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FANTASY (go SF)』 47762번 제 목:<이리아> ▣ 시작 되는 이야기 ▣ -1-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05 11:57 읽음:781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인간이 인간을, 인간에 의해... 미지의 힘으로서 극소수에게 전해 지는 마법이란 힘. 하지만 그것을 지닌 자와 함께하는 불행의 운명. 또하나의 힘.. 과학. 그리고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슬픈 이야기의 하나.. [ 이리아 ] ΙΥΙΑ 그 이야기의 시작. - Prologue. <1> ----------------------------------------------------------------------- 로라시아 력 776년 7월 14일. 달의 나라 세레스의 북부, 테른과 국경을 마주한 도시, 국경 도시로서 고 요함이 깃들어 있던 제레. 그 무엇도 삼킬 듯한 암흑이 천지를 뒤덮은 가운데 그 고요함을 산산이 부 수며 거대한 함성이 소용돌이친다. 절망의 금속 파찰음이 소용돌이를 감싸고 날카로운 영혼의 빛이 소용돌이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가파르게 입에서 흘 러나오는 거친 숨결. 주위 여기저기에서 신음이 새어나온다. " 잡아라! 홀레이텐(*1)을 집합시키고 성내 마법사를 불러라!! " " 룬 나이트에게 어서 보고를!!! " 다급한 고함 소리가 어두운 밤공기를 가르며 크게 울렸다. 소용돌이 주위 로는 기진 맥진하여 간신히 갑옷의 무게를 견디는 기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소용돌이 중심에는 단 두 명의 남자가 말을 타고 서 있었다. 망토를 머리 까지 올려 써, 두 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을 포위하는 기사들은 그들이 누구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 두 사람으로 인해 지금까지 300여명의 견습 기사들이 죽고 두배 이상의 사람들이 다친 상태였다. 병사들은 그 두 사람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그 둘의 몸에서는 주변의 공기를 짓누르는 기운이 발산되어 기사들의 발걸음 마저 옆으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백마를 탄 검은 망토의 사내는 거칠게 말을 움직여 병사들이 가까이 다가 오지 못하게 하고는 뒤를 따르는 흑마의 남자를 돌아 보았다. 흑빛 망토 밖 으로 드러나는 것은 남자의 보랏빛 눈동자 뿐이었다. 둘은 서로의 눈이 마주 치자 동시에 병사들을 제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적색 갑옷으로 무장하고 적색 마갑까지 갖춘 말을 탄 홀레이텐들 이 영주성 곁에 있던 병영에서 달려 나왔지만 이미 상당한 거리차가 생긴 뒤 였다. 그러나 두 남자는 그들의 추격은 쉽게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말을 달리던 보랏빛 눈동자의 남자는 굳게 닫혀 있는 성문이 시야에 들어 오자 왼손을 들어 열리지 않을 성문을 향하며 지긋이 눈을 감았다. 모든 소 리는 수십여 마리에 다다르는 말들의 말발굽 소리에 묻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소음 속에 성문을 향하고 있던 왼손이 기묘하게 움직이며 손바닥에서 흰색 번쩍임이 일자 그것을 본 일직선 상의 모든 기사들의 얼굴 은 하얘지며 모두 몸을 날렸다. 남자의 손에서는 새하얀 빛이 생겨나며 손바닥 앞 공간에 활짝 펼쳐진 손 과 비슷한 크기의 둥그런 원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나의 원이 완전 히 그려지기 전에 그것을 중심으로 네 개의 원이 그려져 갔고 각각의 원들은 빛을 머금어 갔다. 곧 네 개의 원이 동시에 중앙의 원에 맞물려 그려짐과 함께 빛의 원형진이 완벽하게 만들어지자 원형진에서는 파직 파직 소리가 울리며 공기를 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원형진 안은 각기 흰색 빛으로 채워졌고, 빛이 완전히 채 워지자 그 빛은 남자의 손을 따라 성문을 향해 일직선으로 쏘아졌다. 다섯갈 래로 쏘아진 빛들은 순식간에 서로 얽혀 한 갈래의 거대한 빛이 되었다. 그 리고 그 빛은 일직선에 놓여 있던 성문을 강타했다. 성문은 그 빛과 맞닿으며 굉음을 울렸다. 그리고 그 굉음의 끝에, 성문이 있던 자리에서는 그 굳세었던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성문은 재가 되 어 주변에 잿가루를 뿌리고 있었다. 성문이 아무리 여러 금속의 합금과 단단 하기로 유명한 나무들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도, 남자의 써클 4 전격(電擊) 계 마법을 견뎌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남자는 곁에서 말을 달리던 사람에게 손짓을 하며 성문 밖으로 말을 더욱 빨리 달리게 했다. 말의 속도가 빨라지자 곁에서 달리고 있던 사람의 머리를 감싸고 있던 망토가 벗겨지며 14살, 앳된 소년의 얼굴이 드러나게 되었다. 소년의 검은빛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 별빛을 받아 반짝였다. 주변 분위기, 쫓기고 있는 사람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 서라!!! 마지막 경고다!! 궁정 마도사, 라우디!! " " 너무 시간을 끌었군... " 남자는 뒤쫓아오는 말발굽 소리가 점점 늘어나자 말고삐를 강하게 당겨 말 을 돌렸다. 뒤에서는 예상대로 은색 초생달이 가슴에 그려진 적색 갑옷을 입 은 홀레이텐들이 최소 100여기정도 달려오고 있었다. 그것을 응시하고 있던 남자의 손은 방금 전과 같이 또다시 들어 올려졌다. 이번의 목표는 방금 전 과 달리 성문을 통해 나오고 있는 기사들과 힘차게 달려오고 있는 홀레이텐 들, 즉 인간들이었으나 남자는 주저함도 없이 살짝 입을 벌렸다. 남자의 입 에서는 주문처럼 작은 흥얼임이 일며 말고삐를 놓은 남자의 두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 천공을 가르는 힘. 섬광의 창.. ' 남자의 머리속에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과 함께 방금 전처럼 남자의 손앞에 는 원이 그려졌다. 하지만 이번에 원의 개수는 여섯 개로 늘어나 있었고, 원 들은 천천히 그려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말의 허리를 발로 꽉 잡으며 원이 그려지기를 기다렸다. 원형 마법 진은 계속 남자의 몸에서 힘을 끌어갔다. 하지만 그 대가로 손바닥 앞 공간 에 원이 그려짐과 동시에 남자가 있는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는 길다란 빛의 선이 바닥에 새겨지며 거대한 저택이 들어갈 정도의 큰 원 이 생성되었다. 그 빛의 흐름이 멈추었을 때는 빛이 원을 그리고 난 후였다. 원안에는 이미 적색 갑옷의 모습이 모두 들어가 있었다. 그 순간 홀레이텐들은 자신들의 죽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마법의 위력을 어느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선 택을 해야만 했다. 명예인가, 생명인가. 그리고 머리는 생명을 선택했다. 하 지만 그들의 가슴은 기사로서 명예를 선택했고, 추격 명령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그들은 있는 힘껏 말을 달렸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검게 물들어 있던 하늘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 카징-!! ] 먹구름도 없는 듯한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한 줄기 섬광이 자신의 앞을 막는 모든 것을 파괴하며 대지를 파헤치는 것을 시작으로, 하늘에서는 일순간에 인간의 눈으로서 셀 수 없을 만큼의 벼락이 쏟아져 내렸다. 그 광 경에는 벼락의 비란 말이 가장 잘 어울렸다. 어두웠던 고요의 대지가 섬광에 의해 밝게 변해갔지만 그것은 죽음의 빛이었다. 홀레이텐들은 비명을 지르며 마법을 잠시라도 견디려고 했지만 섬광의 창 은 그것을 단발마 비명으로 만들어 버렸다. 벼락이 직격한 홀레이텐의 몸은 온몸을 감고 있는 갑옷과 상관 없이 산산이 조각나며 살점을 흩날렸다. 성문이 달렸던 성벽은 처참하게 부셔져 나가며 기사들을 덮쳤다. 남자는 마법을 끌어내는데 온힘을 끌어냈는지 숨을 몰아쉬며 말을 다시 돌 렸다. 남자의 등뒤에서는 계속 되어 비명과 벼락이 땅에 내려꽂히는 소리가 울렸다. 번쩍번쩍 눈앞을 어지럽히는 광란의 광경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뒤 로한 채 둘은 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우연히 그곳을 지나치는 사람처럼.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그들과의 거리가 상당히 멀어지자 남자의 곁에서 말 을 달리고 있던 소년은 남자에게 다가왔다. 소년의 눈동자는 걱정의 빛이 감 돌고 있었다. " 너무 심했던 것..아니었습니까..? 능력을 벗어난 마법을 쓰실 필요까지 는.. " " 헉.. 헉.. 확실한 소멸보다 처참한 광경과 현란한 섬광이 공포심을 부 른다. 눈속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 소년의 말대로 써클 6의 마법이라면 모든 것이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어야 했지만 남자의 능력을 벗어난 마법이기에 그 위력은 현저하게 줄 어, 남자가 정했던 원형 공간 중에 1/4에 불과한 공간만이 파괴되었다. 그러 나 한곳에만 집중되게 벼락이 꽂힌 것은 아니었기에 남자는 그것으로 만족한 듯, 약간의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고삐를 당겨 말을 천천히 달리게 하고는 하 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남자의 보랏빛 눈동자는 무엇인가를 쫓고 있었다. 이제... " 인간으로서 허용되지 않은 파멸의 힘을 지닌 자. 마법사인 나는 다시 자 유로 돌아간다. 그녀가 내 품으로 돌아 올 때까지.. 세상의 저주를 한몸 에 받는 한이 있더라도... " -+-+-+-+-+-+-+-+-+-+-+-+-+-+-+-+-+-+- < 주석 - 역사학자 유우란의 저서, 복잡하다고 여겨지는 여러 용어들의 해석과 나 자신의 견해.에서 일부만 발췌. > *1> 홀레이텐(Holrayten) - 기마병(騎馬兵)을 말한다. 홀레이텐의 뜻은 성스러운 빛을 지킨다란 것으로 해석되오고 있다. 그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그들이 기사단 선두에서 활약을 하기 때문 에, 전장에서 가장 먼저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자신들을 위 해 용감하게 싸울 그들을 기려 붙여 준 것이라고 한다. 홀레이텐은 선진에서 빠른 기동력으로 적을 포위, 섬멸, 분단하는 등 의 역할을 하는,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부대라고 볼 수 있다. 필자 역시 그것에 동감하는 바이다. 그들의 중요성은 로라시아력 777년에 헤 로딘으로 진격한 이노네스의 2차 무력 침공 때, 헤로딘 기사단의 뼈져 린 패배로 인해 모두에게 재인식 되었다. -+-+-+-+-+-+-+-+-+-+-+-+-+-+-+-+-+-+- [ 이프 입니다. ] 새롭게 시작한 글.. 이리아. 눈치 채셨을지 모르지만 제 ID 이프리아 중 '프'자를 빼서 만든 이름입니다. 총 100-130편 내외의 글이 될 것입니다.(30편이 왔다 갔다..하지만 리즈 이 야기 처럼 길지는 않습니다. ^^) 프롤로그가 재미없을 지도 모릅니다. 이프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재밌다는 느낌이 드는 프롤로그를 써본적이 없습니다. 이상하게도...전.부.(그리고 아 시죠? 한 10편 이상 진도가 나가야 재밌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 다음 편부터 시작입니다. 다음 편도 꼭!!! 읽어 주세요!!! - Ipria Ps. 음...홀레이텐... 원어(?)는 Holy Ray Te..(헉..마지막 단어가... --;) 암튼 옛날에 생각해 두었던 건데 다시 보니 새롭군요. ^^ 『SF & FANTASY (go SF)』 47763번 제 목:<이리아> ▣ 1. 알 수 없는 만남 ▣ -2-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05 11:57 읽음:552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1장. 알 수 없는 만남. <2> ----------------------------------------------------------------------- 로라시아 력 777년 7월 7일. 신의 축복에 감사하며 하루를 마감한다는 저녁 시간.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저녁은 태양의 신과 달의 신에 의해 만들어 졌다 는 로라시아 대륙, 5개국 중 최남단에 위치한 제스트의 하늘은 검은 물결이 휘몰아치며 어둠이 짙게 물들었다. 하늘에 붉게 여운을 남기던 저녁 놀이 있 었다는 사실은 이미 한 시간 전쯤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모든 것이 화목하고 평화로울 것만 같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제스트의 도시 중 하나인 케라인의 어느 주점 뒷골목에서는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 하 나가 한 남자에게 일방적으로 맞고 있었다. 아이의 나이는 18세를 넘어간 듯 하게 보였으나 상대인 중년 남자에 비한다면 아이임에는 틀림없었다. [ 퍽!! ] " 계집애처럼 생긴 녀석이!!! " 남자의 말대로 소녀처럼 보이는 곱상한 얼굴의 아이 얼굴은 술기운에 의해 붉어진 남자의 주먹에 부풀어올랐다. 하지만 아이의 눈빛은 살아 있었다. 붉 은 색 눈동자는 끝까지 남자의 주먹을 좇고 있었다. 맞는 것에는 익숙한지 1 8살처럼 보이는 외모와 달리 아이의 주먹은 굳게 쥐어져 기회를 노리고 있었 다. 예전엔 예뻤을 것 같은 가느다란 손가락은 싸움에 찌들어 굳은 살과 많 은 상처가 나 있었다. " 힘도 없는 녀석이 싸울 생각이나 하다니.. " 남자의 혀 꼬부라진 말이 끝남과 함께 또다시 아이의 배는 남자에게 걷어 차이게 되었다. 아이는 배를 움켜쥐며 켁켁 소리를 냈지만 눈동자는 여전히 남자의 손을 쫓고 있었다. 곧 아이는 몸을 일으켜 다시 덤벼들 준비를 했고 남자는 아이를 아예 기절시킬 생각으로 주먹을 들어 아이의 머리를 향해 힘 껏 내리 휘둘렀다. 그 순간, 아이는 상체를 틀어 남자의 주먹을 간발의 차로 스치듯이 피하며 다리의 힘을 다해 땅을 박차, 있는 힘껏 남자의 배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둔 탁한 소리가 울리며 남자의 몸은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이미 아이의 몸은 한참 동안 맞은 탓에 힘이 다 빠져 그 이상의 효과는 없었다. " 이 자식이!! " 결국 남자의 손은 짧게 깎아 버린 아이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게 되었고, 아 이는 반항도 하지 못하며 남자의 눈을 노려보기만 했다. 애당초 반항을 하지 않고 몇 대를 맞았다면 금방 끝날 일이었지만 아이는 끈질겼다. 아이는 남자 의 눈을 노려보며 말했다. " 당신이 먼저 부딪혔잖아. 술에 취해 혼자 쓰진 주제.... " 동시에 아이는 얼굴에는 남자의 주먹이 내리 꽂혔다. 둔탁한 소리가 울리 며 코뼈가 부러질 정도의 충격을 주는 주먹이었다. 그 충격으로 인해 남자의 손아귀에는 아이의 머리카락이 몇 가닥 남게 되며 아이의 몸은 뒤로 날아가 잘 쌓아 두었던 나무 상자 사이에 처박혔다. 아이는 신음 소리조차 내지 못 했다. " 어린 게 까불기는... " 남자는 나무 상자 사이에 처박힌 아이의 몸이 미동도 하지 않자 바닥에 침 을 퉤 뱉으며 오른쪽에 있는 작은 나무문을 열고 주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 러나 아이의 몸은 곧, 신경질적으로 주점 뒷문이 닫히자 꿈틀거렸다. " 큭-! " 그리고 잠시 후 아이의 몸은 나무 상자를 비집고 뒹굴며 나올 수 있었으나 일어날 수는 없었다. 다리는 완전히 풀려 있었고, 팔도 힘을 잃어 가고 있었 다. 하필이면 지금 아이가 있는 곳은 주점 뒷골목이었다. 도와줄 수 있는 사 람은 아무도 없었다. " 컥... " 아이는 있는 힘껏 팔로 바닥을 디디며 몸을 일으켰지만 입에서 피를 뱉어 내며 그대로 자신의 피 위에 쓰러졌다. 코에서는 쉴새 없이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지 이빨은 멀쩡했다. 아이는 한동안 일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남은 것은 무수하게 찍힌 핏자국뿐이었다. " ...당하고만 살 수는... " 아이는 그 말을 중얼거리며 눈을 감게 되었다. 이 정도의 상처로는 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아이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졌다는 것이 분했다. 거의 공격도 해 보지 못하고 맞기만 했다는 것이 분했다. ' 이런.... ' " 저... 도와주도록 하죠? " 그런데 그 때 희미하게 귓가에서 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환청일까? 아이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곧 자신이 몸이 누군가에게 들려지는 것을 느 끼자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심하게 맞았군요.. 얼굴에 상처가 심해요. 예쁘게 생긴 것 같은데.. " ' 예쁘다...라....... ' 아이는 소년의 말에 아련히 그리 멀지 않은, 남아 있는 유일한 기억인 1년 전을 떠올리며 소년에게 몸을 맡겼다. 아니, 맡길 수밖에 없었다. 서서히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 아이는 왠지 언젠가 이런 일이 있었던 것 만 같은 기분을 받았다. =-=-=-=-=-=-=-=-=-=-=-=-=-=-=-=-=-=-= < 막아라! 진정시켜야만 한다!! > < 안됩니다! 이미 제어를 벗어났습니다!! 폭주를 시작합니다! > < 할 수 없다! 모든 실험체의 구속을 풀어라!! > < 그, 그럴 수는... 으악!!! > < 괴물.. 우리는 이것을 왜 다시 만든 것일까... 어리석게... > =-=-=-=-=-=-=-=-=-=-=-=-=-=-=-=-=-=-= " 깨어났나 봐요!! " 소년의 외침이 귀를 간질였다. ' 꿈? 그럼 이건.... ' " 누.. 누구? " " 전 에딘이라고 해요. 당신의 이름은요? " " 이리...이리아. " 에딘이라고 자신을 밝힌 소년의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한 이리아는 머리가 심하게 아파옴을 느끼며 살며시 눈을 떴다. 여러 집들에서 새어나오는 불빛 들과 곁에서 강하게 빛을 쏘아 대는 등불이 시야를 파고들어 왔지만 곧 검은 물체가 그것을 가려 주었다. " 지나가던 길에 우연히 발견했어요. " " 고마워. " 이리아는 익숙지 않은 불빛을 막아 주던 검은 물체가 에딘의 얼굴임을 알 고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몸을 일으켰다. 순진한 것일까, 아니면 이미 대가 를 정한 것일까. 이리아는 자신을 도와 준 에딘의 미소 뒷면에 무엇이 있을 지, 그것을 떠올려 보았다. 아무런 흑심 없이 타인을 도와주는, 당연한 일인 듯하면서 꿈만 같은 일을 실제로 하는 인간은 이 도시 내에 없었기에 이리아 의 그런 생각은 당연했다. 하지만 에딘은 이리아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미소만 지으며 이리아를 내려다보았다. 공부벌레, 돈많은 평민의 아들 같은, 싸움은 전혀 못할 것 같이 깨끗하며 깔끔한 외모의 소유자인 에딘의 생기 넘치는 흑 구슬 같은 눈동자에 아리아는 뒷속셈이 있을 것을 짐작하며 혀를 돌려 입안 의 상처를 확인하려고 했다. 정신을 잃기 전, 얼굴이 엉망이 되도록 맞았기 에 한동안 음식 먹기가 불편할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 저..얼굴의 상처는 전부 치유했어요. 예쁘게 생긴 얼굴에 흉터가 남기라 도 하면 안되잖아요. 아- 예쁘다는 말이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요. " 이리아는 에딘의 말은 듣지도 않고 손을 들어 얼굴을 만져 보았다. 심하게 부어 있어야할 얼굴은 멀쩡했다. 그것 뿐만 아니라, 피부는 마치 마법을 걸 은 것처럼 깨끗해져 있었다. 거친 손가락을 통해 매끄럽게 느껴지는 피부가 스스로도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얼굴을 만지던 이리아는 하늘을 한 번 바라보고는 에딘의 눈을 노려 보았 다. 달의 위치로 보아 지금 시간은 자정 경. 그렇다면 2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상처를 모두 치유했다는 결론인데, 이리아의 지식의 굴레 안에서 는 그 시간 내에 심한 상처까지 모두 치유하고 피부를 깨끗하게 만들 수 있 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 너는 누구지? ' 이리아의 눈동자가 에딘에게 그렇게 물었다. 그러나 에딘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 깨어났으니 이제 그만 가자. " 그 때, 에딘의 등뒤에서 약간 묵직한 목소리가 에딘을 불렀다. 에딘은 끝 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지만 미약하게 눈빛이 흔들렸다. " 하지만.. " " 대가라도 받을 생각이었나? 난 분명히 그 애가 깨어날 때까지 이곳에 있 는다고만 했다. " " ...알겠습니다. " 에딘은 남자의 말에 이리아에게 쏟아지던 불빛을 막기 위해 구부리고 있었 던 허리를 펴며 남자를 돌아보았다. 그는 어두운 검은 색 망토에 감싸여 있 었지만 얼핏 보이는 모습은 나이가 많은 듯하게 들리던 목소리와 달리 20대 중반 청년이었다. 그는 보랏빛을 반사하는 눈동자로 에딘을 보고 있었다. 이리아는 청년의 모습에 에딘과의 관계와 직업이 무엇일까, 란 생각을 하 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두운 밤이라고 하지만은 주변은 너무나 밝았다. 곧 이리아는 그 이유를 간단하게 알 수 있었다. 지금 있는 곳은 광장 분수대 곁 이었던 것이다. 분수대 주변은 치안과 길잡이 역할을 위해 언제나 등불을 환 하게 밝혀 놓고 있었다. 당연히 그 등불의 담당은 노예들이었다. " 그럼 이만 먼저 가 볼게요. 몸조심해요. 저희 같은 사람은 흔하지 않으 니까요. " " 에? " " 나중에 운이 닿으면 다시 만날 수도 있을 거예요. " 에딘은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한 청년의 뒤를 따르며 이리아에 게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그 때 에딘의 손목에서는 붉은 빛의 보석이 박힌 팔찌가 불빛을 반사해 반짝였다. 소년이 보석 박힌 팔찌를 끼고 있다는 것은 약간 어색했다. 이리아는 에딘이 사라진 골목을 바라보며 에딘의 행동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7개월 전, 서쪽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 이노네스의 헤로딘 1차 무력 침공이 이노네스의 패배로 끝난지 얼마지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갈수록 삭 막해져 가는 세상에 에딘은 마치 세상에 아무런 욕심이 없는 방랑자처럼 보 였다. 상처를 치유한 솜씨를 보아도 에딘과 또 한 명의 청년은 절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 에딘...이라.. " 이리아는 자신이 누워 있던 분수대 옆 긴 의자에서 일어나며 그 이름을 되 새겨 보았다. 왠지 마음이 잠깐 동안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곧 이 리아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천천히 의자에서 멀어져 갔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법. 색다른 사람을 만나봤다는 생각을 하며 이리아는 발걸음을 옮겼다. 힘들고 어려운 일은 많이 겪어 온 인생이었기에 오늘 같은 일도 그냥 시간 이 지나면 잊게 될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오늘따라 하늘의 별들이 더욱 많 아 보이는 듯한 느낌과 함께 유난히도 케라인의 밤거리는 밝았다. < 계속 > -+-+-+-+-+-+-+-+-+-+-+-+-+-+-+-+-+-+- [ 냥~ ^^ ] 이제서야 등장한 이리아... ^^; 프롤로그에 나왔던 두 명의 말탄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설마..짐작을 못하시지는 않겠죠? ^^;) 에딘의 모티브는... 리즈 이야기에서 리즈의 외모 + 루리아의 말투와 성격 입니다. 이리아의 모티브는..없는 듯 하군요. 주위 사람들 때문에 갈팡질팡 하는 스타일입니다.(유일하게 초반에 추구하는 목적이 없습니다.) 이리아.. 이 글 자체는 오래 전에 써 놓았던, 리즈 이야기의 뿌리(Root)가 되는 글을 완전히 다시 만든 것입니다.(음..캐러 이름만 빌려 왔다고 할 수 도 있군요.. 사실이 그러니.. 아, 어떻게 보면 플롯도 따왔으니... 에구 머 리야... 그러고 보니 앙끄동에 올렸던, 단 한 편만 쓰고 올렸던 [이미르]의 플롯도 따왔고... 헉... 끝이 없군요. --;) 과연 제 두 번째 글인 이리아... 얼마만큼의 조회수를 얻을지.. 두려움 반, 기대 반 입니다.(제발 100을 가 뿐히 넘어 줬으면...) - Ipria ** I: 이봐..이프. 왜 난 처음부터 맞는 역할이지? Ip: ^^;;; 어쩔 수가 없었어... I: 날 이렇게 만들어도 되는 거야? 계속 맞기만 했잖아!! Ip: 미, 미안-! (하지만 생글생글 웃는 이프..) I: 으윽...이걸 그냥... (차마 때리지 못하는 이리아..^^) 『SF & FANTASY (go SF)』 47764번 제 목:<이리아> ▣ 1. 알 수 없는 만남 ▣ -3-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05 11:58 읽음:486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1장. 알 수 없는 만남. <3> ----------------------------------------------------------------------- 꿈을 꾸지 않는다. 그만큼 정서가 매말랐다고 여겨지는 경우도 없다. 하지만 꿈을 꾸고 싶어도 꿀 수 없는 사람의 심정은 아무도 모른다. 알 수 없는 과거.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그런 것고 상관 없이 무익하게 살아가는 생활. 이리아는 조용히 눈을 떠 잠시 천정을 바라보았다. 햇빛이 나무로 만든 창 문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발부근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으로 보아 아침 늦은 시간이었다. 곧 이리아는 가볍게 기지개를 펴며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 하---아암.. 아얏..! " 하지만 이리아는 몸에 힘을 줌과 함께 옆구리에 강한 통증을 느끼며 몸을 움츠려야만 했다. 에딘의 말대로 그는 얼굴의 상처만을 치유했던 것이다. 움 직일 때마다 다른 곳의 상처들이 쿡쿡 쑤셔 오고 있었다. 덕분에 이틀간 생 계 유지를 위한 식당 일을 나가지 못했었다. " 으...이까짓 상처는.... " 이리아는 잠시 침대 위에서 통증이 가시기를 기다렸다가 침대에서 일어났 다. 이대로 있다가는 이번 달 집세 내기도 힘들 지경이 될지도 몰랐기에 오 늘부터 만큼은 꼭 식당에 나가야만 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뒹굴고 있는 옷을 대충 집어 입은 이리아는 손으 로 흩트러진 머리를 대강대강 넘기며 집을 나섰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여 관 같은 건물에 여러 세대가 사는, 한 층에 네 가구 정도가 살 수 있게 만든 임대용 건물이었다. 그러나 거의 한 집에서 한두 명밖에 살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집들이었다. 부엌과 거실, 방이 하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 그 크기는 웬만한 여관의 큰 여관방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당연히 여러모 로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그래도 여관보다 싼맛에 이리아는 이곳에 살고 있 었다. " 여- 이리아! 오늘따라 얼굴이 깨끗해 보이는데~ 더욱 여자애 같은데! " " 시끄러워!! " 객관적으로 이리아의 얼굴은 예뻤다. 약간 희다고 느껴지는 피부에 차가운 붉은 빛 술을 연상시키는 눈동자. 그리고 자연적으로 밝은 선홍빛의 색채를 띠는 입술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무엇인가를 발산했다. 그래서 매일 아 침이면 그것을 가지고 농담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한 둘씩 있었다. 역시나 오늘도 이리아가 문을 나오자마자 아랫집 청년인 테인이 농담을 걸 어왔고, 이리아는 약간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정말로 화난 것은 아니었으므로 모두들 매일 장난스럽게 넘어가곤 했다. 그러나 이리아는 습관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들이기에..이 리아의 사고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리아가 일을 하고 있는 식당은 집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물 론 어디를 가건 지름길은 있었으므로 그곳에 가는 지름길은 알고 있었다. 하 지만 이틀 전의 기억이 몸을 사리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리아는 그곳을 피해, 일부러 약간 시간이 걸리는 길로 돌아가게 되었다. 덕분에 사람들이 살아가 는 여러 모습들을 볼 수도 있었지만 이리아는 애써 그것을 무시하며 갈 길만 을 갔다. 이윽고 이리아의 시야에는 매일 일하는 식당이 들어왔고, 이리아는 주인 아줌마의 행동을 예상하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 끼익... ] " 안녕하세요! " " 야!! 이틀이나 지 마음대로 빠져 놓고, 안녕하세요! 라고!! " ' 시끄러워.. ' 기분 나쁜 식당의 문소리처럼 식당 주인 아줌마의 잔소리는 기분 나쁠 정 도로 이리아의 귀를 간질였다. 어차피 요점은 알고 있었다. 이렇게 일하려면 나가라는 것이 뻔하다. 대책은 정중하게 사과하는 것으로 넘어가는 것뿐이다. " 나도 공짜로 이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야. 그렇게 마음대로 빠질 거면 다음부터 오지마! 네가 그러니까 다른 녀석들이 전부 요령을 피우고 오 지도 않잖아!! " "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 " ...그럼 어서 뒷골목에 가서 물건들을 창고로 옮겨. " ' 결론은 그거 였나.. ' 하필 오늘이 식당에 식사 재료들이 들어오는 날이었던 것이다. 주인 아줌 마의 여느 때보다 강도 높은 신경질의 원인은 그것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상당한 양의 채소와 과일, 술이 식당 뒷골목에 차곡차곡 쌓여지면 몇몇의 일 꾼들이 그것을 창고로 옮겨야 하는데, 오늘은 이리아 혼자만이 식당에 온 것 이다. 그런 힘든 일은 천민인 노예를 노예 시장에서 빌려다 일을 시키는 방법도 있었지만 주인 아줌마는 돈이 없어 식당에 매달리는 일꾼들을 이용하고 있었 다. 300여명이나 단 번에 수용할 정도인 식당에 잡일을 하는 사람은 단 세명. 하지만 거의 이리아만 매일 나오고 있었으므로 그 큰 식당의 모든 잡일을 혼 자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래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식당에 서는 잘 받아 주지 않고, 일꾼들 사이의 텃세가 심하기 때문이다. ' 괜찮을까... ' 남자에게 채였던 옆구리가 신경 쓰였다. 이틀 동안 식당에 나오지 못한 이유는 전부 그것 때문이었다. 팔과 다리의 상처보다 그 상처 때문에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이 치명적이었 다. 그러나 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일하고 있는 식당을 그만 둔다면 저축도 해 놓은 것이 없는 지금, 다음 일자리를 구할 새도 없이 길거리로 쫓 겨나게 될 것이다. 이노네스 국경에 병력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문으로 인해 인심이 너무 피폐해져 있었다. 이리아는 느릿하게 뒷문을 여는 순간 이틀 전의 일이 떠올랐다. 그 때도 이렇게 뒷골목으로 들어서다가 남자와 부딪혀 싸움이 시작된 것이 었다. 곧 이리아는 문을 열자 문 주위에 쌓인, 다섯 사람 정도가 지나 갈 정 도의 폭인 뒷골목에 쌓여 있는 채소와 과일이 담긴 상자들을 볼 수 있었다. 과연 혼자 모든 물건을 옮길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 였다. 그래도 이리 아는 손목을 풀며 이를 악물었다. 아무래도 오늘 일을 하면 내일 아침에 일어나지 못할 듯 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건들을 놔두고 갈 수도 없었다. ' ....뭐, 일 주일에 한 번 있는 일이잖아? 오늘은 약간 몸이 안 좋은 것 뿐이야. ' 이리아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채소 상자를 들었다. 다행히도 그 상 자는 가벼웠다. 그리고 창고는 뒷골목에서 그리 멀지 않은, 조리실과 연결된 작은 방이었다. 이리아는 가볍게 보이는 채소 상자들을 먼저 골라 그것들을 모두 창고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기를 30여분. 가볍게 보이던 것들은 전부 창고 안으로 옮겨졌고, 남아 있는 것들은 상당한 무게로 보이는 상자들 로 바뀌게 되었다. 이리아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눈에 먼저 띄는 상자들 앞 으로 갔다. " ...흐...하압. " 그리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상당히 부피가 큰 과일 상자를 들었다. 하지만 역시 무리였다. 기합과 함께 들려 졌던 과일 상자는 이리아가 몸을 돌리자 점점 아래로 내려왔고 이리아는 옆구리에 심각한 통증을 느꼈다. 그 나마 이틀 동안 풀어 두었던 어깨의 통증마저 되살아나는 듯 했다. " 으.. " 그렇다고 상자를 떨어트려 내용물이 상처를 입기라도 한다면 내용물을 변 상해야 했다. 차라리 오늘 일을 하지 않았을 때가 훨씬 이득일 수도 있었다. 이리아는 입술을 깨물며 한 걸음 한 걸음 창고를 향해 걸으려고 했다. 그 러나 단 두 발자국을 옮겼을 때 상자를 이리아의 손을 벗어나게 되었다. 마 치 손에 무엇인가를 바른 것처럼.. 상자는 이리아의 손을 미끄럽게 빠져 나 와 땅을 향해 곤두박질 쳐 갔고, 이리아의 눈에는 점점 바닥을 향해 떨어지 는 상자만이 보였다. ' 이제 이곳에서의 생활도 끝인가... ' 순간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떨어져 내리는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의 가격은 최소 일주일치 급료 에 해당했으므로 그 생각은 당연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떨어져 내리던 상자 가 갑자기 멈추어짐과 함께 그만 두어야 했다. " 몸이 좋지 않은 모양이군요. 무리하지 말아요. " " ....너는..? " 갑자기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평민답지 않게 단정한 흑발, 검정색 눈동자, 연약해 보이는 모습, 언제나 웃고 있는 얼굴, 상자를 들고 있는 팔에 끼어진 팔찌. 그리고, 약간 신경에 거슬리는, 여자들이나 쓸 법한 경어... 귀족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소년.. 그것들의 주인은 이리아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도 상자를 든 채로 미소를 잃지 않았다. " 에.딘. 에딘이에요. " " 아, 에딘. 그 상자 이리 줘. " " 제가 도와 드릴게요. 몸이 안 좋은 듯 한데, 쉬어요. " 이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에딘의 말이 맞다는 것은 알았지만 쉴 수 없는 일이었다. " 쉴 수 없어. 오늘부터 일을 하지 않으면 머물 곳이 없어져. " '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지? ' 에딘에게 자신의 처지를 말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저 에딘은 지나가던 사람일 뿐인데 마음 놓고 말을 하고 있었다. 해맑다는 느낌을 주는 에딘의 미소 때문일까? " ...그러니까 오늘은 제가 도와 드릴게요. 돈은 필요 없어요. 어차피 할 일이 없어 돌아다니던 중에 힘들어 보이기에 온 것이니까요. "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호의를 무턱대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 나중에 무 엇을 요구할지 모른다. 이리아는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에딘의 말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일었다. 이틀 전, 자신을 돌봐 주고 조심 하란 말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지던 에딘의 뒷모습이 아련히 떠올랐다. " 우선 이것부터 어떻게 하고 얘기하죠. 어디에 갔다 놓으면 되죠? " " 들어가자마자 왼쪽, 문이 열려 있는 방에 놓으면 돼. " 이리아는 에딘의 질문에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에딘은 즉시 이리아의 말에 따라 식당 안으로 들어갔고, 정확히 창고 안에 상자를 가져다 놓았다. 문득 주인 아줌마가 이상한 눈초리로 에딘과 이리아 를 쳐다보았으나 어차피 일을 할 것으로 여겼는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에 딘은 다시 뒷골목으로 나오며 이리아에게 물었다. " 여기 있는 것을 전부 가져다 놓으면 되는 거죠? " " 왜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 거지? " " 힘들어 보이니까요. 공짜로 일을 시키는 것이 싫다면 일이 끝나거든 술 이나 한 잔 사주세요. 이리아. " 에딘은 이리아의 이름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이리아는 에딘의 미소와 친절한 행동이 싫지 않았기에 아무말 없이 에딘이 움직이기 쉽게 한쪽 구석으로 걸어갔다. 어째서... 묘한 동질감이 에딘에게 서 느껴졌다. 에딘은 방긋 미소를 지으며 상자를 들었다. 결국 에딘은 이리아 대신 뒷골목에 쌓여 있던 상자들을 창고로 옮기게 되 었다. 하지만 에딘은 즐거운 표정을 지었고, 이리아는 에딘의 일하는 모습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에딘은 약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상당히 힘이 셌다. 아무리 15세 소년이 라고 해도 나무로 만들어져 과일이 가득 담긴 상자를 20개정도 옮기는 데에 는 무리가 있을 듯 했으나 에딘은 힘든 표정 하나 짓지 않고 일을 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에딘의 얼굴은 귀여웠다. 15세로 보여도 실제 나이는 에딘만이 알고 있을 듯 했다. 정말 15세일지도 모르지만 동안인 듯 하면서 묘한 분위기가 에딘에게는 있었다. 어색하지 않 게 언제나 짓고 있는 미소처럼. 어느 귀족집 아들처럼도 느껴졌지만 귀족이 이런 곳에 와서 일을 할 리는 절대 없었기 때문에 에딘이 누구인지,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이리아는 에딘이 곁을 지나가며 상자를 들려고 할 때 무심코 물었다. " 뭐가 그렇게 즐겁지? 미소가 가시질 않잖아? 왜 언제나 미소를 짓는 거 지? " " ...이리아는 남자예요, 여자예요? " 이리아는 무심코 친구를 대하듯이 물은 말이었지만 에딘의 질문에 에딘이 처음 만난 사람이란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에딘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 라지지 않았지만 눈빛은 약간 슬픈 빛을 띠었다. 목소리도 착 가라앉아 있었 다. 이리아의 질문, 에딘의 질문. 둘 다 대답하기 싫다는, 거부의 뜻을 담고 있었지만 그것은 가슴 한 구석 의 상처였기에 뒤이어 다른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둘은 잠시 조용히 침묵한 채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 며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곧 에딘은 상자를 천천히 들었고, 이리아는 그 모 습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다행히 에딘은 먼 저 몸을 돌리며 말했다. " 마지막 상자예요. " " ....그대로 들어가. 술 살게. 고마웠어. " 우연찮게 마지막 상자만이 남아 있었기에 에딘이 먼저 말을 꺼냈지, 그렇 지 않았다면 그대로 둘 다 가만히 있게 될 뻔했다. 이리아는 에딘이 식당으로 향하는 것을 보며 에딘을 따라 식당 안으로 들 어갔다. 어느새 시간은 점심 식사시간을 지나 있었다. 오늘 이리아는 아침과 점심을 굶은 셈이었다. 이리아는 창고 안으로 들어가는 에딘을 지나 한산하 게 비어 있는 식당 안, 아무 자리에 앉아 주인 아줌마에게 말했다. " 아줌마. 여기 술이나 줘요. 잔은 두 잔. 돈은 급료에서 빼요. " " ...오늘은 수고 했으니 내가 산다. " 아줌마는 약간의 양심이 있었는지 그렇게 말하며 계산대 아래에서 곡물로 만든, 싸구려이면서 가장 흔한 곡주인 비어른 2병을 꺼내 이리아에게 가져다 주었다. 이리아는 식당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으므로 매일 주점에 들 리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했으나 오늘은 그곳에 가고 싶지가 않았다. 지금 같 은 몸상태에서 또다시 그 남자나, 다른 패거리와 운 나쁘게 만난다면 낭패이 니... " 친구인 모양이지? " " 그렇다고 해 두죠. 일단. " " 열심히 일하던데... 여기 있을 생각 없나... " " 언제까지 제 곁에서 있을 거죠? 바쁘지 않나요? " 이리아는 식당 아줌마의 계산 어린 행동을 비웃으며 먼저 비어른을 한 잔 따라 마셨다. 목구멍을 따라 약간 미지근하게 흘러 들어가는 비어른이 시장 기를 약간 메워주었다. 안주는 얄팍하게 자른 고기 몇점 뿐이었다. 아줌마는 할 말을 잃게 만든 이리아를 잠시 째려보았으나 곧 어쩔 수 없음을 알고 그 냥 물러섰다. 그러나 언제 다시 말을 꺼낼지 몰랐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에딘이 창고에서 나와 이리아에게 다가왔다. " 두 병씩이나 샀군요. 전 한 잔만 마실 생각이었는데... " " 공짜야. " " 사실 술은 처음인데... " " 뭐?! " 이리아는 에딘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 처음에 술을 사 달라고 한 사람은 에딘이었다. 그런데 술이 처음이라니,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감이 가지 않았다. 요즘 같은 세상에 성인식이 될 때까지 술을 금하는 집은 없었 다. 일단 열 살을 넘으면 집에서 장난스레 아들에게 술을 권하는 게 예사였 다. 천민이나, 귀족이 아니라면... 하지만 에딘은 양쪽 모두, 될 수 없다고 생각했으므로 에딘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 졌다. " 스승님께서 제게는 술을 사주시지 않아서요. " " 지난 번에 그 사람이 스승인 모양이지? " " 예. " " ..마셔 봐. 설마 심하게 술주정을 하겠어? " " 감사히 먹겠습니다. " 에딘은 어린애처럼 손을 붙여 누군가에게 감사를 표하며 술잔을 들었다. 그 모습에 이리아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에딘의 미소. 그리고 어린애 같은 행동. 어디선가 본 것 같았다. 절대 처 음 만났을 때의 느낌이 아니었다. 예전에 만났던 사람이 에딘이 아니라고 해 도, 에딘과 비슷한 행동을 했던 사람과 만나 본적이 있는 것 같았다. " 전 여행을 하다가 이곳에 들린 것이에요. 곧 떠날 거예요. " " ... " "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했죠? " 에딘은 술이 들어가자 곧바로 약간 말이 많아졌다. 그러나 이리아는 그런 에딘의 말을 계속 들어주었다. 사실 알고 싶었던 것이 하나 둘 에딘의 입에 서 나오고 있었다. " 이곳 사람들은 거의 다들 그렇게 보더군요. " " 왜 여행을 하는 중이지? " " ...한 여자를 찾아서요. " 이리아는 그 대답에 미심쩍은 점을 발견했다. 한 여자 때문이라고 대답하 는 에딘의 어조에는 아무런 감정이 섞여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잘 알고 있 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인데, 어린 나이의 에딘이 자발적으로 그런 사람을 위 해 여행을 할 리가 없었다. 임무를 띠고 있는 기사라고 생각해도 어귀가 잘 맞지 않았다. " 술..맛있군요. " 에딘이 다시 입을 열었을 때에는 이미 한 병의 술이 비워져 있었다. 하지 만 안주는 단 하나도 줄어 있지 않았다. 에딘은 안주 없이 술만 마신 것이다. 이리아는 에딘의 얼굴이 붉어진다는 것을 느끼며 얼른 자신의 잔을 비워 버 렸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에딘이 만약 잠들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다. 이리아는 에딘이 어디에 묵고 있는지도 몰랐다. " 그리고 눈앞이 뱅글 돌고요... " " 에딘! " " 졸려요.. 어제 점심도.. 저녁도.. 오늘 아침도.. 점심도.. 굶어서 일까 요... " " 진작 얘길 했어야지! " 에딘은 연 네끼를 굶은 채 안주 없이 한 병의 비어른을 비운 셈이었다. 당연히 술기운이 배 이상으로 돌 만했다. 이리아는 서둘러 에딘의 손에서 술잔을 빼앗아 더 이상 술을 마시지 못하 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늦은 일이었다. " 어머니.... " 에딘은 술잔을 놓치며 콰당 소리와 함께 그대로 옆으로 쓰려져 버렸고, 식 당 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로 엎드렸다. 하지만 술에 취해 힘없이 쓰러져 있 는 에딘의 모습은 그리 나쁜 모습은 아니었다. 술기운에 붉어진 에딘의 볼이 귀엽다란 생각을 자아내게 했다. " 쳇. " 인사 불성이 되어 식당 바닥에 엎드린 에딘을 보던 이리아가 짜증 섞인 단 발마의 한숨을 뱉자 등뒤로 따가운 주인 아줌마의 시선이 내리 꽂혔다. 이리 아는 할 수 없이 에딘의 팔을 어깨에 걸치게 하고 에딘을 업었다. 그리고 계 산대 쪽으로 걸어가 말했다. " 뒷처리는 알아서 하세요. " " ...내일 늦지나 마라. 아침 일을 생각해서 오늘은 일찍 퇴근하는 것으로 할 테니. " 주점 아줌마의 계산이 가미된 말을 뒤로하고 이리아는 천천히 에딘을 업은 채 집으로 향했다. 여관에 재우자니 돈 문제가 걸렸다. 에딘이 돈을 가지고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아침에 자신을 아무런 대가 없이 도와준 에딘을 무 책임하게 여관에 맡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 ' 내 집에 방문하는 첫 번째 손님이자, 내 방에서 자는 첫 번째 사람인가 .. ' 따사로운 햇빛 아래 이상한 눈초리로 보는 사람들 사이를 걸으며 이리아는 자신의 몸이 에딘의 몸무게를 견디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에딘이 가벼워서 일까? 상자를 들 때만 해도 쑤셔 오던 상처들이 에딘의 몸을 업은 지금은 아무렇 지 않았다. ' 그렇지만.... ' 케라인의 하늘에 떠있던 태양은 이리아와 에딘을 따스하게 감싸주었다. 덕 분에 술기운이 더욱 빨리 도는 듯 했지만 이리아는 기분이 좋았다. 술 때문 인지...에딘 때문인지... 몇 년 동안 살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기억이 있는 지난 1년 동안 만나왔던 사람들 중에 에딘은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 었다. 곧 헤어질 사람이기에 에딘이란 이름은 잊겠지만 언제나 미소 지으며 순진한 소년이 있었다는 사실을... < 계속 > -+-+-+-+-+-+-+-+-+-+-+-+-+-+-+-+-+-+- [ 이리아가 여자 or 남자냐고요? 에딘이 찾는 사람이 누구냐고요? ^^ ] 언제가는 알게 되실 겁니다. [퍽-!] (금새 돌날아 오는군... --;) 참고로 이프리아.. 이 ID의 임자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무슨 상관이지.. ^^;) 그리고 에딘이 찾는 사람은...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빠각-!] 더 이상 돌 맞기 전에 줄이죠.(사실은 이미 다 정했죠~~ [스릉..]) ==; (에구 도망이다~~~) - Ipria ** I: 야! 낮부터 술을 먹이면 어떻게 해!!! Ip: ......(눈을 감은 채 침묵...) I: 너...네가 술 좋아한다고 넣은 것 아냐!! Ip: ....(역시 침묵..) I: 마음에 안드는데...이프. 내 성별은 어떻게 되는 거지?! Ip: .....(계속 침묵..) I: 뭐야!! 왜 계속 대답을 안해!!! Ip: ....으응? (살짝 눈을 뜬다.) I: 이 녀석...낮술이군.. --; 『SF & FANTASY (go SF)』 47765번 제 목:[이리아] >> 연재 예고~ =^^= <<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05 11:59 읽음:430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연. .재. .예. .고. =^^= 안녕하세요~ 이프입니다! 왠 연재 예고냐고요? 곧 연재를 시작한 새 글의 예고예요~ 자- 보세요~~ (실수로 연재 직전에 올려야 하는 것을 지금 올립니다. --;;;) =-=-=-=-=-=-=-=-=-= 있을 법한 이야기... [ 이리아 ] Sorcerer's Unfortunate Story < 주인공? > - 이리아 - ΙΥΙΑ - Profile 나이: ??, 성별: ??, 직업: 백수, 레벨: ??, 경험치: ?? 고향: ??, 현 거주지: 제스트의 케라인 단정한 흑발에 붉은 눈동자가 인상 깊은 아이. 아무런 생각 없이 사는 사람. 꿈을 꾸지 않는 사람. 불행한 과거..불행한 미래를 가진...희생자. " 에딘...이라.. " " 내가 살아가는 이유? 그런 것은 없어. 죽지 못해 살아간다..랄까? " " 분명히... 너는 그를 대신 할 수 없어. 하지만 너는 너. 그는 그. " " ...내가 만약.. 이성을 잃게 되면.. 나를 죽여줘... " < 주연? > - 에딘 - Edin - Profile 나이: 15세, 성별: 남, 직업: 여행자, 레벨: 2, 경험치: Master 고향: 세레스의 어느 도시, 현 목적지: 제스트의 케라인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 착한 마음씨의 미소년. 하지만 얼굴에서 그 미소가 사라졌을 때... " 어머니에 대한 기억... 없는 것이 훨씬 나을지도 몰라요.... " " 기억나지 않을 리가 없잖아요.. 미안해요.. " " 살아가는 이유... 마스터와 똑같습니다. 그녀를 위해.. 제 목숨은 이미 그녀에게 맡겼습니다. 그녀를 공격했던 그 때부터... " " 제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지킵니다. 세상을 멸망시키는 자.. 한 여자를 위해 파괴자의 입장이 된다 하더라도. " - 라우디 - Raudi - Profile 나이: 24세, 성별: 남, 직업: 여행자, 레벨: 5, 경험치: Master 고향: ??, 현 목적지: 제스트의 케라인 무거운 분위기의 남자. 말수가 많지 않지만 그만큼 더 오래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또 한 명의 주인공. 자색안이 싸늘하게 빛을 발한다. " 인간으로서 허용되지 않는 파멸의 힘을 가진 자... " " 마법사란... 세상의 저주를..사람들의 저주를 받는 사람이다. " " 용서할 수 없어.. 아버지를 죽인 당신을.. " " 그녀를 곁에 두지 않았던 것은 내 인생 최대의 실수.. 내 모든 것을 바 쳐 약속을 지킨다. " < 그 외?? > - 테인 - Tein - Profile 나이: ??, 성별: 남, 직업: 백수, 레벨: ??, 경험치: ?? 고향: ??, 현 거주지: 제스트의 케라인 자신에 대해 전혀 말을 하지 않는 청년. (별로 등장도 하지 않는다.) " 아이리의 향기... 언제나 매혹적인 향기를 가지고 다니는...여자. 하지 만...후훗... " And.... ...............Now Loading........... ............. ........... ......... ....... ..Error.. --; Comming Soon.... =-=-=-=-=-=-=-=-=-= ^^ 총 편 수는 120편 내외가 될 듯 합니다. 한 번 생각 있게 써 보는 글이니.. 재밌게 읽어 주세요~~~ ^^ 총 구상 기간: 1년(이라고 해야겠지... ^^;;) 초고(1, 2장) 퇴고: 22번 (정도는 했는데..) 예상 연재 기간(?): 약 4개월 (1일 1편 연재 기준.) - Ipria Ps. 초반에는 유치 찬란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뒤는... ^^ 나름대로 생각을 가지고 쓴 글입니다. 명작으로서 독자님들의 머리속 에 남길 바랄 뿐입니다. 『SF & FANTASY (go SF)』 47922번 제 목:<이리아> ▣ 1. 알 수 없는 만남 ▣ -4-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06 06:50 읽음:47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1장. 알 수 없는 만남. <4> ----------------------------------------------------------------------- 이리아가 에딘을 업고 집으로 향한 것은 오후 4시가 넘어간 시각이었다. 화창한 햇살 아래 이리아의 등은 땀에 젖어 속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리아 는 서둘러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해 걸었다. 정문을 열자마자 넉살 좋게 장 난기 넘치는 웃음을 짓고 있는 테인이 보였다. " 친구인가 보지? 드디어 이리아에게도 친구가 생긴 것인가∼ " " ..시끄러! " 하지만 이리아는 평소처럼 농담을 건넨 테인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위 층으로 올라갔다. 약간 심한 듯한 감이 있었으나, 이리아는 그런 것에는 전 혀 쓰지 않았다. 조급해 하고 있음이 겉으로 나오고 있었다. 곧 열쇠로 대충 잠가 놓은 문이 열리자 방안이 훤히 다 보였다. 침대 하나, 쇼파 하나, 옷장 하나. 방안에 있는 것이라곤 그것이 전부였으므로 자그마한 방이라 할지라도 약 간 넓은 듯한 느낌을 주었다. 집안은 며칠 동안 청소를 하지 않아 너저분했 지만 어차피 에딘은 잠들어 있었으므로 신경 쓰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 리고 한 사람만이 잘 수 있을 좁은 침대 위에 에딘을 눕히며 이리아는 에딘 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잠들은 에딘의 얼굴에는 아직도 희미하게 미 소가 감돌고 있었다. 이리아는 뜨겁게 달아오른 숨을 뱉으며 에딘에게 물었 다. " 후... 남자...여자... 궁금해? " 물론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술기운이 그렇게 말을 하게 만들 고 있었다. 사실, 이리아 역시 어젯밤 이후로 단 한끼의 식사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 ...아...이..리.. " 그런데 이리아의 질문에 대답하듯, 에딘이 몸을 뒤척이며 그 한 마디를 중 얼거렸고, 이리아는 한숨을 쉬며 에딘에게 이불을 덮어 주고는 겉옷을 벗어 바닥에 아무렇게 던져 놓았다. 에딘은 이리아의 이불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곤하게 잠에 빠져있었다. 어느 누구도 손대지 못했던 자신의 이불에 타인이 얼굴을 부비고 있었지만, 이리아는 그 모습이 싫지는 않았다. " 여자 친구 이름인가... " 아이리. 어디선가 들어 본듯한 단어 였지만 이리아는 에딘이 잠결에 여자 친구의 이름을 부른 것이라 단정지으며 길다란 쇼파에 털썩 앉았다. 잠시 뿌 연 먼지가 날리기도 했지만 이리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옆으로 누운 이리아 의 흰색 셔츠 사이로는 고운 흰색 천이 얼핏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이리아 의 가슴을 단단하게 감고 있었다. ' 뭐, 상관없지만.. ' 이리아는 그렇게 속으로 말하며 쇼파에 몸을 맡겼다. 푹신한 느낌이 술기 운에 아늑해진 이리아의 눈꺼풀을 천천히 잡아 당겼다. ' 아이리...라... ' 그와 함꼐 이리아는 다시 한 번 아이리란 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언제나 미소 짓고 있는 에딘, 차분한 목소리, 아이리... 이 세 가지가 무 엇인가를 머릿속에 그리려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잠에 의해 형 태를 갖추지 못한 채 이리아의 머릿속에서 사라져 갔다. =-=-=-=-=-=-=-=-=-=-=-=-=-=-=-=-=-=-= < 그것은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어. 하나는 당신의 영원한 사랑..이란 뜻 이고... > < 다른 하나는 죽어서도 당신을 사랑합니다란 뜻이야. > < 내가 죽더라도.. 곁에 있다고 생각해 줘.. > < 안녕...이리아. 너는 꼭 살아야 해.. > =-=-=-=-=-=-=-=-=-=-=-=-=-=-=-=-=-=-= " 이봐!! " 이리아는 큰소리로 자신에게 말하던 남자를 부르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러나 그가 보일 리가, 대답할 리가 없었다. 그것은 꿈. 이리아는 오늘도 알 수 없는 꿈을 꿨음에 한숨을 몰아쉬며 침대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곤히 잠들어 있어야 할 에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이리 아는 자신의 허리 아래를 덮고 있는 이불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분명 히 에딘을 덮어 주었던 자신의 이불이었다. 그 이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이리아는 자신의 몸이 땀에 흠뻑 젖어 있 다는 것을 알고는 쇼파에서 일어나, 입고 있던 나머지 옷을 모두 벗었다. 밤 에 의해 차가워져 있던 공기가 살결에 닿아 약간 춥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밖에서는 노예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려 왔다. 아마 이 건물 주인이 옥상에 있는 물 저장통에 노예들을 시켜 물을 채우고 있으리라. 건물 내부에 서 얇은 관을 통해 물이 나오는 것은 모두 그들 덕이었다. " ....뭐지.. 그 꿈은... " 이리아는 구석에 있던 서랍장에서 속옷과 타월, 수건을 꺼내어 아주 작게 만들어진 개인용 세면실로 갔다. 원래 목적은 소량의 빨래를 하기 위한 것으 로 각 집마다 마련되어 있었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이리아도 그곳에서 가볍게 샤워를 하곤 했다. 밝아 오기 시작한 방안, 잔 상처로 가득한 이리아의 몸은 볼륨감 있는 소녀의 몸으로 보였다. 이리아는 18세를 약간 넘긴 아름다운 소 녀였다. ' ...내 과거인가... 잃어버린 기억의 단편... '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쏟아져 나와 차갑게 머리를 적시는 물줄기에 이리 아는 몸을 적셨다. 동시에 목소리만이 머릿속을 울리던, 두 번째로 꾸게 된 그 꿈을 떠올리자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파 왔다. 꼭 살아야 한다는 말이 마 음에 걸렸다. [ 탁! ] " 하지만.. 상관없어. " 이리아는 벽을 세게 주먹으로 치며 자기 자신에게 말했다. 술기운 때문인 지 약간 혼란스러웠던 머릿속은 주먹의 아픔으로 인해 정리가 되어 갔다. 기억 없이도 아무런 문제없이 살아왔다. 오히려 살아가는 동안 문제가 되 었던 것은 여자라는 것과 근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몰인정한 세상, 여자 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수모, 그리고 여자의 몸이기에 남자들을 따라갈 수 없는 근력 차이. 그것들은 이리아의 성격을 냉정하고 삶의 즐거움을 모르게 만들어 버렸다. 이리아는 대충 땀에 절어 있던 몸을 씻어 내었다. 단정한 소년의 머리처럼 깎은 머리카락에서 흐르기 시작해 시원스레 몸을 따라 흐르는 물방울들의 느 낌이 좋았다. ' 갑자기 그런 꿈들은 왜 꾸는 것이지... ' 수건으로 몸을 닦고 속옷을 입은 이리아는 침대에 몸을 던지며 그런 생각 을 했다. 지난 1년간 단 한 번도 꾸지 못했던 꿈이란 것과 옛 기억과 관련된 것들이 어느 날부터 떠오르게 되었다. 그것의 원인은... ' 에딘? ' 아직도 침대에 아련히 남아 있는 이질적인 체취의 주인이 떠올랐다. 언제 나 미소 짓고 있는 귀여운 소년. 화가 나도 미소를 지을 듯한 소년. 미소가 얼굴에 사라지지 않을 듯한 소년. 미소...미소..미소... " 설마... " 하지만 이리아는 고개를 저으며 주섬주섬 옷을 입기 시작했다. 연관지을 수가 없...연관짓기에 약간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우연찮게 만난 시기와 꿈을 꾸게 된 시기는 비슷하지만 에딘과는 말 그대 로 우연히 만난 것뿐이었다. 대화라고는 일상적인 것밖에는 나누지 않았고, 서로 상대방에 대해 모르고 있는데 과거와 관련있다고 연관짓기는 무리였다. 옷을 다 입은 이리아는 동이 트며 햇빛이 나무 창문 사이로 새어 들어오자 이제까지 했던 생각들을 멈추며 오늘도 어김없이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식 당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샤워를 해서인지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고 느 껴졌다. 이리아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 듯이 테인의 목소리가 이리아를 불렀다. " 저기... 이리아!! " " ...왜?! " 오늘도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어느 때처럼 테인이 이리아를 기다리고 있었 다. 그런데 어제까지와 달리 테인은 농담으로 말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었다. 약간 심각한 표정으로 이리아를 보고 있었다. " 어제...심한 것 같아서. 미안해. " " ...됐어. 잊었어. " 오히려 어제 과민 반응을 보인 이리아가 사과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테인 은 자신의 농담이 이리아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먼저 사과를 한 것이었다. 테인은 그런 남자였다. 농담을 잘 하지만 그만큼 상대방의 기분에 잘 맞춰 주는 사람이었다. 직업은 백수에 가까운 상인인 듯 하게 보였지만 오히려 평상시의 행동은 넉살 좋은 음유시인에 가까웠다. " 고마워. " " .... " 이리아는 테인의 사과를 받고는 식당으로 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원래 이럴 때에 뭐라고 말을 해주거나 미소를 지어 줘야 했지만 어느 쪽도 이리아 가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 색하다고나 할까? 그러나 테인은 그런 이리아의 모습을 보며 흐뭇함이 어린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의 뜻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눈빛마저 그 뜻을 가르쳐 주지 않으려는 듯이 미약한 떨림도 보이지 않았 다. " 아이리의 향기... 언제나 매혹적인 향기를 가지고 다니는...여자. 하지 만...후훗... " 테인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중얼거림은 어느 누구에게도 들 리지 않았고 테인은 눈을 감으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리아 또한 그런 테인의 행동을 알지 못한 채로 식당으로 향했다. 평소보 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미 이틀간이나 무단으로 쉬었고, 어제도 일찍 집으로 돌아갔으므로 오늘은 일찍 가는 것이었다. 어제 점심에 마셨던 술에 의한 숙취는 너무 오랫동안 잔 덕분에 없었다. 하지만 연 이틀 동안 아무것 도 먹지 못했기에 이리아의 속은 계속 쓰려왔다. 오늘 아침을 굶는다면 정말 쓰러질 것만 같았다. 잠시 후 영업을 시작하기 위해 활짝 열려진 식당문을 보며 이리아는 빠르 게 발걸음을 옮겼다. 어서 빨리 식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이리 아는 식당 안으로 들어서며 기운 없는 목소리로 여느 때처럼 인사했다. " 안녕하세요. " " 어서 오너라. " 그런데 의외로 아무 일도 없는 오늘따라 주인 아줌마는 반가움을 띠며 이 리아를 맞았고, 이리아는 밝은 미소와 함께 친절함이 배인 얼굴로 자신의 인 사를 받는 식당 주인 아줌마의 태도에 뭔가 이상함을 발견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아줌마가 상냥하게 굴 만한 이유로 집히는 것은 없었다. 식당을 한지 15년이 다 되어 간다는 여우같은 아줌마의 속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이리아는 목소리를 깔며 물었다. 걸걸한 미성에 가까운 목소리였지만 화가 났음은 충분히 담겨져 있었다. " 무슨 일이죠...? " " 별일은 아니고, 좋은 소식이 하나 있어서. " " .... " 이리아는 주저하는 듯하게 말을 꺼내는 아줌마의 눈동자에서는 기쁨을 읽 을 수 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무엇인가를 거저 얻었을 때의 눈빛이었다. 확 실히 아줌마에게만 좋은 일이 있다. " 그게 말이야. " [ 끼익... ] 아줌마가 말을 꺼내려고 할 때 어제 이리아와 에딘이 물건들을 옮겨 놓았 던 창고 문이 열리며 단정한 흑발의 소년이 나왔고, 이리아는 약간 놀란 눈 이 되어 그를 바라보았다. " 어, 왔어요? 어제는 고마웠어요. " " 이리아의 일을 돕겠다고 들어왔어. 네 일의 일부를 하는 대신 네 급료를 1.5배로 올려 주는 것을 조건으로. " 아줌마의 친절한 설명에 이리아는 입술을 깨물며 에딘에게 다가갔다. 더 이상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과한 친절. 무심코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이리아는 주먹을 꽉 쥐며 입을 열었다. 알 수 없는 분노가 일었다. " 에딘. 확실하게 대답해. 무슨 속셈이지..너는 누구지? " 이리아의 선홍빛 눈동자가 에딘을 노려보았다. 웬만한 사람이 아니면 몸이 움츠려들 만한 기세였다. 그러나 에딘은 미소만 지으며 그것을 아무렇지 않 게 받아 냈다. 오히려 에딘의 눈동자는 이리아의 기세를 부드럽게 감싸며 그 것을 포옹하는 듯했다. " 저는 에딘... 올해로 15세가 되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소년이죠. " < 계속 > -+-+-+-+-+-+-+-+-+-+-+-+-+-+-+-+-+-+- [ 에딘... --; ] 음...먼저...이리아.. 여자 입니다. 그리고 에딘.. 남자 입니다. 원래 기획은 이리아와 에딘의 위치가 바뀌어 있었는데, 내용이 흐를수록 이 리아가 에딘의 조연적 히로인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해 완전히 뜯어 고쳤습니 다. 어쩌면 남자만 우글거리게 될지도... --; 1, 2장은 복선만 주르륵 깔 생각입니다. 3장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될 예정입니다.(책으로 낸다면 1권 마지 막부터 흥미진진해진다고 해야하나... ^^; 그리 기대할 것은...못되지만...) 또한 4장은 거의 외전에 가까운 이야기로 진행되니 쏠쏠한 재미가 있을 듯 합니다. 잡담이 너무 길군요. 이만 줄이죠. - Ipria ** E: 이프 님~ 저와 이리아의 관계는 어떻게 되죠? Ip: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E: 그, 그런 무책임한 말을...(얼굴을 붉히는 에딘.. 으읔...) Ip: 모, 모른단 말야! 이리아와 얘기해 봐-! [ 퍽-!! ] (하지만 어디선가 일격이 날아와 이프의 머리에 작렬...--;) I: 날 여자로 만든 주제...말이 많아.. (이를 가는 이리아...무셔워~) 『SF & FANTASY (go SF)』 48088번 제 목:<이리아> ▣ 1. 알 수 없는 만남 ▣ -5-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07 00:04 읽음:451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1장. 알 수 없는 만남. <5> ----------------------------------------------------------------------- 순간 이리아는 미소를 띤 채 낮은 어조로 경어를 쓰는 에딘의 몸에서 위압 감이 뻗어 나오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이리아는 자신과 비슷한 키의 에딘이 약간 크게 보였다. 그것은 전장에서 수많은 병사들을 지휘하는 기사의 위압 감이 아니었다. 무형의 힘. 그것이 에딘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절대로 평범 한 소년이란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 그리고... " " 쓸데없이 말이 많아 졌구나, 에딘. 자신에 대해 쉽게 말하고. " 에딘은 그 뒤로 말을 이으려고 했지만 식당 안으로 들어오며 무겁게 가라 앉은 어조로 말을 자르는 청년에 의해 멈추어지게 되었다. 그 청년은 검정색 망토를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 있었다. 에딘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반 사적으로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 오셨습니까. " " 네가 이곳에서 일을 한다고 했으니... " 그는 망토를 벗어 팔에 걸며 아직 아무도 없는 식당 안, 가장 가까이에 있 던 한 자리에 앉았다. 에딘과 같은 흑발을 뒤로 묶은 그의 모습은 상당히 인 상적이었다. 보랏빛을 띠는 눈동자는 그의 분위기처럼 약간 무게 있는 신비 함을 지니고 있었다. " 일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 " 보름. 그 정도는 걸릴 것 같다. " " 예. 그렇군요. " 청년에게 공손하게 말하는 에딘은 방금 전까지의 위압감 흐르던 모습이 아 니었다. 마치 잘 길들여진 맹수처럼 에딘은 청년에게 고분고분했다. 겉으로 보기에 에딘은 평소의, 언제나 밝게 미소짓고 쾌활한 분위기의 모습이었지만 이리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청년은 에딘이 종업원답게 물잔을 가져오자 살짝 이리아를 곁눈질로 보고 는 피식 웃었다. 에딘은 그 웃음의 의미를 알고는 재빨리 청년의 시선을 피 했다. 곧 청년은 에딘의 뒤에서 가만히 서 있는 주인 아줌마를 향해 말했다. " 주문은 안 받습니까..오늘 처음 일을 시작하는 에딘에게 주문을 받게 할 생각입니까? " " 아. 예.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 주인 아줌마는 그의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청년 에게 다가와 작은 나무판으로 된 식단표를 건넸고, 청년은 그것을 천천히 살 펴보고 간단하게 말했다. " 돈에 맞추어 알아서 해주시길.. " " 예? " 주인 아줌마는 약간 건방진 청년의 말투에 눈가를 살짝 찌푸리며 되물었다. 하지만 청년은 주인 아줌마를 냉소 어린 웃음으로 보며 품안에서 동전 하나 를 꺼냈다. 그리고 이리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 저 아이 것까지. 2인분으로. 거스름 돈은 필요 없습니다. " 청년은 아줌마에게 동전을 건넸고, 그것을 받아 든 아줌마의 눈은 동그랗 게 커지게 되었다. 그것은 금화였다. 귀족이나 돈 많은 평민 부자들이 쓰는, 흔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금화였다. 청년이 건넨 정도면 평범한 사람들의 일 주일치 식사 대금이었다. 그런 아줌마의 모습을 보고 있던 이리아는 굳은 얼굴로 성큼 성큼 청년의 앞으로 가 식탁을 집으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청년을 쳐다보았다. 에딘은 이 리아를 말리려고 했지만 청년은 손을 들어 그것을 막았다. 그리고 가만히 이 리아의 눈동자를 주시했다. 이리아는 청년의 입가에 미소가 어리는 것을 보 며 입을 열었다. " 우습군. 당신은 또 누구지? 무슨 목적으로 내 것까지 주문했지? " " 난 래디라고 하지. 목적은 없다. 있다면 에딘이 이곳에서 일을 하는 이 유 때문이랄까? " 래디라고 자신을 밝힌 청년은 이리아의 날카로운 눈빛을 냉소적인 웃음으 로 받아 냈다. 그것은 에딘과 비슷했다. 에딘이 밝은 미소로서 이리아를 상 대했다면 래디는 상대를 비웃는 듯한 미소라는 차이가 있었지만... " 그럼 의자에 앉게. 옆구리 통증은 견딜만 한가 보지? " " 어, 어떻게... " " 의사...라고 알아두게. " 래디는 그렇게 말하며 에딘을 향해 눈짓을 했고, 에딘은 짧게 아- 라는 작 은 탄성을 내고는 방금 전까지 일하던 창고로 들어갔다. 이윽고 아줌마도 금 화를 두손으로 들고 요리를 위해 식탁 곁에서 떠나자 래디는 의자에 앉아 아 직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이리아의 눈동자를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 그렇게 악의를 드러내지 말게. 뭐, 에딘의 행동이라면 충분히 의심을 살 만 하지만... " " ... " 그러나 이리아의 눈빛에서는 의심이 가시지 않았고, 래디는 냉소적인 웃음 을 지우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목소리가 다시 무거워지고 있었다. " 난 멍청하게 대가 없이 착한 일만 하는 에딘과 다르다. 받은 것 이상으 로 돌려주는 성격이니 조심해라. " 그리고 래디의 눈에서는 에딘을 능가하는 위압감이 뻗어 나와 이리아의 몸 을 내리 눌렀다. 보랏빛 눈동자의 보랏빛이 더해지며 주위의 공기를 무겁게 만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절대 평범한 여행객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이리아 는 곧 래디의 위압감에 손이 제멋대로 부들부들 떨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손을 꽉 쥐며 물었다. 돈 많은 평민..이라고 생각하기에 에딘과 래디는 어딘 가 이상했다. " 당신의 진짜 직업은? " " 말했을 텐데. 의사. " 그와 함께 팔을 들어 턱을 받치는 래디의 손가락에서는 붉은 색 보석이 박 힌 반지가 붉은 빛을 내는 듯 했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에는 기초 음식을 들 고 나오는 식당 아줌마의 모습이 비쳐지기 시작했다. 한편 그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던 에딘은 작게 중얼거렸다. " 마스터...일부러 와 주신 것이군요. " 새벽에 돌아와 했던 이리아의 이야기를 그는 잊지 않았던 것이다. 에딘은 열려진 창고문 사이로 보이는 이리아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식사를 시작 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 어딘가가 편안해짐을 느꼈다. 이리아가 먹고 있는 음 식은 에딘 자신도 거의 먹어 본 적이 없는, 래디가 사준 적이 거의 없는 음 식이었다. 그런데도 그것이 부럽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기분일까? 1년간 여행과 정보 수집을 병행하며 숨가쁘 게 살아온 시간 중 오늘 같이 편안함을 느낀 날은 없었다. 매일 사람들의 눈 치를 살피던 생활. 말을 타고 달리다 노숙을 하며 다른 사람들의 습격을 조 심해야 했던 생활. 잠시라도 좋으니 그것들을 잊은 채 이곳에서 더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묘한 동질감이 이리아에게는 있었다. " 하지만 아이리의 향... 그것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 눈앞에서 흩뿌려지던 붉은 색 액체. 온몸을 적시던 그녀의 피는 따뜻했다. 세상에서 어느 누구도 다시는 느끼게 해주지 못할 듯한 따스함. 그러나 그 따스함이 팔 안에서 차갑게 식어 갈 때부터 자신의 힘을 증오했 다. 어째서 힘따위를 지녔을까... 사람의 생명은 아주 우습게 빼앗아 가는 힘을. " 어머니... " =-=-=-=-=-=-=-=-=-=-=-=-=-=-=-=-=-=-= < 너는 혼자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믿지 마라. > " 그럴 수...없습니다. " < 결국 너 자신만 상처 입을 뿐이다. > " 아이리. 그것이 제 대답입니다. " < 어리석은 녀석.. 착한 성격으로는 험한 세상을 살아 갈 수 없다. > " 그렇지만 어느 쪽도 제 실수를 없었던 것으로 만들 수는 없죠. " < 괜히 널... 가르친 것 같구나. > " 마스터를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모두 제가 일으킨 일. 영원히 잊지 못하 겠지만...저로 인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합니다. 마스 터, 라우디. " =-=-=-=-=-=-=-=-=-=-=-=-=-=-=-=-=-=-= " 잠들은 건가. " 가볍게 귓가를 간질이는 미성의 목소리. 하지만 가슴을 비집고 들어오는 아련한 그리움의 목소리. 에딘은 자신이 잠시 잠이 들었음을 알고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 래디 님은.. 가셨어요, 이리아? " " 그래. " 이리아는 퉁명스레 대답을 했지만 에딘은 따스한 미소로 이리아를 바라보 았다. " 좋은 분이세요. 화가 나면 무섭지만요. " " 알아. 하지만 너도... 그 사람도.. 뭔가 이상해. 정말 의사 맞아? " " 의사예요. " 에딘은 가볍게 대답했다. 그러나 이리아의 눈빛이 심하게 떨리고 있음을 알고는 이리아의 시선을 억 지로 피했다. " 수행...을 하고 있는 의사와 그 제자.. 그뿐이에요. " " ..알았어. 믿을 게. " 이리아는 에딘이 자신의 시선을 부담스럽게 여긴다고 생각하고는 다시 문 쪽으로 향했다. 에딘의 몸과 래디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위압감이 마음에 걸 렸지만 억지로 대답을 강요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저.. " 아깐 미안했어.... " ' 하지만 믿을 수는 없어... ' 이리아는 닫혀져 있던 창고 문을 열며 말끝을 흐렸다. 테인처럼 사과를 하 게 될지는 몰랐다. 하지만 마음은 편안해졌다. 화를 낸 이유.. 그것은 불안 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착한 사람에 대한 두려움. 언제 배신당할지 모른 다는 불신감.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신조로 삼고 있 던 그것은 변하지 않았지만, 어딘가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의 에딘은 편안 했다. 그래서 거짓이라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 " 고, 고마워요.. 이리아. " 에딘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이리아는 에딘의 그 말에 마음속으로 작게 읊조렸다. ' 믿을 수...있는 사람이 되어 줘... 에딘. ' " 아니. 내가 더 고맙지. 내 일당을 올리는 조건으로 이 일을 하고 있으니 까. " " 어젯밤 방에서 재워 준 보답이라고 생각해요. " " 비싼 하룻밤이었군. " ' 아니요. 전혀 비싼 것이 아니에요. ' 에딘은 문밖으로 사라지는 이리아의 뒷모습에 그렇게 마음속으로 말했다. 무려 5년 전을 끝으로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되살려 준 것에 대한다면 하 찮은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 아이리.... 사랑의 향기...그리고.. ' < 계속 > -+-+-+-+-+-+-+-+-+-+-+-+-+-+-+-+-+-+- [ ^^ ] 이 글의 분위기... 조금(?) 어둡습니다. 예전같은 개그성 이벤트는 없을 예정입니다. 뭐, 어색한 감도 있긴 하지만... 전 이 분위기가 좋아요. ^^ 이 글에서 중간 중간에 들어간 꿈은 과거의 이야기 입니다. 언젠가 외전 형식으로 등장할지 모르겠군요. (환몽소설도 아닌데 매편 꿈을 꾸게 만들다니.. 사악한 이프.. --;) 메일... 환영합니다. 언제나 이프의 메일함은 비어 있으니, 비평이나 잡담 등, 여러분의 작은 정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 Ipria * 왠지 순정 만화틱... --; 이 글은 마법을 내세워 두 가지를 주제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한 번 무엇일지 생각해 보며 읽어보시길.. 한 가지는 이미 프롤로그에서 부터 본문에 나와 있습니다. ^^ ** I: 이프! 근데 에딘도 의사야? Ip: 몰라..네 맘대로 해석해. (지난 번 맞은 것으로 삐짐...) I: 화났어? 아잉~~~~ (몸을 흔들며 아양떠는 이리아.. 크헉-) Ip: 왜 나만 갖고 그래~~~ (역시 몸을 흔드는 이프... --;) [ ...빠각... ] I: 네가 하지마..!! 징그러워! Ip: 히잉... T.T 이제 말 안해. 『SF & FANTASY (go SF)』 48101번 제 목:<이리아> ▣ 1. 알 수 없는 만남 ▣ -6-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07 07:13 읽음:465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1장. 알 수 없는 만남. <6> ----------------------------------------------------------------------- 래디와 만난 이후, 이리아는 두어번 래디와 만날 수 있는 일이 더 있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에딘에게 믿겠다고 말을 한 이상, 이리아는 래디에게 다 시는 직업에 대해, 개인적인 일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고 둘은 가볍게 한 두 마디 말을 나누는 사이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항상 에딘은 그 모습을 보며 방긋 미소를 지었다. 매일 아침에 인사를 나누고 각자 일을 하고 저녁에 이리아는 집으로, 에딘 은 여관으로 가는 평범한 생활이었지만 에딘은 그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 다. 이리아를 볼 수 있다는 것에 즐거운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은 에 딘의 마음과 달리 빠르게 지나갔고, 래디가 이야기 했던 보름이란 시간은 하 루만이 남아 있었다. " 에딘. 내일 저녁에서 모레 새벽에 이곳을 떠난다. " " 아무것도 얻으신 것이 없군요... " 에딘은 방으로 돌아온 자신에게 떠날 일정을 말하는 래디에게 차분한 어조 로 말했다. 이런 일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1년 동안 각 마을, 도시에서 겪 었던 일이었다. 떠나는 것은 쉬웠다. 그러나 에딘은 그 순간 한 사람의 얼굴 이 떠올랐다. " 저...전 잠시 이곳에 남았으면 하는데.. 안될까요? " 안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더 이곳에 있고 싶었 다. 새벽에 떠난다면 오후까지 남아 있다가 쉬지 않고 말을 달린다면 이론상 으로는 래디와 합류할 수 있었다. 래디는 잠시 무표정한 얼굴로 에딘의 얼굴 을 쳐다보았고, 낮게 깔린 어조로 물었다. " 이리아...란 애 때문인냐..? " " ...예. " 에딘은 대답을 하며 살짝 얼굴을 붉혔다. 왜 얼굴이 붉어지는지는 에딘 자 신도 몰랐지만 래디는 에딘이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랫동안 같이 지내 온 래디는 에딘의 변화, 마음속까지 전부 알고 있었다. " 5년 만이었어요... " " 알고 있다. 너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 " 예. "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던 에딘은 의자를 끌어와 래디의 앞에 앉으며 손목에 끼어진 팔찌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것은 마치 동생이 형에게 고민 을 털어놓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떻게 보면 아버지와 아들이란 생각이 들기 도 하겠지만... " 하지만 지금도 무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솔직히... " " 마스터...전 가끔 꿈을 꿔요. 그 때 그 꿈을... 지금은 거의 이틀에 한 번 꿀 정도죠. " " 아이리 때문에? " " 예. 그리우면서 잊을 수 없는..고통의 추억이 배어 있는 향기.. " 아련한 추억. 에딘은 그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떨구고 팔찌의 보석을 바라보았다. 상하좌 우, 네 군데에 정확하게 끼어져 있는 보석을 보고 있는 에딘의 얼굴은 미소 짓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슬픔의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 그러나 편해요. 이리아..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이에요. 아이리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처음 만나지만 언젠가, 아주 먼 옛날... 같이 지냈었던 사람처럼.... 제가 마스터와 만났을 때와 똑같은 느낌이에요. " 묘한 기분이었다. 아무런 이질감 없이, 마치 같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느껴지는 편안 함. 가족이었던 사람이 주는 느낌 같았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 기 분만은 삶에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 절대 불가능 할 듯 했던 것을... 에딘은 그 말을 마치고는 래디의 대답을 기다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 다. 길다면 길었을 보름의 시간 동안 정이 든 사람에게 무엇인가 해 주고 싶 었다. 그것을 위해 잠시 남으려는 것이다. 래디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 오래 전에 느꼈던 것. 그리고 미약하게 이 마을에서 느껴져 오던 것. 설마 하는 생각에 왔던 이 마을에서 이리아는 충분히 반응했고, 에딘도 그것에 반 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내고 싶었다. ' 파동의 공명... 너 역시 그 피에 반응하는구나.. 에딘. ' 래디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본래 목적과 상관없는 사람을 끌어들이기 싫었다. 지금까지 수집했던 정보 의 일부에 해당되는 아이였지만 이대로 살게 내버려두고 싶었다. 그러나 에 딘에게 그것을 말할 수는 없었다. 영원히 비밀로 감추어 질 일... " 모레.. 새벽에 나는 떠난다. " =-=-=-=-=-=-=-=-=-=-=-=-=-=-=-=-=-=-= < 아이리... 그것은 사랑의 꽃. 하지만 동시에 불행한 운명을 말하기도 한 단다.. > " ...그런가요.. " < 에딘.. 아이리가 좋니? > " 예... " < 너희 아버지와 똑같구나. 아이리의 원래 뜻은 끝없는 사랑이란다. 좋은 의미이지. > " 전 나중에 어머 構걋 여자와 결혼하고 싶어요. 아이리의 향기가 머물 러 있는, 아주- 아주- 아주- 예쁜 여자하고요~ " =-=-=-=-=-=-=-=-=-=-=-=-=-=-=-=-=-=-= " 에딘!!! " " 이리아? 무슨 일이죠? " 다음 날 아침 일찍, 평소와 다름없이 식당으로 와 일할 준비를 하던 에딘 은 이리아의 차가운 듯한 목소리에 미소가 담긴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언제 나 미소짓는 일이 없는, 웃지 않는 이리아. 이리아의 얼굴에는 약간의 어색 함이 있었다. " 자. " 에딘이 돌아보자 이리아는 에딘의 앞에 손을 내밀었다. 손에 은화가 몇 개 쥐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이리아의 이번 달 급료였다. 에딘은 그것 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돈을 위해 일을 한 것이 아니었다. " 처음에 말했잖아요. 재워 준 보답이에요. 그 돈, 이리아가 써요. " " 쳇. 이럴 줄 알았어. " 이리아는 에딘이 거절할 것임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며칠 동안 이야기 를 나누며 그런 느낌이 들었었다. 하지만 에딘 덕분에 힘든 일은 거의 없었 으므로 그대로 돈을 받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결국 이리아는 은화를 든 손 을 꽉 쥐며 말했다. " 오늘 저녁은 우리집에서 먹어. 그냥 돈만 받자니 빚진 느낌이야. 올 수 있지? 초대하는 거야. " 에딘은 방긋 미소지었다. 에딘이 알고 있는 한, 이리아는 언제나 아침과 점심을 식당에서 먹고, 저 녁은 주점에 들려 해결했다. 한 마디로 집에서는 식사를 하는 일이 없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그것들의 이유는 단 두 가지 뿐이었다. 집에서 요리할 재료, 시간이 없던지... 요리를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리아의 표정이 상당히 굳어져 있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이리아의 집에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들려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 에딘의 스승...래디도 같이 오도록 해. " " 예. " 이리아는 에딘의 미소에 간단하게 그렇게 말하고는 식당 출구쪽으로 향했 다. 오늘은 월급날. 핑계는 충분했다. 에딘도 있는 이상, 오늘의 일은... " 아줌마, 나 오늘 조퇴해요. 일당은 빼던지 말던지 알아서 해요. " " 이리아! 무슨 일이야!! " " ...사춘기 소년의 비밀입니다. " " 이, 이, 이.... " 이리아는 일부러 심각한 얼굴을 하며 목소리를 낮게 낮추어 말했고, 주인 아줌마는 얼굴이 뻘개지며 할 말을 잃었다. 당당히 조퇴하겠다는 배짱에 이 리아가 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그녀는 느꼈다. 평소 진지한 태도를 하고 있던 이리아였지만 오늘따라 이리아의 붉은 색 눈동자는 예리함을 띠고 있었다. 사춘기 소년의 비밀. 아마 여자 친구의 일이리라.. 주인 아줌마는 그런 생각에 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어차피 급료를 받은 날은 마음이 들떠 일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오히려 오늘 쉬게 하는 대신, 내일 더 부려먹는 것이 이익이었 다. " 에딘 군이 있어서 봐주는 거야! 다음부터는 안돼!! " " 예. " 이리아는 주인 아줌마의 대답을 듣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식당을 나갔다. 조퇴하는 이유는 단지 에딘과 래디에게 대접할 저녁 식사 때문이었다. 아 직 아침이지만 저녁 식사를 위해서라면 일찍부터 좋은 재료를 준비해야만 했 다. 그리고.. " 요리라... 1년 만인가.. 기억이 나는 것은 그때뿐이니.. " 자신의 요리를 먹어 보고 눈물을 흘려 본적이 있냐? 이리아는 가끔 요리를 못하겠다는 아랫집 청년, 테인에게 그렇게 말할 정 도로 요리는 전혀 못했다. 여자로서 지니고 있는 것은 오직 몸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얼굴만 예쁘장하지, 성격은 사납고 머리도 단정하게 보일 정도로 짤막하게 자른 데다가 목소리도 일부러 걸걸하게 바꾸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중성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 ...뭐, 몇번 해보면 되겠지.. " 이리아는 처음 요리를 하며 버린 재료의 양을 생각하며 시장쪽을 향해 걸 었다. 돈은 에딘 덕에 넉넉하다. 그리고 시간도 있다. 이리아는 오늘만큼은 잘되기를 기원했다. 자신의 집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온다는 거부감은 느끼지 도 못한 채... ...... . . . . . . . . . . ...... " 음...향기는 괜찮은데.. " 이리아는 냄비 안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스튜의 냄새를 맡아보고는 요 리 실력이 예전과 많이 변했음을 느꼈다. 식당에 일했기 때문인지 도저히 인 간이 먹을 수 없을 정도까지 갔었던 음식이 단 일 년 사이에 향긋해진 음식 으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아직 맛을 보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좋아할 단계는 아니었다. " 살짝 맛이나 볼까.. "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그만큼 기대도 됐다. 재료 고르는 데에 점심까지 걸 렸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 후로 정성 들여 기본 양념을 만들었을 때에 이미 시간은 저녁 식사시간에 다가가고 있었다. 곧 있으면 에딘과 래디 가 올 것임을 생각하며 이리아는 연습도 못하고 처음 만든 요리에 수저를 집 어 넣어 조금을 떠올려 입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긴장을 해서 손이 살짝 떨 리고 있었다. [ 똑. 똑. ] " 이리아!! " " 우왓!! 누구야!!! " 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가 문을 세차게 두드리며 이리아를 불렀고, 뜨겁게 끓던 스튜를 막 입에 넣으려던 이리아는 화들짝 놀라 수저를 떨어트리며 입 술과 손가락을 데게 되었다. 이리아는 반사적으로 손가락을 입에 대려고 했 지만 약간 살기가 있는 눈빛으로, 즉시 앞치마를 바닥에 던져 버리고는 문가 로 걸어갔다. 웬만해서는 진심으로 화를 내지 않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기대 하고 있던 순간을 망쳐 버린 자에게 분노만 솟았다. " 어떤 녀석이 날 불렀어!!! " 이리아는 문을 세게 열며 상대방을 확인하지도 않고 주먹을 날렸다. 화가 나는 것은 여자로서 자신의 요리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일 년 동안 많은 싸움으로 매섭게 변한 이리아의 주먹은 문앞에 있던 사람 의 배 정중앙에 날카롭게 꽂혀 들어갔다.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 퍽-!!! ] " 이, 이리아... " " 뭐야! 에딘!! " 그런데 그 상대방은 바로 에딘이었고, 이리아는 황급히 주먹을 거두었다. 에딘은 고통에 양 미간을 찡그리면서도 얼굴에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바보 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만한 모습이었지만 이리아는 고개를 떨구며 후회했다. 그런 이리아의 어깨에 누군가가 손을 얹으며 낮은 어조로 말했다. " 무섭군. 그러나 확실한 공격이었어. 근력만 있다면 기사라도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 " 래디 님..그게 제자에게 할 말인가요!! " " ...에딘...정말 아픈 것이냐.. " 이리아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던 사람, 래디는 배를 감싸며 자신을 원망하 는 눈빛으로 보고 있는 에딘에게 묵직한 어조로 말했고, 에딘은 아무말 없이 허리를 펴며 이리아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아파했던 것은 엄살인 듯 했다. " 빨리 온 것은 미안해요. 하지만 이리아 혼자는 무리일 것 같아서...예의 없는 짓인지는 알지만 도와주러 왔어요. " " 고, 고마워... 들어와. " 왜 그 말이 정말 고맙게 들렸을까. 이리아는 에딘의 말이 자신의 요리 실력을 믿지 못한다는 말임을 알면서도 에딘이 고마웠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 처럼 에딘이 자신을 도와준다는 것이 고마웠다. " 와- 향기는 좋은데요. 기대해도 좋겠죠? 라...래-디. " " ...그래. 너와 이리아의 합작 솜씨를 볼까.. " 어깨에 얹어져 있는 래디의 손에서는 따스함이 느껴졌다. 말투와, 분위기 와 다르게 래디의 손은 따스했다. 인간이기에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리아에게 는 가족의 느낌처럼 그것이 느껴졌다. " 어서 오세요.. " 가족을 대하듯이... 이리아는 무의식중에 에딘과 래디를 향해 부드러움이 섞인 인사를 건넸고, 에딘은 그런 이리아의 행동에 놀라지 않으며 밝은 미소 와 함께 대답했다. " 실례합니다. 초대해 주셔서 고마워요. 이리아. " 그 말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에딘을 집에 정식으로 초대하며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던 이유가... < 계속 > -+-+-+-+-+-+-+-+-+-+-+-+-+-+-+-+-+-+- [ 으윽.. 이건 에딘 이야기가 아니야~~~ ] 점점 주인공이 에딘으로 바뀌어 가는 듯한 느낌... 역시 주인공은 남자여만 하는 것인가.. --; 이건 절대 에딘이나 이리아의 러브 스토리가 아니야~!!! 지난 편에 그렇게 말해놓고 이번 편은 코믹스럽게 나가다니!!! 이리아여.. 모든 남자들을 이끌만한 카리스마를 펼쳐라!!! ^^; - Ipria * 어서 본궤도로 올려야 겠군요. 만남은 여기까지로만, 어서 에딘을 쫓아 버려야지... 원... 유치 찬란해져 가는군요.. ==; ** I: 음..요리라.. E: 요리는 저에게 맡겨 줘요. 이리아. I: 역시 내겐 무리인가... E: 아, 아니요.. 제 말은...제, 제가 이리아의 식사를 만들고 싶다는... I: 그래. 네가 해. 고마워~~ Ip: 잘도 노는 군...쳇...--; 이제 난 왕따 인가... 『SF & FANTASY (go SF)』 48208번 제 목:<이리아> ▣ 1. 알 수 없는 만남 ▣ -7-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08 01:59 읽음:459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1장. 알 수 없는 만남. <7> ----------------------------------------------------------------------- " 맛있어? " " 맛있어요~ 먹어 봐요~ " 이리아는 에딘의 흐뭇한 미소에 에딘의 손에서 수저를 건네 받아 방금 전 까지 자신이 만들던 스튜를 살짝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아직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했기에 무슨 맛일지 기대에 차 있었다. 에딘이 주방에 오자마자 스튜 를 맛보고는 이것저것을 마구잡이로 섞듯 스튜 냄비에 넣어 만든 요리였기에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언제나 미소로서 표정 변화가 없는 에딘이기에 정말 맛있는 것인지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이미 이리아는 자신이 만든 요리가 어 땠는지는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부드럽게 수저 위에서 미동하는 붉은 색 파스텔 톤의 액체가 곧 이리아의 빨갛게 물든 입술 사이로 들어갔다. 그와 함께 향긋한 과일향과 달콤함이 이 리아의 입안을 감싸며 혀를 감질나게 했다. 그것은 도저히 집에서 만든 음식 이라 생각할 수가 없었다. 지난 번, 래디의 주문으로 먹어 봤던 값비싼 마르 요리보다 훨씬 맛있었다. " 이게...정말 에딘이 만든 거야...? " " 아니요. 이리아가 만든 거에요. 기본은 모두 이리아가 했잖아요? " " ...그냥 우리가 만들었다고 해두지. " " 좋은 아내가 될 수 있을 거예요... " " 뭐?!! " 순간 이리아는 표정을 굳히며 에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게 되었다. 좋은 아내....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단 말야? 묻고는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에딘을 방에 재우던 날, 잠들은 사이에 확인해 봤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입으로 그 이야기를 먼저 꺼낼 용기가 생겨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두려워졌다. 가슴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비밀을 들킬 때의 두근거림이 어떤 것인지 이리아는 처 음으로 그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에딘은 이리아의 입술에 손가락을 대 며 말했다. " 농담이에요. 뭘 그렇게 놀래요. 화났어요? " " 아, 아니... " " 얼굴이 약간 빨개진 것 같아요. " " 아니야. " 이리아는 에딘이 손가락이 자신의 입술에 닿아 있다는 사실에 황급히 고개 를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에딘의 손가락이 입술을 스치며 아까 전의 데었던 상처를 건드렸고, 이리아는 흠칫, 몸을 떨게 되었다. 그것은 아주 짧은 시간 이 일어난 일이었다. 그러나 에딘은 이리아의 그런 변화를 짧은 순간에 느꼈 다. " 왜 그래요? 다친 거에요? " " ....아까 너 때문에 덴 것 같아. " " 래디 님!! " " 뭐하는 거야! " 그런데 에딘은 이리아의 대답을 듣자마자 단 번에 이리아의 손목을 잡고는 자그만한 식탁에 앉아 할 일 없이 요리를 기다리던 래디에게 걸어갔고, 이리 아는 겉보기와 다른, 에딘의 엄청난 악력에 반항도 못하고 래디에게 가게 되 었다. " 스승님, 할 일 없죠. 이리아 상처 좀 치료해 주세요.. " " ...에딘... " " 초대해 줬는데, 그런 것도 못하는 건 아니겠죠? " 에딘은 래디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방긋 입가에 미소를 띠며 다시 주방 으로 향했다. 즐거운 모습이라는 것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에딘은 오늘 따라 활기찼다. 하지만 래디는 그 이유를 알기에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미리 만들어 두었던 약을 꺼내었다. 제자...하지만... ' 굴레를 벗어날 수는 없단다..에딘. ' ...... . . . . . . . . . . ...... 이리아의 입술 상처는 금방 치료됐지만 에딘은 이리아에게 하루종일 힘들 었을 테니 자신에게 맡겨 달라는 말로 이리아를 래디와 단 둘이 식탁에 앉아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둘은 아무말 없이 에딘의 식사를 기다렸다. 이리아로 서는 래디와 나눌 대화의 초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래디에게는 말을 걸기가 힘들었다. 예전에 만났을 때에는 래디가 먼저 말을 걸어왔지만 지금은 자신 이 먼저 말을 꺼내야만 했다. 하지만 무슨 말을...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에 딘은 그 분위기를 느끼고는 밝게 웃으며 음식들을 식탁으로 나르기 시작했다. " 자~ 식사 나왔습니다~ " " ...손님인데.. 미안해. " " 어서 먹기나 하자고요- " 이리아는 원래 손님으로 초대했던 에딘이 모든 요리를 다 만든 것에 진심 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에딘은 요리를 나르면서 이리아의 사과를 그냥 지나 쳤다. 손님, 주인을 따지지 말고 요리를 즐기자는 생각으로 그런 것이었다. 이리아는 이번이 두 번째로 진심 어린 사과를 한 것이지만... 이리아는 에딘을 도와, 상당한 양이 된 음식들을 자그마한 식탁에 간신히 올리고는 처음으로 저녁 만찬을 가진다는 생각을 했다. 에딘이 아니었으면 평생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 " 처음이야. 이렇게 여럿이 모여 음식을 먹는 것은... " " 저도 처음이에요.. " 에딘도 이렇게 모여 식사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어렸을 적엔 어머니와 단 둘이서만 식사를 했고, 잠시 왕궁에서 고급스런 요리를 먹는 기회도 있었 지만 그 때에도 두 명 이상과 같이 먹어 본적이 없었다. 그리고 1년 전부터 는 여행자의 입장으로서 다른 사람과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적었기에 지금처럼 다른 사람과 자신이 만든 요리를 놓고 서로 마주보며 즐겁게 식사 를 하기는 처음이었다. " 사실 내 기억은 1년 전까지밖에 없거든... " " 예? " 이리아는 에딘의 얼굴에 드리워진 미약한 쓸쓸함에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 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술을 마셔도 절대 하지 않을 말 이었겠지만, 지금은 오랜 시간 동안 사귀었던 친구들에게 말하듯, 오랜만에 만난 가족에게 이야기하듯, 이리아는 말을 이었다. " 가족...솔직히 그게 어떤 것인지 몰라. " " 좋은 것이에요. 자, 우리 즐겁게 있자고요. 잠시 우린 가족이 된 거에요. 알았어요? " 에딘은 금새 활짝 웃으며 이리아와 래디를 번갈아 보았다. 에딘의 얼굴에 는 순수함이 깃들어 있었다. 이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알았어. 그럼 정식으로 먹어 볼까.. 에딘과...내가 만든 음식을? " 그리고 이리아의 말이 끝남과 함께 저녁 식사는 시작되었다. 식사는 조용 하면서 즐겁게 이어져 갔고, 이리아는 밝은 분위기에 잘 적응하지 못했지만 억지로 어울리려고 했다. 요리의 향긋한 향기와 아까 전에 조금 맛보고는 잊 지 못한 맛이 이리아를 그렇게 자연스레 분위기에 어울리게 만들고 있었다. 그런 이리아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래디는 천천히 수저를 들었다. 예상이 모두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에딘의 입장으로 본다면 우연한 일들 이 되겠지만 그 우연이 모두 우연이 아닌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 역시 이 아이... 두 번째겠군... 에딘.. 넌...도대체... ' 수저를 쥐고 있는 오른손 손가락에 끼어져 있는 반지가 붉은 빛을 띠는 듯 이 집안 불빛을 반사했다. 그와 함께 래디의 보랏빛 눈동자가 안광을 발하며 반짝였다. 순간적으로...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 . . . . . . . . . . ...... 그 후로 저녁 식사는 길게 이어졌다. 이리아와 에딘은 자신들이 만든 요리의 맛에 매혹되어 끊임없이 음식들을 먹었고, 래디는 점잖게 먹고 싶은 만큼만 조금 먹었다. 시간이 깊어지자 래 디가 에딘에게 작게 주의를 주어 이리아의 집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에딘으 로서는 아쉬운 마음이 드는 저녁 식사였다. 하지만 래디도 오늘 같은 분위기는 오랜만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가식 없 는 태도로 식사를 즐기는 모습. 당연한 듯한 모습이었지만 래디 역시 당연함 을 겪지 못한, 힘든 인생을 살아 왔다. 래디는 에딘보다 약간 앞서 걷던 중 아직 입안에서 가시지 않은 음식의 향을 느끼며 에딘에게 말했다. " 맛있었다, 에딘. " " 저 혼자 만든 것은 아니에요. " 에딘은 이리아가 준비를 잘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래디의 얼굴에는 냉소가 어렸고, 에딘은 입을 다물며 묵묵히 걸었 다. 래디의 세밀한 미각은 교묘하게 숨겨 놓았던 맛까지 찾은 것이었다. 래 디는 에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찾아낸 그 맛이 어떻게 해야 만들어질 수 있 는지에 대해 떠올리며 말했다. " 그 애에게 요리를 가르칠 수는 없겠더군.. " [ 냐아.... ] 길옆 담에서 잠들려던, 흰털로 뒤덮인 귀여운 어린 네코 한 마리가 래디가 다가오자 도망치듯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래디는 네코의 어둠 속에 사라 져 가는 뒷모습을 보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어디선가 말 푸레질 소리가 들려 오는 듯 했다. 이미 발걸음을 멈춘 래디의 오른쪽에는 작은 골목이 하나 위 치하고 있었다. 에딘은 래디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기에 래디가 멈추자 마자 고개 숙여 인사를 올렸다. " 내일 아침에 출발하겠습니다. " " 이리아에게 작별 선물이라도 주거라. 외로운 아이.. 네가 유일한 친구였 을지도 모른다. " 래디는 그 말만을 남기고 오른쪽에 있던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치 방금 전 살며시 사라지던 네코의 모습처럼 래디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래디의 말대로 이리아의 유일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에딘 뿐이었다. 집으로 초대할 정도의 사람은 지금까지 이리아에게는 없었다. 에딘은 래디가 사라져 간 골목에 시선을 주지 않고는 곧 아무런 상관없다 는 듯이 지나쳐 걸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쏟아질 것만 같은 수많은 별들 이 새캄한 밤하늘에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었다. 5년 전 그 날의 밤처럼, 별 빛은 따스함을 머금은 채였다. 5년 동안 전혀 변함없이... 그것을 보며 에딘의 눈동자에는 슬픔이 배어 갔다. 실수라는 말로는 절대 변명할 수 없는 그 때 그 일. 이리아의 방에서, 이리아의 몸에서 느껴지던 아이리의 향기가 에딘의 과거 를 자극했다. 오늘 밤도 또다시 그 꿈을 꿀 것만 같았다. " 아이리... 당신은 알고 있나요.. 사랑스런 그 이름에 얽힌 슬픈 이야기들을... " 조용한 노래소리가 에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누가 지었는지 모르는 노래. 그것을 부르는 에딘의 뒷모습은 무거워 보였다. 겉보기와 달리 씻을 수 없는 슬픔을 지닌 남자. 에딘의 노래소리는 시린 가슴을 메워주고 있었다. < 계속 > -+-+-+-+-+-+-+-+-+-+-+-+-+-+-+-+-+-+- [ 쩝...이번 편은 짧군요. ] 프롤로그와 맞먹는 양... 또다시 페이스가... --; 점점 속물이 되어가는 듯 하군요... - Ipria ** I: 이프!! 지난 번에 말 안걸어 줬다고 삐졌어? 왜 그래? Ip: ....이리아 미워~~~~ (그대로 앞도 보지 않고 달려가는 이프....) * Ps. 메일 주시는 분들께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조회수는 바닥이지만 기운내서 열심히 쓰겠습니다. Ps2. 아참, 가끔 제 ID를 PF해보시고 'To'로 쪽지 주시는 분이 계신 모양인 데...제 친구도 제 ID를 가끔 쓰고, 저 또한 밤에는 다운을 걸어 놓고 다른 일을 하기 때문에 자료 로딩 중의 쪽지는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 습니다. 그냥 Memo로 남겨주세요~~(어젯밤에 어느 분이신가가 쪽지 보 내셨다고 제 친구가 아침에 그러더군요. --;) 『SF & FANTASY (go SF)』 48318번 제 목:<이리아> ▣ 1. 알 수 없는 만남 ▣ -8-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09 00:20 읽음:448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1장. 알 수 없는 만남. <8> ----------------------------------------------------------------------- =-=-=-=-=-=-=-=-=-=-=-=-=-=-=-=-=-=-= < 이리아... > < 난 이리아가 어디에 있더라도 꼭 찾아낼 수 있어.. > < 거짓말 같지?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느낄 수 있어. 동일한 파동이랄까? 그것이 서로를 이끌어 줄거야. > < 내가 살 수 있는 날은....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무리한 실험에 몸이 너무 많이 망가져 있어. 미안해...언제나 곁에 있어 주고 싶었는데... > =-=-=-=-=-=-=-=-=-=-=-=-=-=-=-=-=-=-= ' 너는 도대체.... ' 소리만이 머릿속을 울리는 꿈. 하고 싶은 말은 머릿속에서 머물뿐, 입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앞은 전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화가 나기도 한다.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것은 지겹다. 이리아는 침대에서 신경질적으로 몸을 일으키며 짧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 렸다. 몸에 여자의 습관이 배어 있었기 때문에 아침마다 머리를 살짝 돌리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는 행동은 변함없었다. 절대 고쳐질 것 같지 않은 습관 이었다. " 벌써 세 번째... " 그런 꿈을 꾸게 된 횟수만 벌써 세 번째였다. 일 년 동안 단 한 번도 꾸지 않았던 과거의 일부에 대한 꿈이 갑자기 보름에 걸쳐 세 번이나 꾸게됨에 이 리아는 알 수 없는 기분에 빠지고 있었다. 불안감, 불쾌함, 약간의 궁금함... " ....나는 나. 이리아일 뿐이야. 현재가 중요해. " 이리아는 그렇게 자신에게 말하며 대충대충 옷을 입었다. 집안에서는 아직 도 어젯밤에 만들었던 음식의 향기로운 냄새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곧 시간 이 흐르면 그것은 악취로 변할 것이다. 이리아는 꼭 환기를 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귀찮다는 이유만으 로 그냥 집을 나섰다. 오늘 저녁에 치워야겠다고 생각하며... " 여어- 이리아~ "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테인의 목소리가 이리아에게 들려 왔다. 그러나 이 리아는 손을 들어 인사만을 하고 테인을 지나쳐 갔다. 오늘은 약간 피곤했다. 신경을 집중하여 요리를 준비하고 어젯밤 늦게까지 에딘과 래디와 저녁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눈 것 때문에 피로감이 몸을 무 겁게 내리 누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테인은 평소와 달리 약간 어두운 분위기의 이리아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 하고는 무엇인가를 물으려고 했지만 이미 이리아는 말소리가 닿기에 너무 멀 리 떨어져 버린 상태였다. 할 수 없이 테인은 계단 난간에 몸을 기대며 이리 아의 멀어져 가는 뒷모습만을 구경했다. 이리아는 걸으며 생각했다. 냉정하게 보면, 요즘 들어 알 수 없는 일들이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었다. 집으로의 초대,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하는 자신의 모습, 음식에 민감해졌 던 한 순간, 가족의 분위기를 띠고 어색한 즐거움 속에 보낸 저녁 식사. 어젯밤에도 하더라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왜 그렇게 변해가고 있을까... 에딘.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고, 경어를 쓰는 에딘의 모습이 또다시 떠올랐다. 심경의 변화와 에딘의 모습은 뗄 레야 뗄 수가 없는 관계였다.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한 소년이 계속 떠오르는 이유...이리아로서는 아직 도 확실히 알 수 없었다. " 야- 이거, 가출한 귀족집 도련님인가...? " " 수행원도 두지 않고 혼자 돌아다녀도 될까? 하하하! " " ....돈을 원하는 겁니까? " 그런데 그 때 이리아의 귀에는 아주 낯익은, 매일 하루 종일 듣다시피 하 는 목소리가 들려 왔고, 이리아는 황급히 그곳을 찾았다. 그곳은 이미 이리 아가 지나친, 두 골목 전이었다. " 호오- 뭔가 잘 통하는 도련님이군. " " 가난한 우리 평민들에게 그래, 얼마나 적선하실 건가? " " ...그냥 있는 것 다 내놔. " " 가져가세요. 자... 여기 있습니다. " " ..팔찌는? " " 가짜 입니다. 보시면 아시지 않습니까? " " 쳇.. 남자애가 가짜 팔찌나 끼고 다니기는... " ' 뭐라는 거야, 에딘.. 설마 가진 것을 순순히 다 주는 것은.. ' 이리아가 골목에 다다랐을 때에는 이미 세 명의 불량배가 에딘의 돈주머니 를 손에 들고 반대편으로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에딘은 벽에 기대어 그들의 뒷모습을 잠시 보다가 옷의 먼지를 털고 있었다. 그 모습은 한심하기 그지없 었다. 아침 시간에 사람이 없는 골목에서 이런 일은 빈번했지만 에딘처럼 순순히 돈을 내놓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아무리 소년이라고 해도, 집안에서 호 신술 정도는 어렸을 적부터 가르쳐 주고 있었다. 천민이 아닌 이상. 이리아는 에딘을 향해 외쳤다. " 에딘!!! " " 어, 이리아. 어떻게....다 봤나요? " " 도대체, 너는... " 에딘은 쑥스러운 듯이 볼을 만지작거리며 골목을 나왔다. 순순히 돈을 전 부 준 덕택에 한 대도 맞지 않은 상태였다. 불량배와 만난 것은 처음인지 볼 은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누가 본다면 귀엽다고 느껴질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리아는 그런 에딘의 모습이 보기 싫었다. 비굴함. 남자라면 싸웠어야지!! 이리아는 그렇게 외치고 싶었다. 실제로 목구멍까지 그 말이 올라와 있었다. 그러나 가능한 감정을 절제하며 물었다. " 너 싸울 줄 몰라? " " ....예. 싸움은 해본 적이 없어요. 어차피 몸만 상할 뿐이잖아요. " " 그래... " 이리아는 에딘의 대답에 한숨을 쉬었다. 한심하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자 리 잡아가고 있었다. 귀여운 외모에 설마 하는 생각을 했지만 정말로 아무것 도 할 줄 모른다니... 식당에서 힘든 일을 잘할 정도로 근력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어젯밤 자신의 팔을 끌 때만 해도 에딘의 힘은 상당히 셌었 다. 이리아와 에딘은 식당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리아 는 실망하게 된 에딘의 모습에, 에딘은 이제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에 선뜻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 한 쪽은 기운 없는 목소리. 다른 한 쪽은 평소와 다름없는 청량한 목소리. 아침 일찍 식당 문을 열어 놓은 주인 아줌마는 이리아의 기운이 없는 목소 리에 어제 조퇴하고 했던 일이 잘 되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며 평소와 다름없 이 이리아와 에딘을 맞았다. 식당 안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벌써 음식 냄새 가 가득 풍기고 있었다. " 어서 오거라. 