았다. 나의 품에 안긴 한나. 우연히 게임 속의 던전의 함정에 빠져 이 세계로 와 처음 만난 여자 아이, 너무도 어렸던 아이, 숲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아버지와 지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아이. 그저 어린아이로만 느껴졌던 그런 아이가 어느새 성숙한 어른으로 변해 있었다. 이번에 고스트 드래곤을 상대로 이기게 된다면, 아니 이기고 나서 얼마 가지 않아 한나와 나는 헤어져야 한다. 내가 한나의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한나가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 나의 품에 얼굴을 묻은 한나는 평소와는 다르게 머리를 길게 늘어트리고 있었다. 어주 어렸을 때 보았던, 절정에 이른 노을과 같은 붉은 머릭카락. 그런 한나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처음 머리카락에 손을 대었을 때, 잠시 움찔했던 한나는 나의 손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한동안 계속 한나의 머리를 손으로 빗어주며 아무 말 없이 었던 나는 입을 열었다. "한나야..." "....." 나의 부름에도 한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상관치 않고 난 말을 계속했다. "한나야. 한나도 알겠지만 오빠는 강해. 예전에도 말했지만 오빠는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이고, 너에게는 말 안 했지만 무려 삼백 명이 넘는 마스터급 언데드와 각가지 비장의 마법도 있어." "거기에 네크로맨서의 아버지인 죽음의 성자를 두 번재 스승으로 둘 정도로 엄청난 스승을 두고 있고, 이미 데스마스터까지 올랐다는 소문도 있던데." 나의 말을 받으며 한나가 한 말이었다. 회의가 끝난 이후에 그렇게 소문이 났다. 나를 올려다보는 한나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했고, 그런 한나의 표정을 보며 난감해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그렇게 소문이 날 줄이야. "어느 정도는 사실이야. 데스마스터의 경지도 이제 눈앞에 두고 있고, 베스트로이 게이시스님을 스승님으로 두고 있는 것도." "그렇구나." 내 말에 한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나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오빠는 강하니까." ".....응." "흠흠, 마스터." "형제여, 이제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잭과 라오의 말에, 나는 잠시 한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한나 역시 나를 올려다보았다.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한 채 나를 올려다보는 한나. 걱정하지 말라니까. 그런 한나의 표정을 난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고개를 내리기 시작했다. 쪽. "아...." "그럼 다녀올게." 걱정이 가득했던 한나의 표정은 나의 입맞춤으로 인해 금세 사라지고, 당황스러움과 부끄러움이 교차하는 듯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목 아래까지 붉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후후후. 이어 난 뒤돌아서며 미소를 지우고 각오를 다졌다. 반드시 이긴다고, 반드시 돌아온다고 말이다. 설사 다시 헤어지게 되더라도. * * * * 해가 떠 있는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은 고스트 드래곤은, 밤이 되자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물론 언데드의 특성상 밤에 활동하기에 더욱 좋고 강해지기에 그랬지만, 바로 이성의 회복을 위해서였다. 아침에 토벌군에게 강력한 마법을 구사한 고스트 드래곤. 사실 그것은 고스트 드래곤이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강력한 마법이 아니라, 하위 마법과 망령들로 이루어진 육체를 이용하여 인간들에게 절망과 공포를 안겨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고스트 드래곤의 영혼으로 인해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완전히 걸러내어 자신의 지배력 아래에 두었다고 생각한 망령들의 인간을 향한 분노가, 고스트 드래곤의 영혼으로 하여금 부담스러운 마법을 시전하게 한 것이었다. 뭐, 결과적으로 강력한 마법 덕분에 토벌군의 병사들과 피난민들에게는 공포와 혼란, 두려움을 안겨주었지만, 고스트 드래곤에게는 위험한 것이었다. 고스으 드래곤의 영혼은 용언을 받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드래곤의 영혼이었기에, 사용하는 마법은 모두 고스트 드래곤이 죽기 전에 익히던 마법, 즉 인간의 마법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적으로 시전되었던 것은, 바로 고스트 드래곤의 몸을 구성하는 수천, 수만의 망령 때문이었다. 그 망령들 중에는 마법사의 망령도 껴 있었고, 그 수많은 마법사의 망령에게 주문을 외우게 하여 최종적으로 고스트 드래곤은 시전어만을 외친 것이었다. 이후 낮 동안 고스트 드래곤은 다시 자신의 몸을 관조하고, 지배력을 더욱 견고히 하기 시작했다. 고스트 드래곤이 사용하는 마법은 모두 인간의 마법이고, 고스트 드랙노의 심장과 영혼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드래곤 하트는 성룡의 드래곤 하트도 해츨링의 드래곤 하트도 아니었기에, 마나량도 한계가 있었다. 이에 낮처럼 8써클 마법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어, 다시는 인간 망령들의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 해가 떠 있는 시간 동안 더욱 지배력을 견고하게 다진 것이었다. 크우우우우우. [그렇군.] 사실 그 외에도 고스트 드래곤이 한 일이 몇 가지 더 있었다. 이는 자신에게 검과 지팡이를 치켜든 수많은 인간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한일이었다. 인간의 힘, 개개인의 힘은 약하기 그지없지만, 뭉치면 드래곤조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종족이기에 준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준비는 해가 어둠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달이 떠오름과 함께 끝났다. [크크크. 인간들이여, 내가 겪었던 공포와 절망을 너희들도 느끼게 해주마. 그리고 결국에는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망령이 되어 나의 종이 되는 것이다.크크크] * * * * * "1진인 본랜서들과 본나이트, 본브레이커들은 고스트 드래곤의 언데드들의 진형을 파괴, 난전에 들어간다. 그리고 1진이 길을 트면, 2진인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들은 고스트 드래곤에게 돌진, 상대한다. 그런 후 3진의 본메이지와 리치, 스켈레톤 세이지와 위저드는 마법으로 하늘에서 망령형 언데드와 고스트 드래곤이 하늘로 날아오르지 못하도록 한다. 1진과 2진이 달려들면, 나의 형제 라오의 용사들이 역시 곧 나설 것이다." [마스터, 그럼 우리와 라오라는 마스터의 형제의 병사들만 박 터지기 싸우는 거유?] 오랜만에 소환하게 된 데스 브레이커들의 두목인 투크는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이는 우라노스와 빌리도 마찬가지였다. 얼굴조차 덮어버린 헬름 때문에 표정을 알 수는 없지만, 모두들 불만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될 거야. 하지만 이해해주길 바란다." [쳇!] 내가 직접 고개를 숙여 보이자 투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물러났다. 이번 작전을 세운 것은 위즈덤 공작님이다. 이번 작전은 제국의 기사들,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살아 있는 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함과 동시에 언데드들을 최대로 이용하는 것이었다. 이에 모두들 불만을 가졌지만, 나의 부탁으로 두말없이 따르는 중이었다. 아까 말했던 대로 언데드군단이 일단 고스트 드래곤을 상대한 뒤, 이어서 토벌군인 살아 있는 자들의 군대가 투입된다. 세 학파의 중상위 마법들과 가이아 교단의 프로스트들과 팔라딘들과 함께 말이다. 확실히 이성을 지니고 있는 나의 수하들에게는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모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나의 말을 따라주어서." [우리가 마스터의 말씀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끄덕. 셰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언데드들의 수뇌부였다. 시간 제한을 두고 나를 따르는 리치들 역시 마찬가지. 곧 우리는 고스트 드래곤의 시야게 들어가게 된다. 이제 토벌군과 우리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크우우우우. 척! 척! 척! 그어어어어. 상당히 간격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드렬오는 고스트 드래곤의 호흡 소리와 스켈레톤들의 진군과 좀비들의 신음 소리. 나는 눈에 마나를 집중하여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수많은 스켈레톤들과 간간히 보이는 스켈레톤 워리어들. 그리고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고 있지는 않았지만, 고위 언데드인 듀라한도 껴 있었다. 거기에 점차 썩어가고 있거나 이미 썩은 살점을 붙이고 있는 좀비들과 그들 사이의 구울들까지...........질로서는 월등히 앞서는 우리지만,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수였다. 눈에 집중한 마나를 회수하며 나는 뒤돌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언데드들을 바라보았다. 데스나이트와 데스 브레이커, 본시리즈들과 2번의 성장을 거친 스켈레톤들. 여기에 있는 병력만으로도 한 왕국을 멸망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 같은 수였다. 거기에 나의 형제인 라오의 용사들도 있으니, 가히 엄청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퍼센트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이유는, 그만큼 고스트 드래곤의 힘이 강하기 때문이었다. 점차 거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나는 프로스트 웜에 올라탔고, 이에 본나이트들은 본홀스, 데스나이트는 팬텀스티드에, 본브레이커와 데스 브레이크들은 각각 전차에 올라탔다. 나는 곧 일어날 전투를 생각하며 두 눈을 감았다. 그러자 나를 따르는 언데드들과 고스트 드래곤을 따르는 언데드들과 고스트 드래곤을 따르는 언데드들의 육체에 자리를 잡은 죽음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의 뒤로 느껴지는 수많은 죽음들. 그 양과 느낌은 모두 달랐기에, 단지 그 죽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누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조용하고 우직한 죽음의 셰인, 조용하고 불꽃처럼 타오르는 죽음의 프로스트, 소란스럽지만 얼음처럼 차갑기 그지없는 죽음의 볼케이노 등 겉으로 드러난 것과 다르게 이들의 죽음은 서로 다른 느낌이었다. 나의 뒤에 선 이들의 죽음을 확인하며 조금 더 가까워지길 기다리던 도중, 고스트 드래곤의 언데드들이 나의 감각 안에 들어왔다. 이에 나는 녀석들의 죽음을 느껴보기 위해서 그곳에 집중했다. 그러자 명확하게 느껴지는 고스트 드래곤의 언데드들. 그들로부터 느껴지는 죽음은 미약하기 그지없었으나, 그 수는 엄청났기에 무시할 수 없었다. [마스터.] "응. 알고 있어. 응? 뭐야." 셰인의 부름에 눈을 떴을 때, 난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눈을 감고 있는 상태에서 고스트 드래곤의 언데드들의 죽음을 느낀 영역안에 녀석이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돼. 분명 고스트 드래곤은 수천, 수만의 인간의 망령들을 지배하에 두어 육체로 만들었다. 그러니 당연해 녀석에게서 느껴지는 죽음은 엄청나야 했다. 그런데 눈을 감고 있었을 때, 내가 느낀 것은 미약한 죽음뿐이었다. "보를, 데리엘." [예, 마스터.] "모두 만약의 사태에 준비하도록 해." [예스, 마스터.] 만약의 사태를 위하여 난 메이지 본마스터 보를과 리치 데리엘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에 셰인 역시 다른 언데드들에게 만약의 사태를 준비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것을 보며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고스트 드래곤의 거대한 죽음을 찾기 위해 관찰하기 시작했다. 저 멀리 고스트 드래곤의 언데드들과 가짜라고 생각되지만 존재감을 확실히 내보이고 있는 고스트 드래곤이 다가오는 도중에도, 내가 죽음을 느낄 수 있는 영역 안을 빈틈없이 뒤지며 기다렸다. 하지만 느낄 수 없었다. 나의 착각이었다. [마스터!] 사아아아아아. 너무도 미약하여 듣기조차 힘든 소리. 그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잭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잭이 안개화하여 나를 감싸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팍! 펑! 그리고 잭의 안개에 무언가가 박히며 그대로 폭팔했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너무도 미약해서 듣기조차 힘들지만, 그 소리와 크기치고는 강한 폭팔력을 지는 무엇인가는 분명 나의 목을 노리고 날아왔기 때문이다. 파파파팍! 퍼퍼퍼펑! [크윽!] "스피릿 실드!" 잭은 계속해서 날아드는 공격을 막아내고는, 그 사이 바로 스피릿 실드를 시전하였다. 크기도 작았고 소리조차 미약했기에, 능동적으로 방어하는 스피릿 실드를 시전하는 것이 적격이었다. 잭은 넓은 범위에 시전한 뒤에 안개화를 풀고 모습을 드러냈다. 안그래도 창백한 잭의 얼굴은, 아까 공격을 감당하느라 더욱 하얘져 있었다. 안개화는 솔직히 회피용임에도 불구하고 방어용으로 사용한 결과였다. 크우우우우! [죽어라!] 콰아아아아! [텔레포트!] 고스트 드래곤은 외침과 함께,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시전어를 외쳤다. 텔레포트! 모두는 아니었지만, 마스터급 언데드들은 모두 이동된 상태였다. 설마 고스트드래곤이 이런 수를 쓸 줄이야. 고스트 드래곤은 바로 나를 노리고 이런 일을 벌인 것이다. 여기 있는 모든 마스터급 언데드들은 나에게 종속되어 있었으니, 이는 역시 최고의 수. 만약 내가 죽는다면 이곳의 마스터급 언데드들 중에 나의 영혼에 종속된 이들은 소멸할 것이고, 일부는 남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고스트 드래곤은 마스터급 언데드를 거저 얻게 될 테고 말이다. 전투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인데, 2차 성장을 거친 스켈레톤 대부분을 잃게 되다니! 제길! 이 일에 대한 복수는 확실하게 해주마! "작전 변경! 데스나이트를 비롯하여 데스 브레이커, 리치, 본메이지는 고스트 드래곤을 추락시키는 데 주력하고, 셰인을 비롯한 본 시리즈들은 녀석의 언데드들을 괴멸시키는 데에 주력한다!" [예스! 마이 마스터!] 크아아아아아! 히이이이이잉! 나의 명령에 두말없이 본메이지들과 리치들은 프로스트 웜과 데스브레이크들의 마차를 타고 날아올랐다. 정말이지, 이때 본홀수가 비행 능력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만약 있었다면 본 시리즈들도 녀석을 추락시키는 데 투입할 수 있었을 텐데! 크아아아아! 파파파파팍! 데스 스피릿 스워드 스크라이크의 검은 망령의 검의 폭팔로 인해서 생긴 먼지 구름을 뚫고 고스트 드래곤의 몸에 박혀 들어갔다. 하지만 녀석은 전혀 반응이 없었다. 곧 먼지 구름이 잦아들고 고스트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더 많이 몸이 날아가 거의 5분의 2이상이 사라진 상태.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스트 드래곤은 움직이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이번에도 역시 고함을 지르는 고스트 드래곤! 이어 데스 스피릿 스워드 스트라이크에 사용된 망령들과 나의 연결이 끊기는 것을 느끼며 난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곧 그 회심의 미소의 결과가 모습을 드러냈다. 꺄아아아아악! 키키키키키키! 크크크크크크! 콰콰콰콰콰쾅! 크아아아아악! 그것은 폭팔. 바로 고스트 드래곤 내부에서 일어난 폭팔이었다. 이것이 바로 녀석의 능력을 감안하여 만들어놓은 안배였다. 콰콰콰쾅! 크아아아악! 계속되는 폭팔에 고스트 드래곤은 괴로워하고 있었다. 기대 이상인걸. 내가 고스트 드래곤을 생각하여 해둔 안배는 바로 소울 브레이크였다. 영혼을 파괴시킴으로써 강력한 파괴력을 발위하는 마법. 이곳 또한 현실이라는 것을 알고 사용하기를 극도로 꺼렸던 마법이다. 망령들로 이루어진 고스트 드래곤인만큼 소울 브레이크보다 치명적이고 효과적인 마법이 없었기에 사용했지만, 조금 씁쓸했다. 이미 죽은 자의 영혼이라 하더라도 그 영혼을 파괴하였으니 말이다. 콰콰콰쾅! 크아아아악! 영혼의 폭팔에 괴로워하던 고스트 드래곤은 계속 발버둥을 치다가 갑자기 멈추었다. 그러자 전신에서 일어나던 폭팔이 한데 모이기 시작하더니, 좀 떨어진 곳의 몸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확실히 저 방법이 최선의 방법이군. 내가 안배해놓은 소울 브레이크는 보통의 것이 아니었다. 만약 보통의 소울 브레이크였다면, 시전되는 데에 사용한 영혼만이 파괴되어 폭팔을 일으킨다. 그러나 내가 이번에 소울 브레이크를 시전하는 데 사용한 것은 영혼 외에도 근처의 영혼도 파괴하는 마법이었다. 정식 명칭은 소울 브레이크 디퓨전(soul break diffusion). 영혼 파괴 확산이라는 것이었다. 이 마법 역시 스승님이 남겨주신 마법서에 있던 것으로, 더 이상 구제가 불가능한 영혼과 그 무리를 만났을 때 사용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나는 이 마법을 데스 스피릿 스워드 스트라이크에 사용된 망령들이 사용하기 전에 발휘하여 발동시키는 것을 늦춰둔 것뿐이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녀석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었다. 크르르르! [크으으으!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태로 만들어버리겠다!] "훗. 할 수 있으면 어디 해봐!" 소울 브레이크 디퓨전으로 인해 몸의 반 이상이 사라진 고스트 드래곤이 나를 향해서 하는 말을 들으며, 나는 녀석에게 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소리쳤다. 두두두두두! "와아아아!" "돌격! 돌격하라!" 그때 들려오는 함성과 말발굽 소리. 이는 바로 로시아 제국 소속의 기사단과 황실마법사단, 그리고 가이아 교단의 프리스트들과 팔라딘들이었다.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다니. 쳇! 고스트 드래곤을 거의 다 쓰러트리고 난 후에야 모습을 드러낸 그들을 보자 왠지 화가 났다. 하지만 나는 이내 다시 녀서을 주목했다. 상대는 드래곤의 영혼을 지닌 고스트 드래곤.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되는 상대였다. 우우웅. "저것은...." 그때, 점차 몸을 수복해가고 있는 녀석을 관찰하고 있던 나의 눈에, 새하얀 고스트 드래곤의 몸 안에 있던 붉은색 보석이 들어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드래곤 하트였다. 저것이 바로 고스트 드래곤의 심장이로군. 얼마 가지 않아 드래곤 하트는 다시 녀석의 몸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위치는 어디인지 이미 파악해둔 상태였다. 좋아! 드래곤 하트의 위치를 안 이상, 최대한 빨리 승부를 낸다! [크크크, 걸렸군!] 뭐? 크아아아아! 팍! 팍! 팍! 끼리리릭! 그어어어! 이, 이럴 수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연극이었다는 거야! 고스트 드래곤의 말에 나는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곧 이해할 수 있었다. 녀석의 외침과 함께 땅에서 솟아난 수천의 언데드들을 보고 말이다., 설마 지금까지 나에게 당한 것 모두가 연극이었단 말인가. 나는 이내 고개를 흔들며 부정했다. 그것은 연극이 아니었을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아까 내가 한 공격으로 인해서 고스트 드래곤의 죽음은 매우 약해졌고, 게다가 아직 다 수복하지 못할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 그러니 전투를 한 당사자로서 그것을 연극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아마 녀석이 허세를 부리는 것일 것이다. 히이이잉! "크아악!" "으아아악!" "이런!" 내가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기사들은 땅에서 솟아난 수처느이 언데들에 의해서 혼란에 빠져 있었다. 모두 말을 타고 있었기에, 갑자기 땅에서 나타난 언데드로 인해 놀란 말을 제어하지 못하고 말에서 떨어져 그대로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이들도 있었고, 말에서 떨어졌지만 목숨을 건졌으나 쓰러져 있는 상태에서 언데드들에게 공격 받아 목숨을 잃는 자들도 속출하였다. "말에서 내려라! 말을 버려라!" 델리아드 공작님이 이렇게 소리쳤지만, 혼란에 빠진 그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제길! 일단 돕는 수밖에! [셰인!] 푹! 쿵! 팍! 나의 명령에 일제히 각자의 무기를 땅에 박아 넣은 본마스터들! 으으으으! 정말 엄청나게 빠져나가는걸! 순간, 엄청난 마나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나는 품에서 마나 포션을 꺼내어 들이켰다. 그리고 오랜만에 바로 마나 드레인을 사용하여 마나를 회복시켰다. 끼리리릭! 척! 무기를 박아 넣는 것만으로도 스켈레톤을 소환하는 본마스터들의 특수 능력으로 인해 단번에 소환된 스켈레톤들은, 고스트 드래곤에 의해서 땅에서 솟아난 언데드들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아아아아~!" 그때! 소환된 스켈레톤들이 기사들을 한창 돕고 있는 순간, 너무도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리고, 눈을 똑바로 뜨고 보기 힘들 정도의 빛이 모습을 드러냈다. 빛은 잠시 뒤에 약해졌지만, 목소리는 더욱 커져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와 빛의 근원은 하늘! 바로 가이아 교단의 프리스트들에 의해 소환된 천사들이 주가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음을 들어봐서는 보조계와 축복계의 주가인 듯했다. 그 주가의 영향이었을까. 혼란에 빠져 있던 기사들은 점차 제정신을 차리기 시작했고, 언데드들으 움직임은 눈에 띄게 느려졌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바로 아군의 언데드들에게도 그 영향이 미친다는 것이었다! 제길! 쿵! 쿵! 쿵! 기세가 올랐을까. 인첸트 학파의 전투 스톤 골렘을 필두로 서모닝 학파의 몬스터들은, 고스트 드래곤을 향해서 돌진하기 시작했다. 한데, 또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나의 언데드들과 고스트 드래곤의 언데드들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 처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셰인, 모두에게 몸을 사리라고 해. 제길!] [예, 마스터.] 녀석이 힘을 못 쓰고 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인데, 제길! 기사들과 마법사, 그리고 프르스트들로 인해서 절호의 기회를 놓친 그때, 고스트 드래곤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우드득! 끼리리릭! 크아아아아! 바로 기사들에게 한없이 밀리던 고스트 드래곤의 언데드들이 녀석의 몸에 흡수되에 몸을 이루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내 땅에서 솟아난 좀비와 스켈레톤으로 몸을 만들어낸 고스트 드래곤, 아니 이제는 좀비 드래곤이라 불려야 할 이 언데드는 그대로 기사들을 향해서 돌진했다. "파이어 볼!" "아이스 볼!" "파이어 스피어!" 콰콰콰쾅! 마법사들의 각가지 마법과 가이아 교단의 프르스트들에 의해서 소환된 천사들의 깃털 공격, 기사들의 검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스트, 아니 좀비 드래곤은 오직 돌진할 뿐이었다. 이내 기사들과 마법사들에게 둘러싸이게 된 좀비 드래곤은 공격을 무시하며 거대한 몸을 이용하여 공격했지만, 그 공격에 당하는 이들은 소수 뿐이었다. [마스터.] 어느새 나의 뒤에서 나타난 셰인. 그뿐만이 아니었다. 좀 전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언데드들 전원이 서 있었다. 그들도 좀비 드래곤의 행동에서 석연치 않음을 느낀 것일까. 쿠쿵! "와아아아아아!:" "좀비 드래곤이 쓰러졌다!" 기사들과 마법사들에 의해 둘러싸인 좀비 드래곤이 드디어 쓰러졌다. 하지만 단지 쓰러졌을 뿐, 녀석은 꼬리와 마리를 한들며 저항하고 있었다. 좀비 드래곤이 쓰러지자 기사들은 달려들었고, 마법사들도 소환한 몬스터와 골렘을 이끌고 덤벼들기 시작했다. 아까까지 구경만 하던 네크로맨서들조차도 약해진 언데드들을 이끌고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서 나는 오히려 더욱 더 석연치 않음을 느꼈다. "잭." "예, 마스터." "델리아드 공작님과 위즈덤 공작님, 그리고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은 어디 계시지?" "델리아드 공작니모가 위즈덤 공작님은 좀비 드래곤을 상대로 선전하고 계시고, 벤마이오트 니모가 젯맨토님은 후방에서 방관 중이십니다." "잭, 너희 일족에게 명령을 내려서 두 분의공작님을 보호하고, 미심쩍다고 말씀드려.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은 확실히 하겠다." "예! 마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이후 잭은 나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녀석을 상대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여,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데스나이트를 두 분의 공작님 근처에 배치시켰다. 쿠쿵! "와아아아아!"' 얼마나 지났을 까. 좀비 드래곤이 다시 쓰러지자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때 당시 나를 비롯하여 본마스터들은 좀비 드래곤으로부터 상당 거리 떨어져 있었지만, 볼 수 있었다. 좀비 드래곤이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을 말이다. 이상해. 이상해. 바로 그때였다! 우드득! 우우웅! 쓰러진 좀비 드래곤의 몸이 점차 부풀어 오르며 팽창하는 것이 나닌가! 그와 동시에 녀석의 몸에서는 상당량의 마나가 느껴졌다! [잭!] 콰콰콰쾅! "크윽! 본 월! 본 월! 스피릿 실드!" [배리어!] 쾅!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전된 본 월을 부수고, 스피릿 실드, 배리어를 뒤흔드는 엄청난 폭팔. 이 폭팔의 근원은 좀비 드래곤이었고, 폭팔과 함께 날아온 파편은 녀석의 몸을 구성하던 언데드들이었다! 그렇다! 좀비 드래곤은 자신의 육체를 매개체로 콥스 익스플로젼(corpse explosion)! 시체 폭팔을 사용한 것이다! 설마 자신의 육체를 매개체로 사용할 줄이야! [잭!] [두 분의 공작님은 살아계십니다! 단지....] [됐어! 살아계시기만 하다면!!] [크크크! 이제 남은 것은 너희들뿐이다!] 폭팔이 일어난 곳의 하늘. 그 어둠에서 빛나고 있는 레드 드래곤 하트를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는 죽은 자들의 영혼. 전과 비교하여 더욱 작아졌지만, 그 모습은 분명 드래곤. 고스트 드래곤이었다. 크기는 작아졌으나, 녀석의 죽음은 아직도 거대했기에 나는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죽어라!] 크아아아아아! 고스트 드래곤와 우리의 전투는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 * * * * [크크크! 아이스 스피어!] "파이어 애로우!" 아까가지만 해도 사용하지 않았던 마법을 고스트 드래곤은 마음껏 사용하고 있었다. 과연 드래곤이라고 할까. 하위 마법이건만 그 위력은 대단했고, 그 수도 엄청났다. 나와 본메이지들이 겨우겨우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말이다. 거기에 녀석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전투에 능숙해지고 있었다. [리버스 그라비티!] [크윽!] 달려드는 본나이트들을 상대로 시전된 리버스 그라비티. 확실히 효과적인 마법이었다. [박살내주마!] [그라비티!] [크아아악!] 쿵! 하늘에서 전차에서 뛰어내리면서 공격하던 데스 브레이커는, 피하면서 고스트 드래곤이 시전한 그라비티에 의해 엄청난 속도로 지상으로 추락했다. 제길! 갈수록 능숙해지고 있어! "웨이트 오브 스피릿트!" [크크크. 안 통한다. 리버스 그라비티! 블링크!] 크우우우! 크아아아아! 제길! 더욱 빨라졌어. 이번이 5번째. 갈수록 빠져나가는 시간이 빨라지고 있었다. 전투에 익숙해져가는 녀석과 다르게 나는 갈수록 지쳐갔다. 마나의 소모야 어떻게든 해결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정신력의 소모는 어쩔수 없었다. 정신력 회복 보션은 없는 건가! 제길! 고스트 드래곤의 프로즌 브레스를 피하면서 속으로 외치는 나였다. [크크크. 슬슬 지루해지는군. 이제 끝내기로 하지.] "뭐라고! 뭐, 어쩌고 저째!" [크크크. 웨이트 오브 스피릿트!] 뭐! 파아아아! 크윽! 웨이트 오브 스피릿트라니. 난 내가 웨이트 오브 스피릿트에 걸렸다는 사실보다, 녀석이 이 마법을 알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놀라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어떻게! 웨이트 오브 스피릿트를 알고 있는 거지! [크크크. 내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나는 마법 종족인 드래곤의 영혼을 지닌 고스트 드래곤. 내가 타락했다고는 하나, 무려 다섯 번 이상 보고 당한 마법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타락한 것은 아니다.] 말도 안 돼!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영혼의 무게에 짓눌린 나는 고스트 드래곤을 쳐다보기 위해서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겨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드래곤이라지만, 이건 말도 안 된다. 주문과 시전어는 그렇자 쳐도, 마법의 수식과 마나의 운용을 겨우 5번 넘게 보고 당한다고 알아차리다니 말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크크크크. 이 지루한 게임도 끝이구나! 죽어라!] 크아아아아! 크윽! 제길! 나를 향해서 내뿜어지는 녀석의 프로즌 브레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웨이트 오브 스피릿트에 저항하면서 마나를 끌어올리는 일뿐이었다. 데스 리치 세트의 방어력을 믿어보는 거다! 콰콰콰콰! [괘, 괜찮으십니까? 마스터.] "너, 너희들!" 나의 앞을 막아서고 대신 프로즌 브레스를 직격으로 맞은 이들. 그들은 바로 본마스터들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너희들이 내 앞에 있는 거야! 웨이트 오브 스피릿트는 모두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런데 나의 눈앞에 나타나 대신 맞다니! [크크크. 프, 프로스트, 네 녀석의 냉기보다 차갑지 않냐? 나는 견딜만한데.] [...이 정도는 내 냉기에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키키키. 마스터, 왜 그런 눈으로 보슈?] [크하하하하! 걱정 마슈! 마스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 [저는 마스터의 창. 동시에 방패가 되는 자입니다.] [으이구! 뼛속까지 시리구만.] [마스터.] "어째서! 어째서 너희들이 앞에 있냐고!" [크크크. 정말 보기 좋구만!] 크아아아아! 또다시 내뿜어지는 고스트 드래곤의 프로즌 브레스를 그들은 어깨 동무를 하고 막아섰다. 그러자 그들은 점차 얼어가고...... 그들은 나의 영혼에 종속되어 있었기에 그들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죽어, 저들이? [키키키. 마스터,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겨우 두 번 죽는 것뿐이라고. 어이, 형제들, 나 번저 간다.] 냉기를 이기지 못하고는 하반신에서부터 부서져나가면서도 웃어보이는 빌리. [크하하하! 다음은 난가! 제길! 제일 오래 버틸 줄 알았는데.] 덩치가 가장 큼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로 부서진다고 불평하는 우라노스. [에이구, 다음은 내 차례구만.] 잘 움직이지도 않는 손으로 허리를 두드리며 부서져나가는 보를. [....] 꾸벅.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숙여 보이며 부서져나가는 킬. 단 두번, 단 두번의 프로즌 브레스로 인해서 본마스터 넷이 죽어버린 것이다. 영혼의 연결이 끊어지면서 느껴지는 공허함은 나의 영혼을 뒤흔들었다. [크크크! 꽤 버티는군. 이번에는 뜨거운 것으로 갈까!] 크아아아아! 마치 파이어 브레스처럼 뿜어져 나오는 불꽃. 그것은 헬파이어였다. [제에길! 내가 불꽃에 당해서 죽다니!] 불타오르면서도 불평하는 볼케이노. [마스터, 즐거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프로스트는 마지막으로 감정을 드러내며 불타올랐다. 그리고 그때 웨이트 오브 스피릿트의 효력이 다했다. [나는 마스터의 창! 무기로서의 도리를 다라리라!] [마스터, 감사했습니다.] "셰인! 켈트!!!" [크아아악!] 효력이 사라지자마자 달려든 셰인과 켈트의 검은 창은 고스트 드래곤의 머리와 가슴을 꿰뚫었다. 하... 나의 영혼에서 느껴지는 이 공허함. 그것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가슴이 답답하다. 모든 것이 텅 빈 느낌이다. 단지 8명이 사라졌을 뿐인데도 말이다. [크으으으! 버러지 같은 것이 마지막까지 반항하다니! 네 녀석은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주마!]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는 고스트 드래곤. 죽어? 죽는다고? 내가? 공허함 속에서 나의 영혼을 뒤흔드는 단어. [크크크. 왜 두려운가? 죽는다고 생각하니까? 크크크.] 고스트 드래곤의 말대로 두려웠다. 사람들은 무지가 때로는 공포로 다가온다고 했던가. 그 말도 맞지만, 때로는 알기 때문에 공포로 다가올 수도 있다. 상처를 입는 것이 무서운 이유는 상처를 입을 때의 고통을 알기 때문이고,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아는 이유는 바로 그것은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욱 두려웠다. 죽음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너무도 가까이 해왔기에 죽는 것이 두려웠다. 또한 소중한 것이 있기 때문에, 나를 위해서 희생한 이들이 있기 때문에 죽음이 두려웠다. 죽을 수 없어! 죽을 수 없다고! 이런 나의 마음속의 외침과는 다르게 나의 육체는 나의 의지를 배신하고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크크크! 네 녀석에게 두 번이나 당했던 것. 그 마법으로 죽여주마. 아니, 영혼조차 소멸시켜주마!] 우우웅! 고스트 드래곤의 몸에서 나온 검은색의 검. 그것은 나에게 익숙한것이었다. 바로 검은 망령의 검, 데스 스피릿 스워드 스트라이크의 검은 망령의 검이었다. 그리고 그 검에는 소울 브레이크 디퓨전이 내재되어 있었다. 만약 한 자루에라도 찔린다면 나의 영혼은 그래도 파괴되는 것이다! 싫어! 죽을 수 없어! 죽을 수 없다고! [네 마법에 의해서 소멸해라! 데스 스피릿 스워드 스트라이크! 크하하하하!] 안 돼! 안 돼! 푸욱! "쿨럭!" 나의 몸에 박힌 검은 망령의 검. 그 검은 망려으이 검으로부터 스며들어오는 죽음, 너무도 친숙했던 죽음이다. 내가 사용하고 다루어왔던 죽음이 나의 생명을, 나의 영혼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싫어! 죽을 수 없어! 죽을 수 없어!! [키키키. 도와줄까?] [그대여.나의 도움을 바라는가?] 나의 몸에 퍼져나가고 있는 죽음에 완강히 저항하고 있던 그때, 들려오는 두 목소리.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목소리와 중후하고 무거운 목소리. 누구? 누구야? [키키키. 도와줄까? 살 수 있도록.] [그대여, 나의 도움을 바라는가. 살고 싶은가.] 도와줘! 살고 싶어! 살고 싶다고! 누군지 모르지만 도와줘!!! [키키키. 좋아! 대신 신나게 놀게 해주는 거야!] [모든 것은 그대의 뜻대로 되리니!] 우우우웅! 이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나의 영혼을 옭아매던 죽음은 놀랍게도 나의 편이 되주었다. 그렇구나. 너희들은 죽음이었구나. [키키키. 이제 알았어.] [그렇다.] 나의 몸에 들어온 죽음은 더 이상 나의 영혼을 옭아매지 않았다. 오히려 나에게 힘이 되어주고, 내가 느끼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아아아! 그것은 깨달음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죽음의 이해를 넘어서는 [키키키키! 이제 재밌게 놀자!] [....모든 것은 그대의 뜻대로 되리라.] [뭐, 뭐냐! 어떻게 살아 있는 것이냐!] 나의 죽음을 확신했던 고스트 드래곤은 멀쩡한 모습으로 몸을 일으키는 나를 보며 두려움을 느끼는 듯했다. 그런 녀석의 외침을 무시하며 나는 천천히 걸어 나갔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소멸한, 아니 소멸했다 느꼈던 그들을 부활시키기 위해서. "모두 일어나." 주문도 마나도 필요 없었다. 단지 나는 죽음을 담아 말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말의 효과는 엄청났다. 프로즌 브레스에 의해서 산산히 부서졌던, 헬파이어에 의해서 재가 됬던 본마스터들이 모습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죽음의 축복. 죽음에서 태어난, 죽음으로 귀환했던 이들에게 내리는 죽음의 축복이었다. [와우! 살아났잖아!] [크하하하! 역시 우리의 인연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군! 앞으로도 잘 부탁해! 마스터!] [에이구, 이제 좀 쉬나 했는데.] [......] 끄덕 프로즌 브레스에 의해서 소멸되었던 빌리와 우라노스, 그리고 보를과 킬. [그럼 그렇지! 내가 불에 타 죽을 리가 없지!] [...마스터] [마스터의 창! 켈트. 다시 마스터를 뵙습니다.] 그리고 ...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나의 첫 기사이자, 나의 영혼에 가장 먼저 종속된 나의 기사. [본마스터 셰인을 비롯한 본마스터들이 우리의 영혼의 주인을 뵙습니다!] [우리의 영혼의 주인을 뵙습니다!] [도대체!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인 것이냐!] 분위기를 깨는 고스트 드래곤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는 두려움과 경이가 가득 배어 있었다. 힘겨운 상대였던 녀석은 더 이상 나의 상대가 아니었다. 이미 죽어 있는 존재인 고스트 드래곤보다는, 이제 막 삶을 얻은 아기가 상대하기에 힘들어할 정도로 죽음을 이해한 나에게는 아무런 존재가 아니었다. 나는 천천히 몸을 돌려 녀석을 쳐다보고는 손을 내저었다. [키키키. 좋아! 좋아!] [그대의 뜻대로...] 나의 손짓에 호응해주는 두 죽음의 목소리. 그리고 고스트 드래곤의 몸을 이루는 망령들은 모두 흩어지기 시작했다. 녀석의 몸을 이루는 망령들은 모두 죽은 존재. 죽은 존재는 죽음을 거역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도, 도대체 무, 무슨 짓을 한...] 고스트 드래곤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몸을 이루는 망령들이 모두 흩어졌기에. 대신 녀석이 있던 자리에ㅣ는 레드 드래곤 하트만이 둥둥 떠 있었다. 우우우웅! 나는 볼 수 있었다. 드래곤 하트 안에서 웅크리고 있는 드래곤의 영혼을. 우우웅! 천천히 다가가자 소리는 점차 커져갔다. 그것은 드래곤의 영혼의 몸부림, 덧없는 몸부림이었다. 결국 나의 손에 쥐어진 드래곤 하트의 떨림은 더욱 거세어졌지만, 나의 손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드래곤의 영혼은 드래곤 하트 안에서 절규하고 있었다. 소멸시켜주마. 나의 삶을 거두어가려 해던 거를, 나의 소중한 것을 앗아가려 했던 너를! [키키키키! 좋아! 좋아! 부셔버려!] [...] 빠지직! 움켜지자 금이 가기 시작한 드래곤 하트. 그리고 그 드래곤 하트 안에서 절규하는 드래곤의 영혼! [멈추세요!!!] "윽!" 그때 나의 귀를 때리는 목소리에 나는 드래곤 하트에 든 힘을 뺄 수밖에 없었다. 누구지? 그 목소리는 여자의 목소리였다. 너무도 포근하고 따듯한 느낌이 드는 목소리. 한번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였다. 그에 주변을 둘러보았짐나, 어디에도 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멈추세요!] 다시 드래곤 하트에 힘을 주려할 때, 또다시 들려오는 목소리. 역시나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주변에 여자는 없었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누굴까. [뭐 해! 어서 부숴! 어서 부숴버려!] [....] 나를 재촉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죽음, 하지만 다른 진중하면서도 무거운 죽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 그 목소리는....네가 관련된 것인가. "죽음이여, '생명'은 뭐라 하고 외치는가." [죽이라고! 부숴버리라고! 가짜 생명을 죽여 버리라고!] [외치고 있다. 멈추라고, 이 가여운 아이의 영혼을 기켜조라고, 그리고 용서라라고!] [저딴 소리는 무시해! 거짓말이야! 생명은 가짜 생명을 죽여 버리라고! 소멸시키라고 외치고 있어!] [...] 서로 다른 대답을 하는 죽음의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여자의 목소리가 바로 '생명'의 목소리라는 것을. 어째서 그 생명은 이 드래곤의 영혼을 지켜보라고 했을까. 나는 손에 쥐어진 드래곤 하트와 그 속에서 절규하는 드래곤의 영혼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드래곤 하트로부터 나온 빛이 나를 감쌌다! 그리고 빛에 휩싸인 나는 볼 수 있었다. 고스트 드래곤의 과거를. 고스트 드래곤, 제이메이크, 레드족의 어린아이. 드래곤 중 가장 흉포하다는 레드족답지 않았던 그, 아니 그녀는 인간을 동경하고 있었다. 짧디짧은 삶을 살아가면서도 드래곤 이상의 무엇인가를 이루고, 무엇인가를 느끼는 인간을 말이다. 인간을 동경하여 인간을 알고자 했고, 인간을 알고자 하여 인간의 검과 마법을 익혔다. 그리고 매일같이 대륙의 지명과 국가의 역사를 공부했다. 인간을 알고 싶어서, 보다 인간과 친밀해지기 위해서 말이다. 그것이 성룡이 되지 못해서 유희를 떠날 수 없었던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이어 시간은 흘러 성룡이 되기 위한 변태의 시간이 왔다. 그녀는 성룡이 된 이후 떠나게 될 유희를 생각하며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다. 인간들과 함께 섞여서 영웅소설의 주인공처럼 여행을 다니고, 친구를 사귀며, 사랑에 빠질 자신을 상상하며. 하지만 동경했던 인간은 그녀에게 절망만을 안겨주고 죽였다. 불과 성룡이 되기 위해서 몇 시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에게 죽음을 내린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드래곤 하트에 머물게 되었다. 미웠다, 동경해왔던 인간이. 증오스러웠다, 그런 인간을 동경해왔던 자신을. 그러던 어느 날, 자신과 인간을 증오하고 미워하며 드래곤 하트 속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던 그녀에게 기회가 왔다. 어둠의 종족이 손을 내민 것이다. 힘을 주겠다고, 복수할 기회를 주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자유로워졌다. 이것이 바로 제이메이크. 인간을 동경하고, 인간을 살아할 수 있었던 소녀의 기억이었다. 어째서 그녀의 기억이 나에게 흘러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것으로 알 수 있었다. 왜 고스트 드래곤을 그 마족이 완성된 종족으로 태어났으나, 미완성도 완성되지 못한 이라고 했는지 말이다. 이대로 제이메이크, 그녀를 소멸시키는 것도, 다시 봉인하는 것도 너무도 가여웠다. 인간을 동경하고, 드래곤으로서 인간을 사랑할 수 있던 소녀, 제이메이크가 말이다. "죽음이여, 이 가련한 영혼을 도와줄 방법이 있는가. 있다면 가르쳐 다오." [죽여 버려! 부숴 버려! 소멸시켜버려! 그것이 그 영혼을 돕는 방법!] [때로는 환상이라 할지라도, 현실 그 이상이 될 수 있는 법. 모든것은 그대의 뜻대로 되리라.] 어린아이 같은 죽음은 역시 이번에도 죽이라고 소멸시키라고 외치고 있었고, 중후하고 진중한 죽음은 나에게 방법을 말해주었다. 환상이 때로는 현실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손에 들린 드래곤 하트를 바라보며 조용히 외쳤다. [환상, 때로는 현실 그 이상이 되는 환상. 그 환상에 그대 편안한, 만족스러운 죽음을.....] [치이! 마음에 안 들어!] "그대의 뜻대로." 죽음은 곧 드래곤 하느테 스며들었다. 그리고 소멸을 두려워하고 있는 소녀, 제이메이크를 감쌌다. 그리고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그녀가 잊고 있던 과거를. 인간을 동경하고,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에 섞이고자 했던 자신을. 그 환상에 소녀의 영혼은 울기 시작했다.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소녀는 외치고 있었다. 되돌아가고 싶다고, 그때로 되될아 가고 싶다고 말이다. [모든 것은 그대의 뜻대로.] 중후한 죽음이 나에게 하던 말을 나는 죽음을 담아 외쳤따. 그리고 환상은 이어졌다. 소녀, 제이메이크는 눈을 떴다. 소녀가 처음 느낀 것은 두려움. 다시 안간에 의해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닫. 하지만 그녀를 기다릭 있던 것은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였다. 레드족답게 화통한 어머니와, 실버족답게 겉모습은 냉철하기 그지없지만 속은 레드족인 어머니 못지않게 따뜻했던 아버지가 말이다. 소녀의 부모는 손을 벌리며 말했다. [제이메이크, 성룡이 된 것을 죽하한다.] [어서 가자! 성룡식에 늦겠다! 네가 꼴찌야!] 소녀는 울었단. 그리고 달려 나갔다. 드래곤의 모습이 아닌, 그녀가 동경해왔던 소녀가 되어서....... * * * * * 한스, 상민에 의하여 고스트 드래곤이 성불된 그 시간, 바다는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런데, 해안가의 도시를 쓸어버릴 정도로 거대한 그 폭풍 속에 놀랍게도 어떤 생물체가 존재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 거대한 폭풍 속에 들려오는 그 생물체의 외침. 그 외침 속에서는 각가지 감정이 섞여 있었다. 희망으로 시작된 감정은 분노로 이어졌고, 곧이어 슬픔으로 끝을 맺었다. 크으으으! 마치 폭풍은 그 외침 속에 깃든 감정들을 숨기려는 듯이 더욱 거세게 몰아쳤지만, 그 외침의 주인공의 분노와 슬픔은 더욱 강해져갈 뿐이었다. 이어 그 외침의 주인공은 거센 폭풍 속에서 날라올라 폭풍을 해치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존재는 바로 드래곤. 그중에서도 가장 선하고 아름다우나, 가장 약하다는 평을 듣는 실버 드래곤이었다. 그리고 그는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를 초토화시킨 고스트 드래곤인 제이메이크의 아버지였다.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 젤드리온. 그는 분노하고 슬퍼하고 있었다. 종족을 넘어서 한 명의 아버지로서. 그러나 고스트 드래곤을 성불시킨 당사자, 상민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6권끝> - = 커넥션 7권 = - -= 31장. 격돌, 그리고……. =- "우웅, 오빠." 뒤척이면서 나를 부르는 메이. 잠시 편한 얼굴로 잠든 메이의 얼굴을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오랜만에 편안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레벨 업을 위해 잠시 신경을 못 쓴 사이, 메이는 살이 제법 올라 꽤 귀여운 모습이 되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불과 한 달이지만 그동안 제대로 영양이 공급이 되지 않아 크지 못한 키를 채우겠다는 듯이 키도 꽤 자란 모습이었다. 그래도 원래 나이대의 아이들보다 작지만 말이다. [마스터.] "알고 있어, 셰인. 조금만 이렇게 있게 해줘." [마스터, 그래도 조금은 쉬시는 것이 좋습니다. 내일은 결전의 날입니다.] "괜찮아. 하루 정도 안 잔다고 해서 질 승부였다면 애초부터 준비도 하지 않았어."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쉴 것을 권하는 셰인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계속 메이를 지켜보았다. 솔직히 나보다 메이가 힘들었을 것이다. 메이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여러 가지 일이 있었으니 말이다.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나는 잠시 어제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웃다가 창문의 틈새로 들어오는 빛을 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어느새 날이 새버린 것이다. 지쳐 잠든 메이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방을 나온 뒤에 잠시 동안 방을 바라보았다. 메이야, 미안. "…내가 없는 동안 메이를 부탁한다." [마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내 뒤에 어느 사이엔가 무릎을 꿇고 있는 6명의 리치와 12명의 마스터급 데스나이트들을 잠시 바라보며 난 천천히 그들을 지나 걸어나갔다. 6명의 리치들. 그들을 실버 드래곤 젤드리온과의 전투에 참여시킬 수는 없었다. 그들은 스승님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서 나를 섬기는 것이지만 그 기간이 한정되어 있고, 자신의 목숨을 걸 정도로 나를 섬기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그래서 난 그들에게 다른 명령을 내렸다. 바로 메이. 전투를 벌이기 위해 떠나는 동안 메이를 돌봐주고, 만약 내가. 어디까지나 만약이지만, 내가 돌아오지 못하게 되면 메이를 나 대신 섬겨 달라고 말이다. 이에 리치들은 아무 반발도 없이 나의 말을 따라주었다. 그리고 임의로 나는 여러 가지 조치를 해두었다. 나의 영혼에 종속된 존재들인 뱀파이어 잭을 비롯해 각가지 언데드들, 거기에 나의 아공간이 어디까지나 만약이지만 내가 돌아오지 못할 시에 메이의 영혼에 종속되도록 말이다. 고스트 드래곤을 상대할 때 얻은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 전의 나라면 불가능하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가능한 방법이었다. 저택 출입구에 서서 그간 레벨 업을 위해 살펴보지 못했던 거리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았다. 어느 사이엔가 제법 번화가의 모습을 갖추게 된 거리. 그 거리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땀과 노력을 조금이지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 내가 금방 나왔던 저택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기다려, 메이. 내가 모두를 다시 데리고 올 테니까. "그럼 갈까." […….] 어느새 내 뒤에 선 본마스터들과 데스나이트들과 함께 걸어 나가며 나는 최후의 결전이 벌질 그곳으로 향했다. 내가 선택한 격전지를 향하여. =================================================================================== "드디어 오늘이구나." 멈칫. "그렇군요." 한나의 말에 잠시 멈칫한 젤드리온은 계속해서 한나의 머리를 빗겨주었다. 불과 이틀 만에 제 모습을, 아니 예전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갖추게 된 한나. 그것은 실버 드래곤인 젤드리온의 마법 때문이었다.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빗는 젤드리온의 모습을 보며 한나는 그가 눈치 채지 못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에게서 다른 이를 찾는 드래곤. 그리고 자신의 오빠 한스를 죽이려는 이. 그런 젤드리온을 보며 한나는 그를 미워함과 동시에 동정하고 있었다. "자꾸 한숨을 내쉬는 것은 좋지 않단다." "……." "걱정되니, 오빠가?" 웃으며 머리를 빗는 젤드리온의 말에 한나는 무표정으로 응대했다. 솔직히 젤드리온의 말대로 걱정이 되었다. 자신의 오빠 한스. 오빠는 고스트 드래곤을 소멸시키고, 마스터급 데스나이트를 비롯하여 언데드들을 수 없이 많이 보유하고 있다. 거기에 오빠의 말에 의하면, 과거 그 누구도 오르지 못했던 데스마스터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제자이며,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인간. 인간이 아무리 강해도 에이션트 드래곤을 이길 수는 없다. 이것이 바로 한나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걱정할 것 없단다." "그게 무슨 소리죠?" "네가 그렇게 걱정하는 네 오빠, 한스는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하니까. 에이션트 드래곤인 나라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싱긋. 전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하는 젤드리온을 보며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는 자신이 조금 한심스러워지는 한나였다. 에이션트 드래곤이 인정할 정도로 강하다는 한스. 그래도 한나는 여전히 걱정스러웠다. 웅찔! "아무래도 서둘러야겠구나, 한나. 너의 오라버니, 한스는 준비를 끝낸 모양이다." "……." 갑자기 움찔거린 젤드리온의 입에서 나온 말에 한나는 알 수 있었다. 드디어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 젤드리온과 데스마스터 한스의 생사를 건 전투가 벌어질 때가 다가왔음을. 서둘러 머리를 다듬는 젤드리온의 손길을 느끼며 한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자신을 지키다 돌아가신 이후부터 찾지 않던 신을 향해 기도앴다. 자신의 오빠가 제발 승리하기를. 그리고 불쌍한 이를 굽어 살펴주시길. =================================================================================== 휘이이잉! 스스스! 바람에 쓸려 날아가는 모래 조각들. 내가 서 있는 곳은 그 어떤 생명도 살아남지 못할 것만 같은 대지. 그러나 그런 척박한 환경에도 자연과 생명의 위대함을 보여주듯이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 숨 쉬는 대지. 바로 사막이다. 주의에 펼쳐진 광활한 이 모래 벌판이 바로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 젤드리온과 나, 데스마스터 한스의 전투가 벌어질 격전지로 선택되었다. 이곳은 그야말로 내가 전투를 벌이기에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에도 최적의 장소였다. "과거 내가 살았던 영토와 비슷한 환경을 지닌 곳이군." "그렇지." 내 옆에 선 나의 형제,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인 라오는 자신이 생전에 살던 곳과 비슷한 환경을 이곳에서 보게 되자 잠시 우수에 젖은 표정을 짓다가 이내 단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형제여." "응? 왜, 라오?" "정녕 형제의 동생과 친우들을 납치한 드래곤이란 존재가 우리 둘이 함께 싸워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강한가." 라오는 내가 불러낸 뒤에 도움을 청하며 이야기해준 젠드리온에 대한 설명이 아직도 납득이 되지 않는 모양인지 이렇게 물어왔다. 확실히 납득이 되지 않겠지. 운이 좋아서이지만 자신을 쓰러트린 나와, 가히 엄청나다 할 수 있는 언데드,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인 라오 자신이 힘을 참쳐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강한 상대라니 말이야.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었다. 에이션트 드래곤은 무려 5천 년 이상 살아온 존재. 강인한 육체와 수천 년간 쌓아온 경험과 지식, 무한에 가까운 마나, 그리고 순식간에 각가지 마법을 시전할 수 있는 용언! 이것만으로도 나와 라오가 힘을 합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에이션트 드래곤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실버 드래곤이라는 것. 드래곤 중 그린 드래곤과 함께 가장 약하다는 평을 듣는 실버 드래곤이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나마……. 나는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라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상대는 이 중간계를 지키도록 창조주로부터 명을 받은 종족이야. 물론 같은 종족에서는 약하다는 평을 듣지만, 그대로 중간계를 신과 악마로부터 지키라고 명을 받은 종족이지. 내가 네게 했던 말은 모두 사실이야." "으음, 그렇군여. 형제여, 형제가 그렇게 말한다면 나 또한 최선을 다하겠다." "고마워, 라오." 솔직히 이 싸움은 나와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인 젤드리온의 싸움이다. 라오는 전혀 상관이없는 싸움이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라오는 함께 싸워달라는 나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자칫 잘못하여 소멸할 수 있는 데도 말이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는 사이, 나는 내 자신을 체크했다. 눈을 감고 사막의 바람을 맞으며 나 자신을 바라보았다. 체내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생명과 대기에서 항상 꿈틀거리고 있는 죽음. 그리고 아직 완전한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여 느낄 수 없는 대기의 생명. 이 생명을 느낄 수 있다면 이번 전투에 더욱 큰 도움이 될 텐데 하는 아쉬움이 피어났다. 천천히 마나를 활성화하여 활활 타오르고 있는 태양과 그 태양의 열로 달구어진 사막의 열기로 인해 역시 함께 달구어진 몸을 적당하게 식힌 뒤 지금 내가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데스 로드 세트, 즉 죽음의 길 세트. 내가 2차적인 목표로 하는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인 데스 로드와 발음이 같은 아이템 세트의 데스 리치 세트에서 변환된 이 세트들은, 신기하게도 아이템에 대한 설명은 나와 있지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능력 상승된 것은 틀림없다. 그 증거로 벨트에 들어가는 포션의 수가 무려 50병이나 되었으니 말이다. 지금 벨트 안에 있는 포션들은 모두 그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홀리 포션으로 채워놓았다. 상대는 에이션트 드래곤이기에 포션을 아꼈다가는 내가 죽을 수도 있기에 아낄 생각을 하지 않고 벨트 안에 꽉꽉 채워 넣었다. 나에게 딱 10병밖에 없는, 단번에 채력과 마나를 80퍼센트 회복시켜주는 최상급 홀리 포션과 50퍼센트 회복시켜주는 상급 홀리 포션 30병, 그리고 30퍼센트를 회복시켜주는 중급 홀리 포션 10병. 이렇게 50병으로 채워 넣었다. 마나량이 가히 무한이라 할 수 있는 에이션트 드레곤을 상대로 싸워야 하기에 아이템의 마나 회복 옵션 이외에도 자체 마나 회복력, 거기에 명상과 마나 드레인까지 엄청난 마나를 소모할 것을 생각해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도 부족할 것 같지만 말이다. 상대는 대기의 마나를 움직이고, 마나량이 마치 바다와 같다고 하는 에이션트 드레곤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준비해도 부족했다. 우우우웅! [마스터!] "알고 있어!" 점검을 하던 도중에 들려오는 공명음과 마나의 미묘한 움직임! 그에 나는 드디어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 젤드리온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곧 잦아든 공명음. 잠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젤드리온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따. 대신 뭔가 나타났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쿠쿠쿠쿠! 키에에에! 실버 드래곤 젤드리온 대신 나타난 존재. 그것은 사막의 모래를 파헤치면서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곧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토룡(土龍), 지렁이였다. 하나, 그냥 지렁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크고 흉측한 바로 샌드 웜(Sand Worm)이었다! 환영 인사는 이쪽에서 먼저 해야 하는데. 척척척척! 착착착! 잠시 후, 또 다른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이 사막의 몬스터인 전갈이었다. 물론 보통 전갈이 아닌, 샌드 웜 못지않게 거대한 킹 스콜피온(King Scorpion)이었다. 사막에 있는 샌드 웜과 킹 스콜피온은 죄다 모아놓은 것 같았다. 그 엄청난 수의 샌드 웜과 킹 스콜피온이 우리를 향해서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형제여, 내 대신 처리해도 되는가." "아니. 라오, 네가 나설 필요도 없어. 물론 너희들이 나설 필요도 없고." 가는 라오와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것 같은, 내 뒤에 선 본마스터들에게 말하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간 뒤에 손을 휘저었다. "가라." 쿠쿠쿠쿠! 팍! 척척척척!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번에는 내 쪽에서 땅이 파헤쳐지며 무엇인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무엇인가가 모래에서 튀어나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수는 55. 땅을 파헤치며 가는 존재의 수가 20이요, 모래에서 튀어나와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존재의 수가 35였다. 지금 나를 향해서 다가오는 샌드 웜과 킹 스콜피온의 수와 비교하자면 엄청난 차이가 있었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키에에에! 췌~!!! 키아아아아! 착! 착! 콰! 잠시 후, 사막의 모래를 파헤치며 나아가던 존재가 샌드 웜들과 부딪치며 모습을 드러냈따. 모래 속을 파헤치며 나아가던 존재! 그것은 바로 웜이었다. 하지만 샌드 웜과는 달랐다. 겉 표면이 마치 돌과 같고, 샌드 웜에 비해 2배 이상 거대한 몸집을 자랑했다. 그것은 바로 바위 지대에 서식하는 록 웜(Rock Worm). 이 록 웜은 지금 형제가 되었지만 전에는 적이었던 언데드 파라오, 라오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었던 샌드 웜 좀비의 제작법을 개량하여 만들어낸 것으로, 록 웜의 시체로 만들어낸 녀석들이다. 물론 일반 록 웜 좀비가 아닌 좀 더 강화시킨 록 웜 좀비로, 정확한 이름은 바로 매드 록 웜 좀비였다. 매드 록 웜 좀비는 자신들에 비해 수십 배는 많은 샌드 웜들을 아량곳하지 않고 달려들ㅇ넜다. 언데드이기에 지치지 않는 채력을 가지고 있고, 나의 약품들로 인해 더욱 강화된 록 웜의 피부와 근력은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샌드 웜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고 싸우고 있었다. 콱! 키아아아아! 그때, 땅에서 솟아난 존재의 킹 스콜피온이 맞부딪쳤다. 땅에서 솟아나 앞으로 나아갔던 존재. 그것은 바로 킹 스콜피온보다 2배는 더 거대한 전갈, 바로 자이언트 스콜피온(Giant Scorpion)이었다. 역시 이것도 전에 라오를 상대하기 위해서 만들었던 킹 스콜피온 좀비의 레시피를 개량하여, 독은 킹 스콜피온에 비해 손색이 있지만 엄청난 덩치와, 킹 스콜피온과 비교했을 때 단단한 외피와 강한 집게를 가진 자이언트 스콜피온으로 만들어낸 녀석들이다. 정확한 이름은 베놈 자이언트 스콜피온 좀비였다. 키아아아아! 쾅! 쾅! 키아아아아! 베놈 자이언트 스콜피온 좀비 역시 킹 스콜피온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킹 스콜피온들은 계속해서 꼬리로 내려쳤지만 외피를 뚫을 수 없었고, 뚫을 수 있다 해도 킹 스콜피온의 독은 소용없었다. 좀비인 이유도 있지만, 이름에도 알 수 있듯이 킹 스콜피온에 비해서 약한 독을 가진 자이언트 스콜피온을 좀비로 만들면서 나는 베놈 본마스터 빌리의 독을 이용했고, 그로 인해 자이언트 스콜피온은 킹 스콜피온을 능가하는 독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자이언트 스콜피온의 독에 의해 킹 스콜피온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었다. 수에서는 밀리지만 매드 록 웜과 베놈 자이언트 스콜피온 좀비들은 샌드 웜과 킹 스콜피온을 압도하고 있었다. "형제의 작품인가? 본 적이 있는 것 같군." "아마 그럴 거야. 너를 상대할 때 저것들과 비슷한 것을 꺼내어놓았으니." "그렇군. 그래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았군. 형제여, 더욱 강해졌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니." "그만큼 그는 강하니까." 키에에에에! 쿠쿵! 이런! 역시 인해전술에는 당할 수 없는 건가. 라오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나는 다수의 샌드 웜의 공격으로 모랫바닥에 쓰러지는 매드 록 웜 좀비를 볼 수 있었다. 수고했다. 대신 마지막은 화려하게 가게 해주마. 딱! 우우우웅! 콰콰콰쾅! 키에에에에!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매드 록 웜 좀비의 거대한 몸이 떨리더니 곧 폭발해버렸다. 이어 화염과 폭발로 인해 사방으로 퍼져나간 록 웜의 육편은 수많은 샌드 웜을 덮쳤다 그것이 바로 내가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낸 언데드들에게 한 한 가지 작업 때문이다. 바로 아주 오래전에 내가 만들어낸 스킬, 밤 소울(Bomb Soul)의 생성이다. 폭발하는 영혼을 만들어내는 이 스킬을 통해 만들어낸 밤 소울을 이번 만들어낸 언데드들의 몸 안에 하나 둘씩 모두 박아놓았다. 물론 밤 소울만으로 저렇게 몸이 단단하기 그지없는 록 웜의 몸을 산산조각 낼 정도의 폭발을 일으킬 수는 없다. 지금과 같은 폭발의 일으킬 만한 벙봅은 바로 한 가지밖에 없었다. 바로 소울 브레이크를 말이다! 밤 소울을 언데드들의 몸에 박아 넣은 뒤, 미리 시전하여 일정 조선하에 발동하도록 한 소울 브레이크에 의해서 이번과 같은 큰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그릭 ㅗ일정 조건이란 바로 아까와 마찬가지로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나의 행동, 즉 손가락을 튕기는 것이다. 물론 그냥 튕기는 것이 아니라 손에 죽음을 당아서 튕기는 것이다. 이는 오직 나만이 할 수 있고, 나의 경지에 올라야만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이 조건으로 아까와 같은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밤 소울이 소울 브레이크로 인해 폭발을 일으키자 그 폭발에 수십의 샌드 웜이 휘말려 목숨을 잃었고, 수십의 샌드 웜이 록 웜의 육편에 의해서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매드 록 웜 봄비와 베놈 자이언트 스콜피온 좀비는 그때마다 내 행동으로 인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고, 수많은 생드 웜과 킹 스콜피온은 폭발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다. 키에에에! 쿠쿵! 딱! 우우우웅! 콰콰콰콰쾅! 마지막 베놈 자이언트 스콜피온이 터지며 폭발과 자이언트 스콜피온의 육편이 주위의 샌드 웜과 킹 스콜피온을 덮쳤고, 결국 그들은 목숨을 잃었다. 이미 20구의 매드 록 웜 봄비와 35구의 베놈 자이언트 스콜피온 좀비는 모두 폭발하여 수많은 샌드 웜과 킹 스콜피온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아직도 적이 않은 샌드 웜과 킹 스콜피온이 남아 있었다. 물론 그 수는 절반 그 이하러 떨어졌지만 말이다. 키아아아아! 키에에에에! "형제여, 저 마물들이 감히 나의 형제에게 적의를 내보이는군." "흠, 화가 날 만도 하니까." 확실히 화가 날 만도 했다. 매드 록 웜의 폭발로 인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고, 베놈 자이언트 스콜피온의 폭발로 인해 독에 중독되었으니 말이다. 상처 입고 중독되어 잔뜩 독이 오른 샌드 웜과 킹 스콜피온은 우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가 처리하도록 하지." 척! 휙! 우우우웅! 화르르르르! 키아아아아! 키에에에에! 정말 오랜만에 보는 라오의 검이다. 태양신 라의 아들이자, 태양신 라의 대신관인 위대한 황제만이 사용하는 라의 신검. 그 검으로부터 나오는 태양과 같은 화염은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샌드 웜과 킹 스콜피온을 휘감았고, 그 불꽅으로 인해 지치고, 상처입고, 중독된 샌드 웜과 킹 스콜피온들은 결국 모두 목숨을 잃었다. 지금의 모습을 찾은 뒤 처음 보는 라의 신검의 위력은 신검이라는 이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라의 신검의 화염으로 순식간에 재가 되어버린 샌드 웜과 킹 스콜피온은 바람에 휩싸여 날아가, 곧 사막의 모래에 의해 점차 사라져갔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사막은 그 엄처안 전투가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듯 고요해져 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손님의 장난은 끝난 것 같지 않군." "그러게." 쿵! 쿵! 쿵!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것. 그것은 바로 골렘이었다. 골렘 중에서 가장 흔하다고 할 수 있는 스톤 골렘부터 시작해서, 이 뜨거운 사막에서 어째서 녹지 않는지 궁금한 아이스 골렘과 그 옆에 안 그래도 뜨거운 이 사막을 더욱 달구는 파이어 골렘, 거기에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나무로 만들어진 우드 골렘과 그와 상반되게 저만한 크기의 것은 구하기도 힘들고 다듬기도 힘든 쥬얼 골렘, 정확히 다이아몬드 골렘도 모습을 내보였다. 그 외에도 진흙으로 만들어진 클레이 골렘과 모래로 만들어진 샌드 골렘 등 각가지 골렘들이 모습을 내보였다. 젤드리온, 이게 무슨 장난이지? 아까 샌드 웜과 킹 스콜피온도 그랬다. 나의 경지를 생각한다면 그 정도의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아까 내보인 매드 록 웜 좀비와 베놈 자이언트 스콜피온이 없었다면 상당량의 마나를 소모했을 테지만 말이다. "골렘이나." [이번 일은 저에게 맡겨주시지요. 로드.] 내 말에 바로 대답하는 존재.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내가 미리 소환해놓은 마스터 골렘, 레온의 목소리였다. 그래. 골렘은 네 전문이니까. "레온." [예, 로드.] "네 마음대로 해봐." [예스, 마이 로드.] 쿠쿠쿠쿠쿠쿠! 내 뒤쪽을 모래들이 들썩거리는 소리와 점차 무엇인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레온, 마스터 골렘 레온이었다. 레온은 내 명령에 모래 속에 숨어 있다가 이번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몸을 일으킨 것이다. 강철의 기사, 마스터 골렘 레온. 진화를 끝내고 마스터 골렘이 된 이후 단 한 번도 전력을 다한 적 없는 레온의 전력을 마침내 오늘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쿵! 쿵! 우리를 넘어서 앞으로 나아가는 레온이 도중에 멈추어 섰다. 그리고 허리에 매달려 있는 거대한 강철의 검을 땅에 막아놓고 외쳤다. [오라! 만들어진 자들이여! 오라! 나의 형제들이여! 나의 창조주, 나의 군주, 나의 영혼의 주인으로부터 받은 나의 영혼은 레온! 오라! 나의 형제들이여~!] 쿠쿵! 쿠쿵! 쿠쿵! 그것이 주문인지, 아니면 레온의 혼잣말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 말에는 강한 의지와 힘이 실려 있었다. 그때, 그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대기로부터 나타난, 사막의 대지로부터 솟아난 무엇인가가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골렘이었다. 사막의 모래로 이루어진 샌드 골렘과 대기의 공지로 이루어진 에어 골렘, 그리고 뜨거운 대기에 가득 퍼져 있는 물로 만들어진 워터 골렘, 거기에 파이어 골렘처럼 육체는 없으나 열기만으로 이루어진 블레이즈 골렘과 사막의 메마름으로 인해 목숨을 잃고 그 육신이 사막에 묻힌 이들의 말라버린 뼈로 만들어진 본 골렘이 등장했다. 또한 방금 전에 일어난 전투로 인해 사막의 모레 속에 묻힌 샌드 웜과 킹 스콜피온의 시체로 만들어진 플레시 골렘까지……. 게다가 더욱 놀라운 점은 소환술임에도 불구하고 소환주인 나의 마나 소모는 전혀! 전무하다는 것이다! 그 사실에 놀란 나는 바로 급히 스킬창을 열어 마스터 골렘 레온의 소환 스킬을 살펴보았다. [*서먼 마스터 골렘 Lv:Max(최종형) 모든 골렘 소환읭 최종형 스킬. 골렘 오브 골렘(Golem of Golem)의 마스터 골렘을 소환한다. 마스터 골렘은 인간 이상의 자아를 가지고 있으며 각가지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다. -골렘 커뮤니케이션(MP소모:0) -체인지 엘리멘탈 -창조의 법 스스로 태어났으며, 스스로 사라지는 몬스터 골렘. 마스터 골렘의 권능에 따라 그 창조의 시기를 앞당겨 이 자리에 골렘들을 창조, 태어나게 한다. 창조의 법에 의해 막 태어난 골렘은 자유 의지를 가지며, 마스터 골렘의 한 가지 부탁을 들어준다. 이후 자신의 의사에 따라 행동한다. 창조의 법에 의해서 태어난 골렘들은 주위의 사물과 자연으로 몸을 구성한다. 창조의 법은 한 달에 한 번 사용 가능하다. 아때 태어나는 골렘의 수는 알 수 없다. -??? -???] 창조의 법! 참으로 놀라운 능력이었다. 오직 마스터 골렘 레온만이 가지는 능력! 골렘을 태어나게 하다니!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저 골렘들이 나타난 것도 놀라웠지만, 자유 의지를 가진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리를 부른 형제여, 우리를 태어나게 한 형제여. 그대의 부탁은 무엇인가.] [나 원한다. 저 앞의 우리들의 형제가 자신들의 창조주, 자신들의 영혼의 주인의 명에 따라 나의 창조주, 나의 영혼의 주인을 해하려 하고 있다. 나와 힘을 합쳐 저들의 적과 맞서주오! 그것이 나의 부탁이오! 형제여!] [그대의 부탁, 잘 알앗다. 우리, 그대로 인해 태어난 자. 그대의 부탁을 들어주리다!] 쿵! 쿵! 쿵! 화르르르! 우우웅! 대화를 나눈 수많은 레온과 골렘들. 이어 골렘들은 대화가 끝나자 마자 뒤돌아서 점차 다가오고 이쓴 골렘들을 바라보았다. [오라! 형제들이여! 이것은 의지의 싸움! 그대들의 의지와 나의 의지에 따라 나의 부탁을 들어준 형제들의 의지. 이 둘의 의지 중 강한 의지가 승리할 것이다! 가자! 형제들이여!] 쿠쿵! 우어어어어! 각가지 골렘들과 골렘들의 격전! 설마 이런 광경이 연출될 줄은 나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창조의 법에 의해서 태어난 골렘들의 움직임은 마치 사람의 움직임처럼 자연스러웠지만, 젤드리온의 골렘들은 조금은 어색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젤드리온의 골렘들 중에는 가히 엄청난 강도의 제질, 즉 다이아몬드와 미스릴 등으로 만들어진 골렘들이 다수 껴 있다는 것이다. 수는 창조의 법에 의해 만들어진 골렘들의 수가 더욱 많았지만, 몸을 구성하는 구성 물질에서 밀렸고, 질적인 면에서도 조금 떨어졌기에 팽팽한 접전이 벌어졌다. 스으으으! 워터 골렘과 파이어 골렘은 서로에게 주먹을 날리며 싸우고, 파이어 골렘의 불꽃은 때로는 워터 골렘의 몸을 증발시키고, 워터 골렘의 주먹은 파이어 골렘의 불꽃을 꺼트렸다. 또한 블레이즈 골렘은 검 모양으로 만든 팔로 아이스 콜렘의 몸을 자르고, 우드 골렘의 몸을 태웠지만, 아이언 골렘의 몸을 달구었을 뿐이다. 그리고 창조의 법에 의해 태어난 샌드 골렘은 젤드리온에 의해 만들어진 샌드 골렘과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야말고 막상막하! 누가 이길지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골렘과 골렘의 대결은 정말로 흥미로웠다. [역시 강하시군요.] 그때, 내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인물! 바로 한나와 지크 형, 퓨리와 데인을 납치한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인 젤드리온의 목소리였다. 모습을 감추고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샌드 웜과 킹 스콜피온. 골렘으로 나를 공격한 젤드리온이 나에게 메시지 마법을 통해서 말을 걸어온 것이다. 나는 재빨리 메시지 마법이 시전된 곳을 찾기 시작했다. 젤드리온은 자신의 모습을 감출 생각이 없었는지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젤드리온이 나타난 곳은 바로 나와 라오의 맞은편! 바로 모레 언덕 위였다. 나와 싸우기 위해 한나와 지크 형 일행을 납치한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 젤드리온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아직도 불안한 거니?" "……." 대답 없는 한나의 반응에 젤드리온은 고개를 내저으면서 앞을 바라보았다. 현재 한스는 그들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다. 용언으로 자신들의 모습을 자연과 동화시킨 상태이니 말이다. 만약 마법으로 모습을 감추려고 했다면 한스도 금방 발견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들은 모습을 감춘 것이 아니라 용언으로 자연과 '동화'시킨 것이기에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젤드리온은 자신의 뒤에 선 이들을 잠시 바라보았다. 레어에서 지내는 동안 조금이지만 살갑게 대했던 지크와 데인은 지금은 상당히 경계를 하고 있었다. 물론 적의는 품지 않은 채, 어디까지나 경계만 하고 있었다. 다만 한 명은 달랐다.바로 퓨리. 한스에게 네크로맨시 학파를 직접 배워 그의 제자라고 할 수 있는 퓨리는 레어에서 지내는 동안 시종일관 젤드리온에게 적의를 보이더니, 지금도 역시 그에게 적의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실력이 젤드리온에게 상대가 되자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지난번에도 말했다시피 그는, 한스는 에이션트 드래곤인 나라고 할지라도 방심할 수 없는 존재다." "……." 여전히 한나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런 한나를 보며 젤드리온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 저 아이가 저렇게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게 서운한 걸까. 어느 새 저 아이를 딸아이 제메 대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 걸까. 후~ 우. 에이션트 드래곤이라 불릴 정도로 오랜 시간을 살아온 젤드리온은 아직도 자신 스스로를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한 달 사이에 더욱 강해진 것 같군." 움찔. 한스를 지켜보며 더욱 강해진 것 같다는 젤드리온의 말에 움찔거리는 한나. 자신도 모르게 한 행동이었다. 한나는 젤드리온의 말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젤드리온은 에이션트 드래곤이다. 그런 이가 하는 말이니 틀림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나가 움찔거리는 것은 느겼으나 젤드리온은 여전히 한스가 서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겨우 한 달 사이에 강해진 한스를 보며 인간이란 종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엘프와 드워프 등의 유사 인간들에 비해서, 특히 드래곤과 비교하자면 겨우 순간이라 할 수 있는 시간을 살아가면서 정작 대륙의 패자가 되어버린 종족. 또한 가장 사악하면서도 가장 순수한 종족이자, 가장 약하면서도 가장 강한 종족인 인간에 대해서 말이다. "강해지긴 했어. 하지만 정말 이상하군.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완전히 이르지 못했으나, 데스마스터를 뛰어넘는 강함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야." "……." 혹시 이번에도 한나가 반응할지 모른다고 생각한 젤드리온의 기대와는 다르게 한나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순간, 한나의 반응을 기대한 자신이 우스워 젤드리온은 헛움음을 짓고는 한스를 지켜보았다. 아까 한 말대로, 한스의 지금의 상태는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완전하게 이르지 못했으나, 데스마스터를 뛰어넘는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사실 한스의 경지에, 그러니까 데스마스터의 경지나 그에 비슷한 수준에 이른 이는 쉽게 강해지지 못한다. 다음 경지로 가는 깨달음의 벽이 워낙 높기도 할뿐더러, 그 길을 먼저 나아간 자들이 만들어둔 디딤돌, 즉 깨달음을 정리한 서적이나 흔적을 찾기 힘드니 말이다. 그러나 아주 작은 깨달음만으로도 그 경지를 넘어서 강해지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사실을 젤드리온은 알고 있었다.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완전히 이르지 못했으나, 데스마스터의 경지를 뛰어넘는 강함을 가진 한스를 보며 젤드리온은 뭔가 특이한 깨달음을 얻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당연한 것이다. 한스가 게임 시스템을 통해 강해졌다고는 이(異)세계에 속한 젤드리온으로서 상상도 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한번 시험해봐야겠군." 그렇게 시작한 젤드리온은 마나를 끌러올렸다. 우우우웅! 그러자 얼마 되자 않아 사막의 모래 위에 수많은 마법진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더니, 곧 수많은 샌드 웜과 킹 스콜피온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문과 시전어도 없이 시전된 소환마법에 한나를 비롯해 데인과 퓨리는 매우 놀라워했고, 지크는 전혀 다른 의미로 엄청난 수의몬스터들의 출몰에 놀라워했다. 젤드리온에 의해 강제로 소환된 샌드 웜과 킹 스콜피온은 굉장히 광포화되어 있었다. 이는 강제적인 소환마법으로 인한 당연한 증상이었다. 보통 마법사라면 이 엄청난 수의 샌드 웜과 킹 스콜피온이 광포화한다면 일단 도망가겠지만, 젤드리온에게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는 모든 몬스터들의 정점에 선 존재, 드래곤이니 말이다. 젤드리온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기운, 순수하게 드래곤만이 가질 수 있는 기운을 천천히 퍼트렸다. 순식간에 퍼진 드래곤의 순수한 기운은 광포화된 샌드 웜과 킹 스콜피온을 온순한 양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젤드리온은 그런 녀석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 언덕 위의 인간을 죽여라.] …라고 말이다. 수많은 샌드 웜들과 킹 스콜피온들은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인 젤드리온의 명령을 받고 모래를 파헤치며 빠른 속도로 한스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아니 소드마스터라 할지라도 이 모습을 보았다면 기겁했겠지만. 한스는 그저 손을 휘저을 뿐이었다. 그러자 한스 쪽에서 샌드 웜들과 킹 스콜피온들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언데드화된 록 웜과 자이언트 스콜피온이었다. 그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언데드화되었기 때문일까? 수적으로 밀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수많은 샌드 웜들과 킹 스콜피온들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놀라웠다. 마법에 능한 드래곤이고,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도 익히고 있던 젤드리온이었기에 그 놀라움은 더했다. 자신의 실력이라면 분명 록 웜과 자이언트 스콜피온을 언데드로 만들어 강화하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강화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그런데 한스가 만들어낸 것으로 추정되는 저 록 웜과 자이언트 스콜피온의 언데드는 자신이 할 수 잇는 강화 정도를 넘어섰다. 특히 놀라운 점은 바로 자이언트 스콜피온의 독이었다. 어디서 저런 독을 구했을까. 자이언트 스콜피온의 독에 의해 킹 스콜피온들이 맥을 못 추는 것을 보며 젤드리온은 그런 생각에 빠지게 됐다. 그리고 잠시 후에 벌어진 일에는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나의 유동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난 폭발! 그것은 정말 놀라웠다. 마법과는 전혀 다른 힘에 인해 일어난 폭발. 기것이 그 많은 폭발을 지켜보며 젤드리온이 얻은 유일한 해답이었다. 그 폭발로 인해 수많은 샌드 웜과 킹 스콜피온이 목숨을 잃었지만, 아직도 많은 수의 샌드 웜과 킹 스콜피온이 남아 있었고, 이 두 종류의 몬스터는 젤드리온의 명령을 지키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그들은 그 명령을 지키지 못했다. 바로 한스의 옆에 서 있는 이, 언데드 파라오인 라오가 휘두른 라의 신검에서 나온 화염에 의해 결국 모두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저 존재는 살아 있되 죽어 있는 존재. 그런데 신기하군. 죽은 존재 주제에 시검을 쓰다니. 그것도 이계(彌界)의 신의 신검을……." 샌드 웜과 킹 스콜피온을 덮친 화염으로부터 젤드리온은 많은 것을 알아내었다. 언데드 파라오인 라오의 존재와 라오가 사용하는 라의 신검, 그리고 라오의 신검이 이계의 신의 신검이란 사실을 말이다. 생각지 못했던 한수의 우군, 언데드의 파라오인 라오를 보며 더욱 힘들게 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젤드리온은 미소 지었다. 그것은 기쁨광기 어린 기쁨이었다. 복수자로 선택되고 처음으로 느낀 기쁨. 변변한 반항조차 없었던, 너무도 쉽게 해낼 수 있었던 복수에서 느낄 수 없었던, 제대로 된 복수를 할 수 있겠다는, 반항하는 자를 찾은 복수자의 광기 어린 기쁨이었다. 그 기쁨에 젤드리온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런 젤드리온을 보며 한나는 공포와 연민을 느꼈다. 그 미소에서 느껴지는 광기가 한스에게 표출될 것이라는 사실에 공포를 느끼고, 그 광기 어린 미소 아래 숨겨진 슬픔에 연민을 느낀 것이다. "한 번 더 실험해봐야겠어." 젤드리온은 이번에는 무엇을 보여줄지 기대하며 마치 생일날 잘 포장된 생일 선물을 받아든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또다시 나타난 마법진. 그 마법진으로부터 나온 존재는 다름 아닌 골렘! 수천 년간 살아오면서 젤드리온에 의해서 손수 만들어진 골렘드링었다.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나무와 진흙으로 만들어진 우드 골렘과 클레이 골렘, 그리고 모래로 만들어진 샌드 골렘과 강철로 만들어진 아이언 골렘, 거기에 얼음으로 만들어진 아이스 골렘과 파이어 골렘 등 각가지 골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명령을…….] "가라! 저 언덕 위의 인간을 죽여라." [명을 받듭니다.] 자신들의 창조주인 젤드리온의 명령을 받은 골렘들은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골렘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본 젤드리온은 한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곧 한스의 뒤로 거대한 무엇인가가 모래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마스터 골렘 레온이었다. 골렘으로 골렘을 상대한다! 레온을 본 젤드리온은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그리고 미소 지었다. 그것은 기쁨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저항자를 찾은 것에 대한 기쁨이었다. 잠시 후, 마스터 골렘 레온은 골렘들을 '태어나게' 하였고, 태어난 골렘들과 만들어진 골렘들은 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수적으로는 밀리지만 질로써는 조금 앞서는 젤드리온들의 골렘들과 레온에 의해 태어난 골렘들은 막상막하. 누가 이길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을 넋을 놓고 지켜보는 한스를 보며 젤드리온은 미소 지었다. 그리고 한스를 향해 메시지 마법을 사용했다. 아픙로 벌어질 한스와 자신과의 격돌을 상상하면서. [역시 강하시군요.] =================================================================================== 언제부터 저곳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꽤 오래전에 도착해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무래도 용언을 사용하여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것 같았다. 만약 마법으로 모습을 감추었다면 충분히 느끼고 찾을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쿠쿵! 그때, 거대한 무엇인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어ㅏㅆ지만 나느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언제 젤드리온이 덤벼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젤드리온을 보고 있던 도중, 나의 시선에 들어오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었다. 아! "한나야!" 나의 시선에 들어오는 그것은 바로 한나였다. 그 옆에 지크 형과 퓨리, 데인도 보였다 다행이 모두들 괜찮아 보였다. 어째서 이 자리에 저들을 데리고 온 거지? [아아, 이 옆의 분들을 발견하신 모양이군여. 그간 제 레어에서만 지내긴 했습니다만, 모두 잘 지내셨습니다. 어디까지나 이들은 당신과 싸우기 위해서 납치한 것뿐이니까요. 그리고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당신과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면 안전한 곳으로 보내드릴 테니까요.] 예전부터 그랬지만 젤드리온의 존댓말. 정말 거슬렸다. 에이션트 드래곤이나 되면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에게 존댓말을 하는 젤드리온을 보며 왠지 모르게 울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내색하지는 않았다. 젤드리온은 아직 본격적으로 전투를 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나는 잠시 시선을 돌려 골렘들이 전투를 벌이는 격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쿠쿵! 마침 시선을 돌렸을 때 내가 본 것은, 레온의 거대한 검에 한 아이언 골렘의 몸체가 대각선으로 베어져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놀랍게도 레온의 그 거대한 검에는 초록색의 바람이 맺혀 있었다. 그 초록색 바람이 검사의 검기와 같은 역할을 해서 검을 날카롭게 만드는 것 같았다. [체인지 엘리멘탈 인 소드!] 화르르르! 체인지 엘리멘탈 인 소드라고 외치자 이번에는 레온의 전신에서 화염이 치솟았다. 그리고 전신에서 치솟은 화염은 곧 검으로 옮겨갔다. 체이지 엘리멘탈이라면 레온의 능력으로 몸의 속성을 바꾸는 것이다. 그것을 검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다니, 레온은 내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골렘이었다. 화염을 대검에 집중시킨 뒤에 레온이 노린 상대는 블레이즈 골렘을 상대하고 있는 아이스 골렘이었다. 전세는 레온에 의해 태어난 골렘들이 우세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젤드리온의 골렘들도 만만치 않았다. 지금 남아 있는 골렘들은 대부분이 미스릴로 만들어진 아이언 골렘이나, 엄청난 몸의 강도를 자랑하는 쥬얼 골렘, 정확히 다이아몬드 골렘드링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골렘들에게 싸워보라고 해봐야 소용없겠군요.] 그때, 들려오는 젤드리온의 목소리! 그 후, 놀랍게도 아직 남아서 전투를 벌이고 있던 젤드리온의 골렘들의 발밑에서 마법진이 나타나면서 골렘들을 삼켜버렸다. 그렇게 갑자기 사라진 적들로 인해 레온에 의해 태어난 골렘들은 그대로 멈추어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고, 이내 레온의 앞에 모여들었다. [형제여, 그대가 한 부탁은 완수되었는가.] 골렘들은 일제히 레온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이에 레온이 잠시 나를 쳐다보자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앞으로 저 골렘들이 있어봐야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니 보내는 것이 좋을 것이라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드래곤을 상대로 싸워야 하니까. [형제들이여! 내가 그대들에게 한 부탁은 완수되었다. 형제들이여! 나에 의해 태어났으나, 그개들은 스스로의 의지로 사라질 때까지 생을 영위하여라!] [그대 역시 스스로의 의지로 생을 영위하기를 빌겠다.] 쿵! 쿵! 쿵! 말을 끝낸 골렘들은 천천히 걸어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전투를 통해 쓰러지지 않은 골렘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약 30개의 골렘이 살아남아 있었고, 다행이라면 대부분이 자연을 재료로 한 샌드 골렘과 워터 골렘, 블레이즈 골렘 등이라는 것이다. 과연 저들이 스스로 사라질 때까지 뭘 어떻게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인 젤드리온과의 전투가 가장 시습했다! 이제 곧 벌어질 전투를 생각하며 나는 천천히 마나를 활성화시켰다. 그쪽에서 먼저 걸어온 싸움! 피하지 않겠어! =================================================================================== 골렘을 돌려보낸 뒤 레온에 의해 나타난 골렘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걸어 나가는 것을 보며 젤드리온은 미소 지었따. 이제 곧 전투가 벌어질 것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바꾸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한나와 지크, 퓨리와 데인이 서 있었다. "자, 이제 곧 전투가 시작될 것이다. 전투가 벌어지면 신경을 분산시킬 여유 따위도, 너희들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을 미리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겠다." "잠깐! 난 이곳에 남겠어요." 젤드리온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는 한다. 그런 한나의 말에 젤드리온은 무표정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움찔! 젤드리온의 시선과 그대로 마주친 한나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지금까지 젤드리온은 한나를 볼 때마다 자신의 딸인 제이메이크가 생각나 다정하고 슬픈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지금은 달랐다. 젤드리온은 이미 한 번 드래곤이 가진 흉포함을 일깨웠었다. 그리고 지금도 한스와의 결전을 위해 또다시 천천히 흉포함을 일깨웠기에 그의 눈빛은 파충류의 눈빛이었다. 그 모습에 한나는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친 것이다. 흉포함을 일깨운 것으로 인해 변한 것은 물론 눈만이 아니었다. "한 번 말했을 텐데. 전투에 들어가면 너희들을 신경 쓸 겨를 따위는 없다고 말이야." 드래곤답지 않게 인간에게 관대한 젤드리온의 성격은 내면 깊숙한 곳으로 스며들었고, 대신 드래곤이 가지는 흉포함은 외면으로 뛰쳐나왔던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한 젤드리온이었기에 한나는 지금의 모습과 어투에서 큰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입술을 깨물도는 당당하게 말했다. 아니, 말하려했다. "선경 써……." "그만, 한나야." 한나의 말을 도중에 끊은 이는 바로 그간 조용히 있던 지크였다. 말을 이어가려는 한나의 어깨의 손을 올려놓고는 마주 보았다. 한다는 그런 지크에게 어째서 자신을 말리냐는표정을 지어 보였고, 지크는 지금까지 간혹 보여주던 연장자로서의 진중함을 보이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만 해, 한나야." "하지만 지크 오빠." "어차피 우리가 여기 있어봐야 한스에게는 아무 도움도 안 돼." 지크의 말에 한나는 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알고 있었다. 자신의 힘은 자신의 한스와 젤드리온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그렇기에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적어도 싸움은 지켜봐주어야 한다는 것이 한나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주먹에서 피가 흘러나올 정도로 꽉 쥐어진 지크의 손을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지크 오빠." 분했다. 너무 분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약한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분했다. 한나뿐만 아니라 지크, 퓨리와 데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지금 그들로서는 한스를 도울 방법이…… "이제 잡담은 모두 끝났는가. 그럼 이동시키겠다." "잠깐." "또 뭔가." 지크가 갑자기 앞으로 나와 젤드리온의 앞에 섰다. 그리고 바로 주먹을 휘둘렀다. 전력을 다한 주먹질이었다. 레어에서의 수련을 통해 더욱 강해진 내공까지 쏟아 부은, 전력을 다한 주먹질이지만 젤드리온은 맞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까딱이는 것만으로 피해낼 뿐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지?" "제길! 비만 도마뱀 씨, 댁 이름이 젤드리온이라고 했지?" "그렇다, 약한 인간." "이번에 한스와의 싸움에서 넌 반드시 한스에게 죽! 게! 될! 거! 다! 반드시!" "훗! 그걸 어떻게 알지? 약한 인간." "그거야 너와 한스는 전투에 임하는 자세와 마음부터가 다르니까!" "그렇군. 기억해두지, 약한 인… 아니, 지크." [이동.] 젤드리온은 말을 한 뒤 그들을 용언을 사용하여 한 번 간 적이 있는 한스의 저택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자신과 한스는 결투에 임하는 자세와 마음부터가 다르가는 지크의 말. 그것은 젤드리온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 "크크크! 그래, 한스. 붙어보자. 복수에 미친 나의 마음과 네 마음, 이 둘 중에 어느 것이 더욱 강한지 말이다!" [크아아아아!!] 폴리모프를 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젤드리온의 입으로부터 나온 드래곤 크라이. 그것은 곧 벌어진 전투의 신호탄과도 같았다. =================================================================================== [크아아아아!] 젤드리온의 입으로부터 흘러나온 것이라고 생각되는 드래곤 크라이! 하지만 폴리모프를 푼 것은 아닌지 젤드리온의 본래 모습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실버 드래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죽어라!] 그때, 들려오는 외침! 강한 의지가 실린 그 외침은 젤드리온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용언! 드래곤이 사용하는 마법의 대명사. 드래곤이 사용하는 마법 중 가장 잘 알려진 용언 마법이자 가장 무서운 마법이었다. 그 마법은 바로 파워 워드 킬(Power Ward Kill)! 인간의 마법으로는 9써클에 해당하는 마법이었다. 시전자 이상의 정신력이 없다면 반드시 죽게 되는 언령(言靈)마법! 용언(龍言)으로 펼친 언령마법인 것이다! 젤드리온의 용언으로 펼친 파워 위드 킬로 인해서 대기의 죽음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사방에 살아 있는 것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 역시 죽이기 위해 죽음들은 나를 향하기 시작했다. 보통의 마법사라면 이 언령마법에 목숨을 잃었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파워 워드 킬이 대기의 죽음을 요동치게 해 죽이는 마법이라면, 그것으로 나를 죽일 수는 없다. 나는 데스마스터에 가장 근접한 자! 죽음을 느끼고! 죽음을 다루며! 죽음과 대화를 나누는 자! 죽음으로는 나를 죽일 수 없었다! 획! 손을 휘젓자 파워 워드 킬로 인해 요동치던 죽음들이 서서히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오직 줌음을 다루는 나이기에 가능한 방법! 나는 나만의 방법으로 9써클 마법인 파워 워드 킬을 깨트렸다. [크크크! 좋아! 좋아! 아주 좋아!] 지금까지 나에게 했던 존댓말과 다르게 정중하지도 않은 목소리다. 젤드리온의 목소리에는 광기가 어려 있었다. 또한 광기와 함께 희열과 강한 슬픔도 배어 있었다. 그 광기와 슬픔의 이유는 알고 있다. 하지만 동정할 생각은 없었다. 그가 나의 적이 아니었다면 나는 틀림없이 그를 동정하고 위로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나의 적! 적을 동정할 정도로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오라! 죽음이여! 나의 의지는 시작! 그대의 의지는 끝! 그대의 의지에 따라 나의 적을 쳐라! 임철스 오브 데스(Impulse of Death)!] [키키키! 좋아! 죽여! 죽이는 거야! 죽여!] [모든 것은 그대의 뜻대로.] 임펄스 오브 데스! 말 그대로 죽음의 충동! 대기에 퍼져 잇는 죽음의 의지를, 죽음이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충동을 촉발시켜 내가 지정한 적을 사정없이 공격하는 오직 족음만을 이용해 죽음과 대화할 수 있는, 내가 임의로 이름 붙인 사령언(死靈言)을 통해 나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공격마법이었다. 우우웅! 내가 지정한 적은 바로 젤드리온! 죽음으로써 나를 죽이려 했으니 나도 죽음으로써 죽여주마! 죽음은 전혀 마나의 유동도 없이 천천히 젤드리온을 노리기 시작했다. 그때, 가만히 있던 젤드리온이 입을 열었다. [살아라!] 이번에 젤드리온의 입에서 나온 말은 바로 '살아라'라는 용언이었다. 아까 사용한 마법이 파워 위드 킬이었다면, 이번에 사용한 것은 파워 위드 서바이벌(Power Ward Survival)이었다. 그리고 그 용언은 임펄스 오브 데스, 죽음의 의지를 막아섰다. 생명을 느낄 수 없었던 나는 알 수 없었지만, 대기의 생명이 죽음을 막아섰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용언 그것은 생각 이상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팟! 그때, 갑자기 젤드리온의 뒤에서 나타난 존재가 있었다. 그는 바로 나의 형제! 언데드 파라오, 라오였다. 라오의 손에 들린 라의 신검! 라의 신검의 검신은 지금까지 가장 밝은 빛을 내고 있었고, 그 빛은 동시에 라오의 손을 태우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오는 라의 신검을 젤드리온에게 휘둘렀다. 파아아악! 라의 신검으로부터 뻗어나가는 신검의 빛은 젤드리온에게 떨어졌고, 제대로 적중했다. 아니, 적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블링크!" 이번에는 용언은 아니지만 확실히 효과적인 마법이었다. 블링크로 인해 라오으 ㅣ뒤로 이동한 젤드리온은 그대로 계속 입을 열었다. "퓨리피케이션(Purification)!" 젤드리온이 시전한 마법은 바로 7써클 마법인 퓨리피케이션이었다. 공격성은 전혀 없고, 7써클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익히는 사람이 없는 단순한 정화마법! 그 정화마법이 젤드리온의 손에서 펼쳐졌다. 촤아아앙! 젤드리온의 손으로부터 뻗어 나온 퓨리피케이션을 주먹과 함께 라오의 등을 가격했다. 치지지지직! "컴펄션 블링크(Compusion Blink)!" 컴펄션 블링크. 강제적으로 지정한 대상에게 블링크를 시전해 이동시키는 마법이다. 컴펄션 블링크를 라오에게 시전하여 내 옆으로 이동시켰지만, 이미 퓨리피케이션의 빛에 의해 라오의 등은 새까맣게 타오른 상태였다. 그에 젤드리온이 시전한 퓨리피케이션에 엄청난 마나가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완전한 언데드가 아닌, 반인반시(半人半尸)인 라오가 이 정도로 타격을 입을 정도이니 말이다. "고맙다, 형제. 과연 형제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할 만하군." 이후 라오의 눈빛은 진지해졌다. 물론 아까의 라오 역시 진지하게 전투를 행하고 있었지만, 그때의 라오와 지금의 라오는 전투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달랐다. 방금 공격을 당하기 전에 라오는 자신과 비슷한 상대, 혹은 약간 상회하는 상대라고 생각하고 전투에 임했지만 지금은 나와 같은 마음, 나와 라오 둘이 합쳐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라는 생각을 하며 전투에 임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변한 라오의 눈빛에서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조력자로군. 그것도 상당한 실력의……." "에이션트 드래곤을 상대로 혼자 싸우기에는 벅차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언데드이면서도 신검을 사용하고, 신성력까지 사용할 수 있다라……. 위험한 조력자군." 아까 퓨리피케이션을 사용할 때 예측했지만 젤드리온은 라오를 보고 단번에 정체를 눈치 챈 모양이었다. 과연 에이션트 드래곤이라 이건가. "그대. 인간을 초월한 종족이여." "왜 그러는가? 위험한 조력자, 죽은 자들의 황제여." 흠칫! 내 옆에 어느 사이엔가 퓨리피케이션으로 인한 타격을 회복한 라오는 젤드리온에게 말을 걸었고, 난 젤드리온의 입에서 나온 라오를 부르는 명칭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죽은 자들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 본명이 아닌 라오를 부르는 명칭일 뿐이지만, 이곳에서 젤드리온의 입으로 그 명칭을 듣게 될 줄을 못랐기 때문이다. 이런 나와 다르게 라오는 전혀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로 젤드리온을 쳐다보았다. "지금부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 또한 최선을 다할 것이니." "……." 우우우웅! 라오의 말이 끝나자마자 우리 뒤편에서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다. 그 게이트는 예전에 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내가 리바이벌 몬스터로 거대 몬스터들을 소환하자 그에 응하기 위해 라오가 스핑크스와 불사조 피닉스를 소환할 때 열렸던 게이트였던 것이다. 꺄아아! 크어어엉! 크어어엉! 게이트로부터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스핑크스와 불사조 피닉스. 그들의 모습은 그때 막 부활하여 나와 전투를 벌이기 위해 소환되었을 때보다 더욱 강해진 상태였다. 불사조 피닉스의 몸을 뒤덮은 화염으로부터 느껴지는 그 열기는 뜨겁디뜨거운 태양으로 인해 달구어진 사막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그리고 소환된 스핑크스는 놀랍게도 지난번과 다르게 2마리였고, 각각 암컷과 수컷 스핑크스였는데, 그들로부터 느껴지는 위압감은 나와 싸울 때 이상이었다. 화르르르! "간다!" 캬아아아! 크어어엉! 라오의 라의 신검으로 뿜어져 나온 신성한 불꽃은 그대로 젤드리온에게 쏘아져나갔고, 그와 동시에 불사조 피닉스와 스핑크스들도 달려들었다. 크어어엉! 라의 신검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신성한 불꽃을 븡일크로 피해낸 젤드리온에게 내뿜어진 스핑크스 2마리의 고함! 그 고함은 놀랍게도 앞을 막아서는 먼지 구름과 사막의 모래들을 헤치고 젤드리온을 향해서 쏘아져나갔다. 단지 고함일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공격이었다. 그렇지만 젤드리온은 고작 스핑크스에게 당할 이가 아니었다. 획! 그저 손을 휘젓는 것만으로도 고함에 실린 풍압과 힘을 중화시킨 델드리온은 시전어를 외웠다. "헬 파이어!" 그것은 헬 파이어! 너무도 잘 알려진 9써클의 화염계 마법! 그 지옥으 ㅣ열기를 담은 불꽃은 스핑크스를 향해 쏘아져나갔다. "아이스 블레스터!" [아이스 블레스터!] [아이스 블레스터!]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내가 아니었다. 고작 5써클에 불과하지만 헬 파이어를 막기 위해 냉기를 극도로 압축한 아이스 블레스터를 트리플 스펠까지 사용하여 3발을 쏘아 보냈고, 9써클의 헬 파이어와 맞 부딪쳤다. 스스스스! 아이스 블레스터 3발과 부딪친 헬 파이어는 과연 대단한 위력을 과시했다. 순식간에 증발해버리는 아이스 블레스터. 하지만 효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그 힘을 절반으로 약해지게 만드는 것으로 아이스 블레스터는 자신의 임무를 다했던 것이다. 꺄아아아! 그때, 헬 파이어의 앞을 막아서는 존재가 있었으니 그것은 불사조 피닉스! 용암에 몸을 던짐으로써 다시 부활한다는 영조 피닉스가 헬 파이어의 앞을 막아선 것이다. 화르르르! 꺄아아아! 헬 파이어는 그대로 피닉스의 몸을 이루는 화염과 마치 대결을 벌이듯이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어 대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피닉스의 불꽃에 의해 휩싸이더니, 독 피닉스에게 흡수되었다. 헬 파이어의 불꽃을 흡수한 피닉스는 더욱 거세게 타오르며 젤드리온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꺄아아아! 화르르르르! "어리석군. 실버 드래곤인 나를 상대로 화염을 내뿜다니. 우터 스파우트 인 더 스트라이크(Water Spout In The Strike)!" 파아아악! 콰콰콰콰쾅! 어디에 숨어 있던 물일까. 태양의 뜨거운 열기로 인해 뜨겁게 달구어진 사막으로부터 솟아나는 물기둥들은 그대로 젤드디온을 향해 화염을 내뿜은 피닉스에게 쏘아져나갔다. 피닉스가 내뿜은 화염은 맥없이 사그라지고, 물기둥들은 그래로 피닉스의 몸통을 때렸다. 그렇게 맥없이 워터 스파우트 인 더 스트라이크에 맞은 피닉스의 불꽃은 약화되었고, 그대로 사막에서 나뒹굴었다. "울어라! 검이여! 타올라라! 신혈(神血)이여!" 우우우웅! 어느새 젤드리온의 머리 위를 점한 라오! 놀랍게도 라오의 검인 라의 신검은 그의 말에 의해 울고 있었다. 울고 있는 라의 신검에 흐르고 있는 소량의 피. 그것이 라오의 피라는 것을 그의 외침에서 알 수 있었다. 울기 시작한 하의 신검은 라오의 피로부터 힘을 얻은 듯 더욱 거대한 공명음을 내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촤아아아앙! 더욱 거대해진 공명을! 그리고 라의 신검을 뒤덮은 빛! 그 빛은 놀랍게도 라오의 몸을 휘감았을 뿐만 아니라, 사막 전체로 퍼져나가 모든 것을 감싸버렸다. 나는 라의 신검에 의해 빛에 휩싸이게 된 이후로 신기하게도 전혀 눈이 부시지 않았다. 그 빛 속에서 모든 것을 볼 수 있었고,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았다. 그런 나와 다르게 젤드리온은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는 듯했다. 거기에 라의 신검에 나온 빛은 보통 빛이 아니었다. 그 빛은 신성력 그 자체였던 것이다. 빛은 놀랍게도 젤드리온의 주위에 있는 모든 마나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젤드리온의 몸 주위의 마나만 말이다. 순식간에 젤드리온 주위의 마나는 사리지고, 공허한 그곳에서 순식간에 빛은 사라졌다. 젤드리온 주위뿐만 아니라 사막 여기저기로 퍼져 모든 것을 휘감았던 빛은 사라졌다. "크윽!" 빛이 사라진 이후, 젤드리온은 갑자기 가슴을 움켜잡았다. 그와 동시에 강한 열기와 빛이 젤드리온의 머리 위! 라오의 라의 신검에서 느껴졌다! 그렇다. 빛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바로 라의 신검에 다시 결집했던 것이다! "라의 영광!" 팍! "크아아악!" 라의 영광! 그것은 고요했으며, 아름다웠다. 라의 신검으로부터 내뿜어진 빛의 기둥은 한 점의 흠집도 허락하지 않았고, 사막의 모래조차 태워버렸다. 순식간에 이루어진 일. 도대체 어째서 젤드리온이 가슴을 움켜잡았는지도 알 수 없었지만, 이 점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 젤드리온이 이번 공격으로 치명상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빛은 곧 잦아들었고, 젤드리온이 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설마 그대로 당해버린 것일까. 아닐 것이다. 분명 라오가 사용한 라의 영광이란 기술이 강력하긴 했지만, 젤드리온은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 그 공격에 단번에 당할 리 없었다. 휘이이잉! "……." 정적. 잠시 동안 사막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 젤드리온. 그 강대한 존재가 사라진 것이다. 어디지? 어디로 간 거지? 라오의 라의 영광으로 인해 분명 심각한 타격을 받았을 테니 그 존재감을 숨길 순 없을 것이다. 나는 사방을 주시하며 젤드리온의 마나를 느끼기 위해서 힘썻고, 그 생명을 느끼기 위해 집중했다. 어디냐! 어디에 숨은 거냐! 이어 점차 영역을 넓혀갔지만 나의 한계 영역 안에서는 젤드리온의 마나와 생명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도망간 건가? "형제여." "아, 라오! 정말 대단했어. 다시 싸우게 된다면 내가 당하고 말겠던걸." "아니다, 형제여." 쿠쿠쿠쿠! 갑자기 흔들리는 땅! 설마! "텔레포트!" 갑자기 우리가 서 있는 지면이 흔들리자 나는 재빨리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우리가 이동한 곳은 원래 있던 곳으로부터 상당한 거리가 떨어진 하늘 위였다. 콰콰콰콰!! 우리가 애초부터 있던 자리에서는 놀랍게도 엄청난 양의 물이 모래와 함께 치솟고 있었다. 만약 텔레포트로 피하지 않았다면 그래도 물에 휩쓸려 죽고 말았을 만큼 물은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잠시 후, 물의 근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쿠쿠쿠! 그 거대한 몸체. 고스트 드래곤을 상대한 이후 막연하게 상상했던 에이션트 드래곤의 육체. 그것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다. 그 거대한 몸체를 뒤덮은 은빛 비늘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머리 위에 달린 5개의 뿔은 날카롭고, 힘의 증거라고 보기보다는 아름다운 장식과도 같았다. 실버 드래곤. 드래곤들 중 가장 아름다운 종족. 그 실버 드래곤의 에이션트급인 젤드리온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크우우우! 그저 숨을 쉴 뿐이지만 주위의 마나는 젤드리온에게 흡수되기 시작했고, 흡수됨과 동시에 요동치기 시작했다. 만약 초급 마법사라면 피를 토할 정도로 마나의 흐름은 대단했다. 꿀꺽! 크르르르! 라오에 의해 소환된 스핑크스와 피닉스는 그 몸집에서부터 비교가 되지 않앗다. 그 거대한 몸체를 뒤덮고 있는 아름다운 비늘들. 그 아름다움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수천 년간 다듬어진 견고한 방어력을 생각하며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모든 예상을 뛰어넘는 존재. 과연 드래곤이라고 할 수 있었다. 크르르르!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크아아아아! 젤드리온의 포효가 사막을 뒤흔들었다. 드래곤 크라이로부터 느껴지는 엄청난 위압감. 젤드리온이 내뱉은 말뿐만 아니라 그가 내뿜은 포효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전초전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 "…아들아." 크아아아! 자신의 아들인 젤드리온의 외침을 들은 드래곤 로드 데키체르아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라의 신검으로 펼쳐진 라의 영광에 젤드리온이 공격당하는 걸 보고 자신도 모르게 나설 뻔했던 그이지만, 지금 본모습을 드러낸 젤드리온을 보며 그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드래곤의 육체는 가히 무적이라 할 수 있다. 엄청난 몸집도 그렇지만, 몸을 뒤덮은 드래곤 스케일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단단해지고 견고해진다. 거기에 드래곤들은 그 비늘을 가만히 두지 않고 각가지 마법을 걸어 강화하거나 단련하여 더욱 단단히 한다. 물론 그저 보기 좋으라고 가꾸는 드래곤도 있지만, 젤드리온은 드래곤들 중 가장 약하다는 실버 드래곤답게 비늘을 더욱 강화시켜왔다. 무려 6천여 년 동안 강화된 젤드리온의 드래곤 스케일을 가히 천하에 다시 없을 최고의 방어구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키르체아는 젤드리온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잇었다.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저렇게 최선을 다할 정도로 젤드리온의 마음이 큰 상처를 입었다는 아버지로서의 걱정 때문이고, 두 번째는 드래곤 로드로서의 본분과 아버지의 본분 사이에서 갈등하는 자신 때문이었다. 그는 드래곤 로드. 중간계의 모든 드래곤들을 대표하는 자다. 사실 그는 이 자리에 올 필요는 없었다. 그 말은 전투를 지켜볼 이유도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 자리에 온 것은 아버지로서 만약에 있을지 모르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 만약의 사태란 바로 젤드리온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후~ 우. 아들아." 크아아아아! 데키체르아는 젤드리온의 고함을 들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 젤드리온과 희대의 네크로맨서 한스, 그리고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 라오의 전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 크아아아아! 쿵! 쿵! 파악! 젤드리온으 ㅣ그 거대한 몸이 움직이자 바람에 의해서도 쉽게 변하는 사막은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되었고, 거해한 몸에 달린 꼬리가 휘둘러지자 엄청나게 큰 구릉을 만들어냈다. 가히 엄청나다 할 수 있는 몸집과 그에 걸맞는 괴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제길! 엄청난 덩치를 며 나와 라오는 난감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 거대한 몸집과 엄청난 괴력에 어떻게 전투를 펼쳐야 할지 감을 잃었기 때문이다. "형제여, 일단 내가 먼저 나서겠다." 끼아아!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불사조 피닉스의 등에 오른 라오는 빠르게 본모습을 드러낸 젤드리온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좋아! 이대로 피해만 다닐 수는 없지! 준비한 수들을 모두 동원해보자! 일단 나는 상당 거리 떨어진 곳으로 텔레포트하여 사작에 내렸섰다. 후~ 우. 그럼 시작해보자. 정말 오랜만에 시전하는 스킬. 내가 준비한 강력한 한 수인 리바이벌 몬스터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나와 나의 대리자에게 죽음을 맞이한 이들이여! 나, 그대들의 부르노니! 나와 영혼과 이름 아래에 그 모습을 보여라! 나, 그대에게 다시 육체를 주리니! 나의 의지에 따라 적을 치는 충실한 종이 되리라! 리바이벌 몬스터! 우우우웅! 쿵! 쿵! 쿵! 리바이벌 몬스터. 나에게 목숨을 잃은 몬스터들을 한정 시간 동안 소환해내어 부리게 해주는 스킬. 그것이 이 자리에서 시전된 것이다.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낸 존재는 바로 5개의 목을 가진 몬스터! 히드라였다. 라오를 상대한 이후 두 번째로 보게 된 히드라는 여전히 그 거대함과 강함을 과시하며 천천히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서 나온 몬스터는 스톤 자이언트였다. 그 뒤를 이어 바질리스크와 코카트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나이었다. 언데드 파라오인 라오를 상대할 때보다 강해졌고, 스킬 레벨도 높아졌기에 몬스터들은 계속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서 나온 몬스터들은 앞서 나온 몬스터들보다 강하다면 강하고, 약하다면 약한 몬스터였다. 그들은 바로 드래이크. 나의 손에 목숨을 잃은 드래이크들이었다. 지상형 드래이크 2마리와 비룡형 드래이크 2마리 이 4마리가 추가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비록 히드라와 스톤 자이언트에 비하면 속색이 있지만 충분히 강력한 몬스터들이었다. 이들의 소환 지속 시간은 조금 늘어 1시간 반. 이 1시간 반 안에 전력으로 승부를 본다! 크아아아아! 저 멀리 들려오는 젤드리온의 고함! 조금만 기다려라! "오라! 나의 종족들이여! 나의 손에 만들어진 자들이여! 나의 영혼에 귀속된 자들이여!" 우우우웅! 이번에는 아까와는 다른 개념의 게이트가 모습을 내보였다. 그 게이트의 출입구는 리바이벌 몬스터가 시전되었을 때 못지않게 거대했지만,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다름 아닌 본마스터 셰인과 다른 본마스터들이었다. 그리고 차차 모습을 드러내는 나의 모든 언데드들. 그들은 끝도 없이 게이트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간 만든 모든 언데드들을 이번 전투에 모두 투입한 것이다. 프로스트 웜과 뼈만으로 만들어진 본 웜, 좀비와 미라 몬스터인 머미, 거기에 스켈레톤부터 시작하여 데스나이트까지……. 게다가 내가 제작한 소수의 골렘과 언데드이면서 골렘에도 속하는 플래시 골렘도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간 끊임없이 나오던 그들의 행렬도 서서히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엄청난 크기의 발소리가 천천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쿵! 쿵! 쿵1 드디어 나오는 건가! 마지막에 모습을 드러낸 그것! 그것은 나의 최고의 걸작! 최고의 작품이었다. 애초 5개였던 목 중 남아 있는 것은 4개의 목뿐이지만, 보다 강하고 단단해진 육체를 지니게 된 괴물. 살아생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소환하는 마스터 스킬 리바이벌 몬스터로 불린 히드라와 몸을 나란히 함에도 불구하고 동링한 몬스터라고 생각되지 않는 몬스터. 그것은 바로… 히드라. 정확히는 히드라의 시체로 만들어진 좀비 히드라였다. 크아아아아! 크아아아아! 리바이벌 몬스터로 인해 원래 모습을 그대로 가진 상태에서 모습을 드러낸 히드라와 나로 인해 강화되고 개조되면서 본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가지게 된 좀비 히드라는 동시에 고함을 지르며 나의 의지에 따라 젤드리온을 향해서 나아가기 시작했다. 좀비 히드라. 이것이 바로 내가 준비한 그것이었다. 누나가 선물인 레드 드래곤 하트와 각종 약품을 투자해서 만들어낸 좀비 히드라는 솔직히 한 번 제작에 실패했었다. 그 증거는 바로 4개밖에 남지 않은 좀비 히드라의 목이었다. 워낙에 거대해서 그런 것일까. 실패하게 되면 재료와 함께 사라지는 다른 언데드와 다르게 좀비 히드라는 머리 하나만이 사라졌다. 귀중한 데르 드래곤의 드래곤 하트도 사라지지 않고 말이다. 결국 가슴을 졸이며 몇 번이나 연구를 거듭한 끝에 나는 레드 드래곤의 그래곤 하트의 위력을 최대한 살린 좀비 히드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크르르르 [대단하구나! 그러나 히드라라고 한들! 나의 상대는 되지 못해!] "후후후. 물론 그렇지. 보통의 좀비 히드라라면 말이지." 틀릴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난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뱄었다. [파이어 랜서!] 화르르르! 화르르르! 젤드리온의 용언에 의해서 공중에 생겨난 수많은 파이어 랜서들! 그 파이어 랜서들을 우리들, 정확히 좀비 히드라와 리바이벌 히드라를 향해서 날아오기 시작했다. 후후후. 그때 일제히 멈추는 언데드들, 그리고 그런 언데드들과 다르게 앞으로 나서는 좀비 히드라. 그리고 잠시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파이어 실드.] [파, 파이어 실드!!] 젤드리온의 기겁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난 득의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콰콰콰쾅! 독 젤드리온이 시전한 수백의 파이어 랜서는 좀비 히드라가 시전한 파이어 실드에 의해서 완전히 가로막혔다. 그렇다. 방금 시전된 파이어 실드 마법은 내가 아닌 바로 좀비 히드라에 의해서 시전된 것이다! 좀비 히드라에 의해서 말이다! 기겁해서 잠시 멈추어진 젤드리온. 그때, 좀비 리드라의 4개의 머리가 크게 숨을 들이켜기 시작했다. 이 행동은 한 가지 행동을 위한 준비. 바로 드레스를 위한 준비였다. 크우우우우! 파아아아악! [파, 파이어 브레스!] "크크크! 놀랍나, 젤드리온. 크크크." [블리자드!] 좀비 히드라의 입으로부터 뿜어진 것. 그것은 바로 히드라의 브레스가 아닌 레드 드래곤의 파이어 브레스였던 것이다! 4개의 머리에서 뿜어진 파이어 브레스에 젤드리온은 급하게 블리자드를 시전했고, 냉기의 폭풍에 파이어 브레스가 잠시 막히는 사이 바로 그 거대한 몸으로 블링크를 시전하여 피해냈다. 좀비 히드라는 마법을 사용하고, 파이어 브레스를 사용하는 언데드. 직접 보지 않았다면 믿지 못할 능력을 보인 것이다. 한 번의 실패를 겪은 나는 시체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처음부터 다시 연구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실패한 것이고, 부족한 것이 무엇이며, 오히려 많은 것은 무엇인지 다시 계산하면서 말이다. 그 과정에서 과감하게 도전해보게 되었다. 바로 언데드를 제작하는데 쓰이는 영혼석! 데스나이트와 같은 언데드를 제작할 때 사용하는 영혼석을 사용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것은 도박. 실파하게 된다면 히드라의 목이 하나 더 날아가거나, 완전히 사라지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내린 과감한 결단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생각이긴 했지만 만약 성공만 한다면 영혼을 가진 언데드, 데스나이트처럼 전투 중에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고, 결정을 내리며, 전투를 벌이는 언데드를 만들게 되는 것이기에 도전할 가치는 있었다. 솔직히 언데드 제작에는 데스나이트 외에 영혼석을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기본 언데드 제작의 레시피에는 영혼석의 존재가 전혀 기록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도중 나는 영혼석의 존재를 기억해내고는 도전했다. 물론 준비된 시간적 여유는 별로 없었고, 단기간에 연구를 하고 실험해야 했기에 염려했지만 결국 난 해냈다. 데스나이트처럼 영혼석을 이용한 언데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강한 언데드일수록 강한 영혼을 필요로 했고, 그렇기 때문에 영혼을 융합하여 더욱 강한 영혼을 지닌 영혼석을 만들어내야 했지만 결국 난 해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손해를 보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좀비 히드라와 몇몇의 영혼석을 투자하여 만든 언데드들을 보면 말이다. 좀비 히드라에 만드는 데 들어간 영혼은 전사와 기사,마법사,드레이크,오우거 등의 영혼을 융합, 분해하여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서 만들어낸 언데드로, 고작 몸 안의 뼈에 새겨진 룬 문자와 드래곤 하트로 마법을 시전할 수 있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대단했다. 그리고 영혼을 지니고 있어 기존에 알려진 좀비 드래곤과 본 드래곤과는 다르게 발전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지금까지 제작한 언데드들 중에 걸작 중의 걸작! 내가 만든 희대의 언데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보완할 점도 많고 천묵학적인 금액이 소모된다는 단점도 있지만, 좀비 히드라는 그런 담점을 모두 감수 할 만큼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이렇게 마법을 쓰고 파이어 브레스를 사용하는 좀비 히드라로 인해 젤드리온은 잠시 혼란에 빠져들었고, 그 기회를 놓칠 내가 아니었다. "생명과 죽음, 육체와 영혼. 그 무게가 한없이 무겁고도 가벼운 것. 영혼. 죽되 산 자들의 영혼이여, 그대들의 영혼을 짊어지게 될 영혼의 무게, 한없이 무겁고도 가벼운 영혼의 무게를 통감하고 느끼게 될지어다. 산 자조차 영혼으 ㅣ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자는 없을지니. 그대들, 죽되 산 자들 역시 영혼의 무게에 짓눌리게 될지어다!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Weight of Spirit)!" 파아아아아! 쿠쿵! [크윽!] 혼란에 빠져 있던 젤드리온은 그대로 내가 시전한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에 걸려들었다. 젤드리온은 에이션트 드래곤! 고스트 드래곤인 제이메이크가 내가 시전한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에서 몇 번이나 벗어나고, 몇 번 사용하는 것을 본 것만으로도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를 사용한 것을 두 눈으로 보고, 직접 당한 경험이 있기에 젤드리온에게 이것을 사용하는 것은 이번 한 번이라고 생각하고 전력을 다해 시전하였다. 그 결과, 에이션트 드래곤 젤드리온은 그대로 사막에 나뒹굴었다! "지금이다!" [사이클론 피어싱!] 파파파팍! [크하하하! 완전 곤죽을 만들어주마! 가자! 애들아!] [예! 형님!] [브레이크 오브(Break of)!] [브레이크(Break)!] 가장 먼저 공격한 것은 나의 기마대, 본랜서들의 본마스터인 켈트와 본랜서들이었다! 본홀스를 타고 달려 나가며 내던져진 본랜서들의 랜서들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바람을 휘감았고, 바람을 휘감은 랜서들은 젤드리온을 향해서 쏘아져 나갔다. 이어서 공격에 나선 이들은 바로 본브레이커들의 본마스터! 우라노스였다. 내가 일일이 그들에게 배정한 프로스트 웜에서 뛰어내리며 외친 그들의 기술명은 브레이크 오브 브레이크(Break of Break)! 파괴의 파괴! 그 기슬은 알고 보면 아주 단순한 기술이었다. 단지 높이 날아오른 프로스트 웜 위에서 뛰어내려 본브레이커의 무기인 전투 해머를 크게 내려쳐 얻은 회전력으로 계속 회전하면서 떨어지는 것이었다. 이처럼 단순 무식한 공격 방법이지만, 그 수가 상당히 많고 무게도 엄청났다. 거기에 파괴자답게 엄청난 힘을 지닌 본브레이커들이었기에 그 파괴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콰콰콰콱! 키키키키! 본랜서들의 랜서가 박히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젤드리온의 몸에 박힌 랜서는 그대로 계속 회전하면서 파고들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브레이크 오브 브레이크를 사용한 본브레이커들이 젤드리온과 충돌했다. 콰쾅! 콰쾅! 콰쾅! 크아아아아! 도저히 직접 공격으로 인해서 난 소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졌고, 본랜서들의 랜서가 드래곤 스케일을 뚫고 들어갈 때고 비명을 지르지 않았던 젤드리온은 본브레이커들의 연속적인 공격에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이어 먼지가 일지 않았기에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짓이겨진 젤드리온의 살점과 완전히 그 형체를 잃은 드래곤 스케일을! 그때!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콰콰콰콰쾅! 크아아아아! 놀랍게도 젤드리온의 드래곤 스케일을 뚫고 들어갔지만 크게 타격을 주지 못했던 본랜서들의 랜서들이 젤드리온의 몸 안에서 연속적으로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몸 안에서 일어난 폭발로 인해 충격을 완화해주던 드래곤 스케일은 그 능력도 발휘해보지 못하고 떨어져나갔고, 내부에서 일어난 폭발에 의해 떨어져 나간 살점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처음 보기에는 본 브레이커들의 공격이 훨씬 강력했지만 효과를 보자면 본랜서들의 공격이 더욱 대단했다. 본브레이커들은 방금 자신들이 시전한 브레이크 오브 브레이크의 여파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는데, 본아쳐들이 어느 사이엔가 그 빠른 몸놀림을 이용하여 본브레이커들을 피신시키고 있었다. 크우우우우! 파아아아아! [리스토어! 엡솔루트 실드!] 상처를 회복시키기 위해 회복마법과 함께 리바이벌 히드라의 포이즌 브레스를 막기 위해 용언을 사용하여 엡솔루트 실드를 젤드리온에게 사용했다. 그 바람에 포이즌 브레스는 막히고 옆으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포이즌 브레스가 옆으로 퍼져나갔다고 해도 젤드리온에게 근접해 있는 이들 모두 언데드이니 말이다! 오히려 그것은 기회! 젤드리온에게 더욱 큰 타격을 입힐 기회였다! 퐁! 팍! 허리에 차고 있는 벨트에서 들려오는 뚜껑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나의 몸에서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비어버린 마나가 순식간에 차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치잇! 벌써 한 병 소모된 건가.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마나를 소모해왔기에 결국 한 병의 홀리 포션이 오토 포션에 의해서 사용되었고, 그에 못내 아쉬워 투덜거리며 난 천천히 주문을 외웠다. 아니, 이건 주문이라기보다는 인간이 사용하는 말에 의지를 담았다고 할 수 있었다. 처음해보는 시도! 제발 성공해라! [죽음. 생명의 반대편. 생명의 이면(裏面)에 존재하는 의지여, 생명. 죽음의 반대편. 죽음의 이면(裏面)에 존재하는 의지여.] 우우우웅! 울컬! 크윽! 역시 무리였던가. 하지만 이미 시작한 이상 멈출 수는 없다. 지금 내가 사용하려는 것은, 스승님께 배운 데스마스터의 경지인 죽음과 생명을 이해하고 대화하며 다루는, 가진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에이션트 드래곤과 싸운다는 것을 알고 '무리'를 해가면서 스승님께서 나에게 가르쳐주신 것이었다. 나는 밖으로 나오려는 피를 삼키며 다시 의지를 담아 말을 계속 이어갔다. [죽음. 모든 것의 끝. 생명의 등 뒤에 서 있는 것.] 우우우웅! 크윽! 그것은 공명. 어느 사이엔가 나의 손을 벗어난 생명과 죽음의 서(Book of Life&Death). 나의 손을 벗어난 생명과 죽음의 서는 나의 정면에 떠 있는 상태에서, 나의 말에 실린 의지로 인해 죽음과 생명의 의지와 공명하고 있었다. 생명과 죽음의 서는 예전의 내가 죽음을 다룬 것으로 얻은 생명과 죽음의 서 중 죽음의 장만이 아니었다. 죽음의 장의 반쪽인 생명의 장이 함께하여, 완전하면서도 불완전한 생명과 죽음의 서가 되어 나의 말에 실린 의지로 죽음과 생명의 의지와 공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 역시 스승님께서 나에게 가르쳐주신 것으로. 에이션트 드래곤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 원래라면 완전해야 했을 생명과 죽음의 서. 하지만 데스마스터를 뛰어넘었으나 완전한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나의 경지 때문에 희대에 아티팩트, 즉 인간의 손에 만들어졌으나 신기라고 불려도 손색없는 아티팩트는 100퍼센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생명과 죽음의 서가 되어야 했다. 우우우웅! 크윽! [생명. 모든 것의 시작! 죽음의 등 뒤에 서 있는 것!] 우우우웅. 뒤늦게 이어진 말에 의해서 간신히 균형을 맞추게 된 생명과 죽음을 느끼며 난 말을 이어갔다. [생명과 죽음. 시작과 끝. 서로를 등을 마주 댄 의지여! 여기 그 의지를 사용하려는 자, 나 두 개의 이름을 지닌 자. 첫 번째 이름은 호상민, 두 번째 이름은 한스 게이시스. 나 이 두 이름을 걸고 원하노라!] 이것은 약속. 불완전한 경지로 인해서 내가 짊어져야만 하는 대가. [나의 의지에 따라 나의 적을 꿰뚫는 한 자루의 창이 되어줄 것을!] 우우우웅! 말에 담긴 의지. 그 의지에 따라 생명과 죽음의 서의 도움을 받아 주문은 완성되었다. 나의 머릿속의 이미지에 따라 생명과 죽음의 서 그 위에 만들어지는 거대한 수많은 창들! 이제 마지막 말만 외치면 된다! [가라! 생명과 죽음의 의지를 지닌 심판의 창이여(Judgment Spear)!] 우우우웅! 파파파파팍! 콰콰콰콰콰쾅! 쿨럭! 심판의 창, 저지먼트 스피어가 젤드리온의 용언으로 만들어진 엡솔루트 실드에 부딪치는 것과 동시에 나는 피를 토하고 주저앉았다. 쿨럭! 퐁! 콰콰콰콰쾅! 파지지지직! [괜찮으십니까, 마스터!] "쿨럭! 나는 괜찮아." "피를 토하고 계시면서 괜찮으시다니요!" "크윽!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나저나 아깝군. 그러지 말고 흡수하지 그래, 잭." "마스터!" 어느새 나의 곁에 나타나 나를 부축하는 셰인과 본마스터, 그리고 뒤늦게 나타나서 나에게 뭐라고 하는 잭을 보며 난 미소를 지었다. 잭, 진정하라고, 하지만 아까운 것은 사실이잖아. 그나저나 생각 이상이군. 엡솔루트 실드에 부딪쳐 폭발을 일으키고 사라진 심판의 창, 저지먼트 스피어는 고작 전체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이미 엡솔루트 실드는 균열이 가고 있었다. 내가 사용한 마법은 말의 의지를 실어 죽음과 생명을 움직이게 하는 데스마스터의 마법이었다. 물론 나느 아직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스승님으오부터 말에 의지를 싣는 법을 배웠고, 스승님에 의해서 완전하면서도 불완전한 생명과 죽음의 서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사물이나 살아 있는 생명에 머물러 있는 생명은 느끼지만 대기의 생명을 느끼지 못한 나는 생명과 죽음의 서를 증개자로 삼앙 말에 의지를 실어서 데스마스터의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후 완전한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면 가볍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스승님의 말씀이 있었지만, 아직 이르지 못한 나는 이 주문을 사용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것은 바로 나의 생명, 정확히 나의 수명이었다. 30년분의 수명. 그것이 바로 주문을 완성시킨 대가였고, 지금 내가 계속 피를 토하고 있는 이유였다. 콰콰콰쾅! 파지지직! 쩌정! 크아아아악! 결국 깨어져나간 엡솔루트 실드! 동시에 들려오는 젤드리온의 비명을 들으며 난 득의의 웃음을 지어 보였다. "삼십 년의 수명을 대가로 사용했는데 이 정도로 끝내면 안 되겠지." 나는 일시에 의지를 실어 모든 심판의 창을 젤드리온을 향해서 쏘아져나가게 했다. 아직 대기의 생명을 느끼지 못한 나. 그렇다는 말은 대기의 생명을 이용하여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데스마스터의 마법인 생명과 죽음을 이용한 마법을 사용하였다. 이 정도면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렇다. 데스마스터의 마법에 사용된 생명. 그것은 나로 나의 생명, 나의 수명이란 소리였다! 그렇기에 의지만으로 심판의 창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었다. 나의 생명이기에! 나의 수명이기에! 콰콰콰콰쾅! 크아아아악! 수명을 사용한 대가 때문인지, 잠시지만 마나를 제대로 컨트롤 할 ㅅ ㅜ없어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는 어느새 해체되어 있었고, 심판의 창에 공격당한 젤드리온은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아니,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니었다. 계속 움직이면서 타격점을 바꾸며 데미지를 최소화하고 있었다. 그에 나느 머리가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크르르르! 타격점응ㄹ 바꾸며 데미지를 최소한 덕분이었을까. 젤드리온은 더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하지만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당연했다. 데스마스터의 마법은 드래곤, 설사 에이션트 드레곤이라 하더라도 무시할 수 없는 성질의 마법이니까! 죽음과 생명을 이용한 마법은 그것에 가진 강한 폭발력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 폭발과 함께 생명과 죽음은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적을 계속해서 공격한다. 몸으로 침투해서 말이다. 나의 30년분의 수명에 해당하는 생명과 그 생명에 이끌려 모여든 죽음은 에이션트 드래곤 젤드리온의 몸속에 파고들어 공격을 계속했다. 그런데 그 속에서도 젤드리온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크윽! 그래도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양이군. 좋아! 이번에는 오십년, 아니 칠십 년분이다!" [그만두십시오, 마스터!] [그만두십시오, 마스터. 지금부터는 저희가 하겠습니다. 마스터께서 직접 수명을 사용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계속 수명을 사용하시고 피를 토하실 바에는 차라리 제가 직접 빨겠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서 젤드리온을 향해서 몸을 날리는 본마스터들과 잭을 보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육체에 남아 있는 나늬 수명은 30년분의 수명을 사용하고도 상당히 남아 있었다. 사실 소모된 수명이 30년이라는 것도 정확치 않다. 스승님이 30년분의 수명이 사용될 것이라고 했기에 그렇게 생각 할 뿌닝었다. 만약 소모된 수명이 30년분이라고 한다면, 나의 몸에는 아직 그의 8배, 아니 9배 되는 수명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70년 정도의 수명을 사용한다고 해도 끄떡없었다. 나에게는 모두와, 나의 소장한 이들과 함께 지낼 정도의 시간, 그 행복한 시간을 보낼 정도의 수명만 남아 있으면 되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와 싸우는 중이기에 수명을 거리낌 없이 사용한 것이다. 죽지 않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말이다! [크윽! 내가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크우우! 파아아악! 크우우! 파아아악! 뭐야! 지금 나의 눈앞에서는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젤드리온이 아주 짧게 숨을 들이마시다 내뱉자 그의 입에서 브레스가 내뿜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크기는 폴리모프를 풀고 사막의 모래 밑에서 발사한 브레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작았지만, 분명 브레스는 브레스! 그것은 강한 위력을 담고 있었다! 이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약식(略式) 브레스인 것이다! "본 실드!" 콰콰콰! 마구잡이로 내뿜어진 약식 브레스! 그것의위력은 하나하나 무시할 것이 못 되었다. 그리고 이 약식 브레스 때문인지, 언데드들 역시 함부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제길! 기회인데! "그쪽이 브레스면, 이쪽도 브레스다!" 크우우우우! 크우우우우! 파아아아아! 파아아아아! 약식 브레스를 무시하며 브레스를 사용하는 리바이벌 히드라와 좀비 히드라! 물론 두 브레스가 부딪치지 않게 주의하며 쏘게 하였다. 하지만 정작 그 브레스의 목표인 젤드리온은 그 자리에 없었다. [느리다! 느려!] 크우우우우우! 파아아아아! "제길! 텔레포트!" 어느 사이엔가 그 엄청난 덩치에 걸맞지 않게 작아 보이던 날개를 펼쳐 날아오른 젤드리온은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이번에는 약식 브레스가 아닌 에이션트 드래곤의 정식 브레스를 내뿜었다. 입으로 몰라닌 마나의 양은 가히 엄청났기에 막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텔레포트로 피하며 아공간을 열어 좀비 히드라와 언데드들은 급하게 피하게 할 수 있었지만, 리바이벌 몬스터로 소환된 몬스터들은 그럴 수 없었다. 크아아아아!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의 워터 브레스! 과연 엄청난 힘을 지닌 브레스였다. 순식간에 그 형체를 잃어버리는 리바이벌 히드라와 톤 자이언트. 그 외에 라오으 ㅣ게이트에서 나온 피닉스는 순식간에 증기가되어 사라졌고, 이미 스핑크스의 모습조차 찾을 수 없었다. 라오! 라오는! 잠시 동안 잊고 있었던 라오!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휘말린 것인가! "나는 괜찮다, 형제여." "라오!" 나의 옆에 나타난 라오. 다행이다. 라오의 모습을 보며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라오는 조금 지친듯했지만 괜찮아 보였다. 젤드리온에게 사용했던 라의 영광이란 기술은 상당한 부담이 되는지 아직도 라오의 몸 여기저기가 회복되지 않아 언데드로서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잠시 라오의 모습을 바라본 나는 고개를 돌려 젤드리온을 쳐다보았다. 그도 마찬가지로 여기저기 상처를 입어 피를 흘리고 있었고, 몸에 침투한 죽음과 대항하느라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젤드리온으로부터 느껴지는 기세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만약 이대로 간다면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젤드리온에게는 용언이 있고, 나에게는 다수의 언데드들과 조력자인 라오가 있으니까.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 젤드리온과 나의 전투는 이제 막이 올랐을 뿐이다. =================================================================================== "후~ 우." 데키체르아는, 한스의 공격을 견뎌내고 하늘에 날아올라 브레스를 내뿜는 젤드리온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 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장기전. 보통 사람, 아니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인간이 감히 에이션트 드래곤을 상대로 장기전은 고사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의문스러웠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는 드래곤과 인간의 한스의 전투가 장기전으로 돌입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데키체르아는 이미 예상하고 있는 바였다. 인간인 한스 게이시스, 그는 스스로 생각하는 그 이상의 힘을 지녔으니까 말이다. 데키체르아는 드래곤 로드로서가 아닌, 아버지로서 자신의 아들 젤드리온을 바라보았다. 당대 드래곤 로드들에게만 계승의 의식을 통해서 10써클에 오른 데키체르아는 볼 수 있었다. 젤드리온의 몸 안에서 계속 젤드리온을 괴롭히고 있는 죽음인 저 인간 한스으 ㅣ생명을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든 것은 아니다. 절대의 경지인 10써클! 10써클에 올랐기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하긴 이건 저 인간 역시 생사가 걸린 싸움이니." 생명과 죽음을 볼 수 있는 데키체르아. 그는 한스가 살기 위해서 자신의 수명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오직 인간만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 데키체르아는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여러 번 보았다. 살기 위해서 자신의 생명을, 자신의 수명을 사용하는 인간을 말이다. 그런 인간들 중에는 너무 과도한 수명을 사용하여 살아남고도 그리 오래 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인간들은 행복한 미소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죽음을 맞이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수명을 포기하여 살려고 하는 인간들에게는 2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 번째 공통점은 바로 지켜야 할 무엇인가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가족이거나 사랑하는 이일 수도 있고, 금은보화일 수도 있다. 인간들은 그 무엇인가를 지키고, 무사히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자신의 수명을 거침없이 사용했다. 물론 그 중 수명을 사용하는 것을 모르고 사용하는 이도 있었다. 대부분 인간들은 그것을 '기적'이라고 했다. 그것이 자신의 수명을 사용하여 이루어낸 일이란 사실도 모르고 말이다. 다음 두 번째 공통점은 바로 자신의 원래 실력의 2배, 아니 3배 이상의 실력을 보인다는 것이다. 갑자기 상대가 3배 이상 강해진다는 것은 더없이 무서운 일이다. 물론 그 실력이 2배 이상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지만 말이다. 그리고 바로 지금 젤드리온과 한스의 경우라고 데키체르아는 생각했다. "문제는, 그는 알고 사용한다는 것이지만 말이야." 데키체르아의 말대로 한스는 자신의 수명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대단히 무서운 것이었다. 어떤 것인지 알고 사용하는 것과 모르고 사용하는 것은 큰 차이를 보인다. 더군다나 한스는 죽음과 생명을 '다루는' 네크로맨서. 그것도 상당한 경지. 인간들 중에 오른 이가 어의 없는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근접한 이가 아닌가. 그러니 더욱더 강할 수밖에 없었다. "후~ 우." 데키체르아는 고민했다.그리고 망설였다. 자신의 아들, 정확히 양아들인 젤드리온과 한스의 싸움이 장기전으로 가면 갈수록 불리해지는 것이 자신의 아들 젤드리온이라고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한스란 인간은 마나가 거의 바닥에 이르렀다고 생각되었을 때마다 순식간에 다시 회복되곤 했다. 마나뿐만이 아니었다. 채력이나 몸에 난 작은 상처들 역시 마나가 회복될 때 함께 회복되고 있었다. 만약 이 점이 없었다면 자신의 아들 젤드리온을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순식간에 회복하는 한스. 과연 언제까지 계속 그렇게 회복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만약언제까지고 계속 된다면 불리한 것은 젤드리온이었다. 사실 인간들 사이에서 알려진 것처럼, 드래곤이 마나를 무한하게 사용하는데 전혀 대가가 없을 수는 없다. 그 대가란 인간과 마찬가지. 인간은 마법을 사용하는 대가로 마나와 함께 채력을 소모하는 등 몸에 부담을 갖게 된다. 그것처럼 드래곤 역시 그런 대가를 지급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는 것이 다르다. 인간들은 드래곤이 사용하는 마나를 비유하기를, 성룡은 우물과 같고, 웜급 드래곤은 강줄기, 그리고 에이션트 드래곤은 바다와 같다고 했다. 이는 사실이긴 했다. 이와 같은 말이 나온 것은 바로 육체 때문에 그런 것이다. 드래곤의 육체는 오랜 시간을 들여 완성되어간다. 우선 1차적으로 해츨링에서 성룡이 되기 위해 거치는 변태로 몸이 만들어지는데, 바로 우물과 같은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몸과 드래곤 하트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웜급과 에이션트급 드래곤이 되면 강줄기, 혹은 바다와 같은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몸이 완성되는 것이다. 드래곤은 몸이 성장하면 할수록 마나의 유통이 잘 되도록 마나에 가까운 몸으로 성장해가고,마나를 다루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드래곤의 또 다른 심장인 드래곤 하트 역시 성장하여 더욱 거대해지고 견고해진다. 그렇기에 에이션트 드래곤이 되면 바다와 같은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마나에 한없이 가깝게 변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몸이 마나와 거의 도오하돼버려 몸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드래곤들은 더 이상 몸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스스로의 의지로 육체를 마나로 환원한다. 그것이 바로 드래곤의 죽음인 것이다. 마나와 동화되어 결국에는 모든 것을 마나와 환원하는 드래곤의 육체도 부담을 느낀다. 물론 한계에 다다르면 말이다. 보통 웜급 드래곤만 돼고 한계에 이르는 일은 거의 없지만 지금 젤드리온의 몸은 한계를 향해서 다가가고 있었다. 원래 드래곤 중 가장 약한 실버 드래곤이고, 거기에 방금 전 엡솔루트 실드가 파괴되면서 내부에 상당한 타격을 받앗다. 물론 드래곤의 방대한 마나에 의해 치료되고 있을 테지만 전투는 계속되고 있고, 상처도 계속 늘고 있었다. 또 몸에 침투한 한스의 죽음과 생명은 계속 쉬지 않고 몸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렇기에 드래곤 로드 데키체르아는 장기전은 젤드리온에게 불리하다고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 후, 그는 자신이 개입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양아버지로서의 그의 마음은 당장이라도 개입하고 싶었다. 그러나 드래곤 로드로서의 마음이 그를 망설이게 만들었다. 크우우우우! 콰아아아아! 전력을 다한 젤드리온의 세 번째 브레스. 그것으로 젤드리온은 아마 막대한 마나를 소모했을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마나가 소모된 것과는 다르게 겨우 브레스에 휘말린 것은 언데드 몇십 구뿐이었다. 한스가 다시 언데드들은 아공간에 넣어서 브레스를 피하게 하고, 자신은 텔레포트로 피한 것이다. 이어 거의 바닥을 드러냈던 마나와 체력이 회복되고, 상처가 다시 회복되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한스의 얼굴은상당히 피곤해 보였다. 마나와 체력, 상처는 포션으로 회복되었다 해도 마법을 사용하는데 소모된 정신력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속된 전투는 이렇게 젤드리온과 한스를 점차 지치게 했고, 그러는 사이 해는 덤차 기울어져갔다. 이제 결전. 승부의 방향이 정해질 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 우우! 파아아! 크우우! 파아아! "소울 스트라이크! 블링크!" 콰콰쾅! 화르르르! 어느새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 젤드리온은 한번 전력을 다한 워터 브레스를 내뿜더니, 곧이어 저써클 마법과 약식 브레스만을사용하고 있었다. 나 또한 블링크로 그것을 피하거나 마법으로 되받아쳤다. 그렇게 우리는 계속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라오 역시 라의 신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공격했지만 젤드리온은 그 거대한 몸으로 잘도 피하고 있었다. [형제여, 밤이 오고 있다.] [알고 있어. 밤이 오면 우리가 유리해진다.] 나는 라오의 메시지를 받고 작게 미소 지었다. 밤이 오고 있다, 밤이. 밤은 우리의 시간. 언데드의 시간이다. 뱀파이어들은 밤에 전력을다할 수 있게 된다. 거기에 밤이 되면 언데드들뿐만 아니라 내가 다루는 망령들은 더욱 강해진다. 그 말은 대체적으로 나의 공격력이 상승한다는 말이었다. 이대로 시간을 끌고, 언데드들이 가장 강해지는 시간에 달이 정점에 올랐을 때 전력을 다해서 승부를 내는 거다! 이렇게 마음속으로 소리치며 블링크를 시전하여 약식 브레스를 피해냈다. 그렇게 시간을끌며 공격을 주고받던 도중, 젤드리온 역시 내가 시간을 끌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것 같았다. 하긴 눈치를 못 채는 것이 이상한 거지. 그러나 우라의 전투 패턴은 바뀐 것이 없었다. 그저 계속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체력을 보존하고 서로를 견제할 뿐이었다. 그러다 드디어 때가 되었다. [간다, 형제여.] [부탁한다, 라오!] 우우우웅! 팍! 예정된 시간, 달이 정점에 오르자마자 우리는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라오의 라의 신검은 더욱 큰 빛을 내기 시작했고, 그에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젤드리온은 뭔가 준비하기 시작했다. 빛이 절정에 오르자 라오는 허공에 라의 신검을 휘둘러 베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허공이 베어지며 거대한 틈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틈에서 새어나오는 빛! 그 빛과 함께 뭔가 거대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한 마리의 새, 불사조 피닉스였다. 그러나 해가 떠 있는 시간에 라오에 의해서 불러낸 피닉스와는 달랐다. 그 피닉스의 몸은 낮에 불러들인 피닉스처럼 불이 피어오르지도 않고, 뜨거운 열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온몸으로 빛을 발산하고 있고, 그 고귀한 자태만이 피닉스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저것은 불사조 피닉스도 아닌 것 같았다. 펄럭. 그 아름다운 한 마리 새는 천천히 그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르기 시작했고, 어둠에 휩싸인 사막을 비추었다. 잠시 후, 점차 높이 날아오른 아름다운 빛의 새는 젤드리온을 향해서 날아올랐다. 크우우우우! 파아아아아! 자신을 향해서 날아오는 빛의 새에게서 위협을 느낀 것일까. 젤드리온은 크게 숨을 들이켜더니 워터 브레스를 빛의 새에게 내뿜었다. 전력을 다한 젤드리온의 워터 브레스는 그대로 빛의 새를 분쇄시킬것만 같았고, 워터 브레스가 빛의 새ㅔ와 부딪쳤을 때 놀라운 일이 벌러졌다. 빛을 내뿜던 새가 완전히, 완전히 흩어져버린 것이다. 먼지처럼 말이다! 그러나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흩어져버린 것이다. 먼지처럼! 먼지처럼 흩어진 빛의 새의 빛들은 젤드리온의 날개로 날아가 스며들었다. 그때, 라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그대의 바람과 하늘의 권위를 구속하노라." 우우우웅! [아, 아니!] 쿠쿵! 빛이 스며든 날개에서 빛이 난 후 놀랍게도 젤드리온은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정확히 추락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그 거대한 몸이 추락하자 사막의 모래들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밀려났다. 내가 라오에게 한 부탁은, 어떻게든 젤드리온을 땅으로 떨어트려달라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잘 해줄 줄은 몰랐다. 빛은 그대로 날개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저 빛이 날개에 남아 있는 동안은 날 수 없는 것 같았다. 거기에 젤드리온은 갑작스럽게 추락하는 바람에 몸에 큰 충격을 받아 잠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은 기회! 이 기회를 놓쳤다가는 언제 다시 기회가 올 줄 몰랐다!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 파아아아! 쿠쿵! 주문을 외울 시간도 아까웠다! 내가 주문을 외우는 사이 분명 젤드리온이라면 어떻게든 몸을 회복하고 공격할 것이기에 나는 무리하게 시전어만으로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를 시전했다. 그에 젤드리온은 다시 짓눌리고 말았다. 하지만 시전어만으로 사용한 탓일까. 최대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바람에 젤드리온은 잠시 저항하는 듯하더니 금세 몸을 일으키려 했다. [스트랭스! 리버스 그라비티!] 자신의 몸에 스트랭스를 걸고, 역중력 마법인 리버스 그라비티까지 시전하자 점차 몸을 일으키는 젤드리온! 제길! 어쩔 수 없지! 이번에 승부를 내겠어! [죽음. 생명의 반대편. 생명의 이면(裏面)에 존재하는 의지여. 생명. 죽음의 반대편. 죽음의 이면(裏面)에 존재하는 의지여.] 우우우웅! 나의 수명과 나의 생명을 소모한 주문의 시작. [죽음. 모든 것의 끝. 생명의 등 뒤에 서 있는 것.] 우우우웅! [생명. 모든 것의 시작. 죽음의 등 뒤에 서 있는 것.] 우우우웅! [생명과 죽음. 시작과 끝. 서로를 등을 마주 댄 의지여! ㅕ기 그 의지를 사용하려는 자. 나 두 개의 이름을 지닌 자. 첫 번째 이름은 호상민, 두 번째 이름은 한스 게이시스. 나 이 두 이름을 걸고 원하노라!] 우우우웅! [나의 의지에 따라 나의 적을 옭아매는 끊어지지 않는 사슬이 되어 줄 것을!] 주문이 완성되자, 또다시 내 앞에 떠 있는 생명과 죽음의 서가 매개체가 되어 나의 수명과 나의 생명, 그리고 대기의 죽음이 균형을 맞추어 공명했다. 이어 나는 급속도로 차가워지는 체온과 입 밖으로 나오려는 피를 느끼며 이를 악물고 의지를 담아 외쳤다! [가라! 생명과 죽음의 의지를 속박의 사슬이여(Restraint Chain)!] 우우우웅! "쿨럭!" 결국 나는 주문을 완성한 뒤에 피를 토하고 말았다. 하지만 나의 시선은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에 저항하고 있는 젤드리온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촤르르르르! 모래 속에서 솟아나는 검고 하얀 쇠사슬들! 생명과 죽음의 서를 매개체로 하여 나으 ㅣ생명과 대기의 죽음이 공명하여 내 머릿속의 이미지에 의하여 구체화된 생명과 죽음은 젤드리온의 그 거대힌 몸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백, 수천의 검고 하얀 쇠사슬들이 젤드리온을 옭아매자 그는 또다시 사막의 모래 위에 나뒹굴었다. "쿨럭!" 퐁! [마스터!] [난 괜찮아. 뭐 해! 기회를 살려야지! 어서 공격해!] 셰인의 목소리가 나의 귀로 들려왔지만 이미 셰인과 다른 본마스터들을 비롯하여 언데드들은 모두 젤드리온에게 달려들었다. 방금 전에 피를 토하자마자 포션이 열린 소리. 분명 그것이 마지막 홀리 포션이었다. 물론 아공간 속에 홀리 포션이 남아 있긴 했지만 그것을 찾아 벨트 안에 넣을 여유는 없었다. 후~ 우. 방금 그걸로 또 30년의 수명이 날아간 것인가. 이번에 소모된 수명을 생각하며 젤드리온을 보던 나는 다시 이를 악물고 반쯤 숙여진 몸을 곧추세웠다. 이번에! 이번에 끝내야 해! 이번에 끝내지 못하면 내가 당한다! [죽음. 생명의 반대편. 생명의 이면(裏面)에 존재하는 의지여. 생명. 죽음의 반대편. 죽음의 이편(裏面)에 존재하는 의지여. 생명과 죽음! 그 태초의 의지여!] 우우우우웅! 지금까지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공명음을 내는 생명과 죽음의 서를 보며 나는 이를 악물고 주문을 계속 외웠다. [죽음. 모든 것의 끝. 생명의 등 뒤에 서 있는 것. 어떤 존재이든 비정하고 공평한 태초의 의지!] 우우우우웅! [생명. 모든 것으 ㅣ시작. 죽음의 등 뒤에 서 있는 것. 어떤 존재이든 따스하고 공평한 태초의 의지!] 우우우우웅! "쿨럭!" 겨우 시작 부분에서 피를 토하다니. 이래서 스승님께서 마지막이라고 생각될 때가 아니면 이 주문을 사용하지 말라고 하신 건가. 앞부분의 주문을 외운 뒤에 한 번 피를 토해낸 난 스승님의 당부를 기억해냈다. 마지막, 나든 젤드리온이든 목숨을 건 일격으로 승부를 낼 때가 아니면 이 주문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던 스승님의 당부를 말이다. 그리고 스승님이 말한 그때가 바로 지금이었다! [생명과 죽음. 시작과 끝. 태초에 모든 것이 태어남과 동시에 생겨난 태초의 의지여! 서로를 등을 마주 댄 의지여! 여기 그 태초의 의지를 사용하려는 자. 나 두 개의 이름을 지닌 자. 첫 번째 이름 호상민. 두 번째 이름 한스 게이시스. 나 이 두 이름을 걸고 원하노라! 나의 영혼을 걸고 외치노라!] 우우우우웅! 파파파파팍! 주문이 막바지에 이르자, 생명과 죽음의 서는 나의 수명과 생명을 뽑아 공명하고 대기의 죽음을 끌어들여 공명을 넘어서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 빛들은 너무도 따듯하면서도 너무도 차가운, 그러나 어떤 존재에게든 공평한 생명과 죽음인 그 두 태초의 의지였다. 너무도 많은 수명과 생명이 빠져나간 탓일까. 오히려 내부는 안정되어갔고, 더 이상 피도 토하지 않았다. [나의 의지에 따라 적에게 죽음의 절대적인 의지를 보여줄 것을!] 파아아아아! 우우우우웅! 마침내 주문이 완성되자 생명과 죽음의 서에 갈무리되는 생명과 죽음의 빛, 그리고 잦아드는 공명음. [절대적인 죽음을(Avsolute Death).] 순간 정적이 이어졌다. 젤드리온에게 달려들어 전투를 벌이던 모든 언데드들도, 알게 모르게 사막에 살아가는 생물들도, 그리고 이 주문을 시전한 나조차도 숨을 죽였다. 나의 주문에 의해서 그것은 너무도 천천히, 너무도 천천히 움직였다. 보지이도 않는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다만 느낄 뿐이다. 살아 있기에, 몸 안에 생명이 있기에 느끼는 것이다. 죽음이, 절대적인 죽음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크아아아아! [엡솔루트 실드! 레인보우 내추럴 월! 헬 파이어!] 정적은 젤드리온의 고함으로 깨어졌다. 그것은 발버둥. 살아 있는 생명으로서 살아남고자 하는,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발버둥 이었다. 절대으 ㅣ방어막은 마치 종이처럼 쉽게 찢겨나갔고, 7가지 색깔의 각가지 속성을 막아내는 벽은 진흙 벽처럼 쉽게 허물어졌다. 지옥의 불꽃도, 웬만한 것들은 단번에 지져버릴 번개도, 사막의 모래 폭풍도 절대적인 죽음 앞에서는 무력했다. 크아아아아! 쿵! 쿵! 쿵! 크아아아아! 젤드리온은 발버둥 치고 있었다. 살기 위해서, 절대적인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그 모습을 보며 난 미소 지었다. 결국 이 대결의 승자는 나라는 것을 확신했기에 난 미소 지을 수 있었다. 우우우웅! 파지지지직! "뭐야!" 절대적인 죽음이 막히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황금빛에 의해서! 절대의 방어막도, 지옥의 불꽃도, 모래 폭풍도 아무렇지 않게 사라지게 만들어버린 절대의 죽음이! 그 절대의 죽음이 황금빛에 의해서 막히고 있는 것이다! 절대적인 죽음이 막히자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진정하고는 그 황금빛을 살폈다. 역시나 그 황금빛은 막을 형성하여 젤드리온을 막아서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황금빛은 젤드리온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이렇게 절대적인 죽음을 막아내는 동시에 치료까지 한다라……. 그때, 나의 귀로 스승님이 했던 말이 스쳐지나갔다. '절대적인 죽음은 너에게는 양날의 검이다. 하지만 사용한다면 반드시 이길 것이다. 상대가 도망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말이야. 절대적인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마법은 없으니까. 그 비만 도마뱀들의 두목만 아니라면 말이야.' 비만 도마뱀들의 두목! 그것은 드래곤 로드! 드래곤들의 대표이자 유일하게 10써클의 마법을 익힌 자! 저 황금빛의 막, 저것은 바로 10써클! 10써클 마법인 것이다! 제길! "어째서! 어째서! 드래곤 로드가 이 싸움에 끼어든 것이냐!!" 울컥! "쿨럭! 쿨럭!" [마스터!] 드래곤 로드가 개입한 시실에 치밀어 오른 화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다 이긴 승부가 뒤집힐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일까. 진정되었던 기침이 다시 나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제길! 제길! 제길! 우우우웅! 파지지지직! "쿨럭! 아직, 아직 끝난 것은 아니야." [마스터! 쉬십시오! 아니, 이대로 도망가…….] "셰인, 도망가 봐야 소용없어. 오히려 이번에 끝내지 않으면 승산이 없어." [아닙니다! 마스터는 아직 진정한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시지 못해서 이런 것이지,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신다면…….] "셰인!!" […….] "어차피 이 '육체'에는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아." [서, 설마! 안 됩니다! 마스터!] [저희도 반대입니다! 너무 위험 부담이 큽니다!] 우우우웅. 파지지지직! 내 말에 어느새 모두가 다가와서는 반대하고 나섰다. 확실히 위험 부담이 크다. 하지만 성공만 한다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전투에서 승리할 수도 있었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절대적인 죽음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거기에 생명과 죽음의 사슬 역시 점차 사라져가고 있었다. 제길! 시간이 없어. 모두 미안! [마스터!] [자, 잠깐! 마스터!!] "모두 미안." 나는 모두를 강제적으로 아공간으로 이동시킨 뒤 천천히 절대적인 죽음과 황금빛의 막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팽팽했던 절대적인 죽음과 황금빛 막의 대결은 서서히 황금빛 막 쪽으로 기울어져갔다. 후~ 우. 그럼 시작하자! [죽음. 생명의 반대편. 생명의 이면(裏面)에 존재하는 의지여! 생명. 죽음의 반대편. 죽음의 이면(裏面)에 존재하는 의지여! 생명과 죽음! 그 태초의 의지여!] 우우우우웅! [죽음. 모든 것의 끝. 생명의 등 뒤에 서 있는 것. 어떤 존재이든 비정하고 공평한 태초의 의지!] 우우우우웅! [생명. 모든 것의 시작. 죽음의 등 뒤에 서 있는 것. 어떤 존재이든 따스하고 공평한 태초의 의지!] 또다시 시작된 주문에 입 밖으로 나오려는 피들과 더 이상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한 몸! 그 외에도 여러 부작용들이 있었지만 난 주문을 계속 외웠다. [생명과 죽음. 시작과 끝. 태초에 모든 것이 태어남과 동시에 생겨난 태초의 의지여! 서로를 등을 마주 댄 의지여! 여기 그 태초의 의지를 사용하려는 자. 나 두 개의 이름을 지닌 자. 첫 번째 이름 호상민, 두 번째 이름 한스 게이시스. 나 이 두 이름을 걸고 원하노라! 나의 영혼을 걸고 외치노라! 나의 의지에 따라 적에게 죽음의 절대적인 의지를 보여줄 것을!] 파아아아아! 우우우우웅. 다시 한 번의 주문이 완성되자 생명과 죽음의 서에 갈무리되는 생명과 죽음의 빛, 그리고 잦아드는 공명을. [절대적인 죽음을(Absolute Death).] "쿨럭쿨럭! 쿨럭쿨럭!" 절대적인 죽음은 앞서 시전된 또 다른 절대적인 죽음과 하나가 되어 자신을 압박하던 황금빛 막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좋아! 가라! 크우우우우! 파아아아아! 그때! 황금빛 막에 의해서 보호 받고 있던 젤드리온이 전력을 다해 워터 브레스를 내뿜었다! 그것을 보고 난 미소 지었다. 무모한 짓이다. 아니, 어리석은 짓이었다. 자신을 보호하던 황금빛 막 안에서 브레스를 사용하다니! 얼마 안 가 황금 빛 막은 워터 브레스와 절대적인 죽음에 의해서 갈기갈기 찢어져나갔고, 이번에는 워터 브레스와 절대적인 죽음의 대결로 들어갔다. 그러나 워터 브레스 따위가 절대적인 죽음에 상대가 될리 없었다. 파아아아아! 계속 뿜어지고 있는 워터 브레스. 그러나 워터 브레스는 절대적인 죽음에 의해서 차츰 밀려나가더니, 곧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점차 가까워지고 있는 절대적인 죽음 앞에 젤드리온의 눈에는 다시 절망감이 어렸다. 그런데 그때! 젤드리온 옆에 거대한 황금빛의 비늘을 가진 존재가 나타났다! 크우우우우! 파아아아아! 그 거대한 존재는 바로 골드 드래곤. 나는 알 수 있었다. 저 존재가 바로 드래곤 로드! 절대적인 죽음으로부터 젤드리온을 구한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골드 드래곤의 레이저 브레스! 에이션트급이 되면 파이어 브레스가 레이저 브레스가 된다는 레드 드래곤의 붉은 레지어 브레스와 다르게, 황금빛의 레이저 브레스는 워터 브레스와 함께 내가 시전한 절대적인 죽음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한번 끼어들어서 이제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겠다는 거냐! "쿨럭쿨럭!" 울화가 치밀어 올라서 그런 것인가. 나는 다시 기침을 시작했고, 피를 토해냈다. 절대적인 죽음은 레이저 브레스도 소멸시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우우우웅! 그때, 레이저 브레스에 어떠한 힘이 끼어들더니, 황금빛 막 때처럼 절대적인 죽음과 대결을 펼치기 시작했다. 제길! "쿨럭쿨럭!" 파지지지직! 결국 이렇게 되는군. 마침내 절대적인 죽음은 레이저 브레스에 밀리기 시작했다. 방어를 목적으로 했던 황금빛 막에서 밀렸는데, 그 황금빛이 공격으로 바뀌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거기에 난 지금 마나와 정신력, 체력까지 모두 소모된 상태였다. 그리고 보니 라오도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다. 드래곤 로드가 손을 쓴 것일까. 나도 모르게 자조적인 웃음이 나왔다 콰아아아악! 결국 절대적인 죽음은 황금빛 레이저 브레스에 의해서 파괴되어 흩어져 대기으 ㅣ보통의 죽음으로 변했다. 이어 그 레이저 브레스는 나를 향해서 일직선으로 다가왔다. 후후후. 내가 순순히 죽어줄 것 같아! 쿠오오오오! 어차피 이 '몸'에는 생명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죽을 몸! 그렇다고 순순히 죽어줄 순 없지 난 전력을 다해서 몸의 모든 생명을 쥐어짰다. 그리고 그 생명을 가지고 죽음을 끌어들였다. 순수하게 생명의 힘만으로 끌어들인 죽음! 그것은 생각 이상으로 대단했다. 어디까지나 느낌이자만 2번이나 시전된 절대적인 죽음 못지않게 느껴질 정도였다. 난 나의 모든 생명으로 끌어들인 죽음에 의지를 부여하였다! 죽음을! 오직 적을 향한 적의와 적의 죽음에 대한 나의 의지를 말이다! 그리고 그 죽음은 곧 나의 이미지에 의해서 한 자루의 창이 되었다. "가라! 나의 의지여!" 팍! 그대로 죽음의 창은 레이저 브레스를 향해서 쏘아졌다. 너무도 작은 죽음의 창. 그것을 쏘아 보낸 뒤 나의 발밑이 흩어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생명을 모두 쥐어짠 결과인가. 나의 몸은 가루가 되어가고 있었다. 두려움은 없었다.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리고 이것은 성공하면 승리하는 도박이기에! 마침내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죽음이었다. [캐릭터가 사망하였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음성. 이 음성을 들으며 난 정신을 잃었다. 도박이 성공하길 기원하며……. -= 32장. 유령, 그리고 두 번째 제자 =- 뚜뚜뚜뚜! [비상! 비상! 생명보존장치를 작동합니다.] 슈우우우우! 현실. 그때 한스, 호씨 가문의 장자. 상민의 방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갑작스러운 생명보조장치의 작동과 함께 캡슐의 비상 센서에 의해서 119에 신고가 들어간 것이다. 생명보존장치에 의해서 숨을 쉬고 있지만 심장은 더 이상 뛰지 않았고, 모든 기관은 활동을 멈춘 상태였다. 얼마 후, 119의 구급차가 도착했다. 딩동! 딩동! "응? 이 시간에 누구지?" 현재 시간은 새벽 1시 27분.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제키는 갑자기 울리는 밸소리에 귀찮아하면서도 문을 열기 위해서 현관으로 나갔다. 그리고 현관문을 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누군지 먼저 확인했겠지만 제키는 그에 상관없이 문을 연 것이다. 그만큼 자신의 능력에 자신 있다는 말이었다. "캡슐! 캡슐이 설티된 곳이 어딥니까?" "응? 웬 구급대? 캡슐? 아, 게임 캡슐. 게임 캡슐이라면 저……." 제키의 말을 들은 구굽대원들은 제키가 손으로 가리킨 상민의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방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것은 상민이 설치한 결계 때문이었다. 결국 문을 따기 위해 가져온 공구로 부수려고 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컴푸터로 접수된 신고에 의하면, 현 환자는 심장 박동이 정지되었다고 되어 있었다. 심장 쇼크! 생명보존장치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단 20분! 빨리 들어가야 하건만 이 괴물 같은 문은 부서지지도, 열리지도 않았다. "이봐요! 갑자기 남의 집에 들어와서 뭐 하는 거요!" "뭐 하신요! 환자를 이송하려는 겁니다! 이 문은 도대체 어떻게 된겁니까! 왜 안 열리는 거에요! 제길." "혼자? 웬 환자!" 구급대원은 제키의 반응에 화를 내며 소리쳤다. "저희가 이렇게 애를 쓰는 걸 보면 모릅니까! 지금 게임 캡슐 사용자가 심장 쇼크로 심장이 멈췄단 말입니다! 생명보존장치가 있어서 아직 살아날 확률이 있는데, 이놈의 문이……!" "그러면 진작 말했어야지!" 파지지직! 콰쾅! 제키는 구급대원의 말에 뇌전을 끌어올려 문을 박살냈다. "뭐 해요! 어서 서둘러요!" "아, 예!" 제키의 재촉에 구급대원들은 재빨리 부서진 문을 치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신속하게 움직여 캡슐의 문을 강제로 떼어냈다. 상민은 캡슐 안에 설치되어 있는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구급대원은 그 모습을 확인한 후 바로 조치에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 "멈춰라! 인간!" "라오!" 갑자기 허공이 갈라지며 그곳으로부터 이집트의 복장을 한 소년! 라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저기 화상을 입은 모습이 기괴하기 그지없었다.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난 라오는 라의 신검을 들고 조치를 취하려는 구급대원의 목에 가져다 댔다. 그 모습에 모든 구급대원은놀랄 겨를도 없었다. "라오! 지금 무슨 짓이야!" "지금 형제를 손대서는 안 된다! 모두 물러나게 해라! 제키!" "무슨 소리야!" "나중에 설명해주겠다! 모두 물러나게 해! 시간이 없다!" "끄응. 알았어! 모두 비켜요! 아니, 이방에서 나가요!" 제키는 놀라운 괴력으로 구급대원을 한 명씩 들어 방 밖으로 옮겼고, 순식간에 상민의 방에는 라오만 남게 되었다. 방에 혼자 남개 된 라오는 천천히 라의 신검을 들어 상민의 심장이 있는 부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뭐라고 중얼거리자 라오의 손에서부터 피가 나와 라의 검신에 흘러내렸고, 그 피를 받아들인 라의 신검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라오! 지금 뭐 하는 거야!" 구급대원응ㄹ 모두 방 밖으로 끌어낸 후 다시 방에 들어온 제키는 라오의 신검이 상민의 가슴에 올려져 있자 아연실색하며 외쳤다. 그런 제키의 외침과 관계없이 눈을 감고 중얼거리던 라오는 잠시 후 눈을 뜨더니 손에 힘을 주었다. 푸욱! "라오!!" 빛에 휩싸인 라의 신검은 그대로 상민의 가슴을 파고들었고, 심장을 관통하였다. 이어 상민의 피를 머금은 라의 신검은 더욱더 밝은 빛을 내뿜기 시작했고, 곧 상민의 집은 빛에 휩싸였다. =================================================================================== 아무리 봐도 반투명한 몸과 어떤 물건이라도 투과해버리는 손, 그리고 거울과 물에 비치지 않는 얼굴. 이것이 유령의 3가지 조건이다. [하하하. 나 유령이 되어버린 건가.] 너무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다. 죽은 자들의 주인인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가까웠던 내가 유령이 되다니. 하지만 이것은 현실이었다. 정신이 든 이후 내가 가장 먼저 본 것은 바로 태야잉었다. 뜨거운 사막의 태양. 그렇지만 뜨거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마나로 눈을 보호하지 않고도 똑바로 바라볼 수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몸은 더없이 가볍고, 고통도 없었다. 이에 나는 점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나는 내가 죽어서 유령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하하.] 너무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설마 유령이 되어 버리다니. 도박이 실패한다면 죽어서 저승으로 갈 줄 알았는데, 유령이 되다니! 계속 헛웃음만 나왔다. 내가 유령이 되다니! 하하하! 하하하! [제길!] 내가 보통 유령이었다면 당장에 자신이 유령이 되었다는 사실에 미쳐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정신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제길! 제길! 도박에 실패하다니! 제길! 제길! 도박, 젤드리온과 대결 하루 전, 세우게 된 고박이 실패한 것이다. 제길! [으아아아아!] 파아아아아! [뭐, 뭐야!] 내가 울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치자 갑자기 발 밑에 있던 모래들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그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마……. 나는 조심스럽게 모래를 쥐어보았다. 그러나 모래는 나의 손에 쥐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난 포지하지 않고 계속 도전했고, 결국 모래를 손에 쥘 수 있었다. 하하하. 벌써 물질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니. 뿐만 아니라, 유령이 되었다는 사실에 느끼지 못했지만 냉정을 찾은 지금 나는 느낄 수 잇었다. 죽음을! 대기에 퍼진 죽음을 말이다! 이어 의지로써 죽음을 움직이는 것도 역시 성공했다. 하하하.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가까웠던 자의 유령은 역시 특별하다는 것인가. 하~ 아. 일단… [집을 향해서 가볼까.] 그렇게 유령이 된 나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 퍽! 털썩! "무슨 짓을 한 거냐! 라오! 상민이는 네 형제가 아니었냐!" "물론 형제다." "그런데 형제의 가슴에! 심장에 검을 꽃다니!" 평소의 라오였다면 당장 라의 신검을 빼들어 제키를 베어버렸을 테지만 라의 신검은 아직 상민의 심장에 꽂혀 빛을 내뿜고 있었고, 라오는 현재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 드래곤 로드에 의해서 용암 지대로 워프되었던 라오는 간신히 살아왔으나, 상민의 영혼과 연결되어 있던 라오는 상민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분노했다. 그러나 곧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상민이 또 하나의 육체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라의 신검을 꽂았다. 그로 인해 지쳐 있던 라오는 더욱 지쳤고 제키의 공격을 그대로 받을 수박에 없었다. "제길!" "검에 손대지 마라!" "이 자식이!" 검을 빼내려는 제키를 보고 라오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그에게 몸을 날려 막으려 했다. 이에 분노한 제키는 뇌전까지 일으켜 라오를 후려치려고 했지만 그 목적은 이루지 못했다. 그때 갑자기 라오와 제키, 이 둘을 막아서는 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퍽! 퍽! 파지지직! "으음, 꽤 짜릿한걸!" 라오와 제키를 막아선 존재는 바로 호연진. 가디언 통합 이전의 한(韓) 전 총수이자, 현 가디언 한국지부 총지부장이자, 상민의 작은아버지인 호연진에 의해서 말이다. "지부장님!" "으음." "그나저나 엄청난 일이 벌어졌군. 2장로님과 5장로님께서 나보고 어서 가보라고 하시더니, 이런 일이라니." 보통 자신의 친지, 그것도 혈육의 가슴에 검이 박혀 있다면 매우 당황하거나 분노할 만도 하건만 연진은 태연했다. 그 모습에 제키는 너무 기가 막혀 아무 말도 못했다. 하지만 그런 제키보다 더욱 기막혀한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구급대원들이었다. 부서지지 않는 문뿐만 아니라, 몸에서 전기를 일으키는 외국인과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나는 이집트 사람까지. 그런데 이번에는 뉴스에서 봤던 가디언이란 기관의 한국지부 총지부장이라는 사람이 이 자리에 모습을 나타내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일단 통제부터 하는 것이 좋겠군. 두 사람, 와서 좀 도와주겠나. 자세한 이야기는 좀 있다가 하고 말이야." 싱긋. 사람 좋은 얼굴로 웃어 보이는 연진의 얼굴을 본 제키와 라오는 알 수 있었다. 여기 있는 이 사람이 가장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연진을 비롯해 두 사람은 연진의 지시에 따라 구급대원들에게 사과를 한 뒤에 자신들의 정체를 밝혔다. 물론 라오는 가디언 소속의 대원이라고 밝혔고 말이다. 그 후, 구급대원들을 모두 돌려보낸 뒤에 연진은 라오의 조언에 따라 가디언 한국지부의 소속, 특히 신겅 계열 능력자들응ㄹ 동원하여 결계를 만들고, 사람들이 상민과 라오, 제키가 사는 집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이렇게 통제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전 한에 소속된 2장로와 5장로이자 현 가디언의 고문으로 있는 무당 선매화와 아직도 상민의 학교에서 수위로 활동하고 있는 김세진의 점 때문이었다. 둘은 각기 다른 곳에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점을 보았다. 드런데 그 점 결과가 매우 불길하게 나왔다. 구체적이진 않지만 둘의 점의 결과는 비슷했다. 사호(死虎)과 은룡(銀龍)이 사해(沙海)에서 사투를 벌이니 사자(死者)는 일어나고, 스스로 존재하고 스스로 사라지는 존재가 태어나 타인에 의해서 만들어졌으나 스스로 태어난 존재와 스스로 사라지는 존재가 사투를 벌인다. 사호와 사룡의 사투는 금룡(金龍)의 개입으로 인해 판가름 나니, 사호는 가장 가까이 하던 죽음을 맞이하고, 금룡은 사호의 마지막 발톱에 의해서 뒷길로 물러난다. 이것이 바로 무당 선매화와 김제신의 점의 결과였다. 조금씩 다르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비슷했다. 이런 점의 결과에 둘은 불길함을 느끼고 바로 호연진에게 전화를 했던 것이다. 점에서 나온 호랑이란 함은 호씨 집안을 뜻하는 것이고, 그 호랑이의 앞에 붙은 '사(死)'자는 죽음, 즉 사호(死虎)란 죽음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지닌 호씨 집안의 사람. 바로 네크로맨서, 코드명조차 죽음의 주인인 데스마스터라 불리는 상민과 관계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호연진에게 전화를 하여 간단하게 점에 대해서 말해준 뒤에 찾아가 보라고 한 것이었다. 그 말에 연진도 불길함을 느껴 한걸음에 상민의 집으로 온 것이고, 마침 몸을 날리는 라오와 그런 라오를 후려치려는 제키를 보게 되어 둘을 말린 것이다. 또 선매화와 김제신의 전화를 건 사람은 연진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호연진에게 전화를 건 뒤 그 점의 결과로 불길함을 느끼고는 한 번더 점을 쳤다. 그 결과, 둘은 총지부장인 연진을 비롯하여 신성 계열의 능력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 재빨리 상민의 집에 결계를 칠 수 잇도록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이후, 상민의 집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소란 때문에 아파트 주변 사람들이 궁금해 하며 모여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떻게 알았는지 기자가 하나 둘씩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상민의 아파트는 요즘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가디언에 대한 취재를 하려는 기자들과 아파트 단지 주민들, 그리고 기자들과 주민들을 통제하기 위한 경찰 병력으로 인해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잠시 베란다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지 않고 가만히 물고 밖을 살피던 연진은 이내 입에 물린 담배를 다시 담배 케이스에 넣고는 거실로 들어갔다. 한산한 베란다와 다르게 거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런 가운데 사람들은 계속 도착하고 있었다. "도련님!" "아, 형수님." 그때 가디언 소속의 무공 연성자들로 인해서 통제되어 있는 현관을 통해서 들어오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상민의 가족들이었다. 상민의 가족들은 바로 텔레비전을 통해서 소식을 접하고는 곧장 이곳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현재 사회에서는 특수한 능력자 집단인 가디언이 최고의 화젯거리였고,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진 일을 목격한 사람들과 가디언 소속의 능력자들을 통제 등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서 방송사에서까지 취재를 하다 보니, 그에 놀라 이렇게 급하게 오게 된 것이다. 상민의 어머니는 창백해진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런 형수의 얼굴을 보며 연진은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설마 상민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건가요?" "그것이……." 연신 상민에 대해서 질문해오는 자신의 형수를 보며 연진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지금상민의 상태에 대해서 알게 되면 형수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현재 상민의 상태는 생물학적으로 이미 죽은 상태였다. 심장 박동도 멈추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들 역시 활동을 멈추었다. 말 그대로 죽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 연진을 비롯해 2장로와 5장로, 거기에 무공과 술법에 능한 3장로와 신성 계열의 능력자들을 모두 관리하는 제1장로이자 전 한의 총수인 자신의 아버지는 모든 장로들의 협조를 구하고, 그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이미 생물학적으로 죽은상민을 위해서 말이다. 그렇다. 상민은 어디까지나 생물학적으로 죽은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말이다. 생물학적으로는 이미 사망 판정을 받은 상민이자만, 그외의 초과학적이고 현대 의학으로 판명할 수 없는 분야로 치자면 아직 살아 잇는 상민이었다. 현재 상민의 상태는 인간으로서의 능력을 뛰어넘는 능력자들의 집단인 한뿐만 아니라, 하나로 통합된 기관인 가디언을 통틀어서 드문, 아니 희귀한 경우였다. 생물학적으로는 죽엇으나,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는 상태이니 말이다. 지금 상민의 몸은 아까 말했던 대로 모든 장기의 활동은 정지된 상태다. 그런데도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체내에 존재하는 기운인 마법 수련자들이 마나라고 부르고, 무공 연성자들이 내공이라고 부르는 기운이 전혀 흩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 마법 수련자나 마법사, 무공 연성자인 무인들이 죽게 되면 체내에 남아 있는 마나와 내공은 모두 대기로 흩어진다. 물론 단번에 흩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그 속도는 각기 다르지만 마나와 내공은 반드시 흩어지게 되어 있다. 그런데 상민은 이미 생물학적으로 죽음을 맞이한 지 3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흩어지지 않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라오가 상민의 심장에 꽂은 라의 신검의 기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라오가 상민의 심장에 라의 신검을 꽂은 것은 상민을 살리기보다는 상민의 육체를 보호하려는 개념에서 박아 넣은 것이었다. 언데드 파라오인 라오는 상민과 영혼이 이어져 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지금 상민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현재 영혼이 육체에서 이탈한 상태였다. 한마디로 유체이탈한 것이다. 다만 평범한 유체이탈이 아닌, 게임인 아스카를 통해서 불완전한 차원의 문을 넘어 가상의 캐릭터가 실재가 되어 현실에서의 육체뿐만 아니라 이(異)계의 육체를 하나 더 가지게 된 것이다. 2개의 육체. 바로 이로 인해서 이번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보통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하나의 육체만을 갖고 살아간다. 그런데 상민은 게임의 캐릭터로 하여금 불완전한 차원의 문을 넘어 또 다른 실제의 육체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2개의 육체를 가지게 된 상민은 게임을 통해서 영혼이 현실과 이(異)세계의 두 육체를 오가게 된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문제가 일어난 것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보통 사람은 하나의 육체를 가지고 태어나 평생을 살아간다. 사람은 태어나 자라면서 점차 자신의 의지로 통제하며 살아간다. 이는 영혼이 육체에 시간을 거쳐서 적응하기 때문이다. 영혼이 완전히 육체를 통제하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결국 완전히 육체에 뿌리를 내려 마음대로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상민은 우연한 기회에 또 하나의 육체를 얻게 되었고, 영혼을 오가게 된 것이다. 상민은 몰랐지만 영혼이 육체를 벗어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였다. 영혼이 육체를 벗어난다 함은 육체의 통제권을 잠시 동안 포기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육체는 영혼을 담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릇이 비어 있다 함은 다른 무엇인가, 즉 다른 이의 영혼을 담을 수 있다는 말이고, 육체를 잃고 방황하는 이들인 망령들로서는 탐욕이 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다만 지금까지 상민의 두 육체가 괜찮을 수 있엇던 이유는, 현실에서의 상민의 육체는 17년간 영혼이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어 영혼이 잠시 벗어났다 해도 그 낌새를 죽은 자들이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말에는 허점이 있었다. 이 말대로라면 2가지 육체를 오가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 육체의 뿌리는 약해져 망자들이 눈치 채고 빼앗았엉야 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에도 이유는 있었다. 바로 상민의 직업과 경지가 그 이유이다. 상민의 직업은 바로 네크로맨서! 죽음으로써 생명을 이해하고 불사를 추구하는 이였다. 네크로맨서는 죽은 자를 그 누구보다 잘 다루는 직업이기에 함부로 죽은 자들이 접근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현실에서든, 이(異)세계의 육체에서든 망자들이 침범하지 않았던 것이다. 가기에 상민은 그런 네크로맨서들로서는 그저 막연한 경지인, 죽은 자들의 주인이라는 데스마스터에 가장 근접한 이였기에 망자들로서는 감히 다가갈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 망자라도 상민의 육체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기에 라오는 상민의 가슴, 그중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심장에 자신의 신혈을 흐르게 한 뒤 라의 신검을 박아 넣은 것이다. 상민은 지금 가장 하찮은 망령조차 차지할 수 있는 상태였다. 이는 2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 이유는 이(異)세계의 육체가 완전한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상민의 영혼이 이(異)세계의 육체와 햔실의 육체를 오가면서 각각의 육체에 뿌리를 내렸다. 그로 인해서 한쪽의 육체가 죽은 다른 한 쪽의 육체 역시 그것을 인지하여 모든 장기가 활동을 정지하고 생물학적으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영혼이었다. 사실 각각 다른 육체에 뿌리를 뻗친 영혼은 한 육체가 죽자 다른 하나의 육체에 역시 죽음을 인지했지만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었다. 가각 두 육체에 뿌리를 내린 영혼은 한쪽의 육체가 죽음을 맞이하자 다른 하나의 육체에 죽음을 인지시키기는 했으나 영혼은 여전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생물학적으로는 죽었으나 초과학적으로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영혼의 뿌리가 너무도 미약해 망령조차 쉽게 끊어버릴 정도였다. 그렇기에 라오는 상민의 육체를 지키기 위해서 라의 신검을 심장에 박아 넣은 것이고, 망령들이 감히 접근하지 못하도록 연진에게 조언하여 결계까지 만들도록 한 것이다. 결계에 대해서 장로인 선매화와 김제신뿐만 아니라 불사의 황제인 라오에게까지 똑같은 조언을 들은 연진은 결계의 중요함을 알고 결계의 생성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꺄아아악!" "어머니!" "형수님!" 역시나 연진의 안내를 받아 상민이 있는 곳으로 간 상민의 어머니는 가슴에 검이 박힌 상태로 누워 있는 상민을 보고 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기절하고 말았다. 연진은 상민의 어니니를 신성 계열의 능력자에게 보인 뒤 다른 방에 누이고는, 한동안 자리르 지키다가 상민의 누나에게 형수를 맡기고 거실로 나왔다. 연진이 거실로 나왔을 때는 이미 한에 소속된 모든 장로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상태였다. "연진아,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 거냐?" "죽되 죽은 것이 아니고, 살되 산 것이 아닌 것 같더군." 전대 한의 총수이자 1장로인 현 가디언의 고문인 상민의 할아버지는 상민의 상태를 이미 본 상태였고, 이미 다른 장로들도 상민의 상태를 보고 파악한 후였다. 연진은 자신의 아버지 옆에 선 스님 차림을 한 2장로의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말씀 그대로입니다." "으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그것이… 모르겠습니다." "모르다니!" "그게 언데드 파라오는 뭇엇인가 알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전혀 말을 안 하고 있습니다. 단지 지금 상민이의 상태에 대해서만 저에게 말해주었을 뿐, 그 이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민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연진의 말 그대로였다. 라오는 지금 신성 결계가 펼쳐진 상민의 방에서 상민을 지켜보고 있었다. 반인반시인 라오에게 신성 결계는 어느 정도 악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라오는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라오의 몸에서는 신성 결계의 영향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현재 데스마스터의 경지에까지 다다랐던 상민의 육체는 그야말로 최상급! 만약 망자가 차지하게 된다면 마스터급의 언데드가 탄생하게 될 것이기게 이렇게 경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의 신검이 박혀 있는 상민의 가슴을 보며 라오는 결의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라오의 신혈로 힘을 최대한 발휘한 라의 신검에 의해서 상민의 육체는 철저하게 보호되고 있지만 그것은 단지 일주일뿐. 그 이후에는 몸 안에 남아 있는 상민의 마나와 외부의 신성결계가 육체를 보호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었다. 또 미라가 되었을 때 제거되지 않았던 유일한 장기인 심장. 그 심장이 머금고 있는 남은 신혈은 전투와 이번의 라의 신검을 박아 넣으면서 4분의 1이 소모되었다. 만약 일주일이 지난 뒤에 상민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라오는 다시 신혈을 사용할 것을 결심했다. 신혈, 그것은 죽음에서 부활한 라오의 모든 것임에도 말이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 도박은 실패로 끝나고 결국 나는 유령이 되어 떠돌게 되었다. 내가 시도한 도박은 베이트로이 게이시스님과 상의한 끝에 생각하게 된 것이고, 어디까지나 마지막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었다. 나는 젤드리온과의 대결을 이틀 남겨두고 스승의 환생인 메이에게 모든 것을 물려줄 준비를 했다. 그 과정에서 나에게 종속되어 있는 언데드들과의 연결을 메이의 영혼과 연결시키기도 했다. 물론 그 과정에 뜻박의 일이 벌어졌지만 말이다. 그것은 바로 나의 머릿속 어딘가에 자리 잡은 나의 스승의 영혼의 파편이 본래 영혼인 메이의 영혼에 빨려들어가 버린 것이다. 언제고 나의 머릿속 어딘가에 남아 나를 조언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그 광정에서 스승님의 영혼의 파편이 돌아가자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후에는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는데, 바로 영혼의 파편이 메이의 몸을 빌려 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때 스승님의 말에 의하면, 메이의 영혼은 회귀를 거쳤기에 자신과 같으면서도 다르기에 이번에 자신이 겉으로 나섬과 함께 메이의 의식은 잠재의식 아래로 가라앉았고, 시간이 지나면 자신은 원래처럼 하나가 되어 사라지게, 아니 포함될 것이라 했다. 이후 나는 겉으로 드러난 스승님의 영혼에게 여러 가지로 수업을 받아야 했다. 상대는 바로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인 젤드리온. 또한 데스마스터의 주문도 역시 그때 배우게 된 것이고, 완전한 생명과 죽음의 서도 겉으로 드러낸 스승님의 영혼이 다른 반쪽의 생명과 죽음의 서 중, 생명의 장에 있는 영혼을 설득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후, 하루 동안 밤새 지도를 받고 수련이 끝나기 직전 스승님은 만약의 사태, 즉 내가 죽음을 맞이할 때에 시도할 도박에 대해서 말을 꺼내셨다. 그 것은 게임의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인데, 바로 쓰리 아웃 시스템을 말한다. 아스카에서는 캐릭터가 3번 죽게 되면 사라지게 된다. 바로 이 점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진짜 육체이기도 하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성공하면 완전하게 새로이 부활하니 해볼 만한 도박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 스승님의 말대로 육체가 사라지기 직전, 살고자 하는 생각만 계속했는데도 말이다. [후~ 우.] 나도 이제 유령이 다 됐나 보네. 현재 나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유령이면 무게가 없으니 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때 이후부터 날 수 있게 되었다. 죽음. 내가 죽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지금도 원하면 죽음을 움직일 수도 있고, 물건도 만질 수 있는데 말이다. [후~ 우.] 딱각딱각. [응?] 하늘을 날며 앞으로 나아가던 도중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 유령이 된 이후 처음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리가 난 곳을 향해서 날아갔다. 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이후 한참을 날아왔기에 지금 나는 정확히 어디인지 모르지만 사막을 벗어난 상태였다. 말발굽 소리가 들려온 곳에는 상인들이 사막에서 구한 각가지 물품을 싣고 가고 있었다. 무역상인가? 하늘을 날며 살펴본 결과, 꽤나 실력있는 용병들이 상인ㄴ들을 호위하고 있었다. 상인 호위는 나도 한때 용병으로 활동했을 때 해보았다. 그때는 참 즐거웠는데. 잠시 미소 짓던 나는 이내 씁쓸해졌다. 더 이상 그때의 즐거움을 다시 느낄 수는 없으니 말이다. 난 이미… 죽었으니까. 제길! 히이이잉! "아니!" [이런…….] 나의 감정으로 인해 죽음이 요동치자 상단의 말들은 본능적으로 죽음을 느끼고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이런. 나는 급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들을 진정시켰다. 죽음이라고 해서 꼭 공포와 두려운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어떠한 ㄴ것보다 자비롭고 포근한 것이 죽음이었다. 나는 그런 죽음을 운용해 말을 안정시켰다. 이렇게 난 이미 죽어서 유령이 되었지만 여전히 죽음을 다룰 수 있었다. 살아서 육체를 가지고 있을 때보다도 더. 하지만 여전히 생명은 느껴지지 않았고 다룰 수 없었다. 말들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상단과 용병들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잠시 따라가 볼까. 나는 상단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혹시나 운이 좋으면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에 도착할 수도 있으니 어느 저도 마음을 가다듬고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나저나 꽤 실력 있는 용병단이로군.] 마차 10대를 끌고 다니는 상단을 호위하는 인원은 총 60명. 모두 말을 타고 있고, 딱 보기에도 모두 최소 B급 용병들이었다. 예전에 용병으로 활동한 나로서는 그들에게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보아하니 마법사도 4명이나 껴 있었는데, 가장 실력이 좋은 마법사는 4써클 익스퍼트이고, 다른 3명은 모두 3써클 마스터나 익스퍼트로 보였다. 용병계에는 마법사가 몇 되지 않았기에 그 정도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대접받을 만한 실력자들이었다. "모두 정지! 잠시 쉬어간다. 모두 점심 준비를 하도록." "야호! 점심시간이다!"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소리치가 모두 말을 멈추고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식사라……. 이미 유령이 되어버린 나에게는 필요 없는 것이로군. 살아생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을 하나하나 발견할수록 기분이 씁쓸해졌다. 용병들이 시가를 준비하는 가운데 나는 마법사들응ㄹ 살펴보앗다. 가장 젊은 나이의 마법사는 겨우 14살이나 16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써클에 올랐으니 대단한 재능을 지녔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로브를 살펴보니어떠한 학파에도 속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아무래도 방랑 마법사의 제자인 것 같았다. 저 정도으 ㅣ재능이라면 학파에서도 충분히 받아줄 텐데. "한스, 또 마법서만 보고 있는 거냐? 녀석. 몸도 생각하면서 해야지. 어서 와 밥 먹어라." "아, 예, 테일 아저씨." 흔하디흔한 이름 한스. 이 어린 용병 마법사의 이름도 한스였다. 용병 마법사 한스는 마법서를 내려놓고는 테일이라는 중년 용병과 식사를 받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한스라 후~ 우. 그나저나 어떤 학파의 마법응ㄹ 익히고 있으려나. 나는 혹시 누가 볼지 모르기에 조시므럽게 마법서를 옮겨 마차 반대편으로 마법서를 떨어트린 후 앉아서 읽어보았다. [뭐야? 초급 네크로맨서를 위한 입문서잖아.] 정확히 사본이었다. 이미 생명과 죽음의 서가 완성된 이상 진본이 남아 있을 리 없었으니 말이다. 이어 나는 초급 네크로맨서를 위한 입문서를 보며 잠시 쓴웃음을 지은 뒤 펼쳐 읽어보았다. 뭐야? 이거 순 엉터리잖아. 빠른 속도로 마법서를 넘겨 읽어본 결과, 그 마법서는 제목만 같을 뿐 순 엉터리였다. 네크로맨서의 ㄴ자도 모르는 이가 저술한 것처럼 전혀 얼토당토않은 내용들만이 남발되었고, 만약 이 책을 읽고 네크로맨서가 되려 한다면 사람 잡기 딱 좋은 책이었다. 이런! 스스스스! 내가 결집시킨 죽음은 곧 책에 스며들더니 순식간에 삭아버려 결국 가루처럼 사라졌다.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랐던 이로서 이런 마법서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지! 이런 마법서는 없애버려야 해! 하지만 난 마법서를 없애버린 것은 곧 후회했다. "어라? 분명 여기에 놔뒀는데." 바로 마법서의 원래 주인인 용병 마법사 한스가 돌아와 마법서를 찾고 있었다. 이런, 엉터리 마법서라고는 하지만 그 마법서의 주인은내가 아닌 저 한스인데 내가 멋대로 없애버린 것은 잘못이었다. 그 후, 한스는 한참 동안이나 마법서를 찾았다. 하지만 이미 죽음으로 인해서 가루가 되어 바람에 날아간 마법서가 찾아질 리 없었다. "흐흑! 무려 10골드나 주고 산 것인데." "에이! 썩을 놈들! 훔칠 게 없어서 어린아이 마법서를 훔치다니! 걱정 마라! 내가 이놈의 도둑놈을 찾아서 책을 찾아줄 테니까!" 울면서 말하는 한스를 보며 테일이란 용병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분개하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훔칠 만한 인물로 추정되는 용병들을 추궁했으나 괜히 소란만 일어날 뿐, 마법서는 찾을 수 없었다. 이런, 곤란하게 되었는데. 그나저나 그런 마법서가 무려 10골드나 하다니. 용병들은 대부분의 마법서를 직접 사서 익힐 수밖에 없다. 각 학파의 분점에서는 마법서를 팔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마법서를 구입하는 것은 잡화점이나 고서점에서 구입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구입한 마법서 중 제대로 된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잇었지만 그렇게 비쌀 줄이야. 용병으로서 10골드는 적은 돈이 아니다. 살아생전의 나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돈이었지만 말이다. 결국 점심시간이 끝나고 상단은 다시 출발했고, 용병 마법사 한스는 내내 서글픈 표정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다 안쓰러울 정도로 말이다. 후~ 우. 마나만 사용 가능하다면 마법서를 꺼내주었을 텐데. [정말 아쉽구만.] 정말 아쉬웠다. 나는 유령이 된 이후 죽음을 더욱더잘 사용할 수 있게 된 것과는 다르게 마나는 전혀 다루지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난 여전히 나의 영혼에 종속되어 이쓴ㄴ 언데드들을 불러낼 수 없었다. 마나가 있어야 아공간을 열 것이고, 아공간으로부터 그들을 불러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후~ 우. 슈우우우! 쾅! 히이이잉! "오, 오우거다!" 그때 갑자기 날아온 거대한 나무! 그 나무는 그대로 마차를 덮치고는 마차를 완전히 박살내버렸다. 그 나무를 던진 존재는 바로 오우거.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무려 3마리나 되는 오우거였다. 오우거가 3마리나 뭉쳐 다니다니 놀라운걸. 크아아아아! 슈우우우! 쾅! 쾅! "마법사들은 뭐 하나! 공격해! 공격!" "아, 파이어 볼!" 용병대장의 외침에 용병 마법사 한스는 가장 먼저 메모라이즈해놓은 파이어 볼을 날렸다. 그러나 위력은 솔직히 다른 학파에 속한 파이어 볼의 위력에 절반도 못 미쳤다. 이런……. 쾅! 크아아아아! 한스의 파이어 볼은 오히려 오우거의 화를 돋울 뿐이었다. 하지만 애초 목적은 이루었다. 바로 근접전을 유도했으니 말이다. 다만 문제가 된다면 근접전에는 약하기 그지없는 마법사 한스에게 달려들었다는 것이다. "으아아아아!" 히이이잉! 덩치에 비해 상당히 빠른 몸놀림을 지닌 오우거가 순식간에 달려와 자신의 앞에 도착하자, 용병 마법사 한스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허둥거렸고, 말 역시 발버둥 쳤다. 이런! "이놈의 근육 덩어리가!" 한스의 근처에 있던 테일을 비롯한 용병들은 겁도 없이 오우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의 검에는 미약하지만 검기가 맺혀져 있었고, 그 수도 많았기에 용병 마법사 한스를 곧 구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오우거들과 전투를 벌인 끝에 마침내 승리할 수 있었다. 역시 B급 용병들로 이루어진 용병대답게 날아온 나무에 상처를 입긴 했지만, 오우거에게 목숨을 잃은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처음의 공격당해 부상을 당한 자들이 이번 일을 좋아했다. 부상당했으니 오우거의 시체로 벌어들인 금액의 배분이 조금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어 그들은 오우거의시체를 마차에 싣고 가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오우거가 던진 나무에 마차 2대가 박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우거에게서 가장 큰 가치를 지닌 머리와 가죽, 손톱과 발톱, 힘줄만을 챙기고는 나머지 시체를 버리고 부서진 마차의 짐을 다른 마차에 나누어 실은 뒤 다시 출발했다. 그리고 짐을 나머지 8대의 마차에 나누어 실었지만 속도가 나지 않아 결국 그들은 노숙을 하게 되었다. "괜찮으냐? 한스야." "아, 예. 괜찬항요. 테일 아저씨." 오우거의 외침을 정면으로 들어서일까. 한스는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얼굴이 창백했다. 아직어리다 보니 당연했다. 그리고 목숨을 잃을 뻔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모두가 잠들 시간이 되자 한스는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몸을 떨면서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었고, 깨어 있는 사람은 불침번 4명뿐이었다. 잠시 한스를 바라보던 나는 짐들이 쌓여 있는 마차로 향했다. 분명 여기 어디에 있었는데. 아! 여기 있다! 내가 짐들 사이에서 찾은 것. 그것은 바로 종이와 펜, 잉크였다. 짐이 얼마 되지는 않아 그것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럼 한번 제작에 들어가 볼까나. =================================================================================== [크으으윽!] "아버지!" 드래곤 로드인 데키체르아. 그는 자신의 레어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 데키체르아의 모습을 지켜보며 젤드리온을 비롯한 각 일족의 수장들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젤드리온과 한스의 싸움에 끼어든 데키체르아는 크나큰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것은 바로 한스의 육체가 소멸하기 직전에 사용한 죽음의 창 때문이었다. 10써클의 힘을 담은 에이션트급을 넘어서는 로드급의 레이저 브레스를 관통하여 데키체르아의 오른팔에 박힌 죽음의 창은, 드래곤 로드인 그를 침상에 누워 고통 속에서 헤매게 만들었다. 남은 생명을 이용해 순수한 죽음만을 결집시키고 의지를 부여한 죽음의 창에 드래곤 로드 데키체르아의 몸은 점차 변해갔다. 죽음의 창에 맞은 오른팔은 예전의 모습을 찾지 못할 정도로 말라 비틀어져 있었고, 그것은 전신으로 확장되어갔다. 죽음의 창의 죽음이 전신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세인트 제국에서 데려온 고위 신관의 신성력도, 각 일족의 수장들이 시전한 회복마법도, 드래곤 로드만이 사용할 수 있는 10써클의 마법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 [크으으으으! 모두! 모두 모였느냐…….] "예! 아버지!" 드래곤 로드는 계속되는 죽음의 잠식을 참아내면서 그 거대한 머리를 들어 다른 일족의 수장들을 살펴보았다. 그런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 보며 그들은 여전히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쿨럭!] 파악! "아버지!" "로드!!" 데키체르아가 그 거대한 입에서 피를 토해내자 젤드리온을 비롯한 각 일족의 수장들이 크게 놀라 모두 달려들어 회복마법을 시전했다. 그러나 그것은 약간의 효과만 보일 뿐이었다. [하~ 아. 하~ 아. 이제 시간이 없네. 점점 죽음이 나의 몸을 잠식하고 있어.] "이버지." "로드." 데키체르아의 말에 레어 안의 모두는 알고 있었다. 테키체르아가 지금 드래곤 로드의 자리에서 물러나려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곧 그의 죽음인 마나와의 회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젤드리온.] "예, 로드.] [나 그대에게 드래곤 로드를 계씅하겠다. 이에 반하는 이가 있는가.] "……!!" 드래곤 로드의 갑작스러운 말에 다른 일족의 수장들은 놀라 어쩔 줄 몰라 했다. 드래곤 로드는 드래곤들의 직위이고, 그 중재자가 될 만한 힘인 10써클을 계승한다는 의미로서 상당한 무게를 가진다. 사실 젤드리온이 드래곤 로드가 되는 것에 걸리는 것은 없었다. 실버 드래곤치고는 강한 것이 그였고, 나이도 역시 에이션트급인 5천살이 넘었다. 거기에 수많은 유희로 경험도 쌓았고, 다른 드래곤들이 경험하지 못한 아버지로서의 복수자란 경험도 해보았다. 그렇기에 전혀 걸릴 것은 없었다.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각 일족의 수장들은 결정을 내렸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없습니다." [모두 고맙네.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 젤드리온.] 우우우웅! 데키체르아의 호명에 젤드리온은 폴리모프를 풀고 본체의 모습으로 데키체르아의 앞에 섰다. [그대는 위대한 창조주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중재자로서의 임무를 다할 것을 맹세하는가.] [맹세합니다.] 중재자. 그것은 창조주로부터 받은 드래곤들의 임무. [그대는 일족의 수장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할 것을 맹세하는가.] [맹세합니다.] 드래곤 로드. 그것은 중재자. 모든 드래곤들의 지도자이자 중재자. [나 드래곤 로드, 데키체르아는 실버 드래곤 젤드리온에게 드래곤 로드의 직위를 계승하며, 그에 걸맞는 힘을 계승하는 바이다!] 우우우웅! 데키체르아가 있는 힘을 모두 짜내어 용언으로 외치자, 그의 미간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젤드리온의 미간으로 스며들었다. 그것은 계승, 드래곤 로드에게 전해지는 10써클 마법의 계승이었다. 잠시 후, 한참이 지나서야 젤드리온이 눈을 뜨자 지쳐 쓰러진 자신의 아버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버지!] [젤드리온, 나의 아들아.] 데키체르아는 계승 의식을 끝내자마자 급속도로 죽음에 침식당하기 시작했다. 10써클의 힘이 힘이 죽음의 침식을 늦추고 잇었기에 조금이나마 버틸 수 있었지만, 그 힘이 사라지자 급속도로 침식이 시작된 것이다. 그로 인해 데키체르아의 시력은 서서히 상실되었고, 근육들도 재 역할을 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크윽! 아버지!] [아들아. 망설이지 마라. 책임과 의무를 다하더라도 네 마음에 충실하거라. 그리고 이건 내가 남기는 마지막 선물이다.] [아버지!!] 파아아아아악! 죽음의 침식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데키체르아의 몸은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의 몸과 같은 황금빛이었다. 그러자 그의 몸은 꼬리에서부터 흩어져 사라져갔다. 마침내 마나로릐 환원. 그것이 시작된 것이다. [미안하구나, 아들아. 그리고 행복하거라.] 이 말을 마지막으로 데키체르아는 마나로 환원하였고, 그의 그 거대한 몸이 있던 자리에는 드래곤의 또 하나의 심장인 드래곤 하트만이 덩그러니 놓여졌다. 그가 말한 마지막 선물은 바로 드래곤 하트였던 것이다. 일주일 후, 대륙의 모든 드래곤들은 전대 드래곤 로드의 죽음과 현 드래곤 로드의 취임을 알게 되었다. 중간계의 중재자인 위대한 자라 불리는 종족의 수장이 뒤바뀐 것을 알게 된 것은 어디까지나 드래곤들뿐이었다. ===================================================================================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잠에서 일어나 그것을 발견한 뒤에 나와 같은 이름을 지닌 한스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다리며 난 아이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안 가 한스는 깨어났고, 곧 그것을 발견했다. "이, 이것은!!" 그것을 발견한 한스는 너무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며 감격과 환희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훗 역시 나이가 어려도 마법사란 말인가. 한스는 그것을 차근차근 살펴보기 시작했고,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입을 벌리고 놀라워했다. 내가 종이와 펜, 잉크를 가지고 밤새 제작한 것은 바로 마법서였다.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을 비롯해 각가지 학파의 마법을 겨우 3써클 까지만 써놓은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용병 마법사 한스는 놀라워하고, 기뻐했다. 이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에는 나의 깨달음도 조금 가미되어 있어 만약 이것을 익히게 된다면 상당한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 분명했다. 후후후. 이건 그 마법서에 대한 보상이고, 나와 이름이 같은 데에 대한 선물이다. "응? 한스, 무슨 일 있냐?"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흠, 그래도 기보은 됐네.] 테일이라는 자가 말을 걸자 바로 마법서를 숨기는 한스를 보며 나는 그렇게 말했다. 마법사에게 마법서란 사막에서 물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물건이다. 그런 마법서를 재빨리 숨기니 기본은 된 것이다. 나였다면 당장에 투명화마법이나 추적마법 등 각가지 마법을 걸어서 보관하겠지만 말이다. 잠시 후, 용병들을 비롯해 상민들이 개어났고, 그들은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한 뒤에 다시 출발했다. "대단해. 이런 공식을 사용하면 캐스팅이 엄청나게 단축되잖아. 거기에 마나 소모도 줄고, 파괴력도 올라가고!" [호~ 오. 단던에 알아보다니. 꽤 재능이 있는데.] 내가 쓴 마법서를 살펴보며 단번에 그것을 파악하는 한스의 모습을 보녀 난 미소를 짓다가 이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가르쳐야 할 대상은 메이이지, 여기 용병 마법사 한스가 아닌데, 방금 전 그를 가르쳐볼까 하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메이라면 나를 볼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나는 스승님과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만나겠지. 과연 유령이 된 나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저택에 도착했을 때의 모두의 반응이 상상된 나는 물어도 피가 나오지 않을 입술을 깨물었다. 역시나 어떠한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후~ 우. "대단해. 그런데… 이건 누구 거지? 잉크도 마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거기에 종이와 잉크. 펜이 하나 없어졌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 맞다!] 한스의 말에 나는 죽음을 이용해서 마법서를 낡게 보이는 것을 깜박했다는 것을 눈치 챘다. 이거 실수했군. "뭐, 상관없지." 나의 예상대로 한스는 곧 가볍게 넘기고는 마법서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역시. 한스는 내가 쓴 마법서를 읽으며 연신 탄성을 지르며 놀라워했다. 아마도 용병 마법사로 활동한 이 아이는 그동안 제대로 된 마법서를 본 적이 없었던 모양이다. 내가 쓴 기초적인 마법서를 보며 연신 탄성응ㄹ 지르는 것을 보니 말이다. 이 정도 재능이라면 충분히 다른 학파에 들어가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 텐데. 어째서 용병 마법사로 활동하는 거지? 이 한스란 아이는 솔직히 꽤나 재증이 있는 아이였고, 학파의 마법사 눈에 띄어서 제자로 들어가도 이상할 게 없어 보였다. 그런 이 아이가 어째서 용병 마법사로 활동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럼 좀 따라다니면서 살펴볼까? 팍! 팍! 팍! 히이이잉! 그때, 어딘가에서 날아온 물체가 있었다. 그것은 화살. 하지만 인간들이 사용하는 화살과 비교해서 조잡하고 어딘가 엉성한 모양이었다. 어디서 이런 조잡한 화살을 구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느낄 때, 화살을 날린 이들의 정체가 드러났다. 취익! 취익! 키키키키! "오크다!" "어떻게 고블린과 오크가 함께 있는 거야!" 그렇다. 그 조잡한 화살의 주인공은 바로 오크와 고블린이었다. 놀랍게도 서로 앙숙이기도 한 그 둘이 함께 있었다. 고블린은 몬스터들 중에서 최하급 중에 최하급으로 분류되지만, 어느 정도의 시직을 가지고 있어서 조잡하지만 무기나 도구를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거기에 오크보다 뛰어나면 뛰어났지, 뒤지지 않는 번식력과 성장력을 지닌 것이 고블린이었기에 인간의 서너 배는 되었다. 그리고 고블린의 피부에서는 상당히 강력한 마비독이 분비되고, 고블린들은 그 독을 전투에 이용할 수 있는 저능마저 지녔기에 상당히 골치아픈 녀석들이었다. 키키키키! 현재 상단응ㄹ 호위하는 용병들을 비롯해 상인들까지 한 수에 족히 3배는 될 법한 고블린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고블린들에게 조잡하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검이라고 불러줄 법한 검이 들려 있었고, 그 검에는 눈으로 딱 봐도 고블린의 마비독이 발라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제길! 모두 말에서 내려!" [호~ 오. 그래도 기본은 됐네.] 다수의 고블린을 보고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고 말에서 내리라고 하는 용병대장을 보니 그렇게 생각되었다. 고블린이 몬스터이긴 하지만 하급 중에 최하급의 몬스터이기에 말발굽에 밝혀 죽는 몬스터가 바로 고블린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 위에서 전투를 벌이다가 낙마를 했다가는 싸워보지도 못하고 골로 가는 수도 있었기에 이렇게 다수의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말에서 내리는 것이 기본이었다. "가랏!" 히이이잉! 용병대장은 자신이 타고 있던 말에서 내려 바로 말의 엉덩이를 세게 검으로 쳤다. 그에 말은 고블린을 향해서 뛰기 시작했다. 히이이잉! 히이이잉! 용병대장의 행동을 본 다른 용병들도 자신들이 타고 있던 말에서 내려 강제적으로 말을 고블린을 향해서 뛰게 했다. 이 시계에세 말이란 상당히 비싼 동물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말을 풀어 몬스터들을 향해서 뛰게 하는 것은 이번에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히이이잉! 콰직! 키이이익! "마법사들은 뭐 하나! 당장 가장 강한 걸로 갈겨!!" "파이어 볼!" "윈드 커터!" "파이어 애로우!" 한스를 제외하고 다른 세 마법사들은 바로 메모라이즈해놓았던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한스는 아침에 내가 써놓은 마법서를 살펴보느라 메모라이즈를 하지 못했고, 당장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아직 저써클인 한스의 주문을 외우는 시간은 내가 느끼기에 꽤 길었고, 한스 자신에게는 더욱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파이어 볼!" 화르르르! 콰쾅! 키이이이!! 한스가 사용한 파이어 볼은 이제 오우거를 상대로 사용했던 파이어 볼과 천지차이였다. 일단 메모라이즈가 아닌 캐스팅을 하여 사용하여 본래 위력이 나와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내가 만든 마법서의 공식을 사용해 기존 마법의 파괴력이 더욱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생각 이상의 재능인데. 오늘 아침에 마법서를 보았을 텐데 벌써 적용시키다니. "좋았어! 다른 마법사들은 뭐 하나! 강력한 걸로 날리란 말이야! 강력한 걸로!" "하하하." 한스는 자신이 사용한 새로운 파이오 볼의 위력에 매우 놀라워했고, 희열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마도 자신이 사용한 마법의 위력에 놀라고, 내가 쓴 마법서으 ㅣ내용이 진짜라는 것에 기뻐하는 것 같았다. 키이이이! 한스의 파이어 볼과 용병대장의 재촉 때문에 마법사들은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서 무리를 해가며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고블린들은 용병들이 타고 다니던 말들과 분발한 마법사들의 마법으로 인해 다가오기도 전에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여전히 수는 많았다. 키이이이! 샥! "어디서 감히!" 결국 상인들 근처에까지 온 고블린들은 검을 휘둘렀지만 용병대장은 쉽게 피해내며 단번에 고블린의 목을 베어냈고, 그것은 다른 용병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편 한스와 다른 마법사들은 최대한 다른 용병들에게 호보받으며 연신 마법을 시전했지만 아직도 고블린의 수는 끝이 없었다. 흐음, 고블린은 어렵지 않게 처리할 것 같은데. 문제는 저 녀석들이로군. 용병들의 전투 상황을 하늘에서 살펴보다가 내가 본 것은 바로 오크들이었다. 고블린을 내세워 전투를 벌이고 구경을 하고 있는 오크들 말이다. 오크. 강한 번식력과 깗은 성장 기간. 성인 남성보다 조금 작은 키를 가지고 있지만 인간보다 강한 힘을 지닌 몬스터이다. 그리고 오크의 지능은 어린아이 수준이지만, 간혹 마법을 익힐 정도로 똑똑한 오크가 나오기도 했다. 어디 보자. 나는 혹시나 하는 심정에 날아가 오크들을 살펴보았다. [그래도 다행이네.] 다행이도 나의 걱정은 우려로 끝났다. 고블린과 오크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혹시나 흑마법사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이는 두 녀석들이 함게 있으면 당연히 떠오르는 생각 중 하나이다. 하지만 다행이 그것은 나의 기우였다. 오크들 사이에서는 흑마법사들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면, 아까 말했던 오크. 인간의 마법을 익힐 정도로 똑똑한 오크가 있다는 것이 분제였다. 마법을 익힌 인간은 뛰어난 머리를 지닌 존재다. 마법을 사용할 때 입으로 주문을 외우면서, 머릿속으로는 마법을 구현하기 위해 각가지 공식을 떠올리며 계산해야 하고, 체내의 마나도 살피면서 조절해야 한다. 이와 같이 동시에 3가지 일을 해내는 이들이 바로 마법사였다. 그런 마법을 익힌 오크. 이 오크 역시 인간과 비교하자면 뛰어나다고 할 만한 지능을 갖추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취익! 족장! 취익! 고블린. 다 죽는다. 취익! 인간 지쳤다." "취익! 예정대로군. 고블린들이 거의 다 죽기 전에 우리가 나선다. 취익!" 역시 마법을 익힌 오크답게 다른 오크들에 비해서 취익이란 소리를 잘 하지 않는군. 나는 족장이라 불린 오크 마법사를 살펴보았다. 흐음, 마법 아이템 같은 것은 없는 것 같은데. 놀랍군. 어떻게 오크가 4써클 마스터까지 오른 거지? 놀라벡도 이 오크는 4써클 마스터였다. 어디까지나 마나량만을 기준으로 해서 말이다. 그런데 오크의 주위에서는 전혀 마법 아이템이 보이지 않았다. 보통 오크가 마법을 익히는 것을 자신들이 습격한 인간의 무리에 껴 있는 마법사를 죽이고 오크 중 특출 나게 똑똑한 놈이 인간 마법사가 가진 물건에 관심을 갖고 익히게 된다. 보통 그런 오크들은 그 죽은 마법사가 가지고 있던 마법아이템의 도움을 받아 익히는데. 이 오크에게는 그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흐음, 설마 마나량만 4써클 마스터인가. 그나저나 이거 이길 수 없겠는걸.] 오크들의 진영에서 오크들을 살펴보며 난 용병들이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일단 오크들에게는 마나량이 4써클 마스터인 이 오크가 있었다. 이 오크의 정도의 머리라면 여기 있는 60여 마리의 오크를 지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대 용병들은 오크들 중에 인간 못지 않은 지능을 지닌 오크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단순히 오크 정도의 지능이라고 생각하고 방심할 것이기에 그것이 문제였다. 거기에 또 다른 문제가 바로 장비였다. 이곳의 오크들은 모두 하나같이 제대로 된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장비를 말이다. 오크는성인 남자보다 보통 키가 작지만 힘은 훨신 세다. 보통성인 남자가 오크를 만나면 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전사라면 조금 다르다. 오크의 무식한 힘을 이길 수는 없지만 전사라면 어느 정도 장비를 갖추고 있을 것이고, 그 장비는 오크가 가지고 있는 자입와 비교하면 월등하기에 유리한 전투를 벌일 수 있고, 조심만 한다면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장비가 똑같다는 가정하게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지닌 지휘관이 존재한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취익! 족장, 인간 많이 죽고. 많이 다치고. 취익! 지쳤다! 취익!" 다른 오크들이 내준 길로 들어온 오크들의 말대로 용병들은 다수 고블린의 마비독으로 인해서 마비당한 뒤 달려든 고블린들에 의해서 목숨을 잃었고, 그렇지 않은 용병들은 상당히 지치거나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용병들은 계속 싸우고 있었다. 도망가지. 보통 의뢰가 실패하게 되면 보상을 해야 하지만. 이런 피치 못할 상황이면 보상은 하지 않아도 될 텐데. 신용은 떨어지겠지만 돈이나 신용보다 소중한게 목숨인데. 어째서 도망가지 않지. "형님! 형님!" "나, 난 여기 있다!" 키이이익! 용병대장에게 대답을 하며 고블린의 목을 반쯤 베어버린 이. 그는 바로 상단주였다. 아, 그런 건가. 그래서 도망가지 않은 건가. "모두 도망가게 해라. 물건은 포기한다." "하지만 형님!" "돈보다 신용보다 목숨은 소중한 거야!" "…알겠습니다. 모두 도망쳐라! 모두 도망쳐! 이곳으로부터 최대한 가까운 영지의 용병 길드에서 집결한다! 다시 한 번 말한다! 도망쳐라! 모두 도망쳐라! 용병대장은 상단주의 말을 듣고 바로 소리쳤고, 그에 용병들은 각자 한마디씩 하며 마차를 포기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법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들은 상당히 지쳐 있었기에 다른 용병들에 업혀서 도망치거나, 느린 속도로 뛰고 있었다. 마침내 오크들은 힘들이지 않고 마차와 마차에 실린 짐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오크들은 오망다는 인간들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오크들이 피를 본 것은 아니지만 몬스터답게 피 냄새를 맡앗고, 피를 보았기 때문에 흥분한 상태였기에 족장인 오크 마법사의 명령으로 인간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꽤나 많은 수가 죽어 그 수가 줄어든 고블린까지 대동하고 말이다. 역시 복수의 종족이라 불리는 오크답게 쓸데없이 끈질기군. "헉! 헉!" "힘내라, 한스! 조금만 더 가면 돼!" 혹시나 해서 따라가 보았는데 역시나 테일이란 용병은 한스와 함께 도망가고 있었다. 같은 이름이라서 그런지 나는 왠지 한스에게 관심이 갔다. 마법사인 한스는 마법사답게 체력이 약했고, 점점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었지만 테일은 혼자가지 않았다. 지쳐 있는 한스를 어깨에 매고 그에게 계속해서,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라고 북돋워주며 달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오크들이 그렇게 도망가는 그들을 바짝 쫒고 있었다. 하긴 한스 녀석의 마법이 고블린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혔고, 그 바람에 오크들에게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인간으로 찍히게 된 것이겠지. 난 잠깐 멈추어 추적해오는 오크들을 살펴보았는데, 놀랍게도 그들은 족장인 오크 마법사와 그의 측근이었다. 족장이 직접 추적에 나서다니. "취익! 인간 마법사. 취익! 거의 다 따라잡았다. 취익!" "그 인간 마법사는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리고 그 인간 마법사의 물건을 나에게 가져와라. 취익." [그래서 한스를 계속 직접 추적한 거였군.] 한스를 추적한 이유는 바로 한스의 마법 실력이었다. 한스의 마법은 확실히 그 전투에서 두각을 보였다. 다른 용병 마버사들에 비해서 뛰어난 파괴력을 보여 확실히 눈을 끌 만도 했다. 다만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오크들 진영의 족장이 마법사란 사실이었다. 오크 마법사는 한스의 뛰어난 마법 실력을 보고 한스가 가진 물런, 예를 들어 마법서를 가로채기 위해서 한스를 추적하게 된 것이다. 이거 나서지 않을 수 없는걸. 만약 내가 한스에게 그 마법서를 주지 않앗다면 한스는 오크 마법사의 눈에 띄지 않았을 테고, 지금처럼 추적도 받지 않게 되었을 테니까. 난 오크들에게 다가갔다.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던 오크들은 얼마 안 가 나에게 다가왔고, 곧 나으 ㅣ몸을 통과해서 갔다. 물론 모두는 아니었다. 꿰엑! "추익! 뭐냐!" "취익! 마지막 놈. 취익! 넘어져서 기절했습니다. 취익!" "바보 같은 놈! 그냥 간다. 취익!" [히히히.] 정확히는 마지막 놈은 레슬링 기술인 크로스 라인에 의해서 넘어진 후. 그래도 나의 팔에 가슴에 찍혀 기절한 것이다. 이거 재미있는데. 상대는 나를 볼 수 없이 나를 공격할 수 없었지만, 나는 상대를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었다. 이후 나는 오크들 앞으로 나아가 통과시킨 뒤 마지막 놈에게 내가 알고 있는 각가지 레슬링 기술을 사용해보았따. 드롭킥, 헤드락, 암바 등등. 솔직히 내가 알고 있는 레슬링 기술은 몇 안 되었기에 나중에 가서는 이름조차 모르는 그저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는 기술들을 따라했다. 그러자 처음에는 무식한 놈, 바보 같은 놈 하면서 부하들을 욕하던 족장 오크 마법사는 곧 누군가 자신을 방해한다는 것을 눈치 채고 경계하면서 나아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때는 10마리가 넘는 오크가 이미 당해서 기절한 상태였지만 말이다. 오크 마법사도 결국 오크인 것이다. 쯧쯧쯧. 크아아아아! [이 소리는 설마!] 나는 급하게 한스와 테일 일행이 나아간 곳으로 날아올랐다. 제길! 한스와 테일은 불행하게도 오우거와 맞닥뜨리고 있었다. 오크를 피하려다 ㅇ ㅗ우거를 만나다니. 이렇게 운이 없을 수가 있나. 오크들은 오우거의 외침이 들리자마자 도망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오우거가 나타난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일단 3마리의 오우거가 이 숲에 나타났다가 사냥을 당했다. 그 때문에 이 숲에 오우거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이후 엄청난 수의 고블린이 죽엇다. 그리고 그 혈향이 바람을 타고 숲에 퍼졌으니, 후각이 꽤나 좋은 오우거가 그 혈향을 맡고 고블린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향한 것은 뻔한일. 결국 이렇게 만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하하. 오크에게 도망치다가 오우거를 만나다니. 하하하. 이 테일 오늘 여기서 죽겠군." "하아, 하아. 아저씨, 도, 도망가세요." 크르르르! 오우거는 느긋해 보였다. 아마도 테일과 한스의 상태를 보고 둘이 도망갈 수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느 오우거의 표정이 괜지 사악해 보였다. "하아, 하아. 도, 도망가세요. 제, 제가 조금 버텨볼게요." "그게 무슨 소리냐! 나보고 비겁한 놈이 되라는 거냐!" "아, 아저씨, 솔직히 저만 없으면 도망가실 수 있잖아요!" [바보 같은 놈!] 퍽! "윽!" [어라.] 한스 녀석의 말에 나는 화가 나서 최대한의 힘으로 녀석의 머리를 내려쳤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강했던 탓일까. 한스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이런 약골이 어떻게 용병이 된 거야. 그때, 모릿속으로 좋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예전에 본 적 있는 영화에서 이런 내용이 있었다. 바로 살아 있는 사람의 육체에 영혼이 들어가 사랑하는 이와 이별의 대화를 나누는 것 말이다. 혹시 나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갑자기 떠오른 것이다. 거기에 지금 한스는 기절해 있으니 더욱 쉬울 것으로 생각되었다. [한번 해볼까.] 나쁠 게 없었다. 만약 성공한다면 녀석을 살릴 수 있고, 나는 아공간을 열어 부하를 불러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나는 결단을 내리고 바로 한스의 몸에 파고들었다. 곧 이상한 느낌이 유령이 된 나의 몸을 지배했다. 더없이 무거운 느낌, 그리고 통증. 곧 나는 시도가 성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어 나는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이거 재미있는데." "한스야! 피해라!" 파아아악! 쾅! "우왓! 바로 죽을 뻔했잖아!" 만약 테일의 말이 아니었다면 난 그대로 오우거의 몽둥이에 한스와 함께 두 번 죽을 뻔했다. 나는 재빨리 굴러서 피한 후 상태를 확인했다. 몸 안의 마나를 사용할 수 없는지, 죽음을 사용할 수 없는지 말이다. 다행이 모두 사용가능했다. 다만 마나는 3써클의 마나만 사용 가능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아공간을 여는 데는 충분했다. 그런데 과연 열릴까 모르겠네. "한스야!" "윽!" 갑자기 달려들어 한스의 몸을 안고 구르는 테일. 잠시 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가 딴생각을 하는 사이 오우거가 나를 향해서 몽둥이를 내려친 것이고, 그런 나를 구하기 위해 테일이 달려들어 안고 구른 것이다.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거냐 없는……" "미안하지만 주무세여. 슬립." 테일은 끝까지 말을 잊지 못했다. 한스의 마나를 이용해서 내가 슬립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자, 그럼 한번 아공간을 열어볼까 아니, 그들을 불러보자. "니에게 귀속된 자들으 ㄹ불러들이고자 한다! 콜!" 촤아아아앙! "오예! 성공이군!" 내가 주문을 외자 열리는 게이트. 그 게이트가 열리며 그곳으로부터 익순한 자들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바로 나의 영혼에 귀속된 자들, 본마스터들이었다. 게이트에서 걸어 나온 본마스터들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누군가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들은 한스의 몸을 빌린 나를 발견했다. 나의 착각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순간 나는 본마스터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걸 볼 수 잇었다. [설마… 마스터이십니가?] [히히히!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하하하. 나중에 모두 설명해줄 테니까, 일단 저 녀석 좀 처리해줄래." 크아아아아! 마침 무시당하고 있던 오우거가 본마스터 셰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휙! 크륵? 쿠쿵! 오우거는 쓰러지는 자신의 몸을 보며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죽음을 맞이했다. 이렇게 죽이기 쉬운 오우거인데 아까는 죽을 뻔했다니, 정말 서럽구만. "에구, 에구, 빌린 몸이지만 정말 약하구만." […….] "응? 모두 왜 그래?" 오우거를 처리하는 것을 보며 한스의 허리를 두드리며 일어난 나는 가만히 있는 본마스터들을 쳐다보았다. 한데, 그들이 모두 무기를 꺼내놓고는 자신들 앞에 박아놓은 뒤 무릎은 꿇는 것이 아닌가. 후~ 우. 이것 참. 그런 그들을 본 나는 그들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있었다. "모두 고개를 들어라." 나의 말에 그들은 두말없이 고개를 들었다. 그들의 눈으로부터 느껴지는 비장함. 후~ 우.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인데. [사죄드립니다. 마스터의 검으로서 마스터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하여 사죄드립니다.] [사죄드립니다. 마스터의 붗꽅으로서 마스터의 육체를 싸늘하게 만든 것에 대하여 사죄드립니다.] [사죄드리빈다. 마스터의 얼음으로서 적을 싸늘함을 선사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사죄드립니다.] [사죄드립니다. 마스터의 독으로서…….] 셰인으로 시작되 그들의 사죄는 계속 이어졌고 마지막 우라노스에 끝을 맺었다. 하~ 아. 너희들이 잘못이 아니야. 모두 나의 실수고, 도박에 성공하지 못한 내 잘못이야. 속으로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입 밖에 내어 말하지 않았다. "나 그대들에게 벌은 내린다. 나의 검은 더 이상 적의 검을피하지 않을 것이고, 나의 불꽃은 적의 재조차 남기지 아니 할 거싱며, 나의 얼음은 더 이상 분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자 셰인과 볼케이노. 프로스트가 검을 집어 들었다. "나의 독은 더 이상 탐하지 않을 것이며, 나의 활은 더 이상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나의 지팡이는 더 이상 적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나의 창은 더 이상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파괴는 더이상 막히지 않을 것이다." 말이 끝나자 남은 모두도 각자의 무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동시에 외쳤다. [우리의 주인, 우리의 창조자, 우리의 영혼의 영원한 주군. 한스 게이시스님의 명을 받듭니다. 이는 우리의 영혼, 우리의 이름이 사라지는 그때까지 지켜질 영혼의 맹세. 마스터의 명을 다시 한 번 받듭니다.] 우우우웅! 순간, 그들과 나의 영혼의 공명했다. 이어 모든 본마스터들의 마음이 나의 영혼에 전해지고. 내 마음 역시 그들의 영혼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우리들은 다시 또 다른 관계를 맺게 되엇다. 창조주와 창조물과 관계가 아닌, 진정한 영혼의 주인과 충성스러운 영혼의 관계를……. [하하하. 말도 안 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그때, 내 머릿속. 아니 정확히 용병 마법사 한스의 머릿소겡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 목소라의 주인은 바로 육체의 주인인 용병 마법사인 한스였다. [저들은 뭐야. 그런데 난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하하하. 이거 미안하게 됐는데." [뭐야! 당신은 누구야! 누군데 나의 몸 안에 들어와 있는 거야!] 용병 마법사 한스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마치 한스를 마주한 것처럼 인사했다. "내 소개를 하지. 나는 죽은 자들의 주인이라 불리는 자, 데스마스터 한스라고 한다. 잠깐이지만. 앞으로 잘 부탁해." [뭐라고!!] 이것이 용병 마법사 한스와 나의 첫 대면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한스 군. 후훗. =================================================================================== "아무래도 초혼술(初魂術)을 펼쳐야 할 것 같습니다." "초… 혼술 말인가." 거실에 모인 모두는 제2장로 선매화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초혼술(初魂術). 말 그대로 영혼을 불러들이는 술법이다. 이 초혼술을 상민을 상대로 펼친다는 말에 거실에 있던 모두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초혼술이란 꽤 부담스러운 술법이다. 일단 이것을 시전하는 시전자에게 정신, 육체적으로 큰 부담을 안겨주고, 애초 불러들이려는 영혼을 불러들일 성공률도 매우 낮은 술법이었다. 그런 초혼술을 사용한다는 말에 거실의 모두의 얼굴에는 걱정으 ㅣ빛이 어렸다. 단 한 사람만 빼고 말이다. "초혼술이면! 초혼술이면 우리 상민이가 깨어날 수 있나요!" "아가야." "여보." "형수님." 초혼술이란 말에 희망을 갖는 자. 그 사람은 바로 상민의 어머니였다. 자신의 시아버지와 도련님에게 상민의 상태를 들은 그녀는 처음에는 안도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짜로 죽을 수 있다는 말에 시간이 흐를수록 걱정과 근심이 쌓여갔다. 그러다 보니 벌써 4일 동안 물도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잠도 자지 않으며 상민의 곁을 지키고만 있었다. 만약 대책 회의를 연다고 말하지 않았따면 지금도 상민의 얖을 지키고 있을 그녀였다. 그런 그녀를 보며 모두는 걱정 어린 표정이었다. 특히 초혼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이들은 더했다. 그들은 초혼술이 영혼을 불러들이는 술법이기는 하지만, 목적인 영혼을 불러들이는 확률은 극히 낮은 술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 희망은 그것뿐입니다." "해요! 지금부터 바로 준비할게요! 제가 직접 준비하겠어요." "여보!" 자신의 부인이 일어나 울부짖듯이 말하는 것을 보며 그는 크게 소리쳤고, 그에 그녀는 마지못해 입을 다물고는 그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런 자신의 부인을 껴안으며 그는 말했다. "일단 쉬구려. 당신이 쉬는 동안 모든 준비가 끝나 있을 테니." "하지만, 하지만……." "쉬시오." 팍. 그는 어렸을 적 배운 점혈법으로 자신의 부인의 수혈을 짚어 재웠다. 그러자 그녀는 그대로 쓰러지듯이 잠이 들었다. 곧이어 그들은 바로 준비에 들어갔다.ㄷ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초혼술에 희망을 걸고. =================================================================================== "언니, 한스 오빠는 언제 돌아와?" "음, 그건 나도 모르겠는걸." 젤드리온과 한스의 전투가 벌어진 지 4일이 지났다. 한나를 비롯해 메이와 지크. 퓨리와 데인은 예전처럼 각자 수련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생활했다. "언니, 나 그만 가서 잘게." "그래. 잘 자럼." 이어 한스가 쓰던 방을 나서며 메이는 우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메이는 알고 있었다. 다글 초조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는 겉으로는 평소대로 생활하고 있지만 납치된 이후 돌아왔을 때부터 매우 초조해하고 있었고, 그것을 어린 메이는 잘 알고 있었다. 메이는 자신의 오빠, 자신을 안아준 한스가 보고 싶었다. "크리스, 안아줘." "응." 메이가 허공에 대고 말하자 벽의 그림자로부터 한 여자가 나와 메이를 안아들었다. 그녀는 바로 메이를 보호하며 함께 다니던 영혼, 크리스였다. 그런 그녀는 놀랍게도 육체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한스 때문이었다. 한스는 떠나기 전에 크리스뿐만 아니라 덕과 비터에게도 육체를 선물하였다. 크리스의 육체는 다른 클랜에 속한 여자 뱀파이어의 영혼을 빼낸 뒤 파괴해 크리스의 영혼을 안착시킨 것이었다. 그리고 덕의 육체는 바로 데스나이트의 육체로, 정확히 말하자면 데스파이터이다. 주먹을 사용하는 덕을 위해서 특별히 제작된 몸인 것이었다. 다음 비터의 육체는 그림자 쉐이드를 기본으로 하여 만든 육체로, 쉐이드의 이성을 완전히 파괴해버린 후 비터의 영혼을 안착시켜 육체로 사용하게 한 것이었다. 그렇게 3명은 새로운 육체를 가지고 메이의 곁에 남아 있었다. 메이는 크리스의 품에 안겨 방으로 가는 사이 어느새 잠이 들었다. 그런 메이를 보며 크리스를 비롯해 덕과 비터는 살짝 비소 지었다. 하지만 드글의 얼굴엔 이내 걱정스런 빛이 떠올랐다. 메이의 은인이자 자신들의 은인인 한스가 돌아오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 우." "웬 한숨이십니까." "아. 잭님." 뱀파이어 클랜 로드 잭. 그를 보며 크리스는 잠시 몸을 움츠렸지만 이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하급 뱀파이어에 불과한 크리스가 잭을 보고 몸을 움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잭은 상당히 상기된 표정이었으나 곧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잭의 얼굴을 보며 크리스는 한 가지 생각을 떠올랐다. "설마……." "예. 마스터인 저의 주인에게서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한나님께 알려드리러 갑니다."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이네요." 크리스를 비롯해 덕과 비터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한스의 편지가 도착했다는 것은 그가 살아 있다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에이션트 드래곤을 상대로 말이다. "이럴 때가 아니지. 어서 가보세여. 한나님이 기다리고 계실 거예요." "아, 예. 그럼 수고하십시오." 자신들을 지나쳐가는 잭을 본 후 메이를 바라보며 그들은 미소지었다. 오랜만에 메이의 해맑은 미소를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 [음, 그러니까 당신이 그 유명한 네크로맨서인 한스 게이시스란 말이죠.] "몇 번이나 말하냐. 그렇다니까." [그리고 이렇게 지금 나의 몸을 빌리게 된 것은 에이션트 드래곤과의 대결에서 육체를 잃어서이고요.] "그래그래." 인마, 벌써 스무 번이 넘었다. 이제 정도껏 해라, 정도껏. [겨우 스물세번 밖에 안 했어요. 정말 믿지기 않군요. 아무리 데스마스터라도 에이션트 드래곤 두 마리를 상대하다니.] 어라? 너 내 마음을 읽은 거냐? [읽은게 아니라, 들려온 거에요. 그리고 이 육체는 내 육체에요, 내 육체.] 나의 머릿속 생각을 듣고 대답하는 한스를 보며 나는 미소 지었다. 괜히 육성으로 할 필요 없었잖아. 현재 나는 어느 작은 영지 안의 용병 길드에서 운영하는 여관 방안에 와 있었다. 내가 일부러 잠들게 만든 테일의 기억을 보를을 시켜 조작한 후, 나는 그대로 제일 가까운 영지를 찾게 하고 호위로 셰인과 볼케이노, 프로스트를 남기 ㄴ뒤에 모두를 돌려보냈다. 사실 지금 나는 아직도 용병 마법사 한스의 육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나의 영혼은 이 육체에 안착해서 나오지 않고 있었고, 나가는 방법도 몰랐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만약 원래 육체의 주인이 되는 한스 역시 깨어 있어 머릿속에서 계속 노발대발한다는 것이 분에였다. 육체를 내놔라, 어서 몸에서 나가라 등등 각가지 요구를 해왔지만, 나가는 방법을 알았다면 직작 나갔을 것이다. 그에 한스에게 여러 가지 설명을 해야 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납득해서 진정한 상태였다. 그나저나 육체가 있다는 것은 좋구만. [딴마음 먹지 말아요. 이 육체는 내 육체라고요!] 알아, 인마. 누가 네 육체를 빼앗을 줄 아냐, 자꾸 그러면 진짜로 콱 빼앗아버린다.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냐면 바로 나갈테니까 조용히 있어! [네.] 좋아. 똑똑. "한스야, 자니?" "응? 아, 테일 아저씨." 노크를 하고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테일을 보며 나는 자연스럽게 용병 마법사 한스를 연기했다. 그의 기억에는 우리 한스를 추적해온 오크들과 오우거가 싸우는 사이에 간신히 도망 온 것으로 되어 있었고, 난 테일의 생명의 은인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몸은 괜찮냐?" "아,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도 오늘은 푹 쉬어라. 안 그래도 몸이 약한 녀석이 나를 업고 오느라 힘들었을 테니." "헤헤헤." "녀석." 테일은 한스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마치 아버지처럼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나저나 걱정이로구나. 이제 곧 너도 돈 보낼 날인데, 의뢰를 실패했으니." 윽, 그게 무슨 소리지? [이제 곧 가족들 생활비를 보낼 날이에요.] 나의 생각에 바로 답해주는 한스으 ㅣ말에 나는 힘없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후~ 우. 어떻게는 되겠죠." "그래.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쉬러아. 난 다른 일행들이 도착했는지 확인해보러 가마." "…예." 힘없는 미소를 본 테일은 한숨을 내쉬고는 방을 나섰다. 생활비를 보낼 날이라. 한번 설명해 봘. [그게…….] 한스의 가족은 소작농이라고 한다. 말이 소작농이지한스는 자신의 가족들이 농노라고 했다. 농노란 농사를 짓는 노예를 이른다. 그래서 한스가 꽤 뛰어난 마법을 갖고 있어도 학파에 들지 못했던 거로군. 한스는 상당한 마법적인 재능을 지니고도 마법을 익히지 못하다가 5년 전에 떠돌이 용병 마법사의 눈에 들어 마법을 배우게 되었고, 그의 손에서 농노에서 평민으로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농노에서 평민으로 올라간 것은 어디까지나 한스뿐, 다른 가족은 여전히 농노였다고 한다. 그래서 한스는 돈을 벌어 가족을 평민으로 만들고 말겠다는 생각에 용병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반년. 이제 동생 한 명만 평민으로 만들면 가족 모두가 평민이 된가도 했다. 평민이 되면 농노들의 마을이 아닌 영지에서 생활해야 하기에 돈을 더 벌어야 하지만 돈은 금방 번다면서 한스는 가족들이 모두 평민이 된다는 것에 그저 기쁠 따름이었다. 이거 좋은 녀석이잖아. "얼마면 되냐?" [예?"] "얼마면 되냐고. 네 동생이 평민이 되고, 영지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금액이?" [그게… 일단 농노에서 평민이 되려면 동생은 어리니까 5골드 정도 필요하고, 거기에 영지에 정착하려면…50골드 정도가 필요한데.] "껌 값이군." 말 그대로 나에게는 껌 값이었다. 한스에게는 상당히 노력을 해야 벌어들일 수 있는 거금이겠지만 나의 아공간에는 엄청난 양의 금은 보화와 돈이 존재했다. 육체를 빌렸으니 그 대가를 지불한다고 생각하자. "주소, 아니 네 가족들이 사는 곳은 어디냐?" [예? 그건 왜?] "내 마음을 읽었으면 알 것 아냐 어서 말해. 안 그러면 무른다." [아! 저흐 ㅣ가족들이 사는 마을은……] 한스의 가족들이 사는 마을을 말 그대로 변두리였따. 그에 문제가 생겼지만 보를에게 기억을 뒤져보게 시킨 뒤에 한스의 가족들이 사는 곳을 알아냈고, 아공간을 열어 적당한 금액을 넣어서 뱀파이어 한 명을 보내도록 했다. 이걸로 신세는 조금 갚은 것이겠지. […고마워요.] "응? 뭐라고?" [고맙다고요!] "킥. 그래. 알면 됐다. 그나저나 한동안 신세 좀 지마. 대신 대가도 지불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나느 한스의 그런 반응에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곧 나의 마음을 읽은 한스는 마침 감격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법! 마법을 저에게 가르쳐주시겠다고요!] "그래. 너도 눈치 챘겠지? 그 마법서를 내가 썻다는 사실을 말이야." [아!] 고작 3써클에 불과하지만 그것은 한스에게 놀라움과 경악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정식으로 마법을 가르친다고 했으니 한스는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스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매우 놀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맞아 떨어졌다. [내가, 내가 정식으로 마법을 배우게 되다니!] "후후후. 앞으로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도록." [선생님이요? 보통 스승님이라고 부르라고 하잖아요.] "너와 나는 정식 사제 관계가 아니잖아. 그러니까 선생님이라고 불러. 그럼 잘 해보자고, 한스 학생." [아… 예! 선생님!] 한스는 마치 어렸을 때, 내가 막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그랬던 것처럼 대답했다. 마법사란 인간은 역시 마법이라면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훗. 자, 일단 가르치기 위해서 너에 대해서 알아야겠지. "일단 네가 익힌 마법에 대해서 말해봐. 주문과 발현 공식 하나도 빼놓지 말고 말이야." [네? 그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잘 대답하더니. 하긴 꺼려질 만도 하겠자. 학파에 속하지 않은 마법사라 해도 마법이란 자신만의 비전이라 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간혹이지만 1인 전승을 통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길로 발전해오는 마법도 있으니 말이다. "아아, 걱정하지 마. 그 누구에게도 네가 알고 있는 마법은 가르치지도 않을 테니까. 그리고 넌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아.] 나는 데스마스터, 죽음의 주인이라고 불렸던 자라고. 훗. 잠시 나에 대해서 잊엇떤 듯탄성을 터트리는 한스였다. 이후 한스는 자신이 배운 마법의 모든 것에 대해서 늘어놓기 시작했다. 흐음, 역시 용병 마법사의 마법이라고 할깐. 오직 실전 위주의 마법이었다. 보통 마법사의 마법보다 몇 배다 빠른 캐스팅과, 정신력과 마나의 소모가 최소화되어 있다는 장점이 존재하기 했지만 동시에 단점이기도 했다. 실전에서 보다 빠르게 마법을 구하기 위해서 캐스팅을 간소화했고, 정신력과 마나의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문까지 변형시켰다. 그 결과, 마법의 시전속도와 정신력, 마나의 소모가 최소화되긴 했지만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마법의 실패율이 상승하여 써클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마나 폭주의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아무리 익혀도 4써클.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4써클 마스터 이상은 바라보기 힘들었다. "옹케 아직 살아 있구나." [예?] "아니다." 마나 폭주. 이것은 마법사에게 아주 치명적인 것이다. 마나 폭주란 한마디로 체내의 써클의 마나가 폭주하는 것으로, 이 경우 마법사는 99퍼센트 죽거나 1퍼센트 확률로 살아남는다. 그 1퍼센트 확률로 살아남는다고 해도 더 이상 마법사라고 부를 수 없는 폐인이 되어버린다. 이런 마나 폭주는 대부분 새로운 마법의 개발에 실패했을 때 마법 실험 중에 일어나고, 이처럼 변형된 마법을 사용하다가도 일어난다. 이 외에도 마법이 다른 강한 힘에 의해서 외부에서 파괴되었을 때도 일어난다. 물론 이 경우에는 마나 폭주가 일어나기 전에 수습이 가능하기에 내상으로 그칠 때가 대부분이다. 나도 이 방식을 통해서 젤드리온의 엡솔루트 실드를 파괴, 내상을 입혔다. 나는 한스가 말해준 마법을 머릿속에서 정리하며 쓸 만한 부분을 간추린 뒤에 한숨을 내쉬었다. "한스." [예. 선생님.] "지금부터 내 말을 명심해라. 넌 지금부터 지금까지 배워온 마법을 모두 잊는다." [예? 그게 무슨…….] "끝까지 들어라. 네가 배운 마법은 확실히 1,2써클까지는 사용해도 무방해. 하지만 3써클과 4써클은 마나 폭주의 위험을 가지고 있다. 네가 마법사라면 마나 폭주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겠지." [아…….] 나의 말을 들은 한스는 매우 아쉬워하는 목소리를 냈다. 하긴 지금까지 익혀온 마법을 잊고 처음부터 다시 익혀야 한다니 나 같아도 아쉽고 암담할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길이라도 이미 한번은 지나온 길이니 다시 청음부터 간다 해도 보통 사람들보다 빠르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첫 수업을 시작해볼까. 그렇게 한스의 육체를 내가 점검한 첫날이 흘러가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자." [수고하셨습니다. 하~ 암.] "응? 그곳에서도 졸음이 오냐?" 첫 번째 수업. 지금까지 한스의 머릿속에 박혀 있던 마법의 이론 대신 나의 이론을 성명하고 주입하는 수업을 끝낸 뒤 한스는 바로 졸음이 오는지 하품을 했고, 그에 나는 물었다. 정신세계에 있으면서도 졸음이 오나고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이상하게 피곤하고 졸리네요.] "흐음, 정신세계에서도 피곤하고 졸음이 온다라. 좋아. 한스, 너 최대한 그곳에서 잠을 자지 말고 버텨라." [예? 그게 무슨…….] 나의 뜬금없는 말에 한스는 반문했다. 정신세계. 말 그대로 정신력이 좌지우지하는 세계다. 그런 세계에서 졸음이 온다는 말은 정신력이 소모되었다는 말이고. 이건 기회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다시는 누리지 못할 기회. "네가 있는 곳은 바로 정신세계. 정신력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세계다. 넌 지금 기회를 얻은 것이다. 보다 발전할 기회를 말이야!" [기회를요?] "그레, 기회를! 그곳은 정신력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세계.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이지만 지금 네가 피곤하고 졸음이 온다고 생각하는 것은 네 정신력이 소모되어서 그런 것이다. 그러니까 그곳에서 잠을 자지 않고 최대한 버티면서 정신력을 최대한 소모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 그것을 반복하는 것이지. 그러면 적어도 네 정신력의 한계를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안다는 것은 중요하다.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정신력의 향상. 이것이 내가 노리는 거싱었다. 마법사는 마법응ㄹ 시전할 때 마나와 함께 정신력을 소모하고 같은 써클, 같은 마나량을 시전할 때 마나와 함께 정신력을 소모하고 같은 써클, 같은 마나량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정신력에서 차이가 난다면 이기는 쪽은 정신력이 강한 쪽이다. 그만큼 마법사에게는 정신력이 중요했다. 나의 설명에 한스는 내 말에 따라 정 버틸 수 없을 때까지 버티기로 했다. 기절하듯 잠들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우리의 미묘한 동거, 아니 동체(同體) 생활은 시작되었다. 그나저나 잭이 내가 한 말을 잘 전했을지 모르겠네. =================================================================================== 잭이 가져온 편지 때문에 다음날 저택의 모든 이들, 하난를 비롯해 메이와 지크, 퓨리와 데인은 모두 한방에 모였다. 그것은 바로 편지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편지는 어젯밤 늦게 도착했다. 그런데도 한나는 모두와 함께 읽어 보겠다고 하여 이제야 편지를 개봉하는 것이었다. "그럼 읽겠습니다." 끄덕. 잭의 말에 방에 모인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 모두들 잘 있지? 하하하.'" "이놈의 자식이! 처음 하는 말이 겨우 그거냐!" "'아마도 지크 형은 이 말을 듣고 소리치고 있을 테지. 진정하라고.'" 마치 잭이 그때 상황에 따라 대답하는 것 같았지만 편지에는 분명히 잭이 말한 대로 적혀 있었다. "쳇!" "그럼 계속 읽겠습니다. '에이션트 드래곤 젤드리온을 상대로 난 후반에 우위를 점했지만 빌어먹을 비만 도마뱀 두목 때문에 도망칠 수밖에 없었어.'" "비만 도마뱀 두목? 설마……." "드래곤 로드?" "예. 사실입니다. 마스터의 말에 의하면 분명 드래곤 로드라고 하셨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잭은 한나를 비롯한 모두의 말에 대답해주었다. 그에 드래곤 로드의 대해서 알지 못하는 메이를 제외하고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에이션트 드래곤을 상대로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드래곤 로드와 싸우다니. 한스가 과연 멀쩡할지 걱정되는 모두였다. "'비만 도마뱀 두목의 마법은 과연 무섭더군. 나도 정말 죽는 줄 알았다니까. 하지만 내가 누구야. 죽음의 주인, 데스마스터라고 불리는 한스라고, 결국 난 살아남았지. 후후후.'" "후~ 우." 한스가 젤드리온과 드래곤 로드를 상대로 살아남았다는 잭의 말에 모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한나만은 여전히 잭을 쳐다보고 있었다. 정확히 잭의 손에 들린 편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에이션트 드래곤과 드래곤 로드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는지 꽤 큰 상처를 입고 말았지. 솔직히 이것도 대필이야. 정신은 들었지만 몸을 가누지 못하겠더라고. 팔은 너덜너덜해졌지. 다리 근육은 파열됐지. 또 전투 중에 꽤 많은 피를 토해서 그런지 빈혈기까지 있는 것 같더라고.'" "내용과는 다르게 팔팔한 것 같네." "그 정도라면 데스마스터인 형이라면 충분히 스스로 치료 가능한 정도지." 퓨리의 말대로, 한스는 네크로맨서. 그중에서 지금까지 올라간 이가 거의 없는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른 네크로맨서였다. 아무리 심한 상처를 입었다 한들 살아 있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한이가 바로 한스였다. "'아마도 모두 회복하고 나서도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 그 에이션트 드래곤인 젤드리온은 아직도 나를 노리고 있거든. 아니, 오히려 더욱 화가 나 있을 거야. 내가 최후에 날린 일격에 죽음의 창에 의해서 드래곤 로드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을 테니까. 만약 죽기라도 했으면 난 드래곤들의 공적이 될 거다. 조만간 말이야.'" "뭐, 뭐라고!" "마, 말도 안 돼!" "드래곤들의 공적이라니!" 편지의 내용을 들은 방 안의 모두는 놀라움을 넘어 경악한 표정이었다. 드래곤이라 하면 그야말로 중간계 최강의 종족이다. 그런 종족의 공적이 되는 경우는 해츨링을 죽였을 때밖에 없는데 드래곤 로드를 죽여 공적이 될지도 모른다니. 놀라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그러나 모두 놀라는 가운데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은 이가, 아니 이들이 있었다. 바로 편지를 읽는 잭과 한나, 그리고 아직 어려 편지의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는 메이였다. 잭은 오히려 편지의 내용을 확인한 뒤에 결의가 가득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드래곤의 공적이라 한들 자신의 주인인 한스는 이미 에이션트 드래곤과 드래곤 로드를 상대할 정도로 강자이다. 현재는 육체를 잃었다지만 곧 부활하여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설사 대륙의 드래곤들과 적이 되어 싸우더라도 자신의 주인 곁에 있겠다고 다짐하는 잭이었다. 반면 한나는 다른 의미로 결의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대륙의 모든 사람들이 한스를 적으로 돌리더라도, 자신은 한스 옆에 서서 그를 지켜보며 돕겠다고 결심을 하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메이는 그저 잭이 한 말을 이해하려고 힘쓰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 계속하겠습니다. '그래서 난 한동안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 대신 간혹 편지를 보낼게. 만약 드래곤들의 공적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몸을 회복한 뒤에 젤드리온을 죽이고 나서, 그놈을 본 드래곤으로 만들고 나서 돌아갈게.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모두 이해해주길 바란다. 아, 이제 말할 힘도 없네. 이번에는 이 정도로만 할게. 상태가 생각 외로 심각한 것 같아. 앞으로는 되도록 편지 자주 할게. 그럼 이만. 모두 잘 지내.' 이상이 편지의 모든 내용입니다." "후~ 우." "……." 편지의 모든 내용을 들은 후 방안에 있던 이들은 더욱더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에게 한스는 더없이 소중한 이다. 한나에게는 생명에 은인 그 이상으로 한스를 이성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지크를 비롯해 퓨리와 데인은 같은 차원에서 살았고 같은 국가에 속한 민족적 유대감과, 은인과 동생과 형으로서 생각하고 잇었다. 또 메이에게는 자신에게 처음으로 따듯하게 대해준 사람이었다. 이렇게 한스는 앞으로도 함께 있어줄 사람이었기에 모두에게 소중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두 한스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정작 자신들은 한스가 어려울 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에라이! 난 나간다!" "형! 어디 가." "어디 가긴, 연무장에 가지! 제길!!" "나도 가볼게." 지크가 일어나 연무장으로 향하자 퓨리도 자신의 실험실로 향했고, 데인 역시 퓨리를 따라 실험실로 향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나도 자신의 실험실로 향하고 나자 방 안에는 곧 메이를 돌보는 크리스와 덕과 비터, 그리고 잭만이 남게 되었다. 메이는 모두가 방을 나가는데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혼자 있는 것은 외롭지만 저들이 왜 저러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들은 모두 한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강해지려고 한다는 것을 말이다. "메이 아가씨." "응? 왜 잭?" 조용히 있던 잭은 메이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고 메이의 눈을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메이와 눈을 마주친 잭은 잠시 움찔했지만 이내 웃어 보이며 자신의 주인 한스가 했던 말을 메이에게 전하기 시작했다. "이건 메이 아가씨에게만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모두들 많이 힘들어할 거야. 메이도 많이 힘들 거구. 다 오빠 때문이야. 정말 미안하다. 메이야'" "오빠, 바보." 한스가 따라 전하라는 말을 듣고 입을 삐죽 내밀면서 말하는 메이를 보며 잭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계속 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메이야. 오빠의 부탁 한 가지만 들어줄래? 한 가지면 돼. 시간이 날 때마다 모두를 찾아가서 웃어주렴. 지크 오빠가 힘들게, 너무 힘들게 운동할 떄, 퓨리와 데인이 실험실에서 나올 때, 한나가 울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일 때 말이야. 그럼 모두에게 큰 힘이 될 거야. 메이의 해맑은 미소는 모두에게 큰 힘이 되어줄 테니까'라고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응!" 메이는 잭에게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소파에서 내려갔다. 한스가 한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 말이다. 메이의 해맑은 미소를 본 잭은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방으로 나서는 메이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내 한나가 있는 실험실로 향했다. 한나는 한창 마법서를 살펴보고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아 그저 빠르게 마법서를 넘길 뿐이었다. 그런 한나를 보며 잭은 자신의 주인의 예싱이 번에도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하고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바로 주인의 목소리를 하고는 입을 열었다. [이런, 이런. 그렇게 서두르면 안 되지.] "오빠!" 갑자기 들려온 한스의 목소리에 한나는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 뒤에 서 있는 것은 잭이었다. 그러자 한나는 곧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잭을 노려보았고, 잭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나에게 다가가 머리에 손을 올리고는 흩트려놓았다. "뭐 하는 짓이야! 잭!" [오빠가 매번 말했지. 마법은 서두른다고 단번에 실력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고. 늦더라도 차근차근,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나아가는 거야. 뭐든 빨리하려고 했다가는 탈이 난다고.] "아." 이어진 잭의 행동에 한나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놀라워했다. 지금 잭이 한 행동은 예전에 한스가 마법의 경지를 높이려고 서두르는 한나의 실험실에 들어와 한 행동이었다. 그것을 잭이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실례했습니다, 한나 아가씨. 마스터께서 분명 아가씨라면 편지의 내용을 듣고 서두를 거라고 하셨고, 그러면 이처럼 행동하라고 하셨기에 무례를 범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한나 아가씨." "…고마워, 잭." "아닙니다. 전 마스터의 지시에 따른 것뿐입니다. 그럼 전 이만.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잭은 웃어주는 한나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뱀파이어의 안개화 능력을 사용하여 창을 통해서 연무장으로 향했다. 마스터의 지시로 마지막으로 만나야 할 지크를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연무장에서 지크는 연신 아무런 형식도 갖추지 않고 막 목검을 휘두르고 잇었다. 잭은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러자 얼마 가지 않아 지크는 지쳐서 그 자리에 대자로 누워버렸다. 이어 그렇게 쓰러져버린 지크에게 잭이 천천히 다가갔다. "이제 기분은 좀 나아지셨습니까?" "전혀!! 오히려 더 열 받아! 제길!" "이번에도 마스터의 예상은 적중했군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우우웅! 팍! "뭐, 뭐 하는 짓이야!" 순식간에 생겨난 거대한 물방울. 그 바람에 지크는 홀딱 젖어버렸다. 순간, 지크는 잭에게 소리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이것도 마스터가 지시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전해드리라고 했습니다." "응?" 잭이 건넨 것은 한 권의 책이었다. 그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삼뢰검보(三雷劍寶). 이 책은 애초부터 지크에게 주기 위해서 준비해놓은 무공서였다. 삼뢰검보에 실린 무공은 각각 삼재심법과 삼재검, 삼재보와 삼재권을 보다 발전시킨 무공인 삼뢰심법와 삼회검, 그리고 삼뢰보와 삼뢰권이 실려 잇었다. 이는 이름에도 알 수 있듯이 삼뢰심법과 삼재검, 삼재보와 삼재권을 기본으로 더욱 강맹하게 만든 무공으로 삼재심법과 삼재검, 삼재보와 삼재권을 익힌 이라면 누구나 익힐 수 있는 무공이었다. 각각 심법과 검법, 보법과 권법의 단점을 보완하여 파괴력을 중시한 무공이기에 겨우 3급 무공 중 하위의 무공이지만, 지크에게는 충분히 도움이 되는 무공이었다. "이, 이것은!" "마스터께서 전해드리라 했습니다. 그리고 이 말도 함께 전해드리라 하셨습니다. '형, 모두에게 부탁해'라보 말입니다." "짜식! 그래! 이 형만 믿어라!" 지크에게는 이 말이면 충분했다. 이후 지크는 바로 삼뢰검보를 들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삼뢰검보를 익히기 위해서, 도움을 얻기 위해서 말이다. 저택으로 들어가는 지크를 보며 잭은 생각했다. 이 저택에 있는 모두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그리고 더 이상 자신도 쉴 새가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잭은 잠시 저택을 지켜보다가 그 자리를 떴다, 마치 애초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 [응? 지금 뭐히고 계세요?] "아, 깼냐." 결국 2시간을 못 버틴 한스는 정신세계에서 잠이 들었고, 나는 한스가 잠이 든 것을 확인한 뒤 무엇인가 만들기 시작했다. 한스가 잠들자마자 만들기 시작한 것은 이제 곧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제 활성화만 시키면 완성이다." 한스의 몸에 있는 모든 마나란 마나를 끌어다가 만들어낸 것. 그것은 바로 마법진이었다. 물론 보통 마법진이 아니었다. 후후후. 그럼 활성화시켜볼까. 나는 천천히 마법진이 그려진 망토에 마나를 주입하여 활성화되길 기다렸다. 그러자 잠시 후, 마법진을 그리는 데 들어간 금가루를 비롯해 각가지 재료들이 빛을 내기 사작했다. 그러나 빛은 얼마 가지 않아 잦아들었다. 좋았어! 성공이야! [지금 뭘 하신 거예요?] "후후후. 가르쳐주지. 방금 내가 만든 것은 이동용 마나결집 마법망토다!" 그렇다. 방금 내가 만들어낸 이 마법 아이템은 바로 이동용 마나결집 마법망토였다. 현재 한스의 육체에 있는 마나는 겨우 4써클. 예전에 내가 사용하던 마나와 비교하자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이 일단 마나를 빨리 쌓자는 거싱었다. 일단 마나를 쌓게 되면 나는 보다 많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서 좋고, 지금은 정신세계에 있지만 나중에 육체의 지뱌권을 되찾은 한스에게도 좋았다고 생각해서 무려 8시간 동안 엄청난 자금을 들여서 만든 것이다. 이 이동용 마나결집 망토는 한 가지 시전어를 외쳐야만 방동되는 것으로, 그 마법진 안에서 마나를 쌓기 시작한다면 보다 많은 마나를 쌓을 수 있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망토가 말이다. 후후후. 머릿속에서 내 마음을 읽고 이동용 마나결집 망토에 대해서 알게 된 한스는 놀라워하다가 곧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선생님, 마나는 일단 다음 써클의 깨달음을 얻은 뒤에 쌓는 것이 더 좋닥 ㅗ알고 있는데, 그리고 나중에 높은 써클이 되면 마나를 쌓는 것도 무의미하다고 하던데, 이래도 되나요.] "물론 되지." [예? 돼요?] "응, 돼. 어디까지나 5써클까지만이지만 말이야." 한스의 말대로 마나를 쌓는 것은 다음 써클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뒤에 쌓는 것이 더 좋고, 보다 빨리 쌓을 수 있다. 거기에 나중에 높은 써클, 6써클 이상 되려면 마나보다는 정신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즉, 깨달음이 중시되고, 깨달음을 얻게 되면 자연스럽게 마나가 늘기에 무의미했다. 하지만 5써클까지는 유용했다. 이론과 마나량만으로도 5써클의 마법은 사용 가능하니 말이다. 거기에 마나를 쌓아두면 지금은 정신세계에 있는 한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녀석은 모르고 있지만 마법사로서의 재능은 상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최상급은 아니지만 노력에 따라 최상급을 넘어설 수 있는 상급 말이다. 나는 이후 한스에게 5써클까지는 마나를 쌓아도 되는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해준 뒤, 이동용 마나결집 마법망토를 크게 펼치고는 그 위에 올라가 앉았다. 그럼 시전어를 말해볼까. "잘 기억해둬라. 나중에 다시 네가 사용하게 될 테니까." [예!] "죽음. 그것은 생명의 뒤편에 있는 것." 우우우웅! 시전어를 외우자 발동하기 시작한 망토의 마법진은 주위의 마나를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좋았어. "지금부터는 조용히 해라. 알았지?" [예, 선생님.] "그리고 너도 감각은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내가 마나를 쌓는 느낌을 기억해두도록, 그리고 앞으로 내가 마법을 사용할 때의 감각도 되도록 기억해두고." 이후 나는 한스의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마나가 더욱더 확실하게 느쪄졌다. 육체를 잃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마나를 느끼게 되자 기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마나를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스킬은 명상을 통해서 마나를 끌어들일 때처럼, 전신으로 몸 안의 써클의 마나를 피부로 이동해서 그 마나를 그물이라 생각하고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점차 마나의 그물로 인해 몸 안으로 스며드는 마나를 느끼며 난 정말 오랜만에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언젠가 느껴본 그 포근함과 따뜻함을 느끼며 말이다. =================================================================================== 용병 마법사였던 나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마나의 포근함을 느끼고 있었다. 나와 똑같은 이름의 마법사 한스. 지금 나의 육체를 점거하고 있지만 언젠가 나에게 돌려준다고 마법사로서 약속한 이. 지금은 나의 선생이 된 이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로시아 제국의 수도를 고스트 드래곤으로부터 지켜냈고, 혼자서 왕국을 상대할 수 있다는 전설의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던 이였다. 나의 실력이라면 감히 쳐다볼 수 없는 경지에 오른 대단한 마법사인 것이다. 그가 나에게 말해준 것 하나하나가 놀라웠다. 나의 스승인 퇴역 용병 마법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이론과 마법 실력은 하나하나가 정말 새로웠고, 나에겐 기쁨으로 다가왔다. [정말 대단해요.] 나의 말에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대단했다. 나라면 주변의 기척에 반응해서 이렇게 마나를 끌어 모을 수 없었을 텐데. 또한 지금 나의 육체 아래에 있는 마법진도 대단했다. 이 마법진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가 나의 손에 있다고 해도 감히 만들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우우우웅! [아아아!] 이건 환희였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충만함이다. 이어 그 충만함이 나의 전신에 퍼지며 나의 심장으로 돌고 있는 써클을 채우고 잇었다. 정말 빨랐다. 써클이 차오르는 마나의 속도가 겁이 날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걱정은 되지 않았다. 이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그로 인해서 느낄 수 있게 된 이 감각을 느끼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기에 조금이라도 이 느낌을 더 기억하기 위해서. =================================================================================== 우우우웅. 내가 점거한 용병 마법사의 몸을 감싸던 마나는 곧 흩어지기 시작했고, 그에 나도 천천히 눈을 떴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었다. 언젠지는 모르지만 한 번 느껴본 적 있는 이 느낌. 뭔가 떠오를 것 같으면서도 떠오르지 않는 이 기분. 알지 못할 갈증이 느껴졌디만 참았다. 언젠가, 언젠가 떠올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후~ 우. 그래도 아쉬운걸." [대단…….] "응?" [대단해요!! 정말 대단해요! 어떻게 하면 이런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있죠! 가르쳐주세요! 가르쳐주세요!] "윽!" 정신세계에서 한스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가 되어 외치고 있었고, 그로 인해 난 머리가 지근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만! 그만! 녀석에게 처음 느끼는 그 기분이 상당히 충격적일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건 상상 밖의 반응이었다. 으으으. "그만! 그만 조용히 해!" 뚝! 하~ 아. 이제 됐군. 이런 정신 공격술이 있엇다니. 정말 대단하군. 나는 아직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일단 이번에 쌓은 마나를 확인했다. 흐음, 생각 이상인데. 기대 이상으로 많은 마나가 자리 잡아 3써클의 절반이 차 있던 마나는 가득 차 4번째 써클을 만들어내고, 4써클의 절반 정도의 마나를 채우고 있었다. 나는 3써클을 다 채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이상을 4써클을 형성하고 절반 정도 채웠다는 것에 기뻤다. [4써클! 4써클이 생기다니!] "훗. 기쁘냐? 앞으로 잘 보여라. 그러면 5써클까지는 만들어주고 갈 테니까. 후후후." [5! 5써클이요! 진짜요!] "그래, 인마." 순수하게 기뻐하는 한스의 목소리를 들으며 난 미소 지었다. 그럼 두 번째 수업을 시작해볼까. 막 두 번째 수업을 시작하려는 그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왓다. 바로 테일이었다. "아, 깨어 있었구나. 마침 잘됐구나. 어서 내려가자." "예? 왜요?" "왜긴. 모두 아래에 모여 있다. 생존자들이……." [아…….] "예, 곧 준비하고 내려갈게요." 모두 아래 모여 있다. 이는 오크들의 습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생존자들의 수는 몇 명이나 될지 알 수 없었다. 순간, 정신세계의 한스는 단번에 우울한 모습이었고, 나 역시 기분을 가라앉았다. 생존자들이 모여 있는 그곳에서 나 혼자 기쁜 듯이 있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한때 용병이었으니 말이다. 로브를 차려입은 후 나는 모두가 모여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60여 명의 용병들 중 생존자들은 그의 절반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아마 돌아오지 못한 이들은 그 숲의 오우거나 트롤 같은 몬스터에게 당하거나, 혹은 추적한 오크와 고블린들에게 당했을 것이다. "어서 와라. 가서 앉아라." 나를 맞이해준 사람은 바로 용병대장이었다. 그는 초췌한 얼굴로 아직도 갑옷과 검을 차고 있었다. 그 옆에 상단주도 있었는데 그 역시 초췌한 얼굴이었다. 나는 그로부터 강한 죽음을 느낄 수 있다. 그 죽음은 내가 아는, 내가 항상 사용하는 죽음과는 뭔가 달랐다. 이 죽음의 느낌은 미련과 연민, 그리고 분노였다. 준비되어 있는 나의 자리를 비롯해 모든 생존자들의 앞에는 술이 놓여 있었다. 그것은 용병들이 자주 마시는 싸구려 맥주였다. 탁! 꿀꺽! 꿀꺽! 꿀꺽! 용병대장이 자신의 앞에 놓인 술을 마시기 시작하자 모두 자신의 앞에 놓인 술을 아무 말 없이 마시기 시작했다. 기것은 용병들만의 추모식이었다. 얼마 전까지 함께 싸우며 대화를 나누던 동료들을 위한 의식 말이다. 솔직히 의식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단지 여느 때와 다르게 조용히 취할 때까지 술만 마시는 것. 그것이 다였다. 오늘 하루가 지나면 그들은 모두 어느 때와 다름없이 용병응로 돌아갈 것이다. 술을 마시면서 주변에 민폐를 끼치고, 때로는 싸움을 일으키기도 하는 골칫덩어리 용병으로 말이다. 이 추모식에서 난 모두에게 죽음을 느꼈다. 그들의 몸에 깊게 배어 있는 죽음들응ㄹ 마링다. 용병. 돈 때문에 죽고, 돈 때문에 일하는 이들, 그들이 용병이다. 어찌 보면 생과 사에 네크로맨서보다 가까이 있는 이들이 바로 용병이었다. 그들에게 느껴지는 죽음은 나에게 뭔가를 안겨주었다. 그게 뭔지는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결코 그것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나에게 안겨준 새로운 죽음을 느끼며 난 다른 이들처럼 조용히 술을 마셨다. 죽은 동료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그리고 죽은 이들을 잊기 위해서. 그렇게 추모식은 계속되었다.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 "으으으. 속이 더부룩해. 거기에 머리도 깨질 것 같아." [괘…찮으세요?] "윽! 조용히 해. 머리가 쑤신다고!" 머릿속에 있는 한스가 말하자 안 그래도 깨질 것만 같은 머리가 박살날 것만 같았다. 난 그렇게 머리의 통증을 느끼며 어제 있었던 일을 기억해보았다. 어제 생존자들과 조용히 술을 마시면서 추모식을 했는데, 그리고… [취하셨죠.] "윽! 조용히 하라니까." 한스의 말대로 난 취했다.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말이다. 계속 머리를 굴린 끝에 기억의 끝자락에 테일이 나를 업고 방에 눕히는 모습이 떠올랐다. 물론 그전의 일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한스, 내가 어제 뭐 실수한 거 없냐?" [다행히 실수하신 것은 없어요. 단지 문제라면…….] "문제라면?"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유령을 상대로 자작을 하셨다는 거죠.] "하하하. 그랬냐?" 한스의 설명에 의하면, 난 취해서 술집 구석에 있는 망령과 술을 마셨다고 한다. 들은 바에 의하면, 그 망령은 술을 마시다 죽은, 맥주 한잔 마시는 것을 낙으로 살아온 C급 용병으로, 의뢰를 마치고 길드에 귀환한 후 맥주를 주문한 뒤에 기다리고 있다가 몬스터의 독이 몸에 퍼져서 눈앞에 맥주를 마셔보지도 못하고 죽어 결국 망령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제 내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그 망령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작을 해준 결과 성불했다고 한다. 또 술 취한 상태에서 내가,' 이미 맥주는 진작부터 와 있었어. 자, 어서 한잔 쭉 들이켜라고'라고 말하자 망령의 탁자 앞에는 맥주가 가득 든 맥주잔이 나타났고, 그에 망령은 놀라워하더니 한참 동안 나랑 자작한 끝에 용병 길드의 문을 나서며 연기처럼 사라졌다고 한다. 그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내가 한 거짓말에 망령이 성불해버린 것이다. 정말 뜻밖인걸. 그런데… "한스, 너 망령이 보이는 거냐?" [예? 아, 그게 갑자기 보이더라고요.] 음, 이번에도 나의 영향응ㄹ 받은 것인가. 한스는 마법적 재능을 제외하면 평범한 녀석이다. 그런데 망령을 보았다니. 그렇다면 나의 영향이라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녀석에게 좋은 결과였지만, 이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점점 한스의 육체가 나의 영혼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점점 한스의 육체가 나의 영혼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난 이 육체에 완전히 정착할 수도 잇었다. 만약 내가 사악하고 악독한 네크로맨서라면 아무렇지 않게 한스의 육체를 빼앗을 테지만 그럴 순 없었다. 물론 삶에 대한 살고 싶다는 미련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방식으로 새로운 육체를 얻는다 하더라도 이것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렇게 내가 돌아간다면 한나나 모두가 나를 반갑게 맞아 줄 리 없었다. 뭔가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는데. "후~ 우. 일단 몸의 술기운을 배출해볼까." [예? 그게 무슨 소리죠?] "지금부터 내가 하는 것을 잘 느끼고, 기억해라." 난 일단 누워 있던 여관방의 딱딱한 침대에서 가부좌를 틀었다. 으음, 내 육체가 아니라 힘들군. 가부좌를 튼 후 심장 주위의 네 써클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써클의 회전 속도를 의지로 높이면서 회전 속도가 올라감과 동시에 함께 회전하는 마나를 끌어다가 전신에, 특히 머리 부분에 퍼트렸다. 그러자 점차 머리의 통증이 사라졌고, 더부룩했던 배도 조금이지만 괜찮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던 몸도 조금 가벼워지는 듯했다. 몸의 상태를 완화시키던 마나는 술기운과 함께 피부를 통해서 배출되기 시작했지만 곧 회전하는 써클에 의해서 마나는 금방 회복되었다. 이를 한참 반복한 끝에 나는 겨우 몸의 컨디션을 그럭저럭 좋은 상태로 만든 뒤에 눈을 떴다. "후~ 우. 괜찮군." [대, 대단해요!] "앞으로 더 많이 놀라게 될 거다." 사실 이번처럼 마나를 이용해서 술기운을 빼낸 것은 처음이었다. 솔직히 용병 활동을 할 때부터 난 네크로마스터로서 마나가 충만했고, 덕분에 취해본 적이 없었다. 체내의 마나가 술을 자연스럽게 분해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체내의 마나량이 적고, 마나가 술기운을 분해하기는 했으나 그 양이 미미하여 취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마나를 통해서 체내의 술기운을 배출하는 것은 무협 소설에서 보았던 것을 응용한 것이다. 심법을 통해서 술기운을 체외로 배출하는 것 말이다. 예전에 할아버지 댁에서 1호 할아버지에게 얻은 깨달음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때 얻은 것은 죽음의 다양한 활용에 대한 깨달음이었지만, 그것은 마나의 활용에도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술기운을 배출하는 방법을 시도하고 성공한 것이다. 후후후. 잠시 후, 테일이 올라와 용병들이 자주 마시는 숙취에 좋은 약을 주었다. 이미 술을 모두 깼지만 난 그 약을 마셔야 했다. 그런 후, 나는 아래로 내려가 다른 생존자들과 식사를 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살아 남은 마법사는 나뿐인 것 같았다. 식사를 하면서 들었는데 한스가 속한 용병단은 크로스 용병단으로, 소규모지만 정예로 이루어진, 모두 하나같이 괜찮은 사람들이었다. 용병단의 단장은 에시드라는 사람으로, 이번 의뢰인인 상다주와 호형호제하는 자였다. 크로스 용병단은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지만 소규모 용병단의 이름에서 빠지는 경우는 없었다. 난 들어본 적 없는데 말이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용병단이가. 식사 후 우리들은 소정의 금액을 나눠받았다. 원래 의뢰를 실패해 우리가 보상해야 하지만 용병단원들이 많이 죽고, 의뢰인인 상단주가 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또 용병단장과 호형호제하는 인물이었기에 소정의 위로금을 지급한 것이다. 이후 크로스 용병단은 앞으로의 행로에 정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 용병단원을 절반 이상 잃었고, 마법사도 3명이나 죽었다. 그렇게 되면 웬만해서는 용병단은 해체되거나 그대로 유지되지만, 그 활동은 크게 축소된다. 과연 어떻게 될까. [저는 이대로 유지됐으면 좋겠어요.] 그래? 어째서? 이미 돈 걱정은 없잖아. [그, 그렇긴 하지만, 그간 정도 들었고, 마을로 돌아가기도 좀 그러니까 이대로 더 용병 생활을…….] 그건 나에게 곤란한데. [곤란하다니요?] 나에게는 차라리 이대로 용병단이 해체되는 것이 이익이었다. 그 이유는 나에게는 갈 곳,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집이 있으니 말이다. 우우웅. 무, 뭐지? 그때, 이상한 느낌이 몸을 뒤덮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육체의 감각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걸 느겼다. 그리고 그것이 드디어 육체를 원래 주인인 한스에게 돌려주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팍! "윽!" "응? 한스야, 어디 아프냐?" [으음, 다시 유령으로 돌아왔군.] 역시 나의 예상대로 난 한스의 몸에서 나오게 되었고, 육체의 지배권은 원래 주인인 한스가 되찾았다. 아마도 지금은 갑자기 되찾은 육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어느 정도 괜찮아졌는지 한스가 상체를 세웠다. "괜찮니? 어제 무리를 하더니만. 방에 올라가서 쉬어라." "괘, 괜찮아요, 테일 아저씨." "어른 말 들어! 단장, 한스를 방에 눕혀놓고 오겠습니다." 끄덕. 결국 한스는 테일에 의해서 방에 눕혀졌다. 물론 나도 따라 올라갔고 말이다. 잠시 한스를 지켜보던 테일은 다시 내려갔다. 그가 계단으로 내려가는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누워 있던 한스는 얼마 안 있어 몸을 일으켰다. 그에 난 기다렸다는 듯이 녀석 앞에 서서 손을 흔들었다. [어이, 이봐. 내가 보이냐? 여보세요.] "뿌옇게 보이긴 보여요. 목소리는 잘 들리고요." [오오오! 그건 다행인데. 그나저나 약 이틀인가.] 대충 시간을 확인해본 결과, 내가 한스의 몸을 점거한 시간은 약 이틀이었다. 내가 한스의 몸에서 나온 시간은 아마 내가 한스의 몸에 막 들어간 시간과 거의 일치했다. 그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내가 한스의 몸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이틀 정도인 모양이다. 뭐, 이번이 처음이니까 나중에 또 점거해보면 알 수 있겠지. 후후후. "왠지 좀 춥네요." "[훗. 감이 꽤 좋군.] "예?" [아무것도 아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분리가 돼서 다행이야.] "그러게요." 나의 말에 한스는 안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실 자신의 육체를 돌려받지 못할까 봐 불안했던 모양이다. 하긴 나라도 그랬겠지. 우우웅! 뭐야! 그때 갑자기 느껴지는 압박감. 그것은 나를 옥죄어 어딘가로 끌고 가려 했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일에 난 강하게 저항했다. 한동안 나를 압박하여 끌어당기는 힘과 나의 강한 저항력은 접전을 벌였다. 뭐야! 어째서 이 알지 못할 힘이 나를 끌어들이려는 거지! 불쾌했다. 아무리 유령이 되었다고는 하나, 나를 압박하는 이 정체모를 힘이! 제길! 내가 가만히 끌려갈 것 같으냐! 파아아아! "윽! 뭐야! 갑자기 왜 그러세요!" 분노하면서 알지 못할 힘에 대항하는 사이, 지난번 사막에서 모래가 치솟은 것처럼 방 안의 물건들이 위로 치솟았고, 나를 압박하는 힘은 서서히 사라졌다. 그 후, 나 역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러자 치솟았던 물건들은 드래고 공중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에 침대에 누워 있던 한스는 매우 당황스러워했지만 이내 나에게 화를 냈다. 아마도 내가 그 이상한 힘과 힘겨루기를 했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영혼과 관련된 힘이라는 건데. 과연 그 힘은 무엇이었을까. =================================================================================== "쿨럭!" "선자님!" "이 장로님!" 상민의 영혼을 부루기 위해서 초혼술을 펼치던 제2장로, 선매화가 피를 토하며 쓰러지자 일제히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선매화는 잠시 동안 피를 토해내다가 진정이 되었는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여느 대와 마찬가지로 차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평소 선매화의 그런 표정을 보았다면 차분해지는 자신을 발견했겠지만, 피를 토해낸 것을 보았던 그들이었기에 더욱더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괜찮으십니까, 매화 장로님." "저는 괜찮습니다." 전 한의 총수이자 현 가디언 한국지부 총지부장 호연진의 걱정 어린 말에 선매화는 차분한 표정으로 대답했지만, 연진을 비롯한 모두는 여전히 불안해하는 표정이었다. "그나저나 선자, 어째서 피를 토한 것인가." 그 질문에 선매화는 자상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기다려야 할 것 같다니요! 혹시 일이 잘못됐나요!" 기다려야 할 것 같다는 말에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져서 말하는 상민의 어머니를 보며 매화는 상민 어머니의 어깨에 손을 올렸고, 그에 상민의 어머니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다 때가 있는 법입니다. 오늘은 제가 때를 맞추지 못했을 뿐. 잘못 된 것은 없습니다. 진정하고 기다리십시오." 그런 선매화의 말에 상민의 어머니는 조용히 흐느꼈고, 그런 자신의 부인을 본 상민의 아버지는 부인을 방으로 데리고 가 눕혔다. "정확히 어떻게 된 일인가?" 제1장로인 상민의 할아버지의 질문에 선매화는 이번에도 역시 웃으며 말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때가 되지 않아서입니다. 그런데도 강제로 데리고 오려 한 저의 잘못으로 오늘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뿐입니다. 모두에게 실례를 범하고 말았군요." "때라……." "항시 그분이 상민의 주위를 맴돌도록 부탁드렸습니다. 그분도 들어주셨고요. 때가 되면 그분께서 저에게 신호를 주실 겁니다." "그렇군. 전자, 일단 쉬게나." 선매화의 말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쉴 수 있도록 다른 방으로 안내했다. 선매화가 말한 그분이란 바로 그녀가 섬기는 자였다. 선매화가 섬기는 자가 그인지 그녀인지 그들조차 모르지만, 그들은 선매화의 말을 믿었다. 이번 일은 선매화가 벌인 일이란 것을 몰랐던 상민의 최대한의 저항으로 벌어진 일이었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은 오직 선매화와 그녀가 모시는 그, 혹은 그녀뿐이었다. =================================================================================== -= 33장.부활 =- 우우웅. 스스스. 나의 의지에 따라 움직인 죽음에 의해서 종이는 순식간에 바스러져 바람에 날아갔다. 후~ 우. 죽음의 운용 영역이 늘어났군. 벌써 내가 유령으로 생환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어느덧 나는 유령의 생활에 꽤나 익숙해졌다. "다녀왔습니다." [아아, 왔냐.] 밖에 외출하고 돌아온 한스는 바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용병단은 결국 해체되었다라고 말했으면 좋겠지만, 용병단은 해체되지 않고 다만 한스가 용병단을 나왔을 뿐이다. 물론 나의 설득에 의해서 말이다. "그나저나 로시아 제국은 여전하다고 하던데요." [여전하다라…….] 한스는 집으로부터 한창 떨어진 영지로부터 사온 물품들을 정리하면서 말했다. 녀셕, 이제는 많이 익숙해진 모양이다. 예전에는 아무렇게나 쌓아 놓았던 물품들을 지금은 하나하나 잘 정리해놓는 것을 보니 말이다. 한스는 4, 5써클 마법을 가지고 유혹한 끝에 결국 용병단을 탈퇴하게 되었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이번의 의뢰를 통해서 자신의 무력함과 죽음의 공포를 실감했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이는 용병이라면 한 번씩 겪는 일이었고, 한스는 특히 아직 어렸고, 용병단에 들어온 시간이 길지 않았기에 용병단장은 쉽게 납득해주었다. 성격이 나쁜 용병단장이었다면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급 인력이라 할 수 있는 마법사의 탈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과도한 벌금을 먹혔을 것이다. 한데, 그는 오히려 한스에게 일정 금액을 쥐어줄 정도로 꽤나 괜찮은 사람이었다. 이후 용병단은 3일간 영지에서 지내닫가 떠났고, 한스와 나는 떠나지 않고 영지의 여관에서 지냈다. 한동안 영지의 여관에서 신세지면서 난 한스에게 1써클부터 차근차근 가르치면서 주변의 지형을 탐색했고,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을 찾아 집을 짓도록 했다. 물론 집을 짓는 것은 내가 한스의 육체를 빌려서 언데드들을 불러서 제작했지만 말이다. 그 후, 일주일에 한 번 식량을 조달하는 것 이외에는 영지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슢에 마련된 집에서 마법을 수련했다. 그 덕분에 한스는 기초적인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 이론을 떼었고 현재 초급 네크로맨서로서 뼈에 마나를 쌓기 시작했다. 그 외에 마법,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익히는 마법들은 이미 4써클에 오른 상태였다. 전에 내가 쌓은 마나로 인해 4써클이 이미 구축되어 잇었기에 4써클에 오른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런데 소문에 의하면, 선생님은 대외적으로는 고스트 드래곤과의 전투에서 얻은 깨달음을 정리하기 위해서 칩거한 상태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드래곤과 싸운 사실도 전혀 퍼져 있지 않고요." [뭐, 그렇지.] 잭이 잘 조치한 모양이군. 나는 잠시지만 육체를 되찾을 때 젝에게 로시아 제국에 대외적으로 내가 고스트 드래곤과의 전투에서 얻은 깨달음을 정리하기 위해 칩거한 상태라고 소문을 조작하라고 지시해놓았따. 상당히 떨어진 이곳까지 이제야 소문이 들려온 것을 보니 확실히 조치한 모양이다. 만약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서 나는 사실 여러 가지로 혜택을 받아왔다. 그 혜택 중에는 귀족들로부터 받은 존경과 존대라는 골치 아픈 것도 잇었다. 신분으로만 따지면 나는 그들보다 낮은 평민이다. 그런데도 나는 귀족들에게 각가지 선물을 받고, 그와 동시에 존경, 아니 아부를 받았다. 그들은 존경이라고 하겠지만 말이다. 그것은 바로 내가 언제든지 그들보다 높은 자리의 작위나 귀족이 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들은 분명 나의 소중한 이들, 한나를 비롯해서 저택에 있는 모두에게 보복하려 할 것이다. 내가 그들에게 어떠한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보복이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평민 주제에 귀족에게 건방을 떤것! 그 자체가 죄라고 말이다. 귀족이란 그런 존재다. 물론 그들은 노골적으로 대놓고 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더 무서운 것이다. 암중으로 누군가를 괴롭힌다는 것은 말이다. 나는 그런 만약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잭에게 지시한 것이다. 대외적으로 나는 저택에서 칩거한 것응로 하라고 말이다. 참, 만약의 사태가 아니지.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 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이내 한스를 쳐다보았다. 그는 이미 짐 정리를 끝내고 내가 육체를 차지하는 동안에 써둔 마법서를 보고 있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읽고 있었다. 앞으로 적어도 길면 두 달, 짧으면 한 달 안에 한스는 체내의 마나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 5써클에 오를 것이다. 물론 꺠달음을 얻은 5써클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로시아 제국으로 출발할 것이다. 적어도 5써클은 되어야 오우거를 상대로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저기, 선생님, 이건 어떻게 푸는 것이……" [음, 어디 보자.] […저 소년, 마스터와 대화를 하는 모양이군.] [그러게. 우리의 눈에는 안 보이는데 말이야.] 용병 마법사였던 한스가 허공에 마법서를 가져가며 뭐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셰인을 비롯해 볼케이노가 말했다. 그들은 용병 마법사 한스를 한스, 그러니까 상민이 함께 하며 그들을 불러낸 뒤, 암중으로 한스를 호위하고 있었다. 한스는 그들의 주인인상민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마스터께서는 진정 죽으신 건가.] 볼케이노의 혼잣말에 셰인은 잠시 깊은 생각에 빠졌다.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인 젤드리온과 대결 도중에 끼어든 드래곤 로드에 의해서 최후의 일격을 날리고 육체를 잃은 상민. 그는 사실상 죽었다고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주인이 비로소 죽었다고 생각되자 셰인을 비롯한 본마스터들은 모두 절망했다. 그들의 창조주는 상민. 그런 창조주의 죽음은 상민의 영혼에 종속되어 있는 그들에게는 가장 큰 상처이며 충격이었다. 상민과 그들도 몰랐겠지만 그것은 본마스터들의 소멸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겄이었다. 잠시 상민이 죽었을 때를 생각하던 셰인은 고개를 휘저으며 한스를 쳐다보았다. 허공에 대고 말하는 한스. 아마도 마스터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겠지라고 셰인은 생각했다. [이상해, 이상해. 마스터가 유령이 되셨다면 분명 우리의 눈에 보일텐데.] […….] 끄덕. 셰인은 볼케이노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마스터인 그들은 상민의 손에 의해서 탄생하고 아름을 받았지만 근본은 언데드였다. 그런 그들은 죽은 자를 볼 수 잇으며, 죽은 자를 만지고 공격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에게 유령이 된 상민이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안 것은 상민이 한스의 몸에서 빠져나온 뒤였다. 처음에는 그들도 상민의 한스의 몸에서 나왔다는 것을 몰랐다. 하지만 이내 허공에 대고 말하는 한스를 보고 그들은 상민이 한스의 근처에서 맴돌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죽은 자를 볼 수 있는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말이다. 그 후부터 그들은 혹시 마스터가 살아 있는 것이 아닐까, 단지 마스터가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 의심은 차츰 커지다 점차 확신이 되어갔다. [이봐, 셰인. 한번 마스터꼐 말해보는 게 어때?] [아니. 조금 더 기다린다.] [어째서?] 셰인의 말에 볼케이노는 바로 반문했다. 만약 현재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게 된다면 상민이 부활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조금 더 기다리라니. 셰인 역시 그렇게 생각했으나, 그래도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고는 다른 본마스터들을 설득했다. [이것은 기회일 수 있으니까.] [기회?] [그래, 기회. 우리 영혼의 주인이자 우리의 창조자이신 마스터가 더욱 강해질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에 지나지 않지만, 만약 마스터께서 스스로의 힘으로 알게 되신다면 분명 마스터는 더욱 강해지실 수 있을 거다. 그래서 나는 기다리고 있는 거다. 마스터가 스스로 깨달으시기를…….] [그렇군. 하~ 아. 그럼 어쩔 수 없지. 따분하긴 하겠지만 기다려보도록 할까.] 그들의 대화는 끊기고 다시 자신의 주인과 대화 중인 것으로 보이는 한스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주인과 같은 이름을 지닌 소년을……. =================================================================================== 키키키키! "취익! 죽어라! 파이어 볼!" 근방 숲의 지배자인 오크들의 족장인 오크 마법사는 몸에 잉ㅆ는 모든 마나를 쥐어짜며 마법을 날리고 있었다. 콰쾅! 파이어 볼은 정확하게 적에게 적중했다. 그로 인해 먼지 구름이 일어 잠시 오크 마법사의 시야를 가렸다. 이어 먼지 구름이 사라질 때까지 그는 숨을 죽였다. 그때… 키키키키! 그는 절망했다. 파이어 볼에 정확하게 적중된 적은 전혀 아무렇지 않은 듯, 잦아든 먼지 구름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그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함컷과 어린아이들까지 해서 무려 1천 명에 이르는 자신들의 동족을 단 1백도 안되는 수만으로도 상처도 없이 처리한 녀석들에게 통할 리 없다는 것을 말이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몬스터였다. 리자드맨터럼 전신이 비늘에 감싸여 있기는 했지만, 리자드맨과는다르게 몸집이 거대했다. 거의 3미터에 육박하는 몸을 지니고 있었고, 근력은 오크 전사를 아무렇지 않게 찢어 죽일 정도였다. 거기에 무엇보다 특이한 것은 파링었따. 마치 고무처럼 자유자제로 늘어나는 팔은 상당수의 전사들의 목숨을 빼앗았다. 키키키키! 키키키키! "취익! 디그! 디그! 홀드!" 오크들의 피를 뒤집어쓴 채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기괴한 몬스터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오크 마법사는 디그를 비롯해 각가지 마법을 펼치며 물러났다. 도망쳐야 한다. 그레야 한다. 살기만 하면 다른 부족을 지배할 수 있다. 자신은 여기서 죽어서는 안 될 존재다. 장차 오크들의 지배자가 될 인물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법을 시전하며 뛰었다. 키키키키! 촤악! 퍼억! 아프다.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나는 오크들의 지배자가 될 오크다. 오크 마법사는 기괴한 몬스터의 팔로 인해서 꿰뚫린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며 생각했다. 키키키키! 팍! 기괴한 몬스터는 늘어났던 자신의 팔을 줄어들게 한 수, 자신의 손에 붙은 오크 마법사의 피를 핥으며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주위를 바라보았다. 완전히 황폐화된 오크들의 마을. 자신의 손에 수백에 이르는 오크들과 고블린의 피가 묻었지만 부좆ㄱ하게 느껴졌다. 그 생각은 그의 동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휘이이잉! 쿵쿵! 