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enoBlade -226- -마계1- Written By Xeno 파치치치... 루피의 몸을 중심으로 일어난 스파크는 점점 그 영역을 넙혀가면서, 더더욱 밝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아.. 하아.... 으윽..." 그 빛이 밝아짐에 따라 루피가 느끼는 고통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까지 엘프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비명을 지른다는 말은 들어본적도 없었는데, 눈앞에 있는 루피는 그정도를 초월해서 얼굴까지 붉어진채 고통을 참아내고 있었다. "루피... 괜찮은 거야?" "끄윽.... 조... 조금만 더 참으면..." 루피는 고통을 참아내느라 목과 이마에 굵은 핏대를 세우면서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이야기 했지만... 파치칭! "아아악!" 시간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질 않고, 계속해서 비명을 질러대고 있으니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었다. 콰우우우! 그러다가, 루피의 몸을 감싸고 있던 스파크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더니, 루피의 가슴에서 푸른색을 띄는 빛덩이가 나타났다. "하아... 하아... 끝... 났어..." ".....?" 루피는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온 푸른빛을 올려다보며 힘겹게 웃었다. 대체 뭐가 끝났다는 소리지? "이해가 안가는 모양이네.... 저.. 빛이 현자의 돌이야." "뭐?" 루피는 내가 멍청하게 서 있자 허공에 떠 있는 푸른색의 빛덩이를 가리켰다. 단지 푸른색의 빛덩이일뿐인데 저것이 현자의 돌? "내가 현자의 돌을 받을때... 마땅이 둘만한 곳이 없어서 나의 몸속에 봉인해 놨었어. 몸 속에 집어넣을때는 별로 아프진 않았는데.. 꺼낼때는 무지하게 아프네..." "저거... 그냥 빛덩이 아니야?" "손으로 직접 만져봐. 아마 빛이 사라질꺼야." 난 루피가 시키는대로 공중에 떠 있는 푸른색의 빛덩이를 손으로 살짝 건드렸다. 그러자 이제까지 내뿜던 푸른색의 빛이 사라지면서, 내 주먹만한 돌덩이 한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카앙~! 현자의 돌은 물론이거니와 이곳도 꽤나 단단한 돌이나 금속으로 만들어진듯 돌이 떨어질때 의외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지만, 이제까지 푸른빛에 휩싸여 있던 현자의 돌이에서 내뿜던 빛이 사라지자 그저 평범한 돌덩이라고 밖에 생각할수 없는, 그저 길거리에 널려있는 흔하디 흔한 돌덩이 같은 느낌이었다. "루피. 이거 정말로 현자의 돌이 맞는거야?" "확실히 맞아. 드래곤들이 직접 만들어서 나에게 준거니까. 그 돌을 손에 쥐고 마나를 조금 흘려 보내면 알게 될꺼야." "흐음..." 난 아무리 생각해도 현자의 돌이라는 것이 미심쩍었기 때문에 루피가 말한대로 돌을 주워서 약간의 마나를 돌에 흘려보냈다. 그러자... 우우우웅.... 콰아아아! 이제까지 보이지 않았던 돌의 표며에 새겨져 있는, 알 수없는 문자들이 하나 둘씩 빛을 내면서 엄청난 마나를 내뿜기 시작했다. 그 힘이 어느정도인지 사방이 마법진으로 막혀 있는 이곳에 흔들릴정도였다. "휘유.... 이거.. 대단한 물건인데... 이정도의 마나에 이렇게까지 반응하다니...." "정말로 현자의 돌이라니까..." "그런 것 같군. 그럼 이제... 내차례인가?" 난 현자의 돌을 손에 쥐고 과거 현자의 탑에서 얻었던 주문을 떠올렸다. 마계로 가는 통로를 여는 주문을. 어차피 그 주문이란 것은 내가 외우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나의 기억속에 새겨져 있는 것과 같기 때문에 그저 떠올리는 것만으로 주문을 발동되는 것이었다. "물러서 루피. 지금 이곳에서 마계로 가는 통로를 열테니까." 나의 머릿속에서 마계로 가는 주문을 끄집어 내는 순간 이미 그 주문은 발동되고 있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법을 발동시킬 준비만 완료된다면 생각만으로 주문이 시작되는 그런 상태였다. 콰드드드드... 현자의 탑에서 얻은 이 주문도 결코 낮은 단계의 주문은 아닌듯이 루피가 현자의 돌을 꺼냈을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벽, 천정, 바닥 할 것 없이 마구 울려대고 있었다. 그러면서 내 손에 쥐어진 현자의 돌에서 아까와 마찬가지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거... 굉장한데..." 내가 사용한 마법이 어느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공격마법으로 따지자면 궁극 마법인 미티어 스트라이크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힘을 내뿜고 있었다. 끼끼낑... 끼긱... 현자의 돌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과, 현자의 탑에서 얻은 마법 주문이 합쳐져서 드디어 완전한 마법 주문을 이루고 있었다. 바로 내가 그토록 원했던 마계로 가는 문을 열고 있었다. 공간의 문을. 어떻게 보면 카오스 마법과도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그런 광경이었다. 아무 것도 없는 텅빈 공간에서 공간이 조금씩 구겨지듯이 일그러지며 검은색의 알 수없는 무언가가 그 넓이를 넓혀간다는 것. 분명 공간을 다루고 있는 카오스의 마법과 그리 큰 차이는 없었다. 카오스 마법이 공간을 통해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 마법은 공간을 일그러뜨리는데 그치지 않고 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준다는게 다를뿐. ".... 엄청나군..." 조그만 현자의 돌에서 내뿜는 엄청난 마나의 힘에 현자의 돌을 들고 있는 나의 팔이 뻐근해질 정도였다. 단지 현자의 돌을 들고 있을 뿐인데도. 만약 내가 가진 마나의 힘으로 마계로 가는 통로를 열고자 했다면 아마 난 마나 고갈로 죽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마나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제까지 내가 싸운 드래곤들이 가지고 있는 마나조차도 아이들의 장난으로 여겨질 정도였으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검은색의 빛덩이는 점점 더 커져서 사람 한명이 드나들 정도의 크기까지 커지고 있었다. 더불어 크기가 커질수록 그 검은색의 빛덩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도 강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손에 쥐어져 있던 현자의 돌이 반정도로 줄어들어 있었다. 현자의 돌 한개에 담긴 마력이 웜급 드래곤 마나량의 10배를 가지고 있다고 했으니 이 통로 하나를 만드는데 그 웜급 드래곤 5마리분량의 마나가 소모된건가?...... 이 마법이 대단한 마법이긴 한가보군.... 드래곤 하트 한두개로는 어림도 없었을 그런 마법... "확실히... 마계로 가는 통로가 틀림없는 것 같네. 이정도의 마기를 뿜어내고 있는 것을 보면." 루피는 내가 만들어 놓은 마법 - 마계로 가는 통로를 보면서 한마디 했다. "확실한 것 같긴 하네." "지금까지 마계에서 이쪽으로 온 마족은 있었어도 이쪽에서 마계로 간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어. 그래서 마계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그래도 갈꺼야?" 루피는 내심 내가 걱정스러운듯 했지만, 리디를 위해서라면... "걱정하지 말아. 설마 허무하게 죽기야 하겠어? 마족이라도 살만하니까 살고 있는 거겠지. 안그러면 마계라는 곳에서 그 어떤 것도 살아남지 못할거 아냐?" "그래..." "내가 마계로 간 동안에... 리디를 잘 부탁해. 이젠 정말로 믿을사람은 루피밖에 없어. 혹시라도 일이 잘못되어서 오랜 시간동안 내가 이곳으로 오지 못해도..... 영원히 오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 시간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루피밖에 없으니까." "그래..." 루피는 내가 말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한듯, 슬픈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것이 마지막이 될지도 몰랐으니까. "꼭 돌아와 세이츠. 참... 그리고 내가 아까 주겠다고 했던 장비... 이거야." 루피는 허리춤에서 조그만 가죽 주머니 같은 것을 꺼내더니 나의 손에 쥐어 주었다. 내 주먹만한 크기였지만, 생각보다 무거웠다. 내가 생각하기엔 이것을 쓸 일이 별로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적어도 가지고 가서 후회할 일은 일어나지 않을테니 묵묵히 받아 들었다. 그리고 주머니를 열어 안에 내용물을 보지도 않고 반으로 줄어든 현자의 돌을 집어 넣었다. "훗...... 아마 그렇게 될거야. 다시 돌아와서 리디를 만나야지. 난 이대로 혼자서 늙어죽긴 싫다고." "그래. 알았어. 세이츠가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면 나를 금방 찾아올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둘께." "고마워. 참.... 신도 부탁해. 이녀석은 나랑 떨어지고 싶지는 않겠지만... 마계라는 곳에서는 내 한 몸 감당하기도 힘들것 같으니까. 이녀석도 잘 돌봐주길 바래." "걱정하지말아." "자.... 이제 이별이다. 신. 내가 돌아올때까지 루피 말 잘 듣고 기다리고 있어." "끄응..." 신은 아주 오랫만에 만나서 별로 같이 있지도 못한해 헤어진다는 것이 슬픈지 끙끙거리면서 나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나역시 신을 데리고 가고는 싶었지만, 마계로 간다면 내 한 몸 지키기도 힘들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신이 늑대들 중에서 꽤나 상위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늑대는 늑대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마계라는 곳에서는 마물도 있을텐데, 그렇다면 신은 상대가 되지 않을지도 몰랐다. 가끔 마계 존재하는 마물이 이곳으로 넘어올때가 있어서 기록이 전해지는데 그 힘과 흉폭함은 이곳에서 살고 있는 몬스터와는 격이 다른 엄청난 존재들이었다. "미안하지만 마계란 곳은 너무나도 위험한 곳이야. 그러니까 내가 돌아올때까지 루피의 말 잘 듣고 기다려야해. 알았지?" 난 축쳐져 있는 신의 머리를 몇번 쓰다듬고는 심호흡을 했다. 전혀 통로라고 생각할 수 없는 검은빛무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망설임없이 그 검은빛을 향해서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내가 바라던 일이었고, 이제와서 물러설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검은빛 무리를 향해 한걸음 내딛을때 마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의 마기가 밀려들었다. "루피.... 살아서 꼭... 다시 만나!"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큰소리로 외치면서 그 검은 빛무리를 향해서 뛰어들었다. 파아아앗! 순식간에 나의 시야는 검게 변해 버렸고, 나의 온 몸에서 셀 수도 없이 많은 벌레가 기어가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계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마기라는 것을 내가 느끼는 느낌이었다. 기분 나쁜 느낌. 온 몸에 불쾌한 느낌이 퍼져가면서 나의 머릿속도 빙글빙글 도는 듯한 기분이었다. 어지러워서 구토감이 밀려올 정도로. "크윽... 제기랄..." 이대로 정신을 잃는다면 마계에 도찾하자 마자 마물의 밥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정신을 잃는다는 것은 최소한의 위험에도 대비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을 뜻했으니까. 그러나, 나의 이런 굳건한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의 정신은 점점 아득히 멀어지고 있었다. 난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지만, 그것은 헛된 몸부림에 불과한 것이었다. 어느새 나의 사고는 정지된채 깊은 나락속으로 빠져들고 있었으니까. "#$&^@!@#&" "으윽...." "#@%#&@~!" "......."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내 귓가에 알 수 없는 언어가 들려왔다. 알 수없는 언어?... 그리고 온몸에 느껴지는 불쾌한 느낌.... "큿...!" 그제서야 내가 마계로 이동했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쓰러져 있는 자세에서 벌떡 일어나 온 몸의 마나를 끌어모으고 싸울 준비를 했다. 그런데... 쾅! 머리에 단단한 무엇인가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고통이 밀려들었다. "크윽..." 그러나 나의 몸상태는 아주 양호한 편이었고, 주변에는 내가 생각했던 마물들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본 풍경은 나의 상상을 무참히 깨어버리는 그런 광경이었다. 내가 끌어모은 마나로 인해서 푸른색으로 빛나는 두 손을 공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두 사람... 분명 이곳은 마계임이 분명하지만 사람이라고 밖에 적당히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보통 사람보다 피부가 좀 창백하고 귀가 약간 뾰족한 정도에, 전체적으로 눈동자가 붉은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을 빼면 보통 사람들과 별반 틀린 것이 없었다. 한명은 머리를 짧게 자른데다가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고, 다른 한명은 허리까지 기른 검은색 머리칼과 함께 봉긋이 솟아오른 가슴과 전체적으로 가는 몸을 보아하니 한쌍의 남녀가 분명했다. 더군다나 난 집안에 누워 있었던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몸을 일으킨 상태에서 보이는 것은 이 두 남녀를 제외하고는 침대와 옷장, 옷가지 몇벌 그리고 테이블과 커튼이 쳐져 있는 창문이었으니까. "설마... 마계로 온 것이 아닌가?.... 실패... 한건가?...." 난 설마 마계에 이렇게 정상적인(?) 사람들이 살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마법이 살패한 줄로만 여기고 있었다. 덕분에 온 몸에 힘이 쭉 빠진채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마계랍시고 왔는데 대륙 어딘가 다른 곳으로 이동해 온 셈이었으니까. "@$#&^@#& ?" 내가 비틀거리면서 침대위에 주저앉아 나에게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로 말을 걸던 두 남녀가 조금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뭐라고 말했다. "제기랄.... 제길...." 현자의 돌을 사용하면서, 현자의 탑에서 얻은 마법을 가지고 분명히 마계로 가는 길을 열었는데 실패하다니... 그 순간 나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루피의 말이 떠올랐다. "마계란 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고.... 마계로 간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고...." 그제서야 난 정신을 조금이나마 추스리고 나의 곁에 서있는 남녀를 천천히 훝어 보았다. 보통 사람처런 생겼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이질감. 그리고 온 몸에 느껴지는 전혀 다른 느낌. "설마... 여기가 정말로 마계인가?.... 설마..." 난 두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도 믿을수 없었다. 그래서 이곳이 마계라는 뭔가 다른 증거를 찾으려 하다가 커튼이 쳐져 있는 창문이 눈이 들어왔다. 난 그 창문을 보자마자 몸을 일으켜서 창문을 가리고 있는 커튼을 거칠게 열어 제켰다. "허억...." 그리고, 난 이곳이 마계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분명 붉은색... 피처럼 붉은색이었다. XenoBlade -227- -마계2- Written By Xeno "쿡쿡쿡..." 난 붉은빛을 내는 하늘을 보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물론 내가 미쳤다거나 살짝 맛이 가서 웃은 것이 아니었다. 마계라는 곳을 제대로 찾아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방금전에 내가 한 행동이 바보같아서 그것을 생각하며 웃은 것이었다. 역시나 이곳은 마계인게 확실했다. 대륙 그 어디에서도 하늘이 붉은빛으로 빛나는 곳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적은 없었으니까. "#$@$#^ ?" 내가 창밖을 바라보면서 혼자 킬킬거리면서 웃고 있자, 내가 이 마계에게 처음으로 본 사람들 - 사람이라기 보다는 마계인이라고 표현하는게 더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 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나에게 하고 있었다. 나역시 그들에게 뭐라고 말을하고는 싶었지만 카오스에게 받은 지식으로도 마계의 언어같은 것은 있지도 않았다. 루피의 말대로 마계로 온 사람은 이제까지 없었고, 아마도 내가 최초인듯 했으니까. "하아... 이사람들과 대화가 통해야 뭘 해도 할텐데.... 마법으로 과연 될까. 여기는 마계인데...." 분명 마법중에서 자신이 모르는 언어로 대화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것이 있긴 한데. 문제는 그것이 내가 살던 차원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라서 마계에서도 그것이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나의 걱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두 남녀중 여자쪽에서 여전히 알 수없는 언어로 뭐라고 중얼거리시 시작하자 그녀의 손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곧이어 그 빛이 뿜어져 나오는 손을 나의 머리에 조심스럽게 가져다 대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은 혹시라도 내가 아까처럼 살기를 일으키면서 경계하지나 않을까하는 생각때문인것 같았다. 난 그녀가 하는 것을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두 남녀가 나에게 살기를 뿜어내는 것도 아니고, 그녀가 쓴 마법도 공격마법이 아니... 분명 나에게 도움이 되는 마법일거란 확신이 섰기 때문이었다. 내 예상으로는 언어를 통하게 하는 마법정도로... 파아아앗! 그녀의 손이 나의 머리에 닿자 갑자기 뒤통수를 한대 세차게 맞은것 처럼 멍해지면서 눈앞이 캄캄해 졌다. "윽..." 난 갑작스런 충격으로 인해서 앉은 자세 그대로 쓰러질뻔 했으나, 그 충격은 잠시뿐인 것이라서 곧 정신을 차릴수 있었다. "실패한건가?.... 이 이방인에게는 우리의 마법도 듣지 않나보지?" 그리고 이어지는 남자의 목소리. "글쎄.... 잘 모르겠어 오빠. 이런 마법은 한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어서.... 지켜봐야 할 것 같은데. 마법에 의한 충격이 조금 컸나?" 다음엔 여자의 목소리. 분명히 아까까지만 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뭐라고 말하던 두 남녀의 목소리임이 확실했다. 예상대로 나에게 마법을 쓰는 그 여자는 서로간의 언어를 통하게 하기 위한 마법을 사용한 것 같았다. ".... 성공했어. 고맙군." 난 그들의 말을 듣고는 천천히 말했다. 그러자 두 남녀는 꽤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마법이 제대로 통한건가?" "아마도." "잘됐군. 말이 통하지 않아서 그쪽이나 나나 꽤 힘들뻔 했는데..." "아아...." 난 남자쪽과 대화를 하면서 마계란 곳이 내가 살던 곳과 별다를바 없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살던 차원 - 물질계, 혹은 중간계라고 불리는 차원에 간혹 모습을 보이는 마족들과는 차원이 틀렸으니까. 오히려 바깥으로 보이는 붉은빛의 하늘만 아니라면 이곳이 대륙 어딘가에 존재하는 마을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었다. "나의 이름은 슈르 하. 이쪽은 내 여동생 슈르 사. 너의 이름은 뭐지?" "난... 세이츠." "넌 분명 이곳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된거지?" 자신을 슈르 하라고 소개는 남자는 역시나 갑자기 나타난 내가 상당히 궁금한지 소개가 끝나자 마자 막바로 질문했다. "그전에.... 이곳이 어딘지 알 수 없어?" "흠. 하기야 갑자기 이상한 곳으로 흘러들어온 세이츠가 더 궁금하겠군. 여긴 세번째 땅의 마을인 카슈르라고 하지." "세번째 땅의 마을인... 카슈르? 여기가 마계라는 곳이 아닌가?" 세번째 땅?.... 이건 대체 무슨 소리인지.... "마계?...... 그런건 잘 모르겠는데. 아니, 혹시 모르지. 두번째나 첫번째 땅이 그렇게 불려지는 지도. 이곳은 그런 명칭이 없이 그냥 '세번째의 땅'이라고 불리고 있어." 슈르 하는 내가 말하는 '마계'라는 말을 처음 듣는 듯 했다. "세번째의 땅.... 그렇다면 두번째나 첫번째의 땅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어어? 설마 그쪽으로 가려고 하는거야? 포기해. 그쪽으로 갈 수 있는 길은 있지만 살아서 갈 수는 없을거야." 다행히 그 두번째와 세번째의 땅이라고 하는 곳이 가지 못하는 곳은 아니었다. 이곳이 '마계'라는 명칭이 아니라 그저 '세번째의 땅'이라고 불린다면 분명 마계라고 불리는 곳은 첫번째나 두번째의 땅이라고 불리는 그 곳임이 틀림없었다. 내가 느끼던 엄청난 마기도 분명히 그곳에서 나왔을 것임이 분명하고. 이곳에서 느끼는 기분은 원래 살던 차원과 거의 다를바가 없었다. 몸으로 느껴지는 것은 단지 약간의 거북함 정도랄까? 이마져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것 같았다. "난 가야해. 무슨 일이 있더라고. 이곳이 마계라는 곳이 아니라면 분명히 그 두 곳중 하나가 마계라는 곳이겠군." "절대로 안돼. 죽으러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세번째 땅의 사람들이 두번째 땅에 들어가려고 하면, 그곳의 대지나 공기는 둘째 치더라고 살고 있는 마물들에 의해서 갈기갈기 찢겨져 버린다고." 슈르 하는 내가 그쪽으로 간다고 하자 절대로 안된다고 하면서 날 말리고 있었다. 날 말리는 슈르 하의 얼굴엔 거의 공포에 가까운 표정이 떠오르면서 그가 말한 곳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분명히 예전에 한번 가본적이 있는듯한 그런 표정이었다. "상관없어. 난 원래 그곳으로 가려고 했으니까. 가다가 죽는다면 그것도 내 운명이겠지. 물론 난 죽을 마음 따위는 전혀 없지만 말이야." "허.... 참나...." 슈르 하는 아무리 말려도 내가 포기할 생각이 없자, 말리는 것을 그만 두는 것 같았다. 단지 그의 눈빛이 '또 한놈 죽으러 가는군'이란 측은한 눈빛으로 바뀌었다는 것 정도가 가장 큰 변화랄까. "이제 이런 이야기는 그만하죠. 세이츠씨 저희도 당신에게 궁금한 것이 많은데 물어봐도 괜찮겠죠?" 나와 슈르 하가 대화를 중단하고 잠시 정적이 흐르자 이것을 보고만 있던 슈르 사가 분위기를 바꾸려는듯 싱글거리면서 나에게 물었다. "흠.... 그래. 나도 궁금한 것이 많으니까." "그러도록 하죠." 나와 슈르 하는 거의 동시에 슈르 사의 말에 대답하면서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이상하게도 오빠인 슈르하에게는 스스럼 없이 반말이 튀어나왔는데 동생인 슈르 사에게는 슈르 하처럼 막 대하기가 좀 껄끄러웠다. 슈르 사의 말에 자연스럽게 존댓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먼저... 세이츠씨를 발견한 곳이 저희들의 사냥터였어요. 아마 저희들이 데려오지 않았다면 그리들에게 잡아 먹혔을껄요." "그리?" "흠... 한번도 본적이 없나요?... 하기야 세이츠씨를 얼핏 보기에도 저희와 많이 틀린것 같지만... 네번째 땅이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 "그 그리라는게 몬스터 이름 인가요?" "이곳에 살고 있는 몬스터중에서 꽤나 거칠고 덩치도 큰 사나운 짐승이죠. 저희들이 열 명정도 덤벼야 겨우 이길수 있는 몬스터예요. 참.. 세이츠씨에게 질문했는데 다시 제가 질문을 받았군요. 세이츠씨는 어디서 오신거죠?" 슈르 사는 한참동안 설명을 해주다가 내가 질문을 하는 입장으로 바뀌자 '앗'하는 귀여운 표정으로 혀를 쏙 내밀었다. "흠.... 제가 살던 곳은 이곳과는 다른 차원입니다. 저희들이 살고 있는 곳은 이곳을 마계라고 부르죠. 슈르 사씨나 슈르 하씨같이 세번째 땅, 두번째 땅.... 이런식으로의 구분이 없고 이곳의 차원을 통틀어서 마계라고 부릅니다." "다른 차원.... 이라고요?" 슈르 사는 내가 차원 이동을 해서 이곳으로 왔다고 말하자 꽤나 놀란듯 했다. 하기야 이제까지 이쪽으로 넘어온 사람은 없었던 데다가, 이곳.... 세번째 땅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내가 살던 세계로 넘어온 사람도 없었을 테니까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나역시 예전에는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일 뿐더러, 그런 차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으니까.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는게 정말인가?" "정말이야. 난 이곳의 존재가 아니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이곳으로 올 수가 있었지? 네가 살던 곳은 살만한 곳인가?" 슈르 하 역시 내가 차원을 넘어왔다는 말에 무척이나 놀란듯 했다. 차원을 이동해서 온 사람을 만나기가 흔한 일이 아닐테니까. 확률도 따지자면 길을 걸어다가 드래곤을 발견하고 싸워서 이기는 수준의 확률이랄까. "살만한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고.... 여러군데가 있지." "흐음... 그래...?" "그렇다면 이쪽 차원으로 넘어온 이유도 첫번째나 두번째 땅에 가려고 온 셈이겠군." "그렇지. 원래 내가 가려고 한곳은 이곳이 아니야. 혹시.... 그 첫번째나 두번째 땅에 대해서 아는 것 좀 있어?" 난 슈르 하에게 약간의 기대를 걸고서 물었다. 아까 나에게 첫번째나 두번째 땅에 가는 것을 극구 말리던 그의 표정은 분명 무언가 아는 듯한 그런 표정이었으니까. "하아... 나도 첫번째 땅에 대해서는 몰라. 알고 있는건 두번째 땅에 대해서 조금..." "그 조금이라도 나에겐 도움이 될꺼야. 좀 알려줘."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방에 이렇게 있지 말고 나가서 이야기하도록 하지. 참.... 가지고 있던 짐은 바깥에 놔두었어. 주머니 한개 맞지? 열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꽤나 묵직하더군." 슈르 하는 방문을 열면서 나에게 물었고, 난 그의 질문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죽 주머니 안에 다른 물건은 둘째 치더라도 현자의 돌만 남아 있으면 아무런 이상이 없는 셈이었다. 방문을 열고 나서자 주변의 풍경을 아주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내가 나간 곳은 거실같은 곳이었는데 사방이 투명한 막 같은 것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붉은빛의 하늘을 비롯한 다른 곳도 한눈에 들어왔다. 더불어 내가 있던 곳이 이 마을... 마을이라기 보다는 어떤 도시같이 생긴 이곳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엄청나군... 이정도의 규모라면." 난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바깥의 풍경을 구경했다. 이 도시의 외곽지역으로는 내가 살던 곳의 성벽처럼 두꺼운 돌같은 겉으로 둘러싸여져 있고, 그 바깥쪽으로는 거대한 동물... 동물이라고 밖에는 마땅히 표현할 바가 없는 생물체들이 나다니고 있었다. 내가 살던 곳에 있던 말과 비교할때 적어도 다섯배 이상은 되는 크기였다. "뮤타들을 보고있군요. 신기해요?" 슈르 사는 나의 시선이 그 거대한 동물에 멈춰서서 움지이질 않고 있자, 곁으로 다가와서 말해주었다. "뮤타?" "덩치는 저렇게 커도 이곳에서는 몇 안돼는 순한 초식동물들중 하나죠. 저희들의 마을을 유지하기 위한 재산이기도 하고요." "참... 또 한가지 질문할게 있는데.... 이곳의 하늘은 원래 이렇게 붉은색... 인가요?" "그럼 세이츠씨가 살고 있던 하늘은 붉은색이 아니예요? 전 하늘은 다 붉은색인줄 알았는데...." 슈르 사는 오히려 나의 질문이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붉은색의 하늘이 당연한줄 알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 하기야 나도 이 광경을 직접 목격했으니 망정이지 붉은색의 하늘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 아마 나도 믿지 못했을테니까. "제가 살고 있는 곳의 하늘은 푸른색입니다. 이곳과는 틀리죠." "헤에...." "자자... 그런 이야기는 여기에 앉아서 천천히 이야기 하자고. 세이츠도 나도 슈르 사도 서로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많은 것 같으니까. 천천히 이야기나 해 보자고." 슈르 하는 응접실.... 이라 생각되는 이 방에 한가운데 있는 테이블에서 의자를 빼면서 하염없이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나와 슈르 사를 불렀다. 나를 향해 씨익 웃는 슈르 하의 미소를 보면서 마계라는 곳이 생각만큼 꼭 나쁜 곳만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만큼 나쁘지는 않아. ... 적어도 슈르 하가 말하는 이 세번째의 땅이라는 곳 만큼은. XenoBlade -228- -마계3- Written By Xeno "그럼 세이츠가 살고 있던 차원에서 이쪽 차원으로 넘어온 이유가 사랑하는 여자때문에?" "그렇지." "와아~ 정말 대단해요!" 테이블에 앉아서 한참동안 이야기 하다가,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이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는 이유를 듣자 벙찐 표정을 지었다. 반면에 슈르 사는 나를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하는듯이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어느곳이나 여자들이란. . . "하하하. . . . 정말 대단하군. 여자에 목숨걸고 죽을지도 모르는 이곳까지 온거야?" "그녀는 내가 살아가는 모든 이유이니까. 거기다가 눈앞에서 그렇게 선택되지도 않은 죽음따위를 당한것은 인정할 수 없어." "흐음. . . 그렇다면 그녀를 찾을만한 힘은 가지고 있는건가?" "최소한 이 세번째 땅이라는 곳에서 나를 해칠 수 있을만한 존재는 없을것 같군." 슈르 하는 나의 대답을 듣자 미간이 약간 꿈틀하는 것 같았다. 분명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나의 말에 자존심이 건드려진 듯 싶었다. "그정도로 강한가?" "글쎄. . . 나도 내가 어느정도인지는 잘 몰라.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있던 차원계에서 나를 이길만한 존재는 없었어." "흐음. . . 그래? 그럼 한번 겨뤄볼수 있을까?" "오빠!" 슈르 하는 내가 꽤 강하다는 사실에 호승심이라도 일어났는지 나와의 대련을 신청했다. 슈르 하도 이곳에서는 꽤나 강한편에 속하는 듯 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강자는 자신과 비슷하거나 혹은 그 이상으로 강한자와의 대련을 원한다. 이를테면 자신보다 강한 사람과 싸워서 더욱 발전을 하던가, 혹은 자신의 실력이 어느정도 수준인가 알고 싶어하는 이유로.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군. 재미있겠는걸." "세이츠씨!" 나도 슈르 하의 말에 미소를 보이면서 그의 요청을 수락했다. 그러자 중간에 낀 슈르 사만 어쩔줄을 모르고 있었다. 나와 슈르 하가 뭔가 통하면서 친하게 굴다가 갑자기 싸운다고 하니까 그녀는 이해가 잘 안돼는 듯 했다. "오빠! 왜그래? 이런적은 한번도 없었잖아! 싸움은 우리 마을내에서 금지시킨다고. . ." "걱정마라. 이것은 개인적인 원한이나 사사로운 감정으로 인한 싸움이 아니라 단순히 서로의 실력을 가늠해보기 위한 대련일 뿐이니니까." "맞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슈르 하는 슈르 사에게 안심하라는 듯이 말했고, 나역시 그의 말을 거들었다. 이 세계에 살고 있는 강자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된다면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될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거절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뭔가 통하는 것이 있군 세이츠. 그럼 아래로 내려가지. 이왕 대련할거 제대로 된 장소에서 해야겠지." "좋아." "슈르 사. 내려간다. 구경하고 싶으면 내려와라." 슈르 하는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슈르 사에게 말하면서 테이블 옆에 있는 동그랗게 생긴 돌덩이 같은 곳에 올라섰다. "세이츠도 이쪽으로." 슈르 하는 자신이 올라서 있는 돌의 한쪽을 가리켰고, 난 그의 안내대로 슈르 하가 올라서 있는 돌덩이에 같이 올라섰다. "이동." 그리고 슈르 하가 짧게 말하자 나의 몸이 가벼워 진다 싶더니 주변의 풍경이 삽시간에 변해 버렸다. 아마 순간이동 마법진과 같은 원리인것 같았다. 시동어만 외치면 정해진 곳으로 이동하게 만드는. "이쪽으로." 슈르 하는 주변의 풍경이 바뀌자 마자 새로 바뀐 공간에 하나밖에 없는 문을 열고는 밖으로 나갔다. 슈르 하를 따라서 문을 열고 나서자 바깥의 풍경을 직접적으로 볼수가 있었다. 이제까지 내가 있던 곳은 성과 비슷하게 생긴 곳이었다. 주변에 각종 무기들이 쌓여 있었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나와 슈르 하가 나타나자 그때까지 하던 일들을 모두 멈추고 슈르 하에게 허리를 굽혀서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헤에. . . 이곳에서 꽤나 지휘가 높은것 같군." "당연하지. 내가 이 마을을 일구어낸 셈이니까. 내 이름은 슈르 하라는 것에서 슈르라는 것이 이 마을을 뜻하는 거야." "마을을 일구어 냈어? 이 마을은 겉보기에도 꽤나 오래된듯 한데. . . 얼마나 된거야?" "흠. . . 글쎄. . . 대략 400리온쯤. . ." "400리온?. . . 내가 살던 곳의 단위와는 틀려서 잘 모르겠군. 여긴 1리온이 몇일이나 되지?" "정확히 400일쯤 될꺼야." "허억. . . . 그렇다면. . . 내가 살던곳에서 따지자면. . . 적어도 450년 정도는 되었군. 이곳 사람들은 꽤나 수명이 긴데. . . ." "아아. . . 그런가? 이곳 사람들의 평균 수면은 1200리온쯤 돼. 난 아직 절반도 못살았고." 수명이 1200리온. . . 환산하면 1400년쯤.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엘프들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었다. 가지고 있는 능력이 어느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슈르 사가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봐서는 가지고 있는 능력도 꽤나 대단한 듯 했다. "이곳에는 종족이 너희들밖에 없는거야?" "아니. 우리 일족 말고도 3개의 종족이 더 살고 있지. 하지만 한개를 제외한 나머지 두개의 종족은 문명수준이 꽤 낮아. 하지만 대부분의 숫자를 차지하고 있지. 우리와 다른 한개의 부족은 숫자가 적은 대신에 꽤 높은 수준의 기술을 다루고 있고. 그 중에서도 우리 종족이 가장 높은 기술과 문화 수준을 가지고 있지." "그렇구나." "자. 다왔어. 이곳이야." 앞장서서 가던 슈르 하는 적어도 100은 이상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훈련하고 있는, 꽤나 넓은 연무장같은 곳에서 멈춰서고는 나를 돌아보았다. 그들 모두는 슈르 하가 들어서자 아까 다른 사람들이 슈르 하에게 보였던 반응과 마찬가지로 하던일을 멈추고는 허리를 굽혀 슈르 하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 바닥은 어떤 재질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모두 돌같은 것으로 깔려있고 이곳에서 훈련하던 사람들도 생천 처음보는 이상한 형태의 갑옷을 착용하고 있었다. 내가 봐왔던 상체를 모두 덮는 형식이 아닌, 왼쪽의 어깨와 가슴부분만을 가리고, 나머지는 끈같은 것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 왼쪽 가슴을 보호하는 부분은 뭔가 알수 없는 돌같은것이 박혀져 있고, 그돌이 은은한 붉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이봐! 이쪽에 갑옷하나만 가지고 와! 쓸만한 검하고." 슈르 하가 이렇게 외치자 훈련을 하고 있던 100여명에 이르는 사람들 중에서 한사람이 손에 검은색의 상자같이 생긴 물건과 함께 검집에 담겨있는 칼을 들고 헐레벌떡 뛰어왔다. 슈르 하는 그가 가져온 검과 상자같은 것을 받아들고는 나에게 내밀었다. "자. 갑옷과 검을 착용하겠어?" "으응. . 그런데 이 검은색 상자같은 것이 갑옷인가?" "아참. . . . 미안하군. 내가 미리 말을 해주었어야 하는데. 이것에 손을 대고 약간의 힘을 불어 넣으면 자동으로 착용이 될꺼야. 아까 나를 처음 봤을때 보니까 손에 꽤나 강한 힘을 모을수 있던데. . . . 그대로 하면 될꺼야." 슈르 하는 이렇게 말하면서 한손에 들고 있는 상자를 나의 손에 쥐어 주었다. "어디. . . ." 난 슈르하로부터 받아든 검은색의 상자에 마나를 조금 흘려넣었고, 순간적으로 그 검은색의 상자가 조금 떨린다 싶더니 마치 액체처럼 변해서 나의 몸을 타고 올라왔다. "헉!" 난 생전 처음보는 기이한 광경에 놀라서 헛바람을 들이켰지만, 그 액체같은 것은 곧 갑옷으로 변해서 아까 다른 사람이 착용하던 상태와 마찬가지로 나의 왼쪽 어깨와 가슴부분을 보호하는 형태로 만들어 졌다. 갑옷이 내 몸이 맞게 완성되었다고 느껴지자 어깨와 가슴밖에 보호하는 부분이 없다고 보이는 것과는 달리, 온 몸을 알수없는 무언가가 뒤덮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휘유. . . 엄청난데. . . 세이츠. . . . 이정도라니. . ." 슈르 하는 내가 갑옷 입은 모습을 보더니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야?" "그 갑옷의 외쪽 가슴부분에 박힌 보석. . . 그것은 사용자의 강함을 내타내 주는 동시에 방어력을 나타내어 주지. 지금 세이츠의 보석 색깔이 백색인 것을 보니 나와 비슷하겠어. . ." 난 슈르 하의 말대로 나의 왼쪽 가슴을 내려다 보았다. 그곳에 박혀있는 보석의 색깔은 백색. 내가 이곳으로 들어 왔을때 본 다른 사람들이 붉은 빛을 내뿜고 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내가 입은 갑옷의 보석 색깔이 백색으로 빛나고 있자, 주변에 있던 사람사람들도 꽤나 놀란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재미있는 승부가 되겠어. 이런 강자를 만나보는 것도 정말 오래간만인데. . ." 슈르 하는 보석이 내뿜는 백색의 빛을 보면서 내가 강하다는 것을 느끼는지 약간은 상기된 얼굴에 꽤나 즐거워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 자리를 마련해 주겠나?" 슈르 하가 이곳의 중앙쯤 되는 지점으로 느긋하게 걸어가서 주변에 둘러서 있던 사람들에게 말하자 사람들이 썰물 빠지듯이 빠져나가서 슈르 하를 중심으로 금새 커다란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들은 뒤로 물러서면서 슈르 하의 모습을 흥미로운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세이츠. 이쪽으로 와주겠어? 검은 검집에서 뽑아서 그쪽에다 놓으면 돼." 난 슈르 하의 말에 따라 슈르 하가 넘겨준 검을 검집에서 뽑아들면서 슈르 하에게 걸어갔다. 파치치칭. . 검이 뽑혀 나오자 약간의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꽤 강한 예기를 발하고 있었다. "역시. . . . . 검까지 그정도라면 꽤나 높은 수준인건 확실하군. 쿡쿡쿡. . ." 슈르 하는 내가 뽑은 검에서 발생된 스파크를 보면서 이제 별로 놀랄것도 없다는 듯이 즐거워하고 있었다. "여기 나의 손님인 세이츠와 난 지금 이자리에서 대련을 벌일테니 그 누구도 방해하지 말아! 만약 방해하는 자는 엄벌에 처하겠다!" 내가 검을 뽑아들고 슈르 하의 앞에 서자 슈르 하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소리쳤다. 그리고는 그의 손목에서 아까 내가 갑옷을 입을때와 마찬가지로 검은색의 액체같은것이 그의 몸을 뒤덮더니 곧바로 갑옷의 형태로 변해 그의 몸을 감쌌다. 갑옷을 다 갖추어 입은 그의 왼쪽 가슴에는 나와 마찬가지로 백색으로 빛나는 보석이 박혀져 있었다. 슈르 하는 갑옷을 착용하고서 다른이의 검을 받아 뽑아들고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우. . . . 세이츠. 준비는 되었겠지?" "물론." "그럼. . . 시작한다." "좋아." 터엉! 슈르 하는 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땅을 딛고 순식간에 나에게 도약해 왔다. 내가 살던 물질계라면 절대 불가능할 정도의 빠르기와 도약력이었다. 하지만. . . . 쉬이잉! 카카캉! 파치칭! 난 그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간단하게 정면으로 맞받아 쳤다. 나의 검과 그의 검이 허공에서 부딪히자 쇠붙이가 긁히는 소리와 함께 검에서 스파크가 일어났다. "역시나. . . .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는군. 마음에 들어!" 슈르 하는 자신의 공격을 받은 나에게 중얼거리듯이 말하면서 곧바로 몸을 뒤로 빼냈다. "세이츠의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해보기 위해 한방 먹이려고 했지만, 세이츠의 실력은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 같군. 그럼 제대로 해볼까. . ." 슈르 하는 얼굴에 미소를 가득 담고는 한손이 아닌 양손으로 검을 쥐었다. 그러자 그의 검이 가늘게 떨리면서 검신이 붉은색으로 엷게 빛나기 시작했다. 우우웅. . "오오오. .!" 그가 힘을 끌어 올려서 검신이 붉게 빛나자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탄성을 자아났다. 분명 슈르 하는 지금 검기를 일으키고 있는것이 틀림없었다. "좋군. . ." 나 역시 슈르 하가 검기를 - 분명 이곳에서는 다르게 부를것이 분명하지만 - 일으키자 지지않고 내가 들고 있는 검에 힘을 불어넣었다. 검기가 실린 검과 보통 검이 부딪힌다면 보통의 검은 무우 썰리듯이 가볍게 잘려버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련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었다. 파치치칭~! 나의 검 역시 힘을 받아서 검 전체가 푸른색으로 뒤덮여져 빛나기 시작했다. 나의 검도 슈르 하의 검과 바를바 없이 엷게 빛나자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슈르 하와 나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면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설마 나까지 검기를 일으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다. "좋아. . . 아주 좋아. . . .!" 슈르 하는 나의 검에 씌워진 푸른색의 검기를 바라보면서 흡족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고, 서로 빈틈을 노리면서 공격할 기회를 엿보던 나와 슈르 하는 거의 동시에 상대방을 향해 검기가 씌워진 검을 휘두르면서 달려들었다. XenoBlade -229- -마계4- Written By Xeno 콰가가가각! 파치칭! 검기가 씌워진 두개의 검이 부딪히자 사방으로 불꽃이 튀면서 엄청난 힘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이야아아아!" 카라라락! 나의 검과 슈르 하의 검이 부딪힌 상태에서 슈르 하는 검을 미끌어 뜨리면서 나의 손목을 공격해왔다. 두개의 검기가 충돌한 상태라서 손이 마비될 정도의 충격이 전해져 왔지만, 슈르 하는 그런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런 충격을 나만큼 느끼지 못하는 것일련지도 몰랐다. "칫!" 카앙! 슈르 하의 검이 나의 손목쪽으로 내리쳐지자 난 검을 강하게 들어쳐서 슈르 하의 검을 튕겨내버렸다. 슈르 하는 자신의 검이 손쉽게 튕겨져 버렸는데도 불구하고 별다른 동요없이 검을 한바퀴 회전시키면서, 나의 어깨를 노리고 빠른 속도로 찔러들어왔다. 난 슈르 하의 공격을 재빨리 몸을 비틀어 피하면서 슈르 하의 검을 나의 검으로 강하게 올려쳤다. 그러자 슈르 하의 검은 위로 크게 들리고, 슈르 하는 그 충격으로 잠시동안이지만 몸의 균형이 깨어져서 비틀거렸다. "하앗!" 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몸을 반쯤 회전시키면서 슈르 하의 허리를 베어갔다. 슈르 하는 예상외의 기습을 당하자 몸을 급히 뒤로 빼면서 검을 휘둘러 나의 검을 막았지만, 나의 체중이 실린 검을 짧은 시간동안 방어하기에는 무리가 있는듯 했다. 콰아앙! 내가 빠른 속도로 휘두른 검과 슈르 하의 검이 부딪히자 이제까지와는 다른 폭발음과 비슷한 소리가 들리면서 슈르 하의 두 발이 약간이지만 허공으로 뜨면서 상당히 먼 거리를 밀려나서 바닥을 뒹굴었다. "크윽!" 이번 공격은 슈르 하에게 꽤나 고통을 안겨준듯, 슈르 하는 입을 꽉 다물면서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슈르 하가 신음 소리를 내뱉자 주변에서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이 몸을 움찔거리면서 금방이라도 검을 뽑아들고 나에게 달려들 것 같은 행동을 취했다. 하지만, 슈르 하는 금방 일어서더니 낮은 목소리로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 "내가 말했었다. 어떤 경우라도 방해하지 말라고. 만약 방해한다면 엄벌을 면치 못한다 했다." 슈르 하의 꽤나 위협적인 말투에 검을 뽑으려고 검집에 손을 가져가던 사람들은 움찍거리면서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하지만. . 저희는 슈르 하님의 안위때문에. . ." "방해하지 말아라. 어차피 너희들이 덤빈다고 해도 이길수 있는 상대도 아닐뿐더러 이건 서로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련일 뿐이다. 다치거나 하지는 않아." 슈르 하가 하는 이말은 조금은 미덥지 못했다. 서로간에 검기를 사용하는 이 상황에서도 조금이라도 검기에 스치거나 하면 꽤나 커다란 상처가 날텐데. . . "그러니 절대적으로 나와 세이츠의 대련에 끼어들 생각을 하지 말아! 알겠나?" ". . . 알겠습니다." 슈르 하가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외치자 거의 동시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슈르 하의 말에 대답을 했다. 내가 전쟁을 겪을때 이정도의 병사들이 이슈테리아의 정규군이었다면 아마 판타그라가 그렇게 밀고 올라오지는 않았을텐데. . . . "세이츠. 다시 시작하지. 오래간만에 몸을 풀게 되니까 재미있군. 이런 통증도 오랫만이고 말이야. . . 후후후. . ." 슈르하는 자신의 허리쪽을 손으로 툭툭치면서 나를 보고는 씩 웃었다. 나역시 슈르 하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은 처음 만났기 때문에 승부욕이 일어나고 있었다. 과거에 카인도 슈르 하 정도의 실력은 되질 않았다. 검기를 사용해서 나와 비슷한 실력을 가진 사람은 슈르 하가 처음이었다. "그럼. . ." 슈르 하가 멈추어 졌던 대련을 시작하자는 싸인을 보내면서 자신의 검에 다시 검기를 씌웠다. "솔직히. . . 세이츠의 실력은 내가 조금 얕본것도 있었으니. . . . 그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하지만, 지금은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실력을 다 쥐어짤테니 조심하는게 좋을꺼야." 슈르 하는 자신의 검에 검기를 덧씌우면서 조심하라는 듯이 말했다. "좋아. . . 그렇다면 나역시. . ." 난 슈르 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도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실력을 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쿡쿡쿡. . . . 좋아. 이번 한번으로 승부가 결정되겠군. 간다. . ." 슈르 하는 검기를 덧씌워서 붉은 빛으로 이글거리고 있는 자신의 검을 양손으로 꽉 쥐고는 나를 노려보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어차피 서로간의 실력이 일정수준 이상이니, 더 이상의 불필요한 싸움은 무의미 했다. 오히려 시간만 질질끌다가 서로 지치버려서 그것을 끝날지도 몰랐다. 그럴바엔 피차 자신이 낼수 있는 최대의 힘을 끌어내어서 최고의 기술을 써서 서로의 실력을 가늠해 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 . 카앙! 난 들고 있던 검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내가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바닥으로 떨어뜨리자 슈르 하를 비롯한 나와 슈르 하의 대련을 구경하던 다른 사람들도 놀라고 있었다. "싸움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검을 바닥으로 떨어뜨리자 어정쩡한 자세로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는 슈르 하에게 한마디 했다. 검을 들지 않는 상대를 검으로 공격한다는 것은 대련을 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인 것은 확실했다. 슈르 하 역시 그런 난감함을 느끼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무슨 생각인줄은 모르겠지만. . . 그만큼 자신있다는 뜻인가? 아니면 할 줄 아는 가장 강한 공격이 검을 쓰지않는건가?" 슈르 하는 내가 검을 땅에 떨어뜨리고도 포기하는 것이 이나라 계속 할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눈을 빛내면서 긴장하는 표정을 지었다. "글쎄. . . 보면 금방 알걸?. . . 후우. . . ." 난 숨을 한번 몰아 쉬고는 오르손에 힘을 집중했다. 치칭. . . 파치칭. . . . 그러자 오른손에서 조금씩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방금전에 내가 들고 있었던 검의 크기 만큼의 길이를 가진 빛무리가 천천히 생겨났다. 그 빛 무리는 금새 검의 형상을 띄어갔고, 처음부터 나의 손에 쥐어져 있었던 것인양 자연스럽게 그 형태를 유지하면서 푸른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마나 소드였다. "허억. . .!" "헉!" 나의 손에서 마나 소드가 생성되자 여기저기에서 헛바람 들이키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것은 슈르 하도 예외는 아니었다. 슈르 하는 나의 손에 생겨난 마나 소드를 보면서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하이. . . 블레이더. . .?" "간다." 슈르 하는 나의 손에서 마나 소드가 생겨나자 상당히 당황한듯 했고, 난 슈르 하에게 짧게 말하면서 그를 공격했다. 우우우웅! 마나 소드가 휘둘러지자 웅웅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고, 슈르 하는 나의 마나 소드를 검기가 입혀진 자신의 검으로 급하게 막았다. 파아아앙! 나의 마나 소드와 검기가 입혀진 슈르 하의 검이 부딪히자 충격파가 생기면서 아까와는 비교할수조차 없을 정도의 스파크가 생겨났다. "으윽. . ." 빠직. . . 빠지직. . . 슈르 하는 나의 마나소드를 검으로 막으면서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고, 슈르 하가 들고 있는 검은 서서히 균열이 일어나면서 금이가고 있었다. 단순히 검기가 입혀진 검과 순수한 마나로 이루어진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마나 소드와 부딪혔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오히려 검기로 이루어진 검만으로 마나 소드를 잠시동안이나마 막은 슈르 하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여겨졌다. 콰지지직! "윽. .!" 생각보다 꽤 오랫동안 마나소드를 막고 있던, 슈르 하가 들고 있던 검은 마침내 마나 소드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슈르 하는 그 충격으로 뒤로 튕겨지면서 바닥을 몇바퀴 뒹굴었다. 슈르 하의 검이 깨지는 동시에 난 마나 소드를 재빨리 거두어 들였고, 덕분에 슈르 하는 몸에 아무런 상처없이 단지 검이 깨지는 충격으로 튕겨져 나갔을 뿐이었다. "괜찮나?" "콜록. . . 콜록. . . 뭐. . . . 괜찮은것 같군." 난 바닥에 구겨져 있는(?) 슈르 하에게 다가가면서 말했고, 슈르 하는 몸에 큰 상처없이 멀쩡한채로 바닥에서 먼지를 툭툭털고 일어나면서 나에게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 . . 정말 대단해. 하이 블레이더라니. . . . 이건 질수밖에 없는 상황이더군." "하이 블레이더?" "아아. . . 그쪽에서는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검 없이 순수한 자신의 힘으로 검의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을 하이 블레이더라고 부르지." "그런가?. . . ." "내가 아는 하이 블레이더가 이곳에 살고 있는 모든 종족을 합해봤자 5명을 넘지 않는데, 세이츠가 하이 블레이더라니. . . 