아, 이리아, 네게는 오늘 좋은 일이 있다. " " 에? " 좋은 일. 이리아는 갑작스런 아줌마의 말에 표정을 굳혔다. 결과적으로는 누구에게 좋은 일인가? " 오늘부터 홀에서 일해라.. 이곳에서 일한지 6개월이 넘었으니까 어떻게 하는 지는 알고 있겠지? " " 갑자기 왜죠...? "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일꾼들은 무조건 일꾼으로만 쓰는 아줌마가 일당도 높고, 잡일 보다 일이 적은 식당 내에서의 일을 그냥 시켜 줄 리가 없었다. 더구나 생글생글 웃음을 띠고 있는 아줌마의 얼굴은 무엇인가가 있음을 알려 주고 있었다. 그러나 아줌마는 끝까지 발뺌을 했다. 애초부터 이 아줌마에게 서 무엇을 알아내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 자세한 것은 일하다 보면 알 거다. 자, 자, 어서 아침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지!! 오늘은 단체 손님 예약이다. 빨리 빨리 움직여! " 일하다 보면... 실제 일은 힘들다는 뜻인가? 이리아는 아줌마가 남긴 불명확한 대답에 여러 가지 해석을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결론은 찾지 못했고, 아줌마가 건네주는 앞치마를 걸치게 되었다. 순 백의 천으로 만들어진 앞치마. 그것에서는 절대 음식이 묻지 않게 조심하라 는 뜻이 전해져 왔다. " 축하해요. 이제 일은 그렇게 힘들지 않을 거예요... " " ...고마워. " 축하의 말을 건네는 에딘에게 이리아는 약간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실망했 음이 겉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나 에딘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창고로 향 했다. 이리아는 에딘이 창고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자신이 그곳에서 했던 일을 떠올려 보았다. 그곳의 일은 창고 안에 있다가 주방에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운반해 주는 것이었다. 거의 하루의 반정도는 밀폐된 창고에서 일을 하는 것 이었다. 하지만 에딘은 단 한 번도 힘들다는 소리를 한 적이 없어 이리아는 남자와 여자의 신체적 한계를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이리아는 그것까지 생각이 미치자 여러 가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에딘의 약간 이해가 안되는 행동들이 이제서야 점점 이리아의 의심을 사는 것이었다. ' 정말 힘이 없는 거야? 처음 내 일을 도와줄 때는.. ' 처음에 일을 도와줄 때 에딘은 이리아가 간신히 들다가 떨어트리던 상자를 잡았었다. 무거운 상자를 가만히 놓였을 때 드는 것과 떨어지던 도중의 것을 드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으므로 에딘의 근력은 상당하다는 소리였다. ' 그런데 어째서? ' 이리아는 식탁마다 냅킨을 정성껏 접어 올려놓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통해 에딘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했다. 왜 이해해야 하는지는 알지 못한 채... " 이리아! 오늘도 너와 에딘뿐인 모양인데... 빨리 손을 움직여야겠어! 이 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 " 결론은 그거 였군.. " 몇인지는 모르지만 상당한 인원이 단체 손님으로 아침 이른 시간에 예약을 한 것이다. 오늘도 일하러 오는 일꾼은 없을 것 같으므로 바쁜 일손에 이리 아도 주문을 받으라는 말이었다. 이리아는 그리 능숙하지 않지만 깔끔한 모 양새로 냅킨들을 접어 식탁 위에 올려놓고 다음 일을 하기 위해 주방으로 향 했다. " 안되겠어. 에딘!! 너도 창고 일이 끝나면 즉시 홀로 나와! " ' 도대체 몇 명이기에... ' 아줌마의 갑작스런 다급한 목소리는 왠지 불안한 기분을 불렀다. 그것은 묘한 느낌이었다. 가슴 주위, 심장 근처가 오싹해지는 듯한 느낌이 었다. " 아줌마. 누가 오는 거죠? 몇 명이나 오기에... " 이리아는 아줌마가 건네는 나무로 만든 메뉴판들을 받으며 물었다. 궁금한 것은 즉시 물어야만 속 시원해지는 법이었다. 아줌마는 이리아의 손에 들린 메뉴판의 갯수를 세고는 잠시 생각에 빠지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 우리 식당에는 도시 치안대 견습 기사 200명. 피로를 풀기 위한, 담백하 면서 고영영가의 음식으로 주문했어. 어젯밤에 지명 수배자가 도시를 가 로질러 도망쳐서 비상이 걸렸었다나.. 뭐, 확실히는 모르는 일이지만 어 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긴 있었대. 그래서 주변 식당 대부분도 오늘 아침 에 비상이야. " < 계속 > -+-+-+-+-+-+-+-+-+-+-+-+-+-+-+-+-+-+- [ ^^ ] 오늘은 이리아가 꿈을 꿨군요. 다음편에는 누가 꿀려나... ^^; 다음편에 과연 이번 챕터가 끝날 수 있을지... 자, 이리아여! 에딘을 마음껏 부려먹어라!! ^^ - Ipria ** Ip: 음...여기다가 물리학이나 조금 집어 넣어 볼까... E: 저..넣을 때가 있나요? Ip: 파동과 생물학적인 것을 결부 시켜 어떻게 해보면 되겠지.. E: 엉성해지면 욕먹을 텐데... Ip: 아..그렇지..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이프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는 에딘..곧 입을 연다.) E: 저..혹시.. 이프 님... 무책임적으로 살고 있는거 아니에요? Ip: 응? E: 너무 책임감이 없어요! Ip: 내가 왜 널 책임져-!!! --; Ps. 메모 주신 분들....너무너무 감사해요.. T.T 조회수는 낮지만.. 기운 차릴 수 있게 크나큰 도움이 됩니다. (하아... 고 3이 이런 일 하는 거 자체는 좋지 않은데... --;) 『SF & FANTASY (go SF)』 48429번 제 목:<이리아> ▣ 1. 알 수 없는 만남 ▣ -9-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10 01:16 읽음:42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1장. 알 수 없는 만남. <9> ----------------------------------------------------------------------- " 정말 빠른 남자였어... 기마술은 존경스러울 정도야. " " 달의 세레스에서 궁정 마도사를 지낸 적이 있데. 그런 남자가 죄인으로 취급받다니... 분명히 모함이 얽혀 있을 것이야. 마법사가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쫓아낼 수 있는지... " " 백마 탄 도망자라...하.... " 이리아가 일을 시작한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식당에 들어오기 시작 한 도시내 치안대 견습 기사들은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는 모두 의자에 털썩 앉아 침울한 분위기에서 어젯밤에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런데 상대가 도망자 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야기에선 비난의 목소리는 찾을 수가 없었다. 대다수 견습 기사들의 입에서는 동경 어린 말들만이 나오 고 있었다. 치안대의 인원을 도시 내 사람들로 뽑지 않고 견습 기사들로 이룬 것은 그 들의 훈련을 미리 실전과 맞물려 보려고 하는 제스트 상부의 뜻이 담겨져 있 었다. 견습 기사. 기사가 되기 위한 첫 단계 오른 그들이었기에 그들의 대화 는 거칠지 않고 절도 있게 오갔다. 청색으로 칠한 얇은 판금 갑옷이 그들의 자존심과 명예의 상징이었다. " 그렇데 이상하지 않아? 우리와 친선 관계를 맺은 나라에 지명 수배가 되 어 있는 상태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밝혔잖아? 그 남자는 분명히 이곳에도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져 있음을 알고 있었어. " " 우린 화살 한 번 써 보지도 못했지...그 남자 앞을 가로막지도 못했고.. 그냥 헐레벌떡 뛰어 나와 무기만 들었다가 놨을 뿐. 하..기운 없어. " " 그리고 어떻게 그 시간에 성문이 활짝 열려 있을 수가 있지? 그냥 조용 히 나갈 수도 있었어. " " ...마치 '난 이 도시에서 떠난다.'라고 말하는 것 같군.. " 여섯 명이 앉아 어젯밤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남자 들의 대화는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이리아는 그냥 지나칠까란 생각도 했지만 그것은 예의가 아니었으므로 그들의 대화에 끼여들었다. " 죄송하지만...지금 주문하시겠습니까? " 하지만 이리아는 아직 그들이 식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분명히 거절하리라. 단지, 서로 형식적으로 하는 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리아의 질문을 받은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 아닙니다. 주문은 잠시 쉬고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 이들에게는 식사보다 휴식이 먼저 필요했다. 남자는 이리아가 고개를 끄덕 이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다시 대화에 어울렸고, 이리아는 그곳을 떠났다. ' ...마법사 도망자...라. ' 이리아는 메뉴판을 들고 계산대 쪽으로 돌아가며 마법사란 말에 래디를 떠 올려 보았다. 에딘과 달리 무거운 듯한 분위기의 남자. 에딘과 함께 평범한 지식으로는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는 그 남자. 이야기의 마법사가 그 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 근처에는 말이 없었던 것을 기억해 내 고는 고개를 저었다. 말이란 쉽게 구할 수 있는 동물이 아니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확실하게 신분이 증명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살 수 없는 동물이었다. 그러므로 여행 중인 래디가 처음 떠난 곳, 살던 곳에서 말을 사 오지 않은 이상, 여행객의 신분으로는 절대 이곳에서 말을 살 수가 없었다. 더구나 마법사라고 가정한 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왜곡된 이미지로 인해 사람들의 두려움을 사는 마 법사는 왕궁이 아니면 물건을 구하기가 힘든 실정이었다. " 와- 많이도 왔군요. 아침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온 것은 처음인 것 같아 요. " ' 에딘? ' 그런데 문득 생각에 빠져 있던 이리아의 등뒤에서는 에딘의 목소리가 들려 왔고, 이리아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역시나 그곳에는 에딘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식당 안의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아직 에딘에게 앞 치마가 없는 것으로 보아 창고에서 막 나온 모양이었다. " 정말 저도 도와야겠어요. 이리아 혼자는 힘들겠는데요? " 에딘은 이리아 혼자로는 바쁠 것이라 생각하고는 주인 아줌마에게 앞치마 를 부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리아는 에딘이 창고에서만 일을 했으면..하는 생각을 했다. 아침의 일이 신경쓰여 얼굴을 마주하기가 어색했다. 에딘은 그 일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했지만 이리아로서는 거북했다. " 어이-! 여기는 주문 안 받나?! " 하지만 이리아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입구 쪽에 앉아 있던 남자가 이리아를 향해 소리쳤고, 이리아는 앞치마를 두르려고 하는 에딘을 뒤로 하 며 그곳으로 가게 되었다. 그는 남루한 복장의 약간 지저분하게 생긴 중년남 자로, 말투에서부터 막 살아온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리아는 물잔 과 메뉴판이 놓여진 쟁반을 들고 그에게 다가가 형식적으로 사과했다. 우선, 새로 온 손님을 알아보지 못한 것은 손님 접대 예의에 어긋난 일이었다. " 죄송합니다. " " 메뉴판은 필요 없어. 술이나 가져와. 싼 걸로. " 하지만 남자는 이리아의 사과를 완전히 무시하며 술만을 주문했다. 눈동자 가 살짝 풀린 것으로 보아 이미 어디선가 술을 마시고 온 듯 했다. 이리아는 그 남자의 태도에 조금 기분이 상하기는 했지만 가볍게 탁자에 물컵을 놔주 고는 술을 가지러 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런데 그 순간, 이리아는 남자의 얼굴이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 내에서 이리아가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 아랫집 청년, 테인 과 식당 주인 아줌마, 자주 들렸던 주점의 몇몇 사람이 전부라고 할 수도 있 었다. 그러므로 낯익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은 딱 한 종류밖에 없었다. 바 로 싸워서 자신이 처참하게 얻어맞았던 상대. 그들밖에 없었다. 때린 사람은 몰라도 맞은 사람은 안다고, 이리아는 그들의 이름등은 몰라도 얼굴만은 조 금 익혀 두고 있었다. 그러나 함부로 확신할 수는 없는 일이었으므로 이리아 는 애써 그 생각을 털어 버리려고 했다. 그렇지만 그런 이리아에게는 남자의 비아냥 섞인 말이 들렸다. " 남자가 앞치마라니.. 제 구실을 하겠나? 쿡쿡쿡... " 거의 대다수의 식당에서 주문을 받는 사람은 여자였으므로 앞치마를 두른 남자의 모습만큼 우스운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리아의 얼굴과 앞치마 는 아주 잘 어울렸고, 도시 치안대 견습 기사들도 이리아가 여자인지 남자인 지 알고 싶어 곁눈질을 하는 중이었다. 만약에 이리아에게 직접 물었다가 이 리아가 여자라고 대답한다면 그것은 숙녀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으므로 견습 기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남자의 말은 삐 뚤어진 그의 성격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 저 말투... 언제 였지... ' 이리아는 점점 더 그에 대한 기억의 윤곽을 잡아가며 곡주 비어른의 병과 술컵을 꺼내었다. 하지만 확실한 기억은 나지 않았다.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수많은 싸움 중에 그가 있었는지에 대해 기억해 내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무 리였다. 이리아는 금속제 쟁반에 술병과 술컵을 올려놓고 다시 그에게 걸어 가며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분명히 오래된 일이 아니었다. 아주 가까운, 근 시일에 있었던 싸움 중에 그가 있을 것이었다. " 주문하신 것, 나왔습니다. " " 그래, 그래. 근데 너...나와 언제 만난 적 있지 않나? " 확신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없다. 이리아는 탁자 위에 술병과 술컵을 내려놓던 중 남자의 말에 손을 멈추고 남자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분명히 만난 적이 있었다. " 내가 말이야.. 보름 전인가... 어디서 너와 같이, 계집애 같던 애와 만 난 적이 있었거든. 쿡쿡.. " " ....그 때 어떻게 하셨죠? " 이리아는 목소리를 깔며 물었다. 보름 전. 그 때는 에딘과 처음 만났을 때 였다. 그리고 동시에 주점 뒷골목에서 처절하게 싸웠었다. 술 취한 한 남자 와. 남자는 이리아의 질문에 한 손에 잡힐 정도로 얇은 이리아의 손목을 슬 쩍 보며 말했다. " 잘 대해 줬지. 녀석도 좋았을 거야.... 안 그래? 나무 상자에 쳐박혔던 녀석? " " 당신이었어!!! " 남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리아의 붉은 색 눈동자는 주위 사람들의 검정 색 눈동자와 달라 눈에 쉽게 띄고, 인상에 깊게 남을 만한 것이었다. 그 역 시 주점에 들어왔을 때까지만 해도 확신할 수 없었으나 이리아의 말투, 곱상 한 얼굴을 보고 알게 되었던 것이었다. 이리아는 남자의 느끼한 눈빛에 손을 떨었다. 반사적인 두려움 때문이 아 니었다. 그는 손님. 이곳에서 쫓겨 날 수는 없었다. " 이제 기억나는 모양이지?? 어때, 그 때 맞은 몸은 괜찮나? 하하하! " 남자는 손을 얼굴에 얹고는 기분 좋게 웃어 재꼈다. 식당 내, 견습 기사들 의 시선은 이미 이리아와 남자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이리아는 쟁반을 꼭 쥐 며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얼굴이 약간 붉어져 갔다. " 왜? 아직 안 좋나? 네가 잘못한 일이니까 날 원망할 필요는 없다. 그럼 술이나 따라 줄래? 여자는 아니지만 너 같은 애가 따라 주는 술도 괜찮 을 것 같은데 말이야. " " 닥쳐!!! " 이리아는 큰 소리로 외치며 남자를 노려보았다. 야릇한 미소를 띤 채로 술 병을 좌우로 흔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리아는 그것이 보이자마자 쟁 반을 뒤로 돌렸다. 남자의 얼굴은 덤빌 테면 덤비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리 아는 입술을 깨물며 그대로 쟁반을 남자를 향해 던졌다. 하지만 남자는 이리 아가 던진 쟁반을 코앞에서 고개를 돌려 피했다. 바닥에 떨어진 쟁반은 날카 로운 금속음을 내며 바닥을 굴러갔다. " 분명히 네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 " 남자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탁자를 옆으로 넘어트려 버렸다. 탁자는 넘 어지며 큰소리와 함께 술잔 조각을 쏟아 내었다. 한편 이리아는 남자의 말에 자신이 도발에 걸렸음을 깨닫게 되었다. 재빠 르게 쟁반을 피한 남자의 몸놀림은 한 두 번 싸움한 사람의 몸놀림이 아니었 다. 지난 번, 그가 술에 취했을 때에도 엉망진창이 되도록 맞은 것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 난....계집애 같은 남자애가 싫다. " [ 퍽-!! ] 이리아는 남자의 목소리가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왔음에 몸을 돌리려고 했 지만 그 때는 이미 남자의 주먹이 복부를 강타했을 때였다. 지난 번과 차원 이 다른 위력이 온몸을 저리게 만들며 짜릿한 충격이 신경 곳곳까지 전해졌 다. 지난 번에는 술에 취해 힘을 제대로 내지 못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약 간의 술만을 한 상태였다. 이리아는 반사적으로 배를 움켜쥐며 허리를 구부 리게 되었다. 아침에 조금 먹었던 음식이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동시에 시야는 땅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제부터 일방적으로 맞기만 할 것은 기정 사 실처럼 느껴졌다. ' 또...군. 하지만 자존심을 위해서는 싸우는 거다. 바보 녀석.. ' 이리아는 아침에 불량배들에게 순순히 돈을 주던 에딘이 떠올라 살짝 입술 을 깨물었다. 자신이 남자라면, 지금이라도 그들과 만나면 정면으로 싸울 것 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으며 그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리라. " 싫다... " 남자의 짧은 말과 함께 이리아는 얼굴을 향해 올려쳐 오고 있는 남자의 커 다란 주먹이 보였다. 그것을 정면으로 맞는 이상, 이빨이 몇 개 부러질 것임 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피하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이리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이 걸은 시비이기에 맞아도 할 말이 없다. 일 대 일 대결. 견습 기사들로서는 일 대 일 대결이라는 사실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맞는 일밖에 없다. [ 빡!! ] 곧 귀청을 울리며 무엇인가가 강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 왔다. 두터운 무엇인가에 주먹이 부딪힌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픔이 없었다. 분명히 남자 의 주먹에 몸이 뒤로 날아갔어야만 했다. 이리아는 자신의 몸에는 아무런 변 화가 없음을 깨닫고 살며시 눈을 떴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 멈춰 있는 남자 의 주먹에 신음 소리를 냈다. 남자의 주먹은 누군가의 손에 가로막혀 있었다. " 위험했어요... " 어째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 올까.. 이리아는 에딘의 목소리에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만 했다. 어느 순간에 에 딘은 남자와 자신 사이로 들어와 간발의 차로 남자의 주먹을 막아낸 것이었 다. 그것도 단 한 손으로, 밀리지도 않은 채. " 에딘...왜.. " " ...... " 이리아는 에딘에게 싸우지도 못할 것이면서 끼여들었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에딘이 손길이 어깨를 감싸주는 것을 느끼며 그 말을 삼키게 되었다. 에딘의 왼손. 따스함이 느껴졌다. 마치 어젯밤 래디의 손처럼. 에딘은 이리아가 살짝 자신의 팔에 기대자 남자의 눈을 노려보며 웃는 얼 굴로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약간 낮아져 있었다. " 여자에게 주먹을 쓰는 것...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 에딘의 오른손은 가볍게 남자의 주먹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도 미동 하지 않고 그것을 막아내던 에딘은 남자의 주먹을 밀었다. 이리아의 눈앞에 서 주먹들이 왔다갔다하고 싶지 않아서 였다. 그런데 의외로 남자는 에딘의 말을 듣고는 실소와 함께 주먹을 거두어 갔다. 곧 남자의 눈동자가 재빠르게 이리아의 몸을 훑어보았다. " 여자? 계집애 같은 녀석이 아니라 계집애 였어? 하.하.하. 말이 안 나오 는 군. " 남자의 웃음소리는 조용해진 식당 안을 울렸다. 허탈한 웃음이었지만 그것 은 너무나 크게 식당 안에 퍼져 나갔다. 견습 기사들은 그 웃음소리에 얼굴 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가볍게 무기들을 확인했다. 이리아가 여자 라는 것이 밝혀졌으므로 기사도에 따라, 남자가 이리아를 공격하면 즉시 달 려들어 벨 생각이었다. 그러나 약간의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금 에딘의 몸에서 위압감이 뻗어 나오 자 견습 기사들의 안색은 변해 가기 시작했다. 이리아와 이야기 할 때와 달 리, 지금 에딘의 몸에서 나오는 위압감은 수천번에 다다르는 훈련을 한 견습 기사들로서도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 여러 번의 전투를 겪고, 견습 기사들 앞에서 가끔 대련을 하던 작위 기사보다 에딘의 위압감은 더욱 컸다. 에딘은 남자의 손이 빠져나간 오른손을 세게 주먹 쥐며 애써 미소를 유지 했다. 이리아를 무시하는 남자의 말투. 가슴속에서 무엇인가가 울컥 거리면 서 화가 치밀었다. " 이리아... 이별 선물이라고 해두죠. " 에딘은 이리아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로 남자의 눈을 노려보며 작게 말했 다. 이별 선물. 이리아를 도와주는 것을 끝으로 이곳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 다. 남자의 눈빛에서 성격 자체가 비뚤어 졌음을 읽을 수 있었다. 이리아가 놀란 듯이 쳐다보는 것이 느껴져 왔지만 에딘은 미소를 지었다. 남자는 그것 을 보고는 말했다. " 꼬마야.. 넌 저런 여자 같지도 않은 여자가 좋냐? " " 이...이.. " ' 힘만 있으면.... ' 이리아는 아픈 배를 부여잡은 채 부르르 떨었다. 이대로 달려들어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차라리 주먹으로 싸우고 싶었다. 곧이어 남자는 이리아의 몸 을 야릇한 눈빛으로 보며 말했다. " 하긴 저런 여자라면 당하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겠군. 쿡쿡.. 어린 나이 에... 이미 즐겼을 지도 모르지만.. " 이리아는 남자의 말에 분노, 모욕감, 수치심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이렇게 노골적인 말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몸이 떨려 왔다. 만약 에딘이 어깨를 잡아 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주저앉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여자이기 때문 에.. 본능적인 떨림은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 때, 에딘이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 평민의 추함.. 당신, 입이 너무 거칠군요. " 에딘은 이리아가 몸을 떨고 있음에 주먹을 꽉 쥐며 살짝 고개를 들었다. 언제나 머물고 있던 미소가 거짓말처럼 엷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오른손에 끼어져 있던 팔찌의 보석이 붉은 빛을 미약하게 머금어 가고 있었다. 이리아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에딘의 변화에 자신의 얼굴이 붉어진 것도 잊은 채 에딘을 바라보게 되었다. 에딘의 몸에서 나오던 위압감은 순식간에 엄청난 무게로 바뀌며 남자의 몸을 누르려고 하고 있었다. 고개를 들며 지긋 이 눈을 감는 에딘의 미약해진 미소 뒤에는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 사과하십시오. " 곧 지긋이 눈을 감은 에딘의 입이 열리며 약간 무거운 어조가 흘러 나왔다. 그것은 래디의 어조와 비슷했다. " 뭐야, 안하면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여자도 아닌, 남장이나 하는 변태 계집애한테? " 남자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때 어깨는 에딘이 뿜어내는 위압감에 내리 눌려 무거워져 있었고, 남자는 안색 을 바꾸며 에딘을 보게 되었다. 그 동안 머리를 혼미하게 하던 술기운이 순 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남자는 나이로는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에딘에게 있 다고 생각하며 이리아를 향한 손가락질과 함께 말했다. " 저 계집애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인가? " " 닥쳐요!! " [ 파핫-!! ] 절대 험한 말은 나올 것 같지 않을 듯했던 에딘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 왔다. 그리고 동시에 꽉 쥐어져 있던 에딘의 오른 주먹은 붉은 색 화염에 감 싸이게 되었다. 어느 누구라도 그 화염이 무엇임을 알 수 있으리라. 에딘의 손은 순식간에 불덩이로 휩싸이게 되었지만 에딘은 그것의 온도를 느끼지 못 했다. 마법으로 이루어진 화염은 에딘의 손에서 넘실거렸다. " 사과하십시오.. 안 그러면... 죽이겠습니다. " 에딘의 검은 색 눈동자가 무섭게 빛을 발했다. 그 빛은 마치 타오를 듯이 이글거렸다. ' 에딘.... 넌.... ' 이리아는 에딘의 얼굴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이게 되었다. 도 와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 에딘의 힘에 대한 궁금증, 어깨를 잡아 주는 에딘 의 손 때문이 아니었다. 지금 에딘의 모습은 언제...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듯한 모습 같았다. 한 쪽 손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휩싸이고, 검은 빛을 이글거리는 에딘의 모습... 가슴 한 구석이 아파왔다. 에딘이 마법사란 사실에는 놀라지 않았다. 마법사란 사실을 숨긴 것에 대 해서도 화가 나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은 마법사란 단어에 화들짝 놀라지만 이리아는 아무렇지 않았다. 마법사는 마법사. 지난 1년 전부터의 기억이 이 리아에게 남아 있는 기억의 전부였으므로 어렸을 적부터 마법사의 왜곡된 사 실만을 주입 받으며 자란 사람들과 사고 방식이 달랐다. 하지만 이리아는 순간 에딘의 얼굴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섬뜻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두운 미소를 지으면서 나지막하게 말하는 에딘. 손을 감싸고 있는 불꽃 때문에 에딘의 미소는 잔혹하게 보일 수도 있었다. 왜 저렇게 화를 낼 까...나 때문에? 지금 이 상황에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자신의 무력함에 화 도 났다. 남들에게 억눌림 받지 않을, 힘을 가지고 싶었다. 그런 생각들이 계속 머리속에 떠오를수록 이리아의 기억 한 편에서는 에딘 의 한심했던 모습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어깨를 잡아주며 남자를 노려보고 있는 에딘이 왠지 모르게 믿음직스러웠다. 이리아는 작게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믿음직스럽기는 하지만.... ' 나를 지켜 주는 남자...라는 것은 어울리지 않아... 에딘. ' < 계속 > -+-+-+-+-+-+-+-+-+-+-+-+-+-+-+-+-+-+- [ 에딘이여- 묵사발이 되어라~ ^^; ] 에딘.. 마법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강한 마법사는 아닙니다. [이리아] 내에서 평소에 가장 강한 평범한 마법사는 써클 5 마스터인 래디 뿐입니다.(이미 밸런스를 염두하고 있습니다. 보조 역할인 에딘, 한계가 있 습니다. 이리아는...비밀 입니다. ^^ 하지만 그녀 역시 한계가 있을 듯..) 이번 편에서 조.금. 멋지게 나온 에딘. 다음 편에도 조.금. 멋지게 행동할 것 같군요. ^^; - Ipria ** E: 와- 멋지게 나왔다- 손을 감싸는 불꽃이라... Ip: 좋지...암...좋은 힘이고... E: 근데 써클은 어떻게 조정하죠? 그리고 마법 이름은 어떻게 되죠? (씨익 웃는 이프..) Ip: 글세~ 어떻게 되겠지~~ (그리고 그대로 훌라 춤을 추며 사이드 스텝(게 다리 걸음)으로 움직여 퇴장.. --;) 『SF & FANTASY (go SF)』 48545번 제 목:<이리아> ▣ 1. 알 수 없는 만남 ▣ -10-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11 00:24 읽음:432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1장. 알 수 없는 만남. <10> ----------------------------------------------------------------------- " 마, 마, 마법사!! " 하지만 이리아와 달리 남자의 안색은 다른 사람들처럼 순식간에 새하얗게 변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에딘의 눈빛과 손을 감싸는 불길이 남자의 몸에 꽂힐 듯 하게 보였다. 에딘은 남자가 주춤 거리자 아무말 없이 불길이 감돌고 있는 손을 들었다. 그리고는 뒤를 향해 팔을 휘둘러 화염을 뿌렸다. 에딘의 손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한 불꽃은 바닥을 태우며 완만하게 휘며 에딘의 왼쪽으로 돌았다. 바닥 은 새카맣게 타며 길다란 선을 만들어 냈다. " 모두... 가만히 있으세요. " 에딘의 말이 끝나며 바닥의 불길은 사르륵 사라졌다. 그런데 그것이 사라 지고 난 자리 바깥쪽에는 어느 새 견습 기사들이 검을 뽑아 들고 서 있었다. 에딘은 그들의 기척을 느끼고 마법을 쓴 것이었다. 이리아는 놀란 눈으로 뒤 를 돌아보게 되었다. 에딘이 쏜 불꽃은 정확하게 등뒤에 있던 탁자 셋을 돌며 선을 그린 상태였 다. 몰래 다가오려고 해도 탁자가 먼저 걸릴 것이다. 견습 기사들은 모두 이 를 갈며 에딘을 노려보고 있었다. 기사도를 배우고 있는 견습 기사들이 이를 갈 정도로, 마법사에 대한 이유 없는 증오는 생각보다 컸다. " 당신...사과하십시오.. 마지막 경고입니다. " " 아, 알았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제발 목숨만은 살 려줘. " 어떻게 된 일일까. 남자는 에딘의 말에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에딘을 향해 빌기 시작했다. 절대 방금 전까지 능숙하게 주먹을 휘두르고 비아냥거리던, 자신만만했던 모 습이 아니었다. 남자는 눈물까지 주르르 흘리며 말했다. " 마누라가 도망쳐서 내가 실수한 모양이야. 제발 부탁해... 목숨만은 살 려줘. 마법사인 줄은 몰랐어. 두 번 다시 여자는 때리지 않을게. " " 누가 제게 사과하라고 했나요... " 에딘은 아주 낮아진 목소리로 남자의 애원을 무시해 버렸다. 에딘의 말은 이리아에게 사과하고 앞으로 정신차리고 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에 딘의 눈빛이 자신에게서 떨어 질 듯 하자 순식간에 등뒤에서 단검을 꺼내 손 목에 들이대며 이리아에게 말했다. " 미안.. 미안해. 죽을 죄를 졌어. 지난 번엔 내가 심하게 때렸지.. 대신 손목을 자를 테니 목숨만은 살려줘... 부탁해!! " 말을 끝냄과 함께 남자의 단검은 왼손목을 힘차게 긋고 지나갔다. 그리고 남자의 왼손은 바닥에 툭 떨어졌다. 순식간에 바닥은 남자의 손목에서 흘러 나오는 피로 인해 흥건하게 젖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자는 엄청난 고통 에도 이를 악물며 신음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에딘의 등 뒤 에서는 엄청난 살기가 에딘을 향해 쏟아져 나오며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리아는 견습 기사들의 살기를 느끼면서 자신을 때렸던 남자를 바라보았 다. 순식간에 태도가 달라진 사람. 그리고 스스로 손목을 자른 남자. 이리아 는 그의 그런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그렇게까지 에딘에게 애원하는 것일까. 그 때, 이리아의 귀에는 계산대 뒤에서 몸을 숨키고 있던 주인 아줌 마의 말소리가 들려 왔다. " 마, 마법사야.. 역시 잔인해.. 산사람을 마법으로 껍질 채 벗긴다는 소 문이 사실이었어.. 이제 실험을 위해 배를 가르겠지... 어려 보이는 것 도..착하게 지낸 것도 다 이유가 있었어... " ' 무, 무슨 소리..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겠어!! ' 이리아는 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에딘의 얼굴을 보았다. 아직 에딘의 얼굴 에는 미약하게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이리아의 눈에는 슬 픈 미소로 보였다. 분노로 인해 타오를 듯한 기운 안의 슬픔이 이리아의 마 음에 와 닿았다. ' 에딘.. 너는.... ' " 이리아.. 잘 있어요.. " 에딘은 남자가 손목을 자르는 것을 아무렇지 않은 듯한 눈으로 보다가 이 리아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이리아의 어깨에서 손을 떼며 남자를 지나쳐 문쪽 으로 걸어갔다. 에딘의 손을 감싸고 있던 불꽃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거짓말 처럼 사르륵 사라져 버렸다. 남자는 에딘이 자신의 곁을 지나가자 몸을 파르 르 떨며 에딘 쪽을 향해 몸을 돌리고는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이리아는 무의식중에 에딘의 뒤를 따라 하나..둘..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 다. 그냥 이대로 떠나간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에딘의 슬퍼 보이는 뒷 모습에 이리아는 주변을 돌아보지도 않고 오직 에딘을 향해 걸었다. [ 삐릭-!! ] 문을 활짝 연 에딘은 손가락을 입으로 살짝 물며 고음의 휘파람을 짧게 불 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멍하니 에딘을 보고 있었 지만 견습 기사들은 조심스럽게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신발에 달린 금속제 장식에 의해 바닥을 디딜 때마다 타닥 소리가 작게 울렸지만 에딘은 뒤를 돌 아보지도, 마법을 일으키지도 않았다. 이리아는 에딘이 문가에서 가만히 서 있자 재빨리 에딘에게 다가가 물었다. " 에딘.. 이대로 가는 거야..? " " 이미 마스터는 어젯밤, 이리아의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떠났어요. " 에딘은 그렇게 대답하며 길가로 걸어 나갔다. 땅이 미약하게 울리고 있었 다. 하지만 그 진동은 순식간에 귀에 들리며 흙먼지와 함께 멀리서부터 에딘 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에딘은 그것을 보며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어 손 에 끼고는 이리아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밝게 미소지었다. " 안녕.. 이리아. 즐거웠어요. 잊지 못할 거에요. " 흙먼지 안에 있던, 흙먼지를 일으키던 에딘의 말은 빠른 속도로 달려오다 가 정확하게 에딘의 곁에 멈추어 섰고, 에딘은 말고삐를 잡으며 단 번에 말 위로 올랐다. 에딘의 흑마는 에딘이 타자 반가운 듯이 앞다리를 들며, 검게 물든 갈기를 휘날렸다. 그것은 에딘의 흑발과 어울리며 귀공자와 같은 분위 기를 만들었다. " 잘 가.. 에딘... " 이리아는 자신의 앞에 있는 흑마가 에딘과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 며 손을 들었다. 이럴 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 랐지만... 에딘은 이리아가 손을 들자 말고삐를 살짝 흔들며 말의 배를 가볍게 차려 고 했다. 그러나 에딘의 발이 말의 배에 닿으려는 순간, 주점에서 견습 기사 들이 검을 뽑아 든 채로 달려나오며 외쳤다. " 마법사!!! 널 체포하겠다!! 반항하면 형만 무거워 질 테니 가만히 있어 라!! " 그들의 눈은 강한 의지를 담고 있었다. 아마 목숨을 버릴 것을 각오하고 있으리라. 검끝이 미약하게 떨리고들 있 었지만 견습 기사들은 천천히 검을 에딘에게 겨누며 넓게 에딘을 포위해 갔 다. 길을 걷던 사람들은 마법사란 말에 모두 얼굴이 하얘지며 에딘에게서 도 망치듯 달렸다. " 저 여자도 함께 체포한다! 마법사와 함께 있던 여자다!!! " " 이....이런... " 왜 이리아가 일행으로 되어 버릴 것이란 생각은 못했을까. 에딘은 이리아까지 얽혀버렸다는 사실에 말고삐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이 가 득 들어갔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리아를 이 도시에 놔두고 간다면 무슨 짓 을 당할지 모른다. 빠른 속도로 에딘의 사고는 이리아가 안전해질 방법을 찾 았다. 그리고 그것의 점점 윤곽이 잡혀가자 에딘은 말고삐를 놓고 장갑을 벗 으며 이리아를 향해 말했다. " 미안해요. " " ....아니. 나야말로... 도망치는 데 내가 방해가 됐잖아. " 이리아는 견습 기사들의 포위망을 좁히며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고는 에딘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이대로 잡힌다면 분명히 사형이었다. 남자의 손목을 잘랐다는 누명을 쓰며, 마법사란 이유로 에딘은 처참하게 고 문당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마법사의 곁에 있던 여자이기 때문에 고문관 들에게 농락 당하다가 십자가형에 처해질 것이다. 죽음의 빛을 지닌 마법사 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 아닌, 체포하려는 이유까지는 생각할 수 없었지만 이 리아는 대충 앞으로 벌어질 최악의 일을 떠올려 보았다. " 방해...는 아니에요. 이리아... 안전한 곳까지 데려다 줄게요. " " 응? " 이리아는 에딘의 말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에딘의 눈동자는 자신에 차 있었다. 믿는 것이 있는 것일까? 이리아가 그렇게 생각할 때, 에딘은 자 신의 장갑을 이리아에게 던져 주었다. 그리고 외쳤다. " 어서 끼고 내 손을 잡아요!! " " 도망치려고 한다!! 홀레이텐과 아케르트(*1)에게 지원을 요청해라!! " 포위망이 좁혀져 온다.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두 명의 견습 기사가 빠르게 달려간다. 그리고 에딘이 손을 뻗는다. 이리아는 주변의 변화를 모두 느끼며 장갑을 손에 꼈다. 가죽으로 만들어 진 그 장갑은 손에 딱 맞으며 손가락을 가볍게 조여 왔다. 이리아는 장갑이 손에 끼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즉시 에딘의 손을 향해 손을 뻗었다. " 하아아압!!! " 그리고 에딘은 이리아의 손가락이 자신의 손에 닿았다는 느낌을 받자마자 이리아가 자신의 손을 잡는 것 보다 먼저 이리아의 손을 잡으며 팔을 당겼다. 그와 함께 이리아의 몸은 가뿐하게 떠오르게 되었다. 한편 이리아는 자신의 몸을 당기는 에딘의 힘이 믿기지 않았다. 억세 보이 지 않던 팔이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오며 자신의 몸을 들어올릴 때까지도 그 것은 변하지 않았다. 에딘의 힘은 이미 성인식을 마친 남자보다 더 셌다. 눈 에 띄는 근육이 없는데도 에딘의 근력은 일반인의 상상을 넘어가고 있었다. " 어, 어! 에딘!! " " 이리아...고삐를 잡아요.. " 이리아를 들어올린 에딘은 자신의 앞에 이리아를 태웠다. 그리고 이리아의 허리를 왼팔로 안으며 이리아의 몸을 자신의 몸에 밀착시켰다. 일반적으로 말을 모는 사람이 앞에 타는 것을 생각한다면, 여자는 남자의 허리를 안는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에딘의 행동은 정반대였다. 이리아는 목 덜미에 느껴지는 에딘의 숨결을 느끼며 반사적으로 고삐를 잡게 되었다. 에 딘의 오른손은 이리아의 양손이 고삐를 잡자 그 사이를 잡았다. " 질풍의 레피드와 비교될 수는 없지만 일 년 동안 도망만 친 마법사의 기 마술을 보여 드릴게요. " 그리고 에딘의 발은 약간 세게 말의 배를 찼다. 순간 말의 몸이 크게 요동 치며 앞으로 움직였지만 이리아는 에딘의 팔이 배를 잡아 주어 말에 안정되 게 있을 수 있었다. 이윽고 에딘은 한 손으로 말고삐를 아래로 내리치며 말 을 달리게 했고, 말은 빠른 속도로 앞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견습 기사들은 말이 달리기 시작하자 검을 들고 에딘의 앞을 가로막으려고 했다. 에딘은 청색 갑옷이 움직이며 그들의 움직임이 말 주위로 몰리자 즉시 말고삐를 놓고 손을 앞으로 향하며 손에 다시금 마법의 화염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에딘의 손안에 생성된 불덩어리. 하지만 그것은 방금 전과 크기 부터 달랐다. 그것은 거의 사람 머리 하나 크기였다. 에딘은 불덩이가 생성 되자 그대로 그 불덩이를 앞을 가로막는 견습 기사들을 향해 던지려고 했다. 그러자 그들은 잽싸게 옆으로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오기로 덤빈다 고 해도 실제로 마법으로 만들어진 불덩이가 눈앞으로 날아오려고 하는데 피 하지 않을 사람은 있을 리가 없다. 자신이 마법사가 아닌 이상, 마법은 피하 고 보는 법이다. 에딘은 그런 그들의 행동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이 몸을 날린, 아무 것도 없는 바닥에 손에 들려진 마법을 던지고는 재빠르게 다시 고삐를 쥐었 다. 곧 견습 기사들이 피한 곳에는 불덩어리가 떨어지며 펑 소리와 함께 여러 개의 불꽃을 뿜어냈다. 바닥은 불꽃들과 닿자 검게 그을렸다. 하지만 그 크 기는 네코 한 마리가 들어 갈 정도로 너무나 작았고, 순간 견습 기사들은 당 했다란 생각을 하며 자세를 가다듬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에딘은 빠르게 말을 달려 출구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말고삐를 잡은 에딘의 오른손은 끊임 없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말의 움직임을 불규칙하게 바꾸어 뒤에서 날아올 화 살에 대비했다. " 에딘...어디로 가려고... " " 우선 옆 도시에요. 이곳을 나가야겠지만. " 잘 다져진 중앙 대로의 한 줄기를 따르며 에딘의 말은 사람들이 없는, 넓 은 골목을 달렸다. 곧 뒤쪽에서 사람들이 달려 오는 소리와 함께 녹색 갑옷 을 입은 기사의 커다란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 아케르트!! 화살 장전!! " ' 유연함을 강인함으로.... ' 에딘은 속으로 주문과도 같은 말을 읊조리며 또다시 말고삐를 놓고 오른손 을 뒤로 돌렸다. 말고삐를 놓아도 이리아가 그것을 잡고 있었으므로 말이 멈 출 리는 없었다. 그리고 한 쪽 팔로 이리아의 배를 감싸고 있으니 말에서 떨 어질 걱정은 없었다. 곧 에딘의 손에서는 흰빛이 뿜어지며 두 개의 원을 그렸다. 그리고 그 원 들은 에딘의 등 뒤 공간에 반경 3큐스(1qs=1m)의 반투명 원반을 만들었다. 그 원반은 달리고 있는 말도 보호하며 에딘과 함께 이동했다. " 발사!! " [ 카각- 카칵- 칵- ] 기분 나쁜 소리가 이리아의 귓청을 때렸다. 하지만 이리아는 그것에 얼굴 을 찡그릴 수가 없었다. 등 뒤에서는 말 그대로 화살이 빗발치며 쏟아져 나 오고 있었다. 공기를 진동시키는 활시위 소리, 바닥에 꽂히는 화살 소리, 보 호막에 부딪히며 나는 화살 소리, 그리고 조준이 빗나가 여기저기 떨어지는 화살들이 이리아의 신경을 차갑게 자극했다. 아마 어젯밤 일로 인해 장비를 갖추고 있던 모든 병사들이 모두 나온 것이리라. 그래도 다행이 도시내 사람 들은 단 한 명도 거리로 나오지 않아 걸리적거리지 않았다. 잠시 후 에딘은 화살들이 보호막에 부딪히는 소리가 줄어들자 거리가 상당 히 벌어졌음을 알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케르트는 세개 조로 나누어 한 조씩 연속되게 화살을 쏘게 훈련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화살의 개수 가 줄었다는 것은 화살을 재장전 하기 위해 잠시 화살이 줄은 것이 아닌, 거 리가 멀어졌다는 뜻이었다. " 한 고비는.... " 에딘은 한숨 끝에 다행이란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커다란 이층 건물이 시야에서 사라지며 성문이 보이자 말끝을 바꾸었다. " 넘기....지 않았군요... " 에딘의 얼굴에는 엷은 쓴웃음이 지어졌다. < 계속 > -+-+-+-+-+-+-+-+-+-+-+-+-+-+-+-+-+-+- < 주석 - 역사학자 유우란의 저서, 복잡하다고 여겨지는 여러 용어들의 해석과 나 자신의 견해.에서 일부만 발췌. > *1> 아케르트(Akerute) - 화살병을 뜻한다. 흔히 화살병은 보병이 겸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들은 화살만을 쓰기 위해 특별히 훈련된 병사를 의미한다. 보통, 보 병 한 명이 상대방 한 명을 죽이기 위해 열발 이상의 화살을 사용하 는 것과 달리, 이들은 단 3발 안에 상대방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 기사단은 극히 적다. -+-+-+-+-+-+-+-+-+-+-+-+-+-+-+-+-+-+- [ To Be Continued... ] =^^= 계속입니다~ - Ipria * 우웅...조회수가 왜 이러지....T.T 뭔가 크게 잘못 된 듯한데... 우웅.... 역시 진지한 글은 어울리지 않나.... 으아~~~~ 『SF & FANTASY (go SF)』 48635번 제 목:<이리아> ▣ 1. 알 수 없는 만남 ▣ -11-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11 20:47 읽음:41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1장. 알 수 없는 만남. <11> ----------------------------------------------------------------------- 삐그덕 거리는 소리와 함께 좌우에서 죄어드는 거대한 문. 에딘의 눈에는 말을 멈추기 위해 닫히고 있는 성문이 비치고 있었다. 성안에 가두고 싸우려 는 속셈이었다. 한정된 장소에서 도망치는 것은 한계가 있었으므로 말의 체 력이 떨어지거나 에딘이 지치면 잡으려는 뜻이 배어 있었다. 그러나 성문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에딘은 잠시 말고삐를 잡고 있는 이리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이리아의 몸에서 풍기는 아이리의 향기를 맡으며 미소지었다. 써클 2로는 절대 성문을 부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자신은 불을 쓰는 적마법사 써클 2 마스터. 그리 고 성문은 나무. 단 한 번도 시도해 본적은 없지만 지금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에딘은 이리아의 손을 놓고 성문을 향해 주문을 외웠다. 한쪽 팔을 쓸 수 없기에 수인의 힘은 반 이하로 떨어져 위험했지만 생명을 걸지 않고는 하 기 힘든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기도 했다. ' 정화의 힘, 소멸의 힘... 하늘까지 닿을 힘. ' 에딘은 손앞에서 삼각형 형태로 서로 맞물려 그려지는 원들을 보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쫓기고, 싸우고, 모든 것을 부수고. 지금도 그것들에 대한 거부감이 손가락을 떨리게 만들었다. 좋은 미사 어구로 치장해도 그 힘은 파멸의 힘. 세 개의 원이 맞물려 생성 됨과 함께 원에서는 거대한 불꽃이 굽이치며 쏟 아져 나와 성문을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불꽃의 파도. 그것은 성문을 삼킬 듯이 매섭게 넘실거렸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에딘은 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마스터는 자신이 절대 따라갈 수 없는 곳에 있음을 알았다. 에딘은 이리아의 배를 감싸고 있던 왼팔에서 힘이 빠지며 몸이 뒤로 기운다는 사실에 가까스 로 왼팔에 힘을 주며 몸을 앞으로 숙였다. 하지만 이리아는 에딘의 손이 계속 몸을 더듬자 몸을 비틀며 에딘을 향해 소리쳤다. 여자. 그것을 에딘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에딘이 자신을 안고 있다는 사실이 그제서야 여러 가지 생각을 만들어 내었다. " 뭐, 뭐야!! 에딘!!! " " 가만히 있어요...이리아. " " 아케르트! 저기다!! " " 이제 뒤를 보호해 줄 것은 내 몸밖에 남지 않았으니까요. " 에딘은 오른손의 원형진에서 불길이 성문을 향해 쏘아지는 것을 보고는 그 대로 이리아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맞대었다. 이미 뒤를 보호해 주고 있던 보호막은 흐물흐물하게 변하며 여기저기 찢어지고 있었다. 보호막의 마력을 유지하는 에딘의 정신의 힘이 써클 3 마법이 발동됨과 함 께 모두 그 마법으로 옮겨갔기 때문에 제멋대로 폭주하는 것이었다. 공격 계 열이나 써클 수가 높은 마법이었다면 폭주의 영향으로 상당히 위험하게 됐겠 지만 써클이 낮은 보호 마법이었으므로 서서히 붕괴해갈 뿐이었다. 한편, 에딘의 손에서 쏘아진 마법은 성문에 닿자마자 그대로 위로 솟구쳐 올랐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듯..성문 끝까지 올라갔던 불길은 성문을 감싸 며 직사각형의 길다란 불의 벽으로 만들어 졌고, 땅에서부터 성문 위까지를 태워 갔다. 일반적인 불이라면 몇 시간 동안 타야 성문에 구멍이 뚫리겠지만 에딘의 마법에 의해 생겨난 그 불길은 자신의 몸에 닿는 성문을 순식간에 태 워, 재로 만들었다. 성문 근처에 있던 견습 기사들은 이미 마법이 에딘의 손 에 생기는 것을 보며 모두 도망쳤기 때문에, 그 불길 속에서는 성문이 빠르 게 타 들어가는 소리만이 울렸다. " 거, 거짓말... " 이리아는 재를 뿌리며 사라져 가는 성문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 거렸다. 사람들이 마법사를 두려워하는 근본적인 이유. 그것은 말도 안되는 엄청난 힘 때문이었다. 전쟁시 수백 명의 병사가 희생해야 열리는 성문이 단 한 발의 마법에 사라질 정도이니 그들이 지니고 있는 힘이 얼마나 무서운 것 인지 예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쟁 종결 후, 마법사들의 연구를 부정한 것으로 단정지 으며 체력이 부족한 마법사들을 마녀 사냥 형식으로 사형에 처한 것이었다. 하지만 능력이 높은 사람은 정반대 였다. 가능성 있는 힘은 위협적이지만 이 미 있는 힘은 거두는 쪽이 이익이었으므로, 궁정 마법사라는 자리에서 궁정 마법사와 수제자들은 호화롭게 살고 있었다. 아무튼 에딘의 손은 이리아의 가슴 근처까지 올라와 있었지만 이리아는 애 써 그것을 무시했다. 어느 새 뒤에서는 화살이 쏘아지고 있었다. 벌써 여러 개의 화살이 말 옆에 꽂혀 지나가고 있었다. 만약 이 상태에서 화살이 정확 히 날아온다면 에딘은 자신을 보호하다가 죽게 되는 것이다. 혼자 도망쳤으 면 벌써 도시 밖으로 도망쳤을 에딘이. 이리아는 힘이 빠지던 에딘의 손이 다시 말고삐를 잡는 것에 내심 안심을 하며 앞을 주시했다. 에딘의 마법 때문에 앞을 가로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 다. 평소에 엄청 크다는 느낌을 받았던 성문은 이제는 재가 되어 바닥에 쌓 이고 있었다. 에딘의 손이 말고삐를 움직임과 함께 또다시 말은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 작했고, 불길이 사그라드는 성문을 순식간에 지나게 되었다. 성문 주변에는 마치 눈이 내리듯, 하얀 재와 검은 재가 섞여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이리 아는 그것을 맞으며 살짝 눈을 감았다. 에딘의 체온이 따스하게 온몸에 전해 져오고 있었다. 미소, 불, 따스함, 눈.. 이리아는 이 모든 것들이 왠지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서 그리워했다는... 누군가 이것을 자신에게 전해 주 길 바라고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에딘의 기마술은 어느 누구의 추격도 받 지 않고 있었다. 빠르면서도 안정되게 말을 모는 에딘은 말과 마음이 통하는 듯 했다. " 이리아... " 에딘은 성문이 점처럼 보일 무렵, 이리아의 어깨에 기대며 이리아의 귓가 에 작게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이윽고 이리아는 자신 의 볼에 무엇인가가 와 닿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부드럽고, 따스하며, 촉촉한 느낌. " 아이리... 사랑스런 그 향기.. 하지만... " " 무슨 소리야! " 에딘은 이리아에게 기대며 알 수 없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이리아는 곧 볼에 손을 대었다가 떼며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것을 보자마자 급하게 고개를 돌려 에딘을 바라보게 되었다. " 너, 화살 맞은 거야!! " 볼에 묻어 있는 것은 진홍빛 에딘의 피였다. 이리아가 돌아보자 에딘은 미소지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이미 눈동자가 풀 려 있었다. 에딘의 왼쪽 머리에서는 계속 피가 흘러나와 볼을 따라 흘러내리 고 있었다. 화살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모양이었다. 하지만 에딘의 상태는 심각하게 보였다. " 제 죄와 함께 하는 꽃..... 용서하지 않을 거죠? " " 에, 에딘!! " 에딘은 계속 미소를 지으며 이리아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몸은 점점 뒤로 눕고 있었다. 이리아는 고삐를 잡고 있던 에딘의 오른손이 에딘의 몸과 함께 뒤로 흘러 내리는 것을 느끼고는 얼른 자신을 안고 있던 에딘의 왼손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에딘의 손은 이리아가 끼고 있던 장갑을 미끄러져 나 가며 에딘의 몸은 뒤로 멀어지게 되었다. " 아, 아, 에딘!! " 이리아의 눈에는 점점 땅을 향해 곤두박질 쳐가는 에딘이 보였다. 에딘은 미소짓고 있었다. 마치 이리아를 잡으려는 듯이 오른손을 뻗었지만 이리아에 게는 닿지 못했다. 이리아는 어째서인지 붉게 물든 에딘의 오른손을 보며 말 고삐를 있는 힘껏 잡아 당겼다. 말을 멈추는 방법은 몰랐지만 지금 상황에서 는 당기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만약 멈추지 않으면 뛰어내리려 고 했다. 하지만 다행히 말은 이리아가 고삐를 당기자마자 멈추게 되었고 이 리아는 말에서 내려 에딘에게 달려갔다. 에딘의 몸은 마치 시체처럼 흙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미동도 하지 않아 죽은 사람처럼 보였다. 이리아는 즉시 에딘의 가슴에 손을 얹어 보았다. 다 행히 아직 에딘의 심장은 정상적으로 뛰고 있었다. " 야! 일어나!! 야!!! " 이리아는 에딘의 몸을 흔들며 어떻게 해서든지 에딘이 정신을 차리게 하려 고 했다. 그러나 에딘은 눈도 뜨지 못하며 헛소리만을 했다. " 잃고 싶지 않아요...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줘요.. " " 에딘!! " 에딘의 머리에서 흐르는 피가 이리아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어 갔다. 이대로 두면 죽는다. 이리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에딘의 머리를 지혈하기 위해 천을 찾았다. 하 지만 적당히 쓸 만한 천은 보이지 않았다. 옷을 찢어서 만들 수도 있었으나 상처가 머리에 있었으므로 깨끗한 것으로 써야 했다. " ....어머니.. 마스터... " ' 할 수 없어...이 상태라면... ' 이리아는 에딘이 게슴츠레 눈을 뜨는 것을 보고 즉시 웃옷을 벗었다. 그리 고 가슴을 감고 있던 천을 풀었다. 그것은 상당히 비싼 천으로 구하기가 까 다로운 것이었으나 이리아는 망설이지 않았다. 멀리 흙먼지가 날리며 쫓아오 고 있는 황색 갑옷의 기사들이 보였지만 이제 말을 달릴 수도 없었으므로 이 리아는 에딘의 머리에 그것을 두르며 입술을 깨물었다. 끝.. 분명히 이곳에 서 잡히면 마법사인 에딘은 몰라도 자신은 즉결형이었다. ' 힘만 있었으면... ' 무력함이 증오스러웠다. 에딘의 몸을 업고서라도 말을 달릴 수 없는 상황 이 안타까웠다. 그런데 에딘은 간신히 이리아의 얼굴을 쫓으며 입을 열었다. " 왜 옷을 벗고 그래요.. " 에딘은 가물가물한 의식 속에 이리아가 미소짓고 있다고 생각하며 오른손 을 들어 곁에 있던 이리아의 옷을 집었다. 빠르게 움직이며 한 손으로 말고 삐를 잡은 덕에 벗겨진 피부가 따가웠지만 에딘은 그것을 이리아에게 건네주 고는 미소지었다. " 걱정 말아요.. 우리를 도와주러 오고 있어요... " 에딘은 멀리 흙먼지가 날리는 것을 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제 움직일 힘이 없었다. 이리아에게 옷을 건네 준 것은 있는 힘을 전부 끌어낸 것이었 다. " 저건 너를 잡으러 오는 기사들이야. " 이리아는 에딘의 말에 그렇게 대답하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하지만 에딘은 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 " ..아니요... 도와주러 오고 있어요.. 당신과..저를 위해... " 에딘은 거기까지 말하며 힘을 잃고 손을 떨어트렸다. 이리아는 에딘의 말 이 믿고 싶었지만 눈앞에 다가 오고 있는 흙먼지의 주인은 황색 갑옷의 기사 들이었으므로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와 함께 이리아의 귀청을 때리 는 공기의 진동이 일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파직 거리는 소리가 머리 위를 지나갔다. 그 다음 굉음이 멀리까지 퍼져나가며 비명 소리가 들려 왔다. 이리아는 깜짝 놀라 눈을 뜨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리아가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검은 색 망토를 걸치고 백마를 타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하지만 남자의 등뒤에서 내리쬐고 있는 햇 빛에 남자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리아는 조심스레 물었다. " 당신은 누구죠? " 그러자 남자는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 써클 5 마스터 마도사, 라우디. 흔히 래디라고도 하는 사람이자 네 곁에 있는 그 녀석의 스승이지. " 자색안(紫色眼)의 라우디. 그는 말에서 내리며 이리아에게 망토를 벗어 주 었다. 그리고 에딘을 가볍게 안아들었다. " 에딘이 실수를 한 모양이군. 사과를 받아 주겠나? " " ...에딘은 괜찮은 건가요? " " 다시 마법을 쓰며 너와 지낼 수 있을 거다. 좋은 아이지... " 라우디는 이리아가 에딘에게만 신경이 집중되어 있음을 알고는 무거운 미 소를 띠며 이리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 다음 도시까지 같이 가겠나? 그 때까지는 보호해 주겠다. " 로라시아 력 777년 7월 28일. 케라인의 도시 치안대는 21일, 케라인에 마법사가 나타나 성문을 소멸시키 고 홀레이텐 200명을 죽였다는 보고를 제스트 상부에 올렸다. 한동안 마법사 파문이 있던 때였기에 그 보고는 상부를 크게 동요시켜 즉시 국정 마도사를 파견하려는 움직임까지 일으키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국정 마도사를 파 견하기 직전, 제스트 서쪽에 위치한 도시, 펠레인이 갑작스레 이노네스의 침 입을 받으며 상당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그대로 다른 일들에 자연스럽게 묻히게 되었고, 마법사에 대한 일은 영원히 대두되는 일이 없었 다. 그래서 제스트 역사 속에는 그들의 이름이 없었다. 당대 최고의 마법사, 라우디. 극한 상황을 극복하고 여러 나라에 영향을 끼친 마법사, 에딘. 그리고 모든 일의 시작이었던 이리아. 훗날, 그들의 자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은... < 1장 終 > -+-+-+-+-+-+-+-+-+-+-+-+-+-+-+-+-+-+- [ 이리아...에딘...라우디... ] 라우디라...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이름인데... --; 이로서 1장이 끝났군요. 전 10화... 조금 많은 듯... 음...현재까지 일단 이리아는 에딘과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에딘 녀석....끝까지 출연할 것 같군요. 아참, <이리아> 내에서 장은 챕터의 개념과 같습니다. 그럼, 다음편에 뵈요~~~ - Ipria Ps. 주인공은 이리아. 주연급은 에딘과 4장에서 나오는 기사.(힌트는 이번 편 안에 있습니다. 찾아 보세요~ ^^) 또 하나의 주인공은 라우디. 이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에딘이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될 지 도..^^; (어린게 좋으니...;;) Ps2. 이 글의 1장의 목적은 '이리아는 누구인가?'와 '이리아는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란 테마로 써 봤는데.. 전혀 그런 질문을 떠올리지 못하 셨죠..? ==; Ps3. ...재미 없나요? 갑작스레 자기 회의가 느껴집니다... 뭔가 해보려고 썼는데 반응은 별로고.... 『SF & FANTASY (go SF)』 48704번 제 목:<이리아> ▣ 2. 엇갈린 인연 ▣ -12-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12 01:06 읽음:421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 속에 잊혀진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2장. 엇갈렸던 인연...엇갈리는 인연...엇갈릴 인연... <12> ----------------------------------------------------------------------- 로라시아 력 777년 8월 1일. 이리아는 에딘의 말을 타고, 라우디는 에딘을 말에 얹힌 채 곁에서 걸으며 천천히 제스트 극서 도시, 펠레인으로 향하고 있었다. 에딘이 삼 일째 정신 을 차리지 못했기 때문에 길어진 여정이 되었지만 이리아도 라우디도 아무말 을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밤이 찾아와 라우디는 근처의 공터에 말을 묶 고, 에딘과 이리아는 공터에 앉을 때에도 침묵만이 감돌고 있었다.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에 아무말도 하지 않는 듯 하게 보였으나 이리 아는 속으로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삼일간, 라우디는 에딘을 짐처럼 생각할 뿐이었지, 치료술을 행하지도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리아가 걱정스레 에딘의 상태를 물어도 라우디는 냉정하게 괜찮다고 할뿐, 제대로 상처를 살펴보지도 않았다. 실제로 에딘의 머리의 상처는 미약한 것이어서 이리아가 묶어 준 천은 약 간의 피를 머금은 채, 이제는 핏자국이 되어 에딘의 머리에 감겨 있었으나, 에딘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 에딘... " 이리아는 무거운 침묵에 한숨을 쉬며 잠들어 있는 에딘의 곁에 앉았다. 어 째서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 이제 살던 집으로는 두 번 다시 돌아가지 못 할 것이다. 아침마다 농담을 건네던 테인 또한 앞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리아는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던 나날을 보낸 케라인을 떠났다는 사실에 약간 우울했다. 에딘과 라우디는 마법사..그리고 도망자... 계속 같이 다닐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지 생각하던 중, 이리아는 문득 고요히 잠든 에딘 의 얼굴이 약간 지저분 한 것 같아 살짝 손을 들어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주려고 했다. 잠들은 에딘의 얼굴은 귀여웠다. 하지만 그 때 라우디의 묵직 한 목소리가 이리아의 손을 막았다. " 그런 녀석...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지... " " 이해할 수 없습니다. 래디...아니, 라우디. 당신의 제자가 아닙니까? " 이리아는 라우디에게 화를 내고 싶었지만 그가 굉장한 마법사란 것과, 에 딘의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란 것 때문에 경어를 썼다. 그러나 마 음은 평어를 쓰며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공손한 태도로 라우디에게 인사하 던 에딘이 계속 머리속에 떠올랐다. " 제자...그렇지, 제자. 그렇기에 그렇게 내버려두는 것이다. " ' ..라우디... 어째서 평소와 다르게.... ' 이리아는 그런 생각을 하며 라우디의 눈동자를 노려보았다. 라우디의 행동 은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삼 일 동안 신음 소리를 내며 깨어나 지 못하는 에딘을 가만히 보기만 할뿐, 아무말도 하지 않는 라우디의 눈동자 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결국 이리아는 양손을 깍지껴 뒷머리에 얹고는 그대로 뒤로 누우며 아무말 도 하지 않았다. 날씨는 쌀쌀해져 있었지만 그럭저럭 견딜 만 했다. 밤하늘 의 별들이 부드럽게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으나 이리아는 애 써 그것을 무시하며 눈을 감았다. 가슴이 허전하단 느낌은 이제 들지 않았다. 에딘에게 그 천을 주며 잊었는지도 모른다. 남자로써 보이기 위해 노력했 던 것들을... 일부러 걸걸하게 바꾸려고 했던 목소리는 제법 여자답게 변해 있었다. 거칠면서 퉁명스러운 듯한 말투는 변하지 않았지만 이리아는 변하고 있었다. 이리아는 에딘의 고운 숨소리와 반대편에서 누워 있을 라우디의 규 칙적인 숨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 나는...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에딘...라우디..왜 이들과 같이 다니는 거지.. 하지만 이 안도감은...마음을 놓고 있을 수 있는 이 안도 감은...뭐지! ' =-=-=-=-=-=-=-=-=-=-=-=-=-=-=-=-=-=-= " 주제 넘는 짓은 함부로 하지 마라.. " " 알고 있습니다...마스터. " " 남는 것은 육체의 부담..정신의 손상..뿐.. " " 하지만 왜 마스터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이죠?! " " 그녀를 위해... 영원히 잊지 못할 약속.. 그것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렸다. 역시 내 곁에 있게 했어야 했어.. 명심해라..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언제나 항상 곁에 두어라.. " =-=-=-=-=-=-=-=-=-=-=-=-=-=-=-=-=-=-= " ....깨어..난...건가....요... " 에딘은 눈을 뜨며 허공을 향해 말했다.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듯.. 몸이 무겁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에딘은 애써 몸을 일으켰다. 속이 메 스꺼워 모든 것을 토해 낼 듯한 기분이었다. 머리 속이 위잉 울렸다. 오른손 의 상처가 움직임과 함께 조금 터지며 약간의 고통을 주었다. 하지만 에딘은 그것을 볼 생각도 하지 않고, 머리에 감긴 천을 풀어 보며 미소지었다. 그 모습은 실성한 사람 마냥 보일 듯 했지만 에딘은 피가 굳어 떨어진 핏 자국을 보며 미소지었다. " 깨어났느냐..에딘. " " ...예. " 에딘은 라우디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가까워지고 있는 발소리로 알고는 천을 가지런히 접어 이마에 대며 머리에 묶었다. 상당한 긴 천이었기 때문에 네 번을 감고도 어깨까지 내려올 정도였다. 하지만 에딘은 그 천의 끝을 가 만히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내가 어떻게 할 줄은 알고 있겠지.. " " 예. " 이번 일은 잘못한 것이다. 에딘은 스스로 그것을 인정하며 똑바로 서서 라우디를 바라보았다. 라우디 의 보랏빛 눈동자가 매섭게 느껴지기도 했으나 에딘은 끝까지 그의 눈을 피 하지 않았다. 곧 라우디의 왼손이 들려지고 비스듬하게 오른뺨을 노리고 쳐 와도 에딘은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에딘의 몸은 라우디의 주먹이 뺨을 가격함과 함께 퍽, 하는 소리를 내며 뒤로 쓰러졌다. 그것은 한 대만으로도 입안에서 피맛이 날 정도로 강한 주먹이었으나 에딘은 다시 일어섰다. 이것은 이미 각오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목숨을 거는 것에 비한다면 사소한 일이었다. " 난 주제를 알라고 가르쳤다. " 또다시 라우디의 주먹은 비스듬하게 에딘의 턱을 쳤고, 에딘은 이를 악물 며 그것을 견뎌 냈다. 아니, 견딜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심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이 정도는 이미 많이 겪어 보았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 때, 이 리아의 손이 라우디의 어깨를 강하게 잡았다. 이리아의 붉은 눈동자가 더욱 붉어 보였다. " 라우디..이제 막 깨어난 사람에게 무슨 짓이지... " " 비켜라.. 이리아. 나와 에딘과의 문제다. 끼어들면...죽인다. " 순간 라우디는 얼굴을 굳히며 싸늘한 눈빛으로 이리아를 돌아 보았다. 검 은 색 망토를 지나 이리아에게 꽂히는 그 눈빛은 마치 맹수가 사냥감을 노려 보는 듯한 살기가 있었다. 이리아는 라우디의 눈빛에 다리에서 힘이 빠져 나 가는 것을 느끼며, 동시에 자신의 손이 잡고 있는 라우디의 어깨가 매우 차 갑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도저히 살아 있는 인간의 체온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었다. 이리아는 반사적으로 라우디의 몸에서 손을 떼며 뒤로 물러나 게 되었다. 지금 라우디의 모습은 지금까지 알고 지냈던 라우디가 아니었다. 약간 무 거운 어조이면서 가식적이라고 생각해도 약간 다정함이 배어 있던 목소리와 표정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더구나 라우디의 몸은 에딘의 억누르는 듯 하 게 보였다. 그것은 순수한 위압감이 아니었다. 분노. 그것은 분노였다. 하지 만 이리아는 왜 라우디가 분노하고 있는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 여자 하나 때문에.. 그런 일을 한 건가? 에딘... " " ...어쩔 수가 없었- " 에딘은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라우디는 이리아가 보란 듯이 주먹 대신 손 바닥으로 에딘의 뺨을 쳤다. 에딘의 얼굴에는 붉게 손바닥 자국이 나려고 했 으나 그것은 주먹에 맞았던 붓기에 가려졌다. 라우디는 나지막하게 물었다. " 다시 묻는다.. 왜 그랬지? " 이미 에딘의 입술 사이로는 한 줄기 선혈이 흐르고 있었지만 둘 다 그것에 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에딘은 잠시 라우디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 이리아를 끌어들인 것은... 제 실수 였습니다. 하지만 전 그 때 제가 해 야할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스터... 이리아와 헤로딘까지 가겠습니 다. 잠시 동안 같이 다니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이대로 이리아 혼자 보낼 생각은.. 아니겠지요? 이리아는 피해자 입니다. " " ....... " 분명히 질문과 상관 없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라우디는 에딘의 대답에 잠 시 눈을 감고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이미 에딘은 라우디의 질문을 한 단계 넘어 대답한 것이었다. 이리아에 대한 결정...지금까지 이런 일은 처음이었 기에 난감한 상태였다. " 쫓아오던 기사들은 이미 모두 죽였다. 에딘..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은 없 도록 해라. 다른 사람을 위해 마법을 쓰는 짓은 어리석은 일이다. " 순간, 이리아는 '무슨 소리입니까!!!'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 마법을 쓰는 것... 그것이 어리석다는 말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남을 돕는 일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해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마법의 힘을 지닌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마법을 쓰지 말라는 것은.. 어딘가 모순 된 듯한 말처럼 들렸다. 하지만 뒤이은 라우디의 말은 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지 납득하게 해주었다. " 마법사란... 세상의 저주를..사람들의 저주를 받는 사람이다. " " 알고...있습니다. " 세상의 저주를 받은 사람. 마법사가 왜 사람들의 미움을 받아야 하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인간 의 한계를 뛰어넘은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배척하는 것뿐이다. 친 구로 두기엔 너무 위험한 인간. 세상을 멸망시킬 수도 있는 힘을 지니고 있 기에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은 많아도 진심으로 대해 주는 사람은 같은 마 법사들 뿐이다. 이리아는 에딘이 자신을 구해줄 때, 주점 아줌마가 했던 말이 떠올라 고개 를 떨구고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이들은 마법사인 것이다. 평범한 세상에서 살 수 없는.... " ...명심해라. 에딘... 두 번 다시 그 일이 반복되지 않게.... " 라우디는 짤막하게 말하고는 그대로 에딘을 지나쳐 나무들을 해치고 공터 를 빠져나갔다. 약간 떨어진 곳에서 말들이 울며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에딘은 라우디가 일부러 자리를 피해주는 것이라 생각하며 말했다. " 놀랬죠.. 이리아... " 에딘은 이리아가 아무말 없이 고개를 떨군 채 앉아 있는 것을 보며 천천히 이리아에게 다가왔다. 괜히 일에 말려들게 한 책임. 불안감이 들고 있었지만 그것을 무시하기 위해 에딘은 입가의 피를 손으로 닦아 내고는 이리아의 앞 에 앉으며 말했다. " 우선 펠레인에 들려 잠시 마스터의 일을 보고 그대로 헤로딘으로 갈거에 요. 그리고 이리아와는 헤로딘에서 헤어지게 될 거에요. 미안해요....이 리아. " " ...몸은 괜찮은 거야? " " 예. 무리한 감이 있긴 했지만 이제는 괜찮아요. " " 그래... " 이리아는 에딘의 대답에 작게 한숨을 쉬며 에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 느 때처럼 에딘은 미소짓고 있었다. 귀엽다고 생각되는 에딘의 눈동자는 어 두운 밤 속에 밝게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라우디에게 맞아 부어 있기는 했 지만 이리아는 에딘의 미소에 안도감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에딘은 이리 아가 자신의 얼굴을 계속 바라보고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 " 화났어요? " " 아니.. 깨어나서 다행이야.. 머리를 다쳐서 걱정했어.. " " 훗..이리아가 제 걱정을 해준다니.. 영광인데요.. " 에딘은 밝게 웃으며 자신의 손목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리아의 말이 진담 인지, 그냥 의례적으로 말한 것인지는 몰라도 걱정해 주었다는 말이 좋았다. 곧 에딘은 망설임 없이 팔에 끼어져 있던 팔찌를 단번에 빼내었다. 그리고, 이리아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 선물이에요. 억지로 고향을 떠나게 만들고..위험한 여행에 끼여들게 만 든 사죄의 뜻으로 받아 줘요. " " 무, 무슨 소리야! " " 자... " 이리아는 갑작스레 에딘의 팔목을 잡는 것에 팔을 빼내려고 했지만 에딘의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에딘의 악력은 절대 소년의 것이 아니었다. 결국 이리아는 에딘이 자신의 팔에 팔찌를 끼우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 다. " 남자가 여자에게 주는 선물이라...고는 생각하지 말아요. 알겠죠? " " 시끄러. 난 그곳이 고향이 아니라고. 난 1년 이전 기억이 없어.. " 이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지만 팔찌를 다시 빼어 에딘에게 돌려 주지는 않았다. 선물 받는다는 기쁨. 이리아는 보석이 박힌, 비싸 보이는 팔 찌를 에딘이 무슨 의도로 그것을 주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기쁘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럴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어떤 말을 해 야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말은 한 가지 뿐이었다. " 고마워. " 이리아는 고개를 돌린 채 아무런 감정이 섞이지 않게 말했지만 에딘은 이 리아가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다고 느끼며 슬픈 미소를 흘렸다. 머리에 감 겨진, 이리아가 감아 주었던 천의 길다란 부분이 얼굴 앞으로 흘러 내려오며 아이리의 향을 풍기고 있었다. 아마 이리아가 지니고 있었기에 배었으리라. 에딘은 그 향을 맡으며 아련히 이리아의 모습에서 한 사람의 모습을 떠올 렸다. 지난 날 자신을 걱정해 주던 사람...그리고 자신의 앞에서 피를 흩날 리며 사라져 간...사람을.. < 계속 > -+-+-+-+-+-+-+-+-+-+-+-+-+-+-+-+-+-+- [ 오늘도 꿈을 꾸는 에딘.. ^^ ] 아무래도 꿈만 모아 외전을 만들어야 할 듯... ^^; 슬슬 시작할 때가 된 것 같군요. (뭘?) 2장은 펠레인에 도착하기 직전에 끝나게 될 겁니다. 다음 편에 뵙죠.. - Ipria Ps. 아시나요? (뭘? 말해! ^^;) [이리아]의 첫 문구.. 장이 변함과 함께 계속 바뀝니다. 프롤로그를 제외하고 연결해서 생각 하면 연상되는 것이 있을 겁니다.(이프의 써비스예요~ ^^) ** E: 너, 너무해요! 지난 편 복수에요?! Ip: 시끄러! 더 맞을래?!!! I: 이프!! 정말 너무 한 거 아냐! 에딘을 그렇게 만들어도 되겠어!! R: 이프...내 이미지는 어떻게 된 거지? 묵직하면서 자상한, 그 이미지는? Ip: 모두 시끄러!! 내 맘이야! 누가 나 빼놓고 놀랬어!! 다음 편도 계속이야! 헹!! 『SF & FANTASY (go SF)』 49014번 제 목:<이리아> ▣ 2. 엇갈린 인연 ▣ -13-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13 00:02 읽음:412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 속에 잊혀진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2장. 엇갈렸던 인연...엇갈리는 인연...엇갈릴 인연... <13> ----------------------------------------------------------------------- =-=-=-=-=-=-=-=-=-=-=-=-=-=-=-=-=-=-= " 써클 1. 파이어.. " [ 화락.... ] < 어머나... 굉장하구나, 마법사라니.. > " ...어머니. 그것뿐이에요? 아무렇지 않으세요? 마법을 쓰는 자는 세상을 멸망시킨다고들 하잖아요. " < 에딘... 마법사면 어떠니. 넌 내 아들인데... > " 그, 그런 게 아니라.. " < 에딘아.. 사실 너의 아버지는 마법사이셨단다. > " 예?! 아버지께서도요!! " < 나중에 자세히 말해 줄 날이 있을 거란다. 하지만 지금 말해 두고 싶은 것이 있단다. 그 분께서는 입버릇처럼 말하셨지...마법은 신이 인간에게 남긴 희망의 힘이라고... > " 희망의 힘...? " < 그 분은 너와 똑같은 분이셨단다. 내 사랑하는 아들, 에딘... 마법을 두 려워 하지 마렴.. > =-=-=-=-=-=-=-=-=-=-=-=-=-=-=-=-=-=-= " 어머니... " 에딘은 아련히 그 단어를 부르며 눈을 떴다. 따스한 햇볕 아래 평화로웠던 나날. 잘 손질되어 있던 정원.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거친 흙바닥과 나무들뿐. 그 무엇도 예전의 그곳이 아니었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그 곳. 돌아가도 이제는 아무도 없는 그곳. 에딘은 자욱하게 끼어 있는 안개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 훗... 오늘은 그 때인가... 처음..그리고 내가 이렇게 된 계기... " 저주받은 힘. 어머니는 희망의 힘이라고는 했지만 절대 그것을 믿을 수 없었다. 마스터, 라우디의 말대로 마법사란 세상의 저주를 받는 사람일뿐이었다. 그것을 경험 하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왜 마법사가 저주를 받는 사람인지..마법이 왜 저 주받은 힘인지... " 그런데.... 이 안개는?? " 에딘은 자욱하게 끼어 있는 안개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호수 도 가까이 하지 않은 숲 속에 갑자기 이렇게 안개가 끼는 경우는 거의 없었 다. 하지만 누군가 인위적으로 안개를 끼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에딘의 지식내 마법 중에는 이렇게 안개를 일으키는 마법은 없었다. 결국 에 딘은 주위를 둘러 보며 라우디를 불렀다. 이럴 때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은 라우디 뿐이었다. " 마스터!! " " 시끄럽다. 괜히 소란 피우지 마라. 그냥 이리아와 먼저 출발해라. 난 할 일이 있다. 무슨 소리인지 알겠지? " 어느 새 라우디는 에딘의 곁에 다가와 에딘의 어깨를 잡으며 에딘의 눈동 자를 응시하며 말했다. 라우디의 분위기는 어제 일이 거짓말이란 것처럼 부 드러워져 있었다. 에딘은 잠시 주저하다가 대답했다. " 하, 하지만... " " 내 말은 네게 맡긴다. " ' 이리아와 이곳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라... ' 라우디의 입에서 나오는 말과 별개로 라우디의 눈은 에딘에게 그렇게 말하 고 있었다. 에딘은 라우디의 행동이 의외였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 다. 지금까지 라우디가 먼저 가라고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자신이 모 르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아니, 이리아에게 작별 인사를 하라고 한 것부터 라우디는 그 때까지와 다른 행동을 한 것이었다. 라우디는 에딘이 고개를 끄덕이자 에딘의 등을 토닥여 주고는 망토를 걸쳤 다. 검정색 망토가 안개를 가르며 라우디의 뒷모습을 가려 주었다. 라우디는 그대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금새 라우디의 모습은 뿌연 안개 사이로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 에딘은 그 모습을 잠시 보고 있다가 어젯밤 이리 아가 누워 있던 곳을 향했다. 왠지 안개가 꺼림칙한 기분을 주고 있었다. 마 치 5년 전 그날, 피가 흩날리던 때처럼.... 코를 간질이는 머리띠의 끝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가 쓴웃음을 짓게 만들려고 했다. ' 머리띠...아이리 때문이겠죠? ' " 이리아, 일어나요. " " 이미 일어 나 있어.. " 에딘은 이리아를 깨우려고 했으나, 이리아는 이미 원인 불명의 안개가 낄 무렵부터 깨어 있었다. 매스꺼움을 남기는, 묘한 기운이 느껴지는 안개에 도 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 가죠. 말은 제가 가져올게요. " " 정말 라우디를 놔두고 갈 생각이야? " 이해가 안됐다. 지금까지 에딘은 라우디에게 공손했다. 아무리 라우디가 먼저 가라고 해도 이런 안개 속에서는 라우디를 기다려야만 했다. 말까지 가지고 간다는 것은, 버리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 일이었다. " ....말을 가져올게요. " 하지만 에딘은 이리아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말이 있던 곳을 향해 걸어 가 버렸고, 이리아는 얼굴을 굳히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어젯밤 일도 제대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에딘은 깨어나자마자 라우디에게 맞았다. 그것은 분명히 성에서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맞은 것이 아니었다. 여자. 자신을 지칭한 라우디의 말이 신경 쓰였다. " 도대체 당신 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이리아는 그런 질문을 에딘이 사라진 안개를 향해 해보았다. 그렇지만 대 답이 돌아 올 리는 없었다. 잠깐 동안의 시간이 흐르자 말발굽 소리가 다가 왔다. 이리아는 그 소리를 들으며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하지만 주 머니에 들어가던 손은 무엇인가에 걸리게 되었고, 이리아는 손을 들어보았다. 손목에는 어제 에딘이 주었던 팔찌가 끼어져 있었다. 평범해 보이던 그 팔찌는 이상하게 보석이 빛난다는 느낌을 주었다. 안개 때문에 햇빛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이리아는 보석에서 미약한 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팔찌 자체는 평범한 것이었으나 보석만큼은 평범하지 않은 듯 했다. 에딘은 보석을 볼 줄 모르는 불량배들에게 가짜라고 속였지만 확실히 가짜는 아니었다. " 지난번에 준 장갑은 가지고 있죠? 제 말을 타요. 순해서 이리아라도 몰 수 있을 거예요. " 에딘은 자신의 흑마 말고삐를 이리아에게 넘기며 이리아의 손목을 바라보 았다. 그리고 밝은 미소와 함께 이리아가 말에 오르는 것을 도와주었다. 이 리아는 말에 타는 것이 이번이 단 두 번째의 일이었지만 능숙하게 말고삐를 잡고 안정되게 안장에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이리아가 말에 타자 에딘도 말에 타고는 먼저 앞장 서서 느린 속도로 말을 걷게 했다. 자욱한 안개 때문에 빨리 달릴 수 없었고, 이리아가 따라오는 속 도를 생각해서였다. 이런 곳에서 길을 잃게 되면, 전혀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가고 있는 길에는 큰 굴곡이 없었기 때문에 에딘은 앞만을 향해 천천히 말을 몰면 됐다. 이리아는 리듬감 있게 움직이는 말 위에서 잠 시 에딘의 등을 바라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 에딘.. 어제 왜 라우디는 그렇게 화를 낸 거지? " " ....글쎄요.. 제가 제 주제을 모르고 마법을 써서 일거예요. " 에딘은 대답하기 곤란했지만 대답을 하지 않을 수는 없어 말을 돌려 대답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고 개를 젓고 미소 짓는 것으로 대답을 피했겠지만 오늘만큼은, 이리아에게만큼 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 에딘의 주제...? " " ..마법은 써클이란 단어로 등급이 올라가죠. 대게 높은 써클일수록 강력 한 마법이에요. 저는 써클 2, 마스터. 즉 써클 2의 마법을 모두 익힌 사 람입니다. 하지만 성문을 파괴할 때 쓴 마법은 써클 3. 제 자신의 능력 을 벗어난 마법이었어요. 그래서 마스터는 화를 낸 겁니다. 낮은 등급끼 리의 차는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심하거든요. " 이리아가 에딘의 말 중에 알아 들 수 있는 내용은 단 두 가지였다. 에딘은 성문을 부수기 위해 능력을 벗어난 마법을 썼고, 그 마법 때문에 죽을 수도 있었다...란 것이었다. 왜 그런 일을 해야 했는지는.. 뻔했다. " 그래... " 이리아는 말끝을 흐리며 묵묵히 말을 몰았다. 그 일의 원인은 분명히 자기 자신이었다. 하지만 그대로 조용히 있기는 너무 어색해 이리아는 먼저 말을 꺼냈다. " 그런데 지금 라우디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거지? 평범한 스승과 제자 같 지는...않은데. " 에딘은 그 말에 위화감 없이 머물고 있는 얼굴의 미소와 별개로 눈가에 희 미한 미소를 지었다. " 그냥 제 얘기를 할 게요. 마스터와 저는....... " =-=-=-=-=-=-=-=-=-=-=-=-=-=-=-=-=-=-= " .....당신인가... " " 알고 있었군요. " 라우디는 나무들 사이를 헤치고 빠르게 숲으로 들어가던 중, 갑작스레 발 걸음을 멈추고는 커다란 나무를 노려보았다. 보랏빛 눈빛이 나무를 쪼갤 듯 이 일렁였다. 그리고 라우디의 몸에서는 서서히 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흔하지 않으니까. " " 그런가요.. " 곧이어 라우디가 노려보고 있던 나무 뒤에서는 금발의 여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위로 틀어 올린 금발이 라우디의 시야에 들어옴과 함께 주변에서는 안개가 서서히 사라져 갔다. 그녀는 속이 살짝 비치는 얇은 드레스 차림으로 라우디를 향해 빠르게 걸어 왔다. 하지만 라우디는 그녀를 향해 주먹을 뻗으 며 말했다. " 다가오지마. " " ...제 실수... 때문인가요.. 라우디. 아직도 잊지 못했나요.. " " 실수? " 라우디는 그녀의 말에 주먹을 세게 쥐며 입술을 깨물었다. 곧 손가락에 끼 어진 반지가 붉게 빛나며 주먹에서는 파직 소리와 함께 흰색 스파크가 일었 다. 그러나 그녀는 촉촉이 젖은 붉은 눈동자로 라우디를 바라볼 뿐이었다. 라우디의 살기 어린 눈빛은 그녀의 몸에 닿지 못했다. " 아직도... 전 당신을 사랑해요. 그 땐 그 사람이 오해했던 것이에요. " " 닥쳐.. " 라우디의 살기 넘치는 말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라우디에게 다가오며 팔을 펼쳤다. 흰색 드레스가 하늘거리며 라우디의 몸을 감싸려고 했다. 라우디는 즉시 드레스 자락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 파팟.. ] 새하얀 스파크가 튀며 라우디를 안으려던 여인의 팔 부분의 옷은 새카맣게 타 버렸지만 둘은 서로의 팔이 교차된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타 버린 드레 스 조각이 부서져 내리며 백옥처럼 흰 피부가 라우디의 팔에 닿았다. 라우디는 여인의 붉은 눈동자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용서할 수 없어... 아버지를.. 내 앞에서 내 아버지를 죽인 당신을... " =-=-=-=-=-=-=-=-=-=-=-=-=-=-=-=-=-=-= " 아버지요? " 에딘은 이리아의 되물음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까지 말했던 내용 중 이리아가 지적 한대로 라우디와 어머니의 관계만이 있었지, 라우디와 아 버지의 관계는 전혀 없었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들 었으니 아버지와도 알고 지낸 사이였을 것이다. " 음...모르겠어요. 굉장한 마법사였다는 것밖에는.. 그러고 보니 마스터 에게 저도 묻지 않았어요. 이야기의 대부분은 마스터가 심심할 때 하시 는 것들이거든요. " 에딘은 그렇게 말하며 말의 속도를 늦춰 이리아의 곁으로 갔다. 시간이 흐 를수록 안개가 엷어져 가고 있어 이리아와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 하지만.. 마스터는 제게 아버지 같은 분이세요. 소중한 분이죠. 그렇기 에 그분의 뜻을 따르는 것입니다. 마스터의 말 중 틀린 말은 단 하나도 없었어요. " " 그래.. 의지할 만한 사람.. 부모님에 대한 기억... 좋은 것이지.. " 이리아는 한숨을 쉬며 에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묶어 줬던 천을 계속 머리띠로 하고 있는 것이 신경 쓰이기는 했지 만 언제나 감도는 미소를 다시 마주하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 에 에딘의 미소 뒤에서 또다시 슬픔이 느껴지는 것 같아 이리아는 고개를 흔 들었다. 흡사 에딘의 미소가 깊은 슬픔을 감추기 위해, 솔직한 감정을 감추 기 위해 언제나 얼굴에 만들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 내 과거는.. 내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을까.. " ' 알 수...있는 것일까.. 마치 이대로 있는다면... ' 이리아는 에딘의 얼굴을 보면서 왜...란 질문과 함께 자신의 과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에딘의 과거를 듣고 있다 보니 자신의 과거도 궁금했다. 단 하나의 기억의 단편도 남지 않았기에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에딘은 이리아 에게서 시선을 떼고는 고개를 숙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 어머니에 대한 기억... 없는 것이 훨씬 나을지도 몰라요.... " < 계속 > -+-+-+-+-+-+-+-+-+-+-+-+-+-+-+-+-+-+- [ 재미가 없나봐.... T.T ] ** I: 마지막의 에딘의 말.. 무슨 뜻이지? Ip: 몰러. E: 왜 중간의 이야기는 빼먹은 거죠?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Ip: 몰러. I: 도대체 뭐가 불만이야!!! Ip: 몰러. [ 퍽..빡- 푸각.. 사락.. 화륵.. ] Ip: 마, 말 안해...으앙~~~~ T.T 『SF & FANTASY (go SF)』 49199번 제 목:<이리아> ▣ 2. 엇갈린 인연 ▣ -14-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14 00:24 읽음:405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 속에 잊혀진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2장. 엇갈렸던 인연...엇갈리는 인연...엇갈릴 인연... <14> ----------------------------------------------------------------------- =-=-=-=-=-=-=-=-=-=-=-=-=-=-=-=-=-=-= " 그 동안 계속 당신을 잊지 못했어요.. " " 훗. 그래서? 내가 당신을 사랑하길 바라는 것인가? " 라우디는 여인의 시선을 외면하며 주먹에 감돌고 있던 힘을 사라지게 했다. 여인은 라우디의 그런 행동에 가만히 양팔로 가슴을 감싸며 고개를 떨구었 고, 둘은 잠시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유지했다. 어색함이 다시 돌려 고 했다. 하지만 곧 라우디가 먼저 말을 꺼냈다. " 그 때 내 나이..5살.. 내게는 엄청난 일이었지.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 을 것 같던 아버지가 내 앞에서 그렇게 돌아가실 줄은 상상도 못했었거 든. " " 그만해요.. " " 그만 안하면.. 나도 죽일 것인가? 그 때 아버지처럼? " 라우디는 여인의 팔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슬픔 이 어려 있었다. 여인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며 라우디를 똑바로 바라보았 다. 촉촉이 젖어 있던 눈동자가 또렷하게 빛나고 있었다. " 마음만 먹으면.. 라우디, 당신을 힘으로 가질 수는 있죠..제 힘이라면.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잖아요? 왜 제가 그 날부터 그 곳을 떠났는지도... 알고 있잖아요? " " 파멸의 힘을 가진 자의 최정점에 있는 자.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존재. 써클 7의 마스터... 하지만.. " 라우디는 자신의 손가락에 끼어져 있는 반지를 빼내어 그것을 그녀의 시선 끝에 맞추었다. 여인은 그것을 보며 자신의 손을 들었다. 그녀의 손가락에도 라우디의 반지와 똑같은 반지가 끼어져 있었다. " 내가 그 힘을 알게 된 것도 당신 덕이지.. 후.. 19년 전과 변함없는 외 모.. 변함 없는 목소리.. 변함 없는 성격.. " " ...당신의 아버지도.. 나와 같은 존재 였어요. 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동생도.. " " 잊었어. 아니, 잊고 싶어. 반지의 구속을 풀고..당신과 싸우는 한이 있 더라도. " 여인은 라우디의 눈을 잠시 바라보고 있다가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그것 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라우디는 몰랐지만 여인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여인은 곧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눈가의 물기를 닦아 내며 말했다. " 당신은 모르고 있어요. 그 때 제 나이 20세. 왜 15년이나 어렸던 당신을 좋아했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사랑하고 있는지. " " 그래. 난 몰라. 하지만 알고 싶지도 않아.. " 라우디는 고개를 숙이며 몸을 돌렸다. 라우디의 눈은 지긋이 감기며 잠시 아련한 옛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19년이나 흘러가 버린 과거. 영원히 잊 지 못할 일 중 하나가 되어 버린 가장 오래된 일. 그리고, 그 뒤로 알게 된 출생의 비밀과 죽을 때까지 얽혀져 있는 숙명. 모든 것은 바로 등뒤에 있는 여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 나답지 않게 말이 많았군.. 아니,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 과 그녀밖에도 없지.. " " ...지금 여행 중인 이유... 그녀를 찾기 위해서 인가요? " " 그래. 내 유일한 사랑... 훗. " 라우디는 자신이 한 말이 우스워 짧게 웃었다. 유일한 사랑.. 그것을 느낀 것은 바로 19년 전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해, 바로 그 날 아침에 했던 약속. 어쩌면 아버지의 죽음은 예정되어 있던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5살이 란 어린 나이의 사랑. 그리고 그에 얽힌 또다른 숙명.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인은 라우디의 어깨가 힘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을 보며 말을 이었다. 라우디를 떠나 보내기 싫은 듯이... " 라우디. 그 얘기는 들었어요. 당신 어머니의 죽음. 좋은 분이셨는데.. " " 좋은 분.. 좋은 분이셨지.. 피에 절은 내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 주 시고 한 사람의 남자로서 대해 준, 이 세상의 가장 훌륭한 어머니셨지. " 아이리의 향기가 잘 어울리던 가장 훌륭한 어머니... =-=-=-=-=-=-=-=-=-=-=-=-=-=-=-=-=-=-= 이리아는 또다시 안개가 짙어지는 것을 느끼고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의 속 도를 늦추었다. 곁에 있던 에딘은 아직 느끼지 못했지만 이리아는 점점 속이 메스꺼워져 갔다. 그 이유는 알 수가 없었지만 안개와 관련된 일음은 틀림없 는 사실이었다. " 안색이 안 좋아요. 잠시 쉬었다 갈까요? " " ...아니. 이대로 천천히 가. " 말에서 내렸다가는 속을 게워 낼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쓰러져 잠시 못 일어 날 것 같았다. 이리아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살짝 자신의 뺨을 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 그렇게 하면 더 좋지 않아요. " 에딘은 이리아가 고개를 흔들자 즉시 수건을 꺼내 수통의 물로 수건을 적 시고는 이리아의 어깨를 잡고서 이마에 대주었고, 이리아는 아무말 없이 그 수건을 붙잡았다. 머리를 차갑게 해주는 물수건에 그럭저럭 기분은 나아지는 듯 했지만 속이 메스꺼운 것은 변함없었다. 하지만 미약한 주변의 변화에 민감한 말이 아무렇지 않게 가만히 있는 것 이 이상했다. 이미 이런 일을 여러 번 겪었던 것처럼 묵묵히 걷는 말의 움직 임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 이런 경험은 처음이야. 체한 것도 아닌데... " " 미안해요. 일에 휘말리게 만들어서.. " " 아니. 난 언제나 도움을 받기만 하고 있어.. 내가 미안하지. " 이리아는 매번 에딘의 도움을 받는 것에 기분이 나빴다. 여자이기 때문에? 에딘이 손님의 입장이었을 때나, 자신이 손님이 입장이 되었을 때나 모든 일 은 에딘이 알아서 했다. 마치 여자는 남자가 지켜 줘야 한다는 고정 관념처 럼... 에딘은 이리아의 머리와 옷차림은 다정한 눈빛으로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 이리아는 언제부터 남장을 하고 다녔던 거예요? " " 10개월 전부터. 무심코 자른 머리 때문에 남자아이로 오해받고 난 뒤로 는 모든 일이 쉽게 풀렸거든. " " 하핫! 그런 거였어요..? " 에딘은 밝게 웃었다. 무엇이 우스운 것일까? 이리아는 물수건은 뒤집어 이 마에 대며 에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의 슬픈 듯한 미소와 달리 정 말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밝은 미소가 얼굴에 감돌고 있었다. " 전 또 남자가 되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았어요.. 가끔씩 있잖아요? " " ...시끄러. " 이리아는 퉁명스레 대답했지만 에딘이 밝게 웃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 여자인 쪽이...훨씬 잘 어울려요. 목소리도 곱고... " " 재수 없으면 노예로 팔리기 쉽지. " 이미 여러 번 겪어 본 일이다. 여자가 아닌 이상, 혼자 살아 보지 않은 이 상, 에딘은 모른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야릇한 눈빛과 괜히 다가오는 사람들. 에딘은 이리아의 대답에 자신이 실수를 했음을 알고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 다. " 괜한 이야기를 한 모양이에요.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요. " " 상관없어. " ' 듣기 싫은 말은 아니었으니까... ' 처음 에딘과 만났을 때, 에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예쁘게 생겼다.. 사 심 없이 그렇게 말한 사람은 에딘이 처음이었고, 지금처럼 원래 자신의 목소 리를 칭찬해 준 사람도 에딘이 처음이다. 순진, 순수해서 일까? 이리아는 문득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에딘이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집에서 재우던 날, 확인해 봤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에딘이 그런 짓을 했 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 그런데, 내가 여자라는 것은 어떻게 알았지? " " 훗-! 궁금해요? " 그런데 에딘은 짧게 웃으며 안개가 자욱한 허공을 바라보았다. 또다시 머 리띠가 흔들리며 엷은 아이리의 향기를 풍겨 왔다. 그 머리띠는 절대로 버릴 수 없으리라. 죽을 때까지... " 아이리의 향기.. 그것은 여자에게서만 나는 향기예요. 십년 이상 아이리 와 함께 했던 여자의 몸에 배어 있는 영원한 향기.. " ' 그리고...어머니의.... ' 이리아는 즉시 팔을 들어 향기가 나는지 맡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곳에 서 나는 향기는 전혀 없었다. 무취.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심지어 땀 냄새도 나지 않았다. 에딘은 이리아의 그런 행동에 손을 뻗어 이리아의 이마 에서 수건을 거두어 가며 말했다. " 자신은 몰라요.. 하지만 피부에서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을 거예요. 땀 냄새까지도... 이리아..헤어지기 전에 이리아의 여자다운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 " ....싫어. " 에딘이 무슨 생각으로 말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절대로 그것만큼은 할 수 없었다. 거치적거리는 치마와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 그리고 머리 손 질까지 하며 치렁치렁 귀금속을 다는 행위는 절대 성격상 할 수 없었다. 물 론 그렇게 할 돈도 없거니와. " 그럼 어쩔 수 없죠. 억지로 하게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 이리아는 에딘의 대답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동시에 이리아는 지금 자신이 무엇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에딘에게 완 전히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과거와 여자란 것을 가지고... 상당 기간 알고 지냈던 테인 조차 자신의 거부감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을, 에딘은 아주 친근하게 묻고 있 었다. " 이제 그만...해.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니까. "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매번 에딘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 이에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 었던 일이 왜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 더구나 어째서 상대가 에딘인지..이 성이기 때문은 확실히 아니었다. 무엇인가가 에딘에게 솔직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열쇠가 되고 있었다. 이리아는 에딘이 손수건을 다시 물에 적시는 것을 보고는 그것을 받기 위 해 손을 뻗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와 함께 이리아는 살짝 입술을 깨물며 빠 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지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충 분히 알 수 있었다.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기운. 손끝까지 찌릿찌릿하게 만 드는 신경의 자극. 불어오는 바람 속에 섞인 묘한 향기. " 아- 미안해요. 갑자기 너무... " 그 때까지 에딘은 이리아의 변화를 모른 채, 도로 차가워진 물수건을 건네 며 또다시 사과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리아는 말고삐를 잡은 채, 인상을 굳히고 있었고 에딘은 조심스레 물었다. " 이리아? 왜 그래요? " 이리아는 즉시 말고삐를 당겨 천천히 움직이던 말을 멈추게 하며 에딘에게 말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안개 속 멀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 에딘.. 포위되었어. 검이 있으면 줬으면 하는데... " =-=-=-=-=-=-=-=-=-=-=-=-=-=-=-=-=-=-= 라우디는 그녀를 뒤로 하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주위에 희미하게 끼 어 있던 안개는 또다시 짙어져 가고 있었다. " 다시...만날 수 있겠죠..? 전.. 그곳으로 돌아가요. " " ...그런가.. 어쩔 수 없지. 당신의 모든 것이 있는 곳...이니. " 라우디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반지를 다시 손가락을 끼며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안개의 수증기를 머금어 묵직해진 망토 자락이 기운 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 그 아이가 난리 칠 거예요. 앞으로 조심하세요. 이미 저도 느꼈어요... 두 번째의 파동을.. 어제 새벽에 갑자기 잃게 되었지만..동시에 또하나 파동을 느꼈지만요.. 어쨌든 그 아이의 표적이 될 거예요. 제가 돌아감 과 함께 그 아이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블러디 나이트..정 말 피를 몰고 다니는 그 아이가... " " 자, 잠깐.. 두 번째의 파동을 잃어? " 순간 라우디는 놀란 눈이 되어 등뒤의 여인에게 묻게 되었다. 그녀는 의외 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몰랐어요? 파동의 울림이 옮겨갔어요. " " 이런... " 라우디는 짧게 신음을 내며 지긋이 눈을 감았다. 이런 일이 일어날지는 알 았지만 이렇게 빨리 일어날 줄은 몰랐다. 점점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24년 인생 중 세 번째 불길함이었다. 누군가 절친한 사람이 죽을 때의... " 후... 이만 가 볼게요. 조심하세요. 주변에 벌써 네클들이 몰려와 있으 니까요. " " 네클...? 당신의 짓인가... " 이곳에 있을 생물이 아니었다. 자신조차 없애기 까다로운, 마법사를 잡아 먹는 생물과 에딘이 만나게 된다면 승산은 없었다. 불길한 예감이 하나 둘, 형태를 갖추어 가기 시작했다. 여인은 슬픈 미소를 지으며 생각에 빠진 라우 디에게서 시선을 떼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짤막하게 말했다. " 당신에게 맡길게요. 저도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형식상..가져 올 수밖 에.. " " 하지만 에딘에게 일이 생긴다면.. 내 목숨을 버리더라도 당신과 싸우겠 어. 아디오스. " 그리고 라우디의 몸은 여인에게서 도망치듯 달리기 시작했다. 지긋이 감겨 져 있던 보랏빛 눈동자가 일렁이며 검은 색 망토 자락이 바람을 가르고 빠르 게 펄럭였다. 동시에 라우디의 손에서는 서서히 흰색 스파크가 일었다. 굳게 다물어진 라우디의 입은 일그러져 갔다. ' 무사해라.. 내가 갈 때까지.. 에딘. 이리아를 보호하겠다는 무모한 짓을 하지 않기를... ' =-=-=-=-=-=-=-=-=-=-=-=-=-=-=-=-=-=-= < 계속 > -+-+-+-+-+-+-+-+-+-+-+-+-+-+-+-+-+-+- [ 드디어 전투인가... ] 전투다- 전투다- 이리아의 첫 실전이다- =^^= 냥- 냥- - Ipria Ps1. 아디오스... 뜻은 안녕...입니다. ^^; (어느 나라 말이었지...잊었당.. 프랑스 어..인 듯 한데.. ^^;) Ps2. 매 편마다 계속 봐주시는 20여분...(정확할 듯...) 인기 없는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T.T) 『SF & FANTASY (go SF)』 49376번 제 목:<이리아> ▣ 2. 엇갈린 인연 ▣ -15-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15 00:28 읽음:405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 속에 잊혀진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2장. 엇갈렸던 인연...엇갈리는 인연...엇갈릴 인연... <15> ----------------------------------------------------------------------- 한편, 에딘은 이리아의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는 말을 멈추며 약 간 경직된 눈동자로 이리아를 보았다. 에딘의 마법사의 감각은 주위에서 어 느 생물의 움직임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포위되었다는 이리아의 말을 에 딘으로서는 믿기 어려웠다. 이리아는 에딘이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는 에딘의 곁으로 말을 몰았다. 그 리고 다시 말했다. " 검을 줘. 어서. " "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다가 올 리도 없고요. " 마법사이기 때문일까? 지금까지 지난 일년 간, 단 한 번도 동물의 습격을 받아 본적이 없었다. 아니, 벌레조차 주변에 얼씬거리지 않았던 것이다. 하 지만 이리아의 진지한 태도와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결 국 에딘은 말의 뒤에 묶인 라우디의 짐을 뒤적이며 말했다. " 검은... 마스터가 가끔 쓰는 곡도 하나가 전부인데.. " " 어서 줘! " 이리아는 신경질적으로 외치며 에딘을 쏘아보았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긴 장감과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었다. ' 어째서 이런 기분이... 잃어버린 기억...이 아니면 내 힘..인가...? ' 지금까지 사람들과 싸울 때와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장갑을 끼고 있는 손 이 땀에 절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몸은 서서히 차가워져 갔다. 가슴이 두근거리며 흥분하고 있었지만 체온은 그것과 상관없이 내려갔다. 울 렁거리던 속의 요동도 이제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정신이 또렷해지는 느낌 이었다. 마치 이 기분을 즐기듯... " 여기요. 조심해요.. " 에딘은 날의 넓이가 손가락 두 마디 정도로 가늘게 만들어진 곡도를 안장 뒤에 묶인 보따리에서 꺼내어 이리아에게 건냈다. 검의 손잡이는 화려한 장 식 대신 어느 동물인지 모르는 가죽이 거칠게 감겨져 있어 이리아의 손에 딱 달라 붙었고 안정감 있게 손에 잡혔다. 검집은 나무로 만들어지고 검정색 천 으로 여러 겹 감겨 있어 매우 가벼웠다. 길이도 이리아의 팔꿈치까지 만큼밖 에 되지 않아 거리를 재기가 편했다. 이리아는 그것을 허리 뒤에 능숙하게 묶고는 오른손을 뒤로 돌렸다가 살짝 앞으로 뺐다. 그러자 검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부드럽게 검집에서 빠져 나왔 다. 이리아는 두어 번 그 동작을 반복해 보고서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장갑 을 벗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땀에 절어 있던 손가락이 바람을 맞자 그 동 안 맺혀 있던 땀방울들을 흩날리며 안개 속으로 사라져 갔다. " 검... 쓸 줄 알아요? " " 아니. " 이리아는 짤막하게 대답하며 에딘을 돌아보았다. 미소짓고 있는 에딘의 모 습은 싸움과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곧 에딘은 또렷한 눈빛으로 말에서 내 리며 말의 엉덩이를 손으로 세게 쳤다. 말은 에딘의 손이 닿자마자 짧게 울 고는 빠르게 달려갔다. 에딘은 이리아가 타고 있던 자신의 말의 엉덩이도 쳐 서 무작정 달리게 만들고는 이리아에게 다가왔다. " 이리아의 말이 맞았어요.. 오고 있군요.. 여러 마리... " " 네게 맡길게.. 라고 말하고 싶지만... 힘들겠지? " " ...조심해요. " 에딘은 이리아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서서히 에딘의 손이 불안정하 게 움직여 갔다. " 실전은... 두 번째이니까요.. " ' 뭐? ' 이리아는 에딘의 대답에 지난 번, 케라인을 탈출했던 것이 첫 실전이었음 을 알고 다시 손을 뒤로 돌려 검의 손잡이를 잡으며 점점 엷어져 멀리 보이 는 안개를 응시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분이 점점 가슴을 죄어 오고 있었 다. 한편 에딘의 다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 미소 를 짓고 있는 얼굴에서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 외에 다리나 손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곧 바삭 소리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들으며 에딘은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손가락 끝에는 빛이 모이며 길다란 여운을 남겼다.