그때, 불어온 바람에 아주 달콤한 냄새가 실려 왔다. 그것은 달콤하면서도 그리운 냄새였다. 척. 척. 한 마리가 그 냄새가 실려 온 바람이 불어온 방향으로 걷기 시작하자 다른 기괴한 괴물도 천천히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진행 방향은 동쪽. 그쪽에는 한때 용병 마법사 한스가 속했던 용병단이 신세를 졌던 여관이 있는 영지였다. =================================================================================== "역시 식사는 제대로 해야 한다니까." [맛있었어요?] "응.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여서 그런지 끝내주더군. 후후후." [쳇!] 녀석. 어차피 감각은 공유하고 있으니 맛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도 그러네. 나는 정말 오랜만에 한스의 몸을 점거한 상태에서 영지에 와 있었다. 아침 식량을 조달하는 날이기도 하고, 한스와 약속했던 몸을 점거하는 날이라 영지로 와 괜찮은 식당을 찾아 제대로 된 식사를 했다. 숲에서 지내는 동안 한스의 몸을 점거하는 날에도 식사를 하긴 했지만, 뭐 식사라고 해봐야 간단한 수프와 빵이 전부였기에 제대로 된 식당의 음식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자! 이제 식사도 끝냈고, 필요한 물품을 사러가 보실까." 땡땡땡! 땡땡땡! "응? 뭐지?" 갑자기 울리는 영지 전역으로 퍼지는 종소리. 뭐지?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얼굴에 순간 불안감이 어렸다. 그리고 그들은 곧바로 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뛰어간 곳은 바로 자신들의 보금자리였다. 이어 그들은 창문과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고, 남자들은 각가지 무기를 들고 나와 어딘가로 향했다. 무기를 지니고 나온 사람들은 영지민뿐만이 아니었다. 여관에서 쉬던 용병들과 영주성의 병사들, 그리고 기사들까지 말을 타고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일단 따라가 보죠.] 한스의 말대로 나는 일단 그들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사람들을 따라가는 동안 그들을 살펴보았는데 모두가 제대로 된 무기를 들고 있었다. 이상하네. 보통 영지에서는 경비병을 제외하고 무기 소지를 금하지 않나? [네. 보통 영지라면 다 그렇죠. 다만 몇몇 영지에서는 그것을 허용하는 곳도 있어요.] "몇몇 영지? 아, 그렇게 된 거군." 한스의 대답을 통해서 나는 알 수 잇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일어난 이유와 사람들이 모두 하나같이 무기를 들고 어딘가로 향하는 이유를 말이다. 보통 영지에서는 아까 말했던 대로 무기의 보유를 금지한다. 어디까지나 보통 영지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한스가 말했던 몇몇의 영지에서는 무기의 보유를 허용한다. 그 이유는 유사시 영지의 남자들을 병력으로 운용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유사시란 바로… 크아아아아! 못트어의 출몰이다. 이 고함 소리는 분명 오우거였다. 오우거가 쳐들어온 것인가. 한번 확인해볼까. "플라이." [아앗. 곧 전투가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마나를 낭비하다니!] "거참, 걱정하지 마. 금방 회복할 수있으니까." 녀석 잔소리는. 나는 플라이를 통해서 높게 날아올랐다. 보통 날아오르는 것은 표적이 되기 쉽기에 되도록이면 피해야 하지만, 현재 내가 있는 곳은 영지 안이기에 안전했다. 이거 난감한데. 크아아아아! 크어어어어! 취익! 취익! 영지를 향해서 달려오는 것은오우거뿐만이 아니었다. 숲에서 본 오크들과 그간 보지 못한 트롤까지 각가지 몬스터가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수는 예전 마물의 숲에서 만났던 몬스터들에 비해 매우 적었다. 내가 제대로 나서기만 하면 그리 힘들 것도 없는 수였다. 흐음, 이거 꽤 좋은 기회인데. "한스." [네? 갑자기 왜요?] "실습이다." [예?] 우우웅! 팍! "윽!" [마나 컨트롤해. 안 그러면 떨어진다고.] 갑작스럽게 육체의 주도권을 넘겨줬는데도 한스는 마느를 컨트롤해서 공중에서 균형을 잡기 시작했다. 호~ 오. 제법인데. 한스는 곧 천천히 마나를 거두어들이며 내려오기 시작했다. "뭐……." [주위 사람들이 많다. 미친놈 취급당하고 싶냐?] "윽!" 나에게 뭐라고 소리치려던 한스는 그런 내 말에 나의 얼굴을 찡그리며 보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까 플라이를 통해서 날아오른 덕분에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기에 한스는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내 말 잘 들어라. 이처럼 대규모 전투에서 우리 네크로맨서들은 최대로 모든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아까 말했던 대로 실습니다. 저 몬스터들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는 거다. 알았으면 고개를 끄덕여라.] 끄덕. 내 말에 한스는 잔뜩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디 느긋하게 구경을 해볼까. 겨우 유령이 된 지 한 달이지만 아까 했던 대로 나는 한스의 몸을 점거하고 나의 의지에 따라 다시 나올 수 있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두 번째로 한스의 몸을 점거했을 떄는 처음과 다르게 그것이 가능했다. 한 달간 알아본 바에 의하면, 내가 한스의 몸을 점거할 수 잇는 시간은 일주일 중 이틀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이유를 도통 알 수 없었다. 한스는 곧 사람들이 내준 길을 헤치고 온 경비병에 의해서 어딘가로 안내되었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마법사는 이처럼 대규모 전투, 특히 몬스터들과의 전투에서 엄청난 가치를 지니니 말이다. 한스가 안내된 곳은 성벽 위였다. 그곳에는 경비병들이 화살과 성인의 머리를 2개 합친 것 만한 크기의 돌을 쌓아두고 있었고, 그런 경비병들을 지휘하는 영지의 기사를 비롯해 영지의 마법사로 보이는 노년의 마법사도 성벽 위에 올라와 있었다. [흠, 깨달음을 통해서 5써클에 올랐지만 6써클에는 진입하지 못한자. 학파는 공간의 탄색자인 플레인 학파 같군.] 끄덕. 한스는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는데. 그나저나 이런 작은 영지에 깨달음을 얻어 5써클에 오른 마법사가 있다니. 플레인 학파는 공간을 이해하고 공간을 탐색하는 자들. 공간이동마법인 텔레포트 외에도 공간과 관련된 마법을 전문적으로 익힌 학파였다. 그 공간과 관련된 마법에는 소환마법도 속해 있기에 그것을 전문으로 하는 서머너 학파보다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준도 아니었기에 대규모 전투에서 스들을 무시할 수는 없었따. 얼마 안 가 한스를 비롯해서 한스를 안내한 경비병은 플레인 학파의 마법사 앞에 도착했고, 한스를 안내한 경비병은 노년의 마법사에게 경례를 한 후 전투를 하기 위해 뛰어갔다. 경비병이 사라지자마자 잔뜩 긴장한 한스는 고개를 숙여 보이며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하아. 이럴 때는 정식으로 밝혀야지.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저는.] 보통 각기 다른 학파의 마법사들이 만났을 때는 나이가 적고 써클이 낮은 사람이 정식으로 자신의 학파를 칭하는 명칭과 함께 자신을 소개하는데, 용병 마법사였던 한스가 그것을 알 리가 없었기에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따라하라고 했다. "저는." [생명으로서 죽음을 이해하고 불노불사를 꿈구는 자들 중.] "생명으로서 죽음을 이해하고 불노불사를 꿈구는 자들 중." [하나에 속하지 않은 자인 한스라고 합니다.] "하나에 속하지 않은 자인 한스라고 합니다." 생명으로서 죽음을 이해하고 불노불사를 꿈꾸는 자. 이것은 바로 네크로맨서들 칭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하나에 속하지 않은 자. 그것은 바로 학파에 속하지 않은 자라는 뜻으로, 현재 소속된 곳이 없다는 말도 되었다. 이거 이름도 같다 보니 꼭 내 소개를 하는 것 같은걸. 잠시 딴생각을 하던 도중, 영지 마법사로 보이는 플레인 학파의 마법사가 자신을 소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공간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자들 중 하나에 속한 자인 베밀이라고 하네. 젊은 나이에 대단한 경지를 이루었군." "가, 감사합니다." "이록 있을 때가 아니네." 크아아아아! 쾅! 소개가 끝나자마자 들려오는 오우거의 고함과 동시에 굳건하게 몬스터들의 진입을 막은 성벽에 무엇인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왓따. 그것은 바로 나무. 오우거가 손에 들고 있던 투박한 나무 몽둥이였다. 성벽은 강철로 보강되어 있었지만 오우거의 힘이 실린 나무를 견딜 정도로는 보이지 않았는데도 마법적인 처리가 되어 있는지 나무에 적중되고도 멀쩡했다. 우우웅. [한스, 뭐하냐. 너도 소환 준비해라.] "아, 예!" 베밀이 천천히 주문을 외우자 마나가 공명하는 소리를 들은 난 잔뜩 긴장한 채 멍하니 있는 한스를 재촉했고, 이내 정신을 차린 한스는 로브에서 시체를 꺼내기 시작했다. 현재 한스가 입고 있는 로브는 내가 미리 구입해놓은 네크로맨서용 로브였기에 그 안에는 네크로맨서에게 필요한 시체가 들어 있어 언제든 꺼낼 수 있었다. 한스가 입고 있는 로브는 꽤 좋은 것이었기에 외부로 시체가 썩는 냄새가 나가지 않고, 꽤나 많은 시체를 보관할 수 있었다. 한스의 로브에 나온 시체들은 그대로 성벽 아래로 떨어져 내렸고, 이내 쌓여서 작은 언덕을 만들어냈다. 그 수는 약 30구. 한스가 최대한 운용할 수 있는 언데드와 같은 수였다. 하~ 아. 역시 초보. 나는 뭐라고 쏘아주려다가 말았다. 다 경험이니 말이다. "레이지 스켈레톤!" 하~ 아. 그냥 지켜보자. 나는 네크로맨서의 마법 중 초급 중에 초급 마법이라 할 수 있는 레이지 스켈레톤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고개를 흔들었지만 이내 가만히 지켜보았다. 끼리리릭! 순식간에 시체에 남아 있던 살점들이 떨어져나가며 드러낸 뼈들은 몸응ㄹ 일으켜 한스의 의지대로 몬스터들을 향해서 걸어갔다. "패스트 무빙 인 언데드(Fast Moving In Undead)! 파워 무빙 인 언데드(Power Moving In Undead)!" 파아아악! 그래도 이건 좀 낫군. 한스가 스켈레톤에게 사용한 마법인 패스트 무빙, 파워 무빙 인 언데드는 내가 만들어낸 언데드용 보조마법이다.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가미해서 말이다. 그 효과는 시전어 그대로다. 언데드의 움직임을 보다 빠르게, 보다 강하게 만드는 언데드 전용 보조마법인 것이다. 나의 깨달음이 가미된 마법이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세상에 선을 보인 것이다. 보다 빨라지고 힘이 실린 스켈레톤의 움직임응ㄹ 보며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 두 마법은 내가 제작한 마법서 중 1써클에 해당하는 보조마법으로, 그 효과는 탁월했다. 크아아아! 취익! 취익! 키이이이! 크어어어어! 콰지지직! [이런, 이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던 나는 스켈레톤들이 그대로 몬스터들과 충돌하여 완전히 박살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예상되었던 결과지만 말이다. 아무리 패스트 무빙과 파워 무빙에 의해서 강화된 스켈레톤이라고 한들 스켈레톤은 스켈레톤. 오우거에게 상대가 될 리가 없으니 말이다. 나는 고개를 돌려 한스를 쳐다보았다. 성벽 위의 한스는 단번에 스켈레톤들이 박살나자 어쩔 줄 몰라 하더니 이내 두리번거리며 나를 쳐다보고는 절박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 아. 바보 같으니라고. [하~ 아.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끄덕! 단번에 밝아지는 한스의 표정을 보며 난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주위의 지형가 환경을 파악해야 한다. 이 성벽 아래는 평지라 할 수 있는 지형이고, 멀리 숲이 있긴 하지만 이용하기 힘들다. 그 외에 또 뭐가 보이지? 말해봐라.] 크아아아아! 키이이이이! "모, 몬스터들이요." [그래. 몬스터들이 보이지.] 우우우웅! 그때 마침 지금까지 주문을 외우고 있던 베밀의 주문이 완성되었고, 그와 동시에 성벽 아래가 아닌 성벽 뒤에 거대한 무엇인가 나타났다. 그것은 몬스터, 그것도 지금 성벽을 향해서 돌진해오고 있는 몬스터들 중에 동종인 몬스터였다. 바로 오우거! 오우거가 성 안쪽에 소환된 것이다. 성벽 안쪽의 오우거가 나타났는데도 영지민을 비롯해 경비병들은 놀라지 않았다. 아마도 오우거의 소환이 처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소환된 오우거는 베밀의 지시에 따라 어딘가로 향했는데, 그곳에는 거대한 바위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렇군.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던 행동. 오우거는 준비된 바위를 성벽 밖으로 던졌고, 하늘에서 날아온 바위는 그대로 몬스터들을 덮쳤다. 바위에 맞은 몬스터는 오우거라 할지라도 멀쩡하지 못했다. 머리를 맞을 경우 오우거라 할지라도 그대로 죽어 나자빠졌고, 오크와 고블린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그 광경을 본 난 한스에게 또 물었다. [또 뭐가 보이지?] "모, 몬스터요." [그리고 몬스터들의 시체가 있지 않나! 이 바보야! 우리는 넷크로맨서! 생명으로써 죽음을 이해하고 불노불사를 꿈꾸는 자다! 시체는 곧 우리의 도구이고, 무기다!] "아……." "당신 뭐 하는 거요! 마법사면 마법을 날리란 말이야!!" 한스는 나의 말에 감동할 시간도 없이 바로 정신을 차려야 했다. 가만히 있는 한스를 보며 경비병 한 명이 못마땅해 했기 때문이다. 뭐, 당연한 거지만 말이야. [그럼 이제 가장 효과적인 마법이 뭘까? 힌트, 지금 몬스터들의 시체는 몬스터들 사이에 위치해 있다.] "콥스 익스플로전." [정답! 답을 알았으면 바로 사용해!!] "아, 예!" 한스는 나의 지시에 따라 바로 시체폭발의 주문인 콥스 익스플로전을 외우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것은 아군과 적군의 시체가 적군 사이사이에 있을 때 굉장히 유용했다. 다만 문제라면… "콥스 익스플로전!" 파아아아악! 크아아아아! 키이이이! 꿰이이이익! "아… 우욱!" 너무 끔찍하다는 것이었다. 시체를 폭발시켜 그 폭발력과 시체의 파편으로 적을 공격하는 이 마법은 매우 유용하면서도 매우 끔찍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했다. 콥스 익스플로전으로 인해서 폭발한 오크의 시체는 주위의 몬스터들의 몸에 살점을 비롯해 뼈까지 산산조각 나게 했고, 상당수의 몬스터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우욱." "쳇! 뭐 해! 어서 돌을 던져! 거기 쉬고 있는 새끼! 넌 감봉이야!" 토악질을 하는 한스의 모습이 불만스러웠지만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다. 한스가 방금 사용한 콥스 익스플로전이 한몫 단단히 했고, 그들의 머릿속에 강하게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한스가 네크로맨서, 시체 조종자라고 말이다. 이런 한심한 녀석. 겨우 콥스 익스플로전을 한번 사용하고 토악질이라니. 나는 아무도 모르게 천천히 한스를 부축해 전투 지역에서 그나마 먼 곳으로 옮겼다. 한심한 녀석 그나저나 전투 양상이 좀 특이한걸. 한스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전투가 벌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는데 뭔가 조금 이상했다. 몬스터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의 지능은 있다. 그렇기에 아주 간단하지만 전술을 사용한다. 그 실례로, 오크나 고블린을 오우거가 들어서 성벽 안쪽으로 던지는 것이다. 뭐, 죽는 수도 많겠지만 워낙에 많은 녀석들이니 살아서 성문을 여는 녀석들도 있기에 몬스터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용한 전술이다. 그런데 지금의 몬스터들은 그런 무식한 전술도 사용하지 않고 오직 돌진! 돌진만을 하고 있었다. 이상해. 뭔가 심상치 않아. [한스야, 괜찮냐?] "예." 한스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긴 한 모양이군. 좋아. 그럼 한번 다녀와 볼까. [지금부터 나는 몬스터들이 지나왔던 길을 거슬러 가보마. 뭔가 심상치 않아. 너도 적당히 사람들을 도와라.] 나는 한스의 대답도 듣지 않고 날아올랐다. 그리고 몬스터들이 계속해서 몰려오는 그 자리에 착륙했다. 어차피 유령이기에 몬스터들은 나의 몸을 그대로 투과했고, 나는 천천히 몬스터들을 통과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은 정말 빠른 속도로 나의 몸을 통과해갔다. 마치 숲에 있는 모든 몬스터들이 영지를 향해서 달려드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말이다. 크아아아! 콰직! 키이이익! 그때, 나의 눈에 오우거의 발에 밟혀서 완전히 곤죽이 되어버린 고블린이 들어왔다. 뿐만 아니라 오우거는 자신을 앞서가고 있는 고블린을 비롯해 오크까지 밝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 광경은 나에게 매우 이상하게 느껴졌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오우거에 의해서 짓밟힌 고블린을 비롯해 오크의 동족들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고블린을 비롯해 오크들은 동족 간의 유대감이 대단히 크다. 동족이 공격당하면 공격한 당사자를 끝까지 추격하여 죽일 정도로, 그런데 이 오크들과 고블린들은 이상했다. 자신의 동족이 오우거의 발에 빗밟혀도 죽어도 오직 앞으로! 앞으로 향할 뿐이었다. 정말 이상했다. 마치 무엇인가에 쫒기… 쫒긴다? 혼잣말을 하던 도중 나는 알 수 있었다. 아니, 깨닫게 되었다. 몬스터들은 쫒기고 있었고, 영지를 공격하게 된 것은 단지 도망치는 방향에 영지가 있어서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또 다른 의문이 피어올랐다. [어째서 몬스터들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거지?] 왜 이렇게 많은 수의 몬스터들이 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걸까. 몬스터들 중에 상위에 속하는 오우거들조차도 말이야. 드래곤? 아니다, 드래곤이라면 이렇게 반사적으로 도망칠 이유는 없었다. 드래곤이라면 몬스터들을 조종해서 자신의 레어를 지키는 가디언으로 사용할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지……? 내가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몬스터들의 행렬이 끊기고 숲은 곧 정적에 빠졌다. 그 정적 속에 남아 있는 것은 유령인 나와 쫒겨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오우거에 발에 짓밟힌 몬스터들의 시체뿐이었다. 이거 왠지 모르게 섬뜩한데. 마치 귀신이라도 나올 분위기야. 참, 내가 귀신이지. [훗] 키키키키! 흠칫! 순간, 유령인 내가 놀랄 정도로 사악한 웃음소리가 숲의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 난 그 사악한 웃음소리가 몬스터들이 필사적으로 도망가게 만든 원흉임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키키키키! 키키키키! 그 사악한 웃음소리는 점차 늘어갔다. 하나 둘씩 불어난 그 웃음소리는 곧 숲을 뒤덮었다. 그랬다. 이 웃음소리가 몬스터들의 본능을 자극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망치라고! 살고 싶으면 도망치라고! 피해라! 살고 싶으면 이들의 시선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피하라고! 이들의 눈에 띄게 된다면 반드시 '죽게' 된다고 말이다. 키키키키! [이 녀석들이 원흉이었군.] 숲의 어둠으로부터 벗어나 모습을 드러낸 사악한 웃음의 주인공. 그것은 마치 리자드맨처럼 전신이 비늘로 덮여 있었다. 하지만 이 녀녀석들은 리자드맨과 비교가 되지 않게 컸다. 하나하나가 마치 리자드맨의 수장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컸다. 물론 오우거보다 작았지만 말이다. 녀석들의 전신에는 몬스터들의 피로 보이는 초록색 피가 뒤덮여 있었다. [이거 어서 돌아가야겠군.] 저 녀석들은 애초부터 존재한, 자연의 순리에 의해서 태어난 녀석들이 아니다. 바로 인간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진 존재, 키메라다! 나는 그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어서 도망가야 한다, 한스가 있는 곳으로. 한스와 영지민들로는 저 녀석들을 막을 수 없다. 만약 늦는다면 저 기괴한 키메라들의 전신을 뒤덮은 초록색은 붉은색으로 뒤바뀔 것이다. 그에 나는 서둘렀다. 하지만 나에게는 한없이 느리게 느껴졌고, 본격적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그 괴기한 녀석들은 너무도 빨랐다. 제길!! =================================================================================== 키키키키! "뭐, 뭐야? 이것들……" 성벽 위에 있던 경비병은 말을 채 마치치 못했다. 그 이유는 바로 성벽 위로 뻗어진, 리자드맨과 닮았지만 보다 거대한 키메라의 팔 때문이었다. 길게 늘어난 팔은 그대로 경비병의 머리를 날려버린 것이다. 그 후, 끔직한 학살이 시작되었다. 이 키메라들은 인간뿐만 아니라 성벽을 돌파하려는 몬스터들에게도 손을 뻣었고 그때마다 하나의 생명이 꺼져가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취이이익! 키이이이! 도망치려 했던 몬스터들도 드디어 반격을 시작했다. 오우거는 타고 난 그 거대한 몸과 엄청난 힘으로 자신보다 작은 키메라의 머리를 곤죽으로 만들기 위해 팔을 내리쳤고, 오크는 그 종족의 특징인 엄청난 수로 키메라에게 달려들었다. 또 고블린은 자신들의 마비독이 발라져 있는 조잡한 검을 휘둘렀고, 트롤은 타고난 엄청난 재생력으로 키메라의 공격을 무시하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키키키키! 몬스터들의 그런 행동은 키메라의 비웃음을 살 뿐이었다. 오우거의엄청난 힘이 실린 팔은 키메라의 한 팔에 가볍게 막혔고, 오크들의 인해전술은 키메라들의 입에서 내뿜어진 강한 독성을 가진 체액으로 무의미해졌다. 또 오크들을 순식간에 죽여 버릴 독성을 지닌 체액을 지닌 키메라에게 고블린의 독이 통할 리 없었다. 다만 트롤만이 그 강한 재생력으로 어느 정도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마, 말도 안 돼!" 성문 위에서 이를 지켜본 경비병을 비롯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질린 표정이었다. 갖은 수로 막아온 몬스터였다. 그런데 저 리자드맨과 비슷하지만 보다 큰 녀석들에게는 그저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키키키키! 너무 즐거워서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웃음을 내뱉는 키메라. 그 사악한 웃음은 몬스터들의 생존 본능을 더욱 부채질했고,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본능을 자극했다. 그리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어 보였던 사람들의 얼굴에는 다른 표정이 떠올랐다. 그것은 공포. 이대로 있으면 자신들은 죽는다는 공포. 몬스터들 다음은 자신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생겨난 공포였다. "고, 공격해라!" "네, 네?" "저 도마뱀을 공격해! 몬스터들이 죽으면 우리 차례다! 몬스터들과 함께 저 괴물들을 죽여야 해! 공격해!" 경비대장의 발언은 문제가 있었지만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몬스터들의 다음은 인간들의 차례이니 말이다. 이후 공격이 시작되었다. 몬스터들 역시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인간들의 공격에 당황했지만 이내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저 '괴물'을 죽이려 한다는 것을 알고 협력했다. 이 작은 영지에서 인간과 몬스터의 동맹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게 생존을 위한 동맹과 괴물의 전투는 이제 막이 올랐을 뿐이다. =================================================================================== 인간과 몬스터가 공존할 수 있을까. 이를 물어본다면 사람들은 백이면 백 모두 아니라고, 절대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가능했다. 지금 바로 나의 눈앞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죽여라! 저 괴물을 죽여!!" 크아아아아! 취이이익! 오우거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거대한 해머를 휘두르며 키메라를 공격했고, 마법사의 보조마법을 받았는지 보통 오우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오크의 경우에는 인간의 지시에 따라 체계적으로 움직이며 키메라를 상대했고, 고블린은 많은 수를 이용해서 무기를 옮기거나 공격 진형에서 빈 곳을 메우며 싸워나갔다. 인간은 그런 오우거와 트롤, 그리고 오크와 고블린과 함께 힘을 합쳐서 키메라를 상대하고 있었다. 공적의 등장으로 서로 적대 관계에 있는 몬스터와 인간이 협력하여 함께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투쟁인 것이다. [대단해.] 확실히 이상적인 군대였다. 인간의 전술과 오우거의 힘과 덩치, 그리고 트롤의 재생력을 이용한 방어와 오크의 수와 단결력을 이용한 전술 운용, 마지막으로 고블린의 신속한 물자 이동 등 그야말로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그보다 한스! 한스를 찾아야지!] 나는 재빨리 한스를 옮겨놓았던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 한스는 없었다. 제길! 일단 주변부터 찾아보자. 지금은 잘 버티고 있으니까 아직 여유가 있어! 나는 다시 날아올라 한스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을 찾은 끝에 여관의 술 창고에서 온몸을 움츠리고 공포에 떨고 있는 한스를 찾을 수 있었다. [하~ 아. 한심한 녀석.] "어떻게 해야 하지? 도망칠까? 도망치면 살 수 있어." [도망치긴 얼어 죽을! 도망쳤다가는 내 손에 먼저 죽을 줄 알아라!] 퍽! 나는 그대로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는 한스의 머리를 내리쳤다. 이런 못난 놈! "윽! 아! 선생님! 윽!" [바보 같은 녀석! 너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냐! 다들 싸우고 있는데! 몬스터들과 협력해서 싸우고 있는데, 너 혼자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이 덜떨어진 녀석아!] 나를 보며 그야말로 살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한스를 보며 화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한스를 두둘겨 때리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서 싸우고 있다. 그런데 이 녀석은 겨우 이런 곳에서 도망칠까 말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제자로 키울까라고 생각했던 녀석이 말이다! 이런 제길!] "그, 그만 하세요! 왜 때려요!" [어쭈! 반항하냐! 빌어먹을 녀석! 밖의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서 싸우고 있다! 그런데 너는 여기서 도망칠 궁리만하고 있었어! 그것만으로도 네가 맞을 이유는 충분해!] "나도! 나도 잘못했다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하지만! 죽을 수도 있다고요!" 한스의 말은 모두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서워서 이렇게 피해있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지금 밖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은 어디 죽는 것을 몰라서 싸우는 것인가. 그들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싸운다. 싸우지 않는다면 자신의 소중한 이들이,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기에. 변명 같지도 않는 한스의 변명에 나는 다시 주먹을 들어 올려 내리치려 하자 한스가 소리쳤다. "흑! 나도 내가 비겁하다는 것은 알아요! 크윽! 하지만, 하지만 전 아직 어리다고요! 겨우 열여섯 살! 열여섯 살이란 말이에요! 고향에 돌아가면 평민이 되어 반겨줄 가족도 있다고요!" […….] "죽은 선생님은 몰라요! 이미 죽었으니까! 목숨은 하나라고요!" […….] 한스의 말에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스의 말은 모두 맞았다. 확실히 한스는 어렸다. 거기에 소중한 것도 많았고, 용병으로 활동하는 기간도 그렇게 길지 않았다. 지금 한스는 그 시기에 온 것이다. 용병이라면 누구나 한번 겪는 시기 말이다. 보통 용병이 되고 첫 살인을 한 이후, 혹은 어느새 자신의 손이 피에 물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용병들이 겪는 일이었다. 자신도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공포를 알게 되어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용병 생활을 계속할 수 있거나, 혹은 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 시기가 한스에게 찾아온 것이다. 밖의 생존을 건 전투, 수많은 인간과 몬스터들의 시체로 인해서 말이다. 나는 그대로 한스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어 잠시 바닥에 앉아 우는 한스를 지켜보던 도중 나는 그대로 한스의 몸에 뛰어들었다. 그에 곧 나의 지배 아래에 들어온 한스의 육체. 난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몸을 일으켰다. [지, 지금 어디 가려는 거예요! 설마…….] "그래, 그 설마다." 그렇다. 한스가 예상하는 그대로 나는 지금ㅁ싸우러 가는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키메라를 물리치기 위해. 나는 한스의 마나로 아공간을 열고는 그곳에서 죽음의 길(Death Load)세트를 꺼냈다. 아니, 꺼내려 했다. 파지지직! "거부하는 거냐?" 죽음의 길 세트는 나를, 한스의 육체를 거부하고 있었다. 뭐, 어쩔 수 없지. 나는 다시 아공간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에 누나가 준 것을 발견해낼 수 있었다. 바로 마법력과 마법의 위력을 증폭시켜주는 드래곤 위저드 세트를 말이다. 이걸 사용해야 하나. 지금 이것을 장착하게 된다묜 이것은 바로 한스에게, 한스의 육체에 완전히 종속되어 한스만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스가 죽는다면 다르겠지만 말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잠시 고민했다.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에 져서 도망친 아이, 한스. 예전이었다면 망설이지 않고 사용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죽음의 두려움에 휩싸여 도망친 한스는 더 이상 발전 가능성이 없었더. 네크로맨서로서도, 마법사로서도 말이다. 극복하게 되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잠시 고민한 후 결정을 내렸다. "한스." [예?] 나의 목소리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일까. 한스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한스, 너를 시험하겠다. 기회는 단 한 번. 만약 네가 시험에서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서, 설마 아, 안 돼요!] 한스는 그 뒤의 말을 예측해냈다. 만약 한스가 시험에서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난 그대로 한스의 영혼을 제압해서 그의 몸을 차지할 것이다. 이후 나는 드래곤 위저드 세트를 입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 울리는 한스의 부름. 어떤 시험이냐고 물어오는 것을 무시하면서, 울부짖음을 무시하면서. 우우웅! 드래곤 위저드 세트를 모두 입자 드래곤 위저드 세트 아이템은 공명하기 시작했고, 한스의 몸 안으로 무엇인가 파고들었다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다 이내 잦아들었다. 이로써 드래곤 위저드 세트는 한스의육체에 종속된 것이다. 이어 빠르게 차오르는 마나와 4써클 이상으로 상당히 증가한 마나량과 정신력을 느끼며 난 천천히 여관의 창고 계단을 올랐다. "셰인." [예스, 마스터.] "전투 준비를……." 나의 부름에 나타났던 셰인은 이내 다시 모습을 감추었고, 나는 계속 걸어 나갔다. 지금 나는 로브를 깊숙하게 눌러쓴 상태였기에 얼굴이 드러나지 않았다. 어떻게 될지 몰랐기에 얼굴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플라이." 파아. 시전어만으로 주문을 시전했는데도 마나의 소모는 극히 적었고, 소모된 마나는 금방 다시 회복되었다. 드래곤 위저드 세트는 과연 A급 유니크 세트 아이템이었다. 나는 높이 날아올라 일단 성벽 밖응ㄹ 바라보았다. 여전히 몬스터와 힌간이 함께 키메라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지만 아직 키메라 중에 땅바닥에 누워 있는 녀석은 없었다. 주위에는 수많은 몬스터와 인간의 시체가 늘어서 있는데 말이다. 그 사실은 사람들도, 몬스터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사람들과 몬스터들은 계속해서 팔다리를 움직이며 키메라를 몰아치고 있었다. 그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멈추는 순간, 지금은 기세에 밀려 드러내지 않은 키메라의 흉포함에 희생양이 되고 만다는 것을 말이다. "한스, 너는 저 광경을 보고 무엇을 느끼느냐." […….] 아까 전부터 갑자기 조용하던 한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답해라, 어서!" [죽음, 공포, 처절함…….] 한스는 자신이 느끼는 것을 그대로 간단히 말하고는 다시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역시 저 광경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한스가 말한 대로 죽음과 그 죽음에 대한 공포, 살고자 하는 처절함이었다. 나 또한 그것을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단지 한스와 내가 다른점이 있다면 나는 이 광경에서 죽음과 공포, 처절함, 이 3가지 외에 한 가지를 더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운 투쟁! 죽지 않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자신으 ㅣ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타오르고 있는 투쟁의 불꽃을 말이다. 잠시 그런 사람들을 지켜보던 나는 한스에게 말했다. "한스, 시험이다." […….] 한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난 알 수 있었다. 내가 시험이라고 말한 순간 한스의 마음이 크게 요동치고 있음을. 그럼에도 나는 티를 내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한스, 전투가 끝날 때 너에게 다시 물을 것이다. 그 광경에서 무엇을 느꼈는지를." […….] 나는 말을 마치며 곧바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꽤나 애용하는 마법이었고, 살아 있을 적과 비교해서 적은 마나량을 지닌 나에게는 상당히 유용한 마법이었다. "소울 스트라이크." 우우웅! 키메라를 상대로, 혹은 도망치기 위해서 성벽을 넘으려다가 죽은 몬스터들의 영혼은 나의 의지에 따라 공중에 하나하나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점차 새하얀 구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어 그 구가 나의 주위에 점차 모여들기 시작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건 그렇고, 드래곤 위저드 세트는 과연 대단하군. 마나의 소모가 극히 적을 뿐만 아니라 마나의 회복 속도도 대단했다. 다만 역시 네크로맨서 전용 아이템이 나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는 없을 듯했다. 우우웅. 척! "가라." 슈웅! 나의 주위에 몰려 있던 영혼으로 만들어진 새하얀 구는 드래곤 위저드 스태프가 향하는 방향으로 일시에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폭격! 콰콰콰쾅! 키이이이! 캬아아아! 소울 스트라이크는 나의 의지에 따라 나의 적인 키메라만을 공격했다. 키메라 앞에 선 오우거를 비롯해 인간과 몬스터의 몸을 아무렇지 않게 피해가며 오직 나의 의지에 따라 정해진 적, 키메라만을 공격한 것이다. 드래곤 위저드 세트에 의해서 강해진 것일까. 내 살아생전과 비교하면 시전 시간도 길고 소울 스트라이크의 수도 적지만, 위력만큼은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다. 위이이잉. 소울 스트라이크의 폭격이 끝나고 나자 전장은 순간 정적에 빠졌고, 사람들의 시선은 나에게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난 소울 스트라이크의 폭겨을 생긴 먼지 구름을 주시했다. 과연 소울 스트라이크가 얼마만큼 그 키메라에게 효과를 보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키이이이! "겨우 비늘이 벗겨지고 상처가 난 정도군." "와아아아!" 크아아아아! 내가 한 말대로 겨우 비늘이 벗겨지고 그 벗겨진 비늘 아래의 살이 터져 피가 흐르고 있었을 뿐이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본 순간 함성을 지르고는 이내 다시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순간, 사람들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공격에도 단 하나의 상처도, 단 한방울의 피를 흘리지 않은 키메라가 마침내 피를 흘린 것이다. 그로 인해서 쓰러트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단지 그 생각만으로도 그들은 힘을 얻은 것이다. 더욱 거세게 키메라를 몰아칠 힘을 말이다! 이거 내가 적정한 시기에 손을쓴 모양인데. 그때, 나의 눈에는 한 가지 광경이 들어왔는데, 바로 키메라의 상처가 회복되며 그곳으로부터 다시 비늘이 솟아나고 있었다. 트롤, 아니 트롤보다 더한 회복력도 가지고 있더, 이건가. "셰인." [준비는 모두 완료하였습니다, 마스터.] "좋아, 모두 나선다. 단 도와주되, 처리는 그들이 하게 해라." [예스, 마스터.] 히이이잉! 셰인의 대답이 끝남과 함께 어디선가 들려오는 말의 울음소리! 긴박한 전투 중에도 몇몇 사람들의 시선은 그 말 울음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향했다. 그 소리의 근원지는 바로 영지 안이었다! 영지의 반대편에서부터 새하얀 말. 본휴스를 탄 존재들이 등장한 것이다. 그들은 본마스터, 나의 영혼의 종속된 자들이었다. [크크크. 문은 내가 열지! 잘 보라고, 마스터!] 히이이잉! 이 말과 함께 전타를 탄 우라노스와 본브레이커들은 가장 앞으로 나서며 돌진해갔다. 팍! 척! 슉슉! 그때, 놀랍게도 우라노스를 비롯해 본브레이커들의 전차가 변형을 이루었다. 2마리의 본홀스와 전차를 연결하는 뼈가 더욱 길어지면서 본홀스 앞으로 나아갔고, 맨 앞부분이 마치 우산처럼 펼쳐지면서 앞을 가렸지만 우산처럼 펼쳐진 본홀스의 반대쪽에는 거대한 가시가 가득했다. 그것을 본 순간 우라노스가 그대로 돌진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쾅! 일렬로 선 우라노스가 탄 전차와 2대의 본브레이커의 전차가 문과 부딪쳤다. 그러자 문은 거대한 소리와 함께 날아올랐고, 더 이상 문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크하하하하! 다음은 켈트! 너다!] [전원 거창(擧槍)!] 척! 문을 연 우라노스와 본브레이커들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길을 내주자 이번에 나선 것은 켈트와 본랜서들이었다. 본랜서들은 켈트의 명령에 일제히 랜서를 들었다. [투척(投擲)!] 파파팍! 키이이이! 캬아아아! 켈트와 본랜서들의 손을 떠난 랜서들은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 젤드리온을 상대할 때처럼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키메라들을 향해서 빠른 속도로 나아갔고, 전신을 감싼 비늘과 근육을 그대로 꿰뚫어버리고는 땅에 박혀 들어갔다. 본랜서들의 창은 모두 오직 키메라들 만을 꿰뚫었고, 본랜서들의 랜서에 꿰뚫린 키메라 중에 죽은 녀석들은 없었다. 하지만 길고 상당히 두꺼운 랜서에 몸을 꿰뚫리고 땅에 박힌 랜서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크아아아아! "와아아아! 괴물을 죽여라!!" 캬아아아아! 본랜서들의 랜서에 자유를 빼앗긴 키메라들은 발버둥 쳤고, 사람과 몬스터들은 각자의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자유를 속박당한 상태에서 공격당한 키메라들은 공격을 받아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들의 공격에 키메라들이 받은 상처 중에 치명상은 없었다. 그들의 무기는 보통 무기일 뿐이니 말이다. 내가 나서야겠군. "밤 소울 생성." 화르르르! 소울 스트라이크에 사용된 영혼을 나는 그대로 밤 소울, 화 속성을 지닌 폭발의 영혼으로 변화시켰다. 그러자 순식간에 써클을 빠져나가는 마나. 역시 동시에 수십의 영혼을 밤 소울로 변화시키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었던 모양이다. 순식간에 4개의 마나의 고리가 비어버렸지만 드래곤 위저드 세트에 부여된 마나 회복 옵션으로 마나는 곧 다시 회복되었다. 후~ 우. 순식간에 마나가 다시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역시 무리가 오는군. 나는 잠시 숨이 가빠오는 것을 느끼며 주문을 외웠다. 이 주문도 정말 오랜만인걸. "나의 의지에 의해 나에게 종속된 이들의 영혼이여, 나의 의지에 따라 그대들의 영혼에 맺힌 분노와 한을 부여하노라! 소울 인첸트! 더 웨폰!" 사령술사로 전직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배운 마법인 소울 인첸트를 사용한 것이다! 우우우웅! 파악! "무, 뭐야!" "이, 이건!" "크어?" 소울 인첸트에 의해서 밤 소울들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의 무기에 파곧들었고, 순식간에 무기는 화 속성을 띤 마법 무기가 되었다. 이런 갑작스러운 일에 사람들은 잠시 멈추어 서고는 자신들의 무기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과 몬스터들을 보며 난 음성증폭주문을 걸며 말했다. [잠시지만 무기에 마법을 부여한 것입니다. 보통 무기로는 저 키메라들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으니까요. 어서 공격하십시오! 지속 시간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마, 마법을 부여해?" "순식간에 이 많은 무기에!" "지금 놀라고 있을 땐가! 어서 공격해! 마법이 사라지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 화르르르! 키아아아아! "끝내주는데!" 누군가 소리치는 말에 밤 소울이 부여된 무기를 가진 이들은 키메라에게 무기를 휘둘렀고, 부여되기 이전과 다르게 키메라는 쉡게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그 무기에서는 불이 치솟아 그 상처를 그대로 지져서 키메라의 재생력을 무력화시켰다. 후~ 우. 이것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키메라들을 지켜보았다. 키메라들은 사람들과 몬스터들의 일방적인 공격을 당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죽은 녀석은 없었다. 몇몇 녀석들은 랜서를 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한 가지 더 해야겠는데. "셰인, 볼케이노, 프로스트, 빌리, 키메라의 목을 베라. 녀석들이 아무리 생명력이 강한 키메라라도 목을 잘리고 살아 있을 순 없겠지." [예스, 마스터.] [키키키. 마스터, 한 마리 남겨서 내 독을 얼마나 견디는지 실험해봐도 될까?] […빌리.] [농담, 농담이라고, 프로스트.] "아니, 빌리의 말대로 한 마리 남기도록 해. 어떻게 만들어진 녀석인지 파악해야겠어. 빌리, 네 독으 실험하는 것은 그 후다." [오오오! 땡큐! 마스터!] 빌리의 말을 들은 후 나는 키메라를 사로잡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첫째, 나 역시 키메라를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세계에서는 대놓고 제작할 수 없지만 키메라의 제작은 나의 육체를 마련할 방법 중 하나이기에 나보다 앞선 키메라 제작 기술을 지닌 흑마법사들이 만든 키메라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저 키메라의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저 키메라는 내가 봐도 매우 강력하다. 저 많은 사람들과 몬스터들의 공격에도 보텨내고 지금도 랜서에 꿰뚫인 상태에서 완강하게 저항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때, 때마침 등장한 셰인을 비롯해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빌리는 랜서에 꿰뚫린 상태에서도 저항하며 싸으고 있는 키메라들의 목을 베었다. 그런데 몰랍게도 목이 베어진 키메라는 목이 베어진 후에도 움직이면서 저항하며 머리를 찾고 있었다. 물론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빌리에 베인 녀석들의 목의 단면은 타오르고, 얼머붙으며, 녹아버려서 가져다 부친다고 해도 재생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목이다! 목을 베라!" 누군가 외친 소리에 사람들은 키메라의 목을 베기 위해서 달려들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셰인, 볼케이노, 프로스트, 빌리를 비롯하여 본나이트들은 나서서 머리를 베진 않았지만 다리나 꼬리, 팔을 베어 사람들을 도왔고, 사람들은 완전하게 무방비 상태가 된 키메라의 목을 쳤다. 떨어진 머리를 곤죽으로 만드는 것은 오우거를 비롯해 몬스터들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키메라가 하나 둘씩 처리되는 사이, 내가 내린 명령을 잘 이행되어 키메라 한 마리를 프로스트가 완전 동결시켜서 빼돌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잘했어, 프로스트. 실험체는 되도록 신선할수록 좋으니까. 후후후. 키아아아아! "크윽! 뭐지!" "크윽!" "귀, 귀가!" "크아아!" 갑자기 한 키메라가 지른 고함! 그 고함은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나를 비롯해 근처의 사람들은 모두 귀를 부여잡고 있었고, 가까운 사람들의 경우 귀에서 피를 흘리며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음파 공격인가! 키아아아아! 키이이이! 또 한 번의 고함! 이번에는 한 마리가 아닌 다수의 키메라들이 일시에 고함을 질렀고, 몬스터들과 사람들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난 재빨리 귀에 마나를 주입해 상당 거리 떨어져 있어서 버틸 수 있었지만, 저들은 모두 하나같이 귀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런! "모두 어서 키메라들을 처리해!" [예! 마스터!] 파파팍! 쾅! [크하하하하! 죽어라! 죽어!] 우라노스와 본브레이커들의 거대한 해머가 키메라의 머리와 함께 몸까지 박살내고, 킬과 본아쳐들의 화살은 이상한 고함을 지르는 키메라들의 입을 제일 먼저 꿰뚫었다. 셰인들과 본나이트들 역시 뒤지지 않고 키메라들을 베어 넘기기 시작했다. 키이이이! 또 한 키메라의 울음소리는 일시에 키메라들은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 키메라는 다른 키메라보다 약간 작은 키메라로 그것 이외에는 거떠한 특색도 지니지 못한 키메라였다. 저런 키메라가 대장이란 말인가. 키메라들은 그 키메라의 고함에 의해서 뒤로 빠르게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런, 도망치는 것을 가만히 구경만 할 줄 아냐! 나는 그대로 모두에게 추격 명령을 내리려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때, 아주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캬아아악! 콰직! 키이이이! 콰직! 콰직! 우걱우걱! 캬캬캬캬! 녀석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며 먹고 있었다. 인간의 손에서 만들어진 키메라라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함께 싸워온 동족을 먹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마치 매우 즐겁다는 듯이 말이다. 크으으으. 우두둑! 우두둑! 키아아아아! 바로 같은 동족을 잡아먹은 키메라의 몸이! 몸집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같은 키메라를 잡아먹은 녀석들은 그 잡아먹은 키메라의 몸집만큼 더 커졌고, 커진 녀석들은 작은 녀석들을 잡아먹고, 같은 크기를 지닌 녀석들은 이내 서로 싸우다가 한쪽을 잡아먹었다. 뿐만 아니라 본마스터들과 부하들을 비롯해 사람들과 몬스터들에 의해서 죽은 시체도 먹어치우자 몸집이 점점 더 불어 올랐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남은 것은 단 4마리뿐이었다. 20미터, 아니 25미터는 돼 보이는 신장에 터질 듯한 근육과 마치 드래곤의 비늘처럼 거대한 비늘이 몸을 뒤덮고 있는 키메라가 말이다! 키아아아아! 키아아아아! 캬아아아아! 키키키키키! "크윽!" 주르륵! 녀석들의 고함에 마나로 보호하던 귀는 더 이상 견디지 못했고, 나의 귀에서도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 정도였지만, 다른 사람들! 그러니까 특히 동족을 잡아먹고 거대해진 키메라의 가까운 곳에 있는 이들은 눈과 코, 귀에서 계속해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마저 읺고 쓰러져 버렸다. 이런! "모두 사람들 대피시켜! 저 녀석들은 나와 레온이 맞는다!" [예! 마스터!] "모든 것을 떠받치는 대지의 기본으로부터 태어난 이여! 때로는 대지에서 파생된 나무를 품고, 때로는 나무를 태우는 불을, 또 불을 제압하는 물을 품는 이여, 모든 것을 품어 다시 기본인 대지로 돌아가는 이여! 나 그대를 만든 이로서 그대를 부르노라! 나의 이름과 권위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라! 서먼! 마스터 골렘! 나와라! 레온!!" 파아아악! 쿠쿵! 쿠쿵! 쿠쿵! 쿠쿵 갈라진 땅에서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강철의 기사. 마스터 골렘 레온! 레온의 등장은 키메라와 함께 키메라들에 의해서 공격 받아 본마스터들에 의해서 대피하던 이들조차 모두 주목하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레온." [마스터 골렘. 레온이 마이 로드를 뵙습니다.] "최대한 저 키메라들을 막는다. 사람들이 대피할 때까지 말이야. 할수 있겠지? 레온." [로드께서 맡겨주신 임무! 설사 불가능하다 해도 이 레온. 해내고 말 것입니다!] 키아아아아! 쿵! 쿵! 쿵! 촤악! 거대해진 상태에서도 손이 늘어나는 건가. 그 거대해진 키메라는 레온에게 달려들면서 예전 고전 대전 게임에서 보았던 인도 사람처럼 팔을 늘어트리며 공격해왔다. 크기와 무게로 따지자면 레온이 상당히 밀렸기에 맞았다간 어떻게 될지 몰랐지만 레온은 아주 궵게 피해냈고, 늘어난 키메라의 팔은 허공을 갈랐다. [그런 단순한 공격으로는 나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체인지 엘리멘탈 인 소드!] 화르르르! 거대한 레온의 강철 대검에는 순간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불이 피어올랐고, 레온은 그 검을 늘어난 키메라의 팔을 향해서 휘둘렀다. 팍! 키아아아! 그대로 베어진 키메라의 팔은 땅에 나뒹굴었다. 잘려진 곳으로부터 마물의 피처럼 초록색 피도 아닌, 사람의 피처럼 붉은색도 아닌 보라색의 피가 흘러내렸고, 그 피는 순식간에 주위의 땅을 녹였다. "빌리!!" [맡겨둬!] "레온! 화력을 더욱 높일 수 있냐?" [물론 가능합니다, 로드.] "좋았어! 화력 최대! 그 상태에서 피도 흘리지 못하게 베어버린다! 나도 도와줄게!" [로드의 명을 받듭니다!] 우우우웅! 붉게 달아오르며 불에 휩싸였던 레온의 대검을 감싸고 있던 불꽃들은 모두 사라졌고, 붉게 물든 검신만이 더욱 붉어지고 있었다. 그런 검을 향해서 나는 외쳤다. "소울인첸트! 인 웨폰!" 우우웅! 팍! 내가 다시 끌어들인 밤 소울은 소울 인첸트에 의해서 레온의 대검에 부여되었고, 붉은 레온의 검신은 더욱 붉어졌다. 그리고 강철로 이루어진 레온의 손이 조금이지만 녹을 정도로 검의 결기는 엄청났다. 그 열기를 키메라도 느낀 것일까. 키메라들은 섣부른 공격을 하지 않고 레온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콰쾅! 그때 일어난 갑작스러운 폭발! 그 폭발은 키메라들의 눈앞에서 일어났다. 키이이이! 캬아아아! [허허허! 이 노인네의 선물이 어떠신가.] "보를!" [마스터, 저를 잊으시고 계셨다니 섭섭합니다.] 그 마법을 시전한 사람은 바로 보를. 메이지 본마스터 보를이었던 것이다. 잠시 잊고 있었네. 보를이 키메라들 눈앞에서 일으킨 폭발은 익스플로전! 5써클 마법이었다. 그렇기에 거대해진 키메라라고 해도 멀떵할 수 없었다. 역시나 키메라들의 눈은 폭발에 휘말려 터졌는지 놈들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서로 부딪치며 때로는 서로 싸우고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 좋았어! 아무리 재생력이 강하다고 해도 눈을 재생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레온!" [예스! 마이 로드!] "너도 나와라! 좀비 히드라!" 우우우웅! 콰아아아아! 키아아아! 아공간의 문이 열리자마자 그곳으로부터 화염이 내뿜어지더니 그대로 거대해진 키메라 한 마리를 덮쳤다! 그것은 파이어 브레스! 좀비 히드라가 내뿜은 파이어 브레스였던 것이다! 좋았어! 한 마리 처리! 샤악! 키아아아! 그 사이 레온의 검은 또 다른 키메라의 머리를 베어 넘겼다. 베어진 키메라의 목의 단면은 그야말로 그대로 녹아내린 모습이었다. 레온은 그것으로 멈추지 않고 떨어져 내리며 자신이 베어낸 머리에 검을 박아 넣고는 그대로 땅을 향해서 찍었다. 푸욱! 검의 열기 때문일까. 레온의 대검은 그대로 대지에 깊숙히 들어갔고, 대검의 열기로 인해서 머리는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쿠쿵! [앞으로 두 마리.] "좋았어!" 키아아아! 쓰러진 시체를 향해서 다가가는 다른 2마리의 키메라를 보며 난 급하게 시전어를 외웠다. 너희들이 더욱 커지도록 가만히 보고 있을 줄 아느냐!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 파아아아아! 쿠쿵! 키아아아아! "으윽!" 또다시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급하게 시전한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 그것은 현재 한스의 마나량을ㅇ 넘어서는 마나를 필요로 하는 마법이었다. 크윽! 드래곤 위저드 세트 덕분에 마나 소모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한스가 가진 마나량보다 많은 마나였기에 마나가 완전히 고갈되어버렸다. 그 바람에 작은 내상을 입고 말았다. 비록 시간이 걸리겠지만 곧 회복될 것이다. "처리해!!" [로드의 명을 받듭니다!] [마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이런 긴박한 순간에도 대답을 잘 하는 녀석들! [그대에게 안식을… 마그마 임브레이스(Magma Embrace:마스마의 포옹)!] 푹! 이 말과 함게 레온은 붉게 달아오른 대검을 땅에 박아 넣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한 마리의 거대한 키메라가 있는 곳의 땅이 갈라지면서 마그마가 치솟기 시작했다. 화산 지대도 아닌 이런 곳에서! 그 마그마는 놀랍게도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그 거대한 키메라의 팔과 다리, 몸통을 부여잡았고, 그곳으로부터 연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키이이이! 그 엄청난 열기 속에서 거대한 키메라는 발버둥 쳤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촉수처럼 형태를 이룬 마그마가 점점 늘어갔기 때문이다. 어느새 완전히 키메라를 감싸버린 마그마는 시전어 그대로 포옹하듯이 그대로 키메라를 데리고 나타났던 갈라진 땅속으로 사라졌고, 갈라졌던 땅은 다시 그 입을 닫았다. 이제 남은 것은 한 마리! 키이이이! 팍! "뭐지?" 이제 한 마리 남았다고 생각했을 때. 남은 한 마리가 크게 소리를 지르며 그 안으로부터 작은, 어디까지나 지금의 키메라와 비교해서 작지만 성인 남자 크기의 무엇인가가 날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뭐지? 푸우우우우! "뭐, 뭐야!" [피하십시오! 마스터!] [실드!] 키아아아아! 콰콰콰콰쾅! 나를 감싸는 레온의 손, 그리고 본마스터들의 목소리. 이것이 내가 정ㅇ신을 잃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은 전부였다. =================================================================================== 한스, 그러니까 용병 마법사 한스가 아닌 상민이 정신을 잃었을 때, 용병 마법사 한스는 육체의 지배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 "으윽!" 마스터 골렘 레온ㄴ과 보를이 시전한 실드, 그 외에 본마스터들이 몸을 던진 덕분에 한스의 육체가 받은 충격은 고작 타박상에 그쳤다. [로, 로드! 괘, 괜찮으십니까.] "히익!" 몸의 절반 이상이 폭발에 휘말려 날아가 버린 레온. 그런데도 레온은 자신의 손에 쥐어진 한스의 안부를 물었따. 레온은 한스가 괜찮다는 것을 안 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 저는 도, 돌아가겠습니다. 회, 회복을 위해서. 하, 한동안 로드의 부름에 으, 응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요, 용서해주시길…….] 스스스스. 말을 마치자마자 레온의 모습은 점차 투명화되더니, 이내 완전히 그 모습을 감추었다. 레온이 사라지자 한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주위를 쳐다보았다. 그야말로 초토화된 숲이다. 그 폭발로 인해 몬스터들의 진입을 막던 성벽의 일부는 소실되었고, 그 거대한 키메라가 있던 부분을 중심으로 크레이터, 분화구가 생겨났던 것이다. "하하하. 내가 이런 폭발 속에서도 살아남다니." 상민에게 육체의 지배권을 빼앗긴 상태에서도 한스는 모두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상민의 강함을, 상민이 느끼고 있는 불안을 말이다. 죽을지도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런데도 상민은 긑까지 싸웠고, 그때마다 놀라운 힘을 보여주었다. 마나량은 자신이 보유한 양만을 사용하면서도 정말 놀라운 일을 연출해낸 것이다. 살기 위해서… 죽지 않기 위해서 도망갈 생각이나 하는 자신과 다르게 말이다. "끄응." 한스는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와 방금 전의 충격으로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영지 쪽을 바라보았다. 웅성웅성. 폭발에 휘말리지 않은 사람들과 몬스터. 상민의 언데드들에 의해서 영지 안쪽으로 대피한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을 따라 도망친 몬스터들이 방금 일어난 폭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적은 수지만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점차 몰리는 사람들. 사람들은 무엇인가 확인하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곧 확신으로 가득 찼고, 이내 환희로 바뀌었다. "살았어! 우린 살았다고!" "그 괴물을 물리쳤다고!" "와아아아아!" 크아아아아! 사람들은 일제히 환희에 찬 함성을 질렀다. 사람뿐만 아니라 몬스터들조차 사람들 사이에 껴서 환희에 찬 함성을 질렀다. 종족을 초월하여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한스는 그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이애할 수가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수많은 생명이 사라졌다. 또 물질적인 피해도 엄청났다. 폭발에 휘말려 무너진 성벽만 해도 복구하는 데 3년은 넘게 걸릴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살았다고, 살아 있다고 기뻐하고, 환희에 찬 함성을 지를 뿐이었다. 그것을 한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어째서 기뻐할 수 있는지 말이다. [그것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기 때문에?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요?"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본마스터 셰인이었다. 그 뒤에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빌리를 비롯하여 모든 마스터들이 몸을 일으켰다. [그래. 살아 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요! 수많은 생명이 사라졌다고요!" [그래, 그렇지. 그건 나도 알고, 저들도 알고 있다. 그러니까 더욱더 기뻐할 수 있는 거다. 그들은 죽었고, 자신들은 살아 있으니까.] "…비겁해요." 한스는 저들이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이들은 목숨을 잃었는데 자신들은 살아 있다고 기뻐하고 환호하는 그들이 비겁하다고 말이다. [그래, 비겁하지. 하지만 죽은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어째서요?" [그건 저들이 살았기 때문이다. 죽은 자들 중 저기 살아 있는 자들과 친구이거나 가족인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 외에 얼굴조차 모르는 이도 있을 수 있지만 저들이 살았기에 그들은, 죽은 자들은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저들이 그들을 기억해줄 테니까. 그들 대신 더욱 열심히 살아가줄 테니까.] "그건 말도 안 돼요. 말도 안 된다고요!" 한스는 셰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저들이 죽은 이들이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죽은 이들이 기뻐할 것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너에게는 그렇겠지.] "네?" [항상 뒤를, 뒤만을 바라보는 너에게는 그렇겠지. 하지만 저들은 그렇지 않을 거다. 저들은 앞을, 미래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 미래. 그것은 한스에게 막연한 것이었다. 한스는 농노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런 그에게 미래란 없었다. 농노의 아들은 역시 농노이고, 그 농노의 아들 역시 농노이다. 한스는 우연히 마법사의 눈에 들어 평민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 한스는 생각했다. 과연 자신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한 일이 뭐가 있는지. 자신은 셰인을 말대로 항상 뒤만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때 평민이 되어, 용병이 되어 떠나기 전에 아버지가 한 말이 문득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앞으로 나아가라. 너는 농노의 아들이었지만 너의 아들은 마법사의 아들로 태어날 것이니 말이다. 뒤돌아보지 말거라.' "아……." 그때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 후, 한스는 아직도 몬스터들과 함께 환호를 지르고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아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환희에 찬 표정과 눈가에 맺힌 눈물을 말이다. 그들은 기뻐하면서도 슬퍼했던 것이다. 죽은 자들을 위해서, 셰인의 말대로 저들에게 기억될 죽은 이들을 위해서 말이다. 순간, 한스는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살기 위해서 도망갈 생각을 한 자신이, 미래를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죽음과의 투쟁을 회피했던 나 자신이……. 이 순간 한스를 지켜보고 있던 본마스터들은 그의 몸에서 내뿜어지는 기세가 조금 달라졌음을 느꼈다. 그것은 한스의 앞을 막고 있던 벽이 허물어짐으로써 생긴 변화였고, 본마스터들은 그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자신들의 주인의 제자가 될지도 모르는 이가 벽을 허물고 성장 했음에 그들은 기뻐했다. "저기, 셰인 씨." [왜 그러십니까.] "제가 생각한 정답 좀 들어주시겠어요." [정답 말입니까?] "예. 시험에서 떨어지면 전 선생님께 육체를 뺴앗겨야 하거든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한스의 얼굴에서는 전혀 불안감을 찾을 수 없었다. 그에 셰인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제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말씀해보십시오.] "고마워요. 제가 생각해낸 정답은……." 투쟁, 그리고 환희. 목숨을 건 투쟁과 그 투쟁에서 승리했을 때 느낀 환희. 그것이 한스가 생각한 정답이었다. 그 말에 셰인을 비롯해서 본마스터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정답입니다.] "참! 빼먹은게 있어요. 그건……." 미래. 앞으로 나아갈 길, 앞으로 살아갈 시간,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미래였다. 그에 정답을 말한 한스도, 그 정답을 들은 본마스터들도 알고 있었다. 마스터, 상민이 들는다면 분명 좋게 웃어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게 사람들과 몬스터들의 환호 속에 한 소년은 더욱더 성장하여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 … 여긴 어딜까? 어둠. 오직 어둠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 어둠은 익숙한 것, 자신이 가장 잘 다루는 것. 바로 죽음이었다. 죽음으로 이루어진 어둠 속에 상민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죽어버린 건가.] 상민은 자신이 또 죽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이번에는 죽어서 유령도 되지 못하고 저승도 그 무엇도 아닌 공간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감각은 존재했지만 그것은 미묘했다. 살아 있을 적의 감각인 촉각, 미각, 후각, 시각, 청각, 모두 존재하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유령일 때의 감각인 영적 감각도 존재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감각의 소용돌이에서 상민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아니,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어째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일까. 감각은 존재하는데. 살아 있을 적의 감각도, 유령이었을 적의 감각도 말이다.] 느껴지는 것은 어둠과 죽음뿐이었다. 주위에는 어둠과 죽음이 자리를 잡고 있을 뿐, 그 어떠한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두근! [응?] 두근두근!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 그것은 마치 천둥 같으면서도 따듯했고, 포근하면서도 격렬했다.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일까? 상민은 그 소리의 근원을 찾기 위해서 오랫동안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하지만 그 소리는들려오지 않았다. 그에 이내 상민은 그 소리를 듣는 것을 포기했다. 두근! 상민이 듣는 것을 포기한 순간, 다시 그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다시 그 소리를 듣기 위해 집중했을 때 그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고, 듣기를 포기했을 때는 그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몇 번이나 반복되었고, 상민은 더 이상 집중해서 들으려 하지 않고 그저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두근두근! 쿠우우우! 푸우우우! 푸드득! 쏴아아아아! 처음에 들려온 소리 외에도 여러 가지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각기 다른 소리였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모두 매우 힘찬 소리, 생명력이 가득한 소리였다는 것이다. 그것을 알아차린 것은 불과 얼마되지 않아서였다. 도대체 이 소리가 난 곳은 어디일까? 상민은 정말 궁금했다. 그 소리가 들려온 곳이 어딘지 찾고 싶었고, 결국 그것을 참지 못하고 상민은 그 소리의 근원을 찾기 위해서 감각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소리는 사라져버렸다. [도대체, 도대체 왜 사라진 거지. 왜!] 두근! 소리가 사라지자 상민은 자신도 모르게 화를 냈고, 그 순간 처음 들었던 천둥 같으면서도 따뜻하고, 포근하면서도 격렬한 소리가 들려왔다. 두근두근! 그 소리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려온다는 것을 상민은 곧 알아차였다. 두근두근! 쿠우우우! 푸우우우! 푸드득! 쏴아아아아! [아아아!!] 상민은 그 소리들이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소리들은 바로 자신에게서 난 소리였던 것이다. 천둥 같으면서도 따뜻하고, 포근하면서도 격렬한 소리는 바로 자신의 심장이 내는 소리였고, 두 번째 들려온 소리는 바로 목숨을 빨아들이고 내뱉는 소리였다. 세 번째 소리는 쉬지 않고 움직이는 자신의 몸의 근육들의 소리였고, 네 번째 소리는 자신의 몸에 흐르는 피들이 전신을 흐르는 소리였던 것이다. 그것은 환희! 생명력이 가득한 육체의 오케스트라였던 것이다. 그 순간 상민은 어째서 집중할 때마다 들을 수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항상 함께 있는, 항상 자신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들을 찾기 위해서, 집중하기 위해서 멈추었으니 들을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 그것은 앎과 함께 깨달음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그 깨달음은 생명, 한스가 느끼기는 했으나 사용하지 못했던 생명에 관한 깨달음이었다. [그래! 그랬던 거야! 하하하! 하하하!] 상민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느끼려고 노력했던, 동시에 아무리 노력해도 느끼지 못했던 생명을 이미 자신은 느끼고 있었다는것을, 단지 그것은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했음을 말이다. 그저 죽음처럼 대기에 퍼져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죽음 이외에 기운을 느끼려고 노력했다. 바로 그것! 그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죽음은 생명의 등 뒤, 이면에 서 있는 것. 죽음 역시 생명의 등 뒤, 이면에 서 있는 것인데 말이다. 이것을 안 뒤 상민은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의 이면, 안쪽에 존재하는 생명을 말이다! [안녕.] [이제야 우리를 찾았구나.] [바보, 늦었다고.] 생명이 말을 걸어온다. 자신을 너무 늦게 찾았다고 핀잔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민은 웃었다. 기뻐서 웃었다. [자, 그럼 돌아가자.] [그래, 돌아가자.] [돌아가자니? 어디로?] 자신을 끌고 어딘가로 가려는 생명들. 그런 생명들에게 상민이 물었다. [네가 원래 있어야 할 곳.] [네 소중한 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 [네가 살아 있다는 증거가 있는 곳.] [네 육체로.] [아!!] 생명들의 말을 들은 순간 상민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살아 있음을, 그리고 자신이 살아 있다는 증거인 육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그 순간, 주위가 밝아지며 주위의 환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드래곤 위저드 세트를 입은 한스도, 그 앞에 선 본마스터들도 말이다. [가자!] [어서 가자!] [자, 잠깐. 해야 할 말이 있어. 조금만 기다려줘.] [좋아.] [좋아, 저들에게 말하려고?] [혼자 힘으로는 부족해.] [우리가 도와줄게.] 생명들은 순순히 상민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상민은 생명들이 자신의 몸을 감싸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아아, 고마워.] [마스터!] "스승님!" 갑자기 내가 나타나자 한스를 비롯해 본마스터들은 모두 놀라워했다. 하긴 놀랄 만도 하지. 후후후. 지금 나는 생명의 도움을 받아 모습을 구체화한 상태이고, 무엇보다 너무 화려하니까. 지금 나는 황금빛, 생명으로 휩싸인 상태이니까 말이다. 말하자면 황금빛을 내뿜는 영혼이랄까. 후후후. [그것보다 한스.] "예? 아, 예." [정답은 알았냐?] "예! 정답은……." [아니, 됐어. 들을 필요 없을 것 같군.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다. 다음에 또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라.] "예!" 한스는 나에게 해맑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정말 정답을 찾은 것이다. 그래, 그래야지 내 제자 2호가 될 자격이 있지. [한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예! 선생님." [지금부터 너는 로시아 제국으로 간다. 가서 나의 소중한 가족들을 찾아가서 함께 지내라. 그들 중에는 너의 사형이 될 아이도 있으니까 잘 대해주고.] "아… 예! 선생님! 한스는 굳게 결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어 난 본마스터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정확히는 어느 사이엔가 그들과 함께 서 있는 잭으 바라보았다. [잭.] "예, 마스터." [난 지금부터 부활하러 또 다른 육체가 있는 곳으로 간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캡슐을 통해서 이곳으로 다시 못 올지도 몰라. 그래서 난 너를 남겨두려고 한다.] "마스터……." [너와 한 약속을 지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잘 부탁한다, 잭.] "맡겨주십시오!" [시간이 없어!] [어서 가자!] [어서!] 잭의 대답과 함께 동시에 생명들이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럼 간다! 잭, 내 둘째 제자도 잘 부탁한다.!] 그 순간, 나를 감싸던 생명이 나를 어딘가로 끄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속도는가히 엄청났다. 생명들이 나를 끌고 간 곳은 드래곤들의 서식지인 그랜드 월의 어느 한곳이었다. 산맥의 안쪽, 어떠한 출입구도 존재하지 않는 동공. 그리고 그 사이의 허공에 일그러져 있는 이상한 게이트! 저, 저것은 설마!! 나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 이상하게 일그러진 게이트로 생명들이 나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기절하기 직전에 본 마지막 장면이었다. =================================================================================== 파지지직! 파지지직! "크윽! 개잡는 신부야! 힘 좀 써봐라!" "크윽!" 상민의 또 다른 육체가 있는 상민의 집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바로 수많은 망령들이 모여든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저 몇몇의 망령들만 상민의 육체를 알아차리고 진입을 시도했지만 결계 때문에 접근하지 못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자 망령들 사이에 소문이라도 퍼진 것일까. 점차 접근해오는 망령의 숫자가 늘어났다. 그 때문에 가기던 한국지부의 신성 계열 능력자들이 총동원되어야 했고, 상황은 지금에 이르렀다. 가디언 한국지부의 신경 계열 능력자들이 펼치는 신성 결계와 수많은 망령들의 대치하는 상황으로 말이다. 사실 망령들을 하나하나 소멸시키면 되었겠지만 문제는 그것을 할 여유조차 없다는 것이었다. 파지지직! "크윽!" "라오, 나서줄 수 없겠나?" 가디언 한국지부 총지부장 호연진은 상민을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는 라오에게 부탁했다. 라오는 언데드 파라오, 불사의 황제다. 그에게는 신성 계열 능력자들처럼 영적인 존재에게 영향을 가할 수 있는 제사장이란 존재가 있었고, 그들이 나선다면 신성 계열 능력자들도 한결 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오는 요지부동. 전혀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고 묵묵히 상민만을 쳐다보았다. "후~ 우." 연진은 답답했다. 망령에게 영적인 존재에게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면 타격을 줄 수 없었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이곳에 자리한 신성계열의 능력자들의 제외한 모두에게 적용되는 사실이었다. 연진은 답답한 만큼 그들 또한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모르겠나." "응?" 지금까지 연진의 말에도 전혀 대답하지 않던 라오가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고개를 돌려 연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뭔가 달라진 것을 모르겠냐는 것이다." "달라져?" 연진은 뭔가 달라진 것을 모르겠냐는 라오의 말에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알 수 없었다. 결국 연진은 다시 고개를 돌려 달라진 것이 무것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훗." "……." 자신을 보며 웃는 라오를 보며 뭔가 속에서 끓어오르는 것을 느낀 연진이지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참고는 라오의 대답을 기다렸다. "저들을 봐라." 연진은 라오가 손으로 가리킨 곳으로 고개글 돌리자, 그곳에서는 신성 계열 능력자들이 망령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것이 뭐 어쨌다고? 연진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곧 이어진 라오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도 모르겠나. 망령들이 더 이상 울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아!!" 그랳다. 망령들은 출몰할 떄마다 유침하고 암울한 소리를 내면서 망령 특유의 음한 기운을 내뿜었다. 그런데 라오의 말대로 언제부터인가 망령들은 음칭하고 암울한 특유의 소리도, 망령 특유의 음한 기운도 내뿜지 않았다. 이 변화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연진은 갑자기 그것이 궁금해졌고, 다시 라오를 쳐다보았다. 연진의 시선에 라오는 이번에도 연진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그들로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인 그들의 군주가 돌아오기에 저들은 변한 것이다." "군주라니?" "멍청하군. 망령들의 군주, 죽은 자들의 군주라면 떠오를 만한 이가 이곳에 누가 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설마!" 라오는 연진의 말에 비웃음이 아닌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뒤를 돌아 상민에게 다가가며 말하기 시작했다. "경배하라, 죽은 자들." 라오의 말이 시작되자 순간 망령들은 행동을 멈추었다. 그로 인해 신성결계에 가해지던 부담도 줄어들었고, 결계를 유지하던 신성 계열의 능력자들을 비롯해 모두의 시선이 라오에게 향했다. 그런 모두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라오는 상민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경배하라, 망자들이여." 아아아아! 우우우우! 망자들은 라오에 말에 따라 결계의 밖에서 울기 시작했다. 수많은 망자들의 공명음은 신성 결계를 울렸고, 그 공명음을 견디지 못한 유리들은 모두 깨어져나갔다. 그러는 사이 라오는 어느새 상민이 들어있는 캡슐 위로 올라가 자신이 직접 상민의 심장에 꽃았던 라의 신검의 자루에 손이 올려놓았다. "오라, 나의 형제여." 팍! 우우우웅! 파아아아악! 라오의 손에 의해서 라의 신검이 심장에서 뽑혀나오자 상민의 몸은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공명, 대기와의 공명이었다. 정확히 대기에 퍼져 있는 죽음과 생명과의 공명이었다. 순식간에 공중으로 떠오른 상민의 육체를 죽음과 생명이 뚤러싸더니, 상민의 몸으로부터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 빛과 함께 대기의 죽음과 생명은 상민의 몸으로 파고들었다. 우드득! 우둑! 우드득! 그것은 무협의 용어로 말하자면 환골탈태, 다른 용어로는 바디 체이지였다. 이는 상민에게 두 번째 환골탈태이자 바디 체인지였다. 빛에 휩싸여 방 안에 있는 이들은 볼 수 없었지만 상민의 몸은 죽음과 생명에 의해서 완전히 재구성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존의 두 번째 환골탈태인 몸의 노폐뮬을 모두 내보내고 깨끗한 몸으로 만드는 것과는 달랐다. 상민은 네크로맨서로서 지금 몇 번 탄생한 적 없는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렀고, 생명과 죽음을 깨달았다. 그로인해 생명과 죽음으로 환골탈태를 하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기존의 두 번째 환골탈태와는 다르게 여러 가지 이윽, 즉 전신의 단전화와 내공의 증가, 그리고 순수한 육체의 능력의 강화 등 무인으로서의 이득과, 육체 능력 강화와 마나에 가까운 몸, 더욱 많은 마나의 보유 등 마법사로서의 이득을 보지 못하지만, 단 2가지 면에서 기존 큰 이익을 보게 되었다. 가장 순수한 힘이라 할 수 있는 죽음과 생명으로 인해서 환골탈태를 한 덕분에 죽음과 생명을 의지만으로 다루고 움직이고, 그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되는 것이 기존의 환골탈태와 다른 점이었다. 오직 죽음과 생명에 특화된 육체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는 엄청난 것이다. 단지 의지만으로도 죽음을 느끼고 죽음을 움직여 상대를 죽일 수 있는 것이고, 생명을 느끼고 생명을 뭉직여 상대를 치료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을 하는 데는 대가를 필요로 하겠지만 말이다. 다음 두 번째 이득은 죽은 자들에 한해서 절대적인 권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었다. 태초부터 존재해온 죽음과 생명에 의해서 실행된 환골탈태. 그로 인해 죽은 자에 대하여 권능을 발휘하는 유일한 자로서 죽은 자들은 상민을 거역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상민은 데스마스터가 됨으로써 태초부터 존재해온 죽음과 생명의 유일한 대변자가 된 것이다. 물론 또 다른 데스마스터가 생겨난다면 이 두번째 이득은 사라지겠지만 말이다. 이 두번째 이익은 상민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데스마스터이기 때문에 생기는 이득이니 말이다. 우우웅. 상민의 환골탈태가 끝나자 죽음과 생명은 다시 애초부터 있던 자리로 돌아갔고, 공중에 떠 있던 상민은 천천히 내려서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며칠간 감겨 있던 눈이 천천히 떠지기 시작했다. 눈이 떠진 상민의 눈으로부터는 정명한 빛도, 밝은 빛도 찾을 수 없었다. 아주 평범한 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의 눈이었다. 상민은 눈을 뜨고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는 미소 지었다. 자신의 몸은어떻게 변화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알몸이라는 사실도. 그에 상민은 방에 널브러져 있는 이불을 재빨리 들어 몸을 가리며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하. 옷 좀 주실래요, 작은아버지." 수많은 사람들을 고생하게 만든 원흉, 상민이 깨어나 가장 처음한 말이었다. =================================================================================== -= 34장. 그림자 군주의 탄생, 그리고 휴식 =- "거참, 제 몸은 괜찮다니까요." "안 돼! 넌 심장이 한 번 멈추었던 몸이야! 집에서 쉬어라!." "할아버지! 작은아버지! 좀 도와주세요." 번쩍! 흠칫! "이번에는 어멈 말을 따르는 것이 좋겠구나." "아버지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하~ 아. 어머니의 살벌한 눈빛에 결국 할아버지도, 작은아버지도 당해내지 못하고 패퇴하셨다. 벌써 내가 부활한 지 일주일. 작은아버지에 말에 의하면, 난 생물학적으로 죽음을 판정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전 한의 2장로이신 선매화 장로님을 비롯해 우리 학교 수위로 활동 중이신 5장로 김제신 장로님과 나의 형제 라오의 말에 아직 내가 살아 있음을 알고 신성 결계를 펼쳐 망자로부터 나의 육체를 보호했기에, 나는 이렇게 육체를 다른 망령들에게 빼앗기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을 수 있었다. 몸은 멀쩡하지만 말이다. "그럼 편히 쉬어라. 엄마는 시장 보러 다녀올게." "예……." "쉬어라." "예." "그럼 다녀올게. 미연아, 상민이가 다른 짓 못하게 잘 감시해라." "예, 어머니." 어머니는 곧 방을 나섰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바로 우리 가족이 이사한 집이다. 나와 라오, 제키 형이 살던 집은 나로 인한 소동 때문에 언론 매체에 알려졌기에 이곳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내가 부활한 뒤에 어머니의 압력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지만 말이다. 집에 온 뒤에 나는 몸에 전혀 이상이 없는데도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에유, 계쏙 누어 있더니 몸이 다 찌뿌드드하네." "……." "그나저나 누나 학교 빠져도 돼?" "……."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누가. 그 이유는 단 하나다. 어떤 이유에선지 나 때문에 단단히 화가 났다는 것이다. 화가 난 것은 어머니만이 아니라 이건가, 하하하. 이럴 떄의 대처법은… "누가." "……." "미안. 내가 잘못했어." 무조건 사과하는 방법밖에 없다. 내가 두 손을 붙여 비비며 애처로운 표정으로 말하자, 누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내 머리에 손을 올리고는 그대로 헝클어트렸다. 이는 누나가 용서해줄 때마다 하는 행도이었다. 이거 오랜만에 이러니까 기분이 좀 그런데. "그런데 뭘 잘못했는지는 알아?" "에… 그게……." "하~ 아. 상민아." "…응." "네가 어떠한 능력을 가졌든 어떤 일을 하든, 가족들은 모두 너를 믿고 지켜볼 거야. 물론 우리가 도움이 된다면 돕기도 할 거고." "…응." "그리고 이것만은 항상 기억해줘. 가족들이 항상 집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말이야." 누나의 말에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렇지 않게 보였던 누나도 역시 내가 한 번 죽었다는 것에 어머니 못지 않게 놀랐고, 불안해했던 것이다. 단지 어머니처럼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지. 누나오 ㅏ나는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흠흠! 미연아, 여기는 나에게 맡기고, 너도 좀 쉬어라." "예, 작은아버지." 작은아버지의 말에 따라 누나는 그제야 방을 나섰다. 후~ 우. 작은아버지는 의자를 당겨 내 옆에 앉으셨다. "몸은 괜찮으냐?" "작은아버지도 잘 아시잖아요." "하긴 나도 아직 못해본 두 번째 환골탈태를 한 녀석이 어디 아플리가 없지. 그나저나 어떻게 된 일이냐?" 아까까지만 해도 장난스러운 표정을 하고 계시던 작은아버지는 지금은 아주 진지한, 한국지부 총지부장 호연진으로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런 작은아버지의 표정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해야 할지 말이다. 사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내가 생명에 의해서 이끌려 마지막에 본 이상하게 일그러진 게이트. 그 게이트가 우리 세계에 일어난 일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모든 것을 작은아버지께 말씀드려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나의 비밀까지 모두 말해야 했기에 나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작은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이 필요한 거냐." "…예."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나중에 때가 되면, 때가 되었다고 생각되면 말해주려무나. 그나저나 축하한다." "예?" 작은아버지는 어느새 총지부장이 아닌, 작은아버지로서 진심 어린 표정으로 내게 축하한다고 말해주셨다. 나는 그 말에 잠시 무슨 뜻인지 감을 잡지 못했지만 곧바로 두 번째 환골탈태, 보다 높은 경지로 한 걸음 나아갔음을 축하해주는 말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 호씨 집안에 대마법사가 배출돤 건가. 이거 이러다가 무인가문이 아니라 마법사 가문이 되는 거 아닌가 몰라." "후후후. 그건 두고 봐야죠." "이놈 봐라. 그걸 내가 가만히 눈뜨고 지켜볼 줄 아냐!" "윽! 항복! 항복! 항복이요!" 크윽! 작은아버지도 참. 지난번 아무것도 모르고 할아버지 댁에 내려갔을 때 이후로 처음당하는 헤드락. 전과 비교하자면 그렇게 아픈 것도 아니었고 얼마든지 풀 수 있었지만. 나는 엄살을 부렸다. 그 후, 작은아버지는 밖으로 나가셨고,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들어오셨다. "그래, 몸은 괜찮으냐?" "할아버지도 작은아버지와 꼳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허험. 연진이도 그랬냐? 그나저나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이번에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단번에 이해하고 바로 반응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내가 매우 자랑스럽다는 눈빛을 보이셨다. 하하하. 그런 눈빛은 매우 부담되는데. "혹시 네가 얻은 경지에 대해서 물어봐도 되겠느냐?" "얼마든지요." 그 후, 나는 할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따. 이번처럼 긴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생각할 만큼 말이다. 역시나 살아오신 연륜이 있으신지라 내가 할아버지께 이야기하는 시간보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응ㄹ 듣는 시간이 더욱 많았다. 각기 다른 분야, 즉 할아버지는 무학, 나는 마법사였지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고, 할아버지도 나와의 대화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하셨다. 과연 진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할아버지의 대화가 끝나고 나서 난 혼자 방에 남게 되었다. "셰인, 어떻게 됐지." [여전히 잭과 연결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모두가 나간 방. 그곳의 어둠으로부터 한 명의 기사가 나타났다. 그는 셰인. 그러나 예전과는 달랐다. 예전의 새하얀 뼈로 이루어진 검과 갑옷을 입은 기사의 본마스터가 아닌, 검은색의 칠흑과 같은 죽음이 부여된 갑옷과 역시 칠흑 같은 죽음이 부여된 검을 지닌 기사, 데스 챔피언인 것이다. 그동안 가족들과 가디언에 소속된 각종 의료진에게 검사를 받느라 셰인을 비롯해 본마스터들, 아니 본마스터였던 녀석들을 불러낸 것은 불과 이틀 전이었다. 처음 데스 챔피언으로 변한 그들을 보았을 때는 얼마나 놀랐는지, 그때를 다시 떠올리면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들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그 순간을! 대기의 죽음조차 그들의 등장에 숨을 죽이던 그 순간을 말이다. 후후후. […마스터?] "아, 미안.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고. 그나저나 걱정이군." 말 그대로 걱정이엇다. 내가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 젤드리온에게 이(異)세계와 지금 내가 있는 현실세계를 오갈 수 있었다. 걷분에 나는 이(異)세계에 가 있지 않은 동안에도 한나를 비롯한 모두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안 되었다. 셰인을 비롯해 데스 챔피언들이 이(異)세계로 넘어가는 것도, 잭과 정신을 연결하여 대화를 나누는 것도 말이다. 셰인에게 셰속해서 시도해보라고 해놓았지만 역시나 안 되는 모양이었다. 후~ 우. 정말 걱정인데. [모두 잘 있을 겁니다. 잭도 곁에 있고, 그 외에 한나 아가씨를 비롯해 모두를 위해서 각가지 준비도 해놓으셨지 않습니까. 그러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그래. 괜찮겠지." 이(異)세계에 있는 이들을 걱정하는 나르르 위로하는 셰인을 보며 난 자조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괜찮을 거야. 여러 가지로 준비를 해놓고 왔으니까. 거기에 그 준비는 내가 죽었을 때를 대비한 것이니까 충분히 도움이 되고도 남았을 거다. 그나저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현재 이(異)세계에는 범상치 않은 이들을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흑마법사들의 등장과 고위 마족으로 보이던 소년, 그리고 흑마법사들이 만든 키메라의 활동, 마지막으로 내가 깨달음을 얻고 살아나기 이전에 본 이상하게 일그러진 게이트……. 이 모두가 내가 활동하던 이(異)세계와 연관되어 있으니 말이다. 후~ 우. 똑똑. 스스스스. "대화 중이셨습니까." 노크 소리에 셰인은 재빨리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마치 애초부터 방에 나 이외에는 어떠한 존재도 없었던 듯이 자연스럽게 말이다. 곧 노크를 한 이가 들어왓고, 그는 바로 무당인 한의 2장로, 선매화 장로님이셨다. 선매화 장로님이 웬일로…….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매화 장로님." "그렇군요. 라오님을 만났을 만났을 때 이후로 한 번도 만나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선매화 장로님은 나에게 인자하게 웃어 보이며 말하셨다. 언제 봐도 정말 아름다우신 분이다. 단지 마주 보고 있응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질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보니 매화 장로님이 나에게 존댓말을 하시네. 전에는 마치 손자를 대하듯이 대해주셨는데. 이 사실을 떠올린 나는 재빨리 말했다. "그냥 평소대로 하세요. 아직 나이도 어린 저에게 존댓말은 어색하네요."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제가 모시는 분조차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분께 말입니다." 그래서 그러신 건가. 하~ 아. 난 한숨을 내쉬며 매화 장로님의 등 뒤에 선자를 바라보았다. 나의 시선이 향하자 마치 송구스럽다는 듯이 더욱 고개를 숙여 보이는 그를 보며 난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보다 높은 경지인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뒤에 대부분 이렇다. 어쩌다가 집을 통과하는 망자들도 그렇고, 이렇게 신령화된 이도 그렇고 말이다. 난 죽은 자들에게 극도의 존대를 받는 존재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런데 매화 장로님까지 존대라니. 한 번 더 한숨을 내쉰 후. 난 매화 장로님을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절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인자한 미소를 짓고 계셨던 매화 장로님의 얼굴에는 인자한 미소 대신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아, 매화 장로님도 아신 건가.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며 더욱더 고개를 숙여 보이는 그를 보며 난 자조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가족들에게는 비밀로 해주십시오." "예. 부티 천수(天壽)를 누리시기를……." 천수란 말을 나보다 오래 살아오신 매화 장로님께 듣게 될 줄이야. 데스마스터의 경지인 내가 그렇게 오르고 싶어 했던 그 경지는 개가 생각하는 이상의 힘과 깨달음을 나에게 선사한 반면, 많은 것을 앗아갔다. 그 후, 서냄화 샂오림은 그렇게 한동안 나와 함께 방에 조용히 계시다가 어머니가 방에 들어오시고 나서야 방을 나가셨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데스마스터로서의 하루가……. =================================================================================== 우우웅! 그것은 탄생. 우우웅! 창조주에 의해서 빛과 어둠. 각가지 피조물들이 생겨남과 동시에 빛과 항상 함께하던 것. 우우우웅! 빛과 항상 함께했으나 빛보다는 어둠에 가까웠던 것. 우우웅! 그것은 그림자(影)였다. 망자의 대지. 수많은 죽되 산 자들의 땅. 그들의 마지막 대지. 그곳의 중심에서 모든 그림자의 군주는 수천, 수만년의 시간들 뛰어넘어 재래(再來)하려 하고 있었다. [드디어, 드디어 그림자의 군주의 탄생인가.] 데스마스터, 아니 데스히어로 스칼러은 환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데스히어로 스칼런뿐만이 아니었다. 데스리치를 비롯해 프린스 좀비. 에이션트 벤시, 듀라한 크라운, 인센 브레이커 투크.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또 한 번의 진화를 겪은 진정한 모든 뼈로 된 망자들의 지배자, 본로드(Bone Load) 역시 환희에 차서 그림자의 군주의 탄생응ㄹ 지켜보고 있었다. 키키키키! 캬캬캬캬! 구어어어어! 끼리릭! 척! 척! 망자의 대지 중심에서 일어난, 그림자의 군주의 탄생을 지켜보기 위해서 망자의 대지의 모든 망자들은 환희에 차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가장 소란스러운 것은 단연 그림자 몬스터였다. 섀도 워커. 쉐이드. 섀도 비스트 등의 그림자 몬스터들 말이다. 그것은 당연했다. 자신들의 군주가 탄생하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으랴. 공중을 선회하며 소란을 떨고 있는 그림자 몬스터들을 보며 언데드들의 군주들은 미소 지었다. [그때는 정말 정망스러웠지요.] [으으으. 다시 생각하기도 싫네.] 스칼런의 말에 데스리치는 그때를 다시 떠올리기 싫다는 듯이 치를 떨었다. 그것은 다른 군주들도, 말을 꺼낸 스칼런도 마찬가지였다. 상민의 죽음은 스칼런을 비롯해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언데드들에게는 정망과도 같았다. 그들에게 상민은 이제 거의 완성괸 군주!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가 될 자였다. 그런 상민이 에잌션트 실버 드래곤에게 죽자 그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고, 군주들은 자신들이 직접 나서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점차 예전의 나타나기 전으로 돌아가는, 약해져가는 자신들의 힘을 느끼면서 말이다. 그들의 힘은 상민으로 인해 군주에 한해서 공작위를 가진 마족과도 싸워볼 만한 힘을 얻기도 했었다. 하지만 상민의 죽음으로 다시 그 힘을 천천히 잃어가게 된 것이다. 그것은 과거로의 회귀. 다시 마족들에게 지배받는 그때로 돌아간다는 소리였기에 그들은 약해져가는 힘을 느끼며 절망의 늪을 헤엄칠 수밖에 없었다. 이어 상민의 등장으로 생겨난 새로운 언데드들은 그 수가 점차 줄어갔고, 새로운 언데드에 속하는 데스브레이커. 그들은 군주 투크는 자신의 존재의 소멸에 엄청난 불안감을 느끼며 마물을 상대로 날뛰었다. 그건 여타 다른 데스 브레이커들도 마찬가지였다. 점차 사라져가는 새로운 언데드들, 정말에 빠져 자신조차 가누지 못하는 언데드들의 군주들로 인해 혼란에 빠진 언데드들은 다시 마계 여기저기로 흩어질 것만 같아 불안했다. 상민이 이(異)세계에 나타나기 전처럼……. [그때 기적이 일어났지.] 끄덕. 스칼런의 말에 모든 군주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적. 그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정말로 기적이었다. 바로 상민의 부활! 죽은 줄 알았던 상민이 부활한 것이다! 물론 여전히 불완전한 데스로드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완전한 데스마스터. 단지 그 경지에 오른 것만으로도 불완전한 데스로드에 올랐을 때 이상의 변화가 언데드들로부터 일어났다. 그들에게 그것은 말 그대로 기적이었다. 마치 상민의 죽음이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처럼. 계획된 일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힘이 약해져가던 언데드들은 상민이 죽기 이전보다 최소 2배는 상해졌고, 보다 높은 지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상민이 사라지며 소멸해간 언데드들은 모두 부활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언데드들과 비교하여 보다 더 강해졌다. 그것은 언데드들의 군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민이 죽기 전보다 2배는 더욱 강해졌던 것이다. 그런 군주들 중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것은 바로 스켈레톤 로드, 아니 지금은 본로드가 된 모든 뼈로 된 망자들의 군주였다. 스켈레톤 로드가 어떤 이유에서 본로드로 변화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변화로 인해 본로드는 이 자리에 있는 군주들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힘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변화된 본로드. 전에는 전사와 같은 흉포한 검이었다면, 본로드가 된 지금은 마치 기사와 같은 검집에 그 모습을 감춘 정갈한 한 자루의 검과 같았다. 그들은 그 검집에 나올 검이 얼마나 강한지, 그 흉포함이 얼마나 더해졌는지 본능적으로 느끼고 부러워하면서 기뻐했다. 본로드는 그들에게 경쟁자인 동시에 동지이니 말이다. 우우웅! 그때,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시간을 회상하던 군주들이 눈을 빛냈다. 망자의 대지 중심에서 생겨난 고치, 그림자로 된 고치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공명을 낸 것이다. 파직! [오오오! 드디어!] 그림자의 고치에서 균열이 가며 그 균열로부터 무엇인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림자. 빛처럼 내뿜어지긴 했지만 분명 그림자였다. 균열을 통해서 사방으로 퍼져나간 그림자는놀랍게도 고치의 주위에 몰려들었다. 그러더니 곧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 수는 수천, 수만에 이르렀고, 언데드들은 그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그들은 그림자의 백성과 그림자의 전사들, 그림자의 기사들과 어둠의 그림자들의 탄생으로 그들 역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물론 그들만이 탄생한 것은 아니었다. 그림자의 군주의 탄생으로 마계에 존재하는 모든 그림자들은 변화를 겪고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군주를 모시기 위한 걸맞은 존재로 말이다. 파직! 그림자의 고치는 또 한 번 균열을 일으켰다. 그 균열은 총 네군데에서 일어났고, 그 네 군데의 균열에서는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은 농도 짙은 그림자가 내뿜어졌다. 그 수는 균열과 마찬가지로 단 4개! 그 네 그림자는 그림자의 고치를 둘러싼 인 섀도 피플과 섀도 워리어, 섀도 나이트와 다크 섀도들의 가장 앞에 섰다. 이 네 존재는 모든 그림자들의 군주인 섀도 로드의 병력의 지배자들이었다. 그들은 섀도 마스터인 군주의 탄생과 함께 모습을 드어내었다. 그들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언데드들의 군주는 일제히 소리쳤다. [모두 경배하여라!] 시작은 데스히어로 스칼런, 죽은 기사들의 군주. [모두 찬양하여라!] 뒤를 이은 것은 마법의 힘으로 불완전한 불사를 이룩한 자들의 대표자, 죽은 자들의 군사(軍事)인 데스리치. [빛과 항상 함께했으나.] 벤시. 죽은 여인들의 한을 품어 냉기로 내뿜는 언데드. 그런 그녀들의 군주인 에이션트 벤시. [빛보다 어둠에 가까웠던 이.] 목 없는 자들의 군주, 듀라한 크라운. [경배하여라! 찬양하여라!] 부패된 자들의 군주인 좀비들의 왕자, 프린스 좀비. [모든 그림자의 군주의 탄생을!!] 모든 뼈로 된 망자들의 군주! 본로드! 그 뒤 모든 언데드들의 지배자들이 동시에 외쳤다. [어서 오라, 우리의 형제여…….] 파지지직! 파아아아! 말이 긑남과 함께 그림자의 ㅇ고치는 크게 균열이 가며 산산조각 났고, 그렇게 산산조각 난 그림자의 고치로부터 거대한 어둠, 아니 어둠조차 빨아들일 것만 같은 그림자가 치솟았다. 하늘로 치솟은 그림자는 점차 팽창하기 시작했고, 그 팽창을 견디다 못해 그림자가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림자는 그런 예상을 비웃듯이 점차 수축하고 있었다. 점차 작아지기 시작한 그림자는 이내 사람의 크기만큼 작아지더니, 점차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 형체는 여성, 칠흑 같은 어둠, 아니 그런 어둠조차 빨려들 것만 같은 흑발, 그 누구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의 아름다운 얼굴. 그러나 그런 아름다운 이에게 함부로 다가서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눈. 피빛과 같은 붉은 눈이 그녀에게 다가가기를 꺼려하게 만들었다. 슉슉슉슉! 그런 그녀의 발밑르오부터 네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그녀의 친위대. 그림자의 군주의 친위대린 섀도들이었다. 단지 섀도, 그외에 따라 붙는 명칭은 조재하지 않았고, 그들에게 그 외의 명칭은 필여 없었다. 그들은 섀도, 그림자들의 군주의 그림자이니 말이다. 두리번두리번. 막 태어난 그림자의 군주는 두리번거리며 무엇인가 찾는 듯했다. 그런 행동에 그림자의 군주의 백성들과 전사들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그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없네……." 그녀는 자신이 찾는 것이 없다는 것이 서글픈지 금세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앗따. 하지만 곧 그녀의 표정은 다시 밝아졌다. 마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았다는 듯이 말이다. 그 후, 그녀는 자신 발밑에 있는 그림자로 스며들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의 수하들, 그림자의 군대도 역시 함께 사라졌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언데드들의 군주는 잠시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이내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마치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예상된다는 듯이 말이다. 그렇게 그림자의 군주와 언데드들의 군주의 대면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졌다. =================================================================================== "아, 심심하다." "심심한가, 형제여." 벌써 부활한 지 2주째. 난 여전히 집에 잡혀 있었다. 그대로 예전보다는 나은 것이 4일 전만 해도 방에서 누워 있어야 했지만, 지금은 집안과 집 근처는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외출 시에는 15분 간격으로 어머니의 전화를 받아야 했지만 말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집에 박혀 있는 것이 나았기에 난 거실 소파에서 나뒹굴며 라오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나마 나았는데 시간이 지나자 점점 심심해졌다. 하긴 며칠간 텔레비전만, 그것도 똑같은 프로그램을 재방송으로 몇 번이나 봤으니 안 질리는 것이 이상하지. 하~ 아. 돌아다니고 싶다. "응. 심심해." "심심하면 나가면 될 것 아닌가." "하~ 아." 라오의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라오, 너도 잘 알면서. 끄응. 우우우웅! 그때! 갑자스러운 공명음이 들려왔다! 뭐지? "무슨 일이냐!" "이 기운은 뭐지!" 모두가 느낀 것일까. 내가 부활한 날 이후로 집에서 출퇴근하시던 작은아버지를 비롯해 할아버지, 거기에 5장로님까지 모두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셨다. 그분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확실히 지금 느껴지는 공명음의 주인공은 대단한 힘을 지녔다. 하지만 적의는 지니지 않고 있었다. 엄밀치 말하자면 호의를 가지고 있었다. 단지 문제가 된다면 갑작스럽게 나타났다는 것과 그 존재감이 엄청나다는 것이었다. 누구지? 호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런 엄청난 존재감을 지닌 존재가. 우우우웅! 슈우우우! 그때, 공명음이 잦아들면서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바로 거실에 있는 그림자로부터 무엇인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 그러나 나에게는 긴장감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여유, 저 존재가 절대로 나에게 적대시하지 않을 거란 것을 나도 모르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자로부터 모습을 드러낸 존재는점차 그 형체가 명확해져갔다. 그 엄청난 존재감의 주인공은 여성이었다. 그것도 무척 아름다운 여성. 나이는 20대 초반이나 중반? 하여튼 지금의 내 모습보다 많아 보였다. 왜 비교 대상이 내가 되는 거지. 두리번두리번. 그녀는 완전히 형체를 갖추고는 무엇인가 찾는 것처럼 두리번거리다 곧 나와 마주쳤다. 싱긋. 나를 발견한 그녀는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붉은 눈의 마소녀. 어둠조차 빨아들일 것처럼 검은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그녀의 미소를 보며 웬만한 남자들은 얼굴을 붉힐 만하건만 나는 이상하게 전혀 얼굴이 뜨거워지지 않았다. 왠지 그녀가 여성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지? 이런 의문은 곧 해결되었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말이다. "아빠!" "아빠?" "뭐?" 어엇! 와락! 뭉클! 그녀의 말에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이어진 그녀의 행동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녀는 그대로 달려들어 나에게 안겼기, 아니 나를 안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나의 머리를 그, 그곳에 묻으면서 말이다. 이때만큼은 나도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 없었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움찔! 그때 들려오는 아주 싸늘한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우리 집안의 주인,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이, 이런! 나는 급하게 그녀를 떼어내고 소파에서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저 가냘프레 보이는 그녀의 팔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직! 그때 나는 볼 수 있었다. 어머니의 손에 들린 사과가 박살나는 것을 말이다. 집에 있는 이들 대부분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왠지 어머니의 손에 의해 으깨지는 사과를 보며 나는 알지 못할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으으으! 어서 벗어나야 해! 하지만 나는 그녀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마나를 동원해도 말이다. 그렇다면! "셰인!!" [예, 마스터.] 나의 힘으로 안 된다면 셰인의 힘을 빌리면 되지! 나는 셰인을 불러내어 정체불명의 여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방해물이 셰인을 막아섰다. "나와 아빠읭 시간을 방해하지 마!" 슈슈슉! 척!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발밑으로부터 뻗어나간 그림자가 셰인의 앞을 막아섰다. 정확히 뻗어나간 그림자로부터 출현한 한 존재에 의해서 말이다. 샥! [군주께서 하시는 일은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다.] 그 존재는 전신을 검은, 아니 검다기보다는 뭐랄까, 말 그대로 그림자 같다고 할까. 하여튼 붕대로 전신을 가린 존재였다. 그의 무기는 고작 검신이 30센티미터 정도 되는 검이었지만 그 검으로부터 느껴지는 기세는 전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림자로부터 나온 이가 자신을 막아서자 셰인은 자신의 허리에 매어져 있는 검을 내뻗었다. [나 또한 나의 군주, 나의 주인의 명을 따를 뿐이다.] 우우웅! 맞서서 검에 데스 오러를 내뿜는 셰인! 그에 지지 않고 검을 치켜드는 그!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모두 그만두지 못해요!!" 일촉즉발의 상황에 아무도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숨을 죽이고 있는 그때 나서는 이가 있었으니, 그분은 바로 어머니였다! "어, 어머니!" "당장 그 검 집어넣지 못해요!" [명을 받듭니다.] 셰인은 어머니의 말씀에 바로 따라 검을 거두었고, 그림자로부터 나온 이는 여전히 검을 치켜들고 있었다. "할머니 말씀을 따라." [명을 받듭니다.] "할머니?" 빠직! 이번에는 어머니에게 할머니란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누가 좀 가르쳐줘!! =================================================================================== 부비부비. "가만히 있지 못해요!" "…칫." 빠직! "…예." 상황 정리는 그로부터 약 30분이 걸렸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엄청난 존재감을 가지고 그림자로부터 나온 이 여자는 나를 아빠라고 부르고 있지만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일단 어머니의 화를 삭이는 데 꽤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 어머니는 밖에 돌아다니시면 상당히 젊다는 소리를 들으신다. 나와 누나 나이만큼의 자식을 가진 가정주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할머니란 소리를 들었으니 열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화를 삭이신 이후 어머니가 제일 먼저 하신 일은 나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붙어 비비적거린 여자를 떼어놓으시는 일이었다. 어머니가 직접 나서시자 나는 의외로 그녀에게서 쉽게 벗어날 수 있었다. 그저 어머니가 잡아당기신 것만으로 말이다. 내가 마나를 동원하여 갖은 애를 써도 벗어나지 못했는데……. 그 후, 지금과 같이 거실에서 나는 어머니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나는 솔직히 아무 잘못도 없는데. "아가씨." "네, 할머……." 팍! "…언니." 과일 칼이 사과에 깊숙이 박히는 것을 보고 바로 호칭을 바꾸는 그녀, 탁월한 단어 선택이었다. "제가 혹시 잘못 들은 게 아닌가라고 생각되는데, 상민이가 아가씨에게 뭐죠?" "아빠요." 쿨럭! 나는 마시던 냉녹차를 뱉어낼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 그 내용물에 누군가가 적중당하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도대체 왜 내가 아빠라는 거야! 이(異)세계에 있었던 시간까지 해도 내 실제 나이는 25세도 안 됐고, 지금 육체의 나이는 겨우 18세란 말이다! 잠시 불타올았던 나는 심호흡을 하면서 진정하고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기요." "왜? 아빠." "제 나이는 겨우 열여덟 살입니다만……." "아, 그거 알아." "그런데 왜 아까부터 저를 아빠라고 부르는 겁니까! 댁 외모를 아무리 살펴봐도 저보다 연상으로 보이는데." "그래도 아빠는 아빠인걸." 양손 검지를 부딪치며 말하는 그녀. 그 행동과 함께 어디에서든 눈에 띄는 외모 덕분에 난 순간 그녀를 꽉 껴안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을 거두었다. 일단 그녀는 아까 말했다시피 나보다 연상으로 보이는 이유도 있었지만, 정체조차 판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시 심호흡을 난 다시 말을 하려고 했지만 생각지 못한 방해에 벌렸던 입을 다물어야 했다. "아가씨,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지요?" "나이? 아, 살아온 시간! 음, 사십 분!" "뭐?" "사십 분?" "응! 사십 분! 난 태어난 지 사십 분밖에 안 됐어."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혼란에 빠지는 나였다. 물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하~ 아. 도대체 누가 대신 설명 좀 해줘!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슉~ "누구냐!" 내가 머릿속으로 소리치고 있을 때,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난 바로 몸을 움직여 자리를 피했다. 느끼지 못했다. 그 기척도, 살아 있는 이라면 가지는 생명조차도 말이다. 그에 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나를 긴장시킨 존재는 바로 여자였다. 그것도 상반신만을 그림자에서 내보이는 여자. 이번에도 그림자였다. "로드, 지금부터는 제가 대신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응! 부탁해." 태어난 지 40분이라고 말한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새로 등장 한 그녀는 마법사의 로브를 입고 있었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우리를 쳐다보더니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일단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여기 계신 모든 그림자의 군주이신 섀도 로드님의 친위대 중 한 명입니다. '이름'은 아직 없기에 말하지 못함에 사죄드립니다. 그리고 이해해주십시오. 현재 아까 말씀하셨다 시피 로드께서는 겨우 태어나신 지 사십 분이 되신지라 정신적으로 성숙하시지 못하십니다. 저 역시 태어난 지 사십 분밖에 되지 않아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마치 대변자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그녀였다. 모든 그림자의 군주, 섀도 로드라고. "헤헤헤." "이뵈요, 당신이 대변자라면 어디 한번 설명을 해봐요, 설명. 어째서 내가 저 여자의 아버지이고,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또 뭔지." "그건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원흉을 따지자면 모두 상민님 때문입니다." 나 때문이라고? 이어진 그 대변자의 말에 난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 그림자의 군주를 비롯해 그녀의 친위대는 태어난 지 약 40분이 되었다고 한다. 태어난 지 말이다. 대변자의 말에 의하면, 그림자의 군주는 네크로맨서로서의 절대의 경지인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이가 나타나면 그와 함께 태어나게 된다고 한다. 그림자의 군주가 말이다. 이엥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단지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이가 나타난 것만으로 저런 엄청난 힘을 지닌 존재가 태어난다니 말이다. 물론 데스마스터의 경지가 내가 생각하는, 내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경지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말이다. 그 후, 이어지는 말은 더욱 기가 막혔다. 그림자의 군주는 당대 데스마스터와 심령(心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바로 확인에 들어갔고,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주 가는, 마치 실같이 가는 심령이 저 그림자의 군주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계속 이어진 말은 점입가경이었다. 그림자의 군주는 말 그대로 그림자로서 당대 데스마스터가 가장 원하는 모습, 그러니까 성격이라든지 외모 등이 모두 데스마스터가 원하는 모습으로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 말은… 난 나도 모르게 딸을 원하고 있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그것도 초절정의 미녀를 말이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아빠는 내가 싫어?" "……." 심령의 끈이 이어져 있는 탓일까. 아주 애처로운 표정으로 말하는 그녀를 보고 나는 절대로 그렇다고 말할 수 없었따. "그 외에 저희 친위대 역시 당대 데스마스터의 정보를 토대로 만들어지고, 군주 역시 데스마스터의 지식을 토대로 만들어지신 분이기에 상당 부분 진짜 딸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거기에 로드께서는 저희와 다르게 '고정'된 존재가 아니시기에 학습이 가능하고 성장이 가능하시니, 딸로서 마음에 안 드신다면 지금부터 교육시키시면 됩니다." "하하하." 마치 전혀 상관없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대변자였다. 지금 그건 당신 군주에 대한 이야기라고!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만약 이 대변자가 나의 정보를 토대로 만들어졋다면 어떤 대답을 할지는 불 보듯 뻔했으니 말이다. 이야기가 끝난 후 난 그림자의 주군, 자칭 나의 딸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야말로 내가 생각해온 최고의 미인. 거기에 성격은 귀엽기 그지없고, 무엇보다 나를 따르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딸'이었다. 단지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갑작스러운 스킨쉽 때문에 얼굴을 붉혔을 뿐이다. "하~ 아. 어떻게 해야 하지." 대변자의 말대로라면 받아들여야 한다. 나 때문에 태어났고, 나의 정보를 토대로 태어났으니 말이다. 겉모습은 20대 중반이라 할지라도 속은 겨우 태어난 지 40분밖에 안 되는 아이니 말이다. 아니, 이제 1시간은 넘은 건가. 나의 육체 나이는 겨우 18새. 그런데 겉모습은 20대 중반인 딸을 가지게 되다니. "겉모습이 문제야? 아빠, 그럼 줄이면 되지." "줄여?" "응! 나 줄일 수 있어 봐봐!" 심령이 이어져 있어 나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그녀는 곧 조금 이해하기 힘든 말을 했고, 그 다음 이루어진 행동은 나를 놀라게 했다. 겉모습이 20대 중반이었던 그람자의 군주가 점차 몸이 줄어들어니 어려지는 것이다. 점차 어려지는 그녀는 15, 6세 정도 돼 보이는 미소녀가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당황해서 몰랐지만 입고 있던 검은 캐주얼 복장도 역시 함께 줄어들었다. 이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때? 아빠!" "……." 나는 아래에서 나를 올려다보며 말하는 그녀의 물음에 아무 말도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귀, 귀엽다! 크윽! 그 후, 그녀는 고개를 돌리는 방향으로 '어때? 아빠' 하고 물어보았고, 나는 그때마다 고래를 돌렸다. "왜 자꾸 고개를 피해!" "헉!" 갑자기 나타날 때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나의 고개를 잡아버린 그녀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치자 나는 당활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라. 초절정 미녀의 얼굴이 바로 코앞에 있다니 말이다. "아, 아까 그 모습이 더 귀여워." "그래? 그럼 그 모습으로 있어야지!" 순식간에 다시 줄어드는 그녀. 하~ 아. 어떻게 해야 하지. "상민아……." "하하하. 어머니."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웃고 계셨지만 난 그 웃음으로부터 싸늘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하하. 뭣 때문에 화가 나신 거지. "미연아, 그 아이와 일단 놀아주거라." "예, 어머니. 아빠랑 할머니는 할 이야기가 있으니 고모랑 놀자." "응!" 방금 누나가 고모라고 했다. 하하하. 어머니도 할머니란 말씀에 전혀 반응을 하지 않으셨고 말이다. 하하하. 이에 난 일단 가족들의 상태부터 파악했다. 그리고 잠시 후, 가족들의 분위기를 파악해본 결과 아무래도 그렇게 나뿐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왜 내가 이렇게 죄인처럼 무릎을 꿇고 있어야 하지. 어느새 가족들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나를 발견한 난 마음속으로 투덜거렸다. "상민아." "예, 아버지." 나는 지금까지 나서지 않던 아버지의 목소리에 잔뜩 긴장한 체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저 아가씨의 말에 의하면, 결국 저 아이는 '너'로 인해서, '너' 때문에 이 세상에 태어난 것 같은데. 그것이 맞느냐?" 너란 말을 강조하시는 아버지. 하하하. "뭐, 그런 것 같내요." "그런 것 같내요?" "아, 아니 그렇습니다!" 나의 대답에 한 자 한 자 강조하며 되풀이하시는 어머니에 말씀에 난 재빨리 확실하게 대답했다. "그렇구나. 그럼 결정된 것이로군. 상민아, 우리 집안에 가훈이 무엇이냐." "'호부 아래 견자는 없다'입니다!" "그래, 우리 호씨 가문의 가훈은 '호부 아래 견자는 없다'다. 언제 나 명심하거라. 이 정도 말했으면 이해했을 거라 생각한다." "허허허. 생각지도 못한 조손을 얻게 되는구나. 그자저나 이름은 어떻게 할꼬." 할아버지의 말씀에 나는 이미 결정되었음을 알 숭 있었다. 그림자의 군주인그녀가 우리 호씨 가문에 인정받았음을 말이다. 아버지가 가훈까지 들먹이면서 하신 말에는 대충 이런 뜻이 담겨져 있었다. 아니, 있다고 생각했다. 너로 인해 태어난 생명. 단지 그것만으로도 책임질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이다. 가훈을 들먹이기 전에 '너'를 강조하며 말씀하신 것으로 보아도 그렇게 생각되었다. 그렇게 난 태어난 지 1시간이 약간 넘은 딸이 생기게 되었다. 평범한 집안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겠지만 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고, 부정할 생각도 없었다. 그나저나 내가 정말 속으로는 딸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단 말이야. 하하하.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점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파란이 일었던 시간은 점차 흘러가기 시작했다. =================================================================================== "대단하군요. 놀라워요. 이 모든 몬스터들이 당신의 유전자가 안에 들어 있었다니." "감사합니다." 어둠 속에서 조용히 두 사람의 대화가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그곳은 연구실. 그러나 이곳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극소수였다. 이 연구실에는 수많은 기둥들이 존재했는데, 어둠 속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거대한 인큐베이터였다. 단지 그것이 현대의 과학 이상의 힘으로 만들어진 오버 사이언스(Over Science)의 산물이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지였다. 그런 오버 사이언스의 산물을 보며 어둠 속에서 두 남자는 미소 지었다. "앞으로 얼마 후면 완벽하게 성장을 마치게 되겠습니다." "최소 네 시간, 길면 다섯 시간 안에 성장을 마치게 됩니다." "좋아요! 아주 훌륭합니다. 어서 보고 싶군요. 후후후/" 우우우웅! 우우우웅! 거대한 인큐베이터를 바라보며 황홀해하고 있는 남자를 방해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의 휴대폰이었다. 휴대폰이 진동하자 그는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인큐베이터로부터 떨어져서 휴대폰의 폴더를 열었다. "예, 델 곤멜입니다." -지부장님, 총수께서 연락하셨습니다. 거대한 인큐베이터를 바라보며 황홀해하던 남자. 그 남자는 놀랍게도 전 SWU의 대외 활동부 부장이자, 총수 대리인 델 곤멜이었다! 현가디언 미국지부 총지부장인 그가 어째서 이런 연구실에서 인큐베이터를 보며 황홀해하는 것일까. 그것은 알 수 없었다. 그는 총수가 연락했다는 비서의 말에 미소를 띠고 말을 이었다. "총수께서 뭐라 하셨습니까." -총수께서는 이렇게 전하라 하셨습니다. '보고가 너무 늦군. 그나저나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 어떤거. 오늘 저녁 식사에 초대하겠네. 보고도 들을 겸해서 말이야. 때맞춰 찾아오게'라고 말입니다. "그렇군요. 알았습니다. 별다른 일은 없습니까." -예. 그다지 보고드릴 만한 일은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계속 수고해주세요. 급한 일이면 전화 주시고요." 이 말을 하고는 델 곤멜은 전화를 끊었다. "문제가 생겼습니까? 마스터." "아니여. 전혀 문제가 될 것 없습니다. 단지 귀찮은 늙은이가 낌새를 눈치 챈 것 같군요. 제가 알아서 처리하면 됩니다. 그나저나 어서 보고 싶군요. 이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곧 보시게 될 것입니다." 델 곤멜이 쓰다듬은 인큐베이터. 그 안에 있는 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괴물. 사람들이, 판타지를 아는 사람들이 오우거라 부르는 몬스터였다. 그런 오우거를 델 곤멜은 아이라고 부르며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 바로 인큐베이터의 수! 현재의 '층'에 존재하는 인큐베이터는 수십! 그 인큐베이터 안에는 '그'로부터 뽑아낸 DNA로 만들어진 몬스터들이 자라고 있었다. 과연 이 연구 시설에 얼마나 많은 인큐베이터가 존재하고 있는지는 이 자리에 있는 두 사람만이 알고 있었다. "정말 기다려집니다."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황홀해하고 있는 델 곤멜은 보지 못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이 수하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의 눈이 그를 먹잇감으로 보고 있음을……. 앞으로 벌어질 일은 알 수 없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했다. 파란, 엄청난 파란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시간은 야속하게도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었다. =================================================================================== "헤헤헤." "좋으니, 금영아." "네! 할머니!" 이제는 할머니란 말도 전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시는구나. 한손에는 풍선을, 다른 한 손은 서로 맞잡은 어머니와 금영이를 보며 난 생각했다. 현재 우리는, 그러니까 나 때문에 집에 안주한 할아버지를 바롯해 할머니와 작은아버지네 가족과 우리 가족들, 거기에 라오와 제키 형, 이렇게 모두는 놀이 공원에 와 있었다. 단 한 명의 요청에 의해서 말이다. 그 한 명이란 현재 어머니의 오른손을 잡고, 다른 한손에는 풍선을 들고 가는 5 살배기 모습을 한 금영이었다. 정확한 이름은 호금영(號昑影). 바로 어제 갑자기 나타나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그림자의 군주였다. 밝을 금(昑)에 그림자 영(影). 밝은 그림자라니. 좀 이상하긴 하지만 저 녀석에게는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아차! 또 저녀석이래. 또 금영이에게 녀석이라고 명한 것을 마음속으로 사과하며 앞서가고 있는 어머니와 금영이를 바라보았다. 현재 겉모습은 5,6세. 연령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해서 저렇게 모습을 바꾼 것이다. 그 이후부터는 어머니를 비롯해 작은어머니와 할머니의 귀여움을 독차지! 그야말로 우리 집의 귀염둥이가 되고 말았다. 그 후부터 할머니란 말에도 어머니는 전혀 반응을 하지 않으셨고 말이다. 아니, 오히려 기분 좋게 웃어 보이셨다. 아무리 봐도 이름을 잘 지은 것 같단 말이야. 후후후. "네 녀석도 벌써 팔불출 끼가 보이는구나." "예, 예?" 이름을 잘 지엇따고 생각하면서 웃고 있던 그때, 작은아버지의 말슴을 들려왔고, 난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오해라구요. 작은아버지.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작은아버지는 앞서가고 계시기에 차마 말할 수 없었다. 그게 아닌데, 끄응. "아빠!" "헛!" 와락! 그때 갑자기 나에게 나의 딸, 금영이가 와락 안겨들었다. 갑자기 달려들다니. 놀랐잖아. "금영아, 이렇게 갑자기 달려들면 안 돼." "헤헤헤." 웃음으로 얼버부리지 말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아빠! 아빠! 나랑 저거 타자!" "저거?" 금영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바로 롤러코스터였다. 롤러코스터라. 타는 거야 나쁠 것 없지만 지금의 금영이의 모습으로는 못 탈 텐데. "키우면 되지!" "잠깐!!" 또다시 나의 마음을 읽고 그자리에서 변하려고 하는 금영이를 나는 급하게 잡아 멈추게 했다. 이런 위험한 녀석.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갑자기 몸을 변화시키려고 하다니! 안 그래도 상당히 눈에 띄는 금여잉었다. 그런데 보통 사람이라면 못할, 자신의 신체 연령을 변화시키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가는 오랜만에 온 가족 소풍이 엉망이 될 것이 분명했다. "음, 그렇구나." "내 마음 좀 읽지 마라." "응. 하지만 들리는걸." 나는 또 내마음을 읽고 말하는 금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하긴 아직 조절을 못하는 것이니까. 금영. 그림자의 군주. 섀도 로드는 예전에 말했던 것처럼 나와 심령이 연결되어 있다. 그 심령의 끈은 처음에는 미약하기 그지없었지만 지금은 확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명확해졌고, 그에 따라 나의 생각이 금영이에게 흘러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내 쪽에서 금영이 쪽으로 말이다. 금영이의 친위대인, 지난번 금영이 대신 여러 가지를 가르쳐준 제리아는 군주, 그러니까 금영이가 정신적으로 성장을 하게 되면 차차 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제리아는 금영이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그림자의 군주인 금영이는 나에게서 '이름'을 지어줄 수 있게 되었고, 이름을 받은 즉시 그 자리에서 바로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름이란 중요한 것. 스스로 알지 못할 힘을 지닌 것. 그 덕분인지 이름을 받는 순간 금영이의 친위대가 한층 더 강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싶어 하는 금영이를 위해 어머니에게 부탁하자 어머니와 금영이는 바로 화장실로 향했고, 잠시 후 6살짜리 아이 대신 예전에 보았던 15,6세의 미소녀가 어머니와 함께 걸어 ㅏㄴ왓따. "헤헤헤! 아빠! 어서 타자! "그 모습일 때는 오빠라고 불러야지." "헤헤헤!" 또 웃음으로 얼버무리는구나. =================================================================================== "좋은 한때를 보내고 계시는군요. 정말 부럽군요. 안 그렇습니까." "예. 방해하고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마스터." 상당히 떨어진 거리.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저 점으로만 보일 정도로 떨어진 거리에서 상민의 가족들을 바라보며 두 남자가 말했다. 그 두 남자는 바로 거대한 인큐베이터가 있던 곳에 있던 델 곤멜과 정체를 모를 한 사람이었다. 그런 두 나자가 바로 한국에, 그것도 상민의 가족을 뒤쫒고 있는 거싱다. "그나저나 저 레이디, 정말 아름답군요." 델 곤멜이 말하는 레이디는 다름 아닌 상민의 팔을 붙잡고 붙어 있는 미소녀, 금영이란 이름을 받은 섀도 로드였다. 그러나 그 사실을 델 곤멜은 모르고 있었고, 그렇기에 그의 눈에는 보기 드문 탐욕이 어려 있었다. "아름다워요. 정말 아름다워. 빛조차, 어둠조차 빨아들일 것 같은 검은 머리카락과 마치 핏빛과도 같은 눈동자 정말 아름다운 레이디에요. 기회가 된가면 꼭 제 것으로 만들고 싶군요." "그렇군요, 마스터." 말은 그러게 했지만 델 곤멜의 옆에 서 있던 남자의 눈에도 탐욕이 일었다. 그로서는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것을 봐도 이런 마음이 들지 않았던 자신이다. 드런데 저 여자, 가지고 싶다. 소유하고 싶다.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그는 생각했다. 인간들이 말하는 '식욕'이란 감정 외에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것은 '탐욕'. 저 여자를! 한때 자신을 쓰러트렸던 강력한 힘을 지닌 남자 옆에 있는 저 여자를 가지고 싶다는 ,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탐욕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드러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앞에 있는 자, 델 곤멜의 앞에서는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몇번이나 속으로 되풀이하며 남자는 탐욕이란 마음을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다. "프로토 타입들을 시험하러 왔다가 정말 좋은 것을 보는군요. 후후후." "마스터, 시간이 되었습니다." "응? 벌싸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요. 아쉽군요. 그럼 시작합시다." "마스터. 괜찮겠습니까? 테스트에 마스터가 원하시는 레이디가 휘말려들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이것은 거짓된 행동. 델 곤멜에게 자신이 복종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행위였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됐습니다. 테스트에 휘말려 죽는다면 그것 또 한 운명. 저와 인연이 아니었던 것이니까요. 하지만 살아남는다면……." "……." "그녀는 제 것이 될 것입니다. 자! 시작합니다!" "예, 마스터." 델 곤멜을 마스터라 부르는 자, 그러면서 델 곤멜을 속이는 자. 그는 공중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공중의 아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기존의 그가 가지고 있지 않던 능력. 델 곤멜의 지밸를 받으면서 '식욕'의 희생자들이 가지고 있던 능력! 공간적이 능력이었다. '식욕'의 희생자들의 몇 배, 아니 몇십 배의 능력을 발휘하는 자신에게 복종하는 그를 보며 델 곤멜은 미소 지었다. 그 복종이 거짓된 복종인지도 깨닫지 못하고. 쿵! 쿵! 쿵! 일그러진 공간으로부터 떨어져 내린 거대한 무엇인가. 4, 5미터 정도는 되는 신장! 필요 이상으로 발달한 상반신의 근육! 꺼칠꺼칠한 초록색 피부! 그 존재는 다름 아닌 오우거. 상급 몬스터들 중 상위에 속하는 몬스터. 오우거였다! 그 오우거가 이 자리에, 놀이공원 한복판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크아아아아! "꺄아아아악!" 오우거의 포효에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했고, 그 혼란 속에서 델 곤멜과 남자는 미소 지었다.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얻은 어린아이처럼. "자, 시작입니다. 힘내주세요, 타이거 가문 여러분. 후후후." 35.장 음모의 시작 크아아아아! "꺄아아아악!" "괴,괴물이다!" 갑작스러운 몬스터의 등장으로 인해 순식간의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고, 자신들의 가족들을 챙기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몬스터를 보고 도망가는 사이, 우리 호씨 가문의 사람들은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짓고는 몬스터를 바라보았다. "여보, 첫째야. 둘째야. 상민아." "왜 그러시오." "예, 어머니" "예, 할머니." 말을 시작한 것은 할머니 셨다. 할머니의 목소리에 실린 힘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동시에 대답했다. 말을 하신 할머니의 얼굴에는 예전에 딱 한 번 본 적 있던 얼굴, 그러니까 그 다음날에 할아버지의 얼굴에 손톱자국이 났던 전날과 같은 얼굴이셨다. 그 얼굴을 알아본 나를 비롯해 할아버지, 거기에 아버지와 작은아버지는 숨을 죽이시고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첫째는 힘이 없으니 우리와 함께 있고, 여보, 둘째하고 상민이를 데리고 잘 처리하세요. 우리들은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요." "알았소." "알겠습니다, 어머니." "예, 할머니." "대할머니! 대할머니! 금영이도! 금영이도 갈래!" 흠칫! 우리의 대답과 함께 자신도 가겠다는 우리 집안의 막내라 할 수 있는 금영이의 밀에, 우리 호씨 집안 남자들은 일시에 놀라 할머니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사이엔가 어린 모습 대신 우리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던 처음의 모습을 한 상태에서 할머니의 팔을 잡고 조르고 있는 금영이를 보며 할머니는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하셨다. "금영아, 이런 일에는 여자가 나서는 것이 아니란다." "나서는 게 아니야?" "그래, 이런 일에는 여자가 나서는게 아니란다. 이런 일에는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거야. 다만 나서게 된다면‥‥‥." "나서게 된다면?"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단다." "그렇구나, 그럼 여기 있을게." 순간 나는 인자하게 웃고 계시는 할머니의 눈이 빛났다고 생각했다. 아마 그것은 나의 착각이 아니었으리라. 어떤 이유에서인지 할머니의 말씀에 수긍한 금영이는 다시 몸을 줄여 어린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크아아아아! "연진아." 팍! 고함을 치며 우리를 향해서 다가오는 몬스터. 오우거의 고함이 거슬린다는 표정으로 할아버지가 작은아버지를 부르자, 작은아버지는 그 덩치와 다르게 엄청난 속도로 사라지셨다. 정확히 사라진 게 아니라 뛰어나가신 것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사라진 것으로 보일 정도의 속도였다. 퍽! 퍼퍼퍼퍽! 크어어어! 쿠쿵! 처음 한 방이 오우거의 턱을 가격한 것을 시작으로 계속된 연타는 오우거의 얼굴을 곤죽으로 만들어버렸고, 이내 오우거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너무도 쉽게 말이다. 녀석은 몬스터들 중에서 상급에 속하는 몬스터이긴 하지만, 운이 없게도 상대를 잘못 만난 것이다. 우리 호씨 가문의 사람들을 만나다니 말이다. 꺄아아아악! 그때, 나의 눈에 미쳐 도망치지 못한 한 여자가 보였다. "소울 프리즌,컨퓨전 블링크!" 키키키키! 내가 손을 뻗은 방향으로 빠른 속도로 날아간 망령들은 오우거의 몸속에 파고들었고, 여자를 내리치려 했던 오우거의 팔을 비롯하여 몸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리고 이어 펼친 컨퓨전 블링크로 인해 여자는 순식간에 나의 옆으로 이동되었다. 자신이 이미 위험으로부터 벗어난 걸 모르는 여자는 한동안 눈을 감고 머리를 팔로 감싸고 있었고, 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이상이 없자 눈을 뜨고 주위를 살피다가 이내 나와 눈을 마주쳤다. "가디언 한국지부 소속 C급 능력자, 호상민이라고 합니다." "아" "지금부터는 저희가 처리할 테니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십시오." "가,감사합니다." 여자는 나의 말들을 듣고 힘이 풀린 다리를 천천히 옮기며 도망쳤다. 가디언 한국지부 소속 C급 능력자, 호상민. 이것은 나의 또 다른 신분이다. 원래는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일한 SS급 능력자이지만, 이 신분으로 돌아다니기에는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기에 작은아버지꼐서 만들어주신 또 하나의 신분이었다. 그러면서 작은아버지는 한 국가의 총지부장 정도 되면 여러 신분을 만드는 것쯤은 일도 아니라고 하셨다. 그 덕분에 금영이도 나의 딸로 호적에 오를 수 있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이 오우거를 어떻게 처리할까. "죽일까?" 나는 소울 프리즌에 의해 전혀 움직이지 않는 오우거를 보며 말했다. 일단 주위에 사람들도 없으니 시선을 신경 쓸 필요도 없으니 그냥 처리하자.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막 오우거를 처리하로고 할 즈음, 작은아버지의 목소기가 들려왔다. "잠깐 멈춰라, 상민아." "예? 왜요? 작은아버지." 이미 여러 오우거를 처리하신 작은아버지는 나를 제지하고 나섰다. 왜 그러시지? "일단 이 오우거를 살려둬라. 그리고 지금 기절해 있는 오우거들도 모두 포박해두고, 곧 회수팀이 올 테니까." 회수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일단 나는 작은아버지의 말대로 소울 프리즌을 시전하여 작은아버지의 의해서 기절해 있는 다른 오우거들을 포박해두었다. 오우거를 묶는데 밧줄이나 쇠사슬 가지고는 어림도 없으니 말이다. 그때, 작은아버지의 휴대 전화가 울렸다. 말씀하신 몬스터 회수팀이 이제 도착한 건가. "뭐라고!" 아무래도 아닌 모양인데. 전화를 받은 작은아버지는 갑자기 크게 소리치셨고, 그 못소리와 표정으로 보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전화 통화를 마친 후, 작은아버지는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여셨다. "상민아" "예, 작은아버지." "네가 가진 최고의 이동 수단은 뭐냐?" "예?" 갑자기 이동 수단을 물으시는 작은아버지. 그것이 좀 의아했지만, 작은아버지의 얼굴에 서린 심각한 표정에 아는 두말없이 대답했다. "일단 텔레포트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 경우 좌표를 알아야 한다는 것과 이동할 수 있는 인원수의 제한이 있죠." "그렇다면 제외, 다른 건 뭐가 있지?" "텔레포트를 제회한다면 탈것들이 있어요. 일단 프로스트 웜이 여섯 마리이고, 그 외에 팬텀 캐리지와 팸텀 스티드가 있어요." "그것들의 최대 속도는 얼마나 되냐" "속도는 저도 잘‥‥‥." 말한 그대로 팬텀 캐리지를 비롯하여 프로스트 웜과 팬텀 스티드의 최대 속력은 얼마인지 알지 못했다. 팬텀 스티트는 최대 속력으로 타고 날아본 적은 있지만 내가 그 속도를 어떻게 알겠는가. 내가 과속단속을 하는 교통결찰의 스피드 건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작은아버지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그 수는 얼마나 되냐, 또 몇 명이나 태우고 날 수 있냐, 운전은 아무나 해도 상관없냐 등등‥‥‥. "잠깐!잠깐만요!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이러시는 거예요!" 나느 정신없이 쏟아지는 작은아버지의 질문에 이렇게 소리쳤고, 그로 인해 작은아버지의 질문은 잠시 멈추어졌다. 잠시 후, 작은아버지의 얼굴에는 실수했다는 표정이 어렸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심각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지금부터 잘 들어라. 방금 전의 전화는 나의 비서로부터 온 것이다." "비서요?작은아버지의 비서의 전화가 뭐 어쨌는데요." "오늘은 개인적인 휴가 날이다. 해서, 난 비서에게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전화를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그 비서에게 전화가 왔다." "그렇다면 특별한 일이 생겼단 말이군요. 그것이 작은아버지가 제게 한 질문과 관련이 있고요." "그렇지, 비서의 말에 의하면, 경찰 쪽에서 협조를 요청해왔다고 한다." "그렇다는 말은!" "그래. 몬스터의 출몰이다. 그것도 전국에서!" 전국에서라니! 작은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전국 60여 군데에서 하급 몬스터인 고블린 부터 시작하여 오크와 방금 쓰러트린 오우거, 그리고 상급 몬스터인 웜까지 출몰!현재 경찰 병력들과 충돌 중이란다. 그렇다면 지금 이렇게 있을 떄가 아니잖아! "진정해라, 전국에 펴져 있는 우리 가디언 한국지부의 요원들이 이미 작전에 들어갔다. 다만 문제가 되는 곳은 네군데다. 각각 서울 청계천의 리자드맨과 광주 무등 경지장의 록웜, 그리고 전남 여수의 방죽포 해수욕장의 미니 크라켄과 제주도 경마장에 출몰한 다수의 그리폰 무리다." "여수?여수까지 나타났던 말이냐?" 조용히 계시던 할아버지는 여수에 몬스터가 출몰하고 문제가 되는 곳 중 하나라는 말에 순간 심각해지셨다. 방죽포 해수욕장이라면 할아버지의 집으로부터 불과 20분 거리, 그곳이라면 문제없이 바로 이동해서 처리할 수 있다. "당장 가겠어요!" "어디로 말이냐" "그건‥‥‥." 작은아버지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청계천, 무등 경기장, 방죽포 해수욕장, 제주도 경마장, 이 네 곳 중 가장 사람이 적은 곳을 따지자면 시기가 지난 방죽포 해수욕장이었지만 그곳에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고, 그 밖에 다른 세 군데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몰려 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 중 어디로 가야 하지? 난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그떄!또다시 작은아버지의 휴대 전화가 급하게 울렸다. "그래? 잘했어! 어서 불러!" 잠시 후, 작은아버지는 무엇인가 숫자를 기억하시는 것 같더니 번호를 다시 확인하고는 전화를 끊으셨다. 두세 번 확인했기에 난 작은아버지가 말하시는 번호를 금방 외울 수 있었다. 설마 이건‥‥‥? "상민아 좌표는 외웠냐?" "역시 그 숫자들은!" "그래, 각각 광주 무등 경기장과 여수 방죽포 해수욕장, 그리고 제주도 경마장의 좌표다. 청계천은 이미 서울지부의 요원들이 출동했다고 하니 그쪽은 걱정 말고 다녀오거라. 너라면 순식간에 이동 가능할테니" "작은아버지‥‥‥." "어서 가라! 이러고 있을 떄가 아니야!" "아, 예!" 작은아버지의 호통에 난 곧바로 아공간에서 데스로드 세트를 꺼내 입고는 작은아버지로부터 얻은 좌표로의 텔레포트를 시도했다. "텔레포트!" "나도 갈‥‥‥." 쿠쿠쿠쿠! "꺄아아아아악!" 텔레포트로 가장 먼저 이동한 곳은 바로 광주의 무등 경기장. 한창 시합중에 록 웜의 출몰로 인해서 경기는 중지되고,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사람들은 록 웜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쿠쿠쿠쿠! 록 웜! 산악 지대에 사는 만큼 단단한 피부와 단단한 이빨을 가진녀석들은 사람들의 진동을 느끼고 빠른 속도로 사람들을 향해서 이동하기 시작했고, 거의 근접했을 떄 녀석들은 고개를 치켜들어 입을 벌렸다. "본 월!" 착! 스스스스! 휴! 벌어진 록 웜의 입에서 내뿡어진 것은 바로 산! 그것도 순식간에 강철조차 녹여버리는 강한 산이었다. 다행히 내가 시전한 보월이 록웜이 내뿜은 산액의 앞을 막아섰고, 대신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전체 수는 다섯! 이곳은 빌리! 볼케이노! 너희들에게 맡기겠어!" [크크크!맡겨두라고, 마스터.] [키키키!가지고 놀다 죽여주지] 화르르르!스스스스! 내가 연 아공간으로부터 나오는 두 존재. 플레임 본마스터였던 볼케이노의 붉은 갑옷은 내가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올라 성장하면서 검게 물들었고, 볼케이노가 사용하는 불꽃 역시 검게 물들었다. 이어 볼케이노 옆에 빌라가 나타나 보라색이었던 감옷은 역시 검게 물들이고, 독도 검게 물들어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성장한 이후엔 은연중에 검은 독기를 내뿜게 되었다. 각각 검은 불꽃과 검은 독기를 내뿜으면서 나오는 볼케이노와 빌리는 오랫만의 전투에 즐거워하며 록 웜들을 향해서 걸어 나갔다. 그렇게 즐거워 보이는 둘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나는 바로 다음 장소인 여수의 방죽포 해수욕장으로 텔레포트를 했다. 텔레포트를 한 이후 눈에 들어온 것은 미니 크라켄들과 혼란에 빠진 몬스터들이 아닌, 한산하다 못해서 텅 비어버린 해수욕장의 모습이었다. "뭐야? 어떻게 된 일이지?" 작은아버지는 분명 가장 심각한 곳 중 한 곳이 이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평온 그 자체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난 잠시 텔레포트를 하여 하늘 위에서 해수욕장을 살폈지만 미니 크라켄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미니 크라켄. 이름에 미니라는 단어가 붙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크라켄과 비교해서이고, 일반 사람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조금 큰 편이다. 그런 녀셕들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다니‥‥‥. 두두두두두두! 그때,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들리며 나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 왔다. 나는 헬기의 프로펠러 바람에 휘말리지 않도록 마나를 조절하며 천천히 헬기를 향해서 다가갔다. 그리고 열려진 헬기의 문 안에서 들어오라는 남자의 손짓에 헬기 안으로 조심스럽게 올라탔다. "가디언 한국 총본부의 SS급 능력자, 데스마스터 되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는 헬기 안에서 전력을 다해 소리를 질렸다. 큰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들리는데 말이다. 그는 마나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거나 능력자가 아닌 것 같았다. "저는 가디언 여수지부의 D급 요원! 이한석이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상황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크게 말하지 않으셔도 들립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죠! 도착했을 때 미니 크라켄의 모습이 전혀 봉지 않던데" "현재 미니 크라켄은 엄청난 속도로 이동 중입니다. 그렇게 빠른 속도와 출현 한 이후에 한 번도 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에 현재 간신히 추적 중입니다." 이런‥‥ 확실히 바다 속으로 이동한다면 공격할 방법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무모하게 물속으로 뛰어들어 미니 크라켄을 상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자살 행위다. 이한석이라는 D급 요원의 말에 의하면, 현재 미니 크라켄을 간신히 추격 중이라고 했다. 이동 경로로 봐서는 도저히 목적지가 얻ㄴ지도 알 수 없기에 미리 가서 대비할 수도 없었다. 그에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헬기를 멈추게 한 뒤, 미니 크라켄을 상대할 이들을 불렀다. "프로스트, 보틀." 우우웅!펄럭펄럭! 크아아아아!크아아아아! 아공간의 문이 열리고 그곳으로부터 나오는 2마리의 프로스트 웜. 실버 드레이크의 시체로 만들어진 드레이크 위에는 엄청난 냉기를 내뿜는 프로슽츠가 서 있었고, 골드 드레이크의 시체로 만들어진 프로스트 웜에는 다른 본마스터들과 다르게 데스 히어로가 아닌 죽음의 마밥사, 데스 위저드로 진화한 보틀이 자신의 키보다 크고 머리 부분에 성인 남자의 주먹만 한 검은 구슬이 박혀 있는 스태프를 들고 서 있었다. "이곳은 너희들에게 맡기겠어. 피해를 최소화하고 여기 이 사람의 말을 따르도록." [마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허허허. 기껏 오징어들을 굽는 데 이 몸이 나서게 되다니. 그래도 심심하지는 않겠어.] 고개를 돌려 이한석 씨를 쳐다보았을 떄, 그는 프로스트 웜과 프로스트 보틀의 등장에 놀라 넋을 놓고 있었다. 그에 나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려 정신을 차리도록 했다. "아, 죄송합니다." "저 둘을 일이 끝날 때 까지 당신의 말을 따르도록 명령해놓았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제주도로 가보겠습니다." "예?" "그럼 이만, 텔레포트." 나는 그의 대답도 하지 않고 바로 텔레포트를 시전하여 제주도 경마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가장 마지막에 도착한 만큼 가장 큰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제주도 경마장에는 큰 피해가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곳에 출몰한 몬스터가 그리폰이기 때문이었다. 끼아아아악! 독수리의 머리와 앞다리, 날개에 사자의 몸과 뒷다리를 가진 몬스터, 그리폰. 그 그리폰은 경마장의 말의 시체를 뜯어먹고 있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리폰은 말고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하늘을 날아가던 도중에 야생마라든지, 여행자가 타고 있는 말을 습격할 정도로 좋아한다고 한다. 아마도 이 떄문에 제일 마지막에 도착했지만 제주도 경마장의 피해는 없는 것 같았다. 있다면 도망치는 사람들로 인해서 생긴 피해 정도일 뿐. 말고기를 종잇장처럼 찢어 먹고 있는 그리폰들을 보며 난 잠시 난감해졌다. 일단 인명 피해도 없고, 이 그리폰들은 그저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었기에 죽이기도 그랬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두기에도 문였다. 어떻게 하지? 이렇게 고민을 하며 난 일단 그리폰들의 수부터 확인했다. 하나, 둘, 셋, 넷‥‥‥. "모두 여섯 마리로군." 여섯 마리라. 맞다! 그리폰의 숫자를 확인한 뒤에 나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서모닝 학파의 마법! 서모닝 학파의 마법은 소환술이 주가 되지만, 그 마법 중에는 몬스터를 길들이는 마법도 존재했다. 나는 그리폰들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자, 그러면 준비해볼까. 난 일단 아공간에서 서모닝 학파의 마법서를 꺼냈다. 몬스터를 테이밍 하는 마법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여기 어디 있었는데‥‥‥. 한창 동안 마법서를 뒤적거린 끝에 나는 필요한 마법들을 찾아내고 시전어를 외웠다. 주문을 외워서 사용하는 편이 효과가 더욱 좋지만, 그리폰들이 말고기를 거의 다 먹어갔기에 서두른 것이다. "침(Charm)." 시전어를 외우자 내 손에서부터 분홍빛이 뻗어 나오더니, 곧 그리폰드을 덮쳤다. 흠‥원래 이런 건가. 아니면 내가 처음 사용해서 이런 건가. 참으로 인해서 나의 손에서 ㅃ더어나간 분홍빛은 말고기를 먹고 있는 그리폰들에 서서히 흡수되어갔고, 난 그것을 신중하게 지켜보았다. 이어 완전히 흡수된 분홍빛은 곧 보이지 않게 되고, 말고기를 거의 다먹어가던 그리폰들도 행도을 멈추고 멍하니 있었다. 그런 그리폰들의 눈은 흐리멍덩해져 있고, 몸은 미동조자 하지 않았다. 좋아!매혹에 걸려들었군!그럼 어디 한번 시험해볼까. "오른쪽 앞발 들어!" 끼아. 참에 걸린 그리폰드은 일제히 나의 명령에 의해서 독수리의 오른쪽 앞밮을 들어올렸다. 좋았어! 완전하게 참에 걸린 것을 확인한 뒤, 나는 급하게 마법서를 넘기며 그리폰들을 길들이기 위한 마법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친화도를 높이는 마법은 있었으나 장기적, 혹은 영구적으로 길들이는 마법은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내가 전문적으로 익히고 있는 마법은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이니 말이다. 서모닝 학파의 마법서에 내가 원하는 마법이 없다 한들 상관하지 않는다. 다만 조금 신경 쓰일 뿐이지. 이 그리폰들을 죽이기에는 꽤 아까운 녀석들이니 말이다. 어떻게 하지‥‥‥. 그때, 머릿속으로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정신 조작. 마법중에서도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며, 사용한다 해도 그 부담감이 엄청난 마법을 말이다. 어찌 보면 서모닝 학파의 마법은 인간이 아닌 몬스터를 상대로 하는 정신조작마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말이다. "과연 가능할까." 내가 생각한 방법은 정신 조작, 정확히 영혼 조작이었다. 나는 생명으로써 죽음을 이해하여 불노불사를 꿈꾸는 네크로맨서. 그것도 지금까지 그 경지에 오늘 자가 몇 없는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자다. 나는그냥 망령들을 사용하지만, 어떤마법서에서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망령의 특정 감정, 즉 분노와 절망, 슬픔과 쾌락 등의 감정을 특화시켜 마법에 사용하여, 원래 마법의 효과보다 더욱 뛰어난 효과를 내는 마법을 사용하는 네크로맨서가 있다고 말이다. 특정한 감정의 특화, 이것은어찌 보면 정신 조작, 아니 영혼 조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영혼 조작을 과연 살아 있는 존재에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만약 된다면그리폰들을 쉽게 길들일 수 있을 것이고, 그 밖에 여러 방면으로 이용할수 있게 될 것이다. 어디까지나 된다면 말이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네크로맨서들은 죽은 자의 영혼을 조작하여 특정 감정에 특화시킨 것이다. 죽은 자의 영혼을 말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은 살아 있는 생물의 영혼을 조작하려는 것이다. 그 성공률은 아무리 생각해도 매우 희박했고, 실패한다면 어떤 부장용이 있을지 몰랐다. "에라이! 한번 해보자!" 잠시 고민하던 나는 이렇게 결정을 내리고, 살아 있는 생명의 영혼 조작을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행했다. 일단 살아 있는 그리폰들의 영혼을 느끼는 것이 좋겠지. 아니, 차리리 육체에서 이탈시키자. "강제 영혼 이탈." 털썩! 강제 영혼 이탈. 정말 오랫만에 사용하는 스킬이었다. 솔직히 일일이 찾아간다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이용하여 영혼을 이탈시킬 수 있지만, 6마리를 일일이 찾아가 이탈시키는 것은 번거로웠다. 이어 강제 영혼 이탈로 인해서 그리폰들의 육체는 그대로 바닥에 털썩 소리와 함께 나뒹굴었고, 선명한 그리폰들의 영혼만 그 자리에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살아있는 영혼을 조작하는 것은 처음 해보는 일이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그래서 나는 신중을 기해가며 일단 제일 가까운 그리폰의 영혼.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리폰의 머리에 손을 뻗었다. 그대로 통과한 나의 손은 그리폰의 영혼의 머리에 있었다. 이어 난 눈을 감고 촉수 부분에 천천히 기운을 불어 넣었다.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면서 사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게 된 나의 영혼의 기운을. 영혼이란 어떠한 것과 섞여서도 안 되는 순수한 것. 그런 영혼의 기운을 이용하는 것이기에 나느 신중을 기했다. 곧이어 나의 용혼의 꼬리는 손을 통해서 그리폰의 영혼에 닿았다. 파아아아! 아아아! 나는 나도 모르게 처음으로 느끼는 이 감각에 놀라 소리쳤다. 하지만 그것은 입으로 낸 것이 아니었다. 나의 영혼이, 그리폰의 영혼에 꼬리를 가져다 댄 나의 영혼이 낸 소리였다. 그저 꼬리가 이어져 있을뿐이지만 놀라웠다. 다른 이의 영혼과 나의 영혼이 맞닿는 이 느낌! 정말 새로웠다. "하~ 아. 하~ 아." 나는 얼마 가지 않아 바로 손을 뗏다.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가는 나의 영혼의 꼬리뿐만 아니라 팔도, 몸도 휘말릴 것 같았기 떄문이다. 이래서 위험하고 안 되는 거로군, 영혼이 섞이는 것은. "그래도 신기했어." 신기했다. 그리고 황홀했다. 그대로 그 느낌에 휩쓸려버리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것은 위험핟. 계속했다간 '나'를 잃을 수도 있다. 그것을 나의 영혼이 느꼇기에 그만둘 수 있었다. 그런 생각과 동시에 난 가능성을 보았다. 바로 영혼을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를 말이다. 그 황홀함 속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나는 다시 시도해보기로 했다. 파아아아! 아아아! 그때와 마찬가지로 나의 영혼이 소리쳤다. 그 황홀함에, 두 번째로 느끼는 그 신기함에. 하지만 지난번과 다르게 정신이 그 황홀함에 취하지 않고 냉정함을 유지했다.그 덕분에 볼 수 있었다. 광할한 하늘을 날고자 하는 그리폰의 영혼을. 곧이어 나는 그 영혼에 천천히 힘을 쏟았고, 무언가를 각인시키기 위해 나의 영혼의 꼬리를 움직였다. 그에 따라 난 그리폰의 영혼에 내가 원하는 것을 새겼다. 물론 처음엔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며 저항했지만 그것은 얼마 가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그리폰의 영혼에 각인시키는 것을 마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것! [인간은 너의 동족, 나는 너의 주인] 너무도 간단한 두 문장이었지만, 이것을 영혼에 새기는 데 나는 진땀을 빼야 했다. 각인을 새긴 후, 나는 곧바로 영혼의 꼬리를 회수하고 그리폰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그와 동시에 나는 전신이 식은땀에 젖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 나는 각인을 새긴 그리폰의 영혼을 육체에 다시 장착시켰다. 그러자, 끼르르. 할짝할짝. "성공이다!" 그리폰은 나를 발견하고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드디어 영혼을 조작하는 데, 영혼에 각인을 새기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 후, 나는 분위기에 휩쓸려 나머지 다섯 그리폰의 영혼에도 똑같이 각인을 새겨 넣었고, 역시나 참에서 벗어난 그리폰들은 모두 나에게 강한 친근함과 함께 아양을 떨었다. 그렇게 나는 그리폰 6마리를 단번에 길들인 것이다. 이거 작은아버지가 좋아하시겠는걸 나는 이내 길들인 그리폰의 등에 올라타고 하늘로 날아오른 후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가장 걱정 되는 미니 크라켄이 출몰하는 곳으로 말이다. 후후후. "가디언 한국지부의 전 한(韓)은 생각 이상으로 유능하군요." "마지막 몬스터가 막 처리되었습니다." 멜 곤멜과 한 남자 전국에 거의 같은 시간에 몬스터들이 출몰한 오늘 사건의 배후 세력이라 할 수 있는 델 곤멜은,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자신이 오늘 벌인 일에 대한 뉴스를 보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이번에 사로잡은 오우거를 비롯하여 각종 몬스터들, 거기에 길들여진 그리폰들을 비추고 있었다. 델 곤멜의 뒤에 서있는 남자는 그가 말하기를 기다리며 그대로 서 있었고, 델 곤멜은 뉴스가 끝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후 뉴스가 끝나자, 델 곤멜은 닫혔던 입을 열었다. "총 몇시간이나 소모됐죠?" "가장 마지막에 처리된 미니 크라켄이 출몰한 시간으로부터 2시간 30분 만에 처리되었습니다. 가장 신경 써서 투입한 네 곳 중 가장 빨리 처리된 곳부터 시간을 말씀드리자면, 리자드맨 108마리 28분 13초, 록 웜 5마리 47분 28초, 그리폰 6마리 66분 27초,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니 크라켄 64마리는 2시간 30분33초 만에 처리되었습니다." "한국지부 가디언들의 출동부터 몬스터들과의 최초 접촉 시간까지 합한 건가요?" "그렇습니다." "흐음, 그렇군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델 곤멜의 얼굴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흐음, 다른 몬스터들은 그렇다 치고, 그리폰들은 모두 사로잡혔는데 어째서 한 시간이나 걸릴 걸까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 생각에는 그리폰을 사로잡는 과정보다 길들이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소비한 것 같습니다." 자신의 뒤애 선 자의 대답을 들은 델 곤멜의 얼굴에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그의 대답이 델 곤멜을 납득시키지 못한 것이다. TV의 뉴스를 통해서 나온 그리폰들은. 녀석들은 말 그대로 길들어져 있엇따. 근처에 다가오는 취재진들의 거센 반응에도 전혀 아무렇지 않게 가만히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불과 만들어진 일주일도 안되고, 활동을 시작한 지 불과 하루도 안 된 그리폰이 말이다. 한동안 생각에 빠져 잇던 그는 이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것은 즐겁거나, 무엇가 깨달아서가 아닌 그저 자조적인 미소였다. "후후후. 이번엔 미스터 데스마스터, 당신의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해두죠. 자! 내려가서 식사나 할까요." "식당을 예약해두었습니다." 한(韓). 지금은 가디언 한국지부라고 불리는 기관의 비밀 연구소. 그곳은 오직 총수와 전대 총수와 장로들, 그리고 탁수(濁水)의 요원들만이 알고 있는 기관이었다. 이런 기관은 탁수와 마찬가지로 각 기관마다 존재하는 곳이었다. 그곳의 연구원들은, 생포한 몬스터들의 피부와 가디언의 요원들에 의해서 처리된 몬스터들의 육편을 회수하여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있었다. 보통 몬스터들이 출몰하면 그 시체는 바로 회수되어, 연구 시간을 비롯해 하루 안에 폐기 처리되어야 한다. 그것은 모든 가디언 지부의 공통 사항이고, 반드시 지커야 할 규칙이었다. 그런데 현재 이 비밀 연구소의 몬스터들의 시체는 벌써 일주일째 계속해서 실험에 사용되고 있었다. "어떠냐" "형님의 예상대로입니다." "제길!" 전 한의 총수이자 현 가디언 한국지부의 총지부장인 호연진은, 자신의 동생이자 탁수의 수주(水主)인 박일수의 말을 들으며 손에 든 담뱃갑을 으스러트렸다. 하지만 곧 연진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막상 담뱃감을 으스러트리고 나니 담배가 땡겼던 것이다. "제길! 그놈의 루시퍼 프로젝트(Lucifer Project)의 산물이란 거냐."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루시퍼 프로젝트. 과거 탁수의 요원들에 의해서 연진에게 전해진 파일의 이름이었다. 혹시 이것이 이번에 전국에 거의 같은 시간에 출몰한 몬스터들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연진은 자신의 손에 의해서 으스러진 담배에서 멀쩡한 담배를 찾으면서도 연신 화를 참지 못하고 콧김을 내뿜었다. "후~ 우. 그러니까 저놈의 빌어먹을 몬스터들이 양산형으로 공장에서 찍어낸 놈이라, 이거지." "그렇습니다. 현재 사로잡은 몬스터를 비롯하여 요원들에 의해 처리된 몬스터들의 육편을 조사해본 결과, '만들어진 지'채 한 달도 안된 녀석들이었습니다." "그놈의 오버 사이언스인가 오버 사이트의 산물이라, 이거냐?" "예 총수님." "제길!" 이번에도 겨우겨우 멀쩡한 모습을 찾아가던 담배는 연진의 손에 의해 다시 한번 그 모습을 잃어야 했고, 연진은 또다시 후회해야 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담배를 으스러트리게 만든 그놈의 루스퍼 프로젝트를 생각해낸 인간이 자신의 앞에 있다면 당자이라도 씹어 머어버리겠다고 생각했다. 루시퍼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냉정하게 판한단다면 현제의 한을 비롯한 다른 네 기관의 존속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었다. 현재 겉으로 모습을 드러낸 한을 비롯하여 무림, 더 마나, 홀리 글로리, SWU, 이 다섯 기관은 그동안 음지에서 지내다가 양지로 모습을 드러내먼서 가디언, 수호자란 거창한 선전 문구까지 걸어놓고는 전세계에 가디언 지부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들어간 금약과 양지로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다섯 기관에게는 하루에 가히 상상도 못할 천문학적인 금액이 소모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기관의 유지비용 또한 엄청났다. 솔직히 과거 음지에서 서로 경쟁하던 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과연 그런 엄청난 돈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게 바로 국가, 그곳도 전 세계의 국가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국가 지원, 그것이 바로 가디언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돈을 전 세계의 국가들이 돈이 남아돌아 공짜로 주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수호. 지형변화연상으로 인해 변한 지형과 함께 출몰하는 몬스터들과, 평볌한 사람로서는 해결 불가능한 일로부터 보호 받기 위해서 그 돈을 지급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의 국가들이 전혀 아무렇지 않게 계속해서 지원하고 있었다. 지금은 말이다. 그리고 그 ㅅ많은 사람들 중에는 항상 만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만약을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연진을 분노케 한 루시퍼 프로젝트가 계획되고, 실행된 것이다. 루시퍼 프로젝트를 계획한 사람들이 생각한 그 만약이란 바로 지형변화현상의 중지와 그로 인한 몬스터의 근멸이었다. 지형변화현상. 언제, 어떤 이유로, 어떻게 일어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이현상으로 인해 변화된 지형에서 출몰하는 미지의 존재, 사람들이 몬스터라 부르는 괴물들의 출현으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ㄱ었고, 발전한 대중매체로 인해서 사람들은 심지럭으로 강한 불안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 사회적인 불안감! 그로 인해서 사람들은 그 몬스터들로부터 자신을 구해줄 영웅을, 강자를 찾게 된 것이다. 마법사, 신관, 초능력자, 무공을 익힌 무인 등 소설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들을 말이다. 그런데 그런 이들이 진짜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소설이나 만화 속에서 등장할 법한 이들이! 사람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줄 강자들이! 영웅들이 말이다! 뿐만 아니라 운이 좋게도 강자들이 있다는 것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도 부활했다. 그야말로 나이스(Nice)한 타이밍에 말이다. 초능력자, 마법사, 신관, 무공을 익힌 무인들과 만화나 소설, 영화속에서나 나올 법한 언데드들과 그 언데드들의 지배자인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의 접전은 결과적으로 그들을 세계에 알려 영웅으로 인식되게 만들었고,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게 만드는 역활을 하였다. 그렇게 가디언의 능력자들은 몬스터들을 상대로 자신들을 지키는 수호자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며 사회를 순조롭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몇몇의 사람들은 생각한다. 만약에 지형변화현상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만약에 몬스터들이 출몰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하고 말이다. 그들은 알고 있다. 대중들이 얼마나 가벼운 사람들인지 말이다. 지금은 자신들으 필요로 하여 받아들이고 있지만, 필요하지 않게 되면 배척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불안에 빠지고 생각해낸 것이다. 그럼 자신들이 필요하도록 자신들의 존재 의미를 스스로가 만들면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이 바로 루시퍼 프로젝트. 자신을 만들어낸 창조주에게 자신을 따르는 천사와 함께 반기를 든 천사처럼 창조주라고 할 수 있는! 자신들을 유지시키는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즉 필요로 하게 하는 몬스터들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가지고록 하게 하는 필요약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다. 이는 호연진을 비롯하여 탁수의 수주인 박일수만이 알고 있는 루시퍼 프로젝트의 진실이었다. "제길, 내가 말한 대로 알아봤냐?" "예. 일단 이것을 받으시죠." 일수가 연진의 명령으로 받아 조사한 것은 바로 이 루시퍼 프로젝트에 가담한 조직이 몇이나 되고,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 였다. 이는 루피서 프로젝트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때 연진이 바로 조사를 명한 일이었다. 곧이어 일수가 연진에게 파일을 넘겨주자 연진을 바로 파일을 펼쳤고, 일수 자신도 똑같은 자료가 든 파일을 꺼내어 펼쳤다. "보고해봐." "예. 저희 탁수가 전력을 다해서 알아본 결과 아무래도 저희 한을 제외하고, 아니 저희 한까지 포함한 다섯 단체인 가디언의 전부가 이 루시퍼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 같습니다." "뭐라고!!" 연진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다른 네 기관이라면 모를까 자신들이 이끄는 한이라면, 한의 일원이라면 루시퍼 프로젝트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믿음이 깨져버렸으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놀람도 잠시, 이내 연진의 머리는 차가워졌고,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져 무표정으로 변해갔다. 이 모습에 일수는 연진이 극도로 분노했음을 눈치 챘다. 이는 연진이 분노했을 때 하는 행동으로, 이런 상태의 연진은 잘못 건드린다면 말릴수 있는 이는 전대 한의 총수인 연진의 아버지 뿐이었다. "계속해." "예." 일수는 연진의 말에 잠시 그의 얼굴을 살핀 뒤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일단 저희 한의 가담자들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탁수의 전력을 투입하여 알아본 결과 한의 약 20퍼센트인 주술계열과 신성계열을 제외한 다른 계열의 능력자들이 조금씩 루시퍼 프로젝트에 가담하였습니다." "주동자는 누구지?" 자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어진 연진의 말에 일수는 계속 그의 눈치를 살폇다. 연진의 눈은 그 주동자가 누군지 예상된다는 모습이었다. 그 눈에 일수는 식은땀을 흘릴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입에서 그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연진이 뛰어나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석이냐?" "‥예." "그렇군. 그 빌어먹을 바다의 개날나리 용, 아니 도마뱀새끼." 으득! 바다의 개날나리 용. 이는 연진이 그를 부르는 별명이자 욕이었다. 이번 루시퍼 프로젝트에 가담한 한의 주동자의 이름은 신해룡. 바다와 용은 그의 이름에 들어가는 바다 해(海) 자와 용 룡(龍) 자 때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개날나리는 어째서 붙는지 알지 못했다. 참으로 오랫만에 듣는 신해룡. 그의 별명에 잠시 딴생각을 하던 일수는 다시 연진을 바라보았다. 다행이 연진은 그의 생각과 다르게 분노를 억누르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가담자들 대부분이 신해룡. 그놈의 측근이나 친인이겠지." "예. 신해룡을 따르는 급진파와, 이번에 가디언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후 형성된 신진 급진파가 가담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급진자. 이들은 얼마 전만 해도 한뿐만 아니라 다른 단체들에게 있어서도 골치 아픈 존재였다. 한을 비롯한 다른 네 기관들은 서로 견제하여 싸우고 있었지만, 암묵적인 법칙이 하나 있었다. 바로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음지에서 싸운다는 것이다. 그들은 음지의 존재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되었다. 그런데 이를 부정하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급진파였다. 이런 급진파는 각 단체에 모두 존재했지만 별로 힘을 쓰지 못했다. 그 이유는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이들의 보수파가 각 단체의 수뇌부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급진파는 거의 힘을 못 쓰고 간신히 존재만 하고 있었다. 얼마 전, 가디언으로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급진파가 힘을 얻은 것은 최근 가디언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다. 이들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세상에 자신들의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했고, 그런 그들의 핼동은 필요했기에 어떤 행동을 하든 방관할 뿐이었다. 솔직히 세상에 갓 모습을 드러낸 이들에게 그동안 세상의 모습을 드러낼 떄를 위해서 준비해놓은 급진파들이 상당히 도움이 된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급진파가 설마 루시퍼 프로젝트에도 손을 뻗었다니. 연진은 자신이 너무 마음을 놓고 지냈다고 생각했다. "일단 그놈에게 탁수5급수로 아이들을 붙이도록 해." "이미 붙였습니다." 탁수 5급수. 1급수, 2급수처럼 높으면 높을수록 깨끗한 물과 다르게 탁수에서의 등급은 그와 반대다. 1급수는 탁수에서 가장 낮은 등급으로 갓 기초를 때운 요원이고, 5급수는 각가지 험난하고 더러운 일을 경험하고 살아남은 최고의 요원이었다. 그런 5급수 요원을 급진파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신해룡에게 붙인 것이다. 잠시 멈추어졌던 보고는 계속되었다. "현재 루시퍼 프로젝트에 대해 각 기관의 보수파에서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챈것으로 파악되었고, 각 급진파의 수장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일의 중심에 SWU가 급진파가 아닌 전부가 가담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렇군" "그리고 보수파 역시 이 루스퍼 프로젝트에 대해서 알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전전긍긍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저희 한역시 마찬가지이고 말입니다." "제길!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군." 연진의 말대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만약 루시퍼 프로젝트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세계에 정의 기관이자 수호자라고 인식되어가고 있는가디언은 그대로 분쇄될지도, 아니 분명 분쇄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에 있었던 악몽이 다시 반복될지도 몰랐다. 자신의 조상들이, 한을 비롯한 각 기관이 음지로 모습을 감추게 된 것처럼 말이다. 이 루시퍼 프로젝트는 가디언의 다섯 기관을 흥(興)하게도 망(亡)하게도 할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그렇기에 다른 기관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을 연진도 알 수 있었고, 자신들 한 역시 그럴 수밖에 없나는 것에 연진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연진의 한숨 속에서 시간을 야속하게도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오고, 늦으면 전화하렴." "우웅, 다녀오세요." 반쯤 잠이 든 상태에서 어머니의 손을 잡고 마중나온 금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나는 문을 나섰다. 이거 조금 긴장되는걸. 전국의 거의 같은 시간에 몬스터가 출몰하고, 처리된 지 어언 2주가 지났다. 그 2주 동안 난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물론 집에서지만 말이다. 결국 우리 가족들을 비롯하여 라오와 제키 형은 모두 한집에서 지내기로 했고, 덕분에 더욱 큰 집으로 이사 가게 되었다. 집을 구하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작은아버지가 작위를 이용하여 단 하루 만에 적당한 집을 알아주셧기 때문이다. 그 후에는 일사천리였다. 내 통장의 돈, 그니까 가디언의 SS급 능령자로 활약하면서 들어온 돈과 함께 아버지가 모아오신 돈을 합쳐 이사하는데 에는 수월했다. 몰랏지만 나의 통장에는 엄청난 돈이 들어와 있었고, 그 대부분이 바로 라오와 싸운 이후 들어온 것이라고 했다. 그 금액은 묻지 말도록. 후후후. 현재 나는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바로 내가 여름방학 이후 단 한번도 가지 않은 나의 모교이자, 현재 우리 가디언 한국지부의 5장로이신 김제신 장로님이 수위로 근무하고 계시는 곳이다. 원래대로 라면 전학을 가야 정상이었지만 나는 가지 않았다. 이사를 한 집으로 부터 상당 거리가 떨어져 있기에 평벙한 교통수단을 이용한다면 매일 지각을 면치 못할 거리였다. 하지만 그 거리는 나에게 전혀 문제 될게 없었다. 나에게는 마법이 있으니까. "어디 으쓱한 곳 없나." 나는 거리를 걸으며 으쓱한 곳을 찾았다. 마법을 쓰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곤란하니 말이다. 물론 이동할 장소는 결계를 쳐서 물건이나 사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했고, 좌표도 알아놓았다. 그냥 집에서 텔레포트를 할 걸 그랬나. 거기를 걸어가며 으쓱한 곳을 찾을 수 없었던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간 뒤에 텔레포트를 할까 했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차피 나왔고, 시간도 있으니 동네를 돌아보기로 했다. 현재 시간은 6시 반. 서리는 여전히 한산했지만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거리를 둘러보며 걷던 도중 난 이내 으쓱한 골목을 찾아냈고, 잠시 주변을 살핀 뒤 바로 텔레포트를 시도했다. "텔레포트" 실패할 리 없는 텔레포트는 나를 전혀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주었다. 으쓱한 골목. 간산히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의 골목은,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니지만 이상한 냄새도 났다. 흠. 앞으로 자주 이용하게 될 텐데, 청소나 해둘까. 잠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난 그골목을 나왔고, 곧 우리 학교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계는 이제 막 7시를 가리키고 있는데 말이다. 뭐,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가끔씩 학교에 일찍 가서 모자란 아침잠을 채우는 녀석들도 있으니까. 나는 곧 그 얼마 되지 않은 학생들의 대열에 합류하여 학교로 향했다. "그나저나 거리는 여전하군. 아니, 조금 변했나." 학교로 향하여 주위를 둘러보던 나는 거리가 조금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없었던 분식점이 하나 생겼고, 기준에 있던 작은 슈퍼가 없어진 것 같았다. 그리고‥‥‥. "여기는 완전히 새로 지어졌군." 내가 잠시 멈추어선 곳. 그곳은 바로 몬스터로 인해서 무너진 집이 있던 곳이었다. 그때 출몰한 몬스터가 아마 와이번이랑 드래곤 플라이였나. 나는 잠시 그때의 일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았다. "한번 가볼까." 그리고 곧 '그곳'에 가보기로 결정을 내리고 하나 둘씩 늘어가는 학생들의 대열에서 이탈하여 '그곳'으로 향했다. 오늘 학교에 가는 것을 아는 것은 가족들뿐이다. 그러니 지각을 해도 상관없었기에 난 천천히 '그곳'을 목적지로 하여 걸어 나갔다. 그날 이후 한 번도 찾지 않았던 그곳으로 향하는 거리는 원래의 모습을 완전히 찾은 상태였다. 예전의 그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주변을 살피며 걷는 어느새 나는 그곳에 도착했다. 예전 내가 이(異)세계를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그때, 조금이지만 현실이 아닐까라고 의심하던 그때의 내가 현실임을 자각하게 된 계기를 준 장소, 그린 드레이크에 의해서 목숨을 잃을 뻔한 그곳에 말이다. "‥‥모두 복구됐구나" 난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곳을 바라보기만 했다. 무너진 건물 대신 새롭게 지어진 건물이 자리를 잡고 있고, 그린 드레이크의 브레스로 인해서 녹았던 골목은 이미 새로운 아스팔트로 메워져 있어 예전의 그 참상이 일어났던 곳이라는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만약에 내가 이곳에서 이(異)세계가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란 것을 좀 더 빨리 깨달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만약에 그랬다면 그곳에서 사람들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만약일 뿐이지." 그렇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만약일 뿐.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과거이고, 후회일 뿐이었다. 잠시 그곳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학교를 향해서 걸음을 옮겼다. 앞으로 나는 이곳을 다시 찾지도 않을 것이고, 찾을 일도 없을 것이다. 이곳에서 있었던 일은 이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나의 기억 속에서도 서서히 잊혀 질 과거의 일이니까, 거기엔 난 이미 이 과거를 발판삼아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난 마음속으로 되뇌며 걸어 나갔다. 그나저나 녀석들은 잘 있으려나. 톡톡. "얀마! 여보세요, 상민군." "응? 아." 머릿속으로 집에서 만들어낸 마법을 일일이 하나하나 정리해가던 도중, 나의 볼을 찌르고 있는 영택이의 손을 발견했다. 영택이 뒤에는 성민을 비롯한 세호와 민수가 함께 서 있었다. 모두들 정말 오랜만인걸. 내가 미소 지으며 일어나자, 애초부터 무뚝뚝한 성민을 제외한 영택이와 세호, 민수는 매우 놀랍다는 얼굴을 했다. "이야! 너 병원에 아파서 입원한 게 아니라 키 늘리는 수술 받았지. 솔직히 불어~!" "아니야, 아니야, 호르몬을 투여한 걸 거야. 분명해!" "전에 인터넷을 떠들다 보니까 기네스 기록이 한달에 30센티도 큰 사람도 있다던데, 음 기네스 기록은 무리인가" "‥‥건장해졌구나." "하하하, 너희들도 알잖냐. 우리 집안의 몸집. 나도 결국 호씨 집안 사람이라, 이거지."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나는 방학을 하기 전보다 상당히 성장해 있었다. 거의 190에 가까운 신장. 고등학교에서는 보기 드문 상당한 큰 키였다. 물론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모두 모여 있다라.점심시간인가? "자, 일단 나가자. 이 형님들 배고프다. 상민 군, 당장 매점으로 가세나" "당연히 영택 군, 자네가 사는 거겠지?" "물론 아니지" 어색해할 만하건만 전과 다름없이 나를 대하는 영택이의 행동에 난 웃으며 영택이의 말을 받아쳤고, 영택이 역시 나의 말을 흔쾌히 받아 쳐주었다. 그래. 오늘은 내가 오랫만에 사마. 후후후후. 우리는 바로 매점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정말 놀랬다. 네 작은아버지 말이다." "작은아버지? 아, 나도 솔직히 그때는 놀랐어." 우리의 정보통 민수가 작은아버지를 들먹이자, 처음엔 의아했던 나는 곧 알 수 있었다. 영택이를 비롯해 성민이와 세호, 민수는 꽤나 오랜 친구들이었기에 우리 친가의 가족들과도 조금은 친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 친기의 가족 중에는 가디언 한국지부 총지부장인 작은아비지도 껴 있고 말이다. 나의 말에 녀석들은 모두 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성민이가 나에게 가장 강력한 눈빛을 보냈는데, 성민이가 이런 눈빛을 보내는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한때 작은아버지는 성민이를 가장 마음에 들어 했고, 성민이 역시 작은아버지를 꽤 따랐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까 한때 작은아버리가 성민이에게 자신ㅇ듸 제가가 될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셨었지. 그때는 그게 무슨 이야기인 줄 몰랐지만 말이다. "알고 보니까 우리 호씨 집안이 무가더라구. 그곳도 대대로 한이란 단체의 총수 자리를 해온 무가." "컥!" "그,그럴 수가!" "마, 말도 안 돼!" ‥‥‥‥. 녀석들의 외침에 복도에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일시에 우리들에게 향했지만, 이내 자신들의 하던 일을 계속했다. 이 자리에 있는 우리 멤버는 원래 조금 특이했기에 이런 일을 한두 번 겪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냥 넘긴 것이다. 휴, 다행이다. 그나저나 이녀석들도 참‥‥‥‥. "헤헤헤, 쏘리" "미안 미안. 자자, 이야기 계속해봐라." "그래. 어디 하번 극비 정보 좀 들어보자." "하~ 아. 녀석들. 그래. 계속하마. 우리 호가는 대대로 한이란 단체의 총수 자리를 지내왔다. 만약 우리 아버지가 신체적으로 우리 호가의 무술과 잘 맞았다면, 현재 가디언의 총지부장은 우리 아버지였을거다." "오오오!" 녀석들은 나의 말에 매우 놀라워했다. 하긴 놀랄 만도 하겠지. 방금 내가 녀석들에게 한 말은 거짓이 아니다. 진짜로 우리 아버지가 우리 호가의 무공과 체질이 맞았다면, 분명 총지부장이 되는 것은 우리 아버지였을 것이다. 이후 나는 세부적인 것을 뒤로학 ㅗ적당한 선에서 내가 아는 것들을 녀석들에게 말해주었고, 녀석들은 그때마다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이야기를 하던 도중, 민수는 어느새 컴퓨터를 꺼내서 내가 말하는 속도와 거의 동시에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내가 뭐 하는 것이냐고 묻자. 민수는‥‥‥. "후후후. 이 몸의 팬 사이트다!" 그리고는 노트북을 돌려 나에게 보여주었는데, 노트북의 모니터에는 한 사이트가 떠올라 있었다. 그 사이트의 대문에는 가디언의 마크와 함께 '더 가디언(The Guardian)'이라고 영어 단어가 떠올라 있었다. 하하하. 팬사이트라. 잠시 살펴보자 사이트에는 가디언의 출범 이전부터의 활약. 그러니까 언데드 파라오와의 결전에 대한 뉴스에서부터 바로 2주 전의 사건까지 모두 업데이트되어 있었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기사를 번역한 글과 사이트 운영자인 민수 자신의 의견과 설명까지 함께 곁들여져 있었다. 그리고 내가 말해준 정보도 곧 업데이트될 것 이라고 한다. 하하하. 뭐, 상관없겠지. 그렇게 중요한 정보도 아니니까. 콱! "응? 상민아, 갑자기 왜 손을 올리냐?"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뒷머리가 좀 간지러워서."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뒷머리를 긁었다. 그러면서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원흉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내가 갑자기 손을 들은 이유는 바로 누군가 나에게 바늘을 날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 바늘은 내가 잡을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때 모두의 시선이 노트북의 모니터로 향했기에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이 사실을 숨길 수 있었다. 누구지? 나는 곧 망령을 풀어 나에게 바늘을 날린 존재를 찾을 수 있었다. 씨익. 나에게 바늘을 날린 이는 매점의 천장을 반쯤 가린 나무의 앞에 있었고, 내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웃어 보였다. 바로 여자였다. 그것도 교복이 아닌 의사의 가운을 입은. 누구지? "응? 아! 초연 선생님이시네!" "초연?" "아, 넌 모르겠구나. 이번에 새로 오신 양호 선생님이다. 본명은 당초연이고, 한국계 중국인이라고 하더라." "당초연‥‥‥." 당씨라, 나는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나를 마주보고 웃은 뒤, 다시 뒤돌아서 걸어 나갔다. 이번은 인사라는 건가. 이후 나는 혹시 새로 온 선생님이나 전학생이 없냐고 물어보았다. 자칭 마당발인 영택이의 말에 의하면, 내가 학교에 안 나온 동안 당초연 양호 선생님을 비롯해 2명의 선생이 더 전근을 왔단다. 모두 영어 선생님으로, 헤라 해밀턴과 르네 에니아뉴라고 한다. 헤라 해밀턴은 미국인이고, 르네 에니아뉴는 영어권 프랑스인이라고 했다. 그 밖에 나와 같은 학년에 5명 정도 전학이 왔다고 하는데, 모두 하나같이 외국이라고 한다. 이거 왠지 학교생활이 조금 재미있어질 것 같은데, 후후후. "그 소년이 데스마스터라니, 정말 믿기지 않아." "하지만 사실이야." 지금 양호실에는 새로 온 양호 선생인 당초연 이외에도 한 명이 더 있었고, 당초연과 마주 보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20대 초반의 당초연과 다르게 마주 보고 차를 마시는 이는 교복을 입은 학생이었다. 그 소년에게서 내뿜어지는 분위기는 고요했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는 알지 못한 힘이 숨어 있었고, 일반인이라면 눈치 챌 수 없을 정도였다. "아운은 어떻게 할 거야." "난 그저 지켜볼 뿐이야." 아운, 그것은 소년의 이름이었다. 소년의 성은 남궁. 무림을 떠받치는 기둥 중 하나의 남궁세가의 차남이자, 다음 대 남궁세가를 이끌어 갈 남궁세가의 기둥이 될 이였다. 그런 그가 한국에 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초연, 이번 일은 경솔했어." "하지만 궁금했는걸, 혹시 화났어?" 초연은 찻잔을 내려놓고 아운의 옆에 앉고는 자신보다 조금 작은 아운에게 기댄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런 초연을 바라보며 아운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초연은 아운과 7살 차이가 나긴 하지만 아운의 약혼녀였기에 이런 행동을 한 것이다. "다음부터는 조심하도록 해. 우리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감시니까." "후후후, 알았어. 그런데 오늘 저녁을 뭐 먹고 싶어? 오늘 난 일찍 끝나니까 시장 봐가지고 갈게." 17세의 남궁아운과 24세의 당초연. 둘은 현재 특수 임무 차 한국에 파견되었고, 지원금을 아끼기 위해 동거 중이었다. 36장 비너스의 축복, 그리고 타락 상민이 학교로 복귀하기 일주일 전. "후~ 우." 집에 도착한 그는 사무실에서 처리하지못한 서류가 든 가방을 한쪽으로 치우고는 그대로 침대에 몸을 내던졌다. 군대에서 제대 후 휴학했던 대학을 졸업하고, 2년간 여러 가지 준비를 하여 실력으로 입사한 직장. 처음에는 일에 익숙하지 않아 여러가지 실수도 많이 하고 상사로부터 꾸중도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많이 익숙해진 그였다. 하지만 여전히 힘든 것이 있다면 퇴근 후에 몰려오는 피로였다. 입사한 지 이제 3년이 다 되어가건만 그것만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후~ 우." 잠시 침대에 누워서 조금 피로를 푼 그는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자신의 목을 조이는 넥타이를 풀어헤쳐 아무렇게나 집어 던졌다. 이후 입고 있던 옷들을 비롯해 속옷도 벗어서 아무렇게나 내던지고는 샤워를 하기 위해서 욕실로 들어갔다. "후~ 우." 그는 또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이 한숨은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론 완전히 몸에 배어버린 행동이었다. 이런 자신을 보면, 그놈의 한숨좀 그만 쉬라고 소리치는 자신의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라 그는 잠시 피식 웃어 보이고는 욕실의 물을 틀었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차가운 물은 피로로 인해 멍해진 그의 정신을 일깨워주었고, 다시 적당하게 뜨거운 물은 축 늘어진 몸을 노곤하게 만들어주었다. 잠시 후, 샤워를 끝내고 나온 그는 욕실 문 앞에 서서 자신이 벌인 일들을 바라보았다. 아무렇게나 방에 나뒹굴고 있는 옷들과 속옷들, 그리고 한쪽 큰 바구니에 쌓여 있는 빨래들. "후~ 우." 그것들을 보며 또 한숨을 내쉬는 그였다. 그는 빨래나 해야겠다는 생각에 바구니를 들어 방에 나뒹굴고 있는 옷들을 하나씩 주워 담기 시작했다. 물론 양복은 옷걸이에 잘 걸어놓았고 말이다. 이어 그는 와이셔츠와 속옷들과 티셔츠를 함께 욕실에 있는 세탁기에 넣어버리고는 그대로 세탁기를 돌려버렸다. 피로에 찌든 그에게 이로 인해서 생길 와이셔츠의 주름은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딩동! 딩동! "응? 누구세요?" 세탁기를 돌리고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울리는 집의 구식 벨소리가 울려 그가 물었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혹시 주인집에서 이달 수도세를 받으려고 온 건가 생각했지만 아직 수도세를 내는 시간이 아니었고, 그 밖에 이 시간에 집에 올 사람도 없음을 떠올린 그는 한참을 고민했다. 혹시 어머니가 택배를 보내신 건가. 종종 밑반찬이나 보약을 택배로 보내기도 했던 그의 어머니였기에 그는 곧 문을 열고 밖을 살폈다. "뭐야. 아무도 없잖아? 제길!" 평소 같았으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일이었지만, 피곤해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그에게 짜증이 몰려왔다. 툭. "응? 이건 뭐지?" 그때 그의 발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작은 상자였다. 가로, 세로 5센티미터 정도 되는 상자로, 크기에 비해서 꽤 무게가 나갔다. 그는 이 상자가 아까의 벨이 울리게 된 원인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작은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 상자에는 상자의 크기에 맞춰진 작은 병이 4개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그냥 장식용으로 두고 봐도 괜찮을 정도로 아름다운 무엇인가가 들어 있었다. 작은 병을 채운 액체. 그것은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색이 변했고, 집 안으로 들어가 더욱 강한 빛을 받자 보다 다양한 색을 보여주었다. 그가 4개의 병을 모두 상자에서 꺼내자 병들 밑에 한 장의 종이가 놓여 있었다. 그는 종이에 쓰인 것을 읽어보았다. "'미와 사랑의 여신 비너스의 축복을 그대에게'라고? 무슨 약품 홍보 활동 중인가?" 그는 종이의 내용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여 잠시 병들을 바라보았다. 너무도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병의 내용물. 과연 마셔도 될까? 하는 의문이 갑자기 떠올랐다. 이어 그는 그 의문을 풀기 위해서 병의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병으로부터 새어나오는 달콤하고, 며칠간 입맛이 없엇던 그의 식욕을 자극하는 향기에 그는 미소 지었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던 그는 천천히 병을 입으로 가져갔다. 미와 사랑의 여신 비너스. 동시에 육체적인 욕망과 매춘의 여신, 창녀의 보호신인 비너스. 그는 병의 내용물을 마시느라 보지 못했다, 병의 가장 밑의 내용물의 색이 앞서 너무도 아름다운 색과 다르게 검게 물들었음을‥‥‥. "야! 야! 이보세요, 상민 씨." "응? 아, 너희들 또 왔냐." 영택이가 나의 어깨를 흔드는 바람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영택이를 비롯한 다른 녀석들을 볼 수 있었다. 시계를 쳐다본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녀석들, 정말 질리지도 않나. 쉬는 사간마다 찾아오다니, 학교에 돌아온 지 3일째. 학교생활은 지루했다. 애초부터 내가 수업 시간에 딴 짓을 많이 하는 편이긴 했지만 지루하진 않았다. 학교생활이 지루해진 이유는 바로 나에게 있었다. 변해버린 나에게 말이다. 환골탈태로 인해서 육체와 뇌를 거의 전부 사용하게 된 나에게 학교의 수업들은 모두 쉽게 이해되고, 기억되었다. 거기에 선생님 몰래 딴 짓을 하며 보내던 시간은, 원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되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을 무료하게 만들었다. 그런 학교생활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은 바로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었다. 녀석들은 내가 학교에 나오기 시작한 이후, 점심시간뿐만 아니라 쉬는 시간 마다 찾아와 나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교실로 되돌아갔다. 나누는 이야기라고 해봐야 아주 사소한 것들이지만 말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쉬는 시간마다 찾아와 매점에서 나에게 한 턱 쏘라고 하는 것이다. 그것이 벌써 3일째다. 원래 나의 용돈이었다면 상당히 큰 타격을 주는 금액이 지갑에서 빠져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매번 사주었다. 솔직히 녀석들은 내가 말도 없이 학교에 나오지 않은 것이 조금 섭섭했던 것이다. 거기에 나중에 내가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고 병문안을 오려 했지만 오지도 못하고, 그간 나도 연락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녀석들은 그 섭섭함을 이렇게 매점에서 나의 돈을 쓰게 하는 방식으로 풀고 있었다. 원래 잘 모여 다디는 우리들은 각자의 주머니 사정까지도 훤히 알고 있기에 이렇게 일을 벌이는 것이다. 아마 녀석들은 내 이번 달 용돈이 바닥 날 때까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서 쏘게 만들 것이다. 예정대로라면 다음 주 까지인가? 후훗. 결국 매정으로 끌려간 나는 이번에도 500원짜리 빵을 녀석들에게 선물해야 했다. 빵을 사들고 교실로 걸어가면서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나저나 그 소문 들었냐?" "응? 소문?" "혹시 그 소문이라는거 아스카 접속자들의 리얼데드 쇼크를 말하는 거냐?" "어라? 아네." 리얼데드 쇼크? 영택이의 질문에 민수의 대답에서 나온 단어는 나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다. 하지만 나는 그 소문에 대해서 물어보지 못했다. 마침 수업 시작종이 울려 교실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 수업 시간은 4교시. 이번 수업이 끝나면 점심시간이니 그때 물어봐야겠다라고 생각하며 나도 다음 수업 준비에 들어갔다, 수업 종이 울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런데 교실에 들어온 선생님은 4교시 수업인 수학 선생님이 아닌 영어 선생님이이었다. 내가 없는 사이에 전근을 온 2명의 영어 선생님 중 한 분인 헤라 해밀턴 선생님이었다. 나는 처음에 조금 놀랐지만, 아이들은 헤라 해밀턴 선생님이 들어오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는 수학 교과서 대신 영어 교과서를 꺼내어놓고 있었다. 내가 착각한 건가? 나는 재빨리 앞 문 쪽, 벽의 큰 시간표를 확인 했다. 그제야 나는 아이들이 어째서 영어 교과서를 꺼내어놓았는지 알 수 있었다. 교실 칠판의 한쪽에는 4교시 수학과 6교시 영어 수업을 바꾼다고 되어 있었다. 그래서 모두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 거군. 그러고 보니 나는 영어 수업을 오늘 처음 받는 건가? 곧 반장이 인사를 하자 헤라 해밀턴 선생님은 외국인답지 않은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오늘은 자습을 하도록 하세요." "자습?" 참 나, 자습을 하란다. 조금 어이가 없군. 하지만 이번에도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조용히 딴 짓을 하고 있었다. 만화책이나 소설책을 꺼내서 보는 녀석들도 있었고, 조용히 다른 공부를 하는 녀석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자습도 수업인데 자리를 옮기며 자신의 치한 친구를 향해서 가고 있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건, 이를 헤라 선생님은 방관만 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후후후.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되냐?" "아, 이거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같은 반인 영택이 역시 자리를 옮겨 어느새 내 옆자리에 와 있었다. 영택이는 나의 질문에 장난스럽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킥! 헤라 선생님은 말이야, 쿨하신 분이셔서 원래 자신의 수업 시간 이외에는 다 자습이야. 거기에 자습 시간에는 크게 떠들지만 않으면 어떠한 행동도 용서된다고. 밖에 나가는 것도 마음대로고. 단지 수업 끝나기 전에는 들어와야 하지만 말이야." "참 나." 영택이의 말을 들은 나는 더욱 어이가 없었다. 무슨 선생이 원래 자신이 수업 시간이 아니면 죄다 자습을 시킨단 말인가. 영택이의 말을 들어보니 이번이 한두 번도 아닌 것 같은데, 진도는 제대로 나가긴 하는거야? 속으로 이렇게 소리치면서 나는 헤라 선생님을 바라보았고, 동시에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씨익. ㅆ익. 눈이 마주치자마자 나를 향해서 웃는 헤라 선생님. 그에 나는 마주 웃어 주웠고, 곧 나의 귀로 다른 이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헤라 선생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처음 뵙는군요.] [아아, 역시나로군요. 인사는 아까 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헤라 선생님은 나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메시지 마법이나 전음 같은 더 마나와 무림의 것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나는 그녀의 소속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소속은 SWU, 가디언 미국지부의 능력자였다. 그래. 계속 대화를 나눠볼까. [그런데 미국에 있어야 할 당신이 왜 학교에 와 있는 거죠?] [음‥‥ 뭐랄까요. 저도 이렇게 지겨운 곳에 있고 싶진 않지만 어떻게 하겠어요.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니 따라야죠.] 단도직입적인 나의 질문에 그녀는 전혀 놀라지 않고 대답했다. 그녀의 대답에서 나는 그녀의 임무를 눈치 챌 수 있었다. 아니, 눈치 챘다기보다는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앞서 만나본 이들도 거의 같은 대답을 했으니 말이다. 현재 학교에 잠입 중인 각 단체의 능력자들의 임무는 바로 감시와 관찰이다. 바로 나 가디언 한국지부 소속 SS급 능력자, 데스마스터를 말이다. 헤라보다 앞서 만나본 무림의 당초연, 더 마나의 르네 에니아뉴. 이 둘은 자신들의 정체도 숨기지 않고 말했다. 자신들의 임무가 나를 감시하고 관찰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SWU의 능력자 헤라가 받은 임무를 알아챌 수 있었다. 뭐, 감시라고 해봐야 학교생활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거기에 그들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지 않고 먼저 자신을 소개해왔고 말이다. 그러면 이제 홀리 글로리의 능력자만 만나면 다른 네 기관의 능력자들을 모두 만나보는 건가. 이어 그녀와 간단한 이야기를 나눈 후 우리는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았다. 둘 다 대화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기 떄문이다. 자습이라. 기왕 이렇게 된 거 그 수문에 대해서나 물어보자. 나는 고개를 돌려 어디선가 가져온 만화책을 보고 있는 영택이를 바라보고 말을 걸었다. "영택아." "응? 왜?" "저기‥‥ 아까 말했던 아스카 접속자의 리얼데드 쇼크라는거 도대체 뭐냐?" "참 나, 아무리 병원에 있었다곤 하지만 그것도 모르냐?" 그제야 만화책에서 눈을 떼고 말하는 영택이였다. 이후 영택이는 소문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가상현실 게임 아스카. 그 아스카에서는 최근 한 가지 문제로 인해 골치를 썩고 있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일명, 리얼데드라고 이름 붙인, 게임 내에서 마치 진짜로 죽은 것과 같은 죽음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한다. 리얼데드를 경험한 이들은 하나같이 죽지는 않았지만 그 쇼크로 인해 1,2초 정도 심장이 정지했고, 또 다행히 캡슐에 기본적으로 달려있는 생명보조장치로 인해서 죽은 사람은 없지만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작되었고,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하루 수백 명이 리얼데드를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그로 인해 회사 측에서는 시스템의 문제가 있는지 조사 중이고, 일부 게임 이용자나 게임 이용자의 부모들은 게임의 운영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물론 수많은 게임 이용자들의 반발로 무산되었지만 말이다. 아스카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수의 접속자를 자랑하는 게임. 아스카를 중단시키려면 회사 본사의 주 컴퓨터에 테러를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회사가 스스로 중단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말이다. 그런 리얼데드, 마치 진짜와 같은 죽음에 희열을 느낀 이들은 단체까지 만들어서 그 죽음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난 조금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난 아스카를 동해서 이(異)세계로 넘어갈 수 있었고, 덕분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과연 난 어떻게 넘어간 것일까." "응? 뭐라고?"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나의 혼잣말을 들은 영택이가 물어왔다. 나도 모르게 밖으로 내뱉고 말았군. 조심해야겠어. 안 그래도 감시 받는 입장인데‥‥‥. 이어 잠시 헤라를 바라보자 그녀는 자신이 가져온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다시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려 생각했다. 과연 난 어떻게 넘어간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때 던전을 클리어하기 직전의 함정을 통해서 넘어간 것 같았다. 그 함정에 뭔가가 있을 것이다. 나는 당장이라도 조사를 해보고 싶었지만 현재 내 레벨로는 불가능했다. 학교에 오기 전 금영이를 딸로 받아들이고, 난 아스카에 접속했다. 그리고 접속과 동시에 내가 아스카를 처음 시작했던 곳에 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후 스킬창이며 능력치창 등을 조사해본 결과, 레벨은 죽기 직전의 쓰리마스터 레벨 그대로였다. 그 밖의 것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이어 다시 여러가지 시도도 해보았다. 아공간을 열어 그 안의 언데드를 꺼내는 것과 게임 내의 물건을 아공간 내에서 현실에 꺼내는 것 등등. 그 결과 반은 성공했고, 반은 실패했다. 일단 게임 내에서 아공간을 여는 것은 성공했다. 다만 그 안에서 꺼낼 수 있는 언데드들의 수준은 제한되어 있었다. 어떤 수를 써도 레벨 200이하의 언데드는 꺼낼 수 없었다. 그렇기에 반은 성공하고 반은 실패한 것이다. 그 외에 게임 내의 아이템을 현실로 꺼내는 것도 그랬다. 일정 수준의 아이템을 아공간에 넣고 현실에서 아공간을 열고 확인해본 결과, 한도 내의 아이템만 아공간에 존재할 뿐 다른 아이템들은 없었다. 물론 게임 내에서 아공간을 열어서 확인해보니 넣어 놓은 아이템들은 아공간에 그대로 있었다. 그렇기에 이쪽도 반은 성공, 반은 실패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덕분에 소득은 있었지." "또 무슨 혼잣말이냐?" "아무것도 아니야." 영택이의 말을 가볍게 넘기고 나는 다시 생각에 빠졌다. 말 그대로 소득은 있었다. 가상현실 게임 아스카. 아스카가 현재 세계에 일어나고 있는 지형변화현상과 관련 있다는 것과, 아스카에서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가상 세계인 아스카의 어딘가에 이(異)세계로 넘어가는 곳이 존재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오늘 영택이에게 들은 리얼데드 쇼크의 소문. 그 소문을 동해서 난 한가지 추측을 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 그 생각이란, 가상현실 게임 아스카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것이다. 아마 이 말을 누군가에게 말한다면, 난 당장 미친놈 취급을 받고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하려고 할 것이다. 과도한 게임중독자라고 말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실험같이 게임 내의 아이템을 아공간을 통해서 현실로 옮길 수 있었던 것과, 이(異)세계에서 제작한 언데드를 게임내에서 꺼낼 수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여보세요. 상민 씨~! 또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인마!!" "응? 아, 미안." "에유. 내가 너 때문에 못산다. 으으으. 줄 꼴찌로 서야 하잖아." 내가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수업은 끝났고, 점심시간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이미 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영택이의 말대로 아무래도 꼴찌로 먹게 될 것 같았다. 하하하. 미안, 영택아. "자네, 오늘 무슨 좋은 일 있나?" "예? 아니요." "흠. 그래. 그런데 자네 얼굴색이 많이 좋아졌군. 요즘 좋은거 먹나 본데, 좋은 건 나눠먹자고." "하하하! 이 과장님도 참." 그는 기분 좋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날 도착했던 4개의 작은 병은 이틀에 한 상자씩 문 앞에 놓여졌다. 그 병에 든 약품은 놀라운 효과를 보여주었다. 그 약을 마시면서 더 이상 피로를 느끼지 않게 되었고, 기분은 항상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했다. 그렇다고 영화에서 나오는 마약을 하여 하이(High)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것처럼 기분이 좋다는 것뿐이었다. 거기에 마시지 않는다고 해도 부작용도 없었다. 친구에게 부탁해 약품 회사에 대해 조사해보니 마약도 아니고, 중독성을 지닌 약품도 아니었다. 오히려 친구도 자신에게 나눠줄 수 없냐고 물어올 정도였다. 좀 더 자세하게 조사해보고 싶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럴 필요도 없게 되었다. 어느 날, 그 친구의 문 앞에도 이틀에 한 번씩 상자가 배달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과연 누가 이런 신기한 약을 자신과 친구의 문 앞에 가져다놓는지 모르겠지만, 그 점은 그에게 더 이상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다만 이대로 계속 이틀에 한 번씩 약을 놓아줬으면 했다. "자, 김대리 식사하러 가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거참, 김 대리 진짜 좋은 일 없어?" "이 과장님도 참. 없다니까요." 김 대디라 불린 그는 마냥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확실히 이 과장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솔직히 자신은 그렇게 많은 음식을 먹지 못했다. 입맛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물약을 마신 이후로는 식사량이 점차 늘고 지금은 일반인의 2배는 먹을 수 있었다. 집에서도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았기에 밤새 컴퓨터를 하며 군것질을 하는 것이었다. 최근 고민이 되는 것이 있다면 그 군것질 비용이 생활비에서 상당량을 차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충분히 조절할 수 있고, 정 안 되면 남는 기력을 이용해서 새벽에 신문이나 우유라도 돌리면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렇게 많이 먹을 수 있도록 변화된 자신이 좋았다. 그러나 김 대리, 그는 몰랐다. 그 사소한 변화가 자신에게 어떤 것을 가져다줄지는‥‥‥. "다녀왔습니다." "아빠~!" "우왓!" 문이 열리자마자 아빠라고 소리치며 어린아이 버전의 금영이를 받아들고 간신히 균형을 잡은 나는 겨우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어이 금영이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뒤 나는 화난 표정으로 금영이에게 말했다. "금영아, 아빠가 몇 번 말하니. 이렇게 갑자기 달려들지 말라고." "헤헤헤."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어 보이는 금영이. 이번에도 웃음으로 넘어가려고 해도 어림없다. "어림없어! 한 번만 더 이러면, 일요일에 놀이공원에 안 데려갈 거야." "우우우." 양 볼을 부풀리며 화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금영이를 보며 난 웃으며 머리를 한번 헝클어트린 후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고 보니 금영이 옷 또 샀네. 어머니도 참, 적당히 사시라니까. 금영이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파란색과 하얀색이 잘 어우러진 원피스였다. 난잡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단조롭지도 않게 두 색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웬만한 미소녀가 아니면 입을 엄두도 못내는 옷이었다. 거기에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금영이의 머리에 달린 커다란 흰색 리본이었다. 순수한 검은색 머리카락과 커다란 하얀색 리본은 너무도 잘 어울렸다. "호호호. 주변 사람들이 어찌나 부러워하던지." "다녀왔습니다." "아, 상민이 왔니. 어떠니? 우리 금영이." "잘 어울리네요. 참 어머니도. 옷 적당히 사시라니까. 또 금영이 옷만 잔뜩 사셨죠?" "하지만 어떡하니. 금영이에게 너무도 잘 어울리는데. 호호호! 금영이. 이리 온." "네, 할머니." 금영이는 어머니의 부름에 쪼르르 달려가 어머니의 무릎에 앉았고, 어머니는 그런 금영이의 머리를 다정스레 쓰다듬으셨다. 에휴. 난 옷이나 갈아입으러 가자. "참 아빠!" "응? 왜?" "제리아가 아빠가 부탁한 거 조사해놨대. 지금 방에 있을 거야." 제리아는 섀도 로드인 금영이의 4명의 친위대 중, 금영이가 처음 나타났을 때 대변인으로 말한 이었다. 제리아는 친위대중 섀도 로드의 군사와 같은 역활을 하는데, 그 이름 앞에는 그림자의 현자, 섀도 세이지라는 명칭이 붙는다. 내가 그런 제리아에게 몇 가지 부탁을 하자 제리아는 그것을 수락했다. 그런데 불과 이틀 만에 조사를 끝내다니, 조금 놀라운걸. 방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그림자와 같은 검은 로브를 입은 섀도 세이지, 제리아를 볼 수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모든 그림자의 아버지시여." "그냥 상민이라고 불러." "예, 상민님." "자, 그러면 보고를 들어볼까." 내가 가방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침대에 앉자, 제리아가 곧 입을 열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상민님이 부탁하신 두 가지에 대해서 조사해보았습니다. 첫 번쨰 지형변화현상이 일어난 주기와 그 영역의 범위, 그리고 예측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제리아는 말을 마치며 로브 안에서 서류를 꺼내어 나에게 넘겨주었다. 그 서류에는 내가 조사하도록 부탁한 첫 번째 일 외에도 두 번째 일에 대해서도 적혀 있었다. 그 분량은 A4 용지로 약 50여 페이지 정도. 종이에는 빈칸 없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정말 대단한데. 잠깐 훑어보니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조사한 것 같은데 말이야." "그림자는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제리아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제리아의 전체적인 외모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항상 로브를 입고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나중에 한번 확인해봐야지. 그럼 보고를 받아볼까. "그럼 부탁해." "예. 상민님께서 부탁하신 첫 번째 일에 대해서 조사해본 결과, 좋은 소식 한가지오 ㅏ나쁜 소식이 한가지 있습니다. 어떤 소식부터 들으시겠습니까?" "나쁜 소식부터 듣는 게 좋겠지." 기왕이면 기분이 좋았다가 나빠지는 것보다 나빴다가 좋아지는 게 좋으니까. "나쁜 소식은, 일단 이 세계에서 지형변화현상이라 명명한 차원이동현상은 어디에서 일어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으음." 확실히 안 좋은 소식이다. 나는 우리 차원의 지형과 다른 차원의 지형이 변화하는 이 현상이 한나를 비롯한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크 형을 비롯해 데인과 퓨리는 모두 지형변화현상에 휘말려서 현재는 내가 갈 수 없는 그 차원으로 이동되었다. 그런 것처럼 나 또한 이 현상의 힘을 빌려 그 차원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제리아에게 이것을 예측할 수 있는지 조사하도록 부탁한 것인데, 예측이 블가능하다니. 그렇다면 방법은 아스카 내에서 다시 한 번 그때 함정에 있던 것을 찾는 수밖에 없는건가. "후~ 우. 계속해." "예. 그림자들을 이용하여 자체적인 조사와 기타 여러 기관의 조사 자료를 '빌려' 확인한 결과, 지형변화현상은 그야말로 무작위로 일어나는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지금은 그렇게 판단을 내렸을 뿐, 시간을 주신다면 저희들이 자체적으로 조사해여 보다 확실한 결과를 보고드릴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로드께서는 상민님께 직접 허락을 받으라고 명하셨습니다. "그렇다는 말은‥‥‥‥." "어디까지나 이틀간의 자체 조사와 기타 여러 기관의 조사 자료를 가지고 판단을 내렸을 뿐입니다." 나의 말에 이어진 제리아의 말에 조금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나는 조금 풀어진 얼굴로 다시 제리아에게 물었다. "현재 그 판단의 신임도는?" "약 3할 정도 됩니다." "3할, 3할이다. 그럼 시간을 더욱 들어서 확실하게 조사해줘." "맡겨주십시오. 상민님." 이번에도 미소를 지어 보이는 제리아였다. 다만 그 전의 미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강한 자신감이 배어 나왔다. 3할이라, 3할. 나쁜 소식에 대해서는 들었고, 이제는 좋은 소식에 대해서 들어볼까. "좋은 소식은 뭐지?" "좋은 소식은 바로 저희 그림자의 군주이신 섀도 로드님을 비롯하여 로드의 친위대, 기거에 저희 친위대 아래 직속 수하들이 각자 주위의 일정 영역 안의 지형변화현상, 그러니까 차원이동현상을 미리 감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인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지형변화현상이 어디에서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번에는 감지할 수 있다니! 도대체 무슨 소리야! 날 놀리는 건가. "지금 나를 상대로 말장난을 하자는건가?" "진정하십시오, 상민님. 제가 한 말을 잘 안 들으신 것 같군요. 저는 분명히 차원이동현상을 미리 감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감지." "감지‥‥‥‥." 그렇다. 생각해보면 제리아는 앞서 예측할 수 없다고만 했지, 감지 할 수 없다곤 하지 않았다. 예측과 감지는 엄연히 다른 것이니 말이다. 내가 너무 경솔했군. "자세히 이야기해봐." "후후후. 예. 이것은 조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알게 되었지만, 저희 그림자의 백성들 중 그림자의 군주이신 섀도 로드님을 직접 모시는 저희들은 일정한 파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도 이번에 조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죠." "파장?" "예. 파장입니다. 살아 있는 인간의 감각으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파장을 저희 그림자의 백성들은 가지고 있고, 그 파장을 느끼고 조절하는 것은 그림자의 백성들 중 새도 로드님을 모시는 측근들만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 파장이 지금 이야기하는 지형변화현상의 감지와 무슨 상관이 있지?" "좋은 질문입니다. 저희가 가지는 그 파장은 공교롭게도 지형변화현상, 그러니까 차원이동현상이 일어나는 지형에서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거의 차이가 없는 파장을 내뿜고 있습니다. 이는 몇 번이나 확인해본 결과입니다. 그 덕분에 저는 그림자의 백성 중 섀도 로드님의 측근들이 그 파장을 느낄 수 있고,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 나는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형변화현상. 그러니까 차원이동이 일어나는 곳의 일정한 파장을 내뿜는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 파장이 금영이의 측근들이 느끼고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말이다. 이렇게 내가 놀라는 사이 제리아의 말은 계속되었다. "조사 기간이 짧아 좀 더 자세하게 알아봐야겠지만, 만약 제가 세운 이론대로라면 예측도 가능할 것 같습‥‥ 아니 가능할 것입니다." 제리아의 말에는 확신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이것의 하루는 이[異]세계에서 시간으로 20일. 거기에 현재 이[異]세계는 흑마법사들이 활동을 시작하고, 상상도 못할 키메라까지 만들어냈다. 또 마족이 지상에 나와 있다는 것도 문제였다. 되도록 빠른 시간안에 그것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돌아갈 방법 중 하나인 지형변화현상을 이용하려면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한다. ""제리아, 조사를 끝내려면 얼마나 걸리지?" "완벽한 결과를 원하신다면 반년 정도 걸릴 거라고 예상됩니다. 이는 지형변화현상이라고 명명된 차원이동현상의 주기가 상당히 길어졌기에 그런 것입니다. 그 주기에 대해서는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최대한 줄여본다면 얼마나 걸리겠어?" "더도 덜도 말고 최대한 줄인다면 세 달입니다." "후~ 우. 세 달이란 말이지." 3달. 일수로 따지면 약 90일. 그곳 시간으로 약 1800일. 4년하고 340일. 이미 상당량의 시간이 들었으니 되돌아가도 조사가 끝나고, 운이 좋아 그날 돌아간다고 해도 이미 그곳에서는 6년에서 7년의 시간이 흐른 뒤일 것이다. 제발 별일 없어야 할 텐데. 후~ 우. "되도록 빠른 시간 안에 조사를 끝내줘." "맡겨주십시오." 나의 심각함을 읽은 것일까. 제리아는 조용히 무겁게 말했다. 7년, 아니 늦어진다면 최대 10년이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곳에서의 10년은 이곳에서 고작 반년 나는 제발 내가 생각한 6개월 안에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했다. 한나와 메이, 지크형과 데인, 퓨리 ‥‥ 그 외에 나와 인연이 닿은 자들. 한때 함께 다녔던 평화 용병단의 동료들이 살고 있는 그 세계로 말이다. 나중에 지금 있는 세계로 돌아올 때가 문제가 되겠지만, 이곳의 하루는 이(異)세계의 20일이니 천천히 조사해서 되돌아올 방버을 찾으면 된다. 이미 짐작 가는 것도 있고 말이다. "그럼 내가 두 번째 부탁한 일에 대해서 들어볼까." "예. 상민님이 조사를 부탁하신 두 번째의 일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조사를 끝냈습니다. 자료 35페이지를 펴주십시오." 나는 제리아가 나에게 주었던 서류를 바라보았다. 뭐야. 페이지의 쪽수 번호까지 었었던 거야 ? 일단 35페이지를 펼치자, 그곳에는 자료 사진과 함께 설명 글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디 보자. 35페이지부터 시작한 내용은 그저 그랬다. 적어도 40페이지까니는 말이다. 하지만 41페이지부터는 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정말 사실이야?" "예. 사실입니다." 내가 제리아에게 조사를 부탁했던 2가지 중 그 두 번째는, 내가 처리한 전국 몬스터 출몰 사건에 대한 것이었다. 전국에 거의 같은 시간에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들이 출몰했다. 거기에 몬스터가 출몰한 곳의 지형은 그 몬스터들이 살던 서식지와 같이 변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고, 마침 돌아갈 방법 중 하나인 지형변화현상을 조사하도록 부탁하면서 전국 몬스터 출몰 사건에 대해서 조사하도록 부탁했었다. 그리고 그 조사의 결과는 내가 생각했던 그 이상이었다. 나는 잠시 제리아를 바라보타가 다시 자료로 눈을 돌려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그 자료에는 내가 알지도 못할 여러 단어들도 들어 있었지만, 단어 옆에는 제리아가 해놓았는지 이해를 돕기 위한 단어의 풀이와 설명이 나와 있었기에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페이지를 모두 읽고 난 후, 나는 조용히 자료를 침대 옆에 내려놓았다. "후~ 우. 이 자료의 내용이 모두 사실이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저희 그림자의 백성들이 직접 조사한 것과 연진님의 직속 단체로 보이는 단체, 그리고 현재 이 나라에 숨어든 단체의 자료를 빼돌려 살펴보고 종합적으로 판단, 정리한 것입니다." "작은아버지도 알고 계신단 말이야?" "예. 그렇습니다." 하하하. 작은아버지도 알고 계시다고. 나는 제리아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정의로움으로 똘똘 뭉치신 작은아버지가 이 일을 알면서도 가만히 있으셧단 말이야?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제리아로부터 받은 자료 41페이지부터 써 있던 내용들은, 한 가지 프로젝트에 대한 것과 제리아가 직접 조사한 것들이었다. 그 한 가지 프로젝트는 바로 루시퍼 프로젝트란 것이다. 루시퍼(Lucifer). 자신을 따르는 천사들을 이끌고 자신을 창조한 신에게 반기를 든 천사. 그러나 그 시도는 실패하고 타락천사가 된 천사. 그 천사의 이름을 딴 프로젝트는 루시퍼의 타락과 같았다. "가디언의 존속을 위해 인간의 손으로 몬스터들을 만들었다니." 말 그대로였다. 루시퍼 프로젝트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언젠가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지형변화현상과 몬스터들의 출몰로 인해서 버림 받을지도 모를 기관의 존속을 위해서 기관의 손으로 몬스터를 만들어내는, 그야말로 원래 창단 취지에 반하는 행위. 권력을, 자신들의 권리를 잃지 않기 위한 이들의 머릿속에 나온 프로젝트였다. 필요 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전에 더욱더 필요로 하게 만들겠다는 프로젝트가 바로 루시퍼 프로젝트인 것이다. 제길! 제길! "제길!!" 화들짝! 나도 모르게 소리친 것으로 인해 누군가가 놀라며 급하게 물러나는 것을 느껴졌다. 바로 어느새 내 방에 들어와 있던 금영이였다. 주위를 보니 벌써 해가 지고 깜깜해진 상태였다. 잠깐 가만히 있었던 것 같았는데 상당히 오랫동안 가만히 있었던 모양이다. "괘,괜찮아요? 아빠." "아, 괜찮다. 미안하다. 금영아. 갑자기 소리쳐서. 그런데 지금 몇시니?" "7시요. 할아버지가 내려오래요." 7시라. 집에 돌아온 시간이 거의 5시 다 되어서였으니까 보고를 듣고 최소한 2시간 이상은 가만히 생각에 빠져 있었다는 것이군. 나는 일단 금영이를 내려 보낸 후, 금영이가 나를 부르러 올 때까지 입고있던 교복을 벗어서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방에서 나갔다. 이미 가족들은 모두 집에 귀가해서 거실에 모여 있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비롯해 어머니와 아버지, 작은아버지와 작은어머니까지 말이다. 작은아버지와 작은어머니는 내가 죽음에서 부활한 이후 거의 이사한 우리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물론 다른가족들도 함께. 거실에는 상이 크게 차려져 있었다. 마치 잔치라고 하는 것처럼 거하게 차려진 상은 말 그대로 상다리가 휘청거릴 정도였다. 오늘 무슨 날인가. 내가 자리에 앉아 식사가 시작되었다. "응? 상민아, 너 나에게 무슨 할 말 있냐?" "예? 아무것도 아니에요." 식사를 하며 내가 간간히 작은아버지를 쳐다보자, 작은아버지는 나의 시선을 느끼고 말하셨다. 아주 태연하신 작은아버지. 후~ 우. 뭔가 생각하는 것이 있으시겠지. 나는 식사를 마췬 뒤 바로 방에 들어가 침대에 놓아둔 자료들을 다시 펼쳐보았다. 루시퍼 프로젝트. 냉정해진 지금의 나는 알 수 있었다. 작은아비지가 왜 아무 말을 하지 않는지 말이다. 이 루시퍼 프로젝트는 양날의 검이다. 이것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졌다가는 그야말로 나를 비롯한 능력자들은 사회의 적으로 몰리게 되고, 세계의 공인 기관이 된 가디언은 산산조각 난다. 거기에 그 기관을 구성하는 다섯 기관들은 그야말로 철저하게 관리를 받으며 자유를 잃게 될 것이 분명하다. 만약 최악의 상황이라면 귿로 다시 음지로 숨어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후~ 우. 어떻게 하지? 루시퍼 프로젝트, 정말 골치아프군. "쩝쩝." "자네, 아직도 먹나." "오늘따라 식욕이 떙기네요." "적당히 먹게, 그러다가 체하면 고생해." "들어가세요." 김 대리는 식당을 나서는 이 과장의 뒷모습을 본 뒤에 다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이모! 공기밥 하나 추가요! 반찬도 좀 더 주시고요!." "알았어! 아이구! 정말 잘 먹네!." "후후후. 제가 한 먹성 하죠." 벌써 5그릇째. 반찬도 이번에 네 번째였다. 그 물약을 마신 이후부터 서서히 늘기 시작한 식욕은 예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였다. 그 엄청난 양의 음식은 그대로 살로 가지 않고 모두 활력이 되었고, 김 대리는 어느새 회사 내에서 가장 기운이 넘치는 사람으로 소문이 났다. 그러다 보니 그는 이제 회사에서 인기 만점이었다. 동료들도 그를 더욱 가까이하고, 간혹 어떻게 하면 그렇게 즐겁게 일할 수 있냐며 장난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김 대리는 다 그 물약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는 그 물약에 의존하지 않았다. 이틀에 한 번씩 문 앞에 상자를 놓였지만 매일같이 복용하지는 않았다. 그 증거로 김 대리 집의 냉장고에는 물약들이 들어 있는 상자가 5개나 쌓여 있었다. 그것은 김 대리 자신이 그 물약에 중독되지 않고, 의존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였다. "실험체 11호. 조건은 완벽하게 갖춘 것 같다. 비너스의 축복을 받은 상태. 지금부터 마지막 실험 '타락'에 들어가겠다." 김 대리가 식사를 하고 있는 식당에 한 남자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내용은 평범하지 않았고, 혼잣말과 같은 그 사내의 말은 다른 어딘가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사내는 이미 식사를 마친 상태. 그럼에도 자리를 비키지 않고 있었다. 식당에서 이모라 불리는 아줌마들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꺼억! 잘 먹었습니다!." "어이구! 이제 다 먹었어. 여섯그릇이나 먹었네. 공기밥 값은 네 그릇 값만 받아서 만 원에 줄게!" "깜싸합니다!이모!" 김 대리는 지갑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만 원을 꺼내고는 디저트로 놓여 있는 요구르트를 5개 집어든 후 식당을 나섰고, 이런 김 대리를 관찰하던 남자도 밥값을 계산하고는 김 대리를 쫓아 식당을 나섰다. 회사로 향하면서 요구르트를 마시는 김 대리. 그런 그를 지나치는 짧은 순간, 남자는 김 대리의 손을 향해서 손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것을 본 사람은 없었다. 따끔. "응?" 손에 느껴지는 따끔함에 김 대리는 자신의 손을 긁었다. 그런 김대리의 손가락에는 조금이지만 피가 배어 나왔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적은 양. 피가 나온 곳도 아주 작게 긁힌 상처일 뿐이었다. "음? 언제 긁혔나 보네." 김 대리는 전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다른 요구르트의 뚜껑을 땃다. 이 정도 상처야 길을 가다 어딘가에서 긁혀서 생길 수 있는 상처였기 떄문이다. 정작 김 대리의 손에 상처를 낸 이는 잔뜩 긴장한 채 김대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잠시 후, 김 대리와 거리가 상당히 벌려지고 나서야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실험체 11호. '타락'에 들어가는 데 성공. 지금부터 다시 관찰에 들어간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자신이 맡은 실험체 11호, 김 대리를 관찰하기 위해서 말이다. 실험체 11호라는 말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것 하나는 알 수 있었다. 실험체 11호라 불린 김 대리 이외에도 최소 10명의 사람이 더 실험체라고 불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37장. 가상 세계의 이단자들 크아아아아! 키아아아아! 수많은 트윈헤드 오우거들이 나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현실에서도, 이(異)세계에서도 이 정도로 많은 트윈헤드 오우거는 나타날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가능했다. 이곳은 아스카, 가상현실 게임 속이니까. "스피리트 오브 웨이트!" 파아아아! 쿠쿵!쿠쿵! "비전 더 페인(Vision The Pian)" 크아아아아!! 비전 더 페인(Vision The Pian). 내가 완전한 데스마스터가 된 이후 처음으로 만들어낸 정신계 공격마법이다. 상대로 하여금 환상을 통해서 고통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피시전자가 시전자보다 정신력이 강하다면 통하지 않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상당히 유용한 마법이었다. 마나의 소모도 그리 높지 않고 말이다. 스피리트 오브 웨이트로 바닥에 짓눌린 트윈헤드 오우거들은 비전 더 페인으로 인해 환상 속에서 하나 둘씩 죽어갔다. 어떤 환상을 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육체적인 손상 하나 없이 정신적으로 죽어갔다. "역시 쓸 만하군."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아까 말했다시피 가상현실 게임 안의 아스카 안이다. 나는 지금 이 안에서 게임 속의 몬스터를 상대로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뒤에 만들어놓은 마법들을 시험하고 있었다. 죽음과 생명은 어디에나 있다. 그것은 가상현실의 세계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내가 만들어낸 마법을 실험하는 것이 가능했다. 나는 내가 만들어낸 마법을 하나하나 가상의 몬스터를 상대로 실험 하면서 조사를 하고 있었다. 내가 한나와 모두가 있는 그 세계로 돌아갈 방법이라고 생각한 2가지중 하나인 이 아스카 내에 있는 이(異)세계로 가는 문을 말이다. "그나저나 정말 돈하고 아이템 회수하기 귀찮구만." 나는 오우거들을 처리한 뒤에 떨어진 아이템과 돈들을 일일이 주우며 투덜거렸다. 셰인들을 부를 수 있다면 빨리 회수할 수 있을 텐데. 예전에도 말했지만, 아스카 내에서 꺼낼 수 언데드는 레벨 200이하이기에 데스 챔피언이 된 셰인들을 부를 수 없었다. 그들은 게임으로 인해 생겨나긴 했지만, 이미 게임에 속한 이들이 아니었기에. 그냥 데스나이트를 불러서 시킬까? 데스나이트라면 문제가 없다. 현실에서 주문으로 소환되는 데스나이트들과 게임 내에서 소환되는 데스마스터들은 전혀 다르니 말이다. 현실에서 소환한 데스마스터들은 마계에 실존하고 있는 존재들이었고, 게임 내에서 소환된 데스나이트들은 가상의 존재이니 말이다. 크아아아아! 쿵! 쿵! 쿵! "또 오는구만." 돈과 아이템을 줍는 사이에 또 등장하는 트윈헤드 오우거를 비롯한 각종 오우거들. 현재 내가 있는 곳은 포식자의 숲이라는 각종 오우거의 집단 서식지다. 물론 오우거 외에도 다른 몬스터가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본 적은 없다. 현재 내가 이곳에 와 있는 이유는, 이 숲에서 죽음을 경험하여 리얼 데드 쇼크를 경험한 자들이 가장 많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외에 여러 곳에서 이런 소문이 날 때마다 찾아갔지만 헛수고였다. 이곳 포식자의 숲은 벌써 여덟 번째였다. 크아아아아아! "에유. 이제 상대하기도 지친다." 파아아아악! 크우우우! 순간 나의 몸에서 내뿜어진 죽음. 그것은 녀석들의 몸 안의 생명을 자극했다. 고작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거짓 생명이라 한지라도 죽음은 두려운 법. 녀석들은 나를 향해서 달려올 때와 마찬가지로 빠른 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했고, 나는 죽음을 다시 갈무리했다. 오늘도 헛수고인가. 한참 돌아다녔지만 기괴한 구멍 같은 것은 발견도 못했으니 말이다. 나는 잠시 가만히 서서 회상했다. 내가 생명에 이끌려 현실로 돌아오기 전에 보았던 그 기괴한 게이트를 말이다. 나는 분명 그 게이트가 아스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카류시안 : 상민아, 지금 뭐 하니?] 이제 돌아갈까 하고 생각하는 사이 갑자기 나의 눈앞에 뜬 창 그것은 바로 귓말창이었다. 나에게 귓말을 보낸 사람은 바로 나의 누나 아스카에서 대륙 10성중 한 명이며 무성이라 불리는 카류시안이었다. 누나가 웬일이지? [한스 : 개발해낸 마법을 게임 속의 몬스터들을 상대로 실험 중이었어. 그런데 누나가 웬일로 귓말을 다 보냈어.] [카류시안 : 아니, 이번에 드래곤을 사냥하려고 하는데 네 도움을 받을까 해서 말이야.] 드래곤을 사냥한다고? 후훗. 어디까지나 게임 속이니까 가능한 말. 고스트 드래곤을 비롯하여 에이션트 드래곤을 상대로 싸워본 나는 알고 있다. 드래곤이란 종족이 얼마나 강한지 말이다. 그런데 게임 속의 드래곤은 수준이 실제 드래곤과 얼마나 차이 날까. 예전에 영택이가 누나 정도의 레벨이면 성룡 정도는 찜 쩌 먹을 정도라고 했었지. 왠지 궁금한걸. [카류시안 : 바쁘면 됐고.] [한스 : 아니야. 갈게. 드래곤 사냥이라 흥미진진하겠는걸. 누나, 어디로 가면 돼? 사냥할 드래곤의 수준은 얼마나 되고?] [카류시안 : 아, 여기는 에델라이트 영지야. 아직 시간 여유 있으니까 한 시간 안에 오기만 하면 돼.] 에델라이트 영지라. 그렇다면 리젠형 드래곤을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서식형 드래곤을 사냥하는 것이로군. 리젠형 드래곤이란 말 그대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나타나는 드래곤으로, 상당히 강하기는 하지만 서식형 드래곤에 비해서 약하고 AI도 떨어지는 드래곤이다. 서식형 드래곤은 레어레 서식하며, 자신의 레어 근처의 몬스터들을 부리는 드래곤을 말한다. 리젠형 드래곤보다 상당히 높은 AI와 강함을 자랑하고, 서식형 드래곤은 기본 윔급이라고 되어 있었다. 에델라이트 영지는 아스카 내에서 엄청나게 광대한 무한의 산맥에 근접한 영지였다. 가려면 상당히 돈이 깨지겠구만. [한스 : 준비되는 대로 갈게. 영지에 도착하면 귓말할 게, 누나.] [카류시안 : 그럼 조금 있다가 보자.] 누나의 말을 본 나는 바로 창을 닫았다. 그럼 일단 영지로 귀환해볼까. "텔레포트" 와글와글. 웅성웅성. 딜레이 없이 바로 텔레포트가 시전되고, 곧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둘어왔다. 각가지 무기를 장착한 사람들. 과연 이들 중 자신들이 지금 가지고 있는 무기를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자가 몇명이나 될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나였다. 일단 잡화점부터 들러 아이템들을 처리한 뒤에 창고에 가자. 아무리 진짜 드래곤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으니, 준비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을 테니까. 나는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에 가담하여 목적지인 잡화점으로 향했다. 잠시 후, 잡화점에 도작하자 이곳도 역시나 사람은 많았다. 그렇지만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수만은 종업원 NPC들이 손님들을 상대하고 있으니 말이다. 곧 나에게도 종업원 NPC 아가씨가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있는 것 다있고 없는 것은 없는 이방 잡화점입니다." 이방 잡화점. 아무래도 주인이 유저인 모양이군. "일단 아이템들을 팔고 싶은데요." "아, 그러세요. 그럼 저를 따라오‥‥‥." "상민아! 상민이 아니냐!" "응? 아, 너희들이었냐?" 나를 부른 이들. 그들은 영택이를 비롯해 세호와 민수, 성민이었다. 게임속에서 만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인가. 거의 처음에 시작했을 때 한 번 만났으니까. "이 짜식! 게임 속에서 왜 이리 얼굴 보기 힘드냐." "하하하. 나야 거의 사냥에 열중하느라 그렇지. 너희들도 솔직히 귓말 안보냈잖아." "하긴 그렇지. 이왕 이렇게 된 거 같이 사냥하자! 보아하니 레벨도 상당한 것 같은데." "그냥 상당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레벨을 뛰어넘은 것 같은데?" "뭐시라!" 민수의 말에 모두의 시선은 나에게 집중되었다. 녀석들의 레벨은 적어도 투마스터 초, 중반. 아마 녀석들은 방학 내내 죽어라 올렸을 것이다. 거기에 녀석들은 나보다 먼저 시작했고 말이다. 그런데 민수가 어떻게 알았는지 나의 레벨을 눈치 채고 말한 것이다. 자신들의 레벨보다 높다고 말이다. 하하하. "나야 학교까지 쉬었잖냐. 완전 페인이 돼서 열심히 올렸지." 나의 말에 녀셕들은 분하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았다.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성민이까지 말이다. "그나저나 미안하지만, 난 선약이 있는데. 누나가 서식형 드래곤을 잡는 데 좀 도와달라고 해서 말이야." "뭐시라! 서식형 드래곤을 잡는다고! 그렇다는 말은 최소 500. 우리보다 60은 높다, 이거군. 으으으. 랭커 누나 없는 사람은 서러워라." "서러워할 필요 없다, 이것아. 지금까지 누나의 도움은 그때 한 번 밖에 안 받고 나 혼자 키운 것이니까." 나는 장난스럽게 말하는 영택이의 말을 받아쳤다. 그런데 분명 레벨 500이 녀석들보다 레벨 60은 높은 거라고 했지. 그렇다면 레벨이 최소 440이라는 거군. 같이 가자고 할까. 레벨 440이면 충분히 도움이 될 테니까. "그럼 너희들도 같이 가지 않을래? 오랫만에 만났는데 그냥 헤어질 수는 없잖아." "어라? 괜찮‥‥‥." "우린 상관없다." 조용히 있던 성민이가 영택이의 말을 끊고 말했다. 그런 성민의 눈에는 투쟁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성민이는 드래곤을 상대로 싸워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저렇게 활활 타오르는 것을 보니 말이다. 성민이 나섬으로써 나를 비롯한 우리 5명은 서식형 드래곤을 사냥할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마법사 길드의 텔레포트를 이용하여 에텔라이트 영지로 향했다. 그렇게 상당한 비용을 들여서 이동한 뒤 마법사 길드를 나온 나는 일단 누나에게 귓말을 했다. [한스 : 누나, 지금 도착했어. 그런데 친구들과 함께 왔는데‥‥‥.] [카류시안 : 아, 도착했니. 친구들? 친구들이라면 예전에 만났던 그 네명?] [한스 : 기억하고 있네. 맞아 그 네 명이야. 레벨은 440정도 되는 것 같은데. 같이 가면 안될까? 정 안 되면 돌려보낼게.] [카류시안 : 레벨이 440정도라. 잠깐만, 일행에게 말해보고.] 아무래도 누나에게 일행이 있었던 모양이다. 현재 아스카에서 레벨이 가장 높은 10인중 한 명인 누나가 이번 사냥에 일행을 데리고 간단 말이지. 일행들이 아니라 일행이라고 했으니 한 명일 테고, 누나의 일행이니 레벨이 상당히 높겠지. 그런데 어떤 수준의 드래곤을 잡으려고 누나가 다른 사람까지 동행한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누나의 대답을 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누나의 대답이 귓말창에 떳다. [카류시안 : 일행도 허락했어. 좋대. 대신 목숨을 알아서 관리하라고 꼭 전하래.] [한스 : 알았어. 그럼 있다가 봐.]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난 귓말창을 닫았다. 그리고 뒤를 돌아서 녀석들을 향해서 말했다. "누나도 허락했다. 대신 일행이 한 명 있는데, 목숨은 알아서 관리하라고 꼭 전하란다." "후후후. 걱정 마라. 우리가 이래 봬도 바퀴벌레보다 생명력이 더 끈질기니까." "꼭 자기 같은 거랑 비교를 해요." "뭐라고!" 세호의 말에 영택이는 고개를 획 돌려 세호를 바라보았찌만, 이미 세호는 그 자리에서 멀리 뛰어간 뒤었다. 그러자 영택이는 이내 세호를 뒤쫓았고, 곧 둘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펄쳐졌다. "너 거기 서! 안 서면 죽는다!" "서도 죽고 안 서도 죽는데, 내가 왜 서냐!" "그걸 알면서 그 소리를 왜해! 거기 안 서!" "안 선다니까!" 오랜만에 보는 저런 두녀석의 모습을 보며 나를 비롯한 민수와 성민이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계속된 추격전은 결국 영택이가 세호를 잡는 것을 포기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신관을 거쳐 검사로 전직한 영택이가 전사를 거쳐 궁수로 전직한 세호를 따라잡을 수 있을 리 없으니까 말이다. 물론 영택이가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틈틈이 세호를 잡을 기회를 노리고 있었고, 세호 역시 영택이를 경계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상민아" "아, 누나!" 잠시 영택이와 세호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 들려오는 누나의 목소리. 그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드래곤 사냥에 만반의 준비를 마친 누나와 신관 클래스, 그것도 상당히 고레벨로 보이는 장비를 착용한 여자가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응? 아, 안녕하세요. 아마 크리언트라고 했었죠? 맞나요?" "마,맞습니다. 기억해주시니 영광입니다!" 어느새 뛰어간 영택이는 누나를 향해서 90도 각도로 인사를 했고, 그런 녀석의 행동은 누나를 잠시 당황스럽게 했다. 하지만 누나는 우리 호가의 안주인들이 가지는 특유의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아주 오래 전에 한번 들었을 영택이의 게임 내의 이름을 기억해내며 영택이를 감동하게 만들었다. 과연 우리 누나다. "미연아, 저 치는 뭐냐?" 하지만 누나는 혼자 있는 것은 아니었다. 누나에게 일행이 있었고, 그 일행의 말은 영택이의 감동의 물결을 끊어놓고 말았다. "예진아!" "알았어, 알았어. 이애는 뭐냐? 네 광편이냐?" "후~ 우. 내 동생 친구들. 예전에 한 번 만난 적 있거든. 미안해요. 제 친구가 지금 기분이 좀 안 좋거든요." "안 좋긴. 난 원래 이렇잖아" "예진아!" "알았어, 알았어." 화가 난 듯한 누나의 말에 골치 아프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고는 고개를 획 돌리며 말하는 그녀였다. 예진이라. 누나랑 꽤 친한 것 같은데, 일단 인사라도 할까. "안녕하세요. 동생인 호상민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냐. 난 한예진이라고 한다. 게임 내에서는 메데이아라고 불리고 있지." "성마성(聖魔星)의 흑성녀(黑聖女)! 메데이아!"[몬 한자가 이리많은지..] "이 꽉 다물어라." "예?" 퍽! 영택이는 게임 내에서 메데이아라고 불리는 누나 친구의 주먹에 그대로 날아갔다. 도대체 힘을 얼마나 투자한 거지? "예진아!!" "이번에 난 잘못 없다." 그녀는 이번에도 화를 내는 누나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하지만 누나는 이번엔 메데이아 씨의 본명을 부르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왔다. 누나의 필살 잔소리 신공. 불쌍하게 됐구만. 착하디착한 우리 누나는 웬만해서는 화를 잘 안 낸다. 하지만 일단 화를 내면 웬만해서는 화를 안 내는 만큼 무섭다. 그중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일명 잔소리 신공이라 명명된 잔소리였다. 정말 사람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의 폐활량으로. 그야말로 귀에 딱지가 질 정도로 계속되는 잔소리는 그야말로 지옥이다. 누나의 잔소리 신공이 극성으로 전개되는 동안, 신관을 거친 영택이는 자체 회복으로 지옥으로부터 귀환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자기가 왜 맞았는지 묻자, 그 답변은 우리들 사이에서 정보통으로 통하는 민수에게 들을 수 있었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메데이아는 네 누님이 속한 대륙 10성의 일인으로, 성마성의 흑성녀야. 아까 봤다시피 당사자는 그 호칭을 매우 싫어하지. 오직 신관 클래스만으로 대륙 10성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성마성의 흑성녀라고 불리는 이유는, 저 남자 못지않은 성격과 행동 때문이지. 너도 봤잖냐. 단지 그 호칭을 부른 것만으로 영택이가 맞아 날아가는 것을. 내 조사에 의하면, 오히려 이 일을 당한 뒤에 흑성녀를 따르는 사람들이 꽤 된다고 하던데." "하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면서 잔소리 신공을 극성으로 발휘하고 있는 누나와 그것을 당하고 있는 메데이아 누나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매력 있는 성격이긴 했다. 다만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게 문제라면 문제일 뿐. 아니, 말이 먼저 나오긴 했지. 이 꽉 다물라고 말이야. 그런데 이대로 가다간 오늘 내로 사냥을 할 수 없겠는 걸. 그럼 말리러 가볼까. 이어 나는 누나를 말리러 천천히 다가가 누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누나는 잠시 잔소리 신공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누나, 오늘은 그 정도까지만 해. 보는 사람도 있잖아." "하지만 이런 일은 제대로 해둬야‥‥‥." "내 친구라면 괜찮아. 그 정도 일은 우리들 사이에선 자주 있는 일 이니까. 안 그러냐? 영택아." "응? 아, 조금 강력하긴 했지만, 전 괜찮습니다. 음하하하하!" 전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허리에 양손을 올리고 크게 웃어 보이는 영택이였다. 그에 누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그런 누나의 어깨 뒤로 보이는 메데이아 누나의 창백해져가던 얼굴은 회색이 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작은 소란이 있을 후 ,우리는 애초의 목적인 드래곤을 사냥하기위해서 영지를 떠날 수 있었다. 이미 각자의 준비는 끝난 상태였기에 우리는 파티를 맺고 바로 출발했다. 막 영지를 벗어났기에 몬스터들은 출몰하지 않았다. 우리가 출발한 에델라이트 영지의 뒤에 존재하는 무한의 산맥은 몬스터들의 자생지(自生地)였다. 스스로 자(自), 날 생(生), 땅 지(地) 자의 자생지 말이다. 무한의 산맥의 몬스터들은 모두 리젠형 몬스터가 아닌 서식형 몬스터로, 그 강함은 일반 리젠형 몬스터들보다 월등하다고 한다. 물론 무한의 산맥에도 몬스터들이 무한으로 리젠되는 곳이 있긴 있다고 하나, 어딘지는 나도 잘 모르고 있다. "그나저나 누나, 우리가 잡으러 가는 드래곤의 수준이 어떻게 돼?" "드래곤의 수준? 흠... 소문의 의하면 최소 3천 세데의 윕급, 최고 에이션트급 드래곤 같아. 종족은 다행히 그린이나 실버 같고." "흐음. 에이션트 드래곤이란 말이지." "어디까지나 최고야, 최고." 누나는 내가 겁먹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강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뭘 모르시는 말씀. 이 몸은 이미 진짜 에이션트 드래곤을 상대로 살아남은 몸이라고. 아니 정확히는 죽었던가. 후훗. 나는 에이션트 드래곤이란 단어에서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 젤드리온을 떠올렸다. 그와의 대결에 만약 드래곤 로드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난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나는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였을 테고, 승부에 이겼다 하더라도 얼마 되지 않은 수명을 가지고 겨우겨우 연명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참 아이러니하군. 나를 죽게 만든 상대에게 고마워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으니. "아아, 지루해. 어디 오크 떼라도 안 나타나나." 이제 영지를 벗어난 지 30분 정도. 확실히 지금까지 몬스터는 단 한마리도 출몰하지 않았고, 그에 모두들 지루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얼마 가지 않아 이 평화는 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가 지금 향하고 있는 곳은 무한의 산맥인 몬스터들의 자생지이고, 설장상 무한의 산맥에는 다향한 종류와 엄청 난 수의 몬스터들이 살아가고 있다고 되어 있으니 말이다. 과연 그때 가서 어떤 말을 할까. 우우우우웅! 파악! 이상하게 일그러진 벽, 아니 일그러진 것은 벽이 아니었다. 그것은 일그러진 문. 상민이 그렇게 찾고 있던 이세계와 연결된 문이었다. 그 게이트가 나타난 것이다! 그 이상하게 일그러진 게이트는 검은 무엇인가를 토해냈다 아니, 토해냈다기보다는 스스로 뛰쳐나왔다고 하는 것이 좀 더 정확했다. "하~아. 하~아. 여긴, 여긴 어디지?" 일그러진 게이트로부터 뛰쳐나온 존재는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의 몸으로부터 나온 것은 붉디붉은 피가 아닌 혼탁한 검은색 피였다. 거기에 놀랍게도 그의 몸에서 흘러내린 검은색 피는 바닥에 닿자마자 공기 중으로 흩어졌고, 주위의 식물과 흙을 더럽혔다. "마나는 있군. 몬스터도 존재해" 그 존재는 느끼고 있었다. 공기 중의 마나를, 몬스터의 존재를, 그러나 잠시 의아함을 느꼈다. 느껴지는 마나도, 몬스터의 존재도 그가 알고 있던 느낌과 뭔가 달랐다. 하지만 그는 이내 그것을 떨쳐버리고 일단 쉴 수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상처와 마력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팍! 그는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사람과 같지 않은 몸놀림으로 뛰어 무척 놀랐다. 그는 몰랐다. 지금 자신이 이동된 세계가 환상임을, 인간의 손에 만들어진 허상임을, 그리고 이 허상의 세계에는 그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강자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말이다. 그가 나타난 세계. 그곳은 가상현실 게임, 아스카였다. 그는 이단자. 가상 세계의 이단자가 되었다. "으으으. 징한 것들! 그만 좀 나와라! 야! 네크로맨서! 어서 손좀 써봐." "네네." 역시나 이런 말이 머지않아 나오게 될 줄은 알았지만, 생각 이상으로 빠른걸 우리는 지금 몬스터들에게, 정확히는 오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무한의 산맥의 오크들은 정말 상상 이상의 지능과 힘을 지니고 있었다. 고블린과 코볼트를 노예로 부리고,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수준 높은 장비들을 갖추고, 게다가 길들인 것인지, 아니면 테이밍한 것인지 모를 몬스터들까지 타고 나타난 오크들은 그야말로 골칫덩어리였다. 파파팍! 내가 소환해놓은 언데드들의 머리 위로 날아오는 화살, 아니 화살이라고 보기 힘든 거의 창에 가까운 화살이 우리를 향해서 날아들었다. "이것들은 질리지도 않나!" 파악! 팍! 하지만 화살은 세호가 날린 거의 창과 같은 화살에 막혀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세호는 전사를 거쳐서 궁수로 전직한 이후 두 직업을 융합하여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냈는데, 그 직업의 이름은 파워 스나이퍼였다. 이름은 이렇지만 결국 힘 궁수라는 것이다. 자신의 키와 비슷비슷한 활과 거의 창과 같은 화살을 사용하는 세호의 공격력은 굉장했다. 거기에 세 번째 직업으로 선택한 마법사는 그저 낮은 수준의 마법일 뿐이지만, 세호의 무식한 화살 공격력을 더욱 증가시켰다. "상민아." "알았어." 나는 민수의 말에 바로 민수 쪽의 언데드들을 치웠다. 그러고 나자 곧 민수가 준비한 마법의 시전어가 들려왔다. "엘리멘탈 매직! 샐라임의 분노! 라이오너의 격노! 융합! 홍염의 심판!!" 콰쾅! 화르르르르! 홍염의 심판. 그것은 붉은 번개였다. 내가 치운 언데드들로 인하여 생긴 빈틈으로 난입하려던 오크 울프 라이더를 비롯해 오크들이 노예로 부리는 고블린과 코볼트 들은 붉은 번개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고, 그 붉은 번개가 떨어진 곳에서 화염이 일었다. 생각 이상으로 대단한데. 세호가 전사와 궁수를 융합하여 새로운 직업인 파워 스나이퍼를 얻은 것처럼 민수 역시 마법사와 정령사를 융합하여 새로운 직업을 얻었는데, 그 직업의 이름은 엘리멘탈 메이지, 정령 마법사였다. 흔하다면 흔한 직업으로, 정령과 마법력의 조합에 따라 강한 공격력을 가졌다. 다만 마나 소모가 굉장히 크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민수가 시전한 홍염의 심판으로 인해서 퍼지기 시작한 화염은 확산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오크와 그들이 부리는 고블린과 코볼트를 덮쳤다. 콰쾅! 화르르르르! 불이 거의 잦아들었을 무렵, 놀랍게도 홍혐의 심판이 시전될 때 잦아든 불꽃으로부터 다시 붉은 번개가 치솟아 올라 오크들을 덮쳤고, 붉은 번개로 다시 일어난 화염은 방금 전 자신이 했던 일을 계속했다. "후후후. 홍염의 심판은 마법적인 물로 끄지 않는다면 최소 세 번, 많으면 다섯 번은 반복한다고." 민수의 말대로, 홍염의 심판은 그와 같은 일이 3번더 반복하고 사라졌다. 그로 인해 많은 오크들이 처리되었지만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성민이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파파팍! 쿵! 꿰이이이익! 성민이는 내가 소환한 언데드들의 보호권 안에서가 아닌, 오크들의 진형에서 난전을 벌이고 있었다. 성민이는 타고난 감각을 살려서 팔다리를 쉬지 않고 놀렸고, 그때마다 오크들의 꽤 수준 높은 장비들은 부서져 나가거나 움푹 파여 들어갔다. 무투가를 거처 암살자를 마스터하여, 역시 새로운 직업을 얻은 성민이의 직업은 암흑 무투가이다. 성민이의 말에 의하면, 암흑 무투가는 무투가이긴 하지만 살인의 특화된 무투가라고 한다. 이는 일대 다수의 전투보다 일대일 전투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데, 성민이는 다수의 전투에서 충분히 그 진가를 보이고 있었다. 반면 영택이는... "뭐하냐! 오크들이 가까이 오잖아!" 퍽! "죄,죄송합니다, 누님!" 메데이아 누나의 옆에서 열심히 메이스로 오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영택이는 신관을 거쳐서 검사로 전직한 덕분에 투마스터가 되자마자 가장 흔한 직업인 팔라딘이 될 수 있었다. 팔라딘이 영택이는 신관과 팔라딘의 신성 마법을 자신의 몸을 두르고 연신 메이스를 움직여 메데이아 누나를 호위하고 있었다. 메데이아 누나는 오직 신관 클래스로, 대륙 10성에 오른 이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직접 공격력을 자랑했고, 우리에게 보여준 성격답게 직접 나가서 오크 무리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그런 메데이아 누나를 호위하기 위해서 영택이도 오크 무리에 뛰어들었고 말이다. 영택이가 메데이아 누나를 호위하는 이유는 공교롭게도 둘 모두 같은 교단의 소속이고, 메데이아 누나는 그 교단의 성녀이기 때문이다. 그런 성녀를 호위하는 것은 팔라딘이 되면서 하는 맹세 중 하나로써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기에 메데이아 누나를 따라 오크 무리에 뛰어든 것이다. 그렇게 연신 메이스를 움직이며 영택이가 모든 오크를 처리하는 것 같지만, 실은 메데이아 누나가 간간히 영택이를 뚫고 들어오는 오크들을 처리하는 수도 적지 않았고, 의외로 메데이아 누나는 영택이에게 각종 보조마법과 누구라도 안 어울린다는 생각할 거대한 메이스를 간간히 휘둘러 영택이를 챙기고 있었다. 모두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오크들을 상대하고 있는 그때, 나는 언데드들을 소환해놓고는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상민아, 이제 그만 처리하는 게 어떻겠니?" "흠. 그럴까. 뭐, 애초 목적인 녀석들의 실력은 다 봤으니까." 말을 마친 나는 모두에게 파티 말을 보내어 후퇴하도록 했다. 그에 모두 의아해하긴 했지만, 곧 하나 둘씩 뒤로 물러나갔다. 이어 나는 오크들이 부서지고 박살남에도 언데드들을 천천히 전진 시켰다. 이제 충분히 파고들었군. 그럼 시작해볼까. "콥스 익스플로전 더 체인." 콰콰콰콰쾅! 꿰에에에엑! 취이이이익! 시체의 연쇄폭발마법인 콥스 익스플로전 더 체인으로 인해 오크들의 진형 안에서 연쇄 폭발을 일으킨 언데드들은 오크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연이어 터진 폭발로 인해 언데들의 시체 조각은 그대로 주위에 있는 시체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콰콰콰콰쾅! 또다시 폭발을 일으켰다. 이는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몬스터들이 모두 처리될 때까지, 시체들이 모두 폭발할 때 까지 말이다. 콰쾅! "드디어 끝났군. 아이템들은 언데드들을 시켜서 회수하도록 할 테니까, 이제 가자. 응?" 나는 폭발이 끝나자 주위에 몰려든 모두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런 모두의 얼굴엔 놀라움과 경악이 서려 있었다. 하긴 놀랄 만도 하겠지. 솔직히 이 마법은 마나만으로는 불가능한 마법이니까. 내가 방금 시전한 콥스 익스플로전 더 체인은 죽음을 가미한 마법이다. 하지만 이 마법은 오직 데스마스터의 경지나, 예전의 나의 경지였던 데스마스터에 준하는 경지에 올라야만 사용 가능했다. 콥스 익스플로전 더 체인 마법은 최초의 폭발의 매개체가 되는 시체에 감당 가능한 한도 내에 최대한 죽음을 담은 뒤에 그 죽음에 의지를 각인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 죽음에 각인시키는 의지는 '자극'과 '폭발'이다. 이 의지를 죽음에 각인시키게 되면, 최초의 매개체가 폭발하며 퍼진 육편은 주위의 시체로 파고들어 시체 안의 죽음을 자극하고, 살아 있느 생물이라면 꼭 가지고 있는 미량의 마나와 함께 폭발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막는 방법은 죽음과 생명을 느끼고 의지를 사용할 수 있는 데스마스터가 신성마법으로 사전에 매개체를 파괴하는 방법뿐이다. 콥스 익스플로전 더 체인은 효과는 확실하지만, 여러 가지로 사용하기 까다롭고 그 모습이 가희 보기 좋지 않기에 나도 만들어놓고 이번에 겨우 두 번째 사용한 마법이었다. "도, 도대체 너 레벨이 몇이냐?" "이, 이런, 말도 안되는 마법이라니! 이건 버그야!!" "괴물이로군." "우욱!" "미연아, 네 동생 정말 아스카 시작한 지 일년 도 안 된 녀석 맞냐?" "....." 모두들 한마디씩 했지만, 누나만이 나를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진지하게 쳐다보는 누나의 눈빛으로부터 알지 못할 감정을 느꼈다. 이어 잠시 뒤를 돌아보자, 콥스 익스플로전 더 체인으로 인해서 황폐화된 대지와 여기저기 제 모습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천천히 사라지고 있는 몬스터들의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 이곳은 게임의 세계이기에 모두 이렇게 넘어가지만, 만약 현실이라면 모두 나를 피할 것이다. 이런 잔인한 일을 벌인 나를, 이 광경 속에 서 있는 나를 말이다. 그렇기에 누나가 그런 눈빛을 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나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누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상민아......" "자자! 어서 가지고! 시간 없어! 이대로 가면 금방 해가 진다구!" 나는 작은 목소리로 누나에게 말한 뒤, 누나가 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고는 이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그제야 모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몬스터들로 부터 나온 아이템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고 말이다. 그 후로도 우리는 각가지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았다. 아까 오크와 고블린, 코볼트부터 시작하여 곤충형 몬스터인 어쌔신 버그, 맨티스, 자이언트 맨티스, 맨티스 퀸, 오우거와 트윈헤드 오우거, 블랙 오우거와 레드 오우거. 사이클롭스까지... 정말 각가지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아 힘겨웠지만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밤이 되어 우리는 쉬기로 했다. "으아! 오늘처럼 메스를 팔이 아플 정도로 휘두르기는 처음이다." "나는 종일 주문 외우느라 입이 다 아프다." "몸이 조금 뻐근하군." "으으으. 손가락에 물집이!" "무슨 남자 자식들이 엄살이 이렇게 심해! 모두 이리 와!" 영택이를 시작으로 하나 둘씩 크고 작은 불평을 하는 녀석들을 불러 모아 회복마법을 시전해주는 메데이아 누나였다. 역시 흑성녀도 성녀인 것일까. 알게 모르게 챙겨주는 메데이아 누나였다. 우리는 지금 평화의 막사 안에 있었다. 평화의 막사란 대륙 10성이라는 랭커들에게 주어지는 이벤트 아이템으로, 랭커의 명칭에 따라 각기 다른 옵션을 지닌다고 한다. 그 외에도 공통적인 효과가 있는데, 바로 막사 이름 그대로 평화였다. 이 막사가 설치되어 있는 시간 동안에는 몬스터들이 막사의 근처로 오지 못하고, 설마 온다고 해도 유저를 공격하지 못한다. 거기에 막사를 중심으로 5미터까지 그 효과가 발휘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여행 중에 사용하기 가장 편한 아이템이었다. 막사 안은 생각 이상으로 넓었다. 우리 7명 모두가 메데이아 누나의 막사 안에서 지내도 될 정도로 말이다. "그나저나 메데이아 누나의 막사는 무슨 옵션을 가지고 있죠?" 나는 명칭에 따라 다른 옵션이 붙는다는 평화의 막사가 가진 아이템 옵션이 궁금하여 메데이아 누나에게 물었다. 친구들을 치료하던 누나는 나의 말에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별로 좋은 건 아니지. 네 누나 거에 비하면 말이야." "ㅇ{진이, 네 막사의 옵션도 내 것 못지않잖아." "자자. 서로 자랑하지 마시고 그 옵션 좀 들어봅시다. 두 누님들." "넌 찌그러져 있어!" 퍽! 그냥 가만히 있지. 영택이는 괜히 끼어들었다가 메데이아 누나에게 맞아 막사 저편으로 날아갔다. "내 막사의 옵션은 마나와 신성력, 마력같은 비물리적인 에너지를 막사에 지내는 시간의 절반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 자신의 한계 보유량의 최고 두 배까지 축적할 수 있게 해주지. 단, 두배까지 축적된 에너지는 나를 제외하고 다른 사용자들은 30분 동안만 유지돼. 그게 내 성마성의 평화의 막사의 옵션이지. 그리고 내 무성의 평화의 막사 옵션은 막사에서 지낸 시간 동안 무기와 방어구의 내구력을 회복시켜주고, 막사에서 5시간 이상 지낼 경우 막사에서 벗어나고 약 30분 동안 모든 능력치가 10퍼센트 상승하는 옵션을 가지고 있어." 두 막사, 무성과 성마성의 평화의 막사의 옵션에 우리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확실히 막사를 벗어나고 30분 동안뿐이지만 그동안 모든 능력치가 10퍼센트 상승하고, 마나와 신성력, 마력 같은 비물질적 에너지를 2배까지 축적하고 사용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했다. 한번 레벨을 올려서 랭킹에 도전해볼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만약 내가 랭킹에 들어 대륙 10성에 든다면 어떤 옵션이 있는 막사를 줄까. 잠시 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취이이이익! 꿰이이이익! 무한의 산맥의 오크들은 난데없이 자신들의 보금자리에 나타난 포식자에 의해서 큰 혼란을 겪고 있었다. 오크들의 마을은 복수를 위해 출전을 나가 있어 마을에 남아 있는 것은 일부 경비병 오크들과 여성 오크, 그리고 어린 오크들뿐이었다. 그렇지만 경비병 오크들의 수도 그리 적지 않았고, 여성 오크들도 출전한 전사 오크들보다 약할뿐 그렇게 약하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크들의 마을은 단 하나의 포식자의 의해서 큰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 포식자는 오우거와 같은 거대 몬스터들처럼 몸집이 거대하진 않았지만, 강했다. 무한의 산맥에 숨어서 사는 드워프들을 습격해서 얻은 무기들은 그 포식자에게 전혀 상처를 입힐 수 없었다. 오크들이 그렇게 얻어낸 무기가 비록 드워프들의 실패작이라 하더라도 상당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상해, 이상해, 뭔가 이상해." 퍽! 포식자는 자신의 손에 붙잡힌 오크의 그 단단한 두개골을 쥐어 박살내며 말했다. 그는 이상하게 일그러진 게이트를 통해서 이곳에 온 존재였다. 그런 그의 손에 두개골이 박살난 오크의 머리에서는 신가하게 피 한 방울조차 흘러내지 않고 단지 말라버린 딱딱한 살점들뿐 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머리가 박살난 오크의 몸에 존재하는 혈액이 포식자의 의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스스스. "이상해, 이상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포식자는 자신의 손에 의해 머리가 박살난 오크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계속해서 이상하다고 중얼거렸다. 확실히 그것은 이상했다. 오크의 시체가 사라지다니 말이다. 몰론 그의 주위에는 수많은 오크들의 시체가 있었다. 모두 포식자에 의해서 피가 빨려 미라의 모습을 한 오크들이 말이다. 이 미라 오크들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포식자의 주변에 나뒹굴고 있는 것이다. "이상해. 어째서 오크의 시체가 사라지는 거지??" 퍽! 포식자는 주변의 나뒹구는 미라 오크의 머리를 집어 들고 좀 전과 같은 방식으로 미라 오크의 머리를 박살냈다. 그러자 곧 그 오크의 시체는 사라졌다. 이는 가상의 세계, 아스카의 시스템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아스카는 18세 이상이 이용하는 게임이지만, 그보다 어린 나이의 이용자들도 사용한다. 다만 18세 이상의 이용자와 18세 이하의 이용자의 시각 효과가 다를 뿐이다. 18세 이상의 이용자의 경우 대부분의 시각 효과를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 몬스터의 육체가 터지는 모습도, 마법에 의해서 전신이 타오르는 모습도 말이다. 물론 방금 전에 언급한 몬스터의 육체가 터지는 모습은 그대로 보여주지만, 그 시체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 터지는 모습보다 그대로 터진 몬스터의 시체가 나뒹구는 모습이 더욱 끔찍하니 말이다. 그 결과 이런 것을 몰랐던 포식자, 일그러진 게이트로 이 가상의 세계에 온 그는 계속해서 이상하다고 중얼거린 것이다. 사라지는 오크의 시체와 그대로 나뒹구는 미라 오크의 시체 더미 속에서 말이다. "이상해. 피에 담긴 마력도 이상하고, 대기의 마나도 이상하다. 모두 이상해. 이 세계는.... 어떻게 된 세계지?" 포식자는 혼란스러웠다. 회복하기 위해 섭취한 오크들의 혈액이 담긴 마력을 흡수하면서도 이상했고, 마력으로 전환하기 위해 흡수한 마나 역시 이상했다. 모든 것이 이상해지자 그는 전신으로 괴기감이 느껴졌다. 몬스터도 존재한다. 오크들의 마을을 찾기 전에 그는 수많은 몬스터들을 보았기에 그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몬스터들이었다. 이렇게 다양하고 수많은 몬스터들이 이런 곳에 모여있다는 것이 신기하고도 이상했다. 마력은 확실히 마력이었고, 마나는 확실히 마나였다. 다만 이 세계에서 흡수한 마력과 마나에서는 괴리감이 느껴질 뿐이었다.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회복이 빠르다. 그는 여진히 의아해하면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몸을 회복하기 위해, 오크의 , 몬스터의 피를 흡수하여 마력을 회복하기 위해... "이상해......" "하~암." "수업 내내 잤으면서 또 졸리냐?" "나는 너희들보다 수십 배는 피곤하다고. 으으으. 메데이아 누님이랑 오늘 또 만나야 하다니." 우리는 팔을 축 늘어트리고 기운 빠진 목소리로 말하는 영택이의 행동을 보며 미소 지었다. 우리는 현실 시간으로 오늘 새벽 6시까지 누나들과 함께 무한의 산맥에서 걸어야 했다. 물론 걸어가면서 수많은 몬스터들을 상대해야했고 말이다. 다만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것은 모두 나였다. 다수의 전투에서 무엇보다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네크로맨서 이고, 그 네크로맨서가 나였으니 말이다. 확실히 내가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것이 빨랐고, 나도 내가 개발해놓은 마법을 사용하며 숙련도를 올릴 수 있으니 불평하지 않고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참, 여기서 말하는 숙련도는 게임 내의 숙련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실의 사용 숙련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현실 시간으로 새벽 6시, 게임 내의 시간으로 약 3일간 무한의 산맥에서 지내면서 이동했고, 학교에 가기 위해서 평화의 막사 안에서 로그아웃을 한 후 바로 학교에 온것이다. 다른 네 녀석들도 바로 학교에 온 것 같았고, 눈이 붉은 것이 역시나 나의 예상대로 수면 모드가 아닌 리얼 모드로 게임을 했던 모양이다. 나도 뭐, 리얼 모드로 했지만 녀석들과 나는 다르니 문제없었다. "하~아. 아직 3교시나 남았다니." "이봐, 난 다음 시간 영어라고, 잠도 못 잔단 말이야." "헤헤헤. 난 도덕인데." "상민아, 어떻게 눈뜨고 자는 법 전수 좀 안 되겠냐? 나도 눈뜨고 편하게 자게." "난 자는 거 아니라니까. 단지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것뿐이야." "그래. 그렇겠지. 그러니까 그 비결 좀 가르쳐주라." 계속 나에게 눈 뜨고 자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하는 영택이었다. 진짜로 아닌데 말이야. 나는 수업 시간에 솔직히 딴 짓을 한다. 딴 짓이란 바로 이번에 아스카를 동해서 얻은 것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글로 쓰면서 하면 좋겠지만, 그랬다가 옆자리나 뒤에 앉은 아이가 보기라도 하면 곤란했다.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동안 나는 거의 미동도 하지 않기에, 영택이는 그것을 눈을뜨고 잠들었다고 생각한 것이리라. 얼마 안 가 점심시간은 끝났고, 우리는 다시 수업을 받기 위해서 교실로 향했다. 교실로 들어가기 직전 나는 운동장이 보이는 창문 앞에 서서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이미 예전의 지형변화현상으로 변화되었던 운동장은 , 몬스터들이 출몰할 때의 그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수업 시작된다. 어서 들어가라." "아,예." 어느새 도착하신 선생님은 교실 밖에 있는 나를 보고 교실에 들어가라고 하셨고, 난 급하게 교실로 들어가 내 자리에 앉았다. 내가 너무 감성적이 됐군. [아빠, 뭐 해요?] 흠칫!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 그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금영이였다. 나는 깜짝 놀라 금영이를 찾기 위해서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키키키. 여기에요, 여기.] 툭툭 금영이가 있던 곳은 바로 다름 아닌 나의 그림자 아래였다. 금영이는 웃으면서 그람자 속에서 웃고 있었다. 도대체 이곳에 왜 온 거야! [그게 대할머니랑 할머니는 나가셨고, 제리아를 비롯한 친위대는 아빠가 부탁한 조사 때문에 바쁘고, 텔레비전에서는 재미있는 것도 안 하고 해서 심심해서 왔어요.] 또 내 마음을 읽고 말하는 금영이였다. [라오, 라오가 있잖아. 라오한테 놀아달라고 하면 되지.] [하지만 라오 오빠는 가만히 누워서 재미있는 것도 안하는데 텔레비전만 보고 있는걸요. 콜라만 마시면서요.] "하~아." "내 수업이 그렇게 지루한가." "네?아....." 금영이와 이야기를 하는 사이, 어느새 내 앞에 다가온 선생님은 내가 한숨 쉬는 것을 보셨던 모양이다. 결국 나는 그대로 교실 밖으로 서 있게 됐다. "헤헤헤. 미안해요, 아빠." "에유. 됐다, 됐어." 교실 밖으로 나오게 되자 완전히 그림자 속에서 나온 금영이는 나에게 엉겨 붙으며 웃어 보였다. 다행히 교실 밖에는 나처럼 벌로 서 있는 사람이 없었기에 금영이가 나와 있는 것은 문제 될 것 없었다. 설사 갑자기 교실 밖으로 누군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금영이의 몸놀림이면 순식간에 그림자로 숨을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그런데 저 운동장 이상하네요." 나는 창문 난간에 몸을 기대며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말하는 금영이를 급하게 복도 쪽으로 끌어내었다. 이런, 누가 보면 어떡하려고. 현재 운동장에서는 학생들이 수업 중이었기에 자칫 잘못하면 금영이를 누군가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운동장이 이상하다고? 아, 맞다. 나는 운동장이 이상하다는 금영이의 말에 제리아가 나에게 해줬던 말을 기억해냈다. 지형변화현상이 일어나는 곳으로부터는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파장을 내뿜고, 그것도 섀도 로드인 금영이를 비롯하여 최측근들은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건 저 운동장에서 한 번이지만 지형변화현상, 즉 차원이동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일 거야. 운동장 전체가 한때 숲으로 뒤바뀌었었거든." 제리아가 그러는데, 지형변화현상이 일어난 곳에서는 너와 네 측근들이 느낄 수 있는 일정한 파장이 뿜어진다고 하더라." "그렇구나." 금영이는 신기하다는 듯이 운동장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아빠, 그 파장이라는 거, 시간이 지나면 더욱 강해져요?" "뭐라고?" 나는 금영이의 말에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파장이 강해지다니! "금영아, 방금 뭐라고 했니?" "응? 그 파장이라는 것, 시간이 지나면 강해지냐고요." 제리아가 나에게 해준 말 중에 그런 말은 없었다. 서류에서도 그 내용은 없었고 말이다. 그럼 설마 운동장에서 또다시 지형변화현상이 일어나려고 한다는 것인가! 나는 고개를 돌려 운동장을 쳐다보았다. 이어 나의 시선에는 운동장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 "아빠?" 금영이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만약 차원 이동현상이 일어난다면 이것은 기회다. 그곳으로 돌아갈 기회! 한나와 메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 기회 말이다. 하지만 학교의 운동장에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있었다. 이대로라면 저들은 차원이동현상으로 인해서 다른 세계로 이동될 것이다. 제길! 어떻게 하지. 나는 갈등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운동장으로 달려가 차원이동현상의 힘을 빌려 그곳으로 저들과 함께 갈 것인가, 아니면 포기하고 저들을 구해낼 것인가. "금영아, 그 파장이란 것이 계속 강해지고 있니?" "예.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강해져가고 있어요." "그 파장이란 게 어떻게 강해지는지 설명 좀 해줄래." "웅. 뭐랄까. 저 운동장을 채우는 느낌인데요. 지금 3분의 1정도 찼어요." 운동자으이 3분의 1 정도 찼다는 파장. 그렇다면 그 파장이 운동장을 뒤덮으면 차원이동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인가. 지금 저들을 대피시키는 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설마 내가 대피하라고 해도 그 말을 따라줄지도 의문이고, 차원이동현상으로 인해서 바뀐 지형에서 몬스터들이 출몰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물론 이 학교에는 각기 다른 기관인 무림과 더 마나, SWU와 홀리글로리의 요원들이 잠입해 있고, 경비실에는 장로님도 계신다. 그들에게 맡겨도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또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가족들과 친구들, 거기에 이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루시퍼프로젝트가 말이다.제길! "아빠! 파장이 갑자기 더 강해졌어요!" "뭐라고! 얼마나 더 강해졌니?" "절반이 넘은 후부터 팍 강해지더니, 이제 운동장을 거의 다 뒤덮었어요!" "제길!" 우우우우웅! 파장이 거의 운동장을 다 뒤덮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섀도 로드인 금영이와 금영이의 측근들이 느낄 수 있다는 파장을 느낀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들조차 무엇인가 일어나려고 한다는 것이 느낄 정도로 알 수 없는 기운들이 요동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것은 운동장의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제길!!! [태초부터 이어져온 태초의 의지여! 나의 의지에 따라주오!] 우우웅! 나는 급하게 데스마스터로서의 능력을 발휘하였고, 내가 다룰 수 있는 생명과 죽음으로 하여금 지금의 일을 잠시지만 지연시켜줄 것을 부탁했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우우웅! 파지직! 일반인조차 느낄 수 있는 이상한 기운과 나의 의지로 움직인 생명과 죽음은 대치했고, 그로 인한 에너지가 사방으로 퍼져나가 학교 창문뿐만 아니라 학교 주위의 건물들의 유리창들은 모두 깨어져나갔다. 다행히 생명과 죽음은 지연시키는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얼마 버티지 못해.] [서둘러.] [그대가 행하려 하는 일을 행하라.] [키키키.서둘러!어서 하라구!키키키!] 생명과 죽음은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금영아!" "알았어요" 내가 창문으로 뛰어내리며 이렇게 말하자, 나와 심령으로 이어진 금영이는 곧 나의 생각을 읽고는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1층의 땅바닥에 착지함과 동시에 거대한 그림자에 의해서 휘감겼다. 그 후, 나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가디언 소속 SS급 능력자, 데스마스터의 모습이었다. "셰인!" [예스,마스터.] 파파팍! 나의 부름과 함께 셰인을 비롯한, 나의 성장으로 인해서 성장한 데스 챔피언들이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운동장으로 뛰쳐나간 데스 챔피언들은 양팡에 학생들을 끼고 운동장 밖으로 뛰쳐나갔고, 그것을 반복하는 동안 나는... [태초부터 이어져온 태초의 의지여! 나의 의지는 곧 그대들의 의지! 나의 힘은 그대들의 힘이 될지어다!] 우우우웅! 생명과 죽음의 의지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자 더욱 팽팽하게 이어진 알 수 없는 힘과 생명과 죽음의 대치. 하지만 여전히 밀리는 것은 생명과 죽음이었다. 제길! 도대체 무슨 힘이기에 생명과 죽음의 의지가 밀리는 거야! 크윽! 슈우. 파파팍! 그때! 운동장에서 단번에 수많은 학생들이 뛰어올랐다. 정확히 학생들은 누군가의 팔에 안겨서 뛰어오른 것이었다. 그들은 그림자의 백성. 금영이의 친위대에 속한 이들이었다. 그들이 학생들의 그림자로부터 솟아나와 안고 뛴 것이다. 그리고 때마침 나의 힘을 빌려 알 수 없는 힘과 대치중이었던 생명과 죽음도 한계에 이르러 나는 그대로 두 의지를 물러나게 했다. 우우웅! "하~아, 하~아." "아빠!" 나의 그림자에서 나온 금영이는 어린 모습이 아닌 처음 나에게 모습을 드러냈던 성인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내 앞에 서서 그림자로 된 실드를 말들어 냈다. 고맙다, 금영아. "뭘요." 또 나의 마음을 읽도 대답하는 금영이였다. 나는 그 그림자의 실드 안에서 운동장을 지켜보았다. 다행히 학생들을 비롯하여 선생님들을 모두 구해낸 듯했다. 운동장에서는 지금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애초의 운동장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 전혀 다른 지형이 겹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두 지형이 번갈아가며 나타났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얼마 안 가서 생명과 죽음의 의지조차 겨우 버텨내게 했던 그 알 수 없는 기운은 절정에 이르렀고, 운동장의 모습은 예전의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다. 그것은 늪지. 사람이 살 수 없을 것만 같은 눅눅하기 그지없는 늪지였다. 지형변화현상이라 명명된 차원이동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셰인" [예, 마스터.] "수하들을 동원해서 진입 통제해. 몬스터가 출몰하면 신속하게 처리하고." [마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곧 모습을 드러낸 셰인을 비롯해 데스 챔피언들의 직속 수하인 데스나이트들이 운동장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내가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든 이후 성장한 것은 셰인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수하들 역시 성장하였다. 그들을 가리켜 데스 서번트, 죽음의 하인들이라고 한다. 그들의 명칭은 데스 서번트로 통일되었지만, 자신들이 따르는 데스 챔피언에 맞게 각기 다른 무기를 쓰는 것은 여전했다. 데스 서번트들에 의해서 완전히 둘러싸인 운동장. 그 운동장을 보기 위해 교실에서 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학교 관계자인 선생님을 비롯하여 교감 선생님,역시 교실 밖으로 나와 나에게 다가왔다. 아니 다가오다가 멈췄다고 하는 것이 정확했다. 나의 곁에는 데스 챔피언인 셰인을 비롯한 모두가 대기하고 있었고, 그들이 내뿜는 기운과 모습으로 인해 다가오는 도중에 멈춘 것이었다. 그 모습에 내가 선생님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자 내 옆에 선 금영이를 비롯하여 셰인들이 뒤를 따랐다. "모두 기운을 갈무리해." [예.마스터] 나의 명령에 따라 기운을 없애자 딱딱하게 굳어져 있던 선생님들의 얼굴이 조금 나아졌다. "도,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아무도 말하지 않고 있던 그때, 용기 있는 한 선생님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나에게 말을 걸어온 선생님은 다름 아닌 더 마나 출신에 나를 감시하기 위해서 파견, 잠입한 르네 에니아뉴 선생님이었다. 그녀는 아주 능숙하게 평범한 선생님을 연기하고 있었다. 다만 눈빛 연기는 서투른 것 같군. 이번은 그냥 넘어가지. "안녕하십니까. 저는 가디언 한국지부 소속 SS급 능력자인 데스마스터라고 합니다. 그냥 데스라고 불러주십시오. 보다시피 현 학교에는 두 번째 지형변화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다행히 체육 수업 중인 학생들을 비롯하여 선생님들은 모두 구해낼 수 있었습니다." "데,데스마스터다." "데스마스터래.텔레비전에 나온 그 데스마스터!" "우와. 저게 진짜 데스나이트인가 봐! 정말 끝내준다!" 어느새 교실에서 나온 학생들은 나의 말을 듣고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다고오진 않고 있었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통제해서 교실안으로 들어가게 하려고 했지만 학생들의 수는 선생님들의 수보다 월등히 많았다. 그러니 통제가 될 리 만무했다. "좀 도와드릴까요?" "에?" "아이들을 교실로 보내는 것을 도와드릴까요?" "예? 아,예" 교감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앞으로 나서는 셰인을 비롯한 데스 챔피언들. 그들은 점차 학생들과 가까워 졌고, 학생들은 데스 챔피언들이 다가서자 신기해하며 연신 살펴보기에 바빴다. 그런 학생들 앞에 선 데스 챔피언들은 서서히 갈무리해놓은 기운들을 다시 뿜어냄과 동시에 외쳤다. [들어가라!] ".........." 단지 들어가라는 말을 했을 뿐이지만 주의는 단번에 조용해졌다. 그들의 음성에 실린 기운은 평범한 학생들이 견뎌내기에는 너무 강했으니 말이다. 그때였다! 크아아아아! 갑자기 들려온 고함. 그 고함의 주인공은 늪지로 바뀐 운동장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축축하게 젖은 피부, 하지만 웬만한 날카롭게 버려진 검이 아니면 상처조차 나지 않는 피부였다. 거기에 벌려진 입에 보이는 날카롭기 그지없는 이빨들. 저 이빨들은 날카로울 뿐만 아니라, 강철조차 간단하게 찢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눈. 그 존재의 눈은 보통의 파충류들의 눈과는 조금 달랐다. 석화의 마안. 눈을 마주진 이를 돌로 변하게 하는 눈을 지닌 존재. 그 존재는 바로 늪지형 바질리스크였다. 크아아아아아! 늪지형 바질리스크는 불쾌함을 가득 담아 포효했다. 바질리스크는 딱 2종류가 있다. 바로 지금 우리 앞에 모습을 보인 4족 보행의 늪지형 바질리스크와 6개의 다리를 가진 사막형 바질리스크. 둘 다 바질리스크라 불리고, 석화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파충류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점으로는 늪지형 바질리스크의 석화능력은 눈을 통해서 석화가 이루어지고, 사막형 바질리스크는 브레스를 통해서 육체를 석화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리 숫자도 다르고. "으아아아." "괴,괴물이다!" "바보! 저건 바질리스크잖아." "눈 보지 마! 눈을 보면 안돼!" 학생들은 바질리스크의 등장에 놀라서 급하게 물러서기 시작했다. 바질리스크에 대해서 아는 학생은 모르고 괴물이라 말하는 학생을 도망치면서 다그쳤고, 또 어떤 학생은 눈을 보면 안 된다고 소리치며 도망쳤다. 확실히 일반인이라면 눈을 보지 않는 것이 좋다. 솔직히 나는 궁금했다. 진짜로 늪지형 바질리스크의 눈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석화가 될지 말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보면 단지 메두사의 얼굴을 본 것만으로 석화를 시킨다고 한다. 그런 메두사와 유사한 능력을 지닌 몬스터가 바질리스크였다. "셰인 깨끗하게, 최대한 빨리 처리해." [예스.마스터.] 크르르르. 셰인은 바질리스크를 향해서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러자 바질리스크를 둘러싸고 있던 데스 서번트들이 길을 내주었다. 데스 서번트에 둘러싸여 경계를 하고 있던 바질리스크는, 데스 서번트들이 터준 길로 솅ㄴ이 들어서자 목도리 도마뱀의 목도리와 비슷한 양쪽의 달린 그것을 크게 펼치며 더욱더 경계했다. 하지만 그뿐, 바질리스크는 달려들지 못했다. 본능적으로 자신이 셰인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셰인은 빼낸 검신을 땅을 향하게 한 채 천천히 바질리스크를 향해서 다가갔다. 크아아아! 사삭! 셰인의 움직임은 길가를 산책하는 이처럼 평온했다. 마치 자칫 자신을 향해서 달려드는 바질리스크 따위는 아무 상관없는 것처럼 말이다. 쿠쿵! 바질리스크는 그 육중한 몸으로 달려들었지만 이내 쓰러지고 말았다. 그대로 죽어버린 것이다. 마치 길가를 산책하는 이처럼 앞으로 걸어 나가며 휘두른 셰인의 검에 의해서 말이다. 베어진 곳은 목, 놀랍게도 목은 바질리스크가 쓰러진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떨어졌따. 그만큼 셰인의 검이 빠르고, 높은 경지에 올라 있다는 증거였다. [마스터께서 내리신 명을 완수했습니다.] "와아아아아!!" 이런, 역효과인가. 사실 나는 바질리스크를 물리치는 셰인의 모습을 보여주어 학생들에게 겁을 주려고 했다. 그렇게 해서 교실 안으로 들어가게 하려고 말이다. 하지만 셰인은 내가 상상하는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며 바질리스크를 깔끔하게 처리해버렸다. 그 모습은 학생들에게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을 것이다. 가상현실 게임, 아스카에서조차 이런 모습을 보기힘들 정도인데, 그것을 현실에서 보았으니 이렇게 흥분할 수밖에. 흥분한 학생들은 더욱 제어되지 않았고 연신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몇몇 학생들은 겁도 없이 셰인에게 다가가서 펜과 종이를 내밀고 있다. 사인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참 나,죽은 바질리스크의 머리를 찔러보는 녀석도 있네. 셰인이 바질리스크를 처리한 후, 어ㅉ너지 행동이 대범해진 학생들을 어떻게든 통제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교문 출입구 경비실의 장로님이 전화를 했는지 가디언의 문장을 새긴 자동차들과 헬기가 도착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승용차에서 가장 먼저 내리신 분은 바로 가디언 한국지부 총지부장이신 작은아버지셨다. 나는 작은아버지에게 다가가 경례를 한 후, 딴 사람처럼 딱딱한 어조로 보고를 했다. "지형변화현상이 일어났던 XX고등학교 운동장을 제 개인적인 이유로 관찰하던 도중, 제 2차 지형변화현상의 조짐이 보였습니다. 당시 운동장에는 두 학급, 최소 60명 이상의 인원이 수업 중이었고, 다행히 지형변화현상에 휘말리지 않도록 구해낼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들을 구출하며 지형변화현상을 지연시키는 과정에서 에너지 충돌로 인해 주변의 유리창들이 모두 파손되었습니다." "그렇군, 그럼 지금 이 상환은 어떻게 된 거지?" 작은아버지가 셰인과 몬스터들을 둘러싼 학생들을 쳐다보며 물으셨고, 나는 로브 속에서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것이, 저의 등장으로 인해서 흥분한 학생들이 제어가 되지 않아 초반에 셰인과 데스 챔피언들을 동원하여 겁을 주어 제어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바질리스크가 늪지로 변한 운동장으로 부터 출몰하여 녀석을 쓰려트려 겁을 주려 했지만 상상 이상의 실력을 발휘한 셰인 때문에 학생들은 더욱 흥분하였고, 지금과 같이 된 것입니다." "그렇게 된 거였군. 그럼 이렇게 흥분한 학생들을 진정시키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겠군" 작은아버지가 말한 방법이란 바로 귀가였다. 그 효과는 탁월했다. 작은 아버지의 권한으로 단축 수업이라 하고 학생들에게 귀가할 것을 알리자, 학생들 몇몇이 교실로 들어가 가방을 들고 나와 집으로 가기 시작했다. 물론 몸에 이상이 없는지 있는지 간단한 검사를 받은 후, 셰인의 모습에 완전히 반해버린 몇몇의 학생을 제외하고는 모두 학교를 벗어났다. 몇몇의 학생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가디언의 요원들과 연구원들만이 남은 학교에서 예전의 모습은 사라지고 늪지로 변해버린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형변화현상이라 명명된 차원이동현상. 지금이 바로 모두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는 기회다. 그럼에도 나는 가지 않았다. 언제 이런 기회가 다시 올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거예요. 아빠." 금영이 녀석, 그렇게 마음을 읽지 말라니까. 나는 나의 어깨에 기대오는 금영이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리고는 운동장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때 나는 결국 사람들을 구하는 것을 선택했다. 만약 그들과 함께 넘어간다면 그들을 돌봐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세계의 나는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힘을 지니고 있고, 그들에게 살아갈 능력을 가르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곳에 남아 그들을 구하는 것을 선택했다. 왜 그랬을까. 나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곧 알 수 있었다. 이세계뿐만 아니라 지금 내가 있는 현재의 세계에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나와 소중한 가족들이. 나란 녀석은 우유부단한 녀석인 모양이다. 어느 한쪽도 포기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후~우. 그럼 집으로 돌아갈까. 어차피 내가 할 일은 없으니." "네." "이상해,이상해." 콰직! 그는 이상하다고 중얼거리면서도 자신이 하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에게 피를 빨려 미라가 된 오우거는 그대로 머리가 파괴되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이상했다. 회복을 위해서 흡혈을 하면 할수록 자신의 뭔가가 변해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따. 다만 그 행위를 멈출 수 없었다. 이미 회복이라는 첫 번째 목적을 완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미 계속해서 몬스터들을 상대로 흡혈 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상해, 이상해. 이 세계에 온 이후부터 뭔가 달라져간다." 그의 말대로 그는 달라져가고 있었다. 그것도 그 자신에게는 나쁜 쪽으로 말이다. 그가 회복을 위해서 한 흡혈 행위는 그를 말가트리고 있었다. 그가 있는 곳은 아스카, 가상의 세계다. 일그러진 게이트로 인해 일부가 실제처럼 되어가는 이 가상 세계의 몬스터들의 피는 진짜이면서 동시에 가짜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 몬스터의 피를 회복을 위해서 흡수했고, 그 몬스터들의 피는 그를 망가트리고 있었다. 무한의 산맥의 몬스터는 서식형 몬스터이긴 하지만, 결국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가짜. 물론 일그러진 게이트에서 새어나온 힘의 영향으로 실제처럼 되어가곤 있지만, 어디까지나 주 컴퓨터의 지시에 따르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그런 몬스터들의 피 역시 몬스터를 이루는 프로그램의 일부. 또 그런 몬스터의 피를 흡수한 그 역시 피의 영향으로 이 가상의 세계에 동화돼가고 있었다. 그는 중급 마족. 만약 하급 마족이였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이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서는 일단 마족의 육체에 대해서 설명해야 한다. 마족과 신족은 각각 마력과 신력에 특화된, 즉 그 힘을 유용하게 사용하기에 알맞은 육체로 되어 있다. 이들의 등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육체는 더욱더 자신의 힘에 특화되고, 상급 마족이 되는 순간 완전히 다른 육체로 탈바꿈한다. 바로 정신으로 이루어진 육체의 정신체로 말이다. 다시 말해, 영혼으로 육체의 형태를 이루는 것이다. 상급 마족이 되는 순간, 마족은 진정한 마족으로서 거듭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상급의 마족들은 자신 아래 등급의 마족을 종이나 노예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정신체를 이루는 것은 그들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마력이다. 마력으로 육체를 이루고 정신, 영혼으로서 그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정신체 때문에 그가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상관에 의해서 일그러진 게이트로 뛰어들긴 했찌만, 머지않아 상급 마족에 오를 자. 거의 상급 마족에 다다른 중급 마족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신이란 강하기도 하지만, 갓 태어난 아이처럼 약하기도 하다. 일그러진 게이트를 통과하면서 거의 정신체에 가까워진 그의 육체는 큰 상처를 입었고, 회복을 위해서 몬스터들의 피를 흡수했다. 마력을 지녔으나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피를 말이다. 그렇기에 그는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신체에 거의 다다른 그가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프로그램으로 된 피를 흡수하여 몸을 회복하고 있기에 그 프로그램에 정신이 감연된 것이다. 그가 하급 마족이었다면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겠지만, 그는 운이 없었다. 그는 점차 프로그램에 정신이 감염되며 아스카의 컴퓨터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지금은 어떻게든 견디고 있지만, 그의 흡혈 행위가 계속 될수록 ,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피를 빨면 빨수록 그는 더욱더 아스카와 동화될 것이고, 종국에는 이 아스카를 이루는 하나의 조각으로 전락될 것이다. "이상해, 이생해." 너무나 운이 없었던 그는 계속 움직이며 사냥감을 찾았다. 자신의 갈증을 진정으로 풀어줄 사냥감을.... "모두 모였지." "네!" "다 큰것들이 유치원생도 아니고, 네가 뭐냐? 네가?"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었나. 괜히 꼬투리를 잡는 메데이아 누나였다. 오늘 학교에서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우리는 이렇게 약속했던 시간에 접속하여 드래곤을 사냥하기 위해서 모였다. 오늘 우리 학교에서 있었던 지형변화현상은 TV를 통해서 보도되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똑같은 장소에서 지형변화현상이 또 일어난 사례는 우리 학교의 운동장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것 때문에 외국 방송사에서 취재까지 나왔던 모양이다. 이런 일로 인해 조사를 위해서 우리 학교는 짧으면 3일, 길면 일주일간 휴교하기로 했다. 늪지로 변한 운동장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몰랐으니 말이다. 그 덕분에 학생들은 좋아라 했고, 그런 학생들 중에는 나도 포함되었다. "그나저나 대단하지 않았냐?" "죽어줬지.설마 현실에서 그런 모습을 볼 줄이야." "..대단했다." "후후후. 난 사인에,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었지롱. 흐흐흐 사이트에 올리면 난리가 날걸." "오오오! 진짜로 찍었어? 보여줘! 보여줘!" 나는 녀석들의 대화를 들으며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중에 과연 내가 그 자리에 있던 데스마스터란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러고 보니 상민아. 너가 입은 로브 말이야. 그 데스마스터란 사람이랑 비슷하다." 흠칫! 흠칫! 영택이의 조름을 당하고 있던 민수의 말에 나는 순간 놀랄 수 밖에 없었고, 누나 역시 그 말에 놀라서 잠시 멈췄지만 이내 평소대로 걸어 갔다. 민수의 말에 다른 녀석들 역시 나에게 다가와 나의 장비를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고,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진짜, 민수 말 그대로야. 완전히 판박인데." "그렇군." "상민아." "으응?" "솔직히 불어라" "뭐,뭘?" 나에게 가까이 붙어서 그렇게 말하며 쳐다보는 영택이를 보고 난 식은땀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설마 눈치 챈 건가. 일단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른 척했지만, 나는 큰 혼란에 빠졌다. 그간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것을 영택이가 알아차렸단 말인가. 하긴 이 녀석이라면 가능해. 약간 엉뚱하긴 하지만 눈치가 없는 것도 아니니까. 거기에 영택이와 나랑 지낸 시간이 짧은 것도 아니고. 어떻하지! "얼마 들었냐?" "에?" "이런 장비를 구하는데 얼마 들었냐고, 데스마스터와 거의 똑같은 장비라 꽤 줬어야 할 텐데." 이어진 영택이의 말은 나를 더욱더 혼란에 빠트렸다.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하는 말이. 얼마 줬냐니. 하하하. 그 후, 나는 이 아이템들을 쉬는 동안 누나의 도움을 받아서 구한 것이라고 대답했고, 누나 역시 나의 말에 동의하며 장비 하나당 얼마나 줬는지 가짜로 꾸며서 말해주었다. 그리고 나서야 모두의 관심은 나에게서 멀어졌고, 녀석들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떠들며, 나중에 가서는 쉬는 동안의 계획까지 구상하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그렇게 끝도 없이 수다를 떠는 동안 나는 누나에게 다가갔다. "누나, 앞으로 얼마나 더 가면 우리가 잡을 드래곤의 레어가 나오는 거야?" "아, 앞으로 이틀거리야. 이대로 반나절만 가면 그 드래곤의 영역이라고 지도에 표시되어 있어." 누나는 지도를 꺼내어 보여주면서 나에가 말해주었다. 앞으로 반나절이면 우리가 잡을 드래곤의 영역에 들어간단 말이지. 이제 곧 가상 세계의 드래곤을 만난다. 과연 어떨까. 진짜 드래곤보다 약할까. 아니면 강할까. 부스럭. 스윽 그때, 우리의 앞에 나타나는 이가 있었다. 창백한 얼굴. 그야말로 옷이라고 볼 수 없으 정도로 너덜너덜해진 옷을 걸친 채 말을 느어트린 이였다. 제대로 된 장비 하나 없이, 그것도 혼자서 무한의 산맥에 있다니. 일단 유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야겠지. 스윽. 그는 멈추어선 상태에서 천천히 고개만 우리를 향해서 돌렸다. 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느낄 수 있었다. 흐리멍텅한 그의 눈을, 그에게서 느껴지는 조금은 익숙한 기운을.... "인간, 인간이야. 이 세계도 인간은 있군." "에? 저 남자 뭐라는 거냐?" "인간, 그러고 보니 인간은 안 먹어봤어, 인간, 인간의 피면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까?" "피? 갈증? 뭐야? 무한의 산맥에 흡혈귀도 출몰했었어?" 남자는 우리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흐리멍텅한 눈으로 쉬지 않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피와 갈증. 뱀파이어인가? 하지만 뱀파이어라면 이런 기운이 느껴질 리가 없는데. 분명 어딘가에서 느껴본 기운인데 기억이 안나. 도대체 내가 어디서 이런 기운을 느껴봤지? "그래. 인간은 다를 거야. 오크들처럼 사라지지 않을 거야. 인간은 다르니까. 인간은 특별하니까. 인간의 피는... 붉으니까!!!!" 파아아아아! 이 기운은! 그의 몸으로부터 내뿜어지는 기운! 어디선가 느껴본 기운의 정체를 바로 눈치 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력! 마족 도플을 상대했을 때 느껴본 기운이었다. 그것도 도플과 비교해서 더욱 강력한! 아스카에 마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느껴본 적은 없지만, 나는 확신했다. 저 마족은 진짜! 진짜 마족이라고! "보통 뱀파이어가 아니......" 퍽! 