이거 잘못하다가 정말로 목이 날아갈뻔 했는걸? 후후후. . ." 슈르 하는 나의 어깨를 툭툭치면서 연신 대단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도 나와 비슷한 힘을 가진 사람일지도 모르는, 혹은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 사람이 5명이나 더 있다는 사실은 꽤나 흥미로웠다. 그곳은 드래곤들이라면 모를까 인간이라면 정말로 가뭄에 콩나듯이 수백년에 한번정도로 마나 소드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정도니까. "하이 블레이더에게 졌으니 뭐 달리 할말은 없군그래. 일단 휴식이나 취할까?" 슈르 하는 나의 팔을 끌고서 이곳 - 연무장이라고 여겨지는 - 구석으로 끌고갔다. 나와 슈르 하가 지나가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쫙 갈라지면서 길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거 뭐 한나라의 왕도 아니고. . . "자. 이쪽으로 앉지." 슈르 하는 구석진 곳에 마련된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나를 끌고 와서 자리에 앉혔다. 아마 슈르 하를 위해서 만들어진 곳인듯, 사람들의 모습과 이곳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세이츠. 두번째 땅을 지나서 첫번째 땅으로 간다고 했지?" "응?. . . . 어. . ." 슈르 하는 자리에 앉자마자 뜬금없이 이곳으로 오기전에 내가 한 말을 꺼냈다. "내가 그곳으로 가는것을 도와줄테니 나를 좀 도와줄수 있겠어?" "무엇을?" "이곳은 우리 종족이 살아가는 터전중에서 살아가기가 가장 힘든곳중 하나야. 덕분에 마법이나 기술력같은 것은 꽤나 발전을 했지만, 살기 힘든것은 마찬가지지." "그래서. . . 도와 달라는 것인가?" "세이츠가 깨어 났을때 슈르 사가 한 말이 있을거야. 그리라는 녀석들을 비롯해서 이 근처에는 다른 두 부족이 살고 있어. 이곳이 평화로워 지려면 그리를 비롯한 마물들과 다른 부족들을 몰아 내야해." 슈르 하는 나의 실력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내가 그를 도와 준다면 그에겐느 꽤나 강한 아군이 생기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슈르 하가 분명 이곳 - 세번째 땅에서도 마나 소드를 만들만한 사람은 5명 밖에 없다고 했으니까. ". . . . ." "도와줄수 있어?" "그일이 끝나고 나면 나를 어떻게 도와준다는 것이지?" 난 잠시동안 생각을 하다가 슈르 하의 얼굴을 쳐다 보면서 물었다. 슈르 하는 나의 말을 듣고는 '됐다'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나의 마음이 변하지나 않을까 재빨리 말을 이었다. "세이츠가 나를 도와준다면 난 세번째 땅의 벽을 지나서 두번째 땅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 주겠어. 물론 비용과 장비같은 것은 내가 모두 최상급으로 지원해 주겠어." "그럼. . . 이곳에서 머무를 기간은?" "1리온 정도면? 세이츠의 실력과 우리 마을의 전사들이 힘을 합한다면 그정도의 시간이면 될 것 같은데. . ." "1리온이라. . ." 분명 1리온이 400일정도 됐었으니까. . . 1년이 조금 더 넘는 기간이었다. 나로써는 한시라도 빨리 리디의 영혼을 찾고 싶었지만, 내가 이곳에서 아는 것이라고는 슈르 하와 슈르 사에게 들은 것이 전부. 아무것도 모르고 무턱대고 일을 벌이다가는 오히려 이곳 - 세번째 땅이라는 곳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헤메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차리리 그럴바엔. . . . "1리온 정도라면. . . . 도와 주겠어." "정말이야? 고마워! 오늘은 잔치라도 벌여야 겠군. 비록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우리에게 강력한 조력자가 생긴셈이니까." 슈르 하는 내가 그의 제안을 승낙하자 아이들처럼 기뻐하면서 나의 두 손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앞으로 1리온 이란 기간. . . . 400일정도 되는 기간에 나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방법과 이곳이 어떤 곳인지 파악해야 하는 일이 주어진 셈이었다. 가능하다면 나의 힘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일도. 슈르 하의 말에 따르면 두번째의 땅과 첫번째의 땅에 사는 존재들은 얼마나 강할지 모르는 일이니까. -XenoBlade -292- -공포의 존재3- Written By Xeno 콰아아앙! 폭발소리와 함께 초고온의 불꽃이 바깥으로 치솟았다. 멀리서 봤다면 마치 성안에서 불꽃이라도 쏘아 올린것 처럼 보일정도로 거대하고 엄청난 불길이었다. 그 불길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도 솟아오른 불길이 어느정도로 열을 내뿜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캬악!" 리디는 자신을 호위하고 있던 기사들과 함께 세이츠라는 사람이 잡혀 있는 곳을 빠져나온 후에 갑작스럽게 치솟은 불길과 그에 따른 엄청난 충격때문에 비명을 지르면서 앞으로 거세게 튕겨 나갔다. 미쳐 준비를 할 시간이고 생각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리디를 비롯한 그녀를 호위하는 기사들이 한꺼번에 앞으로 밀려 나가면서 한데 뒤엉켜 쓰러져 버렸지만,리디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충격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주위를 경계하면서 자세를 잡으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리디 공주님! 괜찮으십니까?" "아. 그런것 같은데." 거센 충격파 덕분에 갑작스럽게 앞으로 튕겨져 나간 리디와 그녀를 호위하던 기사들은 그 와중에서도 리디의 안전을 신경쓰면서 갑작스럽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사실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는 그들도 자세히 알수는 없었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자신들이 빠져나온 지하에서 무슨일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이 고개를 들어 쳐다본 곳. 지하로 통하는 통로를 따라서 뿜어져 나온 거대한 불길이 건물의 지붕을 뚫고 하늘높이 치솟고 있었으니까. "대체... 저건 뭐지?" 하늘높이 치솟은 거대한 불길을 본 사람들은 저마다 놀라는 표정으로 자신들의 눈으로 보고 있는 광경이 꿈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다. 지하에서 올라온 초고열의 엄청난 불길. 분명히 눈앞에 있는 이 불길을 만들어 낸 자는 다름아닌 세이츠라는 사람일 것이 확실했다. 그들이 알고 있는 한 적어도 세크네즈라는 나라 안에, 아니 이 대륙을 통틀어서 저정도의 강력한 마법을 구사하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8클래스에 근접한 궁정 마법사 라피네클 조차도 저정도의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다. "리디 공주님. 아무래도 큰일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피하셔야 합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 아마도 세이츠라는 마인이 저희측 마법사들이 쳐놓은 강력한 마법결계를 부수고 탈출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저의 생각이지만... 아마도 그자는 드래곤이 맞는것 같습니다." "에? 하지만...그자는 절대로 드래곤일리가..." "보통 사람이라면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게 젊은 나이에 이정도의 마력과 마법을 쓰지는 못합니다. 제가 비록 마법사가 아니기는 하지만 그것 하나만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리디를 호위하던 기사는 멀리 보이고 있는 거대한 불길과 그 불길에서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를 느끼면서 리디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분명히 그는 리디 공주님을 찾을 것이 뻔합니다. 저희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자를 막고 있을테니 리디 공주님은 일단 국왕 폐하께 가십시오. 국왕 폐하가 계시는 곳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리디는 굳은 표정으로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기사를 내려다보면서 지금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얼핏 느낄수 있었다. 목숨까지 내놓을 정도의 각오라니. "하지만..." "시간이 없습니다. 저런 불길이 이렇게 치솟았다면 아마도 그를 막고 있는 마법사는 전멸했다고 여기시면 됩니다. 이제 저자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저희도 단지 조금이나마 시간을 끌 수 있는 것 뿐입니다." 리디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던 기사가 자신의 말을 마치고 옆에 서 있던 다른 기사에게 눈짓을 하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리디의 옆에 다가왔다.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가시지요. 이렇게 망설이고 계실 동안에도 그자는 리디 공주님을 찾아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을 겁니다. 그를 속박하던 마법도, 그를 막을만한 마법사도 더이상 없으니..." "...알겠습니다. 그럼. 그대의 의견대로 하죠. 그러나 죽는다는 소리는 하지 말고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 리디는 자신을 호위하던 기사의 굳어진 얼굴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시지요. 리디 공주님. 조금이라도 빨리 국왕폐하가 있는 곳으로 가셔야 합니다." 리디의 옆에 서있는 기사가 리디를 재촉하자 그제서야 리디는 빠른 발걸음으로 세크네즈의 왕 - 게리언이 있는 홀로 향했다. 그리고 리디가 빠른 걸음으로 기사들과 떨어져서 보이지 않을때 쯤. 쿠르르릉.... 쿠웅 리디를 호위하던 기사들이 온 몸이 팽팽하게 긴장될 정도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뭔가가 무너지는 소리와, 뭐가 육중한 것이 움직이는 소리. 게다가 그소리가 한번씩 울려 퍼질때 마다 발끝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진동. "꿀꺽." "......" 그들도 실제로 본적은 없지만, 그 무한한 마력과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 자신들 따위는 상대도 하지못할 거대한 존재가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바로 드래곤이란 최강의 생명체가. 콰앙! 콰쾅! 쿠웅! "긴장을 늦추지 마라. 가까이에 왔다. 적이 오는 즉시 흩어져서 공격을 시도하라." "알겠습니다." 이미 그들은 긴장할 대로 긴장해서 몸이 다 굳어질 정도였지만, 리디에게 무릎을 꿇으면서 말하던 그들의 대장은 다시한번 주의를 주고 있었다. 주의라기 보다는 차라리 불안과 공포에서 오는 잡념을 떨쳐버리기 위한 말이었다. "이곳까지 오는데....막는자가 아무도 없단 말인가..." 계속해서 끊이지 않는발자국 소리와, 건물이 부숴지는 소리에 기사들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분명히 지하에서 부터 여기까지 오는데 한사람이라도 없었다면 말이 안됐다. 아까 하늘높이 치솟은 거대한 불꽃을 보더라도 지금은 비상사태라는 것을 알만도 했는데. -크르르르르.. 쿠웅! 쿠웅! "크윽..." "헛." 마침내 기사들의 시야에 적의 모습이 서서히 보이고 있었다. 기사들은 자신들의 적의 모습을 보고는 다들 신음 소리를 내거나 헛바람을 들이키고 있었다. 그도 그럴수 밖에 없는것이 천천히 눈앞에 나타는 것은 예상대로 세상에서 존재하는 것들중 최강의 생명체이자 그 누구도 상대할 수 없을 정도의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 드래곤 이었으니까. 그것도 온 몸이 불타는 듯이 새빨간 색의 비늘로 덮힌 레드 드래곤이었다. -큭큭큭. 불나방처럼 죽으려고 준비하는 놈들이 또 있었군. "큭." 레드 드래곤으로 변한 세이츠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면서 기사들을 보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보이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세이츠에게는 누가 덤벼들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 였으니까. 레드 드래곤으로 변한 세이츠의 몸집이 얼마나 큰지 넓은 복도도 모자라서 양쪽 어깨부분에 복도의 벽이 닿으며 몸을 움직일때 마다 계속 부숴져 나가고 있었다. "공격!" 레드 드래곤으로 변한 세이츠가 기사들의 시야에 확실하게 보인 이상 그들은 망설일 것이 없었다. 어차피 죽게 될 목숨, 마지막은 혼신의 힘을 다해서 명예스럽게 죽는 것을 택한 것이니까. -재미있군. 죽더라도 명예를 위해서 죽는다는 건가? 어차피 죽으면 다 똑같아 지는 것인데. 세이츠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기사들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대체 기사들이란 족속은 머릿속에 어떻게 되어 있길래 항상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드는지 이해못할 자들이었다. 죽으면 그것으로 끝인데. 세이츠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기사들은 거의 무시하는 듯이 좁은 복도를 지나가던 속도 그래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똑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죽어랏!" 그 와중에 가장 먼저 세이츠 근처로 온 기사가 검을 쳐들면서 체이츠의 가슴 부분으로 달려 들었다. 세이츠는 그를 내려다보면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고, 검을 쳐들고 세이츠에게 달려들었던 기사는 속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하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카아앙! 그가 쳐들었던 검이 한순간에 알 수 없는 힘에 의해서 조각나버리고 그의 손에는 자루만 달린 검이 들려 있을 뿐이었다. "으헛! 뭐..." 그는 자신의 검이 갑작스럽게 부숴져 버리자 놀라서 무언가 소리치려고 했지만,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다 내뱉지 못했다. 그의 몸 주위의 공간이 갑자기 일그러지면서 그의 몸을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통채로 잡아 찢듯이 순식간간에 갈갈이 찢겨 버렸으니까. 그가 입고 있는 갑옷도 종잇장 처럼 아무런 저항없이 찢기면서 그의 몸도 같이 찢긴채 완전히 조각나서 허공에 붉은 피를 뿌렸다. 텅! 후두두둑! 그가 입고 있던 갑옷이 조각나면서 바닥에 떨어졌고, 뒤이어 그의 몸이 었을것이라 추측되는 것들이 떨어져 내리면서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이런 참혹한 일을 만들어 낸 장본인인 레드 드래곤 - 세이츠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헉!" 그러나 이 광경을 본 다른 기사들은 세이츠에게 달려오다 말고 그 자리에 못박힌 듯이 서서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시체조차 제대로 남지 않은 그들의 동료를 바라보았다. 대체 어떤 힘으로 그들의 동료를 죽인것인지 몰라도 느껴지지도, 보이지도 않는 공격을 피하거나 막을수는 없었으니까. -귀찮은 녀석들. 나를 막을만한 힘도 없는 자들이... 비켜! 세이츠는 자신에게 덤비던 기사 한명을 순식간에 처리한 후에 나머지 기사들을 향해 소리치면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마....막아!" 세이츠의 앞에 서 있던 기사들은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거대한 레드 드래곤의 몸을 보면서 무한한 공포심을 느끼면서도 그들의 앞에 있는 레드 드래곤을 막고자 달려들었다. -날파리 같은 녀석들을 상대할 시간따윈 없다! 끼잉! 끼잉! 끼잉! 세이츠는 앞을 막아서면서 달려드는 기사들을 내려다보면서 카오스 마법을 발동시켰다. 기사 한명 한명마다 카오스 마법을 직격으로 사용했고, 그 결과는 처음 세이츠에게 덤벼들었던 기사와 같이 시체도 온전하지 못할 정도로 찢겨진 몸과 그들이 입고 있던 조각난 갑옷들 이었다. 세이츠는 계속해서 앞으로 내달리면서 앞을 막아서는 기사들에게 쉴새없이 카오스 마법을 사용했다. 그냥 몸으로 깔아 뭉개고 지나가도 되었지만,만약에라도 운이 좋아서 살아있다면 나중에 또 덤벼들 것은 뻔하기 때문에 확실하게 처리하는 셈이었다. 적어도 카오스 마법을 직격으로 맞은 사람이 살아남을 확률따위는 없었으니까. "리디 공주님! 무사하셨군요!" 리디가 홀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안쪽에 있던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모두 리디에게 우르르 몰려들었다. "게리언 숙부님!" "리디야! 무사했구나! 다행이다!" 세크네즈의 국왕인 게리언도 리디에게 아무 탈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심했는지 안도의 빛을 띄우면서 리디에게 다가갔다. "그나저나 큰일났습니다. 그 세이츠라는 자가..." "아아. 알고 있다. 라피네클이 급하게 이쪽으로 공간이동을 해서 그 사실을 알려 주더구나. 우리가 잡아온 마인이란 사내가 사실은 드래곤 이었다고. 그래서 그를 상대하기 위해서 다른 드래곤들을 불러내려고 하고 있단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리디는 게리언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라피네클을 쳐다보았다. 분명 리디가 이곳으로 오기전에 그녀를 호위하던 기사의 말은 지하에 있던 마법사들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했었는데. "라피네클경? 살아있었군요. 전 지하에서 엄청난 일이 일어났길래 죽은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운 좋게 드래곤 브레스를 맞기 전에 공간이동으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다른사람들은?...." "안타깝게도 저 의외의 마법사는 이 왕성에서 아무도 없습니다. 전부 그자의 힘을 봉인하기 위해서 내려갔다가 전멸당했습니다. 최초의 드래곤 피어와 드래곤 브레스에 의해서." 라피네클은 공간이동 하기전 그가 보았던 엄청난 불꽃의 브레스를 떠올리면서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마법적으로 만들어진 문을 녹여서 완전히 없애버릴 정도라면 그 어떤 곳도 안전할 수 없을뿐더러, 마법으로 막는다 해도 완전히 통구이가 될 것은 뻔할테니까. "리디야. 많이 놀랬겠구나. 일단 넌 어디 안전한 곳으로 피해 있거라." "걱정하지 마세요. 전 이곳에 있겠습니다. 안전한 곳이라고 해봐야 어차피 세이츠란 자에게는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아마도 이곳이 가장 안전할 것 같군요." "그럼 그렇게 하거라. 라피네클! 아직 멀었나?" 게리언은 리디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리디 옆에 서 있는 라피네클에게 소리쳤다. "드래곤 소환이라는 것은 제가 드래곤을 직접 불러내는 것이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드래곤을 이쪽으로 오게끔 부르는 것입니다. 어리고 약한 드래곤이라면 이쪽으로 그냥 불러오는 것도 가능하지만, 지금은 적어도 저 레드 드래곤을 상대할 정도의 드래곤을 불러내야 하니 아마도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할 듯 합니다. 그것도 한마리도 아니고 세마리나 불러냈으니..." 라피네클은 게리언에게 말하면서 꽤나 굳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사실 라피네클은 애초에 드래곤을 두마리만 부르려고 했지만, 게리언이 확실한 방법이 좋다면서 굳이 세마리 씩이나 불렀으니 그에 따른 대가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 지는듯 했다. 대륙에서 가장 큰 나라인 세크네즈의 국고로도 둘의 드래곤이 요구하는 것을 채워주기엔 턱없이 모자랄 것 같은데 셋이나 불렀으니 이곳에서 날뛰고 있는 레드 드래곤을 처리한다 하더라도 소환했던 드래곤들의 뒷처리가 또 문제였다. 콰콰쾅! 콰르르르... "어헛!" "헉!" 그 와중에 건물이 조금씩 흔들리면서 폭발음 같은것들이 들려왔다. 건물이 흔들리면서 먼지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자 홀 안에 있던 몇몇 사람들이 놀랐는지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분명히 레드 드래곤이 지하에서 빠져나와 리디가 있는 곳을 찾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 레드 드래곤이 가까이 온 것 같습니다." "알고 있다 라피네클! 다른 드래곤은 아직인가!"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됩니다....아니 다 됐습니다!" 우웅! 라피네클이 게리언의 물음에 답함과 동시에 그가 드래곤 소환을 위해서 바닥에 그려놓았던 마법진이 빛나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마법진의 윗쪽 공간에 3개의 빛 무리가 나타났다. 검은색과, 녹색과, 파란색으로 빛나는 3개의 빛 무리가. -XenoBlade -293- -공포의 존재4- Written By Xeno 확실히 느껴지고 있었다. 리디가 있는 곳이. 내가 한동안 계속해서 느껴지던 리디의 움직임도 어느 한 장소에 정착했는지 더이상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리디의 입으로 자신의 꿈에서 과거에 나와 리디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고 있다고 했으니 그녀의 기억을 되돌리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뜻이었다. 내가 한 일이 아무런 성과가 없는 것을 알게 해 주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나에겐 충분한 것이었다. 이제 부터는 리디의 기억이 확실하게 돌아오도록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는 편이 좋았다. 조금이라도 나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 났다면 그 다음은 처음보다 쉬운 셈이었다. 뭐든지 처음하면 힘든 법이고, 그 다음부터는 처음보다도 적은 힘을 들이면서 처음했던 것보다 훨씬 쉽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었다. "으...으아아!" "드래곤!" 레드 드래곤으로 변한 나의 몸이 좁은 성안의 통로를 움직이면서 리디가 있는 곳이 어디쯤인지 대충이나마 짐작하고 움직이는 동안에 나의 모습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딱 두가지였다. 겁부터 집어 먹고서 패닉 상태에 빠져들던가, 반대로 자기 목숨을 그냥 내던지면서 나에게 덤벼들던가. 둘 중에 어떤 반응을 보이던 간에 그 결과는 똑같았으니 나에겐 별 상관은 없었지만, 덤벼드는 것 보다 그냥 패닉 상태에 빠져서 도망을 가던지, 아니면 아무것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못박힌듯이 서 있는편이 나았다. 덤벼드는 기사들은 나에게 위협거리는 되지 않지만 처리하기가 귀찮은 존재였으니까. 게다가 굳이 드래곤의 모습으로 이런 좁은 곳을 기어가는 것은 리디가 어디에 있는지 확실하게 느끼면서 그녀의 뒤를 쫓아가는 목적이 더 컸다. 세크네즈의 수도에 있는 이 왕성이 아무리 커봤자 드래곤으로 변한 나의 몸이 공중에서 날개짓 몇번 하는 동안이면 금방 지나가 버리니 리디의 확실한 위치를 찾아내기 힘들었다. 그래서 굳이 이런방법을 택한 것이었다. 게다가 본래의 모습보다 드래곤의 모습이 확실히 편한것은 나를 만만히 여기지 않고 도망가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았고, 어지간한 공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몸이었기 때문에 리디에게 신경을 집중할 수 있었다. 콰르르릉. 콰쾅! 성 안의 통로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넓은 편이었겠지만 드래곤의 몸을 하고 있는 나에겐 턱없이 좁은 공간이었다. 나의 몸은 어떻게서든 구겨 넣기는 했지만 복도의 양 끝이 나의 몸에 닿아서 내가 지나갈때 마다 힘없이 부숴져내렸다. 이런것도 드래곤의 몸을 하고 있는 나에겐 크게 신경쓸 일이 되지는 않았지만. "도망치지 말아! 조금만 버티면 궁정 마법사님께서 이 드래곤을 처치하실 것이다!" "막아라!" 타는듯한 붉은색의 비늘과 거대한 몸, 날카로운 송곳니와 표현하기 힘든 위압감에 겁먹어서 저마다 자신들의 무기를 내던지고 도망가는 기사들 가운데 용감한 몇몇이 자신의 검을 뽑아들고 나를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궁정 마법사라. 큭큭큭. 그 흰둥이 녀석을 말하는 건가. 그들이 말하는 궁정 마법사란 분명히 그 재수없고 음흉한 마법사 녀석. 라피네클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가? 하여간 그 재수없는 녀석을 뜻하는 것이 틀림 없었다. 운 좋게 내가 지하에서 사용한 드래곤 브레스를 피해서 살아있는 듯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위급의 불꽃 마법이지만. 이렇게 기사들에게 나를 상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것은 아마도 시간을 조금이나마 벌기 위해서 그가 어떤 수작이라도 부린것 같았다. 숨겨놓은 한수라도 있는 건가. 나에게 달려드는 기사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막 카오스 마법을 사용하려던 찰나. 우우웅. 우우웅. 우웅. -뭐지? 그때 어디선가 강한 마나의 파동이 느껴졌다. 그 흰둥이 마법사가 낼 수 있을 그런 힘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강한, 엄청난 힘이었으니까. -설마... 또 마족인가? 내가 느끼고 있는 정도의 힘이라면 최상급 마족인 네르갈 정도는 되지 않았지만 상당한 수준이었다. 마계의 군주중 하나가 아닌 이상 나를 어떻게 할 수는 없겠지만, 각각 따로 느껴진느 강한 마나의 파동은 모두 셋. 게다가 가장 난감한 사실은 리디가 있는 곳과 아주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제길. 콰아앙! 그리고 그 강력한 마나의 파동을 내뿜는 존재가 갑작스럽게 사라졌다고 느끼는 순간 내가 있는 곳의 바로 위쪽에 천정이 부숴지면서 강력한 힘을 가진 뭔가가 나에게 쏘아져 왔다. -크윽! 내가 있는 곳은 좁은 공간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피할수도 없었기에 난 나에게 덤벼들고 있는 기사들을 몸으로 깔아 뭉게면서 재빨리 달려나가며 천정을 향해 있는힘껏 점프했다. 나의 몸 - 레드 드래곤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대한 몸이 있는 힘을 다해서 천정에 부딪히자 두꺼운 천정이라도 그저 쿠키 한조각을 자르듯이 산산히 부숴지면서 나의 몸이 바깥으로 튕겨져 나갔다. 나의 몸이 천정을 뚫고 나가서 허공에 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접고 있던 날개를 활짝 펴면서 공중으로 떠올랐다. -드래곤? 그리고, 나를 공격한 존재가 무언인지 확인한 순간 조금은 놀랐다. 내가 있던 곳을 공격한 존재는 다른 아닌 블랙 드래곤이었다. 그 블랙 드래곤의 크기와 힘을 대충 살펴 봤을때 적어도 웜급정도는 되는 그런 수준인 것 같았다. 몇일전에 내가 이곳에 잠입했을때 있었던 마법사가 불러낸 조그만 블랙 드래곤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었다. -넌 드래곤 치고는 이상한 기운을 가지고 있군. 레드 일족의 특징인 불의 기운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대는 어떤 존재인가? 드래곤이 맞기는 한건가? 그것이 아니라면 어째서 드래곤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지? 나를 공격했던 블랙 드래곤은 내가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는 이미 내가 그쪽으로 나올것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내가 있는 곳을 담담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나에게 물었다. -나 말인가? 글쎄. 하지만 드래곤이 아니라는 건 맞았군. -이유야 어찌되었던 우리의 일족이 아니면서 일족의 모습을 하고 있는 넌 상당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구나. 그러나 네가 변한 그 모습이 우리에겐 별로 좋게 생각할 수 없군. 넌 우리 일족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우리? 블랙 드래곤은 날개짓을 하면서 자신의 몸을 천천히 띄우며 나의 몸 구석구석을 쳐다보면서 꽤나 불쾌한 듯이 말했다. 내 앞에 있는 블랙 드래곤이 불쾌하건 말건 나와는 별 상관이 없었지만, 문제는 블랙 드래곤이 말한 '우리'라는 말이었다. '우리'라는 말은 드래곤이 저 블랙드래곤 하나뿐만이 아니라는 뜻이었으니까. 콰우우웅! -크윽! 내가 블랙 드래곤이 한 '우리'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면서 다른 적이 있는지 주변을 살펴보려고 할때 어디선가 애시드 브레스가 나를 목표로 쏘아져 왔다. 난 황급히 몸을 틀어서 그 브레스의 공격범위에서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지만, 애시드 브레스를 피하자 마자 곧이어 나를 목표로 라이트닝 브레스가 쏘아져 왔다. -큭! 제길! 블랙, 그린, 블루 드래곤인가? 퍼어엉! 첫번째 공격은 예상을 했기 때문에 재빨리 움직여서 공격을 피할 수 있었지만, 두번째 공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미처 피하지 못하고 배 부분에 정확히 라이트닝 브레스를 맞아 상당한 충격을 받으면서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콰앙! 레드 드래곤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나의 거대한 몸체가 떨어져 내리자 그 부분에 있던 건물이 거의 폭삭 주저 앉으면서 심한 흙먼지를 일으켰다. 더불어 난 맨바닥에 아무런 대비없이 떨어져내린 상태라 상당한 고통이 온 몸에서 느껴졌다. -빌어먹을. 드래곤이 세마리나 나오다니. 그 흰둥이 마법사 녀석도 생각보다 제법인걸. 나의 몸은 블루 드래곤의 썬더 브레스를 맞고도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몰라도 썬더 브레스는 아마도 짧은 시간동안 사용할 힘을 끌어 모아서 내가 맞은 썬더 브레스에 큰 힘이 실리지 않은듯 했다. -비록 많은 힘이 더해진 건 아니지만 그걸 맞고 멀쩡하다니, 생각보다 세군. 내가 떨어진 곳에서 금새 몸을 비틀어 일어나자 허공에서 이것을 지켜보고 있던 블랙, 그린, 블루 드래곤들이 조금 놀라는 듯 했다. 드래곤 브레스는 드래곤들 끼리도 치명적일 정도로 강한 공격으로 제대로 맞으면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 아무리 드래곤 브레스의 위력이 약했다 할지라도 거의 무방비의 상태에서 드래곤 브레스를 맞은 내가 금방 일어난다는 것이 그들에겐 의외의 일이었는지도 몰랐다. 사실 내가 생각해도 드래곤 브레스를 맞고 아프기만 한게 신기할 정도였으니, 이것을 본 드래곤들은 오죽 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내가 맞은 썬더 브레스가 그렇게 위력이 약할리는 없었으니까. -큭큭큭. 덩치만 큰 도마뱀들이 못하는 소리가 없군. 이 몸은 단지 이곳에 있는 녀석들에게 위협을 하기 위해서 임시호 하고 있는 모습일 뿐. 나도 이런 몸이 불편하단 말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지금 이곳에 있는 드래곤들은 나의 적. 나의 일을 방해하는 방해꾼에 불과한 녀석들이었으니, 물리칠 수 밖에 없었다. 마계의 드래곤이라고 해봐야 내가 살던 곳의 드래곤과 큰 차이가 없는 녀석들이었기에 별로 위험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단지 귀찮은 존재라는 생각만이 들 뿐. -덩치만 큰 도마뱀 녀석들. 너희는 오늘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했어. 아마도 그 흰둥이 마법사가 불러냈겠지만, 너희는 실수한 거야. 큭큭큭. 이런 모습따위는 불편하니 본래의 모습으로 싸워주지. "폴리모프!" 난 공중에 떠 있는 세마리의 드래곤과 하나하나 눈길을 마주치면서 섬뜩할 정도로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드래곤의 모습이 아닌 본래 나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다시 한번 폴리모프 주문을 사용했다. 드래곤의 몸으로도 충분히 세마리의 드래곤을 처리할 수 있었지만, 몸집이 크고 둔한만큼 어느정도의 상처를 감수하거나 주변 건물들에 싸움의 여파가 상당하게 전해질 것은 틀림없었다. 혹시라도 잘못되어서 리디가 있는 건물에 타격을 입게되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하게되는 셈이니 그런일을 미리 방지하는 셈이었다. 폴리모프 주문을 발동시키자 현재 나의 몸인 레드 드래곤의 거대한 몸체가 빈틈없이 빛에 휩싸이면서 내 본래의 몸으로 바뀌고 있었다. 거대한 몸집과 두거운 비늘, 날개같은 것은 전부 없어져 버리고 드래곤이 보기엔 한없이 약해보이는 인간의 몸으로. 내가 주문을 발동시켜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데도 세마리의 드래곤들은 이를 저지할 생각도, 나를 공격할 생각도 하지 않은채 꽤나 흥미있는듯한 표정으로 지켜보고만 있었다. 드래곤들은 원래 호기심이 강한 족속들이라 드래곤도 아닌 존재가 드래곤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원래 어떤 종족인가 궁금해 하고 있는 듯 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힘에대한 자만이라던가. -인간! -설마 정말로 인간인가! 하지만, 내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자 세마리의 드래곤은 표정을 굳히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왜그러지? 나의 본모습을 보고 실망했나? 내가 인간이란 사실이 그렇게 놀라운 것인가?" -어떻게 하찮은 인간 따위가 우리 위대한 드래곤 일족과 맞먹을 정도의 힘을...! "하.찮.다.고?" 난 드래곤이 말한 '인간 따위'란 말이 상당히 거슬렸다. 어차피 이곳은 마계이니 나와는 큰 상관 없는 곳이지만, '인간 따위'라는 말은 꽤나 불쾌한 표현이었다. 어느곳이나 드래곤이란 녀석들의 머릿속은 같은 생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해주는 셈이었다. 인간이란 하찮은 존재란 생각이. 하기야 이곳의 왕족도 내가 살던 곳의 왕족과 거의 비슷한 행동에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 드래곤이 다를 것이라고 여겨지지는 않았다. "하찮은 인간 따위라. 그럼 그 하찮은 존재가 어느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지. 덩치큰 도마뱀들." 공중에 떠 있는 드래곤들에게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나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고, 나의 말소리가 들릴지도 의문이었지만, 그런것 따위는 상관 없었다. 어차피 오늘 이곳에 있는 드래곤들은 살아남지 못할 녀석들이었으니까. 우우웅. 우웅. 난 두 손에 모두 마나 소드를 만들어 내면서 순식간에 드래곤이 있는 곳으로 도약했다. 물론 내가 가진 힘만으로는 절대로 무리인 것이었으나, 나의 몸안에는 드래곤으로 부터 받은 마나가 흐르고 있었으니 이런것 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를테면 드래곤의 거대한 몸속에 있는 마나가 나의 작은 몸에 작게 압축되어서 들어있다고나 할까. -헉! 드래곤들은 여유만만하게 있다가 설마 땅에서 드래곤들이 있는 곳까지 한번에 도약해서 올줄은 몰랐는지 당황하면서 나에게서 멀어지려고 했지만, 나의 몸과 비교할때 너무나도 큰 드래곤의 몸은 내가 보기엔 한없이 느리게만 보였다. "셋중에서 네녀석이 가장 마음에 안들어! 검은 도마뱀 녀석!" 그중에서도 세마리의 드래곤들중에 나를 가장 깔보는 듯한 표정과 말을 했던 블랙드래곤에게 접근해서 양손에 있는 마나 소드를 동시에 휘둘러 그의 등에 달려 있는 한쪽 날개를 블랙 드래곤의 등에서 완전히 잘라내 버렸다. 나의 목표가 된 블랙 드래곤은 직감적으로 위험을 깨닫고 마법을 사용하려 했지만, 드래곤이 마법을 사용하려는 그 짧은 시간에 움직여서 날개를 잘라버린 셈이었다. "크워어어어어!" 순식간에 날개가 잘린 블랙 드래곤은 고통스런 비명소리를 질렀고, 베어진 곳에서는 붉은색의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블랙 드래곤의 등에서 날개가 잘리자 한쌍의 날개를 통해 마나를 움직여서 공중에 떠 있던 거대한 몸체가 중심을 잃고는 땅으로 추락했다. 거대한 몸이 떨어질때의 충격과 날개가 잘릴때의 충격이 한꺼번에 일어나서 그런지 땅에 추락한 블랙 드래곤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이 광경을 본 나머지 둘의 드래곤은 그제서야 내가 그들과 대등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힘을 가졌다는 것을 새삼 느꼈는지 아까와는 달리 상당히 긴장된 분위기였다. "큭큭큭. 이래도 하찮은가? 이 도마뱀 새끼들아!" 난 땅으로 추락해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블랙 드래곤을 내려다보면서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남은 두마리의 드래곤에게 소리쳤다.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강한 힘을! "그건 네녀석들이 알바 아니야!" 내가 어떻게 이런 힘을 갖게 되었는지, 말하자면 길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손에 곧 죽어버릴 드래곤들에게 힘들여 말해줄 필요도 없었다. 그건 단지 시간낭비일뿐. -XenoBlade -294- -선택1- Written By Xeno 라피네클은 자신이 사용한 마법 영상구을 통해 블랙 드래곤이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날개가 잘려서 추락하는 것을 보며 입을 딱 벌렸다. 라피네클뿐만 아니라 이 광경을 본 모든 사람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블랙 드래곤을 가볍게 처리한 세이츠를 쳐다보았다. "말도 안돼! 어떻게 이런일이! 웜급의 블랙 드래곤이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이렇게 당할줄이야!" 게리언도 세마리의 드래곤 소환후에 여유만만하게 있다가 금새 블랙 드래곤이 당하는 것을 보고는 상당히 불안해 졌는지 얼굴 표정이 굳어가고 있었다. 라피네클이 드래곤들을 소환할때 느껴지던 그 엄청난 위압감으로 미루어 볼때, 한마리만 소환해도 될걸 괜히 엄청난 댓가를 치르고 셋이나 소환했다고 후회를 했었지만, 지금은 세마리로도 세이츠란 저 마인을 상대하기는 모자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알수 없습니다. 설마 웜급의 드래곤까지 이토록 가볍게 이길줄은." "저녀석은 드래곤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어째서 도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싸우는 거지?" "제가 알기로는 드래곤은 인간의 모습일때 자신의 본체의 힘에 10분의 1정도만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상대가 강하다면 본체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그래서 결론이 뭔가!" 게리언은 말을 길게 끌고 있는 라피네클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상당히 흥분된듯이 소리쳤다. 라피네클은 게리언의 호통소리에 놀랐는지 몸을 움찔거리면서 그에게 대답했다. "저 세이츠란 마인은... 본래 드래곤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생각됩니다." "뭣이?" 하지만 라피네클의 대답은 게리언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그런것이었다. 드래곤은 그 어느구누도 상대할 자가없는 세상에서 존재하는 최강의 생명체. 그 생명체의 힘을 인간이 뛰어넘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돼는 일이었다.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드래곤보다 강한 인간이라니!" "지금 이렇게 보시고 있지 않습니까 폐하." 라피네클도 자신이 결론을 내고는 황당한 느낌이 드는지 인상을 찌푸리면서 마법으로 만든 영상을 힐끔 쳐다보았다. 드래곤을 단신으로 상대해서 이길 수 있는 인간이 있을줄은 그로써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니까. 더군다나 드래곤도 하나도 아닌 세마리를. "이제 남은 두마리로도 저 마인을 이기리라고 장담하지 못하겠군." "운명에 맡기시는 수 밖에 없습니다." "끄응." 게리언은 자신과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는 리디의 모습을 힐끔 쳐다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부터 세이츠라 불리는 마인의 목적은 리디였으니, 리디를 내주기만 한다면 얌전히 물러갈 것은 안봐도 뻔한 일이었다. 이제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하면서 지킨 것은 고작 리디한명. 리디가 과연 그들의 목숨만큼 이나 값어치가 있는 것일까 생각하면서, 리디와 세크네즈라는 거대한 국가를 저울질 하고 있었다. 만약에 리디를 내주지 않고 끝까지 버틴다면, 아마 그날이 이 거대한 왕국이 역사에서 사라지는 날이 될지도 몰랐다. "휴우...." "폐하. 미리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그는 아마도 리디 공주님을 찾아서 이곳에 있는 모든 건물을 파괴하면서 성내에 있는 사람 모두를 죽일지도 모릅니다." "그를 상대하는 드래곤이 그를 막아주기만 한다면...." 라피네클은 애가 타는지 게리언에게 어떤것이라도 결정을 내릴것을 부탁했지만, 게리언의 시선은 라피네클이 만들어낸 마법 영상구에 나타나있는 두마리의 드래곤에게 가있었다. 한마리는 어이없이 당했다지만, 나머지 두마리가 제대로 버텨주면서 세이츠란 마인을 어떻게든 처리할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지고. 이것을 보고 있는 라피네클은 답답해서 미칠것만 같은 심정이었다. 처음에 자신도 세이츠란자의 힘을 얕봤다가 지금 이런꼴을 당하고 있는 셈이지만, 그의 힘을 뼈까지 스며들도록 알게된 후에는 그에대한 무한한 공포심이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드래곤보다 강한인간. 단지 이것 한가지 만을로도 충분히 공포의 대상이 될만했다. 드래곤이란 존재도 엄청난 것이었지만, 그 존재보다 강한 인간이라면 7클래스를 거의 마스터한 자신이라도 그에게는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제길. 드래곤이 그를 이길리가 없잖아!" 라피네클은 소환된 드래곤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게리언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그를 욕하고 있었다. 애초부터 게리언이 리디를 그에게 얌전히 넘겨줄 생각만 하고 있었어도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것이다. 자신이 며칠전에 처음 본 세이츠라는 마인은 자신이 생각했던것만큼 광기에 사로 잡혀 있다거나, 혹은 완전히 파괴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목표는 오로지 리디 공주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리디 공주만 넘겨준다면 재난아닌 지금의 이 재난을 피할 수 있는 셈이었다. "허억!" 라피네클이 머리를 굴리면서 게리언를 욕하고 있을때 갑자기 게리언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 신음소리에 정신이 번쩍든 라피네클이 자신이 만들어 놓은 마법 영상구를 쳐다보자, 금방 한마리의 드래곤이 아까와 같이 날개죽지가 잘린채 땅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큭!" 쿠르르르릉! 드래곤이 땅에 떨어진곳이 이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인지 건물에서 우수수 먼지가 떨어져 내리면서 바닥에 상당히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라피네클은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드래곤에게 시선을 고정한채 체념의 한숨을 내쉬었다. 셋이나 되는 드래곤중에 이미 둘이 당했으니 나머지 하나의 드래곤이 세이츠를 이길확률은 거의 없었다. 상황은 말 그대로 절망적이었다. 작은 희망이라도 남지 않은 그런 상태였다. "폐하. 이제 선택을 하셔야 합니다." ".....무엇을 선택 하라는 건가!" 게리언도 라피네클이 어떤 말을 할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입으로 그것을 말하기는 싫었는지 라피네클에게 되물었다. 라피네클은 자신에게 되물은 게리언을 속으로 무진장 욕하면서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 "리디 공주님을 세이츠란 자에게 넘겨주던가, 아니면 오늘 이자리에서 세크네즈란 거대한 나라가 멸망하는 것 둘중 하나를 택하셔야 합니다." "......" 리디도 라피네클의 말을 이미 예상한 듯이 별다른 표정변화를 보이지 않고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사실 그녀도 자신을 쫓아오는 세이츠란 자를 막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은 무리라는 을 잘 알고 있었다. 성안에 있던 마법사들은 라피네클을 빼고 모두 전멸했고, 기사들도 이 홀안에 있는 인원수를 빼고는 전멸. 게다가 드래곤을 셋이나 소환해서 그를 막아보려 했지만, 그것도 실패였다. 그의 힘이 셋이나 되는 드래곤을 압도할 정도인지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리디는 한참동안 곰곰히 생각을 하더니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게리언에게 다가갔다. "게리언 숙부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가면 모두 다 끝나는 일입니다. 저때문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군요." "하지만 리디야..."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가 저를 죽이려고 했다면 이미 저를 납치했을 동안에 죽였을 겁니다. 그는 저에게 다른 목적이 있어서 그런거니 절대로 제가 죽는일은 없을 거예요. 아마도 그가 목적하고자 하는 일이 끝난다면 저를 풀어주겠죠." 게리언은 엷게나마 미소까지 지어가면서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리디를 바라보면서 그녀에게 더이상 할말이 없었다. 게리언이 아무리 리디를 아낀다고는 하지만, 이제 그가 리디를 보호해줄만한 힘이 없었다. 모든 국가중에서 최강을 자랑하던 세크네즈의 기사단도, 마법사들도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헉...이럴수가! 이럴수가!" 그렇게 게리언과 리디가 이제 모든것을 다 포기하고 있을때 마법 영상구를 지켜보고 있던 라피네클이 홀 안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라피네클의 앞에 있는 마법 영상구에 모아졌고, 그것을 본 사람들도 한결같이 소리를 지르면서 환호하고 있었다. "우와아!" "와아!" "이런... 꿈같은 일이!" 게리언도 라피네클의 앞에 있는 마법 영상구를 보더니 뭐라고 말도 하지 못하면서 기뻐하고 있었다. 라피네클이 만들어낸 마법 영상구엔 마지막으로 남은 블루 드래곤이 세이츠란 인간같지도 않은 인간을 거대한 몸으로 깔아 뭉개고 그대로 내리 누르는 장면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상태로 땅에 완전히 쳐박힌 세이츠에게 블루 드래곤이 힘을 모아서 바로 그에게 드래곤 브레스를 내 뿜었다. 콰콰쾅! 콰르르르! 마법 영상구에서 블루 드래곤이 썬더 브레스를 내뿜는 동시에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엄청난 굉음이 들려 왔지만 홀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것은 신경도 쓰지 않은채 모두 라피네클이 만들어 놓은 마법 영상구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블루 드래곤이 내 뿜은 썬더 브레스의 여파로 왕성의 한쪽이 완전히 날아가 버렸지만 사람들은 그런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세이츠란 자가 죽었는지 살아있는지만을 살피고 있었다. 블루 드래곤의 썬더 브레스에 의해서 자욱히 피어 올랐던 흙먼지가 가라앉자 그곳에는 깊이 패어진 땅만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 어디에서도 세이츠의 흔적을 찾아 낼 수 없었다. 분명히 블루 드래곤의 썬더 브레스를 맞고 흔적조차 남지 않고 소멸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긴 시간동안 블루 드래곤을 공격하지 않을리 없었다. 한참동안 시간이 지나도 더이상 세이츠의 모습은 마법 영상구에 잡히지 않았고, 썬더 브레스를 내뿜은 블루 드래곤도 자신이 브레스를 뿜어서 파괴된 곳에 내려앉아 포효했다. "이겼다!" "살았어! 저 블루 드래곤이 이겼다!" "와아아앗!" 블루 드래곤이 내려앉아 포효할때까지 숨죽이면서 마법 영상구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저마다 승리의 기쁨에 휩싸여서 환호성을 지르며 안도감에 웃고 있었다. 단 한사람 리디만을 제외하고는. "왜그러느냐 리디? 저 블루 드래곤이 이겼지 않느냐? 너도 더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게리언은 승리의 기쁨에 웃다가 리디가 있는 곳을 보니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라피네클이 만들어 놓은 마법 영상구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게리언은 블루 드래곤이 이겼음에도 기뻐하지 않는 리디를 보고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게리언 숙부님. 그는 블랙 드래곤과 그린 드래곤을 한순간에 해치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자입니다. 그런자가 한순간에 블루 드래곤 한마리에게 당했을까요?" "그런 걱정은 말거라. 만약 그가 당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나타나지 았았겠느냐?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거라." "그래도...." 게리언은 불안해하고 있는 리디를 토닥이면서 안심하라는 듯이 타일렀지만 리디는 그래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지 마법 영상구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글쎄 걱정하리 말거라 리디. 이제 다 끝났다. 아마도 넌 그녀석에게 납치 당해 있는 동안 그녀석에 대한 공포감때문에 그녀석을 더 과대평가 하게 된것 같구나." "그런걸까요..." 리디는 게리언의 말에 조금은 수긍이 가는지 작게 고개를 끄떡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자자. 더이상 걱정 말고 인상을 피려무나." "네. 게리언 숙부님." 리디는 게리언의 말에 더이상 세이츠에 관한 일은 잊기로 했는지 굳었던 얼굴을 조금씩 피면서 살짝 미소지었다. 게리언은 굳어져 있던 리디가 미소를 짓자 자신도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홀 안에 있는 기사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명령했다. "자! 이제 마인은 없어졌다! 지금 우리에게 남은 것은 셀수도 없을 만큼의 사망자와 부상자 뿐이다. 하루라도 빨리 이 왕성을 정비하고 부상자는 치료를, 사망자는 시체를 수습하라! 비용은 상관하지 말고 살아남은 사람의 치료를 최우선으로 하라!" "알겠습니다 폐하." 게리언의 명령이 떨어지자 이제까지 홀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과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로 잰것처럼 게리언에게 대답하고는 홀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남은 사람이라고는 리디와 그녀의 뒤에 서 있는 기사 한명, 게리언과 그의 호위기사 두명과 라피네클의 전부였다. 본래는 더 많은 수의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홀 게리언이 머무르고 있는 홀 안에 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세이츠와 드래곤들과의 전투로 인해서 부숴진 건물의 숫자만 해도 왕성의 절반에 가까웠고, 그에 따른 인명피해는 계산할 수 조차 없을 정도였다. 