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긴장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정도로 싸움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에딘의 손가락이 작은 원을 그릴 때쯤 땅이 낮게 울었다. 무게가 많이 나 가지 않는 듯, 땅의 진동은 미약했지만, 그 진동의 횟수는 무리를 지어 다니 고 있다는 것을 알려왔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맹수만큼 두려운 것은 없었으 므로 에딘과 이리아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햇빛조차 들어오지 못할 뿌연 안개는 손바닥에 식은 땀이 고이게 했다. 잠 시 후 에딘과 이리아의 시야에는 안개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검은 그림 자가 보였다. 하지만 어렴풋이 그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 에딘의 손가 락 끝에서는 빛이 사라졌다. 에딘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이리아에게 물었다. " ...뭐죠? 저건.. 네코 처럼 생긴... " " 네클.... " 이리아는 자신들을 포위하고 있는 생물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며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안개 속을 가르며 나오는 그것들은 새하얀 털 이 뒤덮인, 겨우 팔뚝 두 개 만한 크기의 온순해 보이는 동물들이었다. 짤막한 다리에 걸맞지 않게 길다랗게 자란 털들은 오밀조밀 움직이는 그들 의 움직임에 맞추어 살랑이며 예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하얗게 표백 된 듯한 눈동자와 그 눈동자 표면에 맺힌 묘한 빛이 마음에 걸리기는 할 정 도 였지만, 전체적으로는 흔히 볼 수 없는 온순한 야생 동물처럼 보였다. 마 을 내에서 사람들이 많이 키우는 네코과 비슷한, 야생 네코라고도 생각할 수 있었다. 에딘은 그것들의 모습을 보고는 경계를 풀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 30 마리 정도에게 포위되긴 했지만 그들의 눈빛은 먹을 것을 갈구하는 눈빛으로 느껴졌다. 마치 조용히 먹을 것을 던져 주면 모두 모여 아기자기하게 그것을 먹을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리아는 천천히 그것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천천히. 전혀 알지 못하는 생물들의 이름을 말한 자신의 감을 믿으며.. 폐부로 들어 와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공기가 손끝과 발끝을 자극했다. 목 윗부분이 마치 무엇인가에 눌린 듯한 압박감을 주며 몸을 차갑게 식혀 갔다. 그것들은 눈앞 의 생물들을 귀여운 모습으로만 보지 말라고 지시했다. 흰색 구슬과 같은 눈동자. 이리아는 그것들의 몸에서 느껴져 오는 짜릿한 향기에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 팔을 움직였다. 에딘이 준 곡도는 이리아 의 허리 뒤에서 뽑혀져 나오며 맑은 금속 빛을 냈다. 동시에 그 순간, 네클들의 눈동자에 맺히던 빛이 팽그르 돌아가며 이리아 의 검에 시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눈동자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예쁘 다던 그들의 분위기는 에딘의 눈을 날카롭게 찔렀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에 딘이 앗, 하는 신음 소리를 낼 사이에 네클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이리아 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야말로 흰색 파도가 한 인간에게 굽이쳐 오는 형색이 었다. 이리아는 에딘을 향해 외치며 앞으로 달렸다. " 에딘! 마법을!! " 복슬복슬 털이 나있던 네클의 얼굴에서는 새하얀 이빨이 위협스럽게 광채 를 냈다. 안개로 인해 자세히 볼 수도, 볼 시간도 없었다. 이리아는 갑작스 레 땅을 박차며 뛰어 오르는 네클의 배를 보며 그대로 검을 뽑아 자신의 키 까지 뛰어오른 네클의 배를 노렸다. 팔뚝만한 크기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리아의 허리에서부터 시작된 대 각선의 곡선은 네클이 달려들던 방향 그대로 움직여 얄팍한 네클의 복부 가 죽을 갈랐다. 투두둑 하는 내장과 피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리아는 그것을 볼 새도 없이 검을 겨드랑이 사이로 넣고 팔을 찔러 넣었다. 둔중한 충격이 검신을 따라 흘렀다. 그 끝에는 네클의 정수리가 한치 오차 도 없이 박혀 있었다. 검과 네클 사이에서는 뇌수인지 피인지 알 수 없는 액 체가 끊임없이 흘러 내렸다. 이리아는 왼팔을 뒤로 휘둘러 다리를 늘어트린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네클을 쳐버렸다. 그리고 검을 앞으로 빼내 몸이 움 직이는 대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왼쪽 어깨에서 시작된 은빛이 반원을 그리며 깨끗하게 네클들을 향 해 움직여 갔다. 멈추는 일 없이, 모두 부드러운 곡선과 날카로운 원만을 그 렸다. 오랜 시간 동안 훈련을 한 견습 기사도 이리아의 절반만큼도 하지 못 할 것이다. 물론 이리아는 검을 쓸 줄 몰랐다. 검술을 배운 기억도 없었다. 하지만 검 은 스스로 움직이듯 네클들을 향해 움직여 갔다. 검이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주변에는 흰색 액체들이 튀었다. 30여 마리에 다다르는 네클들은 이리아에게 동시에 달려드는 듯하게 보였다. 하지만 이리아의 검은 당황하지 않고 약간 의 시간차 사이로 달려드는 네클을 차례로 베어 넘겼다. 에딘은 급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손을 이리아에게 뻗었다. 에딘의 손바닥에 는 흰빛이 응축되며 에딘의 키를 약간 넘는 반투명 원반이 생성되었다. 이리 아는 순간 머리속으로 작은 공명음이 울려옴을 느꼈다. 마치 에딘의 주문에 반응하 듯, 작은 울림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자세히 생각할 여유는 없었 다. 네클들의 기세는 한 순간의 빈틈이 죽음으로 이어지리라는 것을 몸으로 느 끼게 만들었다. 이리아는 정면으로 달려 들던 네클의 몸을 상체를 틀어 피했 다. 그리고 어느 틈에 네클의 발톱이 네클 자신의 발만큼 튀어나온 것을 보 며 그것의 허리를 비스듬히 갈랐다. 발톱이 나온 것은 앞발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갓 갈은 단검에 비길만한 날카로움이 있었고, 뒷다리와 허리의 근력 을 반동에 실어 유연성 있게 움직이는 세 개씩 여섯 개의 발톱은 검날과 부 딪히며 약간의 불꽃을 튀겼다. 최후의 저항을 검에 퍼부으며 네클의 몸은 두 조각이 되어 바닥에 떨어졌 다. 약간의 저항과 둔탁한 느낌이 손을 통해 전해져 왔지만, 그것이 사라지 기 전에 또다시 옆에서는 네클이 달려 들었다. 맹수마냥 날카롭고도 허연 이빨을 보이기 위해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지만 공격은 발톱을 이용하는 것뿐. 자만심에 찬 기사가 허영으로 투구를 벗는 듯 한 순간, 이리아는 그것을 비웃듯이 다리와 팔을 동시에 움직여 네클의 아가 리에 최대 깊이 검을 질러 넣었다. 네클의 몸은 마치 꼬치를 꿰듯 이리아의 검에 꽂혔다. 크게 부릅뜬 허연 눈동자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 구슬이 었다. 이리아는 검신을 흔들어 네클의 배를 갈라 검을 꺼내고는 숨을 골랐다. 에딘의 마법은 이리아의 등뒤에 커다란 반투명 원반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에딘은 그것을 왼손 앞 공간에 그려진 원형진으로 격렬한 이리아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이며 이리아의 뒤를 보호했다. 이상하게 네클들은 에딘을 신경 쓰 지 않고, 대신 에딘이 있는 곳을 돌아 이리아에게 달리고 있었다. 검을 가지 고 있기 때문일까? 네클들의 공격은 집요했다. " ...공격... 마법은 왜 안 쓰는 거야!! " 이리아는 한 손으로 검등을 잡고, 있는 힘껏 네클의 목을 정확히 올려 베 며 외쳤다. 끝까지 이리아에게 날아오는 몸뚱이는 검면에 부딪혀 땅에 떨어 지며 이리아의 몸에 하얀 피를 뿌렸다. 이미 이리아의 옷은 네클의 피로 새 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렇지만 고약한 냄새 같은 것은 없었다. 오히려 무취, 그 자체였다. 이리아는 네클을 벨 때마다 검을 통해 전해져 오는 느낌에 흥 분하며 크게 몸을 돌려 주위를 맴돌던 네클의 머리에 검을 박아 넣었다. 생물을 살생한다는 생각 따윈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자신을 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 그것을 향해 검을 그을 뿐이었다. 피냄새도 나지 않고, 비명도 들리지 않는 이 상황. 이리아에게는 무슨 물건을 베는 것과 마찬가지 였다. 아니, 오히려 흥분하고 있는 피를 주체하지 못했다. " 그, 그만해요, 이리아! 모두 멈췄잖아요!! " 에딘은 30마리 이상이던 네클들이 한 자리수로 급격하게 줄고, 살아 있던 네클 마저 이리아에게서 살며시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는 이리 아에게 외쳤다. 에딘이 보고 있는 이리아는 평소의 이리아가 아니었다. 무엇 에 홀린 듯 쉴새 없이 검을 휘둘러 흰색 액체를 뿌리는 이리아의 행동은 에 딘이 다가가기 힘든,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 시간의 흐름에 맞추어 일정한 주기를 반복하듯, 또다시 짙어지기 시작하는 안개 속에 네클들의 움직임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은빛 선을 뿌리며 안 개와 함께 정확히 그것들을 베어가는 이리아는 모든 것을 보고 있는 듯 했다. " ...마법은 왜 안 쓰는 거야! " 하지만 이리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짜증 섞인 외침이었다. 이리아는 곧 주 변의 네클들이 모두 사라지자 움직임을 멈추고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보기 시 작했다. 에딘은 즉시 마법을 이리아의 앞으로 옮기고서 이리아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이리아의 어깨를 강하게 잡으며 자신을 향해 돌아서게 만들었다. " 정신 차려요! 도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 " 하아... 내, 내가 뭘... " " 이거 안보여요. " 그런데 이리아는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었고, 에딘은 자신의 뒤를 가르 키며 말했다. 에딘의 손가락 끝에는 짙뿌연 안개를 배경으로 흰색 액체로 질 퍽이는 땅과 흰색 털, 흰색 살점들이 흩날려져 있었다. 이리아는 그것을 보 고는 잠시 왼손으로 이마를 누르며 입을 열었다. " ...난..... " " 이리아.. 몸이 차가워요.. " " 하아...하아... " ' 이것이 대가...인 것인가.. ' 에딘의 말에 이리아는 갑작스레 숨을 몰아쉬며 양팔로 가슴을 감쌌다. 차 가운 한기가 몸 속을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왜... 이리아는 검에 뭍은 흰색 액체들을 보며 자신에게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한 마리라도 살려 보내서는 안된다는 생각만 들고 있었다. 이리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에 딘에게 부탁했다. " 마법을 써서.. 나머지를 없애 줘... " " 하, 할 수 없어요.. 살아 있는 생명에게는... " " 무슨 소리야! " 이리아는 당황이 배어 있는 에딘의 대답에 얼굴을 찌푸리며 에딘을 바라보 았다. 에딘의 눈동자는 맑게 이리아의 모습을 반사하고 있었다. " 살아 있는 생명에게는...절대로... " " ....!! " 순간 이리아는 검 끝에 무엇인가가 움직이는 모습이 비치는 것 같아 급하 게 몸을 돌리며 검에 묻은 피를 한 번의 흔듦으로 털어 내었다. 하지만 바로 앞에는 에딘이 만든 방어막과 안개로 인해 반대편이 보이지 않는 흰 벽이 있 을 뿐이었다. 에딘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 신경이 날카롭게 변했어요.. 쉬는 게 좋겠어요.. " " 남자라면.. 마음이 그렇게 약해서는 안돼. " 이리아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옷 끝에 검을 닦고 검집에 천천히 검을 넣 으며 차갑게 말했다. 케라인에서 청색 갑옷의 견습 기사들에게 마법을 쓰던 에딘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곧 이리아는 고개를 젓게 되었다. 그 때에 도 에딘의 마법에 의해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에딘은 아무도 없는 곳 에 마법을 썼고, 견습 기사들은 제빠르게 그것을 피했다. ' 왜.... ' " 약한 게.. 아니에요. " 의외로 에딘은 고개를 떨구며 조용히 중얼거렸고, 이리아는 검을 반쯤 집 어 넣던 것을 멈추고 에딘을 응시했다. 고개 숙인 에딘의 눈동자에는 쓸쓸함 이 맴돌고 있었다. " 왜... " 하지만 이리아가 에딘에게 그 이유를 물으려는 찰라, 등뒤에서는 쩡, 하는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리아는 즉시 에딘의 가슴을 밀쳤다. " 비켜, 에딘!!! " 분명히 네클이었다. 등골이 서늘해지며 무엇인가가 가슴을 뚫는 느낌이 뇌 를 강타했다. 이리아는 네클의 움직임도 제대로 보지 못하며 그대로 검을 뽑 아 몸을 돌림과 함께 허공을 베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베는 모양이었기 에 이리아의 검은 허무하게 바닥에 내리꽂힐 듯 했다. 그러나 검날이 그리는 곡선 위에는 이리아를 향해 몸을 던지던 네클 한 마 리가 있었다. 기습을 하려던 그 네클은 오히려 이리아의 기습으로 인해 일격 에 다리가 모두 잘리며 짧은 포물선을 그리고는 바닥에 뒹굴게 되었다. 비스 듬하게 잘려 나간 네클의 앞다리는 땅에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 이리아는 바 닥에서 꿈틀거리는 네클의 머리에 검을 박아 넣으며 중얼거렸다. " 마법을 깨는 것인가.. " 다시 흥분이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마법도 깨트리는 생물. 이리아는 이미 머리가 박살이나 고기 덩어리로 변한 네클의 몸을 난도질했다. 베도 베도 흰 색 액체, 흰색 살점만이 튀었다. 흰색 흙으로 빚은 생물 마냥 흰색밖에 보이 지 않는 네클의 몸에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인형.. 이리아의 머리에는 우 윳빛 액체가 가득 찬 원통 공간에 그려져 갔다. 하지만 그 순간... " 이리아!!! " < 계속 > -+-+-+-+-+-+-+-+-+-+-+-+-+-+-+-+-+-+- [ 이리아의 핀치... ] 에딘 녀석은 생명체에게 마법을 쓸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그의 과거, 라우디의 과거와 맞물려져 있습니다. ^^ 다음편으로~~~ - Ipria 『SF & FANTASY (go SF)』 49511번 제 목:<이리아> ▣ 2. 엇갈린 인연 ▣ -16-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16 00:15 읽음:406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 속에 잊혀진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2장. 엇갈렸던 인연...엇갈리는 인연...엇갈릴 인연... <16> ----------------------------------------------------------------------- 에딘의 비명... 처절하다고 들리는 그 비명을 들음과 동시에 이리아는 방 금 전과 같이 몸을 돌리며 검으로 허공에 반원을 그렸다. 뿌옇게 서렸던 안 개를 세로로 가르며 이리아의 검은 매섭게 네클이 있을 곳을 베었다. 이번에도 방금 전과 같은 일이 있길 바랬다.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춘 듯이 네클의 움직임이 딱, 딱 끊어져 보였다. 완만하게 휘어진 검날은 안개의 물 방울을 잘랐다. 그러나 네클의 몸은 조각조각 갈라지는 물방울의 위에 있었 다. 네클의 네 발은 아래로 늘어져 있었다. 온몸의 신축성으로 그렇게 움직 일 수 있던 것이었다. 점프로서 검날을 피한 네클은 공중에서 몸을 낮췄다. 검날을 밟으며 온다.. 짧은 순간 검날을 밟고 그것을 차며 발을 뻗어 오는 네클의 눈동자가 이리아의 가슴을 찔렀다. 어느 한 쪽은 반드시 죽는 현실. 이리아는 반사적으로 왼팔을 들며 몸을 틀었다. 그것은 목숨을 내주는 것보 다 검과 상관없는 팔 하나를 내주는 것이 낫다는 기사들의 반사적인 움직임 이었다. 네클의 날카롭고 길다랗게 변한 발톱은 이리아의 가슴을, 심장을 향해 정 확히 찔러 들어갔다. 화살 다발이 날아들 듯 여섯 갈래 네클의 발톱은 예리 하고도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이리아의 왼팔은 네클의 발톱이 가슴이 닿 기 전에 세로로 가슴을 가렸고, 네클의 발톱은 이리아의 옷을 찢고 이리아의 왼팔을 길게 가르며 땅을 향해 곤두박질 치게 되었다. 물병에서 물이 쏟아지듯 선홍빛 피가 팔에서 쏟아져 내렸다. 과연 그것이 팔에서 흐르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피는 눈깜짝할 사이에 이리아의 옷 을 적셨다. 턱, 하는 땅을 구르는 네클의 발소리가 공기를 진동시켰다. 어서 검을 들어 반격을 해야 했다. 하지만 뼈를 긁고 지나간 네클의 발톱에 의해 이리아는 길게 비명을 질렀다. " 꺄아!!!! " 신음 같은 것은 나오지 않았다. 오직 여자의 비명만이 목에서 터져 나왔고, 몸을 움츠리며 왼팔을 움켜쥐게 되었다. 이미 손목에서 시작된 상처는 팔꿈 치까지 이어져, 뜨겁게 데워진 피가 옷을 적시고 땅을 적시며 흐르고 있었다. 이리아는 검을 놓치고는 왼팔을 감싸며 땅에 주저앉았다. 주먹에 맞아 며 칠간 누워 있는 것이 더 좋을 텐데... 이리아는 이를 악물며 자신의 피가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기를 바랬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팔의 느낌과 함께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고통을 동반해 왔다. 순간 이리아는 자신의 팔을 벤 네클이 몸을 틀어 다시 자신을 향해 달 려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세게 팔을 부여잡아 잠시간 고통을 잊어 보려는 몸부림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오른쪽 손 목에 끼어진 팔찌가 격하게 움직이며 붉은 곡선을 그렸다. 에딘에게 기대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머리속은 네클의 몸처럼 새하애져 갔다. [ 턱- ] " 이리아... 피가.... " 깊숙이 발톱이 박히는 둔탁한 소리가 들리며 에딘의 떨리는 목소리가 이리 아의 가슴으로 파고들려 왔다. 이리아는 가늘게 눈을 뜨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에딘의 미소 어린 모습이 있었다. 이리아는 억지로 입을 열었다. " 도망..치기나... 해. " " 피.... 아이리... 피.... 아이리... " 이리아의 시선에 들어오는 에딘은 네클 한 마리의 목덜미를 쥐고 있었다. 이미 오른손은 이리아 대신 네클에게 찔려서 피를 쏟아 내고 있었다. 심하게 찢어진 소매자락 사이로 네클의 발톱이 관통한 듯, 흰 뼈가 눈에 보일 정도 로 상처는 심했다. 하지만 에딘은 고통에 신음조차 내지 않고 똑바로 선 채 안개 속, 먼 공간을 바라보며 똑같은 단어를 반복해 중얼거리고 있었다. 에 딘의 눈가에는 머리를 묶은 머리띠가 하늘거렸다. " 피...아이리... " 코를 자극하는 뜨거운 피. 마음까지 아늑하게 해주는 아이리의 향기.. 피.. 아이리... 피.. 아이리... 팔을 꿰뚫는 듯한 고통. 이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을 그녀는 겪었고, 겪고 있다.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던 아이리의 향이 섞인 뜨거운 피. 세상의 저주를 받기 때문인가? 그러나 지키고 싶었다. 그리고 지키고 싶다... " 큭큭... " 에딘은 네클의 목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가득 주며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 피.. 아이리.. " ' 이리아... ' 에딘의 얼굴에서는 점점 미소가 사라져 갔다. 케라인에서처럼 미소가 희미 해져 가는 것이 아닌, 표정이 굳어져 가고 있었다. 미소가 사라진 에딘의 얼 굴과 싸늘하게 식은 에딘의 눈동자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섬뜻했다. 에딘은 곧 느릿한 걸음으로 이리아가 마주하고 있던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리 아는 자신의 곁을 지나가는 에딘에게서 어깨가 움츠려드는 살기를 느끼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 크..크...크...으... " 짐승이 으르릉 거리는 소리가 에딘의 입에서 흘러나오며 으득, 하는 소리 가 울렸다. 곧 에딘의 손에 잡혀 있던 네클의 목이 흐느적거렸다. 에딘은 꿈 틀거리고 있는 네클의 시체를 옆으로 휙 던지고는 안개로 가득 찬 하늘을 향 해 일갈을 터트렸다. " 으....크아!!!! " " 에딘! " 이리아는 에딘의 괴이한 행동에 있는 힘을 모두 짜내어 에딘을 불렀다. 에 딘은 이리아의 목소리에 반응하여 이리아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 순간 이리 아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 그리고 흰자위가 없는 눈동자.. 에딘의 눈은 검은자위가 터져 나가 흰자위를 메운 것처럼 검은 색 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언제나 미소 짓던 에딘은 그곳에 없었다. 밝은 분위기로 마음을 편하게 해주던 에딘은 그곳에 없었다. 주변 공기를 내리 누르는 힘. 살아 있는 인간의 눈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눈동자. 인형처럼 딱딱하게 굳은 얼굴. " 으.... " 이리아는 에딘이 있는 곳에서부터 뜨거운 열기를 느끼며 날카로운 눈빛으 로 안개 속, 먼 수풀을 바라보았다. 점점 더 무엇인가가 떼를 지어 오고 있 었다. 분명히 네클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리아가 그것을 알았을 때, 퍽 소리가 들려 오며 에딘의 배에 네 클의 날카로운 발톱이 파고들고 있었다. 이리아는 에딘의 피가 바닥을 적시 고 있는 모습에 질끈 눈을 감으며 고개를 숙였다. 다시금 이런 상황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힘.. 언제나 힘이 없었다. 이리아의 귓가에는 으드득, 하는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 왔다. " 우.....우.... " 곧이어 에딘의 몸이 미세하게 요동치며 입에서 공기를 떨리게 만드는 공명 음을 내기 시작했고, 그 공명음은 흡사 굉장한 마법이 발동 될 때처럼, 에딘 의 몸으로 퍼져 나가 온몸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리아는 그 공명음에 가슴이 터질 듯한 팽창감을 느끼며 뜨겁게 달아오르 는 팔을 꽉 쥐고 다시 한 번 간신히 에딘을 올려다보았다. " 캬아!!!!! " 동시에 이리아의 눈에 비친 에딘은 일갈을 터트리며 새빨간 불기둥에 감싸 이기 시작했다. 에딘의 몸을 감싸고 솟아 오른 불기둥은 주위의 안개를 순식간에 수증기로 만들어 버렸다. 그 때문에 에딘의 주위에선 치익 소리가 계속 울렸다. 이리 아는 이제 안개가 아닌, 김에 의해 뿌옇게 변하는 시야 속에 있는 에딘을 놓 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에딘의 몸에서 나던 공명음은 그치고 괴성 또한 멈춘 상태였지만 이리아의 가슴은 심하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 하아.....하아.....하아... " 곧 불기둥은 그 크기가 줄어 들며 사라지게 되었지만 그 안에 있던 에딘은 가만히 이리아에게 등을 보인 채로 서 있었다. 변한 것이 없는 듯한 모습이 었으나 거친 숨소리와 함께 에딘의 상체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손에 나있 던 상처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끔히 메꾸워져 있었다. 도대체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리아는 또다시 온몸을 찌르는 팔의 고통에 신음 소 리를 냈다. 살짝 깨물고 있던 입술은 픽 소리가 나며 터져 버려 이리아의 입 술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그런데 그 사이 놀라운 일들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몇 마리 되지 않던 것 같던 네클들이 백여 마리에 가깝게 모이고 있었다. 모두의 흰색 눈동자는 에딘을 노려보고 있었다. 안개와 김을 뚫고 에딘의 가 슴에는 흰 눈빛이 꽂혔다. 에딘은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 았다. 그런 에딘의 가슴은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마치 폭발하려는 듯이, 심장의 박동은 풍선에 바람이 들어왔다 나가듯 움직 이고 있었다. " 큭큭... " 에딘은 고개를 약간 들며 입으로만 낮게 웃음소리를 냈다. 미친 사람의 웃 음처럼 들리는 웃음이었다. 에딘의 머리에 감겨 있던 머리띠가 바람에 날려 거칠게 뒤로 펄럭였다. 이리아는 뼈가 살 밖으로 튀어나올 듯한 고통에 입술 을 피로 물들이고 인상을 쓰면서 에딘을 올려다보았다. 도저히 그가 에딘이 라고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 피.... " " 카핫!!! " 순간, 이리아는 네클의 짖는 소리에 몸을 떨었다. 네클이 짖는다. 절대 죽 을 때도 소리를 내지 않던 네클이. 네클들은 천천히 에딘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리고 에딘이 가만히 있자 에딘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 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는 이리아는 보이지 않았다. 오직 에딘, 주변의 안개를 모두 증발시키고 있는 에딘만이 보이고 있었다. " .....피... " 에딘은 이미 자신의 키만큼 뛰어오른 네클 세 마리를 올려 보았다. 정면에 서도 네클이 십여 마리 이상, 돌격해 오고 있었다. 에딘은 오른손으로는 배 앞을 가로막고, 왼손으로는 손에 닿는 네클의 머리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 리고 에딘의 손은 지금까지와 다른, 손을 뒤덮는 붉은 화염이 생성되며 적색 빛이 뿜어져 나와 원형진을 그려 갔다. 하나, 둘, 셋.. 마법의 위력인 써클 을 뜻하는 원형진의 원은 순식간에 네 개가 그려졌다. 하지만 에딘의 써클은 2. 절대 에딘으로서는 쓸 수 없는 주문이었다. 원형진이 그려지는 동안, 에딘은 무방비 상태였으므로 공중으로 떠올랐던 네클 두 마리는 에딘의 어깨를 깊숙하게 찌르며 땅에 착지했고, 정면으로 달 려 들던 네클들은 에딘의 옆구리와 다리를 벤 후, 몸을 돌려 다시 공격을 하 려고 했다. 옷이 너덜너덜 해지며 피가 핏, 소리를 내며 뿜어져 나왔지만 그 것이 멈추는 것은 눈깜박할 사이었다. 네클이 베고 지나간 에딘의 피부는 아 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달라붙으며 멀쩡하게 변했다. " 에, 에디 " 이리아는 에딘의 그런 모습에 불길한 느낌이 들어 에딘을 멈춰 세우기 위 해 끊어질 듯한 팔의 고통을 이겨내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와 함께, 에 든의 손은 화염을 토해냈다. 에딘의 몸만한, 마법을 쓰는 에딘의 팔이 장난 감처럼 여겨질 정도로 거대한 화염이 에딘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며 네클들의 몸을 불태웠다. 에딘의 손에 잡혀 있던 한 마리의 네클은 뼈도 남기지 못하 고 사라져 버린 후였다. 에딘은 넘실거리는 화염에 털이 타 들어가며 나는 치직 소리를 들으며 배 앞에 있던 오른팔을 들었다. 길게 뻗어 나가던 화염은 세차게 굽이치며 에딘 의 팔을 따라 움직였다. 에딘은 그것을 그대로 공을 던지듯, 왼쪽으로 크게 벽을 긁듯이 휘둘렀다. 순식간에 에딘의 시야를 가리던 안개가 걷혀 나가며 나무들에 불이 붙고, 네클들의 몸이 검은 숯덩이로 변해 경직되어 갔다. 에 딘은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는 숲을 보며 낮게 소리를 냈다. " 쿡...쿡... " 이미 에딘의 정면에서 기세 좋게 덤벼들던 네클들의 모습은 횃불처럼 타오 르는 나무들과 함께 검게 변한 시체가 되어 버렸다. 에딘은 무겁게 우는 네 클의 소리에 반사적으로 왼쪽으로 돌아서며 왼손을 땅을 향해 내리쳤다. 왼 손에서 뿜어지던 화염은 채찍처럼 땅으로 꽂히며 길게 길을 만들어 갔다. 물 론 그 길이 생기면서 정면으로 있던 네클은 형태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재 빠른 움직임으로 피한 네클들은 에딘을 공격하기 위해서도, 도망치기 위해서 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낮은 소리로 울며 에딘의 행동을 경계할 뿐, 처음과 달리 신중한 태 도를 취하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에딘의 힘에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었다. 순 식간에 수십 마리를 사라지게 만든 에딘의 마법. 주문을 외우는 언령의 힘과 손으로 주문의 이해와 함께 증폭을 돕는 수인의 힘도 없이, 생각만으로 쓰는 마법이 일반 마법사의 능력으로도 따라 갈 수 없는 수준이었으므로 네클들의 신중한 행동은 당연했다. 에딘의 손에서는 곧 화염이 사그라들었지만 주변을 무겁게 내리 누르는 위압감은 계속 유지됐다. " 아니야... 이건.. " 이리아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자신에게 말하듯 에딘을 향해 말했다. 인형처럼 딱딱해진 표정으로 일순간에 모든 것을 태우는 마법 을 쓰는 에딘은 인간이라기보다, 마법을 쓰는 병기(兵器) 같았다. 생명체가 아닌 도구로서..에딘의 눈동자는 초점도 찾아 볼 수 없게 온통 검게 물든 상 태로 네클들의 움직임을 쫓았다. " 저, 정신 차려..... 으읔... " 이럴 때, 있는 힘껏 에딘을 향해 외쳐 정신을 차리게 해야겠지만 이리아의 팔 상처는 너무나 깊었다. 이리아의 말은 작은 혼잣말이 되어 땅으로 힘없이 떨어져 버렸고, 이리아는 팔을 움켜쥐며 덜덜 떨리는 다리로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위태위태한 모습. 상처 입은 애인이 분노에 휩싸인 남자 친구를 걱 정시키지 않게 억지로 서 있듯이 이리아는 입술이 자신의 피로 젖어 가고 있 다는 것도 느끼지 못하며 안간힘을 써 서 있었다. 이리아의 손목에서는 붉은 빛이 반짝였다. 하지만, 에딘은 이리아를 돌아보지도 않으며 조심스럽게 에딘을 경계하고 있는 네클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 에딘이 발을 옮길 때마다 네클들의 몸이 꿈틀거렸다. " ....아이....리... " 에딘은 그런 네클들을 보며 그 단어를 입에 올렸다. 네클들의 길다란 흰색 털들은 곧 빳빳하게 섰다. 마치 가시마냥 털들은 뾰족해 졌지만 네클들은 에 딘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오히려 에딘이 다가올수록 그들은 뒷걸음질 쳤다. 이리아는 억지로 발을 내딪어 에딘 쪽으로 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방금 전, 에딘이 자신을 말렸던 것처럼, 말려야만 한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 차 있었다. 에딘은 네클들을 향해 오른손을 들며 입을 열었다. " ....피.... " 그리고 에딘의 손에는 원형진도 없이, 분노했을 때와 같이 거대한 화염이 생성되었다. 에딘은 든 채로 네클들을 향해 달렸다. 지금까지 네클들은 에딘 에게 달려들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반대로 되었다. 네클들은 몸을 날려 뒤로 피하려고 했으나 그 전에 에딘의 손에서 화염이 날아와 몸을 태워 버렸다. 공중에서 하나의 시체가 된 네클은 그래도 나은 것이었다. 에딘의 접근에 도 움직이지 못하던 네클들은 에딘의 손에 목이나 허리가 부서지며 땅에 내 리꽂혔다. 날카롭게 선 네클의 털이 에딘의 손을 파고 들었지만 에딘이 네클 의 목을 부수고 다시 손을 들었을 때에는 상처하나 없이 깨끗한 손으로 변해 있었다. 그것은 절대 마법의 힘이 아니었다. 몸이 스스로 회복하고 있었다. " 큭..... " 에딘은 짤막하게 신음과 비슷한 소리를 내며 눈에 띄던 네클의 머리를 발 로 밟았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흰색 피가 솟아올랐으나 에딘의 눈 동자는 살아 있는 생물체를 찾고 있었다. " 에...딘. " 그 때 이리아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에딘을 불렀고, 에딘의 몸은 깜짝 놀라 며 서서히 이리아 쪽으로 돌기 시작했다. 네클의 짖는 소리는 더 이상 들리 지 않았다. 에딘이 지나친 곳에는 처참하게 으스러진 시체만이 있었다. 이리 아는 에딘이 몸을 돌리는 것에 발걸음을 멈추고는 다시 입을 열려고 했다. " ....이...리...아!!!! " 그런데 에딘은 이리아를 돌아보며 발악을 하듯 외쳤고 에딘의 양손에는 화 염이 폭발하며 또다시 손이 불길에 휩싸였다. 이리아는 그런 에딘의 모습이 살기를 품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서 게 되었다. 에딘은 이리아가 뒤로 물러서자 이리아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두 손에 는 활활 타오르는 화염을 든 채, 무서운 기세로 이리아에게 달려들었다. 주 위의 공기는 에딘의 몸에서 나오는 마력과 위압감에 무겁게 가라앉아 이리아 를 향해 몰려들었다. " 에, 에딘- " 위험하다! 이리아의 몸은 에딘의 움직임에 반응했다. 하지만 손에는 무기 가 없었고, 에딘의 움직임을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도 없었다. 그리고 덜 덜 떨리며 간신히 몇 걸음 걷는 다리로는.... " 으으으아!!! 죽.....어!! " 일직선을 그리며 달려오는 에딘과 빠르게 뻗어 오는 에딘의 손. 붉은 선이 그어지는 것을 보며 이리아는 입안이 씁쓸해짐을 느꼈다. 제 정신으로 돌아 온 에딘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어떤 행동을 할지.. 이리아는 뿌연 안개가 사라진 하늘 사이로 내려오는 햇빛을 느끼며 천천히 앞으로 쓰러져 갔다. 서 있을 체력도 바닥이 났다. 이대로 쓰러져 네클의 먹이가 되느니 에딘에게 죽는 것도 좋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것이 흰색 액체로 가득 찬 맨땅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잊혀진 과거에 대해 알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재밌는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 이리아는 뜨겁게 달아오르는 목의 느낌에 눈을 감았다. 에딘의 손이 목 에 닿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퍽, 하는 손이 꽂히는 소리와 피부가 불꽃에 타 들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이리아의 몸은 경직되어 갔다. 서서히... " 하아....하아... " 에딘의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 " 폭주...라니..이런... " 라우디는 자기 자신을 향해 그렇게 중얼거리며 빠른 속도로 숲 속을 달렸 다. 이미 코를 자극해 오는 탄내에 라우디의 얼굴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눈동자는 매섭게 보랏빛을 머금고 있었다. 네클들의 특징을 알고 있 었으므로 그들의 시체에선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음을 알았다. 그래서 더욱 불안감은 더 했다. 아디오스란 여자. 절대 평범한 수는 가지고 오지 않았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라우디는 목덜미의 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져 오는 느낌에 손가락을 쉴 새없 이 움직였다. 그것은 불안감에서 오는 행동이 아니었다. 마구잡이로 움직이 는 듯하던 손가락은 점점 규칙성을 띠어 갔다. 라우디의 오른손은 붉은 빛으 로 도형을 그렸다. ' 그 애가 역시.... ' 라우디는 곧 나무 사이로 보이는 새하얀 땅에 쓴웃음을 지었다. 급격하게 높아졌던 파동. 그리고 네클의 피.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는 뻔한 결 과였다. 하지만 라우디의 머리는 한 사람의 여자를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시야를 어설프게 가리던 굵직하던 나무들이 사라지는 순간, 라우디 는 아무말도 없이 주먹을 꽉 쥐며 달리던 것을 멈췄다. 순식간에 라우디의 손에서는 파팟, 소리가 나며 스파크가 튀었다. 에딘의 손에서 화염이 생기듯, 라우디의 주먹에는 새하얀 전기가 날카롭게 튀었다. 라우디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는 것은 이리아의 목덜미를 지나간 에딘의 손이 었다. 이리아는 에딘에게 안기듯, 앞으로 쓰러져 에딘의 어깨에 기대고 있었 다. 그리고 그런 이리아가 서 있는 곳에는 선홍빛 피가 웅덩이를 이루고 있 었다. " 크윽..... " 에딘은 짤막하게 신음을 내며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인형이 쓰러지는 것과 같이 에딘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 뒤로 넘어갔다. 그 와 함께 이리아의 몸도 에딘에게 기댄 채 쓰러져 갔다. 한편, 라우디는 에딘의 손에 쥐어진 물체를 보며 스파크가 일던 주먹을 풀 었다. 그리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 다...행..이구나. 바보 같은 녀석.. " 이리아와 함께 뒤로 쓰러진 에딘의 손에는 한 마리 네클이 새카맣게 그을 려 쥐어져 있었다. < 계속 > -+-+-+-+-+-+-+-+-+-+-+-+-+-+-+-+-+-+- [ ^^ 시시하신 가요? ^^; ] ........죄송해요~~~ - Ipria ** 1 E: 저기... 저.. 폭주하는 것이죠? Ip: 그래. [ 퍽- ] I: 이프.. 뻔한 패턴 아니야? 폭주 -> 적 전멸 -> 침묵... Ip: ..음.. 글세... 확실한 것은 이 글은 싸움을 주제로 한 것도, 사랑을 주 제로 한 것도 아니라는 거야. I: 호- 그러셔? Ip: 분위기가 약간 어둡게 나가는 것도 이유가 있어. 뭐, 위대하신 내 생각을 너희가 알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 빡- ] I: 시끄러! (뭔가 이상한 데 말야.. --;) ** 2 Ip: 근데 왜 난 에딘에게 정이 가지 않지? I: 당연하지.. 너하고 성격이 반대 잖아. Ip: 그, 그런가... I: 하지만 왜 걘 나보다 훨씬 비중이 높지? 지난 15편 동안 내가 한 일이 뭐야?!! 내가 주인공이라고!!! Ip: .. ==; 미안. (뭔가 이상하다... --;) 『SF & FANTASY (go SF)』 49649번 제 목:<이리아> ▣ 2. 엇갈린 인연 ▣ -17-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17 00:14 읽음:399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 속에 잊혀진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2장. 엇갈렸던 인연...엇갈리는 인연...엇갈릴 인연... <17> ----------------------------------------------------------------------- =-=-=-=-=-=-=-=-=-=-=-=-=-=-=-=-=-=-= < 음....이리아라... > < 내 이름은 레인, 레인 아이리. 그 분의 양자이지. 재밌지 않아? > < 아이리 연구소의 레인 아이리. 난 두 번째 실험에 첫 번째 실험체야. 너 희들 보다는 불안정한 존재지. 그렇다고...너도 날 이상하게 쳐다보지는 말아 줘. 이제는 지쳤어... 이리아. > =-=-=-=-=-=-=-=-=-=-=-=-=-=-=-=-=-=-= 저려 오는 손끝. 무엇인가에 맞은 듯한 머리. 속을 게워낼 듯한 메슥거림. 그러나 그 마지막에 온몸을 감싸는 이 기분은... " 깬 건가... 이리아? " 이리아는 어지러운 머리 속에 묵직하게 파고 들어오는 라우디의 목소리에 번쩍, 눈을 떴다. 시야에 들어오고 있는 것은 부드러운 녹색으로 가득 찬 나 뭇잎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얇은 나뭇가지를 흔들자 가볍게 쓸려 넘어가 는 이리아의 칠흑빛 머리카락과 같이 하늘거리며 약간의 햇빛을 내리 쬐어주 었다. 살아 있다? 이리아는 무엇인가로 찌르는 듯이 아파오는 머리에 한 손으로 양미간을 누르며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시원하게 옷 사이를 파고들어 오며 폐부를 드나드는 공기와 가끔씩 몸에 닿는 따사로운 햇빛이 새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리아는 깜짝 놀라며 반사적으로 왼팔을 움켜쥐게 되었다. 네클에게 베여 반으로 갈라지던 왼팔의 상처가 떠올랐다. 푸석한 느낌이 손을 자극했 다. 하지만 이리아는 통증이 전혀 없음에 조심스레 팔을 잡던 손을 떼었다. 손 에는 굳은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핏덩어리가 붙어 있었다. 옷은 길게 찢어진 채, 그대로였지만 그 사이에서 드러나는 팔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오히 려 깨끗해진 피부가 되어 있을 뿐이었다. 이리아는 어떻게 된 일인지 예상하 며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라우디는 나무에 기대어 우수에 젖은 모습으로 이리아와 에딘을 보고 있었 다. 쓸쓸함이 깊게 배인 보라빛 눈동자가 마치 아픈 과거의 기억을 떠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몸을 일으킨 이리아는 라우디와 에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 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지난 번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잠들어 있는 에딘, 그것을 보고 있는 라우디, 그리고 제 3자. 묵묵히 이리아를 보고 있던 라우디는 잠시 후, 곁에 놓여 있던 짐을 뒤적 이기 시작했다. 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말뒤에 묶여져 있던 짐들은 라우디의 곁에 있었다. 라우디는 옷가지를 꺼내며 말했다. " 옷...갈아 입어야겠지? " 이리아는 라우디의 말에 자신의 옷을 돌아보게 되었다. 허리에 묶어 놓았 던 검집은 라우디가 가져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입고 있던 옷은 네 클의 피로 하얗게 변색되어 있었다. 그것은 에딘도 마찬가지였다. 악취는 나 지 않았지만 축축함과 옷에 묻은 색깔 자체가 기분 나빴다. 한편 팔 부분은 반으로 갈라져 있었고 팔에서 뿜어지던 피로 상의와 하의가 전부 검붉게 물 들어 이대로는 어디에도 갈 수가 없었다. 결국 이리아는 어색하게 대답했다. " ...그렇군...요. " 아직도 에딘을 때리던 때의 라우디를 잊을 수 없었다. 분노로 평상시에 유 지하고 있던 분위기가 전혀 예상 밖으로 바뀌어 버리던 라우디의 모습. 어딘 가 에딘과 비슷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라우디는 그것을 신경 쓰지 않는 모 습으로 이리아에게 옷을 던져 주었다. 이리아는 깔끔하게 개어진 흰색 남방 과 평범한 갈색 바지를 받으며 그것에서 풍겨져 오는 낯익은 체취에 라우디 를 다시금 바라보았다. 라우디는 나무에 기대어 지긋이 눈을 감으면서 입을 열었다. " 에딘의 옷이다.. 남자는 갈아입지 않아도 되겠지.. " " 참 친절하십니다. " 무심코 비꼬임이 섞였다고 해도 반은 진심이었다. 이리아는 무표정으로 무 엇인가 생각하는 사람 마냥 나무에 기대어 있는 라우디를 뒤로 하고 수풀 사 이로 들어갔다. 라우디나 에딘이 훔쳐보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바삭바삭, 나뭇잎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멀어질 무렵, 흑색 눈동자가 하늘을 향해 시선 을 돌렸다. " 하악... " 에딘은 숨을 몰아 터트리며 라우디를 돌아 보았다. 하지만 지긋이 눈을 감 은 라우디의 입가에는 냉소만 어려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에딘은 알고 있었기에 몸을 일으켜 네클의 피로 흰색이 되어 버린 조끼를 벗어 팔에 걸고는 라우디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라우디도 작게 고개를 끄덕 여 그것에 대답했다. 곧 에딘은 쓸쓸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태양은 이미 서쪽 하늘로 모습을 감추어 가고 있었다. 지난 아침의 안개는 꿈이었던 것 마냥, 주변은 환하니 모든 사물을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네클의 시체도, 축축하게 흰색 액체로 물들어 있던 땅도 보이지 않는 것에 그곳에서부터 이동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라우디가 데려왔다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그러나 에딘은 라우디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고개를 끄덕인 것 으로 모든 대화가 끝났다고 볼 수도 있을 만큼, 둘은 무겁게 침묵을 유지했 다. 마치 그 분위기에 눌린 듯, 주변으로 바람 한 점 불어오는 일도 없었다. 약간의 시간이 더 흐르자 다시 나뭇잎 부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오며 수풀이 움직였다. 에딘은 순식간에 얼굴에 머물고 있던 쓸쓸한 표정을 지우고는 언 제나 얼굴에 머물던, 평범한 미소를 만들어 수풀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는 이리아가 고개를 숙여 옷매무새를 확인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에딘은 잠 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 ....잘 어울려요. " " 깨...깼어? " 이리아는 조용한 수풀 사이로 들려 오는 에딘의 목소리에 약간 놀란 눈으 로 에딘을 보게 되었다. 이번에도 에딘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얼굴로 있었 다. 뭔가 말을 하고는 싶었지만 어두워져 가는 저녁 하늘처럼 어두운 침묵으 로 있는 라우디와 에딘의 분위기에 이리아는 할 말을 잊었다. 하지만 그대로 서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이리아는 발걸음을 옮겨 수풀을 나와 에딘의 반대 편에 앉았다. 지금까지 입고 있던 옷은 바닥에 깔리어 방석 역할만을 하게 되었다. 에딘 은 그런 이리아의 모습을 잔잔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다가 팔에 걸어 놓고 있 던 흰색 피에 물든 조끼를 이리아에게 던졌다. 날아오는 물체에 무심코 손을 뻗어 그것을 잡은 이리아는 네클의 피에 흰 색으로 얼룩진 조끼를 던진 에딘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조끼와 에딘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에딘은 이리아에게서 시선을 떼며 말했다. " 속이 비쳐요. 그거라도 걸치고 있어요.. " 순간 이리아는 에딘을 보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갑작스런 가슴의 두 근거림이 평정을 이루고 있던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이리아는 애써 진정해 보려고 했지만 볼까지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창피함. 하지만 그것 은 싫지만은 않은 기분이었다. 어째서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 고, 고마워... 여러모로... " " 여러모로...요? " 에딘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그 모습에 이리아는 앗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기억나지 않겠지만... 아무튼 고마워. " 그리고 이리아는 얼른 옆으로 몸을 눕히고는 눈을 감았다. 아직도 볼은 따 스하게 열기를 내고 있었지만 그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동물에 가까운 움직 임으로 네클들을 죽이고 주변을 모두 태워 버린 후, 자신을 공격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기억이 없는 듯하게 보이는 이상 알려주고 싶지도, 다시 기억나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가슴의 두근거림을 억누르며 잠을 청 했다. 몇 시간 동안, 혹은 몇 일 동안 잠을 잤었는지는 몰랐지만 잠으로서 이 상 황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잠시 후, 눈을 감은 라우디의 몸이 그대로 움직이 지 않고, 이리아의 당황하던 숨소리가 고요해질 무렵 에딘은 쓸쓸한 미소를 지어 이리아 쪽을 바라보다가 초롱초롱 하나 둘 하늘을 수놓아 가는 별들로 시선을 옮기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 기억나지 않을 리가 없잖아요.. 미안해요.. " ' 미안해요... ' 입으로 말을 해도, 머리속으로 생각해도 그 일은 잊을 수가 없었다. 그 때 만약 네클이 이리아의 뒤로 튀어나오지 않았다고 한다면... 에딘은 손을 들어 주먹을 쥐어 보고는 그대로 그 손을 얼굴에 얹고서 뒤로 쓰러지듯 누웠다. 털썩, 하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지만 그 소리에 반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련한 등의 아픔이 신경을 자극해 왔지만 에딘은 손 가락 사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쓸쓸함만이 가득 찬 눈동자가 끝없이 에딘 의 모습을 옛날로 돌아가게 했다. ' ..하지만 그런 일이 한 번 더 있는다면..그때는.. 어머니... ' 서서히 눈을 감는 동안 냉소를 짓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 지만 에딘은 아무말도 꺼내지 않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한숨 자고 일어나도 변하는 것은 없겠지만 모두 그 일을 잠시 잊어 주길 바라며... ...... . . . . . . . . . . ...... 다음 날 아침, 오랜만에 개운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이리아는 잠에서 깨어 났다. 싸늘한 기운에 약간 뻐근한 어깨를 푸는 이리아의 시선에는 어젯밤에 조끼를 던져 주던 에딘의 잠들은 모습이 힐끔힐끔 보이고 있었다. 한쪽 팔을 배고 옆으로 누운 에딘은 두 손을 살짝 쥔 채로 살짝 몸을 움츠려서 잠들어 있었다. 그 모습만 보고 있어도 귀엽다..란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리아 는 그것을 계속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이유도 없이 반사적으로 에딘을 보면 시선을 피하게 되는 것이었다. 일갈 을 터트리며 화염에 감싸이던 에딘의 모습 때문은 아니었다. 평온하게 잠들 은 에딘이 뭔가 가슴 뭉클한 추억을 자극하며 피를 따스하게 데우는 듯한 느 낌이었다. " 왜...에딘에게 반하기라도 한건가? " " 예?! 아, 아니... 그런게.. " 순간 이리아는 뒤에서 들려 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숙였다. 라 우디는 이리아를 지나치며 에딘의 곁에서 에딘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 에딘. 일어나라. " 라우디의 무거운 목소리가 에딘의 귀에 내려앉자 에딘은 그대로 눈을 떴다.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라면 눈을 비비며 조금만 더 자겠다고 하겠지만 에딘은 눈을 뜨고는 라우디에게 인사를 하고 잠자리라고 할 수 없던 땅바닥을 대충 정리했다. 그런 에딘의 모습을 보고 있던 라우디는 입가에 손을 가져갔다. 문득 이리 아는 등을 보이고 서 있는 라우디의 모습이 케라인에서 주점을 나서던 에딘 의 뒷모습과 겹쳐 보였다. 라우디는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라우디는 손가 락을 살짝 물며 고음의 휘파람을 불었다. 그리고 이리아를 돌아보며 말했다. " 그 팔찌... 소중히 하거라.. " 우연히 라우디와 시선이 마주친 이리아는 우수에 젖은 라우디의 눈동자에 숨이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자식에게 유언을 남기는 부모의 모습과 비 슷한 눈빛이었다. 이리아는 즉시 에딘을 바라보았다. 에딘은 어느새 자리에 서 일어나 이리아를 보고 있었다. 에딘은 이리아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냥 미 소만을 지었다. 언제나처럼... 이리아는 그 미소 안에 무거움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가슴 한 구석으로 느끼고는 아무말 없이 팔찌로 시선을 돌렸다. 말못할 일들이 에딘과 라우디 에게 있다는 것을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관계도 아닌 이상 그것은 그대로 덮어두기로 했다. 과거야 어쨌건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언제나 미소짓고 있는 에딘이 편했다.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이리아는 팔찌를 손가락으로 톡 건드려 보았다. 곧 땅이 진동하며 낯익은 소리가 들려 왔다. 그리고 나무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두 마리의 흑과 백의 상반된 색을 바라보면서 이리아는 천천히 에 딘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화창한 아침. 이리아는 다시 에딘의 앞에 말을 타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은 지금까지와 달리 에딘의 가슴이 따스하다는 느낌을 받아 무심코 에딘에게 기대게 되었다. 에딘은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지으며 코끝을 간질이는 이리아의 머리결 에 말의 움직임을 이용해 아무도 몰래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머리에 감겨진 머리띠가 팔랑여 점점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에딘은 주 변을 메우고 있던 수풀이 줄며 길게 트인 대로가 보이기 시작함에 말고삐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 저와 같이 있는 동안은.... ' 그리고 두 발로 말의 배를 쳐 말이 달리게 했다. ' ..상처 입게 하지 않을게요.... ' " 그렇게 서둘지 않아도 된다. " 라우디의 말이 들려오기는 했지만 코에 와닿는 짤막한 머리결의 느낌이 좋 았다. ' ....미소를 보고 싶어요.. 한 번만이라도.. ' < 2장 終 > -+-+-+-+-+-+-+-+-+-+-+-+-+-+-+-+-+-+- [ ^^ 이번 장은 조금(?) 짧습니다. ] 슬슬 이리아와 에딘의 러브 스토리 쪽으로 흐르고 있죠? (그래서 이번 장이 짧은 겁니다. 러브러브~는....우웅...) 다음 장에서부터 본론으로 들어갈 겁니다. 라우디의 이야기... 에딘의 이야기... 그리고 이리아의 잊혀졌던 과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 Ipria * 3장으로 넘어가는데.... 조회수는 바닥... 추천도 없고... 과연 이 글...괜찮다고 봐야 하나요? ^^? ** I: 따스하다는 것은 참 좋은 거야...이상하게 왜 그것을 이제 느꼈지...? E: 언제나 함께하던 외로움이 잊혀져 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Ip: 그리고 에딘을 사랑하게 되니까 그러는 거지. I: 뭐, 뭐에요! E: 저....이프 님, 사랑 한 번 제대로 못해봤죠!! 어떻게 이런 일에 그런걸 연결시키는 거죠?! Ip: ...그래 너희들 잘났다! 두고 보자! 잠시만 있으면 내 진정한 모습이... 『SF & FANTASY (go SF)』 49793번 제 목:<이리아> ▣ 외전 .Ⅰ. 기억 ▣ -18-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18 00:07 읽음:393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외전 Ⅰ. 아버지에 대한 나의 기억. <18> ----------------------------------------------------------------------- 열심히 말을 달리는 에딘. 그런 그의 앞에 앉아 있는 이리아. 둘의 모습은 보기 좋다고 할 수 있지만 둘이 맺어지리라고는 생각지 않는 다. 나 역시 그렇기에... 내가 그녀를 멀리 떼어놓았던 것처럼... 에딘도 나 와 같은 슬픔을 얻지 않기를 바랄 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벌써 19년이나 지난 일이 에딘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계속 떠오른다. 내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버린 그 당시 그 때. 내가 그녀를 만나고... 아디오스를 만나고... 아버지를 잃었던... =-=-=-=-=-=-=-=-=-=-=-=-=-=-=-=-=-=-= " 얘야.. 우리 가문에 대한 것을 잊고, 내가 어떤 사람이란 것도 잊고, 네 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단다. " " ...예.. 알고 있어요. " 소년은 해맑으면서도 깊이가 있는 보라빛 눈동자로 곁에 있던 남자를 올려 다보았다. 소년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남자는 핏빛에 가 까운 눈동자로 소년을 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두터우면서 화상을 입은 아버지의 손길이 거칠기는 했지만 소년은 그것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아버지의 행동을 여 느 아이들처럼 거부하지 않았다. " ...그 아이.. 마음에 들지 않니? " " 무, 무슨 말씀이세요! " 의외로 진지해진 남자의 얼굴과 달리 소년의 얼굴은 부끄러움으로 새빨개 졌다. 그 모습이 재밌었는지, 귀여웠는지 남자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소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하던 말을 계속 이었다. " 아니.. 내 말을 잘 듣거라. 아까는 나를 생각해서.. 가문을 생각해서 그 아이를 지켜 주겠다고 한 것 같은데, 나는 너의 진심을 알고 싶단다. 피 하려고 하지 마렴. " 소년은 아버지의 말에 잠시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살짝 곱슬이 섞인 금발 의 귀공녀 같던 붉은 눈동자의 소녀. 같은 나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품 있고 예의 바르며 많은 생각을 하고 있던 아이였다. 이번 여행이 그 아 이와의 약혼을 위해서였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에 소년은 아버지의 말대로 모두를 위해 허락의 뜻을 비쳤던 것이었다. 그리고 본심도... " 뭔가....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눈동자였어요. 눈물은 맺히지 않았지만 곧 울음을 터트릴 듯한 눈동자의 가련한 아이.. 무엇이 그 아이를 그렇 게 만드는지 모르지만...솔직히 지켜 주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결 혼까지는 생각지 않았지만요. " " ....너도 참.... " " 나이에 걸맞지 않는 애라고 할까요? 얘기를 나누다 보면 편안한 기분이 예요. " 그 순간 남자가 흐뭇하게 짓고 있던 미소가 무너져 내렸다. 남자는 입가를 가리고는 걸음도 멈추고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소년은 갑작스런 아버지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자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간신히 말했다. " 나이에 걸맞지 않는 애라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니지 않니?? 생각해 보렴. 그 아이도 널 어떻게 보고 있었겠니? 쿡쿡쿡... " " 그, 그런.... " 소년은 아버지의 말에 그 애의 시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고는 볼 을 톡톡 치며 고개를 숙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아이가 한 행동이나 소 년 자신이 한 행동이나 다른 점이 거의 없었다. " 그래도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다. 잠깐 여기서 기다리렴. 말을 가지고 올테니. " " 예. " 남자는 웃는 동안 흐트러진 금발을 뒤로 넘기며 소년을 작은 공터에 놔두 고 근처에 매어 두었던 말을 가지러 갔다. 마치 화목한 평민 가족과 같은 분 위기였지만 엄연히 남자는 상당히 높은 작위의 영주 가문 남자였고, 소년은 그의 상속자였다. 그러나 둘 다 입고 있는 옷은 화려함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수수한 옷이었다. 어느 영주가 자신의 어린 아들을 어두운 저녁, 공 터에 놔두고 자리를 비우겠는가? 한 마디로 남자는 귀족과 전혀 어울리지 않 는 사람이었다. 소년은 공터에 놓인, 굵기는 하지만 아주 짤막한 나무 토막에 걸터앉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곳곳에 오래된 나무들이 상처 없이 심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 영주가 꼼꼼한 성격으로 정원 가꾸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어렴풋 이 짐작되었다. " 에이... 왜 이런 생각밖에 되지 않는 거지.. " 주의력이 좋다거나 관찰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잊고 싶었다. 평범한 아이들 처럼.. 그렇게 있고 싶었다. 그래서 소년은 고개를 가로젓고는 눈을 감고 하 늘을 올려다보며 숨을 들이켰다. 자그마한 폐부에 들어오는 맑은 공기가 답 답했던 가슴을 시원하게 터주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따스함과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체온이 머리를 감싸기 시 작했고, 소년은 목까지 새빨개져 뻣뻣하게 굳어 버리게 되었다. 곧 그 체온 은 살짝 머리에서 멀어지며 머리카락을 간질여 갔다. " 그, 그만... " " 부끄러워하기는...요. " 소년은 억지로 몸을 돌았다. 소년의 시선 끝에는 금발의 매혹적인 여인이 무릎을 꿇은 채로 미소짓고 있었다. 흰색 원피스 차림의 여인은 어깨까지 내 려오는 금발을 살며시 매만지며 생기 넘치는 눈동자로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 다. 소년은 그녀를 만날 때마다 두근거리던 가슴이 이번에도 변함없음을 알 고 그녀와 시선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 아직 아버님께는 말씀드리지 않았죠? " " ...예. " " 고마워요.. " 여인은 소년의 대답에 방긋 웃었다. 그리고 소년의 두 손을 가볍게 잡았다. 소년은 조심스레 물었다. " 왜 저에게 이러시는 거죠? 그리고 어떻게 제가 있는 곳을 알고 찾아오는 거죠? " 이곳에 오는 동안, 아버지가 자리를 비우는 사이 이렇게 만나는 만남은 벌 써 스무 번이 다되어 가고 있었다. 소년은 이와 같은 만남은 정상이 아니라 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여인은 잠시 대답을 주저하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 사랑하니까요. 지금은 소년일 테지만 몇 년 후면 건장한 청년이 되어 있 을 당신을요. " " 그건 말이 안되잖아요! " " 시간이 지나면 차차 알게 될 거예요.. " 소년을 잠시 할 말을 잃고 멍한 얼굴로 여인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미 스 무 살을 넘긴 듯한 여인의 말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러 가지 방향으 로 사고를 확대시켜도 그것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러던 중, 소년은 문 득 자신이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만남과 대 화는 언제나 그 여인으로부터 시작했다. "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죠, 레이디? " 귀족으로서 필요한 예절 교육을 받았기에 소년은 정중히 여인에게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 아디오스. 저주받은 이름이지.. " 소년은 등뒤에서 들려 오는 목소리에 몸이 깜짝 놀라는 것을 느꼈다. 그것 은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짙은 살기가 배어 있었다. 뭔가 크게 잘못되고 있다는 대답이 계속 되는 사고 속에 나왔다. 여인은 소 년과 키를 맞추기 위해 꿇고 있던 무릎을 펴며 소년의 어깨를 잡았다. " 미안하게 됐군요.. " " 손 떼!! " 남자는 여인의 손이 에딘의 어깨에 닿자 그대로 몸을 날려 에딘에게 달려 들었다. 그의 시선은 오직 에딘에게 머물고 있었다. 에딘은 평소와 달리 화 를 내며 냉정하지 못한 아버지의 모습에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일이 비극의 씨앗이 될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우연히 마주친 아버지의 눈동자는 걱 정의 빛을 띠고 있었다. 소년은 그 눈빛에 가슴 한 구석 어딘가가 두근거림 을 느꼈다. " 저와 물의 힘으로 싸우자는 건가요? 알고 있을 텐데요? 물의 마법. 그것 을 가르친 사람이 누구라는 사실을...그리고 그 결과가 어떤 것이리라는 ... " " 넌 그 때 죽었어야 했어! " 남자의 고함과 함께 손에서 솟아나는 청색의 빛에 소년은 눈을 비벼 그것 이 현실인가를 확인해야만 했다. 어느새 남자의 손에는 물이 몽글몽글 뭉쳐 덩어리져 있었다. 그것은 여인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서 물이 생겨난 것이지 는 알 수 없었지만 신기한 것은 물이 손안에서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는 것이었다. 소년은 불현 듯 수많은 서적 속에 적혀 있던 한 단어가 떠올랐 다. " 마법? " 하지만 소년의 중얼거림은 소년의 몸을 옆으로 미는 여인의 힘에 묻혀 버 리게 되었다. 순식간에 공터 전체 공기가 무거워지며 숨막히는 긴장감과 전 쟁터를 방불케 하는 살기가 번뜩였다. 소년은 옆으로 넘어지며 두 사람의 모습을 확실히 볼 수가 있었다. 남자의 손바닥 위에서 출렁이던 물덩이는 여인의 머리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들었 다. 그것에 직격으로 맞는다면 뒤로 튕겨 나갈 듯하게 보였지만 그것의 실제 위력이 그 정도가 아니라는 것은 그들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여인은 그것을 오른손에 생성된 물덩어리를 들어 맞부딪혔다. 마치 서로의 반발로 폭발할 듯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눈깜짝할 사이에 서로 뭉 치며 여인의 손에 들어갔다. 힘도 없을 듯한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녀는 그 것을 받아 쥐며 팔을 작게 뒤로 돌렸다. 그리고 남자가 던진 물덩어리의 날 아오던 힘도 같이 돌려 자신의 두 배정도 커진 물덩어리를 그대로 던졌다. 남자는 황급히 두 손으로 주먹을 쥐고는 뒤로 물러나며 막대를 잡듯 주먹 을 붙였다. 그러자 남자의 손에서는 물줄기가 뿜어지며 검의 길이 정도 되는 물의 막대가 생성되었다. 그것으로 남자는 여인이 던진 물덩어리를 갈랐다. 그것은 결코 막대로 물을 치는 광경이 아니었다. 남자가 휘두른 막대는 마 치 얼음을 쪼개듯, 공중에 떠 있는 물덩어리를 내리 쳤고 사람 머리 두 개만 한 그 물덩어리는 얼음 조각이 튀듯 돌처럼 산산이 부서져 나가며 파편을 튀 겼다.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파편은 생겼기에 남자는 시야 안에 그것들을 전부 담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소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파편들 중에 주 먹만한 파편 하나가 소년을 향해 날아들고 있다는 것을 소년은 느꼈다.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구의 형태가 되어 공처럼 날아오는 물덩어리에 소년 은 신비함을 느꼈다. 그것이 속한 세계는 또다른 세계. 그것이 어떤 것인지 에 대한 경계심보다 호기심이 먼저 발동했다. 그래서 소년은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잡으면 손에 잡힐 듯한 그 물체는 점점 소년의 손으로 다가왔다. " 아, 안돼! " 여인의 비명이 소년의 신경을 자극했지만 소년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그 러나 다행히 소년의 손이 그 물덩어리에 닿기 전에 순간적으로 남자의 몸이 소년의 앞에 나타났다. 먼지가 떨어지듯 흰 가루가 부슬부슬 떨어지며 나타 난 그의 뒷모습에 소년은 손을 향해 다가오던 물덩어리에서 시선이 떨어지게 되었다. 손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둔탁한 소리가 울리며 남자의 몸은 앞으로 고꾸라져 갔다. 소년은 남자의 등이 갈라지며 얼굴에 튀어오는 붉은 액체에 이것이 꿈이길 바랬다. 그러나 남자의 몸은 앞으로 고꾸라진 채 부들부들 떨며 경련을 일으 켰다. " 아, 아, 아!!! " 꿈이 아닌 일을 꿈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소년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비명을 질렀다. 그와 함께 남자의 몸을 무너트린 물덩어리를 잡기 위해 뻗었 던 손끝이 흰색 빛에 감싸이기 시작했다. " 거짓말이야!!! " =-=-=-=-=-=-=-=-=-=-=-=-=-=-=-=-=-=-= ...그것은 기억의 일부. 내 인생의 시작점. " 마스터, 무슨 생각이시죠? 저녁 식사 다 됐다니까요. " " 아...에딘.. " 작은 모닥불을 피워 간단한 재료로 만든 에딘의 요리를 보면 아버지가 떠 오른다. 험한 음식 같던 그 당시 노숙하며 먹었던 음식이 그립니다. 어색하 게 나를 보는 이리아의 시선이 느껴지지만 신경 쓰기 싫다. 다시 나타난 아 리오스.. 기분 나쁘다. 뭔가 뒷 속셈이 더 있을 듯한 느낌이 나의 신경을 팽 팽히 자극한다. " 잘 먹겠습니다! " " ...잘 먹겠어, 에딘. " 어린애처럼 손을 마주하며 누군가에게 잘 먹겠다고 말하는 에딘과 그런 에 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이리아. 나와 그녀는 둘의 모습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아디오스로 인해 치닫기 시작한 나의 운명과 나의 인생. 그녀에게 다정하게 대하지 못한 나 자신이 한심스럽다. 아디오스를 신경 써 그녀에게 소흘해 졌던 나 자신이... ' 역시 한심하다고 생각하시죠...? 아버지..어머니... ' 밤하늘에 떠있는 별들을 그녀는 보고 있을까.. 나와 같은 마음으로 보고 있을까.. 하늘의 별들이 더욱 밝아지는 것과 함께 시간은 흐른다. 언젠가는 멈추어질 여행의 흐름처럼 부드럽게. < 외전 1 - 아버지에 대한 나의 기억 終 > -+-+-+-+-+-+-+-+-+-+-+-+-+-+-+-+-+-+- [ ^^ 외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 외전은 외전이되, 장과 장 사이의 이야기 입니다. 보면 지루한 내용이긴 해도 보지 않으면 본편 내용 이해가 힘든, 중간 이야 기가 되겠군요. ^^ 처음은 라우디의 과거 기억 일부였습니다. (일.부.였다니 까요...) 마치 보면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여행을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 습니다. 현재 모든 캐러의 시작점이..(앗!..더 이상은 말할 수 없군요. ^^;) 짧게 말해, 그 여자를 찾는 것이 목적에 도달하는 일부 이벤트입니다. (참고로 라우디의 성격은 아버지와 비슷합니다.) 이만 줄이죠. 다음 편부터는 3장입니다! - Ipria * 누가 추천 좀 해줘요~~~ (--;;;) 커, 커헉....어째서... ** Ra: 그렇군...난 그것을 연구하는 중이었어.. 에딘.. 너에게 뒤를 맡긴다. E: 예엣! Ra: ...너의 과거.. 나의 과거.. 이리아의 과거.. 공통점이 있는 우리들.. Ip: 또다시 헛소리인가... --; (진짜?) Ip: 묻지마!! 『SF & FANTASY (go SF)』 50032번 제 목:<이리아> ▣ 3. 마음의 결정 ▣ -19-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19 03:03 읽음:411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 속에 잊혀진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3장. 마음의 결정. <19> ----------------------------------------------------------------------- 메케한 탄내. 창에 꽂히는 투박한 촉감. 주변을 붉게 물들이는 진홍빛 액체. 숲 속에 아기자기 하게 자리잡았지만 지금은 불화살들로 인해 횃불처럼 타 오르는 건물들. 흔히 말하는 죽음의 광경이란 것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일사 불란하게 움직이는 흑빛 갑옷의 홀레이텐들 사이에는 단 한 명의 핏 빛 갑옷의 여인이 갑옷의 색과 비슷한 적마(赤馬)를 타고 있었다. 갑옷의 가 슴에는 두 자루의 낫이 교차되어 있는 단순한 그림이 세밀하게 새겨져 있었 다. 갸날픈 그녀의 손에 들린 한 자루의 창 끝에는 어린 남자아이가 등이 꿰 뚫려 꽂혀 있다. 4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의 몸은 부들부들 떨리며 간신히 간 직하고 있던 피를 쏟아 낸다. 여인은 창을 비틀어 아이의 등에 난 구멍을 넓 히고는 창을 빼냈다. 원래 금속의 광채를 냈을 듯한 창은 피로 물들어 여인 의 것이 되어 있었다. 곱슬진 금발은 뒤로 한데 묶여져 있었다. 단발머리였기에 묶인 곳에서 길 게 내려오지는 않았다. 그녀는 창을 반바퀴 돌려 방금 막 뿜어진 피를 털어 내고는 다음 목표를 찾았다. 작은 마을에 불과한 곳을 철저하게 폐허로 만드 는 그녀의 얼굴은 발그래 물들어 있었다. 날카롭게 뻗은 얼굴선이 부드러운 눈매와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녀 주위에 흐르는 살기 어린 공기가 전체적 으로 그녀를 뾰족한 검날처럼 만들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죽여온 사람들의 몸에서 뿜어진 핏빛 눈동자로 주변을 둘 러보고는 들고 있던 창을 곁에 서 있는 종자에게 넘겼다. 말을 탄 그녀와 달 리 땅에 서 있던 그의 등과 손에는 많은 무기들이 있었다. 18세 정도로 보이 는 여인보다 세 살 정도 어린, 소년에 불과한 그는 창을 받아 들고는 여인의 시선이 찾은 마을 남자를 보며 비스듬하게 날이 선 킨(*1)이 장전 되어 있는 킨로드(*1)를 여인에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그것을 받아 들고는 흡족한 얼굴로 멀리 보이는 한 남자를 겨냥했 다. 약간 굵은 듯 하지만 가려린 그녀의 손가락은 날카로운 킨 끝을 따라 움 직이는 남자를 보며 서서히 방아쇠에 닿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남자의 움직임이 멈추었을 때, 킨로드에 장전되어 있던 단 한 발의 킨은 일직선으로 남자의 몸을 향해 날아갔다. 갑작스런 기습으로 우왕자왕하는 공기를 가르며 섬광처럼 날아간 그 선은 정확하게 조준되어 있 던 킨은 남자의 가슴 한 복판을 꿰뚫어 버렸고, 그 남자는 균형을 잃은 인형 처럼 털썩 쓰러졌다. 여인은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띄우며 킨로드를 뒤로 던 졌다. 그리고 다시 종자에게 손을 내밀어 검을 건네 받고는 입을 열었다. " 따라 올 필요는 없다. " 그녀의 입가에 지어진 잔혹한 미소처럼 말투는 차갑게 식어져 있었다. 그 녀는 주변에 시체밖에 없는 그곳에 종자를 남겨 두고 흑빛 갑옷의 홀레이텐 들이 학살을 하고 있는 곳을 향해 달렸다. 반항하는 마을 사람들을 일격만으 로 죽이던 홀레이텐들은 그녀의 붉은 갑옷을 보고는 급히 길을 내주며 기수 를 돌렸다. 종자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불안한 눈빛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 블러디 나이트...레오. 조심하시길... " 누군가 그의 말을 들었다면 허탈한 웃음을 지었겠지만 그에게 있어서 그녀 는 그의 전부였다. 그런데 마치 그 말을 듣기라도 한 듯이 그녀는 피식 웃으 며 홀레이텐들을 지나쳐 사람들이 도망치고 있는 마을 광장 한복판에서 말을 멈추었고, 즉시 하늘을 향해 왼손을 들었다. 해가 쉬엄쉬엄 넘어가는 가운데 여인의 모습은 석양을 받으며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 바람이여, 모든 것을 부셔라. 갈아라. 나에게 피보라를... " 그녀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중얼거림은 작은 흥얼거림으로 서 그녀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 나왔고, 하늘을 향하고 있던 왼손에서는 공기 를 찢는 파공음이 울리며 여섯 줄기 빛과 함께 여섯 개의 원이 그려졌다. 마 을 사람들은 마법이란 단어를 떠올리고는 있는 힘껏 발악하듯 도망치려고 했 다. 그녀는 주위 건물과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사람들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 다. 어느새 학살을 자행하고 있던 홀레이텐들은 재빨리 종자가 서 있던 마을 입구를 지나 멀리 후퇴를 하고 있었다. " 하하하하! 카하하하!!! " 미친듯한 미성의 목소리와 함께 공기를 가르는 바람 소리에 마을 사람들은 몸을 떨었다. 피의 마녀, 블러디 나이트 레오 로벨리아. 그녀는 언제나 피바 람을 몰고 다닌다는 소문이 모두의 뇌리에 스치고 지나갔다. " 사라져라! " 그녀의 짤막한 외침과 더불어 그녀의 말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바람이 거 세게 불기 시작하며 회오리가 생성되었다. 그 회오리는 바닥의 흙을 갉아 내 하늘로 던지며 점점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가까이에 있던 건물의 벽은 일순 간에 뒤로 넘어갔다. 처음에 그것은 느릿하게 퍼지는 듯 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쏴악, 하는 파공음이 마을 전체를 뒤덮는다고 모두 느끼 는 순간 그 회오리는 아케르트가 쏜 화살보다도 빨리 마을 전체로 퍼져 나갔 다. 공기를 찢어 진공으로 변하는 대기 속에 건물들은 모래로 만든 모래성처럼 갈가리 찢겨 나갔다. 필사적으로 달아나려던 마을 사람들은 회오리에 휩싸이 며 순식간에 핏방울이 되어 모습을 감추었다. 레오는 그 중심에 서서 핏빛에 가까운 입술을 혀로 살짝 핥았다. 귀가 멍 할 정도로 충격이 오기는 했지만 그녀는 그녀의 적마와 함께 평정을 유지한 채로 가만히 주변 광경을 즐겼다. 머리를 뒤로 묶어 놓았던 끈이 끊어져 살짝 곱슬진 금발이 턱까지 내려와 찰랑였다. 흥분으로 인해 발그래 물든 그녀의 얼굴과 촉촉히 빛나는 그녀의 입술은 매혹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광채 어린 핏빛 눈동자와 입가 에 지어지는 미소는 사신을 방불케 했다. 온통 핏빛으로 이루어진 그녀의 모 습.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블러디 나이트, 레오 로벨리아는 서서히 마법의 힘을 줄이면서 왼손을 내렸다. 공기를 가르던 마법의 힘이 약해지자 대기는 고요해지며 주위의 물체들을 가라앉게 만들었다. 그러나 레오를 중심으로 남아 있는 것은 마치 거대한 괴 물이 할퀸 듯한 자국이 남은 맨땅뿐이었다. 아기자기하게 자리잡고 있던 마 을 안의 건물들은 그 어느 곳에도 없었다. 처음부터 공터였다는 듯이 주변은 모래사장이 되어 있었다. 레오는 살며시 왼손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오 른손으로 말고삐를 당겼다. " 나이트 로벨리아 님! " 그런데 멀리서 한 명의 홀레이텐이 검은 직선을 그리며 빠른 속도로 달려 왔다. 레오는 자신을 부른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등에는 전령을 뜻 하는 핏빛 깃발이 꽂혀 있었다. 그는 목소리가 레오의 귀에 확실히 닿을 거 리가 되자 힘껏 외쳤다. " 본국으로부터의 전갈입니다! 근신이 풀렸답니다! 그리고 아디오스 님께 서 돌아 오셨습니다! " 그 말에 레오는 멍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떨구었다. 방금 전과 달리 차분 하게 가라앉은 그녀의 분위기는 마치 울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오히 려 그녀의 입에서는 웃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천천히 젖어가는 눈동 자로 작게 읊조렸다. " 하하하... 돌아 왔어... 돌아 왔어..! 언니가 돌아 온 거야! " 레오는 있는 힘껏 말고삐를 휘둘러 말을 달리게 했다. 십 년만에 다시 돌 아온 사람을 만나기 위해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잊은 채 말을 달렸다. 레오 의 모습은 흙먼지와 함께 마을이 있었던 공터를 뒤로 하고 점점 더 멀어졌다. 흑빛 갑옷의 홀레이텐들은 레오가 가는 길을 터주고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지금껏 죽인 사람들도, 불타오르던 건물들도 완벽하게 사라진 마을. 울창 한 숲 속의 그곳에는 저녁 석양이 아름답게 펼쳐졌다. 몇 년 후면 그곳은 다 시 숲으로 돌아갈 것이다. 유(有)가 무(無)로 돌아가고 있었다. =-=-=-=-=-=-=-=-=-=-=-=-=-=-=-=-=-=-= 아디오스는 쓸쓸한 얼굴로 손에 들린 잔의 붉은 액체를 보았다. 그 안에서 는 한 남자의 얼굴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래서 아디오스는 그것을 마시지 못 하고 계속 그 안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아파왔다. 매몰찬 그의 행동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서로의 골은 너무나 깊었다. 벽면 하나가 유리창으로 이루어진 곳에 아디오스는 살 짝 몸을 기대며 잔의 끝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눌렀다. 그리고 잔끝을 따라 둥글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 와중에 아디오스의 눈동자는 점점 더 촉촉이 변해 갔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눈물을 흘리는 것은 그가 상처 입거나, 죽었을 때 그의 앞 에서뿐. 아디오스는 억지로 감정을 억제하며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그 때 문이 벌컥 열리며 붉은 색 전투복을 입은 여인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 언니. " " 로벨리아... 아니 레오. 잘 있었니? " " 언니!!! " 레오는 대답 대신 아디오스에게 달려왔다. 아디오스는 팔을 벌려 다섯 살 정도 나이 차가 나 보이는 레오를 안아 주었다. 블러디 나이트의 핏빛 갑옷 안에 입는, 허리 아래까지 내려와 허벅지를 가리는 웃옷 형태의 붉은 색 전 투복과 이노네스의 국화(國花)라고 떠올리는 아이리빛의 순백색 원피스가 선 명히 대조를 이루었다. 하지만 서로 겹쳐지는 가느다란 다리는 둘이 자매라 는 것을 증명하듯 부드러운 곡선으로 곱게 뻗어 있었다. " 보고 싶었어.. 언니.. 도대체 그 동안 어디 갔었던 거야.. 벌써 십 년이 야. 십 년.. " " 많이 예뻐졌구나.. 레오. " 아디오스는 가슴에 얼굴을 부비는 레오를 다정한 눈빛으로 보며 머리를 쓰 다듬어 주었다. 레오의 머리카락은 아디오스의 손길에 튕기듯이 살랑거렸다. 레오는 그녀의 그런 행동이 좋았다. 십 년전과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아 리오스의 모습에 안심이 되었다. 레오는 아련하게 기억에 남아 있던 아디오 스의 체취에 뺨이 발그래 해졌다. 그러나 문득 레오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 고는 아디오스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손등으로 눈가를 닦으며 말했다. " 피냄새... 싫지? " " ...사랑하는 동생인데 괜찮단다... " " 언니.... " 레오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마을 한 복판에서 사신과 같던 모습과는 전 혀 다른 모습이었다. 붉게 물든 볼과 애처로운 눈동자, 그리고 찰랑이는 금 발이 안아 주고픈 귀여운 여인의 모습이었다. 피의 마녀라고도 불리는 그녀 의 다른 일면이었다. 아디오스는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레오에게 건네며 레오 의 머리를 부드럽게 안아 주었다. " 그 동안 못 와 봐서 미안.... " " 난...언니가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어.. " " 미안... " 아디오스는 레오의 몸에서 풍기는 비릿한 피냄새와 메케한 탄내 사이에서 아늑한 아이리의 향기를 느끼고는 레오의 목덜미를 살짝 간질여 주었다. 레 오는 웃음을 터트리며 아디오스에게서 다시 떨어졌다. " 너, 너무해.. " " 그건 변하지 않았구나. 예전에는 같이 자면서 자주 그랬었는데... " " ...잊을 수 없는 추억이지.. " " ....레오. " " 추억... " 그런데 레오는 그 동안 머물고 있던 미소를 지우면서 손에 들린 잔의 액체 를 단번에 마셔 버렸다. 갑자기 숨막힐 듯한 공기가 레오의 주변에 흘렀다. 눈물로 얼룩져 있던 레오의 눈동자는 손에 들려진 유리잔을 노려보았다. 아 리오스는 반쯤 눈을 감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자 레오의 손에 들려져 있 던 유리잔은 산산이 조각났다. 유리 조각이 손에 박히며 핏방울들이 레오의 손에서 떨어져 내렸지만 레오는 그것에 신경 쓰지 않고 입을 열었다. " 얘기는 들었어... 그리고 내 근신..언니 때문에 풀린 거지? " 아디오스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레오는 손을 털어 핏방울과 함께 유리 조각을 털고는 아디오스의 손을 잡았다. " 결국 근신이 끝났어. 이제 그곳으로 갈거야. 나를 이렇게 만든... 소중 한 추억을 짓밟은 그 자식을 죽이기 위해... " 아디오스의 새하얀 손은 레오의 피로 물들어 갔다. 레오는 발꿈치를 들며 말했다. " 금방 갔다 올게. " 똑같은 금발. 똑같은 핏빛 눈동자. 레오는 아디오스의 입술에 살짝 키스하고는 몸을 돌려 방에서 걸어 나갔다. 방에 들어올 때와 달리, 그녀는 전투시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아디오스 는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침대로 걸어갔다. 새로이 마련된 레이스 달린 흰색 침대보가 그녀의 이미지와 어우러졌다. 아디오스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두 팔 로 가슴을 감쌌다. " 핏빛...피를 몰고 다니는 아이... 일그러진 사랑...난 그 애에게... " 아디오스의 몸은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흰색 원피스에는 레오의 피로 붉 은 색 혈화(血畵)가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아디오스는 그 옷을 갈아 입으려 고도, 벗으려고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이곳으로 돌아옴으로서 시작되는 일들이... ' 조심해요... 라우디. ' < 계속 > -+-+-+-+-+-+-+-+-+-+-+-+-+-+-+-+-+-+- < 주석 - 역사학자 유우란의 저서, 복잡하다고 여겨지는 여러 용어들의 해석과 나 자신의 견해.에서 일부만 발췌. > *1> 킨, 킨로드(Keen, Keen-Lord) - 킨은 무심코 보면 쇠꼬챙이처럼 생겼지만 그것은 둥글게 말린 한 겹 의 얇은 철판이다. 파괴력은 사람을 관통할 정도, 혹은 관통하지 못했 때에는 그의 피를 모두 뽑아 낼 정도이다. 하지만 제작에 많은 비용이 소모되고 검 열자루를 만들 비용의 킨로드라는 킨을 쏠 장비가 필요하 기 때문에 쓰는 기사는 극히 드물다. 더구나 내구성이 너무 나쁘다. 활에 쓰이는 시위보다 더욱 질긴 시위를 가진 킨로드는 한손에 들고 가로로 놓인 시위에 장전된 킨으로 정교한 조준을 할 수 있다. 방아쇠 를 당기면 시위가 움직여 킨을 쏘는데, 그 거리는 아케르트가 쏘는 화 살의 1.5배정도 더 길다. 하지만 보관이 어렵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너 무 비싼 비용으로 인해 이노네스의 블러디 나이트나 세레스의 룬 나이 트 이외 기사단이 썼다는 기록은 없다. -+-+-+-+-+-+-+-+-+-+-+-+-+-+-+-+-+-+- [ 킨로드... 간단히 석궁입니다. ^^ ] 하프 라이프의 석궁이 생각나는 군요. ^^ 새로운 캐러 레오 로벨리아.. 레오(Leo)는 사자를 뜻하죠. ^^ 가장 마음에 드는 이름이에요~~ (이름은 남자, 성은 여자 쪽이죠.. 너무 잘 어울려요~~ ^^*) - Ipria Ps. 로벨리아(Lobelia) -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꽃이랍니다... ^^; 악의를 뜻합니다. 드디어 꽃 이름까지 손을 뻗친 이프... 캐스팅합니다~~~ 좋은 이름 보내주세요~~~!! (주요 인물에는 못들어 갈 듯 하지만 멋진 액스트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 ** (아디오스와 레오의 레즈 버전... ^^;) Ar: 레오 이리오렴.. (그리고 술을 약간 머금는다.) Le: ....언니... (촉촉이 젖은 눈으로 아디오스를 본다.) Ar: ...... (아디오스는 그대로 레오에게 키스한다. 두 사람의 입술 사이로 핏빛 액체가 흐른다.) Ip: 뭐, 뭐하는 짓이야!!!! \./!! 그만해~~~~ 『SF & FANTASY (go SF)』 50165번 제 목:<이리아> ▣ 3. 마음의 결정 ▣ -20-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19 23:01 읽음:405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 속에 잊혀진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3장. 마음의 결정. <20> ----------------------------------------------------------------------- 로라시아 력 777년 8월 10일 저녁. 네클이라는 처음 보는 생물에 의해 예상외의 일에 휘말렸던 이리아는 제스 트 서쪽 이노네스와의 국경 도시 펠레인에 도착했다. 국경 도시이기 때문에 삼엄한 경비였지만 모두 완벽한 통행증까지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문 제없이 펠레인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케라인에서 일으켰던 난리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상부에 보고부터 해야했으므로 아직 이곳까지 알려지지 않은 상 태였다. 펠레인은 국경 도시이기는 했지만 겉모습은 여느 도시와 다를 바가 없었다. 도시 내 건물들도 평범함 그 자체였다. 단지 주변 곳곳에 치안대에 속한 견 습 기사들과 기사를 지망하는 전사들이 많이 돌아 다닌다는 것뿐이었다. 이 리아는 말고삐를 쥐고서 걷고 있는 에딘과 라우디가 신경 쓰여 슬쩍 보았지 만 에딘은 방긋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라우디는 눈동자로 무기를 든 모든 사람들의 움직임과 흐름을 읽으며 이리 아와 에딘을 여관으로 이끌었다. 에딘의 문제로 두 번이나 흐름이 느려졌었 기 때문에 여정은 생각보다 많이 길어져 있었다. 눈에 잘 띄지 않게 평범한 여관으로 간 라우디는 이리아에게 아무말 없이 방을 두 개로 정하고 열쇠를 넘겨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를 에딘에게 주 고는 다시 밖으로 나가 버렸다. 에딘은 라우디의 뒤를 향해 살짝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자신의 방을 찾아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리아는 에딘의 뒤를 따라 올라가 약간 투박하게 만들어진 열쇠에 큼지막 하게 적힌 방 번호를 보고 문을 열었다. 그러다가 어깨를 잡는 손에 뒤를 돌 아보게 되었다. 그곳에는 에딘이 있었다. " 잘 자요. " " 아- 응.. 그래. " 이런 일은 어색했다. 하지만 에딘은 밝게 웃으며 이미 문이 열려 있는 자 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이리아는 에딘의 방이 바로 맞은편임을 알고 작게 한 숨을 쉬었다. 우연이라 하기에 너무 많은 일들이 연달아 있고, 힘든 여행이 었다. 에딘이 주었던 네클의 피에 물든 조끼를 벗은 이리아는 눈에 제일 먼저 들 어온 의자에 그것을 던지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삐걱이는 소리와 그리 좋지 않은 이불의 촉감이 신경을 간질였지만 그것에 짜증을 내기에는 너무 피곤했 다. 이리아는 몸을 돌려 졸린 눈으로 천정을 올려다보며 옷의 단추를 풀었다. 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완전히 잊고 있었다. " 잘 자요...라... " 요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그 말이 좋았다. 언제나 문을 열면 아무도 없던 어둠으로 가득 차 있고 먼지만 쌓여 있던 쓸쓸한 집안과 그것을 바라보며 느 꼈던 외로움. 하지만 오늘은 그의 한 마디 인사가 언제나 비어 있던 마음 한 구석을 채워 주었다. 이리아는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천정을 보며 작 게 떠진 눈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한 사람의 얼굴을 향해 가느다란 목소리 로 말했다. " ...나...변할 지도 몰라... " 그가 누구인지 희미하게 보이는 이미지처럼 희미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이리아는 단추를 풀던 손을 멈추고 부드럽게 두 손을 맞잡으며 눈을 감았 다. 고요하게 가라앉은 방의 분위기에 맞추어 이리아의 의식은 점점 현실에 서 멀어져 갔다. 언제나 아침이면 환한 얼굴로 인사를 해오는 한 사람을 그 리며.... =-=-=-=-=-=-=-=-=-=-=-=-=-=-=-=-=-=-= < 너도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 " 그렇겠죠. " < 하지만 나와 같은 선택은 하지 말거라...에딘. > " 알고 있습니다. 책임감 있게.. 제가 한 일은 제가 책임을 질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어떤 인연을 낳게 될지 알고 있더라도. " =-=-=-=-=-=-=-=-=-=-=-=-=-=-=-=-=-=-= " 저도 알게 될 듯 하군요.. 마스터. " 에딘은 쓴웃음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방안에 인기척도 없고, 어제 방에 들어왔을 때와 별 다를 것이 없는 것으로 보아 라우디는 방에 들어오지 않았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젯밤 갈아입을 옷이 없어 네클의 피에 변색되어 있던 옷을 입고 잔 에딘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고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오랜만에 침대에서 잤기 때문인지 늦잠을 잔 듯 했다. 에딘은 머리띠 밖으 로 약간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대충 정돈하고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동시에 반대편에 나오는 사람의 모습에 눈깜짝할 사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 었다. " 잘 잤어요? " " 응. " 이리아는 문을 열자 거울에 모습이 비치는 것처럼 모습을 드러낸 에딘에게 약간 놀란 마음을 감추고 평소와 같이 대답했다. 그녀 역시 너무 피곤했었기 때문에 오늘 늦잠을 잔 것이었다. 일부러 미소를 지은 에딘은 자신의 조끼를 입은 이리아의 옷차림을 보며 말을 꺼냈다. " 옷 사러 가지 않을래요? " " ....가자. 나도 살 것이 있고. " 약간 주저하기는 했지만 이리아는 간단하게 대답하며 여관을 나섰다. 이미 밖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이곳 지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으 나 이리아는 자신이 걷고 있는 곳이 어딘지 확인하며 재단집을 찾았다. 에딘은 그런 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따르며 이유를 알 수 없는 흐뭇함을 느 꼈다. 비록 옷차림은 형편 없었지만 만약 그녀가 귀족 가문에 태어나 고급스 러운 옷과 장신구로 치장을 한다면 훌륭한 레이디가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뭘 그렇게 생각하지? " 순간 이리아가 뒤로 돌며 에딘에게 물었다. 에딘은 평소대로 거부감 없는 미소를 지은 채 이리아를 보았지만 가슴이 요동쳐 댔다. 어떻게 알았을까.. 앞을 보고 걷던 이리아가 눈치 챌 만큼 깊이 생각에 빠져 있던 것은 아니었 기에 에딘은 자신을 향해 질문을 던져 보았다. 이리아는 얼굴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지만, 심각하게 생각할 것이 있으면 혼자 있을 때 해줘. 라우디가 며칠 전에 그랬다고 에딘까지 그럴 필요는 없잖아? " " 미안해요. " 에딘은 이리아가 묻고 싶은 것을 억지로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먼저 걸음을 떼었다. 그녀가 만약 묻는다고 해도 그것에 답할 수 있는 능력 은 에딘에게 없었다. 주변에서는 3일 전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두 나라 중, 서쪽에 있던 이노네스가 펠레인 북쪽에 위치하는 나라, 헤로딘에 선전 포고 도 없이 쳐들어가 2차 전쟁을 일으켰다는 이야기가 어수선하게 오가고 있었 다. 에딘은 그 이야기들을 지나쳐 큼지막하게 자리 잡고 있는 재단집을 찾아 들어갔다. 일반 평민들이라면 재단집에서 옷감을 사다가 직접 옷을 만들었으나 귀족 이나 돈 많은 평민은 재단사에게 옷을 주문했다. 그래서 재단사가 가게에 없 는 때가 있었다. 그래서 에딘은 오늘 재단사가 있기를 바라며 문을 열었다. " 어서 오십....시오. " 문이 열리는 소리에 반갑게 나오던 청년은 더러워진 머리띠에 흰색 네클의 피로 얼룩이 진 에딘의 허름한 옷차림에 잠시 말의 흐름이 느려졌다. 하지만 에딘은 그것에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 지금 재단을 해서 입었으면 하는데... 가능합니까? " " 그렇긴 합니다만... " " 그럼 옷감을 보여주십시오. 되도록 세레스 제르네 산으로. "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에딘은 말했으나 청년의 눈동자는 크게 동요했다. 그 는 즉시 짧게 두 번 휘파람을 불고는 의자를 가지고 왔다. 그렇지만 에딘은 의자에 앉기를 공손히 거절하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재단집의 내부 를 둘러보는 이리아가 서 있었다. 물론 재단집에 온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입고 있던 치마를 바지로 바꾸며 가슴에 천을 감을 때, 케라인의 재단집에 들렸던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곳 에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 있었다. 험하게 써도 될 만한 거친 천에서부터 고급스러운 옷감까지, 용도에 따라 세분화되어 옷감들이 진열되 어 있었다. 이리아는 무심코 발걸음을 옮겨 옷감들을 살펴보았다. 이미 사려고 마음먹 었던 옷감을 찾기 보다 호기심으로 그것들을 보는 것이었다. 부드러운 색채 와 촉감에 가슴이 붕 뜨는 듯한 느낌이었다. "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설마 헤로딘에서 오신 것은? " " 아, 아닙니다. 중간에 일이 생겨 옷이 완전히 버렸습니다. " 에딘은 치수를 재는 소년들에게는 신경 쓰지 않고 이리아의 모습을 바라보 며 대답했다. 청년은 곧 소년들에게 지시해 치수를 적고는 에딘에게 작게 인 사를 하고 가게 안 곳곳에도 진열해 놓은 옷감 사이로 사라졌다. 재단사에게 치수를 알려주러 간 것이었다. 이리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에딘은 주 저함과 용기 사이에 왔다갔다 하다가 이리아에게 다가갔다. 이리아는 자신이 살 것을 찾아 그것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에딘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 이리아. " " 응? " 한 번쯤 생각해 봤던 것... 그리고 해보고 싶었던 것. 무표정에 가까운 이리아의 얼굴을 보며 에딘은 말을 이었다. " 내일...내일까지만 이대로 있어 주지 않겠어요? " " ...여자로서 말인가? " 이리아는 단번에 얼굴이 굳어지며 직선적으로 되물었다. 그것은 아무에게 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 대답은 뻔했지만 이리아는 되물었다. 에딘은 고 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예. 이리아와 닮았던 한 사람이 있었어요.. 이제 그 사람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기에.. 하루만 더 있어줄 수는 없나요? " 거절의 대답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리아는 부탁을 하는 에딘의 눈동자가 여느 때와 달리 촉촉이 젖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끔씩 보이던 슬픔 속 에 짓는 미소가 눈앞에 정면으로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애써 무시하려 해도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미와 주인에 게서 멀어져 길잃은 한 마리 어린 네코와 같은 에딘의 눈빛에 이리아는 천천 히 고개를 숙였다. " 알았..어. " 마음이 약해지고 있었다. 일반인으로서 겪기 힘든 일을 두 번이나 겪어서 인지, 라우디와 에딘이란 두 남자 때문인지, 평온함과 따스함 속에서 외로움 이란 어두운 곳에서 빠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허락을 했을런지도 모 른다. 에딘은 그윽한 눈빛으로 이리아의 손목을 잡았다. 선물로 주었던 팔찌 가 그에 맞추어 흔들렸다. " 고마워요, 이리아. 대신 옷값은 제가 낼게요. 이리 와요. " 에딘은 억지로 이리아의 손을 이끌었다. 드레스를 입힐 수 없는 현실이기 에 아쉬움은 남았지만 이리아에게 어울리는 옷을 이미 머리 속에 그려 두고 있었다. " 제 실력을 봐줘요. " =-=-=-=-=-=-=-=-=-=-=-=-=-=-=-=-=-=-= 라우디는 거칠게 문을 열며 방으로 들어 왔다. 힘을 잃은 망토가 출렁이는 가운데 그는 비틀거리는 듯한 움직임으로 의자에 다가가서는 털썩 앉으며 고 개를 젖혔다. 보랏빛 눈빛이 물기 어린 채로 천정에 맺혔다. 의자의 팔받이 끝을 쥐고 있는, 붉은 보석이 박힌 반지가 꿈틀였다. " 역시 이곳도 아니야... 하지만 이 느낌은 또 뭐지... " 천정에 맺히던 눈빛은 서서히 세월의 슬픔을 지닌 부드러움에 가려지게 되 었다. 하지만 라우디의 몸 주위 공기는 억눌려져 있었다. 잠시 라우디는 의 자에 앉은 채 마음을 진정시켰다. 곧 의자 팔받이를 쥐고 있던 손을 가슴께 로 가져가며 라우디는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다시 한 번 열었다. 그리고 암 흑으로 가득 찬 공간을 향해 물었다. " 당신의 진심은 무엇이지? ....아디오스. " 대답이 없을 물음. 그렇기에 그녀에게 물을 수 있는 것이다. 그녀 역시 허황된 욕심에 희생된 몸. 비극을 마무리 짓기 위하여...라는 생각을 하며 라우디는 깊은 한숨 끝에 마음을 비웠다. =-=-=-=-=-=-=-=-=-=-=-=-=-=-=-=-=-=-= < 계속 > -+-+-+-+-+-+-+-+-+-+-+-+-+-+-+-+-+-+- [ 라우디여, 그대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라!! ^^! ] 캬하! 굉장한 묘사군요. 라우디에 대해서만.. ^^ (자화자찬...) 거의 존재감 없던 라우디.. 힘내라, 힘!! - Ipria Ps. 어딘가 모르게 RPG적으로 이야기가 흐르는 군요.. --; 옷가게 이벤트는 마음의 플롯에 대비해서 썼는데.. 별로... Ps2. 재단집...원래는 양장점..이라고 해야하나..요. 영 어휘 능력이 딸려 말이 되는 대로 단어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 Ps3. 종원님.. 메일 감사드립니다~! 매번 힘내게 도움을 주시는 군요. ^^ 행복이 함께 하시길... (친구 녀석이 보관함에 보관 시켜, 제가 보는 것이 늦었습니다. --;) ** I: 마음의 결정(結晶)이라...얼마나 비쌀까? [ 퍼억-! ] Ip: ...결정(結晶)이 아니라 결정(決定)이다.. I: 이프...나를 쳤어!!! E: 저어..이프..님. 저 좀 보시죠? (씽긋 웃는 에딘..) Ip: 우앗~~ 무셔~~~ --; 『SF & FANTASY (go SF)』 50373번 제 목:<이리아> ▣ 3. 마음의 결정 ▣ -21-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21 00:23 읽음:39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 속에 잊혀진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3장. 마음의 결정. <21> ----------------------------------------------------------------------- " 옷....고마워. " " 제가 더 고마워요.. 이리아. 잘 자요. " " 잘 자. " 이리아는 에딘이 문 닫는 소리를 들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옷을 만드는 데 에는 엄청난 시간이 걸려 아침에 나간 것이 저녁이 되서야 돌아온 것이었다. 한 일이 거의 없는 하루였지만 이리아는 이상하리 만치 기분이 떠 있음을 느 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어두운 방안에 낯익지 않은 물건들이 반기는 가운데 이 리아는 방안을 환하게 밝히고 약간 큼지막한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 조심스 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약간 품을 넣으면서도 허리의 곡선을 따라 주름을 넣은 청색 남방이 어깨 선끝, 단추를 안에 달아 두 끝이 서로 마주보는 소매를 더욱 날카롭게 돋보 였다. 여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검집이 닿는 부분에 천을 덧댄, 은은한 청색이 배어 있는 바지는 허리의 곡선을 그대로 뒤집은 듯하게 흐르다가 무 릎 부근에서부터 다리에 붙어 내려갔다. 그리고 폭이 한 뼘 정도 되는 흰색 천에 붉은색 실로 무늬를 수놓아 허리에 감은 천은 허리선과 가슴선을 강조 해 주었다. 간편함을 추구하면서도 아름다움을 풍기는 옷을 보며 이리아는 자신의 모 습에 적지 않게 놀랐다. 대충 입고 다니는 동안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던 모 습이었다. 가끔씩 축제 때 보이던 케라인 영주의 딸, 온갖 장신구와 값비싼 화장품들로 치장하고 드레스를 입은 채 도도한 모습으로 있던 그녀의 모습은 자신과 비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머리카락 이 짧다는 것일까? 이리아는 약간 아쉬운 얼굴로 등불을 끈 다음 허리에 감 긴 천을 풀고 바지를 벗었다. 에딘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그의 시선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어떠 했는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시선으로 자신을 보았는지, 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지금까지 입고 다니던 것들과 촉감부터 다른 그 옷들을 정성 스럽게 개어 비교적 제일 깨끗한 의자 위에 포개어 놓은 이리아는 라우디가 던져 주었던 에딘의 옷을 다시 입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 내일까지만...인가.. ' 그것이 아쉬움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이리아는 침대에 누웠다. 그리 고 손을 뻗어 베개를 끌어 당겨 부드럽게 안으며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시 간이 흐를수록 따스함이 배어 들어가던 베개는 오히려 따스함을 이리아에게 돌려주었다. ' 난...어떤 여자였을까... ' 억지로 부정하려고 해도 마음 속에서는 과거의 기억을 간절히 원했다. 곧 이리아는 모든 잡다한 생각들을 접고 베개의 온기에 몸을 묻으며 눈을 감았 다. 좋은 하루였다는 것을 되새기며. 그리고 내일도 좋은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 " 미안... 잠시 신전에 있어 줘. " < ...전 당신에게 있어서 어떤 여자..아니, 어떤 존재죠? > " 지켜 줘야할 여자. 지켜 줘야할 존재. " <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가요? > " .....난.... " < 됐어요. 미안해요. 지난 15년간 절 지켜 줘서 고마웠습니다. 라우디 케 인즈 님. > " ...난.... " =-=-=-=-=-=-=-=-=-=-=-=-=-=-=-=-=-=-= " .....난.... " 깊숙이 숙여진 라우디의 입이 열리며 무거운 한 마디 말이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그 말은 먹구름이 개인 하늘에서 내려오는 한 줄기 빛과 같은 보라빛 눈빛이 바닥으로 향하며 멈추어 졌다. 그는 깊은 골들이 패인 나무 바닥에서 벽으로 시선을 옮기며 한 손으로 양미간을 지긋이 눌렀다. 하고 싶던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에 더욱 후회가 되는 것이었다. 언젠 가는...이란 생각에 그대로 헤어진 것이 그녀의 행방 불명으로 이어졌고 자 신의 감정을 깨닫는 어리석은 일이 찾아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몸의 감각이 알려 오는 시각은 이미 동이 트고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 할 시각이었다. 하지만 나무된 창문으로 새어들어 오는 빛은 전혀 없었고 대 신 무엇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계속 들려 왔다. 오늘은 밖에서 다니기 약간 힘들겠다고 생각한 라우디는 몸을 일으키다가 문득 손에 걸리는 얄팍한 천의 느낌에 그것을 들어 침대에 잠들어 있는 에딘 에게 덮어 주었다. 앉아서 잠드는 버릇이 생긴 이후, 침대를 쓸 일이 없었다. 이리아에게 옷을 준 덕에 새롭게 옷을 산 에딘은 흰색 셔츠 한 벌과 갈색 바지를 입은 채 약간의 미소를 머금고 잠들어 있었다. 라우디는 평온하게 잠 든 에딘의 모습에 부드러운 얼굴이 되어 관절이 두터워진 손가락으로 에딘의 얼굴선을 따라 살며시 선을 그어 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 라우디는 어 색히 몸을 일으켜 문쪽으로 향하며 짐이 담긴 자루에서 회색 천이 감겨진 막 대를 꺼내어 들고 평소처럼 약간 무거운 듯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문 을 열었다. 시야에 들어오는 곳에서는 이리아가 방에서 걸어나오고 있었다. " 라, 라우디.. " " ...예쁘군.. 아름다워.. " " 에? " " 어중간한 것보다는 자신의 특징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현명한 삶의 방법 이다. " 라우디는 이리아의 어깨를 톡톡 쳐주고는 아래층으로 향했다. 이리아의 체 형에 맞추어 포인트를 준 그 옷을 누가 생각했지는 너무 뻔한 일이었다. 이 리아는 지금까지 봐 오던 라우디와 다른, 또다른 모습의 라우디가 여관을 나 가는 것을 보며 활짝 열려진 방문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의 풍경은 에딘의 방이라고 해도 별다른 것이 없었기에 이리아는 곧장 에딘이 잠들어 있는 침대로 향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에딘을 불렀다. " 에딘. 일어나. " " ....아침...인가요...? " 의외로 에딘은 쉽게 눈을 떴다. 하지만 에딘의 얼굴은 약간 서글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리아는 일부러 에딘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고는 창문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양옆으로 열게 되어 있는 창문을 열며 말했다. " 비야. 비가 와. " " ...상관없어요. " 곧 옷을 갈아입는 부스럭 소리가 방안을 메웠다. 이리아는 허리를 굽히고 팔꿈치를 창틀에 붙인 채로 창밖 길거리를 바라보았다. 비를 맞으며 뛰어 다 니는 어린 아이들과 강도가 높은 가느다란 나무로 대를 만들고 기름을 먹인 종이를 덧붙여 만든 우산을 쓴 사람들이 잘 다져져 흙탕물이 쉽게 고이지 않 는 길거리를 쓸쓸하지 않게 지나다니고 있었다. 기술의 발달이 인간들로 하여금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시대였다. 권력이 있거나 돈이 많으면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억누를 수 있다는 폐단 도 있었지만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은 천민들을 제외한다면 모두가 인 정하는 사실이었다. " 나가죠. " 에딘은 머리에서 살짝 빠져 나온 머리띠를 풀어 비교적 깨끗한 쪽으로 머 리에 묶고는 이리아를 불렀다. 언제나처럼 각이 잡힌 회색 바지에 흰색 남방 을 입고 붉은 색 조끼를 입었지만 오늘만큼은 단정하고 깔끔한 귀족의 자제 란 이미지가 가시질 않았다. 옷이 더러워질까, 조심스레 창문을 닫은 이리아는 에딘의 손에 들린 회색 천이 감겨진 막대를 보고는 먼저 방에서 나섰다. 그것이 어떤 것이라는 것은 알기 쉬웠다. 돈 많은 사람들이나 쓸 만한 고급 천에 기름을 먹인 우산인 것 이다. 화를 낼 듯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평소와 별로 다를 바 없는 이리아의 모 습에 에딘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섰다. 밖에는 가느다란 빗줄기가 바람 한 점 없는 길거리를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다. 에딘은 여관문 앞에 서 서 밖을 보고 있는 이리아에게 다가갔다. " 근데 어쩌죠? " " 응? "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질문에 이리아는 뒤로 돌아 보았다. 에딘은 우 산을 고정하던 끈을 풀며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 표정 아래 에는 약간 장난스런 웃음이 배어 있었다. 에딘은 이리아의 곁으로 다가와 우 산을 펼쳤다. 수직으로 떨어지던 빗줄기가 우산 천에 부딪히며 작은 물소리 를 냈다. 에딘은 잠시 그것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 우산은 하나거든요. 팔짱...끼지 않겠어요? " " ....하하! " 이리아는 일부러 한 쪽 팔을 드는 에딘의 모습에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렸 다. 묵직한 분위기의 라우디가 그랬다면 상당히 멋있게 보였겠지만, 에딘이 그러니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에딘은 이리아의 웃음 때문에 쑥스러 워져 귓볼이 붉어지고 있었다. 이리아는 웃음을 멈추고는 가볍게 에딘의 팔 을 잡았다. " 이런 생각도 하다니... 다시 봤어. " " 고마워요.. 그럼 갈까요? " 팔을 통해 느껴지는 따스함에 에딘은 우산을 고쳐 쥐며 길을 향해 한 걸음 내딛었다. 이리아는 똑같이 발걸음을 옮기며 물었다. " 어디를? 그리고 우산은 오래 못쓰고 있잖아? " 이리아는 우산의 장점과 함께 단점도 알고 있었으므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랜 시간 동안 비를 맞으면 물과 기름의 반발로 우산이 새는 것이었다. 하 지만 에딘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마법사의 능력을 가볍게 보지 말아요. 오늘은 제 첫 데이트..이대로 걸 어요. " " ....그래. " 무의미한 일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런 일을 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차 가운 주변 공기와 달리 손을 통해 전해져 오는 에딘의 체온이 좋다는 느낌을 받으며 이리아는 에딘이 가는 데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우산을 쓰고 비 내리는 길거리를 걷고 있는 에딘과 이리아에게 모였다 스쳐 지나 갔다. 둘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가슴이 들떠 있음을 서로 느꼈다. 에딘은 작 게 만들어진 회색 공간 안에 차 오르는 열기와 살짝 떠 있는 가슴을 이끄는 아이리의 향기에 그윽한 눈으로 이리아의 얼굴을 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이리아는 할 말을 잃고 시선을 땅에 고정시켰다. 갈 곳을 정하지 않고 발 닿는 대로 걷는 일이 의외로 즐거웠다. 습한 공기 속에 나누 는 서로의 숨소리와 심장 고동이 마음 한 부분을 아늑하게 만들어 주었다. 가느다란 빗줄기로 땅을 적시고 있던 비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줄기의 수가 줄어들었다. 이리아는 에딘의 팔을 안 듯이 잡으며 물었다. " 나와 있으면...즐거워? " " 예..이리아는 저 같은 아이와 있어서 재미없나요? " " 아니.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너와 함께 있으면 마음 한편 어딘가가 채 워지는 기분이야.. " 솔직히.. 이리아는 자신이 결국에는 에딘에게 마음을 열 것이란 사실을 어 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에딘과 헤어지기 전에 이루어진다면 한 사람의 여자로서 계속 살아갈 것이라는 것도 짐작했다. 