나는 급하게 영택이의 옆구리를 찼다. "뭐 하는 짓이야!" "모두 방심하지 마! 이건! 이 녀석은 '진짜'야!" "강해. 강하구나. 강한 만큼 달콤하겠지." 내가 영택이를 급하게 찼던 이유는, 뱀파이어 출신으로 생각되는 마족이 마력을 감싼 손으로 영택이의 목을 향해서 휘둘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영택이의 옆구리를 차서 그의 손을 피하게 했고, 급하게 그의 손목을 잡았다. 그 순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확실하다! 이 녀석은 진짜다! 진짜 마족이다! 그 후 , 나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마족이 어떻게 아스카에, 게임 속에 있는지 말이다. 그리고 곧 대답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 내가 게임 속에서 이세계로 넘어간 것처럼, 이 마족 역시 이세계에서 게임, 아스카로 넘어 온 것이라고 말이다! "소울 스트라이크!" 콰콰쾅! 나는 손을 잡은 상태에서 바로 소울 스트라이크를 시전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나의 손목에 붙잡힌 그 마족은 뱀파이어 특유의 안개화 능력으로 나의 손을 빠져나갔고,소울 스트라이크는 애꿏은 땅만 파헤쳤을 뿐이다. "샐라임의 열정! 실라페의 변덕! 융합! 화염의 추적자!" 화르르르! 제일 먼저 공격한 이는 바로 민수였다. 화염의 추적자란 마법은 놀갑게도 블레이즈 워크란 마법처럼 공중에서 불타오르며 자신이 자나갔던 자리에 화염을 남겼고, 화염은 안개를 계속해서 따라가기 시작했다. "안개화까지 가능한 뱀파이어라! 꽤 경험치가 되겠는데." 역시나 단지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민수는 마법을 사용한 것이었다. 상대는 진짜 마족인데 말이다. 나의 외침을 이해한 것은 아무래도 누나 정도인 것 같았다. 아스카에서라면 저 마족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여기 모여 있는 이들은 강자니까. 하지만 경각심을 가져야 했다. 죽어서는 안된다. 그는 진짜 마족이니까. 그에게 죽었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결국 나와 누나의 부담은 더욱더 가중될 것이다. 물론 녀석들을 비롯하여 메데이아 누나 역시 죽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아스카에서는 목숨이 한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스스스. 화염의 추적자는 결국 안개를 따라잡고 안개를 덮쳤지만, 그 안개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 안개는 그냥 중간계의 뱀파이어가 아닌 마계의 마족, 뱀파이어 출신의 마족이 스스로를 변화시킨 안개니까 말이다. 오히려 사라진 것은 바로 화염의 추적자였다. 이어 안개는 곧 원래의 남자의 모습을 갖추었다. "강해, 강해! 너희들은 강해!" 제 모습을 갖춘 남자의 눈빛은 처음의 흐리멍터한 눈빛이 아닌 오히려 전보다 맑고, 광기가 느껴졌다. "싸우자! 싸우면 싸울수록 난 나를 유지할 수 있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찌만 그는 우리와 싸우길 원하고 있었다. 아까 흐리멍텅한 눈. 이 세계에 와서 어떤 일을 겪은 건가. 퍽!퍽! 크르르르! 크르르르! "뭐야! 저건!" "신체 일부를 늑대화하다니. 진짜로 강한 녀석이잖아." 메데이아 누나의 말대로, 그 마족의 어깨로부터 살덩어리가 떨어져 나가더니 놀랍게도 순식간에 거대한 검붉은 늑대로 변했다. 그것도 어깨 높이만 해도 내 키만 한 늑대가 말이다. 이는 나의 수하인 잭에게도 보지 못한 능력이었따. 뱀파이어는 안개화 능력과 늑대와 박쥐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능려가지 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그리고 저 마족의 피는 잭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까는 잠시 당황해서 그 힘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평정을 되찾았기에 저 마족의 힘과 나의 힘을 가늠할 수 있었다. 예전에 나라면 힘든 싸움이겠지만, 지금의 나라면 저 마족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거기에 지금 나에게는, 게임 속에서 거의 나와 비등한 능력을 보일 수 있는 이가 2명이나 함께 있고, 강다하고는 할 수 있는 사람이 4명이나 더 있었다. 그렇지만 방심은 금물. 상대는 안개화라는 골치 아픈 능력을 지닌 마족이니까. "생츄어리(sanctuary)!" 파아아아아! 일정 시간 동안 일정 영역을 성지로 만드는 신성마법 생츄어리를 시전 한 것은 흑성녀, 메데이아 누나였다. 확실히 성지라면 우리에게 유리한 전투 환경이다. 다만 네크로맨서인 나에게 여러 가지로 페널티가 있겠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만 했다. 크아아아아! 크아아아아! "가라!" 마족과 마족이 만들어낸 늑대들은 성지에서 그렇게 많은 페널티를 받은 것 깉지 않았다. 역시 진짜 마족이기에 성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이겠지. 그렇다고 타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홀리 아머, 세인트 웨폰!" "홀리 웨폰! 헤이스트! 스트랭스!" 메데이아 누나는, 누나를 비롯하여 성민이와 세호에게 보조마법을 걸어주었다. 보조마법을 부여 받은 성민이와 세호, 누나는 거대한 늑대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올 웨폰 마스터라 불리는 누누가 제일 먼저 꺼낸 것은 강기가 맺힌 2자루의 롱소드였다. 크아아아! 푹!푹! 순식간의 늑대의 머리와 턱을 뚫고 꽂히는 2자루의 롱소드. 일반 늑대라면 죽었겠지만 그 검붉은 늑대는 죽지 않았다. 2자루의 롱소드가 머리를 관통해서 검끝이 머리와 턱에 나와 있는데 말이다. 누나의 공격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퍽! 퍽! 이번에 누나가 사용한 무기는 팔목에서 솟아나왔는데, 그것은 어쌔신들이 잘 사용하는 클로였다. 순식간에 뛰어오른 누나는 그 클로를 늑대의 양귀에 박아 넣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말이다. 크아아아아! 푸욱!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붉은 늑대는 누나를 물려고 했다. 하지만 그대로 물릴 누나가 아니었다. 순간 등 뒤로 뻗어진 손에는 한자루의 창이 들렸고, 그 창은 그대로 늑대의 입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계속된 공격. 품에서 꺼낸 단검을 눈을 향해서 날리고, 양 허리에 달린 손도끼는 늑대의 오른쪽 앞다리에 꽂혔으며, 왼쪽 앞다리는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메이스에 의해서 곤죽이 되어 있었다. 거기에 양 뒷다리는 어느새 누나가 빼든 클레이모어에 의해서 잘려나갔다. 이어 누나는 그대로 등 뒤에 다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이번에 나온 무기는 다름 아닌 도끼, 그것도 도끼 중 가장 큰 그레이트 배틀 엑스였다. 그 거대한 그레이트 배슬 엑스는 각가지 무기에 의해서 너덜너덜해진 늑대의 목을 향해서 내리쳐졌다. 쾅! 목을 베어버린 것도 모자라 땅조차 파여지는 그레이트 배틀 엑스의 위력! 그리고 그런 그레이트 배틀 엑스를 비롯하여 각가지 무기를 사용하여 늑대를 완전히 너덜너덜하게 만든 누나를 보며 난 올 웨폰 마스터. 무성이란 칭호가 괜히 붙은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스스스. 목이 떨어진 늑대는 곧 재 모습을 잃고 핏물이 되어 마족을 향해서 흘러갔다. 그 늑대를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던 무기들은 땅에 나뒹굴었고 말이다. "회수" 차차차착! 누나가 그렇게 외치자 널브러져 있던 무기들은 단번에 누나에게로 날아가 애초에 있던 자리에 장착되었다. "크크크! 좋아! 좋아!" 퍼퍼퍽! 마족을 상대하는 사람은 영택이와 성민이었다. 신성력을 머금은 갑옷을 통해서 마족의 마력이 실린 공격을 견뎌내고, 신성력이 부여된 메이스와 주먹을 휘두르며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다만 신체 일부분을 통해 안개화하며 싸우는 생소한 전투 방식으로 인해서 둘은 고전하고 있었다. "때로는 자비를 때로는 마를 멸하는 빛이여, 나 가장 그분에 근접한 자리에 있는 이로서 원하노라. 나의 의지를 대신해서 이들을 멸하는 심판의 철퇴가 되어라! 저지먼트 더 라이트 해머." 콰콰콰쾅! 크아아아아! 그때, 들려오는 폭발음과 늑대의 비명. 다른 늑대를 상대하던 민수와 메데이아 누나가 늑대를 처리한 것 같았따. 그 2명이 싸운 곳은 가장 황폐화되어 있었는데, 그들 근처에는 멀쩡한 것이 하나도 ㅇ벗었다. 마지막에 메데이아 누나가 시전 한것으로 보이는 저지먼트 더라이트 해머는 빛으로 이루어진 해머가 수없이 떨어졌고, 그 해머가 떨어진 곳에는 어김없이 폭발이 일어났다. 그 폭발로 인해 생긴 먼지가 잦아들었을 때는 누나가 상대했던 늑대와 다르게 핏물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저 마족뿐이었다. 팍! "윽!" "이놈의 자식! 구경만 했겠다. 어서 가서 도와!" 그 늑대를 처리한 메데이아 누나는 나에게 다가와 나의 뒤통수를 쳤고, 나보고 영택이와 성민이를 도우라고 했다. 물론 내가 돕지 않고 이대로 간다면 영택이와 성민이가 이길 것이다. 둘은 게임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연신 포션을 마시고 있지만, 마조근 자신 스스로의 힘만으로 싸우고 있으니 말이다. 장비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어차피 나서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나는 곧장 나섰다. 그러면서 둘에게 귓말을 나려 물러서줄 것을 부탁했고, 두말없이 둘은 물러서 주었다. 둘은 물러서자 마족은 나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나는 그런 마족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물론 그냥 손을 뻗은 것은 아니었다. 우직! 내가 손을 뻗으면서 움직인 것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이 가상 세계. 아스카에도 확연하게 존재하는 생명과 죽음이었다. 생명과 죽음은 나의 의지에 따라 그 마족을 옭아맸다. 언어에 의지를 실어서 사용했다면 좀 더 편했겠지만, 오늘 학교에서 내가 의지를 실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영택이를 비롯하여 다른 녀석들도 보았기에 의지만으로 생명과 죽음을 움직여 옭아맨 것이다. 이어 난 생명과 죽음에 의해서 공중에서 굳어버린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대에게 묻겠습니다. 당신은 일그러진 게이트를 통과했겠지요?] [크크크! 일그러진 게이트? 그게 뭐지? 그딴 것 모른다! 싸우자! 나와 싸우자!] 예상은 했지만 순순히 말하지 않는군. 그렇다면 강제로 알아내는 수밖에! 나는 그대로 그의 머리에 손을 가져가 대고는 머리를 움켜쥐듯이 힘을 쥐었다. 푹! "욱!" "뭐,뭐야!" "상민아! 그냥 죽여라. 잔인하다." 나의 손가락은 그대로 그의 두개골을 파고들었다. 그에 일행들은 모두 한마디씩 했찌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의지를 일으켰다. 그러자 움직이기 시작한 생명과 죽음은 나의 손을 통해서 나의 영혼의 촉수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상의 세계인 아스카라 안 될까 걱정했는데 되는군. 생명과 죽음, 그리고 나의 영혼의 촉수는 그대로 그의 뇌를 통해서 정신으로 파고들었다. "크아아아아아아!!!" 그의 정신은 불안정했따.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그의 정신이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계속 그의 정신을 파헤쳤다. 그가 정신이 붕괴되건 말건 상관업ㅆ다. 그는 마족! 나를! 우리를 죽이려고 했던 자! 그런 자의 정신 따윈 나와는 상관없다. 나는 영혼의 촉수를 통해서 그의 뇌를, 정신으 헤집었다.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서! 하지만 그는 금새 축 늘어지고 말았다. "제길!" 나는 손을 회수하며 소리쳤다. 원하는 정보를 얻기도 전에 그의 정신이 붕괴되어버린 것이다. 애초부터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정신이 이미 이상해진 상태였다니! 제길! 만약 멀쩡한 상태였다면 원하는 정보를 얻었을 수 있었을 텐데.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공중에서 축 늘어진 그를 바라보았다 정신이 완전히 붕괴된 그는 인형이었다. 살아 있지만 살아 있는게 아니었다. 정신이 완전히 붕괴된 이상,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했다. 나라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회복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정신이 회복된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정보는 없을 테니말이다. "저, 저기 상민아." "응? 아,왜? 누나." "일단 이 '몬스터'를 처리해. 되도록 빨리." "아!" 그의 정신으로 얻은 정보들을 정리하던 도중 누나의 말에, 난 모두가 나를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내가 흥분했곤. 일단 처리하자. 사악! 나는 그대로 그의 목을 베어버렸다. 그러자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검은색 피. 피는 서서히 공기 중으로 흩어지려 했다. 그에 난 준비해 놓은 병에 마나를 통해서 그 피를 담았다. 과연 현실에서 꺼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적인 재료러서 귀한 것이기에 나는 계속 담았다. 그리고 피가 더 이상 나오지 않자 그대로 마족의 시체를 아공간에 넣고는 모두를 바라보았따. 모두는 나를 두려운 논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도 피를 챙긴 것이 더욱 두렵게 느껴진 모양이다. 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건 다른 일행들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침묵은 이어졌다. 이번 일은 전적으로 나의 실수다. 이런 모습은 게임 속이라 하더라도 상당히 잔인한 것일 테니까. "상민아....." "으응?" 침묵을 꺤 것은 영택이였다. "너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라. 네가 네크로맨서인 건 알고, 네크로맨서가 시체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주무른다는 알았지만, 으으으... 실제로 보니 못 견디겠다." "그,그래. 으으으...... 게임이 너무 리얼해도 문제군." "... 미안하다." "우욱! 손부터 씻어!" 녀석들은 나에게 한마디씩 했고, 그에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다행이다. 이런 일을 그들은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성민이는 오히려 나에게, 게임인데 그런 눈으로 쳐다봐서 미안하다고까지 했다. 이 세계는 가상의 세계, 아스카니까 이렇게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현실에서도 이런 짓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어떻게 될까. 그때도 이럴 수 있을까. 나는 잠시 쓸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마족의 등장으로 인해서 잠시 밀췄던 우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애초 목적인 드래곤을 사냥하기 위해서....... 제 38장 분노, 그리고 그의 초대 그 마족, 뱀파이어 출신의 마족의 머리로부터 뽑아낸 정보에는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없었다. 바로 가상현실 게임, 아스카에서 이세계로 통하는 일그러진 게이트에 대한 정보 말이다. 그로부터 뽑아낸 정보를 정리하면서 난 그 마족이 미쳤다는 것을 알았따. 알고 보니 그 마족은 거의 상급 마족에 다다른 중급 마족이었다. 중급 마족과 상급 마족의 차이는 천지차이,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상급 마족이었다면 나조차도 위험한 상대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그가 거의 상급 마족에 다다른 중급 마족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뱀파이어 출신의 마족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마족이었지만 동시에 뱀파이어, 내가 지배할 수 있는 권속인 언데드에 속하는 이였다.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나는 언데드에 한에서 절대적인 권능을 지니는 존재. 그렇기에 그가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가 상급 마족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처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상급 마족이 된 그는 더 이상 뱀파이어가 아닌 마족이었을 테니말이다. 마계의 마족들은 힘에 따라 하급, 중급, 상급 마족으로 나뉜다. 사실 마족들이 말하는 동족이라 칭하는 마족은 바로 상급 마족부터다. 그 이유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예전에 접한 책에 의하면, 상급 마족부터가 정신체라는 육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정신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정신체를 가지고 있는 상급 마족은 중급 마족과 천지차이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후~우." 지금 나는 한국 가디언 총지부에 있는 개인 실험실이 있었다. 솔직히 지금은 실험실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제대로 실험도구도 갖추지 않아 그저 비어 있는 공간일 뿐이었따. 이 공간은 가디언 소속 SS급 능력자 데스마스터로 내게 주어진 공간이었고, 무엇보다 나 이외에 단 한 명 빼고는 모두 출입이 금지되어 있기에 난 이곳에서 마족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기록하여 정리하고 있었다. 자칫 잘못했으면 어려운 상대가 되었을 그 마족은, 내가 정신을 붕괴시키기 이전부터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었다. 그래서 중급 마족이나 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쉽게 정신이 붕괴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임무였을까?" 중급 마족인 그로부터 얻은 정보에 의하면, 그는 그의 상관에게 받은 모종의 임무를 받고 다른 세계, 아마도 마계라고 생각되는 곳의 일그러진 게이트에 스스로 뛰어들었다. 그의 정신은 거의 서서히 붕괴되고 있었고, 나로 인해 빠르게 붕괴되어서 제대로 된 정보는 얻을 수 없었지만 이것 하나는 정확했다. 그에게 임무를 맡도록 한 이가 상급 마족이 아닌, 그 위의 존재라는 것을 상급 마족의 위의 존재, 그들은 바로 귀족 계급에 속하는 마족들을 말한다. 귀족 계급의 마족, 혹은 마족들이 일그러진 게이트의 존재에 알고 움직였다. 이는 심각한 문제였다! 마계의 마족이 가상 세계인 아스카에 등장했듯이,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에도 마족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니 말이다! 그에게 내려진 임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면 이렇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의 정신은 서서히 붕괴되었기에 그로부터 직접 뽑아낸 정보도 일부일 뿐이라 임무에 대해서도 그 정도밖에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에게 내려진 임무의 일부가 적힌 쪽지를 바라보았다. <미천..종자들...도와 위대하신 탐욕의..를..도와라.> 이게 그에게 내려진 임무였다. 도대체 뭘 도우라는 것일까. 그리고 그의 상급자, 귀족 계급의 마족이 위대하신이란 단어를 사용할 정도의 마족은 또 누굴까. "후 ~우. 그나저나 이 피, 과연 잭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 출렁 나의 손에 들린 유리병에 든 액체는 바로 마족의 피, 그것도 중급 마족의 피였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검은색이 아닌 순수한 붉은색이고, 이제는 봉인의 결계가 그려져 있는 병이 아니어도 공기 중으로 흩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마족의 시체는 현실로 꺼낼 수는 없었지만, 다행히 피는 아공간을 통해서 현실로 꺼낼 수 있었다. 이 마족의 피는 마력의 결정체, 그렇기에 대기 중의 마나의 공격을 받아 서서히 흩어져 갔고, 나는 이 아까운 피를 잭에게 건네주기 위해서 조금 번거러운 일을 해야 했다. 바로 마력을 마나로 정제하는 일을 말이다. 마족은 중간계. 그러니까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에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마나를 마력으로 전환하기도 한다는 예전의 책에서 본 문장을 기억해내고 난 그 반대로 마력을 마나로 전환시키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그 결과가 겨우 지금 나의 손에 들린 1리터짜리 유리병에 가득 든 피였다. 원래 양은 거의 30여 리터는 되었지만, 여러 번 정제에 실패하고, 정제하는 도중 대기의 마나로 인해서 흩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정제에 성공하고 남은 마족의 피는 1리터짜리 유리병에 든 것이 다였다. "양은 적지만 이게 진짜 알짜배기지. 생각해보니 잭에게 주기가 조금 아까운걸." "무슨 말을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냐?"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놀란 나는 허둥지둥 마족의 피가 든 병을 아공간에 넣어놓고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나 이외에 이 실험실에 유일하게 출입할 수 있는 이, 한국 가디언 총지부의 지부장이신 작은아버지가 서 계셨다. 작은아버지는 입에 담배를 물고 여기저기를 둘러보셨다. "작은아버지" "흠, 몬스터들의 시체나 포르말린에 장기들이 잔뜩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평범하구나." 정말 의외라는 표정을 하시는 작은아버지를 보며 난 한숨을 내쉴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네크로맨서라고 해도 저는 평범한 18세 소년입니다. 물론 겉모습만이지만. "그런데 작은아버지가 이곳에는 웬일이세요?" "아니, 그냥 서류 검토도 끝냈고, 마침 네가 실험실에 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말이다. 실험실을 어떻게 꾸며놨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한번 와봤다. 그나저나 예산이 부족하냐? 실험실이 이렇게 텅텅 비어있게." "예산이요? 무슨 예산?" "에?" 그 후 이어진 작은아버지의 말씀은 나를 조금 기쁘게 해주었다. 이제 보니 한국 가디언 총지부는 나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실험 지원금으로 지급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지원금은 한국 가디언 총지부의 월 운영자금의 3퍼센트나 된다고 한다. 겨우 3퍼센트지만 그 금액은 가히 엄청났다. 바로 천 단위였으니 말이다. 천 원이 아니다. 천만 원. 매달 천만 원 단위의 금액이 나 개인의 실험 지원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으음... 말해주질 말 걸 그랬나? 아깝구만." "후후후. 작은아버지, 잘 쓸게요." "임마, 너무 좋아하지 마. 함부로 쓰는지 안 쓰는지 영수증 검사도 할 거니까. 그리고 공짜 아니다. 어디까지나 투자야 투자." "예예." 너무 좋아하는 나를 보고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말하는 작은아비지셨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솔직히 만들어보고 싶은 언데드가 있었지만, 몬스터들의 시체와 마법 재료들을 사려면 돈이 필요했다. 예전의 이세계에 갈 수 있었을 때라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곳에서는 몬스터의 시체는 아주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고, 언데드 제작을 위한 마법 재료들을 게임 시스템을 이용하여 구입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게 되자 문제가 되었다. 아직 아공간에 넣어둔 보유량이 꽤 되긴 하지만, 언제고 떨어질 것이기에 여러 가지로 알아보았는데 그 가격이 엄청났다. 마법 재료들은 대부분 가디언 통합 이전의 단체, 더 마나가 총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마법 재료에 한해서는 그 시세는 더 마나의 마음이란 말이다. 그야말로 바가지.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 앞에 나는 한동안 실험을 멈추었다. 그 밖에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이후, 마법 이론을 정리하느라 한가하지도 않았기에 실험을 할 새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려졌다. 마족이 사는 마계. 그 마계에 일그러진 게이트가 존재하고, 마족들은 그 게이트를 이용하려고 한다. 그렇기에 보다 강한 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상민아, 아까 숨긴 게 뭐냐? 보아하니 붉은 것이 피 같던데, 게임에서 보니 말이다. 네크로맨서는 피로 만든 골렘도 데리고 다니던데, 설마 그거냐?" 작은아버지의 말씀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여,역시 보셨군. 나는 그것으 ㄹ보여드러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정제된 마족의 피는 엄청난 양의 마나가 녹아 있어 무인에게 영약이나 다름없다. 무인이란 존재는 어떤 면에서는 마법사와 같다. 그리고 작은아비저는 무인이고 말이다. 찰나의 순간 고민을 마친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예. 블러디 골렘을 한번 만들어보려고요. 블러디 골렘은 여러가지로 유용하거든요." "그래? 그렇구나. 잘 만들어봐라.그리고 상민아." "예. 작은아버지." "아니. 됐다. 그래. 잘 만들어라. 난 이만 가보마." 작은아버지는 나에게 뭔가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고 실험실을 나서셨다. 하지만 나는 작은아버지가 하려던 말을 알 수 있었다. 바로 루시퍼 프로젝트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셨다는 것을. 나는 잠시 동안 작은아버지가 나가신 실험실 문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마족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직 때가 안 된 것뿐이다. 언제고 작은아버지는 나에게 말해주실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고민하지 않았다. [김 대리! 벌써 일주일째 무단결근이야. 어디 아픈거야? 부장님이 내일 출근 안 하면 사표 쓸 각오하래! 메시지 확인하는 대로 바로 전화해!] 전화기의 자동응답기는 제 역활을 다 하고 정지했다. 김 대리는 현재 일주일째 무단결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어디가 아프거나, 집안에 우환이 생긴 것이 아니었다. 나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김 대리의 집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각종 음식들과 과자 부스러기에서부터 여러 가지 식재료의 껍질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김 대리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컴퓨터의 모니터는 박살나 안이 훤히 들어나 있었고, 키보드도 엉망으로 부서져 사용하지 못 할 정도였다. 그 밖에 옷가지들도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 잘 정돈된 김 대리의 집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엉망으로 변해 있었다. "크르르르." 그때, 난장판이 된 김 대리의 집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그 소리는 짐승의 소리보다 더 굵고 거칠었다. 그 소리가 들려온 곳은 방의 한 귀퉁이였다. 그 방의 귀퉁이에는 거대한 것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전신이 감싼 이불에 의해서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 존재가 엄청난 몸집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몸을 가리기 위해서 감싼 이불조차 그 존재의 몸을 다 가리지 못했고, 숨을 들이쉴 때 마다 그의 다리와 등이 보였다. 그의 주위에는 수많은 거울의 파편이 나뒹굴고 있었다. 산산조각난 거울 파편들은 아주 잘게 조각 나 거울 파편이라기 보다는 작은 유리 조각과 같았다. "크르르르, 나....나는...인간...이야. 크르르르." 그 존재는 굵고 거친 음성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다. 피부는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렇게 초록색으로 물든 피부에는 짧지만 굵고 거친 잔털들이 나 있었다. 거기에 다리를 감싸고 있는 팔은 기괴하게도 감싼 다리보다 길고 거대했다. 뿐만 아니라, 상반신 자체가 하반신에 비해서 상당히 크고 굵었다. 그 존재는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괴물, 몬스터, 그 단어 이외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크르르르르. 나...나는...인간...이야.크르르르." 계속 자신은 인간이라고 중얼거리는 존재. 그 존재는 바로 이 방의 주인인 김 대리였다. 놀랍게도 그는 더이상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존대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김 대리가 회사에 무단결근을 하기 4일 전부터 였다. 점차 강해지는 힘. 그와 함께 발달하기 시작한 상체 근육. 처음에는 마냥 좋았고, 집 앞에 배달되는 약의 효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변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건 변화가 시작된 지 3일 후부터였다. 머리털이 빠지며 머리색이 초록색으로 변해간 것이다. 그리고 8일이 지난 지금은 전신이 모두 초록색으로 변하였다. 점차 변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처음에는 각가지 약을 써보았다. 그리고 이틀에 한 번 오는 그 약도 끊고, 친구에게 조사를 부탁하려 했다. 그렇지만 친구는 찾을 수 없었다. 집을 찾아가도 문을 열지 않았다. 단지 집 안에서는 무엇인가 내던져지는 소리와 울음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그 순간 그는 알 수 있었다. 친구 역시 자신과 같은 일을 겪고 있다고 말이다. 그는 그대로 집으로 도망치듯이 들어가 문을 닫았다. 처음에는 그도 그의 친구처럼 물건을 내던지고 부수면서 자신이 겪고 있는 절말으로부터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그는 친구를 생각하면서 뭔가 다른 것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자신의 변화를 기록하는 것이었다. <기록 1일 째. 목소리가 굵어진다. 이런 급속도의 변화는 무엇 때문일까. 이틀에 한 번 오는 물약은 오늘도 도착했다. 이 물약은 친구에게 조사한 결과 마약은 아니다. 전혀 모르는 신약이지만, 이처럼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다른 원인, 다른 원인이 있을 것이다. 기록 2일 째. 몸의 변화가 극심해진다. 아마도 그 물약이 변화의 속도를 촉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안이러니하게도 마실 수 밖에 없었다. 몸의 변화와 함께 느껴지는 갈증과 굶주림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이 물약뿐이다. 그렇기에 마실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으면 난 더 이상 인간으로 남지 못할 테니까. 기록 3일 째.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성대의 변화가 끝난 것이다. 거기에 골격도 변했다. 상체가 집중적으로 발전하고, 거기에 신장은 이미 예전의 키를 훨씬 넘어서고 있건만 계속 커지고 있었다. 거기에 요즘에는 중간중간 기억이 없어진다. 아마도 나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을 것 같다. 기록 4일 째. 간신히 펜을 쥐고 글을 쓰고 있다. 나의 몸을 변화시키는 물약은 공교롭게도 점점 흐리멍텅해지는 나의 정신을 맑게 해주고 있었다. 다행히 나의 냉장고에는 꽤 많은 물약이 남아 있었기에 좀 더 기록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기록 5일 째.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초감각일까, 아니면 내가 변하고 있는 존재가 가지는 기본적인 감각일까. 하여튼 인간으로서 가지지 못할 감각이었다. 그리고 이 감각 덕분에 내가 지금 관찰당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그들을 씹어 먹고 싶다. 아 , 잠시 정신이 사라졌다. 씹어 먹고 싶다. 그 순간 배가 고파졌고, 난 물약을 따서 마셨다. 아니, 병째로 삼켰다. 유리병이지만 그 정도는 변화된 나의 턱과 살들에게 문제 될 것 없었다. 기록 6일 째. 물약이 다 떨어졌다. 그리고 오늘도 4병의 물약이 도착했다. 과연 변화의 원인이 무었일까 생각하던 도중, 난 나를 관찰하는 이가 바로 식당을 나와서 보았던 이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그날 손이 따끔거렸다는 사실도 기억해냈다. 손에 난 작은 상처. 그게 문제가 됐던 거다. 원인은 알았다. 아마도 이 글을 쓰는 것이 마지감일 거라고 생각한다. 점점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으니 말이다. 하하하. 난 결국 괴물이 되고 만 것인가. 이렇게 글일 남기는 이유는... 갑자기 기억이 안 난다. 또 정신을 잠시 잃었던 모양이다. 과연 이 글이 다른 이에게 전해질지는 모른다. 그들이 찾아내어 불태워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쓸 것이다. 아! 기억났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를, 바로 인간 김성재가 남아 있기 위해서였다. 육체는 이미 인간이 아니지만 내가 인간이었음을 알리기 위해서, 동시에 나를 이 꼴로 만든 이들에게 엿을 먹일 만한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지금 나는 몬스터, 판타지에서 오우거란 존재로 변하고 있으니 분명 가디언이란 이들이 출동할 것이다. 그들에게 죽음일 당하겠지. 후후후. 그래도 상관없다. 그때는 이미 이간 김성재는 남아 있지 않을테니까. 제발 이 글이 그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내가 인간 김성재였음을 기억해주기를, 그리고 그들에게 엿을 먹이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후후후, 나도 정의의 사도 중 한 명이 된 건가. 단지 제일 먼저 죽는 엑스트라지만 말이야.> 이것이 기록의 마지막 내용이었다. 이 기록들은 김 대리의 방 한쪽, 그것도 우연히 발견한 화장실의 타일 뒤의 공간에 숨겨져 있었다. 그 공간은 시중에서 파는 작은 비누가 들어갈 정도로 무척 작은 공간이었기에 그는 비상금을 숨겨두는 곳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곳에 기록과 자신을 변화 시킨 물약 하나, 그리고 기록 3,4,5,6 일째의 피를 아주 작은 양이나마 숨겨놓았다. 어찌 보면 그는 아주 치밀한 인간이었다. 기록과 물약, 자신의 피를 숨긴 그는, 오우거의 힘으로 화장실로 들어가는 입구를 부수어 막아버렸다. 물론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이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한 일이었다. "크르르르." 자신은 인간이라고 중얼거렸던 음성은 끊기고 짐승의 울음소리만 방에 울리기 시작했다. 인간 김성재는 사라지고 몬스터 오우거로서 본능과 흉폭함이 몸을 점거한 것이다. 오우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천장에 머리가 닿았다. 상관없었다 이딴 것은 부숴버리면 되니까.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러면 안된다. 이는 아주 조금, 아주 조금이지만, 남아 있는 인간 김성재의 이성으로 인한 것이다. 아주 조금 남아 있는 인간 김성재는 오우거의 본능에게 말했다. 밖을 보라고,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먹이가 있다고, 제일 먼저 먹어야 할 것은 그것이라고 말이다. 오우거는 알 수 없었지만 움직였다. 오우거가 움직이는 순간, 인간 김성재의 이성은 사라지고 본능만이 남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오우거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었다. 바로 저들, 자신이 있는 방으로부터 20여 미터 떨어진 거리에 있는 방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이 제일 먼저 먹어야 할 음식이라는 것이 말이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그의 마지막 분노였고, 오우거의 최초의 쾌락이었다. "후~우. 대단하구만." 현재 내가 와 있는 곳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일단 방의 한쪽이 완전히 박살나서 뻥 뚫려 있었고, 뚫린 벽을 통해서 수많으 기자들과 경찰들이 보였다. 그 밖에 방 안에는 벽이 부서지기 이전부터 이랬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광경들이 연출되어 있었다. 지금 내가 이곳에 와 있는 이유는, 바로 이곳에서 몬스터, 오우거가 출몰했기 때문이다. 출몰하 오우거의 수는 단 한 마리, 한마리의 오우거는 총 12명의 희생자를 내고 가디언의 요원들에 의해서 격퇴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작은아버지의 요청 때문이었다. 오늘만 해도 난 작은아버지의 요청에 의해서 전국 50여 군데를 돌아다녀야 했다. 그것도 이미 가디언들에 의해서 몬스터들이 처리된 곳에 말이다. 그런 곳에 다녀올 때마다 작은아버지는 뭔가 이상한 것이 없냐고 물어보셨고, 나는 그때마다 이상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별로 이상한 것은 없었다. 몬스터의 물몰 빈도 수가 조금 높다는 것과 출몰한 몬스터의 개체가 50여 건의 몬스터 출몰 사건 중, 30여건이 한 마리뿐이라는 것 이외에는 말이다. "조금 시간을 죽이다 가자."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방을 살펴보았다. 그렇게 크지 않은 방이다. 남자 혼자 살기에는 딱 좋은 집이다. 나보다 앞서 사건 조사를 마친 가디언의 요원들의 말에 의하면, 이 집 주인은 김성재라는 평범한 회사의 대리로, 그렇게 눈에 띄는 점이 없는 이라고 한다. 또 목격자에 의하면, 이 집에서부터 오우거가 벽을 부수고 뛰쳐나갔다고 하는데, 정작 이 집에는 피 한방울도 나 있지 않았다. 단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그야말로 어디에서 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난장판이 된 방이었다. "오우거가 한동안 이 방에서 지냈나?" 내가 한 ㅂ말이지만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난 실없이 웃었다. 그러던 도중 오우거의 힘에 의해서 무저신 방의 다른 벽의 파편들이 쌓여져 있는 화장실 입구가 보였다. "저기요.이건...." 나는 여전히 조사 중인 가디언 소속의 요원을 잡고 물어보았다. 그는 잠시 얼굴을 찡그리다가 이내 나를 보고 놀라워하고는 이내 나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저곳은 이 방에 들어오기 이전부터 그랬습니다. 아마도 오우거의 타격에 의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흠....." 나는 오우거가 뛰나간 벽과 화장실을 번갈아 보았다. 화장실과 오우거가 뛰쳐나간 벽과는 꽤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화장실이 다른 벽의 조각들에 의해서 막혀 있다. 이건 조금 이상했다. 혹시 오우거가 화장실을 사용이라도 했나. [봐줘.] "응?" "예?부르셨습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봐줘. 이걸... 이걸... 봐줘.] 역시 잘못 들은 게 아니었어. 갑자기 나의 귀로 들려온 음성. 그것은 일반적인 음성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망령의 원한이 가득한 음성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음성. 그 음성이 나의 귀를 자극했다. 그 음성은 너무도 미약했고 더욱더 작아지고 있었기에 나는 눈을 감고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찾기 위해서 집중했다. "저기 무슨....." "모두 조용히!" 나의 말에 일순간 방이 조용해졌다. 아니 방뿐만이 아니었다. 방밖의 기자들도, 그 기자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힘쓰는 경찰과 가디언요원들조차 모두 침묵한 것이었다. 나는 그런 정적 속에서 그 목소리를 득기 위해서 집중했다. [이걸..제발 이걸 봐줘!!] "여기다!우라노스! [맡겨두라고!] 쾅! 나의 부름에 나타난 우라노스는 바로 손에 든 거대한 해머를 휘둘러 화장실의 진집을 막고 있는 방해물을 향해서 휘둘렀다. 그러자 이내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그 이상한 목소리의 근원을 찾아 움직였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소리의 근원은 화장실의 한 타일 공간이었다. 딱! 퉁. "역시 뭔가가 있어." 그 목소리가 들리는 타일의 옆 칸을 치니 딱! 소리와 다르게 뭔가 비어 있는 공간을 쳤을 때 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조금 힘을 주어 그 소리가 들려온 벽을 쳤다. 쿵! 타일은 깨어져나가고 그곳에는 작은 빈 공간이 드러났다. 그 공간에는 잘 접힌 종이와 6개의 작은 병이 들어 있었다. 나는 일단 제일 먼저 종이를 빼어 들어 펼쳤다. 그 종이에는 어떠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이건!" 그 종이의 내용을 읽은 나는 경악했다. 말도 안돼! 그것은 기록. 이 방의 주인인 인간 김성재가 몬스터 김성재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을 기록한 내용이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부정하고 싶었다. 이 종이에 적힌 내용들을! 기록들을!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 종이에서 느껴지는 것 때문에. 나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 때문에. [고마워. 고마워.고마워.....] 목소리는 이내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 목소리는 바로 사념이엇다. 그것도 이 방의 주인, 인간 김성재의 사념, 이것들이 누군가에게 발견되길 바라는 사념이었다. 김성재, 그는 아주 평범한 회사의 대리다. 그런 그가 남긴 이 종이에 사념이 자리 잡을 정도면, 이 글을 기록하는 동안 그가 느겼을 집념은 가히 엄청난 것이다. 집념만이 아니었다. 그가 느꼈을 절망과 자신을 이렇게 만들고 관찰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분노가 느껴졌다. 점차 사라져가는 사념에서 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뭐,뭔가 발견됐습니까?" 그때, 들려오는 가디언 요원의 목소리에 난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종이를 접고, 작은 유리병들을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천천히 화장실에서 나왔다. "제가 직접 총지부장님께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오우거의 시신과 피해자들의 시신은 어딨죠?" "아, 예. 오우거의 시체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 가디언 소속 연구부로 이동되었고, 희생자들의 시신 역시 함께 이동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참, 희생자들 중에 외국인이 두 명 껴있다고 하셨었나요?" "아,예." 그 외국인 두 명이 바로 김성재 씨의 관찰자였을 것이다. 빌어먹을 것들! "SS급 능력자 데스마스터로서 요청하는 바입니다. 오우거 시신 및 두 외국인의 시신에 1급 보호를 요청합니다." "1급 보호! 어째서......" "그럼 부탁합니다. 텔레포트!" 나는 그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바로 작은아버지가 있는 가디언 한국지부 총지부장실의 입구로 텔레포트했다. 평소라면 이 늦은 시각까지 총지부장실에 계시지 않겠지만 왠지 계실 것이라는 생각이 든 나는 고민하지 않고 바로 그곳으로 이동했고, 역시나 총지부장실에 계시는 작은아버지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 똑똑. "들어와라." 총지부장실의 작은아버지는 지부장석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계셨다. 그리고 그 앞의 소파에는 작은아버지의 직속 단체로 예상되는 탁수의 수주, 박일수 씨가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상민이구나." "작은아버지, 아니 총지부장님, 그리고 수주님." 수주라는 나의 말에 작은아버지와 일수 시는 잠시 놀라워했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거 조금 놀랍군요. 우리 탁수의 은밀함을 자신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아신 겁니까?" "그 이야기는 두 분께 나중에 해드리겠습니다. 어디까지나 만약입니다만, 이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나는, 내가 인간 김성재가 몬스터 김성재가 되어간 집에서 찾아낸 종이를, 사념이 남을 정도로 강한 집념으로 써진 글이 가득한 종이를 작은아버지께 보여드리며 말했다. 만약 이 사실을 알고 계셨다면 작은아버지라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난 작은아버지를 믿었다. 루시퍼 프로젝트. 그것에 대해서 조용히 있는 이유는, 작은아버지가 한 단체의 수장의 위치에 있기에 그런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일은 경우가 다르다. 이미 이것은 도를 넘어섰다. 이간으로서는 해선 안 될 일! 절대로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은 것이다. 나에게 건네받은 종이를 읽기 시작하신 작은아버지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뿌드드득!찌리릿! 강하게 다물어진 작은아버지의 입에서는 피가 흘러내렸고, 눈은 붉게 충혈되었다. 그 모습에는 난 솔직히 안도감을 느꼈다. 이는 작은아버지가 이 일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계셨음을 의마하는 것이니 말이다. "......." 스윽. 이어 작은아버지는 내가 준 종이를 아주 조심스럽게 접었다. 그리고 그것을 마치 보물 대하듯이 하며 탁수의 수주인 탁일수 씨에게 넘겼다. 이런 작은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본 일수 씨는 아주 조심스럽게 종이를 받아들고 천천히 펼쳤다. 그리고 그 다음은 작은아버지와 똑같았다. 단 한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그의 얼굴이 분노로 인해서 싸늘해진 작은아버지의 얼굴과 다르게 그대로 분노가 얼굴에 드러나 지옥의 악귀와 같았다. "....이것을 어디에서 구한 거냐?" "그의 방. 그만 아는 공간에서 찾았습니다. 작은아버지도 느끼셨겠죠.이 종이에 써진 글로부터 느껴지는 그의 집념을. 바로 그 집념이 저를 불렀기에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의 시신은?" "이곳으로 오기 전에 1급 보호를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손에 죽은 쓰레기들의 시체도요. 그들은 죽어서도 평온을 얻지 못할 겁니다." 이것은 맹세이자, 다짐이었다.그들은 이미 죽었지만 평온을 얻지 못할 것이다. 작은아버지와 일수 씨는 나의 말이 끝난 후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잠시 조용히 있었다. 얼마간의 정적. 그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동안 작은아버지와 일수 씨의 머릿속에는 각가지 생각이 떠올렸다가 사라졌다. 이는 나의눈, 죽은 자를 보는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이후 보다 강해진 사령안을 통해서 보이는 작은아버지와 일수 씨의 생명력의 색의 변화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생명력의 색은 변화를 멈추었다. 변화가 멈춘 것은 거의 동시였다. 분노로 인해서 불게 물들어 있지만 결코 타오르지 않은 작은아버지의 생명력과 역시 붉게 물들어있지만 지옥의 겁화처럼 타오르는 일수 씨의 생명력, 이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드디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 '한'은 '응징'에 들어간다. 이후의 책임은 모두 내가 지겠다." "총수님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가디언 대신 한이란 단어를 사용하시는 작은아버지, 그리고 그런 작은아버지를 총지부장이라 부르지 않고 총수라고 부르는 일수 씨. '응징'에 들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것 하나는 알 수 있었다. 우리 한은 지금부터 가디언이란 단체와 별개의 단체, 한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말이다. 쾅! "총지부장님!" "총수" "예?" "총수라고 불러라." 그때 갑자기 총지부장,아니 총수실의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온 이가 있었다. 바로 작은아버지의 비서였다. 그는 작은아버지의 말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총수실의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온 이유를 다급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전국 36군데에서 몬스터의 출몰이 신고되었습니다! 신고 내용에 따르면, 출몰한 몬스터들의 등급은 B에서 A급까지이며, 규모 역시 5급에서 2급까지입니다!" 뿌드득! 작은아버지를 비롯하여 일수 씨의 입에서는 거의 동시에 이빨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도 공교로운 타이밍.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루시퍼 프로젝트에 대해서 알고 이쓴ㄴ 나를 비롯해서 작은아버지와 일수 씨는 누군가에 의해서 계획적으로 일어난 일임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제길! 총동원령을 발령해! 장로님들께도 도움을 요청하고!" "예!" 비서는 작은아버지의 말에도 총수실을 뛰쳐나갔다." "일수야." "알고 있습니다. 저희 탁수도 나서죠.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전국에 퍼져 있는 저희 탁수와 한의 요원들이 모두 나선다 하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몬스터들 규모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도 지원하죠." "아니. 너는 당장 그에게로 가라. 분명 그들은 그와 그들의 시체를 빼돌리려 할 거야." 나의 말에 작은아버지는 그에게 가라고 하셨다. 우리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 오우거로서 격퇴된 김성재 씨의 시신이 이동된 가디언 한국지부 소속 연구부로 마이다. 확실히 작은 아버지의 말씀이 맞았다. 공교롭게도 거의 동시에 전국 36군데에서 나타난 몬스터들. 분명 그 혼란을 이용하여 인간에서 몬스터로 변환된 자들의 시신으 빼돌리거나 폐기하려 할것이다. 연구부를 습격해서라도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나서지 않는다면 전국 36군데에 출몰한 몬스터들을 최소한의 피해로 처리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었다. 전국에 한 소속의 요원들이 퍼져 있다고는 하지만, 그 수는 한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대신 제 수하들을....." "아니, 데리고 가라. 최선을 다해서 그의 시신을 지켜라. 그리고 확실하게 응징해라. 네가 어떤 짓을 하건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 그들을 괴멸시켜라. 응징해라. 살아서는 최대의 고통을, 죽어서는 최대의 모욕을 안겨주어라!" "예!" 작은아버지의 단호한 외침에 나는 두말없이 대답했다. 그렇지만 동시에 이번 몬스터의 대규모 출몰로 인해서 생긴 수많은 희생자들과 피해가 맘에 걸렸다. "후훗. 드디어 내가 나설 때가 됐네요. 아빠." 슈욱! "금영아!" 나의 그림자로부터 갑자기 솟아난 이가 있었으니, 그 존재는 바로 금영이였다. 금영이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아닌 나에게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와 성인의 모습이었다. 옷조차 말이다. 금영이에 이어서 금영이의 친위대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림자의 현자인 섀도 세이지 제리라와 셰인에게 검을 겨누웠던 전신이 그림자처럼 칠흑 같은 붕대로 깜산 그림자의 죽음이라고 불리는 섀도 데스 미라, 그리고 전싱늘 미라의 붕대와 비슷한 칠흑의 검은 갑옷으로 감싼 그림자의 주인이라 불리는 마스터 섀도 크로우와, 이 들 중 가장 존재감이 없어 약하지만 그들의 근본에 가장 다가선 섀도 영, 이 4명이 그림자의 군주인 섀도 로드 금영이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다녀오세요. 그리고 응징하세요. 해선 안 될 것을 한 자들을. 뒤는 모두 저와 그람자의 백성들에게 맡기시길...." 금영이는 지금까지와는 너무도 다른 성숙하고 진중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나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고, 금영이의 뒤에 서 있던 친위대 역시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렇게. 나는 잠시 금영이가 어떤 존재인지 잊고 있었다. 나에게 이름을 받은 이, 호금영. 금영이는 모든 그림자들의 군주인 섀도 로드라는 사실을 말이다. 데스마스터인 나로 인해 탄생했고, 나를 도와주기 위한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그럼 부탁한다." "맡겨주세요." 나에게 활짝 웃어 보인 금영이는 곧 친위대와 함께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내가 향하는 곳은 바로 가디언 한국지부의 총지부였지만, 지금은 한의 총지부가된 이 건물의 옥상이다. 옥상에 도착하고 난 천천히 아공간을 열었다. 크르르르. 쿵! 쿵! 쿵! 아공간에서 걸어 나온 존재. 그것은 바로 프로스트 웜. 나에게 속한 언데드들 중 가장 뛰어난 이동력을 지닌 녀석이었다. 가디언 한국 소속 연구부는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기에 프로스트 웜을 타고 가는 방법밖에 없었다. 거기에 안내자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제리아를 돕기 위해서 붙여준 아쳐 본마스터에서 데스 챔피언 킬은 그 연구부에 가본 적이 있었다. "그럼 안내를 부탁한다. 킬" [예. 마스터.] 크아아아! 크아아아! 나와 킬이 탄 프로스트 웜이 날아오른 뒤, 다른 데스 챔피언들을 태운 프로스트 웜들이 이어서 날아올랐다. 프로스트 웜의 고함은 도시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우리는 어둠을 가르며 나아갔다. 그의 시신이 있는 곳을 향해서, 인간이 해서는 안 될 짓에 희생된 그가 있는 곳을 향해서 "경솔했군여. 설마 그런 자가 있을 줄이야." "죄송합니다. 모두 저의 불찰입니다." 델 곤멜은 보기 드물게 매우 불쾌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실험을 서둘렀던 것이 실수다. 설마 자신이 몬스터화되가는 도중에 이성을 잃지 않고 기록을 남기는 이가 있을 줄이야.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실험체 11호에 의해서 관찰자가 죽은 이후, 먼저 손을 쓰기 전에 가디언이 출동했다. 그로 인해 그저 멀리서 방관할 수 밖에 없었던 델 곤멜이었다. 델 곤멜은 자신이 신임하는 능력자를 심어두어 그곳을 관찰하게 했다. 그리고 자신의 수하의 보고를 듣고 화를 내며, 잠시지만 이성을 잃고 날뛰었다. 그 만큼 이번 일은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은폐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델 곤멜은 많은 돈을 들어 만들어낸 몬스터들을 오늘과 같이 전국에 푼 것이었다. "손해가 막심합니다. 그런데도 그것들을 폐기하지 못한다면 그 대가는 톡톡히 치려야 할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특별히 개조시킨 녀석들을 보냈습니다. 만약을 위한 준비도 확실하게 해놓았고요." "좋아요. 믿겠습니다. 그래도 모르니 직접 가십시오." 델 곤멜에 말에 그는 고개를 숙은 채 천천히 뒷걸음질 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것을 본 델 곤멜은 한숨을 내쉬었다. "곤란해요. 곤란해. 아직 때가 되지 않았어요. 아직 시간이 필요한데 벌써 들키다니요. 그래도... 막을 순 없을 겁니다. 후후후." 뭐가 곤란하고, 도대체 뭘 막을 수 없단 말인가. 델 곤멜은 그렇게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어둠을 가르고 킬의 안내를 받아 우리가 향한 가디언 한국지부 소속의 연구부 연구실. 그곳은 한적한 산속이었다. 밤에 이동했기에 위치는 알 수 없었지만 산속이란 것만은 확실했다. 도보로는 이동할 수 없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마스터!] "알아. 보고 있어." 그때 갑자기 우리가 타고 가는 프로스트 웜의 이동 경로의 일직선 상에 나타난 무리 그것은 바로 몬스터, 그것도 비행형 몬스터였다. 절대로 함께 있을 수 없는 와이번과 그리폰, 거기에 하피를 비롯하여 록 버드와 드래곤 플라이 등 수많은 비행형 몬스터들이 우리를 향해서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몬스터들이 날아오는 곳에서는 어둠속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제길! 이미 습격 받은 건가. "킬! 보를! 비행형 몬스터들은 너희가 맡는다. 너희들의 데스 서번트까지 모두 동원해! 프로스트 웜의 지휘도 내가 타고 있는 이 한 마리를 제외하고 모두 킬, 너에게 맡기겠다!" [마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크아아아아! 우우우웅! 우우우웅! 나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공중에 생겨나는 수많은 구멍들. 그 구멍들로부터 데스 서번트들이 팬텀 스터드를 타고 나와 자신들의 무기를 빼들었다. [허허허. 마스터, 제가 길을 뚫겠습니다.] 크아아아아! 콰아아아아! 데스 서번트가 나타남과 동시에 보를을 태운 프로스트 웜이 앞으로 나섰고, 보를을 태운 프로스트 웜을 비롯한 모든 프로스트 웜들은 자신들의 앞을 막아선 몬스터들을 향해서 프로즌 브레스를 내뿜었다, 그리고 그 순간, 데스 위저드 보를과 보를의 데스 서번트들이 일제히 같은 마법을 시전하였다. [아이스 애로우!] 그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아이스 애로우들이 하늘을 가득 매웠다. [가라!] 슈슈슝! 수많은 아이스 애로우들은 비행형 몬스터들을 향해서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아이스 애로우는 낮은 서클의 마법이긴 했지만 공중형 몬스터들을 상대하기에는 좋았다. 아이스 애로우들은 비행형 몬스터들의 날개를 노리고 쏘아졌다. 그리고 곧바로 날개에 적중된 아이스 애로우들은 그대로 날개를 얼어붙게 만들었고, 그 결과 날개를 자유롭게 다루지 못하게 된 비행형 몬스터들은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상당히 높이 날아오른 상태였기에 그대로 떨어진 몬스터들이 다시 날아오를 수는 없을 것이다. [프로즌 오브!] 우우웅! 파아아아아! 보를이 시전한 프로즌 오브, 거의 성인 남자의 크기만 한 얼음 덩어리는 비행형 몬스터들의 안쪽에서 터져나가며 주변의 몬스터들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이어 계속 시전된 아이스 애로우에 의해서 길이 터졌다. 좋았어! [전속력 비행! 동시에 하강한다!] "아앗!" 보를과 보를의 데스 서번트에 의해서 공중에 길이 터지자, 전속력 비행을 하며 동시에 하강을 명하는 킬이었다. 아무 대비도 하지 않고 있던 나는 갑작스럽게 빠른 움직임에 잠시 몸을 가누지 못했지만, 이내 날ㄹ 잡아주는 킬 덕분에 몸을 가눌 수 있었다. 퍽! 크아아아아! 하강을 하던 프로스트 웜의 위에서 나를 안고 뛰는 킬! 잠시 놀라긴 했지만 킬의 도움으로 나는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연구부의 연구소는 이 아래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럼 저와 보를은 남아서 비행형 몬스터들을 상대하겠습니다.] 팍! 지금까지 한 말 중 가장 길게 말을 한 후, 킬은 선회해서 하강해오는 프로스트 웜의 몸에 다시 올라타고는 곧바로 아직 남아 이쓴 비행형 몬스터들에게로 향했다. [마스터, 가시죠.] "그래. 우라노스!" [아잣!] 쾅! 키이이이! 우라노스가 거대한 해머를 바닥에 내려치자 크게 금이 가며 우리는 떨어져 내렸다. 연구소로 진입한 우리의 발밑에는 고블린들이 깔려 있었다. 연구소에 고블린이라. 크아아아아! 취익! 취읶 연구소에서 우리를 맞아준 것은 고블린뿐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넓지도 않은 복도에 오우거를 비롯한 다수의 오크들이 우리를 맞아준 것이다. 취익! 철컥! 두두두두! "이런! 프로텍트 프롬 노멀 미사일!!" 우리를 맞아준 오크들은 우리를 발견하자마자 바로 총을, 그 종류는 모르겠지만 자동 소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제길! 오크들에게 현대식 병기인 총을 지급하다니! 오크들은 총알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쏘아댔지만, 프로텍트 프롬 노말 미사일로 인해서 총알들은 모두 우리들을 피해갔다. "취익! 그걸 던져라!" 한 오크의 말에 품에서 뭔가 꺼내는 오크들! 제길! 이번에는 수류탄이냐! 오크들은 안전핀을 뽑아 일제히 우리를 향해서 던졌다. "되돌려주마! 거스트 오브 윈드!!" 시전된 거스트 오브 윈드는 그대로 우르를 향해서 던져진 수류탄을 싣고 오크들을 향해서 되돌아갔다. 콰콰쾅! 취이이익! 꿰이이익! 간단하게 오크들을 처리해버린 뒤, 나는 뒤를 돌아 모두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셰인을 제외한 모두는 그의 시신과 그들의 시체를 흩어져서 찾는다. 그리고 연구소에 생존자가 있다면 앞서 말한 두 가지보다 수전적으로 확보하도록 한다! 가라!" [마스터 명을 받듭니다!] 말을 마친 후 그들은 모두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후~ 우. 그럼 가볼까. "가자, 셰인." [예.마스터.] 콰콰쾅! "왔군." 어디선가 일어난 폭발음이 들려온 순간, 그는 알 수 있었다. 그가, 자신의 모든 것을 한 번 앗아간 이가 왔다는 것을. 예전보다 더욱 강해졌다. 그것은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강해진 것은 그만이 아니지." 맞다. 강해진 것은 그, 상민만이 아니다. 자신 역시 그때의 자신에 비해서 다른 의미로 더욱더 강해졌다. 그리고 자신은 달라졌다. 더 이상 그때의 한심한 내가 아닌 것이다. "그래도 아직 때가 아니야." 그래. 아직 때가 아니다. 그에게, 상민에게 복수를 할 때는 지금이 아니었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멈추었다. "그래도 만나보는 것은 괜찮겠지. 크크크." 그는 다시 천천히 앞으로 나가았다. 단지 그 방향이 애초의 목적으로 한 곳과 반대 방향이란 것이 아까와 달랐다. 그는 천천히 나아가 무대를 찾기 시작했다. 상민과 오랜만의 재회를 위한 무대를..... 지이이잉! "어서 오십시오." 자동으로 열린 문, 그 안에서는 처음 보는 이가 우리를 정중하게 맞아주었다. 오면서 본 그야말로 끔찍한 광경과 다르게, 이 방만은 평화. 그 자체였다. 우리가 이 방으로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마치 이 방으로 오길 바라면서 내뿜어지는 투기! 그것에 이끌려오게 된 것이다. 처음에 투기를 느꼈을 때는 잠시 망설였다. 이대로 우리를 유인해서 그의 시신과 그들의 시체를 챙기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말이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의 시신과 그들의 시체를 확보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와 셰인은 이곳으로 향했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도 없고, 당장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를 초대하듯이 투기를 내뿜는 존재가 누군지 말이다. "자, 일단 앉으시죠. 어떤 차로 드시겠습니가? 원래, 제 사무실이 아니라 무엇이 있는지 저도 모르지만 대접해드리죠." "....." "흠.. 녹차하고 커피, 홍차는 얼그레이뿐이군요.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태연하게 차를 대접하겠다고 말하는 그로부터 나는 알지 못할 친근함을 느꼈다. 그의 미소에서, 그의 행동에서, 그의 말투에서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익숙하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저자를 경계했다! "이게 당신의 능력인가?" "후후후. 역시 대단하시군요. 그렇습니다. 제가 가진 능력 중 하나죠. 일종의 정신 공격인 거죠. 후후후." 척. "이런, 나서시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슝! "읍읍!" 셰인이 검자루에 손을 얹고 한 발 나아가자마자 그는 공중에 손을 뻗었고, 그와 동시에 그의 손에는 손과 발이 꽁꽁 묶인 채 입조차 막혀 코로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 이가 나타났다. 그는 간절한 눈빛으로 애원하고 있었다. 자신을 살려달라고, 제발 도와달라고. 제길! 인질인가. "물라나, 셰인." "그래요. 물러나세요. 개는 주인 말을 잘 들어야 하는 법이죠. 킥!" [...그 말을 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셰인은 그렇게 말한 후 나의 뒤로 물러나 섰다. 이 모욕, 나도 잊지 않겠어. "자, 앉으시죠. 차는 그냥 녹차로 드리죠." "....." "앉! 으! 세! 요!" "으으읍!" 제길! 나는 인질의 목을 잡고 한 자 한 자 끊어서 말하는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이 준비한 차를 내 앞에 내려놓고 조금씩 따라 마시기 시작했다. 인질을 한 손에 붙잡고 말이다. "이거 조금 불편하기는 합니다만, 의지만으로 저를 속박할 수 있는 당신이기에 이게 최선이라 이러고 있는 겁니다. 정말 불편하네요." "나를 부른 이유가 뭐지?" "음... 이유라, 당신과 오랜만에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말입니다. 그리고 만난 김에 초대도 할까 해서요." 오랜만에? 그렇다면 이자와 내가 예전에 만난 적이 있단 말인가. 나는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만난 이들 중에 이와 같은 이는 분명 없었다. 적이든 아군이든 밀이다. "그렇게 제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시다니, 조금 부끄럽군요. 그리고 아무리 제 얼굴을 살펴봐야 소용없습니다. 그때 제 얼굴이 이 얼굴이 아니었으니까요. 아마 이 얼굴이라면 기억이 나실 겁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하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편해보이지만, 다르게 보면 간사해 보이는 그의 얼굴에 예전에 한번 본 적 있는 얼굴로 변했다. 인간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외모, 애초부터 인간이 아니기에 가질 수 있는 외모. 한때 적으로 만나 이미 소멸됐다고 생각했던 이의 얼굴로 말이다! "넌 도플!!!" "빙고! 정답입니다!" "어째서 네가 살아 있는 거지! 분명! 분명 소멸했었을 텐데!" "아니요. 어디까지나 소멸할 뻔 했을 뿐입니다. 겨우겨우 살아남았죠. 댜산 마족이 아닌, 조금 특별한 도플갱어가 되는 대가를 치러야 했지만 말입니다. 그는 예전의 얼굴로 미소 지었다. 그 미소에는 나를 향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마족 도플, 이렇게 살아 있다니. 지금 내 앞에 있는 이가 도플이라는 사실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난 냉정을 되찾았다. 예전에 나였다 하더라도 조금 힘들기는 하겠지만 이길 수 있는 상대. 그리고 지금이라면 언제든지 이길 수 있었다.그렇다고 방심할 것은 아니었다.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제가 본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아시지않습니까, 제 능력을 말입니다." 맞다. 도플은 예전에 자신을 여러 명으로 나눠서 나를 비롯한 여러 명을 상대했다. 그렇다면 이곳에 있는 것은 분신인가. "오늘은 양보하겠습니다. 사실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온 이유는 그들의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서였지만 말입니다. 이제 사실 좀 질려가고 얻은 것은 다 얻었으니 말입니다." 질려가고? 얻을 것은 다 얻었다고? 난 도플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알 수 있었다. 이번 일과 루시퍼 프로젝트의 원흉이 바로 저 도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도플은 나에게 인질을 던졌고, 나는 인질과 함께 나뒹굴 수밖에 없었다. "셰인!" 내가 부르기 이전부터 셰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인질에게 깔린 상태에서 난 셰인과 도플을 지켜보았다. 거의 목에 다가선 셰인의 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를 잃지 않는 도플! 뭔가 이상하다! 삭! 순식간에 베어져버린 도플의 목.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어진 도플의 머리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볼 수 있었다. 순식간에 몇십 배나 부풀어 오른 도플의 몸을 말이다! 이, 이런! 콰콰콰쾅! 에르님이 같이 동업해주시면서 써주셨습니다~ 39장. 격변의 시작 우리나라와의 시차는 16시간, 매년 4~6천 명의 인구가 유입되고, 미국 내에서 가장빠른 인구 유입률을 보이는 도시. 연간 4천만 명이 찾는 국제적인 관광도시. 도박과 향락의 도시라고 불림에도 불구하고 살기 좋은 도시 1위에 선정됨과 동시에 밤늦게 스트립 거리를 다녀도 안전한도시. 라스베가스. "이렇게 두 번째로군." 예전에는 탈출을 하고 우연히 왔던 이곳. 이번에는 나의 자의로 이 도박과 관광의 도시에 와 있다. 그때 SWU의 시설에서 탈출했을 때 방문햇던 그 날과 마찬가지로 넘쳐나는 관광객들. 그 관광객의 한 무리에 나는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때, 나의 발밑 그림자로부터 느껴지는 인기척. 벌서 다녀온건가. "어떻게 됐지?" [아직까지 그대가 이 도시에 방문한 것을 아는 존재는 없다 설사 알았다해도 네 존재를 안 이는 이미 세상에 속한 존재가 아닐 것이다.] "섬뜩하군.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하지." 곧 나의 그림자로부터의 인기척은 사라졌다. 방금 전까지 내 그림자에 잠시 몸을 담았던 이는 바로 금영이의 친위대 중 한 명인 그림자의 죽음, 섀도 데스 미라 였다. 그는 자신의 군주인 금영이 외에는 나에게조차 존대를 하지 않고 반말을 한다. 다른 친위대 3명과 다르게 말이다. 뭐, 솔직히 그래도 상관없다. 그는 나의 수하가 아닌 금영이의 수하이니 말이다. "마스...." "셰인." "도련님." 나의 옆에 나와 거의 비슷한 키지만, 나와는 다르게 강인하다는 인상에 주위의 사람들을 앞도하는 분위기를 지닌 남자는, 내 말에 난처하다는 표정을 하다 이내 다시 딱딱한 무표정으로 되돌아갔다. 방금전에 말해서 알겠지만, 그는 셰인. 데스 챔피언 셰인. 내가 가장 신임하는 기사다. "도련님, 그동안 늘 하던대로 하면 안되겠습니까." "안 돼." 셰인은 나의 말에 매우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내가 가장 신임하는 기사, 셰인은 지금 나의 곁에 있다. 그것도 전신을 감싼 갑옷을 입고, 헬름에서 유일하게 뚫린 곳에서 붉은 눈빛을 내뿜는 모습이 아닌 평범한 사람의 모습으로 말이다. 이는 데스챔피언이 되면서 생긴 이점중 하나엿다. 데스 챔피언이 되기 이전 본마스터였을 때는 아무리 해도 전신을 감싼 새햐얀 뼈의 갑옷을 벗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데스 챔피언이 된 후로는 언제든 원하면 벗을 수 있었고, 의지에 따라서 다시 갑옷을 불러들여 입을 수도 있었다. 최근에 이 사실은 안 이후 나는 데스챔피언이 된 모두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고, 그들 중 셰인을 내 옆에 사람의 모습으로 남도록 했다. 셰인은 그것이 불편한 것 같았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나중에 집에 돌아갔을 때가 걱정이네" "단단히 각오 하시는 것이 좋을 것 입니다." 셰인의 말대로 단단히 각오 하는것이 좋겠지. 지금 내가 미국, 그것도 라스베가스에 와 잇는 이유는 작전 수행을 하기 위해서다. 그 작전은 루시퍼 프로젝트에 관련된 모든 자료와 연구 성과의 파괴, 그리고 응징이었다. 현재 대외적으로 나는 그날, 그러니까 전국에 대규모의 몬스터의 출몰로 인해 몬스터 격퇴 활동 중 일어난 대규모 폭팔에 휘말려 실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소의 도플로 인한 폭팔은 확실히 엄청났다. 바로 앞에서 일어난 폭팔이니 말이다. 솔직히 금영이가 때맞춰 와주지 않았다면 위험했을 것 이다. 폭팔로 인한 화염에 휘말리기 직전 나의 발밑에서 뻗어나온 그림자는 나와 셰인과 인질을 감쌌고, 치명상을 피하기 위해서서 눈까지 감고 몸을 움츠리고 있던 내가 눈을 떳을 때 본 것은 하늘 높이 치솟는 화염이였다. 처음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지만, 옆에 쓰러져잇는 금영이를 보고 금영이가 나를 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얼마 안 가 도착한 금영이의 친위대의 말에 의하면, 나의 위험을 느낀 금영이가 몬스터들을 상대하던 도중 그림자를 통해 무리한 이동을 시도했고, 덕분에 나는 무사할 수 있었지만, 무리한 연속 이동의 시도때문에 금영이가 기절한 것이라고 했다. 폭팔이 있은 직후 나는 바로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일단 도플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 할 것도 있었고, 무사히 회수한 시신과 김성재씨를 관찰한 두 외국인의 시체를 통해서 알아볼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마족 도플은 과연 어떻게 살아난 것일까. 그것도 마족에게 치명적인 신성결계에서. 잠시지만 대화를 나눈 도플의 말에 의하면. 그는 스스로를 더이상 마족이 아니라고 했다. 단지 특별한 도플갱어라고 했다. 그 말을 통해 난 그가 마족으로서의 자신을 포기하고 몬스터로서 사는 것을 택한 것이라 생각했다. 솔직히 그 방법 외에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었다. 마족과 몬스터, 둘다 신성결계에 영향을 받지마느 몬스터는 신성결계 안에서 살아 남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일단 그렇게 결론을 내린 후 나는 다른 일을 진행했다. 마침 인기척도 드문 장소였기에 그 일을 하기에는 안성 맞춤이였다. 재가 그 자리에서 행한 일은 바로 초혼술이다. 몬스터화된 김성재씨에게 죽은 두 사람의 영혼을 말이다. 이는 그 들이 죽은지 3일이 안됬기에 가능한일. 초혼술로 불러나온 그들의 영혼! 나는 그들에게 가할 수 있는 모든 고통을 선사했고, 그들의 영혼으로부터 얻어 낼 수 잇는 정보를 모두 얻어냈다. 그렇지만 그들의 영혼을 망령화시키지는 않았다. 나의 초혼술로 불러나온 그들은 영혼으로부터 도플이 어째서 마지막에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는지, 또 그곳이 어딘지 알 수 있게 되었다. 한때 내가 납치되어 탈출한 곳, 지금 내가 있는 라스베가스로부터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SWU의 시설, 내가 완전히 파괴 해 버린 그 시설이 바로 도플이 말한 그곳이였다. 나에 의해서 완전하게 파괴된 그 시설을 SWU의 녀셕들은 전혀 다른 목적으로 복구시켰다. 전의 용도가 능력자들의 납치하여 평가한 이후 SWU에 소속시키기 위한 시설이라면, 바뀐 용도는 바로 연구소다. 그것도 민간인들에게 공개된. SWU는 대외적으로 가장 많이 공개되어 있는 곳이다. 가디언의 기술력과 요원들의 훈련등으로 공개하고 있는데, 관광 코스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렇게 공개되어 있는 연구소는 사실 대외적으로 공개되어 있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바로 그 가치는 한 가지 프로젝터로부터 나온다. 바로 루시퍼 프로젝트. 인간이 해선 안 될 프로젝트가 바로 대외적으로 공개되고 있는 연구소를 중점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난 한가지 수를 생각해냇다. 바로 실종. 이 정도의 폭팔이면 아무리 나라 할지라도 무사하지 못한다. 거기에 도플은 아마도 금영이의 존재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 그 후, 나는 마법을 통해서 모습을 바꾸고 여관에서 지내면서 상황을 지켜 보았다. 그 결과, 언론 매체에서는 언급되지 않앗지만 나는 가디언의 다섯 기관 사이에서는 폭팔 이후 실종된 것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 사실을 몇번이나 확인 한 뒤에 난 조심스럽게 작은아버지와 접촉을 시도했다. 오직 나만이 할 수 잇는 방법인 망령을 이용해서 망령을 통해서 주무시고 있는 작은 아버지와 대화를 나우었다. 처음 작은아버지와 대화했을 때는 매우 혼났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장장 2주 가까이 소식을 끊었고, 그로인해 모든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쳤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다시 가족들을 만났을 때가 걱정이었다. 얼마나 혼날지, 또 얼마나 어머니의 감시를 받아야 할지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아." "왜 그러십니까, 마스터" "아무것도 아니야." 셰인에게 손을 내저으며 말한 뒤 나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이번 임무는 극비다. 나로 인해서 계획한 작전이었고, 참가자 역시 나 이외에 몇 명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작은아버지는 일단 어떻게든 자력으로 지금 내가 있는 이곳, 라스베가스로 가라고 하셨다. 덕분에 나는 이 곳에 오기까지 엄청난 고생을 해야했다. 보통 이런 일은 잭에게 맡겼기에 내가 무지한 탓도 있었지만 말이다. 결국 나는 아주 무식한 방법을 써서 도착 할 수 있었다. 바로 프로스트 윔을 이용하여 라스베가스행 비행기에 올라탄 것이다. 물론 그냥이 아니라 인저빌리티와 경량화 마법을 걸고서 말이다. 각지 보조 마법덕분에 불편한 점은 없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식한 방법이였다. 여튼 이런 방법으로 공항에 도착하기 직전 다시 날아 올라 평상복으로 갈아 입은 뒤, 간단한 최면술을 이용해서 관광객들 사이에 끼어든 후 지금 나는 이렇게 라스베가스에 와 있었다. 우우웅! 쿠쿵! 콰직~! "꺄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아! "오우거로군." "오크도 있습니다. 울프라이더군요." 갑자기 공중에서 몬스터 들이 나타나 그대로 도로에 있는 버스를 비롯한 차들의 천장을 일그러트렸다. 이런 몬스터들의 등장에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햇는데.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나와 셰인은 아무렇지 앟게 서 있었다. 우리는 이미 몬스터들의 등장이 인위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엇기 때문이다. 두두두두두~! 팍!팍!팍! "오오오!" "Guardian~!!" "Hero~!" "역시나 등장하는군." 마치 몬스터의 출몰을 기다렸다는 듯이 헬기를 타고 등장하는 이들. 라스베가스의 사람들에게 가디언, 히어로라고 불린 이들은 바로 가디언 미국지부의 요원들이었다. 그들의 등장에 사람들든 환호했고, 도망치는 것조차 멈추고 그들을 지켜보았다. 파지지지지직! 화르르르! 가디언 미국 지부의 요원들은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마치 선전하듯이 한번 크게 발휘한 뒤에, 사람들이 더욱 크게 환호하고 나서야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들어 하나 둘 처리하기 시작했다. 화려하게, 마치 '쇼'처럼 말이다. "한심하군." 말그대로 한심했다. 저들은 기술이 확실히 화려했고, 강력해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위력은 약하기 그지 없엇다. 물론 오크정도의 몬스터들을 상대하기에는 약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가디언 미국 지부의 요원들의 힘은 마법과 다른 초능력이지만, 딱 보고도 알 수 있었다. 힘의 낭비가 크고, 효율이 낮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요기나 환호를 얻기에는 더 없이 좋았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 사람들이 그들에게 시선이 쏠려 잇는 동안 나의 눈에는 다른 광경이 들어왔다. 몬스터들의 출몰에 제일 먼저 차에 깔린 사람들과, 전투가 벌어지고 잇는 도로 가까이에 미쳐 차에서 나오지 못해 도망치치 못한 이들의 모습을 말이다. 한심해 "킬, 프로스트." [예, 마스터] "들키지 않게. 사람들을 대피시키도록 해." [마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나는 프로스트와 킬 이라면 은밀하게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을 것이 라고 생각하고 둘을 보냈다. 가디언 미국지부의 SWU는 루시퍼 프로젝트에 대해서 알고 있는것 같았다. 이렇게 구리퍼 프로젝트를 확실하게 이용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나는 이렇게 실속은 없지만 화려하게 몬스터를 처리하는 가디언 미국지부 요원들을 한동안 지켜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킬과 프로스트가 돌아왔다. [사람들을 모두 구해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스터가 관심을 가지실만한 일을 하려는 이가 있어 잡아 놓았습니다.] "내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일?" 콰쾅~! 꿰에에엑~! "와아아아아" "Guardian~!!!Guardian~!!!" "Guardian~!!!Guardian~!!!" 팍!팍!팍! 프로스트가 말을 하던 도중 폭팔이 일어났고, 그 마지막 폭팔로 울프라이더가 불에 타 쓰러지자마자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환호하며 일제히 가디언을 외쳤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 잇던 요원들은 일제히 뛰어올라 공중을 선회하던 헬기에 올라타 사라졌다. "나중에 방을 잡고나서 방에서 마더 들을게" [예, 마스터] 사람들은 가디언 미국지부 요원들이 사라졋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계속 환호하며 가디언을 외쳤고, 나와 셰인은 그런 사람들을 헤치며 걸어나갔다. 난 걸어가면서 가디언 미국지부 요원들을 태우고 날아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 * * * * "왔군요." 마족, 아니 마족이였던 도플은 감았던 눈을 뜨며 말했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순순히 자신의 초대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지만 지신의 선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빠른 시간에 멀쩡한 모습으로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다니 조금 놀라기는 했다. "그만큼 더욱 강해졌다는 것이겠지요." 도플은 더욱 싸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예전보다 더욱 강해진 상민을 생각하면서 말했다. 물론 자신 또한 약해진 것은 아니다. 더 이상 마족이 아닌 이전의 도플갱어로 돌아갔지만, 다른 의미에서 마족이었던 때보다 강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이 세계의 기술을, 마법을, 무술을! 모든 배웠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기다려지는군요." 우우우웅! 우우우웅! 그때, 도플이 입고 있던 옷의 안 주머니에 있던 휴대 전화가 진동했다. 그에 잠시 주머니를 바라본 도플은 천천히 손을 옮겨가 휴대전화를 꺼냈다. "무슨 일이죠?" 놀랍게도 전화를 받은 도플의 목소리는 아까와는 전혀 달랐다. 그 목소리는 바로 델 곤멜의 목소리 였다! 목소리 뿐만아니라 얼굴도, 체격도 모두 델 곤의 것으로 변했다. [지부장님, 말씀하신 조치는 모두 해 놓았습니다.] "그렇군요. 수고햇어요. 항항 만일의 사태에 준비해 두세요. 준비는 아무리 해도 모자라니까요. 또 따로 보고할 건 없나요?"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니 나중에 따로 보고하겠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계속 수고하세요." 이 말을 마지막으로 도플, 아니 델 곤 멜로 변한 도플은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때, 도플의 모습이 또 달라지며 기괴한 일이 벌어졌다. 몸의 어깨 부분이 마치 슬라임처럼 액체화 되더니, 무엇인가 발버둥 친 것이다. 그 모습은 정확하지 않았지만, 분명 사람이었다. "후후후. 이런,이런 곤란합니다. 저항하지 마세요. 곧 당신은 '나'와 '우리'와 하나가 될 테니까요." 끄어어어! 기괴하기 그지없는 사람의 얼굴 모습을 한 그것은 한참 동안 발버둥 쳤지만, 이내 형체를 잃고 도플의 어깨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과연 그 사람의 얼굴을 모습 한 그것은 무엇이였을까? 그리고 '나'와 '우리'와 하나가 된 다는 도플의 말은 또 무슨 뜻일까? 도플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창 앞에 서서 밖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져가는 해를, 그리고 점차 밝아지는 거리를........... * * * * * "읍읍!" 지금 내 눈앞에는 입에 재갈을 물리고 손과 발이 묶인 사람이 있고, 나의 손에는 어떤 것이 들어 있는 작은 페트병이 들려 있었다. "비너스라." 비너스. 정식 이름은 비너스의 축복. 내 손에 들린 병의 이름이다. 비너스의 축복이라 불리는 이 약물은 솔직히 현대 의학 이상의 약품이다. 평범한 사람이 복용 시에는 각가지 효과를 발휘하는데, 일단 기분은 항상 고조되고 약간 흥분 상태가 된다. 거기에 식욕 증진과 피로 회복등 여러가지 효과를 가진다. 그야말로 축복이라 할 수 잇는 약물이였다. 게다가 마약과 같이 중독성도 후유증도 없고 말이다. 다만 이 비너스의 축복이란 약물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타락'이 그것이다. 타락이란, 이 비너스의 축복을 복용한 자들에게 일어나는, 아니 일어나게 하여 인간을 몬스터로 변화 시키는 것이다. 이는 바로 몬스터로 변한 김성재씨에게 죽은 두 외국인의 영혼으로부터 얻어낸 정보였다. 그리고 김성재씨가 남긴 피와 비너스의 축복도 현재 작은아버지께 맡겨놓아 한창 분석중이다. 타락을 어떻게, 어떤 약품으로 시키는지는 알 수 없었다. 초혼술로 불러낸 그들은 말단이나 마찬가지였기에 그만한 정보를 얻은것도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 "이 것을 부상자들에게 복용시키려 했단말이지." "읍읍!" 나의 손에 들린 비너스의 축복은 바로 내 앞에 재갈을 물린 채 손과 발이 묶여 거동이 불편해진 이 남자가 가지고 있던 것이였다. 이 남자는, 나의 명령에 부상자를 구하던 도중 프로스트와 킬이 발견하고 사로 잡은자이다. "일단 대화를 시작해볼까. 리드 랭귀지." 일단 대화를 시도 해보기로한 나는, 나에게 리드 랭귀지를 시전하였다. 그리고 남자에게 다가가 입에 물려잇는 재갈을 풀었다. "다,당ㅅ힌은 누구요! 무, 무슨생각으로 나를 납치한거요!" "흐음." 연기인건가. 연기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그 남자의 말에 나는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햇지만, 일단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그에게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을 지으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일단 제가 누구냐........ 흠. 그건 나중에 알려드리지요. 그리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댑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남자는 나의 성실한 대답에 조금 당황스러워 하더니, 자신이 납치된 원인이라고 대답한, 나의 손에 들린 비너스의 축복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겨, 겨우 그것 때문에 내가 납치되었단 말을 믿으란 말이오?" "겨우?" 겨우라니. 이 비너스의 축복이 겨우라는 말로 표현이 가능한 물건이었나. "이 비너스의 축복이란 것이 그 정도로밖에는 표현을 못하다니 농담이 지나치시군요." "당신이야 말로 농담하지 마시오! 그리고 비너스의 축복은 뭐요! 그 약의 이름은 자비(Mercy)요!" "자비?" 남자는 왠지 자신을 얻었는지 되레 나에게 큰 소리를 치며 말했다. 자비라니. 도대체 무슨 소리야. 이후 남자가 한 말은 나를 매우 당황스럽게 했다. 자비(Mercy). 이 약은 공식적으로 판매되고 잇는 것도 아니지만, 현재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약이라고 한다. 남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 것을 마시면 기분은 항상 고조될 뿐만 아니라 피로 회복에도 좋고, 회복력을 높여주는 기적의 약으로서 암중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나는 너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비너스의 축복이 이 곳에서 자비라로 불리는 것이 유통되고 있다니. 이 말은 곧 이 도시에 자비를 복용한 사람들이 언제든 타락할 수 있는, 몬스터가 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이건 생각이상으로 심각한 상황이였다. 이후 나는 보들을 시켜 남자로부터 기억을 뽑아내도록 했다. 데스 위저드가 된 보들은 이제 부담없이 다른이에게서 지식을 뽑아내고 기억을 지울 수 있었기에 그를 시킨 것이다. 나는 남자로부터 정보를 얻어내고 기억을 지운 후, 킬에게 남자를 사람들 눈에 띄는 안전한 곳에 두고 오라고 한 뒤에 보들의 보고를 들었다. [비너스의 축복. 이 곳에서 자비라고 불리는 이 약품은 아직 양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라스베가스에서 살 거나 일주일 이상 머문 자라면 모르는 이가 없다고 합니다. 그 외에 그는 기억 못하고 있습니다만, 그로부터 얻어낸 정보에 의하면, 얼마 안가서 공식적으로 유통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가격은 작은 유리병에 든 것, 예전에 마스터께서 처음 발견하신 것 정도의 유리병에 가득 든 자비의 가격은 20달러. 마스터가 지금 들고계신 페트병을 가득 채울 경우 자비의 가격은 약 100달러라고 생각됩니다.] 750ML 짜리 페트병. 이 페트병을 가득 채울 자비의 양이 겨우 100달러라니. 이 자비의 효능을 따지자면 너무도 싼 가격이였다. 그 외에도 이 라스베가스 어디에나 존재하는 도박장에 가서 딜러나, 혹은 바텐더에게 구해 달라고하면 구할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그뿐만 아니었다. 보들을 말대로, 만약 공식적으로 판매 되기 시작한다면 자비, 비너스의 축복은 순식간에 세계 전 역으로 퍼져나갈 수도 있었다. 그야말로 이 세상은 언제든지 몬스터화 될 수 잇는 사람들이 넘쳐나게 되는 것이다. "보를, 남자의 기억중에 출저에 대한 소문은 없었어?" [있습니다. 가디언 미국 지부의 SWU에 의해 제작, 유통되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이 소문을 그는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그곳이 아니라면 만들어 낼 만한 곳도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확신은 다른 사람들, 자비를 복용 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그리고 SWU에서 제작, 유통되고 있기에 자비에 대해서 전혀 의심하지 않고 복용하고 있는듯 합니다.] 확실히 가디언 미국지부 SWU는 몬스터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정의의 기관. 아까 몬스터가 출몰 한 이후, 가디언 미국지부 요원들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알겠지만 그야말로 가디언의 요원들은 사람들에게 영웅이다. 그런 영웅들의 집단인 가디언에서 인간을 몬스터로 변화시키는 약을 판매한다고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나 역시 김성재씨가 남긴 그 기록이 없다면 믿지 못할 정도엿으니 말이다. "미라, 거기에 힜나?" 스윽. 나의 부름에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한쪽 벽의 그림자로부터 빠져나오는 미라였다. 미라는 얼굴을 감싼 붕대의 틈에서 붉은빛을 내뿜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왜그러지?] "이 약의 출처에 대해서 확실하게 조사해줘." [조사하는 것은 문제없다. 하나, 그렇게 되면 너의 존재에 대해서 차단하는 데 문제가 생갈 염려가 있다. 상관없나?] "그건 어쩔수 없지. 부탁해" [알았다.] 미라는 나타낼 때처럼 그림자로 스며들며 사라졌다. 미라가 사라진 후 모드를 돌려보낸 뒤, 난 침대에 대자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가만히 있었다. 도대체 왜 비너스의 축복이란 것을 개발하고, 타락이란 것을 시키는 것일까? 과연 이 일의 배후에는 도플이 잇는 것일까? 몸은 가만히 쉬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복잡해졌다. "후~우." 결국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가만히 누워 생각만 하고 있자니 시간이 갈 수록 골치가 아파왔기 때문이다. 몸을 일으킨 나는 창문쪽으로 다가갔다. 밤 임에도 불구하고 낮 이상으로 밝은 거리. 그런 거리를 가득 매운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손에 들린 페트병들....... 내가 있는 호텔 방이 그리 높은곳에 있지 않았고, 동시에 눈에 마나를 집중하여 살폈기에 충분히 볼 수 있었다. 그 패트병들에 들어가있는, 자비 , 비너스의 축복을. 이미 라스베가스에는 자비가, 비너스의 축복이 아무렇지 않게 나돌고 있는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거리로 뛰쳐나가 자비를, 비너스의 축복을 모두 회수하여 폐기 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하는것은 그때 당장에 대한 대책은 될 수 있겠지만, 완전하고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아니, 한 가지 있기는 했다. 바로 기다리는것. 작은아버지가 말한 도움, 이번 임무를 함께하게 될 이들을 말이다. 그렇게 방관 할 수 밖에 없는 시간은 야속하게도 너무나 천천히 흘러갔다. * * * * * 상민이 호텔 방에서 창문을 통해 거리를 바라보고 잇는 사이, 라스베가스 공항에는 네 사람이 도착했다. 그런데 그들은 참으로 특이했다. 야구 점처와 붉은 야구 모자를 쓴 미국인, 비행기 내에서 스튜어디스들의 입방아에 오를 정도로 아름다운 이집트인, 거기에 키가 거의 2m는 되어 보이는 중국인. 그리고 그런 특이한 세 사람과 다르게 매우 평범하지만, 싱경쓰지 않는다면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약한 이. 정말 특이한 구성이였다. "라스베가스라. 정말 오랜만인걸. 그때는 상민이를 추격하기 위해서 왓는데 말이야." "그때 당시에는 SWU 소속이였죠, 제키 씨." "아아, 그랬지. 하지만 지금 나는 가디언 한국지부 소속이고 말이야. 그나저나 라오, 상민이가 어디 있는지 알고있어?" 전 SWU의 S급 요원이자 서열 20위 권 안에 들어가던 능력자 제키 마커스는 붉은 야구 모자를 고쳐쓰면서 자기 자신의 옆에서 잇는 언데드 파라오, 라오에게 물었다. "물론, 나와 상민은 형제. 그가 어디에 있든 알 수 있다." "할아버지님께서 말한 데스마스터란 자를 드디어 만나게 되는군요. 정말 기대되는데." 끄덕. 2M는 되어 보일 거인의 말에 존재감이 약한 남자, 아니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를 몸매를 가진 이는 자신도 그렇다는 뜻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자, 이제 가보자고. 상민이 녀석이 한참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제키의 말에 다른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전 SWU의 S급 요원이자 서열 20위 권의 능력자, 제키 마커스. 데스 마스터의 형제이자 불사의 황제인 언데드 파라오, 라오. 무림의 기둥중 오대세가의 상위권에 속한 황보세가의 황보패. 살문 전대 문주 1호의 수제자 영호. 이 4명으로 이루어진 지원군이 지금 상민에게 향하고 있었다. 상민에게 내려진 임무, 루시퍼 프로젝으틔 괴멸과 응징을 위하여....... * * * * * "왔군." 나는 호텔로 들어서는 아주 익숙하고 친근한 기운을 느끼며 방을 나섰다. 잠시 잠들어 일어난 사이, 난 느낄 수 있었다. 도박과 관광의 도시 라스베가스에 내가 아는 이가 도착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가 내가 있는 호텔로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점차 가까워지는 그 기운을 느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땡. 열리는 엘리베이터의 문 사이로 보이기 시작한 이의 모습. 그 모습은 나에게 아주 친근한 이였다. 꽤나 더운 라스베가스의 기온에도 굴하지 않고 답답한 검은 양복을 입은 불사의 황제이자 나의 형제인 언데드 파라오, 라오 였다. "오랜만이다, 형제여." "오랜만이야, 라오." 나는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라오를 꽉 껴안았고, 라오 역시 나를 안아주었다. "야야, 다 큰 남자들끼리 뭐 하는 짓이냐. 그리고 나는 안보이냐 이것아." "제키 형! 어서와." "오냐." 온 것은 라오뿐만이 아니였다. 라오만 있어도 든든하지만, 함께한다면 더욱 든든한 제키형도 함께 온 것이다. 제키 형은 언제나 쓰고 있는 야구모자를 고쳐쓰고는 웃어보였다. 작은아버지가 보내신 지원군은 이 둘 뿐만이 아니었다. 제키 형의 뒤에는 거의 2M는 되어 보이는 키에 그야말로 근육 덩어리, 그 외에 말이 생각나지 않는 남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확연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거인과 다르게, 평범하지만 신경쓰지 않는다면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의 존재감이 약한 동시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이도 서 있었다. "형, 이 사람들은?" "아, 이 녀석들! 호 고문님인 네 할아버님께서 데려가라고 해서 데려온 놈들이다. 호 고문님이 황보세가랑 일호, 이렇게 전하면 알거라고 하셨다." "황보세가와 일호? 아!!" 나는 제키 형의 말을 들은 후 두 사람을 살펴보았고, 거인의 손에 차인 팔찌와 중석적인 이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보고 알 수 있었다. 저들이 바로 황보군 어르신의 손자와 일호 어르신의 제자라는 것을 말이다. 먼저 인사하는것이 좋겟지, 도움을 주러 온 사람들이니까. "안녕하십....." "뭘 그리 어색하게 그러냐, 나이차도 별로 안날텐데. 안녕. 난 황보패라고 한다 이쪽은 영호고, 그나저나 정말 네가 그 데스마스터 맞냐?" 선수를 빼앗겨버린 나는 조금 당황스럽긴 햇지만 이내 웃어보이며 말했다. "그래. 조금 과분한 호칭의 주인공이 바로 나다. 나는 호상민. 잘부탁한다." "그래. 잘......." 턱! 말을 하면서 내미는 손을 내 대신 잡는 이가 있엇으니, 그는 바로 황보패보다 더욱 큰 거인, 갑옷 대신 어디서 구햇는지 모를 가죽 점퍼에 덩치에 안 맞게 순박한 얼굴을 한 사람 모습의 우라노스였다. "마스터를 상대로 힘 겨루기를 할 생각이라면 내가 대신 해주지." 꽈악~! "꽤 하는데." 어느새 힘 겨루기에 들어가는 두 사람이었다. 아까 손을 내미는 황보패를 보며 그가 나를 시험하기 위해서 내공을 끌어 올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 또한 마나를 끌어올리고 보조 마법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라노스가 나설 줄이야. 하하. 둘은 웃으며 마주보고 있있지만, 얼굴에는 핏줄이 서 있었다. 퍽! 퍽! "윽!" "윽!" 두 사람은 제키 형이 갑작스럽게 옆구리에 날린 주먹에 퍽 소리가 날 정도로 맞고나서야 물러났다. "에라이, 무식한 것들. 일단 들어자가. 사람들의 시선이 몰린다." "아, 응 일단 내가 잡아놓은 방으로 가자." 확실히 제키 형의 말대로 엘리베이터 앞에서의 황보패와 우라노스의 동행때문에 호텔 사람들의 시선은 우리에게 쏠린 상태였다. 확실히 2M 가가이 되는 거인 2명이 서로 마주보고 있고, 그 주위의 구성원들도 특이 했으니 말이다. "녀석, 방을 잡으려면 좀 큰 것으로 잡지." "어차피 얼마 사용하지도 않을 건데, 뭐 어때." "얼마 안되긴. 적어도 3일은 계속 사용해야 할 거다." "3일?" 제키 형의 말에 의하면, 형을 비롯한 이 4명은 1차 지원군이라고 했다. 앞으로 3일간 2, 3차 지우너군이 도착 할 것이고, 그들과 함께 우리는 SWU의 연구실을 급 습할 것이라고 했다. 확실히 제키형을 비롯해 라오가 대단하긴 했지만, 그쪽도 만반의 준비를 해 놓고 있을 텐데 그 수가 너무나 적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총 원은 몇 명이나 돼?" "총원? 그건 나도 잘 몰라. 그저 2, 3차 지원군이 더 있다는 것만 알 뿐이지. 그러니까 일단 방부터 다시 잡자." 결국 형의 말대로 방을 다시 잡게 되었다. 되도록이면 사람들의 시선을 글지 않도록 다른 호텔로 가서 잡으려 했지만, 구성원들을 모두 살펴본 뒤에야 그냥 같은 호텔로 잡았다. 현재의 구성원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야 띄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니런 구성원들과 나는 한동안 호텔 방 안에서만 지내며 지원군이 도착하길 기다리려 했지만, 그 생각은 단 하루만에 바꿔야만 했다. "작, 작은아버지!" "방 한번 진짜 큰걸로 잡았구나." 바로 가디언 한국지부의 총지부장이신 작은아버지가 우리가 새로 잡은 호텔 방에 도착하신 것 이다. 설마 작은아보지가 2차 지원군? "자, 작은아버지, 도대체 어떻게 이곳에....." "아아, 많이 놀랏지. 여기 잇는 모두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작전은 잠정적으로 중단됐다. 제길!" 우직! 작은아버지는 냉장고에서 꺼내어 겨우 한 모금 마신 맥주 캔을 우그러트리면서 분노를 터트리셨다. 그나저나 잠정적으로 중단되다니? "결국 그 쪽에서 선수를 친거다." 이후 작은아버지가 설명을 해 주셨다. 바로 어제 가디언 한국지부 총지부장인 작은아버지께 한 장의 편지와 전화가 왔는데, 가디언 미국 라스베가스 지부에서 이번에 자신들이 자체적인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데 참석해달라는 편지와, 가디언 미국 라스베가스 지부장인 델 멜곤의 전화가 온 것이다. 이는 작은아버지뿐만 아니라 이번 루시퍼 프로젝트에 가담한 이들의 수장에게도 똑같은 편지와 전화가 왔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번 작전은 잠정적으로 중단 되었고, 이렇게 작은아버지가 여기로 오게 된 것이였다. "이거 제대로 한 방 먹엇는데요. 설마 그 쪽에서 그런 방법을 쓸 줄이야." "적이 처들어 오기전에 적을 먼저 자신의 진지로 초대하여 공격을 봉쇄한다. 좋은 방법이다." "정말 골치 아프게 됫구만." "............" 작은아버지의 말을 들은 제키 형과 라오, 황보패는 한 마디씩 했고, 영호씨는 그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였다. 모두의 말이 맞았다. 설마 그런 수를 쓸 줄은 상상도 못했고, 이렇게 간단하게 공격이 봉쇄 당할 줄도 몰랐으니말이다. 분명 연구 발표라고 했고. 전화를 한 이가 라스베가스의 지부장 이라고 했으니, 할 만한 곳은 우리가 처들어가려던 한 그 연구소밖에 없다. 그 말은, 우리는 이미 적의 진지로 초대된 다는 말이였다. 이 말은 그쪽, 그러니까 적은 우리를 상대할 각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행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저 진지로 들어가 방어를 하는 방법밖에 할 수 없다는 말과 같았다. 거기에 적과 아군은 어디까지나 겉으로 보기에는 아군이기까지 하니 말이다. "지부장님 발표회는 언제죠?" "예정대로였으면 너희들이 잠입 했을 날이다." 2일 뒤라는 말씀이군. 그 후, 나는 작은아버지께 여러가지를 물어보았다. 발표회에 참석 가능한 인원수와 참석 시간, 그리고 참석중 지낼 장소 등에 대해서 말이다 이에 작은 아버지는 나의 질문 하나하나 부족할 것 없이 대답해 주셨다. "의도를 전혀 파악 할 수 없네요. 참석 인원수는 자유이고, 참석기간중에 지낼 장소는 연구소 내의 숙식 시설을 이용한다니." "그 시설은 용도가 변경되긴 했지만 숙식 시설은 최상급이야. 다만 참석 인원에 제한이 없다는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네." 제키 형의 말 대로다. 그 시설은 내가 직접 박살 냈기에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제대로 고치기만 한다면 그 시설은 최상급 호텔과 같거나 더욱 뛰어 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숙식에 대해서는 문제 될 게 없다. 다만 인우너수의 제한 없이 모두 참석자로 받아들인다는말은, 아군으로서는 얼마나 참가하든 감당 할 수 잇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고, 자신들의 연구 성과를 좀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것으로 생각하게 할 수 있다. 또 적으로서는 적이 생각할 수 잇는 수를 제한시키는 와중에 안도감을 줄 수 있고, 다르게 생각하면..... "이번 기회에 우환덩어리들인 적을 처리해 버리겠다는 말도 되지." "..... 그렇지." 나의 생각을 뒤이어 말하는 라오였다. 거기에 이쪽이 유리하다면 유리한 점이 하나 더 있었다. 참석 인원수의 제한이 없다는 것 이외에 바로 그들의 발표회의 준비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루시퍼 프로젝트에 대해서 눈치 챈 것은 우리 한 뿐만이아닐것이다. 무림도, 더 마나도, 홀리 글로리도 알고 있을 것이고, 이번에 연구 발표가 잇기로 한 시설을 주시하고 있것이 분명했다. 우리 한 역시 주시하고 있었고, 나도 개인적으로 감시 하고 있었다. 그 결과, 병력의 추가 유입이나 어떠한 일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앗다. 이는 연구소를 감시하던 이들 역시 알 것이다. 그렇기에 유리하면 유리 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를, 인우너수 제한이 없는 다른 네 기관의 사람들을 받아 들이기 위해서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2일이란 시간은 너무나 촉박하니 말이다. "나는 구성원을 최소로 하기로 했다. 우리 쪽은 나와 너, 그리고 라오와 제키, 이렇게 4 명이 한인 가디언 한국지부 대표로 참석하기로 했다. 그리고 황보패 군과 영호군은 무림을 대표해서 참석할 것이다." "그 말은 저희 무림과 연계하기로 햇단 말씀이십니까?" "맞네. 자네 말 대로야. 무림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들과도 연계하기로 햇지. 하지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그 작전은 잠정적으로 중단이고, 이번 연계는 만약의 사태를 위해서이네" 이 말을 하시는 작은아버지는 진중하기 그지 없으셨다. 그런 작은아버지의 모습에서 난 알지 못할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 * * * * "와아아아아!" "정말 시끄럽구만" "작은아버지, 웃으세요, 웃어요" 라스베가스의 거리를 메운 수많은 사람들. 우리는 그 수 많은 사람들을 가로질러서 가고 있었다. 물론 걸어서는 아닌, 가디언 미국 라스베가스 지부에서 마련해준 검은 벤츠를 타고 가는 중이었다. 작은아버지를 비롯한 우리들은 바로 오늘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우리가 앞서 도착햇다는 것을 알려서는 안되니 말이다. "제길!" 작은아보지는 연신 욕을 내뱉으면서도 웃으시면서 열린 차문으로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계셨다. 이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번 연구 발표회는 전국에 퍼져잇는 가디언들의 최고 간부들이 초대되어서 이렇게 원지도 않는 퍼레이드를 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땡볕아래서 말이다. 나는 손을 흔들면서 망령을 통해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이 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왼쪽 눈 뿐이였다. 이는 상당히 힘든 일이지만,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이후에는 쉽게 할 수 있었다. 다른 차에 탄 무림팀과 더 마나, SWU의 사람들은 모두 벤츠의 창문을 열어 손을 흔들고 있었지만, 홀리 글로리의 사람들은 조용히 차를 타고 갈 뿐이였다. 아무래도 알짜배기가 온 모양인데. 여기서 알짜배기란 바로 신성계열 능력자다. 홀리 글로리가 신성계열 능력자 집단이긴 하지만 다른 기관과 마찬가지로 전원이 신성계열 능력자들은 아니다. 그렇기에 대외적으로 홀리 글로리의 신성계열 능력자들이 나서는것음 내우 드문 일이였다. 그런데 이렇게 신성계열의 능력자가 왔다는 말은 그들 역시 이번 연구 발표회 초대를 심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였다. "어떠냐." "홀리 글로리쪽은 전원이 신성계열 능력자에요. 다른기관 역시 모두 알짜배기들이고요." "그렇군." 작은아버지에게 말한대로, 홀리 글로리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들 역시 많은 수의 능력자들 보다는 소수 정예로 뛰어난 능력자들을 이번 발표회에 참가 시켰다. 각 기관의 인원수는 4~8명으로 우리 가디언 한국지부가 제일 적었다. 퍼레이드는 꽤 시간이 지나서야 끝이났고, 우리는 곧 도시 밖에 있는 연구소를 향해 빠른 속도로 향했다. 나의 손에 의해 완전히 파괴 되었던 그 곳으로, 다시 한번 파괴 해야 할 지 모르는 그 곳으로 말이다. * * * * * "오는군요." 아무것도모르고 그들이 오고 있다. 그 모습에 델 곤멜의 모습을 하고있는 도플은 웃고 있었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번 자신이 연 '연구발표회'에 참여하는 인원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뭐, 아쉽긴하지만 질이 높으니 만족하기로 하지요." 질. 확실히 도플의 말대로 질이 매우 높았다. 각 기관 내에서도 열 손가락에 꼽히는 실력자들이 이번 '연구발표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참석자들 사이에는 그가 껴 있었다. 대외적으로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데스마스터, 당신 말이죠." 그 순간, 잠시자만 델 곤멜의 얼굴을 하고있던 도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는 바로 데스마스터란 단어에 '그'가 반응했기 때문이다. 그역시 데스마스터에게 쌓인게 있었으니 말이다. 일그러진 도플의 얼굴은 곧 정상적으로 델 곤멜의 얼굴로 돌아갔다. 하지만 처음과 다르게 델 곤멜의 얼굴에는 섬뜩한 미소가 안면에 가득 피어있었다. "준비가 끝났다." 그때 갑자기 나타난 남자. 그는 델 곤멜의 모습을 한 도플에게 반말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델 곤멜의 모습을 한 도플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군요. 그럼 이제 이 곳은 '나'의, '우리'의 손에 완전히 떨어진건가요?" "끝난 순간, 너도 이미 알아차렸을텐데. '너' 역시 '나'이고 ,'우리'니까." "후후후. 그래도 알아챘죠. 단지 확인해 본겁니다. 확인." "너는 델 곤멜을 아직 완전히 소화 시키지 못한 모양이군." 소화? 그것이 무슨 소리인가. 그 말에 델 곤멜의 모습을 한 도플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죠. 델 곤멜, 그가 가진 능력은 골치 아픈 능력 이니까요." "하긴 우리가 아니였다면 마족이라도 지배 당했을 능력이니까. 일단 델 곤멜부터 완전히 소화 시키는 것이 좋겠군. 나도 합류 하겠다." "저야 좋습니다." 그 말이 끝남과 함께 그는 델 곤멜의 모습을 한 도플을 향해 다가가더니, 놀랍게도 그대로 스며들었다. 잠시 후, 그 자리에는 델 곤멜의 모습을 한 도플만 남아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나'의, '우리'의 영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 * * * * 우리가 연구소에 도착한 첫 날에는 환영 파티가 있었다. 가디언 각 지부의 수뇌부들과 경게계, 정치계 등의 거물들도 초청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을 피해 다니느라 한 명도 만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작은아버지가 고생을 하시긴 했지만 말이다. 본격적인 연구 발표회는 바로 오늘, 이틀째부터 시작이었다. 과연 어던 연구 성과가 발표 될지는 몰랐지만 상당 할 것이다. 각국의 수 많은 방송사의 기자들가지 초청한 것을 보면 말이다. "형제여." "아, 라오" 내가 지금 있는 곳은 연구소의 전망대였다. 산속에 지어진 연구소에서 유일하게 산 밖을 바라 볼 수 잇는 전망대 말이다. 어제 파이테서 사람들을 피해 파티장을 벗어난 이후 발견 한 곳이다. 생각 같아서는 혼자서 이 곳의 연구시설을 조사해보고 싶었지만 그럴수는 없었다. 아무 성과도 얻지 못한 상태에서 들켰다가는 작은아버지가 큰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고, 설사 성과를 얻었다하더라도 초대되어 잇는 사람들때문에 곤란햇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조사 대신 일반인들에게 진입이 허락된 곳을 돌아다니던 도중 찾아낸 곳이 바로 이 전망대였다. "곧 발표회가 시작된다." "아", 벌써 그렇게 시간이 됐나. 그럼 가자." 나는 좌석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전망대를 벗어나기 전에 화장실에 들렀다. 나도 긴장하긴 했었나보다. 일을 본 뒤, 난 거울을 바라 보았다. 영화에서나 보던 검은 신사복에 나비넥타이. 다만 이에 어울리지 않게 어깨에서 코까지 가리는 일제형 마스크가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있었다. 작은아버지는 그냥 얼굴에 환상마법을 걸고 일체형 마스크를 벗으라고 하셨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 마스크는 '그것'이니 말이다. "서둘러야 한다, 형제." "알았어. 지금 갈께" 라오의 채족에 나는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이 곳에는 수 많은 기자 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물론 그건 외곽쪽이다. 안 쪽에는 초청객들과 따로 초청된 기자들이 나와 가타은 신사복을 입고 자신이 배정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늦었습니다, 총 지부장님." "어서 와라, 인사드려라. 어제는 네가 도망가는 바람에 소개 못했지만, 이쪽은 가디언 한국 광주지부 신해룡 지부장님이라고 한다." "이거 영광이로군요. 가디언 최초의 SS급 요원이라는 데스마스터를 이렇게 만나다니 말입니다." 신해룡은 진급파로, 한 내부에서 루시퍼 프로젝트에 협조한 이들의 대표였다. 그는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나에게 손을 건네었고, 나 역시 그에게 어색하게나마 웃어보이며 말을 했다. "저는 데스 마스터라고 합니다." "일단 자리에 앉아라. 곧 시작 될 것 같으니까." "예, 총지부장님." 작은아버지의 말에 따라 우리는 일단 자리에 앉았다. 급진파에서 참석한 인물은 모두 20명. 우리의 5배나 되는 인원이었다. 그 외에 각 기관의 급진파인 루시퍼 프로젝트에 협조한 이들을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많은 수릐 사람들이 함께 참석했다. 많게는 20명에서, 적게는 10명의 사람들이 말이다. [곧 가디언 미국 라스베가스 지부의 연구 발표회가 시작 될 예정이오니 모두 정숙하여주십시오.] 얼마 안 가 들려오는 음성에는 마나가 실려 있었다. 바로 번역 마법이 부여 되어있는 마이크와 그와 동조한 음성 확대 마법이 부여되어 있는 스피커 때문이었다. 확실히 번역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긴 하다. 이렇게 세계 각 국의 사람들이 모여잇는 자리에선 말이다. 전에 가디언의 출범식 때와 기자회견 때도 이 방법을 하용했었다. 잠시 후, 조명이 꺼지면서 어두워진 연구 발표회장의 오른쪽 조명이 비추어졌고, 그 곳으로부터 한 명이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모두 박수를 부탁합니다. 이번 연구 발표회의 주최자이시자 가디언 미국 라스베가스 지부의 델 곤멜님이 입장하십니다.] 짝짝짝! 어둠 속에서 사람들은 모두 박수를 쳤다. 델 곤멜은 박구 속에서 조명과 함께 발표가 있을 무대의 중앙으로 행했다. 그의 손에는 번역 마법이 부여된 마이크가 들려져 있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이렇게 초청에 응하여 연구 발표회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짝짝짝~! [여러분을 오늘 이곳에서 자신이 생각하는것 이상의 놀라움을 경험하시게 되실 것 입니다. 그야말로 간담이 써늘 하도록 말이죠. 그럼 지금부터 연구 발표회를 시작 하겠습니다. 제 대신 연구 발표를 할 아이드씨를 소개 합니다!] 짝짝짝. 델 곤멜이 도착햇을때와 마찬가지로 무대의 오른쪽 끝에서 조명을 받으며 가운데로 향하는 존재. 그는 바로 폭팔이 일어난 한의 연구소에서 봣던 마족, 아니 스스로를 특별한 도플갱어라고 칭한 도플이었다. [총지부장님, 도플입니다.] [저 인간이 말이냐?] [예, 도플입니다. 분명 도플입니다.] 메시지 마법을 통해서 이를 바로 작은아버지께 알렸고, 작은아버지의 얼굴은 순간 딱딱하게 굳어졌다가 풀어졌다. 그 후, 누군가에게 전음을 하시는 것 같았다. 아이드란 이름을 사용하는 몬스터 도플은 나를 쳐다보았고, 마침 나역시 도플을 쳐다보았기에 우리는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씨익. 도플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어보였고, 내가 여전히 그를 노려보자 이내 고개를 돌려버리는 도플이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저는 아이드라고 합니다. 길게 끄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바로 연구 발표에 들어가겠습니다. 자! 이 스크린을 봐주십시오!] "뭐, 뭐야!" "저,저건~! 몬스터~!" "이게 대체!" 어둠에 둘러싸인 발표회장의 무대에 비추어진 장면, 그것은 바로 거대한 인큐베이터 안에서 숨을 쉬고 있는, 오우거의 모습이었다. 설, 설마 루시퍼 프로젝트를 이 자리에서 발표하려는 건가~!!! [크크크. 지금 여러분이 보고계신 것은 바로 오우거란 몬스터 입니다. 무식하게 힘만 센 녀석이죠. 바로 우리들의 손에, 루시퍼 프로젝트에 의해 만들어진 녀석들이죠!] 계속 바뀌어 새로운 장면을 보여주는 스크린. 우리들은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에 아무말도 못하고 스크린만을 바라보았다. 슈우웅! 콰콰쾅! "꺄아아악!" 그때, 어둠 속에서 날아온 화염의 구, 파이어 볼은 그대로 아이드를 덥쳤고, 폭팔로 인해서 연구 발표회장은 사람들의 비명으로 가득찼다. [크크크. 이런, 이런 소용없습니다. 저를 제거해서 이 발표를 멈추려고 해도 말입니다. 이미 발표회가 시작됨과 동시에 전 세계의 언론사에 메일을 통해서 당신들이 벌인 루시퍼 프로젝트의 자료가 전달되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경솔하시군요. 저렇게 기자 분들과 촬영팀이 있는데 말입니다. 크크크] 파이어 볼 속에서 이어진 도플의 말, 그 말 그래도였다. 누가 파이어 볼을 사용했는지는 모르지만, 너무 경솔했다. 처음에 그냥 거짓이라고 부정했으면 됐다. 물론 그것을 믿지는 않을 테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도플을 제러하려고 한 일은 너무 경솔했다. 제길! 도플! 어째서 이런일을 벌이는 거지! 콰광! "꺄아아아악!" "살려줘~!!" "뭐, 뭐야!" 폭팔과 비명이 일어난 곳은 다름아닌 기자들. 바로 이번 ㅇ녀구 발표회에 초대된, 그리고 참석이 허가된 기자들이 잇는 곳 이었다. 그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살인멸구(殺人滅口)! 이 연구 발표회의 촬영은 모두 생방송이 아니다. 바로 녹화방송이다. 가디언의 연구 기관이란 이유로 인해 녹화만이 허락되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촬영된 비디오와 기자들을 제거 한다면 후에 언론사에 전달된 자료들로 난 기사들은 처리 할 수 있었다. 현재의 가디언은 그런 기관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기자들을 모두 죽이려는 것이다. 이, 이런 어리석은!!! "라오!" "알았다!" "잠깐!" 사람들을 구하려고 나서려는 순간, 나를 불러 세우는 이가 있었다. 그는 바로 급진파의 루시퍼 프로젝트에 가담한 이들의 수장 신해룡 이었다. "저들을 도울 생각인가." "당연하죠!" "그만두는 것이 좋을 걸세. 보아하니 자네도 알고 있겠군. 루시퍼 프로젝트에 대해서. 그럼 이야기는 간단하군. 자네도 알고 있을거야. 루시퍼 프로젝으테 대한 사실이 세상에 퍼진다면 일어날 일에 대해서 말이야." "........" 물론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우리 가디언은, 한을 비롯한 네 기관들은 사회에서 매장 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이 곳의 사람들만 처리한다면 밖의 언론사에 지급된 자료들은 어떻게든 회수 할 수 있어. 거기에 언론사에서도 섣불리 기사화 하진 않을꺼야. 우리 가디언은 현재 그런 자료만 믿고 건드리기에는 너무 거대한 집단이니까." ".........." "저들을 처리한 후, 우리들만 조용히 하면 되는 걸세. 그러면 우리 가디언은 보다 안정적이고 보다 밝은 미래를 손에 쥘 수 있어." 그것은 유혹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살해 당하고 잇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일반인. 능력자나 초인이라고 불리는 이들과 비교하지 못햇다. 가디언, 그 거대한 단체때문이 아닌 바로 작은아버지 때문에 말이다. 작은 아버지는 대외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가디언의 간부. 루시퍼 프로젝트가 세상에 알려진다면 가장 먼저 추궁 당하고 비난 받을 이가 바로 작은아버지 였기 때문이다. 제길! "상민아." "...작은아버지." "상민? 그것이 데스마스터의 이름이엇나, 상민이라면 자네 조차 이름이로군. 잘됬어. 어서 자네도 한마디......" 퍼억! 날 부른 작은아버지는 신해룡에게 다가가 주절거리는 그의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굉장히 차가운 얼룰로 나를 쳐다보셨다. "뭘 망설이는거냐! 우리 호가의 가훈이 뭐냐! '호부부견자(虎父不犬子)!'가 바로 우리 호가의 가훈이다 나 역시 호가의 사나이! 호가의 남자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아라!" "작은아버지." "가라!" "예! 가자! 라오" 작은아버지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모든것을, 모든 죄를 감당하기로 말이다. 내가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시고 말이다. "제길!! 소울 프리즌! 데스 챔피언과 데스 서번트! 모두 나와 사람들을 제압하라!" [마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화가 났다. 저런 작은아버지의 모습에서 망설이고 잇는 나 자신때문에 말이다. "황보가의 사내들은 나서서 막아라!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겟다!" "살문! 출(出)!" 이번 연구 발표회에 참석한 무림의 대표. 황보가의 전대 가주 황보패와 환보가의 무사들, 살문의 영호, 그리고 그의 수하들이 나서서 일반인들을 죽이려는 이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오늘 우리들이 벌인 일은 후회하지 않는다. 오늘의 일로 인해서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질 것임을 앎에도 말이다. * * * * * "키키키! 역시 인간은 재미잇군요. 자자, 그럼 우리는 이제 벗어나 볼까요." 가디언의 능력자들에 의해서 살해되어가고, 또 같은 가디언의 능력자들에 의해서 사람들이 구해지고, 같은 능력자들이 제입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드, 도플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델 곤멜의 모습을 한 도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이런. 저희를 막아서는 분들이 계시군요." "델 곤멜, 역시 이번일은 네가 벌인 일인가." 도플을 막아선 이들 그들은 바로 SWU의 요원들이었다. 그들은 분노 하고 있었다. 루시퍼 프로젝트. 그것은 바로 SWU에서 주도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델 멜곥이 있엇고 말이다. 설마 델 곤멜이 이런 일을 벌일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들은 알지 못했다. 델 곤멜은 이미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자리에는 델 곤멜을 흡수한 도플이 있는데 말이다. "델 곤멜 너는 SWU를 위해서 모든 것을 바쳐온 사내가 아닌가. 어째서 이런일을 벌였지. 미치기라도 한 건가" "음. 미쳤다기보다는 얻을 것은 모두 얻었기 때문이라고 할가요. 그리고 절 델 곤멜이라고 부르지 마십시오." "얻을 것을 모두 얻었다. 그 말은 그동안 우리 SWU를 이용해 먹엇단말이냐! 델 곤멜!" 우우웅! SWU의 SS급 능력자이자 서열 6위의 단절자(斷切子) 틀레니안 보커의 외침. 그 외침에 강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리고 그 분노는 그의 공간(空間)계 능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그는 초능력자들중 마인드 계열의 능력자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희귀한 공간계 능력자이다. 그의 특기는 명칭엥서 알 수 있듯이 바로 공간 능력을 이용하여 적을 분해해서 죽이는 것이었다. 그의 시체 일부만을 이동시키는 공격 기술은 가디언으로 통합되기 이전부터 각 기관의 공포로 통했다. 그런 그가 분노하고 있는것이다. "아아, 당신이 누군지 기억나는 군요. 단절자 였죠, 아마." "죽어라! 델 곤멜!" 틀레니안 보커는 그대로 자신의 손 위에 있는 신체의 일부만을 이동시키는 구를 델 곤멜을 향해 던졌다. 죽이겟다! 아주 철저하게! 그리고 가장 고통 스럽게!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 구는 그대로 델 곤멜의 팔에 적중되었고, 순간 구에 싸인 팔은 그래도 사라졌다. "이거 꽤 괜찮은 능력이로군요." "아니!" 틀레니안 보커는 경악했다. 구로인해서 이동되어 사라져버린 팔의 단면에서 보여야 할 뼈와 피의 단면 대신, 시커먼 것만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것을 본 순간 그는 알지 못할 불안감을 느꼈다. "당신의 그 능력, 제가 접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무, 뭐라....." 틀레니안 보커는 말을 끝맺 지못했다. 바로 그의 발 밑에서 솟아난 거대한 무엇인가가 그를 삼켰기 때문이다. "이런, 도망갔군요. 아쉽네요. 그의 능력은 충분히 대단했는데." 틀레니안 보커는 다행스럽게도 몸이 더개한 문엇인가에 휩싸이는 순간 공간 능력을 이용해 텔레포트를 하여 살아 남을수 있었다. 다만 갑작스러운 텔레포트엿기에 그는 치명상을 받아야 했다. 그에 덴 곤멜의 모습을 한 도플은 매우 아쉬워했다. ㅎ ㅏ지만 이내 웃으면서 걸어나갔다. 서로 싸우느라 바쁜 가디언의 능력자들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그렇게 한 마족이었던 몬스터로 인해서 세상은 격변의 시간을 맞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고작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이었음을 누구도 알지 못했다. 39화 끝 제 40장 악마의 씨앗의 날 루시퍼 프로젝트가 세상에 공식적으로 알려진 날, 연구 발표회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나와 황보세가, 그리고 몰래 따라왔다는 살문의 살수들 까지 능력자등을 진압하기 위해서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 편에 서서 함께 사람들을 죽이려는 이들을 막아선 기관은 무림 이외에도 하나 더 있었기에 그나마 피해가 적었다. 바로 6명으로 구성된 홀리 글로리의 신성계열 능력자들이었다. 그 이외에 더 마나와 SWU, 그리고 우리 4명을 제외한 한의 능력자들은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서 갖은 수를 썼다. 그들은 인정사정없었다. 같은 기관에 속한 우리를 향해서도 말이다. 오히려 막는 우리에게는 더욱 거센 공격을 퍼부었다. 그 바람에 그들을 제압하는 데 꽤나 시간이 걸렸고, 그 틈을 타고 이번 일의 원흉들은 이미 자리를 뜬 상태였다. 제길!! 단지 그것뿐이었다면 이렇게 억울하지 않을 것이다. 델 곤멜, 아니 델 곤멜인지도 의심 가는 그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완전히 가지고 놀았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은 전파 테러를 통해서 방송을 탔던 것이다. 그것도 도시 규모가 아닌, 미국이라는 한 국가 규모의 방송을 그야말로 농락당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중에 안 것이지만, 미라의 말에 의하면 처음의 아이드, 그러니까 도플을 공격했던 마법과 촬영팀을 공격했던 마법은 한사람에 의해서 시전 된 것이라고 한다. 그것을 알고 미라는 사로잡으려 했지만, 그 존재는 스스로 사로잡히기 전에 죽었다고 한다. 그냥 죽었다면 시신을 통해서 전이 한 것처럼 초혼술을 사용하여 정보를 심문하면 되겠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미라의 말에 의하면, 그의 시신은 그 자리에서 녹아버렸다고 한다. 뭐 , 솔직히 초혼술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미라가 한 말을 들은 그 자리에 있었던 이라면 누구나 예측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두 번의 공격마법을 사용한 이가 델 곤멜, 혹은 도플의 하수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슈욱. [다녀왔다.] 툭. 그림자로부터 솟아난 미라는 품에 들고 있던 짐들을 내려놓았다. "아아, 수고했다." [그대의 부인의 진언이다. '몸조리 잘하세요. 몸이 곧 재산이니까요. 담배도 적당히 하고요.'] 짐을 확인하기 위해 다가간 작은아버지께 미라는 작은어머니의 진언이라고 이렇게 말했고, 그 목소리가 작은어머니의 목소리와 똑같아 잠시 우리를 놀라게 했다.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가디언 한국지부의 총지부인 작은아버지의 사무실이었다. 그날 그 일이 있는 후, 꽤 시간이 지나 우리는 들이닥친 미국 군 경찰들에 의해 약 보름 동안 잡혀 있어야 했다. 스트레이트 재킷이라는 영화에서나 보던 정신병자의 구속볻도 착용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하루에 3번 있는 식사 시간과 심문 시간 이외에는 눈가리개로 눈을 가리고, 입에는 재갈을 물어야 했다. 거기에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마나 구속 팔찌도 차고 말이다. 장장 보름 동안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으면서도 우리는 참아야 했다. 어떤 말을 하건 그들에게는 우리가 죄인, 공포의 대상이었으니 말이다. 장장 15일간 비인긴적인 대접을 받으며 지내던 우리들은 어느 날 갑자기 풀려나게 되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한국에 계시던 할아버지가 직접 나서신 덕분에 풀려나가 된 것이었다. "이런, 결국 들켰나 보군." 작은아버지는 덥수룩하게 자란 턱수염을 매만지며 웃어 보이셨다. 그 일이 있는 후 겨우 한 달이다. 미국에서 잡혀 있었던 시간까지 합해서 말이다. 겨우 한 달이란 시간 만에 작은아버지는 초췌해지셨다. 육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고생을 심하게 하신 것이다. [그리고 로드의 어머님의 전언이다.'상민아, 너도 몸조리 잘 하고, 끼니도 제때 잘 챙겨먹고, 도련님하고 같이 고생이 심하겠지만 조금 견더내렴. 언젠가 사람들도 도련님과 너의 마음을 알아줄 테니까, 그리고 네 친구들한테 전화가 왔더구나. 학교 좀 나오라고, 걱정 많이하는것 같더라. 잠깐이라도 학교에 가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상민아, 시간 여유가 되면 도련님하고 같이 집에 오려무나 도련님, 고생이 심하겠지만 견뎌내실 거라고 믿습니다. 이럴 때에 힘이 되어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여기까지다.'] "형수님도 참." "작은아버지, 어머니 말씀대로 잡에 잠시 들어가는 게......" "아아, 나는 됐다. 내가 뭐 잘한 게 있다고 집에 들어가서 편히 지내겠냐. 너나 들어가라. 그리고 보니 이놈, 학교도 빼먹고 말이야. 임마, 적어도 고등학교는 졸업해야지" "작은아버지....." "임마! 나 아직 안 죽었어." 작은아버지가 이렇게 밝게 말하셨지만, 지금 속은 말이 아니실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지금 작은아버지를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그 방법도 그렇게 크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날 이후 우리 가디언의 대접은 180도로 바뀌었다. 세계를 몬스터로부터 지키는 영웅이 아닌,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서 몬스터들을 만들어내고 몬스터들을 물리치는 연극을 한 악당. 그것이 바로 현재의 가디언이었다. 언론 매체에서는 계속해서 안 좋은 쪽으로 가디언을 내몰고 있었다. 국민들의 세금을 빨아먹는 기생충, 인간이 아니면서 인간처럼 살아가는 괴물이라는 등 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우리는 조금 나은 편이다. 더 마나가 있는 유럽에는 폭동까지 일어났다고 하니 말이다. 우리가 조금이나마 나은 이유는, 우리에게 목숨을 구원받은 사람들 때문이다. 언론계의 정치계의 거인들이 우리들을 조금이나마 생명의 은인이라고 생각해서 손을 써줬으니 말이다. 제일 사황이 나은 곳은 바로 홀리 글로리, 원래 그쪽이야 종교집단이고 관여한 이들이 가장 적으니 말이다. "이런, 시간이 됐구나." "작은아버지....." "괜찮다니까. 그럼 다녀오마." 작은아버지는 시간이 됐다며 옷을 챙겨가지고 지부장실을 나섰다. "작은아버지! 기달리세요. 오늘은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음, 그럼 오랜만에 네 신세좀 지자." 작은아버지는 잠시 고민하시다가 고래를 끄덕이며 허락하셨다. 작은아버지가 귀국 이후 매일같이 찾아가는 곳은 검찰청이었다. 검찰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 수 없었찌만, 그곳에서 일을 마치고 나오시는 작은아버지는 매우 지쳐 보였다. 지금과 같이 작은아버지가 초췌해진 데는 검찰정의 출석이 큰 영향을 미쳤다. 내가 모셔다드리기로 하니 시간이 조금 남게 되어 작은아버지는 잠시 쉰다고 하면서 소파에 누우셨다. 그 순간, 나는 약간의 술스를 써서 작은아버지를 잠들게 했다. 벌써 며칠째 잠을 제대로 못 주무셨기에 그런 것이다. 그 후, 나는 작은아버지께 각가지 마법을 시전했다. 데스마스터가 되어 혹시나 필요할 지 모른다는 생각에 개발해낸 마법인 정신적인 피로를 시전자와 피시전자가 나누어 맡을 수 있게 해주는 마인트 디스퍼션을 비롯하여 가장 흔하게 알려진 회복마법인 힐링. 거기에 내가 조합해서 만들어낸 피로 회복제를 작은아버지 몸에 발랐다. 모든 일을 마치고나자 조금이지만 안색이 좋아지신 작은아버지셨다. 그런 작은아버지를 잠시 내려보던 나는 창문을 총해서 밖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오늘도 있군. "처리해버릴까." 이렇게 말을 하긴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가 처리해버리고 싶다고 말한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니 말이다. 현재 가디언 총지부 정문 앞에는 경찰과 사람들이 서 있었다. 바로 작은아버지를 기달리는 자들이다. 작은아버지는 가디언 요원들 중 가장 얼굴이 잘 알려진 사람이고, 총지부장이라는 직책도 있다. 그 직책 때문에 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작은아버지가 출석하는 시간이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 사람들이 하는 일은 단지 검찰정으로 출석하는 작은아버지를 향해서 계란과 썩은 야채, 그리고 밀가루를 퍼붓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소리를 지르며 욕을 할 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계란이 날아오고, 썩은 야채를 비롯해 밀가루를 퍼부었다.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자 경찰의 시위 진압 부대가 나오긴 했지만 그들도 진압을 하는 척만 할 뿐이었다. 그런 그들의 행동을 작은아버지는 모두 받아주고 계셨다. 내가 몇번 나가섯 손을 봐주라고 했지만 그때마다 작은아버지가 말리셨기에 그럴 수 없었다. 지금 창밖으로 보이는 이들은 작은아버지가 나올 시간이 됬는데도 나오지 않자 웅성거렸다. 썩을 놈들! 저주를 걸어버릴까. 저주라면 네크로맨서의 전문 분야중 하나인데. 잠시 저주를 걸까말까 고민하던 도중 작은아버지를 깨울 사긴이 되었다. "작은아버지, 작은아버지." "으응, 아, 내가 잠시 잠이 들었나 보구나." "누우시지마자 잠이 드셨어요. 너무 곤히 주무셔서 깨우기가 죄송할 정도였는걸요." "그러니? 확실히 내가 곤히 자긴 했나 보구나. 조금은 머리가 상쾌해진 걸 보니 말이야. 그럼 가볼까." 나는 일어나신 작은아버지의 손이 잡고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우리가 이동한 곳은 바로 검찰청 입구의 공중이었다. 검찰청을 앞에 지나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우리들의 등장에 놀라운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이내 자신의 길을 갔다 다만 예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눈빛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예전에 사람들의 눈빛에는 약간의 공포와 호기심,호의가 가득했다면, 지금은 두려움과 공포에 조금 호기심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고맙사, 상민아. 그럼들어가봐라." 작은아버지,이거 받으세요." 나는 아공간으로 손을 뻗어 보온 물통을 꺼내어드렸다. "이건 제가 특별히 제조한 약인데 맛도 꽤 괜찮고, 비로 회복에도 도움이 되실 거에요. 그리고 이건 작은아버지를 위해서 특! 별! 히! 만든 건데, 다른 사람들이 마셨다간 고생 좀 할 거에요." "녀석, 고맙다." 작은아버지는 내가 건네준 보온 물통을 바아놓고는 검찰정 안으로 들어가셨다. 작은아버지가 들어가시는 것을 끝까지 바라본 뒤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뒤를 바라보았다. 움찔! 나를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내가 뒤를 돌아보자 놀라서 움찔거린 뒤에 가던 길을 계속 걷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을 본 나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갈수록 한숨만 늘어나는 것 같군. 한숨을 내쉴 때마다 행운인가 행복이 그만큼 한숨과 함께 날라간다는데. "하~ 아. 일단 돌아가지. 텔레포트~!"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군." "당연히 그래야지. 오히려 그때 볼 때보다 실력이 늘었군." 방금 전만 해도 상민의 시선에 놀라 움찔거린 두 남자는 방금 전의 그런 행동과는 너무도 다르게 무어조로, 무감각하게 말을 내뱉고 있었다. "첫 번 째 계획은 완료되어 가는군." "곧 두 번째 계획도 완료된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무대로군." 두 사람은 그렇게 말을 하며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런 그들의 얼굴은 놀랍게도 쌍둥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비슷했다. 바로 검찰청 앞에서만 해도 서로 전혀 다른 얼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밀이다. 그것은 이들이 길을 가면서 워낙 천천히 얼굴을 변화시켰기 때문인데, 완전히 변화된 그들의 얼굴은 바로 미국 라스베가스 지부 연구에서 아이드이란 이름을 사용했던 도플이었다. 도플, 바로 그가 한국에 상민의 근처를 멤돌고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 계획의 완료는......." "이틀 뒤, 복수의 날은........" "삼 일 뒤다." 그때 도플이 루시퍼 프로젝트를 공개한 이후, 우리가 있던 연구소의 루시퍼 프로젝트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못느터들은 하나도 찾울 수 없었다. 그 연구 시설까지도 말이다. 어디로 도플이 그것을 다 챙겨간 것 같았다.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델 곤멜. 그 역시 델 곤멜을 한 도플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연구시설과 몬스터들이 사라진 이유를 설명할 수 없으니 말이다. 도플은 룻퍼 프로젝트로 과연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마스터.] "아, 셰인. 알아보라는 것은 알아봤어?" [마스터 명하신 대로 마스터가 계시는 현 국가에 한해서 거대한 연구시설이 들어갈 만한 곳은 모두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밖에 그날 이후 실종자가 있는지 없는지도 조사했습니다만, 뚜렷한 성과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 셰인. 계속 수고해줘." [머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곧 셰인은 나타날 때처럼 조용히 사라졌다. 루시퍼 프로젝트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나는 나의 모든 수하들을 풀어서 전국을 살펴보고 있었다. 금영이의 수하들인 그림자의 백성들을 시켰으면 좋았겠지만, 그들에게는 이미 부탁해놓은 것이 있었기에 나이 수하들에게 시킨 것이다. 분명 도플은 우리나라에 내 눈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도플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나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힌 것이나, 연구소로 나를 불러들인 것 등을 보면, 도플은 나에게 복수를 하고자 하는 듯 했다. "하~아." 가면 갈수록 한숨만 늘어나는 것 같군. 지금 내가 이쓴ㄴ 곳은 가디언 총지부 내의 내 연구실이다. 가민히 있는 것보다는 뭔가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연구소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일단 네크로맨서 학파의 일반 바법서의 제작에 들어갔고, 나의 깨달음을 적용해서 만든 마법서도 제작에 들어갔다. 그것만드로도 시간이 모잘랐지만 언데드도 제작하고 마법물품 제작에 까지 손을 뻗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 정도뿐이니 말이다. "하~아." "인마, 땅 꺼지겠다." "형제여, 점심시간이다. 식사해라." 아아, 나타낼 때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딱 오는군. 내가 연구실로는 작은아버지와 나 이외에는 출입이 불하능하지만, 제키 형과 라오가 못 들어올 곳은 없었다. 제가 형의 손에는 어머니가 싸주셨을 것으로 생각되는 5층 도시락통이 들려 있었다. 어머니도 참. "그나저나 여기는 갈수록 음힘채져가는구나." "뭐, 어쩔 수 없잖아. 네크로맨서의 연구실이니까." 형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몬스터의 시체 옆에서 태연하게 나와 같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를 하면서 형은 작은아버지의 상태나 현 상황에 대해서 물어왔다. 제키 형은 현재 집에서 가족들을 지켜주고 있다. 정확히 어머니를 말이다. 누나는 라오가 맡았고 말이다. 아버지는 어느 정도 무술을 하시기에 안심이 되지만, 어머니와 누나는 어떨지 몰랐기에 두 사람에게 보호해줄 것을 부탁했다. 물론 두 사람은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내가 어머니와 누나를 보호해달라고 한 이유는, 바로 우리들의 손에 제압되었던 더 마나와 SWU,무협, 한에서 루시퍼 프로젝트에 가담한 이들이 우리들과 다르게 미국 군 경찰의 손에서 모두 도망쳤기 떄문이다. 그들도 자신들이 농락당했다는 것을 지금쯤 알게 되었을테지만, 그들의 복수 대상에 작은아버지와 나, 가족들이 들어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과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식사를 마친 후 정리를 끝내고 우리는 잠시 쉬기로 했다. 내 개인 연구실에는 기본적인 것은 다 갖춰져 있었고, 그 기본적인 것에는 TV도 들어갔다. "그나저나 텔레비전에서는 매일같이 가디언에 대해서 떠드는구만. 나중에 자신들이 위험해지면 얼마든지 손을 빌릴 인간들이." 지지직! 지지직 "이놈의 텔레비전은 또 왜이래? 안 그래도 짜증나는구만." 갑자기 TV가 안 나오자 제키 형이 손으로 내려쳤다. 그렇지만 TV는 계속 지지직거렸다. 채널을 돌려봐도 껏다가 켜 봐도 똑같았다. 팍! "아, 나온다." [어어, 잘 보고 계십니까. 이거 전국적, 아니 세계적으로 나오는 방송에 나오게 되는 것은 처음이라 많이 고민되는군요.] "도,도플~!" 놀랍게도 TV에 나오는 인물은 바로 도플이었다. 그에 놀란 나는 채널을 돌려보았는데, 모든 채널에서 도플이 나오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나는 도플이 TV에 나왔을 때부터 알지 못한 거대한 불안감을 느꼈다. 도플이 이렇게 자신 있게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어떤 일을 하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는 말이 됐기 때문이다. [일단 이 방송을 보고 계신 시청자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에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때 SS급 몬스터 분류되었던 마족 도플이었던 자라고합니다. 지금은 마족은 아니지만 그 이상의 위험성을 지닌 자입니다. 참, 채널을 돌려보셔야 소용없습니다. 거기에 제가 하는 말은 마법을 통해서 모두 알아들을 수 있게 해드렸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도플, 대체 무슨 꿍꿍이지. [무슨 꿍꿍이는요. 단지 저는 아주 재미있는 일을 벌이려는 것뿐입니다. 이렇게 말이죠.] 그 순간, TV는 다른 곳을 보여주었다. TV는 6개의 작은 화면으로 갈라졌고 그 작은 6개의 화면은 각각 다른 곳을 보여주었다. 그 6군데는 모두 우리나라, 그것도 바로 서울이었다.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 서울 기차역 , 근처 상가들이 즐비한 동대문, 한창 야구 경기 중인 잠실야구장. 서울에 사는 어린이들이라면 누구나 가본 적 있을 롯데월드와 서울랜드 , 이렇게 서울의 6군데를 비추고 있었다. [이 여섯 군데가 어딘지 모두 잘 아실 겁니다. 서울에서 너무도 잘 알려진 곳이니까요. 지금 그 장소에서 이 방송을 보고 계신 분도 있을 겁니다. 자, 그럼 쇼를 시작해볼까요. 어디 한번 잘 막아보십시오. 참, 저도 한번 찾아보십시오. 저는 이 여섯 군데 중 한 군데로 갈 예정 이니까요. 그럼 시작합니다! 부디 힘내시기를.] [끼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아~!!] [크르르르르.] [기아아아아!] [시이이이이!] 말이 끝나자마자 모습을 드러내는 몬스터들.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 나타난 몬스터는 여자의 상반신과 뱀의 하반신을 가진 리미아들이었고, 서울 기차역에는 그냥 오우거도 아닌 트윈헤드 오구거의 오우거가, 동대문에는 머리가 3개 달린 개의 모습을 한 켈베로스가 출몰했다. 그 밖에 잠실 야구장에는 곤충형 몬스터, 그중에서도 꽤나 상대하기 까다롭고 보는 이를 하여금 소름이 끼치게 만드는 거대한 거미의 셀로브가 출몰했고, 롯데월드에는 리자드맨 무리, 서울랜드에는 부엉이의 얼굴과 곰의 몸을 지닌 몬스터인 아울베어가 출몰했다. 그리고 그 화면을 TV에서는 10초 간격으로 바꿔가며 보여주고 있었다. "제길." 쾅!! 화르르르르! 키이이이! 나는 소리치면서 나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벽을 향해서 난 마나탄을 날렸다. 그에 마나탄은 벽에 부딪치면서 폭발을 일으켰고, 그 폭발로 일어난 불꽃은 그곳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그것을 태워버렸다. 제길! 지금까지 나를 ,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냐! "상민아. 그건......" "방금 전에 알았어. 으으으. 제길!" 나는 방금 전 TV에서 도플이 마치 옆에 있는 이처럼 대답하는 것을 보고 눈은 TV를 보면서 온몸으로는 연구실을 살폈고, 연구실의 이질적인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어떡하지. 우린 출도할 수 없는데." 제키 형의 말대로 우리는 출동할 수 없다. 루시퍼 프로젝트가 공개된 이후 우리 능력자, 한마디로 가디언은 함부로 출동하지 못한다. 만약 멋대로 출동했다가는 그 자리의 최고 책임자의 의사에 따라 사살까지 허가한다는 것이 현 가디언에 대한 대응이었다. 현재 가디언에 대한 적의는 대단하다. 그것은 설사 군인과 경찰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 그렇게 가디언에 대한 강한 적의를 가지게 만든 것은 방송사들이고 말이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제키 형과 시선이 마주쳤고, 잠시 그렇게 가만히 있던 나는 거의 형과 동시에 피식 웃어버렸다. "결국 출동이로군." "뭐, 그렇지. 언제 우리가 그런 것 따지고 움직였냐." "역시 형제이고, 내가 마음에 들어 한 인간이다." "리오, 일단 고맙다고 해두마. 상민아, 나는 야구장으로 가마." "그럼 난 리미아들이 있는 곳으로 가지." "나머지는 나에게 맡겨." 우리는 천천히 같이가면서 말했다. 우리가 향하는 곳은 바로 옥상! 옥상에 도착한 나는 천천히 손을 치켜 올렸다. 그러자 열리는 아공간. 그리고 그곳으로부터 프로스트 웜 2마리와 팬텀 스티드에 올라탄 30명의 데스나이트들이 나왔다. "아무리 형이라도 사람들을 보호하면서 몬스터들을 상대할 수는 없을 테니까." "짜식! 고맙다! 그럼 오늘 저녁 식사 시간에 보자고!" 크아아아아! "저녁 식사 시간에 늦지 않도록 하지" 크아아아! 그렇게 말하면서 2마리의 프로트스 웜 위에 올라탄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올랐고, 팬텀스티드에 올라탄 데스나이트들도 나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뒤에 제키 형이 탄 프로스트 웜을 뒤따라 날아올랐다. "셰인" [조사를 위해서 전국에 퍼져 있던 이들은 모두 전력을 다해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 외에 제키 님과 리오님이 계신 두곳을 제외하고 몬스터가 출몰한 곳으로부터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습니다.] "좋아. 나는 도플이 나타날 때까지 움직이지 않겠어. 이번 기회에 도플을 '죽인다'." [모든 것은 마스터의 뜻대로....] "ㅣ런, 당해버렸군." 도플은 방송을 끝낸 후, 자신이 상민을 감시하기 위해 심어든 '조각'이 죽은 것을 느끼며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나저나 '우리'는 어디를 갈까." 도플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6개의 화면을 보며 마냥 즐거워했다. 그리고 웃는 미소는 너무 천진난만했지만, 정작 그 미소의 주인공이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도 섬뜩한 것이었다. 그렇게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스스로에게만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던 도플은 한 화면에서 멈추어 섰다. 그곳은 바로 잠실야구장의 화면. 프로스트 웜을 탄 제키가 도착한 곳이었다. 제키는 도착하자마자 양손에서 뇌전을 일으켜 셀로브들을 공격했고 뒤이어 도착한 데스나이트들은 몬스터로부터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낚아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기이이이이!] 제키가 일으킨 뇌전은 거침없이 셀로브들을 덮쳤고, 뇌전에 의해서 셀로브의 거대한 몸은 터져 여기저기에 체액을 퍼트렸다. 그 체액 자체가 강한 독이었는지 체액이 떨어진 곳으로부터 초록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TV를 통해서 지켜본 도플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순수하게 즐겁기 때문에 떠오른 미소였다. "키키키, 모르고 있군. 모르고 있어. 키키키" "그건 당연한 것, 저들이 알 리가 없는 것이지." 제키가 계속해서 뇌전을 내뿜으면서 셀로브들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며 도플이 웃고 있는 사이, 또 한 명의 도플이 모습을 드러냈다. 또 다른 도플의 등장에도 TV를 보고 있던 도플은 되돌아보지 않았다. 도플은 알고 있었다. 또 다른 도플이 곧 모습을 들어낼 것을 말이다. 그것은 당연했다. 그들은 나 이자, '우리'이니까. "무대는 정해진 것 같군." "키키키. 그렇지? 역시 저기가 좋겠어. 정말 궁금하군. 저들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가 말이야. 키키키." "그럼 무대에 들어가도록 하지." "아아, 나도 곧 가지.키키키" 키이이이이! 파지지직! 펑! 사사사삭! 야구장에 나타난 곤충형 몬스터 샐로브는 제키가 일으킨 뇌전에 의해서 고통에 몸부림치다 이내 몸이 터져나갔다. "이거 뭔가 영 이상한걸." 제키는 셀로브를 상대하면서 중얼거렸다. 확실히 제키의 말대로 이상했다. 곤충형 몬스터인 셀로브는 상당히 공격적인 몬스터다. 그뿐만 아니라 상대하기 무척 까다롭다. 셀로브는 거미답게 거미줄을 내뿜을 수도 있고, 사냥을 할 때 먹이를 꼼짝 못하게 하는 마비독도 있다. 또 체내에는 강한 독성과 산성을 띄는 혈액들이 있기에 최후 공격하기까지 꺼려지는 몬스터가 바로 샐로브였다. 그런데 그런 셀로브는 아주 쉽게, 아주 간단하게 제키의 뇌전에 의해서 처리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제키는 의아해했다. 지금까지 몬스터를 상대할 때의 박진감과 긴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상해 왜이러지? 오늘 내가 컨디션이 안 좋은 건가?" 제키는 지금 자신이 컨디션이 안 좋은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손으로는 계속 뇌전을 내뿜었다. 키이이이! 펑! 또 한 마리의 셀로브가 제키의 뇌전에 의해서 터져나갔다. 그 순간, 셀로브들이 덤벼들 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터져나간 셀로브로부터 되도록 멀리, 빠르게 흩어졌다. 마치 늑대 한 마리에게 쫓기는 양 떼처럼. "양 떼? 아!" 지금의 셀로브들의 상황을 묘사하던 도중, 제키는 현재 자신이 느끼는 이상함과 불쾌함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셀로브의 행동, 현재 그들은 도망치고 있었다. 아까 자신 스스로 묘사했던 늑대 한마리에 쫓기는 양 떼처럼 말이다. 그것을 알게 된 순간, 제키는 설마하는 심정으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제키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몬스터들이 출몰한 곳에는 반드시 있었던 '그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몬스터들에의한 피해자들이었다. 이곳은 야구장, 그것도 오늘은 빈 좌석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가득 찼던 날이다. 그런데도 몬스터들으 출몰하면 항상 있었던 피해자들의 시체가 전혀 없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이상함을 느낀 제키는 잠시 멈추어 섰다. 물론 그와 함께 전신에서 내뿜던 전기도 거두어들였다. 제키가 전기를 내뿜는 것을 멈추는 순간, 함께 왔던 데스나이트들의 전투도 잠시지만 멈추어졌다. 사람들을 대피시키느라 전투에 참여한 데스나이트들의 수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키이이이! 상당수의 셀로브들이 처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수가 남아 있었다. 셀로브들은 야구장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좌석에 올라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야구장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았다. 그것에 이상함을 느낀 제키는 재빨리 셀로브들이 없는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좌석 쪽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어째서 녀석들이 뛰쳐나가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현재 셀로브들이 출몰한 야구장은 경찰들에 의해서 포위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급하게 출동했는지 경찰들의 장비는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 총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턱없이 부족했다. 그것을 경찰 역시 알기에 그들의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상해. 고작 총인데. 고작 총만 가지고 있는데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다니." 제키의 말대로였다. 고작 총이다. 사람에게는, 아니 사람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동물이라면 총은 상당히 위협적이지만, 몬스터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녀석들에게는 총에서 발사되는 총알을 피할 능력도 있었고, 총알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맞아줄 정도로 단단한 피부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셀로브들은 뛰쳐나가지 않고 있었다. 마치 사람처럼 고작 총이 무서워서 말이다. "사람?" 제키는 자신의 생각에 실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말도 안 된다. 아무리 그래도 그것은 오버다. 그렇게 속으로 말하면서도 제키의 머릿속에는 한국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 그 말과 함께 루시퍼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그것은 이미 세상에 퍼져 있었기에 제키 역시 자세하게 알고 있었다. 자신이 속한 가디언을 지금 이 지경까지 만든 프로젝트였으니 모르려야 모를수 없었다. 제키의 머릿속에서 정리된 루시퍼 프로젝트는 인간의 손으로 몬스터를 만들어 풀어놓고 물리치는 연극이었다. 인간의 손으로 몬스터를 만든다. 인간의 손으로 몬스터들을 만드는데 인간을 몬스터로 변화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제키의'설마'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진실'에까지 접근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너희, 아니 당신들은 인간입니까?" 끄덕끄덕! "오 마이 갓!!" 설마 하는 심정에서 , 혹시나 속으로는 말도 안 된다고 소리치면서 셀로브에게 접근하며 물은 제키는, 자신이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에 치닫고 말았다. 그리고 그 최악의 상황은 '진실'이었다. 제키의 질문에 열성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셀로브들, 그들은 몬스터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사람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이 었던 이들이다. 그들은 이상하게도 몬스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정신을 유지하고는 이들이었다. 그것은 바로 도플이 부른 술수, 도플이 행한 장난이었다. 도플에게는 그것은 장난이었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가혹한 형벌이었고, 이 사실을 안 제키의 이 사실을 알게된 이들에게는 너무도 큰 충격이었다. 짝짝짝! 인간이 몬스터화되었음을 안 제키가 너무도 큰 놀라움에 패닉 상태에 빠져있을 때, 갑자기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분위기에 맞지 않게 들려오는 그 소리에 제키는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축하드립니다. 제일 먼저 진실에 다가가신 것을 말입니다." "너, 너는!!" 제키의 시선에 잡힌 존재. 그것은 도플. 방송 때와 다르게 순백색의 양복을 입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과 너무도 어울리지 않게 말이다. 제키는 천천히 박수를 치면서 다가오는 도플을 노려보았다. 그런 제키의 눈빛은 만약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면 수십, 수백 번 죽였을 정도였다. "이게 모두 네가 벌인 일이냐?" "뭐, 그렇죠. 어떠십니까? 흥미롭지 않습니까? 몬스터의 육체에 인간의 정신이라니 말입니다. "이. 이 썩을 놈이!" 파지지직! 입에서 내뱉어지는 말과 다르게 너무도 깨끗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도플을 보고 분노한 제키는, 전신에서 전기를 내뿜으면서 달려들려했다. 그렇지만 그보다 먼저 달려드는 이들이 있었다. 키이이이! 키아아아! 그것은 몬스터, 아니 몬스터로 변화된 이들이었다. 그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그들 역시 모두 들어서 알고 있었다. 자신들을 괴물로, 몬스터로 변화시킨 원흉이 도플이란 사실을 말이다. 그 때문에 달려들었다. 자신의 원래 육체가 아닌 몬스터로, 거대한 거미 셀로브로 변화된 육체를 말이다. 인간보다 강한 육체, 월등히 빠른 움직임, 그리고 인간의 몸이라도 단번에 토박 낼 수 있을 듯한 힘이 실린 팔. 그것을 인지한 순간, 사람이었던 이는 처음으로 이렇게 변화된 자신의 몸에 감사했다. 자신을 이렇게 변화시킨 원흉을 찢어죽일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에 대해서 말이다. 우두둑! 셀로브의 길고 빠른 팔은 도플의 배를 향해서 휘둘러졌고, 도플은 무방비한 상태에서 그대로 셀로브의 팔에 의해서 실이 끊긴 인형처럼 야구장으로 나가떨어졌다. 그렇게 나가떨어진 도플을 향해서 수많은 셀로브로 변한 이들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난도질했다. 살점 하나 남지 않을 때까지. 그런 셀로브로 변한 이들의 공격 속에서 도플은 저항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항하지 않았고, 어느새 몸과 분리된 도플의 머리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퍽! 미소 띤 도플의 머리는 셀로브로 변한 이의 팔에 의해서 박살났다. 이 광경을 보며 제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도플, 그는 마족이었던 자. 도플과 싸워본 적이 있는 제키는 도플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상민의 말에 의하면, 도플은 스스로 마족이 아니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스스로 특별한 도플갱어가 되었다고 한다. 특별한 도플갱어가 말이다. 도플갱어는 몬스터들 중에서 상급 몬스터로 구분된다. 상급 몬스터로 구분되는 이유가 인간의 모습을 빼앗아 동료들을 하나씩 하나씩 몰래 처리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상급 몬스터는 상급 몬스터. 셀로브에게 가만히 당하기만 할 도플갱어가 아니었다. 그런데 도플은 너무도 쉽게 당했다. 마치 당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 확실히 도플은 당해주고 있었다. "비켜요!" 키이? 제키는 확실히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고는 그대로 공중으로 몸을 나렸다. 그 위치는 정확히 도플의 위였다. 비키라는 제키의 말에 셀로브로 변화된 사람들은 급하게 물러났다. 파지지직! 공중에서 전신에서 내뿜어지는 전기들. 그렇지만 그 전기들을 퍼져나가지 않았다. 제키의 몸에서 내뿜어졌으나 전기들이 다시 제키의 몸으로 되돌아왔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거세졌다. 이어 그렇게 계속해서 증폭되어가던 전기들은 제키의 오른손에 집중되기 시작했고, 곧 제키의 오른손은 진한 어둠이 상민을 상대로 진 이후 저주의 정령의 근본이 되는 힘에 의해서 검게 물들어버린 전기가 응집되어 있었다. 만약 멀리서 본다면 제키의 오른손에 실린 것이 어둠이라고 생각할 뿐, 전기나 번개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어둠과 같은 번개가 응집된 오른손을 제키는 셀로브로 변화된 사람들로 인해서 난도질된 도플의 시체를 향해서 내리치며 떨어져내렸다. "검은 뇌신의 창(The God of Dark Lighting Speak)!!" 우르릉! 파아아아아! 검은 뇌신의 창(The God of Dark Lighting Speak). 이것은 제키의 필살기였다. 전의 이 기술의 이름은 뇌신의 창. 자신의 몸에서 내뿜어지는 전기가 검게 물들자, 앞에 '검은'이란 단어가 새로 추가되었을 뿐, 기존에 제키가 개발해낸 기술이었다. 제키도 이 기술을 만들어놓고 적을 상대로 쓰는 것은 처음이었다. 일단 이 기술은 오른손에 모든 전기를 응집시키는데 너무 오래 걸리고, 응집시킨후 오른손을 제외하고 다른 신체 부위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된다는 점, 그리고 한번 발동하기 시작하면 방향의 전환도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기에 그런 것이었다. 확실히 뇌신의 창이라고 광오한 이름을 붙일 만한 기술이었다. 검은 뇌신의 창이 적중된 야구장의 땅위에 있는 조각조각 난 도플의 육신은 그대로 증발해버렸으니 말이다. 뇌신의 창은 도플의 육신을 모두 증발시킨 것도 모자라 주위의 땅을 조용히 때워버렸다. "후 ~우." 뇌신의 창의 전기들은 그대로 자리에 남아 있었고, 뇌신의 창의 전기들로 인해서 그 땅위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제키뿐이었다. 그런 땅위에서 제키는 한숨을 내쉬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 한숨은 적을 완전히 처리했다는 안도의 한숨이었다. 짝짝짝! "대단합니다, 대단해. 과연 뇌신의 창이란 이름을 붙일 만한 기술이군요." "아니! 어떻게!" 제키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기술 중 최고의 강력함을 자랑하는 뇌신의 창이란 기술로 육신을 증발시켜버렸던 도플이 아무렇지 않게,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와 마찬가지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순백의 양복을 입고 박수를 치며 나타난 것이다. 키이이이! "이런, 이런. 아직도 화가 안 풀리셨습니까? 한번 죽어드리지 않았습니까. 그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는 데요." 키이이이! 퍽! 셀로브로 변한 사람들이 도플을 향해서 달려들어 그대로 기다란 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멀쩡한 좌석들만 파괴했을 뿐이다. 셀로브의 팔을 피해낸 도플은 아주 친근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당해드리는 것은 한 번뿐입니다." [ 신사 숙녀 여러분, 다시 드리겠습니다. 이번 사건의 원흉이자 진행자인 도플이니다. 현재 제가 있는 곳이 어딘 줄 아십니까? 관찰력이 좋으신 분은 금방 눈치 채셨군요. 바로 야구장입니다.] 제키 형과 라오를 프로스트 웜에 태워보낸 뒤, 나는 도플이(책상에는 라오라고 나와있는데 오타인듯..) 나타났다는 소식이 부하들로부터 전해지기를 기다렸다. 언제든지 텔레포트를 할 수 있도록 6군데의 좌표를 모두 확인한 후 준비를 끝내고 옥상에서 기다렸지만 20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혹시 TV를 통해서 또 도플이 방송을 하지 않을까란 생각에 내려갔고, 내 생각은 적중했다. 다시 방송을 시작한 도플. 지금 도플이 있는 곳은 야구장이었다. 그곳은 제키 형이 간 곳이었다! 설마 제키 형에게 무슨 일이! 나는 급하게 야구장으로 텔레포트를 하려 했다. 하지만 이내 방송에서 도플이 한 말로 인해 멈추어야 했다. [참, 경고하는 것을 잊었군요. 혹시 지금 텔레포트나 공간 이동을 하려는 분이 있다면 그만두세요. 그대로 했다가는 고기 조각이 될 테니까요. 지금 이 야구장에는 텔레포트와 공간 이동을 방해하는 술수를 부려놓았거든요.] "제길!" 만약 도플의 말대로라면 텔레포트를 해선 안 된다. 텔레포트는 아주 편리한 마법이지만 아주 간단한 방해마법만으로도 시전자와 함께 이동하는 자를 단번에 죽음으로 내몰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급하게 뛰쳐나가 프로스트 웜을 타고 이동하려 했지만, 방송에서 이어지는 말에 다시 멈추어 설 수 밖에 없었다. [거기 서둘러 나가려는 당신, 멈추세요. 멈추지 않으면 당신에게 아주 곤란한 일이 벌어질 겁니다. 그리고 제 분신을 처리해도요.] 퍽! [커억!] "제,제키 형!" TV에서 도플과 함께 나오는 피칠을 한 금발 외국인. 야구 재킷에 피로 물든 야구 모자를 쓴 이. 그는 바로 제키 형이었다. 이, 이런! [이런, 이런. 이분이 제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이었던 모양이군요. 좀 적당히 할 걸 그랬습니다.] 우득! [으아아아아!] "도플!!!" 도플은 마치 보란 듯이 제키 형의 오른팔을 부러트렸다. 제길! 제길! 죽인다. 도플 널 반드시 죽이겠어! 그리고 네 영혼은 영원히 구원 받지 못하게 해주마! 영원히 자신을 잃고 어둠을 해메게 해주겠어! [흐음. 왠지 더 괴롭혀주고 싶어지는군요. 하지만 참기로 하죠. 참, 여기 계신 외국 분이 누구신지 시청자 여러분은 궁금하시겠죠. 자!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분은 바로 정의의 사자! 가디언 한국지부의 능력자! 제키 마커스님입니다! 자자! 박수!] 짝짝짝! [제가 이 야구장에 오기 전에 먼저 도착해서 사람들을 구하고 있던 분이죠. 참으로 정의감이 넘치는 사람입니다. 아 , 맞다. 정의의 사자시죠. 정의의 사자가 정의감이 넘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제가 실수했군요. 후후후. 함부로 출동하면 현장 상황의 최고 책임자의 판단에 따라 그 자리에서 사살당할 수도 있는데 출동하시다니, 역시 정의의 사자!] 도플은 피를 흘리면서 정신을 반쯤 놓은 제키 형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말하고 있었다. 제길!제길! 이렇게 구경만 할 수 밖에 없다니! 형, 제발 살아 있어. 살아 있기만 하면 어떻게 되든 고칠 수 있으니까. 제발! [자자, 장난은 이제 그만 하도록 하죠. 자, 이것을 봐주십시오.] "아니!" 도플이 아닌 다른 곳을 비추는 카메라. 그곳은 야구장이었다. 놀랍게도 스크린에 비추어진 야구장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몬스터의 출몰로 인해서 텅 비었어야 정산인 야구장이 말이다!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 사람들은 몬스터들의 등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을 텐데, 어떻게 야구장에 사람들이 있는 거지? [아아, 모든 방송을 제가 점령해서 모르시겠지만, 방금 전 수많은 사람들과 이 야구장의 출입을 통제하고 포위하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 무력 충돌이 있었습니다. 슬프게도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은 사람도 나왔죠. 흑흑. 다 이 몸이 인기가 많아서 그런 것이랍니다. 이 사람을 보기 위해서 경찰과의 무력 충돌까지 해서 이 야구장의 자리를 가득 메워주시다니. 이 도플 정말 행복합니다. 흑흑!] 도플의 말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저기 야구장의 좌석을 채운 족히 수백, 아니 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도플이 어떤 술수를 부려서 마음대로 조종하여 야구장의 좌석을 채우게 했음을 말이다. 도플의 거짓 울음소리와 우는 모습을 보며 나는 머리가 점차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분노가 절정에 이르면 오히려 냉정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상태가 바로 나의 상태였다. "도플, 네가 원하는 게 뭐지?" [제가 원하는 것이요? 그거야 간단합니다. 바로 당신이죠. 나를 한 번 이겼던, 아니 정확히 하자면 나를 한번 죽도록 가장 큰 역할을 했던 당신입니다. 데스마스터, 이미 무대는 완성되었습니다. 관객들도 모두 준비되어 있고요. 이제 이 무대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당신만 오면 되는 거죠.] "역시 원하는 것은 나였다. 그렇다면 그런 짓을 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번거로운 짓을 했군." [확실히 번거롭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럼 기다리죠. 어서 오십시오.] "곧 가지." 획! 키이이이! [이런, 뭐 어쩔 수 없죠. 어서 오세요 . 이분이 얼마나 버틸지는 알 수 없으니 말이에요 .]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방송은 중단되었다. 나는 방금 나를 지켜보고 있던 도플의 분신을 죽였다. 말 그대로 죽인 것이다. 그 분신이 있던 자리는 바로 내가 한번 처리했던 분신이 있던 자리. 설마 같은 자리에 2개의 분신이 존재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 존재를 놓친 것이다. 그 분신을 처리한 후 나는 프로스트 웜을 아공간에서 꺼내었다. 크르르르. 프로스트 웜은 나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평소의 등장과 다르게 고함을 치지 않았다. 그런 프로스트 웜에 내가 오르자 프로스트 웜은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날아올랐다. 그리고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곳으로, 도플이 있는, 도플이 준비한 무대로 향해서.......... "그가 온다." "물론 오고말고. 그는 강하긴 하지만 인간이니까." 정신이 반쯤 놓고 있던 제키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느끼며 당장이라도 잃어버릴 것 같은 정신을 부여잡고 있었다. 지금 정신을 잃는다면 언제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을지 몰랐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기에 제키는 고통 속에서 가느다란 정신의 끈을 부여잡고 있었다. 도플을 상대로 싸웠던 제키는 힘을 보여주었다. 괜히 가디언, 전 세계 규모 기관에서 a급 능력자가 된 것이 아니었다. 제키는 전기와 함께 SWU의 능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섬기게 된 무림에 적을 둔 '사부'에게 배운 무공까지 사용하며 싸웠지만 결국 졌다. 단지 무공을 배웠을 뿐이지만 제키의 능력, 전기를 일으키는 능력을 100퍼센트, 아니 200퍼센트 살린 무공이었기에 그는 몇 배나 강해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키는 졌다. 그것은 제키가 상대한 적이 웬만하게 강한 상대가 아니었고, 그런 상대가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인간은 어떻게 할 거지?" "당연히 흡수해서 '우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우리를 마흔 여덟 명이나 처리한 존재는 드물지. 그렇지만 일부는 남겨놓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군." 제키는 선자의 말의 말에 숨죽였고, 후자의 말에 안도했다. 지금 그들이 하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자신으로서는 도망치는 것도 힘들다. 그것이 현실이다. 잠시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그것은 현재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해결하기 위한 침묵이었다. 도플은 '나'에서 '우리'가 됨으로써 강해졌지만, 사소한 문제라도 '우리'의 협의하에 해결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간혹 문제가 생기면 이렇게 일시에 행동이 정지되고 논의에 들어간다. 이런 시간은 불과 5초. 이것도 '우리'의 수가 늘면서 이렇게 길어진 것이다. "협의 결과 살려두기로 한다군." 이 순간, 제키는 안도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다만 어느 정도 육체의 정보를 차지한다." 헬기가 보인다. 군용 헬기, 경찰 헬기, 방송사의 헬기도 보였다. 군용 헬기와 경찰의 헬기는 나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 접근해왔고, 방송사의 헬기는 지금은 방송도 되지 않을 텐데도 나를 찍기 위해서 접근해왔다. 군용 헬기에는 무기가 탑재되어 있었고, 경찰 헬기에는 무기를 든 경찰이 탑승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공격하지 않았다. 아니, 공격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정확했다. 이번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능력자들뿐이고, 현재 사고 현장에서 이번 사건의 원흉이 되는자, 도플은 나를 부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거기에 도플이 만든 무대에는 인질이라는 수단도 있었고...... 프로스트 웜을 타고 어느새 야구장 상공에 도착한 나는 바로 착륙하지 않고 주위를 살폈다. 이 무대는 도플이 준비한 무대. 그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 곳에 무방비한 상태로 들어갈 만큼 나는 어리석지 않았다. [아빠, 준비 끝냈어요.] [고맙다. 신호를 보내면 부탁한다.] [맡겨두세요.] 금영이로부터 들려온 목소리는 곧 사라졌고, 나는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TV에서는 켜져 있던 야구장 헤드라이트가 모두 꺼져 있었지만 불편한 점은 없었다. 나의 눈은 오히려 어둠이 더욱 익숙했으니 말이다. 짝짝짝!짝짝짝! 팍! 팍! 팍! 야구장에 들어서자 들려오는 박수 소리. 그것은 인질들. 도플의 알지 못할 술수에 의해 군 경찰과의 무력 충돌에도 불구하고 야구장의 좌석을 메운 인질들이 치는 박수 소리였다. 그 소리는 야구장 밖까지 들릴 정도로 컸고, 박수 소리와 함께 헤드라이트가 켜져 경기장을 밝혔다. 그렇게 밝혀진 야구장 중심에는 한 사람, 아니 한 존재가 서 있었다. 그는 도플. 이번 사건의 원흉이었다. [신사 숙녀 어려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번 무대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데스마스터이십니다!] 짝짝짝! 도플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의 박수 소리는 더욱 커져갔다. 사람들은 가희 필사적으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경찰과 무력 충돌로인해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렇게 박수를 치고 있는 이들 중에는 갓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어린아이도 껴 있었다. 잠시 그렇게 이지가 제압된 상태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이들을 바라본 나는 조용히 착지한 프로스트 웜의 등 뒤에서 뛰어내렸다. 내가 프로스트 윔에서 내리자 진동하던 박수 소리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드디어 이 무대의 주인공이 모두 갖춰졌군요. 모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 무대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데스마스터님과 인터뷰를 해보겠습니다.] 터벅터벅. 그의 말과 함께 흐리멍덩한 눈을 한 여자아이가 도플의 손에 들린마이크를 들고 가장 낮은 수준의 좀비처럼 느릿느릿 터벅터벅 걸어왔다. 여자아이는 갓 초등학교에 들어갈 정도로 보였고,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왼손은 탈골됐는지 덜렁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오히려 더욱더 머리가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상처 입은 몸으로 내 앞까지 걸어온 아이는 나를 향해 마이크를 치켜들었다. 멀쩡한 오른팔을 치켜들어도 내 가슴 밑까지밖에 안 닿는 작은 키의 아이를 잠시 바라보다가 나는 아이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우우웅!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인 생명이 아이에게 스며들었다. 지금 당장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 의지에 따라 스며든 생명은 아이의 생명력을 자극하여 보다 빠르게 상처를 회복시킬 것이다. 이후 나는 아이의 덜렁거리는 왼팔을 끼워 맞췄고, 아공간에서 붕대와 막대기를 꺼내 고정시켰다. [오오오! 역시 친절한 분이군요. 그런데 어떻게 하죠? 쓸데없는 일을 하셨는데 말입니다.] 쓸데없는 일? [왜 당신이 한 일이 쓸데없는 일인지 궁금하십니까? 가르쳐드릴까요?] 도플은 아주 천진난만한 얼굴을 한 채 나에게 말했다. 설마 이 아이에게 술수를 부린 간가? 나는 급하게 아이를 살폈다. 그렇지만 아이로부터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상한 물건도 들고 있지 않았고 말이다. 단지 아이가 신고 있는 어린이용 구두가 붉다는 것이 조금 특이했지만, 그 붉은 구두는 말 그대로 평범한 구두였다. 그때, 내 귀로 도플의 말이 들려왔다. [뭐, 저에게 관심이 없어 보이시는 것 같지만 가르쳐드리죠. 저에게 흡수된 SWU의 능력자들 중에는 아주 특이한 능력을 가진 자가 있었죠. 그 능력이 뭔지 아십니까? 그것은 아주 평범한 물건을 폭! 탄!으로 만드는 겁니다. 예를 들어 그 붉은 구두를 말이죠.] 말릴 새도 없었다. 도플의 말을 듣고 나는 바로 몸을 움직였다. 도플의 말에서 '붉' 자가 나오는 순간, 나는 너무도 눈에 띄는 아이의 구두를 벗겨서 공중으로 던져 올렸고, 동시에 마나를 움직여 붉은 구두를 감쌌다. 콰쾅! 놀랍게도 평범한 구두는 공중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그 폭발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만약 아이의 발에서 구두를 벗기지 않았다면 아이의 시체조차 찾이 못할 정도로 말이다. 도플이 SWU의 능력자들을 꽤나 많이 흡수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흡수한 능력자들 중에 그런 능력을 가진 자가 있는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분노했다. 이런 어린아이를.... 그것도 상처를 입은 아이에게 폭탄으로 변화된 신발을 신긴 것에 대해 말이다. [이런! 제가 한 말이 거짓말이 되고 말았군요. 당신이 한 일이 쓸데없는 일이 아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키키키!] "........" 도플의 도발 속에서 난 냉정함을 유지하기 위해 힘써야 했다. 이것은 경고. 야구장 내의 아주 평범한 물건이라도 폭탄으로 변화시킬 수 있고, 혹은 변화시켜놓았을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진정하자, 진정. 이미 수는 준비되어 있다. 문제는 타이밍이야. 속으로 몇 번이나 되새기면서 나는 마이크를 잡고 사악하게 웃고 있는 도플로부터 시선을 떼지 않고 지켜봤다. [이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군요. 이 무대를 빛내주시는 당신에게 꽃다발이라도 전달해야 하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하죠? 무대와 관객을 준비하느라 꽃다발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다른걸 준비했답니다. 자, 받아주십시오. 뭐, 고마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 말을 하면서 도플은 마이크를 잡고 있는 오른팔을 들어올렸다. 슈슈슉! 그것은 어떠한 물건의 이동이었다. 마법적인 이동이 아닌 초등력으로 인한 물체 전이었던 것이다. 나는 만약의 사태를 위해 실드를 펼치기 위해서 준비했다. 인질이 있는 이상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방어뿐. 최대한 방어를 하면서 인질을 무사하게 빼낼 기회를 기달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물체 전이를 통해 이동되어 온 물체를 확인한 뒤 에 사라졌다. 도플에 의해 이동되어 온 물체. 그것은 바로 내가 제키 형과 함께 보낸 데스마스터들의 신체였다. 팔과 다리. 몸통에서 떨어져 나간 데스나이트의 신체가 물체 전이를 통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데스타니트는 머리르 비롯해 상반신의 3분의 1만 무사하다면 얼마든지 재생이 가능하니 문제될 것은 없었다. 투둑! "저, 저건!" 데스나이트들의 사지와 몸통이 떨어지는 소리와는 전혀 다른 소리에 고개를 돌렸을 때 내가 본 것은, 제 모습을 거의 잃은 고깃덩어리였다. 그 고깃덩어리에서 보이는 뼈. 그것은 조금이지만 형태가 남아 있었고, 그 형태는 바로 팔이었다. 살아 있던 자의 팔, 어깨에 붙어 있어야 할 팔이었다. 나는 그 팔의 주인이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머릿속에서 그것을 부정했다. 아닐 거라고........ 팔의 주인은 능력자. 원거리 공격보다는 근거리 공격을 하는 자. 무림 용어로 말하자면 무인, 혹은 무인에 가까운 자. 그런 자의 팔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거의 제 모습을 잃고 나뒹굴고 있었따. 투둑! 파악! 이번엔 데스나이트의 사지와 몸통이 떨어지는 소리와 전혀 다른 소리. 육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바로 마나를 내뿜어 그것을 끌어들였고, 이내 내 손에 들렸다. 그것은 다리. 왼쪽 다리였다. 그 다리는 다행히 모습은 유지하고 있었다. 뼈도 어느정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말이다. 그것을 본 나는 바로 의지를 일으켰고, 생명의 활동을 차단했다. 이어서 먼저 떨어져 나간 팔도 회수했다. 그 말은 오른팔. 그 손상 정도는 꽤 컸지만 충분히 본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근육이 괴사를 일으켰고 , 그야말로 고깃덩어리라고 밖에 할 수 없지만 본 모습을 찾도록 할 수 있다. 나는 네크로맨서. 죽음으로 생명을 이해하고, 불사를 꿈꾸는 자. 그런 이등 중에서도 상당한 경지에 오른 자. 이 팔이 이대로 쓸 수 없다 하더라도 나는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 다만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바로 이 팔과 다리의 주인의 죽음..... 내가 죽음과 생명을 다루긴 하나 죽은 자를 되살릴 수는 없다. 죽음. 그것은 태초부터 이어져온 의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그때, 난 느낄 수 있었다. 미약한 생명을, 당장이라도 꺼져버릴 것만 같은 생명의 불꽃을 부여잡고 있는 생명을! 그리고 난 그 생명을 향해 몸을 날렸다. 와락! 나는 생명이 깃든 것을 공중에서 안아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더 이상 현실을 부정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내 품에 안긴 이...... 야구를 좋아해 야구 재킷과 야구 모자를 소중히하는 이. 한때 적으로 만났으나, 어느새 호영호제하는 사이가 되었던 이. 외국인 주제에 골목 시장 사람들과 친하고, 거기에 우리나라 음식도 수준급으로 만들어 냈던 이. 그는 바로 ... 제키 형이었다. "여....어..와...왔.....냐....." "형!" 제키 형은 전신이 피칠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아까 내가 주웠던 오른팔과 왼쪽 다리의 주인은 역시 제키 형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제키 형의 왼손과 오른쪽 다리도 이미 그 모습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전신이 피칠이 되어 있어 평범한 이라면 확인할 수 없겠지만, 형의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 없었다. 전신을 칠한 피의 주인은 다름 아닌 형 자신이었던 것이다. 제길! 급하게 난 아공간을 열고 포션을 꺼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피를 보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포션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니 말이다.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 젤드리온을 상대하느라 홀리 포션 최상급과 상급은 이미 써버린 상태. 아공간에 남아 있는 홀리 포션 중 나는 가장 높은 등급인 중급의 홀리 포션을 꺼내 형에게 먹이려 했다. 하지만 형은 정신은 간신히 유지하고 있었지만 입에 가져다 댄 포션을 마시지 못했다. 제길! 이럴 때 방법은 하나뿐이다. 제길! 제길! 제길! 나는 손에 들린 홀리 포션을 입에 머금었다. 그리고 잠시도 망설일 사이 없이 정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제키 형의 입에 내 입을 가져다 댔다. 그렇다! 나는 그간 지켜왔던 첫 키스를 남자에게 바치고 만 것이다. 강제로 홀리 포션이 형의 목으로 넘어간 것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애초부터 망설임 따위는 없었지만, 한 번 하고나니 전혀 신경쓰지 않게 되었고, 그렇게 4번을 더 형과 입을 맞춰 홀리 포션을 마시게 했다. 과연 홀리 포션. 게임 속에서도 귀한 것에 속했던 포션인 만큼 현실화되어서도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꺼질 것만 같은 생명의 불꽃은 다시 천천히, 아주 서서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후~ 우!" [이런, 이런! 뜻밖의 이벤트가 벌어졌군요. 남자와 남자의 키스라니말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어울리는군요.] "...도플." 순간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이내 원래대로 돌아갔다. 잠시 도플을 바라보다가 나는 제키 형에게 다시 손을 쓰기 시작했다. 일단 사지가 떨어져 나간 부분의 생명을 조절했다. 그곳의 생명이 그대로 유지되도록 말이다. 그대로 유지된다면 형의 사지가 떨어져나간 부분의 상처는 회복되지 않는다. 동시에 상처는 악화되지도 않는다. 썩지도 곪지도 않으며, 어떤 수술을 써도 봉합되지도 않는다. 이것은 형의 사지를 다시 붙이기 위한 조치였다. 이래돌 오랜 시간이 지난다면 다시 팔과 다리를 붙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현대 의학이라면 이미 불가능했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생명과 죽음을 다루는 자. 그렇기에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여유가 아니었다. 지금 나는 적지에 들어와 있으니 말이다. "셰......." [이런! 부하를 부르시면 곤란합니다.] 콰쾅! 셰인을 부르려는 순간, 내 말을 끊은 도플. 그리고 이어서 일어난 폭발! 그 폭발은 우리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다. 폭발이 일어난 곳은 타자가 서는 오른쪽 타석이었고, 덕분에 피해자는 없었다. 부하도 함부로 불러내지 말라는 건가? 나는 셰인을 불러내서 제키 형을 보호하라고 시키려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할 수없게 된 것이다. 도플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하고는 나를 쳐다보았다. [부하들을 부르시면 곤란하죠. 당신에 대한 조사는 이미 끝냈거든요. 엄청난 수의 언데드 군단. 거기에 로드급 언데드까지 부하로 부리고, 자신 스스로도 그 이상의 힘을 지닌 존재. 그런 존재가 당신이란 것을 말이죠.] ".........." [그래서 준비한 겁니다. 이 무대를! 이 관객을 말입니다! 이제 제가 준비한 마지막 순서만이 남았습니다.] 이 말과 함께 도플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동시에 마이크를 들지 않은 왼손을 들어올렸다. 철컥! 철컥! 철컥! 도플이 왼손을 들어올리자 야구장의 좌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 중 나에게서 가까운 좌삭에 앉은 이들이 어디서 났을지 모를 총기들을 집어 들고 장전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눈은 여전히 흐리멍덩했다. 야구장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총을 장전하고 총구를 한곳으로 집중했다. 그들이 총구를 향한 곳은 불행히도 바로 내가 있는 곳이었다. [마지막 순서는 바로 저와 당신, 데스마스터의 대결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여기 계신 관객 여러분의 축포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여러분! 준비하시고~! 쏘세요!] 두두두두! 탕! 탕! 탕! "제길! 스피릿 실드!" [끼아아아아!] [끼아아아악!] [크아아아악!] [키키키키키!] 타다다다당! 내가 시전한 스피릿 실드로 인해 움직이기 시작한 수많은 망령들은 내 지시에 따라 나와 제키 형을 감쌌다. 마나의 힘에 의해 실체를 가진 망령들이 나와 제키형을 중심으로 회전하며서 총알을 받아냈다. 평소라면 모두 튕겨냈을 것이다. 그렇지만 스피릿 실드로 인해 움직이기 시작한 수많은 망령들은 총알을 받! 아! 내! 고! 있었다. 현재 이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도플에게 있어 인질이자 훌륭한 도구였다. 그들은 어느새 좌석에서 내려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손에 들린 총을 쏘면서 말이다. 순간, 도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그들은 도플의 조정을 당하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체계적으로 도열을 맞춰 총탄을 갈면서 총을 쏘고 있었다. 슈우~! "이, 이런!"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 그건 로켓포의 소형 로켓이 날아오는 소리였다. 그 수는 여덟! 도대체 이런 무기를 어디서 수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로켓들의 폭발 범위에는 사람들이 들어와 있었고, 현재 나는 피할 수도, 피해서는 안되는 상황이 되었다. 제길!! 나는 빠르게 로켓의 수와 같은 8마리의 망령들을 움직여 로켓의 방향을 하늘로 틀고는, 서로 부딪치게 했다. 콰콰콰쾅! 하늘에서 충돌한 로켓은 작지 않은 폭발을 일크였다. 그로 인해 사방으로 불똥이 튀고, 후폭풍이 사람들을 덮쳤지만, 사람들은 몸에 불이 붙은 상태에서도 후폭풍에 휘말려 넘어진 상대를 짓밞으면서 다가오며 총을 쏘고 있었다. 제길! 이대로라면 무리다. 방어만으로는 이길 수 없어! 도플은 평범한 물건을 폭탄으로 변화시키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사람들을 조종하고 있다. 제길! 어떻게 해야 하지! 망령들의 방어막 아래에서 방어하며 나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방법을! 현재 상황을 타계할 방법을! "저....하....이...하...니...." "응?" "적....하...아...하....니...." 내가 현재 상황을 타계할 방법을 생각하며 방어하고 있을 그때, 홀리 포션에 의해 조금이지만 회복한 제키 형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제키형은 의식이 반쯤 나간 상태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소리는 너무도 미약하여 현재의 상황을 타계할 방법을 생각하기 위해 집중하지 않았다면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형이 나에게 할 말이 있는 건가. 나는 형의 말을 듣기 위해 좀 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뭐라고!" 제키 형이 간신히 정신의 끈을 부여잡고 작게 중얼거리고 있는 내용은 믿기지 않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제키 형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고, 제키 형은 그 말을 계속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그렇지만 만약 그렇다면........ 파지지지직! 화르르르르! 파아아아악! 사사사삭! 콰콰콰쾅! 그때,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공격이 망령들로 만들어진 방어벽을 떄렸다. 마나 유동은 전혀 없었다. 그렇다는 말은 이번의 공격은 바로 도플이 했다는 말이다. [이런! 사람들이 제 공격에 휘말려들고 말았군요. 데스마스터님, 방어를 잘 해주셔야죠. 안 그러면 희생자가 점점 늘어납니다.] 스피커로 울리는 도플의 목소리. 그와 동시에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도플의 공격으로 인해 휘말린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날카로운 바람에 의해 다리가 잘리고도, 강한 수압의 의해서 흉기로 돌변한 물로인해 상체의 일부가 으스러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공격하기 위해서 다가오는 이들의 모습을 말이다. 그들은 분명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나는 잠시 형을 바라보았다. 형은 여전히 가느다란 정신의 끈을 부여잡고 그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미 피는 멎고 혈색도 조금 괜찮았지만, 사지가 떨어져나가는 중상과 엄청난 내상을 입은 제키 형은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마치 누구에게 알리기 위해 그러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잠시 갈등했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을 믿을 것인가. 아니면 제키 형의 말을 믿을 것인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인...이..모..죽....영....수를...." 그때, 형이 중엉거리는 말의 내용이 바뀌었다. 중얼거리는 그 말을 들은 순간, 내 갈등은 끝이 났다. 지금까지 혼란스러웠던 머리는 단번에 식어버렸고, 주변의 혼란스러운 상황 또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다른 이드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이 상황에 빠져 내가 놓친 이들. 제키 형의 말을 듣고 나서야 알아차린 그들을! "셰인! 볼케이노! 프로스트! 빌리!" [예스, 마스터.] [이런, 이런. 제가 한 번 말.....] "지금까지 나를 농락한 저들을 베어라! 지옥의 업화(業火)로 불태우고, 무저갱의 한기로 얼어붙게 만들어라! 그리고 독으로 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저들에게 선사하라! [마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척! 척! 척! 척! 마이크를 통해 말하는 도플의 말을 끊고 난 4명의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내 명령으로 셰인을 비롯한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빌리는 각자의 검을 뺴들었다. 데스 챔피언이 된 이후 하나같이 검은 갑옷을 입은 그들. 그들이 각가지 기운을 내뿐자 검게 물든 감옷이 그 기운에 맞춰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데스 챔피언이 된 이후 그들에게 생긴 특수 능력. 정통파라 할 수 있는 셰인의 갑옷은 순백으로 바뀌었다. 비정하나 정직한 그의 검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볼케이노의 갑옷은 불타오르기 시작했고,검은 기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곳에는 지옥의 업화로 된 검과 갑옷을 입은 업화의 기사만 남아 있었다. 볼케이노와 상반되는 프로스트의 갑옷은 푸르게 물들었고, 이내 깨어져나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투명한 얼음으로 된, 그러나 그 안의 모습이 비치지 않는 갑옷을 입고, 피조차 그대로 흘러내릴 듯한 투명한 얼음 검을 지닌 빙정(氷晶)의 기사만이 남아 있었다. 둘이 나란히 걸어 나가자 그들 중간에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마지막, 빌리. 빌리의 갑옷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검은색에서 보라색으로 변했을 뿐이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빌리의 검 또한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보라색으로 물든 빌리의 몸으로부터는 은연중에 보라색 안개가 피어올랐고, 안개는 빌리의 주위를 방황했다. 보라색 안개가 퍼진 대지는 역시 보라색으로 물들어갔고, 그 생명력을 잃어갔다. 그 보라색 안개는 독. 단 하나의 독이 아닌 각가지 독이 섞인 빌리만의 독이었다. 오직 빌리만의 독. 빌리만이 사용하고, 빌리만이 해독 할 수 있는 독이었다. 팍! 팍! 팍! 두두두두! 슈우우우! 콰쾅! 나의 네 기사는 변화를 마치고는 동시에 뛰쳐나갔고, 사람들은 총구를 돌려 셰인과 볼케이노, 프로스트, 빌리를 공격했다. 그들이 쏜 총알이 몸에 적중했으니 그들의 몸을 보호하는 방어구를 뚫지 못했고, 쏘아진 로켓은 그들의 몸에 닿지도 못하고 공중에서 폭발하거나 그대로 힘을 잃고 떨어져 내렸다. 그러는 사이, 네 기사는 사람들에게 근접하여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스윽! 그들은 거침이 없었다. 스스로의 의지인지, 아니면 무의식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사람들은 손에 들린 총을 들어 검을 막으려고 했지만 검은 총과 함께 앞을 막는 모든것을 베었고, 불태웠으며, 얼리고 녹여버렸다.그것은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크아아악!] [까아아악!] 베었다. 계속해서 베었다. 어느 순간 나타난 나의 네 기사의 하인들도 자신들의 검을 휘둘러 사람들을 베었다. 남자, 여자, 노인, 학생, 어린어이 할 것 없이 모두 베었다. 나의 기사, 내 기사의 하인들에 의해 지금 이 야구장에서 학살이 자행되고 있었다. 머리가 베이면 피가 치솟고, 팔과 다리가 베이면서 피가 흘러내렸다. 대각선으로 베어지고, 독에 의해 신체가 녹으면서 체내의 장기가 눈에 들어왔고, 화염으로 인해 인간 고기가 익는 냄새가 퍼져나갔다. 극한의 냉기로 인해 얼어붙은 신체가 부서지고 불로 인해 녹으면서 야구장의 피로 적셔갔다. 그야말로 인세지옥(人世地獄)! 다른 표현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 광경에서 나는 눈을 떼지 않았다. "이거 정말 의외의 수로군요. 인질을 포기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네 기사의 검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피로 만들어진 혈로로 걸어오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도플이었다. 나는 상황에 맞기 않게 순백의 양복을 입고 있는 도플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 꿈틀. "지금 저를 무시하는 것입니까? 감히 이 도플을 말입니다!" 그런 도플의 말을 들으면서도 난 고대를 돌리지 않고 네 기사들이 자행하고 있는 짓을 지켜보았다. 학살이 시작한 이후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절반 이상이 시체가 되어 뒹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너무도 처참했지만 난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시선이 향한 곳은 그 광경보다 조금 위쪽이었다. 다른 이들은 같은 곳을 바라본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보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른 '광경' 이었다. 내가 혼란에 빠져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 그것을 난 지금 보고 있었다. "그래요. 저를 무시하는 것이시군요. 감히 이 도플을 말이죠. 그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해드리죠. 그런데 이거 아시나요? 지금 이 광경이, 너무도 참혹한 이 광경이 방송되고 있다는 것을요. 이거 곤란하게 되었는걸요. 키키키!" 도플의 말에 난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고, 도플은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확실히 이 참혹한 광경이 방송되고 있었다. 그것은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내가 이 야구장에 들어섰을 때부터 방송되고 있음을 말이다. 그의 말대로 이 광경이 방송되고 있다는 것은 나에게, 가디언에게 아주 곤란한 일이었다. 현재 대중에게 가디언의 이미지는 상당히 좋지 않다. 그런데 가디언의 요원인 내가 이와 같은 일을 벌인 것이 방송된다면, 가디언은 더욱더 좋지 않은 단체로, 사악한 집단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그래. 곤란하지. 저들이 모두 사람이라면 말이지." "...그게 무슨 소리지요?" 도플은 내 말에 아주 잠시, 찰나 동안 얼굴을 굳혔다. 보통 사람이 아닌 상당한 수준의 능력자라 하더라도 놓칠 정도로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나는 도플의 얼굴 변화에 신경을 쓰고 있었기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이로써 저들이 이미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실해졌군. 확신을 가진 뒤 조금이지만 가졌던 일말의 죄책감은 사라지고, 이 참혹한 광경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말 그대로 이들은 사람이 아니라는 거지." 내 말의 도플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나는 그런 그의 표정과 상관없이 말을 계속했다. "사실, 나도 완전히 속고 있었어. 난 데스마스터. 죽음과 생명을 다루는 자. 그렇기에 이들의 생명을 모두 느낄 수 있었지. 그 생명력은 분명 너와는 달랐어. 평범한 사람의 것이었지. 보시다시피 지금 처리되고 있는 것처럼 인간 내의 장기와 혈액과 혈향, 모두 완벽하게 따라서 해냈더군. "흐응. 계속하세요." 도플은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 내 기사들에 의해 처리되고 있는 이들은 바로 '너' 다. 완벽하게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고, 지금처럼 완벽하게 '인간'으로서 죽는 '연기'를 하고 있지만 말이야. 어때? 내 말 틀리나?" "아니오. 정답입니다. 정말 궁금하군요. 완벽했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안 거죠? 도플은 순순히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곧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바로 운동장을 붉게 물들이고 있던 피의 색이, 그 피들이 흘러나온 육편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피는 붉은색에서 점차 불투명한 색으로 변화했고, 육편들 역시 피와 마찬가지로 불투명한 액체로 변하여 도플에게 흡수되었다. 그 밖에 나의 네 기사들이 학살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연기' 하던 이들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보일 수 없는 빠른 움직임으로 검을 피해 도플의 뒤에 섰다. 나의 네 기사 역시 학살을 멈추고 내 뒤에 섰고 말이다. 이렇게 대치 상태가 되자 나는 잠시 뒤를 돌아 보호하고 있던 제키 형에게 다가갔다. 제키 형은 더 이상 중얼거리지 않았고, 정신도 잃은 상태였다. [금영아.] [예.] 슈욱! 내가 금영이를 부르자 형 밑에 생긴 그림자가 그대로 형을 삼켰다. "오! 놀랍군요. 그림자를 통해 이동시킨다라. 최근 그림자를 사역하기 시작한 모양이군요. 좋아요 좋아." 나에 대해 조사를했다고 말했으면서도 금영이에 존재에 대해서 모르는 모양이군. 그림자를 통해 형은 지금 가디언에 소속된 병원으로 이동되었다. 그 후의 조치는 이미 금영이에게 일러두었기에 문제는 없었다. 형을 이동시킨 이후, 나는 흥미진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도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도플, 너희'들'의 존재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제키 형이 중얼거린 말 때문이다. " 그랬다. 간신히 정신의 끈을 부여잡은 상태에서 계속 중얼거린 형의 말. 그 말 때문에 나는 인질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아무리 도플이 정신 계열의 능력을 흡수해여 그 능력을 증폭시킨다 하더라도 지배할 수 있는 수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1천 명에 가까운 인질들의 정신을 지배하고, 유동적으로 총기를 사용하도록 조종했다. 도플이 아무리 강해졌다 한들 1천 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정신을 지배한 상태에서 유동적으로 다룰 수 는 없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지도 않고 혼란에 빠져 있었다. 만약 형의 말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속아서 무작정 당하고 있었을 것이다. 제키 형이 계속 중얼거린 그 말은 바로,' 적은 하나가 아니다. 하나다. 전부다.'였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만약 도플의 존재가 떠오르지 않았다면 형의 말을 이해하지도, 의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도플은 예전에 나에게 말했다. 마족은 아니지만 특별한 도플갱어가 됐다고 말이다. 도플이 나에게 했던 말과 형이 중얼거린 말. 그리고 정신이 제압된 상태에서 유동적으로 총기를 사용하는인질들. 제키 형의 말은 뭔가 부족했지만, 다른 2가지를 통해 형이 하려 했던 말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다. 형이 하려 했던 말은 바로, '적은 하나이자 하나가 아니다. 전부다.'였다. "형이 하려고 했던 말은 '적은 하나이자 하나가 아니다.전부다'였다. 이 말과 네가 나에게 했던 말, 그리고 유동적으로 총기를 사용하는 인질들. 이 세 가지로 인해 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말도 안 되는 상상. 그것은 바로 이 야구장의 인질들, 수 천명의 사람들이 모두 도플이라는 상상이었다. 처음에 나는 이 상상을 부정했다. 그러면서도 제키 형이 치명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중얼거린 말이었고, 내 머릿속에서 가능할 수도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인질들이 모두 도플이라는 가능성을 무시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그 상상을 믿고 인질들을 공격 할 수도 없었다. 만약 아니라면, 저들이 도플이 아니라면 난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것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내가 갈등하고 있는 사이, 때마침 도플이 나를 공격했고, 나는 무사했지만 그 공격에 인질들이 휘말렸고, 그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상처 입고 피를 흘리는 이들이 말이다. 아마도 그 공격은 나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일 것이다. 나 역시 그것을 보고 의심을 접을 뻔했으니 말이다. 만약 다른 내용을 중얼거린 제키 형의 말이 없었다면 말이다. 형이 나중에 중얼거린 말은 앞에 한 말보다 확실하고, 명확했다. 제키 형이 나중에 중얼거린 말, 그것은 바로..... "'인간이되 몬스터로서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해 복수를'이었다." "'인간이되 몬스터로서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해 복수를'이라. 저 인간, 그것을 중얼거리고 있었던 겁니까? 그런데 그게 당신의 갈등을 사라지게 만든 이유와 무슨 상관이 있죠? 저 인간과 있던 몬스터화되었던 자들의 영혼은 제가 처리했는데 말이죠." "그렇지." 도플의 말대로 이 야구장에는 인간이었으나 몬스터가 되어 죽은 이들의 영혼은 없었다. 도플과 싸워본 적이 있기에 알고 있다 .도플이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을 익히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 네 말대로 '그들'의 영혼은 없었다. 너는 그들의 영혼을 완벽하게 처리했어. 하지만 한 가지 실수를 했더군." "제가 실수를요? 어떤 실수인지 궁금하군요." "네가 한 실수는 바로 저것이다." 내가 손가락으로 가르킨 것은 바로 도플 뒤에 선 도플들이었다. 이에 가장 앞에 선 도플이 뒤를 돌아보고는 이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 저에게 농담을 하신 겁니까. 그렇다면 유감이군요. 전혀 재미없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거냐, 저들의 모습이! 네가 방금 전까지 '연기'했던! 네가 흡수했던 이들의 원혼이!" 그랬다. 내가 더 이상 갈등하지 않게 된 이유, 그것은 바로 인질의 모습을 한 도플의 등 뒤에 선 자들. 그 원혼 때문이었다. 그 모습은 도플이 '연기'했던 이들이었다. 다만 그들의 얼굴에는 억울함이, 처절함이 가득했다. 나는 제키 형이 나중에 한 말을 이해하기 전까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있었다. 저렇게 처절하게 울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그들의 울음소리를!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겁니까. 저들이라니요?" 가장 앞에 선 도플은 정말로 아무것도 안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내눈에는 확실하게 보였다. 수많은 도플들과 연결된 사슬에 묶여서 울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뭐, 됐습니다. 어차피 알게 되겠죠. '제'가, 또'우리'가." "'우리'가?" [당신을 흡수하게 된다면 말이죠.] 파지지직! 화르르르! 우우우웅! 파아아아! 콰콰콰콰! 수천 명의 도플이 일시에 말하며 손에 각기 다른 것을 맺었다. 바람, 불, 물, 냉기, 전기 등의 자연계 에너지가 맺힌 도플도 있었고, 어떤 도플은 염력을 통해 나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각기 다른 행동을 하며 준비한 그들이 일시에 공격을 시작했다. 약 1천 명의 도플의 공격! 나는 그들이 공격해오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제키 형은 이렇게 많은 도플을 상대했던 것이다. 처음에도 나처럼 속았을 것이고, 거의 마지막에 달했을 때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인질은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도플이란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나에게 알리기 위해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정신의 끈을 부여잡고 중얼거린 것이다. 나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도플, 이거 하나 약속하지. 넌 오늘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죽는다." [죽여보시지요.] 내 말을 들은 도플들이 일제히 말했고, 그 순산에 도플이 한 공격중 마나로 인한 것이 아닌 초능력으로 만들어진 화염구가 내 앞에 거의 다다랐다. 하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파악! 스스스! [허허허! 약하다, 약해. 고작 그런 공격으로 마스터께 상처조차 낼 수 있겠나.] 화염구는 나에게 닿지 못했다. 갑자기 내 뒤에서 쏘아진 물의 구, 아쿠아 볼에 의해 증발되었으니 말이다. 아쿠아 볼을 쏘아낸 존재. 그는 데스 위저드 유일하게 데스 챔피언이 되지 않은 나의 수하, 보를이었다. 데스 챔피언이 아닌 데스 위저드가 되었다고 하나, 로브 안에는 전신을 뒤덮는 갑옷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어느 때보다 짙은, 어둠에 가까운 로브만이 남아 있을 뿐. 그것은 데스 위저드 보를의 특수 능력이 발현된 모습이었다. 짙은 어둠과 같은 로브에 노년의 마법사를 한 보를. 그리고 보를과 보를의 하인들은 마찬가지로 짙은 어둠과 같은 로브를 입었지만, 보다 젊은 마법사들이 나를 지나쳐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보를을 앞세우고 일렬로 늘어섰고, 일시에 양손에 들린 스태프를 땅에 내리꽂았다. 우우우웅! 그러자 놀랍게도 보를과 그의 하인들인 데스 서번트들이 입고 있는 로브가 그 짙은 어둠을 내뿜었고, 어둠은 벽을 만들어냈다. 그 어둠의 벽은 놀랍게도 1천 명에 이르는 도플들을 흡수했다. 마치 빛조차 흡수하는 블랙홀처럼 말이다. 모든 공격을 흡수한 어둠의 벽은 순간 뒤바뀌기 시작했다. 짙은 어둠에서 밝고 찬란한 빛으로 말이다! 어둠의 벽에서 빛의 벽으로 말이다! 파지지직! 화르르르! 우우우우! 파아아아! 콰콰콰콰! 놀랍게도 어둠의 벽에서 빛의 벽으로 변화한 벽은 어둠의 벽이었을때 흡수한 도플들의 공격을 내뿜기 시작했다. 전기와 화염, 날카로운 바람과 염력에 의한 강한 충격파조차도 말이다. [아자!아자!아자! 이번에는 우리 차례다! 가자! 애들아!] [예! 형님!] 이번에 나선 것은 데스 챔피언들 중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는 이 우라노스였다. 우라노스는 굉장히 기쁜 듯이 어느 사이엔가 사라진 빛의 벽이 있는 곳을 넘어서 돌진했고, 뒤이어 우라노스의 하인이자 우라노스와 거의 비슷할 정도의 거인들로 이루어진 데스 서번트들이 뛰쳐나갔다. 그들은 결코 멈출 생각이 엇다는 듯이 앞으로 나가며 더욱 속력을 높였다. 그리고 그들의 무기. 거대한 해머를 일자로 세웠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해머가 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거한인 우라노스와 데스 서번트들을 감싼 정말로 거대란 방패로 말이다! 그 방패의 바깥쪽에는 어떤 것도 꿰뚫어버릴 듯한 20센티미터 정도의 가시들이 무수히 생겨났고, 그 가시 중심에는 해머를 든 데스 챔피언이 음각되어 있었다. 쿵! [크하하하하! 밀어붙여라! 밀여붙여! 곤죽으로 만들어버려라!] [예! 형님!] [그대들에게 죽음의 비를.] 파파파파팍! 우라노스와 우라노스의 데스 서번트들의 목소리에 묻혀버리고 말았지만 난 확실하게 들을 수 있었다. 활을 쓰는 데스 챔피언 킬의 목소리를. 킬의 목소리와 함께 쏘아진 킬과 킬의 데스 서번트들의 화살. 화살은 도플들을 향해 쏘아지지 않았따. 화살히 향한 곳은 하늘. 정확히 우라노스와 우라노스의 데스 서번트들에 의해 밀려나고 있는 도플들의 머리 위를 향해서 였다. 하늘 높이 쏘아진 화살은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고, 그 속도는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뿐만 아니라, 화살은 늘어나고 있었다. 하나에서 둘! 둘에서 넷으로 계속 늘어났고, 이내 수많은 화살들이 공중를 가득 메웠다. 그것은 화실의 비. 노리는 자로 하여금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죽음의 비였다. 파파파팍! 깡! 깡! 깡! [으아아아! 킬! 우리가 있는데 공격을 하다니! 죽으면 어쩌려구!] [겨우 그 정도로 죽는다면 마스터를 모실 저격이 없다는 증거. 애초부터 없는 게 낫다.] [으으으!] [진짜로 죽고 싶지 않다면 피해라! 우라노스!] [히익!] 이번에 나선 자는 창을 쓰는 데스 챔피언. 내가 가진 기마대의 기마 대장. 켈트와 켈트의 데스 서번트들이 마상창 랜스를 투척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그 모습에 그것을 본 우라노스와 우라노스의 데스 서번트들은 급하게 물러나기 시작했다. 우라노스와 우라노스의 데스 서번트들의 갑옷이 다른 데스 서번트들의 갑옷에 비해서 무겁고 그만큼 두껍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켈트와 켈트의 데스 서번트들이 전력을 다해 던지는 랜스까지는 막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이클론!!!] [피어싱!!]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인 젤드리온의 비늘조차 꿰뚫고 치명상을 입혔던 사이클론 피어싱이 지금 이 자리에 다시 그 모습을 선보였다. 사이클론 피어싱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엄청난 힘으로 던져진 것을 비롯하여 랜스는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수많은 도플들이 만들어낸 방어막을 꿰뚫고, 도플들의 몸을 꿰뚫었다. 그리고.... 콰콰콰쾅! 젤드리온에게 치명상을 입혔을 때처럼 거대한 폭발을 일으켜 순식간에 야구장에는 먼지 구름으로 뒤덮였다. 먼지 구름이 모두 사라진 뒤에 남은 것은 황폐화된 야구장과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는 도플의 신체들이었다. 그 속은 인가의 장기 대신 회색만이 가득했지만 분해되어 여기저기 퍼져있었고, 그 형체조차 갖추지 못한 것도 있었다. 보를과 우라노스, 킬과 켈트, 이 4명과 그들의 하인들인 데스 서번트들의 공격에 단번에 1천 명의 도플들이 처리된 것이다. 압도적인 힘으로 말이다. [크크크. 끝났군. 마스터, 이제 그만 갑시다! 뒤처리는 다른 사람에게맡기고!] "아니. 아직 끝나지 않았어." [에?] 현재 야구장에, 아니 야구장이었던 이 장소에 제대로 형체를 갖추고 있는 도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다. 나에게는 보였다. 그리고 들렸다. 아직도 처절하게 울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그들의 울음소리가! 짝짝짝! 짝짝짝! [대단해요! 정말 대단해요! 이런 엄청난!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이란 말 이외에는 표현 못하겠군요.대단합니다! 대단해!] 어디선가 들려오는 박수 소리. 그리고 들려오는 도플의 목소리 박수 소리도, 도플의 목소리도 더욱 더 커져갔다. 처음에는 박자가 맞지 않았던 박수도 얼마 안 가 맞아들었고, 일치하지 않았던 목소리도 일치되어갔다. 박소 소리와 도플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 그곳은 놀랍게도 보를과 우리노스. 킬과 켈트의 공격으로 인해 제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도플들의 조각들이 있는 폐허였다. 척! 짝짝짝! [정말 대단합니다. 그대들의 힘! 그 힘을 가지고 싶군요. '저'는,'우리'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대들을, 그대들의 힘을 가지도록 말입니다. 셰인을 비롯한 8명과 그들의 데스 서번트들 모두 특수 능력을 개방한 상태에서 나를 호위하듯이 둘러쌌다. 그들의 한 공격은 모두 전력을 다한 것. 그럼에도 살아남은 적이었다. 그런 적이 갑자기 달려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그들은 나를 호위하듯이 둘러싼 것이다. 그들의 최우선 임무는 바로 나의 보호이니 말이다. 박수 소리와 도플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에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공격으로 제대로 된 형체조차 갖추기 못한 도플의 파편들이 액체화되어 한데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한데 모여 젤리 모습이 된 도플의 파편들은 점차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보를과 다른 셋이 나서기 전의 모습인 1천 명에 이르는 도플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멀쩡했다. 방금 전의 공격을 받지 않은 이들처럼 말이다. 만약 야구장이 멀쩡했다면 그때의 그 모습이 완전히 재현되었을 것이다.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는 거지. [키키키. 놀라셨습니까. 저도 놀랐답니다. 이렇게 완벽하게 재생할 수 있다니 말입니다. 키키키. 과연 '우리'의 힘은 대단하군요. 키키키] 천 명에 이르는 도플이 동시에 웃는 모습은 소름 끼쳤다. [키키키. 자자, 그대들, 당신들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대들은 오직 한 사람만을 섬기죠. 바로 데스마스터. 한 번 나를 죽게 만들었던 이를 말이죠.] 천명에 이르는 도플은 일제히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고, 그런 행동 속에서 난 도플들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저렇게 완벽하게 재생할 수 있을까.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방금 전의 공격이라면 설사 에이션트 드래곤이라도 무사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이미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인 젤드리온과의 결전에서 증명된 사살이었다. 그런데 도플은 멀쩡했다. 완벽하게 자신을 재생해냈다. 과연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것일까. [키키키. 궁금하십니까? 제가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는지 말입니다. 이건 모두 당신 덕분입니다.] 도플은 물어보지도,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말을 시작했다. [당신 때문에 저는 몸의 대부분을 잃었죠. 남은 것은 그저 이 손바닥만 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때는 이지도, 지금과 같은 정신도 없었죠. 그때 남아 있는 것은 본능! 그리고 당신에 대한 복수심뿐이었습니다. 몸을 키워야 한다는 본능과 이렇게 나 자신을 약하게 만든 당신에 대한 복수 말입니다. 키키키.] 도플은 말을 하면서 즐거워하고 있었다. 마치 들어주는 이가 있어서 기쁘다는 듯이 말이다. [겨우 살아남은 저희 조각은 먹었습니다. 닥치는 대로, 하지만 은밀하게 몸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세심하지는 못했죠. 그리고 잡히게 되었죠. 바로 이 사람에게 말입니다.] 수많은 도플드릐 얼굴은 변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도플이 말한 이 사람이란 바로 델 곤멜! SWU 대외활동부 부장이자 총수 대리이고, 미국 가디언 지부 총지부장인 델 곤멜이었다! [이 사람은 '나'였을 때의 '우리'를 사로잡았습니다. 내가 마족의 파편이란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능력인 마인드 컨트롤로 '나'를 지배하려 했죠. 당시의 저는 약했습니다. 더 이상, 마족도 아니고, 도플갱어로서는 최하급였으니까요.] 나는 델 곤멜의 능력이 마인드 컨트롤이라는 소리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인드 계열의 능력 중 최악의 능력이자 최고의 능력! 그 능력을 델 곤멜이 가지고 있었다니. [지금은 '우리'가 된 델 곤멜은 '나'를 지배하려 했죠. 그때 당시의 '나'는 겨우 어린아이 수준의 이지를 형성하고 있었지만, 본능적으로 델 곤멜에게 저항했습니다. 지배되어선 안 된다. 지배되어선 복수를 할 수 없다! 그에게 자신을 잃게 만든 그에게 복수를 할 수 없다고 본능과 함께 남아 있던 유일한 감정이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나의 정신력은 약했고, 결국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죠. 그때 어린아이 정도의 이지를 가지고 있던 '나'는 기발한 생각을 해냈습니다. 복수를 하려면, 지배를 받지 않으려면 '나'가 아니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입니다. 워낙 긴박한 순간이었기에 '나'는 바로 시작했습니다 '나'를 둘 이상의 '우리'로 나누는 도박을. 그리고 그 도박은......] 꿀꺽! 도플의 말에 나는 등골이 싸늘해졌다. 지금 그것은 해선 안 될 짓. 살아 있는 존재. 자신을 유지하는 존재, 모든 영혼을 가진 자가 해서는 안 되는 것. 그것을 행했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예전이라면 ,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기 전이라면 몰랐을 것이다. 지금 도플이 한 말의 위험을! [도박은 성공했습니다. 키키키. '나'에서 '우리'가 된 저는 희열했습니다 .그저 도박이었을뿐이었는데, 이 일은 생각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늘려갔습니다. '우리'를 말이죠. 키키키!] 도플이 한 행위. 그것은 자신의 영혼을 나누는 행위였다. 가장 순수한 에너지인 자신의 영혼을 자신의 의지로 나누는 일 말이다! 도플의 말을 들은 난 몸이 떨려왔다. 지금 눈앞에 있는 도플의 수는 약 천 명! 자신의 영혼을 천 명분으로 나누어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우리'를 늘리는 일은 쉬웠습니다. 멋도 모르는 델 곤멜이 '음식'은 충분히 제공해주었으니까요. 그것도 '상등급'의 '음식'을 말이죠. 그리고 교육을 시켜주었습니다. 전에 살고 있던 세계의 지식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발전된 지식을 말이죠.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강해져갔습니다. '우리'의 개체를 늘리면서, '우리'의 존재를 숨기면서.]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 도플! 네 말이 맞다면 넌 어떻게 지금 자신을 유지하고 있지! 너는 네 자신을 나누었다! 수십, 수백으로 말이야! 네가 행한 일은 일어나선 안 되는 일! 해서도 안 될 일이지만, 이렇게 네가 네 자신을 유지하고 있다니! 말도 안 된다!" 도플은 이런 나의 말에 일제히 미소 지었다. [아아, 그 문제 말입니다. 하긴 그런 문제가 있긴 있었죠.키키키. '우리'를 늘리면 늘릴수록 뭔가 이상해지는 자신을 '우리'역시 발견했죠. 뭔가 부족한 느낌, 공허한 느낌, 자신이 사라져가는 이 느낌을 말이죠. 키키키. 그리고 이 이상함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고, 곧 찾아냈죠. 해결 방법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부족한 것이 있으면 채우면 된다. 설사 자신의 것이 아니더라도 말이죠.] "아아아!" 그 순간 나는 도플이 어떤 짓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도플에게 부족한 것. 그것은 영혼. 그 영혼의 부족한 부분을 채운 것이다.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이의 것, 다른 이의 영혼으로 말이다! 그래서 보지 못했던 것이다!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을 익히고도, 영혼을 다루는 능력자를 흡수하고도 말이다. 자신의 영혼으로 속박하여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고 울고 있는 이들의 수많은 영혼들을 말이다. 도플. 그는 키메라가 된 것이다. 육체적인 키메라가 아닌 영혼의 키메라가 말이다! 그렇지만 다행히 나누어진 '우리'가 된 도플의 영혼은 너무도 작았다. 그렇기에 완벽하게 영혼이 융합되지 못했고, 쇠사슬과 같은 형태가 되어 옭아매고 있는 것이다. 다른 이의 영혼을 말이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도 위험했다. 그렇게 장기화되면 결국 영혼이 뒤섞이고 말테니까. 영혼은 그 어떤 것보다 순수한 에너지. 그 어떤 것과 섞여서는 안되는 것 영혼이 섞이기 전에 도플의 영혼과 도플의 영혼에 옭아매어진 이들의 영혼을 떼어내야만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하나뿐."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오직 나이기에 할 수 있는 일, 나이기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 그것은 바로....... "도플, 네 영혼을 죽이는 일이다!" [키키키. '우리'를 죽이겠다고요? 그건 불가능한 일일 겁니다. 아니 불가능합니다. 이 순간에서 '우리'는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뭐라고!" 나는 도플의 말에 또 한 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 자리에 있는 수천의 도플이 다가 아니란 말인가. 도대체 얼마나 자신의 영혼을 조각 냈단 말인가. 그런데도 이렇게 자신을 유지할 수 있다니 도플, 그는 괴물이었다. [키키키. 자자, 꽤 긴 이야기였죠. 그 정도면 당신에게도 충분한 휴식 시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싸우죠. 그리고 우레게 죽는 겁니다. 당신의 시체, 당신의 육체는 걱정하지 마세요. 죽은 뒤 제가 아주 잘 챙길 거니까요. 당신은 바로 '우리'가 되는 겁니다. 키키키. 이 세상에서 신이라고 불리게 될 이 도플이 말입니다. 키키키!] 도플. 영혼의 키메라. 그는 미쳐 있었다. 수백 , 수천, 아니 그 이상으로 나뉘어진 영혼의 괴리감으로 인해 타인의 영혼으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하는 이. 너무도 순수하기에 섞여서는 안 될 것이 섞여버리고만 것이다. 그 대가로 정신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쳐 있었던 것이다. 과연 얼마나 더 자신을 유지할까. 현재 도플이 자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를 향한 복수심. 도플은 말했다. 거의 죽을 뻔한 자신에게 남은 것은 본능과 나를 향한 복수심이라고. 도플은 이 복수를 이루고 나면 어떻게 될까? 이 질문에 대답을 나는 떠올리지 않았다. 그것은 있어서도 안 되는 일. 죽는 것은 내가 아니라 도플이어야 하니까. [자! 시작해봅시다. 당신과 나의! 당신과 '우리'만의 축제를~!!!!!] [크아아아아! 이놈들 도대체 죽긴 하는 거야!] [모든 생명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그렇지만 안 죽잖아!] [언젠가 죽는다.] 전투 중에 대화를 나누는 우라노스와 킬. 의외로 성격이 다른 두 사람은 꽤 잘 어울렸다. 영혼의 키메라가 된 도플은 계속해서 덤벼들었다. 이미 '나'를, '자신'을 잃은 도플은 아무리 죽여도 재생해서 덤벼들었다. 솔직히 죽였다고 말할 수도 없다. 단지 형체가 망가졌을 뿐이니. 그렇기에 영혼의 키메라가 된 도플은 물리적인 타격으로는 죽일 수 없다. 이 자리에 있는 도플, 또 이 외의 다른 곳에 존재하고 있을 도플은 모두가 진짜 도플이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리적인 방법으로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있긴 하지만 실현될 수 없는 일이다. 이 세상의 모든 도플을 모아놓고 육체가 재상할 수 없더록 태우는 것! 그것이 유일하게 물리적인 타격으로 도플을 죽이는 방법이었다. 단 하나의 도플만 남아도 도플은 존재하고 그 개체수를 늘려 갈 것이다. 자신의 부족한 영혼을 다른 이의 육체와 영혼을 함께 삼켜서 말이다. [으아아아아! 볼케이노와 그 떨거지들! 힘 좀 써봐! 힘 좀! 보를 할아방! 네 떨거지들과 마법 팍팍 써보라고! 다 태워버리린 말이야!] [이 뇌까지 근육으로 된 것이! 방금 내 아이들을 떨거지라고 했냐! 누군 속 안 터지는 줄 알아! 도움도 안되는 녀석이!] [허허허. 그 멀 그냥 넘길 수 없네! 그래그래, 자네가 원하는 대로 태워주겠네 노릇노릇하게.] 화르르르르! 콰쾅! [으아아아아!] 볼케이노는 그대로 지옥의 업화를 우라노스를 향해서 내뿜었고, 보를은 파이어 볼을 우라노스 주변으로 던졌다. 우라노스는 볼케이노와 보를의 화염을 피하기 위해서 덩치에 맞지 않게 민첩하게 움직였다. 그런 셋의 행동은 전혀 의도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도플들에게 큰 타격을 안겨주었다. [이런, 이런. 과연 제가 탐을 낼 만한 분들이시군요. 여기 있는 '우리'만으로는 부족할지 모르겠군요. 응원군을 불러야겠어요.] "뭐라고!" 볼케이노와 보를이 만들어낸 화염으로 도플의 수를 줄이고는 있었찌만, 아직 엄청난 수의 도플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도 응원군을 부르겠다니! [마스터, 이대로 계속된다면 저희는 지고 말겁니다. 저희가 언데드라고는 하나, 영원히 싸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알고 있어, 셰인." 전투 중에 다가온 셰인의 말 그대로였다. 아무리 언데드라고 하지만 그들 역시 상처를 입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치지 않는 것도 아니다 . 언데드라고는 하지만 지치긴 지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 아니, 방법은 하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사용하는 순간 일부의 도플의 영혼을 죽일 수는 있겠지만, 그것뿐. 도플 모두를 죽일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내가 자신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안 도플은 경계를 하고 수를 생각해낼 것이니 말이다. [마스터.] "파이어, 플레임 스켈레톤 시리즈, 매지컬 스켈레톤 시리즈를 지원해줄게 . 최대한 버텨줘. 방법을 생각해낼 때까지." [마스터의 뜻대로.......] 셰인에게 말한 대로 나는 파이어 스켈레톤과 파이어 스켈레톤 워리어, 파이어 스켈레톤 나이트등의 화염계열 스켈레톤을 소환했고, 랜덤으로 화염계 마법을 사용하는 스켈레톤이 나오는 스켈레톤 메이지와 세이지, 위저드를 소환했다. 내가 불러낸 스켈레톤의 수는 상당했지만, 도플의 수 역시 상당했끼에 여우를 부릴 수는 없었다. 방법을 생각해내야 해. 방법을......... "까아아악!" "사, 살려줘~!!" "으아아아아!" [당신들은 행운아들입니다. 이렇게 신이 될 나의 일부가 될 수 있으니까요." 상민과 데스 챔피언들이 도플을 상대로 싸우고 있던 그때, 미국, 중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전세계는 도플로 인해서 공포에 떨고 있었다. 도플. 자신의 영혼을 나눠 '나'가 아닌 '우리'가 되어 버린 존재. 그런 도플은 무차별하게 사람들을 흡수하여 몸을 불리고 있었다. 각국에 나타난 도플은 마치 거대한 슬라임같이 보였고, 이미 수백, 수천 명이 흡수된 상태였다. 그렇게 도플에게 흡수된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많아졌다. 그 피해는 한국에 비해서 엄청났다. 한국은 라오를 비롯하여 상민이 출동한 것과 다르게 전 세계의 국가에서는 뒤늦게 가디언의 능력자들의 출동을 요청했고, 능력자들이 출동했을 때는 이미 수백 명을 흡수한 도플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였다. 루시퍼 프로젝트의 대중 공개로 인해서 가디언의 능력자들의 활동은 극도로 억제되어 있었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신이 될 시간이, 우리의 복수가 이뤄질 시간이.] 도플은 알고 있었다. '나'가 '우리'로 나눠졌을 때부터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렇게 계쏙 가다가는 '우리'조차 남지 않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이 일'을 준비한 것이다. 자신이 신이 되기 위한 '이 일'을 말이다. [자자! 모두 저와 '우리'아 하나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신이 되는 겁니다!] 도플은 나아갔다. 자신을 막는 인간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자신을 공격하는 인간들과 도망치는 인간들을 흡수하면서..... [과연 대단합니다. 이미 당신들의 손에 사리진 '우리'의 개체 수는 정확히 987. 그야말로 최고 기록입니다.] 그렇게나 많이 처리했단 말야. 도플의 말을 들은 나는 주위를 쳐다보았다. 도플의 말과는 다르게 아직도 야구장이었던 이곳에는 모두가 도플이었음을 알았을 때, 그 이상으로 많은 수의 도플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 수는 계속 늘고 있었다. 현재 우리는 완전히 도플에게 포위된 것이었다. 제길! 꽤나 시간이 지났건만 나는 도플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다.제기랄!!! [마스터, 이대로는 무립니다. 차라리 후퇴를....] "하지만....." [맞습니다. 지금 후퇴하셨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상상이 가실 겁니다.] 도플의 말 그대로였다. 현재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도플의 수는 가히 엄청났다. 이런 도플들을 두고 도망친다면 도플은 이대로 거리로 나갈 것이다. 다른 이들을 흡수하여 '우리'로 만들기 위해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흡수되고 있을 테지만, 이대로 내가 도망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나는 도망칠 수도 없었다. [그냥 순수히 '우리'와 하나가 되는 것이 어떻습니까. 아무리 당신은 '우리'를 이길 수는 있어도, 죽일 수는 없으니까요.] "얼어 죽을! 헛소리 짓거리지 마라! 방법은 반드시 있을 거다! 네 녀석과 하나가 되느니...잠깐! 하나?" 조금 흥분하여 도플에게 소리치던 나는 하나란 말을 함과 동시에 마리에 스쳐지나가는 것이 하나 있었따. 맞아! 하나! 결구 나눠지긴 했지만 하나야. 하나란 단어를 통해서 나는 도플을 죽일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자칫 잘못하면 내가 흡수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방법을 사용하면 도플은 반드시 죽는다. 실패해도, 성공해도 도플은 반드시 죽는다. 그렇지만 실패하면 나 역시 죽는다. 성공하면 나는 살고 말이다. [아, 안 돼요! 아빠! 그 방법은 너무 위험해요!] 그때 들려오는 금영이의 목소리. 나와 심령이 연결되어 있기에 금영이는 나의 생각을 읽어낸 것이었다. 현재 금영이와 그림자의 백성들은 도플과 나의 언데드들과의 전투가 벌어지는 이곳의 외곽에서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 그것은 도플에게 흡수되는 희생자를 줄이기 위해서 내가 명한 것이지만 도플의 수는 여전히 늘고 있었다. 금영이의 말을 들은 나는 잠시 가만히 있었다 .내가 이렇게 가만히 생각을 하는 동안 도플과 데스 챔피언들과의 전투는 계속되고 있었다. 후~ 우. 좋아 결정했어. [아빠~!] [섀도 로드.] [......] 내가 금영이를 섀도 로드라고 부른 순간, 금영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죽음의 주인, 데스마스터. 이미 한번 죽음에서 부활한 자. 나를 죽일 수 있는 것은 오직 '죽음'뿐이다.] [하,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난 죽지 않으니까. 이 아빠를 믿으렴.] 나는 미소 지으면서 금영이에게 말했다. 이 미소를 금영이에게는 보이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그럼 금영아, 오늘 집에서 보자.] "셰인." 금영이와의 인사를 끝낸 후, 나는 바로 내 옆에 있는 셰인을 불렀다. 그리고 내가 생각해낸 작전을 말해주었다. 이후 셰인을 통해서 그 작전에 대한 이야기는 모든 데스 챔피언들에게 전해졌다. [말도 안 돼! 너무 무모하다고! 마스터!] [우라노스의 말이 맞습니다. 마스터!] 우라노스와 볼케이노는 바로 내가 생각해낸 작전을 반대했다. [........] [........] 프로스트와 킬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는 모두 제가 부족해서 생긴 일. 이는 마스터께 충성으로 사죄드겠습니다.] 켈트는 나에게 사죄했다. [모든 것은 마스터의 뜻대로. 다만 이 늙은이가 자기 희생마법을 쓰지 않게 해주십시오. 허허허.] [마스터, 내 독에 마시고 갈래?] 보를은 내가 흡수당할 시에 자기 희생마법을 사용하겠다고 협박해왔고, 빌리 녀석은 입에 데는 순간 입이 녹아버릴 자신의 독을 권해왔다. 이 썩을 놈. 그리고 셰인은 말했다. [모든 것은 마스터의 뜻대로. 다만 저희가, 마스터의 소중한 이들이 마스터를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해주십시오. 나는 그런 셰인과 모두를 보며 미소 지었다. 모두 하나같이 나를 위하는 이들이다. 나로 인해 태어났고, 나로 인해 이름을 받은 이들. 이들은 나의 수하이자 나의 가족이었다.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 나는 단호한 표정으로 도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달려들었다. 그와 함께 작전에 반대했던 우라노스와 볼케이노는 갑옷 안에서 빛나는 붉은 눈을 찡그리며 작전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돌진! 도플을 향한 돌진이었다. [무모합니다! 무모해! 결국 포기한 겁니까? 크크크. 아니면 최후의 발악인 겁니까!] "......." 나는 도플의 도발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며 몸을 움직였다. 각가지 마법을 사용하고 아공간에서 지금까지 꺼내지 않았던 수많은 언데드들을 꺼내어 전투를 벌였다 이것은 도플에게 최후의 발악으로 보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작전의 일부일 뿐이었다. 나의 공격마법과 내가 아공간에서 꺼낸 수많은 언데드들은 도플들을 격살했다. 나의 주변에는 의도대로 도플들의 파편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렇게 10여 분. 나는 마치 전력을 다해 지친 이처럼 '연기'를 시작했다. "하~ 아, 하~ 아." [키키키. 그것으로 끝입니까.] "아, 아직이다." 나의 '연기'는 도플에게 먹혀든 것처럼 보였다. 내 주위의 수많은 도플은 그야말로 희열이 가득한 표정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군요. 당신은 끝이 아니군요. 키키키. 그렇지만 말입니다. 당신은 이미 끝났습니다.] 촤악! 촤악! "큭! 이, 이건!" [키키키! 자! 우리와 하나가 되는 겁니다! 신이 되는 겁니다!] [마, 마스터~!!!] 나의 주변의 널브러져 있던 도플의 수많은 파편들은 나를 덮쳐왔다. 나는 그 순간까지 '연기'했다. '일부로'잡히는 것이 아닌 방심하여 당한 이를! 데스 챔피언들 역시 작전대로 연기를 해주었다. 아니, 그들의 외침은 연기가 아닌 진실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서서히 나의 몸을 도플의 파편들이 뒤덮는 것을 느꼈다. 이제부터는 모두 나 자신에게 달린 것이었다. 나와 도플 모두 죽느녀, 아니면 도플만 죽고 내가 사느냐! 잠시후, 나는 점점 어둠 속으로 도플과 하나가 되어갔다. 도플! 넌 반드시 죽는다! 제 41장 악마의 씨앗이 뿌려진 날 (2) 수많은 이들, 이제 네 자릿수를 넘어 다섯 자리를 넘어서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을 흡수한 전 세계의 도플은 갑작스럽게 멈추었다. 그 순간, 도플에게 흡수되지 않기 위해서 도망치던 수많은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멈춘 도플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이며 주시했다. 순간의 정적. 그 정적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흡수해 몸을 불린, 거대한 슬라임으로 보이는 도플은 천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슬라임의 윗부분은 마치 사람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고, 얼마 안 가 완전하게 사람의 상체의 형상을 갖추었다. 이는 전 세계의 도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체뿐이지만 사람의 모습을 갖춘 도플의 모습은 상민과 최초로 격돌했을때의 얼굴,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은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그런 아름다운 도플의 얼굴에는 알지 못할 상실감만 가득했다. 그런 도플의 표정은 보는 이를 하여금 상대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괴물임을 잊게 할 정도였다. [결국 그대도 우리와 하나가 되었군요.] 입을 벌린 도플의 목소리에도 역시 큰 상실감만이 가득했다. 어째서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일까? 저렇게 아름다운 이에게 상실감을 안겨준 그대란 이는 누구일까? 사람들은 순간 자신의 처지도 잊은 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도플이 느끼는 강한 상실감. 그것은 바로 한 가지 목적을 이룸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복수. 자신을 한 번 죽인 상대인 상민에 대한 복수였다. 그 보수는 바로 얼마 전에 이루어졌다. 바로 자신에게, 우리와 하나가 되게 만듦으로써 말이다. [이거 예상외로군요.] 확실히 그랬다. 도플은 복수를 하고 나면 강한 성취욕과 쾌감, 그리고 희열을 느낄 줄 알았다. 그렇지만 현실은 달랐다. 복수를 하고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바로 상실감. 복수의 대상이, 상민이 사라졌다는 상실감이었다. 그다음으로 느낀 감정은 바로 허망함이었다. 복수의 완성에 대한 허망함 말이다. 오히려 복수를 준비하는 과정이 더욱 즐거웠다고 도플은 생각했다. 복수를 위해서 각가지 음모를 꾸미고, 그 음모를 실행하기 위해서 움직이고, 강한 상대를 흡수해가며 힘을 키우는 이 과정이 더욱 즐거웠다고 말이다. [하지만 복수는 이미 해버린 상태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살려두고 아주 천천히 괴롭혀주는 것이 좋았을지도 몰랐겠군요.] 이것은 도플의 진심이었다. 이렇게 허망할 줄 알았다면 도플은 상민을 흡수하기보다는 사로잡아 각가지 고통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상민은 도플에게 흡수된 상태였다. 아니, 흡수되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그 증거로 상민과 전투를 벌이던 곳에 있는 도플을 향해서 이미 상민의 부하들, 즉 영혼에 종속된 데스 챔피언들과 언데드들이 공격을 멈추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점차 상민을 흡수해가면서 그의 지식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수많은 도플들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속도는 지금까지 도플이 흡수한 이들 중 가장 느렸다. 그것은 아직 상민이 도플 안에서 저항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과연 대단해요, 데스마스터. 죽음의 죽인이라는 코드명은 괜히 주어진 것이 아닌 것 같군요.] 하지만 그것이 다였다. 이미 상민의 육체는 도플에게 완전히 흡수돈 상태이니 말이다. 이대로라면 얼마 가지 않아서 영혼도 곧 자신에게 굴복하게 될 것이라 도플은 생각했다. 다만 상민의 존재가 지금까지 흡수한 이들과 비교도 되지 않게 거대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를 흡수하는데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도플은 더 이상 다른 인간을 흡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미 흡수한 인간들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고, '그 일'을 하는 데 이미 충분한 수의 인간을 흡수하였으니 문제없었다. 그것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역시 상민이었다. 도플, 그가 흡수하는 마지막 사람은 상민이 되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생가고디었기에 더 이상 사람들을 흡수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결정을 내린 도플은 인간의 모습을 한 상체를 점차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그러자 얼마 가지 않아 완전히 형체를 잃고 흐물흐물해져서 슬라임과 같은 하체와 하나가 되었다. 이는 전 세계의 도플 모두 마찬가지였다. 전신이 슬라임처럼 변한 도플. 수천, 수만 명을 흡수한 도플들은 자신의 몸을 슬라임처럼 만든 후 활동을 정지했다. 그제야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되도록이면 도플로부터 멀어지기 위해서 빠르게 움직였다. 그렇게 도플에게서 조금이라도 더 멀어지기 위해 도망치고 있을 때, 전혀 미동도 없이 변화한 도플을 지켜보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상민의 부하인 데스 챔피언들과 언데드,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각국의 정부의 요청에 따라 출동한 가디언의 요원들이었다. [모두 공격 준비!] 가디언의 요원들은 모두 자신들이 사용하는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이는 전 세계의 가디언 요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각국의 정부의 요청에 따라 출동한 그들은 그동안 사람들에게 홀대를 받은 울분을 터트리듯이 마구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중 가장 파괴적인 기술을 이용해서 말이다. 이대로라면 상당한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슬라임은 도플, 한때 마족이었던 그는 아무 방비도 없이 어떤 일을 벌일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화르르르! 파지지직! 사악! 두두두두! 콰쾅! 그때, 공교롭게도 전 세계에서 일시에 시작된 도플을 향한 공격. 초능력에 의해서 만들어진 화염이 치솟고, 마법으로 인한 번개가 내려쳤으며, 순수한 육체의 힘으로 만들어진 검의 폭푸이 몰아쳤다. 그리고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응징의 철퇴가 도플을 향해서 휘둘러졌다. 그야말로 전력을 다한 공격! 가디언의 설립 이후 이처럼 대대적인 공격은 처음이었다. 수많은 가디언 요원들의 공격이 멈춰진 것은 한참 뒤였고, 그들이 공격을 가한 도플이 있는 곳에는 먼지구름이 가득했다. 가디언 요원들은 일부러 먼지구름을 거두지 않고, 서서히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맙소사!" "말도 안 돼!" 가디언 요원들을 비롯해서 가디언 요원들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방송을 위해서 와 있던 촬영팀, 거기에 방송을 통해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이들은 일시에 소리쳤다. 그 이유는 우자 간단했다. 바로 먼지구름이 가라앉은 후 모습을 보인 공격을 받은 대상, 도플의 모습이 전혀 아무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도플은 멀쩡했다. 수많은 가디언 요원들의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는 바로 도플이 준비한 것 때문이었다. 그는 완전히 슬라임의 모습을 갖춘 뒤, 어떤 준비를 하기 위해서 행동을 멈췄다. 그 준비는 그간 도플이 생각해온 최종 계획을 위한 일. 그런 일을 남에게 방해받을수는 없었기에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였다. 그 준비 중 하나는 바로 현재의 모습이었다. 슬라임과 같은 현재의 모습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슬라임과 같은 모습으로 완전히 멈춘 것 같지만, 사실 그는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제자리에서 말이다. 겉의 표면을 이루는 세포 단위의 도플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것으로 인해 진동을 일으키고, 세포 단위로 일어난 진동은 한데 모여 초진동으로 방어막을 형성시킨 것이다. 그 때문에 수많은 가디언 요원들의 공격에도 멀쩡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초진동 방어막이라 할지라도 방어에는 한계가 있는 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것은 바로 빠른 회복력 덕분이었다.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먼지구름이 가라앉는 동안, 그 짧은 시간에 파괴되었던 부분이 완전히 재생되었던 것이다. 그것을 몰랐던 이들은 자신들의 공격에도 전혀 피해가 없었다고 생각한 것이고 말이다. 이후 가디언 요원들은 자신들의 전력을 다한 공격이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넋을 잃고 있었다. 그때, 그리고 도플이 준비해놓은 두 번째 안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끼아아아악! 크르르르르! 취익! 취익! 두 번째로 도플이 준비한 안배. 그것은 몬스터였다. 그것도 엄청난 수와 수많은 종류의 몬스터를 말이다. 헬하운드를 비롯하여 머리가 3개 달린 켈베로스, 사이클롭스와 오우거, 오크와 고블린에 하피 등등, 각가지 몬스터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것 역시 전 세계, 도플이 있는 곳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는 라스베가스 연구실에서 도플이 빼돌린, 루시퍼 프로젝트의 연구시설을 통해서 만들어낸 몬스터들이었다. 급속 배양과 성장을 통해서 만들어낸 이 몬스터들은 극히 수명이 짧지만, 도플이 계획한 그 일을 행하는 동안 방패막으로 사용하기에는 충분했다. 크아아아아! 쿵! 사이클롭스는 주위의 건물들을 부수어 그대로 집어던졌고, 오크를 비롯한 조금이나마 나은 지능을 가진 몬스터들은 도플이 어디에서 구해왔는지 모를 총기를 들고 가디언의 요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후퇴! 후퇴하라!" 가디언 요원들은 지휘관의 명령대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평소의 몸상태라면 그대로 맞서 싸웠겟지만, 방금 전 대부분의 가디언 요원들은 전력을 다한 공격을 했기에 상당히 지쳐 있었고, 자신들의 전력을 다한 공격이 전혀 소용없었다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상태였기에 사상자만 늘 뿐이었다. 지휘자의 후퇴 명령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다만 단 한곳에서 몬스터들과의 맞대응, 아니 몬스터들의 학살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곳은 바로 한국의 야구장, 아니 이제는 더 이상 야구장이라고 불릴 수 없는 곳에서 언데드들이 몬스터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카아아아! [이런 똥강아지가! 입 냄새 나게시리! 어디서 입을 벌려!] 깨갱! 볼케이노는 자신을 향해서 불을 내뿜으려고 입을 벌리는 헬하운드의 입을 향해서 지옥의 겁화가 타오르고 있는 주먹을 내리꽂았다. 그에 헬하운드는 비명을 지르다가 볼케이노가 주먹으로 치면서 뱃속에 남긴 겁화로 인해 타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그 옆에서 우라노스를 상대하고 있는 사이클롭스보다 나은 상태였다. 자신보다 4배 이상의 신장을 지닌 사이클롭스를 우리노스는 말 그대로 다져놓았다. 제일 먼저 박살난 것은 복숭아 뼈였고, 그 다음에 박살난 것은 바로 두개골이었다. 우라노스는 평소에 몬스터를 단번에 박살내 죽이는 것과 다르게 잔인하게 사이클롭스의 두개골만 박살내어 살려놓았고, 그 상태에서 녀석의 몸을 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클롭스는 살아있었다. 평소와 다른 것은 우라노스뿐만이 아니었다. 아까 볼케이노가 공격한 헬하운드는 자신의 뱃속에서 겁화가 타오르고 있었지만 고통스러워할 뿐 죽지 않은 상태였고, 평소라면 단번에 자신의 독으로 녹여버렸을 빌리도 독에 중독시켜놓고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으며, 프로스트는 자신의 냉기로 몬스터들을 서서히, 아주 서서히 얼리고 있었다. 그렇게 몬스터들에게 고통을 선사한 끝에 죽음을 선물하고 있는 데스 챔피언들 중에 유일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셰인이었다. 상민에 의해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기사이자,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특별한 언데드 셰인. 그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거대한 슬라임처럼 변한 도플 앞에 서 있었다. 자세히 보니 셰인은 눈조차 감고 있었다. 키이! 그때,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 셰인에게 겁도 없이 다가서는 몬스터가 있었다. 그 몬스터는 고블린. 고작 고블린 주제에 겁도 없이 셰인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녀석이 조금만 더 똑똑했다면 셰인을 공격할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셰인의 주위에 어떤 몬스터도 접근하지 않고 있고, 죽은 몬스터들의 시체조차 없다는 사실을 알 정도로 똑똑했다면 말이다. 키이이이!! 사악. 고블린은 기세 좋게 소리를 지르며 총을 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바로 셰인의 서번트, 데스 서번트에 의해서 목이 베였기때문이다. 지금까지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은 셰인을 지킨 것은 바로 그의 하인들인 데스 서번트들이었다. 그들은 셰인의 하인. 그가 강해지면서 탄생함과 동시에 그와 심령이 연결된 이들. 그렇기에 그들은 셰인이 명령하지 않아도 셰인의 주위에서 그를 지키고 있었다. 혹시 방해가 될까 모습조차 숨겨놓은 채 말이다. [셰인, 마스터는?] 창을 쓰는 데스 챔피언 켈트. 다른 데스 챔피언들 중에서 성향이 셰인과 제일 비슷해서 그와 가장 친한 켈트는,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않고 있는 셰인에게 물었다. 켈트의 물음이 있은 후, 셰인은 천천히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켈트를 바라보았다. [천천히 도플과 동화되어가고 있다. 다만 그 동화를 스스로 조절하고 계신 것 같다.] [아직 정신은 깨어 있으시다는 것이군.] [아니, 내가 보기에는 정신을 잃으셨다. 다만 마스터가 가진 힘이 그 동화를 더디게 만들고 있을 뿐.] [뭐라고!] 켈트는 셰인이 무덤덤하게 하는 말에 놀라 소리쳤고, 그 소리는 몬스터들을 학살하고 있는 다른 데스 챔피언들에게도 전해졌다. 이후 셰인은 다시 한 번 켈트에게 했던 말을 모두에게 했다. 그리고.... [뭐라고!!] 켈트가 했던 말이 다시 한 번 울려 퍼졌다. 그에 곧바로 셰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모두 진정해라.] [인마! 이게 진정할 일이냐!] [아까 역시 말렸어야 했어.] [으아아아! 당장 마스터를 꺼내자!] [모두 진정해라!] 혼란에 빠져 각기 한다미씩 내뱉자, 조금 놀랍게도 셰인이 크게 소리쳤다. 평소에도 소리치지 않은 셰인이었기에 다른 데스 챔피언들은 모두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현재 마스터는 30퍼센트 정도 도플과 동화된 상태. 지금 우리가 나선다고 해도 마스터를 온전하게 구해낼 수는 없다. 그리고 너희가 알겠지만 도플 몸 주위에는 강한 진동 방어막이 있고, 거기에 강한 수복능력까지 있다.] [.......] [나도 마스터가 세운 작전이 무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번 말리기도 했고. 하지만 마스터는 결국 그 일을 행하셨다.] [젠장!] [나 역시 너희들처럼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내가 행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다. 그 선택은 마스터가 하신 선택. 나는 마스터를 믿는다. 마스터는 반드시 돌아오실 거다. 난 .... 마스터를 믿는다.] 그 말을 마치고 셰인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것은 바로 상민의 상태를 보기 위한 것. 상민에 의해서 가장 최초로 만들어지고, 가장 먼저 이름을 받은 셰인만의 능력을 사용하기 위한 것! 살아 있다면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상민의 존재감과 상태를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말이다. 그것이 바로 셰인이 가장 평범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특별한 이유였다. 다시 눈을 감고 침묵에 빠진 셰인을 바라보며 데스 챔피언들은 이내 다른 곳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빠...일......." 응? 뭐라고? "오빠! 일어나! 이대로 가면 지각이라고!!!" "윽! 귀청 떨어지겠다! 한나야!" 한나? 나는 놀라움에 눈을 크게 뜨고 얼굴을 찌푸린 채 두 볼을 부풀리고 있는 한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던 한나의 모습이 아니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많은 23세? 아니, 24 정도로 보이는 성숙한 어른의 모습을 한 한나였다. 풋풋한 모습은 사라지고 완전히 성숙한 한 명의 여인이 된 한나가 내 앞에 서 있었다. 거기에 한나가 입고 있는 옷은 이(異)차원의 옷이 아닌 내가 살아가는 현실의 옷이었다. "오빠? 어디 아파? 오늘은 그냥 쉴래?" "한나, 맞니?" "에? 무슨 헛소리야. 내가 한나가 아니면 누가 한나야. 진짜로 많이 아픈 모양이다. 오늘은 그냥 쉬어. 시숙부님께는 내가 전화 드릴게." 시숙부님? 잠깐! 시숙부면 부인이 남편의 삼촌에게 사용하는 호칭이잖아. 그런데 왜 한나가... 설마.... "한나야, 설마 우리 결혼했니?" "오늘 오빠 이상하네. 벌써 결혼한 지 삼 년 됐잖아." "삼 년! 그, 그러면 우리 애도 있니?" "있지. 셋이나. 메이랑 금영이, 거기에 막내 아인이." 한나는 전혀 막힘없이 말했다. 그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들어온 사람은 바로 2명의 소녀였다. 그중 한 명은 바로 백안을 지닌 미소녀, 메이였다. 메이 역시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이 아닌 성장한 모습이었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 메이. 그 옆에는 반쯤 졸고 있는 금영이가 있었다. 중학생정도의 모습을 한 금영이가 말이다. 교복을 입고 있는 메이에게는 한 아이가 안겨 있었는데 그 아이는 아주 어렸을 적의 내 아기 사진과 너무도 비슷했다. "부부가 금슬이 좋은 건 좋지만 주변 사람도 생각해달라고요. 엄마, 아빠." "우웅! 금영이는 더 잘래?" "자긴 뭘 자. 너 수업 시간에 졸았단 소리 들으면 나중에 혼날 줄 알아." "우우! 너무해, 언니." "오늘은 너희들끼리 가렴. 아빠가 오늘은 어디가 아픈 모양이다." 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분명 난 도..... 욱신! 갑자기 목 뒤에서 느껴지는 통증. 그 통증과 함께 떠오르는 기억들. 도플을 성공적으로 물리친 이후 지형변화현상을 이용해서 저쪽 이(異)세계로 가려 했던 나. 하지만 기다리고 조사했던 지형변화현상은 일어나지 않았고 시간만 낭비하고 있던 나. 그리고 갑자기 일어난 엄청난 규모의 지형변화현상, 아니 차원융합현상. 그 현상으로 인해서 한나가 살았던 이(異)세계와 내가 살았던 세계가 통합되었던 사건. 그 이후 다시 만난 한나. 그날 한나가 나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했고, 그날 이후 어색한 관계를 유지한 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혼란을 처리하고, 그렇게 2년간 여행한 끝에 결국 결혼. 이후 3년간 더 세계를 돌아다닌 뒤에 세계까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되어 4년 전 다시 조국, 한국에 정착했다. 그리고 현재 나는 특수능력자 양성학교의 네크로맨시 학부의 교사였고 말이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 기억들로부터 나는 알수 없는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럼 오빠는 계속 자. 내가 시숙부님께......." "아니, 괜찮아. 잠시 혼란스러웠을 뿐이니까." 나는 작은아버지, 현재 특수능력자 양성학교의 학장으로 있는 작은아버지께 연락한다는 한나를 말리고, 익숙하게 클리닝 마법을 사용하여 몸을 씻었다. 익숙하게... 말이다. 익숙하게? 어째서? "오빠?" "아, 미안. 그런데 한나야, 언제까지 오빠라고 부를 거야. 나이가 서......" 화르르르. "흠. 방금 뭐라고?" "아니야." 기억에 한나의 나이는 34세. 겉모습과는 무려 10살이나 차이가 났다. 오늘은 그냥 쉴 걸 그랬나? 자꾸 이상하게 위화감이 느껴진다. 후~ 우! 그 후, 나는 간단한 준비를 마치고 특수능력자 양성학교인 '더 가디언'의 고등부와 중등부에 있는 메이와 금영이를 차에 태우고 나섰다. 그리고차문을 열면서, 운전을 하면서, 운전 중에 주위를 살피면서, 또 익숙한 길을 통해서 학교에 도착한 뒤에도 난 여전히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대체 이 위화감은 뭘까? "그럼 이따가 봐요, 아빠." "매번 말하지만 학교에서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라고 했지." "킥! 네, 선생님. 가자, 금영아." "우웅! 다녀오겠습니다." 메이는 반쯤 잠든 금영이를 끌고 교실 쪽으로 향했다. 메이와 금영이가 교실로 뛰어간 후, 나는 늘 지정된 주차공간에 차를 주차했다. 하지만 바로 내리지 않았다. 위화감. 그 끝을 알 수 없는 위화감이 계속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주 익숙한 행동이다. 기억에 따르면 오늘처럼 몇 번이나 메이에게 말했고, 그때마다 메이는 장난스럽게 웃어 보이고, 금영이는 반쯤 잠든 상태에서 메이에게 끌려갔다. "후~ 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딱딱. 알지 못할 위화감에 운전대에 머리를 박고 있던 그때,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나의 영혼에 종속된 자, 잭이 말이다. 잭! 욱신! 놀랍게도 나는 잠시 아침에 느꼈던 통증을 또다시 느껴야 했다. 그 후 또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잭 역시 한나와 마찬가지로 그때 함께 넘어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면서 끊겼던 종속 관계도 수복되었고, 한나처럼 나와 함께 여행을 한 후에 내가 한국에 정착하자 그는 나와 함께 한국에 정착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나는 곧장 차에서 내려 잭을 바라보며 웃었다. "마스터, 오늘 몸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그냥 쉬시는 것이......." "아아, 괜찮아. 그나저나 헬렌은 괜찮아?" 옷으면서 말하는 나의 말에 잭은 얼굴을 붉혔다. 헬렌은 바로 잭이 뱀파이어가 되기 전의 악혼자다. 그녀는 잭과 다르게 인간이다. 거기에 놀랍게도 임신 중이고 말이다. 사실 뱀파이어는 죽은 자이기 때문에 성 기능은 있지만 임신을 시킬 수 없다. 순수 혈통의 뱀파이어는 임신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잭은 인간에서 뱀파이어가 되었기에 사실상 누군가를 임신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만약 내가 없었다면 말이다. 나는 진혈의 뱀파이어를 사로잡아 잭을 진혈의 뱀파이어로 만들어버렸다. 물론 희생당한 진혈의 뱀파이어는 살 가치가 없는 녀석이었다. 그 덕분에 잭과 결혼한 헬렌은 임신할 수 있었다. "매일같이 몸 상태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이는 건강한데 헬렌의 몸이 약해서...." "언제 한번 우리 집에 데려와. 내가 손을 좀 써줄 테니까. 자, 들어가자. 교무 회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어. "아! 이런! 서둘러야겠군요." 잭은 나와 마찬가지로 특수능력자 양성학교의 교사로 재직 중이었다. 가르치는 과목은 실전전투. 교무 회의 후, 오전에 1시간 있는 수업을 끝낸 나는 오후 2시까지 수업이 없었기에 내 개인 연구실에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위화감은 계속되었다. 그 속에서 난 여러 가지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한나와의 결혼식과 아인의 출산 등등. 기억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면 볼수록 위화감은 더욱더 강해졌다. 어째서 자꾸 위화감이 느껴지는 걸까? "후~ 우!" [마스터! 마스터!] "윽!" 욱신욱신! 그때 갑자기 울리는 목소리로 인해 머릿속이 뒤흔들렸다. 뒤이어 아침에 집을 출발할 때와 잭을 만났을 때 느꼈던 통증이 나를 덮쳐왔다. 목소리와 통증은 마치 대결하듯이 나의 머릿속을 마구 뒤흔들었다. 그 대결의 승리는 결국 아침에 잭을 만났을 때 느낀 통증이었다. 목소리는 얼마 가지 않아 통증에 밀려 사라졌고, 통증도 서서히 사라져갔다. "하~ 아! 하~ 아! 뭐지? 이 통증과 그 목소리는?" 나의 머릿속에 울린 목소리는 굉장히 익숙했다. 그렇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았다. 누구지?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셰인!]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셰인을 보며 다른 데스 챔피언들은 놀라 그에게 다가갔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셰인을 우라노스는 자신의 팔로 부축했고, 데스 위저드 보를은 셰인의 상태를 살폈다.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한 내상이군.] [내상? 이녀석, 대체 무슨 일을 벌였기에.] 데스 챔피언들은 기철한 채 눕혀져 있는 셰인을 바라보았다.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한 내상. 그것은 바로 도플에게 융합되어가고 있는 도플이 유도한 꿈에 빠져 있는 상민의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셰인이 한 행동 때문이었다. 상민의 머릿속으로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여 깨우려 한 셰인. 그러나 그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도플이 그것을 방관하고 있을 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전해 일깨우려는 셰인과 상민을 거짓된 꿈으로 재워두려는 도플은 대결을 벌이게 되었고, 그 때문에 상민은 꿈속에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만약 조금이라도 더 대결이 계속되었다면 상민은 큰 정신적 타격을 받게 되었을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셰인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그때 도플에게 강한 정신적 타격을 받게 된 것이었다. [크윽!] [셰인! 괜찮냐!] 얼마 안 가 정신을 차린 셰인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거대한 슬라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도플을 노려보았다. 주변의 데스 챔피언들은 이미 셰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셰인은 이미 정신적 타격으로 인해서 꽤 큰 내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에 다른 데스 챔피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셰인을 지켜보았다. 지금 셰인이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은 오직 셰인만이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셰인은 눈을 감은 상태에서 조금씩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상민의 정신을 살피기 시작했다. 셰인은 기다리기로 했다. 다시 한 번 마스터의 정신을 거짓된 꿈에서 일깨울 기회를..... 그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린 지 벌써 한 달이나 지나갔다. 그러는 사이 위화감은 점차 엷어져갔다. 아직 위화감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이제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 여름, 그것도 여름방학 시즌인 7월 말이 되었다. 당연히 특수능력자 양성학교 더 가디언도 방학에 들어갔다.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경찰 측 요청에 따라 몬스터를 처리하기 위해서 출도하기도 하고, 의사 지망생과 의사들에게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이나 기본 지식을 가르치기도 했으며, 몬스터 퇴치 및 생포 실습에 따라가 감독관 역활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어느새 방학이 찾아왔다. "후~ 우!" 어제 막 시작된 바학. 거디언의 방학은 43일. 일반 고등학교와 다를 것 없는 기간이었다. 방학의 첫째 날, 난 지금 집에서 뒹굴고 있었다 .메이와 금영이는 친구들과 놀기로 했다면서 놀러나갔고, 한나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아인이 때문에 밤을 샜다가, 아인이가 겨우 잠들자 그 옆에서 함께 잠이 들었다. 결국 지금 깨어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심심하군." 언데드를 제작하고 싶지도 않다. 이미 내 아공간에는 실험을 위해 만들어진 수많은 언데드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법수련을 할까도 했지만 매일같이 마법서를 잡고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는 나였기에, 방학이 막 시작된 날에 마법서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 tv를 돌려봐도 평일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프로그램은 하지 않았다. "후 ~우." 결국 지루함을 참지 못한 나는 집을 나섰다. 안방 침대에 있는 한나와 아인이를 보니 깨려면 한참 걸릴 것 같았다. 집을 나선 나는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출근할 때마다 차 안에서 보던 거리. 그때 느꼈던 위화감은 많이 엷어져 있었지만 아직도 남아 있긴 했다. 거리의 모습에서도,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심지어 저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태양에서조차 말이다. 이 위화감은 무엇일까?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공원에 들어서 있었다. 나는 나무 그늘 밑의 벤치에 앉았다. "후~ 우. 정말 평화롭군. 이상할 정도로 말이야." "당신도 그렇게 생각합니까?" 흠칫! 나의 혼잣말에 대답한 이의 목소리를 듣고 놀라 나는 재빨리 일어나 경계태세를 취했다. 나를 놀라게 만든 이는 남자였다. 온통 새하얗게 된 정장을 입은 남자. 왠지 모르게 익숙한 외모였다. 강직하면서 솔직해 보인다. 그의 외모에서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뭔가 달랐다. 그 다른 점이 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씨익. 남자는 나에게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고, 내가 방금 전까지 앉아 있던 벤치에 앉았다. 바로 내 옆에 말이다. 그 남자가 앉자 나 역시 앉았다. 이미 경계는 푼 상태였다. 왠지 이 남자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언제 만난 적 있나?" "아니요. 없습니다. '이 세계'라면 말입니다." "이 세계?" "그렇습니다. '이 세계'에서라면 우리는 처음 만나는 사이입니다." 남자는 이상한 말을 하고 있었다. 이 세계라니. "'이 세계'는 이상합니다. 차원융합현상이 있은 지 약 십 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잘 적응해서 살고 있습니다. 다른 차원의 사람들과 서로 다른 문명의 사람들이 말입니다. "십 년이란 시간 동안 사람들도 놀고만 있지 않았으니까. 사람은 적응하는 생물이기도 하고." "당신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서로 전혀 다른 세계가 하나로 합쳐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평화롭다니 말입니다." "그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지." "......." 남자는 나의 대답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쳐다보았다. "정신적인 침식이 보다 빨리 이루어진 모양이군요." "정신적인 침식?" "이런! 시간이 없군요.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뵙겠습니다. 이것만은 기억해주십시오. 당연하지만 너무도 선명하기에 이상한 것. 그리고 당신이 해야 할 일. 이 두가지를 기억해주십시오." 이후 남자는 벤치에서 몸을 일으켜 빠르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뭐야!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거야! "자, 잠깐!" 뒤늦게 남자를 잡기 위해서 쫓아갔지만, 방향을 트는 순간 남자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마치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다시 뵐 수 있기를, 마스터.] 욱신! "윽!" 근 한 달 만의 통증! 그렇지만 그 통증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않을 정도로 강렬했다. 어, 어째서 갑자기 통증이! 크윽! 이내 나는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이 아늑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에게서 뭔가 다르다라고 느낀 이유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위화감. 지금은 엷어졌지만 아직 남아 있는 위화감. 그 위화감이 그 남자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정신을 잃음과 함께 그것을 깨달은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었다. 이를 잊지 않기 위해서, 그 남자가 나에게 남긴 말을 잊지 않기 위해서....... [크윽!] [셰인!] 셰인은 또다시 가슴을 부여잡았고, 다른 데스 챔피언들은 급하게 셰인에게 다가갔다. 가슴을 부여잡은 그의 무장은 완전히 풀려 있었다. 데스 챔피언들의 무장은 그들의 힘으로 유지된다. 그런데 무장이 풀렸다. 그 말은 무장을 유지할 정도의 힘도 없다는 말이다. 셰인은 정신적인 타격으로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다시 무모하게 상민과의 대화를 시도했고, 결국 성공하긴 했지만 물러나는 그때 다시 정신적인 타격을 받아서 보다 큰 내상을 입었다. 그리고 무장을 유지하던 힘이 모두 치유에 들어가게 되어 무장이 해제된 것이었다. 무장이 해제된 셰인에게 데스 챔피언들은 각기 신체 부위에 손을 대고 에너지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정말 여러 가지로 곤란하게 하는 녀석이야.] [맞아, 맞아.] 볼케이노와 빌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손을 통해서 자신들의 에너지를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동류. 상민에 의해서 만들어진, 상민에게 이름을 부여받은 형제였기에 이렇게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었다. 그렇게 데스 챔피언들이 에너지를 주입하자 셰인의 내상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셰인은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내상이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하자 데스 챔피언들은 주입하고 있던 힘을 거두어들이고는 손을 뗐다. 그대로 계속 손을 대고 에너지를 주입했다면 셰인은 얼마 가지 않아 정신을 차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대로 정신을 차린다면 셰인은 또다시 상민과의 연결을 시도할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다른 데스 챔피언들은 에너지를 주입하는 것을 그만두고 손을 뗀 것이었다. 안 그대로 셰인은 강한 정신적인 타격으로 무장조차 유지 못할 정도로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런 그가 또다시 정신적인 타격으로 내상을 입는다는 것은 위험했고, 다들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회복되어 정신을 차릴 때까지 기다리로 한것이다. [셰인,이 녀석도 알고 보면 단순하단 말이야.] [....오직 마스터에 한해서이지만 말이야.] [맞아, 맞아.] 볼케이노와 프로스트의 말에 다른 데스 챔피언들은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잠시 셰인을 바라본 뒤에 거대 슬라임의 모습을 한 도플을 쳐다보았다. 정확히 그들이 보는 것은 도플에게 흡수당한 상민이었다. 그들은 상민에게 영혼이 종속된 존재. 그렇기에 도플에게 상민이 흡수되었어도 셰인과 같이 정신이 통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부분에 있는지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마스터, 셰인 좀 그만 고생시키라고.] [맞아. 조금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셰인은 우리들의 대장이니까 말이야.] [어? 빌리, 드디어 인정한 거냐? 항상 부정하던 녀석이 그런 소리를 하다니.] [누가 부정했다고 그래!] [허허허. 셰인, 아니 대장, 빌리도 드디어 인정했네그려. 마스터, 어서 돌아오시구려. 그래야 정식으로 임명식을 하지. 허허허!] 보를은 도플을 쳐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어서 상민이 돌아와 임명식을 거행해주기를 바라며 말이다. 정신을 차리고 내가 제일 먼저 본 것은 바로 집의 천장이었고, 그다음으로 본 것은 나의 옆에서 엎드린 상태로 잠들어 있는 한나의 얼굴이었다. 한나의 얼굴은 아침에 보았을 때보다 조금 초췌해져 있었다. 그런 한나를 잠시 바라보던 난 그대로 침대에서 일어나 한나를 침대에 눕혔다. 그러는 동안 한나는 전혀 잠에서 깨지 않았다. 그만큼 깊게 잠이 든 것이다. 이어 나는 뺨을 쓰다듬는 데도 일어나지 않는 한나를 잠시 지켜보고는 방 밖으로 나갔다. 이대로 조용히 한나가 자도록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아! 아빠!" "아빠!" 나는 방을 나가자마자 나의 품으로 달려드는 두 아이를 안아야 했다. 아이들은 나의 품에서 울고 있었다.잠시 후,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무려 일주일 동안 나는 가사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의사를 부르고, 신성계열 능력자인 신관까지 불러서 알아보았는데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나의 몸에는 전혀 이상이 없지만, 내가 스스로 가사상태에 빠진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한다. 그렇게 이유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방에서 기겁한 얼굴로 한나가 뛰쳐나왔다. 나는 곧 아이들과 함께 나를 보고 울음을 터트리는 한나까지 세 여자들을 달래야 했다. 나의 품에서 울다가 지친 세 여자, 한나와 메이, 금영이는 얼마 안가 진정되었고, 진정된 아이들과 한나를 방에 가서 자도록 했다. 한나와 아이들 모두 심신이 매우 지쳐 보였기에 내린 조치였다. 처음엔 다들 거부하다가 이내 나의 말에 따라, 내가 잠들어 있던 방의 큰 침대에 셋이 함께 잠들었다. 물론 모두가 잠들기 전까지 난 옆에 있어주었고 말이다. "후 ~우. 이거 걱정하게 만들어버렸네." 말 그대로였다. 나의 소중한 이들, 한나와 메이, 금영이뿐만 아니라 나를 알고 있는 이들을 모두 걱정시키고 만 것이다. 내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말에 모두가 찾아왔었다고 하니 말이다. 일주일이라. 일단 몸 상태를 확인해보니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간단한 마법을 시전해보고, 몸을 움직여봐도 이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정신을 잃기 전보다 좋아진 것 같았다. 그리고..... "위화감이 사라졌다." 그렇다. 정신을 잃기 전까지 남아 있던 엷은 위화감은 이제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위화감이 없어졌다는 것은 좋은 것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나는 위화감이 사라졌다는 것에 알지 못할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정신을 잃기 전에 나에게 이상한 말을 남긴 그가 마음에 걸렸다. 그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일까? "당연하지만 너무도 선명하기에 이상한 것,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이라." 또한 정신을 잃기 전에 들려온 그 남자의 마지막 목소리. 그 남자는 나를 마.... 욱신! "크윽~!" 그 남자의 마지막 말을 떠올리려 하자 느껴지는 통증은 정신을 잃기 전보다 휠씬 강했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이 통증은 뭔가 이상했다. 항상 뭔가 내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순간 이 통증은 나를 덮쳤고, 그때마다 난...... 욱신! 욱신! 지금까지 머리에서만 느껴졌던 통증은 가슴에서도 느껴지더니, 이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저항했다. 그리고 그 남자가 했던 말과 그가 남긴 힌트를 떠올리며 '답'을 구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오빠!" "아빠!" "아빠!" 그때 들려오는 한나와 메이, 그리고 금영이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고개를 쳐든 나의 눈에 보이는 셋의 표정. 그들의 얼굴에는 나로 인한 걱정이 가득했다. 이미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것을 본 나는 잠시지만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조차도 잊고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욱신! "크아아아아!!" 잠시 방심한 사이 그 통증은 갑작스럽게 크게 확산되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마치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은 고통!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고통이었다. 그 고통 속에서 난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번에 놓치면 안 된다. 나의 마음이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고통은 나의 그런 저항에 방법을 달리했다. 보다 다양한 고통을 선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떨 때는 마치 온몸의 피부가 벗겨진 상태에서 얼음물에 빠진 것처럼 엄청난 한기가 나를 덮쳤고, 또 어떤 때는 용암바다에 빠져 그대로 뜨거운 열기로 인해서 온몸이 녹아드는 고통을 선사했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내가 느꼈던 통증, 위화감에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클럭!" "오빠!" 이 고통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피를 토해냈다. 그에 한나는 창백한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며 그래도 엎어지려는 나를 부축했고, 나의 어깨에 올려진 한나의 손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욱신! "크으으!" "오빠!!!" 안 돼! 지금은 집중해야 한다. 실마리를 잡아야 돼. 이 고통, 지금 사라진 위화감의 이유! 그리고 그 남자가 남겼던 내가 해야 할 일이란 것을 알아내야 해! 한나의 걱정 어린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속으로 외쳤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오빠! 제발! 제발 그만둬!" 뭘? 뭘 그만두라는 거야? 한나야. "제발! 제발 부탁이야!" 뭘? 뭘 부탁한다는 거야? 한나의 절실한 말에 의아함을 느낀 나는 고통 속에서도 한나를 쳐다보았다. 그때 갑자기 나의 등 뒤로 손을 뻗는 한나였다. "실드!" 콰쾅! 한나가 손을 뻗은 이유는 방어마법을 시전하기 위해서였다. 한나가 시전한 방어마법에 부딪친 것이 마법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폭발력은 상당했다. "이런, 곤란하군요. 설마 당신들이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는데 말입니다." 폭발로 생긴 먼지구름 사이로 들려오는 목소리. 그 목소리는 어딘가 익숙했다. 다만 그 익숙함과 부가적으로 난 목소리에서 강한 적의를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먼지구름이 가라앉자 그 안에는 전혀 만나본 적 없는, 인간의 외모라고 생각할 수 없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욱신! "으윽!" "과연 대단하군요. 아직도 저항하고 있다니 말입니다." "물러나세요." 더욱 강해진 고통 속에서 난 그 남자를 주시했다. 한나 역시 어느새 나의 앞에 서서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한나뿐만이 아니라 메이와 금영이도 함께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셋은 언제든 공격할 수 있도록 마나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이런! 더 이상의 방해는 곤란한데요. 저는 상민 군을 죽여야 합니다. 완전하게 하나가 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건 안 돼요. 물러나세요!" "아빠를 죽이는 건 안 돼!" 끄덕. "이런, 이런! 고작...에 불과한 당신들이 이럴 줄이야. 상상도 못했는데. 하지만 이대로라면 얼마 가지 않아서 상민 군도 알아차릴 겁니다." "그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욱신! "크윽!" "저것 보십시오. 계속해서 저항하고 있지 않습니까. 상민 군이 이곳이.... 란 것을 알면 당신들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아직 시간이 있어요. 잘 설득한다면....." "하지만 우리는 이미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이렇게 여기에 있는 것이고요." "그건...." "그럼 제가 백보 양보해서 한 가지 약속해드리죠. 당신들을 유지시킨 뒤 상민 군의 정신의 조각을 모아서 상민 군을 만들어드리겠다고요. 자, 이만큼 양보했으니 이제 비켜주시죠."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아까부터 저 남자가 한 말 중에서 어째서인지 나의 귀에 들려오지 않는 것도 있고 말이다. 나의 정신 조각을 모아서 나를 다시 만들겠다니. 도대체 무슨 말이지? 고통 속에서 난 한나를 올려다보았고, 한나 역시 때마침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한나와 나. 우리는 한동안 가만히 서로를 보고만 있었다. 욱신! "크윽!" 하지만 그것도 고통 때문에 얼마 가지 못했다. 한나는 이내 돌아섰고,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자, 이제 하나가 되는 겁니다." 다가온 이는 바로 남자. 한나와 메이, 그리고 금영이가 남자의 알수 없는 권유를 받아들이고 길을 내어준 것이다. 남자는 천천히 다가와 엎드려 있는 나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그때 갑자기 남자의 발밑에서 그림자가 솟아나오더니 남자를 덮쳤다. 그 순간, 남자의 권유를 받아들인 거라고 생각했던 한나와 메이는 나를 같이 부축한 채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엄마, 후회하지 않겠어?" "메이, 너는 후회하니?" "그럴 리가 없잖아." "나도 같아." "하, 한나, 메이."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여러 가지로 고생시키는 아빠라니까." 콰쾅! 나를 부축한 채 이동하고 있는데 갑자기 발밑에서 강한 폭발과 함께 화염이 치솟았다. 화염은 그대로 우리를 덮치는 것 같았지만, 또 어디에선가 나타난 그림자가 그 화염으로부터 우리를 지켜냈다. "쳇! 지구 반대편까지 보내버렸는데." 어느새 성인의 모습을 한 금영이가 잔뜩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 공격으로 한나와 메이는 나를 내려놓고는 앞을 주시했다. 나 역시 고통을 참으며 앞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그림자가 덮쳤던 남자가 서 있었다. "설마 당신들이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가 오빠의... 를 토대로 만들어진 가짜라지만, 오빠를 생각하는 마음까지 가짜는 아니니까." "만들어진 가짜?" "이런, 들리게 되었군요. 그럼 서둘러야겠네요." 말을 마치자마자 남자는 나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그에 메이와 금영이도 남자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내가 가르쳤던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과 언데드를 소환하는 메이, 그리고 그림자를 이용하여 전투를 벌이는 금영이. 이 두 아이의 공격에도 남자는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오빠." "하, 한나야." "이거 하나만 약속해주시겠어요. 비록 우리가 가짜지만 이런 우리가 있었다는 것을요." "하, 한나야!" 욱신! 욱신! 욱신! "크으으으으!" 한나는 그 말을 마치고는 그대로 남자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 한나와 메이, 그리고 금영이, 이 셋과 남자의 전투는 균형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그렇게 전투를 벌이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제길! 제길! [오빠, 오빠에게는 할 일이 있어요.] [아빠는 바보. 어서 서두르라고.] [...해내, 아빠. 그럼 끝날 테니까.] [마스터~!!!] 세 사람의 메시지. 그리고 마지막, 나에게 힌트를 주고 사라졌던 남자의 목소리. 그 네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리는 순간 모든 것을 알 수 있엇고, 곧 고통도 사라져갔다. "아아! 이런, 이런!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뭐, 이렇게 된 이상 육체쪽을 먼저 흡수해야겠군요." 남자는 전투를 멈추고는 이 말을 남기고 이내 사라졌다. 고통이 사라진 후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런 나를 향해서 한나와 메이, 금영이가 천천히 다가왔다. 나를 향해서 다가오는 그들. 그들의 몸은 발밑에서부터 천천히 붕괴되어갔다. 이는 예정된 일, 이 세계가 가짜라는 '답'을 알았을 때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한나! 메이! 금영아!" "모든 것을 알았는데도 그 이름으로 우리를 불러주는 건가요." "당연하잖아, 엄마. 아빠니까." "헤헤헤! 맞아, 맞아." 당연하지만 너무도 선명하기에 이상한 것. 그것의 답은 바로 기억이었다. 기억을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인간이란 망각의 동물. 그렇기에 너무도 선명하다면 이상한 것 또한 기억이었다. 그렇지만 이 세계. 나의 기억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세계의 기억은 너무도 선명했다. 그것은 당연했다. 도플에 의해서 급조된 기억들이었으니 말이다. 그 결과, '기억'이란 답을 얻은 뒤 나는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내가 하려던 일을 말이다. 그렇기에 이 세계, 나의 기억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세계는 붕괴되고 있었다. 이곳은 가짜니까, 거짓 세계이니까. "아빠, 들어가면 나에게 잘해줘." "금영아." "돌아가면 최대한 빨리 생각해봐, 나에게 돌아갈 방법을 말이야. 그리고 이렇게 양녀로 삼아주면 더 고맙고." "아, 그러면 그때는 내가 언니가 되게 해줘!" 녀석들. 장난스럽게 말하는 메이와 금영이. 이 둘은 이미 하반신이 사라진 상태였다. 자신들이 사라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메이와 금영이는 울지 않았다. 자신들이 사라지고 있는데도...... "오빠, 그런 얼굴로 보지 말아요. 우리는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한나." "약속 지켜주세요." 파각!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이 세계, 거짓된 세계는 균열이 가기 시작하며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남은 것은 오직 나뿐이었다. 도플, 네가 죽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팍! 파지지직! 나는 그 세계가 완전히 무너짐과 함께 눈을 떳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나의 몸을 감싸기 위해서 휘몰아치고 있는 도플의 몸과 내가 흡수되지 않도록 나를 감싸고 있는 죽음과 생명의 막을 말이다! 내가 눈을 떳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일까? 막과 충돌하고 있던 도플중 일부가형체를 갖추기 시작했고, 얼마 안 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정신을 차려버렸군요. 차라리 그곳에서 정신을 제압당한 채 우리와 하나가 되는 편이 좋았을 것을.] "도플." [왜 그러시죠?] "넌 반드시 죽는다." 파악! 나는 그대로 막 밖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키키키! 어리석습니다! 어리석어요! 응?] "난 말했다. 넌 반드시 죽는다고!!" [지,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생명과 죽음으로 만들어진 막 밖으로 뻗어진 내 손은 그냥 뻗어진 것이 아니었다. 나의 손과 함께 뻗어진 것은 나의 영혼! 나의 영혼은 그대로 손을 통해서 도플과 접촉했고, 도플의 몸으로 파고들어 내가 원하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파지지지! [그만둬! 지금 뭐 하는 거야! 뭘 하려는 거야!] 도플은 발버둥치며 막 밖으로 나온 나의 팔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명과 죽음의 막은 그것을 가만히 지켜만 보지 않았다. 아주 작은 틈새, 도플과 접촉한 영혼이 돌아올 작음 틈새만을 남기고 나의 팔을 감싸버린 것이다. 그로 인해 도플의 공격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우우웅! "찾았다!" 나의 영혼에서 느껴지는 감촉. 나는 그것을 느끼며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감촉. 나는 그 감촉을 느끼며 천천히 나의 영혼을 움직였다. 그 감촉이 느껴지는 곳으로 말이다. 얼마 안 가 도착한 곳. 그곳에는 2가지의 영혼이 있었다. 바로 도플에 의해서, 도플의 나누어진 영혼에 의해서 속박된 이들의 영혼과 그 영혼들을 속박하고 있는 도플의 영혼의 조각을 말이다! 수없이 나뉜 도플의 영혼의 조각. 나는 그중 하나를 손에 쥐고는 곧바로 눈을 떴다. [지, 지금 뭐 하는 거냐!! 지금 손에 뭘 쥐고 있는 거냐!!] "이것? 이건 네 영혼의 조각이다." 나의 손에서 빛나고 있는 것. 그것은 바로 도플의 영혼의 조각, 수없이 나뉜 도플의 영혼의 조각이었다. 내가 아무리 죽음의 주인이라 한들, 만약 완성된 하나의 영혼이었다면 죽지 않는 이상 이렇게 당사자의 눈앞에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도플은 특수한 케이스였다. 자신의 영혼을 수없이 많은 조각으로 나눈 존재. 그렇기에 이렇게 살아 있는 그의 영혼을 나의 영혼을 통해 몸 밖으로 끄집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의 형상을 갖춘 도플은 나의 손에 쥐어진 것이 자신의 영혼의 조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사실을 나의 입으로 직접 듣자 크게 소리쳤다. [지금 나의 영혼을 가지고 뭘 하려는 거냐!] "도플 네게 가르쳐 주지. 너도 한때 마족이었으니 영혼이 지닌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겟지. 너희 마족은 계약을 통해서 영혼을 모으니까 말이야. 영혼은 모두 다르지만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 어떠한 힘보다 순수한 에너지라는 것과 결국 하나라는 것이다. 이 두가지 중 네 녀셕과 관련된 것은 바로 두 번째." [그게 무슨 소리지?] "넌 델 곤멜의 정신지배를 계기로 자신의 영혼을 나눌 수 있게 됐다. 수없이 많은 조각으로 말이야. 사실 그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절대로 벌어질 수 없는 일이야. 그런데 너는 해냈지. 덕분에 너는 무적이 되었고 말이야. 이 세상에 있는 너를 모두 모아놓고 단번에 육체를 죽이지 않는 한, 너는 죽일 수 방법은 없었으니까." [그렇다! 나는 무적이다! 이 세상에서 나를 죽일 수 있는 것은 없다! 설사 네가 죽음의 주인이라 할지라도!] "그래. 그렇지. 보통 방법이라면 나조차 너를 죽일 수는 없어. 보통 방법일면 말이야" 그렇다. 보통 방법이라면 나는 도플을 죽일 수는 없다. 그렇지만 보통 방법이 아니라면 죽일 수 있었다. "아까 내가 말했지. 영혼은 하나라고. 영혼은 순수한 에너지. 너무도 순수한 에너지이기 때문에 쉽게 다른 에너지에 물들지도 않지. 거기에 너의 영혼처럼 나누어지지도 않고 말이야. 솔직히 네가 아니었다면 난 영혼이 둘 이상의 개체로 나누어진다고 생각도 못했을 거야. 하지만 너는 해냈다. 그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지. 그리고 그에 앞서 말한 사실, 영혼은 하나라는 사실을 잊고 말았다. 지금 여기서 또 하나 선언하지. 도플, 넌 영혼을 나눈 것을 후회하게 될 거야." 나는 이 말을 하며 도플을 향해서 웃어 보였고, 동시에 생명과 죽음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손에 쥔 도플의 영혼에 불어넣으며 외쳤다. "소울 브레이크!" 쾅! "도플, 넌 끝이다!" 쾅! 쾅! [무, 무슨 짓을 한거냐!] 소울 브레이크. 게임이라고 생각할 당시, 그쪽 세계로 넘어가기 전에 스킬 북을 통해서 익혔던 스킬의 이름이었다. 죽은 자의 영혼으로 사용하는 소울 브레이크는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한다. 다만 이때 사용되는 영혼은 말 그대로 파괴된다. 폭발의 매게체가 되어서 말이다. 그런 소울 브레이크이기에 도플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마나만 사용했을 때도 소울 브레이크는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했다. 그런 소울 브레이크를 생명과 죽음을 에너지원으로 하여 시전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죽은 자의 영혼이 아닌, 살아 있는 자의 영혼. 도플의 영혼을 매개체로 하여 시전된 소울 브레이크는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했다. 다만 그 매개체가 되는 도플의 영혼이 너무도 자잘하게 나누어져 있어서 작은 연쇄폭발이 일어나고 있지만 말이다. 만약 나누어지지 않은 도플의 영혼이었다면 나는 감히 소울 브레이크를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은 도플이 영혼을 나눴기에 후회하게 될 2가지 이유 중 하나였다. [도,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내가! 우리가 사라지고 있어!] "도플, 내가 아까 말했지. 영혼은 하나라고 말이야. 아무리 네가 영혼을 수없이 많은 조각으로 나누었다고 해도, 결국 하나에서 나누어진 조각. 모두 결국 하나인 거다. 나는 방금 네 영혼의 조각 중 하나를 이용해서 영혼을 매개체로 하는 공격마법을 사용했다. 그것은 바로 소울 브레이크. 영혼을 매개체로 폭발을 일으키는 공격마법이지. 내가 했던 말 기억나? 영혼을 나눈 것을 후회하게 될 거라는 것 말이야. 후후후! 만약 네가 영혼을 하나로 유지하고 있었다면 난 소울 브레이크를 사용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거야. 소울 브레이크는 순수한 에너지라 할 수 있는 영혼을 파괴하는 만큼 엄청난 힘을 자랑하니까." [으아아아아!] "그뿐만이 아니야. 만약 네가 영혼을 나누지 않고 하나로 유지하고 있었다면, 사실 난 소울 브레이크를 사용하지도 못했어. 소울 브레이크에는 제약이 있거든. 살아 있는 자의 영혼을 매개체로 소울 브레이크를 사용할 때는 피시전자가 저항할 수 있다는 제약이 말이야. 하지만 너는 자신의 영혼을 수없이 나눔으로써 이 번거러운 제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으아아아아!] "도플, 넌 끝이야." 콰쾅! 폭발음을 마지막으로 도플의 비명은 사라졌다. 그리고 동시에 나를 감싸고 있던 생명과 죽음으로 만들어진 막은 그대로 허물어져갔다. [으아아아아!] 콰쾅! 콰쾅! 콰콰콰쾅! 상민이 있던 곳에서 시작된 영혼의 파괴, 소울 브레이크는 전 세계의 도플들에게도 역시 똑같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느새 형체를 갖춘 도플은 절규했다. 자신이, 자신들의 영혼이 속수무책으로 폭발을 일으키며 파괴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이제 거의! 이제 거의 완성되었단 말이야!] 콰쾅! 콰쾅! 도플이 절규하는 동안에도 폭발은 쉬지 않고 계속되었다. 이대로가면 자신은 사라진다. 언제고 의지가 사라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것은 영혼을 여러 조각으로 나눈 대가이니까. 하지만 이것은 달랐다. '나' ,'우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완전하게 이 세상에서 사리ㅈ고 있는 것이다! 이럴 수는 없었다. 의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자신 자체가 사라질 수는 없었다. 도플은 결심했다. 이것은 도박이었다. 살아남기 위한 도박! 우우우웅!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도플은 일제히 몸을 웅크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몸만 웅크리는 것이 아니었다. 수없이 많은 조각으로 나누어진 영혼의 조각들 역시 몸과 마찬가지로 웅크리기 시작했다. 소울 브레이크에, 자신의 영혼 파괴에 저항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것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폭발의 진행 속도를 늦추었으니 말이다. 그 정도면 된다. 도플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준비해온 '그 일'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우우우웅! 그때까지 웅크리고 있던 도플이 크게 떨리기 시작하더니, 놀랍게도 점차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안 그대로 거대한 것이 부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기겁했고, 뭔가 심상치 않다고 느끼고는 되도록 멀리 떨어지고자 했다. 계쏙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도플의 몸. 그것은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도플 모두 마찬가지였다. 우우우웅! 그야말로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도플. 갑자기 진동이 멈췄다. 정적. 마치 폭풍전야와 같은 정적이 전 세계의 도플들이 있던 곳에 감돌았고, 그것은 언제고 계속될 것만 같았다. 우우우웅! 다시 시작된 진동, 그리고 이어진 폭발. 전 세계의 도플들이 일제히 폭발한 것이다. 그 폭발은 어떠한 소리고 없었다. 하지만 그 파괴력은 엄청났다. 귀로는 들을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폭발음. 그로 인해 도망치던 수많은 사람들의 고막이 터져나갔다. 그나마 가까이 있던 이들은 자신의 고막이 터져나가는 것도, 자신이 죽는다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폭발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다. 폭발로 인해 후폭풍은 더욱 대단했다. 도망치던 사람들을 비롯하여, 폭발에도 불구하고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건물들을 그대로 쓸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전 세계에서 일어난 대폭발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폭발이 일어난 곳으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은 하늘에서 수많은 무엇인가가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도플의 파편. 도플의 몸을 이루던 것들이었다. 그 파편들은 놀랍게도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때로는 사람들의 몸에 파고들기도 하고, 다른 어딘가로 도망치는 것처럼 숨기도 했다. 그 폭발로 퍼진 파편들이 파고든 사람들과 동물들은 그 후 단 하루만에 놀라운 변화를 겪었다. 더 이상 이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이 된 것이다. 바로 몬스터. 괴물이 된 것이다. 이후 몬스터로 변한 사람과 동물들은 사람들을 공격했고, 세계는 몬스터로 변한 사람들과 동물로 인해서 다시 한 번 엄청난 피해를 입어야 했다. 그리고 엄청난 피해 끝에 몬스터를 제압하고 알아낸 것은 3가지였다. 먼저 세계에 일명 비너스라는 약물이 납품되고 있다는 사실과 이 비너스를 복용한 사람들에게 그 도플의 파편들이 파고들어 몬스터화 시킨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몬스터가 된 사람들은 죽을 때 또 한 번 폭발을 일으켜 자신들의 파편을 퍼트린다는 것이었다. 도플이 일으킨 거대한 폭발로 인해서 세계로 퍼진 도플의 파편들. 이것은 도플이 원한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것이었다. 루시퍼 프로젝트와 함께 말이다. 도플은 언젠가 자신의 의지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되기 위해서, 신이나 악마가 되기 위해서 준비했다. 그리고 그 계획은 확실하게 성공했다. 사람들은 도플이 퍼트린 비너스의 제조법을 통해서 각종 약품을 만들어 퍼트렸고, 그 결과 도플의 파편들로 사용할 숙주들을 제공했다. 이를 알았을 때, 이미 그 비너스의 제조법은 음지든 양지든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퍼져 나간 상태였다. 그렇게 도플이 일으킨 엄청난 폭발로 인해 세계로 퍼져나간 도플의 파편들은 수없이 많았고, 몬스터화된 사람들이 죽을 때마다 불어났기에 어떻게 할 수조차 없었다. 그로 인해 세계는 한동안 공포에 떨었다. 언제 갑자기 몬스터가 나타나게 될지 몰랐기 때문이다. 이 일로 인해 이후 가디언들이 다시 화제에 올랐고, 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도플로 인해서 몰락했다가 다시 흥성하게 되었다. 어느 정도 대처법이 마련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날 도플이 일으킨 엄청난 폭발, 크게는 도시 전체를 날려버린 폭발이 일어난 그날을 이렇게 명명했다. '악마의 씨앗이 뿌려진 날(Devil's Sow Seed Day)' 이라고. 제 46장 다시 돌아오기 위한 여행 부우우우! "폭발한다! 모두 대비를!" "모든 요원들은 준비를!" 콰콰콰쾅! "실드!" 나는 급하게 실드를 시전하였다. 이 실드는 방어를 위해서가 아닌 폭발로 인해서 사방으로 퍼질 도플의 파편, 일명 악마의 씨앗이 퍼지지 않게 하기위해서 시전한 것이었다. 폭발로 인해서 사방으로 퍼져나가어야 할, 악마의 씨앗이라고 불리게 된 몬스터의 육편은 실드로 인해서 퍼져나기지 못하고 실드의 안쪽 표면을 타고 흘러내려 한데 모였다. 인간이었을 몬스터의 육편은 더 이상 육편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 있는, 반고체화된 생물처럼 실드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다. "실드를 해제하는 즉시 씨앗을 태운다. 3!2!1!" "홀리 파이어!" "파이어 월!" "파이어 에로우!" 화르르르! 끼이이이! 작은아버지의 말씀에 따라 나는 실드를 풀었다. 그리고 함께 이곳에 있던 신성계열 능력자들과 마법사, 발화 능력자들이 일제히 화염계 마법과 발화 능력을 사용하여 살아 움직이고 있던 악마의 씨앗을 태웠다. 그 후, 나는 내가 맡은 또 다른 일을 했다. 혹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악마의 씨앗을 찾는 일을 말이다. 생명을 가진 이상 나의 눈을 피해서 도망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후 다행히 몇 개의 악마의 씨앗을 사로잡아 불태울 수 있었다. 그러나 혹시 몰라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하지만 더 이상 남아 있는 악마의 씨앗이 없다고 판단을 내리고는 작은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작전 종료. 신성계열 능력자들은 남아서 생존자들을 치료하고, 생존자들을 보호할 능력자들을 제외하고 모두 귀환한다." 작은아버지의 말에 따라 가디언의 요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어 신성계열 능력자인 신관들은 생존자들에게 다가가 신성력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그런 신관들과 짝을 이룬 능력자들은 생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주위를 경계했다. 후~ 우. 만약 내가 좀 더 생명과 죽음을 이용해서 소울 브레이크를 시전했다면 그런 대재앙은 벌어지지 않을 수, 아니 최소한 피해는 줄일 수 있었을 텐데. "후~ 우." "상민아, 아직도 그 생각이냐?" "작은아버지" "그때 일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확실히 작은아버지의 말씀대로 그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도플이 세계에 비너스라는 약품의제작법을 퍼트리고, 자폭을 통해서 자신의 파편을 세계에 퍼트린 것은 말이다 일명 악마의 씨앗이 뿌려진날 이라고 명명된 그날로부터 벌써 2개월이 경과했다. 세계에서는 비너스란 약품과 제조법으로 만들어진 아류작들을 규제하고 있지만 양지에서나마 규제가 이루지고 있을 뿐, 음지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고 수많은 유사한 약품이 거래되고 있었다. 사람의 육체를 몬스터로 변화시킬 수 있는 약품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쾌락과 부귀를 위해서 그것을 거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고 말이다. 이번에 우리가 출동한 곳은 LA의 할렘가의 한 술집이었다. 그곳에서는 집단 마약 복용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들이 복용한 마약에는 비너스의 아류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약품도 있었다. 그것을 집단으로, 그것도 장기적으로 복용해온 그들에게 도플의 파편인 악마의 씨앗이 나타난 것이다. 그로 인해서 몬스터화된 사람들의 수는 무려 60여명. 제키 형은 사정상 오지 못하고, 이번에 LA에서 열린 가디언 총회의를 위해서 작은아버지와 함께 왔던 나는 작은아버지와 작은아버지를 따라온 한국 가디언 요원들과 출동했다. 마침 우리들이 가장 가까운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한 후 나는 몬스터화된 사람들을 한곳으로 몰았다. 그리고 다른 요원들이 도착하자 그들을 최대한 고통없이 죽여주었고 그 후에는 방금 전에 한 일 그대로 였다. 