특히나 세크네즈의 주력인 기사단과 마법사들의 피해가 커서 다시 재정비 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인 사실은 왕궁 수석 마법사인 라피네클이 살아남았다는 것과, 세크네즈의 기시단 중에 최고의 정예들인 임페리얼 나이트들이 남아 있어서 마법사와 기사들을 다시 키워내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란 사실이었다. "후우... 그 악몽같은 시간도 이제 끝난건가." 게리언은 자신의 명령에 따라 홀 안을 빠져나간 기사들을 바라보면서 한시름 놨다는 듯이 중얼 거렸다. "폐하. 아직 드래곤과의 계약 조건이 남아 있습니다." 게리언이 한숨을 내쉬고 있을때, 라피네클이 다가와 그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아. 그렇군. 그랬었지." 라피네클이 드래곤과의 계약조건 이야기를 하자 게리언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세이츠란 마인을 이긴것은 좋았지만, 불러낸 드래곤들의 계약조건이 남아 있었으니 그것을 처리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이곳에 불러낸 드래곤은 보통의 드래곤이 아니라 웜급 이상의 고룡들이었으니 그 댓가만 해도 엄청날 것이 뻔했으니까. "...후. 대체 어떤 조건을 말할지... 아참. 리디야 너도 피곤할텐데 그만 가서 쉬려므나." "네 게리언 숙부님. 숙부님도 피곤하실텐데 빨리 쉬세요." "그래. 알겠다. 나도 곧 쉬마. 그럼 조심해서 가거라. 부숴진 건물들이 많아서 조심해야 할 것 같구나." 게리언은 리디에게 말하면서 그녀의 뒤에 서 있는 기사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그 기사는 게리언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리디의 뒤를 따라갔다. 리디가 홀 바깥으로 나가자 그제서야 게리언과 라피네클은 굳은 얼굴로 드래곤에 대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웜급의 드래곤이라면....요구하는 것도 엄청날텐데." "두마리는 죽었으니 살아남은 블루 들곤 하나만 걱정하면 되실 겁니다. 그래도 그 댓가는 적지 않을 겁니다." "흐음..." 게리언과 라피네클이 걱정을 하는 사이 라피네클이 드래곤을 부르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마법진 위로 순식간에 푸른색 로브를 입은 사람이 나타났다. "오셨습니까. 위대하신 존재이시여." 게리언은 그가 나타나자 마자 고개를 숙이면서 그에게 극존칭을 했다. 그가 다름 아닌 블루 드래곤이었으니까. 게리언이 고개를 숙이자 그의 뒤에 서 있던 기사와 라피네클역시 맨 바닥에 무플을 꿇고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자넨 엄청난 존재를 적으로 두었었더군. 피해가 컸어. 우리 일족이 둘이나 당할줄은. "죄송합니다." -댓가를 아직 말하지 않았지? 그럼 지금 그 댓가를 말하겠다. 네가 있는 이 홀이 가득찰 만큼의 보석들을 원한다.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겠지? 그건 내가 상대한 존재로 인해 죽은 우리 일족 둘의 댓가도 포함한 것이다. 게리언과 라피네클이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표정을 보지 못했지만, 너무 놀라서 숨이 콱 막힐 지경이었다. 자신이 있는 이 홀의 크기를 따지자면 아까 세이츠와 싸웠던 블루 드래곤이 그 상태 그대로 이곳에 들어오더라도 남는 그런 정도의 크기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한꺼번에 드릴수는 없으니 매년 드릴수는 없겠습니까?" -흐음. 하긴 인간의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겠군. 좋다. 매년 이날 그대들과 계약한 계약물을 받으러 오겠다. 만약 그 계약물이 제시간에 없을경우. "절대로 그럴일은 없을 것입니다." -알겠다. 그럼 내년 이시간에 다시오겠다. 그때까지 처음으로 넘겨줄 계약물을 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블루 드래곤은 게리언에게 말하고는 마치없었던 것 처럼 홀 안에서 사라져 버렸다. 게리언과 라피네클은 블루 드래곤이 사라진줄도 모른채 고개를 숙인 그 상태 그대로 하염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단 4사람 뿐이 없는 커다라 홀 안을 지켜보고 있는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채 아직까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게리언을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을 비웃고 있는 존재가. "큭큭큭. 재미있군. 드래곤 보다 강한 나에겐 덤벼들더니 드래곤에겐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모습이라." 그들이 전혀 알아채지 못하도록 기척을 완전히 숨기고, 마법을 써서 모습까지 감춰버린 존재 - 바로 세이츠였다. -XenoBlade -295- -선택2- Written By Xeno "사실 너희들이 등장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실을 내가 떠올리가 됐지." 공중에 떠 있는 두마리의 드래곤과 내가 대치된 상태에서 난 아무런 경계도 하지않고, 편한 상태로 그들을 바라보면서 말을하기 시작했다. 남은 두마리의 드래곤은 갑작스럽게 자신들에게 말을 걸어오는 나의 의도가 무엇인지 눈치를 살피면서 상당히 경계하고 있었지만 그런건 상관 없었다. "만약 너희들이 나타나지 않아서 내가 그대로 내가 찾는 여자를 데리고 이곳에서 떠났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고. 사실 날 막을만한 녀석들이 존재하지 않아서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을 했었거든. 하지만 너희가 나를 공격해준 덕분에 생각을 바꿔 먹었다."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건가? "간단하다. 난 너희들을 죽일 생각은 없다. 아니, 죽일 생각이 없는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있는 동안 너희들을 내 휘하에 두어야 겠다. 드래곤만큼 부하로 써먹기에 좋은 생명체도 없을테니까." -그런! 말도 안돼는 짓꺼리를! 감히! 우리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느냐! 내 말을 들은 그린 드래곤은 순식간에 발끈하면서 힘을 모아서 나에게 공격해 왔지만, 난 공격해오는 그린드래곤에게 혀를 차면서 중얼거렸다. "쯧쯧쯧. 드래곤이 자존심이 센 생물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무식한 방법을 쓸줄을 몰랐군. 자신의 힘을 너무 과신하고 있는건가?" 나를 향해서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그린 드래곤의 공격을 공간으로 가볍게 피해버리고는 처음 내가 처리해 버린 블랙드래곤과 마찬가지로 그린 드래곤의 등에 달려있는 날개를 마나소드로 순식간에 그어 버렸다. 드래곤에게 조차도 내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인지 그린 드래곤은 내가 갑자기 보이지 않자 당황하면서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린 드래곤이 그렇게 두리번 거리는 사이에 난 이미 그의 등에 도달해서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빠르기로 마나소드를 휘두르고 있었다. 드래곤에게 특별한 약점은 존재한다고 볼수는 없었지만, 그나마 약한 곳이 날개부분과 드래곤 하트가 있는 드래곤의 심장부분, 그리고 눈 정도였다. 드래곤들은 이 세가지 부위중에 한가지라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면 정상적인 활동을 거의 못한다고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나 드래곤 하트가 있는 심장부분은 제대로 상처를 입게 된다면 즉사해 버릴수도 있는 부위였다. 단지 그 부분에 엄청난 힘으로 드래곤을 일격에 죽일만한 존재가 없었을뿐. -크워어어어! 내가 만들어낸 마나 소드로 너무나도 간단하게 날개를 잘려버린 그린 드래곤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면서 곧바로 땅을 향해 곤두바질 쳤다. 그리고 블랙 드래곤과 마찬가지로 건물을 부수면서 땅에 쳐박힌 후에 움직일 줄을 몰랐다. "너무나도 간단하군. 드래곤이란게 이렇게 약해 빠진 존재였던가?" 난 땅에 쳐박혀서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는 블랙 드래곤과 그린 드래곤을 내려다보면서 마지막으로 남은 블루 드래곤에게 미소지었다. 한마디로 '까불면 너도 저렇게 만들어 버린다'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그런 미소였다. -크으음... 무엇을... 원하나? 블루 드래곤은 자신들의 일족 -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중 최강이라는 드래곤 일족들이 나에게 힘도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생사를 넘나들게 되자 나에게 덤빈다는 것은 완전히 포기 했는지 표정을 일그러뜨리면서 물었다. "흐음. 이제야 말이 조금 통하는군. 조건은 내가 아까 말한대로다. 내가 죽을때 까지만 부하로 써먹겠다고 한 것." -..... "여기서 죽을텐가? 아니면 내가 죽을때 까지 나의 부하로 있겠나?" 블루 드래곤은 나와 땅에 떨어진 다른 드래곤을 번알아 가면서 쳐다보더니 금새 결심을 굳힌듯 했다. -당신을... 따르겠다. "좋군. 맹약하겠나?" -큭. 블루 드래곤은 나의 부하가 되겠다고 말을 내뱉고는 '맹약'에 관해서 들먹이자 다시한번 인상을 심하게 구기면서 치를 떨었다. 아마도 내가 드래곤과의 맹약에 대해서 모를것이라 넘겨짚은 블루 드래곤이 이 자리를 빠져나가기 위해서 거짓으로 나의 부하가 되겠다고 한 것 같은데 난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내가 드래곤의 맹약에 대해서 모를것이라 생각했다면 그건 오산이지. 난 드래곤이란 족속들을 너무나도 잘 알거든.넌 이제부터 나의 부하다. 맹약하겠나? 너의 이름을 걸고?" -....맹약...하겠다....나의 이름을 걸고... "이제부터 너의 주인이 될 사람. 나이 이름은 세이츠. 너의 이름은?" -나의 이름은...아모프. "그럼 지금부터 넌 나의 종. 나의 부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나의 주인으로써 너에게 첫번째 명령을 내리겠다. 나를 공격하라. 있는 힘을 다해서. 조금이라도 바준다거나 하면 그자리에서 너를 죽이겠다. 그리고 저 밑에 쳐밖혀 있는 다른 드래곤들도 아직 죽지는 않았을테니 데려가서 대기시켜라. 드녀석들이 도망간다면 역시 넌 죽는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마스터. 블루 드래곤은 설마 수천년을 살아오는 동안 자신이 마스터라고 부르게 될 인간이 나타날줄을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지금 블루 드래곤 - 아모프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이 있을지 안봐도 뻔했다. 내가 나를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렸으니 그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잡기위해서 정말 죽기 살기로 나에게 덤벼들 것이 뻔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내가 바라는 것. "그럼. 시작하라." -쿠워어어! 내가 아모프에게 명령을 내리자 그 즉시 아모프는 길게 포효성을 지르면서 나에게 달려들었다. 거대한 앞발을 들어서 나를 위에서 부터 후려쳤다. 난 일부터 못피하는척 그것을 맞아 주면서 땅으로 떨어졌고, 아모프는 그 틈에 자신의 몸을 급하강 시켜서 땅으로 떨어진 나의 몸을 자신의 몸으로 찍어 눌렀다. 두둑. 몸안의 뼈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조금 뒤틀렸는지 뼈마디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지만 나의 몸은 멀쩡했다. 보통 이런 경우라면 틀림없이 죽었겠지만, 지금 나의 힘은 모두 나의 몸을 방어하는데 돌려놓았기 때문에 떨어지고 맞을때의 충격으로 통증이 전해져 올뿐 상처가 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우우우웅! 땅에 쳐박혀 있는 나의 몸을 찍어누른 아모프의 입에서 순간적으로 강력한 마나의 힘이 느껴졌다. 분명히 드래곤 브레스를 쓰려고 하는 것이었다. '큭. 맺힌게 많은가 보군. 정말로 적극적이구만.' 내가 혼자 자조적인 웃음을 웃으면서 아모프의 브레스가 사용될때까지 기다리다가 아모프의 입에서 브레스가 뿜어지는 순간 나의 몸을 공간이동 시켰다. 바로 크로가스의 왕성이 까마득하게 보이는 정도의 높은 곳으로. 그곳이라면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쳐다본다고 하더라도 나를 볼수는 없었다. -이제 되었다. 분명 너희들을 소환한 자가 너희와 계약을 했을터. 그것을 시행하라. 그리고 돌아갈때 나머지 둘의 드래곤을 같이 데려가서 이 근처에서 대기하라. 내가 드래곤들과 같이 블루 드래곤인 아모프에게 대화가 아닌 머릿속에다가 직접 나의 말을 전해주자 그는 상당히 놀랐는지 한동안 대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알.겠.나? 아.모.프. -알겠습니다... 마스터. 한참동안 기다려도 대답이 없어서 강한 울림으로 다시 한번 물어보자 그때서야 대답을 했으니까. 하여간 드래곤이란 족속은 어디에서든 똑같다는걸 다시한번 느끼게 했다. 자존심과 자만으로 똘똘뭉친 족속들. 마치 이곳의 왕족들이 자신들의 권력과 신분을 바탕으로 신이라도 되는 듯이 생활하는 것 처럼. "자. 그럼 중요한 일은 끝났고. 슬슬 본격적으로 움직여 볼까. 훗."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갑자기 이렇게 엉뚱한 짓을 할 필요도 없었다. 단지 나의 앞을 막아선 드래곤 세마리를 간단하게 처치해 버렸어도 되는 것을, 귀찮게 계약까지 하면서 부하로 만들고 죽은척까지 하는 이런 상황을 연기하는 것을. 하지만 내가 셋의 드래곤을 처치하고 리디를 다시 데리고 나온다고 하더라도 나에겐 더이상 그녀의 기억을 자극할만한 무언가가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어딘가에 가두어 놓거나, 아니면 나에게 구속시키는 방법 정도? 그렇게 생활하면서 언제까지고 기억을 되돌리게 할수는 없었다. 분명히 그녀가 나에게 말하길 꿈속에서 나의 모습을 보았다고 했으니 모든 것을 해결할 열쇠는 바로 그녀의 꿈이었다. 분명히 리디를 비롯한 다른사람들도 내가 죽었다고 믿을테니 경계가 허술해 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다면 내가 그녀에게 어떤짓을 해도 나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것이 뻔했다. 내가 하려는 일은 지극히 단순한 일이었다. 그녀의 꿈속은 그녀가 보지 않은 영혼의 기억들이 만들어낸 세계. 그 세계에서 리디의 모든 기억들이 깨어난다면.... 그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드래곤들과 떠오른 방법. 게다가 셋의 드래곤들이라면 내가 하려는 일에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의 기억을 떠올리는 방법이 꿈이라면 그것을 계속 유지시켜 주면 되는 것이었다. 바로 나에 대한 기억이 떠오를때까지 그녀를 깊은 잠에 빠져들게 한다면. 물론 잠만 계속해서 자게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나에대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죽을수도 있었다. 바로 그것때문에 드래곤들이 필요한 것이었다. "제길. 그나저나 빌어먹을 흰둥이 마법사녀석..." 그리고 리디뿐만이 아니라 라피네클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 희둥이 마법사 녀석에게도 볼일이 좀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어떤일이 있더라도 나의 몸에서 절대로 떼어놓지 않고 있었던 내 물건들 중 일부를 아마도 그녀석이 떼어서 분명히 그의 실험실에 가져다 놓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현자의 돌까지. 팔목에 채워져 있는 디브루드가 만든 세계에서 얻은 팔찌 모양의 갑옷만이 달랑 남았을 뿐이었고, 나머지 모든 물건은 안봐도 뻔했다. 마법사란 족속들은 원래 신기한 물건이나 특이한 것들이 있으면 무조건 어떻게든 연구하고 파헤치길 좋아하는 족속들이었으니까. "인비지블." 난 공중에서 나의 몸에 투명화 마법을 걸고는 다시 세크네즈의 왕성으로 급강하해서 내려갔다. 며칠전과는 다르게 이 거대한 왕성에는 마법사가 거의 없을테니 그만큼 마법을 써서 잠입하기도 쉬웠다. 머릿속까지 근육으로 되어 있는 기사들 쯤이야 문제꺼리도 안됐다. 투명화가 걸린 나의 몸이 왕성의 지붕에 가볍게 내려앉았고, 여기저기 파괴되고 부숴진 틈으로 리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생각지도 않은 장면을 보게 되었다. 분명히 블루 드래곤 - 아모프로 여겨지는 사람이 온갖 똥폼은 다 잡고 거만하게 서서 안에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 보고 있는 광경이었다. 아모프는 나의 부하가 된것이 분한지 아니면 된통 당한것이 분한지 그들에게 엄청난 양의 보석을 주문했고, 그들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아모프의 요구를 들어주고 있었다. 사실 아모프에게는 이 성에 가득 찰 만큼의 보석을 주어도 나에게 느낀 굴욕감과 계약에 의해서 나의 부하가 된 것이 더 손해본 일이었다. 괜히 소환에 응해서 왔다가 본전도 못건지고 돌아가는 셈이랄까. "불쌍한 녀석들. 나를 포함해서 드래곤에게 까지 미움받는군." 분명히 아모프에게 바닥에 무릎까지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녀석은 흰둥이 마법사 녀석과 이 세크네즈의 왕이었다. 전에 내가 지하에서 잡혀 있을때 얼굴을 한번 본적이 있어서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잠시후 아모프는 그들에게 불만 가득한 눈초리를 한번 보내더니만 말도 없이 조용히 공간이동으로 사라져 버렸고, 아모프가 사라진 후에도 그들은 내가 처음 본 자세 그대로 일어날줄을 몰랐다. "큭큭큭. 재미있군. 드래곤 보다 강한 나에겐 덤벼들더니 드래곤에겐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모습이라." 난 천정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면서 그들을 비웃고 있었다. 드래곤도 가볍게 이겨버리는 거대한 힘을 가진 나에게는 불나방들처럼 죽어도 죽어도 덤벼 들면서 드래곤이란 존재에게는 저렇게 벌벌 떠는 모습이라니. 그들은 한참동안 무릎을 꿇고 눈치를 살피다가 거의 쓰러질 정도가 되자 그때서야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흰둥이 녀석이 왕에게 뭐라고 떠들고는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기다렸다 이녀석아. 그럼 어디." 흰둥이 마법사 녀석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난 모든 기척을 죽이고 그의 뒤를 따라서 움직였다. 그가 가는 곳에 거의 확실하게 내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을테니까. 한동안 미로같이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서 움직이다가 드디어 어느 견고해보이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왔군.' 흰둥이 마법사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나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내 예상대로 이곳은 흰둥이 마법사의 실험실이자 방이었다. 사방에 온통 책들과 실험도구들로 산더미를 이루고 있었으니까. 그와중에서도 나에게서 빼앗아 간 물건들은 아주 잘보이는 방 한가운데에 놓아두고 있었다. 다행히도 나의 짐을 뒤지거나 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는지 그저 한군데 모아놓기만 하고 건드린 흔적은 없었다. '좋아 그럼 슬슬...' 흰둥이 마법사가 안으로 들어온 후에 이곳 저곳을 움직이면서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는 틈을 타서 내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던 가죽 주머니를 살며시 열었다. 그곳에는 내가 살던 곳에서 이곳으로 온 열쇠이자 이곳에서 다시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현자의 돌이 얌전히 자리잡고 있었다. 난 그것을 살며시 빼들고는 품속에 집어 넣었다. 원래 현자의 돌에서는 엄청난 마나가 뿜어져 나오지만 그런 상태라면 가지고 다닐 수 없기 때문에 내가 특별하게 마나를 억제하기 위한 마법을 걸어 놓아서 보기엔 그냥 평범한 돌맹이에 불과한 느낌이었다. '잘있거라. 흰둥이 마법사. 이번 일만 끝나면... 네녀석은 확실하게 처리해주마.' 현자의 돌을 다시 되찾았으니 이제 이곳에는 볼일이 없었다. 다른 장비들이야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이제 리디가 있는 곳을 알아낸 후에 그녀가 잠들때 까지 기다리는 것 뿐. 자칫 잘못하다가는 깨어나지 못할 영원한 잠속으로. -XenoBlade -296- -선택3- Written By Xeno 내가 드래곤으로 변했을때, 나를 상대하기 위해서 흰둥이 마법사가 3마리의 드래곤을 소환했을때 왕성이 상당부분 파괴 됐지만 워낙 커다란 면적에 수많은 건물들이 있어서인지 과반수가 파괴되었다고 하더라도 멀쩡한 건물들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내가 드래곤으로 변해서 난리를 치는 동안에 사라들도 죽거나 다친자가 많아서 어차피 남아 있는 건물만으로도 살아있는 사람들이 사용하기엔 부족함이 없을 듯 했다. 게다가 왕성이라는 것은 그 규모나 크기에 비해서 지내는 사람은 극히 적은 곳이니 내가 아무도 다치지 않게 했더라도 지낼만한 곳이 남아 도는 것은 마찬가지였겠지만. 그런 멀쩡한 건물들 중 한 곳에서 리디가 있는 것이 느껴졌다. 리디때문에 상당한 난리통이 나서인지 리디가 있는 곳 주변은 경비가 상당히 삼엄했으나 마법사가 아닌이상 투명화 마법을 시전해서 보이지 않게 된 나를 찾아 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말 그대로 리디가 있는 건물을 지키고 서 있는 기사들은 아무런 걸림돌도 되지 않는 허수아비일 뿐. 이제 리디가 있는 건물을 찾았으니 내가 생각한 계획을 실행에 옮길 차례였다. "좋군. 그럼 드래곤들이나 부려먹으러 가볼까. 쿡쿡쿡." 난 리디가 있는 건물을 한바퀴 둘러본 후에 아까 내 종으로 만들어 버린 아모프란 블루 드래곤을 떠올렸다. -아모프 어디에 있나? 그리고는 머릿속에 내가 느꼈던 아모프가 가지고 있는 마나의 파장을 찾아서 말을 걸었다. -왕성의 근처에 있습니다. 마스터. 아모프는 내가 말을 걸자마자 즉각 대답해 왔고, 난 혼자서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아까 내가 아모프에게 직접 말을 걸어서 그런지 아모프도 놀라는 것은 한번으로 족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아니라면 자신보다 내가 더 강하다는 것을 인정해서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던가. -다른 드래곤들은 물론 데리고 갔겠지? -그렇습니다. 이곳에 다 있습니다. -좋다. 그럼 내가 그쪽으로 가기 쉽도록 그쪽에서 위치를 알리도록. -알겠습니다. 마스터. 아모프는 대답과 동시에 내가 시킨대로 그가 있는 위치를 알려왔다. 온 신경이 아모프에게 쏠릴만큼의 강한 마력이 다른 곳에서 느껴졌으니까. "훗. 아직은 반항적인가." 보통 자신의 위치를 알린다면 이렇게 강렬하게 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역시나 내게 복종하도록 계약한 것에 대한 불만이 잔뜩 쌓여 있는것 같았다. 하지만, 아모프가 이렇게 나에게 반항적으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는 나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하고, 어길수도 없을뿐더러 나를 공격한다거나 하는 일은 더더욱 불가능했다. 드래곤에게 있어서 계약은 그들의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계약의 파기는 곧 그들의 모든 마법력의 소실. 한마디로 그들의 목숨을 잃는것과도 같았다. 내가 아모프와 계약한 조건이 나에대한 '절대복종'이었으니 이것을 어긴다면 아모프는 모든 마법력을 잃은채 정말로 덩치만 커다란 도마뱀에 불과한 존재가 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분고분 한 것 보다는 재미있군. 어디 가볼까. 이동." 난 아모프가 나에게 흘려 보내는 강한 마력의 근원지를 느끼면서 그곳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순식간에 주변의 풍경이 바뀌고, 나의 몸은 어느새 햇빛도 잘 들지 않는 울창한 숲속에 있었다. 그리고 나의 앞에는 로브를 깊게 눌러쓴 사람 - 아마도 아모프라 여겨지는 하늘색 머리카락의 미청년이 서 있었고, 그의 뒤쪽에는 등에서 피를 잔뜩 흘리고 있는 허리까지 올듯한 검은 머리카락의 여자와 단발정도의 녹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비틀거리면서 서 있었다. "드래곤은 인간으로 폴리모프 했을때도 그 종족을 알기 쉽다니까. 흠. 그런데 블랙 드래곤이 여성형이었나? 의외군." "너 대체 아모프에게 어떤짓을 했길래 그가 우리를 도망치지도 못하게 이렇게 붙잡아 두고 있는 거지?"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블랙 드래곤은 보통 사람이 봤더라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할정도의 살기를 내뿜으면서 살벌한 눈초리로 나를 노려보았다. "뭐 간단한 계약조건이지. 흠. 너와 거기 있는 그린 드래곤은 나에게 날개가 잘리는 상처를 입어서 치료하려면 최소 백년 이상은 잠을 자야 하겠군. 물론 상처가 아물더라도 잘려진 날개는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만. 쿡쿡쿡." 인간으로 변한 블랙드래곤은 나의 말을 듣고는 인상을 굳히면서 점점 더 진한 살기를 내뿜었다. 블랙 드래곤의 뒤에 있는 그린 드래곤도 마찬가지였다. 드래곤은 일단 자존심이 강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존심을 자극한다면 거의 너죽고 나죽자는 식으로 나올지도 모르는 그런 존재였으니. "대체...우리에게 원하는게 뭐지?" "흐음. 이런. 아모프가 말을 안해줬군. 그정도 말은 해주었을줄 알았는데. 뭐 상관없겠지만 말이야." 내가 한켠에 말도하지 않고 우두커니 서 있는 아모프를 힐끗 쳐다보자 그는 일부러 나의 시선을 피하는듯이 고개를 돌리면서 외면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어차피 그래봐야 나의 명령에 따를테지만. "난 내 일을 하기 위해서 부하가 필요하다. 나의 명령을 따를 말 잘듣는 부하가." "...그래서?" "너희들을 내 부하로 만들고자 한다. 이해가 되었나?" "크아아! 이런 미천한 인간이!" 블랙드래곤은 드래곤들 사이에서도 성격 더럽기로 유명하듯이 곧바로 자신의 성질을 드러내면서 다친 몸으로 무지막지만 마력을 끌어올리면 나를 공격했다. "그런 미천한 인간에게 당한 드래곤따위는 더더욱 별볼일 없다는 걸 알아야지!" 난 블랙 드래곤이 마나를 끌어 올린 순간 그녀가 끌어올린 엄청난 양의 마나가 바깥으로 퍼져 나가지 않도록 마법결계를 둘러치고는 카오스 마법을 사용했다. 끼이이잉! "헛!" 카오스 마법을 사용한 순간 나에게 덤비던 그녀의 바로앞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고 인간의 몸을 하고 있는 블랙 드래곤이 그 공간에 부딪히자 폭발음이 들리면서 일으키면서 그녀의 몸이 튕겨져 나가 바닥에 세차게 쳐박혔다. "고작해야 내가 가진 힘의 절반도 쓰지 않았는데 형편없이 쓰러지는 허약한 드래곤들 따위는 나도 마음에 들지 않아!" "크윽...절...반?" 카오스 마법에 의해서 세차게 튕겨져 나간 블랙 드래곤은 아까보다 더 많은 피를 흘리면서 온 몸이 흙이 잔뜩 묻은채 고개를 힘겹게 쳐들면서 매섭게 나를 노려보았지만 이미 패한자의 발악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다시 한번 묻겠다. 난 말을 잘듣는 부하가 필요하다. 이정도면 이해가 가겠지?" "차라리...날...!" "죽여달라는 거겠지? 상관없겠지. 드래곤이 가지고 있는 피와 비늘과 드래곤 하트는 드래곤이 살아 있을때 얻는 것이 더욱 더 커다란 힘을 발휘한다지? 난 그걸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군. 쿡쿡쿡." 내가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이렇게 말을 하자 블랙 드래곤은 순식간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면서 경악스럼 표정을 지었다. "이건 결코 장난이 아니다. 난 하찮은 소리따위는 하지 않아. 지금 이자리에서 너의 가죽을 벗기고 피를 뽑고 드래곤 하트를 박살내 버릴수도 있다. 자. 어떻게 할텐가? 하기야 그 정도의 몸집과 힘을 가지려면 적어도 수천년은 살아왔을테니 이렇게 당한 경우는 없겠지? 항상 드래곤이라고 잘난척만 하면서 살아 왔을테니까." "크윽..." "계약 할텐가? 아니면..." "계약....하겠다." 블랙 드래곤도 산채로 피를 뽑고 살과 뼈를 바른다는 말에 기겁을 했는지 더 이상 반항할 생각은 없는것 같았다. 하기야 드래곤으로써 인간에게 이런 말을 들을지 상상이나 했을까. 더욱이 드래곤들이 인간에게 이런짓을 했으면 했지 인간이 드래곤에게 이런짓을 한다는 것은 전대미문이었다. "그럼 맹약을 하도록 하겠다. 너의 이름을 걸고 맹약을 하겠나?" "맹약 하겠다. 나의... 이름을 걸고." 블랙 드래곤은 막상 맹약의 말을 하자 상당히 주저했지만 그 주저함도 내가 서서히 피워올리는 살기에 금새 없어지고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난 이제부터 너의 주인이 될 사람. 나의 이름은 세이츠. 너의 이름은?" "나의 이름은....리니어스." "넌 지금부터 나의 종이자 부하다. 계약의 기간은 나의 생명이 없어지는때 까지다. 만약... 계약이 파괴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 설명해주지 않아도 되겠지?" 내가 블랙 드래곤 - 리니어스에게 상당히 겁을 주면서 묻자 리니어스는 혹시라도 자신에게 피해가 올세라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녹색머리. 네녀석에게도 선택은 두가지다. 맹약을 하던가, 아니면...." "맹약 하겠다." 그린 드래곤은 블랙 드래곤과 달리 생각보다 순순히 맹약에 응했다. 이것이 블랙 드래곤과 그린 드래곤의 차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블랙 드래곤은 드래곤들중 호전적이고 파괴적인 편이지만, 그린 드래곤은 조용하면서 쓸데없는 분쟁을 일으키지 않고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한다는 편이라는 말이 맞다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어차피 계약 기간이 길어봤자 내가 죽는날까지. 수천년을 살아온 드래곤들에게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물론 그 동안은 자좀심도 심하게 긁히고 조금은 괴롭기도 하겠지만. "나의 이름을 걸고 그대 세이츠와 맹약 하겠다." "넌 이제부터 나의 종이자 부하. 나의 이름은 세이츠. 너의 이름은?" "나의 이름은 그라테." "좋아. 이것으로 계약은 완료 되었다. 계약기간은 역시 내가 죽을때 까지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블랙 드래곤인 리니어스에 이어서 그린 드래곤인 그라테까지 모두 계약을 마쳤으니 졸지에 셋이나 되는 웜급 이상의 드래곤들를 부하로 만들어 버린 셈이었다. 어차피 내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면 이 드래곤들은 자연스럽게 계약이 끊어져 버릴테니 내가 죽을때라도 해도 별 상관이 없었다. 게다가 계약 기간을 '내가 원래 세계로 돌아갈때까지'라고 해도 드래곤들은 이해를 못할테니까. "일을 시키지 전에 너희들 상처부터 치료해주어야 겠군. 이런 상태로는 일을 시키려해도 못할테니까." 아직까지 등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리니어스와 그라테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드래곤이 되어가시고 자기 상처조차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다니. 하긴, 지금 이 상처는 그들의 드래곤 본체에 입혀진 심각한 상처니 치유하기 힘들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날개가 잘린 것은 보통일이 아일테니까. "조금 아플지도 모르겠군. 얌전히 있는것이 좋아." 난 먼저 그라테의 뒤로 돌아가서 피가 흐르고 있는 그의 등에 손을 가져다 대면서 말했다. 그라테는 나의 말을 듣더니 피식 웃으면서 그저 어깨만 으쓱해 보일뿐이었다. 드래곤인 자신들도 치유하지 못한 상처를 강한힘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치유되는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쓸데없는데 힘빼지 말라는 뜻이랄까. "재생. 치유." 그러나, 마법의 언어를 사용하자 그런 생각은 아마 싹 사라졌을 것 같았다. 나의 손에서 순간적으로 빛이 번쩍인 순간. "크앗!" 그라테가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고, 내가 손을 가져다 대었던 상처는 더이상 피가 흐르지 않고 완전히 아물었기 때문이었다. "....!" "그러길래 아플지도 모른다고 했잖아." 난 쓰러져있는 그라테를 내려다보면서 혀를 찼다. 그러길래 사람이 말을 하면 듣는 시늉이라도 할 것이지. "너도 참아라. 회복되는 것이니까. 잘린 날개가 순식간에 자라나는 셈이니까 아플거야. 원래 상처가 치유되는 것으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예 없어진 부위가 새로 자라날때는 그게 자라는 동안은 고통스럽지. 그럼." "자...잠깐!" 내가 쓰러진 그라테를 보고 혀를 차면서 리니어스의 등에 있는 상처에 손을 가져다 대자 리니어스는 마음의 준비가 안됐는지 움찔거리면서 소리쳤지만, 명색의 드래곤이 조금 아프다고 죽지 않을건 뻔하게 알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고 마법의 언어를 사용했다. "재생. 치유." "캬악!" 리니어스도 그라테와 크게 다르지 않게 상처를 치유하자 마자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바닥에 쓰러진 둘은 한동안 고통에 몸부림 치면서 괴로워 하다가 어느순간 움직임이 멎었다. "상처 치유가 다 끝난 모양이군." "허억...허억..." "하아...하아."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둘의 드래곤은 드래곤이라도 고통은 참기 힘들었는지 식은땀을 흘리면서 거친숨을 몰아 쉬었다. "이제 상처도 치료했으니 본래 목적을 달성하러 가야겠군. 내가 내릴 명령은 하나다." "......" 내가 조용히 말하자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셋의 드래곤이 모두 고개를 돌려서 나를 돌아보았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은 다름 아닌 '계약'의 이행과 다름 없었으니까. "리디라는 여자의 생명을 지킬것. 그녀의 생명이 미약해 지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 생명이 유지되도록 할것. 절대 그녀의 목숨이 끊어져서는 안돼. 만약 그랬다가는 어떻게 될지 알겠지? 바로 계약의 파기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그러 지금 이동한다. 이동좌표는 내가 알고 있으니 모습을 감추고 나를 뒤따라 올것." "알겠습니다. 마스터." 난 셋의 드래곤을 한번 쳐다보고는 나의 몸에 투명화 마법을 걸고는 내 몸의 기척을 완전히 지워 버렸다. 셋의 드래곤들이 나를 아수 있도록 그들에게만 미약하게 마나의 파장을 흘리면서 내가 아까 찾아냈던 리디가 있는 건물로 순식간에 공간이동을 했다. 공간 이동을 마치자, 드래곤들이 알아서 따라 오겠거니하고 건물의 지붕으로 뛰어 올라서 들어갈만한 곳을 찾았다. 잠깐동안 건물 위를 돌아다니던 중, 열려진 창문을 발견하고는 주저없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제대로 찾아 왔군.' 안으로 들어가자 커대란 침대가 보였고, 그 침대에 리디가 잠옷을 입고 자고 있었다. 이곳을 지키는 사람은 모두 바깥쪽에만 집중되어 있는지 방안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운이 좋다고 해야할까. "이제... 이것으로 모든것이 끝나. 마지막이야. 리디." 난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는 리디의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투명화 마법을 풀었고, 나의 모습은 마치 허공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듯이 보였다. 내가 투명화 마법을 풀자 내 뒷쪽에서 셋의 드래곤들도 투명화 마법을 풀었고 나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너희들이 지킬대상은 리디라는 여자가 이 여자다. 최대한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해라.뭐 이 방안에 살고 있는 벌레로 변해서 괘찮겠지. 난 지금 리디에게 조건부 마법을 걸 것이다. 그 마법의 효과가 사라질때까지 이 여자를 지키면 되는것이다. 목숨이 끊어지지 않도록. 아마 마법에 걸리면 먹지도 마시지도 못할테니까." "알겠습니다. 마스터." "그럼..." 난 심호흡을 하면서 곤히 자고 있는 리디의 머리에 다을듯 말듯한 정도의 나의 손을 뻗으면서 복잡한 주문을 외웠다. 조건부 마법이란 실행하기 까다로운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시동어로는 발동되지 않았다. 그래도 리디에게 마법을 거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고 그 동안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 들어온다던가 하는 일도 없었다. "후우. 이제....넌 깨어나기만 하면 되는거야. 그러면.... 돌아가는거야." 리디의 몸에 마법을 건 후에 난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리디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이제 리디가 깨어나주기만 하면 이곳 마계에서는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었다. 모든것은 리디가 깨어나주기만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단지 리디가 언제 깨어날지는 예측할 수 없었지만. 빠르면 하루만이라도 깨어날 수 있을테고, 한달이나 몇년이 걸릴수도 있었다. 어쩌면...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수도. -XenoBlade -297- -꿈의 여행1- Written By Xeno "우에에엥!" 누군가가 울고 있었다. 사방은 거대한 나무밖에 보이지 않는 숲. 울고 있는 아이는 꼬마. 여자아이 였다. "왜그러지 꼬마야? 길이라도 잃었니?" 난 울고 있는 꼬마에게 다가가서 팔을 뻗어 꼬마의 팔을 잡았다. 아니, 잡으려고 했다. 스윽. 하지만 그 순간 나의 몸은 이미 울고 있는 꼬마의 몸을 지나쳐 반대편으로 나와 있었다. 마치 내가 유령이라도 된것 처럼. "뭐..뭐야!" 나의 몸이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냥 통과해 버리자 난 상당히 당황했다. 난 절대로 죽은자 따위는 아니니 지금 내가 지나쳐온 울고 있는 꼬마가 혹시 유령? 이런 생각이 들자 순식간에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식은땀이 흘러내리면서 가슴이 쿵쾅쿵쾅 소리를 내고 있었다. "저...저기...." 하지만 이곳은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지나쳐온 울고 있는 꼬마 - 인간이 아닌 유령일지도 모르는 꼬마를 제외하고는. 그러고보니 대체 난 왜 이런곳에서 혼자 있는 거지? 대체 무엇때문에? 내가 누구이길래? 바스락! 그때 울고 있는 꼬마와 나 사이에 있는 수풀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들리자 나와 꼬마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난 수풀에서 갑작스럽게 엄청난 크기의 은빛 늑대 한마리가 뛰쳐나왔다. "와악!" 그 늑대가 갑작스럽게 수풀안에서 뛰쳐나오자 난 놀라서 뒤로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그 늑대는 나는 안중에도 없는듯이 울고 있는 꼬마애에게 서서히 다가가고 있었다. "으윽." 분명히 그 늑대가 수풀을 헤치고 나온것으로 봐서는 살아있는 동물일 것이 뻔한데 어떻게 유령이라고 보이는 울보 꼬맹이에 에게 관심을 두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살아있는 사람인 나를 놔두고. 어찌되었던, 수풀에서 나온 거대한 늑대가 울고 있던 꼬마에게 다가가자 그 꼬마도 놀랐는지 순간적으로 울음을 멈추고는 거대한 은빛 늑대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꼬마답지 않게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질렀다. "꺄악!" 울고 있던 꼬마가 비명을 지르자 꼬마에게 다가가던 늑대도 순간 놀랐는지 움찔했지만 도망가거나 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그 꼬마에게 점점 더 다가가고 있었다. "설마. 저 꼬마 유령이 아니란 말이야?" 거대한 은빛의 늑대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다가가자 난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어떻게서든 늑대를 쫓아버려야 한다는 바보같은 생각을 했다. 난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주먹만한 돌을 발견하고는 그 돌을 쥐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헉!" 나의 손은 그 돌을 쥐지 못하고 그냥 통과해 버리는 것이었다. 마치 내 손이 존재하지도 않는 것 처럼. 돌이 마치 환영으로 만들어진 마법처럼 내 손이 돌 안으로 들어가버린 것 같았다. "뭐야! 대체이건!" 난 돌맹이를 그냥 통과해 버린 나의 손을 쳐들고는 절규에 가까운 비명소리를 질렀지만, 울고있던 꼬맹이와 커다란 은빛의 늑대에게는 들리지 않는 듯 했다. 들리지 않는게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유령이라는 존재는 나일지도 모르니. 내가 믿을수 없는 현실로 멍하니 나의 손을 바라보고 있을때 은빛의 거대한 늑대가 나온 수풀에서 다시 꼬마 남자아이 하나가 나왔다. 꼬마라고 하기엔 조금 크지만 어차피 내가 보기엔 이쪽이나 저쪽이나 다 꼬마였다. 하여간 수풀을 헤치고 남자아이 하나가 나오자 비명을 질렀던 꼬마는 마치 구원자라도 만난듯이 수풀을 헤치고 나타난 꼬마에게 달려가서 안겨들었다. 그러자 수풀을 헤치고 나온 남자아이는 제대로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뒤로 쓰러져서는 꽤나 궁시렁 거렸다. "하아. 이런 내쪽이 유령이고 저쪽에 있는 꼬맹이 들이 살아있는 사람이란 소리인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울보 꼬마와 그 꼬마를 떼어내려고 하는 남자아이를 바라보면서 난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언제죽었는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죽어버려서 이렇게 유령인 상태로 떠돌고 있는건가. 하지만 내가 죽어버렸다면 뭔가 내가 살아있을때 했던 일이라던가 내가 어떤 사람이라던가 그게 아니라면 나의 이름이라도 생각나야 하는거 아닌가. 도통 아무것도 기억에 없으니 원. 내가 혼자서 자괴감에 빠져있을때 울고있떤 꼬마와 남자아이쪽은 이미 정리가 다 끝났는지 거대한 은빛 늑대의 등에 사이좋게 올라타고 있었다. "헤에? 저 늑대가 저 남자 아이가 기르던 건가? 늑대는 여간해서 길들여지지 않는데." 꼬마애와 남자아이가 늑대의 등 위에 올라타자 거대한 은빛의 늑대는 순식간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나만 혼자서 덩그라니 남겨져 버렸다. "유령노릇은 어떻게 하는거야 대체?" 방금전까지만 해도 있었던 꼬마와 남자아이, 늑대가 사라져 버리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듯한 느낌이 들고 있는 숲속에서 인상을 구기면서 서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라?" 마치 주변의 풍경이 만들어진 것인양 순식간에 변하더니 난 어느새 작은 오두막집 안에 서있었다. 그 오두막집 안에 아까 내가 보았던 꼬마와 남자아이, 그리고 왠 중년의 남자한사람. "꼬마 아가씨 이름이 뭐지?" 그 중년의 남자가 얼굴에 미소를 띄우면서 아까까지 울고 있더 꼬마에게 묻자 그 꼬마는 잠시 머뭇거리면서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리디... 아틀라스. 6살..." "음? 리디 아틀라스?" 중년의 남자는 꼬마의 이름 - 리디 아틀라스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듯이 잠시동안 생각하더니만 놀라는 표정으로 그 꼬마앞에 무릎을 꿇었다. "케인.로샤르...판타그라 제국의 국민으로 공주님께 인사 올립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럼 저 꼬마가 판타그라 제국의 공주란 말인가? 공주? 가만... 생각해 보니 나 어디선가 판타그라란 나라의 이름과 리디 아틀라스란 이름을 들은 기억이 있는것 같은... "웃!" 슈우우욱! 내가 혼자서 뭔가를 열심히 떠올리려고 할때 또 주변의 사물이 순식간에 바뀌어 버렸다. "이건...대체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야! 내가 죽은게 맞기는 한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멋대로 세상이 움직이는 건 필요 없다구!" 주변의 풍경이 또다시 갑작스럽게 바뀌어 버리자 난 허공에대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분명 이건 나의 의지가 아닌 누군가의 농간일 거란 생각을 하면서. 혹시 죽은 사람이 처음 겪게되는 시험같은 것일까? "타핫!" 부웅! 텅! "어림없다!" 이번에 내가 보고 있는 광경은 어느 청년과 노인이 목검으로 검술 대련을 하고 있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이 또 있었다. 그 둘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꽤나 커다란 바위위에 한 소녀가 앉아 있었고, 그 바위밑에는 거대한 은빛의 늑대가 귀를 쫑긋 세우고는 청년과 노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늑대... 설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모르겠지만 저 거대한 늑대만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바로 조금전에 숲속에서 봤던 그 늑대였으니까. 내가 늑대를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을대 한창 노인과 검술 대련을 하고 있던 청년이 환호성을 질렀다. 뭐가 그렇게 기쁜지 알수는 없었지만 얼굴 한가득 가식없는 즐거운 미소를 띄우면서 목검을 들고는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 청년이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하자 그때까지 바위위에 얌전하게 앉아 있던 소녀도 얼굴 한가득 밝은 미소를 띄우면서 그 청년에게 다가가 청년의 한쪽팔에 매달렸다. "오빠! 세이츠 오빠 이젠 정말로 끝난거야?" '세이츠...' "그럼 꼬맹이 리디!" '리디...' "엣! 또 그소리야!" 목검을 쳐들고 환호성을 지르던 청년과 그 청년의 한쪽팔에 매달리는 소녀. 그들의 이름이 분명히 세이츠와 리디라고 했다. '세이츠. 리디...라고? 나 분명 어디선가. 뭔가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은... 이런 알 수 없는 느낌은 대체 뭐지?' 슈우욱! "제길! 또냐!"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잊고 있는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면 나의 정신 집중을 방해라도 하듯이 순간순간 시간과 공간이 바뀌는 것 같았다. 누군가가 내가 잊고 있는 기억을 절대로 떠올리지 못하게 작정이라도 한듯이. 두두두두두... 이번에 내가 서 있는 곳은 어느 대로 한가운데 였다. 그 대로를 빠른 속도로 내달리고 있는 마차와 그 마차를 호위라도 하듯이 둘러싸면서 달리고 있는 말을 탄 기사들이었다.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듯 했지만 곧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검은 복면의 무리들로 인해서 빠른속도로 내달리고 있는 마차는 중간에 멈추어 서야했다. '목숨의 위협...' 검은 복면의 무리들을 보자 난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 들면서 손으로 나의 목을 쓰다듬었다. 누군가가 마치 내 목에 칼이라도 대고 있는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으니까. 검은 복면의 무리들은 마차를 호위하던 기사들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에 상당한 칼솜씨를 지니고 있는듯 했다. 마차를 호위하던 기사들은 검은 복면의 무리들에게 하나둘씩 쓰러지고 있었으며 남은 사람들도 얼마 버티지 못할것 같았다. 검은 복면의 사내들은 마치 사냥감을 몰아세우는 듯이 천천히 확실하게 마차를 포위해서 조여들고 있었지만, 그 마차에서 내린 한명의 소녀때문에 전세는 한순간 역전되어 버렸다. '리디... 판타그라 제국의 공주.' 분명히 마차에서 내린 사람은 세이츠라는 남자곁에 있었던 리디였다. 그녀는 마차에서 내리자 마자 거대한 불의 벽을 만들고는 또 다시 불의 정령을 소환해서 마차를 공격하던 검은 복면의 무리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처치해 버리는 것이었다. "대... 대단하군. 나이도 얼마 안먹은것 같은데 이정도의 마법을 사용하다니. 정령소환이라면 고위 마법인데." 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감탄하면서 나도 모르게 말했다. "어? 내가 어떻게 저것을 알지?" 나도 모르게 말하고 나니 난 저런것을 본 기억이 없고 저 마법이 정령소환인지 아닌지 알수도 없을 뿐더러 마법의 계층같은것은 아예 모르고 있었다. 난 대체 누구지? 내가 나 자신에 존재에 대해 의심을 품을 무렵 내가 서 있던 공간은 또다시 바뀌고 있었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마음대로." 계속해서 공간이 바뀌면서 알 수 없는 일을 당해서 인지 이제는 완전히 자포자기한 심정이 되었다. 이제는 당황스럽다기 보다는 그냥 이번에는 무엇을 보게 될까라고 생각하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우와. 이번에는 꽤 화려한데." 이번에 내가 나타난 곳은 어느 마차안이었다. 그 마차안에는 처음보는 청년과 리디가 앉아 있었다. "대체 뭐지? 세이츠라는 녀석은 어디가고 이런 녀석과?" 더군다나 분위기를 봐서 리디앞에 있는 청년은 리디를 꽤나 좋아하는듯 했다. 좋아한다기 보다는 완전히 푹 빠져서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듯 했다. 거기다가 더 이해가 가지 않는것은 리디는 분명히 판타그라라는 제국의 공주였는데 호위병도 없이 세이츠라는 녀석도 없이 이런 녀석과 단 둘이 이렇게 마차를 타고 있느냐였다. 캬우우우! 그때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마차의 주위로 심상치 않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마차의 양쪽 옆으로는 사람 키만한 풀숲이 있었는데 그 풀숲안에서 뭔가가 빠른 속도로 마차의 뒤를 쫓고 있는 것이었다.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리디를 바라보는 청년의 눈빛이 변했다. 창밖을 내다보면서 뭔가 잔뜩 긴장한듯 했다. "슈렌?" 리디는 앞에 앉아 있는 청년의 이름을 다정스럽게 부르면서 그가 갑자기 왜그러는지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다정스럽게 이름을 부르면서. "대체 뭐야! 이녀석은!" 리디가 슈렌이라는 녀석의 이름을 다정스럽게 부르자 내가 오히려 화가났다. 세이츠란 녀석은 어디에 두고 금방 다른남자라니! "흠...큰일났군." "리디.아마 우린 늑대들에게 공격받을지도 몰라. 하지만 놀라지 말고 절대로 창문을 열거나 마차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그런 짓은 하지마.알았지?" "알겠어요." "좋아.리디를 믿을께.그럼 30분만 참고 있어. 30분이면 마르크형님의 영지에 도착할테니." "예..." 내가 보는 앞에서 슈렌이란 녀석과 리디는 아주 다정스런 연인같은 분위기를 풀풀 풍겨내고 있었다. 도대체가 이건 무슨 짓이야! 슈렌은 리디를 안심시키는 말을 하고는 달리는 마차의 문을 열고 마부석으로 올라가서 자신의 검을 뽑아들었다. 마차 안에서는 모르고 있었지만 이미 마차는 늑대무리들의 추격을 받고 있었다. 뒤쫓아 오는 늑대들은 언듯 보기에도 보통의 늑대들이 아닌듯 했다. 아무리 마차라지만 말이 달려가고 있는 속도를 따라오는데다가 광기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눈빛까지. "크와아앙!" 마차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던 늑대중 한마리가 슈렌에게 달려들었고, 슈렌은 몸을 비틀어 피하면서 그 특대를 베어냈다. 그것으로 늑대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마차의 뒤를 쫓는 늑대들은 베어도베어도 끝이 없을 정도로 계속해서 슈렌에게 덤벼들었고, 슈렌은 늑대들의 피와 자신의 몸에 난 상처로 온 몸에 피칠을 하고 있었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리디와 심상치 않은 관계를 가진 녀석이라 생각해서 별로 탐탁치 않게 봤던 녀석이지만 이런 꼴이 돼니 조금 불쌍하긴 했다. "조금만 더 힘을 내!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슈렌은 늑대의 공격을 받을때 마다 마치 주문처럼 중얼거렸고, 마차가 가는 방향으로 희미하게 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어디선가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리면서 맹렬히 슈렌과 마차를 공격했던 늑대들은 순식간에 풀숲으로 모두숨어 버렸다. "후우..