이리아는 다정함이 짙게 배인 에딘의 눈빛을 피하며 땅바닥을 보았다. 어 느새 비는 멈추어 땅바닥은 촉촉히 젖은 채로 이리아의 발걸음을 맞았다. 이리아의 시선을 따라 땅을 보던 에딘은 비가 멈추었음을 알고 아쉬운 마 음으로 우산을 접었다. 하늘에서는 서서히 구름이 거두어 지며 시원한 바람 이 불어 왔다. 하지만 에딘의 얼굴에 머물고 있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핑계 거리였던 비가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이리아의 손은 그대로 에딘의 팔을 잡고 있었다. 에딘은 우산의 허리를 쥐며 거짓말처럼 구름이 사라지는 하늘을 따라 길을 걸었다. 머리띠가 발걸음에 맞추어 흔들거리며, 곁에 있는 이리아의 몸곡선 을 따라 풍겨 오는 아늑한 향기에 에딘의 발걸음은 따스하면서도 가벼웠다. 에딘은 살짝 살짝 스치는 이리아의 피부 느낌에 물끄러미 이리아를 바라보았 다. 가느다라면서 매끈한 목선이 어딘가 만들어진 듯한 느낌이었지만 아름답 다라는 단어가 에딘의 머리 속에 맴돌았다. " ...아까부터 왜 그렇게 보지? " " ....예뻐서요.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 마음속으로 간직하고 있던 말을 꺼내며 에딘은 발걸음을 멈추고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미세하기는 하지만 온몸을 흥분시키는 향기가 비가 그친 뒤 살 며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에딘을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희미하게 남아 있 는 흰색 천보다, 곁에 있는 여인에게서 풍기는 것보다 훨씬 원색적인 향기였 다. 곧 에딘은 근처에 있던 작은 상점과 상점 사이에 앉아 있는 노인을 발견 하게 되었다. 60세가 다되어 보이는 듯한 그 노인은 땅바닥에 천을 깔고 둥 근 주머니들을 늘어놓은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흙을 빗은 벽돌 건물 사이의 그 노인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지만 그 곳에서 흘러나오는 향기는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씩 모으고 있었다. 에딘은 주저 없이 그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이리아. 그 동안 궁금했죠? 아이리란 꽃의 향기가.. 행운이 함께하는 모 양이에요. 그것을 여기서 볼 수 있으니... " < 계속 > -+-+-+-+-+-+-+-+-+-+-+-+-+-+-+-+-+-+- [ 이리아와 에딘의 데이트... --; 우우.... ] 나도 한 번 못해 봤는데....히잉....T.T 이제 3장 이벤트로 들어 갑니다. 좀 길어 질 듯 하군요. 에딘의 이야기가 조금씩 풀리며 이리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끌어 집니다. 다음 편으로 GO!! - Ipria * 역시 뭔가 잘못 된게 분명해...으음... --; 진지함은 따분함을 부르는 듯 하고... 프롤 조차 본 사람이 적으니..으음.... (혼자 자신의 글 수준에 대해 생각 중....) 『SF & FANTASY (go SF)』 50521번 제 목:<이리아> ▣ 3. 마음의 결정 ▣ -22-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22 00:19 읽음:388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 속에 잊혀진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3장. 마음의 결정. <22> ----------------------------------------------------------------------- " 귀한 손님이시군요... 어느 집 자제 분이십니까? " 노인은 에딘과 이리아가 다가오자 공손히 앉은 자세에서 그대로 허리 굽혀 인사를 했다. 이리아는 그의 그런 행동에 당황했지만 에딘은 그것을 예상했 다는 듯이 차분히 말했다. " 그냥 평범한 여행자일 뿐입니다. 이러지 마세요. " " 이 늙은이에게 은혜를 베푸시려고 하신 점.. 감사 드립니다. " 하지만 노인은 간신히 허리를 펴며 에딘에게 예의를 갖추었다. 에딘은 깊 게 패인 주름들 사이에 노인이 눈을 감고 있음을 깨달았다. 흰머리가 가득한 그의 나이 때문인지 노인은 날카로운 통찰력이 있었다. 노인은 에딘의 시선 을 느끼고는 말했다. " 이미 오래 전 일이기 때문에 알 수 있습니다. 발걸음, 몸 주위에 흐르는 기운.... 그런데 어인 일이신지..? " " 이걸 사러 왔습니다. " 에딘은 노인의 말에 맞추어 노인의 앞에 진열된 작은 향 주머니들로 화제 를 돌렸다. 그리 비싸지 않은 천으로, 손에 쥐어질 정도로 만들어진 작은 주 머니에서는 은은한 향들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에딘은 쪼그리고 앉아 그 중 에 새하얀 주머니를 들어 노인의 앞에서 흔들었고, 노인은 그것에서 흘러 나 오는 향기에 빙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뛰어난 식견이십니다. 곁에 계신 분에서도 지니고 계신 향기.. 이노네스 의 깊은 산악 지역에서만 자라는 아이리란 꽃의 향기지요. " 노인의 미소에 에딘도 덩달아 밝은 미소를 지었다. 눈이 안보이는 장님이 었지만 그에게는 다른 노인들과 다른 인자함과 남의 마음을 읽는 듯한 감각 이 있었다. 에딘은 주위가 웅성거려짐을 느끼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노인 은 이리아를 향해 말했다. " 이노네스 귀족분이신 모양이군요. 조심하십시오. " " 무, 무슨.... " " 사랑은 국경을 초월한다고... 곁에 계신 분의 힘은 강대하지만 그 대가 가 큽니다. " 순간 이리아는 할 말을 잃고 노인을 보게 되었다. 노인은 처음 보는 에딘 의 비밀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에딘도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던 것을 멈추 고 노인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는 둘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살짝 숙였다. " 아이리....사랑의 향기라고도 하지요. " "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십니까. " 에딘은 저벅저벅 하는 여러 사람들의 무거운 발소리를 들으며 진지한 눈빛 으로 노인에게 물었다. 이리아는 에딘의 몸에서 위압감이 뻗어 나오는 것을 느끼고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그러나 그와 함께 딱딱하고도 차가운 느 낌이 등을 따라 전해져 왔다. " 이런.... " 그런데 노인은 대답 대신 살짝 혀를 찼고, 에딘은 시린 금속음을 들었다. 곧 에딘의 목덜미에는 싸늘한 기운이 달라 붙었다. 에딘은 천천히 몸을 일으 켰다. 그리고 천천히 뒤로 돌았다. 어두운 골목과 습기를 먹은 벽, 그것들을 지나는 에딘의 시선에는 흙빛 갑 옷을 입은 병사들이 검을 뽑아 들고 있었다. 다섯 명의 그들 중 두 명은 이 리아에게 검을 겨누고 있었다. 에딘의 목에도 역시 두 자루의 검이 닿아 있 었지만 에딘은 그것에 신경 쓰지 않고 입을 열었다. " 무슨 일이십니까... " 그러자 에딘의 앞으로 한 병사가 걸어오더니 대답했다. " 영주 님의 행차에 다른 짓을 하고 있던 너희를 체포한다. " " ...펠레인 치안대... 입니까? " " 그렇다. "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의 대답에 에딘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아이리 를 팔던 노인에게 신경이 집중되어 주위의 웅성거림에 신경 쓰지 못한 책임 이 컸다. 현재 주변 국가들은 전시(戰時). 의심받을 만한 일은 피해야만 했 다. 그러나 에딘은 뻣뻣하게 굳어 있는 이리아의 모습을 보며 낮게 말했다. " 기사도에 대해서는 배우셨겠죠? " " ...그런데? " " 당사자인 저에게 라면 몰라도 함부로 숙녀의 목에 검을 겨누는 것도 기 사도에 속한 행동입니까? " 에딘의 눈동자는 차갑게 식으며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는 어린 소년으로만 보이던 에딘의 몸에서 작위 기사를 능가하는 위압감이 뻗어 나옴에 식은땀을 흘렸다. 어느새 발끝이 작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절도 있게 뒤로 돌아 이리 아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는 병사들에게 손짓을 했다. 그들은 능숙한 행동으 로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살짝 허리를 굽혀 자신들의 실수를 이리아에게 사 과했다. 이리아는 목덜미에 닿아 창백한 빛을 발하는 두 자루의 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에딘의 태도에 내심 놀랐다. 치안대라고 해도 그들에게는 영주의 행차 에 예를 표하지 않고 골목 곁에서 의심받을 만한 일을 한 에딘을 즉시 죽일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이런 곳에서 죽으면 그야 말로 치욕적인 죽음인 것 이다. 하지만 에딘은 당당하게 행동했고, 기사들은 그것에 정중한 태도를 취 했다. 이리아는 이런 상황에 냉정해지는 에딘의 모습과 코끝을 통해 들어오 는 아련한 향기에 이리아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에딘....제발... ' 마법만은.... 이리아는 마지막 말도 떠올리지 못했다. 점점 몸이 흥분되며 점점 수가 많아지는 병사들의 모습에 어깨가 떨렸다. =-=-=-=-=-=-=-=-=-=-=-=-=-=-=-=-=-=-= " 무슨 일인가? " 한편 펠레인의 영주 플락스는 매일 마다 있던 성내 시찰 중 갑작스레 치안 대 견습 기사들이 모이는 곳을 보며 곁에 있던 기사에게 물었다. 주황색 갑 옷을 입은 그는 조심스레 자신의 주군에게 대답했다. " 신경이 곤두서서 그런 듯 한데...사소한 일인 듯 합니다. " 플락스. 올해로 40대 후반인 그는 사실 무관이 아닌 문관 쪽 사람이었다. 하지만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이노네스가 헤로딘을 침공한 시기였기에 기사 들의 사기 문제와 시민들에게 믿음을 심어 주기 위해 친히 도보로 펠레인 내 를 시찰하고 다녔다. 그의 주위에는 정식으로 작위를 받은 작위 기사 다섯이 호위 기사를 맡아 플락스에게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고, 그 휘하 견습 기사들 과 치안대에 속한 견습 기사들이 플락스를 에워쌌다. 그는 어렴풋이 보이는 문제의 주동자를 보고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어디 선가 본듯한 느낌. 데자뷰 현상처럼 머릿속에 떠올라 형태를 갖추지 못한 채 떠다니는 이미지가 있었다. 플락스는 약간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향해 걸었 다. 그의 곁에 있던 호위 기사들은 황급히 주변 견습 기사들에게 지시해 플 락스가 가는 길목을 깨끗이 비우도록 했다. 곧이어 플락스는 목덜미에 검이 놓인 상황에서도 위압감을 내는 소년의 모 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작게 신음을 내었다. 깔끔한 외모의 소년의 시선은 한 걸음 앞에 있는 단정미를 가진 여인에게 머물고 있었다. 플락스는 즉시 손을 들어 치안대 병사들을 뒤로 물러나게 하고는 소년에게 다가갔다. " ....혹시... 케인즈 가(家) 사람이 아니십니까? " 순간적으로 주위 사람들의 숨소리는 멈추어 졌다. 영주인 플락스 마저 존 대할 정도의 사람이 겨우 소년에 불과하다는 것은 소년의 신분이 평범한 귀 족보다도 높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년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 전 성이 없습니다. 그저 한낱 여행객일 뿐입니다. 다른 사람과 착각하신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 공손한 소년, 에딘은 오른 팔을 접으며 허리를 굽혀 플락스에게 예를 표했 다. 하지만 플락스는 그런 에딘의 모습을 끝까지 주시했다. 그의 머리에서는 위화감 없는 미소가 머무는 에딘의 차가운 눈동자가 머리속에서 가시지 않았 다. 그리고 곁에 있던 호위 기사가 무심코 검에 손을 댈 정도로 신경을 자극 하는 위압감이 오래 전 헤어진 한 사람을 그렸다. 그러나 에딘이 그것을 부정한 이상, 꼬치꼬치 캐물을 수는 없었다. 플락스 는 에딘의 왼손에 들린 작은 주머니를 발견하고는 호위 기사에게 손짓을 했 다. 에딘의 몸은 플락스의 시선을 느꼈는지 점점 위압감이 사라지더니 곧 평 소의 에딘으로 돌아갔다. " 요즘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 조심해 주십시오. 오해를 받아 억울해도 지 금은 어쩔 수 없는 때입니다. " 플락스는 손가락으로 고개를 들지 못하는 에딘의 왼손을 가리키며 호위 기 사를 보았다. 그는 플락스의 뜻을 알고는 허리춤에 달린 작은 주머니에서 금 화를 하나 꺼내어 곁에 있던 견습 기사에게 넘겨 주었다. 그는 그것을 또다 시 치안대 병사에게 주었고, 그 병사는 에딘의 뒤에 있던 노인에게 그 돈을 건넸다. 플락스는 이곳에서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음을 느끼고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 죄송합니다. " " 오히려 이쪽이 죄송할 따름입니다. " 서로 시간을 빼앗았음에 사과하며 플락스는 몸을 돌리고 손짓을 해, 병사 들을 움직였다. 호위 기사들은 즉시 플락스의 양 옆과 뒤에 섰다. 에딘은 그 모습을 보며 작게 말을 꺼냈다. " 많이 마르셨군요.. 랙스 님.. " 그것은 작은 중얼거림이었다. 하지만 호위 기사들에게 둘러 싸여 시찰 일 정을 계속 이으려던 플락스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그는 일정 때 문에 에딘을 뒤로 하고 그곳을 지나갔다. 에딘 역시 그들을 뒤로 하고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아내며 이리아의 목덜미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 괜찮았어요? 미안해요... 제 실수 때문에... 미안해요... " " 모, 몰라. " 이리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모든 일들이 에딘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방금 전에 깨달았다. 영주가 이유 없이 에딘에게 경어를 쓸 리 가 없었다. 아픈 기억을 건드리는 것 같아 묻지는 않지만 에딘은 점점 평범 이란 단어와 멀어지고 있었다. 억지로 떨리는 어깨를 진정시킨 이리아는 목 을 돌려 에딘이 손을 떼게 하고는 멀어져 가는 플락스를 바라보았다. " 몰라.... "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은 잊어야만 했다. 더 이상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었다. 흔들리는 마음과 떨리는 손. 마음의 결정이 필요할 때가 어느새 가까워져 있었다. < 계속 > -+-+-+-+-+-+-+-+-+-+-+-+-+-+-+-+-+-+- [ ......... ] 이대로 첫 데이트는 끝....일 듯... 둘 사이 애정 관계 진전 및 심리 효과(?)로 벌써 3화나 까먹었군요. (중간에 필요한 내용들은 다 집어 넣었지만.. ==;) 마음의 결정이 필요할 때가 다음 편이 될 수 있을지... - Ipria Ps. 플락스(Plax) - 아마를 뜻합니다. 꽃말(!)은 감사입니다. 『SF & FANTASY (go SF)』 50646번 제 목:<이리아> ▣ 3. 마음의 결정 ▣ -23-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23 00:00 읽음:393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 속에 잊혀진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3장. 마음의 결정. <23> ----------------------------------------------------------------------- " 후.... " 에딘은 아침의 이리아와 똑같은 모습으로 창틀에 몸을 기대고는 하늘을 올 다보고 한숨을 쉬었다. 정신을 놓고 있었기 때문에 이리아에게 좋지 못한 일 을 당하게 만든 죄책감이 들었다. 그리고 플락스가 떠난 후, 아이리 향주머 니를 팔던 노인이 감쪽같이 사라져 아쉬움이 너무 컸다. 잠시 생각에 빠진 후 곧바로 여관으로 돌아가는 이리아의 뒷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올랐다. 굳이 숨기려고 해도 느껴지는 이리아의 마음. 마음이 통 한다는 거짓말 같은 말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었기에 에딘은 이리아에게 할 말이 없었다. 에딘은 밤하늘에 초롱초롱 떠있는 별들을 올려다보았다. 여느 때처럼 맑게 개인 하늘은 아니었지만, 아침에 비를 내리던 비구름이 가끔 두둥실 떠다녀 오히려 운치를 더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운치는 에 딘의 눈동자에 비치자 미약한 서글픔이 담겨져 반사되었다. 잠시 후 철컥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하지만 에딘은 누가 들어오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천이 바닥에 살짝 끌리는 소리가 이어지더니 그의 발걸음 은 의자 근처에서 멈추어 졌다. 에딘은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입을 열었다. " 랙스...님이 계셨습니다. 이곳에.. " " 알고 있다. " 그의 몸은 힘겹게 의자에 기대었다. 축 늘어진 망토의 끝처럼 그의 모습은 피로에 찌들어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의자에 앉은 라우디의 모습은 언제나 똑같았다. 어설프게 만든 팔걸이에라도 팔을 얹고 고개를 망토 사이 에 묻은 채 생각하는 모습. 잠드는 것도 그 자세 그대로였다. 에딘은 그의 대답에 묵묵히 밤하늘을 바라보며 때가 탄 흰색 머리띠를 풀 었다. 상당한 시간 동안 감고 있었기에 머리카락은 머리띠 자국대로 눌려 있 었다. 하지만 에딘은 정성스레 그 머리띠를 깨끗한 부분으로 접고는 다시 머 리에 대었다. 붕대 용도로 쓰였었다는 것은 기억의 망각 속에 휩쓸려 에딘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있었다. 어두운 하늘, 어두운 방안, 어두운 망토 사이로 핏발이 살짝 어린 보랏빛 눈동자는 에딘의 행동을 주시했다. 에딘이 머리띠를 조심껏 묶을 때 라우디 는 물었다. " 상처... 흉터도 없지 않았나? " " ...언제 떠납니까? " 하지만 에딘은 대답 대신 다른 질문을 했다. 라우디는 잠시 에딘의 뒷모습 을 보고는 미약한 한숨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서서히 검은 망토 안에서 보 랏빛이 얇아져 갔다. " 3일 뒤 점심...쯤. " 물먹은 가죽처럼 몸이 늘어지고 무엇인가가 다리를 잡아당기듯 몸이 무거 웠다. 라우디는 희미해지는 시선 속에 멀리 펠레인의 망루와 성벽을 보고 있 는 에딘을 담았다. 누군가를 찾으려는지 에딘의 눈동자는 달빛에 미약한 빛을 반사하는 펠레 인의 깎은 듯한 돌로 만든 성벽을 보고 있었다. 고딕 형식으로 사각형 블럭 을 쌓은, 장난감과 같은 구조의 성벽은 강인함을 달빛에 실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에딘은 그것을 접기 위해 얼기설기 만든 나무 창문 을 닫았다. 구름 사이로 내려오던 별빛은 두 갈래로 닫히는 창문 사이로 점 차 사라져 갔다. 창문이 굳게 닫히자 그 사이로 미세한 빛의 방울들이 흩날 려 들어왔다. 에딘은 그것을 잡으려는 듯이 손을 뻗으며 잠시 동안 굳게 다 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 마음의 결정이...필요하군요. " =-=-=-=-=-=-=-=-=-=-=-=-=-=-=-=-=-=-= 하늘의 모습은 어디나 똑같지 않지만 펠레인에서 가까운 숲에서 보는 하늘 은 펠레인에서 보는 하늘과 똑같았다. 터벅터벅, 나무에 묶인 말발굽 소리들 이 약간 먼 곳에서 들려 왔다. 빼곡이는 아니지만 울창하다고는 말 할 수 있 는 나무들 사이로 밤하늘의 먹구름 색의 갑옷 표면이 달빛을 낮게 반사한다. 굴곡이 들어간 갑옷과 달리 각이 지고 두터운 그 갑옷들의 가슴에는 두 자루 의 낫이 그려져 있다. 쩔그럭 쩔그럭, 갑옷들이 부딪히며 탁한 소리를 낸다. 하지만 그 소리들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갑옷들은 나무 뒤에 달라붙어 오 래된 바위 마냥 앉았다. 나무 등걸에 가려 보이는 것은 별빛을 희미하게 반 사하는 흰자위뿐이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핏빛 눈동자는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에 의해 하늘로 갈무리 되어 간, 무수한 영혼의 피가 물든 그녀의 갑 옷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갑옷 안에 입는 블러디 나이트의 전투복은 자주 빛으로 핏빛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팔의 빠른 움직임을 위해 어깨는 약 간 풍성하고 가슴과 복부까지는 약간 두터운 천으로 곧게 뻗어 내려온다. 그 흐름은 허리의 버클에서 멈추어졌다가 다시 아래로 흘러, 신축성 있는 붉은 색 천으로 만든 타이즈와 허벅지에서 끝난다. 그녀의 버클에는 매끄럽게 제 작된 한 자루의 검이 걸려 있다. 그녀를 위해 제작된 듯한 그 검의 손잡이는 가늘게 내려와 있는 그녀의 손가락 곡선과 어우러졌다. 검 끝에는 투박하게 한 자루의 낫이 세겨져 있었다. 레오는 자신이 있는 곳에서부터 상당히 떨어진 곳에 휴식을 취하는 로벨리 아 근위기사단 홀레이텐들의 모습에서 시선을 떼고는 뒤에 있던 거목에 몸을 기대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 내리기 직전의 하늘은 언제나 흐뭇함을 자 아냈다. 습기를 먹어 차가우면서 여운을 남기는 공기는 폐부 깊숙이 들어와 몸속을 훑은 뒤 머리까지 올라왔다가 밖으로 빠져 나갔다. " 로벨리아 님. 이런 곳에 계시면.. " " 내가 습격이라도 당할 것 같나, 에르? " 나무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레오의 종자, 에르키스는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 며 차갑게 묻는 레오의 물음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최정예 블러디 나이 트 서열 1. 실력으로서 그 자리를 차지한 레오에게 덤빈 사람 중 그 자리에 서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다. 에르키스는 대답 대신 손에 들고 있던 그레이프 라는 술병의 마개를 열었다. 레오는 바람을 따라 뒤에서 흘러오는 그레이프의 향에 입가에 미소를 흘리 며 거목에서 몸을 떼었다. 그리고 가벼운 움직임으로 에르키스의 앞으로 다 가갔다. 에르키스의 외모는 평범한 소년에 불과했다. 화려한 여인의 이미지인 레오 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사형 일보 직전까지 갔던 그를 레오가 구해 주며 종자로 삼은 이후, 지금까지 5년간 같이 전쟁터를 누비고 같이 근신을 받을 정도로 둘은 모든 것을 같이 해 왔다. " 그레이프... 트론의 에기스 산입니다. " " 용케도 구했다. 가격도 만만치 않거니와 구하기도 네 신분으로서는 불가 능 했을 텐데. " 조심스럽게 어깨에 매인 가방에서 헝겊으로 감싼 잔을 꺼낸 에르키스는 허 리가 오목한 그 잔을 레오에게 건넸다. 얼굴선을 따라 내려온 에르키스의 두 갈래 앞머리가 잔의 움직임을 따라 흔들렸다. 레오는 그 사이에 자리잡고 있 는 에르키스의 맑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검은 색 유리와 검은 색 천에 감 싸인 술병에서는 마치 피와 같은 액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조용히 흐르 는 그레이프는 잔의 오목한 부분에서부터 천천히 레오의 손이 잡고 있는 윗 부분까지 차올랐다. 그 흐름이 멈추자 레오는 잔을 들어 입술에 살짝 대고는 그대로 하늘을 향 해 잔을 들었다. 곧게 뻗은 레오의 팔을 따라 잔의 곡선의 허리에는 달빛이 비쳤다. 하지만 그 빛은 그레이프에 의해 핏빛으로 빛을 산란했다. 손의 떨 림에 맞추어 찰랑이는 액체에 달빛은 섬뜻하게 느껴졌지만 레오는 그것을 보 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미소가 사라질 무렵, 레오는 잔을 입에 대었다. 원래 붉은 색을 발하던 레오의 입술은 그레이프가 촉촉이 젖게 만들자 매 혹적으로 변해갔다. 레오는 살짝 입술을 핥으며 에르키스의 눈동자를 바라보 았다. 에르키스는 순간 얼굴이 달아올라 고개를 숙이고는 뒤로 물러섰다. " 큭큭.. 내 소중한 것을 앗아가는 녀석... 아무리 너라고 해도 이제는 내 손에 죽어 줘야겠어.. " 하지만 레오의 눈동자는 에르키스를 보고 있지 않았다. 오래 전 현재의 역 사를 완전히 바꿀 수 있을 계획을 무산시키며 그 일의 관계된 자를 모두 죽 이던 한 사람의 모습이 그녀의 눈동자에 그려지고 있었다. 바람으로 나신을 감싸고 피를 그 위에 얹던 그녀의 모습은 지금의 레오와 비슷했다. " 지금은 이렇게 있어도 너 역시 나를 피의 피의 마녀라고 생각하겠지? " " 아, 아닙니다. 어떻게 그런... " 갑작스런 레오의 말에 에르키스는 몸을 떨었다. 레오는 배에 손을 얹으며 한 사람의 모습을 그렸다. " 잊을 수 없지. 나를 꿰뚫고.. 영원히 그를 빼앗아 간... " 추억에 젖으려는 듯, 레오의 눈동자는 쓸쓸해져 갔다. 에르키스는 그녀의 변화를 느끼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없었다. 쌀쌀한 밤공기와 상관없이 살갗을 파고드는 한기. 에르키스는 그 한 기의 주인을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되었다. 먼 곳을 응시하고 있던 그녀의 눈 동자는 오른편 나무와 수풀 속을 응시하고 있었다. " 둘... 들킨 것인가.. " 작위를 받은 기사라도 느낄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아니, 한 두 번 전쟁을 겪은 기사라면 단번에 눈치 챌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평범한 일반인의 기척 을 죽인 움직임. 도망을 치는 중인지 수색을 위해 오고 있는 것인지 확신을 할 수는 없었지만 레오는 비어 있는 술잔을 뒤로 던지며 손바닥을 펼쳤다. 별빛이 반사하는 그녀의 눈동자는 짙게 살기가 배어 나왔다. 부드럽게 펼 쳐져 있던 손가락이 각이 지며 구부러졌다. 작은 공을 손에 쥐듯, 힘있게 오 므라드는 손바닥 안에는 주위 공기들이 흔들렸다. 피에 굶주린 악마의 눈동자는 영혼의 모습을 찾는다. 앞을 가로막는 사물 들은 꿰뚫고 조급한 움직임으로 수풀 속을 달리는 두 사람의 모습을 찾는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의 시간. 제대로 검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보이는, 근육도 없어 자주빛 전투복의 소매가 약간 헐렁한 가느다란 팔은 사냥감을 따라 움 직이는 사냥꾼의 활처럼 천천히 옆으로 움직였다. 신경을 자극해 숨을 가쁘게 만들며 온몸 구석구석까지 힘차게 밀려드는 피 에 레오의 볼은 살짝 붉은 빛이 돌았다. 주변의 공기를 흔드는 레오의 손가 락은 또다시 펼쳐졌다. 그러자 계속 진동을 하던 공기는 레오의 손바닥으로 모여들어 갔다. 진공 공간에 공기가 빨려 들어가 듯, 레오의 손바닥으로 바 람이 일었다. 그녀의 눈매가 가늘어지자 그 흐름은 격해졌다. " 거기. " 짤막한 한 단어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옴과 함께 그녀의 손바닥에는 둥근 바람의 구가 만들어졌다. 그 구는 잔잔한 수면에 떨어지는 물방울의 시간이 돌아가듯 레오의 손바닥에서 수풀 속으로 쏘아졌다. 서서히 단풍이 들던 잎 사귀들은 그 흐름에 맞추어 옆으로 퍼져 나갔다. 숲 속을 누비며 사냥을 하 는 맹수처럼 바람의 구는 맹렬하게 그 누군가를 향해 날았다. " 크윽.. " 작은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휩쓸려 나가고, 수풀이 뜯겨지는 가운데 남자의 신음 소리가 들려 왔다. 레오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람의 구가 만든 길 을 따라 달렸다. 사람의 모습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레오의 핏빛 눈동자는 꿈틀거리는 미천한 영혼의 모습을 허리까지 올라오는 수풀 속 에서 찾았다. 레오의 오른손은 매끄럽게 버클에 끼어진 검으로 움직였다. 차갑게 손끝을 자극하는 검의 냉기가 식어가는 몸과 하나가 되었다. 피의 호수에 담궈 붉은 빛을 띠는 그녀의 검은 맑고 청명한 소리를 내며 검집에서 빠져 나왔다. 구 름 사이로 간간이 나오는 달빛은 검에 반사 되어 수풀 한 곳을 비췄다. 매혹적인 그녀의 눈동자가 그곳을 향하자 그녀의 몸에서는 바람이 일어 수 풀을 갈랐다. 잡초들이 양옆으로 쓰러지자 그곳에서 초라한 두 사람의 모습 이 시야에 들어왔다. 누더기로 이루어지고 온갖 때로 번들거리며 여기저기 찢어진 옷차림. 한창 일할 나이로 보이는 남녀는 두려움으로 가득 찬 눈빛을 띠고 있었다. 레오의 마법을 스친 듯한 남자는 오른쪽 어깨를 세게 움켜쥐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검붉은 피가 계속 새어나왔다. 날카로운 검에 여러 번 스친 듯한 상처는 좀 처럼 맞물리려고 하지 않았다. 남자의 애인인 듯한 여자는 헝클어진 갈색머 리로 얼굴이 가려진 채 남자의 허리를 꽉 안고 있었다. 그녀는 레오와 눈을 마주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레오는 검끝을 여자의 목덜미에 대었 다. " 모, 목숨만은...제발.. 못본 것으로 해주십시오... " 남자는 간신히 목소리를 짜냈다. 그의 눈동자는 죽음의 빛을 후광으로 삼 는 레오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레오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여자의 옷 어깨 끈 사이로 검끝을 넣었다. 그리고 가볍게 검을 움직여 여자의 상의를 벗겨냈 다. 무수한 잔상처와 화상, 찰과상이 남아 있는 여자의 등은 남자의 그것과 별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등에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없는 것이 있 었다. " 도망치던 노예였나... " 왼쪽 등에 새겨진, 손가락 한 마디만한 마름모가 세로로 맞닿은 녹색 무늬 를 보며 레오는 냉소를 흘렸다. 세상의 창조주 중 하나이자 자비의 신, 아이 피의 수호를 거부한 종족이라고 치부되는 노예. 그들은 인간도 아닌 다른 종 족으로서 보여지며 그들의 목숨은 가축보다도 못한 것이 현실이었다. 여자의 등에 난 무수한 상처는 그것의 작은 예일 뿐이다. 노예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노예. 노예는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주인의 뜻 으로 아이를 낳고 아이는 13세가 넘으면 노예 시장에 팔린다. 남자아이는 귀 족들의 화풀이용으로 팔리기 십상이고, 예쁘장한 여자아이는 돈 많은 평민이 나 귀족의 순간 유희용으로 팔려 나간다. 그리고 성인식을 마치기도 전에 순 결을 잃고 버림받으며 인격을 가진 생명체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그들은 죽을 때까지 태양도 보지 못하고 일만 해야 했다. 가끔 스스로의 의지로 도망치는 노예들이 있긴 했지만 노예 시장에 팔리면 서부터 어깨에 찍힌 인장은 그들의 목을 앗아간다. 결국 차라리 가축으로 태 어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은 인생을 포기하고 일만하는 기계로 변한다. 남자는 레오의 얼굴에 냉소가 어리자 눈물을 뿌리며 피에 절은 손으로 여 자의 손을 잡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 ...용서해 주십시오. 저의 아이를 가진- " [ 슈칵... ] 하지만 그의 목은 붉은 선이 그어지며 공중으로 치솟았다. 어느새 레오의 검은 왼쪽으로 움직여져 있었다. 여자는 분수처럼 피가 솟는 남자의 목을 바 라보며 그 피에 몸이 젖어 갔다. 그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혀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곧 남자의 목이 땅에 떨어지는 것과 함께 남자의 몸이 힘 을 잃고 앞으로 쓰러졌다. 그러자 그녀 역시 앞으로 쓰러졌다. 레오는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여자의 등에 검을 박아 넣었다. 뼈와 내장에 검이 걸려 고기가 썰리는 소리를 냈지만 레오의 검은 여자의 몸을 꿰뚫고는 빠져 나왔다. 검이 속을 파고드는 고통에도 비명을 지르지 못한 여자. 레오 는 뻐끔거리면서 피를 쏟아 내는 여자를 뒤로하며 몸을 돌렸다. " 로벨리아 님. 여기. " 레오의 뒤를 쫓아 온 에르키스는 자신의 상의를 벗어 레오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것을 받아 검의 표면을 닦고 다시 그것을 에르키 스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검을 달을 향해 뻗어 보았다. 약간 잘록 한 허리를 따라 올라온 곡선이 팔을 따라 검끝으로 흐르는 가운데 그것을 따 라 바람이 불었다. 손질이 잘되어 검의 표면에 남아 있던 핏방울들은 바람에 실려 달에게 뿌려졌다. 레오는 핏빛으로 보이는 달을 보며 검을 검집에 넣었 다. 에르키스는 레오를 바라보며 노예의 피로 물든 자신의 검은 색 상의를 꽉 쥐었다. 아름다운 것에는 가시가 있다.. 어디선가 들은 그 말이 머리속에 떠 올랐다. " 가자. " 뒷처리는 필요 없었다. 레오는 차분한 모습으로 돌아가 홀레이텐들이 머물고 있는 곳을 향해 발걸 음을 옮겼다. 가벼운 그녀의 발걸음은 에르키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 다. 코끝을 자극하는 피냄새는 몇 년간 레오를 따라다닌 에르키스에게 아무 런 자극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에르키스는 가벼운 레오의 발걸음과 달리 발 을 떼기가 어려웠다. 비참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한 두 노예. 에르키스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발을 떼었다.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 는 일이지만 지금의 목숨은 블러디 나이트, 레오 로벨리아의 것이었다. 우연 으로 맺어진 인연이라고 해도 행복한 것은 사실이다. 그녀가 험하게 다루어 도 그녀의 곁에 영원히 남아 있으리라 맹세한 이상, 에르키스는 무거운 발걸 음으로 그곳에서 멀어져 갔다. 그녀가 아니었으면 그 둘과 같은 신세가 되었 으리라 생각하며.... 펠레인에서 상당히 떨어진 으슥한 숲 속, 두 구의 시신은 그대로 누구에게 도 발견되는 일없이 썩을 것이다. 헤어지지 않으려는 듯이 붙어 있는 두 사 람의 몸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흘러 나와 땅으로 스며들어갔다. 노예라는 이 유로 천시받던 두 사람의 육체가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 계속 > -+-+-+-+-+-+-+-+-+-+-+-+-+-+-+-+-+-+- [ 자비의 신...아이피...Ip.... ] 이프의 등장이군요. (창조주라...거짓말은 아니니. ^^) 로벨리아. 그녀의 키워드는 재생과 복수입니다. 끝까지 등장할 아주 중요한 캐러입니다.(일부러 그녀의 시점으로 이벤트를 연결시킬 정도면...어느 정도인지 아시겠죠? ^^*) 다음으로 넘어가죠, 휘리릭~~ - Ipria Ps. 에르키스... 캐스팅 신청해 주신 agate양에게 감사드립니다. 아마도 유보로 인해 이 글을 읽기 힘들겠지만 선물이 되었으면..하는 생 각입니다. (고마워, 사리엘 양~~~ =^^=) Ps2. T.T 누가 추천 좀 해주오....(처절...그 자체..) 그래도 시작한 건 끝을 보는 성격이니 연중 걱정은 없지만...한없이 가 라앉는 조회수에 머리가 멍-해집니다.. (후...파워풀하고 화끈하고, 잔 인하면서도 개그를 가미한 글이나 써볼까... 역시 팔리는 글을 써야 하 나...) 『SF & FANTASY (go SF)』 50778번 제 목:<이리아> ▣ 3. 마음의 결정 ▣ -24-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24 00:15 읽음:400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 속에 잊혀진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3장. 마음의 결정. <24> ----------------------------------------------------------------------- 끼익 끼익, 밧줄 움직이는 소리가 머리카락을 간질인다. 가끔 채찍질 소리와 신음 소리도 섞여 들린다. 매일 새벽에 이루어지는 노예들의 일과. 그들은 왜 살고 있는 것일까... " 하아... " 누군가가 따스하게 안아주는 느낌. 포근함과 안락함이 있는 향기. 손에 들린 채 시계추처럼 왕복 운동을 하는 흰색 주머니. " 도대체..넌... " 이리아는 손가락에 걸려서 시계추처럼 움직이며 향기를 풍기는 아이리 주 머니를 향해 작게 중얼거렸다. 그 주머니에는 한 사람의 얼굴이 그려지고 있 었다. 이리아는 넋나간 사람처럼 침대 맡에 등을 기대고 앉아 팔을 뻗은 채, 왔다갔다 하는 흰색 주머니와 그에 맞추어 팔에서 흔들리는 팔찌를 바라보았 다. 그녀의 눈동자는 핏빛이 짙어지다 못해 흰자위 역시 붉게 충혈 되어 있었 다. 이상하리 만치 머리 속에 떠오르는 한 사람의 모습. 그리고 그에 연결되 어 떠오르는 에딘의 뒷모습이 가슴 한 구석을 저리게 만든다. 검이 목에 닿 아 있어도 작은 흔들림 하나 보이지 않는 에딘. 누구에게도 들키지 싶지 않 은 작은 미소가 지금까지의 얼어 있던 감정들을 녹인다. 눈에 띌 정도로 요 동치는 가슴이 기분 좋았다. " 훗- 기사도? 그 상황에서 그런 것을 생각해 내는 것도 능력인가? " 이리아는 아이리 주머니를 침대에 살며시 내려놓고 옷을 벗었다. 이노네스 에서 나는 아이리를 잘 말려 고운 천주머니에 넣은 아이리 주머니의 향은 사 랑의 향기라던 노인의 말처럼 이리아의 감정을 흔들고 있었다. 에딘과 라우디를 만난 이후 겪는 일들이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그들의 신분 이 평범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평 범하게 살지 않았기 때문에 평범함에 물들 수 없었던 생활이 에딘과 만나기 전 생활을 괴롭게 만들었을지도.. " 하지만... " 계속되어 밤에 찾아오는 알 수 없는 꿈들과 머리 속을 어질이는 한 사람의 모습은 몸을 흥분시킨다. 혈기를 끓게 만들어 파괴 본능을 부르고 있다는 사 실을 어렴풋이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이리아는 침대에 내려와 에딘이 직접 디자인을 한, 옷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이리아의 시선은 일직선상에 놓여져 있던 거울에 향하게 되었다. 몇 번인가 보아 왔던 거울은 탄력이 넘치는 이리아의 나신을 그대로 비추어 주었다. 옆으로 길게 잔상처가 계속 나 있는 다리에는 단단한 근육이 있었다. 하지 만 그것은 탱탱하게 부풀며 오히려 탄력 있게 다리를 가꾸어 주었다. 한편, 다리와 달리 상체와 팔은 뽀얗게 어렸을 적 피부로 돌아가 있었다. 라우디의 치유 주문 덕이었다. 이리아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나신이 새롭게 느껴졌다. 전신을 모두 비춰 주는 거울에는 잘록한 허리와 볼륨감 있는 육체의 곡선이 매끄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리아는 그것을 계속 감상할 수 없었다. 거울이란 작은 공간 안에 갖힌 듯한 거울 속의 모습. 깨질 수 없는 틀. 발버둥 쳐도 그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일들. ' ....싫어. ' 이리아의 눈매는 점점 날카로워져 갔다. 거친 나뭇결이 비춰지던 배경은 어느새 연녹색 액체로 바뀌었다. 거울 안 의 이리아는 엷은 미소를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몸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듯, 여자 노예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복종의 표정이 이리아의 얼굴을 잠식해 갔다. 이것은 꿈이 아니다. " 컥... " 이리아는 목을 움켜쥐며 뒤로 휘청였다. 가슴을 죄며 목을 막는 공기의 흐 름이 탁한 소리를 낸다. 녹색 액체 속의 이리아 뒤로는 두 사람의 모습이 비 춰지고 있다. 젊은 여자로 보이는 사람과 늙은 중년 남자의 모습.. 이리아는 그 둘의 모습에 두 팔로 몸을 감싸며 앞으로 쓰러져 갔다. " 싫어!!!! "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살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공기가 진저리나게 신경을 자극했다. 무릎으로 바닥을 찍듯 간신히 주저 앉으며 이리아는 녹색 액체로 가득 찬 공간을 노려보았다. 저주받은 공간. 저주받을 공간. 영원한 고통만이 존재하는 공간. [ 쨍... ] 이리아의 창백해진 붉은 눈빛이 거울을 노려보자 거울의 정중앙이 패여져 나갔다. 강한 충격이 그곳을 강타하듯, 유리 가루가 부스러져 조금 바닥으로 흘러 내렸다. 하지만 이리아의 눈동자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언제까지나 잊 고 있을 수 없는 과거가 이리아의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 싫어!! " 이리아는 다시 한 번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그에 맞추어 이리아의 몸 은 주변의 공기를 밀어냈다. 싸구려 나무 바닥은 이리아를 중심으로 거친 표 면이 눌려 밋밋하게 변했다. 숨막히는 팽창감. 이리아의 시선이 향하고 있던 거울은 잔금이 거미줄처럼 뻗어 나가다가 그 팽창감을 견디지 못하고 산산이 깨어졌다. 투명한 유리 가루로 변해 바닥으로 떨어지는 거울 속에는 한 여자가 미소 짓고 있었다. 끝없이 내려가는 금발의여자. 이리아는 고개를 떨구며 입술을 깨물었다. " 이리아, 무슨 일이에요!! " 급한 발자국 소리가 달려오며 문을 활짝 열었다. 이리아는 잠기지 않은 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에딘이 얼굴이 새빨개져 방안에 들어오 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방안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나신 에 고정되었다. 이리아는 주먹을 꽉 쥐며 외쳤다. " 나가!! 다가오지마! " 들켜서는 안될 것을 들킨 사람처럼, 인간이란 존재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 람처럼 이리아는 문앞의 에딘에게 외쳤다. 그와 함께 이리아를 중심으로 팽 창하던 공기는 에딘의 머리띠를 뒤로 휘날리게 만들었다. 바닥에 흩뿌려지던 유리 가루는 벽까지 밀려나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당황하던 에딘의 눈동자는 점점 크게 떠졌다. 하지만 에딘은 마치 이리아를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 덕이고 문을 닫았다. 이리아는 문이 닫히며 시야에서 사라지는 에딘의 창백한 얼굴에 입을 틀어 막았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비져나오는 신음이 눈시울을 자극했다. 이 빨에 찍혀 핏방울이 맺힌 입술은 이리아의 손에 피를 묻혔다. 이리아는 물기 로 촉촉이 변한 눈으로 옷을 얹어 놓은 의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땅을 찍으며 살짝 멍이든 무릎이 아파 왔지만 그것은 이리아의 눈물에 먹 혀 들어갔다. 이리아는 에딘의 체취가 미약하게 남아 있는 에딘의 옷에 손바 닥을 문지르고 옷을 입기 시작했다. 복잡한 듯한 그 옷을 입는 것은 이제 어 렵지 않았다. 섬세한 에딘의 손길이 만들어 낸 옷이기에 이리아의 몸과 손에 익어져 있었다. " 하악... " 목을 메이는 것을 억지로 억누르며 이리아는 숨을 내뱉었다. 흩트러진 모 습을 가라앉히기 위해 이리아는 작게 심호흡을 하고 침대에 놓은 아이리 주 머니를 손에 쥐었다. 허리띠에 걸게끔 되어 있는 주머니 끈이 이리아의 손가 락에 감기며 주머니가 손바닥에 달라붙었다. 이리아는 눈가를 누르면서 문가 로 향했다. 문을 열면 지난번처럼 에딘이 반대쪽에서 나올 듯 했다. 하지만 그럴리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리아는 문을 열었다. 관리하기 편하게 만든 문고리와 자물쇠. 나무 판자로 만든 문. 손때로 얼 룩진 문틀. 팽창하던 방안으로 파고드는 공기와 함께 문앞에는 에딘이 있었 다. 기운 없는 모습으로 방문에 기대어 이리아를 보고 있는 에딘의 시선. 이 리아는 속으로 신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 ..미안... " " ...미안해요.. " 에딘은 이리아의 사과에 문에서 몸을 떼었다. 평소와 달리 힘이 빠진 어깨 는 흔들리는 선을 그리며 이리아에게 다가오려고 했다. 이리아는 그런 에딘 을 향해 왼팔을 뻗었다. 그 끝에는 흰색 주머니가 쥐어져 있었다. " 받을 수 없어.. " " 이리아. " 희미하게 미소짓고 있는 에딘의 입은 차분한 어조로 이리아를 불렀다. 이 리아는 점점 그의 미소가 어두워져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형식 상 떠오르는 표정이 아니었다. 슬픈 상처를 가지고 있는 영혼에서 흘러나오 는 눈물인 것이다. 이리아의 핏발 선 눈동자는 에딘의 그윽한 흑빛 눈동자와 만났다. 순수한 영혼의 빛처럼 부드러운 에딘의 손은 살며시 이리아의 손을 감싸며 아이리 주머니를 이리아에게 밀착시켰다. " 지켜 줄 거예요.. 성스러운 힘의 축복을 받도록... 저주받은 운명으로부 터 지켜 줄 거예요. "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이리아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따스하게 체온이 유지되어야 할 두 사람의 몸은 차갑게 서로의 몸을 자극했다. 이리아는 에딘 의 부드러운 손길이 천천히 손에서 미끄러져 나감에 에딘의 손을 쫓았다. 하 지만 에딘의 손은 이리아의 손에서 떨어져 나가며 계단 아래로 향했다. 에딘은 평소에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던 쓸쓸한 미소로 여관 계단을 내려갔 다. 먹구름이 끼어 아침 햇살이 제대로 내려오지 못하는 우중충한 날씨가 마 음의 색을 대신해 주었다. " ....난... " 말을 하지 않고,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에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터벅터벅, 그 답지 않게 발걸음을 옮기는 에딘의 뒷모습이 케라인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여관을 나서던 그의 모습과 겹쳐지기 시작했다. 이리아는 손에 쥐어진 아이리 주머니를 입가로 가져가며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리 고 문에 기대어 천천히 주저앉았다. 망설이고, 주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다가올 예상치 못할 일들이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리 사이에 머리를 묻으며 아이리의 향기에 몸을 맡기는 순간부터 마음의 결정은 굳어져 가고 있었다. 후회 없는 선택이라고 자신에게 주문을 걸며... < 계속 > -+-+-+-+-+-+-+-+-+-+-+-+-+-+-+-+-+-+- [ ....짧군요. ] 원래 이 뒤로 계속 이어지는 내용이 있는데....양을 잘못 계산 했군요. ^^; 어설픈 심리 묘사도 이제 곧 끝날 듯 합니다. 다음편으로 마음의 플롯을 잠시 끝내고 행동의 플롯으로 옮겨가야할 듯... 너무 감추는 스토리로 진행되고 있지만 3장이 끝나면서 조금 풀려고 합니다. 그럼, 다음으로 휘릭~~~~ - Ipria 『SF & FANTASY (go SF)』 50884번 제 목:<이리아> ▣ 3. 마음의 결정 ▣ -25-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25 00:17 읽음:382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 속에 잊혀진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3장. 마음의 결정. <25> ----------------------------------------------------------------------- 암흑으로 가득 찬 방안에 홀로 의자에 앉아 바닥을 내려다본다. 밀폐된 공 간 안의 공기가 폐부를 거치며 바닥에 무겁게 떨어져 털썩 인다. 그 위에 쏟 아지는 어두운 검은 색 눈빛이 나무 바닥으로 파고든다. 팔걸이에 얹어진 팔 이 뻣뻣해지며 나무와 하나가 된다. 천천히 굳어 가는 몸. 이대로 눈을 감고 현실을 외면하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 팔걸이에 얹은 팔을 모아 손가락으로 깍지를 끼며 눈가를 지긋이 눌렀다. 그 의자에 머물던 남자는 아직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그와 함께 다니던 남자가 대신 앉아 있었다. 그의 두터운 눈빛은 깍지낀 손 가락을 지나 굳게 닫힌 문으로 향한다. 뚜벅 뚜벅. 방을 찾아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심장 고동을 빠르게 한다. 그리고 잠시 후 일정한 걸음 걸이로 계단을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는 망치로 못을 박 듯 심장을 격하게 움직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의자에 앉혀진 육 체는 점점 차갑게 체온이 내려가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잠그지 않은 문이 부드럽게 열리며 한 사람의 모습이 방안으 로 비추어졌다. 코트처럼 깃이 달린 망토. 눈가까지 내려오는 앞머리와 광대 뼈까지 올라오는 검정색 망토 사이에 가려진 남자의 눈동자는 어느새 자신의 모습과 비슷해진,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고정되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남자의 망토 깃은 파르르 떨었다. 방안으로 옮기던 남자의 발걸음이 잠시 주 춤하기는 했지만 그에게서 눈에 띄는 동요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 그녀도...였습니까...? "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의 입에서 차갑게 얼어 있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천천히 의자 쪽으로 다가오던 남자는 의자 앞에 멈추며 망토 깃을 옆으로 넘 겼다. 섬뜻할 정도로 한기가 어린 보랏빛 눈동자가 그곳에서 빠져 나오기 시 작했다. " 내일 점심...헤로딘으로 떠난다, 에딘. "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 에딘은 어둠 사이로 표정을 감추며 의자에서 일어 났다. 라우디는 스쳐 지나가는 에딘의 모습을 돌아보며 의자에 앉았다. 에딘 은 힘없는 발걸음으로 침대까지 걸었다. 그리고 침대에 쓰러지듯 앞으로 고 꾸라지며 에딘은 작게 신음을 냈다. 낡은 나무 침대는 삐걱거리며 에딘의 몸을 받아 들였다. 상당히 귀청을 간 질이는 소리였기 때문에 에딘의 작은 신음은 그 안에 묻히게 되었다. 하지만 삐걱거리는 소리가 작아지자 라우디가 입을 열었다. " 정오에 보자. " 어눌한 어조가 라우디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에딘은 그 말을 뒤로 하고 침 대 시트에 얼굴을 파묻으며 주먹을 쥐었다. 목구멍을 지나 고함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에딘은 잠시 후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 어째서... 어째서... " 에딘의 목소리는 거의 울음에 받친 절규에 가까웠다. 작게 방안을 진동시 키는 목소리가 잔잔했던 마음에 크게 파문을 일으켰다. 라우디는 눈을 감고 팔걸이에 팔을 얹으며 등을 등받이에 기대면서 차분하게 에딘의 말에 대답하 듯 말했다. " 우리의 운명이다. 평범한 마법사조차 될 수 없는 굴레. 미안하구나..하 지만 언젠가 모든 사실을 네 스스로 알게 되면 너 역시... " 라우디의 고개는 무겁게 숙여졌다. 언제나 무겁게 내려오던 망토 끝자락은 오늘따라 한없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하늘의 달빛과 별빛을 삼키는 먹구름처 럼, 방안은 어둠에 잠식되어 암흑 속에 빠져 갔다. =-=-=-=-=-=-=-=-=-=-=-=-=-=-=-=-=-=-= 그곳은 방안이었다. 초라하지도, 화려하지도 않고 상당히 오래된 나무 벽 으로 이루어진 여관방. 넓다면 넓다고 볼 수 있는 그 방안에는 침대 하나만 이 덩그런히 놓여져 있었다. 레이스도 없는 회색 시트가 침대를 감싸고 청색 이불이 덮여진 가운데 한 여인이 인형처럼 누워 있었다. 천정을 가려주는 침 대 끝의 봉도 없어 말 그대로 침대만이 있는 방안의 여인은 방안의 공허함을 부드러움으로 바꾸고 있었다. 테옆이 멈추어 고이 보관하는 인형처럼 침대에 누워 있는 여인의 분위기는 너무나 평온하여 그녀를 깨웠다가는 신의 저주라도 받을 듯했다. 평범한 침 대가 초라해질 정도로 아름다움과 품위가 흐르는 그녀의 피부는 젊음의 탄력 과 함께 살짝 핏기가 돌고 있었다. 마치 남자처럼 깎은 머리가 어색하게 느 껴지지만 그것은 그녀의 얼굴에 감도는 엷은 미소에 가려졌다. 나신으로 누 운 그녀의 몸은 이불 겉으로 가녀린 곡선을 그렸다. 마치 동화 속에서 왕자님을 기다리는 공주님처럼 그녀는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동화 속의 시간이 흐르듯, 시간이 흐르자 여관 문이 천천히 열리며 정말 왕자님의 모습이 나타났다. 하지만 동화 속 왕자님은 건장한 청년인 반 면에 문 앞에 있는 왕자님은 소년티가 가시고 있는 남자아이였다. 입고 있는 옷도 화려함과 거리가 먼, 지나치게 단정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곧장 침 대의 여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여인의 생머리처럼 찰랑이는 그의 앞머리 사이로는 맑은 검정색 눈동자가 잠들어 있는 여인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느릿한 발걸음으로 여인에 게 다가와서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가슴 위에 가지런히 모아진 여인의 손을 잡았다. 세게 쥐면 부러질 듯한 여인의 손은 그에게 잡히어 옆으로 움직였다. 그는 자신의 손을 이끌려 여인의 팔이 옆으로 옮겨지자 침대에 올라가 여 인의 입게 길게 키스했다. 숨막히는 침묵이 방안을 메웠지만 그것은 그 둘의 주위를 맴돌 뿐이었다. 아쉬움을 남기는 키스 속에 그는 여인의 입술에서 떨 어지며 오랜 시간 헤어져 있던 연인과 만나듯, 그는 다정한 눈빛으로 여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동화와 달리 공주님은 눈을 뜨지 않았다. 왕자는 그것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그저 미소만을 지으며 여인의 곁에 누웠다. 그의 한 손 은 부드럽게 안듯이 여인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곧 그의 촉촉이 젖은 입 술이 열리며 따스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 영원히...당신을....요. " 속삭이는 그의 말에 놀랍게도 여인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행복하다 는 미소. 소년은 그녀와 똑같이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대로 그 공간은 회오리치며 점으로 변해 갔다. 꿈? 환상? " 하악!...하... " 이리아는 갑갑한 가슴 한복판을 손으로 누르며 숨을 뱉어 냈다. 무엇인가 걸린 듯한 느낌이 빠져나가며 습기에 찬 공기가 가슴으로 스며들어 왔다. 이 리아는 시야를 메우는 새하얀 빛에 눈을 떴다. 하지만 모든 것은 사라져 있 었고 새하얀 빛도 없는 가운에 황량한 천정만이 시야에 들어 왔다. 이리아는 또다시 목을 죄여 오는 답답함에 몸을 일으켰다. 천정에서 천천히 아래로 향하는 시선 끝에는 창밖을 보고 있는 한 소년의 모습이 있었다. 활짝 열린 창문 사이로는 새하얀 빛 대신 우중충한 빛이 들 어왔다. " 잘 잤어요? " 먼곳을 응시하던 에딘은 이리아가 깨어난 것을 알고서 창밖으로 시선을 둔 채 이리아에게 인사를 건넸다. 언제라도 굵직한 빗방울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어 있었다. " 점심에 여길 떠날 거예요. 떠날 준비를 해요. " 에딘은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창틀에 팔꿈치를 대고 이리아가 그랬듯이 창 틀에 턱을 괴며 말했다. 이리아는 그 모습에 문득 며칠 전의 일이 떠올라 입 을 틀어 막았다. " 큭...하하하!! " 하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웃음은 입을 막은 손 사이를 뚫 고 나왔고, 이리아는 지난 일들을 떠올리며 밝게 웃음을 터트렸다. 여행하는 동안 세 사람의 반복되는 관계와 방문을 열자 거울에 비친 듯이 우연히 문을 열고 나오던 에딘과 라우디. 그리고 지금 에딘의 모습이 우연만으로 이루어 진 것이라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왜 우스운 것인지는 이리아 자신조차 몰랐지만 터져 나오는 웃음은 주체할 수가 없었다. 에딘은 그녀가 계속 웃자 쑥스럽기도 하고, 옷을 갈아입는 숙녀의 방에 계 속 있기도 어색해 창문을 닫고 방문쪽으로 향했다. 얼마 전까지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이 이리아의 잠옷이 되어 있었지만 약간 헐렁한 그 옷을 입고 무릎을 꿇듯 침대에 앉아 밝은 미소를 띠고 있는 이리아의 모습은 아름답다는 생각 에 흐뭇한 미소를 흘리며 이리아를 지나쳤다. 이리아가 깨트린 거울은 이미 치워져 있었다. 들어온지 상당한 시간이 흘러 다시 차가워진 문고리가 에딘의 손에 잡혔다. 에딘은 주저 없이 방문을 열었다. 여자의 방, 방문이 잠가져 있지 않다는 사 실은 이상할 정도였지만 에딘은 문득 자신 역시, 라우디 역시 단 한 번도 문 을 잠근 적이 없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아무말 없이 그대로 방에서 나섰다. 그런데 에딘의 발이 문밖으로 나가는 순간, 이리아의 목소리가 에딘의 어 깨를 타고 흘러들었다. " 나 역시...그럴지도 몰라. " 그것은 대답을 원하는 말도 아닌, 혼잣말에 가까운 말이었다. 하지만 에딘 에게 하는 말임은 분명했다. 에딘은 살며시 눈을 감으며 조용히 문밖으로 나 가 문을 닫았다. 이리아는 그럴 것이라는 알고 있었으므로 아무렇지 않게 침 대에서 내려갔다. 방금 전까지 웃었던 것은 거짓말이란 듯이 평정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옷을 잡는 손길은 미약하게 떨고 있었다. 언제나 냉정을 유지하려던 붉은 눈동자와 함께... < 계속 > -+-+-+-+-+-+-+-+-+-+-+-+-+-+-+-+-+-+- [ ...이런... ] 이번에도 양 조절에 실패... --; 다음 편부터는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세 개의 이야기(이리아의 마음의 결정, 에딘과 라우디의 대화와 그에 이어지는 에딘과 이리아의 대화, 마지막으로 로벨리아의 출전.)로 이루어져 양 조절이 힘듭니다.(4페이지씩 3개...고로 6페이지씩 2편이 가능하지만 흐 름으로 보아 끊어야만 했죠. --;) 어차피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겠지만... 용서해 주세요~~~ ^^* - Ipria Ps. 이리아가 왜 웃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봅시다~ 문학적 표현으로 반어적인 태도였다고 생각하려면...(얼래..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 『SF & FANTASY (go SF)』 51069번 제 목:<이리아> ▣ 3. 마음의 결정 ▣ -26-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26 00:47 읽음:392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 속에 잊혀진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3장. 마음의 결정. <26> ----------------------------------------------------------------------- 어둠을 머금은 덩어리가 느릿느릿 이동한다. 포만감이 짙은 그것은 언제라 도 순수한 물방울들을 토해낼 듯 하다. 마법으로 자른 듯이 쌓아 올려진 성 벽은 외부의 침입자를 굽어 본다. 어설픈 것 같으면서도 날카롭게 만들어진 제스트 서쪽 국경 도시, 펠레인. 주변의 도시라곤 5일 정도 말을 달려야하는 케라인 뿐. 외톨이처럼 서 있는 도시였지만 외톨이이기에 홀로 모든 것을 해 결해 낼 수 있다. 레오 로벨리아는 숲이 끝나는 부분에서 펠레인을 바라보며 작게 쓴웃음을 지었다. 만만하게 보고 정공법으로 나간다면 지금 이끌고 온 100기의 홀레이 텐은 전멸할 것이다. 또한 대규모 병력으로 포위를 했을 때, 성안의 물자가 충만하고 인원만 있다면 성 자체는 한 달 정도 모든 공격을 견뎌낼 것이다. 주위가 들판인 반면, 불룩하게 솟은 곡지(曲地)에 세운 펠레인 성곽은 고 지에서 아래를 굽어본다. 그리고 주위를 감싸고 최외각 성곽 안에도 자리잡 고 있는 곡식밭. 멀리서부터의 빠른 공격 전개를 막고 수비를 돕는 밭에서는 다른 곳에서 상상을 하지 못할 정도로 곡식이 수확된다. 보관하고 있는 자원 과 수확하는 자원은 제스트 내 최고에 달한다는 보고가 들어올 정도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인의 상식에 따른 수치 보고이자 기사단만으로 공격했 을 때의 상황 예상. 레오는 펠레인의 성벽을 뒤로하고 나무들 사이로 들어갔 다. 멀리서 본다면 우거진 나무들로 인해 작은 공터가 있을 것이라 예상만할 그곳에는 광택을 없앤 검은 색 갑옷을 입고 무릎을 꿇을 로벨리아 근위기사 단의 홀레이텐 100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의 뒤에는 재갈을 물리고 나무 에 메어 놓은 말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레오가 돌아오자 모두 레오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깨끗하게 정렬 한 100명의 시선은 섬뜩하기 그지없었으나, 레오는 그것을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가볍게 받아 냈다. 자주빛으로 만들어졌던 블러디 나이트 레오 로벨리아의 갑옷은 이제 완전 히 피로 물들어 약간의 비릿한 향취를 풍기며 묘한 색감을 냈다. 마치 왼쪽 가슴에 새겨진 두 자루의 낫이 갑옷에서 튀어 나와 목을 벨 듯한 분위기 속 에 레오는 입을 열었다. " 이번 작전은 현재 헤로딘으로 진격한 2차 원정대를 위한 작전이다. 현재 제스트는 이노네스의 2차 헤로딘 공격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 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태도를 바꿀지 모르는 상황이므로 이번 작전을 통해 그들의 결정을 확고하게 만들어야 한다. " 1차 원정대의 실패를 딪고 다시 한 번 일으킨 전쟁. 블러디 나이트 서열 7, 9의 카이와 키스틴이 출전한 이번 전쟁은 앞으로의 이노네스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반드시 이기지 못하면 스스로 자멸할 전쟁 이라는 것을 알면서 침공을 개시한 장로 회의의 뜻은 알 바가 아니다. 작전 개요 설명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말. 레오는 엷게 쓴웃음을 흘리며 숙연한 분위기의 눈동자들을 훑어보았다. 근 위기사대의 일원으로서, 비공식적이지만 본국에 대한 충성 때문에 작전에 참 여한 그들은 목숨을 바쳐 일을 수행할 것이다. 끈끈하게 종아리에 달라 붙는 타이즈의 느낌처럼 그들의 눈빛은 블러디 나이트의 갑옷에 고정된다. " 정면으로는 절대 승산이 없다. 일개 기사단에도 전멸할 현재 인원. 너희 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성까지 달려가더라도 절대 성벽은 돌파할 수 없 다. 하지만.... " 상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위해 레오는 오른손을 펼치고 모두가 바라볼 수 있게 가슴 앞으로 손을 가져갔다. 지금까지 몇 차례 레오의 힘을 봐온 홀 레이텐 들은 침을 삼켰다. 작은 마을이라고 해도 그 마을을 단번에 흙먼지로 바꾸는 레오의 힘은 공포, 그 자체였다. 긴장감으로 인해 그들의 이마에 송 글송글 땀이 맺히는 것을 보며 레오는 주먹을 쥐었다. 투구를 쓰기 위해 뒤 로 묶은 머리 사이로 습기가 짙은 산들바람이 스며 들어왔다. " 여기서부터 산개해 회피 운동으로 성벽까지 돌격한다. 그러면 나는 최외 각 성벽과 다음 성벽을 마법으로 뚫는다. 그 공간으로 너희는 돌진한다. 펠레인 주둔 병사들과 정면으로 싸울 필요는 없다. 일 대 일이라면 너희 가 이길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 작전은 점령이 아니다. 성벽 주위의 민가 를 태우고 눈에 띄는 시민들을 학살한다. 한 사람당 70개의 킨이 지급된 다. 암가드(*1) 대신 그것을 들고 검과 병행해서 사용한다. 떠나기 직전 에 지급된 킨로드는 개량형이니 사용 전에 익숙해 지도록. " 레오의 설명에 그녀의 뒤에 있던 에르키스는 말들이 묶인 곳을 향해 발걸 음을 옮겼다. 그의 말에는 홀레이텐들에게 지급될 킨묶음이 있었다. 킨로드 는 이미 떠나기 직전에 지급 되었다. 한 번에 한 발을 쏘고 다시 장전을 해 야 했던 예전 킨로드를 개량해 30발의 킨을 연속으로 쏘게 만든 개량형 킨로 드. 그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빠르게 없앨지는 킨로드를 써본 기사라면 누 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것이었다. 레오는 빠른 걸음의 에르키스의 뒷모습을 보 며 검을 뽑았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섬 하나를 담글 정도의 피와 기름을 먹은 그녀의 검은 한차례 소나기가 내릴 듯한 먹구름이 낀 하늘과 함께 암울한 빛을 냈다. 레오는 검을 세워 얼굴 앞으로 가져 왔다. 차가운 핏빛 눈빛이 검의 테두리 를 스치고 홀레이텐들에게 꽂혔다. " 여기서 죽으면 개죽음이다. 끝까지 살아라... 해산. " " 로벨리아 님께 영광이. 신의 가호가 우리와 함께!! " 우렁찬 외침이 한참 동안 꿇고 있던 무릎이 펴짐과 함께 그들의 입에서 터 져 나왔다. 이번에 살아 돌아간다면 작위가 돌아올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만큼 위험한 작전이라는 것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싸우고 살아 돌아가야 했다. 기사로서, 목숨을 바칠 가치가 있는 영광의 이 터널 레이디(Eternal Lady *2) 예식을 위해서라도. 레오는 그들의 외침을 조소 어린 눈빛으로 받으며 검을 검집에 넣고 자신 의 적마에게 다가갔다. 홀레이텐들의 갈색 말들과 약간 떨어진 곳에 메어 놓 은 적마는 주인이 다가오자 고개를 숙였다. 레오는 조소를 거두며 쓸쓸한 얼 굴로 붉은 색 갈기를 쓰다듬었다. 벌써 5년간 같이 다닌 애마. 하지만 몇 년이 지나면 자신의 곁을 떠날 것 임을 알고 있었다. 적마의 갈기가 윤택을 잃어 가는 것과 함께 쓸쓸함은 감 출 수 없었다. " 레인... 너도 내 곁을 떠나겠지. 하하하! " 우울한 어조와 달리 레오는 마지막에 웃음을 뱉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땅 으로 떨어져 내렸다가 습기를 머금으며 다시 튀어 올라 레오의 눈으로 돌아 왔다. 짧게 묶여진 금발 끝이 파르르 떨었다. 굴곡감 있게 몸을 감싸는 핏빛 갑옷이 무겁게 짓눌렸다. " 로벨리아 님. 준비가... " " 말은 버리고 내 뒤에 타라. " " 예? " 에르키스는 고개를 숙인 레오의 입에서 흘러오는 말에 눈이 동그랗게 떠졌 다. 신속성을 요하는 돌격에 두 사람이 같이 말을 타고 간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더구나 레오의 말은 적마. 레오의 갑옷은 진홍의 핏빛. 모두의 표적이 될 것이 뻔했다. 하지만 레오는 고개를 들고 에르키스를 돌아 보며 다시 한 번 말했다. " 넌 내 뒤에 탄다. 네가 아무리 검술이 좋아도 갑옷을 입지 않은 이상 너 혼자서는 반드시 죽는다. " " 하, 하지만... " " 종자를 뒤에 태운다는 것이 내 명예를 훼손시킬까봐? 아니면 네 자신이 창피해서인가? " 레오의 눈동자가 에르키스의 검정색 눈동자를 파고들었다. 그것은 무언의 대화를 유도했다. 하지만 에르키스는 레오의 눈을 피했다. " 하핫! 걱정하고 있군. 난 죽지 않는다. 에르.. 네가 날 죽이지 않는 이 상. " "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 " 간다. " 에르키스는 동요하는 얼굴로 크게 외쳤다. 그 소리를 들은 홀레이텐들은 모두 피식 웃었다. 레오 로벨리아란 인간 곁 에서 가장 오래 동안 살아 남은 종자가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그들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 상관해서는 안 된다란 불문율을 그들은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그저 에르키스를 통해 배급 받은 킨을 킨로드에 장착하고 무기를 확인할 뿐이었다. 그들의 웃음을 들으며 레오는 말을 나무의 구속에서 풀고 재갈을 빼내었다. 지금까지와 달리 한결 자유스러워진 말은 한 차례 몸을 흔들고는 레오의 손 길을 따라 앞으로 몇 걸음을 걸었다. 레오는 가볍게 안장에 올랐다. 절그럭 거리는 소리가 나무들 사이에서 반향했지만 그것은 그녀의 귀에는 한 가닥의 곡조로 들렸다. 죽음의 노래. 레오는 그것을 벗삼아 에르키스에게 손을 내밀 었다. 에르키스는 잠시 주저하기는 했지만 이 상황에 고집을 피우고 레오의 뜻을 어길 수 없었기 때문에 떨리는 손길로 레오의 손을 잡았다. 평범한 여자들의 손보다 약간 두터운 레오의 손은 가뿐하게 에르키스의 몸을 들었다. 에르키 스는 순간 레오의 힘을 믿을 수가 없었다. 갑옷을 입고 말에 앉은 채로 소년 의 몸을 한 손으로 드는 것은 웬만한 기사라도 힘든 일이었다. 아무리 그녀 가 실력으로 인정받은 블러디 나이트라고 하더라도. 보통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긴 했지만 에르키스는 계속 사고를 확장시켜 그것을 깊이 생각할 수가 없었다. 싸늘하게 몸에 와닿는 갑옷과 함 께 창백해져 가는 레오의 피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단검으로 그어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레오의 목을 보며 에르키스는 레오의 허리를 안았다. ' 향....향기? ' 비릿한 피냄새는 익숙해졌지만 레오의 몸에서는 그것과 다른 향기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피냄새에 찌들어 살을 맞댈 정도로 가까이 가지 않으면 느끼 지 못할 향기였지만 그것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레오의 등에 기대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흔히들 말하는 여인의 신비로운 향기가 아니었다. 어디선가 진하게 맡아보았던 향기. 기억 어딘가에 남아 있는 향기였다. 레오는 갑옷을 통해 몸으로 스며들어 오는 에르키스의 체온에 희미하게 미 소를 흘렸다. 평범한 사람의 체온이, 에르키스의 체온이 이렇게 따뜻하고 마 음을 안정되게 만들 줄은 지금까지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것 은 어디까지나 지금, 이 순간만 유효한 것. 레오는 표정을 굳히며 천천히 말 을 걷게 했다. 두터운 갑옷이 부딪히는 차가운 금속성 마찰음이 연이어 공터 를 메워갔다. ' 아디오스....언니.. ' 지금까지 유일하게 마음을 연 상대. 레오는 그녀를 떠올리며 말고삐를 들었다. 힘을 깨달았을 때부터 일그러진 인생. 스스로의 힘으로 종지부를 찍고 싶었다. 멀리 보이는 펠레인의 성벽을 부수는 것으로 시작해서. 레오는 말안장에 걸어 놓았던 투박한 투구를 썼다. 활짝 열려져 있던 시야 가 작은 구멍들로 좁아지자 갑갑함이 몸을 죄었지만 차갑게 식어 가는 몸과 배속을 꿈틀이는 분노는 모든 것을 무시할 수 있게 만들었다. 배에서 시작된 열기가 가슴을 살짝 데우고 목구멍으로 올라왔다. 뭉클뭉클 한 삶의 열기는 레오의 입이 열리자 작은 공간 안에 갖혔던 폭풍우처럼 레오 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 로벨리아 근위기사단, 돌격! " 로라시아 력 8월 15일. 일은 시작되었다. < 계속 > -+-+-+-+-+-+-+-+-+-+-+-+-+-+-+-+-+-+- < 주석 - 역사학자 유우란의 저서, 복잡하다고 여겨지는 여러 용어들의 해석과 나 자신의 견해.에서 일부만 발췌. > *1> 암가드(Arm Guard) - 팔을 보호하는 방패이다. 일반적으로 홀레이텐들이 기마전에서 검을 쓰지 않는 팔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형 방패로 기사수업 의 초반부터 검과 함께 교육을 받는다. 가끔 암가드없이 검만 쓰는 기 사도 있다. 원래 목적은 팔을 보호하기 위해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기 사의 생명을 좌우한다. *2> 이터널 레이디(Eternal Lady) - 영원의 여인. 불멸의 여인. 작위를 받은 기사만이 신청할 수 있는 예 식으로 한 여인을 위하여 목숨을 바칠, 기사만의 약속이다. 국왕과 나 라가 위험해도 레이디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린다면 그 행위는 모두의 축 복을 받는다. 그렇기에 작위를 받은 기사들은 사랑하는 이에게 이터널 레이디 예식을 신청한다. 예식이 인정받으려면 작위가 있는 세 명의 기 사와 다섯 명 이상의 입회자가 필요하다. -+-+-+-+-+-+-+-+-+-+-+-+-+-+-+-+-+-+- [ 문득 이스 이터널이 생각나는군요. ^^;; ] 이터널 레이디... 많은 기사 소설에 등장했던 말이죠. 한 여인을 위한 약속.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읔..) 이터널은 '영원의, 불멸의'란 뜻이 있지만 그것들의 전제로는 '시간을 초 월한'이란 수식어가 붙습니다. 무슨 뜻인지..잘 음미해보시길...(무슨 소리 여.. --;) 오랜만에 새로운 단어들이 나왔던 [이리아] 3편 연속 분량이 최저였지만 이제 시작될 일들을 위해... 다음 편으로 Go!! - Ipria Ps1. '암가드'란 말은 '리즈 이야기' 3기에 나왔죠. ^^ (은근슬쩍 자기 글 광고하는 이프... ^^; Go SF, Go FAN 5 1, LT <리즈> 입니다!!!!) Ps2. 학살하는 자들에게 신의 가호와 영광이라.... 어색한 표현이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외침입니다. ^^* Ps3. 비축분 바닥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연재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연재 중단은 없겠지만, 주간 연재로 돌입할 지도 모릅니다. 간신히 10/5까지, 즉 한달 연재는 버텨볼 생각이지만 그 뒤로 수능 때까 지는....장담 못합니다. (수험생 Ip...) 『SF & FANTASY (go SF)』 51241번 제 목:<이리아> ▣ 3. 마음의 결정 ▣ -27-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27 01:05 읽음:388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 속에 잊혀진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3장. 마음의 결정. <27> ----------------------------------------------------------------------- 복받치는 슬픔에 쏟아지는 여신의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질 듯한 날씨. 이 리아는 너무나 흐린 날씨로 인해 행인들이 적은 길거리를 말없이 걸었다. 그 녀의 손에는 말고삐가 쥐어져 있었다. 또각또각 울리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손목에 걸린 팔찌가 흔들렸다.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길거리 사람들의 시선이 한 번은 꼭 멈추어 졌다가 지나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리아는 그 시선들에 신경 쓰지 않았다. 하루만.. 그렇게 다짐했던 일이 지금까지 계속 되고 있는 것처럼 많은 마음의 변화 가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규칙적으로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시계추가 움직일 때 내는 소리와 비슷 했다. 이리아와 어깨를 맞추어 걷던 에딘은 살짝 곁눈짓으로 이리아를 보며 입을 열었다. " 즐거..웠어요. 이 도시에서는... " ' 그랬을지도.. ' 이리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주머니에서는 부드러운 향기가 새 어 나와 두 사람 사이를 감싸고 있었다. 순간 목덜미에 와 닿던 싸늘한 느낌 이 되살아나는 듯 했지만 이리아는 엷게 미소를 지었다. " 매번 선물만 받았지.. " 에딘을 만난 한 달 전부터 지금까지 그녀가 에딘에게 해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에딘의 부탁 한 가지를 들어주었을 뿐. 이리아는 손목에서 흔들리는 팔찌를 들어보며 에딘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오늘도 에딘은 평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미 이리아는 그 미소가 무엇인가를 감추기 위한 거짓 된 미소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가끔 그 미소가 변하는 때가 있기는 했 지만 이리아는 그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지내왔으므로 기억 속의 에딘 은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미소를 지은 적이 없었다. 이리아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에딘은 왜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일까. 모든 사람을 속이는, 위화감이 없는 미소를 짓고, 자신과 상관없는 남에게 멍청하다 싶을 정도로 호의를 베풀며 평민들을 굴복 시킬 만한 힘과 돈이 있 으면서도 그들에게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에딘의 행동들은 아직도 이해 가 되지 않았다. " ...왜 내게 잘해 주는 거지? " 이리아는 무심코 차가운 어조로 머릿속을 떠돌던 말을 입밖으로 꺼냈다. 그 말을 들은 에딘의 눈빛은 순간 옆으로 떨렸다. 이리아는 왜 그렇게 말 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약간의 자책을 하며 에딘의 대답을 기다렸다. 궁금한 것들이 많아도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그것이었다. 에딘은 살짝 이리아의 눈빛을 피하려고 했지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 자신과의 약속..책임감.. 이라고 할 수 있겠죠.. " " 책임감... " 평정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이리아의 말끝은 떨렸다. 그런 대답을 원한 것 이 아니었다. 이리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입을 다물었다. 무슨 대답을 원 했던 거지? 이리아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에딘은 에딘. 타인에게 무 엇을 바랬던 것일까... 잊혀져 있던 안타까움이란 감정이 서서히 가슴을 파 고들었다. 쓴웃음이 지어졌다. 잠시 착각을 했던 자신이 우스웠다. 국경을 넘으며 헤 어질 인연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에딘은 도망 중인 마법사. 따 라다닌다면 네클의 습격과 같은 일들을 다시 겪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 간의 모습을 버리던 에딘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리아의 발걸 음은 천천히 무거워져 갔다. ' ....이리아... ' 에딘은 점점 무겁게 변하는 이리아의 발걸음에 마음속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하려고 했던 대답은 그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같은 길을, 같은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르는 이리아. 그녀의 곁에 있고 싶었다. 언젠가 그녀 에게 찾아올 운명의 일에 힘이 되어 주고 싶었다. 처음으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사람. 편안함과 따스함을 주는 여자. 절대 잃고 싶지 않았다. " 미안. 이상한 질문을 했군.. " 힘없는 이리아의 목소리가 에딘의 머릿속에서 계속 울렸다. 아니에요..아 니에요.. 가슴에서 울컥이는 그 말은 입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 너는 그 마음으로 인해 크게 상처받을 것이다. 반드시. > 얼마 전, 우수에 젖은 눈으로 말하던 라우디의 목소리가 이리아의 목소리 와 함께 머릿속에서 울렸다. 오래 전 추억으로는 절대 남을 수 없는 일이 다 시금 머릿속에 자리를 잡아갔다. 그렇기에 이제는... ' 잃고 싶지 않아요...그리고...저는... ' 에딘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리아는 갑자기 에딘이 멈춤에 말고삐를 살짝 당겨 말을 멈추게 하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에딘은 이리아의 시선을 느끼며 나지막하게 말을 꺼냈다. " 나오시죠... " " 알고 있었나. " 작지만 귀에 크게 와 닿는 묵직한 남자의 목소리에 이리아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하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은 찾을 수가 없었다. 모두 평범하게 보이 는 행인들일 뿐, 수상한 분위기를 가진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곧 에딘을 둘 러싸며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남자 넷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뒤를 따라오던 사람, 약간 거리를 두고 비슷한 속도로 걷던 사람, 골목에서 나오 는 사람. 모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들의 옷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약간 때가 타고 헐렁한 옷들이었다. 에딘은 그들이 다가옴에도 지난 번, 검이 목에 닿았을 때와 똑같이 아무렇 지 않은 얼굴로 이리아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동시에 검은 색 눈동자 표면 을 맴돌던 미소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에딘에게 다가오던 남자들의 평범한 옷 사이로는 작위 기사의 회색 전투복이 보였다. 에딘은 낮게 가라앉은 미소 로 이리아를 보며 물었다. " 이리아. 이터널...레이디에 대해 알고 있나요? " 마음 속 깊은 곳의 슬픔이 에딘의 목을 타고 새어나오며 진지한 에딘의 모 습을 감쌌다. 이리아는 무의식 속에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의 손에 이끌리던 말들이 인형처럼 가만히 있는 것처럼,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고요해져 갔 다. 에딘은 이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말안장 뒤에 묶어 두었던 짐 꾸러미에 손을 넣었다. 작지만 굳센 에딘의 손은 그 안에서 추억으로 간직하 려는 물건을 잡았다. 에딘이 손이 자루에서 나오자 에딘의 손에는 검 한 자 루가 들려 있었다. 완만하게 휘어지고 초라함만이 있는 라우디의 곡도. 에딘 은 이리아의 손에서 네클의 피를 흠뻑 먹었던 그 검을 들고 이리아의 앞으로 걸어갔다. ' 마법사가 아닌, 기사로서... ' 상식을 뛰어 넘는 근력과 아버지 때문에 받은 기사 작위. 에딘은 이리아와 한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서 한 쪽 무릎을 꿇었다. 그 순 간 평민복을 입고 있던 기사들의 눈동자는 크게 떠지며 망설임 없이 입고 있 던 평민복을 단번에 찢어 내었다. 원형 방패와 대각선으로 날아온 화살이 교 차된 가슴의 휘장이 밖으로 확연히 드러났다. 왼쪽 가슴에 새겨진 휘장과 작위 기사의 회색 전투복이 길 한복판에 나타 나자 주위에서는 웅성임이 일었다. 흐린 날씨에 행인이 없던 길에는 천천히 사람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가까이 오지 못하고 거리를 둔 채 눈을 깔고 기사들의 가슴 아래만을 바라보았다. 엄청난 신분의 차이가 있 는 작위 기사와 눈이 마주치면 죽음으로 직결된다는 통념 때문이었다. 생각 외로 빠른 시간에 사람들의 시선이 늘어나자 에딘은 어색하게 고개를 들어 이리아를 바라보았다. 거짓없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순수 한 다정함이 이리아의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이리아는 자신의 손이 말고삐에 서 떨어지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양손을 가슴께로 가져갔다. 서로의 눈빛이 마주치는 잠깐의 시간 속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 주군에게 충성을 맹세한 나이트, 에딘... " 에딘은 이리아의 눈동자를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와 함께 주위에 모여 들던 사람들은 에딘과 기사들의 몸에서 뿜어지는 숨막히는 기운에 입을 다물 게 되었다. 그것은 평소의 위압감이 아니었다. 국왕의 결혼식 속의 침묵처럼 숙연한 기운이 평민으로서 살아오던 사람들의 몸을 압박했다. 단 네 명의 기 사의 기운이. 손에 들려져 있던 검의 검집 끝이 바닥에 닿았다. 한 차례의 비 때문에 습 기가 남아 있는 흙바닥은 검집의 끝을 살짝 물었다. 살짝 붉게 물든 이리아 의 볼이 에딘의 시선 속에서 점점 위로 올라갔다. 긴장한 듯 맞잡아진 가려 린 두 손, 드레스의 주름이 있어야 할 잘록한 허리, 화려한 치맛단이 감싸야 할 다부진 두 다리. 그녀와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에딘은 검 끝에 시선을 멈추며 말을 이었다. " 창조주이신 아이피의 수호를 받는 이리아 님과 영원한 기사의 계약을 이 자리에서 맺고자 합니다. " 조용하게 흘러나오는 말은 넓은 길거리 가득 울린다. 15세 소년이 누나뻘 되는 여인에게 신청하는 이터널 레이디 예식. 사람들은 고정 관념을 잊고 숨 을 죽였다. 갑옷도 없고, 형편없는 모양의 검을 들고 있는 에딘의 모습은 그 들의 눈에는 한 사람의 작은 기사로 비쳤다. 땅과 하늘... 땅이 살짝 물고 있던 검집은 허공으로 떠오르며 에딘의 두 손에 가지런히 놓였다. 험한 일이 있었어도 깨끗한 에딘의 두 손은 이리아의 손길을 기다렸 다. " 제 생명을 당신께. 이 세상을 적으로 삼고, 모든 사람의 저주를 받더라 도 당신을 지키겠습니다. " ' 무, 무슨.. ' 순백의 네클들을 베면서도 흔들림 없던 핏빛 눈동자가 흔들린다. 작위 기 사란 남자의 수호를 받는 이터널 레이디. 그것을 인정하면 그의 보호를 받고 그가 죽을 때까지 그와 마음을 나눌 것이다. < 에딘에게 반하기라도 한 것인가? > 차가운 공기 속에 무겁게 깔리던 라우디의 목소리가 온몸을 떨리게 만든다. 반하기라도 한 것인가? 반하기라도... " 당신의 결정을 따르겠습니다. 이리아. " 쓸쓸함과 살기, 표면적인 미소만이 있던 에딘의 얼굴이 대답을 원한다. ' 거절을 해도...원망하지 않겠습니다. ' 에딘의 눈빛은 그렇게 말했다. 이리아는 에딘에게 향하는 시선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그것을 주체 할 수가 없었다. 귀여운 소년이 아닌, 믿음직한 한 남자로서 에딘은 그 자신 의 미래를 맡기는 것이다. ' 책임감 따위가 아니에요.. ' 내면의 슬픔을 안으며 겉으로 나오는 희미한 미소. 이리아의 손은 천천히 에딘의 눈빛에 이끌렸다. 그 누구도 에딘처럼 따스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누구도.. 검은 색 천이 감겨진 검집이 이리아의 흰색 피부와 대조를 이루며 가까워 졌다. 검집을 잡으면 승낙, 에딘의 손을 잡으면 거절.. 거절당하는 것은 그 를 믿지 못하겠다는 말. 기사로서 치욕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에딘은 그것을 알면서도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이리아란 여인, 자신을 상대로 예식을 거행 했다. ' 영원한 나의 수호 기사... ' 수많은 여인들이 한 번쯤 꿈꾸는 일이 눈앞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법사인 에딘이 어떻게 기사 작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관없었다. 지금 이 순간, 이 순간은 둘만의 것. 이리아의 눈에 비치던 검은 색 천은 뿌 옇게 변하며 넓게 퍼져 나갔다. ' 매번 갚을 수 없는 선물만 주잖아... 바보.. ' 이리아는 물기가 어리는 눈으로 에딘을 보며 밝게 미소를 지었다. 어떤 표 정으로 에딘을 대해야 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몸을 움직이는 감정에 이리아는 몸을 맡겼다. ' 난 이대로... ' 떨리는 손으로 에딘의 두 손 사이를 잡았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에딘의 손을 잡았다. 거절인가, 승낙인가. 이리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여 에딘의 시 선에 답하며 살며시 한 쪽 손을 떼었다. < 계속 > -+-+-+-+-+-+-+-+-+-+-+-+-+-+-+-+-+-+- [ ^^ 써먹었당... ] 지난 편에 괜히 이터널 레이디에 대해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음하하하~ ^^;) 과연 에딘은 누구일지.. 신분에 대해 궁금하시죠? ^^ 그걸 벌써 얘기하면 재미없쥐- 그럼 이터널 레이디 예식의 결과로 GO! - Ipria ** I: 이대로...에딘과 결혼하는 것도 좋을 텐데... Ip: 완전히 포기한 건가? 하하하! 내게 반항한 대가다! I: ...도대체 난 뭐지... 주인공이 아니야.. 차라리 [이리아]라고 하지 말 고 [에딘] 이나 [아이리] 라고 하는 게 어때...? Ip: --; 너 왜 그러냐? I: 난 뭐지... 난... 『SF & FANTASY (go SF)』 51377번 제 목:<이리아> ▣ 3. 마음의 결정 ▣ -28-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27 23:42 읽음:392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 속에 잊혀진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3장. 마음의 결정. <28> ----------------------------------------------------------------------- 목구멍을 따라 흘러나오는 뜨거운 바람. 에딘은 그것을 부드럽게 내쉬며 이리아의 손으로 옮겨가는 자신의 검을 보 았다. 승낙. 그 단어가 에딘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 나의 나이트... " 길게 끌리는 이리아의 말이 에딘의 손을 이끌었다. 에딘은 손에서 멀어지 는 이리아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떨어짐의 아쉬움이 강하게 이리아의 손을 가까이 당겼다. 에딘은 이리아의 손등에 살짝 입을 맞추며 자리에서 일어났 다. 팔찌에 박힌 붉은 색이 이리아의 눈빛처럼 작게 흔들렸다. " 이것마저 책임감으로 아신다면...영원히 당신의 뒤에 있겠습니다. " " 그럴리 없잖아... " 이리아는 고개를 저으며 검을 꽉 쥐었다. 에딘은 그 모습에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주위에 몰려 들었던 사람들은 초 라한 에딘의 이터널 레이디 예식에 감동한 듯 멍하니 에딘과 이리아를 볼 뿐 이었다. 에딘은 아쉬운 마음으로 이리아의 손을 놓으며 뒤에서 흐뭇한 미소 를 짓고 있는 기사들을 향해 돌아섰다. 그들이 없었다면 이 예식은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다. 우연이 아닌 인연. 에딘은 그들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 가벼운 발걸음은 쉽 게 바닥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그 발걸음이 다섯이란 수를 넘는 순간 멀리, 성벽에서 날카로운 종소리가 울렸다. 높은 쇳소리로 안쪽 성곽을 지나 도시 내까지 파고 들어오던 종소리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뒤이어 공기를 진동시키 는 힘이 이리아와 에딘의 몸에 살며시 와 닿았다. " 바람... " 이리아는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지금까지의 감정들을, 이성의 움 직임을 모두 얼리고 가슴 한 구석으로 봉인시키는 힘. 이리아가 고개를 들어 단 한 번의 종소리가 울린 곳을 바라보자 그곳은 서서히 허물어졌다. 매끈하게 쌓아 올려졌던 펠레인의 성벽은 육중하니, 굳건하게 버티니 등의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돌먼지를 날리며 허물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 힘은 성벽 안에 있던 건물들을 무너트려 갔다. 작고도 오밀조밀, 외각에 자리 잡 고 있던 농민들의 건물은 성벽이 무너지며 흩날리는 돌먼지에 쌓이며 자취를 감추어 갔다. 온 세상의 소리가 모두 사라진 듯, 이리아의 뒤에는 굉음 같은 것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성벽을 무너트리고 건물을 사라지게 만든 그 힘에 휩 쓸린 듯한 사람들의 비명과 기사들의 함성이 이리아의 머리를 강타했다. " 아... " 짧은 탄성에 가까운 신음을 뱉어 내며 이리아는 뒤로 비틀거렸다. =-=-=-=-=-=-=-=-=-=-=-=-=-=-=-=-=-=-= 성벽이 허무하게 무너진다. 높은 곳에서 쏟아지는 물을 막으려는 둑과 같 이 정성 들여 만든 강인한 성벽. 하지만 그것은 이 세상을 감싸고 있는 공기 의 흐름을 견지지 못했다. 멀리서 보면 모래성의 한 구석에 구멍이 난 듯한 모양이지만 그곳으로는 넓게 퍼져 돌진하던 100기의 홀레이텐들이 개미떼처 럼 들어갔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화살은 두터운 갑옷과 마갑을 뚫지 못하고 퉁겨져 나갔다. " 좋은....성입니다. 여기는... " " 그래. 좋다...하지만 그뿐이지. " 레오는 에르키스의 말에 대답하며 말의 기수를 돌렸다. 그리고 앞서 달리 고 있는 홀레이텐들과는 다른 곳을 향했다. 홀레이텐들은 바람의 힘으로 뚫 은 구멍으로 도시 내까지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레오는 그들과 하 고자 하는 일이 달랐으므로 그들과 점점 멀어져 갔다. 아군은 아군이되, 아 군이라 할 수 없는 부하들. 레오는 냉소를 흘리며 에르키스의 시선이 머물러 있는 추수 전의 광활한 곡식밭을 가로질러 성문으로 향했다. " 멈춰! " 평소의 훈련대로 경보 종에 성문을 닫고 내성문 앞을 앞을 지키고 있던 여 섯 명의 병사들은 레오의 모습을 보자마자 모두 창을 들고 레오의 앞으로 달 려들었다. 레오는 왼손을 뒤로 돌리고 짧게 말했다. " 킨로드. " 레오의 왼손에 날카로운 킨이 장착된 킨로드가 쥐어지자 레오는 그것을 병 사들에게 향하며 미소 지었다. 미소의 끝에 레오의 손가락은 빠르게 방아쇠 를 왕복했다. 전쟁과 함께 급가속 된 기계 과학의 발달은 무기의 진화를 낳 았고 그 결과물들은 놀라웠다. 엄청난 파괴력을 지녔어도 짧은 시간 안에 재 장전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의 쓰지 않던 킨로드는 방아쇠의 움직임을 따 라 계속 시위가 움직이며 장전과 발사를 거듭해, 정교하게 만든 원통인 킨을 뿜었다. 자객들이나 쓸 법한 바늘과 같은 날카로움은 병사들의 머리를 파고들었다. 그들은 창 한 번 휘둘러보지 못했다. 레오의 앞으로 달려들던 얼굴들은 모두 킨에 의해 관통되어 바닥으로 처박혔다. 레오는 갑옷이 바닥과 부딪히며 내는 둔탁한 소리를 뒤로 하고 다시 왼손 을 등뒤로 넘기며 거침없이 성문을 향했다. 철갑으로 두껍게 만들어진 성문 은 파쇄차로 여러 번 밀어 부쳐야지만 열릴 것 같았다. 에르키스는 레오의 손에 들린 킨로드를 받아 들었다. 그러자 킨로드가 사 라진 레오의 왼손에는 바람이 맺혔다. 그 바람은 얄팍한 레오의 손바닥에서 소용돌이 치며 주위의 공기를 빨아들였다. 투구로 머리를 감싼 에르키스는 순간적으로 숨을 쉴 수 없었으나 당황하지 않고 레오의 허리를 강하게 안았다. 모든 사람들이 피의 마녀라고 두려워 하 는 블러디 나이트 로벨리아는 팔안에 있었다. 이 세상이 멸망할 지라도 살아 남을 것만 같은 그녀가. " 열려라. " 레오는 낮은 어조로 말하며 왼손에 맺히던 바람을 성문을 향해 던졌다. 주 위 공기를 빨아들이던 바람의 소용돌이는 철문을 갈아먹으며 옆으로 퍼져 나 갔다. 레오의 차가운 핏빛 눈동자는 그 소용돌이를 지켜보았다. 손에 원형진 은 그려진 적이 없었다. 마법은 아니되 마법인 힘. 그녀는 갑옷을 넘어 스며들어 오는 에르키스의 체온과 함께 소용돌이로 말 을 몰았다. 그와 동시에 마치 레오를 기다렸다는 듯이 성문은 열렸다. 안에 서 걸어 잠근 빗장과 나무들은 모두 바람에 갈가리 찢겨 주위에 흩날려져 있 었다. 기괴한 소리를 내며 열린 성문은 작은 틈 사이로 레오의 몸을 들여보 내 주었다. " 에르... 킨로드는 네가 써라. " " 예. " " ....어디냐... " 에르키스는 쇳소리를 내며 열리는 성문보다 더욱 섬뜩한 레오의 목소리에 떨리는 손으로 킨로드를 쥐었다. 어느새 말의 속도는 에르키스가 한 손으로 레오를 잡아도 될 정도로 느려져 있었다. 차가운 방아쇠의 느낌이 피를 갈구했다. 싸늘한 킨의 끝이 도망치려는 무 고한 인간들의 영혼을 쫓았다. 에르키스와 레오는 동시에 시야를 가리고 있 던 투구를 벗어 던졌다. 일직선으로 돌격을 하지 않는 이상, 투구는 거추장 스러운 장식에 불과 했다. " 두 곳이라...억압된 힘과 낮게 발산되는 힘... 결론은 억압된 쪽인가. " 주위를 둘러보던 레오는 몸을 흥분시키는 두 힘 사이에서 생각을 하던 중 가장 가까우면서 찾고 있던 사람 쪽이라 생각되는 쪽으로 말을 달렸다. 에르 키스는 광적인 사랑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는 레오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골목 사이로 도망치던 여자의 목덜미에 킨을 쏘았다. 그 여자가 그것에 맞을 지, 맞지 않을 지는 그 여자의 운이었다. 하지만 시위가 돌아가 재장전하는 찰칵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가 쓰러지는 소리는 에르키스의 킨로드 다루는 솜 씨에 냉기가 어리게 만들어, 점점 변해 가는 그의 눈빛처럼 킨의 끝이 더욱 날카로워지게 만들었다. 어느 골목 사이로는 흑빛 갑옷을 입은 근위 기사단의 홀레이텐이 킨로드로 멀리 떨어진 사람들을 죽이며 다른 손에 쥐어진 검으로 가까운 곳에 있는 사 람들을 베어 넘기는 모습이 보였다. 수많은 사람들의 비명이 귓전에 와 닿았 다. 하지만 그 소리에 가슴 아파할 사람은 그곳에 아무도 없었다. 피바람. 레오 로벨리아와 그의 근위 기사단이 지나가고 난 주변에는 시체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 큭큭.. 내가 간다. 조금만 기다려라... 하하하하!!! " 그리고 광기에 가까운 웃음소리도 길게 여운도 함께... =-=-=-=-=-=-=-=-=-=-=-=-=-=-=-=-=-=-= " 이노네스...인가.. " " 영주님! 이곳의 주인이시면서 호위병도 없이 이렇게 가시는 것은... " " 나를 믿던 사람들이 죽어 간다. 나만 홀로 뒤에서 구경을 할 수는 없는 일.... " 플락스는 뒤따라 달려오는 기사의 말을 한 마디로 일축했다. 성벽이 무너 지는 모습은 그에게 도시 내 사람들의 생명들이 사라지는 모습으로 보였다. 플락스는 있는 힘껏 말을 달리게 했다. 뒤를 따르는 기사는 겨우 십여 명밖 에 불과했지만 플락스의 머리에는 싸움의 승산보다는 사람들이 죽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영주.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바탕으로 오르게 되는 그 자리의 책임은 상 당하다. 모든 영주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부분의 영주들은 영 주민들을 자신의 소유로 생각하고 있지만 플락스는 그렇지 않았다. 무고한 평민이 눈앞에서 억울하게 죽던 모습을, 귀족의 자제란 이유로 많 은 사람들을 대신해 죽을 수 있는 상황에 자신을 구하기 위해 죽어 간 사람 들을 잊지 못하는 한, 자신의 생명은 그들의 것이었다. 건물과 건물들이 빠른 속도로 뒤로 밀려 나가며 플락스의 몸을 앞으로 밀 어 줬다. 플락스의 뒤를 따르던 주황색 갑옷의 작위 기사들이 조금씩 뒤쳐질 정도로 플락스는 빠르게 말을 몰았다. 하지만 무너져 버린 성벽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의 얼굴은 어두워 져 갔다. 두 번 다시 맡고 싶지 않았던 죽음의 냄새가, 흩날리던 피에 섞인 피냄새가 짙게 습기가 배인 바람을 타고 흘러왔다. 플락스는 피가 터져 나올 정도로 세게 입술을 깨물었다. 서서히 사람들의 시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무 인형처럼 쓰러진 사람들의 몸에는 붉은 점들 이 퍼져 있었다. 성벽이 무너진 것 때문에 죽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단번 에 알 수 있었다. " 이노네스 놈들!! " 분노에 찬 신음이 새어 나왔다. 플락스는 점점 많아져 가는 시신들을 보며 말을 천천히 달리게 했다. 무작정 달려도 보이는 것은 시체들뿐이었다. 건물 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아도 아직 성벽이 무너진 곳까지는 약간의 거리가 있었지만 주위에는 시신들이 널려 있었다. " ...너희들이 죽는 것... 너희들은 잘못은 무엇이지..? " 무거운 목소리가 말을 걷게 하던 플락스의 귀에 들려 왔다. 플락스는 놀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살아 있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말이 걸음에 따라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검은 망 토의 남자가 보였다. 그는 아주 좁은 골목 안을 향하고 있었다. 플락스는 그 의 품에 있는 물체를 보고는 말고삐를 당겨 말을 멈추게 했다. " 플락스 님! 뒤로.. " 뒤에서 급하게 달려오던 기사들은 플락스의 앞에 보이는 남자의 모습에 검 을 꺼내었다. 그러나 플락스는 손을 들어 그것을 막았다. " 비극은 우리로만 되지 않나.. " 망토에 감싸인 남자는 품안에 있던 물체를 골목 안으로 넣었다. 그의 손에 는 핏덩이로 변한 아이의 모습이 있었다. 그 아이는 다시 어머니의 품에 안 기어 영원한 잠에 빠지게 되었다. 플락스는 그 모습을 주시하며 작게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 케인즈...님.. " 하지만 그는 플락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비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가르는 힘이 그곳에 맺혔다. 그의 양손은 흰빛이 감돌았다. 그는 어느새 자 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검은색 갑옷의 홀레이텐을 바라보았다. 눈에 띄는 모든 사람을 죽여야 했기에 홀레이텐은 남자를 꿰뚫기 위해 힘 껏 창을 내질렀다. 흑빛 갑옷이 뜻하듯 그는 블러디 나이트 서열 1의 근위기 사대 일원. 어깨에서부터 일직선을 그리며 남자의 몸을 향해 뻗어 나가는 창 의 날카로움은 가슴을 뚫고 나올 듯 했다. 지금껏 무수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창끝에는 핏빛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 핏빛은 남자의 검은 색 망토에 가까워지자 우중충한 색으로 변했다. 남자 는 몸을 살짝 돌려 창끝을 피했다. 원래 목표를 잃은 창날은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내질러졌다. 검은 색 망토 깃이 남자의 움직임에 꺾이자 보랏빛 눈동자가 뚜렷하게 드 러났다. 그의 눈동자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에는 살기가 가 득 차 있었다. 차가운 얼음에 닿는 듯한 한기가 싸늘한 그의 미소에 씌워졌 다. 그는 투구 안을 노려보며 말했다. " 너희들이냐.. 이런 짓을 한 것이.. " " 당연.. " 홀레이텐은 짧게 대답하며 창을 거두어 다시 찌르려고 했다. 하지만 창끝 이 꿈틀거리며 홀레이텐의 몸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남자의 손이 창의 허리 를 움켜쥐었다. 남자의 손에 머물던 흰빛은 창과 맞닿자 그 안으로 스며들었 다. 그 빛은 남자가 숨을 내쉬자 창을 따라 흑빛 갑옷 안까지 파고들었다. 남자는 낮게 말했다. " 죽어라. " 무겁게 가라앉은 말이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와 창에 닿자 파직하는 파공성 이 울렸다. 후끈한 열기가 뿜어지며 새하얀 빛이 흑빛 갑옷의 안쪽에서 갑옷 을 뚫고 빠져나왔다. 플락스는 순간적으로 홀레이텐의 몸에서 폭사되는 흰빛 에 손을 들어 눈앞을 가렸다. 몇 년간 육중한 갑옷으로 무장한 홀레이텐을 태우고 다녔던 말은 짧은 일 갈을 터트리며 옆으로 쓰러져 갔다. 흰거품이 입에 물리고 검은 색 마갑 사 이로는 새하얀 눈동자가 하늘로 향했다. 쿵. 플락스는 쇳덩이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에 팔을 거두고 홀레이텐이 있던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방금 전까지 기세 좋게 창을 내지르던 홀레이텐은 말 과 함께 옆으로 누워 있었다. 습기가 짙은 강한 바람이 불었다. 광활한 밭을 지나 허무하게 무너진 성벽 사이로 들어온 바람은 라우디의 망토를 펄럭였다. 그 바람은 눈이 뒤집혀 경 직된 말의 갈기가 휘날렸다. 탱... 맑은 쇳소리가 울리며 홀레이텐의 검은 색 투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건 장한 청년이 있어야할 갑옷의 안쪽. 하지만 그곳에는 갑옷의 색깔보다 더 진 한 검은 색의 두개골이 있을 뿐이었다. 화상의 정도를 지나, 지글지글 익은 피부가 뼈에 달라붙어 진득한 검정색을 만들었다. " 마법....입니까..? " 플락스의 뒤를 따라온 기사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주며 플락스에게 물었다. 마법사들의 마법 시현을 실제로 봐 온 그들이었으므로 마법 자체에는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법을 발동시키는 원형진도 없이 가뿐하게 홀 레이텐을 죽이는 남자의 힘은 경외심보다 경계심을 먼저 부를 수밖에 었었다. 플락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동자는 10년 전, 한 소년의 모습 을 비추고 있었다. 분노를 억눌렀다가 한 곳에 퍼붓는 소년의 힘. 정규 기사 단 100명이 순식간에 쓰러지던 한 때가 그려지고 있었다. " 크헉! " 짤막한 비명이 잠시 생각에 잠긴 플락스의 귓청을 강타했다. 곧이어 바람 을 가르는 소리가 셀 수 없이 울리며 신음이 뒤에서 굽이쳐 나왔다. 플락스 는 황급히 뒤를 돌아 보았다. 어느새 뒤에 와 있던 호위 기사들의 대부분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들의 갑옷 끝에는 짤막한 금속 막대가 고개를 내밀 고 있었다. 그것은 계속 기사들의 피를 뽑아 내어 바닥을 피로 가득 차게 만 들었다. 플락스는 입술에서 배어 나오는 피를 손가락을 닦아 내며 신경을 곤 두세웠다. 살아 있는 상태에서 피가 뽑혀 나가는 기사들은 고통을 견디지 못 하고 신음을 터트렸지만 플락스와 그들의 동료 기사들이 해 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신선한 피냄새가 자욱해 지고 약간의 시간이 흘러 신음이 작아지며 꿈틀거 리던 기사들의 몸이 경직되자 플락스의 왼쪽, 작은 골목에서 묵직한 말발굽 소리가 흘러 나왔다. " 이런...잘못 찾아 왔군. " 미성에 가까운 목소리가 플락스의 손을 떨리게 만들었다. 플락스는 똑바로 골목 안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양팔을 죄어 오는 차가운 한기. 죽음의 느낌 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곧 골목에서는 적마 한 마리가 나타났다. 핏빛에 가까운 적마에 타고 있던 금발의 여인은 반쯤 눈을 감고 있었다. 플 락스는 그녀가 입고 있는 핏빛 갑옷에 실소를 흘렸다. 이노네스의 블러디 나이트. 적의 전력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지휘층이 가볍게 여기던 블러디 나이트가 눈앞에서 뿜어내는 위압감과 강하다는 느낌은 제스트의 일개 기사단에 견주 어 손색이 가지 않았다. " 뭐, 상관없지... 어차피 한 번 만날 줄 알았어.. 안 그래, 라우디? " < 계속 > -+-+-+-+-+-+-+-+-+-+-+-+-+-+-+-+-+-+- [ 좀 많군요. ] 중간 로벨리아의 행동이 추가되는 바람에.... ^^ 다음으로 휘리릭~ - Ipria Ps1. 리미트에 다다르고 있습니다...30편이 고비일 듯... 이번달은 견뎌야 할 텐데... --; Ps2. 글에 문제가 있는 듯 하다는 결론이 나고 있습니다. 30편에 다다르는 시점에도 추천도 없고...조회수도 바닥인 것은 그 문 제가 보통 문제가 아니라는 소리인데... 누가 조언 좀 해주세요~~~~! (이 불쌍한 초보에게 온정의 손길을..) Ps3. SF란과 FAN동의 "리즈 이야기" 조회수와 다운 수가 상당히 올랐더군요. 설마...광고 보고 가신 것은!!! ^^; (조회수 높은 글, 더욱 조회수 높아져 그냥 환호를 질러 보았습니다..) 『SF & FANTASY (go SF)』 51507번 제 목:<이리아> ▣ 3. 마음의 결정 ▣ -29-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29 00:00 읽음:389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 속에 잊혀진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3장. 마음의 결정. <29> ----------------------------------------------------------------------- " 네 짓...인가.. " 라우디는 레오가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내딪으며 말했다. 대답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레오는 길게 내려온 앞머리에 희미하게 보이는 라우디의 눈 동자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말했다. " 정확히는 내가 아닌, 내 기사단...이라고 해야겠지? 후훗- " 레오는 짧게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그녀의 근육은 웃음과 달리 약간 경직 되고 있었다. 레오는 말고삐를 에르키스에게 넘기고는 말에서 내렸다. 킨로 드를 플락스에게 겨누고 있던 에르키스는 마른 침을 삼키며 말고삐를 받았다. 레오의 몸이 변하고 있었다. 광기에 감싸인 듯 했던 살기가 서서히 라우디를 향한 투기로 변하며 여느 전쟁터에서 보여주던 그녀의 분위기와 달라져 갔다. 그녀의 변화를 눈치 챈 것은 에르키스 뿐만은 아니었다. 라우디는 손가락에 끼어진 반지를 살짝 매만지며 반쯤 눈을 감았다. 하지 만 반지를 빼지는 않았다. 그는 천천히 두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 짧은 시간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말에서 내린 레오는 입고 있던 갑옷의 연결 고리에 손가락을 대었다. 그녀 의 몸무게 보다 무거운 갑옷을 연결하던 그 고리는 레오의 손가락이 닿자 마 치 가위에 잘리는 종이 고리처럼 반으로 잘라졌다. 갑옷을 연결하던 고리가 끊어지자 쇳소리가 레오의 주위를 감쌌다. 붉은 핏빛 벌레가 고치에서 나오듯,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인간의 피에 변 색된 갑옷이 떨어지자 적빛 블러디 나이트의 전투복이 드러났다. 거의 무방 비 상태에 가깝게 변했지만 레오는 그것에 상관하지 않고 에르키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 ...갑옷 따위는 무의미하다는 건가.. " " 그래도 이곳에서 날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라우디.. " 라우디는 검을 건네 받는 레오의 눈동자를 반쯤 감긴 눈으로 노려보았다. 어렸을 적 돌아가셨지만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아버지의 눈동자와, 원수라 고 할 수 있는 아디오스의 눈동자와, 에딘의 손님이란 명목으로 에딘과 함께 있는 이리아의 눈동자와 똑같은 핏빛 눈동자. 피에 굶주린 맹수보다도 섬뜻 한 그 눈동자를 바라보는 라우디의 눈동자 안에는 씁쓸함과 분노가 깃들었다. 툭...툭... 검은 먹구름이 가득 했던 하늘에서는 천천히 굵은 빗방울들이 떨어지기 시 작했다. 그러나 그 빗방울들은 두 사람, 라우디와 레오의 몸에 닿지 않았다. 무형의 힘이 물방울을 밀어내듯이 빗방울은 라우디의 머리 위에서 옆으로 넓 게 퍼져 나갔다. 또한 레오를 향한 빗방울들은 모두 주위로 퉁겨져 나갔다. 레오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 난 이노네스의 블러디 나이트. 나머지는 꺼져라. 영주, 너도. " 플락스는 귀청을 파고드는 그녀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이를 악물었다. 죽 일 수 있지만 귀찮다는 말투에 분노를 터트려야 했지만 그 무엇도 그것을 허 락하지 않았다. 모든 신경이 외치고 있었다. 절대 인간의 상대가 아니라고.. 그것은 플락스의 뒤에 남아 있던 호위 기사들도 마찬가지 였다. 동료들의 죽음에 복수를 해야 했지만 그것은 부질없는 짓, 아니 절대 불가능한, 개죽 음을 당하는 지름길이라고 몸이 말하고 있었다. 플락스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 난...펠레인의 영주..플락스..다.....절대로 잊지 않으마.. " " 맘대로. 하지만 다음 번에 날 만난다면 그것이 마지막일 것이다. " " 큭... " 레오는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퉁명스레 플락스에게 마지막으로 말하고는 검을 뽑았다. 그녀의 분위기와 하나가 되어 버린 반투명 붉은 색이 빗방울의 자취를 반사했다. 라우디는 약간 경직된 플락스의 가슴을 향해 말했다. " 가시죠...플락스 님. 당신에게는 할 일이 있습니다. 그때처럼.. " " 미안...합니다. 케인즈 님.. " " 건강하시길... " 플락스는 라우디의 말에 손을 들어 호위 기사들에게 후퇴를 명령했다. 그 리고 그 자신도 말의 기수를 뒤로 돌렸다. 에르키스의 킨로드 끝은 플락스를 놓치지 않았지만 플락스는 쓴웃음으로 킨로드를 지나쳤다. 에르키스는 뒤를 생각하는 그의 유연한 태도에 훗날 제스트의 중요 인사가 될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 때 일. 이노네스란 나라는 에르키 스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에르키스는 플락스를 향하던 킨로드를 라우디에게로 돌리며 레오의 뒷모습에 시선을 고정했다. 어느 때보다도 더욱 약해 보이는 그녀. 누가 들으면 헛소리라고 대꾸하겠지만 그에게 있어서 그 녀는 약했다. 지니고 힘과 정반대로. 잠시 후 레오가 검집을 뒤로 던지며 말했다. " 뒤로 물러서... 에르. " " 예? " " 뒤로 물러서라. " 에르키스는 이해할 수 없는 명령에 라우디를 향했던 킨로드 끝을 떨어트렸 다. 최악의 상황에 종자는 주인을 위해 목숨을 버려야 했다. 그것이 레오를 따라다닌 이유. 그녀와 함께 한 이유였다. 레오는 살짝 뒤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 가까이 오면...넌 죽어. 큭큭.. 이런 데서 나한테 죽으면 농담이 아니잖 아? " 레오의 얼굴은 슬픈 미소를 지었다. 그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그녀의 갑옷 들이 우직우직 소리를 내며 바닥에 밀착되어 갔다. 에르키스는 비에 젖어 볼 을 간질이는 앞머리를 옆으로 넘기며 말고삐를 뒤로 세게 당겼다. 가까이 하 는 모든 사람을 제물로 삼는 피의 마녀. 농담처럼 떠 다니는 그 소문을 그녀 는 잊지 못하는 것이다. 레오는 에르키스의 말발굽 소리가 땅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묻혀 작게 들리 자 검끝을 라우디의 가슴으로 향했다. 그리고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잔혹한 미소라고, 마녀의 미소라고 부르는 반거짓 미소를... " 좋은 남자...다. 너 따위 존재를 위해 목숨을 걸 생각을 하고. " 레오의 미소를 지켜보던 라우디는 조소가 짙게 배인 얼굴로 멀리 뒤로 물 러선 에르키스를 보았다. 라우디의 손은 지금까지 그를 감싸고 있던 검정색 망토를 풀었다. 기나긴 여행 속에도, 험한 일들이 있었어도 더럽다는 느낌을 주지 않던 그 망토는 곧 바닥에 떨어졌다. 만약 그 자리에서 움직인다면 망 토는 흙탕물 속에 잠기겠지만 그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라우디는 조소 어린 그 눈동자를 레오에게 옮기며 말했다. " 너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훗. 네 정체를 알고 난 후의 반응이 궁금하군. " 동시에 레오의 눈동자는 크게 떠졌다. 마치 단 둘만이 알고 있던 비밀을 다른 사람이 말했을 때의 모습처럼... 라우디를 향하고 있던 그녀의 검끝이 부르르 떨렸다. " ...그것을.. " 레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몸은 라우디의 정면으로 돌진했다. 먹 이를 잡기 위해 한순간 전력을 다해 달리는 야수의 몸처럼 레오의 몸은 일직 선을 그리며 라우디의 몸에 달려 들었다. 비에 흠뻑 젖은 땅이 그녀의 발에 패어 나갔다. 빗방울들이 강렬하게 옆으로 퉁겨져 빗속을 가르고 달리는 그 녀의 날카로움을 더해 주었다. 라우디는 무모하게 보이는 그녀의 움직임에 완전히 눈을 떴다. 피할 수 없다! 거리를 재려는 순간 순간 인간의 움직임을 뛰어 넘는 속도를 내는 레오의 모습에 라우디는 레오의 검끝으로 시선을 돌렸다. 직선으로 뻗어나가는 검끝은 한치 오차도 없이 라우디의 가슴 정중앙을 향 했다. 불필요한 동작 없이 깨끗하게 찔러 들어오는 검끝. 레오는 살기를 실 어 검을 내질렀다. " 타앗!! " 라우디는 일성을 터트리며 오른손을 쳐들었다. 굳게 쥐어져 있던 주먹 겉 은 흰빛이 얇게 퍼져 있었다. 라우디는 그 주먹으로 레오의 검면을 올려쳤다. 레오는 그것을 보며 얇게 쓴웃음을 흘렸다. [ 캉- ] " 그, 그런... " 맑은 쇳소리가 비 사이를 가르고 멀리 퍼져 나갔다. 에르키스는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검을 주먹으로 치며 싸운다는 비상식적인 일이 눈앞에서 현실로 이루어지 고 있었다. 레오의 검은 라우디의 주먹에 맞아 라우디의 왼쪽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라우디는 몸을 틀어 그 검을 피하며 왼손을 힘껏 위로 쳐올렸다. 레오의 얼 굴이 라우디의 주먹에 무방비로 드러났다. 하지만 레오는 가볍게 고개를 돌려 그 주먹을 피했다. 부웅- 하는 묵직한 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며 몇 가닥의 금발을 공중에 날리게 만들었다. 레오는 즉시 힘껏 검을 땅에 박아 넣었다. 그리고 그것에 의지해 몸을 한 바 퀴 돌리며 검을 놓았다. 그 회전력으로 레오는 라우디의 등뒤로 정면으로 서 는 꼴이 되었다. 레오는 주저 없이 오른손을 들어 라우디의 머리를 향해 마 력을 방출하며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쐐액- 하는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울리며 라우디의 머리를 강타해 들어 갔다. 라우디는 바람 소리를 듣고 몸안에 머물던 마력을 단번에 방출했다. 마력 소모, 효율적인 마법 실현, 마법사의 '싸움법'. 모든 것을 무시했다. [ 콰쾅- ] 라우디의 몸에서는 새하얀 빛이 방출되어 레오의 몸을 덮쳤다. 