몬스터화된 사람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올 방법은 없다. 지난 2개월동안 몬스터화된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악마의 씨앗으로 인해서 몬스터화된 사람들은 정신조차 몬스터화되어버린다. 간혹 강한 정신력을 지닌 이들은 몬스터로서의 본능과 사람으로서의 이성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다가 이내 자살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만약 그때 도플의 계획을 알아차리고 도플을 확실하게 처리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상민아, 그보다 가봐야 하지 않겠니?" "예?" "제키에게 말이다. 제키." "아!" 작은아버지의 말씀에 난 제키 형을 떠올리고 재빨리 텔레포트를 했다. 내가 텔레포트를 한 곳. 그곳은 공항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LA공항에 착륙해 있던 특별 제작한 수송기 안이었다. "왔나, 형제." [여어. 다녀왔냐.] 나를 반겨주는 두 사람. 그중 한 사람은 바로 라오. 그는 나의 부탁때문에 이 자리에 남아서 다른 한 사람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바로 라오의 호위를 받고 있는 당사자이자, 내가 미국에온 목적의 제공자. 그리고 현재 내가 만든 영양액 안에서 머리만 내밀고 둥둥 떠 있는 남자. 바로 제키 형이었다. 제키 형이 들어가 있는 곳은 루시퍼 프로젝트의 몬스터가 들어가 있던 인큐베이터를 개조해서 만든 것이다. 겨우겨우 손에 들어온 인큐베이터를 살아 있는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은 물론 내가 아니라, 우리 가디언 한국지부의 연구원들이었다. 의료용으로 대체하는 목적을 가지고 개조했다는데, 그 첫 사용자가 바로 제키 형이었다. 제키 형은 도플에 의해서 사지가 모두 떨어져나갔다. 그야말로 형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내가 한 조치와 금영이에게 한 지시 덕분에 지금 이렇게 인큐베이터 안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형. 그곳에 도착하기만 하면 다시 걸어다니고 물건을 잡을 수 있을 거야." [인마, 당연한 소리 하지마. 그것보다 언제쯤 도착하냐? 지루해서 운명하시겠다.] "오늘 안으로 도착할 거야." 제키 형, 도플에 의해서 사지를 잃은 형은 사실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을 테지만 내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았다. 내가 죄책감을 가질까봐, 미안해질까 봐 말이다. 내가 미국에 온 이유는 바로 제키 형을 위해서였다.제키 형의 새로운 팔과 다리를 달아주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상식적으로는 말이다. 그렇지만 상식을 뛰어넘는다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나는 그나마 형체를 갖추고 있는 형의 팔과 다리 한짝씩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팔다리는 이미 근육이 괴사한 상태였고, 신경도 죽어 있었다. 말 그대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이 바로 키메라였다. 그 후 나는 키메라 연구에 전력을 다했다. 게임의 시스템을 이용하고 각종 재료를 아공간을 통해서 게임 내로, 혹은 게임 내에서 현실로 가져와 각가지 실험을 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볼 수 있었다. 물론 그 대상이 몬스터였다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거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 또 있었는데 게임 속에서 그 실험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어떠한 영향으로 점차 현실화되어가고 있는 게임이기는 했지만, 현실에서 그것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었기에 나는 미국으로 형과 함께 온 것이었다. 도플은 자신의 파편을 전 세계에 퍼트렸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루시퍼 프로젝트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몬스터들도 전 세계에 퍼트렸다. 그 수와 종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몬스터들은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고, 그로 인해서 이제는 여행도 함부로 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각국의 군과 가디언에서 몬스터의 토벌을 나서기는 했지만 몬스터들이 완전히 토벌된 나라는 몇 없었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악마의 파편으로 인한 몬스터와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몬스터를 동시에 상대해야만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몬스터의 토벌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 중 하나가 미국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내가 도플을 가장 먼저 처리했고, 데스나이트를 비롯해 그림자의 백성들까지 동원했깅 몬스터들은 모두 토벌되었고, 피해도 가장 적었다. 그 때문에 연구재료인 오크들을 비롯한 몬스터들을 구할 수 없게 되어 난 형과 함께 미국에 오게 된 것이다. 그 밖에 확실히 미국의 연구시설이 우리나라보다 월등하다는 이유도 있었다. 무엇보다 루시퍼 프로젝트는 미국의 SWU의 연구시설에서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미국에 왔다. 형에게 새로운 팔과 다리를 선물하기 위해서, 나로 인해서 두팔과 두 다리를 잃은 형을 위해서.......... 미국에 온 지 어느덧 2개월이 흘렀다. 그간 키메라 연구의 성과도 있었다. 그런데 도플과의 싸움 이후 잠을 제대로 잔 것이 언제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오직 연구, 연구.... 연구만을 거듭했다. 나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이곳의 시간과 한나가 있는 그곳의 시간은 다르니까. 이곳에서의 하루는 그곳에서 20일이고, 이곳에서의 1년은 그곳에서 20년이라는 말이니 말이다. 그래서 최대한 형을 회복시키고, 내가 그곳에서 갈 방법도 찾아야 했기에 나에게는 쉴 시간 따위는 없었다. 금영이에게 부탁하여 그림자의 백성들을 통해서 그곳으로 돌아갈 방법을 계속 조사 중이었지만, 과연 한나가 있는 그곳으로 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미지수였다. "후~ 우." 나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 제키 형을 바라보았다. 두달 전과 다르게 형에게는 두 팔과 두 다리가 달려 있었다. 그렇지만 형은 여전히 인큐베이터 안에 있었다. 제키 형은 지난 2개월, 아니 정확히 한 달하고 보름 동안 각가지 실험에 동원되어야 했다. 사실 그건 실험이 아니었다. 시도였다. 형의 새로운 사지를 다는 시도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실패했다. 바로 형의 원래 몸과 새로운 팔다리가 서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그로 인해서 처음 팔과 다리를 다는 것은 성공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것들은 괴사하여 쓸 수 없게 되었다. 그때마다 형은 엄청난 고통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견더냈다. 웬만한 이라면 미쳐버리고 말았을 것을 말이다. "후~ 우." [으음. 남자 녀석이 무슨 그렇게 한숨이냐.] "아, 형. 깨어 있었어." [방금 전에 깻다. 그나저나 서서히 팔다리에 감각이 느껴지는데 진작 그 방법을 사용할 걸 그랬나.] "..미안." [인마, 전에도 말했지만 미안해할 것 없어. 그건 내가 결정한 일이었고, 난 지금도 후회스럽지 않으니까.] 제키 형은 나에게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하지만 난 그런 형의 미소를 보며 더욱 미안해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했던 각가지 실험. 그 실험은 모두 실패했지만 실험을 견뎌낸 대가로 형에게 몇 가지 능력을 선물했다. 그렇지만 실험은 실패. 그러던 도중 나는 고민했다. 나에게도 시간이 없었고, 형에게도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다루는 생명과 죽음으로 형과 사지의 접혹면은 재생을 늦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각가지 실험을 통해서 그 표면이 더 이상 재생을 늦춘다면 새로운 자시를 달 수 없을 정도로 세포가 괴사되어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내가 고민하고 있던 도중, 형은 보름 전에 나에게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자신을 '키메라'로 만들라고 말이다. 형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형의 몸을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키메라의 팔과 다리를 달아주려는 것을 말이다. 확실히 그렇게 많은 실험을 거쳤는데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형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인가으로 남지 못하게 된 대신, 움직일 수 있는 팔과 다리를 얻기를 말이다. 난 형을 몇 번이나 설득했다. 단지 내가 서둘렀을 뿐이라고, 서둘러서 미안하다고, 시간이 있다면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말이다. 그렇지만 형은 요지부동이었고, 결국 난 형의 말을 따랐다. 형의 사지뿐만 아니라 몸까지도 완전 키메라화 시킨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어떤 키메라냐? 설마 오크나 오우거는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단단히 각오해둬라.] 자신이 이미 인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혀 아무렇지 않게 장난치는듯이 말하는 형. 사실 지금 이 순간 가장 힘든 것은 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 오크나 오우거는 아니니까. 형에게 어울리는, 형에게 딱 맞는 녀석으로 했어." [그래? 나에게 어울리는 녀석이라, 이거 기대되는걸.] "곧 확인할 수 있을 거야. 이미 키메라의 팔다리에 익숙해진 몸이기에 부작용 없이 키메라화되었으니 말이야." 형과 합성한 키메라. 그것은 딱 형에게 어울리는 녀석이다. 형이 스스로 키메라가 되겠다고 결정을 내린 후, 형과 합성하기에 가장 어울릴 것 같은 몬스터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루시퍼 프로젝트로 인해 만들어져 세계에 퍼지긴 했지만, 일정 영역에서 서식하고 있으니 자연산이라면 자연산이라 할 수 있는 몬스터를 사로잡기 위해서 떠돌던 중 우연히 한 녀석을 구할 수 있었다. 한 무리의 우두머리로써 최고였던 녀석, 거기에 영혼과 심성이 몬스터답지 않게 맑았던 녀석이다. 그래서 다른 녀석에게 죽어서 나에게 발견되었겠지만 말이다. [으으으! 도대체 어떤 녀석이냐? 궁금하게 만들지 말고 말해봐.] "그건 안 되지. 후후후! 형, 그럼 쉬어. 나도 오랜만에 잠 좀 푹 자봐야겠어." [야! 그냥 가지 말고 가르쳐주고 가!] 나는 형의 말을 무시하고는 곧장 내 방으로 향했다. 형에게 했던 말 그대로 오늘은 정말 푹 잘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방에 도착해서 침대에 눕고 나니 잠이 오지 않았다. 그동안 거의 대부분의 수면을 마나를 순환시키는 것으로 대체해와서 그런지 몸이 익숙해졌던 모양이다. [상민님, 주무십니까.] "아,제리아." 잠이 오지 않아 침대 위에서 뒤척이던 도중 들려온 제리아의 목소리에 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곧 벽의 그림자에서 검은 로브를 입은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제리아. 그림자의 군주인 섀도 로드 금영이의 친위대 중 한명이었다. 제리아가 온 것을 보니 아무래도 정기보고 시간이 된 모양이다. "오늘은 어때?" [죄송합니다.] 역시나군 제리아는 나에게 죄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여 보였지만, 나는 이내 손을 내저으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죄송하다니, 오히려 내가 미안한걸. 내 부하도 아닌데 수고스럽게 했잖아." [정말 죄송합니다.] 나의 말이 오히려 제리아에게 역효과였나 보다. 더욱 깊게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니 말이다. 내가 제리아에게 부탁했던 일은 바로 이세계. 한나와 메이, 지크 형과 퓨리와 데인, 그외에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그곳으로 갈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솔직히 방법은 있었다. 바로 지형변화현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만약 예전 그대로 계획대로 진행만 뒀다면, 난 이미 한나 일행과 함께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이유는 딱 2가지였다. 첫 번째는 바로 도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도플이 벌인 일들 때문이었다. 루시퍼 프로젝트를 통해서 우리 가디언들의 행동 범위를 축소시키고, 전 세계에 루시퍼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몬스터를 풀어버린 것. 그 외에도 마지막에 나로 인해서 영혼이 파괴될 때 일으킨 대폭발 등으로 인해 나의 수하들, 그러니까 언데드 군단뿐만 아니라 금영이의 그림자의 백성들도 모두 나서야만 했다. 도플이 마지막에 일으킨 대폭발, 그 사건만으로도 인류 역사에 대재앙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나로 인해서 도플의 영혼이 가장 먼저 파괴되었기에 전 세계에 일어났던 대폭발이 일어나지 않아 피해가 가장 적었지만, 다른 나라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웬만한 도시 하나가 날아가 버릴 정도의 대폭발. 그 피해는 엄청났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그 폭발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의 수도 가히 천문학적이었다고 한다. 물론 그것은 아주 나중에 안것이었지만 말이다. 도플이 벌인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기에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그로 인해서 다른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사람들을 파견할 여력조차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일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바로 몬스터화되는 사람들이 등장한 것이다. 그렇게 되니 각국은 자국의 일을 수습하는데만도 힘이 부치게 되었고, 결국 내가, 정확히 우리나라가 나서게 되었다. 도플이 가장 먼저 처리된 덕분에 우리나라의 피해를 그야말로 최소였다. 다른 국가들처럼 대폭발도 없었고, 도플의 파편이 퍼지지 않아 몬스터화되는 사람들도 등장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나마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바로 도플이 풀은, 루시퍼 프로젝트로 인해서 만들어진 몬스터들이 있었지만 그나마도 충분히 처리가 가능했기에 우리나라에는 여력이 남게 되었다. 때문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할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한 사람들이 나서게 된 것이다. 물론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나선 사람들 중에는 가디언의 요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의 가디언은 타국의 가디언들보다 다양한 능력자들이 많았고, 그들의 실력 또한 높았기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고급 인력이었다. 그렇지만 그 수는 전 세계의 국가들을 돕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나는 혼자서 활동하게 되었다. 내가 혼자서 활동하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나에게는 딸린 인원이 많았다. 내가 불러낼 수 있는 언데드 군단. 거기에 섀도 로드인 금영이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겠다고 하고, 그런 금영이가 나와 함께 움직이니 금영이의 수하인 그림자의 백성들도 함께 움직인 것이다. 이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렇게 나와 금영이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인력이 움직였다. 이어 프로스트 웜과 더 마나의 협조를 받아 텔레포트의 좌표를 받은 난 금영이와 함께 피해 현장에서 각가지 일을 했다. 힘 좋은 데스 챔피언 우라노스와 우라노스의 데스 서번트를 동원하여 잔해들을 모두 파괴하고, 금영이의 그림자의 백성들을 통해서 사람들의 시신을 찾고,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생존자들을 수색했다. 거기에 데스 위저드 보를과 보를의 데스 서번트들은 마법을 사용하여 사람들을 치료하거나, 대체생필품을 만들어냈다. 대체생필품이란 바로 마법 아이템이었다. 그들이 만들어낸 마법 아이템은 보온마법과 내구도향상마법이 부여되어 있는 비닐 공간확장마법과 정화마법이 부여되어 있는 페트병 등이었다. 이렇게 내가 미처 떠올리지 못한 마법 아이템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언데드 군단과 그림자의 백성들을 동원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구하고 피해를 복구하는데 투입되었기에 제리아와 그림자의 백성들은 내가 부탁했던 일을 수행할 수 없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만약 그림자의 백성들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친지의 시신마저 건저지지도 못하고 그 재앙 속에서 살아남아있는 생존자들도 찾지 못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아직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 거야?" [예. 차원이동현상은 상민님께서 연구를 시작한 지 보름이 지난 후부터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계속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만, 저희 그림자의 백성들의 수에도 한계가 있다 보니 반드시 정확하다고 할 수 만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차원이동현상이 일어난 기록은 그날 사십오 일 이전부터 한 건도 없습니다.] "그렇군." 계획에 차질을 빚은 이유 두 번째. 그것은 갑작스러운 지형변화현상. 즉 차원이동현상이 끊겼기 때문이다. 내가 연구에 들어간 지 보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45일 전에 갑자기 끊긴 차원이동현상이다. 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로 인해 더 이상 조사는 불가능하게 되었고, 그림자의 백성들이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 그 원인을 조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있나 보다. 만약 이대로 차원이동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밖에 없게 된다. 바로 게임 내의 그 구멍, 다른 차원으로 가는 구멍을 찾아야 한다. 지구보다 더욱 넓은 게임 내의 세계, 그 세계에서 구멍을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그 밖에 따로 할 말은?" [로드께서는 몸을 생각하시면서 일하라고 하셨고, 상민님의 어머님께서는 가끔은 시간을 내서 집에 들르라고 하셨습니다. 간혹 친구 분들께 연락도 온다고 전하라 하셨습니다.] 친구라. 그러고 보니 학교에 안 간지 벌써 꽤 됐군. 출석일수도 모자랄 테고, 이제 진급하기에는 그른 건가. 녀석들의 소식을 들은 후 나는 출석일수를 기억해내고는 3학년으로의 진급이 어렵게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확실히 루시퍼 프로젝트와 도플, 제키 형의 키메라화 때문에 여러 가지로 바빳으니까. 보고를 마친 제리아는 곧 돌아갔고, 다시 방에는 나만 남게 되었다. 만약 이대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미 그곳에서는 상당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가 이쪽으로 돌아온 지 벌써 반년 가까이 되었다. 아니, 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는 말은 그족에서는 9~1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는 얘기다. 또한 그 말은 이미 한나도, 메이도 도플이 나의 정신을 지배하기 위해서 정신세계에서 보여주었던 성숙한 모습, 그 모습과 비슷한 모습이 되었을 수도, 아니 그 모습이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더 이상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는 말도 되었다. 자그마치 10년. 무려 10년 동안 그들과 헤어져 있는 것이다. 1,2년 떨어져 있어도 상대하는 데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람이다. 그런데 무려 10년이나 떨어져 있는 것이다. 나에게 불과 반년에 불과하지만 그들에게는 10년, 그들은 과연 나를 어떻게 대할까. 그것을 생각하니 조금은 두려웠다. "후~ 우." 그렇게 침대에 누워서 한참 동안 여러 가지를 떠올리고 고민하다가 결국 골치가 아파 최후의 방법을 사용했다. 바로 내 스스로에게 슬립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슬립." 스스로에게 시전된 슬립은 천천히 나를 잠의 세계로 이끌었다. 이대로 한 이틀 푹 잤으면........ 상민이 스스로 건 슬립에 의해서 잠에 빠져 있던 그때, 방 한구석의 어둠으로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여성이었다. 그중 한 명은 바로 섀도 로드 금영이었다. 금영이는 완전한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상민을 바라보다 아무렇게나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이불을 들고 덮어주었다. "아빠도 이럴 때는 어린아이 같다니까." [이곳에서 상민님의 나이는 아직 만 십칠세 이십니다. 성인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모자란 나이죠.] "제리아, 그런 소리가...." [농담이었습니다.] 이어진 제리아의 말에 금영은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제리아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흔들면서 고개를 돌려 상민을 쳐다보았다. 장장 2개월 만의 제대로 된 수면. 그간 대부분은 마나 순환을 통해서 대체하였다고는 하나, 본래 잠을 자는 것만 못한 법. 확실히 상민의 얼굴은 조금 핏기가 가셔 있었고, 조금 말라 있기까지 했다. 이는 잠이 부족하기도 하고,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간상민은 그저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며, 그래도 몸을 챙긴다고 비타민을 먹으면서 연구를 계속해왔다. 물론 그걸로 될 리가 없다. 아무리 비타민이 좋다 한들 직접 먹는 것만 못하니 말이다. [그런데 로드.] "응?왜?" 제리아는 상민이 잠들어 있는 침대에 기대어 그를 바라보고 있는 금영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로드. 상민님에게 그 방법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으실 겁니까?] "......." 금영은 제리아의 말에 순간 얼굴을 굳히고는 이내 다시 상민을 바라보았다. 그 방법. 상민은 모르고 있지만 그 방법이라면 상민이 원하는 곳으로 언제든지 갈 수 있었다. 금영과 제리아도 그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만약 그 방법에 대해서 말한다면 상민은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갈것이다. 둘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적어도 금영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제리아에게 상민에게 말하지 못하게 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제고 알게 되실 겁니다. 그렇게 되면 로드는 상민님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될 것이고요. 그러기 전에 차라리 제가 말......] "알아, 나도 알고 있어. 언제고 아빠와 내가 완전하게 연결되면 모든 것을 알게 되리란 것도, 그리고 그렇게 되면 내가 얼마나 미움 받게 될 것인지도 말이야."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현재가 소중했기 때문이다. 금영이는 그림자들의 군주인 섀도 로드. 그렇지만 결국 그림자. 원래는 그저 존재하고만 있어야 하는 것. 지금과 같이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하고 존재만 할 뿐이었다. 그런 그림자 중 상민이 바란 이미지에 가장 가까운 그림자로 선택되어, 이렇게 그림자의 군자가 되어서 생각하고, 말하고, 이야기하며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말하지 못한 것이다. 바로 지금이 금영. 자신에게 가장 소중하기 때문에. "만약 아빠가 알게 되면 그곳으로 떠날 거야. 그럼 어떻게 되지? 이곳에 남겨진 가족들은. 할머니랑 고모는 지금도 이렇게 떨어져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어해. 그런데 전혀 다른 이세계로 아빠가 가버린다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하실 거야. 그렇게 되면 이 행복은 모두 사라진다고. 모두!" [로드....] 인간을 뛰어넘는 육체와 힘, 그리고 지위를 가지고 태어난 금영이. 그러나 그녀는 고작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는 어린아이였다. 어린아이는 순수하다. 그렇기에 그만큼 상처 입기도 쉽다. 지금 긍영이는 상처 입기를 두려워하는 어린아이였다. 지금의 행복에 취해서 그 자리에 안주하여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를 거부하는 어린아이. 제리아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금영이에게 천천히 다가가 뒤에서 껴안았다. "제리아" [로드, 아니 금영아.] "제리아......" 금영이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제리아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제리아가 금영이의 이름을 부르고, 거기에 반말을 한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금영이를 껴안은 제리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금영아, 너는 상민님이 매정한 분이라고 생각하니?] 절레절레 제리아의 말에 금영이는 고개를 필사적으로 내저으며 부정했다. 상민은 친절하고 다정했다. 그저 스스로의 힘으로 인해서 태어났을 뿐인 자신을 딸로 맞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자상하게 신경까지 써주었다. 그런 상민이 매정하다니, 말도 안 된다. 금영은 이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면 다른 가족들이 약하다고 생각하니?] 절레절레 이번에도 금영은 제리아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다른 가족들은 강하다. 그 강함의 기준은 파괴력이나 공격력 같은 것이 아니지만 눈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상민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빛과 자신들의 자식들과 다른 이들을 바라보는 대할머니의 눈을 보면 말이다. 물론 대할머니와 할머니뿐만이 아니었다. 고모도, 할아버지도, 작은 할아버지도, 작은할머니도 모두 강했다. 금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자신의 품에 안에서 고개를 내젓는 금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제리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금영아, 네 대답처럼 상민님은 매정하신 분이 아니야. 오히려 친절하고 다정하신 분이지. 그리고 다른 가족 분들은 육체적으로 약하기 그지없지만 그분들은 강해.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알아."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금영을 보며 제리아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금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금영은 어린아이의 모습. 제리아의 품에 안기기 딱 알맞은 연령대로 모습을 변화시킨 상태였다. [금영아, 여행이 무엇인지 아니?] "....일정기간 동안 어딘가로 떠나는 일." 사전적인 대답을 하는 금영이였다. 그런 금영이의 대답에 제리아는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맞아. 그것도 맞는 말이지.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해. 여행이란 돌아오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라고 말이야.] "돌아오기 위해서?" [그래. 돌아오기 위해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 한자리에 머물러서 는 보지도, 느끼지도 못햇던 것을 경험해. 그렇지만 그런 여행에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찌. 그 여행자들은 다시 여행을 떠나. 바로 돌아오기 위한 여행 자신이 출발한 곳, 출발점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행을 말이야.]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은 수많은 것을 보고 느낀다. 한곳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여행을 하면서 겪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여행도 결국에는 한곳으로, 떠났던 출발점으로 되돌아온다. 그곳에 자신의 고향일 수도, 자신의 집일 수도 있다. 그 출발점은 모두 다르지만 여행을 떠난 자는 결국 처음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제리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말했던 것이다. 금영은 제리아의 말을 듣고 천천히 누워서 잠이 든 상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뭔가 결심한 듯한 표정을 하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돌아가자, 제리아. 아빠가, 아빠가 일어나면 모두 말하겠어. 그 방법에 대해서. 이 세계로 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금영아.] "할머니와 고모뿐만 아니라 모두들 기다릴 수 있으실 거야. 모두 강한 분들이니까. 그리고 가족들도 이미 눈치 채셨을 테니까." 모두 이미 어렴풋이 상민이 뭔가 서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제리아의 말을 듣기 전에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알 수 있었다. 모두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상민이 직접 말해주기를 말이다. 그래서 자신도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결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속으로 되뇌며 금영은 몸을 일으켰다. "돌아가자, 제리아. 가서 준비하는 거야. 다시 돌아오기 위한 여행을......" 이 말을 들은 순간, 아니 금영이 자신의 품에서 몸을 일으킨 순간 제리아는 금영이, 아니 자신의 군주가 더욱 성장했음을 느꼈다. 잠시 그런 금영을 바라보며 제리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다가 한쪽 무릎을 꿇고 한쪽 손을 가슴에 얹고는 말했다. [모든 것은 로드의 뜻대로......] 그 후 둘은 천천히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었고, 곧 방에는 조용히 잠든 상민만이 남게 되었다. 그들은 간 것이다. 다시 돌아오기 위한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서...... "하~ 아, 하~ 아. 이제 몇 개나 남았냐?" "이제 하나 남았어." "좋았어!" 형은 테스트가 하나 남았다는 말에 기뻐했다. 하긴 형에게는 꽤 지루한 테스트였을 테니까. 형은 인큐베이터로부터 꺼낸지 벌써 일주일. 그날 형과 대화가 있은 날부터 이틀 후에 꺼냈으니 오늘은 형은 완전하게 키메라로 만든 지 9일째 되는 날이다. 막 인큐베이터로 꺼냈을때 형은 혼자서 호흡도 하지 못해서 산소호흡기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인큐베이터에서 나온 지 불과 일주일 만에 형은 벌써 최종 테이트를 앞에 두고 있었다. 인간에서 키메라로 완전히 다시 태어난 형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배워야 했다. 인간에서 키메라로 완전히 다시 태어난 것이니 당연한 일. 다만 인큐베이터 안에서는 잘할 수 있던 말도 나오니 할 수 없었다는 것은 조금 놀라웠지만 말이다. 형은 지난 일주일간 쉬지 않고 걷는 법부터 뛰는 법과 말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인큐베이터로부터 나온 지 3일이 지나자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그러니까 4일째 되는 날 부터 난 본격적으로 형의 테스트에 들어갔다. 나의 손으로 만들어낸 키메라. 나 역시 마법사였기에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형을 상대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싶었다. 그러다 결국 테스타라는 명목으로 일단 근력 테스트부터 시작하여 심폐 능력, 재생력, 정신 방어력, 마법 저항력, 독에 대한 저항력 등 각가지 실험을 행했다. 물론 형에게는 만약의 사태를 위해서 시험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말이다. 후후후. 실험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치사량의 코브라 독을 들이켜고도 형은 아무렇지 않게 생활했다. 그날 저녁에 배가 좀 아프고 밤에 설사를 했지만 그것이 다였다. 내가 말한 치사량은 바로 코끼리도 단번에 죽을 정도의 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중에 빌리의 독으로 실험할까 하다가 빌리의 독은 워낙 특이했기에 들통 날까 봐 그만 두었다. 그 외에 근력, 순발력, 심폐 능력 테스트 모두 형이 키메라화되기 이전을 상회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면 잠들기 전에 팔다리에 괴리감이 느껴지고, 신경이 날카로워진다는 것이다. 먼저 팔과 다리에 느껴지는 괴리감은 아마 한 번씩 팔과 다리가 떨어져나갔다는 정신적인 충격 때문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정신과 의사를 초빙해 형의 정신과 치료를 의뢰했다. 두 번째로, 밤이 되면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은 아무래도 형을 키메라화시킬 때 사용한 주재료가 원인 듯싶었다. 주재료가 된 녀석은 바로 밤의 몬스터이니 말이다. "그런데 무슨 테스트가 남은 거냐?" 갑작스러운 제키 형의 질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지막 테스트는 수인화 테스트야." ".....방금 뭐랬냐? 아무래도 청력 테스트를 다시 해봐야겠다. 헛소리가 다 들리고 말이야." 형은 귀를 후비며 말했다. 후후후! 그럴 줄 알았지. "형 잘못 들은 거 아니야. 난 분명 수! 인! 화! 테스트라고 그랬어. 풀어서 해석해줘?" "....설마 짐승 수에 사람 인, 될 화로 구성된 수인화냐?" "정답!" 나의 말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제키 형 하지만 이내 나의 멱살을 잡더니 추궁하듯이 물어왔다. "도, 도대체 뭐랑! 무엇이랑 나를 합성한 거냐?" "그건 곧 알게 될거야." 우우우웅! 팍! 순간, 내가 끌어올린 힘으로 인해 형은 나에게서 튕겨져 나갔다.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미국 가디언 LA지부의 전투 테스트장. 형의 수인화 실험을 하기에는 적절한 장소였다. "자, 그럼 시작해보자고." "야! 야! 너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아까 말했잖아. 수인화 테스트라고." 우우우웅! 나는 형에게 말하면서 있는 힘껏 생명과 죽음을 끌어올렸다. 전력을 다해서 생명과 죽음을 끌어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힘은 나조차도 놀랄 정도였다. 내가 이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었나? 파지지직! 크르르르! 우드득! 오오! 시작된다! 형은 모르겠지만 현재 형의 몸에서는 괴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수인화!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던 수인화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골격이 새롭게 짜 맞추어지는 소리와 부풀어 오르는 몸. 그로 인해 찢겨져나가는 옷들과 몸에서 순식간에 자라나는 털들. 그 털들은 나의 예상과 다르게 푸른 털이었다. 곧 완전히 모습을 갖춘 한 마리의 몬스터는 나를 향해서 강한 경계심을 내비쳤다. 그 몬스터는 무른 털로 전신을 감싸고, 털을 비롯한 전신에서 뇌전을 내뿜는 한 마리의 늑대. 바로 웨어울프였다. 완전하게 수인화된 형의 모습을 확인한 뒤, 나는 천천히 끌어올렸던 생명과 죽음을 갈무리했다. 내가 방금 전 전력을 다해서 생명과 죽음을 끌어올린 것은 바로 형의 생존 본능을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영화나 소설에서 보면, 보통 생명의 위험을 느끼게 되면 변신하거나 원래 가진 힘을 이끌어내지 않았던가. 결국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내가 끌어올린 생명과 죽음에 의해서 자극을 받은 형의 생존 본능은 형을 한마리의 웨어울프로 변화시킨 것이다. "생각 이상으로 멋있는데, 어디 보자. 키는 예상보다 조금 작은것 같군." .....너 지금 뭐하냐?" 뭐 하긴, 수인화된 형을 기록하고 있지." "수인화?" 형은 자신이 수인화되었다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다. 곧이어 나의 말에 자신의 팔다리를 확인한 형은 매우 놀라워했다. 자신이 수인화되었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한 마리의 웨어울프로 변한 형이 자신의 팔을 보고 멍하니 있는 동안 나는 아공간에서 줄자를 꺼내어 형의 키를 재어보고 털을 채취하는 등 간단한 실험을 했다. 그리고 곧 정신을 차릴 형을 위해서 마법을 시전했다. "미러 이미지." 곧 형의 앞에는 또 하나의 형이 생겨났다. 그러나 그것은 허상. 미러 이미지로 만들어진, 형의 모습을 한 허상일 뿐이었다.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허상을 본 형은 천천히 자신의 모습을 살피기 시작했다. 곧 형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는 허상, 다만 다른점이 있다면 서로 움직이는 팔다리가 반대라는 것뿐이었다. "이게....나라고?" 형의 목소리에 나는 하던 행동을 멈추고 만약의 사태를 준비했다. 아무리 형 스스로 자신을 키메라로 만들라고 했지만 막상 닥쳐보면 다른 법. 지금의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어떤 행동을 할지 알 수 없었기에 난 언제든 형을 제압할 준비를 했다. 형은 털로 뒤덮인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렇게 털로 가려져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없어 대처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난 곧 형이 날뛸 것이라 생각하고 형을 제압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이더진 형의 말에 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머, 멋있잖아!" 비틀! "한 마리의 외로운 푸른 늑대! 정말 딱 내 이미지야! 거기에 뇌전까지 전신의 털에서도 내뿜어지니, 뇌랑! 번개의 늑대! 캬! 딱 내 이미지야!" "....그것뿐이야?" "응? 아, 너무 걱정하지 마라. 내가 스스로 키메라가 되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키메라가 된 모습도 이렇게 멋있다니! 역시 나야. 이거 한동안 털 관리하느라 돈이 꾀 들겠는걸. 아니지 인간으로 되돌아가면 털들은 사라질 테니 관리할 필요는 없나? 후후후." 웨어울프의 모습으로 능글맞게 말하는 제키 형이었다. 형은 한동안 미러 이미지의 자신의 모습을 관찰했다. 그 후에는 전투 테스트장을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웨어울프 상태에서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상승하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덕분에 나는 그날 웨어울프 상태의 형의 근력과 순발력, 심폐 능력을 시험할 수 있었다. 인간일 때와 비교하자면 근력은 3배, 순발력은 4배, 심폐 능력은 5배 등 모든 능력이 크게 상승했다. 그야말로 몬스터, 괴물이 된 것이다. 그 후로 아주 사소한, 바로 인간으로 되돌아가는 방법을 모른다는 문제가 잇긴 했지만 곧 해결되었다. 나도 수인화를 시킬 줄만 알았지 인간으로 되돌아가는 방법은 몰랐따. 그로 인해 형은 인간으로 되돌아올 때까지 전투 테스트장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다행히 형이 잠들었을 때 인간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 인간으로 되돌아온 형에게 난 한가지 수업을 하도록 했다. 바로 마인드 컨트롤 수업. 형이 수인화하는 것은 바로 생명의 위협을 느겼을 때, 그리고 인간화 되는 것은 마음이 안정적일 때라고 결론을 내렸기에 난 형이 그 상황을 스스로 떠울릴 수 있다면, 언제든 스스로의 의지로 수인화와 인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또 2주일, 최소한 석 달 동안은 경과를 지켜봐야 했지만 나에게는 시간이 없었기에 3주 동안만 지켜보는 것으로 형에 대한 처치를 끝내기로 했다. 이후 3주 동안 정신적인 문제가 약간 있었을 뿐, 형의 정신은 새로운 육체에 완전히 적응했고, 영혼 역시 바뀐 육신에 완벽하게 유착되었기에 아무 문제없었다. 다만 만약의 사태를 위해서 각가지 약을 준비하는 일이 남아 있었다. 그렇게 형의 문제는 모두 해결된 것이다. 이제 떠나는 일만 남았다. 그곳, 한나와 메이, 그리고 나의 소중한 이들이 있는 이세계로...... 상민이 이제 이세계로 가는 일만 남았다고 마음속으로 말하고 있던 그때,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대륙에 존재하는 두 제국, 아니 이제는 단 하나뿐인 제국인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가 어떠한 세력에 의해서 침범당한 것이다. 이것은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일, 하지만 그 일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키키키키! 크르르르르! 쿠어어어어! 수천, 수만에 이르는 몬스터. 그 엄청난 수의 몬스터가 로시아 제국의 수도로 침범한 것이다. 인간과 비교하자면 월등한 신체 능력을 지닌 몬스터들. 그러나 그간 몬스터들은 성벽이라는 거대한 방어벽과 지혜라는 강력한 무기를 지닌 인간을 정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몬스터가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를 침범한 것이다. 거대한 방어벽인 성벽은 이미 제 모습을 잃은 지 오래고, 그렇게 성벽이 무너지자 패닉에 빠져버린 병사들은 싸우기는커녕 도망치기에 바빳다. 이는 지휘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병사들을 다스릴 지휘관은 이미 피살되었기에 제대로 된 방어도 못하고 병사들은 몬스터들에게 무참히 학살당하고 있었다. 아무리 지휘관을 잃었다 한들 대륙에 존재하는 두 제국 중 하나인 로시아 제국의 수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쉽게 뚫린 것은 바로 전쟁 때문이었다. 10년 전에 시작되어 1년 전에 종결된 전쟁. 세인트 제국을 멸망으로 이끌고, 로시아 제국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9년 전쟁 때문에 말이다. 만약 9년 전쟁이 아니었다면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가 이렇게 쉽게 몬스터의 침범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크아아아아! 콰직! 오우거의 손에 들린 거대한 나무로 인해서 병사는 그대로 곤죽이 되었다. 그런 오우거의 거대한 나무, 그 나뭉는 사람의 손길이 묻어 있었다. 바로 거대한 나무겉에 철판이 덧씌워져 있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크에게 들린 도끼도, 고블린의 손에 들린 작은 나무활도 사람의 손이 닿은 물건들이었다. 그 외에 몬스터들의 손에 들린 무기들은 모두 조금 이나마 사람의 손길이 닿은 물건이었다.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수천, 수만에 이르는 몬스터들이 한 번에 군단일 이루어서 나타나다니. 드래곤이 아니라면 몬스터들은 한데 뭉쳐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드래곤이 로시아 제국을 침범할 이유는 없었다. 로시아 제국뿐만 아니라, 다른 대륙들은 세인트 제국의 멸망으로 인해 남겨진 땅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발발하여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 드래곤이 중재를 하지는 못할지언정, 로시아 제국을 공격할 이유 따위는 없었다. 그렇다면 한 가지밖에 떠올릴 수 없었다. 이렇게 다양한 몬스터가 한데 모여 군단을 이루고, 인간의 손이 닿은 물건을 다룬다면 이건 바로 흑마법사, 그들이 움직였다는 거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크르르, 성인 남자는 모두 죽여라! 하지만 성인 여자와 아이는 사로잡아라!" "크르르. 우리의 손으로 로시아 제국의 수도를 짓밞게 되다니, 크하하하!" 불과 10년 전이었다면 이들, 흑마법사들은 감히 나설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10년간 대륙은 몹시 피폐해지고 수많은 기사들과 마법사, 그리고 신관과 성기사들이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만약 1년 전에 종결된 9년 전쟁만 아니었다면 오늘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9년 전쟁만 아니었다면....... 콰쾅! "크아아아악!" 그때, 어디에선가 갑자기 날아온 파이어 볼. 그 파이어 볼은 그대로 무방비 상태였던 흑마법사들을 덮쳤고, 그들은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그것은 사실 보통 파이어 볼이 아니었다. 만약 보통 파이어 볼이었다면 흑마법사들은 마나 유동을 느끼고 바로 방어마법이나 대응마법을 사용했을 것이다. 이 말은 바로 흑마법사들과 그 파이어 볼을 시전한 이의 실력 차가 크다는 말도 될 수 있었다. "역시나, 흑마법사들의 짓이었어." "아가씨, 지금 나서봤자 무리입니다. 이미 상당수의 몬스터들이 수도 내에 진입하였고, 흑마법사들 역시 몬스터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흑마법사들을 덮친 파이어 볼의 시전자로 보이는 여자, 그녀는 붉은 머리를 로브 밖으로 늘어트리고, 상당히 오래된 갈색 로브를 입고 있었는데 그 로브는 그녀에게 조금 작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전혀 아무렇지 않게 입고 있었다. "잭, 현재 메이와 다른 오빠들은?" "몬스터들과 접전 중입니다. 메이님과 퓨리님께서는 언데드를 소환하여 몬스터들을 맞상대하여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계시고 데인님은 지크님과 함께 몬스터들을 조종하는 흑마법사들을 찾아 처리중이십니다." 붉은 머리의 여마법사 뒤에 선 남자. 창백한 얼굴에 당장이라도 빈혈로 쓰러질 것만 같은 미남자는 마치 눈으로 보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붉은 머리의 여마법사는 안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내 보는 이로 하여금 같은 감정을 느낄 정도로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 '집'을 버려야겠지." "어쩔 수 업습니다. 아가씨. 이미 글로리는 흑마법사들의 손에 떨어진 상태나 마찬가지입니다." "집이 사라지면 오빠는 어떻게 되돌아오지." "아가씨. 계속 말씀드렸지만 저는 마스터의 영혼에 종속된 존재입니다. 마스터가 이 세계 어딘가에 계신다면 반드시 저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저 역시 마스터를 느낄 수 있을 것이고요." "알아. 하지만 집이 사라진다는 것은 돌아올 곳이 없어진다는 말이잖아." 이미 잭의 말을 수없이 들었기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집이란 가장 편안한 곳, 언제고 쉬기 위해서 되돌아오는 곳이다. 그곳이 사라져버려 떠날 수밖에 없기에 붉은 머리의 여마법사 한나는 서글픈 표정을 지어 보인 것이다. 그런 한나를 보며 잭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한숨은 벌써 1ㅐ년이 지나 성인이나 다름없음에도 마스터에 관해서는 어린아이가 되어비리는 한나의 행동 때문이기도 했고, 이렇게 아름답게 자란 한라를 10년간이나 기다리게 하는 마스터에 대한 원망 때문이기도 했다. 그때, 잭의 시야에 다른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일을 마치고 천천히 후퇴하는 메이와 퓨리, 그리고 흑마법사들을 처리하고 그로 인해서 지배력에서 풀려나 싸우고 있는 몬스터를 보며 천천히 사라지는 태인과 지크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가씨, 다른 분들은 모두 벗어나기 시작하셨습니다." "알았어. 가자. 잭." "예, 아가씨." 스스스스. 대답과 동시에 잭의 몸이 흩어져 그대로 한나를 감쌋다. 그것은 안개화 능력, 잭의 장기가 되어버린 능력중 하나였다. 그렇게 잭과 한나는 안개가 되어 유유히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다양한 성격을 지닌 수많은 사람들이 있듯이, 사람들이 아침을 시작하는 시간도 모두 다르다. 때로는 어느 누구보다 빠르게, 미처 해가 뜨기 전에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도 있고, 해가 중천에 떠서야 맞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수많은 사람들 중 내가 어디에 속하냐고 묻는다면 최근에는 전자, 그러니까 어느 누구보다 빠른 시간에 일어나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런 나는 정말 오랫만에 늦은 아침을 시작했다. 점심 시간도 지난 오후 3시가 넘어서 일어난 것이다. 일어나자마자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후 3시 4분이었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은 집, 바로 다른 가족들이 모두 모여 사는 집이다. 난 어제 미국에서 귀국했다. 아마 집에 도착했을 때가 이맘때쯤이었을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라오와 제키 형도 같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날 난 제키 형에게 라오를 부탁하고 혼자 집으로 향했다. 이미 가족들은 그날 내가 귀국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아버지를 비롯해 작은아버지와 할아버지, 게다가 장로님들도 집에 와계셨다. 그날 할머니와 어미니, 작은 어머니께서 마련하신 후한 저녁 식사를 한 후에 난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작은아버지와 장로님들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나의 비밀을, 내가 겪은 일을 말이다. 물론 처음에는 모두 믿지 않으셨다. 하긴 누가 믿고 싶겠는가. 게임을 통해서 이계로 이동되어, 게임의 캐릭터를 통해서 이계를 여행했다는 사실과 거기에 그 게임을 통해서 강해졌다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마법을 통해서 보여드린 영상과 아공간에서 꺼낸 각가지 물품등을 보여드리자 조금씩 믿기 시작했고, 마지막 스킬 북을 꺼내자 그제야 모두들 믿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순간, 다들 이 믿기지 않는 사실에 망연자실해 계시다가 오랫동안 수련하신 분들답게 곧 정신을 가다듬고는 나를 크게 혼내셨다. 그뿐만 아니라 그런 비밀을 숨긴 이유를 추궁하기도 하셨다. 나 또한 잘못을 알고 있었다. 내가 게임을 통해서 이계로 간 것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지형변화현상, 차원이동현상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진작 말씀드렸었다면 지형변화현상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대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 사실이 알려져 악용되었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앞서 말한 것이 내가 그간 사실을 숨긴 이유 중 하나이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두려움이었다. 사람들이 내가 가진 힘은 고작 게임을 통해서 얻은 힘이라고 생각할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게임을 통해서 얻은 힘이 나의 힘의 기반이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게임을 통해서 얻은 그 힘을 바탕으로 그곳에서 정식으로 힘을 쌓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나는 내가 얻은 힘이 부정당할까 봐, 그리고 배척당할까 봐 두려웠다. 이 두려움은 내가 알고 있는 비밀을 모두 털어놓을 때도, 혼이 날때도, 나를 혼내는 것을 그만두고 할아버지와 작은 아비저, 장로님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상의하실 때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상의 도중에 가만히 계시던 아버지의 말씀으로 인해서 깨끗하게 사라졌다. "어깨를 펴라. 네가 가진 힘에 대한 너의 자부심이 겨우 그것뿐이었냐? 이 아비는 인연이 닿지 않아 이 자리에 계신 분들처럼 힘을 얻지 못했지만 그 힘을 보는 눈은 가지고 있다. 네가 가진 힘, 그 힘의 기반이 가볍다 한들, 네가 지금의 경지를 이룩하는데 들인 시간 또한 가벼운 것은 아니다. 그러니 어깨를 펴라. 기죽을 것 없다. 네가 가진 힘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져라. 그리고 기억해라. 누가 뭐라 해도 넌 호가의 남자라는 사실을." 이런 아버지의 말씀은 나에게 아주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렇다. 내가 가진 힘의 기반이 가벼울지언정, 지금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 내가 들인 노력과 목숨을 잃을 뻔한 경험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런 아버지의 말씀에 움츠리고 있던 어깨를 당당하게 폈다. 그리고 이 순간 나는 볼 수 있었다. 아주 찰나 동안 미소를 짓는 할아버지와 작은아버지의 얼굴을 말이다. 상의가 끝난 후 늦은 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장로님들은 자택으로 모두 돌아가셨고, 우리 호씨 집안의 네 남자만의 술자리가 마련되었다. 이 술자리가 바로 내가 오늘 늦게 일어나게 된 주된 이유였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작은아버지가 작당을 해서 나에게 술을 마시게 하신 것이다. 그것은 마나를 순환시켜서 술기운을 배출하지도 못하게하고 말이다. 그때 당시 벌이라고 말씀하셨기에 나는 거부하지도 못한 채 계속 마셔댔고, 용병 생활 이후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셔본 것은 오랫만이었기에 필름이 끊기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몸에 남아 있는 술기운을 마나를 순환시켜 몰아낸 후 난 방을 나섰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이미 하교 시간이 되었기에 여기저기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학교라. 한번 가볼까. "텔레포트." 나는 주변 사람들을 상관치 않고 바로 학교로 텔레포트를 했다. 그리고 이동된 곳은 교문 옆의 경비실 지붕이었다. 설마 지붕 위에 누가 올라와 있을 일은 없을 테니, 그곳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역시 하교 시간이라 그런지 교문밖으로 많은 학생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사복을 입은 채 경비실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녀석들도 있었고, 한때 같은 반이었던 녀석들은 나에게 아는 체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나는 나의 단짝 친구들을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넷이서 뭉쳐다니고 있었다. 무슨이야기를 나누는지 녀석들은 경비실 지붕 위에 있는 나를 전혀 눈치채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쳐갔다. 이런 괘씸한 놈들! 좀 골려줄까? 나는 지붕에서 살짝 뛰어내려 천천히 녀석들의 뒤로 접근했다. 그리고 바로 덮치려는 순간! "왁!" "........" "이런! 아무 반응도 안 하잖아." "그러게 안 통할 거라 했잖아. 이거 누가 하자고 그랬어! 도대체 누구야!" "영택이, 너야, 너." 바로 녀석들이 선수를 쳤던 것이다. 역시 지붕 위에 누군가 있다는 것이 눈에 안 띌 리가 없는데 모른 척하고 지나갔을 때부터 뭔가 이상했다. "그나저나 인마, 연락좀 하고 살아." "몸은 건강한 것 같네. 그러고보니 넌 유급이구나." "오오오! 생각해보니 그렇네. 그럼 상민이는 우리들의 후배가 되는건가." "흠...그렇군." "녀석들, 여전하구나." 오랜만에 보는 녀석들은 변함이 없었다. 겉모습은 못 본 사이에 조금씩 변하긴 했지만 녀석들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여전했다. "그나저나 그간 바빳다면서? 말단 중에 말단이라 할 수 있는 E급에 불과한 너까지 해외에 파견되었다면 말 다한거지." 민수의 말대로 녀석들에게 나는 가디언 E급 능력자로서 해외 파견근무를 다녀온 것으로 되어 있었다. E급 능력자란 그야말고 말단 중에 말단. 평범한 사람보다 조금 강한 정도로, 이제 막 무엇인가 배워나가고 있는 등급을 말하는 것이다. 작은아버지는 학교에 내가 E급 능력자로써 해외구호에 파견되었다고 말했고, 그로 인해서 녀석들의 귀에까지 들어간 모양이다. "막노동 많이 하고 왔냐? 어디로 갔냐? 미국? 중국? 아니면 호주?" 영택이는 내가 어디로 파견되었는지 궁금해 했고. "자, 불어라. 루시퍼 프로젝트의 좀 더 자세한 진상을. 너희 집안이 한의 총수 집안이니 보다 잘 알 거 아니야. 자, 어서 불어. 흐흐흐." 민수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꾸미기 위해 나를 협박해왔다. "한동안 간식 걱정은 없겠군." 벌써 뜯어먹을 생각을 하는 세호. "그간 고생했다." 가장 정상적으로 말하는 성민이었다. 난 그런 녀석들을 보며 웃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렇게 서 있을 게 아니라 어디에 들어가서 이야기 좀 나눌까. 그리고 보니 내가 지갑을 챙겼나. 잠시 주머니를 뒤져봤지만 아쉽게도 집에 나올 때 지갑을 챙기지 않고 나온 듯 주머니는 텅 비어 있었다. "이렇게 서 있을 게 아니라, 어디 분식집이나 캡슐방이라도 가서 이야기 나누자." "그게 좋겠군." "당연히 그 비용은 상민이가 내는 거겠찌.후후후." "당연하지." "이런, 미안하게도 오늘은 내가 지갑을 안 가져왔는데, 하하하!" "뭐시라~!" 내가 하려던 말을 한 성민이의 말에 한마디씩 하는 녀석들. 그런 녀석들은 내가 지갑을 안 가져왔다는 말에 눈을 부릅뜨며 나를 노려봤다. 하하하! 이거 집에 가서 지갑을 가져와야겠는걸. "내가 빌려주마." "응? 아, 김 장....." "자, 여기 있다. 오만 원 정도면 되겠지. 나중에 이건 네 할애비에게 받으마. 잘 놀고 들어가거라." 갑자기 나타나셔서 나도 모르게 장로님이라고 부를 뻔한 김제신 장로님은 내가 미처 말도 하기 전에 손에 5만 원을 쥐어주셨고, 나타나셨을 때처럼 순식간에 사라지셨다. 일단 감사합니다. 장로님. "상민아, 너 경비 할아버지랑 아는 사이였냐?" "네 할애비라고 말하실 정도면 네 할아비저, 그러니까 전대 한의 총수님과 굉장히 친하신 분 같은데." "거기에 방금 전에 상민이는 경비 할아버지께 무슨 말을 하려고 했고 말이다." "흐음." "하하하! 자, 돈도 생겼겠다. 자리를 옮기자. 내가 쏠게." 성민이까지 매우 흥미롭다는 눈빛을 보내자 난 식은땀을 흘리며 녀석들을 지나쳐서 앞장서 걸어 나갔다. 하하하! 이거 오히려 더 곤란해진 것 같은데. 그로부터 3일간 나는 학교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간간히 외출은 했지만 그 시간은 3일을 합쳐서 4시간이 넘지 않았다. 이미 모든 가족들에게 말을 했다. 그곳, 그 세계에 나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고,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이다. 이미 그곳으로 돌아갈 방법은 알아낸 상태다. 그것도 한참 전에 말이다. 그곳으로 돌아갈 수단은 이미 내가 갖고 있었으니까,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이곳으로 돌아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곳으로 가겠다고, 이 세계로 가겠다고 가족들에게 말했다. 그에 어머니는 반대하고 나섰다. 해외에 나갔다가 온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또 떠나려 하는 아들을 말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거기에 언제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는 이 세계로 간다면 말 다한 것이다. 어머니에 이어 이번에는 누나도, 작은 어머니도 나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나는 묵묵히 침묵을 지켰다. 이미 결심을 내린 나였다. 어머니가 슬퍼하시고 괴로워하실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갈 것이다. 그날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는 묵묵히 침묵을 지키셨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이후 나는 거의 집에만 있었다. 물론 집에 있는 동안 그곳으로 갈 준비를 착실히 해나갔다. 3일 동안 외출했던 것도 그곳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내 방에 캡슐을 이용해서 게임 안에서 사용 가능한 금전을 모두 사용하여 각가지 물품들을 사들였다. 현실에서 꺼내놓을 수 있는 물건들로 말이다. 그리고 혹시 몰라 현실화가 되지 않았지만 유용한 것들, 상위 아이템들이나 마법 재료들, 거기에 홀리 포션도 상당수 구입해놓았다. 물론 그것은 누나의 손을 빌렸지만 말이다. 현재 아스카는 각가지 핑계를 가지고 대대적인 점검에 들어간다고 선포한 상태였다. 그로 인해서 항의를 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좋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었다. 현재 아스카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된 것은 바로 가디언의 힘 때문이었다. 옛날부터 돈과 관련된 말 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린다.' 이 말은 사실이었다. 그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아스카의 제작사 (주)리얼이었다. 하루의 접속자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고, 그들로부터 벌어들인 금액마저 천문학적이다. 고작 아스카란 게임을 만든 게임 회사라고 무시할지 모르지만, 이 세상에서 (주)리얼을 건드릴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런 (주)리얼사를 움직이도록 한 것이 바로 가디언 이었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린다는 이 시대에 말이다. 앞으로 일주일 후면 (주)리얼사는 아스카의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고 점검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 점검에 가디언이 관련되어 있지만 이를 아는 것은 극소수의 인물뿐이고, 대외적으로는 새로운 업데이트를 위한 것이라고 되어 있었다. 그것 또한 거짓말은 아니었다. (주)리얼사는 새로운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긴 했는데, 마침 가디언의 요청에 따라 서비스 중단을 좀 더 빨리, 그리고 길게 하는 것뿐이란다. 서비스 중단 기간은 6개월, 반년이라고 한다. 반년. 그쪽 시간으로는 10년. 일단 아스카의 대한 문제에 대해서 해결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그곳에서 20일. 과연 나는 얼마나 지난 뒤에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하~ 아."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내가 앉아 있던 자리 옆에 놓인 무한의 가방을 바라보았다. 이 가방 안에는 현대의 물품들로, 게임에서 현실로 꺼내거나 꺼내지 못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밖에 아공간에도 이미 약간의 여유만이 있을 뿐, 거의 다 찬 상태였다. 이로써 준비는 다 끝났다. 나는 오늘 밤 물색해놓은 장소를 통해서 한나와 메이를 비롯해 나에게 소중한 이들이 있는 곳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해결되면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나는 지금 여행을 떠나는 것뿐이니까. 언제고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여행을. "그럼 가볼까." 끼이익. "역시 오늘이로구나." "거봐요, 제가 뭐랬습니까." "....." "할아버지, 아버지, 작은아버지." 무한의 가방을 메고 막 방문을 열었을때 내가 본 것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작은아버지였다.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나는 곧 무표정한 얼굴로 세 분을 바라보았다. 세 분은 모두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만 계셨다. 그렇게 한동안의 침묵 속에서 난 세 분과 대치했다. "정녕 갈 생각이냐, 상민아." 먼저 입을 연 것은 바로 할아버지셨다. "네 말대로라면 그곳으로 갈 방법만 있을 뿐, 돌아올 방법은 없다. 그렇다는 말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단 말이다. 그런데도 정녕 갈 생각이냐." "그뿐만이 아니지. 그곳에는 흑마법사와 마족이라는 강한 적까지 있다지. 고작 하급 마족인 도플을 상대하면서 고전했던 너다. 그래도 갈 테냐?" "......." 할아버지의 말씀에 이어서 말하시는 작은아버지. 할아버지와 작은아비지는 근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예전에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나라면 감히바라보지도 못했을 그 두 분의 눈빛에 난 당당히 맞서며 말했다. "갈 겁니다. 그곳에는 제가 지키고 싶은, 지켜야 할 소중한 이들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전 반드시 돌아올 겁니다. 저는 여행을 떠나는 것 뿐이니까요. 언제고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여행을요. 지금 저를 막으실 생각이시라면 전 힘으로 두 분을 제압해서라도 가고 말 겁니다." 내 말에 할아버지와 작은아버지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렇지만 그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따. "그러게 말이다. 네 녀석이랑 똑같아. 네 녀석도 대학교 때 몰래 여행을 떠났었지. 용케 우리들을 속이고 말이야." "맞아요. 정말 피는 못 속이는군요, 아버지." "연진아, 네가 그러 말을 할 처지라고 생각하느냐. 네 녀석은 초등학교 때 전학 간 첫사랑을 찾....." "하하하! 아버지." 대화를 나누는 세 분에게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느껴졌던 무거운 분위기 대신 가벼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난 알 수 있었다. 바로 세 분께서 나의 결심을 시험한 거라는 것을 말이다. "자, 가자꾸나. 모두가 기다리고 있단다." "어?" "모든 것은 가면서 설명해줄 테니, 가자꾸나." 나는 아버지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대로 작은아버지의 등에 떠밀려 집 밖으로 나가야 했다. 그리고 시동이 걸려 있는 차에 올라탔다. 이후 차를 타고 내가 간 곳은 바로 내가 물색해놓았던 장소였다. 그곳에는 수많은 가디언의 요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요원들 대부분이 신성계열 능력자였다. 그 외의 능력자들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바로 땅 지기였다. 마치 내가 어떤 일을 벌일지 예상이라도 한 듯이 신성계열의 능력자들과 땅 지기들이 진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어 좀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서야 차는 멈추었고, 세 분이 모두 내리자 나 역시 내렸다. 그리고 차에서 내린 순간 볼 수 있었다. 나를 말렸던 어머니와 작은아버지, 그리고 누나, 그 외에 다른 친척들의 모습을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조금 의외인 인물들이 있었다. 바로 나의 단짝 친구들, 영택이와 세호, 민수와 성민이. 이 네 녀석들까지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녀석들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뛰어오더니 매우 당황한, 동시에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상민아!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인마! 설명 좀 해봐. 난 자다가 끌려나왔다." "상민아! 이거 사진 좀 찍으면 안 되냐! 이거 완전 대박이다! 홈피에 올리게 해주라. 나중에 돈 들어오면 한턱 쏠 테니까! 응! 응!" "상민아, 너 어딘가 가는 거냐?" 역시 성민이는 눈치가 빠르다니까. 다른 녀석들과 다르게 나의 모습을 보고 내가 어딘가로 더난다는 것을 눈치 챈 성민이었다. 나는 그런 성민이와 그의 말에 놀란 녀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특별 임무 차 어딘가로 좀 가게 됐어." "특별 임무? 고작 E급 능력자가?" "어디서 구라를!" "그건 상관없고! 사진 찍는다! 그럼 부탁해!" "......." 역시나 예상했던 반응들이다. 그렇게 녀석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사이, 어느새 어머니는 낭게로 다가와 계셨다. "어머....." "엄마." "에. 하지만 어머....." "엄마. 이 엄마, 아직 어머니라 들을 정도로 늙지 않았다." "........" "상민아." "......." "꼭 돌아와야.... 흐흑!" "엄마." 나의 손을 잡고 말씀하시던 어머니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셨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 잠시 마음이 약해졌지만 이내 다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손을 잡고 계신 어머니의 손을 잡아당겨 끌어안았다. "너무 걱정 마세요. 반드시 돌아올게요. 그러니까 기다려주세요. 엄마." "못난 놈! 못난 놈!" 어머니는 나를 못난 놈이라고 말씀하시면서도 나를 더 꽉 껴않으셨다. 그 후 어느 정도 진정 된 어머니는 물러서셨고, 이어 친척들이 모두 나에게 한마디씩 건넸다. 어떤 사촌 동생은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무척이나 놀랐다고 했고, 또 어떤 사촌은 사인해달라고 했다. 그 외에는 비슷비슷 한 말이었는데 대부분이 설마 네가 그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잘 다녀오라 등 각가지였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이는 할머니와 누나뿐이었다. 먼저 인사를 하기 위해서 나선 것은 바로 누나였다." "상민아." "응... 누나." "막지 마." "응. 응? 뭐라......" 쿵! 퍼억! 크윽! 갑작스러운 누나의 공격. 그 공격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더욱 힘을 더하기 위해서 사용한 진각도, 꽉 쥐어진 주먹에 실린 힘도 가히 상상 이상이었다. 크윽 "나머지는 돌아와서 해줄게. 각오해둬." "으응." "이거 미연이에게 무공을 가르칠 걸 그랬어요. 보통 재능이 아니에요. 불과 사흘 만에 저렇게 자연스럽게 진각을 사용하다니 말이에요. 안 그래요. 아버지?" "허허허. 좋은 스승을 구해줘야겠구나."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할아버지와 작은아버지의 말씀에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방금 그 진각이 겨우 배운지 3일 된 사람의 진각이었단 말이야? 하하하! 왠지 돌아왔을 때가 두려운걸. 그곳에서 지내는 기간을 조금 늘려볼까. 아니, 늘리면 오히려 안 좋으려나? 누나가 물러난 뒤, 할머니는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셨다. 천천히 다가오시는 할머니의 작은 몸으로부터 무시 못할 위엄이 느껴졌다. 할머니는 나에게 항상 보여주시던 자상한 표정 대신 위엄이 서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시며 말하셨다. "상민아, 우리 호가의 가훈이 무엇이더냐." "호부부견자. 호랑이 같은 아비 아래 개 같은 자식은 없다입니다." 언젠가 할아버지께서 나에게 물으셨던 질문을 하시는 할머니에게 나는 바로 대답했다.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는 우리 호가의 가훈을 말이다. 나의 대답에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말하셨다. "그래. 기억하고 있구나 상민아. 네가 어디 있든, 무슨 일을 하든 항상 기억하거라. 네가 호가의 남자라는 것을. 그리고......." 할머니는 말을 하던 도중 나를 껴안으시며 다시 말을 이으셨다. "반드시 돌아오너라." "예. 할머니." 내가 이세계로 간다고 했을 때 나를 말린 어머니와 작은어머니, 누나와 달리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만 계셨던 할머니셨다. 그때 난 할머니께서 나를 이해해주고 계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안이었다. 집안의 최고 어른으로서 위엄을 보이기 위해서 가만히 계셨을 뿐, 솔직한 심정은 나를 말리고 싶으셨던 것이다. 난 그렇게 한동안 할머니를 껴안고 있다가 한참이 지나셔야 나에게 떨어지셨다. 그 후, 나는 작은아버지께 따로 불려갔다. 그곳은 거대한 막사였다. 그리고 보통 막사가 아닌, 바로 보급품들이 가득 차 있는 막사였다. 총기류부터 각가지 현대병기들과 라면을 비롯한 전투 식량. 그 외에 각가지 구급약품 등이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어서 챙겨라. 쑤셔 넣을 수 있을 만큼 쑤셔 넣어. 이 작은아버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 정도뿐이다. "작은아버지." "뭐 해. 어서 챙겨!" 작은아버지가 따로 힘을 쓰신 모양이다. 아무리 가디언이라 한들 총기류 등의 현대병기에 관해서는 국가의 철처한 관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이 자리에, 이 막사에 있는 것이다. 나는 작은아버지의 재촉에 서둘러 짐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미 무한의 배낭은 가득 찼고, 아공간도 거의 다 찬 상태였지만 만약을 위해서 준비한 무한의 주머니가 있었기에 챙길 수 있었다. 다만 총기류 등의 현대병기들은 챙기지 않았다. 대신 식량과 구급약품. 생필품 등을 챙길 뿐이었다. 물론 그런 나의 행동에 작은아버지는 무기는 왜 챙기지 않느냐며 어서 챙기라고 말씀하셨지만 고개를 저으며 거부했다. 그곳의 시대관은 중세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곳에는 과학 못지않은 마법이란 것이 존재한다. 확실히 무기를 가지고 가게 된다면 도움은 될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가져간 무기들은 철처하게 관리하지 않는다면 그 무기들은 그 세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솔직히 무기뿐만이 아니라 내가 가져가는 식량과 생필품. 그 외의 여러가지 물건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현대병기와는 다르게 그것들은 철저하게 관리할 자신도 있었고, 설사 나의 손을 벗어난다고 한들 현대병기의 영향과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난 작은아버지께서 힘들게 준비해주신 현대병기만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챙긴 뒤에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중심지로 향했다. "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정말로 특별 임무를 맡은 거야?" "음헤헤헤!이것으로 난 대박난 거야!" "........" 성민이를 제외하고 다른 녀석들은 내가 나타나자마자 다가와 한마디씩 했다. 조금 전만 해도 내가 E급 능력자라며 믿지 않던 영택이와 세호는 나에게 물어왔고, 민수는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보며 이상한 웃음소리를 냈다. 다만 성민이만 나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돌아올 수는 있는 거냐?" 갑작스러운 성민이의 말에 신나게 떠들던 녀석들은 일순간 입을 닫고 성민이를 바라보다가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역시 성민이네. 눈치가 빨라. "돌아오기는 힘들겠찌. 하지만 반드시 돌아올 거야." "....그거면 됐다. 다만 돌아왔을 때 각오해둬라. 우리를 속인 날만큼 매일같이 밥을 사야 할 테니까." 성민이는 오늘 이 상황을 본 것만으로도 내가 속이고 있는 것들이 꽤 된다는 것까지 눈치 챈 모양이다. 항상 조용한 성민이. 어찌 보면 우리들 중 눈치가 가장 빠르고 약삭 빠른 녀석이었다. 다만 평소에 말을 별로 하지 않고 조용히 있기에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지만 말이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그것보다 상민 씨, 우리에게 뭔가 숨기고 것이 있따는 것 같은데, 각오는 되어 있겠지." "후후후. 나는 봐주마. 이 사진들이면.... 후후후." 민수는 사진 때문인지 내가 속였다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고, 세호는 내가 뭔가 속였다는 것을 알아치리고 눈을 빛내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과연 내가 속이고 있었던 것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때 나의 뒤, 정확히 그림자로부터 존재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존재감은 아주 익숙한 것이었다. 나는 곧 확인할 수 있었다. 스스스. "아빠. 곧 그 시간이에요." "뭐, 뭐야!" "오! 미인이다!" "저 여자는!" "......." 그 존재감의 주인은 바로 섀도 로드, 금영이었다. 금영이의 말에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따. 평소에 보던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밝게 빛나고 있는 만월을. "준비를....." "네." "상민아, 너 저 .... 헛!" 스스스스." 연신 카메라로 금영이를 찍던 민수는 나에게 금영이와의 관계를 물어보려다가 갑작스럽게 그림자가 솟아나와 나를 감싸자 급하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이것은 준비였다. 그곳으로 넘어가기 위한 방법을 사용하기 위한 준비. 그림자가 완전히 거두어졌을 때 나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 저 모습은!" "말도 안 돼!" "하하하." "......." 곧 들려오는 녀석들의 목소리에는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지금 나의 모습은 바로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졌으면서 동시에 가장 비밀에 감싸여진 자. 가디언 SS급 능력자인 데스마스터의 모습이니 말이다. 로브 안에서 난 씁쓸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모두 미안." "하하하. 그럼 지난번에 안 나온 것은....." "그때는 이집트에서 라오와 싸우고 있었지. 참, 소개할게. 이쪽은 나의 형제가 된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 라오야. 이쪽은 내친구들." "라오다." 어느 사이엔가 나의 옆에 다가온 라오를 나는 녀석들에게 소개했고, 녀석들은 놀라서 멍하니 나와 라오를 쳐다보았다. 다만 민수만이 기계같이 멍한 표정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를 뿐이었다. "아빠, 시간 됐어요. 서두르세요." "후~ 우. 알았어. 아무래도 시간이 없네. 작은아버지, 라오." "그래. 맡겨라." "알았다." 시간이 됐다며 서두르라는 금영이의 말에 난 한숨을 내쉬며 녀석들을 작은아버지꼐 맡겼다. 녀석들은 작은아버지와 라오, 그 외에 다른 요원들에게 들려서 외곽으로 옮겨졌고, 나는 천천히 아무것도 없는 공터로 향했다. 공터에 존재하는 것은 나와 금영이 뿐이었다. 나는 도중에 걸음을 멈추었지만 금영이는 나를 지나 더욱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렇게 계속 걸어간 금영이는 공터의 중심에서 멈추어 섰다. "그럼 시작할게요." "부탁한다." 스스스. 말이 끝남과 함께 금영이는 서서히 자신의 그림자 아래로 스며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아주 신비롭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우우우웅! 아무것도 없는 공터에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난 것이다. 그 마법진은 수없이 많은 문자들과 알 수 없는 문양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마법진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림자. 바로 그림자로 만들어진 마법진이었다. 어둠 속에서 그림자로 만들어진 마법진이 빛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 마법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금영이었다. 현재 금영이는 자신의 그림자를 통해서 그림자의 이면 같은 곳이면서도, 동시에 다른 곳에서 이 마법진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어서 서둘러야겠군. "후~ 우. 후~ 우." 나는 천천히 숨을 가다듬고는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했다. [나의 이름은 호상민. 나의 또 다른 이름은 한스 게이시스.] 우우웅! 시작된 주문. 그리고 마법진과 반응하기 시작하는 생명과 죽음. [죽음. 모든 것의 끝. 생명의 등 뒤에 서 있는 것.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우우우웅! [생명. 모든 것의 시작. 죽음의 등 뒤에 서 있는 것. 결말을 위한 시초.] 우우우웅! [나 호상민이자 나 한스 게이시스. 이 두 이름을 걸고 말하노라. 나 죽은 자들의 주인이자 죽은 자들의 군주로서 원하노라. 태초의 모든 것이 태어남과 동시에 생겨난 태초의 의지여! 나 바란다. 내가 있기에 존재하고, 내가 있기에 모습을 드러내는 나의 성을 부르고자 한다! 오라! 죽은 자들의 땅이여! 오라! 나의 영지여! 오라! 나의 성이여! 그 모습을 이 자리에 드러내라! 오라! 데스 시타텔!!!] 우우우웅! 파아아아아!!!! 주문의 완성과 함께 시작된 마법진의 공명. 태초의 모든 것이 생겨남과 동시에 태초부터 존재해온 태초의 의지. 생명과 죽음. 두 의지는 공터에 유지되고 있는 마법진과 공명하기 시작했다. 점차 강한 빛을 내는 그림자로 구성된 마법진. 하지만 빛이 강해진 것은 마법진만이 아니었다. 고개를 들어 내 눈에 들어온 달. 그 달 역시 점차 강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 빛은 강렬했다. 하지만 태양빛처럼 처다볼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점차 달이 강한 빛을 내는 이유. 그것은 그렇게 강한 빛을 내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그렇게 달이 강하게 빛을 내게 만든 것은 금영이가 유지하고 있는 마법진이었다. 금영이가 유지하고 있는 마법진은 바로 달의 힘을 강화시키고, 달의 힘을 끌어들이는 마법진이었다. 달이란 아주 먼 옛날부터 다른 세계로의 문이라고 불렸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달의 힘을 끌어인 것이고 말이다. 데스 시타텔. 오직 데스 로드만이 사용할 수 있는 권능. 난 그것을 사용했다. 그것이 바로 이세계로 가는 방법이었다. 금영이와 제리아가 나에게 가르쳐준 이세계로 가는 방법. 그것은 바로 나에게 있었다. 바로 데스 시타텔을 소환하는 것! 데스 시타텔. 죽음의 요새. 그 요새는 죽은 자들을 부활 시키고 요새를 중심으로 주변의 땅을 죽음의 대지로 바꾸는, 말 그대로 죽음의 요새였다. 그 죽음의 요새가 이세계로 가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데스 시타텔에는 한 가지 특별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데스 게이트. 죽음의 문이었다. 그 죽음의 문은 바로 마계의 존재하는 언데드들의 땅. 망자의 대지로 통하는 문이었다. 그 문을 통해서 나는 망자의 대지의 수많은 언데드들을 마음대로 불러들일 수 있으며, 내가 허락받은 자에 따라 마계의 존재를 아무 제약 없이 지상으로 불러낼 수 있었다. 물론 지상에서 마계로 출입하는 것도 가능했고 말이다. 바로 이 점! 이 점을 이용하여 이계로 가려는 것이었다. 데스 시타텔의 데스 게이트를 이용해서 말이다. 금영이의 말에 의하면, 일단 마계로 가기만 하면 언제든 한나와 메이가 있는 곳으로 갈수 있다고 한다. 그 마계는 한나와 메이가 속한 세계에 있으니 말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이 있었다. 바로 내가 완전한 데스 로드가 아닌 임페펙션 데스 로드. 불완전한 데스 로드라는 것이었다. 원래 그쪽 세계. 그러니까 이세계였다면 내가 임퍼펙션 데스 로드이건, 데스 로드이건 상관없었다. 단지 그쪽 세계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데스 시타텔은 이세계에 속한 마계와 연결하는 데스 게이트를 열 수 있는 죽음의 요새. 그렇기에 불완전한 데스 로드인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달의 힘. 아주 오래전부터 이세계로 통하는 문이라고 불리던 달의 힘을 끌어들이는 일이었다. 그 방법은 조금 무모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 결과적으로는 성공했다 바로 데스 시타텔. 죽음의 요새가 소환된 것이다. 쿠쿠쿠쿵! 키키키키! 캬캬캬캬! 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악! 공터를 중심으로 시작된 거대한 지진은 대지를 울리기 시작했고, 그 대지로부터 망령들이 치솟기 시작했다. 땅은 죽어가 점차 검게 물들었고, 지진과 함께 무엇인가가 솟아나오기 지가했다. 그것은 바로 데스 시타텔, 죽음의 요새였다.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회색으로 된 칙칙한 성채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성채로부터 뿜어지는 죽음의 기운은 일반인들도 버티지 못할 정도였다. 금영이의 말에 의하면, 지금의 모습은 완전히 발동한 모습도 아니라고 한다. 발동 조건은 바로 나의 명령. 과연 완전하게 발동되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지만 데스 시타텔을 소환한 목적은 적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저 조용히 완전하게 소환된 데스 시타텔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우우우웅! 그때 갑자기 외곽에서 빛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나에 의해 소환된 데스 시타텔과는 다른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그 기운은 점차 벽을 형성하기 시작했고. 곧 공터를 포함해서 외곽까지 완전하게 감싸버렸다. 외곽까지 감싸버린 그 기운의 정체는 바로 신성력이었다. 이어서 땅으로부터는 초록빛이 흘러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점차 죽어가는 땅에 힘을 북돋아주고 있었다. 이는 바로 작은아버지로 인해서 동원된 신성계열 능력자들과 땅 지기들의 힘이었다. 데스 시타텔이 소환된 곳은 모두 죽음의 땅으로 변한다. 그 사실 때문에 신성계열 능력자들과 땅 지기들이 동원된 것이었다. 내가 떠난 뒤에 뒷수습을 위해서 말이다. 신성결계가 데스 시타텔의 기운을 외부로 나가는 것을 차단하고, 땅 지기들의 기운이 땅이 죽는 것을 막는 것을 보며 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가족들과 친척들뿐만 아니라 영택이를 비롯한 다른 세 녀석들도 있었다. 녀석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서려 있었다. 끼이이이익! 쿵! 우우우웅! 파악! 그때 나의 뒤로 들려오는 소리. 그것은 죽음의 요새. 데스 시타텔의 문이 열리는 소리와 데스 시타텔 안에 있는 마계로 통하는 문. 데스 게이트가 발동되는 소리였다. 발동된 데스 게이트로 통해서 밖으로 새어나오는 마계의 마력은 데스 시타텔로부터 내뿜어지는 죽음의 기운을 도와 빠른 속도로 땅을 죽음의 땅으로 변화시켜갔다. 지금은 땅 지기들의 힘으로 버티고 있지만, 그리 오래 보티지 모할 것 같았다. 서둘러야겠군. 금영이도 힘들 테니까. 나는 데스 시타텔로 걸어가기 전에 친척들 사이에 있는 네 친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었지만 거리는 나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동안 말 안 해서 미안. 아까 말했지. 난 지금 특별 임무를 위해 떠나. 솔직히 임무라는 것은 허울에 불과하지만 말이야." "......." 녀석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한동안 말문을 열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 생각하다 보니 갈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졌기 때문이었다. 녀석들은 아무래도 화가 나서 그런 것 같지만 말이다. [아빠. 시간이 없어요.] 그때. 금영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실히 내가 너무 시간을 끈 모양이다. 나는 잠시 데스 게이트를 바라보다가 가족들과 친척들, 그리고 네 친구들을 향해 말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애들아, 나 다녀올게." 그 말을 하고는 천천히 걸어 나갔다. 마계로 통하는 문, 데스 게이트를 향해서. 퍼억! 윽! "후후후. 감히 이 몸을 속이고 멀쩡할 줄 알았더냐. 후후후. 오늘은 이것으로 봐주마." "이, 이! 아무리 그동안 내가 속여 왔다고 해도 그렇지! 사람한테 벽돌을 던지냐! 그리고 이 벽돌은 또 어디서 구했어!" "아,그건 내가 준비했다." 으으으. 작은아버지! 나중에 두고 봐요. 방금 전 나의 뒤통수를 가격한 것은 다름 아닌 벽돌. 그것도 단단하기 그지없는 적색 벽돌이었다. 그거을 던진 사람은 영택이었다. 적색 벽돌은 정확히 내 뒤통수를 가격했다. 다행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나가 움직여 머리를 보호했기에 망정이지. 보통 사람이었다면 기절은 하지 않더라도 출혈을 일으킬 만한 충격이었다. 으으으. 철컥. "응?" "그래. 그렇게 자세랄 잡고, 그대로 쏘면 되는 거다. 상민아, 알아서 잘 막아라." 탕! 이, 이번에는 총이냐! "크크크. 감히 우리르 속이고 멀쩡할 줄 알았냐!" "민수야! 지, 진정해!" "죽어라!" "음. 으외로 사격에 소질이 있는 것 같군." 영택이의 벽돌에 이어 민수의 엉성한 총질.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실드를 시전하여 총알을 막았다. 아, 아무리 속였다고 해도 총질은 너무하잖아. "자, 받아라. 성민아, 뭐 하냐? 너도 쏘거라." "아, 예." "작은아버지!!!" 친절하게 총을 친구들에게 쥐어주고 쏘는 방법까지 가르쳐주시는 작은아버지를 바라보며 나는 소리쳤다. 하지만 작은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탄창을 건네주고 계셨다. 총을 쏘는 자세도 교정해주고 말이다. 으으으. 두고 봐요, 작은아버지. 그렇게 한동안 일방적인 총격전이 계속되었고, 총소리가 그친 것은 녀석들이 사용하던 총의 총알이 모두 떨어졌을 때였다. "으으으! 호상민! 너 운 좋았다! 하필 지금 총알이 떨어지다니!" "흐흐흐! 너 각호가는게 좋을 거다. 너희 집 컴퓨터 고물로 만들어 줄 테니까." "음. 그럼 나는 너희 집 냉장고를 모두 비워주마!" "으음. 그건 곤란한데." 이제는 죽이 착착 맞아떨어졌다. "이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라! 아직 한참 남았으니까." "맞는 말씀." "다만 네가 바쁜 것 같으니 나머지는 다음에 해주마." "... 네가 돌아오면 말이야." 녀석들은 모두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그랬다. 녀석들은 솔직하게 꼭 돌아오라는 말을 하기 부끄러워서 그와 같은 일을 벌였던 것이다. "그래. 다시 돌아오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되면 당해주마. 다시 돌아오면...." 나는 이 말을 하고는 그대로 정면을 응시하며 소리쳤다. 방금 했던 말. 그러나 방금 전과 다르게 나의 결심과 의지가 실린 말을... "다녀오겠습니다!" 이 말을 하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데스 게이트로 향했다. 이것으로 된 것이다. 제 43장 마계에서 얻은 것, 그리고 귀환 [상민의 갑옷 이름이 죽음의 길이라고 적혀있는데 죽음의 군주로 바꾸겠습니다. 무슨... 갑옷이름이 죽음의 길인지.. 로드 뜻은 군주도 있는데 말이죠.] 마계. 신계와 전혀 상반되는 차원. 인간의 마이너스적인 에너지를 힘으로 사는 종족. 마계에 사는 종족. 마족이 살아가는 대지. 그곳이 바로 마계다. 난 지금 그런 마계에 와 있었다. 데스 시타텔, 그 안에 있는 데스 게이트를 통해서 온 마계. 이곳에 가장 먼저 들어서서 느낀 것은 숨 막히는 힘이었다. 이 숨 막힘은 공기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바로 마계에 가득 차 있는 마력 때문이었다. 하긴 당연했다. 나는 마법사, 네크로맨서긴 하지만 마나를 이용하는 마법사다. 마법사에게 마나는 물고기의 물과 같았다. 그런 마법사가 마력만이 있는 마계에 왔다는 것은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왔다는 말과 같았다. 이 숨 막힘 속에서 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마계의 하늘위에 떠 있는 태양. 그것은 핏빛처럼 붉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태양의 크기는 지상의 태양보다 월등히 컸다. 죽음의 군주 세트의 로브가 없었다면 아마도 화상을 입지 않았을까라고 생각될 정도로 태양의 열기는 대단했다. 척! 척! [망자의 대지에 살되 죽은 자들이 죽은 자들의 군주, 데스 로드를 뵙습니다! [데스 로드를 뵙습니다!] "아....." 마계의 태양으로부터 뿜어지는 열기를 느끼고 로브를 다듬고 있던 그때 들려온 소리는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가르쳐주었다. 금영이에게 들었다. 데스 게이트가 어디로 통하는지 말이다. 그릭 내가 소환한 데스 시타텔의 데스 게이트의 반대편 대지. 모든 망자들의 땅, 마계의 모든 언데드들이 몰려 있는 곳. 그곳에 망자의 대지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금영이는 그랬다. 그곳으로 가면 마음의 준비르 해두라고. 수많은 언데드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솔직히 마계에 들어왔을 때 느낀 숨 막힘으로 인해 잠시 잊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망자의 대지를 인식하고 주위를 살펴봤을 때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의 구조물을 빼고는 빼곡하게 자리를 잡은 수만, 아니 수십만은 족히 될듯한 언데드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있는 마계의 데스 게이트로부터 가까운 곳에 있는 언데드들. 그들의 기운은 범상치 않았다. 그야말로 상위의 언데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언데드들이 덤벼든다면 전력을 다해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었다. 이들이 나의 적이 아니라는 것은 정말도 다행이었다. 척! 척! 척! 척! 그때 나를 향해서 다가오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기운은 이 자리에 있는 언데드들 중 가장 강했다. 그들이 걸어오는 방향은 모두 달랐고, 그들의 모습 또한 달랐다. 먼저 정 중앙에서는 죽음의 기사 데스나이트가, 오른쪽에는 뼈로 된 순백의 갑옷을 입은 본나이트가, 왼쪽에는 월등한 덩치를 가졌지만 데스나이트와는 다르게 흉포한 기세를 갖춘 데스 브레이커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데스 브레이커의 옆에는 목을 옆에 낀 듀라한이, 본나이트 옆에는 아름다운 얼굴과는 다르게 생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오히려 부식된 시체의 냄새가 풍기는 좀비라고 생각되는 이가 걸어나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양쪽의 맨 끝에는 각각 검은 로브와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이들이 걸어 나오고 있었는데, 바로 리치와 벤시였다. 그렇게 걸어 나온 7명의 언데드들은 바로 내 코앞까지 와서 한쪽 무릎을 꿇고 말하기 시작했다. [죽어서도 기사의 길을 걷는 이들의 군주, 데스 히어로라는 과분한 명칭을 사용하는 스칼런이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이신 데스 로드를 뵙습니다. [모든 뼈로 된 망자들의 군주, 본로드라는 과분한 호칭을 쓰이는 이름 없는 이가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이신 데스 로드를 뵙습니다!] [모든 광기의 파괴자 들의 군주, 인센 브레이커 캡틴이라는 과분한 호칭을 쓰는 투크가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이신 데스 로드를 뵙습니다!] 데스 히어로 스칼런을 시작으로 앞으로 걸어 나온 언데드들이 모두 각자 자기소개를 했다. 데스나이트들의 군주인 데스 히어로 스칼런. 뼈로 된 망자들의 군주인 본로드. 모든 광기의 파괴자들의 군주인 인센 브레이커 캡틴, 투크. 모든 목 없는 자들의 군주인 듀라한 크라운. 부패된 자들의 군주인 좀비들의 왕자, 좀비 프린스. 마음에 서린 한을 냉기로써 내뿜는 언데드, 벤시들의 군주인 에이션트 벤시. 마지막으로 인사한 이는 마법으로써 불완전한 불노불사를 이룩한 자들의 대표자인 죽은 자들의 군사, 데스 리치였다. "모두 일어나라." [명을 받듭니다!] [그림자의 군주로부터 들었습니다. 쉬실 곳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나의 명으로 몸을 일으킨 군주들 중, 데스나이트의 군주인 데스 히어로 스칼런이 나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앞장서서 나아가기 시작했다. 가장 앞에 선 스칼런을 제외한 다른 군주들은 모두 나의 주위를 둘러싸며 호위하듯이 진형을 짯다. 나는 그렇게 군주들의 호위를 받으며 어딘가로 향했다. "스칼런." [예. 군주시여.] "금영이, 아니 섀도 로드는 어디 있지?" 길을 가던 도중 나는 스칼런에게 물었다. 금영이는 나보다 먼저 마계로 넘어왔다. 그런데 전혀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에 물어본 것이다. [현재 그림자의 군주는 데스 시타텔의 소환을 위해서 꽤나 많은 힘을 소모하였기에 회복을 위해서 그림자의 늪에 가 있습니다. 회복되는데 약 이틀 정도 걸릴 것이라 했습니다.] "그림자의 늪?" [그림자의 늪은 섀도 로드의 영역입니다. 그곳은 그림자들의 백성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그림자의 늪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니, 됐어. 그대로 쉬도록 두는 것이 좋겠지. 이대로 원래 목적지로 안내해줘." [명을 받듭니다.] 스칼런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는 동안 난 걸어가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주변의 구조물. 그 구조물들로부터는 아주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바로 죽음. 구조물 자체가 죽음이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순간, 호기심이 동했다. 이렇게 죽음이 구조물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구조물 처럼 죽음이 머물러 있는 마법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는 말과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스승님이 나에게 물려주신 죽음이 머물러 있는, 죽음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아티팩트르 만들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죽음이 머물러 있는 구조물을 보자 관심이 간 것이다. 혹시 스승님도 이 구조물들을 보고 죽음이 머물러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아티팩트를 만들어내신 것 아닐까. "스칼런." [예. 로드. 혹여 궁금한 것이 있으신지요.] "여기 보이는 구조물들. 뭔가 특별한 것 같은데." [...섀도 로드가 아무것도 설명해드리지 않은 겁니까?] 나의 질문에 스칼런은 걸음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다. 스칼런뿐만 아니라 다른 언데드 로드들 역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 문제 될 게 있나? [로드. 혹시 실례가 아니라면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로드께서는 당대 섀로 로드를 제대로 대하고 계십니까?] 스칼런의 질문은 나를 조금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섀도 로드를 제대로 대하다니. 나는 섀도 로드, 금영이를 딸처럼..... "아." 속으로 생각하던 도중 나는 스칼런의 질문을 이해할 수 있었다. 스칼런이 말한 제대로라는 것은 바로 섀도 로드를 수하나 측근으로 대하는 것을 의미했다. 확실히 정상적으로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른이라면 섀도 로드, 금영이를 수하나 측근 그 이상으로 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지금 경지에 오른 네크로맨서라면 그야말로 고된 수련 때문에 감정이 메말라버렸을 테고, 무엇보다 상당히 나이가 많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나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것도 아니었고, 나이도 사앙히 젊었다. 한마디로 나는 정상적인 네크로맨서들과 조금, 아니 많이 달랐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스칼런이 말한 제대로라는 기준에서 상딩히 동떨어져 있을지도 몰랐다.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 기분이 나브네. "스칼런. 네가 마한 제대로의 기준은 무엇이지? 너의 잣대로 나를 재려고 하지 마라." [......] 나의 분노를 눈치 챈 것일까. 스칼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솔직히 말하지. 나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지금의 경지에 오른 것이 아니다." [......] 잠시 말을 멈추고 스칼런을 비롯하여 다른 언데드 로드들을 쭉 살펴본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상당한 재능과 함께 고된 수련과 경험,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보시다시피 아무리 많이 봐줘봐야 이십대 초반, 바디 체인지를 했다고 해도 사십대ㅐ쯤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의 실제 나이는 보이는 그대로 이십대 초반이다." [...알고 있습니다.] 끄덕. 스칼런의 말고 함께 다른 언데드 로드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의외지만 잘됐군. 말하기 더 편할 테니까. "알고 있다니 오히려 잘됐군. 여기 있는 모두 잘 알겠지. 나와 같은 나이에 언데드에 한해서 절대라고 할 수 있는 힘을 구사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는 것은 아무리뛰어난 경지에 있다 한들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이야. 나의 경우는 운이 좋았지만 말이야." 확실히 나의 경우는 운이 좋았다. 일단 게임을 통해서 네크로맨서로서 낮다고 할 수 없는 네크로마스터의 경지에 오를수 있었고, 거기에 육체가 2개 였기에 한 번 죽음을 경험하여 경지를 뛰어넘을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었다. 또 그 이전에 훌륭한 스승님과의 인연을 가질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나는 행운아인 것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여기로 빠졌지. 지금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닌데. 나는 이내 고개를 흔들다가 조용히 스칼런을 바라보았다. "스칼런, 내가 정상적인 네크로맨서들과 다르게 편법으로 지금의 경지에 올랐찌만, 나는 결코 내가 걸어온 길이 가볍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난 지금까지 섀도 로드, 금영이를 대했던 방식을 바꿀 생각도 없다. 금영이는 내가 인정한 '딸'이니까." 빙빙 돌아오긴 했지만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을 했다. 요즘 내가 피곤했나 보다. 아니면 긴장했던지....... 방금 그냥 한 말을 바로 했으면 됐을 것을. 후 ~ 우. [로드.] 내가 한숨을 내쉴 때쯤, 어느새 스칼런이 앞에 무릎을 꿇고 말을 걸었다. [로드, 부디 스스로의 위치를 자각해주십시오. 로드께서는 저희의 군주. 저희는 로드의 충실한 종. 그런 저희에게 설명하실 필요 없습니다. 로드께서는 명령을 하십시오! 그 어떤 것이라도 저희는 따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나는 그런 스칼런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나는 이 마계의 언데드들이 내가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고, 게임의 시스템으로 인해서 불완전한 임퍼펙션 데스 로드이기 때문에 억지로 따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스칼런은, 아니 스칼런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언데드들은 진심으로 나에게 충성을 다하고 종을 자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도 부끄러웠다. 그들은 나를 진심으로 군주로 생각했지만, 그런 군주는 여러 가지로 그 기대에 못 미쳤다. 첫 등장부터 시작해서 몸에 서린 분위기까지, 게다가 자신의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빙돌려서 말했으니.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볼품없는 군주의 모습이었다. 군주(Lord). 지베자, 임금 등의 각가지 의미를 가진 단어. 그리고 현재 언데드들이 나를 부르는 말이기도 했다. 이 말에 실린 무게는 상상 이상이었다. 언데드들의 군주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군주라는 단어의 무게를 알게 된 나는 어깨가 무거워졌다. 하지만 이내 나는 어깨를 폈고, 스칼런을 비롯해서 나를 중심으로 호위 진형을 유지한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언데드 로드들을 바라보았다. 나는 변해야 한다. 지금 나의 지위에 맞도록 위엄을 갖추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사람이 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건가." [.......] 나의 혼잣말에 대답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후 나는 아무말 없이 천처히 걷기 시작했다.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스칼런은 묵묵히 걷던 나를 앞질러 애초의 목적지로 나를 안내했다. 내가 안내된 곳은 구조물의 가장 외곽 쪽에 있는 방이었다. 그렇게 넓지도 좁지도 않은 방. 그 방 안에는 최소한의 생필품도 갖추어 있지 않았다. 그런 곳으로 나를 안내한 것이다. 만약 귀족이라면 이런 곳으로 자신을 안내한 것에 대해서 화를 냈겠지만 뭔가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난 곧장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시작의 방. 우리 망자들의 성지로, 네크로폴리스의 가장 첫 번째 방입니다. 언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기억인지 알 수 없지만, 데스마스터에 오르거나 데스 로드에 근접한 자는 반드시 이 방에서 지내야 한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스칼런은 그렇게 말해주었다. 언데드인 그들이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전해오던 기억이란 말이지. 일단 살펴봤지만 아무리 봐도 특별한 것 하나 없는 방이었다. 흐음. 어째서 그런 기억이 전해지고 있는 것일까? [저희는 이 주위에서 경계를 서고 있겠습니다. 그럼 편히 쉬십이오. 로드] "아아." 스칼런을 비롯하여 다른 언데드 군주들이 방을 나간 후, 한참 동안 방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것을 찾을 수는 없었다. 정말로 평범했다. 지금까지 이곳으로 오는 동안 본 구조물들 처럼 죽음이 깃들어져 있는 것 이외에는 말이다. 어째서 언데드들에게 그런 기억으로 전해진 걸까? 꼬르르륵! "....일단 식사부터 하자." "그것에 나도 동의한다." "응? 아, 라오."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 그는 바로 나의 형제, 라오였다. 데스 게이트를 통해서 마계로 온 것과 다르게 라오는 나와 맺었던 형제의 맹약을 느끼고 내가 있는 곳으로 온 것이었다. "이곳이 마계인가." 라오는 처음 내가 마계에 들어섰을 때 느낀 것처럼 마계의 마력을 느낀 것인지 왠지 모르게 불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무래도 라오가 사용하는 힘은 실력에 가까운 힘이라 그런가. 난 한동안 불쾌해하는 라오를 바라보았다. 나와 형제의 맹약을 맺은 라오. 그 덕분에 그는 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올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원래 세계로 말읻.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라오는 나를 돕기 위해서 기꺼이 이 마계로 와준 것이다. "형제여, 식사는 했나." "아, 금방 준비해줄게." 언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름에도 불구하고 식사부터 찾는 라오를 보며 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어디 한번 솜씨를 발휘해볼까! 상민을 비롯하여 라오가 시작의 방에서 식사를 하고 있을 그때, 언데드들의 군주들은 시작의 방 주위에서 혹시 모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경계를 서고 있었다. 혹시 모를 만약의 사태. 그것은 바로 마족의 침입이었다. 이곳은 마계, 마족의 땅이었다. 전투 종족이라 할 수 있는 마족이 100퍼센트 전력을 다할 수 있는 대지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심할 수가 없었다. 안 그대로 갑자기 강해지고 급격하게 수가 불어난 언데드들을 경계하고 감시하기 시작한 마족들이 있었기에 더욱더 그랬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직 마왕급의 마족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봐, 스칼런. 이곳은 망자의 대지인데 꼭 이렇게 경계를 설 필요 있겠어?] 경계를 서고 있던 언데드 로드들 중 지루함을 견디다 못한 인센 브레이커 캡인인 투크가 언데드 로드들의 암중의 대표인 스칼런에게 말을 걸었다. 물론 정신을 통해서 말을 걸었을 뿐, 투크는 자신이 맡은 자리르 지켰다. 투크가 한 말도 일리가 있었다. 지금 상민이 있는 곳은 바로 망자의 대지. 언데드들의 땅이다. 마족조차 웬만해서는 잘 오지 않는 언데드들의 땅. 그뿐만이 아니었다. 현재 상민이 있는 곳까지 오기 위해서는 수많은 언데드들을 지나쳐야 하고, 상민에게 가까워져갈수록 그 언데드들의 수와 질은 높아진다. 그러니 상민은 절대적으로 안전한 것이다. 이것은 언데드 군주들중 단 2명을 제외하고 모두 공통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언데드 군주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2명. 그중 한 명은 당연히 스칼런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다른 한 명은 언데드들의 군사이자 리치들의 대표자인 데스 리치였다.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이는 벗어나도 좋네. 하지만 나는 이 자리를 지킬 걸세.] [나 또한 그럴 생각이다.] [어째서? 이곳은 망자의 대지잖아. 마족도 웬만해서는 오지 않고, 로드께 오기 위해서는 수십만에 이르는 언데드들을 지나쳐야 한다. 그리고 로드께 가까워질수록 언데드들의 수와 질은 높아져. 로드는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투크는 생각하고 있던 것을 그대로 말했다. 모두 일리가 있고, 인정할 만한 이유였다. 그것은 스칼런과 데스 리치도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 자리에서 떠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 이유에는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었다. 보고 싶었다. 상민의 가능성을 말이다. 상민은 매우 젊다. 젊은 만큼 실수도 많지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고칠 줄 안다. 그것은 스칼런과 데스 리치가 인정하는 상민의 가능성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둘이 보고 싶은 가능성은 다른 것이었다. 상민의 나이는 아까도 말했다시피 매우 젊다. 스칼런과 데스 리치에게 전해지는 과거의 기억에 있는, 지금까지 나타났던 데스마스터나 데스 로드에 근접했던 이들과 비교하자면 최소 1백여 세가 차이날 정도로 말이다. 상민 스스로는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운. 그 말을 듣는 순간 다른 언데드 군주들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지만, 스칼런과 데스 리치는 잠시지만 골돌히 생각에 빠졌다. 그들은 과거의 자신이 인간이었을 때의 경지를 뛰어넘었을 때를 생각했다. 그들은 아주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 경지를 뛰어넘었고 그때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운뿐만 아니라 그 운을 뒷받침하는 노력도 있었지만 말이다. 운. 어쩌면 이것이 경지를 뛰어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둘은 상민의 말을 듣고 이런 생각을 했고, 상민의 운이란 걸 한번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호위라는 명목으로 시작의 방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 것이었다. 시작의 방. 그곳을 거쳐 간 이들 중에는 그 무엇 하나 얻지 못한 이도 있는 반면, 뭔가 얻어 크게 강해지거나 한 걸음 더 데스 로드의 경지에 다다간 이도 있었다 한마디로 운에 달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둘은 지켜보고 싶었다. 그 운이 이번에도 따라줄지 말이다. 그렇게 스칼런과 데스 리치, 그들은 주시하고 있었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상민의 운을.... "맛있었다. 형제." "고마워" 난 설거지 그릇들을 모두 아공간에 넣으며, 동시에 간단한 군것질거리를 꺼내어 라오에게 주었다. 후후후. 이거 마계에서 먹는 음식은 뭔가 좀 특별한걸. "형제여, 잠시 주변을 살펴보고 오겠다. 마계라는 곳에 관심이 가는군." "너무 멀리 가지마. 이곳은 마계니까." "다녀오겠다." 라오는 내가 꺼내준 군것질거리들을 들고 시작의 방을 나섰다. 식사도 했고, 라오도 나갔겠다. 그럼 다시 자세히 조사해볼까. 시작의 방이란 조금 거창한 이름이 붙은 것과 다르게 방은 매우 평범했다. 방 밖의 구조물들처럼 모두 죽음을 품고 있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일단 뭐가 새겨져 있나 조사해볼까." 나는 아주 천천히 자세하게 벽을 살펴봤다. 하지만 벽에는 그 어떠한 그림도 글자도 새겨져 있지 않았고, 아주 작은 홈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그에 난 신기해서 아공간에서 칼을 꺼내어 벽을 긁어보았지만, 흠집은 전혀 생기지 않았다. 나중에 가서는 마나를 주입해서 강하게 쳐보기도 하고, 각가지 마법을 사용해보았지만 역시나 작은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아마도 이 방이 품은 죽음 때문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죽음이 물리적인 공격과 마법적인 공격을 모두 감내하고 있는 듯했따. 이렇게 예측한 것은 강한 공격마법을 사용하여 방의 벽을 적중시켰을 때 방의 죽음이 크게 요동쳤기 때문이다. 또 그 후에 실험해본 것이지만 아주 약한 충격에도 세밀하게 관찰해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죽음이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난 죽음의 새로운 능력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뿐이라면 시작의 방이라는 이 방의 거창한 이름이 운다. 뭔가 더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 후, 나는 각가지 실험을 해보았다. 여러 약품을 이용해 이 방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느 정도의 죽음이 얼마나 되는 충격을 감당할 수 있는니 등을 말이다. 하지만 이 방의 이름과 같은 거창한 것은 알아낼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동안 실험한 것만으로도 얻은 것이 있으니 성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방금 전에 알아낸 것들만으로도 꽤 유용한 아티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만으로는 이름값을 한다고 할 수 없지." 지금 이 시작의 방이란 곳에서 알아낸 것은 내가 죽음을 이용해서 아티팩트를 만들려고 생각하고 연구에 들어갔다면 그 과정에서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었다. 시작의 방이란 이 방의 거창한 이름을 생각하면 분명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뭔가 중요한 것을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었다. 과연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뭘까? "후~ 우." 고민이 계속되니 머리가 다 지끈거리네. 잠시 바람이라도 쐴까. [나오셨습니까.] "아아, 스칼런이군. 스칼런. 근처에 바람이 잘 드는 곳으로 안내해줘." [예. 로드.] 내가 시작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모습을 드래나는 스칼런. 그에게 난 바람이 잘 드는 곳으로 안내해달라고 했다. 그곳은 그리 멀지 않은 곳의 언덕이었다. 휘이이이잉! "마계의 바람도 그렇게 나쁘지 않군." 마계의 바람이고 해서 그렇게 다른 것은 없었다. 언덕 위에서 바라본 망자의 대지는 이름 그대로 죽음의 땅이었다. 나의 등장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으로 모여든 수많은 언데드들로 인해서 그들이 모여들기 이전부터 죽음만이 자리 잡았을 것만 같은 이 땅. 더욱더 짙은 죽음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이 땅에 살아 있는 것은 나뿐인가." 죽음만이 가득한 이곳에 살아 있는 것은 나. 아아, 라오를 깜박했네. 라오도 반은 살아 있따고 할 수 있으니까. 나는 마음속으로 괜히 혼잣말을 하고 천천히 눈을 감고 감각을 퍼트렸다. 점차 넓어져가는 감각의 영역. 그 안에서 느껴지는 것은 오직 죽음뿐이었다. 망자의 대지란 이름은 누가 지었는지, 언제부터 내려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정말 이렇게 딱 들어맞는 이름은 없을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 가지는 생명은 눈곱만치도 느껴지지 않았다. "......생명이 눈곱만치도?" 나는 내가 스스로 한 혼잣말에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죽음. 이 망자의 대지에는 오직 죽음만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죽음. 모든 것의 끝.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종착점. 이 세상이 혼돈으로부터 창조되어 지금까지 존재해온 태초의 의지. 이 태초의 의지인 죽음과 함께 지금까지 존재해온 또 다른 의지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생명. 죽음의 반대편에 선 의지 말이다! 내가 뭔가 놓치고 있었던 것. 그것은 바로 생명이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나는 바로 시작의 방으로 뛰어갔다. 그런 나의 뒤를 따르는 스칼런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나는 시작의 방 문앞에 멈추어 서서 나를 따르고 있는 스칼런과 다른 언데드 로드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나올 때까지 나의 친우인 라오를 비롯한 그 누구도 시작의 방에 들이지 말도록." 그 후 나는 대답도 듣지 않고 시작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놓치고 있던 것을 안 이후 난 알 수 있었다. 이 시작의 방에는 여유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밖의 여타 구조물에는 여유가 없었다. 오직 죽음뿐. 죽음만이 가득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이 시작의 방은 달랐다. 이곳의 벽은 죽음으로 가득 찬 것이 아닌, 일부지만 여유로운 공간이 있었다. 마치 뭔가 채워 넣을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그 뭔가는 아주 간단했다. 친절하게 힌트도 있었으니 말이다. 힌트는 바로 이 방의 이름. 시작의 방이란 이 방의 이름이었다. 태초로부터 죽음과 함께해온 의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 가지고 있는 의지. 그것은 바로..... "생명" 우우우웅! 파악~! 나의 손을 통해서 벽에 스며든 생명. 그것은 나의 생명, 나의 수명이었다. 이곳은 망자의 대지. 그 어떠한 생명도 존재하지 않는 대지. 죽음만이 팽배한 대지였기에 나는 나의 생명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없었다. 지금의 나는 데스마스터. 불완전한 데스마스터가 아닌, 완전한 데스마스터이니 말이다. 나는 나의 의지로 생명과 죽음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시작의 방의 벽에 주입된 생명은 나중에 온전하게 다시 되돌릴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지금 벽에 있는 생명은 소모된 것이 아니라 주입된 것뿐이니 말이다. 파악! 파악! 나의 생명은 벽 하나뿐만 아니라 다른 벽까지 스며들어 빛을 내기 시작했고 빛은 점차 강해졌다. 마계의 태양조차 마주 볼수 있는 나의 눈이 제대로 앞을 보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혹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방어마법을 시전할 준비를 하며 빛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뒤 빛은 잦아들었다. 빛이 잦아든 시작의 방은 변해 있었다. 그 무엇도 새겨지지 않았던, 어떠한 공격마법에도 멀쩡했던 벽에는 내가 주입했던 생명이 빛을 내며 자신을 봐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벽화. 나의 생명으로 빛을 내는 벽화였다. 이 벽화가 바로 시작의 방의 죽음의 여유 공간을 정체시켰던 것이다. 너무도 자세하게 그려진 벽화. 어디가 시작 부분인지 알 수 없었지만, 뭔가 중요한 내용 같았기 때문에 처음 부분을 찾기 시작했고, 얼마 가지 않아 곧 찾을 수 있었다. 벽화의 시작을 찾아낸 난 벽화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벽화의 끝. 그곳에서 난 이미 예측하고 있었던, 예상하고 있었던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사실이었던가. 이미 알고 있었다. 데스마스터였따면 모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만 난 게임의 시스템으로나마 불완전한 데스 로드. 임퍼펙션 데스 로드이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수없이 오랜 시간 동안 전해져 내려온 이 방을 통해서 확인받다니, 더 이상 부정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 사실을, 죽음을..... "아빠~!" "형제, 나왔는가." [나오셨습니까.] 시작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나의 품을 향해서 달려드는 금영이. 그리고 걱정 어린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라오와 조용히 그 뒤를 따르는 스칼런과 언데드 로드들. 이런, 내가 걱정 시켰나. "금영아, 몸은 괜찮니?" "저는 괜찮아요. 하지만 아빠...." "나는 괜찮아.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거고. 그때가 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으니까." 나와 심령이 이어져 있는 금영이는 역시나 나의 마음을 읽었떤 모양인지 매우 걱정스러운,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나의 품에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괜찮아. 괜찮아." 쓱쓱. 나는 금영이의 머리르 쓰다듬어주며 괜찮다고 말했다. 그래. 괜찮다. 아직 그날이 오려면 많은 시간이 흘려야 하니까. 힘을 조절해서 사용하면 충분히 일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으니 문제 될 건 없어. "형제, 안에서 무슨 일 있었던 건가." "으응. 좀 일이 있었어." "... 말해줄 수 있겠나?" "....미안." 난 고개를 숙이며 라오에게 사과했다. 지금은 말해줄 수 없다. 말했다가는 라오는 나를 보호하려고 할 테니까. 나는 보호받아서는 안되는 존재. 오히려 다른 이를 보호해야 하니까. 보호 받아서는 곤란하다. 라오는 한동안 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형제여, 지금은 말할 수 없다면 더 이상 묻지 않겠다. 다만 언제고 말해다오. 나와 그대는 형제이니." "고마워...라오." 라오, 나중에 말해줄게. 비록 그때 네 원망을 사더라도, 그리고 그 사실을 내 입으로 말하기 이전에 눈치를 채겠지만 말이야. 미안, 라오. 난 한동안 마음속으로 라오에게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나의 품에 안겨 있는 금영이를 바라모며 말했다. "금영아, 지금 당장 중간꼐로 갈 수 있니?" "얼만든지요. 이미 소모되었던 힘을 회복했으니 문제없어요." "다행이네." 나는 당장 이동하자고 말하기 전에 스칼런을 비롯한 다른 언데드 로드들을 바라보았다. 시작의 방에서 예정보다 하루 더 있었기에 서둘러야 했지만, 이들을 무시하고 그냥 갈 수는 없었다. 나는 금영이를 품에서 떼어낸 후 그들의 앞에 섰다. "스칼런!" 척! [예! 로드!] 나의 부름에 스칼런은 앞에 나와 무릎을 꿇었다. "지금부터 너를 마계 언데드군의 총사령관으로 임명한다. 군사로 데스 리치를 임명하며, 내가 중간계로 간 사이 언제든지 데스 게이트를 통해서 중간계로 올 수 있도록 준비해놓아라! 다른 언데드 로드들은 총사령관인 스칼런과 군사 데스 리치를 도와 언데드들을 조율하라! 척! 쿵! [신! 데스 히어로 스칼런 데스 로드의 명을 받듭니다!] [데스 로드의 명을 받듭니다!] 나의 명령에 일제히 무릎을 꿇는 언데드 로드를 바라보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의 수천. 수만의 언데드들. 이들은 언제고 중간계에서 필요로 하게 될지 모른다. 어째서인지 모른다. 지금 그렇게 생각하고 느낄 뿐이었다. 잠시 언데드들을 살펴본 뒤 금영이를 바라보자, 금영이는 나의 의도를 눈치 채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본 라오 역시 나의 옆에 섰다. 그리고 잠시 뒤, 나의 그림자는 천천히 치솟아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바로 금영이의 능력인 섀도 다이브를 펼쳐 마계에서 중간계로 향한 것이다. 그렇게 난 이곳 시간으로 10여 년 만에 돌아오게 되었다. 내가 한 번 죽었던 땅, 나의 소중한 이들이 있는 중간계로...... 제 44장. 내가 모르는 10년. 휘이이잉! 까악! 까악! "......." "......." "......." 금영이의 섀도 다이브를 통해서 마계에서 중간계로 이동한 뒤, 내가 가장 처음 본 것은 황폐한 대지였다.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시체들로 까마귀들은 식사를 하고 있었고, 이 땅 어디에서도 생명은 느낄 수 없었다. 마치 마계의 망자의 대지처럼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금영아." "당장 조사해볼게요." "부탁한다." 슉. 금영이는 곧장 정모를 모으기 위해서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이곳에는 수많은 시체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시체들이 부패한 것으로 보아서 꽤나 시간이 지난 듯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 있다니.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바로 전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형제여, 뭔가 이상하다." "이상하다고?" 라오는 어느새 시체들 사이의 흙을 쥐고 있었다. 흙? 그게 뭐가 이상하기에? 라오는 그 흙을 쥐고 일어나 나에게 다가와 보여주었다. 흙응ㄴ 별다른 게 없었다. 라오는 그대로 손을 뒤집어 흙을 떨어뜨렸다. 그러자 흙은 그대로 강한 바람에 휩쓸려 날아갔다. "모르겠는가, 형제여." "뭘 모르겠냐는 거야." "자, 다시 자세히 봐라." 라오는 다시 우리 흙을 주워들어 나에게 보여주웠고, 나 역시 이번에는 라오가 말한 그 이상함이란 것을 알기 위해서 흙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흙은 평범했다. 이게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아직도 모르겠는가. 이 대지의 흙은 이상하다. 아니, 대지의 흙뿐만이 아니다. 바람도, 이곳의 시체들을 파먹는 까마귀와 파 먹히는 시체조차도 이상하다." "뭐라고?" 난 라오의 말에 주변을 좀 더 주의 깊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시체를 파먹는 까마귀들. 라오의 말대로 그 까마귀들은 이상하게 힘이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까마귀들이 파먹는 시체 역시 뭔가 이상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나는 무릎을 꿇고 흙을 쥐었다. 너무도 쉽게 쥐어지고, 조금 힘을 주자 쉽게 흩어지는 흙. 아! "이제 알았나." 라오의 말대로 이곳은 이상했다. 그 이상함이란 바로 결여된 생명력이었다.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땅은 황폐해지며, 물은 망자들의 시체들로 썩어 들어간다. 그렇게 전쟁으로 인한 자연의 피해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회복된다. 아니, 오히려 전쟁 이전보다 생명력이 넘친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전쟁으로 죽어간 사람들의 피와 육체, 그들의 시체가 자연의 영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인체의 구성성분은 35L의 물과 탄소 20Kg, 암모니아 4L, 석회 1.5Kg, 인800g, 염분 250g, 초석 100g, 이온 60g, 불소 7.5g 철 5g, 규소 3g과 그 외의 소량 원소 15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이루어진 사람의 몸. 그것들을 자연은 분해해서 자신의 영양분으로 삼고, 그렇게 수없이 많은 전쟁으로 인해서 황폐해진 자신을 회복시킨다. 그런데 이곳은 이상했다. 이 자리에 나의 눈에 보이는 시체만 해도 50여구가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흙은 생명력이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아직 전쟁 중이고, 사람들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해도 대지는 이 사람들이 흘린 피를 품어 생명력을 띠고 있을 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생명력은 커녕 개미 한 마리도 살기 힘들 것 같은 땅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면 깊숙한 곳의 땅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형제여." "라오, 아무래도 좀 더 알바와야겠어. 이곳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도 그런 것인지 말이야." "알았다. 형제여. 그럼 이동하자." 금영이는 어디에 있든 나를 느길 수 있기에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황폐해져 있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 내가 모르는 10년. 그간 어떤 일이 벌어진 거지? "힐링!" 시전된 힐링의 빛은 고통으로 인해서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하고 있는 부상자에게 흡수되었고, 곧 부상자의 숨이 고르게 되더니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후~ 우." "한나 아가씨, 좀 쉬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맞아, 언니. 좀 쉬어. 벌써 이틀 째 잠도 못 잤잖아." "난 괜찮아. 잭은 이미 벌써 한 달간 잠을 안 잤는걸." "잭 아저씨랑 언니랑 달라!" 방금 전에 부상자에게 힐링을 시전한 마법사, 한나느 두 볼을 부풀리면서 화를 내는 메이를 보며 미소 지었다. 그런 한나를보며 잭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벌써 이틀째다. 한나가 밤새 적이 보내는 마물들과 몬스터, 그리고 언데드들을 상대하며 마나가 고갈될 때까지 전투를 벌이고, 낮에는 부상자들을 대상으로 회복마법을 시전한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몸이 버텨내질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한나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있다면 단 한 명뿐. 잭은 요즘 자신의 마스터가 자주 그러워졌다. "그나저나 메이도 자야지. 밤에 또 적이 쳐들어올지 모르잖아." "언니나 자! 나는 잭 아저씨처럼 한 달 동안 안 자도 끄떡없으니까!" "호~ 오! 그럼 메이는 나보다 강한 건가. 난 일주일밖에 못 버티는데." "응? 지크 아저씨!" 갑자기 끼어든 이. 바로 지크였다. 10여 년의 시간은 지크에게 강함을 안겨주었다. 상민이 잭을 통해서 넘겨준 삼뢰검보를 통해서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올랐고, 현재는 소드마스터 중급과 상급의 경계에서 서 있는 상태였다. 지크가 전투를 시작하면 삼뢰심법의 특성 때문에 검에서 뇌전이 흐른다 하여 사람들이 지크를 라이트닝 블ㄹ이드 지크라고 부르고 있었다. 소드마스터가 되면서 깨달음을 얻은 지크는 진중해지긴 했지만, 지크는 지크. 간혹 실없는 농담으로 한나를 비롯한 가족들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이번처럼 말이다. "지크 오빠, 쉬시지 왜 일어나셨어요." "한나가 이렇게 깨어 있는데 내가 잤다가는 다른 녀석들에게 무슨 소리를 들을라고. 한나야, 그렇게 몸을 혹사했다가는 나중에 한스가 나를 죽이려들 거다. 그러니까 좀자라." ".... 그럼 잠깐 쉴게요." 한나는 지크의 말에 쉬기 위해서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그런 한나를 보며 잭과 지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한스의 이름을 팔아야 쉬는구만. 에유! 한스. 그 자식은 언제 돌아오는 거야! 이봐! 잭! 아직도 한스에게 소식 없어?" 죄송합니다. 아직도 마스터는 안 돌아오신 모양입니다. 돌아오셨다면 제 영혼은 마스터에게 종속되어....." "응? 이봐, 잭. 갑자기 왜그래?" 스윽 지크에게 말을 하던 도중 잭은 갑자기 말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잭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자신의 혈족과 대화를 나눌 때뿐이고, 그때마다 적이 쳐들어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크는 급하게 물었다. 하지만 잭은 여느 때와 다르게 손을 들어 지크가 말하는 것을 막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잭은 서서히 눈을 떳다. "아아!" "잭! 왜 그래!" 지크는 눈을 뜨고 갑자기 감격에 겨워하는 잭을 보고는 대뜸 물었다. 잭이 이러는 모습은 처음 보기 때문이다. 잭은 아주 약한, 아주 미세한 끈이지만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존재를! 자신의 주인의 존재를! 자신의 영혼을 바친 자의 영혼을! "이봐! 잭!" "그분.... 그분이 오셨습니다." "그분? 설마!" "예! 돌아오셨습니다! 저의 마스터! 모든 죽은 자들의 지배자! 저의 영혼의 주인이신 마스터께서! 저의 주군꼐서 돌아오셨습니다!" 환희의 찬 음성으로 있는 힘껏 말하는 잭을 보며 지크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동시에 생각했다. 한스. 상민의 면상을 보면 있는 힘껏 한대 먹여줘야겠다고 말이다. "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어서 한나와 메이에게 이 사실을....." "자, 잠깐 그만두십시오!" "에? 그만두리니?" 지크는 기쁜 마음으로 신법까지 사용해서 한나에게 달려가려는 찰나, 잭이 제지하자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신을 말리는 잭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말리는 것일까? 항상 한나의 곁에 있었기에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텐데. 한나가 얼마나 한스를 그리워하고, 만나고 싶어 하는지를 말이다. 그런데 말리다니. 지크는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마스터와 저의 영혼의 끈은 이제 막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사실을 한나 아가씨께서 아신다면 당장이라도 마스터를 찾으러 떠나실지도 모릅니다." "으음. 하긴 그러고도 남지." "그렇게 되면 이곳의 전력이 20퍼센트는 약화된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한나님은 이곳에서 마치 여신 같은 존재. 한나님이 갑자기 사라졌다가는 사기가 떨어질 것이고, 순식간에 그들의 손에 함락당하고 말 것입니다." "으으으, 여러 가지로 문제가 참 많구만." "그러니 기다려야 합니다. 완전히 영혼의 끈이 이어지고, 저의 존재를 느끼시고 마스터가 직접 오실 때까지 말입니다. 그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당연히 그때까지 한스가 귀환한 것에 대해서는 숨겨야 하고 말이야." "그렇습니다." "에유. 한스, 이놈! 돌아오기만 해봐라! 완전 묵사발로 만들어주마" "구 년 전쟁이라고?" "예. 이번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일년 기간을 두고 구 년간 제국간의 전쟁이 있었다고 해요." 금영이가 가져온 각가지 정보들은 하나같이 놀라운 것들이었다. 9년 전쟁. 신성 제국 세인트와 로시아 제국의 9년간 진행된 전쟁. 그것이 바로 9년 전쟁이었다. 내가 이 세상에 없는 사이 그런 일이 있었다니 정말 놀랄 일이었다. 9년 전쟁은 바로 신성 제국 세인트에 내려진 신탁으로 인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신탁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신성 제국 세인트를 이루는 교단에는 모두 하나같이 신의 사자라 할 수 있는 신족. 천사들이 나타나 신탁을 내렸고, 대혼란이 있은 후 신성 제국 세인트의 국경선 침범으로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세인트 제국은 그 어떤한 경고도없이, 이것은 악을 징벌하는 것이라고 소리치면서 로시아 제국을 침범하여 착살을 자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행한 학살 행위는 광신도가 얼마나 무서운지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한다. 노인, 여자,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끔찍하게 죽인 것이다. 고스트 드래곤으로 인한 피해를 회복해가고 있던 로시아 제국으로서는 전혀 전쟁 준비가 되어 있지도 않았기에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로시아 제국은 대륙에 존재하는 두 제국 중 하나! 가만히 당하고 있을 로시아 제국이 아니었다. 로시아 제국에 숨겨진 힘이라 할 수 있는 은퇴기사들이 갑오세 앉은 먼지와 검의 녹을 털어내고는 그 몸을 일으켰고, 로시아 제국 여기저기에 은거하고 있던 은거자들은 신성 제국의 학살 행위에 검과 스태프를 들고 일어섰다. 그로 인해서 파죽지세로 로시아 제국을 몰아치던 신성 제국 세인트의 선군의 전진은 잠시 추춤해지고 팽팽한 접전이 계속되었다. 그 결과 수많은 실력자들이 목숨을 잃고, 아직 꽃을 피지 못한 인재들이 수없이 죽어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성 제국은 전쟁을 전혀 그만둘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신성 제국의 황제는 이미 교단의 교황들에 의해서 권력을 잃은 상태였기에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었다. 신성 제국의 황권은 그야말로 언제 꺼질지 모르는 촛불과 같았다. 그나마 이름만 남은 황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희대의 인재였던 황태자. 교권과 황권의 통합을 이룰 뻔했던 황태자 덕분이었다고 한다. 그 황태자로 인해서 황권이 유지되긴 했지만, 이미 신탁으로 인해서 교권에 밀려서 유명무실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렇게 유명무실한 황권 덕분에 9년 전쟁이 종결될 수 있었단다. 전쟁 6년째까지 황권은 교권에 확실하게 밀려서 힘을 발휘할 수 없었지만, 7년째에 접어들어 그 황태자를 중심으로 뭉친 세력 때문에 뒤바뀌었다고 한다. 그 세력은 신탁을 거부하여 타락의 인장을 이마에 찍히고, 교단에서 쫓겨나거나 죽음을 맞이할 뻔한 이들. 바로 타락 신관과 타락 성기사들에 의해서 말이다. 사실 말만 타락 신관에 타락 성기사지. 그들은 신탁을 거부하고 타락의 인장을 찍기 이전보다 훨씬 강력하고 정결한 신성력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반면 6년간의 전쟁으로 인해서 권력의 힘과 전쟁의 탐욕에 물든 신탁을 받아들인 고위층의 신관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신의 버림을 받아 일개 신관만도 못한 신성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아아, 이건 전쟁 종결 전에 밝혀진 사실이라고 한다. 그렇게 교단에서 추방당한, 타락 신관과 타락 성기사들은 자신의 중심으로 뭉쳐 로시아 제국에 선 덕분에 전쟁은 황태자 참전 3년만에 종결, 로시아 제국의 승리로 끝났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상처뿐인 승리. 고스트 드래곤에 의한 피해가 미처 회복되기 이전에 치러진 9년간의 전쟁은 로시아 제국에 너무도 거대한 상처를 남겼고, 세인트 제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했건만 로시아 제국은 자국의 영토를 지키는데 최선을 다했을 뿐, 세인트 제국의 영토를 가질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덕분에 신이 난 것은 다른 국가였다. 세인트 제국은 더 이상 자신들의 영토를 지킬 힘도 없었다. 사실상 제국은 무너지고 세인트 왕국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솔직히 그들은 그 정도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신들로 인해서 시작된 전쟁으로 수천, 수만에 이르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전쟁을 이끌었던 교단도 사실상 명맥만 유지할 정도의 힘만이 남았으니 말이다. "그로 인해서 두 번째 전쟁. 정복 전쟁이 시작됐어요." 그 후 시작된 정복 전쟁은 나머지 6개의 왕국으로 일어난 전쟁이었다. 세인트 제국이 패망하여 세인트 왕국으로 축소되어 주인 없는 땅이 되어버린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 그것이 바로 정복전쟁이었다. 그리고 그 주체는 바로 9년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6개의 왕국들. 조사를 해온 금영이의 말에 의하면, 9년 전쟁에서 여섯 왕국은 마치 협의라도 한 듯이 전혀 끼어들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 한쪽이든 두 제국중 한 제국의 편에 들게 되었다면 거대한 이익과 영토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끼어든다면 전쟁은 대륙 전체로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대륙 전체로 전쟁의 불씨가 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두 제국 중 어느 제국의 편도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변명이죠." 금영이 대신 한 제리아의 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럴 거면 왜 9년 전쟁이 끝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전쟁을 벌이겠는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여튼 9년 전쟁이 종결되자마자 시작된 정복 전쟁은 6개의 왕국끼리의 전쟁이었고, 로시아 제국과 세인트 왕국은 오직 자신들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 다시 검을 들었다고 한다. 이후 정복 전쟁은 약 2년간 이어졌지만 다행히 전투를 로시아 제국의 국경선과 세인트 왕국 궁격선에서만 일어났기에 이들은 점차 회복되어갔다고 한다. 그와 반대로 여섯 왕국은 보다 많은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전투를 벌였고, 그로 인해서 로시아 제국과 세인트 왕국의 절차를 똑같이 밞아갔다고 한다. 이후 여섯 왕국은 적당한 선에서 전쟁을 종결시킬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않고 2년간 전쟁을 계속했다고 한다. 그러던 도중 어쩔 수 없이 2년간 이어졌던 정복 전쟁이 종결되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정복 전쟁이 종결되었던 이유. 그것은 바로......" "흑마법사들의 등장이겠지." "그렇습니다." 그떡. 나의 말에 금영이를 비롯하여 제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흑마법사들. 그들이 9년 전쟁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신탁을 비롯하여 정복 전쟁의 배후에 있었다면 모든 것이 이해가 간다. 상당한 고위 마족이라면 완벽하게 신족을 '흉내' 낼 수 있으니 말이다. 예전이라면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마족은 마력을 비롯하여 온갖 마이너스(-)적인 에너지를 힘으로 삼는 종족이고, 그와 상반된 신족은 신성력을 비롯하여 마족과 다르게 플러스(+)적인 에너지를 힘으로 삼는 종족이다. 또한 마족은 어둠을, 신족은 빛을 상징하고 있다. 빛과 어둠. 이것은 내가 알고 있는 마치 생명과 죽음과 같다. 나는 급하다면 생명을 죽음으로 전환하여 사용할 수도 있고, 죽음 역시 생명으로 전환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생명과 죽음, 이 2가지 힘이 서로 등을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빛과 어둠 역시 마찬가지. 신성력과 마력은 마치 생명과 죽음처럼 상반된다. 그런 신성력과 마력 또한 내가 생명을 죽음으로 전환하고, 죽음을 생명으러 전환하는 것처럼 전환이 가능하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다만 그로 인한 여러 가지 폐해가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육체는 인간. 죽음과 생명을 언제나 동시에 품고 있는 인간이기에 에너지 전환 효울만 떨어질 뿐. 그렇게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신족과 마족은 다르다. 그들의 몸을 이루고 있는 힘을 잠시 동안이지만 다른 힘으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그 폐해는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폐해를 통해서 대륙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 내가 마족이라도 신족의 흉내를 내어 전쟁을 일으킬 것이다. 그 외에 협상을 결렬시키는 것은 정신계 마법 정도면 충분하니 다른 말은 필요 없다. "흑마법사들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곳은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였습니다." "글로리라고!" 제리아의 말에 난 2가지 이유로 놀랄 수 밖에 없었따. 첫 번째 이유는 감히 대륙의 제국의 수도를 흑마법사들이 쳐들어갔다는 것이고, 두번째 이유는 바로 글로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한나와 메이를 비롯하여 다른 이들이 흑마법사들에게 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럼 글로리는 어떻게 됐지?" "흑마법사들에 의해서 함락 당했습니다. 정확히는 함락 당했다기보다는 황제가 수도를 내주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겁니다. 그 당시의 글로리의 피해는 잠시 동안 이지만 몬스터의 침입을 막았던 수도 외곽 수비대의 병력밖에 없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한나와 메이, 지크형과 동생들은 어떻게 됐지?" "무사하십니다. 한나님과 메이님을 비롯하여 지크님과 퓨리님. 그리고 메인님은 모두 흑마법사들이 글로리에 몬스터, 키메라와 함께 쳐들어왔을 때 수도의 평민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크게 활약하셨고, 지금도 역시 대륙에 널리 이름을 떨치고 계십니다. 현재 한나님과 일행들의 위치는 파악 중입니다만 시간이 꽤나 소요될 것 같습니다." "후~ 우. 무사하다면 됐어. 그나저나 대단한데. 그림자의 백성들이 부과 하루 만에 이만한 정보를 알아내다니 말이야." 확실히 놀라웠다. 불과 조사에 들어간 지 하루밖에 안 되어 이렇게 상세하게 조사하다니 말이다. 나의 속직함 놀라움에 금영이와 제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동시에 말했다. "그림자는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참! 깜박 잊고 안 물어봤는데,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어디야?" 나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그야말로 폐허. 내가 이곳을 발견 했을 때는 이미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단지 남은 것은 마을이 있었다는 타나 남은 기둥들과 반쯤 무너져 내린 집들 뿐이었다. 나는 그중에서 가장 멀쩡해 보이는 집 안에 들어가 정보를 모으기 위해서 사라진 금영이를 기달렸다. 현재 위치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함부로 움직이는 것은 좋지 않으니 말이다. "아!" "그, 그걸 깜박했네. 하하하! 금방 알아올게요, 아빠." 단 하루 만에 알아왔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모아 정리까지 한 이들이지만, 정작 아주 간단한 정보, 우리의 현재 위치에 대해서는 알아오지 않은 두 사람이었다. 나의 말에 허둥지둥하는 두 사람을 보며 미소 짓고 있을 때, 익숙한 기운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기운의 정체는 라오, 1시간 전, 라오는 주변을 살펴보러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이제야 돌아온 모양이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라오 외에 다른 기운을 지닌 인물이 함께 오고 있었다. 아니, 끌려오고 있었다. "이곳의 위치에 대해서는 이 녀석에게 물어보면 된다." 휙! 퍽! "크윽!" 라오는 이미 나와 금영이가 한 말을 들었는지 그렇게 말하며 끌고온 사람을 나의 앞에 던졌다. 손과 발이 완벽하게 제압되어 있는 이는 마법사였다. 그의 행색과 기운으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마법사의 기본 의상이라고 할 수 있는 마법로브를 입고 있었고 몸에서 마나의 기운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다만 평범한 마법사는 아니었다. 그에게서 마나의 기운 이외에도 다른 한 가지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은 음습하고 사악한 기운이면서 동시에 강력하고 파괴적인 기운. 바로 마력이었다! 라오의 손에 의해서 잡혀온 이! 그는 바로 흑마법사인 것이다! "크윽! 나를 이렇게 대접하고 살아남기를 바라........" 퍽! "입 다물어라, 사악한 어둠의 종자여." 라오는 소리를 치는 흑마법사의 얼굴을 그대로 차버렸고, 흑마법사는 결국 말을 잇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라오도 참, 역시 나랑 관련된 사람들 외에는 용서가 없다니까. 그런데 이렇게 기절해버렸으니 어떻게 물어보지? 그것보다 일단 어떻게 이 흑마법사를 사로잡았는지 물어봐야겠군. "라오, 이 흑마법사는 어떻게 된 거야?" "주변을 산책하는 도중 나에게 검을 치켜든 존재들과 함께 있었다. 감히 사악한 어둠의 종자 주제에 나에게 공격을 가했기에 죽어 마땅했찌만, 그래도 필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이 녀석만은 살려서 데리고 왔다." "그럼 함께 있던 다른 사람들은?" "처리했다. 그 역시 사악한 어둠의 영혼을 팔아버린 종자들. 애초부터 살아 있을 가치가 없는 자들이었다. 이 녀석 역시 살아 있을 가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라오의 말에 나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악한 어둠의 영혼을 팔아버린 종자들. 그렇다는 말은 라오가 처리했다는 이들과 이 흑마법사는 자신의 영혼을 대가로 마족과 계약을 한 이들이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흑마법사라고 해도 가장 꺼리는 계약이었다. 여타 다른 조건을 걸고 계약하는 것보다 마족으로부터 보다 강한 힘을 얻어낼 수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영혼을 담보로 해야 한다. 흑마법사도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사후라 하더라도 자신의 영혼이 마족에게 속하게 된다는데 어찌 꺼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라오가 처리한 이들과 이 흑마법사들은 자신의 영혼을 담보로 마족과 계약을 했다고 한다. 분명 라오가 하는 말이니 틀림없을 것이다. 영혼과 계약. 이 2가지에 한에서는 보다 더 잘 느끼고 있는 이가 바로 라오니 말이다. "이거 좋지 않아. 흑마법사와 마족에게 영혼을 판 사람들이 있다니. 그렇다는 말은 이곳이 흑마법사들의 영역이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잖아." "아빠, 주변을 경계하도록 할게요." "부탁한다. 자, 그럼 이제 당사자에게 좀 더 자세한 것을 알아내볼까." 나는 기절한 흑마법사에게 다가가 머리를 덮은 로브를 벗겨냈다. 로브를 벗기자 드러난 흑마법사의 얼굴은 상당히 젊었다. 20대 초반? 혹은 10대 초반으로 보일 정도로 말이다. 이거 의외인걸. 목소리로 봐서는 거의 40대 초반 반이나 중반 정도 인줄 알았는데, 일단 깨워보자. "웨이크 업(Wake Up)" "으으으. 윽! 네, 네놈들 감히!!!" "이런,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군. 이대로라면 뭔가 알아내기 힘들겠어. 뭐, 어쩔 수 없지." "지, 지금 나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곧 편안해질 테니 걱정 마세요." 나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가 그의 머리를 양손으로 고정시킨 상태에서 눈을 마추쳤다. 두려움에 떨던 그는 잠시 동안 떨림을 멈추고 멍한 상태가 되었다. 처음 해보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성공했군. 방금 전에 내가 한 것은 아주 간단한 최면술이다. 물론 여러 가지로 까다로운 조건을 갖추어야 가능하지만 말이다. 일단 시전자의 정신력이 피시전자의 정신력을 압도해야 한다. 그리고 마나도 약간 소모되는데, 역시 시전자의 마나량이 피시전자보다 월등해야 한다. 물론 나의 경구에는 이 2가지 조건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질문을 해볼까. "먼저 네 이름은?" "톰" "나이는?" "마흔세 살." 43세? 나는 그의 대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나이는 내가 목소리를 듣고 예상했던 나이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겉모습은 20대 초반 정도인데.... 최면술에 빠진 이가 설마 거짓말을 한 건가? "마흔세 살이란 말은 거짓말인가?" "아니. 진실이다." "진실이라고? 외모는 이십대 초반인데." "그건 내가 선택받았기 때문이다." "선택? 좀 더 자세하게 말해봐." 나는 마나를 통해서 그를 더욱더 자극하여 말을 부드럽게, 되도록 자연스럽게 하도록 유도했다. "나는 아주 하찮은 농노였다. 하지만 그날 이후 달라졌다. 한 분의 선택을 받은 이후 난 젊어졌다. 거기에 힘도 얻었다.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강력한 힘을!" "그 힘은 어떻게 얻었지?" "그건, 그건, 크아아아아!" 콱콱! 그 힘을 어떻게 얻었냐는 나의 질문에 기억해내려고 안간힘을 썻던 톰. 그가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손과 발을 묶은 줄을 괴력으로 끊으며 목을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이런! 이건! "금제!" "크아아아아악!" 우드득! 이, 이런!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톰이 스스로 자신의 목을 부러트려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미 손을 쓸 수도 없었다. 목숨을 잃은 즉시 톰의 영혼은 그대로 계약한 마족에게로 인도되었으니 말이다. "아빠, 이게." "금제야. 누가 이런 금제를 걸었는지 모르겠찌만 정말 사악한 놈이군.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다니." 특정 조건에서 발동되는 금제. 그것이 톰에게 걸려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조건은 기억. 힘을 어떻게 얻었는지 기억해내려고 했을 때인 것 같앗다. 다른 누군가에게 금제를 건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각가지 약품도 필요하고, 시전자가 피시전자의 정신력에서부터 마나량까지 모두 압도해야 하니 말이다. "그나저나 마음에 걸리는군, 형제." "아아, 나도 그래." 금제의 발동 조건.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 발동 조건은 아까 말했다시피 힘을 어떻게 얻었는지 기억해내려고 할 때 였다. 그말을 곧 그 사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그 후 라오에게 물어보았다. 검을 치켜든 이들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라오가 한 대답은 나의 예상 그대로였다. "그들은 검을 쓸 줄 몰랐따. 검을 휘두를 뿐, 검을 쓸 줄 모르는 이들이었다." 이 대답 그대로, 그들은 계약을 통해서 힘을 얻은 이들일 뿐이다. 어디까지나 예측이지만 자신들이 영혼을 담보로 마족과 계약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말이다. 과연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걱정이었다. 흑마법사들. 그들은 대체 무슨 일을 벌이려고 하는 것일까? 콰쾅! 크아아아아아! 키이이이이이! 몬스터들과 언데드들의 접전.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터지는 마법들. 이미 모든 살아 있는 이들이 잠에 빠져 있어야 할 시간에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워터 스트라이크!" 콰콰쾅! "지크 오빠!" "맡겨둬! 라이트닝 웨이브!" 팍! 파지지지직! 크아아아아! 키이이이이! 한나가 시전한 워터 스트라이크로 인해서 적셔진 대지에 지크의 검이 그대로 죄전을 내뿜었고 뇌전들은 곧바로 물기를 타고 몬스터들에게 흘러갔다. 뇌전에 휘말린 수많은 몬스터들. 전부 목숨을 잃은 것은 아니었지만 뇌전으로 인해서 몸이 마비되고, 그 시아에 다시 몸을 일으킨 먼데드들로 인해서 목숨을 잃었다. 이는 몇 번이나 반복되었지만 몬스터들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메이와 퓨리처럼 상당한 실력의 네크로맨서가 있기에 다행이었다. 부족한 병력은 언데드로써 보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콰쾅! 콰쾅! 크아아아아! 꺄아아악! 키이이이이! "또 시작된 모양이군. 콥스 익스플로전!" "그게 몬스터들에게 최대의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지크와 한나는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폭발과 함께 들려오는 비명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 콥스 익스플로전, 시체 폭발이 시전됐다면서 말이다. 확실히 다수의 전투에서 콥스 익스플로전은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는 마법이다. 폭발력도 대단하고, 매개체로 사용되는 시체가 폭발될 때 퍼져나가는 파편들 역시 적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입힐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콥스 익스플로전이 일어난 곳을 한나는 조금은 서글픈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메이 때문이었다. 메이는 아직 어린아이다. 진즉에 성년식을 치렀지만 한나에게는 언제나 어린아이였다. 그런 메이가 몬스터들을 상대로 콥스 익스플로전을 시전하고 매일같이 전투를 벌인다. 그렇기에 서글픈 표정을 지은 것이다. "그나저나 작은 한스, 이 자식은 뭐 하고 있는 거야!" 작은 한스. 바로 드래곤 위저드 세트를 한스에게 물려받고 한스의 제자라며 찾아온 용병 마법사 한스를 말하는 것이었다. 한스는 그간 한나를 비롯한 모두와 함께 지내면서 실력을 쌓아갔고, 드래곤 위저드 세트를 완벽하게 활용하기 위해서 고된 수련 끝에 상당한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애초부터 마법에 대해서 뛰어난 재능이 있었기에 그 성장은 눈부셨다. 다만 한스의 제자이면서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이 아닌, 드래곤 위저드 세트의 능력을 최고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이보케이션 학파를 선택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말이다. 작은 한스는 하난와 다른 이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도움으로, 스승인 한스가 남긴 마법사를 토대로 이보케이션 학파의 마법을 새롭게 개척하여 6써클 마법사에 오른 노력파였다. 작은 한스의 드래곤 위저드 세트의 힘을 빌린 마법의 파괴력은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했다. 쿠쿠쿠쿠! "녀석! 이제 준비가 끝났나 보군!" "오빠! 손을 잡아요!" 갑자기 흔들리는 대지! 쿠쿠쿠쿠! 파파파팍! 크아아아악! 키이이이이! 꿰이이익! 지진이 멈춤과 함께 땅에서 치솟은 수많은 창들은 몬스터들을 꿰뚫었다. 단번에 수백에 이르는 몬스터들이 목숨을 잃었고, 수천에 이르는 몬스터들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그렇지만 이런 대단위 마법이 시전된 것치고는 신기하게도 아군에게는 전혀 피해가 없었다. "와우! 정말 대단하구만. 이 마법 이름이 뭐라고 했지?" "대지의 무덤, 그레이브 오브 그라운드 였을 거에요."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구만." 말 그대로였다. 그레이브 오브 그라운드. 이 외에 말은 필요 없었다. 수많은 몬스터들을 꿰뚫은 창. 흙으로 만들어진 창의 끝부분은 십자가처럼 되어 있어 마치 무덤의 묘비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그레이브 오브 그라운드 덕분에 전투는 아군 쪽으로 기울었고, 몬스터들은 얼마 가지 않아서 모두 후퇴했다. 하지만 아직 달이 떠 있는 상태. 그렇다는 말은 다른 때와 비교해서 전투가 빨리 끝났다는 말이었다. "이상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전투 시간이 짧아지고 있어. 아무래도 좋지 않아." "아무래도 다른 곳으로 옮겨야겠죠?" "응. 그래야 할 것 같아. 그동안 이곳도 꽤 정이 들었는데 말이야." 한나와 지크는 거의 폐허가 되어버린 성과 지금 당장이라도 무너져 버릴 것 같은 성벽을 바라보며 말했다. 확실히 상당 기간 버텨왔다. 최고 정예라고 할 수 있는 6명과 4써클 이상의 마법사 백 명, 그리고 소드 익스퍼드 초급에 해당하는 기사 50명과 정병 천 명으로, 상대한 몬스터들의 수만 해도 10배는 넘었으리라. 둘은 그렇게 생각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시간이 필요할까요." "황제가 부탁한 기간은 두 달. 우리가 흑마법사들과 몬스터들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며 버틴 기간이 한달하고도 보름 정도니까, 보름 정도 남은 거지." 2개월. 그것은 황제가 부탁한 기간이었다. 흑마법사들을 상대로 끌어달라는 시간 말이다. 2개월만 시간을 끌어준다면 대륙의 왕국들과 협약을 해서 힘을 모으겠다고, 어떻게든 동맹을 맺고 말겠다고 말이다. 전재 황제를 대신해서 황제의 자리에 오른 황제가 직접 한 부탁. 그 부탁을 한나는 받아들였고, 그에 황제는 마법사와 기사, 그리고 병사를 기꺼이 내주었다. 그렇게 흑마법사들을 상대로 전투를 시작한 지 벌써 한 달하고 보름. 이제 보름만 더 버티면 되는 것이다. 애초 천 명이었던 병사들은 3백여 명만이 남았고, 마법사들도 처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8명, 기사들 역시 남은 이들은 겨우 12명뿐이었다. 남은 보름을 과연 버틸 수 있을까? 한나는 이런 걱정을 하며 성을 바라보았다. 제 45장 전쟁의 피해자들 (1) 와글와글. 쩝쩝쩝. "하~ 아!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어쩌다가 이렇게 되긴요. 다 아빠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요."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잖아. 나는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금영이의 시선을 피해서 머쓱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뒷머리를 쓸었다. 설마 이렇게 아이들이 많을 줄 누가 알았나. 나는 한창 식사를 하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내가 식략랑 막 꺼내놓았을 때 의심과 경계심이 가득 어렸던 눈빛 대신 어린아이 다운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그리고 장난기가 가득한 눈을 하고 있었다. 역시 어린아이들의 눈빛은 저래야지. "저,저기....." "응? 왜그러니?" 아이들을 둘러보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나의 로브를 잡아당기는 느낌과 함께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숙여보니, 그곳에는 얼굴에 때가 가득하고 허름한 옷을 입고 있긴 했지만 꽤나 귀여운 여자아이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와 시선을 마추치기 위해서 몸을 숙였고, 이내 아이는 자신의 손에 들린 빵을 내밀려다가 말았다.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아이의 손에 묻은 때로 인해서 빵이 더러워졌기 때문에 나에게 빵을 내밀려다가 말았던 것이다. 후훗.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지. "그 빵 나 주려고? 오! 마침 배고팠는데. 잘 먹을게." "에에, 아." "음. 간도 잘됐고 괜찮은데. 자, 너도 어서 가서 먹아라. 다른 아이들이 다 먹어버릴라." "응!" 아이는 나를 향해서 활짝 웃어 보이며 다른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역시 어린아이는 어린아이다워야 한다니까. "하~ 아! 이제는 포기했어요. 포기."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포기했다고 말하고는 고개를 흔드는 금영이를 보며 난 미소 지었다. "그럼 동의한 거지?" "에유! 어찌겠어요. 솔직히 어린아이들을 이런 곳에 놓고 갈 수는 없잖아요." 후후후. 결국에는 허락할 거면서 반대하긴. 이것으로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게 됐군. 나는 어느새 식사를 마치고 오랜만의 포식으로 인해서 만족감과 동시에 행복감을 맛보고 있는 아이들을 쳐다보며 미소 지었다. 설마 이렇게 많은 수의 아이들이 전쟁터에서 살아가고 있을 줄 누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만약 10여 명의 아이들이 습격해오지 않았다면 나 역시 생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사실 여기 있는 아이들 중 10여 명, 정확히 13명의 아이들에게 습격을 받았고, 적으로서 아이들과 만났다. 아이들과 만난 시간. 정확히 아이들에게 습격 받은 시간은 지금으로부터 3시간 전. 금제로 인해서 죽어버린 톰이란 육체를 그대로 대지로 돌려보낸 뒤, 최초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현재 위치에 대해서 알아낼 수 없었던 우리는 막연하게 시간을 죽이는 것보다는 이 근처를 수색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금영이의 그림자의 백성들에게 현재 위치를 알아낼 줄것을 부탁한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 둘러본다고 해봐야 주변에 있는 것은 시체와 그 시체를 먹기 위햇 몰려든 까마귀, 그리고 전쟁으로 황폐해진 대지뿐이었지만 말이다.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라오에게 죽임을 당한 이들의 시신도 확인했는데, 역시나 라오의 말대로 그들은 검을 다루지 못하는 이들이었다. 그것은 그들의 시체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나는 네크로맨서. 시체조종사다. 그만큼 여러 종류의 시신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았다. 그런 내가 검을 다루는 이들의 시신과 그렇지 않은 이들으 시신을 구분 못한다면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었다. 그들의 시신을 아주 천천히, 자세히 살펴본 결과 그들은 검사의 근육이라고 할 수 없는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농노였다는 톰과 유사한 근육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들 역시 농노였던 모양이다. 영혼은 톰과 마찬가지로 이미 사라진 상태였고 말이다. 그렇게 그들의 시신을 관찰한 뒤에 다시 대지의 품으로 돌려보낼때쯤, 금영이의 그림자의 백성이 현재 위치에 대해서 알아왔다. 우리의 현 위치는 놀랍게도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로부터 북쪽으로, 평범한 사람의 보도로 계산하여 일주일 정도 떨어진 곳이라고 했다. 흑마법사들에 의해서 함락 당했다는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로부터 평범한 사람의 도보로 불과 일주일 정도의 거리. 그렇다는 말은 우리는 흑마법사들의 소굴 근처에 있다는 소리였다. 도보로 불과 일주일 거리. 수도 글로리로 가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흑마법사들이 있다는 말은 그들과 계약한 마족 역시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흑마법사들이야 문제 될 것이 없다. 나에게 그들을 상대할 마법사와 그들과 함께 있을 몬스터 및 키메라를 상대할 병력이 있었으니 말이다. 데스 위저드 보를과 보를의 데스 서번트가 존재했고, 거기에 마계의 데스리치, 본로드 휘하의 본메이지들도 있고 말이다. 다만 문제 되는 것은 아까도 말했다시피 마족의 존재였다. 흑마법사들은 도로시아 제국 수도 글로리를 함락시켰다. 그렇다는 말은 수많은 흑마법사들이 동원되었단 말이고, 개중 엄청난 실력자가 있다는 말도 되었다. 9년 전쟁으로 약해졌다고는 하나 로시아 제국은 제국! 그런 제국의 수도를 함락시키는데 방심은 금물이니 실력자를 분명 투입했을 것이다. 그런 실력자들과 계약한 마족들. 분명 그중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상급 마족이 있을 수도 있고, 귀족급의 마족이 있을 수도 있다. 마족은 전투종족. 한 등급 차이라고 해도 그 전투력은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종족이 바로 마족이다. 물론 마족을 상대할 수는 있다. 그들도 마계에서처럼 중간계에서는 100퍼센트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니까. 다만 문제는 수. 마계의 언데드들이 있지만 그들이 흑마법사와 그 계약자인 마족을 모두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우리는 일단 되도록 글로리부터 떨어져 로시아 제국의 황제를 찾아보기로 했다. 분명 황제의 근처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 테고, 그 곳에는 한나를 비롯한 모두가 있을 테니 말이다. 목적지를 결정한 우리는 일단 남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동은 팬텀스티드를 타고 했기에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이동하다가 우리는 밤이 되자 이동을 멈추었다. 뭐, 밤에 이동해도 상관없지만 금영이가 밤이 되었으니 좀 쉬자고 했고, 너무 서두르는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근처에서 노숙하기로 했다. 그리고 곧 바로 아공간에서 이동하기 전에 챙겨놓은 군용 막사를 설치하고, 동시에 재료들을 꺼내어 식사 준비도 시작했다. 그렇게 노숙 준비를 마치고 식사 준비도 마쳤을 때 우리는 아이들을 만났다. 아니, 아이들에게 습격당했다. 12시 , 3시, 6시, 9시. 이렇게 네 방향에서 날아오는 화살. 피하기 위해서 몸을 띄우자마자 날아오는 9발의 화살. 정확히 13발의 화살이었다. 보통 마법사나 검사였다면 그대로 우리는 목숨을 잃거나 치명상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화살에 실린 힘은 대단했고, 시기도 적절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보통의 경우였다. 우리가 어디 보통 인물들인가. 금영이는 모든 그림자 백성의 군주인 섀도 로드이고, 라오는 불사의 황제인 죽음으로부터 부활한 언데드 파라오, 거기에 나는 불완전하지만 모든 죽은 자들의 지배자인 임퍼펙션 데스 로드이지 않은가. 그런 우리가 그런 방식으로 죽임을 당할 리가 없었다. 우리는 공중에서 우리에게 쏘아진 9발의 화살을 그대로 불태웠다. 물론 그 일을 한 것은 내가 아닌 라오였다. 라오는 공중에서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9발의 화살을 우리에게 접근도 하기 전에 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만큼 라오는 화가 나 있었다. 그건 당연했다. 라오가 가장 싫어하는 일 중 하나가 그때 벌어졌으니 말이다. 라오가 싫어하는 일. 그것은 2가지다. 첫 번째! 바로 식사 시간을 방해받는 일. 두 번째! 라오가 먹을 음식을 못 먹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 2가지 일이 동시에 벌어진 것이다. 갑작스러운 습격으로 식사 시간을 방해받았고, 나중에 알았지만 라오를 향해서 쏘아진 화살로 인해서 저녁 식사로 뜸을 들이고 있던 밥솥은 안의 내용물과 함께 못 쓰게 되어버렸다. 그 옆에 저녁 식사로 함께 끓고 있던 김치찌개도 말이다. 그것을 제일 먼저 본 라오는 분노했고, 공중에서 우리들을 향해서 날아오는 화살을 단숨에 불태워버린 것이다. 화살이 모두 처리된 이후 습격자, 아이들은 습격이 실패했다는 것을 알고 바로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적절했다. 처음 습격이 실패했을 때 상대를 당해낼 실력이 없다고 생각되면 도망치는 것은 말이다. 거기에 막 습격이 끝났을 때, 습격당한 당사자는 조금 당황했을 테니 바로 추격해오지 않을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좋지 않았다. 화가 난 것은 라오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라오 못지않게 먹을 것을 좋아하는 금영이, 섀도 로드인 금영이 역시 화가 났었으니 말이다. 결국 습격이 실패하자마자 도망쳤던 아이들, 습격자들은 모두 순식간에 사로잡혔다. 자신의 그림자 속에 목만 내밀어진 상태로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만나게 되었다. 13명의 습격자, 13명의 아이들과 말이다. 우리의 즐거운 식사 시간을 방해했던 습격자. 그 습격자가 어린아이들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우리는 정말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를 습격한 아이들의 연령은 최고 나이가 많은 아이조차도 고작 13세였기 때문이다. 제일 어린아이가 10살이고 말이다. 고작 10세에서 13살짜리 아이가 평범한 일행이었다면 목숨을 잃을 만한 습격을 한 것이다. 이에 나는 분노하기보다는 황당했고, 잔뜩 화가 나 있었던 라오와 금영이 역시 어이없어 하며 금세 화가 식어버린 듯했다. 당황한 것도 잠시. 난 금영이를 시켜 그림자에서 아이들을 꺼내줄 것을 부탁했고, 그에 금영이는 그림자를 이동시켜 아이들을 한데 모은 뒤에 그림자로부터 꺼내주었다. 그림자로부터 나오게 된 아이들은 매우 겁을 먹은 상태였다. 보는 사람이 다 걱정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중 단 두 아이. 나이가 가장 많아 보이는 두 아이만은 고요하고 냉정한 눈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두아이가 아이들의 우두머리. 바스타드와 호루스였다. 나이는 각각 13세와 12세. 바스타드가 아이들의 우두머리였고, 호루스는 보좌역을 한 모양이다. 아이들이 습격한 무기는 얼마 가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습격이 실패하고 도망칠 때 버린 무기는 바로 석궁이었다. 무기를 확인한 뒤에야 화살에 어째서 그만한 힘이 실렸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석궁은 로시아 제국군의 문장이 새겨져 있는 석궁이었다. 그것을 본 나는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습격한 이유도 알 수 있었다. 바로 먹을 것 때문이었다. 동시에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전쟁. 아이들은 바로 전쟁의 피해자였던 것이다. 전쟁이 벌어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 그중에는 군인도 있을 것이고, 용병도 있을 것이다. 거기에 전혀 전투와는 상관없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전쟁은 남자, 여자, 노인과 어린아이를 가리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런 전쟁에서 부모와 헤어지거나 부모가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참고로 어디까지나 이건 나의 예측이다. 그런 전쟁터에서 어란이이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손을 꼽을 수 있다. 첫 번째, 노예상인에게 자신을 파는 것이다. 전쟁 중에는 치안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의미는 전쟁 중에 그 누가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쟁 중에 수십에서 수천여 명이 죽어나가는데 과연 누가 일일이 사람이 납치당하고 죽었는지 확인하겠는가. 더구나 이 세계는 주민등록증 같은 기록도 되지 않는 세계이니 말 다했다. 어디까지나 간접 경험, 그러니까 책을 통해서이지만 어린아이들이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스스로 노예가 되는 것이다. 노예는 상품. 상품은 주인에 의해서 관리된다. 그렇다는 말은 최소한 음식이 제공되고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다. 노예가 된다는 것은 비참한 일이지만 최소한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것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어린아이들에게 중요한 일이다. 살아야 혹시 살아 있을지 모르는 가족을 만날 수 있으니까. 다음으로 전쟁터에서 어린아이들이 살아남는 방법 두 번째는 바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좋은 사람. 그 사람의 직업이 무엇이든 어린아이를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힘을 지닌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매우 드물다. 아니, 희박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하루에 수십에서 수천명이 죽어나가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그런 전쟁 속에서 다른 이를, 그것도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짐밖에 될 수 없는 어린아이를 책임질만큼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후~ 우. 다음 세 번째 방법은 전쟁 중에 어린아이가 살아남을 방법 중 마지막 방법이자, 가장 효과적이면서 가장 위험한, 동시에 가장 생각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서 식사를 마치고 잠을 자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먹을 것이 부족해서 입맛을 다시는 수십 명의 아이들이 선택한 방법이다. 바로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아이를 중심으로 한데 뭉치는 것, 그리고 여행자를 습격하여 식량과 생필품을 얻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아이들이 선택한 방법이었다. 전쟁터에서 부보를 잃거나 부모와 헤어지게 된 아이들은 극도의 공포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 아이들은 어린아이라는, 부모와 헤어졌거나 부모를 잃었다는 동질감에 본능적으로 한데 뭉치게 된다. 이때까지는 아무 문제없다. 아무리 뭉쳐봐야 어린아이들은 어린아이니까. 다만 문제가 되는 그렇게 무리를 이룬 아이들 사이에 영특한 아이가 두각을 드러내는 것이다. 바로 내 눈앞의 아이들의 리더인 바스타드와 호루스처럼 말이다. 간혹 아이들 중에는 나이에 맞지 않게 영트하거나 머리를 잘 쓰고 진중한 아이가 있다. 그런 아이는 리더가 되어 아이들을 통솔하게 되고, 그 덕에 아이들의 전쟁터에서 생존율이 올라가게 된다. 그런데 그런 사실이 문제가 된다는 것은 전쟁이라는 상황 때문이다. 전쟁. 여러 번 언급했던 대로 하루에 수십 명에서 수천 명이 죽어나가는 것이 전쟁이다. 그런 전쟁에서 어린아이들이 살아남는 법은 바로 다른 이를 죽여서 필요한 것을 얻는 것이다. 그것이 전쟁터에서는 최선이다. 다만 그 일을 행하는 이가 어린아이라는 것이 문제다. 어린아이들은 순수하다. 그리고 순수한 만큼 무섭다. 어린아이들은 아직 완전하게 자아가 형성되지 않았다. 거기에 판단도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말이다. 그런 아이들은 자신이 행하는 일이 잘못하는 일인지, 아니면 잘하는 일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주변에는 그것을 알려줄 사람도 없다. 그렇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순수한 만큼 무서운 것. 그것이 아이들이니 말이다. 만약 어린아이들이 살인이나, 남에게서 무엇인가를 빼앗는 것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란 것을 모르고 성장하여 어른이 되고, 전쟁이 끝난 시대를 살아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정말 상상하기도 싫다. 그만큼 전쟁은 여러 가지로 많은 것을 앗아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만큼 바스타드와 호루스란 아이가 제대로 된 아이라는 것이겠찌만 말이다.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우리에게 사로잡힌 상태에서 냉철하고 진중한 눈빛으로 바스타드와 호루스가 한 말을 말이다. 그 두 녀석이 한 말. 그것은 바로 '죄송합니다.'였다.살려달라거나 죽이라는 말도 아닌 죄송합니다라니.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내 알 수 있었다. 이 아이들은 자신이 행한 일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구나. 그것을 알고 행하는 것과 모르고 행하는 것은 천지차이이다. 어찌 보면 잘못된 일이란 것을 알고 하는 것이 더 나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 후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죄송하다고 하는데 어쩌겠는가. 용서해줘야지. 물론 아이들을 몇 번이나 다그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한동안 아이들을 다그친 후 여러가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언제부터 이런 생황을 했는지, 혹시 다른 아이들은 있는지, 부모들은 어떻게 됐는지 말이다. 물론 바스타드는 순순히 대답했다. 오히려 그 대답을 듣는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난 바스(바스타드의 애칭)에게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 순순히 대답하느냐고 말이다. "그거야 당신은 우리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 말에 난 조금 당황하면서 내가 호의를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아냐고 물었다. "눈, 눈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선인과 악인, 진실과 거짓, 모두 눈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아버지께 배웠습니다. 그렇기에 순순히 대답한 것입니다. 아버지가 하신 말은 지금까지 틀린 적이 없으니까요." 정말 바스의 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보고 싶어지는 대답이었다. 이 후 바스의 안내를 받아 우리는 다른 아이들, 약 30여 명의 아이들이 숨어 있는 지하창고에 도착했고 나는 아이들에게 저녁을 차려주었다. 조금 양이 많다고 할 정도로 말이다. 물론 아이들은 처음에는 경계하며 먹지 않았지만, 바스와 호루스가 나서서 제일 먼저 식사를 시작하자 아이들도 하나 둘씩 식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지금 아이들은 식사를 마치고 마음을 놓고 있는 상황이고 말이다. 뭐, 중간에 아주 사소한 문제가 있었지만 그것도 해결됐고, 이제 문제 될 것은 없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바라보던 도중 라오를 볼 수 있었다. 라오는 드물게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있는 듯, 내가 쳐다보는 것도 모르고 어딘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라오가 바라보는 곳에는 아이들의 대장 바스와 호루스가 있었다. 그 두 아이 중 라오가 바라보는 것은 바로 호루스, 바스타드의 보좌역을 맡은 아이였다. "라오." "아, 형제인가." "저 호루스란 아이, 마음에 들어?" "음. 그렇게 형제가 묻는다면 일단 마음에 든다고 대답하겠다." "흐음.그래." 호루스. 나이는 12세. 이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도 검은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 거기에 피부는 까무잡잡한 것이 잘 생각해보면 사막민족의 피가 흐르고 있을지도 모르는 아이였다. 흐음. 라오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인데. 이름에서부터가 마음에 든 건가. "라오, 혹시 이름에서부터 마음에 든 거야? 호루스라는 이름말이야." "형제도 아는가, 호루스를." "물론 알고 있지." 호루스.죽음과 부활의 신 오시리스와 그의 아내인 최고의 여성신 이시스의 아들이며, 하토루의 남편. 오시리스와 이시스와 함께 이집트의 최고신으로 숭배 받는 신. 저승에서 오시리스의 옆에서 사자들의 영혼의 무게를 재는 감독관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보통은 태양, 하늘의 화신으로서 매의 머리를 가진 신으로 표현되는 신이 호루스다. 호루스는 원래는 매우 허약하였으나, 이시스의 마법으로 각종 위험이나 병을 물리칠 수 있었고, 성장해서는 오시리스로부터 병법을 전수받아 결국 아버지의 동생이자 원수인 세트를 죽이고 통일 이집트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 곳곳에 신전을 세우고, 통일 이집트를 평화적으로 다스리면서 이집트 왕들의 화신으로서 영원히 이집트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이집트의 모든 국왕들은 누구나 '살아 있는 호루스'라고 할 정도였으니 언데드 파라오인 라오와는 떼어놓으려야 떼어놓을 수 없는 단어였다. 그런 호루스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 어쩌면 라오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할지도 몰랐다. "관심이 간다면 키워보는 것이 어때?" "키워보라니. 무슨 뜻으로 말하는 것인가, 형제여." 라오는 나의 말에 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후훗. 이런 라오의 표정도 꽤 잘 어울리는데. "말 그대로 키워보라는 거야. 제자로 말이야." "제자로 말인가." "응. 제자로 말이야.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저 아이의 마음가짐이나 정신 상태 등등, 내가 지금까지 파악하기에는 매우 아까운 아이야. 다른 사람에게 내어주기에는 말이야. 저기 바스도 마찬가지이고." "하지만 이곳은 우리가 속한 세계가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제자를 키울 수 없다. 혹여나 키울 수 있다 한들 키울 생각도 없다." 라오의 대답을 들은 순간, 라오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나는 라오의 정면에 서서 그의 양어깨에 손을 올리고, 눈을 마주친 상태에서 입을 열었다. "라오, 넌 이곳이 우리가 속한 세계가 아니기에 네 아버지신 위대한 태양신 라의 힘이 전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나?" "위대하신 태양신이시자 나의 아버지이신 라의 힘은 그 어느 곳이든 전해진다." 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라오는 짐짓 화가 난 표정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그렇지만 난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럼 위대하신 태양신 라의 말씀이 이 세계의 사람들에게 무시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위대하신 태양신이시자 나의 아버지인 라의 말씀은 어떤 이라도 알 수 있으며 들을 수 있다.그러나 그 진리는 쉽게 얻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라오. 너를 속박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냐." 순간, 라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제 안 거냐, 라오. 죽음으로부터 부활한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 "라오, 이곳은 확실히 우리가 속한 세계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서 우리를 규제할 규칙은, 우리를 방해할 이는 없다. 설사 방해하는 이가 있다고 해도 그런 녀석은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면 되는 거다! 라오, 기억해라! 이곳이 우리가 속한 세계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하지 않을 일은 있어도, 하지 못할 일은 없다는 사실을!" 수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부활한 황제 언데드 파라오, 라오. 라오는 나와 함께하면서 수많은 정보를 접했다. 그 정보 중에는 이집트와 종교에 대한 것도 있었다. 이집트. 라오가 지배했던 대지. 라오가 잠들었던 대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대지. 하지만 이집트는 변해 있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말이다. 그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한 것 중에는 바로 종교도 속해 있었다. 위대한 태양신 라와 죽음과 부활의 신 오시리스. 영원할 것 같았던 위대한 이집트의 신들과 그들의 남긴 상징물들은 모두 과거의 영광아자, 현재 고고학적 가치를 지닌 유물로 뒤바뀌어있었다. 과연 그 사실을 안 라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난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알 수 있었다. 라오가 무엇인가 포기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과연 그것이 무엇인지, 어떤 이유 때문에 포기했는지 추측만 할 뿐,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 세계라면 뭔가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난 호루스라는 아이를 만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라오에게 호루스라는 아이를 제자로 키워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그렇지만 라오는 거부했다. 그는 이때 자신이 포기했던 것들에 대해서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라오에게 말한 것이다. 이 세상에서 포기했던 것을 이루도록 말이다. "고맙다, 형제여." 말을 마치고 얼마 가지 않아 라오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라오의 음성에는 더할 수 없는 자신감과 위엄이 서려 있었다. 라오는 나를 지나쳐 지나갔다. 호루스, 태양, 하늘의 화신의 이름을 지닌 소년을 향해서........ 크아아아아! 쾅! 쾅! 전투. 하지만 지금까지의 전투와는 상황이 달랐다. 지금까지의 전투는 성벽을 유지하기 위해서 언데드를 이용하여 되도록 성벽 밖에서 하였다. 물론 그때도 성벽을 이용하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번 전투의 방어는 모두 성벽이 전담하고 있었다. 대형 몬스터인 오우거는 비명을 지르며 성벽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에 성벽은 전투가 벌어지지 않는 낮 동안 나무와 철판을 덧댄 보수 덕에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파파팍! 크르르르! 크아아아아! 쾅! 쾅! 성벽 위에 쏘아진 스켈레톤 아처들과 병사들의 화살은 오우거의 피부를 뚫지 못하고 오히려 화를 돋울 뿐이었다. 그 외에 마법 공격도 그랬다. 성벽 위에서 사용하는 마법들은 모두 파괴력이 강한 마법 위주가 아닌 적중률과 범위가 넓은 마법 위주였다. 이렇게 각가지 마법과 병사들의 공격은 몬스터들의 화를 불러 일으킬 뿐이었다. 마치 일부로 그런 것처럼 말이다. "한나 아가씨,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수고했어, 잭. 마법사들과 기사들, 병사들은 안전하게 탈출했겟지." "이미 지하통로를 탈출하고 약속된 장소로 이동 중일 겁니다. 남은 이들은 저와 저의 혈족 일부와 다른 다섯 분들, 그리고 일부 병력 뿐입니다." 잭의 말 그대로였다. 낮 동안 성벽보수 이후 살아남은 병력은 일부를 제외하고 이무 모두 탈출한 상태였다. 그 이유는 바로 이곳을 포기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스는 준비가 끝났어?" "한나 아가씨의 지시만 기다리고 계십니다." 쾅! 쾅! 쿠쿵! 크아아아아! 취익! 취익! 키키키키키! 결국 오우거의 괴력에 의해서 비명을 지르던 성문은 파괴되어 그 조각들이 바닥을 나뒹굴기 시작했다. 쿠르르릉! 쿵! 쿵! 성벽의 일부도 무너져 그곳으로 오크와 코볼트, 고블린을 비롯한 비교적 작은 몬스터들이 성벽 안쪽으로 진입하기 시작했고, 산산조각 나버린 성문이 있던 곳을 통해서 오우거를 비롯한 트롤 같은 몬스터가 성벽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성의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보던 한나가 드디어 명령을 내렸다. "시작하죠. 한스에게 알리세요." "예, 아가씨." 한나의 말에 잭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것은 성의 중심에 있는, 한스 곁의 자신의 혈족에게 말을 걸기 위한 행위였따. 잠시 뒤, 성의 중심으로부터 무엇인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나! 성의 중심에 있는 무엇인가로 인해서 주변의 마나가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작됐네." "아가씨, 그럼 탈출하겠습니다." "응." 잭은 그대로 자신이 입고 있던 망토를 펼쳐서 자신의 품 안에 한나를 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잭의 망토의 밑단부터 천천히 흩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완전히 모습이 사라졌다. 아니, 사라졌다기보다는 뒤바뀌었다는 편이 정확했다. 원래 잭과 한나가 있던 자리에는 짙은 안개만이 자리 잡고 있었으니 말이다. 안개는 그곳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성벽의 활을 쏘고 있던 병사들의 있던 자리에도, 마법사들이 마법을 쏘고 있던 자리에도 짙은 안개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안개화. 늑대와 박쥐로 변하는 뱀파이어, 흡혈귀의 대표 능력중 하나였다. 쿠쿠쿠쿠! 취익? 크르? 크엉? 키익? 요동치는 마나, 그리고 그 요동치는 마나로 인해서 흔들리는 대지. 그에 성안으로 깊숙하게 들어온 몬스터들은 그제야 무엇인가 이사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쿠쿠쿠쿠! 촤아아아앙! 콰콰콰콰쾅! 크아아아아! 키이이이익! 꿰이이이익! 점차 지진이 잦아든 후, 성에 있는 모든 틈새에서 뻗어 나온 빛과 함께 일어난 대폭발! 그 대폭발은 성을 파괴시켰고, 성 깊숙이 들어와 있던 몬스터들은 그 폭발에 휘말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대폭발로 인해서 사방으로 퍼져나간 성과 성벽의 파편들은 미처 성으로 들어오지 못한 몬스터들까지 덮쳐버렸다. 성과 성벽을 무너트릴 정도의 대폭발이 일어난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마나 폭주!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로시아 제국의 크고 작은 영지에는 기본적으로 대항마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이 마법진은 영지의 크기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다. 그 대항마 마법진을 작은 한스, 드래곤 위저드 세트를 물려받은 한스가 변형 및 개조, 증폭하여 일부로 마나 폭주를 일으킨 것이다. 마나 폭주는 위험하지만 폭주와 함께 일어나는 폭발력은 가히 엄청났다. 사실 이미 포기해야 하는 성을 몬스터들에게, 정확히 몬스터들을 조종하는 흑마법사들에게 그냥 내줄 필요는 없었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하지만 마나 폭주는 더없이 위험한 일이었다. 마나 폭주의 범위는 상당히 넓고, 그 범위 안에 있다면 마나를 사용하는 마법사는 엄청난 내상을 입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는 한스를 시켜서 마나 폭주를 일으킨 것이다. 그로 인해서 무너진 성벽과 성의 파편에 맞아 죽은 몬스터, 그리고 성안에 들어와 마나 폭주를 직접적으로 휘말린 몬스터들의 수만 해도 수천에 이르렀다. "과연 대단하네." "가지죠, 아가씨." "응." 성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곳의 하늘. 그곳에는 놀랍게도 언제 탈줄했는지 한나를 비롯한 모두가 팬텀스티드를 타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이 탈출했던 방법은 바로 뱀파이어, 흡혈귀의 대표적인 능력인 안개화를 사용한 것이다! 뱀파이어들의 안개는 아주 작은 틈새, 공기가 출입할 정도의 아주 작은 틈새만 있다면 어디든 출입이 가능하다. 그런 안개화 능력을 이용하여 한나를 비롯한 병사들이 마나 폭주가 일어난 성으로부터 탈출한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잭과 잭의 혈족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잭의 혈족은 그 수는 다른 뱀파이어 클랜에 비해서 적다. 하지만 실력은 그들에 비해서 월등하다. 뱀파이어의 안개화 능력은 상위 뱀파이어나 특수한 재능을 가진 뱀파이어만이 사용 가능한데, 잭의 혈족에서는 전체 150명 중 무려 46명의 뱀파이어가 안개화 능력이 가능하니 말이다. 그렇게 많은 수의 뱀파이어가 안개화 능력이 가능한 것은 한나를 비롯하여 메이와 지크, 퓨리와 데인, 한스 덕분이었다. 그들 6명이 있었기에 현재의 잭의 뱀파이어 클랜이 있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실력자. 그런 실력자들이 한 달에 얼마씩 뱀파이어의 힘이라 할 수 있는 피를 제공하였으니, 잭의 혈족들이 강하지 않으려야 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잭이 자신의 혈족으로 끌어들인 뱀파이어들의 자질 역시 대단한 이유도 있지만 말이다. 잭에 의해서 뱀파이어가 된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그에게 권유를 받아 스스로 혈족이 되었다. 그들은 불치병, 사지 중 하나를 못 쓰는 불구, 치료가 불가능한 상처를 입은 사람, 혹은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혈족이 된 이들이었다. 잭은 절대로 강제로 자신의 혈족으로 만들지 않았다. 자신이 한때 강제로 뱀파이어가 됐기 때문이기도 했고, 강제로 요구하는 충성심은 스스로, 자의로 바치는 충성심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에 잭의 혈족들은 진심으로 잭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었고, 지금 까지 이야기만 들은 잭의 주인 상민, 한스에게도 충성을 바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역활을 다하기 위해서 매일같이 갈고 닦으며 수련하였다. 잭의 클랜 특징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바로 심성. 혈족으로 끌어들일 조건이 충족되면 그 대상자의 심성을 확인한다. 그 심성이 사악하다면, 어떠한 조건이 충족되거나 월등한 재능이 있다고 해도 잭은 자신의 혈족으로 끌어들이지 않았다. 그렇게 구성된 잭의 혈족. 그 혈족은 뱀파이어들 사이에서 이단아로 통했으며, 동시에 뱀파이어 로드, 프린스의 클랜을 위협하는 클랜으로 이름을 높이고 있었다. 한나는 팸턴스티드 위에서 자신을 비롯한 일행과, 병사들과 마법사들을 안개화 능력으로써 구해낸 이야기를 나누는 잭의 혈족들, 그리고 뱀파이어인 잭의 혈족과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나누는 마법사와 병사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앞을 바라보았다. 먼저 탈출한 이들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병력들이 있는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하여. "교육은 잘 되고 있는가." "영특하십니다. 저희가 가르치는 것을 모두 차근차근 받아들이실 뿐만 아니라 그 깨달음도 얻고 계십니다. 거기에 미약하게나마 위대하신 태양신 라의 힘도 받아들이고 계십니다. 과연 위대하신 파라오께서 선택하신 분답습니다." "좀 더 호루스의 교육에 신중을 기하도록. 물러가보아라." 방금 전까지 호루스에 대해서 칭찬을 멈추지 않던 제사장들과 전사장들은 고개를 숙여 보인 뒤, 천천히 뒷걸음질 쳐 막사를 나섰다. 이거 내가 엄청난 일을 벌인거 아닌가 몰라. 아이들과 여행을 시작한 지 벌써 3일. 내가 라오에게 마한 그날, 아로는 바로 호루스에게 물었다. 자신의 후계자가 되지 않겠냐고 말이다. 만약 평범한 아이라면 '예!'하고 단번에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호루스, 그 아이는 그러지 않았다. 자신의 후계자가 되지 않겠냐는 라오의 말에 호루스는 한동안 라오를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 입을 열었는데, 그 말 또한 정말 나이에 맞지 않게 진중했다. 그 말이 무엇이냐 하면, "당신이 과연 나를 채워줄 수 있겠습니까? 내가 원하는 것은 힘만이 아닙니다. 저는 힘과 함께 진리를 원합니다. 그런 저를 채워줄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 호루스, 고작 12살짜리 아이가 한 말이었다. 정말 바스와 호루스,이 두 아이의 부모가 누군지 궁금해지는 녀석들이었다. 나중에 들었지만 호루스는 아버지 없이 컸다고 한다. 어머니는 호루스와 비슷한 사막 민족으로서, 상당히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셨단다. 거기에 평범하지 않은 신분을 가진 듯, 다른 아이들이 매일같이 뛰어놀 동안 호루스는 하루에 몇 시간씩 어머니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웠다고 한다. 바스의 말을 듣고 나는, 과연 호루스 같은 아이도 만들어지는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호루스의 대답을 들은 라오. 난 라오가 크게 분노할 줄 알았다. 감히 불사의 황제, 죽음으로부터 부활한 언데드 파라오의 후계자가 되라고 하는데 그런 대답을 하니 말이다. 그에 난 급하게 라오에게 다가가 그를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다. 내가 예상했던 일은 전혀 벌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분노할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라오는 지금까지 나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행동을 했다. 그 행동은 바로 웃는 것이었다. 물론 그냥 웃는 정도면 나도 여러 번 보았다. 하지만 그때의 라오는 마치 기쁜 듯이 세상이 다 떠나가도록 웃어젖혔다. 그런 라오의 모습은 처음이었기에, 난 라오가 어딘가 이상하거나 혹은 분노로 인해서 그런 것인 줄 알았다. 그렇지만 웃음을 멈춘 라오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의 예상을 또다시 벗나갔다. "그럼 너는 나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나. 나와 함께 수천 년간 쌓여온 위대하신 태양신 라의 말씀과 진리를! 그리고 그 힘을!" 라오의 이 말은 호루스를 어린아이로서 대하는 것이 아닌, 한 명의 남자로서 대하는 것이었다. 나이에 맞지 않게 냉철하고 진중한 호루스, 그리고 그런 호루스를 한 명의 남자로서 대하는 라오. 이런 둘을 보며 난 매우 잘 어울린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엄청난 일을 벌인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렇게 한번 크게 소란을 일으킨 호루스는 결국 라오의 후계자가 되었고, 바로 후계자 수업에 들어갔다. 후계자 수업. 그것은 파라오, 이집트의 황제로서의 교육이었다. 제사장으로 하여금 이집트의 상형문자와 태양신 라의 말씀을 익히도록 했고, 전사장들로 하여금 전사로서 몸을 단련하고 힘을 키우도록 했다. 고작 3일이 되어쓸 뿐이지만, 보는 사람들이 조금 쉬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라오와 라오의 신하들, 제사장들과 전사장들은 호루스를 마구 몰아댔다. 그렇지만 호루스는 결국 그날 분량의 목표치를 모두 채웠다. 그것도 하루 종일 이동하면서 말이다. 이집트의 상형문자와 태양신 라의 말씀을 공부하고, 전사장들에게 수업을 받으며 라오와의 대련까지, 이 모든 것을 말이다. 도저히 12세 어린아이의 체력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그만한 고생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라오의 후계자가 된 이후 호루스는 다른 아이들과 전혀 다른 대접을 받고 있었다. 잠깐 쉴 때마다 미인이라고 할 수 있는 라오의 백성들에게 시중을 받고, 잠자리는 어디에서 구했는지 모를 최고급 침대에서 잤다. 라오는 이 또한 교육이라 했다. 호루스는 자신의 후계자. 그만큼 존귀한 존재. 어려서부터 그 사실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호루스는 단번에 바뀐 환경에 매우 당황스러워하기도 하고, 거추장스러워 하기도 했지만 라오의 말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노력했다. 갑자기 달라진 호루스의 환경을 보며 아이들은 매우 부러워했다. 하지만 정작 제일 분해하고 동시에 가장 부러워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의 대장이었던 바스타드, 즉 바스는 전혀 부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그래서 난 이틀째 되는 날 그에게 물었다. 분하지 않느냐고, 브럽지 않느냐고. 자신의 보좌역이었던 호루스가 저런 대접을 받는 것이. 이에 바스는 전혀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호루스와 저는 다릅니다. 저는 머리를 쓰고, 무엇인가 알아가는 것으로는 호루스를 이길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전투와 전투에 관련된 작전을 세우는 것에 있어서 호루스는 저를 이길 수 없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호루스에게 그것마저 밀릴지 모르지만요." 호루스와 자신은 다르다. 이 말을 들은 순간, 이 아이 역시 거물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녀석도 참 아까웠다. 그래서 나는 바스에게 원한다면 스승을 소개해주고, 여행을 하는 동안에 강해지는 법을 가르쳐주겠다고 말했다. 그에 바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역시나 분하긴 분했나 보다. 순순히 받아들인 것을 보니 말이다. 앞으로 바스와 호루스, 이 두 아이가 커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나는 정말 궁금해졌다. 이후 나는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바스에게 무공의 기본적인 것부터 가르쳤다.[오타있어서 수정합니다. 바스일텐데 호루스라고 적혀있네요.] 어차피 내가 무공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기본적인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그 이상 가르쳐줄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저기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부탁?" 점심 식사를 끝내고 막 출발하려는 그때, 바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바스의 뒤에는 거의 대부분의 어린 남자아이들이 서 있었다. "부탁이라. 대충 짐작은 가지만 들어보지." "동생들에게 어제부터 제가 배우기 시작한 것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역시나 내가 예상했던 것이다. 어제부터 내가 바스에게 가르친 것은 이동 중에 할 수 있는 보법. 내가 알고 있는 보법 중 하나인 가장 기본적이라 할 수 있는 삼재보였다. 그와 함께 삼재심법도 익히게 했고, 밤에는 삼재권과 삼재검법을 익히게 했다. 바스는 그것을 이 많은 아이들에게 익히게 하고 싶다고 한 것이다. 이거 난감한걸. 일단 아이들에게 삼재보와 삼재심법을 익히게 하는 것은 문제 될 것이 없다. 삼재심법은 무공 중 가장 기초적인 것이기에 위험성도 가장 적고, 삼재보다 역시 기초라 어린아이들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 우리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목적지는 일단 흑마법사들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 그런데 이 많은 아이들에게 삼재보를 가르친다면 안 그래도 느린 이동 속도가 더욱더 느려질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잠시 생각해볼 시간을 다오." 이런 나의 말에 어린아이들의 얼굴은 단번에 밝아졌다. 다만 바스만이 여전히 처음의 표정을 고수하고 나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흐음. 사실 지금까지 도보로 이동한 것은 아이들 때문이었다. 솔직히 내가 원한다면 팬텀스티드와 팬텀캐리지를 아공간에서 꺼내어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도 있었다. 다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어린아이들에게 언데드의 기운, 죽은 자의 기운은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린아이들은 약한 존재다. 주위의 언데드들의 기운만으로도 몸 상태가 나빠질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도보로 이동한 것인데 이번에 기초적인 무공을 익히도록 하게 한다면 이동 속도는 더욱 느려진다. 으음. 어떻게 해야 하지? "형제여, 가르치도록 해라." "라오."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 그 주인공은 라오였다. 라오, 가르치라니? "형제여, 아이들을 가르치도록 해라. 나 역시 돕겠다." "호루스가 부탁한 거냐?" "그렇다, 형제여." 역시나 라오는 웬만해서는 이런 일에 그런 말을 할 녀석이 아닌데, 호루스가 부탁해서 그런 것이었군. 나는 잠시 라오의 백성들에게 시중을 받고 있는 호루스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나와 눈이 마주친 호루스는 나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고, 그에 난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뭐, 어쩔 수 없지. "라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가르칠수 있는 것은 가르쳐보기로 할게." "고맙다, 형제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감사하다며 소리치는 바스와 아이들이었다. 에유. 그 후, 우리는 이동하는 방법을 달리했다. 일단 하루에 이동하는 시간을 2시간으로 줄였다. 하지만 팬텀 스티드와 팬텀캐리지 등의 언데드들을 이용하여 이동했기에 사실상 이동 거리는 훨씬 길었다. 다만 이동 시간은 태양의 힘이 가장 강한 12시부터 오후 2시로 정했고, 그외의 시간에는 수련을 하기로 했다. 그나마 그 시간대가 태양의 힘에 의해서 언데드들의 기운이 가장 약해지는 시간이니 말이다. "아빠, 기왕 가르치는 것 제대로 가르쳐보는 것 어때요?"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금영이의 말에 난 아이들 중 일부터에 마법을 가르쳐볼 생각도 하게 되었다. 뭐, 이것도 다 인연이니. 아이들의 총원은 남자아이가 31명, 여자아이가 11명으로 총 42명이다. 이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아이가 6살로 이름이 멜, 나에게 빵을 주었던 여자아이였다.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는 바스였다. 일단 난 6세이상 10세 미만의 아이는 수련에서 제외시켰다. 왜냐하면 그 아이들은 너무 어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들을 제외하고 남은 아이들은 총 25명. 남자아이가 16명, 여자아이가 9명이었다. 그중 놀랍게도 마법의 재능을 지닌 아이는 무려 5명! 5명이나 되었다. 25명의 아이 중 무려 5분의 1에 해당하는 5명이 마법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엄청난 것이었다. 마법이란 재능을 필요로 하는 학문이다. 바로 마나란 대자연의 기운을 느끼는 재능을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법사는 똑또해야 한다. 마법을 실현하기 위해서 수많은 수식을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답을 내야 하고, 마법 문자인 룬어도 익혀야 하니 말이다. 거기에 강한 정신력까지 필요하다. 그중 중요한 재능은 마나를 느끼는 재능. 그것을 무려 25명의 아이 중 5명이나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 10살이 되지 못한 아이들 중에 마나를 느끼는 재능을 가진 아이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그것을 검사라려다가 말았다. 만약 그 아이들 중 마나를 느끼는 재능을 가진 아이가 있다면 마법을 가르치고 싶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나도 마법사이니 말이다. 그렇게 조사를 마친 뒤, 나는 마법을 가르칠 아이들과 무공을 가르칠 아이들로 구분하여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3일이 지난 후, 나는 이 세계로 귀환한 뒤 처음으로 마을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을........ 휘이이잉! "조용하네요." "그러게." 스윽. 흠칫! 탁! 탁! 탁! 조용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선지 우리를 겁내고 있었다. 잠시 살펴보기 위해서 나무 창문을 열고 몰래 훔쳐보다가, 눈이 마주치자마자 놀라서 급하게 창문을 걸어 잠그는 것을 보니 말이다. "이거 이상하군. 아무래도 흑마법사들의 영역이라 그런가." "이곳에 마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형제여. 다만 사람들의 불안한 감정과 두려움이 소용돌이치고 있을 뿐이다." 라오의 말 대로였다. 이 마을에 흑마법사들의 기운은 없다. 다만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없지만 말이다. 흐음. 뭐, 일단 이동하자 이대로 가만히 서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제대로 된 식사도 하고 싶고, 제대로 된 방에서 자고 싶으니까. "자자, 모두 움직이자. 제대로 된 식사와 잠자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네!" 아이들은 너무 조용한 마을에 긴장하고 있다가 나의 말에 긴장을 풀고 기쁜 듯이 웃어 보이며 대답하고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금영아." "예, 아빠." "이 마을에 대해서 조사해줘. 부탁한다." "맡겨주세요." 슉! 곧 금영이는 자신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고, 난 먼저 앞서 간 아이들을 뒤좇아 나아갔다. 이 마을은 그렇게 작지 않았기에 다행히 여관이 존재했다. 그럼 들어가 볼까. 끼이이익. "계십니까?" "누, 누구요?" "실례합니다. 전쟁 중이라 이상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지나가던 여행객입니다. 방을 빌릴 수 있을까요. 이 여관의 방 모두요. 충분한 대가는 치르겠습니다." "피,필요..." "여보." 여관의 주인은 푸짐해 보이는 중년인이었다. 완전히 벗겨진 것이 아닌, 일명 빛나리나 활주로라고 말하는 가운데를 제외하고 양쪽에는 머리가 남아 있는 여관방 주인은 꽤 편해 보이는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 부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역시 매우 푸근하고 힘이 넘쳐보였다. 얼굴에 서린 걱정 어린 표정만 아니었다면 말ㅇ다. 여주인은 필요 없다고 말하려는 주인장의 팔을 부여잡고는 간절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난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어서 오시오. 식사는 하셨소?" "어서 오세요. 어서 들여오려무나." 주인장과 아주머니는 결국 허락하고 우리를 여관 안으로 들였다. 분명 뭔가 있다. 도대체 그것이 뭐지? 잠시 궁금증이 일었지만 이내 접었다. 일단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었다. 그간 노숙으로 인해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뭐, 그 궁금증도 곧 금영이가 온다면 해결될 것이니 문제 될 것은 전혀 없었다. 아이들이 1층 식당을 완전히 점령했을 때, 나는 주방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내가 그곳으로 들어오자 주인장과 아주머니는 깜짝 놀라했다. "죄송합니다. 혹시나 해서 들어와 봤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식재료가 부족하군요." "미안하오." "아닙니다. 지금은 전쟁 중이니까요." 내가 주방에 들어온 이유는 바로 식재료 때문이었다. 현재는 전쟁 중. 여관이라 한들 제대로 된 식재료가 있을 리 없었다. 역시나 여관 주인 부부는 난감해했다. 식재료는 그야말로 두 사람이 얼마간 버틸 수 있는 양이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일단 이것들로 요리해주시겠습니까?" "아, 아니!" "다, 당신 마법사였소?" 여관주인 부부는 허공에서 식재료들이 나오자 놀라워했다. 지금 나는 데스 로드, 죽음의 군주 세트를 여행복으로 변형시킨 상태다. 등에는 무한의 배낭을 메고 있고 말이다. 지금 내 모습은 겉으로는 부실한 짐을 지는 여행객으로 보일 것이다. 그런 여행객이 허공에서 식재료를 꺼내다니.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아공간에서 꺼낸 식재료는 미리 챙겨놓은 것이었다. 솔직히 난 요리에 그렇게 재능이 없기에 챙겨놓기만 한 것이다. 이처럼 전쟁때를 생각해서 말이다. 그 양은 내가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 거의 전부를 사용해서 사들였다. 적어도 식재료 양이 100인분은 간단히 넘지 않을까라고 생각된다. 그중 일부를 꺼내놓았다. "시,신선하구료." "이, 이만한 양의 식재료라니. 거기에 모두 최상급들이에요, 여보." "그럼 요리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간 재료는 가지고 있었지만 제대로 된 요리는 못 먹어봐서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나는 여관 주인 부부를 보지 않고 그래도 주방에서 나왔다. 잠시 후, 주방 안에서는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얼마 가지 않아 노숙 중에 먹은 음식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맛있는 냄새가 식당 안에 맴돌았다. 꿀꺽! 꼬르르륵! 아이들의 침 넘기는 소리와 뱃속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를 들으며 난 미소 지었다. 식당 칸 안에 아이들의 눈빛이, 바스와 호루스의 눈빛 역시 어린아이답게 순수한 모습이었다. 끼이이익. 그때 여관의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조금이지만 열린 문 사이로 어린아이의 모습이 내비쳤다. 아주 조금 열린 문을 통해서 아이는 안을 쳐다보고 있었다. 꿀꺽! 꼬르르륵! 식당 안에 맴도는 냄새 때문일까. 문밖의 아이는 침을 삼켰고, 동시에 배는 꼬르륵 소리를 냈다. 이미 누군가 문밖에서 보고 있다는 것을 식당 안의 아리들이 눈치 챘음에도 불구하고 문밖의 아이는 정작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아이의 상태는 며칠간 제대로 먹지 못한 것 같았다. 그리고 보이는 아이뿐만 아니라 여관 밖에 꽤 많은 수의 아이들이 있었다. 후~ 우. 뭐, 한 끼 정도야 괜찮겠지. 끼이이익! 흠칫! "밥 먹기 싫은 사람만 도망가라." 주춤. 내가 갑자기 문을 열자 아이들은 놀라서 재빨리 뒤로 돌아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한 나의 말에 아이들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멈춰 서서 정말이냐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아이들을 쭉 둘러본 뒤에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 "들어오렴. 한 끼 정도는 먹여줄 테니까. 여기 못 온 아이가 있으면 데려오고." "정말요?" "물론." "진짜로요?" "진짜로." "거짓말 아니에요?" "대지의 여신 가이아님의 이름 앞에 맹세하지. 거짓말 아니다." 이후 아이들은 몇 번이나 확인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한 아이가 용기를 내서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하나 둘씩 식당 안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결국 모든 아이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식재료를 더 꺼낼 필요가 있겠는걸. 나는 다시 주방을 들어갔다. 내가 막 주방에 들어갔을 때는 주인아주머니가 막 만들어진 첫 음식을 들고 식당으로 나가려 했다. 나는 그런 아주머니께 웃어 보이며 옆으로 비켜섰고, 아주머니는 고개를 돌리며 나의 시선을 피한 상태에서 식당을 나갔다. "왜 또 오셨소. 곧 음식들이 나갈 텐데." "그게, 이 마을의 아이들이 기웃거리기에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한 끼 정도는 먹여줄 여유는 되니까요. 그래서 식재료를 더 꺼내놓으려고 왔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나는 허공에서 식재료를 꺼내어 주방에 내려놓았다. 그런 나를 보며 주인아저씨는 뭔가 말하려다가 이내 식재료를 확인한 뒤에 음식 준비에 들어갔다. 얼마 후, 주인 아주머니가 마을의 여자들로 보이는 몇몇 아주머니들을 데리고 와 함께 주방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만들어야 하는 야잉 좀 많다 보니 도움을 청한 모양이었다. 와글와글. 웅성웅성. 달그락. 달그락. 주방에서 만들어진 음식이 나오는 대로 음식들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사라진 접시를 보며 미처 얼마 먹지 못한 아이들은 나무로 만들어진 숟가락을 입에 물고 입맛을 다시며 다음 음식이 나오길 기달렸다. 그것은 내가 데리고 온 아이들과 이 마을 아이들 구분 없이 똑같았다. 끼이이익!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식당은 순식간에 정적에 빠져들었다. 떠들썩한 식당을 순식간에 조용하게 만든 주인공은 다름 아닌 금영이었다. 금영이도 갑자기 조용해지며 식당 안 모두의 시선이 쏠리자 조금은 놀란 모양이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게 나를 향해서 걸어와 앞에 앉았다. 탁! 그때 식탁 앞에 음식이 가득 든 접시가 놓이자 아이들은 이내 다시 먹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이 식당 안의 그 누구도 나와 금영이를 주시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 어떻게 된 상황이니." "그림자를 통해서 조사해본 결과 이 마을에 약탈자들이 있는 것 같아요." "약탈자? 도적 말하는 거니?" "도적이라기보다는 정확하게는 용병이에요." "용병?" 용병. 한때 나도 잠시 한 적 있던 직업. 그 용병들이 도적질을 한단말인가. 예전 용병 생활을 할 때, 용병 중에 질이 나쁜 녀석들은 때로는 돈을 벌기 위해서 산적질도 한다고 들었는데, 그 케이스 인가. "계속 말해봐." "이 마을은 흑마법사들의 영역과 로시아 제국의 영역권 중간에 있는 그야말로 무방지 지대인데, 현재는 왜 그런지 흑마법사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어요. 그야말로 안전지대가 된 곳이죠. 근처에 작은 숲도 있기에 자급자족도 가능하고, 간혹 상인들도 출입해요.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까 말한 용병들이에요. "용벼들이 뭘 어쨌는데." "그 용병들은 이 말을과 비슷하게 흑마법사들의 영역과 로시아 제국의 영역 중간에 있는 마을, 약 다섯 군데를 번갈아가며 약탈하고 있어요. 흑마법사들은 그 마을들처럼 작은 마을에 관심이 없고, 로시아 제국군으로서는 이 마을을 건드리기가 애매한 곳이란 점을 이용한 거죠." "으음." "거이에 그 마을 사람들로서는 이곳은 고향이고, 로시아 제국군 쪽으로 가면 징병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기를 꺼려하기도 하고, 그 용별들이 로시아 제국으로 가는 것을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두말없이 아이들이 먹을 식량마저 약탈당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마을을 벗어나 로시아 제국군에 도움을 청하려던 사람이 목숨을 잃은 적도 있고요." 그랬군. 금영이의 말을 들은 뒤, 식당 안에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이 마을의 아이들의 얼굴은 내가 데리고 다니는 아이들 못지않게 말라 있었다. 이 마을의 아이들의 얼군은 내가 데리고 다니는 아이들 못지않게 말라 있었다. 내가 데리고 다니는 아이들은 그간 데리고 다니면서 제대로 음식을 먹도록 하여서 조금 살이 오른 듯해 보이지만, 어쩌면 이 마을 아이들의 상황이 더 좋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아이들은 한창 자랄 나이였다. 한마디로 매일같이 배불리 먹어도 부족한 시기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마을의 식량을 약탈하다니. 안 그대로 전쟁 중이라 식량이 돈보다 귀한 때인데, 뭔가 해야겠지. "뭔가 하려고 한다면 그만두시오." 탁! 내가 마음을 굳히고 있을 때, 주인아저씨가 나와 금영이, 라오 앞에 커다란 스테이크가 담긴 접시를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이곳은 우리의 마을이요. 우리 마을의 일은 우리가 해결하오." "하지만 이 마을의 힘만으로는 해결 못하는 일도 있는 것 같은데요." 나는 이렇게 말하며 내 앞에 놓인 커다란 스테이크가 담긴 접시를 아직 음식이 나오지 않은 아이들의 테이블로 옮겼다. 자신들의 테이블 위에 커다란 스테이크가 담긴 접시가 놓이자, 아이들은 미소 지으며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스테이크를 향해서 움직였다. 금영이는 스테이크를 보며 아쉬워했지만, 난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서 굶기를 밥 먹는 것보다 많이 하는 아이들도 있소. 전쟁 때문에 부모를 잃은 아이도 있고 말이오. 그와 비교하면 우리 마을 아이들은 나은 편이오." 주인아저씨의 말도 맞기는 했다. 나를 만나기 전만 해도 저 아이들 중 일부는 부모를 잃고 전쟁터를 떠돌면서, 하루 끼니를 떄우기 위해 사람들을 습격했으니 말이다. "당신들은 여행객이오. 여행객은 잠시 들렀다가 떠날 뿐이지만 이곳은 우리드의 고향이오. 그러니 두말하지 말고 조용히 있다가 가길 바라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주인아저씨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이런, 이런. 꽉 막힌 아저씨구만. "아빠." "응? 왜?" "어떻게 할 거에요?" "흠.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지." 한 며칠 이 마을에서 지내보도록 할까? 휘이이잉! "맛있는 냄새로군요." 팬텀스티드를 타고 날아가던 도중 한나는 바람에 실려 온 냄새를 맡고 말했다. 꽤나 높은 곳을 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냄새를 맡을 수 있었던 것은 마침 한나가 여관 주방의 굴뚝 바로 위를 날아가고 있었고, 급하게 이동하느라 그간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조금만 더 이동하시면 황제가 보낸 지원이 있는 마을에 도착합니다. 그곳에 가시면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도 하고, 목욕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아아, 어서 가고 싶다. 방금 전에 지나친 마을에서 맡은 음식 냄새, 정말 좋았어." 그렇게 팬텀스티드를 타고 한나와 일행들은 마을을 빠른 속도로 지나쳤다. 황제가 보낸 지원군과 지원 물품들이 기다리고 있을 마을로. "응?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잠시 뒤를 보던 잭은 한나의 물음에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자신이 잘못 느낀 것 같다고,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상민이 있다면 느끼지 못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잭은 몰랐다. 방금 자신이 느낀 것은 잘못 느낀 것이 아니었으며, 그 마을에 상민이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잭과 한나는 상민과 엇갈리게 되었다. 이때 상민은 마을에서 며칠간 지내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상민은 몰랐다. 바로 자신의 머리 위로 한나와 잭, 다른 일행들이 지나가고 있음을........ 제 46장 전쟁의 피해자들 (2) "하 ~암! 셰인, 아이들은 어때?" "잘 놀고 있습니다. 그래도 만약을 위해서 주변에 데스 서번트들을 배치해두었습니다. "기초무공 수련 중인 아이들은?" "예상하신 대로 바스를 제외한 아이들은 마보를 몇 분도 유지 못하고 딴청을 피우고 있습니다. 제대로 수련에 임하고 있는 것은 바스뿐입니다." 벌써 마을에서 지낸 지 4일. 여관 주인은 눈치를 주며 매일같이 뭔가 일을 벌이려고 하지 말고 떠나라고 말했고, 꼬박꼬박 숙박비도 받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에게 일부 식재료를 사기도 하고 말이다. 그 외에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 그야말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마을에 잠시 머무는 사이에도 아이들의 수련은 계속되었다. 무공을 가르치는 것은 무장을 하지 않는 셰인에게 전담시키고 있었고, 마법을 가르칠 아이들에게는 마법에 대한 흥미를 끌기 위해서 일단 마법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시전되는지 그 원리에 대해 설명해주며 가르치고 있었다. 일단 현재 나는 마을에서 어서 떠나주었으면 함과 동시에 남아주었으면 하는 인물이 되었다. 일단 떠나주었으면 하는 이유는 이 마을에 언제고 찾아올 약탈자들, 용병들 때문이었다. 이 마을에서는 그 용병들에게 일정 금액의 돈과 식량을 바치고 있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일정 금액의 돈과 식량을 용별들, 약탈자들은 보호비 명목으로 챙기고 있단다. 사실상 아무것도 안 하면서 말이다. 듣는 나로 하여금 분통터지는 일인데, 정작 당사자인 마을 사람들은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마을에 피해가 되지도 않고, 약탈자라 할 수 있는 용병들을 자극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참으로 분통터지는 일이었다. 다음으로 마을에 남아주었으면 하는 이유는 바로 아이들 때문이었다. 나는 하루에 점심 한 끼뿐이지만 아이들을 배부르게 먹이고 있었다. 아이들이 하루에 단 한끼지만 배불리 먹는다는 것. 그것은 부모들에게 더없이 기쁜 일이었다. 거기에 난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 세계는 내가 속한 세계와 다르게 문맹률이 매우 높다. 그런 이 세계에서 글을 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단지 글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장차 가질 수 있는 직업의 수는 엄청나게 늘어난다. 그런 세계가 바로 이 세계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 마을 사람들은 나를 싫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좋아했다. 아이들을 한 끼지만 배불리 먹여주고, 글을 가르쳐주니 말이다.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해놨어?" "예. 바스는 마스터가 예상한 대로 노력파 정통 검사 같은 상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검술에 대한 재능도 있고요. 다른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그런지 파악한 성향이 정확하다고 확신하지 못하지면, 몇몇 아이들은 전혀 검에 대한 재능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검을 고집학고 배운다면 어느 정도의 실력까지는 오를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니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가르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똑똑. 그때 갑자기 누군가의 노크에 셰인은 말을 멈추었고. 지금 내가 있는 이 방에 노크를 하고 올 이는 솔직히 나와 친한 이들 중 없다. 라오라면 노크라는 존재를 마치 모르는 이처럼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들어 왔을 것이고, 금영이라면 문을 열지도 않고 그림자를 통해서 이 방에 들어왔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는 말은 나와 친하지 않은 이라는 말이었다. 누구지? "자네, 있나." "아, 있습니다. 들어오십시오." 나의 방문을 두드린 이. 그는 바로 이 여관의 주인인 콜 씨였다. 어쩐 일로 이 방에 다 온 것일까? "어쩐 일이시죠? 그렇게 싫어하시는 제 방에 다 오시고요." "할 말이 있어서 왔네." "또 잔소리하러 오신 겁니까." 나는 콜 씨가 또 잔소리, 그러니까 오늘도 뭔가 일을 벌이려고 하지 말고 떠나라고 말하러 온 줄 알았지만 콜 씨는 다른 때와는 조금 다른 진지한 분위기였다. 이거 뭔가 진짜로 할 말이 있어서 온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자세를 달리했다. 반쯤 숙여져 있던 몸도 제대로 펴고 아무렇게나 헝클어져 있던 옷도 반듯하게 했다. 그런 후 콜 씨를 바라보자, 그는 마치 기달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일단 고맙네. 자네 덕분에 아이들의 웃는 어굴이 되돌아왔으니 말이다." "제가 무슨 한 일이 있다고요. 요리는 다 콜 씨와 아주머니들이 하셨잖습니까. 저야 재료를 내놓았을 뿐인걸요. 거기에 어린애들이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습니까." "아니네. 전쟁 중에는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네. 어린아이들이 라고는 하지만 그 양은 무시할 게 못 되지. 마을 전체의 아이들이 점심을 이곳에서 먹고 있으니." 언제 일부에서 전체로 바뀐 거지? 내가 눈치 못 채는 사이에 그렇게나 늘어버린 건가? "뭘요. 아이들은 지금 한창 클 때니 잘 먹어야죠." "정말 고맙네." 콜 씨는 나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고맙다고 했다. 이거 부담스러운데. "하지만 이제 이 같은 행동은 그만둬주게." "예?" "그만둬달라고 했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만두라니요?" 나는 그가 한 말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난 물었다. 어째서 그런 소리를 하는지. 왜 그만두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것 말이네. 자네의 그 행동은 고마운 일이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불안한 일이니." "불안한 일이라니요?" "자네, 이곳에 영원히 있을 텐가." "......." "설사 이곳을 떠난다고 한들 아이들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먹을 식량을 놓고 갈 수 있나. 그럴 수 없다면 그만둬주게. 자네가 하는 일은 아이들을 괴롭게 하는 일이니까. 아이들이 이 이상 풍족함이란 것을 알게 되기 전에." "......." 나는 콜 씨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 나는 이곳에서 영원히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아이들이 먹을 식량을 이곳에 놓고 떠날 수도 없었다. 콜 씨의 말대로 내가 아이들에게 풍족하게 점심 식사를 대접했던 것은 아이들을 괴롭게 하는 일일 수도 있었다. 인간이란 적응하는 생물이다. 냉혹한 추위에도, 뜨겁기 그지없는 사막의 열기 속에서도 적응해가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그런 인간이 풍족함에 익숙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당연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현재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기. 퐁족함이란 것이 당연하지 않은 시기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현재 나로 인해서 그 풍족함을 맛보았고, 그것이 길어지면 당연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갑자기 내가 떠나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전의 상황, 내가 나타나기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다. 나로 인해서 누렸던 풍족함이 사라지고, 내가 나타나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럼 아이들은 괴로워할 것이다. 나로 인한 풍족함 때문에 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이 빈곤으로, 굶주림으로, 괴로움으로 다가올 테니 말이다. 콜 씨는 그것을 알고 말한 것이다. "자네라면 나의 말을 이해했을 거라 믿네. 그러니 이제 그만 떠나주게. 자네가 떠나게 되면 아이들은 한동안 칭얼거리겠지만 곧 원래대로 돌아갈 테고, 우리 마을은 평화로울 테니까." "그 약탈자들, 용병들에 의한 불완전한 평화 말입니까. 내가 아이들에게 한 행동이 경솔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내가 떠나면 마을이 평화로울 것이라는 콜 씨의 말은 나를 자극했다. 어쩌면 그의 말에 내가 한 스스로의 잘못을 감추고 싶어 화를 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한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것은 불완전한 평화이니까. "알고 있었나? 처음부터 뭔가 꾸민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까지 알 줄은 몰랐군. 로시아 제국군에서 보냈나?"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아니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니라면 더욱 잘됐군. 조용히 마을을 떠나주게. 용병들을 자극하지 말고 말이네. 그들을 자극해봐야 피해를 입는 것은 우리 마을 사람들과 다른 마을 사람들뿐이니까." 콜 씨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말라는 표정을 하면서 말했다. 어째서 이런 것일까? 그 평화가 불완전한 평화라는 것을 알면서도,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평화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힘쓰는 걸까? 어째서 그 불완전한 평화를 타파하고 완전한 평화를 손에 넣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일까? "콜 씨, 당신은 지금 이대로의 상황에 만족하십니까." "만족하네." "아이들이 제대로 끼니도 챙겨먹지 못하는데도 말입니까." "적어도 전쟁 떄문에 부모를 잃고, 한 끼조차 제대로 못 먹는 아이들보단 낫네."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는 불완전한 평화입니다. 그대로 그렇게 유지하고 싶습니까? 지금 당장이라도 깨어질 수 있는 평화인데도 말입니다." "자네, 자네는 구 년 전쟁에 참전했나?" "구 년 전쟁에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서 참전하지 못했습니다." 콜 씨는 갑작스럽게 9년 전쟁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콜 씨의 표정은 너무도 진지하고 착잡했기에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렇군. 나는 구 년 전쟁에 참전했네. 그리고 살아남아 나의 고향인 이 마을에 돌아왔지. 구 년 전쟁, 정말 끔찍한 전쟁이었네. 난 그때 로시아 제국의 편에서 세인트 왕국, 예전에는 세인트 제국이었던 세인트 왕국의 성군과 싸웠네." "......" "참으로 끔찍했지. 성군의 창에 의해서 내 옆에 있던, 거의 내 조카 뻘 되는 아이는 배를 꿰뚫린 채 창자를 쏟고 죽어가는데, 난 그때 그 비슷한 나이의 성군의 배에 창을 꽂아놓고 똑같은 일을 하고 있었지. 그리고 그때 전투가 끝난 후, 난 내가 한 일과 내 옆에서 죽임을 당한 그 아이의 모습을 회상하며 회의를 느꼈네. 이 전쟁에 대해서. 다시 전쟁터에 나가기 싫었네. 하지만 나가야 했어, 전쟁터에서 명령을 어기는 것은 곧 자살행위니까. 나는 몇 번이나 목숨을 잃을 뻔했으면서도 살아남았네. 구 년 전쟁, 난 그 전쟁을 겪으면서 정말 많은 것을 보았네. 어제만 해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동료가 어느새 죽어서, 아군의 네크로맨서에 의해 좀비가 되어 성군을 향해서 달려드는 모습도, 고향에 딸과 임신한 부인이 기다리고 있다는 젊은 병사가 세인트 제국 성기사의 디바인 오러가 가득한 메이스에 의해서 머리가 박살나는 것도 보았네. 그뿐인 줄 아나. 세인트 제국의 여성 신관을 잡아와 병사들로 하여금 능욕하게 한 끝에 스스로 모시게 했던 신을 모욕하게 하고, 신성을 잃게 한 뒤에 세인트 제국으로 돌려보내는 것도 보았네. 이 두 눈으로! 이 두 눈으로 모든 것을 보았단 말이네!" "...." 콜 씨의 이야기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로시아 제국의 병사들로 인해서 신성을 잃어 세인트 제국의 성군으로 돌아간 뒤에 다시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 그 여신관의 목이 매달린 창이 가장 선두에 선 것을 보았다고 말했고, 전투에서 이겼을 때 세인트 제국의 마을을 약탈하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여자이면 능욕한 뒤에 죽이고, 남자라면 아무 이유도 없이 죽이는 것을 수없이 봐왔다고 했다. 그 반대로 전투에서 졌을 때 성군이라는 이름을 쓰면서도 로시아 제국군이 세인트 제국의 마을에서 했던 일을 그대로 행하는 것을 숨어서 지켜보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야말고 콜 씨는 전쟁을 통해서 인간의 가장 추악한 모든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 지겨운 구 년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은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지 아나? 수백, 수천 명의 동료와 적군의 죽음으로 얻은 로시아 제국군의 백인장이라는 지위와 적군과 아군의 피로 물든 손과 검, 그리고 지독한 죄책감과 회의였네." "......" "전쟁이 끝나고 나는 매일같이 악몽을 꿨지. 내 손에 죽은 이들의 모습이 차례차례 나타나고, 나의 숨통을 조여 왔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까지 갔네. 거의 목숨이 다해간다고 느꼈을 때 나의 눈에 비친 것이 무엇인 줄 아나? 바로 이곳, 나의 고향이었네. 전쟁 때문에 잊고 있었던, 죄책감으로 인해서 잊고 있었던 고향이었네. 고향을 떠올린 뒤 난 조금씩 기운을 차릴 수 있었네. 그런 뒤에 난 백인장의 자리에서 내려왔네. 그러니 퇴직금을 주더군. 난 그 돈을 신전에 맡겼네. 그리고 용서받길 청했네.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말일세. 그리고 난 바로 고향으로 떠났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내 부인을 만날 수 있었네." "....." "신전에 용서를 빌고, 피로 물든 손으로 번 돈을 모두 기부한 효과가 있는 것일까. 나는 조금씩 안정되어갔지. 다른 왕국들이 전쟁을 벌인다는 소문이 들려왔지만 그것은 나와 상관없었네. 나는 무시했네. 일부로 전쟁의 소식을 들으려 하지 않았고, 그러기 위해서 눈과 귀를 막았네. 그런데 결국 또 전쟁은 나를 부르더군. 흑마법사들이 일으킨 전쟁이 말이야. 하지만 난 가지 않았네. 전 백인장의 지위를 이용해서 말이야. 크크크.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러게 전쟁에 대해서 회의와 죄책감을 느끼면서 전쟁에서 얻은 백인장의 지위를 가지고 징병을 피하다니 말이야. 크크크." 콜 씨는 웃었다. 그리고 동시에 울었다. 콜 씨의 영혼은 전쟁으로 인해서 큰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그 영혼의 상처는 콜 씨 스스로가 낸 상처였다. 그 상처는 콜 씨가 가지는 죄책감이, 자책감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계속될 상처인 것이다. 나는 그것을 이제야 알아볼 수 있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전쟁의 피해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째서 콜 씨가 불완전한 평화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불완전하지만 유지되는 평화. 그것은 정말로 소중한 것이었다. "자네, 그거 아나. 우리 마을의 남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말이네. 한 명! 바로 나 한 명이네! 나를 제외하고 모두 징병된 것이네. 아니, 징병되었다기보다는 끌려갔네. 빌어먹을! 빌어먹을! 내가 돌아왔을 때도 남자라고는 아직 성년식도 치르지 못한 아이들뿐이었네. 그런데 빌어먹을 로시아 제국은 모두 데리고 갔네! 끌고 갔단 말이네! 젠장! 만약 아까 자네가 로시아 제국군에서 보낸 사람이라고 대답했다면 난 어떤 수를 써서라도 자네를 죽였을 거네! 반드시!" 콜 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붉게 충혈된 눈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는 또다시 자신을 상처 입히고 있었다. 자신의 영혼을 죄책감이란 날카로운 검으로 말이다. 그렇게 나에게 말하면서 몇 번이나 자신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는 콜 씨를 보며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애초에 하려던 말. 대항하라고, 다른 마을 사람들과 힘을 모아서 이 불완전한 평화를 타파하고 완전한 평화를 손에 넣으라고 하려던 말은 나의 마음속 깊숙한 곳으로 숨겨버렸다. 이렇게 상처 입은 사람에게 그 말은 더욱더 큰 상처를 입힐 뿐이니까. 난 그렇게 스스로 상처 입히고 있는 콜 씨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힘을 사용했다. 스스로 영혼에 상터를 내는 콜 씨. 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영혼을 보듬어주는 일뿐이었다. "크읍. 내가 추태를 보였군. 내가 왜 자네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군. 자네라면 내 말을 잘 알아들었을 거라 믿네. 되도록이면 빨리 떠나주게." 콜 씨는 얼굴을 붉히면서 내 대답도 듣지 않고 방을 나갔다. 후~ 우. 어떻게 해야 하지. "마스터,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콜 씨가 들어왔을 때부터 숨어있던 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콜 씨가 한 이야기 다 들었을 텐데 뭘 물어. 고민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후~ 우. 어떻게 해야 하지. 콰광! 히이이잉! "으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악!" 상민이 있는 마을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 있는 마을. 그곳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로시아 제국군, 한나가 지휘하는 병력과 말을 타고 무방비 지대의 마을을 약탈하던 약탈자, 용병들과 말이다. "도망쳐라! 도망쳐!" "단 한 명도 놓치지 마라! 저런 놈들은 인간쓰레기야! 살 가치도 없어!"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물론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쪽은 한나의 병력이었다. 무방비 지대에서 약탈을 행하는 용병의 수는 무려 천여 명. 물론 이들 전부가 용병은 아니다. 이 중 진짜 용병은 아주 일부뿐이고, 대부분은 9년 전쟁과 정복 전쟁의 탈영병들로 이루어진 대규모의 도적집단이었다. 이들이 천 여명이나 됨에도 불구하고 토벌당하지 않고 토벌 이전의 그 숫자를 유지할 수 있던 것은 전쟁으로 인해서 왕국들의 힘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고. 거기에 흑마법사들이 모습을 드러낸 상태라 그들을 토벌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의 주 활동무대는 주로 전투가 벌어지지 않는 무방비 지대였기에 안전하게 수를 불려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수를 불려가고 힘을 키운 그들의 수는 어느새 천 여명에 이르렀고, 대규모 도적집단으로 변모하여 왕국에서도 섣부르게 건드릴 수 없게 되었다. 그런 그들은 더 이상 일방적인 약탈을 선택하기보다는 일정 마을을 순회하며 일정량의 상납금과 식량을 받는 것을 택했다. 확실히 그 방법이 정기적으로 일정한 이익을 얻을 수 있기에 좋았다. 그런 그들 중 약 백여 명이 한나와 그 병력이 머무는 마을에 들이닥쳤다. 원래 정기적인 상납일이 정해져 있었지만 그들은 딴마음을 먹은 자들, 딴 주머니를 차러온 자들이었다. 그들은 운이 나빴다. 하필이면 한나가 그 마을에 묶고 있을 때 딴 주머니를 차러왔으니 말이다. 한나를 비롯하여 로시아 제국의 병사들은 사실 되도록이면 전투를 피하려고 했다. 워낙 오랜만에 갖는 휴식이고, 제대로 된 식사와 잠자리를 하게 되었기에 단 며칠만이라도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를 잊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은 한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모든 화의 근원은 입이 라는 말이 있찌 않은가. 이번 전투의 발단도 그랬다. 평소 같았으면 조용히 상납금보다는 훨씬 적은 딴 주머니를 챙겨서 갔을 도적들의 눈에 바로 한나와 메이가 비친 것이다. 그 당시 한나와 메이는 매우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그간 전투를 벌이느라 하지 못했던 샤워를 매일같이 할 수 있었고, 방금 전에도 같이 샤워를 마치고 맛있는 식사까지 한 이후였기에 그 기분은 최고조였다. 하지만 그 기분은 그 도적들 중 누군가의 말에 의해 단번에 깨져버렸다. "호~ 오! 이런 깡촌에 이렇게 반반한 계집들이 있다니. 여행객인가. 후후후. 촌장! 저 계집도 바쳐라! 내 말을 거역하면 그 대가는 알고 있겠지? 크크크." 이런 도적의 말에 의해서 말이다. 이때 촌장은 어떻게든 무마해보려고 했다. 웃돈을 챙겨줘서라도 말이다. 촌장은 곧 마을 사람들과 로시아 제국 쪽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로시아 제국군의 병력을 마을에 주둔시켰던 것이다. 그렇기에 도적이 말한 여자가 누군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현재 마을에 주둔하고 있는 로시아 제국 병력의 지휘관, 대장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평소 같았으면 도적들도 웃돈을 챙기고 그냥 물러났을 것이다. 여행객은 웬만해선 건드리지 않았다. 그것이 용병단을 지향하는 도적단의 모티브였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때 그는 조금 취한 상태였다. 거기에 생각보다 많은 상납금에, 보다 많은 돈을 챙길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도 최고였기에 그렇게 행동한 것이다. 한나는 도적의 말을 참으며 그대로 다시 여관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렇지만 뒤이어 벌어진 일로 한나로 하여금 분노하게 만들었다. 퍼억! "이 영감탱이가! 누가 돈을 달라고 그랬어!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 퍽! 퍽! 퍽! 도적이 한나와 메이를 내놓으라며 촌장을 패기 시작한 것이다. 촌장의 나이는 겉모습만 봐서 60세는 거뜬히 넘어 보였고, 도적의 나이는 많이 봐줘봐야 겨우 30대 초반이었다. 이 세계에는 60세 이상, 머리가 백발이 될 때까지 살아남는 이가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도적이라 한들 머리가 백발이 될 때 까지 살아남은 노인에게 이렇게 대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그 도적은 감히 촌장을, 노인을 패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서 한나는 결국 분노를 터트렸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일단 수에서부터 한나의 병력 쪽이 3배 이상 많았다. 그뿐인가. 한나의 병력은 흑마법사들과 흑마법사들이 조종하는 몬스터를 상대로 살아남은 백전노장들이었다. 거기에 그들이 갖춘 장비들 역시 도적들의 장비와 비교해서도 월등했다. 실력과 장비, 병력의 수, 거기에 병력의 구성원까지 엄청난 차이를 보였으니 도적들과 한나의 병력의 전투가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한나의 병력은 도적들을 끝까지 추적하고 주살한 뒤에야 전투를 멈추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은 게릴라 부대라고 할 수 있었다. 게릴라 부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 그 정보에는 자신들의 위치 정보도 포함되어 있다. 일단 전투를 시작한 이상 자신들의 위치가 남지 않도록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도적들을 마지막 한 명까지 추적하여 주살한 것이다. "잭, 마을 사람들은 어때?" "갑작스러운 전투로 인해서 겁은 먹긴 했지만 괜찮습니다. 구타를 당하신 촌장님은 지크님을 비롯하여 데인님이 치료하고 계십니다. 나이가 워낙에 많으신지라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뼈는 부러진 것 같지 않으니 금방 회복하실 겁니다." "그더 다행이네." 잭의 말을 들은 한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내 착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무래도 일정을 앞당겨야겠지?" "예,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거기에 이번 기회에 마을 사람들도 이동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도적단은 상다한 규모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일부 병력을 차출해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떠나게 하도록 해. 합류 지점은 나중에 통신마법으로 전해주고." "예, 아가씨." 잭은 대답한 뒤에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때는 아무도 몰랐다. 오늘 한나와 그 병력들이 벌인 일로 인해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떤 위험이 한나와 모두에게 다가올지..... 콜 씨에게 그 이야기를 들은 지 벌써 일 주일. 그날 이후 난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았다. 아이들의 교육도 셰인과 보를에게 맡겨버렸다. 거기에 그간 아이들에게 한 끼를 사주는 행위도 오늘은 하지 않았다. 정확히 아이들에게 점심을 주지 않은 것은 3일 전부터다. 4일간 천천히 아이들에게 주는 점심 식사를 줄이고 3일 전에는 완전히 그만두었다. 아이들은 칭얼거렸지만 마을의 어른들, 아주머니들 덕분에 곧 수습되었다. 상황은 예전으로, 내가 이들에게 점심 식사를 주기 이전으로 돌아갔을 뿐이니까. "아빠, 이렇게 방 안에만 있는 거 안 심심해요?" 내 옆에서 금영이가 어린아이 모습으로 칭얼거린다. 이 방 안에만 있는게 심심하지 않냐고? 나는 그런 금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어 보였다. 하긴 금영이도 심심할 것이다. 그날 이후 벌써 일주일째 내 곁에만 있었으니 말이다. "금영아." "응? 왜요? 아빠." "모두에게 전하렴. 모두 떠날 준비를 하라고." 벌떡! "정말요?" "그래." 나의 말에 금영이는 그대로 몸을 벌떡 일으켜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어진 나의 대답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의 모습 대신 성인의 모습으로 바꾼 뒤 곧장 밖으로 뛰어나갔따. 어지간히 심심했던 모양이네. 그간 아이들도 충분히 쉬고 어느 정도 기본도 쌓였을테니 여행하는 데는 문제없을 것이다. 사실 이 마을에서 쉬는 것은 예정에 없었던 일이다. 10일 무려 10일이나 시간을 소비한 것이다. 뭐, 어차피 조금만 이동하면 로시아 제국의 영역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상관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한나는 잘 있을까? "아빠 모두에게 알리고 왔어요!" "아아, 수고했다." "헤헤헤. 적어도 점심 먹고는 출발할 수 있게 준비해놓은대요." "그래그래." 모두에게 알리고 온 금영이는 다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와 나의 품에 안겼다. 나는 그런 금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전쟁. 인류는 전쟁을 하면서 진보해왔다. 전쟁이란 역경을 넘어 오면서 말이다. 전쟁이란 것을 난 경험해보지 못했다. 솔직히 전쟁이란 것은 우리 세계에서는 막연하게 인터넷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단어다. 내가 속한 세계에는 전쟁은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니 말이다. 물론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TV를 통해서 접하는 나와는 아주 먼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접한 전쟁, 물론 직접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그저 전쟁의 피해자들을 보았을 뿐이니까. 전쟁으로 인해서 부모를 잃고 살아남기 위해서 한데 모이고, 살아가기 위해서 여행자들을 습격해온 아이들. 전쟁에 참전하여 살기 위해서 다른 이를 죽이고 누군가 죽였다는 것에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콜 씨. 거기에 징변된 가족. 남편과 아들, 손녀가 혹여나 살아 돌아올까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기다리는 마을 사람들. 지금까지 내가 본 전쟁의 피해자들이었다. 물론 전쟁의 피해자들은 이들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들보다 더한 이들도 분명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후~ 우." 머리가 아파왔다. 지난 일주일간 고민해왔다. 이 전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하고 말이다. 나는 멍청하게 다짜고짜 평화를 부르짖을 생각은 없었다. 흑마법사들로 인해서 전 대륙으로 확장될 수 있는 전쟁이다. 그런 전쟁에서 무조건 평화를 부르짖는 것은 멍청한 일.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나는 상당한 실력의 네크로맨서. 아마 대륙 제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네크로맨서, 시체 조종자, 죽음으로써 생명을 이해하고 불노불사를 꿈꾸는 자.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일단 네크로맨서는 사람의 신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니 부상자를 치료할 수 있다. 거기에 각종 공격마법도 능하고, 일 대 다수의 전투나 전쟁에서는 특히 더 두각을 드러낸다. 결국 네크로맨서가 전쟁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되는 방법은 2가지 중에서 전투에 참여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아주 간단한 결론이지만, 이 결론을 내는 데 난 무려 일주일이나 걸렸다. 한심하게도 말이다. 나는 전쟁에 참여한는 것을 망설였는지도 모른다. 일단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면 누군가를 죽이는 것을 더 이상 피할 수 없다. 물론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내가 속한 세계, 즉 현대에서라면 살인마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람을 죽였다. 그런 내가 망설인 것이다. 전쟁에 참여하는 것을, 전쟁에 참여하여 누군가를 죽이는 것을 말이다. 이 고민은 당연한 것이었다. 살인. 그것은 누구나 피하고 싶은 것이니 말이다. 만약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미치거나 살인에 중독된 사람일 것이다. 아니면 자신이 살인을 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살인. 그것은 누구나 피하고 싶고, 했다고 한다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전쟁에서는 그것이 당연해진다. 살인. 누군가를 죽이지 않으면 나 자신이 죽으니..... 물론 살인이 전쟁이란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결국 난 그런 전쟁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일주일간의 고민 끝에 말이다. 나 한 사람이 대륙 전체에 일어날 전쟁에서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난 노력할 것이다. 사람들에게 살아 있는 악마라고 불리고 공포와 경멸에 찬 눈빛을 받을지언정,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 잔인해질 것이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 테니까. "아빠......." "아, 걱정하지 마. 아빠는 약한 사람이 아니야. 거기에 내 곁에는 너도 있고." 나의 마음을 읽은 금영이는 걱정 어린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고, 난 그런 금영이에게 활짝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렇다. 내 곁에는 금영이가 있었다. 거기에 나를 믿고 따라줄 동료들도 있었다. 한나와 메이, 금영이, 지크 형과 퓨리, 데인, 그리고 한때 같이 여행을 하고 나를 동료로서 받아들여준 평화 용병단의 동료들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평화 용병단과 헤어져 못 만난 지 꽤 오랜 기간이 지났다. 용병 길드를 통해서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으면서 나는 그간 용병 길드에 가지 못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나면 그곳에 가봐야겠다. 아마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간 제대로 연락도 안 했으니 말이다. 평화 용병단. 그들에 대한 걱정은 없다. 그들을 믿기 때문이다. 그들은 분명 나에게 약속했다. 내 앞에 당당하게 나타날 실력을 갖추고 만나러오겠다고. 그때 함께 술을 마시자고 말이다. 그런 그들을 난 믿는다.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말이다. 똑똑. "아, 누구세요." "나네. 모두 기다리고 있네. 식사하러 내려오게." "아, 예. 곧 내려가겠습니다." 방문을 두드린 사람은 바로 콜 씨였다. 내가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어느새 점심 시간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럼 내려가볼까. 방문을 나서기 전 금영이는 다시 아이에서 성인으로 모습을 바꾸었고, 함께 식당이 있는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는 금영이가 미리 알려 아이들이 여행 준비를 끝내고 모두 앉아 있었다. 아이들은 10일간 마을에서 편하게 지내서인지 전과 비교해서 살이 찐 것 같았다. 하지만 적당하게 살이 올라 오히려 보기 좋았다. "어서 오게." "아, 예." 그때 막 콜 씨가 주방에서 음식을 내오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새끼 돼지 바비큐. 내가 꺼내놓은 식재료 중에 없는 재료로 만든 음식이었다. 그러고 보니 탁자 위에는 내가 아저씨에게 꺼내놓지 않은 식재료로 만들어진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자네에게 신세진 것도 있고, 떠난다고 해서 준비한 것이네. 자, 어서 들게.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나." 콜 씨의 말대로 아이들은 어쩐 일로 자신들의 눈앞에 놓여 있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음식에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콜 씨가 기다리도록 하게 한 모양이다. 잠시 뒤에 내가 자리에 앉고 음식에 손을 대자, 아이들은 기달렸다는 듯이 음식을 향해서 포크와 나이프를 휘둘렀다. 그럼 그렇지 아이들은 거의 필사적일 정도로 자기 몫의 음식을 챙기기 위해서 포크와 나이프를 휘둘렀다. 나는 그런 아이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다만 이 미소는 예전과 다른 씁쓸한 미소였다. 예전이었다면 그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을 테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이들을 전쟁의 피해자라고 생각하게 된 이후 저런 아이들의 행동이 살아남기 위한 행동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미소 짓지 말게." "콜 씨." "아무래도 내가 자네에게 쓸데없는 말을 한 모양이구나." "......" "자네는 나의 말 때문에 과거에 사로잡혀 현재를 바라보는구만. 자네는 저 아이들의 얼굴이 보이는가." "예." "어떤가." 콜 씨의 말에 난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서로 자기 몫의 음식을 챙기기 위해서 힘쓰는 아이들, 그리고 자신이 챙긴 음식을 먹는 아이들, 그리고 많이 챙기지 못해서 조금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아이, 보통 아이들과 다르게 자신보다 어린아이의 음식을 챙겨주는 아이까지 모두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아이들의 표정을 모두 같았다. 웃고 있었다. 해맑게, 깨끗하게, 더없이 순수하게 웃고 있었다. "어떤가. 역시 아이들은 웃고 있을 때가 가장 어린아이답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러네요." 확실히 콜 씨의 말대로 아이들은 웃고 있을 때가 가장 어린아이다웠다. "저런 아이들의 미소. 그때 내가 미처 말하지 못한 평화를 유지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라네. 난 저 아이들의 미소를 지켜주고 싶네. 신께서 내게 허락하는 시간 동안만이라도 말이네." "그러시군요." 알지 못할 이 느낌은 무엇일까? 콜 씨의 말에서 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지만, 난 나를 향해서 웃어 보이며 말하는 콜 씨를 보며 가볍게 그 느낌을 넘기고 대답했다. "자네, 꽤나 이름이 알려진 자겠지. 그리고 강하겠지. 아공간까지 가지고 있으니 말이야." "알고 계셨습니까." "물론. 예전에 말했다시피 난 로시아 제국의 백인장까지 올라간 사람이네. 그런데 6써클 유저만이 가질 수 있는 아공간에 대해서 어찌 모르겠나. 단지 자네가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서, 또 알고 싶지도 않아서 말하지 않은 것뿐이었네." 그런 거였나. 확실히 로시아 제국의 백인장이라면 상당히 높은 위치이니 아공간 마법을 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로시아 제국에는 마법사 학파의 본단이 이 무려 세 곳이나 있으니 말이다. "나는 전장에서 수많은 마법사를 만났지만 자네처럼 젊은 6써클 마법사는 본 적이 없네. 아마도 이대로 로시아 제국 측에 간다면 자네는 상당한 지위를 얻게 되겠지." "아마도 그럴 겁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로시아 제국군의 중추에 서게 될 것입니다.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의 실력자이니까요.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겠나." 이 순간 난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기백을 콜 씨로부터 느낄 수 있었다. 콜 씨는 솔직히 약하다. 내가 소환할 수 있는 진화하지 않은 스켈레톤 워리어 하나만을 소환해도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로부터 느껴지는 기백은 그야말로 일당백! 아니, 그 이상으로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 "제가 가능한 일이라면 들어드리겠습니다." "고맙네." 이후 콜 씨의 기백은 애초부터 없었다는 듯이 곧바로 사라졌다. 이거 괜히 로시아 제국의 백부장까지 올라간 사람이 아니란 거로군. "대단하시군요. 그런 기백이라. 기백만이라면 소드마스터도 이기고 남으실 것만 같군요." "칭찬이 과하네." "아닙니다. 실제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제 이름과 명예를 걸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자네 이름을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들어봤군." 그러고 보니 그랬다. 지금까지 라오는 나를 형제라고 부를 뿐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금영이도 나를 아빠라고 부를 뿐이었다. 거기에 아이들은 아저씨, 오빠, 선생님, 스승님 등으로 부르니 나의 이름을 콜 씨가 알 리가 없었다. 어쩌면 나에게 가르침을 받는 아이들 대부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하하! 이런 낭패가 있나. "지금까지 말씀 안드렸군요. 저는 한스라고 합니다. 성이 있습니다만 사정상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뭐, 괜찮네. 한스라, 친근한 이름이로군. 나도 정식으로 소개하지. 콜이라 하네." 그렇게 우리는 만나고 10일 만에, 그리고 떠나기 직전에 자기소개를 하며 악수를 했다. 직접 닿은 콜 씨의 손. 나는 그 손에서 알지 못할 느낌을 받았다. 이 느낌이 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내가 알고 있는 느낌과 비슷했다. 이 느낌은 도대체 뭐지? "자네, 왜 그러나?"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저에게 하실 부탁이란 것이 뭔지." 나의 이 말에 콜 씨는 방금 전까지의 사람 좋은 미소 대신 나에게 보여준 기백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 아닌 내면으로 숨어든 상태로 돌입했고, 난 진지한 눈으로 콜 씨를 쳐다보았다. "아까 말했다시피 자네는 로시아 제국으로 찾아가게 된다면 꽤 높은 지위에 오르게 되겠지. 자네 같은 젊은 나이에 6써클에 오른 이는 드무니까." "아마도 제가 원한다면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 나는 웬만하면 자네가 보다 높은 지위에 올라갔으면 좋겠네. 자네는 강하고 젊으니 자네에게 부탁하겠네. 어쩌면 쉬울 수도, 도리어 매우 어려운 일일 수도 있는 일이네. 저 아이들의 미소를. 적어도 자네 눈에 들어오는 이들의 미소를 지켜줄 수 있겠나." 콜 씨의 말 그대로 그 부탁은 가장 쉬운 일이었고, 동시에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미소를 지킨다는 것은 그랬다. 나는 나의 눈을 정면에서 어떠한 흔들림도 없이 쳐다보고 있는 콜 씨를 조용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뒤 아이들이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들을 모두 먹고, 잔뜩 먹은 아이들은 배를 두드리고, 적게 먹은 아이들은 내 앞의 새끼 돼지 바비큐를 노리고 있을 때쯤 입을 열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적어도 제 눈앞에 있는 이들의 미소를 위해서 노력하겠다고요." "와~!" 말을 하면서 난 내앞에 놓인 새끼 돼지 바비큐를 입맛을 다시고 있는 아이들에게 주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단지 이런 음식만으로도 얼굴 가득 떠오르는 미소. 과연 이 미소를 지킬 수 있을지는 나 자신도 모른다. 하지만 노력할 것이다. 이 깨끗하고 순수한 미소를 지키기 위해서. "좋은 선택을 하셨습니다." "당연한 선택이지. 다만 난 시기를 기다렸을 뿐. 내 몸값이 최고조로 오르는 시기를 말이야." "이거 한 방 먹었군요." 성의 중앙 홀, 흑마법사와 몬스터들이 쳐들어왔을 때 살아남기 위헤 최대한 몸을 사리라는 황제의 지시 때문에 대항마 마법진을 파괴하고 탈출한 이 지역의 영주성. 그 영주성의 중앙 홀에서는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거만하게도 성의 전 주인인 영주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양옆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죽은 흉악한 외모를 지닌 인물 두명이 서 있었다. 만약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면 수십 명은 죽였을 눈빛이다. 물론 그들이 강한 것은 눈빛마만이 아니었다. 그 둘은 모두 소드익스퍼드 상급. 검을 사용하지 않은 이들 중 드물게도 높은 경지에 오른 실력자였다. "그나저나 저 두 분도 대단하군요." "이 녀석들은 내 자랑이니까. 후후후." 영주의 좌석에 앉은 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말 그대로 양옆의 두 남자는 그의 자랑이었다. 9년 전쟁이 시작되기 이전, 아주 우연히 손에 들어온 녀석들이었다. 그런 두 녀석들을 지금까지 가르치고, 실전에서 죽지 않도록 보듬으며, 있는 돈 없는 돈까지 다끌어 모아서 이 2명에게 투자했다. 그렇기에 현재의 이 둘이 있을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둘을 가르치며 그는 경지를 뛰어넘을 수 있었고, 현재의 위치에 올 수 있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자신의 몸값이 최고조로 오르는 그때를..... "그럼 나중에 뵙기로 하겠습니다." "그러지. 배웅 나가지 않겠네." 그 후 영주의 좌석에 앉아 있는 이 앞에 있던 검은 로브의 마법사, 흑마법사는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흑마법사가 사라진 지 한참이 지난 뒤, 그 자리에 남아 있는 남자 중 영주의 좌석의 오른쪽에 있던, 덩치에 걸맞게 거대한 도끼를 쓰는 남자가 입을 열었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 겁니까, 아버지." "걱정이 되느냐, 테일." "테일, 아버지가 하신 선택이다. 아버지의 선택이 틀릴 리 없어. 설사 틀렷다 한들, 우리는 끝까지 따른다고 맹세하지 않았던가." "알고 있어, 에일." 테일의 말에 왼편에 선 에일이 조금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테일과 에일. 이것이 둘의 이름이었다. 이 둘을 보며 가운데에 앉아 있는 이는 미소를 지었다. 이 둘은 자신의 자랑. 자신의 자랑스러운 아들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 둘만 있다면 이번의 선택이 잘못되어도 어떻게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몇 번이나 다시 속으로 되뇌었다. 그만큼 이번 선택은 그에게도 도박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빈손으로 갈 수 없으니 선물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겠구나." 번뜩! 서로를 노려보고 있던 둘은 그의 말에 눈을 번뜩이며 미소를 지었다. 더없이 잔인한 미소를..... 제 47장 깨어진 불완전한 평화 "잘 가게." "안녕히 가세요! 아저씨!" "안녕히 계십시오. 잘 있어라. 엄마 말 잘 듣고." "예!" 떠나는 우리를 위해 콜 씨를 비롯하여 몇몇의 아이들, 나에게 글을 배운 아이들이 배웅을 나왔다. "약속 잊지 말게." "걱정 마십시오." 콜 씨와 내가 나눈 약속. 그것은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 비록 힘들겠지만 말이다. 이후 우리는 마을에서 구입한 마차를 타고 마을을 벗어났다. 사실 구입했다기보다는 얻었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그야말로 거저로 얻었으니 말이다. 나와 함께 마을에서 지낸 아이들은 42명. 그렇게 많은 수의 아이들과 어떻게 마차 없이 여행했냐며 콜 씨가 직접 나서서 마차를 구해주셨다. 덕분에 아이들은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고, 마차를 타는게 뭐가 좋은지 마차 안에서 연신 웃고 떠들었다. "아빠, 정말 이대로 가도 되겠어요?" "우리가 손을 쓰는 것을 콜 씨가 바라지 않으시니까 어쩔 수 없지." 금영이는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나 콜 씨는 내가, 우리가 섣부르게 뭔가 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이 평화가 유지되길 원했다. 그 평화가 불완전하여 언제 깨어질지 모른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대로 혹시 모르니까 그 도적들 토벌하는 게 어떨까요? 아빠의 힘이면 얼마든지 가능하잖아요. 생존자 한 명도 안 남기고 말이에요." "나도 생각 같아서는 그러고 싶어 . 하지만......" 나도 사실 도적들을 모두 처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금영이의 말대로 난 생존자 하나 안 남기고 모두 처리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자리에 있는 도적들이라면 말이다. 모든 도적들이 본거지에 몰려 있다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잔존 세력의 경우 남은 도적들은 지휘관을 잃고 마음대로 활동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콜 씨가 유지하고자 하는 불완전한 평화는 여지없이 깨져버릴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그 도적들은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흑마법사들의 집단인 암흑 제국과 로시아 제국과 말이다. 금영이의 조사에 의하면, 그 도적집단은 거대세력이라 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암흑 제국 쪽으로 붙으면 로시아 제국이 곤란하고, 로시아 제국에 붙으면 암흑 제국에서 곤란한 계륵같은 존재인 것이다. 거기에 그들은 암흑 제국과 로시아 제국의 경계선에 본거지를 틀고 있기에 더더욱 문제였다. 경계선에 있다 보니 어느 쪽에서도 섣부르게 토벌군을 보낼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지금까지 존재해 올 수 있었고, 힘을 키워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수가 무려 천 여명이 된다 하니, 그들이 한데 모여 있지 않은 상태에서 본거지를 토버한다 해도 상당한 수의 도적들이 살아남는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들 도적의 우두머리는 도적들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기에 오히려 지금 이대로 두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아빠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 "고맙다, 금영아." "그나저나 금영이란 이름 말이야, 이곳에는 안 어울리지 않아? 아빠! 나 이름 하나 더 지어줘!" "아앗! 금영아! 마차 기울잖아! 떨어져! 떨어져!" "형제여, 제대로 운전할 수 없겠나. 마차 안에 있는 아이들이 불안해한다." "미, 미안." 장난스럽게 이 세계에 걸맞는 이름을 지어달라며 엉겨 붙는 금영이 때문에 마차는 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약간 길을 벗어나게 되었다. 길을 벗어나 울퉁불퉁한 길을 가게 되자 마차 안의 아이들이 무서워 했기에 나는 라오의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크윽. "헤헤헤." "하~ 아. 내가 너를 어떻게 이기겠냐." 어느새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바꾼 채 혀를 내밀며 웃는 금영이를 보고 난 한숨을 내쉬었다. 옛말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하지 않는가. 에유. 내가 당하고 살아야지 누가 당하고 사냐. 그나저나 진짜로 새로운 이름을 생각해봐야겠는데. 금영이란 이름은 확실히 이곳에서는 어울리지 않아. "결국 떠났군." "콜 아저씨! 밥 주세요! 밥!" "이 녀석들아! 점심 먹은지 얼마나 됐다고 또 밥이야!" "헤헤헤!" 콜 씨는 아이들에게 호통을 쳤다. 그런 그의 호통에 아이들은 전혀 겁먹지 않고 웃으면서 뛰어나갔다. 그 아이들을 보며 콜 씨는 미소 지었다. 지난 10일. 한스 일행이 이 마을에 머무는 동안 아이들은 많이 밝아졌다. 그와 함께 자신도 많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이 오기 전, 콜은 늘 전쟁 중의 여타 다른 마을 사람들처럼 주위를 불신했고,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 주위를 경계하곤 했었다. 물론 그것은 전쟁 중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전쟁 중에는 어제의 이웃이 언제 도적으로 돌변하여 자신의 것을 빼았으려 할지 모르니 말이다. 그런데 한스 일행이 온 뒤에는 달라졌다. 전쟁으로 인해서 삭막해져 있던, 전쟁으로 인해서 차출된 남자들을 생각하며 슬픔에 잠겨 있던 마을이었는데 말이다. "어쩌면 한스 군이 데리고 온 아이들 덕분인지도 모르겠지." 한스가 데려온 42명의 아이들. 그 아이들은 더없이 밝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쟁 때문에 부모를 잃거나,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혹은 부모와 헤어진 아이들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한 끼 식사를 위해서 여행객을 습격했던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을 한스가 거두어온 것이다. 한 아이의 말에 따르면, 한스 일행 역시 아이들의 습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목숨을 앗아가려 했던 아이들을 거둔 것이다. 콜 자신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을 한스가 한 것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전쟁으로 인해 이 마을의 아이들보다 더 불행을 안은 아이들, 그 아이들은 더없이 밝았다.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한스 일행과 만난 것은 마을에 도착하기 불과 6일 전인데도 말이다. 여러 아이들에게 물어다. 한스를 만난 이후부터 모두 이렇게 웃고 지냈냐고 말이다. 이에 아이들은 모두 '아니'라고 대답했다. 아이들은 한스 일행을 만나기 이전부터 그렇게 서로 떠들고, 웃고 지냈다고 했다. 전쟁 때문에 부모를 잃거나, 부모와 헤어지고,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밝게 웃을 수 있었다. 콜은 궁금했다. 어째서 그렇게 웃을 수 있는 것일까? 이 마을의 아이들은 아버지는 없지만 어머니가 존재하고, 하루하루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끼니는 제대로 챙겨먹고 있는데, 뭐 하나 그 아이들과 비교해서 나쁜 것이 없는 데도 밝게 웃지 못했다. 콜은 정말고 궁금했다. 그래서 결국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어째서' 그렇게 웃을 수 있냐고 말이다. 처음 아이들은 콜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직 어린아이들이었으니 그것은 당연했다. 그런 아이들을 상대로 콜은 자신의 말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했고, 그의 말을 이해한 아이들은 그제야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몰라요!" "그냥요!" "함께 있으니까요!" "함께 노니까요!" "모두 같이 밥 먹으니까요." "형들이 같이 놀아주니까요." "언니랑 오빠들이 챙겨줘서요." 이렇게 말이다. 모두 각기 다른 대답이었고 아무 성의도 없는 대답도 있었지만, 대답은 결국 하나. 모두 '함께' 하니까. 그렇기 때문에 그 아이들은 마을의 아이들보다 밝고 순수하게 웃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아주 간단한 이치다. 행복은 같이하면 배가 되고, 슬픔은 같이하면 반이 된다. 이 간단한 이치를 전쟁으로 인해서 잊고 있었떤 것이다. 아주 간단한 것을 말이다. 그런 아이들의 대답을 들은 이후 콜은 생각해보았다. 또 다시 전쟁이 발발하고, 남자들이 징병되어 간 이후를 말이다. 처음에는 모두 다 같이 슬퍼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부터 곧바로 평소의 생활도 돌아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는 며칠간 쉴 여유 같은 것은 없었으니까. 단 며칠 쉬는 것만으로도 그 다음날의 먹을 것이 떨어지기에 그럴 수 없었다. 평소대로 일을 하는 마을의 아낙네들. 그렇지만 분위기는 확실하게 달라져 있었다. 9년 전쟁이 종결된 이후 겨우 회복되어 조금씩이지만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여자들은 일하는 도중에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묵묵히 침묵을 지키며 일했다. 하루의 일이 끝나면 여자들은 자신들의 아이들을 데리고 집 안에 숨죽이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아이들, 자녀들을 안고 숨죽이고 울었을 것이다. 그런 날이 반복되고 밖에 나돌던 아이들은 점차 수가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단지 밖으로 나가지 않을 뿐이었다. 아마도 어른들의 슬픔이, 어머니의 슬픔이 전염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집 밖으로 나오는 아이들이 점차 줄어가고 얼마 가지 않아 전혀 밖으로 나오지 않게 된 아이들. 그와 동시에 마을에서 웃음소리는 사라졌다. 그 대신 서로에 대한 불신과 적막감. 그것이 다였다. 어째서 그때는 그랬는지 콜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다만 이제 그것을 알았으니 고칠 기회가 있다고 콜은 생각했다. 그 사실을 가르쳐준 아이들의 미소. 콜은 그것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한스에게 그런 부탁을 한 것이었다. 아이들의 미소를, 당장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미소를 지켜달라고 말이다. 한스. 상당히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6써클 유저 이상의 마법사만이 가질 수 있는 아공간을 가진 자. 거기에 일행 역시 범상치 않았다. 콜 자신도 한때 로시아 제국의 백인자까지 올라간 인물이었기에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하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비록 그 사람 보는 눈이란 것이 전쟁 속에서 누군가를 죽이면서 얻어진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잠시 옛 생각을 하니 씁쓸하기는 했지만 이내 콜은 고개를 크게 내저으면서 앞을 바라보았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마을 아이들의 순수한 미소. 거기에 마을 여기저기로 퍼져나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것들을 보며 콜은 미소 지었다. 그 모습에 미소를 짓는 사람은 콜뿐만이 아니었다. 마을의 아낙네들 역시 그런 아이들의 순수한 미소를 웃음소리를 들으며 미소 짓고 있었다. 콜은 생각했다. 그간 아이들을 너무 방에만 있게 하지 않았나 하고 말이다. 이것은 한스 일행이 이 마을에 머물며 전쟁으로부터 되찾아준 여유로부터 비롯된 일이었다. 한스가 이 마을에서 한 일은 고작 자신이 데리고 온 아이들을 이 마을의 아이들과 놀게 해주고, 단 며칠간 아이들에게 한 끼 식사를 사주었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이 마을에 전쟁이 앗아간 여유를 찾아준 것이다. 이제 이 여유와 아이들의 미소를 지켜가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콜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미소 지으며 이렇게 외쳤다. "애들아! 간식 먹을 사람은 모두 여관으로 오려무나!" "와!" 하나뿐인 마나님께 잔소리 좀 듣겠지만 오늘만은 아이들에게 간단한 간식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어차피 한스에게 받은 식재료도 몰래몰래 빼돌려서 꽤 많이 남아있고, 여관에서 묵는 동안 받은 돈도 있으니 괜찮겠지?' 이렇게 생각하며 말이다. 여관으로 향하는 콜 주위에서 아이들은 간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좋은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돌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콜은 더욱 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잠시 후, 그 미소는 딱딱하게 굳어져버렸다. 바로 저 멀리서 마을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무엇인가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먼지구름! 이 전쟁통에 먼지구름을 보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2가지뿐이었다. 바로 군대의 기마병들로 인해서 생긴 먼지구름이거나 도적, 용병에서 도적으로 돌변한 이들의 말로 인해서 생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불행히도 그 먼지구름의 주인공은 두 번째였다. 콜이 유지하고자 했던, 지키고자 했던 불완전한 평화는 그렇게 깨어져갔다. "레이~ 레이~" 금영이, 아니 레이는 내가 지어준 이름이 뭐가 그렇게 좋은지 노래처럼 흥얼거리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이곳에 맞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달라는 금영이의 부탁에 난 고심했다. 금영이의 이름은 밝은 금에 그림자 영. 이 이름에 맞게 좋은 이름으로 지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생각해내려고해도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자꾸만 금영이가 재촉하다 보니 더더욱 그랬다. 결국 나는 조금 건성으로 지은 것 같지만 금영이에게 새로운, 이 세계에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 이름은 레이니. 애칭은 레이다. 레이니란 이름을 지은 것은 솔직히 말하자면 두 정령의 이름을 조합한 것이다. 바로 4대 정령을 제외한 대속성에 속하지 않은 정령. 그 중 내 지식 속에 있는 그림자의 정령과 빛의 정령의 이름을 조합한 이름이었다. 그림자의 정령, 레이든. 빛의 정령, 니트라스. 이 두 정령 중 그림자의 정령 이름에서 레이, 빛의 정령 이름에서 첫 글자인 니를 따와 레이니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이다. 너무도 성의 없이 지은 것 같아 금영이에게 미안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금영이는 매우 기뻐했다. 사과하는 의미에서 어째서 그런 이름을 지었는지 말해주었는데도 말이다. 금영이, 레이는 미안하다는 나의 마에 이렇게 말했다. "아빠,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오히려 전 레이니란 이름이 마음에 드는 걸요! 그림자의 정령 레이든과 빛의 정령 니크라스에서 글자를 따운 레이니란 이름이요! 원래 제 이름인 금영과 딱 어울리잖아요!" 그렇게 말해주었기에 난 부끄러웠고, 한편으로는 내가 지은 이름을 받고 좋아하는 것을 보니 기벘다. 하지만 좀 더 예쁜 이름을 지어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레이는 나에게 받은 이름을 마차 안의 아이들에게 자랑했고, 그 행동은 나를 더욱더 부끄럽게 만들어버렸다. "형제여." "응? 왜? 라오." "저길 봐라." 마차를 몰고 있는 나를 부르는 라오. 그런 라오의 손은 마차의 뒤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치 안의 아이들의 표정은 잔뜩 겁먹은 얼굴이었다. 마치 무엇인가 끔찍한 일을 겪은 것처럼 말이다. 도대체 뭐지? 일단 마차를 레이에게 몰게 한 후 나는 뒤의 짐칸으로 이동했다. 마차의 지붕 때문에 라오가 가리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차의 끝에 이동했을 때 내가 본 것은 연기였다. 그것도 검은 연기! "저건......." "싫어! 싫어! 엄마!" "엄마! 으아아아앙!" 상당한 거리에서 치솟은 검은 연기가 한 아이의 기억하기 싫은 과거를 기억하게 만든 것일까? 한 아이를 시작으로 공포는 아이들에게 전염되었고, 아이들은 모두 혼란에 빠져 울거나 조용히 뭔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레이! 마차를 세워!" "이미 세웠어요." "라오, 아이들을 부탁한다." "맡겨둬라. 먼저 저곳으로 향해라. 곧 따라갈 테니." "부탁해!" 부탁한다는 말을 하면서 난 마차에서 뛰어내려 우리가 마차를 타고 왔던 길을 거슬러가기 시작했다. 검은 연기, 그것도 하나도 아닌 여러 개의 연기가 치솟았다. 뭔가 불길하다. "제길! 느려! 헤이스트!" 분명 난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 느리게 느껴지는 것일까. 난 결국 참다못해 헤이스트를 시전했다. 순식간에 2배 이상 빨라지는 이동 속도! 그렇지만 여전히 느리다고 생각했다. 제길! 조금 더! 조금 더 머물 것을! 히이이잉! 파파팍! "꺄아아아악!" "크하하하하!" 한스는 금영이의 새로운 이름을 짓기 위해서 고민하고 있는 사이, 마을에서는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콜, 9년 전쟁을 통해서 평화의 소중함을 알기에 불완전한 평화라 하더라도 지켜려 했던 그의 평화가 깨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마을에 일정 상납금과 식량만을 받으러 왔던 도적들이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그것만 챙기면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물러갔다. 그런 그들이 전력을 다해 달려온 말 위에서, 기름을 먹인 천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화살을 메겨 마을의 집 여기저기에 쏘아 보내고 있었다. "아아." 콜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이럴 수는 없다. 어떻게 지키려 했던 평화인데. 이럴 수는 없어! 털썩! 콜은 그렇게 속으로 소리쳤지만 몸은 그의 의지를 배반하고 주저앉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격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 떨림은 공포. 평화가 깨지고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 때문에 그런 것이다. "흐흑! 흑!" "엄마~!" "으아아앙!" 그때 , 콜의 공포를 진정시키는 소리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의 울음소리였다. 콜이 방금 전에 간식을 준다고 했기에 콜 주위에 몰려 있던 아이들. 집이 불타고 자신들의 어미가 무서워했던 이들이 더욱 험악한 얼굴로 검을 휘두르며 말을 타고 나타나자, 아이들은 결국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우는 모습. 그것은 정작 공포에 떨고 있던 콜의 몸을 진정시켰고, 점차 공포에 침식되어가던 머리를 차갑게 만들어주었다. 아이드의 미소를!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콜은 아이들의 우는얼굴과 공포가 가득한 얼구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얼마 전에 자신이 한스에게 부탁했던, 요구했던 약속도 떠올렸다. 적어도 한스, 그의 눈앞에 있는 아이들의 미소를 지켜주지 않겠냐는 자신의 요구를 말이다. 그리고 콜은 그런 자신의 부탁에 한스의 대답을 떠올렸다. '약속드리겠습니다. 적어도 제 눈앞에 있는 이들의 미소를 위해서 노력하겠다고요. 그는, 한스는 약속했다! 그런데 그 약속을 요구한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었다. 자신의 마을 아이들의 미소를!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콜은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이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히이이잉! "크하하하하! 죽어라!" "사, 살려줘요!" 그때 마침 콜의 시선에 들어온 도적과 마을의 여인. 콜은 그것을 보고는 이를 꽉 깨물고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마침 보이는 주먹만 한 돌멩이. 콜은 그것을 바로 쥐었다. 그는 로시아 제국의 백인장까지 올라갔던 인물. 그는 전투의 방법을 알고 있었다. 무기가 없을때 싸우는 방법조차 말이다. 고작 이 돌멩이조차도 말을 탄 상대에게는 훌륭한 무기라는 사실도 그는 알고 있었다. 콜은 전력을 다해서 마을의 여인을 쫓는, 말을 탄 도적을 향해서 던졌다. 그러히만 그 목표는 여인을 향해서 칼을 휘두려는 도적이 아니었다. 그 돌멩이의 목표는. 그것은 바로 그 도적이 탄 말이었다. 퍽! 히이이이잉! "어어!" 퍼걱! 고작 돌멩이에 머리를, 정확히 눈 옆을 맞은 말은 놀라서 날뛰었다. 말은 생각 이상으로 예민한 동물이다. 물론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아 만들어진 군마는 조금 다르다. 군마는 이미 훈련이 되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도적이 탄 말은 다행스럽게도 군마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저런 상황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날뛰는 말에서 도적은 머리부터 떨어졌고, 그대로 절명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설사 살아 있었다 한들, 날뛰는 말에 의해서 가슴이 짓눌려 죽었을 것이다. 오히려 떨어질 때 절명한 것이 도적에게는 축복이라 할 수 있었다. 히이이잉! 말은 한동안 그렇게 제자리에서 날뛰다가 어딘가로 뛰어갔다. 그 후 콜은 달려 나갔다. 말에서 떨어지고 말의 말발굽에 의해서 짓이겨진 도적을 향해서 말이다. 정확히 그가 다가간 이유는 무기를 얻기 위해서였다. 도적의 오른손에 쥐어진 검을 얻기 위해서 말이다. 도적의 손으로부터 콜의 손으로 옮겨진 롱소드. 롱소드의 검자루를 손에 쥐었을 때 콜은 손에 착 붙는 느낌이었다. 장장 2년여 만에 잡는 검인데도 말이다. 그는 순간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과거 전쟁터에서의 징크스. 사용하는 무기가 이상하게 손에 잘, 그러니까 착 붙는다는 느낌이 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다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살아남곤 했었다. "오늘 만큼은 이 징크스가 깨졌으면 좋겠따." 히이이잉! "네 이놈! 감히 본프를!!!" "멍청한 것." 맞다. 방금 도적의 행동은 멍청한 짓이다. 적을 향해서 자신의 기척을, 위치를 알려주다니 말이다. 도적은 말을 탄 채로 콜을 향해서 빠르게 달려오며 거대한 철퇴, 모닝스타를 휘둘렀다. 그렇지만 모닝스타는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콜은 아슬아슬하게 모닝스타를 피하며 검을 휘둘럿기 때문이다. 콜이 휘두른 검은 그대로 말의 앞다리를 베어버렸고, 말은 그대로 도적과 함께 앞으로 꼬꾸라졌다. 운이 좋으면 도적은 살 수 있을 테지만, 그 도적은 이미 운이 다했는지 말에 몸을 짓눌려 목숨을 잃었다. "하~ 아! 하~ 아!" 오랜만의 격한 움직임. 장장 2년 만의 격한 움직임은 몸에, 심장에 무리를 주었지만 동시에 콜에게 활력을 주었다. 지금까지 무력해던 자신이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활력을 말이다. 콜은 일단 주변을 살폈다. 도적들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말이다. 아무리 도적들이라고 해도 마을을 습격한 이유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일단 그 의도를 파악하면 조금이지만 도적들의 움직임을 예측 할 수 있었다. 도적들은 뭔가 찾고 있었다. 집에 불을 질렀으면서 안을 뒤지는 것을 보니 말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돈이나 식량은 아닌 것 같았다. 식량이었다면 불을 지르진 않았을 테니까. 불이 옮겨 붙어 식량이 타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여자도 아니다. 방금 전 쫓긴 여자는 상당히 젊은 여자였다. 여자를 우너한다면 죽이려고 했을 리 없다. 그렇다면 도적들이 찾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곧 밝혀졌다. 도적의 목소리에 의해서 말이다. "아이들이 저기 있다!" "........" 그렇다. 도적들이 원하는 것. 그것은 아이들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전쟁 중에 아이들을 원하는 것일까? "서, 설마!" 전쟁 중에 아이들을 구한다? 이에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은 2가지다. 첫 번째, 돈이 필요해서 아이들을 노예로 팔려는 것.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부수입을 노릴 때뿐이다. 자라지 않은 아이들은 오히려 짐이 되니 말이다. 두 번째는 도저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야말로 최악의 경우니까. 바로 흑마법사가 아이들을 원하는 경우다. 흑마법사. 마족과의 계약으로 통상적인 수련을 통해서 얻은 힘보다 강한 힘을 얻는 이들. 그런 흑마법사들이 아이들을 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제물! 계약한 마족에게 바치는 제물! 혹은 소환할 마족에게 바치는 제물로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어린아이들은 순수하다. 그것은 육체적으로도 그렇고, 잘 알지는 모르지만 영혼적으로 깨끗하다고 한다. 아이들의 피와 심장, 살과 영혼은 마족들이 가장 좋아한다고 알고 있었다. 물론 이 말이 전부 맞는 말은 아니었다. 단지 일부 마족들만이 그럴 뿐이니까. 히이이이이! 파악! 말을 타고 온 상태에서 조잡하게 만들어진 그물을 던지는 도적. 그 그물을 피해서 콜은 옆으로 굴렀고, 동시에 아까와 마찬가지로 검을 휘둘러 말의 앞다리를 베었다. 또다시 뒹구는 말과 도적. 하지만 도적은 말이 뒹군다는 것을 알고는 말 위에서 뛰어내렸다. 콜은 재빨리 도적을 향해서 달려 나갔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도적을 향해서 발을 찼다. 그러자 발에 묻은 흙이 그대로 도적의 눈으로 들어갔다. 그 틈을 타 코은 검을 휘둘렀다. 도적의 몸을 향해서 말이다. 퍼억! 검으로 목을 베었는데도 이런 소리가 난 것은 기사들의 검기 같은 것이 아닌 오직 기백과 순수한 근력으로만 베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생각 이상으로 약하지만, 동시에 생각 이상으로 강하기도 했다. 검을 가지고 목을 단번에 베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일단 목을 감싸는 근육들도 있고, 그 근육들의 중심에 단단하기 그지없는 뼈가 있다. 그렇기에 목을 단번에 베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래서 간혹 사형을 당하는 죄수 중, 너무도 끔찍한 죄를 지었던 죄수는 목을 한 번에 쳐내지 않고 여러 번 도끼를 휘둘러 쳐냄으로써 고통을 주어 죽이기도 했다. 그처럼 자르기 힘든 목을 콜은 기백과 힘만으로 단번에 쳐 낸 것이다! 푸우우우! 베어낸 목으로부터 치솟는 핏물이 땅과 콜의 신발을 적신다. 누가봐도 끔찍한 장면이지만 콜은 그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도적이 던진 그물로 인해 묶인 아이들을 그물을 잘라 빼어냈다. 그러는 동안 아이들을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이들은 두려워 하고 있었다. 바로 콜, 자신을 말이다. 확실히 그럴 수밖에. 단번에 3명이나 되는 도적들을 죽였고, 피로 물든 검을 쥐고 있으니 말이다. 아이들의 두려움이 가득한 시선에 잠시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인 콜은 이내 단호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장 나를 따라오거라." "아, 아저씨." "어서!!" 아이들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표정으로 콜을 올려다보았다.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원래 그렇게 잘해주지는 않았지만 오늘처럼 무섭게 대한 적은 없었다. 요 며칠간이었지만 아이드은 콜 아저씨가 좋았다. 맛있는 음식도 해주고, 자신들을 잘 챙겨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피가 묻은 검을 든 콜 아저씨가 무서웠다. 크게 소리치는 콜 아저씨가 무서웠다. 이런 아이들의 감정을 알았지만 콜은 더욱 크게 소리쳤다. "어서 움직여라! 어서!" 이럴 때일수록 엄하게 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을 지킬 수 없다. 전쟁터에서 신병을 대할 때도 되도록이면 엄하게 군기가 잔뜩 들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실수가 적고, 그 신병이 생존할 확률이 높아지니 말이다. 콜은 아이들에게 크게 호통을 치며 몰아갔다. 그가 향하는 곳은 자신의 여관. 정확히 여관 뒤쪽에 있는 저장고였다. 그곳은 이 마을에서 가장 튼튼한 곳. 그것에 잠시 아이들을 둔다면 지킬 수 있다. "어서 움직여라! 달려! 어서!" "히, 힘들어요. 아저씨." "무, 무서워요!" "힘들어도 달려! 무서워도 달려!" 힘들어하고,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호통을 치며 재촉하는 사이 어느새 저장고에 도착했다. 어차피 여관과 그리 멀리 떨어진 곳에 있지 않았기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곧 도적들이 몰려올 것이다. 흑마법사들 편으로 돌아선, 아이들을 노리는 도적들이 말이다! "자, 어서 들어가거라. 절대로 나오면 안 돼. 무슨 소리가 나더라도 절대로 나오면 안 돼. 한스가, 한스 아저씨가 오면 문을 열거라 알았지." "아저씨." 아까와 다르게 포근하고 따뜻한 얼굴로 웃어 보이는 콜을 보며 아이들은 안도와 동시에 불안을 느꼈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또한 아이들은 콜 아저씨의 미소가 아름답다고,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는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후 아이들은 콜의 명령에 따라 지하 저장고로 들어갔다. 아이들이 모두 들어간 후 콜은 문을 닫았다. 2중으로 된 저장고의 문. 안의 철문을 닫고 밖의 나무문을 닫았다. 빛이 안 들어서 문제지만 환풍구도 있고, 식량도 충분하다. 그러니 아이들으 누군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곧 오겠지, 자네." 분명 올 것이다. 그들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거기에 마을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자신이 할 일은 아이들을 지키는 것뿐이었다. 콜은 검자루에 양손을 올려놓고 그대로 저장고 앞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과거를 회상했다. 9년 전쟁. 그때 그의 손에 죽은 사람들의 수만 해도 백은 간단히 넘었을 것이다. 피로 물든 손, 그런 피로 물든 손으로 얻은 백인장이라는 지위. 그리고 전투 경험. 모든 지위를 버리고 고향에 내려왓을 때는 모두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시는 기억해내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피로 얻어낸, 다른 사람들을 죽이고 얻어낸 것들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 다시 기억해내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전투 경험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검 실력이 이런 때 도움이 되고 있었다. 참으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후훗." 오늘은 참 여러 가지로 평소와 달랐다. 여행객에 불과한 한스에게 그런 부탁을 하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하다고 콜은 생각했다. 자신이 죽을 때가 된 모양이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안 하던 짓을 한다는데 딱 그게 자신인 것 같았다. 따각따각! 따각따각! 푸르르르! 말발굽 소리와 말의 투레질 소리가 들려오자 콜은 천천히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다. 눈에 뜬 콜의 눈에 들어온 것은 마을 아낙네들의 피로 인해서 잔뜩 흥분해 있는 도적들의 모습이었다. "어이, 영감. 영감이 우리 아이들 셋이나 처리했소?" "......" 척! 콜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손에 들린 검을 도적들을 향해서 치켜들었다. "키키키!" "크크크!" "캬캬캬!" 그런 콜의 행동을 도적들은 비웃었다. 그것은 당연했다. 콜은 혼자였고, 거기에 검을 사용하기에는 나이가 상당히 많았다. 2년여 동안 제대로 된 운동도 한 적이 없었기에 배에는 불필요한 살들이 가득했고, 근육들은 축 늘어져 있었다. 이 사실은 콜 자신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거기에 현재 콜 눈앞의 도적들의 수는 40명은 간단히 넘어 보인다. 아무리 백전노장이라 한들, 이만한 수의 도적이라면 검기를 쓰는 기사라도 조금 버겁다. 그런데 검기조차 쓰지 못하는 콜에게는 어쩌겠는가. 그 결과는 뻔했다. 콜, 그는 죽게 될 것이다. 반드시 말이다. 그 사실을 콜 자신이 모를 리 없었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무모한 짓이란 사실도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도적들에게 길을 내어줄 생각은 없었다. 설사 자신이 죽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 결의를 다지고 있는 콜을 보며 도적들은 한동안 계속 비웃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비웃던 도적들은 어느 순간 웃음을 멈추었다. "보아하니 당신 뒤에 우리가 원하는 것이 있는 모양인데, 순순히 비키는 게 어때. 알고 보면 우리도 신사라고. 이대로 비킨다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 "아아, 쓸데없이 피 흘리기는 싫은데. 뭐, 나는 한 번 권유했수. 너, 가서 처리해." "키키키!" 대장으로 보이는 도적의 지시에 나선 이는 단검을 쓰는 이였다. 눈이 흐리멍덩한 것이 약까지 하는 모양이었다. 이런 녀석이 속한 도적단이라니. 이 녀석들이 얼마나 썩은 것인지 콜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도 말이다. 이런 도적들에게 상납금과 식량을 바치는 어리석은 짓을 했다니. "키키키" 획! 챙! 흐리멍덩한 눈과 다르게 그 도적의 움직임은 상당히 빨랐다. 거기에 그 도적의 단검 투척술은 무시할 게 못 되었다. 자신의 눈을 향해서 날라온 단검을 쳐내는 사이 그 도적은 어느새 다가와 있었고, 그의 손에 들린 단검은 콜의 배를 찔러 들어가고 있었다. 푸욱! 푸욱! 그 도적의 단검은 정확히 콜의 배에 박혀 들어갔다. 그렇지만 콜의 검은 그대로 그 도적의 가슴을 꿰뚫었다. 가슴을 꿰뚫린 도적은 그대로 널브러졌고, 널브러진 도적의 가슴에서 콜은 검을 빼내었다. 단검이 박힌 배가 아플 텐데도 그는 어떠한 표정의 변화 없이 도적들을 노려보며 검을 치켜들었다. "멍청한 자식! 늙은이 하나 못 이기고! 이번엔 너! 나가봐!" "크크크. 맡겨주쇼!" 이번에 나선 도적의 무기는 창이었다. 단검과 다르게 상당한 거리에서 공격할 수 있고, 무기를 모르는 이들이 가장 사용하기 쉬운 무기. 그래서 군에서도 막 입대한 신병이나 징집된 이들에게 창을 쥐어준다. 과연 이 도적이 얼마나 창을 잘 다룰 줄은 모르겠지만 콜은 긴장했다. 한때 백인장까지 올랐기에 그는 알고 있었다. 창이 얼마나 상대하기 까다로운 무기인지 말이다. "크크크! 잘 가지고 놀다 죽여주지. 영감." "......" 슉! 팍! 창을 찔러오는 속도. 그것은 콜이 상상한 그 이상이었다. 검을 간신히 움직여 방향을 바꾸는 것이 다일 정도로 말이다. 방금 검으로 방향을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얼굴 살갗이 조금이지만 찢어져나갔다. 그만큼 이 창에 실린 힘은 대단했다. 그 후 이어진 몇 번의 공방. 콜은 몇 번이나 검으로 창을 쳐냈지만 그때마다 상처는 늘어갔고, 상처가 늘어갈수록 주위의 도적들은 뭐가 기쁜지 웃어젖혔다. "크크크. 이제 끝내주지." 그 말을 하며 도적은 창을 뒤로 뺐다. 그리고 순식간에 앞으로 뻗어왔다. 이에 콜은 마치 기달렸다는 듯이 돌진했다. 창은 그대로 콜을 스치고 지나가며 작은 상처를 내었고, 콜은 그대로 도적의 품으로 뛰어들 수 있었다. 그렇지만 도적은 웃고 있었다. "크크크. 걸렸다." 철컥! 도적의 말고 함께 뭐가 빠지는 소리. 그것은 창대가 빠지는 소리였다. 그렇다. 창대는 애초부터 둘로 나누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 둘로 나누어진 창대. 도적의 손에 들린 창대의 끝에는 작은 날이 달려 있었꼬, 그것은 그대로 콜을 향해서 찔러져 들어갔다. 푸욱! 푸욱! "크아아아아!" 퍼억! 이번에도 살아남은 것은 콜이었다. 