후우..도대체 왜 공격한 거지? 거기다가 저런 다이어 울프를 이끄는 리더라니 이거...후우..." 마차의 뒤를 쫓던 늑대들이 모두 사라져 버리자 슈렌은 힘이 빠진듯이 마차 지붕에 드러누우면서 늑대들이 사라진 수풀 사이를 쳐다보았다. "은빛늑대? 리디가 꿈에 나왔다고 말하던?" 슈렌이 바라본 수풀 사이에는 거대한 몸집의 은빛 늑대가 자신의 몸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서 있었고, 그것을 본 슈렌은 상당히 놀라는 듯 했다. 하지만 슈렌이 아무리 놀라봤자 나보다 더 놀랄수는 없었다. "저건 그 은빛늑대!" 그 늑대는 바로 세이츠란 녀석과 리디가 처음 만났을때 부터 있었던 바로 그 늑대였으니까. "저 늑대가 어째서?" 분명 세이츠란 사람이 데리고 다니던 늑대. 그 늑대가 세이츠를 버려두고 이곳에 있는것도 의문이지만, 세이츠의 연인이라고 보여지는 리디가 타고 있는 마차를 공격한 것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도. -XenoBlade -298- -꿈의 여행2- Written By Xeno 은빛의 커다란 늑대가 마차를 습격한 것도 잠시뿐. 다시 주변 사물은 흐르는 물처럼 금새 다른 것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결혼식?" 방금전에는 은빛의 거대한 늑대가 리디와 슈렌이라는 사람이 타고 있는 마차를 공격하는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거대한 홀안에 갖은 치장을 한 결혼식 장소였다. "설마?' 내가 마차안에서 본 광경. 슈렌이라는 남자와 리디가 연인들처럼 보였으니 그 후의 일은 뻔한일이었다. 바로 둘의 결혼식이라는 것. "세이츠라는 녀석은 대체 어디로 가고 저 둘이 결혼식을 올리는 거지? 그리고...대체 왜 내가 이런걸 봐야 하는거지?" 나의 몸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부딪히지 않은채 손쉽게 움직일 수 있었다. 하기야 처음 내가 정신이 들었을때 난 '몸'이라는 개념이 없어진 유령같은 존재였으니까. 지금은 뭐가 먼지 알수 없었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었기에 얌전히 보고만 있을뿐. "......" 홀 안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사이로 백색의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천천히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사람이 리디라는 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백색의 드레스를 입고 리디가 홀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쪽으로 모아졌지만, 난 리디가 아닌 슈렌이라는 사람의 얼굴에 시선이 고정된채 움직일 줄 몰랐다. "왠지 모르지만 저녀석 마음에 안들어. 아주."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릴때 입는 전통복장인지 슈렌은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 발게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구나 리디라는 여자의 행동역시. 슈렌은 얼굴 가득히 미소를 띄우면서 천천히 홀 안을 걷고 있는 리디에게 다가가서 손을 내밀어 그녀를 에스코트 해서 홀 안의 가장 높은곳 - 맨 끝의 사제가 있는 곳까지 함께 걸어왔다. 그러자 사람들의 환호성도 전보다 더 높아지고 슈렌과 리디를 앞에두고 있는 사제는 사랑의 서약같은걸 읽으면서 두 사람에게 축복을 내리고 있었다. "기분나빠." 분명 내가 하는 결혼식은 아니고, 더더욱 결혼식은 가장 축복받는 일중에 하나임이 분명한데 난 그런 생각이 들지 않고 있었다. 중요한 일을 하지 않고 혼자서만 행복해 지려는 이기적인 느낌.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뭔가 어긋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 결혼식 뭔가 어긋나 있어. 아니, 절대 해서는 안돼는 거야. 절대." 난 사람들의 틈에 서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슈렌과 리디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환호성을 하든, 둘이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든, 어쨋든 간에 이 결혼식은 안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왔다. 결코 이룰수 없는 무언가가 두 사람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 부터 어긋난 만난처럼. "자. 이제 두 사람 반지를 서로 교환하고 키스하십시오." 조금 시간이 흘렀다고 느낀순간 갑작스럽게 귀에 박히듯이 들린 말이었다. "반지교환? 키스?" 난 온 몸 구석구석에서 느껴져 오는 불안감과 초조감을 참을 수 없어서 나의 몸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도 잊은채 두사람쪽으로 달려갔다. 이 결혼식을 말리기 위해서. 그러나, 나의 이런 몸부림도 그들에게 아무런 제제를 가할 수 없었다. 나의 몸이 그들의 몸에 닿자 마치 환영이라도 만진듯이 그들의 몸을 지나쳐 반대쪽으로 통과해 버렸으니까. "아...안돼!" 난 거의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그들의 몸을 통과한 후에 둘을 보면서 소리쳤다. 바로 그때. 콰아앙! "....!" "멈춰! 이 결혼식은 절대로 이루어 질 수 없어!" 누군가가 홀의 문을 박차고 들어오면서 소리쳤다. 그것도 사람이 아닌 엘프였다. 가느다란 체형에 뾰족한 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엘프?" 그 엘프가 이렇게 외치고 슈렌과 리디가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가자 홀 안에 있던 경비병들이 루피에게 달려가더니 그 엘프의 앞을 가로막고 말했다. "무슨 짓입니까! 지금은 신성한 결혼식이 거행 중이오니 소란을 일으키지 말고 어서 나가주십시오!" 하지만 그 엘프는 오히려 경비병들을 화난 표정으로 노려보면서 상당히 험악한 말투로 그들을 밀쳐내고 있었다. "이봐...말로 할때 비켜!" "허참...당신이 그렇게 나온다면 저희도 무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말이 안통하는군. 이 결혼식은 무효다. 그건 바뀌지 않아. 계속 이대로 진행한다면 실력행사에 들어가겠다." "무슨...!" "신! 이녀석들은 너에게 맡긴다! 죽이지는 마!" 엘프가 홀 밖을 향해 외치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커다란 은빛 늑대 한마리가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분명히 세이츠란 사람이 데리고 다니던, 방금전에 슈렌과 리디가 탄 마차를 공격하도록 다른 늑대들을 조종한 그 은빛 늑대임이 틀림없었다. "와아악!" "꺄악!" 홀 안으로 어른의 가슴높이 정도까지 올만한 거대한 늑대가 들어서자 홀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그 엘프는 자신을 막아서는 사람들을 모두 은빛 늑대에게 맡기고는 빠른 몸놀림으로 어느새 슈렌과 리디가 있는곳까지 다가갔다. 그리고는 화가나서 싸움을 걸어온 슈렌은 마법으로 꼼짝못하게 하고는 놀란 표정으로 서있는 리디에게 소리쳤다. "리디! 넌 너만을 바라보고 있는 세이츠를 두고 이런걸 할 수 있어? 세이츠는 너때문에 죽을지도 모르는데!" 두근. 리디는 엘프의 말에 뭔가 놀란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분명히 그 엘프는 리디라는 여자에게 소리친 것이지만 마치 나에게도 호통을 친 것 처럼 온 몸에 전율이 일어나면서 가슴이 뛰는 것 같았다. "뭐지... 대체 이런 느낌은. 나 역시 중요한 것을 잊고 이렇게 있는건가? 저기 저 리디라는 여자처럼..." "이봐! 무슨짓이야! 그만해! 그만!" 엘프의 마법에 온 몸이 굳어버린 슈렌은 엘프에게 고래고래 소리질렀지만 엘프는 슈렌쪽으로는 눈길조차 주지 않으면서 소리쳤다. "조용히 해! 어차피 리디는 너와 맺어져서는 안될 사람이었어. 넌 리디의 신분이 뭔지 알기나 해?" "대충 상당한 위치의 집안 이라는 것 정도는 짐작하고 있지만." “흥.웃기지 말아! 리디는 바로 판타그라의 제 1위 왕위 계승자. 암살되었다던 제 1의 왕위 계승자인 정식으로 부르자면 리디 아틀라스 공주님이라고!" 슈렌은 엘프의 말을 듣고는 충격을 받았는지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루피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이츠...오빠." 슈렌과 리디가 말다툼을 하는 사이에 리디의 입에서 가늘게 사에츠라는 이름을 부르면서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리디!" 그리고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건가? 내가 보았던 바로 그 기억들... 슈우우욱~ "지겹지도 않냐.' 바닥에 쓰러진 리디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리고 있을때 또다시 주변 풍경이 바뀌고 있었다. 이번에 내가 서 있는 곳은 전쟁터였다. 그것도 전쟁이 끝난 곳. 여기저기 사람들의 시체가 길거리의 쓰레기처럼 쌓여 있었고, 그 가운데 리디가 누군가를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 리디가 끌어안고 있는 사람은 이미 온 몸이 피투성인채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오빠! 세이츠 오빠! 정신차려! 제발!" 문제는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은 사람이 바로 그 세이츠란 사람이라는 것이랄까. "리디..." 리디가 눈물을 흘리면서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의 눈이 힘겹게 떠지면서 피투성이가 된 그의 몸을 안고 있는 리디에게 엷게 미소지으면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오빠!" 리디는 세이츠가 아직 죽지 않고 살아서 그녀의 이르을 불러주자 울다가도 금새 기쁜지 웃음을 짓고 있었다. "......미안해...미안...네 곁에 있어주질 못해서...약속 했었는데...." "괜찮아! 앞으로 계속 계속 곁에 있어주면 되잖아! 그러니깐....그러니깐 죽지마!" 하지만 세이츠는 이미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지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세이츠의 힘겨운 말을 들을 리디는 피투성이가 된 그의 몸을 더욱 세게 끌어안으면서 오열했지만 아마 세이츠가 리디에게 한 말이 그의 마지막인것 같았다. 리디의 손을 잡고 있던 그의 손에서 힘이 빠졌는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그의 온 몸에도 힘이 빠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오빠!" 리디는 천천히 스러지는 세이츠를 안고는 어쩔줄을 모르고 울고만 있었다. "오빠! 눈좀 떠봐! 오빠! 죽지마! 죽지 말라고! 날 두고 죽지마!" 두근.두근. 리디가 울고 있는 것을 본 나역시 알수는 없지만 눈에서 눈물이 흐르면서 온 몸이 그녀와 동화된듯 힘이 빠졌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처럼. 그리고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체...왜. 어째서...!"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 제 3자의 일일텐데 어째서 나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지. 어째서 가슴이 이렇게 답답한지. 왜 이렇게 슬픈 기분이 드는지. 내가 슬픔을 느끼고 울고 있을때, 다시한번 주변 풍경이 바뀌고 있었다. "이건. 나 이건 언젠가 본 기억이..." 녹색으로 빛나는 붉은색의 검과 푸른색으로 빛나는 백색의 검. 각각 두개의 검을 들고 있는 사람이 싸우고 있었다. 녹색으로 빛나는 붉은색의 검을 들고 있는 사람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푸른색으로 빛나는 백색의 검을 들고 상대와 싸우는 사람은 바로 세이츠였다. "죽지... 않았어?" 분명 바로 전에 내가 본 것은 세이츠가 리디의 품안에서 죽은 것이었다. 그것도 완전히 숨이 끊어진채 절대로 살아날 수 없는 완혁한 죽음이었다. "대체 어떻게?" 내가 그렇게 의문을 품고 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을때 녹색으로 빛나는 붉은색의 검을 들고 있는 남자가 세이츠와 싸우던 중에 뒤쪽으로 달려갔다. "리디?" 그 남자가 달려가는 방향으로 리디가 서 있었고, 내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그 남자는 들고 있던 검으로 리디의 복부를 찔렀다. "안 돼! 이 비열한 자식!" 그 광경을 본 세이츠는 거의 절규에 가까울 정도로 소리치면서 그쪽으로 뛰어갔지만 리디의 복부를 지른 남자는 비열한 웃음을 흘리면서 리디를 버려두고 도망친 후였다. "나 괜찮아. 이정도쯤으로 죽지는..." 리디는 자신을 내려다보면서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세이츠를 바라보면서 오히려 그를 안심시켜 주려 하고 있었다. "말하지 마!" "괜찮아 이 정도는… 걱정하지 말아..." "말하지 말라니까!" 세이츠는 힘겹게 말하면서 자신을 안심시켜 주려는 리디에게 소리치면서 녹색으로 빛나는 붉은색의 검을 들고 있는 남자가 찌른 리디의 복부에 손을 가져다 대고 알수는 없지만 아마 세이츠가 가지고 있는 마법중 최고라 여겨지는 치료마법을 시전했다. "하아. 하아..." 세이츠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힘을 다해 리디를 치료하자 거칠고 힘들었던 리디의 숨소리가 점점 펴온을 되찾고 있었다. 세이츠는 그런 리디의 모습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힘겹게 일어나 축 늘어진 리디를 업으려고 했다. 그런데, 세이츠나 나나 생각지도 않은 엄청난 일이 생겨버렸다. 리디의 몸이 검은 기류에 휩싸이더니 금방 눈을 뜬 것이었다. 그것도 핏빛의 눈동자를 가지고. "뭐...뭐지?" "왜그래! 리디! 정신차려!" "꺼져라 귀찮은 인간!" 세이츠가 갑작스런 리디의 변화에 당황해서 그녀의 어깨를 쥐고는 이름을 불렀지만, 리디의 입에서는 도저히 그녀의 목소리라고 할 수 없는 거친 소리가 나오면서 리디의 어깨를 잡고 있는 세이츠를 후려쳤다. 불의의 일격을 맞은 세이츠는 뒤로 날아가면서 벽에 쳐박혔지만, 다행이 큰 상처는 입지 않은듯 했다. 문제는 이상하게 변한 리디였다. "큭큭큭.좋군.인간의 몸이란..." "넌...넌.대체 뭐냐!" 세이츠가 이상하게 변한 리디에게 소리치자 핏빛의 눈동자를 가진 리디가 세이츠를 돌아보더니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오호. 아직 일어설 기운이 남았나? 인간 치고는 제법 좋은 몸을 가졌군. 나의 이름은 네르갈. 대 마왕군의 수장중 한명이다." "마왕군?" "큭큭큭.너희들이 악마라 부르는 존재가 바로 나다." "악마?" 악마..라니? 도대체 어떻게 해서 리디의 몸속에 악마가 들어있는 거지? 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세이츠를 이렇게 만났는제 갑작스럽게 악마가 몸을 차지해 버렸다니. 그 이후에도 세이츠와 리디의 몸을 차지한 악마가 뭐라고 하면서 싸움을 했지만 그것을 듣고 볼 수는 없었다. 머릿속에 온통 엉킨것 처럼 복잡해지고 몸이 떨려왔기 때문이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오한이랄까.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네르갈이라고 이름을 밝힌 악마가 리디의 몸에서 빛나는 구체 - 분명히 영혼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 를 빼들고는 세이츠에게 상처를 입어서 사라지는 장면이었다. 우우웅. "우욱..." 그리고 이것을 끝으로 다시한번 주변의 풍경이 바뀌고 있었다. 이번에 바뀐곳은 아무것도 없는 암흑의 세상이었다. 느껴지지않고, 보이지도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도 않는 암흑. "뭐...뭐야?" 난 당황해서 소리쳤지만 들려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발을 움직여도 내가 땅을 밟고 서있는지 허공에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우웅. "!" 그 순간 내 눈앞에 빛무리가 모여들더니 곧 반쯤 투명한 사람으로 변했다. 그것도 내가 익히 알던 모습으로. "리디?" -네. "어? 당신 내 말이 들리는 거야? 내가 보이고?" -그래요. 눈 앞에 나타난 리디. 그녀도 몸이 반쯤 투명한 상태이고 희뿌옇게 보이는 것을 보니 혹시 유령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도 유령? 나와 같은거야?" -아닙니다. 전 당신 자신. "뭐?" -전 당신을 비추는 거울. 당신의 또 다른 모습. 감추어진 모습. 당신이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담고 있는 영혼의 기억. "뭐...라고? 그 말은... 지금?" 난 내 앞에 나타난 리디의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분명 나 자신,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다. 즉 간단하게 말하자면. "설마. 내가 리디?" ...라는 것이었다. -XenoBlade -299- -꿈의 여행3- Written By Xeno -네. 저는 당신의 모습이니까. "말도안돼! 그런..." 난 믿을수 없었다. 믿을수도 없을뿐더러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면서 보아온 모든 것들이 내 기억에는 없지만 내가 했던 일들이란 말이야! 내가 제 3자의 입장에서 보고 비웃었던 여자가 바로 나라니. "난 저런 기억따위는 가진적이 없다고!" -무리도 아닙니다. 당신이 이곳 마계로 넘어올때 그 전의 기억은 모두 봉인돼어서 따로 떨어져 나갔으니. 지금의 인격은 이곳 마계에서 형성된 것입니다. "마계?" 내 앞에 있는 리디 - 또 다른 나라고 할수 있는 존재에게서 그 말을 듣고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마계라는것이 정말로 있는지 없는지 알 바 아니었지만, 나의 인격이 마계에서 형성되었다는 말은 내가 마계란 곳에서 살았다는 소리였다. 마족이나 악마들이 산다던. "마계라니 무슨 소리야! 내가 그런곳에서 살았을리 없잖아! 마계란 곳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고!" -틀립니다. 마계란 곳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틀려?" -이곳 마계에서 당신의 인격이 새로 만들어지는 동안 전 한쪽에 봉인되어 있었지만, 아예 암흑속에서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동안 이곳에서의 일들을 지금의 몸을 통해 모두 듣고, 보고 있었으니까. "으윽." 내 앞에 유령처럼 떠 있는 또 다른 나는 눈하나 깜박하지 않고 진지한 표정으로 조용히 말하고 있었다. 차라리 가벼운 남자가 장난치듯이 떠들어 댄다면 인정하지 않고 장난이라고 여길수도 있었지만, 내 앞에 있는 리디는 진지했다. 거짓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표정으로, 너무나도 진지했다. 사실이 아니더라도 마치 사실이라고 믿어버릴 만큼. -하지만. "하지만?" -엄연히 따지자면 지금의 당신과 저는 같은 존재라고 볼 수는 없겠군요. "뭐?" 대체 내 앞에 나타난 또 다른 나... 리디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히 그녀는 나 자신이고 또 다른 나의 모습이라고 했지만, 같은존재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은 또 무슨소리인지. -당신이 가지고 있는 몸은 저의 몸이 아니니까. 그것은 마계의 몸. 저의 진짜 몸은 이 마계가 아닌 중간계에 있습니다. 흔히들 물질계라고도 부르는 곳에. 그래서 이 몸의 주인은 당신. 저의 존재를 말하자면 당신의 심장같은 것이랄까요. "심장?" -지금 이 마계에서 당신의 몸을 이루고 있는 것은 모두 다 저의 기억과 옛 모습에서 나온것이죠. "그래서?" 난 내 앞에 있는 리디에게 물으면서 마른침을 삼켰다. 뭔가 기분 나쁜 느낌이 온 몸에 전해져 왔지만, 어차피 내가 겪게될 현실. 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만약 저의 영혼과 지금 당신의 몸과 떨어지게 된다면... "....." -지금의 당신은 소멸됩니다. 육체와 더불어 이 곳 마계에서 생성된 인격까지. "으윽." 역시나 불길한 예감은 누구나 거의 틀리는 법이 없다는 소리가 맞는것 같았다. 내가 죽는다? 아니, 소멸되어 버린다고? "시...싫어! 그럴수는 없어! 난 죽기싫어! 소멸되기 싫어!" -그럴수 밖에 없어요. 미안해요....전... 아니 난... 세이츠 오빠에게...돌아가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어?" 난 살고싶다는 생각에, 소멸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뒷걸음질 치면서 내 앞에 유령처럼 떠 있는 리디에게 소리쳤지만, 오히려 그녀는 고개를 떨구면서 흐느끼고 있었다. 방금전까지만 하더라도 마치 나를 금방이라고 소멸시킬 것 처럼 말하더니. 이렇게 되자 오히려 내가 당황스러웠다. -당신도 봤겠죠? 세이츠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으응. 좋은사람 같았어." -전 그사람에게 너무나 큰 고통과 아픔, 슬픔을 안겨 줬어요. 게다가 지금처럼 살아있지도, 죽은상태로 아닌 이런 상태로 있는 저를 찾아 목숨을 걸고 마계까지 와서도 상처를 입고 싸우고 있었어요. 차라리 그때 완전히 죽어 버렸다면...세이츠 오빠가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저를 위해서. 언제나... 언제나.... 그런 식으로.... 리디는 고개를 살짝 들어 나에게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몸이 반쯤 투명한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볼을 타고 내려오자 조금 이상했지만, 그녀의 슬픔은 나와도 공유되는지 나까지 눈물이 나려고 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처음 리디가 눈 앞에 나타났을때 - 뭐 지금은 나도 리디라고 할 수 있지만 그건 제쳐두고라도 - 는 마치 그녀가 나의 잃어버린 기억이나 아니면 과거쯤 되는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니까 그녀와 난 전혀 다른 존재같았다. 처음부터 융합되지 않는 그런존재 같았다. 그렇다면 그녀는 나와 전혀 별개의 존재라는 소리인데. "저.리디." -..... "당신이 나의 몸에서 빠져나가면 정말로 나 소멸되어 버리는 걸까?" -아마도. "하지만 내가 생각해 보니 지금의 나와 당신은 전혀 별개의 존재같은데?" -하지만 몸은 공유하고 있죠. 저의 영혼이 없어져 버리면 그걸로 끝이되어 버리는 몸을. 나의 힘으로는 그녀가 마계에 존재하고 있다는 나의 몸을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모든것은 그녀의 자유의지였다. 난 그저 지켜보다가 소멸되는 것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형수 같은 존재에 불과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만약에 지금의 몸에서 그냥 빠져나갈 수 있었다면, 무엇때문에 과거의 영상을 나에게 보여주고 내눈앞에 나타난 것이었을까. "저기. 리디. 지금 그냥 마계에 있다는 나의 몸에서 빠져나가버리면 그만이라면서 무엇하러 굳이 내 앞에 모습을 나타낸거지?" -제 손으로 당신이라는 존재를 지워야지만 저의 존재가 확실히 나타날 수 있으니까요... "윽." 확실히 듣고보니 그럴만도 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완전히 영혼끼리의 싸움이겠군. -평소의 당신이라면 제가 절대로 건드릴 수도 없는 강한존재이겠지만, 세이츠 오빠가 당신의 몸에 마법을 걸었어요. 저의 존재가, 이 곳 마계의 몸속에 존재하고 있는 저의 기억과 영혼이 강해지도록. "그..렇군. 그럼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난 조금의 희망이라도 있을까 해서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지만 리디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기야 그녀도 이런일을 몇번이나 겪은것도 아니고 나와 같은 상태이니 알리가 없었지. 단지 그녀가 알고 있는것이라고는 그녀의 영혼이 지금 이 마계에서 존재하고 있는 나의 몸에서 빠져나가면 '나'라는 인격이 소멸되어 버린다는 것 정도였으니까. "만약 리디 당신의 영혼이 원래 이곳 세계가 아닌 중간계라는 곳에 있었다면, 이 마계까지 와서 이 몸을 만들은 존재라면 가능하지 않아?" 그러나 방법은 찾으면 나오게 마련이다. 거의 실현될 가능성이 없는 방법일지라도. -그러고 보니. 분명히 세이츠 오빠가... 만났었어요. 이 세계의 군주라는 존재를. 세이츠 오빠가 이곳까지 와서 저를 찾았을때 당신이 기절하고 있어서 몰랐겠지만, 전 몸을 유지하고 있는 정신체였으니 몸을 통해서 볼 수는 없었어도 들을 수는 있었죠. 그리고 그 방법의 해결책은 의외로 쉽게 발견할지도 모르는 법이었고. "그럼, 세이츠 오빠란 사람을 다시 만난다면 쉽게 해결될지도 모르겠네." -그럴지도...세이츠 오빠는 분명히 제의 존재를 느끼게 되면 언제라도 올게 틀림없으니까요. 리디는 왠지 자신없는듯이 말했지만, 방법이 있는것이라도 감사히 생각해야 했다. 아예 없는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있는 것이 희망적이었으니까. 아예 없으면 없다는 것 자체로 절망적이었지만, 이루기는 힘들지만 방법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절망이라는 것보다 희망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후우.그래. 그럼 내가 몇가지 물어봐도 돼?" -? 그리고 그 희망을 위해서라면 희박한 가능성이나마 도박을 걸 수 있었다. 최소한 난 나의 존재가 세상에서 소멸되어 버린다는 것은 원하지 않았으니까. "내가 허락한다면, 그러니까 나도 몰라서 자세하게 말은 못하겠는데 내가 모든것을 허락한다고 밖에 표현을 못하겠어. 하여간 그렇게 된다면 지금 당신이 마계에 있다는 나의 몸을 자신의 몸처럼 쓸 수 있지 않아?" 리디는 나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리디도 뭔가를 깨달았는지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짐작했겠지만, 난 소멸되고 싶지 않아. 나의 존재가 뭐든간에. 그걸 위해서라면 이 세계의 군주라는 존재를 다시 만나야겠지. 그 군주를 만나기 위해서는 세이츠 오빠라는 사람이 필요해. 그렇게 한다면 분명히 무슨 방법이 있겠지? 나와 네가 서로 상처를 주지 않고 다른존재로 분리될 수 있는...." -분명히.... "약속해 줄 수 있어? 리디 당신이 마계에 있다는 나의 몸을 가진다는 뜻은, 내가 당신이 지금까지 나의 몸속에서 있던 존재처럼 되어 버린다는 소리잖아? 나에겐 아무런 권한이 없는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존재로." -약속해요. 저의 영혼을 걸고. "좋아." 나의 말에 리디는 아직도 눈물자국이 선명한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아까까지 본 영상 - 분명 리디가 중간계에서 겪었던 그 영상을 보지 않았더라면 선뜻 이렇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을 것이었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내가 본 리디라는 여자의 영상을 본 후의 느낌은 약속을 깨거나 사람을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그런 사람이었다. "그럼 시작할까. 리디. 또 다른 나." 난 심호흡을 한번 한 뒤에 유령처럼 내 앞에 떠 있는 리디에게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나의 존재 자체를 놓고 행하는 거대한 도박이었다. 내가 리디에게 웃으면서 말하자 그녀는 고개르 끄덕이면서 내쪽으로 소리도 없이 순식간에 이동해 왔다. 그리고 처음부터 나의 몸에서 분리가 된 듯이 서서히 나의 몸과 겹쳐지고 있었다. "으윽..." 리디가 나의 몸에 겹쳐지기 시작하자 마치 물속에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지고 있었다. 머릿속까지 몽롱해지면서 나의 몸이 허공에서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머릿속이 몽롱해지면서 정신이 아득해지고 난 후에 시간이 지나자 점점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머릿속이 아득해져서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사물도 제대로 보이고 있었다. -헉! 정신이 들자마자 난 헛바람을 들이켰다. 눈 앞에 나신으로 서 있는 여자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방금전까지 나의 모습이었다. 난 그것을 보고는 서둘러 나의 몸을 쳐다보았다. 예상대로 아까 내가 리디를 봤을때 처럼 유령처럼 반쯤 투명한 몸으로 변해있었다. "괜찮나요?" 내 앞에 서 있는 리디는 내가 헛바람을 들이키면서 놀라자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아. 아니 괜찮아. 갑자기 몸이 바뀌어서 잠시 놀랐을 뿐. "다행이군요. 그럼 전." -응. "약속은 꼭 지키겠습니다. 저의 모든것을 걸고서라도." -아아... 부탁할께. 당신의 나의 모든 희망이니까. "예." 리디는 나에게 살짝 미소짓더니 몸이 점점 흐릿하게 변하고 있었다. 이제 더이상 이곳 - 어딘지 확실히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 정신세계 같은 곳이 뻔했다 - 에 있을 필요가 없었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이상 이곳에서 머무를 수 없겠지. -약속은...꼭. 난 죽고 싶지 않아.... 소멸되고 싶지 않아... 리디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져 버리자 아까 유령같이 반투명한 상태에서 리디가 울었던것 처럼 나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나왔다. 과연 난 소멸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마스터." "흠. 나도 느꼈다." 세이츠 허름한 방안에서 창밖에 보이고 있는 반쯤 폐허가 된 세크네즈의 왕성을 보고 있다가, 다가와서 자신의 이르을 부르는 녹색 단발머리의 미청년 - 마계의 그린 드래곤인 그라테를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어떻게 할까요?" "가야겠지. 그녀를 맞으러. 다른 두녀석에게도 준비를 하도록 말하라." "알겠습니다.마스터." 세이츠는 차분한 어조로 그라테에게 명령했고, 그는 고개를 숙이고는 세이츠가 있는 방안에서 나갔다. 그라테가 방에서 나가자 세이츠는 혼자서 킥킥대면서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웃음은 그칠줄을 몰랐지만, 세이츠의 눈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킥킥킥... 드디어. 드디어... 다시..." 우지직. 뿌득. 세이츠가 눈물을 흘리면서 창가의 난간을 너무 세게 잡았는지 나무로 된 틀이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틀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세이츠의 귀에는 그런 소리는 아예 들리지도 않는 듯 했다. 그저 난간이 부숴지던 말던 반쯤 파괴된 성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리디. 조금만 기다려. 금방 맞으러 간다. 금방. 오랫동안 기다렸어....오랫동안..." "공주님이 깨어나셨다!" "리디 공주님이 깨어나셨다! 어서 국왕 폐하를 모셔와! 리디 공주님이 깨어나셨다!" 세크네즈의 왕성은 그야말로 난리통이었다. 세이츠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를 잘못 건드려서 왕성 전체 건물의 절반이나 되는 곳이 파괴되어 버리고, 왕성에 있는 마법사는 궁정마법사인 라피네클을 제외하고는 전멸. 게다가 기사단도 거의 괴멸상태였었다. 모두 리디공주를 지키기 위해서 치른 댓가였다. 그런데 그 리디 공주가 세이츠라는 존재를 라피네클이 힘들게 소환한 드래곤이 처치한 바로 그날 자신의 방으로 쉰다고 올라가서 거의 20일이 지나도록 깨어나지 않다가 지금에서야 깨어난 것이었다. 20일 동안이니 깨어나지 않아 아무것도 먹지도 못하고 있었으니 그녀의 몸이 이상이 생긴다거나 너무 약해진다거나 하는 걸 막기 위해서 그녀가 누워있는 침실에는 항상 사제가 대기하고 있었지만, 리디의 몸은 20일동안 어떤 변화도 없었고, 약해지지도 않았다. 그저 평온한 얼굴로 자고있기만 했을 뿐. "리디가 깨어났다고!" 세크네즈의 국왕인 게리언은 파괴된 왕궁의 복구와 그에 따른 국정을 처리하느라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지만, 리디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모든일을 팽개쳐 버린채 리디의 방으로 달려갔다. 게리언을 호위하던 호위기사들은 게리언의 이런 허둥되는 모습은 이번으로 딱 두번째 보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두번모두 리디 공주와 관련된 일이었으니 이미 호위기사들 사이에서는 게리언의 이런 모습이 알게모르게 소문이 퍼져 있었다.게리언 국왕이 뛰는 날은 무조건 리디 공주에게 어떤 일이 생긴 것이라고. 좋던 나쁘던 간에. "리디야!" 콰당! 게리언은 리디의 방까지 순식간에 달려가서 방문이 박살날 정도로 거칠게 열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리디의 방안은 왕궁 수석 마법사인 라피네클을 비롯해서 리디의 몸 상태를 봐주던 사제들과 리디의 시녀들을 비롯한 호위기사들까지 빽빽히 모여있었다. 게리언이 리디의 방안으로 들어가서 모여있던 사람들이 게리언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다들 옆으로 물러섰다. "오오! 정말로 깨어났구나 리디! 몸은 괜찮은거냐?" 게리언은 리디가 누워있던 침대에 가까이 다가가서 리디에게 손을 뻗으면서 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려고 했지만, 리디는 그런 게리언에게 겁을 먹었는지 창백한 얼굴로 몸을 움츠리면서 그의 손을 피했다. "...리디야? 왜그러느냐? 나다 게리언 숙부. 어디가 아픈게냐?" 게리언은 리디가 자신의 손을 피하자 조금은 놀란듯이 리디에게 물었지만, 대답은 게리언의 뒷쪽에 서 있던 사제가 대신 해주었다. "폐하. 지금 리디 공주님의 상태는 좋지 않습니다." "대체 무슨 일인가! 저 아이가 저렇게 겁을 먹고 있다니!" "그것이... 리디 공주님에게 어떤일이 일어났는지 알수는 없지만 성격이 바뀌시고 이곳에 있는 모든사람들을 겁내고 있는 듯 합니다. 마치 무언가에게 시달린듯한." 게리언의 호통에 사제는 머뭇거리다가 힘들게 그에게 말했다. "뭐야! 그럼 지금 리디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란건가!" "그렇습니다." "이런! 하루빨리 리디의 치료하게! 알겠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폐하." "최선이 아니다! 반드시다!" "알겠습니다. 폐하." 게리언은 리디의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말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면서 리디의 몸을 돌보고 있던 사제에게 호통을 치면서 명령했다. 그리고는 겁에 질려있는 리디를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불쌍한것. 하기야 그 난리통을 겪었으니 그럴만도 하지. 어서 빨리 밝은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구나. 숙부는 이만 가마. 나중에 다시 오마. 불쌍한 것..." 게리언은 창백한 얼굴로 사람들을 보고 있는 리디를 한번 쳐다보고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눈짓하면서 리디의 방을 나갔다. 게리언이 리디의 방을 나가자 지금까지 방안에 있던 사람들도 사제 한 사람만을 남기고는 모두 나가버렸다. 세크네즈의 국왕인 게리언이 비록 눈짓으로 바깥으로 나가라고 했지만 그것을 어길 간큰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상당히 북적거렸던 리디의 방안에 리디와 사제 단 둘만 남게되자 그제서야 리디도 조금은 안정을 되찾은듯 얼굴을 무릎에 파붙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세이츠 오빠...빨리와...무서워...그리고....보고....싶어..." 그리고는 방안에 있는 사제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XenoBlade -300- -가장 소중한 것1- Written By Xeno "준비는?" "완료했습니다." 지금은 밤. 그것도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어두운 밤이었다. 내가 이 곳에 와서 처음 보았던 달들은 모두 어둠속에 먹혀 버렸는지 그 아름다운 빛은 존재하지 않고 어둠만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번에는 파괴적인 행위를 금한다. 하지만 리디의 신상에 위해를 가한다던가 혹은 죽기 살기로 덤비는 녀석들에게 대해서는 공격을 허용하겠다. 그들의 목숨에 대한 결정은 알아서 판단하도록." "알겠습니다 마스터." "리디의 방에 공간이동 한다. 내가 리디를 깨워서 데려올동안 적을 막거나, 혹은 그 방안에 있는 적을 제압하도록." 난 세마리의 드래곤들에게 명령하고는 그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나의 신호를 받자마자 블랙 드래곤인 리니어스가 리디의 방으로 순식간에 공간이동을 했고, 조용히 소리도 없이 나를 비롯한 3마리의 드래곤은 리디의 방안에 나타났다. 나와 드래곤 3마리 -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조금 특이한 기운을 풍기는 사람정도겠지만 - 가 갑작스럽게 리디의 방안에 나타나자 리디의 방에 있던 한명의 사제가 눈을 치켜 뜨고는 문밖에 있는 병사들을 향해 소리치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도에 불과했을뿐 이루어 지지는 못했다. 내 뒤에 있던 아모프가 마법으로 순식간에 그의 머리와 몸통을 분리시켜 버렸으니까. "방안에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라. 그리고 혹시 모르니 적의 공격에 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마스터." 난 순식간에 목과 몸이 분리되면서 바닥에 피를 흥건하게 적시고 있는 사제의 시체를 인상을 한번 구기면서 쳐다보았다. 리디가 이런것을 보면 그다지 좋을것은 없다는 생각때문이었다. 드래곤이라서 그런지 '인간'이란 존재를 마치 우리가 벌레를 보는 것 정도 밖에 보지 않았으니 그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리디..." 리디가 있는 방안은 바깥에는 완전한 암흑의 세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돈을 투자해서 만든 왕성이라서 그런지 마법적으로 천정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적당한 밝기를 지니고 있어서 특별히 마법으로 빛을 만들지 않아도 내부가 훤히 보여서 리디의 자는 모습도 똑똑히 보이고 있었다. 리디의 모습에 손만 뻗으면 다을 정도의 거리에 보이자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진정되지 않았다. 지금 저 침대에서 자고 있는 리디는 이곳에 와서 내가 봤던 그 리디가 아니라, 예전 나에 대한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는 어릴때부터 죽 같이 지내온 리디였으니까. "후우." 리디가 자고 있는 침대로 걸어가서 바로 그녀의 머리쪽에 서서 그녀를 깨우기 위해 손을 뻗었다. 이제 리디를 데리고 이 지긋지긋한 곳을 벗어나면 일단 마계에서의 볼일은 모두 끝나는 셈이었다. 그 엄청난 시간동안 고생한 것이 마침내 결실을 이루게 되는 셈이었다. 파치칭! "큭!" 그러나 내가 온 정신이 리디에게 팔려 있어서 그런지 침대에 걸려있는 방어마법을 눈치채지 못했다. 아마도 그들이 생각하기엔 리디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판단하에 혹시라도 있을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 같았다. "제길!" 난 리디에게 뻗던 손에서 통증을 느끼고는 반사적으로 손을 뒤로 뺐지만 그정도의 통증은 나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단지 순간적으로 놀랐을 뿐. 하지만 문제는 이런 마법을 설치해 놨으면 마법이 발동된다거나 깨진다거나 하는 일이 일어나면 자동적으로 그 시전자나 다른 마법 물품을 통해서 리디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점이었다. "내가 리디를 깨울때 까지 이 방으로 단 한명도 못들어오게 하라. 적과 대치했을때 상황에 따른 권한은 아까 말한대로 모두 위임하겠다. 너희들이 지킬것은 단 하나 이 방안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만 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짧은 시간내에 분명 수많은 사람들이 이 방안으로 몰려올 것이라 예상하고 드래곤들에게 명령했다. 드래곤들은 나의 이번 명령이 꽤나 마음에 드는지 미소까지 띄우면서 대답하고는 리디의 방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드래곤들이 바깥으로 나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방문 너머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저녀석들... 아예 이성을 초토화 시키려고 작정했나? 며칠이나 지났다고 엄청 쌓인 모양이군." 난 신이나서 나간 셋의 드래곤들을 떠올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사실 드래곤들이 인간에게 복종하면서 행동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엄청난 정신적 고통일지도 모랐으니까. 지금 이유야 어찌되었건 그들은 나의 부하이고 그들이 있는 한 난 절대 방해받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이곳에 있는 그 누구라도 셋이나 되는 드래곤들을 물리치고 이곳으로 올수는 없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이곳을 만든 마계의 군주인 디파르큐 정도랄까. "리디. 일어나." 금방 나의 손에 통증을 느끼게 했던 마법은 1회용인지 다시 리디에게 손을 뻗어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차피 마법이 나를 막았어도 그냥 그 마법을 몸으로 부딪혀서 깨버릴 생각이었으니 큰 걸림돌은 돼지 않았지만. "리디." 난 리디의 이름은 조용히 부르면서 그녀의 볼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으응..." 리디는 누군가가 침대에 걸터앉아서 자신의 볼을 만지자 잠에서 깼는지 몸을 뒤척이면서 힘겹게 눈을 뜨다가 자신의 볼을 누군가가 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깜짝놀라서 몸을 뒤로 피하면서 소리쳤다. "누....누구야!" "오랫만이구나. 리디. 보고 싶었어." 리디가 놀라서 나에게 소리쳤지만, 그것은 나를 보고 놀란것이 아니라 자고 있던 리디가 다른 사람이 자신의 볼을 만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서 그러는 것일뿐. 난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는 리디에게 조금 더 다가가서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세이츠...오빠?" "응." "정말....로?" "그래." "으흑..." 리디는 나의 목소리를 듣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재차 물어왔다. 자다가 일어나서 그런지 혹시 지금 일이 꿈이 아닐까 확인하는 것 같았다. 마치 어린아이 처럼. 난 리디가 나에게 물을때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에게 대답했고, 나의 대답을 들은 그녀는 곧 울음을 터뜨리면서 나에게 안겨왔다. "세이츠 오빠!" 난 울면서 안겨드는 리디를 품안에 꼭 안은채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이렇게 안아보는게 얼마만일까. 이젠 기억도 나지 않았다. 너무나 오래된 일이라서. "이제 걱정하지 말아. 내가 지켜줄께." "흐윽..흑흑..." 리디는 나의 품에 안겨서 울음을 그칠줄을 몰랐고, 난 그런 리디의 몸을 그저 꼭 안아주고만 있었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어떤 말도 필요없었다. 단지 서로의 체온을 느끼면서, 서로의 심장 소리를 들으면서 안정되고 있었다. 말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이었으니까. "리디. 이제 가볼까. 이 지긋지긋한 곳을 나가야지? 여긴 우리들이 있을곳이 아니니까." 리디의 울음소리가 점점 그치면서 고른 숨소리가 들릴때쯤 되었을때 품에 안긴 리디의 머리를 쓸어내리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응." -돌아간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라. 난 리디를 침대에 반쯤 누워있는 상태 그대로 양손으로 안아들고는 리디의 방 바깥에서 적들과 싸우고 있는 드래곤들을 불렀다. 세마리의 드래곤들은 리디의 방앞을 지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성안을 헤집고 다녔는지 그들의 반응이 이곳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느껴졌기 때문에 그냥 부를 수도 없어서 그들의 머릿속에 직접 말을 들려줘야 할 정도였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한창 신나게 때려부수고 난리를 피우던 드래곤들은 내가 부르자 조금은 불만인듯이 대답하면서 공간이동으로 금방 내 앞에 나타났다. 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으로 폴리모프하면 인간과 거의 비슷한지 셋의 드래곤들은 약간 흥분한듯 얼굴이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꽤나 난리를 피웠군. 난 단지 막으라고 했을뿐인데. 뭐 나와 상관은 없지만." "마스터. 어디로 돌아가실 겁니까?" 드래곤 중 하나가 내가 어디로 갈 것인지 물었다. 리디를 데리러 오기전에 내가 있었던 곳은 이 세크네즈의 안이었기 때문에 언제 발각될지 모르니 가능한 먼 곳으로 이동하는 편이 좋았다. "흠. 어디가 좋을까. 사람들이 별로 없는 한적한 곳이 좋은데..." 내가 어디로 갈것인지 한동안 생각하다가 떠오른 곳은 다름 아닌 드래곤의 레어였다. 그곳이라면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쫓아 오지 못할 아주 안전한 곳이었다. 이곳 사람들에게 드래곤이란 존재는 절대적이었으니까. 만약 드래곤 레어를 찾아서 쫓아온다 하더라도 드래곤의 레어 근처는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는 곳이었기 때문에 쉽사리 몬스터들을 뚫고 레어까지 도달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일단 이곳과 멀리 떨어진 곳. 여기있는 녀석들이 귀찮게 굴지 않을 그런 곳이면 좋겠군. 흠. 생각해보니 너희들 레어가 있겠지? 셋중에서 가장 오래 산 녀석이 누군가?" "그건..." 내가 셋의 드래곤들을 쳐다보면서 묻자 셋의 드래곤은 뜨끔하는 표정을 짓더니 나머지 둘의 드래곤이 고개를 돌려서 블루 드래곤인 아모프를 쳐다보았다. 이런 경우에는 볼것도 없었다. 당연히 지목된 녀석이 가장 나이가 많은 드래곤이라는 것이었으니까. "아모프. 너의 레어로 이동한다." 내가 아모프를 쳐다보면서 말하자 아모프는 그야말로 죽을것 같은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았던 둘의 드래곤을 한번 흘겨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우우웅~ 아모프가 대답을 하고는 고개를 숙이자 나와 드래곤들 사이에 마나가 움직이면서 마법진이 생겨났다. 이번 공간이동은 아모프뿐만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리디와 다른 드래곤들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법진까지 사용하는것이군....이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어헛!" 바닥에 생긴 마법진은 원래부터 이 방안에 그려진 다른 마법진과의 통로가 되는 그런 마법진이었고, 그 마법진을 통해 나타난 사람은 다름아닌 라피네클이었다. 라피네클이 나타나자마자 헛바람을 들이키면서 마법진 가까이에 서 있던 셋의 드래곤을 피해서 그들의 공격을 대비하며 몸을 피했다. 몸을 피하긴 했지만, 리디를 안고 있는 내쪽으로 물러서고 있었다. 아마 세크네즈의 왕이 리디를 지키라고 급히 보낸것 같았다. 그래서 마법진에서 나타나자 마자 방어자세를 취하면서 리디의 침대쪽으로 움직인 것이겠고. "너희들은 누구냐! 누군데 감히 이 세크네즈의 왕성에 침입해서 병사들을 죽이고 리디 공주님의 침실에 있는거지?" 라피네클은 미리 마법 주문을 캐스팅하고 왔는지 양손에 각각 빛을 내뿜으면서 셋의 드래곤들을 보며 소리쳤다. 셋의 드래곤들은 갑자기 나타난 라피네클이 자신들에게 잔뜩 위협을 하면서 금방이라도 마법을 써서 덤벼들것 같은 행동을 하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쪽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할까요 마스터?" "헛!" 아모프가 라피네클을 잠시 어이없고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라피네클의 뒷쪽에 서 있는 나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그러자 라피네클은 자신의 등 뒤에도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놀랐는지 벽쪽으로 날렵하게 몸을 붙이면서 다시 방어자세를 취했다. "너희들에게 맡기겠다." "당신은...!" 라피네클은 벽에 몸을 붙이고는 나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거의 경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네녀석도 정말 질긴 목숨이군. 안그런가? 내 손으로 끝내주고 싶지만 지금은 보다시피 바빠서 말이야." "리디 공주님!" 거기다가 내가 리디를 안고 있으니 그 경기는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당신 리디 공주님에게 무슨 짓을!" "무슨짓? 난 리디를 데리러 왔다. 이제 리디는 당신들이 알고있던 예전의 리디가 아니거든. 내가 알고 있던 리디니까." "리디 공주님을...!" 라피네클은 리디를 안고 있는 나를 보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그것도 얼마 못갈것 같았다. 조용히 이 광경을 쳐다보고 있던 드래곤들이 마치 유령처럼 라피네클에게 다가서고 있었으니까. "큿! 감히! 체인 라이트닝!" 라피네클은 소리도 없이 움직이고 있는 셋의 드래곤들에게 마법을 사용했지만, 아무리 인간의 모습이라 할지라도 드래곤은 드래곤. 마법이 제대로 먹힐리가 없었다. 셋의 드래곤들은 가볍게 라피네클의 마법을 튕겨내고는 그에게 다가서서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커헉." "어리석구나 인간. 감히 우리에게 덤빌 생각을 하다니. 오지 않았다면 목숨이라도 보전했을것을. " "다...당신들은 누..구...?" "역시 인간들은 겉모습에만 현혹되는 존재인가? 쿡쿡쿡." 아모프는 라피네클의 목을 움켜쥔채 계속 숨기고 있는 드래곤의 마력을 방출했다. 엄청난 마나가 한순간에 방출되자 방안의 공기는 삽시간에 무거운 것이 짓누르는 듯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라피네클은 아모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마나를 느끼고는 입을 벌린채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마법사라면 이정도의 마력을 가진 존재가 무엇인지 모른다면 그건 마법사가 아니었으니까. "으음." 라피네클이 얼굴이 하얗게 질린채 괴로워 하고 있을때, 내가 안고 있던 리디도 괴로운지 작게 신음소리를 냈다. "아모프 장난은 그만둬라. 더이상 마력을 방출한다면 내가 제제를 가하겠다." 난 아모프가 방출하는 마력때문에 괴로워하는 리디를 내려다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경고했다. 아모프는 내가 상당히 기분이 나빠진듯이 말하자 금새 얼굴이 핼쓱해지면서 방출했던 마력을 다시 거두어 들이고 라피네클을 방 한쪽으로 내동댕이 쳤다. "너희들에게 몇가지 일러두겠어. 리디가 있는 곳에서는 내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드래곤일때의 마력 방출을 금한다. 더불어 살인도 금한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마스터." "만약 이것을 어길 시에는....네녀석들이 드래곤 하트를 박살내주겠어." "꿀꺽." 난 리디가 느끼지 못하도록 셋의 드래곤들만 살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면서 낮은 음성으로 또박또박 말해주었다. 그러자 셋의 드래곤들은 얼마전에 자신들이 나에게 처참하게 당한 일들이 생각나는지 몸을 움츠리면서 마른침을 삼킬 정도로 긴장했다. 지금 부터는 리디가 나와 같이 있으니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드래곤들에게 상기시켜 주고 있는 셈이었다. 어차피 이 마계에서는 그리 오래 있지 않을 것이고, 아모프의 레어에 가서 조금 쉰 후에 현자의 돌을 써서 내가 살던 중간계로 가는 문을 열어 다시 돌아갈 것이지만. "그리고 흰둥이 마법사. 더 이상 리디를 찾는다거나, 혹은 나를 추격해 오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는게 좋아. 만약 그런짓을 한다면 여기 있는 셋의 드래곤들을 시켜서 세크네즈란 국가를 아예 지도에서 지워지게 할 테니까. 새겨들어. 마음 같아서는 네녀석을 살려두고 싶지 않지만, 리디가 여기 있는 것을 다행으로 알아라." 