무엇인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울리며 오히려 레오의 몸이 라우디의 마력에 휩쓸릴 듯 했 다. 레오는 라우디를 공격하려던 마력을 팔로 퍼지게 하고는 양팔을 교차시 켰다. 레오의 몸은 뒤로 10큐스(1qs=1m)가량 밀려 나고, 블러디 나이트의 전투복 팔부분이 모두 찢겨져 나갔으나 레오 본인에게는 아무런 상처도, 충격도 없 었다. " 그래...이거야..'우리들'의 싸움은.. 하하! " 레오는 웃음을 터트리며 팔을 내리고 어깨를 풀었다. 으득으득 하는 뼈가 돌아가는 소리가 기괴하게 울렸다. 라우디는 뒤를 돌아보는 순간 레오의 어 깨가 방금 전과 상당히 넓어져 있음을 깨달았다. 가녀렸던 몸매가 짧은 순간 강인하게 굳어져 있었다. 두 손에 잡힐 듯했던 어깨가 넓어지고 쓰러질 듯했던 다리가 팽창해 올랐으며 살기만이 머물던 여 인의 눈매가 날카롭게 옆으로 퍼졌다. 변하지 않은 것은 없는 듯하게 형태만 갖춘 가슴과 매끈한 목선, 힘없어 보이는 팔과 손뿐이었다. 라우디는 목덜미를 손으로 누르며 말을 꺼냈다. "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인가.. '우리들'끼리의 싸움은 너에게 좋지 않군. 저 남자애가 알면 크게 실망하겠는 걸.. " " ...어차피 저 녀석은 내 손에 죽을 운명..난 사랑 같은 감정을 잊었다. 그리고.. 어차피 '우리들'에 끼는 사람은 나와 언니 이외에는 하나뿐이 잖아? 제대로 된 몸도 아닌 주제. " 레오는 한 여자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단 하나. 이곳에 온 이유는 그 한 명 때문이었다. " .....그럼 제대로 싸워 보겠나? 나의 전력(電力)과 너의 풍력(風力). 전 기와 바람. 상성도 없으니 결판은 금방 나겠지. " 라우디는 약간 건성으로 말을 했으나 그의 몸에서는 지금까지와 다른, 농 도 짙은 위압감이 뻗어 나오며 주변 공기를 억압시켰다. 하늘에서 떨어지던 빗방울이 중력을 무시하고 모두 옆으로 퍼져 나가 둘이 서 있는 대로에는 떨 어지지 않을 정도로 라우디의 주위를 감싸는 힘은 강대해 졌다. 레오는 그 와중에도 건물들의 벽이 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 었다. 라우디의 능력, 실전 경험, 지력. 모두 인간 중 최고에 달해 있었다. 곧 레오의 몸은 바람에 감싸이며 주변 공기를 밖으로 밀어냈다. 산소의 밀도 가 낮아지기 시작해 숨쉬는 것이 쉽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두 사람 은 여느 때와 똑같았다. 레오는 촉촉히 젖은 붉은 입술을 살짝 핥으며 대답 했다. " ..그럴 생각이었다. 라우디. 언니를 울리는 유일한 남자.. 그리고 나에 대해 알고 있는 유일한 '인간'이여. " < 계속 > -+-+-+-+-+-+-+-+-+-+-+-+-+-+-+-+-+-+- [ ^^ ] 레오... 모양만 인간이냐고 묻지 마세요~~ ^^; 물론 드래곤이 폴리모프한 건 아닙니다. (드래곤이란 종족 자체는 설정에서 완전히 배제 되었음을 미리 밝힙니다.) 재밌게 읽히기를 빌며.... - Ipria Ps 1!!. 기존 판타지의 통념은 제 소설 내에선 잊어 주세요. 캐스팅(주문 외 우는 것)과 주문 발동시 발동어 외치기(^^;)를 없앤, TRPG나 게임, 슬레 이어즈 식 마법 체계가 아닙니다. 써클이란 개념 자체가 마법 발동시 그 려지는 원의 개수이고 마법 사용에 대한 대가는..곧 나오겠군요. 아무튼 저 나름대로 제 스타일을 잡기 위한 글입니다. 좀 더 '무협지' 스타일을 벗고 싶습니다. ^^ Ps 2!!. 재미가 없다....란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합니다. 플롯에 대해 공부 한 것이 말짱 도루묵이더군요. 제일 중요한 주인공의 '추구점'이 없고, 긴장감이 너무 부족 했습니다. 일상의 일들을 주절주절 떠들어 댄 식이 랄까? ^^;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120편 완결은 변함 없을 듯.. 수능 시험 이 가까워져 잠시 휴필은 있을 수 있으나 연재 중단은 없습니다. 요즘 24명 정도로 독자가 늘어 난 것 같아 기뻐요~~ *^^* 아마 고정 독자 이실 듯..) 『SF & FANTASY (go SF)』 51611번 제 목:<이리아> ▣ 3. 마음의 결정 ▣ -30-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09/30 00:13 읽음:383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 속에 잊혀진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3장. 마음의 결정. <30> ----------------------------------------------------------------------- =-=-=-=-=-=-=-=-=-=-=-=-=-=-=-=-=-=-= 하늘에서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이 머리를 적시고 흘러내리며 피부를 촉촉 하게 만든다. 티 하나 없이 깨끗한 물방울들이 살결을 간질이는 느낌이 볼을 살짝 붉게 만든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 빗방울이 지나간 자리를 솜털 하나 까지 자극하는 짜릿함이 뒤덮는다. 작은 바늘로 여기저기 찌르는 듯한 아픔. 이리아는 고개를 들어 무너진 성벽쪽을 바라보며 신음에 가까운 말을 흘렸 다. " 라우디..... " " 이리아. 왜 그래요?! " " 로벨리아... " 에딘은 걱정스런 얼굴로 이리아를 부축하려고 했지만 이리아는 그가 다가 옴도 느끼지 못한 채 앞을 향해 발을 내딪었다. 호흡이 가파르게 변하여 어 깨가 들썩이는 것이 모두의 눈에 띌 정도였다. 이미 에딘의 이터널 레이디 예식을 구경하러 모였던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 져 제각기 자신의 몸들을 사린 상태였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사람은 에딘의 뒤를 쫓던 기사 네명 뿐이었다. 이리아는 한기 어린 숨을 뱉어 내며 땅을 박찼다. 머리가 텅 비는 듯한 느 낌과 함께 몸이 스스로 움직였다. 하지만 이리아는 두 발자국도 채 가지 못 해 멈추게 되었다. " 멈춰요... 보낼 수 없어요. " 에딘의 손이 이리아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한 눈동자가 차갑게 변해 가던 몸에 미약한 온기를 넣어 주었다. 이리아는 그의 손에서 몸을 뺄 수 없음에 쓴웃음을 지었다. 무엇 하나 에딘을 능가하는 것 이 없었다. 짐.. 존재 자체가 짐이었다. " 마스터는 무사할 거예요. 그러니까.. " " 우리끼리 먼저 도망치자...그건가? 그런 거야? " 약간 높아진 음성이 이리아의 목에서 흘러 나왔다. "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이야? 그럼 난....도대체 뭐지? 넌 누구야? 라우 디는 뭐하는 사람이냐고?! " " 전... " 에딘은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이리아에게 대답을 하는 대신 뒤를 돌아 기 사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즉시 쥐고 있던 에딘의 말, 말고삐를 놓고 팔을 들어 예를 표한 후, 이리아가 달려가려고 했던 방향으로 달렸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에딘은 이리아의 반대쪽 어깨도 잡아 얼굴을 마주했다. 비에 흠뻑 젖은 네코 한 마리처럼 슬픈 눈동자를 가진 한 소년의 얼굴이 이 리아의 눈에 가득 들어 왔다. 하지만 이리아는 애써 그것을 무시하며 말했다. " 난 가도 소용없다는 건가? " " 그래요. 당신은 무리예요. 당신은 몰라요. 당신은 알지 못할 거예요. 당 신은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 " ......놔. " 평소의 다정한 모습의 에딘이 아니었다. 강한 어조이면서도 멀리 떠나가는 연인을 말리는 여인처럼 에딘은 애원하고 있었다. 비에 젖어 무겁게 내려오 는 에딘의 앞머리 사이로 비친 머리띠가 손을 떨리게 만들었다. 점점 투명해 져 가는 머리띠 끝의 핏물이 에딘의 곁에 있으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리아는 억지로 에딘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몸을 돌려 어깨를 잡고 있는 에딘의 손을 떼게 만들었다. 의외로 에딘의 손은 가볍게 이리아의 어깨 에서 떨어졌다. " 난 무리야. 난 몰라. 알 수도 없어. 그리고 이해할 수도 없어. 하지만.. 라우디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어.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 " 할 수....없군요... " 에딘은 고개를 숙이며 손을 들었다. 그러자 그의 뒤에 있던 두 마리의 말 이 그 손을 향해 걸어왔다. 그들은 스스로 고삐를 에딘의 손에 가져다 놓았 다. 에딘은 슬픈 미소를 지으며 붉은 색 조끼를 벗었다. 순백으로 깔끔한 흰색 셔츠는 금새 빗물에 젖어 에딘의 몸을 비추었다. 그 리 대단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미약한 근육이 균형 잡힌 것이 뚜렸하게 드러 나 보였다. 에딘은 한 손에는 말고삐를, 다른 손에는 조끼를 들고 이리아에 게 다가왔다. 그리고 조끼를 어깨에 얹어주며 말했다. " 누누히 말했지만 그런 옷은 물에 젖으면 속이 비쳐요. " " ....알고 있어. " " 좀 더 여자답게 변해 봐요. " 이리아는 문득 화제와 상관없는 그 말을 꺼내는 에딘의 의도를 알 수가 없 었다. 하지만 조끼를 받으며 여느 때와 다른, 다정함만이 가득한 에딘의 미 소와 마주하는 순간 에딘의 시선을 피하며 되물었다. " 왜? " " 또 누가 알아요, 이리아에게 반하는 남자가 또 한 명 생길지..영원히 곁 에 있고 하는 남자가 생길지... " 또 한 명.... 에딘은 말끝을 흐리며 말고삐 하나를 이리아의 손에 쥐어 주 고는 단번에 말에 올랐다. 이리아는 엉겹결에 그때까지 손에 쥐고 있던 검을 허리에 묶고 조끼를 입었지만 곧 놀란 얼굴로 에딘을 올려다보게 되었다. " 화내는...고집 부리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아요. 차라리 아까처럼 눈물을 흘려 봐요. 후훗- 저 같은 녀석이라면 당장..... " 에딘은 말을 끝맺지 않고 그대로 말을 달리게 했다. 그가 가려는 곳은 뻔 했다. 이리아는 서둘러 말에 오르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 몰라... 알 수 없어... 이해할 수 없어... 하지만... ' 말타기 직전 에딘이 보여준 다정한 미소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굵은 빗방울이 시야를 어질이고 신경을 거슬렸지만 이리아는 에딘의 뒷모 습을 놓치지 않았다. =-=-=-=-=-=-=-=-=-=-=-=-=-=-=-=-=-=-= ' ......바람... ' 레오는 한 손에 바람을 모았다. 이미 라우디의 두 손에는 흰빛이 격렬하게 감돌고 있었다. 라우디의 시선은 앞에 박혀 있는 한 자루의 핏빛 검을 지나 레오에게로 옮겨갔다. 평소의 무거움이 날카로움으로 변한 라우디의 눈빛은 레오의 목에 꽂혔다. 점점 라우디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갔다. 하지만 둘 모두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지 먼저 움직으려고 하지 않았다. 더 구나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아 둘 사이는 완전히 공백만이 가득했다. 초초한 긴장 속에 에르키스는 킨로드를 하늘로 향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 ...부디... " ' 제 마음이 닿기를... ' 조용히 그것을 읊조리던 작은 입술이 굳게 다물어짐과 함께 장전되어 있던 한 발의 킨은 에르키스의 염원을 담아 하늘로 쏘아졌다. 그것은 하늘로 계속 올라갈 듯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빗방울을 튕겨내는 공간 사이로... 서로를 밀어내는 듯한 레오와 라우디 사이로... 레오와 라우디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 사이로 떨어지는 킨의 자취에 눈가가 꿈틀거렸다. 그리고 짤막한 막대에 불과한 킨이 땅에 박히는 소리가 작게 울림과 동시에 레오와 라우디의 다리가 움직였다. 레오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라우디는 앞으로 달려나가며 발로 허공을 올려 찼다. 그 끝에는 레오의 검이 있었다. 레오의 검은 라우디의 발이 닿자 박혀 있던 땅에서 매끄럽게 빠져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흰빛에 감싸여 있던 라우디의 손은 공중으로 띄워진 그 검을 쥐었다. 우중충한 핏빛을 띠던 검의 표면은 라우디의 손에서 흰빛이 사그라들자 생기가 돌았다. 라우디는 생생한 핏빛으로 빛을 발하는 검면에 작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허리를 틀며 대각선으로 검을 휘둘렀다. " 가라. " 라우디의 오른쪽 어깨에서부터 시작된 핏빛 곡선은 라우디의 왼쪽 무릎까 지 길게 이어졌다. 하지만 검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미 라우디의 어깨에 서 검이 내려올 때에서는 한 줄기의 빛이 쏘아진 상태였다. 그 일직선상에는 라우디의 행동을 미리 예상하고 뒤로 물러서던 레오가 있었다. 그녀는 라우 디의 공격에 짧게 웃음을 흘렸다. " ....검과 마법...이라... " 그녀는 마법의 바람이 머무는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가 땅을 향해 힘껏 내리 찍었다. 라우디가 했던 마력 방출과 비슷하게 그녀의 손에서는 강하게 바람이 일며 땅을 갉아 들어갔다. 비에 촉촉이 젖어 있던 땅은 부드럽게 파 이며 고운 흙을 치솟게 만들었다. 바람은 흙과 함께 직선으로 뻗어 나갔다. 그리고 라우디가 쏜 빛줄기를 덥석 삼키며 라우디의 몸을 덮쳐 갔다. 그녀의 눈에는 잠깐 깜박인 섬광과 흙바람에 휩쓸리려는 라우디의 모습이 비치고 있 었다. 그 때, 에르키스가 외쳤다. " 검을! " " ..?! " 레오는 에르키스의 목소리에 몸을 감싸는 바람을 거세게 일으켰다.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울리며 흙먼지가 솟구쳐 올라 시야를 가렸으나 그녀는 그것 에 신경 쓸 수가 없었다. 레오는 흙먼지 사이로 잠깐 번쩍이던 빛이 떠올랐 다. " 그런가...경험.. " 실력 차이가 난다고 해도 경험 차이는 그것을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것이 다. 그런 레오의 생각처럼 곧 청명한 소리가 바람의 소용돌이 속으로 짤막하 게 스며들어 왔다. 레오는 뿌연 물체가 바람을 따라 격하게 휘어져 뒤쪽에 꽂히는 모습을 보 며 한쪽 손을 들었다. ' 나와 함께 하는... ' 짤막한 생각이 머리를 스침과 함께 레오의 손에서는 빛이 새어나오며 순식 간에 세개의 원을 그렸다. 몸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치던 바람은 그 원을 중심 으로 모여들더니 그대로 위로 빨려 올라가 레오의 팔을 감싸고 돌았다. 레오 는 그것을 정면으로 던지며 뒤로 빠르게 물러섰다. 하나의 회오리가 된 그 바람은 주위에 다가오는 모든 것을 부수며 나아갔 다. 라우디는 공기를 밀어내어 자신을 빨아들이려는 그 바람의 힘에 두 손을 앞으로 향하며 손바닥에 마력을 순간적으로 집중했다. 뒤로 물러서며 방금 전에 라우디에게서 날아온 물체를 잡은 레오는 굉음이 울리며 흰빛이 폭사됨에 눈을 찌푸렸다. 그렇지만 레오는 그 빛사이로 보이 는 라우디의 모습을 향해 손에 들린 물체를 내질렀다. 원래 주인에게 돌아온 검... 레오의 손에 잡힌 검은 다시 우중충한 핏빛을 띄었지만 검끝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매끄럽게 움직여 라우디에게 찔러 들어갔다. 두 번에 걸친 마력 방출이기에 몸이 견디지 못할 것이다. 마력을 쓰는 대신 몰려오는 피로감과 신경의 긴장이 순간적으로 육체와 정 신을 마비시킬 것이다. 레오는 옆으로 부서져 나가는 자신의 마법 사이로, 흰빛이 사그라들고 있 는 중심을 향해 파고들었다. 라우디의 시선은 땅을 향하고 있었다. " 죽어라.. 라우디. " 마력이 사라지며 흙먼지와 공기들이 주위로 급격하게 밀려 나갔다. 그리고 그 사이로 레오의 말과 레오의 검이 라우디의 배를 파고 들어갔다. 날카롭게 벼려져 있던 검은 부드럽게 라우디의 옷을 가르며 복부 한복판에 꽂혔다. 송글송글 비져나오기 시작한 피는 금새 검신을 따라 뜨겁게 흘러나왔다. 하지만 라우디의 굳은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작은 신음조차 내지 않 고 약간 놀란 듯한 눈빛으로 배에 박힌 검을 볼뿐이었다. 상당한 마력의 소 모로 지친 기색이 뚜렷했지만 그 뿐이었다. 오히려 라우디가 주먹을 쥔 손을 들어 그대로 레오의 얼굴을 쳤다. 레오는 라우디의 생각밖의 반응에 그대로 라우디의 주먹을 맞아 검을 놓치 고는 옆으로 휘청였다. " 어떻게...움직일 수도 없을... " " 우습게 보면 안되지. '우리'에는 끼지 못하더라도 그 피를 이은 나를. " 라우디의 차가운 눈빛이 레오의 몸을 떨리게 만들었다. < 계속 > -+-+-+-+-+-+-+-+-+-+-+-+-+-+-+-+-+-+- [ 라우디 & 레오, 이리아 & 에딘, 라우디 & 에딘, 이리아 & 레오... ^^; ] 썼다.... 썼다... 썼다.. 썼다. ^^; 드디어 30편 입니다~~ (음하하하~!!) 전에 썼던 리즈 이야기 1기 분량이군요. ^^ 조회수만 받쳐 줬으면 좋겠는데... --; - Ipria 『SF & FANTASY (go SF)』 51902번 제 목:<이리아> ▣ 3. 마음의 결정 ▣ -31-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0/02 23:45 읽음:379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 속에 잊혀진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3장. 마음의 결정. <31> ----------------------------------------------------------------------- " 이....이건.. " " 학살이야. 눈에 보이는 모든 인간을 죽이는...보여주기식 학살. " 에딘의 떨리는 목소리가 가늘어지는 빗방울 사이로 새어나왔다. 비에 흠뻑 젖어 무겁게 늘어진 그의 머리카락이 이리아의 시선에 비쳤다. 이리아는 차 분한 목소리로 말은 했지만 분노와 알 수 없는 떨림이 어깨를 떨리게 했다. 주위에는 여기저기 시체들이 엎어져 있었다. 에딘은 그들의 모습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채 앞만을 주시했다. 하지만 고삐를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 며 말의 속도가 사람이 천천히 뛰는 속도와 비슷해져 있었다. 원래 말을 달리던 목적은 잊혀져 갔다. 이리아는 머리속이 멍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억지로 말을 달리게 했다. 푹 쓰러져 있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 빗 물을 따라 바닥을 흐르는 검붉은 색의 핏물. 또다시 찬 한기가 이리아의 가 슴으로 흘러 들어왔다. 무력하게 반항도 못하고 죽는 인간. 질기면서도 미약한 불빛과 같은 그들의 생명이 손안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 전쟁....이란 건가. 이것이. " " ...그렇겠죠..이리아. 당신도...저도.. 아직 어린 것인지 몰라요. " 이리아는 에딘의 대답에 입을 다물었다. 무엇인가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 왔다. 에딘의 말에 반박하는, 이성의 외침이. 하지만 에딘은 이리아의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 학살도 잘 이용한다면 상당한 효과를 거두죠. 아무리 비열한 방법을 쓴 다고 해도, 훗날 굉장한 업적을 이루면 그것은 영광 속에 파뭍혀 영원히 드러나는 법이 없으니까요. " " 잘 났다. " 똑똑한 척 설명을 하는 에딘에게 퉁명스런 말이 흘러나옴에도 정작 이리아 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에딘은 그런 이리아의 미소에 잠시 멍한 얼굴로 이 리아를 바라보았다.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에딘의 신경을 자극했다. 지금의 이 미소가 영원히 곁에 있어 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과 그것은 반 드시 깨어지리라는 불안한 예감. 두 가지 생각이 뒤엉키며 에딘은 이리아 쪽 으로 손을 내밀었다. 공중에 떠 있는 천사의 손을 잡으려는 듯이, 에딘의 손 길은 이리아를 지나 먼 곳의 무엇인가를 향했다. 그 끝에는 한 여인의 모습 이 이리아의 모습 위에 겹쳐지고 있었다. " 에딘? " 이리아는 갑작스런 에딘의 행동에 그 손을 잡아야 하는지 짧은 시간 동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하지만 차가워지던 이성이 그 생각을 얼려 버렸다. 이 리아는 목을 강타하는, 미약하지만 긴 여운을 주는 힘에 말고삐를 당기게 되 었다. 그리고 그 순간 에딘의 눈에는 팔을 들어올리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검은색 갑옷의 병사가 투시되어 들어왔다. 그의 팔에서는 창백한 힘이 쏘아지고 있 었다. 에딘은 이리아 쪽을 향해 뻗던 손으로 꽉 주먹을 쥐며 말 위에서 몸을 날렸다. ' 지키고 싶어요.. ' 말고삐를 당겨 말이 멈추고 있던 상황에 이리아는 에딘의 몸과 겹쳐 말 아 래로 떨어지게 되었다. 둘은 상당히 여러 번 굴러 말에서 멀어졌다. 잠시 후 두어번 말의 울음소리가 울리며 말발굽 소리가 땅을 두드리자 에딘은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주인을 잃은 말들은 혼란스러운지 이리저리 주변을 두리번하고 있 었다. 이미 옷은 흙탕물로 온통 더러워져 있었다. 에딘은 자신의 팔 안에 안 겨 있는 이리아의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이리아는 잔상처 하나 없이 잠시 정신을 잃고 있었다. 하지만 에딘이 상체를 일으키자 가늘게 눈을 뜨며 한숨을 뱉어 내었다. " 도, 도대체 무슨 짓이야.. " " ...방심...했어요. " 에딘은 간단하게 대답하며 이리아를 안고 있던 팔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섰 다. 지지해 주고 있던 팔이 사라짐에 이리아는 뒤로 쓰러질 뻔했지만 아슬아 슬하게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이리아는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에딘에게 뭐 라고 하려고 했지만 에딘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 마음은 산산이 부서져 나갔 다. " 에딘. 너...머리... " " ...스친 것뿐이에요. " 옷이 흙탕물에 절은 상태로 먼 곳을 바라보는 에딘의 머리띠는 피로 붉게 변해 있었다. 원래 붉은 색이었던 것처럼, 피가 길게 내려온 머리띠 끝에서 계속 흘러 내렸다. 이리아는 아래로 시선을 내리던 중, 한 쪽 다리에서도 피 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몸을 던졌기 때문에 두 사람분의 공격을 혼자 받은 것이었다. 무엇이 공격했는지는 에딘의 다리에 박힌 막대를 보고 알 수 있었다. " 넌...어째서... " " 도망쳐요.. 이리아. " 에딘은 이리아의 말을 흘려들으며 말했다. 에딘의 눈에는 결국 주인을 발 견하지 못하고 앞으로 달려가는 두 마리의 말이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말과 말 사이에 있는 하나의 검은 물체가 점점 크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두운 검 은 그림자 가운데에서는 아주 얇은 흰빛이 반짝였다. 그와 함께 에딘의 시선 은 그 흰빛에 꽂혀 들어갔다. 점점이 시간이 끊기듯, 에딘에게 딸깍이는 금 속성 마찰음이 끊겨 들려왔다. 마법은 쓸 수 없다... 에딘의 몸은 생각할 여유도 주지 않고 뒤로 돌아서 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이리아의 어깨를 내리 눌렀다. 이리아는 에딘이 내리 누르는 엄청난 힘에 땅바닥에 다시 주저앉았다. 이리아는 놀란 눈으로 에딘 을 올려다보았다. 에딘은 미소짓고 있었다. 후회는 없다는...마치 죽기 직전 의 사람처럼. " 이...이건... " 그동안 형태를 잡지 못하고 있던 것들이 그 미소와 함께 천천히 제 자리를 잡아갔다. 에딘의 눈동자와 마주치면서 모든 것을 정돈할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그리고 에딘을 올려다보는 이리아의 양미간 사이로 피가 뿌려 졌다. " 어째서...라고 묻지 말아요. 그 대답은 이미 했잖아요? " 에딘은 잔잔히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 짓고 있는 눈동자는 서서히 감겨 갔다. 동시에 이리아의 핏빛 동공이 크게 확대되며 에딘의 얼굴을 가득 채웠 다. " 나의 레이디... " 힘을 잃은 손가락이 이리아의 양미간 사이로 다가왔다. 그러나 그 손가락 이 이리아에게 닿기 전에 에딘의 가슴에서는 무엇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울 렸고, 에딘은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주저 앉았다. 이리아는 멍해지는 머리속에 에딘의 머리를 지나 에딘의 몸을 꿰뚫는 사람 의 모습을 찾았다. 에딘이 바라보고 있던 그곳에는 세 개의 검은 색 갑옷이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리아는 그들이 마치 학살을 즐 기는 듯하다고 느꼈다. 누가 더 많이 죽이는 가... 그것에 대해 내기를 하며 웃고 떠드는... 그런 느낌이 두 손끝을 떨리게 만들었다. " 어서...어서 가요. 뒤는 제게 맡기고... " " 이런 너를...이대로 놔두고? " 에딘은 눈을 감은 채 가까스로 말을 했다. 하지만 이리아는 시선을 검은색 갑옷들에게 고정시키고는 되물었다. 에딘은 주먹으로 바닥을 치며 말했다. " 기..억하고 있겠죠... 완전히 미치는... 제..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 아요. " 이리아는 에딘의 말에 짧은 신음을 흘렸다. 상처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 십마리의 네클들을 죽이던 에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모습이라면 믿을 수 있었다. 하지만...그 뒤에는... " 넌 죽을 거야. " " ....하.. 하지....! " 힘겹게 에딘은 변명을 짜내려고 했다. 그러나 단 마디 말을 끝맺지도 못하 고 에딘은 피를 쏟아 내며 앞으로 쓰러졌다. 이리아는 따스하게만 느껴지던 에딘의 몸이 서늘하게 다가옴에 입술을 깨물었다. 힘이 있다고 해도.. 이대 로 있다가는 에딘은 죽을 것이다. < 죽음은...의외의 때 찾아오는 법이야. > " 레...인.. " 이리아는 머릿속에 울려오는 목소리의 주인을 부르며 에딘의 몸을 안았다. 미약하나마 체온이 전해지길 빌며... 하지만 에딘의 상처는 너무 심했다. 이 리아는 에딘의 손을 잡은 채 떨리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 ...죽인다... 죽일 거야... " 묵직한 목소리가 이리아의 입술 사이에서 새어 나와 손끝에 맺혔다. 동시 에 이리아의 두 눈동자에는 세 명의 흑빛 홀레이텐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들 은 유유히 킨로드를 들어 올려 이리아를 조준하고 있었다. 이리아는 그들의 모습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빠득 하는 소리가 입안에 서 울릴 정도로 강하게.... 세 개의 날카로운 킨은 주저 없이 이리아를 향해 쏘아졌다. 이리아는 그것 들의 끝을 보며 입가를 움직여 미소를 지었다. 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미소를. 원래 이리아를 향했던 세 개의 킨은 이리아의 어깨와 배를 뚫고 지나갔다. 이리아의 몸은 그 충격으로 잠깐 휘청였다. 그러나 곧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이리아는 그들을 보며 웃었다. " ...이 딴 것으로...날 죽일 줄 알았나? " 이리아는 오른손을 들어 주먹을 쥐었다. 그녀의 왼손은 에딘의 손을 세게 감싸쥐고 있었다. 에딘은 몸을 웅크리다 시피 한 채 이리아의 다리에 기댔다. 이리아는 손에서 계속 빠져나가려는 에 딘의 손을 당기며 외쳤다. " 죽어! " 그리고 그 외침이 끊남과 동시에 이리아의 몸에서는 거친 바람이 일어나며 킨을 쏘아 대던 세 명의 홀레이텐 몸에 바람이 직격했다. 그들은 피할 틈도 없었다. 단지 이리아가 일으킨 바람에 휘감겨 갑옷과 함께 여러 갈래로 찢겨 져 나갈 뿐이었다. 그들은 말과 함께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잘게 쪼 개어 떨어져 내렸다. " ...흑흑...그래.. 이런 거였어... " 하지만 이리아는 흐느낌에 가까운 웃음을 뱉어 내며 주저앉았다. 그녀의 옷에 난 구멍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와 에딘의 가슴을 흠뻑 적셨지 만 이리아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두 사람의 몸에서는 주변을 모두 비로 가 득 채울 정도의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마치 어디선가 계속 새로운 피를 부어 넣는 것처럼. 이리아는 멍한 눈으로 에딘의 얼굴을 보며 자신에게 물었다. 이런 결말을 모르고 있었는가? 지금 이 순간을 즐기 있는 것이 아닌가? 순진한 한 소년을 가지고 놀았던 것이 아닌가?! " ....모두 죽이겠어... " 잠시 후 이리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크게 떠진 그녀의 눈동자는 핏빛이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흰자위의 경계가 깨어지며 서서히.... " 큭큭... " 이리아는 미친듯한 웃음을 흘렸다. 손가락에서는 붉은 빛이 강렬하게 뿜어지며 이리아의 손을 감쌌다. 이리아는 에딘의 손을 놓고 양팔로 가슴을 감쌌다. 그리고 하늘을 보며 외 쳤다. " 으아!!!! " 동시에 주변의 공기가 그에 반응해 폭발하듯 옆으로 밀려나갔다. < 계속 > -+-+-+-+-+-+-+-+-+-+-+-+-+-+-+-+-+-+- [ 음....엑사일런 님의 말씀이 상당히 의미심장하군요.... ] 일주일 뒤에 보라... 리즈 이야기 당시에 절감하던 수많은 버그들과 엉터리 전개를 막고자 이리 아는 시간을 두고 썼었지만...뭔가 부족한 느낌이 아직도 듭니다.(제 능력의 한계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수험생인 관계로 그리 오랜 시간을 두고 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신경 써서 쓰는 글이기에...완결 하겠습니다.(점점 자신감이 사라지는 이프.... 대학 떨어지면 어떻하지... --;;;) 요즘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팔리는 글이나 써볼까...." 화끈한 액션에 별 생각 없이, 주인공의 무협화를 시켜 현란한 겉모습으로 써보는 것도 상당한 재미와 조회수가 바쳐줄 것이라는.... 수험생 히스테리적 생각이 자주 머리속에 떠오릅니다. (어쩌면 이 글의 후속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이렇게 첫부분을 오랫동안 생 각한 글은 이리아 이후 처음이니.... 동시 연재는 성격상 불가능 할테고..) 잡담이 길어졌군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 Ipria ** I: 주간 연재가 되면 편해? Ip: ...아니. I: 그냥 날림으로라도 필살 7연참이라도 해보지 그래? Ip: ..그럴 시간이라도 있었으면...T.T 『SF & FANTASY (go SF)』 51995번 제 목:<이리아> ▣ 3. 마음의 결정 ▣ -32-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0/03 20:46 읽음:409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 속에 잊혀진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3장. 마음의 결정. <32> ----------------------------------------------------------------------- " 어, 어떻게 된 거지... 라우디? " " 아디오스가 아직 말해주지 않은 모양이군.. " " 뭘?! " " '우리'들의 '비밀'을... " 라우디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배에 심한 상처를 입었음에도 라우 디의 움직임은 평소와 별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평소보다 더욱 강 해져 있었다. 하지만 상처도 입지 않은 레오는 숨을 몰아 쉬며 간신히 검을 들고 있었다. 레오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 언니가 그럴 리가 없잖아?!! " 레오는 검을 중심으로 바람을 일으켜 라우디의 곁을 스치도록 공격을 가했 다. 서로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할 수 있기에 공격이 난해했다. 결국 예상을 뒤엎는 마력의 공격만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레오는 일직선으로 또다시 찌르 기를 시도했다. 이번에도 라우디는 그것을 몸을 틀어 피했다. 처음의 돌발적인 공격이 아 닌 이상 피할 수 있는 것이었다. 라우디는 레오의 공격을 피하는 것과 동시 에 레오의 뒤로 손안에 머물던 번개를 쏘았다. 레오는 그것을 느끼고는 기합 과 함께 큰원을 그리며 검을 돌려 바람의 힘으로 그것을 떨구어 버렸다. " 하악...하악... " " 처음의 기세는 전부 어디 갔지? " 라우디는 여유로운 미소로 레오를 바라보았다. 레오는 겉으로 소리가 날정 도로 이를 갈고는 숨을 내쉬었다. 라우디와 달리 격한 움직임을 많이 했기에 더욱 숨이 가쁜 것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라우디는 갑작스레 흐르는 침묵에 눈끝이 가늘게 변했다. 상황에 걸맞지 않은 어색한 침묵이 신경에 거슬렸다. 라우디는 손을 아래 로 내리며 손끝에 힘을 모았다. ' 힘이여... ' 라우디의 손끝에서는 하나 둘 빛이 새어나와 원을 그렸다. 모두 다섯 개의 원이 그려지자 라우디는 그것을 자신의 앞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 우웅... 긴 여운과 함께 라우디의 손은 흰빛을 내뿜었다. 그 빛들은 라우디가 있던 곳을 산산이 박살내며 파고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 빛들은 어느 순간 바닥에서 반사되어 공중으로 치솟았고, 무형의 힘에 억눌리듯 완만하게 휘며 다시 땅으로 향했다. 그 끝은 모두 레오를 향하고 있다. " 로벨리아!! " 에르키스는 사방으로 휘어져 나가 레오를 향해 뻗어오는 다섯 갈래의 빛에 반사적으로 레오를 부르며 말을 달렸다. 아무리 마법의 힘이 있다고 해도 사 방으로 휘는 불규칙한 움직임을 쫓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에르키스의 시야 안에는 오직 레오만이 있었다. 단 한 방으로 죽을 수 있는 빛은 그에게 보이지 않았다. " ...에르! " 레오는 갑작스레 자신에게 달려드는 에르키스를 보며 검을 땅에 박아 넣었 다. 어차피 목표는 하나. 하지만 에르키스까지 보호하려면은... ' 바람의 힘이여.. ' 머리끝에서부터 나오는 힘을 레오는 주변으로 뿌리며 뒤로 물러섰다. 바람 은 땅에 박아 넣은 검면을 따라 옆으로 퍼져 나갔다. 에르키스는 레오가 가 까워지자 말을 달리게 하고는 말에서 뛰어 내렸다. 달리던 말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에르키스는 수바퀴를 구르고 나서야 일어설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 는 주저 없이 레오에게 달려와 그녀의 앞으로 몸을 날렸다. " 로벨리아 님.. 어서... " " 건방져. " 그런데 에르키스의 귀에는 뜻밖의 말이 들려 왔고, 그는 어리둥절한 얼굴 로 뒤를 돌아보았다. 레오는 팔짱을 끼고 차가운 얼굴로 에르키스를 보고 있 었다. " 어째서- " 에르키스는 이번만큼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이 뒤로 밀릴 정도로 강한 충격이 길거리를 가득 메웠다. 에르 키스는 간신히 균형을 잡으며 눈앞으로 펼쳐지는 흙먼지 속, 흰빛이 모이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원래부터 레오 한 사람을 노리고 있었기에 다섯 갈래의 번개는 한 곳으로 모이게 되어 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얇게 퍼진 바람의 힘과 쇠붙이에 불과 한 검은 라우디의 마법을 끌어 당기는 것이었다. " 피뢰침...은 알겠지? " " 죄, 죄송합니다.. " 분명히 주인을 우습게 본 행동임은 확연했다. 에르키스는 고개를 떨구고 옆으로 비켜섰다. 그런 그에게 레오는 말했다. " 에르. 난 너에게 내 방패가 되라고 시킨 적이 없다. " " 그렇겠지.. 로벨리아. " 라우디는 냉소가 가득한 눈빛으로 에르키스를 보며 옷에 묻는 먼지를 털어 내었다. 어느새 배에 났던 상처에서는 피가 멈추고 서서히 아물고 있었다. " 그리고..에르.. 난 네게 내 성을 함부로 부르라고 한 적도 없어. " 주변으로 흩날리던 흙먼지가 가라앉으며 라우디와 눈이 마주친 레오는 피 식 웃음을 터트렸다. 거리가 멀어지면, 모든 것을 잊는다면 분명 제일 친한 친구이자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 현실은 냉혹하지. " " 이번엔 내 차례인가? " 레오는 검과 일직선상에 놓인 라우디의 모습을 재며 두 손을 모았다. 하지 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레오는 힘도 모으지 않고 오히려 멍한 얼굴이 되었다. 무방비 상태, 그 자체였다. 에르키스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라우디 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라우디도 멍한 얼굴로 레오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 그래... 이거야.. " " 에딘.. " 두 사람의 얼굴은 상반되게 갈렸다. 환희와 당혹. 레오는 고개를 돌려 한 곳을 응시했다. 그곳에는 한 여자와 소년의 모습이 투영되고 있었다. " 에르...뒤를 맡긴다. " " 예? " " ...따라오지마.. 부탁...아니, 명령이다. " 명령임에도 강경한 어조가 아닌,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하는 레오의 뒷모습 이 에르키스의 시야 안에 크게 느껴졌다. 레오는 주변을 살피지도 않고 한곳 을 향해 달렸다. 그곳에 누가 있을 지는... " 이리아..... 하하하!! " =-=-=-=-=-=-=-=-=-=-=-=-=-=-=-=-=-=-= " 크륵.... " " 이리아. 잊어요. 난 아무렇지 않아요. " 에딘은 가늘게 뜬 눈으로 이리아를 올려다보며 애원했다. 이리아는 길게 숨을 쉬며 낮게 울고 있었다. 짐승과 같은 소리는 이미 어 떤 느낌이라는 것을 에딘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분노. 모든 것을 죽이고 싶은 분노가 새어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리아는 에딘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핏로 가득 찬 붉은 눈동 자는 초점을 보이지 않은 채 주위를 머리속에 새겨 넣고 있었다. 에딘은 자 신의 몸을 천천히 밀어내는 힘을 느끼고는 팔로 몸을 지탱하며 몸을 일으키 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대로 이리아를 놔두었다가는... " 제발.. 이리아. 정신 차려요!!! " 발악과 같은 외침을 터트리며 에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다시 무엇인가 가 끊어지는 소리가 크게 울리며 가슴과 입으로 상당량의 피가 터져 나왔지 만 에딘은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 전 곁에 있어요.. 더 이상 힘을 쓰지 말아요. " 에딘은 이리아의 등에 등을 맞대고 몸을 기대며 조용히 말했다. 그러자 그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이리아의 호흡은 천천히 느려지며 가만히 움직이지 않 게 되었다. " 그거 알아요? 그 팔찌... 유품이에요. 단 하나밖에 없는 유품. 돌아가신 아버지가 쓰시던 걸....크윽... " 계속 이리아의 신경을 끌기 위해 말을 하던 에딘은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신음을 뱉어 내었다. 이미 에딘의 손은 붉게 변해 있 었다.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붉은빛이 그곳에는 가득했다. " ...왜 일까요.. 마음이 통하고 친근한 느낌이 드는 것은.. " 에딘은 눈꺼풀을 당기는 힘을 간신히 견뎌 내며 말을 이었다. 이대로 눈을 감는다면 이곳은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다. 단 두 사람에 의해. 그 때 이리아의 입에서 말소리가 흘러 나왔다. " 난... " " 예? " " 과거를 알면.. 너도 날 멀리...할거야.. " " 쿡...하하하! 이쪽도 만만치 않아요- " 안심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힘의 움직임에 이리아의 기억이 돌아오고 있 는 것이었다. 에딘은 이제 진정하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에 기뻤다. ' 다행...이에요.. ' [ 쉬익-! ] 하지만 그 순간 에딘은 무엇인가가 목을 꿰뚫고 지나감을 느꼈다. 바람이 스쳐지나 감에 차가운 공기가 밀려들어오는 촉감. 기대고 있던 이리아의 몸 이 꿈틀거렸다. 에딘은 목에 손을 얹어 보고는 눈을 감았다. 축축한 피가 솟 구쳐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가물가물해지는 눈과 달리 정신만은 선명해 졌 다. ' ...레이디..를 지킵니다. 기사란. ' 에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캄캄한 어둠 속에 그동안 억누르고 있던 힘 을 개방시켰다. 물을 가두어 두었던 둑이 무너지듯, 화끈한 기운이 몸안에서 쏟아져 나가 이리아를 중심으로 솟아오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곧이어 옆구리도 허전하다는 촉감이 전해져 오며 바람의 힘이 그곳으로 파 고 들어오는 것에 에딘은 눈을 떴다. 그리고 외쳤다. " 화염이여! 나의 의지를 따르라! " 낮게 울리는 으르렁 소리를 붉은 화염은 둥글게 전개되어 단 둘만의 공간 안에 가두었다. 에딘은 휘청이는 다리로 이리아의 등에서 떨어졌다. 목의 상 처는 도저히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에딘의 의지는 그것을 완전히 무시 하고 있었다. < 눈을 떠요.. >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 에딘은 의지의 목소리를 뽑아 내며 이리아의 몸을 자신을 향하도록 돌렸다. 이리아의 몸은 거칠게 옆으로 돌아 섰다. 하지만 그녀의 손끝에는 하나의 검 광이 뒤따르고 있었다. 어느새 그녀는 에딘이 예식 때 사용했던 검을 꺼내어 에딘을 베어 왔다. 에딘은 그것을 피할 수 없음을 알고 멍하게 떠진 이리아 의 눈을 보았다. 그리고 에딘의 얼굴은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이리아의 검 은 거침없이 에딘의 허리를 베었다. 그러나 에딘은 미소를 잃지 않고 자리에 서 있었다. < 안녕... > 그 순간 에딘의 허리를 반쯤 베던 이리아의 검이 그 자리에서 멈추어 졌다. " 에딘!!! " " 이...리...아!!! " 한 남자, 라우디와 한 여자, 레오의 목소리가 에딘과 이리아의 귀에 들려 왔다. 에딘은 자신의 허리를 가르던 이리아의 손에 눈물을 떨구며 그들을 향 해 목소리를 전했다. < 다가오면.. 죽이겠습니다. > " 어서 비켜라! 이대로 놔두면 넌 의미 없이 죽게 되는 거야! " < 살아가는 이유... 마스터와 똑같습니다. 그녀를 위해.. 제 목숨은 이미 그녀에게 맡겼습니다. 그녀를 공격했던 그 때부터... > 에딘의 눈동자는 이미 화염밖의 그들을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둠의 공 간 속으로 그들의 존재는 미약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 바람이여! " < 소용없습니다. 약한 바람은...불길을 더 거세게 해줄 뿐입니다. > " 이,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 레오는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치며 에딘과 이리아의 모습을 노려 보았다. 마음으로 전해져 오는 에딘의 의지는 그가 얼마나 이리아를 생각하고 있는 지 알 수 있게 해주고 있었다. 레오는 맨주먹으로 땅바닥을 계속 치며 외쳤 다. " 어째서 저 녀석에게는 이런 일만 있는 거야! " 그 때 라우디가 조용히 말했다. " 에딘.. 비키지 않으면 이대로 둘 다 죽이겠다. " < 제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지킵니다. 세상을 멸망시키는 자.. 한 여자를 위해 파괴자의 입장이 된다 하더라도. > 에딘의 의지는 강경했다. 라우디는 손가락에 끼어진 반지를 거칠게 빼내 주머니에 넣으며 마지막으 로 에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과거를 생각하는 그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고 여 있었다. 그러나 그의 입은 냉혹하게 말했다. " 그럼 죽어라. " < 계속 > -+-+-+-+-+-+-+-+-+-+-+-+-+-+-+-+-+-+- [ 라우디 Vs 에딘... --; ] 결말은 의외로 끝날 듯 합니다. 참담한 현실을 그리고 싶지만...아직은 때(?)가 아니기에... ^^;; 다음 편이 이번 장의 마지막 입니다. - Ipria * 판동 자료실의 리즈 이야기 첫 번째 모음집의 다운 수가 800이더군요! 너무 기뻐요~~~ (더구나 세 번째 모음집부터는 조회수보다 다운 수가 많으 니... 우앙~~~ ^^*) ** E: 그런데...전 어떻게 살아 있는 거죠? 도대체 인간이라고 할 수가 없잖아 요? 무적 주인공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많이 관통당하고 검에 베이고 도 살아 있죠? 대답을 해봐요?!! 이거 원 처절해서 눈뜨고 볼 수가 없잖 아요! 신파극을 찍는 거에요?! 그냥 죽이면 간단하잖아요!! 왜, 왜, 왜, 저렇게밖에 될 수가 없는 게예요! Ip: ...시끄러! (말 되게 많네.. --;) 음하하하하! 『SF & FANTASY (go SF)』 52811번 제 목:<이리아> ▣ 3. 마음의 결정 ▣ -33-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0/10 20:32 읽음:379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 속에 잊혀진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3장. 마음의 결정. <33> ----------------------------------------------------------------------- 라우디의 손가락은 제각각 둥근 원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손은 잔잔한 흰빛이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흔히 말하는 성스러운 빛이 아 니었다. 그 빛은 라우디의 손바닥을 중심으로 주변 공기를 달구는 열기를 발 산하며 점점 커져 구의 형태를 갖추어 갔다. 그의 반대편에서 에딘을 사이에 두고 있던 레오는 어느 새 자신의 눈가가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에 쓴웃음을 지었다. 라우디는 강했다. 이 세상 의 그 누구보다도.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그렇기 때 문에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화염을 일으켜 주변과 공간을 차단하고 마음을 통해 소리를 전하는 에딘. 그리고 라우디. 이리아. " 어째서.... " 레오는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목에 손을 대었다. 싸늘하게 전해지는 자신의 체온이 묘한 이질감을 동반해 왔다. 레오는 그 목에 걸려진 가느다란 목걸이 줄을 잡아 거칠게 당겼다. 목걸이 줄은 가볍게 끊어져 레오의 손에 딸려 갔다. 레오는 목걸이를 주머 니에 넣으며 두손을 모았다. 라우디의 양손에 모이던 두 개의 구체는 공기를 진동시켜 주변의 흙이 밀 려날 정도의 강렬한 공명음을 뿌리고 있었다. 레오는 한없이 커 보이는 라우 디의 모습을 시야에 가득 담으며 몸에 힘을 주었다. 근력이 아닌 또하나의 힘... " 레인.. " 그녀의 입에서 한 사람의 이름이 나지막하게 흘러나오자 그것이 억압되어 있던 힘을 푸는 열쇠인 것처럼 그녀의 몸에서 그녀 자신의 옷깃을 가르는 강 한 바람이 일직선으로 뻗어 나갔다. ' 바람...그리고 번개... ' 에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야 속에 두 힘을 느끼고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대로 끝인 것이다. 애초 두 사람으로부터 한 사람을 지킨 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었다. < 미안...해요. 제가 너무 부족했어요.. > 그녀에게 들릴지 알 수 없지만 에딘은 자신의 앞에 존재하는 따스한 기운 의 소유자, 이리아에게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그러는 도중에도 에딘의 허리 에서는 계속 피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서서히 에딘의 몸은 힘을 잃고 흔들 리고 있었다. 이리아의 멍한 눈동자는 에딘에게 향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에딘의 몸 을 베고 있던 검끝은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에딘의 몸이 비틀 거리자 천천히 검을 놓았다. 에딘은 갑작스레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끼고는 그 때까지 잡고 있던 한 가 닥의 힘을 놓치게 되었다. 간신히 모든 것을 유지하고 있던 그 힘은 자유를 찾은 한 마리의 새처럼 에딘의 손에서 벗어났다. " 에....딘... " 그와 함께 이리아의 입에서는 그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에딘에게서 대답은 없었다. 언제나 안심하란 투로 말하던 따뜻한 음성도, 방금전까지 마 음으로 전해져 오던 소리도 들려 오지 않았다. 대신 비틀거리던 에딘의 몸이 앞으로 무너져 올 뿐이었다. 이리아의 손은 검을 놓치고 에딘의 몸을 받았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는 이 미 아무런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서서히 초점을 찾아가던 이리아의 핏덩이 눈동자에서 주르륵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리며 둘은 바닥으로 쓰러졌다. 서로 겹쳐지는 몸사이로 에딘이 유지하고 있던 붉은 화염은 산산이 조각나 주변으 로 흩날렸다. 동시에 라우디와 레인의 눈동자는 크게 떠졌다. 앞으로 고꾸라지듯 엎어진 에딘의 등으로는 비죽이 검이 튀어 나와 있었다. 그런 그의 겨드랑이를 바치고 있는 이리아는 털썩 자리에 주저 앉아 앞으로 몸이 기울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서는 생명의 빛이 희미해져 있었다. 결국 도시의 절반을 날릴 정도로 모아지던 힘은 목적을 찾지 못했다. " 바람.... " 이리아의 입에서 떨리는 음성이 에딘의 몸을 감싸며 흘러나왔다. 레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오래 전 자신에게 바람의 힘을 가르쳐 주던 그녀 의 모습을 떠올렸다. " ..바보. " 이리아는 짤막하게 말하며 에딘의 등을 뚫고 나온 검을 향해 쓰러졌다. 날 카롭게 하늘을 향하고 있던 검날은 가볍게 이리아의 가슴 사이로 박혀 들어 갔다. ' 이대로 같이... ' 원하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없지만 그것만은 이루어지길 간절히 빌며 이리 아는 눈을 감았다. ' 곁에 있고 싶어. ' 둘의 모습은 겹쳐지며 붉은 빛에 감싸여 갔다. 생명의 불이 꺼져가기 직전, 온힘을 다해 타오르는 것이 현실로 드러나는 듯한 광경으로... 그리고 둘은 그 자리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외침을 뒤로 한 채로... < 3장. 마음의 결정. 끝 > -+-+-+-+-+-+-+-+-+-+-+-+-+-+-+-+-+-+- [ 오랜만의 연재입니다. ] 일주일하고 하루이군요. 중간 고사 문제로 그리 많은 양을 연재하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나마 적은 조회수라도 꾸준히 보아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앞으로 한 달 정도 남은 수능 문제도 있는 관계로 휴필이라도 할까 했지만 그건 할 수 없었습니다.(무려 한 달 동안 쉬니 감각이 떨어지더군요. ^^;) 그저 올해는 이 글로 쉬엄쉬엄 연재하며 보낼 계획입니다. 고 3 수험생으로서, 수능 준비를 하며 '리즈 이야기'란 장편 소설을 하나 쓰고 차분히 제 나름대로 생각을 가지고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다는 추억이 제게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읽길 잘했어" 라든지, "좋은 글이었어"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진지해져 본 이프였습니다. - Ipria Ps. 현재 제 ID는 제 친구가 더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시고 말씀이 있으시면 귀찮으시더라도 메일을 이용해 주세요..T.T (독자분께 메일 받은지 벌써 3주쯤 되는 것 같군요. 우웅....) 『SF & FANTASY (go SF)』 53287번 제 목:<이리아> ▣ 외전 .Ⅱ. 기억 ▣ -34-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0/15 00:03 읽음:366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외전 Ⅱ. 잊혀진...잊고 있던 기억. <34> ----------------------------------------------------------------------- " 크크크... " 그것은 땅을 쳐다보며 낮게 울었다. 그것의 온몸은 붉은 색 액체로 뒤덮여 있었다. 하늘을 가득 메우는 구름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공간 속, 그것의 눈동자는 핏빛을 뿜었다. 여러 차례 무엇인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잔잔히 그것의 몸을 감쌌다. 그것 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지으며 정처 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하나 둘. 그것의 발에는 매섭게 갈라져 나간 가죽이 걸렸다. 피에 절어 무엇의 가죽인 지는 한눈에 알 수 없었지만 주변에 흩날려 있는 천들과 희뿌연 액체들은 그 가죽이 사람의 가죽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그것의 뒤로는 낮게 지어진 단층 건물이 연기를 흘리고 있었다. 넓은 대지 속에 인기척과 살아 있는 생물의 기척은 없었다. 그것은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이 거추장스러운지 거칠게 한 손으로 찢어 뒤 로 던졌다. 타인의 피로 흠뻑 젖어 있던 그 옷은 바닥에 떨어지며 철퍼덕 소 리를 내었다. 시린 달빛 아래 그것의 아름다운 자태는 붉은 빛을 발하며 천천히 옆으로 돌았다. 잠시 후, 그녀의 모습은 그대로 그 자리에서 뿌연 연기에 감싸였다. 그리고 투명한 달빛을 희고도 붉은 빛으로 반사하던 그녀의 가냘픈 몸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어딘가 목표를 정하지 않은 채. 이제 어떻게 되더라도 상관없다는 듯이 그녀의 모습은 그곳을 떠났다. 그녀가 사라지고 난 자리에는 죽음의 바람이 한차례 불어와 허무한 공간을 채워 주었다. 그 무엇도 숨쉬지 않는, 숨쉬지 않을 공간을 저주하듯이... =-=-=-=-=-=-=-=-=-=-=-=-=-=-=-=-=-=-= " 어? 이봐요! 정신 차려요! " ' 목소리? ' " 어떻게 이런 곳에 이런 차림으로... " ' 아직 죽지 않은 것인가... ' " ...열도 심하네! " ' 쳇..이러면 그 녀석에게는 미안하잖아... ' " 어서 열부터- " =-=-=-=-=-=-=-=-=-=-=-=-=-=-=-=-=-=-= " 으음.... " 짧은 신음. 낡고도 작은 방안에 그 소리가 울리자 한 사람의 밝은 목소리가 그 신음을 따랐다. " 정신이 드나요? " 그녀는 23살쯤으로 보이는 아리따운 여인이었다. 허름하게 입은 옷이 붕떠 보일 정도로 그녀의 미모는 가물가물 하는 시선 속에 빛났다. 어렸을 적부터 귀여웠을 듯한 얼굴과 잔잔하게 흐르는 미소, 단추가 떨어진 상의 사이로 보 이는 풍만한 가슴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해 보였다. " 여기는...? " " 저희 집이에요. " 그녀는 자신이 데려온 여자 아이에게 존댓말을 쓰며 누추한 집안이 부끄러 운 듯이 얼굴을 붉혔다. 그러다가 문득 앞이 간신이 보일 정도로 비가 쏟아 지는 날 발가벗은 나체의 몸으로 뒷골목에 쓰러져 있던 아이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여인은 조심스레 물었다. " 저기...이름이... " " ....리아. " " 예? " " 이리아. 그냥 이리아일 뿐이야. " " 훗- 전 시리엘이에요. " 핏빛 눈동자의 17세 소녀. 화사한 흑발의 23세 미녀.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기분에 빙긋 미소를 지었다. 말 없이도 서로가 서로를 잘 알게 되리라는 것을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또다른 비극의 시작이 되었다. =-=-=-=-=-=-=-=-=-=-=-=-=-=-=-=-=-=-= " 그 이가...기사 작위를 받았어요~! " " 정말? 좋겠네...시리엘- " 이리아는 창문밖에서 활짝 웃는 얼굴로 자신을 보는 시리엘에게 손을 흔들 어 주었다. 예전부터 시리엘에게 많은 것을 도와주던 청년이 기사 작위를 받 았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녀가 행복해 하는 모습은 너무나 보기 좋았다. 평민이 기사 작위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 귀족의 양자라는 명목으로 남색을 즐기는 귀족이나 나이 많은 귀부인에게 팔려가는 것뿐이었다. 적어도 이리아, 그녀의 상식 안에서는. 하지만 시리엘은 이리아의 생각을 모른 채 해맑은 미소를 지은 채 창틀에 팔을 기대고 서 있는 이리아에게 다가와 말을 이었다. " 그리고... " " 응? " " 청혼해 줬어요.. 이런 천한 제게... " " ...원하던 대로 됐네.. " 이리아는 창밖의 그녀의 어깨를 세게 안으며 그녀의 어깨에 기댔다. 이제 자신에게서 멀어져 가는 그녀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했다. 그러나 이렇게 되 리라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시리엘이 밤늦게 여자의 냄새를 가진 채 집에 돌아올 때부터. " 행복해야해. " " 고마워요..이리아. 모두 이리아가 제 곁에 있어 줬기 때문에.. " " 아니. 난 가끔 사랑 때문에 우는 여자를 위로해줬을 뿐인데, 뭘.. " 초라한 집에서 화목하게 지냈던 짧은 추억들이 이리아의 머리를 스치고 지 나갔다. 서로의 이름만을 안 채 그대로 당연하다는 듯이 시작된 동거. 그리 고 서로가 속상한 일이 있으면 마음을 활짝 연 채 눈물과 함께 고백을 하고 그것을 들으며 위로해 주던 생활. 둘에게는 무엇보다 마음의 안정이 필요했 던 것인지 모른다. " 이리아도...행복을 찾아 봐요. " " 그래.. " 이리아는 그녀의 말에 짧게 대답하며 그녀를 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하지 만 이리아의 얼굴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 그래야지... " 그 말을 끝으로 이리아는 다시 밝은 미소를 지었다. 행복에 젖어 있던 시 리엘은 그 때에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이리아가 어떤 존재인지... =-=-=-=-=-=-=-=-=-=-=-=-=-=-=-=-=-=-= 그리고 이틀 후. " 이리아! " " 으윽...으아!!!!! " 이리아는 머리를 부여 잡으며 뒷걸음질을 쳤다. 한밤중에 갑작스런 그녀의 발작으로 잠에서 깨어난 시리엘은 어두운 방안에 빛을 발하는 이리아의 붉은 색 핏빛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자 침대에 앉은 채로 이불을 잡고 몸을 떨었 다. 작은 방안에 놓여 있던 의자와 조그만 탁자는 이리아의 몸에 부딪혀 문가 로 굴러가 있었다. 덕분에 시리엘이 도망칠 수 있는 곳은 없어져 버렸다. 오 직 침대만이 그녀가 있을 곳의 전부였다. 이리아는 거칠게 숨을 뱉어 내고는 천천히 시리엘에게 다가왔다. " 오, 오지.. " " 시리... " 투박한 목소리가 이리아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시리엘은 무심코 오지마, 라 고 외치려던 것을 가슴속으로 묻어 버렸다. 발작을 일으켜도 이리아는 이리 아. 그것은 변함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리아의 사고는 이미 시리엘이란 여자에 대해 완전히 잊어 가고 있었다. 이윽고 낡은 나무 침대의 모서리가 이리아의 다리에 닿자 이리아는 걸음을 멈추고 손을 뻗었다. 힘없이 시리엘을 향한 그 손은 시리아의 어깨에 닿았다. 그 순간 시리엘은 뼈까지 스며들어오는 한기에 몸을 떨며 두려움에 찬 눈으 로 이리아를 바라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리아의 눈은 시리엘의 얼굴은 보고 있지 않았다. 오직 앞. 손이 가있는 곳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 이리아.. " " 크륵-! " 시리엘이 작게 이리아의 이름을 부르자 이리아는 손을 가슴가로 움직이며 힘껏 시리엘의 옷을 당겼다. 원래부터 허름했던 그녀의 옷은 가볍게 이리아 의 손을 따라 찢겨져 나갔다. 시리엘은 갑작스런 이리아의 행동에 비명을 지 르며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하지만 뒤에는 찬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벽이 있 었다. 시리엘은 공포에 질린 눈동자로 이리아를 보며 팔을 저었다. " 싫어!!!! " " ..쿡. " 하지만 이리아는 짧게 웃으며 침대로 뛰어 올랐다. 그리고 가뿐하게 시리 엘의 몸을 내리 누르고는 그녀의 가슴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시리엘은 오직 핏빛만을 발하는 이리아의 눈빛과 가슴을 얼리는 이리아의 숨결에 자신의 하 체가 축축이 젖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녀는 몸을 움직일 수 가 없었다. 생고기를 간구하는 야수의 행위... 이리아의 손은 날카롭게 시리 엘의 팔을 꺾어 들어갔다. " 꺄아!!! " 시리엘은 으스러질 듯한 어깨의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시리엘의 어깨에서는 뼈가 깨어져 나가는 소리가 울렸다. 이 리아는 서서히 힘을 잃어 가는 시리엘의 비명에 살짝 혀를 내밀어 시리엘의 가슴을 핥았다. 움찔하는 떨림이 즉시 혀를 통해 전해져 왔다. 그러나 그것은 곧 부들부들 떨리는 경련으로 변해 갔다. 이리아는 시리엘 의 팔이 어깨째 완전히 뒤로 꺾이자 이를 들어내어 시리엘의 가슴 한복판을 물었다. " 헉... " 비릿하면서도 따뜻한 피가 이리아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자 시리엘은 짧 게 신음을 흘렸다. 그녀의 목은 가슴을 철저히 파해치는 이리아의 입에 더이 상 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점점 멀어지는 감각 속에 허공을 바 라보며 자신을 향해 힘주어 자신만 믿으라던 청년의 모습을 그렸다. " ....레...피... " 그리고 그녀의 눈은 초점을 잃고 뒤로 넘어갔다. 하지만 이리아는 그것에 상관하지 않고 시리엘의 육체를 뜯을 뿐이었다. 그렇게 시리엘은 사라져 갔다. 그녀의 시체는 이틀 후 그녀에게 청혼했던 청년에게 발견 되었다. 청년은 부패가 시작되던 시리엘의 머리를 가슴에 안은 채 자신의 집을 향 해 터벅걸음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가 집에 도착했을 때, 그의 손에는 한 자루의 검이 들려 있었다. " 복수...해줄게. " 그것이 그가 그녀에게 직접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그리고 몇 년인가 또다시 시간이 흘렀을 때... 이야기는 이어진다. < 외전 Ⅱ. 잊혀진...잊고 있던 기억. - End > -+-+-+-+-+-+-+-+-+-+-+-+-+-+-+-+-+-+- [ 장과 장 사이 이야기. 그 두 번째. ] 이리아의 첫 번째 과거 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캐러의 첫 등장입니다. 슬슬 중반으로 접어듭니다. 빠른 전개가 될 듯한 중반. 다음 편도 읽어주세요~~~ - Ipria Ps1. 왜 올렸냐고요? 시험이 끝났답니다! 음하하하~~!! ^^ Ps2. 이번 편은 조금(!) 잔인 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기대(?)하시지 마시길.. --; 『SF & FANTASY (go SF)』 53615번 제 목:<이리아> ▣ 4. 불패의 패전 기사 ▣ -35-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0/17 00:03 읽음:388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가 될 수 없었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4장. 불패의 패전 기사. <35> ----------------------------------------------------------------------- ' 제길... ' 청년은 자신의 앞에서 신나게 떠들어대는 형뻘 되는 사람을 감정이 흐르지 않는 냉정한 눈으로 보며 속으로 짧게 욕을 했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막사 안이었다. 전쟁터에서 군대가 주둔할 때 볼 수 있는 흔한..그러나 청년의 눈 에 비치고 있는 막사의 안은 다른 곳과 달리 화려함의 극치 였다. 왕궁에서 쓰는 융단을 바닥에 깔고 어디선가 가져온 장비들로 조립한 침구와 탁자등이 청년으로 하여금 구역질을 느끼게 만들었다. 막사 안에 흐르는 여자들의 진 한 체취또한 손에 힘이 들어가게 했다. 막사의 안, 탁자 주위에는 다섯 명이 앉아 있었다. 가끔씩 자만으로 가득 찬 눈으로 청년을 돌아보는 남자를 제외한 모두는 회색 갑옷을 입고 있었다. " 그러니까, 짐의 작전은 반드시 들어 맞을 것이오. " ' 웃기는군. ' 청년은 또다시 속으로 그를 비웃으며 천천히 팔짱을 꼈다. 그 때, 그가 청 년을 돌아보며 말했다. " 짐의 작전에 이의 있소? " " 없습니다, 왕자님. " " ...조금 무례하군. 레피드 경.. " 그는 눈가를 찌푸리며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는 왕자였던 것이 다. 한 나라의 왕자. 그러나 그것은 청년, 아니 레피드란 성을 이름으로 삼 은 청년에게 아무런 영향력이 없었다. 레피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팔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그 때까지 왕자의 작전 계획을 듣던 나머지 세 명의 기사도 그를 따라 자리 에서 일어났다. 아무리 레피드가 자신들의 상관이라고 하더라도 왕자의 앞에서의 그런 행 동은 왕자를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였다. 하지만 레피드는 그들의 행동을 제 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 중 갈색 머리의 기사에게 살짝 눈짓을 하며 그 들을 이끌었다. " 수고 하셨습니다. 헤로딘의 제 3 왕자이시어. " 레피드의 입에서는 무미건조한 의례적인 인사가 흘러 나왔다. 그렇지만 그 인사는 의기 양양함으로 가득 차 있던 왕자의 얼굴을 잿빛으로 바꾸어 놓았 다. 레피드는 그의 그런 변화에 속으로 웃으며 말을 이었다. " 작전이 성공하길 빌겠습니다.. 그럼 저는 병사들 시찰과 기사단 점검을 위해 이만... " 그리고 레피드는 왕자의 허락을 듣지도 않고 막사에서 나왔다. 그의 뒤로 는 그와 함께 왕자의 작전 계획을 듣던 기사들이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막사를 나와 레피드의 지시를 기다렸다. 레피드는 막사 안에 있는 왕자에게 들리라는 듯이 말했다. " 위대하신 왕자님의 작전 계획을 완벽히 실행하기 위해 막사로 돌아가 편 히 쉬도록. 물 샐 틈 없는 작전이기 때문에 물 걱정은 없을 테니 음주도 허락한다. " 장엄한 그의 말에 위엄 있게 서 있던 기사들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그 들은 레피드 휘하의 기사 단장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레피드의 말이 무엇 을 뜻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장난스럽게 하는 말 안에는 또다른 지 시가 숨겨져 있었다. 질풍의 기사, 레피드가 이끄는 질풍의 레피드 기사단이 아니면 알 수 없는... " 각자 위치로. " 레피드는 짤막하게 말을 마치며 자신의 막사로 향했다. 그가 발걸음을 돌 리자마자 왕자의 막사 안에서는 무엇인가가 쓰러지며 깨지는 소리가 났지만 아무도 그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막사로 돌아오자 막사 안에 기다리고 있던 견습 기사가 의자를 가져 왔다. 레피드는 갸름한 얼굴선을 가진 그가 가져온 의자에 앉아 한숨을 내쉬 었다. " 후우.... 힘들어.. " " 당신..너무 건방지게 굴지는 않았죠? " " 몰라. " 얄팍한 경갑을 입고 있던 견습 기사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레피드의 갑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총 지휘관의 최후 방어 수단인 갑옷은 그의 손길이 지나칠 때마다 한 꺼풀씩 벗겨졌다. 레피드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말했다. " 돌아갈 때가 됐어. " " ...그럼... " " 아니. " 레피드의 빠른 대답에 견습 기사의 얼굴은 어두워 졌다. 그 때 막사로 한 명의 기사가 다가와 자신의 방문을 알렸다. " 페릭입니다. " " 들어와. " 레피드의 허락에 막사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방금 전 왕자의 막사에서 레 피드가 눈짓을 보냈던 기사였다. 깔끔하게 잘라 우수한 귀공자 스타일인 그 가 들어오자 레피드의 갑옷을 벗기던 견습 기사는 옆으로 물러나 막사 한 구 석으로 갔다. 그곳에는 언제나 레피드가 즐기는 술병과 고급스런 술잔이 있 었다. 페릭은 그 견습 기사가 그렇게 뒤로 물러나자 피식 웃으며 먼저 말을 꺼냈 다. " 허무하셨겠습니다. " " 아니, 오히려 잘 된 일이야. " 레피드는 자신이 스스로 갑옷을 벗어 바닥에 깔아 놓은 융단 위에 툭 던져 놓았다. 그러자 레피드의 뒤에서 약간 화가 섞인 목소리가 들려 왔다. " 또 갑옷을 그렇게 던지다니.. 그건 당신... 레피드 님의 명예입니다. " " 시끄러. 빌어먹을 왕자 때문에 화났으니까 잔소리는 그만해. " 누가 듣기라도 한다면 신성 모독죄로 끌려 갈 말이었지만 이미 그의 막사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있어도 그것을 왕자에게 고할 멍청이는 없었 다. 레피드는 짧게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역시 무리였어. 제 3 왕자 따위를 따라온 내 실수이기도 하고.. " 제 3 왕자. 한 나라에서 필요한 왕자는 왕위를 이을 단 한 명의 왕자 뿐이었다. 그렇 기 때문에 장남을 제외한 왕자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공적을 세워 능력을 인 정 받아 왕위 계승권을 따내거나 자신만의 세력을 키워 훗날 자신의 형이 왕 이 되더라도 함부로 행동할 수 없게 만들 준비를 했다. 그것은 지금 여기에 머물고 있는 왕자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였고 레피드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매일 왕궁에서 호화로운 생활에 놀아나던 왕자 따위가 전쟁 에 대해 알고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이론과 실제는 판이하게 다 르고, 왕자가 전술에 대해 공부했을 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이상. " 이대로... 밀고 나가실 겁니까? " " 난 나만의 방식이 있잖아. " 레피드는 그렇게 대답하며 어느새 오목한 잔 안에 2/3정도 보랏빛 술을 채 워온 견습 기사의 술잔을 받았다. 그 잔은 곧 페릭의 손에도 쥐어 졌다. 레 피드는 잔을 돌려 그 안에 들은 액체를 움직이며 말했다. " 질풍의 레피드 기사단... 이번에 그것이 쓰인다. " " 예. " " 무패의 기적. 공적 따위에 매달리는 어리석은 녀석에겐... " 레피드는 말을 잠시 끊고 단숨에 잔에 있던 술을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그의 곁에 있던 견습 기사는 그 모습에 얼굴을 살짝 지푸렸지만 페릭은 빙 긋 웃으며 그와 똑같은 모습으로 잔을 비웠다. 레피드는 잔을 견습 기사에게 넘기며 말했다. " 죽음이 최고지. 절망 속의 처절한 죽음이. " " 알겠습니다. " 왜 잔인하다고 느껴야 할 레피드의 말이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것 일까.. 페릭은 또다시 알 수 없는 자신의 심정에 놀라며 허리를 굽혀 레피드에게 예를 표하고는 막사에서 나가려고 했다. 견습 기사는 그에게 언제나처럼 말 했다. " 조심하세요.. 그리고 안녕히 주무세요. " " 안녕히 주무십시오. 레피드 경께서는 저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듯 해 도 뒤는 언제나 확실하게 책임지시는 분이니시까.. 좋은 일이 있을 겁니 다. " " 예... " 견습 기사는 그의 말에 얼굴에 살짝 홍조를 이루었다. 레피드는 입가를 일 그러트리며 외쳤다. " 어서 가! 쓸데없는 말이나 하지 말고!! 공적인 얘기 끝났다고 그러는 거 냐!! " " 너무하십니다, 레피드 경.. 아름다운 저 분을 저런 투박한 갑옷 안에 가 두시고. 어디 약혼자 없는 저는 막사에서 오늘 밤도 혼자 잠들겠습니까? " " 너...그녀한테 이른다. " 레피드는 낮게 말하며 곁에 있던 견습 기사의 손을 잡았다. 페릭의 말대로 그의 손은 남자의 손이 아니었다. 레피드는 페릭이 슬그머니 막사에서 나가 는 것을 느끼고는 그 손을 약간 세게 움켜쥐며 고개를 떨구었다. " 무리...였지. " " 아녜요. " " 아니. 이제 무리하게 될거야. 젠장. 그러니까 성에 남으라고 했잖아. " " 당신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곁에 있고 싶었어요. 왠지 영 원히 제 곁으로 돌아오지 않을 사람처럼 느껴졌거든요. " " 칫. " 레피드가 연달아 그의 신분에 맞지 않는 험한 말들을 뱉었지만 그녀는 미 소로서 그를 바라보았다. 레피드는 신경질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입 고 있던 견습 기사 갑옷을 잡고 그것의 연결 고리는 부숴 버렸다. 그리고 그 녀를 살짝 안으며 말했다. " 페릭의 말대로.. 어울리지 않아. 이 따위 기름 냄새는. " 그는 일부러 짧게 잘라 버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를 침대 쪽으 로 이끌었다. 막사 안을 밝히고 있던 램프는 곧 그녀의 옷으로 덮혀 빛을 발 하지 못하게 되었다. " 잠시...기다려 줘. 돌아가면 빨리 결정을 내릴게. " " 기다릴게요.. " 그녀의 차분한 목소리에 레피드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카락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한 여자의 모습을 머리속 에 그렸다. 모든 일의 시작. 레피드란 남자에게 힘의 근원이 되는... ' 미안...난 또다시 상처 입히게 되는 것 같아.. 그 일의 반복이 될지도.. ' 그의 사과는 천천히 그의 가슴속으로 스며들어갔다. 돌고 도는 운명의 수레바퀴가 한 여자로 인해 더욱 빠르게 돌아가게 될 것 이란 사실을 모른 채... < 계속 > -+-+-+-+-+-+-+-+-+-+-+-+-+-+-+-+-+-+- [ 4장 시작입니다. ] 문득 이리아의 처음을 다시 읽어 봤습니다. 그리고 왜 조회수가 낮은 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재미가 없다.' 이더군요. --; 정말 재미 없더군요. 뭔가 부족하고 빠지고, 어색하게 돌아갔습니다. 그렇다고 포기는 너무 허무하니 좋은 글로 만들어 봐야겠죠? ^^ 4장부터는 재밌게 읽혀지길 빌며... 이프였습니다. - Ipria Ps1. 원래 레피드는 기사도에 충실한, 기사의 전형을 따르는 캐러로 그리려 고 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그 성격으로는 이야기가 되지 않더군요. 결국 망나니틱(--;)하고 장난스럽지만 말 한 마디에 뼈가 실린 캐러가 되었습니다.(그런데 그런대로 좋군요. 요 녀석. 마지막이 압권이 됩니 다. ^^) Ps2. 협박 메모가 날아왔습니다. 예전에 SF란에서 일어났던 분쟁에 한 마디 한게 화근인 듯 하지만... 좀 너무하더군요. 노골적으로 "죽을래?" 라 고 하다니.. 어린 건지.. 정신이 없는 건지.. 우울해 지는군요. 뭐 스스로 잘못한 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 딴 반 응을 하는 인간들이 있다는 사실도... 『SF & FANTASY (go SF)』 53616번 제 목:<이리아> ▣ 4. 불패의 패전 기사 ▣ -36-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0/17 00:03 읽음:376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가 될 수 없었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4장. 불패의 패전 기사. <36> ----------------------------------------------------------------------- " 페릭. " 레피드는 작게 자신의 오른팔, 페릭을 불렀다. 어느새 그의 뒤로 다가온 페릭이 대답했다. " 준비 완료입니다. 보급대 및 기사단 내 비전투 인원은 모두 후방으로 이 동을 시작했습니다. " " 그 녀석이 눈치 못 채게 움직이도록. " " 예. " 페릭은 어젯 밤, 막사를 떠날 때와 달리 진지한 얼굴로 대답을 하고 뒤로 물러 났다. 레피드는 자신의 말에 오르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여기 저기 세 워진 막사 주위에는 사람의 인기척이라곤 찾아 볼 수 없었다. 치밀한 작전이 랍시고 자랑스럽게 작전을 내세운 왕자 일행은 한 발 먼저 적들이 다가오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떠난 후였다. 결국 남아 있는 것은 왕자의 뒤를 맡을 레피드 기사단뿐이었다. 그러나 그 들은 모두 보병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초원의 전투에서 홀레이텐의 기동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는 레피드 였지만 애초부터 왕자는 소수 특권층 만이 말을 타야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홀레이텐을 전혀 데려오지 않은 것 이다. 레피드는 검을 들어 막 떠오르기 시작한 태양을 가리키며 말했다. " 나의 이름, 레피드를 따르는 기사들이여. 지금부터 그대들은 오직 레피 드의 이름만을 믿어라. " " 언제는 믿지 않았나요? 이들은 처음부터 당신의 기사들인데. " 맑으면서도 고운 목소리. 레피드는 놀란 눈으로 그 목소리가 들려 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어제와 같은 무장으로 싱긋 미소짓고 있는 견습 기사 의 실루엣이 있었다. 레피드는 그녀의 뒤로 페릭이 서 있는 것을 보고 그에 게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전에 페릭이 검을 뽑아 들며 외쳤다. " 우리의 주군께 충성을! " [ 모든 것은 주군을 위해!! 주군의 것! ] 마치 짜고 외치는 듯이, 약 500명에 가까운 작은 소수 정예 기사단 기사들 이 목청껏 외쳤다. 그것은 주군을 따르겠다는 기사들의 맹약이었다. 왕자가 들었다면 흡족한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들의 주군은 그가 아니었다. 레피드는 쓴웃음과 잔잔한 미소를 번갈아 짓고는 페릭을 향해 말했다. " ...페릭. 부탁한다. " " 레피드 님이야 말로 조심하십시오. 제가 없다고 상처라도 입으시면.. 기 사단은 제 겁니다. " " 물론. " 페릭은 자신의 말에 짧게 대답하고 시선을 떼는 레피드의 모습에 피식 웃 음을 터트렸다. 감히 일개 기사단장이 기사단의 총 지휘관이자 영주인 레피 드의 기사단을 가지겠다는 말은 반역죄로 사형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레피드는 그것을 언제나 그렇게 받아 들였다. 그것은 페릭에게 있어서 농담 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레피드의 단 하나뿐인 애매한 말이었다. 한편 레피드는 페릭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미 꿰뚫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런 대답을 한 것이었다. 레피드는 말고삐를 당기며 외쳤다. " 가자! 모두 살아라! 여기서만큼은 죽어서는 안된다!! " [ 우오!!!! ] 땅을 울리는 함성이 레피드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500명의 소수 기사단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전장을 향해 달렸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이 생각하는 잔인한 전쟁터의 모습을 그리며 마음을 굳 게 먹었다. 앞으로 있을 일이 반역에 해당되는 일임을 되새기면서.... =-=-=-=-=-=-=-=-=-=-=-=-=-=-=-=-=-=-= " 제 친구도 이 일을 알면 좋아 할 거에요.. " " 아- 빗속에서 구해줬다는 그 애? " " 예. " " 으음...미안해서 어쩌지? " " 왜요? " " 결과적으론 그 애한테서 널 빼앗는 거 아냐. 너무 미안한 걸. " " 장난스럽기는.. 그렇게 미안하면 같이 살죠, 뭐. " " 아앗!! " " 거봐요. " " 으응....그런데 그 애 이름이 뭐였지? " " 휴.. 벌써 몇 번째에요. " " 미안. " " 그러니까, 그 애 이름은- " =-=-=-=-=-=-=-=-=-=-=-=-=-=-=-=-=-=-= " 으악!!!! " 한 병사의 허리가 갈라지며 마지막 발악이 공중으로 튀어 나왔다. 그러나 그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뒤이은 비명은 계속 되었다. " 어, 어떻게... 여봐라!! " " 잘난 작전으로 밀어 붙이시지? " " 무엄하다!! " 당혹감이 가득 찬 얼굴로 왕자는 자신을 조롱하는 기사를 향해 힘껏 고함 을 질렀다. 그러나 그 고함을 선두 병사들이 죽어 가는 소리에 파묻혀 그리 멀리 퍼지지 못했다. 그는 크게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 어서 선두를 지원해라. " " 그건 개죽음이다. 어리석은 녀석아. " " 레피드, 이 자식!!! " 레피드는 냉혹한 얼굴로 왕자를 보았다. 분노로 이글거리던 왕자의 눈빛은 가볍게 레피드의 눈빛에 휩쓸렸다. 레피드는 조소가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 그 위대하신 작전의 책임을 질 각오는 되어 있겠지? " " 난 이 나라의 왕자다! " " 잊었나? 네 아버지는 내게 총 지휘관을 맡기셨다. 이해가 안돼? 설명해 줄까? " 왕자의 얼굴은 레피드의 말뜻을 알아듣고 새하얗게 질렸다. " 넌 내게 딸려 온 거야. 내게서 무엇인가를 배울 것이라 하는 생각에. 하 지만 넌 네 생각만 앞세웠지. 결국 결론은 이거다. 아마 네 아버지는 이 것도 예상하고 있었을 테지. 숲속의 제왕은 후계자를 절벽에서 떨어트린 다고 하지 않아? 제거되면 무능한 것이고, 살아남으면 위대한 능력을 지 닌게 되지. " " 그, 그럴 리가... 아바마마께서 설마... " 왕자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이미 그의 몸은 덜덜 떨고 있었다. 레피드는 선두의 병사들이 계속 줄며 적의 선진이 가까워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손을 들었다. " 레피드 기사단, 반전! " " 오...레피드 경. 제발... " " 하하하! " 레피드는 갑자기 돌변한 왕자의 애원에 큰 소리로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 끝은 당연히... " 초원에서 일반 보병은 홀레이텐의 밥일 뿐이다. 전술이고 뭐고 할 것 없 이. 개자식.. 궁정 기사대를 몰살시키다니... " 그러나 그것은 미리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작전이 세워질 때, 약간만 무 리를 했더라면. 레피드도 그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그렇게까지 할 의리도, 충성심도, 애국심도 레피드에게는 있지 않았다. " 전원 후퇴!! " 레피드는 그렇게 말하며 검을 뽑아 힘차게 옆에 있던 말의 목을 베어 버렸 다. 물론 그 말의 주인은 왕자였다. 왕자는 레피드의 돌발적인 행동에 놀란 채 옆으로 쓰러지는 말에 깔리게 되었다. 그는 말의 시체에서 빠져나오기 위 해 힘껏 발버둥쳤다. 그러나 폼으로 갑옷을 입은 그는 익숙하지 않은 갑옷의 무게에 체력만 소모했다. 레피드는 그를 뒤로 하고 말을 몰았다. 말의 걸음은 느린 듯하게 시작했지 만 눈깜짝할 사이에 말은 병사들이 전력 질주를 하는 속도와 똑같아져 있었 다. 물론 레피드가 그들을 전력 질주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질풍의 레피드 기사단. 그들이 그렇게 불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상식을 초 월하는 체력과 근력으로 이동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었다. 그 래서 레피드 기사단은 로라시아 대륙 최고의 이동력을 지녔다고 전해지고 있 었다. 물론 그들의 그런 체력은 홀레이텐이 되었을 때, 모두 엄청난 파괴력 을 내는 마상창 돌진력으로 바뀌어 기사단을 계속 등분 시켰다. 최강이라 일 컬어 지는 이노네스의 블러디 나이트 기사단을 제외하면 파괴력 또한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말 그대로 레피드 기사단이기 때문에 레피드 이외의 사람은 지휘를 할 수 없고, 기사단 인원이 적다는 데에 있었다. 레피드 기사단은 그렇게 전장을 빠져 나갔다. 그들의 목적지는 하나 뿐이었다. 그들이 출발한 곳. 모두의 가족과 집이 있는 곳. 레피드 영지였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모두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는 암시 속에... =-=-=-=-=-=-=-=-=-=-=-=-=-=-=-=-=-=-= " 대단한 속도군. " " 소문이 아니었어, 카이. " " 만약 홀레이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면... " " 이기기 힘들었겠지. 지금 상대한 얼뜨기와 차원이 다른 녀석이니. " 붉은 머리카락의 남자는 말에 깔려 발버둥치는 한 남자의 다리를 잘라 내 며 히죽 웃었다. 카이라고 불린 남자는 고개를 돌려주며 말했다. " 블러디 나이트에 끼워주고 싶은 녀석이야. 키스틴. " " 그래.. " 키스틴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잘라 낸 다리를 두 개의 소검으로 잘게 선을 긋기 시작했다. 절대 토막을 치지 않았다. 마치 소시지에 선을 긋듯, 보석이 박힌 옷을 가르고 살갗만을 가늘게 자를 뿐이었다. " 이 놈 목은 상당히 쓸만 하겠지? " " 그렇겠지. 명분상 제 3 왕자이자 원정대의 상징이었으니까. " 카이는 키스틴의 작은 유희를 보지 않기 위해 애쓰며 등에 매고 있던 검을 쥐고 허공을 올려다 보고 있는 남자의 목에 검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한 순간 검끝을 움직였다. 그러자 남자의 목은 깨끗하게 잘려 바닥으로 톡 떨어 졌다. 카이는 그 목을 주워 들고 말했다. 젖은 나무가 잘린 듯한 그 목에서 는 그리 많은 피가 흘러 내리지 않았다. " 돌아 가자. 이 정도면 충분하잖아. " " 다음엔 그 녀석하고 붙고 싶다. " 키스틴은 자신의 두 자루 소검을 말의 시체에 슥슥 문질러 겉에 뭍은 피를 닦고는 카이와 함께 자신들의 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들의 앞에는 옆으로 길게 정렬된 기사단이 대기 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 신들의 나이트가 말에 타고 천천히 진군을 시작하자 승리의 환호성도 지르지 않고 조용히 그 둘을 따랐다. 적막감. 전장의 땅을 적시는 핏빛 갑옷의 두 남자는 아무도 살아 남지 못한 전장에 서 점점 멀어져 갔다. < 계속 > -+-+-+-+-+-+-+-+-+-+-+-+-+-+-+-+-+-+- [ ^^ ] 원래 제 스타일 대로 나갔습니다.(덕분에 글발도 살아 평소 같았으면 한 편 쓸 시간에 두 편이나 썼어요~ ^^) 1, 2, 3장에 깔았던 복선들이 하나 둘 밝혀지며 더욱 발전합니다. 그럼 이제 레피드 이야기의 시작에서 이리아의 이야기로 넘어 갈까요? ^^ 에딘의 이야기는 곧 나옵니다. - Ipria * 제목, 불패의 패전 기사. 모순으로 가득 찬 말입니다만, 곧 이해가 가게 될 겁니다.(좀 이런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서... 글 내에도 모순된 말들이 상 당수 존재합니다.) ** Ki: 어이..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 Ka: 음...그러고보니 넌 원래 에딘의 라이벌이자 악의 상징이 아니었나? Ki: ..상당히 등장도 멋없고.. 단역이 된 것 같은데... Ka: 원래 설정이었으면 넌...나와도 적이 됐겠지? Ki: 후...골치 아프군. Ip: (그래.. 잊어라~ 잊는 거다~ 음하하하하!! ^^) 『SF & FANTASY (go SF)』 53742번 제 목:<이리아> ▣ 4. 불패의 패전 기사 ▣ -37-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0/17 21:45 읽음:37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가 될 수 없었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4장. 불패의 패전 기사. <37> ----------------------------------------------------------------------- " 하악...하악... " 거친 호흡에 들썩이는 넓은 어깨. 그의 손에는 한 자루의 검이 들려 있었다. 다른 손에는 한 여자의 머리를 든 채로. 그리고 그의 주위에는 기사들의 모습이 있었다.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시체들과 그들의 둘레에서 검을 든 채 경계의 눈 빛으로 남자를 보고 있는 산시체들. 남자는 거칠게 내뱉던 숨을 한 번의 기 합으로 그치고 말을 꺼냈다. " 비켜라. 너희만큼은 죽이고 싶지 않다. " " 어째서 이런 일을 하시는 겁니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 " 그녀가 죽었다. 갈가리 찢겨 시체도 제대로 남지 않은 채. " 그의 말에 그를 가로 막던 갈색 머리 남자는 들고 있던 검을 내렸다. 그리 고 힘이 빠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 그렇다면 그 손에 들린 것은... " " 그래. 그녀의 마지막이다. 이런 짓을 할 사람이 누구뿐인지는 알겠지? "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갈색 머리 남자를 향해 걸었다. 검을 빼들고 남자의 접근을 경계하던 기사들은 입술을 깨물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호 화스러운 홀에서 기사들의 흐름은 뒤로 물러나며 서로의 틈이 벌어지게 되었 다.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싸울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 때 갈색 머리의 남자가 힘없이 무릎을 꿇으며 검을 두 손으로 받쳐 들 었다. 그는 주위 기사들의 놀란 시선을 받으며 말했다. "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 " ...내가 하는 짓이 어떤 짓인지 알면서도? " " 기사로서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것이...제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 " 그래.. 그럼 나를 따라와라. 너만은 믿을 수 있겠어, 페릭. " 그리고 두 명의 남자는 홀 중앙에 나 있던 층계를 걸어 올라갔다. 아무도 그 둘을 막지 못했다. 아니, 두 남자가 층계의 마지막을 딛었을 때, 그 뒤로 는 홀에 있던 기사들이 모두 둘을 따르고 있었다. 남자는 고개를 돌려 페릭을 보며 말했다. " 이제 그녀를 위한 진혼곡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겠지? " " 그럼요. 지금까지의 연습은 지금을 위해 했던 것이니까요. " 둘은 서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당황한 모습으로 지원을 부르는 한 무리 의 기사들을 향해 걸었다. 그렇게 둘의 관계는 함께 시작했다. 그리고... =-=-=-=-=-=-=-=-=-=-=-=-=-=-=-=-=-=-= " 조금만 더 가면 이클리드의 호수에 도착하게 될 것입니다. " " 고마워, 페릭. " " 예? " " 아, 아니.. " 레피드는 어색한 얼굴로 페릭의 시선을 피하며 자신을 따르는 기사단의 기 사들을 돌아 보았다. 모두 나흘간의 강행군으로 지친 기색이 강했지만 그들 의 얼굴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500명 중 두 자리가 되지 않는 전사자를 냈 기에 거의 피해가 없었다고 할 수 있는 이번 전투는 그들에게 잠깐의 휴식을 줄 것이다. " 그 때... 생각하셨나요? " " ...벌써 오래된 일 같이 느껴져. " " 그래도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했고, 그것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그 녀는 이미 우리 영지의 수호신이 아닙니까? " " ..음.. " 레피드는 평소와 달리 진지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곧 약 간 장난스런 얼굴이 되어 분위기를 바꿨다. " 그런데 언제부터 레피드의 영지가 아닌, '우리' 영지가 됐지? " " 레, 레피드 경! " " 하하하!! " 페릭은 레피드의 말에 놀란 얼굴로 외쳤다. 레피드는 웃음으로 그것을 받으며 말 고삐를 힘차게 내리쳤다. 그의 시선 은 지평선,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 나 먼저 가 본다. 그럼 부탁하네, 페릭 경- " 그리고 레피드는 쏜살같이 멀리 보이는 숲을 향해 달렸다. 넓게 펼쳐진 모 래와 흙의 이상한 평원 속에 한 군데 밀집된 그 숲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 다. 하지만 그 중앙에 있는 호수를 생각하면 그것은 당연한 것인지로 몰랐다. 두 개의 마을과 한 개의 성의 젖줄인 이클리드의 호수가 있는 곳이니... " 여전하군요. " " 너무 서운해 하지 마십시오. " " 알고 있어요, 페릭. " 페릭의 곁에는 견습 기사 갑옷을 입은 여인이 말을 걷게 하고 있었다. 그 녀는 그녀 자신의 말과 달리 약간 슬픈 눈빛으로 레피드가 일으키는 먼지 구 름을 보며 중얼거렸다. " 하지만...아무리 지금의 레피드를 만든 사람이라고 해도.. 질투가 나는 건... " =-=-=-=-=-=-=-=-=-=-=-=-=-=-=-=-=-=-= " 수호신이라... " 레피드는 말고삐를 나무에 묶고 작게 나무 사이에 나 있는 길을 따라 호수 를 향해 걸으며 그렇게 읊조렸다. 그의 얼굴은 쓴웃음이 머물고 있었다. 혼 자만 있기에 그런 얼굴로 있을 수 있는 것이었다. 레피드는 손에 잡히는 나 뭇잎을 따, 살짝 입에 물었다. ' 하지만 죽은 건 죽은 거잖아? ' 아무리 신성한 미사 어구로 칭송하고 동상과 백옥의 조각을 세운 후, 영지 의 수호 여신으로 삼고 모두의 기억 속에 남아도 그녀가 죽은 사람이란 사실 은 변함없다. [ 삐이... ] 높고도 긴 풀피리 소리가 레피드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 나왔다. 레피드는 아무에게도 들려주지 않은 곡을 불었다. 오직 한 사람을 그리며 만들었지만 그 사람은 듣지 못한 곡을... 잠시 후, 레피드의 시야에는 거대한 호수가 들어 왔다. 마을 하나가 잠겨 도 충분할 정도의 호수. 그 호수의 수면은 잔잔하게 바람을 따르면서 햇빛을 반사해 눈부실 정도의 광채를 발했다. 언제나 호수 주변의 나무가 푸른 것도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행복의 여신의 축복을 받은 호수라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호수였다. 레피드는 환상이라고 표현 할 수 있는 그 모습에 불고 있던 풀피리를 멈추 고는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호수가로 다가갔다. 말을 가지고 들어 올 수 없다 는 불문율이 당연하게 받아지는 광경이었다. 그런데 그 호수가에는 한 사람의 모습이 더 있었다. 아니, 온몸이 흠뻑 젖 은 한 사람이 수심이 얕은 곳으로 떠밀려 와 있었다. 레피드는 붉듯 붉듯한 그 사람의 옷차림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사람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색깔은 분명히 피의 색깔이었다. 하지만 피냄새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 사람의 모습이 점점 가까워짐에 레피드는 그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흠뻑 젖은 상의는 봉긋 솟아 올라와 있었고, 호수면에서 반사된 햇빛이 그것 을 통과하고 있었다. 레피드는 약간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고는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 시선이 향하는 것과 동시에 레피드의 얼굴에 머물던 웃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레피드의 눈동자는 크게 확대되어 그녀의 얼굴만 을 바라봤다. 입에 물고 있던 풀피리는 작게 벌어지는 레피드의 입술에서 떨 어져 바람을 따라 호수면에 사뿐히 앉았다. 레피드는 떨리는 다리로 그녀에게 향했다. " 어떻게... " 믿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 존재하고 있었다. 레피드는 떨리는 발걸음으로 간신히 그녀에게 다가가 창백한 그녀의 얼굴 에 손을 대었다. 미약하게나마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가 레피드의 손을 통해 전해져 왔다. 그는 옷이 젖는 것도, 호수가 더러워진다는 것도 잊은 채 호수 에 들어가 그녀의 몸을 안아 들었다. 그리고 실성한 사람마냥 하늘을 올려다 보며 중얼거렸다. " 거짓말...이지? " 그런 그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 누구도 눈물을 흘릴 것이라 생각할 수 없던 레피드의 눈에서.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이 많아짐에 레피드는 그녀를 안고 그들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끝으로 몰고 가는 일이라곤 아무도 몰랐다. 그들 자신이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그때까지 도... < 계속 > -+-+-+-+-+-+-+-+-+-+-+-+-+-+-+-+-+-+- [ 이런...짧군요. ] 죄송..합니다. 다시 이리아의 이야기와 접목됨에 페이스가 떨어지는 군요.(왜 이리아의 이 야기는 쓰기 어려울까... --; 역시 내 스타일이 아닌가..) 음....아래 긱스님의 리스트에 제 글도 들어 갔군요. (너무 기쁩니다. 처음 으로 다른 사람의 소설 리스트에 제 글이 들어간 것이에요. 리즈 이야기 당 시에도 개인 홈피에 퍼가시는 분 이외에는 리스트에 들지도 못했는데...) 소설의 조회수는 추천에 비례합니다.(간혹 예외도 있지만.. ^^;) 물론 작가의 지명도와 내용의 재미, 작품성, 몰입도 때문에 조회수가 높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추천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추천 좀 해주세요~~~~ (--; 농담입니다. 동정표는 사양...) - Ipria * 또 다시 잠깐 주절주절... Ps1. 레피드. Rapid는 빠르다란 영어에서 따왔습니다. ^^ Ps2. 이클리드의 호수. 아시는 분은 아시죠? 그 '이클리드'입니다. 물론 상 관은 없는 내용이지만 한 번쯤 그녀를 그리는 마음에 써봤습니다. (첫 작품의 히로인이자 이프가 좋아하는 여인상의 모습이에요~ ^^*) Ps3. '이프'는 제 필명이 아닙니다. --; 단지, 통신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저 에게 글을 쓰는 동기가 되는 일에 함께 했던 분들께서 붙여준 '닉'이자 '애칭'이에요. 처음엔 어색한 감이 많았지만 지금은 마음에 든답니다. (만약에...란 가정법인 If와 동음이기에 더욱 그럴지도...) 『SF & FANTASY (go SF)』 53906번 제 목:<이리아> ▣ 4. 불패의 패전 기사 ▣ -38-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0/19 02:05 읽음:389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가 될 수 없었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4장. 불패의 패전 기사. <38> ----------------------------------------------------------------------- < 같이 있어 줄게요... >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 그 목소리는 들려 왔다. 새카만 잉크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듯한 끈적거림에도 그 목소리는 구원 의 밧줄 마냥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왔다. ' 정말...그래 줄 수 있어? '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말해 왔던 사람들 중에, 살아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살아 남은 사람은 없었다. 아무도. 그 어느 누구도. 그러나 그 말에 다시금 기대고픈 이유는 왜 일까... 반복되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천 분의 일, 만 분의 일, 아주 일어나기 힘든 우연의 오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그 무엇보다 어리석 은 짓이라고 하더라도. ' 하지만..난... ' =-=-=-=-=-=-=-=-=-=-=-=-=-=-=-=-=-=-= 이리아는 문득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느낌에 눈을 떴다. 그리고 손을 들어 보았다. 어깨에 붙어 있는 팔을 따라 올라간 손에는 현실감이란 감각이 존재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손을 넘어 천정은 우아하게 치장된 침대 지붕이었다. 귀족들이 흔히 쓰는 레이스 달린 침대. 이리아는 처음으로 보는 그것에 생소 함보다는 어색함을 느끼고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있는 곳은 그녀의 기억의 마지막이었던 펠레인의 길거리가 아니었 다. 일부러 호화롭게 치장한 새 방. 오랜 시간 동안 쓰지 않았던 방이란 느 낌이 전해져 오는 방에 그녀는 있었다. 이리아는 예전 케라인에서 지냈던 집보다 두 배 이상으로 큰 그 방의 크기 에 떨떨음한 얼굴로 목덜미에 손을 얹었다. 살아 있기는 하지만 그곳에는 미 약하나마나 흉터가 있어야만 했다. 자신을 끝까지 지켜 준 그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였다는 증거가. 그러나 이리아의 손에 걸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라우디가 치료를 해준 것 마냥 예전보다 더욱 깨끗해진 피부로 변해 있 었다. 그러나 이상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미 알고 있기에... 이리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침대에서 내려와 천천히 문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며칠간 누워 있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비틀거리는 발걸음이 상당 한 시간 동안 누워 있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오랜만에 차가운 금속의 느낌이 문고리를 잡은 손을 통해 전해져 왔다. 이 리아는 금빛을 띠는 두 개의 문고리를 당겨 문을 열었다. 좌우로 열리는 문 밖에는 십여명의 시녀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그녀의 모습이 나타나자 무릎을 꿇었다. 이리아는 방문 앞에서부터 시작되는 고풍스런 문양의 양탄자를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분명히 여긴 평범한 귀족의 집이 아니었다. 그 모든 것이 너무나 이상했다. 이리아는 살짝 가늘어진 눈매로 잠깐 주저하던 발걸음을 자신을 향해 무릎을 꿇고 있는 시녀에게 옮겼다. 시녀는 그녀가 다가오자 차분하고도 능숙한 어 조로 물었다. "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아가씨. " 그러나 이리아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아가씨란 말이 몸속에서부터 소름을 끼치게 만들었다. 심한 거부감이었다. 이리아는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자신이 묻고 싶은 것부터 물었다. ' 여긴 어디지? ' 그러나 그 순간, 이리아의 머리는 텅 비어졌다. 감각의 한 가지가 부족했 다. 시녀들이 정렬하고 있는 복도는 고요했다. 이리아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 다. 이리아는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 여긴 어디냐고! ' 이번에도 마찬가지 였다. 이리아는 힘껏 벌어진 입술에 손을 얹으며 멍한 눈동자로 자신의 발끝에 시선을 두고 있는 시녀를 내려다보았다. 천천히 그 시녀의 머리가 가까워져 갔다. " 아가씨!! " 그 시녀는 당황한 얼굴로 외쳤다. 그러나 이리아는 그 말이 점점 멀리서 들려오고 있다고 느꼈다. 말이 나오지 않는다란 사실이 마지막 기억의 흐름을 생생히 되살아나게 했 다. 그의 복부를 가르던 검에 목을 꽂던 그 때를... ' 에딘... ' 언제나 웃어주던 한 남자의 모습을 그리며 이리아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옴 에 눈을 감았다. 다시금 쉬고 싶었다. 눈에 그가 보일 그 때까지. 그가 다정 한 목소리로 일어나라고 말해 줄 그때까지.. =-=-=-=-=-=-=-=-=-=-=-=-=-=-=-=-=-=-= " 하아... 그래도 그녀는 아니야. " " 하지만...의심하지 않을 수 없지 않습니까. " " 나도 알아! " 레피드는 신경질적으로 외치고는 한 손으로 양미간을 눌렀다. 페릭은 '그 날'이후 처음으로 그런 모습을 보이는 레피드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제일 괴로운 사람이 그라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후, 레피드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 그 옷감. 그건 세레스 산이었어. 예전에 일이 있어서 알지. 그건 영주의 직계가 아니면 입기 힘든 옷이라고. 평범한 귀족들도 입을 수 없어. " " 그렇다면...세레스 사람이라는.. " " 아니면 세레스 고위 귀족의 아내나 딸이라는 소리지. " 레피드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었다. " 놀랐어요. 환생...은 아닐까요? " " 난 그런 걸 믿지 않아, 세이라. " 레피드는 곁으로 다가와 술잔을 건네는 여인에게 짧게 대답했다. 며칠 전 까지 입고 있던 견습 기사 갑옷은 산뜻한 드레스로 바뀌어 그녀의 모습은 깔 끔한 여인의 모습이었다. 가는 허리에 두드러지는 가슴, 그리고 매끈한 얼굴 에 옆으로 넘어가는 짧은 머리카락. 중성적인 면이 가슴을 설레게 했다. " 훗..벌써 몇 년이지.. 몇 년이나 지났다고 이런 일이 있는 거냐고. " 세이라가 건넨 술을 입술에 살짝 적신 레피드는 쓴웃음을 지으며 술잔 안 을 바라보았다. 핏빛과 같은 붉은 색 액체가 서늘하게 가슴에 스며들었다. 세이라는 평소처럼 단번에 술을 마시지 않는 레피드의 모습에 슬픈 눈으로 두 손을 맞잡았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것을 레피드, 그 자신도 알기에 고 민하고 있는 것이다. 잠시 잠자코 있던 페릭은 그녀의 심경 변화를 눈치채고 손에 들려 있던 술 잔을 곁에 있는 작은 탁자에 올려놓았다. 그렇지만 이미 페릭의 손이 닿았던 곳에는 미세한 금이 가 있었다. 페릭은 술에 의해 촉촉이 젖었던 입술이 마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조 용히 물었다. " 그래서... 결론은 뭡니까? " " 몰라. " 의외로 레피드의 대답은 빨리, 간단하게 나왔다. 페릭과 세이라는 예상밖 의 레피드의 대답에 놀란 눈으로 레피드를 보았다. 레피드는 술잔을 세이라 에게 다시 건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페릭을 보며 말 했다. " 하지만, 감이 좋지 않아. 즉시 수도 수뇌부의 움직임을 주시하기 시작하 고, 세레스의 귀족 중에 그 아가씨에 해당되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 봐줘. 세레스 북부 귀족 중 검과 마법을 함께 쓰는 영주 가문이야. " " 어, 어떻게 그런 걸.. " " 옷을 보면 알잖아. 그런 디자인은 검과 마법을 동시에 쓰는 것을 염두하 지 않고는 나오지 않아. 그 아가씨가 검과 마법을 쓴다는 소리는 아니지 만 그것을 만든 사람은 거기와 관련이 있지. 알았어? " " 예. " 페릭은 레피드의 부탁 같은 명령에 굳어졌던 표정을 풀고는 세이라를 향해 살짝 미소 지었다. 세이라는 페릭의 그 미소에 안심이란 듯, 미소로 답하며 들고 있던 술잔과 페릭의 술잔을 치웠다. 그 때,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리며 곧바로 레피드를 향해 시녀의 말이 들려 왔다. " 레피드 님. 방금 전, 아가씨께서 깨어나셨다가 혼절하셨습니다. 아마 정 신적인 충격이 큰 모양입니다. " " ..의사를 불러라. 그리고 모두에게 그녀에 대해서는 함구령을 내리도록. 어기면 즉결형이다. " " 알겠습니다. " 곧 시녀의 인기척이 사라지자 페릭이 문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 그럼 저는 잠시 성에서 나가겠습니다. " " 수고해. 얼마 안 있으면 이번 일에 대한 장로원의 결정이 나올 거야. " " 그전에 끝내겠습니다. " 페릭은 그렇게 대답하고 방에서 나갔다. 레피드는 그가 방에서 나감에 작게 한숨을 쉬고 자신도 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무말 없이 방을 나섰다. 가려고 하는 곳은 한 곳뿐. 뒤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지 못한 채 레피드는 곧장 별실 로 향했다. < 계속 > -+-+-+-+-+-+-+-+-+-+-+-+-+-+-+-+-+-+- [ ^^ 랄라~ ] 실어증...이라고 해야겠죠? ^^; (참 나쁜 놈이죠, 전. 리즈 이야기 당시 리 즈에게는 별의 별 이상한 일을 다겪게 하더니 이젠 이리아를 가지고 노니..) 음...3장 중반이었던가, 에딘이 펠레인 시내로 나오면서 들은 전쟁 소문있 었죠? 그게 레피드가 겪었던 일입니다. 시간상 4장의 2번째 이야기는 로벨리 아가 펠레인에서 일을 일으키기 전입니다.(그러니까, 로벨리아의 말에 나온 블러디 나이트는 당연히 세 번째 편의 그들이고, 프롤로그 맨 뒤에 붙은 주 석의 이야기는 제 3 왕자의 죽음과 관련 있습니다.) 참 복잡하죠? (그런데, 이런 걸 주절 주절 설명하는 전... 좀 처량하군요. --;) 그 외에도 슬슬 이야기는 풀리니 쉽게 쉽게 봐주시길... 이프였습니다. - Ipria Ps. 갑자기 왜 올렸냐고요? ^^ 갑자기 인터넷 메일이 날아와서요. 아마 루 미 님의 홈피에서 제 글을 읽으신 분인 듯 한데... 매우 기뻤습니다. 감사합니다~~~ ^^* (의외로 반응이 좋은 리즈 이야기. 어디서 안 건져 가나... --;) Ps2. 왠일로 하루만에 40대란 엄청난(!) 조회수에 다다른 이리아... 독자가 늘은 것일까...아니면 주변 효과(?) 탓인가.... T.T 『SF & FANTASY (go SF)』 54339번 제 목:<이리아> ▣ 4. 불패의 패전 기사 ▣ -39-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0/23 17:16 읽음:362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가 될 수 없었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4장. 불패의 패전 기사. <39> ----------------------------------------------------------------------- " 신이란 존재가 싫어지는군... " 레피드는 침대에 고요히 잠들어 있는 이리아의 모습을 보며 쓸쓸히 웃었다. 이리아는 마치 이 세상과 관계없는 사람 마냥, 곁에 누가 있는지도 모른 채 잠들어 있었다. 레피드는 이리아의 곁에 앉으며 오래 전의 아픈 추억이 되어 버린 한 여인의 모습을 그렸다. 그 얼굴은 곧 이리아의 얼굴과 겹쳐져 갔지 만 그것은 한 쌍인 것처럼 똑같이 들어맞았다. 그 때의 모습과 나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 인간으로서는 알 수 없는 신비인가? 아니면.. "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레피드는 모든 생각을 접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생 물로 남아 있는 한 인간의 모습을 인간이란 존재가 만들어 내고 영혼을 부여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미친 마법사, 연금술사라고 하 더라도 그 일만큼은 신의 영역이었다. 레피드는 무의식 속에 손을 뻗어 이리아의 턱선을 부드럽게 쓸었다. 투박 해진 손끝으로 전해져 오는 느낌은 '그녀'만의 느낌이 아니었다. 그러나 손 이 떨어지며 남는 여운은 함부로 속단해서는 안된다는 기분을 남겼다. 문득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은 레피드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다 시 원위치로 돌리려고 했다. 그러나 이불 밖으로 나온 이리아의 손은 레피드 의 시선을 끌었고, 레피드는 묵묵히 그녀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어 놓으 며 가만히 이리아의 잠들은 모습을 바라보았다. " 그래...그렇겠지.. " 곧 이리아의 손에서 떨어진 레피드의 손아래에는 보석이 사라진 반지가 있 었다. 당연하게 넷째 손가락에 잘 맞춰져 끼워진 반지는 무엇을 상징하는지 어린 아이도 알 것이다. 레피드가 이리아의 손에서 손을 뗀지 얼마 되지 않아 조용히 방문이 열렸 다. 이미 보통 시녀들은 방 주변에 오지 못하게 명령을 내려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들어 올 사람은 뻔했다. " 레피드. " " 세이라... " " 레피드 님, 잠시 자리를 비켜 주시겠습니까? " 세이라와 같이 방에 들어 온 사람은 세이라의 나이와 비슷해 보이는 백의 의 여인이었다. 레피드는 살짝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엷은 미소로 그 인사를 받고 침대로 다가왔다. " 아무 때나.. 오시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 " 예... " 레피드는 작게 들리는 그녀의 대답에 묵묵히 문 쪽으로 향했다. 문 앞에는 세이라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방안을 보고 있었다. 레피드는 아무말 없이 그 녀를 지나쳐 방을 나섰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방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영주성 서쪽 복도를 걸어 나오자 몇 명의 시녀들이 바쁘게 움직이다가 레 피드를 발견하고는 부드럽게 무릎을 꿇고 레피드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레 피드는 그녀들을 지나쳐 동쪽에 마련된 자신의 침실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 까지 그의 방앞에 대기하고 있던 기사 한 명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레피 드의 모습에 재빨리 방문을 열어 주었다. 하지만 레피드는 방 문앞에서 발걸 음을 멈추고 잠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자 뒤에서 세이라의 말소리가 들렸 다. " 잘 자요. " " 기분 나빠. " 레피드는 퉁명스럽게 그 말을 내뱉고는 세이라의 목소리가 들려 온 방향으 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가 단번에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세이라는 갑작스런 레피드의 행동에 놀란 얼굴이 되었지만 뭐라고 말을 꺼 내기도 전에 레피드의 손은 세이라를 방안으로 이끌었다. 세이라는 거의 끌 려 가다시피할 정도로 방안으로 들어갔다. 레피드의 침실 앞에 대기하고 있 던 기사는 거칠게 문이 닿히자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는 조용한 걸음으로 방 문에서 멀어졌다. " 기분 나빠... 젠장.. " 한편 레피드는 자신을 제외한 모두의 감정, 생각, 느낌 등을 무시한 채 세 이라를 안고 소위 귀족들이 말하는 상스러운 소리를 했다. 세이라는 처음으 로 보는 레피드의 나약한 모습에 잠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지만 곧 손으로 레피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레피드의 과거를 모르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 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까지.. " 괜찮을 거예요. 신의 노여움...은 아닐 걸요. " " 미안해. " " 괜찮아요. " 세이라는 그렇게 말하며 거꾸로 레피드의 가슴에 기댔다. 잠시 후 그녀의 허리를 묶고 있던 허리끈은 스르륵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흘러 내렸다. 세이 라는 눈을 감으며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 괜찮아요... ' 그 말이 레피드를 향한 말인지,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그녀 자신도 알지 못했다. 그저 이대로 레피드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 누구가, 그 무엇이 방해를 하더라도 이 세상에 한 명뿐인 레피드란 귀 족의 이단아의 곁에... =-=-=-=-=-=-=-=-=-=-=-=-=-=-=-=-=-=-= " 레피드. " 짤막한 목소리가 레피드의 귀에 들려 온 것은 방에 도착한지 그리 오랜 시 간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레피드는 차분하게 낮아진 여성의 목소리에 당연하 다는 듯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가 몸을 일으키자 세이라의 팔 이 레피드의 목을 감아왔고, 레피드는 엉겹결에 얕은 한숨을 쉬며 흩트러진 이불을 끌어와 아래를 가린 채 침대에 걸터 앉아 말했다. " 들어와. " 그의 말에 문은 쉽게 열리고 이리아의 방에서 본 여자가 미끄러지듯 방안 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알몸으로 레피드의 등에 기대 있는 세이라를 발견하 고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약간 빠른 어조로 말했다. " 우선... 