콜은 그 단창에 어깨를 내주었지만 콜이 준비한 수는 도적에게 큰 고통을 주었고, 그 고통은 그에게 도적의 목숨을 거둘 기회를 주었다. 콜이 준비한 수. 그것은 배에 박혀 있던 단검이었다. 창대가 나누어져 단창이 콜을 향해서 찔러 들어올 때 배에서 단검을 빼내어 그대로 도적의 눈에 박아 넣은 것이었다. 그로 인해서 상처가 하나 더 늘게 되었지만 콜은 또 한 명의 도적의 목숨을 거두어들일 수 있었다. 이로 인해서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시끄럽게 웃어젖히던 도적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척! 콜은 다시 저장고의 문 앞에 서서 어깨에 길은 않은 단창을 박은 채 도적들을 향해서 검을 치켜들었다. 9년 전쟁에서 살아남은 생존병. 전 로시아 제국 백인장 콜. 그는 이 순간 제국, 아니 대륙 최강의 수문장이었다. 화르르르르르! 헤이스트로도 모자라 연속적으로 블링크를 시전하여 도착한 마을. 그곳에는 이미 화마가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저기 불타오르는 집들, 거리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는 마을 아주머니들의 시신들. 상상하기 싫었던, 생각하기 싫었던 일이 벌어져 있었다. 콜 씨가 지키고자 했던 마을. 불편을 감수하고도 유지하려 했던 불완전한 평화. 언제 깨어질지 모르던 평화는 이미 깨어진 뒤였다. "제길!" 그냥 가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간다 하더라도 하루 더 머물렀어야 했다. 그랬다면, 그랬다면 오늘과 같은 일은 막을 수 있었다. 제길! 일단 주위를 살폈다. 죽은 이들의 숫자와 죽은 이들을 일일이 확인 했다. 이 일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연속으로 시전된 블링크로 인해서 안 그래도 혹사된 뇌였다. 그런 뇌를 더욱 재촉해서 눈에 들어오는 정보를 정리하며 통계를 내렸다. "이 셋은 이 마을의 시체가 아니다." 그것은 눈으로 봐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오히려 뇌를 혹사시킨 것이 별 쓸모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목이 부러진 채 가슴이 짓눌린 시체, 말의 시체에 압사된 시체, 그리고 목이 베어진 시체. 이들 셋은 마을 사람이 아니었다. 이 마을에 남자는 단 한 명. 콜 씨뿐이니 말이다. 그렇다는 말은 이들은 도적이란 말이었다. 도적 셋이 죽어 있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자는 콜 씨뿐이었다. 콜 씨는 백전노장. 한때 로시아 제국의 백인장까지 올라갔다고 했으니 말을 탄 도적쯤이야 처리할 수 있으셨을 것이다. 재빨리 나는 바닥을 확인했다. 바닥의 수맣은 발자국. 그 발자국은 어린아이들의 발자국이었다. 그렇다. 아직 살아 있는 것이다. 나는 발자국을 따라 빠르게 뛰어갔다. 발자국을 봐서 목적지는 우리가 지냈던 여관의 뒤편! 식품 저장고다! "이이! 고작 늙은이 하나 못 옮기나!" 여곤 뒤편으로 들어섰을 때 나의 귀에 울린 소리였다. 수많은 도적들의 모습. 대장으로 보이는 자의 호통. 방금 그는 늙은이라고 했다. 서, 살마! "응 뭐야, 이 쫌생이는. 키키키!" "크크크! 여행객인 모양인데." "이거 잘됐군. 생긴 것도 나쁘진 않아. 이놈 내 꺼다 죽이지마." "빌어먹을 놈. 남자면서 남자를 노리다니." 도적들의 말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도적들이 각자 무기를 들고, 내 주위를 포위하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나의 눈에는 오직 한 사람만 보일뿐이었다. 단 한 사람.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불완전한 평화이지만, 그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힘썻던 사람. 내 눈앞의 아이들의 미소만이라도 지켜달라고 부탁했던 사람. 9년 전쟁의 생존자. 전쟁의 피해자. 동시에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남자. 콜 씨였다. "아아!" "왜 우리가 그렇게 무섭나." "키키키. 목소리 끝내주는데. 다시 말하는데, 이놈 내꺼야." 도적들 사이로 보이는 콜 씨. 그는 저장고 앞에 서 있었다. 배에는 반쯤 짤린 창이 꽂혀 있었고, 어깨에는 그보다 좀 더 작은 창이 꽂혀 있었다. 왼팔은 철퇴로 인한 것인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른쪽 허벅지에는 숏소드가, 왼팔에는 단검이 여러 개 꽂혀 있었다. 그리고 전신에는 빼곡하게 화살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야말로 망신창이! 그런 망신창이 몸으로 콜 씨는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멀쩡한 곳 하나 없는 모습으로 오른손에 롱소리를 도적들을 향해서 치켜들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건장한 4명의 도적들이 들러붙어 콜 씨를 옮기려 하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하지 못했다. "키키키. 일단 못 움직이게......" "비......" "응? 뭐라고?" "비..라......"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비켜라!" 파아아아아! 나의 전신에서 뿜어지는 기운. 그것은 마나. 동시에 생명과 죽음. 내가 디디는 곳마다 땅을 죽어갔고, 동시에 생명으로 인해서 부활했다. 나의 앞을 막아선 도적들은 이미 내가 내뿜은 기운으로 인해서 날아가 아무렇게나 처박힌 상태였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나를 막는 이는 없었다. 그렇게 난 망신창이가 된 콜 씨 앞에 설 수 있었다. "콜 아저씨." "와, 왔는가." "히이이익!" "여, 영감이 살아났다!" 도저히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을 한 콜 아저씨는 놀랍게도 입을 여셨다. 그렇지만 그것뿐,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 단지 말할 뿐이었다. "크큭. 우, 우습지, 내모습." "아니요. 그 누구도 지금 콜 씨를 보고 비웃지 못할 겁니다." "크크크. 그 정도로 망신창이인가. 신기하군. 어떻게 말을 하는지. 이미 심장은 멈춰 있는데." 그랬다. 이미 콜 씨의 심장은 멈추어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콜 씨는 말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기적. 콜 씨가 일구어낸 기적이었다. 그 말 이외에 표현할 방법은 없었다. "저, 정말 바보 같군. 난 틀렸던 모양이야. 이렇게 깨어질 평화를 지키려고 했다니." "아저씨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래. 틀리지 않았따. 결코 틀리지 않았다. "고맙네. 그리고 미안하네. 한스 군. 그런 약속을 요구했으면서 난 아이들의 미소를 지키지 못했어." "........" "하지만 아이들은 지킬 수 있었네. 다행이야, 다행이야." 스스스스. 이 순간 난 콜 씨에게 느낄 수 있었던 그 알 수 없는 느낌, 내가 알고 있는 느낌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죽음. 그 느낌은 죽음이었다. 하나, 그것은 보통의죽음이 아니었다. 바로 영혼. 그 순수한 에너지의 죽음이었다. 지금 이 순간 콜 씨의 영혼은 소멸되어가고 있었다. "아이들을 부탁하네. 이제 좀 쉬어야겠어." "편히 쉬십시오." "아아, 고맙네. 그나저나 하나 궁금한 것이 있네. 자네 성은 무엇인가." "게이시스. 게이시스입니다." "크크크. 그랫군. 그랬어. 잘됐군, 잘됐어. 고작 로시아 제국 백인장이 죽기 전에 그런 거물을 만났으니. 크크크." "........" "잘 부탁하네. 나와의 약속도, 이 아이들도......." 스스스스. 휘이이잉! 스르르르.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완전한 영혼의 소멸. 그런 소멸 직전에 영혼이 일구어낸 기적. 그 기적은 아이들을 지켜냈다. 나는 영혼의 완전한 소멸과 함께 무너져 내린, 콜 씨가 육체가 서 있던 자리에 섰다. 이미 그 자리에는 무너져 내린 콜 씨의 육체가 가루조차도 남아 있지 않았따. 우우우웅! "이 마을에는 한 명의 노병이 있었다." "......." 우우우웅! 척척! 나의 영혼의 종속된 자들. 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구 년 전쟁의 생존자였다." 우우우웅! 스스스스. 나와 나의 영혼에 종속된 자들의 몸에서 뿜어지는 죽음으로 대지는 죽어갔다. "그는 지키려고 했다. 이 마을의 평화를 불완전하고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평화를. 그리고 종국에는 아이들의 미소를 지키려고 했다." 우우우웅! 촤앙! 나의 영혼에 종속된 자들은 모두 검을 빼들었다. 그리고 분노했다. 노병의 죽음에 "고작, 고작 너희들의 손에 의해서 죽을 분이 아니었다! 고작 너희들 따위가 깨어서는 안 되는 평화였다!" "아아아아." "사, 살려줘!" "도, 도망쳐!" "나 여기서 맹세한다! 너희들! 너희가 속한 단체! 너희들이 속한 단체를 돕는 단체! 모두 살아 있는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줄 것을!" 이것은 나의 영혼을 건 맹세였다. 9년 전쟁의 노병. 자신의 마을뿐이지만, 불완전한 평화를 지키고 싶었던 인물. 종국에는 아이들의 미소를 지키고자 했던 인물.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소멸해가는 영혼을 걸고 기적을 일구어낸 인물. 로시아 제국 백인장 콜. 그를 향한 나의 맹세였다. 이것이 내가 콜 씨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제 48장 위기 속의 재회 "하~ 아. 하~ 아." "제길! 그놈의 도적들이 설마 흑마법사들과 손을 잡았을 줄이야!" "제에길!!!!" "말할 여유가 있으면 조금이라도 더 움직여라." "퓨리 형님 말씀이 옳아요, 데인 형님." "나도 알아!!!" 현재 한나 일행은 쫓기는 중이었다. 한때 물리쳤던 도적들이 속한 집단에 의해서 말이다. 도적집단이라고 너무 쉽게 봤다. 그것이 실수였다. 그 도적들의 규모가 천 명을 넘어설 줄은 사상도 못했고, 거기에 흑마법사들과 손을 잡았을 줄은 더더욱 몰랐따. 만약에 그 사실을 알았다면 병력을 동원하여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날 도적들을 모두 처리한 이후, 근처의 마을 여러 군데가 도적들의 관리를 받고 있고 처리된 도적들이 일부뿐이라고 들었을 때 한나는 책임을 느끼고, 신세를 진 마을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마을로부터 가까운 곳에 있는 마을 사람들도 병사를 이용해서 대피시켰다. 그로 인해 작전에 지장이 가겠지만 나중에 가서 합류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그런 일을 벌인 것이었다. 확실히 그것은 좋은 방법이었다. 한나 일행의 위치가 도적들에게, 흑마법사들에게 들키지만 않았었다면 말이다. 도적들과 흑마법사들의 연계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고, 그 도적들의 규모가 천 명이 넘는 것을 상상치도 못했다. 처음 추적은 도적들뿐이었다. 도적들이 추격을 체계적으로 한다는 것에 놀라긴 했지만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야말로 실력자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흑마법사들의 등장으로 그 생각은 뒤바뀌었다. 도적들의 추적만은 어떻게 해서든 피할수도 있고, 정 안되면 도적들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그러나 흑마법사와 도적들, 이 두 집단의 추격은 곤란하다 도적들에게 흑마법사가 추가되었다는 말은 전투 중인 기사에게 아군인 마법사가 나타낙 보조마법을 걸어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렇게 한나 일행이 도망만 치고 있는 것이다. "빌어먹을! 흑마법사 새끼들만 아니면 다 산산조각내버리는데!" "산산조각만 내겠어! 완전 다져버려야지!" "살려서 해부해버리는 것이 더 좋다." "임포로 만들어버리는 게 더 잔인해!" 메이의 말에 순간 말을 시작한 지크와 퓨리, 데인은 메이를 쳐다보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메이 뒤에서 따라오던 작은 한스 역시 메이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건 같은 남자로서 좀 심하다." "으음. 그건 지크 형 말이 옳다." "메이야, 남자가 임포면 그 순간 인생 종결이야. 살 가치가 없다고." "메이 아가씨, 제발 자비를......" "오빠들! 그렇게 말할 여유 있으면 한나 언니하고, 나 좀 업어! 임포로 만들어버리기 전에!" "으윽!" 장난스러운 네 남자의 말에 메이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만큼 메이가 지쳤다는 말이다. 하긴 벌써 1시간째 계속된 추격전이다. 한번 경지를 뛰어넘어 몸이 재구성되었기에 일반인과는 비교도 되자 않는 신체 조건과 체력을 가지게 되었다고는 하나, 여자는 남자에 비해서 약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이렇게 된 거 그냥 싸우자!" "지크 형, 이길 자신 있어?" "천 명에 이르는 도적과 수십 명의 흑마법사. 흑마법사들의 실력은 최소 4써클." "저는 자신 없어요." "어서 뛰기나 해! 오빠들!" "하~ 아. 하~ 아. 정말 모두 못 말려." 그 말이 정답입니다. [마스터, 이곳의 처리는 모두 끝났습니다.] "도적들로부터 알아낸 것은." [도적들의 전체적인 숫자는 천 3백 명. 놀랍게도 구 년 전쟁 이전부터 존재해온 도적단으로, 용병단으로서 존재하다가 확실하게 도적단으로 돌변한 것은 흑마법사들이 출몰했을 때 이후랍니다. 이처럼 대규모의 도적단이 된 것도 최근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몸 상태는 괜찮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트라우마가 남을 듯합니다.] "후~ 우." 셰인의 말에 난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전쟁으로 징병된 아버지 대신 어머니 품에서만 큰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이 하나뿐인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어머니를 잃었으니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나마 그저 슬퍼하는 데 그치는 아이들도 있다는 것이 위안이었다. 아이들은 분명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바스와 호루스가 아이들을 달래고 있습니다. 가장 나이가 많고,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달래본 경험이 있는지라, 전적으로 아이들을 그 둘에게 맡기는 것이 어떤가 싶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해. 그 밖에 알아낸 것은?" "그건 지금부터 제가 설명해드릴게요." "금영, 아니 레이." 이름을 새로 지은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금영이란 이름이 계속 튀어나온다. 금영이는 나의 그림자로부터 솟아나왔고, 그 뒤 내 앞에 앉았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일이 복잡해질 것 같아요. 아빠." "복잡해지다니." "아빠의 맹세 말이에요." 내가 한 멩세. 그것은 이 마을을 습격한 도적들이 속한 단체, 그리고 도적단을 돕는 단체 모두를 살아 있는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준다는 맹세였다. 그 맹세가 복잡해질 것 같다니. "제가 따로 조사해본 결과, 이 마을을 습격한 도적단은 흑마법사들과 얼마 전에 손을 잡았어요." "흑마법사!" 그 말에 난 놀랄 수밖에 없었다. 흑마법사들이 수가 좀 많긴 하지만 일개 도적단과 손을 잡다니! 너무 놀라서 말이 다 안나오는군. "어째서 흑마법사들이 수가 좀 많긴 하지만 일개 도적단과 손을 잡은 거지?" "그렇게 말할 줄 알고 그것도 조사해왔어요. 도적단의 그림자들에게서 정보를 빼온 결과, 도적단에 대단한 실력자가 두목으로 있는 모양이에요." "대단한 실력자? 혹시 그 두목이란 자가 소드마스터쯤 되나?" "빙고! 정답입니다!" "소드마스터라고!" 흑마법사들이 일개 도적단과 손을 잡은 것도 모자라, 그 도적단의 두목이 소드마스터라니. 정말 어이가 없구만. 소드마스터는 검으로써 경지를 뛰어넘은 이다. 소드마스터는 어찌보면 네크로마스터보다 오르기 힘든 경지다. 네크로마스터는 마법이란 학문을 수련, 연구하여 오르는 경지지만, 소드마스터는 몸을 움직이는 검술로써 이르는 경지이니 말이다.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만큼 고된 수련과 오랫동안 노력을 했을텐데 그런 이가 고작 도적단의 두목이 되다니." "이거 정말 골치 아프군. 흑마법사들에 흑마법사들과 손을 잡은 소드마스터라." "아빠 말대로 골치 아프게 됐죠. 거기에 더 알아낸 게 있어요. 이번에 마을을 습격한 이유에 대해서인데요. 참으로 괘씸하다군요." "괘씸해? 어째서?" "이번에 도적들이 마을을 습격한 이유는 바로 아이들 때문이에요. 아이들!" "아이들? 설마!" "아빠가 생각한 그 설마에요. 바로 아이들을 흑마법의 제물로 사용하기 위해서 습격했던 거죠." 우득. 레이의 말대로 괘씸했다. 아니, 그들은 살아갈 가치가 없었다. 자신들도 사람이다. 사람이라면 어린 시절을 거쳤을 터! 그런데 어린아이들을 흑마법의 제물로 삼기 위해서 마을을 습격하다니! 설사 콜 아저씨의 일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들은 이 세상에서 살아갈 가치가 없는 녀석들이었던 것이다. 반드시 살아 있는 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녀석들의 본거지는?" "이미 파악해뒀어요. 전에는 영주가 살던 성. 하나, 흑마법사들의 출몰로 인해서 영주와 사병들은 모두 후퇴한 상태고, 그렇게 빈 영주성을 도적단이 사용하고 있어요." "당장 그곳으로 간다. 셰인." [언제든 진격할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형제여, 다녀오라. 아이들은 내가 맡고 있겠다. 피어나지 못한 어린 생명을 악에게 바치려는 자, 용서치 말아라." "고마워. 라오." 우우우웅! 그렇게 말한 뒤 난 아공간에서 팬텀스티드 2마리를 꺼냈고 한 마리는 내가, 다른 한 마리에는 금영이, 아니 레이가 올랐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 이미 다른 데스 챔피언들이 각자의 탈것에 올라 있는 상태였다. "그럼 다녀올게, 라오." "적에게 공포와 죽음의 창을 선사하기를....." "진군한다! 목표는 도적단과 흑마법사들의 괴멸! 누구도 망설이지 마라! 누구도 주저하지 마라! 그들은 이미 살아갈 가치가 없는 자들이니." [모든 죽은 자들의 지배자이신 데스 로드의 명을 받듭니다!] "출정이다!" 히이이이잉! 히이이이잉! 내가 탄 팬텀스티드가 하늘로 향해서 박차 오르자, 데스 챔피언과 데스 서번트들을 태운 팬텀스티드들도 일제히 박차 오르기 시작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영주성이다! "이거 생각 이상으로 사냥이 쉽지 않군." "그건 당연합니다. 고작 천여 명의 병사를 가지고 만 마리가 넘는 몬스터들을 상대할 수 있었던 것은 저 여섯 명 때문이니까요." "만 마리의 몬스터? 호~ 오. 그거 대단하군." 수정 구슬의 점을 통해서 표시되고 있는 '사냥' 상황을 보고 있는 두 사람. 흑마법사들의 제국인 암흑 제국의 대표 사절로 온 흑마법사와 천여 명의 도적단을 거느리며 그 자신이 소드마스터인 두목인 남자는 즐거운 듯 웃어 보였다. "이거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나?" "저도 가능했다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안 됩니다." "그거 아쉽군."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떻습니까. 직접 저들의 '사냥'을 보러 가는 겁니다. 그러다가 벰모트님의 실력을 구경할 수 있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겠지만 말입니다. "흐음." 벰모트. 그것은 바로 천여 명의 도적단의 두목이자, 소드마스터인 자의 이름이었다. 그의 풀 네임은 벰모트 이시린이었다. 벰모트 이시린은 마법 왕국 에르니카의 몰락 귀족으로 태어났지만 검술에 대단한 재능을 가진 자였다. 불과 16세란 나이에 소드익스퍼드 초급에 올랐으니 말이다. 그는 그야말로 촉망받는 기사였다. 다만 운이 좋지 않았다. 그가 태어난 곳이 에르니카 왕국이었으니 말이다. 마법 왕국 에르니카는 검술보다 마법을 장려했다. 물론 검술을, 기사들을 푸대접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마법사 가문이 기사 가문보다 우대받고, 마법사들이 기사들보다 우대받을 뿐이었다. 이 우대의 차이가 가문의 지위에 따라 크다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그가 도적, 아니 그 전에 용병이 된 계기는 어디에서나 흔히 있는 이야깃거리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모함이었다. 그는 마법 왕국이라 하나 촉망받는 기사. 장차 마법 왕국 소드마스터로서 성장할 것으로 생각되는 인재였다. 그런 인재인 벰모트에게 당연히 수많은 레이드들이 다가왔다. 다만 그에게는 이미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 문제는 그 연인이라는 여자가 고작 평민이었다는 것이었다. 사실 벰모트는 자신의 하나뿐인 사랑인 여인의 정체를 속이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그가 평민과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알았다가는 귀족들이 자신들을 무시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자신과 여인에게 어떤 짓을 할지 몰랐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는 확고한 자리를 마련한 뒤에 결혼을 하려 했다. 그렇지만 비밀은 영원할 수 없는 법. 결국 여인의 정체는 폭로되고, 분노한 귀족으로 인해서 여인을 잃고, 그는 파문기사가 되어 에르니카 왕국에서 추방되었다. 파문기사! 그것은 살아 있되 죽은 자로서 취급되는 자, 인간 이하로 취급받는 자였다. 파문기사는 노예 이하로 취급받으며, 검과 같은 무기를 휴대해서도 안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파문기사는 이름을 가져서는 안 되는 이였다. 그나마 다행인 거은 에르니카 왕국에도 양심이 살아 있는 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원래 파문기사는 마법으로 만들어진 인장을 이마에 찍게 된다. 이것은 어둠 속에서도 항시 빛나는 것으로 파문기사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운이 좋게도 가짜 마법 인장을 이마에 찍게 되었고, 힘주도 잘리지 않은 상태에서 추방당할 수 있었다. 물론 파문기사로 낙인이 찍힌 뒤 갖은 고문을 당했기에 몸은 망신창이가 되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가 되었지만, 그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스스로 이마의 인장을 지워버리고 용병이 되었다. 이름은 숨기지 않았다. 벰모트 이시린은 파문기사니까. 용병 벰모트는 용병일 뿐이고 말이다. 그는 용병 생활을 하면서 복수를 꿈꿨고, 힘을 키워왔다. 하지만 상대는 왕국! 그것도 강대국 중 하나인 마법 왕국 에르니카였다. 개인의 힘으로 복수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기회가 왔다. 전쟁이 터진 것이다. 전쟁은 곧 기회다! 힘을 모를 기회! 힘을 가질 기회 말이다! 그는 전쟁이 시작되고 용병으로서 이름을 높이고 용병단을 만들었다. 용병들을 수하로 만들어 군사처럼 훈련시켰다. 그는 기사였던 이. 병사를 훈련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었다. 거기에 운이 좋게도 9년 전쟁이 끝나고 이어진 정복 전쟁. 벰모트는 너무도 행복했다. 정복 전쟁을 통해서 자신의 원수라 할 수 있는 에르니카 왕국의 국력이 약해질 테니 말이다. 9년 전쟁에 이어 정복 전쟁. 상당히 똑똑한 그는 알 수 있었다. 이 두 전쟁에 배후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정확히 그 사실을 안 것은 9년 전쟁 중반이었다. 솔직히 전쟁은 3년 이상 이어지기 힘들다. 아니, 전쟁이 1,2년 유지되어도 상당히 긴 전쟁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전쟁이 5년 이상 이어졌다. 그 말은 무슨 음모가 있다는 것이다. 그 후 그는 힘을 키우며 기다렸다. 자신에게 접근할 배후를 말이다. 복수만 할 수 있따면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다. 그는 그렇게 다짐했다. 감옥의 작은 쪽문을 통해서 자신의 반신, 자신의 반려인 에레타가 타 죽는 것을 지켜보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그는 기회를 거머쥐었다. 벰모트는 잠시 흑마법사를 바라보았다. 흑마법사가 어떤 의도로 그말을 했는지는 알고 있다. 아마도 자신의 실력을 시험해보고 싶은 것일 것이다. 소드마스터. 흑마법사들이 그 경지에 오른 이를 직접 볼 기회는 적었을 테니 말이다. 그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것 좋겠지. 사냥이라. 정말 오랜만이군. 대신 이동수단은 그쪽에서 준비해주겠나." "얼마든지요." 흑마법사는 로브 안에서 미소 지었다. 그리고 벰모트도 흑마법사를 마주 보며 웃어 보였다. "저기가 도적들의 본거지군." "아빠, 아무래도 수가 적은 것이 꽤 많은 수가 빠져나간 모양인데요." [기운을 느끼기에 저들의 실력은 높지 않습니다. 검기조차 다루지 못하는 실력들이 대부분, 아니 거의 전부입니다.] 구름 속에서 도적들의 소굴을 바라보며 셰인이 말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구름 위로 이동해왔다. 공기가 희박하기는 했지만 이동하는데는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나 이외에 이들 중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는 이는 레이밖에 없으니 말이다. 셰인의 말대로 알맹이는 모두 다른 곳에 있다는 말이군. "레이." "맡겨두세요." 슉! 레이는 순식간의 팬텀스티드의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마도 지금쯤 성안의 그림자 속을 오가고 있을 것이다. 그림자가 있는 곳이라면 레이는 어디든 이동 가능하니 말이다.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래의 영지를 주시하며 기다리는 사이, 팬텀스티드의 그림자에서 다시 레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떻지?" "셰인의 말대로 영주성에 남은 녀석들은 모두 한심한 놈들이에요. 다만 정예라고 할 수 있는 병력이 있는데 그들의 일부는 먼저 흑마법사들과 출바했고, 일부는 두목이란 소드마스터와 함께 출발했어요. 한심하다는 말밖에 안 나오는 놈들이라 그림자 안에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어요." "두목이 영주성을 나섰다? 완전히 떠난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럼 어째서 떠난 거지?" "그림자의 기억에 따르면 '사냥'을 간다고 했대요. '사냥'" 사냥? 설마 아이들을 잡으러 간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가만히 둘 수는 없지! "지금부터 부대를 둘로 나눈다. 빌리와 우라노스. 이 둘의 데스 서번트는 남아서 도적들의 본거지에 주춧 돌 하나도 남기지 마라. 다른 마을에서 납치된 아이들이 있을 경우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쳇! 우리는 찌꺼기들만 상대해야 하는 거야. 재미없겠구만.] [그래서 성 부수는 재미는 있겟네. 로드, 다녀오슈. 이곳은 우리가 알아서 잘 다져놓을 테니까. 빌리, 우리 천천히 하자고. 천천히.] "철저하게 처리해라. 빌리, 우리노스. 단 한 명도 살려 보내지 마라. 이건 로드로서 명령이다." [로드의 명을 받듭니다.] "가자!" 히이이이잉! "후~ 우. 내가 너무 흥분한 모양이군." "맞아요. 너무 흥분했어요." 사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어도 되었다. 빌리와 우라노스라면 나의 명령을 확실하게 수행할 테니 말이다. 다만 왠지 모르게 둘의 그런 행동에 화가 난 나는 그렇게 둘을 대하고 만 것이다. 후~ 우. 나중에 사과해야겠어. [빌리와 우라노스, 둘 모두 마스터의 마음을 이해할 겁니다. 걱정 마십시오.] "그렇겠지. 그래도 사과는 해야지. 나중에 말이야. 셰인! 지금부터 속도를 올린다! 레이는 지금부터 그 두목 일행을 추적해줘." "문제없어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슉! 레이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팬텀스티드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그 후 나는 데스 챔피언 부대를 출발시켰다. 물론 팬텀스티드는 그대로 두었다. 언제 레이가 다시 모습을 드러낼지 모르니 말이다. 도적단의 두목, 사냥을 나갓다고 했지. 너희들은 스스로 사냥 나갔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주마. 너희들은 지금부터 둥지에서 벗어난 사냥감이다! "하~ 아. 하~ 아. 모두 괜찮아?" "언니! 배고파!" "나도! 거기에 난 관절염이 도진 것 같다!" "지크 형, 그걸 웃으라고 하는 소리야." "분명 웃으라고 한 소리겠지만 재미없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런 썩을 놈들." "하~ 아. 하~ 아. 모두 멀쩡한 모양이네." 오래된 추격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이야기할 기운이 있는 모두를 보며 한나는 미소 지었다. 지금은 잠시의 휴식. 잭과 그 혈족이 만들어준 귀한 휴식 시간이다. 지금쯤 잭과 그 혈족은 자신들로 보이는 환술을 사용하여 도적들과 흑마법사들을 유인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상당한 실력의 흑마법사라면 진즉이 눈치 채고 다시 추격해올 것이다. 그러니 솔직히 쉴 수 있는 시간은 길어도 30분, 짧으면 10분도 되지 않을지도 몰랐다. "빌어먹을 도적놈의 새끼들!"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흑마법사 놈들!" "오크 뒷다리만도 못한 놈들." "오크 뒷다리? 그거 족발이잖아. 아, 족발 먹고 싶다!" "족발? 지크 오빠, 그게 뭐야?" 퓨리의 말 때문에 시작된 족발에 대한 설명은 안 그래도 배고픈 일행의 빈 위장을 자극했다. 꼬르르륵! 꼬르르륵! "으으으! 도대체 어느 놈이 족발 이야기를 해서 배고프게 만드는 거야!" "지크 형님이신데요. 그 족발이란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하신 것은." "흠흠.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는 법이지." 작은 한스라 불리는 한스의 지적에 지크는 헛기침을 하며 딴청을 피웠다. 그런 모습을 보며 다른 일행들은 모두 미소 지었다. 이처럼 장난스럽게 행동하는 것은 모두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말이다. 물론 정작 본인은 그런 생각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말이다. "한나야, 도대체 언제까지 쫓겨야 하는 거냐?" "아마도 추적을 벗어날 때까지요." "그냥 이대로 텔레포트하는 것이 어때? 언니." "텔레포트 하고 싶어도 못해. 이 근처 전역에 걸쳐서 텔레포트 방해 마법이 발동하고 있어서." "제길! 그 썩을 놈의 흑마법사들은 도대체 언제 발동시킨 거야!" "언데드와 소환수를 총동원해서 포위마을 단번에 뚫는 것이 어때." 퓨리의 말에 한나는 한동안 고심했다. 솔직히 지금처럼 계속 쫓기다가는 이대로 지쳐서 막상 전투를 벌일 때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당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퓨리의 말대로 언데드와 소환수를 총동원해서 싸우는 것이 나았다. "지크 오빠, 도적들의 실력은 어떄요?" "비정상적이야. 도적치고는 실력이 너무 높아. 포위망을 형성하는 녀석들 대부분이 소드익스퍼드 초급, 혹은 중급이야. 물론 소드익스퍼드는 아니지만 그에 다다른 녀석들도 있었어." "으음." 한나는 지크의 말을 듣고 고심했다. 소드마스터 중급에 이른 지크의 말이니 틀림없을 것이다. 그 도적단은 평범한 도적단이 아니었던건가. 예상외의 곳에서 강적을 만나버렸다. 대충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는 도적들의 수는 2백에서 3백. 그런 그들이 소드익스퍼드 초급에 거의 다다르거나 초급, 혹은 중급이라니. 한나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누가 그런 도적들을 길러낸 것일까. 그런 고심을 하며 한나는 고민하고 있었다. 전력을 다해 싸워 포위망을 뚫을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계속 도망칠 것인가 하고 말이다. "아가씨." "응? 잭!" "죄송합니다. 다시 이곳으로 쫓겨 왔습니다. 현재 혈족들이 힘을 써보고 있긴 하지만 흑마법사들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을 버는 것이 다일 것 같습니다. 정말 면목 없습니다. 아가씨." 갑자기 불쑥 모습을 드러낸 잭. 잭의 모습은 그리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추격을 따돌리던 도중 환술이란 것을 들켜서 흑마법사들의 공격을 받았는지, 옷의 여기저기가 그을려 있는 것을 보니 말이다. 거기에 안 그래도 창백한 얼굴이 더욱더 창백해진 것으로 보아 안개화하여 피하던 도중, 일부가 증발해버린 듯했다. 그런 잭을 보며 한나는 조금이라도 피를 먹여줄까 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제대로 된 양을 줄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잭의 흡혈 충동만 촉진시킬 뿐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서 선택해야 한다. 이 중 지휘관으로 임명된 것은 나 자신이다. 지휘관으로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속으로 몇 번이나 자신에게 외치며 한나는 고심하기 시작했다. 촉박한 시간 속에서 한나는 결국 결정을 내리고 입 밖으로 결정사항을 풀어놓았다. "모두 전투 준비를. 최대한 적에게 피해를 주면서 포위망을 뚫습니다." "좋았어! 나이스한 선택이야!" "그 명령 수행하겠다." "하~ 아. 난 전투는 별로인데." "모두 부디 제 마법에 휘말리지 말아주세요." "모두 임포로 만들어줄 테다!" "메이야, 그건 아니다." "진정해라, 메이야. 그건 같은 남자로서 너무도 잔인한 일이라 지켜볼 수가 없다." "메이야, 대신 불구로 만드는 것은 어떠니? 아니면 만성치질을 걸리게 하던가." "그냥 편히 보내주는게 최고일 것 같네요." "후훗." 모두가 하는 말을 들으며 한나는 조용히 웃음을 터트렸다. 솔직히 현재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상대는 모두 실력자. 아무리 여기 있는 한나를 비롯한 나머지 5명이 강하고, 잭과 잭의 혈족들의 도움이 있다고는 하나 적의 수는 많았다. 거기에 하나하나 모두 실력자이고 말이다. 잘하면 이 중 누군가가 죽어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웃는 것이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믿음이었다. 분명 모두 멀쩡히 빠져나가 이렇게 다시 장난스러운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하지만 그 웃음은 곧 사자렸다. 그 이유는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이가 한 명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한스. 한나의 오빠이자, 한나가 사랑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8명 중 1명. 그리고 이 자리에 없는 이였다. 한나는 이렇게 웃고 이야기를 나누며 전투분비를 하는 모드를 보며 한스를 그리워했다. 하지만 그것을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미 그것을 눈치 챈 사람이, 아니 인물이 있었다. 바로 잭. 뱀파이어인 잭은 한스를 향한 한나의 그리움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잭은 그간 가장 많은 시간 동안 한나를 지켜봐왔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엇던 것이다. 잭은 순간 망설였다. 한나에게 한스의 귀환을 자신의 마스터, 자신의 영혼의 주인의 귀환을 가르쳐줄지 말아야 할지 말이다. 일단 가르쳐준다면 한나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으려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전투에 제대로 임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재은 망설였다. 잭이 망설ㅇ이고 있는 사이 도적단의 두목, 벰모트와 암흑 제국의 대표사절로 온 흑마법사는 하늘 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시군요. 저들 하나하나가 모두 소드익스퍼드라니." "녀석들을 키우는데 고생 좀 했지. 그나저나 암흑 제국의 마법사들도 대단하군. 하나같이 대단한 실력자들 같아. 그리고 이렇게 몬스터를 잘 다루다니 말이야. 한 번 더 놀랐어. 흉포하기 그지없다는 야생와이번을 말이야." 키아아아아아! 그들이 지금 타고 있는 것. 그것은 와이번이었다. 그것도 알에서 태어날 때부터 사람에 의해서 길러진 와이번이 아닌 야생 와이번 말이다. 야생 와이번은 워낙에 흉악하고 머리가 좋아, 상당한 실력의 흑마법사가 아니라면 오히려 야생 와이번의 먹이가 되고 만다. 그런데 지금 벰모트 옆의 흑마법사는 아주 자연스럽게 야생 와이번을 조종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벰모트는 조금 놀라듯이 말한 것이다. "별말씀을. 칭찬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사냥감들이 드디어 발톱을 드러내려는 모양이군." "호~ 오! 이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그런 걸 아실 수 있습니까?" "아는게 아니야. 단지 느낄 뿐이야. 나 정도 경지에 오른 이나 전투 경험이 많은 이들은 느낄 수 있지. 전장의 흐름을 밀이야." "흐음. 전장의 흐름을 말입니까." 벰모트의 말은 사실이었다. 오랜 시간 전장을 나돌아 주위의 기세를 느낄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이는 전장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륙의 역사 속에서 등장하는 명장들은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을 때 적을 몰아치고,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병력을 후퇴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그것이 벰모트는 가능했던 것이다. 그는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전장을 나돌았고,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남자아니 밀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떻습니까?" "사냥감들은 침착해. 역시 사냥할 가치가 있는 자들이군. 그대들이 고생할 만해. 수적으로도 불리하고, 이쪽은 이미 포위망을 갖추었는데 이처럼 침착할 수 있다니 말이야." "역시 그렇군요." "그나저나 그냥 이대로 싸운다면 부하들의 피해가 크겠군." 벰모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옆에 흑마법사를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뭡니까." "보고 싶군. 우리가 협정를 나누었을 때 말했던 내가 앞으로 지휘하게 될 녀석들을 말이야. 그들이 나서준다면 우리 양쪽 다 적은 피해로 저들을 제압할 수 있는 것 같은데." "그들이라면." "이미 흑마법사들의 근처에 있는 것을 알고 있네. 자네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나." "......" 알고 있었던건가. 벰모트 옆의 흑마법사는 이렇게 소으로 말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너구리같은 늙은이. 사실 이 자리에 온 것은 벰모트의 실력을 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도리어 '그들'의 실력을 보여 달라고 하다니. 그렇지만 거부할 수는 없었다. 벰모트가 말한 이유는 타당했으니까. 그는 벰모트를 향해서 가식적으로 웃어 보이며 말했다. "어쩔 수 없죠. 설마 숨은 그들을 눈치 채셨을 줄이야. 과연 단장으로 추대되신 분답습니다." "과찬이네." "자, 보여드리겠습니다. 우리 암흑 제국의 주축이 될 또 하나의 기둥! 다크나이츠를!" 그렇게 외치자 곧 흑마법사들의 그리자로부터 무엇인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기사. 바로 어둠의 기사, 다크나이트들이었다! 마계의 기사, 언데드들에게 데스나이트가 있다면 마족들에게는 다크나이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이들! 그들이 지상에! 중간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다크나이트. 이들은 마계의 다크나이트들이 아닌 중간계에서 만들어진 다크나이트들이었다. 9년 전쟁과 정복 전쟁에서 희생된 기사들의 시산을 빼돌려, 마력으로 그 영혼과 육체를 타락시켜서 만들어낸 이들이 바로 다크나이트들인 것이다. 마계의 다크나이트들과 비교하면 손색이 있지만 그들이 강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최소 소드익스퍼드 중급 이상의 실력. 거기에 다크 오러라는 보통의 오러와 비교해서 월등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3써클 이상의 마법은 애초부터 무시하는 항마력! 이 2가지만으로도 그들은 중간계에서 공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다크나이트들이 이 자리에, 한나 일행의 앞에 첫선을 보인 것이다. "대단하군! 대단해!" "당연합니다. 저희 암흑 제국의 또 하나의 기둥이 될 이들, 다크나이츠니까요.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단장님." 벰모트와 암흑 제국의 계악. 그중 한 가지. 그것은 바로 에르니카 왕국을 멸망시킬 힘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에 암흑 제국에서는 저 암흑기사들 , 다크나이츠의 지휘권을 벰모트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 수는 자그마치 3백! 무려 3백 명이나 되었다. 그 수라면 벰모트가 키운 부하들과 엇비슷하지만, 다크나이트 이미 주은자. 그렇기에 지치지 않는다는 장점과 3써클 마법 이상은 통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에 엄청난 힘이라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소드익스퍼드 중급이라고 하나, 실질적인 파괴력으로 보자면 상급이라 할 수 있었기에 솔직히 말하면 벰모트, 그가 키운 부하들보다 강했다. "대단하군. 저들의 솜씨를 어서 보고 싶군." "곧 보게 되실 겁니다." 한편 다크나이트의 뜻밖의 등장에 한나 일행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다크나이트들이 내뿜는 기운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가씨, 많습니다. 거기에 강합니다." "알고있어, 잭." [아가씨의 호위는 우리에게 맡기도록. 우리가 있는 이상 아가씨의 털끝 하나도 건드릴 수 없다.] 걱정 어린 잭의 말에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암중으로 한나를 호위하던 데스나이트, 한나의 아버지, 그러나 한스라는 이름 대신 한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데스나이트는 그렇게 말했다. 한뿐만이 아니었다. 한스가 남기고 간 데스나이트들은 모두 한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누구는 서러워서 살겠나. 나도 수하나 거두어볼까." "지크 오빠는 자신도 제대로 못 추스르면서 무슨 수하야, 수하." [메이, 진실을 말하면 지크 상처받는다.] [네가 한 말에 더 상처받겠다. 덕.] "비터, 덕, 그만 하세요. 죄송해요 지크님."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한나를 보호하던 데스나이트들뿐만이 아니었다. 암중으로 메이를 호위하던 셋. 뱀파이어 크리스와 섀도 비터, 데스나이트 덕. 이 셋도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이들이 강해잘 때 이들도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다. 각자에 맞는 전투법을 개발하고, 메이와 함께 수많은 전투를 경험하며 그들 또한 강해져갔다. 웬만해서는 메이를 암중으로 호위하느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들이었지만, 암중으로 호위해봤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채 전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쩌면 저희 이 자리에서 뼈를 묻을지........" 퍽! "불길한 소리 말아라." "맞아, 맞아." 다크나이트들의 기세에 자신도 모르게 이 자리에서 죽을지 모른다고 말하려 했던 작은 한스는 퓨리의 스태프로 뒤통수를 가격 당했다. 하지만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약해진 자신에게 화를 낼 뿐이었다. 그래도 많이 나아진 것이라고 한스는 생각했다. 예전이라면 일단 살기 위해서 도망칠 생각부터 했었을 테니 말이다. "우리 어디 한번 죽어보자고요. 아니, 죽여보자고요." "호~ 오. 우리 작은 한스가 오랜만에 바른말 했네. 그래! 어디 한번 죽여보자!" 한나 일행과 한나 일행에 의해서 소환된 소환수, 그리고 312명의 도적들과 4백 명의 흑마법사, 또 3백 명의 다크나이트, 이들의 대결은 막을 올렸다. "제일 먼저 큰 것 갑니다! 어스 브레이크!" 콰콰콰콰! 제일 먼저 마법을 시전한 것은 작은 한스였다. 작은 한스가 시전한 어스 브레이크는 지면을 파괴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어스 브레이크는 지면을 파괴하면서 그 충격파로 적의 움직임을 막는 마법으로, 공격력은 약하지만 다수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데 적정한 마법이었다. 디그! 디그! 디그! 그렇지만 약점은 존재했으니 바로 땅이었다. 충격파는 땅을 통해서 전해지고, 충격파가 전달되지 못하게 흑마법사들처럼 디그를 시전하여 땅을 파게 된다면 어스 브레이크는 간단하게 무력화된다는 것이 약점이었다. "이봐! 마법사는 작은 한스 한 명만이 아니야! 파이어 스네이크!" 화르르르르! 키이이이이! 데인에 의해서 시전된 불꽃의 뱀은 그대로 적을 향해서 빠른 속도로 나아갓따. 아쿠아 볼! 아쿠아 스트라이크! 아쿠아 웨이브! 역시 써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는 하나, 무려 4백 명이 되는 마법사, 그들의 힘은 대단했다. "가라, 망자들이여." 끼리릭! "가서 죽여 버려!" 팍! 메이와 퓨리에 의해서 소환된 언데드, 스켈레톤 나이트와 구울들은 도적들을 향해서 달려들기 시작했다. 소환된 언데드들의 수는 약 150구, 그렇지만 모두 하나같이 한스가 남긴 깨달음이 접목된 언데드들이었기에 원래의 스켈레톤 나이트와 구울보다 2배 이상 강했따. "아잣! 삼뢰분영!" 파지지직! 우르릉! 우르릉! 우르릉! 삼뢰검법 제1초. 삼뢰분영의 뇌전이 잔뜩 실린 세 검강은 그대로 다크나이트를 덮쳤다. 다크나이트들은 검을 들어 다크 오러로 대항했지만, 뇌전의 항마력과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검강이었기에 다크 오러의 검기가 막아 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삼뢰권! 뇌격폭!" 우르릉! 그렇게 지크는 오른손의 검으로 삼뢰검법을 , 왼손으로는 삼뢰권을 사용하며 삼뢰보를 시전하면서 전장을 누볐다. 지크의 뇌전이 갖는 항마력은 다크나이트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주었지만, 다크나이트들의 수는 너무도 많았다. 쿠우우우우우! 쿠우우우! "모두 뒤로 물러나!" 콰아아아아! 콰아아아아! 숨을 들이켜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데인의 목소리. 그리고 갑자기 불어오는 엄청난 바람. 그것은 바로 에어 블레스트, 아니 그 이상의 파괴력을 가진 바람이었다. 그 바람의 근원은 바로 2개의 머리가 달린 푸른 뱀이었다. 그 뱀은 데인의 소환수, 쌍두사 엘케인이었다. 에어 브레스를 쓰는 엘케인은 데인이 가진 최강의 소환수였다. 엘케인의 두 머리에서 내뿜어진 에어 브레스는 그대로 자신의 앞에 있는 모든 것을 날려 보냈다. 그렇지만 적들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방금 에어 브레스와 언데드들, 지크에게 당한 것은 모두 다크나이트. 마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회복 가능한 녀석들이었다. 그들에게는 무려 4백 명이나 되는 흑마법사들이 존재했다. 4백 명이나 되는 흑마법사들이 마력을 공급하는 이상, 다크나이트들은 무적이었다. 거기에 모든 흑마법사들이 다크나이트들에게 마력을 공급하는 것은 아니기에, 한나 일행의 마법의 대응마법을 사용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으니 시간이 가면 갈수록 불리한 것은 한나 일행이었다. "대단하군. 저 사냥감들도 그렇지만, 다크나이트들도 말이야." "만족하십니까?" "만족? 물론 만족하고말고. 다크나이트뿐만 아니라 흑마법사들까지 지휘하게 해준다면 말이야." "물론, 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저 멀리 떨어져, 한나 일행의 전투를 지켜보며 둘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둘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전투는 계속되어갔다. 잭과 잭의 혈족들은 마력을 공급하는 흑마법사들을 노리며 공격했지만 번번이 다크나이트와 도적들에 의해서 죽이는 데 실패했고, 도리어 큰 상처를 입는 뱀파이어들도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30분이 흘렀다. 한나 일행들은 도저히 압도적인 수적 차이를 지닌 적과 싸웟따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엄청난 전투를 벌였다. 그러나 한 손으로는 열 손을 이길 수 없는 법! 한나 일행도 점차 지쳐갔다. 최초에 소환되었던 언데드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남은 것은 퓨리와 메이가 함께 제작한 플래시 골렘과 데스나이트뿐이었다. 거기에 데인이 소환한 쌍두사 엘케인은 이미 강제 소환되어 대신 트윈헤드 오구거 트윈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고, 지크와 잭, 잭의 혈족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느려졌고, 작은 한스의 공격마법 또한 파괴력이 사앙히 저하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나마 한스가 한나에게 남긴 데스나이트들과 메이와 퓨리가 제작한 플래시 골렘과 데스나이트들 덕분에 버틸 뿐, 이대로 간다면 결과는 뻔했다. "제길! 역시 인해전술은 이길 수 없는 건가!" "빌어먹을 다구리!" "하~ 아. 하~ 아. 모두 대단하시네요. 말할 기운도 있으시고!" "자, 작은 한스 오빠는 어떻구! 작은 한스 오빠도 말하잖아!" "모두 말을 아껴서 힘을 비축해라." "그러는 퓨리 오빠도 말하고 있잖아요." "한나 아가씨고 말하고 계십니다." "그런가." 절망적인 상황이다. 이미 다크나이트와 흑마법사들, 도적들에 의해서 완벽하게 포위되었고, 그들은 지쳐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광경이었다. "이대로 죽는 건 아쉽지. 아직 한스,그 녀석 면상에 주먹을 못 날렸는데." "주먹뿐이야! 이단 옆차기도 먹여줘야지!" "거기에 간단하게 악성 무좀가 습관성 치질에 걸리도록 저두고 걸어줘야지." "그럼! 난 잠도 못자게 하루 종일 놀아달라고 할 거야!" "음. 저라면 일단 한나 아가씨와 제일 먼저 만나게 해드리겠어요." "작은 한스! 결국 너도 한스라 이거냐!" "......" "응? 이봐, 잭. 왜 아무 말도 안 해." 어떠한 상황이라도 이 대화에 끼어서 맞장구를 쳤을 잭이었다. 그러나 잭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눈까지 감고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런 것일까. 한나 일행은 모두 이상하다는 듯이 잭을 쳐다 보았다. "아아!" 그때 잭은 온몸을 떨면서 환희에 찬 목소리로 크지 않은 외침을 질렀다. 이에 긴박한 순감임에도 불구하고 한나 일행과 잭의 혈족은 모두 잭을 주시했다. "이봐, 잭. 왜 그래? 어디 아파?" "아아! 그분! 그분이 오십니다!" "그분? 갑자기 무슨......." "서, 설마!" 그분이 온다는 잭의 말. 그에 지크는 무슨 헛소리냐고 말하려 했지만, 이내 기억나는 인물이 있었기에 도중에 입을 다물었다. 그에 다른 이들, 특히 한나는 눈을 부릅뜨며 잭을 바라보았다. 잭은 환희에 차 있었다. 그 환희는 곧 잭의 혈족에게 이어졌다. 그리고 잭의 혈족에게 이어진 환희는 주위의 언데드들에게 이어졌다. "아아! 경배하라!" 잭은 양손을 보름달이 떠 있는 하늘을 향해서 뻗으며 외쳤다. "경배하라! 죽은 자들이여!" 아아아아! 잭의 말에 따라 주위의 잭의 혈족과 언데드들은 환희에 찬 함성을 질렀다. 이미 전투는 멈추어진 상태였다. 잭이 환희에 찬 함성을 지른 순간, 다크나이트들은 온몸을 떨면서 행동을 멈추었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자들은 두려움에 떨리라! 죽은 자들이여! 경배하라! 그 분의 귀환을! 나의 영혼의 주인! 모든 죽은 자들의 주인!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경배하라! 죽은 자들이여! 데스 로드! 우리들의 군주의 귀환을!" 히이이이잉! 잭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들려오는 말의 울음소리. 그 울음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서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존재들은 숨을 직우며 고개를 들어 보았다. 수많은 팬텀스티드, 그리고 그 위에 데스나이트 그 이상의 존재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다가오는 자! 마치 달의 축복을 받은 것처럼 달빛아래 모습을 드러내는 자! 모든 죽은 자들의 주인, 불완전하게나마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가 된 자! 그의 원래 이름은 호상민. 또 다른 이름은 한스 게이시스. 임퍼펙션 데스 로드. 한스는 마침내 달의 축복과 산 자들의 두려움, 죽은 자들의 경배 속에서 소중한 이들과 재회했다. 커넥션 by Black K 10권 제 49장 다크 나이트 또각또각. 푸르르르. "오… 빠?" 나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믿기지 않는 것일까 한나의 얼굴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하긴 무려 10여 년 만의 재회이니까. 나는 천천히 팬텀스티드를 타고 한나의 곁으로 이동했다. 숲은 이미 나와 데스 챔피언들과 데스 서번트들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인해서 정적의 빠져 있었기에, 내가 탄 팬텀스티드의 말발굽 소리만이 숲에 울려 퍼졌다. 또각또각. 또각또각. 나는 팬텀 스티드에서 내려 한나의 앞에 섰다. 내가 속한 세계의 시간으로 반년. 이 세계의 시간으로 10년. 이 10년이란 기나긴 시간은 한나에게 여러가지 변화를 가져다준 듯했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자란 키. 그 키는 이 세계의 여자들과 비교해서 상당히 큰 키긴 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로브로 가려진 얼굴에는 더 이상 내가 기억하고 있는 어리고 천진난만한 한나는 남아 있지 않았다. 오직 성숙한 한 명의 여인, 한나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난 팬텀스티드에서 내려온 후 천천히 한나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스르르르. 나의 손에 밀려 벗겨진 로브. 그리고 그 로브 안에서 해질녘의 노을처럼 붉은 머리카락이 모습을 드러냈다. 로브가 벗겨지고 허리까지 내려올 정도로 자란 머리카락이 드러날 때도 한나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한나의 붉은 비단과도 같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거슬러 올라간 나의 손을 곧 한나의 뺨에 닿았고, 난 한나의 뺨에 손을 얹은 채 말했다. "다녀왔어." "아." 믿기지 않는다는 한나의 표정은 그제야 변했다. 변한 한나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 그것은 반가움이었다. 와락! 갑작스러운 한나의 행동은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한나의 행동. 그것은 바로 나를 껴안은 것이었다. 갑작스럽게 나의 품으로 달려들어 나를 껴안은 채 나의 가슴메 얼굴을 묻은 한나는 울고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가슴이 젖는 걸로 알 수 있었다. 이에 난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지만, 이내 조용히 한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나가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한나는 나를 향해 고개를 들어 웃어 보이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화르르르!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촉촉한 눈으로 웃어 보이며 말하는 한나의 모습에 나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변한 한나는 한 명의 성숙한 여인이었고, 방금 전의 한나의 행동으로 나 역시 예전의 나와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수 있었기 떄문이다. 더 이상 내가 한나를 동생으로 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고개를 돌린 채 한나를 곁눈질로 쳐다보며 아까 했던 말을 다시 했다. "다녀왔어." 라고 말이다. "어서 오세요." "다, 다녀왔어." "어서 오세요." "다, 다녀왔……." "으으으! 너희들이 감히 솔로들의 앞에서 염장을 지르는 것… 읍읍!" "하하하! 오빠랑 언니는 하던 것 마저 해." "지크 형도 참… 분위기 좋을 때 방해하고 말이야." "한나 누님이 저러시는 것 처음 보네요. 분위기로 봐서 한나 누님이 사모님이 되시는 건 시간문제겠네요." "…그 말에 동의한다." 한동안 귀가 먹먹할 정도로 크게 소리친 지크 형의 말 덕분에 난 주변을 인식할 수 있었고, 방금 전 내가 벌인 일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자각할 수 있었다. 그것을 자각한 것은 한나도 마찬가지였다. 한나의 얼굴은 머리카락과 마찬가지로 붉어질 대로 붉어져, 머리 위에서 김이 나오는 것을 상상하게 할 정도였다. "너희들 언제까지 붙어… 읍읍!" "아!" "아!" 용케 퓨리와 데인, 그리고 나의 제자로 들어온 한스의 결박에서 풀려난 지크 형의 말에 나와 한나는 아직까지 붙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재빨리 떨어졌다. 이미 얼굴은 붉어질 대로 붉어진 채로 말이다. 하하하! [로드, 재회를 만끽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아,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지." 어느새 나의 곁으로 다가온 셰인의 말에 난 마음을 진정시키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았다. 흑마법사들과 어둠의 기사, 다크 나이트들이 있는 곳을 말이다. 방금 전, 하늘 위에서 이곳으로 오는 동안 모두 볼수 있었다. 흑마법사들과 다크나이트들이 한나와 모두를 몰아세우는 것을 말이다. 그 대가를 확실하게 치르게 해주지. "오라버니." 내가 흑마법사들과 다크 나이트들을 향해서 걸어가려고 할 때 나의 걸을 멈추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한나의 손이었다. 한나는 걱정 어린 표정으로 나의 손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런 한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아마도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많은 수의 흑마법사들, 다크 나이트들과 싸우려는 내가 말이다. 나는 한나가 잡지 않은 다른 한쪽 손을 들어 한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난 강하니까. 그리고 난 혼자가 아니니까." 척! "아……." 혼자가 아니라는 나의 말에, 나와 한나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 않던 데스 챔피언들과 데스 서번트들이 일제히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들로 내뿜어지는 존재감은 하나하나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들은 내가 가진 병력 중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들의 존재감에 한나는 놀라워하며 나를 올려다보았고, 난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럼 다녀올게." 그렇게 난 나의 손을 붙잡은 한나의 손을 놓게 하고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나의 소중한 이들을 곤경에 빠트린 놈을 위해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인간, 어린아이들을 사냥하려고 했던 이들에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서. 흑마법사들과 다크 나이트들, 그리고 도적들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야생 와이번을 타고 있는 벰모트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파견된 암흑 제국의 흑마법사와 도적들의 우두머리이자, 흑마법사가 끌어들이려 한 당사자 벰모트는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스와 데스 챔피언과 데스 서번트들의 등장으로 인해 암흑 제국의 흑마법사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그렇게 얼굴이 굳어진 이유는 일단 데스 챔피언과 데스 서번트들에 있었다. 그는 데스 챔피언과 데스 서번트들을 모두 데스나이트로 보았다. 데스 챔피언은 데스 나이트보다 3단계 위, 데스 서번트는 데스나이트보다 1단계, 혹은 2단계 위의 존재인데도 말이다. 그런 데스 챔피언과 데스 서번트들을 데스나이트로 본 그는 모두가 마스터급 데스나이트, 혹은 그 이상의 데스나이트라고 생각했기에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것이다. 거기에 또 다른 이유는 마스터급, 혹은 그 이상으로 예상되는 데스 나이트들이 한 존재를 호위하듯이, 마치 주인을 따르는 듯이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스터급, 혹은 그 이상의 데스나이트가 한 존재를 따른다. 거기에 그 존재는 흑마법사들과 다크 나이트들이 사냥하려고 한 이들과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암흑 제국, 흑마법사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암흑 제국에 강대한 적이 나타난 것이니 말이다. 만약 이 자리에서 저 존재를 죽일 수 없다면, 말살할 수 없다면 당장 암흑 제국에 알려야 한다. 암흑 제국의 흑마법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지어 보이는 암흑 제국의 흑마법사와는 다르게 벰모트, 암흑제국의 흑마법사가 끌어들이려 한 당사자는 기쁜 듯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마치 재미난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 아이처럼 말이다. 거기에 그와 암흑 제국의 흑마법사는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바라 보는 이, 그것이 달랐다. 암흑 제국의 흑마법사가 바라보는 것이 데스나이트들의 주인 한스라면 벰모트가 바라보는 것은 그런 한스를 호위하는 자의 중심에 있는 셰인이었다. 벰모트는 한스와 함께 데스 챔피언들이 등장했을때부터 오직 셰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벰모트는 셰인만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떄부터 재미난 장난감을 얻은 아이처럼 천진 난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는 이유는 벰모트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셰인 저 알 수 없는 데스나이트를 망가트리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만은 확실했다. "흠흠, 벰모트님, 아무래도 일단 수하 분들을 후퇴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후퇴? 어째서?" "어째서라니요, 벰모트님, 정도의 실력자라면 아실 것 아닙니까? 저 데스나이트들의 실력을." 확실히 벰모트 정도의 실력자라면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다. 데스 챔피언과 데스 서번트들의 실력을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벰모트에게 수하들을 후퇴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셰인, 데스 챔피언의 수장 셰인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였다. 벰모트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셰인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보았다. 그리고 판단을 내렸다. 이 전투에서 아군에게는 승산이 없다고 말이다. 그는 적지 않은 전투를 경험하고 전장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전투를 벌인다면 설사 전력을 다한다 하더라도 이길 수 없다고 ㅁ라이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으음, 확실히 후퇴하는 것이 좋겠군. 그리고 방금 전의 일은 사과하지." "아아, 괜찮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암흑제국의 흑마법사는 속으로 불쾌해했다. 하지만 그 불쾌함을 전혀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베모트가 암흑 제국의 수도로 가서 충성을 서약하지 않는다면, 아직 그를 완전하게 끌어들였다고 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저쪽에선느 우리를 그냥 보내줄 것 같지 않군." "으음." 이때는 막 한스가 한나와 이야기를 끝내고 앞으로, 흑마법사들과 다크 나이트들을 향해서 나아갈 떄였다. 그런 한스를 따르는 데스 챔피언과 데스 서번트들을 보두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고, 상당 거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둘은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투기에 실린 분노를 말이다. "확실히 어느 정도의 피해는 감수해야만 할 것 같군요." "피해라……." 어느 정도의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 같다는 암흑 제국의 흑마법사의 말에 벰모트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대로 그냥 피해만 입고 빠니는 것은 뭔가 아쉽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경고를 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벰모트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이때, 암흑 제국의 흑마법사의 말이 벰모트의 귀를 울렸다. "기왕 입을 피해,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겠죠." "호~ 오." 가만히 생각에 빠져 있던 벰모트는 흑마법사의 말에 관심을 가지며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고, 흑마법사의 얼굴에는 섬뜩한 비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오히려 잘됐군요. '그것'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 그것? 그게 뭔지 정말 궁금하군." "곧 아시게 될겁니다. 후후후!" 철컥철컥. 저벅저벅. 천천히 내뿜어지는 기운, 그것은 죽음. 그 죽음의 기운을 퍼트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나의 걸음에 맞춰 다크 나이트와 흑마법사는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하나, 섣불리 뒤를 돌아 뛰어 도망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로부터는 어떠한 전의도, 투기도 느낄 수 없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이지[{(의지 아닌가???)}]를 제압당한 다크 나이트였기에 여기 있는 그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죽은 자이니까. 우우우웅! "응?" 우우우웅! 파아아아악! "뭐, 뭐야!" "무, 무슨 일이!" [로드! 물러나십시오!] 나의 나아가는 걸음에 맞춰 뒷걸음질 치던 다크 나이트들의 뒤쪽에서, 다크 나이트들과 마찬가지로 뒷걸음질 치던 흑마법사들, 그 흑마법사들의 몸에서 갑작스럽게 빛이 내뿜어졌다. 그 짗이 어째서 자신들의 몸에서 뿜어지는 줄은 흑마법사들도 모르는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 빛으로부터 느껴지는 것은 음습함과 흉악함, 그리고 알지 못할 압박감뿐이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 "셰인." [예, 로드.] "한나와 모두를 후방으로 후퇴시켜, 보를과 킬, 켈트 이 셋과 셋에 속한 데스 서번트들이 한나와 모두의 호위를 담당한다. 나머지는 언제든 전투를 벌일 수 있도록 준비해." [로드의 명을 받듭니다!] 나의 명령으로 나의 뒤에 서 있던 보를과 킬, 켈트와 이 셋에 속한 데스 서번트들은 모습을 감추었다. 도적들의 본거지에 남겨둔 우라노스와 빌리, 그리고 이둘에게 속한 데스 서번트들과 방금 전에 모습을 감춘 보를과 킬, 켈트와 이 셋에 속한 데스 서번트들. 덕분에 현재 내주위에 남은 것은 셰인과 볼케이노, 프로스트와 이셋의 데스 서번트들 뿐이었다. 이들의 수를 모두 합해도 불과 40명을 넘지 못하지만 상관없었다. 데스 서번트 한명 한명이 모두 실력자이고, 정예중에 정예였으니 말이다. 거기에 지금 우리와 싸우게 될지도 모르는 적의 반은 다크 나이트이니 문제될 것은 없었다. 우우우웅! 파아아아악! "으아아아아!" "크아아아악!" 방금전까지 갑작스러운 일을 겪은 놀라움 때문에 울려 퍼졌던 비명과는 다르게 빛이 검게 물들며 어둠으로 변화했을 때! 그때부터 울려 퍼진 비명 소리에는 고통과 절규, 공포만이 가등했다. 순식간에 어둠으로 변화한 빛은 빠른 속도로 흑마법사들의 몸을 잠식해갔고, 이내 남은 것은 흑마법사들이 있던 자리에 남은 어둠 덩어리 뿐이었다. 흑마법사들이 서 있던 자리에 남은 어둠 덩어리. 그것은 마력이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분명 저 어둠 덩어리는 마력이었다. 그 마력의 양은 흑마법사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양을 상회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우우웅! 슈슈슝! 파악! 파악! 파악! 흑마법사들의 육체를 잠식하고, 대신 그자리에 남아 있던 마력 덩어리들은 놀랍게도 일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마력 덩어리들의 목적지는 다름 아닌 다크 나이트! 그대로 날아 움직이기 시작한 마력 덩어리들은 하나 둘씩 수많은 다크 나이트들에게 날아갔고, 검은 갑옷으로 이루어진 다크 나이트들의 몸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거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철컹철컹! 철컹철컹! 우우우웅! 마력 덩어리가 스며든 다크 나이트들의 몸을 이루는 갑옷은 크게 떨리기 시작했고, 그 갑옷의 마찰음은 숲을 뒤덮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기존의 다크 나이트의 몸을 지탱하는 마력과 방금전 스며든 마력은 공명을 하기 시작했고, 주위의 다크 나이트들은 같은 공명음을 내며 서서히 심상치 않은 변화를 겪고 있었다. [로드, 지금 처리하는 것이…….] "아니, 기다려." [하나, 위험하실 수도 있습니다.] 나의 안전을 걱정하며 지금 다크 나이트를 처리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셰인을 보고, 난 미소 지으며 말했다. "확실히 위험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에게는 너와 다른 데스 챔피언들이 있으니까 괜찮아." […….] "그리고 난 저런 녀석들에게 당할 정도로 약하지 않아." 확실히 나에게는 셰인을 비롯한 데스 챔피언들이 있다. 그들은 나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을 버릴 준비가 되어있다. 그렇기에 난 어떠한 전투가 벌어지더라도 그들을 믿고 전투를 벌일 수 있었다. 거기에 나 역시 약하지 않다. 겨우 다크 나이트를 상대로 목숨을 잃을 정도로 말이다. 크아아아아! 화르르르르! "아무래도 저쪽은 준비가 끝난 모양이군." 크아아아아!!! 애초부터 이지는 제압당한 채 명령에 의해서 인형처럼 움직이던 다크 나이트들은 광기어린 외침을 내뱉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몸에서는 검은 불꽃이, 그들이 서 있는 땅조차 검게 태우는 검은 불꽃이 전신에서 내뿜어지고 있었다. 수백의 다크 나이트들이 일시에 내뿜는 광기 어린 외침과 전신에서 내뿜어지는 검은 불꽃의 열기는 가히 엄청났다. [크크크! 감히 내앞에서 불꽃 자랑을 하다니.] 화르르르. 다크 나이트의 검은 불꽃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 볼케이노는 나의 뒤에 서서 열기를 내뿜으며 흥분하고 있었다. 스스스스. [볼케이노.] [이런, 이런. 나도 모르게 흥분하고 말았군. 로드, 저녀석들 우리에게 맡겨주지 않겠어?] 점차 열기를 높여가던 볼케이노의 옆에 선 프로스트는 한기를 내뿜으며 열기를 잠재우고는 볼케이노를 불렀고, 볼케이노는 재빨리 열기를 갈무리하며 나에게 물어왔다. 으음, 불케이노와 볼케이노의 데스 서번트들의 수는 열셋. 그에 반해서 다크 나이트들의 수는 누으로 보기에도 수백이 이른다. 거기에 현재의 다크 나이트들은 알지 못할 방법으로 흑마법사들을 희생시켜 생성된 마력 덩어리를 흡수한 상태. 눈으로 보기에도 흡수하기 이전보다 강해진 상태였다. 강해지기 이전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볼케이노에게 맡겼겠지만, 지금은 조금 고민이 되는 걸. [로드, 저에게도 허락을.] "프로스트." 내가 볼케이노에게 다크 나이트들을 맡길까 말까 생각하던 도중,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와 그 내용은 나를 올라게 만들었다. 나에게 허락을 구하는 목소리의 당사자. 그 존재가 바로 프로스트였기 때문이다. 프로스트는 본나이트 시절부터 거의 말을 하지많고, 자신의 의사조차 표현하지 않았다. 프로스트의 속성은 얼음. 빙(氷) 속성의 영향인지 다흔 이들보다 냉정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며, 내가 내린 명령이외에는 거의 움직이지도 않는 프로스트였다. 그런 프로스트가 다크 나이트들을 상대하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호~ 오! 프로스트, 네가 웬일이냐?] [그냥 움직이고 싶을 뿐이다.] 척! 척! 척! "이거 고민할 시간도 없겠는데. 좋아! 볼케이노, 프로스트." [예, 로드.] 마치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면서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다크 나이트들을 보며 난 볼케이노와 프로스트를 불렀고, 이때만큼은 볼케이노 역시 근엄한 목소리와 그에 걸맞은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저 다크 나이트들을 너희 둘에게 맡기겠어. 단 각각 두 명씩, 다크 나이트들을 생포하도록 해. 나머지는 처리해도 좋아." [로드의 명을 받듭니다!] 척! 척! 척! 화르르르르! [크크크! 오랜만에 몸 좀 풀겠군.] 척! 척! 척! 스스스스. [가벼운 운동일 뿐, 몸이 풀릴 정도의 상대는 아니다.] [으으으! 말을 해도 그따위로 하냐! 프로스트!]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저 정도 상대로 몸이 풀리는 너와는 다르다는 것이 불만인가.] 빠직! [방금 그 발언! 그냥 넘길 수 없다!] [넘길 수 없다면?] [승부다! 누가 저 검댕이를 더 많이 처리하는 지 말이다!] [그거 좋군.]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각기 상반된 속성을 지닌 데스 챔피언인 둘은 어떻게 보면 친형제처럼 사이가 좋았고, 또 어떻게 보면 원수처럼 사이가 나빴다. 둘이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난 이렇게 될 줄 예상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내가 내린 명령을 잊으면 곤란한데. [아그들아! 저 얼음 덩어리들에게 지면 죽음이다!] [저희가 질 리가 없잖습니까! 저런 얼음 덩어리들에게!] [당연하지!] 졸케이노의 외침에 크게 소리치는 데스 서번트들. 데스 서번트들 역시 말할 수 있구나.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묵묵히 명령만을 수행해온 데스 서번트들이었기에, 저런 볼케이노의 데스 서번트들의 반응이 조금 놀라웠다. 나중에 다른 데스 서번트들에게도 말을 시켜봐야겠군. 나는 왁자지껄한 볼케이노의 데스 서번트들을 잠시 쳐다본 후, 고개를 돌려 프로스트와 프로스트의 데스 서번트들을 쳐다 보았다. 이대로 그냥 넘길 리 없겠지. [이 승분, 질 수 없다.] 끄덕. [최선을 다하도록.] 끄덕. 프로스트의 데스 서번트들은 프로스트의 말에 따라 고개를 끄덕일 뿐, 전혀 입을 열지 않았다. 데스 서번트는 자신이 따르는 데스 챔피언을 닮는다, 이건가. 후훗! "셰인." [만약을 위해서 따로 사로잡아두겠습니다.] "부탁해." 크아아아아! 쾅! 앞으로 나아가는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그리고 이 둘의 데스 서번트 24명을 향해서 다크 나이트들은 일시에 달려들었다. 마치 짐승 같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드는 다크 나이트들은 손에 쥐어진 검을 크게 휘둘렀고, 검은 지면과 충돌하면서 큰 소음을 내며 무엇인가 쏘아 보냈다. 그렇게 쏘아진 것은 오러! 여러 오러들 중 가장 큰 파괴력을 자랑하는 다크 오러였다. 다만 그것은 불완전한 다크 오러. 소드마스터의 증거라고 할 수 있는 완성된 오러 블레이드, 검강은 아니었다. 말하자면 검기와 강기의 중간 단계인 오러였다. 그리고 다크 오러는 강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마력으로 형성된 것이었기에, 그 파괴력은 완성된 오러 블레이드와 견주어도 부족할 것이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다크 오러는 다크 나이트들의 전신을 감싼 검은 불꽃이 겉을 감싸고 있었고, 방금 전 지면을 크게 휘두르며 내려 쳐졌을 때 다크 오러와 함께 흙들과 크고 작은 돌조각들이 함께 거대한 파도처럼 다가오고 있었기에 가볍게 볼 수 없었다. [크크크! 잡것들이 꼼수를 부리는구만!] 화르르르!! 그렇게 다크 오러와 함께 흙과 크고 작은 돌조각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파도를 보며, 볼케이노는 검조차 빼들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지만 볼케이노와 볼케이노의 데스 서번트들의 몸에서는 심상치 않은 화염이 치솟고 있었다. 순식간에 전신을 뒤덮어버린 화염은 검붉은색에서 붉은색으로, 붉은색에서 주황색으로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크 오러와 흙과 돌의 파도가 그들에게 도착했을 때, 그들의 몸에는 다크 나이트들의 몸을 뒤덮은 검은 불꽃들이 치솟고 있었다. 치지지지! [크크크! 닿지도 못하는 거냐.] 볼케이노의 말 그대로였다. 다크 오러와 흙과 돌의 파도는 볼케이노와 볼케이노의 데스 서번트들의 몸에 닿지도 못했다. 증발(蒸發). 단어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볼케이노와 볼케이노의 데스 서번트들을 향해서 거대한 파도를 이루어 다가오던 흙과 크고 작은 돌조각들이 말이다. 거기에 놀라운 것은 증발한 것은 오직 파도를 이루어 다가오던 흘과 돌조각들뿐이라는 것이었다. 볼케이노와 볼케이노의 데스 서번트들이 서 있는 대지는 전혀 아무렇지 않았고, 타오르지도, 증발하지도 않고 탄탄하게 그들을 받치고 있었다. 흙과 돌조각들을 증발시켜 버릴 정도로 뜨거운 불꽃이 전신을 감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크크크! 어떠냐! 프로스트! 이 몸과 나의 부하들이!] [비효율적이군.] [뭐라고!] [말 그대로 너와 네 부하들의 행동은 비효율적이라는 말이다.] 난 시선을 볼케이노에서 프로스트를 향해서 돌렸다. 흙과 돌조각들을 증발시켜 근처에 아무것도 없는 볼케이노와 볼케이노의 데스 서번트들의 자리에 비해서, 프로스트와 프로스트의 데스 서번트들의 주위에는 많은 것들이 존재했다. 크고 작은 얼음 덩어리들과 얼음 기둥. 그리고 그 얼음 기둥 앞쪽으로 쌓여있는 흙과 돌조각들. 그렇지만 정작 프로스트와 프로스트의 데스 서번트들의 정면에는 어떠한 것도 놓여 있지 않았다. [풋! 비효율적이고 뭐고 간에, 크크크! 이거 봐라. 우리는 일렇게 깔끔하지 않냐.] [하나, 너희들이 그 불꽃을 일으키는 데 들어간 에너지와 우리가 다크 오러를 비롯한 크고 작은 돌조각들을 동결시키고, 얼음 기둥을 만들어 흙과 돌조각의 파도를 막아낸 데 들어간 에너지를 비교하자면 우리가 더욱 효륳적이다.] "이봐, 둘 다 그러고 있을 시간이 없을 텐데." 크르르르! 크아아아아! 화르르르! 이미 이지를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무시다했다는 것을 안 것이었을 안 것이었을까. 다크 나이트들의 몸을 감싼 불꽃은 더욱더 거세게 타올랐고, 그들에게 느껴지는 흉포한 기세는 더욱 커졌으며, 이내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그리고 이 둘의 데스 서번트들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건방진 것들! 어디서 불꽃을 키워!] 화르르르! 화르르르! 불꽃과 불꽃의 격돌! 하나, 그것은 애초부터 승부가 성립되지 않는 승부였다. 크아아아아악! [크하하하! 죽어라! 죽어! 타올라라! 타올라! 모두 타서 우리와 하나되는 거다! 크하하하!] 화르르르르! 볼케이노와 볼케이노의 데스 서번트들의 불꽃은 검은 불꽃. 다크 나이트들의 불꽃도 역시 검은 불꽃. 둘 다 똑같은 검은 불꽃이지만, 볼케이노와 볼케이노의 데스 서번트들의 불꽃은 다크 나이트들의 검은 불꽃을 조금씩 흡수하며 더욱 거세게 타올랐고, 가까이 있는 다크 나이트들을 하나 둘씩 태워버리기 시작했다. 볼케이노와 볼케이노의 데스 서번트들의 검은 불꽃과 다크 나이트들의 검은 불꽃은 겉으로 보기에는 같았지만 근본적으로 달랐다. 다크 나이트들의 불꽃. 그것은 마력으로 인해서 검게 물들고 강화되었을 뿐인, 말하자면 거짓된 검은 불꽃이었다. 그렇지만 볼케이노와 볼케이노의 데스 서번트들의 불꽃은 천천히 자신을 키워서 주변을 태우고, 언제 그 불꽃을 키워낸 이를 태워비릴지 모르는, 아슬아슬하게 그 존재를 유지하는 순수한 불꽃이었다. 그런 불꽃이 고작 마력으로 인해서 검게 물들고, 강화된 불꽃에 밀릴 리가 없었다. [역시 비효율적이다.] 끄덕! 스스스스. 쩌저저적! 퍼석! 퍼석! 다크 나이트들의 몸과 불꽃 그 자체를 태우며 점점 더 거세게 타오르는 볼케이노와 볼케이노의 데스 서번트들과 다르게 프로스트와 프로슽의 데스 서번트들이 싸우는 곳에는 모든 것을 증발시킬 것 같은 열기 대신 그와 상반되는, 다가오는 모든 것을 순식간에 얼려버릴 냉기가 내뿜어 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프로스트가 볼케이노에게 비효율적이라고 말한 것 때문인지, 그 냉기는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고직 다크 나이트들이 다가오는 방향을 향해서 냉기가 내뿜어지고 있었다. 거기에 내뿜어지는 냉기 외의 냉기는 프로스트와 프로스트의 데스 서번트들의 검에 맺혀져 있었다. 그렇게 검에 맺혀진 냉기는 검과 함께 휘둘러져 다크 나이트들을 베었고, 검에 맺힌 냉기로 얼어붙고 검에 의해서 잘려나간 다크 나이트의 신체의 절단면은 얼어붙어 있었다. 냉기로 인해서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까지 얼어붙어 버린 것이다. 프로스트와 프로스트의 데스 서번트들의 몸에서 내뿜어진 냉기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냉기가 맺힌 검에 의해서 베어진 다크 나이트의 신체의 절다면을 냉기가 거슬러 올라가, 얼지 않은 다른 신체 부위를 얼려버렸다. 얼마가지 않아 전신이 얼어버린 다크 나이트는 가벼운 충격에 균열이 갔고, 이내 완전히 산산조각 나 땅 위에 아무렇지 않게 나뒹굴었다. 그렇게 다크 나이트들을 처리하는 프로스트와 프로스트의 데스 서번트들의 움직임은 극단적으로 적었지만, 다크 나이트들을 처리한 수는 딱 보기에도 프로스트 쪽이 더욱 많았다. [으으으! 질 수 없다! 애들아! 전력으로 간다!] [예!] 화르르르르! 볼케이노 쪽도 프로스트 쪽과 비교해서 자신들이 처리한 다크 나이트들의 수가 적다는 것을 알았는지, 더욱 거세게 불꽃을 태우며 허리에 가만히 매달고 있던 검을 뽑아들었다. 그 검을 뽑아들자 놀랍게도 볼케이노를 감싸고 있던 검은 불꽃이 검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검에 집중된 검은 불꽃은 방금 전보다 더욱 엄청난 열기를 내뿜었다. 분산되어 있던 불꽃을 검에 집중시켜 더욱 온도를 올린 것이다. 그것은 볼케이노 뿐만 아니라 볼케이노의 데스 서번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검은 불꽃이 집중된 검은 다크 나이트들의 몸에 닿기도 이전에, 다크 나이트들의 몸에서 내뿜어지는 불꽃과 함께 육체까지 그 엄청난 열기로 불태우기 시작했다. [네 말대로 효율적으로 처리해주마!] [흥!] 그런 볼케이노를 보며 프로스트는 더욱 강한 냉기를 내뿜으며 빠르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프로스트의 데스 서번트들 역시 냉기를 내뿜으며 빠르게 몸을 놀리기 시작했다. "아아, 아무리 봐도 이미 나의 명령은 잊힌 것 같지." [이미 마스터의 명대로 총 네 명의 다크 나이트를 사로잡아놓았으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수고했어, 셰인" [이곳으로 데려올까요?] "부탁해." 나는 신나게 다크 나이트들을 처리하고 있는 볼케이노와 프로스트로부터 시선을 떼고, 셰인을 따라 제압해놓았다는 다크 나이트들을 향해서 이동했다. 얼마 가지 않아 4명의 다크 나이트들이 제압되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압된 다크 나이트들 주위에는 셰인의 데스 서번트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나와 셰인이 다가가자 일제히 고개를 숙여 보이며 길을 내주었다. 역시 가장 충성심이 강한 셰인의 데스 서번트들 답군. 다크 나이트들이 어떻게 제압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마력으로 인해서 검게 물든 불꽃을 전신으로 내뿜고 있었는데 그 불꽃과는 다르게 멍하니 가만히 서 있었다. [보를의 데스 서번트들의 도움을 받아 정신의 자유를 빼앗은 것입니다.] 내가 질문을 하기도 전에 셰인은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크 나이트들을 향해 다가갔다. 후끈. "꽤 뜨거운데. 흐음, 정신이 제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불꽃이 타오른다라. 그렇다는 말은 다크 나이트들의 정신, 혹은 의사와는 관계없이 타오른다는 건가." 주위가 후끈할 정도로 열기를 내뿜는 다크 나이트를 관찰하며 말했다. 정신이 제압됐음에도 불구하고 타오르고 있는 불꽃. 으음, 아까전에 볼케이노와 싸우는 것을 봤을 때 다크 나이트들이 분노하자 더욱 더 거세게 타올라서 정신과 관계있을 줄 알았는데… 틀린건가. 그럼 마력으로 인한 것인가. 이 불꽃들은 마력으로 타오르고 있는 것이니 말이야. 다크 나이트들이 분노하고, 그로 인해서 마력이 요동쳐 불꽃을 더욱 타오르게 했다. 말 되는군. 어디 볼까. [로드, 위험합니다.] "아아, 괜찮아. 한 가지 실험을 해보려는 거니까." 내가 다크 나이트들을 향해서 다가가자, 셰인은 다크 나이트들의 몸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꽃의 열기가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나를 제지했지만, 난 괜찮다며 다크 나이트들에게 다가갔다. 후끈후끈. 꽤 뜨거운데. 환골탈태를 두 번 겪어서 웬만한 열기와 냉기에도 아무렇지 않은 내가 뜨겁다고 느낄 정도라면, 평범한 사람이라면 화상을 입을 정도겠군. 그렇다는 말은 대인 전투에서 이렇게 불을 내뿜기 이전에 처리해야 한다는 말이군. 그럼 어디 실험해볼까. 잠시 다크 나이트들이 내뿜는 열기를 느껴본 뒤, 난 마나를 끌어올려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르르르! "호~ 오! 이 불꽃, 마나도 태우잖아." 놀랍게도 다크 나이트들의 몸에서 내뿜어지는 검은 불꽃은 내가 움직인 마나를 태웠다. 그것도 순식간에 말이다. 마나를 태운다. 이 말은 마법으로 이렇게 검은 불꽃을 일으킨 다크 나이트를 제압하거나 쓰러트리는 것은 어렵다는 말이었다. 기존의 다크 나이트도 이미 강한 마법 저항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다크 나이트듸 마법 저항력에 마나를 태우는 불꽃이라. 흑마법사들이 상당히 골치 아픈 물건을 만들어냈구만. 화상을 입을 정도의 열기를 내뿜고 마나를 태우고 거기에 강한 마법 저항력, 그리고 완성되 오러와 비견될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최상급 다크 오러. 이런 녀석들을 상대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후우! "과연 이런 다크 나이트가 흑마법사들에게 얼마나 존재할까." 지금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그리고 이 둘의 데스 서번트들이 상대하고 있는 다크 나이트들의 수만 해도 수백. 이 수백의 다크 나이트, 정확히 흑마법사들을 희생시켜서 검은 불꽃을 타오르게 한 다크 나이트라면 작은 왕국이 거의 멸망의 타격을 입고, 간신히 쓰러트리거나 멸망당할 정도였다. 우우우웅! 화르르르르! "응?" [로드, 베겠습니다.] "읏!" 갑자기 일어난 다크 나이트의 변화. 정신이 제압당한 다크 나이트 4명의 마력이 서로 공명하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다크 나이트들의 전신을 감싼 검은 불꽃이 더욱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셰인은 나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바로 검을 빼들어 움직였고, 동시에 난 누군가 나를 들어 옮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곧 나를 들어 옮기는 이가 셰인의 데스 서번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콰쾅! 콰콰콰쾅! 화르르르!! 그때였다. 갑작스럽게 폭음이 들려온 것이 말이다. 그 폭음이 들려온 곳. 그곳은 다름 아닌 나의 뒤쪽.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그리고 이 두르이 데스 서번트들이 한창 싸우고 있는 곳이었다. 폭음은 쉬지 않고 들려왔고, 그와 동시에 폭발로 인해서 땅은 거세게 흔들렸다. 거기에 다크 나이트들의 전신을 감싸던 불꽃과 같은 검은 불꽃으로 된 불꽃 기둥이 여기 저기에서 치솟고 있었고, 그 불꽃은 주위의 숲을 태우기 시작했다. 반면, 방금 전 내가 있던 곳에서는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군. 방금 전 정신이 제압된 다크 나이트 넷의 공명과 더욱 거세게 타오른 검은 불꽃, 그리고 잠시 후 일어난 대혹발과 검은 불꽃의 기둥, 이렇게 많은 단서를 가지고 지금 일어난 일이 어떤 일인지 알지 못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만 놓도록." [예.] 나를 들어 옮기던 셰인의 데스 서번트가 나를 내려놓았다. 그 데스 서번트와 함께 나를 호위하기 위해서 움직인 데스 서번트들은 나를 호위하기 위해서 진을 짰고, 내가 움직이자 호위진을 유지하며 움직였다. 내가 이동한 곳은 방금 전 내가 있던 곳, 4명의 다크 나이트가 있던 곳이었다. 볼케이노와 프로스트가 싸우던 곳과 다르게 그곡에서는 폭발도 일어나지 않았고, 불기둥이 치솟지도 않았다. 아마도 셰인이 폭발을 일으키기 이전에 처리했으리라. 그곳에 도착했을 때 내가 본 것은 검에 의해서 몇 번이나 베어져 땅에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는 다크 나이트들의 갑옷이었다. [괜찮으십니까, 로드.] "아아, 나는 괜찮아. 후~ 우. 정말 골치 아픈 물건이구만, 자폭 기능이라니." 그렇다. 방금 전에 들려온, 그리고 지금도 들려오는 폭발음. 거기에 하늘을 향해서 치솟은 검은 불기둥. 이는 모두 다크 나이트들이 자폭을 했기 때문이었다. 정말 여러가지로 골치 아픈 물건이었다. 다크 나이트란 녀석들은 말이다. 들려오는 폭발음과 하늘을 향해서 치솟은 물기둥을 보건대, 만약 저기에 휘말린다면 수십 명은 죽을 것이다. 다크 나이트들의 능력이 하나하나 드러날수록 골치가 아파 오는구만. "오빠!!" "스승님!" "인마! 괜찮냐!" "형! 괜찮아!" 그때였다. 다크 나이트의 능력들 때문에 지끈거리는 머리에 손을 올리고 있던 중에, 아는 이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 말이다. 한나와 메이를 비롯한 모두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고, 이내 나의 얼굴을 보고는 안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마도 방금 전, 다크 나이트들이 자폭으로 일으킨 폭발 때문에 걱정했던 모양이다. 와락! "오빠!" "아아, 난 괜찮아." 안도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한나는 나를 보자마자 바로 나의 품에 안겨들었다. 처음에는 이런 한나의 행동에 당황스러웠지만, 곧 난 한나의 등을 토닥이며 안심시켰다. "우우우! 한나 언니한테 선수를 빼았겼다. 쳇! 내가 안기려고 했는데." "메이, 이 오빠의 품에 안기렴." "삼십대 노총각에게는 흥미 없네요!" "윽! 자, 잠깐! 삼십대면 저기 한스도 범위에 들어가잖아!" "한스 오빠는 제외네요! 베~!" "메이는 그렇다 치고, 지크 형님은 도대체 언제 철이 드실지. 안 그러냐, 퓨리." "동감이다." "저는 오히려 저런 지크 형님이 보기 좋은걸요." "작은 한스, 말도 마라. 너는 마법을 연구하느라 거의 연구실에서 안나와서 모르지만, 우리는 자그마치 저 모습을 십년 넘게 봐왔다고." "그런가요?" 고개를 돌려 메이와 다른 일행들을 향해서 고개를 돌렸을 때 메이는 지크 형에게 쫓기고 있었고, 그런 모습을 보며 데인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에 반해서 퓨리는 담담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고 말이다. 모두 별로 변한 건 없구나. 척! 척! 척! [으으으! 빌어먹을 녀석들! 그런 재미없는 짓을 하다니!] [덕분에 승부의 승패는 알 수 없게 됐군.] [무슨 소리! 내가 분명하게 세어봤는데, 나랑 내 애들이 칠십육 명! 너랑 네 애들이 처리한 수가 육십 팔! 이 승부는 나의 승리다! 어디서 발뺌이야!] [그 말 무시할 수 없군. 우리가 처리한 녀석들의 수는 정확히 팔십이 명이다. 너희 쪽이 처리한 숫자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끄덕! [뭐야! 그럼 내 말을 못 믿겠다는 거냐! 그리고 어디서 구라야!] [해보자는 건가. 원한다면 상대해주지.] 내가 다른 일행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그리고 둘의 데스 서번트들은 마치 자신들의 등장을 알리고 싶다는 듯이 큰 발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아아, 역시 무사핶구나. 하긴 거기에 당할 녀석들이 아니니까. [모두 그만.] [쳇! 나중에 보자! 얼음탱이!] [내가 할 말이다.] 으르렁거리는 둘을 진정시킨 것은 셰인이었다. 셰인은 내가 가장 따르고 믿는 데스 챔피언이고, 동시에 다른 데스 챔피언들에게 인정받는 우두머리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름대로 둘은 독불장군이라고 할 수 있었기에, 말릴 수 있는 이는 아마 나와 셰인뿐일 것이다. [그만 해라! 지금 뭐 하는 짓인가! 한나님을 비롯한 메이 아가씨, 그리고 다른 분들이 계신 자리다!] 흠칫! 계속 다투는 볼케이노와 프로스트를 보며 셰인은 화가 난 듯 크게 소리쳤다. 셰인이 크게 소리치자, 둘은 놀라며 성큼 뒤로 물러섰다. 뭐야. 셰인이 화난 거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기에 그 놀람은 컸다. 놀란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그리고 한나와 메이의 호위를 맡긴 보를과 킬, 켈트도 역시 매우 놀라워 하고 있었다. 거기에 당사자인 셰인의 데스 서번트들과 주위의 모든 데스 서번트들 역시 놀라워하며 셰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너희들은 로드께서 내리신 명령을 잊었는가!] [아!] [아! 제길 깜박했다!] 둘은 셰인의 말에 그제야 기억난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그 후에 한 행동은 각기 달랐다. 프로스트의 경우에는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었고, 볼케이노의 경우에는 어쩔줄 몰라서 안절부절못하며 나와 셰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난 이미 해볼 것은 다 해봤으니까 상관없지만, 셰인이 무슨 생각이 있는지 지켜보기로 할까. [변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을 터.] [하, 하지만 대장도 아까 봤잖아! 녀석들이 자폭하는 거! 우리가 잡아왔으면 로드 근처에서 폭발했을 테고…….] [그만 해라, 볼케이노. 대장의 말대로 변명할 여지 따위는 없다.] [하지만… 크윽!] 변명을 하려는 볼케이노를 프로스트가 제지했고, 변명을 이어나가려 했던 볼케이노는 이내 그만두었다. [대장, 우리는 반성의 의미로 한동안 자숙하기로 하겠다.] 끄덕. [로드, 로드의 명을 수행하지 못한 저희를 용서해주시길.] [용서해주시길.] 둘은 나의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고, 설마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던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겉으로 내색해서는 안 될것 같은 느낌이 들어 되도록이면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용서한다. 그리고 셰인 명을 어긴 것에 대한 처벌은 너에게 맡기겠다." [로드의 명을 받듭니다.] 그 후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그리고 이 둘의 데스 서번트들은 그림자에 빨려들어 모습을 감추었다. 아마도 그림자를 통해서 평소에 대기하고 있는 아공간에 갔으리라. 어째서 셰인이 이런 일을 벌인 것일까. '셰인, 어째서 이런 일을 벌인 거지.' 난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다른 데스 챔피언들이 알지 못하게 셰인에게 말을 걸었다. 죽음을 이용해서 말을 건 것이기에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의 질문에 셰인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조용히 셰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 뒤, 셰인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물론 다른 데스 챔피언들과 일행들이 듣지 못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그것은 바로 로드께서 군주이시기 때문입니다.] '군주라서?' [로드께서는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군주에게는 그에 걸맞은 위엄이 있어야 하는 법! 로드는 물론 위엄을 갖추고 계십니다. 로드께서는 로드의 손에서 만들어진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저희를 완벽하게 믿어주시고, 그것을 넘어서 사람으로 대해주시고 계십니다. 군주가 신하에게 완벽한 믿음을 준다. 그것은 신하에게 더할 나위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한 후 셰인은 잠시 말을 끊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난 뒤 말을 이어나갔다. [하나,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군주는 신하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주어야 하지만 동시에 어떠한 충신이라도 잘못을 하면 끊을 수 있는, 목을 쳐낼 수 있는 독심이 로드에는 없습니다. 아니, 있지만 그것을 독심이라고 부르기에는 미약합니다.] 셰인의 말을 들으며 난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셰인이 말한 독심. 그것은 나에게 없었다. 설사 있다 한들, 그것은 나의 것이 아닌 적에게 향한 것. 셰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군주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신하로서 그 부족한 면을 채우는 것이 신하로서의 도리, 그래서 오는 같은 일을 벌인 것입니다. 하나, 오늘의 것은 약과. 너는 앞으로 차츰차츰 그 강도를 높여갈 것입니다. 부디 그런 저의 마음을 이해해주시길.] 그 후 셰인은 다른 일행들에게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도적들과 흑마법사들을 찾는다며, 다른 데스 챔피언에게 호위를 맡기고 수색을 하러 떠났다. 애초부터 수색은 필요 없다. 생명과 죽음을 느낄 수 있는 나의 눈을 피해서 숨어 있는 존재는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인은 수색을 하기 위해서 떠난 것이다. "후~ 우." "오빠?" "아, 미안. 잠시 생각 좀 하느라고." 내가 한숨을 내쉬자 한나는 나를 걱정 어린 표정으로 쳐다보았고, 나는 재빨리 표정을 바꿔 웃어 보였다. * * * * * "대단하군." "크윽!" "이건 자네 쪽의 다크 나이트에게 해당하는 말이니, 그렇게 얼굴 구길 필요 없네." "으으으!" 말은 이렇게 했지만 벰모트의 얼굴에는 비웃는 듯한 미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확실히 대단했다. 수백의 다크 나이트. 그것도 흑마법사를 희생시켜서 더욱더 강해진 다크 나이트를 상대로 한시 밀림도 없는, 아니 오히려 압도하기까지 하는 적.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그리고 둘의 데스 서번트들 말이다. 벰모트는 적으로서 존중할 만한 이들이라고 생각했다. 다크 나이트들의 몸에서 내뿜어지는 불꽃과 함께 육신까지 태워버릴 정도로 강한 열기를 내뿜는 이들. 그와 상반되게 다크 나이트들의 몸에서 내뿜어지는 불꽃의 열기를 억누르고 전신을 순식간에 얼려, 가벼운 충격에도 부서지도록 만드는 냉기를 내뿜는 이들이 말이다. "다시 떠올려도 정말 대단해." 벰모트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적이긴 했지만 그들은 강했다. 현재의 자신이 목숨을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하나. 그는 겁을 먹기보다는 전율하고 있었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만났다는 것에, 그리고 자신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말이다. "벰모트님, 이제 후퇴하시죠." 전율하던 벰모트는 흑마법사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미 흑마법사의 얼굴에는 방금 전에 겉으로 드러났던 분노와 흥분이 가득한 표정 대신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벰모트가 생각에 빠져 있는 잠깐 동안, 분노와 흥분으로 물들어 있던 표정을 수습한 것이었다. 그러나 언급한 대로 수습된 것은 어디까지나 겉으로 드러난 표정 뿐이었다. 여전히 그 흑마법사의 마음속에는 분노와 흥분, 그리고 한가지 감정이 가득했다. 그 것은 바로 공포였다. 이 자리에 그가 데리고 온 다크 나이트와 흑마법사들은 사실 모두 가장 초기에 '만들어진' 초기작. 그러니까 시제품(試製品)이었다. 물론 시제품이라고 하나 그 강함은 거짓이 아니었다. 단지 시제품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결점이 많고, 후에 만들어진 '것'글과 비교해서 떨어질 뿐이었다. 그런 다크 나이트들이 당했다. 그것도 그냥 당한 것도 아니다. 다크 나이트들과 마찬가지로 '시제품'인 흑마법사까지 '사용'한 상태에서 다크 나이트들이 당한 것이다. 물론 적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나, 흑마법사들을 '사용'한 다크 나이트라면 이기지 못할지언정 충분히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완벽하게 빗나갔다. 적의 전부가 덤벼들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갈 때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고 느끼긴 했다. 그러나 그때 그냥 적이 자신의 강함을 과신하여서 방심한 것이라고 그는, 흑마법사는 생각했다. 확실히 그럴 것이 상대는 수백에 이르는 다크 나이트. 그것도 흑마법사들로 인해서 강화된 다크 나이트였고, 그 다크 나이트를 상대하기 위해서 나선 이들의 수는 총 26명.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그리고 이 둘의 데스 서번트들이었으니 말이다. 겨우 26명의 적이 나서자 흑마법사는 그들이 처리된 뒤에 적들이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일방적인 싸움. 아니, 학살이었다! 26명의 적이 33백여명의 다크 나이트를 유린하고 학살한 것이다. 만약 다크 나이트들에게 피가 있었다면 이미 적은 전신이 피로 물들어 있을 정도였다. 순식간에 사라진 다크 나이트들. 그들은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않았다.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그리고 이 둘의 데스 서번트들에게까지 말이다. 순식간에 볼꿏과 함께 재가 되어버린 다크 나이트들. 그와 상반되게 순식간에 얼어버려 가벼운 충격에 산산조각 난 다크 나이트들. 그렇게 다크 나이트들의 수는 순식간에 줄어갔다. 그런 엄청난 적, 더구나 다크 나이트를 상대하기 위해서 나선 적은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그에 비등한 존재가 적어도 60여명은 더 존재한다는 것은 흑마법사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했다. 하지만 그는 전혀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흐음, 벌써? 아직 많이 남았지 않은가. 좀 더 있다 가지." "아닙니다. 지금 후퇴하는 것이 좋습니다." 벰모트의 말대로 다크 나이트는 아직 많이 남아 있었고, 계속해서 싸우고 있었다. 현재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그리고 이 줄의 데스 서번트들에게 당한 다크 나이트들의 수는 전체의 약3분의 1. 아직 3분의 2에 해당하는 다크 나이트들이 남아있는 상태. 누가봐도 후퇴하기에는 빠른 시기였다. 그렇지만 벰모트 옆의 흑마법사는 자신의 의견을 꺽지 않았다. "지금 후퇴해야 합니다. '그' 시간도 다되었고……." "그 시간?" 흑마법사는 도중에 말을 흐렸지만, 벰모트는 흑마법사가 할 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저들의 존재에 대해서 알려야 하니까요'라는 흑마법사의 말을 말이다. 그렇지만 벰모트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흑마법사가 언급한 '그' 시간이란 것에 호기심을 가진 척했다. "이 기회에 보여드리는 것이 좋겠지요. 일단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카아아아아! 펄럭펄럭! 흑마법사에게 지배를 받던 야생 와이번은 명령에 따라 좀 더 높이, 그리고 전투가 벌어지는 곳으로부터 멀리 이동하기 위해서 날개를 펄럭였다. 그렇게 얼마나 물러섰을까. 야생와이번은 다시 공중에서 선회하여 전투가 벌어지는 곳을 바라보았다. "이제 시간이 됐군." 우우우웅! 흑마법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들려오는 공명음! 상당 거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들려오는 공명음에 벰모트는 놀랐다는 듯이 공명음이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고, 잠시 후 그곳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콰쾅! 콰콰콰쾅! 쿠쿠쿠쿠! 화르르르! 처음 시작된 폭팔로 연쇄적으로 다크 나이트들이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바로 자폭! 다크 나이트들이 자폭한 것이다! 그 폭발은 가히 엄청나, 만약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 폭발로 생긴 후폭풍으로 인해서 와이번이 추락할 위험이 있었다. 그렇기에 흑마법사는 물러나자고 한 것이었다. 폭발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고, 두 번 내지는 세 번 더 폭발을 일으킨 뒤에 잠잠해졌다. 대신 그 폭발이 일어난 곳에서는 다크 나이트들의 몸에서 내뿜어지던 검은 불꽃으로 된 불기둥이 치솟고 있었다. "대단하구! 정말 대단해!" 씨익!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벰모트를 보고 흑마법사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것 떄문에 제가 후퇴하자고 한 것입니다." "그랳군. 정말 대단해. 저 폭발, 자네가 지시한 것인가?" "아아, 저 폭발은 제가 일으킨 게 아닙니다. 단지 시간이 되어 폭발한 것입니다." "시간이 되어 폭발한 것뿐이다? 으음." 벰모트는 흑마법사의 대답에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하며 잠시 가만히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거 문제로군. 저렇게 폭발을 일으키는 것을 컨트롤할 수 있다면 전쟁에서 큰 도움이 될 텐데 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현재 저의 제국에서도 계속 연구 중이지만, 다크 나이트들을 컨트롤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힘이 드는 지라." '이미 완성했군.' 벰모트는 흑마법사의 대답에서 이미 자신이 생각한 저 자폭을 컨트롤하는 방법이 완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고, 그것은 정답이었다. 방금 전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그리고 이 둘의 데스 서번트들이 상대한 다크 나이트들이 시제품인 이유중 하나는 바로 자폭의 컨트롤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미 그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되었고, 완성품인 다크 나이트는 자폭을 언제든 컨트롤할 수 있었고 시제품인 다크 나이트보다 강했다. 하지만 그것을 꼭 벰모트에게 밝힐 필요는 없었기에 흑마법사는 그렇게 대답한 것인데, 벰모트는 눈치 챌 수 있었다. 이미 자폭시키기 위한 컨트롤 방법이 완성 되었음을 말이다. 벰모트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을 상대로 계약의 가부(可否)를 선택해왔던 용병이었다. 용병들이 수행하는 계약 중에는 꼭 옳거나 정당한 계약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불공평하고 부정한 계약 역시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분별하는 것은 계약 당사자인 용병이나, 용병단 대장의 일! 벰모트는 수백의 용병을 수년 동안 이끈 용병대장! 그런 백전노장을 자신의 실험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흑마법사의 어설픈 말로 속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거 아쉽구만. 정말 아쉬어." "에유! 그러게 말입니다. 벰모트는 일단 속아주는 척하기로 했다. 어차피 그도 모든 것을 흑마법사와 암흑 제국에 드러낸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잠시 후 폭발이 잦아들고 불기둥들이 모두 사라졌을 때 그들은 그곳을 바라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벰모트와 흑마법사의 눈에 보인 것, 그들은 바로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그리고 그 둘의 데스 서번트들이었다. 그 엄청난 폭발에서도 그들은 멀쩡하게 살아남은 것이다. 살아남은 것에도 그치지 않고 그들 중에서는 부상자조차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적들의 강함에 말이다.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그리고 그 둘의 데스 서번트들이 그 엄청난 폭발에서 멀쩡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강해서 그렇기도 했지만, 그들의 속성도 큰 역할을 했다. 볼케이노의 속성은 화(火)! 화염(火焰{염은 炎아닌가?})이다! 더구나 그떄 볼케이노와 볼케이노의 데스 서번트는 엄청난 온도의 검은 불꽃을 내뿜고 있었다. 그 덕분에 그들 주위의 산소는 모두 불타버려서 그들 주위에 일어난 폭발은 다른 곳에 비해서 약했고, 무엇보다 그들의 속성 자체가 화염이었기에 폭발 속에서도, 치솟는 불기둥 속에서도 무사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프로스트와 프로스트의 데스 서번트들이 무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까 말했다시피 볼케이노와 마찬가지로 속성이 큰 역할을 했다. 프로스트와 그의 데스 서번트들의 속성은 빙(氷)! 얼음이었다. 그들은 냉기를 정교하게 컨트롤하며 다크 나이트들을 상대하고 있었고, 폭발이 일어나자 정교한 냉기 컨트롤로 폭발이 일어날 다크 나이트들과 공기주으이 산소를 비롯한 모든 것을 동결시켰고, 그로 인해서 폭발의 규모는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뭐, 나중에 치솟은 불기둥이 조금 성가시기는 했지만 볼케이노를 비롯한 그의 데스 서번트들이 내뿜는 열기에 아랑곳하지 않는 프로스트와 그의 데스 서번트들이었기에 멀쩡할 수 있었다. 만약 다른 속성의 데스 챔피언과 데스 서번트였다면, 부상자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나, 이 사실을 벰모트와 흑마법사는 모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둘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벰모트와 흑마법사의 반응은 엇갈렸다. 벰모트는 전에 느꼈던 저율보다 더욱 큰 전율을 느꼈고, 흑마법사는 전에 느꼈던 공포이상의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대단하군! 정말 대단하군! 아니, 대단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야!" "벰모트님, 후퇴하기로 하겠습니다." "어디서 저런 이들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심심하지 않겠어. 후후후!" 흑마법사는 자신의 옆에서 적들의 강함에 전율하며 웃고있는 벰모트를 보고는 알지 못할 한기를 느끼며 야생 와이번에게 명령했다. 벰모트의 다른 수하들이 있는 곳을 향해서. Made by 월영 제 50장 화려한 귀환 "오빠! 오빠! 어떻게 지냈어요?" "그냥 여러 가지로 수련도 하고, 뭔가 만들기도 하면서 지냈지." "에이. 거짓말! 어떻게 십 년 동안 수련만 하고, 만들기만 하고 지내! 심심하게 시리!" "하하하! 그런가?" 메이에 말에 난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메이. 나의 스승.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환생. 죽은 자를 보는 백안을 지닌 소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는 고작 어린아이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조금이지만 숙녀의 모습이 엿보이는 메이였다. 장장 10년 이상 나를 못 봤을 텐데도 메이는 전혀 나를 낯설어하지도, 어색해하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내가 어색할 정도로 친근하게 대하고 있었다. 전투가 끝난 뒤 수색을 떠났던 셰인과 셰인의 데스 서번트들은 되돌아왔고, 그들이 되돌아오자마자 우리는 한나와 메이를 비롯한 일행들을 데리고 우라노스와 빌리에 의해서 제압된 도적들의 아지트로 향했다. 물론 도적들의 아지트는 깨끗하게 비어져 있었다. 나의 명령대로 우라노스와 빌리가 아주 깨끗하게 도적들을 처리해버린 것이다. 영주성에 사로잡혀 있던 이들은 공포에 떨다가 곧 우리가 도와주려는 사람이란 것을 알고 안도했지만, 경계를 풀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가 영주성에 도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라오가 아이들을 비롯한 어른들을 데리고 영주성으로 찾아왔다. 라오가 말하길, 자신의 백성들과 함께 아이들을 보호하고 다른 마을을 돌며 도적들을 토벌하고 그 죗값을 치르게 했는데, 마을을 떠날 때마다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뒤를 따라왔고 그렇게 되다 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다고 한다. 라오의 뒤를 따라온 사람들은 모두 많이 지쳐 있었다. 확실히 도적들의 습격을 받고, 아는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거기에 슬픔이 채 가시기 전에 살기 위해서 라오를 뒤따라왔으니 지쳐 있을 만도 했다. 우리는 그렇게 지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2,3일간 영주성에서 쉬기로 했다. 우리가 영주성에 도착하고 영주성에 라오와 사람들이 도착했을 때는 막 아침 해가 뜰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모두 잠들어 영주성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아마도 안전한 곳에 있다는 것에 긴장감이 풀어졌으리라. 그렇게 긴장감이 풀어져 수많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을 때 정작 나는 잠을 잘 수 없었다. 바로 내 옆에 있는 이들 때문에 말이다. "아빠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거참, 말 많네." "댁은 조용히 하셔." "못하겠다면?" "조용하게 만들어주지!" "흥! 겨우 그 실력으로?" 지금 내 옆에 있는 이들. 바로 메이와 금영이 아니, 레이 때문에 말이다. 둘은 처음 첫 대면 때부터 으르릉거렸다. 둘이 서로 눈이 마주쳤을 때 난 번개가 튄 것이 착각이라 여겼지만, 공교롭게도 그것은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레이는 메이의 말에 계속해서 딴죽을 걸었고, 그렇게 딴죽을 거는 레이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 메이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다가 처음에는 말싸움으로 그치던 것이 지금은 이처럼 실력 행사까지 하게 된 것이다. "베~! 이것도 못 맞추냐! 느려 터졌구나! 느림보!" "뭐라고! 너 거기 서!" "서라고 서면 바보지! 베~!" 메이의 공격을 피하면서 계속 놀리는 레이. 자신의 공격을 아주 쉽게 피해내며 공격이 빗나갈 때마다 억울해하는 메이. 도플이 보여준 꿈속에서의 메이와 레이는 이러지 않았는데. 아아, 역시 그것은 이상이었단 말인가. 그런데 말려야 하는 것 아닌가. "애들이 참 사이좋게 노네요. 오라버니." "하하하! 그러네." 나의 옆에 있는 또 다른 사람. 한나의 말에 난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메이가 사용하는 마법은 소울 스트라이크. 내가 꽤 자주 사용했던 마법으로 유도 기능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고.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위력이 달라지는 마법이다. 딱 보아하니 하나하나 강한 파괴력을 지닌 마법인데, 그것을 날리고 피하는 모습을 보고 사이좋게 논다고. 하하하!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10여 년간 못 본 한나. 한나는 확실히 성숙한 여인이 되어 있었다. "오라버니, 피곤하지 않으세요?" "아아, 난 괜찮아. 겨우 하루 정도 안 자는 것 가지고 피곤하지는 않으니까" "전 조금 피곤하네요." 그 뒤 한나가 한 행동은 나를 얼게 만들었다. 현재 내가 앉아 있는 곳은 영주의 침실로 예상되는 곳의 침대였다. 침대는 화려하진 않았지만 3명은 누워도 충분할 정도로 컸고, 나는 그런 침대의 가운데에 앉아 있었고 한나는 그런 나의 옆에 앉아 있었다. 방금 전만 해도 말이다. 하지만 지금 한나는 나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 있었다. 그렇다! 바로 나의 허벅지를 베개 삼아 누운 것이다. 보통은 이 반대 상황. 그러니까 남성이 여성의 허벅지, 혹은 무릎베개를 하는 상황이라면 부럽기 그지없는 상황이지만 그 반대되는 상황이, 그것도 그런 일에 당사자가 되자 난 딱딱하게 굳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한나야." "잠깐만. 아주 잠깐만 이러고 있을게요." 눈을 감고 아주 절실하고 간절한 목소리로 말하는 한나의 말에 난 조용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눈을 감고 조용히 있던 한나. 달라진 것은, 외모뿐만이 아니었다. 한나의 마음 역시도 성숙해져 있었다. 10여 년 동안 한나는 한 명의 성숙한 여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난 조용히 내 허벅지를 베고 누워 있는 한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10년. 내가 모르는 10년 동안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까. 또 얼마나 많은 추억을 만들었을까. 덥석! 잠시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한나의 머리를 쓰다듬는 나의 손을 잡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한나의 손이었다. 한나는 나의 손을 잡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여전히 눈을 감은 상태에서 말이다. "오라버니." "응." "사라지시면 안 돼요. 떠나시면 안 돼요." "응. 약속할게." 그 후 한나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조용히 서로의 손을 잡은 채...... 한나와 한스가 이렇게 분위기를 잡고 있는 그때 잊힌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의 이름은 바로 메이와 레이였다. "하~ 아! 역시 한나 언니에게는 못 이기는 건가." "하~ 아! 역시 예상은 했지만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어느새 영주의 침실에서 나온 둘은 문 틈새를 통해서 한나와 한스가 하는 행동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둘이 한스의 옆에서 계속 그렇게 소란을 피운 것은 한나와 한스가 이렇게 분위기를 잡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들이 한 행동은 모두 진짜였지만 말이다. "혹시 너도?" "그럼 너도?" "하~ 아." 메이와 레이는 서로 마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한숨을 내쉬고 있다가 먼저 입을 연 것은 레이였다. "넌 언제부터야?" "난 십 년 전부터. 한스 오빠가 나를 거두어줬을 때부터 좋아했어. 사실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한나 언니를 지켜보다 보니까 그 감정이 사랑이란 걸 알겠더라. 뭐. 환상 속에서 한스 오빠의 이미지를 키워오기도 했고 말이야. 처음 한스 오빠가 등장했을 때 정말 환상 속의 한스 오빠와 그대로 맞아 떨어져서 얼마나 놀랐는지,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니까. 흠, 넌 언제부터야?" "난 태어날 때부터라고 할까나." "태어난 지 얼마나 됐는데?" "어마나! 눈치 챈 거야?" "물론! 딱 보는 순간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겠던데." 말 그대로 메이는 레이를 보는 순간 레이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백안 덕분이었다. 백안은 죽은 자를 볼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그 밖에 여러 가지를 볼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들 사이에 있는, 인간이 아닌 것들을 말이다. 물론 전생에 한때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던 영혼의 경험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태어난 지 이제 일 년 돼가나. 그렇다고 무시하지 마. 어디까지나 일 년이란 시간은 말 그대로 시간에 불과하니까." "아아, 걱정 마. 그나저나 아무래도 우리에게는 승산이 없는 것 같지?" "하~ 아." "하~ 아." 둘은 그렇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눈치 챘겠지만 메이와 레이, 둘은 한스를 사랑했다. 메이의 경우에는 아주 어렸을 적에 자신을 처음으로 사람답게 대해주고 사람답게 살게 해준 한스에 대한 고마움과 동경을 토대로 하여 많은 시간 동안 한결같은 한나를 옆에서 지켜보고, 자신도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는 어린 소녀의 마음과 환상을 통해서 키워온 사랑이었다. 하지만 레이의 경우에는 본능의 영향이 컸다. 한스에 의해서 태어나고 한스를 위해서 살아가야만 하는 그림자의 군주, 섀도 로드였기에 본능적으로 한스만을 위하고 한스를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다는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여타 다른 섀도 로드의 경우에는 수하로서의 복종심이었지만, 레이의 경우에는 특별하게 딸이라는 특이한 상황에서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되었기에 그것이 사랑으로 커온 것이었다. 이 둘의 사랑은 결코 작은 것은 아니었다. 애초부터 사랑이란 것이 크기나 무게로 표현이 불가능한 것이지만, 그런 둘의 사랑으로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그것은 한나의 사랑이었다. 메이의 경우에는 자그마치 한나의 곁에서 10여 년 동안 지켜보고 있었기에 마음속으로 깊이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려 10년이다. 메이가 한나의 곁에서 한나를 지켜본 것이 말이다. 그 10년 동안 한나는 한결같이 한스만을 기다려왔다는 것을 메이는 알고 있었기에 마음속으로 한나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레이의 경우에는 한스와 마음이 연결되어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스가 지금은 완전히 자각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한스는 한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다만 지금은 오랫동안 한나와 동생 사이로 지냈고, 10여 년 넘게 떨어져 있었다는 것이 문제로 스스로 부정하고 있을 뿐, 분명 한스는 한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한나를 향한 한스의 마음을 알기에 레이는 한나에게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 아." "하~ 아." 둘은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오! 뜨거운데!" "지금 이런 행동을 하는 우리가 조금 추하게 생각된다." "그럼 안 하면 될 거 아니냐." "그럴 순 없지! 지크 형님, 우리 콱 난입해서 저 분위기 깨버릴까요?" "그럴까. 으음, 갑자기 솔로연방의 총수로서의 피가 끓는데!" "저기...왠지 저는 큰일 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에?" 어느 사이엔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이들! 그들은 바로 지크와 데인, 퓨리와 작은 한스였다. 지크와 데인은 작은 문 틈새로 훔쳐보기에 여념이 없었고, 퓨리는 데인의 옆에서 고개를 흔들고 있었으며, 작은 한스는 난감하다는 얼굴로 그런 지크와 데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넷. 그중 지크와 데인을 보다가 메이와 레이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눈을 빛냈다. 그것을 본 퓨리와 작은 한스는 재빨리 비켜섰지만, 불행히도 지크와 데인은 문 틈새로 한스와 한나를 지켜보느라 메이와 레이의 눈빛을 보지 못했다. 지크와 데인, 이 둘의 등 뒤로 도착한 메이는 바로 주문을 외웠다. "소울 프리즌!" "으윽!" "뭐, 뭐야, 갑자기!" 둘은 갑작스럽게 모이 굳어가자 당황했고, 그제야 자신들의 뒤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늦은 때였다. "후후후! 지크 오빠, 데인 오빠!" "지크 아저씨, 데인 오빠." "하하하! 메이야." "자, 잠깐! 왜 데인은 오빠고 난 아저씨야!" "형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후후후! 한나 언니의" "후후후! 한스 오빠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려 하다니." "각오는 하셨죠? 지크 아저씨, 데인 오빠." "왜 난 아저씨인데!" "형님! 그게 종요한 게 아니라니까요!" "후후후! 출발하기 전까지 도착 안 하면 버리고 갈 거니까 알아서 하세요." 레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소울 프리즌에 의해서 굳어진 지크와 데인의 그림자는 그대로 둘을 감쌌고, 잠시 후 둘은 사라졌다. 그 후 둘의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일 동안. 쿠우우우. 푸우우우. 드르렁! 드르렁! "으으으! 저 두 사람 또 보내버릴까?" "또? 그게 무슨 소리야?"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안 그래? 메이." "아무것도 아니고말고!" "으음." 이틀 전부터 이상하게 사이가 좋아진 메이와 레이. 뭔가 나에게 숨기는 것이 있나. 우리는 지금 로시아 제국군이 있는 곳을 향해서 마을 사람들과 이동 중이었다. 영주성에서 지낸 기간은 총 3일이었다. 하루는 지쳐 있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보냈고, 나머지 2일 동안 더 머문 것은 바로 부상자들 때문이었다. 첫날은 피곤함 때문에 고통조차 잊고 잠들었던 마을 사람들이었지만, 잠에서 깨어난 마을 사람들 중 몇몇은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적의 습격을 받았는데 부상자가 없는 것이 이상한 것이었다. 고통을 호소하는 부상자와 마을 사람들의 크고 작은 상처나 질병을 치료하다 보니 2일 동안 더 머물게 되어 오늘 아침. 그러니까 우리가 영주성을 점령한 지 4일째 되는 아침이 되어서야 우리는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과 떠나는 이주 행렬에서 지크 형과 데인은 이상하게도 팬텀스티드 위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영주성에서 충분히 쉬었을 텐데 말이다. 생각해보면 영주성에서 지내는 3일 동안 지크 형과 데인을 한번도 못 본 것 같았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했나? "형제여." "응? 왜 라오?" "결혼은 언제 하나?" 휘청! [괜찮으십니까, 로드.] "아아. 고마워. 셰인." 결혼은 언제 하나라는 라오의 말에 난 너무 놀란 나머지 휘청거렸고, 셰인이 곁에서 잡아주지 않았다면 팬텀스티드에서 떨어질 뻔했다. "가, 갑자기 결혼이라니!" "흠, 저 여인은 그대의 반려가 아닌가." 정신을 수습한 나는 바로 라오에게 소리쳤고, 라오는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한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바, 반려라니! "바, 반려라니! 아직 우리는 그런 사이가 아니야!" "으음, 아직은 이라. 형제여, 서두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가 그 긴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저만한 여인을 본 적 없으니." "하, 하긴 우리 한나가 미인이긴....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서두르라니!" 나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나마 한나가 마을 사람들과 마차에 타서 다행이지. 지금 한나는 다행히 아이들만이 탄 마차에 있었다. 콜 아저씨가 지켜낸 아이들이 탄 마차에 말이다. 그 아이들에 대한 사정은 한나 역시 알고 있었다. 부모를 모두 잃은 아이들. 그것 때문인지 한나는 아이들을 돌보겠다며 다른 이들처럼 팬텀스티드를 타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마차를 탔다. 아이들은 다가가려는 한나를 여전히 피하고 있지만, 한나는 지금도 아이들과 친해져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먹을 것으로 유혹으 해보기도 하고, 간단한 마법을 보여주며 관심을 끌어보려고도 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었다. 그나저나 앞으로 저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걱정인걸. "후~ 우." 잠시 한숨을 내쉰 나는 뒤쪽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콜 씨가 구한 아이들이 탄 마치 뒤에서 줄지어 오는 마차와 사람들. 마차에는 부상자와 노인, 그리고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 영주성에서 지내는 동안 조사해본 결과, 살아남은 사람들의 수는 총 457명. 이 중 어린아이들을 뺀 남자의 수는 겨우 26명이었다. 이 26명의 남자 중에 19명이 60대의 기력이 떨어지는 노인이었고, 나머지 7명은 겨우 어린아이티를 벗어가는 이들이었다. 남자가 이렇게 부족한 것은 모두 전쟁 때문이었다. 이 세계에서는 전쟁이 1년, 아니 반년 이상 지속돼도 마을에 남자들이 사라지고, 전쟁터로부터 상당 거리 떨어진 마을조차도 전쟁의 피해를 입게 된다고 한다. 그런 전쟁이 무려 9년. 거기에 로시아 제국과 세인트 왕국을 제외한 다른 왕국끼리의 전쟁까지 하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쟁이 계속된 것이다. 또한 지금은 흑마법사들과, 제국과 왕국 연합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전쟁이 계속된다면 대륙은 죽음의 땅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대지 스스로가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이 전쟁을 끝낼 방법은, 흑마법사들과 가장 강한 힘을 지닌 로시아 제국이 정전협정을 맺든가. 어느 한쪽이 완벽하게 승리하는 방법, 이 2가지뿐이었다. 하나, 이 2가지 방법도 쉬운 일이 아니다. 로시아 제국은 애초부터 흑마법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들은 흑마법사들의 공격으로 수도 글로리를 잃었으니 정전협정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거기에 두 번째 방법 역시 힘들다. 그나마 승산이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말이다. 지난번에 보았단 다크 나이트들과 예전에 내가 목숨을 잃었을 때 보았던 키메라를 보아도 흑마법사들의 힘은 약하지 않다. 로시아 제국과 왕국연합은 어떨지 모르지만 말이다. 지금 내가 로시아 제국과 왕국 연합의 편을 든다고 하더라도 현 정세가 바뀔 정도로 영향을 줄지 안줄지도 미지수이다. 물론 큰 도움이 되겠지만, 흑마법사들도 가만히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아, 생각해보니 전쟁을 끝낼 방법은 또 하나 있긴 있군. 바로 이 두 세력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제 3세력의 등장! 그것이 방금 전에 생각해낸 세 번째 방법.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고, 방금 전에 떠올리긴 했지만 최후의 방법이기도 했다. 이 방법을 사용했다가는 대륙의 일부가 완전한 죽음의 땅이 되어버리겠지만, "후~ 우." "형제여." "응? 왜? 라오. 설마 또 결혼은 언제 하냐라고 말하려면 제말 그만 둬줘." 라오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흔들면서 이렇게 말했지만. 고개를 들어 라오를 보았을 때 라오는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기에 곧 표정을 바꿔 진지하게 라오를 바라보았다. "형제여, 이 대륙에는 형제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 "형제 옆에는 나도 있고, 수많은 이들이 있다. 그러니 혼자 고민할 것 없다." 라오의 말에 난 내 실수를 알 수 있었다. 그렇다. 라오 말대로 이 대륙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 이외에도 라오도 있고, 한나와 메이, 지크 형, 퓨리와 데인, 거기에 나의 제자인 한스도 있다. 그런데 나는 마치 이 대륙에 나밖에 없는 것처럼 혼자 고민한 것이다. 아니, 좀 더 확실히 하자면 지금 이 대륙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이가 나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 한심할 노릇이다. 확실히 내가 강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대륙의 다른 이들의 힘을 합한 것 전부만큼 강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난 내가 이 대륙의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나만이 할 수 있다고 결정지어놓고 대책을, 방법을 생각한 것이다. 정말 한심할 노릇이었다. 난 정말 바보 같군. "라오." "......" "항상 고마워." "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 그렇게 말하며 라오는 정말 보기 드문 미소를 지어 보인 뒤에 고개를 돌려 앞으로 나아갔다. 라오 매번 고마워. "호~ 오! 이곳이 바로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과 무한의 탐욕의 성역이로군." "역시 단번에 알아보시는군요." 카아아아아!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그리고 그 둘의 데스 서번트들에게 모든 다크 나이트들이 당한 뒤 부하들과 함께 이동하기 시작한 벰모트와 벰모트의 수하들. 그리고 흑마법사들이 장장 3일 만에 암흑 제국의 수도, 한때 로시아 제국의 수도로써 글로리라 불렸고, 지금은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과 무한한 탐욕의 성역이라 불리는 유토피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아, 거래 대상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조사해두었으니까."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과 무한한 탐욕의 성역. 유토피아. 흑마법사들이 세운 암흑 제국의 수도의 이름치고는 꽤나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다. 이상향을 뜻하는 유토피아. 확실히 이 암흑 제국의 수도는 탐욕과 욕망에 뮬든 이들에게는 유토피아, 이상향이었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제공된다. 힘을 원하는 자에게는 힘을! ㅗ쾌락을 원하는 자에게는 쾌락을 말이다. 몇까지 불가능한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이 허락된 도시. 그곳이 바로 암흑 제국의 수도. 유토피아였다. 쿠쿠쿠쿠! 쿠쿠쿠쿠! 암흑 제국의 수도 유토피아로 통하는 거대한 문이 열리자. 흑마법사는 마치 파티의 춤을 권하기 전에 인사하는 귀족처럼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저희 흑마법사들의 성지, 유토피아에." 오오오오! 유토피아로 들어가는 거대한 문이 열리자. 벰모트의 수하들은 모두 하나같이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열린 문으로 드러나는 유토피아의 모습은 그야말로 이상향이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이는 검은 문과 성벽, 여기저기 세워진 악마의 석상. 그야 말로 흑마법사들의 수도라는 생각이 드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문이 열린 안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어느 왕궁의 수도보다 화려하고 밝은 모습이었다. 열린 문을 통해서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모두 하나같이 만족스러운 미소가 가득했다. 거기에 하나같이 젊고 아름다웠다. 남녀 가릴 것 없이 말이다. 성으로 통하는 길가에 심어진 나무들은 놀랍게도 모두 과실을 맺고 있었고, 그 과실 중에는 로시아 제국에서는 나지 않는 과실도 있었다. 성으로 걸어가는 길에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열되어 있었다. 아름다운 보석과 옷, 명검에 속할 정도는 아니나 보는이로 하여금 가지고자 하는 욕망이 생길 정도의 검 등. 그야말로 모든 것이 갖추어진 이상향. 유토피아였다. 암흑 제국의 수도의 중심에 있는 성으로 향하는 도중. 벰모트의 부하들은 주위에 보이는 것들로부터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만큼 그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들이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자신을 가져달라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그것을 집으러가지는 않았다. 관심을 가질지언정 대열을 이탈하지 않은 것이다. 그만큼 이들이 훈련이 확실하게 되어 있다는 소리였다. "과연 벰모트님의 수하들이로군요. 탐욕스러운 눈으로 볼지언정 대열을 이탈하지 않다니 말입니다." "......" 흑마법사의 아부에도 벰모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얼굴에는 불쾌하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벰모트는 느끼고 있었다. 흑마법사들의 성지이자 암흑 제국의 수도, 유토피아에 들어왔을 때부터 느껴지는 끈적끈적한 음습함과 그로 하여금 어떠한 이유도 없이 분노하게 만드는 더러움을 말이다. 그것을 느낀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벰모트가 가장 신임하는 둘, 그의 뒤에 서 있는 테일과 에일 형제 역시 벰모트보다는 못하지만 성 가까이에 가자 느낄 수 있었다. 겉모습과 다른 이 암흑 제국 수도의 더러움을 말이다. "기분 더럽군." "후후후! 잠시 후면 오히려 정답게 느껴지실 겁니다." 쿠쿠쿠쿠! 벰모트와 수하들이 성에 거의 도착했을 때 성문은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고, 벰모트의 표정은 천천히 굳어져갔다. 저 성문 안으로 들어선다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저 성안에는 거대하고도, 사악한 존재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벰모트는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성 안쪽을 바라보았다. 이미 행진은 멈추어진 상태. 흑마법사가 야생 와이번을 들어가기 전에 멈추게 한 것이다. 사실 그것은 성안에 있는 존재가 흑마법사에게 명령한 것이었다. 자신의 존재를 느끼는 벰모트로 하여금 선택하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야생 와이번 아래의 대열을 지키며 걸어오던 벰모트의 수하들 역시 조용히 벰모트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역시 느끼고 있었다. 성안으로 들어간 순간. 되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전장에서 자신을 이끌어준 벰모트의 선택을 말이다. 잠시 후, 벰모트는 정면을 바라보았다. 열린 성문으로 보이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벰모트는 마치 누군가를 바라보는 듯했다. 그렇게 잠시 동안 어둠을 바라보고 있던 벰모트는 야생 와이번의 등 위에서 한 발자국 앞으로 움직였다. 그는 선택한 것이었다. 안으로 들기로,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는 없는 길임을 앎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쿠쿠쿠쿠! 벰모트의 선택이 끝나자 놀랍게도 성문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활짝 열리게 되었다. 방금 전에 벰모트의 수하들의 대열이 들어갈 정도로만 열렸던 문이 말이다. 완전히 열린 문. 그것은 성안의 존재가 벰모트와 벰모트의 수하드를 모두 받아들임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에 벰모트의 옆에 서 있던 흑마법사는 조금 놀란 얼굴로 벰모트를 쳐다보았고, 이내 미소 지었다. 그리고 야생 와이번에게 명령을 내렸다. 성안으로 들어갈 것을 말이다. 카아아아! 그렇게 벰모트와 벰모트의 부하들은 암흑 제국의 수도, 유토피아의 성안의 암흑 속으로 걸어 나아갔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히이이잉! "드디어 도착했다!" "이제 노숙은 끝이다!" "밥! 밥! 밥부터 먹자고!!" "그건 나도 동의한다." "저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네요." 메이를 시작으로 지크 형과 데인, 퓨리, 나의 제자 한스 모두 한마디씩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뒤를 따르던 사람들도 모두 기쁜듯이 각자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주위는 시끄러워졌다. 뭐. 괜찮겠지. 이제 거의 다 도착했으니까. 그렇다. 우리는 로시아 제국의 영역에 속하는 첫 번째 영지에 도착한 것이다. 도적들의 아지트로 사용되던 영주성에서 출발한 지 일주일이 지난 오늘에서야 말이다. 원래 말을 타고 가면 4일 안에 도착하는 거리지만, 5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다 보니 일주일이나 걸려서 도착하게 된 것이다. [로드, 저희는 모습을 감추도록 하겠습니다.] "아아, 그렇게 해." 나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사람들을 호위하기 위해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던 셰인을 비롯한 데스 챔피언들과 데스 서번트들은 모습을 감추었고, 사람들은 갑자기 사라진 그들 때문에 놀라긴 했지만 이내 곧 도착할 영지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잠시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팬텀스티드의 속도를 줄여 한나가 타고 있는 마차에 다가갔다. 한나는 영지를 보며 좋아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간 한나의 노력으로 아이들은 조금씩이지만 미소를 되찾았다. 내가 다가오자 한나는 고개를 돌려 나에게 웃어 보였다. 그런 한나의 미소에 난 조금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지만, 애초 이곳으로 온 목적을 말했다. "한나야, 저곳으로 들어가는데 문제없겠니?" "걱정할 필요 없어요. 오라버니. 다 방법이 있으니까요." 한나는 나의 걱정스러운 말에도 안심하라는 듯이 포근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런 한나의 행동에서 나는 한나가 나 이상의 어른으로 느껴졌다. 솔직히 나이는 한나가 나보다 6세 정도 많다. 이곳에서는 10년이었지만, 내가 지내던 곳에서는 겨우 반년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한참 어렸던 동생이 이제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인이 된 것이다. 잠시 나를 향해서 포근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한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나는 고개를 돌려 성벽으로 둘러싸인 영지를 바라보았다. 저영지의 이름은 베일네스. 소규모 영지였으나. 흑마법사들과의 전쟁으로 대규모 영지로 성장했다. 베일네스 영지의 현 영주는 베일네스 후작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고 명령권자는 따로 있다고 한다. 최고 명령권자는 영지의 주둔군인 군의 최고 사령관이라고 한다. 원래 영지의 최고 명령권자는 영주이지만, 오랜 기간의 전쟁으로 인해서 황제는 각 영지의 최고 명령권자를 주둔군의 최고 사령관으로 하도록 했고, 영주는 제2명령권자가 되도록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이 명령에 여타 왕국의 국왕들도 찬동하며, 자신들의 국가에 속한 귀족들과 군인들에게도 똑같은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물론 황제와 국왕들은 이 명령이 오직 전쟁 중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못 박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고 한다. 베일네스 후작의 경우에는 여전히 영지에 있겠지만, 베일네스 같은 최전방 대영지의 경우 주둔군이 3개월 내지는 반년이란 일정한 기간을 두고 바뀌기에. 현재 베일네스 영지에 주둔하고 있는 주둔군과 그 사령관이 누군지는 한나도 알 수 없다고 한다. 한나의 말에 따르면 베일네스는 최전방에 있기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로시아 제국과 여타 왕국 연합의 중앙군이 주둔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운이 좋다면 로시아 제국군의 중앙군이 주둔하고 있을 테고, 그렇게 되면 이 마을 사람들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지만, 여타 영국의 중앙군이라면 조금 문제가 있긴 하겠지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했다. 이런 한나의 말에도 불구하고 난 조금 걱정이 되었다. 약 5백여 명. 정확히 457명의 사람들이다. 이들의 대부분, 아니 이들 전부는 전쟁중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여자들과 아이들, 노인들이다. 그런 5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영지에서 받아들인다는 것은 큰 부담이다. 거기에 최전방에 위치한 영지라면 더욱더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난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나가 방법이 있다고 했지만 말이다. 히이이잉! 히이이잉! 베일네스 영지에서 얼마나 떨어졌을까. 나는 일단 팬텀스티드들이 끄는 마차를 멈추게 했다. 물론 그에 맞춰 사람들 역시 멈추게 했다. 내가 이렇게 사람들을 멈추게 한 이유는 바로 영지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성벽 위에서 수많은 병사들이 오가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닫힌 성벽 안쪽에는 군기가 느껴졌다. 아마도 우리를 경계하는 것이리라. 하긴 갑자기 5백에 가까운 사람들이 나타났으니 그럴 만도 하지. 이제 어쩌지. 나는 조금 난감한 표정으로 한나를 쳐다보았고, 한나는 그런 나를 향해서 아까와 같은 포근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오라버니, 팬텀스티드를 하나 불러주시겠어요?" "아, 응." 획! 우우우웅! 또각또각. 또각또각. 한나의 부탁에 나는 허공에 손을 휘저었고, 잠시 후 아공간이 열리며 그곳으로부터 팬텀스티드 한 마리가 걸어 나왔다. 곧 아공간에서 걸어나온 팬텀스티드는 한나의 앞에 섰고, 한나는 그 팬텀스티드에 올라탔다. 아니 타려고 했다. 꽉. 팬텀스티드에 올라타려는 한나를 막은 작은 손이 있었으니, 그것은 같은 마차에 탄 아이들의 손이었다. 아이들은 팬텀스티드를 타고 한나가 어딘가로 가려는 것을 알고 한나의 로브를 비롯한 로브의 소매를 꽉 잡고 있었다. "이거 난감하게 됐는걸." "그러게요." 난감한 상황임에도 한나는 기쁘다는 듯이 웃어 보이며 말했다. 나 역시 웃어 보였고 말이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한나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아이들이 이렇게 한나가 어딘가로 가려고 하자, 꽉 잡고 놓아주지 않으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언니." "누나." 아이들은 당장이라도 울 듯한 절신한 표정으로 한나를 불렀다. 한나는 그런 아이들을 한명 한명 안아주며 달랜 뒤에 아이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주목되자 말했다. "금방 돌아올 테니까, 걱정하지 마." "하지만...하지만." "걱정하지 마. 혼자 가는게 아니니까. 여기 오라버니랑 함께 가니까. 너희들도 알지? 한스 오라버니가 강하다는 거. 한스 오라버니가 지켜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그쵸? 오라버니." "으응. 당연하지 내가 여기 한나를 지킬 테니까, 걱정하지 마렴." 일시에 나를 향해서 고개를 돌리는 아이들. 이거 아이들의 눈빛도 무시할 게 못 되는데. 나의 말에 곧 하나 둘씩 한나의 로브와 소매에서 손을 떼었다. 그리고는.... "아저씨. 우리 누나 잘 지켜야 돼." "아저씨. 우리 언니 다치면 혼날 줄 알어!" "상처, 아니 생채기 하나에 백 대씩이야!" 아이들은 마치 안심이 안 된다는 듯이 나에게 한마디씩 했다. 생채기 하나에 백 대씩이라. 후훗! 아이들의 말에 난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한나 역시 그런 아이들의 말에 웃어 보였다. 그 후 한나는 한 번씩 아이들을 안아준 뒤 팬텀스티드에 올랐다. 그럼 가볼까. 히이이잉!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팬텀스티드는 천천히 떠올랐다. 나는 팬텀스티드를 조종하여 그렇게 느리지도, 그렇게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영지를 향해서 나아가도록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을 주어야 베일네스의 최고 사령관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고, 그때까지 섣부르게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지에 거의 다 왔을 때 나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슈슈슈슉! "이런! 실드!" 파파파팍! 도착하자마자 우리에게 쏟아진 것은 화살 세례였다. 아무리 전쟁 중이라고는 하지만 다짜고짜 화살을 날린다, 이거지! 파파파팍! 쩌저저적! 급하게 시전한 실드였고, 화실에 실린 힘과 수도 보통이 아니었기에 실드는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실드가 바로 깨지기 직건, 나의 옆에 있던 한나는 외우고 있던 주문의 시전어를 외쳤다. "프로텍트 프롬 노멀 미사일!" 쩌저저적! 파각! 우우우웅! 실드가 깨어져나가자마자 시전된 프로텍트 프롬 노멀 미사일은 곧 우리의 주위를 감쌌고, 우리를 향해서 날아오던 화살은 애초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곧 다시 떨어져 내렸다. 아마도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야겠지. 이대로 공격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저쪽도 이상하게 생각해서 공격을 멈출 테니까. "한나야, 저들이 어느 왕국의 주둔군인 줄 알겠니? 아무래도 로시아 제국은 아닌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제일 골치 아픈 상대인 것 같아요." "골치 아픈 상대?" 골치 아픈 상대란 말에서 난 적어도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저 베일네스 영지에 주둔 중인 중앙군이 적어도 로시아 제국의 중앙군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도대체 어느 왕국의 중앙군이기에 골치 아픈 상대라는 거지. 슈우우우! 콰쾅! 히이이잉! "크윽! 한나야!" 내가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날라온 것! 그것은 프로텍트 프롬 노멀 미사일을 가볍게 통과하고 한나가 타고 있던 팬텀스티드에 적중했고, 폭발을 일으켰다. 프로텍트 프롬 노멀 미사일을 뚫고 폭발을 일으킨 것, 그것은 바로 마법이었다. 아무리 마법에 대해서 모르는 이라 하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마법, 파이어 볼을 말이다. 내가 탄 팬텀스티드는 급하게 폭발로부터 물러났지만, 한나가 탄 팬텀스티드는 그대로 파이어 볼에 적중되었고, 그 후 일어난 폭발의 범위에 들어가 있었다. "한나야!!" "괜찮아요, 아빠!" "레이!" 폭발로 생긴 연기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것은 다름 아닌 레이였다. 그림자의 군주인 레이 말이다. 곧 폭발로 일어난 연기가 사라지자 그곳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검은, 마치 그림자 같은 둥그런 구체에 감싸여 있는 레이와 한나의 모습이었다. 팬텀스티드는 파이어 볼에 당한 것인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하~ 아. 다행이다. "아빠!" 콰쾅! 콰쾅! 콰쾅! 아까 한나와 팬텀스티드를 소멸시켜버린 파이어 볼이 시작이었는지. 각가지 마법들이 하늘에 떠 있는 레이와 한나를 향해서 날아왔다. 하나. 그것은 아빠라 외치며 손을 휘저은 레이에 의해서 막혔다. 내가 탄 팬텀스티드의 그림자가 크게 늘어지더니 거대한 실드를 형성한 것이다. 덕분에 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레이와 한나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한나야." "단지 정신을 잃은 것뿐이에요. 그나저나 저 사람들 뭐예요! 다짜고짜 화살을 날리더니, 가만히 막고 있는 상대에게 이어서 마법으로 공격하다니!" 화를 내는 레이의 반응에도 난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오직 한나에게만 집중했다. 레이가 지켜줬다고는 하나 완전히 막지 못했는지 로브 여기저기가 그을려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한나의 맨살, 피부는 전혀 화상이 없었다. 다행이다. 한나는 단지 마법의 충격에 의해서 기절만 했을 뿐이었다. 한나가 단지 기절했을 뿐이란 것을 확인한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레이야." "예." "당장 다른 일행들이 있는 데로 가 있으렴." "예." 나의 분노를 느낀 것일까. 레이는 두말없이 조용히 한나를 안고 일행이 있는 곳을 향해서 날아갔다. 콰쾅! 깡! 치지지지직! 사사삭! 파이어 볼, 파이어 애로우, 파이어 랜스, 아이스 애로우, 아이스 스피어, 라이트닝 볼트, 라이트닝 애로우, 윈드 애로우, 윈드 커터, 매직 미사일. 나는 레이에 의해서 만들어진 그림자의 방어막 뒤에서 나를 향해서 쏘아지는 미법을 하나하나 기억하기 시작했다. 마법의 종류. 그 위력, 날아온 방향, 마나의 흐름. 그것을 기억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기억했다. 콰쾅! 잠시 후. 마지막 파이어 볼을 끝으로 마법은 더 이상 날아오지 않았다. 그럼 이제 내 차례로군. "웨이트 오브 스피릿트!" 웨이트 오브 스피릿트 고스트 드래곤과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 젤리온을 상대로 사용한 마법으로, 내가 따로 이름 붙여 사언마법이라 명한 마법. 예전에는 긴 주문을 필요로 했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시전어만으로 웨이트 오브 스피릿트를 시전했다. 파아아아아아악! "으윽!" "뭐, 뭐야!" "모, 몸이!" "무, 무거워!" 웨이트 오브 스피릿트가 시전된 베일네스에서는 여러 가지 음성들이 들려왔다. 대부분이 이미 웨이트 오브 스피릿트. 영혼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거나 짓눌리는 이들도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 젤드리온을 상대로 사용하던 웨이트 오브 스피릿트와 비교하자면 그떄의 위력의 절반에도 못 미치건만, 사람들은 자신의 영혼의 무게을 견디지 못하고 있었다. 겨우 저런 녀석들에게 한나를 향한 공격을 허용해버린 것인가. "제길!" 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계획했던 것을 실행하기 위해서 천천히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한 이 후 나의 몸에서, 정확히는 나의 로브의 소매에서 다섯 망령들이 나의 어깨 뒤에 나열하더니 천천히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파이어 볼.] [윈드 커터.] [아이스 애로우.] [라이트닝 볼트.] [파이어 애로우.] "라이트닝 애로우, 윈드 애로우." 화르르르! 스스스스. 쩌저적! 파지지직! 망령들의 입과 나의 입에서 뱉어진 시전어, 그리고 나의 주변을 수놓기 시작한 수많은 마법들. 그렇다. 방금 난 망령들의 입을 통해서 마법을 시전한 것이다. 게임을 통해서 습득하고 나름대로 발전시킨 마법, 오버 스펠이었다. 이 마법의 토대가 된 것은 바로 스킬, 트리플 스펠이었다. 2마리 망령에게 주문을 외워 마법을 시전하게 하는 스킬. 트리플 스펠 말이다. 나는 이것을 발전시켜 2마리 이상의 망령에게 주문을 외울 수 있도록 개량했고, 동시에 정신력 소모와 미법 시전에 소모되는 마나량 또한 적어지도록 개량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오버 스펠이었다. "크윽!" [파이어볼. 아이스 애로우.] [라이트닝 볼트. 라이트닝 애로우.] [윈드 커터. 윈드 애로우.] [아이스 볼트. 아이스 애로우.] 나의 신음 소리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마법을 시전하는 망령들 그리고 그 망령들이 시전하는 마법으로 인해서 빠져나가는 마나들. 역시 개량했다고는 하나 엄청난 마나 소모는 어쩔 수 없는 건가. 개량을 했다고는 하나 오버 스펠에는 아직 문제가 많았다. 일단 다섯 이상의 망령을 지배하고 컨트롤해야 하기에 소모되는 정신력이 적지 않았고, 망령들이 시전하는 마나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 마법사 출신의 망령들에게 각기 한 가지씩의 속성을 부여해서 줄였다고는 하나, 여전히 소모되는 마나량이 적지 않았다. "크윽! 마나 드레인!" 극심한 마나 소모 중에 난 조금이라도 마나를 회복하기 위해서 정말 오랜만에 마나 드레인을 시전했다. 그러자 대기의 마나는 천천히 나에게 유입되기 시작했고, 조금이지만 나아질 수 있었다. "아아!" "마, 말도 안 돼!" "이, 이건 꿈이야!" "하하하!" 베일네스 영지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이 목소리 대부분은 마법사들로부터 나오고 있었다. 이미 난 베일네스에 주둔 중인 중앙군이 어느 왕국의 중앙군인지 알고 있었다. 방금 전 수많은 마법 공격, 그만한 수의 마법을 시전할 수 있는 많은 마법사가 속해 있는 왕국이라면 로시아 제국을 제외하고 한 곳밖에 없으니 말이다. 바로 마법 왕국, 에르니카 말이다. 에르니카 왕국은 네크로맨시 학파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네크로맨시 학파를 인정하는 로시아 제국을 적대시한다. 때문에 한나가 제일 골치 아픈 상대라고 한 것이었다. 아무리 네크로맨시 학파를 인정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아무런 공격도 하지 않고 방어만 하는 상대에게 마법까지 날리다니! "그 대가를 치러라!" 화르르르! 슈우우우! 파지지지지직! 나의 외침에 하늘을 수놓았던 수많은 마법들이 그대로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성벽 위에 짓눌린 채로 절망스런 얼굴로 하늘을 쳐다보는 마법사를 향해서. 짓눌린 몸으로 기어 병사들 사이에 숨은 마법사를 향해서. 단념한 표정으로 조용히 하늘의 수많은 마법들을 바라보는 마법사들을 향해서 그렇게 마법들은 마법사들을 향해서 쏘아져 나갔다. 마법들은 나의 기억에 날아온 방향과 종류 그대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물론 내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었기에 모두 똑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각각의 마법들은 최소 한 명의 마법사들을 목표로 날아갔다. 그렇게 날아간 마법들이 그대로 마법사들에게 적중되기 직전. 난 눈을 감고 손을 휘저었다. "......." "......." 순간, 이어지는 침묵, 마법에 의한 폭발음과 마법에 적중당한 마법사들의 비명도 없었다. 잠시 후, 침묵은 깨졌다. 자신들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마법사들의 목소리에 의해서 말이다. 그렇다. 나는 마법들이 마법사들에게 적중되기 직전에 와해시킨 것이었다. 막대한 마나와 정신력을 소모하여 시전한 마법을 말이다. 사실 나는 마법을 시전해놓았을 때까지만 해도 그대로 한나를 향해서 마법을 사용한 에르니카 왕국의 마법사들을 마법으로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들이 한나를 공격했다고는 하지만 한나가 속한 로시아 제국에 동맹국의 마법사, 아군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난 도중에 마법을 취소한 것이었다. 히이이잉! 나는 그렇게 아군이란 생각을 하며 분노를 삭이고, 나를 태운 팬텀 스티드를 움직여 성벽 위로 천천히 내려갔다. 또각또각. "......" 성벽 위에 올라선 팬텀스티드. 그러나 아까전과 다르게 나에게 날아오는 화살도, 공격 마법도 없었다. 성벽 위의 병사들과 마법사들은 이미 웨이트 오브 스피릿트가 풀렸음에도 여전히 엎드린 상태에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그대는 누, 누굽니까?" 베일네스 영지에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침묵을 깬 것은 나의 정면에 무릎을 꿇고 있는 중년의 마법사였다. 나는 팬텀스티드의 위에서 그 마법사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의 이름은 한스 게이시스. 과거 죽음의 주인, 데스마스터였던 자다." 모습을 감춘 지 10여 년. 대륙에 내가 되돌아왔음을 알리는 사건에 내가 장식한 첫 말이었다. 흑마법사들의 로시아 제국 수도 침공 사건과 흑마법사들의 제국 개국으로 들썩인 이후, 잠잠했던 대륙은 한 가지 사건으로 다시 들썩이고 있었다. 그 사건이 벌어진 곳은 흑마법사들이 개국한 제국, 암흑 제국에 근접한 최전방 영지, 베일네스였다. 최전방 영지 베일네스에서 일어난 사건이 대륙을 들썩인 이유는 암흑 제국에서 전력을 다해 쳐들어왔다는 거창한 사건도 아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한 인물의 등장과 그 인물이 벌인 일 때문이었다. 베일네스에서 모습을 보인 한 인물. 그의 이름은 한스 게이시스. 과거 네크로맨서의 아버지이자, 죽음의 성자라 불렸던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후계자라 밝힌 젊은 네크로맨서! 동시에 자신이 스승인 베이트로이 게이스시가 올랐다는 경지인,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고 선언한 네크로맨서! 바로 그가 암흑 제국과 맞닿아 있는 최전방 영지, 베일네스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과거 로시아 제국에 모습을 보인 고스트 드래곤을 쓰러트려, 대륙의 사람들로 하여금 그가 젊은 나이에 데스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으며,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제자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습을 감췄던 그가 10여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단지 그가 모습을 그냥 드러냈다면 그저 그의 등장에 대륙의 사람들은 놀라기만 했을 테지만, 그날 그가 벌인 사건은 그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그가 벌인 사건은 바로 수백 명의 마법사를 상대로 압도적인 화려한 귀환 신고식을 벌였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마법으로는 로시아 제국을 앞선다고 평가받는 마법 왕국 에르니카의 마법사들 수백 명을 상대로 말이다. 수백 명이 시전한 각가지 공격 마법을 막아내고, 그 수백 명의 마법사들이 생전 들어보지 못한 마법으로 자신을 공격한 마법사뿐만 아니라, 베일네스 영지의 사람들 전부 못 움직이게 한 뒤 자신에게 쏘아진 수백의 마법을 그대로 시전하여 되갚아주고, 마법이 적중되기 직전에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것이 그 사건의 전모였다. 그 자리에 있었던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입 모아 말했다. 처음 그가 시전한 마법에 의해서 자신들이 대비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당했고, 그마법을 풀어낼 수 없었으며, 그 자리에서 한스 게이시스가 시전하고 사라지게 한 마법은 모두 진짜였다고 말이다. 그렇게 10여 년 전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조용히 사라졌던 한스 게이시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시 대륙의 사람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바로 한스 게이시스. 그의 화려한 귀환이었다. Made by 혼상 제 51장 드래곤의 둥지, 드래곤 월로 "그럼 다녀올게." "다녀오겠습니다." 으득! "부디 아! 무! 일! 없이 잘 다녀오길 빈다." "부디 아! 무! 일! 없이 잘 다녀오세요." 지크형, 데인, 왜 아무 일을 계속 강조하는 거야. 또 이빨은 왜 가는데. 그날로부터 이틀 후, 나와 한나는 모두에게 단둘이 드래곤의 둥지라고 불리는 그랜드 월에 간다고 말했다. 그에 몇몇을 제외한 일행들은 반대했다. 지크 형과 데인은 마치 반대하는 것에 목숨을 건 사람처럼 필사적으로 반대를 부르짖었고, 퓨리와 작은 한스는 지금의 상황, 그러니까 전쟁 중이라는 상황과 그날 보았던 다크 나이트를 이유로 하여 내가 그랜드 월로 떠나는 것을 반대했다. 그에 반해서 의외로 메이와 레이, 그리고 라오는 다녀오는 것을 적극적으로 허락했다. 왠지 모르게 메이와 레이가 나와 한나를 들뜬 얼굴로 바라보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들이 찬성하자 마음의 무거움을 덜 수 있었다. 그렇게 되어 결국 다수결로 갔는데 나와 한나, 그리고 메이와 레이는 찬성. 나머지 네 사람이 반대하는 가운데 그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듣고 있던 라오가 찬성을 선언하여 결국 다수결로 나와 한나만이 그랜드 월에 가기로 결정 났다. 그 후 라오가 내게 '부디 성공하길'이라고 한 것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말이다. 도대체 뭘 성공하길 빈다는 건지. 일행들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어째서 갑자기 드래곤의 둥지라고 불리는 그랜드 월로 가는지, 어째서 한나만을 데려가는지도 말이다. 뭐, 뒤에 것에 대해서는 안 물어주는 편이 고마웠지만 말이다. 솔직히 어째서 한나만 데리고 가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할 자신이 없었거든. 하하하! "아빠! 파이팅!" "한나 언니! 파이팅!" "부디 성공하길 빈다. 형제여!" "크윽! 금이야 옥이야 키워놨는데! 저런 선머슴 같은 놈이 낚아채가다니! 크윽!" "지크 형! 울면 안 돼! 울면 지는 거야!"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정말 노총각들이 저러는 모습은 보기 안좋네요." "나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보기 추하다, 혹은 흉하다고 표현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내가 없는 동안에도 잘 지낼 것 같네. "잭, 레이, 라오. 모두를 잘 부탁해." "맡겨두십시오, 로드." "네~! 잘 다녀오세요! 아빠!" "맡겨둬라, 형제여." "그럼 진짜로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히이이잉! 인사를 마친 뒤 우리는 그대로 팬텀스티드를 출발시켰다.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테지만 걱정은 없다. 이곳에는 그림자의 군주, 섀도 로드 레이와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 라오가 있으니까. * * * * * 한스와 한나가 드래곤의 둥지로 불리는 그랜드 월을 향해서 출발했을 때, 마침 그랜드 월에 다수의 드래곤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그 수는 겨우 일곱이었지만 좋게 말하면 자유분방하고, 나쁘게 말하면 외골수인 드래곤들이었기에 그 정도 수의 드래곤이 모여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렇게 7마리의 드래곤이 모여 있는 장소는 이제는 전대 드래곤 로드가 되어버린 데키체르아의 레어였다. 현재는 데키체르아에게 로드의 지위를 물려받은 젤드리온의 레어이기도 했다. "로드, 이대로 인간들을 방관할 텐가." "인간들 간의 오래된 저쟁으로 인해 중간계는 피폐해졌네. 거기에 흑마법사들까지 나타났으니 우리가 나서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네." "맞아, 맞아! 당장 나서서 인간들을 모두 쓸어버려야 한다고!" "인간들에 의해서 수많은 숲들이 불태워졌습니다. 이 이상 두고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로드." "……." "……." "……." 그 레어 안에서 각기 다른 머리색을 가진 7명은 한 탁자에 둘러앉아 있었다. 각각 붉은색과 검은색, 초록색과 진한 파랑색, 대륙에서 보기 드문 진한 금색, 그리고 2명은 같은 진한 은색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머리색뿐만 아니라 눈썹과 눈동자색조차, 그들의 모발의 색과 같았다. 그들은 드래곤,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각 드래곤의 수장들이었다. 그중 은발을 가진 이. 그는 바로 현 드래곤 로드인 젤드리온이었다. 그를 포함한 골드 드래곤의 수장과 실버 드래곤의 수장은 다른 수장들의 말에도 침묵만을 지키고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로드! 언제까지 입을 다물고 있을 참이오!" 쾅! 와장창! 계속 입을 다물고 있는 드래곤 로드 젤드리온을 보며 레드 드래곤의 수장은 탁자를 내리치며 소리쳤고, 탁자는 그들의 앞에 놓인 찻잔들과 함께 산산조각 나서 맥없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젤드리온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에 레드드래곤 수장이 한 소리 더 하려고 하는데, 젤드리온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 젤드리온은 그렇게 말하며 각 드래곤의 수장들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이에 각 종족의 수장들은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드래곤 로드, 드래곤의 군주라 불리는 이가 고개를 숙여 보인 것이다! 그렇기에 모두가 놀란 것이었다. 물론 드래곤 로드라는 지휘가 군주라기보다는 드래곤들의 중재자, 혹은 통합자라는 의미를 가지지만, 드래곤 로드가 고개를 숙였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으음, 이유를 알 수 있겠소?" 그때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금발의 노인, 골드 드래곤의 수장이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최고 연장자인 골드 드래곤의 수장의 말에 다른 수장들은 젤드리온의 대답을 기다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희 드래곤들의 본분을 다할 때가 올지도 모릅니다!" "……!!" 젤드리온의 말에 지금까지 냉정을 유지하던 골드 드래곤의 수장을 비롯하여 다른 수장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드래곤들의 본분. 그것은 중간계의 수호. 다른계, 마계와 신계로부터 중간계를 수호하는 일이었다. 말 그대로 수호! 그냥 드래곤들이 나서는 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중간계의 수호란, 마계나 신계의 대대적인 침입으로부터 중간계를 지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드래곤 로드 젤드리온이 말한 드래곤의 본분이란 말은 신마대전이라 불린 전쟁 이전에만 사용되던 단어였다. 한마디로 젤드리온이 중간계에 신마대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바나 마찬가지인 것이었다. "그 말, 용언으로 말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제가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마계, 혹은 천계 이 두 계중 하나가 쳐들어올 것입니다. 그것은 제 지위와 이름을 걸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으음." "크음." 젤드리온의 선언에 수장들은 침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은 젤드리온이 지금까지 침묵을 지킨 이유를 납득했다. 마계, 혹은 천계의 대대적인 중간계 침략. 그만한 이유면 드래곤 로드인 젤드리온이 이처럼 신중할 만한 이유가 되는 것이니 말이다. "차라리 그들이 완전히 쳐들어오기 전에 처리해버리는 것은 어떤가? 암흑 제국이라는 흑마법사들의 본거지가 잘 알려져 있으니, 그곳을……." "그곳은 이미 손 쓸 수 없습니다." 일이 벌어지기 전에 처리해버리자는 레드 드래곤 수장의 말에 젤드리온은 말을 끊으며 말했고, 그에 블랙 드래곤의 수장이 물었다. "어째서인가?" "이미 그곳은 아무리 저희라도 건드릴 수 없는 요새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가 건드릴 수 없는 요새?" "예. 제 눈으로 확인한 마족의 수만 해도 수백. 그들 모두 중급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그들 중 몇몇은 상급, 혹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지금은 더 늘어났을 테고요." "허허! 그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언제인가?" "흑마법사들의 창궐 직후였습니다." "허허허!" 흑마법사들의 창궐 직후였다는 말에, 각 수장들은 너무 허탈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중급 마족이 수백에 그중 상급 마족, 혹은 그 이상의 마족들이 있단다. 거기에 그 사실을 눈치 챈 것이 이미 흑마법사들이 창궐한 뒤였다고 한다. 그럼 말은 다한 것이다. 지금은 이미 드래곤들의 손으로만은 해결할 수 없는 데까지 상황이 이르렀다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으음, 그야말로 최악의 사태로구만." "인간들은 이 사실을 아는가?" "모릅니다. 인간들 사이에는 마족의 끄나풀이 많아서 알리지 못했습니다. 다만 인간을 제외한 다른 종족들에게는 이미 손을 써두었습니다." "신계는 어떠한가?" "신계 쪽은 조용합니다." "그 말은 우리의 적은 마계라는 뜻이로군. 그나마 다행이라 말해야 하는가." 마계를 상대로만 싸우는 것이 다행이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에, 레드 드래곤의 수장은 허탈감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그 자리에 있는 수장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설마 자신 대에 마계의 침공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각 드래곤들의 수장답게 눈을 빛내며 몸을 일어켰다. "우리 홍염의 일족은 그 불꽃을 태울 준비를 하겠네." 레드 드래곤족의 수장은 불꽃을 일으키며 사라졌고, "우리 안식의 일족은 적을 안식으로 이끌 준비를 하겠네." 블랙 드래곤족의 수장은 순수한 어둠에 휘감기며 사라졌다. "우리 뇌전의 일족은 적에게 우뢰를 내릴 준비를 하겠네." 그렇게 각 드래곤족의 수장은 각기 속성에 따른 힘을 보여주며 하나 둘씩 모습을 감추었고, 곧 레어에 남은 것은 젤드리온뿐이었다. "이제 시작이다." 젤드리온 말대로 이제 시작이었다. 마계의 마왕 중 한 명과 중간계 모두와의 싸움은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었을 뿐이었다. * * * * * "괜찮니?" "아아, 괜찮아요, 오라버니." 웃어 보이며 말은 괜찮다고 했지만, 한나는 몸을 가눌 힘도 없는지 그대로 팬텀스티드에 몸을 맡긴 채 말하고 있었다. 벌써 베일네스 영지를 떠난 지 4일, 그간 우리는 식사 시간과 취침 시간 외에는 계속 팬텀스티드를 타고 이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랜드 월까지는 상당 거리 떨어져 있었다. 한나가 가진 제국 군사 지도에 의하면 우리가 이동한 겨우 절반. 4일간 일반 말과 비교도 할 수 없이 빠른 팬텀스티드를 타고 이동했는데도 겨우 절반 이동한 것이다. 그랜드 월이 멀리 있긴 멀리 있는 모양이다. 그 절반을 이동하는 동안 한나는 점점 지쳐갔다. 팬텀스티드가 일반 말에 비해서 진동이 전무하다고는 하지만, 4일간 식사 시간과 취침 시간 외에는 계속 이동했고, 흑마법사나 여타 다른 국가의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서 상당히 높은 하늘을 이동 경로로 선택했기에, 하늘의 낮은 기온도 한나가 지치는 데 한몫 단단히 했다. 이거 안 되겠는데. "나와라." "응? 뭐라고요? 오라버니?" 우우우웅! 곧 한나의 팬텀스티드는 속도를 줄였고, 속도를 줄인 한나의 팬텀스티드 옆에서 아공간이 열리며 마차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 것은 유령 마차, 리치가 마부로 있는 팬텀캐리지였다. "앞으로는 이것을 타고 이동하자." "하지만……." "말 들어!" "꺄악!" 나는 강제로 팬텀캐리지의 문을 열어서 그대로 팬텀스티드 위의 한나를 던졌다. 한나가 안에 들어간 뒤, 지도를 마부인 리치에게 보여주며 목적지를 말하고는 나도 팬텀캐리지 안으로 들어갔다. 팬텀캐리지 안에서 한나는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돌리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삐친 모양인다. "오늘부터는 팬텀캐리지로 이동하자." "……." "에… 미안." 이럴 때는 그냥 숙이고 들어가는 게 최선이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는 양손을 맞닿게 한 뒤에 비볐다. 보통 이런 행동을 다른 사람들은 빈다고 했다. "후! 우! 이번만 봐드리는 거에요." "헤헤! 미안." "아까 얼마나 아팠는지 아세요? 갑자기 던지다니, 너무하셨어요." "미안, 미안.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넌 한참 뒤에나 탔을걸." 한나는 팬텀캐리지 안으로 내던져질 때 찧은 엉덩이가 아픈지 한동안 문질렀고, 난 계속 고개를 숙이고는 아까처럼 빌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한나는 아마도 한참 뒤에나 팬텀캐리지에 탔을 것이다. "그런데 괜찮으시겠어요? 팬텀캐리지는 팬텀스티드보다 느리잖아요." "괜찮아. 확실히 팬텀스티드보다 팬텀캐리지가 느리긴 하지만, 일반 말을 타는 것보다는 빠르니까. 처음부터 이래야 했어. 괜히 서두른다고 되는 일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죄송해요, 오라버니." 갑작스럽게 나에게 사과하는 한나의 행동에 난 조금 당황했지만, 재빨리 말을 받았다. "죄송하긴. 오히려 내가 미안한걸. 한나는 나 때문에 따라온 것이고, 내가 너무 서두른 나머지 한나의 체력을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오라버니." "지금부터는 팬텀캐리지로 편하게 이동할 테니까, 오랜만에 이야기나 나눌까. 내가 없던 십 년 사이에 있었던 일이 너무 궁금한걸." 이후 나와 한나는 팬텀캐리지 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부분이 한나가 말하고 내가 듣고 호응하는 것이었지만, 우리는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밤을 새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없던 10년 동안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지크 형이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뒤 검강의 위력을 시험한다고 연무장에서 검강을 뿌리다가 구덩이가 생겼는데, 그것을 보고 분노한 잭으로 인해서 연무장에 생긴 구덩이들을 밤새워 혼자 메워야 했던 이야기. 어렸을 적에 메이가 자다가 오줌을 쌌는데, 그것을 몰래 처리하려다가 데인에게 들켜서 데인이 저택에 소문을 내고 다녔다. 그러다 막 네크로맨시 학파를 배우기 시작한 메이의 저주에 걸려 고생한 데인의 이야기. 그 밖으로 즐겁고 때로는 슬픈 이야기를 한나를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나는 한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세계와 내가 있던 그곳의 시간 차이가 그렇게 아쉬울 수 없었다. 한나가 가진 10년의 추억, 그 추억들에는 내가 없었으니 말이다. "우웅, 오라버니." "……." 나의 허벅지를 베고 잠든 한나는 몸을 뒤척이면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밤새 이야기를 나누고 아침 해가 뜨고 나서야 잠든 한나였다. 서두른 이동 때문에 지쳐 있었을 텐데도 한나는 밤새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던 것이다. 나는 나의 허벅지를 베고 잠든 한나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었다. 너무도 부드러운 감촉. 마치 저녁노을같이 붉은 한나의 머리카락이 나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잠시 그렇게 한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난 생각에 빠져들었다. 과연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아직도 모르겠다. 그날, 베일너스 영주성의 지붕에서 내가 왜 그랬는지 말이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런 것이었을까, 아니면 저녁노을에 취해서 그런 것이었을까. 정말 알 수 없다. 그렇게 대담한 행동을 하다니. 한나에게 이, 이, 이, 하~ 아. 말 못하겠네. "우웅." 그때 당시를 생각하며 혼자서 궁상을 떨고 있던 도중 뒤척이는 한나. 그리고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잠이 든 한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으으으! 한스! 지금 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지금 한나는 잠들어 있어! 무방비한 상태라고! 무방비! "우웅, 오라버니." "꿀꺽!" 몰래 하면 괜찮지 않을까. 이미 난 한나와 한 번이지만 한 사이잖아. 그때 난 이미 한 마리의 야생 늑대였다. 얼굴이 이미 달아오를 때까지 달아올랐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고, 심장은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이거 무슨 순정 만화 주인공 같잖아! 아니, 요즘 순정 만화에서 주인공이 이렇지는 않겠지. 하하하!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머릿속으로는 횡성수설하고 있었지만, 나의 몸은 천천히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그때, 다시 한번 한나가 몸을 뒤척였다. "오라버니… 사라지시면… 안 돼요." 그렇게 말한 한나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거의 닿을 듯한 위치에 있었기에 난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그 말을 듣고 한나의 눈물을 본 나는, 굳어져서 한동안 그 자세로 움직일 수 없었다. "……." "하~ 아! 이러면 건드릴 수 없잖아." 결국 나는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들었다. 한나와 나의 입술이 그때처럼 거의 닿을 뻔했는데 말이다. 조금만 더 움직였어도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한나의 그 말, 사라지면 안 된다는 그 말 때문에 말이다. 나는 다시 한나를 바라보았다. 완전한 무방비 상태인 한나. 그럼에도 건드릴 수 없는 한나. 그날 나는 한나가 깨어날 때까지 내 안의 한 마리의 늑대와 감각이 점차 사라져가는 허벅지의 고통. 이 둘을 상대로 싸워야 했다. * * * * * "그가 돌아왔다! 그가 돌아왔어! 크하하하!" 쿠쿠쿠쿠! 전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 현 암흑 제국의 수도, 유토피아. 그 유토피아에 새롭게 지어진 성의 깊숙한 지하 한 공간에서 한 남자가 기뿐 듯이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가 외칠 때마다 그가 있는 공간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마치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말이다. 도대체 누가 돌아왔기에 이렇게 기뻐하는 것일까. "크하하하하! 난 네가 돌아올 줄 알았다! 크하하하! 고작 비만 도마뱀 따위에게 당할 녀석이 아니지! 암!" 도대체 누굴 말하는 것일까? 비만 도마뱀. 그것은 드래곤들을 무시하는 의미로 부르는 멸명. 그가 기다리던 자는 드래곤과 싸웠다는 말인 것인가. 도대체 누구기에. "크하하하! 어서 오너라! 한스 게이시스!" 쿵! 쩌저적! 그는 그렇게 기다리던 자의 이름을 외치며 오른속을 벽을 향해서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순식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던 벽은 이내 산산조각 나서 바닥을 나뒹굴었다. 벽이 무너져버린 덕분인가. 어둠만이 가득했던 그 공간에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산산조각 난 벽의 조각들. 여기저기, 천장 바닥 할것 없이 균열이 나 있는 방. 용케 방의 모습을 유지한 것이 신기할 정도로 방은 처참했다. 방을 그렇게 만든 당사자도 곧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키는 약 2미터. 전신은 근육으로 뒤덮여 있지만 비대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탄탄하고, 균형이 잡혔다라고 할까나. 드러난 그의 몸은 근육으로 이루어진 갑옷 같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평범했다. 탄탄한 몸과 그 탄탄한 몸에서 내뿜어지는 투기와는 다르게 말이다. 그러나 지금 그의 얼굴은 투기와 강렬한 눈빛에 맞물려 전혀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 명의 흉포한 전사, 아니 짐승에 가까운 얼굴이었다. 거기에 그의 몸에서는 신기하게도 검은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마력! 짙은 순도의 순수한, 중급 이상의 마족이 가지는 마력이었다. "호~ 오! 펠, 무슨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네." "마스터를 뵙습니다." 그렇다. 방금 전까지 소란을 부린 이, 그는 바로 한스에게 두 팔을 잃고 오우거에서 마족이 된 몬스터 출신의 펠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흉포한 투기와 함께 마력을 내뿜던 펠은 한 인물의 등장으로 단번에 투기와 마력을 갈무리했다.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존재. 그는 펠에 비하면 빈약하다고 할 수 있는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펠과 비교해서였다. 평범한 사람과 비교하자면 그의 몸은 오히려 이상적이라고 할 만큼, 마치 조각 같다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 보이는 이로 하여금 호감을 느끼게 만들고,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그의 몸과 얼굴, 이 2가지와는 다르게 눈빛은 너무도 섬뜩했다.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굶주린 맹수의 눈이랄까. 그 이외의 것으로 표현할 수 없었다. "아, 그 소문 때문에 그러는구나. 하긴 그는 펠과 인연이 깊으니까." "……." 펠은 그렇게 말하는 자신의 주인을 보고 숨을 죽였다. 한스가 사라진 이후 펠, 자신이 강해진 것처럼 그의 주인 역시 10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것은 주인의 혈연과 특성 덕분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주인의 근본 때문이란 걸 펠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근분으로 인해서 자신 또한 주인에게 처분당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다녀오도록 해." "……!!" "그동한 기다려왔잖아. 그럼 가야지." "감사합니다, 마스터." 펠은 자신의 주인이 허락하자 조금 놀라웠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다. 꼬투리를 잡혔다가는 언제 잡혀 '먹힐지' 모르니까. 전에 펠의 주인은 상급 마족을 '잡아먹었다'. 단지 자신의 길을 막았단 이유만으로……. 그때 펠은 놀랄 수밖에 없다. 당시에 상급 마족보다 조금 더 강했던 자신의 주인이 그 당시의 상급 마족을, 그것도 당시 소환되어 있던 상급 마족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자를 '잡아먹었으니' 말이다. 현재도 겉으로 보기에는 펠의 힘이 주인이라는 자를 넘어서지만, 펠은 결코 자신의 주인에게 대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 상급 마족처럼 언제 잡혀 '먹힐지' 몰랐으니 말이다. "그럼 잘 다녀와." "예, 마스터." "참……." 뒤를 돌아 걸어가던 도중, 멈춰 서서 말하는 주인의 말에 펠은 숨을 죽이고 주인을 지켜보았다. 펠의 주인은 고개만 돌려서 펠을 보며 말했다. "왠지 배가 고프니까, 오는 길에 드래곤 한 마리 사냥해오도록 해. 갑자기 드래곤 하트가 먹고 싶어졌거든. 웬만하면 오래된 것보다 신선한 걸로. 알았지?" "예, 마스터." "그럼 다녀와." 그렇게 말한 뒤 걸어 나가는 주인을 보며 펠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만 조금 난감했다. 현재 펠은 한스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으니 말이다. 베일네스 영지에서 떠나 어딘가로 향했다는 소문 역시 들었기에 펠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일단 드래곤 산맥으로 가기로 했다. 주인이 명령한 것, 드래곤 하트를 구하기 위해서 지금의 자신이라면 에이션트 드래곤이라 한들 해볼 만하니 말이다. 펠은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몸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스가 향하고 있는 드래곤 산맥을 향해서……. * * * * * "드디어 그랜드 월에 도착했네요." "그러게." 나는 그렇게 말하며 팬텀캐리지 밖으로 목을 내밀어서 올려다보았다. 구름 속에 파묻힌 산봉우리들. 어째서 이곳이 그랜드 월(Grand Wall), 위대한 벽이라고 불리는 지 알 것 같구만. 하늘 높은 것을 모르고 치솟은 것은 그랜드 월을 이루는 상봉우리만이 아니었다. 그랜드 월의 광활하게 펼쳐진 숨의 나무들 역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 있었다. 과연 엘프들이 살아가도 무방할 정도로 살림이 우거진 곳이야. 내가 그랜드 월에 온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한 번은 나의 몸, 그리니까 전에 나의 몸이 2개였을 때 젤드리온과 싸우다가 지금은 소멸되고 없어진 몸을 셰인이 최적화시켜놓기 위해서 엘프들의 물을 빌린적 있었기에 그때 와본 것이었다. 뭐, 그때는 내 의지로 왔다고 할 수 없으니까, 이곳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나 마찬가지로군. "그런데 오라버니, 어째서 그랜드 월에 오신 거에요?" "그건 찾아야 할 것이 있어서야." "찾아야 할 것? 이 넓은 그랜드 월에서요?" "응." 나의 대답에 한나는 조금 당황스러워했다. "그런데 그 찾아야 할 것이란 게 어디에 있는지 아시는 거겠죠?" "하하하! 모르는데." 이어진 나의 말은 한나의 넋을 나가게 만들었다. 하긴 믿기지 않겠지. 이 넓은 그랜드 월에서 무엇인가 찾는다면서, 찾아야 할 것의 위치도 모르고 무작정 이렇게 왔으니 말이야. 그나저나 어떻게 하나. 한나가 넋을 잃고 가만히 있는 동안 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전에 보았던 것, 되살아날 때 보았던 것들을 떠올리기 위해서 말이다. 그랜드 월. 그 산맥 안에 만들어진 거대한 동공. 그 동공 안에 존재하는 게이트. 그런 거대한 동공을 만들 만한 이들이 그랜드 월에 누가 있겠는가. 그런 동공을 만들 수 있는 이들은 그들밖에 없다. 바로 신의 손을 가진 종족, 드워프 말이다. 일단 단서는 있군 그럼 드워프 부락을 찾아보실까. "오라버니!!" "윽!"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곳에 오신 거예요! 그랜드 월이 얼마나 넓은지는 아시고 오신 거예요! 거기에 이곳은 드래곤의 둥지라고 불리는 곳이라고요! 이곳에 서식하는 도래곤만 해도 족히 수십 마리는 될 걸요! 거기에 그런 드래곤들의 기운에 이끌려 살기 시작한 몬스터들의 수도 족히 수십만 마리는 될 거고요! 그런데 그런 곳에 찾아야 할 것이 있다면서! 그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오셨다고요? 그게 말이된다고 생각하세요!" "하하하!" "이게 웃을 일이에요! 오! 라! 버! 니!" "그래도 단서는 있다고." "후~ 우! 단서요?" "응. 내가 찾으려는 곳은 그랜드 월을 구성하는 산들 중 하나에 있고, 산의 표면에는 전혀 상처 없이 그 안쪽 동공이 있어. 그 동공에 있는 것이 단서야." "하~ 아!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네요." 한나는 나의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내가 한 말을 드워프들과 연결시키지 못한 모양이다. "그때 보았던 동공은 그야말로 표면이 매끄러웠어. 게다가 거대했고. 산의 표면에 상처 없이 그런 거대한 동공을 만들 수 있는 이들이 누가 있을까?" "드워프! 그렇군요! 드워프를 찾으면……."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소리지." 방금 전만 해도 나에게 화를 내던 한나는 안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긴 이 넓은 그랜드 월을 뒤지는 상상을 했을 테니, 그럴 만도 하지. 자, 그럼 드워프들을 찾아나서 보실까. Made by 월영 제 51장 한 발자국 앞으로 "오라버니, 괜찮다니까요." "한나야, 이 오라버니 말 들으렴." "정말로 괜찮아요. 봐요. 이렇게 멀쩡하잖아요." 한나는 침대 위에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괜찮다는 것을 나에게 확인시키려고 했지만, 나는 한나에게 다시 한 번 으름장을 놓았다. "그래도 안 돼!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지만, 네 몸은 혹사당해 있어. 기왕 쉴 수 있을 때 확실하게 쉬어." "하지만....." "어허!" "후~ 우! 알았어요." 결국 한나는 포기했고,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몸을 맡겼다. 나는 그런 한나의 이불을 다듬어주며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 일이 있은 지 이틀. 지금 나와 한나는 베일네스 영지의 영주성, 그 영주성의 제일 화려한 영주의 침실에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최고의 대접을 받았다. 영지에 있는 이들에게 보여준 실력과 마법사들 사이에서 잊히지 않았던 나의 이름. 그리고 명성 덕분에 최고의 대접을 받게 되었고, 지금 이렇게 한나와 나는 영주의 침실에 있었다. 이틀 전 그날 마법사들에게 나를 밝힌 이후, 베일네스는 나와 일행들이 데려온 사람들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일단 나의 실력 행사로 인한 입김이 작용하기도 했고, 후에 한나가 로시아 제국에서 지닌 지위도 한몫했다. 이틀 전 기절한 한나는 기절한 지 5시간 만에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린 한나는 바로 일어나 현재 상황을 파악하려 했지만 그것을 내가 말렸다. 그 이유는 한나가 기절한 이후, 살펴봤던 한나의 몸 상태 때문이었다. 기절한 한나의 몸 상태를 확인했 때, 나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나의 몸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지치고, 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전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어 보였던 한나는 알고 보니 가장 지쳐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한나의 몸 상태에 대해서 알게 된 나는 한나가 그간 어떤 일을 했는지 알아보러 다녔고, 지금까지 한나가 한 일에 대해서 알았을 때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소수 정예와 실력자들로 하여금 흑마법사들의 병력을 유인하고 소모시키는 것, 혹은 흑마법사들의 진지를 습격하여 괴멸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한나가 하던 일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그 일이 바로 황제의 부탁으로 하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물론 그 일은 한 것은 한나뿐만이 아니었다. 메이와 지크 형도, 데인과 퓨리, 작은 한스도 한나와 함께 그 일을 해왔다고 한다. 빌어먹을 황제! 모두의 몸에 이상이 없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었다. 나는 그 후 일행들의 몸 상태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그리고 역시나 모두의 몸은 한나와 마찬가지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지쳐 있었고, 긴장하고 있었다. 다만 그 상태가 너무도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기에,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후 나는 모두에게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쉴 것! 너무 팽팽하게 당겨진 끈은 쉽게 끊어지는 법. 지금 모두의 상태는 팽팽하게 당겨진 끈과 같았다. 그렇기에 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도록 한 것이다. 이런 나의 조치에 다들 첫날은 잘 넘어갔지만, 결국 가만히 있는 것이 지루한지 모두 좀이 쑤셔서 못 견뎌했다. "하긴.... 매일같이 열심히 움직이다가 가만히 있으려니 좀이 쑤시겠지." "응? 뭐라고요? 오라버니."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음, 그래요? 그나저나 항상 뭔가 하다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있으려니 좀이 쑤시네요." 그렇게 말하고 한숨을 내쉬는 한나를 보고 난 웃어 보였다. "심심하더라도 내일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렴." "하~ 아! 알았어요, 오라버니." 힘없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는 한나를 보며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는 것을 느끼고 급하게 손을 내렸다.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을 뻔했네. 10여 년의 시간 동안 너무도 많이 변해버린 한나. 마치 저녁노을 같이 붉은 머리카락. 이곳 여자치고는 크지만 너무도 잘 어울리는 키, 보는 이로 하여금 시선을 끄는 외모, 그리고... 아아!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뭐 하세요? 오라버니." "응? 아악!" 콰당!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을 때 바로 정면. 그것도 아슬아슬할 정도로 다가온 한나의 얼굴과 마주친 나는 너무 놀라 소리치면서 뒤로 나자빠졌다. 나, 나자빠지기 직전에 부, 분명 닿았어! 이, 이런 어떡하지! 으아아아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쓰러지기 직전, 그러니까 고개를 들었을 때 아주 조금이지만 한나의 입술에 닿았던 내 입술을 말이다 이미 두번의 환골탈태를 경험한 나였기에 분명 느낄 수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응? 왜 그러세요? 오라버니?" "응? 아! 하하하! 아무것도 아니야. 나, 나 잠깐 어디 좀 다녀올게!" "오라버니!" 나는 한나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도망치듯이 영주의 침실에서 나와 뛰었다.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서! 도망치듯이 한스가 나간 영주의 침실에 남겨진 한나는 멍한 표정으로 방문을 바라보다가, 웃으며 침대에 주저앉았다. "역시 아직 오빠에게는 무리인가." 방금 전에 한스의 얼굴 바로 앞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댄 행동. 그것은 계획된 행도이었던 것이었다.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며 얼굴을 붉히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허우적대는 한스를 생각하며 한나는 미소 지었다. 10여 년 만에 재회한 한스는 10여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 그것을 확인했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나이는 한스가 많지만 자신과 함께 다닌다면, 오히려 자신의 나이가 더 많아 보일 것이라고 한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명확한 사실이었다. 한나에게 10년이었지만 한스에게는 고작 반년이었으니 말이다. 아무도 없는 방. 한나는 4명이 누워도 부족하지 않을 것 같은 화려하기 그지없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조용히 시전어를 외쳤다. "미러 이미지." 파악! 한나가 시전한 마법은 미러 이미지였다. 곧 한나의 눈앞에는 또 한명의 한나가 서 있었다. 그것을 미러 이미지가 보여주는 거울 속 한나의 모습이었다. 한나는 미러 이미지를 통해서 보이는 거울 속 자신을 천천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의 모습은 사라져버린 모습. 이미 한 명의 성숙한 여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말이다. 한나는 자신의 몸을 천천히 매만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전투를 하면서 거칠어진 손. 그렇게 거칠어 손을 통해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피부. 손은 다리에서 천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고, 얼마 가지 않아 한스로 하여금 번뇌로 빠트린 가슴에까지 올라가더니 손은 한동안 그곳에서 머물렀다. "오빠는 작은 게 좋은가." 한스가 들었다면 코피를 터트렸을, 아니 피를 토했을 발언을 하는 한나였다. 확실히 한나의 몸매는 이상적이었다. 그 몸매는 마법을 수련하면서 꾸준히 단련한 한나의 노력의 보상이었지만 말이다. 한나는 한스를 가만히 기다리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한스를 완전히 사로잡기 위해서 아름다운 여자가 되고자 노력했다. 마법을 수련하면서 꾸준히 운동을 병행해가며 자신의 머릿속에서 이상적인 여인, 돌아가신 어마니처럼 되고자 노력했고 그 덕분에 현재의 한나가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한스를 번뇌에 빠트렸던 가슴에 머물렀던 한나의 손이 다시 올라갔고, 한곳에서 멈추었다. 그곳은 바로 입술. 한나의 손은 정확히 입술에서 머물렀다. 입술에 머문 손. 그리고 점차 붉어지는 한나의 얼굴. 그렇다. 사실 한나도 느꼈던 것이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입술과 한스의 입술이 스쳤다는 것을 말이다! 방금 전에 모른 척했던 것은 바로 내숭! 좋게 말하면 연기였던 것이다! "후훗!" 잠시 후, 한나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미러 이미지를 사라지게 했다. 그리고는 어린아이처럼 침대에 몸을 날렸다. 그리고 푹신한 침대에 파묻힌 한나는 조용히 고개를 들려 말했다. "오빠. 놓치지 않을 거야." 한 명의 성숙한 여인으로 자란 한나의 진심 어린 말이었다. 한나가 이런 말을 하는 순간, 한스는 알지 못할 오한에 몸을 떨고 있었다. 으으으! 갑자기 웬 오한이. 갑작스러운 오한을 느끼며 식은땀을 흘렸다. 보통 소설에서 보면 누군가 주인공을 노리던데.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여어! 우리 원조 한스! 뭐 하고 계신가!" "응? 지크 형." 생각에 빠져 있던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지크 형이었다. 지크 형은 땀을 흘렸는지, 잔뜩 젖은 옷을 입고 손에는 검을 쥐고 걸어오고 있었다. 이런!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어떻게 된 거지! 볼케이노!" "아아. 로드. 진정하라고." 성난 나의 목소리에 무장한 상태가 아닌, 겉으로 보기에는 사람의 모습을 한 볼케이노가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볼케이노 역시 입고 있는 옷의 상의가 완전히 젖어 있는 상태였고, 손에는 검이 쥐어있었다. "한스야, 네가 쉬라고는 했지만 말이야. 우리 같은 검사는 말이야. 간단하게 몸을 움직여주는게 쉬는 거야." "맞아, 로드. 암. 그렇고말고." "하~ 아! 두사람 정말." 지크 형의 말에 동조하여 고개를 끄덕이는 볼케이노를 보며 난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모두에게 특단의 조치로 쉬게 한 뒤에 데스 챔피언들을 한 명씩 붙였다. 그것은 마구서도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기 위해서였는데, 지크 형과 볼케이노는 마음이 맞아서 검술 대련을 한 것 같았다. 볼케이노가 지크 형을 맡겠다고 했을 때부터 이럴 줄 알았어. 그냥 프로스트를 붙여줄걸. 에휴! "거참, 걱정 말래도. 우린 그냥 간단하게, 순수하게 근력만으로 대련했을 뿐이니까. 네 목적대로 근육들이 느슨해졌을 거라고." "암. 그렇고말고." "그렇긴 뭐가 그래!" 나의 외침에 둘은 겁먹은 듯이 물러났다. 정말 못 말려. "그나저나 한스야, 넌 왜 여기 와 있냐?" "그러고 보니 로드는 한나 아가씨 담당하지 않았나?" 흠칫! 두 사람의 말에 나도 모르게 몸을 떨고 말았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영주성의 베란다. 우연히 찾은, 바람이 잘 도는 곳이었다. 영주의 침실에서 나온 나는 정처 없이 걷다가 이 자리에 멈춰서 바람을 쐬는 도중, 지크 형과 볼케이노를 만나게 된 것이다. "호~ 오." "호~ 오." 이런, 봤나. 지크 형과 볼케이노는 둘의 말에 몸을 떠는 것을 보았는지. 음흉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턱! 턱! "후후후! 한스 군, 한나와 무슨 일이 있었나?" "후후후! 로드, 숙맥인 줄 알았는데 이거 다시 봐야겠는걸." "다, 다시 보긴 뭘 다시봐! 그리고 아, 아무 일도 없었어! 아무 일도!" "그런데 왜 말을 더듬으실까!" "그렇게 말이야, 지크." 양쪽에 선 지크 형과 볼케이노는 나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음흉한 얼굴로 계속 웃으며 말했고, 나는 점점 궁지에 몰리는 느낌을 받았다. "흐흐흐! 자, 말해봐. 궁금하잖아." "흐흐흐! 로드, 소문 안 낼테니까 말해봐, 어서." "흐흐흐!" "흐흐흐!" 그리고 난 그런 둘의 음흉한 마수에 걸려 나도 모르게 말하고 말았다.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말이다. 용기를 내어 말한, 나의 이야기를 들은 둘은 나에게 천천히 멀어져갔다. 그리고..... "하~ 아! 그게 뭐야. 고작 입술이 스친 것 가지고." "하~ 아! 역시 로드는 숙맥이구만. 숙맥." "나는 무슨 진한 키스라도 한 줄 알았는데 말이야. 한나가 정말 불쌍하구만. 안 그래? 볼케이노." "그러게 말이야. 한나 아가씨도 앞으로 고민 많으시겠어." 투둑! 둘의 말을 듣는 순간 나의 속에서 뭔가 끊어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그것은 나의 이성이었으리라. 이후의 일은 기억나질 않지만, 그날로부터 일주일 후 망신창이가 되어 검을 지팡이 삼아 베일네스로 걸어오는 두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잭. 보고하도록 해." "예. 마스... 아니 로드." 지금 나는 잭과 단둘이 있었다. 나의 영혼에 종속된 이들 중 유일하게 나에게서 태어나지 않은 언데드, 뱀파이어 후작 잭과 말이다. 잭은 나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난 그런 잭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단 명령했던 정보망 구축에 대해서 보고하도록." "로드께서 명하신 정보망 구축은 솔직히 완수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완수하지 못했다. 그렇다는 말은 어느 정도 구축은 했단 말이군." "예. 흑마법사들의 손에 넘어간 곳 이외에는 이미 알게 모르게, 제 일족과 제 일족에 협력하는 인간들의 손에 의해서 도둑 길드는 거의 손에 들어온 상태입니다." "말은 대륙의 정보는 거의 다 손에 들어왔다는 말이잖아!" "그렇습니다. 로드." 나는 잭의 말에 너무도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왔다. 설마 그 정도로 정보망을 구축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잭의 말에 의하면, 9년간 이어진 전쟁과 그 후 이어진 정복 전쟁의 이익을 톡톡히 보았다고 한다. 워낙 혼란스러운 시기였기에 언데드인 뱀파이어들이 활동을 해도 정보망의 축을 이루는 도둑 길드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었고. 나중에 가서는 오히려 도둑 길드에서 협력을 요청했고, 덕분에 지금과 같은 정보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전쟁의 덕을 봤다는 말에 조금 언짢은 기분이 들긴 했지만, 나는 잭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무려 대륙 전역에 퍼진 정보망을 손에 넣은 것이다. 그런 정보망을 구축하는 동안 잭이 한 노력은 보통이 아니었을 것이란 사실을 알기에, 언짢음을 숨기고 잭을 칭찬한 것이었다. "긴 전쟁으로 인해서 정보체계가 꽤 무너진 상태에서 손에 넣은 정보방이지만, 노력 끝에 지금은 쓸 만한 정보망이 구축되었으니 언제든 원하신다면 정보를 조작할 수 있으실 겁니다. 로드." "대단해! 수고했어. 잭." "감사합니다. 로드. 그 다음에 명하신 일에 대해서는...." "그 다음으로 명한 일? 아!" 나는 정보망 구축 다음으로 시킨 일에 대해서 떠올렸다. 그것은 바로 대륙의 언데드들을 끌어들이라는 것! 그 종류와 등급에 관계없이 말이다. 그런데 잭이 말을 흐리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그 일에 대해서는 결과가 영 좋지 못한 모양이다. "잭. 솔직히 정보망의 구축도 이렇게 큰 성과를 바라고 명한 것은 아니다. 그 후에 시킨 일도 그렇고 말이야. 그러니 부담가지지 말고 말하도록 해." "정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로드.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대도. 자 . 보고해봐." 잭은 나의 말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한참 뒤에 품에서 파일을 꺼내더니 나에게 내밀었다. 파일의 맨 앞에는 '언데드 모집 현황 총 집계' 라고 써 있었다. 따로 정리해놓은 건가. 어디 보자. 내가 파일을 펴자 잭은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제가 로드께 언데드를 결집시키라는 명령을 받은 이후부터 기록하기 시작한 것으로. 로드께서 안 계시는 십여 년간 계속 기록해 온 것입니다. 그간 설득과 지배를 통해서 모집해온 언데드를 질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그 외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기록한 것입니다." "오! 데스나이트도 있네. 거기에 듀라한, 벤시도 있네, 그것도 상당히 수도 많은데. 중간계에서 보기 힘들 텐데." "운이 좋아 상당히 오래된 던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던전은 과거 로시아 제국의 건국 이전 것으로 추정되는 네크로마스터의 던전이었습니다." "뭐라고!" 나는 로시아 제국 건국 이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네크로마스터의 던전이란 말에 놀라서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로시아 제국이 건국된 지 6백년이 넘었건만, 그 이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던전이라니! "어디까지나 추정입니다. 로드. 이미 발굴은 끝낸 상태로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그곳으로 가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그 던전은 제가 모집한 언데드들 중, 남아 있는 언데드들의 아지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나는 잭의 말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어디까지나 추정이라고는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잖아. 과연 그 던전에 남아 있는 자료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지금의 것과 또 알마나 다르고 독특할까. 정말 궁금해지잖아. 그나저나 나도 마법사가 다 됐군. 보고가 끝나는 즉시 바로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잭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 던전에서 가디언으로서 잠들어 있던 언데드들과 교섭, 로드께서 돌아오신 이후 던전에 속박된 그들을 풀어준다는 조건으로 그 던전 안에 있는 모든 언데드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모집한 언데드들 중 남아 있는 언데드들의 아지트로 현재 사용하고 있습니다." "잠깐. 잭." "예. 로드." "방금 전에 분명 모집한 언데드들 중에 남아 있는 언데드라고 했지?" "예." "그게 무슨 뜻이지? 설명해봐." "......" "아, 그렇게 부담가지지 말고. 아까도 말했잖아. 그렇게 큰 성과를 바라고 명한 것이 아니라고. 그리고 이 정도면 상당한 성과라고." "감사합니다. 로드."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잭은 이어진 나의 말에 부담을 덜었는지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로드의 명으로 저는 저의 일족을 비롯해서, 설득을 통해서 끌어들인 언데드들과 함께 대륙 전역에 퍼져 있는 언데드들을 끄어 모아서 마물의 숲에 주둔시켜놓았습니다. 십여 년 전에 보고 드린 적 있으니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아아, 기억하고 있어." 잭에게는 10여 년 전이지만 나에게는 겨우 반년이니까. "오 년 전 그 사건만 아니었다면 로드께 자랑스럽게 말씀드렸을 텐데. 정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오 년 전의 사건?" 잭의 말에 의하면 잭은 바로 5년 전까지 한나와 메이를 비롯한 모두를 도우면서 틈틈이 자신이 끌어들인 언데드들과 자신의 일족을 시켜, 대륙에 흩어져 있는 언데드들을 설득과 지배를 통해서 끌어들여 마물의 숲에 주둔시켜놓았다고 한다. 언데드들을 모으는 당시에는 로시아 제국과 세인트 제국, 지금은 세인트 왕국이 된 두 제국이 한창 전쟁 중이었기에 그렇게 어렵지 않게 언데드들을 마물의 숲에 주둔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당시에는 한나와 메이를 비롯한 다른 일행들도 전혀 전쟁에 관여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바쁘지도 않았다고 한다. 아니, 정확히 완전히 관여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때 당시 한나는 전쟁 중에 부모 혹은 남편을 잃은 이들을 돌봐주었고, 그런 한나를 도와 다른 일행들도 그들을 돌봐주었다고 한다. 자신의 손이 닿는 데까지 말이다. 그런 모두가 전쟁에 관여하게 된 것은 로시아 제국의 수도에 흑마법사들이 침공하면서였다고 한다. 잭은 로시아 제국의 침공에 대해서 말하면서, 5년 전의 사건을 생각하면 흑마법사들이 침공해왔을 것을 예상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잭이 언급한 5년 전의 사건이란, 마물의 숲의 몬스터들의 증발이었다. 갑작스러운 마물의 숲의 수많은 몬스터들의 증발. 말 그대로 증발해버린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지가 없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상당 수의 언데드들과 함께, 약간이지만 이지가 있는 언데드들도 사라졌다고 한다. 다행히 자신의 이성을 완전하게 유지하고 있는 상위 언데드들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지만, 사라진 언데드들의 수만 해도 그간 나의 명으로 모아온 언데드들의 80퍼센트에 해당했다고한다. 그렇게 증발해버린 언데드들과 몬스터들이 다시 모습을 보인 것은 바로 흑마법사들의 글로리 침공 때였다고 한다. 잭은 그야말로 죽 쒀서 개 준 꼴이 된것이었다. "정말 면목 없습니다, 로드." "으음, 80퍼센트라. 그 수가 얼마나 되지?" "그것이... 약 4만 정도 됩니다." "4만!!" 4만이나리! 그렇게 많은 언데드들을 흑마법사들에게 뺏겼단 말인가. 나는 너무 몰라 말이 다 안 나왔다. 잭이 그 정도의 언데드들을 모았다는 것과 그만한 수의 언데드들을 빼았겼다는 사실에 말이다. 으으으! 배가 조금 아파오는걸. "80퍼센트가 4만이라. 남은 20퍼센트는 그럼 1만이란 건가?" "예. 그 1만의 언데드들은 모두 정예 중의 정예입니다. 구성원에 대해서는 파일을 보시면 자세하게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그 후 잭에게 나 스스로조차 어렴풋이 시켰다는 것밖에 기억 못하는 일에 대해서 보고받았고, 이어 대륙의 정세를 비롯해 자체 조사를 통해서 알아낸 흑마법사들의 세력 등 각가지 보고를 받았다. 모든 보고가 끝났을 때는 막 아침 해가 떠오르는 중이었다. "잭. 그동안 수고했어. 이건 선물." "그것은!" 잭이 그간 해낸 일들을 생각하면 선물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 나는 아공간에 손을 뻗었고, 예전에 챙겨놓은 피, 뱀파이어 계열의 마족의 피를 잭에게 내밀었다. 어차피 잭에게 줄 것이었찌만, 기왕이면 이 기회에 생색을 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꺼낸 것이었다. 잭은 역시 뱀파이어답게 병에 든 피가 어떤 것인지 단번에 알아보고는 똥그래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로, 로드." "아아, 부담가질 것 없어. 아주 우연한 기회에 손에 넣게 된 거니까." "하, 하지만 이만한 양이면 거의 한 명분입니다. 거기에 마력의 순도를 보면 중급 이상. 이 힘을 모두 마나로 전환하여 제 것이 되도록 만든다면, 순수하게 힘만 놓고 보자면 뱀파이어 나이트와 비등할지 모릅니다." "그래? 잘됐네." 그 정도였나. 뱀파이어 로드. 프린스에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뱀파이어 나이트와 순수하게 힘만 놓고 보면 비등할지도 모른다는 잭의 말에 나는 놀람을 감추며 그렇게 말했고, 잭은 한동안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로드께서는 저를 뱀파이어 로드로라도 만들 생각이십니까? 예전에 주신 뱀파이어 후작의 피도 귀한 것이었는데, 이렇게 마족의 피까지 주시다니." "뱀파이어 로드라, 노려볼까?" "로, 로드!" 잭은 나의 장난스러운 말에 당황스러워했다. 장난스럽게 말하긴 했지만 확실히 생각은 있다. 잭이 뱀파이어 로드가 된다면 중간계의 뱀파이어들은 모두 나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뱀파이어 로드는 아무나 되나. 아직은 꿈같은 것이다. 아까 잭이 한 말. 순수하게 힘만 놓고 보면 뱀파이어 나이트와 비등할 것이라는 말처럼, 단지 힘만 뱀파이어 나이트와 비등할 뿐이다. 승부는 오직 힘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쌓여 온 경험과 전투 능력, 그리고 자신 나름대로의 기술. 그것들을 보자면 잭은 아직 뱀파이어 공작을 논하는 것도 멀었다고 할 수 있었다. 뭐, 그래도 노려보는 것도 좋겠지. 기회가 된다면 말이야. "로드, 깜박하고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응? 뭔데?" 잭은 방금 전의 당황하던 모습을 지우고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잊고 있었던 거라. 아무래도 방금 전에 우리가 하던 뱀파이어와 관계가 있는 모양인데. "로드께서도 짐작하시겠지만 뱀파이어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역시나로군. 어디 한번 들어볼까?" 흑마법사들의 로시아 제국 수도 글로리 침공 2개월 후 잭은 뱀파이어 로드, 그러니까 프린스의 뱀파이어 백작급 이상 소집 명령에 뱀파이어 후작의 신분으로 응했다고 한다. 뱀파이어 로드, 프린스를 비롯하여 퀸과 나이트, 룩, 그리고 백작 이상의 뱀파이어가 모두 소집된 회의. 그 회의에서 프린스는 앞으로 뱀파이어들이 나아갈 미래에 대해서 결정하고자 했다고 한다. "현 뱀파이어 로드. 프린스는 정말 존경받을 만한 분이셨습니다." "호~ 오! 잭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정말 놀라운걸." "흠흠. 저도 인정할 건 인정할 줄 아는 남자입니다." 잭은 솔직히 뱀파이어를 증오한다. 평범한 자신의 운명이 뱀파이어에게 피를 빨림으로써 바뀌어버렸으니 말이다. 잭은 평범하다는 것이 얼마나 지키기 힘든 것인지 아는 녀석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잭의 입에서 존경이란 말이 나오다니. 정말 놀라웠다. "흠흠. 프린스는 정말 존경받을 만한 분이셨습니다. 프린스라는 지위에 걸맞지 않은 겸손함, 그리고 그 지위에 걸맞는 아름다움과 힘, 모든 것을 갖추신 분이셨죠. 거기에 무엇보다 제가 프린스를 존경하는 이유는 근본을 잊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근본?" "예. 근본. 프린스님과 저는 몇 번 마주친 것이 아니지만 매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인간에 의해서 살아가며, 인간으로 태어났음을 잊지 말라고 말입니다. "음." 그 프린스라는 자, 마음에 드는걸. 프린스라는 자가 한 말 그대로 뱀파이어들의 근본은 인간, 사람이다. 그들은 동정동녀의 피를 흡혈함으로써 종족의 수를 늘린다. 그렇게 인간을, 사람을 통해서 종족을 늘리는 것은 뱀파이어만이 아니다. 라이칸스로프의 경우에는 일부의 경우지만, 자체 종족 번식 외에도 사람을 물어 같은 라이칸스로프로 만든다. 어디 그뿐인가. 내가 다루는 수많은 언데드들, 그들의 상위의 언데드들은 모두 인간! 사람 출신의 언데드들이다. 거기에 나의 언데드 군단의 대부분은 인간들이고 말이다. 그렇게 보면 언데드들의 근본 역시 인간, 사람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잊지 않고 항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뱀파이어 로드. 프린스가 말했다니.. 왠지 그가 마음에 들었다. "프린스라는 자, 만나보고 싶군. 잭. 어떻게 안 돼?" "그것이... 현재 뱀파이어 로드는 실종된 상태입니다. 아니, 모습을 숨기셨다고 할까요." "에?" 잭의 말에 의하면 프린스는 존경받을 만한 뱀파이어지만 조금 괴벽이 있다고 하는데, 그 괴벽이란 것이 최측근인 뱀파이어 나이트에게 조차 말하지 않고 퀸과 함께 짧게는 2개월, 길게는 반년 동안 모습을 감춘다는 것이었다. 역대 프린스가 뱀파이어들의 성지, 블러디 캐슬을 벗어나지 않는 것과 다르게 말이다. "제가 마침 드릴 말씀은 프린스와 관련이 있습니다." "프린스와?" "예. 제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프린스는 백작 이상의 뱀파이어들을 모아놓고 종족의 미래를 논하고자 하셨습니다. 그렇게 회의를 연 이유는 바로 흑마법사들 때문이었습니다." "흑마법사들?" "예. 프린스가 말하길, 흑마법사들의 사신이 블러디 캐슬에 방문했고, 그들은 프린스에게 자신들과 같은 길을 걷지 않겠냐고 권유했다고 합니다. 이에 프린스는 생각해보겠다고 했고, 그 후 백작급 이상의 뱀파이어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연 것이었습니다." 흑마법사들이 뱀파이어들과 연계하려고 했단 말인가, 만약 그러면 곤란한데. 뱀파이어란 종족이 적으로 돌아선다면 군의 수뇌부를 비롯해 사람들은 밤마다 공포에 떨어야 할 것이다. 내가 잭을 옆에 두고 있기에 잘 아는데 뱀파이어들은 타고난 암살자이자 첩보원이다. 안개화 능력을 비롯하여 그림자를 비롯한 어둠에 몸 숨기기. 거기에 박쥐를 비롯한 늑대 등의 동물을 다루고, 매혹의 마안 등의 각가지 마안으로 최면까지 걸 수 있으니 적이 된다면 그렇게 골치 아픈 종족이 바로 뱀파이어들이었다. "물론 결과는 저희 뱀파이어들은 중립을 지킨다는 것이었습니다." "중립을? 의외로군." "뱀파이어들의 역사를 조사해보니, 이와 같은 흑마법사들과 대륙사람들의 전쟁에서 항상 중립을 지켰다고 하더군요. 물론 중간계의 마왕이 강림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흑마법사들의 편을 들었지만 말입니다." "하긴 뱀파이어는 어둠의 귀족이라고 불리는 이들이기도 하니까." 밤의 귀족자, 어둠의 귀족. 이것은 그냥 뱀파이어들의 명칭만이 아니었다. 뱀파이어는 상위의 언데드이기도 하지만 어둠의 종족이기도 하다. 그 증거로 오랜 시간에 걸쳐 미약해지긴 했지만 뱀파이어들에게는 마력이 흐르고 있다. 아까 말했다시피 그 양이 미약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그들으 마의 정점에 서 있는 자, 마왕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 그것은 몸에 흐르는 마력의 양과 관계없이 본능적인 것이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지위를 지닌 존재가 뱀파이어의 주인이라면 말은 달라지지만 말이다. 마왕의 상응하는 존재. 그런 존재는 이 중간계에 한 종족밖에 없다. 바로 드래곤. 물론 그냥 드래곤이 아닌, 드래곤 로드가 뱀파이어들에게 마왕과 전쟁에 개입하지 말라고 해도, 마왕이 명령하면 뱀파이어들은 싸우게 되겠지만 말이다. 지위는 엇비슷하다고 하나, 뱀파이어가 어둠에 속한 이들이기에 영향력은 마왕이 높을 테니까. 하지만 중간계에 내가 있는 이상 뱀파이어들이 나에게 손톱을 들이미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데스 로드. 모든 죽은 자의 군주이니까, 그 지위는 마왕과 엇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 뱀파이어들은 어둠에 속한 종족이면서 언데드이니, 그 영향력은 마왕과 비슷할 것이다. 그러니 뱀파이어들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렇게 중립이 결정된 이후 프린스께서는 사라지셨습니다. 아니, 실종되셨습니다." "실종? 어째서? 단지 모습을 감췄을 수도 있잖아."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프린스께서는 괴벽이 있긴 하시지만 책임감이 강하신 분입니다. 그런 분이 흑마법사들로 인해서 혼란스러운 이 상황에 아무런 말없이 삼 개월 동안 모습을 감추셨다는 것은 이상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짐작이지만, 프린스께서는 실종되신 걸 겁니다." "으음, 확실히 일리가 있어." "거기에 요즘 뱀파이어들 사이에 이상한 분위기가 일고 있습니다." "이상한 분위기?" 잭의 말에 의하면, 자신을 비롯한 친인파 뱀파이어들은 제외한 백작급 이상의 뱀파이어들이 몰래 집회를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했다. 으음... 뱀파이어 로드, 프린스의 실종과 친인파를 제외한 백작급 이상의 뱀파이어들의 집회, 뭔가 그림이 그려지는데.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 "레이." "우웅. 아빠. 부르셨어요?" 레이는 한참 자고 있었는지 잠옷 차림으로 눈을 비비며, 한 손에는 어른 남자의 상체만 한 베개를 들고 그림자로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아침이었지. 레이야, 미안하다." "괜찮아요. 그런데 왜 부르셨어요?" "그게 잭을 좀 도와주라고 말하려고 불렀는데. 이른 아침이라는 것을 깜빡했네. 하하하!" "우웅, 그래요? 그럼 제리아를 붙여주면 되겠네요. 제리아." "부르셨어요. 로드. 그리고 인사드립니다. 한스님." "아아, 제리아도 안녕. 이른 아침인데 이렇게 불러내고 미안." 레이의 뒤이어 방 안의 그림자부터 모습을 드러낸 제리아는 레이에게 인사한 후 나에게 인사했다. 잭은 그에 조금 언짢아하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제리아는 그림자의 백성. 나의 부하가 아닌 섀도 로드, 레이의 부하였다. 그렇기에 나보다 레이에게 먼저 인사를 한 것은 제리아로서 당연한 것이었다. "제리아, 잭을 도와줘. 자세한 건 잭에게 듣고. 하~ 암! 아빠, 난 더 자러 갈게요. "잘 자렴. 그럼 이따가 아침 식사 때 보자." "예." 레이는 나타날 때처럼 그림자를 통해서 사라졌다. 이후의 일을 잭과 제리아에게 맡긴 나는 아침 식사 시간까지 조금 자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침실로 향했다. 베일네스 영지에 도착하고 2주일. 우리가 데리고 온 마을 사람들은 조금씩 베일네스 영지의 생활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부모를 잃은 아이들도 조금이지만 웃음을 되찾았다.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잭이 따로 쓰기로 했다. 일단 아이들을 비롯한 사람들은 대륙의 후방으로 이동시키기로 이미 결정을 내렸고, 아이들은 후방에 있는 잭이 운영하는 고아원에 보내기로 했다. 고아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잭은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는데, 알고 보니 잭은 뱀파이어가 된 이후 여유가 생기자 고아들을 돌보는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평범한 소작농에 불과했던 잭은 평민들에 대해서 잘 알았고, 귀족들이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1골드가 평민에게는 얼마나 효용성이 있게 쓰이는 줄 알고 있었기에 과거를 잊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고아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잭이 운영하는 고아원 출신의 아이들 중에는 이미 결혼을 해서 아이들까지 있는 녀석들도 있었다고 잭은 씁쓸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나는 그렇게 씁쓸하게 웃는 잭에게 더 이상 그 아이들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 아마도 그 아이들은 성인이었을 테고, 전쟁에 징집되어 목숨을 잃었거나, 생사가 명확치 않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이 하나하나 해결되어가는군." 말 그래도 일이 하나하나 해결되어간다. 내가 데려온 마을 사람들의 문제도,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문제도 말이다. 거이에 전에 시킨 뱀파이어들 사이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대한 조사도 잘 진행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니. 지금으로서는 그곳으로 가는 데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곳, 부활하기 직전 보았던 동공. 그 동공에 있는 게이트를 찾아서 말이다. "사실 이 세계에 도착해서 바로 떠나려고 했는데, 여러 가지로 일이 생겨버렸지. 뭐, 그 덕분에 모두와 재회했지만 말이야." "오라버니, 무슨 혼잣말을 그렇게 하세요?" "찾았다! 뭐 하세요? 아빠." "흐음. 그나저나 오빠. 이렇게 좋은 데를 용케 찾았네. 이야! 전망 좋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하~ 아! 용케 또 찾아냈구나. 나는 지금 피신해온 상태다. 한나와 메이, 레이를 상대로 말이다. 한나만이라면 상관없지만 메이와 레이는 서로 경쟁하면서, 혹은 둘이 합동해서 나를 알게 모르게 괴롭히고 있었기에 도망 온 것이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은 바로 영주성의 가장 높은 곳, 그곳의 지붕이었다. 뭐 떨어질 위험이 있지만 떨어진다고 해도 죽을 사람도 아니고, 바람도 꽤 불고 메이의 말대로 베일네스 영지가 훤히 다 보일 정도로 전망도 좋기에 요 며칠간 숨는 동안 애용한 곳이었다. 결국 여기도 들켰군. "아그들아, 내가 그리도 좋냐. 계속 따라다니게." "아니. 우리가 따라다니는 것은 한나 언니인걸. 착각하면 곤란하지. 안 그래? 레이." "맞아, 맞아." 이렇게 말하는 메이와 레이. 으으으! 이 어린것들을 때릴 수도 없고. 나는 고개를 돌려 한나를 바라보았다. 한나는 메이와 레이를 보며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내 자식들 보는 어미니의 눈빛과 같았다. 그렇게 한나를 바라보던 도중 한나와 눈이 마주쳤고, 한나는 나에게 역시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는 메이와 레이에게 보내는 미소와는 뭔가 달랐다. "어이, 어이, 오빠. 한나 언니의 얼굴을 뭘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봐. 그만 봐, 얼굴 닳아." "흐음. 역시 아빠도 남자는 남자구나. 그런데 왜 나에게 반응이 없을까나. 나도 한 미모 하는데." "그거야, 네 얼굴이 한나 언니와 비교가 안 되니까 그렇지." "뭐라고!" 방금 전에는 함께 힘을 합쳐 나를 놀리려고 하던 녀석들이 이번에는 싸운다. 하~ 아! 정말 못 말릴 녀석들이라니까. 휘이이잉! "정말 바람 좋네요." "그러게." 지붕 위로 지나치는 바람을 맞으며 나와 한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어느새 메이와 레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리 신경을 쓸 만한 일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죽은 아이들도 아니고, 제 한 몸 건사할 정도로 강한 아이들이니 말이다. "오라버니." "응." "떠나실 생각인 거죠." 한나의 말에 난 누워 있는 상태에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내 옆에 앉아 있는 한나는 여전히 정면을 직시하고 있었다. 한 치의 떨림도 없이 정면만을 바라보는 한나가 왠지 쓸쓸해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한동안 한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응. 조만간 떠날 거야.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항상 준비하시잖아요." "준비?" "항상 떠날 때면 우리를 위해서 뭔가 준비하시잖아요. 제가 어렸을때도, 십 년 전에도요." "내가 그랬나." "그랬어요." 그 후 나와 한나는 아무 말도 없이 그냥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중천에 떠 있던 해는 어느새 점점 사라지더니 곧 붉은 노을이 되어. 어둠에게 자리를 내주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가 지는 사이에도 나와 한나는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앞만을 바라보았다. 조금 후, 이어진 침묵을 깬 것은 한나였다. "따라가겠어요." "안 돼." "안 된다고 해도 따라가겠어요." "안 돼." "안 된다고 해도 따라갈 거에요. "안 돼." "따라갈 거에요!" 안 된다는 나의 말에도 불구하고 계속 따라가겠다는 한나. 나는 몸을 일으켜서 그런 한나를 바라보았다. 한나 역시 그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부딪쳐오는 한나의 눈빛. 그렇게 한나와 나는 계속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나는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란 걸 알 수 있었다. 어떻게든 나를 따라가겠다고 말이다. "아무리 고집을 피워도 안 돼." "그래도 따라갈 거에요." "계속 고집피우지 마! 내가 가려는 곳이 어떤 곳인지 알기나 하고 하는 소리야!" "몰라요! 그딴 것 알고 싶지도 않아요! 그래도 따라갈 거에요!" 우리는 어린아이 같은 싸움을 반복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따라가겠다는 한나와 절대로 안 된다고 소리치는 나. 그렇게 나와 한나는 처음으로 싸웠다. 비록 어린아이 같은 싸움이었지만 싸움은 싸움이었다. 지금까지 나에게 전혀 대들지 않고 잘 따르던 한나가 이렇게 고집이 있을 줄은 몰랐다. "하여튼 안 된다면 안 돼." "따라갈 거에요!" "그만 고집 부려! 안 된다면 절대 안 돼! 자꾸 그러면 제압해서 두고 가겠어!" "따라갈 거야! 따라갈 거야! 따라갈 거란 말이야!" 갑작스러운, 격한 한나의 반응. 한나는 울고 있었다. 나를 따라가겠다고 소리치면서 울고 있었다. 나를 따라가겠다고 소리치면서 울고 있었다. 한나의 눈물을 보는 순간 나는 딱딱하게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왜 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한나가 우는 순간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왜 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한나가 우는 순간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따라갈 거야! 따라갈 거라고! 오빠가 나를 묶고 마법을 봉인한다고 해도 따라갈 거야! 따라갈 거라고!" "......" "난 따라갈 거야! 오빠를! 오빠를 따라갈 거야! 난, 난 더 이상 기다리기만 하는 어린아이가 아니니까!" "......." 울면서 소리친 한나의 말이 나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말 속에 담겨 있는 한나의 감정이 나의 심장을 관통하고 지나갔다. 난 더 이상 기다리기만 하는 어린아이가 아니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나가 어째서 나를 따라오고자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한나는 '나'와 함께 있고자 한 것이다. 어디에 있든, 목숨이 위험하든 그것은 관계없었다. 단지 나와 함께 있고자 했던 것이다. "...." "따라갈....읍!" 울면서 천천히 다가오는 나를 향해서 따라갈 거야라고 말하려는 한나에게 나는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를 행동을 하고 말았다. 살아생전 처음으로 이성에게 한 입맞춤. 이성이라고는 어머니와 누나가 다였던 나다. 그런 나의 첫 입맞춤은 세련되지도, 능숙하지도 않았다. 아주 어색한 입맞춤. 그것을 울고 있는 한나에게 하고 말았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한나와 입맞춤 도중에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후에 각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 종내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나는 이 시간이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휘이이잉 지붕 위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나는 천천히 한나에게서 떨어졌다. 한나가 불쾌해하진 않았을까. 기분이 나쁘진 않았을까. 갑자기 내가 왜 그랬을까. 이와 같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한동안 가만있던 나는 고개를 들어 한나를 바라보았다. 붉게 달아오른 한나의 얼굴. 그런 한나의 얼굴에서는 전혀 불쾌함을 찾을 수 없었다. 다행이다. 불쾌하지 않았구나. "그래도 따라갈 거에요." 얼굴을 붉힌 채 한나는 그래도 따라갈 거라고 말했다. 그래. 내가 졌다. 졌어. "그래. 내가 졌다. 졌어." "그럼 따라가도 되는 거죠! 진짜예요! 허락한 거예요!" "그래. 허락할게. 더 이상 넌 기다리기만 하는 어린아이가 아니니까." 화악. 방금 전 자신이 했던 말을 내가 하자 한나는 부끄러운지 얼굴이 더욱더 붉어지며 고개를 숙였고, 난 그런 한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그래. 넌 기다리기만 하는 어린아이가 아니야. 한 명의 어른, 스스로 갈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어른이야. 나는 그렇게 속으로 되뇌며 한동안 한나를 바라보았다. 한 명의 어른으로서, 한 명의 여인으로서 자라난 한나를. 그리고 그 옛날 한나를 처음 봤을 때를 떠올렸다. 숲 속에 지어진 나무집에서 시작된 인연을....... "자, 그럼 이제 그만 내려갈까." 탁탁. "저녁 시간도 되었을 테고. 모두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아. 예." 한나는 고개를 숙인 채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곧 도중에 행동을 멈추었다. 그것은 바로 나의 손 때문이었다. 한나를 향해서 뻗어진 나의 손 말이다. "호, 혼자 일어나기 힘들잖아." "예." 화악. 나의 손을 잡은 채 나를 향해서 미소 짓는 한나의 얼굴에, 나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재빨리 돌렸다. "조, 조금 천천히 가자.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예, 오라버니." 그렇게 우리는 두 손을 잡고 성의 지붕에서 내려갔다. 되도록 이 시간이 오랫동안 계속되도록.... 지금까지 이 장면을 모두 지켜보고 있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지크를 비롯하여 데인과 퓨리, 그리고 작은 한스였다. 물론 거기에 메이와 레이가 껴 있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크윽! 부러운 자식! 가만히 둘 수 없다!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맞습니다. 지크 형님! 감히 노총각들의 염장을 지르다니!"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저도 그런데요." "너희들은 조용히 있어!"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괜히 열을 내는 지크와 데인이었다. 이렇게 분노의 불꽃을 불태우고 있는 두 노총각들과 다르게 핑크빛 세게에서 헤엄치고 있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다름 아닌 사춘기 소녀 메이와 레이였다. "방금 그게 키스라는 거구나." "그러게, 부럽다. 나는 언제쯤 해볼 수 있을까." "레이, 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넌 딱 봐도 아름답잖아. 오히려 걱정이 되는 건 나야. 난 아직도 빈약하고 어린애 같잖아." "괜챃아. 그런 문제쯤이야 시간이 좀 흐르면 해결될 테고, 메이는 아름다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이미 자신들의 미래를 상상하기 시작한 메이와 레이였다. "끄런데 한나 언니 참 잘됐지. 오랫동안 키워온 사랑이 결국 성공했으니까." "응! 응! 정말 잘됐어. 그나저나 아빠가 설마 그렇게 선수 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정말 대단했어." "맞아.맞아. 순 숙맥처럼 보였는데 말이야. 한나 언니도 손도 못 잡더니 설마 그렇게 뒤통수를 때릴 줄이야. 한스 오빠는 방심할 수 없다니까." "이대로 가면 조만간 결혼도 하겠지. 웨딩드레스를 입은 한나 언니의 모습, 정말 아름답겠지. 참 , 그러고 보니 아빠랑 한나 언니랑 결혼하면 엄마가 되는 거네. 뭐, 한나 언니라면 괜찮으니까." "윽! 그렇게 되면 난 네 고모가 되는 거네. 우웅! 그건 싫다. 나도 한스 오빠의 딸로 들어갈래!" "메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야." 이미 둘만의 세계에 빠져든 두 사람이었다. 그 후 메이와 레이는 이 곳의 결혼식 예복과 이세계. 그러니까 한스가 원래 살던 곳의 결혼식 예복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나중에 이르러서는 후에 생길 자신들의 동생들(?) 이름까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 둘을 보며 울분을 터트리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지크와 데인이었다. "한스! 한스! 네놈이 감히 배신을! 크윽!" "솔로부대 탈퇴 시에는 죽음만이 있을 뿐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지크 형님! "커플지옥! 솔로천국!" "역시 노총각들이 저러는 모습은 보기 안 좋네요." "보기 추하다, 혹은 흉하다고 표현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지." 지크와 데인, 이 둘의 모습을 바라보며 냉정하게 판단을 내리는 퓨리와 작은 한스였다. 그때 그렇게 각자의 세계에 빠져 있는 네 사람과 그를 지켜보는 두 사람, 그리고 한 발자국 다다간 한 커플 덕분에 라오는 홀로 외로운 저녁 식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라오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지 않은 8명의 식사를 독차지 하고 있었으니까. 참고로 그날 식사는 베일네스 영주가 특별히 마련한 새끼 돼지 바비큐 풀코스였다. Made by 월영 제 52장 드래곤 둥지, 그랜드 월로. "그럼 다녀올게." "다녀오겠습니다." 으득! "부디 아! 무! 일! 없이 잘 다녀오길 빈다." "부디 아! 무! 일! 없이 잘 다녀오세요." 지크 형, 데인, 왜 아무 일을 계속 강조하는 거야. 또 이빨은 왜 가는데. 그날로부터 이틀 후, 나와 한나는 모두에게 단둘이 드래곤의 둥지라고 불리는 드래곤 월에 간다고 말했다. 그에 몇몇을 제외한 일행들은 반대했다. 지크 형과 데인은 마치 반대하는 것에 목숨을 건 사람처럼 필사적으로 반대를 부르짖었고, 퓨리와 작은 한스는 지금의 상황, 그러니까 전쟁 중이라는 상황과 그날 보았던 다크 나이트를 이유로하여 내가 그랜드 월로 떠나는 것을 반대했다. 그에 반해서 의외로 메이와 레이, 그리고 라오는 다녀올 것을 적극적으로 허락했다. 왠지 모르게 메이와 레이가 나와 한나를 들뜬 얼굴로 바라보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들이 찬성하자 마음의 무거움을 덜 수 있었다. 그렇게 되어 결국 다수결로 갔는데 나와 한나, 그리고 메이와 레이는 찬성. 나머지 네 사람이 반대하는 가운데 그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듣고 있던 라오가 찬성을 선언하여 결국 다수결로 나와 한나만 그랜드 월에 가기로 결정 났다. 그 후 라오가 내게 '부디 성공하길' 이라고 한 것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말이다. 도대체 뭘 성공하길 빈다는 건지. 일행들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어째서 갑자기 드래곤의 둥지라고 불리는 그랜드 월로 가는지, 어째서 한나만 데려가는지도 말이다. 뭐, 뒤의 것에 대해서는 안 물어주는 편이 고마웠지만 말이다. 솔직히 어째서 한나만 데리고 가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할 자신이 없었거든. 하하하! "아빠! 화이팅." "한나 언니! 파이팅." "부디 성공하길 빈다. 형제여." "크윽! 금이야 옥이야 키워놨는데! 저런 선머슴 같은 놈이 낚아채가다니! 크윽." "지크 형! 울면 안 돼! 울면 지는거야."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정말 노총각들이 저러는 모습은 보기 안좋네요." "나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보기 추하다. 혹은 흉하다고 표현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내가 없는 동안에도 잘 지낼 것 같네. "잭. 레이, 라오. 모두를 잘 부탁해." "맡겨두십시오. 로드." "네~! 잘 다녀오세요! 아빠." "맡겨둬라, 형제여." "그럼 진짜로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히이이잉! 인사를 마친 뒤 우리는 그대로 팬텀스티드를 출발시켰다.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테지만 걱정은 없다. 이곳에는 그림자의 군주, 섀도 로드 레이와 불사의 황제, 언데드 파라오 라오가 있으니까. 한스와 한나가 드래곤의 둥지로 불리는 그랜드 월을 향해서 출발했을 때. 마침 그랜드 월에 다수의 드래곤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그 수는 겨우 일곱이었지만 좋게 말하면 자유분방하고, 나쁘게 말하면 외골수인 드래곤들이었기에 그 정도 수의 드래곤이 모여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렇게 7마리의 드래곤이 모여 있는 장소는 이제는 전대 드래곤 로드가 되어버린 데키체르아의 레어였다. 현재는 데키체르아에게 로드의 지위를 물려받은 젤드리온의 레어이기도 했다. "로드, 이대로 인간들을 방관할 텐가." "인간들 간의 오래된 전쟁으로 인해 중간계는 피폐해졌네. 거기에 흑마법사들까지 나타났으니 우리가 나서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네." "맞아,맞아! 당장 나가서 인간들을 모두 쓸어버려야 한다고." "인간들의 의해서 수많은 숲들이 불태워졌습니다. 이 이상 두고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로드." "......" "......" "......" 그 레어 안에서 각기 다른 머리색을 가진 7명은 한 탁자를 둘러앉아 있었다. 각각 붉은색과 검은색, 초록색과 진한 파란색, 대륙에서 보기 드문 진한 금색, 그리고 2명은 같은 은색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머리색뿐만 아니라 눈썹과 눈동자색조차, 그들 모발의 색과 같았다. 그들은 드래곤,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각 드래곤의 수장들이었다. 그중 은발을 가진 이. 그는 바로 현 드래곤 로드인 젤드리온이었다. 그를 포함한 골드 드래곤의 수장과 실버 드래곤의 수장은 다른 수장들의 말에도 침묵만을 지키고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로드! 언제까지 입을 다물고 있을 참이오." 쾅! 와장창! 계속 입을 다물고 있는 드래곤 로드 젤드리온을 보며 레드 드래곤의 수장은 탁자를 내려치며 소리쳤고, 탁자는 그들의 앞에 놓인 찻잔들과 함께 산산조각 나서 맥없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젤드리온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에 레드 드래곤의 수장이 한 소리 더 하려고 하는데, 젤드리온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 젤드리온은 그렇게 말하며 각 드래곤의 수장들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이에 각 종족의 수장들은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드래곤 로드, 드래곤의 군주라 불리는 이가 고개를 숙여 보인 것이다! 그렇기에 모두 놀란 것이었다. 물론 드래곤 로드라는 지휘가 군주라기보다는 드래곤들의 중재자, 혹은 통합자라는 의미를 가지지만, 드래곤 로드가 고개를 숙였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으음, 이유를 알 수 있겠소." 그때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금발의 노인, 골드 드래곤의 수장이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최고 연장자인 골드 드래곤의 수장의 말에 다른 수장들은 젤드리온의 대답을 기다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희 드래곤들의 본분을 다할 때가 올지도 모릅니다." ".....!." 젤드리온의 말에 지금까지 냉정을 유지하던 골드 드래곤의 수장을 비롯하여 다른 수장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드래곤들의 본분. 그것은 중간계의 수호. 다른계, 마계와 신계로부터 중간계를 수호하는 일이었다. 말 그대로 수호! 그냥 드래곤들이 나서는 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중간계의 수호란, 마계나 신계의 대대적인 침입으로부터 중간계를 지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드래곤 로드 젤드리온이 말한 드래곤의 본분이란 말은 신마대전이라 불린 전쟁 이전에만 사용되던 단어였다. 한마디로 젤드리온이 중간계에 신마대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바나 마찬가지인 것이었다. "그 말, 용언으로 말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제가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마계, 혹은 천계 이 두 계중 하나가 쳐들어올 것입니다.그것은 제 지위와 이름을 걸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으음." "크음." 젤드리온의 선언에 수장들은 신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은 젤드리온이 지금까지 침묵을 지킨 이유를 납득했다. 마계, 혹은 천계의 대대적인 중간계 침략. 그만한 이유면 드래곤 로드인 젤드리온이 이처럼 신중할 만한 이유가 되는 것이니 말이다. "차라리 그들이 완전히 쳐들어오기 전에 처리해버리는 것이 어떤가? 암흑 제국이라는 흑마법사들의 본거지가 잘 알려져 있으니, 그곳을....." "그곳은 이미 손 쓸 수 없습니다." 일이 벌어지기 전에 처리해버리자는 레드 드래곤 수장의 말에 젤드리온은 말을 끊으며 말했고, 그에 블랙 드래곤의 수장이 물었다. "어째서인가." "이미 그곳은 아무리 저희라도 건드릴 수 없는 요새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가 건드릴 수 없는 요새." "예, 제 눈으로 확인한 마족의 수만 해도 수백. 그들 모두 중급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그들 중 몇몇은 상급, 혹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지금은 더 늘어났을 테고요." "허허! 그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언제인가." "흑마법사의 창궐 직후였습니다." "허허허." 흑마법사들의 창궐 직후였다는 말에, 각 수장들은 너무 허탈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중급 마족이 수백에 그중 상급 마족, 혹은 그 이상의 마족들이 있단다. 거기에 그 사실을 눈치 챈 것이 이미 흑마법사들이 창궐한 뒤였다고 한다. 그럼 말은 다한 것이다. 지금은 이미 드래곤들의 손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데까지 상황이 이르렀다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으음, 그야말로 최악의 사태로구만." "인간들은 이 사실을 아는가." "모릅니다. 인간들 사이에는 마족의 끄나풀이 많아서 알리지 못했습니다. 다만 인간을 제외한 다른 종족들에게는 이미 손을 써두었습니다." "신계는 어떠한가." "신계 쪽은 조용합니다." "그 말은 우리의 적은 마계라는 뜻이로군. 그나마 다행이라 말해야 하는가." 마계를 상대로만 싸우는 것이 다행이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에, 레드 드래곤의 수장은 허탈감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그 자리에 있는 수장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설마 자신 대에 마계의 침공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각 드래곤의 수장답게 눈을 빛내며 몸을 일으켰다. "우리 홍염의 일족은 그 불꽃을 태울 준비를 하겠네." 레드 드래곤족의 수장은 불꽃을 일으키며 사라졌고, "우리 안식의 일족은 적을 안식으로 이끌 준비를 하겠네." 블랙 드래곤족의 수장은 순수한 어둠에 휘감기며 사라졌다. "우리 뇌전의 일족은 적에게 우뢰를 내릴 준비를 하겠네." 그렇게 각 드래곤족의 수장은 각기 속성에 따른 힘을 보여주며 하나 둘씩 모습을 감추었고, 곧 레어에 남은 것은 젤드리온뿐이었다. "이제 시작이다." 젤드리온 말대로 이제 시작이었다. 마계의 마왕 중 한 명과 중간계 모두와의 싸움은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었을 뿐이었다. "괜찮니." "아아, 괜찮아요. 오라버니." 웃어 보이며 말은 괜찮다고 했지만, 한나는 몸을 가눌 힘도 없는지 그대로 팬텀스티드에 몸을 맡긴 채 말하고 있었다. 벌써 베일네스 영지를 떠난 지 4일. 그간 우리는 식사 시간과 취침시간 외에는 계속 팬텀스티드를 타고 이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랜드 월까지는 상당 거리 떨어져 있었다. 한나가 가진 제국 군사 지도에 의하면 우리가 이동한 거리는 겨우 절반. 4일간 일반 말과 비교도 할 수 없이 빠른 팬텀스티드를 타고 이동했는데도 겨우 절반 이동한 것이었다. 그랜드 월이 멀리 있긴 멀리 있는 모양이다. 그 절반을 이동하는 동안 한나는 점점 지쳐갔다. 팬텀스티드가 일반 말에 비해서 진동이 전무하다고 하지만, 4일간 식사 시간과 취침 시간 외에는 계속 이동했고, 흑마법사나 여타 다른 국가의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서 상당히 높은 하늘을 이동 경로로 선택했기에, 하늘의 낮은 기온도 한나가 지치는 데 한몫 단단히 했다. 이거 안 되겠는데. "나와라." "응? 뭐라고요? 오라버니." 우우우웅! 곧 한나의 팬텀스티드는 속도를 줄였고, 속도를 줄인 한나의 팬텀스티드 옆에서 아공간이 열리며 마차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유령 마차. 리치가 마부로 있는 팬텀캐리지였다. "앞으로는 이것을 타고 이동하자." "하지만....." "말 들어." "꺄악." 나는 강제로 팬텀캐리지의 문을 열어서 그대로 팬텀스티드 위의 한나를 던졌다. 한나가 안에 들어간 뒤, 지도를 마부인 리치에게 보여주며 목적지를 말하고는 나도 팬텀캐리지 안으로 들어갔다. 팬텀캐리지 안에는 한나가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돌리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삐친 모양인데. "오늘부터는 팬텀캐리지로 이동하자." "......" "에...미안." 이럴 때는 그냥 숙이고 들어가는 게 최선이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는 양손을 맞닿게 한 뒤에 비볐다. 보통 이런 행동을 다른 사람들은 빈다고 했다. "후~ 우! 이번만 봐드리는 거에요." "헤헤! 미안." "아까 얼마나 아팠는지 아세요? 갑자기 던지다니. 너무하셨어요." "미안.미안.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넌 한참 뒤에나 탔을걸." 한나는 팬텀캐리지 안으로 내던져질 때 찧은 엉덩이가 아픈지 한동안 문질렀고, 난 계속 고개를 숙이고는 아까처럼 빌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한나는 아마도 한참 뒤에나 팬텀캐리지에 탔을 것이다. "그런데 괜찮으시겠어요? 팬텀캐리지는 팬텀스티드보다 느리잖아요." "괜찮아. 확실히 팬텀스티드보다 팬텀캐리지가 느리긴 하지만, 일반 말을 타는 것보다 빠르니까. 처음부터 이래야 했어. 괜히 서두른다고 되는 일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죄송해요, 오라버니." 갑작스럽게 나에게 사과하는 한나의 행동에 난 조금 당황했지만, 재빨리 말을 받았다. "죄송하긴. 오히려 내가 미안한걸. 한나는 나 때문에 따라온 것이고, 내가 너무 서두른 나머지 한나의 체력을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오라버니." "지금부터는 팬텀캐리지로 편하게 이동할 테니까. 오랜만에 이야기나 나눌까. 내가 없던 십 년 사이에 있었던 일이 너무 궁금한걸." 이후 나와 한나는 팬텀캐리지 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부분이 한나가 말하고 내가 듣고 호응하는 것이었지만, 우리는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밤을 새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없는 10년 동안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지크 형이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뒤 검강의 위력을 시험한다고 연무장에서 검강을 뿌리다가 구덩이가 생겼는데, 그것을 보고 분노한 잭으로 인해서 연무장에 생긴 구덩이들을 밤새워 혼자 메워야 했던 이야기. 어렸을 적에 메이가 자다가 오줌을 쌌는데, 그것을 몰래 처리하려다가 데인에게 들켜서 데인이 저택에 소문을 내고 다녔다. 그러다 막 네크로맨시 학파를 배우기 시작한 메이의 저주에 걸려 고생한 데인의 이야기. 그 밖에 즐겁고 때로는 슬픈 이야기를 한나를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나는 한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세계와 내가 있었던 그곳의 시간 차이가 그렇게 아쉬울 수 없었다. 한나가 가진 10년의 추억, 그 추억들에는 내가 없었으니 말이다. "우웅, 오라버니." "......" 나의 허벅지를 베고 잠든 한나는 몸을 뒤척이면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밤새 이야기를 나누고 아침 해가 뜨고 나서야 잠든 한나였다. 서두른 이동 때문에 지쳐 있었을 텐데도 한나는 밤새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던것이다. 나는 나의 허벅지를 베고 잠든 한나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었다. 너무도 부드러운 감촉. 마치 저녁노을같이 붉은 한나의 머리카락이 나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잠시 그렇게 한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난 생각에 빠져들었다. 과연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아직도 모르겠다. 그날. 베일너스 영주성의 지붕에서 내가 왜 그랬는지 말이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런 것이었을까. 아니면 저녁노을에 취해서 그런 것이었을까. 정말 알 수 없다. 그렇게 대담한 행동을 하다니. 한나에게 이, 이, 이, 하~ 아. 말 못하겠네. "우웅." 그때 당시를 생각하며 혼자서 궁상을 떨고 있던 도중 뒤척이는 한나. 그리고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잠이 든 한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으으으! 한스! 지금 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지금 한나는 잠들어 있어! 무방비한 상태라고! 무방비! "우웅. 오라버니." "꿀꺽." 몰래 하면 괜찮지 않을까. 이미 난 한나와 한 번이지만 한 사이잖아. 그때 난 이미 한 마리의 야생 늑대였다. 얼굴은 이미 달아오를 때까지 달아올랐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고, 심장은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이거 무슨 순정 만화 주인공 같잖아! 아니. 요즘 순정 만화에서 주인공이 이렇지는 않겠지. 하하하!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머릿속으로 횡설수설하고 있었지만, 나의 몸은 천천히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그때, 다시 한 번 한나가 몸을 뒤척였다. "오라버니.... 사라지시면...안 돼요." 그렇게 말한 한나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거의 닿을 듯한 위치에 있었기에 난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그 말을 듣고 한나의 눈물을 본 나는, 굳어져서 한동안 그 자세로 움직일 수 없었다. "......." "하~ 아! 이러면 건드릴 수 없잖아." 결국 나는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들었다. 한나와 나의 입술이 그때처럼 거의 닿을 뻔했는데 말이다. 조금만 더 움직였어도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한나의 그 말. 사라지면 안 된다는 그 말 때문에 말이다. 나는 다시 한나를 바라보았다. 완전한 무방비 상태인 한나. 그럼에도 건드릴 수 없는 한나. 그날 나는 한나가 깨어날 때까지 내 안의 한 마리의 늑대와 감각이 점차 사라져가는 허벅지의 고통. 이 둘을 상대로 싸워야 했다. "그가 돌아왔다! 그가 돌아왔어! 크하하하." 쿠쿠쿠쿠! 전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 현 암흑 제국의 수도, 유토피아. 그 유토피아에 새롭게 지어진 성의 깊숙한 지하 한 공간에서 한 남자가 기쁜 듯이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가 외칠 때마다 그가 있는 공간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마치 비병을 지르는 것처럼 말이다. 도대체 누가 돌아왔기에 이렇게 기뻐하는 것일까. "크하하하하! 난 네가 돌아올 줄 알았다! 크하하하! 고작 비만 도마뱀 따위에게 당할 녀석이 아니지! 암." 도대체 누굴 말하는 것일까? 비만 도마뱀. 그것은 드래곤들을 무시하는 의미로 부르는 별명. 그가 기다리는 자는 드래곤과 싸웠다는 말인 것인가. 도대체 누구기에. "크하하하! 오서 오너라! 한스 게이시스." 쿵! 쩌저적! 그는 그렇게 기다리던 자의 이름을 외치며 오른손을 벽을 향해서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순식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던 벽은 이내 산산조각 나서 바닥을 나뒹굴었다. 벽이 무너져버린 덕분인가. 어둠만이 가득했던 그 공간에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산산조각 난 벽의 조각들. 여기저기, 천장 바닥 할 것없이 균열이 나 있는 방. 용케 방의 모습을 유지한 것이 신기할 정도로 방은 처참했다. 방을 그렇게 만든 당사자도 곧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키는 약 2 미터. 전신은 근육으로 뒤덮여 있지만 비대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탄탄하고, 균형이 잡혔다라고 할까나. 드러난 그의 몸은 근육으로 이루어진 갑옷 같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평범했다. 탄탄한 몸과 그 탄탄한 몸에서 내뿜어지는 투기와는 다르게 말이다. 그러나 지금 그의 얼굴은 투기의 강렬한 눈빛에 맞물려 전혀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 명의 흉포한 전사, 아니 짐승에 가까운 얼굴이었다. 거기에 그의 몸에서는 신기하게도 검은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마력! 짙은 순도의 순수한, 중급 이상의 마족이 가지는 마력이었다. "호~ 오! 펠,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네." "마스터를 뵙습니다." 그렇다. 방금 전까지 소란을 부린 이, 그는 바로 한스에게 두 팔을 잃고 오우거에서 마족이 된 몬스터 출신의 펠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흉포한 투기와 함께 마력을 내뿜던 펠은 한 인물의 등장에 단번에 투기와 마력을 갈무리했다.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존재. 그는 펠에 비하면 빈약하다고 할 수 있는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펠과 비교해서였다. 평범한 사람과 비교하자면 그의 몸은 오히려 이상적이라고 할 만큼, 마치 조각 같다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호감을 느끼게 만들고,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그의 몸과 얼굴, 이 2가지와는 다르게 눈빛은 너무도 섬뜩했다.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굶주린 맹수의 눈이랄까. 그 이외의 것으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 "아, 그 소문 때문에 그러는구나. 하긴 그는 펠과 인연이 깊으니까." "......" 펠은 그렇게 말하는 자신의 주인을 보고 숨을 죽였다. 한스가 사라진 이후 펠, 자신이 강해진 것처럼 그의 주인 역시 10년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것은 주인의 혈연과 특성 둑분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주인의 근본 때문이란 걸 펠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근본으로 인해서 자신 또한 주인에게 처분당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다녀오도록 해." "......" "그동안 기다려왔잖아. 그럼 가야지." "감사합니다, 마스터." 펠은 자신의 주인이 허락하자 조금 놀라웠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다. 꼬투리를 잡혔다가는 언제 잡혀 '먹힐지' 모르니까. 전에 펠의 주인은 상급 마족을 '잡아먹었다.' 단지 자신의 길을 막았단 이유만으로..... 그때 펠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 상급 마족보다 조금 더 강했던 자신의 주인이 그 당시의 상급 마족을, 그것도 당시 소환되어 있던 상급 마족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자를 '잡아먹었으니' 말이다. 현재도 겉으로 보기에는 펠의 힘이 주인이라는 자를 넘어서지만, 펠은 결코 자신의 주인에게 대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 상급 마족처럼 언제 잡혀 '먹힐지' 몰랐으니 말이다. "그럼 잘 다녀와." "예. 마스터." "참......" 뒤를 돌아 걸어가던 도중. 멈춰 서서 말하는 주인의 말에 펠은 숨을 죽이고 주인을 지켜보았다. 펠의 주인은 고개만 돌려서 펠을 보며 말했다. "왠지 배가 고프니까. 오는 길에 드래곤 한 마리 사냥해오도록 해. 갑자기 드래곤 하트가 먹고 싶어 졌거든. 웬만하면 오래된 것보다 신선한 걸로. 알았지." "예. 마스터." "그럼 다녀와." 그렇게 말한 뒤 걸어 나가는 주인을 보며 펠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만 조금 난감했다. 현재 펠은 한스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으니 말이다. 베일네스 영지에서 떠나 어딘가로 향했다는 소문 역시 들었기에 펠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일단 드래곤 산맥으로 가기로 했다. 주인이 명령한 것. 드래곤 하트를 구하기 위해서. 지금의 자신이라면 에이션트 드래곤이라 한들 해볼 만하니 말이다. 펠은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몸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스가 향하고 있는 드래곤 산맥을 향해서..... "드디어 그랜드 월에 도착했네요." "그러게." 나는 그렇게 말하며 팬텀캐리지 밖으로 목을 내밀어서 올려다보았다. 구름 속에 파묻힌 산봉우리들. 어째서 이곳이 그랜드 월, 위대한 벽이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구만. 하늘 높은 것을 모르고 치솟은 것은 그랜드 월을 이루는 산봉우리만이 아니었다. 그랜드 월의 광활하게 펼쳐진 숲의 나무들 역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 있었다. 과연 엘프들이 살아가도 무방할 정도로 살림이 우거진 곳이야. 내가 그랜드 월에 온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한 번은 나의 몸, 그러니까 전에 나의 몸이 2개였을 때 젤드리온과 싸우다가 지금은 소멸되고 없어진 몸을 셰인이 최적화시켜놓기 위해서 엘프드의 물을 빌린 적이 있었기에 그때 와본 것이었다. 뭐, 그때는 내 의지로 왔다고 할 수 없으니까. 이곳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나 마찬가지로군. "그런데 오라버니, 어째서 그랜드 월에 오신 거에요." "그건 찾아야 할 것이 있어서야." "찾아야 할 것? 이 넓은 그랜드 월에서요." "응." 나의 대답에 한나는 조금 당황스러워했다. "그런데 그 찾아야 할 것이란 게 어디에 있는지는 아시는 거겠죠." "하하하! 모르는데." 이어진 나의 말은 한나의 넋을 나가게 만들었다. 하긴 믿기지 않겠지. 이 넓은 그랜드 월에서 무엇인가 찾는다면서, 찾아야 할 것의 위치도 모르고 무작정 이렇게 왔으니 말이야. 그나저나 어떻게 하나. 한나가 넋을 잃고 가만히 있는 동안 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전에 보았던 것. 되살아날 때 보았던 것들을 떠올리기 위해서 말이다. 그랜드 월. 그 산맥 안에 만들어진 거대한 동공. 그 동공 안에 존재하는 게이트. 그런 거대한 동공을 만들 만한 이들이 그랜드 월에 누가 있겠는가. 그런 동공을 만들 수 있는 이들은 그들밖에 없다. 바로 신의 손을 가진 종족 드워프말이다. 일단 단서는 있군. 그럼 드워프 부락을 찾아보실까. "오라버니!." "윽."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곳에 오신 거예요! 그랜드 월이 얼마나 넓은지는 아시고 오신 거예요! 거기에 이곳은 드래곤의 둥지라고 불리는 곳이라고요! 이곳에 서식하는 드래곤만 해도 족히 수십 마리는 될걸요! 거기에 그런 드래곤들의 기운에 이끌려 살기 시작한 몬스터들의 수도 족히 수십만 마리는 될 거고요! 그런데 그런 곳에 찾아야 할 것이 있다면서! 그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오셨다고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하하하." "이게 웃을 일이예요! 오! 라! 버! 니." 아무래도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그래도 단서는 있다고." "후~ 우! 단서요." "응. 내가 찾으려는 곳은 그랜드 월을 구성하는 산들 중 하나에 있고. 산의 표면에는 천혀 상처 없이 그 안쪽에 동공이 있어. 그 동공 안에 있는 것이 단서야." "하~ 아!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네요." 한나는 나의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내가 한 말을 드워프들과 연결시키지 못한 모양이다. "그때 보았던 동공은 그야말로 표면이 매끄러웠어. 게다가 거대했고. 산의 표면에 상처 없이 그런 거대한 동공을 만들 수 있는 이들이 누가 있을까." "드워프! 그렇군요! 드워프들을 찾으면...."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소리지." 방금 전만 해도 나에게 화를 내던 한나는 안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긴 이 넓은 그랜드 월을 뒤지는 상상을 했을 테니. 그럴 만도 하지. 자, 그럼 드워프들을 찾아나서 보실까. Made by 월영 제 53장. 오해(1) 그랜드 월 산맥에서 드워프를 찾고, 내가 부활하기 직전에 보았던 그곳의 존재에 대해서 묻는다. 그리고 그곳을 찾아내서 목적을 이룬다. 나는 이 단순하기 그지없는 계획이 얼마나 어이없는 것인지 그랜드 월을 뒤지기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그랜드 월이 넓이에 대해서 너무 과소평가 하고 있었다. 거기에 이 대륙에 드워프들의 숫자가 인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드워프를 비롯한 엘프, 라이칸스로프, 호비트, 노움 등의 이종족의 수는 인간들과 비교하자면 그야말로 희귀하다고 할 정도로 적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앞서 설명한 이종족들을 본 적이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적었다. 하긴 인간이란 같은 동족까지 노예로 삼는 종족이니, 이종족들이 멀쩡히 돌아다니고 있을 리 없지. 생각해보면 예쩐에 엘프들이 나를 극히 경계하는 것은 당연했다. 나는 그들에게 종족을 사냥해서 팔아넘기는 인간과 다를 게 없었을 테니 말이다. 거기에 그들을 지켜주고 있었을 결계가 깨어졌을 때 나타났으니 ,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난 일주일간의 수색으로 우리는 지쳐 있었다. 천날은 거칠 것이 없었다. 이 넓은 그랜드 월에서 드워프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날 내로 발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빨른 시일 안에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 이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일주일. 우리는 지쳐 있었다. "도대체 드워프들은 어디에 있는 거야!!" 나의 외침에 숲의 나무에 앉아 있던 새들이 날아올랐다. "오라버니, 조용히 좀 해주세요. 조금이라도 자게요. "아, 미안. 하~ 아!" 한나는 나의 외침으로 잠에서 깼는지 조금 짜증 섞인 말을 했다. 하긴 짜증이 날 만도 했다. 벌써 일주일간이나 제대로 쉬지 못했고, 씻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솔직히 나에게 짜증을 내지 않고 있는 한나가 고마웠다. 그냥 한나는 돌려보낼까. 이곳은 여자가 견디기에는 좋지 못한 환경인데. "한나야, 그냥...." "딴생각하지 말아요. 절대로 안 돌아갈 거니까요. 내 의지로 오라버니를 따라왔고, 이것도 내가 원해서 하는 고생이니 말이에요." "알았어." 나는 한나의 단호한 말과 당장이라도 죽일 듯한 눈빛에 기가 죽어서, 말도 꺼내보지 못하고 꼬리를 말았따. 마을에 한 번 다녀오긴 해야겠는데. 그랜드 월 근처에 마을이 있긴 있을까. 하~ 아! 드워프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크아아아악! 쿠쿵! 한스와 한나가 있는 곳으로부터 상당 거리 떨어진 숲. 아니 이미 숲이라고 불릴 수 없는 곳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쓰러졌다. 그것은 놀랍게도 이 중간계 최강의 종족이라 불리는 드래곤이었다. 그것도 드래곤들 중 가장 흉폭하며 잔인하다는 레드 드래곤! 그 레드 드래곤이 망신창이가 된 채 숲이었던 곳에 나뒹굴고 있었다. 크우우우! 크우우우! 망신창이가 된 레드 드래곤은 거친 숨을 내쉬며 간신히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크기로 보아 그 레드 드래곤은 아직 웜급도 되지 못한 드래곤이었다. 웜급이 되지 못했다고는 하나, 드래곤은 중간계 최강의 종족. 거기에 레드 드래곤은 블랙 드래곤과 더불어 최고의 전투력을 자랑한다. 그런 레드 드래곤을 이렇게 망신창이로 만든 존재는 누구란 말인가. 그 존재는 곧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망신창이가 된 레드 드래곤의 코앞에 말이다, 이건 비유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바로 코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크크크! 이렇게 드래곤을 내 손으로 죽이는 날이 오다니.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군. 크크크!" 툭! 툭! 중간계 최강의 종족, 드래곤을 망신창이로 만든 존재는 자신의 눈 앞의 레드 드래곤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놀랍게도 레드 드래곤을 망신창이로 만든 존재의 몸집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물론 인간으로 치자면 큰 것이지만, 그의 앞에 망신창이가 되어 나뒹굴고 있는 레드 드래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거기에 그 존재는 상처릴 입지 않은 상태였다. 그저 입고 있는 옷이 그을리거나 사라졌을 뿐. 그을린 옷 아래의 피부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멀쩡한 상태.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자, 그럼 끝을 맺어보실....." [끝나는 건 너다!!] 콰콰콰콰! 기절한 줄 알았던 레드 드래곤으 놀랍게도 기절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기절한 척했을 뿐이었다. 중간계 최강의 종족이란 자부심도 버리고 말이다! 레드 드래곤은 방심하고 있던 이를 향해서 정면으로 파이어 브레스를 내뿜었다.물론 길게 마나를 흡입하여 내뱉은 파이어 브레스였기에 제 위력이 나오진 않았지만, 바로 코앞에서 내뿜어진 파이어 브레스. 설사 에이션트 드래곤이라 한들 멀쩡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레드 드래곤은 득의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결국 최후의 웃는 자가 승자인 것이다! 크하하하!] 살아남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중간계 최강이라는 자존심을 버리고, 이런 궁여지책으로 살아남았다는 수치심을 지우기 위해서 레드 드래곤은 크게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곧 들려온 목소리는 레드 드래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거 좋은 말이군그래. 최후의 웃는 자가 승리자인 거지." [이, 이럴 수가!] 레드 드래곤은 믿을 수 없었다. 바로 코앞이다. 말 그대로 바로 코앞에서 내뿜이전 파이어 브레스에 그는 분명 적중했다. 그런데 그는 놀랍게도 살아남았다.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믿을 수 없게도 그는 멀쩡했다. 입고 있던 옷도 모두 불타서 사라졌지만 분명 멀쩡했다. 작은 화상조차, 작은 생채기 조차 보이지 않았다. 레드 드래곤은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신의 좋은 시력을 이때 만큼은 저주했다. [우, 워프!!] "어딜 가시려고." 파악! 살아야 한다. 도망쳐야 한다. 레드 드래곤의 본능은 그렇게 소리쳤고, 그 본능에 따라 자존심을 버리고 도망가기 위해서 워프를 발동시켰지만 불행히도 목적을 이룰 수 없었다. 그를 망신창이로 만든 존재. 그 존재가 손을 뻗자, 순식간에 뻗어나간 검은 어둠이 거대한 막을 형성하여 레드 드래곤이 사용한 워프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그 검은 어둠이 만들어낸 거대한 막으로 인해서 워프는 해제되고, 그는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쿠쿵! 레드 드래곤은 몸을 띄울 정신도 없었는지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넋을 놓고 이 주변을 둘러싼 거대한 검은 막을 보고 있었다. 레드 드래곤이 넋을 잃은 이유는 2가지였다. 첫 번째는 이미 발동한 마법. 워프가 저 막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미 시전된 마법으 정지시키는 것. 특히 순간 이동 마법의 경우,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레드 드래곤은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두 번째 이유는 이 막을 형성한 힘의 정체 때문이었다. 자신을 망신창이로 만든 존재의 손으로부터 뻗어나간 힘! 그것은 마력! 마족이 사용하는 힘이었던 것이다. 사실 레드 드래곤은 지금까지 자신이 상대한 이가 인간 같지는 않지만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드문 일이지만, 간혹 인간 중에는 인간 같지 않은 강한 인간이 나온다고 자신의 부모로부터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상대는 마족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넋을 잃었던 것이었다. [넌 마족이었던 거냐?] "그래. 마족이지. 그러고 보니 내 소개를 하지 않았군. 나의 이름은 펠. 너희 드래곤들이 아무렇게나 다루는 몬스터 중, 오우거 출신의 상급 마족이다." [......] "자, 기분이 어떠신가. 벌레만도 못하게 여기던 몬스터 출신의 마족에게 당한 기분이? 크크크!" 노골적인 비웃음에도 레드 드래곤은 침묵을 지켰다. 어느새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는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레드 드래곤들이 모인 집회. 그리고 그 집회에서 수장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모든 홍염의 일족은 그 임무를 다하여 불꽃을 태울 준비를 하라.' 그 당시에 그 말뜻을 알 수 없었다. 몇몇 나이 든 레드 드래곤들은 그 말을 이해했는지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그는 다른 젊은 레드 드래곤들과 함께 나이 든 레드 드래곤에게 물었다. 방금 수장이 한 말뜻이 무엇이냐고 말이다. 그리고 그 말뜻을 들었을 때 그와 젊은 드래곤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신마대전. 1만 년이라는 길고 긴 세월을 살아가는 드래곤조차 이야기를 통해서 들어온 그 전쟁. 그 전쟁에 준하는 준비를 하라. 창조주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이 중간계를 지키기 위하여. 이것이 바로 수장이 한 말뜻이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고, 레어로 들어와서도 영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 증거가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레드 드래곤은 감았던 눈을 뜨며 그 준재, 상급 마족 펠을 바라보았다. 눈을 뜬 레드 드래곤의 눈에는 아까 전만 해도 자리 잡고 있던 혼란스러움과 두려움, 수치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의 눈은 평온했다. 그 평온한 눈을 보며 펠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미 승부는 결정 났다. 저 레드 드래곤은 이곳에서 벗어날수 없고, 힘의 차이 역시 명확하다. 그렇기에 저런 눈빛을 한다고 해도 걱정할 것 없다. 펠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눈빛! 기분 더럽군!" 파악! 콰쾅! 펠은 그렇게 소리치며 레드 드래곤의 머리를, 정확히 눈을 향해서 마력탄을 날렸다. 마력탄은 그대로 레드 드래곤의 머리에 적중되며 폭발을 일으켰고, 곧 그곳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에 펠은 득의의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펠은 곧 이상한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고통 어린 비명이 없었다. 지금까지 공격받을 때마다 외치던 레드 드래곤의 비명이 없었던 것이다. 거기에 저 레드 드래곤은 공격을 받고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바로 그 점이 이상했따. [마족 펠이여.] "왜 그러지?" [방금 전까지 내가 보인 추태에 대해서 사과하지.] 주르륵. 마력탄으로 인해서 얼굴에 결코 작지 않은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레드 드래곤은 전혀 고통스러워하지 않으며 말했다. 그에 펠은 조금 놀라워했지만, 여유를 잃지 않고 레드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별 이상한 소리를 다하는군. 내가 너무했나. 드래곤의 정신을 나가게 만들어버렸으니 말이야." 그런 펠의 말에도 레드 드래곤은 아랑곳하지 않고, 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와 나의 싸움. 분명 이미 판가름 났다. 나는 망신창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상처를 입었고, 설사 상처를 입지 않았다 한들 그대와의 힘의 차이는 크다.] "미친 건 아니네? 옳은 소시를 하는 것을 보니 말이야." [하지만!! 혼자 죽지는 않는다!!] 크아아아아! 그렇게 말하며 레드 드래곤은 파이어 브레스를 내뿜었다. 펠은 자신에게 내뿜어지는 파이어 브레스를 보며 그대로 뛰어올랐다. 아까와 비교가 되지 않는 열기를 내뿜는 파이어 브레스를 향해서 말이다. 우우웅! 파이어 브레스를 향해서 뛰어든 펠의 몸에서는 놀랍게도 검은 기운. 마력이 뿜어져 나왔고 순식간에 몸을 휘감았다. 그 마력의 영향이었을까. 전력을 다한 파이어 브레스는 두 갈래로 갈라졌고, 마력에 휘감긴 펠의 몸은 점차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콱! "윽!" 그때였다. 빠른 속도로 나아가던 펠이 무엇인가에 끼이고 말았다. 펠이 끼인 곳. 그곳은 파이어 브레스를 내뿜던 레드 드래곤의 입이었다. 그렇다. 레드 드래곤은 파이어 브레스만 내뿜은 것이 아니라, 브레스를 내뿜으면서 펠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펠을 물은 레드 드래곤은 입을 다물기 위해 전력을 다하였다. "크윽! 겨우 이정도로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으냐!" 우우우웅! 그렇게 펠이 소리치자 펠의 몸에서는 더욱 진한 마력이 내뿜어졌고, 점차 펠을 물고 있는 레드 드래곤의 턱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까 말했다시피 이 승부는 나의 패배! 그러나 너의 승리가 될 수도 없다! 너와 난 함꼐 가는 것이다!] "뭐라고!" 콰직! 그 후 벌어진 일은 너무도 놀라웠다. 레드 드래곤은 펠을 문 채로 자신의 몸통. 정확히 날개 아랫부분에 난 거대한 상처를 향해서 자신의 얼굴을 파묻었다. 그로 인해서 상처는 더욱 크게 벌어졌지만, 레드 드래곤은 상처가 벌어지는 것과 함께 느껴질 엄청난 고통조차 무시하며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레드 드래곤의 그 거대한 얼굴이 다 들어갔을 때, 그는 외쳤다. [세크러파이스(Sacrifice)!] 쿠쿠쿠쿠쿠! 촤아아아아! 자기희생 주문. 세크러파이스! 레드 드래곤은 자기희생 주문을 사용한 것이었다. 레드 드래곤은 펠이 마족이란 것을 알고는 이미 죽음을 각오했다. 추한 죽음이 아닌 드래곤으로서, 중간계 최강의 종족으로서 영광스러운 죽음을 말이다. 상대는 상급 마족. 어직 웜급 드래곤이 되지 못한 자신에게는 어차피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세크리파이스로 인해 레드 드래곤의 몸에서는 빛이 하늘 높이 치솟기 시작했고, 주변의 생명들은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주변의 생명력이었다. 새크러파이스의 힘으로 인해서 주변의 생명력이 빛의 기둥이 되어 사라지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 주문을 발동시킨 레드 드래곤의 몸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붉게 빛나던 비늘은 이미 하얗게 탈색되어 있었고, 점차 그 형태조차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늘 높이 치솟은 빛의 기둥은 주변의 생명들을 소멸시키고는 사라졌다. 세크러파이스가 시전된 곳의 남은 것은 레드 드래곤의 몸이었던 하얀 재뿐이었다. 새크러파이스로 인해서 생겨난 순백의 세계, 그곳에는 공허함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휘이이잉! 파악! 새크러파이스로 인해서 생명력이 다해 그나마 형태만이라도 유지하고 있던 나무와 풀들이 바람으로 인해서 무너질 때, 갑자기 레드 드래곤의 몸이었던 재가 있던 부분으로부터 무엇인가 튀어 올라왔다. 그것은 이 자리에 있는 유일한 생명이었다. 그 유일한 생명은 팔. 그 팔을 시작으로 조금씩 팔과 이어진 것이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팔의 주인, 그 자리에 있는 유일한 생명, 바로 상급 마족 펠이었다. "허억! 허억!" 치지지지! 치지지지! 레드 드래곤의 자기희생 주문. 새크러파이스! 주문의 시전자의 생명력과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 강한 위력을 내는 새크러파이스에서 펠은 살아남았던 것이다. 그러나 멀쩡하지는 못했다. 상처를 입고 망신창이가 되었다고 하나. 상대는 드래곤! 중간계 최강의 종족이자, 1만 년이라는 억겁과도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종족. 거기에 그 드래곤의 나이는 아직 1천 살도 되지 않은 상태. 그가 품고 있는 생명력은 9천 년 이상! 비록 힘이 약하다고는 하나, 9천 년의 생명력은 얕잡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세크러파이스에서 멀쩡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마왕과 신계의 천사장들뿐일 것이었다. 재 속에서 솟아난 펠의 몸 여기저기에서는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그것은 펠의 몸을 구성하는 마력! 정신체인 마족이 극심한 상처를 입었을 때, 몸을 구성하는 마력이 몸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현상이었다. 그만큼 펠이 입은 상처는 극심했다. "크윽! 서, 설마 자기희생 주문을 사용할 줄이야." 치지지지! 치지지지! 펠은 어서 몸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기희생 주문으로 인해서 자신이 만들어낸 막이 깨어져나가면서 마력이 밖으로 노출되었다. 거기에 자신의 몸을 구성하는 마력 역시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만약 이 상태에서 드래곤을 만난다면 100퍼센트 소멸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펠은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자리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드래곤의 둥지라 불리는 이 그랜드 월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응?" "응? 왜 그러세요? 오라버니."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방금 전 거대한 생명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거리로 치자면 팬텀스티드로 8시간 정도. 도대체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는 거지? 나는 궁금증이 일었지만 가볼 수 없었다. 지금 내 곁에는 한나가 있고, 이제 겨우 드워프들의 흔적을 찾았기 때문이다. 정확히 우리가 찾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랜드 월에 도착해서 드워프의 수색을 시작한 지 10일째 되던 날이었던 바로 어제, 우리는 결국 지칠 대로 지쳐서 그 자리에 드러누워버렸다. 그 순간, 우리는 드워프들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우리가 드러누운 지면, 그 지면이 무너졌던 것이다. 갑자기 지면이 무너져서 떨어진 곳은 터널이었다. 지하 터널 말이다. 그랜드 월의 지하에 거대한 지하 터널을 뚫을 수 있는 자는 과연 누구겠는가! 드워프! 신의 손을 가진 종족. 드워프뿐이었다. 우리가 떨어진 곳은 정확히 지하 터널의 환풍구였다. 나는 우리와 함께 떨어진 환풍구의 뚜껑을 보며, 드워프들이 왜 신의 손을 가진 종족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아무리 만지고 밞아 봐도 땅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 후 우리는 우연히 찾은 지하 터널을 걷고 있었다. 드워프들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방금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리진 생명. 죽음과 생명에 민감했던 나였기에 느낄 수 있었다.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은 일단 드워프를 찾는 것이 중요했기에, 난 한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지하 터널을 걸었다. 터널은 의외로 쾌적했다. 자하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공기도 깨끗했다. 다만 전등 같은 것이 없었기에 칠흑같이 어두웠지만, 그것은 마법으로 해결하면 되었기에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오히려 지상보다 나았다. 지상에서는 가끔씩 출몰하는 몬스터들의 수도 상당했고, 그떄마다 우리는 피하거나 전투를 벌여야 했다. 그것을 생각하면 지상보다 이 지하 터널이 나았다. 뭐, 심심한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말이다. "오라버니, 과연 언제쯤 드워프를 볼 수 있을까요?" "이대로 계속 가다 보면 볼 수 있겠지." "후~ 우! 그럼 이 터널은 언제쯤 끝날까요? 어제랑 오늘, 이틀 동안 하루 종일 걸었잖아요." "확실히 길긴 기네." 나는 저 멀리 어둠만이 가득한 터널을 바라보았다. 한나의 말대로이 터널은 언제쯤 끝날까. 그때 아주 작은 소음. 무엇인가 맞물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꺄악!" 슈슈슉! 파파팍! 급하게 한나를 끌어당겨 뒤로 물러섰을 때. 놀란 한나의 비명과 함께 들려오는 소리. 그것은 분명 화살이 박히는 소리였다. 역시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솔직히 잘못 들었는지 의심이 갔었다. 하지만 잘못 듣지 않았다는 그 증거물이 바로 나의 눈앞에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한나가 서 있던 자리에 말이다. 내가 들은 작은 소리. 그것은 바로 기관이, 함정이 움직이는 소리였던 것이다. "오, 오라버니." "한나야, 아무래도 거의 다 도착한 모양이다. "네,네?" "거의 다 도착한 모양이야. 드워프들이 있는 곳에 말이야. 저것을 보아하니 말이야." "아....." 잠시 정신을 못 차리던 한나도 곧 자신이 서 있는 곳에 박혀 있는 화살을 보며 나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나는 전사나 기사가 아닌 마법사지만. 두 번이나 환골탈태를 경험했다. 그 덕분에 마법사이지만 주변을 느끼는 감각은 적어도 소드마스터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오히려 앞선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런 나의 감각에도 간신히 걸린 기관의 소리. 그 정도로 미약한 소리를 내는 기관을 만들어낼 이들은 드워프, 신의 손을 가진 종족 드워프뿐이다. 거기에 우리가 걷고 있는 곳은 드워프들이 만들었을 것이라고 추정, 아니 확신되는 지하 터널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지하 터널을 걷는 도중, 기관이 작동하여 공격을 받았고 말이다. 이것은 우리가 목적지. 드워프들이 있는 곳에 거의 다 와간다는 말이었다. 물론 그 기관이 일정한 위치에 접근하면 작동하는 함정 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함정이 발동되었다는 것은 무엇인가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말도 되니, 어쨌든 우리에게 손해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말이다. "셰인." [예. 로드.] 셰인은 나의 부름에 바로 모습을 드러냈고, 내가 어째서 불러냈는지 알고는 방금 전까지 한나가 서 있던 자리에 박혀 있는 화살을 향해서 천천히 다가갔다. 거의 다가갔을 쯤, 난 또다시 미약하지만 뭔가 맞물리는 소시를 들을 수 있었다. 슈슈슉! 채채챙! 셰인 덕분에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셰인이 한나가 서 있던 자리에 다가가자 천장이 열리는 모습과 그 열린 천장의 수많은 구멍을 말이다. 방금 전 한나가 그 자리에 있었을 때 날아온 화살의 수가 고작 4개였던 것과 다르게, 이번의 화살은 10여 개를 넘어섰다. 그렇지만 셰인은 그 화살들을 모두 검으로 쳐냈고, 바로 물러섰다. 그 후 셰인은 검으로 쳐낸 화살을 주워서 내게 가져왔다. "이건!" "미, 미스릴이잖아요!" 놀랍게도 셰인이 주워온 화살은 바로 미스릴 화살이었다. 솔직히 화살이라기보다는 볼트라고 불러야 정확하겠지만, 이 화살은 미스릴로 되어 있었다. 화살촉뿐만 아니라 통째로, 화살 자체가 미스릴로 되어 있는 것이었다. "만약 피하지 않고." "마법으로 막으려고 했다면, 전 이미....." 꿀꺽. 통째 미스릴로 만든 볼트는 그 길이가 20센티미터에 못 미쳤다. 그런데 방금 전 한나가 서 있던 곳에 볼트가 절반 이상 박혀 있었다. 단단한 이 지하 터널의 바닥에 말이다. 말은 쏘아 보내는 힘 또한 대단하다는 것. 셰인은 소드익스퍼드 중급에 오른 기사가 만약 이 함정의 존재를 모른다면, 마나를 끌어올려 검을 들어 막는 사이에 검은 순식간에 화살과 부딪칠 것이고, 검은 간단하게 부러져 나가 그대로 검의 주인은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했다. 그 정도 힘으로 쏟아지는 미스릴 화살. 미스릴은 마법에 대해서 강한 항마력을 지니고 있으니, 마법으로 막으려고 했다면 한나는 그대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한 나와 한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서로를 마주 보고 웃었다. "오라버니, 꼭 이길로 가야 할까요?" "하하하! 가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대로 되돌아가기에는...." "그동안 고생한 게 아깝죠. 하~ 아!" 그렇게 말하며 한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함정은 아마도 저것 하나가 아니겠지. 드워프들이 만든 함정은 분명 기관으로만 이루어지진 않았겠지. 마법 함정도 있을 것이고, 고정 관념을 무시하는 함정도 있을 거야. 보통 소설에서 보면 함정이 그러니까. 나는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그냥 가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그렇다고 안 갈수는 없었다. 전에 읽어본 소설에 던전의 함정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던전키퍼라는 직업이 있었지만 그게 실제로 있는지 알 수 없고, 있어도 지금 이 자리에 없으니 무리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 있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것도 아주 단순한 방법인 동시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우라노스." [크하하하! 기다리고 있었수! 로드!] "알고 있겠지?" [물론! 맡겨주쇼! 자! 애들아! 오랜만에 힘 좀 써보자!] [예! 형님!] "으아아아아! 안 돼!!!" "크어어어억! 저 무식한 놈들이!!!" "크억! 우, 우리 예술 작품들이!!" "놔! 놔! 당장 가서 쳐 죽을 테다!" "제, 제발! 무사해라! 아가야!" 아비규환.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은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화면을 보며 울부짖고, 분노하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초조해하며 기도하는 이들도 있었고, 어떤 이는 화면을 보고는 그대로 기절해서 다른 이들이 준비한 들것에 실려가기도 했다. 그들이 보고 있는 화면. 그곳에는 파괴가 자행되고 있었다. 거대한 해머를 든 검은 갑옷의 사내들에 의해서 말이다. 그들이 파괴하는 것은 병기들이었다. 10여 년 전, 인첸트 학파에서 선보인 오토 마리오네뜨였다. 각종 나사와 톱니바퀴로 만들어진 인형. 그 오토 마리오네뜨는 인첸트 학파에서 선보인 것보다 월등했다. 움직임과 파워, 대응 능력, 거기에 에너지 연비율 등 모든 것이 월등했다. 어떻게 인첸트 학파에서 선보인 오토 마리오네뜨보다 월등할 수 있는 것일까. 그거은 바로 제작자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 화면을 통해 보이는 파괴된, 혹은 파괴되고 있는 오토 마리오네뜨의 제작자들, 그들은 바로 인간이 아닌 신의 손을 지닌 종족이라 불리는 드워프들이었다. 방금 전 분노하고, 울부짖으며, 기도하고, 기절해 실려나간 이들, 그들은 모두 드워프들이었다. 쾅! 콰지지직! "아, 안 돼!!! 꼬르르륵!" "들것! 또 한 놈 쓰러졌다!" 화면에서 오토 마리오네뜨 하나가 거대한 해머에 의해서 완전히 박살나는 것을 본 한 드워프는 거품을 물고 기절했고, 곧 문을 열고 나타난 드워프 2명의 의해서 들것에 실려갔다. 벌써 이렇게 들것에 실려간 드워프만 15명이다. 들것에 실려가는 드워프를 보며 이 총관제소의 소장, 프론테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드워프들은 신의 손을 가진 종족이라고 불리며, 동시에 또 다른 명칭으로 불린다. 그것은 물건에 생명을 불어넣는 자들이란 낮간지러운 명칭이었다. 그렇지만 그 명칭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 예로 드워프들이 만든 검에는 마법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 자아가 생성된 에고 웨폰도 있다. 그 외에도 그런 경우가 여럿 있지만, 그들이 진짜로 물건에 생명을 불어넣는 자들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자신들이 만든 물건을 마치 자신의 친자식처럼 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방금 전 한 오토 마리오네뜨가 박살나자, 드워프가 거품을 물고 기절한 것이었다. 당연히 그 드워프는 박살난 오토 마리오네뜨의 제작자였다. 콰지지직! "어어억!" "들것! 이번에는 고혈압이다!" "방금 전, 오토 마리오네뜨를 마지막으로 제구 차 경계 방어 부대가 전멸했습니다. 소장님." "으음." 프론테라는 비서인 여성 드워프의 말을 들으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벌써 제9차 경계까지 무너트리다니. 저 무리는 누굴까. 저들의 목적은 무엇일까. 프론테라의 머리는 갈수록 복잡해졌다. 제1차 경계에 붉은 불이 들어왔을 때 프론테라는 환풍구를 통해서 들어온 몬스터가 접근했구나라고 생각했다. 간혹 그런 일이 있었기에 그는 그때만 해도 기분 좋게 밀크티를 마시고 있었다. 곧 1차 경계에 있는 함정에 의해서 처리될 것이고, 나중에 처리반을 보내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1차 경계에 있는 함정이 파괴되었다는 신호가 들어왔다. 그는 이번에는 좀 강한 놈이 들어왔구나라고 생각했다. 1차 경계는 단순하게 천장에서 화살이 발사되는 함정이었으니 말이다. 이후 2차, 3차, 4차 경계의 함정이 파괴되었을 때 프론테라는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리고 5차 경계의 함정이 파괴되었을 때, 드디어 함정들을 파괴하고 있는 이들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검은 갑옷에 거대한 해머를 든 거한들! 6차 경계에서부터는 마법 영상 전송구가 숨겨져 있었기에 볼 수 있었다. 그 검은 파괴자들을 말이다! 그 모습은 드워프들 사이에서 전설 같이 내려온 마계의 다크 나이트들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프론테라는 바로 1급 비상 경계령을 내렸다. 드래곤 로드의 말을 들은 뒤에 드워프들이 재개발을 시작해서, 겨우 작년에 완성시킨 이 드워프 헤븐! 모든 드워프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 흑마법사들의 주구, 마계의 전사 다크 나이트가 쳐들어왔다! 그렇게 생각하고 말이다. 원래 이곳은 드워프들의 여러 도시 중 가장 큰 도시일 뿐이었다. 그러나 드래곤 로드, 중간계 최강 종족의 군주가 신마대전을 업급한 이 후 드워프들은 한데 모여 재개발을 시작햇다. 과거 그들의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살아남기 위해서, 중간계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재개발을 시작하여 작년에서야 완성된 드워프 해븐은 아직 미약한 점이 많았다. 그러나 깊은 지하에 있고, 드래곤 로드의 도움을 받아 은밀하게 만들었기에, 흑마법사들에게 들킬 염려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부족한 점을 차차 고쳐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흑마법사들의 주구. 마계의 전사 다크 나이트가 나타난 것이다. 물론 다크 나이트가 나타났다는 것은 드워프들의 오해였다. 확실히 겉모습만 따지자면 한스의 데스 챔피언들과 데스 서번트들은 다크 나이트와 똑같은 검은 갑옷을 입고 있다. Made by moonlight 제 54장. 오해(2) "오랜만이군, 십여 년 만인가." "그렇군요." "....." "꿀꺽." 나는 지금 한 존재와 얼굴을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10여 년 만에 다시 만나는 이.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다니.아니, 우리가 이렇게 가만히 서로를 마주 볼 수 있게 되다니.조금은 놀랍군. "십여 년간 상처를 치료했던 것인가." "아아, 그렇게 생각하십시오." 아무래도 내 육체가 소멸한 것을 보지 못했던 모양이군. "그거 아나? " "뭐 말입니까? " "그대가 마지막에 사용한 마법에 의해서 전대 드래곤 로드이자, 나의 아버지이신 데키체르아님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말이야." "......!! " "커억! " 그래?잘됐군. "그렇군요." "....." 꿈틀! "꿀꺽! " "쿨럭! " 나의 말에 눈썹이 잠시지만 꿈틀거린 이. 역시 신경 쓰인다는 것이로군. 지금 내 주위에는 나를 제외한 총 11명이 있었다.그중 8명은 나의 수하, 셰인을 비롯한 데스 챔피언들이었고, 나머지 3명은 한나와 이 드워프 헤븐이라는 드워프들의 도시의 대장로, 노에른이라는 드워프, 그리고 그가 있었다. 나와 목숨을 걸고 싸운 드래곤.드래곤 고드의 개입으로 살아남고 현 드래곤 로드로 등극한 이.에이션트 실버 드래곤, 젤드리온이 말이다. "그대는 그대가 한 말의 의미를 알고 있나? " "물론입니다.드래곤 로드를 죽인 거죠.원한다면 당신도 죽여드릴수 있습니다." "오라버니." "쿨럭! " 나의 대답에 걱정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한나와 아까부터 나와 젤드리온의 말을 듣고는 쿨러이는 노에른 대장로님이었다.우리의 대화로 인해서 심장이 안 좋아진 것인지 그의 안색은 창백하기 그지 없었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거처럼 보였다. 현 드래곤 로드,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 젤드리온.그는 한나의 팔찌로부터 빛이 내뿜어지고 30분 후, 그러니까 우리가 귀빈실로 이동되었을 때 모습을 드러냈다. 젤드리온은 매우 들뜬 표정으로 등장했지만, 곧 내가 옆에 있음을 알고 표정을 굳히며 진중한 분위기를 냈다.젤드리온과 나, 우리는 원수지간이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젤드리온의 자식이었던 고스트 드래곤은 나로 인해서 성불했고, 전대 드래곤 로드는 죽음을 맞이했으면, 거기에 나는 젤드리온과 전대 드래곤 로드로 인해서 한 번 죽었으니 말이야. "방금 한 말 지킬 수 있을 것 같은가." "지금의 저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아실 텐데." "...." "꿀꺽!이.이러실게 아니라 차라도 드시면서 이야기하시죠.하이 엘프들로부터 얻은 최상급 찻잎으로 만든 차입니다.자,드시지요." "그런가요?이렇게 대접해주시고 감사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찻잔을 들었다.그러면서도 눈은 젤드리온에게서 떼지 않았다. 방금 한 말은 거짓이 아니다.지금의 나라면 충분이 가능하다.물론 젤드리온 역시 드래곤 로드가 되어 10써클 마법을 전수받았겠지만, 나는 수명을 사용하여 공격할 것이다. 예전과 비교하면 그 공격력이 비교가 되지 않을 터!분명 최후에는 내가 이기게 될 것이다.또한 나에게는 예전과 비교하여 더욱어 강해진 데스 챔피언들이 있으니, 반드시 이길 것이다.나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감이 넘치는군.저들 때문인가? " "뭐, 그렇죠.전에 싸워봐서 아시겠죠?저들의 강함에 대해서 말이죠.참고도 말하자면 저들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그렇군." 나는 나의 뒤에 선 셰인을 비롯한 데스 챔피언들을 자랑하듯이 젤드리온에게 말했다. 그 후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동안 차를 마시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더이상 말을 하지 않자 귀빈실은 침묵에 빠졌고, 한나는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반면, 노에른 대장로님은 식은땀을 흘리며 나와 젤드리온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지." "의외로군요.당장이라고 싸우자고 할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솔직히 정말 의외였다.더 이상 그 문제, 그러니까 내가 드래곤 로드를 죽게 한 것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겠다는 젤드리온의 말이. 분명 전대 드래곤 로드는 그의 아버지라고 했다.그렇게 보면 난 젤드리온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다.그런데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니, 정말 의외였다. "그나저나 오랜만이로구나, 한나야." "예 " "에? " 나의 말을 무시하고, 한나에게 웃어 보이며 친근하게 말하는 젤드리온!지금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나의 옆에 있는 노에른 대장로님 역시,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그 팔찌를 사용한 이유는 설마 저 녀석 때문인 거니? " "예 " "후~우! " 젤드리온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 때문에 팔찌를 사용한 것이냐고 물었고, 맞다는 한나의 대답에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불쾌한걸.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다니 말이야. "팔찌를 다시 주렴.다시 기운을 불어넣어줄 테니." "아니요, 됐습니다." 팔찌에 다시 기운을 불어넣어주겠다는 젤드리온의 말에 거부하는 한나.그에 젤드리온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져갔다. 고거 참 쌤통이다. "한스 오빠가 없는 시간 동안 저에게 마법을 가르쳐주신 것도, 잘해주신 것도 감사드립니다." "....." "가끔 함께 찾아오시는 여성분이 젤드리온님의 반려이시겠죠.그분께도 전해주십시오.그간 저를 귀여워해주셔서 감사하다고요." "...." "솔직히 알고 있었습니다.아주 예전에 말씀드린 적 있죠.젤드리온님이 저를 통해서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젤드리온이 한나에게서 나와 싸웠던 고스트 드래곤, 자신의 딸을 보고 있음을 말이다. 그것은 보고 있는 이와 보여지는 당사자 양쪽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이었다.보고 있는 이는 그 당시에는 위안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뿐이다.보여지는 이가 사라지면 예전으로 돌아갈 테니 말이다.보여지는 이에게는 내가 아닌 다른 이를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상처리고 말이다.그런 일을 내가 없는 동안 해왔다는 것이었다.하지만 화가 나지 않았다. 조금은 단지 조용히 있어야 한다.나는 그렇게 느꼈고, 그 느낌대로 조용히 둘을 지켜보았다. "저에게 아버지와 어머니는 단 두 분뿐입니다.어머니는 제가 어렸을 적에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저를 구하기 위해서 희생되셨습니다. 그런 두 분 이외에 다른 부모님을 들 순 없습니다.두분이 저를 딸로 두고 싶어 하신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하는 것을 알지만...저에게 부모님은 단 두 분뿐입니다." "...." "이 팔찌는 돌려드리겠습니다.젤드리온님을 아버지로 인정한다면 사용하라고 하신 팔찌지만, 제 개인적인 의도로 사용한 것 죄송합니다." 한나는 그렇게 말하며 팔찌를 빼서 젤드리온 앞에 놓았다.한나의 말을 듣고 팔찌를 보며 젤드리온은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주었다.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당장이라도 허물어 져버릴 것 같은 모습을 말이다. 지상 최강의 종족,드래곤.그중 에이션트 드래곤이자 드래곤의 군주라 불리는 드래곤 로드, 젤드리온이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단지 한 명의 인산 여자, 한나 때문에 말이다.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 젤드리온은 그렇게 말하며 은팔찌를 쥐었다.그렇게 쥔 은팔찌를 바라보며 한동안 젤드리온은 가만히 있었고, 또다시 귀빈실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지.너를 통해서 내 딸아이를 볼 때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단다.그렇지만 그만둘 수 없었다.드래곤이란 존재도 결국 한 아이의 부모이니까.하지만 그만둬야겠지.우리가 한일은 너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었으니까." "....." "켈렌에게는 내가 잘 말하마.그럼 난 이만." "잠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막자리를 벗어나려고 하는 젤드리온을 멈춰 세운 한나.그에 젤드리온의 눈에는 조금이지만 희망이란 것이 솟는 듯 보였다. "저에게서 따님이 아닌 저를 보실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언제든 오셔도 됩니다.젤드리온님과 켈렌님은 소중한 분들이니까요." "고맙다." 그 말을 하고 젤드리온은 모습을 감추었다.젤드리온이 사라진 뒤, 한나는 한숨을 내쉬었다.젤드리온 에게 매정하게 말한 것이 못내 미안했던 모양이다. 반면, 나의 옆에 있던 노에른 대장로님은 멍하니 젤드리온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긴....놀라웠겠지.에이션트 드래곤이, 그것도 드래곤 로드가 그렇게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표정을 한 것을 보았으니 말이야. "한나야." "오라버니." "일단 쉬는 게 좋겠다.많이 지쳤을 테니까." "예, 오라버니." 한나는 나의 말을 두말없이 따랐다.드워프를 찾기 위한 여행으로인해 육체적으로 지쳐 있었고, 거기에 방금 전 일로 심적으로도 피로가 누적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멍하니 있는 노에른 대장로님께 한나를 쉴 방으로 안내해줄 것을 부탁드렸고, 노에른 대장로님은 곧 정신을 차리고는 여성 드워프를 불러 한나를 쉴 방으로 안내해주도록 하셨다.그렇게 해서 귀빈실에는 나와 노에른 대장로님만 남게 되었다. "일단 인사드리겠습니다.인간에 속한 마법사, 한스 게이이스라고 합니다." "나는 검은 모루 마을의 잘로였던 드워프 해븐의 대장로, 노에른이라고 하네.게이시스라면 죽음의 성자님의 제자인가? " "아, 운이 좋아 그분의 유산을 잇게 되었습니다." "오오오!대단하군.과연 젊은 나이에 그만한 실력을 쌓을 만하군." 그 후 어색하게나마 나는 대장로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모두 형식적인 이야기였지만 말이다.그리고 덕분에 오해도 풀 수 있었다.알고 보니 드워프들은 데스 챔피언들을 다크 나이트로 보았다고한다.확실히 자세하게 살펴보니, 데스 챔피언들을 비롯한 데스 서번트들의 모습은 다크 나이트와 똑같았다.단지 내뿜는 기운이 죽음의 기운이란 점과 마력이라는 점만이 다를 뿐. "미안하네.마법 영상 전송구에 마력 감지기와 음성 전송 장치도 설치했다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말이네." "아닙니다.오히려 제가 사과드려야죠.저 때문에 그간 열심히 만드신 함정과 골렘, 그리고 기계인형들이 파괴되었으니 말입니다.정말 죄송합니다." "아닐세.그나저나 대단하구만, 자네의 수하들." "예!저들은 저의 자랑이니까요." [오!로드가 뭔가 좀 아는데.] [키키키!로드 사람 됐네.] [우리가 좀 강하긴 하지.후후후!] [예의 없는 것들.] [....] 끄덕. 나의 말에 장난스럽게 대답하는 우라노스와 빌리,볼케이노였다. 그런 셋을 보며 프로스는 예의 없는 것들이라고 말했고, 킬은 동의한 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나설사람은 셰인과 켈트로군. 나는 그 둘이 할 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모두 예의를 지켜라.로드와 이 도시의 대장로님이 계신 자리다.] [셰인의 말대로 예의를 지켜라.로드께서 우리를 자랑이라 말하신것에 들뜬 것은 알지만, 로드의 자랑으로서 자랑답게 행동해라.] [허허허!