라피네클은 리디를 안아든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에게 말하고 있는 나에게 착한 학생처럼 대답하면서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이 방출하는 마력을 직접 몸으로 겪은 상태라 그 공포심과 충격은 말할수도 없을 정도였으니 내 말에 토를 달거나 혹은 다른 마음을 먹을 수 조차 없는 상태였다. "아모프 너의 레어로 이동한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난 완전히 얼빠져 버린 라피네클을 한번 쳐다본후에 아모프에게 명령했다. 아모프는 방금전의 내 살벌한 분위기 때문인지 아까보다 더 공손한 태도로 고개를 숙이면서 공간 이동 마법을 시전했다. 이제 나와 리디는 돌아가는 일만 남은 셈이었다. 이 지겨운 마계에 더이상 있을 필요 없이. -XenoBlade -301- -가장 소중한 것2- Written By Xeno 우우웅~ 아모프가 공간이동 마법을 사용하자 나를 비롯한 다른 드래곤들도 순식간에 빛에 휩싸이면서 전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전혀 다른 곳이라고 해봐야 아모프의 레어겠지만. 꽤나 오랫동안 살아온 고룡의 레어답게 그 크기가 상당히 컸고, 레어 안쪽에는 꽤나 커다란 크기의 철문이 있었다. 보나마나 아모프가 드래곤으로 살아오면서 모아온 보물임이 틀림없었다. 나를 비롯한 다른 드래곤들이 그 철문쪽을 쳐다보자 아모프가 괜히 뜨끔해서 긴장이 되는지 약간이지만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좋군." 난 철문에서 시선을 떼고 아모프의 레어안을 둘러본후에 그에게 말했다. 내가 철문이 있는쪽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자 그제서야 아모프도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아모프 여기에 리디가 입을만한 옷 있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마스터." 난 내가 안고 있는 리디를 내려다 보면서 리디가 잠옷차림인것을 느끼고 아모프에게 말하자 그는 잠시 생각을 한후에 어딘가로 공간이동을 했다. 리디가 입고 있는 잠옷은 꽤나 고급으로 만들어진 듯이 하늘거리고 좋은 질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런 옷은 따뜻한 실내에서 푹신한 침대에 몸을 파뭍고 잘때나 입는 것이지 이런 커다란 드래곤 레어에서 지내기에는 좋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이 밤중이긴 하지만 이곳에서 언제까지 잠옷차림으로는 있을 수 없을테니 리디가 입을만한 옷이 필요했다. 물론 아모프가 드래곤인 이상 리디의 몸에 맞는 옷이라던가 여자옷 같은것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가져왔습니다." 아모프가 공간이동으로 어딘가에 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커다란 상자하나를 가지고 내앞에 다시 나타났다. "뭐지 그건?" "옷입니다. 입을만한. 인간들의 옷은 대부분 다 있을겁니다. 저희가 드래곤이라고 해서 항상 드래곤 모습으로만 있을수는 없는 노릇이니 인간들의 옷도 조금 모아놓긴 했습니다만." "그런가? 잘됐군." 난 아모프가 가져온 상자를 발로 밀어서 열고는 이제껏 안고 있던 리디를 살짝 내려놓았다. 내가 리디를 땅에 내려놓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모프가 가져온 상자를 뒤적거리면서 입을만한 옷을 찾았다. 하지만, 땅에 내려놓고 보니 리디는 자다가 나에게 안겨서 나온것이라 신발이 없는것도 잊고 있었다. "신발은?" "그 안에 다 있습니다. 마스터. 그 상자가 작아 보여도 공간을 줄여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양의 옷과 신발들, 장신구들이 들어 있을 겁니다." "그래? 음식과 쉴곳은 있나?" "제 레어 바깥에 인간형태로 지낼때의 오두막집이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은지 100년은 넘었지만 마법을 걸어와서 깨끗할 겁니다." 확실히 드래곤들이란 종족은 상당히 편한 종족이었다. 모든것을 마법으로 다 해결하니까. 보통 사람들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일들이 그들에게는 그저 평상시의 생활에 불과한 것이니 드래곤이란 종족이 어느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었다. 난 리디가 옷고 신발을 고를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녀가 상자안에서 몇벌 골라 드는것을 보고는 내 주변에 서 있는 들곤들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블랙 드래곤인 리니어스가 작게 주문을 외웠다. "우아?" 그러자 리디가 고른 옷과 리디가 입고 잇는 잠옷이 순식간에 빛에 휩싸이면서 잠옷은 리디의 손에, 리디가 고른 옷은 몸에 입혀졌다. "역시 편하군. 드래곤들이란." 리디는 방금 일어난 일에 조금은 놀랐는지 자신이 입고 있는 옷과 손에 들려진 잠옷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고 있었다. "이건 마법이니까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그럼 갈까 리디?" "응." 난 조금은 상기된 얼굴의 리디의 손을 잡고는 아모프를 비롯한 다른 드래곤들과 함께 아모프의 레어 바깥으로 걸어 나갔다. 지금 리디의 몸 상태가 어떤지도 모르고 이곳 마계를 벗어나 내가 원래 있던 세계인 중간계로 가게 된다면 리디의 몸은 사라져서 영혼의 상태로 될테니 그것에 대한 생각도 해야만 했다. "리디 이제 돌아갈 준비를 해야겠지. 언제라도 갈 수 있지?" "응. 그런데 오빠. 나말야...." "?" "약속한게 있어. 그걸 들어주기 전엔 못돌아가." "약속?" 난 이제 아무런 문제 없이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리디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왔다. 약속한 것을 들어주기 전엔 못돌아 가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이 몸은 나의 몸이 아니야. 잠시 빌려쓰고 있는 것이니까." "그건 나도 알고 있어. 그러니 돌아가면 이 몸은 없어지겠지. 너의 진짜몸은 우리가 살던 곳에 잘 모셔져 있으니까." "그것 때문에...원래 이 몸의 주인과 약속했어. 내가 돌아가더라도 이 몸이 사라지지 않게 해주겠다고. 오빠는 할 수 있지?" 리디는 나를 믿어 전혀 의심치 않는다는 눈초리로 쳐다보면서 말하고 있었다. 조금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대체 어떻게 해서 리디의 몸...몸이라고 하기에도 이상한 그저 만들어진 존재와 약속을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절대로 돌아가지 않을듯한 태세였다. "끄응. 그러니까 대체 어떻게 해야하지 내가?" 난 어떻게 대책을 세울수 없어서 한숨을 푹푹 쉬면서 리디에게 물었지만, 리디는 내 말을 듣고는 금새 표정이 밝아 지면서 간단하게 대답했다. "오빠가 만난 마계의 군주에게 부탁하면 돼." "뭐?" 그러니까 리디의 말은, 내가 이 곳을 만든 마계의 군주인 디파르큐를 만나서 리디가 말한 것을 부탁하라는 소리인가? 결코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은데. "하지만 난 그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딱 한번 만났을 뿐인데다가 그의 힘은 나를 훨씬 뛰어넘어 죽을지도 모른다고." "아니야. 그는 절대로 오빠를 안죽일껄. 난 그런 느낌을 받았는걸. 내가 이 몸안에 있었을때." "뭐?" 이번에도 역시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아니,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는 그런말인 것 같았다.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이곳에서 만난 리디는 과거의 기억따위를 잃어버린 상태가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그런것은 없었던 전혀 별개의 존재였고, 그 리디의 안에 내가 알던 리디가 따로 존재하고 있었던 셈이었다. 그러니 애초부터 나를 알아보는게 절대적으로 불가능할 수 밖에. "하지만 어떻게 찾지? 이곳은 넓어. 굉장히." "어떻게든 방법이 있지 않을까? 난 약속을 꼭 들어주고 싶어. 내가 그 기분을 느끼면서 존재했었으니까. 오빠가 나를 찾아올때까지 쭉...." "하아." 난 리디의 애처로운 목소리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마음같아서는 한시라도 빨리 이 마계를 떠나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리디의 부탁때문에 이제는 그럴수도 없는 처지가되어 버린 셈이었다. "알았어. 일단 어떻게든...찾아보도록 하지. 그럼." 내가 한동안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고민하다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리디를 보면서 말을 내뱉자, 리디는 얼굴이 환해지면서 나에게 안겨왔다. "고마워 오빠!" "하아. 나 참. 뭘 하는건지." "뭐 가끔은 이런것도 좋잖아? 난 오빠랑 그 산속의 오두막집에서 헤어진 이후에 이렇게 같이 있어본 기억이 없는 걸.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언제 다시 이렇게 있을 수 있는지 알 수도 없고...." "....." 리디는 예전의 기억과 함께 현재 자신의 처지를 아는지 환한 얼굴에서 말을 이어가며 조금씩 어두운 표정을 지어갔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런 표정은 짓지 말고 일단 한동안은 이렇게 지내자." "응." "아모프. 리니어스. 그라테." "예 마스터." 난 리디와 나를 뒤따라 오는 세마리이 드래곤을 불러서 리디가 듣지 못하도록 그들의 머릿속에 말을 전달했다. -방금 나와 리디의 대화는 들었겠지? 너희들에게 맡기겠다. 지금 나와 리디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려고 하지 말아. 그것 너희들의 존재 자체도 위협받게 되는 일일지도 모르니까. 지금부터 내가 내릴 명령은 단 하나. 이 명령이 완수된다면 더 이상 나를 따르지 않아도 좋다. 그것으로 더이상 너희들을 볼 일이 없을테니까. 죽을때까지 나의 부하로 있는다는 계약은 유효하겠지만 명령을 내릴일은 없을 것이다. -...... 내가 드래곤들에게 이렇게 말을 전달하자 그들은 꽤나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 내가 죽는순간까지 꽤나 부려지면서 거의 백년 정도는 힘들게 보내야 겠다고 각오하고 있는 그들에게는 절대적인 희소식이었다. -정확한 지명은 나도 모르겠고, 단지 이곳을 떠돌아 다닐때 내가 갔었던 마을이 있다. 그곳에 밀레나라는 여자를 강제로 그마을을 향해 공간이동 시켰었으니 너희들도 똑같이 그리로 보내주겠다. 그곳 부터 시작해서 어떻게서든 밀레나란 여자를 찾아라. 만약 찾게 된다면 그 이상은 필요없다. 즉시 이곳으로 와서 그녀의 위치를 나에게 알려라. 알겠나? -알겠습니다. 마스터. -그럼 가라. 내가 그들에게 내가 밀레나를 공간이동시킨 마을의 좌표를 전달하자 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이 셋 모두 동시에 공간이동으로 사라져 버렸다. "오빠 무슨일이야?" "아아. 방금 그녀석들이 도움을 줄꺼야. 우리는 여기서 기다리면 돼. 게다가 나 하나보다는 셋이 더 낫지 않아?" "피이~." "쿡쿡쿡." 나와 리디의 뒤에서 시체처럼 얼굴을 굳힌채 따라오던 셋의 드래곤들이 사라져서 그런지 리디의 태도는 아까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워 졌다. 하기야 자기들이 드래곤이라는 분위기를 인간으로 변한 후에도 그렇게 풀풀 풍기고 있으니 오죽했을까. 아모프의 레어 바깥으로 걸어나가서 주위르 둘러보니 울창한 숲속 한가운데 탁 트인 평지에 어느정도 규모를 가지고 있는 오두막이 자리잡고 있었다. 말이 오두막이지 꽤 커다란 2층으로 된 나무 건물이었다. 하기야 이정도의 크기가 드래곤들에게 오두막에 불과한 정도라는 걸까. 끼이익. 하여간 마땅히 부를말이 없으니 그냥 오두막이라 부르고, 그 오두막의 문을 당기자 잠겨 있을거란 예상과는 달리 쉽게 문이 열렸다. 아마도 마법으로 이 오두막 주위에 결계라도 쳤다가 금방 해제한 것 같았다. 아모프가 100년 정도는 됐을거라 말했지만, 마치 조금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살던 집 같았다. 확실히 마법의 힘이라는 것은 대단한 것이었다. "와아~ 좋다 여기." "응." 리디는 마치 어린 아이처럼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면서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빠 오빠. 여기 벽난로도 있고, 커다란 목욕탕이랑, 엄청큰 침대도 있어!" 그리고는 집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마계로 올때까지만 해도 여기까지는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어?" 리디가 오두막집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던 나의 눈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왜일까. 나에겐 이미 눈물이란건 말라 버린줄 알았는데. 리디를 찾아서 마계로 넘어올때,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 리디의 영혼을 내 눈앞에서 네르갈이라는 마족에게 빼앗겨 버릴때 이미 없어져 버리고 나에겐 남은것은 오직 리디를 되찾겠다는 생각과 그에따른 파괴와 살육뿐이라 생각했는데. 이건 과연 어떤 의미의 눈물일까.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왜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리는지. "오빠?" 난 혹시라도 리디에게 들킬까봐 옷으로 눈물을 슥슥 닦아 냈지만, 이미 리디는 그 광경을 보고 놀라서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별 거 아니야. 그냥...." "미안해. 그동안 힘들었지. 나때문에." "그런거 없었어. 절대로." 난 리디의 말에 딱 잘라서 말했지만, 리디는 나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나를 끌어 안았다. "리디?" "혼자서 괴로워 하지마. 이제는. 아픈것도 생각하지마. 지금은 모든것이 잘 됐잖아? 나때문에 오빠가 어떤일을 겪었는지 안봐도 다 짐작이 가. 오빠의 몸에 나 있는 상처... 흉터. 그리고 늘 어두웠던 표정까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몸 안에서 다 보고 말았는걸." "리디..." 난 리디에게 뭐라고 해줄말이 없었다. 해줄말이 있더라고 목이 메어서 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제 더이상 그런 슬픈 표정 짓지말아." "그래. 그럴께. 꼭." 난 나의 몸을 끌어 안고 있는 리디를 두 팔로 꽉 안았다. 리디의 체온과 숨결, 그리고 심장이 뛰는 소리까지 온 몸으로 전해졌다. 이것이 바로 내가 살아 있는 느낌. 나의 모든 것. 내가 살아가는 이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 -XenoBlade -302- -가장 소중한 것3- Written By Xeno 내가 드래곤들에게 밀레나를 찾으라고 명령한지도 시간이 꽤나 흘렀다. 어차피 하루 이틀만에 찾는다는 건 불가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이 마계라고 하는 곳이긴 하지만 실제로 생활하는 것은 내가 살던 중간계와 전혀 다를바가 없는 그런곳이었다. 단지 이곳의 리디는 영혼과 육체가 조금은 어긋나 있는 불안한 상태라고나 할까. 만약에 리디의 영혼과 육체가 내가 있던 중간계와 똑같았다면 아마도 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서 계속 지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왁!" "윽!" 한참동안 창밖을 멍한 표정으로 내다보고 있는 나에게 리디가 발소리를 죽이며 다가와서 나를 놀래켰다. 난 살기나 적의가 아닌 이상은 거의 경계심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 더더구나 리디와 같이있으니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 리디가 가끔 이렇게 놀래키면 단 한번도 빼먹지 않고 깜짝깜짝 놀랐다. 뭐 나에게 이런 식으로 대하는 사람이 리디뿐인것도 사실이지만, 보통 나를 대하던 사람들이 나에게 이런 식으로 한다면 과연 그 이후의 사태 수습을 어떻게 할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빠 오늘도 뭘 그렇게 멍하게 생각하고 있어? 밥먹어." "응." 리디는 나를 놀래키고는 나의 목을 뒤에서 끌어안으면서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평범한 대화에 평범한 일상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난 상당히 감격스러운 기분이었다. 이런 평범한 생활을 되찾기 위해서 이제까지 난 다른 사람들의 피로 만들어진 길을 걸어온 셈이었으니까. 게다가 그것은 아지까지 끝나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은 단지 조금 쉬어가고 있을뿐. "잘먹을께." 난 리디의 손을 잡고는 오두막집 한쪽에 마련된 식탁에 마주보고 앉아서 리디가 만들어 놓은 음식을 먹었다. 일단 이 오두막의 위치가 드레곤의 레어 앞 - 이를테면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는 깊은 숲속이지만 아모프가 오두막집에 마법을 걸면서 이곳에 있는 모든 것들이 마법의 영향을 받았는지, 오두막 지하에 마련된 창고에 야채들과 각종 음식재료들이 하나도 변하지 않은채 신선한 상태 그대로 남아 있었다. 리디의 요리 실력이야 공주님이었던 사실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훌륭한 편이었다. 사실 어느 나라의 공주님이 부엌에서 일을 하면서 음식을 만들수 있을까. 리디의 모국인 판타그라는 이제 존재하지 않지만... "후. 좋네. 진작 이렇게 평화로운 생활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또 그소리." 난 음식을다 먹은후에 몸을 뒤로 기대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리디는 내가 하는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작게 눈을 흘기면서 입을 삐죽거렸다. 사실 이 말은 나와 리디가 밥을 먹을때 마다 내가 거의 입버릇 처럼 중얼거렸으니 리디가 나에게 그럴만도 했다. "아 미안. 이거 잘 안고쳐지네. 쿡쿡쿡." "오빠는 너무 과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것 같아. 지금은 지금이고 미래도 아직 결정나지 않았다니까." "네네. 알겠습니다." ...평화로웠다. 너무나도. 지금 이 생활이 마치 진짜가 아닌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고 일어나면 없어져 버릴 꿈같은 생활같이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생활을 현실. 내 앞에서 웃고 있는 리디도 진짜고, 나와 리디가 함께 지내고 있는 이 오두막 집도 진짜이고, 이곳의 땅과 하늘도 진짜. 다만, 이곳이 내가 살던 중간계가 아니라 마계라는 것이 다른것일 뿐. "리디." "응." "우리 돌아가지 말고 그냥 이곳에서 지낼까?" "응?" 난 식사를 마친후 뒷정리를 하는 리디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리디는 나의 그 말에 조금 분주하게 움직이다가 움직임을 딱 멈춘채 나를 바라보고는 꽤나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리디도 이곳이 마계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내가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도, 마계라는 곳을 싫어한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이런 말을 했으니 놀랄만도 했다. "사실 돌아간다 해도 변하는 것 별로 없을 거야. 리디... 너의 나라는...." "알고...있어. 대충은. 아마 없어졌겠지." "응."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게다가 지금 이 몸은 내 몸이 아닌걸. 언제가는 돌려주어야 할 몸이야. 이를테면 빌린거랄까. 게다가 나와 함께 다시 돌아가는 것이 오빠가 가장 바라던 거잖아?" "그런긴 하지만." "그럼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거야. 나중일은 나중에 생각해도 돼잖아? 굳이 지금부터 걱정하고 있을 필요는 없어." "그런가." 리디는 나의 말에 마치 나보다 연장자 처럼 설교하는 투로 나를 타이르고 있었다. 이거 나이는 내가 더 먹어서 뭔가 반대로 된 기분이 들었다. 사실 리디의 말이 틀린것은 없지. "다시 돌아간다면 지금의 이 생활처럼 지낼 수 있을까...." "안되면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면 되는 거야. 지금 오빠랑 이렇게 다시 만나서 같이 있을 수 있는것도 모두 오빠가 나를 위해서 노력한 덕분이잖아. 그러니." "아아. 그래." 지금 여기까지 - 리디를 다시 만나고 네르갈이란 마족녀석에게 리디의 영혼을 빼앗겨 마계로 이동해서 다시 리디를 되찾았으니 원래의 세계로 돌아간다고 해서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은 없지. 내가 살던곳에는 친구들고 있고 그리운 사람들도 있고, 돌아갈 곳도 있으니. -마스터. 찾았습니다. 내가 리디의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감에 젖어 있을때 아모프의 음성이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찾았나? 밀레나란 여자를? -그렇습니다. 마스터. 위치는 세크네즈의 수도와 별로 멀지 않은 곳입니다. 지금 즉시 그곳의 위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알겠다. 곧 가겠다. 놓치지 말고 추격을 계속 하도록. -알겠습니다. 마스터. "리디." "응?" "누구인지 모르지만, 리디의 몸을 빌려준 존재에게 약속을 지킬 수 있겠는걸? 갈까?" 난 리디에게 살짝 미소지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어차피 아모프가 알려준 곳으로 공간이동을 해서 가면 되니까 굳이 준비해야 할 것도 없었고 지금 상태 그대로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겨서 다른 물건이 필요하다던가 준비할 것이 생기면 이곳의 위치를 알고 있으니 다시 이곳으로 오면 되는 것이고. 게다가 셋이나 되는 드래곤들이 있는데 무슨일이 생긴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었다. "정말?" "그래. 가자." 리디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의 손을 잡았고 난 리디의 손을 잡고는 아모프가 알려준 곳으로 순식간에 공간이동을 했다. 우우웅~!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하자 잠시동안 귓가에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나와 리디는 어느 마을의 외곽 지역에 서 있었다. 내가 공간이동을 모습을 나타내자 나를 기다리고 있던 드래곤들은 머리를 숙이면서 나에게 인사했다. "수고했다. 저 마을인가?" "네. 마스터. 저 마을의 여관에 잠시 머물고 있는 듯 합니다. 저희들이 발견한 후에 따라왔지만 저 마을로 들어간 후 나온 흔적은 없습니다." "알겠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기다려라. 내가 직접 가겠다. 이곳에서 리디를 지키고 있어라." "알겠습니다. 마스터." 사실 드래곤들과 리디를 같이 데리고 가도 되겠지만, 내가 밀레나에게 했던 일 때문에 밀레나는 상당히 나를 싫어할 것이 뻔했다. 어쩌면 죽이려 들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떻게든 좋게 일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리디는 세크네즈의 왕성에 머물고 있던 크로가스의 공주였기 때문에 리디를 찾기 위해서 파견된 병사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 역시 세크내즈의 왕성에 얼굴이 알려져 있어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이지만, 최소한 난 어떤 상황에서라도 내 몸 하나 정도는 지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으니 혼자서 가는 것이 여러모로 편했다. "그럼 다녀올께 리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응. 빨리 다녀와." 리디도 나의 생각을 대충은 짐작하고 있는지 별다는 군말없이 손을 흔들면서 나를 보내주었다. 난 리디에게 고개를 한번 끄덕여 주고는 그리 멀리 있지 않은 마을을 향해서 걸어갔다. 마을에 입구까지 다다르자 밀레나가 머무르고 있는 마을은 생각보다 사람들도 많고 그 규모도 그리 작지만은 않았다. 늦은 오후라 그런지 마을 사람들이 일을 끝내고 짝을 이뤄서 모여앉아 즐겁게 대화를 나누거나 아이들끼리 놀고 있는 모습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제법 활기차고 생기가 도는 마을이랄까. "저곳이군." 마을 풍경을 잠시 감상한 후에 아모프가 말한 여관을 찾기 위해서 마을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자 금방 여관이 보였다. 커다란 마을이라면 여관도 몇개나 있겠지만 이 마을은 규모가 규모이니 만큼 여관이 단하나뿐인데다가 찾기도 쉬운 마을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마을을 지나쳐 가는 사람들이 이 마을에서 잠시 묶으려면 바로 눈앞에 보이는 저 여관밖에 없는 셈이었다. "후. 그럼." 난 여관의 입구에 서서 심호흡을 한번 내쉬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관의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꽤 많은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서 술을 마시면서 소리높여 떠들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구석에서 후드 같은것을 눌러쓴채 혼자 앉아서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후드로 몸을 가리고 있었지만, 가느다란 팔다리와 전문적인 훈련을 받았다는 것을 암시해주는 조심스러운 행동이 단번에 밀레나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역시 있었군." 난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사람들을 지나쳐 밀레나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가서 그녀의 맞은편에 있는 의자에 걸터 앉았다. "...난...합석할....생각 없어." 내가 그녀의 맞은 편에 앉자 밀레나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혀꼬부라지는 목소리로 술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상당히 위협적인 어조로 나에게 말했다. 분명히 위협을 하려고 말하긴 했지만, 그녀가 마신 술때문인지 단지 술주정 정도에 지나지 않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물론. 나도 합석할 생각은 없어. 단지 널 찾아 다녔다. 밀레나." "....!" 난 술에 잔뜩 취해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있는 밀레나에게 조용히 말했고, 그녀는 나의 목소리를 듣자 마자 정신이 번쩍 드는지 고개를 들고는 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세이...츠!" "오랫만이군. 아니, 오랫만이라고 하기엔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군 그래." "너!" 밀레나는 나를 보고는 분노에 찬 표정으로 앉아 있던 의자를 박차고 일어서서 허리에 매달린 검집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그 검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나를 내리쳤다. 터엉! 하지만 난 그것을 그대로 맞아 줄 생각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앉아 있는 자세 그대로 몸을 옆으로 움직여서 밀레나가 내려친 검은 목표를 놓치고 나무로 된 테이블에 그대로 박혀 버렸다. 게다가 밀레나는 검을 내려칠때 술에 잔뜩 취해서 몸의 균형도 제대로 잡지 못한채 내려쳤기 때문에 검이 테이블에 박혀 버리자 그 충격때문에 비틀거리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요란한 인사군." 난 바닥에 쓰러진 밀레나를 내려다 보고는 인상을 약간 찌푸리면서 농담조로 말했지만, 밀레나는 바닥에 주저앉은 자세로 나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네..녀석! 대체 무슨 낯짝으로 나를... 찾아 온거야!" "흠 말하기가 곤란해." "너때문에! 나족같은 우리 길드원들이 몰살됐어! 알아!" "그점은 미안하게 생각해." "당신은 사람 목숨을 대체 뭘로 아는거야! 당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들의 목숨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거야! 게다가 난 세크네즈 왕국에서 현상금이 걸려서 쫓기고 있을지도 모른단 말이야! 알아! 그게 다 당신을 도와주려다가 그렇게 된거라고!" 밀레나가 여관 1층에 마련된 홀에서 나에게 손가락질 하며 소리를 지르자 이때까지 웃고 떠들면서 술마시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나와 밀레나에게 집중되었다. "이봐. 여기서 그렇게 떠들어 대면 곤란하지 않아?" "곤란하긴 뭐가 곤란해! 난 애초부터 당신이란 결판을 내기 위해서 다시 수도로 돌아가고 있는 거라고! 당신 때문에 죽은 우리 길드원들의 무덤이 되어버린 곳을 한번 찾은후에 당신이 어디에 있던 찾아내서 결판을 내려고 했어! 오히려 그쪽에서 나를 찾아 왔으니 잘됐네! 죽은 내 동료들의 복수를 해 주겠어!" "글쎄. 곤란하다니까." 밀레나는 술을 먹은 데다가 그동안 나에게 쌓여 있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했는지 앞뒤 가리지 않고 무작정 일을 벌이고 있는 셈이었다. 이러다가 상당히 곤란해 질지도 몰랐다. 밀레나나 나나 둘다 범죄자라는 딱지가 붙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곤란은 무슨 곤란!" 밀레나는 바닥에 한번 쓰러진 후에 술이 상당히 깼는지 아까보다는 날렵하고 정확한 동작으로 테이블에 박힌 검을 다시 뽑아 들고는 나에게 검을 겨누었다. 하지만 이성이 돌아온 만큼 그녀의 판단도 정확해 져서 검을 겨눈채 나에게 쉽게 덤비지는 못하고 있었다. 내가 비록 검이 없더라도 '마인'이라 불리면서 몇개나 되는 왕궁의 왕성을 초토화 시켰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고 그녀도 나의 힘을 직접 목격했으니 지금 이렇게 밀레나가 검을 겨누고 있다 하더라도 그녀에게는 승산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이미 느끼고 있을 터였다. "현상범이다!" 나와 밀레나가 잠깐 대치 상태에 들어갔을때 이 광경을 구경하던 누군가가 밀레나를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분명히 현상범이야! 범죄자다 빨리 치안대를 불러와!" 한사람이 소리치자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같이 맞장구를 쳤고, 금방 누군가가 여관의 문을 열고 바깥으로 달려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그들이 말한 치안대라는 사람들을 부르러 간 것이 분명했다. "밀레나 여기서 이렇게 있으면 곤란할텐데. 난 아무런 무리가 없더라도 넌 싸우기도 전에 잡히게 될거야." "닥쳐! 네까짓 녀석에게 그런말을 들을 이유는 없어! 죽어버렷!" 밀레나는 나를 눈앞에 두고 이제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소리치고는 눈을 딱 감으면서 검을 세운채 나에게 달려들었다. 분명히 나에게 공격을 하기는 했지만, 내가 보기엔 그녀는 마치 죽으려고 하는 것 처럼 보였다. 이미 그녀는 나를 본 순간 모든걸 포기한듯 했다. '나'라는 존재는 그녀에게 희망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절망 그 자체였으니까. -XenoBlade -303- -가장 소중한 것4- Written By Xeno 씨잉! 나를 향해서 달려오는 밀레나의 검은 내가 몸을 피하자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스쳐지나갔고, 나의 곁은 스쳐지나가는 밀레나를 바라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목숨은 보상할 수 없겠지. 하지만 너 역시 언제까지고 과거에 얽매여서는 살수 없다. 난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세상에 없을테니까. 그렇게 된다면 넌 무엇으로 살아갈거지?" "...!" 밀레나는 검과 함께 내 곁을 스쳐 지나가면서 나의 말을 똑똑히 들었는지 일순 놀라는 표정으로 변하였다. 밀레나가 나를 공격한 동작은 밀레나가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힘을 쏟아 부어서 한 것이었기 때문에 밀레나는 중간에 멈추지 못하고 나의 곁을 스쳐 지나가 바닥에 쓰러졌다. 밀레나는 자신의 몸이 바닥에 쓰러진 후에도 일어날 생각이 없는지 쓰러진 자세 그대로 고개만을 돌려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복수의 끝은 허무밖에 남지 않는다. 네가 목표로 한 것이 그런 것이라면." "대체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다. 난 곧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더 이상 이곳에서 머무를 이유가 없다. 내가 목적으로 하는 것은 이루어 졌으니 난 이곳에서의 모든 목적은 달성했어." "그럼 자살이라도 하겠다는 소리야? 그 난리를 치고 고작 하겠다는 게?" 그녀의 목적인 나의 죽음. 그녀의 머릿속에는 그 생각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것을 똑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밀레나는 내가 말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란 말의 뜻을 내가 죽는다는 것으로 해석했는지 어이 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내가 리디를 찾으려고 그 난리를 치고 난 후에 그녀가 생각하기엔 죽어버린다는 것 밖에 되지 않으니 그럴만도 했다. "자살? 쿡쿡쿡. 비약이 심하군. 말 그대로 생각하면 돼. 난 이 공간에서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 본래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 중간계로." "중간계?" "아. 너는 모르겠지. 이곳은 마계라도 불리는 곳. 마계의 10대 군주중 한명이 만들어 낸 세상이다. 내가 살던곳과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단지 마족이라는 것들이 사람들의 틈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과, 이 세상을 만들어낸 마계의 군주가 사람들 틈에 섞여 있다는 것이 다를 뿐. 이렇게 말해주더라도 너는 모르겠지." "무슨 소리야 그게!" "말하자면 난 밀레나 네가 알고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닌..." 콰당! 내가 바닥에 쓰러진 밀레나를 내려다 보면서 막 설명을 시작하려 할때 여관의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중무장한 건장한 남자 5명이 들이닥쳤다. 아마도 아까 여관안의 누군가가 말한 치안대 인 것 같았다. "꼼짝마라! 현상범으로 체포하겠다!" 그들중 한명이 거대한 투핸디드 소드를 들이대면서 나와 밀레나가 있는 쪽으로 소리쳤고, 여관안에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그들과 나 사이를 피하면서 여관의 구석으로 붙었다. 예전부터 불구경과 싸움구경은 어느곳에서나 재미있는 구경거리중 하나라도 했듯이 도망간다거나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이 여관에서 술마시던 사람들 모두 흥미 진진한 표정으로 구경하고 있었다. "현상범이라. 나도 현상금이 걸려 있는건가?" "당신 말고 거기 쓰러져 있는 여자! 그여자 당신이 잡은 건가? 더 이상 손댈 필요는 없네. 이곳은 우리에게 맡기고 물러나게나." "미안하지만 나도 이여자가 필요해서 말이야. 넘겨줄수는 없겠는걸. 어쩐다?" 확실히 난 얌전히 이들에게 밀레나를 넘겨줄 수는 없었다. 리디만 데리고 그냥 내가 살던 곳으로 가버려도 되긴 하지만, 리디의 부탁이니 거절할 수도 없었고, 이곳에 오면서 생각해 보니 지금 리디의 몸은 원래 리디의 몸이 아니니 중간계로 돌아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도 알 수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이 세계를 만든 마계의 군주인 디파르큐를 다시 한번 만나 방법을 물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물론 디파르큐가 나에게 방법을 가르쳐 주고 호의를 보인다는 가정 하에서. "네녀석... 한패냐!" "한패는 아니지만 여 여자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해두지. 내가 아닌 누군가의 부탁을 받아서 말이야." "이이이..!" 여관안에 들이닥친 치안대는 나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는지 얼굴을 붉히면서 이빨이 뿌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힘을 주고 있었다. "그러니 당신들이 좀 비켜 주어야 겠어. 미안하게 됐구만." "쳐라! 저녀석도 한패다!" 나의 빈정거리는 말투와 미소를 잃지 않는 표정 - 치안대라는 사람들이 보기엔 비웃는듯한 표정으로 보일련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에 더이상 화를 참지 못하겠는지 무조건 공격명령을 내렸다. 여관에 사람은 꽤나 있었지만 내가 이 곳 세상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묶었던 여관 치고는 그리 큰 편은 아니라 다섯명이나 되는 사람들과 싸우기엔 꽤나 비좁은 공간이었다. 더군다나 방금전까지만 해도 나를 죽이겠다고 큰소리 치면서 달려들었던 밀레나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주춤 거리고 있는데다가 주변에 구경하던 구경꾼까지 소리를 치면서 난리 법석을 피우고 있어 여관안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그러나 주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던간에 나에게는 별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더군다나 내 앞에 있는 치안대라고 폼잡고 있는 다섯명은 이제껏 나와 싸워왔던 수많은 기사들과 마법사들, 마물같은 것에 비하면 그 수준이 한심할 정도였다. "으라앗!" 부우웅! 치안대중 한명이 기합을 내지르면서 거대한 투핸디드 소드로 나의 허리를 노리면서 횡으로 휘둘렀다. 검의 크기도 크기인데다 생각보다 속도도 빨라서 육중한 소리가 났지만 난 서 있는 자세 그대로 몸을 움직이지도 않은채 주먹을 쥐고 손을 들어서 순식간에 내 허리까지 도달한 투핸디드 소디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카아아앙! 터텅! "으헛!" 나의 손과 투핸디드 소드의 검날이 부딪히자 도저히 손과 맞부딪힌 소리라고 생각할 수 없는 금속음이 울려 퍼지면서 나를 공격했던 치안대의 손에서 투핸디드 소드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튕겨 올라 내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 죽이려고 한다면 그냥 죽일수도 있겠지만, 리디가 근처에 있는데다가 밀레나 자신은 대충 자신이 위험할때 자신을 지켜주는 존재 정도로만 인식하는 존재 - 이 세계를 만든 창조주, 마계의 10대 군주중 하나인 디파르큐가 있으니 더욱 조심하고 있는 중이었다. 투핸디드 소드를 떨어뜨린 치안대는 갑작스레 전해진 충격에 양 손에 고통이 전해져 오는지 두 손을 감싸 쥐고는 괴로워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투핸디드 소드를 떨어뜨린 치안대의 얼굴에는 고통보다는 나에 대한 두려움이 섞인 표정이 나타났다. 빠른 속도로 휘둘러지는 거대하고 무거운 투핸디드 소드를 맨손으로 쳐냈다면 그건 사람이라기 보다는 괴물에 가깝다고 하는게 더 나을 테니까. 쉬잉! "지겹군." 한명의 치안대를 전투불능의 상황에 만들었어도 아직도 남은건 넷이었다. 더군다나 그들 넷은 나를 공격하는데 정신이 팔려 자신의 동료가 어떤 상태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새 내 목을 향해 검이 스쳐지나갔고, 난 몸을 조금 숙여서 그 공격을 피했다. 한번의 공격은 가볍게 피했어도 남은 녀석들은 포기할줄 모르고 계속해서 덤벼올 것이 뻔했다. 피하기만 한다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태가 계속될지도 몰랐다. 안그래도 이 여관에서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리디가 걱정할지도 몰랐다. "미안하지만 난 시간이 별로 없거든." "미친!" 난 4명이나 되는 상대 앞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으면서 오히려 그들에게 뛰어들었다. 치안대는 아무런 무기도 없이 그들에게 덤벼드는 나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봤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뻐억! "크헉!" 4명 남은 치안대중 한명이 나의 주먹을 맞고는 공중에 붕 떠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쳐박혔다. 구경하던 사람들도 이 일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꼈는지 처음 나와 치안대를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던 표정들은 슬슬 사라지고, 조금씩 긴장하고 있는 듯 했다. "둘. 그리고 나머지 셋." "이것이!" 난 한명을 가볍게 처리해 버린후에 손을 털면서 아직도 나와 싸우려고 하고 있는 치안대에서 말했다. 치안대는 나의 말을 듣고는 심한 모욕감을 느끼는지 아까까지 시뻘겠던 얼굴에다가 이마에 힘줄까지 돋아나 있었다. 분명히 그들도 속이 활활 타오를 정도로 화가 치밀고 있는 것이지만, 방금전에 본 나의 실력때문에 함부로 덤비지 못하고 있었다. 치안대라는 녀석들은 머릿속까지 근육으로 차버린 단순한 녀석들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어이구 갈수록 인상이 흉폭해 지고 있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만 곱게 보내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시끄럽다! 이녀석!" "흠. 여기있던 밀레나가 어디로 갔지?" 난 치안대 녀석을 놀려주면서 아까까지 바닥에 쓰러져 있던 밀레나를 찾았지만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그녀를 만났을때 기억한 기척이 아직까지 여관안에서 느껴지는 것을 보니 여관 어딘가에 있는 것 같은데 사람들 틈에 숨어버렸는지 아니면 건물 어딘가로 몸을 숨긴건지 보이지는 않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도둑이 직업이었지 용병은 아니니까 이런 싸움이 벌어진다면 그녀로써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괜히 잘못했다가 피해를 보는 것은 그녀뿐이었으니까. 끼익. "오빠!" 그때 여관문이 열리면서 리디와 함께 셋의 드래곤이 여관 안으로 들어왔다. 아마도 내가오랫동안 돌아가지 않자 리디가 걱정이 되어서 온것 같았다. "어? 오지 말라고 했잖아." "그치만 오빠가 안오는걸. 걱정했단 말이야." "아아. 미안." 사실 내가 여관안에서 이래저래 시간을 좀 끌기는 끌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것이 아니라도 리디가 바깥에서 기다리는 시간관념과 틀린것이 당연할 테니. "오호?" 리디가 여관안으로 들어오자 나를 공격했던 치안대가 저마다 행운의 미소를 지으면서 리디를 돌아보고는 그쪽으로 달려갔다. 분명히 힘으로는 나와 상대하기 벅찰 것 같으니 인질을 잡으려고 생각한 것이 틀림없었다. 불행히 인질로 잡으려고 하는 사람을 어떤 존재가 호위하고 있는지 몰랐지만. 오히려 나와 싸운다면 어느정도 사정은 봐주었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바꾼 목표는 드래곤이 호위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욕구불만이 가득 쌓인 드래곤이. "하아. 불쌍한 것들." 난 그들을 향해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면서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그들에게 내 표정이 보일리가 없었다. 뭐 일단 그들에게 리디 앞에서 살인은 절대로 하지말라고 했으니 죽이지는 않겠지만 꽤나 고생할만한 상처나 고통을 받을 것은 뻔했다. 콰콰쾅! 콰쾅! "크아악!" "으헉!" "아악!" 여관안이 번쩍하는 것과 폭발음이 동시에 들리는 것에 이어서 각기 다른 세마디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한명은 블루 들래곤인 아모프의 공격을 받았는지 온 몸이 시커멓게 그을려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고, 다른 한명은 온 몸이 벌에라도 쏘인것 처럼 퉁퉁 부어 오른채 바닥을 뒹굴고 나머지 한명은 배를 부여잡으면서 속을 게워내고 있었다. 세명 보두 보기 좋은 상태는 아니었지만 일단 죽지는 않았으니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했다. 만약 나의 명령이 없었다면 틀림없이 이 세명은 죽은 목숨이었다. "밀레나는 아직 이 안에 있다. 찾도록." "알겠습니다. 마스터." "리디. 이쪽으로 와. 기다리면 될꺼야." "응." 치안대 다섯명이 모두 장해 버리자 여관안에서 싸움 구경을 하던 사람들은 모두 뿔뿔히 흩어져서 여관 바깥으로 도망가기에 바빴다. 그들이 여관 바깥으로 도망간다고 해도 더이상 방해꾼은 없을 뿐더러 큰 도시에 연락을 해서 지원군을 요청한다고 쳐도, 금방 오지는 못할테니 어느정도 여유가 있었다. 여관 안에 여기저기 어질러져 있는 의자중 하나를 가져와서 리디를 앉게 하고는 잠시동안 기다리자 밀레나 하나 찾는것 쯤은 금방이었다. 내가 명령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천정의 틈에 숨어 있던 밀레나를 아모프가 찾아서 끌고 왔으니. "이녀석들은... 대체 뭐지? 내가 중간에 느낀 위화감이 이녀석들이었나?" 밀레나는 자신을 내 앞에 데려와서 강제로 꿇어 앉히자 신음소리를 내면서 나에게 물었다. 그러나 내가 대답하기 전에 아모프는 인상을 쓰면서 밀레나에게 먼저 밀레나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었다. "말 조심해라 인간. 네녀석이 마스터의 명령만 아니었다면 이미 예전에 죽은 목숨이다. 인간 주제에 드래곤에게 그딴 말을 쓰고 살아남은 존재는 네가 두번째다." "뭐?" 밀레나는 아모프의 대답에 놀랐는지 그를 쳐다보았지만, 아모프는 자신을 쳐다보는 밀레나를 더욱 무서운 눈초리로 내려다 보았다. "말 그대로야. 그는 인간이 아니라 드래곤이니까." "뭐?" 밀레나는 자신을 꿇어앉힌 사람 - 드래곤이라도 폴리모프를 했으니 드래곤인지 알 수 없는 것도 당연했다 - 을 올려다보면서 도저히 못믿겠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아모프 말고 리디의 양쪽에 서 있는 둘도 드래곤이다." 난 밀레나의 궁금증을 친절히 풀어주기 위해서 의자에 앉아 있는 리디의 뒷쪽에 서 있는 둘 - 검고 긴 생머리를 가지고 있는 블랙 드래곤 리니어스와 녹색 단발머리를 가지고 있는 그린 드래곤 그라테를 가리키면서 설명했다. "하하..하...난 정말 터무니 없는 사람을 적으로 돌렸군. 드래곤을 부하로 쓰는 사람이라니. 애초부터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이건 완전히 나보고 그냥 죽으라는 거군." "저기. 오빠. 이 사람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헤에? 게다가 한번 납치 했던 리디 공주와는 언제 또 저렇게 된거야? 그새 마음을 돌렸나?" 리디가 강제로 꿇어앉혀진 밀레나가 불쌍해 보이는지 나에게 작게 속삭이자 이것을 지켜본 밀레나가 상당히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요. 밀레나씨. 처음 뵙는군요. 전 리디 아틀라스. 예전에 당신이 만난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랍니다. 이를테면 영혼이 바뀐거랄까요?" "에?" 리디는 밀레나의 빈정거리는 말투에도 미소를 띄우면서 그녀에게 악수를 청하는듯 손을 내밀었다. 밀레나는 리디의 이런 행동에 얼떨결에 손을 내밀어서 리디와 악수를 하고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밀레나가 보는 리디의 모습을 똑같지만 속은 완전히 틀린 사람이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리고, 전 당신의 내면적 존재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래 주실수 있나요?" "나의 내면전 존재?...서마 당신이 그녀를 알고 있어?" "예전에 한번 본적이 있었죠. 이 몸속에서 세이츠 오빠와 함께." "하지만 왜?" "그녀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서죠." 리디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 하고 있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리디를 데리고 올 것을. "당신이 부탁한다 해도 그건 무리야. 그녀는 내 마음대로 불러낼 수 없어. 대화는 어쩌다가 되어도." "디파르큐님. 이 세계를 만든 마계의 10대 군주이시여. 부디 부탁하건데 모습을 드러내 주세요. 당신이 만든 피조물과 저또한 당신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부디." "뭐..어?...윽." 리디는 밀레나 앞에 무릎을 꿇고는 그녀의 두 손을 잡고 마치 기도라도 올리듯이 두 눈을 감고 조용히 말했다. 밀레나는 리디가 이런 말을 하자 뭐라고 대답을 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밀레나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나면서 그녀의 말은 더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크윽..이럴..수가..." 밀레나의 몸은 어느새 검은 기류를 내뿜기 시작하면서 나를 비롯한 이곳에 있는 모든 존재가 느낄수 있는 엄청난 존재감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밀레나는 자신의 몸이 점점 검은색의 기류로 뒤덮여 간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도저히 못믿겠다는 듯이 자신의 몸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그녀안의 존재는 단지 자신을 위험에서 구해주는 존재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금방 리디가 한 말 - 밀레나가 살고 있는 세계를 만든 창조주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밀레나에게는 엄청난 사실을 알아버린 셈이었다. 자신의 몸이 자신을 살고 있는 창조주와 함께 하고 있는 셈이었으니까. 파치치칭~ 밀레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색의 기류는 점점 더 강해지면서 밀레나의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등에서 검은색의 기류로 이루어진 8장의 날개가 생겨났고, 힘이 빠져버린듯이 눈을 감은채 고개를 떨구고 있던 밀레나의 고개가 서서히 들리면서 눈을 떴다. 피처럼 붉은색을 띄고 있는 눈을. -XenoBlade -304- -귀환1- Written By Xeno 우우웅.. 우웅.. 디파르큐가 모습을 나타내자 주변의 공기가 미세한 울림소리를 내면서 디파르큐의 힘이 얼마나 강대한지 피부로 느끼게 하고 있었다. 천천히 눈을뜬 디파르큐는 나와 리디를 보고는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리디에게 말했다. -넌 다른 아이구나. 나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살고 있는. "정식으로 처음 뵙는군요. 인사드립니다. 마계의 군주중 한명인 디파르큐님." -오호. 나를 처음보는 아이가 나의 이름을 알고 있다니 재미있군. 그리고 다시 만났군 세이츠. "그렇군." 리디는 디파르큐의 엄청난 존재감에도 조금의 흔들림없이 고개를 숙여 디파르큐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디파르큐는 자신에게 인사하는 리디를 보자 흥미를 느끼는지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계의 군주라는 위치가 지금 내가 숨쉬면서 딛고 있는 이 세계를 만든 '창조주'의 위치와 다를바가 없기 때문에 그녀가 주는 위압감은 엄청난 것이었다. 지금의 난 디파르큐와 같은공간에 서 있는 것 만으로도 온 몸이 찌릿찌릿 하면서 금방이라도 쏘아져 버릴 활처럼 온 몸이 경직된채 긴장감을 느끼고 있을 정도이니, 이곳에서 힘이라고는 가지지 못한 보통사람과 다를 바 없는 리디는 나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아울러 내 주변에 있던 세마리의 드래곤들은 디파르큐의 힘에 완전히 눌려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숨쉬는 것 조차 힘들어 보일 정도로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고, 식은땀까지 그들의 얼굴에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디파르큐는 이들 드래곤에게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오로지 리디에게만 신경을 쏟고 있었다. -내가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존재가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흥미가 생겨 나왔더니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군. 