몸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희미했던 상처 자국도 완전히 남지 않 을 정도로 굉장한 자가 치유력이 있는 것이 약간 특이할 정도입니다. 문 제는 정신적인 면인데, 발견되기 직전에 큰 충격을 받은 듯 합니다. 그 원인을 알지 못한다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스스로의 문제 인 셈이죠. " 레피드는 그녀의 말에 세이라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게 신음을 냈다. 그녀의 말을 계속 이어졌다. " 나이는 겉으로 보이는 대로 스무살 안팎. 아직 처녀입니다. 붉은 색 눈 동자는 선천적인 것으로 별다른 것은 없습니다. 몸이 다른 사람들보다 회복이 빠른 평범한 여자...라는 결론입니다. " " 알았소. 수고했어요. " 레피드의 가벼운 인사에 그녀는 레피드만이 보일 정도로 희미한 미소를 남 기며 방을 나섰다. 그리고 방안은 고요해졌다.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방안에 남아야 했지만 하나가 부족했다. " ...레피... " " 페릭이 오면... " 레피드는 세이라의 목소리에 숨을 내뱉으며 팔을 돌려 그녀의 허리를 안았 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며 작게 말을 이었다. " 그가 오면 모든 게 결정되겠지.. " 레피드는 그 말을 끝으로 세이라의 입술에 길게 키스했다. 그리고 손을 내 려 심하게 흩어진 이불을 대충 끌어 올렸다. 곧 그것이 다시 흘러내리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알 수 없는 서늘함이 마음 한 구석에서 솟아올랐다. 불 안이라는 아주 차가운 그 감각이 서서히 몸을 침식해 들어갔다. < 계속 > -+-+-+-+-+-+-+-+-+-+-+-+-+-+-+-+-+-+- [ 이런...이런... 실수 입니다. ] 미리 스토리 라인을 짜놓은 것이...실수로 분량은 생각하지 않은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오랜만에 공책을 이용해 작업을 하니 이런 일이 생기는 군요..) 다음 편부터는 주의하겠습니다. - Ipria Ps1. 이리아 1, 2장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너무 어설픈 스토리와 억지스런 이야기로 끌고 갔다는 결론이 나왔습니 다. 그래도 계속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열심히 쓰겠습니다! Ps2. 리즈 이야기, 3기 마지막... 저 자신도 다시 읽어보고 상당히 놀랐습니 다. 괜찮게 썼더군요. ^^; 무리없는 스토리에 무난한 문체. 그리고, 제 법 싸움 같은 싸움들. 그 때의 감각이 다시 살아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안되면 되게 하라... 그래서 열심히 감각을 익히고는 있지만... --;) 『SF & FANTASY (go SF)』 54436번 제 목:<이리아> ▣ 4. 불패의 패전 기사 ▣ -40-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0/24 02:21 읽음:362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가 될 수 없었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4장. 불패의 패전 기사. <40> ----------------------------------------------------------------------- " 히히히... " 미친 자의 웃음... 소년은 그 웃음 소리를 큰 소리로 내고 있었다. 열 살도 채 되지 않아 보 이는 소년은 작은 방안에 있었다. 검은 색인 소년의 눈동자는 핏빛으로 가득 찬 방안에 이질적으로 광채를 발했다. 웃는 것이 지쳤을까? 잠시 후 소년은 입을 딱 다물고는 문쪽으로 향했다. 매끄럽게 재작한 바닥재에는 검붉은 피가 선명하게 들어 차 있었다. 소년 의 가벼운 몸무게에도 바닥의 피는 질퍽이는 소리를 낼 정도로 많았다. 그러 나 소년은 그것에 시선 하나 주지 않고 문에 다가가 힘차게 문을 열었다. 무 엇인가가 약간 바스러지는 소리가 울리며 문은 열렸다. 그러나 넓은 복도로 이어진 문밖에는 그 누구의 인기척도 없었다. 단지 방안의 풍경이 복도로 이어져 있을 뿐이었다. 방과 방 사이에 놓은 기다란 복도 바닥은 소년이 있던 방과 별다를 바 없 이 피가 가득 고여 있었다. 배어들다 배어들다 더 이상 배어들지 못해 피는 돌 위에 막을 형성하고 서서히 굳어가고 있었다. 소년은 그것을 밟아 그 안 의 피가 터져 나오게 하며 복도를 걸었다. 복도 양가에는 인간의 시체로 파악되는 숯덩이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대부 분 신체의 절반 이상을 잃고 갑옷이며 옷이며 상관없이 녹고 타 버린 그들의 모습은 흉물스럽게 메케한 냄새를 풍기며 벌레들을 모으고 있었다. 소년은 그것들을 아무런 감각이 없는 상태로 걸어 지나쳐 갔다. 그들의 시 체가 향하고 있는 방향은 소년이 향하고 있는 방향과 같았다. 소년은 반항도 못하고 죽어 간 그들의 비명이 귓가에 들려 오자 피식피식 웃었다. 전혀 예 기치 못한 적의 모습에 당황하고 황당한 힘에 우수수 쓰러지며 쪼개지던 그 들의 처참한 모습이 다시금 희미하게 시체 위에 투영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소년은 환상에 가까운 그것들을 아무렇 지 않게, 오히려 즐기는 얼굴로 아래층으로 향했다. 고여 있던, 고이던 핏물 이 유일하게 찾은 출구인 계단에는 테두리 돌을 따라 길다란 피의 숨결의 지 나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소년은 가끔씩 들리는 쩔그덕 소리를 발로 차며 계단을 내려갔다. 물론 아 래층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이미 오래전에 천천히 지나온 곳이니... 그런데 소년의 생각을 거부하듯, 소년의 희망에 반응하듯, 점차 소년의 시 야 들어오던 아래층 계단 끝에는 한 남자의 모습이 있었다. 서서 죽은 듯한 모습으로 서 있던 남자는 소년의 모습을 보았는지 작게 신음을 흘렸다. 소년은 오랜만에 느끼는 생명의 냄새에 눈가가 묘하게 일그러졌다. 분노도, 흥분도, 만족감도 아닌 그 표정의 끝에 소년의 몸은 쏜살같이 계단에서 도약 했다. 계단 한 개 한 개에는 소년의 발자취가 남지 않았다. 아니, 소년이 잠 시 멈춘 곳을 끝으로 소년의 발은 땅에 닿지 않았다. 소년은 허공을 날 듯 남자에게 달려 들었다. 좌우로 벌어진 소년의 손에는 갑자기 폭발음이 울리며 소년의 팔보다 긴 불의 막대가 솟구쳐 올랐다. 소년 은 활활 타오르는 그것을 그대로 남자의 머리를 향해 내리 찍었다. 불의 막 대는 길게 붉은 여운을 남기며 남자의 머리에 꽂혀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남자의 머리에 닿기 전, 남자의 손이 빠르게 소년의 막대를 움켜쥐는 것으로, 오히려 불의 막대를 쥐고 있던 소년의 몸이 공중에 고정되 었다. 불의 막대를 쥔 남자의 손에서는 피부가 타는 냄새가 새어나오며 남자 의 소매가 불에 타 들어갔다. 남자는 그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 결론은 이것이었나. " " 으으... " 소년은 남자의 말에 괴로운 듯 낮게 신음을 냈다. 소년의 눈동자는 남자의 보랏빛 눈동자에 고정되었다. 소년은 그것을 노려보던 중 그 안에 비친 자신 의 모습을 발견했다. 짧은 순간, 시간이 멈춘 듯 그 무엇도 움직이지 않았다. 소년은 그 속에서 피로 목욕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찾았다. 그리고 살 기와 광기로 심하게 일그러진 생물의 흉칙한 얼굴을 보았다. 소년은 반항하던 것을 멈추며 억지로 남자의 눈을 피했다. 그러나 하늘을 올려 보는 소년의 눈동자에는 계단을 따라 흘러내리던 핏자국이 선명하게 들 어왔다. 그리고 그 위로 자신을 위해 죽은 여인의 모습이, 그 때의 그 모든 것이 투영되었다. 소년은 그 상태로 크게 입을 벌렸다. " 으아아!!!! " 소년은 공중에 뜬 채로 공포에 찬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은 그치지 않았다. 영혼의, 영원의 비명. 그것은 시간의 흐름을 벗어나 빠르게 현실로 향했다. =-=-=-=-=-=-=-=-=-=-=-=-=-=-=-=-=-=-= " 으아아!!!! " 소년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튕기듯 침대에서 튕겨 올랐다. 소년의 몸을 덮고 있던 이불이 펄럭이는 소리가 소년의 귓전을 때리고 차가운 공기가 소 년의 뺨에 와 닿자 소년은 눈을 떴다. 그러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새하얀 공백만이 있을 뿐이었다. 시각은 소년의 의지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후각과 청각도 마비가 된 듯 소 년에게 그 무엇도 전해주지 않았다. 오직 느낄 수 있는 것은 현재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사실뿐. 소년은 완벽히 사라져 버린 현실감에 억지로 몸을 일으 켰다. 그러나 곧 앞으로 고꾸라지고 있다는 감각만이 소년에게 돌아왔다. 그 때 따스한 손길이 소년의 몸을 잡으며 조용히 소년에게 속삭였다. " 그렇게 움직이면 안돼요. 천천히..천천히...차근차근 정신을 차리고 일 어나요. " 그것은 차분하면서 온기가 가득한 여인의 목소리였다. 그녀의 말이 끝나며 포근한 느낌이 소년의 볼을 감싸자 소년은 엉겹결에 그녀에게 기댔다. 그리 고 그녀의 말대로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눈을 감았다. 언젠가, 아주 오래 전 느껴 보았던, 잊혀진 기억의 하나가 되살아 나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은 동 시에 잊고 싶었던 것들도 다시 떠올랐다. 잠시 후 소년은 하얗게 백지화되어 있던 머리 속 수많은 기억의 잔해가 차 갑게 가라앉으며 혼란스러움이 정돈되어 가자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시 야를 되찾음과 함께 자신의 현재 모습을 깨달은 소년의 얼굴은 새빨갛게 변 했다. 소년은 여인의 품에 안겨 있었다. 스무 살 중반을 넘긴 듯한 그녀는 약간 장난스런 미소로 소년을 보며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소년은 황급 히 여인에게서 떨어지며 입을 벌렸다. 하지만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모든 말들이 입안에서 우물거려질 뿐, 마땅하게 고를 만한 말이 없었다. 그런 소년을 구원해 주듯 두 사람이 있던 작은 방의 방문이 열리며 청년이 들어와 소년의 말을 대신 했다. " 너무 했어. " " 보고 있었어? " " 응. " 여인은 어린아이 마냥 생글생글 웃으며 자신보다 다섯 살 어린 청년의 얼 굴을 보며 말했다. " 미안- 나중에 똑같이 해줄게- " " 되, 됐네요! " 청년은 당황한 듯 소년과 똑같이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 그러나 곧 평정을 되찾자 여인에게 다가와 볼에 살짝 입을 맞추고 똑바로 앞을 보지 못하는 소 년을 향해 말했다. " 정신이 들어서 다행이야. 상처가 너무 심해서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었어 든. 아무튼 이렇게 깨어나고 움직일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없겠어. " " 예.... " 소년은 멍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허리에 손을 대었다. 청년은 소년의 그 행 동에 약간 차분해진 목소리로 소년의 행동을 멈추게 하려는 듯 말했다. " 여기는 이클리드의 호수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야. 내 이름 은 리안. 이 사람은 리스틴이고. 어떻게 된 일인지 들을 수 있을까? 무 리한 요구라고 생각하면 말하지 않아도 돼. " 그의 말에 소년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정신을 잃은 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모든 것들이 천천히 머리속에서 그려져 갔다. 소년은 5년만에 처음으로 자신이 어이 없는 웃음을 터트렸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고개를 들어 다정한 둘의 모습을 바라보 았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이름은..에딘, 그냥 에딘이에요. 평범한 여 행객...이었죠. " 다시금 시작되는 인생. 모든 일의 시작 때처럼 에딘은 평이한 미소와 함께 이야기를 해갔다. 표면적인 이야기들로 감싸인 거짓 이야기를. 하지만 이제 목표가 정해져 있었다. 자신에 대해 그 누구보다 더 많은 진실을 알고 있는 한 사람을 위해... " 사고였죠. 생각하기 싫은...하지만 저 자신을 일깨운.. " =-=-=-=-=-=-=-=-=-=-=-=-=-=-=-=-=-=-= 차가움. 그것은 잠깐 동안 시원함과 개운함을 전해 주며 좀 더 곁에 있길 바란다. 하지만 그것이 계속 되면 모든 사람들은 몸을 떨며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 해 몸부림친다. 흐르고 흐르는 시간들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 만큼 할 일이 있고,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가움 속에 홀로 놓인 사람은 그 시간의 흐름이 어떻게 되더라도 신경 쓰지 않는다. 자포자기. 온 힘껏 몸부림쳐도 그것이 부질없는 짓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만큼 허탈한 것은 없다. 그렇기에 그는 차가움 속에 몸을 눕히고 눈을 감고 현실 속에서 의식이 멀 어지길 바란다. ' 에딘.... ' 문득 눈을 뜬 이리아는 다리를 가슴쪽으로 당기며 몸을 움츠렸다. 현재 있 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주위 사람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저 동화속 이야기 처럼 시간이 멈추어진 성 속의 공주가 되고 싶었다. 왕자가 구하러 올 때까지 영 원의 미모를 가지고 잠들어 있는... ' 무서워... ' 이리아는 고개를 숙여 이불 속에 머리를 넣으며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얼마 전까지의 그녀였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기억해 버린 지금, 그녀에게는 마음을 열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 제발...어서 도와줘. ' 싸늘해진 방안의 공기를 거부하듯 이리아는 이불 속으로 깊게 파고들며 다 시 눈을 감았다.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있었다. 그 누가 멍청한 짓이라고 떠 들어 대도 그는 미천한 인간. 거샌 시간의 흐름 속에 모두가 사라져 가도 혼 자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기다릴 수 있었다. 이리아는 어느 새 자신의 눈에서 흘러 내리려는 눈물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느 때처럼 그것을 털어내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눈물이 흘 러 내리게 내버려 두며 이리아는 목을 통해 나올 수 없는 울음을 터트렸다. 그런 그녀를 중심으로 시간을 흘렀다. 바쁜 사람들에게는 귀중한 시간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하품만 나오는 시간이. 각자의 가치를 찾아 시간은 찾아 들었다. < 계속 > -+-+-+-+-+-+-+-+-+-+-+-+-+-+-+-+-+-+- [ 오늘은 말을 많이 하겠습니다. 다운 받아서 봐주세요. 그냥 읽기는 돈 이 아깝습니다. 죄송합니다. ] 1> 조회수에 대해~ ^^ 정말 신기하네요. 추천도 없고, 주간 연재에 가까운 엄청난(최악의) 연재 상태인 이 글의 평균 조회수가 오르고 있습니다.(30편 때까지는 거의 20대 였던 것이 현재는 40대.) 더구나 이 글 마지막에나 광고를 했던 리즈 이야 기의 SF란 조회수와 판타지 동호회 자료실의 모음집 다운수도 황당할 정도 로 오르고요.(연재 종료 당시 평균 조회수 200대, 평균 다운수 150대였던 것이 현재는 각각 270, 300대니.. 미스테리 입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갑 작스레 메일도 날아오고... *^^*) 말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조회수가 오르는데...기쁠 따름입니다! 좋은 일이 있으려나....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기대는 하지 않고 있습 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때문에. ^^ 2> 이글에 대해... 현재 목표는 수능 전까지 50편 돌파! 그리고 올해 안에 완결입니다.(원래 계획과 많이 달라졌지만 리즈 이야기를 처음 연재한 시점, 12월 말에서 1 월 초에 새글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앙끄에 5편 정도 시험판을 올려 보았습니다. --;) 좀 더 나은 글로 뵙고 싶습니다.(리즈 이야기는 그야 말로 유치찬란과 작 가 날림이란 엄청난 키워드들로 이루어진 대작(?)이고, 이리아는 형편없는 스토리와 억지 끼워맞추기란 눈물겨운 어빌리티로 무장한 글이기에 다음 글 은 잔학무도 호탕주의 불행운명 등으로 조금 비참한 결론의 글을 쓰게 될겁 니다.) 3> 그리고. 이 글의 엔딩은 생각외로 전개 될겁니다. 첫 글은 원래 목적대로 뻔한 스토리, 뻔한 해피 엔딩이었던 반면, 두 번째 글인 요글은 해피와 언해피의 경계선 사이에 놓일 겁니다. 세 번째 글은 완벽한 언해피 엔딩이겠죠? ^^ 처음으로 쓰는 중편(장편과 중편, 단편의 구분이 애매 모호해서 중편이라 하겠습니다. 책으로 내면 4권 분량 정도 되겠지만 이상하게 장편이란 생각 은 들지 않는 군요. --;)글....끝까지 읽어주세요~ 이글은 계속 읽어주시는 당신을 위해 쓰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 Ipria Ps1. 아래는 정말로 쓸데 없는 제 잡담입니다. 보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 우리집 이야기. (종종 쓰여 질 듯 합니다. 새로운 잡담이랄까? ^^;) 때는 주말. "왕과 비"(왕과 빗자루라고 흔히 말한다.)를 트시는 어머니! 오랜만에 국사에 대해 생각하며 이프를 비롯한 3명은 TV로 시선을 돌렸다. 문제의 장면은 연산군의 탄생 장면이었다!! TV에서는 뻔한 레파토리 대로 왕자의 탄생을 알리기 위해 천둥 번개 효과를 넣으며 유치 찬란한 효과들을 터트려 댔다. 그것을 보며 이프는 말했다. Ip: 근데 엄마. 이상하게 위대한 사람이 태어날 때면 꼭 이상한 일들이 있 다고 생각 안해요? Mo: 음...그렇지. Ip: 그런데 제가 태어날 때는 별거 없었어요? (<- 여기까지 농담이었다. 왕 자병이라고 돌드시는 분!! 이건 왕자병이 아니고 영웅 심리에요!) Mo: .......음...그러니까....음... (상당히 고민하셨다. 눈치가 빠르시다.) Ip: ..?? Mo: 그 때.. 네가 태어났을 때 별의 별일이 다있었단다. 세상에... 참 신기 했어. Ip: ..???? Mo: 네가 태어나는 날 하필이면 전화가 들어오지 않았니? 그 당시 전화는 전 화국에 신청을 하면 아주 한참 뒤에 전화선이 연결 되었는데- (여기까지 나 역시 그럭저럭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우연이겠지...라고.) .....(그리고 그 당시 얘기로 시간은 잠시 흐른다.) Ip: 그거 말고 다른 건요? (그러자 의미 심장한 미소를 지으시며 어머니는 말하셨다.) Mo: 믿기지 않겠지만... 그 때 '첫눈'이 내렸단다. 어떻게 11월 초에 첫눈이 왔는지.. 지금 생각해 봐도 신기하구나. 누가 믿겠니? 11월 초에 첫눈이 왔다는 사실을? 넌 하여튼 이상한 애였어. 암... ........ 결론이 뭐냐고요? 81년 11월 9일 서울 합정동의 날씨를 알 수 있는 방법 좀 가르쳐 주세요!! 궁금해요~~~ 우앙~~~ (정말일까...믿고 싶어- T.T) 역시 이프는 범상치 않은 인간이란 말인가~~ (으악! 돌 날아온다~~~) 『SF & FANTASY (go SF)』 54437번 제 목:<이리아> ▣ 4. 불패의 패전 기사 ▣ -41-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0/24 02:21 읽음:354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가 될 수 없었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4장. 불패의 패전 기사. <41> ----------------------------------------------------------------------- "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상상밖의 일들입니다. 그 짧은 시간내에 모든 것 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길 줄은... " " 아니. 계획은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레피드란 가문이 그에게 넘어 가며 동시에 최강의 기사단이 탄생했을 때부터. " 페릭은 자신의 곁에서 시선을 창밖에 둔 옅은 갈색 머리 청년의 보고에 마 른침을 삼켰다. 레피드의 말대로 심상치 않은 일뿐이었다. 만약 레피드가 눈 치 채지 못했다면 정보가 모이는 것과 계획이 실행되는 것이 동시에 일어날 뻔한 상태였다. 창밖을 보고 있던 청년은 말을 이었다. " 음모의 시작을 결국에 그대로 따랐을 뿐입니다. 레피드 기사단은. " " 현재 동향은? " " 제거의 바람이 레피드 가문을 제외한 모두의 참여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왕궁 기사단과 정면 충돌할지도 모릅니다. " " 단단히 미쳤군. 이노네스와 전쟁 중인 이 상황에.. " " 아니요. 그것도 이상합니다. 이노네스의 움직임도. " 그는 페릭의 말을 끊으며 얼굴에 손을 얹었다. 창으로 쏟아 들어오는 따가 운 햇볕을 잠시 가리려는 듯한 행동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창밖 높은 건물 중 에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 그래... 남은 시간은 얼마 정도지? " " 20일 정도.. 빨라질 염려는 없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 페릭은 그의 대답을 듣는 것과 동시에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빠르게 날짜를 계산하고는 되물었다. " 20일? 기사단을 재정비하고 재정적 준비를 끝내기에 불가능한 시점일 텐 데? " " ....그들의 결정입니다. " " 큰일이다.. " 페릭은 비어 있는 오른손으로 의자 팔걸이를 잡았다. 그러나 그 팔걸이는 페릭이 손에 힘을 줌과 함께 우지끈 소리를 내며 부셔져 나갔다. 페릭은 눈 가를 찌푸린 채 손을 풀며 말했다. " 이 일은 그 때까지 일급 비밀로. 현재 잠입 중인 요원을 모두 분산시킨 다. 아직 그들이 눈치 채지 못한 요원은 모두 1종 명령 대기 상태, 본대 와의 충돌만 피한다. 그리고 왕궁과의 접전에 대비한다. " " 옛. " 그는 짧게 대답하고 창틀 양옆에 묶인 커튼을 잡았다. 그리고 그것을 활짝 펼쳐 창문을 가리고 문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는 문을 열고 나가지 않았다. 문앞까지 걸어간 그는 소리 없는 발걸음으로 벽쪽에 붙어 방의 구석에 놓인 책장 곁으로 이동했다. " 아참, 이노네스는 2차 접전을 끝으로 움직임이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장 로원과 이노네스 간에 밀회가 있었습니다. " " 그것의 결론은? " " 지난 번 전투 때, 레피드 가문에 비밀리에 도착한 한 여자와 이노네스가 현재 점령 중인 점령지와의 교환. " " 어, 어떻게! " " 조심하십시오. 반란과 혁명은 종이 한 장 차이니. " " 모두에게 여신의 가호가 있길 빈다고 전하게. " " 예. " 그리고 그는 책장 곁의 벽 아래를 발로 밀었다. 그러자 곁에 있는 책장을 비웃듯이 돌로 마무리된 바닥재가 밀려들어가며 벽면이 안으로 들어갔다. 한 사람의 몸만 들어갈 정도로 작은 그 공간으로 그는 재빨리 들어가 방에서 빠 져나갔다. 페릭은 그가 방을 떠나고 다시 벽면이 닫히자 문쪽으로 걸어가 문 을 열며 일부러 약간 큰 소리로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쉬고 빠 른 걸음으로 복도를 걸었다. 왕궁, 장로원 건물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별궁이기에 주위에는 근위 기사들이 상당히 많았다. 페릭은 단 한 번도 생물을 벤 적이 없는 그들의 창 과 거대한 도끼를 조소로 지나치며 다시 눈가를 찌푸렸다. 위화감이 철철 넘치는 병사들의 경계 어린 눈빛을 지나 인기척을 느낄 수 없는 제 3자의 시선이 느껴지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누구라는 사실은 간단 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위치는 파악할 수 없을 뿐더러, 그들을 떼 어 놓을 수도 없었다. 페릭은 즉시 검집을 버클에서 빼내 손에 쥐고는 경계 어린 눈빛으로 자신 을 바라보는 기사를 향해 걸었다. 그 기사는 갑자기 페릭이 다가오자 당황한 듯 창을 든 손을 헛 놀렸다. 그런 그를 비웃으며 페릭은 한 손에 든 검집을 옆으로 비스듬히 돌렸다. 그리고 검을 뽑으려는 듯이 손을 검집으로 돌리며 그 기사의 눈을 노려보았다. " 헉-! " 짧은 신음이 그 기사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튀어 나왔다. 페릭은 팔에 힘을 주고 눈빛에 살기를 실어 보내며 검을 뽑듯 팔을 움직였다. 동시에 그 기사 는 보이지 않는 검날을 피하기 위해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무거운 갑 옷이 바닥에 부딪히며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그와 함께 별궁 여기 저기에서 경무장을 한 기사들이 그를 중심으로 모여 들었다. 그러나 페릭의 손에는 아 무것도 쥐어져 있지 않았고, 오히려 페릭은 거짓말처럼 살기를 없애며 가볍 게 웃었다. " 조금 피곤했던 모양인데 용서해 주게. 어젯밤에 무리했던 모양일세. " 페릭의 말에 잔뜩 긴장하고 모였던 기사들이 한숨과 함께 작게 웃음을 터 트렸다. 페릭은 씨익 웃음을 지으며 아무렇지 않게 그들을 지나쳤다. 그러나 정작 그는 신경의 긴장을 풀고 있지 않았다. 그들도 기사이기 때문에 넘어진 기사의 상태를 보면 무슨 일을 당했는지 눈치 챌 것이 뻔했다. 하지만 그것 을 깨달았을 때엔 이미 성에서 레피드 가문과 관련된 사람은 모두 사라져 있 을 것이다. " 이 정도면 충분한 암시가 되겠지? 장로원 늙은이들?? " 페릭은 별궁 창가에 날아와 지저귀는 새들의 모습을 지나치며 장난스런 미 소를 지으며 검집을 다시 버클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중얼거렸다. " 너무 치밀해요. 그리고 우연으로 감싸여져 있고. 이번에는 정말 만날지 모르겠군요.. 절 아직 잊지 않았겠죠? " 페릭의 시선은 어느새 창밖 하늘로 향해 있었다. 같은 하늘 아래서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감정을 가졌던 상대. 한 여인을 그는 선명하게 그려보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기사로서 해야만 하는 의 무를 위해. =-=-=-=-=-=-=-=-=-=-=-=-=-=-=-=-=-=-= " 괴, 괜찮나?! 그 검은... " 리안은 놀란 목소리로 에딘에게 물었다. 에딘은 가벼운 미소를 잃지 않고 리안의 손에 쥐어진 검을 보며 말했다. " 괜찮아요. 원래 제 검이었는 걸요. " 그리고 에딘은 그가 거절할 수 없게 손을 내밀었다. 리안은 놀란 얼굴 그 대로 손에 쥐고 있는 검을 건네며 에딘의 얼굴을 살폈다. 그의 생각대로 검 을 바라보는 에딘의 시선은 차갑고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얼굴에 머물고 있는 미소가 거짓이란 것이 간단하게 꿰뚫어 볼 수 있었다. 리안은 곧 리스 틴이 들어오자 걱정스런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 한 달..이 지났어요. 제게는 너무 귀중한 시간이 빨리 지난 느낌이에요. 하지만 덕분에 오래 쉬었죠, 뭐. " " 에딘 군. 여기.. " 리스틴은 처음 에딘을 대할 때와 많이 달라진 말투와 행동으로 손에 쥐고 있는 흰색 천을 에딘에게 건넸다. 피로 얼룩덜룩해진 그 천을 에딘은 조심스 럽게 받아 검을 곁에 놓고 정성스럽게 접었다. 리스틴은 리안의 곁으로 가며 에딘에게 물었다. " 왜 그 천을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거죠? " " 그건.... " 에딘은 말꼬리를 길게 끌며 그 천을 이마에 대었다. 그리고 능숙하게 뒤로 천을 돌려 묶고 넓은 검날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말을 이었다. " 제 보물, 이라고 하죠. 죽을 때까지 지니고 싶은 물건이에요. 처음 받은 선물이 거든요. 그녀는 모르고 있겠지만. " 에딘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안과 리스틴은 그런 에딘의 모습에 무의식 중에 위압감을 느끼고는 아무말도 꺼내지 못했다. 에딘이 자 신에 대해 말하지 않는 이상 도저히 물을 수가 없었다. 그런 그들의 심정을 모르는 에딘은 그 둘을 밝은 미소로 바라보며 말했다. " 그럼 오늘부터 제가 할 일은 뭐죠? 그 동안 보살펴 주셨으니 잠시 나마 도와 드리겠어요. 어차피 저도 이런 조용한 곳에서 하려고 하는 일이 있 거든요. 큰 도움은 되지 못하겠지만 뭐든지 시키세요. " " 아, 응.. 고마워요, 에딘 군. " " 잠시 바람을 쐬도록 해. 아직 조금은 더 쉬어야 될 듯 하니까. " 리안은 잠시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는 리스틴의 어깨를 잡아 주며 에딘에 게 말했다. 에딘은 고개를 끄덕이며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파란 하늘을 올 려다 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 꼭...찾아내겠어요. 단, 지금과 다른 제 모습으로요. 그 때까지 기다려 줘요. 제 몫의 신의 가호가 그대와 함께 하길... 나의 레이디.. " =-=-=-=-=-=-=-=-=-=-=-=-=-=-=-=-=-=-= 이리아는 침대에 앉아 있었다. 따사로운 햇볕이 얄팍한 커튼의 천을 통과 해 그녀의 몸을 따스하게 뎁혀 주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이리아 는 손끝으로 흘러내릴 듯한 시트의 천을 만지며 무릎에 얼굴을 기댔다. 잠시 핏빛으로 변해 있던 눈동자는 촉촉한 붉은 색 유리 구슬에 가까워져 있었다. 이리아는 자신이 입고 있는 드레스가 어떻게 사람들의 모습에 비칠지 생각 하며 시트 위에 놓인 손가락으로 한 사람의 얼굴을 그려갔다. 갸름한 얼굴선, 웃는 눈매, 미소 짓는 얼굴, 귀공자 스타일의 머리. 그리 고 이마에 매어진 머리띠... 지금의 모습을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은 한 사람의 얼굴을 그린 이리아는 조심스레 시트에서 손을 떼고 양팔로 무릎을 안았다. 그리고 무릎에 기댄 채 그것을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 바보 같잖아. 애들처럼 머리띠가 뭐야. ' 하지만 이리아의 눈동자는 그 생각을 부정하듯 다시 물방울들로 가득 찼다. 결국 이리아는 쓰러지든 침대에 누우며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낮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고요한 공간. 미칠 정도로 적막한 공기가 외로운 이리아의 마음을 무겁게 내리 눌렀다.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새의 날개를 누르는 그 공기는 그 새로 하여금 또 다시 새장 안에 들어가 잠의 세계로 향하게 만들었다. 매일 반복되는 외로움. 이리아는 침대란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오늘도 눈을 감았다. < 계속 > -+-+-+-+-+-+-+-+-+-+-+-+-+-+-+-+-+-+- [ 약해진 이리아의 모습. 돌 던지지 말아주세요~~~ T.T ] 4장의 주인공은 절대 이리아가 아닙니다. 어쩔 수 없어요.. 이리아가 왜 그렇게 약해 졌는지는 5장 이후에서나 쓰여 질겁니다. 에딘을 비롯한 주역급 인물들의 모든 과거는 이리아를 중심으로 얽혀 있습니다. 원래 이리아는 평면적 성격을 가진 인물로 그릴려고 했는데 이로서 입체적 으로 변모하는 성격이 되겠군요.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으면 얘기가 되지 않 는 관계로... --;) 잡담이 기니 이만 줄이고.... 다음주에 뵈요~ - Ipria 『SF & FANTASY (go SF)』 54862번 제 목:<이리아> ▣ 4. 불패의 패전 기사 ▣ -42-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0/27 22:22 읽음:341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가 될 수 없었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4장. 불패의 패전 기사. <42> ----------------------------------------------------------------------- 끼이익..... " 어셔 옵쇼!! " 상점 안으로 들어서는 발걸음을 반기는 활기찬 남자의 목소리... 가식적인 웃음과 구역질나는 그들의 상술을 알고 있기에 차가운 대답만이 흘러 나온다. " 검.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용병들이 쓰는 검을 원한다. " " 손님께서 쓰실 건가요? " " 그렇다. " 그의 대답에 점원은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기억을 뒤졌다. 잠시 후 아무도 쓰지 않아 구석에 쳐박은 검이 생각난 그는 부랴부랴 진열장 아래의 큰서랍을 열고 곱게 천에 싸여진 검들 아래 깔렸던 검을 꺼냈다. 한뼘 이상 되는 단 날검으로 심하게 뒤로 휘여져 아무도 쓰지 않아 몇 년간 쳐박아 두 었던 검으로 검신에는 거무틱틱한 색이 흘렀다. 하지만 그는 웃음을 머금은 채, 걸래로 검을 대충 닦고는 검날을 살피며 말했다. " 겉모습은 이렇게 보여도 노련한 장인이 혼신을 기울여 만든 걸작 입죠. 녹의 색깔도 다른 금속들과 다를 정도로 연금술사의 기술이 가미된 최고 의 검입니다. " " 가격은? " " 10골드 입니다. " 순간 주머니에 넣었던 손이 멈칫거렸다. 10골드라면 일반 평민의 1년치 생 활비를 상회하는 금액이었다. " 비싼 가격이지만 써보시면 알 겁니다. 다른 검들과는 다르죠. 베는 느낌 이. " " 한 번 만져 볼 수 있나? " " 여기.. " 그는 여유로운 웃음으로 검을 건넸다. 그리고 상술의 일환으로 여느 때와 같이 말을 이었다. " 손님, 성함이.... " " 라우디. 세레스 전 궁정마도사 써클 5 마스터, 라우디 케인즈. " 그 말이 끝나자 점원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 궁정마도사가 검의 가격 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의 불길한 예감을 증명하듯, 새하얗게 질린 점원의 목에는 길다란 붉은 선이 그어졌다. 라우디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 이런 걸 인과응보라고 하지? 함부로 바가지를 씌우면 그 대가를 치루는 것이다. " 라우디는 그 말을 남기고 망토 자락에 검을 닦고서 몸을 돌렸다. 그와 함 께 점원의 머리와 목은 두 도막 났다. 목격자가 없나 주위를 둘러본 라우디 는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무기점을 나섰다. 검집조차 없는 그 검은 그 가 무기점을 나옴과 함께 망토 안으로 갈무리되었다. 무기점을 나온 라우디는 망설임 없는 발걸음으로 잠시 묵고 있는 여관으로 향했다. 약간 한산한 상가 거리에는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어린 아이들이 마 음껏 뛰어 놀고 있었다. 라우디는 그 아이들의 모습에서 어렸을 적,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언제나 책에 골몰하고 귀족과 기사로서 몸과 마음을 수행 하던 그 때를... " 아저씨!! 거기 공 좀 던져 주시겠어요?! " " ....? " 문득 라우디는 발에 걸리는 물체를 발견함과 동시에 어린 소년의 목소리를 듣고 상념에서 깨어나게 되었다. 기척 없이 걷던 발에는 그들의 머리만한 흙 빛 공이 놓여 있었다. 라우디는 그것을 집어 아이들을 향해 던져 주었다. 길 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아이의 곁에 있던 벽을 맞고 튀어 나와 다 른 아이의 손에 잡혔다. 그 아이는 살짝 울상을 지으며 외쳤다. " 고맙습니다! 하지만 너무 했어요!! " 라우디는 그 말에 어이 없는 웃음을 지었다. 지금 입고 있는 검은 색 망토 와 약간 무거운 자신의 분위기를 보면서 그런 반응을 보인 아이는 처음이었 다. ' 좀 웃어 보세요. 평소에 마스터의 표정이 어떤 줄 아세요? 더 눈에 띈단 말이에요. ' 문득 어느 마을에선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던 여자아이를 무심코 노려봐 그 애를 울린 사건이 있은 후, 에딘의 말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라우디는 일부러 방향을 바꾸어 주점으로 향했다. " 너무 각박하게 살았나... " 라우디는 그렇게 중얼거리는 가운데 처음으로 객관적인 시각에서 자기 자 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볼을 가리던 망토 깃을 내렸다. 곧 상쾌한 바람이 불어와 볼을 스치자 라우디는 오랜만에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 다. 그 때 라우디의 앞에 한 소녀가 불쑥 다가오더니 환한 얼굴이 되며 라우 디를 향해 말을 걸었다. " 래디 오빠? " " .....오랜만이구나. " 라우디는 자신을 알아보는 귀여운 소녀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 그 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들린 장바구니를 들었다. 소녀 는 당연하다는 듯이 라우디의 팔을 껴안으며 말했다. " 돌아올 줄 알았어.. " " 난 기다리지 말라고 그랬다. " " 알아.. " 말꼬리를 흐리는 그녀의 모습에 라우디는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반가움 으로 가득 찬 소녀의 얼굴과 달리 라우디의 얼굴은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 언제....떠날 거야? " " 곧. " " 그래... 아직 못 찾은 모양이지? " " 응. " 라우디의 대답에 그녀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런 대답이 나올 줄 알고 있었 지만 그 이외의 물을 말이 없었다. 잘 지냈어? 그 말의 대답은 이미 전에 들 었다. " 잘 지냈으니까 다시 왔겠지? " " .....쿡.. " " 에? " " 하하하하하!!! " 그런데 라우디는 그녀의 말에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한산한 좌판을 앞 에 두고 있던 사람들은 라우디의 웃음소리에 기웃기웃 상점에서 나와 보기도 했다. 라우디는 그들의 시선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한참 동안 큰소리로 웃으 며 걸었다. 곁에 있는 소녀의 얼굴은 부끄러움으로 새빨갛게 달아올랐지만, 라우디의 웃음은 쉽게 그쳐지지 않았다. " 하하하.. 알고 있던 남자 아이가 죽었다. 그리고 그 애가 사랑했던 여자 도 같이 죽었다. 사고였기 때문에 시체도 찾을 수 없었지. 아직 죽지 않 았을 수도 있지만 죽었을 거야. 하하하!! " " 오빠.... " " 내 잘못이었어. " 라우디의 웃음이 그치는 순간 주위는 고요해졌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모두 멈추어지고 하늘을 날던 새가 울음을 그쳤다. 마치 라우디를 중심으로 세상 이 돌아가듯 라우디의 웃음 소리가 사라진 세상은 그대로 굳었다. " 우습지? " 그리고 그의 말이 이어지자 다시 사람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연의 일 치일까? 소녀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더욱 세게 라우디의 팔에 매달렸다. 라 우디는 어느새 그녀에게 자신이 이끌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지막이 물었 다. " 이대로 집으로 갈 생각? " " 당연하잖아. 아버지도 기뻐할 거야. " " 하지만.... " " 하지만이 아니야. 여기에 온 이상, 오빠는 내 남자야. 알겠어? "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우울했던 표정을 던지고는 활짝 웃었다. 라우디는 그녀의 어색한 웃음 속에 오래 전 자신을 향해 억지로 웃어주던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했다. 라우디는 무의식 중에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그 녀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그리고 지긋이 눈을 감으며 말했다. " 오늘 저녁에 고생 좀 하겠군... " " 이번에도 난리일거야. 지난 번에도 얼마나 한탄하셨는지 몰라. 딸이 물 건인 줄 안다니까. 어떻게 그 나이에 결혼을 시킬 생각을 할 수 있지? " " ....손주가 보고 싶은 것일지도.. " 라우디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소녀의 얼굴은 또다시 새빨갛게 변했 다. 라우디는 쓸쓸히 웃으며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한 채의 작은 집을 찾아 그곳으로 향했다. 잠시 쉬고 싶었다. 그래서 이곳에 온 것인지 모른다. 이곳에 이 아이가 있고, 잠시 머물 수 있는 편안한 집이 있다는 사실이 무 의식 속에 발을 이끈 것인지 모른다. " 지금은...나도 많이 컸어. " " ...응? " " 아니. 아냐. "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라우디의 눈에도 그녀가 당황한 것으로 보 였으나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잠시 후 라우디의 손을 꼭 쥐려던 소녀 는 약간 놀란 얼굴로 말했다. " 오빠, 손에 상처가! " " ...걱정마. " " 그 애 때문에 다친 거야!! " " ..아니. 내가 약해서...였겠지. " 라우디는 앞뒤가 맞지 않는 애매한 대답을 흘리며 망토 안에 갈무리 되어 있는 검의 찬 느낌으로 신경을 돌렸다. 조용한 대기 속에 그 때가 생생히 떠오를 듯 했다. 두 사람이 사라지고 난 후, 처절하게 싸우던 그 때가.. 죽이지 못하면 죽을 뻔했던 그 때가.. " 오빠? 다 왔어- 왜 그렇게 계속 딴 생각만 해?! 이상해, 오빠. " < 4장. 끝. > -+-+-+-+-+-+-+-+-+-+-+-+-+-+-+-+-+-+- [ ==; (마음에 들지 않는 한 편이군요. 하지만....) ] 아- 예.. 바쁩니다. 쩝.. 주말 연재도 아슬아슬하다고나 할까요? --; 모의고사가 끝난 관계로 급하게 써서 올립니다. 이번 장은 이것으로 끝내고 곧바로 외전 3번째와 5장으로 넘어갑니다. 에딘과 이리아의 만남은 5장 끝에 한 번 있고, 그 후에 서너 장에는 이리아 의 등장이 뜸해집니다. --; - Ipria Ps. 누구든지 좋은 일 있길 빈다는 메일을~~~~~ (커헉-) 3년 공부를 보름 안에 끝내야만 하다니.... (털썩-) 『SF & FANTASY (go SF)』 54862번 제 목:<이리아> ▣ 4. 불패의 패전 기사 ▣ -42-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0/27 22:22 읽음:342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역사가 될 수 없었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제 4장. 불패의 패전 기사. <42> ----------------------------------------------------------------------- 끼이익..... " 어셔 옵쇼!! " 상점 안으로 들어서는 발걸음을 반기는 활기찬 남자의 목소리... 가식적인 웃음과 구역질나는 그들의 상술을 알고 있기에 차가운 대답만이 흘러 나온다. " 검.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용병들이 쓰는 검을 원한다. " " 손님께서 쓰실 건가요? " " 그렇다. " 그의 대답에 점원은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기억을 뒤졌다. 잠시 후 아무도 쓰지 않아 구석에 쳐박은 검이 생각난 그는 부랴부랴 진열장 아래의 큰서랍을 열고 곱게 천에 싸여진 검들 아래 깔렸던 검을 꺼냈다. 한뼘 이상 되는 단 날검으로 심하게 뒤로 휘여져 아무도 쓰지 않아 몇 년간 쳐박아 두 었던 검으로 검신에는 거무틱틱한 색이 흘렀다. 하지만 그는 웃음을 머금은 채, 걸래로 검을 대충 닦고는 검날을 살피며 말했다. " 겉모습은 이렇게 보여도 노련한 장인이 혼신을 기울여 만든 걸작 입죠. 녹의 색깔도 다른 금속들과 다를 정도로 연금술사의 기술이 가미된 최고 의 검입니다. " " 가격은? " " 10골드 입니다. " 순간 주머니에 넣었던 손이 멈칫거렸다. 10골드라면 일반 평민의 1년치 생 활비를 상회하는 금액이었다. " 비싼 가격이지만 써보시면 알 겁니다. 다른 검들과는 다르죠. 베는 느낌 이. " " 한 번 만져 볼 수 있나? " " 여기.. " 그는 여유로운 웃음으로 검을 건넸다. 그리고 상술의 일환으로 여느 때와 같이 말을 이었다. " 손님, 성함이.... " " 라우디. 세레스 전 궁정마도사 써클 5 마스터, 라우디 케인즈. " 그 말이 끝나자 점원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 궁정마도사가 검의 가격 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의 불길한 예감을 증명하듯, 새하얗게 질린 점원의 목에는 길다란 붉은 선이 그어졌다. 라우디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 이런 걸 인과응보라고 하지? 함부로 바가지를 씌우면 그 대가를 치루는 것이다. " 라우디는 그 말을 남기고 망토 자락에 검을 닦고서 몸을 돌렸다. 그와 함 께 점원의 머리와 목은 두 도막 났다. 목격자가 없나 주위를 둘러본 라우디 는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무기점을 나섰다. 검집조차 없는 그 검은 그 가 무기점을 나옴과 함께 망토 안으로 갈무리되었다. 무기점을 나온 라우디는 망설임 없는 발걸음으로 잠시 묵고 있는 여관으로 향했다. 약간 한산한 상가 거리에는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어린 아이들이 마 음껏 뛰어 놀고 있었다. 라우디는 그 아이들의 모습에서 어렸을 적,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언제나 책에 골몰하고 귀족과 기사로서 몸과 마음을 수행 하던 그 때를... " 아저씨!! 거기 공 좀 던져 주시겠어요?! " " ....? " 문득 라우디는 발에 걸리는 물체를 발견함과 동시에 어린 소년의 목소리를 듣고 상념에서 깨어나게 되었다. 기척 없이 걷던 발에는 그들의 머리만한 흙 빛 공이 놓여 있었다. 라우디는 그것을 집어 아이들을 향해 던져 주었다. 길 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아이의 곁에 있던 벽을 맞고 튀어 나와 다 른 아이의 손에 잡혔다. 그 아이는 살짝 울상을 지으며 외쳤다. " 고맙습니다! 하지만 너무 했어요!! " 라우디는 그 말에 어이 없는 웃음을 지었다. 지금 입고 있는 검은 색 망토 와 약간 무거운 자신의 분위기를 보면서 그런 반응을 보인 아이는 처음이었 다. ' 좀 웃어 보세요. 평소에 마스터의 표정이 어떤 줄 아세요? 더 눈에 띈단 말이에요. ' 문득 어느 마을에선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던 여자아이를 무심코 노려봐 그 애를 울린 사건이 있은 후, 에딘의 말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라우디는 일부러 방향을 바꾸어 주점으로 향했다. " 너무 각박하게 살았나... " 라우디는 그렇게 중얼거리는 가운데 처음으로 객관적인 시각에서 자기 자 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볼을 가리던 망토 깃을 내렸다. 곧 상쾌한 바람이 불어와 볼을 스치자 라우디는 오랜만에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 다. 그 때 라우디의 앞에 한 소녀가 불쑥 다가오더니 환한 얼굴이 되며 라우 디를 향해 말을 걸었다. " 래디 오빠? " " .....오랜만이구나. " 라우디는 자신을 알아보는 귀여운 소녀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 그 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들린 장바구니를 들었다. 소녀 는 당연하다는 듯이 라우디의 팔을 껴안으며 말했다. " 돌아올 줄 알았어.. " " 난 기다리지 말라고 그랬다. " " 알아.. " 말꼬리를 흐리는 그녀의 모습에 라우디는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반가움 으로 가득 찬 소녀의 얼굴과 달리 라우디의 얼굴은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 언제....떠날 거야? " " 곧. " " 그래... 아직 못 찾은 모양이지? " " 응. " 라우디의 대답에 그녀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런 대답이 나올 줄 알고 있었 지만 그 이외의 물을 말이 없었다. 잘 지냈어? 그 말의 대답은 이미 전에 들 었다. " 잘 지냈으니까 다시 왔겠지? " " .....쿡.. " " 에? " " 하하하하하!!! " 그런데 라우디는 그녀의 말에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한산한 좌판을 앞 에 두고 있던 사람들은 라우디의 웃음소리에 기웃기웃 상점에서 나와 보기도 했다. 라우디는 그들의 시선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한참 동안 큰소리로 웃으 며 걸었다. 곁에 있는 소녀의 얼굴은 부끄러움으로 새빨갛게 달아올랐지만, 라우디의 웃음은 쉽게 그쳐지지 않았다. " 하하하.. 알고 있던 남자 아이가 죽었다. 그리고 그 애가 사랑했던 여자 도 같이 죽었다. 사고였기 때문에 시체도 찾을 수 없었지. 아직 죽지 않 았을 수도 있지만 죽었을 거야. 하하하!! " " 오빠.... " " 내 잘못이었어. " 라우디의 웃음이 그치는 순간 주위는 고요해졌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모두 멈추어지고 하늘을 날던 새가 울음을 그쳤다. 마치 라우디를 중심으로 세상 이 돌아가듯 라우디의 웃음 소리가 사라진 세상은 그대로 굳었다. " 우습지? " 그리고 그의 말이 이어지자 다시 사람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연의 일 치일까? 소녀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더욱 세게 라우디의 팔에 매달렸다. 라 우디는 어느새 그녀에게 자신이 이끌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지막이 물었 다. " 이대로 집으로 갈 생각? " " 당연하잖아. 아버지도 기뻐할 거야. " " 하지만.... " " 하지만이 아니야. 여기에 온 이상, 오빠는 내 남자야. 알겠어? "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우울했던 표정을 던지고는 활짝 웃었다. 라우디는 그녀의 어색한 웃음 속에 오래 전 자신을 향해 억지로 웃어주던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했다. 라우디는 무의식 중에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그 녀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그리고 지긋이 눈을 감으며 말했다. " 오늘 저녁에 고생 좀 하겠군... " " 이번에도 난리일거야. 지난 번에도 얼마나 한탄하셨는지 몰라. 딸이 물 건인 줄 안다니까. 어떻게 그 나이에 결혼을 시킬 생각을 할 수 있지? " " ....손주가 보고 싶은 것일지도.. " 라우디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소녀의 얼굴은 또다시 새빨갛게 변했 다. 라우디는 쓸쓸히 웃으며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한 채의 작은 집을 찾아 그곳으로 향했다. 잠시 쉬고 싶었다. 그래서 이곳에 온 것인지 모른다. 이곳에 이 아이가 있고, 잠시 머물 수 있는 편안한 집이 있다는 사실이 무 의식 속에 발을 이끈 것인지 모른다. " 지금은...나도 많이 컸어. " " ...응? " " 아니. 아냐. "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라우디의 눈에도 그녀가 당황한 것으로 보 였으나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잠시 후 라우디의 손을 꼭 쥐려던 소녀 는 약간 놀란 얼굴로 말했다. " 오빠, 손에 상처가! " " ...걱정마. " " 그 애 때문에 다친 거야!! " " ..아니. 내가 약해서...였겠지. " 라우디는 앞뒤가 맞지 않는 애매한 대답을 흘리며 망토 안에 갈무리 되어 있는 검의 찬 느낌으로 신경을 돌렸다. 조용한 대기 속에 그 때가 생생히 떠오를 듯 했다. 두 사람이 사라지고 난 후, 처절하게 싸우던 그 때가.. 죽이지 못하면 죽을 뻔했던 그 때가.. " 오빠? 다 왔어- 왜 그렇게 계속 딴 생각만 해?! 이상해, 오빠. " < 4장. 끝. > -+-+-+-+-+-+-+-+-+-+-+-+-+-+-+-+-+-+- [ ==; (마음에 들지 않는 한 편이군요. 하지만....) ] 아- 예.. 바쁩니다. 쩝.. 주말 연재도 아슬아슬하다고나 할까요? --; 모의고사가 끝난 관계로 급하게 써서 올립니다. 이번 장은 이것으로 끝내고 곧바로 외전 3번째와 5장으로 넘어갑니다. 에딘과 이리아의 만남은 5장 끝에 한 번 있고, 그 후에 서너 장에는 이리아 의 등장이 뜸해집니다. --; - Ipria Ps. 누구든지 좋은 일 있길 빈다는 메일을~~~~~ (커헉-) 3년 공부를 보름 안에 끝내야만 하다니.... (털썩-) 『SF & FANTASY (go SF)』 54966번 제 목:<이리아> ▣ 외전 .Ⅲ. 기억 ▣ -43-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0/28 22:08 읽음:34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외전 Ⅲ. 노예의 기억. - 슬픈 눈빛의 여인을 위하여... <43> ----------------------------------------------------------------------- ' 수고했다. 에르.. ' 어지러운 머리속으로 그 목소리는 계속 방향되며 억지로 발걸음을 이끌었 다. 거의 매일 반복되다시피한 생활. 실전의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사람을 베는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 검을 쓰는 상대인 주인을 위해 필사적으로 반항 을 한 에르키스는 힘겹게 저택 뒤에 마련된 우물가로 걸어갔다. 이미 팔과 다리에는 블러디 나이트인 주인의 노련한 솜씨에 표피만이 베인 상처가 나 있었다. 그 상처에서는 피보다 쓰라림이 더 많이 배어 나왔다. 식 사시간이 끝나고 노예들의 쉬는 시간, 그리고 시녀들의 교대 시간이 지나 저 택 뒤는 매우 조용했다. 에르키스는 조용한 그곳의 분위기에 다행이라 생각 하며 우물가에 다가갔다. 대강대강 만들었어도 명실지기 대저택의 주방에서 쓰는 우물가였기에 다른 곳들과 달리 값비싼 돌들로 만들어진 우물가에는 이 미 물기가 사라져 있었다. 에르키스는 작은 한숨과 함께 우물가 둔덕에 걸터앉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바닥이 발을 끌어당기는 듯한 피로감과 등까지 축축하게 적신 식은땀이 강제 로 에르키스의 몸을 굳어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짧은 휴식의 순간에도 에르키스의 머리에는 반짝이는 섬광과 함 께 매섭게 움직이는 검날이 눈앞에서 생생히 그려지고 있었다. 검끝이 눈앞 에 스쳐 지나가는 기억은....지옥이었다. [ 촤악-!! ] 그런데 그 때 에르키스의 머리로 물벼락이 쏟아져 내렸다. 순간적으로 에 르키스는 생각에서 빠져나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많은 땀과 피로 심 하게 더러워진 천이 물을 먹어 상처에 달라 붙어 작게 신음을 나게 만들었지 만 에르키스는 자신의 앞에 다가온 사람을 보고 그대로 다시 고개를 떨구었 다. " 키스... " " 어서 벗어. 빨리 벗고 씻지 않으면 몸에 안좋아. 그리고 무슨 짓을 당할 지도 모르잖아. " 부드러운 음성이 에르키스의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에르키스는 아무런 대답 없이 다시 고개를 들고는 자신을 향해 미소 짓고 있는 키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쓸쓸함 과 슬픔이 짙게 배어 있었다. 에르키스와 3살 정도 차이나는 그녀는 가볍게 에르키스의 손을 잡아 주었다. 하지만 에르키스는 그 손에 의지해 일어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손을 잡는 것과 동시에 그녀를 힘껏 당겼다. 순간적으로 그녀는 에르키스에게 안기는 모양이 됐지만 미소를 잃지 않고 에르키스의 볼을 쓰다듬어 주었다. 에르키스는 그녀의 손에 볼을 맡기며 울 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 언제까지...이렇게 살아야 하지? " " 곧 괜찮아 질 거야. 에르는 강하니까. " 그녀는 조용히 에르키스의 눈물을 닦아주고 살짝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 리고 에르키스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붙이며 말했다. " 나 같은 여자보다...에르는 강하잖아? " 그 말에 에르키스는 뿌득 이를 갈았다. 강하다...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언젠가 일어날 불길한 일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 꼭.. 강해지겠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것을...벗어나게 해주기 위해. " " 고마워, 에르.. " 그녀의 말에 에르키스는 눈을 감고 길게 숨을 들이켰다. 눈물을 흘리는 약한 모습은 이제 보이고 싶지 않았다. 에르키스는 미약하게 불어오는 바람 속에 섞인 여인의 향기에 몸이 차가워 지고 있는 것도 잊은 채 하늘을 보며 마음 속으로 기도했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고 싶은 사람을 위해 반드시 그 누구보다 강해지겠 다고.. =-=-=-=-=-=-=-=-=-=-=-=-=-=-=-=-=-=-= 그래도 그 때는 행복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받아 주고 어리광에 불과한 내 행동들을 아무런 조건 없 이, 사심 없이 따스하게 받아 주는 그녀는 나의 유일한 삶의 이유였고, 나의 모든 것이었다. 그녀가 주방에서 일하는 노예였기에 그런 행복을 느낄 수 있 었는지도 모른다. 노예에 불과한 그녀가 지금의 내 나이가 될 때까지 순결한 채로 있었으니... 그러나 노예로서의 운명은 짧은 시간 후 나의 모든 것을 산산이 부수었다. 그것도 역시 노예였기 때문에....였다. 그러니까...음.... 그 일이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 " 으읔... " 깊은 신음과 함께 에르키스는 잠에서 깨어났다. 다른 사람보다 눈이 좋고 반사 신경이 좋아 뽑힌 검술 노예였지만 그것은 다른 노예보다 많이 주어지는 혜택에 비교해도 절대 인간으로서 할 일이 아 니었다. 다른 노예들은 느끼지 못할 검날에 대한 공포. 차라리 무작정 몰매 를 맞는 것이 나았다. " 하악-!! " 에르키스는 갑갑한 목의 거부감에 격하게 숨을 내쉬었다. 그 때 어디선가 부스럭 소리와 함께 작은 돌들이 날아왔다. 그 돌들은 정확히 에르키스의 머 리를 노렸다. 하지만 에르키스는 순간적으로 무의식 속에 그 돌들을 향해 손 을 뻗어 모두 바닥으로 떨어 내 버렸다. 짤각거리는 돌 소리가 그치자 방안은 십여명의 노예들의 조용한 숨소리만 이 남았다. 에르키스는 아무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한밤중에 노예가 방을 떠나는 것은 도주 미수로 여겨지고 있었지만 에르키스만에게 주 어진 혜택 중에 하나가 그것의 묵인이기에 에르키스는 소리 없는 발걸음으로 방을 나왔다. 단층으로 저택 뒤, 구석에 지어진 노예들의 집에는 초롱초롱한 별들이 별 빛을 내리 쬐어 주고 있었다. 에르키스는 그 별빛을 마주한 채 조용히 주방 으로 향했다. 노예들만이 다닐 수 있는 작은 문이 있기에 주방에 들어가는 것은 아주 쉬 운 일이었다. 문득 에르키스는 오늘도 일에 지쳐 주방 바닥에서 새우잠을 잘 키스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에르키스는 잠깐 얼굴만이라도 보고 가 자는 생각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음이 힘든 날, 그녀의 얼굴만큼 도 움이 되는 것은 없었기에... 거의 쓰레기 배출구에 가까운 구멍을 들어가 작은 복도를 걷자 작은 쪽문 이 시야에 들어 왔다. 에르키스는 쪽문의 문틈으로 미약하게 불빛이 새어 나 오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피식 웃었다. 하지만 쪽문에 다가가며 또렷하게 들려오는 여자의 교태 어린 신음 소리와 또다른 사람의 인기척은 에르키스의 발걸음을 굳어지게 만들었다. 새벽이 다 되어 가는 시간 주방에 있을 사람은 뻔했다. 하지만 같이 있을 사람은.... 에르키스는 주먹을 꽉 쥐며 조심스레 쪽문 뒤로 다가가 문틈으로 주방 안 을 살펴 보았다. 쪽문 근처에 놓인 등불에 눈동자가 빛을 반사할 것이란 생 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요리 재료를 얹어 놓는 곳에 누워 있는 여자의 나체는 사고를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곁에서 주섬주섬 옷을 입고 있는 남자의 모습도 에르키스의 두 다리에서 힘을 빼기 에 충분했다. " 너 같은 여자가 이런 곳에서 있었다니.... " " ...제 부탁은 들어주실 거죠.. 영주님. " 거의 자포자기한 모습으로 탁자에서 몸을 일으키는 그녀의 눈동자는 눈물 로 얼룩져 있었다. 대충 구색을 갖춰 옷을 입은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 무슨 부탁? 난 들은 적이 없었는데? 귀하신 이 몸이 상대를 해주는데 황 송히 받아들이지 못할 망정, 흥정을 하려고 했단 말이냐? " " 영주님!! " " 조용히 해라. 너 따위 계집은.... "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허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 아무도 모르게 죽여버린다. 네 운명은 네 자신이 잘 알고 있지 않나? " " 어, 어떻게.... " 그녀는 울음을 터트리며 두팔로 가슴을 감쌌다. 그 때 그의 몸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는 아직 탁자에 앉아 있는 그녀의 다리에 손을 대며 말했다. " 잠시 가만히 있으면 생각해 보도록 하지. " 그는 그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의 다리를 들어올렸다. 그녀는 탁자 끝으로 밀려나며 남자의 어깨에 양다리를 걸쳤다. 당황한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반 항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등불이 있는 곳에 시선이 멈춘 그녀는 반항 해야한다는 것을 잊고 멍한 눈이 되었다. " 에....르. " 그녀의 말은 에르키스의 사고를 다시 현실로 끌고 내려왔다. 에르키스는 하얗게 질린 그녀의 얼굴에 주먹을 들어 벽에 가만히 가져갔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이 결정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이미 끝나 버린 일... 이대 로 물러서도 되는 일이었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기에 아무런 일도 없었 다는 듯이 행동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녀의 다리 사이에 들어가 있는 남자가 검날의 공포라는 지옥을 던져준 블러디 나이트이기에...상대가 될 수도 없었 다. 하지만 애처롭게 달싹거리는 그녀의 입술에 시선이 닿자 에르키스는 자 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 도망쳐.... - " 무슨 소리...를... " 그녀는 죽어가는 사람마냥 새하얀 얼굴과 새파랗게 핏기를 잃은 입술로 그 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 때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그녀를 범했던 남자가 몸 을 일으키며 퉁명스레 말했다. " 뭐야, 아무런 재미도 없잖아. 그렇게 소중했나? 에르라는 노예가? 쳇. " 에르키스는 그 말에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계속 말하고 있었다. 도망치라고.... [ 스릉... ] " 난 이런 걸 원한 게 아니었다고. " 그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가슴에 검을 가져다 대었다. 차가운 검날의 느낌에 그녀가 움찔 몸을 떨자 그는 살짝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 반항해라. 격렬하게... 안그러면 죽이겠다. " " 가... " " 뭐라? " " 어서 꺼지라고!! " 힘없이 달싹거리던 그녀의 입술 사이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에르키스는 처음으로 듣는 외침에 반사적으로 문에서 떨어졌다. 그와 함께 그녀의 입에서는 고통 어린 신음이 흘러 나왔다. 에르키스는 불길한 생각에 황급히 문틈으로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 나 에르키스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탁자 위에 흥건한 피와 멍한 눈동자로 허 공을 향해 입술을 달싹거리는 입술이었다. 지금까지 고민하던 모든 생각과 냉정한 현실은 모두 어둠 속으로 빨려 들 어갔다. 에르키스는 천천히 쪽문을 열고 주방 안으로 들어 섰다. " 뭐냐, 넌!!! " " 키스... " 에르키스는 가슴 한복판에 꽂힌 검을 보고는 주방 차납에 놓인 칼을 들었 다. 야채를 썰기 위한 얇은 날의 식칼은 등불을 반사하며 남자의 시야에 들 어왔다. 그는 어이 없는 웃음과 함께 검을 거두며 말했다. " 많이 컸군. 그 따위걸 나에게 향하다니. " " 후후훗.. 도대체 난 뭘 한거지? " 에르키스는 손에 잡힌 식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심하 게 일그러져 가는 얼굴은 추악하게 비치고 있었다. 어이가 없는 현실이었다. 벌레보다 못한 목숨의 현실.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무심코 피하려 했던 것 이다. 끝까지 지킨 약속과 그녀의 믿음을 저버리며... " 하하하하하!!! " 에르키스는 큰소리로 웃으며 자신의 주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에르키스가 다가오자 재밌다는 듯이 검을 들어 에르키스의 볼을 노리 고 검을 뻗었다. 촉촉하게 젖은 검날은 여느 때처럼 잔상을 남기며 볼을 베 기위해 빠르게 날았다. 하지만 검날이 닿기 전, 에르키스의 손이 움직였다. 얇기는 하지만 금속이기도한 칼의 이점을 이용해 에르키스는 그의 검날을 막았다. 격렬하게 불꽃이 튀기며 에르키스의 눈에는 당황하는 남자의 모습이 비쳐 들었다. 에르키스는 식칼의 넓은 검면으로 그가 뻗은 검날을 따라 그의 품을 향해 달려 들었다. " 으아!!!! " 에르키스의 기합과 함께 순식간에 남자의 얼굴에는 경악이 맺혔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추잡한 짓을 하고 새치혀를 휘두르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 " 에르키스 군. " " ...!! " 에르키스는 손끝이 저려 올 정도로 강렬하게 들려 오는 목소리에 급히 현 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을 부른 목소리의 주인을 향해 허리 굽혀 인사하 며 옆으로 물러 섰다. " 죄송합니다, 아디오스 님. " " 아니....괜찮아요. 하지만...실망이 컸겠군요. " " 아닙니다. 오히려 그 동안 미심쩍게 생각했던 일들이 모두 풀려서... " " 오해하지 말아요. 그 애는 여자입니다. " 에르키스는 그녀의 말에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살짝 한숨을 쉰 아디오스는 자신의 금발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 중성...이긴 하지만 이미 여자입니다. 에르키스 군. " " 무, 무슨- " " 물론 블러디 나이트 중 그 애 뿐이에요. 알고 있는 사람도 나와 궁정마 법물리 학자, 그리고 당신 뿐이지만요. " 아디오스는 그렇게 말하며 위로 틀어 오렸던 금발을 풀었다. 가느다란 실 과 같은 그녀의 머리는 차례로 물결치며 그녀의 어깨까지 흘러 내렸다. 에르 키스는 마른 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 그랬군요.. 그럼 부탁드립니다. 레오...아니, 그녀를. " " 예. 반드시 에르키스 군에게 돌려 보내겠어요. 회복까지 시켜서. " 그녀의 말에 에르키스는 살짝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 그녀의 곁을 지나쳤 다. 아디오스는 그가 입고 있는 핏빛 갑옷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 당신도 얽매이는군요.. 과연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지켜보겠어요. " < 외전 Ⅲ. 노예의 기억. 終 > -+-+-+-+-+-+-+-+-+-+-+-+-+-+-+-+-+-+- [ 뭐야...이 글은... ] 라고 생각하시는 분! 죄송합니다. 제 죕니다. --; 점점 엽기적으로 얘기는 흐르지만 이 글은 <이리아> 입니다. 잠시 참아 주시길... 곧 원래 대로 돌아갑니다. 5장 부터는... - Ipria ** ^^; 잠깐 만화 얘기. 현재 보고 있는 순정 만화: 러브 릴레이.... --; 동생의 권유(?)로 강제적(?)인 성격을 띠고 보고 있는 만화...입니다만.. 상당히(!) 재밌습니다. 꼭 누구(!)의 과거를 보는 듯한 만화...였습니다. 꼬이고 꼬인 관계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작가의 실력이 상당하다고 느끼 고 있습니다.(부러워라...난 언제 이런 스토리를 써보나.. ^^;;) 학산문화사....에서 나온 책입니다.(책 선전이군...) 기분 전환하기 좋으니 한 번 보세요~~ ^^;;; ** 이번 편 마지막에 중요한 얘기는 왠만큼 다 나왔습니다. (겨우 그 몇줄 때문에 5페이지나 썼냐! 라고 외치며 돌던지지 마세요~~) 『SF & FANTASY (go SF)』 55243번 제 목:<이리아> ▣ 5. 사랑하는 사람 ▣ -44-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0/31 14:19 읽음:38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힘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 그 한 마디 말밖에 되지 않는... [ 이리아 ] ΙΥΙΑ 제 5장. 떠나는 사람, 대신 얽매이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44> ----------------------------------------------------------------------- 짹..짹..짹.. 멀리서 울리는 맑은 새소리가 침대에 앉아 있는 레피드에게 날아들었다. 레피드는 베개를 끌어안고 앉아 있는 이리아의 모습을 조심스럽게 바라보 았다. 슬픔에 젖어 있는 눈동자가 무엇인가를 그녀에게 해주어 한다고 외치 고 있었지만 지금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 레이디... " 레피드는 작게 이리아를 불렀다. 이리아는 힘껏 오므린 무릎에 턱을 바치 며 레피드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레피드는 촉촉이 젖은 이리아의 얼굴에 순 간 할 말을 잃고 멍한 얼굴로 이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매혹적인 여자에 빠진 멍한 얼굴과 달리 레피드의 손은 계속 주먹 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리아는 초조함으로 반복되고 있는 레 피드의 행동에 물끄러미 레피드의 눈동자를 보았다. 노련한 기사로서 단련된 레피드의 검정색 눈동자에는 생생한 생기와 함께 날카로운 결단력이 느껴져 왔다. 그런 그가 초조해 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 죄송하지만, 성함을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 " .... " 이리아는 레피드의 경어에 내심 놀라며 작게 입을 벌렸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과 달리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오직 작게 입술을 달싹거리는 것이 그 녀가 한 일의 전부였다. 레피드는 그녀의 그런 행동에 고개를 끄덕였다. " 무리는 하지 마세요. 그 정도면 됐습니다. 레이디의 그 마음... 그걸로 충분합니다. " 레피드는 가볍게 웃음을 머금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리아는 단지 그것 을 말하기 위해 그렇게 초조해 한 레피드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살짝 고 개를 갸웃거렸다. 레피드는 그녀의 마음을 읽었는지 덧붙여 말했다. " 걱정했습니다. 마치 마법에 걸린 사람 같았거든요. 그럼...다른 것들은 생각하지 말고 편히 쉬십시오. 이 집 안에 계시는 이상, 레이디는 저의 손님입니다. " 진심 어린 레피드의 말에 이리아는 희미하게 입가를 움직였다. 레피드는 잠시 침대에 앉아 있는 이리아의 모습을 머리속에 새겨 넣고 살 짝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헤로딘의 제 1기사, 레피드 2세입니다. " 레피드 가를 힘으로 쟁취하고 헤로딘 제 1의 기사, 레피드. 성을 이름으로 삼은 그의 운명은 그 스스로가 선택한 길을 따라 하나, 둘 어긋나 간다. 후회 없는 선택이란 말 아래... =-=-=-=-=-=-=-=-=-=-=-=-=-=-=-=-=-=-= " 내 안에 깃들어 있는 힘이여... " 쌀쌀해져 가는 날씨 속에 에딘은 싸늘한 바람을 얇은 셔츠 한 장으로 맞으 며 숲 속에 서 있었다. 십자가에 매달린 사람 마냥 팔을 벌리고 고개를 떨군 채 서 있는 에딘의 모습은 약간 기괴하게 보였다. 하지만 좌우로 활짝 펼쳐 진 그의 팔에는 작게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또한 각기 제멋대로 움 직이는 가운데 손끝에서 그려지는 기묘한 도형은 그의 몸주위를 흐르는 공기 를 격하게 변화시켰다. " ...저주받은 나의 피와 함께 하는 힘이여... "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는 저주라는 단어... 에딘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 가운데 그 소절을 끝맺으며 머리속으로 두 여 자를 그렸다. 지금의 에딘을 있게 만들어준 다정한 여자와 지금의 에딘을 살 아게 해주고 있는 여자. 에딘이란 가식적인 껍데기를 벗기고 그 안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한... " 광(狂).. " 에딘의 입에서 짧고도 강한 어조의 단어가 튀어나오자 에딘을 중심으로 공 기가 흩날려 낙엽이 울창한 나무들을 때리고 멀리 퍼져 나갔다. 인위적인 힘 으로 일어난 바람은 누렇게 변해 가던 낙엽들을 우수수 떨어트렸다. " 화(火).. " 화륵... 두 번째 단어가 끝나자 에딘의 양손이 붉게 변하며 커다란 공만한 화염이 생성되었다. 에딘은 그 화염을 그대로 유지하며 깊게 숨을 들이켰다. 어느새 에딘의 머리띠는 땀으로 푹 젖어가고 있었다. 에딘은 눈을 감고 고개를 들었 다. 인위적으로 바꾼 공기의 흐름과 손 끝에 맺히는 화염의 감각. 그리고 몸 속에 꿈틀거리는 피의 광기. 에딘은 이를 악물었다. 이것을 조절하지 못한다 면 그 무엇도 할 수 없다. " 써클 3... " 한 번이면 족하다. 몸에 각인되는 것을 견디기면 단 한 번으로 족하다. 에딘은 눈을 부릅뜨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자그마한 뭉개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는 하늘에는 흔한 작은 새 한 마리조차 없었다. 에딘은 있는 힘껏 주 먹을 쥐며 그 하늘을 향해 외쳤다. " 파이어 크로스!!(Fire Cross *1) " 그와 함께 에딘의 손에서 타오르던 화염은 에딘의 팔로 번져 올랐다. 그러 나 에딘의 팔은 그을리지도 않았다. 길게 늘어진 머리띠가 위로 솟구치며 에 딘의 몸은 땅에서 미세하게 떠올랐다. 에딘은 폭발할 듯한 가슴 속의 기운을 억누르며 이를 악물었다. 이가 갈리며 뿌득,하는 소리가 울렸지만 에딘은 그 것조차 듣지 못했다. 하지만 점점 마비되어가는 감각 속에 에딘의 팔에서는 화염이 솟구쳐 올랐다. 불의 기둥.. 에딘은 자신의 몸을 축으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화염을 보며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 조금만...기다려요.. ' 화염의 기둥은 어느 순간 솟아 오르는 것을 멈추고 하늘의 빛을 모두 빨아 들이 듯, 태양보다 더 밝아졌다. 그리고 곧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화염의 기둥은 살아 있는 생물 마냥 공중에서 꿈틀거렸다. 가늘다면 가늘다고 할 수 있을 기둥의 허리가 서서히 갈라지며 뜨거운 열기가 주변으로 방출되었다. 기둥이 생길 때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던 주변의 나무들은 그 열기에 눈깜 짝할 사이 연기를 뿜고 붉게 빛을 낸 다음 재로 변했다. 기둥의 허리에서는 화염이 계속 뭉쳤다. 그리고 기둥의 허리보다 화염이 가늘어 졌을 때, 화염 은 옆으로 퍼져 나갔다.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려는 불의 악마가 날개짓 하듯 화염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에딘은 하늘에 그려진 붉은 십자가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눈을 감았다. 이미 온몸의 힘은 마력으로 방출되었기에 서 있을 힘도 없었다. 에딘은 점점 멀어져 가는 현실감 속에 자신의 몸이 바닥에 부딪혀 둔탁한 소리를 내는 것 을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공중에서 주변을 소멸시키던 불의 십자가도 일순간, 힘 을 잃고 공기 속에 스며들어가 현실에서 사라졌다. =-=-=-=-=-=-=-=-=-=-=-=-=-=-=-=-=-=-= " 여긴 들어 가실 수 없습니다. " " 현재 이노네스 내의 서열 10 이내 블러디 나이트는 모두 모였겠지? " " 그렇습니다만... " 에르키스는 병사의 대답에 주저 없이 검을 꺼내어 그의 목에 박아 넣었다. 수많은 전투와 학살에 젖은 검의 핏빛은 병사의 살아 있는 피를 흠뻑 빨아들 였다. 에르키스는 갑작스런 행동에 놀라 입을 뻐끔거리며 무너져 내리는 병 사의 시체를 발로 차 옆으로 쓰러트리고 검을 검집에 넣은 다음 자신의 앞에 있는 방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두터운 쇠로 틀을 잡고 문의 안과 밖에 나무를 댄, 블러디 나이트들만 들 어갈 수 있는 피의 방은 평소의 에르키스라면 절대로 들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에르키스는 마음의 꺼리낌도 없이 일반 병사 셋이 힘겹게 여는 문을 한 손으로 열며 방안으로 들어 갔다. 자주빛 융단이 깔리고 세 개의 둥근 원탁이 놓은 피의 방에는 일곱명의 기 사가 있었다. 그들은 에르키스의 모습을 보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르 키스는 제각각들인 그들의 얼굴을 훑어보며 말했다. " 여러분을 모이게 한 것은 접니다. " " 넌 누구냐?! 네따위 놈이 어째서 로벨리아의 갑옷을 입고 있는 것이냐! " 에르키스의 말에 40대 초반의 경륜 있어 보이는 기사가 노기 어린 얼굴로 에르키스를 향해 외쳤다. 그의 외침에 방안에 있는 모든 블러디 나이트는 자 신의 무기로 손을 옮기며 에르키스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방안은 팽팽한 긴장감과 고요함으로 가득 찼다. 에르키스는 굳어 진 얼굴로 그를 보며 말했다. " 보면 모르시겠소? " 에르키스의 말에는 약간의 빈정거림이 있었다. 모두는 그 말에 에르키스를 노려보았다. 블러디 나이트의 명예를 우습게 보는 자는 죽음 뿐이었다. 하지 만 그 때 20대 후반의 남자가 에르키스의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 피의 갑옷은 아무나 입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 알고 있다. 실력을 인정 받아야만 하지. 그래서 모두를 모았다. " 에르키스의 대담한 대답에 주변 여기 저기에서 작은 신음이 흘러 나왔다. 어차피 장난으로 시작된 일은 아니었다. 에르키스의 앞에선 남자는 자신의 붉은 빛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기며 날카로운 눈으로 에르키스의 눈을 바라보 았다. 그의 눈빛은 투기와 위압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지만 에르키스는 그 눈빛을 그대로 맞받았다. " 덤벼라. 블러디 나이트 서열 2, 켈트. " " 좋은 눈이군... " 켈트는 에르키스에게서 눈을 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블러디 나이트의 눈 빛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에르키스의 실력을 대강 알 수 있었다. 그 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게 아니었다. 즉시 중앙의 원형 탁자 앞에 서 있던 청 년이 자신의 창을 집으며 말했다. " 켈트, 당신이 못하겠다면 제가 하겠습니다. 당신이 용납한다고 해도 헤 로딘에 나가 있는 카이와 키스틴은 용납할 수 없을 겁니다. " " 마음대로.. 단, 네가 한 말은 블러디 나이트의 정식 대결에 속한다. 일 단 로벨리아의 갑옷을 입고 있다. " 청년은 켈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블러디 나이트들은 켈트가 고개를 끄덕임에 모두 뒤로 물러서 싸울 수 있 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는 창을 뒤로 돌려 대각선으로 비껴 놓으며 말 했다. " 난 서열 8- " " 키리크 였지? " 에르키스는 나지막하게 그의 이름을 말하며 갑옷의 고리를 풀었다. 방안의 블러디 나이트들은 에르키스의 행동에 모두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에르키 스는 그들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간단하게 입었던 갑옷을 벗어 옆에 놓은 후 검집을 쥐고 똑바로 서며 숨을 들이켰다. 키리크는 순간 에르키스를 중심으 로 무엇인가가 흐르고 있음을 느끼고 창을 쥔 손에 힘을 넣었다. 에르키스는 그의 앞으로 걸으며 자신의 보랏빛 셔츠의 어깨를 잡았다. 그 리고 키리크가 창을 뻗으면 닿을 듯한 곳에서 걸음을 멈추며 셔츠를 잡아 당 겼다. 에르키스의 셔츠는 가볍게 찢겨져 나갔다. 하지만 방안에 있던 블러디 나이트들은 에르키스의 어깨에 있는 인장을 보고 안색이 달라졌다. 왼쪽 등 에 새겨진, 손가락 한 마디만한 마름모가 세로로 맞닿은 녹색 무늬... 평민이라면, 귀족이라면 겪지 못한 일을 겪었기에 강해질 수 있다.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사람이 있기에 강하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 난 레오 로벨리아의 종자 였던... 에르키스 로벨리아. 그녀를 대신해 블 러디 나이트를 내가 이어받는다. 피의 악마...로서. " < 계속 > -+-+-+-+-+-+-+-+-+-+-+-+-+-+-+-+-+-+- [ 왕립 도서관, 이름 모를 사관의 덧말 중... ] 1> 파이어 크로스. Fire Cross 불의 마법으로 상당량의 마력을 이용해 불의 십자가를 만든다. 대게 일직 선으로 발현되는 타계열 마법과 달리 십자가의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잘 못 발현시 술자의 정신적 세계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다. 그 만큼 몸과 마음에 부담이 크다. 하지만 대인 마법으로 이보다 효율적이고 위협적인 것은 없기 때문에 고수준 궁정 마도사나 현자급 사람만이 만일을 대비해 배운다. 역사상 그 마법이 실전에 발현된 것은 로라시아 력 778년 12월에 일어난 헤로딘-이노네스 3차 공방전에서, 단 한 번 실현되었다. 역사에 남은 단 하나뿐인 발현 기록이다. 그러나 그 술자에 대한 언급은 그 어느곳에도 없다. -+-+-+-+-+-+-+-+-+-+-+-+-+-+-+-+-+-+- [ 狂火爆來!! 暴炎招來!! ^^ ] 좀처럼 글발이 서지 않는 가운데 엄청난 노력을 해서 쓴 한 편의 글이었습 니다.(헉헉...) 5장부터는 조금 속도가 더뎌 질 듯 합니다. 내용은 간단하지 만 일단 뿌린(?) 것은 왠만큼 거두어 들이고 정리를 해야 하기에... 이리아, 에딘, 라우디, 에르키스의 이야기는 모두 개별적으로 돌아갑니다. 그점 유의해 주시길... ^^ (처음으로 이렇게 쓰는 것 같군요. 주인공 중심 이 아닌, 개체 중심으로 글을 쓰는 거요.) 추천이 있었더군요. 한밤중에 조회수 조회를 해보고 놀랐습니다. 초반이 10 0을 넘어가다니... T.T 역시 조회수는 추천에 비례한다는 명언(?)이 떠올랐 습니다.. 추천해 주신 판타즈마 님께 감사드립니다.(감사~감사~ T.T) 좋은 하루 되세요~~ - Ipria Ps. 현재 <이리아>의 진행은 중반에 접어 들었습니다. 하지만 완결은 언제, 얼마의 양으로 접어들게 될지 모릅니다. 중간에 너무 짧게 쓴 편들이 많 아서 종 잡을 수가 없군요. 그래도 꼬박꼬박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보답 하기 위해... 열심히 쓰겠습니다! Ps2. 무협지 스타일이 되었지만, 이것도 한 가지 형식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한문만 나오면 무협지라고 우기는 사람이 있어서... --;) Ps3. 모니터가 슬슬 맛이 가고 있습니다. 작업 좀 하려고 하면 모니터 뒤에 서 자잘한 스파크(!)가 튀기는 군요. --; 후...이제 모두 갈아야 할 때 가 된듯... 『SF & FANTASY (go SF)』 55561번 제 목:<이리아> ▣ 5. 사랑하는 사람 ▣ -45-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03 00:07 읽음:352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힘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 그 한 마디 말밖에 되지 않는... [ 이리아 ] ΙΥΙΑ 제 5장. 떠나는 사람, 대신 얽매이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45> ----------------------------------------------------------------------- 거친 바닥에 신이 끌리며 기분 나쁜 소리를 낸다. 하지만 그것을 막을 생 각은 없었다.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하루였지만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는 피 로감은 입고 있는 갑옷의 무게를 흡사 전투를 치룬 후처럼 만들어 놓았다. 켈트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서며 조심스럽게 갑옷의 연결 고리를 풀었다. 힘없는 손가락에 걸린 연결 고리들은 쉽사리 풀어지지 않을 듯 했지만 이 미 셀 수 없는 만큼 반복된 동작은 아주 쉽게 고리들을 풀었다. 약간 소박하다고 표현할 만한 작은 켈트의 어두운 방안에 붉은 빛 갑옷에 는 음침한 기운이 감돌았다. 켈트는 갑옷을 벗어 방안 탁자에 하나 둘 차분 하게 놓고 잠시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곧 방문이 열리며 여러명의 시녀가 옷 가지를 가지고 들어와 다가올 때까지 켈트는 갑옷을 주시한 채 가만히 방안 에 서 있었다. " 나야말로 그 둘에게 할 말이 없어졌군... " 켈트는 시녀들이 걸쳐 주는 실내복을 입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시녀들은 무심코 튀어나온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진지한 켈트의 표정에 금새 그 말을 머리속에서 지웠다. 진지한 표정의 켈트의 말은 절대 언급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그들 사이에 있었다. ' 갑옷의 명예라... ' 대충 옷을 입은 켈트는 갑옷을 지긋이 바라보며 그 말을 떠올렸다. 다른 나라의 기사들과 달리 유일하게 핏빛으로 칠해진 블러디 나이트의 갑 옷. 이노네스 최고의 기사들에게 주어지는 명예와 영광의 상징인 블러디 나 디트는 절대로 기사도를 따르는 것이 아니다. 성스러운 빛이 아닌 피에 얼룩 진 기사의 모습... 켈트는 시녀들을 물리며 검을 들었다. 피의 방에서도 제 구실을 하지 못한 검은 언제나처럼 손에 달라붙듯 잡혔 다. 켈트는 마지막으로 갑옷을 한 번 바라본 뒤 방과 붙어 있는 테라스로 향 했다. 전형적인 기사...이기엔 너무 험한 나라. 하지만 이 나라에서 태어났 고 이 나라에서 자라났으며 이 나라를 사랑하기에 이 나라를 지킨다. 켈트의 모습은 테라스로 나가며 창문을 가린 커튼에 비춰졌다. 너무나 다 부진 근육에 끼이는 옷은 굴곡 있는 실루엣을 커튼에 그렸다. 곧 그 실루엣 곁에는 흰색 섬광이 따랐다. 느릿느릿하게 흐르는 밤의 공간 속에 하얀 잔광이 테라스를 아름답게 수놓 았다. 마치 춤을 추는 어릿광대의 반짝이는 눈처럼, 때로는 미친 듯이 때로 는 힘차게 때로는 슬픈 듯이... =-=-=-=-=-=-=-=-=-=-=-=-=-=-=-=-=-=-= " 노예 주제!! " 키리크는 에르키스의 등에 찍힌 인장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노예 따위가 블러디 나이트에 들어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실력이 중 요한 나라라고 해도 현실과 이론은 달랐다. 에르키스는 그의 눈매가 변하는 것을 보며 숨을 내쉬었다. 곁에서 보아온 그녀는 언제나 싸우기 직전 이런 행동을 했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습관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해가 갔다. 흥분되는 피와 달 리 죽을지도 모른다는 본능이 몸을 차게 만들고 있었다. " 로벨리아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고 죽어라!! " 키리크는 큰소리로 외치며 등뒤에 있던 창을 어깨와 수평으로 놓으며 에르 키스의 가슴을 향해 일직선으로 내질렀다. 어깨 죽지에서 시작돼 꺾여 들어 오는 키리크의 창날은 막을 수가 없었다. 도저히 베기밖에 될 수 없는 위치 에서 찔러 들어오는 공격. 눈이 감지하는 길이와 실제 길이는 달랐다. 가는 바람 소리는 에르키스의 근육을 반사적으로 움직이게 했다. 막을 수 없다는 본능의 외침은 오래 전 잊어버린 방어법을 현실로 이끌었다. 왼손으 로 쥔 검집이 아래로 떨어지며 오른손이 위에서부터 수직으로 검을 꺼냈다. 그와 함께 에르키스는 허리를 돌리며 검을 반쯤 뽑았다. [ 카카칵-!! ] 곧 금속과 금속이 갈리는 소리가 울렸다. 키리크의 창날은 에르키스에게 깊숙이 들어갔다. 하지만 그 창곁에는 핏빛 검날이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에르키스는 제련이 잘된 두 무기 사이에서 이 는 새빨간 불꽃을 보고는 왼팔을 내려 키리크의 창신을 겨드랑이 사이에 꼈 다. 거의 자살 행위와 다름없었다. 창을 빼내면 어깨 죽지는 그대로 잘릴 것 이었다. 하지만 키리크는 창을 빼낼 수가 없었다. 에르키스의 대담한 행동에 손에 힘을 줬을 땐 이미 창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서 있던 방금 전과 달리 겨 드랑이에 창을 낀 지금의 에르키스의 상체 근육은 눈에 띌 정도로 꿈틀거렸 다. 에르키스는 그 자세로 잠시 검집에서 반쯤 나온 검신을 바라보았다. 소중 한 물건을 바라보는 듯한 그의 눈빛에는 싸늘한 살기가 감돌고 있었다. 에르 키스는 겨드랑이 사이에 끼인 창을 오른손으로 잡아 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 로벨리아의...검술로만 싸우겠다. " 키리크는 에르키스의 말에 작게 콧웃음치며 창을 끌어들였다. " 그녀의 검술?? 넌 날 이길 수 없다. 그녀와 맞먹는 실력이 없는 한, 내 창이 더 길다. " " 해보면 알겠지. " 짧은 대답과 함께 에르키스는 레오의 핏빛 검을 완전히 뽑았다. 방안의 빛에 반사된 검날은 은은하고도 생동감 있는 핏빛을 발했다. 블러 디 나이트들은 자신들이 평생을 걸쳐도 해낼 수 없는 일들을 한 검날을 약간 질린 얼굴로 보았다. 에르키스는 그들의 시선을 느끼며 검을 들었다. 금속성 빛이 희미해진 검 끝은 곧 에르키스의 싸늘한 눈과 일직선이 되었다. 에르키스는 그대로 팔을 올리며 검을 당겼다. 검신의 서늘한 기운이 에르키스의 눈 주위에서 어른거 렸다. 군더더기 없는 그 자세에 가장 먼저 눈가를 찌푸린 것은 켈트였다. 로벨리 아의 검술을 실제 본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본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검술의 처음부터 끝이 모두 대인 살육을 위한 검술이란 사실을... 키리크는 약간 생소하면서도 어색한 검술 자세인 에르키스를 보며 창을 겨 드랑이 사이에 붙였다. 그리고 뒤로 살짝 물러서며 거리를 쟀다. 검과 창의 길이차는 엄연히 있었다. 하지만 에르키스는 그가 자세를 잡자 먼저 키리크의 정면을 향해 달려 들 었다. 키리크는 방금 전 반사적으로 자신의 창을 막은 에르키스를 떠올리고 는 허리를 축으로 삼아 팔을 창과 함께 하여 있는 힘껏 창을 휘둘렀다. 지금 까지 단 한 명도 그 공격은 제대로 막지 못했기에 자신 있었다. 노예 하나 죽이는 셈이었으므로... " 죽어라!! " " 쿡. " 그러나 에르키스의 입에서 튀어 나온 것은 짧은 웃음이었다. 에르키스는 낮은 자세로 키리크의 눈을 올려다보며 검을 찔러 들어갔다. 키리크의 창날은 길게 면을 그리며, 에르키스의 검날은 선을 그렸다. 키리크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에르키스를 힐끔 보았 다. 그 순간 에르키스의 검끝이 키리크의 시야에서 흔들렸다. 분명히 검날은 에르키스의 머리 곁에 있었다. 하지만 흔들린 검날이 키리크의 눈에는 날카 로운 살기와 신경을 긁는 듯한 광기 어린 에르키스의 눈빛으로 시야 가득 보 였다. ' 늦...었다? ' 순간적으로 키리크는 왼팔을 들었다. 알 수 없는 공포감이 창을 든 팔에서 힘을 뽑아 갔다. " 크악!!! " 그러나 그것을 깨달았을 때, 이미 에르키스의 검끝은 키리크의 왼팔을 파 고 들었다. 키리크는 뼈를 으스러트리며 박혀 들어오는 검끝의 느낌에 비명 을 지르며 뒤로 밀려났다. 에르키스는 계속 키리크를 밀어 붙이며 웃었다. " 큭큭... 고통스럽지? " 에르키스의 웃음소리는 켈트와 키리크의 안색을 바꿔 놓았다. 기분 나쁘게 들리면서도 공포감을 느끼게 만드는 웃음은 레오 특유의 웃음이었다. 켈트와 키리크는 순간 에르키스의 모습이 레오의 모습과 겹치는 것을 깨달았다. 켈트는 주저 없이 손을 들어 에르키스의 행동을 제지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전에 에르키스의 말이 흘러 나왔다. " 로벨리아의 성을 걸고.... " [ 슈칵-!! ] 에르키스의 말끝이 흐려짐과 함께 키리크의 왼팔은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누구도 제지할 수 없었다. 깨끗하게 잘려 버린 팔꿈치 아래는 뒤로 넘어지는 키리크의 곁에 떨어졌다. 에르키스는 넘어지는 키리크에게서 시선을 떼며 멈 추어 서고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 분한가? 덤벼라. 이미 블러디 나이트의 갑옷은 입고 있지 않다. " 그 말에 블러디 나이트들은 작게 신음을 흘렸다. 에르키스는 검날에 묻은 피에 만족한 얼굴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 갑옷의 영광따위에 매달리는 어리석은 자들... " 켈트는 에르키스의 말에 즉시 손을 들며 앞으로 나왔다. " 에르키스 로벨리아의 블러디 나이트 서열 1 계승을 찬성..합니다... " 갑옷의 영광따위... 마치 머리를 얻어 맞은 듯한 충격이 말끝을 떨리게 만들었다. 에르키스는 현실 파악에 빠른 켈트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레오의 블러디 나이트 갑옷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결론은 볼 필요가 없었 다. 그의 생각을 따르듯, 에르키스의 등뒤에서는 블러디 나이트들이 왼팔을 잘 린 채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은 키리크의 모습을 보며 하나 둘 굵직한 손 들을 들었다. =-=-=-=-=-=-=-=-=-=-=-=-=-=-=-=-=-=-= " ...선물 가지고 왔습니다. " 에르키스는 발앞에 술병을 놓으며 작게 말했다. 술병 앞에는 거대한 유리 관이 놓여 있었다. 그 유리관 안에는 투명한 녹색을 띠는 액체가 가득 들어 있었다. 또한 그뒤로는 복잡한 기계 장치들이 얼기설기 철판 사이로 나와 섬 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유리관 앞에 에르키스는 조심스럽게 앉으며 말을 이었다. " 트론산 입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 그리고 에르키스는 그 유리관에 등을 기댔다. 갑옷을 입지 않은, 찢어 버 린 셔츠 때문에 맨살이 들어난 에르키스의 등은 차가운 유리관에 밀착되었다. 에르키스는 그 차가운 유리관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을 떠올리며 천천히 눈 을 감았다. " 벌 받을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아니, 차라리 당신에게 죽고 싶습니다. " 오래 전부터 생각하던 이야기... 천 조각 하나 남겨지지 않게 발가벗겨지고 손과 발이 묶인 소년은 기둥에 묶여 채찍질을 당하고 발가락을 뜨거운 인두에 눌렸다. 하지만 그런 고통은 현실에서 떠나 버린 소년의 의식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 죽여 달란 눈이군. 내가 죽여 줄까? > 그러나 그 한 마디 말은 소년의 의식을 현실로 이끌었다. 어딘가 잔잔한 슬픔이 섞인 그녀의 말은 소년의 마음에 와닿았다. " 그러니까.. 제발 살아나 줘요. 로벨리아.. " 어느새 볼을 따라 흐르는 눈물 위로는 녹색 액체 속에 담겨져 있는 한 나 신이 비춰지고 있었다. 가느다란 팔 다리와 달리 약간 굵은 허리, 그렇지만 하나가 부족한 팔.... 힘없이 축 늘어진 한 실루엣이 에르키스를 향하고 있 었다. < 계속 > -+-+-+-+-+-+-+-+-+-+-+-+-+-+-+-+-+-+- [ 너, 작가 맞아? ] 음...주말 연재 두 편 중 하나를 펑크내고 나니 기분이 영 좋지 않아 심혈 을 기울여 썼습니다.(우울한 일들도 있었어요.) 수능까지는 앞으로 15일. 5 편을 더 쓰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 추천도 한 번 있었는데 초반만 잠깐 오른 조회수를 보며 참으로 한심한 글 을 썼다는 자책도 해봤습니다. 이런 반응은 처음이거든요. 역시 스타일을 벗 어난 글은 너무 억지성이 짙은 듯 합니다. - Ipria Ps1. 버그가 있었습니다.(이걸 이제서, 저만 깨닫다니... --;) 4장 중반, 레피드가 이리아를 볼 때, 이리아의 손가락에 끼어진 반지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반지를 끼는 사람은 라우디, 아디오 스 뿐이었죠.. 아이템(?)을 헤깔리다니...주간 연재의 단점인 모양입니 다.) 반지를 팔찌로 수정한다고 해도 내용이 이상하니.. 염두해주세요. 『SF & FANTASY (go SF)』 55986번 제 목:<이리아> ▣ 5. 사랑하는 사람 ▣ -46-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06 23:36 읽음:365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힘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 그 한 마디 말밖에 되지 않는... [ 이리아 ] ΙΥΙΑ 제 5장. 떠나는 사람, 대신 얽매이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46> ----------------------------------------------------------------------- 황혼이 흐른다. 태양보다 더 붉은... 하지만 핏빛보다 옅은... 따스함과 안락함이 그곳에는 있다. < 가끔 사람들은 말하지. 사랑하기 때문에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하지 만 그건 거짓말이란다. 정말로 사랑한다면... 끝까지 곁에 있어 주어야 한단다. 너의 아버지는 그것을 지키지 못했지만... > " 어머니... " 어느덧 오래 전에 잊고 있던 말들이 하나 둘 황혼을 배경으로 들려 왔다. 그러나 말을 하는 사람의 모습은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이것은 환상. 이것은 꿈. 이것은 기억의 단편... < 소중한 것은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법.. 소중한 사람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 있어라. 곁을 떠나는 순간, 후회라는 감정이 인생을 파멸의 길로 이끈다. 나 역시 그 길을 걷고 있고... > " 마스터... " 짧고도 험했던 인생 동안 모든 것이 되어 주었던 사람들의 말...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았던 것일까.. 모든 말과 행동이 거짓된, 자위적인 마음에서 나오는 핑계 거리에 불과하 지 않을까? " 그러니까. " =-=-=-=-=-=-=-=-=-=-=-=-=-=-=-=-=-=-= " 이제 떠나야 할 때...라는 말인가요? " 에딘은 눈을 뜨며 허공을 향해 물었다. 입고 있던 옷은 쓰러질 때와 똑같은 옷이었지만 누워 있는 곳은 리안의 집 이었다. 이미 밖은 어두운 저녁. 또다시 며칠을 잠들어 있었는지 모른다. 하 지만 에딘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기운에 몸이 개운한 것을 느 꼈다. 평소와 달랐다. 한계까지 마력을 끌어낸 후의... " 훗....재밌군요. 재밌어요. 팔찌 하나로 이렇게 달라지고. 마스터의 뜻 은 이해하겠습니다. " 에딘은 손을 들어 눈가를 살짝 누르며 중얼거렸다. 마력의 극심한 소모는 이론대로 라면 생명을 앗아가야만 한다. 그래서 마법사들은 마력 운용을 아 주 신중이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에딘이란 인간의 육체는 그들과 달랐 다. 마치 인간이 아니라는 듯이. 그렇지만 그런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인간의 능력이란 한정된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는 사실은 주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었다. 에딘은 문밖에 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눈가에서 손을 떼고 방을 나섰다. 문을 열자 자그마한 거실에 리안과 리스틴이 굳어진 얼굴로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그들은 에딘이 조용히 방을 나오자 반사적으로 에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에딘과 시선이 마주치는 것을 꺼려했다. 에딘은 그들의 행동을 대충 이해하 며 약간의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차분하게 말했다. " 아무것도 못 보고, 못 들은 것으로 생각해 주세요. " " 여기의 정확한 위치는 이클리드의 호수에서 북쪽으로 그리 멀리 떨어지 지 않은 레피드의 영지 중 최외각이네. 지나가던 사람이 봤어도 그리 신 경 쓰지 않을 테지. " 리안은 에딘의 미소에 에딘이 알고 있어야만 하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에 딘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주방 쪽으로 몸을 돌렸다. " 궁금한 것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친남매인 것처럼, 남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은 있는 법입니다. " 그 순간 리안과 리스틴의 얼굴은 새하얗게 변했다. 리안은 뒤돌아선 에딘 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대충 예상하고는 가만히 아래로 내린 손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에딘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행복해 하는 모습.. 계속 보고 싶습니다....즐거웠거든요. " 리안은 에딘의 낮아진 어조에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잔잔한 슬픔이 배 인 에딘의 말끝은 소년으로서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리안은 쓴웃음과 함께 힘을 가득 주었던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 주머니에 들은 엄청난 돈. 값비싼 옷감. 평범하지 않은 검. 비정상적인 회복력. 자연스럽게 흐르는 기품과 위엄. 그리고 숲의 나무를 재로 만드 는 힘...우리는 전혀 본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네..에딘 군. " 리스틴은 쉽게 흘러나오는 리안의 말에 걱정스런 얼굴로 리안을 바라보았 다. 하지만 리스틴은 그저 고개를 작게 끄덕이는 것으로 무언의 질문에 대답 할 뿐이었다. 에딘은 조용히 주방으로 걸었다. 그리고 주방의 앞에 들어서며 짧게 말을 남겼다. " 고맙습니다. " 에딘은 그 말을 끝으로 주방으로 들어가 덜그럭 소리를 내며 조리기구들을 만졌다. 리안은 한 손을 들어 리스틴의 머리를 살짝 헝클어트리며 미소지었 다. " 역시 들켰지만...마치 방랑 기사 같지 않아, 누나? " " 하느님의..뜻을 따르는 사람일지도... " 잠시 후, 리안의 주방에서는 적은 재료로 만드는 평범한 음식들이 향긋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소박하면서도 사람을 당기는...매혹적이지는 않지 만 따뜻한 느낌이 있는 향기는 리안의 집주위를 천천히 감싸갔다. 부드러운 슬픔을 낮게 깔면서... =-=-=-=-=-=-=-=-=-=-=-=-=-=-=-=-=-=-= " 영지 내에 있는 거대한 이클리드의 호수가 젖줄이라고 할 수 있죠. 영지 내의 마을 두 개와 이 성곽의 유일한 수원입니다. " 레피드는 약간 흥미를 느끼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리아를 향해 차근차근 주변 환경과 대략의 역사 등을 들려주었다. 물론 그 중에 레피드 2 세란 존재가 어떻게 레피드 가에 들어오고 영주가 되어 기사단을 가지게 되 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게 허공을 향하거나 힘없이 눈물짓던 이리아의 붉은 눈동자는 레 피드의 생각과 달리 그의 모습에서 에딘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약간의 미소 와 차분한 설명.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그리운 것이었다. 이리아 는 문득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깨닫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다소곳하게 침대 에 앉아 귀부인처럼 화려한 순백 드레스를 입고 단정한 몸가짐으로 다른 사 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모습은 가녀린 공주의 이미지였다. 레피드는 소리 도 나오지 않은 이리아의 작은 한숨을 발견하고는 쑥스러운 듯 두 손을 만지 작거렸다. " 지겨우셨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이런 것 뿐이라서 ... " 이리아는 그의 말에 다시 현실로 돌아와 고개를 저어 주었다. 그리 지겨운 말은 아니었다. 알지 못하는 지역의 풍토와 역사를 뛰어난 용모의 기사이자 영주인 남자에게 배우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적어도 평범한 귀족 가의 여 자에게는. 레피드는 약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냈다. " 저...레이디께서는 세레스의 귀족 가의 사람이시죠? " " ...? " 순간 이리아는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세레스...절대 관계없는 이야기였다. 길고도 지독했던 인생 속에도 세레스 란 곳에는 간 적이 없었다. 레피드는 이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자신의 생 각이 틀렸는가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 입고 있는 옷을 봐서 세레스의 귀족에 속한다고 생각했습니다만...그 때 그 옷은 세레스 북부 영주 가에서 입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특이 한 장신구나...옷의 재단 모양으로 봐서... " ' 도대체.. ' 헝클어져 있던 기억의 잔해 속에서 떠오르는 짤막한 영상들... 언제나 이상하게 여겨 왔던 귀족적 이미지. 에딘의 주문에 태도가 바뀌던 점원. 펠레인의 영주라던 플락스의 정중한 태도. ' ....에딘... ' 만나고 싶었다. 눈에 보인다면 당장에 달려가 묻고 싶었다. 그리고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그'의 모든 것을...자신의 모든 것을... 레피드는 이리아의 가라앉아 가는 분위기에 자신이 실수를 했음을 깨닫고 황급히 사과하려고 했다. 그 때 문근처에서 인기척이 들리며 차가운 목소리 가 레피드의 말을 잘랐다. " 돌아왔습니다. " " ...죄송합니다, 레이디. 제가 실수를 한 모양이군요. 제가 잘못 알고 있 는 것으로 정정하겠습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 레피드는 약간 어색한 어법으로 말을 한 뒤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우울한 표정의 이리아를 두고 떠나는 아쉬움은 그리 작은 것이 아니었으나 돌아온 사람과의 일은 모든 일을 제쳐야만 했다. 레피드는 문을 열자마자 시 야에 들어온 사람의 모습에 작게 신음을 흘렸다. " 페릭...일이 좋지 않은 모양이군. " " 시급합니다. 아마도 레피드 가문 제거에 들어가는 듯 합니다. " " 이런...젠장. 죽일 놈들. " 거침없는 레피드의 말에 주위의 시녀들은 재빨리 레피드의 곁에서 멀어져 갔다. 레피드는 자신의 방으로 향하며 페릭을 향해 말했다. " 예상 대로군. " " 솔직히 이렇게 될 줄은...예상 밖이었습니다. 전쟁을 핑계로 일을 꾸민 것이.. 마치 여기를 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 것처럼 보입니다. " " 헤로딘 제 1의 기사를 없애겠다...라. 우리가 그냥 없어져 줄 거라 생각 했나보군. " 레피드는 방문을 열며 방안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문을 닫았다. 페 릭은 눈에 띄는 의자를 잡아 앉아 작게 숨을 몰아쉬고 말을 이었다. " '그녀' 문제도 심각합니다. 그녀에 대해서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이노네스에서 어떻게 눈치채고는 점령지와 교환을 제의해 왔습니다. 레 피드 경의 예상대로 일주일 이내에 장로원에서 공식 결정도 내려올 것입 니다. 잠시 멈추어 있는 이노네스 군대에 보낼 3차 원정대.. 레피드 가, 만 단독으로 나설 겁니다. 헤로딘의 명예를 위해..라는 명목으로. " 페릭의 말이 끝나자 레피드는 얼굴을 찌푸리며 그동안 생각했던 것들과 현 재 상황을 대비시켜 갔다. 곧 레피드는 거칠게 말하던 방금 전과 달리 진지 해진 얼굴로 말했다. " 성안 마법사. " " 그녀...뿐입니다. " " 아- 나머지는...지난 번 그 자식 때문에...쳇. 현재 운용 가능한 기사단 병력은? " " 오직 홀레이텐 1000기. 나머지 800은 성안 주둔입니다. 그 이상 출병시 위험합니다. " " 왕궁 기사단의 전력은? " " 홀레이텐 300기. 보병 500. 왕궁 마도사급 마법사 세 명입니다. " 페릭의 상세한 대답에 레피드는 주먹을 들었다. 피가 빠져 하얗게 변한 레 피드의 주먹은 그 누군가를 향해 내리쳐 질 듯 했다. 레피드는 그 손을 바라 보며 결정을 내렸다. " 페릭... " " 예. " " 성내 4종 경계 태세, 영지내 1종 대기 상태, 기사단 1종 전투 대기 상태. 그리고 만일을 대비해 레피드 기사단의 지휘권을 네가 가진다. " " 레피드 경!! " 페릭은 레피드의 말에 놀란 얼굴로 의자에서 일어서며 외쳤다. 하지만 레 피드는 손을 풀고 좌우로 흔들어 피가 통하게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 피곤해. 지쳤다고 할 수도 있지. 잠시 생각하게...해줘. " " 레피드....형. " " 만일에 대비해줘. 네게 달렸다. 페릭 이제스. " 일주일이란 짧은 시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후회 없는 최후를 위해서라도. 후회 했던 과거를 위해서라도. 무거워진 공기 사이로 페릭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함께 방문이 열리며 세이라가 방으로 들어왔다. 세이라는 굳어진 두 사람의 얼굴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레피드는 그녀를 남겨 둔 채 오래 동안 보지 않았던 로라 시아 전도가 있는 책장으로 갔고, 페릭은 세이라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이 고 방에서 나갔다. 외톨이가 된 듯한 분위기가 세이라의 몸을 짓눌렀다. 하지만 세이라는 아 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을 꺼냈다. " 저... " " 당신을 믿어. 믿을 수 있어. 그러니까...나를 믿어 주겠어? " 지도를 빠르게 훑어 보며 건성으로 한 레피드의 말에 세이라는 가볍게 눈 물지으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런 말은 처음이었다. 진지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안심이 되는 말... 물론 대답은... " 믿어요, 레피드. 당신이 무슨 일을 하더라도...기다릴게요. " 믿어요... =-=-=-=-=-=-=-=-=-=-=-=-=-=-=-=-=-=-= " 성을 맡길게요. " " 예... " 페릭은 자신의 말에 대답하는 작은 목소리에 어색하게 웃었다. 첨탑에 서 서 도시의 전경과 영지의 비옥한 토지를 바라보던 백의의 여인, 성내 유일한 마법사이자 의사로서 상당한 실력이 있는 세일리의 모습은 레피드 성의 현란 한 야경을 뒤로 하고 있었다. 백의에 비추어지는 수많은 불빛과 고요한 분위 기는 작은 키의 그녀의 모습을 아름답게 보이게 했다. 세일리는 페릭의 어색 한 웃음에 페릭의 앞으로 다가와 페릭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 이대로 또 떠나실 건가요? " " 걱정되나요? "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 헤로딘 제 2의 기사...잖아요. " " 푸웃!!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아마 죽이려고 할 겁니다. " " 거짓말.. " 세일리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미소를 지었다. 페릭은 짧은 단발의 자신과 똑같은 엷은 갈색 머리를 부드럽게 매만지며 세일리의 손을 잡았다. 가슴께 까지밖에 오지 않는 키차이가 있었지만 그것은 세일리의 키가 작기 때문이었 다. 하지만 그것은 페릭에게 있어서 세일리의 귀여운 일면일 뿐이었다. 모두 가 다가오길 꺼리는 마법사이더라도. " 큰일이군요. 마법에 걸린 것 같아요. " " 예? " " 한 사람만 사랑하는.... " " 또 거짓말.. " 페릭은 그녀의 작지만 짧은 말에 그녀를 안으려던 모습 그대로 굳어졌다. 세일리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오랜만에 험한 전투 에서 돌아온 병사들을 위한 축제 분위기는 세일리의 모습을 어둠 속에서 부 풀려 주었다. 그러나 웃는 그녀의 입술 사이로 떨리는 목소리는 흘러 나왔다. " 저는 마법사에요. 써클 3..마스터. 당신은 모를 거에요. 제가 어떤 일을 당했었는지. " 살짝 붉어진 얼굴에 가느다란 눈물이 흘러 내렸다. 페릭은 굳어져 있던 손 을 내리고 미소를 지웠다. 그녀의 자그마한 말소리는 날카로웠다. " 다른 사람이 당신의 마음을 읽는 것은 불가능해도...저는 알 수 있어요. 예전에 어떤 사람을 사랑했는지..그리고 지금 누구를 사랑하는지.. 그러 니까.. " 지금 만큼 마법사란 것이 저주스러울 때가 없었다. 자신을 향하지 않은 사람을 바라보며 눈물 짓는 일... 그리고 그 사람에게 일이 생길까 가슴 졸이는 일... " 억지로 다정하게 대해 주려고 하지 마세요. 그저...제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제게 와주세요. 부탁해요... " " ....... " 세일리는 눈물을 흘리며 쓸쓸한 미소를 씹었다. 페릭은 그녀의 얼굴을 바 라보며 묵묵히 상의 안쪽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 손바닥만한 작은 단검을 하나 꺼내어 날을 손에 쥐며 말했다. " 마법 중에 피를 통하는 마법이 있죠? " " ..예. " " 당신께 드립니다. " 그 말을 끝으로 페릭은 손에서 단검을 당겼다. 만일을 대비해 검집도 없이 날이 서 있던 단검은 페릭의 왼손을 베며 페릭의 피를 먹어 갔다. 세일리는 난데없는 페릭의 행동에 반사적으로 황급히 페릭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입은 작게 움직이며 주문을 외워갔다. 페릭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숙이 고, 주문을 외우고 있는 그녀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단검을 쥐어 주었다. " 제 생명이 꺼지는 순간까지 핏빛을 띠는 단검으로 만드세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입니다. " 페릭은 다정한 미소와 함께 손을 들어 세일리의 머리카락을 살짝 흐트러트 렸다. 방금 전까지 쓸쓸한 모습을 보이던 세일리는 고개를 떨구며 페릭의 허 리를 힘껏 안았다. 그리고 페릭의 가슴에 얼굴을 부볐다. " 진심...이시군요. " " ..죄송해요. 하지만 좋아합니다. 가녀린 마법사. 당신을... "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으려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페릭은 세일리의 어 깨를 안아주었다.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 그녀의 약한 팔힘이 애처롭게 느 껴졌다. 페릭은 멀리까지 볼 수 있는 첨탑에 자신이 서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어느 쪽을 사랑하는지... 자신도 본심을 알고 싶었다. 동경과 사랑. 그 어느 쪽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어느 순간부터 조용히 아물어가는 왼손의 상처와 함께... " 돌아오실 때까지 이곳에 있겠어요.. 사랑해요.. 페릭. " =-=-=-=-=-=-=-=-=-=-=-=-=-=-=-=-=-=-= < 계속 > -+-+-+-+-+-+-+-+-+-+-+-+-+-+-+-+-+-+- [ 조금 예상 외죠? 어색해진 남자와 여자와의 관계들... --; ] 5장은 산만한 내용을 한 곳으로 이끌기 때문에 재미가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가뜩이나 지겨운 감이 있는데 죄송스럽습니다. 하지만 능력껏 써볼테니 지켜봐 주세요~ ^^; - Ipria Ps1. 