켈트, 자네가 오히려 더 들뜬 것 같네.] [무,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보를!] [보를 말대로 제일 들뜬 것은 켈트구만!] [키키키!] [크크크크] 어느 사이엔가 보를까지 합세해서 켈트를 놀리고 있는 우라노스와 빌리, 볼케이노였다. 셰인이 유능하고 냉정하면서 충직한 기사라면, 켈트는 순진하고 옮곧으면서 충직한 기사로군. 그렇게 모두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셰인.] [예, 로드] [이번에는 그냥 두도록 해.] [예스, 마이 로드.] 셰인이 모두에게 뭔가 말하려는 순간 난 셰인에게만 들리도록 죽음을 이용하여 말을 걸었고, 이번에는 모드를 그냥 두도록 명령했다.분명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셰인은 크게 화난 목소리로 말했을 것이다.'예의를 차려라!로드와 대장로가 계신 자리에서 웬 추태냐!' 라고 말이다. 그랬다면 셰인은 모두에게 미움을 받았겠지. "한스, 자네는 좋은 부하들을 두었구먼." "예 " 나는 대장로님의 말씀에 웃어 보이면서 대답했다.한동안 떠들고 있는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도중, 대장로님께서 내가 기다리고 있던 질문을 하셨다. "그나저나 한스 군, 자네가 우리 드워프들을 찾고자 한 이유가 뭔가? " 뚝. 대장로님의 말씀을 들은 모든 데스 챔피언들은 조용리 입을 다물었다.순간 조용해진 분위기 때문에 대장로님은 당황하셨지만, 오래 살아오신 분답게 금방 마음을 수습하셨다. 뭔사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일까.대장로님은 진중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사실 제가 드워프를 찾은 이유는 한 가지 물을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흐음, 그게 뭔가? " "사실 제가 찾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그것에 대한 질문 입니다." "뭔 그리 끔 들이는가.어서 말해보게." 이제 그곳을 찾을 수도 있다는 마음에 내가 너무 뜸을 들인 것일까. 나는 대장로님의 말씀에 잠시 심호흡을 한뒤 입을 열었다. "제가 찾는 것은 공동입니다." "공동? " "예.공동." "흐음.좀더 자세하게 설명해보게." "제가 찾은 공동은 드워프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것입니다.보통 크기의 공동이 아니라, 거의 성룡 두마리는 들어가고도 충분할 정도의 공동입니다." "으음.우리 드워프들이 만든 거대한 공동이라.그 외에는 무너가 특별한게 없나? " "있습니다.그것이 바로 이 그랜드 월에 만들어졌다는 겁니다.거기에 산이 겉부분이 전혀 아무렇지 않게 말입니다." "으음, 이 그랜드 월에 만든 공동이라.거기에 산의 겉 부분을 전혀 아무렇지 않게 한 상태에서 만들었다라.진정 그게 사실인가?산의 겉 부분이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것 말이네." "그건...." 솔직히 확실치 않았다.나는 대기의 생명들에게 이끌려 엄청난 속도로 이동했고, 그것을 본 것은 순간적이다. 그리도 생각해보면 산의 겉 부분을 멀쩡하게 보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일단 첫 번째로 공사 완료후 정령 마법을 이용하여 산의 겉 부분을 멀쩡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고, 두 번째로 환상 마법을 통해서 멀쩡하게 보이도록 만들었을 수도 있다.세 번째로는 만든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자연스럽게 자연의 힘으로 회복 되었을 수도 있고 말이다. "으음.확실치는 않은 모양이구만." "면목 없습니다." "그랜드 월에 만들어진 공동이라.그렇다면 우리 드워프보다는 아까 가신 드래곤 로드께 물어보는 것이 빨랐을 텐데.아쉽게 됐구먼, 자네." "예? " 드래곤 로드, 젤드리온에게 묻는 것이 더 빨랐을 것이라는 대장로님의 말에 놀란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장로님을 바라보았다. 젤드리온에게 묻는 것이 빨랐을 것이라느, 그게 무슨 고리지? "자네, 정신이 있는 겐가, 없는 겐가? " "도데체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 자네가가 찾으려고 한 공동이 어디에 있는지 잊은 겐가? " "제가 찾으려고 한 공동은...아! " "이제야 알아차렸구먼! " 나는 그제야 대장로님의 말씀을 이해했다. 내가 찾으려고 하는 공동의 위치는 바로 그랜드 월!드래곤의 둥지라고 불리는 그랜드 월이다.거기에 드워프들을 시켜서 그런 공동을 만들게 할 존재가 누가 있겠는가!드래곤!바로 그래곤이다! 대장로님의 말씀 그대로 내가 젤드리온에게 그 공동에 대해서 말한뒤, 그 공동을 드워프들에게 만들도록 시킨 드래곤을 찾도록 도와달라고 했다면 쉽게 해결될 일이었다. 으으으!바보 같으니라고! "정말 제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한심하네요." "쯧쯧쯧!어쩔수 없지.내가 아이들을 시켜 알아보겠네.드래곤의 명령을 받아서 거대한 공동을 만든 적 있냐고 말이네." "부탁드립니다." 그 후 나는 대장로님께 많은 질문을 받았다.언제쯤 만들어졌는디.공동의 형태나 제질, 그 외 기타 등등. 물론 그런 대장로님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것은 한두 가지 뿐이었다.내가 본 것은 부활하기 직전, 생명에게 이끌려가면서 본 것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질문이 끝난 후 대장로님은 이 도시, 드워프 헤븐에는 수많은 드워프들이 있으니 빠른 시간 안에 알아낼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나에게 이곳에서 며칠 지내지 않겠냐고 물어오셨다.나는 대장로님의 말씀대로 드워프 헤븐에서 며칠간 지내기로 했고, 한나가 사용하는 방의 옆방을 얻을수 있었다. 드워프 헤븐에는 각종 방이 있었다.드워프들뿐만 아니라 이종족, 그러니까 엘프를 비롯한 인간과 수인족을 위한 공간, 마치 여러 종족의 편의 시설처럼 그 종족의 특성에 맞게 지어진 건물들이 있었다. 이는 한나가 있는 건물로 이동하는 중에 살펴봤기에 알 수 있었다. 드워프 레븐의 내부는 한마디로 요새였다.시가전을 비롯하여, 이안에서도 공중전도 펼칠수 있도록 설계된 요새 말이다. 도대체 왜 이런 도시를 지은 것일까? "한나의 상태는? " [깊은 잠에 빠지셨습니다.감기 드실지 몰라, 이불을 덮어드리고 왔습니다.] "잘했어, 셰인." 나는 방금 전, 옆방의 한나를 살펴보라며 셰인을 보냈다.그간 여행으로 쌓인 피로가 한 번에 몰려온 모양인지, 한나는 깊이 잠든 모양이었다. 분명 자기 전에 뜨거운 물로 샤워도 했을 테니 푹 잠들었겠지. "모두에게 편히 쉬라고해." "예, 로드." 편히 쉬라는 말에 셰인은 무장을 해제하며 사람의 모습으로 되돌아 갔고, 곧 모습을 감추었다.아마도 드워프들에게 배정받은 자신의 방으로 되돌아 갔을 것이다. 나는 셰인이 돌아간 것을 확인한뒤에 베란다로 나갔다.지금 내가있는 건물은 이 드워프 헤븐에서 꽤나 높은 곳에 위치한 건물이었기에, 드워프 헤븐을 자세하게 살펴볼수 있었다. 지하임에도 지상 못지않은 밝기, 드워프의 천국이란 이름이 붙은 도시답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망치 소리와 왁자지껄 맥주 마시는 소리, 거기에 저 멀리 보이는 휘어진 문. 우리가 들어오면서 휘어진 문 앞으로 드워프들이 수리를 위해서 온것 같았는데, 어쩔 줄 몰라 하며 그저 살피고만 있었다. 이거 미안하게 됐는걸. 한동안 베란다에서 드워프 헤븐을 둘러보던 나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내 방에 있는 침대는 성인 남자 3명이 누워도 남을 정도로 거대한 침대였다.거기에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원래 속한 세계의 침대보다도 푹신했다. 아마도 마법 처리를 했겠지. 그렇게 거대한 침대레 몸을 맡긴 뒤, 나는 곧 천천히 잠의 마수에 빠져들었다. 한스가 잠들어 있는 그때 한스의 옆방, 한나의 방에 몰래 숨어드는이가 있었다, 아니 나타나는 이가 있었다. 그는 은발과 은안, 은색의 눈썹을 가진 미남이었다.그의 이름은 젤드리온.에이션트 실버 드래곤이자, 현 드래곤 로드였다. 그에게 오늘 한나와 있었던 일은 불행한 일임과 동시에 행복한 일이었다.한나에게 자신의 원래 부모님 이외에는 부모님은 없다고 확실하게 선이 그러진 것이 그에게는 불행한 일이었고, 동시에 한나에게 하여금 자신과 켈렌이 소중한 존재임을 확인받고 언제든 찾아올수 있는 이가 된 것이 행복한 일이었다. 한나는 몰랐다.드래곤이란 종족은 생각 이상으로 집요하고, 끈질긴 종족임을 말이다.인간 이상으로.그들은 가지고자 하는 것은 반드시 가진다.돈과 힘, 권력으로도 안 된다면 마음으로라고 얻고자 한다.그것이 드래곤인 것이다. 한나가 자신과 켈렌에게 확실하게 부모는 원래 부모밖에 없다고 선을 긋긴 했지만, 자신들을 언제든 옆에 오게 하는 것으로 봐서 그 선에는 빈틈이 존재했다.적어도 젤드리온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남은 것은 기다리는 일이다.한나가 자신과 켈렌에게 마음을 여는 것을 말이다.그것은 젤드리온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젤드리온은 기다리기로 했다.한나가 자신과 켈렌에게 마음을 열 때를 말이다.시간은 차고도 넘치니 말이다. "으음." 그렇게 젤드리온은 혼자만의 행복한 상상에 빠져있다가 한나의 뒤척임에 정신을 차렸다.정신을 차린 젤드리온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한나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으음." 또다시 몸을 뒤척이는 한나.그 덕분에 셰인이 덮어주었던 이불은 침대의 구석으로 밀려났다.그에 젤드리온은 미소 지으며 몸을 움직여서 이불을 넓게 편 뒤, 다시 한나를 덮어주었다. 이불이 덮이자, 잠시 한기를 느꼈던 한나는 다시 포든함을 느끼며 편안한 표정을 했다.그런 한나의 모습을 본 젤드리온은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렇게 한나를 살펴보던 도중, 한나의 붉고 신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딸과 같이 붉은 머리카락....이렇게 생각하던 젤드니온은 고개를 내저었다.더이상 죽은 딸아이를 생각하는 것은 죽은 딸아이에게도 저 아이, 한나에게도 상처를 주는 일이다.그렇게 속으로 말하며, 젤드리온은 고개를 내저었다. 물론 딸아이, 제이메이크,제메를 잊을 순 없을 것이다.제메는 젤드리온과 켈렌이 낳은 아이이니 말이다.다만 적어도 한나를 보면서 제메를 떠올리려 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약속하며 젤드리온은 흐트러진 한나의 머리를 제대로 해주려고 손을 뻗었다. [멈춰라, 도마뱀.] 꽈악! 흠칫! 그때였다.젤드리온의 귀에 탁한 음성이 들려오고, 목을 조이는 뭔가를 느낀것은 말이다.갑자기 나타난 탁한 음성의 주인공은 서서히 젤드리온의 그림자로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그 전신은 검은, 아니 그림자와 같은 붕대로 가린 이.섀도 로드, 레이의 4명의 친위대 중 한 명인 그림자의 죽음.섀도 데스라는 호칭이 이름 앞에 붙는 이, 얀이었다. 섀도 데스, 얀은 레이의 명령으로 한스와 한나를 몰래 뒤따르고 있었다.얀의 주 임무는 바로 한나의 보호, 한스에게는 데스 챔피언들이 있었지만, 한나에게는 몰래 지켜줄 이가 없었기에 그런 임무를 부여한 것이었다. 물론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장차 한나는 레이의 어머니가 될지도 몰랐고, 무엇보다 한스가 소중히 여기는 이였기에 얀을 호위로 붙인 것이었다. 얀은 지금껏 한나의 그린자에서 그녀를 보호하고 있다가, 젤드리온이 나타난 뒤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젤드리온의 그림자로부터 나온 얀의 손에는 아주 가느다란 실이 쥐어져 있었는데, 그 실은 젤드리온의 목을 감고 있었다.그 실은 바로 얀의 일부로 얀의 의지에 따라 끝없이 늘어나기도 하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얀의 무기중 하나였다.얀의 일부인 그 실은 수백 수천 킬로그램의 무게도 지탱할수 있었고, 얀의 힘 조절에 따라 미스릴도 베어버릴수 있는 절삭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그 실은 놀랍게도 젤드리온의 목에서 천장 전등의 그림자를 통과하여 얀의 손으로 이어져 있었다.이대로 만약 얀이 실을 당긴다면 젤드리온의 목은 댕강 잘려나갈 것이 분명했다. 젤드리온은 자신의 목에서 느껴지는 압박감과 갑자기 나타난 이의 존재로 인해 혼란에 빠져 있었다. 젤드리온은 에이션트 드래곤, 거기에 전대 드래곤 로드로부터 10써클 마법을 이어받은 드래곤 로드였다. 인간으로 폴리모프 했다고는 하나, 자신이 낌새조차 느끼지 못하고 가느다란 실에 목과 등 뒤를 내주다니....젤드리온은 놀라움을 감출수 없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나는 모든 그림자의 군주, 섀도 로드 네 명의 친위대중 한 명.그림자의 죽음인 섀도 데스, 얀이다.그대는 존중을 받을 가치가 있는 이.그렇기에 가르쳐주는 것이다.] "섀도 데스, 얀.기억해두지.이제 날 어쩔텐가." 이 순간, 얀은 젤드리온이 자신을 노려보는 것만 같았다.자신은 젤드리온의 등 뒤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그것은 젤드리온이 드래곤으로서의 본연의 기운을 내뿜었기 때문이었다. 그 기운이 얀을 압박해오고 있는 가운데, 얀은 오히려 자신의 기운을 갈무리했다.마치 존재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그 덕분일까.기운과 기운이 부딪치지 않으니, 기운의 압박도 받지 않게 되었다.그저 얀은 조용히 젤드리온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대단하군 " [그대 역시 대단하다.] 얀은 한나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방금 전, 젤드리온은 드래곤으로서의 본연의 기운을 내뿜었다.그럼에도 바로 코앞 침대의 한나는 여전히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그렇다는 것은 젤드리온이 철저하게 기운을 컨트롤 했다는 말.그렇기에 얀이 그런 말을 한 것이었다. 그후 두존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그런 두 존재중 먼저 움직인 것은 얀이었다.얀은 실을 움직여서 젤드리온의 목을 조이고 있는 실을 풀어낸 뒤 회수했다.젤드리온은 그렇게 실에서 풀려난 뒤, 조여졌던 목을 쓰다듬으며 뒤로 돌라섰다. "풀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가." [감사할 필요 없다.잘랐다면 네 피가 그림자의 어머니가 되실분에게 튀었을 것이기에 놔준 것뿐이다.당장 떠나라, 더 이상은 봐주지 않는다.] "후훗!그러지.얀,오늘 일은 기억해두겠네." 그 후 젤드리온은 나타날 때처럼 조용히 사라졌다.얀은 젤드리온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고 있다가 조용히 자신의 그림자로 스며들었다.섀도 로드,레이가 내린 자신의 임무를 계속 시행하기 위해서 말이다.그렇게 한나가 잠든사이에 벌어진 사건은 조용히 마무리 되었다. "으음, 이곳인가.거대한 생명이 생겼다가 사라진 곳이." 다음날,거의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일어난 나는 어제 느낀 거대한 생명이 생겨났다가 사라진 곳에 왔다. 마침 잠에서 일어난 한나가 나는 따라가겠다고 해서 곤란했지만, 금방 돌아온다고 설득에 설득을 한 결과 겨우 이곳에 혼자 올 수 있었다. 뭐, 혼자 온 것은 아니지.셰인을 비롯한 데스 챔피언들과 함께 왔으니까. "그나저나 이상하군." 말 그래도 이상했다.거대한 생명이 생겨났다가 사라진 이 땅은 순백의 세계였다.말 그대로 색소라는 색소는 모두 빠져나간 숙백의 세계가 바로 이곳이었다.나무 위의 새들도, 숲의 사슴과 토끼,어미 멧돼지와 그 어미를 따르던 새끼 멧돼지들도 모두 형체만 유지하고 있을 뿐, 색소하는 색소는 모두 빠져나간 상태였다.물론 빠져나간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생명 역시 모두 빠져나갔지." 말 그대로 이 순백의 세계에는 생명이 전혀 없었다.모두 강제로 생명이 빠져나간 것처럼 말이다.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일이 있었을까.일단 주변을 둘러보도록 할까. 히이이잉! 일단 순백의 세계를 중심으로 해서 외곽 쪽을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에 팬텀스티드를 외곽쪽으로 몰아갔다. 잠시 후, 외각에 도착한 우리는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거대한 생명이 생겨나고 사라진 지 하루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전투의 흔적들을 말이다. 얼어붙은 나무들과 동물을.그 근처에는 반대로 모든것이 타버린 흔적을.검은 재만이 가즏했다.거기에 별가이 내린곳, 땅이 뒤집힌곳도 있었다. "모두...." [마법으로 저렇게 만든 것이로군요, 로드.] 그 흔적을 확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의 말을 이어받는 이.그는 바로 셰인이었다.아무래도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나온 모양이다. 분명 이 광경은 모두 마법으로 인한 것이다.이만한 마법을 시전할이, 정확히는 종족은 단 한 종족뿐이다. "드래곤, 드래곤이 이곳에서 전투를 벌였군." [로드,저것을....] 셰인이 보라고 한것은 바위였다.녹아버린 바위 말이다. 바위가 녹았다라. "레드 드래곤이 이곳에서 전투를 벌인 것이군." [예.] 아무래도 이곳에서 전투를 절인 레드 드래곤과 생명이 모두 빠져낙간 순백의 세계가 관련된 것 같은걸.더 조사해볼 필요가 있겠어. 그 후 셰인과 함께 다른 쪽을 조사하기 위해서 팬텀스티드를 움직였다.과연 어떤 이 때문에 레드 드래곤이 전투를 벌였을까. "키키키!이거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이 보이는걸." 한스와 셰인으로부터 상당 거리 떨어진 곳.그곳에서 한 남자가 한스와 셰인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는 흥분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 "참아야 해.지금은 참아야 해.지금은 못 이겨.참아, 참아.크크크! " 그는 계속 참아야 한다고 자신에게 속삭이며 한스를 지켜보았다.그렇게 한스를 쳐다보고 있는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너무도 황홀한 미소. 그렇지만 황홀한 것은 얼굴뿐이었다 .그 황홀한 얼굴에 눈빛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눈빛.그 눈빛은 탐욕에 물들어 있었다.그 탐욕은 정확이 식욕!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욕망.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인 식욕이었다. 다만 그의 식욕은 정도 이상이었다.식욕은 그의 본성.먹고 싶어하는 것은 그의 본능.그의 모근 것이었다.그런그가 본성과 본능을 억제하며 참고 있었다. "참아야 해.참아야 해.지금은 못 먹어.하지만 먹고 싶어! " 주르륵! 아름답기 그지없는 그의 입에서 침이 주르륵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그는 안간힘을 써서 참고 있었지만, 식욕은 그의 본성이자 본능.그것을 억제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크아아아아! " 결국 그는 식욕을 참지 못하고 엄청난 속도로 튀어나갔다. 콰직! 엄청난 속도로 튀어나간 그가 도착한 곳은 어슬렁거리던 곰이 있는 자리였다. 곰은 이미 절명한 상태, 머리가 박살난 상태였다.그렇게 머리가 박살난 곰의 시체를 그 아름다운 남자는 뜯어먹고 있었다.조금이라도 식욕을 억제하기 위해서 말이다.곧 그의 얼굴과 손은 곰의 피로 물들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오히려 그는 피를 묻히면서 식사하는 것을 좋아했으니 말이다. 우득우득! 곰의 살점과 뼈를 씹어먹던 그는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그가 돌린 방향으로부터 상당거리, 그가 움직인 거리보다 더욱 먼 거리에서 거대한 두 물체가 날아오고 있었다.그 두 물체는 드래곤, 아직 웜급도 되지 못한 2마리의 드래곤 이었다. 그 드래곤들의 기운을 느낀 기의 입에서 다시 침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당장 가서 잡아먹고 싶다.드래곤의 날개를 찢어내 그 비명을 들으며 씹고,씹고 또 씹은 마지막에 말랑말랑한 드래곤 하트를 먹고 싶다.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그 이유는 간단했다.드래곤들보다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 한스와 셰인 때문이었다.가장 탐나는 먹이이자, 아직은 먹을수 없는 먹이. 만약 드래곤들을 먹기 위해서 힘을 쓴다면 드래곤들은 발버둘 칠테고, 그 발버둥 때문에 저 탐나는 먹이가 접근해올 것이다.그렇게 되면 도리어 자신이 먹힐수 있다.그렇다는 말은 저 2마리의 드래곤들은 포기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아까워, 아까워.배고파.하지만 안 돼.지금은 안 돼.먹을 수 없어.제길! " 그는 골똘히 생각했다.이대로 물러서긴 싫다.배고프다.먹고 싶다.하지만 먹을 수 없다.그렇다면 재미있는 것을 보면서 굶주림을 잊으면 된다.그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 후 생각하기 시작했다.재미있는 것을 보기 위한 방법을. 탐나는 먹이와 2마리의 드래곤, 그리고 자신. 씨익. 잠시 후, 그의 얼굴에 맺힌 미소는 너무도 사악해 보였다. [로드] "응?왜,셰인." [마력이 느껴집니다.] "마력이? " 생명이 모두 빠져나간 순백의 세계의 외곽을 살펴보던 도중 셰인은 마력이 느껴진다며 나를 불러 세웠고, 나도 바로 셰인이 느낀 마력을 느끼기 위해서 주의를 기울였다.그러자 느껴지는 마력, 그마력은 매우 순도가 높은 마력이었다. 이렇게 순도가 높은 마력이라니, 그렇다면 마족인가. "가보자, 셰인." [예, 로드.] 손도 높은 마력은 계속 잔재를 남기며 이동하고 있었다.이동 경로는 생명이 모두 빠져나간 순백의 세계의 중심이었다. 나는 마력의 잔재를 따라가며 이 광경의 주인공 중 한 명이 마족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드래곤이, 그것도 드래곤들 중 가장 강하다는 레드 드래곤이 싸운 흔적들, 그것을 봤을 떄 나는 레드 드래곤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여기저기 레드 드래곤의 거대한 몸이 부딪치고, 피를 흘린 흔적이 있는 것으로 봐서 말이다. 레드 드래곤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존재.그런 존재는 생각해보면 몇 안 된다.일단 드래곤을 밀어 붙이기 위해서는 그랜드마스터 경지의 끝에 다다르거나, 9써클 마스터와 같은 지고한 경지는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 대륙에서 그 정도의 경지를 이륙한 인간이, 이종족이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그렇다면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은 마족. 현재 대륙은 흑마법사들이 제국을 세울 정도로 흉하고 있는 상태.그런 상태에서 마족이 드래곤과 싸웠다.있을 법한 일이다.거기에 지금 우리들의 눈앞에는 순도 높은 마력의 잔재들이 남아 있고 말이다. 순도 높은 마력의 잔재를 따라 우리가 도찾한 곳은 생명이 빠져나간 순백의 세계의 중심이었다.그 중심에 마력의 잔재를 마지막으로, 그것은 더 이상 눈에 띄지 않았다. 뭔가 유인하는 듯해서 이상하다고는 느꼈지만...이곳으로 유힌하다니.무슨 꿍꿍이지. 우우우웅! 파아아아악! [로드!] 그때였다.내 바로 앞에 남아 있던 마지막 마력의 잔재가 갑자기 크게 불어나며 나를 덮친 것은 말이다. 그러나 별문제는 없었다. "실드." 우웅! 파팍! 나를 갑자기 덮친 마력은 늘어나긴 했지만, 나에게 해를 입힐 정도로 많은 양도 아니었기에 간단하게 실드를 펼치는 것만으로도 막아낼수 있었다.실드에 튕겨나간 마력은 이상하게도 그냥 튕겨나가지 않고, 실드에 막혀 튕겨진 뒤에 나의 주변으로 살포되듯이 퍼져나갔다. 도대체 이게 어떻데 된 일이지? [로드!괜찮으십니까!] "아아, 나는 괜찮아." 마력이 나의 주변에 살포되듯이 퍼져나간 뒤, 셰인은 바로 나에게 달려와 나의 안부를 물었다, 그 후에는 주변을 경계하며, 또 만약의 공격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휘이이잉! 휘익! 그때였다.거센 바람과 함꼐 나의 머리 위를 지나가는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난 것은 말이다.그 그림자의 존재는 바로 드래곤!그것도 2마리의 드래곤이었다. "이거 한 방 먹었는데." 그 2마리의 드래곤을 본 뒤, 나는 알 수 있었다.어쨰서 순도 높은 마력의 잔재들이 우리를 유인하듯이 이곳으로 나 있었고 , 마지막에 이르러 마력이 나를 엎친뒤에 살포되듯이 주변에 퍼져나갔는지 말이다. 정말 한방 제대로 먹었군. "셰인." [예.로드] "일단 말로 해보겠지만, 전투 준비를 해놓도록." [예스, 마이 로드.] 펄럭!펄럭! 쿠쿵!쿠쿵! 셰인이 나의 명령으로 조용히 모습을 감춘 뒤 얼마 되지 않아,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작은 날개를 펄럭이며 바람을 일으킨 뒤 천천히 내려앉은 2마리의 드래곤이었다. 두 드래곤은 각각 골드와 그린 드래곤, 드래곤들 중 가장 약하다는 평을 받는 드래곤족이었다. 아아, 거기에 겨우 성룡들이구먼. 크르르르! 크르르르! 역시나 나에게 강한 적대를 보이는 2마리의 드래곤이었다. 역시 아직 어려. [더러운 마족의 군주여!겁이 없구나!우리가 나타났는데도 도망가지 않다니.] [그 용기를 높이 사, 고통 없이 죽여주마!] "다행이 두 마리 다 수컷이로군." [이 미천한 인간이!!] 두 드래곤은 두 마리 다 수컥이라는 나의 말에 더욱 화를 내며 드래곤으로서의 본연의 기운을 내뿜었다.아까도 말했다시피 이 2마리는 어리다.그렇기에 마족의 간단한 술수에 놀아나, 나를 흑마법사로 알고 있는 것이었다.거기에 방금 전 나의 말에 이렇게 간단하게 흥분하기까지 한 것이고. 아직 어리군, 어려. "그렇잖아.나도 남자인데.암컷인 드래곤을 쥐어 패는 것은 좀 그러니까.아,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적당히 해줄 테니까." 크르르르! [죽어라!] 쿵! "느려, 느려." [아니!] 나의 말에 흥분한 골드 드래곤은 그대로 거대한 손을 나에게 내리 쳤지만, 그때 이미 난 그자리에 없었다.내가이동한 곳은 바로 그린 드래곤의 머리 위였다. 이 녀석들은 아무래도 성년이 된 지 얼마 안 된 드래곤인 것 같군. [감히 어딜 올라왔느냐!] 휙! "느려, 느려.거기에 어리고." [헬 파이어!] [죽어라!] 화르르르! 그린 드래곤은 내가 머리 위에 있는 것을 알고는 머리를 크게 휘둘렀다. 하지만 그떄 난 이미 그자리에 없었다.또다시 나를 놓친 2마리의 드래곤은 나의 목소리가 들리는 부분으로 용언 마법을 사용했다.골드 드래곤은 헬 파이어를, 그린드래곤은 파워 워드 킬을 사용했다. "이거 어려도 너무 어리군." 나는 아공간에서 생명과 죽음의 서를 꺼내든 뒤에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파워 워드 킬로 나를 향해서 움직이던 죽음은 간단하게 흩어졌고, 헬 파이어 역시 흩어져버렸다. 아까 말한 대로 너무 어리다.헬 파이어의 마나 지배력을 간단히 손을 휘젓는 것만으로도, 내가 해체시킬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아,아니!어떻게 헬 파이어를!] [말도 안 돼!파워 워드 킬을 고작 인간 따위가!] 두 드래곤은 내가 자신들이 사용한 용언 마법을 간단하게 막아내자 놀란 표정으로, 거기에 잠시지만 두려움이 담긴 표정으로 나를 바라 보았다. 확실히 저들은 어렸다.파워 워드 킬은 내가 죽음을 손과 발을 다루듯이 자유롭게 다루니 그런다 쳐도 9써클 마법인 헬 파이어는 솔직히 손을 휘젓는 것만으로는 해체하지 못한다.보통 드래곤의 마법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저들은 어렸다.그렇기에 헬 파이어에는 빈틈이 많았다.일단 첫 번째, 마나 지배력.저 어린 드래곤은 자신의 마나를 지배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방대한 양의 마나를 사용하고 있을 뿐이었다.그렇기에 쉽게 내가 엘 파이어의 마나 지배력을 흐트러트릴 수 있었다. 두번째 빈틈은 헬 파이어에 실린 의지가 너무도 약했다.마법이란 수식을 계산하고 마나를 소모시켜 시전하지만, 거기에 한 가지가 더 실린다.바로 의지!사용자의 의지가 실리는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 쏘아진 헬 파이어에 실린 의지는 약하기 그지없었다.물론 일반 마법사라면 엄두도 못 낼 의지가 담겨 있긴 했지만, 8써클 유저나 마스터쯤 되면 충분히 압도해 버릴 수 있는 의지만이 실려 있었다. 이 2가지의 빈틈 덕분에 나는 헬 파이어를 쉽게 해체할 수 있었던 것이다.뭐, 두 드래곤이 나를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방심한 상태에서 사용한 이유도 한몫했지만. "흐음, 나도 드래곤과 조금은 인연이 있으니 특별히 수업을 해주마.고맙게 여기도록." [무슨 헛소리냐!헬 파이어!] [블리자드 토네이도!] 화르르르! 샤아아아! 휘이이잉! "수업 첫 번째, 꼭 마법의 시전어를 입으로 외칠 필요는 없다.마법은 의지의 발현.마음속으로 시전어를 외쳐도 춘분히 시전이 가능하단다.내가 이렇게 시전어 없이 블링크를 시전하는 것처럼 말이야." 크르르르! 쿠우우우! 파아아아아! 쫘악! "호~오!바로 응용에 들어가는군." 나의 말을 들은 골드 드래곤은 크게 숨을 들이쉬며 브레스를 사용했고, 그와 동시에 나의 몸에 끈끈한 거미줄이 나타나 동여맸다.그렇게 나에게 다가오는 골드 드래곤의 레이저 브레스. "디스펠은 꽤 좋은 방법이었지만 브레스를 사용하는 것은 잘못됐어. 나는 나의 몸을 동여맨 웹을 디스펠하고는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그러자 나의 머리 위로 지나가는 레이저 브레스 였다. "수업 두 번쨰.브레스는 너희의 최대 무기.그러나 준비하는 시간이 꽤 길고, 표적에 닿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거기에 오직 직선으로만 나아간다는 단점이 있기에 나 같은 실력자에게는 통하지 않아.한마디로 넌 지금 최대의 무기를 하나 잃었다는 소리다.거기에 넌 자신의 브레스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어." [크윽!입 다물어!] 우르르릉! 파지지직! 콰쾅!콰쾅! 이번에 골드 드래곤이 시전한 마법은 썬더 스톰. 날씨가 맑은 이날 썬더 스톰을 사용하다니, 마나 소모량이 엄청날텐데.역시 어려. 썬더 스톰을 보며 나는 땅에 내려섰고, 그 후 한 가지 마법을 시전했다. "아이언 월." 쿠쿠쿠쿠! 그러자 솟아나기 시작하는 강철의 벽!강철의 벽은 계속 솟아 올랐다.솟아오른 강철의 벽은 피뢰침 역할을 해, 썬더 스톰의 번개를 대신 맞아 땅으로 전기를 방전시키고 있었다. 촤악!촤악! 그때, 갑자기 땅에서 식물 줄기가 솟아나며 나의 사지를 구속했다. "오오!좋아.그린 드래곤, 너는 좀 하는구나.자신의 특성에 맞게 식물 뿌리를 이용해서 바인드를 사용하다니 말이야.다만...." 퍼석! "이 대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 실수야.이 대지는 생명이 빨려서 모든 동식물이 약해져 있는 상태거든." 내가 팔을 움직이자 나를 잡았던 식물 뿌리들은 간단하게 부서져 나갔다. [크으으으!어스 퀘이크!] 쿠쿠쿵!쿠쿠쿵! 그린 드래곤은 나의 말에 화가 난 듯이 발작적으로 시전어를 외쳤다.그린 드래곤이 시전한 마법은 어스 퀘이크.대지 계열의 마법 중, 영지를 뒤집어엎을 수도 있는 강력한 마법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소용없었다.이미 그때 나는 플라이 마법을 통해서 날아오른 상태였으니 말이다. 그 후부터는 똑같았다.계속해서 대규모 마법이나 고써클 마법을 사용하며 나에게 공격을 가해오는 2마리의 드래곤, 그린드래곤의 마법을 피하거나 상쇄, 혹은 파괴시켜 대응하는 나.나는 그렇게 하며 두 녀석들을 교육시키고 있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말이다. 크우우우!크우우우! 크우우우!크우우우! 잠시 멈추어진 공격. 2마리의 드래곤들은 지쳐 있었다.그들이 나를 공격할 떄 사용한 마법은 모두 7~9써클의 마법.아무리 방대한 마나량을 지는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30여 분간 계속해서 고써클 마법을 난사하는것은 드래곤 하트에 무리를 주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이 2마리의 드래곤은 고작 성룡급의 드래곤. 지치는 것은 당연했다. "세번째 수업.꼭 강력하면서 화려한 고써클 마법을 적에게 사용할 필요는 없다.아무리 너희가 드래곤이라 한들, 마냐량에는 아직 한계가 있으니까 말이야.때로는 다수의 저써클 마법이 효과가 있을 때가 있어.바로 이것처럼 말이다." 딱! 우우우웅! 내가 말을 한 뒤에 혼가락을 튕기자, 나의 등 뒤에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수백여 발의 매직 미사일들! 마법을 배우면서 가장 먼저 배우고, 써클이 올라갈수록 그 파괴력도 강해지기에 고써클에 올라가서도 애용하는 마법인 매직 미사일! 그 매직 미사일을 수백 발 만들어낸 나는 바로 2마리의 드래곤에게 쏘아보냈다. 파파팡!파파팡!파파팡! 처음에는 나의 수백 발의 매직 미사일을 우습게보며 천천히 숨을 고르고 마나를 채우고 있던 두마리의 드래곤의 표정은 곧 변하기 시작했다.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이다. 크아아아아! 크아아아아! 내가 쏘아 보낸 매직 미사일은 약하다.드래곤의 비늘에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하지만 나는 그 매직 미사일을 컨트로ㅗㄹ하여 일정하게 똑같은 부분을 공격했다. 아무리 단단한 바위라도, 오랫동안 일정하게 부딪쳐오는 물방울에 의해 깨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바로 그것을 이용한 공격으로 효과는 만점이었다.그 단단한 드래곤 스케일도 깨어져나가고, 저렇게 두 마리의 드래곤이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고 있으니 말이다. "수업 네 번째, 아무리 저써클 마법이라도 사용하기 나름이다.그효과는 방금 직접 겪어봐서 알겠지. 다섯번째 수업은 적에게 놀아나지 마라.너희들은 나의 말에 쉽게 화를 내고, 쉽게 이성을 잃었다.항상 자신의 차가운 이성을 유지하고 전투에 임해라. 이성을 잃고 싸움에 임하면 보던 것도 놓칠수 있다. 여섯 번째 수업.적의 겉모습에 현혹되지 마라. 겉모습이 약해 보일지라도 강자일 수도 있다. 바로 나처럼 말이다." 우우웅! 나는 그렇게 말하며 갈무리 하고 있던 몸을 개방했다.그러자 공명하기 시작하는 대기의 생명과 죽음. 오랜만에 개방시킨 모든 힘을 만끽하며 조용히 눈을 감고 있다가 한참 뒤에 눈을 떠서, 몸 여기저기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드래곤들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마치 인간이 어떻게 이런 강한 힘을 가지고 있냐는 듯이 말이다. "인간을 얕보지 마라. 인간은 위대하신 창조주께서 만드신 종족 중 유일하게 빛과 어둠을 품고 카오스를 지난 종족. 가장 약하지만 나처럼 누구보다도 강해질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 이것이 일곱 전째 수업이라 할 수 있겠지. 자! 그럼 마지막 수업이다. 적이 혼자 있다고 반드시 혼자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주위를 파악해서 숨어 있는 적의 아군이 있는지 확인해라." 척!척!척!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데스 챔피언들. 두 드래곤을 상대하기 이전에 내가 셰인에게 준비시켜놓은 이들이었다. 데스 챔피언들은 모두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두 마리의 드래곤을 가르치는 모습을 말이다. [로드, 어린 것들에게 너무한 것 아니야??] [키키키! 우리 로드도 참 인정사정없다니까.] [어쩔 수 없잖냐. 우리 로드께서는 드래곤 로드에게 한 방 먹었으니까.크크크!] 끄덕끄덕. [괜찮으십니까, 로드.] [수고하셨습니다, 로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기 바쁜 볼케이노와 빌리, 우라노스와 다르게 나를 먼저 챙기는 셰인과 켈트. 정말 너희 때문에 참는다. 다시 고개를 돌려 2마리의 성룡을 바라보았는데, 이제는 완전히 넋을 잃은 상태였다. 이런, 이런.너무 충격적이었나.나에게 진 것이 말이야.일단 정신을 차리게 해야겠군.마침 물어볼 것도 있고 말이다. 나는 넋을 놓고 있는 2마리의 드래곤 앞에 섰고, 그런 나의 뒤를 셰인을 비롯한 데스 챔피언들이 따랐다. 내가 다가왔는데도 여전히 넋을 놓고 있는 2마리 드래곤.정신을 차리게 해주지! 우우웅! 쾅!쾅! [크윽!] [크윽!] "이것들아!정신 차려라!성룡이나 되는 녀석들이 겨우 그 정도에 넋을 잃다니!한심하다!그리고 정신을 차렸으면 어서 폴리모프를 해라!언제까지 그 큰 덩치로 있을 거냐!전투도 끝났는데! " 나는 2마리의 드래곤의 안면에 마나탄을 날리고는 소리쳤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두 녀석들은 나를 잠시 두려운 눈으로 쳐다보다가, 나의 말에 잠시 망설이는 듯한 행동을 했다. "바보 같은 것들!내가 너희들을 죽이려고 했다면 이 상태로 죽였다.너희들도 알겠지만, 드래곤의 몸은 최고의 마법의 재료!폴리모프한 상태에서 죽여 봤자 얻는 것은 마나가 많은 피 정도겠지.이 정도로도 가만히 있다니, 죽여주랴? " [포,폴리모프!] [포,폴리모프!]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2마리의 드래곤은 바로 폴리모프를 사용했다.각각 허리까지 내려오는 금발과 초록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엘프로 폴리모프했다.나이는 많이 봐줘도 16,7 세 정도 되어 보였다. 그렇다는 말은 정말로 어린 녀석들이었다는 것이군. 드래곤의 폴리모프 모습은 나이와 싶은 관계가 있다.웜급과 에이션트 드래곤의 경우에는 자신의 원래 나이보다 많든 적든 폴리모프가 가능하지만, 성룡은 그렇지 않다. 그 정신이 아직 덜 여물었기에 그렇다는 내용을 책에서 본적 있는데, 성룡은 폴리모프를 하면 성인이 아닌 미성숙한 청소년의 모습을 한다고 한다. 내가 봤던 책 내용에 의하면 아까 말했다시피 폴리모프는 드래곤의 정신적 나이와 깊은 관계가 있는데, 성룡은 갓 부모로부터 벗어나 자주적인 삶을 살기 시작한 아직 미성숙한 아이라고 한다.그렇기에 풀리모프를 할 때마다 청소년의 모습이 된다고 한다. 그런 청소년 모습으 탈피하는 시기가 웜급인 이유는 성룡에서 웜급 드래곤이 되기까지 유희를 통해서 많은 경험을 하기에,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기 대문이라고 한다.책의 내용에 따르면 말이다. "흐음, 정말로 어린 녀석들이었군." "으으으!적어도 하등 종족인 인간 네 녀석보다는 나이가...." 철컥. 슥슥슥. 탁!탁!탁! 척! 할짝. 엘프로 폴리모프한 그린 드레곤의 말에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스 챔피언들 이었다.셰인의 경우에는 검집에서 검을 조금 빼냈고, 켈트의 경우에는 랜스를 조용히 쓰다듬었다.우라노스의 경우에는 노골적으로 거대한 해머를 한 손으로 들고 다른 한 손이 손바닥을 치고 있었고, 킬은 아예 크로스 보우를 그린드래곤에게 겨냥했다.빌리는 자신의 보라색 검을 핥으며 먹음직 스럽다는 듯이 그린 드래곤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프로스트는 그렇다 치고, 볼케이노가 가만히 있다니.조금 의외인걸. [도마뱀 구이가 좋다니까.] [내 검으로 차갑게 해서 회를 치는 것도 괜찮다.] [구이라니까!] [회다.] [구이!] [회.] 하하하!볼케이노, 프로스트.너희 드래곤을 먹을 생각이냐. 알고보니 한술 더 뜨는 둘이었다. "자, 그만 해.애들이 겁먹잖아.그래도 또 그러지는 마라.지금은 기분이 좋아서 봐주는 거지, 다음에도 또 그러면 너희들을 본 드래곤으로 만들어주마.후후후! " "....." "....." "대답은? " "예,예! " "예! " 좋아. 나의 말에 엘프로 폴리모프한 드래곤은 대답했다. 방금 말했다시피 나는 지금 기분이 좋았다.그 이유는 겨우 성룡이 라지만, 나 혼자 힘으로 2마리를 제압했기 때문이다.나 혼자 힘으로 말이다. 성룡 2마리야 웜급과 에이션트 급의 드래곤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약했지만, 혼자 힘으로 그들을 제압했다는 것 자체가 나를 즐겁게 만들었다.그렇기에 살려둔 것이고 말이다. 솔직히 젤드리온을 생각하면.... 뿌드득! 흠칫! "아아, 잠시 기분 나쁜 녀석을 떠올려서 말이야.미안하다.자, 그러면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꿀꺽 꿀꺽 "긴장들 하지 말라고.단지 몇 가지 물어보려는 것뿐이니까." 말 그대로 난 녀석들에게 몇가지 물어보았다.일단 골드 드래곤 녀석은 베크리트이고, 그린 드래곤 녀석의 이름은 테헤오넨으로 각각 나이는 615세, 614세 라고 한다.드래곤 치고는 나이가 적은 편이라고한다. 이곳에 온 이유는 며칠 전에 만나기로 한 30세 차이의 친구, 레드 드래곤, 제이네스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녀석들 말에 의하면 이곳으로 오는 도중 마력을 느끼게 되었고, 그렇게 강해 보이지 않았기에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고 한다.그리고 마력을 띠고 있는 나를 발견했고 말이다. 역시 어린 녀석들이었다.만약 상급 마족이 유인하기 위해서 마력을 약하게 내뿜었으면 어떡하려고, 막무가내로 오다니.... 하여튼 녀석들의 말을 통해서 알아낸 사실은 나와 녀석들은 마족에게 유인돼서 싸우게 되었다는 것이다.내가 힘이 압도적이었기에 망정이디, 엇비슷 했다면 마족 좋은 일만 시킬 뻔한 것이다. 그 밖에 여러가지를 묻던 도중, 뜻밖에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바로 드래곤들이 신마대전에 준하는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녀석들의 말에 의하면 각 드래곤족의 수장들이 모든 드래곤들을 모아서, 자신들의 의무를 다할 준비를 하라고 했다고 한다. 드래곤으로서의 의무.바로 마계와 신계로부터 이 중간계를 수호하는 의무를 말이다. 드래곤이 의무를 다할 준비를 한다.그것은 마계, 혹은 신계의 중간계 대규모 침공 때만 있는 일이라고 했다.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확실히 현재 대륙은 흑마법사들이 제국을 세울 정도로 흉하고 있다.그런데 드래곤들은 나서지 않고 있다.사실 나도 그 점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중간계를 지켜야 할 드래곤들이 흑마법사들을 멀쩡하게 제국까지 세울 정도로 내버려 두다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드래곤들은 건드리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건드리지 못한 것이다.현재의 암흑 제국은 드래곤들로 하여금 함부토 건드릴 수 없는 상황까지 성장해 버린 것이다.중간계, 지상 최강의 종족이라는 드래곤이 말이다. 정말 이 정보는 뜻밖에 수확이었다.그렇다면 드워프들이 한데 모여서 뭔가 준비하던 것도 이해가 간다. 그후 다른 종족도 이 사실을 아냐고 물었고, 현재 중간계에서 이 사실을 모르는 것은 인간들 뿐이라고 녀석들은 답했다. "확실히 인간들에게 가장 나중에 알리는 게 좋겠지.인간들 사이에 흑마법사나 마족의 졸개가 숨어 있지 않다고 보장할 수 없으니까." "뭐, 그런거죠." "정말 인간이란 문제라니까요.유혹에 빠지기도 쉽고, 정신은 나약하기 그지 없으니 마족들에게 이용이나 당하죠.아, 왜자꾸 옆구리를 찔러! " "그래,그만 찔러라.근데 그거 아냐?반대로 유혹에 빠지지 않는 강한 정신력과 너희 같은 드래곤들도 가지고 놀 정도로 강한 인간도 간혹 있지." "그, 그렇죠." 감히 내 앞에서 인간 비하 발언을 하는 금 도마뱀, 베크리트.조금 손을 봐야 하나. "자!또 물어볼 것 없으세요? " "마, 맞아요!얼마든지 물어보세요.아는 것이라면 모두 대답해드릴 테니까요! " "이번만 봐주마, 이제 내가 너희들에게 할 질문은 딱 세가지다." 꿀꺽! 녀석들은 내가 할 질문이 3가지다라고 말하고 분위기를 잡자, 긴장했는지 침을 꿀꺽 삼켰다. "첫 번쨰 질문이다.이 지역, 보면 알겠지만 모든 생명이 사라졌다.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아냐? " "그건....." "아마도...." "아마도? " "세크러파이스 때문일 것 같습니다." "세크러파이스!" 나의 질문에 먼저 답한 것은 그린 드래곤 테헤오넨이었다. 세크러파이스, 자기희생 주문.시전자의 힘과 남아 있는 나머지 생명력에 따라 위력이 결정되는 마법.그 위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주위에 끌어들이는 생명력의 양은 많아지고 범위는 넓어진다. 확실히 이 주위의 순백의 세계는 세크러파이스라면 설명이 된다. 거기에 만약 그 자기 희생 주문의 시전자가 이 녀석들이 말한 레드 드래곤 이라면, 이 엄청난 범위 또한 설명이 되고 말이다. 세크러 파이스라는 자기 희생 주문 덕분에 이곳, 생명이 빠져나간 순백의 세계의 의문은 모두 풀 수 있었다. 의문을 풀고 고개를 들었을 때, 베크리트 녀석과 테헤오넨은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녀석들도 알아차린 것이다.자신들의 친구가 세크러파이스로 더 이상 살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그런 녀석들의 분위기에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녀석들의 기분이 조금 나아진 것 같자 물었다. "나머지 두 가지 질문은 한 번에 하마.너희들을 계속 붙잡고 있는 것도 안 좋겠고 말이야." "예." "내가 아주 오래전부터 찾는 곳, 아니 찾는 드래곤이 한 마리 있다.혹시 너희들은 차원 이동에 대해서 연구하는 드래곤을 아냐?안다면 그 드래곤의 레어 위치에 대해서 아냐? " "차원 이동을 연구하는 드래곤이요? " "그래.차원 이동을 연구하는 드래곤." 사실 내가 녀석들에게 물으려고 했던 것은 이 그랜드 월 산 안 쪽에 드워프들에게 거대한 공동을 짓게 한 드래곤을 아냐는 것이었다.안다면 그 드래곤의 레어의 위치에 대해서도 아냐는 것이 세번쨰 질문 이었고 말이다. 그런데 녀석들은 친구가 적었다는 것 때문에 침울한 뷘위기를 연출하는 동안 나는 생각에 빠졌다.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하면 어떨까 말이다.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차원 이동에 대해서 연구하는 드래곤을 아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런 나의 질문에 녀석들의 대답은..... "알아요." "유명한걸요." 였다. 하하하!이렇게 쉽게 찾다니.거기에 유명하다니. "도대체 누구지!차원이동 마법을 연구하는 드래곤이! " 내가 게임의 캐릭터로서 이 세계로 넘어오게 만든 이.내가 원래 살아가던 차원에 여러가지 사건이 일어나도록 만든 원흉.그리고 내가 다시 그곳으로,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진 이!그럴 안다는 녀석들의 말에 흥분한 나는 소리쳐싿.그 드래곤이 어디 있냐고 말이다! 이런 나의 반응에 놀란 녀석들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을 요구했다. "도대체 누구야!어서 말해!그 녀석의 레어는 어디 있지!어서불어! " 덥석! [로드, 진정하십시오.] 흥분한 나를 말리는 이는 바로 셰인이었다.셰인의 침착한 음성, 그리고 셰인이 잡은 나의 팔에 느껴지는 한기는 흥분하고 있던 나의 정신을 차갑게 식혀주었다. 후~우!진정하자.일단 진정해.후~우! 나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눈을 감고 심호흡에 들어갔고, 셰인은 잡았던 손을 놔주었다. 잠시 후, 어느 정도 진정된 것은 느끼며 눈을 뜨고 두 드래곤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미안하다.내가 너무 흥분했던 모양이구나." "아,예 " "괘, 괜찮습니다." "후~우!그럼 가르쳐주지 않겠니.유명하다는 그 차원 이동을 연구하는 드래곤에 대해서.부탁한다." 녀석들은 급격한 태도 변화를 보이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녀석들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그는....저희들, 드래곤들 사이에서 특히 유명합니다." "그의 이름은 데미리안, 저와 같은 골드 드래곤입니다."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은 그린 드래곤, 테헤오넨이었고 뒤이어 골드 드래곤, 베크리트가 입을 열었다. 그래.그가 골드 드래곤이란 말이지.이름은 데미리안. 나는 녀석들이 한 말을 곱씹으면서, 목소리에 귀를 귀울렸다. "그의 나이는 저희보다 조금 많은 724에 입니다." "뭐라고?겨우 성룡이란 말이야?그 데미리안이란 드래곤이? " "예 " 나는 베크리트의 말을 좀처럼 믿을 수가 없었다.차원 이동에 대해서 연구하는 드래곤이 나이가 그렇게 적다니.혹시 나의 질문이 잘못돼서 그렇것은 아닐까.역시 공동을 만들게 한 드래곤에 대해서 물었어야 했나. 하지만 곧 이어진 테헤오넨의 말은 그 생ㅇ각을 잊게 만들었다. "데미리안의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하시면 안 됩니다.그는 드래곤로드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10써클 마법의 계승자니까요." "10써클 마법의 계승자! " 10써클 마법의 계승자가 드래곤 로드 이외에 또 있단 말인가! 나는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이 녀석들은 드래곤.드래곤이 일부러 그런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그렇게 생각하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차원 이동에 대해서 연구하는 드래곤이라면 10써클은 되지 않겠는가!그렇기에 나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둘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에이션트 드래곤인 저희 할아버지가 말하시길 데미리안의 할아머지, 드래곤 로드 이외에 최초로 자신의 힘으로 10써클에 오르신 데미리온님은 존경받아 마땅한 분이라고 하셨어요." "10써클에 오르신 데미리온님은 저희 일족의 자랑입니다.그분의 아드님이고, 동시에 또 한 번 1-써클에 로으신 데미니안님 역시 존경 받는 분이죠.저희 아버지 말씀으로는 데미니안님은 10써클에 오르신 뒤에도 항상 무엇인가 연구하고 계셨대요." "저희 할아버지의 말씀에 의하면 데미니안님은 차원 이동 마법에 대해서 연구하고 계셨대요.너희 아버지도 그러셨지? " "응.그랬어.저희 아버지는 데미니안님과 조금 친분이 있으셨거든요.한때 저희 아버지가 물으셨대요.10써클에 올랐으면서 뭘 그렇게 연구하냐고 말이요.그때 데미니안님이 하시는 말이...." "'나는 아버지가 간절하게 바라시던 차원 이동 마법을 연구하고 있네.난 반드시 해내고 말 거야.못 해낸다면 나의 자식에게라도 해내도록 만들고 말겠어!' 라고 하셨죠." "어라?그거 어떻게 아는 거야? " "전에 네가 자랑했고, 우리 할아버지 말씀에 의하면 드래곤이라면 다 알고 있을 거라고 하셨어.네 아머지가 소문을 내서 말이야." "그런데 그 데미니안님이라는 드래곤은 결국 해내지 못했고, 죽기 직전에 자신의 자식에게 차원 이동 마법에 대해서 연구하도록 했다 그 말이지? " "예! " 구녀석은 동시에 대답했다.정말 운이 좋았다.베크리트의 아버지가 데미니안이란 드래곤과 친분이 있었던 것도, 이렇게 녀석들을 만나게 된 것도 말이다. 데미리안,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장차 10써클에 오를 것이라고 생각되는 드래곤!그는 알고 있을 것이다!그곳을!불완전한 차원의 문이 있는 그 공동을! 나는 또다시 흥분하려는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제 제일 중요한 것.이 녀석들이 그 데미리안이란 드래곤의 레어를 알고 있냐는 것이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은 뒤, 녀석들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그 데미리안이란 드래곤의 레어가 어디 있는 줄 아니? " "예! " 그 녀석들이 한 대답은 내가 원하는 대답이었다. Made by Black K 제 55장 차원 이동 마법의 성공, 그리고 마왕의 강림! [바로 저곳이 녀석들이 말한 데미리안의 레어입니다.] "응, 나도 보여." 나는 들뜬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두 녀석들, 베크리드와 테헤오넨이 가르쳐준 데미리안의 레어. 그 레어가 지금 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두 녀석들은 그 자리에서 있었던 상황을 자신의 일족의 어른들에게 보고 하러 갔다. 동시에 친구였던 레드 드래곤의 소식도 레드 드래곤일족의 어른에게 전하러 갔을 것이다. 녀석들이 떠나기 전에 나는 미러 이미지를 통해서 데미리안의 레어의 위치를 보고, 텔레포트 좌표를 비롯하여 자세한 지도까지 만든 뒤에 녀석들을 놔주었다. 녀석들이 직접 데려다 주면 고맙겠지만, 그 녀석들에게도 아까 말했다시피 해야 할 일이 여러 가지 있었기에 그렇게 해달라고 할 수 없었다. 뭐, 협박을 한다면 녀석들도 어쩔 수 없이 데려다주었지만 친구를 잃은 녀석들이었기에 그러지 못했다. 두근두근. 드디어 차원 이동 마법을 불완전하지만 성공해낸 이의 아들을 만난다. 그것만으로도 나의 심장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같이 뛰고 있었다. 분명 그가 남긴 차원 이동 마법에 대한 자료도 가지고 있겠지. 그리고 불완전한 차원의 문이 있는 공동의 위치에 대해서도 알고 있겠지.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 나는 데미리안의 레어를 바라보았다. 정확히 나의 눈에 보이는 것은 평범한 산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곳은 바로 데미리안의 레어였다. 단지 환상 마법 때문에 평범한 산으로 보일 뿐이었다. "셰인, 모습을 숨기도록 해. 대신 언제든 나올 준비를 하도록 해. 만약 전투가 벌어진다면……." [단번에 제압할 수 있도록 말입니까.] "응." [맡겨주십시오, 로드.] 그 말을 하고 셰인은 모습을 감추었다. 후~ 우! 나는 만약의 사태를 준비하기로 했다. 데미리안, 그는 드래곤이다. 그것도 드래곤들 중 드래곤 로드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10써클 마법의 계승자인 드래곤 말이다. 분명 그는 자존심이 세겠지. 인간인 나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할지도 몰라. 그렇기에 나는 준비시킨 것이다. 셰인과 데스 챔피언들에게 언제든지! 단번에! 데미리안을 제압할 수 있도록 말이다. "처음에는 말이다. 하지만 말로 안 된다면……." '힘으로 하는 수밖에 없지'라고 속으로 말하며, 나는 팬텀스티드를 천천히 하강시켰다. 히이이잉! 또각또각. 곧 땅에 내려선 팬텀스티드를 돌려보내고, 환상 마법과 레어의 경계에 선 나는 정중하게 마나를 실어 외쳤다. "불완전하지만 모든 죽은 자들의 지배자, 임퍼펙션 데스로드, 한스 게이시스가 이 둥지의 주인, 10써클 마법의 계승자, 데미리안을 만나고자 합니다." 그렇게 외친 뒤, 나는 뭔가 대답이 들려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5분, 10분 시간이 흘러가도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설마 레어 안에 없는 건가. "들어가 볼까." 이렇게 말하면서도 이내 고개를 내젓는 나였다. 일단 기다려 보자.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환상 마법. 내 능력이면 충분히 풀고 안으로 들어설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러지 않았다. 일단 쓸데없는 싸움은 피해야 한다. 그 두 녀석의 말에 의하면 마계의 대대적인 침공이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는 것은 드래곤들과 나는 함께 마족을 상대로 싸우게 된다는 말이었다. 그러니 전우가 될 드래곤들을 건드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이 레어의 주인은 내가 언제고 되돌아 갈 차원 이동 마법을 3대에 걸쳐 연구해온 드래고. 그런 그에게 밉보여서 좋을게 없었다. 또다시 시작된 기다림. 10분, 20분, 30분, 1시간……. 그렇게 기다림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2시간째에 덥어들었을 때, 드디어 변화가 일어났다. 촤아아앙! 바로 환상 마법으로 인해서 평범한 산으로 보이던 레어의 입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갈라진 환상 마법으로 인해서 드러난 입구에는 정장을 입은, 그러니까 집사로서의 정장을 입은 검은 피부와 회색 머리카락을 가진, 다크 엘프가 고개를 숙이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주인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는 집사 안드레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기다리게 해드려서 주인님 대신 사죄드리겠습니다." "그 사죄 받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한스 게이시스님. 그럼 드시죠." 안드레이라는 다크 엘프 집사는 나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고, 나는 그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후 안드레이는 나를 데미리안의 레어 안으로 안내했다. 내가 안으로 들어서자 갈라졌던 환상 마법은 다시 제 모습을 찾았다. 대단하군. 안쪽에서 제어할 수 있는 것인가. "저 환상 마법은 주인님의 아버님께서 직접 설치하신 것입니다. 오직 주인님과 저만이 컨트롤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 예." 나의 의문을 알아차린 것일까. 안드레이는 도중에 멈춰 서서 뒤를 돌아 나에게 웃어 보인 뒤에, 환상 마법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리곤 다시 뒤를 돌아 나아가기 시작했다. 레어는 거대한 동굴이었다. 에이션트 드래곤도 자유롭게 본체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주인님의 레어는 주인님의 할어버님이 데미리온님의 레어였습니다. 데미리온님은 데미니안님에게 물려주셨고, 마나로 회귀하신 데미니안님이 현 주인님이신 데미리안님께 물려주신 것입니다." "그 후 레어에 대해서 궁금한 점을 안드레이는 어떻게 알았는지 하나하나 대답해주었고, 상당 거리를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해하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데미리안의 레어는 마치 하나의 저택 같았다. 어떻게 이 거대한 동굴을 깎아서 저택처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많은 드워프들이 고생했을 것이다라는 것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안드레이를 따라 걷던 도중에 본 그림, 조각품, 보석들, 그중 어떠한 것도 보물이 아닌 것은 없었다. 보물을 좋아하는 드래고. 아무리 스스로 10써클에 오른 드래곤이라고 한들, 드래곤은 드래곤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드디어 안드레이는 한 문 앞에서 멈춰 섰다. 끼이이익. "이거 기름칠을 해야겠는데. 안드레이, 부탁할게." "예. 주인님. 흠흠! 그것보다 주인님, 이분이 한스 게이시스님이십니다." 열린 문, 그리고 그 열린 문을 통해서 보이는 차를 마시는 이. 폴리모프할 시에 아름다운 여타 드래곤들과 다르게 아름답지는 않지만, 순진해 보이면서 친근한 얼굴에 안경을 쓴 이. 그가 바로 이 레어의 주인, 데미리안이었다. "아, 이런! 죄송합니다. 손님이 오셨는데 앉아서 손님을 맞다니. 실례를 저질렀군요." "아닙니다. 저는 한스 게이시스라고 합니다." "아, 저는 데미리안이라고 합니다. 10써클 마법의 계승자라고 불리지만, 아직 어려서 철없는 녀석이지요." 데미리안은 그렇게 자신을 소개하며 나에게 악수를 청해왔다. 그는 평범한 드래곤과 뭔가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스스로 어려서 철이 없다고 말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 증거로 데미리안이 폴리모프한 모습은 완전한 성인의 모습이었다. 성룡인 그가 말이다. 역시 10써클 마법의 계승자는 뭔가 다른 건가. "자, 일단 앉으시죠." "아, 예." "저는 차와 다과를 준비하겠습니다." 앉으라는데미리안의 말에 차와 다과를 준비하겠다고 말하며 방을 나서는 안드레이. 덕분에 이 방에는 나와 데미리안만 있게 되었다. 그는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간혹 나와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웃어 보이면서 말이다. 보통 드래곤들은 거만하기 그지없다. 일단 태어나면서부터 월등한 종족이니, 거만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억겁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1만 년이라는 수명. 거기에 성룡만 되어도 9써클 마법을 사용할 수 있고,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강해지는 중간계, 지상 최강의 종족, 드래고. 그런데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드래곤은 뭔가 달랐다. 씨익. 나를 볼 때마다 매우 친근하게 웃어 보인다. 인간인 나에게 말이다. 나는 힘을 내세우지 않은 상태. 그런데도 이 데미리안이란 드래곤은 나에게 친근하게 웃어 보이고 있었다. 기다리게 하긴 했지만, 이렇게 앉아서 차까지 대접하려 하고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사과드릴 일이 있었죠. 죄송합니다. 저와 안드레이는 안쪽에서 마법 연구를 하고 있었기에 오신 줄 몰랐습니다. 정말 죄송했습니다." "예?" "간혹 찾아오는 이들이 있지만 대부분 시간이 남아도는 드래곤이거나 느긋한 이종족들이라 기다리는 것을 아무렇게 여기지 않지만, 설마 인간이 저를 찾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게 해드려서 말입니다." "예?" 나는 지금 이 드래곤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이 드래곤은 분명 사과하고 있었다. 나를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나를 시험한 것이 아니었단 말이야? 나 혼자만의 착각? "이런! 제가 당황스럽게 만들어 드렸군요. 그것도 죄송합니다." "아, 예.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군요." "그러실 겁니다. 주인님을 처음 뵙는 이종족들은 다 한스님 같은 반응을 보이니까요." "안드레이도 참." 어느새 다가온 안드레이는 내 앞에 차와 다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안드레이라는 다크 엘프의 얼굴에는 자랑스럽다는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 주인님, 많이 특이하신 분이시죠." "아, 예. 보통 드래곤들과 많이 다르긴 다르군요." "하하하! 뭐, 저희 집안의 내력이죠." "집안 내력이요?" 이런 나의 질문에 데미리안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데미리안의 가문은 좀 특이한 구석이 많았단다. 물론 그 특이함이 시작된 것은 10써클에 스스로의 힘으로 올랐다는 그의 할아버지, 데리리온{오타일 듯, 데미리온(O)}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데미리온은 특이하게 마법을 위해서라면 설사 어는 종족의 인물이라도 스스로의 정체를 밝히고는 제자롤 들어갔다고 한다. 그것은 일반적인 드래곤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직 마법에 대한 열적! 그 열정이 드래곤으로서의 자존심을 누를 수 있었던 것이다라고 전에 본 할아버지의 일기장에 써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노력한 덕분에 데미리온은 10써클에 순수하게 자신의 힘으로 올랐고, 그로부터 자신의 집안의 특이함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교육. 보통 드래곤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지식 전수 마법을 통해서, 언어를 비롯한 마법까지 모두를 부모로부터 물려받는다고 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할아버지와 자신의 아버지, 데미리온과 데미니안은 그런 방식으로 지식을 전수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수받는 것은 글과 글자뿐! 나머지는 교육받았다고 한다. 룬 문자와 정령 문자, 기본적인 수식에서부터 고위 마법을 위한 수식. 그 밖에 각가지를 말이다. 교육을 받는 드래고.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몸서리를 쳤다. 드래곤은 거만한 드래곤이기에, 때로는 인간이 싸워서 이길 수 있다. 거만함은 방심을 부르고, 방심은 기회를 부르니 말이다. 그렇지만 내 눈앞에 있는 드래곤은 마치 인간과 같이 교육을 받은, 거만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드래곤이었다. 드래곤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게 된 강력한 힘과 엄청나게 긴 수명으로 인해서 정체되어버린 종족이다. 그와 반대로 인간은 수명이 짧기는 하지만 항상 진보와 퇴보를 반복하는 종족이고 말이다. 그런 인간의 이점과 드래곤의 이점이 함께 있는 이가 바로 내 눈앞에 드래곤이었다. 진보하고 퇴보하며 발전해나가는 1만 년의 수명을 가지고 있는 드래곤 말이다. "저희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다르게 친구 사귀시기에 차별이 없으셨죠. 저희 할아버지가 스승님을 사귀는 데 여념이 없으셨던 것과는 다르게 말이에요. 그런 집안에서……." "흠흠, 주인님." "응? 왜? 안드레이." "본론으로부터 갈수록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만……." "아, 이런! 죄송합니다. 제가 뭔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것에만 파고드는 성격이라." "아, 예. 저는 괜찮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할까요." 인간처럼 교육을 받고 진보와 퇴보를 반복하면서 발전해나가는 드래고, 데미리안.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안경 안쪽에서 빛나는 그의 눈은 방금 전의 순진함도 호의도 사라지고, 오직 진지함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게 본모습인가. "임퍼펙션 데스로드. 이 명칭은 잘 모르지만 데스로드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죠." "……." "모든 죽은 자들의 지배자. 마계의 모든 언데드와 죽은 자들을 지배할 권능이자, 권리를 가진 자. 그 경지에 오른 이가 없어 이미 네크로맨서들 사이에서는 잊힌 명칭. 설마 명칭을 책이 아닌 인간의 음성으로 다시 듣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한스님." 데미리안은 데스로드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의 집안에는 아마도 데스로드와 관련된 서적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확실히 가능성이 있다. 드래곤들은 무엇인가 모으는 것을 좋아하니까. 그것이 때로는 금은보화일 수도 있고, 고가의 예술품, 혹은 서적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엄청난 분이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 뭔지 정말 궁금하군요." "……." 드디어 나왔다. 내가 기다리고 있던 질문이 말이다. 나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자, 이야기 하면 되는 거다. 이곳에 오는 동안 몇 번이나 연습했지 않은가! 그리고 나는 그 질문을 내뱉었다. "데미리안님, 당신의 아버님이 차원 이동 마법을 시험하셨던 공동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 "……!!" "그 공동의 위치를 가르쳐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 "……!!" 나의 말에 경악했던 데미리안과 집사 안드레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만 해도 그들의 얼굴에 떠올랐던 놀라움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들의 얼굴에 남은 것은 의문, 그리고 진지함뿐이었다. "안드레이, 잠깐 나가 있어 주겠어?" "예, 주인님." 저벅저벅. 끼이이익! 데미리안은 진지한 표정으로 안드레이를 방에서 내보냈고, 그렇게 방에는 오래된 방문이 닫히는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한스 게이시스님." "예." "일단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솔직히 대답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예. 대신 제가 방금한 질문에 대해서도 대답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용언으로 '약속'해드리겠습니다. 그 질문에 대해서는 반드시 대답해드리겠다고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약속까지 해주겠다는 데미리안의 말에 감사를 표했다. 드래곤에게 약속이란 제약이자, 맹세!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드래곤은 용언을 잃고, 무한의 가까운 마나를 잃으며 타락하여 광룡이 되어 죽어간다. 그렇기에 내가 감사를 표한 것이었다. "묻겠습니다. 저를 찾아온 것은 저희 집안이 차원 이동 마법을 연구하기 때문인가요?" "그렇습니다." 나의 대답을 들은 이후 데미리안은 잠시 생각하는 듯이 뜸을 들였다. 그리고 잠시후, 다시 나에게 질문해왔다." "아까 당신은 분명 제 아버지가 차원 이동 마법을 실험한 공동을 찾는다고 말하셨죠." "예." "어떻게 제 아버지가 차원 이동 마법을 실험한 것을 알았죠? 거기에 그 실험을 한 곳이 공동이란 사실은 어떻게 알았죠? 저조차도 아버지가 남기신 일기를 통해서 알았는데 말입니다. 정말 궁금하군요." "그건……." 데미리안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나의 모든것을 말해야 한다. 내가 그간 겪은 일도, 내가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닌 이계의 사람이라는 것도 말이다. 그는 드래곤답지 않지만 드래곤. 거기에 그는 대를 이어서 차원 이동 마법을 연구해온 드래곤의 후손이다. 만약 차원 이동 마법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이계인이 나라는 것을 알면 데미리안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나는 결단을 내렸다. 모든 것을 말하기로……. "그 질문의 대답은……." "대답은?" "제가 당신의 아버지, 데미니안의 차원 이동 마법의 희생자, 즉 이계인이기 때문입니다." "……!!" 데미리안은 나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그는 실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하하하! 말도 안 됩니다. 그 실험을 아버지는 분명 실패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이렇게 계속 연구를 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말도 안됩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쾅! "말도 안되는 소리 그만 하십시오!" "……." 데미리안은 어째서인지 화를 내고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의 실험이 성공했다는 말에, 그 증거물이 나란 말에 말이다. "그렇지만 사실입니다. 그 증거물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저보다 뒤늦게 넘어온 이들도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증거물들을 보여드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내가 이렇게 말하는 동안 데미리안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아버지의 실험이 성공했다는 것이 큰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그에 난 뒤늦게 말을 덧붙였다. "비록 불완전하게 성공한 차원 이동 마법이었지만 말입니다." 번쩍! 나는 순간 고개를 든 데미리안의 눈이 빛난다고 생각했다. 방금 전까지 느껴졌던 좌절감은 사라진 채, 빛나기까지 하는 활기만이 남아있었다. 도대체 이렇게 변화가 극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방, 방금 그 말 사실입니까? 불완전하게 성공했다는 것 말입니다." "아, 예. 저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영혼만 넘어왔고, 다른 이들은 불완전한 경로를 통해서 이 세계에 왔으니까요." "정말! 정말 그게 사실입니까?" "아, 예!" 나의 말을 들은 데미리안은 뭐가 그리 좋은지 미소까지 띠우며 좋아하고 있었다. 그후 나는 데미리안에게 각가지 질문을 받았다. 다행히 내가 우려하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단지 데미리안은 나에게 이계에서 왔다는 증거로 이계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물어왔다. 그렇게 데미리안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나는 과거에 내가 겪었던 일에 대해 모두 말하게 되었다. 일단 나는 데미리안의 협조를 원하고 있었다. 내가, 우리가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모든 것을 말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내가 겪은 모든 일에 대해서 말이다. "으음… 그러니까 지금은 진짜 육체이고, 이전에는 불완전한 차원의 문으로 인해서 가상현실 게임이란 것의 캐릭터를 육체로 하여, 이곳을 여행했다는 말이시군요." "그런 겁니다." "정말 흥미롭군요. 불완전한 차원의 문이 가짜를, 허상에 불과한 육체를 진짜로 만들다니 말이에요!" "예, 예. 확실히 놀라운 일이죠." 데미리안, 그는 진정으로 나의 말을 들으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의 눈은 열의로 불타고 있었다. 그 열의가 어떤 일에 대한 열의인지는 짐작이 가지 않지만 말이다. "자! 그러면 일어서시죠." "일어서다니요?" "이제부터 제 차례 아닙니까. 말씀을 드리는 것보다 직접 가는 것이 빠르겠죠." "아!" 나는 뒤늦게 알 수 있었다. 지금 데미리안은 날 그곳으로 데리고 가려고 한다. 내가 부활하기 직전에 보았던 그 불완전한 차원의 문이 열려 있는 거대한 공동으로 말이다. 나는 진정되었던 심장이 다시 터질듯이 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가시죠!" "예! 저도 어서 보고 싶군요. 아버지의 '불완전한' 성과물을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데미리안은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끼이이익! "주인님." "안드레이, 외출이야." "아!" 외출이란 데미리안의 말에 놀라워 하는 다크 엘프 집사, 안드레이. 그냥 외출이라고 말한 것인데, 왜 놀라는 거지? 그후 우리는 레어의 입구를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 텔레포트나 워프를 통해서 공동으로 이동할 줄 알았다. 그런데 데미리안은 걷고 있었다. 혹시 이레어와 가까운 거리에 그 공동이 있는 것일까. 하여튼 그렇게 우리 셋은 레어의 입구를 향해서 빠르게 걸어 나갔고, 곧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레어의 입구에 선 데미리안과 안드레이. 데미리안은 입구에 서서 왠지 모르게 흥분해 있었고, 안드레이의 경우에는 겅정스러운 얼굴로 데미리안을 보고 있었다. "그럼 나갑니다." "아, 예." "주인님." 저벅. 단지 한 걸음일 뿐이었다. 단지 한 걸음. 그 한 걸음을 내딛었을떄 데미리안의 몸으로부터 빛이 내뿜어졌다. 그것은 너무도 밝은 빛. 하지만 어째선지 바라볼 수있었다. "아아아!" 빛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밝아지고, 이내 떠오르더니 입구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절정에 달한 빛은 곧 사그라졌다. 빛이 사라진 자리. 그 자리에는 거대한 한마리의 드래곤이 있었다. 오늘 본 적 있는 골드 드래고 베크리트보다 더욱 윤기 있고, 반짝이는 금빛 비늘. 약간 뚱뚱하다고 보이는 일반적인 드래곤의 모습과 다르게, 날씬하고 탄탄하다고 생각되는 몸체를 가진 금빛 드래곤이 말이다. "아아아! 축하드립니다! 주인님!" [고맙습니다, 안드레이. 그리고 감사합니다, 한스님.] "예? 감사하다니요?" "사실 저의 아버지는 마나로 회귀하시면서 저에게 세 가지 제약을 거셨습니다. 그런데 그 제약중, 지금까지 풀지 못해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제약을 불완전하게나마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데미리안의 아버니 데미니안이 데미리안에게 건 제약은 이랬다. 첫 번째 제약은 두 번째 제약과 연계되어 있었는데 각각 첫 번째와 두 번째 제약은 데미리안이 10써클에 이르거나, 차원 이동 마법을 성공할 시, 이 2가지 경우에만 레어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데미리안은 아주 젊은 나이에 10써클에 이를 수 있었지만, 지금까지 유희를 떠나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세 번째 제약 때문이었다. 그 세 번째 제약이란 차원 이동 마법을 성공하기 이전까지는 자신이 익힌 마법 이외에는 드래곤 본연의 힘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제약을 걸다니, 데미니안이란 인간, 아니 드래곤은 참으로 썩을 녀석이었다. 드래곤에게 자신의 본연의 힘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다니 말이다. 드래곤의 본연의 힘, 그것은 바로 드래곤의 본 모습과 용언, 그리고 드래곤 하트의 방대한 마나이다. 단지 이 3가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드래곤은 벌거벗겨진 거나 마찬가지다. 솔직히 드래곤에게 그 강인한 몸과 용언, 그리고 방대한 마나 빼면 뭐가 남아 있겠는가. 말 그대로 벌거숭이인 것이다. 물론 데미리안은 10써클을 스스로 이룩하고 있으니 위험이 없을 테지만, 그 정도 제약이라면 일반적인 드래곤은 유희는 꿈 깨고 레어에서 평생을 지내다가 결국 자살하고 말 운명이다. 보통 드래곤이라면 말이다. [그 세 번째 제약 때문에 전 지금까지 유희 자체를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군요. 확실히 아무리 10써클에 오른 드래곤이라고 할지라도, 그런 상태라면 유희를 할 엄두를 못 내겠죠. 하지만 제가 감사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아니요. 충분히 감사받아 마땅합니다. 확실히 불완전하지만 차원 이동 마법을 성공하신 것은 제 아버지지만, 오늘 한스님이 찾아오지 않으셨다면 저는 그 제약으로부터 풀려난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고, 스스로의 힘으로 차원 이동 마법을 성공할 때까지 레어 안에 박혀 있었을 테니 말입니다.] "크윽! 주인님." [울지 마세요, 안드레이. 오늘은 좋은 날 아닙니까? 그럼 외출하고 오겠습니다.] "제가 추태를 부렸군요. 다녀오십시오, 주인님." 그렇게 말하면서 안드레이는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레어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드레이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버지의 가디언이었던 이입니다. 제가 태어났을 때부터 쭉 함께해온 것이 안드레이죠.] "그렇군요." 그래서 안드레이가 레어 밖에서 본체를 드러낸 데미리안의 모습을 보고 운 것이었군. [자, 이럴 게 아니라 어서 제 등에 오르십시오. 그곳을 향해서 갈 테니까요. 정말 날고 싶군요. 이 드넓은 하늘을…….](최초로 드래곤의 등을 타보는 인간일지도...ㄷㄷ) 그렇게 말하며 데미리안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 보았다. 하늘은 너무도 푸르렀다. * * * * *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 그러나 지금은 흑마법사들이 세운 암흑 제국의 수도 유토피아라 불리는 이곳에도 밤이 찾아왔다. 낮의 광경과는 너무도 다른 유토피아의 밤은 너무도 조용했다. 낮에 웃으면서 떠들던 미남, 미녀의 모습을 감추었고 오직 정적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휘이이잉! 오직 유토피아의 밤을 돌아다니는 것은 공허한 바람 뿐이었다. 그렇게 정적에 빠져든 유토피아, 그 중심에 있는 성의 지하에서는 어떠한 불길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성의 지하에는 수많은 공간이 존재했다. 흑마법사들의 연구실에서부터 마족에게 모든 것을 바친 전사들의 훈련소, 식량 창고, 무기고 등 말이다. 그런 수많은 공간 중 가장 깊숙하고, 넓고, 음침한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우우웅! "크아아아악!" "꺄아아악!" "캬아아아아!" "끄아아아악!" (별의별 비명이 다나오네..) 깊숙한 지하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 소리들. 그것은 낮에 유토피아에서 넘쳐흐르던 웃음소리와는 너무도 상반되었다. 절망과 공포, 그리고 고통이 가득한 비명 소리들은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하나, 그 비명들은 지상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자신들의 절망과 공포, 그리고 고통을 지상에 있는 이에게 알리지 못한 채 다시 지하로 스며들어갔고, 깊숙한 지하에서 울려 퍼져갔다. 그 비명이 들려오는 곳에서는 의식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들의 숫자는 정확히 666명! 거기에 그들은 모두 칠흑같이 검은 로브를 입고는 일정한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들은 흑마법사. 마족과의 계약을 통해서 힘을 얻은 대륙의 공적들이었다. 흑마법사 666명이 일제히 주문을 외우면서 행하는 의식은 과연 무엇일까. 이 광경을 본다면 누구라도 의문을 가질 것이다. "현재 의식의 진행 상황은?" "약 20퍼센트 정도 진행된 상황입니다." "20 퍼센트라……." 절망과 공포, 그리고 고통 어린 비명 속에서 666명의 흑마법사들로 인해서 진행되고 있는 의식을 지켜보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 자리에 있는 흑마법사들의 우두머리, 대륙의 암중에 존재하던 흑마법사 길드의 길드장과 부길드장이었던 이들이었다. 흑마법사 길드의 길드장의 이름은 리벤지(Revenge:복수) 진 다크. 전 흑마법사 학파의 학파장이었던 헤이트레드(Hatred:증오)의 제자였다. 그는 스승으로부터 학파장의 자리를 이어 받은 뒤 흑마법사 길드의 길드장이 되었고, 현재 이 암흑 제국의 궁정 마법사라는 호칭으로서 불리고 있다. 그리고 부길드장의 크루얼티(Cruelty:잔혹). 길드장인 리벤지의 사제로서, 현재는 제1흑마법사 단장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스승님이 직접 주도하고 계신 의식인데, 겨우 진행률이 20퍼센트라니……." "그만큼 이번 의식이 대단히 힘들다는 소리겠죠, 형님." "하긴 우리 암흑제국의 지배자이자, 이 중간계의 지배자가 되실 마황님을 강람시키는 의식이니까." 마황. 마의 황제란 단어가 리벤지의 입으로부터 나왔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마계에는 마왕만이 존재할 뿐, 마황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리벤진는 지금 666명의 흑마법사, 그것도 흑마법사의 지배자, 전 흑마법사 학파의 학파장인 헤이트레드가 주도하고 있는 이 의식을 마황을 강림시키는 의식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밖의 움직임은?" "별다른 것 없습니다.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후계자라는 한스 게이시스가 모습을 드러낸 점 이외에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는 곧 요즘 한창 이름을 날리고 있던 7써클 마법사, 한나와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고 합니다." "흐음, 이종족들은 어떻지?" "드래곤의 주도 아래 모습을 감춘 것 같습니다. 아마도 한데 모여서 준비를 하겠죠. 마황님과 싸울 준비를……." "후후후! 헛짓거리들을 하려 하는군." "그러게 말입니다. 후후후!" "다만 그것은 마황님이 강림하셨을 때의 이야기지만 말이야." "……." 웃는 도중 이어진 리벤지의 말에 크루얼티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그것은 마황의 강림이 있은 후의 이야기였다. 아직 마황이 강림하지 않은 이상, 불리한 것은 바로 자신들이다. 크루얼티는 그렇게 생각했다. "흑마법사들을 계속 교체해서 진행률을 좀 더 높여 보겠습니다." "그래, 부탁하지." 그렇게 말하며 리벤지는 천천히 뒤를 돌아 걸어 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크루얼티는 빠른 걸음으로 나아갔다. "크아아아악!" "꺄아아악!" "캬아아아아!" "끄아아아악!" 리벤지와 크루얼티, 이 둘이 사라진 뒤에도 절망과 공포, 그리고 고통이 서린 비명은 계속되었다. * * * * * 펄럭펄럭! [바로 이곳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내려가겠습니다.] 내가 대답하기도 이전에 이미 데미리안은 내려가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하늘을 날기 시작한 데미리안은 마치 새장의 새가 하늘을 알아버린 것처럼 한동안 여기저기를 날아다녔다. 그 경로가 데미리안의 아버지 데미니안이 차원 이동 마법을 실험했던 공동과는 전혀 관계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두말없이 데미리안의 머리위에 있어야 했다. 여기저기 날아다니던 데미리안은 드래곤 산맥을 벗어나 사람들이 사는 마을과 영지 위를 날아다녔다. 그렇게 사람들이 사는 마을과 영지 위 하늘을 날아다니며, 뭐가 그리 좋은지 마치 소풍 나온 어린아이처럼 계속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저 마을은 마법 전송구로 항상 지켜보던 마을이다. 소문으로만 듣던 영지인데 생각 외로 작다 등, 쉬지 않고 날개와 입을 함께 움직이며 말했다. 그런 데미리안의 행동을 보며, 나는 그가 과연 아직 어린 드래곤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10써클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 어린 드래곤이었던 것이다. 나는 만약 이번의 일, 흑마법사의 일과 차원 이동 마법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면 함께 돌아다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첫 유희 상대가 되어서 말이다. 쿠쿵! 무사히 착륙한 데미리안. 나는 그런 데미리안의 머리 위에서 주변을 살폈다. 분명 이곳이다! 부활하기 직전, 생명들에게 이끌려가면서 본 광경, 그 장소는 바로 이곳이다.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저기…….] "아, 죄송합니다." 데미리안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바로 데미리안의 머리에서 내려왔고, 곧 데미리안은 레어에서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했다. 그리고 로브 안에서 안경을 꺼내어 썼다. "자, 그럼 갈까요?" "예." 데미리안과 나는 그 공동이 있을 산을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산을 오른 지 30여 분이 흘렀을까. 데미리안은 갑자기 멈춰 섰다. 데미리안이 멈춰 선 곳은 바로 산의 중턱이었다. 멈춰 선 데미리안은 뭔가 찾는 듯해 보였다. 뭘 찾는 거지? "저기, 데미리안님." "예? 아,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뭔가 찾으시는 게 있으신 겁니까? "아, 예. 아버지의 일기에 따르면 그 공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기관을 작동시켜야 한다고 되어 있었거든요. 그 공동은 실험이 실패하신 이후, 완벽하게 외부로부터 마법으로 차단시켜 놓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공동에 들어가는 방법은 입구를 이용하는 방법을 제외하고는 없다고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저희 아버지의 일기에 말이죠." 그랬군. 그렇다면 나도 도와야겠군. "데미리안님, 찾는 것을 가르쳐주시겠습니까? 혼자서 찾으시는 것보다는 둘이서 찾는 게 빠를 테니 말입니다." "아, 그래주시겠습니까? 뭔가 없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자연의 일부, 이것이 아버지가 남기신 힌트입니다. 저의 아버지가 조금 별나시거든요." 뭔가 없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자연의 일부라. 이 힌트를 들은 나는 마나를 느끼는 데 최선을 다했다. 일단 드래곤은 마법 종족. 그 뭔가가 뭔지는 모르지만, 마나를 다루는 데 천부적인 종족인 만큼 마나가 없게 만든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나는 마나를 느끼는 데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마나가 없는 것은 이 주변에서 찾을 수 없었다. 그 뭔가는 마나가 아닌가. 그 후, 없는 뭔가는 마나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 나는 순수하게 눈으로 이 주변을 관찰하기 시작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데미리안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아버지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장난을 치신 거지!" "저기, 다른 힌트는 없습니까?" "으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데미리안은 허공에 손을 휘저었고, 곧 그의 손에는 데미니안이 남긴 일기로 추정되는 책이 들려있었다. 그 책을 뒤지기 시작한 데미리안은 뭔가 찾은 듯이 나에게 보여주었다. "한 가지 힌트가 더 있네요. '태어나면서 항상 함께 하는 것. 때로는 길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짧아지는 것. 이것이 앞서 말한 없다는 뭔가다. 이 힌트로도 못 푼다면 넌 내자식이 아니다!' 라네요." "태어나면서 항상 함께 하는 것. 때로는 길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짧아지는 것. 간단한 것이로군요." "그렇지요?" 태어나면서 항상 함께 하는 것. 때로는 길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짧아지는 것. 그것은 바로 그림자였다. (수명이라 생각했는데....) 태어나면서 빛이 있는 곳에서 항상 함께하고, 길어지기도, 짧아지기도 하니 말이다. 레이가 있었다면 더 빨리 찾을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우리는 그림자가 없는 자연의 일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찾아낼 수 있었다. 바로 어린아이의 몸통만한 그림자가 없는 돌을 말이다. "이것이로군요. 그럼 어디." 데미리안은 자신의 검지에 살짝 상처를 내서 피를 낸 후, 그림자가 없는 돌에 자신의 피를 떨어트렸다. 그러자 곧 변화가 일어났다. 쿠쿠쿠쿠! 쿠쿠쿠쿠! 그 그림자가 없는 돌로부터 시작된 진동. 그리고 놀랍게도 그림자가 없는 돌이 있던 땅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솟아난 그곳에서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말이다. 드디어 우리는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불완전한 차원의 문이 있는 공동으로 말이다. "자, 들어가시죠." "예." 우리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불완전한 차원의 문을 드디어 보게 된다는 긴장감 때문일까,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단을 내려가기만 했다. 계단은 길었다. 부활직전에 보았던 공동의 크기를 생각하면 이 계단이 상당히 긴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게 10분, 20분, 30분. 우리는 그냥 조용히 걷기만 했다. 스스스. "아무래도 다 온 것 같군요." "예." 나보다 앞서가던 데미리안이 멈춰 서면서 하는 말. 그와 함꼐 느껴지는 수많은 기운. 우리는 이제 거의 공동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동의 불완전한 차원의 문 때문이었을까. 공동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짙은 농도의 수많은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곳에는 마나, 생명, 죽음, 거기에 신성력과 마력, 그 외에 생전 느껴보지 못한 각가지 기운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만약의 사태를 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요." "……." 끄덕.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마나를 끌어올리고는 생명과 죽음을 느끼며 주변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불완전한 차원의 문에서 흘러나오는 각가지 에너지들 때문에, 생명과 죽은을 관찰하는 것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도착하기도 전에 지쳐버리겠다고 생각한 나는 생명과 죽음을 관찰하는 것을 그만두고, 언제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혹시 마법을 사용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서 그들을, 데스 챔피언들을 대기 시켜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윽!" "윽!" 우리가 공동에 들어섰을 때 본 것은 그곳에 가득 차 있는 수많은 기운들이었다. 외부로부터 모든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 데미리안의 아버지가 이 공동에 시전한 마법이, 내부의 기운 역시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여 공동에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그 외에는 예상과 다르게 별다른 것이 없었다. "데미리안님, 혹시 이 공동에 시전된 마법을 해체하실 수……." "저것이… 불완전한 차원의 문……." 이 공동에 가득 찬 수많은 기운들을 해방시키기 위해서 이 공동에 걸린 마법을 해체할 수 있냐고 물으려고 데미리안을 바라보았을 때,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공동 정중앙에 있는 성인 남자 키 정도의 게이트. 그 안에 보이는 수많은 일그러짐!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오고 있는 수많은 기운들! 그것은 내가 통과했던, 정확히 나의 영혼이 통과했던 불완전한 차원의 문이었다. "아아!" "안 됩니다! 데미리안님!" 탁! 나는 불완전한 차원의 문으로 다가가려는 데미리안의 어깨를 잡았다. 어깨를 잡으면서 준 충격 덕분이었을까. 데미리안은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이 방금 전에 했던 행동을 떠올리며,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혔다. "저를 멈춰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만약 그대로 불완전한 차원의 문에 다가갔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지금 저 불완전한 차원의 문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가득 차 있었으니 말이다. 이런 공동에서 불완전한 차원의 문으로 섣불리 다가가는 것은 위험을 초래하는 일이었다. 사실 나도 저 불완전한 차원의 문에 다가가서 관찰하고 싶었다. 저 불완전한 차원의 문을 여는 데 들어간 수많은 수식들과 저 불완전한 차원의 문 자체를 관찰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본능은 그것을 막아섰고, 덕분에 나는 데미리안을 멈춰 세울 수 있었다. (인간의 본능이 드래곤의 본능보다 더 센걸까...) "데미리안님, 이 공동에 시전된 데미니안님의 마법을 해체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아마도 가능할 겁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이……." "으음." 걱정되는 것. 그것은 바로 이 공동 안에 가득한 기운들이었다. 이 거대한 공동에 가득 차 있는 수많은 에너지들, 이미 알고 있는 에너지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에너지들도 많다. 그런데 만약 이 에너지를 가두는 역할을 하는 마법이 해체되어 밖으로 빠져나가면, 밖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데미리안은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일단 저희가 아는 에너지들, 조종할 수 있는 에너지들을 먼저 밖으로 배출시키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으음, 일단 그 말씀대로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후,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에너지에 한해서 밖으로 배출시켰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는 겨우 마나와 생명과 죽음뿐이었지만 데미리온은 마나에서부터 시작하여 정령력과 신성력, 마력, 거기에 내가 생전 느껴보지 못한 에너지까지도 움직일 수 있었다. 제미리안의 말에 의하면 사실 자신은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유사한 에너지들만 옮기고 있다고 했다. 이 공동안에 가득한 에너지들은 각기 달라 보이지만, 유사한 구석이 꽤 있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에너지. 그러나 어딘가 익숙한 에너지들, 그 에너지들은 생명, 죽음과 비슷했고, 나 역시 그 에너지들을 조종하여 밖으로 배출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밖으로 에너지들을 배출하는 데 만 하루가 걸렸다. 밖으로 배출시킨 에너지들은 곧 밖의 거대한 에너지들에 의해서 사라져갔고, 우려했던 일은 전혀 벌어지지 않았다. 우리가 배출할 수 있는 에너지를 모두 배출시킨 뒤, 우리는 드디어 공동에 걸린 마법을 해체하기로 했다. "그럼 갑니다." 공동에 걸린 마법을 해체하기로 한 뒤, 데미리안은 조용히 눈을 감고 집중하는 듯이 보였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그는 눈을 떴다. 놀랍게도 감겨져 있던 눈이 떠지자, 눈에 신비한 금빛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위대한 의지에 따라 모든 것을 가로 막는 벽이 된 의지여. 나 그대에게 명하노라. 본분을 다한 그대들이여, 나의 의지에 따라 안식의 시간을 누리리라.] 금빛이 자리 잡은 신비한 눈빛을 하고 있던 데미리안의 입으로부터 나온 말에는 강한 의지가 실려 있었다. 그것은 드래곤으로서의 본연의 힘을 이용하여 사용하는 용언이 아니었다. 언령! 순수한 마법의 언령이었다. 10써클 마법, 그것은 바로 순수한 언어의 힘! 언령이었던 것이다! 우우우웅! 파아아아! 강한 의지가 실린 언령으로 인해서 움직이기 시작한 마나들, 그리고 흩어지기 시작한 공동의 의지와 마나들. 그 순간, 아주 잠깐이지만 공동에는 금빛이 넓게 퍼져나갔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마법이 해체되었다는 것을 공동 안의 수많은 에너지들이 알았는지, 순식간에 공동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외부로부터 유입된, 기존에 세계에 퍼져 있는 에너지들에 의해서 점차 사라져갔고, 나중에는 완전하게 사라졌다.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군요." "그, 그러게요. 전 잠시 쉬겠습니다. 역시 아직 10써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힘드네요." 털썩! 데미리안은 10써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많이 힘들었는지, 식은땀을 흘리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러게 주저앉은 데미리안을 잠시 바라본 뒤, 나는 천천히 불완전한 차원의 문을 향해서 걸어 나갔다. 가까워질수록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 왠지 모르지만 가까이 갈수록 뭔가 알 수 없는 느낌이 들었고, 이 알 수 없는 느낌 때문인지 기분이 불쾌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불쾌한 기분에도, 나는 계속 불완전한 차원의 문으로 다가 갔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불완전한 차원의 문의 코앞에 설 수 있었다. 허공에 지퍼가 달린 것처럼 열린 것처럼 열린 불완전한 차원의 문. 그 안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음, 한번 시험해볼까. 나는 불완전한 차원의 문에서 조금 떨어져, 밖에서 주워온 돌을 하나 꺼내들었다. 그리고 불완전한 차원의 문을 향해서 던졌다. 휙! 출렁! 돌이 들어간 불완전한 차원의 문은 한동안 돌이 던져진 우물물처럼 출렁거리다가, 다시 잔잔해졌다. 어디 반대쪽에서는 어떤가. 휙! 출렁! 이번에도 아까와 똑같군. 흐음, 다른 것도 던져볼까. 이렇게 생각하는 도중, 나는 어느새 체력을 회복하고 불완전한 차원의 문을 관찰하는 데미리안을 볼 수 있었다. "으음, 과연 불완전하군." "뭔가 알아낸 게 있습니까?" "뭐 알아낸 것은 완벽하게 불완전하지만, 신기하게도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정도일까요." 그렇게 말하며 데미리안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한스님, 어제 한스님이 속한 차원에서는 지형과 함께 이동된 사람들이 있다고 하셨죠?" "예." "거기에 그 사람들은 모두 깨끗하게 몸이 재구성되었다고도 하셨죠." "예." "흐음, 그렇다면 이론대로 차원과 차원 사이에는 벽이 있고, 그 벽은 혼돈으로 이루어졌다는 건데. 한스님, 한 가지 더 물어볼게 있습니다. 한스님이 가상현실 게임의 캐릭터로 이 세계로 넘어오셨을 때는 엄청난 고통과 상처를 입으셨다고 하셨죠? 맞나요?" "예. 그때 저는 전신에 붕대를 감아야 할 정도로 상터를 입었습니다." "으음, 한스님이 차원을 넘어올 때는 상처를 입게 했으면서, 다른 이들은 몸을 깨끗하게 재구성시켰다. 그렇다면 차원과 차원 사이에 존재하는 벽이 약해졌다는 소리인가. 좋지 않군. 제길! 아버지는 왜 불완전하게 성공해서 상황을 골치 아프게 만드신 거야!" 갑자기 소리치는 데미리안의 행동에 나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골치가 많이 아픈 모양이다. 그 후 데미리안은 아공간에서 전에 본 일기장이 아닌, 다른 책을 꺼내들었다. 데미리안의 등 뒤로 가서 살펴본 결과, 그것은 수많은 마법진이 그려진 책이었다. 아마도 차원 이동 마법을 실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마법진인 것 같았다. 설마 저 책에 있는 마법진이 모두 차원 이동 마법을 실행하기 위한 마법진? 나는 책의 두께와 그 안에 빼곡하게 적힌 마법진들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툭. "응?" 고개를 흔들며 뒷걸음질 치던 도중, 발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에 몸을 돌려보니, 바로 코앞에 보이는 불완전한 차원의 문! "헛!"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잘못했으면 불완전한 차원의 문으로 들어갈 뻔했군. 그런데 아까 발에 걸린 것은 뭐지? 방금 전에 다리에 걸린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고개를 내렸을 때, 나의 눈에 띈 것은 불완전한 차원의 문 밑에 있는 회색의 돌이었다. 아니, 돌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잘 다듬어진 보석처럼 생겼고, 특이한 것은 마치 돌처럼 회색이었다. (보석은 돌 아닌가...) 이건 대체 뭐기에, 불완전한 차원의 문 밑에 있는 거지? "으으으, 아무리 살펴봐도 마법진에는 이상이 없는데, 으으으!" "저기, 데미리안님." "으으으!" "데미리안님!" "응? 아, 예! 부르셨나요?" "흠흠. 혹시 저것이 뭔지 아십니까?" "저것이요?" 나의 손을 따라 방향을 돌리는 데미리안. 그 후 데미리안은 내가 발견한 돌의 존재를 보고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내 데미리안은 그 돌을 관찰하기 위해서 고개를 깊이 숙여, 돌과 거의 닿을 정도 얼굴을 가져다댔다. "이건! 이건 말도 안 돼!" "뭔가 발견한 겁니까!" 고래를 들고 소리치는 데미리안의 반응에 나는 바로 물었다. 뭔가 발견한 것인가! 데미리안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다시 고개를 숙이고 돌을 관찰했고, 다시 말도 안된다고 소리쳤다. 그런 행동을 반복하는 데미리안. 나는 결국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데미리안처럼 고개를 숙여, 돌에 얼굴이 거의 닾을 정도로 가져다댄 뒤에 그것을 관찰했다. 도대체 뭘 보았기에……. "말도 안 돼!" 말 그대로 말도 안되었다. 성인 머리만 한 돌. 그 돌은 알고 보니 회색이 아니었다. 단지 회색으로 보일 뿐이었다. 이 돌, 아니 돌인지도 알 수 없는 물건의 안쪽에 수많은, 깨알같이 뒤덮인 마법진들에 의해서 말이다. 겨우 성인 머리만 한 물건이다. 그런 물건에 수백 수천의 마법진이 깨알같이 자리 잡아, 회색의 돌처럼 보이게 된 것이다. 이 정도로 미세한 작업은 신의 손을 가진 이들이라 불리는 드워프라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도대체 이 물건은 뭐죠? 깨알같이 자리 잡은 마법진이라니!" "그냥 마법진이 아닙니다. 저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대에 완성된 차원 이동 마법의 발동에 필요한 마법진입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제가 매일 봐온 마법진 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네요." 그 후 데미리안은 다른 책, 그러니까 그의 아버지인 데미니안이 남긴 일기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나 또한 드런 데미리안의 등 뒤로 가서 어깨너머로 일기를 보았다. 데미리안이 펼친 부분은 일기의 거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오늘 드디어 아버지의 꿈이자, 동시에 나의 꿈이었던 차원 이동 마법을 시도한다. 아버지가 마나로 회귀하시면서 남기신, 1만년을 산 10써클 드래곤의 드래곤 하트. 그 정도면 차원 이동 마법을 발동시키는데 충분한 마나량일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나의 마나도 사용해야겠지. 제발 성공하길… 그간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그럼 저 물건은 바로 데미리안의 할아버지인 데미리온의 드래고 하트란 말인가! 나는 놀라서 불완전한 차원의 문 아래의 물건을 바라보았다. 드래곤 하트라면 가공된 보석 같은 것은 납득이 간다. 다마 드래곤 하트라고 하기에는 그 마나량은 너무도 미미했다. 1써클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탁! "으으으! 이런 사실은 아버지도 모르셨던 것 같습니다. 일기장의 내용에 따르면 아버지는 이 공동 가득 마법진을 그려 넣으신 상태에서, 마법진의 중심을 할아버님의 드래곤 하트에 두고 발동시켰다고 합니다. 하지만 차원 이동 마법은 실패. 드래곤 하트에는 마나가 전혀 남지 않게 되어 쓸모없게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때 아버지는 자신의 마나까지 사용하셨기에 지쳐 있으셨고, 차원 이동 마법을 실패했다는 실망감에 바로 레어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불완전하게나마 차원의 문이 열린 것도 모르신 거죠. 하지만 알 수 없군요. 어떻게 해서 이 공동 가득 채운 마법진이, 마나가 모두 사라진 드래곤 하트로 이동하게 되었는지 말입니다." "으음." 우리는 다시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렇다. 과연 어떻게 공동을 가득 채운 마법진들이 마나가 완전히 사라진 드래곤 하트로 이동된 것일까, 혹시 마법진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이렇게 생각한 나는 데미리안의 마법진 서적을 빌려 살펴보게 해달라고 했고, 데미리안 역시 기꺼이 보여주었다. 우리는 한동안 이곳에서 연구를 하기로 했고, 나는 드워프 해븐과 한나가 걱정하지 않도록 셰인을 보내어 조치한 뒤에, 데미리안과 마법진을 하나하나 검사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마법진은……." "완벽합니다." 말 그대로 마법진은 완벽했다. 과연 드래곤이, 아니 10써클에 오른 이가 아니었다면 생각도 못할 마법진들이었다. 부족한 나의 마법진에 대한 지식의 폭을 크게 넓혀줄 정도로 말이다. 완벽한 마법진. 거기에 1만 년을 산 10써클 드래곤의 드래곤 하트와 9천 년 이상을 산 10써클 에이션트 드래곤의 마나정도면 차원 이동 마법을 시전하고도 충분히 남을 정도였다. 아무리 꼼꼼하게 살펴봐도 마법진은 완벽했다. 오히려 실패했다는 것이, 아니 불완전하게 성공했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이상합니다, 이상해. 어째서 실패한 걸까요?" "완벽한 마법진, 엄청난 양의 마나. 도대체 실패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으으으!" 우리는 동시에 각자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데미리안님, 이대로는 안 되겠습니다. 잠시 쉬기로 하죠. 이대로 가다간 우리가 먼저 쓰러져버릴 겁니다." "아아, 그 말에 찬성입니다." "주인님, 한스님. 기왕 쉬실 것이라면 밖으로 나가서 쉬시지요." 일주일 전. 우리가 이곳에서 연구를 하기로 결정을 내린 뒤, 우리의 뒤치다꺼리를 하기 위해서 온 다크 엘프 집사, 안드레이의 의견에 따라 우리는 밖으로 나가서 쉬기로 했다. 이미 데미니안의 마법은 해체된 상태였기에 우리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하여, 언제든 오가는 것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공동 밖으로 나간 우리는 오랜만에 쬐는 햇볕의 따스함을 느끼며, 안드레이가 준비한 피크닉용 그물 침대에 누워서 일주일만의 휴식을 만끽했다. 물론 그 휴식을 만끽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몸뿐이었다. 나의 머리는, 아니 우리의 머리는 그 순간에도 여전히 차원 이동 마법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실패한 것일까. 도저히 실패할 이유가 없는데. 거기에 어째서 불완전하게 성공한 것일까. 공동을 가득 채운 마법진은 어째서 마나가 완전히 사라진 드래곤 하트로 박혀든 것일까. 으으으! 잠깐! 마나가 완전히 사라진……. 벌떡! 벌떡! "뭔가 알아냈습니까!" "일단 가서! 그곳으로 가서 이야기하지요!" 내가 갑자기 그물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데미리안도 몸을 일으키면서 나에게 뭔가 알아낸 것이 있냐고 물었고, 나는 일단 가서 말하자고 했다. 다시 텔레포트 마법진을 통해서 돌아간 지하 공동. 나는 그 지하 공동에서 여전히 열려있는 불완전한 차원의 문 밑에 있는 드래곤 하트를 살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데미리안에게 물었다. "데미리안님." "예." "분명 데미니안님의 일기에 드래곤 하트에는 마나가 모두 사라졌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하셨죠?" "예. 분명 그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에이션트 드래곤. 거기에 10써클 마법사이신 데미니안님이 실수로 마나를 못 느끼신 것은 아닐까요?" "그건 말도 안 됩니다. 저희 아버지는 드래곤이십니다. 거기에 10써클 드래곤. 마나를 숨쉬는 것보다 잘 느끼고, 다룰 수 있는 분이 저희 아버지셨습니다. 그런 아버지께서 드래곤 하트의 마나량을 느끼는 데 실수하셨… 아!" 말을 하던 도중, 데미리안은 내가 알아낸 것을 알게 되었는지 놀라워하며 나와 마찬가지로 드래곤 하트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위의 차원의 문과 드래곤 하트를 번갈아 쳐다보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하하! 말도 안돼. 불완전한 차원의 문, 이 차원의 문이 고작 1써클 마나의 반도 안 되는 마나로 유지되고 있다니!" 말 그대로였다. 불완전한 차원의 문, 이 차원의 문이 고작 드래곤 하트 1써클의 절반에 해당하는 마나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었다. 마나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드래곤 하트. 그렇지만 나는 분명 드래곤 하트에서 조금이지만 마나를 느꼈다. 그리고 떠올릴 수 있었다. 불완전한 차원의 문, 그것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말도 안돼. 하하하!"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리는 데미리안은 잠시 후 나를 진지하게 쳐다보았고, 곧 입을 열어 나에게 물었다. "한스님." "예" "한스님은 저보다 뭔가 알아낸 것 같군요. 가르쳐주실 수 있겠습니까?" "얼마든지요." 그 후 나는 방금 확인한 사실을 통해서 알아낸 것을 데미리안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방금전 사실을 통해서 알아낸 것. 그것은 바로 어째서 차원 이동 마법이 실패했는지에 대해서였다. 데미리온과 데미니안. 이 두 드래곤이 1만 년이 넘는 시간동안 연구해서 만들어낸 마법진은 완벽했다. 뭐 하나 흠잡을 것이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그런 마법진을 사용하고도 실패한 이유. 나는 그것이 마나량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실패한 이유. 나는 그것이 마나량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해낸 이유는, 바로 불완전한 차원의 문을 유지하고 있는 마나의 양 때문이었다. 고작 1써클 마나의 절반에 해당하는 마나다. 그 마나가 수십 년 동안 열려있는, 내 눈앞의 불완전한 차원의 문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사실 덕분에 나는 차원 이동 마법이 실패한 이유가 마나의 양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말도 안 됩니다! 마나의 양이 많아서 마법이 실패하다니요!" "데미리안님, 저희 세계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정도를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요. 우리는 너무 고정관념에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만한 수의 마법진을 발동시키는 데는 엄청난 마나가 필요하다고 말이죠." "하지만 그게 보통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고정관념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이죠. 어느 날 한 레이디가 우산을 들고 외출을 나갔습니다. 그런데 그 레이디는 말도, 마차도 타지 않고 걸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레이디의 옷과 신발은 전혀 젖지 않습니다. 어째서 그 레이디의 옷과 신발이 젖지 않았을까요?" "그거야, 그 레이디가……," "참고로 그 레이디는 마법사도, 검사도, 정령사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입니다." 이어진 나의 말에 데미리안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나의 대답을 기다렸다. ("답은 60초 후에 공개하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날 비가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전 데미리안님께 레이디가 우산을 들고 외출했다고 했지, 비가 온다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데미리안님은 나의 말을 들으면서 당연히 비가 오고 있다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레이디는 우산을 가지고 나갔고, 저는 레이디의 신발과 옷이 젖지 않았다고 말했으니까요. 우산이란 말에서 비를 생각해낸 것. 그것이 바로 고정관념인 것입니다. 저희 역시 이와 같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그만한 마법진을, 그만한 마법을 시전하려면 엄청난 마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놓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 불완전한 차원의 마나가, 고작 1써클의 절반에 해당하는 마나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 나의 말에 데미리안은 인정하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데미리안은 입을 열었다. "그 말 인정하겠습니다. 차원 이동 마법이 실패한 이유가 엄청난 양의 마나 떄문이란 것 말이죠. 그리고 오늘, 좋은 것을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데미리안님, 전 내친김에 한 가지 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해보고 싶은 것이요. 그게 뭐죠?" "그것은 바로 차원 이동 마법을 완전히 성공시키는 것입니다." "……!!" 이어진 나의 말에 데미리안은 또다시 경악했다. 실패의 원인을 알았으니 이번에는 성공시키겠다고 하다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왠지 자신이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드래곤 하트의 마나량 때문이었다. 불완전한 차원의 문을 유지하는 마나의 양은 1써클 마나의 절반이다. 절반. 1써클. 1. 이 숫자 1 때문에 말이다. 아주 얕은 지식이긴 하지만, 숫자 1은 매우 신비로운 숫자라고 들은 적이 있다. 숫자 1은 크기로 뜻하면 작다, 양으로 치자면 적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렇지만 때로는 조물주를 뜻하기도 했고, 이슬람 국가에서는 신의 숫자로 칭해져 왔다. 그런 숫자 1이 들어간 1써클. 그 절반의 마나로 유지되고 있는 불완전한 차원의 문. 나는 1이란 숫자가 완전해지면, 그러니까 1써클의 마나가 갖추어지면 차원 이동 마법이 성공할 것이라고 나도 모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참으로 어이없는 자신감이다. 그 후 나는 아까 고정관념에 대해서 설명할 때와는 다르게 어설프게나마 알고 있는 지식을 끄집어내서 데미리안을 설득하는 데 힘써야 했고, 전의 고정관념에 대한 설득 때문에 쉽게 허락을 받아낸 수 있었다. "정말 1써클의 마나를 만드는 것만으로 차원 이동 마법이 성공할까요?" "숫자 1은 아주 간단하면서 신비로운 숫자랍니다." 나는 웃어보이며 천천히 손을 뻗었다. 1써클의 절반의 마나로 유지되고있는 드래곤 하트의 마나의 양을 1써클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조심스럽게 얹어진 나의 손, 그리고 그런 나의 손을 타고 흐르는 마나. 나는 점점 스며들기 시작한 마나의 양을 세심하게 체크하면서, 드래곤 하트의 마나의 양을 1써클 마나의 양만큼 만든 뒤 손을 뗐다. 우우우웅! 잠시 후! 눈앞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드래곤 하트로 스며든 마법진 때문에 회색으로 보이던 드래곤 하트가 밝은 흰색으로 바뀐 것이다. 나와 데미리안은 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재빨리 물러섰다. 우우우웅! 잠시 후, 공명은이 사라지면서 불완전한 차원의 문이 점차 사라져갔다. 그리고 얼마 후, 새하얗게 변한 드래곤 하트만이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사라진 불완전한 차원의 문. 나의 이론은 틀렸던 것인가. 역시 얕은 지식이었을 뿐인가. "……." "죄송합니……." "저것! 저것을 보십시오!" 촤아아아앙! 데미리온의 외침. 그 외침과 함께 벌어진 일은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바로 차원의 문! 완전한 차원의 문이 열린 것이다! 나는 볼 수 있었다. 완전하게 열린 차원의 문으로 보이는 관경을! 그 광경은 바로 내가 살던 곳! 내가 속한 세계였다! 분명 그랬다! 내가 그것을 확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집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의 가족들, 나의 소중한 이들이 살아가는 집이 말이다. 나는 당장에 그 차원의 문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아버지가, 어머니가, 누나가 있는 집을 향해서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그때, 차원의 문으로 비쳐지는 풍경은 변화했다. 변한 풍경은 바로 어머니, 어머니를 비추고 있었다. 못 본 사이에 꽤 마르신 듯 보이는 어머니. 어머니는 기도중이였다. 그 후 차원의 문은 계속 다른 풍경을 비추었고, 그 차원의 문이 비추는 것은 나의 가족들이었다. 그것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내가 주입한 마나가 드래곤 하트의 마법진들을 자극하여, 다른 풍경을 비추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차원의 문은 닫히고, 드래곤 하트는 다시 회복으로 되돌아갔다.(회색아닐까 싶네요...) 드래곤 하트의 마나가 다된 것이었다. "성공! 성공입니다! 차원 이동 마법이! 차원 이동 마법이 성공했습니다.!" "그렇군요. 축하드립니다." 기쁜 나머지 소리치는 데미리안. 나는 차원 이동 마법의 성공에 감격하고 있는 데미리안을 축하해줄 뿐이었다. 하지만 이내 데미리안은 기뻐하는 것을 멈추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무슨 문제가 있으십니까?" "아닙니다. 단지 방금전 차원의 문이 비춘 것이 아직은, 아직은 만날 수 없는 가족들이었기 때문에 기분이 조금 안 좋아져서 그런 것뿐입니다." "아……." 기뻐하는 데미리안의 모습에서 심술이 난 것일까. 나는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입 밖으로 내버리고 말았다. 그로 인해 데미리안은 나의 앞에서 기쁨을 표현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기에 조용히 있었다. 이때 나는, 아니 우리는 몰랐다. 방금 성공한 차원이동 마법이 어떤 위험을 초래했는지 말이다. * * * * * 암흑 제국의 수도 유토피아. 그곳에서는 지금 매우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밖에서 보기에는 음침하지만, 안쪽은 화려하기 그지 없는 유토피안의 안은 지금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갑자기 시작된 지진과 중앙의 성으로부터 솟아나기 시작한 거대한 마력 때문이었다. 쿠쿠쿠쿵! 쿠쿠쿠쿵! 쿠쿠쿠쿵! 계속되는 지진 속에서 유토피아의 건물이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건물에 깔려 상처입고, 때로는 죽는 사람도 나왔다. 지진속에서 사람들은 중앙의 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일어나는 지진의 근원은 중앙의 성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화를 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들은 흑마법사들의 편에 붙은 사람들. 이런 일이 있다고 한들,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 만약 화를 낸다면 흑마법사들이 자신들에게 제공한 모든 것을 빼앗고, 쫓아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빌었다. 어서 저 성에서 일어나는 일이 마무리되기를……. 그때, 성의 깊숙한 지하에서도 큰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어서 보고해!" 쿠쿠쿠쿵! 쿠쿠쿠쿵! 쿠쿠쿠쿵! 쩌억! 쿠쿵! "크아아아악! 발이! 발이 깔렸어!" "사, 살려줘!" 혼란에 빠진 것은 성 깊숙한 지하의 흑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지내던 방의 천장이 무너져서 달리가 깔려 고통스러워하는 이도, 무너진 천장에 깔려 죽는 이도 나왔다. 수많은 흑마법사들이 다치고 죽어갔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시작된 혼란 속에서 흑마법사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쳤다. "이건 그 의식과 관련된 것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혼란 속에서도 냉정을 유지하며 어딘가를 향해서 걸어나가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리벤지와 크루얼티. 암흑 제국의 궁정 마법사와 제1흑마법사 단장이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바로 666명의 흑마법사들에 의해서 의식이 진행되고 있는, 이곳의 가장 깊숙한 지하였다. 그들은 환희에 빠져 있었다. 혼란에 빠진 흑마법사들은 느끼지 못했지만, 냉정을 유지하고 있는 그들은 느낄 수 있었다. 이 지하뿐만 아니라, 지상까지 뿜어질 정도로 엄청난 양의 마력을! 진하기 그지없는 마력을 말이다. 그들은 더욱 속력을 높였다. 자신들의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의 존재를, 마황의 존재를 말이다. 뚝, 뚝, 뚝. 지진이 잦아질 때쯤, 그들은 가장 깊숙한 지하, 666명의 흑마법사들에 의해서 의식이 진행되던 지하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은 이미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의식을 진행하던 수많은 마법사들의 육편들, 그리고 그 육편의 주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피. 수백 명의 흑마법사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피의 호수를 이루었고, 육편은 그 피의 호수를 둥둥 떠다녔다.(ㄷㄷ...역겨워...) 그런 잔혹한 광경 속에서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의 앞에는 한 늙은 흑마법사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피의 호수에 닿을 듯이 숙이고 있었다. 그는 헤이트레드. 리벤지와 크루얼티의 스승, 흑마법사의 지배자라고 불리는 헤이트레드가 한 남자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이었다. "아아아!" 리벤지와 크루얼티는 피의 호수를 헤치고, 그 남자를 향해서 다가갔다. 로브가 피에 젖는 것도, 육편에 피부가 스치는 불쾌감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 남자의 근처에 다가갔을 때, 그들의 스승과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깊이 숙여 보였다. 그리고 외쳤다. "위대하신 마황을 뵈옵니다." "위대하신 마황을 뵈옵니다." [크크크! 크크크! 일어나라! 나의 종들이여! 그리고 선포하여라! 나의 강림을! 이 중간계의 지배자가 나타났음을! 나 탐욕의 마황 샤크바프론이 강림하였음!!](마지막에 을이 있어야 할텐데...) 마계의 마완중 한 명. 스스로를 마황이라 칭한 마왕. 탐욕의 마왕 샤크바프론은 모든 힘을 가지고 중간계에 강림했다. 그것은 너무도 잔혹한 운명의 장난이었다.(탐욕의 마왕은 벨로로폰일텐데....(능력복제술사...)) 11권에 계속 56장. 격변(激變) By. 에일리언 "하~ 암! 지루하다." 긁적긁적. '으으으! 지루하면 들어가서 디비 자던가!' '왜 여기서 뒹굴고 지랄이야!' '으으으! 썩을 놈!' 한스와 한나가 베일네스 영지를 떠난 지 벌써 보름이 지나 3주에 근접해가고 있는 그때, 베일네스 영지에 남은 메이와 레이를 비롯한 퓨리와 데인, 작은 한스는 각자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반면, 가장 연장자인 지크는 성벽 위에 누워 경비병들의 화를 돋우며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쩝! 아저씨, 뭐 먹을 것 없수?" "없습니다." '있어도 안 준다, 이놈아!' 지크의 갑작스러운 물음에도 성벽에 걸쳐 누워 있는 지크의 오른쪽의 경비병, 제크는 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속으로는 지크를 씹어댔다. 지크가 성벽에 나타난 것은 바로 일주일 전, 그 일주일 전부터 성벽 위에서 경계 근무를 하는 모든 경비병들은 지크를 증오했다. 그 이유는 의외로 사소한 것 때문이었다. 바로 방금 전에 지크가 요구한 먹을 것. 간식 때문에 베일네스 영지의 성벽을 경비하는 모든 경비병들은 지크를 증오했다. 고작 간식 정도로 사람을 증오하는 것이 신기하겠지만, 그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현재는 전쟁 중이다. 이미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진 전쟁으로 인해 식량이 적어, 각 영지의 영주와 기사들의 관리하에 식량이 철저하게배분되고 있다. 그렇게 부족한 식량을 조금씩 조금씩 아껴서 경비병의 아내, 혹은여동생들이 만들어준 것이 바로 간식이었다. 양은 많지 않지만, 그 간식들은 혹독한 바람이 불어오는 성벽 위에서 3교대 8시간 근무를 서는 경비병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귀한 것이었다. 그 이유에 사랑하는 가족들이 챙겨준다는 의미까지 더해지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그런 간식을 지크는 성벽 위에서 뒹구는 동안 매일같이 먹어치웠다. 처음에는 귀한 손님이라는 말에 경비병들은 뭐 먹을 것 없냐는 지크에게 눈물을 머금고 사랑스러운 마누라, 천덕꾸러기이지만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 혹은 동생, 거기에 귀하디귀한 딸이 챙겨준 간식들을 양보했다. 지크는 당연히 그 간식들을 모두 먹었다. 모! 두! 말이다! 모두! 단 한 번도 사양하지 않고! 처음에는 경비병들도 그냥 참고 넘겼다. 그렇지만 그것이 하루 이틀이 지나, 일주일이 흐른 지금은 지크를 증오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지크는 눈치가 둔한 것인지, 아니면 눈치가 없는 것인지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조금이라도 남겨!' , '적당히 먹어!' 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눈빛 속에서도 경비병들의 간식을 모두 먹어치웠다. 사람이란 것이 가끔은 사양할 줄도 알고, 얻어먹었으면 살 줄도 알아야지. 인정사정없이 단 한 조각의 간식도 남기지 않고 먹어버린 지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벽에서 근무하는 모든 경비병들의 공적이 되어 있었다. 성벽 제1공적, 지크는 오늘도 경비병들의 간식을 노리며(?) 성벽위에서 뒹굴고 있었다. "에이! 오늘 제크 씨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 제이미가 직접 구운과자를 챙겨 준 것 다 알고 있는데, 사람이 쩨쩨하게 그러지 말고 조금만 주슈." '이, 이놈이, 그걸 어떻게 알았지!' "음, 여기 있군." "어엇!" 콰직! "으음! 제이미, 아직 솜씨가 부족하구나." 지크는 어느새 경비병 제크의 가슴 안쪽, 과자가 든 주머니를 꺼내어 과자를 먹고 있었다. 소리를 들어보니 과자치고는 상당히 단단한것 같은데도 말이다. 그것을 보며 제크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심정으로 지크를 노려보았다. 하나뿐인 딸이 직접 만든 과자를 빼앗긴 것은 억울했지만, 어떻게 된 것인지 과자 수준을 뛰어넘는 강도를 지닌 과자를 전혀 아무렇지 않게 먹어주는 지크가 고마웠기 때문이다. 콰직! "쩝! 그래도 지난번보다는 나아졌네. 전에는 돌맹이 수준이었지만,지금은 자갈 수준이니까. 자, 그러면 베노 것도 접수해보러 갈까? 분명 베노의 애인, 미리가 쿠키를 구워줬겠지." "뭣이라!" 그때 제크 옆의 경비병, 미드가 소리쳤다. 그가 소리친 이유는 간단했다. 베노의 애인이라는 미리, 그녀는 바로 미드의 딸이었던 것이다. 어쩐지 귀여운 딸내미가 늘 챙겨주던 간식이 요즘 들어 횟수가 줄어든다 했는데, 신입 성벽 경비병 베노에게 그것을 주고 있었다니! 미드는 하나뿐인 딸내미를 노리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신입 성벽 경비병 베노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분노의 불꽃을 태우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미드는 자신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지금은 근무중. 아무리 딸내미와 관련된 일이라도 근무지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부르르르. 그렇지만 눈은 여전히 베노를 향했다. 그 눈빛을 느낀 것일까. 베노는 몸을 떨고는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미드가 그러는 사이, 지크는 어느새 베노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미드는 처음으로 증오의 대상이었던 지크를 응원했다. 어서 베노의 간식을 빼앗아먹어 버리라고, 저 놈팽이 같은 베노가 한 조각도 먹지 못하도록 남기지 말라고 말이다. 그때, 머리를 긁적이며 걸어가던 지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며 고개를 돌렸다. 그 표정은 지금까지 알던 지크와 너무도 어울리지 않게 심각하다고 미드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를 심각하게 만든 것이 무엇일까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응? 아무것도 없잖아?" 미드가 고개를 돌렸을 때 보인 것은 지금까지 봐온, 여느 때와 전혀 다를 것이 없는 풍경들이었다. 그에 다시 고개를 돌려 지크를 보았는데 지크는 여전히, 아니 예전보다 더욱더 상당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 당장 종을 쳐!" 그때 갑자기 지크가 종을 치라고 소리쳤다. 이 성벽 위에는 각각 4개의 종이 있다. 그 종은 바로 적이 쳐들어왔 때 치는 것으로, 영지 전역에 울려 펴지면 영지는 바로 비상경계 태세로 들어간다. 그것은 성벽 위에서 근무하는 경비병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종을 치라니. 성벽 위의 경비병들은 모두 뚱한 얼굴로 지크를 쳐다보았다. "내 말 안 들리나! 당장 종을 쳐!" 다시 소리치는 지크. 그러나 경비병들은 전혀 종을 칠 생각이 없는 듯 움직이지 않았다. 종을 치는 것은 영지를 비상경계 태세로 들어가게 한다는 것이다.그만큼 큰 의미를 가진 종을 잘못 치면 그 종을 친 경비병뿐만 아니라, 그 종을 치도록 둔 모든 경비병들이 처벌을 받는다. 특히 지금은 전쟁 기간이다. 전쟁 기간 중에 잘못된 종을 친 이와 그것을 방관한 이는 모두 사형이다. 그러니 경비병들이 섣불리 지크의 말을 듣고 종을 칠 리가 없었다. 스르릉! 우우우웅! "당장 종을 쳐라!" "소, 소드마스터!" 경비병들은 일시에 지크가 빼든 검에 맺힌 것을 보며 소리쳤다. 그것은 바로 소드마스터의 증거인 완성된 오러 블레이드,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경비병들인 그들조차 처음 보는, 완성된 오러 블레이드였다. 일주일간 자신들의 간식을 빼앗아먹고, 어떻게 된 것인지 자신들의 집의 위치에서부터 가족사항까지 모두 꾀고 있는 이, 지크가 소드마스터였다니! 경비병들은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런 경비병들을 보며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지크가 순간 뛰어나가, 순식간에 성벽 위의 종에 다다랐다. "모두 종을 치란 말이야!" 쾅! 댕! 댕! 오러가 감싼 주먹으로 친 종소리는 영지로 울려 퍼졌고, 그 후 정신을 차린 다른 성벽의 경비병들도 종을 치기 시작했다. 지크는 소드마스터이자, 범인의 경지를 뛰어넘는 감각을 지닌 이. 그런 지크가 종을 치라고 했으면 이유가 있을 것이고, 설사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해도 자신들은 적어도 벌로부터 무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울려 퍼진 종소리는 영지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그 종소리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한 가지 의미를 가지게 되었는데, 훗날 대륙의 격변(激變)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첫 종소리라하여 '격변의 종소리'라 불리게 되었다. * * * * * "정말 감사합니다. 한스님이 아니었다면 이 차원의 심장을 완성하지 못했을 겁니다." "아뇨, 제가 한 것은 별로 없는걸요. 오히려 제가 감사드려야죠. 그 차원의 심장을 빌려주시기로 하셨잖습니까." "그건 당연한 겁니다. 한스님이 아니었으면 완성도 못했을 테니까요." "……." 주르륵! "대장로님, 그렇게 긴장하실 것 없습니다. 데미리안님은 다른 드래곤들과는 다르신 분이니까요." "하하하! 그, 그렇습니까?" 너무 긴장하셨는지 이제는 나에게 존댓말까지 하는 노에른 대장로님. 이거 괜히 같이 왔나. 차원 이동 마법이 완성된 이후, 나와 데미리안은 함께 드워프 해븐에 와 있는 상태였다. 우리가 아까부터 말한 차원의 심장이란 바로 차원 이동 마법을 위한 마법진이 빨려 들어가 있는, 마나가 모두 사라진 드래곤 하트다. 더 이상 드래곤 하트라고도, 평범한 돌이라고도 부르기 힘들어진 그것을 우리는 차원의 심장이라고 이름 붙였다. 고작 1써클의 마나만으로도 차원과 차원을 연결하는 문을 여는 물건. 그것이 바로 차원의 심장이었다. 그 차원의 심장은 아직, 내가 원래 속한 세계와 이 세계밖에 연결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나와 데미리안은 만족했다. 나머지 것들, 다른 차원을 여는 것과 어째서 그 두 차원만이 연결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천천히 조사하면 되니 말이다. "오라버니, 그런데 이분은?" "아, 미안. 이분은 드래곤 로드를 제외한 유일한 10써클 마법의 계승자이자 10써클 드래곤, 데미리안님이라고 해. 데미리안님, 이쪽은 제 동생인 한나라고 합니다." "아, 한나님이시군요. 저는 데미리안이라고 합니다. 아까 들으셨다시피 한스님께 신세를 진 드래곤이지요. 조금 평범한 드래곤들과는 달라 많이 당황스러우시겠지만, 편하게 대하십시오. 대장로님도 편하게 대하십시오." "하하하! 어, 어찌 그, 그럴 수 이, 있겠습니까." 한나는 10써클 드래곤이란 말에 놀라워했고, 노에른 대장로님은 더욱 딱딱하게 굳어져서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거 이러다가는 대장로님이 쓰러지시겠는데. "대장로님, 일단 들어가서 쉬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노에른 대장로님. 왠지 몸이 안 좋아 보이시는군요." 나의 말에 뒤이어 데미리안이 말했다. 그는 대장로님이 자신을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하여 대장로님께 이 자리에서 벗어날 기회를 만들어주었고, 대장로님은 기회라는 듯이 간단하게 변명하고는 방을 나서셨다. 문밖에 나가자마자 주저앉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쓴웃음을 짓고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오라버니, 일은 모두 해결된 거예요?" "응! 여기 계신 데미리안님 덕분에 모두 해결됐어. 이제 이 세계의 문제들만 해결하면 돼." "그렇구나. 잘됐네요." 모든 일이 해결되었다는 말을 듣고는 왠지 힘이 없어 보이는 한나였다. 왜 그러지? 우우우! "……." "……." "응? 갑자기 왜 그러세요? 오라버니, 데미리안님." "느끼셨습니까, 한스님." "예. 이건 분명……." 갑자기 느껴진 엄청난 힘. 대기의 마나를, 대기에 퍼져 있는 생명과 죽음이 떨릴 정도의 엄청난 힘을 가진 존재가 이 중간계에 소환되었다. 우리는 각기 다른 길이지만, '단계'를 뛰어넘은 존재였기에 느낄 수 있었다.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이 엄청난 기운을 가진 존재를 말이다. 그런 우리의 행동을 이상하다고 느껴졌는지, 한나는 나와 데미리안을 번갈아 쳐다보며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엄청난 존재였다. 더구나 우리가 느낀 그 힘은 마(魔). 이만한 마의 힘을 지닌 존재를 생각하라면 떠올릴 존재는 하나, 바로 마왕이다. 그렇다. 마왕! 이 중간계의 마왕이 소환된 것이다! "오라버니, 대체 무슨 일이기에……." "……." 나는 한나의 물음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마왕이 중간계에 강림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일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마왕이 강림한 이상, 흑마법사들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그간 이어졌던 잠깐의 평화도 끝을 맺고, 곧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또한 방금 강림한 마의 기운은 뭔가 범상치 않았다. "이번 마의 기운은 범상치 않군요. 그 강함도 비정상적입니다." "이번의 마? 그게 무슨 소리신지?" "데미리안님, 분명 '이번'이라고 말하셨죠? 그렇다는 말은 예전에도……." "아닙니다. 제 나이가 아직 천 살도 되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이번과 같은 일을 겪었을 리가 있겠습니까." 데미리안님의 말에 의하면, 드래곤은 창조신에게 창조된 종족들 중 가장 마지막에 만들어진 종족으로서 이 중간계를 지켜야 할 임무를 가지고 만들어진 종족이라고 한다. 그런 드래곤들은 다른 차원의 존재에 대하여 각별히 민감한 감각을 지니게 되었고, 동시에 계속해서 이 중간계를 침입한 마와 신에 대한 감각을 기억과 함께 전해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기억들은 평소에는 아주 심층 깊숙한 곳에 가라앉아 있다가 이번과 같은 일이 일어나면 심층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데, 그 부작용으로 자신도 모르게 '이번'이란 단어를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자, 잠깐. 그 말은 중간계에 드래곤 심층의 기억이 떠오를 정도로 강력한 마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말인가요?" "말씀 그대로입니다, 한나님." "……." "그 정도로 강렬한 마라면 공작급의 마족이거나……." "마왕뿐이지요." 벌떡! 이어진 데미리안의 말에 한나는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며 아무 말도 못하고 나를 쳐다보았다. 한나의 눈빛은 그게 사실인지, 정말 맞는지 말해달라는 듯했다. 그런 한나의 눈을 쳐다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도 안 돼." 털썩. 한나는 그대로 자신이 앉아 있던 의자에 주저앉았다. 하긴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공작급의 마족만 중간계에 강림하여도 중간계는 큰 혼란에 빠진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왕일 수도 있다고 했다. 한나는 공작급 마족이나 마왕, 이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마왕이라고 단정 지었다. 이만한 마의 힘을 가진 존재는 마왕밖에 없으니 말이다. 데미리안의 말에 의하면 이번에 마의 힘은 범상치 않다고 했다. 강함이 비정상적이라고도 했고 말이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마왕의 힘이었기에 예전과 어떻게 다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만은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상대할 적은 '강하다'라는 것을 말이다. "아무래도 바빠지겠군요." "그러겠죠. 아무래도 드래곤 로드께서도 이 기운을 느끼셨을 테니, 모든 드래곤들을 소집하실 겁니다." 우우우우! 말이 끝나기 무섭게 느껴지는 기운. 그것은 바로 드래곤의 기운. 방금 전과는 다른 의미로써 대기의 마나를 울리는 기운이었다. 바로 이 대륙의 드래곤이 집합할 것을 알리는 것이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 기운을 느낀 데미리안은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우리를 향해서 웃어 보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가봐야겠군요. 드래곤 로드께서 전 대륙의 드래곤들을 소집하셨습니다. 아마 휴면기에 들었던 모든 드래곤들도 깨어나겠죠. 후~우! 왠지 긴장되는군요. 기억 속에서나 남아 있던 일이 이렇게 벌어지다니." "드래곤… 로드의 소… 집?" 한나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하긴 솔직히 나도 믿고 싶지 않은 상태다. 한나처럼 저렇게 넋을 놓고 있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단계를 뛰어넘은 나의 정신은 그것을 용납지 않았다. 나는 데미리안님을 배웅하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보십시오. 중간계의 안위에 걸린 문제니까요." "좀 더 함께 있고 싶었는데 아쉽군요." 데미리안은 정말로 아쉽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뭘까? "하지만 어쩔 수 없죠. 대신 이것을 받아주시겠습니까?" 데미리안이 아공간을 휘저은 뒤에 나에게 내민 것은 평범한 금색 반지였다. 이거 위험한 거 맞지? "이건 제 어금니로 만든 반지입니다. 제 기운이 가득 서려 있죠. 그 반지를 끼고 있는 동안에는 어디에 있든 한스님을 찾을 수 있습니다.그리고 제 어금니로 만들었다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점이 없는 반지입니다." "어금니로 만든 반지라……." "용아병으로 만드셔도 꽤 좋으실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제가 건 마법의 효과는 사라지겠죠. 그럼 나중에 돌아가실 때 곤란해질 겁니다." 아, 어째서 이 반지를 주나 했더니 그 부탁 때문이었군. 여기서 그 부탁이란 바로 차원의 심장. 내가 원래 속한 세계로 가는, 차원의 문을 열 수 있는 차원의 심장을 빌려 쓰는 일이다. 언제고 나는 돌아가야 한다. 이곳은 원래 내가 속한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 그렇기에 나는 돌아가야 했다. 물론 그때 난 지크 형과 동생들에게 말할 것이다. 내가 그간 숨겨왔던 사실까지 모두. 그들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지만 말이다. 일단 모든 일이 해결된 이후의 일이지만, 과연 지크 형과 동생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후~우!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그리고 한나님." "예? 아, 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 드래곤들도 있고, 옆에 한스님도 계시니까요. 그럼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히 계십시오." 팍! 그 말을 마치고 데미리안을 바로 사라졌다. 나는 사라진 데미리안의 자리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한나에게 다가갔다. 내가 다가오자 당황스러워하는 한나. 나는 그런 한나를 보며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한나는 화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역시 나이를 먹었다고는 하나, 어린 티가 남아 있구나. "그럼 한나야, 우리도 준비하러 갈까?" "준비? 뭘?" "그야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 준비지." 그렇게 말하고 나는 방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드디어 마왕이 이 중간계에 강림했다. 그것은 더 이상 흑마법사들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말. 그러니 어서 돌아가야 한다. 그곳으로,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베일네스 영지로. 그렇게 우리는 서둘러 베일네스 영지로 돌아갈 준비에 들어갔다. * * * * * 크르르르! 취익! 취익! 캬아아아! 키키키키! 크아아아아! "이거 정말 오랜만에 보는 몬스터 패밀리 종합 선물 세트로구먼." 베일네스 영지의 성벽 위에서 무장을 마친 지크가 돌아와서 제일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지크의 말대로 베일네스 영지로부터 상당 거리 떨어진 곳에 각가지 몬스터들이 대열을 갖추고 서있었다. 코블트, 고블린, 놀, 오크, 트롤, 오우거, 리자드맨. 거기에 보기 힘들다는 트윈헤드 오우거와 사이클롭스까지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땅 이에 굳건하게 서 있는 몬스터들을 설명한 것뿐. 몬스터들의 진형 앞, 땅속에는 록 웜을 비롯하여 샌드 웜과 자이언트 웜이 땅속을 헤집고 있었고, 하늘에서는 하피와 와이번, 그리폰과 전갈의 꼬리와 박쥐의 날개를 가진 맨티코어가 휘젓고 있었다. 지크의 말처럼 몬스터 패밀리 종합 선물 세트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몬스터들이 몰려 있었다. 거기에 수는 가히 엄청났고, 계속 늘어갔다. "저런 선물 세트라면 억만금을 쥐어줘도 안 받아요." "흠, 나라면 억만금을 주면 받아줄 생각이……." "하~아! 이런 사람들과 같이 싸워야 하다니, 한스 오빠하고 한나 언니를 따라갈걸." "하~아! 나도 방금 그 생각했어." 이런 저런 농담을 하면서 긴장을 푸는 지크와 데인이었고, 그런 둘의 행동을 보며 한숨을 내쉬는 메이와 레이였다. 퓨리는 몬스터들의 진형을 살피며 계속해서 찾고 있었다. 몬스터들을 조종하기 위해서는 흑마법사들이 필요하고, 이만한 몬스터들이 진을 치고 있는 이상 몬스터들을 컨트롤하고 있는 마법사들이 증폭 마법진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퓨리는 흑마법사들과 증폭 마법진을 찾기 위해서 모든 감각을 동원하고 있었다. 툭! 그때, 퓨리의 어께에 갑자기 누군가가 손을 올렸다. 바로 어느세 메이에게서 떨어진 레이였다. "왜 그러지?" "그게 소용없을 거라는 걸 가르쳐주려고요." "소용이 없다니, 무슨 뜻이지?" "흑마법사들과 증폭 마법진을 찾아도 소용없다고요." "……!" 레이의 말에 퓨리는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 흑마법사들과 증폭 마법진을 찾아도 소용없다. 그 말은 이 수많은 몬스터들이 흑마법사들에 의해서 조종 받지 않는다는 말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 베일네스 영지에 주둔하고 있는 에르니카 왕국의 중앙군이 다른 국가에 비해서 엄청난 수의 마법사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만한 수의 몬스터들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고, 거기에 몬스터들의 수는 계속 늘어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몬스터들을 조종하고 있는 흑마법사들을 처리하고, 몬스터들끼리의 상잔을 노리는 것이 최선의 수였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퓨리는 재빨리 생각하고는 곧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마족인가." "……." 끄덕. "최악이로군." 마족이 직접 몬스터들을 조종한다. 그것은 그야말로 현재 상황에서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흑마법사들이 몬스터들을 조종할 때에는 각가지 조건이 붙는다. 일단 몬스터들에게 주기적으로 마법 처리된 약품을 먹여야 한다. 거기에 정신 마법을 지속적으로 몬스터들에게 사용하여 본능을 억누루고, 명령에 따르게 해야 한다. 물론 높은 경지의 흑마법사의 경우에는 이 2가지 조건 없이도 가능 하지만, 조종하려는 몬스터들의 수가 늘면 높은 경지의 흑마법사들도 결국 낮은 경지의 흑마법사들과 마찬가지로 2가지 조건에 따라 몬스터들을 조종한다. 그렇지만 마족이 몬스터들을 조종할 때는 이런 조건도 필요 없다.단지 자신의 마력을 내뿜어 몬스터들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몬스터들을 조종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몬스터의 조상은 원래 마계에서 흘러나왔고,오랜 시간 동안 엮어졌다고는 하나 몬스터들의 피 속에는 계속 마력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 마력 속에는 보다 강한 마력을 지닌 존재를 따르라고 각인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은 최악 중의 최악이 된 것이었다. "마족이 나섰다는 것은 흑마법사 놈들이 본격적으로 전쟁에 나서겠다는 뜻인가." "아마도 그렇겠죠." "확률은?" "우리 쪽이 삼, 저쪽이 칠." "의외로 높군." "다만, 방어에 성공한 뒤 성벽은 그 효용을 잃겠죠." 성벽이 효용을 잃는다. 그것은 베일네스 영지를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베일네스 영지는 대영지다. 대영지인 만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베일네스 영지에서 살아가는 이들 중 40퍼센트가 전투가 가능하다는 것이지만, 나머지 60퍼센트는 비전투 인원. 영지를 포기하고 후퇴할 시에는 비전투 인원을 전투 인원이 호위하면서 후퇴해야 한다. 그것을 생각하면 방어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최악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한스 형과 한나가 되돌아온다면 어떻지?" "우리 쪽이 삼, 저쪽이 칠이에요." "똑같군." 그렇게 말하는 퓨리를 보고는 레이가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방어에 실패할 확률이 삼. 저들이 공격에 실패하고 후퇴할 확률이 칠이라는 뜻이에요. 자고로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렇군. 그럼 한스 형이 오길 빌어야겠군." 그 말을 듣고 레이는 얼굴의 웃음을 지웠다. 그렇다. 그것은 한스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되돌아왔을 때의 이야기 인 것이다.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내가 무리하는 수밖에." "에? 레이, 네가 혼자서 무리해서 어쩔려구?" 지금까지 딴 짓을 하면서도 퓨리와 레이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던 지크가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레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웃어 보이면서 말했다.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스스스스. 그 말과 동시에 레이의 그림자는 점차 넓게 퍼져갔고, 그곳으로 그림자가 솟아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점차 사람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레이의 그림자만이 아니었다. 성벽에 올라와 있는 모든 병력과 성벽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는 이들의 그림자에서도 그림자가 솟아나와 사람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어떤 그림자는 기사와 같은 형상을, 그리고 어떤 그림자는 마법사와 같은 형상을, 그리고 어떤 그림자는 용병과 같은 형상을, 또 어떤 그림자는 마치 어쌔신 같은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림자에서 솟아난 이들로 인해서 놀라고 있는 일행들을 보며 레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난 모든 그림자의 군주, 섀도 로드라고." 레이의 얼굴에 맺혀 있는 웃음은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그것은 강한 자신감과 당당함이 서린 웃음인 것이었다. 그렇게 그림자의 백성들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영지의 모드를 놀라게 했지만, 곧 퓨리의 확성 마법을 통해서 아군이란 사실을 통보하여 수습되었다. 간신히 그림자 백성들의 등장으로 인한 혼란이 수습되자, 이번에는 성의 외곽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크르르르! 취익!취익! 캬아아아! 키키키키! 크어어엉! 쿠쿠쿠쿠쿠! 바로 몬스터 군단이 일제히 진군을 시작한 것이다. 엄청난 수의 몬스터 군단의 진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성벽 위의 병시들을 비롯한 마법사와 지휘관들은 모두 손을 꽉 쥐었다. "자! 시작이군! 그럼 다녀올게!" "아앗! 레이!" 몬스터 군단의 대진군을 보고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섀도 로드, 레이가 갑자기 성벽에서 뛰어내렸다. 레이가 성벽에서 뛰어내리자, 베일네스 영지의 그림자의 백성들 역시 레이의 뒤를 따라 성벽 밖으로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물론 모두가그런 것은 아니었다. 레이를 따라간 것은 섀도 나이트와 섀도 워리어 뿐이었다. 파파파팍! "성안의 백성들의 지휘는 제리아에게 맡길게." [명을 받듭니다.] 슉! 엄청난 속도로 뛰어가고 있는 도중에 한 레이의 말에 한 줄기의 그림자가 다시 성으로 되돌아갔다. 그 그림자는 다름 아닌 레이의 친위대 중 한 명인 섀도 세이지, 제리아였다. "나이트의 지휘는 그람이, 워리어의 지휘는 드레이크가 맡아." [명을 받듭니다.] [옛썰!] 레이의 말과 동시에 섀도 나이트와 섀도 워리어들의 선두에는 각각한 명의 인물이 앞서 가고 있었다. 그들은 방금 전 레이가 명령을 내린 그람과 드레이크, 섀도 로드의 친위대 4명 중 2명이었다. 그림자의 영웅 섀도 히어로 그람, 그림자의 광기 섀도 버서커 드레이크, 그람자의 죽음 섀도 데스 얀, 그림자의 현자 섀도 세이지 제리아. 이로써 그림자의 군주, 섀도 로드 레이의 친위대 4명의 정체가 모두 밝혀진 것이었다. "그럼 시작해볼까? 나 모든 그림자의 군주, 빛과 어둠과 함께 존재해온 이들의 왕, 나 그대들에게 명하노라. 그대들과 함께해온 이들의 자유를 구속할 것을." 레이의 조용한 외침은 놀랍게도 대기를 타고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키익? 크륵? 취익? 바로 엄청난 속도로 진군해오던 몬스터 군단의 선두에 있는 몬스터들의 몸이 일제히 굳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방금 전 레이의 조용한 외침으로 인한 것이었다. 선두의 몬스터들은 자각하지 못했지만, 레이의 외침이 대기를 타고퍼져나감과 동시에 몬스터들의 그림자는 일제히 멈춰선 모양이 되었다. 몬스터들이 그대로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바로 그것 때문에 선두의 몬스터들이 일제히 몸이 굳어져버린 것이다. 그림자는, 빛으로 인해서 비추어진 물체의 모습이 그대로 비추어지는 것이다. 그 때문에 과거 사람들은 그림자가 빛으로 비추어진 영혼의 모습이라고도 했다. 과거 신화를 보면 그림자를 먹는 괴물이 적은 수지만 등장한다. 그것은 바로 그림자가 빛으로 인해서 그려낸 자신의 영혼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닌자 영화를 보면 그림자 속박술이라 하여 그림자에 표창 혹은 검을 꽂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데, 몬스터들이 일제히 멈춘 이유는 그것이었다. 빛으로 드러낸 영혼이라고도 하는 그림자, 그 그림자가 그림자의 군주인 섀도 로드 레이에 의해서 멈춰 서자, 선두의 몬스터들이 일제히 멈춰 서게 된 것이었다. 단지, 멈춰선 것뿐이지만 이어진 파급은 대단했다. 진군을 하고 있는 몬스터들의 수는 엄청나다. 거기에 몬스터들은 빠른 속도로 진군하고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만약 가장 선두에 선 몬스터들이 멈추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간단하다. 바로 넘어지는 것이다. 선두의 몬스터들을 시작으로 말이다. 크아아아악! 키이이이이! 꿰에에엑! 캬아아아악! 크어어어억! 퍼석퍼석! 콰직콰직! 우드득! 선두의 몬스터들이 일제히 멈춰 서는 바람에 몬스터들은 몸을 가누지 못했고, 계속 전군해오는 뒤쪽의 몬스터들로 인해서 밀려 넘어졌다. 그냥 적은 수의 몬스터라면 문제 될 것이 없었지만, 몬스터들의 숫자는 엄청났다. 그로 인해서 함께 진군해오던 몬스터들에게 밟혀 죽는 몬스터들이 발생했다. 소형, 중형 몬스터들은 그대로 대형 몬스터에게깔려 목숨을 잃었고, 대형 몬스터들 중에서는 죽지는 않았으나 치명상을 입어 더 이상 움직이기가 버거운 녀석들이 적지 않게 나왔다. 크아아아아! 크르르르! 취익! 취익! 캬아아아! 키키키키! 크어어엉! 그렇지만 몬스터들의 수는 아직도 많았다. 쓰러져 목숨을 잃은 몬스터들의 숫자도, 부상을 입어 움직일 수 없는 몬스터들의 숫자도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게 많은 수가 아니었다. 몬스터들은 부상당하고, 움직일 수 없는 몬스터들을 그대로 밟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림자의 군주 레이에 의해 넘어져 있는 몬스터들조차도 짓밟고 말이다. 그것을 보며 레이가 웃으면서 붉은 눈동자를 빛냈다. "제2탄! 간다! 나 모든 그림자의 군주, 빛과 어둠과 함께 존재해온 이들의 왕. 나 그대들에게 명하노라.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이들의 영혼이여! 그대들에게 실체를 주리니, 그대들의 의지에 따라 그 분노를 적에게 쏟아내라." 우우우웅! 슈슈슈슉! 이번에도 이어진 레이의 조용한 외침. 그리고 레이의 그림자를 시작으로 빠른 속도로 빠져나간 그림자들. 그 그림자들이 향한 곳은 같은 몬스터들에 의해서 짓밟힌 몬스터들의 시체가 있는 곳이었다. 몬스터들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스며든 그림자, 그림자들이 모두 스며들었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바로 짓밟혀 납작해진 시체들이 치워지면서 그곳으로부터 검은색, 그림자로 된 수많은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크아아아아! 크르르르! 취익! 취익! 캬아아아! 키키키키! 크어어엉! 그것은 바로 죽임을 당한 몬스터들의 그림자였다. 그림자 몬스터들은 몬스터들을 향해서 강한 적개심을 보이고는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 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림자의 몬스터들은 압도적으로 몬스터들을 밀어붙였다. 오우거의 괴력도, 고블린의 독도, 리자드맨의 팔시온도 그림자의 몬스터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 것은 바로 그림자로 이루어진 몬스터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림자의 몬스터들과 그림자의 기사, 그림자의 전사들은 계속 몬스터들을 몰아붙였다. 그리고 마침내 몬스터 대군의 진군은 멈춰졌다. "와우! 레이 꼬맹이, 대단하잖아!" "대단하네. 우리는 손놓고 있어도 되겠다. 안 그러냐, 작은 한스?" "그러게요. 제가 준비한 게 소용이 없겠는데요." 성벽 위에서 레이와 섀도 나이트, 섀도 워리어들의 활약을 지켜보며 지크와 데인, 작은 한스가 말했다. 작은 한스는 지금까지 에르니카 왕국의 마법사들과 함께 뭔가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준비를 마치고 성벽 위로 올라온 것이었다. 확실히 레이와 그림자의 백성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몬스터들의 진군이 상당거리에서 정체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되진 않을 겁니다." "히익!" "헉!" 성벽 위에서 레이와 섀도 나이트, 섀도 워리어가 몬스터들과 싸우는 것을 지켜보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림자의 현자, 섀도 세이지 제리아였다. "자, 모두 준비해주시죠." "응? 준비?" "뭘?" "아……." 제리아의 말을 알아챈 것은 작은 한스밖에 없었다. 작은 한스는 제리아를 말을 듣고는 바로 어딘가로 뛰어갔고,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지크와 데인은 제리아를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었다. "하~아! 지금까지 지켜봐왔지만 정말 둔하시군요." "하하하! 우리가 좀 둔하긴 둔하지." "우리라니. 둔한 건 지크 형뿐이잖아." "이놈이!" "옵니다!" 키아아아아! 크어어어엉! 꺄아아아악! 온다는 제리아의 말과 함꼐 날아든 것, 그것은 다름 아닌 비행형 몬스터들이었다. 그렇다. 지크와 데인은 잊고 있었던 것이다. 레이가 막아선 것은 지상형 몬스터들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준비하도록!" [예!] 제리아의 외침에 일제히 제리아와 비슷한 로브를 입은 그림자의 백성들, 섀도 피플들의 일부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림자이자 빛이 비추어진 이의 영혼, 나 그림자를 속박함으로써 그대의 영혼과 육체를 속박하리라. 섀도 바인드(Shadow Bind)!] 시전어가 외쳐지자 제리아를 비롯한 로브를 입은 섀도 피플들의 손으로부터 검은 끈, 그림자로 된 끈이 뻗어나갔다. 다만, 특이한 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하늘이 아닌 땅으로 뻗어나갔다는 점이었다. 땅으로 뻗어나간 그림자의 끈은 하늘을 선회하고 있는 비행형 몬스터들의 그림자를 속박하기 시작했고, 곧 비행형 몬스터들은 공중에서 날갯짓이 멈추더니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떨어져 내린 비행형 몬스터들은 영지 내에서 대기하던 병시들과 다린 섀도 피플들에 의해서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섀도 피플들은 하나 둘씩 목숨을 잃은 비행형 몬스터들의 그림자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비행형 몬스터와 똑같은 모습을 한 그림자 몬스터가 날아올랐고, 비행형 몬스터와 전투를 시작했다. 그림자 몬스터, 그것은 바로 섀도 피플의 특성, 흉내를 사용하여 변한 섀도 피플의 모습이었다. 그림자의 백성, 섀도 피플은 모든 그림자의 기본이자 레이에게 속한 그림자 군단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의 특성은 흉내! 그림자로 스며들어 그 특성과 모습을 흉내 내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방금 전 제리아와 함께 섀도 바인드를 사용한 그림자의 백성들은제리아를 흉내 낸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비행형 몬스터가 되어 날아간 섀도 피플 역시 그랬다. 그렇지만 섀도 피플은 단지 흉내일 뿐, 본래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섀도 피플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캬아아아악! 쿠쿵! 그때 들려오는 소리. 그것은 자이언트 웜의 비명 소리였다. 자이언트 웜의 비명이 들려온 곳에 있는 이들은 그림자의 어둠, 다크 섀도들이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땅의 어둠으로 스며들어 지하에서 자이언트 웜을 비롯한 웜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다크 섀도들의 특성은 그림자뿐만 아니라, 어둠에서 스며들 수 있었다. 그림자와 어둠이 있는 곳이면 어떤 곳이든 모습을 감추고 활동 할 수 있는 이들이 다크 섀도들이었다. 그렇게 레이의 그림자 군단과 베일네스 영지의 병력들은 힘겹지만, 압도적인 몬스터들을 상대로 버텨내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몬스터들은 후퇴하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의 후퇴는 베일네스 영지에 있는 이들에게 기적과도 같았다. "와아아아아!" "이겼다! 이겼어!" "살았다고! 살았어!" "크하하하하!" "다들 기뻐하는구먼." "헥헥! 당연하지." 기뻐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지크와 데인은 가히 보기 좋지 않았다. 몬스터들의 피로 샤워를 한 듯 지크의 갑옷을 비롯한 머리카락에서는 몬스터들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소환수들을 다수 소환하여 전투를 벌인 데인 역시 창백한 얼굴로 웃어 보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남은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아마도 조금 여유가 생긴다면 하나 둘씩 슬퍼하기 시작할 것이다. 지크는 그렇게 생각했다. "모두들 괜찮으세요?" "아아, 우리는 괜찮다." "난 안 괜찮아. 아아아! 머리 아파." "……." 전투가 잠시 멈춰지자 지크 일행은 한데 모여들기 시작했다.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을 익힌 퓨리와 메이는 몬스터들이 피에 젖거나 다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지쳐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이 둘은 수많은 언데드들을 소환했으니 말이다. 그나마 멀쩡한 것은 작은 한스였다. 얼굴이 굉장히 지쳐 보이긴 했지만 전투 중에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안쪽에서 일부 에르니카 왕국의 마법사들과 뭔가 하고 있었기에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모두 모여 있네요." "아! 레이." "수고했다." "에고! 덕분에 살았다." "또 쳐들어오면 부탁해!" "아… 그게 힘들 것 같은데." "뭐라고!" 힘들 것 같다는 레이의 말에 모두는 일제히 소리쳤다. 지금까지 레이와 그림자 군단은 엄청난 활약을 했고, 몬스터들의 진군을 최대한막으면서 성으로의 접근을 막았다. 어디 그뿐인가. 비행형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까다롭기 그지없는 웜들까지 처리한 것이 그림자 군단 아닌가. 그런데 힘들 것 같다니. "왜, 어째서!" "너와 그림자 군단이 있어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때 갑자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레이 옆에 제리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크 일행의 시선은 레이에서 제리아에게로 옮겨갔고,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주목되자 제리아는 천천히 몸을 돌려 손으로 가리켰다.아름답게 지고 있는 핏빛 노을을……. "로드께서 힘들 것 같다고 하신 이유는 바로 저것 때문입니다." "아." "아." "응? 알아챈 거야? 뭐야? 뭔데," "지크 오빠, 눈치 좀 키워." "형, 내가 힌트를 줄게. 여기 레이의 지위는?" "섀도 로드." "섀도는?" "그림자." "그림자는 뭐가 있어야만 존재하지?" "아." 메이의 말에 그제야 알아차린 지크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렇다, 레이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바로 곧 해가 지기 때문이다.레이와 그림자 군단의 근본은 그림자!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빛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그 빛이 곧 사라지고, 어둠만이 가득한 밤이 온다. 그 말은 그림자 군단의 힘이 약해짐을 뜻하는 것이었다. 물론 밤에도 빛은 있다. 하늘에 달이 떠 있으니까. 그렇지만 태양의 밝기에 비하면 약하지 그지없는 달빛. 그 정도의 빛으로는 낮의 그림자 군단의 힘을 낼 수 없었다. 다만, 한스가 돌아온다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아빠, 어서 오세요.' 레이는 그렇게 지는 해를 보며 간절히 한스가 돌아오길 빌었다. * * * * * "의외로 인간들의 저항이 거센걸."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뿐입니다." 몬스터 군단의 진형 가장 안쪽. 그곳에서는 두 인물이, 아니 두 존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두 존재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긴 하지만 사람이 아니었다. 바로 마족! 어둠의 종족! 악마라고도 불리는 마족이었다. "그나저나 그 인간과 함께 있던 이상한 놈들은 뭘까? 거슬리는걸." "감히 트라큼님을 거슬리게 하다니! 당장 아이들을 풀겠습니다." "아아, 괜찮아. 나중에 풀어. 전투가 시작되면 말이야." 트라큼, 그는 작위를 지닌 마족. 겨우 남작급이지만 작위 계급의 마족이었다. 그는 이번 베일네스 영지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와 함께 그의 휘하 마족, 그리고 일부 흑마법사들이 몬스터들과 함께 베일네스 영지를 맡게 된 것이었다. 솔직히 이번 대대적인 공격에는 다수의 마족들이 나서고 있었다.이미 국경선의 상당수 영지는 이미 함락되었고, 다음 것은 지크 일행이 있는 베일네스 영지와 한두 영지 뿐이었다. "살아남은 인간들, 굉장히 기뻐하고 있구먼. 하지만 곧 그 기쁨을 절망과 고통으로 만들어주지. 키키키!" "키키키!" "마족들이, 흑마법사들이, 드디어 우리의 원수들이 활동을 시작했다." "때가 되었군." "드디어 갚아줄 수 있게 되었어. 크크크!" "드디어, 드디어로군. 드디어 이 빌어먹을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어. 이 증오하는 힘을." 어둠, 작은 빛조차 새어들어 오지 않는 어둠 속에서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른 남자의 목소리와 여자의 목소리, 거기에 노인과 어린아이의 목소리도 있었다. 스르륵. 그때, 한 남자가 일어섰다. 그러자 일시에 그 어둠 속에서 희열에 찬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던 이들이 입을 닫았다. 그는 여기 있는 모두를 불러 모은 이, 이들에게 복수할 방법을 알려준 이, 그들이 증오하는 이들과 같은 힘을 가지게 만든 이였다. 그는 그 자리의 모든 이들에게 증오의 대상이었으며, 동시에 감사의 대상이었다. 그들에게 증오해 마지않는 힘을 가지는 방법을 가르쳐준 동시에 복수할 방법을 제시한 이였으니 말이다. "간다." 그런 그의 한마디에 그 어둠 속에 있는 모두는 증오의 불꽃을 불태웠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의 소중한 이들을 앗아간 이들을 향해서 그간 어둠 속에서 날카롭게 벼려왔던 복수의 검을 빼들었다. 복수는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made by 백곰 57장 모두의 활약 결국 해는 지고 밤은 찾아왔다. 어둠은 인간에게 편안한 안식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견딜 수 없는 공포를 선사한다. 그리고 그 때가 바로 지금이었다. 크르르르! 취익!취익! 키키키키. 크아아아아! 캬아아아! 크어어어엉! 짙은 어둠과 그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몬스터들의 고함 소리. 그것은 전투를 끝내고 쉬고 있는 이들에게고, 성벽 위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병사들에게도 크나큰 공포로 다가왔다. 쉬고 있는 이들은 그 공포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고,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거 문제가 심한걸." "그러게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쉬어야 도움이 될 텐데." "이건 적의 전술이라는 걸 두말할 필요도 없겠군." "마족 주제에 머리 썼네." "달이 떴군. 레이, 너와 그림자 군단이 낼 수 있는 힘의 정도는 얼마나 되지?" "그게... 낮의 30퍼셋트 정도......." 퓨리의 질문에 레이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레이, 그그렇다고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잖아. 네 잘못도 아니고 말이야." "맞아, 맞아." "레이 아가씨, 지금부터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지크와 퓨리가 레이를 위로하고 있던 그때 나서는 이가 있었다. 바로 뱀파이어 후작, 아니 힘만으로는 뱀파이어 나이트급이 된 잭이었다. 잭의 뒤에는 낮에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잭의 수하들, 50여 명에 이르는 뱀파이어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잭!" "낮에 나서지 않은 것, 사죄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밤. 밤은 저들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저의 어둠의 귀족, 뱀파이어의 시간이기도 하죠. 지금부터는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그 말을 남기고 잭과 뱀파이어들은 안개화 능력을 사용하여 안개가 되어 사라졌다. 말할 사이도 없이 안개가 되어 사라진 뱀파이어들이 향한 곳은 몬스터 군단의 진형이었다. 그들은 안개가 되어 몬스터들 사이를 누비며 뭔가 찾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흑마법사들이었다. '찾았다.' 안개화하여 몬스터 군단의 진형을 누비던 뱀파이어들은 결국 흑마법사들을 찾아냈다. 그들이 발견한 흑마법사들의 수는 14명. 각각 4서클과 5서클 수준의 흑마법사였다. 그들은 마족들이 쉴 때에 몬스터들을 관리하기 위해서 파견될 흑마법사들 중 일부였다. 그런 흑마법사들을 발견한 뱀파이어들의 안개는 흑마법사들의 천막에 천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잠시후, 안개는 그 천막을 나와 다른 흑마법사들을 찾아다녔고 그것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크아아아! 크르르르! 취익! 취익! 캬아아아! 키키키키! 크어어엉! 퍼억! 콰쾅! 파지지직! 몬스터 군단의 진형에 대혼란이 일어났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바로 마족들이 쉬는 동안 몬스터들을 관리하가 위해서 파견된 흑마법사들이 모두 뱀파이어들에게 매혹되었기 때문이었다. 뱀파이어들의 특수한 능력 중 하나인 매혹. 그거을 통해서 뱀파이어들은 흑마법사들에게 일정한 시간에 몬스터들과 함께 난동을 피우도록 했다. 그리하여 몬스터 군단의 진형에는 대혼란이 일어난 것이었다. 몬스터들은 이유도 모르고 흑마법사들의 통제에 의해서 같은 진형의 몬스터들과 전투를 벌였고, 그것은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 "트, 트라큼님, 가, 감히 흑마법사 녀석들이 미쳤는지 몬스터들을 가지고 난동을 피오고 있습니다." "이이! 당장 죽여 버려라!" "하지만 그 흑마법사들은......." 퍽! "쳐 죽이라면 죽여!" "큭! 아, 알았습니다!" 트라큼의 주먹에 얻어맞은 마족은 빠른 속도로 날아가, 매혹에 빠져서 몬스터들을 가지고 난동을 부리는 흑마법사들을 향히 마력탄을 날렸다. 그렇지만 매혹에 걸린 흑마법사들은 그대로 마력탄을 맞아주지 않았다. 매혹에 걸렸다고는 하나 생존 본능은 남아 있었기에 마력탄을 막아니고는 그대로 반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쿠터 마법까지 난사하기 시작한 흑마법사들에 의해서 몬스터들은 상당한 피해를 입었고, 어둠 속의 혼란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결국 흑마법사들이 모두 처리된 이후 겨우 혼란은 잠재워졌다. 으득! "피해는 얼마나 되냐?" "거, 그것이... 흑, 흑마법사라는 모든 흑마법사들이 나, 난동을 피워......." "피해가 얼마나 되냐는 내 말 못 들었나!" "나, 남은 몬스터들 중 약 오, 오분의 일 정도의 몬스터들이 쓸모없게 되었습니다." "으으으!" 수하의 보고에 드라큼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남은 몬스터들 중 5부의 1. 처음 드라큼에게 배졍된 몬스터들의 수는 3만. 이동하면서 서로 잡아먹어 줄어든 몬스터가 약 3천정도. 뭐, 그때는 그 3천의 몬스터들이 약한 고블린이나, 코볼트, 놀 정도였기에 상관없었다. 하지만 여기 와서 전투가 시작되고부터는 뭔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인간과 함께 있는, 인간이 아닌 이상한 녀석들의 참전. 그 녀석들의 참전으로, 간단하게 함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인간들의 영지를 해가 질 때까지 함락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때도 괜찮았다. 줄어들기는 했지만, 약 1만 8천 마리의 몬스터들이 남아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절반 정도는 남겨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인간을 상대로 전술이란 것을 사용했다. 밤새 몬스터들을 울게 하여 잠을 못 자게 한뒤, 아침이 되자마자 쳐들어간다는 전술을 말이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흑마법사들의 난동으로 인해 남은 몬스터들의 5분의 1에 해당되는 몬스터들이 쓸모없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트라큼은 분노했다. 몬스터들의 수가 줄었기 때문에 화가 난것이 아니었다. 단지 자신의 전술이 고작 인간에게 통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들에게 당했다고 생각했기에 화가 났던 것이다. 이건 알아보지 않아도 인간들의 짓이다. 트라큼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인 정답이었고 말이다. "으으으! 당장 전투 준비를 해라! 나도 참전하겠다!" "예!" 방금 전까지 자신의 주인인 트라큼의 분노에 몸을 떨던 마족은 힘차게 대답하여 막사에서 나갔다. 막사에서 벗어난 마족의 얼굴은 희열에 차 있었다. 트라큼이 전투에 참여한다. 그것은 그 휘하의 마족들 모두 전투에 참여한다는 말도 되었기 때문이었다. 마왕, 아니 스스로를 마황이라 칭한 마왕의 소환이 있은 후 드디어 인간의 피를, 그 살점을 파해칠 수 있게 된 것이니말이다. 그는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트라큼 휘하의 마족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빨리 전투가 시작되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마족들은 전투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마족 남작 트라클과 그 휘하의 마족이 전투 준비에 들어가고 있을 때, 흑마법사들을 매혹해 혼란을 야기한 잭과 뱀파이어들은 이미 성으로 귀환한 뒤였다. "잭! 수고했어! 역시 잭과 뱀파이어들은 대단한데!" "역시 잭과 뱀파이어들의 매혹은 대단하군." "안개화 능력과 매혹 능력을 이용한 작전이라. 뱀파이어가 아니면 못해낼 작전이네. 과연 아빠의 부하야." "칭찬 감사드립니다." 메이와 지크, 레이의 칭찬에 잭과 뱀파이어들은 고개를 숙여 보이며 감사를 표했다. 잭과 뱀파이어들에게 방금 시행했던 작전은 익숙한 일이었다. 한스가 돌아오기 전 전쟁중에 한나를 따라다니며 오늘과 같이 안개화와 매혹 능력을 이용하여 적군의 혼란을 야기하고, 동시에 수뇌부를 암살했던 일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그것보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으음, 그렇군. 아직 적들은 우리보다 많으니까." 지크는 그렇게 말하면서 성벽 밖의 몬스터들을 바라보았다. 현재 몬스터들 사이의 혼란은 이미 잠재워진 상태. 그런데도 몬스터들은 상당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거기에 상당히 강한 투기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크는 그것을 느끼고는 곧 일어날 일을 잠작할 수 있었다. 이제 곧 몬스터들과 마족들이 쳐들어올 것이다. 이것은 어느 정도 시력이 되고, 상황을 파악할 줄 아는 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던 사실이었다. "작은 한스." "예." "아무래도 너와 마법사들이 준비한 것이 뭔지는 모르지만 쓸 때가 돈 것 같다. 그거 위력은 확실한 거냐?" "예! 여러 단점이 있긴 하지만 위력은 확실해요!" "좋아! 그럼 당장 뛰어나가서 준비하도록!" "옛썰!" 작은 한스는 지크의 말에 경계를 한 뒤에 바로 뛰어나갔다. 이후 지크는 일행들에게 지휘를 내려 전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전투 준비에 바쁜 것과 다르게 여유 있게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을 한가롭게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지금까지 모두에게 잊혔던 언데드 파라오, 한스의 형제인 라오였다. "흐음." [위대하신 파라오시여.] 라오가 현재 있는 곳은 예전에 한스가 한나와 함께 올라왔던 베일네스 영지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다. 라오는 그 지붕에 누워 있었는데, 그곳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가만히 누워 있는 라오의 옆에는 제사장 2명이 서 있었다. "왜 그러지?" [위대하신 파라오시여. 감히 말씀드리옵건데 저분들은 위대하신 파라오의 형제께서 소중히 여기시는 분들. 위대하신 파라오님은 저분들에게 손길을 내밀지 않으실 생각이신지요.] "아아, 그것 때문인가." 제사장의 말을 들으며 라오는 성벽 위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지크 일행을 바라보았다. 상당 거리 떨어져 있지만 라오에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성벽 위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지크 일행의 얼굴에는 전혀 어두운 기색은 없어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패배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은 그들에게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 있었고, 미소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 미소의 중심에는 항상 지크가 있었다. 지크가 가끔씩 하는 장난스럽고 철없는 행동은 그들에게 힘을 주고 있었다. 적어도 라오는 그렇게 생각했다. "과연 형제가 형이라고 부를 만한 이군." 그렇게 말하며 라오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누워버렸다. 그에 제사장은 잠시 당황스러운 표정을 하다가 다시 진중하게 라오를 불렀다. [위대하신 파라오시여.] "걱정할 것 없다. 저들은 나의 형제의 소중한 이들. 그들은 형제의 짐이 아니다. 그들은 강해. 그리고 그가 오고 있으니 문제 될 것 없다." [모든 것은 위대하신 파라오의 뜻대로.] 한참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베일네스 영지와는 다르게 그로부터 날쪽으로 상당 거리 떨어진 영지, 크로딘은 이미 마족에게 함락된 상태였다. 크로딘에 주둔 중이던 주둔군은 소국 연합 아일런트의 중앙군이었다. 중앙군 중 제일 약했던 아일런트 중앙군이 있는 크로딘 영지는 베일네스 영지와는 너무도 다르게 빠르게 무너졌다. 그것은 베일네스 영지를 강자들이 보유하고 있었고, 중앙군이 상당수의 마법사로 이루어진 에르티카 왕국의 중앙군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이외에도 처음부터 마족이 나서지 않은 것과 다르게 크로딘 영지는 처음부터 몬스터들과 마족이 함께 나섰다는 점이 달랐다. 처음부터 몬스터와 함게 나선 마족은 압도적으로 크로딘에 주둔하고 있던 소국 연합 아일런트의 중앙군을 몰아붙였고, 결국 해가 지기 전에 크로딘 영지는 함락당하고 말았다. 꿀꺽꿀꺽! 꿀꺽꿀꺽! "크크크! 역시 술은 인간의 피랑 섞어 마셔야 제 맛이야! 크크크!" "맞습니다! 키키키!" 퍼석! 크로딘 영지를 함락히킨 몬스터 군단을 이끄는 마족 남작 카라둠은 술잔으로 사용하던 두개골을 박할내고는 웃으면서 오른편을 지켜보고 있었따. 그의 오른쪽에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묶여 있었다. 그들은 바로 생존자들. 크로딘 영지가 함락당하고 살아남은 생존자들이었다. "으아아앙!" "사, 살려주세요!" "안 돼! 안 돼!" 줄줄줄. "크크크! 살고 싶어서 발버둥 치는 인간들을 보니 술이 더 당기는구나. 크크크! 자, 이번에는 어떤 것을 술잔으로 쓸까?" 사람들은 카라둠의 희열에 찬 눈길을 피하기 위해서 모두 고개를 돌리고 떨기 시작했다. 이미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카라둠에게 죽임을 당하고, 그 두개골은 술잔으로 사용되었다. 그것을 지금까지 지켜본 사람들은 정신을 놓거나 기절해버렸고, 정신을 놓지 않은 이들은 공포에 떨며 카라둠에게 선택되지 않길 간절하게 빌고 있었다. "키키키! 카라둠님, 오늘은 과음하신 것 같은데 그만 하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음... 그럴까." 그때 카라둠 옆에서 간사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는 마족이 손을 비비며 말했고, 그에 그나마 정신을 부여잡고 있던 사람들은 희망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곧 이어진 카라둠의 말에 그들은 다시 공포에 몸을 떨었다. "그럼 딱 한 잔만 더하고 끝내기로 하지. 크크크!" 고개를 좌우로 돌려 살피기 시작한 카라둠의 눈에 띈 것은 이제 10살이 됐음직한 여자 아이였다. 여자 아이는 카라둠과 눈이 마주치자 곧 심하게 떨기 시작했다. 미치 경련을 일으키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은 꽤 마셨으니 작은 걸로 끝내야겠군." "아, 아빠!" "아, 안 돼!" 콱! 여자 아이에게로 뻗어지는 카라둠의 손을 막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 여자 아이의 아버지였다. 그는 자신의 딸에게 뻗어지는 카라둠의 손을 있는 힘껏 물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힘낸 적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전력을 다하여, 필사적으로 물었다. 그러나 카라둠의 손에서는 전혀 피가 흘러내리지 않았으며, 그 얼굴에도 고통스러운 표정은 떠올라 있지 않았다. 오히려 즐겁다는 표정이 대신 자리를 잡고 있었다. "크크크! 이거 마지막에 좋게 됐군." 휙! 부웅! "크헉!" "아빠!" 카라둠은 손의 아버지를 매단 채 손을 휘둘렀고, 소녀의 아버지는 그대로 날아가 무너진 벽에 부딛쳤다. 하지만 정신을 잃지 않고 어떻게든 일어나 카라둠을 막으려 하였다. "크크크! 잘 비켜보거라. 네 딸아이의 머리뼈로 술을 마시는 나의 모습을......." "안 돼! 안 돼! 안 돼!" "아빠!" 콰직! 무엇인가 부서지는 소리. 그 소리에 소녀의 아버지는 절망에 빠졌다. "아빠!" "아! 에리!" 그런데 갑자기 들려온 딸의 목소리에 소녀의 아버지는 단번에 놓으려 했던 정신의 끈을 부여잡고, 자신의 딸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아까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의 손은 검게 물들어 있었다. 그 남자의 손을 검게 물들인 것, 그것은 바로 키라둠의 머리를 형성하고 있던 마력이었다. "카, 카라둠님!" 털썩! 스스스. 아무리 귀족 계급의 마족이라도 머리가 부서져서 살 수 없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주듯, 머리가 박살나버린 카라둠의 몸뚱이는 그대로 쓰러져 검은색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카라둠의 머리를 박살내버린 자, 그는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상복을 입고 있었다. 거기에 박살내버린 힘과는 다르게 오히려 가냘퍼 보일 정도로 말라 있었다. "너, 너는 누구냐!!" "......." 카라둠의 수하였던 마족들은 숨을 죽이며 그 남자를 바라보았따. 어느 사이엔가 나타나 자신의 주인의 머리를 부숴 죽인 자. 그렇다는 말은 자신들보다 강자라는 말도 되었기에 숨을 죽인 것이었다. 그리고 마족들은 언제든 뛰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살기 위해서, 도망치기 위해서 말이다. 카라둠을 죽인 남자는 고개를 돌려, 지금까지 카라둠이 술잔으로 사용한 두개골들을 바라보았다. "스물넷." "뭐라고?" "스물넷이로군."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 "너무 쉽게 죽였군. 경솔했어." 남자는 마족들을 무시하면서 말했다. 그에 마족들은 화를 내지만, 누구도 달려들지 못했다. 잠시 카라둠의 몸뚱이가 쓰러진 곳을 보던 남자는, 주위의 마족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포근하고 친근했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너무도 섬뜩했다. "죽어라." 파파파팍! 그 말과 동시에 남자의 몸에서 뿜어진 검은 빚줄기가 순식간에 마족들의 심장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커걱! 바, 방금 그, 그힘은 마, 마력! 다, 당신도 마, 마족이면서 어째서......." 한 마족은 이 말을 남기고는 목숨을 잃었고, 그의 시체는 그대로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그 자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분명 들었다. 마족들을 모두 죽인이 남자가 마족이라는 것을 말이다. 마족이 마족을 죽인다. 그들은 믿을 수 없었다. 마족을 죽인 남자가 마족이라는 말에 놀라고 있는 그때, 남자는 천천히 여자 아이, 에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여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때 남자의 표정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 했고, 그에 사람들은 남자가 마족이라는 사실조차 잊고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그 후 남자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몸을 구속하던 밧줄을 모두 잘라 자유롭게 해주고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말과 마차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며 사람들을 떠나도록 했다. 워낙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남자가 하라는 대로 따르며 곧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아저씨!" 스윽. 한 아이의 부름. 에리라 불린 여자 아이의 부름에 뒤돌아 걸어가던 남자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감사합니다." 에리란 여자 아이는 그런 남자에게 고개를 숙이며 웃어 보였고, 이내 자신의 아버지의 품에 안겨들었다. 에리의 아버지 역시 남자를 향해서 고개를 숙여 보였고, 이내 마차는 점점 멀어져 갔다. 그렇게 멀어져가는 마차를 보던 남자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당장이라도 울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혼잣말을 내맽었다. "에나야......." 에나, 그 남자의 딸. 과거 10여 년 전, 로시아 제국의 수도에 있었던 마물을 출몰. 그때 마물의 씨앗을 먹고, 마물의 모체가 되어서 최초로 목숨을 잃은 소녀의 이름이었다. 여자 아이를 구하고, 마족에게 마족이라고 불린 이. 그는 한 명의 복수자. 자신의 딸의 시체와 자신의 딸의 몸에서 나온 마물의 시체조차 먹어치운 한 명의 복수자였다. 당장이라도 울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그는 천천히 표정을 바꿔 환희에 찬 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복수는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크아아아아! 키키키키! 취익! 취익! 캬아아아아! 크어어엉! 크르르르르! 화르르르! 화르르르! 파지지직! 쩌저적! "크윽! 그만 죽어라! 마족! 폭뢰!" "크윽! 제법이구나! 인간!" 파지지직! "그만 죽어! 소울 스트라이크!" 베일네스 영지. 그곳에서는 인간과 마족이 이끄는 몬스터들이 생사를 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지크와 메이는 힘을 합하여 마족 남작 트라큼을 상대하고 있었다. 현재 지크와 메이 연합이 조금이지만 트라큼을 압도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것은 지크의 검강이 파마(破魔)의 힘을 지닌 뇌기(雷氣)를 띠고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메이가 각종 저주와 공격 마법. 그리고 언데드를 이용하여 다른 몬스터들이 방해하지 못하도록 받쳐주었기 때문이었다. 트라큼은 귀족 계금의 마족. 겨우 남작이긴 하지만 그 강함은 소환되어 있는 일반적인 상급 마족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이미 마족과 실력자 간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데인과 섀도 나이트, 퓨리와 섀도 버서커, 레이와 제리아. 이렇게 각각 팀을 짜서 적게는 둘. 많게는 3명의 마족을 상대하고 있었다. 현재 마족과의 대결은 지크 일행이 조금 압도하고 있었지만, 전체적인 상황은 오히려 압도당하고 있었다. 실력자들이 마족을 상대하기 위해서 싸우고 있다 보니,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것은 주둔군인 에르니카 왕국의 중앙군과 베일네스 영지의 경비대였다. 몬스터의 수는 많이 줄었고, 그림자의 군단이 싸우고 있긴 했지만 낮보다 약해진 상태였기에 밀리고 있었다. "제길! 이 빌어먹을 마족을 어서 처리하고 가야 하는데!" "말할 시간있으면 어서 죽이기나 해! 오빠!" "으아아아! 죽여주마! 인간들!" 그때 갑자기 트라큼이 고함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크게 숨을 들이켜며 마력을 내뿜었다. 순식간에 검은 연기에 뒤덮인 트라큼! 트라큼의 전시을 뒤덮은 검은 연기는 점차 농도가 짙어지더니, 이내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형체를 이룬 검은 연기는 마치 갑옷과 같았다. 양어깨와 헬틈에는 거대한 뿔이 달려 있었고, 양팔에는 50센티정도 되는 칼날이 자리 잡고 있었다. "크크크! 자금부터가 시작이다! 지금부터 내 진짜 힘을 보여주마!" "짜식! 갑옷 좀 입었따고 우쭐대긴! 죽는 건 너야! 인마!" 그렇게 소리치긴 했찌만 지크는 긴장하고 있었다. 갑옷을 입은 뒤 트라큼의 마력이 더욱 강해졌기 때문이다. 지크는 단지 마력으로 만든 단순한 갑온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지크의 생각은 옳았다. 지금 트라큼이 입은 갑온은 마갑(魔鉀)이라 불리는 물건으로, 귀족 계급의 마족에게만 주어지는 마력의 갑옷이었다. 이 갑옷은 마왕이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마족에게 줄 수 있는 일종의 권능으로, 마족의 힘을 강화시켜준다. 또한 소유자가 죽으면 그대로 마왕에게 돌아간다. 이 마갑은 역시 계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강해지며 그 정점에 선 것은 마왕의 갑옷, 마왕갑(魔王鉀)이다.이 마왕갑을 가져야만 마계에서 마왕으로 인정받는데, 그것을 마왕들이 어떻게 얻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나, 이 마왕갑과 마갑은 서열을 정하는 마족 간의 전투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서열을 정할 때에는 오로지 순수한 힘으로만 쟁취해야 하는 것이 마족의 법칙이었다. 그렇기에 마갑을 사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높은 계급의 마족은 강했다. 때문에 그런 마갑을 사용한 트라큼의 힘은, 방금 전 지크와 메이를 상대로 싸웠을 때보다 적어도 2배는 강해졌을 것이 분명했다. "왜 그러나? 공격 안 하나? 크크크!" "한다, 해!" 팍! 까가가가강! "크크크! 간지럽군." 앞으로 뛰어나가면서 한 공격. 갑옷의 강도를 시험하기 위해서 검강이 아닌 검기를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또한 내부에는 충격도 없다. 이거 만만치 않겟는걸.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여유 있는 웃음을 보였다. "페럴라이즈! 슬로우! 본 스피어!" "크크크! 그런 마법 따위는 이데 소용없다!" 휙! 파악! 메이가 시전한 저주 마법과 본 스피어는, 마갑을 착용한 트라큼의 마력이 실린 손짓에 허무하게 사라졌다. 그것은 마갑에 주여된 강한 마법 방어력 때문이기도 했지만, 증폭된 마력 때문이기도 했다. "이거 난감하게 됬네. 그나저나 작은 한스 녀석, 대체 뭐 하는 거야!" 우우우웅! 그때, 대기의 마나가 크게 진동하면서 베일네스 영주성에서 빛이 뿜어졌다. 그것을 보며 지크는 웃어 보였다. 방금 그 빛으로 한스가 준비한 마법이 시작되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우우웅! [위대한 자연이여! 위대한 마나여! 우리 그대에게 바라노라. 우리 그대들에게 원하노라. 이 세상에 침범한 것. 순수한 어둠도, 순수한 악도 아닌 것. 혼돈에서 태어나 타락해간 어둠에게 그 위대한 힘을 보여줄 것을! 그대들의 힘을 보여줄 것을!] [위대한 자연의 심판(Grand Natural Judgment)!] 빛과 함께 베일네스 영지 전역으로 퍼져나간 영창! 그리고 외쳐진 시전어! 그 후 베일네스 영지 전역에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바로 하늘에 각색의 기운들 빨간색, 파란색, 황토색, 초록색, 그리고 금색. 이렇게 각각의 색을 띤 기운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것은 각각 화(火), 목(木), 금(金), 토(土)의 기운들이었다. 이것은 작은 한스가 지크에게 들은 오행설을 기초한 마법으로서, 그간 한나와 돌아다니면서 흑마법사와 몬스터들을 상대하며 만들어낸 마법이었다. 작은 한스가 지크에게 들은 것은 그야말로 오행설의 기초 중의 기초였다. 오행생극(五行生剋)과 오행상생(五行相生), 오행상극(五行相剋). 이 기본 이치를 들은 뒤, 혼자서 고심한 끝에 이론으로만 만들어 낸 마법이 바로 방금 시전된 위대한 자연의 심판, 그랜드 내추럴 저지먼트(Grand Natural Judgment)였다. 오생상생(五行相生), 금생수(金生水), 수생목(水生木), 목생화(木生火), 화생토(火生土), 토생금(土生金). 이 기본적이고도 위대한 상생의 이치를 통해서 만들어진 마법, 그랜드 내추럴 저지먼트가 이 세상에 처음 시전된 것이었다. 이론으로만 완성되었던 마법을 에르니카 왕국의 속성 마법사들과 작은 한스가 시전해낸 것이었다. 그랜드 내추럴 저지먼트로 인해서 깨어난 자연의 기운, 오행의 기운은 하늘에서 상생의 이치에 따라 계속해서 키워갔다. 그 크기는 갈수록 커져갔고, 이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이 오행의 기운들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오직 몬스터들을! 마족들을 말이다! 한나와 함께 흑마법사들과 몬스터들을 상대해왔던 작은 한스는 늘 생각했다. 자신의 아군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적에게는 엄청난 타격을 주는 마법을 말이다. 그러던 중, 연구중이던 오행의 이치를 마법에 응용했다. 오행상성은 순천(順天)의 힘, 반면 마력은 역천(逆天)의 힘! 그것을 이용해서 마법을 연구하고, 이론적으로 완성시켰다. 그렇게 오늘 이 자리에서 시전된 마법이 바로 그랜드 내추럴 저지먼트였다. 이것은 오로지 마력을 지닌 존재를 공격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대마공격마법(大魔功擊魔法)이었던 것이다! 콰콰콰콰쾅! 크아아아악! 키이이이익! 캬아아아악! 꿰이이이익! 그랜드 내추럴 저지먼트는 쉼 없이 몬스터돌과 마족들을 내리쳤다. 기운이 떨어지면 물러나 오행상생의 이치로 그 힘을 다시 키워 몰아쳤다. 그것이 그랜드 내추럴 저지먼트의 공포였다. 몇 번이나 다시 힘을 회복하여 몰아치는 그 무서움이 말이다. 이후 그랜드 내추럴 저지먼트는 대마공격마법으로서 마법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다. 그랜드 내추럴 저지먼트가 멈춘 것은 마법을 발동한 속성 마법사들과 작은 한스가 탈진해 쓰러지고 난 뒤였다. 5서클 이상의 총 1백 명의 속성 마법사. 거기에 한스가 탈진할 정도로 그랜드 내추럴 저지먼트는 엄청난 마법이었다. 그랜드 내추럴 저지먼트가 끝났을 때, 지크 역시 모든 것을 끝낸 상태였다. "커걱! 이, 이 비겁한!" "비겁이고, 나발이고 이기면 장땡인 거야!" 그랜드 내추럴 저지먼트가 모든 마족을 공격한 것처럼 그 공격 대상에는 트라큼 역시 들어가 있었다. 정확히 트라큼은 마갑을 발동시킨 이후였기에 그랜드 내추럴 저지먼트의 기운에 더욱 집중적으로 당했다. 하지만 마갑의 마법 방어력과 마력이 있었기에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만약, 지크가 없었다면 말이다. 그랜드 내추럴 저지먼트가 트라큼을 몰아쳤을 때, 지크는 검에 검강을 맺은 채 트라큼을 공격했다. 정확히 공격한 곳은 마갑의 목 이을새! 한 번에 깨지진 않았지만 지크는 짧은 순간 검을 진동시키는 동시에 검강을 회전시켰고, 검의 진동과 검강의 회전으로 인해서 마갑은 결국 부서져 지크의 검에 주인의 목을 내주었다. 털썩! 스스스. "......." "......." "와아아아아!" 한동안의 침묵! 그리고 승리의 함성! 결국 승리는 베일네스 주둔군과 영지군이 차지하게 된 것이었다. "하~ 아! 드디어 이겼구먼. 그나저나 작은 한스 녀석, 그런 마법을 사용하다니 대단한걸." 이 말은 지크의 진심이었다. 그랜드 내추럴 저지먼트의 힘은 오직 마력을 지닌 존재만 공격했다. 그렇기에 지크가 트라큼의 목에 검을 박아 넣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만약, 다른 여타 마법처럼 적군 아군 구분 없이 공격하는 마법이었다면 생각할 수 없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베일네스 영지에서 일어난 전투는 승리로 끝났지만, 대륙을 휩쓴 전쟁의 불꽃은 이제 막 타오르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Made by 월령 퍽! "크윽!" "인마! 왜 이리 늦었어!" "맞아. 우리가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 "한나 언니! 보고 싶었어" "저도요!" 부비부비. 부비부비. "그래그래. 나도 너희들 많이 보고 싶었어." 한나의 품에 안겨서 얼굴을 비비는 메이, 그리고 메이의 나이대의 모습으로 변해 메이와 같은 행동을 하는 레이. 그와 다르게 남자 군단에게 둘러싸여서 잔소리를 듣는 나.. 이거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 내가 도착한 것은 바로 얼마 전, 전투가 끝난 지 30여 분 쯤 되는 시점이었다. 베일네스 영지는 그야말로 처참함, 그 자체였다. 성벽은 여기저기 무너져 있었고, 영지 내에 멀쩡한 곳은 영주성을 비롯한 중심지 근터의 집들과 전투가 벌어지지 않은 서쪽 지역뿐이었다. 동쪽 지역은 몬스터들의 시체와 사람들의 시체로 넘쳐났다. 내가 도착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지쳐서 쉬고, 아니 주저 앉아 있엇다. 수많은 몬스터들을 상대로 승리했다는 기쁨도 없이, 그저 지쳐서 쉬고 있었던 것이다. 승리이긴 하지만 상처뿐인 승리.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살아남은 병사들은 상관들에게 명령을 받아 전사한 병사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시작했고, 영지민들도 그것을 돕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은 마법으로 집이 무너진 곳이나 성벽이 무너진 곳에 생존자가 없나 확인하기 시작했고, 나와 한나 역시 그것을 돕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들을 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와 한나는 지크 형 일행과 만나게 되었다. 모두 상장히 지쳐 보였고, 자잘한 상처도 많았지만 다행히 무사했다. "그런데 작은 한스가 안 보이네요?" "아, 작은 한스는 지금 지쳐서 쉬고 있다. 그 녀석이 엄청난 짓을 벌였거든." "엄청난 일?" "아아, 그건 나중에 천천히 설명해주마 그런데 갔던 일은 잘됬냐?" 작은 한스가 엄청난 일을 벌였다고? 흠……. 나는 작은 한스가 벌인 일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지만, 지크 형의 물음에 신중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후~우! 아무래도 말해야겠지. "지크 형, 그리고 퓨리, 데인" "응? 왜, 형" "왜 그러시죠?" "셋 모두 잠깐 따로 이야기 좀 하자." 이렇게 말하며 나는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셋은 의아한 표정을 하면서도 나를 따라왔다. 어느 정도 걸었을까. 사람들이 없는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간 뒤, 나는 뒤를 돌아 모두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내가 할 이야기를 들은 뒤에 어떤 표정을 지을까? 후~우! "형, 언제까지 한숨만 쉴 거야? 자, 이야기해보라고. 우리를 이렇게 부른 이유~!" "말해보시죠." "……." 말하기를 재촉하는 데인과 퓨리. 그렇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조용히 나를 쳐다보고 있는 지크 형. 나는 그 셋을 쳐다보며 잠시 가만히 있었다. 후~우! 이야기해야지. "우리와 관계된 것이면 차원 이동과 관련된 이야기냐?" "……!" "뭐!" "……!" 내가 말을 꺼내기 전에 지크 형이 꺼낸 말은 나를 놀라게 만들었고, 나의 놀랍다는 반응에 지크와 퓨리는 눈을 부릅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평소에는 가볍고 장난스러운 지크 형이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이다. 지크형, 의외로 날카로운 데가 있군. "맞아. 내가 형과 너희들을 따로 부른 이유는 차원 이동 떄문이야." "그럼 그랜드 월로 갔던 것은 차원 이동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였군." "으응." "보아하니 성과가 있었던 모양이구나." "저, 정말! 그, 그럼!" "우린 돌아갈 수 있는 겁니까?" "……." 끄덕! "아자!" 나의 대답에 데인이 소리쳤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 가족이 있는 곳으로.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돌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쁜지, 데인은 웃는 얼굴로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런 데인을 보며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나는 이 셋에게 숨겼던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내가 게임을 통해서 지금 있는 이 세계와 원래 세계를 오갈 수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후~우! 탁! "데인, 진정해라!" "형! 돌아갈 수 있대! 집으로! 집으로 말이야!" "알아. 아니깐 진정해." "……." 너무도 기뻐하는 데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진정시키는 지크 형. 그런 지크 형의 얼굴을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단지, 진지할 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지크 형이었지만, 평소의 가볍고 장난스러운 행동으로 감추어졌던 연륜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지크 형과 데인을 지켜보는 퓨리는 무표정했지만, 꽉 쥐어진 주먹은 떨리고 있었다. 그렇게 지크 형이 데인을 진정시킨 뒤, 모두는 나를 바라보았다. "자, 그럼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까? 시작해라." "……." 나는 이야기를 시작하라는 지크 형의 말에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지크 형과 셋을 바라보았다. 눈을 빛내며 조금이지만 들뜬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데인, 무표정으로 여전히 주먹을 쥔 채 나를 바라보는 퓨리,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다르게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지크 형. 나는 이 셋의 얼굴을 바라본 뒤, 한 발자국 물러나서 천천히 몸을 숙였다. 그리고 세 사람 앞에 무릎을 꿇었다. "혀, 형!" "……!" "……." 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날 부르는 데인. 아마도 퓨리 역시 놀란 표정을 짓고 있겠지. 과연 지크 형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한, 한스형, 가, 갑자기 뭐 하는 짓이야!" "일단 일어나시죠." "……." "……." "지크 형도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고 말 좀 해! 한스 형에게 일어나라고!" "……." "한스." "……." "이야기해봐라. 네가 우리 앞에서 이렇게 무릎 꿇고 사죄할 일이 뭔지 말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고개를 들어야겠지." "형,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다." 나는 지크 형의 말대로 무릎을 꿇은 채 상체만 일으켰다. 그리고 그 던분에 볼 수 있었따. 지크 형의 진지한 눈빛을 말이다. 그런 지크 형 옆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을 한 데인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까 전과 달라지지 않은 것은 오직 퓨리뿐. 퓨리만이 처음과 마찬가지로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모두를 잠시 바라본후, 입을 열었다. "내가 이 세계, 우리가 살아온 세계와는 다르게 풍부한 마나와 몬스터들이 존재하는 이 세게에 오게 된 것은 형과 데인, 퓨리 모두보다 훨씬 ㅂ라라. 아마도 운이 좋았다면 이 세계에 최초로 넘어온 이계인이겠지. 아, 잠깐! 정정할게. 오직 영혼만 넘어온 이계인이겠지." "……!" "……!" 나의 말에 놀라는 모두를 그대로 두고, 나는 모든 것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내가 어떻게 게임을 통해서 이곳으로 넘어왔는지, 어떻게 이곳이 현실인 것을 알았는지, 그리고 형들을 속이고 나만이 현실과 이곳을 오갔다는 사실도, 그 옛날부터 오늘까지 있었던 일 모두를 말이다. 데인은 나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놀라워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했다. 지크 형은 그저 나를 진지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퓨리 역시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쳐다볼 뿐이었고 말이다. "그러니까 게임의 캐릭터와 영혼만이 이 세계로 넘어왔었다고?" "응." "그 덕분에 현실에서 마법을 사용했다고?" "응." "거기에 현실에서는 마족이 나타나고, 몬스터 출몰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암약 단체까지 모습을 드러냈다고?" "응." "하하하! 그걸 우리에게 믿으라고? 순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다." 나는 데인의 물음에 모두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면서 말하는 데인에게 확인시켜주듯이 말해주었다. 내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라고 말이다. "그럼 지금까지 우리를 속여온 거네?" "……." "자그마치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말이야." "데인, 그건……." "맞잖아! 속여온 거! 자그마치 십 년 동안 말이야! 자기는 현실과 이곳을 오가면서 가족들과 지내고! 우리는 이 세상에 내버려둔채……." 짝 "말이 심하다, 데인." 이성을 잃고 흥분하고 있는 데인의 빰을 친 것은 바로 무표정하게 있던 퓨리었다. 방금 전에도 여러 번 나를 변호하려 했던 퓨리가 데인의 뺨을 친 것이었다. "하하하. 그래, 같은 네크로맨서라 이거지! 그래, 해보자. 한번 해보자고!" 퍼억! "X신 같은 놈!" "혀, 형!" 이번에 나선 사람은 바로 지크 형이었다. 지크 형은 마나를 끌어올리는 데인의 복부에 강하게 주먹을 박아 넣었고, 데인의 몸은 ㄱ자로 꺾여졌다. "커걱!" "X신 같은 놈! 할말이 그것뿐이냐? 너 정말 마법사가 맞긴 하냐! 단순한 내 머리로도 이해했는데 마법사인, 그것도 고서클 마법사인 놈이 그것도 이해 못해! 그리고 너 귀머거리냐? 십 년을 속여? 한여름에 얼어 죽을 소리를 하고 있네! 넌 십 년 동안 한스가 우리 옆에 있었다고 생각하는 거냐!" "지, 지크형!" "한스! 넌 가만히 있어! 이 자식! 완전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고 하잖아! 우리가 굶주리고, 목숨을 위협받았을 때,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이 세계에서 떠돌고 있을 때 우리를 구해준 것이 누구냐고! 바로 한스다! 한스는 사실 우리를 찾을 팰요도 없었다! 우리와 혈연이 이어진 것도 아니었고! 안면이 있는 사이도 아니다! 우린 완전히 남남이었단 말이다! 그런데 한스는 우리를 구해주고, 말과 글을 가르쳐줬다. 그뿐이냐! 네가 배운 마법과 내가 배운 검술은 어디서 나온 거냐! 바로 다 한스가 가르쳐준 거다! 그런데 방금 전 네 행동은 뭐냐! 이 X신 X끼야!" 퍽! 퍽! 퍽! "형! 진정해! 그러다가 데인이 죽겠어!" "하~아! 하~아! 놔! 좋은 말할 때 놔라, 한스. 이 녀석은 좀 맞아야 돼. 이 녀석, 그렇게 안 봤는데 순 또라이잖아! 이런 놈은 좀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고!" 나는 계속 데인을 패려는 지크 형을 잡아 말렸다. 그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데인이 정말로 맞아 죽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난생처음 보는 지크 형의 분노한 모습은 정말 무서웠다. 평소에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화를 내면 무섭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지크 형에게 맞아 바닥에 쓰러진 데인을 향해 퓨리가 다가가, 회복 마법을 사용해주고는 골목의 벽에 기대게 했다. 그리고 퓨리는 숨을 헐떡이고 있는 데인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데인, 한스 형에게도 다 사정이 있었던 거다. 그리고 난 형이 우리를 속였던 것을 오히려 고맙게 생각항다." "……!" 내가 속였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는 퓨리, 그리고 그 말에 눈을 부릅뜨는 데인. 퓨리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만약, 한스 형이 방금 말한 사실을 말했다면 우리는 어떻게든 현실의 부모님과 연락을 취하려고 했을 것이다. 거기에 계속 한스 형에게 의지하려고 했을 것이다. 형은 아마도 우리의 부탁을 들어주었겠지. 물론, 그때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만족할 줄 모르는 동물. 혼자만 현실을 오갈 수 있는 한스 형을 질투하고, 미워하게 되었겠지. 그렇게에 난 한스 형이 우리를 속인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 "그 덕분에 우리는 이 세계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힘을 키웠고, 이렇게 강해질 수 있었으니까. 물론, 화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도 사람인데 화가 나지 않을 순 없지. 하지만 지금은 화가 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한스 형이 우리를 대한 태도는 전혀 거짓이 아니었으니까. 모두 진실이었으니까. 데인, 넌 한스 형이 지금까지 우리를 대한 태도가 거짓이라고 생각해?" "……." "……." "제길! 제길! 제길! 나도 안다고, 알아! 제길!" 데인은 소리치면서 주먹으로 계속 바닥을 내리쳤다. 우리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그저 조용히 있었다. 데인은 단지 혼란스러웠던 것뿐이었다. 그 혼란을 어떻게 배출해야 할지 몰라 분노라는 감정으로 나에게 표출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나는 조용히 심호흡으로 분노를 삭히고 있는 지크 형과 데인에게 회복 마법을 걸어주고 있는 퓨리를 바라보았다. 모두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잠시 후 우리의 분위기는 어색함, 그 자체였다. 물론, 지크 형과 퓨리 덕분에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긴 했지만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저기 한 번 죽었다는 말, 사실이냐?" "아, 응. 현실에 진짜 육체가 남아 있는 덕분에 살아나긴 했지만 말이야." 먼저 말한 사람은 지크 형이었다. 이 어색함을 어떻게든 하려는 모양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되도록 밝게 이야기했지만, 분위기는 나아질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 그리고 이곳 시간하고 현실의 시간비가 이십 대 일이란 말 사실이야?" 이번에 말을 꺼낸 것은, 조금 놀랍게도 데인이었다. "으응. 모두 사실이야. 차원 이동을 할 수 있는 아티팩트는 드래곤이 가지고 있긴 하지만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고, 시간비도 내가 직접 경험한 일이야." "오오! 그렇다면 우리가 그곳에서 사라진 지 겨우 일 년 조금 안 된거냐, 조금 넘었다느 말이군!" "말이 그렇게 되는군. 거기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마법사들과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으니, 우리가 그곳으로 돌아가도 활동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군!" "오오오! 그렇게 되는군!" 지크 형은 과도하게 오버를 하며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 위해서 힘을 썻고, 그에 퓨리도 분위기를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 덕분에 분위기가 조금 밝아지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어색함은 가시지 않았고, 지크 형과 퓨리의 대화도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어쩔 생각이야? 이대로 돌아갈 생각이야?" "……." "……." "……." 데인의 말에 우리는 일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돌아간다. 그래, 언젠가 돌아가야 한다. 이곳은 원래 우리가 속한 세계가 아니고, 우리가 속한 세계에는 가족들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난 조금 시간을 두고 돌아갈 거야. 이 세계에도 소중한 이들이 남아 있고, 지금 이 세게는 혼란스러워져 있으니까. 거기에 그냥 간다면 내 데스로드라는 호칭이 아까워지지." "말 한번 잘했다!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지! 돌아가기 전에 영웅 한번 돼보는 거다!" "영웅이라…괜찮군." "하~아!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지크 형님! 우리 어디 한번 마왕을 무찌르는 영웅이 돼보자고요!" "오오오! 역시 영웅하면 마왕을 무찔러야지! 뭔가 통하는데, 데인! 마왕아! 어서 나타나라! 이 지크님의 정의의 검을 받기 위해서!" "그럼 곧 볼 수 있겠네." 순식간에 밝아진 분위기는 내가 한 말로 인해 다시 싸늘해졌다. 나는 딱딱하게 굳은 지크 형과 데인을 보고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얼마 전에 마왕이 강림했거든." "그거 농담이지?" "미안하지만 진담이야. 정의의 용사 지크님, 그리고 대마법사 데인님, 부디 열심히 하세요." "말도 안 돼!" * * * * * 암흑 제국의 수도, 유토피아는 얼마 전과는 다르게 외각뿐만 아니라 성벽 안마저 흑마법사들의 수도답게 변해 있었다. 검게 물든 대지, 실의에 빠져 있는 사람들, 굶주림과 무법자들이 날뛰는 도시로 말이다. 예전과 다르게 유토피아가 이렇게 변한 것은 수도 정중앙의 성에서 검은빛이 뿜어지고 나서부터였다. 그 후부터 사람들은 점점 미쳐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 성으로부터 뿜어진 마력의 영향이었다. 성에서 뿜어지는 마력이 사람의 말을 변화시키고, 주변의 환경마저 변화시켰던 것이다. 하늘은 항상 먹구름이 몰려 햇볕이 들지 않았고, 먹구름은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거기에 땅 역시 죽은의 땅으로 변해갔다. 아니, 죽음의 땅이라기보다는 마물의 땅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했다. 지금까지 중간계에서 볼 수 없었던 식물과 동물들이 조금씩이지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암흑 제국의 수도, 유토피아는 전설 속의 마왕의 거처가 되어갔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이기도 했다. 암흑 제국의 수도 중심에 있는 성에는 마황이라고 칭하는 마왕이 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유토피아 중앙의 성. 중앙성의 황제의 홀에는 총 5명이, 아니 다섯 존재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마족이었다. 하나, 그들의 겉모습과 겉으로 내뿜어지는 기운은 전혀 마족의 것이라고 볼 수 없었다. 황제의 홀에서 유일하게 앉아 있는 이, 인자해 보이는 노인의 모습을 한 이. 포근한 미소를 띠고 있는 이. 중간계에 강림한 마왕. 스스로를 마황이라 칭한 마왕 시크바프론이었다. "인간들, 의외로 강하군그래. 허허허!" 스스로를 마황이라 칭한 마왕 시크바프론은 황제의 홀에 앉아 모든 것을 지켜보고,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수하이자,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귀족 계급의 남작급 마족의 눈을 통해서 말이다. 샤크바프론이 몬스터들과 함께 보낸 남작급 마족의 수는 총 40명.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 남작급 마족은 총 130명인 것을 생각하면 3부늬 1을 보낸 것이었다. 거기에 그 남작급 마족과 함께 간 수하 마족들의 수까지 생각하면 굉장한 숫자가 몬스터들과 함께 떠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중 그들의 눈을 통해서 전장을 볼 수 없는 곳이 무려 26곳이나 되었다. 또한 샤크바프론이 내린 마갑 26개 모두 그에게로 돌아온 상태였다. 그 말은 26명이나 되는 남작급 마족이 목숨을 읽었다는 소리. 마왕인 그가 보낸 40명의 마족 중 무려 26명이나 죽었기에 기분이 좋지 않을 만도 한데, 그의 얼굴은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 "자네들도 보았겠지?" "예, 폐하." 그의 말에 네 존재는 동시에 대답했다. 그들은 마왕의 최측근인 공작급의 마족들이었다. 그들은 현재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그들의 원래 모습도, 자주 사용하는 모습도 아니었다. "역시 폐하의 혜안(慧眼)대로 다른 마왕들의 마족들이 힘을 쓴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역시 남작급 마족을 보낸 보람이 있군." 다른 마왕들의 마족들이 힘을 썼다. 그것은 바로 목숨을 잃기 직전 남작급 마족과 싸웠던 마족들의 모습 때문에 오해하고 있는 것이었다. 죽은 26명의 남작급의 마족들 중 20명은 함락에 성공했으나 다른 마족의 공격에 모습을 잃었고, 그모습을 샤크바프론을 비롯해 그의 측근들은 모두 볼 수 있었다. 마족이 중간계에서 마족을 죽인다. 마계에서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중간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중간계에서는 마족의 소속을 따지지 않고 상급자를 따르는 것이 법칙이었으니 말이다. 그 법칙을 깨고 마족을 죽인다. 그것은 그들의 상관의 명령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이것은 마계의 법칙으로 인한 그들의 오해였다. 마계에서 중간계로 소환된 마족은 사실 완전히 죽는 것이 아니다. 마계에서 중간계로 넘어오면서 자신의 힘의 3분의 2를 두고 오니 말이다. 그렇지만 죽는 것은 죽는 것. 만약, 소환된 마족이 중간계에서 죽음을 맞이하면 마계에 두고 온 힘으로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중간계의 죽음도 죽음이라면 죽음이라고 할 수 있다. 부활하는 데 걸리는 시간 동안 다른 마족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고, 더욱 강해져갈 테니 약육강식의 세계인 마계에서는 죽음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들도 나를 막을 순 없을 것이야. 난 모든 것을 걸고 이 세계로 왔으니 말이야." 그 순간, 인자하고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는 노인, 스스로를 마황이라 칭한 마왕 샤크바프론의 몸에서는 엄청난 양의 마력이 내뿜어지기 시작했다. 쿠쿠쿠쿠! 우르르릉! 그 마력으로 인해 대지가 흔들리고, 하늘에서는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샤크바프론이 내뿜는 마력. 그 양은 가히 엄청났다. 지금까지 인간의 손에 의해서 소환된 마왕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전부를 가지고 중간계로 강림되었으니 말이다. 마왕으로서의 모든 힘을 말이다. 마왕으로서의 모든 힘을 가지고 강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는 해냈다. 바로 불완전한 차원의 문으로 인해서 생긴 차원의 틈으로 인한 것. 얼마 전, 한스와 데미리안이 차원의 문을 완성함과 동시에 크게 벌어진 차원의 틈 덕분에 그 일을 해낸 것이었따. 물론 그때 이후 차원의 틈은 모두 닫혀버렸다. 마치 꺼지기 직전의 불꽃처럼.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샤크바프론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자신이 이렇게 마왕으로서의 힘을 모두 가지고 강림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것은 엄청난 일임과 동시에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자신의 모든것을 가지고 중간계에 왔다는 것. 그것은 그가 모든 것을 실패하고 죽음에 이를 경우 진짜 죽음, 소멸할 수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그의 소멸은 마계에서 그가 다스리던 영토의 마족들의 불운으로 이어질 것이다. 마왕으로 구심점을 잃은 마족들은 다른 마왕을 섬기는 마족들의 좋은 먹잇감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그는 이번 일에 모든 것을 걸었다. 스스로를 마황이라 칭하고 이 중간계를 지배하기 위해서 말이다. 스스로를 마황이라 칭한 마왕. 이번 한 번의 기회에 모든 것을 건 샤크바프론은 천천히 기운을 갈무리 하며 웃어 보였다. 너무도 인자하고 따뜻한 미소를……. * * * * * 크아아아아! 크아아아아! 크르르르르! "히야! 이거 정말 죽이는구먼 한스! 이거 나 한 마리만 주면 안 되겠니!" "한스 형! 나도 한 마리 플리즈~!" "하~아! 저 두 사람, 얼마까지 그 어색한 분위기 연출하던 사람들이 맞는지." "네? 뭐라고 하셨어요? 오라버니." 한나에게 그때 그 상황을 말해줄 수는 없지. 현재 우리는 내가 직접 만든 프로스트 웜을 타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 다른 일행들 앞에서 어색함을 보이긴 했지만, 지크 형과 데인은 곧 예전으로 돌아갔다. 장난스러운 콤비로 말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만든 프로스트 웜을 타고 곡예비행을 하고 있었다. 정말 두 사람을 누가 말리리. "그나저나 괜찮을까요?" "응? 뭐가?" "사람들 말이에요." "아아, 걱정할 것 없어. 이번에는 라오도 확실하게 나선다고 약속 했으니까. 거기에 데스 챔피언들도 같이 있고 말이야." 우리가 떠난 것은 그날 이후 바로 다음날 아침이었다. 베일네스 영지의 성벽은 더 이상 성벽으로서 구실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고, 베일네스 영지에서 통신구를 통해서 알아본 결과 대부분의 영지들이 몬스터들에 의해서 함락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황제를 비롯한 국왕들은 명령을 내렸는데, 그것이 바로 전 병력 후방으로 후퇴였다. 그에 베일네스 영지의 모든 영지민들과 병사들, 에르니카 왕국의 중앙군, 부상자들까지 모두 이동 준비에 들어갔다. 그렇게 이동하는 이들과 우리가 함께 갔으면 호위 문제는 없었겠지만, 우리에게는, 정확히 나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렇기에 라오와 데스 챔피언 우라노스, 킬, 켈트, 그리고 퓨리를 남기고 프로스트 웜을 타고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엄청난 마법을 사용했다는 작은 한스는 회복하기 위해서 상당 시간 요양이 필요하다고 하기에 퓨리와 함께 남겼다. 전의 전투에서 라오가 전혀 나서지 않았다는 모두의 말에 떠나기 직전까지 몇 번이나, 호위를 하던 도중에 일이 생기면 나서달라고 부탁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라오에게는 엄청난 수의 백성들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오라버니." "응? 왜?" "어째서 이렇게 서두르는 거예요? 어차피 그때 영지의 사람들과 함께 갔으면 황제와 국왕들을 만나게 됬을 텐데 말이에요." "아아." 나는 프로스트 웜을 타고 떠나기 전에 모두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서 황제와 다른 왕국의 국왕들을 만나야 한다고 말이다. 이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말이다. 나는 프로스트 웜을 조종하며 조용히 말했다. "그건 내가 드워프들을 대신하여 사절단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야." "아! 그래서 노에른 대장로님이 떠나기 직전까지 함께 계셨던 것이로군요." "그렇지." 내가 해야 할 일이란 바로 드워프를 대표해서 황제와 국왕들을 만나는 회담을 주선하는 사절단 역할이었다. 마왕의 강림. 그것은 중간계 최악의 위기이기에 내가 노에른 대장로님의 부탁으로 인간과 드워프들을 연결하는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사실상 내가 하는 일은 이종족 모두와 연결하는 디딤돌 역할이라 할 수 있었다. 이미 다른 이종족들은 모두 드래곤 로드에 의해서 아주 오래전부터 마왕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으니 말이다. 드래곤 로드가 인간에게 마왕의 강림에 대해서 준비하라는 말을 하지 않은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인간들은 왕국 간의 전쟁을 벌이고 있고, 인간들 사이에 흑마법사나 흑마법사들의 첩자들이 없다는 보장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드래곤 로드는 인가에게는 알리지 않고, 이종족들에게 마왕과의 전쟁을 준비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마왕이 강림했으니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어진 것이고 말이다. 드래곤 로드가 인간들에게는 알리지 않은 것이 속 쓰리기는 하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었기에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란 유혹에 약한 종족이니까. "그렇다면 마왕과 중간계 모든 종족의 전쟁이 시작되겠군요." "뭐, 어쩔 수 없지. 마왕에게 이 중간계를 넘겨줄 수는 없으니까." "또 많은 사람들이, 많은 이종족들이 죽겠죠." "……." 한나의 말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마왕을 상대로 한 전쟁이다. 가히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피해가 무섭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전쟁이 아니었다. 중간계가 걸린 전쟁이니까. 한참 동안 말없이 있던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입을 열었다. "한나야." "예, 오라버니." "내가 한 가지는 약속하마." "네?" "무슨 짓을 하더라도, 설사 대륙 사람들에게 악마라고 불리는 한이 있더라도 전쟁 중에 죽는 이들이 적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예, 오라버니." 그렇게 말하며 한나는 나의 등에 기대어왔다. 왜 내가 이런 말을 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단지, 조금이라도 한나를 안심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후~우! 한나에게 약속한 거 잘못한 것일까? 어차피 하려고 했던 일이다. 대륙의 사람들에게, 대륙 모든 종족들에게 악마, 아니 그보다 더한 취급을 받더라도 어떤 일이든 하려고 한것은 말이다. 부디 내가 벌인 일로 한나가 상처받지 않길 바랄 뿐이다. * * * * * 한스 일행이 황제와 국왕들을 만나러 가고 있는 그때, 드래곤의 둥지라 불리는 그랜드 월에 자리 잡은 드래곤들을 비롯하여 대륙 전역에 자리 잡은 드래곤들은 가기 다른 모습으로 폴리모프한 뒤 한곳에 모여 있었다. 그곳은 드래곤 로드, 젤드린온의 레어였다. "꺄아! 저 윤기 흐르는 금발 좀 봐." "아아! 나 쓰러질 것 같아." "저 안경 너무 잘 어울리지 않아?" "그렇지? 너도 그렇게 느꼈지? 나 안경이 저렇게 잘 어울리는 드래곤은 처음 봐." "나이도 어린데, 폴리모프한 모습이 완전한 성인이라니… 무척 강하겠지?" "당연하지! 드래곤 로드님을 제외하고 유일한 10써클 마법의 계승자잖아." 드래곤 로드의 레어 한편에서는 여성 드래곤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따. 그 이야기의 주제는 바로 한 인물. 아니 용물(龍物) 때문이었다. 바로 드래곤 로드를 제외하고 유일한 10써클 마법의 계승자라 불리는 골드 드래곤, 데미리안 때문이었다. 데미리안은 남성 드래곤들에게는 질투의 대상, 여성 드래곤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으로 통했다. 그 이유는 바로 특별함이었다. 드래곤 로드를 제외한 유일한 10써클 마법의 계승자! 그 특별함 때문에 여성 드래곤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드래곤들이 신랑, 혹은 신부를 구할 때 보는 것은 2가지, 아니 3가지다. 첫 번째, 인물! 미적 감각이 뛰어난 드래곤은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그것은 당연히 신랑 혹은 신부를 고를 때 큰 영향을 미친다. 물론 폴리모프한 모습이 아닌 본체의 모습이 말이다. 뭐, 폴리모프한 모습 역시 본체의 모습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아름답다고 여성 드래곤들 사이에서 속설이 돌고 있지만 말이다. 두 번째는 바로 힘! 파워(Power)다! 드래곤은 1만 년을 살아가면서 중간계의 어느 종족보다 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드래곤끼리 힘은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비슷비슷했다. 그렇지만 어느 종족이든 뛰어난 이가 있고 그런 이는 돋보인다. 그것은 드래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드래곤들끼리 일을 해결할 때는 결국 힘으로 해결하기에, 다른 드래곤과 비교해서 특출 나게 강한 힘을 가진 드래곤은 좋은 신랑, 신붓감이었다. 다음 세 번째로 보는 것은 재력이었다. 드래곤은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그들의 뛰어난 미적 감각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피에 새겨진 본능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보석, 황금과 같은 것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드래곤들의 피에 이어진 욕심 때문이다. 중간계 최강의 힘을 지닌 종족,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종족이기에 그들은 스스로가 월등하고, 그만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대우에는 이종족들이 황금과 보석 같은 아름다운 것을 바치는 것이 들어가고 말이다. 물론 강제로 빼앗는 드래곤도 있다. 그것이 과다하면 마룡으로 내몰려 사냥당하기도 하지만, 종족의 강함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인 그들은 샤냥당하면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복은 없다. 그렇기에 세 번째 재력은 마룡으로 몰려 사냥당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얼마나 많은 대력을 보유하고 있는가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이 3가지 조건 중, 재력은 가장 마지막에 보는 조건으로 따진다.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역시 두 번째 힘! 그 다음으로 보는 것이 인물이었다. 이 3가지 조건 중 여성 드래곤들에게 입방아 오르내리고 있는 데미리안은, 가장 먼저 보는 힘과 두 번째로 보는 인물 모두 다른 남성 드래곤들과 비교하여 뛰어났다. 일단 데미리안은 10써클 마법의 계승자로 알려져 있지만, 이미 10써클에 오른 상태. 고작 성룡인 데미리안은 에이션트 드래곤과 막상막하로 겨룰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물론 막상막하로 겨룰 수 있을 뿐, 이기지는 못한다. 아직 데미리안은 어리다고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두 번째 조건인 인물. 사실 조금 모자란다. 지금 폴리모프하고 있는 모습도 솔직히 폴리모프를 하고 있는 드래곤들과 비교하자면 평범하다. 그런데도 여성 드래곤들이 데미리안의 외모에 찬사를 보내고 있 것은 10써클 마법의 계승자라는 콩깍지 필터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10써클 마법의 계승자라는 것은 그만큼 드래곤들 사이에서도 대단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뭐, 거기에 몇몇의 여성 드래곤은 실제로 데미리안의 본체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데미리안의 본체는 드래곤들 사이에서 미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쳇! 이거 노총각 드래곤은 서러워서 살겠나." "야야, 참아라. 아직 어린애를 상대로 질투하는 건 정말 추하다." "크으! 나도 마법 수련이나 할까? 10써클에 오르게." "인마! 10써클은 아무나 오르냐!" 여성 드래곤들이 데미리안을 신랑감으로서 입방아를 찧고 있을 때, 남성 드래곤들 역시 데미리안을 가지고 입방아를 찧고 있었다. 물론 다른 이유에서 그랬지만 말이다. 수많은 드래곤들이 모여서 수다를 떠는 바람에 드래곤 로드 젤드리온의 레어는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그것을 불편해하거나 화를 내는 이는 없었다. 이렇게 드래곤이 한데 모이는 일은 거의 없고, 고작 수다로 인한 소음으로 같은 동족에게 화를 낼 정도로 속이 좁은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여러 드래곤들의 수다로 시끄러워졌던 레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바로 각 드래곤 일족의 수장들, 그리고 이 자리에 모든 드래곤들을 모이게 만든 장본인, 드래곤 로드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각 일족의 수장들과 드래곤 로드 젤드리온은 수많은 드래곤들이 만들어낸 길을 가로질러 준비되어 있는 단상으로 올라갔다. 단상에 올라간 각 일족의 수장들은 젤드리온 뒤에 섰다. 그리고 잠시 동안 가만히 있던 젤드리온이 입을 열었다. "나의 부름에 응하여 수면기, 유희 등 각가지 일을 하던 도중에 와준 일족 여러분들께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젤드리온은 고개를 숙여 보였다. 사실, 드래곤 로드의 경우 반말을 해도 되지만 역대 드래곤 로드 중 젤드리온은 가장 어리고, 이자리에는 젤드리온과 나이가 비슷하거나 많은 드래곤들이 있기에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고개를 든 젤드리온은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 모인 일족 여러분들 중 수면에 들었던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통보를 받으셨을 겁니다.각 일족의 수장님들로부터 우리 드래곤들의 의무를 다할 때가 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각 일족의 드래곤들은 모두 수장의 소집으로 인해서 모였다가 들을 수 있었다. 드래곤으로서 의무를 다할 때가 다가오고 있으니, 그것을 위한 준비를 하라고 말이다. 이에 드래곤들의 반응은 2가지로 엇갈렸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드래곤들은 대부분 수면기에 들었던 드래곤들이엇고, 그렇지 않은 드래곤들은 유희나 자신의 레어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드래곤들이었다. 수면기에 들었던 드래곤들은 놀라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고, 레어 안은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모두 조용하라!" 그때, 젤드리온의 뒤에 서 있던 레드 드래곤족의 수장이 소리쳤다. 레드족의 수장의 말에 의해서 레어는 다시 조용해졌고, 곧 젤드리온은 레드족의 수장에게 감사를 표한 뒤 말을 이어갔다. "우리 드래곤들은 위대하신 창조주께 가장 마지막으로 창조된 종족. 창조주께서는 명하셨습니다. 이 중간계를 마계와 신꼐의 손으로부터 지켜내라고 말입니다. 그 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창조주께서는 저희에게 걸맞은 힘을 주셨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젤드리온은 단상 아래의 드래곤을 발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 힘을 써야 할 때가 왔습니다." 순간, 드래곤들은 눈을 빛내며 드래곤 로드 젤드리온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드래곤이 평소에는 무자비하고, 인간을 벌레 취급하며 막나가는 종족이라 하더라도 그들은 자신의 임무를 다할 준비가 되어있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들에게 부여된 그 임무를, 창조신이 자신들을 창조한 이후 명한 명령을 실행할 때가 온 것이다. 그렇게 드래곤들은 자신의 의무를 다할 각오를 다지며 집회를 계속 이어나갔다. * * * * * 크아아아아! 크르르르르! "드디어 도착했군." "으다다다! 오오오! 영지다! 여관이다! 식당이다!" "밥밥밥!" "하~아! 정말 저 둘을 누가 말려." 프로스트 웜으로 겨우 3일 동안 이동했을 뿐인데도 저런 반응을 보이다니. 정말이지, 지크 형이랑 데인은 못 말린다니까. 잠시 동안 프로스트 웜 위에서 소란을 떠는 지크 형과 데인을 본 뒤 나는 정면을 바라보았다. 영지, 성벽의 망루에 설치된 10여 대의 발리스타, 하늘은 선회아며 경계하고 있는 그리폰과 와이번, 그리고 그 두 몬스터들 위에 타고 있는 기사들과 마법사들, 성벽 위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병사들. 바로 저곳이 제국의 황제와 각국의 국왕들이 모여 있는 도시, 마지막 요새라는 이름을 지닌 라스트 포트(Last Fort)였다. 저 라스트 포트에 주둔 중인 병력만 10만. 그중 2분의 1인 5만 명은 모두 소드익스퍼트 초급 이상의 기사와 4써클 마스터,5써클 유저 이샹의 마법사, 나머지 절반은 그야말로 정예 중에 정예라는 병사들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바로 저곳에 이 대륙의 권력자들 모두가 몰려 있었다. 이렇게 우리가 라스트 포트에 찾아올 수 있었던 것은 한나가 가지고 있는 군사용 지도 덕분이었다. 그 군사용 지도가 없었다면 나는 황제와 국왕들이 있는 저 라스트 포트의 위치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다. "지크 형, 잭, 프로스트 웜의 속도를 줄이도록 해. 지금부터는 저속 비행을 한다." "알았다." "알았습니다. 로드." 나의 말에 데인과 함께 타고 있던 지크 형은 프로스트 웜의 속도를 줄여 내 오른쪽에 위치했고, 메이와 함께 탔던 잭은 내 왼쪽에 자리를 잡았다. 내가 이런 이유는 적어도 지난번, 그러니까 베이네스 영지에서처럼 공격을 받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최대한 저속 비행을 하며 저들이 우리를 발견해주기를 기다리며 전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저들은 우리를 발견했지만, 라스트 포트 위를 선회하며 경계를 서고 있던 그리폰 라이더들과 와이번 나이트들의 일부가 우리를 향해서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 수는 모두 합쳐 50여 기. 우리는 순식간에 포위당했고, 그들은 우리들 중심으로 선뢰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베일네스 영지 때와는 다르게 공격하진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공격할 준비까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폰과 와이번 위에 기사들과 함께 탄 마법사들은 언제든 공격마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고, 기사들 역시 언제든 그리폰과 와이번을 움직여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끼아아악! 캬아아아아! 크르르르르! "진정해, 진정." 우리 주위를 선회하고 있는 그리폰들과 와이번들의 울음소리에 흥분한 프로스트 웜의 목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프로스트 웜은 내가 만들어낸 언데드이기는 하지만, 아주 조금 살아 있을 적의 야성이 남아 있다. 야성이 남아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이 녀석을 잘 만들었다는 것이기에, 난 그런 프로스트 웜의 반응에 웃어 보이며 주위를 쳐다보았다. 끼아아악! 캬아아아아! 그때 우리들 앞에 나오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각각 그리폰과 와이번을 타고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이 타고 있는 그리폰과 와이번은 평범한 녀석들과는 달랐다. 갈색이나 흰색의 깃털을 가진 그리폰과 다르게 내 앞에 나온 그리폰은 검은색 털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순수하게 말이다. 거기에 덩치는 일반 그리폰보도 2배는 컸다. 그에 못지 않게 와이번 역시 특이했는데, 와이번은 솔직히 다른 녀석들이 비해서 덩치가 작고, 흰색 비늘을 가지고 있었다. 그 흰색 와이번 으로부터 느껴지는 흉폭함은 그 옆의 그리폰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어디서 저런녀석들이 나왔을까? "그대들은 누구인가! 그대들은 누구이기에 라스트 포드에 접근하였는가!" "이런, 예의가 없으시군요." "뭐라고!" "이름을 물을 떄는 일단 자신부터 소개하는 법이지요. 안녕하십니까. "저는 로시아 제국 소속 드레이크 나이츠 총단장이자, 라스트 포트 와이번 공군 사령관으로 임명받은 피트리에 폰 가르시아 백작이라고 합니다." "섬광의 용기병, 피트리에" "저에게는 과분한 칭호입니다, 레이디." 평범한 와이번보다 작은 흰색 와이번에 탄 이, 피트리에 폰 가르시아란 이름을 들은 한나는 나의 뒤에서 말했다. 섬광의 용기병이라, 그것이 저 피트리에란 남자의 칭호인 모양이었다. 확실히 저 와이번은 일반 와이번보다 작은 만큼 빠르겠지. 흐음, 과연 저 검은 그리폰의 주인의 이름은 무엇일까? "크으! 나의 이름은 헤라프 폰 거슬런! 작위는 후작이다! 얼음의 왕국 바이런트 소속 그리폰 나이츠 총단장이자, 이번 라스트 포트의 그리폰 공군 사령관으로 임명받은 분이시다! 너희들은 누구냐!" "폭풍의 거창, 헤파르" "훗!" 폭풍의 거창이란 것으니 저 사람의 칭호인가. 어울리기는 하는군. 헤라프라는 사람은 자신이 탄 그리폰 못지않게 거대한 사람이었다. 거기에 그가 쓰는 창 역시 거대했고 말이다. 자! 이제 내 소개를 해볼까. "저는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이자 데스로드를 자처하고 있는자, 한스 게이시스라고 합니다. 저 한스 게이시스는 피트리에 폰 가르시아 백작님과 헤라프 폰 거슬런 후작님께 저와 제 일행의 라스트 포트의 집입 허가를 신청하는 바입니다." "한스 게이시스!" "……!" 두 사람은 놀랍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실례지만 진정 한스 게이시스님이 맞으신지요?" "상당히 젊은데……." 그 둘은 조금 의심이 간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하긴 의심할 만도 하다. 내가 이 세계에서 모습을 감춘것은 10여 년 전이고, 내 모습을 알고 있는 이들도 얼마 되지 않으니 말이다. 거기에 내 외모는 겨우 20대 초반으로 보일테니, 저들이 의심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것은 제가 증명할 수 있습니다." "응? 레이디께서 말입니까? 어떻게……." "이것이면 충분할 겁니다." 한나가 말하면서 꺼낸 것은 하나의 패였다. 바로 마법이 걸린패. 그 패를 본 순간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패에는 흑마법사들에 의해서 수도가 함락당하여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로시아 제국 수도의 황성을 배경으로 단 한 자루의 검과 문장ㅇ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문장은 다름 아닌 한나의 큰아버지, 델리아드 공작가의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저의 이름은 한나 델리아드. 전 델리아드 공작님의 조카이자, 현 델리아드 공작님의 동생입니다." 우우우웅! 한나가 그렇게 말하자 패에 걸려 있는 마법이 마나를 주입하지 않았는데 작동되기 시작했고, 곧 허공에 델리아드 공작가의 무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음성으로 발동하는 마법이었던 모양이다. 허공에 새겨진 공작가의 문장에 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데스 로드 한스 게이시스님과 델리아드 공작 영애의 귀환을 환영하는 바입니다." "여러분의 귀한 환영에 감사드립니다." 그 후 우리는 그리폰 라이더와 와이번 나이트들의 호위를 받으며 마지막 보루, 황제와 국들이 있는 라스트 포트로 진입할 수 있었다. 라스트 포트의 중앙성에 진입한 뒤, 우리는 다시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각자 다른 곳으로 이동되었다. 따로 다른 편으로 간 사람은 한나와 메이뿐이었다. 나와 지크, 데인은 함께 이동되었는데, 우리가 이동된 곳은 화려하기 그지없는 목욕탕이었다. 아아. 목욕탕으로 이동된 뒤 나는 왜 이곳으로 왔는지 알 수 있었다. 높은 분들을 곧 만나게 될 텐데, 우리의 몰골이 말이 아니니 씻으라는 뜻으로 이곳으로 이동된 것이었다. 목욕탕이라! "자! 아그들아! 들어가자!" 어느새 옷을 다 벗고 목욕탕으로 들어가는 지크 형이었다. 수영장만 한 대리석 욕조와 물이 계속 흘러나오는 사자상, 거기에 욕조 가운데에 설치된 분수와 벽 여기저기에 그려진 화려한 그림들. 그야말로 이 목욕탕은 화려함의 극치였다. 씻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으어! 좋다!" "몸이 나른해지네. 아아, 한숨 잘까"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지크 형과 데인이었다. 그 둘은 어느새 목욕탕에 들어가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두 사람도 참. "모두 일단 나와. 탕에 들어가더라도 간단히 씻고 들어가야지" "에이, 귀찮게 시리. 뭐, 어떠냐!응? 아니, 그것은!" 갑자기 탕에서 뛰어올라 나의 손에 든 것을 가로채는 지크형! 형이 가로챈 것은 바로 내가 이 세계로 오기 전에 아공간에 넣어 놓았던 샴푸였다. 그것도 비듬 전문 샴푸 말이다. "오오오! 샴푸!샴푸다!" "뭐! 샴푸! 아니, 저것은 거품 타올! 오오오! 이건 내가 자주 쓰던 비누! 거기에 입욕제까지!" "야야! 이태리 타월은 없냐! 때 타월 말이야" 내가 꺼내놓은 목욕 용품들을 하나씩 들어서 바로보며 나에게 묻는 지크 형과 데인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이곳에는 이런 게 없지. 그 후 지크형과 데인은 내가 꺼낸 모든 목욕 용품을 하나씩 다 사용하기 시작했고, 목욕은 순식간에 거품으로 뒤덮였다. 그렇게 시작된 목욕. 우리는 내가 가져온 때 타월로 서로의 등을 밀어주고는 목욕을 끝냈다. 아아, 개운해. "아아! 역시 목욕은 때를 밀면서 해야지 개운해." "맞아, 맞아. 그리고 목욕 끝내고 마시는 커피 우유!" "후훗! 아직 어리군. 데인 군! 목욕을 끝냈으면 맥주지" "자, 받아." "오오오! 캔 맥주!" "오오오! 커피 우유! 거기에 시원하기까지" 지크형과 데인의 말을 들으며 나는 아공간에서 캔 맥주와 유리병에 든 외국산 커피 우유를 꺼내어 시원하게 한 뒤 던져주었고, 둘은 놀라워하며 바로 마시기 시작했다. "크크크! 한스야, 앞으로 널 우리의 근대식 식량 창고라 부르마" "맞아, 맞아" "뭐, 돌아가기 전까지만 참아주지.훗!" "저기……." 그때, 목욕탕의 문이 열리며 한 시종이 우물쭈물하면서 나타났다. 그 하인은 우리의 시선을 받자 당황해서 소리쳤다. "화, 황제 폐하와 국왕님들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지크 형, 데인. 아무래도 우리가 너무 목욕탕에서 시간을 끈 모양인데." "자, 그럼 서두르자." 그 후 우리는 그 시종의 안내를 받아 시녀들이 기다리는 방으로 이동했다. 그 방에서는 시녀들이 옷을 잔뜩 준비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것을 입지 않았다. 우리들이 입기에 그 옷들은 너무 불편했고, 무엇보다 보석이 주렁주렁 걸려서 입고 나면 왠지 우스꽝스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신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입던 것이 아닌, 깨끗한 마법사의 로브와 기사의 갑옷을 착용했다. 나의 경우에는 죽음의 길 세트를 착용했고 말이다. 죽음의 길 세트는 전혀 더럽혀지지 않는 것이니 문제없었다. 시녀들은 그런 우리들의 행동에 당황스러워했지만, 우리가 알아서 잘 말해주겠다고 하자 어쩔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는 물러섰다. 이후 우리는 방에서 나와 방까지 안내했던 시종에게 다시 안내를 받아 이동 했다. "우우우! 레이디를 기다리게 하다니! 모두 매너 빵점이야!" "레이디? 레이디가 어딨는데!" 퍽! "끄아아악!" 시종이 안내한 곳은 거대한 문이 있는 곳이었고 그 문 앞에는 푸른색의 귀여운 드레스를 입은 메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꽤 오래 기다렸는지 메이는 두볼을 부풀리면서 말했는데, 그런 메이를 놀린 지크형은 뾰족 구두를 신은 메이에게 정강이를 차이고 만 것이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오, 오셨어요. 오라버니." "응? 아, 미안. 목욕을 하느……." 한나의 말에 대답하면서 고개를 돌려 한나의 모습을 본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로브에 가려져 있던 한나의 긴 머리카락들은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흘러내리고 있었고, 한나의 붉은 머리카락과 너무도 작 어울리는 붉은 드레스는 로브에 가려져 있던 한나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해주었다. 거기에 한 듯 안 한 듯한 화장은 한나에게 너무도 잘 어울렸다. 한명의 성숙한 여인, 한나는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이상하지 않나요? 메,메이가 자꾸 입으라고 해서." "이, 이상하긴…정말 저, 정말 잘 어울려." "고, 고마워요." "으어어억! 또 솔로 부대 앞에서 염장질을!" "지크 오빠는 입 다물고 있어!" 퍽! "끄아아악!" "그러게 나처럼 조용히 있지." "데,데인, 이 배신자……." "흠흠! 모두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가시죠." 문 앞의 기사는 이런 우리의 광경을 모두 지켜보았는지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우리에게 말했고, 우리는 곧 정신을 차리고는 문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끼이이익 "델리아드 공작가의 한나 델리아드 공작 영애와 죽음의 성자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후계자이신 한스 게이시스님과 그 일행들이 드십니다!" 우렁찬 목소리. 이 기사의 역할은 이것이었나. "자, 한나야." "예, 오라버니." 나는 한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한나는 얼굴을 붉히며 나의 손을 잡았다. 나는 한나를 에스코트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역시 예상대로 문 밖은 거대한 홀이었고, 그 홀에는 제국과 각 왕국의 수많은 귀족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홀의 중심에 길처럼 깔려 있는 붉은 카펫, 그리고 그 카펫의 끝에 있는 이들. 그들은 바로 로시아 제국의 황제와 각 왕국의 국왕들이었다. "후~우! 가볼까?" "예." 우리들은 레드 카펫을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수많은 귀족들, 그 귀족들의 배치가 서열과 관계된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황제와 국왕들과 가까이 있는 이들 중 몇몇은 내가 아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로시아 제국 3대 공작가의 공작님들이었다. 그분들 옆에는 각각 한 명씩의 남성들이 있었는데, 난 그들 중 델리아드 공작님, 아니 이제는 물러서신 전대 델리아드 공작님 옆에 선 자를 본 뒤 그들의 지위를 알 수 있었다. 전대 델리아드 공작님의 옆에 있는 이는 10여 년 전에 봤던 아이안트 숀크레아, 아니 아이안트 폰 델리아드 현 공작이었다. 결국 저 사람이 공작이 된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나와 한나, 그리고 지크 형과 메이, 데인은 황제와 국왕들 앞에 도착했다. 예법이 잘 기억이 안 나는 데. 으음, 에라잇! 모르겠다. "인간 한스 게이시스와 델리아드 공작가의 영애 한나 델리아드, 그리고 그 일행이 로시아 제국의 황제 페하와 국왕 폐하께 인사드립니다." 예법이 기억나지 않던 나는 막무가내식 임기응변으로 황제와 국왕들에게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웅성웅성!웅성웅성! "정숙하라!" 아무래도 분위기를 봐서는 내 예법이 틀린 모양이군. 뭐, 어쩔 수 없지. 소란은 곧 잦아들었고, 잠시 말을 걸어온 사람은 의외로 황제였다. "오랜만에 보는군. 근 십여 년 만인가." "그렇습니다.황제 페하." "그 십 년 동안 어째서 모습을 감춘 것인지 물어도 되겠나?" "……." 잠시 나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잠시 후, 정리를 끝낸 나는 입을 열었다. "제가 십 년간 모습을 감춘 이유는 전대 드래곤 로드와의 전투 때문이었습니다." "드래곤 로드!" 웅성웅성! 나의 말에 다시 시끄러워진 홀은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 시간이 걸린 뒤에 진정되었다. "계속 말해보게." "예. 전……." 이후 난 모든 것을 황제에게 말해주었다. 내가 물리친 고스트 드래곤과 관련된 이유로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을 상대로 하여 이기기는 했지만 크나큰 상처를 입어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서 10여년간 모습을 감췄다고 조금 각색하여서 말이다.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해줄 수는 없지 않은가. 뭐,말한다고 해서 믿을지도 의문이고 말이다. "드래곤 로드와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 이 둘을 상대로 이겼다는 말이 지정 사실인가?" "사실이기는 합니다만, 어디까지나 상처뿐인 승리였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군!" 그때 나에게 소리치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로시아 제국의 황제 옆에 앉은 이였다. [마법 왕국 에르니카의 국왕이에요.] 아아, 그래서 이렇게 소리친 거구나. 한나는 바로 나에게 메시지 마법을 통해서 그 국왕이 누군지 가르쳐주었다. 마법 왕국 에르니카. 정말이지, 지난번 베일네스 영지에서 그랬지만 마음에 안 드는 나라로군. [마법 왕국 에르니카의 국왕인 그는 국왕인 동시에 6써클 마스터의 마법사에요. 오라버니.] [아아, 고맙다.] "에이션트 드래곤과 드래곤 로드가 어디 뒷골목 개 이름인가! 지금 이 자리가 어디라고 헛소리를 지껄이는가." "훗! 믿지 못하시겠습니다?" "방금 웃은 건가! 감히 이 자리가 어떤 자리라고!" "웃엇다면 어찌할 텐가." "오,오라버니!" "아니,저 무례한!" "이이이!" 나는 몸을 일으키며 정면으로 에르니카의 국왕을 바라보았다. 황족은 고사하고, 왕족도 귀족도 아닌 내가 이렇게 고개를 뻣뻣이 들고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것은 황족, 왕족 모독죄로 아마 바로 사형일 것이다. 거기에 난 웃기까지 했고 반말까지 했다. 이건 두말없이 사형이었다. 주위의 귀족들이 분노해서 소리치며 화를 냈지만, 나는 여유 있게 웃어 보였다. 근처의 로시아 제국의 3대 공작가의 전대 공작님들은 뭐가 그리 웃긴지 웃고 계셨고, 난 그 분들을 향해서도 웃어 보였다. "네,네 이놈! 죽고 싶은 게냐! 여봐라! 당장 이놈을 쳐 죽여라!" "후후후! 이 자리에서 나를 죽일 수 있는 이가 있을까?" "으으으! 네 이놈! 내가 직접 쳐 죽여주마! 죽어라! 라이트닝 스피어!" "오,오라버니!" 나를 향해서 라이트닝 스피어를 사용한 에르니카의 국왕. 확실히 좋은 마법 선택이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 거기에 사용한 마법은 가장 빠르다는 전격계의 마법. 이대로라면 나는 100퍼센트 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유있게 웃어 보이며 가만히 있었다. 팍! 사악! 파지지직! 잠시 후 나의 앞을 막아서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검으로 라이트닝 스피어를 베어 전격을 검에 흡수시킨 뒤 홀의 천장을 향해서 검을 던졌다. 그 덕분에 천장에 잠시 번갯불이 튀기는 했지만, 문제는 없었다. 후후후! 역시나 나서는군. "아니!" 여유 있는 웃음을 짓고 있을 때 놀라서 소리치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로시아 제국의 황제 제이크리트 폰 에이하르프 로시아였다. 그가 경악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바로 나의 앞을 막아선 자가 황제에게 익숙한 자이기 때문이다. 황제에게는 익숙한 자. 그러나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자. 그는 데스나이트였다. 그렇지만 나에게 귀속되어 있지 않은 데스나이트. 그 데스나이트가 나서서 라이트닝 스피어를 막은 것이었다. "어, 어째서 그대가 막은 것인가." [그, 그것이 저도 모르겠나이다. 황제 폐하.] 마법을 막은 데스나이트는 자신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당황해하면서 황제를 향해 무릎을 꿇으려 했지만, 허락하지 않았다. "누구 앞에서 무릎을 꿇나요." [어엇!]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릎을 꿇으려 했던 데스나이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이 굳어졌는지 무릎을 꿇는 것도, 가만히 서 있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가 되어버렸다. 이에 놀라는 황제. 후후후. 사실, 이 데스나이트는 암중으로 황제를 호위하던 데스나이트였다. 아직도 숨어서 호위하는 데스나이트가 더 있지만,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내 생각이지만 이들은 아마도 로시아 황가의 비밀 무기쯤일 것이다. 데스나이트뿐만 아니라 숨어 있는 데스나이트들을 보아하니, 모두 마스터급 데스나이트 같으니 말이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자네가 무슨 짓을 한 건가!" 황제는 의외로 곧 냉정함을 되찾고는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어서 솔직히 말하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냉정해진 것은 겉모습뿐이었나. 후후후. 나는 여전히 여유를 잃지 않고 웃어 보이며 말했다.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예. 전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황제 페하께서도 보셔서 아실텐데요. 제가 무슨 짓을 할 새도 없었다는 사실을……." "그렇다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어서 말해보게!" "의외로 간단하고도 당연한 이유입니다. 수하가 무방비한 자신의 군주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방금 뭐라고 했나?" "수하가 무방비한 자신의 군주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나의 말에 홀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벌해졌다. 나를 지킨 데스나이트는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고 말이다. 나를 지킨 데스나이트의 군주는 바로 황제. 이제는 대륙에 하나 남은 제국의 황제이다. 원래대로라면 말이다. 그런데 난 그런 황제 앞에서 수하가 자신이 군주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것은 황제와 내가 동급이라고 말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홀의 분위기가 살벌해진 것이었다. 만약,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면 난 몇백 번이고 죽었을 것이다. "오,오라버니." "한스야, 너무 일을 크게 벌인 것 아니냐?" "메이는 무조건 한스오빠 편! 덤빌 테면 덤벼!" "아이고! 푹 쉬긴 글렀네." 홀의 살벌한 분위기에 모두는 걱정 어린 얼굴로 나를 보며 한마디씩 했다. 하지만 곧 전투 준비를 하듯이 마나를 끌어올렸다. 한나는 매우 망설이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나의 이름 뒤에 붙은 성, 바로 델리아드라는 성 때문이었다. 지금 한나가 내 편을 든다면 한나 하나로 일이 끝나지 않는다. 분명 델리아드 공작가 역시 문책을 받게 될 것이고, 최소한 그 작위가 강등될 것이었다. "한나야, 너무 걱정하지마. 그리고 모두 마나를 거둬. 싸움이 벌어질 일은 없을 테니까." "엥? 그게 대체 무슨……." "황제 페하,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우우우웅! 나는 대답도 듣지 않고 홀에 기운을 퍼트렸다. 그러자 단번에 잠재워지는 분위기. 홀에 남은 것은 침묵뿐이었다. 나는 그런 침묵속에서 중중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이자 데스로드라 불리는 자. 한스 게이시스가 황제 폐하와 여러 국왕들께 인사드립니다." [모, 모든 죽은 자들의 구,군주.] [데, 데스 로드를 뵙습니다.] 그와 동시의 들려오는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바로 지금까지 이 자리에서 숨어서 황제를 지키거나 자신의 주인인 네크로 마스터를 지키던 데스나이트들과 리치들이었다. 그들이 이러는 것은 당연했다. 나의 기운은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데스 로드의 기운. 그 기운은 그들이 언데드로 부활했을 때 각인되어 있기에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 소리친 것이었다. "하하하! 그런가! 하하하! 그랬군! 그랬어!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라! 하하하하!" 갑자기 웃기 시작하는 황제. 그로 인해서 홀은 다시 혼란에 빠졌다. 황제가 웃는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 말이다. 그에 그 자리에 있는 귀족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황제는 웃을을 멈추고는 나를 바라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대, 모든 죽은 자의 군주. 데스 로드여." "……!" 이 말을 들은 귀족들은 모두 눈을 부릅뜨고 나와 황제를 바라보았다. 방금 황제가 한 이 말을 나를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로서, 또 한 명의 군주로서 인정했다는 뜻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부디 그대의 힘과 그대의 백성들을 우리를 위해서 써주시겠소?" "……."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은 황제가 이렇게 말을 꺼낼 줄은 생각도 못했는지, 경악한 얼굴로 황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모두 나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사실 나도 이렇게 황제가 말할 줄은 몰랐다. 데스 로드, 그 지위가 가진 힘에 대해서 알 리가 없을 텐데 황제가 이렇게 말할 줄이야. 한 방 먹었다고 할까. 나는 한동안 아무 말고 하지 않고 조용히 황제와 국왕들, 그리고 주변의 귀족들을 바라보았다. 국왕들 중 일부, 방금 전만 해도 나에게 마법까지 날렸던 에르니카 왕국의 국왕과 한두 국왕은 의외로 호의를 가진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고, 나머지 국왕들은 적의가 가득한 눈을 하고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그것은 귀족들고 마찬가지였다. 일부 귀족들은 나에게 호의를, 일부는 적의를 가진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적의를 가진 이들은 대부분 평범한 사람의 마나를 가진 평범한 귀족들이었고, 호의를 보이는 이들은 대부분 상당한 마나, 그것도 마법사의 마나를 가진 이들이었다. 그렇게 호의와 적의를 가진 눈빛속에서 나는 천천히 다시 고개를 돌려 황제를 바라보앗다. 내가 할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었다. "부디 제 백성들을 잘 이용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허리를 숙여 보였다. 그러자 무겁기 그지없던 공기들은 가벼워지기 시작했고, 적의를 가진 눈빛들도 일단은 사라졌다. "하하하! 고맙소이다, 죽은 자들의 군주. 그대의 백성들을 잘 이용하겠소. 그대의 백성이 늘어나지 않도록 말이오!하하하!" "그건 저도 바라는 바입니다." 이 말은 사실이었다. 나의 백성들, 언데드가 늘어난다는 말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사라진다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언데드가 늘어난다는 것은 나의 힘이 늘어난다는 말과 같지만, 그것은 반길 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 후 나는 조금 당황스럽게도 황제가 내어준 의자, 그것도 국왕들과 같은 위치에 있는 의자에 앉게 되었다. 사실, 황제가 나를 데스 로드로서 인정한 뒤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기에 상당히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상태에서 그 자리에 앉았다. 내가 자리에 앉은 후, 한나는 국왕들 앞에서 그간의 일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나를 만나기 이전에 있었던 일들, 나와 만나고 있었던 일 모두 말이다. 나는 나를 만나기 이저에 한나와 지크 형, 일행과 일부 병력에 의해서 목숨을 잃은 몬스터들과 흑마법사들의 수, 거기에 흑마법사들과 몬스터들을 상대로 싸우는 과정에도 함락하거나, 혹은 함락당한 영지의 수가 상상을 불허했기 때문이었다. "한나 델리아드" "예, 황제 페하." "짐의 무리한 부탁을 승낙하여 그만한 성과를 이뤄내다니, 그대와 그대의 일행, 그리고 델리아드 공작가에 감사를 표하는 바이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한나는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렇게 고개를 숙여 보이는 한나를 보고나서 황제와 국왕들을 바라보았다. 설마 이대로 입을 씻지는 않겠지. 한나와 지크 형 일행들이 한 일은 대단한 것이다. 수만의 몬스터들과 1천 명에 가까운 흑마법사들을 처리한 일은 작위와 영지를 받아도 부족할 게 없는 전과였으니 말이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그대와 그대의 일행들에게 있을 것이네."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렇게 말한 후 한나는 나를 살짝 보았다. 아, 이제 보고는 끝난 모양이네. 그럼 드디어 말할 때가 온 건가. "황제 페하." "응? 왜 그러신가, 데스 로드여." "이상 뭔가 이어질 일이 있으신지요?" "없네. 이 자리는 워낙에 급하게 마련된 자리라네. 왜, 뭔가 할 말이 있는가?" "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한나의 옆으로 이동했다. 그에 다시 홀의 모든 이의 시선은 나에게 주목되었고, 잠시 사람들을 바라본 후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 계신 황제 페하와 국왕님들, 그리고 귀족 여러분. 알고 계신분도 있고, 모르신 분도 계시겠지만 얼마전 흑마법사들이 몬스터들을 동원하여 공격해왔습니다." 웅성웅성. 잠시 말은 끊은 후 나는 황제와 국왕들, 그리고 귀족들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이곳의 모든 귀족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황제와 국왕들은 알고 있었던 것 같지만, 귀족 중에는 로시아 제국의 3대 공작가의 공작님들과 그에 준하는 귀족들만이 알고 있었는지 홀은 금방 시끄러워졌다. 잠시 귀족들이 떠드는 것을 방관한 후, 얼마 가지 ㅇ낳아 조용해지자 나는 말을 이었다. "흑마법사들과 몬스터들의 대대적인 진격으로 인해서 상당수의 영지가 함락당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현재 저희가 막아낸 베일네스 영지도 더 이상 영지로서의 구실을 하지 못할 정도이기에 제 친인들이 사람들을 호위한 채 이곳, 라스트 포트로 오고 있습니다." "어째서 그 이야기를 꺼내는가, 데스 로드여."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에게 물어오는 황제. 나는 황제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그것은 바로 베일네스 영지를 공격해온 흑마법사들과 몬스터의 무리에 그들이 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 서,설마!" "예. 그들, 마족입니다." "마,마족!" "마족이 흑마법사들과 함께!" 귀족들은 마족이란 말을 듣자 놀라서 떠들기 시작했다. 흑마법사들과 함께 마족이 등장했다. 그것은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조용하라! 이 자리가 어디라고 소란을 피우는가!] "……." 홀은 얼마 전 나 때문에 모습을 드러낸 데스나이트의 외침으로 인해서 다시 정적을 되찾았고, 나는 황제와 국왕들을 바라보았다. "정녕 마족을 보았다는 것이 사실인가?" "제가 본 것은 아닙니다마는, 여기 지크를 비롯한 제 지인들이 보았습니다." "사실인가?" "예! 이 소드마스터 지크의 명예를 걸고 사실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허허! 마족이라니." 내가 형의 이름만 부르자 형은 잠시 나를 노려보았지만, 이내 황제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에 황제를 비롯한 국왕들은 탄식을 터트렸다. 마족이란 종족은 그만큼 강한 종족인 동시에 공포의 대상이 되는 종족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말이 끝난 것이 아닌데. "지크의 말에 의하면, 베일네스 영지에 모습을 드러내고 지크와 싸웠던 마족은 스스로 남작의 작위를 지닌 마족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뭐라! 귀족 계급의 마족!" 또다시 놀라서 소리치는 황제와 국왕들이었따. "귀족 계급의 마족의 등장, 그리고 흑마법사와 몬스터들의 진군,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의 함락, 수많은 영지를 굴복시키고도 얼마 가지 않아 더 이상 진군하지 않는 흑마법사들." "자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황제는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의 함락에 대해서 말한 것이 언짢은지,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세히 보니 단지 불쾌한 것만이 아니었다. 분노와 그 분노로 인한 울분, 그리고 불안. 나는 이 3가지를 황제의 얼굴에서 느낄 수 있었다. 황제의 불안. 나는 그것을 느낀 후 황제는 나의 말에서, 아니 이전 부터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황제 페하께서는 이미 예상하고 계신 것 같군요." "……." "황제 페하꼐서 예상하고 계시던 최악의 사태. 바로 그 일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마왕의 강림 말인가?" "예. 마왕, 마족들의 왕, 귀족 계급의 군주, 그 마왕이 이 중간계에 강림했습니다." "……!" 이번에 나의 말이 끝난 후에는 어떠한 말도,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너무 놀라서, 믿기지 않아 아무 말도 못한 것이다. "정녕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마왕이 강림할 때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중간계의 거대한 마의 기운이 들어선 것을. 그리고 중간게의 마나와 생명과 죽음이 요동치는 것을……." "마왕이 강림한 것을 그대가 어찌 안단 말인가!" 그때, 가장 왼쪽에 앉은 국왕이 크게 소리쳤다. 그 국왕의 얼굴은 상당히 붉어져 있었다. 흥분한 모양이군. 나는 그 국왕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국왕께서는 제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그건……." "저는 데스 로드,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그만한 경지에 오른 이가 인간 중 몇이나 있겠습니까? 그런 제가 이 중간계의 마왕이라는 거대한 존재의 강림을 느끼지 못했을까요? 그리고 방금 정에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죽은 자는 꼭 중간계에 있는 것만이 아닙니다. 마계에도 죽은 자가 있고, 그들은 제 백성이 됩니다. 그런 제가 마계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을까요?후후후!" "이, 이!" "황제 폐하, 그리고 여러 국왕님들과 귀족 여러분. 전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인사드리겠습니다. 드래곤의 둥지. 그랜드 월의 모든 드워프족의 대표 사절, 한스 게이시스가 로시아 제국의 황제 페하와 국왕 님들과 귀족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그리고 위대하신 창조주께 마지막에 창조된 이들, 드래곤족의 대표인 데미리안이 인간들의 지배자들께 인사드리겠습니다." 나의 인사가 끝나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드래곤들 중 드래곤 로드를 제외하고 유일한 10써클 드래곤! 데미리안이었다! 데미리안은 어느새 나의 옆에 있었던 것이다. 나의 갑작스러운 인사, 그리고 데미리안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그의 발언은 홀에 있는 이들로 하여금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데미리안님!" "이거 생각보다 빨리 다시 뵙게 됬군요, 한스님." "도데체 이게……." "하하하! 그게 드래곤 로드꼐서 저희 드래곤들을 대표하는 사절로 저를 보내셨습니다. 아무리 약하고 짧은 인생을 살아간다고 하지만 대륙의 대부분을 차지한 종족이 인간이라고 하시면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입니다." "젤드리온이 말입니까? 말 한번 좋게 하는군요." 젤드리온이 했다는 말에 이를 갈며 난 데미리안을 바라보았다. 드래곤 로드가 사절로 보낸 드래곤, 대미리안. 확실히 선택은 잘했군. 아무리 인간을 잘 보는 드래곤이라고 한들, 데미리안만큼 인간에게 예의를 지킬 드래곤은 없을 테니까. 그 수 이어진 대혼란. 황제와 국왕들 역시 연이어서 심적으로 큰 부담을 안게 되자 피로가 쌓였는지 지쳐 보였다. 그래서 일단 황제와 국왕들은 오늘은 해산키로 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황제와 국왕들의 평균 나이는 50세에서 60세. 그들은 검과 마법으로 단련 되어 있기는 했지만, 연이어 내가 말한 사건들은 그들에게 심적 타격을 줄 정도로 큰 사건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마왕이 강림한 중간계의 하루는 계속 흘러가기 시작했다. 하루란 시간. 그것은 내가 그때 벌인 사건들에 소문이 퍼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2011/5/5 타이핑 by. AkaiTora 59장. 대종족 회합, 그리고 마왕의 진격! 이종족 회합, 이 중간계의 모든 이종족들, 지성을 지니고 종족으로 인정받는 이들의 회합. 평소에는 폐쇄적인 드워프와 엘프, 수인족인 라이칸스로프, 거기에 노움과 페어리, 호비트들조차 모두 모이는 것이 이종족 회합이었다. 짧게는 2백 년, 길면 4백 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 이종족 회합에 이례적으로 한 종족이 참가하게 되었다. 바로 그들은 인간. 중간계의 대부분의 땅을 차지한 종족, 빛과 어둠을 가진 종족, 인간이 말이다. 이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다. 인간이란 종족은 빛과 어둠을 모두 가지고 있는 종족, 자신의 동족을 죽이고 팔아넘기기도 하는 종족, 그렇기에 대부분의 이종족들은 인간들을 싫어 했고, 그것은 이종족들의 상위층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이종족 회합에 인간이 참여한 적은 없었다. 그런 이종족 회합에 인간족이 참여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중간계의 대혼란,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중간계의 마왕의 강림! 마왕이란 존재는 마족의 왕! 더없이 강한 마계의 유일한 종족인 마족과 전투 종족이라는 마족의 왕인것이다. 물론 마왕이 한 명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왕이란 지위를 가진 마족은 대단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마왕이 중간계에 강림한 것이다. 보통 마왕이 강림하면 중간계 최강의 종족인 드래곤들이 직접 나서거나 간접으로 나서서 인간에게 힘을 실어줘, 인간으로 하여금 마왕을 쓰러트리게 한다. 물론 그때 이종족들은 인간들에게 자신의 종족의 최강의 전사들을 보내 돕도록 했다. 그것 때문에 전설에 나오는 마왕을 물리친 용사는 이종족들을 동료로 맞이했다. 이 2가지 방법으로 지금까지 중간계의 강림했던 마왕들은 고배를 마시고, 강제 소환을 통해서 마계로 매번 되돌아갔다. 그렇지만 이번에 강림한 마왕은 앞서 말한 2가지 방법으로는 처리할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이종족 회합에 인간의 대표가 끼게 된 것이었다. 이번에 앞서 언급한 2가지 방법으로 마왕을 처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그중 첫번째는 오랜 시간 지속된 전쟁으로 인한 인간들의 쇄락 때문이었다. 장장 10여 년간 이어진 전쟁이었다. 그로 인해서 수많은 인간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만큼 인간들의 힘은 약해져갔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 전쟁은 마족의 종인 흑마법사들이 펼친 계략. 인간들의 힘을 약하게 만들기 위한 작전이었던 것이다. 다음 두 번째 이유는 마왕의 곁에 있는 마족들 떄문이다. 어찌 된 이유인지 마왕이 소환되기도 전에 소환된 상당수의 마족들. 그것도 상당수의 마족이 소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드래곤들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고, 눈치를 챘을 때는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을 정도의 엄청난 수의 마족이 소환되어 있었다. 거기에 지금은 마왕이 소환된 상태다. 소환된 마왕은 자신들의 수하 마족인 귀족 계급의 마왕을 소환했고, 그 덕에 마족들이 질도 높아졌다. 이전의 마왕들은 아슬아슬하게 소환되었을 때 용사가 난입하여 처리하거나, 막 소환되었을 때 드래곤들에 의해서 처리되었기에 이번과 같은 일이 벌어진 적은 거의 없었다. 또한 이상하게도 자신의 수하 마족인 귀족 계급의 마족을 소환한 마왕은 지금까지의 마왕들과 다르게 지치지도 않은 상태였다. 다음 세 번쨰 이유는 방금 전에 말했다시피 이상한 마왕 때문이었다. 역대 중간계의 소환된 마왕은 상당히 약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 이유는 자신의 힘의 3분의 2를 마계에 두고 온 상태에서 3분의 1의 힘만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중간계의 흑마법사들에게 알려진 마왕 소환진이 대부분 불완전하거나 비정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불완전하거나 비정상적인 마왕 소환진이 마왕의 힘을 소진시켰고, 그렇기 때문에 갓 소환된 마왕들은 대부분 바로 활동하지 못하고 힘을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런데 이번에 소환된 마왕은 이전과는 달랐다. 이전의 마왕보다 멀쩡한 모습으로 소환된 마왕. 소환 도중에 힘의 소실도 없었는지 바로 귀족 계급의 마족들을 소환해냈고, 거기에 지치지도 않는지 마왕의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번에 소환된 마왕의 강력함은 비정상적이었다. 마치 마왕의 본신 전부가 소환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종족들은 마왕의 본신이 전부 소환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불가능 했기 때문이다. 창조신에 의해서 만들어진 세계. 마계, 중간계, 신계, 정령계. 이 네세계 사이에는 차원의 벽이란 것이 있어서 타계의 존재가 중간계로 넘어갈 때는 그 힘이 약해진다. 이것은 위대한 창조주가 정한 법이었고, 그 누구도 깰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마왕의 본신이 모두 중간계로 넘어왔다는 것을 말이다. 이렇게 위의 대표적인 3가지 이유 때문에 현재로서는 마왕을 처리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종족들은 마왕을 처리하기 위해서 힘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는 드래곤들이 있었다. 드래곤. 그들은 중간계 최강의 종족이자, 창조신에게 가장 마지막에 창조된 창조물로서 이 중간계를 지켜야 하는 의무를 가진 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마왕을 처리하기 위한 회합의 중심에 있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 드래곤을 중심으로 이종족 회합, 이례적으로 인간족의 대표까지 참여하게된 이번 회합의 장소는 페어리들이 제공했다. 페어리. 요정족인 페어리는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공간을 뛰어넘는 능력! 그 능력은 오직 페어리들의 능력이며, 그들은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공간을 뛰어넘어 정령계, 마계, 신계도 오갈 수 있었다. 뭐, 페어리들이 마계나 신계에 갈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그런 페어리들이 제공한 장소는 바로 각 계의 중간. 중간계이면서 중간계가 아닌 장소였다. 오직 페어리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렇게 페어리들이 제공한 공간에서 이종족 회합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한스가 마왕의 강림에 대한 사실을 알린 지 보름 만이었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오는군. 주변을 살펴보면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페어리들이 이종족 회합을 위해서 제공한 이 공간은 정말 특이했다. 각가지 색이 조화를 이룬 공간인 동시에 중간계이면서 중간계가 아닌 공간. 만약. 이 공간에 우리를 버리고 간다면 드래곤이라고 한들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걱정 마세요. 그런 일을 벌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죽은 자의 군주여.] "아아, 퀸님, 몇 번이나 말씀드립니까? 생각을 읽지 마시라니까요." [후훗! 미안해요.] 내가 퀸이라고 부른 이는 바로 이 장소를 제공한 이들의 여왕, 페어리 퀸이었다. 페어리 퀸은 일반 페어리들에 비해서 상당히 컸다. 뭐, 커봤자 10살 쯤 먹은 아이 정도의 크기지만 일반 페어리들과 크기를 비교하자면 거인에 가까웠다. 10살먹은 아이 정도의 크기지만 알맞은 8등신의 몸매에 아름다운 얼굴, 그리고 그런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순백의 드레스와 페어리들의 여왕을 상징하는 6개의 날개는 페어리 퀸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칭찬 고마워요.] "퀸님!" [미안해요. 하지만 어떡하죠? 모든 죽은 자의 군주의 생각을 읽는것은 너무 재미있는걸요.]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며 앞에 놓인 차를 마셨다. 아아, 정말 좋군. 어떤 차인지 모르지만 챙겨갈수 있다면 챙겨가고싶군. [나가는 길에 챙겨드릴게요.] "그거 정말 감사합니다.... 가 아니라! 퀸님!" [후훗! 미안해요.] "하~아!" 현재 우리는 티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이 티타임에 참여한 것은 나와 페어리퀸뿐만 아니라 이 종족의 모든 대표들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인간 대표들도 말이다. 나는 지금 이종족 회합에 인간족 대표의 동행으로 이곳에 와 있었다. 내가 황제와 국왕들에게 마왕의 강림 소식을 알린 날의 다음 날, 나와 데미리안님, 그리고 황제 폐하와 국왕들과 각국의 공작들이 참여한 회의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데미리안님은 오늘 열린 이종족 회합에 인간들이 초대 되었다고 말했다. 초대된 이유라고 말해봤자 마왕을 상대로 싸우기 위한 대책을 세우자라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 데미리안님의 말씀 덕분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사실, 그 자리에 나를 부른 이유는 바로 마왕이 진짜 소환되었는가 묻기 위해서인데, 데미리안님이 마왕과 싸우기 위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 인간의 대표를 이종족 회합에 초대한다고 말해버렸기에 자연스럽게 내 말이 사실인 것이 증명되었으니 말이다. 데미리안은 드래곤이고, 그 말을 의심할 순 없으니까. 드래곤들은 중간계에서 거짓말을 못하는 종족으로 알려져 있다는 이유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그 후에는 이종족 회합 이전까지 편하게 지내면서 오랜만에 인연이 있었던 이들을 만났다. 뭐, 만난 이들이라고 해봐야 전 델리아드 공작님과 역시 후계에게 자리를 물려준 전대 공작님들이었지만 말이다. 로시아 제국의 3대 공작가의 전 공작님들은 고스트 드래곤의 출몰때 입은 상처를 그대로 안고 계셨다. 이제는 완전히 나아버린 상처. 거기에 10여 년이란 시간 때문에 익숙해져버린 육체였기에 나는 그분들의 상처를, 없어진 팔과 다리를 달아드릴 수 있다는 말은 꺼내지도 못했다. 그분들은 인챈트 학파의 오토 마리오네뜨의 신체를 개조한 의수와 의족을 달고 계셨는데, 검사로서 제대로 실력을 낼 수는 없지만 생활하는 데는 문제없다고 하였다. 그말을 들었을 때 난 아무 말도 할 수없었지만 말이다. 그 후 나는 네크로맨시 학파 마법사들의 방문을 수 없이 받았다. 그중에는 나와 좋은 인연이 있었던 벤마이오트님과 젯맨토님도 껴 있었다. 장장 10여 년 만에 뵙는 두 장로님들은 상단히 늙으셨고, 동시에 죽어가고 계셨다. 죽어간다고 해서 바로 죽는다는 말은 아니었다. 솔직히 두 분은 스스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계셨다. 하긴 당연했다. 그분들은 여전히 네크로마스터의 경지에 머물러 계셨고, 두 분이 죽어가고 있는 이유는 세상에 퍼져있는 죽음이 네크로마스터이신 두 분의 마나와 경지에 이끌려 몸으로 흡수되고 있기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두 분들은 최근에 자신들이 늙었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몸으로 흡수되고 있는 죽음으로 인한 영향 때문이었다. 만약, 자신의 몸의 죽음에 대해서 느낀 이후, 죽음을 사용하고 이해한다면 불완전한 데스마스터에 오르실 수 있으실 것이다. 또한 오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평범한 사람이라면 천수라고 할 만한 시간을 살아가실 수 있을 것이었다. 나는 인연이 닿아 있는 이 두분께 다음의 경지로 가는 길이라며 힌트를 드렸다. 그 힌트를 통해서 앞으로 나아가느냐, 나아가지 못하느냐는 두 분에게 달려 있지만 말이다. 그 외에 네크로맨서들은 일절 만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를 만나러온 네크로맨서들은 나에게 뭔가 엊어가려는 이들이거나, 내가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인 데스 로드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도전하러온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솔직히 그들을 상대해줘도 상관은 없었다. 그들이 네크로맨서인 이상, 언데드를 사용하는 이상 나를 이길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럼에도 그들을 상대하지 않은 것은 나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족과의, 마왕과의 전투를 말이다. 뭐, 솔직히 귀찮기도 하고 말이다. 지난 보름 동안 꽤 준비 하긴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무리 준비해도 부족했다. [맞는 말이죠. 준비란 것은 아무리 해도 부족한 것이죠.] "하~아! 포깁니다, 포기." [후훗!] 또다시 내 마음을 읽은 페어리 퀸의 말을 들은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주위를 바라보았다.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이들, 그워프 헤븐에서 보았던 노에른 대장로님과 노에른 대장로님과 함께 드워프 대표로 온 4인. 이 다섯 분들은 매우 초조해하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바로 내 옆에 드래곤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옆에는 총 두 드래곤이 앉아 있었다. 한 명은 다름 아닌 데미리안.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나와 싸운 적 있는 이, 나를 죽일 뻔한 이, 드래곤 로드,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 젤드리온이 있었다. "차 맛이 참 좋군. 안 그런가, 한스?" "친한 척하지 마, 비만 도마뱀." "훗!" 나의 도발에도 웃어 보인 뒤, 차를 마시는 젤드리온이었다. 재수 없는 놈! 여타 이종족들이 대표와 함꼐 4~5명의 동행인을 데리고 온 것과 다르게, 드래곤은 대표인 드래곤 로드와 함께 10써클 드래곤 데미리안만이 이종족 회합에 참여했다. 뭐, 페어리 퀸의 말을 들어보니 항상 드래곤 로드만 참여하던 이종족 회합에 이렇게 한 명이 더 나타난 것도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저기 이제 그만 회합을 시작하는 게 어떤가요?" "그,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운...요." 그때 말을 꺼낸 이가 있었으니 그녀는 다름 아닌 엘프의 대표로 온 하이엘프, 신기를 관리하는 신녀, 나도 예전에 한 번 본 적 있는 엘프, 가이나였다. 엘프들 중, 신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아서 제일 아름답다는 하이엘프인 가이나는 과연 아름다웠다. 그렇지만 그뿐이었다. 예전에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의 두근거림은 없었다. 단지 아름답다고 느낄 뿐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이종족 남성들은 모두 그녀를 보며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드래곤 로드인 젤드리온과 데미리안은 제외하고 말이다. [후훗! 그녀는 신의 축복을 받은 여자니까요.] 또다시 나의 생각을 읽었는지 페어리 퀸이 말했다. 신의 축복을 받아, 이성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라. 그 신의 사랑의 여신이라도 되나. 후훗! "꽤 시간이 흘렀으니 회합을 시작하기로 하지요" 젤드리온의 말에 이종족들은 모두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식은 땀을 흘리며 기가 죽어 있던 드워프들도 당당한 눈빛을 내며 젤드리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들 알고 계시겠지만 중간계에 마왕이 강림했습니다." 끄덕. 젤드리온의 말에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는 이종족들. 그들의 표정은 모두 심각했다. "마왕이 소환된 것은 과거에 여러번 있었지만,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이번의 마왕은 스스로를 마황이라고 부르며 그에 걸맞은 힘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저희 드래곤들에게 이어온 기억에 나오는 마왕과 비교해 그는 이상하게도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마치 본신의 모든 힘을 지니고 강림한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 하지 않나요?" "엘프족 대표 가이나님의 말씀대로 그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디까지나 방금 전 그것은 제 생각일 뿐입니다." "불가능이 때로는 가능이 되는 때가 있지요." 그때 갑자기 끼어든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우리 인간족 대표 나와 함꼐 온, 로시아 제국의 3대 공작가 중 위즈덤 공작가의 전대 공작이자, 로시아 제국의 원로가 되신 휴머니즈 폰 위즈덤 원로셨다. 아, 그이야기를 하시려는 모양이군. 위즈덤 원로님은 잠시 나를 바라보신 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곧 눈을 빛내며 이종족들을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인간족 대표여." "말 그대롭니다, 수인족 대표님." 워즈덤 원로께 말을 건 이는 수인족 대표이자 워어 울프족의 수장인 네프라였다. 네프라는 이 대륙에 채 1백 명도 남지 않은 실버 울프족이라고 한다. 실버 울프족인 그는 은빛 머리카락에 강함을 숭상하는 수인족 답지 않게 가냘픈 몸을 가지고 있었는데, 겉모습과 달리 그는 순수하게 자신의 힘으로 족장의 위치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역시 겉모습이 다가 아니라니까. "때로는 불가능이 가능이 될 때가 있지요. 우리 인간들은 특히 그런 경우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인간으로서 불가능하다는 9써클의 경지에 오르는 이가 간혹 나오기도 하고, 검신이라 부르는 그랜드 소드마스터가 나오기도 하니까요. 불가능이 때로는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인간들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흥! 무슨 헛소리인가!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마왕이 중간계의 모든힘을 가지고 강림한다는 것은 불가능 하네!" 회합이 시작되기 이전에는 드래곤들에게 기가 죽어서 있던 노에른 대장로님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소리치셨다. 그에 다른 이종족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노에른 대장로님의 말에 호응했지만, 위즈덤 원로님은 전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웃어 보이셨다. "확실히 일반적이라면 불가능 하겠죠. 이 중간계에는 창조주께서 다른 차원, 마계와 신계의 존재들이 함부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차원의 벽을 만드셨으니까요." "잘 알고 있으면서 그런 헛소리를 하다니. 역시 인간이란....." "일! 반! 적이라면 말입니다." 호비트족의 대표, 첼피시의 말에 위즈덤 공작님은 한자 한자 힘을 주고 말하셨다. 자신만만한 위즈덤 원로님의 얼굴이 이종족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느끼게 했는지, 그들은 불만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는 위즈덤 원로님을 바라보았다. "흐음, 일반적이라. 그렇다는 말은 일반적이 아니라면 가능한 일이하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일반적이 아니라면 가능한 일입니다." 젤드리온은 위즈덤 원로님의 말씀에 관심을 보였다. 아무래도 데미리안님이 말하지 않은 모양이군. "그 일반적이 아닌 겨우에 대해서 듣고 싶군요." "그래곤 로드 젤드리온님, 한 가지 묻겠습니다. 혹시 차원 이동에 대해서 아십니까?" "차원 이동?" "예, 차원이동. 신계, 마계, 정령계가 아닌 전혀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 말입니다." "흐음,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드래곤 중 한 분이 아주 오래전부터 차원 이동에 대해서 연구해오셨으니까요. 그리고 여기 계신 데미리안님이 그분의 후손이시니 말입니다." "이거 참 잘됐군요, 데미리안님, 실례지만 차원 이동에 대해서 설명 해주시겠습니까?" "얼마든지요." 위즈덤 원로님의 권유에 데미리안이 자리에 일어서자, 그 자리의 모든 이종족들의 시선이 데미리안에게 집중되었다. 잠시 후, 데미리안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차원 이동. 이것은 드래곤 로드님을 제외하고 최초로 10써클에 오르신 데미리온 할아버지께서 연구를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성공한 적 없고, 감히 시도도 하지 않으려 한 그 차원 이동마법을 말립니다. 그러나 저희 할아버지께는 남겨진 시간이 얼마 없었고, 그 연구를 제 아버지이신 데미니안께 넘기셨죠. 저희 아버지는 할아버지에 이어 10써클에 오르셨고, 자신의 평생을 바쳐 차원 이동마법을 연구하셨죠. 그리고 뒤를 이어 제가 이어받았습니다." "흠흠." "아, 죄송합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죠. 차원 이동 마법에 대한 연구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이들이 도전해온 마법입니다. 차원 이동은 이 세계에 신계, 마계, 정령계, 중간계가 있는 것처럼 전혀 다른 세계에 비슷한 차원이 있을 것이라는 허구와 같은 결과를 생각하고 시작된 마법입니다. 인간을 비롯한 수많은 이종족들, 그리고 저희 드래곤들은 순간 이동 마법과 공간 이동 마법을 토대로 하여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주는 순간 이동 마법 텔레포트와 공간을 뛰어넘어 이동시켜주는 워프 이 두 가지를 토대로 연구한 이들은 타계라고 할 수 있는 마계, 신계, 정령계의 마족과 신족, 정령의 소환에까지 발전시켰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죠." "으음." 잠시 말을 끊은 데미리안은 주변의 모든 이종족들을 바라보았다. 다른 이종족들은 몰랐던 사실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잠시 그렇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이종족들을 바라보던 데미리안은 멈췄던 말을 다시 시작했다. "방금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할아버지이신 데미리온 할아버지는 각가지 마법을 익히셨습니다. 인간, 엘프, 드워프, 호비트, 노움, 설사 오크라 할지라도 전혀 꺼리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제자로 들어가 마법을 배우셨죠. 그렇게 수많은 마법을 통달하신 할아버지는 10써클에 오르셨고, 지금 저에게 그것이 이어졌습니다. 수많은 종족에게 배운 마법들, 그 마법적 지식에는 각가지 소환 마법이 있었습니다. 마족소환, 신족 소화느 정령 소환, 몬스터 소환 등등 말입니다. 공간 이동과 순간 이동 마법의 연구로 새롭게 발전한 소환 마법들은 타계의 존재를 불러오는 마법이고, 공간 이동과 순간 이동 마법은 자신 혹은 자신을 포함한 다수를 이동시키는 마법이다. 이 세 가지 마법을 파해치고 연구하다 보면 차원 이동 마법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데미리안 할아버지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하셨고, 저희 아버지역시 그 생각을 이어받아 연구하셨습니다. 그리고 저희 아버지는 9천살이 넘으신 나이에 이론적으로 차원 이동마법을 성공시키셨습니다. 이론적으로 말이죠." ".....!" 데미리안의 마버지, 데미니안이 이론적으로나마 차원 이동 마법에 성공했다는 말에, 젤드리온을 비롯한 이종족들은 모두 놀라서 눈을 부릅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광경을 지켜보는 위즈덤 원로님은 히죽하고 웃어 보이셨지만, 그 웃음을 본 것은 나뿐이었다. "이론이나마 성공하신 아버지는 바로 실험을 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가셨습니다. 드워프들을 시켜 그랜드 월의 산 안쪽에 거대한 공동을 만들게 한고, 만들어진 이후 그 공동에 이론으로나마 완성시킨 차원 이동 마법의 마법진을 쉬지 않고 빼곡하게 새겨 넣으셨습니다. 마법진을 그려 넣는 데 무려 십 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아버지의 일기에 적혀 있었습니다. 차원 이동이란 것이 워낙에 위험하고 미개척지와 같은 마법이라, 주의해서 살펴보고 또 살펴보면서 그리신 덕에 그만한 시간이 걸리셨다고 하더군요." "십 년. 과연 드래곤이군." "마법진을 십 년이나 그리다니......" 마법진을 그리는 데 무려 10년이나 걸렸다는 말에 나와 동행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종족들은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마법진이 원래 꽤나 정교한 작업을 요하기는 하지만 10년이나 마법진을 그렸다니. 그것도 마법의 종족이라는 드래곤이 말이다. 정말 질릴 노릇이었다. 하긴 그만한 진념이 있었기에 차원 이동 마법을 성공시킬 수 있었겠지. "십 년간 그린 차원 이동 마법진.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저희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자연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남긴 드래곤 하트와 자신의 마나를 이용해서 실험을 하셨습니다." 꿀꺽. 차원 이동 마법의 실험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위즈덤 원로님조차도 침을 삼키며 데미리안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10써클에 올라 마나로 회귀한 에이션트 드래곤의 드래곤 하트, 거기에 10써클의 에이션트 드래곤의 마나를 동원한 차원 이동 마법. 그결과는...." "....." "실패였습니다." 역시! 차원 이동 마법이 성공할 리가 없지. 웅성웅성. "아아, 정정하죠. 절반의 실패였습니다." "......!" 절반의 실패. 그것은 바로 절반의 성공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실패했다는 말에 왠지 안심하며 떠들었던 이종족들은 이어진 데미리안의 말에 단번에 입을 다물었다. 절반의 실패, 절반의 성공. 그에 대한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말이다. "절반의 실패, 절반의 성공. 사실, 저의 아버지는 완전히 실패한 줄 아시고는 그 자리를 바로 떠나셨었습니다. 그 이유는 자신의 마나와 할아버지가 남기신 드래곤 하트의 마나까지 사용했는데 공동에는 전혀 변화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여기에서 몇몇 분들은 아실 겁니다. 마나가 극하게 소모되면 심한 상실감과 허탈감이 남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런 극한 상실감과 허탈감, 긱에 실험에 실패했다는 좌절감까지 더해진 아버지는 곧 자리를 벗어나셨죠. 마나가 모두 소모되어버린 할아버지의 드래곤 하트를 두고 말입니다." "....." "하지만 아버지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신 실험은 성공했었던 것입니다. 비록 절반이지만 말입니다. 사실, 저도 저기 계신 한스님께서 저를 찾아오시지 않았다면 아버지의 절반의 성공에 대해서 몰랐을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 예. 괜찮습니다." 방금 전 데미리안의 말에 나를 집중하고 있던 이종족들은 모두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이내 내가 괜찮다고 말하자 호기심 어린 눈은 데미리안에게로 돌려졌다. "모두 궁금하셨을 겁니다. 방금 제가 허락을 구한 이유, 그는 바로 저의 아버지가 성공하신 절반의 성공에 있습니다. 저의 아버지가 해내신 차원 이동 마법의 절반의 성공. 그 결과는 다름 아닌 저기 한스님이십니다." "뭐, 뭐하고!" "그게 무슨 소리지요?" "아주 간단한 이야깁니다. 바로 한스님이 다른 차원의 사람, 이계인이라는 뜻입니다." ".....!" 내가 다른 차원의 사람, 이계인이라고 말하자, 이종족들은 모두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이 나를 바라보는 표정은 마치 동물원의 동물을 바라보는 사람들과도 같았다. 이거 기분이 조금 안 좋은데 "정말 사실인가, 인간 한스여." "아, 예. 저는 이계인입니다. 믿기시지는 않겠지만 사실입니다. 제 데스로드라는 지위와 마나의 이름앞에 맹세합니다." "하하하! 이계인이라니." 이 자리에 있는 종족들은 모두 내가 이계인이라는 것을 인전하는 눈치였다. 일단 드래곤인 데미리안의 입에서 직접 나온 말이기도 하고, 내가 나의 지위와 마나의 이름 앞에 맹세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데미니안과 나로 인해서 소란스러워진 이종족들은 이내 진정하고는 데미리안에게 집중했다. 아직 데미리안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저의 아버지는 차원 이동 마법을 절반만 성공 하셨습니다. 그 결과 다른 차원으로 오고 가는 차원의 문이 열렸지만, 그것은 불완전한 차원의 문이었습니다." "불완전한 차원의 문!" "불완전한 차원의 문을 통과하신 한스님은 그때 엄청난 상처를 입었지만 다행이 살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스님의 증언에 의하면, 그때 이동된 곳은 공동이 아닌 어딘가의 숲, 그말은 아버지의 절반의 성공으로 인해서 이 세계 여기저기에 불완전한 차원의 문이 열렸었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그 불완전한 차원의 문 때문에 한스님의 세계가 곤혹을 치렀다고 하더군요." "그 불완전한 차원의 문이 인간 대표가 말한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인가?" 젤드리온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은 숨을 죽였다. 그것은 지금까지 어느 종족이건 간에 존댓말을 하던 젤드리온이 반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가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젤드리온이 분노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만약, 중간계에 강림한 마왕이 그 불안한 차원의 문이 마계에 열린 것을 이용했다면 그 것은 모두 드래곤들의 죄라고 하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노한 젤드리온의 눈빛을 받은 데미리안은 면목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그렇습니다." "허허! 이런 일이!" "끄으응." "이런!" [이런, 가엾게 됐네.] 이종족들은 데미리안의 대답에 모두 동시에 말을 쏟아냈다. 불완전한 차원의 문을 이용하여 마왕이 강림했다. 그것은 최악의 사태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바로 마왕의 본신이 마계에서 중간계로 넘어온 것. 100퍼센트의 힘을 지닌 마왕이 중간꼐로 넘어온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 된 것이었으니 말이다. "이 일에 대해서는 모든 일이 처리된 후에 처벌을 내리겠다." "예, 로드." "말을 계속하도록.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으니." "예. 불완전한 차원의 문의 존재를 안 것은 한스님이 저를 찾아오고, 제게 자신이 이계인이라고 밝힌 이후 아버지가 남기신 일기의 공동을 찾아가고 나서입니다. 공동에서 저희는 놀라운 것을 반견했습니다. 아버지가 버리고 가신 할아버지의 드래곤 하트. 그 드래곤 하트에 아버지께서 공동에 십 년간 그리신 마법진이 모두 빨려 들어간 것을 말이요. 그 후 제와 한스님은 이 불완전한 차원의 문을 완성하기 위해서 연구에 들어갔고, 결국 완성해냈습니다. 완전한 차원의 문을, 차원 이동 마법을 말입니다." 기가 죽은 채로 말하던 데미리안은 허공에 손을 휘젓고는 한 가지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차원의 심장이라 이름 붙인, 데미리안의 할아버지의 드래곤 하트였다. "이것이 바로 완성된 차원 이동 마법을 사용하게 해주는 아티팩트, 저의 할아버지의 드래곤 하트, 한스님과 제가 이름 붙인 차원의 심장입니다. 이 차원의 심장으로 인해서 완전한 차원의 문이 완성되었을때가 공교롭게도 마왕이 강림한 때, 아마도 불완전한 문이 완전한 차원의 문의 등장으로 사라지기 직전에 크게 벌어졌을 때 마왕이 강림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모두 이 자리를 빌려 사죄 말씀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하며 데미리안은 이종족들을 향해서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 모습에 이종족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3대에 걸쳐 연구해온 차원 이동 마법, 그리고 그 차원 이동 마법의 불완전한 성공과 완전한 성공으로 인해서 중간계에 강림한 마왕. 그것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고, 꾸짖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데미리안님, 고개를 드십시오. 일단 중요한 것은 마왕을 상대할 대책을 찾는 것이지, 데미리안님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도 말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말을 꺼낸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위즈덤 원로님이셨다. "저희 인간들은 같은 종족끼리 수많은 전쟁을 벌여서 떄로는 승리하고, 때로는 패배했습니다. 저희 가문의 역사 기록서에는 그간 전쟁에 대한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지요. 저희 위즈덤 공작가는 다음 대 공작들에게 그 역사 기록서를 물려주고 공부하도록 합니다. 그것은 그 역사 기록서에 담긴 전쟁의 역사를 알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역사 기록서의 척 장에는 이런 문장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전쟁에 나가는 지휘관이 생각해야 하는 것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아군의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하고, 사기를 상승스켜줄 방법, 두번째는 아군의 희생을 줄이고, 적군에게 최대의 피해를 입히고 승리할 전술, 세 번째는 아군에게 닥칠 최악의 상황. 이것이 전쟁에 나가는 지휘관으로서 생각해야 할 세가지다' 이것이 저희 위즈덤 공작가의 역사 기록서의 첫 장에 기록된 문장들입니다. 방금 전, 데미리안님의 말씀으로 인해서 세 번째 아군에게 닥칠 최악의 상황을 알 수 있었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안다는 것은 그것에 대해서 대비할 방법을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 최악의 상황을 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은 전쟁에서 엄청난 것. 그것을 알게 해주신 데미리안님은 떳떳하게 고개를 드셔도 되는 것입니다." 확실히 최악의 상황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 차이이다. 알고 대비하는 것과 모르고 대비하는 것은 그 대비하는 정도가 전혀 다르니 말이다. 위즈덤 원로님의 말을 들은 이종족 몇몇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봤다는 듯이 위즈덤 원로님을 바라보았다. "거기에 불완전한 차원의 문 덕분에 여기 계시는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한스님이 우리 편이 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 고개를 드십시오, 데미리안님." 이어진 위즈덤 원로님의 말에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종족들의 시선은 나에게 주목되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그 불완전한 차원의 문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커엄! 데미리안님, 회합을 진행해야 하니 고개를 드시죠." "크릉! 맞다. 어서 진행해야 한다." [어서 고개를 드세요. 회합을 진행해야죠.] 하나 둘 고개를 들라고 하는 이종족들, 그에 데미리안님은 천천히 고개를 드셨다. 그리고 이내 모두에게 다시 고개를 숙여 보이셨다. 그것의 의미를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이 모를 리 없었다. 그것은 고맙다는 의미. 자신을 용서해주어서 고맙다는 의미의 인사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게 이종족 회합은 최악의 사태를 알게 된 상태에서 계속 진행 되었다. 이종족 회합이 열리고 있는 시각. 흑마법사들과 몬스터들, 그리고 마족에 의해서 암묵적으로 형성된 국경선이 무너진 이후 새로운 국경선에 위치하게 된 플르토 영지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플르토 영지는 중상급의 영지. 대영지였던 베일네스와 비교하자면 작은 편이긴 하지만, 중상급 영지답게 어느 정도 크기를 가진 영지였다. 그런 플르토 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새로운 국경선에 위치한 영지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개조중이었기 때문이다. 대항마법진의 설치, 거기에 지난번 베일네스 영지에서 선을 보인 그랜드 내추럴 저지먼트의 개량 및 축소판 버전의 설치 등 각가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랜드 내추럴 저지먼트는 오직 몬스터와 흑마법사, 마족과 같은 마력을 가진 존재만 공격하는 마법이었기에 작은 한스는 서슴없이 공개했고, 현재 대부분의 영지에는 개량및 축소판, 혹은 확대판의 그랜드 내추럴 저지먼트가 설치되고 있었다. "후~우! 그나저나 이제 거의 다 끝나가는구먼." "이봐, 거스! 가만있지 말고 움직여! 이것들 어서 날라야 한단 말이야!" "으으으! 쉬질 못해! 쉬질!" 거스라고 불린 이가 나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공성 병기 발리스타의 부품들이었다. 공성 병기인 발리스타를 성벽위에 설치하기 위해 분해한 것을 병사인 거스와 그 동료들이 성벽위로 나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거스는 자신이 맡은 부품인 거대한 톱니를 보며, 당장 성벽 아래로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런 짓을 했다가는 엄청난 징계를 받게 될 테니 말이다. "으다다다!" 쿵! 결국 성벽에 다 오른 거스는 자신이 들었던 엄청난 무게의 톱니를 던져버렸다. 그것은 그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성벽 위에 도착한 동료들은 그대로 부품들을 모두 던져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제자리에서 드러누워 버렸다. "무겁긴 징하게 무겁구먼!" "에휴! 