이 아이가 네가 찾던 그 아이인가? "그렇긴 하지만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어." -흠. 그래. 하나의 몸에 두개의 의식이 존재하는 것이 느껴진다. 디파르큐는 이미 내가 할 말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리디의 몸을 가리키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날 수 있지. 내가 만든 아이가 아니라서 그런가... "부탁드립니다. 디파르큐님." -? 리디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디파르큐에게 한걸음 다가서서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나역시 말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디파르큐에게 원하는 것은 리디와 같은 것. 바로 리디의 몸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서 디파르큐가 힘을 써 주는 것. "전 이 몸에 갇혀 있다가 얼마전 풀려나면서 이 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 말고 다른 존재도 소멸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세이츠. "왜 그러지?" -이 아이가 네가 찾던 그 아이인가? 이상하군. 기억을 되찾게 된다면 그 육체는 소멸하고 영혼으로 변해서 있을터. "그래. 전에 말했었지." -어떤 이유이던 간에 이것은 저 아이 스스로 택한 것. 이렇게 된 이상 나역시 섣불리 손댈수는 없다. 만약 잘못된다면 영혼과 육체가 모두 소멸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다른 방법 하나밖에 없군. 상관없나? 만약 이 방법을 택한다면 네가 너의 몸을 찾아서 그 영혼이 돌아가지 않는 이상 죽지도 살지도 못한채 영원히 억겁의 세월을 떠돌지도 모른다. 존재하는 모든 세상이 끝날때까지. 디파르큐는 마계의 군주답지 않게 꽤나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리디에게 선택권을 주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 하나의 몸에 둘의 영혼이 같이 살던가, 아니면 영원히 안식을 얻지도 못한채 죽은것도 산것도 아닌 상태로 존재하던가. 하지만 리디는 주저없이 후자를 택했다. "괜찮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은 제가 원하지도 않을뿐더러 이곳은 제가 있을곳도 아니고, 또 저 말고 다른 존재가 제가 이곳에서 죽을때까지 아무것도 못한채 마치 힘도 없는 아이처럼 소멸하는 것을 원하지도 않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전.... 세이츠 오빠를 믿으니까요." 리디는 나를 한번 쳐다보고는 아무런 걱정도 없다는 듯이 얼굴에 미소까지 띄워가면서 디파르큐에게 대답했다. 리디의 행동은 날 절대적으로 신뢰해서 나온 것이었지만, 난 내심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만약에라도, 혹시라도 잘못해서 만약에라도 일이 틀어지게 된다면 내가 죽고 없어지더라도 리디는 영원히 안식을 얻지 못한채 계속 존재해야 하는 것이니까. "그전에 잠시만 시간을 주실 수 있을까요? 디파르큐님." 리디는 디파르큐가 고개를 끄덕이고 힘을 끌어올려서 디파르큐가 말한대로 리디의 영혼과 육체를 분리시켜 하자, 그녀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내가 서 있는 쪽으로 걸어와서 나의 품에 안겼다. "리디?"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걸어와 나의 품에 안긴 리디의 몸은 내가 생각지도 않게 상당히 떨리고 있었다. 리디역시 불안감과 두려움이 앞서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역시 조금이라도 잘못된다면 이것이 나와 함께 있는 마지막이 될테니까. "세이츠 오빠... 분명히 돌아가서 다시 이렇게 마주보고 웃고 이야기 할 수 있겠지?..." "...물론. 반드시. 내가 그렇게 하도록 할께.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고마워. 난 오빠만 믿을께. 꼭." "응." 리디는 품에 안겨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갑작스럽게 고개를 들어서 나에게 키스했다. "웁!" 난 리디의 갑작스런 키스에 조금은 놀랐지만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를 힘주어 안아주었다. -좋을때군. 훗훗훗 이 광경을 본 디파르큐는 마계의 군주답지 않게 혼자 중얼거리면서 웃고 있었고, 키스가 끝나자 리디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디파르큐에게 걸어가 힘차게 외쳤다. "부탁드립니다!" -좋아. 너역시 마음에 드는군. 시작한다. 우우우웅! 디파르큐는 씩씩한 리디의 모습을 보고 상당히 흡족해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힘을 끌어 올렸다. 그녀가 끌어올린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내가 가지고 있는 힘 - 카오스 마법 8단계를 끌어 올리고 제노블레이드를 사용하면서 마법의 언어와 검에 대한 최강을 경지를 사용한다 해도 이길 수 없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힘이라는 것이었다. "으윽..." 파치치칭! 디파르큐가 힘을 끌어올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리디의 몸은 알아볼 수 없는 언어들이 마법진 처럼 둘러싸고 있었고, 그녀의 몸은 서서히 검은 안개같은 것에 가려서 보이지 않고 있었다. 리디의 몸이 검은 안개같은 것에 완전히 가려지자 디파르큐는 리디가 있는 곳으로 손을 뻗으면서 짤막하게 뭐라고 주문 같은 것을 외쳤다. 퍼어엉! 디파르큐가 주문 같은 것을 외치자 마자 폭발이라도 일어난드시 폭음과 함께 리디의 온 몸을 감쌌던 검은색의 기류는 씻은듯이 사라져 버리고 리디의 몸은 허공에 뜬채 그녀의 몸에서 두개의 빛의 구체가 실처럼 연결되어 리디의 몸을 떠돌고 있었다. 난 그것이 직감적으로 리디의 영혼과 또 이 곳 마계에서 만들어진 리디의 또다른 인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 된건가?' -아직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았다. 기다려라. 우우우웅.. 디파르큐는 리디의 몸을 떠도는 두개의 빛의 구체중에서 하나를 손으로 쥐더니 그 빛의 구체와 리디의 몸과 연결되어 있는 실 같은 것을 끊고는 다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허공에 떠 있는 리디의 몸과 하나 남은 빛의 구체는 다시 하나로 합쳐졌고, 디파르큐의 손에 쥐어진 빛의 구체는 그 빛을 잃은채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끝났다. "....어떻게 된거지?" 디파르큐는 모든일이 끝나자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디파르큐가 나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 자 받아. 디파르큐는 꽤나 당황하고 있는 나에게 손에 쥐어진 뭔가를 던져 주었고, 난 그것을 엉겁결에 받아 들었다. 디파르큐가 던진 것을 받아보니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는 보석이었다. "보석?" -보석이 아니다. 영혼석이라고 부르는 거야. 몇백년만에 만들어 보는군. "영혼석 이라면..." -말 그대로다. 네녀석이 그토록 찾던 아이의 영혼은 그 속에 봉인되어 있다. 손에 쥐고 정신을 집중하면 대화도 나눌 수 있을거야 아마. 디파르큐는 자신이 만든 영혼석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까지 곁들여 주고 있었다. "그런가. 좋군." -그럼 이제 남은 저 아이는 어떻게 할텐가? "글세. 원래 있던 곳으로 데려다 놓아야 겠지. 이제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니." 디파르큐는 여관 바닥에 쓰러져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리디 - 솔직히 이제는 리디라고 부를 수도 없지만 - 를 쳐다보고는 넌지시 물었고, 난 조금 고민하다가 그녀에게 대답했다. 사실 이렇게 버려둔다고 해도 어쩔수 없으니 원래 있던 곳으로 가져다(?) 놓아야 겠지. -그런가. 이건 선물이다. 받아. "웃." 디파르큐는 나의 대답을 듣고는 씨익 웃으면서 다시 한번 알수없는 물건을 나에게 던졌다. 디파르큐가 던진 물건을 받아들고 보니 이번에는 붉은색으로 빛나는 보석이었다. "뭐지 이건?" -마정석이야. 마계의 보석이지. "뭐?" -네녀석이 돌아가 버리면 괘나 지루해질것 같아서 말이야. 그걸 가지고 돌아간다면 종종 널 찾아가도록 하지. 오해는 말아. 난 이세계에서 창조주. 더구나 너희 세계에서도 불청객. 게다가 다른 마계 군주끼리도 서로 화합하지 않는 독자적인 존재. 수천년의 세월을 지내오면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고. "그런가. 뭐 나는 상관없으니." -고맙군. 쿡쿡 디파르큐의 말을 들어보니 그녀의 기분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만든 공간에서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낸다면 그야말로 큰 혼란만 일어날뿐인데다가, 내가 살고 있는 중간계로 온다면 그녀를 공격하거나 혹은 무서워 하거나 둘중에 하나. 그렇다고 다른 마계의 군주들과 잘 지내는 것도 아니니... 한마디로 디파르큐라는 마계 군주는 '친구'라는 것이 필요한 것인지도 몰랐다. "이제 돌아가야 겠군. 정식으로 인사를 해야겠지. 고마워. 마계의 10대 군주중 한명인 디파르큐." -딱딱하군. 뭐라 불러도 상관하지 않겠어. 다음에 만날때는 좋게 만났으면 좋겠군. 그럼 언젠가가 될지 모르는 다음에 다시 만나자. 휘우우웅! 디파르큐는 붉은색의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 직후 엄청난 위압감으로 느껴지던 디파르큐의 힘이 순식간에 줄어든다고 느껴진다 싶더니 단 한순간에 어떤 힘도 느껴지지 않고 정신을 잃은 밀레나 만이 쓰러져 있을 뿐이었다. "재미있군. 디파르큐란 마계의 군주는." 난 양 손에 각각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빛나는 보석을 쥐고는 혼자서 웃었다. 행동이야 어떻게 되었던 원하는 목적은 모두 이룬 셈이었다. 이제 나의 세계로 돌아가는 일만이 남았을 뿐. "아모프. 리니어스. 그라테." "예.... 마스터." 셋의 드래곤은 아직까지도 방금전에 일어난 일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내가 부르는 말에 대답은 확실했다. "너희들도 보았겠지. 이 세계의 창조주를." "예. 마스터." "난 나의 세계로 돌아간다. 너희들과의 계약은 여기서 끝이군. 저기 쓰러져 있는 여자는 원래 있던 왕궁으로 데려다 놓고. 여기 쓰러져 있는 이 밀레나라는 여자는 네녀석들의 레어에서 보석이나 조금 퍼 준 후에 다른 나라에 데려다 놓을것. 나의 명령은 이것으로 마지막이다." 난 유난히 '마지막'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내가 원래 사던 세계인 중간계로 돌아간다면 더 이상 마계의 드래곤은 이들을 볼 일이 없을테니까. "알겠습니다. 마스터. 하지만 저희는 다시 돌아와야 합니다." "뭐?" ...라고 생각을 했지만, 뜻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아모프가 나의 명령에 대해서 거부를 한 것이었다. "드래곤의 계약은 신성한 것. 그것이 설사 다른 세계와 연결된 것이라 해도 저희는 그 계약을 지킬 수 밖에 없습니다." "허헛." "그래서 저희 역시 마스터와 함께 중간계라는 곳으로 넘어 가겠습니다." 바로 이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드래곤과의 계약을 너무 가벼이 본 것일지도 몰랐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차원이 다른 곳에서의 계약인데 그것을 끝까지 지키려고 하다니 황당함을 느꼈다. "하지만 난 너희들을 데려갈만한 능력이 되지 않아. 고작해야 나 하나 정도밖에 되돌알 갈 수 없어." "저희들은 폴리모프를 통해서 마스터에게 가장 작은 짐이 될것이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분명 며칠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반항끼(?)가 많았던 드래곤들이 갑자기 자신들 세계의 창조주를 만나더니 태도가 확 바뀌어 버렸다. 머리를 굴려서 그 이유를 생각해 본 결과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드래곤들은 자신보다 월등한 힘을 가진 존재에게 복종한다는 것. 과거에 얼핏 들었던 신화 이야기 같은 곳에서 드래곤들은 강력한 힘을 가진 마신이나 신들의 종이었다고 했으니 그와 비슷한 것일지도 몰랐다. 디파르큐가 나를 친구로 여긴다고 했으니 드래곤들이 본 나의 위치는 디파르큐와 동격. 그렇다면 난 드래곤들에게 있어서 절대 거역하지 못할 존재인 셈이었다. "하아." 난 드래곤들의 이런 태도에 한숨을 내쉬면서 알아서 하라고 손짓을 했고, 드래곤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리디 - 이제는 몸만 리디이지만 - 와 밀레나를 데리고 공간이동을 했다. 그 와중에도 아모프는 그 어느곳에도 가지 않고 나의 뒤를 쫓아왔다. 이왕 이렇게 되어 버린거 이미 포기하고는 난 빠른 속도로 마을을 빠져나와서 아무도 없는 빈터를 찾아 걸음을 멈췄다. 내가 민터를 찾아 걸음을 멈추자 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둘의 드래곤들도 나의 뒤로 공간이동을 해서 순식간에 모습을 나타났다. "어쩔수 없군. 나참. 잠깐동안 편하게 지내려다가 생고생을 하게 됐군. 그럼 돌아간다. 난 너희들까지 데려갈 힘이 없으니 알아서들 해라." "알겠습니다. 마스터." 난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면서 완전히 포기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드래곤들은 나의 이 말도 명령으로 여겨지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문을 외우자 순식간에 그 모습이 사라졌다. 분명 공간이동 같은것은 아닐테고. "어디에 있나? 다 돌아간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마스터. 저희들은 마스터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역시 돌아간건 아니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거 더 이상 이들에게는 신경쓰지 말고 내가 돌아갈 준비나 해야할 처지였다. 난 이때까지 고이 간직하고 있었던 현자의 돌을 품속에서 꺼내 바닥에 내려놓고는 디파르큐가 준 푸른색의 영혼석을 주먹에 쥐고는 말했다. "이제 돌아간다 리디. 괴롭더라도 조그만 참아." -응. 괜찮아. 난 기다릴 수 있는걸. 확실히 디파르큐가 말한대로 정신을 집중하면 대화가 가능하긴 했다. 리디가 드래곤들 처럼 머릿속에다가 직접 말을 거는 것 같아서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응. 조금만 기다리면 될꺼야. 조금만." -난 오빠를 믿는걸. "그래..." 난 리디와 잠시동안 대화를 나눈뒤에 두개의 보석을 품 안에 집어넣고는 현자의 돌을 다시 집어 들었다. 그리고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주문을 외웠다. 이 지긋지긋한 마계가 아닌 내가 살던 세계로. -XenoBlade -305- -귀환2- Written By Xeno "크윽." 돌아간다는 것도 마계로 오는것 만큼이나 쉬운일은 아닌듯 했다. 내가 마계로 넘어 왔을때 정신을 잃고 있었던 것 처럼 이번에도 나의 정신은 아득히 머곳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간단히 말해서 이번에도 정신을 잃는 셈이었다. 이번에는 정신을 잃더라도 셋이나 되는 마계의 드래곤들이 붙어 있으니 별 걱정은 없지만. 다시 돌아간 나의 세계는 어떻게 변했을까... '...터....시오.' "으윽..." "마스터 정신 차리십시오." "응?" 난 완전히 정신을 잃고 있다가 누군가가 나를 부르며 깨우는 소리에 간신을 눈을 뜰 수 있었다. 분명히 눈을 뜨긴 했지만 나에게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암흑뿐. "뭐지? 돌아온 것이 맞는건가?" 혹시나 해서 내 머리위를 쳐다보았지만 여전히 암흑뿐인 세상이었다. 밤이라면 별같은 것이라도 있을텐데 그런것 조차 없는 완전한 암흑의 세상이었다. "혹시 공간이동이 잘못되기라도 한건가....설마..." "아닙니다 마스터. 이곳은 밀폐된 거대한 공간 같습니다." "건물 안 같은곳이란 뜻인가?" "그렇습니다. 마스터." 난 아모프의 대답을 듣고서야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이곳에 밀폐된 공간이라면 최소한 잘못찾아 왔다거나 하는 생각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았다.일단 이곳에서 나가는 일이 급선무였다. 언제까지고 이곳에서 이렇게 있을수만은 없을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어둠에 익숙해 지지 않았고, 오히려 검은 암흑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마져 받고 있었다. "어둡군." 화악! 난 너무나도 어둡다는 생각에 혼자서 중얼거렸지만 나의 목소리를 들은 아모프는 내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머리위에다가 커다란 빛의 구체를 띄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고분고분해져서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른 꿍꿍이가 있다 하더라도 드래곤과 나와는 계약이 성립된 관계이기 때문에 나에게 해가 되는 일은 할 수 없었지만. "여긴..." "특별한 무언가를 봉인하기 위한 장소같습니다." "흠." 아모프가 빛을 밝히자 어둠으로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주변의 모습이 모두 드러났다. 내가 있는 이곳은 거대한 돔 형태의 장소였는데 벽에 빛이 비추어 지자 저마다 희미하게 빛을 발하면서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바로 벽마다 마법이 걸려 있다는 증거였다. "하필이면 이런곳으로 온거지? 출구는?" "벽 모양과 거의 비슷하지만 미세하게나마 마법적인 기운이 보통의 벽들과는 다른 곳이 있습니다." "가지." 난 땅바닥에 주저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아모프의 뒤를 따라갔다. 몸을 일으켜 세워서 아모프의 뒤를 따라가다 보니 내가 앉아 있던 바닥은 보통의 바닥이 아니라 특별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그런 바닥이었다. "잠깐." 난 앞서가고 있는 아모프를 불러 세우고는 내 발밑에 그려진 문양을 천천히 뜯어 보았다. "이거 어디선가 본 문양인데.... 어디서 봤드라... 이거 어디선가...." 분명히 바닥에 그려진 문양은 내 기억에 있는 그런 문양이었다. 내 기억에 있는 문양 이라는 것은 이곳이 확실히 중간계라는 것임을 나타내주는 것이지만, 지금 내 발밑에 있는 문양은 별로 유쾌하지 않은 기억의 문양이었다. "생각났다! 이건...!" "마스터?" 내가 발밑의 문양에 대해 떠올리고는 인상을 잔뜩 지푸리자 나를 지켜보고 있던 드래곤들이 한결같이 물었다. 내 발밑에 있는 문장. 어디에선가 본 문장인가 했더니 바로 슈렌의 성에서 본 그녀석의 문장이었다. 분명히 내가 마계로 넘어갈때 슈렌을 죽었을텐데 어떻게 이 문장이 이런곳이 그려져 있는 거지? "아니다. 일단 이곳에서 나간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난 대체 영문을 모르겠지만 지금은 일단 넘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이걸 가지고 고민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은 데다가 슈렌이 살아있건 죽었건 간에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리디를 되살리는 일이지 분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었다. "이곳입니다. 아무래도 이 안쪽에서 여는 방법은 알 길이 없습니다." 아모프가 벽처럼 보이는 한곳에 다다르자 그 벽을 가리키면서 나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 역시 내가 무슨 명령을 내릴지 거의 짐작하고 있겠지만 확인차원에서 물어보는 셈이었다. "부셔. 어차피 우린 이곳에서 오래있을 필요도 없고, 무엇을 봉인하기 위한 장소이거나 특별한 장소라는 건 확실하지만 그 봉인이 깨져서 무언가 해가 되는 것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우리가 해결해 버린다면 그만이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아모프가 나에게 대답하고 다른 두 드래곤에게 눈짓하자 둘의 드래곤 - 리니어스와 그라테는 벽처럼 보이는 출구앞에 서서 힘을 끌어 모았다. 우우우웅!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명색의 드래곤이라서 그런지 힘을 끌어 모으자 마자 그들에게서 엄청난 마나의 힘이 느껴졌다. 굳이 내가 힘을 쓸 필요 없이 드래곤이 알아서 일처리를 해주니 이런것도 좋다고 여겨졌다. 꽤나 편하다고 할까. 슈아아아! 콰콰쾅! 둘의 드래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인후에 동시에 벽을 향해서 끌어모은 마나탄을 날렸다. 하나라면 모를까 두개나 되는 마나탄이 한곳에 직격하자 벽은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산산조각이 나버리면서 사방으로 파편을 튀겼다. 그리고 박살한 벽 너머로 밝은 빛이 새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문 맞군. 나가자." 난 리니어스와 그라테가 뚫어놓은 벽을 지나서 바깥으로 한걸음 내딛었다. 잠시동안 이지만 어두운 곳에 있다가 밝은 곳으로 나가니 눈을 뜨기 힘들었지만, 곧 익숙해져서 금방 사물을 알아볼 수 있었다. "마스터. 아무래도 문제가 생긴것 같습니다." 하지만 벽을 부수고 나간직후 아모프는 나의 귓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확실히... 문제는 문제였다. "나도 두 눈 멀쩡히 뜨고 보고 있으니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벽을 부수고 나간것 까지는 좋았는데, 내가 있던 곳이 확실치는 않지만 거대한 신전 같은 곳인듯 했다. 그것도 상당히 과격한. 벽을 부수고 나온 나와 드래곤을 앞에 어느새 수십명의 사제들과 신전에 소속되어 있는 기사인지 아닌지 모를 갑옷입은 녀석들이 포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내가 뚫고 나온곳은 거대한 신전의 중앙 홀이었는지 천정에는 커다란 샹들리에게 매달려 있었고, 잘 다듬어진 거대한 돌기둥으로 받친 돔 형태의 지붕하며, 마법으로 만들었는지 모를 색색의 빛무리가 천정 근처에서 천천히 움직이기까지 하고 있었다. 게다가 홀 안에 커다란 의자들 하며 그 의자들 마다 사제들을 비롯한 일반 기도자들도 수도 없이 앉아 있다가 서둘러 홀 바깥으로 이동해 가고 있었다. 뭐 이동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갑작스런 일이 일어나서 대피하는 것이었다. 바닥은 붉은 카펫같은 것으로 깔려 있었는지 꽤나 분위기 좋았겠지만, 지금은 돌가루와 함께 몇 사람이 멱을 뚫고 나올때 그 근처에 있어는지 피투성이가 된채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어서 그리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거참. 길이라고 뚫고 나온것이 이런곳이냐 하필이면. 다른길은 없었나?" "없었습니다. 외부로 통하는 것을 이곳 한곳 뿐이었습니다." "너희들은 누구냐!" 나와 아모프가 우리를 포위한 사람들을 주변 상황을 보면서 대화 하고 있을때,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늙은 사제 한명이 소리쳤다. "흠. 뭐 특별히 소개할 말은 없는데. 그러는 당신은 누구지? 여기가 어딘지도 좀 알려 줬으면 좋겠군." "저런 발칙한!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조용히 하게!" 내가 먼지를 뒤집어 쓴 늙은 사제에게 대답하자 그의 주변에 있던 기사 한명이 발끈했지만, 먼지를 뒤집어 쓴 늙은 사제는 오히려 그에게 호통을 쳤다. "당신들...그 안에서 나온건가?"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저 안에서 나온건 확실하군. 덧붙여서 문같은것이 보이지 않길래 문을 만들어서 나왔지만. 방법이 좀 과격했으니 사과하지. 우리도저 안에 갇혀 있긴 싫어서 말이지." 늙은 사제는 나의 말을 듣더니 얼굴에 경련까지 일으키면서 경기를 일으킬것만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설마... 당신의 이름이..." "나의 이름은 알아서 무엇하려고?" "매우 중요하오. 알려주었으면 감사하겠구려." "세이츠." 난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내 이름을 알려 준다고 해서 뭐 나쁜일이라도 일어날까 싶어서 짧고 간단하게 이름을 말해 주었다. 하지만, 나의 이름을 말하자 나와 드래곤들을 포위했던 사람들의 표정은 놀람과 함께 술렁이고 있었다. "뭐지?" "뭔가 이상한 느낌입니다. 마스터." "흠. 일단 두고 보겠다." 아모프는 나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갑자기 바뀌자 경계의식을 느꼈는지 나에게 말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들은 단순히 놀라고 있을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대의 이름이..정녕 세이츠란 말이오....?" "두번말하게 만들텐가?" 늙은 사제는 나의 이름을 듣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고, 난 은근히 짜증이 나서 일부러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조금은 위협적이랄까. 하여튼 그리 좋은 태도는 아니어지만, 늙은 사제의 반응은 내가 상상도 못한 것이었다. "오오... 당장 전령을 보내라! 드디어 돌아왔다고!" "엉?"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세이츠님. 이쪽으로." "어라?" 게다가 나를 마치 귀빈대접이라고 하듯이 허리까지 굽실거리면서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홀 바깥으로 나갈것을 귄하고 있었다. 늙은 사제 뿐만이 아니라 나와 드래곤들을 포위했던 사제들과 기사들까지 모두 고개를 숙이고는 나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저희는 이날만을 기다렸습니다. 오랜시간 동안." "당신 나를 아나?" 늙은 사제는 마치 나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처럼 대하고 있었다. 난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세이츠님은 저를 모르실지라도 저는 세이츠님을 알고 있습니다.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만 세이츠님이 예전에 판타그라와 이슈테리아, 나스 연합국가와의 전쟁에서 이슈테리아와 나스 연합국가측에서 전쟁에 참전하셔서 엄청난 전과를 세웠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아?" "이쪽으로." 난 도무지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정신이 없어서 생각할 겨를도 없을 지경이었다. 분명히 내가 뭔가를 하긴 했는데 언제 그 일이 이렇게 미화되고 알려 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늙은 사제는 어느 방문 앞까지 안내를 한 후에 그 방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방 안으로 들어가니 푹신한 의자와 함께 테이블에는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저희는 세이츠님 한분만이 돌아올줄 알고 있었는데 동료가 세분이나 더 있었군요." "아아. 그일은 나중에. 대체 이게 어떻게 된거지." "세이츠님이 마계에 가신 동안 세이츠님이 돌아오실걸로 믿고 리코님이 미리 준비해 두신 겁니다." "리코가?" 늙은 사제는 나의 놀라는 표정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슈렌은 분명히 죽었고, 슈렌에게는 자식도 없었으니 그 사후에 그의 영토와 작위, 모든 것을 이을 사람은 리코와 쥰정도. 분명히 그런것 같았다. 리코가 슈렌의 모든 것을 이어받았고, 아마 리코 아버지의 영지와 모든것도 이어 받았겠지. 그렇다면 지금은 엄청난 힘을 지닌 대 영주가 되어 있을 법도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커다란 건물을 지을수도 없고, 사람들을 이렇게 준비시킬 수도 없겠지. "전령을 보냈으니 곧 리코님이 오실겁니다." "그래?" "이제보니 제 소개도 안했군요. 전 프리트 실딤이라고 합니다. 이 신전의 신관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세이츠님은 마계에 가셨어도 조금도 늙지 않으셨군요." "응?" "분명히 마계에 가실때 20대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런데?" "마계로 넘어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돌아오셨으니 리코님도 깜짝 놀랄겁니다. 후후..." "뭐? 잠깐만. 잠깐. 지금 뭐라고?" 늙은 사제.... 프리트 실딤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했다. 내가 마계에서 지낸 시간은 다 합쳐봐야 3년도 안돼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동안 리코가 팍삭 늙기라도 했다는 소린가? 생각해 보니 그 짧은 시간동안 이런 거대한 신전을 짓고 수많은 사람들을 이 신전에 거주하게 하면서 내가 돌아올때까지 준비를 한다는 것도 불가능했다. 적어도 10년은 넘어야 안정적인 운영과 함께 리코도 슈렌으로 부터 물려받은 힘과 권력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것 같았다. 3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무리였다. "내가...마계로 넘어간지 몇년이나 지났지?" "저런. 모르셨습니까? 세이츠님이 마계로 넘어가신지는 올해로 43년째입니다. 그러니까 세이츠님이 그동안 나이를 먹으셨다면 60대가 되신 거군요." "뭐?" 43년. 말이 좋아서 43년 이지, 43년 이라면 손자까지도 볼 수 있는 그런 나이였다. 내가 마계로 넘어갔을때 그43년을 그대로 먹었다면 이미 늙어 죽었을 수도 있는 그런 시간이었다. 난 분명히 길어야 3년 정도라고 생각했건만. 거기에서 40년이나 더한 세월이라니! "43년....이라고?" 게다가 분명히 현자의 돌에 남겨진 힘과 마법 주문도 틀림없이 정확했다. 여기서 문제가 있었다면 바로 내 부하가 되어 이곳까지 따라온 마계의 드래곤. 원인은 분명히 이들이었다. 43년이란 시간의 원인은. -XenoBlade -306- -귀환3- Written By Xeno 난 혼란스런 정신을 수습한 후에 내 뒤에 서 있는 드래곤들을 쳐다보았다. 나의 시선을 받은 드래곤들은 뭔가 찔리는 것이 있는듯 약간 이지만 몸을 움찔거렸고, 그것을 본 나는 주저없이 앉았던 의자에서 일어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모프에게 걸어갔다. "이유를 알고 있겠지?" "확실하진 않지만..." "변명따윈 필요없다. 있는 그대로만 말하라." "저희들이 마스터의 몸에 붙어서 차원이동으로 이곳에 넘어올때 저희들의 존재 자체가 위협을 받을 정도의 엄청난 힘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차원이동중에 저희도 모르게 저희 몸에 방어 마법을...." 그랬다. 바로 40년 이란 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것은 나의 몸에 붙어 있었던 3마리의 드래곤들이 펼친 방어마법 때문이었다. 차원이동중에 어떤일이 일어나는지 정신을 잃은 나로서는 알 수가 없지만 드래곤들은 차원 이동을 하는 도중에도 나처럼 정신을 잃지 않고 그대로 이동하고 있었으니 어떤일이 일어나는지 온 몸으로 느낀것이었다. 그 와중에 드래곤들이 위험을 느끼고 자신들의 몸에 방어 마법을 펼친 것이고, 그 마법의 영향이 바로 지금과 같은 결과였다. 현자의 돌이 가지고 있는 마나의 양은 마법 주문에 의해서 차원 이동을 할 정도의 마나만을 사용해서 그 문을 여는 셈이었는데, 차원이동 도중에 드래곤들이 가지고 있는 마나가 더 해졌으니 내가 살던 중간계가 아닌 다른 곳으로 튕겨져 나가지 않은것만 해도 다행일지 몰랐다. 하지만 그거는 그거고 이거는 이거였다. 어찌됐던 지금의 결과는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쪽으로 나왔으니까. 그나마 다해이라면 리코를 비롯한 과거에 알던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죽기 전에 온것이랄까. "지금 그것때문에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알고는 있는건가?" 난 상당히 격앙된 어조로 아모포를 노려보았다. 나의 시선을 받은 아모프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대답도 못한채 얼굴 표정이 굳어 있었다. 퍼억! "큭!" 난 그런 아모프에게 사정을 봐주지 않고 그의 복부에 강렬한 일격을 날렸다. 갑작스럽게 나의 공격을 받은 아모프는 두 발이 순간적으로 공중에 뜰 정도의 엄청난 힘을 받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서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내면서 기침을 했다. "쿨럭. 쿨럭... 크윽..." 그댓가는 이정도로 끝내겠다. 마음같아서는 네녀석들의 드래곤 하트를 모조리 꺼내서 다시 한번 차원이동을 해 원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참겠다. 지금의 결과야 어찌됐던 내가 알던 사람들도 살아있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도 풀릴것 같으니. "큭... 감사 합니다... 마스터." 아모프도 이정도로 끝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생각했는지 고통에 신음소리를 내면서도 나에게 대답하는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치료해라.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왔는지 모르겠지만 마스터는 나일지라도 너희들의 리더는 아모프다. 절대 명령을 거역하는 일 없도록." "알겠습니다. 마스터." 난 바닥에 쓰러져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고통을 참고 있는 아모프를 가리키면서 경직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리니어스와 그라테에게 말했고, 그들은 나의 말을 듣고는 더 이상 내가 무슨 일을 벌인다거나 하지 않는 것을 알고 안도의 표정으로 대답했다. "험험. 조금 과격하시군요. 소문대로." 내가 드래곤들과의 볼일(?)이 끝나자 이때까지 이 광경을 지켜보던 프리트실딤이 한마디 했다. 그는 사제라는 직업때문인지 몰라도 이런 광경을 그리 흔하게 볼 기회같은건 없을테니 꽤나 놀라는 것 같았다. "조금... 인가요?" "네?" "아닙니다. 아무것도." 난 프리트실딤의 말에 잠깐이지만 옛 생각에 잠겼다. 살아 있다 해도 지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나를 키워준 할아버지. 아니, 할아버지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비 인간적인 원수같은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난 어릴때 그에게 검술 수련이랍시고 매일같이 맞는것이 일이었는데. 이런게 조금이라... 내가 말없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테이블에 놓여있던 찻잔을 들어서 아무말 없이 차만 조금씩 마시고 있자 분위기가 상당히 썰렁해지는 것 같았다. 나에겐 이런 분위기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이제까지 살아온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런곳 보다는 떠돌이 용병단 같은 곳이나 뒷골목의 어둡고 침침한 술집 같은 곳이 더 어울릴지도. "프리트실딤님! 리코님이 오셨습니다!" 말없이 침묵만으로 앉아있은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있는 방의 문을 누군가가 노크하면서 소리쳤다. "오오! 어서 들어오시라고 해라!" 프리트실딤은 변함없이 썰렁한 공기에 리코가 왔다는 소리에 한시름 놨다는 표정으로 소리쳤고, 프리트실딤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방문이 열리면서 한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나 역시 방문이 열리자 마자 앉아있던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방문쪽을 쳐다보았고, 방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과 나와 눈이 마주쳤다. "세이츠...형?" "리코?" 방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리코였다. 하지만 난 리코의 모습을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리코역시 나를 보고 놀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리코는 내 기억속의 리코가 아니었다. 검은색 보다 흰색이 더 많아진 머리카락과 적당히 기른 수염. 얼굴에 가득한 주름살... 40년이나 시간이 더 지났다고 들었을때 직접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이렇게 그런 상황을 마주하게 되니 엄청난 세월이 온몸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형은... 하나도 늙지 않았군." 목소리 마져 중년을 넘어 장년의 중후한 목소리. 내가 알던 그 꼬마 리코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단지 세월의 흔적을 깊게 간직하고 있는 표정과 그 세월동안 쌓아온 경험 어린 몸짓과 말투만이 있을뿐. "그러는 리코야 말로 완전히 할아버지가 다 됐네. 역시 40년이란 시간의 이동은 엄청난 것이군." "세이츠형은 하나도 안변했네." 이미 노인이 되어버린 리코와 내가 살던 이곳 - 중간계는 꼭 4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변하지 않는 나. 꽤나 어색하고 서먹서먹했다. 리코는 예전에 보던 나의 모습 그대로 였으니 그나마 조금 나을것 같았지만, 난 정말 적응되지 않는 그런 기분이었다.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은데 얘기는 내 집으로 가서 하자." "그래." 리코는 얼굴 가득히 미소를 띄우면서 앞장서서 방문을 열고 나갔고, 나도 리코의 뒤를 따라갔다. 어차피 지금 이곳에 있어봐야 딱히 할 것도 없었고, 43년이나 지난 이곳이 얼마나 변했는지도 알수가 없었으니 지금 나의 모든 것은 리코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리코뿐만이 아니라 이곳에서 알던 사람들 모두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이미 나이 때문에 죽은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리코를 따라 신전 내부를 벗어나지 내 생각보다도 더 커다란 규모였다. 그것도 상당히 큰 산속에 위치한. "엄청나네." "이렇게 만드는데 20년쯤 걸렸지." "흐음." 리코는 앞서 걸어가면서 내 의문에 대한 대답을 해주었다. 20년이라. "리코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지?" "충분히 할아버지지. 거의 70이 다 됐던가. 그동안 힘들게 사느라고 나도 내 나이를 잘 모르겠어. 이제 죽을때가 다 됐다고 느껴지던 찰나에 세이츠형이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야. 내게 맡겨진 일들을 할 수 있으니까." 리코는 스스로 자신이 죽을때가 다 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어리게만 보았던 그 꼬맹이의 입에서 죽을때가 다 되었다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마치 난 이미 이세상에서 죽어 없어진 사람이고 그저 이 세계를 떠도는 유령같은 느낌이랄까. 분명히 내가 살던 세계지만 오히려 이 곳에서 존재해서는 안될 이방인 처럼 느껴졌다. 생각해 보니 나도 내 나이가 정확하게 얼마인지 계산이 안됐다. 마계에서 있던 시간에다가 지금 이곳으로 온 시간을 합하면 육체적인 나이는 20살이 조금 넘었을것 같은데, 실질적으로 이곳에서 나이를 계산하면 거의 80이 다 되는 건가.내가 마계로 넘어가지 않고 계속 이곳에 있었다면 지금까지 살아 있을지 의문인 나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세이츠형이 알던 사람들은 대부분 잘 있어. 워낙 건강했던 사람들이라서." "그렇군." 리코를 따라서 산길을 조금 내려가자 대로가 나왔고, 그 대로 한쪽에 커다란 마차와 그 마차를 호위하고 있는 5명의 호위병이 보였다. "저거 타고 가는거야?" "여기서 조금 시간이 걸리거든. 그리 멀지는 않지만 걸어가려면 시간이 걸리고 세이츠 형도 보다시피 나도 이제 나이가 나이니까." "흠..." 아까부터 생각되는 것이지만 70이 다된 할아버지인 리코에게 계속 형이라고 불리니 뭔가 찜찜하고 이상한 기분을 감출수 없었다. 노인에게 형소리를 듣는 20대 초반의 사람이라. "리코." "응?" "그냥 세이츠라고 불러. 형이란 소리는 빼라. 아무리 과거에 알고 있던 사이지만 네가 생각해도 좀 그렇잖아? 그리고 어색한 말투는 빼고 그냥 하대해." "하하하. 그렇긴 한가. 그럼 그냥 세이츠라고 부르지." "그렇게 해." 리코와 내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대로 한쪽에 세워져 있던 마차가 금새 우리쪽으로 다가오더니 마차위에서 한사람이 급하게 뛰어내린후에 서둘러 마차문을 열었다. "흠. 고맙네." 리코는 이미 이런일이 익숙한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나역시 리코의 뒤를 따라 마차 안으로 들어갔지만 셋의 드래곤들은 마차 바깥에서 서 있을뿐 마차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난 바깥에서 그냥 서 있는 셋의 드래곤들을 바라보면서 그들을 부르자 그제서야 그들은 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특별한 명령이 없는 한은 내가 가는 곳은 거의 다 따라오는 것이다. 주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던 말던. 알겠나?" "알겠습니다. 마스터." 셋의 드래곤들은 마계의 군주인 디파르큐를 한번 대면하고는 정말로 고분고분해 져서 오히려 다루기가 더 힘들어 진 것 같았다. 그들에게는 창조주를 대면한 것이니 그럴만도 하겠지만 이건 정도가 너무 심했다. 차라리 반항적인 녀석들이 덜 심심하고 좋았는데. "그리고 혹시라도 나를 따라가지 못하게 막는다거나 하는 자가 있다면 그것에 대한 판단한 맡기겠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나와 리코를 비롯한 셋이나 되는 사람들 - 드래곤이지만 일단 사람의 모습이니까 - 이 마차안에 탔어도 마차가 큰편이라 자리는 넉넉했다. 셋의 드래곤들이 마차 안으로 들어서자 말을 타고 있던 마차의 호위병들이 매서운 눈초리로 그들을 한번 쏘아 보았지만, 드래곤인 이들이 그런것이 신경쓸일이 없었다. 내가 그들의 행동에 제약을 두지 않는다면 아마 드래곤들을 노려본 호위병은 이미 이 세상과 하직인사를 올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셋의 드래곤들이 모두 타고 마차의 문이 닫히자 마차는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세이츠. 이사람들은 모두?" "응. 마계로 가서 어떻게 하다보니까 심복이 된 녀석들이랄까." "세이츠가 선택했을 정도면 엄청난 실력들이겠네." "셋 모두 드래곤이야. 웜급 이상의." "역시. 보통 사람들은 아닐거라 생각했어." 리코는 드래곤이라고 한 말에도 별로 놀라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별로 놀라지도 않는군." "이미 예전에 놀랄일은 다 놀라 버려서 그런것쯤은 당연한 듯이 느껴지는 걸. 허허허. 드래곤 로드를 때려잡고, 혼자서 수만의 병사들과 싸운 데다가, 마계까지 넘어가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니까." "쿡쿡쿡." 리코는 내가 과거에 했던 일들이 생각나는지 그말을 하고는 작게 웃었다. 하긴. 내가 카오스의 힘을 얻은후에 이곳에서 한 일들은 나 자신도 인간이 아니고 괴물같은 존재라 느꼈을 정도니 그것을 지켜본 다른 사람들은 오죽 했을까. "거의 왔네." 리코는 창밖을 한번 쳐다보고는 손가락으로 멀리 보이는 거대한 성을 가리켰다. "저곳이 현재 살고 있는 곳이지." "엄청나군..." "대충 40년의 세월이니까." 리코의 마차를 타고 들어가는 곳은 거대한 성이었다. 그것도 눈에 보이는 부분만 그렇다는 것이고, 성외곽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성벽의 길이만 해도 마차안에서는 끝이 안보일 정도였다. 슈렌이 가지고 있는 모든 영토와 원래 리코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영토와 힘, 작위 같은 것을 다 물려 받았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내가 슈렌과 마지막으로 싸울때 슈렌 개인이 가지고 있는 힘만해도 작은 국가 한개정도의 국력과 맞먹을 정도였으니까. "물론 슈렌의 것을 물려 받았겠지?" "아아... 그렇긴 하지. 공식적으로는 어느날 갑자기 행방불명되어서 시체조차 찾지 못했다고 했지만, 나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 있지." "흠." "슈렌 형이 비록 나와 피가 이어져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에 대한 존경심 같은것은 남아 있지 않아. 단지 동정심정도가 남아 있을까. 참. 내가 슈렌 형의 모든 것을 물려 받는 대신에 쥰 누나가 아버지의 것을 물려 받았어. 지금 쥰 누나의 아들이 그 영토를 관리하고 있지. 사실 지금 이곳의 관리도 내가 손뗀지 오래야. 내 아들이 꾸려 나가고 있는걸." 리코와 쥰의 아들이라.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 만나면 어떤 기분이 들까 꽤나 궁금했다. 분명히 리코와 쥰의 아들에게도 자식이 있을텐데. 리코와 내가 탄 마차가 성안으로 들어가자 성벽에서 경계를 서던 병사들이 안쪽에다가 뭐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상당히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뭐가 저렇게 바쁜거지?" "이곳은 이슈테리아와는 달리 '세이츠'란 이름이 조금 알려져 있는 편이거든. 더군다나 저 산 안에 있는 거대한 신전이 세이츠를 위해서 지어진 것이니 이 곳 사람들은 모를래야 모를수가 없지. 사실 신전이라고 말을 하지만 신전이 아니라 수도원 같은 곳이지만"." "하아?" "저렇게 지어놓고 보니 내 예상과는 달리 꽤 유명해져서 세이츠라는 이름이 이사람 저사람 입을 통해서 전해진 모양이야. 시초가 누구였던 간에. 마계로 간 사람은 이제껏 단 한사람도 없었으니까. 뭐 우리가 모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찌됐던 간에 공식적은 기록은 없으니. 아 참고로 과거에 나스 연합국가,이슈테리아 군과 판타그라 군이 싸웠던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그런 유명세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꺼야." "하아?" 난 리코의 말을 듣고는 황당함에 뭐라고 대답해 줄 말이 없었다. 나를 위해서 신전... 수도원을 지은것 까지는 좋은데 그 결과가 이상하다면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기껏 돌아온 나의 세상. 그 세상이 드래곤들 덕분에 40년 이상이나 시간이 흘러 있었고,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했지만 오히려 이상한 방향으로 나의 이름이 널리 퍼져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내가 나온 그 수도원에서 세이츠란 사람이 마계에서 돌아왔다는 것을 퍼트릴테니 어쩌면 더 골치 아파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정확히 43년 후의 세상. 이 곳은 정말로 알 수 없을 정도로 변한 이상한 세상이었다. -XenoBlade -307- -귀환4- Written By Xeno 나와 리코를 비롯한 셋의 드래곤들을 태운 마차가 수많은 인파를 뚫고 성 안에 있는 어느 거대한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마차가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저마다 마차를 구경하던 사람들은 더 이상 쫓아오지 않았다. 단지 저택의 벽위로 기어 올라가서 마차를 구경할 뿐. 저택 안으로 들어선 마차는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 건물 앞에서 멈췄다. 마차가 서자마자 건물안에 있던 사람들이 문을 열고 나와서 리코를 정중하게 맞이했다. 리코의 아들이 이 성을 관리하고 있더라도 리코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변함이 없는 것 같았다. "집인가?" "허허. 그렇지. 자 이제 다왔으니 마차에게 내려야지." 리코는 너털웃음을 웃으면서 마차에서 내렸고, 나와 드래곤들도 뒤어이 마차에서 내렸다. 마차 안에 있을때는 몰랐는데 마차에서 내리자 리코를 맞이하기 위해서 나온 사람들의 숫자가 상당한데다가, 건물의 크기도 엄청났다. 내가 과거 리코가 꼬맹이였을때 보았던 리코의 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였다. "엄청난 크기군." "세월이 지나면서 계속 증축에 증축을 거듭하다 보니 지금까지 이르렀지. 지금도 다른곳에서 건물들을 또 짓고 있어. 이 도시는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해서 번창해 나가고 있지." "그런가. 좋은곳에 터를 잡았나 보군. 날로 번창하고 있으니. 치안문제만 신경쓴다면 그리 크게 걱정할 건 없겠네?" "그런 셈이지." 나와 리코는 수십년의 세월을 뛰어넘어서 스스럼이 없이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리코의 저택에서 리코를 맞이하기 위해서 나온 사람들이나 마차를 호위하면서 이곳까지 온 호위병들은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는 표정들이었다. 보기에도 나와 리코의 나이차는 적어도 40년 이상. 이제 갓 20대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노인에게 반말을 해대니 그럴만도 했다. "리코 공작님."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때 리코를 호위하던 호위병 한명이 리코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뭐지?" "이 분이 리코 공작님이 말씀하신 그 분이 맞다고 하더라도 저희들은 이분의 태도가 무례하다고 생각됩니다만." "그래서?" "자제했으면 좋겠습니다." "...라는군." 리코는 나에게 따로 말할 필요도 없이 고개만을 돌려 호위병의 말을 잘 알아 들었냐는 듯이 물었다. 리코가 나이를 먹기는 했어도 그 특유의 활달함만은 잃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방금 들어서 알게 된 리코의 직위 - 공작 이라면, 그나라에서 몇 없는 엄청난 지위였다. 공작이란 지휘의 바로 위가 대공이고, 그 대공의 위가 그 나라의 국왕이었다. 더군다나 대공과 국왕은 각 나라에 한명씩 밖에 없었고, 공작이란 지휘역시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현재 리코의 권력을 실로 막강한 것이었다. 리코의 호위병이 보기에는 이런 엄청난 배경을 가진 인물에게 반말을, 그것도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이 아무 꺼리낌 없이 지껄이니 심사가 뒤틀릴만도 했다. "흠. 그럼 내가 너에게 존칭을 써주어야 하는 건가? 그것도 이상한걸?" 난 잠시 곰곰히 생각하다가 리코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다시 물었고, 내가 이 말을 내뱉자 마자 리코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호위병의 얼굴근육이 실룩이면서 금방이라도 검을 뽑아 들고는 나를 공격할 듯한 기분을 내뿜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나에 대한 적의였다. 단지 이 말에 웃고 있는 것은 리코뿐. 리코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호위병이 나에게 적의를 품자 나와 리코의 뒤에서 따라오던 셋의 드래곤이 이것을 놓칠리가 없었다. 내가 그들의 앞에 있어서 표정을 확실히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인상을 잔뜩 구기면서 금방이라도 리코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호위병을 공격할 자세를 취하고 있을 것이 뻔했다. "감히...!" "가만히 있어라. 이곳은 싸울만한 곳이 아니다. 더군다나 상대방이 먼저 덤비지 않는 이상 전투는 금한다." 하지만, 이곳은 내가 오랫동안 있었던 마계와는 달리 적진이 아닌 오래전 -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면 몇년 되지도 않았지만 - 부터 알고 있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의 집이었다. 그것도 나에게 호의적인. "...알겠습니다. 마스터." 내가 뒤에서 금방이라도 사고칠 것 처럼 발끈하던 드래곤들을 진정시키자 리코도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젊은 호위병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웃었다. "헛헛헛. 괜찮다. 내가 그곳으로 가기전에 미리 말했지 않느냐. 