세일리의 모티브는 투 하트(To Heart)의 세리자와 선배 입니다. --; 애니에서의 이미지가 머리속에 오래 남았습니다. Ps2. 용량 조절에 들어갑니다. 너무 뻔뻔(?)한 것 같아서요. ^^;;; 『SF & FANTASY (go SF)』 55987번 제 목:<이리아> ▣ 5. 사랑하는 사람 ▣ -47-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06 23:37 읽음:34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힘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 그 한 마디 말밖에 되지 않는... [ 이리아 ] ΙΥΙΑ 제 5장. 떠나는 사람, 대신 얽매이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47> ----------------------------------------------------------------------- ....화창한 날씨, 따뜻한 날씨였다. 의문의 죽음을 당한 무기점 주인에 대한 일 때문에 어수선한 것을 제외한 다면 그런 대로 지낼 만한 곳이었다. 라우디는 약간의 음식을 시켜 둔 채 주 점 구석에 앉아 문 쪽을 바라보았다. 짧은 시간 동안 드나드는 사람들은 모 두 제각각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넓은 가게를 절반도 채 메우지 못하는 현 실이 지겹기도 했지만 의외로 멀리서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은 새로운 기분이 었다. " 오랜만이군...이렇게 있는 것도.. " 에딘과 함께 다니는 동안,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적막함은 없었다. 가만히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금새 달 아 오르는 자아를 제어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달라 져 버렸다. 이리아란 여자 때문에. " 죽지는 않았겠지. 너라면 그 정도에 죽지 않았을 거다... " 라우디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가만히 물잔을 들었다. 술은 마시지 않았다. 다섯 살, 아버지가 눈앞에서 살해당한 그 때부터. 투명한 물잔 안으로는 한 여자아이의 모습이 투영되고 있었다. 긴 백금발 이 완만하게 웨이브 진 귀여운 여자아이가... 그녀는 방긋 웃으며 물잔 안에 서 말했다. < 의외로 외로움을 잘 타네요? 홀로 남겨진 네코 같아요. > ' 말도 안돼. ' < 그렇게 부정하려고 하지 말아요. > ' 아냐. 내, 내가 무슨... ' < 귀여운 사람... > " 래디...아니, 라우디 님. " 그 순간 라우디의 손에 쥐어진 물잔에는 청명한 소리가 울리며 수많은 잔 금이 생겼다. 라우디는 물흐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망토 안으로 손을 넣으며 자신을 부른 목소리 쪽을 돌아보았다. 즉시 베어 버릴 기세가 라우디의 눈안 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다행히 시야에 들어온 사람은 옛날부터 알고 있던 사 람이었다. 현재 이곳에서 정착해 살고 있는... " 팬. " " 제가 다가 올 때까지 넋을 놓고 계시다니... 무슨 일이 있었군요. " " 아무것도 아니다. " 라우디는 차갑게 대답하며 손에 들린 잔을 조심스럽게 탁자 위에 올려놓았 다. 어느새 주점 안으로는 가벼운 경갑을 입은 병사 몇명이 들어와 있었다. 사십을 넘어가는 나이의 팬은 라우디의 정면에서 약간 비켜난 곳에 앉으며 낮게 물었다. " 아직도...입니까? " " 그렇다. " " 그럼 제 부탁은 들어 주시기 어렵겠군요. " " 대답은 같다. 절대 들어 줄 수 없어. " 라우디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괜히 이곳에 온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있으면서도 온 이유는... " 그 애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저...라우디 님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평생 그 애를 그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 " 나는 나. 라우디이다. 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인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 " 언제까지 운명을 운운하며 과거에 얽매이실 겁니까? " 팬의 약간 높아진 어조에 라우디의 눈꼬리는 파르르 떨렸다. 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억지에 가까웠다. 팬은 주 먹을 쥔 손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 당신께서는 돈과 명예, 권력, 얻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 " 그것과 상관 없는 얘기다. " "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라우디 님의 곁에 둬 주십시오. " 팬은 자신이 라우디에게 심한 행동을 했음을 알고 말끝을 흐렸다. 라우디 는 잠시 아무말 없이 탁자에 차려진 먹다 만 음식들을 바라보았다. 말이 걸 렸다. 십년 전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의 말은 그냥 넘길 수 없었다. " 이곳에서...살기 힘든가? " " ..제 아내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계십니까? " 팬은 라우디가 아무말도 하지 않자 고개를 떨구며 말을 꺼냈다. 라우디는 식사에서 눈을 떼고 팬을 바라보았다. 팬의 손은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 병이었습니다. 그 애를 낳고도 몸조리도 하지 못하고... 어려운 생활을 간신히 지탱해 주었죠. " " 아름다웠겠군. " " 이제 이해하시겠습니까? " 라우디는 대답 대신 식사용 포크를 들어 잔금이 간 물잔 안에 담구어 대충 헹구었다. 그리고 험하게 기스들이 생긴 그 포크를 보며 말했다. " 여기는 이노네스... 과학의 도시이자 문명의 발달이 빠른 곳이다. " " 하지만 바닥의 삶은 바닥의 삶입니다. 그 때 라우디 님께서 와주시지 않 았다면 처절하게 살았겠죠. " " 세레스와 별 차이가 없다는 말...이군. " 라우디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주점 안에서 떠들던 병 사들은 존재감 없이 앉아 있던 라우디의 움직임에 반사적으로 모두 라우디쪽 으로 고개를 돌렸다. 팬은 어느새 자신이 미세하게 떨고 있음을 느끼고 조용 히 옆으로 비켜섰다. 하지만 할 말은 했다. " 그 애의 반려자를 찾아 주실 생각은 마십시오. 그 애도 느끼고 있을 겁 니다. 그 옛날 잠시 잠시 저택 내에서 놀던 그 애를 돌봐 주시던 당신의 모습을... 그래서 제 말에 화를 내면서도 당신의 곁에 있어 하고 싶어하 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 " 케인즈 가문은 사라졌다. " 그리고 라우디는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고 팬에게서 멀 어져 갔다. 뚜벅뚜벅 바닥을 울리는 발걸음 소리에 주점은 순식간에 조요하 게 변했으나 라우디가 지나간 이후, 그들은 다시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었다. 라우디는 주점 카운터 근처의 병사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주점 을 나섰다. 하늘에는 따가울 정도로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11월에 들어선 쌀쌀한 날씨에 비해 태양빛은 뜨거웠다. 그러나 그 날씨는 어울리지 않았다. 차라리 비라도 왔으면... 물이란 물질에 심한 거부감은 있지만 바람을 쓰는 존재와의 싸움은 잊혀지 지 않았다. 힘을 개방하고 화풀이로 작살내 버린 펠레인의 시내. 다행히 펠 레인 내에서 학살을 자행하던 로벨리아 기사단은 후퇴했지만 라우디도 그곳 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찾아온 곳이 여기 였다. " 모든 일의 시작... 이노네스...라. " 나라의 크기는 헤로딘이나 제스트와 엇비슷해도 국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대표적으로 이노네스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블러디 나이트. 블러디 나이트의 기사단은 로라시아 내 최강이었다. 세레스의 룬 나이트라 하더라도 비교 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물론 나라의 크기나 이미지는 동의 세레스가 좋았 지만 서의 이노네스도 나라 크기에 비해 많은 말들이 있는 나라였다. 또한 이노네스에는 가지고 있는 마과학자(魔科學者)란 작위가 있었다. 마법과 과학의 조합이란 이단적인 방법이 비밀리에 실존하는 곳이 이 나라, 이노네스 였다. 겉모습은 비슷해도 중심핵은 판이하게 달랐다. 최고 권력의 경우 세레스는 왕, 헤로딘은 장로원, 트론은 영주회, 제스트는 상부가 가지 고 있지만 이노네스의 최고 권력 자리는 완전히 비밀에 쌓여 있었다. 라우디는 환한 분위기의 이노네스 거리를 걸으며 천천히 머리속을 정리했 다. 팬의 말이 신경 쓰이기도 했지만 어차피 지나가는 사람의 일이었다. " 훗....너무 많은 말과 생각... " 현실로 돌아갔다.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는 냉혹한 현실로. " 사랑은...필요 없겠지? " 라우디는 허공을 향해 물으며 팬의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결정을 내 리면 그것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조금도 후회와 주저를 남기지 말고. 그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다. 냉정하더라도 좋은 추억 으로서 남아 있게. 곧 라우디의 접혀 있던 망토깃은 펼쳐 졌다. 또다시 싸늘한 보랏빛 눈동자만이 망토 밖으로 드러날 뿐이었다. 마음을 닫아 버린 문처럼... =-=-=-=-=-=-=-=-=-=-=-=-=-=-=-=-=-=-= " 그렇군요.. 가는 거군요, 래디 오빠. " " 잘 있어라. 다음에 만나면...좋은 사람과 아이와 함께 있어야 한다. " 라우디는 차갑게 대답하며 무표정한 소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우연의 장 난으로 살아 남은 아이이기에 잊지 못할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인연은 여기 서 끊어야만 한다. 이노네스에 마지막이란 결심으로 온 이상. " 안아 주시겠어요. 마지막으로.... " " ...미안하다. " 말은 그렇게 했지만 라우디는 망토를 풀며 팔을 벌렸다. 소녀는 라우디에 게 안기며 작게 입술을 깨물었다. 이번은 장난이 아니었다. 믿고 싶지 않은 그것은 너무나 쉽게 다가와 납득하게 만들었다. 라우디는 소녀의 마음을 가 슴을 통해 느꼈다. 억지로 삼키는 울음... 마음의 절규가 잔잔한 이성을 흔 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조절하는 것은 쉬웠다. " 팬에게 안부 전하고.. " 라우디는 손을 뻗어 소녀의 어깨를 잡아, 억지로 떨어지게 만들고는 집을 나섰다. 무뚝뚝하게 걷기는 했지만 두 손은 소녀의 감각을 잊지 않으려는 듯 오므라들었다 펴졌다를 반복했다. 에딘의 나이와 같은 사람이기에 마음이 움 직이는 것인지 모른다. 문득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사랑한다고 외치는 듯 했다. 그러나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현실감. 가슴 아픈 일이 있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서 멀어지려는 행동...처럼. 라우디는 빠른 걸음으로 골목을 돌았다. 문득 한 무리의 남자들과 마주쳤 지만 라우디는 그들 사이로 빠져나가 갈 길을 걸었다. 아무리 작은 도시라고 해도 영주가 있는 곳이었다. 문득 라우디는 팬의 집에서 그리 멀리 가지 않아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는 자신의 갈 길을 걷고 있는 행인들만이 있었다. 라 우디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건물과 건물 사이 골목으로 들어갔다. 이곳 지 리는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세 번째 골목을 돌았을 때, 건물들의 창이 하 나도 없는 작은 공터에 도달 할 수 있었다. 라우디는 그곳에서 다시 멈추어 서며 낮게 말했다. " 나와라. 나를 쫓아온 놈들. " 그러자 세 갈래로 나 있던 골목으로 여러 무리의 남자들이 하나 둘 들어서 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평범한 옷차림에 몽둥이나 낡은 검등 보잘 것 없 는 무기들을 들고 있었다. 보나마나 골목 뒷세계의 최하층이었다. 노예보다 는 높은 지위지만... " 이노네스...자객인가? " " 무슨 소리! 우린 차기 영주님의 수하이다. " " 쓰레기들...이군. " 라우디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망토 안으로 손을 넣었다. 겉으로 들어나지 않게 잘 매어둔 검의 싸늘한 느낌이 손끝을 통해 전해져 왔다. 하지만 라우 디는 순간적으로 일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노네스의 고위층과 관계 없는 사람들과 충돌할 이유는..아무것도 없었다. 라우디는 그들이 자신을 포 위할 때까지 기다린 후 차분히 물었다. " 왜 날 따라왔지? " " 따라왔지가 아니라 죽이려고 한다. " 라우디의 질문에 대답한 남자는 맨손을 풀며 실실 웃음을 짓고 있던, 라우 디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사내였다. 라우디는 가슴 속에서부터 갑자기 웃 음이 터져 나옴에 피식, 입가만 웃으며 다시 물었다. " 왜지? " " ....죽기 전에 가르쳐 주지. 그건 네가 팬의 딸과 깊은 관계인 것 같기 때문이다. 방해가 되거든. " " 영주 아들의 놀이에? " " ..음...그렇지. 얼굴 반반한 여자애도 새로운 맛이라나.. " 그 순간 라우디의 눈은 크게 부릅떠졌다. 그 때까지 실실 웃음을 짓고 있던 남자의 얼굴에선 핏기가 사라졌다. 라우 디는 망토 속에서 손을 꺼내고 손가락에 끼어져 있던 반지를 빼 주머니에 넣 었다. 검은 필요 없었다. 라우디는 바닥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 잘못 건드렸어.. 모두 죽여 버리겠다. " " 무, 무스- " [ 카가가가가가!!! ] 사내의 말은 라우디의 손에서 방출되는 새하얀 빛에 먹혔다. 대신 금속이 갈리는 소리가 기괴하게 라우디의 손에서 울렸다. 그가 있던 곳에는 가느다 란 한 줄기 빛이 방출되었다. 손가락 굵기 만한 빛줄기... 그것은 눈깜짝할 사이, 남자의 머리를 꿰뚫었다. 순간적으로 충격을 먹은 남자의 머리는 퍽, 소리를 내며 산산이 부서져 허공으로 날렸다. 동시에 모두는 깨달았다. 건드 려서는 안될 사람을 건드렸다는 사실을... 즉시 그들은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도망칠 수 없 었다. 주먹을 쥔 라우디의 손과 팔은 구불치는 빛이 감쌌다. 그 빛은 스파크 와 비교할 수 없는 공기의 파문을 일으켰다. 라우디는 두 손을 들어 그것을 그대로 바닥에 내리찍으며 외쳤다. " 광뇌(狂雷)!!!! " 그리고 바닥은 갈라지며 수많은 빛의 광선들이 바닥을 타고 라우디를 중심 으로 뻗어져 나갔다. 그것들이 향하고 있는 것은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인간들의 육체였다. 그들의 영혼은 육체와 함께 갈가리 찢겨져 나갔다. 신경을 모두 태우는 타오르는 고통을 고스란히 받으며... 라우디의 눈은 계속 이글거렸다. 주문도 필요 없이 보랏빛 눈빛에 섬광은 이끌렸다. < 계속 > -+-+-+-+-+-+-+-+-+-+-+-+-+-+-+-+-+-+- [ 50편까지는 이제 3편!! ] I'm a Breaker- ひそむパワ- 私の少年. 夢と戀と純眞で出來てる. でも想像もしないもの 隱れてるはず < Boy Captor Iria OP - Plutonuium - > ^^;;;;;;;; (해석하시면 뒤집어짐.. 마지막 어절을 빼곤 조금 문제의 요지가...) - Ipria Ps1. 버그.... --; 또다시 버그...4장 38편.. 이리아가 찔린 곳은 목이 아닌 가슴이었습니다. (부위(?)마저 잊다니..통신 작가로서 책임이 부족하다는 것을 통감하고 있 습니다. 연재는 띄엄띄엄해도 작품에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또 버그가 있으면 수정하겠습니다. 다시 읽는 도중 발견하는 버그라...언제 또 나올지는 모르겠군요. Ps2. 여자애 이름을 아직도 못지었어요- T.T (아- 이름짓기 힘들어라...) 누가 보내주세요~~ (라고 해도 아무도 보내지 않을 것을 알기에 혼자 열심 히 생각해야 하는 이프... 어서 스타일에 변화를 줘야지....) 『SF & FANTASY (go SF)』 55988번 제 목:<이리아> ▣ 5. 사랑하는 사람 ▣ -48-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06 23:37 읽음:342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힘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 그 한 마디 말밖에 되지 않는... [ 이리아 ] ΙΥΙΑ 제 5장. 떠나는 사람, 대신 얽매이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48> ----------------------------------------------------------------------- " 사, 살려- " 남자는 간신히 붙어 있는 한 쪽 팔을 허공을 향해 뻗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두터운 손이 덮여 졌다. 그 손은 가볍게 남자의 머리를 들어 올렸다가 그대로 바닥을 향해 내리 찍었다. 남자의 머리에서는 뒷통수가 깨 져 나가며 속이 뭉개지는 소리와 함께 잘 다져진 흙바닥에 파묻였다. 라우디는 허공을 향해 두 눈을 부릅뜬 그 시체를 지나치며 골목을 나섰다. 그의 어깨 너머로는 새카맣게 타거나 도막난 남자들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절대 혼자 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강렬한 폭발음과 비명, 섬광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위치를 찾으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들은 그곳을 찾을 수 없었고, 라우디는 시간차를 이용해 빠른 속 도로 팬의 집을 향해 달렸다. 또다시 무겁게 늘어져 있던 망토 자락이 펄럭 이고 땅을 디디는 라우디의 발에서는 둔탁한 소리가 울리며 흙먼지가 일었다. 도시 외각 중 잘 눈에 띄지 않는 그의 집 주위에는 십여명의 남자들이 서 성이고 있었다. 라우디는 시야에 잡히는 남자들의 모습을 머리속에 그렸다. 그들은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는 라우디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모두 가볍게 싸 울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들이 손을 푸는 동안 라우디의 모습은 그들의 시 야에서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라우디는 달리던 기세를 그대로 밀고 나가며 제일 앞에 있던 남자의 머리 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동체 시력이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빠른 움직임에 남 자의 머리는 손쉽게 라우디에게 쥐어 졌다. 동시에 그의 목에서는 으드득 소 리가 울리며 머리가 뒤로 꺾여 나갔다. 라우디의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그의 눈은 정면을 바라본 그대로 경직됐다. 라우디는 한 손에 머리를 쥔 채 다음 사람을 향해 달렸다. 힘을 잃은 남자의 다리는 땅에 끌리며 시끄러운 소리와 흙먼지를 일으켰지만 라우디의 근력에 허공으로 떠올랐다. 라우디는 그 시체를 검을 뽑으려던 남자의 정면으로 들 이 밀었다. 일순간 갑작스레 시야에 들어온 시체의 뒷통수에 그는 멈칫거렸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시체의 머리에 부딪혀 뒤로 넘어졌다. 그의 뒤로는 라우디의 검 이 뒤따랐다. 망토 안에 갈무리 되어 있던 라우디의 검은 두 사람의 허리를 관통한 뒤 빠르게 둘을 베었다.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다. 라우디는 간단히 두 사람을 반도막 낸 뒤 옆을 돌아보며 검으로 공간을 그어 올렸다. 어느새 거무틱틱한 검신에는 흰빛이 생겨나 있었고 그 빛줄기는 검의 궤적 을 따라 움직이다가 검신의 정면을 향해 쏘아 졌다. 그곳에는 동료를 부르려 던 남자의 몸이 있었다. 그의 몸은 작렬하는 섬광에 살점과 내장을 튀기며 폭발해 버렸다. 인간의 폭발음은 기괴하게 공기를 울렸다. 즉시 팬의 집에서는 밖의 낌새를 눈치채 고 대여섯 명의 사람이 튀어 나왔다. 라우디는 재빨리 허공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원을 그렸다. 그것만으로도 허공에는 가느다란 선이 그러지며 원이 생겨났다. 라우디는 그것을 향해 외쳤다. " 환각의 벼락, 일루시브 썬더!(*1 Illusive Thunder) " 그의 말끝에 허공에 그려진 한 개의 원은 십여 개의 원을 뱉어 냈다. 그리 고 그 원들은 모두 하얗게 빛을 발하며 흰색 불꽃을 튀겼다. 그 불꽃의 뒤는 이리저리 격하게 꺾이는 빛이 따랐다. 골목에 나온 사람들은 시야를 어지러트리는 빛의 움직임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제멋대로 움직이는 듯 하지만 제각각 목표를 지니고 있던 벼락 의 줄기에 관통되어 새카맣게 탈뿐이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그들의 몸 은 흰 연기를 뿜으며 타올랐다. 겉에 걸치고 있는 옷가지들은 순식간에 재로 변해 흩날렸다. 그들은 화창한 하늘을 바라보며 모두 뒤로 넘어갔다. 하늘에서는 붉은 태 양이 이글거리며 그들을 비웃듯이 아래를 굽어보고 있었다. 라우디는 조용해 진 거리를 걸어 팬의 집으로 향했다. 바닥에 뒹구는 시체는 시체일 뿐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의미한 물건일 뿐... " ..랜... " 라우디는 소녀의 이름을 부리며 팬의 집,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급하게 닫 힌 그 문은 거뭇거뭇한 재가 묻어 있었다. 라우디는 현관문을 향해 손을 뻗 는 대신 검을 들어 손때 묻은 현관문의 윗부분에 찔러 넣었다. 두툼한 나무 문은 가볍게 갈라지며 라우디의 검을 받아 들였다. 그리고 라우디의 손에는 둔탁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갈라진 문틈 사이로 검붉은 피가 방울져 검신을 타고 흘러 내렸다. 라우디 는 문에서 검을 빼냄과 함께 문을 발로 찼다. 현관문의 문고리가 단번에 부서지며 현관문은 열렸다. 바닥에는 문의 궤적 을 따라 피가 끌려 있었다. 집안에 들어서자 엉망으로 망가진 집안 가재도구 들이 시야에 들어 왔다. 옆으로 넘어진 탁자와 완전히 부서진 의자들은 격렬 한 싸움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라우디는 검을 들어 정면의 문을 향해 던졌다. 얄팍한 나무문은 라우디의 검에 의해 우지끈 소리를 내며 박살났다. 그러 나 곧 그곳에서는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문 아래로 피가 흥건히 흘러 나왔다. 방은 세 개... 라우디는 뚜벅뚜벅 걸어 거실과 이어져 있던 오른쪽 방앞에서 멈추어 섰다. 방안에서는 인기척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마 떨고 있으리라.. 귀신과 같은 라우디가 그냥 지나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라우디는 그들의 기대를 밟으며 주먹을 들어 그대로 문을 향해 질 러 넣었다. 둥글게 구멍이 뚫린 문뒤로 이번엔 손끝에 아무런 느낌도 전해져 오지 않았다. 라우디는 입끝에 미소를 띄우며 중얼거렸다. " 폭뇌(爆雷).. " 그리고 그 방안으로는 벼락의 줄기가 휩쓸었다. 방구석 구석, 방안의 모든 물체를 쓸며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단순히 마력의 방출로 이루어진 뇌력( 雷力)이 벽을 부수고 사방으로 폭사되었지만 라우디는 흔들리는 앞머리 사이 로 묵묵히 마지막 방을 바라보며 문안에서 손을 빼낼 뿐이었다. 라우디가 손을 빼내자 문은 힘없이 안으로 넘어져 들어갔다. 방안에는 서 너명으로 보이는 시체가 문을 중심으로 산산이 부서져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 다. 라우디의 팔을 향해 달려들다가 폭발한 것이 틀림없었다. 라우디는 방안 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검이 꿰뚫은 옆방으로 향했다. 힘들여 만든 나무바닥은 또다시 뚜벅 뚜벅, 라우디의 발걸음 소리를 고요 한 공간에 큰소리로 울렸다. 숨통을 조금씩 조여 가는 소리... 그 소리가 멈 추어 졌을 때, 문은 활짝 열렸다. 라우디는 문을 열어 방안을 바라보며 나지 막하게 말했다. " 랜...을 놔라. " " 뭐하는 자냐. 넌. " " 알고 있을 텐데. 소문을. " 방안에는 십대로 보이는 소년이 있었다. 하지만 소년의 손에는 긴 검이 들 려져 있었다. 검날은 랜의 오른쪽 가슴을 지나 왼쪽 어깨에 살짝 걸쳐져 있 었다. 그는 잠시 라우디의 망토 사이를 노려보다가 이를 갈았다. " 의문의 살인 사건... 너였군. " " 랜을 놔라. " " 싫다면? " " 둘 다 죽인다. " 라우디의 대답에 랜의 눈동자는 크게 떠졌다. 그러나 곧 라우디의 행동을 이해하고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라우디는 그럴 사람이었다. 충분히. 소년은 랜의 반응에 놀란 얼굴로 외쳤다. " 그, 그런 말이 어딨어! " " ....결정해라. 밖의 네 부하들은 다 죽었다. 그리고 넌 고립됐다. 하필 창도 없는 방이지. 나는 마법사. 이곳 영주가 기사들을 끌고 와도 모두 내게 죽는다. " 라우디는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들었다. 주먹에서는 곧 흰 불꽃이 불똥을 튀겼다. 라우디는 망토 사이로 랜의 모습을 가득 담았다. 아직 헤어질 때 그 모습 그대로 그녀는 있었다. 다른 여자들처럼 울거나 뭐라 말을 하지도 않았 다. " 셋. " " 돈을 주겠다. 여자라면 이 여자 말고 더 줄 수도 있어. 한 번만 봐줘. " 소년은 검을 든 손을 떨며 애원했다. 하지만 라우디는 랜에게 시야를 고정 시킨 채 감정이 배제된 어조로 말했다. " 검을 치워라. 둘. " " 아, 알았어! " 소년는 주저 없이 나오는 라우디의 말에 검을 옆으로 치웠다. 소년의 얼굴 은 굴욕감으로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곱게 자란 귀족의 전형적인 모습이 었다. 돈과 권력으로 무엇이든 하려고 하는 어리숙함. 하지만 정작 홀로 남 았을 때에는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는... 랜은 천천히 라우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차분히 말했다. " ...고마워요. 오빠.. " " 울지도 않는군. " " 오빤 말이 정에 끌리면 말이 많아지잖아요. " 랜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라우디에게 다가왔다. 라우디는 어느새 자신 을 꿰뚫고 보고 있는 랜의 모습에 망토 안에서 쓴웃음을 지으며 몸을 돌렸다. 그러나 그것은 실수였다.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소년의 검은 허공 에서 움직여 갔다. 작은 틈이라도 기다리던 두 다리는 바닥을 박차며 랜을 덮쳤다. 라우디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격하게 움직이는 소리에 순간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 러나 시간이 없었다. " 둘 다 죽어라!! " 소년은 기세 좋게 외치며 랜의 등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필요 이상으로 긴 검신은 직선을 그렸다. 그러나 그 검 끝에 닿은 것은 랜 의 몸이 아니었다. 공간이 뿌옇게 변하며 랜과 검 사이로는 라우디의 망토가 튀어 나왔다. 소년의 검은 깊숙이 라우디의 망토를 꿰뚫고 들어갔다. 소년의 기세 좋던 눈동자에는 라우디의 살기 어린 보랏빛 눈동자가 가득 들어 찼다. 암울하면 서 몸을 짓누르는 힘... 소년은 그대로 굳어졌다. " 큭큭... " 라우디는 작게 웃으며 손을 뻗었다. 라우디의 손에는 검자루를 쥐고 있는 소년의 팔목이 잡혔다. 라우디는 팔목을 잡은 뒤, 그대로 비틀었다. " 끄아!!!! " 손에 쥐어져 있던 검이 떨어지며 처절한 비명이 소년의 입에서 터져 나왔 다. 그러나 라우디는 손을 옮겨 소년의 반대쪽 팔목도 잡아 똑같이 부셔 버 렸다. 소년은 흰자위까지 드러내며 비명을 질러 댔다. 랜은 잔혹한 라우디의 행동에 문앞에서 그대로 멈추어 서서 굳어져 버렸다. 라우디는 싸늘한 눈으로 소년의 뒤통수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소년의 몸을 들어 올렸다. 라우디의 한 손에 잡힌 소년은 라우디에게서 벗어 나기 위해 몸을 비틀었다. 그러나 그것은 쓸데 없는 몸부림이었다. 라우디는 소년의 몸을 벽쪽으로 가져간 뒤 무릎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 대로 소년의 무릎을 벽에 찍었다. 무릎뼈가 아작 나는 소리가 기괴하게 울리 고 소년의 목에서는 숨넘어가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라우디는 묵묵히 소년의 반대쪽 다리로 손을 옮겼다. 랜은 떨려 오는 다리에 몸을 떨며 라우디를 향 해 외쳤다. " 그, 그만해요. 오빠!! " 그러나 라우디는 그녀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년의 무릎을 벽에 찍어 박살내 버렸다. 관절끼리 연결 부위가 깨어져 나간 소년의 팔과 다리는 줄이 끊긴 인형처럼 라우디의 손안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혀를 깨물었는지 이미 소년의 입에서는 선혈이 흘러 내렸다. 그렇지만 소 년의 육체는 살아 있었고, 의식은 저주처럼 남아 있었다. 라우디는 손에 힘 을 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 내 여자를 건드리는 자는 이렇게 죽인다... " 그 때 라우디의 귀로 아늑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 화풀이...군요. > " 시끄러. " < 나약한 사람... > " 난 약하지 않아!! 당신을 위해 강해졌고, 더욱 강해 질거야!! " 라우디는 허공을 향해 외치며 소년의 몸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아직 살 아있기는 해도 시체나 다름없었다. 마법으로 육체가 원래대로 돌아가더라도 평생 폐인으로 살 것이다. 라우디는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는 소년의 몸을 뒤로 한 채 문 앞에서 떨고 있는 랜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잡아 억지로 끌고 갔다. " 래, 래디 오빠!! " 하지만 라우디는 그녀의 외침에 상관하지 않고 차갑게 물었다. " 이런 일을 계속 겪에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같이 다니겠나? " 랜은 입술을 깨물며 아무말도 못했다. 라우디는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그녀 를 정면에 오게 한 후 다시 물었다. " 결정해라. " " 전.... " 랜은 주저하는 어조로 말을 꺼냈다. " 같이 가겠어요.. 이대로 여기서 살수도 없는 일이잖아요. " 그녀는 힘없이 미소지었다. 라우디는 묵묵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때 또다시 목소리는 들려 왔다. < 이성을 유지하게 해 줄 사람을 찾는 약한 남자.. > 라우디는 그 말에 랜의 입술에 짧게 키스했다. 그 목소리의 주인에게 보란 듯이.. 랜은 느닷없는 라우디 행동에 얼굴을 붉혔지만 라우디의 시선은 랜을 보고 있지 않았다. 라우디는 망토 사이로 손을 넣어 얼굴을 가린 채 광기 어린 웃 음을 억지로 억눌렀다. 하나 둘, 현실 감각은 돌아왔다. 그러나 라우디는 손을 치우지 못했다. 에딘이면 몰라도... " 환청...에 반응하다니...내가.... 으아!!! " 라우디는 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랜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는 거리 안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가운데 라 우디의 비명은 마른 하늘의 날벼락을 불렀다. < 계속 > -+-+-+-+-+-+-+-+-+-+-+-+-+-+-+-+-+-+- [ 이래서 마법 쓰는 캐러는 싫어~~ ] 능력 조절 실패..(더구나 무협 스타일~~ --;) 天下天下 唯我獨尊 無敵玉體 라우디 님의 狂亂이었습니다. 다음은 天下第一 絶世 美少年 魔皇太子 에딘의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크헉- 무협이 아냐~ 무협이 아냐~ T.T) - Ipria 『SF & FANTASY (go SF)』 55989번 제 목:<이리아> ▣ 5. 사랑하는 사람 ▣ -49-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06 23:37 읽음:350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힘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 그 한 마디 말밖에 되지 않는... [ 이리아 ] ΙΥΙΑ 제 5장. 떠나는 사람, 대신 얽매이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49> ----------------------------------------------------------------------- 떠오르는 생명의 근원, 태양. 투명한 이미지를 가지는 새들의 노랫소리. 고요한 숲속에 가까운 리안의 집은 평화스러움과 조용함이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아침에 에딘은 눈을 뜨고 허공을 향해 빙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 잘 잤어요? " 대답이 들려 올 리가 없었지만 거의 습관에 가까웠다. 하지만 오늘 아침은 다른 날과 아침이란 느낌이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깨 닫고 에딘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리안이 마련해 준 옷을 입었다. 펠레인 에서 산 옷은 여기저기 잘리고 피에 물들어 오래전에 마법의 힘으로 재도 남 기지 않고 태워 버렸다. 에딘은 머리띠를 풀고 길게 자란 머리를 대충 뒤로 넘겨 정리 한 후 정성 스럽게 머리띠를 윗이마에 감고 방에서 나왔다. " 아, 에딘 군. 잘 잤어요? " 리스틴은 방문을 열고 나오는 에딘의 모습에 환하게 웃으며 에딘을 불렀다. 에딘은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가운데 주방에 있는 리스틴을 향 해 은은한 미소를 보냈다. 곧 주방 창문으로 리안의 얼굴이 불쑥 들어왔다. " 날 빼놓고 아침 인사인가? " " 우- 또 삐진 거야? " " 잘 잤는가, 에딘- " " 좋은 아침이네요, 리안. " 에딘은 밝은 두 사람의 모습에 즐거운 얼굴로 주방으로 들어 왔다. 두 사 람은 에딘의 부탁대로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행복한 모습으로 매일 을 보내고 있었다. 에딘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 이제 떠나겠습니다. 아무래도 너무 쉰 것 같아요. 그 동안의 신세..고맙 습니다. " =-=-=-=-=-=-=-=-=-=-=-=-=-=-=-=-=-=-= 오늘도 환한 아침. 이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대한 창문가로 걸어가 커튼 사이로 창밖을 보 았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시녀, 하인들의 모습과 경비 교대를 하는 기사들의 움직임은 끊임없이 물결치며 맑은 햇빛 아래 성안을 수놓고 있었다. 이리아 는 얄팍한 유리창에 몸을 기대며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차가운 유리의 느낌이 허리를 통해 전해져 왔지만 곧 부드러운 커튼이 몸 을 감싸주어 따스한 아침 햇살을 즐길 수 있었다. 이리아는 부드럽게 양팔로 가슴을 감싸며 멀리, 도시 안 평민들이 살고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얼마 전까지 그곳에서 많은 일을 겪었었다. 살인을 하고, 몸을 노리는 불량배와 싸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사람을... 새로운 사람.. ' 무사하겠지...에딘? ' 이리아는 불안한 마음을 기대로 바꾸며 눈을 감았다. 언제까지고 침대에서 울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문득 어린 시절 첫사랑이었던 레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린애처럼 어리광을 부리고, 장난을 쳐도 언제나 순진하게 웃으 며 자신을 생각해 주던 아이... 진홍의 눈동자를 제외하고는 에딘과 똑같이 생긴 그는 말했었다. ' 멀리 떨어져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에딘은 '우리'가 아니잖아? ' 그러나 기대하고 싶었다. 성을 나서는 순간 백마 탄 왕자처럼 나타나 자신 에게 손을 내밀어 주기를... 그리고 그의 가슴에 기대어 그가 가고 싶은 곳 으로 함께 가기를... " 레이디. 실례하겠습니다. " 이리아는 문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황급히 눈을 뜨며 창문에서 떨어졌 다. 목소리의 주인은 레피드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 왔다. 그리고 이리아가 깨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자 환한 얼굴로 말했다. " 깨어 계셨군요. " " ..... " " 저...이왕에 일어나시게 되었는데.. 성안 구경을 하시지 않겠습니까? " 레피드는 기대에 찬 표정을 그대로 내비치며 물었다. 이리아는 레피드의 생각을 빠른 시간에 읽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의 시간 동안 레피드에 대해서 안 것은 많았다. 단순한 기사처럼 보여도 그 뒤에는 치밀한 전략가와 냉혹한 군주의 성격이 배어 있었다. 그리고 과거의 일에 쉽게 얽매이는 남자였다. 차분하면서 친절 한 일면을 보여주지만 그 반대에는 파괴적이고 난폭한 본능이 자리 잡고 있 었다. 그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스스로 안 것이기에 더욱 정확했다. 레피드는 이리아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며 정중히 말했다. " 그럼...모시겠습니다. " 대답은 살짝 내비치는 미소. 이리아는 손끝을 레피드의 손바닥에 살짝 대 며 레피드를 따랐다. 교양 과목으로 귀족들의 예법을 잠시 본적이 있었기에 가볍게 그것을 행할 수 있었다. 레피드는 능숙한 움직임으로 이리아를 이끌고 복도를 나섰다. 바쁘게 움직 이던 성 안 사람들은 레피드와 이리아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놀란 얼굴로 살 짝 허리 굽혀 예를 올린 후 빠른 걸음으로 각자의 일로 돌아갔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레피드는 말했다. " 바쁜 아침에 인사는 간단하게 해도 되죠. 그들은 어차피 저를 따르는 사 람들. 아무도 그들의 행동을 뭐라고 할 수 없습니다. " ' 독립적인 세계란 뜻이군. ' 이리아는 레피드의 말안에서 요점을 고르며 성안을 걸었다. 마법으로 ㄴ아 낸 돌로 만든 바닥은 레피드의 권력과 지위를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게 해주 었다. 회색으로 말끔하게 처리된 벽면은 소박하면서 화려함을 배제하고 기사들을 생각한 것임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무딘 금속의 느낌이 성안 여기저기 곳 곳에 배어 있었다. " 조금 썰렁한 감도 있지만 영지 사람들의 생활을 알고 있으니 무리는 하 지 않습니다. " 레피드의 눈치 빠른 덧말에 이리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의 말 대로 성안에서는 그 흔한 장식용 그림도, 화분도 없었다. 고급 융단이 깔린 곳은 영주실과 귀빈실이 있는 곳뿐이었다. 화려함의 시작이 되어야할 영주관 로비에는 색이 들은 돌들이 모자이크 형식으로 계단까지 조합되어 있었다. 이리아는 생각보다 완만하게 휘어진 계단을 내려가며 레피드의 말을 계속 들었다. " 여기는 화려하게 할 수 없었습니다. 경건하게..들어와야 할 곳이죠. 그 래서 거리를 재대로 잴 수 없도록, 인간의 눈의 한계를 이용해 만든 곳 입니다. " 어느새 레피드의 설명은 차분하면서 다정해져 있었다. 이리아는 알 수 없 는 레피드의 변화에 양옆으로 날개처럼 벌어진, 1층 로비로 내려가는 계단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그의 말대로 뭔가 한 가지 감각이 이상했다. 공간감각과 시각이 정확하게 일치되지 않는 것이 마치 강한 힘이 감각을 흩트리는 듯 했다. 그것은 일반 인이라면 마법을 이용한 것처럼 느껴질 듯 했다. 그 때 이리아는 로비 안쪽 으로 힐끔 보이는 흰색 조각상을 발견했다. 손질에 신경을 쓰는지 흰빛 석상은 은은한 빛이 반사되고 있었다. 레피드 는 이리아의 시선이 그곳에 멈춘 것을 발견하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 레피드 가문과 영지의 수호여신...입니다. " 하지만 이리아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 이리아는 레피드의 손을 놓고 치맛단이 바닥에 끌리는 지도 잊은 채 홀로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가슴 한복판을 무엇인가가 꽉 누르는 느낌이 있었다. 레피드는 재빨리 이리아의 뒤를 따르며 말을 이었다. " 제 약혼녀이기도 했던 사람입니다. 놀라지 마시길... " 이리아는 그의 말을 흘려듣고 계단의 마지막에서 발을 뗌과 동시에 석상의 정면으로 달렸다. 그리고 석상의 전신을 바라보며 기억 속에 묻힌 한 사람을 떠올렸다. ' 시...리... ' " ..따뜻한 마음을 가진...자애로운 여인이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 이리아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목을 부여잡으며 뒤로 물러섰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운명의 엇갈림이 온몸을 죄어들었다. 그 이름은... ' 시리엘-!! ' " 시리엘..입니다. " < 계속 > -+-+-+-+-+-+-+-+-+-+-+-+-+-+-+-+-+-+- [ 크허....억. 한계...입니다. ] 이제 정말로 잠시 쉽니다.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입니다. 수능이 끝난 뒤에 뵙죠. 힘내라고 메일 주세요~~~ (제발~~ T.T) 50편을 1편 남겨 둔 채 쉴 생각을 하고 있는 이프였습니다. - Ipria Ps1. 엿보내 주실 분...없겠죠? ^^; 그냥 메일이나 주세요~! (작은 정성이 제겐 엄청난 힘을 줍니다.) Ps2. 이글을 보실 고 3 수험생 여러분~~~(없겠죠? --;) 원하시는 바를 성취하시길 바랍니다. 파이팅!!! 『SF & FANTASY (go SF)』 56373번 제 목:<이리아> ▣ 5. 사랑하는 사람 ▣ -50-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09 22:12 읽음:342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힘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 그 한 마디 말밖에 되지 않는... [ 이리아 ] ΙΥΙΑ 제 5장. 떠나는 사람, 대신 얽매이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50> ----------------------------------------------------------------------- " 이것으로 된 건가... " 에딘은 자신의 앞에 놓은 음식을 보며 중얼거렸다. 리안의 집을 나오면서 그들이 한 달 이상 벌어야 할 돈도 주었고, 행복을 빌어 주었다. 그들이 자신에게 해준 것에 비한다면 하찮은 일처럼 느껴지기 도 했지만 계산상으론 충분한 대가를 치뤘다. 그렇지만 마을과 떨어져 거의 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그 둘의 일은 신경이 쓰였다. " 후우....정처 없다란 말보다는...운명의 힘을 믿는게 낫겠죠? " 말 그대로 이리아의 행방은 묘연했다. 그런데도 리안의 집을 나온 것은 직감이 불렀기 때문이었다. 마스터인 라 우디, 인생을 바치기로 한 이리아, 둘을 만날 때와 비슷했다. 에딘은 머리띠 끝을 만지작거리며 포크를 들었다. 갑작스레 입안이 써지는 느낌이었지만 먹 어야만 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는 이상. 에딘은 천천히 음식을 입으로 집어넣으며 허리 뒤에 매인 검의 끝을 쓰다 듬어 보았다. 이리아가 매던 대로 허리 뒤에 매어 옆으로 빼낼 수 있게 한, 이미 검집을 잃었지만 어설프게 새로 만든 검집이 헐거운 그 검은 단 둘 뿐 인 보물이었다. 식당 안에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대다수 현재 이노네스와 레 피드 가문의 이야기만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죽인 적의 수는 얼마니, 누가 어떻게 몇 명을 죽였느니, 어떤 작전으로 몇 명이 몰살당했느니.. 참혹한 전 쟁의 현실은 겪어 본 사람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좋은 이야깃거리에 불과 했 다. 순간 에딘은 웬지 모르게 위화감이 느끼고는 빠른 속도로 음식을 먹었다. 검과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고 있었다. 신기하게 보여서일까? 아는 사람이 없는 이곳에선 위험한 일은 피하는 것이 좋았다. 예전의 자신이라면 당하는 입장이었겠지만 지금은 역으로 가하는 입장이 될 수가 있었다. 목적이 있는 삶이기에. 목적을 위한 힘이기에. " 하아....후... " 곧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닦은 에딘은 물잔 위에 네프킨을 얹고, 그 위 에 포크를 놓은 후, 포크 위에 금화 한 닢을 얹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점 심 시간이 지나서인지 그럭저럭 사람이 적은 식당의 사람들은 에딘이 잔 위 에 올려놓은 금화에 잠시 시선이 고정되었다 지나쳤다. 에딘은 평소의 모습 대로 얼굴에 미소를 두텁게 지으며 식당을 나섰다. 하지만 생각 외로 뒤따르는 사람은 없었다. 에딘은 가벼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시내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두 개의 마을과 한 개의 거대한 호수 를 가지고 있는 레피드의 도시는 수수하면서도 활기차고 안정감이 있었다. 헤로딘 제 1 기사의 영지이기 때문에 인지 도시 내 사람들의 얼굴에는 자 부심 같은 것이 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겉모습들을 제외하고 에딘은 뭔가 한 가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본능적인 감각이랄까? 신경을 자 극하는 한 가지가 부족해 오히려 그것이 신경을 곤두세웠다. 특정은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곳에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적어도 이리아와 관계된, 인간을 벗어난 존재와 관계된 그 '무엇'이. [ 따각... 따각.. ] " 귀족의 행차? "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에 에딘은 고개를 갸웃이며 그곳을 바라 보았다. 그것은 네 마리의 말이 끌고 있는 마차의 소리였다. 청색으로 단조 롭게 칠해지고 멋을 배제한 마차는 빠른 듯한 속도로 영주성을 향하고 있었 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한 일을 수행하고 있는 마차였다. 멀리서도 잘 보이는 무난한 색인 청색과 도적을 피하기 위한 투박한 마차 는 네 마리의 말이 끌기에 너무 초라했다. 그러므로 결론은 한 가지 뿐이었 다. 에딘은 자신의 곁을 지나쳐 가는 마차의 뒤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분명히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투덜거릴 것이다. 길이 험했느니, 피곤했 느니, 여독을 풀어야 하니, 무엇을 준비하라느니.. 그것은 귀족의 하찮은 헛 소리에 불과했다. 마차 안이 도보로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동경의 대 상인지 그들은 모를 것이다. 오래전, 수많은 마차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아온 에딘은 금새 그 마 차에서 신경을 끊고 오늘부터 저녁을 보낼 여관을 찾기 시작했다. 일단 도착 한 이후, 시장기를 해결한 후이기 때문에 약간의 시간이 있었다. 에딘은 상가들을 지나치며 영주성을 바라보았다. 회색의 이미지인 그곳은 권력과 명예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가고 싶지 않은 곳이기도 했다. 화려함과 호화로움의 뒷면에 존재하는 처절한 최하층 인간들의 생활은 삶의 회의를 느 끼게 한다. 한편 에딘은 영주성을 바라보고 있던 중 문득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지 깨 닫고는 입가에 희미한 진심 어린 웃음을 지었다. 이제부터 해야하는 일은... " 그렇게 귀에 틀어박히도록 말씀하셨는데...결국 마스터의 뒤를 따르는군 요. 하하하... 죄송합니다. " =-=-=-=-=-=-=-=-=-=-=-=-=-=-=-=-=-=-= " 여기 계셨습니까.. " " ....... " 이리아는 귓가에 들려오는 레피드의 말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녀가 있는 곳은 성안에 마련된 작은 정원이었다. 천정을 유리로 만들고 정교한 조 각이 새겨진 석제 탁자와 의자들이 있는 정원은 11월의 계절상 화사하기 그 지 없었다. 레피드는 냉담한 이리아의 반응에 약간 멋쩍어 하며 말을 이었다. " 불편하신 거라도 있으신가요? " 이리아는 그 말에 고개를 젓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꽃들이 만발해 있 는 화단으로 향했다. 십여가지 꽃들이 핀 그곳에서는 희미하지만 놓칠 수 없 는 향기가 흐르고 있었다. 곧 이리아의 시야에는 새하얀 여섯 장의 꽃잎 안 에 새빨간 수술을 가지고 있는 작은 꽃과 회색과 흰색이 뒤섞여 부드러움과 차분한 이미지를 가지는 꽃이 들어 왔다. 흰 꽃은 심하게 시들어 곧 색깔이 변하고 말라 떨어질 듯하게 보였지만 이 리아는 그것을 따, 손안에 움켜쥐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론 밝은 회색의 꽃 을 따서 레피드의 앞으로 가져 갔다. 레피드는 이리아의 손에 들린 그 꽃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 니드니스... 그녀가 좋아했던 꽃이죠. 꽃말은... " ' 한평생 함께 하는 사람... ' 이리아는 억지로 입을 뻥긋여 꽃말을 말했다. 레피드는 그녀의 입술을 읽 고는 놀란 얼굴로 말했다. " 아, 알고 계셨습니까? " 이리아는 그 말의 대답을 레피드의 시선을 피하는 것으로 했다. 레피드는 이리아의 뒤를 따르며 물었다. " 그런데...반대 편에 쥐고 계신 건 무슨 꽃이죠? " " ...... " 그 말에 이리아는 묵묵히 손을 펴고, 꽃을 가슴에 밀착시키며 눈을 감았다. 따스한 손길이 닿는 듯한 느낌... 그 꽃의 꽃말대로 곁에 있는 느낌이었다. " 레이디? " " 레피드 님. 장로원에서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빨리 와주시길 페릭 님께 서 부탁하셨습니다. " 레피드는 갑작스레 도착한 근위 기사의 말에 눈가를 찌푸렸다. 그러나 곧 평정을 되찾고 이리아를 향해 살짝 허리 굽혀 인사를 한 뒤 정원을 나섰다. 이리아는 둘의 발소리가 멀어짐에 가슴에서 손을 떼고 가만히 손에서 뭉개진 꽃을 바라보았다. 은은하면서 따스한 그 꽃의 이름은... ' 아이리... ' 이노네스에서만 자란다는 꽃이었다. < 계속 > -+-+-+-+-+-+-+-+-+-+-+-+-+-+-+-+-+-+- [ 짧지만 올립니다. ^^ 오늘이 제 생일입니다~!! ] 통신 작가 일을 한지 처음으로 맞는 생일입니다. 축하해 주세요~~~ ^^; 좋은 하루 되시길... - Ipria Ps1. 공지랄까? 이리아의 두 번째 모음집부터는 잡담이 삭제 되고 오타 및 버그를 삭제 하겠습니다.(이미 첫 번째는 등록이 되었고, 시간도 없어서... --;) 살아있는(?) 잡담을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SF란 연재본을 보시길 바랍니 다. Ps2. 이 글을 끝으로 수능 때까지 잠정 휴필입니다. ^^; 『SF & FANTASY (go SF)』 56375번 제 목:<이리아> 첫 번째 모음집 등록.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09 22:13 읽음:358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판타지아, Go Fan 5 1, lt <이리아> 입니다. ^^ 1장부터 4장까지 모음으로 통신 연재본과 똑같습니다. (이것까진 제 하드 백업 용과 비슷하기에 잡담도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모음집부턴 처음으로 수정본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소장하실 분은 어서 가서 받아 주세요~~ ^^; - Ipria Ps. 오늘이 제 생일이랍니다~ ^^* 『SF & FANTASY (go SF)』 57279번 제 목:<이리아> ▣ 5. 사랑하는 사람 ▣ -51-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16 19:55 읽음:336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힘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 그 한 마디 말밖에 되지 않는... [ 이리아 ] ΙΥΙΑ 제 5장. 떠나는 사람, 대신 얽매이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51> ----------------------------------------------------------------------- " 레피드의 땅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헤로딘의 손길이 머문 땅과 함께하는 당신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장로원의 뜻과 함께하는 로윈입니다. " 레피드는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는 얼굴을 유지했다. 30을 넘었음에도 왜 소하다고 느껴지는, 전형적인 책략가 스타일의 로윈은 레피드와 똑같은 웃음 을 지은 채 어깨를 펴고 있었다. 레피드는 일부러 입고 나온 은빛 갑옷 앞에 서 위축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절대로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님을 알았다. 레피드의 땅이라고 한 말을 헤로딘의 손길이라고 바꾸어 말하는 그의 어조 에는 묘한 뉘앙스가 남았다. 무언의 압력...오히려 당할 수 있는 일이었다. ' 역시...였나. 제길.. ' 레피드는 속으로 짧게 장로원을 향해 욕을 하고는 주위 하인들에게 손짓을 해 그들이 준비된 대로 행동하게 했다. 그리고 불과 네 명에 불과한 장로원 사람을 별실 쪽으로 이끌었다. " 상당히 딱딱한 곳이라고 느껴집니다, 레피드 경. " " 제 1 기사의 성입니다. 이 정도는 당연하죠. 든든한 방패 뒤에 서성이는 자들이 알리는 없지만요. " 성을 걸으며 감상을 말했던 장로원 쪽 호위 기사는 레피드의 말에 얼굴이 달아 올랐다. 든든한 방패가 무엇인지는 어린 애도 안다. 약간 어색해진 분 위기에 로윈은 자신의 뒤를 따르는 두 명의 호위 기사를 향해 눈짓을 보냈다. 동시에 로윈의 곁을 걷는 30대 후반의 남자는 인상을 찌푸렸다. 성급하게 움직일 수 없고, 움직일 수 없는 분위기가 레피드의 성에 흐르고 있었다. 일거수 일투족을 잡으려는 분위기였다. 물론 겉으로 들어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있었다. " 지난 전투에서...전사하신 왕자님의 소식에 폐하께서 심히 안타까워 하 셨습니다. " " 그렇습니까? 하긴 젊은 나이에 세 명이나 되는 여자들을 끼고 놀았으니 안타깝기는 하군요. 그 정도 능력이라면 신임할 수 있었을 테니... " " 그 일의 결과에 대해서 레피드 경께 문책은 하지 않는다는 결정입니다. 대신... " " 장로원의 결정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듣도록 하겠습니다, 로윈 님. 이렇 게 걸으면서 할 이야기가 아닙니다. " 일시에 레피드는 얼굴에 머물던 웃음을 지우며 차분하게 말했다. 그와 함 께 로윈과 그의 곁에 걷던 남자는 처음으로 노골적으로 얼굴을 구겼다. 건방 진 것도 한도가 있다고 해도 레피드의 화술은 생각보다 뛰어났다. 우직한 기 사라는 생각이 산산이 깨져 나가고 있었다. ' 역시..위험 인물..장로원의 생각을 알 만하군. ' 로윈은 그런 생각을 하며 장로원의 뜻을 알리기 전, 레피드에게 무언의 압 력을 넣으려던 것을 포기하고 대신 레피드의 성안을 살피며 걸었다. 그리고 잠시 후 복도 한편에서 한 여인이 걸어와 살짝 인사를 함에 반사적으로 인사 를 하고 그녀를 스쳐 지나쳤다. " 누굽니까, 방금 전의 여인은..? " " 제 약혼녀...입니다. 평민이죠. " " 예... " 로윈은 레피드의 대답에 무심코 뒤를 돌아 그녀를 바라보게 되었다. 매우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어도 약간 중성적 이미지와 따스하다고 느껴지는 모습 이 평민처럼 보이지 않았다. 생긋 미소를 지으며 시녀들을 움직이는 그녀에 게서 잠시 시선을 떼지 못한 로윈은 몇 걸음 걷지 않아 자신이 무슨 짓을 하 고 있는지 깨닫고 작은 헛기침과 함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레피드의 약혼녀... 그녀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베일에 싸 인 신비의 인물처럼 너무나 묘하게 포장되어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신 경이 쓰이는 것인지도 몰랐다. 또한 야릇하게 마음이 끌리는 것은... " 성 내에서는 조심해 주십시오. 전쟁 때문에 모두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 태입니다. " 문득 들려온 레피드의 말에 로윈은 제 정신을 차렸다. 레피드는 어느새 다른 곳과 달리 화려하게 조각들이 들어간 방문 앞에 도 착해 하인들과 시녀들을 옆으로 물러나게 하고 있었다. 로윈은 특별히 접대 용으로 만든 그 방에 꺼림칙한 느낌을 받으며 두 명의 호위 기사와 나이 많 은 제자라고 할 수 있는 남자를 향해 작은 눈짓을 주었다. 맹수의 둥지에 이빨과 발톱을 감춘 채 다른 동물의 가죽을 쓰고 들어온 맹 수. 곧 방문은 열렸다. =-=-=-=-=-=-=-=-=-=-=-=-=-=-=-=-=-=-= " 하하...하하하하!!! " 레피드는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웃음을 터트리며 갑옷을 벗어 대충 방안에 던졌다. 그리고 뒤따라 들어온 세이라의 허리를 안아 빙글빙글 돌았다. 느닷 없는 레피드의 행동에 작게 비명을 지른 세이라는 곧 레피드에게 몸을 맞기 며 물었다. " 즐거운 일이라도 있었어요? " " 하하하.. 아니. 하지만 웃기는 일은 있었어. " " 예? " " 당신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더군. 쿡쿡.. 시녀였으면 그냥 손을 뻗쳤을 거야. " " 뭐, 뭐예요! " 세이라는 듣기 좋지 않은 레피드의 말에 작게 소리치며 레피드에게서 떨어 지기 위해 레피드의 어깨를 밀었다. 레피드는 그녀와 함께 방안을 돌던 것을 멈추고는 세이라의 몸을 안았다. 그리고 품안에서 떨어지려고 팔을 움직이는 세이라의 이마에 이마를 맞대며 말했다. " 당신은 시녀가 아니잖아. 위대하신 이 레피드 님의 약혼녀라고. " " 위대하기는... " " 위대하지. 이곳에선 내가 왕이라고. 모두 내 꺼야. 안 그래? 내게 앙탈 부리는 당신도 내꺼고. " 순간 세이라는 할 말을 잃었다. 뭐라 반박할 수 있는 어휘가 없었다. 결국 세이라는 레피드의 품안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움직이던 팔에서 힘을 뺐다. " 묘한 운명이지. 피에 물든 나 따윌 따라온 당신도 참 대단해. 그 때까지 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쳇.. " " 후회하나요? " " ..... " 레피드는 그 물음에 아무말 없이 안고 있던 세이라에게서 떨어졌다. 세이 라는 무의식 중에 신음을 뱉어내며 뒤로 물러났다. 레피드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다. 어떤 대답이 나올지... 굳게 닫혀진 입술이 열리는 것이 두려워 졌 다. 지금의 레피드는 방금 전까지 따스하게 안아 주던 레피드가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고요해진 방안. 눈에 띌 정도로 크게 두근 거리는 가슴을 두 손으로 억누르며 세이는 레피 드에게서 돌아섰다. 그 때 레피드가 입을 열었다. " 내가 후회하는 일은 한 가지가 있어. " ' 레피드... ' 그의 이름을 마음 속으로 작게 부르며 세이라는 눈을 감았다. 눈시울이 붉 어지는 것이 느껴져 왔다. 레피드는 세이라의 어깨가 미약하게 떨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애써 그것을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 시리엘... 그녀가 어이없게 아버지란 인간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을..막 을 수 없었던 거야. 그 후에..난.... " 뚜벅... 레피드는 세이라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무거운 발을 옮겼다. " 간신히 페릭에게 억눌려 미치지는 않았지. 그리고 만났어, 난. 내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한 생활을 하는 당신을. " " ...레피... 전.. " " 후회하냐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당신을 만난 것을 내가 후회할 거라 고 생각해? " " 예?? " 순간 세이라의 눈은 크게 떠졌다. 레피드는 세이니의 어깨에 살짝 머리를 얹었다. " 고마워하고 있어. 이렇게 기댈 수 있는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 당 신이란 여자가 내 곁에 있는 사실을... " " 미안..미안해요, 레피.. 전.. " " 당신이 여자가 아니었다고 해도 이랬을까? " 레피드의 쓸쓸한 웃음이 세이라의 어깨를 타고 흘러 내렸다. 세이니는 뒤 에 서 있는 레피드에게 기대며 팔을 들어 레피드의 머리를 부드럽게 감아 안 았다. 그리고 다정하게 말했다. " 모르죠. 당신이란 사람은 알다가도 모르니까요. 제가 남자 같이 꾸미는 모습도 좋아하니..제가 남자였다고 해도 무리는 없었을 거예요. " "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 레피드는 그 말에 웃으며 세이라의 목을 살짝 깨물었다. 그리고 깊숙이 세 이라에게 목을 묻고 세게 그녀의 허리를 안으며 낮게 읊조렸다. " 다음 전투에서 승리하면.. 여행..할까? " " ...좋아요. " " 승전 기사로서.. 세계 제일의 기사, 레피드 2세로서 당신을 받아들일게. 성대하게,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그런 예식을 할거야.. " 세계 제일의 기사, 레피드 2세... 레피드는 서서히 달아오르는 세이라의 몸을 안아 들며 마음 속 깊은 곳에 서부터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미소를 지었다. 가벼운 발걸음처럼, 무겁게 마음을 짓누르던 것이 사라져 버린 느낌이었다. 넓은 벌판을 바라보며 찬바람 속에 세이라와 첫 키스를 나누던 그 때와 비 슷한... 검을 배우고 살인이란 것을 저지른 후, 세이라를 만나 다시금 행복 이란 것을 느꼈던 그 때와 비슷한... 따스하면서 시원한... 죄악이 매달린 영혼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있었다. =-=-=-=-=-=-=-=-=-=-=-=-=-=-=-=-=-=-= 미약한 바람에도 흩날리는 꽃 향기. 투명한 벽 아래에 놓인 연약한 생명들의 체취를 맞으며 페릭은 불이 꺼진 2층의 방, 굳게 닫힌 두 개의 창문을 올려다 보았다. 그 방에 묵고 있는 사 람은 이리아였다. 별들이 초롱초롱한 시간, 홀로 정원에 앉아 있다는 쓸쓸함 은 그럭저럭 견딜만 했다. " ...내일도 바쁜 하루가 되겠...지.. " " 페릭... " " 세일리 님. " 페릭은 작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모습을 찾 았다. 어느새 그녀는 정문에서부터 멀리 돌아 정원으로 오고 있었다. 페릭은 달빛을 받아 하얀빛을 발산하는 로브와 어울리는 그녀의 모습에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세일리가 다가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곁에서 에스코트 해주어야 한 다는 생각만이 가득해질 정도였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그런 충동을 느끼겠 지만 페릭의 마음은 그들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빠른 걸 음으로 페릭이 다가오자 미안한 마음으로 그와 똑같이 빠른 걸음을 옮겼다. " 이 시간에 왠일로 여기에... " " 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라고 하면 믿지 않으시겠죠? " 세일리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페릭의 말을 받았다. 페릭은 손을 내밀어 세일리가 가볍게 잡을 수 있도록 한 뒤, 다시 정원으로 향했다. " ...믿어야죠. 세일리 님의 말씀인데. " " 어머, 이제 그런 건가요? " " 에, 아.. 예. " 페릭은 세일리의 약간 놀란 목소리에 얼굴을 붉혔다. 왜 얼굴이 붉어져야 하는지, 그 자신도 모르는 일이었다. 노골적으로 감정을 표현했던 일 때문일 까? 뭔가 어색했다. 하지만 싫지는 않았다. 레피드란 그늘 뒤에 있었기에 무 의식 속에 쌓이던 열등 의식이 그녀로 인해 사라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페릭이 잠시 쑥스러워 하는 모습에 세일리는 살짝 자신의 손을 얹게 하고 있는 페릭의 손을 꼭 쥐며 옆으로 살짝 몸을 뺐다. 페릭은 갑작스럽게 넘어 가는 세일리의 몸을 받치기 위해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세일리는 기다렸 다는 듯이 그 손을 잡으며 페릭의 몸을 당겼다. 물론 페릭이 그녀의 힘에 딸 려 갈리는 없었다. 단지, 뒤로 넘어가는 몸을 지탱해 줄 뿐이었다. 세일리는 고개를 젖혀 하늘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 좋은 밤이죠? " " 예.. " " 이런 밤..혼자 보내면 쓸쓸하겠죠? " " 예?? " " 저 같은 처녀가 이런 밤을 쓸쓸하게 보내야 겠어요? " " 세, 세일리 님! " 페릭은 평소와 다른 세일리의 말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남자를 유혹하는.. 매혹적이기는 하지만 이성이 거부하는 세일리의 모습은 이질감이 있었다. 하 지만 세일리는 고개를 살짝 젖혀 약간 젖은 눈으로 페릭을 바라보며 말했다. " 내일 아침에.. 깨워 드릴게요. " " 무슨 말씀입니까. " " 거절하지 말아 주세요.. " 세일리는 그 말과 함께 몸을 지탱해 주던 페릭의 두 손을 놓았다. 페릭은 천천히 힘을 잃고 뒤로 넘어가는 세일리의 몸에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곧 세일리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하지만 그녀는 요염한 얼굴 대신,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순진한 사람.. " " 세일리 님. 장난...이었습니까? " 그의 질문에 세일리는 대답 대신 로브 안에 손을 넣어 단검 한 자루를 꺼 내어 페릭의 얼굴 앞으로 가져 갔다. 은빛을 내야 할 단검은 피의 막이 씌워 져 있었다. " 당신의 생명..이에요. 고생은 했지만..당신과 함께 할 겁니다. " " ..죄송합니다.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 " 아니에요. " 세일리는 힘이 빠지는 페릭의 팔에서 몸을 빼내고는 다시 왔던 길로 발걸 음을 옮겼다. 페릭은 손안에 남아 있는 온기와 향기로운 그녀의 체취에 약간 놀라며 어색한 미소와 함께 손을 꽉 쥐었다. 그 때, 등을 보이고 정원에서 멀어지던 세일리가 말했다. " 방금 전 일... " " 아... 잊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세일리 님. " 페릭은 황급히 세일리의 말을 자르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 오는 말은 그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 장난은 치지 않아요. 저는... 페릭...바보. " " 에?? " " 몰라요! " 부끄러운지 세일리는 버럭 그렇게 소리지르고는 페릭에게서 도망치듯 달렸 다. 페릭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어이 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지난 번까지 의 애처로운 모습이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변해 가고 있는 세일리...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 한 방 먹었군요. 과거에 얽매이는 게 저 자신일 줄은... " < 계속 > -+-+-+-+-+-+-+-+-+-+-+-+-+-+-+-+-+-+- [ ^^ ] 수험생 여러분, 파이팅!!! - Ipria Ps. 그러고보니 지난 편이 50회 였더군요.(잊고 있다니...바보..) 이제 끝을 향해 가는 것만 남은 듯... ^^ 『SF & FANTASY (go SF)』 57814번 제 목:<이리아> ▣ 5. 사랑하는 사람 ▣ -52-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20 13:55 읽음:334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힘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 그 한 마디 말밖에 되지 않는... [ 이리아 ] ΙΥΙΑ 제 5장. 떠나는 사람, 대신 얽매이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52> ----------------------------------------------------------------------- " 죽어! " " 케헥... " " 하늘..이여... " 가슴 한복판에 검을 찔린 채 두려울 정도로 깨끗한 하늘을 향해 마지막 힘 을 쏟아 혼의 외침을 꺼내어 보는 일개 병사. 주위에는 이미 주인의 손을 떠 난 술병 마냥 쓰러져 버린 인간이란 존재의 육체가 수두룩하게 쓰러져 있다. 그리고 그것을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죽이고 죽는 병사들. 검과 검이 마주치며 울리는 쇳소리. 화살이 날아와 머리를 날려버리는 둔탁한 소리. 창에 일직선으로 꽂히고, 목이 베어지는 소리. 머리를 가득 메우는 전쟁의 소리.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하려는 거지? " 훗. 훗. 나 자신은 할 수 없겠지. 하지만 너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강해져야 해. 그리고 살아 남아야 해. 그녀를 위해... 아무리 든든한 존 재가 곁에 있어 주더라도.. 너는 그것을 거부하고 있을 것이다. " 무, 무슨.. 누구에게 하는 말이지? " 힘을 빌려줘. 모두를 죽여 버리겠어. 하찮은 인간들..벌레 같은 존재들. 강한 힘 아래 굴복하는 자들에게 하늘로 가는 길을 열어 줘야 해. " 안돼!!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넌 에딘. 에딘 케인즈야! 저주받은 힘을 이어받았고, 가족도 없으며, 오직 두 사람에게만 마음을 열 며 생명을 죽일 수 없는 존재야! 잊었나?! 너를 따르던 사람들이 네 손에 죽던 그 때를!!! " 모두 죽어라!!!! 사라져 버려!! " 에딘! 케인즈 가문의 마지막 자손이여!! 제 정신으로 돌아와라! " 허무의 힘. 나의 힘이여.. " 케인즈!!!!! =-=-=-=-=-=-=-=-=-=-=-=-=-=-=-=-=-=-= " 으아아아!!!! " 목청껏 터져 나오는 비명.. 누군가 깨어나 밖으로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깨달았으니 이미 소 용없는 일. 에딘은 숨을 몰아쉬며 멍한 눈동자로 침대 발치의 허공을 바라보 았다. 격하게 들썩이는 어깨는 좀처럼 멈추어 질 줄 몰랐다. 너무나도 생생한, 절대 현실이 아니라고 믿을 수 없는 일. 강렬하게 머리 속에 그려지는 그 일들이 의식 속에 살아 있었다. 꿈이 아니었다. 에딘은 손을 들어 꼼지락 꼼지락, 손가락을 마디 마디 움직이며 무표정한 얼굴로 손끝에 작은 화염을 만들었다. 마치 방금 전까지 불을 뿜었던 것처럼 손끝에서는 팟,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촛불과 비슷한 크기의 화염이 솟아올 라 끊임없이 타올랐다. 에딘은 손바닥을 폈다가 그 화염을 움켜쥐었다. 에딘의 손안에서는 갑작스럽게 화염이 폭발하듯 옆으로 새어 나왔다가 금 새 꺼졌다. 연기도, 냄새도 없었다. 에딘은 무표정한 얼굴에 입가에만 묘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자리에 누웠다. 아직 방안은 칠흑처럼 어두운 한밤중이 었다. " 내가... 내가... 미친다면.. 미쳐서 사람들을 죽인다면.. 그 땐... " 만약이 아닌, 실제가 될 수 있는 일.. 두렵기도 하지만 찹찹하기도 한 현실. " 날 죽여 줄 수 있겠죠...? 이리아? " =-=-=-=-=-=-=-=-=-=-=-=-=-=-=-=-=-=-= " 다녀올게. " " 다녀오세요. " 레피드는 활짝 웃는 얼굴을 하는 세이라의 머리를 거친 손으로 살짝 부빈 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오늘 일정은 아주 간단했다. 2차 원정에 따른 장로원의 의견 청취와 그들의 다음 결정을 받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 뿐이었다. 이미 페릭을 통해 어떤 명령이 내려 올지, 그 뒤에 그들이 어떻게 움직일 지 예상하고 있기에 예상 외의 일도 감당할 수 있을 듯 했다. 지리적으로 이 노네스와 세레스란 두 나라 사이에 끼여 있는 영지의 위치에 어느 누구도 함 부로 움직일 수 없기에 작은 움직임은 오히려 하기 쉬웠다. 복도에는 페릭이 나와 레피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레피드는 그의 곁을 스 쳐 지나치며 물었다. " 준비는? " " 방에는 근위 기사단 단장급 인원과 레피드 기사단의 제 수하들만 들어올 수 있게 했습니다. " " 믿을 수 있는 자들이겠지? " " 예. " 굳은 표정으로 대답하는 페릭의 얼굴에는 살짝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레피드도 지금만큼은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갑옷과 검의 상태를 확인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곧 3층 중앙 회의실 방앞에서는 근위 기사 넷이 레피드를 발견하고는 허리 굽혀 예를 차렸고, 그 중 한 명이 회의실 안을 향해 말했다. " 레피드 2세, 후작께서 도착하셨습니다. " ' 내가 후작...이었나? 상당히 높았군. ' " 레피드 님? " " 페릭 이제스. 잘 부탁한다. " " 예, 예- " 레피드는 문앞에서 작은 듯이 외치는 근위 기사의 말에 페릭을 향해 약간 의 장난기 어린 웃음을 살짝 보이고는 천천히 열리는 문안으로 시선을 보냈 다. 강한 느낌을 주는 문이 양옆으로 열리며 레피드에게 보여주는 것은 방안 의 긴장된 분위기였다. 레피드는 어깨를 펴고 약간 위엄 있는 자세로 방안에 들어섰다. 페릭의 말대로 방안에는 낯익은 근위 기사단장과 부단장 4명, 레피드 기사 단의 중심 기사 3명이 있었다. 물론 로윈과 그 일행도 당당한 자세로 그들을 바라보며 탁자 끝쪽에 서 있었다. 레피드는 긴 탁자 좌우로 갈라져 앉은 근 위 기사단 기사들과 레피드 기사단 기사들의 모습에 살짝 쓴웃음을 내비쳤다. 같은 성, 영지 안에 있어도 명칭의 차이로 서로 보이지 않는 대립을 하는 두 기사단은 마치 어린 두 아들의 눈싸움과도 비슷했다. 물론 일이 터진다면 그 결과는 엄청난 것이겠지만. " 그럼 이제 정식으로 장로원의 뜻과 함께하는 저희들의 소개를 해야겠군 요. " " 그러시지요. 로윈. " 로윈은 레피드의 대답에 묘한 웃음을 지으며 탁자의 위쪽으로 위치를 옮겼 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은 레피드 였지만 로윈은 그곳을 양보하지 않 았고, 레피드도 그곳에 갈 생각이 없었다. 간단한 로브를 걸친 로윈은 작은 헛기침을 몇 번하더니 입을 열었다. " 제 이름은 로윈 헤렐튼. 뒤의 두 기사는 궁정 기사단 소속, 돌격대 부단 장인 밀로테스 님과 제 2 왕자님의 호위 기사이신 아로트 님입니다. " " 음... " ' 알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군. ' 레피드는 로윈의 말에 힐끔 페릭을 쳐다보았다. 이미 페릭은 심각해진 얼 굴이 되어 무엇인가를 골몰히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 번 원정대에는 돌격대 가 없었다. 그리고 왕자의 호위 기사와는 만날 일이 적었으므로 그 둘을 몰 라봤던 것이 당연했다. 로윈의 일행. 철저하게 이쪽을 계산해 짜여진 것이었 다. " 그리고 이쪽은 이노네스와 협정을 담당하고 있는 레헬렌입니다. 제 제자 라고 부끄럽게 소개 하겠습니다. " " 이..노..네..스? " " 아, 그것은 잠시 후에. " ' ..이노네스...이노네스.....레이디! ' 순간 레피드는 무엇엔가 얻어 맞은 듯한 충격으로 잠시 시선을 로윈에게서 떨어 트렸다. 잊고 있었다는 말이 정확했다. 세이라에게 신경을 쓰면서 그것 에 대해서만 까맣게 잊고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다. 페릭은 즉시 마 른 헛기침으로 레피드의 사고를 현실로 끌고 오고는 로윈의 의기양양한 얼굴 을 쳐다보았다. 솔직한 심정으로, 바로 앞으로 걸어가 얼굴에 한 방 갈겨 주고 싶었다. " 우선 레피드 경...아니, 레피드 2세, 후작께서는 지난 번 2차 원정대의 실패를 최소한의 피해로 이끈 것에 대한 공로로 공작의 작위가 수여됩니 다. " " 감사합니다. 영광을 국왕께. " 레피드는 입에 발린 말로 로윈에게 살짝 허리 굽혀 예를 표했다. 그렇지만 입안은 썼다. 공작... 귀족 최고의 지위를 일개 기사에게 주는 것은 그만한 대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밑에 깔린 의로운 전사(戰死)도 예상하고 있 었다. " ....그리고 일 주일 후, 레피드 영지의 병사들과 자랑스런 헤로딘의 레 피드 기사단은 3차 원정대로서 이노네스와 대치하란 명령입니다. " " 군대가 없음에도 가만히 있는 그들과 대치하란 뜻입니까? " " 그들은 곧 움직일 것입니다. " " 아주 이노네스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는 군요. " " ....... " 로윈은 그 말에 묵묵히 팔짱을 꼈다. 레피드는 표면적인 웃음을 지으며 서 서히 주먹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지난 번 전투 때 죽은 레피드 영지의 사 람들이 머리속에서 그려져 갔다. 이노네스와 멀리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인 이곳, 레피드의 땅, 이클리드의 도시. 이곳은 이노네스로부터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2차 원 정대 기사들의 시체는 작은 언덕 하나 건너에 있었다. 레피드는 위압감 넘치 는 눈으로 로윈을 노려보며 나지막하게 물었다. " 로윈. 장로원에 소속된 당신께 묻겠소. 이노네스와 무슨 협상을 벌였소?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이곳에서 무사히 살아 나가지 못할 것이오. " 순간 방안의 기사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장로원 소속의 사람에게 무례한 어조로 말하는 것따위는 문제가 아니었다. 거의 분노로만 이루어진 레피드의 눈빛과 말은 실제로 이 방안에서 있을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줬다. 그의 말뜻 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간단하게 알 수 있었다. 명백한 협박이었다. " 나, 나에게 협박하는 것인가? " " 아니. 이노네스가 보낸 자객에 의해 죽을 수도 있음을 알려드릴 뿐이오. 뭐, 장로원이 미심쩍어 하더라도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어차피 뒤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 테니 여길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 굉장하군, 레피드. " " 당신도. " 이미 두 사람은 격식 따위에 신경쓰고 있지 않았다. 로윈은 뒤의 기사 둘 에게 작게 손짓을 하고는 또다시 약간의 헛기침을 한 뒤 말을 꺼냈다. " 사실 1차 원정대는 실전이었소. 2차 중반까지도 실전이었지. 하지만 중 간에 이변이 있었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갑자기 이노네스가 휴전을 요 청해 온 것이지. 음...이쪽에서도 상당히 많이 생각해 봤지만 휴전에 응 하는 것이 이익이란 결정이오. 조건은 지금까지 이노네스가 가져간 헤로 딘의 영토와 얼마 전, 이곳에 비밀리에 들어온 한 여자의 신병이오. 국 토와 여자 한 명. 계산은 되겠는지.... " " 레헬렌. 사실인가? " " 사실입니다. 레피드 경. " 레헬렌은 살벌한 분위기에 아랑곳 하지 않고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 다. 페릭은 그의 웃음이 무엇인가를 숨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검의 손잡이 에 아무도 모르게 손을 올려 놓았다. " 만약 그 제의를....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면? " " 반역죄. 이 자리에서 즉결이다. 레피드 공작. " " 어떻게?? " " 이렇게. " 로윈은 그 말과 함께 손을 들었다. 그러자 그의 뒤에 있던 기사 둘이 검을 빼들며 옆으로 빠져 나왔다. 즉시 레피드 기사단의 기사들은 뒤로 물러나며 각자의 무기를 들었다. 그것은 근위 기사단의 기사들도 마찬가지 였다. 하지 만 근위 기사단 기사들의 검끝은 로윈에게로 향하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모 두 레피드의 얼굴을 향해 검을 들었다. " ...내부 반란인가? " " 죄송합니다. 레피드 님. " 레피드의 정면에 서 있던 기사는 검을 치우지 않고 말로만 사과를 했다. 레피드는 묵묵히 고개를 떨구며 주먹을 들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바로 앞 에 놓인 탁자를 내리쳤다. 쾅- 커다란 충격음과 함께 탁자는 움푹 패어 들어갔다. 페릭은 레피드의 어깨를 툭 치고는 근위 기사들의 앞으로 걸어가며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 밖의 근위 기사들도 동조하고 있나? " " ...대다수 그렇습니다. 아니, 그렇게 될 겁니다. " " 멍청한 자식들. 레피드의 품안에 있으면서... " 페릭은 이를 갈며 발걸음을 멈췄다. 그 때 레피드가 입을 열었다. " 지금 이 순간부터 레피드 기사단 기사들은 페릭을 기사단장으로 그를 따 른다. " " 예. 레피드 님. " 무겁게 낮아진 레피드의 말에 레피드 기사단 기사들은 굳은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 레피드는 뒤로 돌아서며 말했다. " 페릭 이제스. 내 생각은 하지 말고 일처리를 하도록. 영지를...세이라를 맡긴다. " " 알겠습니다. " " 반항하던 안하던 동조하는 자는 죽여라. 내 손을 떠난 자는 필요 없다. " 레피드는 그 말을 끝으로 문을 향해 걸어갔다. 로윈은 황급히 방안의 근위 기사들과 문밖의 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 레피드를 죽여라!! 반역죄로, 장로원의 허락이다!! " 그의 말에 페릭을 향해, 검을 빼들고 있던 근위 기사들은 달려 들었다. 그 들의 검은 일직선으로 페릭의 가슴을 향해 내질러 졌다. 페릭은 묵묵히 정면 으로 있는 세 명과 뒤의 두 명을 바라보고는 그들의 공격을 받아 들였다. 세 개의 검은 매섭게 페릭의 가슴을 향해 파고 들었다. 그러나 검끝이 닿 기도 전, 페릭은 무릎을 굽힘과 동시에 허리를 낮춰 그들의 검앞에서 사라졌 다. 눈깜짝할 사이에 페릭의 몸은 세개의 검 아래로 들어갔다. 세 자루의 검 은 아슬아슬한 차이로 페릭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쳤다. 그들은 이미 완벽히 시야에서 페릭이 사라졌음을 알고 작게 신음 배인 탄 성을 질렀다. 그러나 페릭은 그들의 탄성이 끝나기도 전에 낮은 자세 그대로 검을 뽑으며 위의 팔들을 올려 베었다. 하늘로 솟구치는 검의 궤적에 뒤이어 피가 솟구쳤다. 레피드를 제외한 방안의 모두는 페릭의 움직임에 아무말도 꺼낼 수가 없었 다. 페릭은 어깨로 떨어져 내려오는 피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허리의 탄력 으로 일어섰다. 그리고 정면의 남자를 사타구니에서 머리까지 베어 올렸다. 그는 놀란 얼굴 그대로 옆으로 갈라져 갔다. 이미 두 팔을 잘린 두 명의 기사는 꼼짝도 하지 못한 채 공포에 질린 얼굴 로 페릭을 바라보았다. 뒤에서 지원을 하려던 기사들도 페릭의 시선에 눈이 닿자 완전히 얼어붙었다. 페릭은 피를 맞으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 레피드 기사단장, 페릭 이제스. 이제 레피드 기사단이 알고 있는, 페릭 이제스로 돌아간다. 레피드 경을 형이라 부르던 그 때로. " 그와 함께 레피드 기사단의 기사들은 얼굴이 하얗게 변해 갔다. 신입이 아닌, 페릭과 레피드란 기사와 함께 했던 기사들은 그 말뜻이 무엇 인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의기양양했던 로윈은 뭔가 크게 잘못됐음을 그제 서야 깨달았다. 근위 기사단이 동참하는 반란. 반드시 압도적으로 레피드를 억눌러야 했다. 그러나 방안에서부터 단 한 명의 기사에게 근위 기사단 고위 기사들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 끼익... ] 방문이 열리며, 레피드를 배반한 자들에게는 지옥이 펼쳐졌다. < 계속 > -+-+-+-+-+-+-+-+-+-+-+-+-+-+-+-+-+-+- [ 자아- 자- 시작합니다. ] 본격적인(?) 연재에 들어갑니다. 목표는 한 달 이내에 완결!! 그리고 한 편당 6장 반 이상! 지킬 수 없을 듯 하지만(--;) 해보겠습니다. - Ipria Ps1. 모음집에서 잡담은 사라집니다~ ^^;;;; Ps2. 하루 2편 연재는...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죄, 죄송해요~~~) 수능 본 피로가 갑자기 이제서야 밀려오는 바람에 뻗었습니다. 긴장과 피로가 뒤늦게 발동 되는 제 특유 체질(?) 땜시.. 페이스는 올 리고, 10장까지 스토리 라인은 잡았지만 글이 써지지 않는군요. --; 『SF & FANTASY (go SF)』 57919번 제 목:<이리아> ▣ 5. 사랑하는 사람 ▣ -53-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21 02:29 읽음:32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힘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 그 한 마디 말밖에 되지 않는... [ 이리아 ] ΙΥΙΑ 제 5장. 떠나는 사람, 대신 얽매이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53> ----------------------------------------------------------------------- " 영주를 막아라!! " 힘찬 외침이 성내 복도에 울려 퍼졌다. 그 외침을 들은 시녀들과 하인들, 레피드 기사단의 기사들은 무슨 소리인지 모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곧 레피드가 검에 피를 잔뜩 묻힌 채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모 두 일이 생겼음을 깨달았다. 신분이 낮은 자들은 즉시 성에서 몸을 피하기 위해 분산되어 갔고, 레피드 기사단의 기사들은 레피드의 주위를 애워싸며 자신들의 주군을 따랐다. 레피 드를 던 근위 기사들은 어느새 살기를 뿜고 있는 레피드 기사단 기사들의 모습에 움쓺, 하며 던 것을 멈추게 되었다. " 어떻게 된 것입니까. " " 근위 기사들의 반란이다. 경계 태새를 성내 전투 태새로 전환, 기사단장 은 페릭 이제스로 인계됐다. 질풍의 레피드 기사단..일 필요가 없다. 동 조하는 근위 기사는...모두 죽여라. " " 본국과는... " " 모든 것은 페릭의 결정을 따른다. 그가...잘 할 것이다. " 레피드의 딱딱한 대답에 레피드 기사단 기사들은 손목을 풀며 어깨를 움직 여 즉시 전투에 임할 수 있게 준비를 했다. 근위 기사들은 같이 성에 있었으 면서도 처음으로 느끼는 그들의 변화에 얼굴이 질려 갔다. 실전을 임해본 자 와 임해보지 못한 자의 차이는 엄청났다. 더구나 레피드가 직접 이끄는 '질풍의 레피드 기사단'이었다. " 혼자서 괜찮으시겠습니까? " " 날 믿나? " " ...모두 산개!! 레피드의 이름을 지킨다! " 레피드의 질문에 그는 큰소리로 모두에게 외치며 먼저 근위 기사들을 향해 달렸다. 그의 돌발적인 행동은 기사들로 하여금 그의 뒤를 따르게 했다. 근 위 기사들은 몸을 죄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들의 움직임에 제대로 검을 휘두 르지 못했다. 레피드는 비명을 동반한, 뼈가 잘려 나가고 피가 튀는 소리를 들으며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빠져 나갔다. 아무리 오랫동안 같이 지냈다고 해도 등을 돌 린 자는 적이었다. 싹을 내미는 적은 아예 뿌리까지 파내야 하는 법. 레피드 는 계단을 통해 올라오는 근위 기사들을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 전에도 이랬다. 근위 기사들을 베고, 베고, 또베고, 눈에 들어오는 대로 베고. 수하 기사단과 페릭을 만나기 전까지 홀로 근위 기사단 기사들을 베었다. " 으아아아아!!! 받아라!! " [ 사칵.. ] 레피드는 전속력으로 달려오며 검을 치켜든 기사의 앞으로 다가가 목과 함 께 팔도 베어 버리며 그를 지나쳤다. 그는 멍한 얼굴로 정면을 바라본 채 그 대로 목이 잘려 쓰러졌다. 레피드는 그대로 그를 지나쳐 계단 위를 혼자 가 로막았고, 기사들은 어이없게 죽은 그의 시체와 레피드를 번갈아 보며 달려 들던 것을 멈추었다. 실력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레피드가 너무 강한 것이었다. " 이, 이, 이럴 수는 없어! " " 어리석은... 너희들이 룬 나이트 기사단이나 블러디 나이트 기사단에 속 한 근위 기사들인지 아는가 보지? " 레피드의 차가운 말은 그들의 가슴을 파고 들어가 온몸을 굳어지게 만들었 다. 발톱을 숨기고 있던 맹수...아니, 레피드는 발톱을 감추고 그 위에 신을 신은 맹수였다. 하지만 그들이 그러고 있는 사이, 아래로부터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레피 드 기사단의 기사들이 그들을 치고 올라왔고, 그들은 어느 쪽으로도 가지 못 하며 갈팡질팡했다. 레피드는 겉멋만 있는 그들에게 조소를 던지며 검을 들 었다. 그들이 올라오던 계단은 완만하게 휜 원형 계단이었다. 레피드는 아래에서 올라오는 레피드 기사단 기사들에게 외쳤다. " 아래 상황은?! " " 2층 동쪽은 현재 저희 손에 있지만 서쪽은 아직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 다! 우선적으로 레피드 님쪽으로 달려 온 것입니다!! " " ....서쪽... 레이디. " 레피드는 그녀의 얼굴이 떠오르자 눈을 부릅뜨며 계단을 향해 달렸다. 계 단을 오르다가만 그들은 레피드가 먼저 움직임에 검을 들어 배운 대로 위에 서 아래로 내리 그었다. 레피드는 벽쪽으로 몸을 던져 벽에 바싹 붙는 것으 로 그들의 검을 피하며 오른팔을 위로 힘차게 내저었다. 부웅- 검이 바람을 가르며 정확히 목뼈를 갈랐다. 깨끗하게 잘린 목은 허공으로 떠올라 피를 흩뿌리며 근위 기사들 사이로 떨어져 내렸고, 그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레피드는 발로 시체들을 차 한 번에 뒤로 넘어지게 하고는 옆으로 돌며 허 리의 힘으로 검을 돌려 다음 기사들의 복부를 베었다. 많아져 가는 시체들은 아래에서 공격해 올라오던 자들에게 짐밖에 되지 않았다. 레피드는 문득 뒤 에서 창을 드는 기사를 발견하고는 몸을 낮춰 대각선으로 기사의 다리를 베 며 계단의 난간을 잡았다. " 비켜라!! " 레피드의 외침에 즉시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던 레피드 기사단은 뒤로 빠져 나갔다. 계단에서 난전을 펼치던 기사들 치고 그들의 움직임은 정확하고 빨 랐다. 질풍...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레피드는 갑작스런 기사단 움직임 변화에 당황하는 그들을 내려다보며 난간 밖으로 몸을 던졌다. 근위 기사들은 짧은 신음과 함께 레피드의 움직임을 좇았다. 멀리서 던져 진 창은 레피드의 몸을 지나쳐 계단 위에 박혀 들었다. 레피드는 7큐스(1qs =1m)정도 아래 있는 근위 기사들 무리를 향해 떨어져 갔다. 그대로 떨어지면 몸이 성하지 않을 듯 했다. 레피드의 검은 허공에서 레피드의 손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검끝은 아래 로 향하고 있었다. 레피드는 숨을 들이키며 정확하게 기사의 어깨를 무릎으 로 찍었다. 갑옷이 우그러지는 소리가 울리며 그 기사의 몸은 무너져 내렸다. 레피드는 그 사이에 팔을 돌려 주위 기사들의 몸을 베고는 묵묵히 앞으로 몸 을 던졌다. 그리고 또다시 앞을 가로막는 물체를 베어 넘겼다. 갑옷과 뼈를 베며 그의 검은 여기저기 깨져 갔다. 온몸의 근육도 오랜만의 격한 움직임에 삐걱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레피드는 계속 베었다. 미친 듯이. " 레, 레피드 니- " [ 빠각!! ] 몇몇은 후회의 비명을 질렀지만 즉시 레피드의 무릎이 날아가 얼굴을 찍어 버렸다. 레피드는 계단을 뛰다시피 내려와 마지막 계단을 끝으로 바닥을 굴 렀다. 세이라가 잘 챙겨 준 갑옷은 찌그러들어 레피드의 몸을 죄어왔다. 레 피드는 곧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나 갑옷을 연결하던 고리를 부숴 버 렸다. 질린 얼굴로 바라보는 많은 시선 속에 레피드의 갑옷은 바닥에 떨어졌다. 레피드는 반가운 듯한 표정을 짓는 레피드 기사단 기사들에게 아무렇지 않다 는 손짓을 하고는 서쪽으로 향했다. 골이 흔들려 약간 비틀거리는 걸음이 되었지만 레피드의 움직임은 살아 있 었다. 레피드 기사단 기사들은 그의 그런 모습에 1/3이 갈라져 레피드의 뒤 를 따랐다. 물론 나머지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 근위기사들을 다시 치고 올라 갔다. " 후....읍. " ' 미안해...세이라. ' 문득 세이라의 얼굴이 눈앞에 그려졌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고, 밝게 활짝 웃고, 사소한 일에도 눈물을 글썽이 고, 짧은 입맞춤에 모든 것이 해결되던... " 시리엘... 힘을 빌려줘... " =-=-=-=-=-=-=-=-=-=-=-=-=-=-=-=-=-=-= [ 쾅! 쾅! ] " 어서 문열어!!! " 밖에서는 기사들의 외침이 거세게 울렸다. 그들의 침입을 막고 있던 방문 은 이미 여기저기 갈라지고 문고리가 뭉그러져 있었다. 다행히 문고리가 뭉 개져 열리는 것에 무리가 있었지만 곧 문 자체가 부서질 듯 했다. 이리아는 창가로 물러서 계속 들썩이는 문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들이 방안으로 들어 왔을 때, 무슨 짓을 하려고 할지 뻔한 일이었다. 물 론 그들에게 그런 일따위는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토록 원하던 '힘'이 에딘 이 아닌, 원하지 않는 그들을 갈가리 찢어 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 후에는.. ' 에딘...도와줘.. 제발.... 어딨는 거야.... ' 바닥에 살짝 살짝 끌리는 치맛단이 신경에 거슬렸다. 하지만 왜 벗지 않는 지, 그녀 자신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렴풋이 예상은 되긴 했지만... ' 바보 같은 녀석! 이럴 때 도와줘야지!!! ' 그냥 미소로 모든 것을 떼우던 에딘의 얼굴이 그려졌다. 강하게 손목을 잡 고 팔찌를 끼워 주던... 마력을 억제하던 보석이 박살나 볼품없는 물건이 되 었지만 끝까지 빼지 않은 팔찌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이리아는 창밖으로 시선 을 돌렸다. 어느새 밖은 전쟁터가 되어 있었다. 같은 영지의 기사들임을 나타내는 상징이 가슴에 있었지만 그들은 서로를 죽이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물론 죽는 쪽은 일방적이다시피 했지만 왜 싸우 는지, 어째서 싸우고 있는지는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다. " 으악! " [ 쾅! ] 그 때 짧은 단발마 비명이 울리며 무엇인가가 강하게 문에 부딪히는 소리 가 울렸다. 이리아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며 주먹을 쥐었다. 곧 다시 한 번 무엇인가가 문에 부딪히자 문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기며 문을 부순 그 무엇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 레이디! " 그것은 레피드였다. 갑옷도 입지 않은 채 전투복이라 할 수 있는 옷의 곳곳에 피를 묻히고 한 손의 검은 엉망으로 변한 그는 피와 땀으로 얼룩진 얼굴로 이리아를 바라보 며 힘겨운 목소리로 외쳤다. 이리아는 그의 모습에 입가를 가리며 레피드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그의 뒤로 근위 기사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왔다. 레피드는 지체없이 몸을 날려 이리아에게 달려들었다. 이리아는 순간적으로 레피드가 허리에 손 을 뻗어오는 것에 그것을 피하려고 했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았기에 곧 레피 드의 손에 몸을 맞겼다. 레피드는 이리아가 팔 안에 들어오자 어깨에 걸치듯 이리아를 들며 말했다. " 죄송합니다. 잠시 참아 주세요. " 그는 그대로 창가로 걸어가 발코니로 나가는 유리문을 발로 차 부셔 버렸 다. 산산이 부셔지는 유리 알갱이에 햇빛이 산란되어 빛을 뿌렸다. 이리아는 왜 레피드가 발코니로 나왔는지 궁금했다. 이곳은 2층이었다. " 내 말을 준비해라! " 레피드는 그 말과 함께 이리아의 몸을 안았다. 그리고 발코니 난간으로 달 렸다. ' 서, 설마?! ' 이리아는 순간 책에서 읽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공주와 함께 도망치던 왕자는 막다른 곳에 몰리자 발코니로 향했다. 그는 달빛을 한아름 받으며 길다란 휘파람을 불어 그의 애마를 불렀다. 그리고 공 주를 안은 채 발코니에서 뛰어 내렸다. 공주는 높은 곳에서 떨어짐에 왕자를 세게 끌어안으며 그의 품에 안겼다. 하지만 아래에는 어느새 왕자의 애마가 도착해 있었고, 왕자는 그 말을 타고 공주와 함께 그곳을 도망쳐 그의 나라 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될 수는 없었다. 2층에서 떨어진다면 어딘가 부러질 것이 틀림없었다. 이리아는 둔탁한 충 격이 가슴을 타고 전해져 오는 것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 충격은 즉 시 소리로 변했다. 소리로. [ 카장!!!! ] ' 유리? ' 이리아의 생각대로 레피드의 몸은 유리를 깨트리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 다. 순간적으로 레피드는 몸을 돌려 다리를 지면으로 향했고, 완만한 충격과 함께 이리아는 땅에 착지했다. 그곳은 이리아의 방 바로 아래 있던 작은 정 원이었다. " 크흑. " 그러나 아무런 상처도, 충격도 없던 이리아와 달리 레피드는 짧은 신음을 뱉으며 무릎을 꿇었다. 몸에 축적된 피로와 충격이 레피드의 몸을 내리누르 고 있었다. 이리아는 손을 뻗어 레피드의 어깨를 부축했다. " 헤로딘에... " ' 에? ' " 헤로딘에 있으면 레이디는 위험합니다. " 레피드는 억지로 이리아의 부축을 거부하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멀리서는 레피드가 명령한 대로 그의 갈색 말이 주인을 찾아 달려오고 있었다. 레피드 는 손짓으로 그 말을 불러 자신의 앞에 멈추어 서게 하고 이리아의 손을 잡 았다. 하지만 이리아는 자연스럽게 말의 안장을 잡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말 에 걸터 앉는 듯한 자세로 올라탔다. 레피드는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이리아 의 앞에 탔다. 그리고 말고삐를 당겨 말머리를 돌리며 이리아에게 말했다. " 허리를...꽉 잡으십시오. 질풍의 레피드가 바로 접니다. " 레피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 때까지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말안장 가죽 사 이로 집어넣고 먼곳을 내다보았다. 이미 성문은 열려 있었다. 물론 성을 나 선다고 해도 외각성벽이 있었지만 일단 이곳을 벗아나고 볼 일이었다. 언제 화살이 날아올지 모르는 이상, 이곳은 위험했다. 레피드는 힘차게 말의 배를 차며 외쳤다. " 질풍의 기사, 레피드다! 막는 자는 모두 죽는다! " 그리고 레피드의 말은 달렸다. 거침없이, 앞을 가로막는 것들을 훌쩍 뛰어넘으며... 하지만 뒤이어 황급히 뛰쳐나온 근위 기사들이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들의 손에는...블러디 나이트나 쓸 법한 킨로드가 들려져 있었다. < 계속 > -+-+-+-+-+-+-+-+-+-+-+-+-+-+-+-+-+-+- [ ^^? ] 그러고 보니 제 작품 내에서 "성대하게 결혼식을 하는 거야.."라고 한 사람 은 그 누구도 그걸 해보지 못했더군요. ^^; (사악하죠?) 하지만 이 글 내에 서는 제 글 중 처음으로 결혼식이 있습니다.(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듯 합니 다.) 다음으로 넘어가죠! - Ipria Ps. 레피드...너무하죠? --; 라우디, 에딘, 레피드, 페릭, 로벨리아, 에르. 이 정도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기.사.입니다.(마법 쪽을 추가하자면 라 우디가 최강, 그 다음이 이리아, 로벨리아, 에딘, 레피드, 에르, 페릭.. 순입니다. 마법을 쓸 수 없는 캐러를 빼면 마력 순이 됩니다.) 『SF & FANTASY (go SF)』 57920번 제 목:<이리아> ▣ 5. 사랑하는 사람 ▣ -54-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21 02:29 읽음:322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힘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 그 한 마디 말밖에 되지 않는... [ 이리아 ] ΙΥΙΑ 제 5장. 떠나는 사람, 대신 얽매이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54> ----------------------------------------------------------------------- " .....? 피? " 에딘은 바람을 따라 어렴풋이 느껴지는 냄새에 눈가를 찌푸리며 영주성 쪽 을 바라보았다.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해도 어떻게 된 일인지 바람을 타고 그 것은 퍼져 나오고 있었다. 물론 그것을 느끼는 것은 에딘뿐이었지만.. 흔히 사람들은 피 냄새에 얼굴을 찌푸리지만 에딘은 눈가만 찌푸렸다. 부 정하려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선으로 포장된 마음 한 구석은 피를 원했 다. 피를 즐겼다. 에딘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도시 광장이 보이는 대로를 향해 걸었다. 상황 을 보고 이곳을 떠날 생각이었다. 멀리까지 피 냄새가 난다는 것은 큰 싸움 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이리아가 없다는 느낌이 들면 떠나야 했다. 한 가지 감각이 부족해지는 묘한 느낌이 있는 이곳이라 하더라도.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가운데 에딘의 앞으로 한 쌍의 소년 소녀가 달려 지나갔다. " 꺄아- 뭐하는 거야! " " 장난. " 에딘보다 세 살 정도 어려 보이는 그 소년은 동갑내기 소녀에게 그렇게 말 하며 손을 들어 소녀의 단발머리를 마구 흐트러트렸다. 입고 있는 옷은 허름 해도 깨끗하고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아이이기에 가능한 표현이랄까? 생각에 잠시 빠져 있던 에딘은 그 둘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소 년의 생각은 뻔했다. 소녀가 귀찮아 하더라도 상대를 해주기에, 어색하지 않 게 놀기 위해, 좋아하기에 그러는 것이었다. 아주 어렸을 적까지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다가도 좋아한다는 감정의 자각이 일어나면 생기는 정상적인 행동 이었다. 물론 소녀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 왜 꼭 내 머리를 흐트러트리는 거야! 보기 흉해지잖아!! " " ...원래 보기 흉한데, 뭐. " " 으윽- " 한참을 달리던 소년과 소녀는 그 말을 끝으로 발걸음이 느려져 갔다. 소녀 는 얼굴이 달아올라 울먹였다. 에딘은 둘의 유치하면서 구경하기 힘든 광경 을 보며 소녀의 뒤로 걸어갔다. 소년은 역시나 어색한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며 가만히 서 있었다. 에딘은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다...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소꿉친구지? " " 예? " " 그냥 너그럽게 받아주렴. 저 나이 때 남자 애들은 오히려 어리광을 부리 고 싶어 하니까. 마지막 어리광이라고나 할까? 행복한 거란다. 넌. 언젠 가...아니, 곧 저 애도 멋진 남자가 될테니.. " " 뭐, 뭐라고 하는 거예요, 형!! " 소년은 에딘의 말에 정곡을 찔렸는지 소녀보다 더 얼굴이 새빨개져서 큰소 리로 외쳤다. 에딘은 그저 미소로 소년을 보며 소녀를 지나 소년에게 다가갔 다. 그리고 가슴까지밖에 오지 않는 소년의 머리를 톡 치며 말했다. " 좋아하는 아이는.. 꼭 소중하게 대해 주어라. 나중에 그애가 곁에 없을 때, 후회하지 말고. 좋아하면 솔직하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 그 말을 끝으로 에딘은 소년이 방금 전까지 소녀의 머리를 흐트러트린 것 처럼 소년의 머리를 흐트러트리고는 소년을 지나쳐 걸었다. 길을 가던 낯선 사람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줄 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저렇게 지낼 수 있는 시절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것이니.. " 치잇. 미..미안해. 됐어? " " 바아- 보! " 에딘은 등뒤에서 들려오는 두 아이의 목소리에 빙긋 웃었다. 분명히 저 소 년도 얼마 후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고 심각한 얼굴로 지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소년을 보며 소녀는 알 수 없는 듬직함에 자연스레 기대게 될 것이다. 지금 소년이 기대는 것처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이가 될 것이다. 믿고....의지할 수 있는... <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너 자신만을 믿어라. > " 마스터는 틀렸어요.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반드시 있습니다. " 머리속에서 울리는 목소리를 부정하며 에딘은 골목을 따라 보이기 시작하 는 대로에 들어섰다. 어디나 그렇듯이 외성곽 성문에서부터 영주성까지는 대 로로 이어져 있었다. 적의 침입이 있으면 빠르게 수비에 나서겠다는 뜻도 있 지만 자신만만하다는 영주의 의지도 담겨 있는 것이었다. 물론 도시 광장 곳 곳에는 평상시에도 아케르트가 교대로 매복을 하고 장애물로 쓸 수 있는 잡 다한 물건들이 숨겨져 있으며 커다란 분수나 단상같은 것으로 약간의 시간을 벌 수 있는 구조를 짜놓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멀리서 보는 영주성의 분위기는 고요했다. 방화에 따른 연기도, 함성도, 그 어느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에딘은 살짝 고개를 갸웃 거리고는 머리띠를 살짝 감아쥐며 머리를 긁적였다. " 역시 이곳은... " 그런데 그 때 영주성의 성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지독한 피 냄새와 죽음의 향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와 에딘의 몸을 덮쳤다. 에딘은 멍해 지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성문쪽을 노려보았다. 에딘의 시야에는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갈색 말이 들어왔다. 피로 범벅된 남자와 그의 뒤에 바짝 붙 어 있는....여자. " 이..리...아? " 펄럭이는 치맛단이 인상적인 짧은 머리카락의 여자. 에딘은 웃음을 터트리며 재빨리 옆으로 피해 인파 사이로 섞여 들어갔다. 이대로 앞을 가로막을 수 없었다. 이리아의 치마단 뒤로 보이는 홀레이텐들 은 그녀를 지키며 정면으로 상대할 수 없었다. 지금의 자신으로는 그녀가 안 전하게 도망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에딘은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주먹을 쥐었다. 사람들은 말들의 질주를 피하기 위해 모두 옆으로 도망치듯 비켜났다. 에 딘은 그 사람들 사이에서 땅을 진동시키며 달려는 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표정으로 기사의 허리를 안고 있는 이리아의 모습을 시야 하나 가득 담았 고, 이리아의 모습이 자신에게서 멀어지자 대로 가운데를 향해 발을 내딪었 다. 점점 뒤로 멀어져가는 이리아의 '느낌'을 되새기며 에딘은 주먹을 쥐었다. 방금 전 말을 피하기 위해 옆으로 물러나 있던 사람들은 뒤이어 쫓아오는 홀 레이텐들의 진로 방향에 서 있는 에딘을 향해 무엇이라 소리쳤다. 그러나 에 딘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규칙적으로 진동하는 심장 고동 소리 가 에딘의 감각을 지배해 갔다. 그 때 날카로운 금속음이 에딘의 머리를 강타했다. 정확히 조준을 한 킨로드의 작동음이었다. 에딘은 아무런 생각없이 왼팔을 뻗어 무(無)의 공간 속에서 그것의 움직임 을 따라잡았다. [ 카득-!! ] 순간적으로 뼈가 깨지는 소리가 울리며 킨은 에딘의 팔을 파고 들었다. 하 지만 에딘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마냥 묵묵히 홀레이텐들을 바라보았 다. 에딘의 눈동자는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검은 색 액체가 넘실거리 는 에딘의 눈동자는 즉시 말들의 눈에 꽂혔고, 그들은 본능적으로 에딘에게 서 도망치기 위해 주인의 말을 듣지 않고 달려오던 것을 멈추었다. 홀레이텐 들은 말들의 반항에 당황해 말고삐를 당기며 말의 배를 찼지만 말들은 주인 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 크륵... " 에딘은 아늑해져 가는 감각 속에 자신의 목에서 짐승의 음성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가슴을 진정시키며 이리 아의 모습을 그렸다. 몸이 반응한다고 해도 마음의 힘은 그것을 누를 수 있 었다. " 저, 저것은 뭐야!! " 당황한 기사의 외침. 에딘의 몸에서는 서서히 붉은 색 기운이 흘러 나왔다. 순수한 에딘의 힘. 에딘은 손을 들었다가 땅을 향해 내리 휘둘렀다. 그와 함께 에딘의 몸 주위로 붉은 화염이 폭발하듯 솟구쳐 올랐다. 사람들 은 비명을 지르며 거리에서 사라졌다. 에딘은 고개를 들어 홀레이텐들을 보 며 나지막하게 말을 꺼냈다. " 이리아...를 아가게...할 수..없습니다.. " " 마법사?! " " 써클 3..마스터. 에...딘..이다. " 에딘의 말이 끝나자 에딘의 몸에서는 불길이 솟구쳐 올라 옆으로 퍼져 나 갔다. 아무도 뚫을 수 없는 벽을 만들 듯이.. 화염은 건물들을 삼킬 정도로 솟아오르며 대로를 막아 버렸다. 홀레이텐들은 이를 갈며 말에서 내려 모두 검을 빼들었다. 말들은 주인이 사라지자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뒤로 물러서다가 전부 도망쳤다. 몇몇은 처 음부터 킨로드를 에딘에게 향했다. 에딘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손에 힘을 주 며 말했다. " 당신들은 날 죽일 수 없습니다. " " 마법사 따위가 혼자 우리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이냐!! " " 그럼 죽어. " 그 말을 끝으로 그의 발아래에는 작은 원이 그려졌다. 그것을 눈치 챈 기 사는 황급히 얼굴을 가리며 뒤로 넘어지듯 피했다. 동시에 불길은 치솟았다. " 으, 으아!!!! " " 모두 킨을 쏴!! " 기사들은 당황한 얼굴로 외치며 킨로드 방아쇠를 당겼다. 저격용으로나 적 당한 킨의 촉은 순식간에 에딘의 가슴과 어깨, 복부를 꿰뚫고 지나갔다. 에 딘은 터져 나오는 피를 삼키며 눈을 감았다. 비틀거리는 그의 육체로는 신선 한 피와 뭉클한 붉은 기운이 함께 흘러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에딘의 몸 주위에 생성되던 불길은 폭발했다. =-=-=-=-=-=-=-=-=-=-=-=-=-=-=-=-=-=-= " 죄송하군요. 절 쉽게 생각하셨을 텐데.. " 세일리는 가볍게 웃음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미소에는 싸늘함 만이 남아 있었다. 넓은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세일리를 향한 채 얼 어버린 기사들의 모습이었다. 인질로 쓸 수 있는 유용한 여자인 세일리를 잡 기 위해 몰려든 근위 기사들이 그녀가 마법사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얼음으로 변해 버리고 있었다. " 자- 오세요. 이런 곳에 오래 있으면 병에 걸린 답니다. " " 마, 마녀.. " [ 팟!! ] 그 때, 세일리를 향해 마녀라고 중얼거리던 기사의 머리가 산산이 박살나 며 주위에 뿌려졌다. 무엇인가가 그의 머리를 찍어버린 것이었다. 그들은 세 일리에게서 시선을 떼며 슬그머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완전히 굳어 버 렸다. 그들의 뒤에는 피로 목욕을 하고 있는 남자가 서 있었다. 옅은 갈색머 리가 피 사이로 살짝 드러나는... " 덤벼라. 연약한 여자에게 그딴 수로 덮치지 말고. " " 으으아아아!! " 페릭의 도발에 걸린 기사는 비명 섞인 기합을 지르며 일직선으로 페릭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가 검을 내지르기도 전에 페릭은 그의 앞으로 다가가 며 그의 머리에 검을 박아 넣었다. 그의 머리는 아주 쉽게 박살이 나며 뒤로 넘어갔고, 무거운 몸통만 바닥을 구르며 페릭의 뒤로 넘어갔다. 핏물이 머리카락을 타고 똑똑 흘러내리는 가운데 페릭의 눈동자는 기사들 에게 내리꽂혔다. 세일리는 페릭의 눈을 바라보는 가운데 자신의 팔이 부르 르 떨기 시작한 것을 느끼고 두 팔을 겹쳐 가슴을 감싸 안으며 무의식 중에 뒷걸음을 쳤다. 공포였다. 지금까지 자신이 죽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 았을지 처음으로 상상이 됐다. 페릭은 뚜벅뚜벅 걸음을 옮겼다. " ..항복하겠습니다. 선처를.... " " 등을 돌린 자를 안아 줄 팔은 없다. 죽어라. 반항을 하든.. 순순히 목을 내밀든. " 싸늘한 페릭의 말이 끝남과 함께 페릭의 검은 곧게 뻗어 나가 기사들의 팔 과 목을 갈랐다. 세일리는 자신이 얼려 죽인 기사들의 얼굴보다 페릭의 얼굴 이 더 무서운 것을 깨닫고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더 이상 페릭을 보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싸늘하게 유지하고 있던 세일리의 분위기는 사라지고 없었다. 동시에 세일리는 멀리, 성밖 어딘가에서 폭발하는 마력을 느꼈다. 절대 낮 은 수준의 마법이 발현 된 것이 아니었다. 써클 5 정도가 발현 된 듯한 마력 의 느낌은 세일리의 현실감각을 떨어트렸다. " 세일리! " " ...?!!!! " 페릭의 외침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세일리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기 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검을 들어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달려 왔다. 세일리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굳어졌다. 섬뜻한 검끝은 처음으로 몸을 꿰뚫을 기세로 다가왔다. " 젠장!! " 페릭은 짤막한 욕과 함께 팔에 힘을 주어 던졌다. 그의 검은 기사들 사이 를 지나, 얼음으로 얼어 있던 기사의 몸을 부수고는 세일리에게 달려들던 기 사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 기사는 피를 토하며 세일리 앞에서 무너졌다. 페 릭은 순간적으로 세일리의 눈이 그 기사의 입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 하고는 생각할 것 없이 맨손으로 근위 기사들을 향해 돌진했다. 남아 있는 기사가 스무 명이건, 열 명이건, 한 명이건. 맨손이라고 해도.... < 계속 > -+-+-+-+-+-+-+-+-+-+-+-+-+-+-+-+-+-+- [ 쓰기 힘들군요. ] 마음에 들지 않아..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막막한 이프.. 이대로 멈추었다가는 영원히 멈출 것 같아 스스로 채찍질을 가하지만(--;) 레피드 살육신 보다 어렵습니다.(역시 정신적인 면과 철학적인 면, 인생학 쪽은 건드리지 않는 게 나았을 듯...) 5장을 끝내고... 쉽게 써지면서 쉽게 읽히는 글로 전환해 보겠습니다. - Ipria ** 요즘 이프가 보는 순정만화. < 도쿄 크레이지 파라다이스 > ^^ 야쿠자 3대 두목과 경찰 딸의 러브 스토리...라는 허울 좋은 말에 비해 내 용은 상당히 심도 있게 보게 만드는 만화입니다. 선과 악.. 사랑과 양심이란 두 가지 기로에 놓인 주인공.. 러브리~(^^;)한 여 주인공의 몸매(--;)와 귀 여운 얼굴이 이프의 마음에 드는데...(도대체 언제 나오는 거야! 완결은 또 언제고!!) 한 번 보세요~~~ ^^; 『SF & FANTASY (go SF)』 58057번 제 목:<이리아> ▣ 5. 사랑하는 사람 ▣ -55-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22 00:02 읽음:33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힘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 그 한 마디 말밖에 되지 않는... [ 이리아 ] ΙΥΙΑ 제 5장. 