앞으로 몇 대나 더 분해해서 옮겨야 한다는데." "으으으! 말도 마!" "비 좀 와줬으면 소원이 없겠다." 거스는 정말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몸을 일으킨 거스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먹구름이었다. "오오! 먹구름이다! 이거 오늘 비가 오겠는데!" "뭐? 어디 어디!" "오오오! 진짜다." 거스의 말에 재빨리 몸을 일으킨 동료들은 모두 뭉쳐 하늘을 쳐다보았다. 저 멀리 보이는 새까만 먹구름! 그것을 보며 그들은 미소 지었다. 비가 오면 어느 정도 더위를 식힐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오늘 일은 방금 전의 일로 끝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떄 미소 짓던 그들 중 한 명이 갑자기 요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거스가 물었다. "헤이, 딘. 왜 그래?" "그게... 저 먹구름, 왠지 너무 빠르지 않아?" "빠르다고? 음, 어라? 진짜 그러네." "그러게, 뭔가 이상한데." "야야, 이 중에서 가장 눈 좋은 놈이 누구야?" 거스의 동료들은 가장 시력이 좋은 이를 찾았고, 그 동료와 함께 이상하게 빨리 다가오는 먹구름을 살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은 일시에 몸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내 그들의 직업 정신은 그들을 움직이게 만들었고, 그들은 일제히 소리쳤다. "몬스터다! 몬스터들이 쳐들어 온다!" "몬스터다! 몬스터들이 쳐들어 온다!" 그렇다. 그들이 본 것, 먹구름이라 생각한 그것은 다름 아닌 비행형 몬스터들이었던 것이다. 먹구름으로 보일 정도의 엄청난 수의 비행형 몬스터들의 등장. 그것은 암흑 제국의 진군을 뜻하는 것이었고, 역사에 기록될 탐마 전쟁(食魔戰爭)의 첫 전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60장. 전쟁터에서의 재회! Made by kasllope "페어리들의 공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이용하여……." 어느 사이엔가 이종족 회합이 아닌, 이종족 연합 대마족 전투에 대한 작전 회의에 들어간 이종족 회합이었다. 현재 회의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위즈덤 원로님이었다. 타 이종족들과 달리 우리 인간은 수많은 전쟁을 경험해왔다. 그것이 비록 같은 종족인 인간을 상대로 한 전쟁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거기에 우리 인간은 문서로써 그간 일어난 전쟁에 대해서 후에 후손들에게 물려줘왔기에 전쟁에 대한 전술을 짜는 것에 월등했다. 그렇기에 이렇게 위즈덤 원로님이 회의를 주도하는 것은 당연했다. 현재 위즈덤 원로님은 페어리들의 공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이용해서 식량 이송 부대를 조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페이러들은 적게는 남성 엘프의 무게의 짐을, 많게는 성인 인간 남자의 무게의 짐을 가지고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밝혔고, 그에 위즈덤 원로님은 페어리들은 식량 이송 부대를 조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페어리 퀸은 그에 왜 우리가 그런 귀찮고 하찮은 일을 해야 하냐고 짐짓 화난 표정으로 말했지만, 지금은 위즈덤 원로님의 말을 듣고 수긍하는 눈치였다. 위즈덤 원로님은 전쟁 중 식량 이송의 중요성과 페어리들의 약한 공격력 등 각가지를 말하여 페어리 퀸을 설득하고 있었다. 페어리로 구성된 식량 이송 부대라. 거기에 인간을 뛰어넘는 장인이자 기술자인 드워프들과 노움들이 만든 무기와 방어구로 무장한 엘프로 구성된 정령사 부대와 궁사 부대. 수인족들로 이루어진 돌격 부대. 인간 기사들로 이루어진 기병 부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래곤으로 이루어진 공중 포격 부대. 그야말로 위즈덤 원로님의 입에서 나오는 부대들은 군주라면 누구라도 보유하고자 하는 꿈의 부대였다. 물론 모든 엘프들이 궁수나 정령사가 아니고, 모든 드워프나 노움이 장인과 기술자인 것은 아니라는 문제가 남아 있지만 그에 대한 문제도 해결책을 생각하고 계실 것이다. 스스스. 획! 위즈덤 원로님을 중심으로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느껴지는 기운! 그에 동시에 고개를 돌려 한 방향을 쳐다보는 나와 데미리안, 그리고 젤드리온. 역시 저들도 느낀건가. 회의는 이런 우리의 행동으로 인해서 멈춰졌고, 모두의 시선은 우리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데스 로드여." 자리가 자리인 만큼 나에게 존대를 하는 위즈덤 원로님이셨다. 나는 그런 위즈덤 원로님의 말에 대답하려 했지만, 그때 다른 이의 입에서 대답이 나오고 있었다. [암흑 제국이, 몬스터들이 진군하고 있군요. 그것도 엄청난 수의…….] "페어리 퀸의 말씀 그대롭니다." 페어리 퀸의 말대로 우리 셋이 일시에 고개를 돌린 이유는, 하나하나는 작지만 엄청난 수의 마력이 준동하고 이동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렇게 빨리 마족들이 움직일 줄이야! 크르르르. "회의는 계속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때,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이 진군하고 있다는 소리에 소란스러워진 이종족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들려왔다. 그 말을 한 중인공은 다름 아닌 드래곤 로드, 젤드리온이었다. 젤드리온의 발언에 위즈덤 원로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 후 다른 이종족들의 대표들도 한명 한명 수긍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는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이 벗어나봐야 소용없는 일.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이 대표이긴 하지만, 각 종족의 수뇌부 전부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지. "그렇지만 가만히 당하고 있을순 없겠죠." 이렇게 생각한 이는 나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위즈덤 원로님의 입에서는 내가 생각했던 말이 나왔고, 이후 일부 이종족들의 수장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위즈덤 원로님은 눈을 빛내면서 페이러 퀸을 바라보셨다. "페어리 퀸이시여, 그대의 백성들은 몬스터들이 중동하는 곳까지 이동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우리가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우리는 페어리. 공간을 뛰어넘어서 공간을 여행하는 요정이라고요.] "드래곤 로드시여." "저 역시 손을 보태기로 하겠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데미리안님, 부탁드리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저희 엘프족에서는 대장로님과 장로님들이 나서주셔야겠어요." "크르르르! 나는 나와 함께 온 모두를 보내지." "으으으! 우리 예쁜이들을 데리고 왔다면 몬스터들을 죽사발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예쁜이들. 오토 마리오네뜨나 골렘들이라고 예상되는 병기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시는 노에른 대장로님이셨다. 그 후 그야말로 급조된 최고 실력자들로 이루어진 부대가 결성되었다. 나와 데미리안은 각각 홀로 움직이고, 수인족 전사들과 고위 마법사인 노움족의 장로들은 함께 움직이기로 했고, 엘프족은 엘프족끼리 움직이기로 했다. 엘프족에서 지원한 대장로와 장로들은 각각 고위 정령사, 고위 마법사, 소드마스터, 보우마스터였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목표는 몬스터들의 진군을 최대한 저지하는 것이지, 몬스터들을 궤멸시키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십시오. 그럼 모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위즈덤 원로님의 말에 우리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급조되긴 했지만 이번 전투는 이종족 연합의 첫 전투. 인간과 이종족들이 손을 잡았음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위즈덤 원로님은 몇 번이나 강조하고 또 강조하셨다. 각 이종족들과 오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위즈덤 원로님과 함께 온 인간들을 동행해서 보내기로 했지만, 안심이 안 되셨는지 위즈덤 원로님은 몇 번이나 강조하셨다. "곧 우리의 어깨에 각각 기사처럼 갑옷을 갖춰 입은 페어리가 한 명씩 자리 잡았다. "그럼 모두 건투를 빕니다." 끄덕! [출발합니다.] 슝! 위즈덤 원로님의 말이 끝나고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들려오는 어깨의 갑옷을 갖춰 입은 페어리 나이트의 목소리. 잠시 후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몰려왔고, 이내 얼마 가지 않아 내가 아까와는 전혀 다른 곳에 와 있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크아아아! 취익! 취익! 크르르르! 캬아아아! 키키키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몬스터들의 함성과 사람들의 비명 소리, 몬스터들로부터 나는 심한 악취와 피비린내, 죽어버린 시신들이 익는 냄새, 그리고 눈으로 보이는 수많은 모스터들과 인간들의 투쟁. 그것을 통해서 나는 내가 전장으로 이동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페어리 나이트여, 이제 물러나셔도 좋습니다." [괜찮겠습니까?] "괜찮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퀸께 안부 전해주십시오." [그러시다면… 부디 건투를 빕니다.] 그 말을 마친 페어리 나이트의 존재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럼 시작해볼까. "셰인." [예, 로드.] "프로스트와 킬을 붙여주겠다. 영지 내부에 들어와 설치는 몬스터들과 하늘에서 배회하는 몬스터들을 처리하도록. 각기 하위 언데드들의 손환도 허락한다. 가라." [예스, 마이 로드.] 파파팍! 나의 부름에 모습을 드러냈던 셰인은 곧 뛰어나갔고, 셰인이 뛰어나감과 함께 어느새 나타난 프로스트와 킬이 뒤따랐다. 그들의 뒤에는 그들의 데스 서번트들이 따르고 있었다. "볼케이노." [예, 로드.] "너에게 빌리, 우라노스, 켈트, 보를을 붙여주겠다. 몬스터들을 밀어내도록. 역시 하위 언데드의 소환을 허락한다." [예스, 마이 로드. 한데, 로드께서는…….] "나도 가만있을 순 없겠지." 히죽. 나는 평소와 다르게 분위기를 잡은 볼케이노의 질문에 대답하고는 웃어 보였다. "가라!" [예스! 마이 로드!] "키키키! 이제 끝났군." 몬스터들이 영지에 진입했다. 그 말은 이제 얼마 가지 않으면 함락된다는 소리와 같았다. 이 광격을 지켜보며 웃는 이. 그는 전에 나섰던 남작급 마족보다 한계급 더 높은 자작급의 마족 르피드아크였다. 르피드아크와 함게 진군한 몬스터들의 수는 약 6만! 갑작스럽게 동원된 몬스터의 수치고는 많았다. 이만한 몬스터들을 데리고 진군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간 암흑 제국에서 수많은 모스터들을 끌어들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암흑 제국이 가진 힘, 키메라 제작을 통해서 수를 늘렸기 때문이다. 키메라 제작은 각각의 다른 몬스터의 능력을 합성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몬스터를 양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니, 오히려 양산하는 것이 더욱 쉽다. 그간 흑마법사들은 스스로를 마황이라 칭한 마왕, 샤크바프론의 강림을 준비하면서 몬스터들을 양산했다. 비록 양산된 몬스터들의 수명이 5년이 채 되진 않지만, 5년 정도 몬스터를 사용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것이었다. 몬스터는 다 자라는 순간부터 병력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키메라 제작을 통해서 양산된 몬스터들의 수는 무려 150만에 가까웠다. 처음에는 이만한 수의 몬스터들을 관리하는 데 힘들었지만, 마왕이 강람한 후에 관리 문제는 사라졌다. 어차피 몬스터들은 하위 몬스터들을 잡아먹고 살기에 식량 문제도 없었고, 귀족 계급의 마족들이 직접 관리하기에 난동이 일어날 문제도 없었다. 그렇게 키메라 제작을 통해서 양산된 몬스터가 약 150만, 기존에 끌어들인 대륙의 몬스터가 약 40만, 약 2백만에 가까운 몬스터 군단이 탄생했고, 지금 이렇게 귀족 계급 마족의 지휘 아래 진군하고 있었다. "키키키! 쉽구먼, 쉬워." 르피드아크의 말대로였다. 그를 따라 진군한 몬스터들의 수는 전체 2백만에서 고작 6만! 그중 영지를 점령하기 위해서 나선 몬스터들의 수는 3만. 아직 3만의 몬스터들이 그의 곁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거기에 그는 마족 자작, 자신의 휘하에 있는 마족의 수는 마족 남작보다 배는 많았다. "크크크! 다 자작님의 전술 덕입니다." "키키키! 뭐, 전술이라고 할 것까지 있나. 비행형 몬스터들을 인간들의 영지로 떨어트렸을 뿐인데. 키키키!" 르피드아크는 자신에게 아부하는 마족의 말에 기분 좋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렇다. 이렇게 영지가 쉽게 허물어지고 있는 이유는 비행형 몬스터로 하여금 몬스터들을 영지로 떨어트리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간 국경선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준비해온 플르토 영지가 쉽게 무너질 리 없었다. 설마 몬스터들을 하늘에서 낙하시킬 줄은 몰랐기에 이처럼 쉽게 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키키키! 몬스터들의 수는 넘쳐나고, 비행형 몬스터가 있으니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당현하지. 키키키!" "하나, 다른 마족들은 이를 모를 것입니다. 지금쯤 고생하고 있겠죠. 크크크!" 화르르르! 스스스스! 콰콰쾅! 파지지직! 그때, 갑작스럽게 몬스터들의 진형 중간에서 불꽃과 보락색 연기, 그리고 엄청난 진동음이 들려왔다. 뒤이어 어디선가 날아오는 마법들이 몬스터들을 뒤덮었고, 그 엄청난 소리들로 인해 르피드아크와 그 옆에서 아부하던 수하 마족의 웃음소리가 사라졌다. 그 엄청난 일이 벌어진 곳에서는 어떤 이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시에서 검은 화염을 내뿜는 이들. 그들은 바로 볼케이노와 볼케이노의 데스 서번트들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들 뒤에는 새하얀 갑옷을 입고, 붉은 검과 전신에서 붉은 화염을 내뿜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본 나이트, 볼케이노가 거쳐갔던 플레임 본 나이트였다. 그로부터 상당 거리 떨어진, 보라색 연기가 퍼져 나오는 곳엔 바로 빌리와 빌리의 데스 서번트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역시 베놈 본 나이트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켈트와 켈트의 데스 서번트들 뒤에는 랜서들이 본 홀스를 타고 있었고, 보를과 보를의 데스 서번트들 뒤에는 본 메이지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치 거대한 성벽과 같은 진형을 짠 이들, 우라노스와 우라노스의 데스 서번트들 뒤에는 본 브레이커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데스 챔피언들과 데스 서번트들의 뒤를 따르는 본 나이트와 본 브레이커, 본 메이지, 본 랜서들의 수는 각각 144명이었다. 이는 바로 데스 서번트들이 이들을 소환했기 때문이다. 데스 챔피언들은 각각 12명의 데스 서번트들을 소환하여 수하를 두고 있다. 그것처럼 데스 서번트들 역시 각각 특성에 맞는 12명의 수하를 유사시에는 소환이 가능하다. 그 12명의 수하들이 소환된 것이었다. 이외에 데스 서번트들에 의해서 하위의 본 나이트들 역시 소환 가능하다. 그러나 그들처럼 이지가 있는 것이 아닌 명령으로 움직이는 스켈레톤들. 한때 모든 데스 챔피언들이 거쳐 갔던 2차 성장 언데드들을 12구씩 소환 가능한 것이었다. 이 능력은 오직 한스에게 영혼이 종속되어 있는 데스 챔피언들의 수하들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아직 2차 성장을 거친 스켈레톤들이 소환된 것이 아니지만, 지금 소환된 언데드들의 수만해도 720명! 데스 챔피언들과 데스 서번트들의 수를 제외한 숫자였다. 가장 약한 이들도 소드마스터 초급에 해당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야말로 엄청난 군단이라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영지 안쪽에는 셰인과 킬, 프로스트가 있었으며, 그들 역시 영지 안쪽이 정리된다면 곧 합류할 테니 471명이 늘어나게 된다. 그렇게만 된다면 1천 명이 넘는 대군. 최소한 소드마스터 초급의 실력을 가진 1천 명의 군단이 탄생하는 것이었다. [크크크! 모두 로드의 명령은 알고 있겠지. 이 녀석들을 쓸어버리는거다!] [키키키! 오랜만에 몸 좀 풀겠군.] [전원! 살아 있는 몬스터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진군한다.] [크하하하! 애들아! 모두 박살내버리자꾸나!] [허허허! 열심히들 하게나. 이 늙은이와 아해들은 천천히 할 테니.] 볼케이노와 빌리, 켈트와 우라노스, 보를은 이렇게 말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태우자! 태우는 거다!] 화르르르! 크아아아아! 키이이이이! 볼케이노와 데스 서번트들에게서 내뿜어지는 검은 화염은 거칠 것이 없었다. 자신의 앞을 막는 모든 몬스터들을 재로 만들어버리며 돌진하는 그들에게 말이다. 그런 그들의 뒤를 이어 붉은 화염을 내뿜는 플레임 본 나이트들은, 검은 불꽃에 목숨을 잃지 않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던 이들에게는 천사와 같았다. 편안하도록, 그들의 붉은 화염이 실린 검으로 목숨을 끊어주었으니 말이다. 이와 비슷한 광경은 빌리 쪽이서도 일어났다. 아니, 오히려 이곳이 더욱 잔혹했다. 전신에서 보라색 연기, 땅조차 오염시킬 정도로 강력한 독을 내뿜으며 달려드는 곳에서는 바로 죽지 않고 독에 중독되어 괴로워하다가 죽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몬스터들의 시체가 남지 않는 것은 똑같았다. 바로 빌리와 빌리의 데스 서번트들의 몸에서 내뿜어지는 독이 시체조차 녹여버렸기 때문이다. [크하하하! 죽어라! 죽어라!] 쾅! 콰직! 크아아아아! 시체도 남지 않는 볼케이노와 빌리가 맡은 곳과는 다르게 몬스터들의 시신들로 지옥도를 만들어가고 있는 곳. 그곳은 우라노스가 맡은 곳이었다. 우라노스의 거대한 해머가 휘둘러질 때마다 몬스터들의 신체는 터져나갔고, 그 상점들은 마족에게 지배를 받는 몬스터들을 공포에 물들게 할 정도였다. [크하하하! 어딜 도망가느냐! 크하하하!] 우라노스와 우라노스의 데스 서번트들, 그리고 본 브레이커들은 흩어져서 몬스터들을 박살내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진형도 형식도 필요없었다. 오직 모든 힘을 다해 적을 박살낼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우리노스 쪽과 정반대되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기병인 켈트가 있는 곳이었다. 두두두두! [전원 거창!] 척! 켈트의 말에 일반 랜서보다 거대한 랜서를 자신의 옆구리에 붙이는 데스 서번트들과 본 랜서들. 그들은 모두 진형을 짜서 자신들이 타고 있는 팬텀 스티드와 본 홀스와 엄청난 속도로 달려 나갔다. 팍! 콰직! 푸욱! 크아아아아! 키이이이! 수많은 몬스터들이 그들의 랜스에 몸을 꿰뚫렸다. 빗맞았다고 하더라도 랜스에 실린 강력한 힘에 의해서 신체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거기에 그들이 타고 있는 팬텀 스티드와 본 홀스는 멈추지 않고 전진하고 있는 상태. 그대로 그들의 말발굽에 짓밟혀 목숨을 잃는 몬스터들의 수도 적지 않았다. [전군! 선회! 전속 전진!] 두두두두! 컬트의 명령에 따라 방향을 돌려 계속해서 전진하는 그들의 앞을 막아서는 것은 없었다. [허허허! 이거 이 늙은이도 놀고 있을 수많은 없겠구먼.] 그렇게 지상에서 다른 데스 챔피언들과 그 수하들이 전추를 벌이고 있을 때 보를과 보를의 데스 서번트, 그리고 본 메이지들은 하늘에 둥둥 떠 있었다. [아이들아, 오는구나. 우리의 상대가.] 캬아아아! 끼아아악! 크아아아! 보를이 말한 상대. 그것은 다름 아닌 비행형 몬스터였다. 와이번과 하피, 그리폰과 멘티코아, 그리고 키메라란 단어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사자의 몸과 머리, 염소와 드래곤의 머리를 가진 키메라도 눈에 보였다. 다만, 그 키메라들은 양산된 것들. 그렇기에 원래 키메라가 가지는 드래곤의 머리는 와이번의 머리로 대체되어 있었고, 그 강함은 원래 키메라에 발밑에도 못 미쳤다. [허허허! 드래곤의 머리 대신 와이번의 머리를 가진 키메라라. 별것을 다 만들어냈구나.] 쿠우우우! 파아아아! 그때, 놀랍게도 드래곤의 머리 대신 와이번의 머리를 가진 키메라가 브레스를 내뿜었다. 원래 와이번은 브레스를 내뿜지 못한다. 그런데 와이번의 머리가 브레스를 내뿜은 것이었다. 그에 깜짝 놀라긴 했지만 보를은 재빨리 실드를 펼쳐냈고, 브레스는 이내 실드에 부딪쳐 사라졌다. [허허허! 브레스까지 쓰다니, 재미있구나. 한 마리 사로잡아 연구해보고 싶군. 하지만 아쉽구나. 미쳐 사로잡을 준비를 하지 못했으니.] [마스터, 준비를 끝냈습니다.] 정말로 사로잡지 못해서 아쉽다는 듯한 보를에게 한 데스 서번트가 말을 걸었고, 이내 보를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데스 서번트들과 본 메이지들이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물론 그냥 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마법사, 그들이 서 있는 위치는 하나하나 의미가 있었다. 정면으로 봐서는 모르겠지만, 땅 아래나 그들보다 높은 곳에서 본다면 그들이 거대한 육망성진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44명의 본 메이지로 만들어진 대육망성진, 그리고 그 안쪽에 데스 서번트 11명에 의해서 만들어진 소육망성진이 위치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이동한 보를은 자신을 부르러 온 데스 서번트에게 빈 자리를 채우게 한 후, 소육망성진 안으로 들어갔다. [시작하자꾸나.] 우우웅! 보를의 말과 동시에 마나를 내뿜는 본 메이지들! 그리고 그들을 덮치는 비행형 몬스터들. 그러나 그들은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쾅! 캬아아아! 캬캬캬캭! 마나가 끌어올려짐과 동시에 생성된 실드 때문이었다. 보통 고위마법에는 자연스럽게 마나가 결집되면서 주문의 시전자를 보호한다. 바로 그로 인해서 실드가 형성되었고, 비행형 몬스터들은 본 메이지들을 공격하지 못한 것이었다. 거기에 144명으로 이루어진 대육망성진은 증폭효과와 함께 상호 보완 효과까지 가지고 있었기에 일반적인 공격으로 뚫을 수 없었다. 대육망성진의 힘으로 증폭된 마나는 그 안쪽의 12명의 데스 서번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소육망성진에 결집되었다. 대육망성진이 증폭과 보호의 의미라면, 소육망성진은 증폭된 힘을 정제하여 집중하기 위한 역할! 정제된 마나가 집중된 곳의 중심은 바로 데스 위저드 보를이 서 있는 위치였다. 대육망성진으로 증폭된 마나와 소육망성진으로 정제되어 집중된 마나. 그 중심에 선 보를은 조용히 눈을 감고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대, 내 곁에 위치한 위대한 이여.] [그대, 이 세상 어디에나 있는 위대한 이여.] 보를의 주문에 이어지는 본 메이지 144명과 12명의 데스 서번트들의 주문, 더블 캐스팅! 이 더블 캐스팅이란 2가지 주문을 동시에 외우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1가지 주문, 애초부터 두 부문으로 나누어지는 주문을 외우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보통 이런 더블 캐스팅을 필요로 하는 마법은 고위 마법. 고대 시대에 만들어졌거나 이제는 흔적만 남은 마법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지금 보를과 156명이 그 더블 캐스팅을 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마법이기에 대육망성진과 소육망성진, 거기에 더블 캐스팅까지 하는 것일까! [나 죽은 자이되 산 자.] [우린 산 자이되 죽은 자.] [나 그대에게 원하노라!] [우리 그대에게 바라노라!] [그대가 가진 자비의 손길을…….] [그대가 가진 비정함의 철퇴를!] 지금까지 같았던 주문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소육망성진에서는 밝은 빛이 내뿜어지고, 대육망성진에서는 거칠기 그지없는 어둡고 음침한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캬아아아! 쿠우우우! 파아아아!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일까. 비행형 몬스터들은 필사적으로 대육망성진 바깥쪽에 형성된 실드를 공격했지만, 그것은 전혀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대가 가진 그 자비의 손길이 죽은 자이되 산 자, 그리고 살아갈 자에게 닿기를…….] [그대가 가진 그 비정함의 철퇴가 산 자이되 죽은 자와 살아갈 자의 앞을 말아서는 이들에게 휘둘러지기를!] [나 외치노라!] [우리 말하노라!] [그대의 자비의 손길에 비정함의 철퇴가 쥐어져 우리 앞을 막아서는 이들에게 휘둘러지기를!] [그대가 비정함의 털퇴를 놓고 산 자이되 죽은 자와 살아갈 자들에게 자비의 손길이 닿기를…….] 우우우웅! 주문의 완성, 그리고 남겨진 시전어! 보를과 12명의 데스 서번트, 144명의 본 메이지, 그들은 동시에 소리쳤다. [그대의 힘을 펼쳐라! 위대한 의지여(Grand Will)!] 그랜드 윌(Grnad Will)! 위대한 의지! 보를과 데스 서번트 12명, 144명의 본 메이지가 대육망성진과 소육망성진, 거기에 더블 캐스팅까지 이용하여 시전해낸 마법이었다. 마법 그랜드 윌. 이것은 아주 고대로부터 이어져 왔으나, 절전되었던 절대 금지 마법이 지금 이 자리에서 재현되었다. 보를과 데스 서번트들, 본 메이지가 그랜드 윌을 재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고대에 이어진 유물을 찾은 것도, 그들이 고대의 마법사의 언데드여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창조해낸 것도 아니고 말이다. 바로 그들이 고대의 마법사에게 직접 얻었기 때문에 재현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고대에 존재했던 마법사, 절대 금지 마법인 그랜드 윌을 알고 있는 마법사. 그느 다름 아닌 지금은 마계에 있는 리치들의 대표! 데스리치였다.그는 고대부터 존재해온 리치! 그런 그였기에 절대 금지 마법인 그랜드 윌을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데스 위저드인 보를. 그러나 보를의 마법 실력은 마계의 리치들 중, 중하위권일 뿐이었다. 그런 보를을 가르친 것이 바로 데스리치였다. 그는 고대에서부터 존재해온 마법사!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보를에게 가르쳤다. 과거 고대에 절대 금지 마법이라 불린 마법까지 말이다. 이는 데스 로드인 한스를 보좌하기 위한 것이었다. 절대 금지 마법, 그랜드 윌. 위대한 의지, 그랜드 윌이 절대 금지 마법인 이유는 메테오나 헤일스톰처럼 엄청난 파괴력을 지녀서도, 마왕 소환 마법처럼 위험한 존재를 소환하기 때문도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마나를 자신의 편, 자신의 아군 편으로 돌리기 때문이었다. 그랜드 윌에서 말하는 그랜드 윌, 위대한 의지란 바로 마나다. 항상 곁에 있으면서도 이 세상 어디에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마나였다. 그 마나를 자신과 자신의 아군 편으로 돌린다. 이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자신의 편, 아군의 편이 된다는 것은 적군의 적이 된다는 것! 그렇기에 엄청난 일이었다. 마나는 어디에나 있으며 모든 일에 관여한다. 살아 있는 자의 신진대사에, 마나를 사용하기 위해서 단련하는 전사와 기사들에게, 마나를 가공하여 사용하는 마법사들에게도 말이다. 그런 마나가 자신의 편, 아군의 편이 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고, 그렇기에 절대 금지 마법이 된 것이었다. 아주 잠시지만 마나가 아군이 되고, 적군의 적이 된다는 것은 치명적인 일어었으니 말이다. 그런 그랜드 윌의 효과는 곧 발휘되었다. 키이이이. 크으으으. 캬아아아. 조금 전만 해도 넘치는 힘으로 공격을 가하던 몬스터들의 기운이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는 바로 마나가 아군이 되었기 대문이다. 이 세상에 퍼져있는 엄청난 마나는 마력, 이물질을 정화하기 위해서 분해하낟. 그런 마나가 아군이 되었다는 것은 적을 공격한다는 것이었고, 마력을 가진 존재라면, 마력을 힘의 근원으로 하는 존재라면 마나의 공격을 받아 분해되기 시작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증거로 마력을 가진 몬스터들이 점차 약화되고 있었다. 이는 체내의 마력이 마나에 의해서 분해, 정화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몬스터가 이 정도인데 마력을 힘과 존재의 근원으로 하는 마족이라면 어떻겠는가! "크아아악!" "크으으으!" "으으으! 이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르피드아크를 비롯한 그의 수하마족들은 그랜드 윌이 시전되 이후로 갑작스럽게 마나가 자신들의 몸을 형성하는 마력을 분해, 정화하기 시작하자 괴로워했다. 그러나 그들은 운이 좋아 상급 마족이 된 이들이 아니었다. 자신의 의지력으로 분해, 정화되려는 마력을 부여잡고 마나를 밀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마나는 쉬지 않고 마력으로 몸을 이루는 마족들을 공격했다. 한편, 다른 곳에서는 마족들과 다른 효과를 내고 있었다. 오랫동안 전투로 지친 병사에게 마나는 자신을 공급하여 활력을 주었고, 부상을 당한 이에게도 자신을 공급하여 회복을 촉진시켰다. 거기에 마나를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지속적으로 자신을 공급하여 점차 체내에 쌓을 수 있는 마나를 회복시켰다. 이것이 그랜드 윌의 힘! 위대한 마나가 아군으로 돌아섰을 때의 힘이었다. "크으으으! 크아아아아!" 스스스스! 파악! 결국 참다 못한 르피드아크는 자신의 마갑을 꺼냈다. 순식간에 주위에 퍼져나가는 마력! 그리고 르피드아크의 몸을 감싸는 마력의 감옷! 핏빛과도 간이 붉은 마갑은 그의 전신을 뒤덮었고, 마갑의 흉갑에는 남작급 마족의 마갑에는 없던 문장이 있었다. 핏빛 악마가 머리가 베이전 목에서 흘러내리는 피로 몸을 씻고 있는 문장이 말이다. 마겁의 착용으로 몇 배나 강해진 르피드아크의 마력으로 인해 주위 수하 마족들의 고통이 잠재워졌다. 마나의 공격보다 르피드아크의 마력이 가진 지배력이 훨씬 강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마나는 마력을 공격했다. 쉬지 않고 마력을 분해하고 정화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공격으로부터 마력을 결집시키기 위해서 드는 정신력의 소모는 엄청났다. "크으으으! 인간들! 어떤 짓을 벌인 것이냐! 크으으으!" 마족 자작, 르피드아크는 분노했다. 자신의 몸을 구성하는 마력을 분해하는 공격 마법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대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갑자기 나타난 이들, 데스 챔피언과 데스 서번트들, 본 나이트들에 의해서 수많은 몬스터들이 죽었기 때문에 그는 더욱 분노했다. 르피드아크는 마족들 중 지아(智將)으로 통하는 이었다. 그런 그가 이만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다른 마족들로부터 무시당할 것이고, 깔보이게 될 것이다. 전투 종족인 마족에게 깔보인다는 것은 치명적이고, 참을 수 없는 일! 그렇기에 르피드아크가 분노한 것이다. "죽여주마! 죽여주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인간들을 죽여주마!" "글쎄… 죽는 게 과연 누구일까?" 팍! 콰쾅! 크아아아! 자신이 전혀 모르는 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앞으로 뛰어나가며, 뒤로는 전력을 다한 마력탄을 던지는 르피드아크였다. 그것은 마족으로서의 생리! 귀족 계급의 마족이 된 이후 습격 받는 일이 적어졌다고는 하지만 마계는 약육강식의 세계! 그런 세계에서는 처음 들어보는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물러나며 공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이런. 잘 보고 쏴야지." "넌 누구냐!" 또다시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에 르피드아크는 바로 공격하지 않곡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그의 눈에 보인 이는 흑마법사의 로브처럼 검은, 아니 검기는 하지만 어딘가 미묘하게 달라 보이는 로브를 입은 남자였다. 그는 다름 아닌 데스 로드, 한스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인간처럼 보였다. 그런 한스의 모습에 르피드아크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평범해 보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말이다. 강하면 강할수록 오히려 평범해 보인다. 그것을 알기에 그는 여러번 목숨을 건졌고, 마족 자작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한스의 평범한 모습을 보고 그가 강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미 그가 기척도 없이 자신의 등 뒤를 차지하는 것을 두 번이나 보지 않았는가. 시간이 필요하다. 도망치기 위해서든, 적을 죽이기 위해서든. "흐음, 일단 인간이라고 해두지!" "고작 인간에게 내 등을 내주다니. 내가 너무 방심한 것 같군." "후훗!" '좋다. 걸렸다. 저 인간은 나를 힘만 센 멍청한 마족으로 보고 있어.' 그에 그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도, 겉으로는 짐짓 분노한 멍청한 마족의 흉내를 냈다. "방금 웃었나?" "그래. 웃었지. 왜 불만 있나?" "후후후! 겨우 나의 등 뒤를 몇 번 차지했다고 기고만장해진 건가?" '조금 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말을 시켜야 돼. 말을 시켜서 시간을 벌어야 해.'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얘깃거리를 찾아 머리를 굴리다가 이내 다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저기 저 무리, 저 데스 나이트들은 네 작품인가?" "그렇지. 정확히 말하자면 수하지. 내 영혼에 종속된." 한스는 고개를 돌려 몬스터들을 학살하고 있는 데스 챔피언들과 데스 서번트들, 그리고 본 나이트들을 바라보며 자랑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족 자작, 르피드아크를 앞에 두고 말이다. 르피드아크는 자신을 무시하는 한스의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참았다. 이제 곧 준비가 끝난다. 설사 이번 작전이 실패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도망이라도 갈 수 있다. 그렇기에 참았다. 분노를 푸는 것보다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리고… 준비각 끝났다. 히죽. "크크크! 인간, 죽여주마!" "아까도 말했지만 죽는 게 과연 누구일까?" "이이! 다크 스톰!" 콰콰콰! 다크 스톰, 3써클 후반에 해당하는 흑마법! 그 파괴력은 5써클에 근접하다는 어둠의 폭풍, 다크 스톰이 르피드아크의 손에 펼쳐졌다. 땅을 파헤치며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다크 스톰을 보며, 한스는 작은 무엇인가를 던지고는 외쳤다. "본 월!" 콰직! 콰직! 콰직! 쿵! 방금 전 한스가 던진 것은 작은 뼛조각! 그 뼛조각을 매개체로 한스는 뼈의 벽인 본 월을 소환해냈고, 이내 다크 스톰은 본 월에 부딪쳤다! 쿠쿠쿠쿠! 하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다크 스톰은 한스의 본 월을 뚫지 못했고, 이내 사라져갔다. "죽어라!" 그때, 한스의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렇지만 그 목소리가 들려오기 이전부터 뭐가 쏘아져오기 시작했다. 그것인 고작 성인 남자의 손바닥만 한 것이었다. 그것은 다크 티스. 어둠의 이빨이라는 흑마법의 1써클 마법이었다. 적중 시에 적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는 있겠지만, 단번에 죽이기에는 무리가 있는 마법이었다. 그러나 목표가 머리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리고 지금 다크 티스는 한스의 머리를 노리고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훗! 매직 미사일." 1써클 공격 마법. 기본 중의 기본! 매직 미사일은 모습을 드러냄과 함께 바로 다크 티스를 향해서 쏘아져나갔다. 쾅! 쾅! 1써클 마법끼리 부딪친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소리! 파파팍! 그때 갑자기 한스의 발밑과 등 뒤, 그리고 앞에서 뭔가 솟아나왔다. 그 속도는 무척 빨랐다. 거기에 땅에서 솟아나오는 것들의 수는 상당히 많았다. 푹! 푸푸푹! 땅에서 솟아나온 것은 다름 아닌 흑마법, 다크 혼! 어둠의 뿔이었다. 써클은 5써클! 파괴력이 엄청난 흑마법 중 가장 파괴력이 낮은 마법 중 하나로 그렇게 많이 이용되지는 않는 마법이었다. 그 이유로는 파괴력이 약한 것도 있었지만, 소모되는 마력이 일반적인 5써클 흑마법보다 월등하기 때문이었다. 대신 그런 다크 혼에도 장점은 있었다. 미리 시전하고도, 땅 위로 솟아나오는 시기는 시전자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마력의 양에 따라 땅에서 솟아나오는 어둠의 뿔의 숫자를 시전자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다크 혼을 사용하기 위해서 르피드아크는 시간을 끌었던 것이었다. "네놈이 준비한 수는 이게 다인가?" "크으!" 땅에 내려선 르피드아크의 뒤에 들려오는 한스의 목소리. 방금 전, 분명 다크 혼이 박혀 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한스의 목소리가 들려오다니. 르피드아크는 식은땀을 흘리며 방금 전에 한스가 서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르피드아크의 수하 마족이 한스 대신 다크 혼에 꿰뚫려 있었다. 다크 혼이 시전된 순간 한스가 체인지 플레이스(Change Place)를 시전하여, 마족과 자신이 있던 공간을 바꿨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크으으으!" "이제 장난은 그만 치도록 하지." 우우웅! 한스는 그렇게 말하면 죽음을 끌어올렸다. 이에 르피드아크는 마력을 있는 대로 끌어올렸다. 그런 르피드아크의 모습을 보며 한스는 미소 지었다. 자신과 정면 승부를 하려 하다니, 소용없는 짓이다. 아무리 마력을 끌어올려 공격한다고 해도 자신이 사용하는 죽음을 이길 순 없다. 자신이 사용하는 죽음은 마력조차 잠식하여 죽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때 갑자기 한스가 서 있던 땅 뒤에서 무엇인가가 솟아났다. 교토삼굴(狡兎三窟). 교활한 토끼는 3개의 굴을 준비해둔다. 그처럼 르피드아크도 3가지 수를 준비해두었던 것이었다. 첫 번째 수는 단순히 힘만 센 멍청한 마족으로 한스가 생각하게 한 것이고, 두 번째 수는 다크 혼이었고, 마지막 세 번째 수가 바로 지금 한스의 등 뒤에서 나타난 것이었다. 그것은 섀도, 그림자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흑마법 섀도 아바타였다. 섀도 아바타란 바로 그림자로 이루어진 시전자의 분신을 만들어내는 마법으로, 그렇게 자주 애용되지 않는 흑마법이었다. 그 이유는 역시 다크 혼과 마찬가지로 많은 마력이 소모되고, 분신이 낼 수 있는 파괴력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유지되는 시간도 그렇게 길지 않고 말이다. 물론 장점도 있었다. 바로 기척과 존재감이 전혀 없다는 것! 그런 섀도 아바타가, 르피드아크의 섀도 아바타가 한스의 등 뒤에서 나타난 것이었다. 한스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만큼 섀도 아바타의 존재감이 없다는 것! 르피드아크의 모습을 한 섀도 아바타는 그대로 한스의 심장을 향해서 손을 찔러갔다. 푸욱! 푹! 캬아아아아! "이거, 이거. 뒤를 조심해야지, 한스." 한스의 심장을 찔러오는 섀도 아바타는 비명을 지르면서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한 자루의 검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뒤어어 들려오는 목소리는 한스로 하여금 놀라게 만들었다. 또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한 한스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봐, 이봐. 정말 오랜만에 만난 형을 보고도 왜 아무 말도 없냐? 거기에 목숨까지 구해줬는데. 흑! 이 형님 상처받았다." "게, 게일 형!" 쌔도 아바타를 죽인 검을 던진 이, 한스를 놀라게 만든 이는 한때 한스가 속했던 평화 용병단이라는 거창한 용병단의 대장, 쌍검의 게일이었다. "게, 게일 형!" 나는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 나의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나와 동료들이 속했던 용병단의 대장, 쌍검의 게일이라 불리는 게일 형이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지금, 현의 나이는 40대 중, 후반. 그런데 지금 내 눈아의 형은 나와 헤어지기 전의 형의 모습 그대로였다. 팍! 챙! "이런 예의 없는 놈이 다 있나! 감히 감동의 시간을 방해하다니!" "크윽! 그 검은!" 잠시 잊고 있었다. 마족은 형이 던진 검에 베였는지 팔에서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갑을 착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마갑과 함께 마족의 피부까지 베어버린 검이라니. 아까 그림자가 나를 노렸을 때도 그랬다. 그림자의 군주 레이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그림자. 그 그림자는 평범한 검이었다면 처리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어느새 나에게 다가온 게일 형이 2자루의 검을 주워들었다. "우후후! 이거 어떠냐? 이 검이 뭐냐 하면은 바로 신검이다! 신검! 비록 잊힌 신의 검이지만 말이다. 후후후!" "혀엉!" "에에? 짜식! 다 큰 녀석이 왜 갑자기 눈물이야!" 와락! "으악! 놔! 놔! 난 남자를 껴안는 취미는 없다고!" 진짜 형이었다. 진짜 게일 형! 장난스럽지만 때로는 진지한 게일 형이었다. 장장 이곳 시간으로 20여 년 만에 만난 게일 형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던 모양이다. "아빠! 지금은 전투 중이라고요!" "에? 아빠? 너 언제 애 아빠가 됐냐? 오! 미인인데!" 지금까지 나의 그림자에 숨어 있던 게일 형의 검과 함께 그림자 속에서 마족이 만들어낸 그림자를 공격했던 레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습을 드러낸 레이의 말을 들은 형은 잠시 놀라다가, 레이를 확인한 뒤 미인이라며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진짜, 진짜 게일 형이로군. 참, 게일 형이 여기에 있다는 말은 다른 동료들도……. "오, 오랜만이다! 한스!" "알프 형!" "야! 나는 안 보이냐!" "인마, 오랜만이다." "헌트 형! 크리스!" 사악! 크아아아아악! 그때, 뒤쪽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놀란 나는 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 다른 인물을 볼 수 있었다. 검 중, 가장 큰 그레이트소드 그 이상으로 거대한 검을 쥔 여성을 말이다. 에나 누나가 베어버린 마족은 이 자리에 있던 마족의 수장이었다. 그런 마족을 간단히 처리해버린 것이었다. 검에 묻은 검은 피를 털어버린 여검사는 등 뒤의, 검이 들어가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검에 비해서 작은 검집에 검을 집어넣고는 나에게 다가와, 자상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오랜만이구나, 한스." "에나 누나……." 에나 누나, 게일 형, 알트 형, 헌트 형, 그리고 크리스가 이 자리에 모두가 모인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 평화 용병단은 그날 다시 한자리에 모두 모일 수 있었다. 한스가 데스 마스터가 되고, 임퍼펙션 데스 로드가 되는 동안 평화 용병단의 단원들 게일과 에나, 알트와 헌트, 크리스는 착실히 용병 일을 해가면서 실력을 쌓아갔다. 몬스터를 상대로 한 전투와 때로는 산적들로 인한 전투, 각가지 실전 경험을 통해서 실력을 키우려 했던 그들은 애초 계획에 맞게 조금씩 성장해갔다. 하지만 그 성장에도 한계가 있었다. 각자의 자질, 특성들을 살려 계속 발전해가던 그들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성장은 멈추고, 정체하기 시작했다. 그들 중 가장 먼저 성장이 정체된 것은 다름 아닌 헌트였다. 헌트는 미개척 분야라고 할 수 있는 활을 다뤘으니 말이다. 이어 게일과 알트, 에나의 실력 역시 정체되기 시작했고, 그나마 일행 중 가장 나이가 어린 크리스 만이 정체가 멈추지 않았을 뿐이었다. 수많은 의뢰를 수행하며 다양한 실전을 겪은 그들은 더 이상의 실전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는 마음을 다잡고 칩거에 들어갔다. 일명 폐관 수련.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수련에 들어간 것이었다. 수련 방법을 달리하니 그들의 정체되었던 실력이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간 실전을 통해서 얻은 것들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시작되었던 폐돤 수련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다시 성장하게 된 그들은 자신의 부족한 점, 그리고 나은 점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수련 끝에 제일 실력이 높았던 에나는 용병으로서 극히 적은, 아니 거의 없는 소드마스터가 되었다. 에나가 소드마스터가 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5년이었다. 한 번 벽을 넘어선 에나는 다시 빠른 속도로 성장해가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검술과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드마스터에 오른 에나는 다른 일행들도 봐주었다. 갓 오른 것이긴 하지만 소드마스터의 가르침은 게일과 알트, 크리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헌트에게는 에나 역시 도움을 줄 수 없었다. 헌트가 사용하는 것은 오직 활, 미개척 분야였으니 말이다. 다른 일행들이 나날이 발전해가는 가운데, 홀로 정체된 것 같은 기분이 든 헌트는 오직 활쏘기에 몰두했다. 헌트의 아버지가 가르친 것은 올바른 활쏘기. 오직 과녁을 맞힐 때만 사용하는, 전심전력을 다한 활쏘기만을 가르쳤고, 헌트는 그 활쏘기를 기초로 발전해왔으며 이번에도 그 활쏘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것이 헌트가 할수 있는 전부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오직 아버지에게 배운 활쏘기만을 몇년이고 연습한 헌트는 내부에서만 마나를 사용할 수 있었던 어느 날, 우연히 날린 화살 하나에 소득 익스퍼트의 검처럼 마나가 감싸였다. 그 후 우연이지만 그때의 감각을 토대로 수련한 결과 보우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그처럼 보우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헌트는 다른 일행들에게 뒤쳐졌던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헌트는 너무도 기쁜 나머지 은거지인 숲을 다니며 사냥감을 마나가 실린 화살로 사냥하고 다녔고, 그러던 중 그들은 모두 기연을 얻게 되었다. 여느 날처럼 마나가 실린 화살로 사슴을 잡으려 했던 헌트. 하지만 어쩐 일인지 화살이 빗겨나가 절벽에 꽂히게 되었다. 하지만 마나가 실린 화살이 어디 보통 화살인가. 그 화살로 인해서 절벽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곳을 발견해낼 수 있었다. 마나가 다른 동굴을 말이다. 헌트의 화살로 인해서 절벽이 무너진 뒤 모습을 드러낸 동굴은 비정상적으로 풍부한 마나가 있었고, 그 동굴을 자세히 살펴본 헌트는 뭔가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받아 다른 일행들을 불러 모았다. 모두와 함께 조사하기 시작한 그 동굴은 바로 마나석 동굴이었다. 마나석. 이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어떠한 이유에서 마나가 결집하여 결정을 이룬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마나석이 나오는 동굴이 바로 마나석 동굴이었다. 그 마나석 동굴의 마나석을 팔아치웠다면 그들은 이 대륙에서 다섯손가락에 들어가는 부자가 되었겠지만, 그들은 그것을 캐내어 팔지 않고 수련에 이용했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벌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말이다. 그들은 일정 시간 동안 돌아가면서 마나석 동굴에서 수련했고, 그 효과는 탁월했다. 다른 곳에 비해서 마나가 몇십 배는 풍부한 곳에서 수련하니 실력이 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마나석 동굴에서 수련하는 동시에 동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동굴을 자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는 인간의 손길. 그렇기에 그들은 동굴을 조사하며 점차 동굴의 끝을 향해서 다가갔다. 헌트가 마나를 화살에 싣고 마나석 동굴을 발견한 때는 에나가 소드마스터가 되고부터 3년 뒤, 한스와 헤어진 지 8년째 되던 날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이후 마나석 동굴에서 수련하며 동굴의 끝에 도달한 것은 4년 후, 한스와 헤어진 지 12년 만이었다. 마나석 동굴은 마치 미로와 같았고, 그들의 주목적은 수련이었기에 마나석 동굴의 끝에 다다르는 데 무려 4년이 걸린 것이었다. 마나석 동굴의 끝에는 거대한 던전이 있었다.. 마나석 동굴에 가해진 인위적인 흔적은 바로 던전의 제작자들의 손길이었던 것이다. 사실, 그 마나석 동굴에는 특별한 장치가 되어 있었다. 바로 마나석 동굴의 마나석을 건드릴 시 마나석 동굴의 절반이 무너지게 하는 장치가 말이다. 그것은 그 던전의 주인의 배려였다. 만약, 물욕이 앞선 이라 할지라도 마나석 동굴의 반만 무너지니, 충분히 몇 대가 먹고살 수 있는 돈을 가지게 될 것이니 말이다. 만약, 던전의 주인이 독한 사람이었다면 전체를 무너트렸을 텐데 말이다. 하여튼 4년 끝에 마나석 동굴에 있는 던전을 발견한 그들은 뭔가있다고 생각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춰 탐사를 계획했다. 마법사 길들에서 각가지 마법 스크롤을 구입하고, 보본 마법과 확장 마법이 걸려있는 자루를 엄청난 액수를 들여 구입했다. 거기에 최대 5년간 던전 안에서 지낼 수 있도록 식량까지 자루에 가득 채웠다. 그렇게 준비가 끝난 그들은 바로 던전 탐사에 들어갔다. 던전 안에 몬스터들은 없었다. 하지만 마멉 함정과 각가지 기관식 함정, 거기에 가디언인 골렘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었다. 마법 함정 하나하나가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고, 기관식 함정도 당시 소드마스터 중금을 넘어서 상급을 향해서 가고 있는 에나가 목숨을 위협받을 정도였다. 다행히 그때 일행 중에는 소드마스터가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게일! 게일이 소드마스터가 된 것이었다. 알트도 소트마스터, 아니 알트가 사용하는 무기는 메이스이니 메이스마스터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알트는 거의 메이스마스터에 다다라 있었다. 최상급 메이스 익스퍼트, 그 당시의 알트의 실력이었다. 크리스는 가장 약했지만 나이로 치자면 소드 익스퍼트 상급이라는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보우마스터인 헌트. 이렇게 엄청난 실력으로 구성된 그들은 몇 번이나 목숨을 잃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이내 던전의 끝에 다다를 수 있었다. 던전에서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온 것이 자그마치 세 번. 던전의 끝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마나석 동굴에서 던전을 발견하는 데 걸린 시간보다 긴, 5년하고 6개월이었다. 도중에 던전을 나간 이유는 일행들 중 한 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의 치명상은 아니나, 거동하지 못하고 치료가 필요했기 대문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던전을 탐사하면서도 점차 강해지고 있었고, 던전의 탐사를 끝냈을 때 에나는 소드마스터 상급, 게일은 중급, 알트는 메이스마스터에 오를 수 있었다. 크리스는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에 오르고 말이다. 헌터의 경우에는 체내 마나량은 늘었지만, 역시 성장이 정체된 상태였다. 미개척 분야였으니 말이다. 5년 6개월간 탐사한 던전의 끝에 있는 것은 바로 신전이었다. 이미 대륙에서 잊힌 신의 신전이 던전의 지하에 있었던 것이다. 던전의 지하 신전 안에 들어선 그들은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신전 안에서 그들을 맞이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유령! 잊힌 신의 신관과 성기사들의 유령이 그들을 반겼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자신들과 만난 것은 예정된 일이라면서 말이다. 신관과 성기사들이 따뜻하게 자신들을 맞아주자 그들은 모두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말을 듣고는 곧 어째서 따뜻하게 맞아주었는지 알게 되었다. 바로 잊힌 신이 남긴 신탁 때문이었다. 잊힌 신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바람이 들 때 5명의 자유로운 인연자들이 올 것이고, 영광은 다시 시작될 것이란 신탁을 남겼다고 한다. 5명의 자유로운 인연자들, 그들은 바로 평화 용병단을 말하는 것이었다. 신탁의 내용과 유령 신관, 유령 성기사들의 설득 끝에 평화 용병단원들은 모두 잊힌 신의 종이 되기로 했다. 잊힌 신의 이름은 자유와 방랑, 그리고 여행자들의 신, 헤네스였다. 자유와 방랑, 그리고 여행자들의 신인 헤네스의 신관들과 성기들은 모두 결혼뿐만 아니라 자식을 낳는 것도 가능했고, 그 신의 규제가 다른 교단에 비해서 극히 적었기에 모두 간단하게 허락했다. 단 지상으로 올라간 뒤 자유와 방랑, 그리고 여행자들의 신, 헤네스의 이름을 널리 퍼트려줄 것과 대륙에 있는 국가에 신전을 하나씩만 세워줄 것을 조건으로 하였다. 이후 유령 신관들과 유령 성기사들에게 교리에 대해서 교육받는 동시에 헤네스 교단의 모든 것을 물려받았다. 그들이 물려받은 것은 헤네스 교단에 전해 내려오는 무리(武理)였다. 고대에 존재했다가 잊힌 신인 헤네스. 그 교단은 과거 방대한 교인들을 가지고 있었다. 신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처럼 말이다. 그런 헤네스 교단에는 각기 다른 병기를 다루는 이들이 있었고, 그 무리는 계속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렇게 무리를 물려받으면서 제일 기뻐한 것은 헌트였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헤네스 교단의 구성원들은 그야말로 각기 다른 무기를 사용했고, 그들이 얻은 무리를 후대에 전하기 위해서 힘썼다. 그렇게 무리를 남긴 이들 중에는 활의 실력자들도 있었다. 그렇기에 헌트가 제일 기뻐한 것이었다. 그렇게 헤네스 교단의 신관이자 성기사가 된 평화 용병단원들은 아주 조금이지만 신성력도 가지게 되었고, 고대에서부터 전해 내려오는 각가지 무리를 습득해가며 성장하게 되었다. 유령 성기사들은 그들 한명 한명에게 자신들이 익혀왔던 모든 것을 가르쳤고, 신관들 역시 자신들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가르쳤다. 다시 6년이 흘러 세상에 자유와 방랑, 그리고 여행자들의 신, 헤네스의 이름을 알릴 준비가 끝나자 유령 신관과 유령 선기사들은 신전의 중앙에 모셔놓은 신기들을 그들에게 내주었다. 신기들은 다양했다. 장검과 대검, 소검과 쌍검, 도끼, 메이스, 채찍, 창과 방패, 활에 갑옷까지 다양한 무리가 이어져온 교단답게 신기 또한 다양했다. 그렇지만 한때 잊히기도 했고, 동시에 많은 신기를 만들어낸 만큰 여타 교단에서 하나씩만 내려오는 신기들에 비하면 손색이 있었다. 그렇지만 신기는 신기! 모두 다 엄청난 것들이었다. 그들이 자신에게 맞는 신기를 들었을 때 여타 다른 신기들은 모두 부서지며 그 기운이 그들 선택한 신기에 모여들었고, 그들이 신기는 더욱더 강해졌다. 그렇게 강해진 신기를 얻게 되 그들은 일시에 같은 신탁을 받게 되었다. '중간계에 대혼란이 일어나 마의 세력이 흥하고, 마의 왕이 강림하리라'라는 신탁을 말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대륙에 마왕이 강림한다는 것이었다. 그에 모두는 신전에서 나서기 위해 빠르게 채비했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들의 스승인 유령 신관과 유령 성기사에게 인사를 한 후 신전을 나왔을 때 신전은 무너져 내렸다. 물론 그때는 신전 안에 남아 있는 재산과 교리가 적힌 서책을 모두 챙긴 뒤라 큰 문제는 없었다. 신전이 무너지고 자신을의 스승이 사라지자, 그들은 큰 상심에 빠졌지만 곧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할 일이 있었고,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들이 만나야 할 사람. 그는 한스. 자신들의 동료이자 동생, 친구인 한스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그들은 장장 22년 만에 한스를 만나기 위해서 세상에 나섰다. 그리고 몬스터들의 대진군이 시작된 그날, 그들은 그 넓은 대륙에 존재하는 수많은 영지들 중 플르토 영지에서 다시 재회하게 되었다. 그것은 우연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운명이기도 했다. 그렇게 평화 용병단의 전 단원들은 다시 모이게 되었다. made by 루시엘냥 61장 준비, 성자의 등장, 그리고 의심 몬스터들과 마족들의 대진군이 있었던 것이 벌써 이틀이 흘렀다. 수십만에 이르는 몬스터들의 대진군. 그로 인해서 수많은 영지가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하지만 그냥 당하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때 당시 이종족 연합은 당연시되고 있었기에 이종족들이 도와줬기 때문이다. 그중 제일 두각을 보인 종족은 단연 드래곤. 드래곤들은 인간들 사이에서 유희를 하는 이들이 꽤나 되었기에 많은 영지에 퍼져 있었고, 마족과 몬스터들이 쳐들어오자 데미리안님의 드래곤 피어가 있은 후 유희를 끝내고 나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것은 이미 약속된 행동이었다고 하는데, 그 덕분에 피해는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 그때 나선 드래곤의 수만 해도 17마리! 성룡과 웜급, 에이션트급 드래곤까지 껴있었기에 몬스터들의 피해는 엄청났다. 하지만 드래곤 역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몬스터와 함꼐 귀족급 마족이 나섰으니 말이다. 그때 나선 17마리의 드래곤 중 성룡 4마리가 목숨을 잃었고 웜급 4마리는 죽지는 않았으나 회복을 위한 수면기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나 역시 플르트 영지에서 몬스터와 마족을 처리한 뒤 다시 나타난 페어리 나이트의 도움으로 모두와 함께 두 영지를 더 돌아 몬스터와 마족을 처리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재회하게 된 모두의 실력은 대단했다. 애나 누나는 소드마스터 최상급, 게일 형은 상급, 알트형은 중급, 크리스도 중급이었다. 거기에 헌트 형은 보통 보우마스터 이상의 힘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헌트 형이 말하길 지금 자신의 경지가 진정한 보우마스터의 경지라고 했다. 이처럼 놀라운 실력을 갖춘 채 모습을 드러낸 모두,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와 떨어져 있는 사이 모두는 잊힌 신의 신관이자 성기사가 되어 신성력도 사용할 수 있었고, 거기에 잊힌 신의 신기들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자신의 원래 실력보다 한 급 높은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모두 과거의 약속대로 실력을 갖춰, 당당하게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후~ 우! 정말 분위기 한번 무겁구먼." "그러게." 현재 내 옆에서 걷고 있는 게일 형과 헌트 형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고, 뒤이어 우리의 뒤를 따르던 크리스와 알트 형, 애나 누나 역시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현재 라스트 포트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몬스터들의 대진군이 있은 후 지금에 이르러서야 피해 상황이 집계되고 있었다. 새로운 국경선 역할을 하기 위해서 준비 중이던 수십개의 영지가 무너지고, 수만에 이르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거기에 물질적 피해 역시 수천만골드에 다다르고, 현재 라스트 포트의 군인들 사기 역시 최악이었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전환하여 사기를 상승시키기 위해서 현 위즈덤 공작님과 전 위즈덤 공작님이신 위즈덤 원로님이 잊힌 신과 신기가 모습을 드러내고, 드래곤들을 비롯한 이종족들과의 동맹이 성립되었다는 소문을 내고 계시긴 하지만 떨어진 사기는 오를 줄 모르고 있었다. "그나저나 앞으로 어떻게 될까나." "어떻게 되긴, 아마도 대대적인 전투가 일어나겠지. 우리 대동맹과 마족이 이끄는 몬스터들과 말이다." 게일 형의 질문에 대답한 헌트 형의 말대로 이대로 가면 대대적인 전투가 벌어질 것 같았다. 현재 인간들의 병력은 여러 영지에 분산되어 있는 상태다. 그런 병력들을 지금 라스트 포트로 끌어 모으고 있었다. 이는 바로 대대적인 전투를 준비한다는 것이었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암흑 제국에는 어떻게 모았는지 모르지만 수백만의 몬스터가 있다고 한다. 그런 몬스터와 마족을 동시에 상대하기 위해서는 이쪽도 역시 힘을 모으는 수 밖에 없었다. 그 모인 힘을 최대한 몬스터 무리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조각으로 쪼개어 상대하거나, 아니면 모인 힘 그대로 암흑 제국의 무리와 부딪치는 것.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2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기습 작전을 펼친다고 하더라도 수백만에 이르는 몬스터들이 존재한다. 그런 몬스터들을 상대로 기습 작전이란 것이 성립이나 될까. 그야말로 갑갑한 상황이었다. 후~ 우! 나는 고개를 돌려 뚫려 있는 창문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라스트 포트에서 본 하늘은 마치 갑갑한 나의 마음처럼 먹구름이 가득했다. * * * * * 크으으으! 크으으으! 크아아아아! "키키키! 힘내라구. 죽지 마. 죽으면 재미없어. 키키키!" 암흑 제국의 유토피아. 이제는 완전히 마왕성, 아니 마황성으로 이름을 바꾼 이성에서는 수많은 마족들이 지나치고, 흑마법사들이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마황성의 지하 깊숙한 곳에서는 한 사람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그 비명소리를 즐기는 사악한 이의 웃음소리도 들려오고 있었다. "꽤나 시끄럽구나." "키키키! 아버지." 그때 사악한 웃음소리를 내는 이 뒤에 나타난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스스로를 마황이라 칭한 마왕,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중간계에 강림한 마왕. 샤크바프론이었다. 샤크바프론은 정처 없이 걷던 도중 들려온 처절한 비명 소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비명 소리를 따라 이곳에 도착한 것이었다. 샤크바프론은 그 비명의 진원지 앞에서 웃고 있는 자신의 막내아들을 무심히 쳐다보며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렸다. 크아아아아! 크아아아아! 쿵!쿵!쿵! 스스스스. 비명의 진원지는 사방이 막힌 벽이었다.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방이 막혀 있었고, 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곳에 갇힌 존재는 비명을 지르며, 벽을 치는지 쿵쿵 소리와 함께 그 진동으로 인해서 천장에서는 먼지와 함께 모래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샤크바프론은 불쾌한 기색 없이 미소 지으며 자신의 막내아들을 바라보았다. "저것이 네 말이냐?" "키키키! 네." 그에 샤크바프론은 매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제법 좋은 말이구나? 흐음, 어느정도의 말이냐?" "키키키! 폰이에요." "폰?" 샤크바프론은 자신의 막내아들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폰은 체스 말에서 가장 기본적인 말이자, 한 번에 한 칸씩밖에 이동하지 못하는 말이었다. 샤크바프론의 머릿속에서 폰은 버러지 같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인 것이다. 적어도 그의 눈에는 쓸 만한 말. 나이트 정도는 되어 보였는데 말이다. 고작 폰이라. "흐음, 그렇구나." "키키키! 예." 샤크바프론은 자신의 막내아들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자신의 네 아들 중 가장 약한 녀석. 가장 약한 근본을 가진 녀석이었다. 샤크바프론의 자식들은 탐욕을 기본으로 한, 각기 다른 근본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아들은 샤크바프론과 가장 비슷한 권력욕. 누구보다도 거대한 권력을 가져 이 세상에 군림하고자 하는 탐욕이 첫째아들의 근본이었다. 둘째 아들의 근본은 물욕.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지고 싶어 하는 물욕이 둘째의 근본이었다. 그리고 셋째의 근본은 별로 경계할 게 못 되는 색욕 이었고, 마지막 그의 앞에 있는 넷째의 근본은 다름 아닌 식욕이었다. 이렇게 각기 다른 근본을 지닌 네 아들 중 샤크바프론이 경계하는 것은 첫째와 둘째 아들이었다. 그 이유은 그의 근본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마왕 샤크바프론의 근본은 지배욕이었다. 지배욕. 어떻게 보면 그의 첫째 아들의 근본인 권력욕과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엄연히 다른 것. 그의 첫째 아들이 권력을 얻어 그 권력으로 누군가의 위에 군림하자고 한다면, 샤크바프론은 그 권력조차 지배하고자 했다. 반면, 별로 경계하고 있지 않는 셋째와 막내. 샤크바프론은 그 중 식욕이라는 근본을 가진 막내의 속은 영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자신의 근본은 자식들의 근본을 월등히 앞선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흐음, 뭐 네 말이니 네가 알아서 하겠지, 글러트니" "키키키! 예, 아버지." "적당히 가지고 놀거라." 샤크바프론은 그렇게 말하고는 그 자리를 벗어났다. 잠시동안 샤크바프론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본 글러트니는 웃기 시작했다. "키키키! 아버지, 고마워요. 저에게 그런 이름을 지어주시다니. 키키키! 언제나 감사하고 있어요. 키키키!" 글러트니(Gluttony). 7가지 죄악. 그중 탐식을 뜻하는 단어. 그것이 식욕을 근본으로 가지는 샤크바프론의 넷째 아들의 이름이었다. 이름이란 생각 이상의 힘을 가진다. 그렇기에 이름을 지을 때는 신중을 기한다. 특히 마족들은 더욱 그렇다. 마족에게 자식은 그저 자신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진 마족이고, 언제든 자신의 지위를 노리는 적이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샤크바프론은 넷째와 셋째의 이름을 지을 때는 전혀 망설임 없이 그들의 근본과 같은 이름을 지었다. 첫째와 둘째 아들들과는 다르게 말이다. 그것은 자신감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키키키! 하지만 아버지, 아버지는 후회하게 되실 꺼에요. 키키키! 그리고 그거 아세요? 체스에서 폰은 여덟 칸 전진하면 스스로 움직이는 자가 된다는 사실을요. 키키키! 자, 펠, 어서 나오렴! 나의 말! 아니, 나의 손에서 벗어나 스스로 움직일 자여! 키키키!" 크아아아아! 크아아아아! 쿵! 쿵! 쿵! 스스스스. * * * * * "으으으! 땡긴다, 땡겨." "저도 땡기는 군요" 스윽. "크으! 이런 날씨에는 시원하게 한잔하는 게 좋은데, 안그러냐? 지크." "특히 뜨거운 목욕 후에 맥주 한잔이 죽이죠." "맞아, 맞아." 스윽. 어느새 헌트 형까지 가세. "맥주에 안주가 빠져서는 안되지." "안주하면 내가 좀 아는데." 스윽. 하~ 아! 이번에는 크리스와 데인까지 가담하다니. 정말 모두 못 말려. 현재 나는 못 말리는 다섯 남자의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었다. 다름아닌 탈의실에서 말이다. 아마도 말을 꺼낸 사람은 지크 형과 데인이겠지. 황제를 비롯한 국왕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게일 형 일행들이 세인트 왕국에서 정식 교단으로 인정받은 뒤, 우리는 꽤나 지친 몸에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서 목욕탕으로 향했다. 목욕탕에 간 것은 게일 형 일행뿐만 아니라, 지크 형 일행도 함께였다. 함께 목욕탕에 간 그들은 금세 친해졌고 곧 형, 동생하는 사이가 되었다. 목욕탕에서 수군거리던 게일 형과 지크 형은 목욕탕에서 나오자마자 말을 시작하더니,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 후 다시 말을 잇고, 점차 하나하나씩 늘어 그렇게 다섯 남자가 뜨거운 눈빛으로 나를 지그시 쳐다보고 있었다. 그나마 알프 형이 참여 안해서 다행이군. "나, 나도 매, 맥주랑 안주 좋아한다." 참여했군. 하~아! 하지만 원하는 대로 해줄 순 없지. 상황도 상황이니만큼. 나는 다섯, 아니 여섯 남자의 뜨거운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치며 조용히 말했다. "안 돼." "윽!" "커억!" "크윽!" "우윽!" "쿨럭!" "…….?" 순진한 알프 형을 제외한 다섯 남자는 나의 말에 무슨 강력한 공격이라도 받은 듯이 모션을 취했다. 수건으로 가릴 건 가렸지만, 알몸으로 저러니까 더욱 추하네. "에이, 그러지 말고 한스야. 한 병만, 한 병만. 응?" "맞아, 맞아. 지크가 말한 그 캔 맥주라는것, 안 되겠냐?" "안 돼." "쪼잔하게 굴지 말고, 한병씩만 주라!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응?"(본문은 조잔 이지만 맞춤법이 쪼잔이라 바꿨습니다. 식자.) "쪼잔?" 퍽! "케엑!" "하하하! 네가 잘못 들은 거겠지." "맞아, 맞아." 거슬린다는 듯이 한쪽 눈썹을 꿈틀거리자 바로 제압된 크리스였다. 형들, 그렇게 맥주가 먹고파요? 하~ 아! 나는 다시 형들과 제압당한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으음. "대신 조건이 있어요." "오오오! 얼마든지 수용하마!" "맥주는 이 자리에서 마신 뒤 취기를 마나로 날려버릴 것!" "말도 안 돼! 그러면 왜 술을 마시냐!" "맞아! 아깝게시리!" 역시나 예상대로 모두는 마나로 취기를 날려버리라는 나의 말에 열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다면 줄 수 없어." "우우우!" "왕 쪼잔한 놈!" "이 소금 장수!" "형들, 그리고 크리스, 데인. 현재 상황을 어떻게 생각해?" "현재 상황은 쪼잔한 한스가 겨우 맥주 가지고 우리와 항쟁……." "장난치지 말고." "얼마 가지 않아 마족과 흑마법사, 몬스터들과 대전투가 벌어질 상황이다." "거기에 이미 수만명이 목숨을 잃은 상태이기도 하고." 게일 형과 내가 말한 그대로 현재의 대륙의 상황은 최악이다. 몬스터들의 대진군으로 수많은 영지가 무너지고,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얼마 가지 않아 대대적인 전투가 벌어지려 한다.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지금 남아 있는 국가의 수뇌부들을 비롯한 모든 고급 인력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거기에 여기 있는 우리들은 최근 꽤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들이고 말이다. 물론 아직 게일 형 일행에 대한 소문은 퍼지지 않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솔직히 죄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방금 전의 한 목욕도 사치야. 죄악이라고." "……." 솔직히 오랜만의 재회에다가 지크 형과 게일 형들이 친해졌기에 맥주를 주려고 했다. 그래서 그런 조건을 건 것이고 말이었다. 후~우! "나 먼저 나갈게요" "……." 나는 죽음의 길 세트를 불러내 평상복으로 변화시킨 뒤 목욕탕을 나왔다. 이럴 때는 어떠한 옷으로도 변하는 게 가능한 것이 정말 편하구나. "후~우!" "응? 오라버니?" "응? 아, 한나구나." 목욕탕을 나왔을 때 나에게 말을 건 이는 바로 한나였다. 한나 역시 막 목욕을 마치고 나오는 모양이었는지, 붉은 머리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돌아오셨군요." "아아, 돌아온 지 좀 됐어." "오라버니." "응? 왜?" "어서 오세요." 갑자기 '어서 오세요'란 말을 꺼낸 한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붉어질 대로 붉어져 있는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녀왔어." 나는 조금 시간이 흐른 뒤, 얼굴이 후끈해지는 것을 느끼며 대답했다. 아아, 나도 남자는 남자구나. "잠깐 같이 걸을까." "예." 그 후 우리는 나란히 아무말도 하지 않고 걷기만 했다. 계속 걷다보니 도착한 곳은 성내의 뜰이었다. 뜰안에는 앉을 수 있는 좌석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물이 나오는 분수도 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마법등이 설치되어 있어 전혀 어둡지 않았다. "저기, 오라버니." "응?" "아까 왜 그렇게 한숨을 내쉬셨어요?" 갑작스러운 한나의 질문에 나는 잠시 아무 말도 못했다. 잠시 잊고 있었군. 나도 참 바보 같지. "후~우! 그냥 여러가지로 문제가 있었어. 모두 내가 잘못한 거긴 하지만." 맞다. 모두 내가 잘못한 것이다. 모두 기분 좋게 떠들고 있을 때, 혼자 무거운 분위기를 잡아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어버렸으니 말이다. "오라버니." "……."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힘내세요. 그리고… 가끔은 편하게 노세요." "놀아? 이 상황에?" "예. 오라버니." 나는 한나의 말에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편하게 놀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대대적인 전투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틀 전만 해도 수만의 사람들이 죽어버렸다. 그런데 놀라고? 그것도 편하게? 하하하! 설마 이런 말을 한나에게 들을 줄이야. 다른 이들이라면 모를까, 한나가 그런 말을 할 줄이야. "오라버니." "……." "오라버니는 한 명이에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명." "……." "오라버니는 강하지만 단 한 명뿐이에요. 아세요, 오라버니? 그 날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오라버니가 나선 세곳의 영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았다는 것." "알고 있어, 그 누구보다도." 아주 잘 알고 있다. 전투가 끝난 이후 게일 형 일행과 모두 그 영지에서 사람들을 치료했으니까. 나는 내가 다루는 생명과 회복 마법으로, 게일 형 일행들은 신성 마법으로 많은 사람들을 치료했다. 그들은 모두 우리에게 감사했다. 도와주어서 고맙다고, 살아남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말이다. 그들은 모두 웃으면서 우리에게 말했다. 수많은 동료들이, 수많은 이웃들이 죽었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그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형들에게 그렇게 말한 것이. 그들의 미소가, 웃음이 기억에 남았기 때문에 말이다. "후~우! 그래,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 "오라버니." "한나야, 네 말대로 난 이세상의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이야.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중 강한 한 명이기도 하지." "오라버니, 역시나 또 잊으셨네요." 한나는 짐짓 화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검지손가락으로 나의 이마를 찍으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오라버니, 벌써 몇 번이나 말씀드려요. 이 세상에 오라버니는 한명뿐이지만 그런 오라버니 곁에는 저도 있고, 메이, 지크 오빠, 데인 오빠에, 퓨리 오빠도 있어요. 거기에 동료였다는 게일 씨 일행도 있고요! 오라버니는 한명이지만 혼자는 아니라고요!" 딱! "윽!" 그렇게 말하며 한나는 마지막으로 손가락으로 이마를 강하게 쳤다. 아아. 손이 꽤 매운걸. 한나의 말대로 나는 또 잊고 말았군. 나는 한명이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내 곁에는 많은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후~ 우! "고마워, 한나야. 자! 그러면 난 가볼께." "오, 오라버니! 어디 가세요!" "나를 기다리고 있을 무식한 여섯 남자들에게! 잘 자라! 한나야!" 나는 뛰쳐나가면서 그렇게 소리쳤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나를 포함한 무식한 일곱 남자는 지독한 숙취에 시달렸다. 으으으! 내가 왜 그랬을까! * * * * * "키키키! 펠, 나의 손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의지로 걸아갈 자여." "하~ 아 ! 하~ 아!" 마왕 샤크바프론의 막내아들, 글러트니 앞에는 한 사람이 전신에서 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는 펠, 오우거 출신의 마족, 상급까지 올라간 마족이었다. 그는 글러트니에게 충성을 멩세한 이였다. 그런데 정작 그의 주인인 글러트니는 펠에게 나의 손을 벗어나 스스로의 의지로 걸어갈 자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으으으!" "아픈가? 아프겠지. 키키키! 원래 함께해서는 안 되는 힘이니까. 키키키! 함께하는 것을 허락받은 것은 오직 인간뿐이니까. 키키키!" 글러트니의 말 그대로 펠은 바닥에 엎드려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펠의 고통의 진원지가 등인지, 그는 등을 향해서 손을 뻗고 있었다. 하지만 펠의 손은 등에 닿지 않았다. 결국 펠은 고통을 참기 위해서 양어깨를 쥐고 힘을 주기 시작했다. "으으으! 크아아아!" 푸욱! 결국 펠의 어깨에는 고통을 참기 위해서 힘을 준 그의 손가락이 파고 들어갔고, 손가락이 파고 들어간 그곳에서는 놀랍게도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펠은 오우거 출신의 마족! 그런데 그런 펠의 상처에서 붉은 피라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피? 붉은 피네? 키키키! 신기해! 신기해 ! 키키키!" "크아아아악!" 파악! 그때,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던 펠의 등 뒤에서 무엇인가가 치솟았다. 그것은 바로 날개. 이미 마족들에게서 사라진, 과거 지금의 마족들의 조상 고대 마족들이 가졌다는 날개였다. 그렇지만 펠의 등 뒤에 난 것은 박쥐의 날개와 같은 악마의 날개뿐만이 아니었다. 회색이긴 하지만 깃털이 달린 날개. 그것이 악마의 날개의 반대편에 나와 있었다. 회색 천사의 날개와 악마의 날개, 거기에 인간의 붉은 피. 펠에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가. "키키키! 이거 생각 이상이야. 키키키!" 털썩 펠의 등 뒤에서 날개가 치솟는 것을 보며 글러트니가 기쁜듯이 웃는 사이, 펠은 그대로 지쳐 쓰러져서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그렇게 쓰러진 펠을 보며 글러트니는 침을 삼켰다. 꿀꺽. "먹음직스럽게 됐네, 펠. 아아, 안 돼, 안 돼. 펠을 먹어서는 안돼. 펠은 말, 말이니까. 하지만 먹고 싶어." 주르륵. 글러트니의 입에서 침이 흘러내렸고, 한참이나 펠을 바라보고 있던 글러트니는 빠른 움직임으로 그곳에서 벗어났다. 그 자리에 계속 있다가는 먹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펠은 아직 먹어서는 안 되는 말, 자신에게 필요한 수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날, 마왕 샤크바프론의 넷째 아들이 사라졌지만 그것을 눈치 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역시 본문에는 셋째로 나오지만 내용상 넷째로 바꿉니다. 식자) * * * * * 웅성웅성 "꺄하!" "이씨! 거기 서!" "메롱! 나 잡아봐라! 아앗!" 탁! "조심해야지." 나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려는 여자 아이를 간신히 잡아 세워주고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여자 아이는 낯선 어른이 말을 걸어서 그런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런 여자 아이에게 웃어 보인 뒤, 나는 품에서 알사탕 몇 개를 꺼내어 쥐어 주고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조심해서 놀아라. 사탕은 나눠 먹고." "우와! 사탕이다! 아저씨! 고맙습니다!" 휘청. "아저씨가 아니라 오빤데……." 이미 여자 아이는 알사탕을 쥐고 뛰어나간 상태였기에 나의 말은 허공에서 흩어질 뿐이었다. "후훗! 저 나이대의 아이에게는 오라버니대의 남자는 모두 아저씨라고요." "그런가." "그렇죠. 그리고 오라버니의 나이는 실제로 아저씨 나이잖아요." "윽!" 하긴 그렇지. 이 세계의 시간대로 하면 나 역시 서른이 넘은 것이니까. 지금 우리는 라스트 포트 외곽에 형성된 천막촌에 와 있었다. 라스트 포트에 결집되기 시작한 것은 병력들뿐만이 아니었다. 피난민들 역시 병력들과 함께 라스트 포트로 이동해왔고, 덕분에 현재 라스트 포트 성안 쪽 뿐만 아니라 성 밖에는 수천, 수만의 막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이종족 연합이 형성된 이후 과감하게 병력을 한데 모으기 시작한 국가들이었다. 확실히 지금으로서는 이종족들과 힘을 합한다 하더라도 수적으로 비등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황제와 국왕들은 병력을 나누어 방어하기보다는 병력을 모아 공격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었다. 물론 그렇게 생각을 먹게 하는 데는 이종족들, 특히 드래곤이 아군이라는 것이 큰 작용을 했다. "그래도 예상보다 활기가 넘치네." "그거야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아이들이 있어서라. 말 되는걸. 방금 전 그랬듯이 아이들은 지금 전쟁이 일어난 것도 잊고 또래의 아이들과 뛰어놀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전 나에게 알사탕을 받아간 아이는 그것을 친한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아이들이 뛰어놀고 웃는 모습을 보는 어른들은 모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는 아이들이 있기 떄문에 가능한 미소였다. 하지만 미소는 이내 곧 사라졌다. 미소 대진 어른들의 얼굴에 자리 잡은 것은 굳은 결심이었다. 그런 어른들의 얼굴에서 나는 그들이 한 결심을 알 수 있었다.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 어른들의 표정을 본다면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저 아이들을, 저 아이들의 미소를 지키고 말겠다는 굳은 결심을 말이다. "자! 우리도 가만있을 순 없지! 외방벽을 지으러 가보실까!" "예! 오라버니!" 외방벽이란 막사촌과 막사촌 사이의 경계인 동시에 만약의 사태를 위한 방어벽이다. 그것을 지금 우리가 만들러 가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손으로 지어진 임시 외방벽이 있긴 하지만, 역시나 대형 몬스터를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에 우리가 이렇게 나선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그러니까 나와 한나를 비롯한 어느새 흩어져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일행들까지 나서게 된 이유는 한나가 한 제안 때문이었다. 한나는 내가 없는 당시에도 가끔씩 저택에서 나와 수도 사람들을 도왔다고 한다. 한나의 말에 의하면 평범한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일을 마법사 한 명이 돕는 것은, 사람들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 말과 함께 한나는 라스트 포트 성벽 밖에 형성된 막사촌에 대해서 말했고, 결국 이렇게 돕기 위해서 모두가 나서게 된 것이었다. 그렇지만 성벽 밖으로 나오자마자 일행들은 이미 뿔뿔이 흩어진 상태였다. 도대체 다들 어디 간거지? "여어! 아가씨! 오늘도 온 거야!" 쿵! "아, 안녕하세요. 한스씨." 아아, 역시 한스란 이름은 흔하디 흔하다. 어디서 구했을지 모르는 거대한 돌 조각을 던져놓고는, 잠시 허리를 두드린 한스란 이가 웃으면서 한나에게 다가왔다. 저 무거운 바위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힘이 장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오니 힘만 장사일 뿐 아니라 덩치도 상당했다. 흩어진 우리 일행 중 가장 큰 알트 형보다 클지도 모르겠는데. "오늘도 아가씨가 도와준다면 일이 많이 진행되겠구먼. 응? 이 친구는?" "제 오라버니에요. 오라버니, 이쪽은 한스씨라고 해요." "한스라고 합니다." "한스. 캬! 역시 한스라는 이름은 정말 흔하다니까. 나도 한스라고 하네! 용병이지! 자네도 도와주러 왔나? 거참, 잘됐구먼! 오늘 하루 잘 부탁하네!" "아, 예." 2미터는 가뿐히 넘을 것 같은 덩치의 한스 씨는 그 솥뚜껑 같은 손으로 나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힘도 엄청나구먼. 이 덩치가 큰 한스 씨는 용병이라고 했다. 지난 10년간 이어진 전쟁에서도 살아남은 용병으로, 그야말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라고 했다. 하긴 그렇기에 마족과 몬스터들의 대진군 이후, 빠른 시간 안에 이곳 라스트 포트에 올 수 있었겠지. 말하기로는 A급 용병으로 벌어놓은 돈이 상당해서 고향에 내려가서 여관을 할 생각이었는데, 흑마법사들이 출몰하는 바람에 고향에 내려가지도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빌어먹을 고향이 흑마법사들의 영역에 있거든." 이렇게 말하며 그는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고향에 정착하는 것을 포기한 채 떠돌았고, 정착할 만한 영지를 발견했는데 몬스터들이 쳐들어왔다고 한다. 간신히 막아낼 수는 있었지만 결국 영주가 영지를 포기하고 영지민들과 피난을 시작했고, 몬스터들이 최초로 진군한 이후 바로 이 라스트 포트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빌어먹을 귀족 놈들! 성벽 안쪽으로는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더군! 제길!" "아." "마지막 요새는 얼어 죽을 놈의 마지막 요새! 저건 귀족들을 위한 도시지! 요새가 아니라고! 빌어먹을 귀족 놈들!" 한스 씨는 거센 콧바람을 내며 화를 내고 있었다. 한스 씨의 말대로 자세히 생각해보니, 라스트 포트 내에서 귀족들 외에 평민들을 본 적은 없었다. 성만에만 있다가 오늘 처음으로 걸어서 성벽 밖으로 나온 것이고, 신경 쓰지 않아서 몰랐는데 말이다. "거기에 마법사들은 마음대로 출입되면서 왜 우리 같은 용병들은 익스퍼트 초급 이상이 아니면 출입이 안 되냐고! 빌어먹을! 아, 그렇다고 자네하고 아가씨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야. 단지 불만이 조금 있을 뿐이지." 한스씨는 우리를 보고 사과의 뜻으로 고개를 한 번 숙여 보였다. 마법사는 확실히 전쟁 중에 귀한 인력이다. 그렇지만 한스 씨의 말처럼 그럴 줄은 몰랐다. 오직 귀족과 마법사만 출입 가능한 도시, 라스트 포트. 마지막 요새라는 이름이 아까운 곳이었다. 그보다는 귀족과 마법사들을 지키기 위한 요새라고 부르는 편이 더 나았다. "그래도 로시아 제국의 황제하고 세인트 왕국의 국왕은 조금 나은 사람들이야. 그분들은 평민들을 위해서 매일같이 식량을 나눠주시거든. 그리고 이 막사도 제국과 세인트 왕국에서 나온 것이고 말이야. 그에 반에 다른 왕국의 왕하고 귀족 놈들은 글러먹었어.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야. 간혹 도와주는 귀족들도 있거든. 그러니까 사람들이 참지. 안 그랬으면 진즉에 폭동이 일어나고 말았을걸." "그렇군요." 확실히 한스 씨의 말대로 폭동이 일어나고도 남을 일이었다. 좀더 자세히 알아봐야겠지만, 한스씨의 말에 의하면 현재 라스트 포트는 마지막 요새라는 말이 아까운 귀족들을 위한 도시였다. 귀족들만의 도시, 귀족이 아니라면 오직 실력이 높은 자만이 출입이 가능한 도시 밀이다. 안 그래도 언제 마족과 흑마법사, 몬스터들이 쳐들어올지 모르는 이때에 평민들에게 반감을 가지게 하다니, 어리석은 국왕과 귀족들이었다. 그래도 한스 씨의 말에 의하면 로시아 제국의 황제와 세인트 왕국의 국왕, 그리고 여러 왕국의 일부 제대로 된 귀족들이 나서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자,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아가씨, 그리고 한스. 힘 좀 써보라고!" "아, 예." "맡겨두세요. 오라버니, 우린 저리로 가요." 한나가 나를 끌고 간 곳은 대못과 거대한 망치를 든 사내와 바위들이 있는 곳이었다. "여어! 마법사 아가씨 왔어!" "오늘은 혼자가 아니네!" "안녕들 하세요. 오늘도 수고하시네요." "뭐, 우리를 위해서 하는 일이니까! 그럼 오늘도 잘 부탁해!" "예." 한나와 나를 발견한 남자들은 밝은 얼굴로 우리를 맞아주었고, 한나는 나를 끌고 바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남자들은 어느새 들고 있던 거대한 대못과 망치를 내려놓고는 뭔가 나를 수레와 끈을 준비하고 있었다. 흠, 아까 잠깐 보니 대못과 망치로 바위를 부수고 나서 깎던데. "오라버니, 저희가 할 일은 바위를 모두 일정한 모양으로 깎는 거에요." "흐음, 역시 그랬군. 그런데 이만한 바위들을 다 어디서 구한거지?" "상당 거리 떨어진 숲에서 구해왔다고 들었어요. 자, 오라버니,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요." "흠, 알았어. 윈드커터." 스스스. 일단 나는 내가 잘라야 하는 모양을 살핀 뒤에 알맞은 최대한 많은 양의 벽돌이 나올 크기의 바위에 다가가 윈드 커터를 날렸다. 내가 날린 윈드 커터는 확실히 바위를 베고 들어가긴 했지만 끝까지 베고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바위의 단단함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기에 발생한 일이었다. "이거 내가 너무 쉽게 본 모양인데." "후훗! 처음에는 많이 힘드실 거에요. 저도 처음에는 그랬어요." 완전히 잘려나가지 않은 바위 앞에 있는 나를 보며 한나가 말했다. 나와는 다르게 한나의 앞에는 반듯하게 잘려진 바위들이 눈에 띄었고, 사내들은 한나가 반듯하게 자른 바위였던 벽돌을 나르기 시작했다. 질 수 없지! "윈드 커터!" 스스스스. 시전어를 외우자, 날카로운 바람은 날아가지 않고 나의 손앞에 머물러 있었다. 흐음, 어떻게 하나. 나는 내 손 앞에 머물러 있는 윈드 커터를 보며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냥 윈드 커터로는 저 단단한 바위를 단번에 베어버리기 힘들다. 거기에 윈드 커터는 내 전문 분야에 속한 마법도 아니다. 흐음. "이보쇼! 형씨! 가만히 뭐 하슈! 어서 잘라주슈! 옮기게." "예? 아, 예." 일단 자르고 보자. 사내들의 재촉에 일단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바위를 자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바위를 잘라 벽돌로 만드는 것은 한나와 비교해서 내가 월등히 많은 시간과 마나를 소모하고 있었따. 한나는 꽤나 능숙하게 바위를 벽돌로 만들고 있었는데, 내가 벽돌을 만들면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벌써 이렇게 바위를 벽돌로 만들어 방벽을 쌓기 시작한 지 보름이 되었으며, 3일째 되던 날부터 한나가 나타나 마법으로 돕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나도 처음에는 나처럼 꽤 시간이 걸렸지만, 4일째 되는 날부터는 빠른 속도로 신속하게 자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책에는 신공이지만 신속이 맞는 것 같아 교정했습니다 식자.) 흐음, 4일이란 말이지. 나는 오늘 안에 해보이고 말 테다! 땡땡땡땡! "응? 이건 무슨 소리지?" "캬! 드디어 식사 시간이구만! 가서 밥들 먹자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들려오는 종소리. 그것은 바로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벌써 점심시간인가. 별로 일한 것 같지도 않은데. "오라버니! 어서 가요. 빨리 안 가면 한참 기다려야 돼요." "그래? 알았어." 나의 팔을 잡아끄는 한나의 재촉에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한나와 달리기 시작했따. 정말로 한나의 말대로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무로 만든 그릇과 숟가락을 들고 줄을 서 있었다. 지금 눈에 보이는 수만 해도 많건만,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이거 정말 점심시간 안에 먹을 수 있을까? 아니, 점심 먹을 수 있을까? 따그닥따그닥. 푸르르르. 저벅저벅. 마지막 요새라는 라스트 포트. 그곳으로 집결 중인 수많은 병력들. 그리고 그 병력들 뒤로 수많은 피난민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몬스터들의 침범으로 인해서 함락당한 영지의 생존자들도 있었고, 그저 소문을 듣고 짐을 정리하여 뒤따르는 병사들의 가족, 거기에 용병으로서 한몫 단단히 챙겨보자는 심정으로 오는 이들 등 각가지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유독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비쩍 마르지도, 그렇다고 탄탄하다고도 할 수 없는 몸매. 그리고 어째선지 너덜너덜한 회색 여행복을 입고 있었다. 거기에 아무렇게나 늘어트러져 있는 머리카락은 희귀하게도 회색이었다. "이곳이 라스트 포트인가." [크크크! 그렇지. 인간들이 마지막 요새라고 부르는 곳이지.] "그렇군." [크크크! 정말 인간들이 많군. 모두 죽여 버리고 싶은 기분이야. 잠깐만 잠깐만. 나에게 주도권을 넘겨줘. 잠깐이면 돼. 한명만, 한명만 죽일게.] "안 돼. 지금은 낮, 나의 시간이다. 어짜피 밤이 되면 주도권은 너에게 넘겨지니까, 그때 알아서 해." [크크크! 아쉬워, 아쉬워. 이렇게 먹잇감들이 많은데. 아까워, 아까워.] "단 마력을 사용하지 말도록. 그렇게 되면 우리의 계획이 물거품 돼." [키키키! 알고있어. 잘 알고 있다고. 키키키!] 회색 머리 사내의 말에 사람들은 별 이상한 사람을 다 본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는 지나쳤다. 그것은 당연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그 사내는 혼잣말을 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의 이름은 펠. 한때 오우거였으나 오우거에서 마족으로, 마족에서 상급마족까지 올랐던 이였다. 그런 펠의 강맹한 예전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몸은 그저 단련되지 않은 사람 같았고, 눈빛도 흐리멍텅했다. 거기에 그의 몸에서는 어떠한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특이한 것이 있다면 회색으로 된 머리카락과 옷 정도. 그렇지만 그는 분명 펠이었다. 상급 마족이었던 펠이 지금 난민들을 따라 라스트 포트로 가고 있는 것이었다. 라스트 포트에는 신성 왕국 세인트의 신관들이 설치한 대항마신성진이 설치되어 있다. 그 신성진은 라스트 포트 외곽으로 도 상당한 영역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몬스터들은 그 영역에 다가오려 하지 않고, 들어온다 하더라도 약화된다. 거기에 이 대항마신성진은 영향권 내에 마족이 들어온다면 바로 알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상급 마족이었던 펠이 그 영향권 안에 있는데도 라스트 포트는 평온하기만 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그럼 들어간다. 조용히 있도록." [키키키! 그래야지, 그래야지. 키키키!]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펠, 그는 여전히 한스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타고 있었따. 그렇게 펠은 천천히 피난민들과 함께 나아갔다. 마지막 요새, 한스가 있는 라스트 포트를 향해서……. * * * * * 암흑 제국의 수도, 유토피아. 그 중앙의 마황성에서 회의가 벌어지고 있었따. 그것은 진군을 위한 마지막 회의였다. "흐음, 이종족들과 인간들이 연합을 했다고?" "예, 마황 폐하. 본 신하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인간들은 모든 병력을 결집하기 시작했고, 이종족들과도 나름대로 병력을 집결하기 시작했나이다." 스스로를 마황이라 칭한 마왕, 샤크바프론은 그가 거느린 4명의 마족 공작 중 한 명인 베일론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4명의 마족 공작 중 서열 4위의 베일론의 특기는 정보 수집 및 정리, 그리고 전술을 짜는 것이었다. 보통 그런 마족은 다른 마족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지만, 베일론은 결코 무시당하지 않았다. 마족공작. 그것은 고작 머리만으로 얻을 수 있는 지위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흐음 신경써야 할 게 뭐가 있나?" [여기서 부턴 백곰님이 타이핑해 주셨습니다~] "마황 페하께서 신경 쓰실 만한 일은 없습니다." "말해보아라." "신이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드래곤들 중에 순수한 마법의 학습으로 10써클에오른 드래곤이 나왔다 합니다." "호~오! 10써클에 오른 드래곤이라. 그렇게 되면 드래곤 로드까지해서 10써클 드래곤이 두마리가되는건가?" "그렇습니다. 거기에 좀 더 자세히 조사해본 결과, 그 10써클 드래곤의 아비와 할애비 역시 10써클 드래곤이었으나 이미 마나로 환원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두마리에 의해서 드래곤들 사이에 마법에 대한 학구열이 높아져, 웜급 이상의 드래곤들이 모두 9써클에 올랐다 합니다." "이거 놀랍군." 도대체 어떻게 조사했는지 알 수 없으나, 베일론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10써클 드래곤 데미리안의 아버지 데미니안과 할아버지 데미레온에 의해서 드래곤들 사이에 분 마법 붐으로 인해서 윔급에 올라서도 용언 마법을 제외하면 8써클 유저도 못 되었던 드래곤이 당대에는 윔급이라면 9써클에 오르는 것은 당연시되고 있었다. "거기에 어째선지 엘프들의 정령술과 마법의 실력이 상당히 높아서 9써클에 오른 엘프 마법사가 두 명, 정령왕과 계약한 엘프 정령사가 한 명, 최상급 정령사가 여섯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허허!" 이는 역시 데미리안의 할아버지 데미리온의 영향이었다. 과거 데미리안의 할아버지, 데미리온은 스스로 배웠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배운 것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의 스승이 남긴, 가르치면서도 배운다는 조언 때문에 말이다. 그런 조언에 따라 데미리온은 수많은 제자를 키웠고, 그중에는 엘프도 있었다. 데미리온에게 정령 마법과 마법을 배운 엘프들은 그 지식이 사라지지 않도록 힘썼고, 그 결과 오랜 시간이 흘렸지만 데미리온의 제자들이 자신들이 배운 것을 여타 엘프들에게 알려준 덕분에 엘프들은 베일론의 말대로 엄청난 실력자들을 보유할 수 있었다. "거기에 드워프들 역시 기괴한 발명품들을 많이 발명했고, 그 발명품들 중에는 몇몇 무시 못할 것들이 껴 있다고 합니다." "그래? 그게 뭔가?" "신하가 불충하여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샤크바프론의 질문에 베일론은 바로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에 샤크바프론의 질문에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전혀 그를 문책하지 않았다. 지금 그가 알아낸 정보만 해도 엄청난 것이었으니 말이다. 드워프들이 만들어낸 발명품 중 몇몇 무시 못할 것. 그것 역시 데미리온의 영향이었다. 데미리온은 마법을 배우면서 동시에 드워프들에게 세공술과 조각, 무기 및 방어구 제작 등 각가지를 배웠다. 그 당시에는 이미 10써클에 오른 뒤였고, 데미리온은 배움을 청할 때는 진실하게 청하는 것만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기에 드워프를 스승으로 삼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로 인해서 데미리온은 드워프들에게 비전까지 전수받을 수 있었고, 동시에 드워프들에게 최고의 장인으로 인덩받을 수 있었다. 나름대로 발전을 거듭한 데미리온은 드워프 역시 제자로 삼아 자신의 모든 것을 가르쳤다. 그 과정에도 자신의 창작물, 자신과 같은 드래곤, 강한 마족을 상대할 만한 병기를 제작하고 싶었던 데미리온은 제자들과 함께 연구했지만 그의 최종 목표는 차원 이동 마법이었기에 모든 것을 제자들에게 맡겼다. 그의 제자들이 연구하고 시도했던 병기들은 결국 완성되지 못했지만 설계도와 일부 완성된 것이 남겨져 있었고, 그것을 드워프들이 벌견해냈다. 그리고 드워프들은 드래곤 로드에게 마왕의 출몰에 대해서 들은 뒤 그것을 완성하기로 작정하고,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병기들은 거의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흐음, 인간들은 신경 쓸 필요 없나?" "예. 그렇게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그랜드 소드마스터도, 9써클에 오른 마법사도, 정령왕과 계약한 정령사도, 성자급의 신관도 당대 인간들에게는 없으니 말입니다." "허허허! 한심하구먼. 항상 우리 마족의 앞을 막아서는 것은 인간이었건만, 하필 내가 나올 때 인간들이 가장 약하다니. 아쉽군. 아니, 이건 좋다고 해야 하나. 허허허!" 다른 이종족들에 비해서 형편없다고 할 정도로 강자를 보유하지 못한 인간들에 대한 보고를 들은 샤크바프론은 아쉬워했다. 과거 마왕이 수차례 중간계에 강림했을 때 그 마왕을 막아선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었다. 그런 인간이, 자신이 강림할 때 다른 종족들과 비교해서 형편없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던 것이다. 언제나 마왕을 막아선 인간들을 완전히 이기고, 이 중간계를 지배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다만......." "다만? 뭔가 있나?" 방금 전만 해도 아쉽다는 표정을 하고 있던 샤크바프론은 이어진 베일론의 말에 기대가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당대에 네크로맨서 중 스스로 데스 로드라 칭하는 인간이 나왔다고 합니다." "데스 로드? 흐음." 데스 로드가 나왔다는 베일론의 말에 샤크바프론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 중 데스 로드에 대한 것을 찾기 위해서였다. "데스로드. 데스로드. 아!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모든 언데드들의 지배자! 마왕과 버금간다는 죽음의 왕! 그가 인간들에서 나왔단 말인가!" "어디까지나 인간들 사이에서 도는 소문일 뿐입니다. 다만, 그 사실을 인간의황제가 인정했다고 합니다." "크하하하! 이거 좋군! 과연 인간이야! 짐의 기대를 져 버리지 않는군! 하하하!" 스스로를 마황이라 칭한 마왕, 샤크바프론. 그는 진정 기뻐하고 있었다.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언데드들의 지배자, 마왕인 자신과 버금간다는 죽음의 왕이 인간들 사이에서 나왔다는 말에 말이다. 샤크바프론의 눈빛은 여느 때와 비교도 되지 않은 정도로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기쁨이었다.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장애물을 만났다는 기쁨말이다. "장애물은 험난하면 험난할수록 그것을 극복해내고 지배하는 것이 더욱 기쁜 법! 크하하하! 정말 기대되는구나! 죽은 자들의 군주여! 크하하하!" 그렇게 샤크바프론의 기쁨 어린 웃음소리는 마황성 여기저기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잠시후 회의는 계속 진행되었고, 마왕군의 진군은 이제 포읽기에 들어갔다. * * * * * "하~ 암." "오라버니, 오늘도 밤새신 거예요? 잠 좀 주무시라니까." "아아, 미안.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걸. 그리고 며칠쯤 자지 않아오 별일 없어. 그나저나 오늘 드디어 완성인가?" "아, 예. 오늘 드디어 일차 방벽이 완성돼요." 벌써 내가 한나를 따라 사람들을 돕기 시작한 것이 4일이나 됐다. 몬스터들의 대진군이 있는 지도 벌써 일주일째 인 것이다. 현재로서는 잠잠하다. 다시 몬스터들의 진군이 멈춘 상태이고, 전투는 벌어지지 않고 있느니 말이다. 그간의 노력 덕분에 방벽은 어제 거의 완성되었고, 이제 조금만 더 쌓고 손을 보게 되면 드디어 완성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1차 방벽이 완성되는 것뿐이다. 안 그래도 이 라스트 포트로는 상당한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어 방벽을 더 쌓아야 했다. 처음에 방벽을 쌓은 것은 모두 라스트 포트로 몰려든 성인 남성들과 용병들이 자진해서 시작한 일이었따. 하지만 3일 전부터는 라스트 포트의 황제와 국왕들, 그리고 귀족들이 지원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일부지만 병사들도 지원을 오고 있으니, 그 속도는 오늘 완성될 1차 방벽을 쌓을 때보다 빠를 것이다. "그나저나 다들 그날 이후로 얼굴을 못 보겠네." "음, 생각해보니가 그러네요." 그날 이후로 한나와 함께 라스트 포드의 성문을 나선 뒤 흩어진 일행들을 보질 못했다. 시녀와 시종들의 말에 의하면 분명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으러 오고, 잠도 꼬박꼬박 침실에서 잔다고 하는데 도통 마주칠 수가 없었다. 성문 경비의 말에 의하면 해가 뜨기도 전에 모두 성문을 나선다고 하니 분명 피난민들 사이에 있을 텐데, 방벽 공사 현장에는 전혀 모습을 모이지 않고 있었다. 도대체 다들 어디서 뭐 하는 거야? "자! 어서 서두르자고요!" "알았어." 그때 한나와 함께 빠른 걸음으로 방벽 공사 현장으로 아동하는 한스를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허름한 옷을 입고, 회색 머리카락과 회색 눈을 가진 펠이었다. "저 여자가 한스의 여인이로군." [키키키! 소중히 여기는군. 무언가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자신의 약점을 만드는 일! 키키키!] "......." [왜 그래? 기분 나쁘나? 내가 마음에 안 들어? 키키키! 그래도 소용없어. 내가 너고, 네가 나니까. 우리는 하나니까 말이야. 키키키!] "알고 있다." 또 다른 자신. '그 일'로 인해서 둘로 갈라진 자신들. 만약 한스라는 한 명의 적이 없었다면 이렇게 협력하는 일도, 자신이 둘이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한스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하지만 기운을 감추는 것은 잊지 않았다. 이곳에 온 목적이 그와 싸우는 게 아니니 말이다. "일단 저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키키키! 그래야지. 그래야 기회가 생기니까.] 펠은 한스에게 눈을 떼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은 라스트 포드의 문. 오직 귀족과 마법사, 소드 익스퍼트 초급 이상의 실력을 가진자만이 출입 가능한 문이었다. "현재 내가 가진 능력이라면 저 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키키키! 하지만 한스와 한스의 소중한 것이 있는 성안으로 들어가기는 힘들지. 키키키!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명성도 필요하니까. 키키키!] "명성을 쌓아야겠군. 나의 의견을 따르겠나? 너에게는 소름끼치는 일일지도 모른다." [키키키! 어쩔 수 없지. 참는 수밖에. 키키키! 되도록 빨리 끝내라고.] "노력하지." 그렇게 말하며 펠은 골목 사이로 모습을 감추었다 * * * * * 푸욱! "제대로! 힘을 실어서 찔러!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심정으로 찌르란 말이야!" "예!" 파파팍! "아무리 적이 접근해도! 무서워도! 아군이 적군에게 죽어가도 눈을 감지 마라! 지켜봐라! 모든 것을 지켜봐라! 활을 쏘기 위해서 봐야 한다! 눈앞에 어떠한 관경이 벌어지더라도!" "예!" "거기! 너무 서두른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서 움직여라! 너희가 옮기는 것은 짐이 아니다! 살아 있는 아군! 부상당한 아군이다!" "예!" "모두 어딜 가 있나 했더니, 이런 일을 하고 있었네." "그러게요, 오라버니." "정말 의외야, 의외. 모두 노느라 바쁠 줄 알았는데." 1차 방벽 완공 이후 제 2차 방벽을 쌓기 위해서 이동하던 도중, 사람들의 함성과 외침이 들려오기에 잠시 그곳으로 향했을 때 나는 열심히 소리를 지르고 있는 지크 형과 게일 형, 헌트 형을 볼 수 있었다. 지크 형은 기다란 창을 들고 있는 청년들에게 소리치면서 가르치고 있었고, 가끔은 직접 창을 쥐고 시범을 보이고 있었다. 헌트 형은 활을 들고 과녁을 조준하는 청년들을 가르치고 있었고, 게일형은 들것에 바위를 올린 채 열심히 뛰고 있는 청년들을 오가면서 소리치고 있었다. "앞으로 십 분간 휴식이다! 쉴 때는 제대로! 주위의 시선을 상관하지 말고 쉬도록!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회복한다! 그래야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전체 휴식!" "전체 십 분간 휴식!" "하~ 아!" 털썩! 털썩! 청년들은 형들의 말에 모두 제자리에 주저않았다. 그대로 대자로 눕는 이도 있었고, 물을 찾아와 마시는 이도 있었으며, 활을 계속해서 쏘느라 부어오른 손가락에 바람을 부는 이도 있었다. "형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오! 한스. 왔냐?" "마침 잘됐군. 한스가 있으면 움직이는 적을 상대로 하는 모의 전투 연습도 시킬 수 있겠어." "거기에 환상 마법을 통해 혼란 속에서도 부상자를 옮기는 일도 시험해볼 수 있겠는걸." "오오! 그렇군." 내가 나타나자마자 왠일인지 눈을 빛내면서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형들이었다. "게일 형.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거긴, 보면 모르냐? 훈련시키고 있는 거지." "훈련시키고 있는 것은 아는데, 저들을 민간인이잖아. 거기에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이들도 있는 것 같은데." 내 말대로 게일 형과 지크형, 헌트 형에게 훈련받고 있는 이들은 모두 민간인이었다. 거기에 아직 젖살도 빠지지 않는 아이들도 눈에 간간히 띄었다. 그렇기에 나는 물은 것이다. 나의 물음에 대답해준 사람은 지크 형이었다. "그야 이들도 싸우고 싶으니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지키고 싶으니까." "지키고 싶으니까?" "그래. 지키고 싶으니까. 너도 보시다시피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아직 어려서 징병되지 않았거나, 징병될 수 없다." 지크 형의 말에 나는 주위에 널브러져 쉬고 있는 이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과연 형의 말 그대로 였다. 이 세계에서 징병되지 않는 이들과 징병될 수 없는 이들은 딱 네 종류가 있다. 첫 번째, 상당히 나이를 먹은 자. 이곳의 징병 조건 중 하나는 나이인데, 성인으로 인정받는 18~10세까지만 징병을 한다. 과거에는 창을 들 수 있는 남자라면 모두 징병했지만, 현재는 대륙법으로 인해서 금지되었다. 창을 들 수 있는 나이의 남자들 모두가 징병되었던 때에 수많은 남자들이 죽어서, 전쟁이 끝난 한참 뒤에도 남자의 수가 늘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전쟁이 일어났을 때 징병할 병력이 없어서 멸망한 나라가 있었기에 그런 법이 생겼다고 한다. 다음 두 번째는 대장장이, 치료사, 방직공 등의 상당한 기술을 가진 이들이다. 이들은 고급 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있었기에 전쟁의 전방에 내몰 수는 없었다. 때문에 이들은 징병을 하되, 후방에서 무기와 방어구 등의 전쟁 용품을 생산하게 했다. 치료사는 후계자가 있을 경우에 전방으로 보내졌지만, 후계자가 없을 경우에는 후방에 머물러 치료사를 양성하게 했다고 한다. 그렇게 양성된 양산형 치료사들을 전방으로 보내졌고 말이다. 다음으로 세 번째는 퇴역군이다. 말 그대로 퇴역(退役). 원래 군에 있다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서 퇴역한 군인들이었다. 이들 중에는 나이가 들었기에 퇴역한 이들도 있지만, 전쟁 중에 입은 상처, 즉 팔이 하나 날아갔거나 다리 하나가 잘려나가 퇴역한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퇴역한 군인들은 다시 징병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우리 세계에서 신체 불편자, 간단하게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이들이다. 이 세계에서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것이, 전생의 업이 현세로 이어져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마법사나 신관, 귀족이라는 권력층에 속한 이들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민간인들, 평민들은 그렇지 않기에 장애인들이 징병되어 병력에 속하는 것은 군의 사기를 떨어트리기에 징병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4가지 경우에 속한 이들이 지금 이 자리에 모여 있었다. "한스, 너도 알 거다. 이들은 징병되지 못하거나 않은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도 싸우고 싶어 해. 또한 여기 집결하고 있는 병력들과는 함께 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걸 알기에 이들은 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 남아 지키기 위해서,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마족과 몬스터들로부터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지크 형의 말이 맞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았다면 누구나 알 수 잇으리라. 그만큼 여기 있는 이들은 열의에 넘치고 있었다. "다른 일행들은?" "다른 녀석들은 다른 곳에서 이들과 비슷한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어. 이런 사람들이 꽤 많거든." 그래서 모두 안 보였던 거군. "하~ 아! 너무해. 이런 일에 나를 부르지 않다니." "하하하! 미안. 그렇게 됐다." "미안, 미안. 한스, 너는 귀하신 몸이잖냐." "음음. 그렇고ㅁ라고. 귀하신 몸이지." "귀하긴....... 필요한 것이나 내가 도울 일은 없어?" "후후후! 쌓이고 쌓였지!" 내 말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치는 형들이었다. 후훗! 한스가 그간 게일 일행들이 하는 일들을 안 뒤, 게일 일행들은 하스의 도움을 받아 훈련에 박차를 가했다. 한스가 보유 중인 언데드들을 이용하여 실전 훈련에 들어간 것이다. 한스가 보유한 언데드들 중에는 몬스터의 시체로 만든 것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었고, 그중에는 거의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있었다. 그중에는 거의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있었다. 그런 몬스터 좀비들을 상대로 하는 훈련은 징병되지 않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일단 몬스터들의 흉포한 기세를 직접 몸으로 접해본 것 자체가 그들에게 도움이었고, 그간 할 수 없었던 실전 훈련을 좀비들을 상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스의 도움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한스는 네크로맨서, 인간의 몸과 신체에 대해서 치료사, 의사 못지않게 잘 알고 있었다. 한스는 네크로맨서로서의 기초 지식을 토대로 사람들에게 치료법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성안에서 치료사와 우호적인 가이아 교단의 신관들을 데려오기까지 했다. 또한 게일 일행, 그런니까 지크 일행을 제외한 게일과 에나, 알트와 헌트, 크리스는 자신들의 교단인 자유와 방랑, 그리고 여행객의 신, 헤네트 교단에서 전해 내려오는 치료술이 기록된 저서를 공개했다. 그 결과 수많은 치료사들이 성밖으로 나와 그 저서를 보기를 원했고, 그 대가로 사람들에게 치료술을 가르치도록 했다. 징병되지 않은 이들이 훈련에 열중할 때, 방벽 작업에도 박차가 가해졌다. 한스가 네크로맨서란 것을 밝힌 이후로 말이다. 네크로맨서는 평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기에 그간 한스는 자신이 네크로맨서란 사실을 숨시고 방벽 공사를 했다. 하지만 게일 일행을 돕는 과정에서 한스가 네크로맨서란 것이 밝혀졌고, 그 후 사이가 어색해질 것이라고 생각한 한스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기뻐했다. 그것은 방벽 작업을 하는 이들 대다수가 용벙이었기 때문이다. 용병들은 수많은 의뢰를 수용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때로는 의뢰자로서, 때로는 적으로서 말이다. 그런 용병들이 네크로맨서를 만나보지 않았을까? 아니다. 당연히 만나보았다. 물론 못 만나본 이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또한 한스가 네크로맨서란 사실을 모르고 있을 때, 한스와 함께 일하면서 한스가 어떤 이인지 어느 정도 알게 된 상태. 그런 상태에서 한스가 네크로맨서란 사실이 알려졌다 한들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한스가 네크로맨서란 사실을 기뻐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네크로맨서가 얼마나 편리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전투에서도 그렇지만 네크로맨서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방벽 공사에서 상당히 유용하다. 네크로맨서가 다루는 언데드들은 지치지 않는 일꾼이다. 그런 언데드가 공사 현장에 투입되자 공사의 진행 속도가 배는 올랐고, 위험한 곳에는 언데드가 투입되었기에 사고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곳에는 여전히 사람이 투입되었다. 그렇게 방벽 공사와 징병되지 않은 이들의 훈련이 진해오디고 있는 그때, 라스트 포트로 몰려든 이들로 인해서 만들에진 거대한 막사촌에 한 가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바로 성자! 성자가 나타났따는 소문 말이다. 성자는 2가지 뜻을 지닌다. 성자(聖者)와 성자(聖子). 성스러운(聖) 자(者)와 성스러운(聖) 아들(子). 성자란 신의 아들로서 인정받은 자. 그만큼 성스러운 자. 그렇기에 앞의 뜻보다는 뒤의 성스로운 아들의 뜻으로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런 성자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었다. 성자라는 호칭은 함부로 사용하지 못한다. 그만큼 성자는 존엄한 지위였기 때문이다. 평민들은 대부분 성자라는 것을 이름이 높거나 덕이 많은 이들에게 붙인다. 이경우의 대부분은 평민들이 붙여주는 것이지만, 이번에 퍼진 소문의 경우는 스스로가 성자를 자처했다고 한다. 평민들이 붙여주는 성자란 호칭은 여러 교단과 왕국에서도 그냥 넘어간다. 물론 소문을 통해서나 사람을 보내 조사하기는 하지만, 자처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성자란 지위는 존엄한 지위이며, 성스러운 자이자 성스러운 아들, 신의 아들을 뜻하는 지위이다. 그렇기에 이 일은 심각한 것이었다. 또한 현 시대는 중간계에 마왕이 강림한 시대. 이런 시대에 성자란 지위는 더욱 존엄해지고 특별해진다. 스스로를 성자라고 자처하는 자에 대한 소문은 금세 라스트 포트의 성안으로 스며들어갔고, 바로 성자 확인단이 결성되어 성 밖을 나섰다. 그들은 모두 준비된 상태였다. 스스로 성자라고 자처한 자가 성자가 아니라면 그에게 죽는 것이 축복이라 여기게 해줄 정도의 고통을 선사할 준비가, 만약 그가 성자라면 진정한 마음으로 무릎을 꿇을 준비가 말이다. 성자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성자는 성스러운 자! 성스러운 아들! 역대 성자에게는 그 지위와 호칭에 걸맞게 한 가지가 주어졌다. 바로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낼개, 에테르 윙(Aether Wing)이 말이다, 그것은 신이 내린 증표, 자신이 아들로 인정했다는 성스러운 자의 증표, 신성력의 결집체였다. 역대 성자들은 이 에테르 윙을 모두 가지고 있었고, 그 에테르 윙으로서 스스로가 성자임을, 신의 아들임을 증명했다. 그 에테르 윙을 확인하기 위해서 성자 확인단이 파견된 그날, 라스트 포트에는 한 명의 이름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외날개의 성자, 펠이라는 이름이....... * * * * * "외날개의 성자라......." "오라버니도 그 소문 들으셨나 보네요." "아아, 성자의 등장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니까요." 불과 4일 만에 라스트 포트의 막사촌에 성자가 나타났다는 갑작스러운 소문은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갔다. 그야말로 발 없는 말이 천리간다는 속담을 실감할 수 있엇다. 순식간에 퍼져나간 소문은 곧 라스트 포트 안까지 흘러 들어갓고, 얼마 가지 않아 그 성자라는 인물이 스스로 성자를 자처한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그로 인해서 조직된 성자 확인단. 그리고 그 성자는 진짜로 밝혀졌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 성자의 호칭처럼 그는 외날개의 성자, 에테르 윙이라는 것을 한 짝만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한 짝이라도 에테르 윙은 에테르 윙이라, 성자로 인정받은 그는 라스트 포트 안으로, 그것도 국왕들이 있는 성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 성자라는 사람, 보고 싶군." "저도요. 하지만 좀처럼 보기가 힘드네요. 소문을 들어보니 여전히 성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 같던데 말이에요." "아아, 그 소문은 나도 들었어." 그 외날개의 성자라는 이는 아직도 매번 성을 빠져나와 성벽 밖의 사람들을 치료한다고 한다. 막사촌에는 아직도 많은 부상자들이 존재하는지 그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밖에 성자의 축복을 받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한다. 나도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어째 찾아가면 이미 그 자리에 없단 말이야. 이상하게시리.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자! 그러면 오늘도 열심히 일하러 가볼까!" "그래요, 오라버니." 사실, 우리는 방금 전까지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당연히 방금전 이야기는 식사를 하면서 했고 말이다. 우리는 식사를 마친 그릇을 그대로 두고 방을 나섰다. 어차피 그릇들은 방을 관리하는 시녀나 시종들이 알아서 챙겨갈 테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오늘은 다른 때보다 조금 빨리 나갔는데, 그 이유는 곧 제 3차 방벽이 완공되기 때문이다. 참 빠르다. 벌써 3차 방벽이 완성된다니 말이다. 이번에 완성되는 3차 방벽은 마지막 방벽이자 지금까지 지어진1, 2차 방벽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견고하고 탄탄하다. 3개의 방벽 중 가장 대단한 것은 3차 방벽, 그 다음은 2차 방벽, 마지막으로 가장 약한 것은 1차 방벽이다. 그 이유는 1차 방벽 때는 황제와 국왕, 그리고 귀족들의 지원 없이 용병들과 사람들의 힘으로만 지어졌기 때문이다. 2차 방벽 때는 방벽이 지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서 황제와 세인트 왕국의 국왕을 비롯한 일부 제대로 된 귀족들의 지원 덕분에 1차 때의 4배 정도 되는 인력과 돈을 소모하여 완공되었다. 참고로 2차 방벽부터 마법진이 설치되었다. 강화 마법과 항마 마법, 자폭 마법들의 마법진이 말이다. 3차 방벽 때는 황제와 세인트 왕국의 국왕뿐만 아니라, 다른 왕국의 국왕들과 귀족들의 지원까지 받았기에 2차 방벽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규모의 방벽을 빠른 시간 안에 완성시킬 수 있었다. 3차 방벽을 짓는 도안 황제와 국왕들, 그리고 귀족들에 의해 동원된 병사들의 수는 수만 명, 마법사들의 수는 수백 명이었으니 그 규모는 가히 엄청나다고 할 수 있었다. 1, 2차 방벽에는 없던 돌로 지어진 망루에서 공성 병기를 설치하기 위해 한 장소까지 만들어져 있고, 비상시 사용할 통신 수정구까지 설치되어 있는 데다, 숙직실 및 식당과 화장실까지 준비되어 있다. 물론 다른 방벽들도 차차 보충해나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우리는 라스트 포츠의 외각 성벽까지 와 있었다. "오늘도 나가십니까, 한스님, 한나님?" "안녕하세요, 스티븐 씨. 수고하시네요. 그리고 매번 말씀드리지만 말 놓으세요." "마법시님들에게 말을 놓으라니요. 허허허! 그리고 수고라고 할 것까지 있겠습니까? 어차피 이 문을 지키는 것이 제 일인데.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스티븐 씨는 망루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따. 스티븐 씨는 40대 후반이며, 라스트 포트라고 불리기 이전의 이 성문을 담당하던 문지기로, 오랜동안 대를 이어 일해 왔다고 한다. 그때문인지 경비병들이 모두 바뀌는 가운데, 그만이 여전히 성문에 남아서 문지기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예전에 성 밖 막사촌에 있는 펍(?)에서 술에 취한 스티븐 씨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는 나의 정체를 모르는지, 아니면 모른 척하는 것인지 항상 나와 한나에게 존대를 했다. 조금 부담스럽게 말이다. "오늘은 제일 빨리 나오셨네요." "제일 빨리요?" "예. 소문 들으셨지요? 외날개의 성자님께서 성벽 밖으로 나와 여전히 사람들을 치료한다는 것을요. 저는 그분과 몇 번 인사를 나눈 적이 있지요." 외날개의 성자라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스티븐 씨의 말에 한나와 나는 조금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외날개의 성자에 대해서 물어부락 했지만 그만두었다. 어차피 언제고 만나게 될 이다. 그와 나는 중요 인물이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외날개의 성자라. 뭐, 아군이니 상관없겠지. 성자급의 신성력은 조금, 아니 많이 골치 아프다. 나는 죽은 자의 군주인 데스 로드로 언데드, 그리고 생명과 죽음을 다룬다. 그런 나에게 신성력은 조금 골치 아픈 힘이다. 신성력은 애초부터 언데드에게 치명적이고, 내가 다루는 죽음에 대항할 수 있는 힘. 옛날부터 그랬지만 신관들은 마법사, 특히 네크로맨서를 아주 싫어한다. 죽이고 싶어 할 정도로 말이다. 뭐, 가이아 교단이나 일부 교단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현재는 마왕이 강림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존재하고 있는 한 언제고 신관들은 일을 벌일 것이다. 나는 그런 예감이 들었다. 강함 힘은 때로는 많은 적을 만들어내니까. 그런데 성자급의 신성력을 지닌 자가 나타났다는 것은 나에게 신경 쓰일 만한 일이었다. 외날개의 성자라는 이가 나중에 마왕을 물리친 후, 신관들의 편에 서서 나를 탄압하게 된다면 골치 아프게 되니 말이다. 뭐, 지금은 마왕이라는 공통의 적이 있어서 안심해도 되겠지만 말이다. 지금부터 고민할 필요는 없겟지. 어차피 해결할 방법도 있는데. 철컥! "자, 열렸습니다. 오늘도 수고하십시오." "스티븐 씨도 수고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스티븐 씨는 거대한 성문 한쪽에 있는 작은 쪽문을 열어주셨고, 우리는 그 문을 통해서 성벽 밖으로 나갔다. 아직 성문 개방 시간이 아니기에 쪽문을 통해서 나간 것이었다. 뭐, 성문을 개방한다고 해도 출입 가능한 것은 지원을 오는 병사들과 마법사들뿐이지만 말이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성문을 나선 지 얼마 안 돼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단지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일 뿐이었지만 나의 신경은 곤두섰고, 나는 곧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응? 왜 그러세요? 오라버니." "......." 한나의 물음에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에서 걸어오고 있는 이를 바라보았다. 저벅저벅. 천천히 걸엉는 이는 특이했다. 옷을 입고 있긴 했지만, 너덜너덜 해져서 겨우 모양새만 갖춘 옷이었고, 상당히 긴 머리는 아무렇게나 되어 있어 보기 좋지 않았다. 또한 그는 신발도 신지 않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은 흙먼지에 더려워져 있긴 했지만 작은 상처 하나 보이지 않았다. 흙먼지를 씻어낸다면 마치 곱게 자란 도련님의 발처럼 보일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의 아무렇게나 되어있는 머리카락은 신기하게도 회색이었다. 씻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게다가 그의 얼굴을 가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역시 신기하게도 회색이엇다. 그런 그의 뒤로 보이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방금 전가지 나와 이야기를 나눴던 스티븐 씨였다. 그는 무릎을 꿇고 양손을 모아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걸어노는 괴인이 바로 외날개의 성자라고 불리는 자라는 사실을. 저벅저벅. "오라버니, 저 사람이......" "아마 맞을 거야." 외날개의 성자라 불리는 이는 천천히 우리를 향해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를 자세하게 관찰했다. 마왕이 강림한 시기에 나타난 성자이니 그만큼 관심이 갔다. "뭐야......." "왜 그러세요? 오라버니." "뭐야, 저 사람? 완전히 텅 비었잖아." "예?" 내가 관찰한 외날개의 성자라는 자는 완전히 텅 비어 있었다. 이 세상 만물에는 고유의 기운이 있다. 살아 있는 사람도, 동물도, 주변에서 아무렇게 나뒹구는 돌맹이조차도 말이다. 그 기운은 종에 딸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이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게 된 것은 완전한 데스마스터에 오른 뒤, 임퍼펙션 데스 로드에 오른 이후부터였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고유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아까도 말했다시피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나무도, 돌맹이조차도 가지고 있었다. 그 기운들은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르다. 그 차이가 극심한 것은 인간이다. 다양한 성격, 다양한 특색을 지닌 사람답게 그 기운은 정말로 다양하고 차이가 났다. 그런데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외날개의 성자라고 불리는 이는 완전히 텅 비어 있었다. 그의 육체에서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운도, 살아 있는 자라면 가지고 있는 생명력도, 언데드조차도 가지는 죽음의 기운조차 없었다. 저벅저벅.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존재. 생명도, 죽음도 가지고 있지 않은 존재. 존재하는 것 자차게 불가사의이며,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존재가 지금 우리를 향해서 걸어오고 있었다. 꿀꺽. 저벅저벅. "오라버니." "뒤로 물러나 있어." 우리를 향해서 걸어오는 이를 보며 나는 한나를 뒤로 물러나게 한뒤, 천천히 기운을 끌어올렸다. 언제든 제압할 수 있도록, 언제든 죽일 수 있도록....... 저벅저벅. 얼마 후 걸어서 우리 앞에 도착한 그는 멈춰 섰고,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보았다.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회색 눈동자는 우리를 살펴보며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보며 나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존재 자체가 불가사의한 자가 바로 코앞에 서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의 관찰을 다 한 것이락.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는 살피기를 멈추고, 정면에 서 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웃어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한스님, 한나님. 스티븐 씨로부터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 그는 나를 만난 것이 매우 반가웠는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지만, 나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나에게 손을 내민 채 그는 가만히 있었고, 나 역시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누가 봐도 순진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리송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이내 다시 웃어 보였다. "이런, 제가 실례를 저질렀군요." 슥슥. 그는 내가 그의 손이 더러워서 악수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웃으면서 자신의 옷에 손을 문질러서 닦았다. 또한 아무렇게나 되어 있는 머리를 다듬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서 머리카락에 가려진 맨얼굴이 드러났다. 그의 맨얼굴은 아름답지도, 그렇다고 못생기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안 돼, 안 돼. 그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존재야. 잠시 긴장을 늦출 뻔했던 나는 다시 긴장의 끈을 부여잡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오라버니, 그만 하세요. 뭐, 별다른 것은 없으신 분인데요." "......." "오라버니, 왜 이러시는 거예요? 계속 이러실 거면 이유라도 가르쳐주세요." "그건......." "하하하! 그건 아마 저 때문일 겁니다." 내가 말하려는 그때, 한나가 말을 시작한 뒤 가만히 있던 그는 나의 말을 끊고 말했다. 그는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지신의 뒷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따. 그에 대해서 몰랐다면 어수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놓았겠지만, 나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성자님 때문이라니요?" "그게...... 하하하! 아마 제가 성자이기 때문일 겁니다." 자신이 성자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다니, 순진해서 그런것인가?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 것일까? 계속 이야기를 들어볼까. "성자라는 명칭은 두 가지 뜻을 가집니다. 일단 성스러운(聖) 자(者)라는 뜻과 성자. 성스러운(聖) 아들(子)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성스러운 아들이란 바로 위대하신 아버지, 신의 아들을 뜻하지요. 그리고 이중 두 번째 이유 때문에 한스님이 저를 경계하시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 때문예요?" "예. 두 번째 이유. 제가 위대하신 아버지, 신의 아들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자, 신의 아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애초 사람이라면, 인간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할 것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결여되어 있따고요?" "예. 확인하는 차원에서......." 덥석! 우우웅! "하하하. 단지 손만 잡았을 뿐입니다, 손만." 이야기를 하는 도중 갑자기 한나의 손을 잠은 그에게 나는 죽음을 움직여 그를 압박했다. 그것을 느꼈는지, 그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웃어 보였다. "이거 서둘러야겠군요. 한나님, 마나를 제 몸에 흘려보내 확인해보시겠습니까?" "예? 그건 갑자기 왜?" "하하하. 어서 해주십시오. 안그러면 한스님이 저를 죽이겠습니다. 어서요." "아, 예." 잠시 후 한나는 그의 손으로 마나를 스며들게 했고, 곧 한나의 마나는 그의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마나는 한나에게 회수되었고, 한나의 얼굴에는 놀라움만이 남아 있었다. 히죽. "아셨죠?" "어, 어떻게 된 거죠! 사람이라면 가져야 할 기본적인 마나조차 없다니!" "......." "없는 것은 기본적인 마나뿐만이 아닙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할 기운조차 저의 몸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성자, 성스러운 자이자 성스러운 아들. 그렇기에 제 모든 것을 위대하신 아버지께 바친 상태입니다. 원래대로였다면 저는 역대 성자들처럼 위대하신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갔어야 하지만, 이 중간계에 있어선 안 될 마의 종자들이 나타나는 바람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마의 종자들 때문에 위대하신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 늦춰진 저의 몸에는 사람으로서 있어야 할 것이 결여되어 있고, 그것을 단번에 눈치 채신 한스님이 저를 경계하신 겁니다. 한마디로 모두 저의 잘못이라는 것이죠." 그는 말을 하면서 지금까지 우리에게 보여준 어수룩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진지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유지했고, 말의 거의 끝내갈 때 다시 그 어수룩한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는 마왕의 강림 때문에 이 중간계에 남게 된이, 이미 인간도 아닌 신족이라는 뜻이다. 다만, 그것이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인간도, 신족도 아닌 상태가 되어서 내가 기운과 생명, 죽음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일까? 지금까지 나는 성자를 만나본적도 없고, 그 때문에 그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성자라는 이들이 아무 때나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렇군요. 그렇기 때문에 체내에 마나가 전혀 없었떤 거군요. 정말 신기하네요." "......." [로드, 어쩌실 겁니까?] 어느새 한나와 친해져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는 가운데 들려오는 셰인의 목소리. 그를 경계하고부터 데스 챔피언들은 모두 모습을 감추고 대기중이었다. 어째야 할까? 그의 말이 진짜인지, 아니면 가짜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거기에 그는 성자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세인트 왕국에 남아있는 교황과 대주교들에게 확인되니 것이다. 일단 믿는 수밖에 없는 건가? "후~ 우! 지금부터 감시에 들어간다. 경계는 풀도록. 다만, 지금부터 성자에게서 눈을 떼지 마라." [로드의 명을 받듭니다.] 데스 챔피언들에게 명령함과 동시에, 나는 그를 언제든지 죽일 수 있도록 끌어올려놓은 죽음을 흩어지게 했다. 그러자 그는 한숨을 내쉬면서 미소 지었다. "히야! 드디어 경계를 푸셨군요. 이제야 좀 살겠습니다." "네?" "아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참, 제 소개를 하지 않았군요. 저는 외날개의 성자라고 불리고 있는 이, 펠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한나님." "아, 예. 잘 부탁드릴게요, 펠님."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 자주 뵙길 바랍니다, 한스님." 스윽. 외날개의 성자, 펠은 나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나는 한동안 그의 손을 바라보다가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았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성자님." "저야말로요." 스스스. 응? 이건....... "이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조언을 하자면 정체를 숨기지 않고 일하셔도 될 겁니다. 이미 다들 눈치 채고 있거든요. 여러분의 정체를 말이죠. 그럼 또 뵙겠습니다." "......." "아, 잘가세요, 펠님." 펠은 그대로 말을 끝내자마자 뛰어나갔다. 방금 그와 악수했을 때 느꼈던 그것은 분명 살기였다. 순식간에 사라지긴 했지만, 그것은 분명 살기였다. 살기 이외에도 미묘한 힘이 느껴졌지만, 워낙 순간이라 알 수는 없었다. 외날개의 성자, 펠이 나에게 살기를 순간적으로 내뿜은 것이다. 어째서지? 나를 죽이고 싶어서인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또 뭐지? "오라버니, 오라버니!" "응? 아, 미안. 자, 그럼 갈까?" "예, 오라버니. 그런데 말이에요." "응? 왜 그래?" "아까 펠님이 한 말 사실일까요?" "응? 뭐가?" "사람들이 저희 정체를 모두 알고 있다는 말 말이에요." "에에!" [키키키! 하~ 아! 하~ 아! 정말 웃겨 죽겠군! 정말 끝내줬어! 키키키!] "조용히 해라." 방금 전까지 한스와 악수를 나누고, 한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펠은 빠른 속도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 펠의 얼굴에는 방금 전 한나와 이야기를 나눌 때의 어수룩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키키키! 정말 죽여줬어! 그런 어수룩한 연기라니! 거기에 그런 변명은 또 어떻게 생각해냈냐? 이거 나자만 정말 대단한 임기응변이야. 키키키!] "조용히 하라고 했다." [이거, 이거. 화가 나셨나? 키키키! 하지만 웃기잖아. 안 그래? 너라면 어떻겠어? 내가 그런 연기를 한다면 넌 안 웃을 수 있나? 키키키!] "네 녀석이엇따면 그런 연기도 하지 않았겠지." [뭐, 그건 사실이야. 키키키!] 확실히 그랬다. 또 하나의 펠이었다면 이런 번거로은 방법으로 한스에게 접근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한스와 하나 앞에서 그런 어수룩한 모습을 연기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다른 한 명의 펠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나저나 우리의 적은 생각 이상이군.] "......." 끄덕. 또 하나의 펠의 말에 또 다른 펠은 동의했다. 그들의 공통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한스는 대단했다. 자신들의 몸 안 상태를 단번에 파악하고, 경계에 들어갔다. 거기에 한나라는 여자의 팔을 잡았을 때 자신들의 몸을 에워싼 기운들. 그대로 조그만 기운들이 다가왔다면 그들은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방금 전에 왜 그런 행동을 한 거지?" "마황 폐하께서 신경 쓰실 만한 일은 없습니다." "말해보아라." "신이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드래곤들 중에 순수한 마법의 학습으로 10써클에 오른 드래곤이 나왔다 합니다." "호~ 오! 10써클에 오른 드래곤이라. 그렇게 되면 드래곤 로드까지 해서 10써클 드래곤이 두 마리가 되는 건가?" "그렇습니다. 거기에 좀 더 자세히 조사해본 결과, 그 10써클 드래곤의 아비와 할애비 역시 10써클 드래곤이었으나 이미 마나로 환원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드래곤 두 마리에 의해서 드래곤들 사이에 마법에 대한 학구열이 높아져, 웜급 이상의 드래곤들이 모두 9써클에 올랐다 합니다." "이거 놀랍군." 도대체 어떻게 조사했는지 알 수 없으나, 베일론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10써클 드래곤 데미리안의 아버지 데미니안과 할아버지 데미리온에 의해서 드래곤들 사이에 분 마법 붐으로 인해서 웜급에 올라서도 용언 마법을 제외하면 8써클 유저도 못 못되었던 드래곤이 당대에는 웜급이라면 9써클에 오르는 것은 당연시되고 있었다. "거기에 어째선지 엘프들의 정령술과 마법의 실력이 상당히 높아서 9써클에 오른 엘프 마법사가 두 명, 정령왕과 계약한 엘프 정령사가 한 명, 최상급 정령사가 여섯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허허!" 이는 역시 데미리안의 할아버지 데미리온의 영향이었다. 과거 데미리안의 할아버지, 데미리온은 스스로 배웠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배운 것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의 스승이 남긴, 가르치면서도 배운다는 조언 때문에 말이다. 그런 조언에 따라 데미리온은 수많은 제자를 키웠고, 그중에는 엘프도 있었다. 데미리온에게 정령 마법과 마법을 배운 엘프들은 그 지식이 사라지지 않도록 힘썼고, 그 결과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데미리온의 제자들이 자신들이 배운 것을 여타 엘프들에게 알려준 덕분에 엘프들은 베일론의 말대로 엄청난 실력자들을 보유할 수 있었다. "거기에 드워프들 역시 기괴한 발명품들을 많이 발명했고, 그 발명품들 중에는 몇몇 무시 못할 것들이 껴 있다고 합니다." "그래? 그게 뭔가?" "신하가 불충하여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샤크바프론의 젤문에 베일론은 바로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에 샤크바프론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전혀 그를 문책하지 않았다. 지금 그가 알아낸 정보만 해도 엄청난 것이었으니 말이다. 드워프들이 만들어낸 발명품 중 몇몇 무시 못할 것. 그것 역시 데미리온의 영향이었다. 데미리온은 마법을 배우면서 동시에 드워프들에게 세공술과 조각, 무기 및 방어구 제작 등 각가지를 배웠다. 그 당시에는 이미 10써클에 오른 뒤였고, 데미리온은 배움을 청할 때는 질실하게 청하는 것만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기에 드워프를 스승으로 삼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로 인해서 데미리온은 드워프들에게 비전까지 전수받을 수 있었고, 동시에 드워프들에게 최고의 장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나름대로 발전을 거듭한 데미리온은 드워프 역시 제자로 삼아 자신의 모든 것을 가르쳤다. 그 과정에도 자신의 창작물, 자신과 같은 드래곤, 강한 마족을 상대한 만한 병기를 제작하고 싶었던 데미리온은 제자들과 함께 연구했지만 그의 최종 목표는 차원 이동 마법이었기에 모든 것을 제자들에게 맡겼다. 그의 제자들이 연구하고 시도했던 병기들은 결국 완성되지 못했지만 설계도와 일부 완성된 것이 남겨져 있었고, 그것을 드워프들이 발견해냈다. 그리고 드워프들은 드래곤 로드에게 마왕의 출몰에 대해서 들은 뒤 그것을 완성하기로 작정하고,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병기들은 거의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흐음, 인간들은 신경 쓸 필요 없나?" "예. 그렇게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그랜드 소드마스터도, 9써클에 오른 마법사도, 정령왕과 계약한 정령사도, 성자급의 신관도 당대 인간들에게는 없으니 말입니다." "허허허! 한심하구먼. 항상 우리 마족의 앞을 막아서는 것은 인간이었건만, 하필 내가 나올 때 인간들이 가장 약하다니. 아쉽군. 아니, 이건 좋다고 해야 하나. 허허허!" 다른 이종족들에 비해서 형편없다고 할 정도로 강자를 모유하지 못한 인간들에 대한 보고를 들은 샤크바프론은 아쉬워했다. 과거 마왕이 수차례 중간계에 강림했을 때 그 마왕을 막아선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었다. 그런 인간이, 자신이 강림한 때 다른 종족들과 비교해서 형편없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던 것이다. 언제나 마왕을 막아선 인간들을 완전히 이기고, 이 중간계를 지배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다만……." "다만? 뭔가 있나?" 방금 전만 해도 아쉽다는 표정을 하고 있던 샤크바프론은 이어진 베일론의 말에 기대가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당대에 네크로맨서 중 스스로 데스 로드라 칭하는 인간이 나왔다고 합니다." "데스 로드? 흐음." 데스 로드가 나왔다는 베일론의 말에 샤크바프론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 중 데스 로드에 대한 것을 찾기 위해서였다. "데스로드, 데스 로드. 아!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모든 언데들의 지배자! 마왕과 버금간다는 죽음의 왕! 그가 인간들에서 나왔단 말인가!" "어디까지나 인간들 사이에서 도는 소문일 뿐입니다. 다만, 그 사실을 인간의 황제가 인정했다고 합니다." "크하하하! 이거 좋군! 과연 인간이야! 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하하하!" 스스로를 마황이라 칭한 마왕, 샤크바프론. 그는 진정 기뻐하고 있었다.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언데들의 지배자, 마왕인 자신과 버금간다는 죽음의 왕이 인간들 사이에서 나왔다는 말에 말이다. 샤크바프론의 눈빛은 여느 때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기쁨이었다.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장애물을 만났다는 기쁨 말이다. "장애물은 험난하면 험난할수록 그것을 극복해내고 지배하는 것이 더욱 기쁜 법! 크하하하! 정말 기대되는구나! 죽은 자들의 군주여! 크하하하!" 그렇게 샤크바프론의 기쁨 어린 웃음소리는 마황성 여기저기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잠시후 회의는 계속 진행되었고, 마왕군의 진군은 이제 포읽기에 들어갔다. * * * * * "하~ 암." "오라버니, 오늘도 밤새신 거예요? 잠 좀 주무시라니까." "아아, 미안.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걸. 그리고 며칠쯤 자지 않아오 별일 없어. 그나저나 오늘 드디어 완성인가?" "아, 예. 오늘 드디어 일차 방벽이 완성돼요." 벌써 내가 한나를 따라 사람들을 돕기 시작한 것이 4일이나 됐다. 몬스터들의 대진군이 있는 지도 벌써 일주일째 인 것이다. 현재로서는 잠잠하다. 다시 몬스터들의 진군이 멈춘 상태이고, 전투는 벌어지지 않고 있느니 말이다. 그간의 노력 덕분에 방벽은 어제 거의 완성되었고, 이제 조금만 더 쌓고 손을 보게 되면 드디어 완성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1차 방벽이 완성되는 것뿐이다. 안 그래도 이 라스트 포트로는 상당한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어 방벽을 더 쌓아야 했다. 처음에 방벽을 쌓은 것은 모두 라스트 포트로 몰려든 성인 남성들과 용병들이 자진해서 시작한 일이었따. 하지만 3일 전부터는 라스트 포트의 황제와 국왕들, 그리고 귀족들이 지원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일부지만 병사들도 지원을 오고 있으니, 그 속도는 오늘 완성될 1차 방벽을 쌓을 때보다 빠를 것이다. "그나저나 다들 그날 이후로 얼굴을 못 보겠네." "음, 생각해보니가 그러네요." 그날 이후로 한나와 함께 라스트 포드의 성문을 나선 뒤 흩어진 일행들을 보질 못했다. 시녀와 시종들의 말에 의하면 분명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으러 오고, 잠도 꼬박꼬박 침실에서 잔다고 하는데 도통 마주칠 수가 없었다. 성문 경비의 말에 의하면 해가 뜨기도 전에 모두 성문을 나선다고 하니 분명 피난민들 사이에 있을 텐데, 방벽 공사 현장에는 전혀 모습을 모이지 않고 있었다. 도대체 다들 어디서 뭐 하는 거야? "자! 어서 서두르자고요!" "알았어." 그때 한나와 함께 빠른 걸음으로 방벽 공사 현장으로 아동하는 한스를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허름한 옷을 입고, 회색 머리카락과 회색 눈을 가진 펠이었다. "저 여자가 한스의 여인이로군." [키키키! 소중히 여기는군. 무언가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자신의 약점을 만드는 일! 키키키!] "......." [왜 그래? 기분 나쁘나? 내가 마음에 안 들어? 키키키! 그래도 소용없어. 내가 너고, 네가 나니까. 우리는 하나니까 말이야. 키키키!] "알고 있다." 또 다른 자신. '그 일'로 인해서 둘로 갈라진 자신들. 만약 한스라는 한 명의 적이 없었다면 이렇게 협력하는 일도, 자신이 둘이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한스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하지만 기운을 감추는 것은 잊지 않았다. 이곳에 온 목적이 그와 싸우는 게 아니니 말이다. "일단 저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키키키! 그래야지. 그래야 기회가 생기니까.] 펠은 한스에게 눈을 떼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은 라스트 포드의 문. 오직 귀족과 마법사, 소드 익스퍼트 초급 이상의 실력을 가진자만이 출입 가능한 문이었다. "현재 내가 가진 능력이라면 저 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키키키! 하지만 한스와 한스의 소중한 것이 있는 성안으로 들어가기는 힘들지. 키키키!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명성도 필요하니까. 키키키!] "명성을 쌓아야겠군. 나의 의견을 따르겠나? 너에게는 소름끼치는 일일지도 모른다." [키키키! 어쩔 수 없지. 참는 수밖에. 키키키! 되도록 빨리 끝내라고.] "노력하지." 그렇게 말하며 펠은 골목 사이로 모습을 감추었다 * * * * * 푸욱! "제대로! 힘을 실어서 찔러!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심정으로 찌르란 말이야!" "예!" 파파팍! "아무리 적이 접근해도! 무서워도! 아군이 적군에게 죽어가도 눈을 감지 마라! 지켜봐라! 모든 것을 지켜봐라! 활을 쏘기 위해서 봐야 한다! 눈앞에 어떠한 관경이 벌어지더라도!" "예!" "거기! 너무 서두른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서 움직여라! 너희가 옮기는 것은 짐이 아니다! 살아 있는 아군! 부상당한 아군이다!" "예!" "모두 어딜 가 있나 했더니, 이런 일을 하고 있었네." "그러게요, 오라버니." "정말 의외야, 의외. 모두 노느라 바쁠 줄 알았는데." 1차 방벽 완공 이후 제 2차 방벽을 쌓기 위해서 이동하던 도중, 사람들의 함성과 외침이 들려오기에 잠시 그곳으로 향했을 때 나는 열심히 소리를 지르고 있는 지크 형과 게일 형, 헌트 형을 볼 수 있었다. 지크 형은 기다란 창을 들고 있는 청년들에게 소리치면서 가르치고 있었고, 가끔은 직접 창을 쥐고 시범을 보이고 있었다. 헌트 형은 활을 들고 과녁을 조준하는 청년들을 가르치고 있었고, 게일형은 들것에 바위를 올린 채 열심히 뛰고 있는 청년들을 오가면서 소리치고 있었다. "앞으로 십 분간 휴식이다! 쉴 때는 제대로! 주위의 시선을 상관하지 말고 쉬도록!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회복한다! 그래야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전체 휴식!" "전체 십 분간 휴식!" "하~ 아!" 털썩! 털썩! 청년들은 형들의 말에 모두 제자리에 주저않았다. 그대로 대자로 눕는 이도 있었고, 물을 찾아와 마시는 이도 있었으며, 활을 계속해서 쏘느라 부어오른 손가락에 바람을 부는 이도 있었다. "형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오! 한스. 왔냐?" "마침 잘됐군. 한스가 있으면 움직이는 적을 상대로 하는 모의 전투 연습도 시킬 수 있겠어." "거기에 환상 마법을 통해 혼란 속에서도 부상자를 옮기는 일도 시험해볼 수 있겠는걸." "오오! 그렇군." 내가 나타나자마자 왠일인지 눈을 빛내면서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형들이었다. "게일 형.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거긴, 보면 모르냐? 훈련시키고 있는 거지." "훈련시키고 있는 것은 아는데, 저들을 민간인이잖아. 거기에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이들도 있는 것 같은데." 내 말대로 게일 형과 지크형, 헌트 형에게 훈련받고 있는 이들은 모두 민간인이었다. 거기에 아직 젖살도 빠지지 않는 아이들도 눈에 간간히 띄었다. 그렇기에 나는 물은 것이다. 나의 물음에 대답해준 사람은 지크 형이었다. "그야 이들도 싸우고 싶으니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지키고 싶으니까." "지키고 싶으니까?" "그래. 지키고 싶으니까. 너도 보시다시피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아직 어려서 징병되지 않았거나, 징병될 수 없다." 지크 형의 말에 나는 주위에 널브러져 쉬고 있는 이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과연 형의 말 그대로 였다. 이 세계에서 징병되지 않는 이들과 징병될 수 없는 이들은 딱 네 종류가 있다. 첫 번째, 상당히 나이를 먹은 자. 이곳의 징병 조건 중 하나는 나이인데, 성인으로 인정받는 18~10세까지만 징병을 한다. 과거에는 창을 들 수 있는 남자라면 모두 징병했지만, 현재는 대륙법으로 인해서 금지되었다. 창을 들 수 있는 나이의 남자들 모두가 징병되었던 때에 수많은 남자들이 죽어서, 전쟁이 끝난 한참 뒤에도 남자의 수가 늘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전쟁이 일어났을 때 징병할 병력이 없어서 멸망한 나라가 있었기에 그런 법이 생겼다고 한다. 다음 두 번째는 대장장이, 치료사, 방직공 등의 상당한 기술을 가진 이들이다. 이들은 고급 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있었기에 전쟁의 전방에 내몰 수는 없었다. 때문에 이들은 징병을 하되, 후방에서 무기와 방어구 등의 전쟁 용품을 생산하게 했다. 치료사는 후계자가 있을 경우에 전방으로 보내졌지만, 후계자가 없을 경우에는 후방에 머물러 치료사를 양성하게 했다고 한다. 그렇게 양성된 양산형 치료사들을 전방으로 보내졌고 말이다. 다음으로 세 번째는 퇴역군이다. 말 그대로 퇴역(退役). 원래 군에 있다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서 퇴역한 군인들이었다. 이들 중에는 나이가 들었기에 퇴역한 이들도 있지만, 전쟁 중에 입은 상처, 즉 팔이 하나 날아갔거나 다리 하나가 잘려나가 퇴역한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퇴역한 군인들은 다시 징병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우리 세계에서 신체 불편자, 간단하게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이들이다. 이 세계에서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것이, 전생의 업이 현세로 이어져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마법사나 신관, 귀족이라는 권력층에 속한 이들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민간인들, 평민들은 그렇지 않기에 장애인들이 징병되어 병력에 속하는 것은 군의 사기를 떨어트리기에 징병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4가지 경우에 속한 이들이 지금 이 자리에 모여 있었다. "한스, 너도 알 거다. 이들은 징병되지 못하거나 않은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도 싸우고 싶어 해. 또한 여기 집결하고 있는 병력들과는 함께 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걸 알기에 이들은 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 남아 지키기 위해서,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마족과 몬스터들로부터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지크 형의 말이 맞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았다면 누구나 알 수 잇으리라. 그만큼 여기 있는 이들은 열의에 넘치고 있었다. "다른 일행들은?" "다른 녀석들은 다른 곳에서 이들과 비슷한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어. 이런 사람들이 꽤 많거든." 그래서 모두 안 보였던 거군. "하~ 아! 너무해. 이런 일에 나를 부르지 않다니." "하하하! 미안. 그렇게 됐다." "미안, 미안. 한스, 너는 귀하신 몸이잖냐." "음음. 그렇고ㅁ라고. 귀하신 몸이지." "귀하긴....... 필요한 것이나 내가 도울 일은 없어?" "후후후! 쌓이고 쌓였지!" 내 말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치는 형들이었다. 후훗! 한스가 그간 게일 일행들이 하는 일들을 안 뒤, 게일 일행들은 하스의 도움을 받아 훈련에 박차를 가했다. 한스가 보유 중인 언데드들을 이용하여 실전 훈련에 들어간 것이다. 한스가 보유한 언데드들 중에는 몬스터의 시체로 만든 것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었고, 그중에는 거의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있었다. 그중에는 거의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있었다. 그런 몬스터 좀비들을 상대로 하는 훈련은 징병되지 않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일단 몬스터들의 흉포한 기세를 직접 몸으로 접해본 것 자체가 그들에게 도움이었고, 그간 할 수 없었던 실전 훈련을 좀비들을 상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스의 도움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한스는 네크로맨서, 인간의 몸과 신체에 대해서 치료사, 의사 못지않게 잘 알고 있었다. 한스는 네크로맨서로서의 기초 지식을 토대로 사람들에게 치료법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성안에서 치료사와 우호적인 가이아 교단의 신관들을 데려오기까지 했다. 또한 게일 일행, 그런니까 지크 일행을 제외한 게일과 에나, 알트와 헌트, 크리스는 자신들의 교단인 자유와 방랑, 그리고 여행객의 신, 헤네트 교단에서 전해 내려오는 치료술이 기록된 저서를 공개했다. 그 결과 수많은 치료사들이 성밖으로 나와 그 저서를 보기를 원했고, 그 대가로 사람들에게 치료술을 가르치도록 했다. 징병되지 않은 이들이 훈련에 열중할 때, 방벽 작업에도 박차가 가해졌다. 한스가 네크로맨서란 것을 밝힌 이후로 말이다. 네크로맨서는 평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기에 그간 한스는 자신이 네크로맨서란 사실을 숨시고 방벽 공사를 했다. 하지만 게일 일행을 돕는 과정에서 한스가 네크로맨서란 것이 밝혀졌고, 그 후 사이가 어색해질 것이라고 생각한 한스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기뻐했다. 그것은 방벽 작업을 하는 이들 대다수가 용벙이었기 때문이다. 용병들은 수많은 의뢰를 수용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때로는 의뢰자로서, 때로는 적으로서 말이다. 그런 용병들이 네크로맨서를 만나보지 않았을까? 아니다. 당연히 만나보았다. 물론 못 만나본 이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또한 한스가 네크로맨서란 사실을 모르고 있을 때, 한스와 함께 일하면서 한스가 어떤 이인지 어느 정도 알게 된 상태. 그런 상태에서 한스가 네크로맨서란 사실이 알려졌다 한들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한스가 네크로맨서란 사실을 기뻐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네크로맨서가 얼마나 편리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전투에서도 그렇지만 네크로맨서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방벽 공사에서 상당히 유용하다. 네크로맨서가 다루는 언데드들은 지치지 않는 일꾼이다. 그런 언데드가 공사 현장에 투입되자 공사의 진행 속도가 배는 올랐고, 위험한 곳에는 언데드가 투입되었기에 사고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곳에는 여전히 사람이 투입되었다. 그렇게 방벽 공사와 징병되지 않은 이들의 훈련이 진해오디고 있는 그때, 라스트 포트로 몰려든 이들로 인해서 만들에진 거대한 막사촌에 한 가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바로 성자! 성자가 나타났따는 소문 말이다. 성자는 2가지 뜻을 지닌다. 성자(聖者)와 성자(聖子). 성스러운(聖) 자(者)와 성스러운(聖) 아들(子). 성자란 신의 아들로서 인정받은 자. 그만큼 성스러운 자. 그렇기에 앞의 뜻보다는 뒤의 성스로운 아들의 뜻으로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런 성자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었다. 성자라는 호칭은 함부로 사용하지 못한다. 그만큼 성자는 존엄한 지위였기 때문이다. 평민들은 대부분 성자라는 것을 이름이 높거나 덕이 많은 이들에게 붙인다. 이경우의 대부분은 평민들이 붙여주는 것이지만, 이번에 퍼진 소문의 경우는 스스로가 성자를 자처했다고 한다. 평민들이 붙여주는 성자란 호칭은 여러 교단과 왕국에서도 그냥 넘어간다. 물론 소문을 통해서나 사람을 보내 조사하기는 하지만, 자처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성자란 지위는 존엄한 지위이며, 성스러운 자이자 성스러운 아들, 신의 아들을 뜻하는 지위이다. 그렇기에 이 일은 심각한 것이었다. 또한 현 시대는 중간계에 마왕이 강림한 시대. 이런 시대에 성자란 지위는 더욱 존엄해지고 특별해진다. 스스로를 성자라고 자처하는 자에 대한 소문은 금세 라스트 포트의 성안으로 스며들어갔고, 바로 성자 확인단이 결성되어 성 밖을 나섰다. 그들은 모두 준비된 상태였다. 스스로 성자라고 자처한 자가 성자가 아니라면 그에게 죽는 것이 축복이라 여기게 해줄 정도의 고통을 선사할 준비가, 만약 그가 성자라면 진정한 마음으로 무릎을 꿇을 준비가 말이다. 성자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성자는 성스러운 자! 성스러운 아들! 역대 성자에게는 그 지위와 호칭에 걸맞게 한 가지가 주어졌다. 바로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낼개, 에테르 윙(Aether Wing)이 말이다, 그것은 신이 내린 증표, 자신이 아들로 인정했다는 성스러운 자의 증표, 신성력의 결집체였다. 역대 성자들은 이 에테르 윙을 모두 가지고 있었고, 그 에테르 윙으로서 스스로가 성자임을, 신의 아들임을 증명했다. 그 에테르 윙을 확인하기 위해서 성자 확인단이 파견된 그날, 라스트 포트에는 한 명의 이름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외날개의 성자, 펠이라는 이름이....... * * * * * "외날개의 성자라......." "오라버니도 그 소문 들으셨나 보네요." "아아, 성자의 등장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니까요." 불과 4일 만에 라스트 포트의 막사촌에 성자가 나타났다는 갑작스러운 소문은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갔다. 그야말로 발 없는 말이 천리간다는 속담을 실감할 수 있엇다. 순식간에 퍼져나간 소문은 곧 라스트 포트 안까지 흘러 들어갓고, 얼마 가지 않아 그 성자라는 인물이 스스로 성자를 자처한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그로 인해서 조직된 성자 확인단. 그리고 그 성자는 진짜로 밝혀졌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 성자의 호칭처럼 그는 외날개의 성자, 에테르 윙이라는 것을 한 짝만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한 짝이라도 에테르 윙은 에테르 윙이라, 성자로 인정받은 그는 라스트 포트 안으로, 그것도 국왕들이 있는 성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 성자라는 사람, 보고 싶군." "저도요. 하지만 좀처럼 보기가 힘드네요. 소문을 들어보니 여전히 성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 같던데 말이에요." "아아, 그 소문은 나도 들었어." 그 외날개의 성자라는 이는 아직도 매번 성을 빠져나와 성벽 밖의 사람들을 치료한다고 한다. 막사촌에는 아직도 많은 부상자들이 존재하는지 그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밖에 성자의 축복을 받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한다. 나도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어째 찾아가면 이미 그 자리에 없단 말이야. 이상하게시리.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자! 그러면 오늘도 열심히 일하러 가볼까!" "그래요, 오라버니." 사실, 우리는 방금 전까지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당연히 방금전 이야기는 식사를 하면서 했고 말이다. 우리는 식사를 마친 그릇을 그대로 두고 방을 나섰다. 어차피 그릇들은 방을 관리하는 시녀나 시종들이 알아서 챙겨갈 테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오늘은 다른 때보다 조금 빨리 나갔는데, 그 이유는 곧 제 3차 방벽이 완공되기 때문이다. 참 빠르다. 벌써 3차 방벽이 완성된다니 말이다. 이번에 완성되는 3차 방벽은 마지막 방벽이자 지금까지 지어진1, 2차 방벽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견고하고 탄탄하다. 3개의 방벽 중 가장 대단한 것은 3차 방벽, 그 다음은 2차 방벽, 마지막으로 가장 약한 것은 1차 방벽이다. 그 이유는 1차 방벽 때는 황제와 국왕, 그리고 귀족들의 지원 없이 용병들과 사람들의 힘으로만 지어졌기 때문이다. 2차 방벽 때는 방벽이 지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서 황제와 세인트 왕국의 국왕을 비롯한 일부 제대로 된 귀족들의 지원 덕분에 1차 때의 4배 정도 되는 인력과 돈을 소모하여 완공되었다. 참고로 2차 방벽부터 마법진이 설치되었다. 강화 마법과 항마 마법, 자폭 마법들의 마법진이 말이다. 3차 방벽 때는 황제와 세인트 왕국의 국왕뿐만 아니라, 다른 왕국의 국왕들과 귀족들의 지원까지 받았기에 2차 방벽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규모의 방벽을 빠른 시간 안에 완성시킬 수 있었다. 3차 방벽을 짓는 도안 황제와 국왕들, 그리고 귀족들에 의해 동원된 병사들의 수는 수만 명, 마법사들의 수는 수백 명이었으니 그 규모는 가히 엄청나다고 할 수 있었다. 1, 2차 방벽에는 없던 돌로 지어진 망루에서 공성 병기를 설치하기 위해 한 장소까지 만들어져 있고, 비상시 사용할 통신 수정구까지 설치되어 있는 데다, 숙직실 및 식당과 화장실까지 준비되어 있다. 물론 다른 방벽들도 차차 보충해나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우리는 라스트 포츠의 외각 성벽까지 와 있었다. "오늘도 나가십니까, 한스님, 한나님?" "안녕하세요, 스티븐 씨. 수고하시네요. 그리고 매번 말씀드리지만 말 놓으세요." "마법시님들에게 말을 놓으라니요. 허허허! 그리고 수고라고 할 것까지 있겠습니까? 어차피 이 문을 지키는 것이 제 일인데.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스티븐 씨는 망루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따. 스티븐 씨는 40대 후반이며, 라스트 포트라고 불리기 이전의 이 성문을 담당하던 문지기로, 오랜동안 대를 이어 일해 왔다고 한다. 그때문인지 경비병들이 모두 바뀌는 가운데, 그만이 여전히 성문에 남아서 문지기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예전에 성 밖 막사촌에 있는 펍(?)에서 술에 취한 스티븐 씨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는 나의 정체를 모르는지, 아니면 모른 척하는 것인지 항상 나와 한나에게 존대를 했다. 조금 부담스럽게 말이다. "오늘은 제일 빨리 나오셨네요." "제일 빨리요?" "예. 소문 들으셨지요? 외날개의 성자님께서 성벽 밖으로 나와 여전히 사람들을 치료한다는 것을요. 저는 그분과 몇 번 인사를 나눈 적이 있지요." 외날개의 성자라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스티븐 씨의 말에 한나와 나는 조금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외날개의 성자에 대해서 물어부락 했지만 그만두었다. 어차피 언제고 만나게 될 이다. 그와 나는 중요 인물이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외날개의 성자라. 뭐, 아군이니 상관없겠지. 성자급의 신성력은 조금, 아니 많이 골치 아프다. 나는 죽은 자의 군주인 데스 로드로 언데드, 그리고 생명과 죽음을 다룬다. 그런 나에게 신성력은 조금 골치 아픈 힘이다. 신성력은 애초부터 언데드에게 치명적이고, 내가 다루는 죽음에 대항할 수 있는 힘. 옛날부터 그랬지만 신관들은 마법사, 특히 네크로맨서를 아주 싫어한다. 죽이고 싶어 할 정도로 말이다. 뭐, 가이아 교단이나 일부 교단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현재는 마왕이 강림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존재하고 있는 한 언제고 신관들은 일을 벌일 것이다. 나는 그런 예감이 들었다. 강함 힘은 때로는 많은 적을 만들어내니까. 그런데 성자급의 신성력을 지닌 자가 나타났다는 것은 나에게 신경 쓰일 만한 일이었다. 외날개의 성자라는 이가 나중에 마왕을 물리친 후, 신관들의 편에 서서 나를 탄압하게 된다면 골치 아프게 되니 말이다. 뭐, 지금은 마왕이라는 공통의 적이 있어서 안심해도 되겠지만 말이다. 지금부터 고민할 필요는 없겟지. 어차피 해결할 방법도 있는데. 철컥! "자, 열렸습니다. 오늘도 수고하십시오." "스티븐 씨도 수고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스티븐 씨는 거대한 성문 한쪽에 있는 작은 쪽문을 열어주셨고, 우리는 그 문을 통해서 성벽 밖으로 나갔다. 아직 성문 개방 시간이 아니기에 쪽문을 통해서 나간 것이었다. 뭐, 성문을 개방한다고 해도 출입 가능한 것은 지원을 오는 병사들과 마법사들뿐이지만 말이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성문을 나선 지 얼마 안 돼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단지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일 뿐이었지만 나의 신경은 곤두섰고, 나는 곧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응? 왜 그러세요? 오라버니." "......." 한나의 물음에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에서 걸어오고 있는 이를 바라보았다. 저벅저벅. 천천히 걸엉는 이는 특이했다. 옷을 입고 있긴 했지만, 너덜너덜 해져서 겨우 모양새만 갖춘 옷이었고, 상당히 긴 머리는 아무렇게나 되어 있어 보기 좋지 않았다. 또한 그는 신발도 신지 않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은 흙먼지에 더려워져 있긴 했지만 작은 상처 하나 보이지 않았다. 흙먼지를 씻어낸다면 마치 곱게 자란 도련님의 발처럼 보일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의 아무렇게나 되어있는 머리카락은 신기하게도 회색이었다. 씻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게다가 그의 얼굴을 가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역시 신기하게도 회색이엇다. 그런 그의 뒤로 보이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방금 전가지 나와 이야기를 나눴던 스티븐 씨였다. 그는 무릎을 꿇고 양손을 모아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걸어노는 괴인이 바로 외날개의 성자라고 불리는 자라는 사실을. 저벅저벅. "오라버니, 저 사람이......" "아마 맞을 거야." 외날개의 성자라 불리는 이는 천천히 우리를 향해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를 자세하게 관찰했다. 마왕이 강림한 시기에 나타난 성자이니 그만큼 관심이 갔다. "뭐야......." "왜 그러세요? 오라버니." "뭐야, 저 사람? 완전히 텅 비었잖아." "예?" 내가 관찰한 외날개의 성자라는 자는 완전히 텅 비어 있었다. 이 세상 만물에는 고유의 기운이 있다. 살아 있는 사람도, 동물도, 주변에서 아무렇게 나뒹구는 돌맹이조차도 말이다. 그 기운은 종에 딸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이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게 된 것은 완전한 데스마스터에 오른 뒤, 임퍼펙션 데스 로드에 오른 이후부터였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고유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아까도 말했다시피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나무도, 돌맹이조차도 가지고 있었다. 그 기운들은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르다. 그 차이가 극심한 것은 인간이다. 다양한 성격, 다양한 특색을 지닌 사람답게 그 기운은 정말로 다양하고 차이가 났다. 그런데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외날개의 성자라고 불리는 이는 완전히 텅 비어 있었다. 그의 육체에서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운도, 살아 있는 자라면 가지고 있는 생명력도, 언데드조차도 가지는 죽음의 기운조차 없었다. 저벅저벅.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존재. 생명도, 죽음도 가지고 있지 않은 존재. 존재하는 것 자차게 불가사의이며,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존재가 지금 우리를 향해서 걸어오고 있었다. 꿀꺽. 저벅저벅. "오라버니." "뒤로 물러나 있어." 우리를 향해서 걸어오는 이를 보며 나는 한나를 뒤로 물러나게 한뒤, 천천히 기운을 끌어올렸다. 언제든 제압할 수 있도록, 언제든 죽일 수 있도록....... 저벅저벅. 얼마 후 걸어서 우리 앞에 도착한 그는 멈춰 섰고,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보았다.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회색 눈동자는 우리를 살펴보며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보며 나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존재 자체가 불가사의한 자가 바로 코앞에 서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의 관찰을 다 한 것이락.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는 살피기를 멈추고, 정면에 서 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웃어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한스님, 한나님. 스티븐 씨로부터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 그는 나를 만난 것이 매우 반가웠는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지만, 나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나에게 손을 내민 채 그는 가만히 있었고, 나 역시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누가 봐도 순진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리송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이내 다시 웃어 보였다. "이런, 제가 실례를 저질렀군요." 슥슥. 그는 내가 그의 손이 더러워서 악수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웃으면서 자신의 옷에 손을 문질러서 닦았다. 또한 아무렇게나 되어 있는 머리를 다듬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서 머리카락에 가려진 맨얼굴이 드러났다. 그의 맨얼굴은 아름답지도, 그렇다고 못생기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안 돼, 안 돼. 그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존재야. 잠시 긴장을 늦출 뻔했던 나는 다시 긴장의 끈을 부여잡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오라버니, 그만 하세요. 뭐, 별다른 것은 없으신 분인데요." "......." "오라버니, 왜 이러시는 거예요? 계속 이러실 거면 이유라도 가르쳐주세요." "그건......." "하하하! 그건 아마 저 때문일 겁니다." 내가 말하려는 그때, 한나가 말을 시작한 뒤 가만히 있던 그는 나의 말을 끊고 말했다. 그는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지신의 뒷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따. 그에 대해서 몰랐다면 어수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놓았겠지만, 나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성자님 때문이라니요?" "그게...... 하하하! 아마 제가 성자이기 때문일 겁니다." 자신이 성자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다니, 순진해서 그런것인가?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 것일까? 계속 이야기를 들어볼까. "성자라는 명칭은 두 가지 뜻을 가집니다. 일단 성스러운(聖) 자(者)라는 뜻과 성자. 성스러운(聖) 아들(子)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성스러운 아들이란 바로 위대하신 아버지, 신의 아들을 뜻하지요. 그리고 이중 두 번째 이유 때문에 한스님이 저를 경계하시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 때문예요?" "예. 두 번째 이유. 제가 위대하신 아버지, 신의 아들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자, 신의 아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애초 사람이라면, 인간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할 것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결여되어 있따고요?" "예. 확인하는 차원에서......." 덥석! 우우웅! "하하하. 단지 손만 잡았을 뿐입니다, 손만." 이야기를 하는 도중 갑자기 한나의 손을 잠은 그에게 나는 죽음을 움직여 그를 압박했다. 그것을 느꼈는지, 그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웃어 보였다. "이거 서둘러야겠군요. 한나님, 마나를 제 몸에 흘려보내 확인해보시겠습니까?" "예? 그건 갑자기 왜?" "하하하. 어서 해주십시오. 안그러면 한스님이 저를 죽이겠습니다. 어서요." "아, 예." 잠시 후 한나는 그의 손으로 마나를 스며들게 했고, 곧 한나의 마나는 그의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마나는 한나에게 회수되었고, 한나의 얼굴에는 놀라움만이 남아 있었다. 히죽. "아셨죠?" "어, 어떻게 된 거죠! 사람이라면 가져야 할 기본적인 마나조차 없다니!" "......." "없는 것은 기본적인 마나뿐만이 아닙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할 기운조차 저의 몸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성자, 성스러운 자이자 성스러운 아들. 그렇기에 제 모든 것을 위대하신 아버지께 바친 상태입니다. 원래대로였다면 저는 역대 성자들처럼 위대하신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갔어야 하지만, 이 중간계에 있어선 안 될 마의 종자들이 나타나는 바람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마의 종자들 때문에 위대하신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 늦춰진 저의 몸에는 사람으로서 있어야 할 것이 결여되어 있고, 그것을 단번에 눈치 채신 한스님이 저를 경계하신 겁니다. 한마디로 모두 저의 잘못이라는 것이죠." 그는 말을 하면서 지금까지 우리에게 보여준 어수룩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진지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유지했고, 말의 거의 끝내갈 때 다시 그 어수룩한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는 마왕의 강림 때문에 이 중간계에 남게 된이, 이미 인간도 아닌 신족이라는 뜻이다. 다만, 그것이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인간도, 신족도 아닌 상태가 되어서 내가 기운과 생명, 죽음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일까? 지금까지 나는 성자를 만나본적도 없고, 그 때문에 그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성자라는 이들이 아무 때나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렇군요. 그렇기 때문에 체내에 마나가 전혀 없었떤 거군요. 정말 신기하네요." "......." [로드, 어쩌실 겁니까?] 어느새 한나와 친해져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는 가운데 들려오는 셰인의 목소리. 그를 경계하고부터 데스 챔피언들은 모두 모습을 감추고 대기중이었다. 어째야 할까? 그의 말이 진짜인지, 아니면 가짜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거기에 그는 성자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세인트 왕국에 남아있는 교황과 대주교들에게 확인되니 것이다. 일단 믿는 수밖에 없는 건가? "후~ 우! 지금부터 감시에 들어간다. 경계는 풀도록. 다만, 지금부터 성자에게서 눈을 떼지 마라." [로드의 명을 받듭니다.] 데스 챔피언들에게 명령함과 동시에, 나는 그를 언제든지 죽일 수 있도록 끌어올려놓은 죽음을 흩어지게 했다. 그러자 그는 한숨을 내쉬면서 미소 지었다. "히야! 드디어 경계를 푸셨군요. 이제야 좀 살겠습니다." "네?" "아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참, 제 소개를 하지 않았군요. 저는 외날개의 성자라고 불리고 있는 이, 펠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한나님." "아, 예. 잘 부탁드릴게요, 펠님."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 자주 뵙길 바랍니다, 한스님." 스윽. 외날개의 성자, 펠은 나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나는 한동안 그의 손을 바라보다가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았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성자님." "저야말로요." 스스스. 응? 이건....... "이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조언을 하자면 정체를 숨기지 않고 일하셔도 될 겁니다. 이미 다들 눈치 채고 있거든요. 여러분의 정체를 말이죠. 그럼 또 뵙겠습니다." "......." "아, 잘가세요, 펠님." 펠은 그대로 말을 끝내자마자 뛰어나갔다. 방금 그와 악수했을 때 느꼈던 그것은 분명 살기였다. 순식간에 사라지긴 했지만, 그것은 분명 살기였다. 살기 이외에도 미묘한 힘이 느껴졌지만, 워낙 순간이라 알 수는 없었다. 외날개의 성자, 펠이 나에게 살기를 순간적으로 내뿜은 것이다. 어째서지? 나를 죽이고 싶어서인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또 뭐지? "오라버니, 오라버니!" "응? 아, 미안. 자, 그럼 갈까?" "예, 오라버니. 그런데 말이에요." "응? 왜 그래?" "아까 펠님이 한 말 사실일까요?" "응? 뭐가?" "사람들이 저희 정체를 모두 알고 있다는 말 말이에요." "에에!" [키키키! 하~ 아! 하~ 아! 정말 웃겨 죽겠군! 정말 끝내줬어! 키키키!] "조용히 해라." 방금 전까지 한스와 악수를 나누고, 한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펠은 빠른 속도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 펠의 얼굴에는 방금 전 한나와 이야기를 나눌 때의 어수룩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키키키! 정말 죽여줬어! 그런 어수룩한 연기라니! 거기에 그런 변명은 또 어떻게 생각해냈냐? 이거 나자만 정말 대단한 임기응변이야. 키키키!] "조용히 하라고 했다." [이거, 이거. 화가 나셨나? 키키키! 하지만 웃기잖아. 안 그래? 너라면 어떻겠어? 내가 그런 연기를 한다면 넌 안 웃을 수 있나? 키키키!] "네 녀석이엇따면 그런 연기도 하지 않았겠지." [뭐, 그건 사실이야. 키키키!] 확실히 그랬다. 또 하나의 펠이었다면 이런 번거로은 방법으로 한스에게 접근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한스와 하나 앞에서 그런 어수룩한 모습을 연기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다른 한 명의 펠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나저나 우리의 적은 생각 이상이군.] "......." 끄덕. 또 하나의 펠의 말에 또 다른 펠은 동의했다. 그들의 공통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한스는 대단했다. 자신들의 몸 안 상태를 단번에 파악하고, 경계에 들어갔다. 거기에 한나라는 여자의 팔을 잡았을 때 자신들의 몸을 에워싼 기운들. 그대로 조그만 기운들이 다가왔다면 그들은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방금 전에 왜 그런 행동을 한 거지?" [응? 아, 그거. 그냥 당하고만 있을 순 없잖아. 그냥 당하기만 하는 것은 내 성질에 안 맞아서 말이야.] "잘못했으면 그대로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거기에 그로 인해서 우리에 대한 그의 경계도 훨씬 심해질 테고." [아아, 그렇긴 하겠지. 하지만 뭐, 문제 될 게 있을까? 우리들의 목표물께서는 너의 연기 때문에 우리를 좋게 보셨는데 말이야.] 목표물? 좋게 보았다? 이것이 무슨 뜻일까? 그런 또 하나의 펠의 말에 다른 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 연기의 목적이 그것이었으니 그렇게 되지 않으면 곤란한 것이었다. [그나저나 언제쯤 이 짓을 그만둘 거냐?] "한동안은 그만둘 수 없다. 적어도 우리가 외날개의 성자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 이상." [으으으! 한동안 지루하겠구먼. 난 잔다. 내 차례가 되면 알아서 깨워줘.] "그러지." 그렇게 대화를 끝낸 펠은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어수룩한 연기를 한던 그때의 얼굴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그 전의 펠의 모습은 사라진 후였다. 그렇게 펠은 오늘도 사람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외날개의 성자, 펠로서……. * * * * * "오늘도 수고했다! 아그들아!" "푹 쉬고, 내일 아침에는 원 상태가 되어서 오도록!" "그래야 더 굴리지. 크크크!" "우우우우!" "너무합니다! 교관님들!" "옳소!" "이놈들이! 더 구르고 싶어? 오 초 준다! 오 초 안에 내 눈에 띄는 놈들은 밤새서 굴려주마!" "오." 두두두두! 숫자를 세기 무섭게 사라지는 사람들. 그만큼 형들이 심하게 훈련을 시켰다는 증거였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사람들을 보며 형들은 미소 지었다. 이미 숫자를 세는 것은 멈춘 지 오래였다. "여어, 왔냐, 한스." "한나는 어디에 두고 혼자왔냐?" "그러게 말이야." "아아, 한나는 먼저 보냈어. 형들과 할 이야기도 있고 해서." 형들은 할 이야기가 있다는 말에 조금 놀라워했지만, 이내 웃어 보였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게 좋겠군.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징병되지 못하는 자들이 모여서 훈련하는 훈련장이었다. 방금 훈련이 끝난 덕분에 훈련장은 한산했고,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우리들뿐이었다. 딱 이야기하기 좋은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경계를 시키도록 할까? "셰인, 주변을 경계하도록. 누군가 접근한다면 기절시키도록 하고." [로드의 명을 받듭니다.] 나의 부름에 모습을 드러냈던 셰인은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내가 명령하는 것을 본 형들은 아까의 웃음을 지우고, 진지한 표정을 짓고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데스 챔피언들에게 경계를 세우다니, 꽤 중요한 이야기인가 보구나." "응." 게일 형의 말대로 지금부터 내가 할 이야기는 아직 황제도, 국왕들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형들, 아무래도 나 한동안 이곳 라스트 포트를 벗어나야겠어" "뭐라고!" 형들은 내 말에 놀라서 일제히 소리쳤다. "……." "황제가 이번에는 너에게 기습하라고 권유하든! 이놈의 황제를 그냥!" "누가 뭐라고 하디? 말만 해! 우리가 당장에 처리……." "그게 아니야. 황제가 기습을 하라고 권유한 것도 아니고,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니야." 황제의 권유로 기습 부대로서 활동한 지크 형은 황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일부 국왕들과 귀족들이 나를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헌트 형은 당장에 처리해버리겠다는 위험한 발언을 하며 흥분했다. 오직 게일 형만이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어째서 라스트 포트를 벗어나겠다는 거냐? 네가 떠나겠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게일 형의 말에 다른 형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나를 바라보았다. "게일 형의 말대로 그만한 이유가 있어. 모두들 알고 있을 거야. 최근 들어서 피난민들의 진입 빈도가 극심하게 줄고 있다는 사실을." "그렇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하지 않아? 겨우 몬스터들의 대진군이 있은 지 이십 일이야. 그런데 벌써 피난민들의 진입 빈도가 극심하게 줄고 있어. 지금 이 대륙의 인간들이 모두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는데 말이야. 거기에 그 대진군 이후 마왕과 마족들은 전혀 움직임이 없어. 이상하지 않아?" "흐음, 생각해보니까 그렇군." 끄덕끄덕. 나의 말에 헌트 형은 동의한다는 듯이 말했고, 다른 형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3차 방벽을 완공시킨 뒤 보완하고, 그 외에 1,2차 방벽을 보완 및 확장하면서 나는 이 라스트 포트로 진입하는 피난민들의 수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사람이 모이나 궁금했기에 시작된 조사였다. 조사가 진행된 지 6일 만에 나는 피난민들의 수가 점차 극심하게 줄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말이다. 그것을 안 뒤 나는 레이에게 좀 더 확실한 조사를 부탁했다. 내 언데드들보다는 레이의 그림자의 백성들이 뭔가 조사하는 데 저격이었기 때문이었다. 조사 결과는 단 3일 만에 나왔다. 미묘한 차이는 있었지만 일정한 수, 일정한 시기, 일정한 비율로 라스트 포트로 사람들이 진입하고 있었다. 아주 미묘한 차이로 말이다. 만약, 내가 이 라스트 포트로 진입하는 사람들의 수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일정한 수의 사람들이 일정한 시기, 일정한 비율로 라스트 포트로 온다. 이것은 의심해볼 만한 일이었다. 신성 마법진의 영향으로 마력이 크게 약화되고, 일부 흑마법의 경우에는 발동도 되지 않는다고는 하나 뭔가 일어날 것만 같았기에 나는 고민하지 않고 조사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렇게 형들에게 말한 것이고 말이다. 뭐, 라스트 포트를 벗어나려는 다른 이유도 있지만. "흐음, 확실히 의심스러운 일이군." "맞아, 맞아." "우리가 훈련에 전념한 사이에 그런 의심스러운 일이 있었다니." "또 알아낸 사실이 있어. 내가 말했지. 일정한 수, 일정한 기간, 일정한 비율로 사람들이 들어온다고." 끄덕. "그뿐만이 아니야. 일정한 수, 일정한 기간, 일정한 비율로 들어온 사람들은 보통 피난민들과 다르게 넓은 지역에 퍼져서 지내고 있어. 보통의 피난민들은 같은 마을, 같은 영지에서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무리를 지어 막사촌을 형성하는 것과는 다르게 말이야." "으음." 나의 이야기를 들은 형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빠져들었다. 확실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보통 이 라스트 포트로 들어오는 피난민들은 같은 마을에서 살다가 피난을 온 피난민들과 같은 영지에서 살다가 피난을 온 피난민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같은 마을 사람들끼리, 같은 영지 사람들끼리 막사촌을 형성하여 지낸다. 그런데 최근 들어 라스트 포트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그러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시킨 것처럼 최대한 멀리, 최대한 넓게 퍼져가고 있었다. 생각에 빠져 있던 형들 중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헌트 형이었다. "한스, 그렇게 라스트 포트의 막사촌에 진입하고 퍼져 있는 사람들의 수는 얼마나 되지?" "지금까지 조사한 것만으로, 현재 라스트 포트의 전체 중 일 퍼센트도 안돼." "내가 물은 것은 정확한 수야. 몇이지?" "8천여 명 정도?" "계속 늘고 있겠지." "응. 방벽의 문은 항상 열어두니까." 이렇게 나와 대화를 나누는 헌트 형의 눈빛은, 본 적은 없지만 내 머릿속에서 막연하게 상상해왔던 사냥감을 노리는 사냥꾼의 눈빛과도 같았다. "그 사람들은 명확하게 의식을 가지고 있었냐?" "응. 확실하게 의식을 가지고 있었어. 의지를 제압당한 것 같지도 않았고. 한동안 살펴보기도 했는데, 어딜 봐도 평범한 사람들이었어." "그렇다면 무의식적이라는 것인데, 누군가 무의식을 조종해서 퍼지게 한 거라면 굉장한 일이 벌어지겠어. 한스가 조기에 발견해서 다행이군. 그나마 대비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군." "아, 맞다! 그렇군! 그랬어. 빌어먹을 흑마법사들!" 그때 갑자기 지크 형이 소리쳤다. 지크 형은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화가 나 있었다. 지금 눈앞에 흑마법사나 마족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죽여 버리고 말 듯한 살기를 내뿜으면서 말이다. "지크, 왜 그러냐? 갑자기." "어디 아프냐? 가만있다가 애가 왜 이래." "지크 형, 뭔가 떠오른 거야?" "한스, 십여 년 전의 사건 기억 안 나냐?" 살기를 잠재운 뒤, 지크 형은 나를 바라보며 10여 년 전 사건이 기억나지 않냐고 물었다. 10여 년 전 사건? 10여 년 전 사건이라. 일단 젤드리온과 싸워서 한번 죽고 간신히 살아났고, 그 전에 로시아 제국 수도 글로리를 복구하는 도중에 메이를 만났고, 그 전에는 고스트 드래곤과 싸웠지. 그밖에 또 무슨 일이 있었더라. 내가 이렇게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게일 형과 헌트 형은 나와 지크 형을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하긴 형들은 10여 년 전에는 떨어져 있었으니까 모를 테지. 아니지, 소문은 들었을 텐데. "십여 년 전 로시아 제국의 수도, 글로리에서 있었던 대행사, 임페리얼 블레싱의 마지막 하루를 남긴 그날 수도 이곳저곳에서 나타난 마물들!" "아! 마물의 씨앗!" "마물의 씨앗?" 지크 형의 말에 나는 그날 있던 사건을 기억해내고는 그 사건의 원흉에 말했다. 마물의 씨앗. 중간계로 마물을 소환하기 위한 매개체가 되어 마물의 씨앗이라 불리는 그것은 당시 어떻게 해서인지는 모르지만 임페리얼 블레싱의 관객들에게 먹여졌고, 지크 형이 말한 대로 마물을 중간계로 소환하는 데 매개체로 사용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그랬군, 그랬어! "일정한 수, 일정한 기간에 사람들이 라스트 포트로 들어오고, 넓게 퍼지는 이유가 있었어." "그래. 그 빌어먹을 흑마법사들이 십여 년 전 그때 그 사건을 재현하려는 모양이다! 빌어먹을 놈들!" "도데체 십여 년 전에 무슨 사건이 있었는데 이렇게 화를 내냐?" "그래. 우리도 알게 좀 말해봐." 게일 형과 헌트 형은 우리의 대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물었고, 우리가 그날 있ㅇㅆ던 사건에 대해서 말해주었을 때 형들은 지크 형과 같이 분노했다. "그 흑마법사란 것들이 지금 라스트 포트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그 빌어먹을 마물의 씨앗이란 것을 먹였을지도 모른단 말이지? 으드득!" "한스, 그래서 네가 라스트 포트를 벗어나서 직접 조사하겠다는 게냐?" 화를 내면 오히려 냉정해지는 게일 형은 진지하게 나를 쳐다보며 물어왔고, 나는 망설임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물의 씨앗에 대해서는 방금 알았지만, 조사해볼 거야. 만약 진짜라면 그때 상황에 따라 처리할 거고." "꼭 네가 갈 필요가 있을까? 사실상 네가 이 라스트 포트를 벗어난다면 라스트 포트에서 상당한 전력이 빠져나가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건 어디까지나 그렇게 알려진 사실일 뿐. 내가 상당한 전력이란것이 증명되지 않았잖아. 뭐, 사실이기도 하지만 꼭 내가 라스트 포트를 벗어나야만 하는 이유도 있어." "이유?" "응. 아직은 형들에게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 나의 이런 말에 형들은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동안 형들은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나 역시 형들을 바라보고 있어싿. 그리고 잠시 후, 형들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하~ 아! 나중에는 알아서 불어라." "응." "그나저나 한동안 바쁘겠군. 한스야. 그 사람들에 대해서 기록은 해놨겠지?" "아아, 여기 있어. 지크 형." "이 사실을 황제와 국왕들에게 알리면 안 되겠냐? 도움 좀 얻게." "황제와 세인트 제국의 국왕이라면 상관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안돼. 일단 이 일에 대해서 소문이 퍼졌다가는 대혼란이 일어날 테니까." "하~아! 그렇다면 결국 우리들만 죽어나가겠구먼. 으으으! 한스. 나중에 제대로 한턱내라. 안 내면 죽을 줄 알아!" "케엑!" 헌트 형은 한숨을 내쉬고는 나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그 후 나는 지크 형에게 그간 내가 기록한 사람들에 대한 자료를 모두 넘겨주었고, 레이를 남겨서 지속적으로 형들을 돕도록 했다. 그 외에 조치를 취한뒤 나는 형들과 이야기한 다음날, 바로 라스트 포트를 떠났다. "키키키! 드디어 내 장난을 알아차린 모양이네. 키키키!" 라스트 포트로부터 상당 거리 떨어진 영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영지였던 곳의 영주성의 지붕에서 글러트니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고 있었다. 글러트니가 있는 영지는 더 이상 영지라고 불릴 수 없는 곳이 되어있었다. 분명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모습이다. 부서진 건물도 없고, 영지를 감싸는 성벽 역시 깜끔하기 그지없다. 그런데도 더 이상 영지라고 불릴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사람이 살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냥 사람만이 살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 자리를 떠난다고 해도 쥐나 작은 동물들은 남게 된다. 하지만 이 영지에는 쥐 같은 작은 동물도, 벌레들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키키키! 내 첫 번째 장난은 알아차린 것 같은데, 두 번째 장난은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나? 키키키!" 글러트니는 라스트 포트에서 상당 거리 떨어진 영지에 있음에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해놓은 장난들. 마물의 씨앗이 신성력으로 인해서 파괴되고 있음을 말이다. 그것은 글러트니 자신이 스스로 만든 씨앗이었기에 파괴될 때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뭐, 어차피 첫 번째 장난이야 그냥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였으니까. 키키키!" 글러트니가 한 장난이란 것은 사실 그가 있는 영지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시행되고 있었다. 수많은 인간들이 라스트 포트로 몰려들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이동하는 도중에 빈 영지에 들른 인간들을 납치, 아니 납치라기보다는 기절시킨 뒤 마물의 씨앗을 삼키게 한 뒤 무의식을 조종하여 넓게 퍼지게 한다. 이것이 그들, 글러트니를 비롯한 마족들에게 내려진 명령이었다. 그렇지만 글러트니는 그것에 그치지 않고 한 가지의 일을 더 벌였다. 그 누구도 눈치 챌 수 없는,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장난을 말이다. "키키키! 누군가 조사하러 나올 텐데. 그 한스라는 인간이 조사하러 나와줬으면 좋겠군. 키키키!" 일정한 수, 일정한 기간에 피난민들을 보낸 것은 글러트니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이 작전은 글러트니가 세운 것이었다. 거기에 이번 작전에 자청해서 나선 것도 그였다. 글러트니는 마왕의아들이었고, 이 작전을 세운 장본인이었기에 이번 작전의 최고 책임자로 선택되었다. 그 때문에 여타 다른 마족들은 그의 명령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일정한 수의 피난민들을 라스트 포트로 보냈다. 마족들은 글러트니의 명령에 전혀 의문을 가지지 않고 그대로 따라갔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의문을 가지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마족들은 그러지 않았다. 마족들에게 명령권자는 절대적이었으며, 의문과 이의를 가지는 것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특히 그 명령을 내린 자가 마왕의 아들이라면 더했다. "제발 제비뽑기의 운이 좋아야 할 텐데. 흐음, 또 인간들이 오는군. 키키키!" 그러트니는 영주성 지붕 위에서, 상당 거리 떨어진 곳에서 무리를 지어 걸어오고 있는 피난민들을 느끼며 미소 짓고 있었다. 너무도 순진한 미소. 그렇지만 그 미소 안에 든 의미는 한없이 잔인했다. * * * * * [키키키! 너도 들었지? 한스라는 인간이 떠났다. 키키키!] "나도 알고 있다." 외날개의 성자라 불리고 있는 펠은 또 하나의 자신의 말에 대답했다. 그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데스 로드, 한스가 라스트 포트를 벗어난 사실은 일반 평민들을 모르지만, 라스트 포트 성벽 안을 오가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한스가 라스트 포트를 벗어났다. 그것은 라스트 포트 내에 소문이 퍼져 있는 사실이었다. [키키키! 그럼 어서 목표물을 잡아가자고.] "아니. 아직 그럴 수 없어." [왜? 어째서? 한스란 인간도 없잖아.] "없는 것은 한스뿐. 그가 남긴 이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아아. 깜빡했군.] 펠과 한스의 첫 대면 이후, 한스는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데스 챔피언 중 둘 이상이 항상 펠을 감시하도록 하게 했고, 동시에 데스 챔피언 둘 이상이 한나를 지키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친인들에게 최소한 데스 서번트 5명을 붙여 보호하도록 했다. 이것이 한스가 펠을 만난 이휴 취한 조치였고, 한스가 떠난 지금도 실행되고 있는 조치였다. [쳇! 거참! 자유로워지기 힘들구먼!] "그 말에는 동의한다." 펠과 또 다른 펠. 그들은 단 2가지 일만 실행하면 자유로워진다. 자신을 '우리'로 만든 존재로부터 말이다. 첫 번째 일은 너무도 하기 쉬운 일이고,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다만, 힘든 것은 두 번째 일이었다. 한슥 취한 조치들, 데스 챔피언들 때문에 말이다. [그냥 팍 해버리는 게 어떨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다. 그들이 완벽하지 않은 이상 실수는 하게 되어 있으니까." [그렇긴 하지. 그나저나 요즘 꽤 신나하는 것 같더군.]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지?" 펠은 또 다른 자신의 말에 얼굴을 굳혔다. [그렇지 않나? 너에게 치료를 받은 아이가 건네주는 꽃 한 송이에 미소까지 지어 보이는 것을 보니 말이야.] "그건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것이다." [이런, 이런. 거짓말하면 못 쓰지. 잊었나? 너와 나는 하나다. 우리란 말이다. 그런 나를 속일 수 있을 것 같아? 넌 진심으로 기뻐했어.] "……." [침묵으로 일관하시겠다. 뭐, 상관없지. 하지만 하나만 명심해라.] "……." [너의 근본, 나의 근본, 우리의 근본은 몬스터, 오우거 출신의 마족이란 사실을. 네가 아무리 성자라고 불려도, 신성력을 가지고 있어도, 사람들을 진심으로 치료 한다고 해도 그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건 알고 있다." [그래. 그러면 됬어. 난 자두지. 아무래도 얼마 안 있어, 내가 나서야 할 때가 올 테니까.] "그래라." 또 다른 펠이 잠든 후, 다른 펠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의 베란다로 향했다. 지금까지 그가 있는 방은 외날개의 성자라고 불리는 그에게 황제를 비롯한 국왕들이 내준 귀빈실이었다. 베란다를 통해서 ㅂ이는 수많은 관경들을 지켜보고 있던 펠은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베란다의 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 방안의 문이란 문은 모두 닫고 커튼까지 쳤다. 그렇게 어둠에 자리 잡은 방에서 펠은 중앙에 자리 잡았다. 우우웅! "크윽!" 잠시 후, 펠의 등 쪽에서 새어나오는 빛은 방 안에 자리 잡은 어둠을 가리고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다. 빛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펠은 고통스러워했다. 그렇지만 펠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빛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펠의 등 뒤로부터 한 짝의 날개가 치솟아 나왓다. 그것은 펠이 외날개의 성자라고 불리게 만드는 날개, 천사의 날개였다. 너무도 아름다운 천사의 날개의 끝부분부터 회색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곧 완전한 회색의 날개만이 남아 있었다. 펄럭. 한 쪽뿐인 날개. 회색으로 물든 천사의 날개를 한 번 펄럭인 뒤 그 날개로 펠은 자신의 몸을 감쌌다. 자신의 몸을 감싼 회색의 날개를 보는 펠의 눈빛은 너무도 서글펐다. * * * * * 라스트 포트 전역과 외각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의 신성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는 곳. 그곳은 라스트 포트의 중앙성의 깊숙한 지하에 설치되어 있는 곳. 그 깊숙한 지하의 신성 마법진은 신관들과 마법사, 거기에 기술자들이 총력을 다한 던전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는 과거 로시아 제국에서 있었던 사건 때문에 한 일이었다. 과거 마족의 침입으로 로시아 제국의 수도에 설치된 마법진은 헤체되었고, 고스트 드래곤이 탄생하는 엄청난 재앙을 가져왔다. 그것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신성 마법진은 철저하게 보호되고 있었다. 던전은 오직 텔레포트만을 통해서 출입이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오직 단 한 곳으로만 텔레포트할 수 있는데, 그 장소 이외에는 텔레포트 방해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어 텔레포트를 시전하는 즉시 고깃덩이가 되어버리고 말이다. 그 외에 던전 안에는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함정을 비롯하여 기술자들이 만든 함정, 마법사들이 만든 함정 등 1백여 개가 넘는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다. 또한 골렘을 비롯한 가고일, 스켈레톤, 좀비, 레이스의 데스나이트, 리빙아머 등의 각가지 가디언들이 지키고 있었다. 이렇게 각가지 방법으로 신성마법진을 보호하는데 그치지 않고, 신성 마법진이 설치된 장소에 대해서는 금지된 정신계 마법을 통해 잊게 만들어서 철저하게 보완을 유지했다. 신성 마법진이 설치된 던전의 위치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이는 오직 두 사람뿐이었다. 로시아 제국의 황제, 그리고 세인트 왕국의 국왕 이렇게 단 2명이었다. 황제와 세인트 왕국의 국왕만이 그 위치를 아는 던전에 그 2명이 아닌 다른 이가 안으로 진입하고 있었고, 현재 이 사실을 아는 이는 없었다. [정말 으리으리한 던전이로군.] "……." 신성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는 던전에 들어선 이, 그는 바로 펠이었다. 애초부터 라스트 포트에 2가지 목적을 가지고 온 펠은 그중 한 가지 목적을 먼저 수행하고자 이 던전에 온 것이었다. 라스트 포트 성벽 내로 들어선 이후 펠은 신성 마법진이 설치된 곳을 찾기 위해서 각가지 방법을 썼다. 성자라는 겉모습을 이용하여 대주교와 주교에게 접근하여 어설픝 연기를 하며 물어보기도 했고, 그 외에 신성 마법진이 설치에 관여했을 사람이라면 모두 찾아가 알아보기도 했다. 알아보는 방법에는 강제적인 것도 있었고, 회유적인 것도 있었다. 회유적인 방법은 바로 어설픈 연기를 하며 물어보는 것이었고, 강제적인 방법으로는 완벽하게 제압한 뒤 정신계 마법을 통해서 물어보는 것이었다. 회유적인 방법으로든, 강제적인 방법으로든 당연히 전혀 알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소득은 있었다. 바로 당사자들의 기억이 지워졌다는 단서를 잡았으니 말이다. 그 외에는 소득이 없었지만, 펠은 초조해하지 않고 천천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상당 시간이 흐른 뒤 펠은 알아낼 수 있었다. 지금 와 있는 던전의 위치를, 가는 방법을 말이다. 사실, 이 던전의 위치를 알아내는 데는 많은 난항이 있었다. 관계자를 찾았으나 정신계 마법ㅇ르 통해서 그에 대한 기억은 모두 지워진 상태고, 그나마 기억이 지워지지않은 자라고 예상되는 황제와 세인트 왕국의 국왕은 실력자라 할 수 있는 이들에게 호위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그 둘에게서 뭔가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 난항 속에서도 펠은 결국 던전의 위치를 알아냈다. 방법을 생각해내자 알아내느느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바로 관계자들이 가진 기억을 읽는 것이었다. 그들이 정신계 마법으로 관계자의 기억을 지울지언정, 물건의 기억까지 지우지 않았다는 점을 이용하여 알아냈다. 물론 이 일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때 관계자들이 어떤 물건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아낼 수 없으니 많은 수의 물건의 기억을 훑어봐야 했고, 물건들에 남아 있는 기억들은 모두 단편적인 것들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펠은 결국 알아낼 수 있었다.(노가다..;;) 단편적인 기억들을 짜집기하고, 알아내지 못한 것은 추측하여 보충한 끝에 말이다.(천재다...) "그럼 간다." [키키키! 그래. 아무래도 내가 나설 필요는 없을 것 같으니까.]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한 펠의 걸음 속도는 갈수록 빨라져 갔고, 이내 달리는 속도 못지않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빨리 나아가는 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함정도 발동되지 않고, 펠을 그대로 나아가게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이 던전에 설치된 함정은 기존의 함정과는 다르기 때문이었다. 기존의 함정은 길을 지나가는 자의 무게와 체내의 혈관을 통해서 돌고 있는 마나 등의 특정한 힘에 반응하여 작동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이 던전에 설치된 함정은, 정확히 신성 마법과 마법으로 만든 함정은 2가지 힘에만 반응하도록 만들어졌다. 바로 체내의 마나와 마력에 반응하도록 말이다. 던전의 복도를 걸어가는 자의 체내의 마나와 마력에만 반응하도록 만들어진 함정은 걸어가는 자의 무게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함정이 발동하지 않은 것이었다. 아시다시피 펠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운에서부터,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마나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이렇게 걸어감에도 불구하고 함정들이 발동하지 않은 것이었다. 물론 마나와 마력에 반응하여 작동하는 함정 이외에도 기술자들과 함께 마법사, 대주교들이 힘을 합쳐서 만든 기본적인 함정이 존재했지만 그것들 역시 발동하지 않았다. 그것은 펠이 그냥 걸어 나가는 것 같지만, 신성력을 사용하여 공중을 걷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 함정들조차 반응하지 않은 것이었다. 반응하지 않는 것은 함정들뿐만이 아니었다. 던전의 벽을 장식하며 침입자를 기다리고 있는 악마상, 가고일도 거대한 석상인 골렘도 벽에서 나열되어 장식의 역할을 하고 있는 리빙아머들도 말이다. 거기에 던전을 배회하고 있는 망령형 언데드들도, 복도에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는 좀비와 스켈레톤들도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있었다. 이 역시 펠의 특이한 체질 때문이었다. 골렘과 가고일, 리빙아머는 던전의 진입한 자의 생명력과 마나, 마력에 반응하게 만들어진 녀석들이었다. 그렇지만 펠의 몸에는 생명력도, 마나도, 마력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반응하지 않은 것이었다. 언데드의 경우에는 역시 아까 말했던 대로 본능적으로 생명에 반응하는데, 펠의 몸에서는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기에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있었다. 망령형 언데드들 역시 주위를 배회하기는 하나 펠을 무시하고 지나가고 있었고, 펠 역시 모든 것들을 무시하고 걷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펠은 얼마 가지 않아 던전의 끝, 신성 마법진이 설치된 방 바로 앞에 도착했다. [이거 너무 쉬워서 하품이 다 나오는군.] "어디까지나 함정들과 가디언들이 반응하지 않은 것은 특이한 우리 몸때문이다. 절대로 방심할 수 없어." [예, 예.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빈정거리는 또 다른 자신의 말을 들으며, 신성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는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사악! [호~ 오! 아직 남은 게 있었군.] "그렇군." 척! 척! 척! 척! 막 신성 마법진이 설치된 방으로 들어가려는 찰나에 날아온 것은 다름 아닌 검기였다. 그 검기는 검에서 뻗어나가기 무섭게 날아갔고, 펠은 그것을 피해냈다. 펠이 피해낸 검기는 얇기 그지없었지만, 그 검기에 실린 파괴력은 엄청났다. 그 증거로 펠이 피해낸 검기가 박혀 들어간 벽은 베어져 그 안을 내보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런 검기를 날린 존재는 서서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검게 물든 갑옷이 전신을 감싸고 있었고, 유일하게 뚫려 있는 헬름의 눈 부분은 붉은 눈동자가 번뜩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눈빛에서 생기라고는 느껴지지 않았고, 느껴지는 것은 오직 죽음과 침입자인 펠에게서 내뿜어지는 살기 뿐이었다.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존재, 그는 다름 아닌 데스나이트였던 것이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 데스나이트의 뒤쪽에는 다섯의 데스 나이트가 더 모습을 드러냈다. 척! 척! 척! 척! [그랜드 마스터급 데스나이트 하나에, 최상급 소드마스터급 데스나이트가 다섯이라. 이거 재미있게 됐는데. 키키키1] "……." [침입자여, 그대는 신성력을 가진 자. 어째서 이곳에 왔는가.] "……." [키키키! 뭐 하는 거야? 대답해주라고. 이 신성 마법진을 부수러 왔다고 말이야.] 펠은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던 데스나이트의 질문에도, 또 다른 자신의 말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데스나이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 [어차피 침잎자. 이곳에 온 이상 죽여야 하는 존재. 내가 괜한 질문을 했군.] 척! 우우웅! 선두에 선 데스나이트가 검을 치켜들자, 뒤에 서 있던 데스나이트들 역시 검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 들린 검에는 데스나이트만의 오러, 완성된 데스 오러 블레이드가 맺히기 시작했다. [간다.] [예!] 데스나이트들은 선두에 선 데스나이트의 말에 대답하며 뛰어나갔다. 순식간에 펠을 포위한 그들은 펠을 향해서 검을 치켜들고 서서히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들의 검뿐만 아니라, 그들의 전신에서 서서히 데스 오러가 내뿜어지기 시작했다. 검에 맺힌 데스 오러처럼 형태를 가진 것이 아닌, 마치 연기와 같은 데스 오러가 말이다. 데스나이트 여섯에서 내뿜어진, 연기와 같은 데스 오러는 서서희 포위망의 중심에 있는 펠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우우웅! 파지지직! 펠에게 다가서는 데스 오러. 그것을 막은 신성력의 막. 데스 오러와 신성력이 부딪치자, 서로 다른 힘은 서서희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우우우웅! 파지지직! 펠에게 다가서는 데스 오러. 그것을 막은 신성력의 막. 데스 오러와 신성력이 부딪치자, 서로 다른 힘은 서서히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우우우웅! 서서히 강해지는 데스 오러와 신성력. 두 힘의 힘겨루기 시작되자 포위망을 형성한 데스나이트들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왼쪽으로 펠을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다. 우우웅! 삭! 파지지직! 삭! 콰쾅! [호~ 오! 제법 흥미로운 방법을 사용하는데.] "……." 펠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돌기 시작한 데스나이트들은 점차 속도를 올려갔고, 동시에 데스 오러를 날리며 공격했다. 그렇지만 데스 오러는 펠의 신성력의 막에 막혀서 전혀 피해를 주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쉬지 않고 공격해댔다. 그들은 그렇게 데스오러를 쏘아댔는데도 지치지 않는지 계속해서 공격했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펠의 신성력의 막을 둘러싼 연기같은 데스 오러는 점차 강해졌다. 이처럼 데스나이트들이 쉬지 않고 공격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진형때문이었다. 지금 데스나이트들은 펠을 중심으로 그녕 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일정한 속도, 일정한 간격, 일정한 타이밍으로 돌고 있었다. 그렇다. 지금 데스나이트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진법(陣法)과 같은 것이었다. 자세히 보면 펠의 신성력의 막에서 튕겨나간 데스오러들은 데스나이트들에게 적중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스나이트들은 전혀 타격을 입지 않고 있었다. 바로 데스나이트들이 자신에게 날아온 데스 오러를 흡수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그들의 몸에서 뿜어진 연기와 같은 데스 오러 덕분이었다. 연기처럼 뿜어진 데스 오러는 2가지 역할을 한다. 첫 번째는 진안에 들어온 적을 압박하는 역할이다. 데스 오러는 산 자에게 치명적인 힘이다. 살아 있는 자의 생명력을 빼앗고, 점차 육체를 약화시키는 것이 바로 데스 오러였다. 지금 여섯의 데스나이트에게서 뿜어지는 데스오러는 평범한 이라면 단지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진했다. 그런데도 펠이 버틸 수 있는 것은 신성력의 막 덕분이었다. 두 번째는 펠에게서 날려진 뒤, 신성력의 막에 튕겨진 데스 오러의 속도를 늦추는 역할이었다. 포위망 안쪽으로 짙게 내뿜어진 데스 오러가 추진기 역할을 하여 날려진 데스 오러를 보다 빠르게 하고, 강화시키기도 했으며, 약화시켜 다른 데스나이트가 흡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그렇게 연기처럼 내뿜어진 데스 오러 덕분에, 날려 보내는 데스 오러를 흡수했기 때문에 데스나이트들이 쉬지 않고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단순한 진법으로 보이지만 일정한 속도와 일정한 간격, 그리고 일정한 타이밍을 유지하면서 진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이 자리에 있는 데스나이트들은 헤내고 있었다. 신성 마법진을 지키는 마지막 가디언인 그들은 바로 로시아 제국의 황제가 내놓은 비장의 카드였다. 지금까지 로시아 황가에 충성해온 이들 중, 오직 스스로 원한 자만으로 구성된 데스나이트로 이루어진 기사단이었다. 그들의 정식 명칭은 섀도 나이츠 오브 글로리(Shadow knights of the glory), 영광의 그림자 기사단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인원이 전원은 아니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은 기사단 중 단장을 비롯한 최고 실력자들이다, 최고 연장자들이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이들이 손발은 맞춰서 진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키키키! 내키지 않은면 나에게 넘기는 게 어때?] "그러지." [키키키! 좋았어!] 삭 스스스! 허락이 떨어진 이후 순식간에 사라진 싱성력의 막. 그 덕분에 펠을 노리고 쏘아진 데스 오러에 의해서 펠의 얼굴에는 상처가 났다. 그렇지만 피는 나오지 않았다. 데스 오러의 힘에 의해서 피가 순식간에 증발해버렸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신성력의 막이 사라지자 데스나이트들은 잠시 당황했지만, 곧 냉정을 찾고 계속 움직이기 시작했다. 삭! 콰쾅! [크윽!] 또다시 날려진 데스 오러! 그렇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데스 오러는 폭발을 일으켰다. 아니, 정확히 폭발을 일으킨 것은 다른 힘이었다. 바로 펠의 손에 맺힌 힘! 음침하고 끈적끈적한 사악한 어둔의 힘! 마력이 말이다! 폭발로 인해 한 데스나이트가 뒤로 물러서자, 다른 다선 데스 나이트들도 동시에 물러났다. 그런 데스 나이트들의 붉은 눈빛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방금전 신성력의 막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던 펠의 손에 맺힌 것. 그것은 바로 마력이었기 때문이었다. 신성력을 사용한 이가 이번에는 마력을 사용한다. 이는 수백 년을 살아온 데스 나이트를 당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키키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상대해주지. 참고로 난 아까 그 녀석과 다른 거친 녀석이야." […….] 데스나이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더욱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검과 몸에서는 더욱 강한 데스 오러가 내뿜어지기 시작했다. "키키키! 나도 질 수 없지." [너무 시간을 끌지 마라. 이미 다른 이들에게 알려졌을 것이다.] "쳇! 알았어. 아쉽지만 다른 내가 빨리 끝내라고 해서 말이야." 우우우웅! 파악! 또 다른 자신의 재촉에 펠은 마력을 끌어올렸다. 동시에 그의 전신을 뒤덮는 마력! 마력은 점차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고, 마력이 갖춘 형상은 다름 아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악마라고 부르는 이들, 상위 마족을 차지하고 있는 종족중 하나인 데몬의 모습이었다. 흉측한 얼굴과 하늘 높이 치솟은 2개의 뿔, 거대한 몸채, 무엇이든지 갈기갈기 찢어놓을 것만 같은 손톱! 마력으로 이루어지긴 했지만, 그 모습은 완전한 데몬이었다. "키키키! 시간 끌지 말라고 해서 말이야. 죽어줘야겠어!" 파악! [크윽!] 마력으로 데몬의 모습을 한 펠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마력을 내뿜었다. 그 덕분에 연기처럼 내뿜어진 데스 오러는 순식간에 밀려났다. 마력에 의해 데스 오러가 밀려나면서 생긴 빈틈, 그 빈틈을 노려 움직인 펠의 손에는 2명의 데스나이트의 머리가 붙들려 있었다. "키키키! 아무리 데스나이트라도 머리가 박살나고는 살 수 없겠지." 콰직! 단단하기 그지없는 헬름에 쌓여 있는 데스나이트의 머리는 펠은 간단하게 박살냈고, 곧 머리가 박살난 데스나이트들의 몸은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넷 남았다. 키키키!" 순식간에 최상급 소드마스터급 데스나이트 둘이 당했다. 이에 다른 데스나이트들은 긴장했다. 그 순간,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넷으로 줄은 데스나이트들은 펠을 중심으로 다시 돌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눈빛은 뭔가 결정을 내린 듯했다. 팟! 펠을 중심으로 돌던 도중, 한 데스나이트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데스 오러가 맺힌 검을 들고 찔러 들어갔다. 그것은 누가봐도 무모한 행동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한 이는 그 데스나이트뿐만이 아니었다. 그 데스나이트의 반에 선 데스나이트 역시 동시에 찔러들어갔으니 말이다. 푸욱! 푸욱! 사악! 사악! [……!] 데스나이트들은 놀라워했다. 전력을 다하여 돌진하며 검을 찌른 데스나이트도, 두 데스나이트가 돌진하는 사이 뛰어올라펠의 상체를 대각선으로 베어낸 데스나이트도 순식간에 다가가 오려 베기로 펠을 반 토막낸 데스나이트도 말이다. 콰콰콰쾅! [크아아아아!] 놀람도 잠시, 펠의 몸을 감싸고 있던 마력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 폭발은 가히 엄청났고, 가까이 있던 데스나이트들 모두 그 폭발에 휘말려 크나큰 상처를 입게 되었다. 데스나이트 넷 중 둘은 움직일 수 없게 되었고, 둘은 한쪽 팔을 희생시킨 끝에 움직일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덥석! 그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데스나이트 둘의 머리를 누군가가 잡았다. 데스나이트들은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의 머리를 잡은 이가 던전을 침입한 펠이란 것을 말이다. "키키키! 아쉽지만 끝이야." 콰직! 그렇게 움직일 수 있었던 데스나이트 둘은 머리가 부서져 가루가 되어 흩어졌고, 곧 움직일 수 없게 된 데스나이트 둘 역시 머리가 파괴되어 사라졌다. 결국 마지막 가디언인 데스나이트마저 사라진 것이다. 모든 방해물이 사라진 뒤 마력을 사용한 펠은 또 다른 자신에게 몸의 주도권을 넘겨주었고, 주도권을 넘겨받은 펠은 신성 마법진이 설치된 방으로 들어가서 신성 마법진을 철저하게 파괴했다. 복구하는 것보다 새롭게 만드는 것이 나을 정도로 말이다. [키키키! 이것으로 첫 번째 조건 클리어! 이제 하나 남았군.] "……." [키키키! 그럼 어서 자리를 벗어나자고! 키키키!](이녀석 말에 꼭 들어가는 말'키키키!') "……." 펠은 한동안 신성 마법진을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다시 던전을 빠져나가기 위해서...... "신성력과 마력, 달라진 성향. 이중인격인가." 펠이 자리를 뜨고 한참 뒤, 놀랍게도 신성 마법진이 설치된 방으로부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흑마법사와 같은 로브를 입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로부터 마력의 존재는 느껴지지 않았다. 과연 누구일까? 지금까지 모든 것을 숨어서 지켜본 이는...... "그나저나 정말 완벽하게 부수어놨군. 복구는 생각을 말아야겠는데." 그는 펠이 완전히 부수어놓은 신성 마법진의 흔적을 보며 말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신성 마법진의 복구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이미 그곳에 신성 마법진이 있었다는 흔적이 남아 있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잠시 그곳을 지켜보던 그는 그 방을 나와, 펠과 데스나이트들의 전투가 있었던 곳으로 갔다. "모두 확실하게 당했군." 그는 그렇게 말하며 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재들을 서서히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모인 재는 상당히 많았다. 그렇게 모든 재를 자신의 앞에 모아놓은 그는 로브의 소매에서 단검을 꺼냈다. 그리고는 손가락 끝 부분을 베어서 피가 재에 흘러내리게 했다. 얼마간 피를 흘러내린 뒤, 상처를 치료한 남자는 천천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나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데스 로드로서 명한다. 산 자이되 죽은 자여. 그대 연혼에게 내려진 흐름의 축복을 포기한 자여. 나 그대에게 다시 한 번 산 자이되 죽은 자로서의 생명을 주리니. 그대여, 이 자리에 부활하여라!] 우우웅! 주문을 외운 뒤,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의 피가 묻은 재들이 일제히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냥 떠오른 것이 아니었다. 떠오른 재들은 점차 형체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재들이 형성한 모습. 그것은 바로 펠에 의해서 파괴당한 데스나이트들이었다. 번쩍! 완전히 형상을 갖춘 뒤 데스나이트들은 눈을 떴고, 헬름에서는 붉은 눈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부, 부활한 건가?] [노, 놀랍군요.] 데스나이트들은 자신들의 부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런 데스나이트들을 지켜보고 있은 남자. 데스나이트들을 부활시킨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아,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데스 로드, 한스님을 뵙습니다.] [한스님을 뵙습니다.] 그랬다. 데스나이트들을 부활시킨 이, 지금까지 숨어서 모든 것을 지켜본 이는 다름 아닌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데스 로드 한스였다. 라스트 포트를 벗어난 것이라고 소문 났던 한스가 놀랍게도 신성 마법진이 설치된 던전에 있었던 것이다. 사실, 한스가 라스트 포트를 벗어난 것은 맞다. 다만, 도중에 돌아왔을 뿐이었다. 라스트 포트를 벗어난 이후 다시 돌아온 한스는 로시아 제국의 황제를 은밀하게 만나서 그에게 말했다. 자신이 외날개의 성자라 불리는 펠에게서 느낀 것,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말이다. 사실, 황제는 처음에는 한스의 말을 믿지 않았다. 펠은 다름 아닌 성자, 세인트 왕국의 교황과 대주교들에게 인정받은 성자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한스가 던전에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한스가 내건 조건 때문이었다. 만약, 자신이 틀렸다면 앞으로 20년 동안 로시아 황가에 충성을 다하겠다는 조건을 말이다. 그 조건에 황제는 한스의 의견을 수렴했고, 던전의 위치를 가르쳐주었다. 그렇게 던전의 위치를 안 뒤 한스는 며칠을 던전 안에서 지냈고, 결국 던전에 침입한 펠을 볼 수 있었다. 펠이 신성력과 마력을 동시에 사용한 것은 한스에게 놀라움을 가져다주었고, 신성력을 사용할 때와 마력을 사용할 때 달라진 펠의 기질은 한스에게 호기심을 일게 했다. 한동안 데스나이트에게 여러 가지를 물은 한스는 로시아 제국의 황제가 있는 곳을 향해서, 로시아 황제를 만난 후 만났던 세인트 왕국의 국왕이 있는 곳을 향해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62장 납치 여기서 부턴 dyfn1947님이 타이핑해주셨습니다. 웅성웅성! 척!척!척!척! 늦은 밤, 라스트 포트에 집결한 병사를 비롯한기사, 마법사와 신관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는 바로 라스트 포트 그리고 라스트포트 외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신성 마멉진이 파괴되었다는 사실이판명되었기 때문이었다. 신성 마법진이 파괴되어 그 효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은 신관들이었다. 시관들은 이사실을 급하게 알렸고, 그로인해서 라스트 포트에 주둔 중인 병사들과 기사들 그리고 마법사들이 빠르게움직이기 시작했다. "확인해보았는가?" "예, 폐하. 허나, 성자께서는 주무시는 중이셨습니다." "허허." 로시아 제국의 황제는 자신의 측근의 설멸을 들으며 허탕한 웃음을터트렸다. 차라리 한스가 이야기한 대로 성자가 적이라면 나았다. 정채를 알 수 없는 적보다는 정체를 아는 적을 상대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니 말이다. "라스트 포트 내의 상황은 어떠한가?" "현재 라스트 포트……." 로시아 제국의 황제가 보고를 받고 있는 가운데 외날개의 성자,펠의 방에는 누군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는 놀랍게도 펠이었다. 던정의 신성 마법진을 파괴하러 갔던 펠이 방금 귀환한 것이었다. 펠이 들어선 방에는 놀랍게도 또 다른 펠이기다리고 있었다. 펠의 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펠. 그것은 다름 아닌 마법으로 만들어낸 펠의 클론이었다. 일정 시간 동안 활동할 수 있는 또 다른 자신을 복사해내는 마법클론. 이미 고대에 사라진 마법이지만 펠은 그 마법을 알고 있었고,클론을 이용하여 알리바이를 짠 것이었다. 스스스. 방에 들어선 펠이 제일 먼저 한것은 클론 마법을 해제하고, 자신의복사체를 사라지게 하는 일이었다. 마법을 해제하자 펠의 클론은 가루가 되어 사라졌고, 방에는 펠만이 남게 되었다. "생각보다 빨리 알아차렸군." [그러게. 하지만 상관없지. 우리의 알리바이는 확실하니까. 키키!] 쾅! 그때 갑자기 펠이 있는 방의 문을 박살내면서 누군가가 들어섰다.문을 부수고 들어온 이들은 순식간에 펠의 목에 검을 겨누었고, 어떤이는 언제든 찌를 수 있도록 심장에 검끝을 대고 있었다. "갈르트 형제님, 레온 형제님, 가인 형제님, 이게 도대체……." "입 다물어라, 마의 종자." 펠의 방에 들어온 이는 다름 아닌 팔라딘이었다. 팔라딘 갈르트와 레온, 그리고 가인이 각각 펠의 목과 심장에 검을 겨누었다. 그리고 그들이 난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들어오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세인트 왕국의 젊은 국왕, 가이안 드레이 진 세인트였다. "외날개의……." "입 다물어라! 마의 종자! 네가 감히 사용할 명칭이 아니다!" 가이안 국왕의 등장에 예를 취하려 했던 펠은 팔라딘 갈르트의 고함에 입을 다물었다. 팔라딘 갈르트는 상당이 호쾌한 사람이고, 화내는 법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그런 갈르트가 분노하고 있는 것이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모르겠군요. 가이안 국왕 전하, 이게 도대체……." "이제 거진 연기는 필요 없다. 마의 종자여,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펠은 세인트 왕국의 국왕 가이안까지 자신을 몰아붙이자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확신으로 바뀌는 것은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라스트 포트를 떠났다고 소문이 난 데스 로드, 한스가 모습을 드러냈을 떄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여기 계신 한스님 덕분에 알 수 있었다! 네가 쓴 가면 속의 진짜 얼굴을!" 세인트 왕국의 국왕, 가이안 드레이 진 세인트는 진정으로 분노했다. 한스가 가져온 수정구의 영상을 보고 얼마나 스스로 자책했던가.마력을 사용하는 존재에게 성자라는 호칭을 사용하게 했으니 말이다. 가이안은 세인트 왕국의 국왕인 동시에 가이가 교단의 팔라딘. 그렇기에 더욱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고, 그 마음은 분노로 이어졌다. 이는 다른 팔라딘들, 외날개의 성자라 부르며 펠을 맞이하러 갔던 팔라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키키키! 더 이상은 연기할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키키키!] "……." 우우우웅! "섣부른 짓은 할 수 없을 겁니다." 예전에 한스와 처음 대면했을 때 자신을 압박하던 그 기운을 다시느낀 펠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이대로라면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가이안 국왕 전하, 어찌하시겠습니까? "한스님, 그대의 호위에 감사드립니다. 당장이라도 저자를 죽이고싶지만 안 되겠지요. 다만, 저는 신의 종으로 감히 그분의 아들을 자처한 저자를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주겠습니다!" 으드득! 가이안은 그렇게 말하며 이를 갈았고, 이는 다른 팔라딘들도 마찬가지였다. "킥! 과연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때 갑자기 펠이 말을 꺼냈다. 펠의 기질은 방금 전과 전혀 달랐다. 그것은 바로 내면의 또 다른 펠과 바뀌어서 그런 것이라고 한스는예상했다. 한스뿐만 아니라 국왕과 팔라딘들 역시 눈치 챘다. 그들 역시 한스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말이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마의종자여!" "자꾸 마의종자, 마의종자 그러는데 틀렸어. 나는 마의종자가 아니다. 마(魔)일 뿐이지, 마의 종다 따위가 아니다. 그리고 처음 뵙겠습니다, 가이안 국왕 전하. 저는 펠의 또 다른 면, 어둠의 펠이라고 불러주십시어." 으드득! 촤앙! 펠의 자기소개에 가이안은 분노하며, 자신의 검을 빼들고 펠에게다가갔다. 그렇지만 검을 휘두르지는 않았다. 한 번 휘둘렀다가는 그대로 목을 베어버릴 것 같았기에, 가이안은 분노를 억누르며 검을 다시 검집에 넣으려 했다. "후후후! 잘 와주셨습니다. 가이안전하!" 딱! 크아아아! 펠이 손을 튕겼을 때 들려오는 고함과 엄청난 속도로 달려드는 무엇인가! 그 무엇인가는 하나가 아니었고, 그 무엇인가를 향해서 가이안을 비롯한 팔라딘 중 레온과 가인이 검을 휘둘렀다. "아, 아니!" 그들이 베어버린 무엇인가는 다름 아닌 사람! 그들은 이 방까지 안내한 시종과 함께 온 병사였다! 덥석! "키키키! 이것으로 빠져나갈 방패막을 손에 넣었군!" 갑자기 달려든 시종과 병사에 의해서 생긴 여유. 그 잠시간의 여유를 이용하여 펠은 가이안의 뒷덜미를 움켜쥐었다. 펠이 가이안의 뒷덜미를 움켜쥐었을 때 이미 팔라딘 갈르트는 피를쏫드여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펠은 아주 짧은 시간에 팔라딘인 갈르트를 쓰러트리고, 가이안의 뒷덜미를 잡아챘던 것이다. "으으으! 레온 형제님! 가인 형제님! 한스님! 크윽!" "이런, 이런. 조용히 해주셔야겠습니다, 가이안전하." 뭔가 말하려 했떤 가이안은 갑자기 뒤덜미로부터 느껴지는 엄청난고통에 몸부림쳤다. 이는 바로 펠이 가이안에게 마력을 주입했기 때문이다. 가이안은 세인트 왕국의 국왕이자, 가이안 교단의 팔라딘! 그의 몸에는 상당량의 신성력이 존재했다. 그런 그의 몸에 펠은 마력을 주입했고, 당연하게도 그의 몸 안의 신성력은 몸으로 들어옴 마력에 반발했다. 그로 인해서 가이안은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된 것이었다. "한스님. 가이안님은 이미 결단을 내리신 상태입니다." "부디 최선을 다하시길." "쳇! 이래서 신의 종자들이 싫다니까!" 팍! "크아아악!" "셰인!" 팍! 팔라딘들의 말이 끝나자마자 가기안을 그대로 던져버린 펠은 반대로 뛰어나갔다. 동시에 한스는 셰인의 이름을 불렀고, 대기하고 있던셰인은 그대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런 셰인의 검에는 데스 오라라고 생각되지 않은 새하얀 오러가 맺힌 채 휘둘러지고 있었다. 씨익! 콰콰콰쾅! [크아아아아!] "셰인!" 자신을 향해서 달려드는 셰인을 보며 미소까지 짓는 펠, 그리고 잠시 뒤에 일어난 어둠과 빛의 향연과 폭발.그 폭발은 셰인을 그대로 덮쳤고, 지금까지 탄생한 이후로 단 한 번도 비명을 지른 적 없던 셰인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셰인의 비명을 들은 한스는 빠르게 몸을 날렸고, 셰인의 영혼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서 뛰었다. 빛과 어둠의 향연이 있은 뒤 일어난 폭발에 휘말린 셰인은 망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데스 챔피언, 그중 최고의실력을 자랑하는 셰인이 말이다. "셰인." [로, 로드, 면목없습니다. 크윽!] 셰인은 망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폭발에 휘말려서 하체는 이미 사라져 있었고, 상제 역시 반 이상이 사라진 상태였다. 거기에 이상한어둠과 빛이 셰인의 몸을 잠식해가고 있었고, 잠식된 부분은 부서져나가고 있었다. 사악! [크윽!] [빌어먹을! 로드!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끄덕! 갑자기 나타난 볼케이노와 프로스트는 동시에 잠식되지 않은 부분의 셰인의 몸을 베어낸 후 뛰쳐나갔다. 그런 볼케이노와 프로스트의 행동에 한스는 화를 내지 않았다. 만약, 그러지 않았따면 셰인은 그대로 소멸하고 말았을 것이니 말이다.한스는 그대로 단검을 꺼내어 손바닥을 베었고, 어깨와 머리만 남은셰인에게 피를 뿌렸다. 그렇게 뿌려진 피는 셰인에게 흡수되어갔고,곧 어깨와 머리만 남은 셰인은 붉은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한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스의 피로 인해서보호되기 시작한 셰인은 비로소 소멸을 면한 것이었끼 때문이었다. 한스는 셰인을 아공간에 넣고는 볼케이노와 프로스트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모두를 속여 온 펠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셰인을 순신간에 소멸시킬 뻔했고, 자신이 압박해놓은 죽음으로부터 자유롭게 움직였으니 말이다. 한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셰인에게 사용한 그 힘, 그리고 죽음으로부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그 힘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의문은 그렇게 오래 가지 못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으니 의문을 푸는 것은 나중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한스는 몸을 날렸다. 한스가 몸을 날린 당시 라스트 포트 성벽 안쪽과 바깥쪽에 형성된막사촌에서는 큰 혼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마물의 씨앗이 부화해 마물이 나타난 것도, 몬스터들이 등장해서 사람들을 학살해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바로 사람들이 미쳐서 날뛰어 혼란이 일어난 것이었다. 그렇게 미쳐 날뛰기 시작한 사람들은 수백, 수천에 이르렀다. "크윽!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미쳐 날뛰는 사람 한 명을 제압한 게일은 소리쳤다. 미쳐 날뛰기 시작한 사람들은 대부분 일반인이었다. 검이나 마법이라고는 모르는 일반인 말이다. 그렇지만 미쳐 날뛸 때 그들은 일반인 이상의 힘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상당한 실력자인 게일은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만약 죽일 수 있는 적이라면 쉬웠겠지만, 미쳐 날뛰는 이는 평범한 사람이였으니 말이다. 힘들게 사람들을 제압한 게일은 곧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쳐날뛰기 시작한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무슨 짓을 한 거지?] "아아, 이거. 내가 손을 좀 썻지. 키키키!" 혼란에 빠진 라스트 포트를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는 펠 안의 또다른 펠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서 육체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다른 자신에게 물었다. "키키키! 네가 그간 사람들을 치료하고, 축복을 내릴 때 나도 손을좀 썻지. 네가 축복을 내린 사람들에게 버서커 마법을 걸어놨지. 언제든 발돌할 수 있또록 말이다." [버서커 마법을! 네이놈!] "키키키! 이봐, 진정해. 어차피 다 우리 좋으라고 한 일이라고." [크윽!] 버서커 마법! 정신계 마법 중 정신 파괴 마법과 더불어 최악의 마법중 하나! 그것을 일반인들에게 걸었던 것이라면 지금의 상황은 이해가 갔다. 버서커. 자신이 죽을 때까지, 생명력이 다할 때까지 싸우는 광전사를 만들어내는 정신계 마법. 그렇지만 그것은 완벽한 것이 아니었다. 펠이 축복을 건 사람은 수천여 명. 그 수천여 명에게 버서커 마법을 언제든 발동하도록 마법을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만약 버서커 마법이 완벽했다면 그냥 미쳐 날뛰는 것으로 그치지않고, 무자비하게 살육이 자행되었을 테니 말이다. "목표물 발견!" 펠이 말한 목표물은 다름 아닌 한나였다. 한나는 미쳐 날뛰는 사람들 사이에서 연신 홀드를 사용하며. 일반인들의 도움을 받아 제압하고 있었다. "성자님!" "키키키! 아무래도 여기서는 네가 나설 필요가 있겠지. 잘해보라고." 그렇게 말하며 펠은 또 다른 자신에게 주도권을 넘겼다. 한나는 펠을 발견하고는 희미하게 웃어 보이며 다가왔다. "성자님! 부디 정신계 정화 마법을! 지금 미쳐 날뛰는 사람들은 버서커 마법의 아류 마법에 당해 있어요!" "예." 우우우웅! 파악! 펠은 한나의 말에 신성력을 끌어올려 정신계 정화 마법을 시전했다. 그 정신계 정화 마법이 시전된 곳에 있던 미쳐 날뛰는 사람들은그대로 정신을 잃고는 쓰러졌고, 그 주위에 있던 일반인들은 펠을 우러러 보기 시작했다. "정말 다행이에요. 마침 나타나주셔서 말이에요." "아닙니다, 어차피 제가 해야 할 일인데……." 쉬익! 쾅! [물러나십시오! 한나님!] 두두두두! 쾅! 쾅! 쾅! 한나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인지 할 수가 업었다. 저 멀리서 오러가 가득 담긴 화살을 날리는 이는 한스의 수하 중 하나인 킬이었고. 팬텀스티드를 타고 전력을 다해서 돌진해오는 이튼 켈트였으니말이다. 한스는 부하 들이 성자인 펠을 공격하고 있다. 그런 갑작스런 상황을 하나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러가 가득 담긴 킬의 화살도 팬텀스티드를 타고 돌진해온 켈트의창도 신성력의 막을 뚫지 못하고 있었다. "성자님?" "한나님, 저희와 가주셔야겠습니다." "네?" 퍽! [네 이놈!] 한나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키는 펠의 모습을 본 켈트는 분노하며소리쳤고, 그대로 팬텀스티드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신성력의 막앞에 선 켈트는 상체만 뒤로 돌린 뒤, 재빨리 회전시키며 외쳤다. [싸이클론!] 콰콰콰콰! 팍! 팍! 팍! 팍! 싸이클론. 그것은 켈트의 비기 중 하나였다. 상체를 회전시켜 얻은 탄력과 손 안에서 회전하는 랜스를 이용한 켈트만의 기술! 그렇게 신성력의 막과 부딪친 싸이클론. 이어서 오직 한곳만을 노리며 계속 쏘아지는 킬의 화살. 오직 한곳만을 노린 연사는 계속되었고, 회전하는 랜스와 한곳만을노리고 쏘아지는 화살의 충격을 계속해서 받아낸 신성력의 막은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깨져라!] 콰콰콰콰! 팍! 콰콰콰쾅! 균열이 간 막이 깨어져나가며 일어난 폭발! 그 폭발은 그대로 켈트를 덮쳤고, 폭발로 인해서 거대한 먼지구림이 형성되었다. 파악! 그때, 먼지구름 속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것은 켈트가 휘두른 랜스로 인한 것이었다. 먼지구름이 사라진 뒤 드러난 켈트의 모습은 망신창이였다. 한쪽발과 한쪽 팔이 사라진 상태였고, 몸 여기저기에서 큰상처가 나고, 몸의 일부가 허물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켈트는 랜스를 계속 휘둘러 먼지구름을 없애기 시작했다. 그렇게 켈트의 랜스에 의해서 사라진 먼지구름들이 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한나를 기절시킨 펠도, 정신을 잃은 한나도. 콱! [크아아아아아!]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한 켈트는 소리쳤다. 그런 켈트의 외침. 그것은 주군이 자신에게 맡긴 임무를 다하지 못한. 장차 주모가 될지 모르는 이를 남치당한 기사의 비통한 외침이었다. 쾅! 상당 거리에서 펠과 한나가 없음을 확이한 킬은 그대로 주먹을 내리쳤다. 감점을 잘 드러내지 않는 킬은 진정으로 분노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낸정을 되찾고는 켈트를 향해서 다가갔다. 지금 중요한 것은켈트를 진정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켈트의 상태는 위중했다. 라스트 포트 안쪽과 외곽 쪽에서 일어난 대혼란. 그 혼란은 작은 피해를 남겼지만, 그 이상의 상처와 분노가 생겼다. 성자라고 여기던 이의 배신. 그것은 수많은 평민들과 병사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한나라는 한 여인이 납치된 사실은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데스로드 한스와 모든 죽은 자들을 분노하게 했다. 그렇게 사건이 벌어진 뒤 사람들은 마음을 수습할 새도 없이 다시긴장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한 가지 소식 때문이었다. 바로 마왕군,마족과 흑마법사, 모스터들의 대군이 진군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렇게 중간계를 건 전투는 막바지를 향해서 나아가고 있었다. 12권에서 계속 커넥션 12권 by 은빛아이유 63장 대륙에 부는 전쟁의 바람 척!척!척! 수십, 수백만에 이르는 보병들의 발소리와 대열을 맞춰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듣고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히이이잉! 보병들의 대열을 따라 역시 대열을 갖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기마대의 모습은 보병들 못지않게 설레게 했다. 땅 위에는 보병과 기마대가, 하늘에서는 와이번을 탄 용기병과, 와이번 라이더와 그리폰을 탄 그리폰 나이트들이 공중을 장악한 채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병력이 진군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이들은 모두 그 모습에 놀라거나, 수많은 병력들로 인해 생겨난 군기에 반응해 진지하게 보기보다는 어딘가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지금 저렇게 투지와 군기를 불사르며 나아가는 수십, 수백만에 이르는 사람들 중 멀쩡히, 아니 살아서 돌아올 수 있는 이들이 몇 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들로부터 눈을 떼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을, 가족들을, 크게 나아가 이 중간계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나아가는 이들이었다. 그 사실은 지금 나아가고 있는 보병과 기사, 마법사, 신관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뒤 돌아보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는 것은 진군식 때 황제가 말했던 2가지의 상황뿐이다. 자신이 죽어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해 가족과, 지켜야 할 이들에게 용서받을 때. 끄리고 영광스러운 승리를 얻어 되돌아올 때였다. 이 두 생각은 라스트 포드, 인류의 마지막 요새라고 불리던 그 도시에 집결한 모든 인간들의 병력. 인류 역사상 몇 없는 중간계 수호연합군이라는 거창한 군단명을 사용하는 대군. 이 대군을 구성하는 구성원들. 자신의 가족과 친지. 이 대지를 지키기 위해 나아가는 이들과 지키기 위해 떠나간 이들이 돌아올 곳을 지키기 위해 남은 이들. ............................................................................................ "한스, 정말 괜찮냐?"" "아아, 괜찮아." "아빠, 마차 안으로 들어가서 주무시는 게....." "괜찮아, 레이." 불안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레이는 여전히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아, 모두를 걱정시킨 건가. 내 주위에 말을 타고 지나가는 일행들. 게일 형과 아트 형. 헌트 형과 지크 형, 크리스와 데인. 퓨리와 메이. 그리고 레이와 에나 누나. 마지막으로 작은 한스를 비롯한 모두는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내 모습이 그렇게 걱정스러운가. 난 잠시 작은 손거울을 꺼내어 바라보았다. 하~아. 이렇게 망가졌었나. 모두 걱정할 만하군. 빨갛게 충혈된 눈과 다크서클, 그리고 왠지 모르게 창백한 안색, 거기에 며칠간 제대로 된 식사도 못해서인지 쪽 빠진 살까지.... 이 모든 것들이 합해져 상당히 기괴한 모습을 만들고 있었다. 나 너무 무리한 건가. 나는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다시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모두의 말대로 좀 쉬어야겠군. "게일 형." "응?" "나 좀 쉴게. 혹시 무슨 일 있으면 깨워줘." "그래, 잘 생각했다. 좀 쉬어라. 설마 간댕이가 부어터진 마족이라도 이만한 대군에 쳐들어오겠냐. 그리고 쳐들어와도 우리가 다 알아서 처리할 테니깐 걱정말고 자라!" "그래라. 자기 전에 간단히 식사라도 하고." "스승님, 지크 형님이 그러시는데 먹는 게 남는 거라고 하셨어요!" "암. 먹는 게 남는거지!" 모두들 나에게 한마디씩 하는 것을 들으며 난 우리에게 배정된 개조된 12인용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이 마차를 끄는 것은 4마리의 팬텀스티드였기에 일반 마차와 비교해 엄청난 무게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난 마차 한쪽에 놓여진 침대에 누웠다. 전장에 나가는데 마차에 침대까지. 너무 호사를 부리는거 아닌가. "후훗." 거울을 봤을 때 밀려오던 피로와 수면 욕구는 막상 침대에 눕자 사라지고, 대신 여러 가지 딴 생각이 떠올랐다. "한나가 펠에게 납치된 지 벌써 보름이나 됐나." 으드득. 그때 왜 데스 챔피언들을 붙여둔 것일까? 왜 하필 그때 펠을 놓쳤던 것일까? 펠이 신성 마법진을 파괴했을 때, 증거를 잡았을 때 죽였다면 한나가 납치당하지도 않았을 텐데. "제길." 난 결국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냥 누워서 잘 순 없었다. 한나가 납치당한 지 벌써 보름째다. 그런데 아직도 한나를 납치한 펠로부터도, 펠에게 한나를 납치할 것을 지시한 이로 추정되는 마왕으로 부터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이것이 나를 점점 더 초조하고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한나는 지금 어떻게 지낼까? 밥은 제대로 먹고 있을까? 잠은 제대로 자고 있을까? 아니, 최소한 살아나 있을까?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아무것도 확일할 수 없다.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이. 나의 소중한 이. 내가... 사랑하는 이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날 지치게 했다. 벌써 보름째 잠도 자지 못하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나마 수분만 간간이 섭취해줄 뿐.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멀쩡하게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몸 안에 무수히 존재하는 마나들 덕분 이다. 어디 그뿐인가. 대기에 퍼져 있는 생명도 나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몸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고, 몸 안에 있는 생명들은 원래 몸에 축적되어 있는 양분들과 내가 그나마 가끔씩 마시는 물에서 생명을 최대한 쥐어짜내 정상적인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아마도 난 얼마 가지 않아 기절하고 말겠지. "이거, 이거, 생각 이상으로 상태가 안 좋군요. 키키키." 흠칫! "....." "키키키. 그렇게 지친 상태에서도 아직 먹을 수 없다니, 대단하군요. 키키키!" 내가 앉아 있는 마차의 맞은편의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나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금 내가 타고있는 이 마차는 평범한 마차같이 보이지만 여러 마법 처리가 되어있다. 이 마차는 우리뿐만 아니라 체력이 약한 마법사와 신관들에게도 보급되고 있다. 실내온도조절 마법부터 시작해 암살자를 경계하는 겨계마법 등 갖가지 마법으로 처리된 마차다. 그렇기에 이 마차에 들어오려면 출발하기 전에 입력한 탑승자의 마나를 주입하고 문을 열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이 마차에 누군가가 들어와 있는 것이다. 거기에 내가 보름간 잠을 자지 못하고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했기에 지쳐 있다고는 하짐만, 그가 말하기 전까지 그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불완전하긴 하지만 데스로드인 내가 말이다. 난 천천히 어둠을 주시했다. 그리고 곧 이 마차에 침입한 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역시나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왜 마족과 신족은 원래 모습을 감추고 있으면서도 항상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을까? 난 갑자기 그런 의문을 떠올렸다. 내 눈 앞에 있는 이는 말 그대로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길게 늘어트린 흑발에 조각 같은 얼굴,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검은 눈동자. 누가 봐도 아름답다고 말할 외모를 지닌 자였다. 하지만 그런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입에서는 침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얼핏 보기엔 배가고파 보였다. 쓰윽. "이거 실례했군요. 너무 맛있어 보여서 말이죠." "...내가 말인가." "그렇습니다. 아아, 하지만 아쉽군요. 이렇게 지치고 약해져 있는데도 먹을 수 없다니. 과연 데스로드라고 할까요. 키키키!" 계속해서 침을 닦으면서 말하는 마족. 내가 맛있어 보인다라. 그러면서도 먹을 수 없다니. 조금 이상한 마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이 마족.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었군. 수백만에 이르는 대군. 그것도 보병만이 아닌 기사와 성기사, 신관에 마법사까지 포함된 이 대군의 틈에 있는 나를 만나러 오다니 말이야. "일단 이렇게 나를 만나러 온 너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하긴 수백만에 이르는 대군 사이를 뚫고 당신을 만나러 오는 건 정말 힘들었습니다. 키키키!" 기분 나쁜 웃음이군. "마족. 네 이름은 뭐지?" "참, 제 소개를 깜박했군요. 제 이름은 글러트니라고 합니다." 글러트니(Gluttony). 7개의 죄악, 즉 탐식, 탐욕, 나태, 음란, 교만, 시기, 분노 중 탐식을 뜻하는 것이다. 왠지 연신 침을 닦아내는 마족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트니라... 그래서 내가 '맛있어' 보인다고 했던 건가?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군. 하지만.... "최악이야" "찬사에 감사드립니다. 키키키!" "마족, 왜 이곳으로 나를 찾아왔지. 네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들켰다가는 소멸은 피할 수 없을 텐데. 뭐, 어차피 살려둘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우우우웅! 척!척!척! 나의 의지에 따라 글러트니를 옭아매는 죽음들. 그리고 어느새 모습을 드러내 글러트니의 목과 심장에 데스 오러가 가득한 검을 가져다대고 있는 데스 챔피언 셰인과 볼케이노, 프로스트였다. "이거 당장이라도 제 목을 베어버릴 기세로군요. 키키키!" "원한다면 당장 베어줄 수도 있다." "이런. 무서워서 오줌이라도 지릴 것 같은데요. 키키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글러트니는 여유가 넘쳤다. 기분 나쁘군. 이런 상황에서 여유를 부리다니. 스윽. "잠깐! 잠깐! 이거 너무 여유를 부렸군요. 잠깐만 제 이야기를 들어 주시겠습니까?" "...들어보기로 하지." 내가 손을 들어 셰인과 볼케이노, 프로스트에게 지시를 내리려는 순간 글러트니가 기겁하며 소리 쳤다. 그 모습에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던 차에 내가 다시 손을 내리자 데스 챔피언 셋의 검이 글러트니의 목과 심장에서 조금 떨어졌다. 그제야 글러트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잠시 나를 바라본 뒤 입을 열었다. "후~우. 더 이상 여유는 부리지 않겠습니다. 한스님. 다시 제 소개를 하죠. 저는 현재 중간계에 강림한 마왕. 스스로를 마황이라 칭하는 마왕 샤크바프론의 넷째 아들 글러트니라고 합니다. 그리고 ...펠에게 그대의 반려인 한나를 납치하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지요." "뭐라고!!" 덥석! "네가, 네가! 한나를 납치하도록 시킨 장본인이란 말이냐!" "아까 말씀드렸지 않습니....." 퍽! 퍽! 퍽! 퍽! "네놈이!" 퍽! "한나를!" 퍽! "납치하게 한!" 퍽! "장본이이라는 거냐!!!" 퍽! 퍽! 퍽! 누군가를 주먹으로 팬 것은, 아니 일방적으로 구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얼굴이 일그러지도록, 원래의 형체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손에서 피가 나도록 때렸다. 순간, 한나를 납치하게 한 장본인 이라는 글러트니의 말은 나의 이성을 흐리게 했고 분노케 만들었다. 나는 숨이 가빠오도록 계속 글러트니의 얼굴을 내리쳤다. 그리고 정신을 막 차렸을 때 녀셕은 얼굴이 일그러진 채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하~아. 하~아." "키키키. 역시 당신도 인간이군요. 키키키!" "이익!" 덥석! 얼굴이 일그러진 상태에서 바닥을 나뒹굴면서도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는 글러트니에게 죽음을 압축시켜서 날리려는 그때, 팔을 잡는 이가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셰인. 내가 가장 믿고 있는 데스 챔시언 셰인이었다. "셰인......" [로드, 진정하십시오. 이대로라면 저 녁석에게 놀아나는 겁니다. 그리고 녀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렇게 쉽게 죽여서는 안됩니다. 로드.] "...크으! 제길!!" 퍽! "큭! 키키키!" 으으으! 나의 발에 얼굴을 차이고도 여전히 웃는 글러트니를 당장이라도 쳐 죽이고 싶었지만 참았다. 셰인의 말대로 녀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렇게 쉽게 죽여서는 안 된다. 그렇게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면서 분노를 삭이려 애썼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조금 진정되었다 싶어 나는 글러트니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녀석의 얼굴은 이미 완전히 회복된 상태였다. 역시 마족이라 할까. 엄청난 회복력이었다. "키키키! 이제 이야기해 볼 생각이 드셨나 봅니다." 그런 기분 나쁜 웃음 집어치워라! 당장이라도 죽여 버리고 싶어지니까!" "키키키! 죽이고 싶으면 죽이십시오. 다만 그렇게 되면 다시는 사랑하는 한나 양을 보실 수 없을 겁니다. 키키키!" "이....이!" [로드!] 글러트니의 도발, 그리고 그에 흥분한 나를 말리기 위해 셰인이 다시 나섰다. 덕분에 난 간신히 분노를 삭일 수 있었다. 제길! 이런 놈의 도발에 놀아나면 안돼! "후~우. 말해봐." "키키키! 뭘 말입니까?" "네가 한나를 납치하게 한 당사자라면! 나를 찾아왔다면! 분명 요구조건이 있을 것 아니냐! 어서 말해라!" "키키키! 조건 말이십니다? 키키키! 없습니다." "없다고? 지금 장난해!!!" "아아. 자세히 생각해보니 없는 건 아니군요. 키키키!" [진정하십시오, 로드.] "알고 있어, 셰인." 나를 계속 도발하는 글러트니의 행동은 충분히 나를 분노케 했지만 난 그 분노를 풀 수 없었다. 무었보다 그러트니는 한나를 납치하게 한 장본인이고, 한나를 보호하고 있는 녀석일 테니까. 진정하자, 진정해. 녀석에게 한나의 안전이 달려 있어. "어서 말해라." "키키키! 조건은 아주 간단한 겁니다. 이대로 마왕군을 토벌해 주십시오." "뭐라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릴까요? 이대로 마왕군을 토! 벌! 해! 주십시오." 처음엔 잘못 들었나 했다. 그렇지만 같은 내용을 두번이나 들었다ㅏ. 그것도 첫 번째 말한 것과 동일한 내용을 말이다. 분명 글러트니가 자신을 소개하길, 마왕의 넷째 아들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대로 마왕군을 토벌해달라는 것은 자신의 아버지의 군대를, 자신의 아버지를 물리쳐 달라는 것 인데...... 이 녀석 정말 마족이 맞는 건가? 자신의 아버지를 돕지 못할망정 오히려 토벌해달라니. "글러트니, 넌 방금 자신을 소개할 때 마왕의 넷째 아들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랬습니다. 저는 분명 마왕이신 샤크바프론의 넷째 아들입니다." "그런데 나보고 이대로 마왕군을 토벌해달라고?" "예. 그렇습니다. 그것이 제 조건입니다. 킥!" 또다시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글러트니. 그러나 그가 한 말은 모두 진실이었다. 이 녀석은 진짜로 마왕군의 토벌을. 자신의 아버지인 마왕을 물리치라고 말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조건을 내건 거지?" "무슨 생각이라니요? 흠... 그냥입니다. 그냥." "그냥?" "예. 그냥. 참!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말해봐." "이 조건은 조금 힘들 겁니다. 저의 아버지. 마왕 샤크바프론을 물리치되 살려두십시오." "살려두라고?" "예." 마왕군을 토벌하고 자신의아버지를 물리치라면서 마왕인 아버지를 살려두라고? 나는 너무도 어이가 없어 글러트니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 녀석, 진심이다. 진심으로 그러길 바라고 있었다. "물리치되 살려두라."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저희 아버지는 본체와 함께 넘어오셨으니까요. 키키키! 하지만 전설의 데스로드라면 충분히 죽이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면 곤란하거든요. 그러니 저희 아버지를 물리치되 살려주셔야겠습니다." "........" "이 조건만 지켜주신다면 데스로드, 한스님의 반려이신 한나님은 무사히 한스님의 품으로 돌아가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 허락하지."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말했다. 나쁘지 않아. 어차피 마왕은 처리해야 할 적이다. 솔직히 내가 마왕을 물리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받아들였다. 그래야 최소한 마왕을 물리칠 때까지 한나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테니까. "역시 데스로드시군요. 단번에 제 조건을 받아들이시고요. 그럼 이건 제 성의 표시입니다." 우우웅. 허공에 손을 뻗어 아공간을 여는 글러트니. 그런 그의 행동에 데스 챔피언들은 다시 검을 그의 목과 심장에 가져다댔지만 글러트니는 연신 여유 있는 표정과 몸짓으로 아공간에서 천천히 손을 뺐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수정구였다. 영상을 저장하거나 보여주는 수정구 말이다. 휙! 탁! "자, 확인해보시죠." "......" 난 잠시 글러트니를 바라본 뒤 수정구에 마나를 주입했다. 그러자 수정구가 서서히 마나를 흡수해 빛을 내더니 곧 사그라졌다. 그리고 그 안에는 저장된 영상이 떠오르기 새작했다. 수정구에 비치는 영상. 그것은 다름 아닌 납치된 한나의 모습이었다. "한나야!" 항상 입고 다니던 로브로 인해 가려졌던 붉은 머리를 아무렇게나 늘어트린 채, 역시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이 비쳤다. 난 한동안 수정구에 비치는 한나의 모습을 응시했다. 장장 보름만에 보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식사는 제대로 했을까? 또 잠은 제대로 잤을까? 혹시 고문은 당하지 않았을까? 갖가지 생각이 떠오르며 더욱 한나의 모습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다행히 고문 같은 고된 일을 당한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 조금 말라있었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는지 피곤해 보였다. "...한나야." "저희도 소중한 인질이신 한나 양을 최대한 편하게 모시느라 참 고생이 많았습니다. 마나를 제한하고 일정 지역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제국의 황제 그 이상의 대접을 해드리고 있는데, 뭐가 그리 불만이신지 제대로 식사도 하지 않고 잠도 주무시지 않으며 매일같이 울어대니 정말 지치더군요." "......." "그래도 간간이 한스님에 대한 소식을 가져다 주니 좋아하시더군요. 그때만큼은 식사도 하고, 잠도 제대로 주무시고요. 맞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한스님이 한마디 하지죠. 편안하게, 최대한 즐기면서 지내라고요. 그러면 저희도 한나님을 관리하기가 한결 편해질 겁니다." 으드득! 글러트니의 말에 분해져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글러트니는 연신 여유 만만한 표정으로 나를 마주 볼 뿐이었다. 당장이라도 사로잡아 한나가 있는 곡을 알아내고 싶었다. 설사 저 녀석의 영혼을 파괴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하지 못했다. 순순히 잡혀줄 만한 글러트니도 아니었고, 뭔가 대비를 하고 왔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잠시 손에 들린 수정구를 바라보았다. 이미 한나가 비치던 영상은 사라진 상태였다. 방금 전 수정구에 마나를 주입하면서 알 수 있었다. 이 수정구는 저장된 영상을 보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장된 영상을 지우고 다른 영상을 저장할 수 있음을 말이다. 나는 수정구에 다시 한 번 마나를 주입했다. 그러자 수정구는 아까 영상을 보여주기 전처럼 빛을 내더니, 얼마 가지않아 아까 전보다 강렬하진 않지만 사리지지 않고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그 빛은 영상 저장 모드에 들어갔다는 것. 난 수정구를 보며 말했다. "기다려. 반드시 데리러 갈 테니까." ............................................................................................. [기다려. 반드시 데리러 갈 테니까.] "오라버니........" 자신을 납치한 장본인이라고 말한 글러트니가 가져다준 수정구. 그리고 그 안에 보이는 10여초간의 짧은 영상과 함께 들린말. 비록 짧은 말이었지만 그것은 한나에게 큰 힘이 되고,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역시 좋아하는 분들끼린 뭔가 통하는 모양이죠. 겨우 이렇게 짧은 영상을 보고 기뻐하시는 것을 보니 말이에요. 키키키!" "........" 갑자기 들려온 글러트니의 목소리에 마법 수정구의 한스를 그리워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한나는 단번에 표정을 바꾸어 그를 노려보았다. 만약 눈빛으로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일 수 있다면 수십 번을 죽이고도 남을 정도였다. 글러트니는 바로 한나를 납치하게 한 원흉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글러트니는 그런 한나의 눈빛을 받으며 오히려 즐겁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그런 그의 표정을 보며 한나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전쟁 중에는 구하기 힘든 고급 천으로 만들어진 드레스, 자신을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는 장신구들, 그리고 양팔에 강제적으로 차인 팔찌들.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한나는 마족에게 납치된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음식에서부터 잠자리 목욕 시중, 거기에 넓진 않지만 산책까지 가능한 환경. 도저히 납치된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대접이었다. 하지만 무엇 하나 한나의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없었다. 납치된 이후 한나는 줄곧 아무것도 하지않고 계속 불안해했다. 그 불안은 마족이 자신을 죽일까가 아닌 자신이 납치됨으로 인해 피해를 받아야 하는 이들, 한스를 비롯한 자신의 일행들 때문이었다. 마족이 자신을 이용해 일행들을 핍박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불안은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지만 지금까지와 다르게 한나의 얼굴에서 불안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방금 전 수정구의 영상에서 한스가 한 말이 한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한나는 문득 자신의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겉보기에는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사실 이 팔찌는 마나 억제 팔찌였다. 체내의 마나든, 체외의 마나든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치명적인 마법 아이템인 것이다. 이것을 찬 한나는 더 이상 7서클 마법사가 아닌 그저 평범한 여자에 불과했다. "자!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가지로 준비할 게 많거든요. 키키키! 부디 편안히 계십시오, 데스로드의 반려시여. 키키키!" "......." 글러트니는 고개를 숙여 장난스럽게 인사를 하고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글러트니가 사라진 뒤 한나는 다시 마법 수정구를 바라보고는 그것을 발동시켰다. [기다려. 반드시 데리러 갈 테니까.] 수정구에서 나오는 한스의 영상과 목소리. 그것을 보며 한나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이내 그리워했다. "기다릴게요. 오라버니가 저를 데리러 오실 때까지." ............................................................................................ "전 따로 행동하겠습니다." "뭐라고!"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내 말에 진군하고 있던 연합군 지휘 본부의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그 자리에 있던 이종족 대표들도 상당히 놀라워했다. 그러나 가장 놀란 것은 인간 측 연합군의 총사련관으로 임명된 전대 위즈덤 공작님이었다. 아니, 이제는 원로님이라고 불러드려야지. "어째서인가? 자네는 우리 연합군 중 인간 측 군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네. 그런데 갑자기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군." "그건 제가 데스로드, 네크로맨서이기 때문입니다." "네크로맨서가 뭐 어쨌단 말인가? 네크로맨서라면 자네 말고도 얼마든지 있네. 그런데 자네가 네크로맨서인 것과 따로 행동하겠다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나?" 위즈덤 원로님의 말씀대로 이곳에는 나 이외에 수많은 네크로맨서들이 있다. 수준이 모두 각기 다르지만 분명 그들도 네크로맨서인 것은 확실하다. 나 역시 네크로맨서이다. 그러나 내가 평범한 네크로맨서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가 될 뿐이었다. 나는 데스로드, 모든 죽은 자들인 언데드들의 군주인 것이다. "일반적인 네크로맨서라면 상관없습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제가 평범한 네크로맨서가 아닌 데스로드,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여기 계신 지휘관 여러분,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네크로맨서들이 다루는 언데드들을 보면 무엇이 생각나십니까?"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인가?" 문득 엉뚱한 질문을 하는 나를 보며 위즈덤 원로님을 비롯한 지휘관들, 거기에 이종족들의 대표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음, 썩은 시체." "난 썩은 고기가 생각나네." "걸어다니는 시체." "역행." 제일 먼저 페어리들의 대표가 말하고, 라이칸스로프들의 대표가 말을 이었다. 그 후, 계속 말을 했는데 대답은 모두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여러분이 한 대답, 아주 잘 들었습니다. 대답은 모두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죽음이란 것이죠. 썩은 시체, 썩은 고기, 걸어다니는 시체 등 이 모두의 공통점은 사전에 이미 죽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죽음 때문에 제가 따로 행동하겠다는 것입니다." "죽음이 자네와 무슨 관련이 있...." 우우우웅. 스스스스. 위즈덤 원로님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난 죽음을 끌어올려 바로 내 눈앞에 있는 탁자와 내가 앉은 의자, 그리고 지금 들어와 있는 막사의 천에 사용했다. 그러자 잠시 후 탁자와 의자, 막사의 두꺼운 천이 순식간에 부식되어 부서져 내렸다. 아니, 가루가 되어 바람에 휘날렸다. 이 모습에 자리에 있던 이들은 모두 놀라워했다. 투쟁심이 강한 라이칸스로프들은 놀랍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며 눈을 빛냈다. 드워프들 역시 신기해하며 나를 보았고, 엘프들도 조용히 가루가 된 탁자를 바라보았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이건 바로 죽음을 사용해 그런 겁니다." "죽음? 죽음을 사용해?" "여기 계신 분들도 아시겠지만 전 네크로맨서로서 스스로 죽은 자들의 군주라고 자처할 정도의 상당한 경지에 오른 자입니다. 그 덕분에 전 보다 근본적인 힘을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죽음과 생명입니다." 우우우웅. 파악! 그렇게 말한 뒤, 난 좀 전과는 상반된 힘인 생명을 끌어올려 다시 막사 여기저기에 퍼트렸다. 그 모습에 잠시 소란이 일었지만, 이내 막사 안에 있던 이들은 또다시 무척 놀라워했다. 내가 끌어올려 퍼트린 생명이 여기저기에 영향을 주었기 떄문이다. 그것을 인간 측 지휘관들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이종족의 대표들과 소드마스터인 위즈덤 원로님은 생명으로 인한 변화를 모두 알아채었다. "대, 대단하군! 그것이 자네가 알게 된 근본적인 힘이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네크로맨서로 인해 얻게 된 근본적인 힘. 죽음과 생명 중 바로 생명입니다. 이 두 가지 힘은 굉장한 것입니다. 생명을 사용하면 아군에게 힘을 북돋아줄 수 있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이라도 치료할 수 있습니다." "대단하군! 그렇다면 더더욱 자네는 이곳에 남아야 하네!" "하지만 죽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죽음은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습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니까요. 아까 보셨겠지만 이 죽음의 힘을 사용하면 죽습니다. 가루가 되든 썩든, 어떤 방식 으로든 죽습니다. 그리고 전 네크로맨서로서 생명보다 죽음을 더 이해한 자입니다. 저의 힘을 최대한 사용하기 위해서는 죽음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 죽음에서 무사할 수 있는 존재는 애초부터 죽은 존재, 언데드와 저 뿐입니다. 그렇기에 전 따로 행동하겠다는 겁니다." "으음." 내 말에 위즈덤 원로님을 비롯한 인간 측 지휘관들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과 다르게 나중에 합세한 이종족 대표들은 나를 신기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페어리들은 당장이라도 뭔가 물어보고 싶은 듯했고, 라이칸스로프의 대표의 눈에는 강한 투쟁심이 느껴졌다. 한편 드워프의 경우에는 그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무관 심으로 일관했던 엘프 대표 역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사용한 생명 때문인 것 같았다. "꼭 따로 행동해야만 하겠나?" "죄송합니다. 저의 힘을 최대한 사용하면서 아군에게 피해를 주지않기 위해서는 그 수밖에 없습니다." "후~우. 어쩔 수 없군. 허락하겠네. 다만 삼 일을 간격으로 정기적으로 연락을 하게. 그리고 자네 개인의 전력에 대해서 보다 자세히 알아야겠네. 자네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한 것 같으니." 그렇게 허락이 떨어지고 나서야 회의는 끝을 맺었고, 그제야 난 막사를 나설 수 있었다. "형제여." "응? 라오." 막사를 나서자마자 나를 맞아준 것은 다름아닌 라오였다. 그간 후계자인 호루스의 교육 때문에 바쁘다더니 시간이 생겼나. "모두 지켜봤다. 따로 행동한다고." "응. 내 힘을 모두 사용하기 위해서." "형제의 힘이라면 충분히 살아있는 이들이 있는 곳에서 사용할 수 있을텐데." "........" 역시 라오는 눈치 챘군. 하긴 라오는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니까. 아까 회의에서 말한 것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나의 모든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따로 행동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꼭 죽음과 생명을 사용해야만 내 힘을 모두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따로 행동해야 하는 이유는 죽음과 생명 때문이 아닌 전혀 다른 것 때문이니까. 단지 그떄 그렇게 말한 것은 따로 행동하기 위한 변명일 뿐이었다. "라오." "왜 그러나, 형제" 정말 미안해. 아무것도 묻지 말아줘. 그리고 부탁할게. 그 사실은 비밀로 해줘." "........" 아직 누군가에게 그 사실이 알려져선 곤란하다. 적어도 내가 떠날 때까지는. 나의 말에 라오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고, 나 역시 그런 라오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우리 둘은 서로를 응시한 채 기나긴 침묵을 지켰다. "나에게도 말할 수 없나." "미안." "...어쩔수 없지. 묻지 않으마. 대신 언제든 내 도움이 필요하면 나를 불러라. 나와 너는 형제. 네가 어디에 있든 난 네 곁에 나타나 너를 도울테니까." "라오." "난 호루스를 보러가마. 떠날 때 모두에게 이야기는 하고 가라.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큰코다칠 테니. 그리고 일행은 걱정하지 마라. 그들의 곁에는 내가 있다." 그렇게 말한 뒤 라오는 천천히 걸어 나갔다. 늘 라오에게 신세만 지는구나.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나를 돕겠다는 라오. 적으로 만났고 형제가 된 우리다. 라오, 정말 고마워. [로드,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수고했어. 셰인." "아빠....." 어느새 셰인과 함께 나타난 레이. 레이는 나와 심령으로 연결된 상태라 이미 나의 생각과 마음을 알 수 있었을 터. "아빠." "난 괜찮아. 그러니깐 걱정하지 마." 쓱쓱. 난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은 레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난 괜찮아. 그러니깐 걱정하지 마.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일이 무모하단 것은 알지만 난 강해. 그리고 나에게는 레이도 있고 수많은 수하들도 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마. 난 반드시 살아 남을거야.' 이렇게 속으로 말하며 난 레이와 함께 우리에게 배정된 막사로 향했고, 셰인은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 크아아아! 최익! 취익! 취익! 크르르르. 키키키키! 끼아아악! 척! 척! 척! 수많은 몬스터들. 고블린, 코볼트, 오크, 트롤, 오우거, 트윈헤드 오우거, 외눈거인 사이크롭스, 사막의 악마 바질리스크와 코카트리스, 악룡 와이번, 인간의 상반신과 조류의 하반신을 가진 하피, 거대한 박쥐 자이언트 배트 등 수십 종류의 몬스터들이 한데 어우러져 나아가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그 수는 엄청났다. 원래 이 중간계에 살아가고 있던 도중 마족의 마력에 이끌려 모여든 몬스터들부터 흑마법사들에 의해 짧은 생명을 가지긴 했지만 만들어진 몬스터들까지. 수만 봐서는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하지만 연합군의 군대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했다. 수적으로는 유리할지 몰라도 다른 방면에선 아직 연합군 측이 유리했다. 페어리를 통한 신속한 정찰과 기습이 가능하고, 오우거의 두꺼운 피부조차 찢어낼 수 있는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지닌 라이칸스로프도 있다. 거기에 신의 손이라고까지 불리는 드워프들이 만든 무기로 무장까지 하고 활과 검술, 마법과 정령술에 능한 엘프들이 있고, 마지막으로 동족 간의 수많은 전쟁을 통해 여러 전쟁 전술을 전승해온 인간의 군대까지 있다. 이렇듯 이 사상 최강의 조합은 수적 차이를 넘어 설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연합군 측도 승리를 장담할 순 없었다. 바로 몬스터들의 진형에는 살기 위한 투쟁이 계속 되는 대지인 마계에서 오직 살아남기위해 강해진 이들. 마족들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 현재 진군하고 있는 몬스터들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흑마법사들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나선 것이 마족들이었다. 이 중간계에 본신과 함께 소환된 마족들. 그들 때문에 연합군 측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또한 질적인 면에선 물론 연합군이 앞서지만, 적 몬스터 대군에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마왕, 스스로를 마황이라 칭한 마왕 샤크바프론이 있었다. 전쟁에서는 아무리 질과 수적으로 앞선다고 해도 절대적인 힘을 가진 하나의 존재로 인해 승패가 좌지우지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존재가 바로 마왕인 것이다. 이 마왕을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아무리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승리했다고 할 수 없었다. 물론 연합군 측도 이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전투를 하기 위해 나아갔다. 마족들 역시 몬스터들을 이끌고 나아갔다. "키키키! 오랜만에 피 맛 좀 보겠군." "어디 피뿐이겠어. 육질이 좋은 인간고기도 먹을 수 있을 거라고." "크크크! 전쟁, 전쟁이다! 싸우는 거다!" "좋아, 좋아. 중간계의 대전투라. 정말 재미있겠어. 크큭!" 몬스터들의 진형에 한데 모여있던 마족들은 그렇게 떠들어댔다. 살아남기 위해 강해지는 것이 목적인 종족, 마족. 그들은 매우 호전적이다. 그만큼 그들은 강하고, 피와 전투에 굶주려 있었다. 그런 마족이 중간계에서 전투를 피할 리 없었다. 그것은 마왕 샤크바프론 역시 마찬가지. 스스로가 직접 나선다면 순식간에 중간계를 점령할 수 있음을 고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나서지 않는 이유는 전투를 위해서, 완벽한 정복을 위해서였다. 압도적인 힘으로 순식간에 짓누르는 것은 큰 반발을 불러온다. 그렇기에 샤크바프론은 직접 나서지 않은 것이다. 아주 천천히 전쟁이란 것을 통해 순식간에 짓누르기보다는 천천히 조여 나갈 생각인 것이다. 압도적인 힘을 통해 천천히 어쩔 수 없다는 절망을 맛보게 해주면서 포기하도록 만들고, 이번 전쟁을 즐기기 위해서 말이다. 마왕이라고는 하나 그 역시 마족! 전투 종족인 마족인 것이다. 그런 마족이 엄청난 규모의 싸움을 오히려 즐기면 즐겼지, 피할 리 없었다. 크아아아아! 취익! 취익! 키키키키! 크크크크! 끼아아아악! 척! 척! 척! 오직 전쟁. 피로 강을 이루고, 시체로 산을 쌓기 위해 몬스터 군단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것이 자신들의 피와 시체일지, 아니면 연합군 측의 것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신들과 맞서 싸울 연합군의 군단을 맞이하기 위해 그들은 전진했따.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 크아아아아! 취익! 취익! 키키키키! 크크크크! 끼아아아악! 척! 척! 척! [거참, 징그럽게 많군.] [뭐, 많을수록 좋지 않습니까, 두목.] 몬스터 군단으로부터 상당 거리 떨어진 곳의 언덕, 그곳에서 한 무리가 몬스터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수는 총 157명이었다. 그 중 오직 13명만이 검은 갑옷을 입고 있었고, 나머지 144명은 하얀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렇게 다른 두 무리의 공통점이 하나 있었는데 모두 엄청난 덩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고작 157명이다. 몬스터 군단으로부터 좀 떨어져 있긴 하지만, 몬스터들 중에는 개의 몇십 배에 달하는 후각을 지니거나 상당한 시력을 지닌 몬스터들이 있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들이 발각될 위험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침착했다. 아니, 오히려 발견되기를 간절히 바랄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아쉽네, 아쉬워.] [그러게 말입니다, 두목.]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저희에게 맡겨진 임무는 정찰인데.] [다만 발각되면 전투를 벌여도 된다고 했지만 말입니다.] [전에 보니 오우거 녀석 후각이 상당히 좋던데.] [그리폰도 꽤 시력이 좋지 않았던가.] 스윽. 그렇게 말하며 그들은 장난스럽게 몬스터 군단을 바라보았다. 헬름으로 가려져 있어 얼굴 표정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유일하게 드러난 헬름의 눈 부분에서 빛나고 있는 그들의 눈은 자신들을 발견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절대로 바랄 일이 아니지만, 그들은 저 많은 몬스터들과 싸울 수 있길 원하고 또 원했다. 무려 수만, 수십만에 달하는 몬스터 군단이다. 그런 몬스터 군단에 발견되길 바라다니, 정말 비정상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존재 자체가 바로 비정상적인 것이었다. 157명의 엄청난 덩치를 가진 이들. 그들은 바로 언데드였으니 말이다. 그들 중 두목이라 불린 이는 바로 데스 챔피언 우라노스이고, 데스로드 한스 게이시스의 친위대라고 할 수 있는 데스 챔피언들 중 한 명 이었다. 나머지 156명 중 검은 갑옷의 12명은 우라노스의 친위대인 데스 서번트였고, 나머지 144명은 데스 서번들이 불러낸 본 브레이커들이었다. 그들 하나하나가 데스나이트 이상의 강함을 지닌 이들이었기에 엄청난 수의 몬스터 군단의 기세에도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언데드, 이미 한 번 죽은 이들이기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설사 그것이 소멸로 이루어질지라도. [뭐, 소멸될 일은 없겠지만 말이야.] 끼아아악! 캬아아아아! 그때, 혼잣말을 하던 데스 챔피언 우라노스의 귀에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의 근원은 바로 몬스터. 비행형 몬스터인 와이번과 그리폰, 그리고 하피였다. 드디어 우라놋의 그 수하들이 그렇게 바라던 일이 일어나고 만 것이다. [와우! 운이 좋은데. 크크크!] [그러게 말입니다, 두목.] [이거 오랜만에 몸 좀 풀겠군요.] 그런 수하들의 말에 우라노스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런, 이런. 얘들아, 적당히 해라, 적당히. 우리의 원래 목적은 정찰이고, 그 정찰 중에 '도망치기' 위해서 싸우는 것뿐이니까. 참고로 노무 깊이이 들어가는 녀석은 버리고 갈 거니까 알아서 해라] 우라노스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어느새 손에는 전용 무기인 거대한 워 해머를 들고 있었다. [예! 형님.] 끼아아악! 캬아아아아! 크아아아아! 키키키키! 잠시 후, 우라노스를 비롯한 데스 서번트와 본 브레이커들은 본격적으로 먼스터들에게 달려들었다. 한편 우라노스와 데스 서번트, 본 브레이커들이 몬스터 군단의 일부에게 발각되어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거리, 그곳에서도 상당히 많은 수가 몰려 있었다. 그들의 수 역시 157명.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은 프로스트와 프로스트의 데스 서번트, 그리고 데스 서번트들이 불러낸 프로스트 본 나이트들이었다. 그렇게 몬스터 군단이 있는 곳에 나타난 것은 우라노스와 프로스트 뿐만이 아니라 볼케이노를 비롯해 빌과 켈트, 킬까지 있었다. 그 거리는 수십만을 넘는 엄청난 수의 몬스터 군단의 외곽이었으니 가히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 떨어져 있었지만 높은 곳에서, 높디높은 하늘에서 보면 그들이 일정한 거리와 일정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하지만 오직 살육을 위해 움직이는 몬스터들 중에 그런 생각을 할 녀석은 없었고, 그런 몬스터들을 지휘하는 마족들조차도 오직 앞으로 일어날 대규모 전투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데스 챔피언들에 의해 몬스터 군단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한스가 준비한 '그것'의 형성에 도움을 주고 있었다. 한스가 준비한 '그것'의 형성은 점차 가속화되고 그때마다 수많은 몬스터들이 죽었다. 하지만 그 수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틀 뒤, 드디어 몬스터 군단과 연합군은 격돌의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 크르르르! 키이이이! 취익! 취익! 크아아아아! 끼아아악! 캬아아아! 쿵! 쿵! 쿵! 쿵! 꿀꺽!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 코볼트, 고블린, 오크, 트롤, 오우거, 트윈헤드 오우거, 미노타우르스, 사이크롭스, 바질리스크, 코카트리스, 록 웜, 자이언트 웜, 샌드 웜, 킹 스콜피온, 자이언트 스파이더, 맨티스, 맨티스 퀸, 리자드맨......... "살아 있는 동안 볼 몬스터는 다 보는 것 같군." 말 그대로였다. 젊었을 적 공작가의 후계자라는 지위를 감추고 여행했을 적에 가장 먼저 구입한 몬스터 도감. 아주 엉터리는 아니었지만 맞는 정보보다 틀린 정보가 많았던 그 도감에서 본 몬스터 들을 다 보는 것 같았다. "총사령관님.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렇군." 과거의 회상에 빠져 있을 시간은 없다. 난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이! 지혜의 위즈덤 공작가의 전대 공작, 휴머니즈 폰 위즈덤이다! 그렇게 난 속으로 외치며 이동했다. 덜덜덜! 꽉! 떨려오는 왼팔. 고스트 드래곤에 의해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뒤, 아들에게 공작의 지위를 넘겨줘 야만 했던 사건에서 유일하게 멀쩡했던 왼팔이 떨려왔다. 그 떨리는 왼팔을 의수인 오른팔로 꽉 쥐었다. 유일하게 남은 왼팔이 떨린다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몸이 절로 떨릴 정도로 이곳에 투기가 넘친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떨림은 다른 이들에게는, 앞으로 나가아 싸워야 할 병사들 에게는 보여선 안 된다. 무서워서, 겁이 나서 떨린다고 오해할 테니. 나는 지휘관. 그것도 수십, 수백만의 병력을 지휘하는 총지휘관이다. 그런 총지휘관이 몸을 떠는 모습을 병사들이 안다면 아군의 사기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그 떨림은 그렇게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착. "후~우." 아무리 기다려도 진정되지 않던 떨림은 허리에 차인 검을 쥐자 너무도 쉽게 잦아들었다. 그런 왼팔을 보며 난 한때 소드마스터로서의 전성기를, 최고의 권력과 그 권력에 맞는 책임을 지던 강인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 남은 것은 겉만 멀쩡한, 힘만을 잃어가는 모습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을 쥐자 떨림이 진정되다니. 왠지 씁쓸했다. 검을 잡은 왼손의 느낌도 너무도 낯설었다. 예전의 수족과도 같았던 검이....... "총지휘관님." "곧 가지." 부관의 재촉에 난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시선들이 느껴진다. 하급 병사들로부터 시작해 기사들과 작전 지휘관들의 시선, 통신 마법사들과 철갑기병들의 시선 등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시선이 느껴졌다. 그 시선에서는 각가지 감정이 들었다. 앞으로 싸워야 할 적에 대한 두려움과 승리를 향한 강한 열망, 패배를 생각한 두려움과 뭔가에 기대로 싶은 마음까지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꿀꺽. 절로 침이 삼켜진다. 입술은 바짝 마르고, 심장은 도저히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뛴다. 하지만 얼굴은 점점 굳어져간다. 이것은 습관. 아주 오래전부터 몸에 밴 습관이었다. 부담스럽고 모두의 기대가 한데 모일수록 의연하고 냉정한 표정을 짓는 것은 지휘관으로서, 전장을 나가는 이로서 몸에 배인 습관이었다. 얼마 후 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종족들의 병력을 비롯한 그들의 대표들이 모여 있는 곳에 말이다. "연설 준비는 끝났습니다." "수고했네." 연설은 작전을 세우고 명령하는 것 이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다. 왼팔 이외에 모두 의족과 의수로 이루어진 내가 할 수 있는 극소수의 일들 중 하나였다. 주체 없이 요동치던 심장도 진정되어간다. 수많은 시선에서 느껴지는 모든 이들의 의지가 나를 덮쳐왔다. "부관." "예." "음성 확대 마법을. 그리고 지금 내 영상과 목소리를 수정구를 통해 모두에게 전달해라." "예." 부관은 곧바로 움직였다. 난 다시 고개를 돌려 몬스터들의 진형을 바라보았다. 크르르르. 크아아아. 취익. 취익. 캬아아아아. 키키키키. 쿵. 쿵. 쿵. 쿵. 일부러 바로 돌진하지 않고 일정한 거리에서 울부짖으며 발을 구르고 있는 몬스터들이었다. 이는 이 자리에 있는 병사들이 겁을 먹고 공포와 두려움에 떨게 하기 위해서 하는 짓이리고 생각하고, 일부 병사들에게는 그 방법이 확실하게 먹히고 있었다. 공포와 두려움은 빠른 속도로 전염된다. 빠른 속도로 전염되는 그 공포와 두려움을 긍지와 용기로 바꾸는 것이 바로 내가 할 일이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 난 부관의 말에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평소 같았으면 연설문을 준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지 않았다. 이번 전쟁은 평범한 전쟁이 아니다. 이 중간계를 건! 중간계의 모든 종족의 운명을 건 전쟁이다. 그런 전쟁에서 연설문의 글 따위는 아무 소용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후회된다. 연설문을 준비할 것을. 이렇게 연설을 할 때가 다가오고 있는데도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머리도 멍해져 있었다. "총지휘관님." "...시작하지." 부관의 재촉에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앞에 마법사가 마법 수정구를 들고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잠시 후, 마법 수정구에서 빛이 들어왔다. 난 한동안 그 수정구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나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얼마 후 난 용기를 내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의 이름은 휴머니즈 폰 위즈덤. 전대 위즈덤 공작가의 공작이자 현 원로 중 한 명이며 이번 연합군의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이다." 그야말로 형식적인 말. 하지만 이렇게 말하고도 나의 입과 다르게 머리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 그 후, 난 조용히 저 멀리 보이는 몬스터 군단을 바라보았다. 나의 시선이 몬스터 군단으로 향하자 병사들 역시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 보았다. 물론 일부 지휘관은 군율을 들먹이며 나를 바라보도록 하려고 했지만 수많은 병사들을 일부의 지휘관만으론 모두 컨트롤 할 수 없었다. 여전히 들리는 몬스터들의 외침과 발 구르기를 본 병사들의 얼굴에는 공포와 두려움이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전염병처럼.... "난 현재의 지위와 나이를 접어두고 그대들에게 묻겠다. 그대들은 저 몬스터들이 두려운가!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전쟁이, 죽음이 두려운가!" "........" "........" 병사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 나의 직접적인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도 앞으로 있을 전투가 이 중간계의 운명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병사들에게 심각성을 전하기 위해 소문을 퍼트린 것이기에 그들은 이처럼 나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되는 침묵 속에서 난 다시 입을 열었다. "난.. 두렵다." "......!" 웅성웅성! "난 두럽다! 저 수많은 몬스터들이! 앞으로 일어날 전쟁이! 나에게 다가올 죽음이!!" 말 그대로 두려웠다. 예전에는 두려운 것이 없었다. 검을 든 자로서 누구나 꿈을 꾸는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었고, 공작이라는 지위도 얻었다. 강함과 권력 모두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라다. 검을 잡던 손 중 남아 있는 것은 왼손뿐이고 예전의 강대함은 사라졌다. 거기에 아들에게 공작의 지위까지 넘겨준 상태. 난 실질적인 권력을 가지지 않은 원로에 불과했다. 강함과 지위를 일은 것만으로도 약해진 것이다. 그렇기에 난 두려웠다. 전쟁이, 죽음이, 저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이.... 강함과 지위를 잃고 약해졌다. 그리고 강해졌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당연한 거다! 저 수많은 몬스터들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자가 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는가! 앞으로 일어날 전쟁을! 이 중간계를 건 정쟁이 두렵지 않은 이가 누가 있겠는가! 살아 있는 자들 중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 두려움 은 살아 있는 자로서 당연한 것이다!" 주변의 웅성거림은 사라졌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한다. 막연한 기대심을 품고 나를 바로보고 있었다. "두려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다만 그 두려움을 이겨내느냐! 그 두려움에 굴복하느냐가 다를 뿐이다! 난 극복할 것이다! 그리고 싸울 것이다! 이 중간계를 지키기 위해서란 거창한 간판을 걸고가 아닌 나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나의 가족! 나의 후손! 내가 살아갈 이 땅을 위해서! 난 싸울 것이다!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난 계속해서 싸울 것이다. 설사 그 끝에 패배가 있을지라도! 그것이 내가 할 일이기에! 나에게 주어진 일이 기에! 난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싸울텐가! 도망칠 텐가!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바로 그대들이다." 그 말을 끝으로 난 입을 닫았다. 과연 이런 나의 연설이 병사들에게 효과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그들에게 혼란을 가중시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선택해야 한다. 싸울지, 아니면 도망칠지. 그때가 지금이 될 수도 있고, 나중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고 반드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선택하게 될 것이다. 크아아아아아! 키이이이! 취익! 취익! 끼아아악! 캬아아아! 쿵! 쿵! 쿵! 쿵!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외침, 지금까지와는 다른 발 구름이었다. 그것을 들은 나는, 아니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은 알 수 있었다. 진군! 몬스터 군단의 진군이 시작된 것이다! 마치 나의 연설이 끝날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난 바라보았다.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의 진군을,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싸울 병사들의 얼굴을. 거들의 선택,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싸울 것을 선택했다. 작게는 자신의 소중한 것들. 즉 가족과 살아갈 땅, 자신이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크게는 이 중간 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전쟁은 시작되었다. ............................................................................................ 크아아아아! 키이이이! 취이이익! 끼아아악! 캬아아아아! 엄청난 수의 몬스터 군단이 돌진해오고 있었다. 수많은 몬스터들이 광기를 내뿜으며 연합군의 군대를 향해 돌진해오는 동안, 덩치가 쿤 대형 몬스터들에 짓발벼 수많은 소형, 중형 몬스터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그만큼 몬스터들의 수는 엄처나고, 종ㄹ도 다양했다. 두두두두! 쿵! 쿵! 쿵1! 크아아아! 엄청난 수의 몬스터 군단의 돌진! 하지만 연합군 측도 만만치 않았다. 강철의 마갑을 입고 전신을 갑옷으로 둘러싼 기사들을 태우고 빠른 속도로 몬스터들을 향해 돌진해가는 전마(戰馬)들. 기사들의 옆구리에는 이날을 위해 관리해 온 대몬스터 전용 랜스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거기에 그 뒤를 따르는 엄청난 수의 골렘들. 스톤 골렘부터 시작하여 우드 골렘과 아이언 골렘까지 마법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갖가지 종류의 골렘들이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런 골렘들의 어깨에는 두세 명의 엘프들이 활을 들고 올라탄 상태였다. 그리고 기마대와 골렘들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는 짐승들! 그것은 다름 아닌 수인족이었다. 웨어울프, 웨어레트, 웨어보어, 웨어타이거, 웨어베어 등 갖가지 수인족들이 수인화되어 몬스터들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또한 수인족 옆에는 커다란 맹수가 함께 달리고 있었다. 거대한 멧돼지, 몬스터로 취급받을 정도로 강한 다이어 울프와 그리즐리 베어, 크기는 작지만 엄청난 수의 쥐들까지. 지상에서 이런 대격돌이 일어나려고 할 때 공중 역시 만만치 않았다. 몬스터 군단의 공중 병력. 엄청난 수의 와이번과 하피, 그리고 와이번과 하피에 비해 그 수는 적지만 그리폰도 껴 있었다. 연합군 측의 공군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인간에 의해 길러지고 훈련 된 와이번과 그 등에 올라타고 있는 와이번 라이더, 역시 인간에 의해 키워지고 훈련까지 받은 그리폰과 그 그리폰 등에 올라탄 그리폰 라이더가 있었다. 또한 수인족 중에 조인족이라고 불리는 웨어 이글과 웨어 팔콘 등은 지상의 수인족들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수의 독수리와 매를 이끌고 전투에 나서고 있었다. "대단하군."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나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대단하다. 이 말 이외에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이 중간계의 운명을 건 대격돌의 모습은 그야말로 엄청난 장관이었다. 쾅! 쾅! 쾅1 크아아아아! 히이이잉! 기마대와 대형 몬스터들의 격돌! 그로 인해 몬스터와 기마대의 창이 부딪쳤으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형 몬스터의 몸을 꿰뚫은 랜스는 기사들의 손에서 벗어났고, 대신 기사들의 손에 잡힌 것은 롱소드와 하나의 방패였다. 대형 몬스터들을 뒤따라 곧 도착한 중, 소형 몬스터들은 전마에 올라타고 있는 기사들을 노렸다. 물론 방금 기마대와의 결돌에서 살아남은 대형 몬스터들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미노타우르스는 거대한 그레이트 엑스를 휘두르고, 오우거는 엄청난 크기의 몽둥이를 휘둘렀다. 트윈헤드 오우거는 그저 무식하게 힘만 가득 실린 팔만을 휘둘렀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천난 힘을 보여주었다. 크아아아아아! 크르르르르르! 뒤늦게 도착한 수인족들은 빠른 속도로 몸을 움직여 날카로운 발톱으로 몬스터들을 찢어발겼다. 수인족들을 따라온 맹수들도 몬스터들을 향해 거침없이 몸을 날렸다. 그리고 곧 도착한 골렘은 그 엄청난 위력을 과시하며 대형 몬스터들을 상대했고, 엘프들은 골렘 위에서 연신 화살을 쏘아대고 정령을 소환하여 몬스터를 학살했다. 마지막으로 창을 든 보병들이 전투에 가담했을 때 전세는 연합군 측으로 기우는 듯했다. [로드, 이대로 보고 계실 겁니까?] "......" 나의 뒤에 서서, 상당한 거리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데스 챔피언 셰인이 물었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돌려 셰인을 바라보다가 다시 전장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들과 몬스터들이 모두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안전한 곳에서 그것을 지켜보고만 있다. 나는 강자. 만약 내가 나선다면 전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테지만 난 나서지 않고 있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 내가 나설 때가...... "아직 때가 아니야" [그렇다면 저희들 중 일부만이라도 투입을.....] "셰인." [예. 로드.] "가만히 지켜보고 있어. 아직은 아니야. 