나를 가르쳐 주신 스승이라고. 이 분은 이렇게 젊게 보여도 실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이란다." 리코가 자신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호위병을 일으켜 세우면서 별것 아니라는 투로 말하자 그 호위병은 꽤나 놀라는 눈초리로 리코에게 재차 물었다. "그럼.. 저 사람..저 분의... 나이가?" "흠. 글쎄 나이로만 따진다면 나보다 조금 더 많겠지." "허억." 리코는 나를 잠시 바라보면서 그렇게 대답해 주었고, 리코의 대답을 들은 호위병은 입까지 딱 벌어진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놀란건 호위병뿐만 아니라 주변에 리코를 맞이하기 위해서 나와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미안하구만. 다른건 다 좋은데 손자 녀석이 성격 하나는 급한 편이라서." "오호. 손자였어? 겉모습으로만 봐서는 나와 비슷하게 보이는데. 쿡쿡쿡. 손자라." "지금 견습 기사노릇을 하고 있지. 조금만 있으면 정식 기사가 될거야. 내 호위병을 자청한 것도 수련을 하기 위해서라나. 뭐 꼭 그이유가 아니더라도 이녀석은 혹시 나에게서 한가지라도 더 배울게 있나 기회를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지. 내가 알고 있는건 다 알려 줬다고 말했는데도 말이야." "그런 이유라면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는 녀석이군. 쿡쿡쿡. 원래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는게 좋지." "리윈. 정식으로 인사하거라." 리코가 아까와는 달리 조금 엄숙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자라고 소개한 호위명 - 리윈을 보면서 말하자 리코의 손자는 리코의 말에 쭈볏거리면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얼굴표정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지만, 리코의 근엄한 얼굴에 어쩔수가 없는 듯 했다. "리윈 이라고 합니다." "세이츠. 그냥 그렇게 부르면 된다. 리코. 이제 그만 들어가지. 빌어먹을 세월이 43년이나 흘렀으니 세상도 많이 변했겠군." 내가 리윈과 인사한후에 주변에 서 있는 사람들을 한바퀴 둘러보면서 리코에게 말하자 그때까지 나를 비롯한 드래곤들과 리코, 리윈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서 저택 안으로 안내했다. 일단 나의 나이가 겉보기와는 달리 상당해서 겉만 젊은이고 속은 노인(?)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쉽사리 대할수 없다는 것을 느꼈거니와 리코의 '스승' 이라는 말에 조심스러워 진 것 같았다. 리코가 그 동안 얼마나 실력을 키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수십년간 꽤나 높은 경지에 오른 것만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안내해 주는 사람들을 따라서 들어간 저택안은 바깥에서 본 것 치고는 그렇게 크지 않았고, 화려한 장식도 거의 없어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돈을 좀 번건 같은데 사는건 여전하군." "허허허. 어쩔수 없지. 그렇게 사는게 버릇인걸. 오히려 나에게 사치를 하라고 한다면 그것이 더 힘든 일이야." "그럴지도." "윗층으로 올라가지. 이제 다른 사람들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하고, 리윈 너는 따라오려므나." "예." 나와 셋의 드래곤, 리코, 리코의 손자인 리윈만이 윗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갔고, 나머지 사람들 - 저택 바깥쪽에서 리코를 마중나왔던 사람들은 뿔뿔히 흩어졌다. 사실 손님들이 온다면 이런 저런 사람들이 와서 접대를 하는것이 보통이었으나, 리코는 뭔가 중요한 얘기라도 할 것 같았다. 리코를 따라서 2층으로 올라간 후에 긴 복도를 따라 걸어가니 그 복도의 끝에 다른 문들보다 조금 더 견고해 보이고 더 커 보이는 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목적지가 저곳인가? 꽤나 중요한 곳인것 같군. 상당히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는 것 같은데?" "허헛. 들어가보면 저 방이 어떤 방인지 알게 될거야. 이 건물이 지어지고 난 후에 단 한번도 열린적이 없는, 오로지 세이츠를 위해서 만들어진 방이니까. 그 때문에 지금 쉴틈도 없이 이쪽으로 데려온 것이고. 세이츠가 마계에서 돌아왔다는 것은 그 목적을 이루었다는 뜻일테니." "목적이라. 이루긴 했지. 하지만 완전한 목적은 아직 멀었어. 그런데 이건 나를 위해서 만들어진 방이라고?" "저 방 안에 무엇이 있는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나조차 모르고 있어. 그저 세이츠가 마계에서 돌아오게 된다면 가장 먼저 저 방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시켜 주라고 루피가 말했었거든. 게다가 저 방은 대체 어떤 마법을 썼는지 건드리기만 해도 마법이 발동해서 문을 지키더군." "루피가?" 리코는 과거의 일을 회상하듯이 눈을 지긋이 감고는 느린 어조로 말하고 있었다. 리코 조차 같은 건물에 있는 방을 열지 못하고 내가 올때까지 기다렸다는 방이라. 그것도 엘프인 루피가 만들어 놓은 곳이니 상당히 중요한 것임은 틀림없었다. "열쇠는 없었어. 그리고 왠만한 마법력가지고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더군다나 이 방으로 통하는 통로나 심지어 창문조차 없는 방이야." "문을 부수라는 건가?" 나와 리코는 굳게 닫혀진 문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중이었다. 문을 부수게 된다면 알 수 없는 또다른 장치나 마법이 새로 발동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은데?" "위험을 감수 하고라도 부술수 밖에 없겠군. 그럼." 루피가 만들었다면 분명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만들어 놓은 것일터. 그렇다면 아무도 사용할 수 없는, 나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힘. 카오스의 힘을 끌어내어서 쓰는 것이 정답일지도 몰랐다. "비켜서. 위험하다." 문을 부수게 되면 어떤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문 가까이에 서 있는 리코와 리코의 손자인 리윈, 그리고 셋의 드래곤들을 물러서게 했다. 사실 드래곤들이야 무슨일이 생겨도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킬 수 있겠지만, 그것이 너무 과하면 또 다른 사태를 초래할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그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곳에 마법결계를 쳐라. 시끄럽고 상당히 신경쓰이는 일이 될테니." "알겠습니다. 마스터." 난 카오스 마법을 끌어올리기 전에 드래곤들에게 명령했고, 순식간에 2층 복도 전체가 특별한 마나의 흐름 - 마법 결계의 영향에 들어간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아무 거리낌 없이 눈 앞에 보이는 문을 부수고 안쪽으로 들어가는 일만 남았을 뿐. 끼이이잉! 내가 카오스의 힘을 끌어내자 나의 주변으로 순식간에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수십여개의 구체들이 모습을 나타냈고, 이 광경을 지켜본 리코의 손자 리윈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너무나 놀라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저...저것이 말로만 듣던....그...!" 끼우웅! 리윈이 말을 더듬으면서 뭐라고 하던 말던 난 정면에 보이는 문을 향해 카오스 마법을 날렸고, 문에 부딪힌 카오스 마법은 문에 걸린 마법과 충돌하면서 폭발음을 일으켰다. 쾅! 쾅! 쾅! 쾅! 내가 만들어낸 구체 하나하나가 부딪힐때 마다 문은 마치 거대한 헤머로 내려쳐지듯이 움푹움푹 파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단지 문 하나가 이정도의 카오스 마법을 견딘다는 것 자체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한동안 카오스 마법을 쏟아 부었지만, 문은 박살나지 않았고 그저 마법이 풀린듯이 이곳저곳 금이가고 경칩이 빠졌는지 뒤틀려서 반쯤 기울어져 있었다. "이상할정도군. 이정도의 카오스 마법이라면 저 문을 뚫고 뒤쪽의 벽까지 완전히 박살나서 구멍이 뚫렸을 정도일텐데." 난 카오스 마법에 견딘 문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면서 그 문에 다가가서 반쯤 기울어져 있는 문을 발로 찼다. 콰앙! 끼기기긱! 쿵! 문을 발로 차자 문은 아무런 저항없이 안쪽으로 쓰러졌고, 아무런 비도 없는 안쪽에 마법으로 빛을 만들어서 뛰우자 그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었다. 방 안은 뭔가 대단한 것이 일을것이란 생각과는 달리 방 한가운데에 돌로 만들어진 제단같은 것이 있고, 그 제단의 한가운데에 조그만 상자 하나가 있었다. "루피가 남긴것이 이 안에 들어있는 건가?" "아마도." "그럼." 난 제단같은 것에 올려져 있는 상자를 쥐고는 조심스럽게 열었다. 혹시라도 이 상자에 마법이 걸려 있는것이 아닐까 하고 조심을 했지만, 상자에까지 마법을 걸어 놓지는 않았는지 상자는 쉽게 열렸다. "지도?" 상자를 열자 상자 안에서 나온것은 한장의 지도였다. 그것도 분명히 내가 마계로 넘어가기전에 존재했던, 아니 그 이전 판타그라와 이슈테리아, 나스 연합국가간의 전쟁전에 있던 지도였다... 판타그라라는 국가명이 선명하게 씌여져 있었으니까. "내가 보기엔 새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난것을 감안할때 꽤 오래된 건데. 판타그라의 이름이 씌여져 있는 것을 보면. 내가 알기로는 분명히 판타그라는 멸망했으니까. 이 지도에서 표시된 곳이 루피가 남긴 무언가가 있는 곳인가..." 오래된 옛 지도에 한쪽에 엘프어로 무언가가 씌여 있었고, 그 지점에 어떤 표시가 되어 있었다. "이곳으로 가면 되는건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금은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 놨는걸. 가겠다. 따라오도록." "알겠습니다. 마스터." 난 상자에서 나온 지도를 둘둘 말아서 품속에 집어 넣고는 내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드래곤들을 돌아보면서 서둘러 방바깥으로 빠져나갔다. 나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온 리코와 리윈은 내가 아무런 미련도 없이 서둘러 나가는 것을 보자 말릴생각도 없이 나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기. 세이츠. 조금 쉬었다 가는것이 좋지 않을까? 이곳이 중요해서 바로 이쪽으로 오긴 했지만 휴식이 필요할 것 같은데?" "휴식따윈 필요없어. 나의 몸이 쉰다고 해도 내 마음은 불안해서 못 견딜테니 오히려 더 피곤할꺼야. 한시라도 빨리 리디의 몸을 찾아야지. 분명히 루피는 리디의 몸을 잘 보관하고 있을거야. 어쩌면 영혼을 결합시키는 방법까지도 찾았을지 모르겠군." "하지만, 수십년만에 만났는데...!" "리디의 몸을 찾고난 후에... 리디를 되살려 놓은 후에 다시 돌아오겠어. 설마 그때까지 무슨일이 생가지는 않겠지?" 난 방을 빠져나오면서 상당히 아쉬운 듯한 리코의 말에 그를 바라보면서 살짝 미소지었다. 마계가 아닌 이곳에서 흘러간 시간만 벌써 43년. 나에게는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은 것 처럼 느껴지지만 엄청난 시간이었다. 내가 이해하기 힘든 어떤일이 생겼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꼭 약속하는 건가!" "반드시!" 리코는 급하게 나가는 나에게 소리쳤고, 난 리코를 돌아보면서 손을 흔들면서 대답해 주었다. 이제 몇년만 지난다면 리코는 늙어서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분명 그 전까지는 돌아오겠다고 생각했다. 만약에 리디의 몸을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곳에서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를 잊지 않고 있던 리코를 만나러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생각했다. "너희들은 집에서 벗어나자 마자 즉시 폴리모프를 풀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도록." 난 리코에게 손을 흔들면서 대답해준 후에 나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드래곤들에게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을 명령했다. 그 이유야 말할것도 없이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장소로 가기 위함이었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지도에 표시된 지역은 내가 대충이나마 알고 있는 곳이었지만, 확실히 모르는 장소였기 때문에 공간이동을 통해서 갈수는 없었다. 자칫 잘못해서 엉뚱한 곳으로 공간이동을 한다면 - 바위속이나 깊은 땅속같은 - 즉사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마법같은것을 사용하징지 않은채 힘들더라도 직접 가는수 밖에 없었다. 나와 셋의 드래곤이 급하게 건물 바깥으로 빠져나간 직후 드래곤들이 작게 주문을 외우더니 사람이었던 모습이 빛에 휩싸이면서 순식간에 본래의 모습인 드래곤으로 변했다. 각각 블루 드래곤, 그린 드래곤, 블랙 드래곤의 모습으로. 이 셋이 드래곤인 본래의 모습으로 변하자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을게 뻔했다. 아마도 리코만이 이것을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을것이었다. 드래곤이란 존재는 그리 흔하게 볼 수 있는 존재도 아닐뿐더러, 그 강함이람 상상을 초월 하는 존재였으니까. 게다가 하나도 아닌 셋이나 되는 드래곤이 동시에 모습을 나타냈으니... 뭐 어차피 나에게는 단지 나의 명령을 따르는 부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이 지도에 표시된 지역으로 간다. 너희들은 이 곳의 지리를 모를테니 나의 말에 따르도록." "알겠습니다. 마스터." "좋아. 가자." 난 드래곤으로 변한 아모프의 등에 올라타고는 품에 넣었던 지도를 펴고 지도에 표시된 위치를 천천히 생각해 내면서 아모프에게 명령했다. 내가 명령을 내리자 셋의 드래곤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등에 달린 거대한 날개를 움직이면서 공중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셋이나 되는 드래곤이 공중으로 날아오르자 그 여파도 상당해서 건물의 유리창이 깨지고, 정원에 심어져 있던 나무가 뿌리채 뽑히기 까지 했다. 하지만, 이정도의 작은 사고들은 현재 리코가 가지고 있는 힘가 재력에 비한다면 사소한 일거리도 못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 내가 신경써야 할 것은 오직 리디의 몸을 찾는 것 뿐. -XenoBlade -308- -귀환5- Written By Xeno -크워어어어! 본체로 돌아간 셋의 드래곤들은 리코가 살고 있는 온 도시가 쩌렁쩌렁 울려 퍼질 정도로 큰 포효소리를 내면서 높이 떠올랐다. 드래곤인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려고 포효한다기 보다는 드래곤 특유의 버릇이랄까.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기 위한. 성룡이 된지 얼마 안된 어린 드래곤들이라면 모를까, 이들은 웜급 이상의 고룡들이니 이런 사소한 일 하나한까지도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았다. "반나절이 조금 안걸리는 거리군." 난 아모프의 등에서 지도를 펼쳐들고는 주변의 지형을 살피면서 어느쪽으로 가야할지 그에게 말해주었다. 루피가 리코의 집에 남겨진 지도에는 리코의 집이 있던 위치와 내가 가야하는 위치가 정확하게 표시되어 있으니, 그동안 지형이 완전히 바뀌지 않았다면 밑으로 내려다 보이는 지형을 잘 살펴보면서 가면 별 문제가 없을듯 싶었다. -마스터. 적의를 가진 생물체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음?" 그렇게 아모프의 등에서 한참동안 이동해서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할 무렵 아모프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적의를 가진 생물체?" -어떤 생물체인지 모르겠지만 숫자는 몇 안됩니다. 이쪽으로 곧장 이동해 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마스터? "그쪽에서 공격하지 않는 이상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단, 공격을 시작한다면 그 이후의 모든 일은 너희들에게 맡기겠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아모프는 나의 명령에 양쪽 옆에서 나와 아모프를 호위하듯이 따라오고 있는 그라테와 리니어스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그 둘은 나와 아모프에게서 멀리 떨어진채 좌우로 멀리 떨어지면서 넓게 선회하기 시작했다. "드래곤들의 전투 방법인가?" -드래곤들은 무리지어서 싸우는 일이 극히 희박하지만 본능적으로 자신의 위치와 해야할 일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재미있군." 아모프와 나에게서 멀리 떨어진 그라테와 리니어스는 이미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서 단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드래곤 특유의 마나로 위치를 대충 파악할 수 있는 정도였다. -옵니다 마스터. "알겠다. 넌 방향을 바꾸지 말고 곧바로 직진해라." -알겠습니다. 마스터. 아모프는 인간의 몸이 아닌 드래곤의 몸으로 겪는 전투는 나에게 호되게 당한 이후 처음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신경쓰고 있는듯 했다. 사실 마계에서 나와 싸운것도 아모프나 그라테, 리니어스에게는 수백년만에 처음한 전투였을텐데 그 전투에서 무참히 졌으니 이번에 전투가 일어난다면 그들의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가 되는 것이었다. -쿠워어어어! 나와 아모프쪽으로 다가오는 적의를 가진 생물체도 이쪽의 위치를 확실하게 파악했는지 포효소리와 함께 상대방의 마나가 급격하게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드래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정도의 마나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드래곤이었다. 이 세계에서 존재하는 생물체중에 이정도의 마력을 가지고 있는 생물체는 드래곤이란 종족밖에 없었으니까. "아모프. 상대는 드래곤이다. 싸울수 있는가?" -문제 없습니다. 마스터. 상대가 저희 일족이라도 하더라도 지금 저의 계약자는 마스터이십니다. "좋아. 알겠다. 준비해라. 리니어스와 그라테도 준비는 되었겠지?" -이미 상대방의 위치까지 파악하고 있을겁니다. 난 혹시라도 아모프가 상대 드래곤과 싸우는 것을 껄끄럽게 느낄지도 몰라서 넌지시 물었지만, 아모프는 그런 생각은 없은 것 같았다. 드래곤들은 그 힘이 강대한 만큼 숫자도 극히 적어서 같은 동족일지라도 잘 마주치지도 않을뿐더러, 설사 마주친다고 하더라도 협력을 위해서이지 싸우기 위한 것은 없었다. 자신들의 종족이 어느정도나 적은 숫자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우우웅! 나와 아모프가 상대방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을때, 아모프의 뒷쪽으로 강력한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분명 정면에서 느껴지던 마나의 흐름이 옮겨온 것으로 봐서는 나와 아모프가 있는 위치를 대강 파악하고 이쪽으로 공간이동 한 것 같았다. "공간이동이로군! 꽤 하는걸. 전투 경험이 조금 있는녀석같군. 이정도로 머리를 굴린다는건. 보통 드래곤들이라면 자신의 힘을 믿고 정면으로 덤벼드는 녀석들이 대부분인데." 아모프와 나를 공격한 드래곤은 의외로 드래곤 답지 않게 정면 승부가 아닌 기습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드래곤들은 자존심이 강해서 이렇게 기습공격을 하는 경우는 자신의 힘이 약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생각하고 수치심을 느끼는 녀석들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공격을 한다는 것은 전투경험이 풍부한 - 즉, 싸움을 좋아하는 드래곤일 것이라 생각했다. 콰우우우! 아모프와 나의 뒷쪽에 공간이동으로 나타는 드래곤은 미쳐 그 모습이 나타나기도 전에 브레스를 뿜었다. 뼈 마디마다 차가운 느낌을 주는 아이스 브레스였다. "화이트 드래곤이군! 이런 산간지역에 살만한 드래곤은 아닌데." 나와 아모프를 공격한 드래곤이 뿜는 아이스 브레스로 미루어 봐서 상대는 화이트 드래곤이 확실했다. 아이스 브레스를 가지고 있는 드래곤은 화이트 일족밖에 없었으니까. -저 역시 이상하다고 생각됩니다. 화이트 드래곤은 언제나 얼음으로 뒤덮혀 있는 곳이나 항상 추운 지역일텐데. "이유야 어찌 됐던 일단 저 화이트 드래곤을 제압하고 본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상대방 화이트 드래곤이 뿜은 아이스 브레스는 빠른 속도로 나와 아모프를 목표로 뿜어졌지만, 공간이동이 미쳐 다 끝나기도 전에 브레스를 뿜어서 인지 아니면 원래 브레스의 위력이 약한 탓인지 생각보다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카카카캉! 아모프는 자신의 뒷쪽에서 뿜어져 온 아이스 브레스를 마법으로 간단하게 막아버렸으니까. 아모프의 방어 마법에 박힌 아이스 브레스는 공중에서 거대한 얼음덩어리로 변해 땅으로 떨어져 내렸고, 아모프는 상대 드래곤의 브레스 공격이 끝나자 마자 몸을 돌려서 자신을 공격한 상대 드래곤에게 블루 드래곤 특유의 썬더 브레스를 내뿜었다. 파치치치칭! 아모프 역시 오랫동안 힘을 끌어 올릴 시간은 없어서 그 위력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아모프에게 뿜어져 왔던 아이스 브레스 보다는 훨씬 더 강력한 위력을 담고 있었다. 상대도 그것을 눈치 챘는지 공간 이동이 끝나자 마자 재빨리 몸을 움직여서 아모프의 라이트닝 브레스를 피했다. 하지만, 상대인 화이트 드래곤에 대한 공격은 아모프 하나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우웅! 우우웅! 화이트 드래곤이 몸을 움직여서 피한 곳 근처에 두개나 되는 거대한 마나를 가지고 있는 존재가 공간이동을 했다. 볼것도 없이 리니어스와 그라테였다. "동시에 공격해!" 난 공간이동으로 나타난 리니어스와 그라테에게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고 '일단 공격' 명령을 내렸다. 3:1의 싸움이었지만 드래곤끼리 전투를 벌이다 보면 숫자가 유리해도 그리 쉽게 제압할수는 없었다. 드래곤의 성격이 전투에서도 나타나듯이 서로간에 호흡이 맞추어 지면서 연속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드래곤이 공격하고 다른 드래곤의 공격이 끝나면 또 다시 다른 드래곤의 공격이 시작되는 식이었으니 결과적으로 1:1의 싸움이나 다름 없었다. -쿠워어어어! -쿠어! 내 명령이 떨어지자 마자 리니어스와 그라테는 길게 포효하면서 화이트 드래곤에게 달려 들었다. 브레스나 마법적인 싸움이 아닌 육탄전이었다. 육탄전이 시작된다면 마법을 사용할 틈은 전혀 생기지 않고, 오로지 그 드래곤의 저투 경험과 몸집, 힘이 우세한 쪽이 이기는 것이었다. "아모프. 너 역시 저 화이트 드래곤을 공격해라." -알겠습니다. 마스터. 아모프는 나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자 리니어스, 그라테의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이리저리 어지럽게 공중을 날고 있는 화이트 드래곤을 향해 날아갔다. 둘의 드래곤도 벅찬데 셋중에서 가장 몸집이 크고 위압감을 내붐는 블루 드래곤인 아모프까지 합세하자 나와 아모프를 공격한 화이트 드래곤도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재빨리 몸을 움직여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화이트 드래곤이 도망치자 리니어스와 그라테가 도망치는 화이트 드래곤을 추격하려 했지만, 난 더이상 시간을 끌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을 불러 들였다.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곳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으니 이제 근처에서 그곳을 찾는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만. 이제 됐다. 저런 녀석에게 시간쓸일 없어.... 음. 잠깐. 아모프." -말씀하십시오. 마스터. "분명히 처음에 네가 나에게 적의를 가진 생명체가 몇 안된다고 하지 않았나?" 도망가는 화이트 드래곤을 보내고 다시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하니, 아모프가 화이트 드래곤과 싸움을 하기 전에 '숫자는 몇 안된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몇 안된다는 소리는 최소 2마리 이상이란 뜻. -그렇습니다. 마스터. "그렇단 소리는 적은 저 화이트 드래곤 하나만이 아니라는 소린데?"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아모프에게 물었을때 아모프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마스터. 전방으로 부터 강력한 마나의 힘이 느껴집니다. 적의 공격입니다! "뭐?" 난 아모프의 외침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정면을 보니 금색으로 빛나는 빛무리가 빠른 속도로 아모프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보기에는 꽤나 아름다운 빛줄기 같은 모습이었지만, 그 금색의 빛줄기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힘은 대단한 것이었다. "모두 피햇!" 난 그것을 보자마자 아모프나 다른 드래곤들이 가지고 있는 힘으로는 절대 막을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셋의 드래곤에게 다릅하게 소리쳤고, 셋의 들래곤은 최대한 빨리 몸을 움직여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금색의 빛무리를 피했다. 콰우우우웅! 아모프와 리니어스, 그라테가 재빨리 몸을 움직여서 원래 있던 자리를 벗어나자 마자 거대한 금색의 빛줄기가 그곳을 스쳐 지나가서 뒷쪽에 있던 산을 명중 시켰다. 콰콰콰쾅! 금색의 빛줄기가 산을 명중시키자 그산은 빛에 휩싸이고는 순식간에 반 이상이나 소멸되어 버렸다. 아까 잠깐동안 싸웠던 화이트 드래곤과는 비교도 안되는 강한 힘이었다. "이거... 드래곤 브레스인가? 금색인 것을 보니 골드 드래곤?" 반 이상 날아가서 거의 평지가 되다시피 한 산을 보니, 이정도의 위력이 담긴 브레스를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냥 막으려고 했다가는 아모프를 비롯한 다른 드래곤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터 두번째 공격이 옵니다. 금색의 빛줄기 - 아마도 골드 드래곤의 브레스라 생각되는 것이 소멸시켜 버린 산을 바라보고 있을때 아모프가 또다시 나에게 소리쳤다. "나도 느끼고 있다. 이번에는 피하지 말도록. 막을테니 공격이 끝나자 마자 적이 있다고 느껴지는 위치로 곧장 돌진해라." -알겠습니다. 마스터. 끼이이이잉! 첫번째 골드 드래곤의 브레스가 스쳐지나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두번째 공격이 이어졌고, 난 내가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노리고 쏘아져 오는 금색의 브레스의 정면에 카오스 마법을 발동시켰다. 콰콰콰쾅! 내가 발동시킨 카오스 마법이 금색의 드래곤 브레스와 부딪히자 허공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드래곤 브래스가 갈라지고 휘어지면서 주변을 초토화 시켰지만, 나를 비롯한 셋의 드래곤은 그 범위 바깥에서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고 있었다. "이 공격이 끝나면 리니어스, 그라테 너희 둘은 브레스가 쏘아져 온 곳을 향해 드래곤 브레스로 공격해라. 아모프 너는 그쪽으로 최대한 빨리 이동해서 우리를 공격한 녀석을 공격한다. 내가 너의 등에 타고 있으면 행동에 제약이 있을테니 브레스를 막아낸후 바로 너의 등에서 내리겠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잠시동안 카오스 마법으로 금색의 드래곤 브레스를 막아내자 드래곤 브레스는 금새 가늘어 지더니 곧 사라져 버렸다. "지금이다! 공격!" 금색의 드래곤 브레스가 없어지자 마자 나의 양 옆에 있던 리니어스와 그라테에게 소리쳤고 둘의 드래곤은 나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자 전방을 향해서 포이즌 브레스와 애시드 브레스를 내뿜었다. 콰우우웅! 콰콰콰! 상대적으로 아모프의 힘이 강해서 리니어스와 그라테의 힘은 약한 것 처럼 느껴졌지만, 그들도 웜급 이상의 드래곤이기 때문에 브레스의 위력은 어중간한 드래곤들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가라!" 둘의 드래곤이 브레스를 뿜어내자 난 아모프의 등에서 마법으로 공중에 떠오르면서 명령했고, 아모프는 나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자 빠른 속도로 정면을 향해 날아갔다. 아모프의 몸이 날아가는 곳 앞쪽에는 이미 리니어스와 그라테의 브레스에 의해서 초토화 되어 있는 상태였다. 나와 아모프를 공격했던 골드 드래곤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를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정도의 공격으로 죽지는 않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심해라 아모프." -알겠습니다. 마스터. 그리고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는 듯이 그 초토화된 곳에서 갑작스럽게 금색의 빛이 번쩍이면서 공중에 아모프보다 몸집이 더 큰 골드 드래곤이 나타났다. 그 골드 드래곤의 뒷쪽에는 아까 나와 아모프를 공격한 화이트 드래곤이 금방이라도 공격할 듯이 마나를 잔뜩 끌어 모으면서 아모프를 노려보고 있었다. -감히 나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도 모자라서 공격을 하는 그대 블루드래곤, 블랙 드래곤, 그린 드래곤은 누구인가! "아아. 또 지겨운 드래곤 놀음인가? 아모프 리니어스와 그라테가 있는 곳에 가 있도록. 여긴 내가 처리하겠다. 이 골드 드래곤의 뒷쪽에 있는 화이트 드래곤이 그쪽에게 덤벼 든다면 알아서 처리하도록." -알겠습니다. 마스터. 난 상당히 근엄한 목소리로 아모프에게 말을 건내는 드래곤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먼저 공격한게 누구인데 이제와서 헛소리를 하는지... 난 아모프의 등에서 마법으로 몸을 공중으로 띄워 골드 드래곤의 거대한 몸체 앞까지 금방 이동해 갔다. "귀찮은 존재군. 드래곤들이란." -...! 내가 허공에 몸을 띄운채 골드 드래곤 앞에 나타나자 이제까지 근엄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골드 드래곤과 그 골드 드래곤의 뒷쪽에 있는 화이트 드래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바뀌고 있었다. 근엄하던 표정은 온데 간데 없고 긴장하는 듯한 표정이랄까. "예전에도 그런 녀석들이 있었는데, 아직까지 있을줄은 몰랐는걸. 폼만 잡고 있는 드래곤들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군. 쿡쿡쿡." 끼우우우웅! 난 골드 드래곤을 비웃으면서 카오스 마법을 끌어 올렸고, 골드 드래곤은 내가 카오스 마법을 끌어 올리자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어떤 말을 내게 건네던 간에 골드 드래곤이 하는 말따위는 싹 무시하고 공격할 생각이었지만, 골드 드래곤에게서 나온 말은 마치 마법이라도 건듯이 나의 모든 행동을 멈추게 만들었다. -잠깐! 잠깐만! 세이츠! 멈출수 밖에 없는 이유. 바로 나의 이름을 불렀으니까. "나를 알고 있는 골드 드래곤이라면 단 한마리 밖에 없을텐데...... 에디오스..인가?" 골드 드래곤 일족중에서 내가 아는 드래곤은 단 하나. 다인의 아내인 에디오스 뿐이었다. -XenoBlade -309- -귀환6- Written By Xeno -아직 기억하고 있군. 그런데 세월이 꽤나 많이 흘렀는데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잖아? 리코는 벌써 할아버지가 다 되었는데 리코보다 나이가 많은 네가 아직까지 예전의 모습 그대로라니.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는지 골드 드래곤 - 에디오스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만약에라도 싸움이 일어난다면 손해보는 쪽은 에디오스였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네가 에디오스 라면, 나를 공격했던 그 건방진 화이트 드래곤은 나르겠군." 내 앞에 보이는 거대한 몸집을 가지고 있는 골드 드래곤이 에디오스라면 에디오스 너머로 보이는 화이트 드래곤은 나르밖에 없었다. 원래 드래곤들끼리는 잘 어울리지 않지만, 어리버리하고 성룡답지 않는 나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드래곤이지만 사람으로 치자면 이제 막 어린이를 벗어난 정도의 사고 수준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는지 내 입에서 '나르'란 이름이 나오자 마자 에디오스의 뒷쪽에 있던 화이트 드래곤은 몸을 움찔거리면서 꽤나 당황하고 있는 듯 했다. 내가 마계로 건너가기 전에 나에게 호되게 당한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절대 잊지 못할 일이었으니 생각하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골드 드래곤 중에서도 거의 최강의 힘을 가지고 있는 에디오스 조차 나를 어찌 할 수 없었으니까. "언제까지 그런 거대한 몸집으로 이렇게 있을텐가? 난 지금 바빠. 이렇게 한가하게 이야기할 시간은 없다고." -당신이 돌아 왔다면.... 아마도 그것 때문이겠지? 알겠어. 따라오도록 해. 에디오스는 나의 퉁명스런 말투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왔던 곳과 반대방향으로 몸을 돌려서 날아갔다. "따라간다." 난 내 뒤에 있는 세마리의 드래곤들에게 손짓을 하고는 에디오스가 가는 방향으로 따라갔다. 에디오스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지도에 나와 있는 장소로 가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적절한때에 나타나서 아모프에게 공격한다는 것은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에디오스의 뒤를 따라 잠깐동안 이동하자 숲 한가운데 상당히 커다란 공터가 있고, 그 공터에 오두막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에디오스는 그 오두막 가장자리에 착지하더니 금방 폴리모프 마법을 써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녀는 확실히 드래곤이라서 그런지 변한것이 하나도 없는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화이트 드래곤인 나르가 내려 앉아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의 모습일때도 어리버리하고 조금은 멍청하다는 느낌이 전혀 달라지지 않고 그대로였다. "자. 이제부터 무엇을 할꺼지?" 난 에디오스가 내려앉은 공터에 착지해서 그녀의 앞에까지 걸어가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 에디오스에게 가까이 가자 겁을 집어먹은 나르가 몸을 잔뜩 움츠린채 에디오스의 곁에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몰랐지만, 나르는 이미 나의 관심 밖이었다. 지금 나에겐 윔급 이상되는 드래곤이 셋이나 나를 따르고 있었으니 나르같은 어리버리고 하고 약한 드래곤을 상대해 봤자 그저 시간낭비에 불과했다. "분명 이곳으로 왔다는 것은 루피가 남겨둔 지도를 보고 왔다는 것이겠지?" "흠. 맞아. 확실히 이곳에서 당신을 만난것은 우연이 아니었군." "과거 전쟁이 일어나고 그 때문에 세이츠의 연인이 그렇게 된건 우리 일족의 책임이 없다고 할수만은 없었기 때문이야. 그 전쟁이 일어난 것은 따지고 보면 우리 일족이 시작한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난 과거의 일까지 끄집어 내면서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들먹이는 에디오스를 불만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에디오스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판타그라라는 국가가 존재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것의 배후 조종은 다크 블레이드를 가지고 있던 블랙 드래곤... 디아나란 블랙 드래곤 때문이었으니까. 지금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알수도 없는. "그래서 세이츠가 돌아올때를 대비해서 사람들이 찾을 수 없는 곳에 세이츠가 부탁한 일을 했어." "리디의 몸.... 말인가?" "그래." 에디오스는 나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긍정의 뜻을 표시했다. 지금 나에게는 리디의 영혼이 담긴 영혼석이 있었으니, 일단 리디의 몸을 찾은후라면 모든게 해결될 것만 같았다. "어디에 있지?" "하지만." "또 뭐지?" 난 약간 흥분해서 상기된 표정으로 리디의 몸이 있는 장소를 물어보려고 했지만, 에디오스는 표정을 약간 굳히면서 다른 말을 하려고 했다.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이었다. "리디의 몸은 잘 있지만, 그 몸이 영혼과 다시 합쳐지는 방법은 찾지 못했어. 이 세상에 어딘가에 존재하는 세계수의 위치를 찾지 못했으니까." "흠..." 에디오스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하는 것을 듣고는 그제서야 마계에서 만났던 세계수를 지키는 존재 - 디카이즈가 한 말이 떠올랐다. 분명히 그는 세계수의 도움이 없이도 리디의 몸과 영혼을 다시 하나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었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세계수의 도움이 없이도 리디의 몸과 영혼을 다시 하나로 합칠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기대조차 하지 않고 있었어. 그런건. 잔말말고 리디의 몸이 있는 곳이나 알려줘." 어차피 난 이곳으로 돌아오면서 그런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별다른 기분은 들지 않았다. 내가 궁금한 것은 리디의 몸이 어디에 있는지, 잘 있는지하는 것이었다. ".....리디의 몸은 이곳에 있지 않아." 하지만 에디오스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를 조롱하는 것 처럼 들렸다. "뭐? 이곳에 없다고? 장난하는 건가 지금!" "흥분하지 말아. 이곳에 없다고 했지 아예 없다고는 안했어. 수십년전에 남겨진 리디의 몸때문에 어떤일이 일어났는지 알기나 해?" "리디의 몸 때문에?" 리디의 몸은 영혼이 빠져나간, 쉽게 말하자면 죽은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는데 그 몸 때문에 어떤 일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 그런 몸 하나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장난처럼 들렸을 정도이니. "리디가 원래 지금은 망해서 없어져 버린 판타그라의 왕위 계승자였지?" "그런데. 그것이 무슨 상관이지?" "어떻게 새어나갔는지 몰라도 그런 리디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멸망해 버린 판타그라에 충성하던 기사들과 소수의 마법사, 그리고 이걸 제지하려고 하는 이슈테리아 군과의 싸움아닌 싸움이 벌어 졌었지." "하아? 무슨 이유로?" "리디의 시체라도 가지고 있다면 판타그라를 다시 재건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가진 사람들 때문이랄까." 에디오스의 말을 요약하자면 간단했다. 지위가 좀 높은 녀석들. 특히 상급 귀족들 같은 경우에는 명분과 핏줄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겼다. 명분이란게 없다면 그 어떤것도 소용이 없고, 명분을 잘 이용한다면 일반 시민들까지도 자신들의 편으로 돌아서게 만들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명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단지 리디의 몸. 아마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리디의 몸을 사람들에게 보여쥐면서 이슈테리아의 지배하에 들어간 사람들의 분노를 일깨워 독립 전쟁이라도 하려고 했던것 같았다. 처음 시작이 조금 힘들지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기 시작하면 금새 수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동참할 테니까. 그것이 바로 명분. "그렇게 되서 원래는 이곳에 있었는데 인간들이 끊이지 않고 이 숲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리디의 몸은 지금은 조금 위험하더라도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되어 있어. 그곳은 살기 좋은 환경은 아니더라도 루피가 지키고 있지." "루피가? 혼자서? 아마 루피와 같은 동족들에게 맡겨져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니. 루피는 이제 더 이상 엘프 일족들에게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처음 세이츠 너와 만나서 이 전쟁에 발을 들여 놓았을때 이미 각오를 한것 같더군. 그것이 아니더라도 엄청난 이유가 한가지 더 있지만." "엄청난 이유?" 난 루피가 설마 엘프 일족들에게서 받아들여지지 않을줄은 몰랐다. 루피는 인간과 엘프의 혼혈아인 하프 엘프도 아니고, 순수 엘프인데다가 다른 엘프들과는 달리 조금 개방적이기는 하지만 훌륭한 엘프였다. 한마디로 엘프들에게 버림받을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았거든." "그게 이유가 될 수 있나?" "인간의 아이야. 한마디로 루피의 자식은 하프엘프이지. 아버지 되는 사람은 이미 죽었는데 이름이...케인..이었던가?" "헛!" 난 루피의 자식이 하프엘프라는 말보다 케인이라는 이름에 더 놀라고 있었다. 내가 마계로 넘어가기 전에 간혹 케인의 일을 걱정하던 루피였는데 결국은 그의 아이를 낳은 것이었다. "케인..." "아는 사람?" "어릴적에 나를 도와주던... 거의 아버지 같은 사람. 언제 죽었지?" "루피가 아이를 낳고 몇년만에. 들은 바로는 어떤 일 때문에 몸 상태가 악화되어서 그렇게 됐다고 들었어." 그렇다면 케인 아저씨가 죽은 시간은 수십년도 더 됐다는 뜻이었다. 그 수십년동안 루피는 자신의 아이와 단 둘이서 살고 있다는 뜻. 내가 돌아오는 것을 수십년이나 기다리면서 쓸쓸히 살아 왔다는 뜻이었다. 일족에게 버림받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채. "루피가... 있는 곳은 어디지?" 에디오스에게서 루피의 소식을 전해듣자 나의 목소리를 나도 모르게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아니, 엘프. 그 사람이 나때문에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에 화나고 있었다. "이곳에서 조금 멀지만, 공간이동 마법진을 보이지 않게 만들어 놨어. 그것으로 가끔 왕래하면서 연락을 주고 받지. 지금 갈건가?" "간다. 지금 당장! 안내나 해줘." "그럼." 에디오스는 상당히 격앙되어 있는 나의 목소리에 조금 놀랐는지 별다른 말을 하지않고 오두막 옆까지 걸어가서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오두막 옆에 순식간에 마법진의 형상이 떠오르더니 푸른빛을 내 뿜었다. 나와 에디오스를 비롯한 다른 드래곤들은 그 마법진 안으로 들어섰고, 모두 마법진 안으로 들어온 것을 확인한 에디오스는 간단하게 시동어를 외쳤다. "이동." 우우웅! 에디오스가 시동어를 외치자 귓가에 바람소리 같은 것이 들리면서 주변의 모습이 순식간에 변해버렸다. 아까 에디오스와 같이 있던 숲속의 공터와 오두막이 있는 위치는 비슷하지만, 좀더 울창하고 폐쇄적인 그런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다인과 니케가 안보인다 했더니 이쪽에 와 있었나 보네." 에디오스는 공간 이동이 끝나자 마자 오두막 안쪽에서 작게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대화소리에 귀를 귀울이면서 중얼거렸다. 생각해 보니 아까 잠깐동안 머물렀던 공터와 오두막집이 에디오스의 집인것이 뻔한데, 그곳에 다인과 예전에 봤던 다인과 에디오스의 자식. 이름이...니케 였던가? 그 둘의 기척이 전혀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곳에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에에엥! 오빠 나빠! 맨날 나만 놀리고!" 에디오스가 오두막 집의 문을 잡고 막 열려고 할때, 안쪽에서 어린 소녀의 목소리와 함께 젊은 청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건 루나가 바보라서 그런거야." "치!" 끼익. 오두막집 안에서 한창 대화소리가 흘러나올때 에디오스는 오두막 집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난 문을 열고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는 에디오스를 바로 따라들어가는 것 보다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문과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어머? 에디오스님? 오랫만이네요. 오늘 갑자기 다인님과 니케가 찾아오더니 전부 오시는군요." "네. 오랫만이예요. 루피. 루나도 안녕? 잘 있었어?" "네! 에디오스 아줌마!" 열려진 문 사이로 오두막 안쪽에 얼핏 보이고 있는 루나라고 불린 소녀는 아마도 케인과 루피의 아이인듯 싶었다. 니케라고 불리는 금발의 청년은 과거에 내가 보았던 꼬맹이의 모습과 그리 틀리지 않았으니 한번에 알아 볼 수 있었고, 내가 모르는 것은 루나라고 불리는 소녀하나 뿐이었은까. "루피.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겠네요. 문 밖을 봐요." "에? 무슨...." 에디오스는 아직 오두막 안쪽에 들어가지 않고 바깥쪽에 서 있는 나를 가리키면서 루피에게 말했고, 루피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 거리면서 내가 서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세이...츠!" "아...안녕. 루피." "정말로 돌아왔구나!" "으응." 루피의 모습은 과거에 내가 보던 루피의 모습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내가 과거에 보던 루피는 활달하고 생동감 넘치는 소녀의 모습이었다면, 지금 루피의 모습은 아이를 가진 어머니의 모습이 확연하게 나타난자고 해야할까. "잘왔어. 그러지 말고 안으로 들어와. 거기 세이츠 뒷쪽에 서계시는 분들도 어서 들어와요. 오래간만에 저희 집이 꽤 시끌벅적 하겠군요." 루피는 수십년만에 본 나를 미소로 맞아 주었고, 난 루피의 그런 미소를 보니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고향에 온 기분이었다. 리디의 영혼을 찾기 위해서 사람들의 피로 만들어진 길을 헤쳐온 나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안식처 같은 기분이. -XenoBlade -310- -계약의 파기1- Written By Xeno "흠. 저희집에 사람들이 이렇게 온건 처음이라서 의자도 없고 공간도 좁네요." 분명 이 오두막은 두세사람 정도가 살기에는 넉넉한 크기였지만 지금은 나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셋의 드래곤, 에디오스와 다인에다가 니케까지 더해졌으니 상당히 비좁게 느껴졌다. "아. 그건 별로 상관 없는데." "세이츠는 분명히 그일때문에 온 것이겠지?" "어? 응." 루피는 갑작스럽게 사람들이 늘어나자 집안 이쪽저쪽은 들락거리면서 뭔가를 준비하면서 물었다. 지금 루피의 모습으로는 과거에 전쟁터 한가운데서 용병들과 싸우던 용감한 엘프라는 것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지금 모습은 단지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친절한 인상좋은 엘프라고 해야할까? "루나. 손님들이 왔으니 니케랑 장난 그만치고 이쪽으로 와서 앉으렴. 언제까지고 그렇게 있을꺼야?" 루피는 나와 드래곤들이 집안으로 들어왔어도 여전히 에디오스의 아들인 니케와 함께 장난을 치고 있는 루나에게 조용히 한마디 했다. 루피의 딸이 틀림없는 - 분명 에디오스가 루피의 자식이 하나 있다고 했고 처음 보는 셈이니 - 루나는 루피의 말에 눈을 살짝 흘기면서 조금 불만인 듯한 표정이었지만,루피의 말에는 무조건 따르는듯 별다른 말없이 루피의 곁에 가서 털썩 주저 앉았다. "피. 엄마는. 니케 오빠랑 다인 아저씨가 오랫만에 놀러 왔는데." "지금 온 분들은 더 중요한 분들이란다." "우리집에서 뭐 중요한 손님들이 있나요? 오는 사람들은 다 반갑지. 적만 아니라면야." 루나는 겉보기와는 달리 예전에 고생을 좀 했는지 나를 상당히 경계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루피가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고 해도 루나는 나를 못믿는 눈초리를 보이는 것을 보니. "별로 나를 경계할건 없는데. 난 단지 볼일이 있어서 온것 뿐이지 너에겐 아무런 관심도 없으니 걱정하지 말아." "뭐예요?" 난 루나가 나를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자 살짝 웃으면서 그녀에게 한마디 했다. 루나는 나의 말을 듣자 자신을 도발하는 것 처럼 들렸는지 상당히 발끈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당신 정말 수상한 사람이야! 정체가 뭐야! 당장 밝히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껄! 엄마가 당신과 어떻게 되던간에 난 당신을 못믿겠어!" "루나!" 루피는 발끈해서 소리치는 루나를 불렀지만 루나는 루피가 불러도 대답조차 하지 않은채 나를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었다. "엄마! 이사람 아무리 봐도 수상하다구요. 저 너덜너덜한 옷차림에 왠지 기분나쁜 기운이 흘러나오는 저 사람 부하들이랑, 말투까지 마음에 안들어!" "...라는군. 루피. 그러지 말고 잠시만 맡겨봐. 뭐 언제나처럼 말이지. 더군다나 이번은 걱정할 필요도 없잖아?" 다인은 루나가 하는 말을 조용히 듣고는 루피에게 고개를 돌려서 조용히 지켜보란 체스쳐를 취했다. 다인은 간만에 상당히 재미있는 일을 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했지만, 루피는 다인의 표정을 보고는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뻔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걱정하는건 세이츠가 아니라 루나라구요. 루나." 지금 루피의 집 안에 있는 사람들중에 심각한 사람들은 루나와 이것을 지켜보는 니케정도였고, 에디오스와 다인을 비롯한 나와 셋의 드래곤들은 상당히 흥미로운 눈초리로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미 정해진 결과 겠지만 그 결과에 다다르는 중간단계가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었으니까. "아아. 다인. 정말 너무 하잖아? 이런 꼬맹이를 데리고 나보고 뭘 하란 거야? 오랫만에 만났는데." "캬악! 꼬맹이?" 루나는 내가 내뱉은 꼬맹이란 말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열을 올렸다. 사실 루나의 모습은 사람으로 치자면 대략 15~16살 정도? 하프 엘프라서 나이를 더디게 먹겠지만 어쨌든 겉보기에는 그정도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단지 인간이었던 케인과 엘프인 루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라서 그런지 하프 귀가 엘프답지 않게 약간 뾰죡한 정도였다. 그것으로 하프 엘프라는 것을 알 뿐이지 나머지는 보통의 사람들과 똑같았다. 역시나 문제는 겉보기 보다는 나이가 많다는 것일까. "당신 지금 나보고 꼬맹이라고 했어? 그따위 말을...! 아무리 잘 쳐줘봐야 내 나이보다 많을것 같지 않은 녀석이!" 게다가 상당히 흥분했는지 얼굴까지 벌게지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세이츠. 지금껀 실수야. 루나는 꼬맹이란 말을 가장 듣기 싫어한다고. 저렇게 어리게 보여도 나이는 좀 되서말이지. 쿡쿡쿡." "하지만 꼬맹이 맞잖아? 꼬맹이를 꼬맹이라고 부르는데 뭐가 불만이지? 아무리 봐도 조그만데다가 이렇게 단순하게 흥분하고, 발끈거리는것 까지 애구만." "캬아아악! 나 더이상 못참아! 나와 계약한 다른 차원의 존재여..." 루나는 나의 말에 완전히 폭발했는지 팔을 서서히 움직이면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아마도 정령 소환술인듯 했다. "오호. 오랫만에 보는군. 정령 소환술이라. 흠. 아마도 이 상태에서는 바람의 정령이 가장 유력하군." 다인은 루나가 외우고 있는 주문을 잘 알고 있는 듯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지켜보면서 중얼거렸다. 한마디로 이런일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혹시 이건 루피의 집에 올때 루피의 딸인 루나가 모르는 사람이라면 통과하는 통과 의례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다인이 저렇게 잘 알리도 없을 뿐더러 흥미로운 표정으로 지켜보지도 않을테니까. "거참. 잘 알고 있으면 좀 말리지 끝까지 보고만 있을건가? 난 이런 꼬맹이를 상대할 시간 없다구." "아아. 그건 너니까 아무런 걱정이 안돼는 거야. 오히려 난 루나가 걱정되는걸. 그리고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 여유를 가져도 좋지 않아?" 다인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지만, 난 그다지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았다. 그저 상대해 주는수 밖에. "어휴. 거 참. 너희들은 나서지 마라." "알겠습니다. 마스터." 다인을 비롯한 에디오스와 루피, 니케는 이미 집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나와 루나를 지켜보고 있었고, 셋의 드래곤들도 나의 명령에 따라 어느새 그쪽으로 움직여서 나와 루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의 부름에 응해서 모습을 나타내라!" 그동안 루나는 계속 주문을 외우고 있었는지, 그제서야 시동어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루나가 시동어를 외치자 집안에서 바람이 불어 닥친다고 느껴졌고, 어느새 그 바람은 덩치큰 사람의 형상을 만들면서 루나의 옆를 맴돌았다. "흠. 바람의 정령인가? 이름도 없는 하급같군. 꼬맹아. 이제 그만 하지? 난 바쁜 사람이라니까." "캭! 당신은 혼좀 나봐야 겠군요! 가라!" 루나는 나의 말에 엄청 흥분했는지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않고 자신의 주위를 맴돌던 바람의 정령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루나가 소환한 바람의 정령은 나에게 덤벼들었고, 그 사이에 루나는 또 다른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서." "헉?" 어차피 이렇게 된거 빨리 끝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나에게 덤벼드는 바람의 정령에게 마법의 언어로 명령했다. 그러자 바람의 정령은 나에게 오다말고 허공에서 딱 정지한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이 광경을 지켜본 루나는 헛바람을 들이키면서 놀라고 있었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돌.아.가." 스스스스... 내가 한번 더 명령하자 루나가 소환한 바람의 정령은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 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면서 그 자취조차 남지 않았다. "자. 이제 됐지? 난 너랑 상대할 시간 없으니 이제 그만 하자구. 루피. 지금 나갈 수 있지?" "아? 응. 잠시 쉬는게 좋지 않을까?" "아니. 필요없어. 몸은 편할지 몰라도 마음이 불편하면 아무리 편하게 쉬어도 쉰것 같지 않으니까. 그리고 이제까지 고생하면서 해 온 일들을 모두 끝낼 수 있는곳 까지 왔는데 이렇게 있을 이유가 없지. 난 그렇게 여유로운 성격은 아니라고." "그런가?" 루나와 나의 싸움이 싱거울 정도로 순식간에 끝나 버리자 이미 에디오스와 루피, 다인은 이미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놀라고 있는 것은 니케와 루나뿐. "다...당신 대체 정체가 뭐야! 말 한마디로 힘들게 불러들인 정령을 도로 정령계로 보내버리다니!" "알 필요 없어. 그냥 그런 사람인가보다 생각해. 루피 가기면 하면 되는거야?" 난 루나를 일일히 상대하려면 상당히 귀찮다는 것을 깨닫고는 건성으로 말을 받아 넘기면서 루피를 따라 오두막 집을 나섰다. 루나와 니케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오두막집을 나서자 루나는 이미 오두막집 바깥에 있는 루피를 따라나오면서 뭔가 생각난 듯이 표정이 변했다. "엄마! 설마 그곳에 가는거야?" "그래서 말했잖니. 중요한 손님이라고." "헉!" "세이츠는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너의 엄마와 같이 전쟁통을 치룬 사람이니까, 아무리 나이를 적게 잡는다고 쳐도 너보다는 많지. 루나가 실수했어. 게다가 저 사람은 마계까지 갔다오고 내가 전에 말한 카오스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이니까." "으걱!" 루나는 루피의 말에 신음성을 내뱉었고, 이어지는 다인의 말에 거의 죽을상을 지었다. 다인이 나에 대해서 루나에게 말을 하긴 한것 같은데 - 다인의 성격상 얼마나 꾸며내고 과장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 정작 중요한 내 이름은 말하지 않은듯 싶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 이름을 듣고서도 그렇게 행동했을리 없었으니까. "뭐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지. 거기서 조금 더 덤벼들었다가는 무슨일이 생길지도 몰랐어. 내가 전에 말해주지 않았던가? 혼자서 거의 작은 나라 하나 정도는 박살낼 수 있을 정도라고. 드래곤들조차 이길 수 없는 상대였으니 말이야." "으윽." 다인은 루나를 놀리는 것이 재미 있는지 실실 웃으면서 루나가 괴로워할만한 말만 계속하고 있었다. 나이는 이미 죽어서 한참전에 땅에 뭍힐 정도나 되어서 애를 - 사실 하프 엘프니 엘프보다는 못해도 보통 사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길겠지만 - 가지고 놀려대니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니케는 자신의 아버지이지만 애들같이 행동하는 다인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고, 에디오스도 못말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래절래 젓고 있었다. 루피는 오두막 집을 나오자 마자 리디의 몸이 있는 곳을 가기 위해서 준비가 필요한지 이곳저곳을 움직이면서 주문을 외우고 있는 중이어서 이쪽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어서 다인의 행동을 말릴틈이 없었고, 내 부하로 있는 드래곤들이야 당연히 이런일에 끼어들리 없었다. 결국 다인의 행동을 말리는 것은 나뿐이었다. "어휴. 다인 그만하지. 언제까지 애를 그렇게 놀려먹을 꺼야? 그리고 그런말을 하면서 내 이름도 한마디 말 안해줬단 말이야?"" "쿡쿡쿡.. 그런가? 재미있잖아? 난 언제고 세이츠가 돌아올줄 알고 미리 루나에게 그일을 많이 말해줬거든. 물론 이름은 빼고 말이지." 다인은 역시 나이만 많이 먹었지 완전히 애들이었다. 참 한심하다고 해야 할까. "자자. 장난은 그만들하고 세이츠 이쪽으로 와. 준비 다 됐어. 가야지?" "응. 그럼 가볼까?" "다녀와." "응?" 난 루피가 부르자 대답하면서 사람들과 같이 가려고 했지만, 다인은 나의 어깨를 툭 치면서 다녀오란 말을 할 뿐이었다. "마음같아서는 감격스런 재회를 구경하고 싶지만 그런 곳은 역시 혼자서 가야겠지. 안그래? 게다가 그곳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지는 것이 좋아. 그 장소를 알고 있는 것은 여기서도 루피와 루나뿐이야. 나나 에디오스도 그곳에 가본적이 없지. 지금 가도 리디의 영혼과 몸을 합치는 방법은 모르니까 만약을 대비해서야." "그런가..." "저들도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하는 것이 좋아." 다인은 셋의 드래곤들을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작게 말했고, 나도 다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한꺼번에 모두 가는 것 보다는 루피와 함께 둘만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기다려라." "알겠습니다. 마스터." 난 셋의 드래곤에게 명령을 한후에 루피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걸어가서 심호흡을 한후 그녀에게 말했다. "준비 됐어. 가자." "그럼." 루피는 내가 준비됐다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주문의 시동어를 엘프어로 외쳤다. 그러자 땅바닥에 보이지 않던 마법진이 활성화 되면서 금색의 빛이 확하고 뿜어져 나왔다. 우우우웅! 금색의 빛이 번쩍이고 난 후 나의 몸은 이미 빛이 거의 새어들어 오지 않는 깊은 숲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아주 오래된 숲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는 거대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는. "여긴?" "이곳에서 부터 조금 걸어야 해. 참. 그전에 이곳에서 세이츠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신을 만나야겠지." "신? 이곳에 있어?" "줄곳 이곳을 지키고 있었어. 세이츠가 이렇게 돌아올때 까지." 삐익! 루피는 나의 말에 미소를 띄우면서 휘파람을 불자 내가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울창한 숲속 어딘가에서 풀숲이 바스락 거리면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아주 작게 들렸지만, 금새 그 소리는 커졌고,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자 빛이 잘 들지 않는 울창한 숲속에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은빛의 털을 가진 거대한 늑대 한마리가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신!" 난 은빛늑대 - 신에게 달려가면서 이름을 불렀고, 신도 내가 이름을 부르자 먼 곳에서 한순간에 도약해서 나에게 뛰어들었다. "와하핫! 혹시라도 시간이 너무 흘러서 죽었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살아 있었구나!" "끄으응." 신은 나에 뛰어들어서 거대한 몸을 마구 비벼대면서 반가워 하고 있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른 사람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내가 보기에는 강아지 같은 느낌이었다. "자. 이제 신도 만났으니 가볼까.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야." "응." 난 신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루피를 뒤따라 걷기 시작했다. 신은 수십년에 만에 나를 봐서 그런지 몸을 내 몸에 비벼대면서 조금도 떨어지게 하지 않으면서 바짝붙어서 나를 따라왔다. 루피의 뒤를 따라 조금 걸어가자 꽤나 오래된 곳인듯 여기저기에 들풀들이 자라나 있고 넝쿨이 엉켜져 있는 동굴 입구가 나타났다. 대략 내 키의 두배 정도 되는 높이였다. "여기야. 이 안에 있어. 자 들어갈까?" 루피가 동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입구에서서 주문을 외우자 동굴 천정에서 빛이 밝혀졌다. 아마도 리디의 몸을 이곳에 가져다 놓으면서 마법을 걸어놓은 듯 했다. 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동굴안으로 들어가는 루피를 따라서 들어갔다. 동굴안은 바깥에서 보는것 보다 훨씬 더 컸다. 하기야 이정도나 되는 동굴이니 리디의 몸을 이곳에 숨겨놨을 테지만. 루피는 이 동굴 입구부터 리디의 몸이 있는 곳 까지 방어 마법이라도 걸어 놓았는지 걸어가면서도 끊임없이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한참동안 그렇게 걸어가자 동굴의 맨 안쪽에 견고해 보이는 나무문이 있는것이 보였다. "여기야. 주문은 해제했으니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돼." "여기가..." "들어가. 난 여기서 기다릴테니." "알았어. 흐음." 난 나무문을 앞에 두고서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 내리고 있었고 입안이 바짝 말라서 타들어가는 느낌이었으니까. 철컥. 끼이익. 나무문의 손잡이를 잡고 힘주어 열자 나무문은 삐걱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은은한 빛에 휩싸여 있는 리디의 몸 - 거대한 수정같은 얼음속에 있는 리디의 몸이 나무 뿌리같은 것에 감싸져 있는 것이 보였다. 내가 그토록 찾고 있었던... 나의 모든것이. -XenoBlade -311- -계약의 파기2- Written By Xeno "리디..." 난 리디의 몸이 담겨져 있는 방 - 방 안의 얼음속에 있는 리디의 몸을 보면서 리디의 이름을 부르면서 천천히 걸어갔다. 마지막으로 언제 보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리디의 몸. 바로 내가 마계까지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한 이유였다. 난 품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푸른색의 영혼석을 꺼내어 들고 그 안에 있을 리디의 영혼에게 말을 걸었다. "리디 너의 진짜 몸이... 지금 내 눈앞에 있어. 이제 조금만 참아." -응. 그동안 오빠만 너무 힘든일을 겪게해서 미안해. "아니. 힘들긴. 괜찮아. 너야말로 이런 곳에 갇혀 있으니 조금이라도 일찍 꺼내주지 못하는 내가 더 미안한걸." 난 리디와 대화를 하면서 리디의 몸이 담겨져 있는 얼음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리디의 몸을 감싸고 있는 얼음 덩어리에 손을 가져다대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손을 대자마자 엄청난 한기가 몰려왔다. 확실히 마법으로 만든 얼음인 만큼 일반적인 얼음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차가왔다. "결국은 찾아 왔군. 기다리고 있었다 세이츠." "누구냣!" 내가 리디의 몸을 바라보면서 잠시 다른 생각에 잠겨 있을때 인기척도 없이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내 뒤에 서서 말을 걸어왔다. 내가 아무리 리디의 몸에 정신이 팔려 있었더라지만 이정도로 가까지 접근할만큼 모르고 있었다면,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이미 난 죽은 목숨이었다. 난 순식간에 몸을 비틀면서 왼손으로는 리디의 영혼이 들어있는 영혼석을 꽉 쥔채 오른손으로 마나 소드를 만들어 내었다. 상대가 누구이던 간에 일단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이상 취해야 하는 당연한 행동이었다. "그렇게 경계할 필요는 없어. 오랫만이군." 오른손에 마나 소드를 만들고 난 후에 내 등뒤까지 접근한 인물을 보니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이었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은 나의 모습. "내가 없는 동안 마계에서 잘 지낸것 같군. 사실 따라가고 싶었지만 네녀석이라면 나 없어도 잘 해낼줄 알고 있었지." "카오스?" "훗." 나의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카오스였다. 제노 블레이드란 검이 가지고 있는 힘의 원천이자, 나에게 카오스의 힘을 부여한 존재. "이제까지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아아. 이곳저곳에서 나를 찾던 녀석들이 있어서 말이지. 네가 마계에 가있는 동안 조금 바뻤지." 카오스는 미소를 지으면서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그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던 나와 무슨 상관이며,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니, 너무나 갑작스럽게 나타났기 때문에 오히려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대체 이곳은 무슨일로? 이곳은 루피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만이 아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큭큭. 웃기는군. 그들이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만들었다 하더라도 난 마음만 먹으면 금방 찾아 낼 수 있어. 더군다나 나의 힘을 가지고 있는 네가 있는 곳이라면 난 그곳이 어디라도 갈 수 있지." "흠." "내가 이곳에 나타난 이유가 궁금하겠지?" 카오스는 내가 상당히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쳐다보고 있자, 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그렇게 물었다. "당연한것 아닐까? 이제까지 소식이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눈앞에 나타난 것을 보면 누가 안궁금 하겠어?" "훗. 그도 그렇군." 카오스는 나의 퉁명스런 대답에도 단지 웃으면서 넘어갔고, 고개를 돌려서 코 앞에 있는 얼음 덩어리, 정확히 리디의 몸을 바라보았다. "너의 마지막 바램은 이건가?" 카오스는 리디의 몸에 시선을 고정한채 방금전에 나에게 말했던 장난스런 어투와는 전혀 틀리게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 난 돌변해 버린 카오스의 모습에 약간 얼떨떨하지만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오스가 무엇을 하려고 하던간에 그가 말한 대로 나의 바램은 리디가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니까. "어느 누구한테든지 이야기는 들었겠지? 이미 육체를 떠나버린 영혼이 다시 육체에 깃들게 하려면 세계수의 수액이나 잎이 필요하다. 하지만 너에겐 지금 그것이 없다." "알고 있어.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 방법이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감사할 뿐이야." "네 평생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인데도?" "상관없어. 내가 나이가 들어서 늙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리디는 살려놓고 죽겠어." "그런가..." 카오스는 나의 대답에 뭔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이제까지 내가 보아왔던 카오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진지한 모습이었다. 과거에 내가 몇번 카오스를 만났을때에도 이런 모습은 보인적이 없었다. 내가 느낀 카오스의 모습은 장난끼 많은 어린이 같은 모습이었을뿐.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수천년을 더 산 드래곤들 보다 훨씬 지혜롭고 엄숙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심각한 얼굴로 리디의 몸이 담겨져 있는 얼음덩어리를 쳐다보던 카오스는 천천히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그 오른손으로 리디의 몸을 감싸고 있는 얼음덩어리에 가져다 대었다. "네가 원하는 바램. 네 소원이 그것이라면..." 끼이이잉! "큭!" 카오스가 리디의 몸이 들어 있는 얼음덩어리가 손을 가져다 대고는 간신히 알아 들을만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그가 가진 힘 - 카오스 마법을 발동 시켰다. 카오스가 리디의 몸을 감싸고 있는 얼음 덩어리에 힘을 가하자 얼음덩어리 들은 산산조각이 나면서 사방으로 흩어졌지만, 리디의 몸은 허공에 뜬채 카오스의 눈앞으로 천천히 움직여 갔다. "들어주마. 그것이 내가 지금 너를 찾아온 이유." "나의 소원을 들어 준다고? 설마? 당신이 그럴힘이 있는거야? 카오스는 분명 파괴의 힘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것은 마계의 세계수를 지키는 존재, 디카이즈의 부탁. 그리고 마계의 군주중 한명인 디파르큐의 부탁, 마지막으로 이곳에 존재하고 있는 세이츠 네 친구들과 네가 만났던 드래곤들의 바램. 그리고 더 이상 넌 혼돈과 파괴의 힘을 다룰 자격이 없다. 넌 이제 평화와 생명의 존재니까. 더 이상 네게 시련은 없을거다." "뭐?" 대체 내가 마계에 있을동안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마계에세 만난 세계수를 지키던 마물은 디카이즈와 그곳에서 만났던 마계의 군주인 디파르큐까지 카오스를 만나서 리디에 대한 일을 말했을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게다가 카오스의 마지막말 - 내가 혼돈과 파괴의 힘을 다룰 자격을 잃었다는 말 또한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럼 애초부터 나에게 제노 블레이드란 검과 카오스의 힘이 오게 된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깊게 생각하려 하지마. 넌 지금의 현실을 받아 들이면 되는 거다." 우우웅. "큭" 카오스는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두 꿰뚫고 있는듯 말하면서 가볍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나의 오른손에 카오스가 새겨놓은 카오스 마법에 대한 마법진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너를 창조한 마스터의 이름으로 명한다. 나와라 XenoBlade." 파치치칭! 그리고는 나의 몸에 잠재되어 있는 제노 블레이드를 끄집어 냈다. 내 오른손에서 빛나는 푸른색의 마법진에서 백색의 빛으로 뒤덮힌 제노 블레이드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고, 나의 오른손에서 모두 빠져나온 제노 블레이드는 나와 카오스 사이에 위치한채 허공에 떠 있었다. "카오스의 혼돈과 파괴의 힘. 그것이 극에 이르면 어떻게 되는 줄 아나?" "무슨 뜻이지?" 카오스는 제노 블레이드까지 불러낸 후에 다시 나를 쳐다보면서 알 수 없는 말을 던졌다. 이해할 수 없고, 도무지 수수께끼같은 말이었다. "지금 너의 힘은 나의 힘에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인간의 몸으로는 한계까지 이루었어. 과거에도 단 두번 그런일이 있었지만 둘 다 이루지는 못했고, 나의 힘에 점점 미쳐가면서 결국엔 혼돈과 파괴의 힘에 먹혀 자멸하고 말았다. 하지만 넌 달라." "다르다고?" "내가 다루는 모든 힘을 넌 이루었다. 그 힘을 모두 이루었다면 단 한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기회?" "카오스라는 힘. 혼돈과 파괴라는 힘이 마지막에 이르렀을때 그것은 바로 균형과 생명의 힘. 에테르이지. 비록 단 한번이자 순간이지만 분명히 에테르라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게 된다면 혼돈과 파괴의 힘은 사라져 버리고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 처럼 되어 버리지. 바로 소멸을 의미한다." "그럼 지금 내가 에테르의 힘을 단 한번 쓸 수 있다는 소리인가? 균형과 생명의 힘을?" 카오스는 나의 말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서야 난 카오스가 내게 했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지금 내가 가진 카오스의 힘을 완전히 포기하면서 리디를 살리겠느냔 질문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카오스가 이런 질문을 나에게 했지만, 카오스도 이미 나의 대답을 알고 있을것이 뻔했다. 내가 카오스의 힘을 이렇게까지 끌어 올리면서 이제껏 나의 모든것을 쏟아부으면서까지 원했던 것이 무엇인가. "결정했나 세이츠?" "물어볼 것도 없어. 난 균형과 생명의 힘. 에테르의 힘을 필요로 한다." "그래. 역시군. 쿡쿡쿡. 내가 긴긴 세월을 보내는 동안 처음으로 마음에 들었던 인간이었다. 너라는 존재는 나라는 존재가 지워지지 않는 한 언제까지 나에 의해서 기억되겠지." 카오스는 나의 대답에 왠지 모를 쓸쓸한 눈빛을 보내면서 웃고 있었다. 카오스의 말투나 표정을 봐서 분명히 이것이 마지막 작별인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히 카오스의 힘을 포기한다면 카오스란 존재는 더 이상 만날수 없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 "작별이다 세이츠. 그동안 즐거웠다. 기호가 되면 다시 만날지도 모르겠지. 그럼..." 파치치칭! 파칭! 카오스가 말을 마치자 마자 나의 오른손에서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던 마법진이 요동을 치면서 점차 붉은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게다가 푸른색이 점점 붉은색으로 바뀌어 가면서 나의 온 몸에 극심한 고통이 느껴지고 있었다. "크으윽." 나도 모르게 꽉 다문 입술 사이로 신음소리가 새어나올 정도였다. 내가 숱한 전투를 겪으면서 느꼈던 고통과는 차원이 다른 그런 고통이었다. 마치 온 몸 구석구석이 통채로 뜯겨져 나가는 기분이랄까. 내가 느끼는 고통이 더욱 심해질수록 허공에 떠 있는 제노 블레이드의 백색빛도 점차 붉은 빛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러면서 리디의 몸 위쪽으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붉은색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제노 블레이드는 느린속도로 리디의 몸 위에 이동을 하다가 어느순간 움직임을 멈추었다. 제노 블레이드가 움직임을 멈춘곳은 바로 리디의 심장이 있는 곳이었다. 쉬잉! "으아악!" 그리고 제노 블레이드는 리디의 심장에 박히면서 검신이 반쯤 들어가 박혔고, 내 손에서 붉은색으로 바뀐 마법진은 마지막으로 극심한 고통을 주면서 마치 처음부터 나와는 상관 없는것 처럼 제노 블레이드를 중심으로 허공에 수놓아 지고 있었다. "헉...헉.헉..." 나에게 전해지던 고통이 사라져 버리자 난 땅으로 주저 앉으면서 불규칙하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만, 결코 리디의 몸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리디의 심장에 박힌 제노 블레이드는 이제 완전히 피처럼 붉은 색으로 변해 있었고, 나의 손에서 튕겨져 나가듯이 제노 블레이드를 중심으로 허공에 수놓인 마법진도 둥글게 휘면서 리디의 몸을 감쌌다. "이것으로 너와 나의 계약은 끝이다. 세이츠." "끝...인건가.." "그래. 계약의 파기다. 카오스의 최종 단계인 에테르의 힘을 사용했으니 당분간 제노 블레이드란 나의 힘의 담긴 검도 네녀석이 그토록 살리고 싶어하는 여자, 리디라고 했던가? 그녀가 죽기 전까지는 절대로 다시 나타나는 일이 없겠지. 나타난다 하더라도 시련을 견뎌내고 과연 제노 블레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자가 나타날까...." 우우우웅.. 나와 카오스가 말하고 있는 동안에도 리디의 몸을 둥글게 감싸면서 바쁠게 움직이고 있는 마법진은 멈출줄 몰랐다. 단지 달라진 것이라고는 리디의 심장에 박혀 있는 붉은색으로 변한 제노 블레이드가 마치 물처럼 변해서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뿐. "이제 정말로 작별할 시간이군. 네가 가지고 있는 그 영혼석을 리디의 심장에 올려놔." 카오스는 물처럼 변해서 점점 줄어들고 있는 제노 블레이드를 보더니만 나의 왼손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난 카오스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리디의 영혼이 들어 있는 영혼석에 마지막으로 말을 건네며 허공에 떠 있는 리디의 몸 - 제노 블레이드가 박혀있는 리디의 심장에 올려 놓았다. '리디. 이제 금방이야. 곧 만날수 있어. 예전처럼. 꼭.' -응. 꼭.... 내가 영혼석을 리디의 심장에 올려 놓기가 무섭게 붉은 액체 - 피처럼 변한 제노 블레이드는 그 영혼석을 삼키면서 순식간에 리디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리디의 몸을 둥글게 감싸면서 빛을 발하고 있던 마법진이 씻은듯이 사라져 버리면서 리디의 몸은 천천히 바닥에 내려앉았다. "잘 있어 세이츠. 나의 힘때문에 불행했던 자여. 이제는...행복해져라." "카오스..." 리디의 몸에 제노 블레이드와 함께 영혼석이 사라져 버리자 카오스는 나에게 작별을 고했다. 난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리디의 몸을 안아들고는 카오스를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내가 입을 떼고 말을 하려고 할때는 이미 카오스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갑작스럽게 내가 힘을 얻은것 처럼 갑작스럽게 사라진다라...훗훗..." 카오스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자 난 왠지 소중한 친구를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어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제 아마도 내가 죽을때까지 결코 만날 수 없는 존재란 생각을 하면서. "....츠!" "응?" 그렇게 혼자 생각하면서 허탈한 기분에 휩싸여 있을때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멀리서... 마치 잠결에 들리는 듯한 소리로. "세이츠! 정신차려! 갑자기 왜그래?" "어?" 게다가 나의 몸이 이리저리 흔들려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어느새 눈앞에 루피가 꽤나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의 몸을 잡고 나를 흔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루피?" "이제 제정신으로 돌아왔어? 괜찮은 거야?" "뭐가?" "말짱하냐구? 대체 왜그런거야?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그저 멍하니 서서 가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만 중얼거렸잖아." "뭐?" 그제서야 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히 제노 블레이드와 영혼석이 합쳐져서 들어간 리디의 몸을 내가 받아들어서 안고 있었는데 난 빈손이었고, 화들짝 놀란 내가 고개를 돌려서 리디가 있던 곳을 바라보니 리디의 몸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얼음속에 갇힌 그대로 였다. "설마!" 난 너무나 놀라서 품 안에 가지고 있던 리디의 영혼석을 찾았지만, 최악의 사태인지 영혼석은 만져지지 않았다. 내 품속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카오스의 힘을 불러냈지만, 이것도 되질 않고 있었다. 카오스의 힘은 이미 나에겐 존재하지 않는 힘이었던 것이었다. "카오스! 대체 어떻게 된거야!" 나에게 리디의 영혼이 담긴 영혼석도 없고, 카오스 마법도 사라졌지만 정작 리디는 다시 살리지 못한걸 깨닫고 분이 치솟아서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분명히 난 카오스를 만났고, 리디를 살리는 장면까지 목격했지만 그것이 다 환상이었던 것이었을까? 내가 본 것은 카오스가 만든 공간에서 본 거짓...? "세이츠? 대체?" 영문을 모르는 루피만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나에게 물었지만 나에겐 루피의 질문이 귀에 들어올리가 없었다. 난 이미 반쯤 미친상태였다고나 할까. 뿌득! 하지만 그때, 내 귓가에 뭔가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 빠직. 뿌드득. 뿌득. 그것은 다름이 아닌 리디의 몸을 감싸고 있는 얼음에 하나둘씩 금이 가고 있는 소리였다. 리디의 몸을 감싸고 있는 얼음에 하나의 균열히 생기자 곧 그 균열을 중심으로 무수히 많은 틈이 생겨나면서 조금씩 깨지고 있었고, 얼음덩어리들이 조각나는데는 순식간이었다. 루피역시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당황하면서 말한마디 못하고 이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빠드득! 빠득! 뿌득! 뿌드드득! 파칭! 리디의 몸을 감싸던 얼음덩어리들이 무수히 많은 금이 가면서 깨져버리자 그 얼음덩어리 속에 있던 리디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난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는 리디의 몸을 혹시라도 무슨일이 생길까봐 그 전에 재빨리 받쳐 들었다. 내가 리디의 몸을 두손으로 받쳐드는 순간 상당히 놀래버렸다. 분명히 얼음속에서 수십년간을 있어왔런 몸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 정도로 따뜻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안아든 리디의 몸은 마치 잠든것 처럼 보인다고나 할까? "리디...?" 난 따듯한 체온이 느껴지는 리디의 몸을 안아든 채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조심스럽게 리디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내 부름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리디의 몸이 잠시 떨리는 듯 싶더니 리디가 천천히 눈을 뜨면서 나의 이름을 불렀다. 예전 그때처럼 다정스럽게. "세이츠...오빠...나... 돌아왔어...." -XenoBlade -312- (epilogue) -행복이라는 이름의 두글자- Written By Xeno "나참 사람 귀찮게 하는구만." "그런말 하면서 이렇게 가고 있는 아버지의 말은 아무래도 못미더운데요?" 거대한 성벽이 펼쳐져 있는 커다란 도시. 그 도시의 성문을 지나 성 안쪽으로 몇사람이 걸어가고 있었다. 구성인원은 모두 5명. 뛰어난 미모를 가진 세명의 여자와 둘의 남자였다. 게다가 그 셋중에 한명은 엘프라는 것을 확실히 나타내는 듯이 긴 귀를 가지고 있었고, 한명은 하프엘프인듯 했다. 50년전 판타그라와 이슈테리아의 전쟁 이후로 엘프나 드워프 같은 종족은 눈에 띄게 희귀해져서 직접 만나기 힘들어 졌기 때문에 이들이 지나가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눈을 떼지 못하고 구경할 정도였다. "니케. 지금 네가 그런말을 할만한 실력이 된다고 생각하니! 요녀석!" "우악!" 5명으로 이루어진 일행은 다름아닌 다인의 가족과 루피 모녀였다. 오랫동안 깊은 산속에서 세상과 인연을 끊다시피 살아오다가 특별한 일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나온 셈이었다. 루피나 다인, 에디오스 같은 경우는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생활을 하기 이전에 이곳 저곳을 많이 돌아다니면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평소와 다를바 없었지만, 니케나 루나같은 경우는 이런 기회가 흔치 않았고 거의 대부분을 산속에서만 생활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나온 것이라 이것저것 구경을 하느라고 머리가 핑핑 돌 지경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공간이동으로 간단하게 갈 수도 있었지만, 니케와 루나가 세상구경을 하겠다고 조르는 바람에 다인과 에디오스, 루피는 예정없는 여행을 한 셈이었다. "나 참. 그만들 해요. 나이는 먹을만큼 먹은 사람들이." "요 꼬맹이 니케 녀석이 나이좀 먹었다고 까불잖아." "꼬맹이라니요! 저도 이제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다구요!" "그래. 먹을만큼 먹었지. 보통 사람이라면 늙어 죽을만큼!" 에디오스는 티격태격하고 있는 니케와 다인 부자를 말리려고 했지만, 그들은 에디오스의 말에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언제나 처럼 이런일을 즐기는 듯 했다. 오히려 세상에 나와서 말이 가장 많고 방방 뜰 것 같은 루나는 세상을 구경하는것에 정신이 팔려서 입을 다문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어서 조용한 편이었다. "하아. 난 애들을 둘이나 데리고 있는 기분이야." "뭘 어쩌겠어요. 이제 슬슬 도착한 것 같으니 리코를 찾아가야죠. 초대받은건 우리뿐만이 아닐테니까 꽤 바쁠듯 하니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겠군요." "아. 그래요 루피. 그렇게 해야겠네요. 저기 있는 남자 둘은 아무런 도움이 안돼니 우리끼리라도 일단 가야겠군요." 에디오스는 루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쉴새없이 티격태격 하고 있는 다인과 니케를 한심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다인은 에디오스가 가지고 있는 드래곤 하트의 반을 심장으로 지니고 있어서 그런지 절대로 늙지 않고 있었고, 그 영향인지 몰라도 자식인 니케또한 성장 속도가 보통 사람에 비해서 눈에 띄게 더뎠다. 이미 니케의 나이는 60살이 넘었건만 아직 10대 후반이나 많이 쳐봐야 20대 초반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도 30년전쯤에 이런 모습을 하고 완전히 성장이 멈추어 버린듯이 더이상 자라지 않고 있었다. "빨리 안오면 두고갈꺼예욧!" 에디오스는 티격태격하고 있는 다인과 니케에서 소리를 한번 빽 지르고는 그 둘을 내버려 둔채 루피, 루나와 함께 리코의 집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한순간에 다인과 니케는 에디오스쪽을 바라보더니 각자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쫓아왔다. "어? 같이가!" "엄마!" "아이구 골치야. 옛날엔 안그랬는데 지금은 완전히 골치덩어리라니까." 에디오스는 다인과 니케에게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으면서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훗훗. 그래도 쓸쓸한것 보다는 낫죠." "아...미안." 루피가 그런 에디오스에게 조금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자 에디오스는 루피에 대한 일이 생각난듯이 정색을 하면서 그녀에게 사과했다. 에디오스는 드래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인 다인은 드래곤 하트의 반을 가지고 있는 인간.즉 에디오스가 죽기 직전까지 죽을수 없는 인간이었고, 자식인 니케역시 인간이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는 아이였다. 드래곤도 인간도 아닌 존재랄까. 하지만 루피의 경우는 오랜 수명을 가지고 있는 엘프지만, 그녀의 남편은 인간이었다. 짧은 수명을 가진. 지금은 차디찬 땅속에 묻혀있는. "아뇨. 이미 지난 일인걸요. 전 그의 아이를 낳았다는것 하나만으로도 행복해요." "음. 이런 날에 우울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즐거운 기분으로 가자. 괜히 우울해 지려고 노력하는 것 같잖아?" "네." 에디오스는 과거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끄집어 낸 것이 미안한듯이 오히려 더 밝게 웃으면서 루피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리고 화제를 돌려 이것 저것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다. 그녀들이 그렇게 수다를 떨면서 걸어가는 동안 그녀들은 어느새 거대한 저택앞에까지 오게 되었다. 그 거대한 저택에는 특별한 일이라도 있는지 평소에 굳게 닫혀서 잘 열려있지도 않은 문이 활짝 열려져 있었고, 양쪽으로 많은 수의 중무장한 기사들이 서 있었다. 그 사이로 쉴새없이 호화로운 마차들이 들어가고 있었고, 입구에서는 시종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쉴새없이 기록하고 있었다. "다왔군. 이건 문 앞까지 다 온거고 아직 건물까지 걸어가려면 좀 더 가야하겠지만. 쩝." 에디오스를 뒤따라온 다인은 쉴새없이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마차들을 바라보면서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가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역시 편한것이 좋지 귀찮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튼튼한 두다리가 있는데 뭐가 그렇게 불만이예욧! 빨리 안와욧!" 그 사이에 루피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다인만 내버려 둔채 문앞까지 걸어가서 다인을 불렀다. "엇! 알았어! 알았다구! 가면 되잖아!" 다인은 자신을 부르는 에디오스의 고함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듯이 화들짝 놀라면서 에디오스와 루피가 있는 쪽으로 달렸갔다. 하지만, 다인이 그녀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을때 약간의 문제가 생긴것 같았다. "죄송하지만 출입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가 뭐죠? 저희는 초대받아서 온거라구요!" "사정이 어떻게 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그런지시를 받은적도 없고 여러분들의 복장을 보아하니 더욱 못미덥군요." "뭐욧! 여기 리코네 집 맞잖아? 분명히 맞는데. 난 리코의 초대를 받아서 온거 맞다니깐! 그리고 여행복이 뭐가 문제인데?" 에디오스는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 기사를 쏘아붙어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주변에서 서 있던 기사들의 눈빛이 조금 험악하게 변하고 있었다. 분명 에디오스가 말하는 리코라는 사람은 이 저택의 실질적인 주인인 리코 공작을 뜻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이도 얼마 되어보이지 않는 젊은 여자가 공작의 이름을 함부로 부른다는 것은 그들이 생각하기에 괜히 시비를 건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말씀이 심하시군요. 리코 공작님을 마치 동네 어린아이 이름이라도 부르듯이 하신다니." "사실이지. 난 그녀석의 솜털이 채 가시기도 전부터 봤으니까." "허허..." 에디오스의 쏘아 붙이는 말에 에디오스의 앞을 가로막고 서있는 기사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디서 오신분인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이곳에서 난동을 부리신다면 무력을 행사하겠습니다. 말로 할때 얌전히 돌아가십시오." "말.로.할.때?" 에디오스는 얼굴로는 계속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이미 한계까지 도달했는지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기사가 한 말을 한글자씩 끊어서 다시말했다. 에디오스가 드래곤치고는 온순하고 남편도 인간이었다지만 드래곤은 드래곤이었다. 그것도 골드 일족 중에서 최강의 힘을 가지고 있는. "감히!" 에디오스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기사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런 직후 에디오스의 몸에서 금빛이 번쩍인다 싶더니 거대한 힘이 방출되더니 담 한쪽에 폭발이 일어나면서 저택의 담 한쪽이 박살나고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콰콰콰쾅! "우악!" "와아아악!" "참아.참아. 이런날에 화내면 안된다니까." 다인은 에디오스가 갑자기 폭발하는 것을 보고는 황급히 그녀의 어깨를 부여잡고 말렸지만, 그녀는 얼굴이 붉어진채 씩씩거리면서 얼빠진 표정으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기사에게 소리쳤다. "나 못참아! 리코 녀석 불러왓!" "리코 공작님! 큰일입니다." 리코가 건물의 문 앞에 서서 얼굴에 웃음을 지으면서 하나둘씩 도착하고 있는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때 갑작스럽게 저택의 바깥쪽 정문에서 폭발이 일어나고는 금새 문의 경비를 맏고 있던 기사하나가 급하게 뛰어오더니 리코에게 무릎을 꿇고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어떤 여자가 리코 공작님을 찾으면서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여자?" "네! 은색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여자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동료가 4명이나 더 있습니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저희들이 힘으로는 막아내기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여자가 상당히 고위 클래스의 마법사인듯 합니다." "설마!" 리코는 헐레벌떡 뛰어온 기사의 말을 듣고서 폭발을 일으킨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하고 있었다. 정말 가끔 - 대략 십년이나 혹은 그 이상되는 주기로 보는 존재. 분명히 사람이 아닌 존재였다. 드래곤이었으니까. "대체 무슨일로 그녀를 화나게 했는가! 어서가서 모셔오너라!" "예엣?" "못들었나! 일행까지 이쪽으로 모셔오라지 않았나!" "아..알겠습니다." 리코에게 무릎을 꿇고 적의 침입(?)을 알리던 기사는 난데없는 리코의 호통에 영문을 모른채 다시 문쪽으로 뛰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까 기사가 말한 5명의 일행이 오는 것이 보였다. "리코! 이녀석! 준비성이 없구나! 에디오스가 화났잖아. 에디오스가 화나면 말리기 힘들다구. 휴우. 뭐 지금은 날이 날이니 만큼 참고 있지만." "아 죄송합니다. 다인님. 이번에도 공간이동 마법으로 오실줄 알고 특별히 언급을 하지 않으셔서.." "아니야. 리코. 됐어. 우리가 실수한 거지. 일단 들어가자. 쥰이나 필,짐녀석들과 가족도 다 왔겠지?" "네. 며칠전부터 와서 묶고 있었습니다." "그럼 계속 수고하고. 안내는 필요없어. 몇번 와봤으니 구조는 다 알거든. 녀석들 2층에 있겠지?" "예." "그럼." 다인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하는 리코의 등을 툭툭 쳐준다음에 에디오스를 비롯한 일행들과 함께 유유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사라지자 마자 리코의 주변에 있던 호위 기사들은 절대 있을 수 없을 그런 일을 봤다는 표정으로 굳어 있었다. 사실 공작이라는 지휘가 그 국가에서도 손가락 안에 꼽히는 지휘이니, 그 권력과 힘이 오죽이나 했을까. 그런 사람이 한사람도 아니고 몇사람에게 공손하게 고개까지 숙여가면서 존칭을 사용하니 그럴만도 했다. "리코 공작님. 저들은 대체...." "크게 알필요 없다. 다만 저분들은 내가 가진 지휘나 힘가지고는 어쩔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만약에라도 적으로 돌아서게 된다면 이까짓 공작가의 힘따위로는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순식간에 이 도시에 있는 사람 모두 멸망시켜 버릴 정도의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는 것만 알아두게나." "아...알겠습니다." 에디오스 일행이 리코의 집에 오면서 약간의 소란이 있었지만, 그 이후의 일은 리코가 적절히 대처해서 별 무리없이 지나갔다. 그리고 그날 저녁, 리코의 집은 마법으로 대낮처럼 환하게 불이 밝혀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넓은 정원에 모여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정말 뜸들이는구만. 게다가 왠 사람이 이렇게 많아? 거참 이런건 그냥 조촐하게 하면 될텐데 말이야. 사람들도 엄청 북적대서 힘들잖아." "아버지는 정말 왜그래요? 좀 참아봐요." "이 꼬맹이 녀석이!" "아아~ 다들 그만좀 해." 그 사람들 틈에는 리코의 집에 들어올때와 달리 말쑥하게 차려입은 다인과 니케가 또 투닥거리고 있었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에디오스가 그것을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쉿. 조용히 해. 왔어." 에디오스가 투닥거리고 있는 다인과 니케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함과 동시에, 사람들이 모여서 술렁거리던 넓은 정원은 순식간에 숨소리 하나한까지 들릴정도로 조용해졌다. 그들의 시선은 전부 어디선가 나타난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한 여자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정원에 있던 몇몇 용기 있는 사람들이 그녀에게 말이라도 걸어볼까 해서 용기를 가지고 다가가려 했지만, 그들의 시도는 금방 좌절되고 말았다. 그녀의 옆에는 어느새 한 남자가 나타났고, 그녀는 그 남자를 바라보면서 즐겁게 웃으면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 남자의 손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이야. 정말로 아름다운걸. 세이츠는 정말 운 좋은 녀석이라니까." "저런 운을 얻기 위해서 세이츠가 한 일을 생각해요. 보통 사람이라면 아마 죽었어도 수십번은 더 죽었을 일들을 다겪어내고 지금에 이르른 거니까." "흠. 맞아." 에디오스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면서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세이츠와 리디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확실히 세이츠는 리디 하나만을 바라보고는 도저히 불가능할거라 생각되는 - 그것이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가능성이 희박한 일을 인간의 몸으로 이겨냈으니 오히려 이런 작은 행복이 그에게는 더 큰 행복일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과거에 에디오스가 다인을 만나고, 죽어가는 다인을 다시 살려냈을때 그런 기분을 느꼈으니까. 한동안 정원의 한쪽에서 음악이 연주되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갑자기 마법으로 만들어진 불빛이 모조리 사라져 버리더니 음악 소리도 멈추어 버렸다. "드디어 메인 이벤트가 시작되려고 하는건가?" "세이츠는 이번 일을 모른다고 했죠?" "아마 그럴꺼야. 세이츠 성격에 말했다간 리디와 사이좋게 도망갔을껄. 훗." 에디오스와 다인은 갑자기 불빛이 꺼지면서 음악소리가 멈췄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이미 어떤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단 한곳에서 빛이 밝혀지면서 그 밑에 서 있는 두사람에게 시선이 집중 되었다. 그 두사람은 다름아닌 세이츠와 리디였다. "이거 뭐야?" 세이츠는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조금 당황했는지 리디를 살짝 끌어안으면서 주변을 경계했다. 하지만 들려오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감탄사와 웅성거림이었다. 그런 사람들의 틈에서 리코가 세이츠와 리디 앞으로 걸어나오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세이츠에게 말했다. "세이츠. 당신은 리디를 아내로 맞아서 평생 사랑할 것을 맹세하고, 언제나 곁에 있으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절대 그녀를 불행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까?" "어?" "대답하세요." "아...네." 세이츠는 리코의 말에 얼떨결에 대답해 버리고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리디양도 세이츠를 남편으로 맞아서 평생 사랑할 것을 맹세하고, 언제나 곁에 있으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절대 그를 불행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까?" "네..." 리디역시 얼굴을 붉히면서 리코의 말에 대답했고, 리코는 그런 둘을 바라보면서 살짝 미소짓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럼 지금부터 이 두사람은 저 프랏트 국의 공작인 리코의 이름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자 키스하세요." 리코가 주변에 큰 소리라 외치자, 이를 구경하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박수를 쳤고, 세이츠와 리디는 서로의 얼굴을 멋쩍게 바라보다가 살짝 키스했다. 세이츠가 키스를 마치자 어두웠던 정원에는 다시 불이 밝혀졌고, 세이츠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리코를 쳐다보면서 조금은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건 알려주지 않았잖아. 단지 무슨 무도회가 있다고 해서 참가해 달라고 하도 사정을 하길래 참가했더니만. 리디도 부끄러워 하잖아." "세이츠. 그래도 난 세이츠를 모든 사람들의 축복속에서 살아가게 하고 싶었는걸. 지금까지 불행속에서 살아왔으니 이제는 행복해 질때도 되지 않았어?" "그래...고맙다 리코. 아마 내가 죽을때까지... 잊지 못할꺼야." "그래. 난 세이츠가 이제 행복해 졌으면 좋겠어. 언제까지나." "고마워요 리코." 세이츠와 리디는 리코는 서로 손을 마주 잡고는 서로 웃고 있었다. 이제 세이츠에게 더 이상의 고난은 없었다. 그의 모든 것이자 가장 소중한 것 - 리디가 곁에 있으니까. 언제까지나..... 그에게 남은 것은 행복이라는 두글자 뿐. 불행하다고 생각 하나요? 조금만 더 힘을 내봐요. 그럼 언젠가 행복이 당신을 찾아갈 거예요.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