때가 되면 너희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할 거야. 단번에 몰아쳐야 하니까." [예스. 마이 로드.] 나의 말에 셰인은 그렇게 답하고는 모습을 감추었다. 우득! 나는 손에서 피가 흘러내릴 때까지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저 전장으로 뛰어들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안 된다. 아직 때가 아니다. 아직은... 참아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전장을 주시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전장을...... ............................................................................................. "키키키! 재미있어. 역시 재미있어." "그러게. 크크크! 생존을 건 전쟁에서 내뿜어지는 인간의 마이너스 정신 에너지는 너무도 달콤해. 크크크!" "지금의 마이너스 정신 에너지에 절망광 분노까지 더해진다면 더욱 좋겠지." 몬스터들과 연합군의 전투를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전혀 인간 같지 않은 이들. 마왕 샤크바프론에 의해 소환된 마족들이 즐겁다는 듯이 한마디씩 하고 있었다. 지금 전장에서는 몬스터와 연합군 측의 목숨을 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 마족들이 있는 곳은 도저히 전장의 근처에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전장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고급 카펫과 딱 보기에도 고풍스러운 탁자, 그리고 그 탁자 위에 잔뜩 준비되어 있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 "자, 이제 그만 쉬고 놀러가자고." "크크크! 그럴까? 오랜만에 즐겨보자고." "호호호! 좋지!" 한 마족의 말에 그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나아갔다. 그리고 그들은 마족 본연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있는 마족의 숫자는 총 다섯. 이번에 몬스터 군단과 함께 파견된 이들 중 가장 강한 작위를 지닌 귀족 계급의 마족이었다. 그들은 모두 지금 까지의 마족들과 다르게 무려 백작급의 마족들이었다. 가장 먼저 전장에 '놀러'가자고 말한 마족의 모습이 서서히 변하며, 멀쩡한 남자가 있던 그 자리에는 귀족의 고습스러운 옷을 입고 있는 검은 해골만이 남았다. 그는 언데드 출신의 마족. 망자로서 본연의 지위를 버리고 마족이 되어버린 자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망자였다. 단지 마력을 사용하는 망자일 뿐. 그렇기에 그의 특기는 죽은 자를 조종하는 것. 그야말로 이와 같은 다수의 전투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그 자신의 힘이 결코 약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백작급의 마족이니까. "키키키! 그 모습도 정말 오랜만이군." "너무 설치지 말라고. 네가 설치면 우리 몫이 줄어드니까." 검은 해골의 모습을 한 이에게 말을 건 이 역시 기괴했다. 파충류의 꼬리를 가지고 있지만 하체는 소의 것과 같았고, 상반신은 인간의 것이었다. 또한 리자드맨의 머리와 미노타우르스의 소머리를 반반 합쳐 놓은 것 같은 형상이었다. 그렇게 기괴한 모습을 한 그의 몸에 곧 갑옷이 감싸졌고, 손에는 불타오르는 거대한 검이 들려 있었다. "맞아, 맞아. 너무 설치지 말아줘. 나도 오랜만에 몸 좀 풀게. 호호호!" 5명 중 유일한 여성. 등 뒤에는 박쥐 날개가 달려 있고, 머리를 서클릿처럼 감싼 뿐과 너무도 아름다운 얼굴. 게다가 중요한 부분만 겨우 가린, 옷이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을 입은 이가 손에 들린 채찍을 휘두르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본다면 누구라도 이 마족이 몽마, 서큐버스란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몽마 서큐버스는 약하다. 보통 마계에서 서큐버스는 가장 비천한 이로 통한다. 그런 서큐버스가 귑게 얻을 수 없는 백작급의 마족이란 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어었다. "적당히 가지고 노는 거다. 한 번에 다 처리해버리면 재미없어." 무뚝뚝한 어조. 그렇지만 그의 말은 너무도 잔혹했다. 그 말을 한 이는 전신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거기에 몸집은 점차 커져 근 3미터에 달했고, 전신 에는 검 자루로 생각되는 것이 여기저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돋아난 검 자루를 뽑아들자 놀랍게도 그의 몸에서 검이 뽑아져 나왔다. 도저히 박혀 있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길고 거대한 검들이.... 그는 특이하게도 마검 출신의 마족이기에 전신에서 검을 뽑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크하하하! 죽이는 거다! 죽여 버리는 거다!" "아아, 저놈은 벌써 설치고 있군." 마지막 다섯 번째 백작급 마족은 여기 있는 이들 중 가장 순수한 마족. 바로 데몬이었다! 마계에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같은 종족끼리의 치열한 전투로 인해 제 실력을 모두 갖추고 성장하기도 전에 대부분이 목숨을 잃기에 그들은 상위의 마족까지는 되지 못했다. 그는 이미 거대한 몸집과 질기 피부, 날카로운 손톱을 가지고 전장에 뛰어들어 학살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네 백작급 마족들은 빠른 속도로 몸을 날렸다. 싸우기 위해, 죽이기 위해, 그리고 즐기기 위해..... .............................................................................................. "응?" 전장에서 눈을 떼지 않고 살펴보고 있을 때였다. 갑작스러운 힘의 이동, 전장에서 늒지는 힘들 중 꽤나 강한 힘이었기에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강한 힘을 지닌 다섯 존재가 전장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말이다. "마족이로군. 그것도 백작급의...." [로드....] "아직이야. 아직 때가 되지 않았어." [그렇지만 백작급 마족입니다. 그것도 무려 다섯. 나서시지 않는다면 큰 피해가...] "셰인." [예. 로드.] "인간은 말이야, 생각 이상으로 강해." 그렇다. 인간은 생각 이상으로 강하다. 겨우 백 년이란 세월을 살아가면서 아무리 혹독한 환경이라도 극복해내고,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자신이 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아들에게 대를 물리고, 그 아들이 못하면 또 그의 아들에게 대를 물린다. 그렇게 뜻을 이어가며 인간은 수없이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해왔다. 그렇게 생각하며 전장을 주시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연합군 측의 힘이 이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기운은 나에게 익숙한 이들의 것이었다. 나의 소중한 이들, 지크 형과 푸리, 데인과 메이, 에나 누나와 게일 형, 헌트 형과 알트 형, 나의 친구 크리스. 이 모두가 나서기 시잔한 것이다. 이들은 강하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단련해온 강자. 이들이라면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안심해 도 된다. 그렇게 속으로 끊임없이 되니며 나는 전장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기다렸다. 내가 나설 때가 되기를... .............................................................................................. "호호호! 호호호! 죽어라! 죽어라!" 착! 착! 착! 투두두둑! 몽마 서큐버스 출신의 백작급 마족의 주위에는 수많은 시체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그 시체들은 모두 그녀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은 이들이었다. 그녀가 채찍을 휘두를 때마다 채찍의 사정거리 안의 모든 생명들은 고깃덩어리가 되어갔고, 그것은 몬스터도 예외일 수 없었다. 그녀는 아군인 몬스터도 아랑곳하지 않고 채찍을 아무렇게나 휘둘렀다. 그녀에게 있어서 몬스터는 그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일 뿐이었으니깐. 게속 휘둘러지는 채찍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음에도 비명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그녀가 몽마 서큐버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몸에서 나는 체취와 눈을 통해 병사들은 모두 매혹에 빠졌기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황홀한 표정을 하고는 죽어나갈 뿐이었다. 그나마 마나를 다루어 저항한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서큐버스의 눈, 매료의 마안을 마주하고는 곧 일반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죽어갔다. "호호호! 죽어라! 죽어!! 호호호!" 착! 팍! 그때, 병사들과 몬스터들을 난도질하던 치찍이 처음으로 멈추었다. 채찍을 멈추게 한 것은 바로 검이었다. 거대한 검 그레이트 소드. 검 중 가장 크고 강한 힘을 지닌 전사가 아니라면 사용할 엄도도 못 내는 검이었다. 그런데 정작 더욱더 놀라운 것은 그 그레이트 소드의 주인이 바로 여자라는 사실이다. 그 여자의 이름은 바로 에나. 그녀는 거대한 그레이트 소드를 다루는 자유와 방랑, 그리고 여행자들의 신이 었으며, 헤네트 교단을 이은 자들 중 한 명이자 평화 용병단의 최고 실력자였다. 그런 에나 뒤에 한 명이 더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사람 역시 여자였다. 한스가 가지고 있던 최연소 네크로마스터 라는 기록을 깬 과거 데스마스터이자, 죽음의 성자라고 불리던 베이트로이 게이시시의 환생인 바로 메이였다. "뭐야! 왕가슴 아줌마잖아!" "뭐? 아줌마?" "그래! 아줌마! 아까 저 멀리서부터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역시 아줌마였어!" "너 이렇게 탱탱한 아줌마 봤어?" "지금 보고 있잖아!" "뭐라고?" 아줌마. 이것은 마족이든 인간이든 여성에게는 금기어였다. 그런데 아줌마란 단어를 메이는 무려 세 번이나 썼다. 몽마 서큐버스는 상당한 미인이기 때문에 아줌마란 소리는 거의 듣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 만큼 충격이 컸다. 때문에 세 번이나 들려온 아줌마 발언은 충분히 그녀로 하여금 이성을 잃게 했다. "이 발육 부진 꼬맹이가!!" 콰직! "뭐라고? 이 왕가슴 아줌마 주제에! 아줌마, 알아? 가슴이 크면 늙어서 축 처진다고!" "뭐라고? 이 발육부진 꼬맹이가! 넌 특별히 살려두마! 철저히 조교해서 죽을 때까지 가지고 놀아주겠어! 각오해!" "각오는 아줌마가 해야 할걸? 에나 언니!" "으응!" 서큐버스와 메이의 말싸움으로 인해 순간 어쩔 줄 몰라 하던 에나는 전투에 돌입하자 표정이 싹 바뀌었다. 무표정한 얼굴,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움직일 때는 과감하게 움직이는 한 명의 검사로 말이다. 메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대는 백작급의 마족. 전혀 방심할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나마 이점이라면 이들이 여자였기에 서큐버스의 체취와 매혹의 마안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여성들의 살벌한 전투는 시작되었다. 한편, 여성들의 전투가 시작된 곳으로부터 상당 거리 떨어진 곳에선 학살이 자행되고 있었다. 다만 다른점이 있다면 과거 동료였던 자신들에 의해, 죽음을 통해 안식을 차지해야만 했던 이들로 인해서 였다. 크어어어. 그어어어. 키키키키. 크크크크! "사, 살려줘!" "크아!" "빌어먹을 마족아!!" "크하하하! 울부짖어라! 인간들아! 절망하라! 인간들아! 그리고 죽어라! 죽어서 나의 종이 되는거다!" "강제로 인식을 방해한 자에게 죽음을! 소울 스트라이크!" 꺄아아악! 콰콰콰쾅! 귀족 옷을 입은 검은 해골의 마족이 외치고 있을 때 조용히 들려온 목소리. 그러자 이내 귀를 찢는 비명과 함께 회색의 영혼들이 마족이 있던 자리를 덮치고, 그와 동시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소울 스트라이크. 이것은 이 세계엔 없는, 게임을 통해 이 세계로 넘어온 한스만이 알고 있는 네크로맨서의 마법이다. 이 마법을 알고 있는 이는 3명에 불과했다. 한스 본인과 메이, 그리고 한스에세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을 배운 퓨리! 그리고 이 자리에서 소울 스트라이크를 사용한 이는 다름 아닌 퓨리였던 것이다. "인간 네크로맨서인가? 인간 주제에 꽤 재미난 마법을 사용하는구나." 폭발로 생겨난 먼지구름이 사라진 뒤, 검은 해골의 마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입고 있는 옷들에 먼지 하나 묻지 않은 멀쩡한 모습이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자 실드를 시전하고, 그가 지금껏 거두어들인 망자들의 영혼이 대신 타격을 입으며 그를 보호했기 때문이다. 끄아아악! 꺄아아악 크어어어억! "괴로워하고 있군." "내 자랑이지. 3벽여 년 동안 모아온, 하나같이 대단한 영혼들이지. 이 영혼은 무려 나의 고문을 이십여 년간 버틴 미치지 않은 인간의 것이며, 수백 명이나 학살한 살인망의 영혼이지. 어떤가, 부럽지 않은가?" 검은 해골의 마족은 자신을 보호한 실드를 형성하던 영혼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마치 자랑하듯 말했다. 퓨리는 그런 마족을 말없이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그렇다. 어디까지나 얼굴만 무표정했을 뿐, 퓨리의 눈동자는 분노로 타오르고 있었다. 퓨리는 네크로맨서이자 네크로마스터이기에 잘 알고 있었다. 저 영혼들이 받고 있는 고통을, 그들에게 가해진 잔혹함을.... "저런 녀석을 가만히 둘 수는 없지." 딱.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와 손가락을 치는 소리. 그러자 곧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크아아아아아! "아니!" 검은 해골의 마족 발밑이 변하면서 거대한 입을 가진 몬스터, 아니 마수가 나타난 것이다. 그에 마수를 본 검은 해골의 마족이 재빨리 뛰어올랐다. 덥석! 하지만 모두 피하진 못해 하반신은 그대로 마수의 입에 삼켜지고 말았다. 그리고 마수는 곧 사라졌다. 하반신을 마수에게 먹힌 검은 해골의 마족 상반신은 아무렇게나 바닥을 나뒹굴었으며, 그의 조종을 받고 있던 언데드들도 바닥을 나뒹굴었다. 잠시 후, 퓨리의 옆으로 한 마법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 전, 마수를 소환해 마족의 하반신을 먹어버리게 한 서머너(Summoner), 데인이었다. "이거 너무 간단하잖아.... 라고 말할 줄 알았냐! 이 빌어먹을 개뼉다구야! 당장 일어나지 못해?" "일어나라. 십 초 주지. 그 이상은 기다리지 않는다." "역시 통하지 않는 건가? 얕볼 상대가 아닌걸." 데인과 퓰리의 말이 끝난 후, 바닥을 나뒹굴던 마족의 상반신이 천천히 떠올랐다. 그리고 어디에 선가 좀비 하나가 걸어 나왔고, 그 외에 다른 언데드에 의해 상반신이 박살 난 후 떠올랐던 검은 해골의 마족의 상반신이 자리를 잡자 좀비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며 상반신과 같은 검은 해골이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장난은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라니까. 하여튼 조금 놀랐다. 설마 소환술을 그런 식으로 사용하다니 말이야. 너희 둘 다 정말 탐나는구나. 어떤가? 나의 종이 되지 않겠나?" "이 썩어 문드러진 개뼉다구가 어디서 헛소리를 지껄여!" "소멸시켜주마." "역시 거절하는군. 어쩔 수 없지. 강제로 종으로 삼는 수밖에. 죽인 뒤에 말이야." 크어어어어! 크아아아아! 철컥! 검은 해골의 마족의 말이 끝나자 시체들은 언데드가 되어 다시 몸을 일으켰고, 빠른 속도로 퓨리와 데인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언데드를 보며 퓨리와 데인은 미소 지었다. "참고로 말해주지. 나의 이름은 바오. 장차 진정한 죽음의 군주가 될 몸이다." "큭!" "크하하하! 저거 바보 아니야?" 퓨리와 데인은 진심으로, 장차 진정한 죽음의 군주가 되겠다고 말한느 바오를 비웃었다. 그렇게 퓨리와 데인, 그리고 바오의 전투는 시작되었다. .............................................................................................. 부웅! 부웅! 콰직! 크어어억! 히이이잉! "죽어라. 죽어서 나의 힘이 되어라." 무뚝뚝한 어조와는 다르게 무서운 말을 하며 거대한 검을 하나씩 양손에 들고, 말과 함께 통째로 베어버리는 마족. 키가 3미터에 달하는 그 마족은 쉬지 않고 거대한 검을 휘둘렀다. 이 마족 역시 다른 마족들과 마찬가지로 몬스터와 인간 가릴 것 없이 모두 베어버리고 있었다. 다만, 특이한 것이 그의 주위에는 피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른 마족들의 주위에는 몬스터의 피든, 인간의 피든 땅을 적시는 것으로 모자라 웅덩이를 만들 정도로 고여 있는데 말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검을 휘두르는 마족에게 사람이 흘린 피와 몬스터가 흘린 피가 모두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이 검을 쓰는 마족은 마족이 되기 전에 마검이었다. 그것도 피의 마검. 블러디 네일(Bloody Nail)이라고 불리던 마검이다. 주인이건 적이건 간에 피를 흡수하여 점차 강해 지고, 주인에게 순간적으로 강함을 부여하는 마검. 블러디 네일은 1천 명째 주인의 피마저 모두 흡수한 뒤 마족이 되어 마계로 강제 이동되었고, 그 후에도 계속해서 마족과 마수들의 피를 흡수하며 힘을 키워 마족 백작이 될 수 있었다. 부웅! 쾅! 갑자기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블러디 네일은 양손의 거대한 검을 겹쳐서 막았고, 곧 그를 노리고 내려쳐진 어떤 무기와 부딪쳤다. 하지만 그 후 들린 소리는 도저히 무기와 무기가 부딪친 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저놈 제법이잖아? 전력을 다한 알트의 내려찍기를 막다니." "저놈... 강하다." 불러디 네일을 공격한 이는 바로 알트였다. 알트의 손에 쥐어진 거대한 양손 메이스와 블러디 네일의 검이 부딪쳐 그와 같은 소리를 낸 것이다. 메이스로 검강, 오러 블레이드를 내뿜을 정도의 실력자로 성장한 알트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알트의 용병명은 미친소. 일단 전투에 들어가면 미친 소처럼 이성을 잃고 날뛰기에 붙은 용병명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몸은 뜨겁되 머리는 지극히 차가웠다. 그것은 현재의 알트였다. "알트, 네 말대로 강하긴 하지만 우리가 힘을 합치면 못 이길 상대는 아닌 것 같은데." "......" "너, 너. 제벙이다. 나의 거죽에 상처를 내다니." 상처? 그게 무슨 말인가? 하지만 그 말뜻은 곧 알 수 있었다. 바로 블러디 네일의 등에 화살이 박혀 있었던 것이다. 무려 10발이나 되는 화살이. 보통 사람이나 몬스터였다면 진즉에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깊게 박혀 들어갔지만 블러디 네일은 죽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몸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거죽이었기 때문이다. "강자의 피는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터. 죽어서 나의 것이. 나의 힘이 되어라." "이놈이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리를! 반드시 죽여주마! 가자! 알트!" "응!" 마검 출신의 마족 백작 블러디 네일과 헌트. 그리고 알트의 대결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또한 이 광경을 모두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아직 상대를 찾지 못한 지크와 게일, 크리스였다. "모두 짝을 찾아갔군." "형님,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순 없죠." "하~아! 두 형들, 너무 여유부리는 거 아니야?" 이들은 둘씩 짝을 지어 마족을 상대하러 가는 것을 모두 지켜보았다. 그들도 남은 백작급 2명을 상대하기 위해 곧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냐? 남은 녀석은 둘, 우리는 셋."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곤란해요, 곤란해." "우리 중 한 명으로는 절대로 한 놈을 상대할 수 없어. 그렇다고 한놈을 세명이서 상대하는 것은 곤란해." "그렇다면 두 명씩 상대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응? 헛! 당신은!" 이동하면서 이야기를 하던 도중 끼어든 목소리.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렸을 때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은색 갑옷을 입은 신성 왕국 세이트의 젊은 국왕. 바로 가이안 드레이 진 세인트였기 때문이다. 그는 한 나라의 국왕이다. 그런데 그런 이가 전장에 나섰다는 것에 지크를 비롯한 게일과 크리스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댁이 여기 있소?" "형님!" "지크 형!" "아아, 괜찮습니다. 어차피 그런 것을 따질 자리가 아니니까요. 그런데 어째서 여기 있냐고 물으 셨습니까? 그야 간단합니다. 저는 국왕이면서 동시에 한 명의 성기사이기 때문입니다. 마족에게 병사들과 백성들이 당하는 것을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순 없죠. 그리고 성기사로서 마족을 가만둘 수 없기에 여기 이렇게 따라왔습니다." "으음." 지크는 한동안 고민했다. 확실히 신성 제국의 젊은 국왕이면 도움이 된다. 그는 한 명의 성기사로서 굉장한 실력을 지니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한 왕국의 국왕이다. 그런 이가 죽는다면 그냥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의 죽음은 이제 안정되기 시갖한 세인트 왕국의 멸망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리고 다른 분들도 나섰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죠." "다른 이? 아!" 이어진 가이안 국왕의 말에 지크는 알 수 있었다. 연합군 측의 강자들, 소드마스터와 6서클, 7서클 마법사, 엘프족의 장로와 원로들, 수인족의 족장, 드워프들의 병기들이 나서기 시작했다는 것을. 그리고 마족의 등장으로 연합군이 전면전에 나서기 시작한 것을 말이다. "좋았어! 잘해봅시다!" "예!" "게일! 넌 나랑 짝을 이룬다! 저 기괴한 놈은 우리가 맡지. 거기 형씨! 우리 동생이랑 저 악마 녀석 좀 맡아주쇼! 그럼 이만!" "혀, 형!" 크리스가 소리치기도 전에 지크와 게일은 기괴한 모습의 마족을 향해 뛰어갔다. 크리스는 정말 난감했다. 자신이 하필 한 나라의 국왕과 짝을 이루게 되다니.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아, 예!" 크리스는 저 거대한 덩치의, 흉포함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마족을 상대해야 하기에 일단 그 생각은 접어두기로 했다. 그렇게 5명의 백작급 마족의 등장으로 전면전에 나서기 시작한 연합군은 서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몬스터들과 마족드을 상대로 전투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 [로드, 로드께서는 저들이 나설 것을 아셨습니까?] "모드들 혈기가 넘치는 사람들이니까. 그리고 가만히 보고 있질 못할 테니까. 누군가가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나가는걸 말이야." 셰인의 질문에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지크 일행과 게일 형 일행이 나설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설사 총사령관인 위즈덤 원로님의 명령이라고 하더라도 분명 어기고 나설 것이란 것과 지크 형 일행과 게일 형 일행이 촉진제가 되어 연합군 측의 전 실력자들이 나설 것이란 사실도 말이다. "이제 전투는 막 시작되었을 뿐이야. 셰인, 준비는 얼마나 되어가지?" [방금 전의 전투로 이미 팔십 퍼센트 이상은 완료되었습니다. 아마 십 분 안에 완성될 겁니다.] "좋아. 다행이네. 사람들의 희생보다 몬스터의 희생이 더욱 많아서 말이야." [로드.] "아빠." "아, 레이, 왔니?" 나는 어느새 내 옆에 나타난 레이를 보며 미소 지었다. 내 미소를 보며 레이는 마치 울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와락. "아빠." "난 괜찮아. 괜찮으니깐 걱정하지 마." 나는 내 품에 안겨서 울기 시작하는 레이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난 괜찮아. 누가 욕을 하든. 누가 나를 원망하든. 내가 한 일을 알아 줄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난 괜찮아. 그리고 약속했는걸.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사람들이 죽는 것을, 피해를 최소한 으로 막아 보겠다고 한나에게 약속했는걸. 그러니까 괜찬아. 난 괜찮아. "크읍!" "이런, 예쁜 얼굴이 다 망가졌잖아." 나는 레이의 얼굴을 생명을 통해 어느 정도 다듬어준 뒤 마주 보고 웃어주었다. 하지만 레이는 그런 내 표정에 더욱 울 듯한 얼굴을 해보였다. "아빠, 그냥 약...." "그만. 더 이상 말하면 혼난다." "하지만.......!" "괜찬아. 난 괜찮으니깐 걱정하지 마렴." 나는 그렇게 레이가 말하지 못하도록 입막음을 했다. 레이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는 안다. 그만두 라고 하겠지. 그냥 약속을 지키지 말라고, 이대로 도망가자고 말하겠지.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난 이미 약속했다. 한나와 내 자신에게.... 그러니 지켜야 한다. 어떤 소리를 듣건, 어떤 원망을 받건, 어떤 비난이 쏟아지건 간에...... "레이, 네가 어디 좀 다녀와야겠구나." "어디요?" "연합군 총사령관인 위즈덤 원로님께 다녀오너라. 그리고 전하렴. 전 군을 후퇴시키라고, 그렇지 않으면 후회할 일이 생길 거라고." "아......" "부탁한다." "아빤 바보예요!: 그렇게 소리치며 레이는 그대로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어 모습을 감추었다. 레이, 네 마음을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 "셰인." [예. 로드.] "모두 준비시키도록 해." [.....] "셰인." [로드의 명을 받듭니다. 모든 것은 로드의 뜻대로...] 그 후 셰인도 모습을 감추었다. 난 다시 전장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들이 사라져가는 전장을.... 그렇게 난 그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새겨갔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어떤 말로도 용서받지 못하겠지만 사죄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전장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용서를 비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 "당장 연합군의 전 병력을 후퇴시키세요. 이게 아빠의 전언이에요." "그게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리인가?" 위즈덤 원로는 갑자기 그림자 속에서 데스로드 한스의 전령으로서 나타난 레이의 말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가?" "알아요. 아빠도 모두 지켜보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말이 나오나? 전 병력을 후퇴하라니!" 쾅! 열이 오를대로 오른 위즈덤 원로는 자신의 앞에 놓인 작전 지휘용 탁자를 내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한스는 갑자기 개인적으로 활동하겠다고 하더니 사라져 버렸다. 또한 이번처럼 대대적인 전투가 벌어졌는데도 모습은 드러내지도 않았다. 결국 전투는 한스가 제외된 채 시작됬었다. 한스와 함께 가지 않은 지크 일행과 게일 일행의 참전으로 조금 빨라지긴 했지만, 이종족과 인간들의 실력자들까지 투입한 전면전에 들어가 버렸다. 지크 일행과 게일 일행에게 작은 한스로 통하는 대항마 마법을 개발한 작은 한스는 새로운 마법의 개발을 위해 일부 상위 마법사들과 후방으로 빠진 상태였다. 전장에서 상당한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작은 한스와 일부 상위 마법사를 뺀 이유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항마 마법의 개발자란 사실도 한몫 단단히 했고, 마법에 능통한 것은 아니지만 위즈덤 원로가 듣기에도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처음엔 연합군이 전장에 나가기 전부터 계획된 것이었기에 애초부터 작전을 세우는데 그렇게 문제 될 것은 없었지만, 데스로드 한스가 홀로 행동하겠다는 발언은 여러 가지로 차질을 주었다. 하지만 한스가 그런 요구를 할 만한 지위를 가지고 있고, 그냥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위즈덤 원로는 허락했다. 네크로맨서의 특성상 그들은 전장에서 엄청난 힘을 보인다. 당연히 데스로드,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를 자처한 한스라면 말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한스의 개인적인 요청으로 그는 작전에서 제외 되었고, 그 바람에 미리 세워둔 작전에서 크고 작은 틈이 생겨버렸다. 그러다보니 이 틈을 메우기 위해 위즈덤 원로와 작전 지휘관들은 머리를 쥐어짜야했다. 그렇게 위즈덤 원로와 작전 지휘관들이 머리를 쥐어짠 덕분에 어떻게든 작전의 틈을 메울 수 있었다. 그런데 전장에서 사라지고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전령을 보내어 전 병력을 후퇴시키라고 하는데 어떤 이가 화를 내지 않겠는가. 어쩌면 위즈덤 원로가 탁자를 내려친 것은 약과일지도 모른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대로 전령을 향해 검을 날리고도 남았다. 오히려 이 정도에서 끝낸 것이 이상한 것이다. "아빠의 말대로 해요. 당장 전 병력을 후퇴시키라고요." "그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는가?" "말이 안 돼도 해요!" "정신 나갔나! 지금 상황을 모르나! 이미 전면전에 들어간 상태야! 그런데 전 병력을 후퇴시키라고? 한번 움직이기 시작한 전 병력을 후퇴시키는 게 말처럼 쉬운 줄 아나!" "안 돼도 되게 해요!" 이런 억지가 어디 있단 말이가. 연합군 총사령관 위즈덤 원로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도대체 한스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아이 같은 여자를 전령으로 보낸 것일까? 위즈덤 원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후~우! 다시 한 번 말하지. 불가능하네. 그런 일은 절대로 불가능해.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지금 이 상황이라면 난 하지 않을 것이네." "당장 후퇴시키세요. 이건 마지막 경고예요." "그거 방금 나한테 한 소린가?" 레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위즈덤 원로에게서는 살기가 내뿜어졌다. 오른팔과 양다리를 잃었다고는 하나 그는 과거에 소드마스터였던 인물! 소드마스터로서의 전체적인 전투 능력은 잃었지만, 오랜 세월 동안 치러온 전투를 통해 쌓인 경험과 살기는 그대로였다. 왠만큼 실력 좋은 기사라 할지라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것만 같은 살기가 내뿜어졌지만, 살기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인 레이는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화가 난 표정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현쟁의 상황은 우리에게 유리하네. 당장 데스로드에게 가서 알리게. 절대로 후퇴할 수 없다고." "후훗! 호호호!" 위즈덤 원로가 살기를 내뿜으며 한 말에 레이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레이의 반응에 위즈덤 원로와 작전 지휘관들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다시 냉정을 되찾고는 그녀를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는 계속 웃었다. 마치 비웃듯이 말이다. 잠시 후 레이의 웃음이 뚝 끊기고, 잔뜩 화가 난 표정을 하고는 위즈덤 원로를 노려보았다. "당신, 지금 우리가 유리하다고 했어? 전세가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했냐고!" "물론이다. 전세는 현재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마족들 역시 연합군의 실력자들이 나서서 제압하고 있다. 몬스터들의 숫자는 우리 연합군보다 많긴 하지만 실려자는 우리들이 많다." 위즈덤 원로의 말이 맞았다. 몬스터들은 하나같이 인간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으며 흉포하다. 거기에 수적으로 연합군 측보다 많았다. 하지만 이쪽도 만만치 않았다. 연합군 측에는 여러 종족이 연합하고 있었고, 여러 종족의 실력자들이 있었다. 그들 중 실력자들이 가장 많은 것은 인간, 인간은 처음에 태어날 때는 무엇 하나 잘난 것이 없다. 오크처럼 힘이 센 것도 아니고, 엘프처럼 몸이 재빠르지도, 수인족처럼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강하다. 그 이유는 배우기 때문이다. 약한 몸을 단련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검술을 배우며, 물건을 만들기 위해 대장장이의 일을 배운다. 그리고 무엇인가 알기 위해, 지식의 보고인 책을 보기 위해 긍르 배운다. 이 배운다는 점은 인간으로 하여금 짧은 수명에도 불구하고 이 대륙에 최고의 종족으로 만들었다. 그 배움 덕분에 인간들은 전체적으로는 그렇게 강하지 않지만 다른 종족에 배해 수가 많았고, 그중 에는 반드시 천재라는 걸출한 인물들이 껴 있지 마련이었다. 그렇게 다른 종족들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는 실력자들을 다수 보유하게 되다 보니 실력자들은 인간 쪽이 더욱 많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 많은 실력자들이 나섰다. 인간 측의 실력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종족의 실력자들까지 말이다. 전세는 눈으로 보기에도 연합군 측에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었고, 이대로라면 곧 승리를 따낼 것이 라고 위즈덤 원로와 작전 지휘관들은 생각했다. 물론 그만큼 희생은 크겠지만 전쟁에는 반드시 희생이 따르는 법. 대(大)를 위한 소(小)의 희생. 그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며, 최선의 방법이다. "당신들은 바보로군! 멍청이야!" "뭐라고?" "이.. 이 어린것이!" "....." 주위의 작전 지휘관들은 레이의 말에 분노하며 소리쳤다. 그렇지만 위즈덤 원로는 가만히 있었다. 레이가 저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뭔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것이다. 작전 지휘관들이 화를 내고 있을 때, 위즈덤 원로는 작전을 다시 살피며 뭔가 놓친 것이 없나 꼼꼼하게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 이럴 수가!" "응? 왜 그러십니까, 위즈덤 총사령관님?" "이럴 수가! 안 돼! 내가 하필 그들을 놓치고 있었다니! 제일 중요한 이들인데!" "이제야 알아차렸군요." 위즈덤 원로가 자신이 뭔가 놓친 것이 없나 생각하다가 갑자기 소리치며 몸을 휘청거리자. 그 옆에 있던 작전 지휘관이 재빨리 그를 부축했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레이를 신랄하게 욕해대던 작전 지휘관들은 모두 위즈덤 원로를 바라보았다. 위즈덤 원로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데, 데스로드 한, 한스는 이미 알고 있었던가?" "......" 끄덕. "그렇다면 어째서! 어째서 말리지 않았나! 어째서 말하지 않는 건가!" "필요했으니까요. 그들의 목숨이, 그들의 희생이." "뭐, 뭐라고?" "당신들도 아까 전에 전황이 유리하다고 말하면서 속으로 생각했죠? 전쟁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 이라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 그게 최선이라고." "....." 위즈덤 원로는 그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분명 그렇게 생각했기에. 자신도 분명 그렇게 생각 하기 때문에..... "도대체 한스는, 데스로드는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거지?" 알고 싶었다. 묻고 싶었다. 데스로드가 하려는 일을. 레이는 위즈덤 원로의 질문을 듣고는 마치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은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본 위즈덤 원로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잘못한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레이를 주시했다. 데스로드가 하려는 일에 대해 듣기 위해.... "대를 위한 소의 희생. 어떠한 비판을 받더라도, 어떠한 욕을 듣더라도, 어떠한 소리를 듣더라도 해야만 하는 일, 절대로 용서 받을 수 없는 일. 그게 아빠가 하려는 일이야." "....." "알았다면 당장 모두 후퇴시켜!" 그 말을 마치자마자 레이는 그림자 속으로 잠식해들더니 곧 사라져버렸다. 레이가 사라지는 모습을 본 작전 지휘관들은 멀뚱히 서 있기만 했고, 위즈덤 원로는 레이가 사라진 곳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잠시 후, 위즈덤 원로가 몸을 일으키며 명령했다. "당장 전군 후퇴 명령을 내려라! 지금 당장!" "예?" "못 들었나! 당장 후퇴 명령을 내리라고! 어서 움직여라!" 쾅! 탁자를 내려치는 위즈덤 원로의 행동에 작전 지휘관 들은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작전 지휘관들이 모두 막사 밖으로 뛰쳐나가고 혼자 남게된 위즈덤 원로는 의자에 주저앉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미안하네" ............................................................................................... ............................................................................................... 64장. 강림 "다녀왔어, 아빠" "꽤 오래 걸렸구나." "설득하는 데 좀 시간이 걸렸거든." 돌아온 레이의 얼굴은 상당히 침울했다. 아무래도 말한 모양이구나. 슥슥. "난 괜찮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하지만...." "레이, 곧 준비가 끝날 거야. 그때 사람들의 후퇴를 도와주겠니?" "....." "부탁할게." "응." 레이는 나의 말에 고개도 들지 않은 채 그대로 다시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미안하다. 레이야. [로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제 발동만 하면 되는 건가?" [로드께서 발동만 시키신다면 이곳은 곧 ...로 변하게 될 겁니다. 로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는 것이.....] "셰인, 난 이미 결정을 내렸어." 몇 번이고 나를 설득하려는 셰인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때마다 같은 대답을 했다. '나는 이미 결정을 내렸어'라고 말 그대로 난 이미 결정을 내렸고, 그 결정을 번복할 생각은 없다. "셰인, 모든 데스 히어로들을 데리고 레이와 함께 후퇴를 돕도록 해. 사람들이 휘말리지 않도록." [예스. 마이 로드.] 셰인은 대답을 하고는 이내 모습을 감추었다. 이어 난 다시 여전히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전장을 주시했다. ............................................................................................. 부웅! 쾅! "이 무식한 계집애!" 착! "당신이 더 무식해! 슬로우! 소울 스트라이크! 헤이스트!" 에나의 그레이트 소드를 피해낸 서큐버스는 그대로 채찍을 휘둘렀고, 메이는 바로 메모라이즈를 해 놓은 마법을 시전했다. 채찍에 걸린 슬로우는 눈으로 쉽게 잡을 수 없는 속도를 마법사인 메이의 눈으로 어느 정도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 만들었고, 공격 마법인 소울 스트라이크는 채찍과 서큐버스를 향해 쏘아졌다. 이어 그렇게 쏘아져나간 소울 스트라이크에 시전된 헤이스트로 인해 소울 스트라이크에 사용된 망령들의 속도는 급격히 가속되었고, 일부는 치찍을 향해, 일부는 서큐버스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콰콰콰쾅! "제길! 저 꼬맹이가!" "어디서 늙은 할망이가 누구보고 애송이래!" 부웅! 쾅! 마족 백작인 그녀는 분노하고 있었다. 자신은 서큐버스들 중에서 백작까지 올라간 귀족 계급의 마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집 둘을 당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에나와 메이의 조합은 절묘했다. 팔라딘이자 소드마스터인 에나와, 네크로마스터이자 과거 네크로맨서의 아버지, 죽음의 성자라 불렸던 베이트로이 게이시스의 환생, 메이. 이 언밸런스한 조합의 둘은 자신들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는 마족 백작인 서큐버스를 상대하고 있었다. 거대한 그레이트 소드를 사용하는 에나는 신검이 그레이트 소드의 힘과 소드마스터로서의 본연의 힘으로 서큐버스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간간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기회를 얻었지만, 서큐 버스는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기회가 실패하면 치명적인 약점이 되는 법! 그 약점을 보완하는 것은 바로 메이였다. 강력한 공격 마법 대신 캐스팅이 빠르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상위 서클의 마법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는 마법들을 사용해, 에나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것을 실패했을 때마다 생기는 빈틈을 보완했다. 그 반대의 상황도 있었다. 강력한 공격 마법을 사용할 때 생기는 틈, 캐스팅을 할 때 걸리는 시간과 틈을 에나가 방어할 때도 있었다. 팔라딘과 네크로마스터의 언밸런스한 조합은 그렇게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자신들보다 강한 마족 백작인 서큐버스를 몰아붙일 수 있게 해주었다. 당하고 있는 당사자인 서큐버스는 점차 짜증이 솟아올랐다. 자신은 마족 백작이다. 무려 서큐버스족 에서 백작이 된 마족이란 말이다ㅏ. 그런데 고작 인간을 상대로 자신이 몰리다니. 어찌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거기에 중간 중간에 어린 계집, 메이가 쉬지 않고 입을 놀려대면서 약을 올렸기에 그녀는 좀처럼 제 실력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저 두 계집이 남자였다면 쉽게 처리할 수 있었을텐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서큐버스의 강점은 이성, 그러니까 남성을 상대로 최고의 효과를 보일 수 있었다. 아름다운 외모와 늘씬한 몸매, 거기에 서큐버스 특요의 이성을 유혹하는 체취와 매혹의 마안까지. 이 모든 특징을 살리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단련된 소드마스터라도, 신의 종을 자처하는 인간 사제라도 남자라면 자신의 발아래로 무릎을 꿇게 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가 여자라는 점이었다. 같은 여자에게 아름다운 외모와 늘씬한 몸은 부러움을 안겨줄 수는 있겠지만, 서큐버스의 최강점이라 할 수 있는 체취와 매혹의 마안은 통하지 않기에 순수한 자신의 능력으로 싸워야 했다. 써큐버스인 그녀는 지금까지 이성 이외의 상대와 싸워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기존의 전투법이 아닌 다른 것을 사용해야 했고, 익숙치 않은 전투법을 사용하는 만큼 여러가지로 어색하고 빈틈도 많았다. 그렇게 에나와 메이가 쌓아온 경험과 마법사와 검사의 상호 보완의 효과가 본래 큰 힘의 차이가 존재하는 이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고 있었다. "제길! 죽어!" 착! 히스테리가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로 소리치며 휘두른 채찍은 방금 전 소울 스트라이크로 인해 짧아진 채찍이 다시 길어지고 끝이 여러갈래로 갈라져, 에나와 메이가 피할 수 있는 전 방향으로 퍼져나가 둘의 목숨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채찍이 다시 길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전투를 시작하고 나서 에나와 메이가 제일 처음 한 것은 바로 상대의 무기를 못 쓰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것은 전투를 이끌어나가는 데 가장 기초적 이고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물론 초반에 그 목적은 성곡적으로 이루어졌다. 다만, 평범한 채찍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서큐버스가 쓰는 채찍은 마계에서 만들어진 마병기(魔兵器)였다. 사용자의 마력을 흡수시키면 얼마든지 재생 가능하고,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여러 갈래로 갈라지기도 하고 방향을 틀리도 하는 마병기였던 것이다. 만약 채찍이 마병기가 아니었다면 승부는 더욱더 에나와 메이에게 유리하게 돌아갔을 것이다. 자신들의 목숨을 노리고 피할수 있는 전 방향을 점유한 상태에서 휘둘러지는 채찍을 보며 메이는 에나의 곁에 바짝 붙었고, 에나는 자신의 그레이트 소드의 검면을 자신의 앞을 향해 내민 후 외쳤다. "에어 프로텍션!" 에어 프로텍션. 이는 바람의 보호, 자유와 방랑, 그리고 여행자들의 신 헤네트의 팔라딘이자 신검인 광풍의 메디오스를 가진 에나만이 사용할 수 있는 신성 방어 마법이었다. 광풍의 메디오스의 검면에는 수없이 많은 신성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정작 신검 광풍의 메디오스가 가진 능력은 신검으로서 검에 신성력을 띤다는 것과 신성 마법 3가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뿐이었다. 대륙에 나타났던 신검들이 하나같이 수십, 수백 종류의 신성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에 비하면 매우 뒤떨어졌지만, 메디오스는 그런 신검들과 비교해 다른 점이 있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신검들이 만능형 신검이었다면, 메디오스는 한 가지! 적을 죽이기 위한 공격형 신검이란 것이었다. 콰콰콰쾅! 에어 프로텍션은 그대로 마병기인 채찍의 공격을 신성력을 띤 바람의 보호막을 형성하여 막아냈다. 에어 프로텍션은 메디오스의 검면에 새겨진 신성 마법 3가지 중 하나인 방어형으로 보였지만, 실상은 공격형 마법이었다. 다만 방어형으로 보이는 이유는, 다른 2가지 공격형 신성 마법을 위한 준비 단계에 속하기 때문이다. 부웅! "에어 블레이크!" 쩌저저적! 에나는 에어 프로텍션으로 인해 생긴 신성력의 바람의 벽을 보고는 메디오스를 휘두르며 외쳤다. 그러자 공기의 벽이 갈가리 찢겨져 나갔을 뿐만 아니라 주위의 바람조차 끌어들이며 점차 그 힘을 키워갔고, 찢겨져나간 바람의 벽은 칼날이 되어 하나의 적을 향해서 빠르게 나아갔다. 이것이 바로 메디오스에 새겨진 신성 문자로 사용할 수 있는 신성 마법 중 두 번째 에어 브레이크였던 것이다. "치잇! 겨우 이걸로 내가 당할 줄 알아!" 착! 서큐버스는 자신을 향해 쏘아져오는 보이지 않는 바람의 칼날에 실린 신성력을 느끼며 재빨리 채찍을 휘둘렀다. 그러자 치찍은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갈라지더니 곧 서큐버스의 몸을 완전히 감쌌다. 그 모습은 마치 나비로의 변태를 위해 준비하는 애벌레의 고치 같았다. 콰콰콰쾅! 잠시 후, 일어난 폭발! 바람의 칼날들과 채찍으로 만들어진 고치의 충돌은 엄청난 폭발을 가져왔다. 주위의 땅은 모두 파헤쳐지고, 주변에 나뒹굴고 있던 몬스터와 연합군 측 병사들의 시체는 형체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정작 채찍으로 만들어지 고치는 멀쩡했다. 결국 에어 브레어커를 막아낸 것이다. "호호호! 겨우 그거냐!" "....." 서큐버스가 고치를 풀어헤치며 멀쩡하게 의기양양한 얼굴로 웃어 보이자, 에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메디오스의 검끝을 서큐버스에게로 향했다. "제법 굉장한 공격이었다만 마족 백작이신 이 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호호호!" "저 망할 아줌마가!" 우우우웅! 그때, 에나가 소리치자 갑자기 주위의 공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팍! 팍! 팍! "뭐, 뭐야!" 공기의 진동 후, 놀랍게도 서큐버스의 근처에 있던 공기와 바람이 서큐버스를 압박하며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 힘은 점차 강해지자 서큐버스의 얼굴에 당혹스러운 표정이 가득했다. 점점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갑자기 공기 바람들이 서큐버스를 압박한 것은 바로 에어 브레이크의 효과 중 하나였다. 에어 프로텍션으로 인해 생겨난 바람의 벽을 에어 브레이크로 파괴하여 주위의 바람을 끌어들이고 더욱 강력해진 힘으로 적을 친다. 겉으로 보이는 에어 브레이크의 효과는 이것이었다. 하지만 에어 브레이크에는 한 가지 효과가 더 있었다. 바로 공격에 사용된 바람의 벽이 공격 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적의 주위를 맴돈다는 것이다. 그렇게 멤돈 바람의 벽의 조각들, 바람의 칼날들은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다시 주위의 바람을 끌어들여 적을 압박하는 바람의 사슬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에어 브레이크의 숨겨진 능력이었다. 에어 프로텍션과 에어 브레이크 모두 강력한 신성 마법이지만, 신검으로서 광풍의 메디오스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것들이었다. 광풍(狂風)! 미친 바람이란 호칭이 붙은 이유는 마지막, 세 번째 신성 마법 때문이었다. 세 번째의 것은 신성 마법임과 동시에 검사로서의 기술. 그 기술의 이름은 에어 템페스트! 바람의 폭풍이었다. 우우우웅! 휘이이잉! 주위의 바람과 공명하기 시작한 메디오스가 주위의 바람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가히 엄청났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방금 전 에어 프로텍션과 에어 브레이크로 인해 전투가 벌어진 주변에는 공기와 바람이 상당히 많이 소진되어 있었다. 그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다른 바람이 이동 중이었는데, 메디오스는 그 속도를 가속시켜 자신에게로 끌어들였기에 엄청난 속도로 바람이 빨아들 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우우우웅! 콰지지직! "제이길!!" 바람을 빨아들여 심상치 않은 빛을 내기 시작한 메디오스를 보고 심한 불안감을 느낀 서큐버스로부터 변화가 시작되었다. 아름다운 얼굴과 늘씬한 몸매가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몸집은 4배나 커져 부풀면서 늘씬함 대신 우락부락한 근육들이 자리를 메웠다. 아름답고 매혹적인 서큐버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이렇게 서큐버스가 변한 것은 그녀가 마갑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이 일반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닌 체내에서 사용한 것이라는 게 다르지만 말이다. 마갑이라고 해서 꼭 갑옷과 같은 형태로 사용할 필요는 없다. 그 사용 방법은 다양했고 마족마다 달랐다. 서큐버스는 마갑을 체내에서 사용했기에 지금처럼 거대하고 강력한 육체를 일시적으로 손에 넣을 수있었다. 서큐버스를 압박하던 바람의 사슬은 주위의 바람을 끌어들이며 더욱 압박을 가했지만, 강력한 육체를 손에 넣은 서큐버스를 더 이상 공격할 수 없었다. 단지, 움직임을 불편하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가, 감히 이 모습을 보이게 하다니! 너희를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주겠어!!" 쿵! 쿵! 서큐버스가 서서히 에나와 메이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에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일단 발동한 에어 템페스트를 중지할 수는 없다. 광풍이라는 호칭을 메디오스에 붙게 할 정도로 강력한 기술인 만큼 단점 또한 존재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 바로 에어 브레이크였건만, 그것의 압박 효과가 먹히지 않고 있기에 지금은 최고의 위기였다. 그런 위기 속에서 메디오스는 계속해서 바람을 빨아들였다. "모두 나와서 막아!!" 우우우웅! 기괴하게 변한 채 서서히 다가오는 서큐버스를 보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때 들리는 메이의 목소리. 그 후 허공에 열리는 아공간으로부터 지금껏 메이가 만들어낸 갖가지 언데드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스켈레톤부터 시작해 좀비, 스켈레톤 자이언트, 좀비 자이언트, 어보미네이션, 플레시 골렘까지 쏟아져 나와 기괴하게 변한 서큐버스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비켜!!" 부웅! 쾅!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수많은 언데드들을 보며 서큐버스가 거대한 팔을 휘둘러, 도저히 팔이 휘둘러진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엄청난 파괴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확연하게 전진 속도는 느려졌다. 강력한 육체를 얻은 대가로 마법은 사용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시간과의 승부! 강력한 육체를 얻은 서큐버스가 먼저 도착하느냐, 아니면 에어 템페 스트가 먼저 시전되느냐,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크아아아아!" 위기감을 느낀 서큐버스는 결국 방어를 도외시하며 달려들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 에나의 얼굴은 다급해졌다. 어서! 어서! "흐흐흐! 죽어라!" 에나의 지척 앞으로 다가간 서큐버스가 미소를 지으며 양손을 높이 치켜들고는 그대로 내려쳤다. 에나는 자신을 향해 내려쳐지는 서큐버스의 팔을 보며 암담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자신이 가진 언데드를 모두 꺼내어 시간을 끌려던 메이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그때였다. 착! 착! 착! 착! 갑자기 그림자로부터 수많은 촉수들이 솟아나와 서큐버스의 몸을 속박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그림자의 촉수에 서큐버스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했다. 그리고 잠시 후, 메디오스의 떨림이 사라졌다. 우우웅! "아, 안 돼!" "에어 템페스트." 구구구구구구! 콰콰콰콰콰콰! 메디오스에서 뿜어진 바람은 광풍이 되어 검신을 감쌌다. 그리고 그대로 점차 커지며 거대한 폭풍이 되어 자신의 앞을 막는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고 그 안에서 갈가리 찢기 시작했다. 그 앞을 막는 것은 그 무엇도 용서하지 않았다. 설사 마갑에 의해 강화된 육체를 지닌 서큐버스라고 할지라도! "끄아아아악!" 에어 템페스트를 정면에서 맞은 서큐버스는 그대로 폭풍 같은 바람에 빨려 들어갔고, 그 속에서 수많은 바람의 공격을 받았다. 예전의 육체, 마갑에 의해 강화되기 전의 육체였다면 그나마 편해졌을 것을, 마갑에 의해 강화된 육체는 템페스트의 무수히 많은 바람의 공격을 견뎌내고 있었으며 고통은 계속되었다. 템페스트 안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서큐버스의 비명 소리. 그것이 끝났을 때 남아 있는 것은 서큐버스였던 하나의 고깃덩어리뿐이었다. 결국 에나와 메이, 마족 백작급의 서큐버스의 전투는 에나와 메이의 승리였다. "하~아! 하~아!" "에나 언니!" 메이는 그대로 비틀거리는 에나를 재빨리 부축했다. 에어 템페스트는 검 주인의 마나와 체력, 신성력 모두를 뽑아서 사용하는 것이기에 에나는 극도로 지쳐 있었다. 촤악. 그때, 지친 에나와 그런 그녀를 부축하고 있던 메이의 발밑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솟아져 나와 잠식해버렸다. 그렇게 에나와 메이는 그림자에 의해 전장에서 사라졌다. ............................................................................................... 한편, 에나와 메이가 서큐버스와 싸웠던 시간, 그곳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는 그들의 전투처럼 소수 전투가 아닌 다수 대 다수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검은 해골의 마족 백작 바오가 소환한 언데드들과 네크로마스터인 퓨리의 언데드들 간의 대규모 전투가! 크아아아! 크아아아! 쾅! 팔이 4개 달리고 고릴라 같은 얼굴을 가진 마계의 마수의 시체로 만들어진 듯한 언데드와 퓨리의 스켈레톤 브레이커가 맞부딪치며 손을 잡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팔이 2개 더 많은 언데드는 스켈레톤 브레이커를 계속해서 내려쳤지만, 스켈레톤 브레이커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잡고 있는 양팔을 밀며 점차 마수였던 언데드의 몸을 짓눌렸다. 그 밖에도 마족 백작 바오가 소환한 마수의 언데드들과 한스에게서 배운 소환술로 소환한 갖가지 언데드들이 싸우기 시작했다. 수는 압도적으로 퓨리 쪽이 적었다. 하지만 질로는 퓨리 쪽이 더 앞섰다. 퓨리가 소환한 언데드들은 스켈레톤 로열 나이트, 플레임, 프로스트 베놈 스켈레톤 나이트, 스켈레톤 빅 브레이커, 스켈레톤 스카우터 등의 기존의 언데드들과 다른 성장을 거치 언데드들이었고, 거기에 바오가 소환하는 언데드들에게는 없는 마법을 사용하는 스켈레톤 세이지와 스켈레톤 위저드 까지 있었기에 전투는 오히려 수가 적은 퓨리에게 조금 더 유리하게 돌아갔다. "흥미로워, 흥미로워. 이런 언데드들이라니, 일반적인 스켈레톤 나이트와는 차원이 달라. 스켈레톤 자이언트와도 많이 다르고, 스켈레톤 아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언데드라니. 정말 흥미로워. 인간의 사령 소환술이 이렇게 발전했나." "........" "거참, 말 많네! 오라! 나의 계약자여! 적에게 그대의 잔혹한 숨결을 선사하여라!" 우우우웅! 마나가 가득 실린 데인의 외침! 그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허공에 순식간에 나타난 마법진으로 부터 거대한 존재가 머리를 내민 것이다. 그 존재는 바로 드레이크! 붉은 비늘을 가진 퇴화된 드래곤이라고 불리는 드레이크였다. 쿠우우우우! 파아아아아! 드레이크는 나타나자마나 크게 숨을 들이켜고는 거센 화염을 내뿜었다. 그것은 브레스! 퇴화해버린 드래곤이라고 불리는 드레이크에게 남은 드래곤의 흔적이었다. 드레이크의 입에서 내뿜어진 파이어 브레스는 그대로 바오를 향해 쏘아졌다. "후훗!" 하지만 바오는 연신 여유로웠다. 그 파이어 브레스를 바오의 언데드가 막아섰기 때문이다. 크아아아아! 화르르르르! 이미 죽은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이 불타오르는 고통을 느낀 것일까? 언데드들은 비명을 지르며 타들어갔고, 그 화염을 쏘아낸 드레이크는 이미 모습을 감추었다. 방금 전의 소환도 이상했 지만, 순식간에 드레이크가 사라진 것은 더 이상한 일이었다. "소환수를 부분적으로만 소환하여 공격에 사용하다니. 너희들은 흥미로워. 반드시 죽여야겠군. 죽여서 너희들의 영혼을 가져야겠어. 그럼 난 더욱더 강해질 테니까." "누가 순순히 죽어줄 줄 알아?" "소멸하는 건 너다." 부분적으로만 소환하여 공격에 사용한다. 바로 그것이 방금 전에 드레이크가 순식간에 소환되고, 순식간에 사라진 이유였다. 서머너, 즉 소환사인 데인. 그는 발전해가는 자신의 친구를 보며 나름대로 발전하기 위해 힘을 썼지만, 갈수록 뒤처지는 듯한 자신을 바견하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은 이미 길이 닦여 있었다. 한스가 미리 준비해 놓은 길이. 그렇기에 노력만 한다면 퓨리의 경우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었지만, 데인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마법사 길드에 가입하지 않는 한 그저 개인적으로 구입한 마법서만으로 실력을 높이고 발전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점차 뒤처지는 자신을 보며 한때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결국 데인은 극복해내고 자신만의 길을 나아가기 시작했다. 오랜 노력 끝에 데인이 소환사로서 발견해낸 길. 그것은 바오가 말했던 그대로 부분적으로 소환하여 적을 공격하는 마법이었다. 자신과 계약한 소환수들의 일부만을 소환해 일정한 시간 동안 공격한 수 되돌아가도록 되어 있는 소환 마법, 그것이 데인이 개척해낸 길이었다. 일반적으로 소환사는 자신과 계약한 소환수의 전부를 소환해내 전투를 벌인다. 그것은 소환사로서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이었다. 그렇지만 데인은 그 상식을 깼다. 어째서 모든 소환수를 소환해야 하는 것일까? 약한 소환수라면 상관없지만 강한 소환수라면 소환하는 데 막대한 마나가 소모되고 컨트롤 하기고 힘들다. 거기에 소환에 걸리는 시간도 길고. 그렇다면 꼭 전부를 소환해야 하는 것일까? 부분만 소환하면 안 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가진 데인은 나름대로 연구를 시작했다. 부분적인 소환은 사실 지극히 위험한 일이었다. 그 말은 곧 일부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 일부는 원래 있던 곳에, 다시 말해 서로 전혀 다른 공간에 동시에 존재해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분적인 소환으로 큰 효과를 발휘할 만한 소환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이런 문제점들을 스스로 극복해야 했기에 데인은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마법사라면 극도로 위험 하다는 마나 역류를 부분 소환을 사용하던 도중 다섯 번이나 당해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결국 해냈다. 부분적인 소환은 일단 소환수의 모든 것을 소환한 후, 일정한 조건을 거는 것으로 해걸했다. 보통 부분 소환의 경우 소환수는 자신의 일부만이 다른 공간에 있다는 이질감과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난동을 피웠고, 그로인해 마법진이 흐트러졌다. 그때마다 데인은 마나 역류의 위험을 맞이했다. 그런 점을 해결하기 위해 데인이 사용한 방법은 교육이었다. 소환수에게 가르친 것이다. 일부만 소환된 것이지만 절대적으로 안전하다. 설사 마법진이 흐트러진다 해도 자신이 반드시 멀쩡한 모습으로 돌려보내겠다고. 거기에 부분적으로 소환되었을 때 어떻게 행동해달라고 교육시킨 것이다. 교육은 소환사인 데인과 소환수와의 친밀도와 신임이 높고, 소환수의 지능이 높을수록 잘 되었다. 물론 어려운 점도 많았다. 지능이 높은 소환수의 경우 좀처럼 데인의 말을 믿지 못했고, 지능이 낮은 소환수의 경우에는 그렇게 강력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몇 번이고 실험한 끝에 마나 역류까지 감수하며 자신을 안전하게 돌려보내는 것을 보며 지능이 높은 소환수들은 데인을 신임하기 시작했고, 그 후부터 데인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신임을 얻은 소환수들의 도움을 받아 부분 소환에 대한 연구 속도에 박차를 가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분적인 소환의 효과적인 방법과 소환사와 소환수를 모두 안전하게 하는 방법 등 여러가지를 연구 하던 도중 데인은 깨달음을 얻게 되고, 상당히 젊은 나이에 7서클 대마법사가 될 수 있었다. 서머너 중 극도로 수가 적다는 대소환사가 된 것이다. 7서클에 오른 뒤 데인은 과감하게 마계의 마수와 신계의 성수 소환에 도전했다. 보통 소환사가 소환하는 것은 중간계에 존재하는 몬스터들이었다. 간혹 소환되는 성수나 마수의 경우에도 결국 중간계 어딘가에 존재하는 녀석들이었다. 그런데 데인은 과감하게 그런 마계와 신계에 속해 있는 마수와 성수의 소환에 도전한 것이다. 마계와 신계는 정령계와는 다르게 중간계와의 연결이 그렇게 자유롭지 않고 제약이 심한 곳이다. 거기에 위험성도 있다. 마계와 신계에 있는 힘은 중간계와는 다른 힘, 마력과 신성력이다. 자칫 잘못하다가 마력과 신성력이 몸에 흘러들어와 마나와 충돌을 일으켜 폐인이 될수 있는 위험을 가진 것이 마계와 신계의 마수와 성수 소환이었다. 하지만 데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도전했다. 도전 없이는 발전도 없고, 실패 없이는 성공도 없다고 스스로에게 외치면서! 결국 무수히 도전한 끝에 데인은 해냈다. 마계의 마수, 신계의 성수와의 계약을 성공한 것이다. 제일 처음 성공한 것은 성수. 성수 자체가 성스러운 동물이기 때문에 공격성도 적었고, 성격도 온순 했기에 쉽게 소환하여 계약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후 그 성수의 힘으로써 마수를 제압해 계약하는 데도 성공할 수 있었다. 이렇게 데인은 실력자로서 당당하게 이 전장에 설수 있었던 것이따. "콥스 익스프로전." 크아아아아! 콰콰콰콰쾅! "마계의 대지에 사는 뿌리 깊은 자여! 나의 의지에 따라 적으로부터 나는 보호하는 방패가 되어라!" 우우우웅! 뿌드드드!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마족 백작 바오는 일시에 자신의 언데드들을 돌진시킨 뒤 콥스 익스플로 전을 사용하여 시체를 폭발시켰다. 그에 멀쩡히 당하고 있을 퓨리와 데인이 아니었다. 퓨리는 자신의 언데드들에게 벽을 쌓게 해 보호했고, 데인은 마수를 소환했다. 그러자 마계에 서식하는 식물형 마수의 줄기는 순식간에 마법진으로부터 뻗어 나와 실드처럼 퓨리와 데인을 감싸기 시작했다. 사실 강한 항마력과 방어력을 지닌 이 식물계 마수는 약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뿌리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심장이었다. 하지만 워낙에 깊숙한 곳에 있고, 줄기들이 무수히 재생을 반복하며 줄기보다 더욱 단단하고 질긴 뿌리들이 심장을 보호하고 있었기에 공격하기인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운이 좋게 도 당시 데인은 마계에서 이 식물형 마수를 잡아먹고 사는 마수와 계약을 한 상태였기에 쉽게 계약을 할 수 있었다. 그 식물형 마수에 관한 것도 이 식물형 마수를 잡아먹는 마수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식물형 마수에 대해 가르쳐준 마수는 데인이 계약한 마주 중 최강의 마수였다. 데인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하여튼 그 마수 덕분에 계약을 한 식물형 마수의 줄기는 퓨리의 언데드 벽을 뚫고 공격해오는 콥스 익스플로전의 폭발을 막아내고는 이내 다시 되돌아갔다. 방어를 위해 벽으로 사용 된 언데드들은 모두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그 만큼 콥스 익스플로전으로 인한 폭발이 강했다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퓨리에게는 아직 많은 언데드들이 남아 있었다. "저넘 무슨 생각으로 언데드들을 모두 자폭시킨 거지?" "본격적으로 할 모양이다." "정답이다." 우우우웅! 말 그대로 바오는 이제 본격적으로 상대하기 위해 자신의 언데드들을 자폭시킨 것이다. 거치적거리는 것들을 치우기 위해서! 쿵! 쿵! "마, 맙소사!" "끔찍하군." "어떤가? 내 걸작이?" 크아아아아! 바오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것. 겉모습은 일단 드래곤과 비슷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겉모습뿐이었다. 그것은 좀비 드래곤보다 못했다. 눈이 좋은 자라면 누가 봐도 그저 시체 덩어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갖가지 시체들을 아무렇게나 연결한 엄청나게 덩치가 큰 시체 덩어리일 뿐 이란 사실을 말이다. 눈을 조금만 돌려도 전혀 다른 피부가 연결되어 있었다. 마계의 각종 마수의 시체, 심지어 중, 하급 마족의 시체를 이어서 만든 것이 바로 바오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데인은 당장이라도 구토할 것 같은 외관과 급격하게 퍼져나가기 시작한 악취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퓨리는 다른 의미에서 얼굴을 찌푸렸다. 퓨리는 네크로맨서, 그렇기에 데인보다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바오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저 거대한 시체 덩어리는 그냥 시체 덩어리가 아니었다. 죽은 자의 영혼조차도 아무렇게나 이어져 붙어 있는 영혼의 감옥, 그 자체였다. 퓨리는 저 거대한 시체 덩어리를 이루는 영혼들이 절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그들의 비명소리 또한 들을 수 있었다. "넌 영혼 자체가 썩어버린 녀석이로군." "과찬이다. 어떤가? 내 걸작을 본 감상이." "끔찍하다. 더럽다. 그리고 불쌍하다." "고맙군." 바오는 자신의 걸작에 대한 감상을 들은 이후부터 진심으로 기뻐했다. "자!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팟! 시작하자는 말과 함께 떠오르는 바오! 그리고 놀랍게도 바오의 몸, 검은 해골이 흩어지기 시작하더니 겉모습만 드래곤과 같은 시체 덩어리에 파고 들었다. 잠시 후 놀랍게도 바오의 몸 일부가 파고든 부분부터 검게 물들기 시작했고, 아무렇게나 이어져 있던 시체의 모습은 서서히 사라지고 검은색의 드래곤, 블랙 드래곤과 같은, 아니 그보다 음침하고 탁한 검은색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크크크! 어떤가? 내 모습이.] "......" [크크크! 내가 받은 마갑과 나의 걸작품이 하나가 된 나의 모습이! 난 이 모습을 이렇게 부른다! 데스 드래곤이라고!! 크크크! 이제 죽을 시간이다!] 쿵! 마족 백작이 되면서 받은 마갑과 스스로 걸작품이라고 밝힌 시체 덩어리이자 영혼 감옥의 결합, 아니 속박으로 인해 탄생한 데스 드래곤이 된 바오는 앞의 퓨리와 데인을 향해 거대한 발을 내리쳤다. [크크크! 제법 빠르구나.] 촤촤촥! 그때, 갑자기 데스 드래곤의 몸에서 기다란 촉수 같은 것이 튀어나왔다. 자세히 보면 방금 전 데인이 소환한 마수의 줄기와 같았다. 데스 드래곤의 몸 안에 그 식물형 마수의 시체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촉수들은 엄청난 속도로 퓨리와 데인을 노리기 시작했다. "피해! 퓨리! 저 촉수, 아니 줄기에는 마법이 통하지 않아!" [크크크! 정답이다.] 촤촤촥! 그 말과 함께 수많은 줄기가 데스 드래곤의 몸에서부터 튀어나왔다. "제길! 저 빌어먹을 시체 덩어리가!" 착! 쾅! 줄기가 내려쳐진 곳은 하나같이 무참히 박살이 나버렸다. 저 줄기에 실린 힘은 엄청났다. 그것을 소환하고 상대해 본 데인이었기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데인은 연신 욕을 하며 방법을 강구 하고 있었고, 퓨리는 데스 드래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바로 데스 드래곤 몸 안에서 절규하는 영혼들의 모습을 살피고 있는 것이었다. 현재 바오의 마갑에 의해 영혼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로지 비명을 지르며 절규하고 있을 뿐. 마갑은 단지 몽ㅁ을 하나로 결속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영혼으로부터 바오를 보호하고, 그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고 움직이게 하고 있었다. 퓨리는 공격을 피해내며 그것을 눈치 채고는 복수할 방법을 생각했다. 바로 저 영혼들에게 복수할 기회를 줄 방법을.... "데인." "왜?" "그것을 소환해라." "그것이라니? 뭐?" "얼마 전에 계약한 신수를...." ".......!" 데인은 줄기를 피하면서 들은 퓨리의 말에 경악했다. 신수(神獸), 말 그대로 신의 동물이다. 보통 성수(聖獸)와 신수를 착각하는데 성수는 성스러운 동물이고, 신수는 신의 동물이다. 결국 같은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엄연히 다르다. 성수의 단어의 뜻 그대로 그 자체가 성스러운 동물이지만, 신수는 신이 직접 선택한 동물. 신, 그 자신의 동물이다. 신이 선택하고 신이 가까이 두는 동물이 어찌 평범하겠는가, 그런 동물과 데인이 계약을 하고 있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데인은 고민했다. 그 신수는 다룰 수 없다. 현재 자신의 실력으로는 컨트롤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솔직히 소환에 응해줄지도 의문이다. 그 만큼 감당하기 힘든 소환수였다. 만약 데인이 성수와 더불어 마수와 계약하고 있고, 부분 소환이라는 특이한 점이 없었다면 계약 자체가 불가능한, 소환되었을 때 목숨을 잃는 게 당연한 소환수가 그 신수였다. "소환해라! 데인!" 쾅! [크크크!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쿠우우우! 파아아아! 데스 드래곤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브레스를 내뿜었다. 그러나 그서은 일반적인 브레스가 아니었다. 살아있는 것을 부식시키는 죽음의 숨결, 데스 드래곤이란 이름에 걸맞은 데스 브레스였다. 한 때 한스가 상대한 고스트 드래곤의 브레스와는 다른 것이다. "거스트 오브 윈드!" "저 높은 산맥의 정상에서 사는 이여! 너의 그 거센 날갯짓으로 나의 적을 휩쓸어라!" 우우우웅! 팍! 끼아아악! 콰콰콰콰! 퓨리는 거스트 오브 윈드로 데스 브레스의 방향을 틀었고, 데인이 거대한 날개를 지닌 독수리를 소환하여 땅이 패어질 종도의 광풍을 일으켜 데스 브레스를 막아냈다. [크하하하! 제법이구나! 역시 너희의 영혼은 가치가 있겠어! 죽여주마! 그리고 손에 넣어주마! 너희의 영혼을!] 차차착! 콰콰쾅! 다시 데스 드래곤의 몸에서 나온 줄기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크윽! 소울 스트라이크! 번 오브 스피릿!" 콰콰콰쾅! 쾅! 화르르르! 소울 스트라이크의 시전에 사용된 영혼들은 줄기를 피하며 데스 드래곤의 몸을 직접 노렸고, 이후 번 오브 스피릿으로 인해 폭발을 일으켜 데스 드래곤의 몸을 태우기 시작했다. [크크크! 그 정도로는 소용없다!] "큭! 드로우 핸드!" 쿵! 어느새 다가와 자신을 찍으려는 데스 드래곤의 거대한 발을 보며 퓨리는 재빨리 끌어당기는 손이란 마법을 발동했다. 그저 끌어당기는 효과만을 지닌 마법, 과거 원래 속한 세계의 공포 영화에 등장 하는, 주인공을 끌어당기는 유령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퓨리에 의해 시전된 드로우 핸드는 재빨리 시전자인 퓨리를 끌어당겨 공격을 회피했다. "어서 소환해!" "하지만 아직 다룰 수 없다고! 신수! 신수란 말이야!" "하라면 해! 상대는 마족이다! 신수라면 마족을 가만히 두고 보진 않을 거다! 그리고 신계에서도 지금 중간계의 상황은 알고 있을 거다! 그렇다면 분명 소환에 응해줄 거야! 그러니까 당장해!" "에잇 나도 몰라!" 그렇게 말하며 데인은 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소환을 하는 것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최대한 멀리 도망친 것이다. 시간은 분명 퓨리가 끌어줄 것이라고 믿으면서.... [크크크! 한 놈은 도망갔군. 뭐, 상고나없다. 어차피 나의 손에 죽을 놈이니까. 너 먼저 죽여주마] "입 닥쳐라, 쓰레기." [호~ 오!] "넌 오늘 끝난다! 선언하마! 넌 죽지도! 소멸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넌 반드시 죽음과 소멸을 원하게 될 것이다!" [크크크! 기대하지] 부웅! 콰콰쾅! 그렇게 말하며 데스 드래곤 바오는 거대한 몸을 돌려 꼬리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때 퓨리는 그 자리 에 없었다. 퓨리가 이동한 곳은 바로 하늘, 데스 드래곤의 상공이었다. 방금 전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일루전을 통해 만들어진 환상이었던 것이다. 퓨리가 이렇게 빨리 이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텔레포트 스크롤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데인과 다르게 퓨리는 연구에만 혼신을 다한 것이 아니었다. 한스가 닦아놓은 길을 통해 네크로마스터가 된 이후, 스스로의 것을 연구하면서 돌아다녔다. 보다 많은 것을 알기 위해서! 안다는 것은 곧 힘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돌아다니던 도중, 스크롤이란 것을 손에 넣은 퓨리는 그 후 그것을 최소 5장은 가지고 다녔다. 스크롤은 단지 찢고 시전어를 외치는 것만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위급한 상황에서 스크롤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여태껏 가지고 다녔다. 그리고 이번에 확실히 그 효과를 보였다. 덕분에 이렇게 공격하기 딱 좋게 데스 드래곤의 상공으로 이동되었으니 말이다. "이 세상에 퍼진 태초의 존재, 태초의 법칙, 생명과 죽음이여!" 우우웅! "그대들의 태초의 맹약, 그 힘을 빌리고자 하노라." 우우웅! 그 주문을 시작으로 퓨리의 주위에는 알 수 없는 힘이 요동쳤다. 그것은 죽음과 생명. 아직 퓨리가 알지 못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힘이었다.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한스가 남긴 마법서 덕분이었 다. 죽음에 대해 깨달음을 얻은 뒤 만들기 시작한 마법서. 그 덕분에 이렇게 퓨리는 죽음과 생명의 힘을 조금이나마 빌릴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이 죽음과 생명이란 사실은 몰랐지만 네크로맨시 학파의 마법을 사용함에 있어 큰 도움을 주고, 위력을 상승시킨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용 할 때마다 알지 못할 섬뜩함을 느꼈기에 본능적으로 사용을 자제해오던 주문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이번에 사용한 것이다. 퓨리는 주위에서 요동치는 생명과 죽음의 힘을 느끼며 조용히 주문을 외웠다. "생명과 죽음, 육체와 영혼, 그 무게가 한없이 무겁고도 가벼운 것." 이 주문은 익숙한 것이다. 바로 고스트 드래곤과 에이션트 드래곤을 상대로 한스가 여러 번 사용하던 마법이기 때문이다. "영혼, 죽되 산 자들의 영혼이여, 그대들의 영혼이 짊어지게 될 영혼의 무게, 한없이 무겁고 가벼운 영혼의 무게를 통감하고 느끼게 될지어다. 산 자조차 영혼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자는 없으지니. 그대들, 죽되 산 자들 역시 영혼의 무게에 짓눌리게 될지어다!" 주문의 완성되자마자 요동치는 생명과 죽음. 그 속에서 퓨리는 시전어를 외쳤다!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 파아아아아! 쿠쿵! [크으으으! 인간! 뭔 짓을 한 거냐!] 순간, 영혼의 무게에 완벽하게 당한 데스 드래곤은 그대로 짓눌렸다. 고스트 드래곤과 에이션트 드래곤조차도 처음에는 당해내지 못했던 마법,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 어찌 어설픈 데스 드래곤 따위가, 강제로 영혼을 감금하고 시체를 이어 시체 덩어리를 만다는 바오가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영혼의 무게에 짓눌린 바오는 발버둥쳤지만 좀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압력이 자신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바오의 상공에 있는 퓨리 역시 상당히 힘겨워하고 있었다.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는 상당히 강력한 마법이다. 그에 생명과 죽음의 도움까지 받은 것이다. 아직 죽음과 생명을 느끼지도 못하는 퓨리가 지금까지 생명과 죽음의 도움을 받아 사용한 마법과는 그 리스크의 규모가 천지 차이였다. 그렇기에 퓨리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지고 힘겨워했다. [크아아아!] 우드드득!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에 의해 짓눌리던 바오는 안간힘을 써서 몸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영혼의 무게는 그리 쉽게 바오를 놔주지 않았고, 강제로 몸을 일으키려 한 결과 시체 덩어리의 무수한 뼈들이 산산조각 나며 피부를 뚫고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오는 계속 벗어나기 위해 움직였다. 그는 뼈가 피부를 뚫고 나오든, 뼈들이 박살 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그 육체는 고통이란 것을 모르는 시체 덩어리였으니까. 으드드득! 쿵! "크윽!"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로 인한 영혼의 무게를 견디며 몸이 부서져가는 데도 데스 드래곤이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퓨리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이 역시 생명과 죽음의 도움을 받은 대가였다. 죽음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생명과 죽음의 도움을 받아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를 시전했다. 그 결과 상당한 체력과 정신력, 마나를 소모했지만 대가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바로 의지의 연결,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와 퓨리의 의지가 연결된 것이다. 원래 한스가 개발한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는 시전되었을 시 얼마나 마나를 소모했느냐, 얼마나 죽음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일정한 시전 시간이 정해지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퓨리가 시전한 것은 아니었다. 일정한 시간 동안 시전하는 것은 같았지만, 그 시간 동안 아까 말했던 대로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와 퓨리의 의지가 연결된 것이 달랐다. 그 결과,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의 압력에 데스 드래곤 바오가 자신의 육체가 부서지는 것을 아랑곳 하지 않고 저항하자 퓨리가 통증을 느끼며 가슴을 부여잡은 것이다. 의지의 연결. 그로 인해 시전 대상자가 저항하면 저항할수록 시전자가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단점이 생겨났지만, 생긴 것은 단점만이 아니었다. 으드드득! 쿵! 쿵! "크윽!"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동하는 데스 드래곤으로 인해 생겨난 고통을 참기 위해 가슴을 부여잡고 있던 퓨리의 시선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는 바로 데인이었다. 퓨리의 부탁드로 신수를 소환하기 위해 물러났던 데인. 그 데인을 향해 데스 드래곤이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퓨리가 사라지고 난 이후 엄청난 압력으로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바오는 연신 퓨리를 찾았다. 그렇지만 압력으로 인해 고개를 들지 못했기에 하늘을 보지 못한 바오는 퓨리를 찾을 수 없었고, 대신 찾은 것이 바로 데인이었다. 데인이 연신 주문을 외우자 그의 주변으로 점차 마법진이 그려지고 있었다. 오직 마법진을 형성하고 주문을 외우는 데 집중하고 있는 그를 발견한 것이다. 처음에 바오는 데인이 자신에게 압력을 가하는 어떠한 마법을 사용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청난 압력 속에서 저항하며 이동한 것이다. 그러다 얼마 안 가 데인이 자신에게 가해지는 압력과 관련되지 않았단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어차피 데인 역시 죽여야 할 상대였기에 바오는 계속해서 데인을 향해 나아갔다. 솔직히 데인이 하고 있는 일도 뭔가 심상치 않았다. 장시간 주문을 외우면서 마법진을 형성하고 있었기에 데인을 제거할 생각으로 바오는 압력 속에서 쉬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것은 하늘 위에서 고통을 견디기 위해 가슴을 부여잡고 있던 퓨리의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퓨리는 자신에게 느껴지는 고통도 잊었다. 서서히 거대한 몸집의 데스 드래곤이 다가오는데도 데인은 연신 주문을 외우면서 마법진을 형성하고 있었고, 퓨리의 요청대로 신수를 소환할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퓨리는 알고 있었다. 소환 마법이란 것은 엄청난 집중력을 요하는 마법이고, 그에 필요한 집중력 만큼은 데인에게 넘치고 흐를 만큼 많다는 것을! 지금쯤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 만큼 집중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으드드득! 쿵! 쿵! 이제 데인과 데스 드래곤과의 거리는 데스 드래곤의 걸음으로 불과 세 걸음! 그것을 본 퓨리는 소리쳤다. "크윽! 누가! 누가 데인에게 손대게 둘 것 같으냐!" 우우우웅! 쿠쿵! 그때,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와 퓨리의 의지의 연결로 장점이 발현되었다. 그로 인해 데스 드래곤에 가해진 압력은 기존보다 배로 늘었고, 데스 드래곤의 거대한 육체는 그 자리에 못이 박힌 듯 움직 이지 못하게 되었다. 웨이트 오브 스피리트와 퓨리의 의지의 연결로 생겨난 장점은 바로 시전자의 의지의 반영이었다. 의자가 연결되어 저항하면 할수록 퓨리가 고통을 당한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마법에 연결된 시전 자의 의지에 따라 마법이 더욱 강해질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장점과 단점은 어디까지나 우연의 산물이었지만 확실히 퓨리와 데인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우우우웅! 의지의 반영으로 인해 데인을 앞에 두고 데스 드래곤이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을 때, 데인이 외우고 있던 주문이 멈추자 이내 형성되던 마법진이 완성되었다. 촤아아아앙! 완성된 마법진으로부터 내뿜어지는 빛! 그것은 기존의 빛과는 달랐다. 뭔가 성스러움과 신묘함이 가득한 빛. 바로 신계의 빛이었다. 마법진으로부터 신계의 빛이 내뿜어진 것이다. 이로써 마법진을 통해 신계와 중간계 사이의 패스가 연결된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제 소환술은 시작외었을 뿐이다. 지금까지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며 마법진의 완성에 힘을 썼던 데인은 천천히 눈을 떴다. 뜨인 데인의 눈에서는 새하얀 빛이 새어나왔고, 표정은 넑을 놓은 것처럼 멍했다. 그렇지만 데인의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맑았다. 이처럼 멍해 보이고 눈에서 새하얀 빛이 새어나오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몸을, 계약한 소환수를 소환하기 위한 마법진을 이루는 축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눈에서 빛이 나오는 것은 신계와 연결되었다는 증거였다. 만약 마계와 연결되었다면 눈은 칠흑과 같은 어둠으로 물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신계와의 패스가 연결된 데인은 자신의 계약자인 신수를 부르기 위해 천천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나의 이름은 데인. 빛과 어둠, 그리고 중간의 소환의 길을 연자.] 우우우웅! [나 원하노라! 빛의 세계, 균형과 조화의 세계에 사는 자여! 균형과 조화의 세게의 지바자에게 선택된 이여!] 우우우웅! 화르르르! 주문에 반응하여 공명하는 마법진! 그 마법진으로부터 솟아난 불! 그것은 성화(聖火)! 성스러운 불꽃이었다. 이는 데인이 소환하려는 소환수의 속성과 큰 관련이 있었다. 데인이 소환하려는 신수의 속성은 화! 그렇게에 성화가 피어오른 것이다. 만약 데인이 소환하려는 소환수의 속성이 수(水) 였다면 성수가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마법진에서 성화가 피어오르자 바오는 흠칫했다. 신성력은 언데드와 마족에게 천적 관계에 있는 힘이다. 물론 마력 역시 신성력과 천적이지만 2가지 힘이 서로 천적이라면 보다 강한 힘이 약한 힘을 잡아먹는 법. 마법진에서 피어오르는 성화로부터 느껴지는 힘은 결코 자신의 힘보다 약한 것이 아니었다. 그에 위기감을 느낀 바오는 움직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크아아아아!] 우드드득! 온 힘을 다해 몸을 일으킨 바오! 그에 가만히 있을 퓨리가 아니었다. "크윽! 오라! 나에게 종속된 이들이여!" <캬캬캬캬!> <크크크크!> <꺄아아악!> <키키키키!> 퓨리의 부름에 수많은 망령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쟁터에서 바오에 의해 죽은 수많은 병사들의 영혼들도 퓨리에게로 모여들어 힘을 보태주고 있었다. "복수를 원하는 이들이여! 그대들의 한을 모아 한 자루의 검이 되어 적을 꿰뚤어라! 망령의 검이여!" <캬캬캬캬!> <크크크크!> <꺄아아악!> <키키키키!> 수많은 망령들과 전쟁터에서 죽은 영혼들이 모여 점차 거대한 검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것은 망령의 검, 수많은 망령과 죽은 영혼들의 복수심이 한데 모여 만들어진 검이었다. "가랏!" 망령의 검은 바람을 가르고 데스 드래곤의 몸을 향해 쏘아져갔다. 푸욱! [크아아아아!] 그리고 망령의 검은 그대로 데스 드래곤의 몸을 꿰뚫고 땅에 박혀 버렸다. 그렇게 데스 드래곤이 땅에 고정돼버렸을 때 데인의 주문은 거의 완성되어갔다. "오라! 화염의 신수! 신에게 선택받은 이여! 나의 이름은 데인! 그대의 계약자! 내 이름을 걸고 그대를 부르노라! 오라! 균형과 조화의 세계에서 타오르는 정화의 화염! 히레니아여!" 화르르르르르! [그렇게는 안 된다!!] 쿠우우우우! 파아아아아! 마법진에서 성화가 더욱 거세게 피어오르자 바오는 최후의 발악을 했다. 몸이 고정된 상태 그대로 브레스를 사용한 것이다. 데인과 바오가 떨어진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그리고 데인은 소환에 열중하고 있어서 피할 틈도 없었기에 바오의 데스 브레스는 그대로 데인을 덮치고 말았다. 화르르르르! 파아아아아! 파지지지직! 마법진에서 뿜어져 나온 성화와 바오의 입에서 내뿜어진 데스 브레스가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성화는 바오의 데스 브레스를 태우고, 데스 브레스는 성화의 불꽃을 잠재웠다. 그렇게 계속된 대결! 그 승리자는 놀랍게도 데스 브레스였다. 파아아아아! 쿠쿠쿠쿠쿠! "쿨럭!" 성화는 어디까지나 소환될 신수의 일부분이었기에 바오의 데스 브레스를 당해낼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소환할 때 만들어진 마법진의 방어막 덕분에 데인은 무사할 수 있었다. 또한 선화가 데스 브레스를 타고 바오의 몸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혀 데스 브레스도 약해졌기에 보호막은 다행히 깨지지 않고 데인을 지켜냈다. 하지만 소환은 강제 취소되었고, 그 충격으로 데인은 내상을 입어 피를 토했다. [크하하하! 결국 이기는 건 나다! 크하하하!] 소환 마법이 실패하고, 점차 자신에게 가해지는 압력이 약해지는 것을 느끼며 바오는 기쁜 듯이 소리쳤다. 이겼다! 생각 외로 힘들긴 했지만 이긴 것이다! 이 녀석을 죽이고, 다른 한 녀석을 찾아내 죽인 뒤 여혼을 사로잡아 모든 것을 빼앗겠다. 자신을 곤란하게 만든 마법도, 강한 언데드를 만들어내는 방법도, 방금 전의 이상한 소환술도! 그렇게 생각하며 바오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 웃음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 "내가 말했을 텐데. 넌 죽지도 소멸하지도 않을 거라고. 넌 반드시 죽음과 소멸을 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야."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퓨리였다. 퓨리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정확히 데스 드래곤 바오의 머리 위였다. 그곳에서 퓨리는 웃고 있었다. 그런 퓨리의 웃음을 보며 바오는 식은땀을 흘렸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시작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말한 대로 될 거다." 푸욱!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곧 알게 될 거다. 소울 리벤지." 파악! 퓨리의 손이 바오의 두개골로 파고 들어간 뒤 퓨리는 조용히 시전어를 외웠다. 잠시 빛나는 손. 그 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퓨리는 손을 빼고 천천히 내려왔다. 겨우 이것으로 끝인가. 이게 다란 말인가. 고작 이런 일을 하고 여유 있게 걸어가고 있는건가. 이런 생각을 하며 바오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퓨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미소를 지으며 거대한 앞발을 들어올려 그대로 내려쳤다. 콰직! [크크크!] 바오는 기분 좋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분명 이대로 저 건방진 녀석은 곤죽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콰직! 콰직! 콰직! [응? 아, 아니!] 하지만 그 순간, 들려온 소리에 시선을 돌렸을 때 바오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퓨리를 곤죽을 냈을 거라고 했던 앞발은 자신의 다른 한쪽 팔을 부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도, 도대체 나의 몸에 뭘 어떻게 한 거냐!!] "내가 한 것? 난 단지 도와줬을 뿐이다. 네게 육체와 영혼을 속박당한 자들을 말이야. 아까 시전어를 말했잖아. 소울 리벤지, 영혼의 복수라고." [뭐라.....] 바오는 소리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자신의 의지 아래에 있던 육체가 의지를 벗어나 전혀 다르 게 행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육체뿐만이 아니라 영혼조차도 마음대로 행동하며 조금씩 자신의 영혼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복수의 칼날을 갈면서! 바오는 어떻게 해서든 그 영혼들을 제압하려 했으며,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는 영혼을 보호하고 영혼의 무기로서 사용할 수 있는 마갑이 있다. 마갑이 있는 이상 저런 영혼들이 덤벼봤자 소용없다. 바오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간 바오의 영혼을 수많은 영혼으로부터 지켜주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게 만들었던 마갑은 이미 멀쩡한 마갑이 아니었으니까. <크크크! 죽어라! 죽어!> <꺄하하하! 너도 우리가 당했던 고통을 당해봐!> <키키키키! 이리 와! 이리 와!> [어째서! 나에게는 마갑이 있는데! 어째서 너희들이 나에게 다가올 수 있는 거냐!] "그거야 네 마갑은 이미 망가졌으니까." [뭐라고!] 영혼의 절규. 자신이 속박하고 있던 수많은 영혼들의 공격을 받은 바오의 절규에 퓨리는 대답해 주었다. 말 그래도 마갑은 이미 망가져 있었다. 방금 전 데인의 소환술로 중간계로 나온 성화에 의해서. 바오는 자신의 마갑을 영혼을 속박하는 데, 그리고 속박한 영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데 사용 했다. 그 결과 원래 바오의 한계를 넘어선 수많은 영혼들을 속박할 수 있었고, 강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갑을 그렇게 사용한 것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스스로의 힘을 키울 생각을 하지 않고 마갑의 한계에 안주해 버린 바오의 실수였다. 마갑은 확실히 바오에게 다른 영혼을 속박할 힘을 주었다. 그렇지만 속박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마갑을 유지하고 있어야 했고, 그것은 별로 힘들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이 있었다. 그 문제란 마력의 천적인 힘에 당하게 되면 마갑이 망가진다는 것이었다. 바오는 이미 그것을 경험했고, 고칠 자신도 있었다. 마갑을 고치는 동안 버틸 만한 영혼을 스스로 지니고 있었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단 하나의 영혼으로서 바오의 영혼은 강했다. 어디까지나 하나의 영혼으로서 말이다. 마갑이 망가진 것은 방금 전 성화에 의해 타격을 입으면서였다. 바오는 바로 마갑의 회복에 들어갔 다. 자신이 속박한 영혼들을 경계하면서 말이다. 아주 오랜 시간 바오에게 속박당하고 고통을 당한 영혼들은 대부분 넋을 잃고 자아조차 잃고 있었기에 마갑이 망가졌음에도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가만히 있던 영혼들을 자극한 것은 바로 퓨리였다. 소울 리벤지! 영혼의 복수! 지금까지 넋을 잃고 있던 수많은 영혼들의 복수심을 일깨워주어 자신들을 속박하던 마갑이 망가져 구멍이 뚫렸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것이 시초가 되어 수많은 영혼들은 복수를 시작했다. 망가진 부분을 통해 바오의 영혼을 공격하고, 마갑의 망가진 부분을 공격하여 틈을 벌렸다. 그렇게 영혼의 복수는 계속됐고, 바오는 자신이 영혼 들에게 가했던 고통을 하나씩 경험하기 시작했다. 수백 년 동안 자신이 가했던 그대로의 고통을! [싫어!!! 크아아아악!] 쿠쿵! 바오의 영혼은 절규하고 있었다. 수많은 영혼들에게 둘러싸여서 자신이 했던 고문과 망가트림을 그대로 당하고 있었다. 육체의 컨트롤을 빼앗았던 영혼들조차 이내 복수를 하러 갔고, 바오의 육체 였던 시체 덩어리는 아주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결국 데스 드래곤 바오와 퓨리, 데인의 대결은 퓨리와 데인의 승리로 돌아갔다. 퓨리는 바오의 영혼의 절규를 들어며 내상을 입은 데인에게 다가갔다. "크악! 이겼냐?" "물론." "수고....." 촤악. 승리에 기뻐하며 퓨리가 데인을 일으키려고 하려는 찰나, 둘은 자신들의 그림자에 의해 순식간에 삼켜진 후 어딘가로 이동되었다. 그 시기는 에나와 메이가 이동된 조금 후였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지크와 게일, 가이안 국왕과 크리스, 헌트와 알트도 그림자에 의해 잠식당해 어딘가로 이동되었다. 한편, 그때 쯤 연합군의 병력들은 후퇴 명령을 받고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유리한 이 상황 에서 어째서 후퇴해야 하는지도 모른채...... .............................................................................................. [로드, 지크 일행과 게일 일행을 레이님의 도움으로 모두 안전한 곳으로 옮겼습니다.] "아아, 수고했어. 셰인. 그리고 고맙다, 레이." "......." 셰인의 보고 후 레이는 아무 말도 없이 내 옆에 서서, 방금 전까지만 해도 목숨을 걸고 몬스터들을 상대하던 이들이 갑작스러운 후퇴 명령에 물러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현재 후퇴 상황은....." [멀쩡히 걸을 수 있는 자에 한에서 구십 퍼센트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멀쩡히 걸을 수 있는 자라......." 셰인의 말을 통해 나는 살아 있지만 걸을 수 없는 자는 아직 빠져나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레이" "알았어요." 레이는 나의 부름에 두말없이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ㅏ. 내가 하려는 말을 눈치 챘으리라. 될 수 있으면 움직일 수 없는 이들도 옮겨 달라는 나의 말을. 레이가 모두 이동시킬 수는 없겠지만 일부는 옮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이들은 나에 의해서 죽게 될 것이다. "셰인." [예, 로드.] "일 분 뒤에 시작한다. 모두에게 알리도록 해." [로드의 명을 받듭니다.] 이제 시작이다. 오늘 일로 나에게 어떤 명칭이 붙게 될까? 나는 생각해보았다. 죽음의 사자, 살아 있는 악마 등 갖가지 악명들이 떠올랐다. 적어도나는 스스로 영웅이라고 불리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어차피 영웅이란 호징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나 오직 단 한명에게만은 영웅이라 불리고 싶다. 한나, 나의 가장 소중한 아이에게만은........ ........................................................................................ 크아아아아! 쾅! 키키키키! 파파팍! "후퇴! 후퇴하라!" 오우거의 공격에도, 오크들의 화살에도, 고블린의 마비 독침에도 연합군 측의 병력은 후퇴를 거듭 했다. 그렇게 도망치기만 하는 연합군 병력을 보며 몬스터들은 계속해서 활기차게 공격해댔다. 연합군 측의 병사들은 당장이라도 뒤로 돌아 몬스터를 향해 검을 휘두르고, 화살을 쏘고, 마법으로 불태워죽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전쟁터에서, 군에서 상관의 명령은 절대적인 것. 상관의 명령은 전력을 다한 후퇴였다. 그렇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병사들은 서서히 불만이 쌓여갔다. 그도 그럴 것이, 싸움은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족의 등장에 연합군이 밀리는 것 같았지만, 곧 연합군의 실력자들이 나서서 마족들을 상대했기에 상황은 다시 연합군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그런데 후퇴라니. 당연히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아아! 부웅! "으아아아아!" 오우거는 후퇴 도중 뒤처진 한 병사를 노리고 인간의 피로 물든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에 병사는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몽둥이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쾅! 순간 몽둥이와 뭔가 부딪치는 소리. 그 소리가 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자신의 몸에 고통이 느껴 지지 않자, 눈을 감고 비명을 질렀던 병사는 눈을 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앞을 막아선, 하얀 갑옷을 입은 존재를 볼 수 있었다. 그는 놀랍게도 한 손으로 오우거의 몽둥이를 잡고 있었고, 오우거 는 안간힘을 쓰며 몽둥이를 다시 들어올리려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병사는 넋을 잃고 말았다. [인간.] 흠칫! 병사는 자신을 구해준 기사로 추정되는 이의 목소리를 듣고는 떨 수밖에 없었다. 어조도 생기도 젼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 그 후 그 기사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는 거의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헬름 속에서 비치는 붉은색 눈빛! 그것은 살아 있는 이가 가질수 있는 눈빛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으하! 으아아아아!" 공포에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병사는 있는 힘껏 달렸다. 그는 자칫 잘못하여 넘어질 뻔했는데도 용케 균형을 잡고 계속 달려 나갔다. 그런 병사의 모습을 보며 붉은 눈빛의 하얀 갑옷을 입은 기사, 본 나이트는 힘없는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하하하! 어찌 됐건 로드의 명령은 수행한 건가.] 크아아아아! [시끄러워!] 사악! 크어어......... 착! 쿵! 본 나이트의 검이 다시 꽂힐 때와 거의 동시에 떨어지는 오우거의 상반신. 본 나이트들은 순식 간에 오우거를 두 동강 내고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좀 전과 같이 뒤쳐진 인간들을 돕기 위해서, 그리고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데스로드 한스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 그 후, 전장에서 후퇴하고 있는 병사들 중 뒤쳐진 자들은 방금 전의 병사들처럼 동료들을 앞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후에 똑같이 말했다. 자신을 구해준 것은 하얀 죽음의 기사였 다고.... ........................................................................................... 그 시각, 작전 지휘 본부의 막사에는 총사령관인 위즈덤 원로를 비롯한 작전 지휘관과 후퇴 명령이 떨어진 이후 바로 후퇴하여 모여든 이종족들의 대표들이 모여 있었다. 쾅! "크르르! 어째서 후퇴한 거냐! 인간!" 수인족의 대표는 수인화조차 풀지 않은 상태에서 작전 지휘용 지도가 펼쳐져 있는 탁자를 내려 쳤다. 소드마스터였던 위즈덤 원로의 내리침도 견뎌냈던 탁자는 상당히 삐걱거렸다. 수인화 상태인 수인족의 힘은 소드마스터 못지않고, 게다가 상대는 수인족 중 최강자인 족장이었으니 당연히 삐걱거릴밖에. 위즈덤 원로는 작전 지휘용 지도가 수인족 대표의 손에 묻어 있던 몬스터의 피와 살점에 더렵혀 지는 것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지만, 곧 얼굴을 펴고는 진지한 얼굴로 이 자리에 모여든 이종족들의 대표를 바라보았다. 역시나 그들은 없다. 위즈덤 원로는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빠직! "크르르! 지금 그 행동은 뭐냐! 우리를 무시하는 거냐!" "방금 그 행동은 저도 기분이 나쁘군요." 위즈덤 원로의 행동에 수인족 대표는 화를 내며 소리쳤고, 엘프족 대표 역시 거슬린다고 말하며 위즈덤 원로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 자리에 있던 드워프족 대표와 페어리들의 대표들도 같았다. 그에 위즈덤 원로는 재빨리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미안하오. 내가 한숨을 내쉰 이유는 여러분 때문이 아닌, 내 부족함을 알았기 때문임을 알아주시오." 인간의 대표, 총사령관으로 선출된 위즈덤 원로가 고개를 숙여 보이자 이종족들은 일단 화를 잠재웠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왜 갑자기 전 병력을 후퇴시켰는지 알기 위해 위즈덤 원로를 주목 했다. 전장의 분위기, 승기는 연합군 측으로 기울고 있었다. 연합군의 실력자들을 모두 투입한 결과 몬스터들의 수는 점차 빠르게 줄어갔고, 그와 함께 아군의 사기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전장에 투입된 마족 역시 조금씩이지만 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이대로 밀어붙였다면 분명 승리했을 것이다. 이 자리에 있는 이종족의 대표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후퇴 명령이 떨어졌기에 그들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전투가 시작되면 인간족 대표, 위즈덤 원로의 말을 절대적으로 따를 것이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어서 말해라, 인간 대표. 어째서 후퇴 명령을 내린 것이냐? 상황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우리 수인족은 승리의 광기에 취해 이빨과 발톱으로 몬스터들을 찢어 발기고 있었고, 엘프들의 화살은 적을 꿰뚫었다. 드워프들은 자신의 손으로 만든 무기들을 안식에 들 때까지 계속해서 휘둘렀다. 거기에 페어리들은 싸우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싸울 수 없는 이들에게 평화를 주었다. 그런데 어째서 후퇴시킨 것이냐!" 수인족 대표의 말대로 수많은 수인족들은 이겻다는 마음에 아낌없이 몬스터들을 상대로 광기를 표출하며 몬스터들을 찢어발겼고, 엘프들의 화살은 보다 빠른 속도로 몬스터들을 꿰뚫었다. 드워프들 역시 스스로 만든 무기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계속 휘둘러 적을 쳐냈다. 페어리들은 그들의 날개에서 나오는 가루로 아군을 치료하는 동시에 공간을 뛰어넘는 능력으로 싸울 수 없는 자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그야말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로 발휘한 것이다. 승리라는 목표를 향해서....... 그런데 갑자기 인간의 대표는 후퇴를 명령했다. 오직 패배가 있을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하는 후퇴를! 그에 분노한 수인족 대표는 가장 먼저 되돌아와 이렇게 따지고 있었던 것이다. 위즈덤 원로는 수인족 대표가 그렇ㄱ 거창한 말을 쓰자 조금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곧 진지한 표정을 하고는 이종족들 대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싸움은 이겼으나 졌다고 할 수 있는 싸움이기 때문이오." "그게 무슨 헛소리냐!" 수인족 대표는 위즈덤 원로의 말에 화를 내며 말했다. 이겼으면 이겼지, 이겼으나 졌다고 할 수 있는 싸움이라니! 수인족 대표는 이해할 수 없었다. "크르르!" "....." 수인족 대표는 살기를 내뿜으며 위즈덤 원로를 노려보았다. 그의 살기는 가히 엄청났다. 현재 수인족 대표는 수인화를 하고 있는 상태. 한마디로 자신의 능력을 200퍼센트 끌어낸 상태였다. 더구나 수많은 몬스터들을 찢어발기고 왔기에 그의 살기는 이미 충만하다 못해 넘쳐 흘렀다. 하지만 그런 수인족 대표의 살기 속에서 위즈덤 원로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 보았다. 하지만 둘의 대치는 도중에 후퇴 상황을 보고하러 온 한 마법사 장교에 의해 그렇게 오래 가지 못했다. "총사령관님께 보고 드립니다. 현재 전 병력 중 구십 퍼센트가 후퇴를 끝마쳤습니다." "......." "......." 한 명의 장교에 의해 깨어진 살기 넘치는 대치. 그 대신 어색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보고가 끝난 후 막사 안의 거대한 수인족을 비롯해 평소라면 자신이 상대도 하지 못할 신분의 이종족들의 시선이 모두 자신을 향하자,장교는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크르르르! 어디 한번 제대로 설명해보아라. 인간 대표. 그렇지 않으면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될 테니." "그러지요. 자네도 수고했네. 그만 나가보게. 혹시 특별한 일이 있다면 바로 보고하도록." "예!" 위즈덤 원로의 말을 들은 장교는 예법도 잊고 그대로 뛰쳐나갔다. 원래대로라면 군법 회의에 의해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위즈덤 원로는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이내 그는 이종족들을 모두 살펴보았다. 그들은 어서 말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째서 승기를 잡고도 후퇴를 명령했는지에 대해서. "일단 사과드리겠소. 이번 전투에서 난 여러 가지를 놓치고 작전을 세웠고, 그 결과 큰 피해를 입고 말았소. 미안하오." 모두의 시선이 주목된 상태에서 위즈덤 원로는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사과했다. 그러자 이종족 들은 놀라워했고, 지휘 장교들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자신들의 상관이, 거기에 한 종족의 대표가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당황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위즈덤 원로의 사과는 신심이었다. 이종족 연합의 전투 지휘와 작전은 모두 그에 의해서 짜여 졌다. 전쟁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갖가지 상황을 도입하고, 최악의 사태와 최고의 상황을 모두 감안해서 세운,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작적이었다. 그런데 그런 작전이 자신이 한가지, 아니 두 가지를 잊고 있었다는 이유로 불완전한 작전이 되었고, 그로인해 피해가 커졌다고 위즈덤 원로는 생각했다. 거기에 오늘의 피해가 이후에 이어질 전투의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진심으로 사과한 것이다. "그만 고개를 들고 설명해보시오. 도대체 왜 후퇴를 했는지! 거참. 답답해서 돌아가시겠소!" "어서 말해라, 인간 대표." "......" 정말로 궁금하지 드워프 대표는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고, 수인족 대표도 재촉하고 나섰다. 그에 위즈덤 원로는 고개를 들고 이종족들을 바라본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이번 작전이 완벽하다고 생각했소. 솔직히 첫 전투는 작전이랄 것도 없소만 말이오" 그랬다. 솔직히 이번 첫 전투는 작전이랄 것도 없었다. 단지 거대한 세력이 격돌안 것일 뿐, 작전이라 부를 수 있는 부분은 진군할 때 병력의 순서 정도가 다였다. 그 외에는 그냥 정면 승부였으니 말이다. 이때 위즈덤 공작은 이종족들로 하여금 효율적으로 싸우기 위해 자신의 지시를 들어줄 것을 부탁했고, 그로 인해 완벽한 작전 아닌 작전이 세워졌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자신이 빠뜨린 두 가지를 생각하기 전까지는.... "그렇지만 전투 방법과 효율적으로 싸우기 위한 방법은 모두 내 머리에서 나왔고, 그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소." "거참, 답답하네! 본론만 말하게. 본론만!" 더 이상 참지 못한 드워프 대표가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수인족 대표와 엘프족 대표, 페어리족 대표도 고개를 끄덕이며 위즈덤 원로를 바라보았다. "후~ 우! 말씀드리겠소. 난 이번에 두 가지를 잊고 있었소." "두 가지?" "그렇소. 난 그 두 가지를 뒤늦게 알게 되었소." "크르르! 그 두 가지 때문에 후퇴 명령을 내린 것인가?" "그 두 가지 외에도 한 사람의 요청 때문에 후퇴를 명령했소." "그 후퇴를 요청한 사람이 누구죠?"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던 엘프 대표가 묻자 위즈덤 원로는 바로 대답했다. "바로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인 데스로드. 그가 직접 내가 잊고 있던 것을 가르쳐주며 후퇴를 요청했소." "데스로드!" "죽은 자들의 군주가!" "그렇다면 인간 대표, 네가 잊고 있었던 두 가지는 뭐지?" "그건 이자리에 없는 이종족과의 과거 기록이요." "이 자리에 없는 이종족?" 위즈덤 원로의 말에 이종족 대표들은 막사 안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 없는 이종족이라니? 수인족이 라이칸스로프, 숲의 요정이라는 엘프, 말 그대로 요정족인 페어리, 신의 손을 가진 대지의 종족 드워프, 그리고 대륙의 대부분을 차지한 인간. 그런데 이 자리에 없는 종족이라니, 무슨 종족을 말하는 것인가. "아!" ".....?" ".....?" "......" "그랬군! 그랬어! 그들이 없어!" 가장 먼저 이 자리에 없는 이종족을 알아차린 것은 다름 아닌 드워프의 대표였다. 드워프 대표의 반응을 본 다른 이종족들의 대표는 궁금했는지 바로 물어보았다. "이봐, 이 자리에 없는 종족이 뭐지?" "자네, 정녕 이 자리에 없는 종족을 모르겠나! 우리를 이렇게 한데 모이게 한 이들! 수없이 긴 시간을 살아가며 이 중간계를 지켜봐 온 이들을 말일세!" "아!" "맞다! 그들이 없어! 드래곤! 드래곤이 없어!" 그렇다 이 자리에 없는 이종족, 모든 중간계의 종족들로 하여금 힘을 모으게 만든 종족, 수없이 긴 시간을 살아가며 이 중간계를 지켜봐 온 이들, 중간계 최강의 종족, 드래곤이 없었던 것이다. 작전을 세우면서 드래곤을 잊고 있었던 것은 위즈덤 원로의 완전한 실수였다. 그렇지만 그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가 드래곤들을 잊고 있었던 것은 그들이 애초부터 활동을 잘 하지 않았고, 나중에 가서는 완전히 모습을 감추어버렸기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거기에 드래곤이란 종족은 중간계 최강의 종족이다. 라이칸스로프나 엘프, 드워프, 페어리와 비교하면 상당히 괴리감 있는 종족인 것이다. 그렇기에 방금 전까지 다른 종족들의 대표들 역시 그들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드래곤은 저 멀리 떨어져 감히 바라볼 수조차 없는 종족이니 말이다. 드래곤이란 종족을 완전히 잊고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 상태에서 세운 작적은 치명적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위즈덤 원로는 일단 후퇴를 명령한 뒤 고민에 빠졌다. 어째서 드래곤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모습을 감춘 것일까?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 때문에 데스로드도 뭔가 준비를 할 것일 테고. 그렇게 생각한 위즈덤 원로는 자료를 찾았다. 과거 중간계에 마왕이 강림하였을 때의 자료를 말이다. 인간의 강점은 글이 존재하고, 그 글을 통해 문서에 역사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몇 백 년이고 전해지는 것은 드문 일이었고, 전해진다고 해도 모두 믿는 것은 아니었기에 제대로 보관되고 있을 리 없었다. 더군다나 이곳은 전장. 몇 백 년간 전해져온 고문서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오기에는 위험한 곳이었다. 그렇지만 그 위험한 곳에 고문서는 존재했다. 오직 총 사령관만이 관람이 허락된 자료가 말이다. 그 자료들은 제국을 비롯해 수많은 왕국에서 엄선하여 선택된 자료들로 엄천난 가치르 지닌 물건 들이었다. 물론 위즈덤 원로는 그것을 살펴본 적이 있었다. 그 자료 대부분이 마왕이 강림했을 적에 기록된 저서였기에, 작전을 세워야 하고 마왕의 군대를 상대해야 하는 연합군의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그로서는 당연히 봐야 하는 것이었다. 그때 당시 자료를 보았을 때는 그저 훑어보는 정도에 그쳤다. 그도 그럴 것이, 내용이 너무도 얼토당토 않았기 때문이다. 신빙성이 없는 저서들, 거의 영웅 소설과 같은 이 자료들을 그나마 끝까지 본 것이 대단할 정도였다. 혹시 몰라 이 자료를 전쟁터에까지 챙겨왔던 위즈덤 공작은 재빨리 그것을 다시 뒤적이기 시작했다. 갖가지 마법이 걸려 있는 상자에 보관 중인 자료들을 차근차근 살펴보았고, 그 결과 그는 자신이 잊고 있었던 것을 한 가지 더 알게 되었다. 그것은 아까 말했던 대로 과거의 역사였다. 자료에 담겨진 과거의 역사. 아무리 얼토당토 않는 내용이라 한들 실제로 있었던 일을 토내도 쓰였을 것이 분명한 이 자료를, 과거의 역사를 완전히 무시해버렸던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위즈덤 원로는 아무리 영웅 소설 같은 자료라고 하더라도 하나도 무시하지 않았고, 결국 꽤나 신빙성 있는 결과를 얻어 낼 수 있었다. 어째서 드래곤들이 모습을 감추었는지,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드래곤들이 없다는 이유만으로는 승리를 포기하고 후퇴하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되지 않는다." "물론이오. 이것을 보시오." 착! 수인족 대표의 말에 위즈덤 원로는 기다렸다는 듯이 탁자 앞에 뭔가 내놓았다. 그것은 바로 고문서, 후퇴 명령을 내린 이후 살펴본 자료들이었다. 드워프를 비롯한 엘프, 페어리는 그 자료 들을 살펴보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수인족 대표는 가만히 있었다. 현재 그는 수인화 상태. 만약 지금 저 종이를 쥐려 한다면 찢어질 수도 있었기에 가만히 있는 것이다. 자료를 살펴보던 이종족들이 다시 위즈덤 원로를 쳐다보았고, 위즈덤 원로가 말을 시작하려고 할 때 누군가가 막사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는 마법사 장교였다. "초, 총사령관님!!" 막사 안으로 들어온 장교를 보며 위즈덤 원로는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막 중요한 말을 하려고 하는데 막사 안으로 들어온 중교의 모습이 가히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위즈덤 원로는 그 장교를 바라보았다. 장교의 얼굴은 뭔가에 놀란 듯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에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짐작했다. "뭔가! 어서 말하게!" "바, 밖에! 바, 밖에!" "밖에 뭔가!" "비, 빛의 기둥이 치솟고 있습니다!!" 그 장교의 말 그대로 전 연합군과 몬스터 군단의 전장이었던 곳에서는 빛의 기둥이 치솟고 있었다. 그것도 무려 6개의 빛의 기둥이...... ............................................................................................ "제길! 아쉽게 됐구먼." "갑자기 왜 후퇴한 거야! 제길!" "작전대로 되지 않았군. 실패인가?" "아니, 작전은 반 정도 성공했어 일단 상당한 피해를 입혔으니까." "거기에 적의 전력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할 수도 있었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드래곤은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았어." "곤란해, 곤란해, 곤란해." 수많은 이들의 대화, 그들의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지금까지 그들은 전쟁터의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있는 곳은 바로 전장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져 있는 한 언덕이었다. 그렇게 높은 언덕은 아니었기에 전쟁터의 광경을 모두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그들은 평범한 종족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나저나 두 녀석이나 당했지." "마족 망신이지." "다른 녀석들도 한심해. 당하진 않았지만 고작 인간을 상대로 고전하다니." "인간들도 많이 발전했고, 고작 둘이서 백작급 마족을 상대하니까." "인간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라고, 그 녀석들도 백작급이었지만 어디까지나 하위였으니까, 그런 녀석들과 동급으로 취급받다니 기분 나쁘다고." "기분 나빠, 기분 나빠, 기분 나빠." 그렇다. 그들은 마족, 그것도 모두 백작급 마족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몬스터 군단을 이끌고 연합군과 싸웠던 같은 백작급 마족과 비교되길 거부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같은 백작급 마족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계급 안에서도 힘의 차이는 있는 법. 몬스터 군단을 이끌고 싸운 마족이 백작급 중하위라면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중상위. 그 중 후작급에 다다른 마족도 껴 있었다. 그렇기에 비교를 거부한 것이다. "모두 준비한다." 계속 떠들고 있던 마족들 속에서 조용히 들려온 목소리. 음침하고 무거운 그 목소리는 순식간에 다른 마족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그 마족이 천천히 앞으로 나서자 다른 백작급, 후작급에 다다른 마족들이 좌우로 갈라져 길을 내주었다. "마황 폐하께서는 완벽한 승리를 원하신다. 알고 있겠지?" "예!" 앞으로 나선 마족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마족들이 크게 대답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군기가 전혀 잡혀 있지 않은 채 장난기가 넘치고, 여러 가지로 엉망이었던 모습과는 전혀 딴판 이었다. 바로 여기 있는 마족이 이 자리에 있는 백작급 마족들을 통솔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여기 있는 마족들 중 최강자! 그것도 압도적인 힘을 가진 자였다. "연합군이라는 하찮은 녀석들 중 그나마 조금 나아 보이는 녀석들은 모두 확인했겠지?" "예!" "가자!" 쿠쿠쿠쿠! 모든 마족들에게 크게 외쳐 명령한 자는 바로 마족 공작 서열 3위의 트펠트였다. 그가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며 마력을 내뿜자, 그의 뒤를 따르던 마족들 역시 마력을 내뿜으며 변화하기 시작 했다. 원래 자신의 모습으로........ 크아아아아! 카아아아! 캬캬캬! 키키키! 주르르르륵. 그렇게 모든 마족들이 마력을 내뿜는 순간, 그들의 등 뒤로 엄청난 외침들이 들려왔다. 그 외침의 주인공들은 바로 마물들, 마계의 몬스터들, 마수였다. 마왕 샤크바프론에 의해서, 마족들로 인해서 소환된 마물들인 것이다. 방금 전, 전투를 치른 몬스터의 숫자 못지않은 엄천난 수의 마물들을 마족들이 이끌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수많은 마족과 수많은 마물들로 이루어진 진짜 마왕의 군단이 지금에서야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우우우웅! 팟! 우우우웅! 팟! 우우우웅! 팟! "뭐지, 저건?" "...." 트펠드가 마족들과 마물의 군단을 이끌고 나아가고 있을 때, 갑자기 치솟기 시작한 빛의 기둥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빛의 기둥들, 차례차례 치솟기 시작한 총 6개의 빛의 기둥은 점차 밝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 빛의 기둥을 보며 마족 공작, 트펠드는 뭔가 불길하다고 생각했다. 저 빛의 기둥으로부터 느껴지는 것은 마족의 천적인 신족이 사용하는 신성력은 아니다. 성스러운 느낌도 없고 마력이 반응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 트펠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내 마족과 마물의 군단을 멈추게 한 뒤, 갑자기 나타나 빛의 기둥을 관찰했다. 자신에게 알지 못할 불안함을 안겨주는 저 빛의 기둥을! "저건...." 트펠드는 빛의 기둥을 관찰하던 도중, 그 중심에 있는 한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먼 거리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트펠드의 시력은 가히 엄청나다 할 수 있었다. 트펠드는 알고 있었다. 빛 기둥의 중심에서 날고 있는 자를.... 자신의 군주, 자신의 주군이 주의 하라고 말한 이. 자신의 상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몇 번이나 보여줬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빛의 중심에 있었던 이는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스스로를 데스로드라 칭한다! 바로 한스 게이시스였다. ............................................................................................. 우우우웅! 내가 선택한 여섯 방향, 몬스터 군단과 연합군의 전투가 벌어진 곳. 집중적으로 전투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곳을 중심으로 여섯 방향에서는 빛의 기둥이 치솟고 있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내 예상대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그 결과 수많은 연합군의 병사들과 몬스터 군단이 목숨을 잃었다. 내가 예상한 곳 뿐만이 아니었다. 몬스터 군단과 연합군의 전투가 벌어진 이 전장의 전역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어갔다. 나는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 내가 가진 힘, 나와 함께하는 이들, 나의 수하들을 동원하였다면 피해는 월등히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러지 않았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고 변명하며 방관했다. 수많은 이들의 생명과 긍지를 건 전투를, 수많은 이들의 죽음을...... 나는 그 죽음을 대가로 내가 준비한 것들을 발동했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빛의 기둥, 그것이 바로 증거였다. 멀리서 본다면 그저 빛의 기둥으로보이겠지만, 저 빛의 기둥은 평범한 것이 아니 었다. 저 빛의 기둥은 영혼들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모은 모든 영혼과 이 전장에서 죽은 연합군의 병사들과 몬스터 군단의 몬스터들의 영혼! 그 수많은 영혼들이 한데 모여 구체화되어 빛의 기둥으로 보인 것이다. 상당한 실력을 지닌 네크로맨서들과 신성력을 가진 신관들, 그리고 일정한 경지에 오른 실력자들은 저 빛의 기둥이 영혼의 기둥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 전장ㅇ서 죽은 모든 영혼이라는 것을 이미 눈치 챘을 것이다. 이미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어떤 명분을 가지더라도 비난은 쏟아질 것이고, 어떠한 변명으로도 난 용서받을 수 없을것이다. 이미 각오는 되어있다. 이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그야말로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고 할까. "후훗." 왠지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다시 표정을 지웠다. 나는 이미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그런 내가 웃는다니. 그것은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따. 나느 감정을 극도로 억제하려고 노력했다.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 나에게 감정이란 것은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니까. 다만, 나중에 단 한 번 용납되었으면 한다. 나의 품에 다시 한나가 돌아왔을 때 그때 딱 한 번이면 된다. 기쁨이라는, 안도라는 감정을 표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우우우웅!> <크아아아아!> <꺄아아아악!> <싫어!!> <으아아아아!> <캬캬캬캬!> <키키키키!> <죽었는데! 죽었는데!> <내보내줘! 나를 내보내줘!> 순식간에 수많은 영혼들의 비명과 외침이 전장이었던 이곳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혼들로 이루어진 빛의 기둥은 점차 붉게 물들어갔다. 영혼들로 이루어진 빛의 기둥은 피의 기둥이 되어 여전히 하늘로 뻗어 올라가고 있었고, 피의 기둥을 형성하는 영혼들의 비명과 외침은 더욱 크게 전장에 퍼져갔다. "지금부터 시작한다." [예!] 나의 말과 동시에 들려오는 데스 챔피언들의 목소리. 현재 나에게 손한 데스 챔피언 중 여섯은 내 명령에 따라 여섯 곳에 흩어져 있었고, 그들의 몸 자체를 매개체로 하여 지금까지 전장에서 죽은 이들과 몬스터들의 영혼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들은 현재 저 피의 기둥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대답이 들려온 후 하늘을 향해 높게 뻗어 있던 피의 기둥이 천천히 기울기 시작했다. 각기 방향은 달랐지만, 그 기둥의 끝에는 다른 피의 기둥의 시작점이 있다는 것은 똑같았다. <출구다!> <움직여진다!> <이동해! 도망쳐!> <자유다!> <크하하하!> <키키키키!> <크아아아아!> 다른 피의 기둥이 끝과 시작이 만나 이어지자 영혼들은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출구인 줄 알고 수많은 영혼들이 그것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자유를 위해서.... 그렇지만 그들은 곧 알아차렸다. 자신들이 지나고 있는 길은 자신들이 갇혀 있던 피의 기둥과 같은 곳이란 사실을! <싫어!! 내보내줘! 내보내줘!> <자유를! 자유를!> <싫어!!> <죽었는데! 죽었는데! 죽어서까지 왜!!> 피의 길에 갇힌 영혼들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피의 기둥은 더욱 붉게 빛났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높은 하늘에 떠 있는 나는 볼 수 있었다. 더없이 붉은 피의 길로 만들어지고 전장에서 죽은 수많은 영혼들로 이루어진 마법진, 사령망한 대육망성진(死靈亡恨 大六網星陳). 이것이 바로 내가 만들어낸 초유의 마법진이었다. 수없이 많은 영혼들을 가두어 기둥처럼 만들고 그 기둥을 연결하여 순간의 자요를 맛보여준 뒤, 결국 갇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여 영혼들의 한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마법진이 바로 사령만한 대육망성진이었다. 나조차도 만들어내고 후회한, 다시는 만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 마법진이었다. <끄아아악!> <내보내줘!> <싫어! 죽었는데 왜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해!> <키키키키!> <캬캬캬캬!> 수많은 영혼들의 절규. 나는 그 절규 속에서 천천히 눈을 감고 손을 뻗어 올렸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대가는 반드시 치르겠습니다. 비록 모두 갚진 못하겠지만.... [나의 이름은 호상민. 다른 이름은 한스 게이시스.] 우우우웅! 파아아아아! 우우우웅! 파아아아아! 시작된 주문. 사령망한 대육망성진에 반응하여 내 속에 모여든 엄청난 죽음과 생명들이 퍼져나가 육망성진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더욱 붉어지기 시작한 대육망성진. 나는 계속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죽음, 모든 것의 끝. 생명의 등 뒤에 서 있는 것,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그리고 너무나 허무한 것.] 우우우웅!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죽은 뒤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너무도 허무한 것. 죽음. [생명, 모든 것의 시작, 죽음의 등 뒤에 서 있는 것, 결말을 위한 시초, 그리고 너무나 아름다운 것.] 우우우웅! 살아 있기에, 힘들고 고단한 일이 있지만 살아 있기에 아름다운 것. 생명. [허무하나 편안한 안식이기도 한 죽음. 아름다우나 너무도 추악한 생명.] 살아 있기에 오히려 괴로울 때 죽음은 편안한 안식으로 여겨지고, 수많은 더로움을 보고 고난을 겪기에 살아 있는 것이 추악하게 느껴지는 것이 삶, 싱명이다. [이 생명과 죽음을 모두 품은 이, 하나의 생명과 하나의 죽음을 가진 자, 나의 이름은 호상민 또 다른 이름은 한스 게이시스.] 우우우웅! 팍! 팍! 팍! 팍! 팍! 팍! 사령망한 대육망성진이 유지되며 여섯 곳에서 치솟는 붉은 피의 기둥. [나 원하노라. 나 말하노라. 나의 하나의 생명과 나의 하나의 죽음. 그리고 나의 두 가지 이름을 걸고 말하노라. 나 죽은 자들의 주인으로서, 죽은 자들의 군주로서 원하노라! 태초의 모든 것이 태어남과 동시에 생겨난 태초의 의지여! 나 바라노라. 내가 있기에 존재하고, 내가 있기에 모습을 느러내는 니의 성을! 나의 영지를 부르고자 한다! 오라! 죽은 자들의 땅이여! 오라! 나의 영지여! 오라! 나의 성이여! 그 모습을 이 자리에 드러내라! 오라! 모든 죽은 이들의 땅! 죽은 자들의 요새! 데스 시타델(Death Citadel)이여!] 우우우웅! 파아아아아! 주문의 완성과 함께 이어진 마법진의 해체. <자유다!> <아아아.> <이제 겨우...> 주문의 완성으로 사령망한 대육망성진은 해체되었다. 붉게 물든 피의 마법진과 피의 기둥은 사라지고, 수많은 영혼들은 안식을 찾아 날아가기 시작했다. 다음 생을 살기 위해서, 안식을 얻기 위해서........ 쿠쿠쿠쿠! 쿠쿠쿠쿠! 모든 영혼들이 흩어져 사라질 때쯤 시작된 진동, 아니 지진, 거센 지진은 점차 퍼져나면서 커졌다. 오고 있다. 주문의 완성과 함께 어딘가로 사라진 에너지들과 생명과 죽음. 그리고 마나와 수많은 영혼들이 내뿜은 한과 절망이. 마침내 절규의 에너지들에 의해 죽음의 요새, 데스 시타델이 오고 있다. 쿠쿠쿠쿠! 쿠쿠쿠쿠! 차원을 넘기 위해 소환했을 때와는 다르게 완벽한 소환. 거기에 사령망한 대육망성진으로 증폭 까지 하여 이루어진 소환이다. 지난번과 다르게 망령이 치솟아 경망한 웃음을 터트리지도 않았다. 단지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고 있을 뿐. 쿠쿠쿠쿠! 우우우웅! 지진과 함께 들려오는 공명음,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거대한 건물. 그것은 요새, 죽음의 요새, 데스 시타델이었다. 쿠쿠쿠쿠! 스스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데스 시타델과 동시에 퍼져가는 회색의 대지, 그것은 죽음. 대지가 죽어가고 있었다. 데스 시타델의 등장으로 수많은 생명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크아아아! 끼아아악! 퀘이이익! 키이이익! 고작 데스 시타델의 등장으로 연합군의 전투에서도 살아남은 수많은 몬스터가 죽어나가고 있었다. 하늘을 날던 하피와 와이번, 그리폰은 땅으로 떨어지고, 오우거는 회색빛 대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앞을 막는 것들을 모두 박살 내며 달아나고 있었다. 전장의 몬스터들이 오직 살기 위해 전력을 다해서 도망치고 있는 것이다. 본능이 발달한 몬스터들은 알고 있었다. 죽는다! 저 회색빛 대지에 들어가면 죽는다! 도망쳐라! 도망쳐! 이것이 몬스터들의 본능이 외치는 소리일 것이다. 그렇다. 데스 시타델에서 시작된 회색빛 대지에 든 모든 생명은 죽는다. 그리고.... 끼리릭! 그어어어어! 척! 척! 척! 죽어서 나의 병사가, 나의 백성이 된다. 전장에서 죽은 수많은 이들의 육신이, 영혼이 사라져버린 육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사용하던 무기를 들고 산 자를 향한 증오를 불태우며. 그렇다. 그들은 바로 언데드가 된 것이다. 쿠쿠쿠쿠! 쿠쿵! 데스 시타델의 소환이 완전히 끝난 후 나는 천천히 데스 시타델의 가장 높은 곳에 서서 한 방향을 바라보았다.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 몬스터 군단과 연합군이 맞붙기 이전부터 기운이 느껴졌던 곳. 마계의 기운. 마족과 마수라면 가지고 있는 마력이 느껴졌던 곳을..... ............................................................................................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을 모두 지켜본 이들은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연합군의 수많은 사람들과 이종족들은 몸을 떨었다. 어째서 총사령관이 승기를 점하고도 후퇴를 명령했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고 총사령관이 자신들을 후퇴 시켰던 것이다. 이후 연합군의 총사령관 위즈덤 원로에 대한 병사들의 신임도는 급상승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단 한 사람의 신임도는 급격히 하락했다. 바로 연합군의 가장 강한 이 중 하나이자, 어느 날 갑자기 혼자 활동하겠다고 사라진 영웅, 아니 영웅이었던 자, 그리고 네크로맨서의 아버지 베이트 로이 게이시스의 유일한 제자로 그의 유산을 이어받은 자. 한스 게이시스였다. 그렇게 급격히 신임도가 하락했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공포에 떨며 두려워했고 동시에 경외했다. 방금 전에 솟아났던 6개의 피의 기둥에서 나온 수많은 영혼들의 외침을 연합군의 병사들은 들었다. 그들의 절규, 죽은 뒤에 자유를 향한 절규. 그것은 공포로 다가왔다. 절대로 죽고 싶지 않다는, 죽어서는 안 된다는 공포로. 그리고 이어진 지진! 엄청난 지진을 일으킬 정도의 힘! 그 힘에 연합군의 병사들은 한스를 경외했다. 다만 실력자들, 특히 네크로맨서와 신관들은 다른 의미에서 한스를 경외했다. 네크로맨 서들은 알고 있었다. 방금 일어난 일을 위해, 그만한 수의 영혼을 가두기 위해서는 엄청난 정신력과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방금 전의 그 의식이 고작 뭔가를 소환하기 위해 한 준비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그들로 하여금 경악하게 만들었다. 반면, 그런 네크로맨서들과 다르게 신관들은 또 다른 의미로 경외했다. 그렇게 많은 영혼을 속박한 이가 단 한 명이라는 이유로 그 힘에 공포를 느꼈고, 그 많은 영혼들에게 당한 원망과 분노를, 그리고 스스로의 죄책감을 이겨낸 한스의 정신력에게만은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방금 전의 일은 전장에서 명예롭게 죽어간 이들의 영혼을 욕보인 죄! 그 죄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니 죽여야 한다. 이런 죄를 지은 자를 신께서 용서할 리 없다. 그리고 이만한 힘을 가진 자는 위험하다. 더욱이 그런 자가 '인간'이라면 분명 위험 한 일이 벌어지고 만다. 이대로라면 인간 출신의 사상 최악의 마왕이 태어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일단 지켜봐야 한다. 지금은 상대해야 할 공통의 적이 있다. 그 적이 처리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두 존재가 싸운 후 약해졌을 때 죽여야 한다. 너무 강한 힘은 혼란을 불러온다. 신관들 중 머리가 잘 돌아가는 몇몇 수뇌부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찌, 어찌 이런 일을 벌였는가, 한스....." 연합군의 총사령관 위즈덤 원로는 죄책감이 가득한 표정을 하고는 한쪽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연합군에 속한 이들 중 그나마 한스의 의도를 이해한 것은 위즈덤 원로르 비롯한 일부뿐이었다. 하지만 한스가 방금 전에 했던 일과 지금 하려는 일 역시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일이지만 전쟁에 있어서는 최고의 수였다. 끼리릭! 크어어어! 척! 척! 척! 전투를 하기 전까지는 반드시 살아 돌아가겠다며 이야기를 나누고,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는 두려움에 지지 않고 열심히 무기를 휘두르며 죽음에 이른 병사들. 위즈덤 원로는 그들이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숙여 보였다. 죽었던 이들이 일어서고, 그들은 곧 병력이 되었다. 죽음의 군대. 언데드 군단이 단번에 형성된 것이다. 언데드는 이미 죽은 존재. 죽은 존재는 쉴 필요도, 먹을 필요도, 생각할 필요도 없다. 오직 명령에만 따른다. 그 명령을 다 수행할 때까지 멈추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최고의 병사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해서는 안 되는 일. 죽은 자의 안식을 깨우는 것은 도저히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로시아 제국에서 네크로맨시 학파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그것은 몬스터의 시체를 이용한 언데드만을 허용했고, 인간의 언데드를 만든다 해도 그것은 유가족의 승인과 본인 스스로의 승인하에 이루어 졌다. 하지만 한스가 방금 한 일은 개이의 독단. 어떠한 상의도, 협의도 거치지 않은 독단이다. 그렇기에 여러 번 은혜를 입은 제국으로서도 더 이상 한스를 도와줄 방법은 없는 것이다. 끼이이이익! 쿵! 그때, 대영지의 성보다 조금 크고 죽음의 기운을 퍼트리는 성, 데스 시타델의 문이 열렸다. 고작 문이 열린 것뿐이지만 그 소리는 전장에 있는 모든 이의 귀로 스며들었고, 그 소리로 인해 연합군의 모든 이가 데스 시타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척! 척! 척! 척! 그리고 그 문으로부터 상당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 걸어 나왔다. 전신에 갑옷을 두르고, 원래 있어야 할 자리 대신 옆구리에 자신의 머리를 끼고, 다른 한 손에는 거대한 배틀엑스를 끼고 나오는 이들. 그들은 바로 듀라한이었다. 수많은 듀라한들이 데스 시타델의 문, 마계와 중간계를 연결하는 문, 데스 게이트를 통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척! 척! 척! 착! 그리고 마지막 한 존재. 다른 듀라한들보다 거대한 몸집에 정상적이 자리에 있는 머리. 다른 듀라한들이 그를 향해 경의를 표하기에 그가 대장이란 사실을 짐작할 뿐이었다. 마지막에 나타난 모든 목 없는 자들의 군주 듀라한, 크라운은 천천히 뒤를 돌아섰다. 그리고 잠시 후, 또 다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그 발소리는 도무지 무장을 한 이들의 소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내 문밖으로 드러난 이들의 모습에, 아니 정확히 냄새에 연합군 병사들은 고개를 숙이고 헛구역질을 해댔으며, 각가지 방법으로 시력을 강화시켜 보고 있던 실력자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번에 데스 게이트를 통해 나온 존재는 바로 좀비들이었기 때문이다. 부패 된 자들, 좀비들이 데스 게이트들을 통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좀비들의 숫자는 엄청났으면, 끊임없이 문을 통해 나오기 시작했다. 끼이이익! 쿵! 끼이이익! 쿵! 끼이이익! 쿵! 그때 또다시 문이 열리는 소리. 그것은 다른 데스 게이트가 열리는 소리였다. 데스 시타델에 있는 데스 게이트는 총 넷! 동서남북으로 각각 4개의 데스 게이트가 존재했던 것이다. 듀라한들의 수도 많긴 했지만 좀비들과 비교하면 적었기에 하나의 데스 게이트만 열어도 되었지만, 모든 좀비들이 나오기에는 시간이 걸리기에 다른 3개의 데스 게이트까지 열었던 것이다. 열린 4개의 데스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좀비들은 줄을 맞처 진군하기 시작했다. 좀비의 종류는 간단했다. 곡괭이를 든 좀비, 녹슬고 낡은 무기를 든 좀비, 엄청난 덩치의 좀비, 나중에 나오는 좀비일수록 그 모습은 인간의 원래 모습과 같았고, 그만큼 강했다. 저벅저벅. 착! 마지막 좀비, 아니 도저히 좀비라고 보이지 않는 한 남자는 듀라한 크라운이 그랬던 것처럼 모든 좀비들의 앞에 선 후 뒤를 돌았다. 그는 바로 모든 부패된 자들의 군주이자 좀비들의 왕자인 좀비 프린스였다. 꿀꺽! 여전히 열려 있는 문. 병사들은 그 문을 통해 또 어떤 존재가 나올지 기대하며 침을 삼켰고, 그 소리는 놀랍게도 상당히 컸다. 수많은 병사들이 일시에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사들은 그것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만큼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휘이이잉! 덜덜덜. 병사들은 갑자기 느껴지는 한기에 날씨가 추워졌다고 생각하면서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그것이 자신들의 착각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데스 게이트에서 나오는 존재들을 확인하는 순간 말이다. 어떠한 소리도 없었다. 단지 걸어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피부에 느껴지는 체온과 눈뿐. 주변의 기온을 단번에 떨어트리며 나오는 존재. 그것들은 바로 망령형 몬스터들이었다. 레이스와 스펙터, 미스트, 그 외에 갖가지 망령들이 나오고, 나중에 가서는 오직 여성들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한을 가지고 죽은 망령들, 한을 냉기로 내뿜는 언데드 벤시였다. 수많은 망령형 언데드들과 벤스들 역시 줄을 맞춰 섰고, 마지막에 나타난 존재, 벤시들의 군주인 에이션트 벤시 역시 다른 군주들과 마찬가지로 뒤돌아섰다. 쿵! 쿵! 쿵! 쿵! 곧이어 데스 게이트에서 나온 존재들은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위압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걸어 나오는 소리부터 중압감이 느껴지는 만큼 이번에 나오는 이들의 덩치는 엄청났다. 가장 큰 이는 4미터, 가장 작은 이도 2미터는 가뿐히 넘을 것 같았다. 그들은 마치 데스나이트처럼 전신을 검은 갑주로 감싸고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데스나이트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모두 둔기이거나 거대한 도끼였다. 뭔가를 파괴하기 위한 무기인 것이다. 그들은 바로 죽음의 파괴자 데스 브레이커, 그리고 광기의 파괴자 인센 블레이커들이었다. 쿵! 쿵! 쿵! 쿵! 쾅! 데스 브레이커들과 인센 브레이커들의 군주, 죽음과 광기의 파괴자들의 군주, 인젠 브레이커 캡틴 투크는 다른 군주들과 마찬가지로 한걸음 앞에 나와 서고는 자신의 무기인 거대한 해머로 땅을 내려치며 자신의 힘을 과시했다. 탁. 저벅. 탁. 저벅. 순간, 데스 게이트에서 또 다른 소리가 들려오자 병사들은 이제는 기대가 가득한 눈으로 쳐다 보았다. 이번에 나온 이들은 손에 뭔가를 들고 있었다. 그것은 마법사들이 들고 다니며 마법을 증폭하거나 마법의 시전을 돕는 아티펙트, 마법 지팡이였다. 걸어 나오고 있는 이들은 모두 낡고 여기저기에 구멍이 난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스윽! 흠칫! 마법사 로브를 입고 있는 이들이 고개를 들자 병사들은 모두 놀라 일순간 한 걸음 물러섰다. 고개를 든 마법사의 얼굴이 새하얀 두개골 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바로 리치! 마법으로 불완전한 불로불사를 이룩해 죽어서도 마법의 진리를 알고자 하는 이들, 리치였다. 수많은 리치! 그들은 모두 최소한 6서클 이상의 마법사들이었다. 그들 중에는 사라진 역사의 고대에 살았던 마법사도 있었기에 그들의 힘. 마법은 지금의 마법사들을 월등히 앞서고 있었다. 바로 그런 이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나중에 가서는 두개골에 갖가지 보석을 박은, 리치들 중 오직 몇 명만이 도달한 아크리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누구보다 짙고 검은 로브를 입고 어떠한 장식도 없었지만 다른 리치들의 두개골보다도 새하얀 두개골을 지닌 자,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인 데스로드를 보좌하는 자, 리치들의 대표인 데스 리치가 걸어나왔다. 데스 리치는 자신의 스태프를 세우고는 다른 군주들이 그랬던 것처럼 뒤돌아섰다. 저벅저벅. 쿵! 쿵! 따그닥따그닥. 딱. 저벅. 딱. 저벅. 지금까지 등장한 이들의 모든 소리를 내며 등장하는 이들. 그들의 수는 매우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종류는 참으로 다양했다. 이번에 등장한 이들은 바로 스켈레톤이었다. 평범한 스켈레톤, 무장한 스켈레톤, 전사처럼 보이는 스켈레톤 워리어, 활을 든 스켈레톤 아처, 스켈레톤 홀스를 타고 나온 스켈레톤 나이트, 그 외에 엄청난 덩치의 스켈레톤 자이언트까지.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중에 가서는 스켈레톤으로는 보이지 않는, 마치 데스나이트가 새하얀 갑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는 본 나이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본 나이트를 시작으로 본 아처와 본 브레이커, 본 메이지, 본 랜서 등 갖가지 본 나이트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의 수는 이미 자리에 나타난 언데드들의 수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고 종류도 다양했다. 히이이잉! 마지막에 나타난 본 나이트, 아니 본 나이트로 보이는 이, 하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과 존재감, 힘은 본 나이트를 월등히 넘어섰다. 그는 바로 뼈로 된 망자들의 군주! 본 로드였다. 그는 자신의 위압감과 존재감을 드러내고는 이내 본 홀스에서 내려 다른 군주들처럼 뒤돌아섰다. 이제 나올 이는 한 존재밖에 없었다. 연합군의 병사들은 그렇게 생각했고, 그 생각은 분명 맞아 떨어졌다. 따그닥따그닥. 따그닥따그닥. 이번에 나온 이들은 모두 말을 타고 있었다. 유령마, 핀텀스티드를. 그 팬텀스티드를 탄 이들은 모두 전신에 검은 갑주를 입고 있었고, 보는 이로 하여금 오금이 저리도록 만드는 붉은 눈빛을 내뿜었다. 그들은 바로 죽음의 기사! 언데드 중 최고라고 칭해지는 데스나이트였다. 데스나이트들의 수는 앞서 나온 언데드들보다 적었다. 그렇지만 그들을 무시할 수 있는 이들은 그 누구도 없었다. 그들은 최강의 언데드라 불리는 데스나이트니까. 히이이잉!! 마지막에 10명의 데스나이트, 아니 데스나이트를 넘어선 존재, 데스마스터의 호위를 받으며 나오는 이가 있었다. 그는 바로 이 데스나이트들의 군주, 죽음의 기사들의 군주, 죽음의 영웅, 데스 히어로 스칼런이었다. 그 역시 다른 군주들처럼 데스나이트들의 앞에 선 후 곧바로 뒤돌아 섰다. 그를 마지막으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듀라한과 좀비, 벤시와 데스 브레이커, 스켈레톤과 데스나이트, 이 모든 언데드들은 즉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들의 군주들 역시 한쪽 무릎을 꿇고 외쳤다. 데스 시타델 정상에 있는 자, 한스를 향해서.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죽음의 왕! 데스로드를 뵙습니다!] [데스로드를 뵙습니다!] 한스를 향한 언데드들의 외침에는 절대적이 충성심과 신임, 열망이 담겨 있었다. 데스로드 한스 게이시스, 이 한 사람에 의해 마계의 모든 언데드들은 중간계에 강림했다. 죽은 자들의 요새 데스 시타델과 함께 .......................................................................................... .......................................................................................... 65장. 진군, 그리고 마족을 먹는 자들 "재미있군, 재미있어. 이래서 마황께서 데스로드를 경계하신 것이로군."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지켜본, 스스로를 마황이라 칭한 마왕 샤크바프론에게 손한 마족 공작 중 서열 3위의 트펠드가 미소 지었다. 샤크바프론은 몇 번이나 당부 아닌 당부를 했었다. 이번에 전장에 나가게 되면 데스로드라는 존재의 힘이 얼마나 되는지 반드시 확인해 보라고 말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돌아와' 보고하라고 했다. 마치 순순히 돌아오기 힘들 것처럼 말하면서. 그런 샤크바프론의 말이 그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해가 갔다. 죽은 자들의 군주인 데스로드가 보여준 힘은 가히 압도적이었으니까. "크크크! 좋아, 재미있어. 한번 붙어보다, 데스로드." 트펠드의 그 말을 시작으로 그를 위시한 주위의 마족들은 명령에의해 감추고 있던 흉포함을 여지없이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마수들을 감추기 위해 설치해놓은 마법진이 해체되며, 그들의 존재감과 마수들의 존재감이 순식간에 연합군의 실력자들에게 감지되었다. 그에 연합군의 실력자들은 식은땀을 흘려야만 했다. 반면, 안도의 한숨을 쉬는 자들도 있었다. 바로 연합군의 수뇌들이었다. 특히 가장 안도하는 이는 바로 연합군의 총사령관 위즈덤 원로였다. 역시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 이종족의 대표들에게 보여준 자료들은 후퇴 명령을 한 이후 그가 가지고 온 자료들 중 일부였다. 그것은 솔직히 자료라고 부르기 미안할 정도로 허구적인, 마치 영웅 소설의 한 페이지 같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고, 그 공통점 때문에 위즈덤 원로가 이종족의 대표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그 한 가지 공통점이란 마왕의 진군, 혹은 마왕이 거느린 세력에 대해 저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영웅 소설처럼 굉장히 과장되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내용이지만, 하나같이 '수많은 마족과 마수 들로 이루어진 군단'이란 문장이 빠지지 않았다. 자료를 수없이 살펴본 후 각기 다른 자료들에서 똑같은 문장이나 유사한 문장이 나오자 위즈덤 원로는 마왕의 군단, 마왕의 병력은 몬스터들이 아니라 따로 병력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자료의 문장에서 분명 마수라고 되어 있었다. 몬스터가 아닌 수많은 마수가 마족들과 함께 진군하였다고. 몬스터와 마수는 엄연히 다른 것. 모르는 이들은 이 둘을 동일시하지만 분명 마수는 따로 존재한다. 그들의 강함은 몬스터들을 능가하고, 수 역시 많다. 그들은 마수, 치열한 생존 경쟁의 세계인 마계의 동물들이니까. 한편, 또 다른 병력이 존재한다는 것에 확신을 가지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드래곤. 드래곤들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전혀 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드래곤은 누가 뭐라 해도 중간계 최강의 종족이다. 그들이 한 명 나서는 것만으로도 방금 전 연합군의 전투는 완벽한 승리로 끝났을 것이다. 그만큼 드래곤이란 종족은 강하다. 그런데 그런 드래곤이 단 한 명도 나서지 않고 있었다. 위즈덤 원로는 그런 드래곤들의 행동을 보다 강한 상대와 싸우기 위한, 전력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알아낸 사실에 대해 위즈덤 원로가 말하려고 할 때 방금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데스로드의 요새의 소환, 그리고 그 요새에서 나타난 수많은 언데드들.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존재감이 나타났다. 바로 마족과 수많은 마수들이 나타난 것이다. 크크크! 크르르르! 키키키키! 캬캬캬캬! 쿵! 쿵! 쿵! 수많은 마족들과 마수들,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마수들의 흉측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 순간 위즈덤 원로는 자료들에서 보았던 한 문장, '수많은 마족과 마수들로 이루어진 군단'이 떠올랐다. 마수들이 다가오는 모습은 문장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어어어! 그어어어! 저벅저벅! 쿵! 쿵! 쿵! 끼리릭! 끼리릭! 척! 척! 척! 따그닥따그닥! 마수와 마족의 군단에 넋을 빼놓고 있을 때 갑자기 들려오는 수많은 소리에 위즈덤 원로뿐만 아니라 연합군의 병사들까지 시선을 돌렸다. 그것은 데스로드가 소환한 요새에서 나온 언데드 군단이 움직이는 소리였다. 언데드 군단은 마수와 마족의 군단을 향해 모두 일제히 돌아섰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들로부터 내뿜어지는 것은 투기! 마수와 마족의 군단을 향한 투기였다. 크아아아아! 펄럭! 그때, 살아 있는 자의 본능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외침과 함께 하늘이 거대한 무엇인가로 가려졌다. "드, 드래곤이다!!" "드래곤들이다!!" 그렇다 바로 수많은 드래곤들이, 가지가각색의 드래곤들이 그 거대한 날개를 펼친 채 하늘을 수놓고 있는 것이었다. 마수와 마족의 군단의 등장. 데스로드의 언데드 군단의 등장. 그리고 드래곤 무리의 등장. 지금까지와는 스케일이 다른 전쟁! 진정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 [로드, 명령을!] 데스 히어로 스칼런이 나에게 대표로 말했다. 그간 마족들에게 쌓인 한과 분노를 풀 수 있게 명령을 내리라고 말이다. 나는 다른 언데드들의 군주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조용했다. 하지만 눈빛은 한결 같았다. 그들도 원하고 있었다ㅏ. 마족을 향한 복수를..... 언데드들은 마계에서 마족들에게 인형, 노리개 이상으로 취급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그들의 분노와 한이 깊을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이들은 나의 명령이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할 것있다. 이제 걱정은 없다. 남은 것은 싸우는 것뿐이다. 나는 오른손을 쫙 펴며 마수와 마족의 군단을 가리키고는 크게 외쳤다. "가라! 그대들의 의지에 따라! 나의 의지에 따라! 저들에게 죽음을! 그대들의 분노를! 그대들의 한을 맛보여주어라!" 착! 척!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데스로드의 명을 받듭니다!] [명을 받듭니다!] 나의 말에 따라 자신의 검을 뽑아 기사로서의 예를 표하는 데스나이트들이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방식이지만 언데드들도 나를 향해 예를 표하고는 뒤돌아서서 나아갔다. 복수를 위해, 한을 풀기 위해 마수와 마족의 군단을 향해 각자의 무기를 들고 힘차게 전진했다! 크아아아아아! 펄럭펄럭! 그때, 대지를 가리는 거대한 그림자들이 등장했다.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이들, 이 중간계의 최강의 종족! 드래곤들이 말이다. 각양각색의 드래곤들은 하늘을 수놓으며 그 거대한 덩치와 중간계 최강의 종족다운 엄청난 존재감을 내뿜으며 나아가고 있었다. "역시 데스로드란 대단하군요. 한 명의 인간이 이렇게 많은 수의 병력을 보유할 수 있다니. 거기에 능히 군주라고 불려도 될 만한 이들도 있고 말이지요."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아주 익숙한 것이었다. 드래곤로드를 제외하고 유일한 10서클 마법을 습득하고 차원 이동 마법을 성공한 골드 드래곤, 데미리안님이셨다. "오셨군요." "예. 상대가 상대이니까요. 마수 중에서 저희 드래곤을 무시할 수 없는 마수들도 있고, 거기에 마족들도 있으니까요." 나는 조금 날랐다. 마수 중에 중간계 최강 종족이라는 드래곤조차 무시할 수 없는 마수가 있다니, 그리고 그런 말을 드래곤에게 직접 듣게 되다니. 나는 잠시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 지금은 전투에 집중할 때다. "그나저나 이곳은 정말 치명적인 곳이군." "........" "각오... 하신 겁니까?" "예." 이미 각오는 되어 있다ㅏ. 죽음의 요새 데스 시타델을 소환하기 이전부터, 전장에서 수많은 병사들이 죽어나갈 때부터, 한나가 납치당했을 때부터 이미 나는 각오했다. 어떤 비난이든, 어떤 욕이든, 어떤 감정이든 받아주겠다고. 나는 고개를 돌려 데미리안을 바라봤다. 그에 마침 나를 보고 있던 데미리안과 눈이 마주쳤고, 한동안 우리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정적을 먼저 깬 것은 데미리안이었다. "후~우! 곤란하군요. 당신 같은 사람이 각오를 다지다니." "......." "그나저나 동족들에게 알려야겠군요. 절대 죽지 말라고. 죽게 된다면 그 육체가 다시 일어나 싸우게 될 것이라고요." "죄송합니다." 데미리안의 말대로 드래곤들이 죽는다면 그들의 육신은 모두 다시 일어나 싸우게 될 것이다. 좀비 드래곤이 되어, 본 드래곤이 되어서. 영혼까지 가능하다면 고스트 드래곤으로 만들어서라도 싸우게 할 것이다. 드래곤이란 존재는 중간계 최강의 종족! 그런 종족으로 만든 언데드는 당연히 최강의 언데드가 될 것이다. 그러니 그만한 전력을 썩힐 수는 없다. 설사 모든 드래곤들을 적으로 되돌린다 하더라도 나는 하고 말 것이다. 크아아아아! 퍽! 퍼석! 데미리안과 내가 이야기하는 사이, 어느새 마수들과 언데드들의 격돌이 시작되었다. 거대한 마수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좀비를 향해 팔을 내려쳤고, 좀비는 단번에 박살이 났다. 하지만 좀비는 하나가 아니었다. 수십, 수백, 수천, 수만이 마수를 생대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몸이 부서지든 말든 하반신이 박살 나고, 팔이 나가떨어져도 좀비들은 마수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빨을 박아 넣고 손톱으로 찍고 자신의 팔뼈를 박아 넣었다. 크아아아악! 쿠쿵! 결국 마수가 목숨을 잃고 쓰러졌다. 하지만 아직 마수 역시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절대적인 수는 언데드 군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리고 언데드 군단에게는 숨겨진 수도 하나 있었다. 쿠우우우우! 일제히 숨을 들이켜는 소리! 그것은 하늘의 수많은 드래곤들이 일제히 숨을 들이켜는 소리였다. 드래곤이 가진 최강의 무기! 브레스를 쓰기 위해서! 파아아아아아! 일제히 쏘아지는 브레스. 잘 보면 브레스에 따라 순간의 차이는 있었다. 제일 먼저 마수들에게 도달한 것은 레드 드래곤의 파이어 브레스! 그 다음 도착한 것은 골드 드래곤의 윈드 브레스였다. 윈드 브레스는 말 그대로 바람의 숨결, 에이션트 드래곤이 되면 빛의 브레스, 레이저 브레스를 쓸 수 있는 드래곤이지만, 브레스를 사용한 골드 드래곤이 에이션트 드래곤이 아니었는지, 아니면 일부러 윈드 브레스를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파이어 브레스와 윈드 브레스의 조합은 확실히 효과적이었다. 파이어 브레스의 불길이 윈드 브레스의 의해 퍼져나가며 더욱 거세게 타올라 마수들을 태웠다. 그 후 도착한 것은 워터 브레스였다. 워터 브레스는 순식간에 파이어 브레스의 불을 꺼버렸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엄청난 수압! 브레스의 엄청난 수압으로 마수들을 짓이겼고, 살아 있는 마수들은 워터 브레스의 물에 완전히 젖어버렸다. 그것은 그들의 악몽의 시작이었다. 콰쾅! 파지지지지직! 갑작스러운 천둥! 그 천둥소리가 난 곳에는 진한 푸른 비늘을 가진 블루 드래곤들이 있었다. 천둥은 블루 드래곤들의 뿔에 떨어졌고, 곧 그것들, 라이트닝 브레스는 워터 브레스에 의해 젖은 마수들에게 들이닥쳤다. 콰콰콰쾅! 파지지지지직! 크아아아! 키이이이! 수많은 마수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렇지만 멀쩡한 마수도 있었다. 키키키키! 파지지지직! 라이트닝 브레스를 정면으로 막아서는 마수들! 마치 거대한 송충이와 거미를 섞어놓은 듯한 마수들은 전격을! 블루 드래곤의 라이트닝 브레스를! '먹고' 있었다. "라이트닝 이터! 벌써 저놈들이 나왔나! 저도 가보겠습니다!" 팟! 라이트닝 이터. 번개를 먹는 마물의 등장에 내 곁에 있던 데미리안이 텔레포트로 사라져서는 한 마리 거대한 골드 드래곤이 되어 하늘을 날았다. 10서클 드래곤 데미리안이 싸움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라이트닝 이터라. 그만큼 대단한 녀석인가. 키키키키! 파지지지직! 콰콰콰콰콰! 라이트닝 이터라는 마수는 놀랍게도 자신이 흡수한 번개를 드래곤과 언데드 군단을 향해 다시 쏘아 보냈다. 그 위력은 라이트닝 브레스보다 조금 약한 정도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이 었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겠군." [로드, 아직 로드께서 나서실 필요는....] "아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쪽에서 최선을 다해야 해." 나는 셰인의 말에 대답하고는 양손으로 수인을 맺고 죽음과 생명을 응축했다. 그리고 곧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나와 나의 대리자에게 죽음을 맞이한 이들이여! 나 그대들을 부르노니! 나의 영혼과 이름 아래에 그 모습을 보여라! 나 그대에게 다시 육체를 주리니! 나의 의지에 따라 나의 적을 치는 충실한 종이 되리라! 리바이벌 몬스터!] 우우우우웅! 쿵! 쿵! 쿵! 쿵! 리바이벌 몬스터. 이는 나에게 죽은 몬스터를 거짓된 육체로 부활시키는 마법이다. 이어 그 마법에 의해 열린 공간의 문에서 나에게 죽은 몬스터들 중 최강의 다섯이 나오고 있었다. 크르르르! 쿵! 크아아아아! 땅을 크게 박차며 고함을 지르는 몬스터, 아니 마수이면서 동시에 신수이기도 한 동물. 전신에 털이 덮혀 있고 머리는 늑대와 비슷하지만 이족보행을 하는 거대한 동물! 그 동물의 이름은 베히모스였다. 그 후 나온 몬스터도 그에 못지 않았다. 쿵! 쿵! 쾅! 거대한 덩치에 두 다리로 걸어 나오는 거인. 그는 브레스트 베일과 한 손에는 덩치에 걸맞는 메이스를, 다른 한 손에는 메이스와 한 쌍인 타워실드를 들고 있었다. 거기에 온몸에는 갖가지 빛이 감싸고 있었는데 그 빛은 그때그때마다 바뀌었다. 이 거인의 이름은 엘리멘탈 자이언트, 거인족 중 가장 강하고 상대하기 껄끄러운 몬스터였다. 다음에 나오는 몬스터는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몬스터였다. 개미들처럼 군집 생활을 하고, 수많은 병사와 일꾼을 거느린 거미로 강력한 독으로 상대방이 죽을 때까지 엄청난 피해를 입혀 죽였던 몬스터, 포이즌 스파이더 퀸. 앞서 모습을 드러낸 두 몬스터보단 작지만 역시 거대한 이 거미 여왕은 수많은 병사 거미와 일꾼 거미를 소환하고 있었다. 끼아아악! 펄럭펄럭! 쩌저저적! 이번에 나온 몬스터는 새였다. 다만 보통 새가 아니었다. 전신에서 내뿜어지는 냉기로 순식간에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새. 그 냉기의 근원은 전신에서 타오르는 푸른 불길. 불사조 피닉스를 모티브로 한 몬스터 프로스트 피닉스. 냉기의 불꽃을 지닌 불사조였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쿵! 쿵! 쿵! 크아아아아아아! 지금까지 나온 몬스터들 중 가장 큰 덩치와 위압감을 지닌 존재. 그는 이 중간계의 최강 종족이며 그 중에서도 수없이 긴 수명 중 절반을 살아야만 주어지는 칭호인 에이션트를 얻은 에이션트 드래곤이었다. 베히모스와 엘리멘탈 자이언트, 포이즌 스파이더 퀸, 프로스트 피닉스, 에이션트 드래곤. 이들 모두가 나에게 죽임을 당하여 리바이벌 몬스터로 부활한 최강의 몬스터들이었다. "가라! 나의 손에 죽음을 맞이해, 나의 손에 다시 부활한 이들이여! 나의 의지에 따라 나의 적을 쳐라!!" 크아아아아! 키이이이! 끼아아악! 고오오오! 펄럭펄럭! 나의 외침에 마수들을 향해 달려 나가는 베히모스와 엘리멘탈. 하늘을 날 수 있는 마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거대한 날개를 펼쳐 날아오르는 프로스트 피닉스와 에이션트 드래곤, 그리고 자신이 소환한 거미 병사와 거미 일꾼을 데리고 진군하는 포이즌 스파이더 퀸이었다. 이들의 개입은 전장의 분위기를 또다시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이 다섯 존재는 확실히 나에게 죽임을 당했다. 아니, 정확히 우리에게 죽임을 당했다. 여기서 우리란 나의 누나 호미연과 누나의 친구인 예진이 누나, 그리고 내 친구인 영택이와 세호, 민수와 세민이었다. 이들이 어떻게 저런 몬스터들을 죽였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저 몬스터들을 죽인 곳은 현실이 아닌 바로 게임에서다!' 라고 대답해주겠다. 그렇다. 저 몬스터들은 바로 게임에서 나에게 죽은 몬스터들이었다. 도플의 일을 처리하기 전, 게임 내에서 진짜 중급 마족을 만난 뒤부터 나는 게임의 세계가 불완전한 차원의 문을 통해 가상도 현실도 아니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나는 그 세계에서 모두의 도움을 받아 강력한 몬스터들을 찾아 사냥했다. 지금 리바이벌 몬스터로 인해 소환된 몬스터들은 모두 하나같이 게임 속에서 일정한 지역을 대표하는 보스 몬스터였다. 대필드 야수의 대지의 보스 몬스터 베히모스, 던전 거인의 유적의 보스 몬스터 엘리멘탈 자이언트, 대필드 대밀림의 보스 몬스터 포이즌 스파이더 퀸, 대필드 빙국의 평원 유동형 보스 몬스터 프로스트 피닉스, 마지막으로 서식형 드래곤 중 최강의 에이션트 드래곤 마룡 엔트라. 이것이 게임 내에서 불리는, 현재 나의 손에 부활한 몬스터들의 이름이었다. 현실도 가상도 아니게 되어버린 게임의 세계. 나는 게임이 그렇게 되어버린 것을 안 뒤, 그것을 최대한 이용해보고자 보스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다녔다. 과연 리바이벌 몬스터로 인해 부활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사냥한 후 나중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소환해보았다. 리바이벌 몬스터를 시전하여.... 역시나 나의 생각은 맞아 떨어졌다. 그 결과로 결국 이렇게 다시 소환하게 된 것이다. 현실에 저 가상의 몬스터들을 불러낸 것이다! 그리고 아직 그 가상의 세계를 이용해 내가 얻어낸 강력한 힘이 남아 있었다. "오라! 나에게 속한 이여!" 우우우웅! 쿵! 쿵! 쿵! 나의 외침으로 데스 시타델 옆의 거대한 아공간의 문이 열렸다. 그 아공간은 나의 언데드들을 보관하는 곳. 그 아공간에서 내가 만들어 낸 언데드들 중 최강이라 할 수 있는 언데드들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크아아아아! 본 드래곤! 바로 게임에서 에이션트 드래곤을 죽이고 얻어낸 드래곤의 시체로 만들어낸 본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거기에 이어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4개의 목을 가진, 레드 드래곤의 드래곤 하트로 만들어지고, 점차 자아를 가지기 시작한 좀비 히드라였다. 현재 내가 만들어낸 최강의 언데드들이 모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리바이벌 몬스터들과 본 드래곤, 그리고 좀비 히드라. 이들이 전쟁에 참여함으로써 언데드 군단은 마수와 마족 군단을 서서히 밀어내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수고하셨습니다. 로드.] 리바이벌 몬스터를 시전한 뒤 바로 아공간을 열어 꺼내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가는 본 드래곤까지 꺼낸 나는 잠시 숨이 가빠왔지만 곧 괜찮아졌다. 이어 나는 전장을 지켜보았다. 리바이벌 몬스터들과 본 드래곤, 좀비 히드라의 투입으로 전장은 확실히 유리해졌다. 하늘에서는 각가지 마수들이 드래곤을 상대하고 있었고, 마족들은 군주급 언데드들과 그들의 친위대가 상대하고 있었다. 언데드 군단과 마수와 마족 군단, 그리고 엄청난 수의 드래곤들의 격돌, 그 속에서 나만이 오직 평온을 유지하며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내 주위에서는 전투가 벌어지지 않고 있다. 아무리 마수들이 많다고 한들 언데드 군단을 뚫고 나에게 공격해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하늘에서는 드래곤들과 망령형 언데드들, 그리고 벤시들이 공중형 마수와 마족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나에게 다가올 틈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설사 온다고 한들 내 주위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레이." "예, 아빠." "준비는?" "완료했어요." "그럼 가자!" "...예." 잠시 뜸을 들이는 레이. 레이의 표정이 어떤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분명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겠지. 난 괜찮아, 레이. 난 혼자가 아니니까. 그리고 각오했으니까. ............................................................................................ 마수와 마족들로 이루어진 마왕의 군단을 몰아치고 있는 엄청난 수의 언데드 군단. 하늘에서 브레스와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드래곤들, 그리고 그런 언데드들과 드래곤들의 브레스, 마법을 막아내거나 흡수하여 되받아치는 마수와 마족들. 이런 대격전 속에서도 연합군의 병사들은 안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있는 곳은 데스 시티델이 소환된 곳의 뒤쪽이며, 언데드 군단이 나온 곳과 전장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곳이었다. 그렇게 안전한 곳에 있는 연합군의 병사들은 멍하니 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수뇌부들은 분주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며 회의 중이었다. 쾅! "크르르! 당장 전진시켜야 한다!" "수인족 대표분의 의견에 저희 엘프족도 찬성입니다." "으음." "난 싫어! 저길 어떻게 가!" 덜덜덜. "음......" 수인족 대표와 엘프족 대표는 연합군 전 병력의 전진을 찬성했으며, 페어리들은 반대를 표하고, 드워프 대표와 인간족 대표라 할 수 있는 위즈덤 원로는 침음성을 흘리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수인족 대표와 엘프족 대표의 주장인 전 병력의 전진은 무모한 일이었다. 언데 드와 마수, 마족 군단, 그리고 드래곤들이 격돌하는 곳을 보면 어째서 무모한 일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콰쾅! 화르르르! 파지지직! 쩌저저적! 재조차 남기지 않을 정도의 전기와 순식간에 모든 것을 얼려버릴 정도의 냉기가 난무하는 전장. 그곳에 연합군의 병사들이 뛰어든다면 그들의 목숨은 이미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사실을 그 자리에 있는 수뇌부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인족과 엘프족이 병력을 전진시키고자 한 이유는, 그들은 마족으로부터 중간계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는 대외명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외명분으로 인해 결성된 연합군이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들러리'로 전락한 상태다. 엄청난 힘의 차이 때문에 말이다. 이대로 전장에 뛰어든다면 개죽음이란 사실은 알지만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그렇기에 수뇌부들은 모두 고민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수인족은 전사의 명예를 위해. 엘프족은 긍지를 위해 병력의 전진을 선택했고, 페러리는 순순하게 자신의 생명을 위해 반대를 선택했다. 아직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드워프와 인간. 두 종족 뿐이었다. "난 반대네. 우리 드워프는 죽기 위해 전쟁에 참여한 것이 아니네. 살기 위해 전쟁에 참여했을 뿐이지." "크르르르! 겁쟁이!" "겁쟁이라고 말해도 좋네. 나를 비난하는 동족들도 있겠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네." 드워프족 대표는 선택했다. 살기 위해 참여한 전쟁에서 죽을 것을 알고 전장에 돌격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며 페어리족에 섰다. 이로써 2 대 2. 이제 인간 대표인 위즈덤 원로의 결정에 의해 판가름이 나게 되었다. 막사 안에 있는 이종족의 대표들은 선택을 종용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 속에서 위즈덤 원로의 머리는 복작해졌다. [그대들이 무얼 선택하든 그대들은 가지 못한다.] ".....!" 갑지기 들려온 목소리. 그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바로 위즈덤 원로의 그림자였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위즈덤 원로의 등 뒤에는 한 면의 데스나이트가 서 있었다. 그 데스 나이트는 셰인, 데스 챔피언 셰인이었다. 그렇지만 겉모습은 다른 데스나이트와 똑같았기에 알아보는 이는 없었다. "크르르르! 그게 무슨 말인가?" 수인족 대표는 셰인을 향해 강한 적의를 드러내며 물었다. 그러자 셰인은 그를 우습다는 듯이 바라보고는 대답했다. [말 그대로 그대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지 가지 못한다. 모르겠나? 우리 언데드들의 성지, 데스 시타델의 등장으로 주변의 모든 것이 죽었다는 것을. 연합군이 전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데스 시타델을 지나야 한다. 그렇지만 과연 그대들이 지나갈 수 있을까? 지나기 전에 우리와 같은 언데드가 되어버릴 텐데.] "...." 수뇌부들은 셰인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그의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설사 저 죽음의 땅을 지난다고 해도 과연 전장에서 싸움다운 싸움을 하 수 있는 이가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모두 개죽음 당하는 것이란 말이다.] "크르르르!" [왜? 개죽음이라고 하니까 기분 나쁘나?] 수인족 대표를 바라보며 셰인은 본연의 기운인 죽음을 내뿜었다. 그로 인해 수인족 대표는 위축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그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랬다. 잠시 후, 연합군의 대표들을 바라보던 셰인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연합군의 전진을 막는 것.] 연합군의 전진. 그것은 한스가 한 일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드는 일. [두 번째는 로드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다.] 데스로드의 전언. 한스의 전언을 가지고 온 사절, 셰인. 데스로드 한스가 전하라는 말을 들은 수뇌부들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곧 결정을 내렸고, 그 후 바로 연합군의 전 병력이 후퇴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언데드 군단과 드래곤, 마수와 마족의 군단이 격돌하고 있는 가운데 연합군의 전 병력은 후퇴하기 시작했다. ........................................................................................... 쿠쿠쿠쿠! 죽음의 요새, 죽은 자들의 성지, 데스 시타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언데드 군단과 드래곤들, 마수와 마족 군단의 대접전이 벌어지는 현장으로! 끼리리릭! 사사사사! 그어어어어! 전장에 접근하자 데스 시타델의 능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데스 시타델이 가진 힘으로 인해 불타고 발살이 나며 재가 되어 사라진 언데드들이 부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대지는 죽음의 땅으로 바뀌어가고, 죽음의 땅으로 바뀌어간 대지는 언데드 들에게 힘을 실어주었으며, 적인 마수와 마족들의 힘을 빼았았다. [로드, 그들에게 전하고 왔습니다. 곧 후퇴를 시작할 것입니다.] "수고했어, 셰인." 나의 명령을 수행하고 돌아온 셰인은 보고를 마친 뒤 조용히 내 뒤에 시립했다. 나는 이동하는 요새 데스 시타델 위에서 전장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마수들 역시 생명이다. 언데드들과 드래곤들에 의해 수많은 생명들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 쿠쿵! 수많은 라이트닝 이터에 의해 결국 최초로 블루 드래곤 한 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그 근처에는 수많은 라이트닝 이터의 시체들이 나뒹굴고 있었지만 그들은 아직도 끊임없이 존재했다. 그런 블루 드래곤의 시체를 바라보며 나는 천천히 죽음과 생명을 들어올렸다. 나는 분명히 말했다. 설사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수많은 드래곤이 바라보고 있는 중이라도 죽은 자가 있다면 살려서 싸우게 만들겠다고! [나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데스로드. 나의 이름은 호상민. 또 다른 이름은 한스 게이시스. 나 여기서 외치노라! 여기서 말하노라! 나의 의지에 따라 망자여, 일어나라! 죽은 자여, 일어서라! 나의 의지에 따라 다시 부활하여 살아 있는 것들을 분노하고 증오하라! 일어나라, 망자여!!] 우우우웅! 팍! 팍! 내 손에 뭉쳐 있던 죽음과 생명은 그대로 죽어버린 블루 드래곤을 향해서 쏘아져나가 그대로 스며들었다. 쿠쿠쿠! 크아아아아아! 얼마 안 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블루 드래곤. 하지만 블루 드래곤은 분명 죽어 있었다. 다만 죽어서 움직이는 것뿐! 바로 좀비 드래곤이 되어서 말이다. "후~우!" 정식으로 좀비 드래곤을 만드는 방법이 아닌 죽음과 생명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임시 좀비 드래곤. 그래도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효용을 지니고 있었다. 설사 죽었다고 한들 드래곤은 중간계 최강의 종족이니 말이다. 좀비가 된 블루 드래곤은 그대로 자신의 주위의 라이트닝 이터를 짓밟기 시작했다. 쿠우우우! 파아아아아! 키이이이! 크게 숨을 들이켰다가 다시 내뱉는 블루 드래곤. 그것은 브레스였다. 좀비 드래곤이 사용할 수 있는 브레스. 윈드 브레스에 비하면 약하기 그지없지만 갓 만들어진 좀비 드래곤이 브레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었다. 좀비 블루 드래곤의 브레스에 가까이 있던 라이트닝 이터가 갈가리 찢어졌다. 쿠쿠쿠쿠! 점차 전진하는 데스 시타델의 힘으로 마수들의 시체는 서서히 몸을 일으키키 시작했고, 살아 있는 마수들을 향해 자신의 팔다리를 휘둘렀다. 그렇게 죽음의 군단, 언데드 군단의 수는 갈수록 늘어갔다. 이것이 죽은 자들의 공포, 언데드 군단의 공포인 것이다. 적이었던 이를 죽여 아군으로 만들어 적과 싸우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느는 것은 아군! 언데드 군단을 상대로 마수와 마족, 너희가 과연 이길 수 있을까? 비틀! [로드!!] "아, 미안, 셰인. 조금 지쳤나 봐." "아빠!" 쿠쿠쿠쿠. 비틀거리는 나를 부축하는 셰인, 그리고 데스 시타델을 움직이고 있던 레이도 모습을 드러냈다. "레이, 다시 되돌아가. 요새를 움직여라. 이다로 전진시켜. 로시아 제국의 수도까지." "하, 하지만 아빠!" 내 말에 레이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모습을 감추었고, 이내 데스 시타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드.] "셰인, 의자를 준비해줘." [예, 로드.] 곧 셰인은 의자를 가지고 왔고, 나는 그 의자에 앉아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피곤하다. 지친다. 당장이라도 쉬고 싶다. 그렇지만 나는 참았다. 참아야 한다. 이 전장을 모두 지켜보아야 한다. 지금 죽어가는 이들을. 이 광경을 모두 기억해야 한다. 나에게는 그래야 할 의무가 있다. [로드, 조금 쉬시는....] "아니, 됐어." [그렇다면 잠시 요새의 이동에 사용되는 힘을 저희에게 분담시키십시오.] [맞아, 맞아. 로드. 셰인의 말을 들으라고.] [이 넘치는 힘! 쓰게 해달라고!] [로드.]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빌리와 우라노스, 켈트와 킬,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그리고 보를까지 나에게 걱정된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알았어. 모두 잘 부탁해." [맡겨두십시오.] 나는 바로 데스 시타델의 이동에 들어가는 힘을 데스 챔피언 모두에게 분담되도록 했다. 사실 죽음의 요새는 이동을 하지 못한다. 죽음의 요새라고는 하나 소환되는 그 장소에 고정되는 요새였다. 그런 데스 시타델이 이동할 수 있는 것은 레이 덕분이다. 레이는 그림자의 군주 섀도 로드다. 이것이 데스 시타델이 이동할 수 있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냐 하면 바로 그림자 때문이다. 그림자는 어디에든 있다. 빛이 있는 곳이라면, 물건이 있는 곳이라면, 당연히 데스 시타델에도 그림자는 있다. 데스 시타델의 바닥 일부를 그대로 그림자에 스며들게 한 후, 스며든 그림자를 이동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데스 시타델의 이동 비밀이었다. 물론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부지만 그림자로 스며들게 하는 것도 만만치 않고, 거대한 요새인 데스 시타델을 이동하는 것도 힘들다. 데스 시타델이 이동하는 데는 막대한 힘이 소모되고, 그 힘을 레이를 통해 주입하고 있었다. 레이의 힘만으로는 벅차기에 내가 부담한 것이고, 그 때문에 조금 지쳐서 몸을 비틀거렸던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데스 시타델을 소환 유지하는 데도 지속해서 마나를 소모하고 있었군. 나도 의외로 둔감하구나. "후훗!" 나는 잠시 회복을 위해 힘을 쓰기로 했다. 너무 무리해서는 안 된다. 이대로 며칠간 이동해야 한다. 마왕이 있는 곳. 마왕의 넷째 아들이라는 글러트니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마왕을 죽이지 않고 그저 죽기 직전까지 몰아가기 위해서는 웬만한 준비가 아니면 힘들 테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데스 시타델의 이동에 드는 힘을 데스 챔피언들에게 맡긴 채 회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눈은 감지 않았다. 모든 것을 지켜봐야 하기에, 나에게는 그럴 의무가 있기에........ ........................................................................................... 연합군의 후퇴. 데스로드의 언ㄷ드 군단과 드래곤족의 전쟁 참여. 이것은 순식간에 대륙을 휩쓸었다. 라스트 포드로 전쟁의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온 전령을 통해 전해진 소문은 놀랍게도 순식간에 펴져나갔다. 소문을 접한 이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고, 공포에 떨면서도 동시에 안도하기도 했다. 그런 각가지 반응을 보인 이유는 바로 데스로드와 데스로드의 언ㄷ드 군단 때문이다. 데스로드의 언데드 군단이, 일부지만 몬스터 군단과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병사들로 이루어졌 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또한 그런 언데드 군단의 규모가 몬스터 군단뿐만 아니라 뒤늦게 나타난 마족과 마수로 이루어진 마왕군을 압도했다는 사실과 마왕군의 죽은 마수로 인해 수가 더욱 늘어났다는 것ㅇ 공포와 두려움에 떨면서도, 데스로드와 언데드 군단이 아군이라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그런 반응은 소시민들, 피난을 온 평민들뿐이었다. 제국과 왕국의 귀족들은 이 사실에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패배 한 것은 아니지만 연합군의 후퇴, 언데드 군단과 드래곤족의 전장 참여로 인해 들러리로 전락해버렸다는 사실에 인간 측의 수뇌부들은 잠시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이어서 엄천난 수의 언데드 군단, 거기에 그런 언데드 군단을 통솔하는 데스로드의 존재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데스로드의 언데드 군단은 현재 계속 전진 중이었다. 엄청난 수의 마수와 귀족 계급의 마족들로 이루어진 마왕군을 폐퇴시키고 로시아 제국의 수도였던 글로리로 말이다. 그렇게 전진하면서 언데드 군단의 수는 갈수록 늘어갔고, 그로 인해 인간 측의 수뇌부들의 경각심은 더욱 커져갔다. 경각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한 개인이 너무도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단지 이유는 그것뿐이었다. 아니, 한 가지 이유가 더 있긴 있었다. 바로 데스로드,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가 인간이라는 사실이었다. 인간이란 악함과 선함을 둘 다 가지고 있는 존재. 인간 측의 수뇌부들은 언제 데스로드 한스가 돌변해 대륙을 정벌하여 통일을 노릴지도 모른다고 말도 안 되는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확실히 노려볼 만한 것이긴 했다. 한스에게는 그만한 힘도 있고, 그를 도와줄 병력도 있었다. 마왕을 물리친 뒤에 한스가 대륙의 정벌과 통일을 노린다면 솔직히 막을 수 있는 이가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드래곤들이 아닌 이상 말이다. 이런 생각이 인간 측의 수뇌부 중 머리가 잘 돌아가는 이와 너무 앞서가는 이, 욕심이 많은 이의 머릿속에서 맴돌았고, 그들은 차츰 경각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단 마왕이라는 공통의 적이 있었기에 그들은 조용히 있었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한스는 언데드 군단, 데스 시티델과 함께 진군하고 있었다. 언데드 군단의 수는 갈수록 늘어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대륙에는 마왕이 강림하기 이전에 마족에 의해 10년간 전쟁이 있었고, 그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그리고 전쟁에서 죽어나간 병사 들의 시체는 모두 불태운 뒤에 매장하거나 그냥 방치되기도 했었다. 그렇게 죽어간 병사들의 시체가 글로리를 향해 이동하고 있던 데스 시타델의 힘으로 언데드가 되어 부활한 것이다. 계속 늘어가는 언데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 이종족 연합군과 몬스터 군단의 전투, 언데드 군단과 드래곤족, 마수와 마족으로 이뤄진 마왕군의 전투가 있었던 날 이후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런 공격도 받지 않은 채 언데드 군단은 계속해서 전진해갔다. 그리고 어느새 대륙의 모든 이의 관심은 언데드 군단에게만 쏠리게 되었고, 점차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연합군에 대해 잊혀져가고 있었다. ............................................................................................ "재미있군." "...." "....." '....." 샤크바프론의 말에 최측근인 마족 공작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식은땀만 흘려댔다. 현재 마왕군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흑마법사들을 시켜서 만들어낸 수명이 짧은 몬스터들은 전멸했고, 샤크바프론을 비롯한 마족 공작, 마족 후작들이 소환해낸 마수 군단과 그와 함께 보낸 마족들도 상당수 죽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마왕군과는 다르게 마왕군을 그런 상황으로 몰아버린 언데드 군단의 수는 갈수록 늘어갔다. 그들과 싸운 마수들은 모두 죽어 언데드 군단에 합류했고, 인간들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일으켰던 전쟁에서 죽은 병사들의 육신도 부활해서 언데드 군단에 힘을 실어주었다. 거기에 언데드 군단에는 뜻밖의 강자들이 있었기에 최후의 적은 드래곤이라고 생각했던 4명의 마족 공작들로서는 매우 난감한 상황이었다. 언데드들 중에는 2명 이상의 힘을 합쳐도 감당하 수 없는 이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누가 봐도 불리한 상황. 그렇기에 4명의 마족 공작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공포에 떨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에 대한 책임을 샤크바프론이 누구에게 물릴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의 생각과 다르게 샤크바프론은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돌릴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그는 불리해진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재미있군, 재미있어." 말 그대로 샤크바프론은 지금의 상황이 재미있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누가봐도 불리한 상황이다.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한스의 언데드 군단에 의해서 말이다. 그런데도 샤크바프론은 여유를 잃지 않고 어려운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모두 그만 고개를 들어라." 샤크바프론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4명의 마족 공작들은 바로 고개를 들었다. 목소리로 보아 샤크바프론이 분노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여전히 긴장한 상태에서 샤크바프론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었다. 마족이란 종족은 변덕이 심했고, 심지어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도 죽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샤크바프론은 그런 4명의 마족 공작을 바라보며 말했다.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손님? 이게 무슨 말인가? 이런 의문이 피어올랐지만 그들은 조용히 있었다. "데스로드, 그만한 자가 오는데 그냥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집주인으로서 손님을 맞이할 때 손님의 품격에 걸맞은 준비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마치 기쁘다는 듯이 말하는 샤크바프론을 보며 4명의 마족은 식은 땀을 흘리며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샤크바프론은 자신들의 잘못을 꾸짖을 생각이 없다는 것을 눈치 챘기 때문이다. 그 대신 현재 샤크바프론의 머릿속에는 데스로드, 한스를 맞이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후 4명의 마족 공작들과 성내의 마족과 흑마법사들은 샤크바프론의 지휘 아래 준비에 들어 갔다.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인 데스로드, 한스를 맞이하기 위해서..... ........................................................................................... 번쩍! 우르릉! 척! 척! 척 저벅저벅. 그어어어. 끼리릭! 따각따각. 쿠쿠쿠. 태양을 가린 먹구름 사이로 치는 천둥 번개. 폭우가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은 날씨 속에서 수많은 언데드들은 걸어가고 있었다. 이들은 나의 백성, 나의 병사, 나의 수족, 나로 의해 죽음이란 안식에서 부활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걷고 있었다. 마왕에 의해 마계의 대지처럼 황폐하고, 오직 생존을 위한 약육강식의 대지가 되어버린 땅을..... 쿠쿠쿠. "후~우!" 지금까지 계속 이동하던 데스 시타델이 멈추고, 곧바로 레이가 나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멈추어 선 데스 시티델에 맞춰 모든 언데드들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번쩍. 우르릉! 똑똑. 쏴아아아! 결국 하늘에서는 천천히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했고, 얼마가지 않아 빗줄기는 거세어져 눈앞의 시야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척. [비를 맞으시면 몸에 좋지 않습니다.] 셰인이 나에게 한 걸음 다가왔고, 그로 인해 나는 비를 맞지 않게 되었다. 셰인이 자신의 몸을 비롯한 내 주위에 방어막을 쳤기 때문이다. "셰인, 방어막을 치워주겠어?" [로드.] "왠지 비를 맞고 싶어서...." [.....] 쏴아아아! 곧 셰인은 나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비의 차가움이 복잡한 생각으로 인해 달구어진 머리를 식혀주고, 빗물이 전신을 적셨다. 나는 그렇게 비를 맞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생각해보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유독 비 맞는 것을 즐겼다. 그때부터 나는 모든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을 스스로 챙겨야 했다. 그 예는 바로 비 오는 날의 우산이었다. 날씨가 우중충한 날. 비는 오지 않지만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에 어머니는 다른 아이들의 어머니들처럼 방과 후에 맞춰 우산을 가지고 마중 나오지 않으셨다. 그 때문에 나는 우산을 챙겨오지 못한 날에는 비를 맞고 집에 돌아와야 했다. 아주 어렸을 때는 집에 있음에도 마중 나오지 않는 어머니가 미웠고, 다른 아이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나중에 가서는 오히려 비 맞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비는 시원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이 입고 있는 옷을 적시지만 왠지 모르게 나의 모든것을 씻어주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는 비를 좋아했다. 나중에 가서는 일부러 우산을 가지고 가지 않을 때도 있었고, 우산을 가지고 갔음에도 비를 맞고 올 때도 있었다. 이렇게 비를 맞고 있으니 갑자기 그때가 생각났다. 하지만 어렸을 때 맞던 내가 좋아하던 비와 지금의 비는 달랐다. 내가 살던 곳의 비가 아니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내가 변해서 그런 것 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제 최후의 결전만이 남아 있기 때문인 것일까? 쏴아아아! 나는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속에서 눈을 떠 앞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성벽을. 한때 로시아 제국이라는 거대 제국의 수도였지만 이제는 마왕의 영지가 되어버린 곳의 성벽을. 스스스! 내가 끌어올린 마나로 인해 입고 있던 옷과 몸을 적시던 빗물들이 증발했다. 그리고 아까 셰인이 펼쳤던 것과 같은 막이 비를 막아냈고, 나는 천천히 나의 몸을 관조하기 시작했다. 몸의 상태는 최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데스 시타델을 이동시키면서 최후의 결전을 위해 여러 가지로 몸을 관리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최후의 결전뿐! 척! 척! 그어어어! 끼리릭! 따각따각. 쿵쿵. 그때, 수많은 언데드 군단이 뒤를 돌아 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스켈레톤과 좀비, 레이스와 듀라한, 데스나이트와 리치, 모든 언데드들이 강한 열망을 가지고 나를 주목하고 있었다. 사실 지켜보고 있는 이들은 영혼을 가진 상위 언데드들뿐이었지만, 나는 모두가 날 지켜보고 있다고 느꼈다. 단지 다른 언데드들은 상위 언데드들의 행동에 맞춰 움직인 것뿐인데 데스 시타델 위세서 그들의 열망을 느낀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죽음에서 부활한 이들이여, 나의 백성들이여." 나의 목소리는 마나로 인해 빗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용히 언데드들 사이로 퍼져나갔다. "그대들, 죽음에서 부활한 이들이여, 가라! 나의 적에게. 나의 의지에 따라! 그대들의 의지에 따라 저 어리석은 이들에게 죽음을! 저 어리석은 이들이 살아가는 저 땅을 우리의 대지인 죽음의 대지로 만들어라!" 크어어어. 끼리리릭! 척! 척! 쿵! 쿵! 나의 말이 끝난 이후 언데드들은 다시 뒤를 돌아보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언데드들은 광신도였다. 나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데스로드의 광신도. 그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그들 중 생각할 수 있는 이들은 소수의 상위 언데드들뿐이다. 그런 소수의 상위 언데드들조차 오직 나의 명령을 따르기만 한다. 거기에 이들은 이미 죽은 자들이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그렇기에 나에 대한 광신만이 남은 이들은 끝까지 싸울 것이다. 설사 자신이 소멸한다고 해도. 이런 저들이 부담스럽다. 새삼스럽게 지금까지 나에게 충성해온 데스 챔피언들이 부담스럽다. 역시 난 군주로서 걸맞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지만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한나를 구하기 위해서는, 한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수많은 언데드들이, 이 많은 광신도들이 필요하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우우우웅! 수많은 언데드들이 진군하고 있을 때, 갑자기 나타난 다수의 거대한 마법진으로부터 마력이 느껴 졌다. 저 마법진은 소환진. 그것도 거의 소환이 다 된 마법진이었다. 그런가, 역시 너무 조용해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준비한 것이 있었군. 마법진의 수는 20개를 넘지 않았다. 세어보니 18개. 그렇지만 그 마법진 하나하나에 들어간 마력이 결코 적지 않은 양이란 것을 느끼고는 긴장했다. 우우웅! 팟! 쿠쿵! 마법진에 의해 소환된 존재들은 곧 대지에 안착했다. 나는 잠시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마법진에 의해 소환된 존재들은 하나하나가 무시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크크크! 이거 오랜만에 실컷 놀아보겠군.] [크크크!] 착! 수많은 언데드 군단을 보며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흘리는 이들. 그들의 수는 셋이었으며, 몸집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들과 함께 소환된 이들에 비해서였지, 그들의 몸집은 거의 2~3미터로 결코 작지 않았다. 동시에 소환된 이들에 비해선 작았지만 그들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손에 쥔 불꽃의 채찍이 그 증거였다. 2~3미터의 키. 붉은 피부와 탄탄한 근육들. 머리에 난 2개의 거대한 뿔. 거기에 불꽃을로 된 채찍을 무기로 사용하는 이들. 그들은 너무나 유명한, 혼전적인 성격과 끝을 모르는 투쟁심 덕분에 마계의 투신이라 불리는 발록이었다. 마계의 단 4명뿐인 마왕 중에서도 이들을 수하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는 일부뿐이라는 마계 최강의 전투 종족, 마계의 투신이라 불리는 발록들이 소환된 것이다. 무려 셋이나 말이다. 쿵! 쿵! 크아아아아! 마계의 투신 발록에게 가려졌던 존재감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여섯 존재들. 그들은 발록에 비하면 유명하지 않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거대한 몸집의 그들은 바로 드래곤이었다. 블랙, 그린, 실버, 골드, 레드, 블루 6가지의 비늘 색을 가진 드래곤. 하지만 일반적인 드래곤과는 달랐다. 그들은 이성이 없었다. 본능적인 투쟁심만이 남은, 드래곤 이지만 드래곤이라 불릴 수 없는 드래곤. 마계의 드래곤 마룡이었다. 이들은 원래 드래곤이었지만 마왕의 꼬임에 넘어가 타락하여 마계로 건너간 것이다. 마룡은 드래곤들처럼 6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성이란 것이 남아 있지 않다. 오직 본능만이 남은 드래곤인 것이다. 본능만이 남은 마룡은 대단히 강하다. 마계는 약육강식의 투쟁의 땅. 그것에서 살아남았기에 마룡은 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에게는 마법도, 용언도 없지만 강했다. 드래곤들과 비교해서 덩치는 월등히 컸고, 전투 감각도 뛰어 났다. 마계에서 살아남은 부산물로 그들은 원래보다 강한 육체와 비늘, 뛰어난 전투 감각으로 얻은 것이다. 그런 마룡과 드래곤이 다른 점이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비늘이었다. 다른 드래곤들이 각 속성에 따라 비늘의 색이 모두 맑은 색이라면, 마룡들의 비늘은 마력에 의해 물든 탁한 색이 었다. 발록 셋과 마룡 여섯. 이들의 존재만으로도 위협적인데 이들은 전체적인 숫자의 절반에 불과했다. 끄어어어억! 끄어어어억! "저건... 소울 이터로군." 뒤이어 소환된 다섯 존재. 그것은 상위 언데드들에게, 특히 망령형 언데들에게 쥐약인 마계의 마수, 아니 마물이었다. 영혼을 먹는 마물. 마계에서도 그 수가 극히 적은 마물이 바로 소울 이터였다. 마족 녀석들, 노력 좀 했군. 그렇다면 나머지 넷은 안봐도 뻔하군. 스스스스스! 마치 파도와 같은 작은 벌레의 무리. 마계의 청소부, 죽은 시체만을 먹고 사는 마물. 언제부터 존재해왔는지도 알 수 없고 이름조차도 없이 단지 벌레라고 불리는 마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언데드들을 겨냥한 소환이로군. [마룡들은 저희가 맡겠습니다. 나머지를 부탁드립니다.] 갑자기 내 귀로 들려오는 목소리. 그 목소리는 데미리안의 것이었다. 역시나 따라오고 있었군. 크아아아아아! 곧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드래곤과 그 드래곤을 바라보는 마룡. 마룡들은 거대한 덩치에 걸맞은 날개를 펼치며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예전에 책에서 본 적이 있었다. 마룡은 본능적으로 드래곤들을 증오하고 동시에 갈망한다고. 타락한 자신이 아닌 긍지 높은 중간계의 드래곤의 모습을 그렇기에 마룡은 드래곤을 최우선적으로 공격한다고. [크크크! 귀찮은 드래곤들은 저 녀석들이 상대하게 됐군.] [이번만큼은 부럽군. 피 터지는 싸움이 그만큼 재미있는 법인데.] [그렇군. 크크크! 그렇지만 시체들을 상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발록들은 날아오르는 마룡들을 보고는 기분 좋다는 듯이 말하며, 쥐고 있는 불꽃의 채찍을 팽팽하게 당기며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착! [거기, 우린 피라미 따위는 관심 없으니까 진짜를 보내라.] [저 건방진!!] 나를 향해 채찍을 휘두르며 말하는 발로. 그 말에 데스 히어로, 스칼런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확실히 상대가 발록이라면 웬만큼 강해서는 싸울 수 없다. "볼케이노, 프로스트, 빌리. 할 수 있겠지?" [후훗! 맡겨달라고!] [맡겨주심시오.] [하~아! 좀 힌들겠지만 해보지, 뭐.] 내 말에 볼케이노와 프로스트, 발리가 앞으로 나섰다. 데스 챔피언인 이들이라면 발록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승리는 장담할 수 없다. 발록이 괜히 마계의 투신이라고 불리는 것은 아니니까. "우라노스, 킬, 저 셋을 돕도록 해." 끄덕. [좋았어!] 완전한 승리를 위해 나는 우라노스와 킬을 남겼다. 이제 남은 것은 소울 이터와 벌레뿐이군. 상대는 이미 정해져 있는건가. [크크크! 상대도 정해졌겠다! 신나게 놀아보자고!!] 화르르르! 콰쾅! 가운데 있던 발록의 화염의 채찍이 일으킨 폭발. 그 폭발은 결전의 신호탄이 되었다. ............................................................................................ 마족이 언데드 군단을 상대하기 위해 소환한 발로과 마룡. 그리고 소울 이터와 마계의 청소부라고 부르는 '벌레'를 맞이하여 전투를 벌이고 있을때, 대륙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여든 라스트 포드에 서는 알지 못할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후후후.] 라스트 포드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 존재하는 언덕 위에서 한 존재가 라스트 포드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그 언덕 위에 있는 존재는 전신을 검은 갑옷으로 감싸고 있었는데, 그의 몸에서는 알지 못할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은 바로 마력이었다. 마력은 그의 몸과 갑옷에서 내뿜어 지고 있었다. [이렇게 돼버린 상태에서 복수를 하게 되다니. 유감이야.]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마력을 내뿜은 흑기사의 뒤에서 또 다른 흑기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겉모습은 둘 다 똑같았지만 보고를 하러 온 이는 라스트 포드를 지켜보고 있던 이보다 약한 마력을 내뿜고 있었다. 다른 흑기사가 보고 하러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흑기사의 시선은 라스트 포드로부터 떠날 줄 몰랐다. [그날로부터 수없이 긴 시간이 흘렀다. 너희들은 고작 기사에 불과했던 나를 잊었겠지. 하지만 난 잊지 않았다! 그때의 그날을!] 수없이 긴 시간 동안 복수의 칼날을 갈아온 그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자가 되어 드드어 그 복수의 칼날을 빼들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벰모트. 한때 에르니카 왕국의 기사였으나 모함으로 파문당했던 기사. 흑마법사와 손을 잡고 마왕에 의해 다크마스터로 다시 태어난 벰모트였다. [아무리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돌아갈 곳이 없다면 그건 이겼다고 할 수 없지.] 벰모트의 말대로 그는 마왕의 명령에 의해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라스터 포드를 치러 온 것이다. 물론 마지막 요새를 치러 온 그가 혼자일 리는 없었다. [간다!] 척! 그의 말에 따라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이들은 다크나이트들이었다. 총 인원은 1,443명 한 명 한 명이 마력으로 인해 소드마스터급의 실력을 내는 다크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고, 모두 벰모트가 엄선한 정예부대였다. 수는 적었지만 이들은 모두 인간의 아닌 다크나이트. 언데드와 마찬가지로 지치지 않는 데다, 다크 오러 블레이드의 위력은 가히 엄청나기에 라스터 포드를 치러 왔다는 것은 헛말이 아니었다. 히이이잉! 마력에 의해 강화된 말들은 전신 갑옷을 착용한 다크나이트들을 태우고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땡땡땡! 라스트 포드는 연합군의 전 병력으로 최고 경계 태세에 들어가 있었고, 항시 감시탑에는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기에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다크나이트들이 일으키는 먼지구름을 볼 수 있었다. 곧 라스트 포드의 공기는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한스와 그 일행들에 의해 만들어진 3개의 방벽 위에는 수많은 병사들이 활을 비롯한 무기를 들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병사로 차출되지 못한 이들. 그들은 자신이 아는 이가, 혹은 자신의 나이대의 남자들이 병사로 착출되어 떠나는 것을 보고 알게 모르게 불만이 쌓였었다. 또한 이들은 막상 실전을 겪게 되자 긴장했지만, 곧 자신은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버텨야 한다는 사명감이 그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훗! 부수고 돌진한다. 피라미들에게는 관심 없어.] [예!] 척! 대답과 동시에 다크나이트들은 랜스를 들어올렸다. 기마전용으로 만들어진 그 랜스에는 서서히 다크 오러 블레이드가 맺혔다. [투척!] [투척!] 파파팍! 다크 오러 블레이드가 맺힌 랜스는 그대로 방벅을 향해, 전력으로 달린 말의 속력과 마력으로 강화된 다크나이트들의 근력으로 인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콰콰콰쾅! [쳇!] 도저히 랜스와 방벽이 부딪친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소리. 그 소리를 들은 벰모트는 혀를 차며 검을 뽑아들었다. 순식간에 그의 검에는 소드마스터의 증거인 완성된 오러 블레이드, 마력에 의해 검게 물든 다크 오러 블레이드가 맺혔다. 사악! 콰콰쾅! [전속으로 전진.] [전속 전진!] 무엇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다크나이트들은 말을 전속으로 몰았고, 그들을 향해 화살이 날아들었지만 마나가 실린 화살이 아닌 이상 그들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벰모트의 완성된 다크 오러의 공격에 의해서 3차 방벽은 너무도 쉽게 뚫렸고, 다크나이트들의 출입을 허가하고 말았다. 다크나이트들의 다크 오러가 맺힌 랜스는 잘 막아냈던 방벽이었지만, 벰모트의 검의 위력은 당해낼 수 없었기에 뚫리고 만 것이다. 3차 방벽은 1,2차 방벽에 비해 월등한 방어력을 자랑했고, 사실상 최전방의 방어선이었기에 3차 방벽의 들러리에 불과한 1,2차 방벽은 순식간에 뚫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때까지 다크나이트들에 게는 피해가 없었다. 그나마 3차 방벽이 랜스의 공격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펠에 의해 파괴되었 다가 불완전하지만 복원된 신성 마법진 덕분이었다. 신성 마법진은 마력을 가진 다크나이트들의 힘을 약화시켰고, 그 덕분에 한 번에 부서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순식간에 라스트 포드까지 들어간 다크나이트들. 중간 중간 마법 공격도 있었고 기사들이 앞을 막기는 했지만, 그들은 다크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다크나이트들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콰쾅! [이거, 당했군.] 순식간에 내성에까지 들어간 다크나이트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긴 했다. 아무리 전 병력이 라스트 포드를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너무 쉽게 뚫렸고, 자신들을 너무 쉽게 내성에까지 들여놓았다고 생각했다. 이제 거의 목적지에 들어온 상태. 중간 중간에 귀족들도 확인했고, 그들을 죽이면서 안으로 들어왔다. 이미 깊숙이 들어온 이상 그냥 나갈 수는 없다. 그러나 불길한 예감은 결국 맞아 떨어졌다. 중요 인사들이 있는 곳으로 알려진 곳은 비어 있었다. 로시아 제국의 황제. 그 밖에 강대국의 국왕들과 그 혈족들이 있다고 첩자가 알려온 곳 모두가. [허무하군, 허무해.] 너무도 허무했다. 어디서 정보가 샜을까? 역시 그냥 정면 승부를 거는 게 좋았을 것이다. 지금 까지의 노력이 이렇게 허무하게 허사가 되어버리다니, 너무도 허무해. [그렇지만 끝은 화려하겠군!] 허무함이 가신 뒤 남은 것은 두근거림뿐이었다. 척! 척! 척! 척 벰모트를 따라 점차 흩어졌던 다크나이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검에 묻은 피는 남아 있던, 제대로 된 귀족이 아닌 폭정이 깊은 귀족들의 것이었다. 이번 기회를 이용하여 황제파, 국왕파, 귀족들은 제 실속을 챙긴 것이다. 다크나이트들의 손을 빌려서. 이미 다크나이트들도 이곳의 분위기를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현재 상황이 어떤지. 자신들의 끝이 어떨지. 이미 다크나이트가 된 이상 인간으로 되돌아갈 방법은 없고, 항복도 소용없다.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 [끝까지 싸우는 거다.] 척! 벰모트는 그렇게 말하며 검을 빼들었다. 자신을 막아선 이들을 향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던 이종족 연합군을 향해서...... "이것으로 자존심은 세웠군." 연합군의 총사령관 위즈덤 원로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 이것으로 자존심을 세웠다. 들러리 역할로 전락할 뻔했던 연합군은 자신들의 본거지를 쳐들어온 적을 막은 덕분에 자존심을 세우게 된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후퇴한 것이 아니라 지키기 위해서 후퇴한 것으로 역사에 기록될 테니 말이다. 그나 셰인이 와서 마왕이 있는 성으로부터 일단의 무리가 빠져나가 이동했고, 그 이동 경로가 다름 아닌 라스트 포드라고 이야기했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위즈덤 원로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 갔고, 결국 후퇴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물론 반대는 많았다. 특히 수인족들과 엘프들이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반대하던 수인족과 엘프들도 결국 따를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전장의 가장 선두에 있었다. 그동안 쌓인 분노를 풀겠다는 듯이 다크나이트들을 몰아붙이며 말이다. "후~우!" 위즈덤 원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많은 전장을 누벼왔지만 지휘관으로서 이렇게 무력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개를 돌려 한 방향을 쳐다보았다. "부디 자네들이라도 잘해주게." ............................................................................................ 끼아아악! 우걱우걱! [이! 이!] "참아라." [예.] 또다시 벤시 하나가 소울 이터에게 먹혔다. 영혼을 먹는 마물, 소울 이터. 이 마물은 육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체가 영혼으로 이루어진 언데드, 망령형 마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의 명령권 하에 있진 않다. 이유는 이 마물에는 영혼이 너무 많다. 수많은 영혼을 먹어치우고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신이 먹은 영혼에 휘둘려 본능만 남은 영혼을 먹는 마물. 그게 바로 소울 이터라는 마물이었다. 물질적인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른 망령형 언데드처럼 검기나 마법이 통하는 것도 아니다. 소울 이터를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은 영혼을 이용하는 것뿐이다. 그렇기에 소울 이터는 모든 망령형 언데들이 상대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망령형 언데드들은 소울 이터에게 먹히고 있었다. 물리 공격도 마법도 통하지 않는 마물.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울 이터의 수는 극히 적다. 그 이유는 스스로 죽기 때문이다. 꺄아아악! 크아아아! 끼이이익! 콰콰콰쾅! 때맞추어 죽음을 맞이하는 소울 이터들. 그들은 갖가지 영혼을 먹어서 자신의 몸을 불린다. 어떠한 물리적인 공격도, 마법적인 공격도 통하지 않는 소울 이터는 무적이라 할 수 있지만 한계는 있었다. 바로 스스로의 영혼, 그리고 자신이 먹은 영혼이 한계였다. 자신의 몸을 불려나가기 위해 이지도 잃고, 그저 본능에 의해서 영혼을 먹는 소울 이터는 한계에 다다라 스스로 자멸하고 마는 것이다. 스스로의 한계에 다다라 거대한 비명을 지르고 폭발과 함께 자멸하고 만 소울 이터가 있던 곳을 잠시 바라본 뒤, 나는 고개를 돌리며 내 옆의 엘더 벤시에게 말했다. "소울 이터를 불러낸 이들에게 복수할 기회를 주마." [감사합니다. 로드] "가라." 스스스. 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엘더 벤시와 벤시들이 일시에 땅속 깊은 곳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아마도 땅속을 통해 소환자들을 찾으리라. 그리고 그들의 한과 분노를 맛 보여주리라. "첼리피로아." [부르셨습니까. 로드.] '첼리피로아'는 마법으로 불완전한 불로불사를 손에 얻은 이, 리치들의 대표, 데스 리치의 이름 이었다. 나는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데스 리치 첼리피로아를 바라보지 않은 상태에서 말했다. "이 정도면 저들도 충분히 만족했겠지. 지금부터 전력을 다해서 진군한다. 목표는 스스로 마황이라 칭한 마왕, 샤크바프론이 있는 성이다." [모든 것은 로드의 뜻대로....] 그 후 첼리피로아는 모습을 감추었다. ............................................................................................ 화르르르! [크하하하! 좋구나!] "크크크! 네 녀석! 정말 마음에 드는구나! 마음에 들어!" 쩌저적! "크크크! 제법이구나! 제법이야!" [네 녀석도.] 스스스! 쾅! [빌리! 독 제대로 쓰지 못해!!] [어쩔 수 없잖아! 네가 그렇게 붙어 있으니까!] 팍팍! "흐흐흐! 제법이구나! 좋아! 좋아!" 첼리피로아가 모습을 감춘 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불꽃이 난무하는 볼케이노와 발록의 전투였다. 냉기와 화기가 격돌하는 프로스트와 발록의 전투. 독과 화살, 파괴음이 난무하는 빌리와 우라노스, 킬, 이 셋과 발록의 대결. 그들은 이미 그들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드래곤들은 마룡을 유인하여 이미 다른 곳으로 이끌고 간 상태. 마계의 청소부인 '벌레'조차 나의 죽음으로 처리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앞길을 막던 소울 이터조차 모두 자멸하여 사라진 상태. 이제 남은 것은 진군뿐이었다. 척! 척! 척! 그어어어. 그어어어. 히이이잉! 쿠쿠쿠쿠! 다시 언데드 군단이 진군해 나갔다. 우리의 앞길을 막는 것은 이제 성벽뿐이다. "흐르릅! 잘해주고 있군요. 데스로드님." 성벽 위에서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하는 언데드 군단을 바라보며 입에서 흘러내리는 침을 닦고 말하는 이가 있었다. 그는 바로 글러트니, 마왕 샤크바프론의 막내아들이었다. "어떤가요, 펠? 이제 그때가 다가오고 있는데." "...." 글러트니의 오른편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글러트니에 의해 마족이 되었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인해 신족으로서의 인격과 마족으로서의 인격을 가진 존재, 펠이었다. 펠은 조용히 언데드 군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펠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었다. 그 시선의 끝에 있는 이는 단 한 명이었다. 바로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한스 게이시스였다. "키키키! 기쁘신가 보군요. 키키키!" "...." "키키키! 조금만 기다리세요. 계약대로 주선해드릴 테니까요. 키키키!" 콰쾅! 쿠쿵! 엄청난 폭발음과 땅을 울리는 진동! 그 소리는 굳건하게 언데드 군단의 진입을 막고 있던 성문이 쓰러지는 소리였다. 그렇게 쓰러진 성문 윙는 광기의 파괴자, 인센 브레이커들이 있었다. 단지, 성문이 쓰러진 것이 아니었다. 성문이 쓰러진 것을 시작으로 성벽 이곳저곳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곳을 통해 수많은 언데드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진입한 언데드 군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진군을 저지하는 어떠한 행위도 벌어지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말이다. "키키키! 아버지, 무슨 준비를 하셨는지 모르지만 정말 기대됩니다. 키키키!" 글러트니는 자신의 아버지, 마왕 샤크바프론이 있는 성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그 생각은 확실히 맞았다. 우우우웅! "저건...." 언데드 군단의 진입 이후, 나는 데스 시타델을 돌려보내야 했다. 요새인 데스 시타델을 성벽 안쪽으로 진입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언데드 군단이 진입한 뒤 나는 거의 마지막에 들어섰다. 그리고 잠시 후, 하늘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거대한 마법진, 룬어도 대륙어도 아닌 문자로 이루어진 거대한 마법진이 하늘에 나타난 것이다. 우우우웅! 파아아아! 마법진의 발동! 하지만 마법진에서 빛이 나와 과거 로시아 제국의 수도였던 글로리를 쪼일 뿐, 어따한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상해. 그어어어! 콰직! 쾅! 끼리리릭! 그때, 갑자기 언데드들이 나의 지배에서 벗어나 다른 언데드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뭐야! 어째서 언데드들이! [한 방 먹었습니다. 로드.] "첼리피로아, 역시 저 마법진 때문인 건가?" [그렇습니다. 저 마법진의 이름은 지배자의 권리. 이미 사라진 줄 알았던 고대의 마법진을 다시 보게 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지배자의 권리. 효과는?" [원래는 시전자의 지배력을 향상시키는 마법입니다. 한데 저 마법진은 개조되어 있는 것 같군요. 룬어 대신 마계 문자를 이용하여 마력에 발동하도록 만들어졌고, 시전자의 지배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피시전자의 지배력도 하락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데드들이 나의 지배권에서 벗어났던 거군." [그렇지만 단지 저 마법진 때문에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로드께서는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그런 군주의 지배군에서 언데드들을 벗어나게 하다니 말입니다.] 그 말은 마왕의 힘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이겠지. "첼리피로아, 언데드들 중 나의 지배권에서 벗어난 수는?" [곧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전체적인 숫자의 칠 할이 지배권에서 벗어났습니다.] 7할? 70퍼센트나나의 지배권에서 벗어났단 말이야? 나는 놀라서 뒤에 서 있는 데스 리치 첼리피로아를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칠 할이란 것은 저희 언데드들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위 언데드들일 뿐, 나머지 삼 할이라 할 수있는 상위 언데드들은 모두 로드의 지배권 아래에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면 로드의 지배권에 있는 삼 할의 상위 언데드들이 지배권에서 벗어난 언데드들을 다시 지배권 아래에 두기 시작할 테니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무려 70퍼센트나 나의 지배권에서 벗어나 적으로 돌변했다는 말에 놀란 나머지 데스 리치 첼리피 로아를 쳐다보았고, 곧 그의 설명에 안심할 수 있었다. 무려 7할. 그 수는 엄청나다. 그어어어! 쿵! 쿵! 끼리리릭! "아무래도 그 잠깐도 기다리지 못할 것 같군." 내 지배권에서 벗어나 마왕의 지배권 아래로 들어간 언데드들은 나를 죽이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상위 언데드들과 아직 그 상위 언데드의 지배권 아래에 있는 언데드들이 막고는 있었지만, 수적으로 차이가 너무나 컸다. 거기에 다 나에게 모든 언데드들을 다시 지배권 아래에 놓을 때까지 기다릴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강자들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강자들뿐이니까. 첼리피로아. 알려라. 지금부터 나의 지배권 아래에 있는 언데드들은 모두 전속력으로 길을 뚫는다! 목적지는 마왕 샤크바프론의 앞이다!" [모든 것은 로드의 뜻대로.] 팍! 사악! 그것은 시작이었다. 순식간에 나를 둘러싸기 시작한 데스나이트들. 그들 밖에는 본 나이트들이 둘러싸고 있었고, 본 나이트들 밖에는 데스 브레이커들과 인센 브레이커들이 진을 쳤다. 그리고 가장 바깥쪽에는 듀라한들이 진을 치고 돌진하기 시작했다. 나의 족적을 이루기 위해서!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 마왕 샤크바프론 앞에 나를 데려가기 위해서! ........................................................................................... "호~오! 과감하게 자신 휘하의 언데드들을 포기했군." 마버 수정구를 통해 자신의 지배군에서 벗어난 언데드들을 베어버리며 성으로 다가오는 한수와 그 휘하의 상위 언데드들을 보며 마왕 샤크바프론은 미소 지었다. 그런 샤크바프론과 다륵 그 자리에 모여든 마족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는 상태였다. 지금은 샤크바프론의 기분이 좋아 보이지만 언제 돌변하여 자신들을 죽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좋은 선택이야. 저 많은 언데드들은 다시 지배권 아래에 둬봐야 어차피 쓸모없으니까. 강자와 싸울 수 있는 건 강자뿐이니까." 샤크바프론의 얼굴에 맺힌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강자와 강자의 싸움은 샤크바프론이 좋아하는 것 중 하나였다. 그는 마왕이기 이전에 전투 종족인 마족이다. 그런 그가 싸움을 싫어할리가 없었다. 그것도 자신과 필적할 정도의 강자라면 더욱 더 말이다. 단지, 강자와의 싸움 때문에 샤크바프론의 미소가 짙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의 미소가 더욱 짙어진 이유는 그가 애용하는 마법진 덕분에 데스로드의 휘하에서 벗어나 자신의 휘하에 들어온, 전체적인 수의 7할이나 되는 대군 때문이었다. 지금 데스로드, 한스는 자신의 지배권에 다시 둘 수 있는 언데드들은 포기하고 돌진해오고 있었다. 그 말은 만약 샤크바프론이 데스로드인 한스로부터 승리를 거두고, 그를 죽인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언데드 군단의 7할은 샤크바프론의 휘하에 들어간다는 말이었다. 무려 7할이다! 7할! 70퍼센트! 마계에서 소환된 수많은 언데드뿐만 아니라 대륙에서 진행된 10년간의 전쟁으로 죽은 이들의 시체로 부활한 언데드들까지 하면 현재의 대륙에 살아 있는 이들 보다 적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엄청난 수의 대군을 거저 얻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한스를 상대로 승리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그야말로 서로의 모든 것을 건 도박이군. 내가 이기면 이 중간계를 지배할 병력을 얻는다. 다만 지게 된다면 난 소멸하고, 이들은 마계로 되돌아가게 되지. 후후후!" 샤크바프론의 혼잣말을 들으며 마족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샤크바프론의 웃음소리는 계속 울려 퍼지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뚝 끊겼다. "전력을 다해서 도박을 해오는 자에게 나도 전력을 다해야겠지. 후후후!" 그 말을 하면서 샤크바프론은 그 자리에 모인 마족들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있어도 없는 것처럼 무시하고 있던 마족들을.... 그때, 수많은 언데드를 헤치고 들어오는 두 무리가 있었다. 두 무리는 그 숫자에서부터 풍기는 기운과 목적이 달랐다. 거기에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지는 같았다. 바로 마왕성! 마오아 샤크바프론이 있는 성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언데드 대군을 지나쳐 나아가고 있었다. 각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죄송합니다. 로드.] "괜찮아, 너희 잘못이 아니니까. 그럼 뒤를 부탁한다." 나는 그 말을 하고는 다시 뛰어가기 시작했다. 생각 이상으로 골치 아픈 마법진이었다. 마법진의 중심으로 갈수록 강해지는 마법진의 효력 때문에 상위 언데드들도 나의 지배권에서 잠시지만 벗어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상위 언데드들까지 지배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나는 단번에 결단을 내렸다. 그들을 두고 가기로. 대신 그들에게는 명령을 내렸다. 나의 지배권에서 벗어난 언데드들을 최대한 다시 되돌려놓으라고. 이런 명령을 내리고 나는 다시 성을 향해 달렸고, 이 일을 몇 번이나 반복하자 내 곁에 남은 것은 데스 히어로 스칼런과 그 친위대, 데스 리치와 아크리치들, 본 로드와 친위대인 본 마스터, 엘더 벤시와 에이션트 벤시들, 좀비 프린스와 좀비 마스터들, 듀라한 크라운과 마스터 듀라한, 인센 브레이커 캡틴과 그 친위대인 인센 브레이커들 뿐이었다. 이들의 수도 적은 것은 아니고, 실력은 모두 군주급이긴 했지만 성안에는 필시 샤크바프론뿐만 아니라 귀족 계급의 마족들도 있을 터. 전력이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드디어 도착했군." [로드! 뚫을까? 부술까?] 끼이이익. 인센 브레이커 캡틴 투크가 자신의 무기를 탁탁 치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갑자기 성문이 열렸다. 그렇군. 우리를 초대한다는 건가. "어서 오십시오. 데스로드님." 성문이 열리고 그 안쪽ㅇ서는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귀족의 집사나 총관이 입는 옷을 입은 남자. 그는 마족이었다. "저의 군주이신 마황 샤크바프론님이 친히 준비하신 선물입니다. 부디 즐겨주시길." 그 말을 끝으로 수많은 마족들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수는 많지만 나의 호위를 위해서 온 언데드들에 비하면 떨어지는 이들. 남작과 자작급의 마족들인가. [크크크! 로드! 이곳은 우리에게 맡기고 가봐!] 남작과 자작급 마족이라고는 하나 수십이다. 인센 브레이커 캡틴 투크를 비롯한 인센 브레이커들의 숫자는 총 열둘! 마족의 숫자는 대충 봐도 50명은 넘는다. 하지만 투크와 인센 브레이커들은 여유 만만이었다. "반드시 뒤따라와라." [맡겨달라고!] 쾅! 쩌저저적! 투크가 자신의 무기인 거대한 해머를 내려치자 충격파가 생겨났고, 그 충격파를 피하기 위해 마족들은 몸을 날렸다. 마족들이 몸을 날림으로 인해 생긴 길! 우리는 그대로 투크를 뛰어넘어 달려 나갔다. 그런 우리를 쫒아오는 마족은 없었다. 아니 쫒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정확하려나. [크크크! 얘들아! 오랜만에 신나게 놀아보자!] [예! 형님!] 내 뒤로 들려오는 투크와 인센 브레이커들의 목소리를 들어며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뒤는 돌아보지 않는다. 쾅 "거칠군." [아무래도 내 차례가 된 것 같군.] [허허허! 로드, 저도 남겠습니다.] 얼마 안 가 보이는 문을 부수자 백작급 마족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이번에 나선 이는 듀라한 크라운과 마스터 듀라한들, 그리고 데스 리치와 아크리치들이었다. 이번에는 다른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맡길 분이었다. 이 자리를. 이 길을.... 슈우우웅! [허허허! 소용없습니다. 프로텍트 실드.] 콰쾅! 우리를 향해 날아오는 마력탄은 프로텍트 실드에 막혔고, 우리는 그대로 달려 나갔다. 이어서 또 다른 문이 보였다. 이번에는 후작급 마족들이 있는 건가. 쾅! 스스스. 문이 부서지자 이번에 보이는 것은 짙은 안개였다. 성안에 짙은 안개라. 아무리 봐도 의도적인 것들이군. [이곳은 저희가 남겠습니다.] 이번에 나선 이는 엘더 벤시와 에이션트 벤시들이었다. 의도적인 안개. 이곳에 남기에는 확실히 그들이 적격이었다. 그때, 갑자기 내 그림자에서 누군가 솟아나면서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이 안개는 뱀파이어의 것. 로드, 저도 남겠습니다." 내 그림자에서 솟아난 것은 잭이었다. 내가 거두어들인 뱀파이어 잭이 이 안개는 뱀파이어의 것이라며 남겠다고 한 것이다. 나는 두말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고, 잭은 성안의 안개들처럼 안개가 되어 우리를 둘러쌌다. 그 안개의 방을 빠져나갈 때까진 공격이 없었다. 다만, 우리가 안개의 방을 벗어나 산책로에 들어섰을 때, 안개의 방으로부터 격투음과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캬캬캬캬. 크크크크. "이번에는 쉬는 시간이라 이건가? 마수들이라." 산책로에서 들려오는 소리. 그리고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내는 마수들. 그 수는 상당히 많았다. 겨우 마수들을 상대하는 데 현재의 전력을 남기고 가기에는 아깝다. "이 자리는 우리가 맡지." 흠칫!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 거기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무리. 그 수는 30명이 넘지 않았지만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이들이 따라오는지도 몰랐다. 이들은 전신에서 마력을 내뿜고 있었다. 그렇지만 마족이 아니다. 그들의 영혼은 스스로 마족이 아니라고 외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인간의 영혼이 마족의 육체를 점령한 것 같다고 할까나. 하여튼 이런 이상한 무리가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이 마수들을 상대하겠다고 말이다. "그대들은 누구지?" "우리들은 복수자, 그리고 마를 먹는자.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틈이 없을 텐데. 기른 우리가 뚫지. 가라." 갑자기 나타나 스스로를 복수자, 마를 먹는 자라고 밝힌 이들은 우리를 둘러싸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들은 마수를 향해 달려들더니 마수를 '먹기' 시작했다. 단지 달려들어 먹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마수들은 '겁'을 먹기 시작했다. "가라!" 콰직! 마수의 뼈를 씹으면서 말하는 이의 말을 들으며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본 뒤 나아가기 시작했다. 복수자, 마를 먹는 자. 나는 왠지 모르게 무표정한 그들이 울고 있다고 생각했다. 알지 못할 상처를 가지고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이가 되어버린 그들이.... 마를 먹는 자들은 마수들을 찢어 갈기며 그 피와 살, 뼈를 씹어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얼굴에는 어떠한 표정도 없었다. 쾌락, 분노, 슬픔 등 어떠한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들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의 약함이 분해서, 적의 강함이 분해서였다. 사실 그들은 한스 일행보다 앞서 산책로에 도착했다. 그러나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산책로 끝에 있는 문 안쪽에 있는 이들은 그들이 상대하지 못할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 안으로 들어가면 죽는다. 복수도 하지 못하고 죽는다.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들은 들어가지 못했다. 죽는 것은 무섭지 않았다. 다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는 것은 두려움이자 공포였다. 그들은 해야 했다. 복수를! 자신의 가족을, 소중한 이들을 앗아간 마족들에게! 그러기 위해서 죽음을 각오하고 몬스터와 마물, 마수와 마족의 시체를 '먹지' 않았는가. 시체를 먹음으로써 더 이상 인간도, 그렇다고 마족도 아닌 존재가 되지 않았는가. 문 안쪽의 적은 최종적으로 쓰러트려야 할 적의 수하에 불과했지만 그들보다 강했다. 그렇기에 들어가지 못하고 산책로를 지키고 있었고, 마침 한스 일행이 도착했다. 자신들보다 강한, 복수를 대신 이행 할 강함을 가진 자가. 그렇기에 나섰다. 마수들을 상대하겠다고. 그들은 마수를 상대하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울고 있었다. 분했다. 이 정도의 마수들밖에 상대할 수밖에 없는 약한 자신이, 강한 적이 너무 분했다. 그들은 결심했다. 반드시 강해지리라! 그리고 먹으리라! 이 중간계 뿐만 아니라 마계의 마족이란 마족은 다 먹어치우리라! 그렇게 그들은 맹세했다. 그들의 맹세는 마계의 새로운 일족의 탄생 계기가 되었다.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일족, 마이면서 마를 증오하고 마를 먹어치우는 일족, 데빌 이터의 일족.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최초의 데빌 이터들이었다. 마를 먹는 자들 덕분에 전력을 낭비하지 않고 바로 다음 방으로 넘어온 우리가 도착한 곳은 연회 장이었다. 그것에 들어섰을 때 우리가 본 것은 말 그대로 연회장이었다. 다만, 현재의 상황과 맞지 않는 죽비가 되어 있는 연회장이었다. 연회용 음식과 전등, 거기에 음악까지 모든게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아니, 사람의 모습을 한 마족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데스로드 한스님." "...." "흐음, 뭔가 기분이 거슬리나 보군요. 일단 인사드리죠. 저는 이 연회의 주최자인 마황이신 샤크바프론님을 모시는 네 명이 마계 공작 중 한 명, 서열 이 위의 제튜니크라고 합니다." 역시나 마계 공작이었군, 지금까지 상대해본 마족들에 비해 월등히 강하기에 짐작은 했지만 진짜로 마계 공작이라니. 지금부터는 쉽게 지나가지 못할 것 같군. [로드, 이곳은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마계 공작의 소개를 들은 뒤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하는 이는 본 로드, 모든 뼈로 된 망자들의 군주였다. 본 로드와 함께 온 마스터들이 나섰지만, 마계 공작이라 밝힌 제튜니크는 여유 만만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흐음. 좋습니다. 제 상대로 부족하지 않군요. 그렇지만 이대로 그냥 보내드린다면 마계 공작이란 이름이 울겠죠. 지금부터 시작될 제 장난을 부디 즐겨주시길 빕니다." 팍! "윽!" 잠시 방심하고 있던 사이에 터져 나온 빛은 잠시지만 나의 시력을 잃게 만들었다. 내 주변에 있는 언데드들이 나를 보호하기 위해 진형을 짜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곧 시력이 회복되었을 때 우리는 전혀 다른 곳에 와 있었다. 무한히 반복되는 복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복도. 우리가 있는 곳이 바로 그랬다. 아무리 봐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쭉 늘어서 있었다. "환영인가." [환영이면서 환영이 아닙니다.] "보를, 그게 무슨 말이지?" 지금까지 가만히 숨어서 나를 호위하고 있던 데스 챔피언들 중 보를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며 나에게 말했다. 환영이면서 환영이 아니라니.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그 마계 공작은 빛을 터트리면서 동시에 본 로드와 본 마스터들을 제외하고 저희를 강제를 이동시켰습니다. 그리고 곧 이곳에 설치된 무엇인가를 발동시켰습니다. 그것은 평범한 복도를 매개체로 한 환영 마법 같았습니다만, 이 정도로 펼치다니 그 마족은 환마족인 것 같습니다.] "환마족이라, 골치 아프게 됐군." 환마족. 태어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환영을 다루는 마족. 환상 마법에 관해서는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다는 마족. 그렇지만 신체 능력이 약해서 그렇게 고위 마족 중에는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마족 공작이 환마족이고, 그런 환마족이 설치한 환상 마법이라니. 정말 골치 아프게 되었군. "보를, 깰 수 있겠지?" [십 분, 아니 오 분 안에 해내 보이겠습니다.] 그 후, 보를은 즉시 자신의 데스 서번트들을 불러내 작업을 시작했다. 다른 언데드들은 나를 호위하기 위해 진형을 유지했고,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잠시지만 5분간 쉴 기회가 생겼기에 스스로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눈을 감은 것이다. 지금 나의 몸 상태는 좋았다. 의지에 따라 생명이 몸에 흘러들어오고, 때로는 죽음이 흘러들어 왔다. 완전한 데스마스터가 되고, 불완전하게나마 데스로드가 된 나였다. 그간 여러 가지로 바쁘긴 했지만 나는 수련을 빼먹지 않았다. 나름대로 마나의 절대량을 늘려보려고 노력도 하고,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생명과 죽음의 한계량을 알도록 수련의 수련을 거듭했다. 그러던 중 얼마 전에 깨달음을 얻었다. 체외에서는 안 되지만 체내에서는 가능했던 일, 생명과 죽음의 충돌이었다. 서로 다르면서 등을 맞대고 있는 2가지 힘을 충돌시켜서 얻는 그 힘들. 어디까지나 순간적으로 생명과 죽음의 컨트롤 실수로 2가지 힘이 충돌해서 알아낸 힘이었 지만, 그것은 나로 하여금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 마왕을 쓰러트릴 확률을 보다 높게 해줄 힘이었다. 우우웅! 우우웅! 나의 의지에 따라 생명과 죽음이 요동치고, 체내에서 흐르기 시작했다. 파팍! 그리고 체내에서 일으킨 두 힘의 약한 충돌. 그 충돌 속에서 느껴지는 새로운 힘은 생명과 같으면서도 죽음과 같고, 죽음과 같으면서도 생명과 같았다. 알지 못할 힘이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이 힘들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고, 운이 좋다면 한 단계의 경지를 또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우우웅! 팍! [후~우! 해체가 끝났습니다. 로드.] "...." 나는 환영 마법의 해체가 끝났다는 말에 조용히 눈을 떴다. 이제 그만 생각하자. 지금은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을 최대한 능숙하게 사용하는 거다. 아직 짐작도 가지 않는 힘을 사용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니까. 나는 무한한 복도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마왕의 기운을 찾기 시작했고, 곧 방향을 잡았다. "지금부터 전속력으로 간다." [예스! 마이 로드!] 팍! 그렇게 대답한 언데드들은 나를 호위하며 뛰어나갔다. 드디어 마계 공작이 나섰다. 분명 그는 마계 공작의 수가 4명이라고 했다. 그렇다는 말은 이제 마계 공작은 3명 남았다는 것. 3명의 마계 공작만 지나가면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본체와 함께 이 세계에 넘어온 마왕, 샤크바프론을.... 마왕 샤크바프론은 분명 강할 것이다. 그런 강한 적을 상대로 나는 그를 죽이지 않고 패퇴시켜야 한다. 그것이 한나를 납치한 글러트니가 제시한 조건. 과연 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해내야 한다. 그래야만 한나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 테니까. 그 역시 이름을 걸고 계약을 했으니, 내가 조건을 수행해낸다면 분명 한나를 돌려보낼 것이다. 감정 변화가 심하고 거짓말은 밥 먹듯이 하는 마족이라고 해도 계약은 반드시 지키니 말이다. 그러니 난 반드시 해내야 한다. 글러트니가 제시한 조건 수행을. "키키키! 정말 투지가 넘치시는군요. 그래요. 반드시 해내는 겁니다. 제가 제시한 조건을 말입니다." 성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글러트니가 웃으며 말했다. 글러트니는 성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피면서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그는 방관자였다. 어부지리를 노리는 방관자. 자신의 아버지, 샤크바프론과 한스의 격돌을 조장하고 이득을 챙기려는 방관자. "그나저나 저 데빌 이터라는 자들, 정말 마음에 드는군." 글러트니는 마수들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데빌 이터들을 보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글러트니의 근본은 식욕! 먹는 것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과 같이 먹는 자들을 만났으니 어찌 관심을 가지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관심은 곧 새로운 존재들에 의해 그들에게 쏠렸다. "흐음. 이번에 나타난 자들은 인간이로군. 신셩력을 가진 인간들도 있고, 네크로맨서에 서머너, 마나를 대단히 압축한 검사. 아무래도 그들 같군." 씨익. 그들의 존재감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어떤 이들인지 알아차린 글러트니는 씨익 하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리석은 자들이다. 인간들 중에서는 실력자인지 모르겠지만, 마족 후작 중 상위에 속한 이들을 만난다면 고전을 면치 못할 실력이었다. 그런 실력으로 마왕성에 쳐들어오다니. 글러트니는 왠지 웃음이 나왔다. "키키키. 저들의 무모한 용기에 경의를 표하는 뜻에서 만나게 해주지. 그대들이 만나고자 하는 자와. 키키키." 글러트니가 그렇게 말하고는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또 움직이는 이가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털썩! 스스스스. "쓸 만하군." [키키키. 그러게. 좋았어. 승률이 올랐군. 키키키.] 움직이고 있던 이는 펠이었다. 평범한 오우거였으나 차원의 틈에서 흘러들어온 마력으로 인해 강해지고, 한스에게 한 번 죽을 뻔했으나 살아남아 결국 지금에 이른 펠이었다. 방금 쓰러져 가루가 되어 사라진 이. 그는 놀랍게도 마족 공작 중 한 명이었다. 싸움보다는 계략에 능했고, 마족 공작 4명중 서열 4위였지만 그래도 마족 공작인 그가 펠에게 당한 것이다. 신성력과 마력을 사용하게 된 펠. 그가 이렇게 된 것은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펠은 오우거였지만 마족이 되었고, 상급 마족이 되어 육체가 아닌 정신체를 얻었으며, 신성력과 마력을 동시에 사용하는 육체를 다시 가지게 되었다. 바로 인간의 육체를.... 펠이 인간의 육체를 가지게 된 것은 인간이 빛과 어둠. 이 모두를 가진 혼돈의 종족이기 때문이다. 펠은 그때 레드 드래곤을 상대한 뒤 사실 숲에 남아 있었다. 너무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치료를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성룡 2마리를 가지고 노는 한스의 힘을. 한스가 보여준 힘과 자신의 힘의 차이는 명확했고, 한때나마 펠은 절마에 빠져 있었다. 자신이 강해진 것만큼 한스도 강해졌다. 그 사실을 절실히 느낀 것이다. 그에 잠시지만 절망하고 있을 때, 글러트니가 하얀 구슬을 내밀면서 말했다. "강해지고 싶어? 나에게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어? 그럼 이 구슬을 먹어. 만약 살아 남는다면 넌 강해질 거야. 나도 상대하기 힘들 정도로. 대신 그때는 나의 부탁을 조그만 들어주면 돼." 글러트니가 펠에게 내민 것은 바로 선성력의 결정체였다. 글러트니가 차원의 틈을 통해 마계에서 건너온 것처럼 신계에서 역시 몇몇의 신족이 중간계로 건너왔다. 다만, 글러트니는 계획적으로 넘어왔고, 그 신족들은 우연히 넘어왔다는 것이 달랐다. 그렇게 넘어 온 신족들은 불행히도 글러트니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글러트니의 근본은 식욕이다. 이런 그의 근본은 특수한 능력을 선사했다. 그중 첫 번째가 자신이 먹은 상대를 흡수하여 자신의 힘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사실 마족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다. 마족들이 스스로를 강하게 만드는 방법은 바로 마력을 가진 마수와 마족을 죽인 후 그 시체를 먹어, 시체에 담겨져 있는 마력을 흡수하는 일이었다. 그 흡수율은 각기 다르지만 등급이 높아질수록, 강한 마족일수록 낮다. 그렇기에 결국 상급 이상의 마족이 되면 더 이상 마수와 마족의 시체는 먹지 않는다. 그렇지만 글러트니는 계속 먹고 있었다. 이미 상급 마족을 뛰어넘어 공작급 마족을 어렵게나마 상대할 수 있는 글러트니가 말이다. 그 이유는 글러트니의 근본은 식욕이고, 그 근본 때문에 흡수율 자체가 다른 마족에 비해서 월등하기 때문이다. 글러트니는 사실 마왕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그의 형들과 다르게 하급 마족으로 태어났다. 약하디 약한 하급 마족으로 말이다. 그 덕분에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겼다. 아무리 마왕의 아들이라 한들 강하지 못하면 죽는다. 그런 곳이 마계였다. 글러트니는 자신의 약함을 알았고, 곧 자신의 근본을 알았다. 자신의 근본인 식욕. 그리고 그 식욕에 특화된 일은 먹는 것. 글러트니는 강해지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마족과 마수의 시체를 먹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후에 알게 되었다. 자신이 다른 마족들에 비해 시체로부터 얻을 수 있는 힘의 흡수율이 월등하고, 강해 지면 강해질수록 흡수율이 늘어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사실을 안 글러트니는 자신만의 비밀로 간직했다. 그리고 기회를 기다렸다. 좀 더 먹을 수 있는 기회를,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그리고 기회는 왔다. 마계 여기저기에 생긴 차원의 틈을 이용하여 자신의 아버지, 마왕 샤크바프 론이 중간계를 점령할 생각을 한 것이다. 그에 글러트니는 자처했고, 결국 중간계에 올 수 있었다. 그 후, 한 일은 간단했다. 돌아다니면서 강자를 먹었다. 수많은 중간계의 강자들을 먹고, 마나를 마력으로 바꾸어 강해졌으며, 운이 좋아 신족을 찾아 잡아먹었다. 마력과 신성력은 서로 천적인 힘이라 한족이 강하면 바꾸어 흡수가 가능했기에, 신족을 잡아먹는 날이면 글러트니는 급속도로 강해졌다. 어떤 때는 마계의 마족을 소환하여 제압한 뒤 먹어치우기까지 했다. 글러트니는 샤크바프론이 시키는 일을 충실히 이행하며 점점 강해져갔다. 그 과정에서 흡수 이외에 특수한 능력을 각성했다. 바로 압축과 배출이었다. 글러트니의 근본이 식욕이라 한들, 모든 것을 먹어치운 뒤 모두 흡수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먹어치운 그 힘은 그대로 글러트니의 몸 안에 남아 있었고, 그 힘들은 조절할 수 없는 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었다. 그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 바로 압축과 배출이었다. 자신이 흡수할 수 없는 힘을 체내에서 암축하여 배출시킨다. 단지, 이름 그대로의 능력일 뿐이었지만 글러트니는 만족했다. 자신이 흡수할 수 없는 힘을 압축하여 배출했다고는 하나 그것들은 힘! 어떻게든 사용해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글러트니의 생각대로 그것들은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마력이 압축된 것들은 마족을 소환하거나 키메라를 강화시키는 데 사용되었다. 그리고 신족을 잡아먹고 흡수하지 못한 신성력의 결정체는 보관되었다가 펠에게 내밀어졌다. 그때, 펠에게 글러트니가 내밀었던 하얀 구슬. 그것이 바로 신족에게 흡수하지 못한 신성력의 결정체였다. 마력과 천적의 힘인 신성력의 결정체를 펠에게 넘긴 것이다. 상급 마족으로서 마력으로 이루어진 정신체를 가지고 있는 펠에게 먹으라고 하는 것은 절대로 해독할 수 없는 독을 먹고 죽으라는 말과 같았다. 솔직히 신성력의 결정체 구슬을 먹고 펠이 강해질 수 있을지, 글러트니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용할 곳을 찾지도 못했고, 무엇보다 궁금하지 않은가. 마족이 신성력의 결정체를 먹고 과연 어떻게 될지 말이다. 어디까지나 재미에서 시작된 제의는 현재의 펠을 만들어놓았다. 펠 역시 그때 글러트니가 내민 구슬이 어떤 구슬인지 알고 있었고, 그것이 자살 행위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펠은 글러트니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만큼 펠의 상황은 절박했던 것이다. 일반적인 마족이라면, 어느 정도 이성을 가지고 있는 마족이라면 아무리 멍청해도 글러트 니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겠지만, 펠은 그런 어처구니없는 제의를 받아들였다. 당시 펠은 자신과 한스의 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할까 봐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고, 그로 인해 이성은 마비되어 있었다. 그런 펠에게 단번에 한스 못지않게 강해질 수 있다는 글러트니의 제의는 피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그렇게 제의를 받아들인 펠은 글러트니가 준비한 공간에서 신성력의 결집체인 그 구슬을 삼켰다. 글러트니조차 흡수하지 못한 순순한 신성력의 결집체는 펠의 목을 지나 몸속에 들어가는 순간, 결집을 해제하고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부터 펠의 생존을 위한 투쟁이 시작되었다. 상급 마족은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는 정신체를 지니고 있다. 그렇게 마력으로 이루어진 몸 안에서 퍼져 나온 순수한 신성력은 펠에게 엄청난 고통으로 다가왔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고통이 말이다. 신성력과 마력은 서로 상반된 힘이다. 그런 힘이 펠의 몸안에서 서로를 노리고 잠식해가기 위해 움직였고, 그 과정의 고통은 엄청났다. 그런 엄청난 고통 속에서 펠은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으며 마력을 움직였다. 마족인 펠이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마력뿐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펠은 마족이었기 때문이다. 펠은 마력을 컨트롤하여 몸에서 요동치고 있는 신성력을 흡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조금씩이지만, 아주 조금씩 이지만 신성력을 흡수하여 마력으로 바꾸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신성력을 마력으로 바꾼다고 해도 펠이 삼킨 순수한 신성력의 양과 비교하면 미비한 양이었고, 계속해서 마력으로 이루어진 펠의 몸 안에서 요동치고 있는 신성력으로 인한 고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가고 있었다. 그렇게 순수한 신성력과 마력의 투쟁은 며칠간 계속되었고, 펠은 점차 지쳐갔다.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만 같은 정신의 끈을 붙잡고 펠은 신성력을 조금씩 마력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지만 마력으로 바뀌는 신성력의 양은 갈수록 줄어들었고, 이내 신성력과 마력이 균형만 이루고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아니, 간신히 균형을 이루었다는 것이 정확했다. 펠이 정신을 잃는다면 한쪽으로 기울어져버릴 균형을 말이다. 펠은 어느 쪽으로 기울지 알고 있었기에, 점차 흐릿해져가는 정신속에서 후회가 가득한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어째서 불안해했을까. 왜 두려워했을까. 어차피 시작부터 힘의 차이는 컸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그를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갈아왔지 않은가. 그런데 어째서 이제 와서 두려움에 떨고, 불안해했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자조적인 마소를 짓는 펠은 점차 정신을 잃어갔다. 그렇게 정신을 점차 잃어가는 펠의 머릿속에서는 과거의 기억들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펠에게 후회를 안겨주었다. 몇 번이고 한스와 싸울 기회가 있었던 만남.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의 명령이라고,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피했던 자신. 분명 그때부터 알고 있었다. 인정하고 싶었지만, 한스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싸워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은 겁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펠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후회했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라고 했던가. 과연 언제부터 겁을 먹고 있었던 것인가. 투쟁심이란 거짓된 마음으로 겁먹고 있는 자신을 속인 것은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펠은 휘몰아치고 있는 과거의 기억을 하나하나 훓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언제부터 자신이 겁을 먹었는지 말이다. 마족이 아닌 오우거였을 당시, 살기 위해 양팔을 끊고 도망쳤을때, 언제고 복수하겠다고 다짐하고 후에 복수했을 때. 이미 그때 자신은 겁을 먹고 있었다. 살고 싶다. 어떻게든 살고 싶다. 죽기 싫다고 속으로 외치면서, 겉으로는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었던 것이다. 한심했다. 스스로가 한심 했다. 그리고 억울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싸우고 싶다. 자신을 이렇게 비겁하게 만든이와 진정으로 단 한번만 이라도 싸워보고 싶다! 설사 이미 결과가 보이는 싸움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만 같았던 정신의 끈을 부여잡았다. 그러자 미묘하게 무너져가던 마력과 신성력의 균형이 다시 이루어졌다. 그때부터 펠에게는 우연이라는 이름의 기적이 일어났다. 미묘한 마력과 신성력의 균형 속에서 일어난 혼돈이라는 태초의 의지가 발현된 것이다. 그 혼돈은 정신체인 펠에게 인간의 육체를 주었다. 그것은 정신체인 펠의 몸을 이루는 마력과 그 몸속의 신성력이 원한 일이었다. 인간, 위대한 창조주에게 유일하게 빛과 어둠을 허락 받은 혼돈의 종족, 짧은 인생을 살아가고, 누구보다도 사악하며 순수한 종족, 빛과 어둠을 모두 지닌 종족. 그런 인간의 육체를 말이다. 혼돈에 의해 인간의 육체로 재구성된 펠의 몸에는 미묘하게 균형을 이룬 마력과 신성력이 스며들어 안전하게 안착했다. 혼돈에 의해 만들어진 육체가 마력과 신성력의 균형을 이루는 그릇의 역할을 한 것이다. 그렇게 인간의 육체에 마력과 신성력을 모두 가지게 된 펠의 정신은 온전치 않았다. 바로 정신이 육체에 스며든 마력과 신성력처럼 2가지로 나뉜 것이다. 마족과 같이 흉폭하고 사악한 어둠의 인격과 신족과 같이 순수하며 자비로운 빛의 인격으로 말이다. 혼돈에 의해 생긴 인간의 육체와 2가지 인격은 필요에 의해서 생긴 것들이었다. 아까 언급했다시피 인간의 육체만이 빛과 어둠을 동시에 지니도록 허락받았기에 신성력과 마력을 동시에 지닐 수 있었다. 거기에 2가지 인격이 생긴 이유는 펠이 상급 마족이었다는 데 있었다. 마력으로 이루어져 정신으로 그 형태를 유지하는 몸, 정신체를 지닌 상급 마족이었기 때문에 말이다. 육체가 생길 당시 펠은 마력과 신성력을 모두 가지고 있었고, 두 힘은 미묘한 균형을 유지했다. 그렇게 균형을 이룬 마력과 신성력은 혼돈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의 육체에 스며들면서, 육체는 마족으로서의 정신뿐만 아니라 신족으로서의 정신도 요구했다. 이는 마력과 신성력이 균형을 유지 하기 위한, 살아남기 위한 요구였다. 그 육체의 요구에 따라 신성력은 또 다른 정신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아니, 만들어냈다기보다는 나누어 받았다는 것이 정확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몸, 정신체를 유지하는 정신으로부터 말이다. 만약 펠이 상급 마족이 아니었다면, 정신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신성력은 스스로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냈겠지만 펠은 정신체를 지니고 있었고, 그 던분에 마력으로부터 숨겨져 있던, 억눌려 있던 빛의 성향을 지닌 부분을 넘겨받아 새로운 인격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펠은 빛의 성향을 가진 정신과 어둠의 성향을 지닌 정신을 가지게 되었고, 현재의 펠로 존재할 수 있었다. 빛의 성향을 지닌 정신과 어둠의 성향을 지닌 정신은 항상 충돌하고, 의견이 달라 싸움을 벌였지만 두 정신이 유일하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한스와의 결전이었다. 그들은 한스와의 싸움을 바라고 있었고, 잠시도 쉬지 않고 자신들을 갈고 닦으면 강해지기 위해서 싸우고 있었다. 이제 뒤처지지 않는다. 뒤처져서 도망치는 것은 싫다. 오히려 앞서가서 기다리겠다. 라고 몇 번이나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단련했고, 오늘 그 강함을 증명했다. 새로운 힘으로 마족 공작과 그와 함께 있던 마족 후작들을 처리하는 것으로..... "이제 준비는 끝났다." [남은 것은 기다리는 것뿐!] 털썩. 펠은 그대로 방에 준비된 의자에 앉으며 단 한곳을 바라보았다. 이제 곧 들어올, 수많은 방해물 들을 해치고 올 한스가 열 문을..... 쾅! 서열 2위의 마족 공작 다음에 나타난 것은 서열 1위의 마족 공작. 그곳에는 어쩔 수 없이 큰 전력이라 할 수 있는 데스 히어로 스칼런과 데스마스터들을 두고 왔다. 4명의 마족 공작 중 가장 강한 이이긴 하지만, 데스 히어로 스칼런이라면 상대하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3위와 4위뿐. 그러면 드디어 만나게 된다. 마왕 샤크바프론을! 방금 우리가 부숴버린 문 때문에 생긴 먼지구름들이 걷히면서 곧 서서히 안에 있는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너, 너는!!" 팍! [네 이놈!!] "디바인 실드." 까가가강! 갑자기 나의 뒤로부터 뛰어나간 존재는 바로 데스 챔피언 켈트였다. 켈트의 창은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면 방에 있던 이를 꿰뚫기 위해 쏘아져 갔지만, 그 남자가 시전한 디바인 실드에 속절없이 막혀버렸다. 까가가강! [크으으으!] "물러나라, 켈트." 팍! 나의 명령에 켈트는 창을 거도구 뒤로 물러났다. 켈트의 눈빛은 분함과 분노로 물들어 있었다. 나는 그런 켈트를 잠시 바라보다가 켈트의 공격을 막아낸 존재를 보았다. 수도에 침입하여 신성 마법진을 파괴시킨 장본인. 어째서인지ㅐ 마력과 신성력을 동시에 사용하는 이, 펠을 말이다. "오랜만이군요." "오랜만이군." 펠과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펠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는 나와의 싸움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도 당장 나에게 달려들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다는 사실을. 나 역시 당장 이 녀석을 찢어죽이고 싶었다. 이 녀석은 바로 한나를 납치한 장본인! 나의 적! 없애야 할 적이다! 그렇지만 나는 참고 있었다. 나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정말 오래 걸렸습니다. 이렇게 당신 앞에 서는 데 말입니다." "...." "혹시 제가 누군지 알아보시겠습니까?" 그의 말에 나는 생각에 빠졌다. 이름은 수없이 들었다. 예전에 임ㅍ리얼 블레싱에서는 출전자로서, 라스터 포드에서는 성자의 이름으로 수없이 들었다. 그때와 지금의 모습은 너무도 다르지만, 왠지 익숙했다. 몇 번이고 만난 것 같은 이의 눈빛, 그의 얼굴과 골격, 내가 본 펠과는 모두 달랐지만 눈빛만은 같았다. 몇 번이고 만난 이. 나는 펠의 눈빛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역시 기억을 못하고 계시는 모양이군요. 후후후!" "...." "뭐, 어쩔 수 없죠. 그때의 저는 무시당할, 기억할 만한 존재가 아니었으니까요." "...." 펠은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자조적인 표정을 짓다가 씁쓸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렇게 하면 기억하시겠습니까?" 우드득! 그는 놀랍게도 자신의 한쪽 팔을 뜯어냈다. 그 팔로부터 엄청난 양의 피가 흘러내리고, 고통이 대단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떨어진 팔, 저 눈 빛, 저 녀석은.... 나는 그 모습에서 펠이 누군지 기억해냈다. 참으로 진긴 인연이군. 벌써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그때 그 검은 오우거로군." "정답입니다! 역시 이렇게 하니 기억하시는군요!" 그는 진정으로 기뻐했다. 마치 칭찬을 받는 아이처럼 말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정말로 미소 짓게 만들 정도로 그는 순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기뻐했다. 단지, 내가 알아본 것만을.... 파아아아. "정말 기쁘군요. 그때의 제가 당신의 기억에 남아 있다니 말이에요. 정말 기뻐요." "....." 펠은 자신이 뜯어낸 팔을 원래 있던 곳에 가져다댔고, 곧 그곳으로부터 신성력이 내뿜어지더니 치료되기 시작했다. 그 신성력은 손에서 내뿜어진 것이 아니었다. 상처가 있는 부분에서 뿜어진 것이지. 그렇다는 말은 신체의 어느 부분에서든 기운을 끌어다 쓸 수 있다는 것, 강하다는 소리였다. "모든 신체로 기운을 사용할 수 있군." "아! 역시 단번에 알아보시는군요!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네놈을 쓰러트리기 위해서 말이야!" 파아! 갑자기 바뀌는 기세! 방금 전 기운은 안정적이면서 부드러웠다면, 이번에 내뿜어진 기운은 자유롭지만 안정적이지 않고 흉포하기 그지없었다. 단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기질과 분위기도 달라졌다.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말이다! "네놈을 쓰러트리기 위해서! 우리는 수없이 목숨을 걸어왔다! 네놈에게 양팔을 잃은 뒤! 살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난 한 마족에게 충성했다! 그리고 갖가지 일을 했지! 그 녀석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갖가지 방법을 생각해내고 그의 옆에서 강해졌지! 하지만 난 강해질 수 없었어. 왜냐고? 그런 녀석에게 의지하고 있었으니까!" "....." "솔직히 말하마! 사실 몇 번이나 너와 싸울 기회는 있었다. 임페리얼 블레싱 이전에도, 이후에도 몇 번이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난 피했어! 왜냐고? 무서웠으니까! 그때 새겨진 공포! 두려움 그것이 너와의 싸움을 피하게 했지! 사실 이것을 알아차린 것은 최근이야. 맞아. 그때였지. 바로 네가 드래곤 두 마리를 쉽게 요리할 때 말이야." "......" 그때 있었던가. 기질과 분위기가 달라진 펠은 계속 이야기했다. 혼자 물어보고 혼자 답하는 펠에게서는 알지 못할 광기가 느껴졌다. "그래. 정말 대단했어. 겨우 한 마리를 상대한 것과 다르게 네 녀석은 두 마리를 아주 쉽게 요리했으니 말이야. 다 보고 있었지. 다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는 도중에 알 수 있었지. 난 약하다는 사실을. 그뿐만이 아니야. 너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피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됐지. 마지막으로 내가 얼마나 약한 녀석인지 알게 됐어. 정말 절망스러웠어. 많이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따라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비등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네 녀석은 나보다 저멀리 앞서가고 있었으니 말이야. 후후후! 나도 참 멍청하지. 안 그래?" "....." "절망에 빠진 나에게 손을 내민 것이 공교롭게도 그 글러트니란 놈이지. 그놈 때문에 우린 죽을 뻔했지만 결국 살아남았지. 그리고 네 녀석을 상대할 강함을 얻을 수 있었다. 봤지? 지난번에 그거 말이야. 네 부하 녀석을 소멸시킬 뻔한 것 말이야." 우우우웅. 우우우웅. 신성력과 마력을 동시에 사용한 힘. 셰인이 자칫 잘못했으면 소멸할 뻔한 그 공격. 그 힘이 펠의 몸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이것을 다루는 데 정말 많이 힘들었지. 우리조차도 이 힘에 휘말려 죽을 뻔했으니까. 하지만 살아남았지. 이 신체를 사용해서. 믿기 힘들겠지만 이 육체는 진짜 육체야. 바로 인간의 육체지. 인간이란 생물은 약해. 그리고 강해. 믿기 힘들 정도로 말이야. 빛과 어둠을 모두 품은 혼돈의 종족, 인간. 이 말에서 난 내가 어째서 인간의 육체를 가지게 되었는지. 어째서 이 힘이 생겨났는지 알 수 있었다. 이 힘은 오직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힘! 혼돈이야! 혼돈! 카오스라고! 크크크!" "....." 혼돈(混沌). 카오스(Chaos). 방금 펠은 스스로 그 힘을 얻었다고 했다. 그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한가지는 분명했다. 그는 강하다. 이 사실만은 분명했다. 펠이 사용하는 힘이 혼돈이든 아니든 말이다. "후~우! 후~우! 이거 제가 너무 주절거렸군요." "....." 또다시 기질과 분위기가 변했다. 처음에 우리를 맞이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펠의 말에서 여러 번 언급된 우리. 그렇다는 것은 펠은 분명 2가지 이상의 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해명된다. 기질과 분위기가 바뀌는 것에 대해서. 다중 인격이라. 상대하기 더욱 골치 아프게 되었군. 다중 인격. 그 말은 2가지 이상의 인격이 존재한다는 것이었고, 동시에 2가지 이상의 사고를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특히 마법사에게는 대단한 것이다. 2가지 이상의 사고는 동시에 2가지 이상의 주문을 외울 수 있다는 말도 되니까. 분명 펠은 저 힘을 사용한 직접적인 전투도 하지만, 분명 마법도 익히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래 더블 캐스팅이 가능했다면 동시에 4가지 마법도 사용할 수 있다는 말도 되니 상당히 힘든 전투가 될 것이다. 지금 펠과 싸운다면 말이다. "지금까지 괜히 말이 많았군요. 그럼 자! 시작해봅시다! 우리의 전투를 말입니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양손에 신성력과 마력을 끌어올린 펠의 얼굴은 기쁨으로 가득했다. 나와 싸우는 것이 기쁜 것이다. 드디어 나와 싸우게 됐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펠은 강하다. 언제고 반드시 싸워야 할 적이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아직 할일이 있다. 아직 싸울 수 없다. 지금 펠과 싸운다면 해야 할 일을 할 수 없다. 펠은 그만큼 강자다! 나도 목숨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는 강자! "자! 뭐 하십니까! 준비하세요! 어서요!" "....." "어서 준비해!!" 우우우웅! 콰콰콰콰! 펠의 공격이 내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펠은 분노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의 모습에 말이다. 당연히 분노할 만도 했다. 그동안 수없이 기다려왔을 것이다. 나와의 싸움을. 서로 목숨을 건 전투를. 그런데 싸워야 할 상대인 나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런 나에게서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어서 준비해라! 다음에는 빗나가게 하지 않아!" "펠, 미안하지만 이 전투는 할 수 없다." "무슨 헛소리냐! 싸울 수 없다니!" "미안하다." 스윽. 나는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했다. 지금은 싸울 수 없다. 펠은 적이지만 그 강함은 분명 존중 해줄 만하다. 그런 적을 상대로 싸움을 피해야 한다. 그렇기에 난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한 것이다. 와락! "어째서! 어째서 싸울 수 없다는 거냐!!" [알고 있을 텐데. 네가 납치한 한나님 때문이란 사실을. 너에게 납치를 지시한 녀석이 말하지 않았나? 한나님의 목숨을 가지고 로드에게 시킨 일게 대해서.] "셰인!" "겨우! 겨우 그 계집 때문...." "입 조심 해라. 펠. 그 이상은 용납하지 않아." 한나를 욕하는 펠의 말에 나도 모르게 투지를 끌어올리고 말았다. 이런.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방금 그게 무슨 소리냐, 한스?" "모두들, 어째서 이곳에...." 갑자기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돌렸을 때 나는 반가우면서 놀라운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지크 형 일행과 게일 형 일행이었다. 어째서 이들이 이곳에 있는 거지? "방금 그 말이 도대체 무슨 소리냐? 한나의 목숨을 납치하게 한 녀석이 너에게 지시를 내리다니." 지크 형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보면서 말하고 있었다.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지크 형뿐만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 화를 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미안." "...."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뿐이었다. "너희들은 뭐냐! 잔챙이들이 왜 나서는 거야! 죽고 싶지 않으면 꺼져!" "뭐? 잔챙이!!" "하하하. 저 녀석이 죽고 싶은 모양인가 본데요. 형님." "감히 우리를 상대로 잔챙이라고 하다니." "이렇게 빨리 그 마법을 써보게 될 줄은 몰랐는걸요." "작은 한스, 나도 거드마!" 나도 거들지." "작은 한스 오빠! 나도 거들게!" "한스야, 넌 나중에 벌하마. 인단 가봐라." "모두 방심하지 마. 적은 강하다." "강해봐야 어쩌겠어! 자고로 다구리에는 장사 없다!" 끄덕끄덕! 펠이 한 '잔챙이'라는 말은 안 그래도 화가 나 있는 모두를 자극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너무도 어색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한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형제여." "라오." 방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나의 형제, 라오는 나의 옆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라오는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언데드 파라오! 웬만해서는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라오가 나에게 웃어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라오는 예전의 무표정으로 되돌아갔다. "저들도 사실 짐작은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자신들이 해야 할 일도 알고 있을거다." "라오." "이 자리는 우리에게 맡겨라. 그리고 걱정하지 마라. 나 언데드 파라오, 불사의 황제, 다시 살아난 황제, 나의 숨겨진 이름을 걸고 맹세하마.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죽지 않게 하겠다고. 적이 아무리 강할지라도." 촤앙! 라오는 자신의 숨겨진 이름을 걸고 맹세하며 라의 신검을 빼들었다. "그러니까 다녀와라, 나의 형제여." "라오." 탁! "한스." "지크 형." 내 어깨에 손을 올린 이는 바로 지크 형이었다. 방금 전의 장난스런운 표정은 사라지고, 진지한 얼굴로 형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들으마. 대신 이것 하나만 약속해라." "....." "반드시 살아 돌아와라, 반드시. 되도록이면 한나와 같이 말이야. 그럼 나중에 보자." 짝! 지크 형은 내 등을 강하게 치며 지나갔고, 이어서 다들 나의 옆을 지나갔다. 짝! "으윽!" "한스 오빠! 나중에 두고 봐!" "하하하. 스승님, 각오해두십시오. 메이가 많이 화났으니까요.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그렇게 하나 둘씩 지나가며 나의 등을 짝 소리가 나도록 쳤고, 동시에 나의 앞에 서서 펠을 향해 각자의 무기를 빼들었다. "이 잔챙이들이!!" "잔챙이인지 아닌지! 한번 해보자고! 한스! 가라!" "가긴 어딜 가!" 우우우웅! 콰콰콰쾅! "신혈이여! 타올라라! 라의 신검이여! 울부짖어라!" 우우우웅! 화르르르! 모두를 향해서 쏘아진 펠의 공격! 그리고 그런 공격을 받아치는 라오의 라의 신검! 두 힘은 부딪쳐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고, 두 힘이 쏘아졌다는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나의 형제와 싸우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를 이겨야 할 것이다. 가라! 형제여!" "....." [가시죠, 로드.] 끄덕. 나는 펠의 앞을 막아선 모두를 바라보며 바로 몸을 날렸다. 모두들, 반드시 돌아올게. 나 혼자서가 아닌 한나와 함께. 나는 그렇게 속으로 말하며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스스로를 마황이라 칭한 마왕, 샤크바프론이 있는 방을 향해서..... ............................................................................................ "오고 있군. 오고 있어." 아무도 없는 방, 과거 로시아 제국의 황제가 사용했던 성의 일부인 황제의 좌를 그대로 재현한 샤크바프론이 조용히 턱을 괴고 앉아 있었다. 그는 느끼고 있었다. 지금 이곳을 향해 다가오는 한스에 대해서 말이다. "그나저나 막내 녀석이 꽤나 재미있는 패를 준비했군. 꽤나 강한 녀석이야. 후후후!" 샤크바프론의 막내, 글러트니가 준비한 패란 것은 아마도 펠을 말하는 것이리라. 샤크바프론은 생각했다. 가장 약한 자신의 아들. 고작 하급 마족으로 태어난 녀석이 자신을 위협할 만큼 자라다니. 그는 기분이 좋았다. 현재 다가오는 있는 자.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데스로드에 못지않은 글러트니가 준비한 패, 펠과의 싸움이 또 남아 있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마왕인 샤크바프론이 자신의 근본인 지배욕을 최고조로 느낄 때는, 강자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뒤 그를 죽이거나 굴복시켜 자신이 그들의 위에 있음을 알았을 때다. 그런데 그런 기회가 무려 두 번이나 생긴 것이다. 그렇기에 샤크바프론은 기뻐하고 있었다. 쾅! 그때, 문이 박살나며 파편이 여기저기로 나뒹굴었다. 피어오르는 먼지구름들은 잠시 샤크바프론의 시야를 가렸지만, 그는 여유롭게 먼지구름을, 정확히 먼지구름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서 오시게,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여." "....." "자! 시작하자! 우리들의 연회를 말이야! 크크크!" 우우우웅! 샤크바프론은 몸을 일으키며 전신에서 마력을 내뿜었다. 그리고 마갑, 아니 마왕갑을 입기 시작했따. 마족들에게 부여된 마갑과는 차원이 다른 마왕만의 갑옷. 갑옷이고 무기이지만 마왕갑 이라 불리는 것을 착용했다. 전신을 감싼 갑옷 여기저기에 보이는 핏줄. 마왕갑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과도 같았다. 아니, 살아 있었다. 핏줄에 흐르는 피와 심장 박동 소리는 갑옷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크크크! 간다!" 콰콰쾅! 단지, 마왕갑을 착용하고 뛰어 올랐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급히 충격파로부터 몸을 피해야 했다. "셰인, 켈트, 보를." 척! 스윽. "나도 있어요, 아빠." 나의 부름에 모습을 드러낸 셰인과 켈트, 보를, 그리고 레이. 이미 이곳에 오는 동안 싸우기 위해 남겨두었기에 나에게 남은 것은 이들 뿐이었다. "간다!" [예!] 팍! "크크크! 느리군, 느려." 퍼억! [크윽!] "슬로우! 커스 페럴라이즈!" "겨우 그런 마법이 마왕갑을 입은 나에게 통할 거라고 생각하나!" 제길! 엄청난 이동 속도였다. 나의 눈에는 잡히지도 않았다. 제길! 간신히 셰인과 켈트가 따라잡는 것 같았지만 역시나 느렸다. 아니, 마왕이 너무도 빨랐다. 제길! [오라! 죽음이여! 오라! 생명이여! 나는...] "느리다고 말했을 텐데!" 퍼억! 콰쾅! [로드!] "아빠!" "쿨럭!" 나는 피를 토해내며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죽음과 생명을 사용하여 마법을 사용하려는 도중에 공격당하고 말았다. 제길! 생각해보면 지금까지의 내 적은 모두 거대하거나 다수였다. 고스트 드래곤, 에이션트 드래곤, 몬스터 군단 등 지금까지 나는 인간 크기의 적과 일대일 전투는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지금까지 언데드들, 나의 친위대인 데스 챔피언들의 호위를 받으며 안전하게 전투에 임했었다. 그로 인한 단점이 여기서 드러난 것이다. 엄청난 속도와 힘을 가진 인간 크기의 적과의 전투에서 말이다. 제길! "겨우 그 정도인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우우우웅! 나는 아공간에서 검을 꺼냈다. 너무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6자루의 검. 제길! 잘할 수 있을까? "오라! 나의 계약자여! 모든 저주의 근원이 되는 자여! 정령임ㅇ도 정령의 신에게 버림받은 자여! 이 자리에 모습을 나타내라! 커스 엘리멘탈!" "호~오!" 과거와 다른 축약식 주문, 그리고 허공에 소환된 것이 아닌 바로 6자루의 검에 고환된 커스 엘리멘탈은 검을 회색으로 물들였다. 간다! 파파팍! 고스트 핸드의 손에 의해 네 방향을 선점한 저주의 검, 그리고 빠른 속도로 베어져 들어가는 나의 검! 까가가강! "이! 이!" "겨우 이정도인가? 실망이군. 실망이야!" 콰콰콰쾅! 슈욱! "크윽!" "아빠! 괜찮아요?" 공격당하기 전에 레이가 그림자로 나를 빨아들였기에 나는 간신히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 마왕갑을 착용한 샤크바프론에게는 나의 검이 통하지 않았다. 커스 엘리멘탈이 깃든 검이. 제길! 엄청난 속도로 이동, 마왕갑의 방어력, 강력한 힘, 어떻게 상대해야 하지? 모든 것이 생각 이상이다. 너무 쉽게 봤다. 죽음과 생명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나는 조금 나은 네크로마스터. 그게 다다. 제길!! "실망이야, 실망이야. 데스로드, 모든 죽은 자들의 군주, 죽음의 군주, 마계에 전해 내려오는 마왕 이상의 존재, 모든 죽음과 생명의 지배자가 겨우 이 정도라니. 실망이야, 실망. 오히려 밖의 녀석이 나을 뻔했군." "이! 이!" 마왕 샤크바프론의 말투에는 실증이 난다는 듯한 느낌이 가득했다. 거기에 이제는 질렸다는, 지겹다는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제길! 그렇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말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일대일 전투라면 펠이 나을지 모르니까. 제길!! 완전한! 완전한 데스로드가 되었다면!! "모두 준비해줘." "레이." 슈슈슉! 레이의 말에 요동치기 시작한 그림자들. 그 그림자로부터 수많은 이들이 뛰어나왔다. 그들은 그림자의 백성들, 그림자의 전사, 그림자의 암살자들이었다. 바로 레이의 백성들인 것이다. "호~오! 이거 조금 재미있겠군." "목표, 마왕 샤크바프론. 목적, 샤크바프론의 죽음." [모든 것은 로드의 뜻대로!] 파파팍! 레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림자들은 달려들었다. "크하하하! 좋구나! 좋아! 그래! 해보자! 그림자여! 너희들이 죽을지! 아님 내가 죽을지!" 수많은 그림자의 백성들 속에서 샤크바프론은 기뻐했다. 그렇게 그림자의 백성들이 달려드는 동안 레이는 나를 끌고 어딘가로 향했다. 왜? 지금이라면 생명과 죽음을 사용하여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는데. "그건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해요." "....." 나의 생각을 읽고 말하는 레이. 레이의 말대로다. 지금 그림자의 백성들이 둘러싼 상태에서 나는 내 생각처럼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뿐, 그들이 없으면 결국 다시 내가 당하고 말 것이다. "아빠, 생각하세요. 죽음과 생명을 충돌시켰을 때 얻은 것을, 그것이라면 이길 수 있어요. 그때까지 시간은 저희가 끌게요." [맡겨주십시오, 로드.] "하, 하지....." 파파팍! 나의 몸을 손가락으로 순식간에 여러 군데를 찍은 레이. 이, 이건 점혈법! 점혈법을 알고 있었던 거니? "저도 호씨 집안의 아이니까요. 아빠, 아무리 노력해도 푸실 순 없을 거에요. 그건 제 권능을 사용하여 한 점혈이거든요. 그렇지만 걱정마세요. 아빠는 안전할 테니까요." 슈욱! 나의 등 뒤의 그림자가 나를 삼켰다. 그렇지만 호흡도 가빠오지 않았고,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레이! 너 뭐 하려는 거야! 안 돼! 하지 마! 셰인! 말려라! 레이를 제압해! [죄송합니다, 로드.] 척척척! 안 돼! 알 수 있었다. 레이도, 셰인도, 켈트도 시간을 끌려는 것이다. 그들과 심령이 연결된 나는 알 수 있었다. 설사 내가 깨닫지 못한다고 해도 나는 안전하다. 이곳은 그림자의 세계, 마왕인 샤크 바프론조차 출입할 수 없고 들어올 수 없는 세계. 이곳에 있는 한 나는 절대로 안전하다. 제길! 안 돼! 안 된다고! [아빠, 기다리고 있을게요.] 제길!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집중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깨달아야 한다. 레이가 당하기 전에, 셰인이 당하기 전에 반드시! 반드시! 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안 돼. 시간은 계속 간다. 머리는 복잡하다. 일단 심호흡을 하자. 후~우! 후~우! 뚝! 뭔가 나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나와의 연결이 끊어진 것이다. 누군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바로 보를이었다. 데스 위저드, 보를과 나의 영혼의 연걸이 끊긴 것이다! 안 돼! 뚝! 또 하나의 연결이 끊겼다. 이번에는 켈트. 나의 충실한 기사, 나의 창! 켈트와의 연결이 끊어졌다. 안 돼!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우우우웅! 생명과 죽음을 움직였다. 하나, 소용없었다.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생명과 죽음만이 요동칠 뿐! 제길! 제길! [로드, 죄송합니다.] 뚝. 안 돼!! 셰인! 셰인! 셰인이 소멸했다. 나와의 영혼의 연결이 끊어졌다! 이제 남은 것은 레이! 시간이 없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외부에서 안 된다면 내부다! 나는 외부에서 공명시킨 생명과 죽음을 끌어들였다. 내 내부 안으로! 내 체내 안으로! 그리고 충돌시켰다. "쿨럭!" 드디어 몸이 움직였다. 하지만 숨이 가빠왔다. 아무래도 내상을 입은 모양이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나는 바로 그림자 속에서 나왔다. 나오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움직일 수 있게 되면 나올 수 있도록 레이가 조치했던 모양이다. 나는 빠르게 달려갔다. 지금껏 이렇게 빨리 달린 적이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이런, 이런. 이제 오는가? 기다리다 지쳤네." "아..빠..아..안..돼..요." "레이!!" 내가 본 것은 전신에 구멍이 뚫린 채 목이 잡혀 있는 레이의 모습이었다. 이! 이! "왜, 분하나? 하지만 어쩌겠나, 약한 것이 죄지. 자, 이제 자네 차례로군, 데스로드여." 팍! "레이." "아, 아빠." 나를 향해서 던져진 레이. 나는 레이를 받아들었다. 아직 살 수 있어. 좋아. 살 수 있다고. "아, 아빠. 히, 힘 낭비를...." "조용히! 조용히!" 제길! 제길! 알고 있었다. 나는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얻은 생명과 죽음을 통해 충돌시 켜서 얻을 수 있는 힘을 사용하는 방법을. 하지만 사용하지 않았다. 두려웠다. 죽는다. 이번에는 죽으면 진짜로 죽는 것이다. 한 번은 운이 좋아 살았지만, 지금 내가 사용하는 육체는 진짜 나의 육체. 이번에 죽으면 진짜로 죽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눈을 돌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힘을 사용했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제길! 제길! 눈을 돌리지 않았다면... 제길! "아, 아빠." "살아남은 자, 있나?" 쉭! 나의 목소리에 나타난 이는 전신에 붕대를 감은 레이의 친위대 중 한 명이었다. "레이를 데리고 가." 끄덕. "아, 아빠!" 레이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그는 레이를 데리고 갔다. 이번에는 반대 상황이구나. 후후후! "호~오! 왠지 이번에는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줄 것 같구먼." "아, 기대하고 있으라고." 우우우웅! 우우우웅! 이건 도박. 짐작만으로 실험도 예측도 없이 사용하는 것. 위험부담이 너무도 큰 도박. 뭐, 어떤가. 어차피 매번 나의 전투는 도박이 아니었던가. 한 번 목숨을 잃었을 때도 나는 나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했다. 그리고 승리했다. 나는 이번 도박에서도 승리할 것이다. 파아아아악! 나의 몸에서 대충돌을 일을키는 생명과 죽음이었다. 끊임없이 부딪치는 생명과 죽음. 이 2가지의 힘이 충돌하자 요동치는 나의 몸, 그리고 2가지 힘의 충돌로 인해 파생된 새로운 힘. 느껴졌다. 그 힘을 느낀 순간 고통도 잊었다. 나는 평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새로운 힘은 점차 커져갔다. 생명과 죽음 역시 커져갔다. 2가지 힘이 커진 만큼 충돌도 엄청났다. 파아아아아! 결국 새로운 힘은 나의 몸에서 벗어나 밖으로 내뿜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힘은 어느새 나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대단하군! 대단해! 이런 대단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면 진즉에 사용할 것을. 후후후! 자! 신나게 놀아보자!" 휙! 퍽! "아니!" 느렸다. 너무도 느렸다. 나는 이제껏 그림자만 볼 수 있었던 샤크바프론의 움직임을 모두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공격을 너무도 쉽게 받아낼 수 있었다. 이 힘에 대해 점차 이해가 간다. 그리고 이 힘을 사용한 대가 역시 알 수 있었다. 그런 건가? 하하하! 퍼석! "아, 아니!" 샤크바프론의 얼굴에 경악이 머물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나의 손에 잡힌 샤크바프론 마왕갑의 손 부분이 부서졌기 때문이다. 마치 오래된 것들처럼 말이다. 이것이 내가 얻은 힘의 능력이었다. "놀랍군! 마왕갑이 부서지다니!" 뒤로 물러선 샤크바프론은 기쁜 듯이 소리쳤다. 부서진 부분은 떨어져 나가고, 그것은 새롭게 마왕갑에 의해 감싸졌다. 이 힘의 사용법은 무궁무진하다. 이 힘은 보다 근본적인 것. 생명과 죽음, 이 2가지보다 근본적인 힘이니까. "샤크바프론." "왜 그러지?" "넌 진즉에 나를 죽였어야 했어. 죽일 수 있을 때!" 팍! 퍼퍼퍼퍽! "뭔가? 이게 단가?" 나는 순신간에 이동하여 마왕갑을 입을 샤크바프론을 쳤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날 것이다. 분명 새롭게 얻은 이 힘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적은, 샤크바프론은 이미 끝났다고. 샤크바프론의 얼굴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가득했다. 그렇지만 그것 뿐이었다. 여전히 여유 있는 얼굴. 지금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을 모르고 있었다. 퍼석! "응?" 퍼석! 퍼석! "아, 아니! 마, 마왕갑이!!" "그래. 부서지고 있는 거지. 수명이 다해서." 퍼석! 퍼석! 말 그대로 부서지고 있었다. 샤크바프론의 마왕갑은 회색으로 물들어 점차 부서지고 있었다. 소멸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얻은 새로운 힘의 능력이었다. 순식간에 물건의, 살아있는 것의 생명이 사라지게 만드는 능력! "이, 이 힘의 이름은 뭐지.....?" "사멸(死滅)." "사멸, 크크크! 어울리는 이름이군. 그래! 정말 대단해! 네 능력은 잘 봤다! 마왕갑이 사라진 것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이제 제대로 싸워보자! 크크크!" "넌 이미 끝났어." "뭐라고?" 털썩!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샤크바프론은 다리가 풀려 무릎을 꿇었다. 그에 샤크바프론은 놀라움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볼 뿐이었다. 이것이 사멸의 힘. 물건뿐만이 아니다. 생명을 가진 것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이 힘을 벗어날 수 없다. "어, 어떻게...." "사멸. 그것은 살아 있는 것이라면 그 무엇도 피할 수 없다. 나조차도..." "그런가? 하하하. 마왕 샤크바프론이 겨우 이렇게 죽는 건가? 늙어서! 수명이 다해서!" 그의 말대로 샤크바프론은 사멸에 의해 급속도로 늙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죽어가고 있었다. 이것이 사멸의 힘. 모든 것의 수명을 순식간에 닳게 만드는 죽음의 근본적인 힘이었다. 마왕 샤크바프론, 그는 그렇게 죽어가고 있었다. 짝짝짝! "대단합니다. 대단하군요. 이렇게 쉽게 제 아버지를 이기다니요." "....." "글러트니." "키키키! 아버지, 보기 참 좋으시군요." 갑자기 박수를 치면서 나타난 글러트니. 역시 모두 지켜보고 있었던 건가. "잘해주셨습니다. 정말 대단하시군요." 나는 그렇게 말하는 글러트니를 무시하며 주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을 찾았다. 지금이라면 할 수 있다. 그들은 나의 수하들을 부활시킬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 느낌에 따라 나는 그들. 셰인과 켈트, 보를을 찾았다. 하얀 재가 되어버린 그들을..... [부활하라. 나의 종이여. 얼어서라, 나에게 종속된 자들이여.] 이번에 사용한 힘은 사멸과는 반대되는 힘이었다. 사멸과 반대되는 힘 창생(蒼生). 그래. 창생이라고 이름 붙이는 게 좋겠다. 창생의 힘은 서서히 퍼져나갔다. 그리고 부활시켰다. 죽음을 맞이했던 셰인과 켈트, 보를을. 하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아공에 넣었다. 이제 내가 할 모든 일은 끝났다. 남은 것은 글러트니를 처리하는 것뿐. "대단하시군요. 소멸한 그들을 부활시키다니요. 그나저나 아버지." "후후후! 왜 그러느냐. 글러트니." "제게 먹혀주겨야겠습니다." "그래, 글러트니. 먹어라! 나를 먹어서 힘을 키워라! 그리고 모두 먹어치워라! 이 세상 모든 것을! 모두 먹어치우는 것이다!" "아버지." "....." "그건 어차피 할 생각이었어요." 콰직! 순식간에 샤크바프론은 글러트니에게 먹혀들어갔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스스로를 마황이라 칭한 마왕, 샤크바프론의 최후는 너무도 허무했다. "이제 남은 건 제가 계약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뿐이군요." "....." "후후후! 계약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우우우웅! "한나야!" "오라버니!" 곧 모습을 드러낸 한나. 분명 한나였다. 몇 번이나 확인해봐도 한나였다. 와락! 나는 그대로 한나를 껴안았다. 한나는 말라 있었다. 못 본 사이에 예전보다 확실하게 말라 있었다. "후후후! 정말 감동적인 모습이군요. 자,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 우우우우웅! "이런, 이런. 저를 보내주실 수 없단 말이군요. 후후후!" "물론." 이 녀석을 이대로 보내면 위험하다. 녀석은 적. 그것도 보통이 아닌 마왕을 먹은 마왕의 아들. 차기 마왕이 될 자였다. 그런 위험한 자를 그냥 둘 내가 아니었다. 이 기회에 죽여햐 한다. 소멸 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 한나가 속한 이 세계에 위험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죽여야 한다. "후후후!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푸욱! "아...." 푸욱! 푸욱! 푸욱! 등 뒤에서 느껴지는 통증. 나는 그 통증을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다. 아니 느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나의 등 뒤, 나의 뒤에 서 있는 자는 단 한 사람뿐이기에. 푸욱! 푸욱! 푸욱! 천천히 고개를 돌렸을 때 나는 볼 수 있었다. 어디서 났는지 모를 단검으로 나의 등 뒤를 계속 찌르고 있는 한나의 모습을. 믿을 수 없었다. 어째서 한나가 나의 등을, 나를 찌른 거지? "히히히!" "아...." 한나가 어째서 나의 등을 찔렀는지 곧 알 수 있었다. 풀린 눈, 광기가 가득한 표정. 글러트니가 한나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리가. 털썩. "후후후! 설마 제가 예측을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까? 순순히 한나 양을 놔줄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이런, 순진하시군요. 후후후!" "네, 네 이놈!"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냥 단검이 아니었던가? "후후후! 말이 제대로 안 나오시죠? 당연히 그러겠죠. 한나 양이 찌른 단검은 저주의 단검. 강한 자를 증오하는 어느 마족이 만들어낸 희귀한 단검이죠.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단검에 찔린 상처는 커져가고, 출혈도 심해지죠. 그런데 보아하니 이 단검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 겠군요. 키키키! 아아, 그의 말대로 이상하게 상처가 치료되지 않는다. 창생의 힘으로도 치료가 되지 않는다. 아니, 창생의 힘으로가 아니다. 나는 지금 창생의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아니, 사용할 수 없었다. 왠지 모른다. 사용되지 않는다. 찌지직! "크억!" 상처가 더욱 벌어졌다. 크윽! "후후후! 고통스러우시죠? 곧 편안하게 해드리겠습니다." 나의 앞에 다가온 글러트니는 천천히 입을 벌렸다. 몸에 비해서 너무도 거대한 입! 그 입을 벌렸다. 탁! 콰직! 콰콰콰쾅! "누구 네 녀석 따위에게 넘길 것 같으냐!!" 나를 밀치는 팔, 그리고 일어난 폭발. 나는 볼 수 있었다. 나를 증오하고, 나와 싸우길 원하는 펠을. 그는 만신창이였다. 등에는 나의 일행들의 검과 화살이 꽂혀 있었고, 가슴에는 라오의 검, 라의 신검이 등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나를 밀치고 글러트니를 공격한 것이다. "누가! 누가 너 따위에게 넘겨줄 줄 아느냐! 이 녀석은 내 거다! 내 먹이다! 이 녀석을 죽일 수 있는 것은 나뿐이란 말이다!" 펠의 외침은 이상하게 나에게 힘을 주었다. 그래, 아직 나에게는 할 일이 남아 있다. 저기 펠과도 싸워 결판을 내야 하고, 한나를 데리고 모두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한나를 부모님과 친가 가족들에게도 소개해야 한다. 이 아이가 내 짝이라고, 나의 하나뿐인 반쪽이라고. "으으으!" 나는 몸을 일으켰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힘이 어디서 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보였다. 나의 가슴에서 뭔가 빛나는 것이.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나에게 힘을 주고 있었다. 나는 그것의 힘을 받았다. 조금은 나아지는 몸. 그렇지만 그게 다였다. 한 발짝도 움직이기 힘든 몸. 나느 그 몸을 움직여보았다. 생명과 죽음보다 근본적인 힘, 사멸과 창생을. 우우우웅! "가라!!" 파아아아아악! "크크크! 최후의 발악입니까? 크크크! 좋아요! 먹어주겠습니다! 그 힘!" 글러트니는 내가 쏘아 보낸 사멸을 향해 거대한 입을 벌렸다. 그리고 삼켰다. 꿀꺽! 나의 사멸의 힘을 삼키는 장면. 그것은 내가 기절하기 전에 본 마지막 장면이었다. ............................................................................................ 마지막 사멸의 힘을 쏘아 보낸 한스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그것은 그냥 정신을 잃은 것이 아닌, 모든 힘을 짜낸 이의 죽음이었다. 사멸과 창생의 힘을 끌어내기 시작했을 때부터 한스는 죽어가고 있었다. 생명과 죽음. 그 힘을 체내에서 부딪쳐 이끌어낸 것보다 근본적인 힘. 그것이 바로 사멸과 창생 이었다. 그 힘은 사용할 수 있는 동시에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힘. 그 힘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죽음은 한스의 정해전 운명이었다. 얼마나 사용하느냐애 따라 죽는 시기가 달라질 수는 있었겠지만 저주의 단검으로 인한 상처, 무리한 사멸과 창생의 사용으로 한스는 결국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우우우웅! 그때, 죽은 한스의 몸에서 신기하게도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한스의 가슴에서부터 시작되 었다. 그 빛은 한스의 몸을 감쌌고, 잠시 후 놀랍게도 한스의 몸은 재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 안 돼!" 그 모습을 보며 펠은 절규했다. 재가 되어 사라진다. 그것은 죽음, 소멸이다. 펠은 절규했다. 한스는 내가 죽여야 한다. 우리가 죽여야 한단 말이다! 우리의 손에 죽기 전까지 죽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왜 죽은 거냐! 어째서! 왜! 그런 펠의 절규 속에서 한스의 몸은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바로 몸이, 사람의 몸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빛 속에서 발과 팔이 생겨났다. 또한 몸이 생겨나고, 곧 한명의 몸을 갖추었다. 그것을 본 펠은 환희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새롭게 생겨난 이의 얼굴은 바로 한스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한스는 눈을 떴다. 그의 눈빛은 너무도 깊었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이, 무엇인가 알지 못할 것들이 가득한 눈. 그것은 도저히 이 세상의 것이라고 볼 수 없는 눈이었다. "너, 넌 누가냐!" 펠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눈을 바라본 뒤 그는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달라져도 이렇게 달라 질 수는 없다. 저건 한스가 아니다. 자신의 숙적 한스가 아님을 그는 눈치 챌 수 있었다. 펠의 예상처럼 그는 한스가 아니었다. "이 몸은 깨달은 자의 것인가? 용케 젊은 나이로 나에게 도달한 것인가?" 한스의 모습을 한 이는 조용히 말했지만 그 존재감으로 인해 너무도 크게 들려왔다. "너, 넌 누구냐!" "....." 한스의 몸을 사용하는 자는 펠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대는 도달한 자의 라이벌. 그대 역시 도달할 가능성을 지닌 자로군." "무슨 헛소리냐!!" 콰콰콰쾅! 휙! 펠의 공격은 단지 손을 휘젓는 것만으로 사라졌다. 이에 펠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런 펠을 보며 한스의 몸을 빼앗은 자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나에게 도달할 자여, 다시 만나길 빌겠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펠은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글러트니는 재빨리 몸을 날려 도망쳤다. 그의 본능은 말하고 있었다. 절대로 이길 수도 없고 싸울 수조차 없다고.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라." 그 말을 끝으로 글러트니의 모습은 사라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중간계에 소환되 마족들도, 마수들도 모습을 감추었다. 그것은 기적이었다. 그 기적을 한스의 몸을 빌린 존재가 해낸 것이다. 한스의 몸을 빌린 존재의 이름은 카오스(Chaos). 혼돈, 모든 것의 근원이 되는 자, 창조신이자 파괴신이라 불리는 자였다. ............................................................................................ ............................................................................................. *에필로그* "거짓말쟁이래요! 거짓말쟁이래요!" "난 거짓말쟁이 아니야!!" 나는 거짓말쟁이가 아니다. 나는 정말로 거짓말쟁이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가 하는 말을 거짓말이라고 한다. "거짓말쟁이랑은 안 놀 거리롱!" "나도 내 말 안 믿어주는 애랑은 안 놀 거야!!" 나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달려갔다. 치! 나도 내 말 안 믿어주는 애들이랑은 안 놀 거다! 가인이네 가서 놀아야지. 가인이는 내 말을 진짜로 믿어주는 친구다. 아빠가 형이라고 부르는 외국인 삼촌에... 맞다! 한스 삼촌네 딸인데, 7살인 나보다 1살이 많다. 하지만 1살 차이는 사회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며 친구 하기로 했다. "가인아! 놀자! 가인아!" 아무도 없나? 나는 가인이네 집에서 소리쳤지만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으~차!" "응? 데인 삼촌!" "오늘도 가인이네 놀러온 거냐, 욘석아!" 갑자기 나를 들어올린 사람은 데인 삼촌이었다. 이름은 따로 있는데 엄마랑 아빠랑 이모랑 삼촌 들이 데인이라고 부르기에 나도 데인 삼촌이라고 부른다. 나이는 마흔. 사실 이것보다 많다는데 아직 결혼 못한 노총각이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었냐? 왜, 애들이 또 거짓말쟁이라고 놀리든?" "응! 아이들은 내 말 안 믿고 막 놀렸어." 맞다. 분명 사실인데 아이들은 내가 한 말이 거짓말이라며 거짓말쟁이라고 놀렸다. 내가 애들에게 한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다. 이 두 눈으로 다 보고 엄마, 아빠, 큰누나랑 작은 누나랑 삼촌이랑 이모에게 들은 이야기니까. 물론 본 건 기록된 영상이지만. "삼촌! 삼촌! 아빠는 분명 신이지! 죽음의 신! 모든 죽은 자들의 지배자!" "쉿! 조용히 해! 그건 국가 기밀이라고!" "아! 맞다! 쉿!" 나는 삼촌을 따라 손가락으로 재빨리 입을 가렸다. 우리 아빠가 신인 건 국가 기밀이다. 국가의 아주 높은 사람이랑 중요한 사람밖에 모르는 국가 기밀. 우리 아빠는 신이다. 죽음의 신. 모든 죽은 자들의 지배자라고 불리는 신. 하지만 아이들은 국가 기밀인 이 비밀을 말해줘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이다. 아죽 가끔씩 우리 집에 아저씨들이 자신의 가족을 잠깐만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하러 온다. 그때마다 아빠는 고심하다가 그 아저씨들을 자세히 살핀 후에 가족을 마나게 해주거나 기억을 지워서 내 쫒는다. 아빠가 그러는데 죽은 사람은 함부로 만날 수 없단다. 만날 수 있는 자들은 그만한 자격이 되는 자들, 착한 일이나 올바른 일을 한 자들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영혼도 만날 수 있는 영혼이 있고, 만날 수 없는 영혼이 있는데 만날 수 있는 영혼은 환생을 기다리며 쉬는 영혼이고, 만날 수 없는 영혼은 이미 환생한 영혼이나 살았을 때 죄를 지어서 벌을 받는 영혼들이라고 했다. "자, 오늘은 너희 집에 가자. 오늘 모이기로 한 날이잖아." "아! 맞다!" 짝! 나는 손바닥을 부딪치며 박수를 쳤다. 오늘은 이번 달의 마지막 날이다. 이날에는 항상 아빠랑 삼촌들이랑 이모랑 아빠 친구 분이랑 아빠 부하들이라는 아저씨들이 모인다. 그래서 가인이가 집에 없었구나. "삼촌! 우리 텔레포트! 텔레포트해서 가요!" "안 돼, 안 돼. 어차피 가까운 거리니까 걸어가자. 이 삼촌이 가면서 아이스크림도 사줄게." "대신 천 원짜리! 오케이?" 짝! 나느 삼촌과 손바닥을 마주친 후, 집으로 향했다. 물론 집으로 가면서 아이스크림도 샀다. 오늘 모두 모일 것이다. 무표정한 퓨리 삼촌이랑 죽이 잘 맞는 지크 삼촌이랑 게일 삼촉, 몸집은 크지만 순박한 알트 삼촌, 그런 알트 삼촌이랑 단짝인 헌트 삼촌, 거기에 아빠랑 나이가 같은 크리스 삼촌이랑 크리스 삼촌이랑 결혼한 에나 이모, 또 가인이의 아빠인 한스 삼촌도 올 거다. 거기에 아빠 부하들인 셰인, 볼케이노, 프로스트, 빌리, 킬, 켈트, 우라노, 보를 아저씨들까지 모두 올 거다. 우웅! 사람이 참 많네. 엄마 음식 준비하려면 많이 바쁘겠다. "그나저나 이제 내년이면 너도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응! 가인이랑 같은 초등학교에 들어가!" "후훗! 인마, 가인이가 그렇게 좋냐?" "응!" "이거 형님이 들어면 좋아하시겠는데." 내가 가인이를 좋아하는데 왜 아빠가 좋아하지? 그 의문도 잠시, 나는 가다가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한 아저씨가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이구나." "아, 안녕하세요, 펠 아저씨." 펠 아저씨, 아빠의 친구 분이다. 이 아저씨도 신인데, 다만 파괴의 신이라고 아빠가 그랬다. 이 아저씨는 아빠의 친구이자 라이벌인데, 매달 한 번씩 싸운다. 나도 싸움을 딱 한 번 복 적이 있었다. 그때, 아빠가 죽었다. 나도 죽는 게 뭔지는 안다. 숨이 멈추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 그게 죽는 것다. 아빠가 딱 그랬다. 하지만 아빠는 신이라서 그 다음 날 살아났다. 아빠가 그랬다. 펠 아저씨와는 신이 되기 전부터 알고 지냈고, 항상 싸워왔다고. 지금도 계속 싸우는데 매번 승부가 아슬아슬하게 난다고 말이다. 이번에는 운이 나빠서 졌다며, 절대로 변명하는게 아니라고 말했다. 아빠를 죽이는 걸 봐서 그럴까? 나는 저 펠 아저씨가 무섭다. "여어. 오랜만이올시다, 파괴신 씨." "오랜만이군. 가지. 모두 기다리고 있다." 그 후, 펠 아저씨는 앞서 걸어갔다. 그리고 펠 아저씨의 말대로 모두 모여 있었다. "우리 막내! 누나 왔다!" "아앗! 메이 언니! 선수 치기야!" "우우! 누나! 놔줘!" "싫은걸!" 부비부비. 메이 큰누나는 나를 안고 얼굴을 비볐다. 우우! 뜨거워. 이어 레이 작은누나는 나를 품에 안고 삼촌이랑 부하 아저씨들 사이로 들어갔다. 많은 삼촌들과 부하 아저씨들은 모두 영웅이다.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차원에서, 마계에서 사는 마왕으로부터 중간계를 지켜낸 영웅! 삼촌들이 보여주는 영상을 보고, 이야기를 들었기에 나는 믿고 있었다. 삼촌과 이모, 아저씨와 아빠. 엄마, 누나들은 모두 영웅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내꿈은 아빠와 같은 영웅이 되어 신이 되는 것이다! 아빠는 신이다. 신이 되기 전에 아빠는 무려 인간으로서 두 번이나 죽어봤다고 했다. 한 번은 엄마의 양아버지, 즉 드래곤이라고하는 양아버지와 싸우다 죽었고, 한 번은 무려 엄마가 등 뒤를 단검으로 찔러서 죽었다고 하셨다. 알고 보면 우리 집도 무서운 집안이다. 엄마가 아빠를 죽였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괜찮다. 아빠는 신이니까. 죽으면 다음 날에 부활하니까. 나도 꼭 신이 되고, 그 전에는 영웅도 될 거다. 이 세상을 지키는 영웅! 콰쾅! "크하하하하! 죽기 싫으면 순순히 모든 걸 내놔라!" 갑자기 일어난 폭발로 우리 집 벽이 날아갔다. 우우! 엄마랑 아빠랑 싸워서 내 방 벽이 날아간 지 이틀도 안 됐는데 또 벽이 날아갔다. 우우! "뭐냐, 저것들?" "저놈들, 참 운도 없지. 하필 이날에." "저놈들이 소문의 능력자 강도단? 워낙에 숨는 기술이 뛰어나서 잡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하던데." 빠직! "오호라! 바로 네놈들이란 말이지? 무려 날 이틀 동안이나 야근하게 만든 녀석들이!" 오호! 어쩐지 데인 삼촌 눈 밑에 다크서클이 있더니, 이틀이나 야근 했구나. 저 아저씨들 운 되게 없다. 강도 주제에 우리 집에 오다니 말이다. 그것도 하필 오늘 같은 날. 아까도 말했다시피 아빠는 신이고 심촌이랑 이모, 부하 아저씨들은 영웅이다. 영웅은 그냥 되는게 아니다. 그만한 실력이 있어야 되는거지. 아빠의 말에 의하면 삼촌들과 부하 아저씨들은 모두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자라고 했다. 그런데 하필 모두가 모인 날에 오다니, 저 아저씨들은 정말 운이 없다. "아앗! 또 벽이!" "엄마." "아앗! 한나야! 이거 우리가 한 거 아니다! 바로 저놈! 저놈들이 한거야!" 예쁜 우리 엄마! 비단 같은 붉은 머릿결을 가진 엄마는 무너진 벽을 보며 소리쳤고 삼촌들과 이모, 아저씨들은 바로 변명했다. 사실 우리 엄마도 강하다. 그렇지만 아빠랑 삼촌들, 이모보다는 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엄마한테는 쩔쩔맨다. 이유는 아빠 때문이라고 한다. 아빠가 엄마한테 죽고 못 사니까 모두 다 엄마한테 약하다고 했다. 실질적으로 이 중 최강자는 엄마인 것이다. "아저씨들, 아저씨들." "으응? 왜, 왜 그러냐?" "이때 빨리 도망가요. 우리 아빠는요 죽은 자들의 지배자라고 불리고요, 엄마는 젊었을 적에 홍염의 마도사라고 불렸대요." "뭐, 뭐라고!" "거기다가, 저기 눈 밑에 다크서클 있는 아저씨는 제 삼촌인데 호칭이 싸이코 서머너라고 해요. 또 그 옆에 무표정한 삼촌은...." "설마 산 채로 범죄자들을 해부한다는 매드 닥터?" "맞아요! 그러니까 빨리 도망가는 게 좋아요." 강도 아저씨는 나의 친절한 설명에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다리를 후들거렸고, 이내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다. 확실히 우리 아빠와 엄마, 삼촌, 이모, 누나, 부하 아저씨들은 영웅이다. 벽을 무너트린 강도 아저씨가 호칭만 듣고 벌벌 떠는 것을 보니 말이다. 후후후! 오늘 있었던 일을 내일 꼭 말해줘야지. 이번에는 거짓말이라고 못하겠지! -=-=-=-=-=-=-=-=-=-=-=-==-=-=-=-=-=-=-=-=-완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