떠나는 사람, 대신 얽매이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55> > 나의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아니.... < ----------------------------------------------------------------------- " 이름은? " " 에딘. " " 나이는? " " 15세. 11월 생. " " 출생지는? " " ...모릅니다. " " ..그럼 마법을 가르켜 준 사람은? " " 말해야 합니까? " " 아니. 네 마음이다. " " 래디..라는 방랑자였습니다. " 에딘은 그렇게 대답하며 더 이상의 대답을 거부했다. 그러자 어쩔 수 없었는지, 그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물었다. " 레피드 가에 협력할 생각...있는가? " " 저를 믿는 겁니까? " " 아니. 마법사를 신용하는 것이다. " " ...저로서도 어쩔 수 없군요. 레피드라는...그 남자의 소식을 들을 때까 지 이곳을 돕겠습니다. " " 잘 됐군. 내 이름은 페릭 이제스. 레피드 기사단의 단장이다. 그리고 이 성의 모든 것을 담당한다. " =-=-=-=-=-=-=-=-=-=-=-=-=-=-=-=-=-=-= 어두운 저녁. 아침의 일로 인해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성내를 페릭은 느린 걸음으로 걸었다. 근위 기사단이 반란을 일으킬 줄은 염두해 놓지 못한 책임 이 컸다. 그 때문에 레피드는 이곳을 떠났으며, 많은 근위 기사가..아니, 근 위 기사단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 세일리 님께서는 주무시고 계십니다. " " ..가서 쉬어라. 이곳에는 아침까지 내가 있는다. 일있으면 노크할 필요 없이 곧바로 들어오도록. " " 예. " 근위 기사 대신 세일리의 방앞을 지키고 있던 레피드 기사단의 기사는 페 릭의 명령에 살짝 허리를 굽혀 예를 갖춘 후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페릭은 씁쓸히 웃으며 조용히 방안으로 들어갔다. 마법사란 특유의 직업 때문에 일부러 넓은 곳으로 옮긴 세일리의 방안에는 많은 책들이 놓여 있었다. 각 나라 역사 책에서부터 고서적까지, 작은 국립 도서실을 보는 듯 했다. 페릭은 소리없는 발걸음으로 얇은 천이 내려진 세일 리의 침대쪽으로 갔다. 침대 안에는 작은 여성의 실루엣이 가지런히 누워 있었다. 느린 듯 움직이 는 가슴이 곤하게 잠들어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페릭은 손을 뻗어 천을 살짝 옆으로 치우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천에는 마법이 걸려 있었는지 페릭 의 손이 닿자 약간의 반발을 일으켰지만 세일리의 뜻인지 곧 보통의 천으로 변했다. " 미안합니다. 세일리... 그런 모습밖에 보여줄 수가 없었어요.. " 페릭은 헐렁하게 갈아입은 자신의 옷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머리카 락에 스며든 피는 아직도 제대로 빠지지 않아 이상한 냄새를 내고 있었다. 하루 종일 검을 잡고 있던 손도 작은 상처들에 피가 배어들어 피냄새만 풍 겼다. 페릭은 어두운 방안에 뿌옇게 빛을 발하는 듯한 세일리의 살결에 살짝 손 을 대어보고는 손가락으로 세일리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었다. 잠들어 있 는 그녀의 모습은 어느때 보다 귀여웠다. 하지만... 그 때 그녀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 쳤다. 애절한 목소리가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결국.. 또다시 돌아간 것이다. 원점으로. " 당신을 지켜드리고 싶었는데... 헤헤..헤헷... " 페릭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세일리의 머리에서 손을 떼었다. " 듣고 있지 않겠지만...솔직히 당신은 아름다워요. 귀여우면서도 사랑스 럽고... 평소에는 이런 말도 못하니.. 바보 같죠? " 그리고 페릭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곁에 있다가는 눈물이 나올 것 만 같았다. 레피드의 심정이 이제서야 완전히 이해가 갔다. " 정말인가요...? " 그런데 그 때 세일리의 입이 열리며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고, 페릭 은 놀란 얼굴로 세일리를 바라보게 되었다. 세일리는 어느새 페릭에게서 몸 을 돌린 채 누워 있었다. " ...언제부터... " " 난 당신이란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 " ..죄송합니다. " 왜 사과를 해야하는 지, 페릭 자신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가냘픈 세 일리의 어깨가 미약하게 흔들리는 것이 그냥 그대로 방을 나갈 수 없게 만들 고 있었다. 세일리는 몸을 웅크리며 이불에 얼굴을 묻었다. 곧 울먹이는 듯 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 이게 아닌데...이게... 미안해요, 페릭. 그 땐...무서웠어요. 죽어가면 서 날 저주하는 기사하고... 얼음으로 변한 기사들을 부수며 제게 다가 와 피에 절은 손을 내미는 당신은... " " .... " 페릭은 묵묵히 다시 침대에 앉아 세일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세일리는 그 손에 자신의 손을 얹으며 작게 말했다. " 등돌린 사람을 안아 줄 팔은 없겠죠? " " ......당신을 제외하고는.. " 지금 그녀의 말만큼 마음을 흔드는 것은 없었다. 페릭은 그녀 곁에 앉으며 그녀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세일리는 생각대로 울고 있었다. 그 때의 후회 인지, 무서움을 잊기 위한 눈물인지, 페릭으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과 멀어지길 두려워 하고 있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페릭은 세일리의 몸을 안아 들어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게 하고는 왼팔로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그리고 그녀의 눈물을 바라보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 했다. " 오늘밤은.. 같이 있어 줄게요. " " 이대로 영원히 있고 싶어요. " =-=-=-=-=-=-=-=-=-=-=-=-=-=-=-=-=-=-= " 레이디.. " 이리아는 성을 떠난 뒤 처음으로 입을 연 레피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피 땀으로 얼룩진 그의 얼굴이 가슴 아프게 눈에 들어 왔다. 레피드는 숨을 몰 아쉬며 말을 이었다. " 이대로 세레스까지 갈 겁니다. " ' 세..레스? ' " 이노네스에서 레이디를 요구하고 있고, 헤로딘은 그들에게 넘길 생각입 니다. 그러니까.. 제일 가까운 세레스에 가서... 망명할 겁니다. " 레피드는 그 말을 끝으로 말문을 닫았다. 그에게 남아 있는 체력은 얼마되 지 않은 상태였다. 마을이 보인다면 그곳에서 잠시 쉴 수라도 있겠지만 국경 지대에 있는 영지를 벗어났기 때문에 마을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결국 갈 수 있는 곳까지 간 뒤, 하늘의 뜻에 맡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 세레스...라.. ' 이리아는 문득 레피드가 전에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고는 그 동안 잠 깐 정리해 두었던 것들을 하나 둘 꺼내어 보았다. 세레스, 플락스, 에딘, 케인즈, 라우디... ' 에딘...설마.. 그 때 그게 너는 아니겠지? ' 성을 빠져 나오며 아련히 느껴지던 마력의 힘을 떠올리며 이리아는 레피드 의 등에 기댔다. 에딘과 달리 꽉 붙잡기만 요구하는 레피드.. 에딘의 다정함 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 마법 병사... 마인간(魔人間).. 결국 난... ' 하늘의 별이 차갑게 이리아의 가슴을 파헤쳤다. 그 무엇도 될 수 없는 존재를 비웃듯이... < 5장, 끝. > -+-+-+-+-+-+-+-+-+-+-+-+-+-+-+-+-+-+- [ 곧바로 외전(?)으로 넘어 갑니다. ] 혼란스럽던 5장의 끝입니다. 세일리와 페릭이 무슨 일을 했는지는...다음 편 보세요! ^^; 반란에 대한 뒷정리와 에딘의 자세한 이야기는 6장 초반에 나옵니다. (로윈은 어떻게 됐냐고요? 다음편 보시라니까요~) - Ipria Ps. 메일 주신 이종원 님..(^^) 매번 감사드립니다. 고정 독자가 있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죠. =^^= 좋은 하루 되시길... 『SF & FANTASY (go SF)』 58058번 제 목:<이리아> ▣ 외전 .Ⅳ. 기억 ▣ -56-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22 00:03 읽음:328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외전 Ⅳ. 레피드 기사단 기사의 기억.. - 서툰 사람들의 사랑.. 페릭과 세일리. <56> ----------------------------------------------------------------------- 나는 생각한다. 레피드 기사단의 최고 지휘관은 모두 피를 부른다고. 초대 기사단장이신 레피드 님도 그랬고. 선대 기사단장이신 페릭 이제스 님도 그랬다. 또한 광기에 번뜩이던 레피드 님의 전설은 이제 말그대로 전설이 되었지만 나는 기억한다. 냉철함으로 광기를 억누르던 페릭 님을.. 그리고 그 분의 정 신적 반려자인 세일리 님을... 그 때... 나는 믿을 수 없었다. =-=-=-=-=-=-=-=-=-=-=-=-=-=-=-=-=-=-= " 어떻게 하지? 어젯밤에 들어가시고 아직도 계시다면.. 목숨이 하나라도 살아 남기 힘들텐데.. " " 하지만 어제 말씀 하셨잖아? 노크 없이 들어와도 된다고.. " 동료의 말에 그는 수긍하는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안심하라 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문을 여는 손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미 전쟁을 한 번 치루었기 때문에 페릭의 상태가 어떤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더 욱 떨렸다. 그는 문을 열자 코를 통해 들어오는 종이 냄새에 살짝 숨을 몰아쉬고는 페 릭의 모습을 찾았다. 페릭은 세일리의 침대에 앉아 있었다. 또한 페릭의 실 루엣에는 누군가가 안겨 있었다. 그는 잠시 주저하고 서 있다가 천천히 침대에 다가갔다. 그러나 침대를 가 리고 있는 천을 통해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페릭은 세일리를 안은 채 앉아서 잠들어 있었다. 물론 그의 팔에 안겨 있 는 사람은 세일리였다. 하지만 둘의 표정은 너무 평온했다. 아름다운 세일리 의 윤기 있는 피부는 페릭의 가슴에 기대어 작게 숨쉬고 있었고 검을 든 팔 이 떨릴 정도의 살기를 내던 페릭의 얼굴은 부드럽게 변해 세일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도저히 깨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는 방안에 있는 의자에 조용히 앉아 고개를 숙인 채, 둘이 알아서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그 땐 마치 천 안쪽이 선성한 곳처럼 느껴졌다. 피에 젖은 페릭 님조차 세 일리 님을 수호하는 천사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두 분 사이에 그 날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도 알 수는 없지만 그 두 분은 그 날부터 얼굴이 밝아 졌 다. 서툰 사람들의 사랑...이라고 난 단정짓고 있다. 페릭 님의 성격상, 세일리 님의 순결은 약혼식 때까지 지켜졌을 테니... =-=-=-=-=-=-=-=-=-=-=-=-=-=-=-=-=-=-= " 으음... " " ...추워요? " " 으응- 아니예요. 따뜻한 걸요. " " 거짓말하지 말아요. 떨고 있으면서. " 페릭은 가볍게 웃으며 세일리의 허리를 안아 살짝 그녀의 몸을 들어 올리 고는 길게 입을 맞추었다. 세일리는 조용히 페릭의 목을 안고 페릭에게 기댔 다. " 이렇게...또 있고 싶어요. " " 일이 없다면 그러죠. " " 당신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어서 기뻤어요. " " ...오래된 기억들입니다. " " 그래도 기뻤어요... " 페릭은 작게 웃는 세일리를 안으며 세일리의 체취를 들이켰다. 말은 안했지만 곧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갈 것이었다. 로윈의 말대로 이노 네스가 움직인다면.. 또한 최악의 경우, 본국이 움직인다면 이렇게 있는 시 간도 지금이 마지막일지 몰랐다. 페릭은 세일리의 목에 살짝 입을 맞추며 작 게 물었다. " 아참, 그건..레피드 형도...모르고 있는 사실이죠? " " 예.... " " 놀랐습니다. 설마 그런 관계일 줄은... " " 우연이겠죠. 페릭과 만난 것처럼.. " 세일리는 곧 고개를 흔들어 페릭이 잠시 떨어지게 하고는 다시 페릭의 입 술에 길게 키스했다. 페릭은 웃는 얼굴로 세일리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세일리가 떨어지자 말을 이었다. " 마법사가 한 명 들어왔어요. 기사단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사실은 협 박으로 묶어두고 있는 것이지만요. " " 만나보란 말이군요. " " 귀여운 소년....입니다. 나이에 비해 깊은 생각과 눈동자를 가지고 있고 상당한 위압감도 있으니 조심해요. " 부드러운 얼굴로 페릭은 그렇게 말하며 세일리를 침대에 앉게 했다. 어젯 밤부터 그녀를 앉히고 있었지만 그녀가 워낙 가벼웠기 때문인지 다리는 멀쩡 했다. 세일리는 아쉬운 듯, 페릭의 팔에 매달리며 페릭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 치고는 말했다. " 어머- 어색한 말투. " " 예? " " 가만히 보니까 많이 부드러워 졌어요. " " ...울다가 웃고, 수줍어 했으면서. " 페릭은 약간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말에 세일리는 얼굴이 붉어 져 아무말도 하지 못하며 그저 페릭의 팔에 기댔다. 페릭은 세일리의 머리카 락을 쓸어 넘겨주었다. " 에딘이라고 하더군요. 자세한 것은 숨기고 있습니다. " " 예... 그런데 로윈과 그 일행의 처리는 어떻게 되는 거죠? " 대화의 중요함을 눈치 챘는지 세일리는 진지하게 물었고 페릭은 가볍게 한 숨을 지으며 대답했다. " 마음 같아서는 묶어 놓고 발끝부터 사지를 마디마디 잘라 주고 싶지만.. 장로원의 추궁을 피하기 위해 감옥에 가두어 놓았습니다. " " 잔인..하군요. " " ...인질로 쓰고 싶지만 그들이 마음먹고 온다면 어차피 쓸모 없을 테니 변명 거리로 써먹을 생각입니다. " 세일리는 자신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페릭의 얼굴이 쓸쓸하다 는 것을 느꼈다. 그는 정보원 쪽으로 키워진 경험이 있는 사람.. 그의 그런 결정은 당연했다. 세일리는 입술 끝을 살짝 깨물며 말을 꺼냈다. " 미안해요. 또...심한 말을 했어요. " " 됐어요. 당연한 말이에요. " " ...그래도.... " " 솔직해서 좋습니다.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잖아요. " 페릭은 그렇게 말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해가 떠오른지 한참 됐는지, 깨 어날 때보다 방안은 약간 데워져 있었다. 페릭은 침대에서 내려오며 중얼거 렸다. " 그런데 왜 아무도 오지 않는 거지? 설마 아직도 잠들어 있는 건가..? " " 이미 와 있습니다, 페릭 님.. " " 에엣!!! " 그 순간 페릭은 무의식 중에 침대에 다시 주저앉았고, 세일리는 이불을 끌 어와 얼굴을 가렸다. 방안에 누군가 있다고 느끼지도 못했고, 생각해보지 못 했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건 당연했다. 그는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 감옥에서 로윈이 난리인 모양입니다. 에딘 이란 소년이 내려갔습니다만, 페릭 님께서 가보셔야 할 듯 합니다. " " ...언제부터 와 있었던 거지? " " ..아무것도 모릅니다. 들은 적도 없고요. " "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 알았다. " 페릭은 기분 좋게 웃으며 이불을 확 당겨, 세일리가 이불밖으로 나오게 했 다. 그리고 세일리의 다리 사이로 누우며 말했다. " 잘 어울리지? 내 반려자...야. " " 하하! 아주 잘 어울립니다. 존경스럽습니다. 페릭 님.. " 그는 페릭의 밝은 얼굴에 결국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고, 세일리는 부끄러 움에 얼굴이 새빨개져 페릭의 어깨를 막 치며 일어나라고 외쳤다. 하지만 페 릭은 보란 듯이 웃으며 절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아침은 지났다. =-=-=-=-=-=-=-=-=-=-=-=-=-=-=-=-=-=-= 결국 난, 그 때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물론 곧 세일리 님의 목에 나 있는 작은 키스마크로 알만한 사람은 다 아 는 일이 되었지만 그 때 두 분의 얼굴은 잊을 수가 없다. 모든 것이 무(無)로 변한 지금이라도... " 대장. 세레스의 룬 나이트가 교섭을 요청해 왔는데. " " ...상관없다. 죽여 버려. " " 페릭 님과 세일리 님 생각하고 있었지? " " 시끄러. " " 대장다워- 뭐, 이런 대장 덕분에 헤로딘 독립군이 이렇게 잘 되고 있는 거니까 고마울 따름이지... " 페릭 님... 당신의 뒤를 잇는 기사가 되겠습니다. 나라를 다시 세워서..반드시!! < 외전 Ⅳ. 레피드 기사단 기사의 기억.. 終 > -+-+-+-+-+-+-+-+-+-+-+-+-+-+-+-+-+-+- [ 물고 빨고...늘어져라...페릭.. ] 쳇. 쳇. 쳇. (쓰고도 열받는다... 캐러에게..분위기에 딸려가다니...) 개인적으로 페릭과 세일리의 관계가 제일 마음에 듭니다.(현재로서는.) 귀여워~~~라고 외치고픈 세일리.. 귀여운 것에(사람에게) 맥을 못추는 이프.. 으웅~~ 냐항~ =^^= - Ipria Ps. 훗날 일... 대충은 아시겠죠? ^^ (이 정도는 서비스로 알려주란 말이 있 어서시리... --;) Ps2. 이로서 또다시 한 장이 끝났습니다. 고로 조금(?) 쉴 듯 합니다. (겨우 4편 연재하고 쉬냐!!! --; 그러나...지금 제 상태가...T.T) 모르죠.. 기분 좋은 일이나.. 메일이라도 온다면....(0%확률..) 하지만 아직도 긴장에 따른 피로를 못 벗어 벌써 6일째 가위에 눌리고 식은땀을 흘린 답니다. 『SF & FANTASY (go SF)』 58274번 제 목:<이리아> ▣ 6. 허와 실 ▣ -57-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24 00:51 읽음:333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어떻게 살았느냐 보다는... 어떻게 기록되는냐가 중요하다. [ 이리아 ] ΙΥΙΑ 제 6장. 허와 실. <57> ----------------------------------------------------------------------- " 말하시죠? 이노네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 " 모, 모른다! " " 대충 들었습니다. 이리아와 점령지의 교환... 참 구미가 당기던데.. 왜 그렇게 해서라도 이리아를 데려가려고 하는 것이죠? " " 알고 있지 않다니까!! " 로윈은 필사적으로 외쳤다. 눈 앞에 서 있는 소년. 어리다고 말할 수 있는 소년이었지만 작은 어깨에서 나오는 위압감은 다리를 후들거리게 만들었다. 이미 페릭에게서 공포란 것을 배운 로윈으로서는 두려웠다. 흰색 머리띠 사 이로 약간 올려다 보는 듯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는 두 개의 검은 색 눈동자 는 숨이 막힐 정도로 사고를 마비시켰다. 에딘은 자신의 손을 활짝 펼쳐 로윈에게 보이며 물었다. " 손가락은 열 개죠? " " 그, 그렇지. " " 그럼 손가락 마디는 몇 개죠? " " 30개.. " " 하나 씩 녹이면 재밌겠죠? " " 으아!!!! " 로윈은 더 이상 에딘이 짓고 있는 미소를 견디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 앉았 다. 레헬렌이 모든 것을 자백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모든 것을 포기했어야 만 했다. 쓸데 없는 호기로 페릭을 부른 것부터 실수였다. 눈앞의 소년은.. 잔혹했다. 마치 몇 개의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듯한 분위기였다. " 다른 일이면 그냥 넘어가겠지만 이노네스만은 그냥 못 넘어 가겠습니다. 그냥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알려 주십시오. " " 하, 하, 하지만... " " 어차피 외부인은 당신들의 현재 상태를 모르고 있지 않습니까? " " ..... " " 이건 헤로딘과 상관 없는 일이니 말하십시오. 전 이곳 사람이 아닙니다. 세레스 사람이죠. " " 세레스? " 로윈은 세레스란 말에 희색 어린 목소리로 되물었고, 에딘은 끝까지 미소 를 잃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새로운 사실들이 나오고 있었지만 에딘 은 절대 내색하지 않았다. 잠시 후, 로윈은 자포자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 솔직히 나도 자세한 것은 모른다. 단지... " " 단지? " " 그 여자가 우리 나라가 극비리에 실행하고 있던 어떤 일의 중요한 사람 이란 것뿐.. " " 겨우 그것 때문에 점령지 전체와 바꾸겠다는 말은 하는 겁니까? " 에딘은 다그치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은, 평소 이야기하는 어투로 물었다.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스쳐지나가는 이야기로 대략 들었기 때문에 현재 전황 이 어떤지는 알만큼 알고 있었다. 로윈은 가벼운 에딘의 태도에 계속 순순히 이야기를 꺼냈다. " 그녀를...잘만 이용하면 나라 하나를 없앨 수 있다는 소문이다. 헤로딘 도, 이노네스의 블러디 나이트도 모르는 일이지. " " 나라 하나...라. " " 그뿐이다... " 그렇게 말끝을 맺으며 로윈은 고개를 떨구었다. 에딘은 입술을 깨물며 돌 아섰다. 극비리에 실행하고 있던 일... 그녀가 이노네스 사람이란 것은 이제 확실해진 것이었다. 그 때, 감옥 밖에서 기사들이 두런 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고, 에딘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감옥 철창밖으로 나왔다. 감옥은 성 지하에 마련되어 있었다. 한 명이 팔과 다리를 뻗고 누우면 닿 을 정도로 좁은 공간에 철창을 두르고 벽을 쌓았기에 등불이 없으면 암흑으 로 변했다. 물론 지하였기에 환풍 시설도 미흡해, 등불조차 오래 켤 수 없는 곳이었다. 에딘이 철창을 닫고 철문을 나서자 페릭의 모습이 보였다. 페릭은 어제보 다 밝아진 얼굴로 물었다. " 장로원과 직통하는 일이 있다던데.. 어떻게 된 건가? " " 자신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곧바로 추가 인원이 온답니다. 그들만 잘 구 슬리면 될 듯합니다. " " 음...고맙네. " " 신용해 주셔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 에딘은 그렇게 대답하며 지하에서 빠져 나왔다. 레피드 기사단의 기사들은 이상하리 만치 에딘이 마법사란 사실에도 선입견 없는 눈으로 보고, 친절하 게 대해 줬다. 그렇기에 에딘은 이 성이 마법사와 관련 있음을 눈치채고 마 법사 답게 조용히 지내기로 결정했다. " 마스터, 그렇게 돌아다니면 안됩니다. 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서 저 희가 아닌 사람들은 아직 마스터를 모릅니다. " " 아- 고맙습니다. " 문득 레피드 기사단의 한 기사가 로비로 향하려던 에딘을 발견하고는 진지 한 얼굴로 충고를 해줬고, 에딘은 밝은 미소로 대답하며 로비에만 가본다는 핑계를 댔다. 마스터.. 그들에게 에딘은 마스터로 통하고 있었다. 에딘은 성안의 안정된 분위기를 느끼며 희미한 핏자국을 따라 1층 로비로 향했다. 소문으로만 듣던.. 레피드 수호 여신상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궁금 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그 '무엇'을 확인하기 위해.. 빠른 시간 안에 성안 을 살펴야만 했다. 돌과 돌 사이에 배겨 들어간 핏자국은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충 예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반란..이라고 해도 동료들끼리 죽고 죽이는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에딘은 옛날 자신의 손에 죽어가던 저택의 사람들을 떠올 리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 좀 변했죠? 쓴웃음도 지을 줄 알고... ' 간간이 자신의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도, 좋은 쪽으로 변하는 것 이라 생각하기 어려웠다. 정신적, 물질적 지주인 라우디와 처음으로 떨어지 고, 사랑이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을 가졌던 이리아와 멀어진 이후 기 댈 수 있는 무엇인가,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했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와 비슷했다. 저벅저벅, 칙칙한 발소리 가운데 에딘은 1층 로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 수하면서 경건한 분위기의 로비는 어딘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느낌이 있었 다. 에딘은 햇빛을 받아 흰색으로 반짝이는 거대한 조각상을 발견하고는 제 대로 그것을 볼 수 있는 자리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것을 올려다보았다. 오 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한 친근함... 에딘은 나지막하게 물었다. " 나도 마스터라고 불릴 만한 자격이 있을까요? " 그리고 에딘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서서히 실마리 들이 풀려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또한 두려움도 늘어만 가고 있었다. 그녀가 점점 멀어지는 듯한... " 하하하!! 이리아...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 레피드 가의 수호 여신상은 아련한 눈초리로 에딘을 굽어봤다. 울다가 지친 어린 아이를 보는 여인의 눈빛으로... =-=-=-=-=-=-=-=-=-=-=-=-=-=-=-=-=-=-= " 고맙습니다.. 레이디. " 레피드는 묵묵히 말을 몰던 가운데 스쳐 지나가는 말로 말했다. 그의 체력 은 며칠 밤을 지난 지금, 처음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리아는 고개를 갸웃 거 리는 것으로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잠시 후 레피드가 말을 이었다. " 저보다 숲에서의 생활력은 뛰어나시더군요. 저 혼자였다면 이미 쓰러졌 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 ' 별로요... ' 이리아는 자신을 살짝 돌아보는 레피드를 향해 입술을 움직여 그렇게 대답 하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노숙이라 해도 편한 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 다. 에딘의 말대로 이상하리만치 동물과 벌레를 주의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역시나 문제는 식량이었던 것이었다. 몸만 빠져나왔기에 먹을 것을 찾기 위 해 숲을 돌아다닌 피로는 상당했다. 물론 레피드는 모르고 있지만... " 저는.... " 레피드는 무슨 중요한 말을 하려는 듯이 말을 꺼냈다. 하지만 곧 입을 다 물고 그것으로 말끝을 흐렸다. 이리아는 레피드 스스로 말하고 싶어할 때까 지 놔두자는 생각에 가만히, 그의 말을 재촉하지 않았다. 해가 저물어 가며 멀리로 성채처럼 보이는 건축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동안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세레스였기에 나무로 틀을 세운 급조 경비 성 곽은 어느새 흙이 발라지고 돌이 쌓여 1차 방어 요새로서 변해져 있었다. 성기사의 나라...세레스. 명목상 해가 떠오르는 나라, 세레스로서 대륙 전쟁 이후 영토 전쟁만은 벌 이지 않았기 때문에 세레스와 헤로딘, 트론과의 국경선은 거의 확정되어 있 었다. 당연히 다른 나라들도 세레스를 점령하기 위해 군대를 보낼 수가 없었 다. 대륙 최강이란 별칭이 붙은 룬 나이트가 있었고, 세레스가 마음만 먹으면 역으로 점령해 버릴 수도 있다는 통념 때문에 세레스는 영구 중립국처럼 조 용한 역사를 그려가고 있었다. 레피드는 성채에서 반짝이는 물체들의 숫자를 세며 정면으로 달렸다. 전쟁 이 없고, 혼자였으므로 섣불리 공격하지 않으리란 생각 때문이었다. 역시나 레피드의 생각대로 말이 성채에 다가갈 때까지 그는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다. 레피드는 말의 속도를 줄이며 일부러 어깨를 폈다. 그리고 진 지하며 위엄 있는 얼굴로 성채에 다가갔다. 성채는 여러 개의 망루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모 두 커다란 활이 들려져 있었다. 레피드는 자신을 향한 화살들을 둘러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 난 헤로딘의 제 1 기사, 레피드 2세다! 본국 내의 문제로 세레스로의 망 명을 희망한다!! " 그의 말에 조용히 성문은 열렸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상당한 수의 병사들이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 아,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헤로딘 제 1의 기사란 말에 저희로 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사실인지 아닌지도 확인해야만 했고.. " " 아닙니다. " " 불쾌하게 생각하셨다면 진심으로 사과 드리겠습니다. " " ...너무 지쳤습니다. 쉴 곳을 마련해 주십시오. " " 예. 각자 방을 쓰시겠죠? " " 그렇습니다. " 레피드는 표면적인 웃음을 띠고 있는 성채 총책임 사령관, 게닌의 움직임 을 살피며 그를 따랐다. 갑작스럽게 병사들이 몰려 나와 포위했을 때, 놀란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냥 담담히 넘어가기로 결정한 후였다. 하지만 이리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약간 인상을 쓰고 있었다. 병사들의 반 응이 너무 도발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이상하리 만치 필요 이상으로 병사 들이 몰려 나왔다는 기분이 쉽게 가시질 않았다. 그 때, 즉각적으로 달려나 온 병사는 대략 300여명. 기사들을 제외한 긴급 운영 병사 치고는 너무 많은 숫자였다. 도대체 이곳에 몇 명이나 주둔하고 있는지, 궁금해질 따름이었다. 한 마디로 평범한 방어 기지치고는 분위기가 좋지 않고 병사가 많았다. " 곧 룬 나이트께서 오실 겁니다. " " 여기에...와 있다는 말입니까? " "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기사께서 와 계십니다. " " 놀랍군요. 룬 나이트가 이런 곳까지 오다니... " " 말씀이 심하시군요. " " ..아. 죄송합니다. " 게닌의 차가운 말에 레피드는 사과를 하긴 했지만 기분이 묘했다. 어째서 변방 국경 지대에 룬 나이트가 두 명씩이나 왔는지, 처음 접하는 정보에 놀 라울 따름이었다. 아무리 비공식적 순회라고 생각을 확장해도 이건 너무 비 밀적이었다. 그러나 레피드는 곧 그 생각을 접으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이제 상관 없 는 일이었다. 헤로딘을 떠난 이상, 이리아를 지키며 조용히 살고 싶었다. " 여성 분께서는 이리로... " " 편히 쉬십시오. 나중에 뵙겠습니다. " 이리아는 레피드와 게닌에게 살짝 무릅을 굽혀 예를 표하고는 시녀가 열어 주는 방으로 들어 섰다. 방어 요새치고 방은 넓으면서 상당히 잘 꾸며진 편이었다. 이리아는 한숨 을 내쉬며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그 때 여러명의 시녀가 방으로 들어와 이 리아의 몸을 잡았다. 그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천천히 이리아의 옷을 벗겼다. 그리고 가 볍게 걸칠 수 있는 옷으로 옷을 갈아 입히기 시작했다. 이리아는 살결에 살 짝살짝 스치는 시녀들의 손에 상당한 불쾌함을 느끼며 만약을 대비해 몸수색 까지 같이 하려는 그들의 뜻을 눈치 채고 가만히 그들의 움직임을 받아들였 다. 간간이 그들은 이리아의 몸매와 피부에 작은 탄성을 지르며 바쁘게 움직였 다. 생각보다 더 가는 이리아의 허리와 압박을 푼 뒤 몰라볼 정도로 부풀은 가슴은 매혹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짧게 자른 뒤 약간 자란 머리 스타 일 사이로 비치는 촉촉한 붉은 색 눈동자와 작은 입술도 아름다움을 더해 주 었다. 이리아는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달라진 모습에 아련히 에딘을 떠올렸다. < 이렇게...여자로 있어줄 수 있어요? > ' 나쁜 녀석. 빨리 와야지 때려 치우던지 하잖아!! ....에딘... ' 한 번이라도 에딘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치마를 입는 이유가 정리되기 시작했다. 이대로 화장을 하고 머리를 넘기고 장신구를 단 뒤, 에딘과 이야기를 나누 고 싶은 것이었다. 부정할 수..아니, 부정하기 싫은 사실이었다. 같은 감각...느낌...힘...을 공감하는 에딘과 영원히... 그것이 어떤 감정이라 단정하지 않는다 해도 에딘이란 존재와 함께하고 싶 었다. 죽을 수 있는 그 날까지. < 계속 > -+-+-+-+-+-+-+-+-+-+-+-+-+-+-+-+-+-+- [ ^^ 과연 이리아의 감정이 사랑일까요? ]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왜 주인공은 글의 시작이나 중반에 만난 인물과 사랑을 해야하나... 그것이 사랑으로 끝나지 않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나... 뭔가 심각한 모순이 있는 말같지만... 의외로 재밌는 생각으로 발전되기도 해서 써봅니다. ^^;;;; 동화틱한 로맨스가 써 보고 싶군요.(소설틱, 만화틱이 아닌..^^* 헉...설마 네 번째 글의 컨셉이 되는 것은 아닌지 몰라.. --;) - Ipria 『SF & FANTASY (go SF)』 58275번 제 목:<이리아> ▣ 6. 허와 실 ▣ -58-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24 00:52 읽음:326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어떻게 살았느냐 보다는... 어떻게 기록되는냐가 중요하다. [ 이리아 ] ΙΥΙΑ 제 6장. 허와 실. <58> ----------------------------------------------------------------------- 헤로딘의 제 1 기사 레피드 2세. 그의 영지에서 근위 기사들이 반란을 일으킨지 일 주일이 지난 시점에 헤 로딘 장로원은 사건 파악을 위해 국경 도시 레피드에 비공식 조사원을 파견 했다. 그들의 임무는 사건의 발단과 주모자 처벌, 총책임자의 감시였다. 조사원의 선두에는 장로원 산하 비밀 조사대의 조장 중 한 30대 초반의 젊 은 남자가 섰다. 그는 십여명의 기사와 첩자들로 이루어진 조사대를 이끌고 이클리드의 도시, 레피드에 도착했다. 그는 즉시 실질적 영주 대행인 페릭과 약간의 이야기를 나누고 마법사인 세일리, 현 레피드 가문의 안주인인 세이 라와 접견을 가졌다. 그리고.... "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제스 수하 전문 첩자들이 역 으로 성내에 매복해 있는 것 같습니다. " " 로윈과 그 일행의 생사도 알 수가 없습니다. " " 고립...인가... " 트스테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를 갈았다. 현재 방에서 나가는 것과 나 가지 않는 것의 차이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있느냐 없느냐 차이었다.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갑작스런 움직임으로 당황하게 하려고 했던 작 전이 완전히 뒤틀려 있었다. 하지만 트스테드는 냉정함을 되찾으며 일행으로 온 사람들 사이의 한 여자에게 시선을 고정하고는 물었다. " 그 작전은? " " 우선 결정권을 쥐고 있는 세이라와 세일리는 여자이기 때문에 접근하기 가 수월하지 않습니다. 여자이기 때문에 의심부터 할 겁니다. "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는 사무적으로 대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실권을 쥔 사람이 여자일 가능성을 배제한 탓이 컸다. " 그리고 페릭은 세일리란 여자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믿지 않기 때문에 접근해도 소득이 없을 겁니다. 우선 그는 이쪽에 능통하니 오히려 그의 손에서 우리가 놀아날 가능성이 큽니다. " " 그래서? " 하지만 트스테드는 그녀의 변명 속에 결론을 찾았고, 그녀는 가볍게 고개 를 숙이며 말했다. " 그런데 재밌는 것이 새로온 마법사가 있더군요. 그것도 이제 갓 수염이 나는 남자애로요. 어느 날 갑자기..아니, 반란 당일 도시 한 가운데 나 타나 레피드를 추격하던 20여기의 근위 기사단 홀레이텐을 홀로 막아섰 고, 전멸시킬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진 아이.. 혼자입니다. " " 결론은 그 애인가? " " 의심도 없이 중용 됐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 그녀는 그렇게 대답하며 가늘게 떠진 눈으로 트스테드를 보며 눈웃음을 지 었다. 트스테드는 만족한 얼굴로 물었다. " 출신과 이름은? " " 출신지는 불명, 이름은....에딘입니다. " =-=-=-=-=-=-=-=-=-=-=-=-=-=-=-=-=-=-= " 마스터- " " 그냥 에딘이라고 부르세요. 여러분들에게 마스터라고 불릴 자격은 없습 니다. " " 마스터는 마스터. 저희와 다른 방면으로 선택된 힘을 가진 사람입니다. 다른 곳이면 몰라도 여기, 레피드 기사단 기사들 사이에선 존경의 대상 입니다. " " 그런가요.. " 에딘은 십년 정도 나이차가 나는 자신을 존재하는 기사의 말에 어쩔 수 없 음 알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일 주일 내내 마스터란 소리를 들으니 익숙 해지기는 했지만 이제 그만 두게 해야한다고 스스로가 느끼고 있었다. 마스터란 말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사람들의 신용을 얻는 것처럼, 사람들의 믿음을 받는 것처럼, 그들을 떠날 때 걸림돌이 되리라는 냉정한 사실 판단과 사람들의 소박한 기대를 망가트려 서는 안된다는 가치 판단이 마스터란 칭호를 거부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마스터라 불렀다. 아니, 자세히 말해 전우로서 같은 곳에서 싸우게 될 레피드 나이트 기사단 기사들이 그랬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마법사를 그렇게까지 존중해 주는지... 에딘으로서는 처음 겪는 일 이었다. " 아참, 이런 것 때문이 아닌데.. 오늘부터 마스터에게도 고정적으로 시녀 들과 노예들이 배치됩니다.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 " 농담이시겠죠.. 전 원래부터 이곳 사람도 아닌데다가...아직 어린데.. " " 하하핫! 페릭 님께서 인정하신 분을 저희는 믿습니다. 그리고 시녀들에 대해서는 주문만 하십시오. 나이 대 별로..취향 별로 배치시킬 수 있습 니다. " " 자, 장난치지 마세요! 전 이제 15살입니다. " 에딘은 버럭 그렇게 소리치고는 농담 반 진담 반 얘기를 나누던 기사를 지 나쳤다. 그는 의외인 에딘의 반응에 황급히 사과하며 에딘을 따랐다. " 죄, 죄송합니다. 그렇게까지 싫어하실 줄은... " " ....싫어하는 게 아니라.. 거부하는 겁니다. 정말로 배치가 된다면..아 니, 좋은 사람들로 해주십시오. " " 예.. " 그는 그렇게 대답은 했지만 계속 에딘을 따랐다. 에딘은 잠시 침묵 후 1층 로비로 향하며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 마법사란...저주받은 힘을 이어받은 자 입니다. 언제 적으로 돌아설지도 모르는 존재입니다. " " ..하지만 저희의 희생은 줄일 수 있습니다. 그것이면 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 " ..... " " 저희는...전장에 나서며 아내와 가족들에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인 사를 나눕니다. 그리고 그들을 그리며 전투에 임합니다. 물론 운이 좋으 면 살아남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한 번의 전투에는 사상자가 나옵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한 번의 힘이라도 많은 수의 적을 없애주 는 마법사란 존재는 사막 한 가운데서의 물 한 방울과 같습니다. 그걸로 족합니다. 비록 적으로 돌아설지 몰라도 같은 편에 있는 한..은요. " 그의 말은 천천히 에딘의 머리 속에 각인 되어 갔다. 처음으로 듣는 말, 처음으로 느끼는 기사 입장에서의 말이었다.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 왜 저희가 후퇴를 하면서 레피드 님을 불패의 기사라고 부르는지 아십니 까? " " 질풍...과 관계가 있나요? " " 예. 질풍의 레피드... 그분께서는 저희를 가능한 적은 희생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해 힘쓰십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 분께 목숨을 맞기고 싸 울 수 있는 겁니다. 최대한 그분의 뜻을 따르기 위해... 가족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싸움을 헤쳐 나갑니다. " " ....희생... " " 말이 희생이지 기사로서 의무적인 죽음을 당하는 것이죠. 아래 병사들은 저희의 목숨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고요. " 그는 그것으로 말을 마쳤다. 에딘은 아무말 없이 1층 로비에 서서 가만히 로비 위의 샹드리에를 올려다 보았다. 고품질 유리에 투명한 이물질을 더해 여러 갈래 빛의 반향성을 준 샹드리에는 우와하게 퍼져 있었다. 그리고 둥글 게, 완만한 굴곡진 샹드리에에는 햇빛이 통하고 있었다. 에딘은 그것을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 사랑하는 분...계신가요? " " 아내가 있습니다. 이미 아이도 하나 있습니다. 귀여운 여자아이죠. " " 만약...죽음을 앞둔 그 분을 지키지 못한다면..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 예? " "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 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랑하는 사람조 차 지키지 못한다면..아니, 오히려 그 힘 때문에 그 사람이 죽게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에딘은 그렇게 묻고는 고개를 저었다.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어떻게 하겠느냐.... 어떤 기분이겠느냐보다 난해하면서 막막한 질문이었다. 에딘은 그에게서 대답이 없자 쓸쓸한 눈빛으로 여신상을 바라보았다. " 죄송합니다. 이상한 질문을 했군요. " " ....저라면...그 사람을 위해서, 그 사람의 몫까지 열심히 살겠습니다. 뭐, 전쟁터에서 마지막을 맞이하겠지만요. 하하. 어색하죠? " 그는 대답을 하고도 쑥스러운지 뒷통수를 긁적였다. 에딘은 놀란 눈으로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 아, 아닙니다. 고맙...습니다. " 그의 말이 이상하리만치 가슴에 와닿았다. 에딘은 그에게 일부러 밝은 표 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 좋은 하루 되시길...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 " 부디 사랑하시는 분을...지키실 수 있길.. " " 저 자신의 문제입니다. "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같은 마법사인 세일리의 방으로 향했다. 무엇인가 이곳에서 자신을 믿는 사람들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해 야할 일이 조금씩 머리속에서 그려져 가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 게 알 수는 없었지만 지금까지 너무 목적에 얽매여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던 듯한 느낌이었다. " 어머니... 죄송합니다. " =-=-=-=-=-=-=-=-=-=-=-=-=-=-=-=-=-=-= 에딘이 도착했을 때, 세일리는 피로로 인해 낮잠에 들어 있었다. 방 앞에 서 있던 기사는 에딘의 부탁에 따라 조용히 방문을 열어 주었고, 에딘은 마 법사로서 방안에 들어갔다. 생각대로 그녀의 방에는 많은 서적들이 차곡차곡 잘 정리되어 있었다. 에 딘은 정교하게 태양의 채광성이 계산되어 햇빛이 한아름 침대에 내리쬐어지 는 가운데, 곤하게 잠들어 있는 세일리를 발견하고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책 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리 아름답고, 귀엽고, 요염하며 도발적이라고 해도 에딘의 사고는 그 것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뿐이지 주관적으로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 다. 그래서 감정이 통하는 이리아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인지도 몰랐다. 처음 만난 그 때부터 처음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던 그녀를... " ....응? " 그런데 에딘은 책들을 살펴보던 가운데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책의 배치와 종류, 정렬 방법이 예전에 살던 집, 서재의 그것과 너무나 흡사한 것 이었다. 마치 그것을 그대로 축소해서 옮겨 놓은 양, 머리속이 그리고 있는 책과 손끝에 닿는 책이 일치했다. 하지만 두 개의 벽면을 책장으로 쓰기 때 문에 그런 일은 우연이라고 해도 없어야만 했다. " 이런 건...농담이 되지 않잖아요.. " 에딘은 약간 짜증 나는 말투로 중얼거리고는 쓸 만한 책을 뽑아 들었다. 마법 부여와 마법체의 이용, 고대 기록 속의 마법 기록, 고대 비술 목록, 등 지금보다 훨씬 나은 기술들을 쓰기 위한 책들만을 골랐다. 그리고 에딘은 곧바로 잠들어 있는 세일리의 침대로 다가갔다. 얇은 차양이 쳐진 침대는 순백의 천으로 되어 있었다. 도저히 평범한 사람 들로서는 쓸 수 없는 침대였다. 에딘은 무의식 중에 차양을 향해 손을 뻗었 다. 그런데 그 천은 에딘의 손이 다가오자 약간의 한기와 함께 자잘한 스파 크를 튀겼고, 에딘은 반사적으로 손을 뗐다. " 여기에도 부여 마법? " 에딘은 그것이 그녀만을 위해 만들어 졌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어이없는 웃 음을 지었다. 분명히 보호 마법이었다. 그것도 마법이 아닌 힘으로는 건드릴 수도 없는, 넓은 범위의 천에 씌운 고난이도 술법이었다. 에딘은 주먹을 한 번 쥐어 보고는 다시 천에 손을 가져갔다. 이번에도 천은 에딘의 손길을 거부했다. 스파크와 함께 찬 기운으로 에딘 의 손가락을 얼리려고 했다. 그러나 에딘의 손가락은 곧 붉게 변하면서 화염 으로 감싸였고, 천은 에딘의 손에 잡혔다. 에딘은 손에서 계속 반발하는 천 을 억지로 들어올리고는 침대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 곤하게 잠들어 있는 세 일리를 조용히 불렀다. " 세일리 님.. " " .... " " 세일리 님. 잠시만 일어나 주시겠습니까? " " ? 으응...페릭..? " " 죄송하지만 잠시만 깨주시지요. " 에딘은 평소와 다른, 어딘가 어리광 부리는 듯한 세일리의 행동을 무시하 며 말을 이었다. " 책을 빌려 가겠습니다. " " ...? 마스터? 마스터에요? " " 세일리 님! " 그런데 세일리는 잠에서 덜 깨어난 눈으로 에딘을 보고는 힘없는 목소리로 에딘을 마스터라 불렀다. 에딘은 그 말끝이 그리운 사람을 부르는 것임을 느 꼈지만 그녀가 잠에서 덜 깼기 때문이라 생각하며 그녀가 완전히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세일리는 곧 눈을 부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에딘을 보며 물었다. " 에딘 군? 어, 어떻게 여길... " " ...서재에서 책 좀 빌려 가겠습니다. " " 예. 마음대로 보세요. 그런데 어떻게 천을 걷어 냈죠? " 그녀는 에딘의 손에 잡힌 천을 바라보며 놀란 어조로 물었다. 천은 아직도 에딘을 밀어내기 위해 발악을 하고 있었다. 에딘은 가볍게 미소지으며 대답 했다. " 당연히 힘으로..죠, 뭐. 걱정 마십시오. 아무 짓도 하지 않았으니. " 세일리는 그 말에 아무말도 꺼내지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에딘은 생각대 로 반응을 보이는 세일리를 뒤로하고 천을 놓고는 조용히 방을 나서려고 했 다. 하지만 무심코 반대편 손에 들린 책과 시선을 마주치면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침대에서 그리 멀리 가지 않아 발걸음을 멈추고 세일리를 향해 나직 막히 물었다. " 그런데... 세일리 님의 스승은 누구시죠? " " 그냥 여행을 하던 방랑 마법사였는데... 래디..라고 합니다. 아시는 분 이신가요? " 이미 꼬여 버린 일이었다. < 계속 > -+-+-+-+-+-+-+-+-+-+-+-+-+-+-+-+-+-+- [ 에딘이여- 힘내라 힘! ^^; ] 말이 상당히 많아 졌군요. (말없는 이리아와는 대조적이네요. ^^) 죽어 가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써 봅니다. - Ipria Ps. 라우디의 행적은 상당히 넓습니다.(7살 이후부터 계속 방랑만 했습니다.)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에딘과 라우디의 진짜 관계는 대충 아시리라 믿습 니다. ^^; 『SF & FANTASY (go SF)』 58348번 제 목:<이리아> ▣ 6. 허와 실 ▣ -59-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25 00:14 읽음:331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어떻게 살았느냐 보다는... 어떻게 기록되는냐가 중요하다. [ 이리아 ] ΙΥΙΑ 제 6장. 허와 실. <59> ----------------------------------------------------------------------- =-=-=-=-=-=-=-=-=-=-=-=-=-=-=-=-=-=-= 깊은 어둠. 그곳에서 나는 자랐다. 많은 아이들과 어울려 사람을 죽이는 법을 배웠다. 유혹하는 법을 배웠다. 주변의 사물을 가능한 무기로 쓰는 법을 배웠다. 같이 배우던 아이들의 절반 이상은 우리의 실습을 위해 죽었다.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칠 필요 없이 우리는 죽였다. 그리고 나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울고 있었다. 절규하고 있었다. 이런 삶은 의미가 없다. 누군가 막아 줬으면... =-=-=-=-=-=-=-=-=-=-=-=-=-=-=-=-=-=-= " 마량자 유도로 인해 마법은 실현되며 한계 마력을 넘기면 마법은 술자의 마력 유도를 따른다.. 하지만 이 상태는 폭주 상태와 안정 상태의 중간 상태로 정신력에 따라 급변하기 때문에 실습을 금한다. 실전에서 술자가 목숨을 잃을 확률도 매우 높다.. " 에딘은 금서(禁書)로서 정해져 있던 고대 마법 운용 서적의 주석편을 읽으 며 한 손으로 직접 화염을 일으켜 작은 조작으로 실습을 해보고 있었다. 책 에서 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통 마법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기 때문 에 에딘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 마스터가 쓰는 방법은 이것이었군요. 한 마디의 마법 실현.. 하지만 제 가 지금까지 무의식 중에 쓰는 힘과 똑같은 원리 아닌가요? " 물론 그 누구도 대답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에딘은 마치 라우디가 앞에 있는 것처럼 의자 건너편으로 질문을 던지며 책을 읽었다. 실 습 이론 부분을 넘기면 상세한 주의 사항이나 역자 의견이 있었으므로 꼼꼼 하게 읽을만 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흐르며 에딘의 손놀림이 빨라지자 책장들은 금방 금방 넘어갔다. 어디선가 본 듯한 말들과 실제로 겪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 는 부분이 상당했기에 그럴 수 있었다. 에딘은 곧 책갈피를 끼우고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배 울 수 있는 것도 복습을 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었으므로 스스로 읽는 양 을 조절 할 수 있었다. 그 때 조용히 방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방으로 들어 왔다. 에딘 은 귀찮았지만 평이한 어조로 말했다. " 누구가요? 제 전속 시녀? 노예? " " 노...예...입니다. " " 이름은? " " 리에르...입니다. " " 리에르..어감이 좋군요. 전담할 일은 뭐죠? " " ...... " 그런데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에딘은 약간 이상함을 느끼고 눈을 떠서 그녀 쪽을 바라보았다. 스무 살 중반으로 보이는, 누나뻘 되는 리 에르는 가운 하나만을 걸친 채 문앞에 서 있었다. 에딘은 아차,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 땐 이미 그녀의 손이 허리띠를 풀고 가운을 벗기고 있을 때였다. " 뭐, 뭐하시는 겁니까! " " ...받아 들이시겠죠? " " 이봐요!! " 순간 에딘은 당황스러움에 크게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릎 위와 곁의 탁자에 있던 책이 그 바람에 바닥에 떨어져 시끄러운 소리 를 냈으나 에딘은 그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에딘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 고 다른 손으로 머리띠를 풀어내 손에 감으며 이성을 되찾았다. 설마설마 하 던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장난이 아니었다. " ...어디서 왔죠? " " 예? " " ...... " 이번엔 에딘이 무대답으로 그녀의 되물음을 받았다. 에딘은 무표정으로 침 대에 누우며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 저....지금 좀 화가 나있습니다. "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 에딘의 목소리에 그녀는 흠칫 몸을 떨었다. 에딘의 목소리는 이미 나이의 경륜을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겪어본 일들이었기 때 문에 가볍게 가운을 벗으며 침대로 다가왔다. 어깨를 따라 스르륵 벗겨진 가 운은 여운을 남기며 땅에 떨어졌다. 에딘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노려보며 말 했다. " 당신은 레피드 성 사람이 아닙니다. " " 그, 그렇지- " " 아직 처녀...이고 정규 훈련까지 받은 몸입니다. 맞죠? " 리에르는 에딘의 질문에 완전히 굳어져 고개를 떨구었다. 에딘의 눈동자는 희미한 불빛을 반사해 어둠으로 뒤덮힌 듯,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리에르는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작게 한숨을 들이키고 다시 에딘을 바라보며 물었다. " 어떻게...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 " 노예이면서 그 나이까지...그 몸매와 미모로 처녀라... 그리고 굴곡 속 의 근육.. 제 기억 속에 당신은 없었습니다. 더 이상 속일 생각은 마시 죠. 제가 일어나면...당신은 죽습니다. " 어느새 에딘의 한 손은 붉게 변해 있었다. 리에르는 붉게 변한 에딘의 손 에 에딘이 마법사란 것과 지금 진심으로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쩔 수 없는 결정.. 리에르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 맞...습니다...죄송합..니다. " " 헤로딘 장로원인가요..? " " 예.... " " 미인계로 절 손에 넣은 뒤 정보를 캐내서 보고해야겠죠? " " 예. " 에딘은 그녀의 대답에 천정으로 시선을 돌려 가만히 그곳을 바라보았다. 작고 떨리는 숨소리가 귓가를 간질이는 가운데 어색한 침묵만이 흘렀다. 결정을 해야만 했다. 그녀를 받아들이느냐.. 거절하느냐.. 죽여 버리느냐.. 그 때 에딘의 생각을 읽은 듯, 리에르가 말을 꺼냈다. " 고민하시지 마시고.. 죽여 주세요. " " 왜죠? " " ....그냥... " 그녀의 대답에는 아쉬움이 짙게 배인 여운이 남았다. 에딘은 그 대답에 주 저함 없이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리에르는 갑작스런 에딘의 행동에 반 사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에딘은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 이리로 와요. 죽고 싶은 사람을 죽여 줄 만큼... 전 착한 사람이 아닙니 다. " 에딘의 눈동자는 부드러워져 있었다. 이리아가 이미 가식적인 미소라고 단정지어 버린 미소가 자연스럽게 얼굴 에 배어 나왔다. 에딘은 낯 부끄러운 리에르의 나신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 로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이끌었다. 리에르는 에딘의 변화에 얼떨떨한 얼굴 로 침대로 다가와 에딘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여자 손처럼 고운 에딘의 손 에 놀라며 에딘에게 안겼다. 에딘은 가슴까지 내려오는 리에르의 흑발을 매 만지며 말을 꺼냈다. " 내 이름은 에딘... 당신의 주인..입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요. 알려 줄 수 있는 것은..알려 드립니다. 지금 일을 보고 하든 하지 않든, 모든 것은 당신 마음입니다. 단, 당신은 제 겁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제가 가지겠습니다. " 에딘과 인연을 맺으며 에딘이 진심으로 말한 첫 말이었다. =-=-=-=-=-=-=-=-=-=-=-=-=-=-=-=-=-=-= " 그래서...? 통한 거냐? " " ..예. " " 거짓말이 아니겠지? " " 예. " 리에르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자, 트스테드에게 대답하며 살짝 오늘 아 침 따스하게 안아주며 잠들어 있던 에딘을 떠올렸다. 화났을 때와 달리 잠들 어 있는 에딘은 귀여운 소년일 뿐이었다. 리에르가 에딘을 떠올리고 있는 가 운데 갑작스레 그녀의 시야에는 트스테드의 얼굴이 들어왔다. 하지만 리에르 는 평정을 유지한 채 말했다. " ...뭡니까? " " 호오- 말투가 좀 바뀌었는데. 노예치고 건방져 졌다고나 할까? " " 예? " " 정말 네가 그 녀석과 잤을까? " 트스테드는 그 말과 함께 리에르의 멱살을 잡았다. 그는 한 손으로 리에르 를 들어 올리며 작게 물었다. 옷을 얇게 입은 탓에 그녀의 옷은 조금씩 찢어 지기 시작했다. 리에르는 황급히 말했다. " 무, 무슨 말씀을... " " 확인해 볼까? " " 예에? " " 어차피 처음이 아니니 닳는게 아니잖아? " 그는 찢어지는 옷사이로 리에르의 가슴을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의 목 적을 알 수 있었다. 리에르는 그의 눈빛에 갑작스럽게 몸이 떨리는 것을 느 끼고 입술을 깨물었지만 오히려 그것은 불신감을 더해 주는 행동이었다. " 역시...인가? " " 아, 아닙니다. " 리에르는 냉정을 유지하며 대답하려 했지만 트스테드의 손은 그녀의 대답 과 상관없이 그녀의 옷사이로 들어왔다. 리에르는 투박하면서 감겨 들어오는 트스테드의 손길에 얼굴을 붉히고는 고개를 숙였다. 트스테드는 천천히 리에 르의 몸을 벽쪽으로 들고 갔다. " ...실패..였군. 젠장. 꼬마 놈이. " 트스테드는 벽에 리에르의 몸을 붙이고 거칠게 리에르의 치마를 움켜쥐었 다. 리에르는 본능적으로 다리를 꼬며 주변을 둘러 보았다. 하지만 이미 무 기로 쓸 만한 것들은 치워져 있었다. 트스테드의 손은 가볍게 리에르의 치마 를 잡아뜯어 냈다. " 싫어!!! " " 닥쳐! " 찬 공기가 다리에 와 닿음에 리에르는 발버둥 치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도와주러 올 사람은 없었고, 트스테드는 웃음과 함께 주먹을 들었다. 그 때 거칠게 방문이 열렸다. " 누구냐! 누가 내 방에... " 트스테드는 신경질적으로 외쳤지만, 문이 열린 곳에 서 있는 사람을 보는 순간 말을 제대로 끝맺지 못했다. 그곳에는 주먹에 흰색 천을 감아 쥔 채로 가만히 서 있는 에딘이 있었다. 에딘의 눈동자는 말 그대로 분노로 이글거리 고 있었다. 리에르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에딘을 바라보았다. 에딘은 손 을 들어 손가락으로 트스테드를 가리키며 물었다. " 트스테드..였죠? 당신. " " 그렇다. " " 그 여자는 제 것..입니다. " " 그, 그런가..? " 어느새 트스테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트스테드의 머리속에 는 첫날 생글생글 웃던 어린 에딘의 모습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 때의 에딘 과 지금의 에딘은 절대 동일 인물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괴물.... 트스테드 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 전 제 소유물이 다른 사람의 손에 있는 것을 상당히 싫어합니다. " " 겨우 노예이지 않는가. " " 겨우 노예 때문에 목숨을 걸지 않겠죠? " 에딘은 그렇게 물으며 리에르에게 다가왔다. 트스테드는 무의식 중에 리에 르에게서 손을 떼며 뒤로 물러섰다. 에딘의 몸은 천천히 트스테드의 목을 죄 여왔다. 에딘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리에르는 순간 에딘의 얼굴에서 미소가 차지하는 의미를 깨달았다. 마치 자기 제어 장치처럼, 그 미소는 에딘의 이성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었 다. 에딘은 급하게 걸치고 온 상의를 벗어 리에르에게 건네고는 트스테드를 노려보았다. " 한 번 더 이런 일이 있으면.. 죽여 버립니다. " 그리고 리에르의 어깨를 안으며 에딘은 방을 나섰다. 트스테드의 노기 어 린 눈빛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가 어쩔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별 신경 쓰지 않았다. 성안 곳곳에 서 있던 레피드 기사단 기사들은 살벌한 에 딘의 분위기와 리에르의 옷차림을 보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에딘 은 자신보다 키가 큰 리에르의 머리카락 끝을 매만지며 말을 꺼냈다. " 이제 건들지 못할 거예요. " " 어째서...그러신 겁니까? 전...어차피.. " " 내 것은 내 것. 당신은 제 소유물입니다. " 에딘은 그것으로 말을 마쳤고, 리에르는 더 이상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리에르의 머리 속에는 소유물란 말이 계속 메아리처럼 울렸다.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가슴 어딘가가 아련히 아파왔다. ' 알 수 없는 사람.... ' 리에르가 현재로서 단정지은 에딘의 참모습이었다. < 계속 > -+-+-+-+-+-+-+-+-+-+-+-+-+-+-+-+-+-+- [ 새로운 캐러 리에르의 등장.. 이번 편은 그녀를 위한 편입니다. --; ] 이 페이스라면 한 주에 한 장이 끝나는군요. ^^ 주간 연재에서 매일 연재로 바꾼 후 상당히 바빠졌습니다. 현재 상당히 감각이 새롭습니다.(그런데 방학마다 글쓰는 사람들은 뭐람... 아마추어라도 기본은 있어야 하지 않나.. --;) - Ipria Ps. 리에르...분명히 옛날 옛날 누군가가 케스팅 신청하신 캐러인데... 죄송합니다.(아무리 뒤져도 누군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튼 감사- 감사-! T.T (행복한(?) 캐러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Ps2. 에딘이 중얼거린 마법 이론... 현대 물리, 입자 파트의 광량자 이론의 패러디 입니다.(아실 분이 없을 듯.. ^^;) 『SF & FANTASY (go SF)』 58349번 제 목:<이리아> ▣ 6. 허와 실 ▣ -60-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25 00:15 읽음:32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어떻게 살았느냐 보다는... 어떻게 기록되는냐가 중요하다. [ 이리아 ] ΙΥΙΑ 제 6장. 허와 실. <60> > 하늘이여 나를 도와줘... < ----------------------------------------------------------------------- " 레피드 님에 대한 예우는...저희들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아 시다시피 저희는 헤로딘과 무언의 동맹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그 쪽에서 공식으로 레피드 님의 신병 양도를 요청할 시, 저희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 게닌은 진지한 얼굴로 레피드와 이리아에 대한 현 결정을 알려왔다. 하지 만 레피드는 그대로 평정을 유지했다. 이미 그 대답을 이미 염두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제의를 하기 쉬웠다. 레피드는 탁자에 두 팔을 올리고 게닌과 그의 곁에 앉은 여섯 번째 룬 나이트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 ...그럼 제가 완전히 신분과 얼굴을 감추고 룬 나이트에 합류한다고 하 면.. 어떻게 됩니까? " 그 순간 둘의 눈가는 움찔거리며 그 말에 반응했고, 레피드는 약간의 미소 와 함께 말을 이었다. " 전 지금 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헤로딘은 현재 이노네스와 손 을 잡고 있습니다. 만약 장로원이 후퇴를 결정하고 계속 후퇴를 하다가 역으로 이노네스와 합류해 이곳으로 처들어 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 " ...정말로 룬 나이트에 들어오실 생각입니까? " " 받아 주신다면. " 레피드는 여유로운 얼굴로 둘을 돌아보는 것으로 말을 마무리 했다. 능력 을 최대한 활용하라.... 레피드란 이름보다 실력의 실리를 취하게끔 만들려 는 계획이 정확하게 먹혀 들어가고 있었다. 결론은 예상할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일은 했다. 게닌과 여섯 번째 룬 나이트는 서로를 곁눈짓으로 보며 무언의 대화를 나 누었다. 그러다가 레피드의 시선을 느꼈는지 게닌은 레피드를 향해 조심스럽 게 말을 꺼냈다. " 현재 여기에는 성전 마법사께서도 와 계십니다. 그 분과 조금 이야기를 나누어 보시는 것이 어떨지.. " " ...알겠습니다. 저도 그 분께 여쭙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안내를 부탁 드리겠습니다. " 게닌은 레피드의 대답에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는 문앞의 기사에 게 지시를 내렸다. 그는 문 사이로 레피드를 한 번 바라보더니 알았다는 듯 이 고개를 끄덕였고 게닌은 레피드를 향해 말했다. " 이 사람을 따라가면 됩니다. 유익한 시간이 되시길.. 곧 찾아 가겠습니 다. " " 현명한 선택... 부탁드리겠습니다. " 그 말과 함께 레피드는 살짝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하고 방을 나서서 기사를 따라 성전 마법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레피드의 얼굴은 방에 들어갈 때처 럼 약간 가볍고 밝아 보였다. 하지만 그의 머리속에는 온통 의혹들과 이유를 알 수 없는 위화감의 경고만이 가득 차 있었다. 성전 마법사까지 이곳에 와 있는 이유를 유추해 낼 수가 없었다. 마법사가 변방까지 움직이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뿐이었지만 인정할 수 없는 발상이었 다. 그렇기에 더욱 생각은 발전이 없었다. " 마스터. 레피드 경께서 오셨습니다. " " 들어오세요. " 생각보다 그의 거처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레피드를 안내해 온 기사는 문 을 열어 레피드가 들어갈 수 있게 해주었다. 레피드는 문안에서 들려온 지긋 한 목소리를 되새기며 방안에 들어섰다. 방은 생각보다 작았다. 침구 하나와 탁자 하나. 그것이 전부였다. 레피드는 탁자에 책을 펴놓고 독서 중인 60대 남자를 향해 인사부터 했다. " 레피드 입니다. 독서 중에 실례가 많습니다. " " 아닙니다.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그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의자를 권했다. 레피드는 그의 앞에 앉으며 이 야기를 시작했다. " 마법서라도 읽으십니까? " " 그렇습니다. 최소한 제가 쓸 수 있는 마법은 잘 정리해 두어야죠. 적절 한 순간에 적절하게 쓰려고 하려면. " " ...여쭈어 볼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 레피드는 가볍게 이야기가 시작되자 곧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얼굴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 알고 있습니다. 말씀해 보시지요. " " ..세레스 북부 지역 영주 가문 중에 검과 마법을 같이 쓰는 가문이 있습 니까? " " 검과 마법...이라.. " 그는 레피드의 질문에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 영주 가문 중에 검 과 마법을 동시에 쓸 정도로 독특한 가문은 거의 없다고 해야 했다. 레피드 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뒤를 덧붙였다. " 오래 전에 사라진 가문이라도 좋습니다. " " 그런 가문이 있긴 있었습니다. 십년 전...쯤까지는. " " 어떤 가문이었습니까? " " ..원래는 기사 가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를 이을 사람이 외동딸밖에 없 어 많은 영주들이 그 가문에 혼사를 위해 발걸음을 매일 같이 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 " 그러다가? " 레피드는 이유를 알 수 없이 끌리는 그의 이야기에 그를 재촉했다. 그는 잔잔한 미소와 함께 이야기를 이었다. " 사고로 인해 그 딸은 한 마법사와 인연을 맺게 됩니다. 그래서 그 가문 은 검과 마법을 같이 쓰는 가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사고로 인 해 그 마법사는 죽고, 그 가문의 여자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로 죽 어 대가 끊긴....아! 자식이 두 명 있긴 있었는데 첫째는 아버지와 함께 사고로 행방 불명이 되고, 두 번째 아이도 어머니의 사고와 함께 행방불 명이 된 상태입니다. 한 마디로 우연한 사고들의 연발로 사라진 가문입 니다. " " ...신기하군요. " " 그렇긴 하죠. 지나친 우연은 재앙이니.. " 그는 그렇게 말하며 마법서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마치 레피드의 생각을 읽고 있는 듯 했다. 레피드는 그의 행동에 자신이 너무 이야기에 빠져있었음 을 깨닫고 사과와 함께 물었다. " 저...죄송한데... 그 가문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 " " 케인즈. 세레스 북쪽 숲 경계 부근에 아직도 폐허로 남아 있는 영주 성 이 남아 있습니다. " 그는 대답과 함께 책장을 넘겼다. 레피드는 황급히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리 며 질문을 더 했다. " .......다시 한 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 " 예. 말씀 하시지요. " " 불의 마법 중에... 20초 가량 되는 시간 안에 성문을 넓이를 완전히 넘 기는 불의 벽을 만들 수 있는 마법이 있습니까? 있다면 어느 정도 수준 의 마법사입니까? " 그 순간 책장을 넘기던 그의 손이 경직됐다. 그는 놀란 눈이 되어 레피드 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레피드는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그의 입에서 대답이 나오길 기다렸다. 잠시 후 그는 오히려 되물었다. " 실제로 보셨습니까? 술자의 나이를 아십니까? " " 술자는 보지 못했지만 제가 영지를 떠나며 어떤 마법사가 저를 위해 그 것을 실현한 것은 봤습니다. 잘못된 것이라도... " " 어떻게 그런.... "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그렇게 또다시 약간 의 시간이 지나자 그는 힘잃은 목소리로 말했다. "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 정도 마법이면 인간이 쓰는 한, 주문을 외우 고 한참이 있어야 마법이 발현 됩니다. 절대로 그 시간 안에 쓸 수 없습 니다. 만약 있다면.. 그것은...인간의 마법이 아닙니다.. 술자는 인간일 수가 없습니다. " =-=-=-=-=-=-=-=-=-=-=-=-=-=-=-=-=-=-= " 뭘 그렇게 생각하나요? " " 에딘..이란, 당신이 말한 마법사요. " " 마음에 드나요? " " 모르겠어요. " 세일리는 그렇게 대답하며 페릭의 허리를 안았다. 페릭은 세일리의 의외의 행동에 잠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세일리의 어깨를 안아 주었다. 뭔가 이상 했다. 곧 세일리가 말했다. " 제 방에서 그는 자기 방 서재에서 책을 찾는 것처럼 손쉽게 책장에서 책 을 찾았어요. 그리고 제 스승...마스터께서 손수 만들어 주신, 제가 인 정한 사람을 제외한 사람을 막는 천을 힘으로 제어했어요. 도저히 저와 수준이 다른 사람이에요. " " 그래서...무서운 건가요? " " 적으로 돌아 설까 봐 무서워요. " " 하하하. 그럴리 없을 겁니다. " 페릭은 밝게 웃어주며 세일리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하지만 세일 리는 페릭의 허리를 힘껏 안으며 페릭의 가슴에 얼굴을 부볐다. 페릭은 점점 더 어리광을 부리는 세일리의 모습에 그녀가 괜히 그러는 것이 아님을 느꼈 다. " 솔직한 제 심정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그의 실력은 제 스승님과 비슷합 니다. 페릭은 그 분을 만나지 못해서 몰라요. 만약 그 애가 실제로 마스 터와 똑같은 실력이라면.. 분노에 이성을 잃을시.. 이 성은 사라집니다. 지도에서도 깨끗이. " "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은 있을 수 없어요. 걱정 말아요. 그는 우리 편에서 있어 줄 테니. " " 죽으면 안돼요. 당신만은. " " 예- 예. 헤로딘 제 2의 기사가 쉽게 죽기야 하겠습니까? " 페릭은 레피드처럼 가벼운 농담으로 넘겼다. 그러나 세일리의 말은 머리속 에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묵비권으로 출신조차 알 수 없는 에딘이기에 완전 한 아군이란 생각은 배제하고 있었는데 세일리의 말은 안전 장치를 더 해야 만 한다는 경고와 같았다. 의외로 기사들에게 인기가 있는 에딘의 묘함. 트 스테드의 말대로 이틀 뒤, 공식적으로 출병이 장로원에 의해 결정되면 그는 전장으로 함께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 반, 염려 반이었다. 궁정 기사단과 교대되는 순간부터 적은 이노네스 블러디 나이트 기사단이 었다. 그래서 그에게 기대를 거는 것인지 몰랐다. 가능한한 많은 적을... 가능한한 많은 행복을... 자비의 신께서 이쪽을 향해 손을 들어주길 기도했다. =-=-=-=-=-=-=-=-=-=-=-=-=-=-=-=-=-=-= 한편, 에딘은 오늘도 방에 틀어박혀 마법서만 읽고 있었다. 연 삼일 내내 방에 있어 이상하게 생각하는 기사도 있을 정도였다. 더구나 전속 노예, 리 에르 사건도 있었던 터라 여러 이야기가 분분하고 있었다. 물론 에딘의 방을 드나드는 시녀와 하인들이 사실을 얘기해도 소문은 소문이었다. " 주인님. 이대로...괜찮으시겠습니까? " " ..뭘요? " " 소문이 나고 있습니다. 그 일 이후 왜 방에서 나가시지 않으시는 거죠? " " ....리에르. 이제 이틀입니다. 소문 따위는 이틀 뒷면 사라집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죠? " " 아- " 에딘은 창가에서 책장을 넘기며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렇지만 리에르는 그 간단한 작은 탄성을 질렀다. 우연히 사건들이 이어진 것뿐이지 에딘의 생각 은 하나 뿐이었다. 리에르는 삼일의 시간 동안 계속 느끼는 에딘이란 사람의 내면의 세계에 경의를 표했다. 미소로서 감정 표현을 드러내지 않는 에딘이 감정을 표현하는 때는 여자로 인해 극도로 분노할 때 뿐이었다. 그 때의 에딘은 15살 소년이란 나이를 완 전히 초월해 있었다. 그리고 소중히 여기는 머리띠에 그의 눈은 여느때와 달 리 노골적으로 부드러워져 있었다. 처음에는 에딘의 모든 것이 어색하게 느 껴졌지만 점점 에딘의 과거가 윤곽을 잡아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순수한 영혼을 지닌 사람이랄까? " 저... 주인님. " " 예? " " 왜 제게도 경어를 쓰시는 겁니까? 전 노예입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비웃을 게 틀림 없습니다. " " ...아무도 비웃지 못합니다. " " 비웃을 겁니다. " " 비웃지 못.합.니다. " 에딘은 딱딱 한 음절씩 끊어 대답하고는 두 팔을 벌리며 눈을 감았다. 리 에르는 에딘의 대답을 다시 생각할 틈도 없이 온몸의 털이 쭈삣쭈삣 서는 느 낌에 황급히 문쪽으로 물러났다. 잠시 후 에딘은 번쩍 눈을 뜨며 손끝을 털 었다. 그러자 화염이 폭발하듯 솟구쳤다가 공중에서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리에르는 신비한 그 광경에 황홀한 얼굴로 에딘을 바라보았다. 에딘은 그제 서야 현실로 돌아와 리에르의 표정을 보고는 방긋 웃으며 평소처럼 말을 꺼 냈다. " 너무 그렇게 보지 말아요. 쑥쓰럽잖아요. " " 주인님은 대단하세요. " " 하지만 그 뿐이죠. 좋아하는 사람조차 제대로 지켜 줄 수 없는 힘이랍니 다. " " 그래도... " 리에르는 거기서 말을 삼켰다. 이미 에딘은 창밖을 바라보며 쓸쓸한 얼굴 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으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리에르 는 두 손을 모아 가슴 근처로 가져가며 하려고 했던 말을 마음 속으로 작게 읊조렸다. ' 그래도 저는...지켜주셨잖아요. 그 때... ' < 계속 > -+-+-+-+-+-+-+-+-+-+-+-+-+-+-+-+-+-+- [ No Comment ] - Ipria ** I : 어이, 벌서 60이야. 지난 번 50편 돌파도 잊고 있었잖아? Ip: 그래서? I : 뭔가 해야하는 거 아냐? Ip: ...훗훗. 네가 내 일에 신경 쓸 틈이 있을까? I : 에? Ip: 라이벌 등장이다. 쿡쿡쿡. I : 시, 시끄러!!! 『SF & FANTASY (go SF)』 58350번 제 목:<이리아> ▣ 6. 허와 실 ▣ -61-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25 00:15 읽음:333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어떻게 살았느냐 보다는... 어떻게 기록되는냐가 중요하다. [ 이리아 ] ΙΥΙΑ 제 6장. 허와 실. <61> ----------------------------------------------------------------------- 로라시아 력 12월 5일. 시간은 어느덧 춥지 않은 겨울로 접어 들었고, 레피드 가는 장로원으로부 터 3차 원정대로서 이노네스를 섬멸할 것은 명령받는다. 레피드 2세가 빠진 공백을 페릭 이제스가 막는다는 것은 역부족이었지만, 기사단과 영지의 수호 여신, 시리엘의 힘과 정신적 레피드 가의 안주인 세이 라, 그녀와 함께하는 마법사 세일리의 뒷받침은 안정적으로 병사를 운용하고 영지민들이 협력하게 했다. 물론 그들로서는 왜 전장에 나가야 하는지, 알 턱이 없었다. 단지 곧 산 하나 너머에 적이 나타났으니 그들을 없애러 간다는 어린애식 생각만이 만연할 뿐, 제대로 된 정보는 절대로 병사들과 영지민들에게 퍼져 나가지 못했다. 그것은 고위 기사를 제외한 성내 사람들도 마찬가지 였다. 제 3차 원정대의 총사령관은 페릭 이제스가 맡았다. 이제스는 레피드 성을 세이라에게 맞기고 모든 권한을 세이라에게 넘겼다. 로윈과 트스테드의 이야기는 어느새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근위 기사단의 반란은 최대 치욕이었으므로 사실을 아는 영지민들도 쉬쉬 할 수밖에 없었고, 근위 기사의 가족들도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일은 비밀로 부쳐져 장로원 사람들과 함께 어딘가에 파묻혔다. =-=-=-=-=-=-=-=-=-=-=-=-=-=-=-=-=-=-= " 주인님. 왜 이런... " " 마법사로서 내 힘에 말은 움직이지 않는다..란 결론일까요? 저와 마스터 가 타던 말은 제외하고는 말들이 저를 피하더군요. " 에딘은 그렇게 대답하며 마차의 작은 창을 덮은 커튼은 살짝 열어 보았다. 마차 주변은 레피드 기사단이 삼중으로 호위하고 있었다. 마치 왕족의 호위 와 비슷할 정도였다. 마차의 앞에는 당연히 페릭이 있었고, 마차 뒤로는 홀 레텐으로 전환된 레피드 기사단 기사 200기와 역시 홀레이텐으로 전환된 병 사 800기가 뒤따르고 있었다. 고작 1000명밖에 되지 않은 인원이었지만 에딘은 그들이 다른 기사단과 달 리 막강한 힘을 펼치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소식통에 의하면 이노네스 군의 규모는 1200명. 홀레이텐인 이쪽이 유리했다. 적어도 산을 넘어서는. " 병사들의 반발은 예상해 둬야만 합니다. 에딘 군. " " 알고 있습니다. 전장에 도착할 때까지만 도와주십시오. " " 몸 조심하시길. " 페릭은 잠시 말을 늦춰 에딘에게 충고를 하고 다시 선두로 섰다. 전장에 나가며 마차를 타고 더구나 여자까지 동행하는 에딘을 다른 사람들 이 곱게 볼 리가 없었다. 밤중에 병사들로부터 습격이라도 당한다면 전력에 큰 타격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세일리의 염려까지 들은 이상, 일단 에딘 은 보호해 주어야만 했다. 에딘의 말대로 전장까지는. 리에르는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자연스럽게 앉아 있는 에딘과 제대로 시 선을 마주하지 못하고 그저 가지런히 무릎에 얹어진 에딘의 손끝을 바라보며 간신히 어지러움을 가라앉혔다. 마차란 이동 매체는 처음이었으므로 쉽게 익 숙해지지 못하고 있었다. 에딘은 리에르의 안색을 살피고는 작게 물었다. " 몸이 좋지 않나요? " " 조금 속이.. 아, 죄송합니다. " 리에르는 따뜻한 에딘의 어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실대로 대답을 하던 중 자신의 신분을 깨달았다. 에딘은 중요한 위치의 마법사. 자신은 일개 노 예에 불과한 것이었다. 리에르는 한층 풀려 버린 자신의 사고에 놀라며 신경 을 곤두세웠다. 어느새 에딘을 향해 마음이 열리고 있었다. 아니, 풀리고 있 었다. " 죄송해할 이유라도 있나요? " 그런데 에딘은 한 손으로 리에르의 턱을 들어올리며 눈을 마주했고, 리에 르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 전 노예- " " 제가 언제 노예 취급을 했나요? " 에딘은 쓸쓸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리에르는 에딘이 지금 스스로 어떤 표 정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돌려 에딘의 시 선을 피했다. 에딘은 그대로 리에르의 머리카락으로 손을 옮기며 말했다. " 스스로 노예가 되지 마세요. 모두에게도 노예라는 것을 되도록 감추도록 하고요. 레피드 기사단 기사라면 모를까, 다른 사람들은 당신이 노예라 는 것을 아는 순간, 돌변할 겁니다. 이미 장로원에서 당신을 빼내왔지만 이 나라를 떠날 때까지 당신은 제 소유물입니다. " 그리고 에딘은 손을 돌려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손안에서 놀던 리에르 의 머리카락 감촉이 미세하게 되살아나며 에딘의 손바닥을 간질였다. 에딘은 쉽게 가시지 않는 그 감촉에 오래 전에 잃은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 좋은 추억으로... " 긴 흑발에 평소에는 다소곳하지만 가족들과 있을 때에는 발랄했던... 따스 한 얼굴로 라우디를 보던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졌다. 어머니 품에 안겨서 있 던 때가 그리워졌다. 아름다운 풍경화 한 폭에는 점점 한 가족의 모습이 그 려져 갔다. 보랏빛 눈동자로 망토 속에서 어머니를 바라보는 라우디와... 은은한 미소로 가족들을 둘러보는 어머니... 마법을 일으켜 이리저리 돌리며 노는 에딘.. 그리고 그 곁에서 활짝 웃고 있는... " 이리아.. " 그 순간 리에르는 흠칫 몸을 떨었다. 그 이름을 나지막하게 부르는 에딘의 목소리에는 지금까지와 다른 다정함 이 짙게 배어 있었다. 에딘에게 소중한 사람... 그녀가 에딘과 만날 수 없길 바라는 마음이 가슴 한 구석에 서서히 피어나기 시작했다. =-=-=-=-=-=-=-=-=-=-=-=-=-=-=-=-=-=-= " 눈감아. " 랜은 짤막한 라우디의 명령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손으로 귀도 막아 버렸 다. 라우디는 힐끔 랜을 돌아보고는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검을 들 었다. " 너희도 이노네스와 관계 없겠지? " " 무슨 소리지? " " 잘 됐군. 죽어라. " 라우디는 앞을 가로막은 여섯 명의 패거리에게 냉소를 보내며 천천히 그들 의 앞으로 갔다. 그들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외쳤다. " 왠 헛소리야!! " 그리고 제일 먼저 성질 급한 남자가 검을 고쳐 쥐고 나서며 라우디에게 검 을 내질렀다. 라우디는 그의 검날을 따라 검을 돌려 그의 가슴 안쪽으로 파 고들었다. 그는 라우디의 펄럭이는 망토가 시야에 들어오자 공격이 실패했음 을 깨닫고 재빨리 몸을 틀었다. 그러나 라우디의 검은 그의 허리를 베어 갔 다. 살과 내장이 잘리는 섬뜻한 소리가 울리며 라우디의 검이 남자의 등을 가 르고 나오자 그의 일행들의 안색은 순식간에 달라졌다. 그러나 그들도 한 두 번 싸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합과 함께 일제히 라우디에게 달려들었다. 라우디는 겨우 다섯밖에 되지 않는 그들의 수에 마법을 쓰던 왼손으로 주 먹을 쥐며 검끝을 대각선으로 돌렸다. 그리고 빠른 듯한 걸음으로 그들에게 파고들었다. 라우디의 검은 독특한 라우디의 움직임에 정확하게 거리를 재지 못한 정면 의 남자의 손목을 날려 버렸다. 피와 함께 허공뜬 검은 그대로 내려오며 곁 에 있던 여자의 가슴을 베었다. 그리고 왼쪽으로 돌아오던 남자의 안면을 베 어 올리고 주저앉듯, 자세를 낮춘 후 눈에 띄는 다리를 베었다. 차례로 처절한 비명이 울리며 피가 뿜어졌다. 한쪽 가슴을 베인 여자는 땅에 주저 앉아 간신히 숨을 헐떡이며 목숨을 유 지했지만 그녀의 눈동자에서는 이미 초점과 생기가 사라져 있었다. 또한 얼 굴이 날아간 남자는 즉사 였고, 다리가 베인 자는 눈이 뒤집힌 채 바닥에 쓰 러졌다. 라우디는 한 명으로 줄어 버린 상대를 보며 창백히 말했다. " 도망치고 싶으면 도망쳐라. 재주껏. " 그는 라우디의 말에 잠깐 주저함을 보이고는 곧 빠른 놀림으로 뒤돌아 달 리기 시작했다. 라우디는 다시금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그의 등을 향해 검을 던졌다. 라우디의 손을 떠난 거무틱틱한 검은 시원하게 직선을 그리고 날아 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박혔다. 그는 즉시 앞으로 고꾸라져 두 번 다시 움직 이지 않았다. 라우디는 남아 있는 사람들의 생사를 확실하게 확인하고는 완전히 정신이 나간 여자의 어깨를 뜯어내고 다리가 잘린 남자의 목뼈를 부순 후, 검을 주 으러 갔다. 사람의 등에 깊숙이 박힌 검은 멀리서 봐도 섬뜻하기 그지 없었 으나 그 섬뜻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지금 한 명뿐이었다. 라우디가 모두를 죽인 덕택에 주위가 조용해지자 랜은 살며시 눈을 떠 주 변을 돌아보고는 황급히 라우디의 뒤를 따랐다. 지금까지 시체를 보아온 것 은 셀 수도 없을 정도였으므로 심하게 놀라지 않았지만 구역질이 나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라우디는 시체에서 검을 빼낸 뒤 시체 곁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몸을 뒤적였다. 이노네스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지도라도 한 장 있길 바라며 속주머니까지 뒤졌지만 그의 주머니에서는 약간의 돈과 단검 등이 나왔다. 랜은 어깨 너머로 라우디의 손을 바라보다가 이번에도 수확이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살며시 라우디의 등에 기댔다.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은 라우디의 체온이 가슴을 통해 서늘하게 전해져 왔다. 그런데 라우디는 랜의 행동에 개의치 않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랜은 갑작스런 라우디의 행동에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 꺄아-! " " 뭐지? " 라우디는 랜의 비명에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지만 랜이 아무렇지 않자 신경 질적으로 물었다. 랜은 의외라는 라우디의 반응에 할 말을 잃고 조용히 엉덩 이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분명히 자신이 기대고 있음을 신경이 예민한 라우디가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랜은 쓴웃음을 지으며 라우디의 곁으 로 다가가 그의 발걸음과 맞추어 걷기 시작했다. " 시체에 비명을 지를 정도면 따라오지 말라고 말했다. " " 그, 그게.. " " ...됐다. 다음부터 조심하도록. " 랜은 라우디의 명령조에 고개를 푹 숙이고 라우디의 팔을 잡았다. 이미 다 음부터란 말은 수십번도 더 들어온 그녀였다. 그 말을 끝으로 라우디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랜은 라우디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고, 그저 손을 잡고 같이 걸어줄 뿐이었다. 방금 전, 라우디의 이상한 행동은 잊 혀가고 있었다. < 계속 > -+-+-+-+-+-+-+-+-+-+-+-+-+-+-+-+-+-+- [ 크헉-! 용량 조절 실패 입니다. ] 벌써 한계란 말이냐?!! --; - Ipria Ps. 요즘 뭔가 잘 안풀리는 군요. 글도 잘 안나가고, 조회수도 신경에 거슬 리고.. 딴짓(?) 하고픈 욕망이 꿈틀꿈틀... ^^;;; 『SF & FANTASY (go SF)』 58475번 제 목:<이리아> ▣ 6. 허와 실 ▣ -62-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26 00:08 읽음:318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어떻게 살았느냐 보다는... 어떻게 기록되는냐가 중요하다. [ 이리아 ] ΙΥΙΑ 제 6장. 허와 실. <62> ----------------------------------------------------------------------- " 어이- 키스틴. " " ...무슨 일이지? " " 오고 있다던데? " " 레피드...기사단인가? " " 그래. " 한 자루의 검을 헝겊으로 닦고 있던 키스틴은 카이의 대답에 히죽 웃음을 지었다. 검날에 반사된 키스틴의 미소는 섬뜻했다. 카이는 키스틴에게서 시 선을 돌리며 물었다. " 먼저 칠까? " " ...글세. 마음 같아서는.. " 키스틴은 그렇게 대답하며 탁자에 있는 나머지 한 자루의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키스틴의 손가락은 검을 잡는 것이 아닌, 검을 밀어 버렸고 검은 탁자 위에서 떨어졌다. 요란한 금속성 소음이 귀를 간지르자 키스틴은 인상을 쓰며 땅에 떨어진 검을 내려다보았다. " 나중에 가지. 난 빠지겠어. " " 어? 갑자기 왜? " " ..조짐이 좋지 않아. " " 일부러 떨어트린 것은 아니고? " 카이는 엷은 미소와 함께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키스틴은 진지한 얼굴로 검을 주워 검날을 살피며 카이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약간 심각 한 키스틴의 표정에 카이는 낮게 물었다. " 원인은? " " 모르지. 그들의 선진이 우리 생각보다 강하던지... " " 강하던지...? " " 강한 마법사라도 합류했을지도... " 검날에 반사되는 키스틴의 눈동자는 먼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검날 안에서 무엇인가를 읽는 듯, 키스틴의 눈동자는 묘한 빛을 발했다. =-=-=-=-=-=-=-=-=-=-=-=-=-=-=-=-=-=-= 에딘은 마차에서 내려 헤로딘 궁정 기사단이 주둔하던 주둔지를 바라보았 다. 굉장히 얕은 산을 뒤로하고 광활한 평원을 바라보는 주둔지 위치는 상당 히 잘 선정되어 있었다. 멀리 보이는 이노네스의 깃발과 막사들이 신경 쓰이 긴 했지만 이쪽도 급조한 것치고는 대단한 것들이었다. 페릭도 같은 생각인지 흡족한 얼굴로 에딘을 돌아보았다. 에딘은 대답 대 신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마차에 탔다. 마차는 즉시 페릭의 뒤를 따라 천천 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왜 그러십니까? " " 곧 전투가 있을 겁니다. 진지 위치가 묘한 관계로... " " ..나쁘군요. " 리에르는 에딘의 대답을 나름대로 해색해 보고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하 지만 에딘은 리에르의 곁에 앉으며 고개를 저었다. " 아니요. 너무 좋아서 탈이에요. 서로 시야 확보가 쉽고.. 헤로딘으로 들 어가려면 반드시 여기를 지나야 하니.. 탐색전을 가장한 본격적인 전투 가 있을 지도 몰라요. 중요하기에 위험하다..랄까요? " " 그, 그렇습니까.. " 간단하게 정리되어 쉽게 이해되는 에딘의 대답에 리에르는 볼을 붉혔다. 에딘의 대답은 심도 있고, 먼 곳까지 보고 있었다. 도저히 어린 사람이라 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많으면 열 살..이란 나이차가 있었지만 에딘은 이미 성인을 넘어선 정신력과 사고를 지니고 있었다. 에딘은 살짝 리에르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볼이 붉어진 것을 발견하고는 손 가락으로 리에르의 볼을 톡 쳤다. 그리고 쑥쓰러워 하는 리에르를 보며 머리 에 손을 얹고 평이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 그냥...평범하게 살 수 있게 이런 것들은 잊어요. 반드시 평범하면서 행 복한 삶은 살 수 있게 도와줄게요. 지금은 이렇게 저 같은 애와 있지만 언젠가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에요. " " 그러실 필요.. " " 있어요. 저는... 예전에 꿈을 꾸고 있었죠. " 점점 에딘의 눈은 감겨 갔다. 과거를 돌아보는 눈이 희미하게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리에르는 가늘어진 에딘의 어조에 무의식중에 에딘을 돌아보게 되 었다. 에딘은 리에르의 시선을 느끼지 못했다. "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지켜 주겠다는... 특별한 인연이 없더라고 제 곁에 있을 때에는 행복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하지만 그건 악몽이었어요. " " 주인님.. " " 파멸의 힘을 가진 자.. 결국 아무도 행복해지 않았어요. 사랑하는 사람 조차도. 감정을 죽이고 다른 사람을 지켜보던 눈도 소용없었어요.. 그러 니까... " 잠시 후 에딘의 눈동자는 완전히 감겼다. 리에르는 에딘이 잠든 것을 눈치 채고 팔을 들어 에딘의 어깨를 안았다. 잠들은 에딘의 몸은 쉽게 리에르 쪽 으로 기대왔다. 리에르는 살며시 에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 좋은 꿈 꾸시길.. 나의 작은 주인...님. " =-=-=-=-=-=-=-=-=-=-=-=-=-=-=-=-=-=-= " 모두 긴장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계속 하다가는... " " 레피드의 뜻이었고, 제 의지이기도 합니다. " 세이라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세이라의 앞에 서 있던 기사는 인상을 찌푸 리며 말을 골랐다. 그가 원하는 것은 성내 경계 테세 해제와 훈련 후 휴식이 었다. 그러나 세이라는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다. 방안의 공기는 점점 팽팽해져 갔다. 곧 세이라의 옆에서 침묵으로 일관하 고 있던 기사가 잠시 생각을 한 뒤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 장로원이 여기 일을 눈치 채는 것은 금방...입니다. " " 하, 하지만. " " 그렇게 쉬고 싶으면 이 자리에서 쉬게 해줄 수도 있다. " 그는 그렇게 말하며 허리에 차고 있던 검에 손을 대었다. 세이라는 황급히 그를 말리며 말했다. " 어서 나가 보세요. " 그 기사는 상황이 진심인 것을 눈치 채고는 대충 예를 취하고 방에서 나섰 다. 하지만 그는 투덜거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오만하기 그지 없는 태도로 일관할 뿐이었다. " ..젊은 것들은 말로 해서 안됩니다. " " 그렇다고 죽여 버릴 수는 없습니다. " " 상황이 이러니 죽일 경우 돌아오는 효과는 큽니다. " " 하지만 그의 가족들과 친지들은 어떻게 되죠? " 세이라는 약간 격해진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그는 잠시 세이라의 눈을 강하게 응시했다. 세이라의 눈동자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강한 의지를 품고 있었다. 결국 그는 작은 웃음을 터트리며 그녀에게서 눈을 떼었다. 검에 대 고 있던 손도 원래대로 돌려놓은 후였다. " 레피드 님의 반려자..다우십니다. 하하. 한 방 먹었습니다. " " ..그렇지 않습니다. " " 뭐, 그런 마음가짐은 좋습니다. " 그는 숨을 들이키며 그렇게 말하고는 문쪽으로 향했다. 가벼워진 발걸음과 어느새 사라져 버린 위압감은 기분이 풀린 듯 하게 보였다. 하지만 문이 열 리며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날카로웠다. " 그러나 이 성안에서 그런 것을 염두 하는 사람은 당신 뿐... 오직 당신 뿐입니다. 명심하시길. " =-=-=-=-=-=-=-=-=-=-=-=-=-=-=-=-=-=-= =-=-=-=-=-=-=-=-=-=-=-=-=-=-=-=-=-=-= " 전쟁은 어디까지나 기사들의 싸움입니다. 제가 끼어서는 안됩니다. " "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에딘 군. " 페릭은 에딘의 대답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쟁에 마법사가 끼어서는 안된다는 법은 없었다. 역사서들에도 마법사가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이야기가 상당수 등장하고 실제로도 마법사가 전쟁에 참여한 경우는 많았다. 또한 마법사가 없는 전쟁은 처절한 살육전이었으므로 에딘의 말은 전쟁을 경 험하지 못한 어린애의 사고 방식처럼 들렸다. 에딘은 페릭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 지금의...제가 끼면 전쟁이 아닙니다. " " 그렇게 자신만만한가? " " 농담처럼 들리십니까? " 그런데 에딘은 고개를 돌려 다시 페릭을 보며 되물었고, 페릭은 에딘의 강 한 눈빛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몸에 힘을 주게 됐다. 에딘의 몸에서 상당한 위압감이 느껴져 왔다. 절대 나이 어린 마법사라고 볼 수가 없었다. 마치 수 천의 병사를 거르린 기사처럼 느껴졌다. 마법사에게서는 찾기 힘든 무엇인가 가 에딘에게는 있었다. " 그렇게 원하시면 선두에 서겠습니다. 하지만 각오를 하셔야 할겁니다. " " 무엇을? " " 훗훗훗. 보시면 압니다. " 에딘은 낮게 웃음 지었다. 페릭은 처음으로 섬뜻한 웃음이란 게 어떤 것인 지 깨달았다. 에딘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실제로 싸우면 되는 것 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두렵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론적인 사고를 처 음으로 이성이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선택한 일. " 기대하겠네. " =-=-=-=-=-=-=-=-=-=-=-=-=-=-=-=-=-=-= =-=-=-=-=-=-=-=-=-=-=-=-=-=-=-=-=-=-= 검은 색 파도가 밀려온다.. 햇빛을 받아 찬란한 주홍빛을 흩뿌리며 암울한 분위기로 모든 생물을 삼킬 듯, 검은 파도가 세차게 밀려온다. 페릭은 그 물결을 바라보며 손을 들었다. 즉시 뒤의 기사단은 대열을 갖추 고 검을 빼들었다. 이미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팽배해 있었다. 주둔지를 막 나온 시점이었지만 전쟁은 전쟁이었다. 페릭은 적절히 유지되고 있는 기 사들의 감각을 염두하며 에딘이 타고 있는 마차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마차 를 몰고 있던 하인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페릭은 잠시 생각을 한 후, 검 을 뽑고 손을 들어 검과 손을 교차시켰다. 기사단은 그 후 이어지는 페릭의 손짓을 따라 반으로 갈라졌다. 만일을 위 한 별동대이면서 에딘을 위해 갈라지는 것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에딘을 깨 웠겠지만 땅의 진동과 리에르의 말에도 반응하지 않는 에딘의 행동은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페릭은 마차와 자신을 중심으로 갈라진 두 패를 한 번 돌아본 뒤, 허공을 향해 힘차게 검을 내질렀다. 그리고 외쳤다. " 레피드 기사단, 돌격!! " 자연스레 후진에 있던 병사들이 먼저 달려나가며 함성을 질렀다. 그 뒤를 페릭이 따랐다. 레피드 기사단 기사들은 중앙에 선 페릭의 위치에 약간 이상 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들이 달리기 시작한 후였으므로 그저 페릭을 따를 뿐 었다. 거대한 함성이 울리며 두 기사단 병사들은 맞부딪쳤다. 페릭은 약간 옆으 로 벌어진 진의 중앙을 뚫기 위해 병사들을 중앙 돌파식으로 유도했다. 일단 좌우로 양분시킨 후 기사들로 잘게 갈라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블러디 나이트 기사단의 병사들은 강했다. " 와아!!!!앗!!!! " 당황한 병사의 외침이 비명으로 이어진 것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었다. 페릭은 밀고들어가던 병사들을 밀어내는 블러디 나이트 기사단 병사들을 바 라보며 어금니를 악물었다. 머리속에서는 계속 연달아 일어날 일들이 그려지 기 시작했다. 페릭은 검을 눕혀 옆으로 저으며 외쳤다. " 레피드 기사단, 선진을 지원한다! " 뒤따르던 레피드 기사단 기사들은 재빨리 옆으로 갈라지며 병사들이 접전 하고 있는 곳으로 밀고 들어갔다. 순식간에 검은 색 갑옷들이 하나 둘 시야 에서 사라져 갔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도 밀고들 어가지 못했다. 페릭은 이상함을 눈치 채고 고개를 들어 이노네스 병사들의 움직임을 좇았다. 그리고 그 중앙에 있는 기사를 발견했다. 투구 사이로 비져나온 검은 색 머리카락과 파란 눈동자가 대조되는.. 카이가 페릭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둘은 모든 것을 잊고 씨익 웃었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말을 달렸다. =-=-=-=-=-=-=-=-=-=-=-=-=-=-=-=-=-=-= " 간다. " 에딘은 번쩍 눈을 뜨며 차갑게 중얼거렸다. 리에르는 놀란 얼굴로 에딘을 가로막았다. " 이제스 님께서 이미 전투에 들어 가셨습니다. 그리고, 원정대의 절반이 여기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 " ...여기서 기다려요. 금방 돌아올 테니. " 에딘의 대답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들려 왔다. 잠들어 있는 동안 모든 것을 본 것일까? 리에르는 에딘의 강한 눈빛에 굳어져 에딘이 마차 문을 여는 것을 막지 못 했다. 에딘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뒤의 기사를 향해 명령했다. " 이대로 대기 태세. 페릭의 합류를 기다리도록. " " 마스터! " " 여기서부터 전장까지 정확한 거리는? " 에딘의 질문을 받은 기사는 황급히 먼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먼지 구름을 바라보며 거리를 쟀다. " 말을 타고 2분 정도...거리 입니다. " " 말들의 돌발 행동에 대비하도록. " 그리고 에딘은 천천히 먼지 구름이 일고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리에르는 마차에서 나와 석양을 받으며 걷고 있는 에딘의 모습을 시야 하나 가득 담았다. 에딘은 손을 들어 머리띠를 풀며 작게 중얼거렸다. " 미안해요. 하지만..어쩔 수 없어요. 저 자신을...유지할 수 있을 지, 없 을 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을 믿고 싶어요. 기다려요..이리아. " 에딘의 손은 머리띠를 눈에 대고 있었다. 에딘은 눈을 가리고 길게 머리띠 를 늘어트리며 두 팔을 벌렸다. 그리고 가늘게 입을 열었다. " 허무의 힘. 나의 힘이여.. " 에딘의 손에서는 붉은 화염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석양을 배경 삼아.. 한편,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리에르와 레피드 기사단 기사들의 눈은 크게 벌어져 갔다. < 계속 > -+-+-+-+-+-+-+-+-+-+-+-+-+-+-+-+-+-+- [ 쿠헬~~~ ] 조금 정신 없죠? 한 편을 여러 개의 이야기로 엮는 것..보기도 짜증나지만 쓰기도 힘듭니다. 하지만 단순한 페이지 때움으로 한 편을 쓰기도 뭐해서 그러는 것이니 이해 해 주시길 바랍니다. 헤로딘 전쟁만 끝나면 에딘과 이리아의.. (이후는 비밀 .. ^^;) 다음 편에 뵙죠. - Ipria Ps1. 어디 알바 자리 없나요~~?? ^^;; Ps2. 드디어 일 났습니다. 몸살 감기에요~~~ T.T 약먹고 푹 자고 일어나... 상황을 본 뒤 연재 여부를 결정해 보겠습니 다. 죄송...(으악! 이럴 때 병이 나면 어쩌자는 말이야~~) 『SF & FANTASY (go SF)』 58567번 제 목:<이리아> ▣ 6. 허와 실 ▣ -63-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27 00:21 읽음:316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어떻게 살았느냐 보다는... 어떻게 기록되는냐가 중요하다. [ 이리아 ] ΙΥΙΑ 제 6장. 허와 실. <63> ----------------------------------------------------------------------- " 저, 저런.. " 선두의 기사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말고삐를 움켜 쥐었다. 에딘의 말대로 말들은 서서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에딘의 몸은 붉게 피어오르는 화염에 감싸여 있었다. 그리고 느린 속도로 떠오르고 있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덩어리처럼, 석양과 함께 저물어가고 있는 태양처럼 에딘 은 열기를 내뿜으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때까지 에딘이 실제로 떠오른 높 이는 무릎 정도였지만 떠오른다는 사실 자체가 마치 마음대로 하늘을 날고있 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 누구도 부유 마법은 발견하지도, 만들지도, 실현하지도 못해왔고, 그런 마법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었다. 에딘의 몸 주위로는 그의 몸에서 뿜어지는 열기로 인해 작은 모래 먼지 바 람이 일었다. 미세한 흙과 모래가 옆으로 퍼져 나가는 가운데 서 있는 에딘 의 모습은 고대 서적에나 나오는 불의 정령처럼 보였다. 리에르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에딘의 마법에 정신이 아늑해 지는 느낌을 받 았다. 지금껏 방에서 에딘이 보여줬던 것은 장난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에딘은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언제나 얼굴에 머물던 미소를 지웠다. 그 리고 팔을 내리고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였다. 그 즉시 에딘의 몸은 앞으로 튕겨져 나갔다. 풀들이 사라져 버린 땅에는 에딘이 지나간 궤적이 길게 남았 다. 기사들은 에딘의 뒤를 따르는 둥근 먼지의 곡선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 켰다. 에딘의 속도는 말보다 빨랐다. 붉게 물들어 가는 대지 속에 선을 긋는 에딘의 몸은 환상처럼 모두에게 보 였다. 에딘의 몸에서 뿜어지는 마력에 의해 심한 압박감이 몸을 죄어 오기도 했지만 에딘의 모든 것이 신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이 제 정신에 들었을 때, 에딘의 몸은 전장에 도착해 있었고, 두 번째 충격이 온몸을 전율케 했다. =-=-=-=-=-=-=-=-=-=-=-=-=-=-=-=-=-=-= " 으윽.. " " 상당하군. " " 그쪽도. " 페릭은 희미하게 웃으며 재빨리 옆으로 흘러갔던 검을 회수했다. 카이 역 시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블러디 나이트로서 카이는 강했다. 하 지만 페릭도 그 못지 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둘은 생과 사를 앞에 두고 는 싸움을 즐겼다. 주위에서는 병사들이 죽어 가고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은 두 사람의 신경을 건드리지 못했다. 둘 중에 한 명이 죽으면 승패 역시 갈리는 것이었다. 페릭 은 깊게 숨을 들이키며 말을 카이의 옆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카이 의 다리를 노렸다. 페릭의 검은 어깨에서부터 길다란 궤적을 남기고 카이의 다리를 베어 갔다. 카이는 페릭의 생각을 읽고 방어할 생각 대신 역으로 페릭의 옆구리를 찔러 들어갔다. 다리냐, 허리냐. 페릭은 순간적으로 싸늘해지는 온몸의 반응에 격한 움직임으로 허리를 틀 고 그 반동으로 검을 위로 쳐 올렸다. 페릭의 옆구리를 노리던 카이의 검은 페릭의 검과 얽혀 허공을 갈랐다. 페릭의 말은 페릭의 격한 움직임에 다리를 들고 균형을 잡으려고 했다. 페 릭은 황급히 몸을 일으키며 말고삐를 움직여 쓸데없는 짓을 할 수 없게 했다. 그리고 눈에 띄는 카이의 머리를 향해 또다시 검을 내질렀다. 카이의 검은 이번에도 페릭의 검을 검면으로 받아 흘리고 동시에 팔꿈치로 검을 쳐냈다. 둔탁한 금속성 파찰음이 몸을 흥분시켰다. 말 위란 한정된 장 소만 아니라면 금방 결판이 났겠지만 장소가 좋지 않았다. 둘의 검술은 말에 서 쓸 수가 없는 것들이었다. 카이는 잠시 말을 뒤로 물리고 숨을 돌리며 물 었다. " 이제스..라고 했지? " " ..그렇다. " " 레피드란 남자는 너보다 강한가? " " 그럴지도.. " 페릭은 어중간한 대답을 남기며 호흡을 골랐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가 없었다. 이미 석양은 지평선과 가까워져 있었다. 이대로 시간을 끌다보면 원정대 전부를 이끌고 싸워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소모전이었다. 페릭은 짧게 숨을 끊고 카이를 보며 물었다. " 끝낼까? " " 그러지. " 그와 함께 둘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졌다. 페릭은 천천히 검을 수직으 로 세우고 검날에 시야가 둘로 갈라지게 했다. 카이는 수평으로 검을 눕히고 검을 어깨에 살짝 걸친 후 팔을 머리 위까지 들었다. 둘은 그 상태로 잠시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침을 삼킬 만한 시간이 흐른 후 둘은 동시에 말고삐를 당겨 말과 말이 붙게 하며 검을 움직였다. " 하압!!! " 페릭은 커다란 기합과 함께 카이의 가슴을 찔러 들었다. 카이는 방금 전보 다 빨라진 페릭의 검에 아슬아슬한 차이로 몸을 들어 검을 피했다. 그렇지만 페릭의 공격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페릭의 검은 카이의 품안에서 빙글 돌고는 그대로 카이의 어깨로 그어 올라갔다. 카이는 반사적으로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어깨가 날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카이는 재빨리 어깨에 얹어 놓았던 검을 휘둘렀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가르는 느낌과 함께 페릭의 목이 보였다. 카이는 불에 지진 듯 달아 오르는 겨드랑이의 고통을 견디며 마지막으로 있은 힘을 검에 실어 보냈다. 하지만 페릭은 검이 닿기 전, 몸을 숙여 검을 피했다. 또한 카이의 어깨를 베던 검도 치워졌다. 카이는 이를 갈며 검을 왼손으로 넘겼다. 그러나 페릭 은 카이를 보고 있지 않았다. 카이는 싸움 중 돌발적인 그의 어이없는 행동 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페릭이 보고 있는 것을 같이 바라보았다. 그 리고 페릭과 동시에 외쳤다. " 전군 후퇴!! 마법사다!! " =-=-=-=-=-=-=-=-=-=-=-=-=-=-=-=-=-=-= " 꿈은 이것을 의미한 것인 가요? " 에딘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온몸 구석구석까지 힘을 보냈다. 마력에 의해 흐트러지는 공기의 흐름이 점점 더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해줬다. 서서히 가까워지다가 아래서 소용돌이치는 인간들 의 기척들이 아래에 아군과 적군이 몰려 있음을 알려 줬다. 에딘은 곧 그것 이 반으로 갈라지기 시작하자 두 손을 들었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렸 다. " 작렬하는 불의 구체.. 써클 1, 파이어. " 주문이 끝남과 동시에 에딘의 양손에는 각각 하나의 원이 그려졌다. 에딘 은 그것을 대각선 아래로 향했다. 그러자 에딘의 원형진에서는 사람 머리만 한 불덩어리가 쏟아져 내렸다. 아래의 병사들은 쏟아지는 불덩어리를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 불덩어리들은 하나 둘, 병사들의 몸을 박살내 갔다. 어디 에 맞건, 맞은 곳은 고열의 팽창으로 폭발해 버렸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검 으로 마법을 베던 병사는 그대로 말의 머리와 함께 몸의 반쪽을 잃었다. 카이는 현실이라고 믿을 수 없는 눈앞의 상황을 머리 속에 새겨 넣으며 병 사들의 후퇴를 외쳤다. 그러나 인간을 몇 조각의 살점으로 폭발시켜 버리는 마법의 힘에 이성을 잃은 병사들은 본능적인 공포에 이리저리 날뛰는 말들과 얽혀 제자리만 맴돌았다. 잠시 후 분노로 일그러지는 카이의 눈에는 당황한 페릭의 얼굴이 비쳤다. 지휘관답지 않게,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페릭의 얼 굴이... " 이, 이게... " 페릭은 뒤로 후퇴를 하는 가운데 뒤를 돌아보며 질린 얼굴로 허공에 떠 있 는 에딘을 올려다보았다. 에딘의 말대로 이것은 전쟁이 아니었다. 일방적인 학살... 노련함과 경륜과 상관없이 모두 산산이 조각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쏟아져 내리던 불의 구체가 멈춤과 함께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 정화의 힘, 소멸의 힘... 하늘까지 닿을 힘. " 에딘은 또다시 작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우며 병사들이 빠져나가는 곳을 향 해 팔을 교차시켰다. 에딘의 두 손 앞에는 세 개의 원이 그려지며 모두 붉은 빛을 발했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열기가 멀리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에 딘은 그것에 힘을 모아 주며 주문을 발동시켰다. " 써클 3, 파이어 월.(Fire Wall) " 그러자 각각의 원에서는 거대한 화염 줄기가 뻗어 나갔고, 카이와 병사들 이 향하던 길목에 세 줄기의 화염은 떨어졌다. 그 화염은 즉시 옆으로 퍼져 나가며 에딘이 떠 있는 높이까지 치솟았다. 빠른 속도로 말을 몰던 블러디 나이트 기사단 기사들은 속도를 줄이지 못 해 마법에 몸을 던지며 녹아갔다.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다. 갑옷따위는 물 로 증발시키는 고열에 불의 벽에 던져진 모든 물체는 재도 남기지 않고 사라 져 버렸다. 그 누구도 자신이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버렸다. 처절하게 도망칠 곳도 없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에딘의 몸은 서서히 땅으로 착지했다. 카이 는 눈을 가린 채, 화염에 감싸인 에딘을 향해 큰소리로 물었다. " 난 블러디 나이트 서열 7, 카이. 너의 이름을 알고 싶다! " " 에딘 케인즈.. 이미 사라져 버린 세레스 가문 중 하나인 케인즈 가문의 마지막 자손입니다. " " ...그런가..그렇군. 하하하. 잃어버린 자의 후손이었군. 이것으로 운명 은 돌고 돈다는 것인가.. " 카이는 허망한 웃음 터트리며 한숨을 지었다. 굉음을 울리며 솟아오르는 불의 장벽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주 위의 신음하는 병사들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에딘은 생기를 느낄 수 없는 카이의 기척을 읽고 두 팔을 벌렸다. 그리고 제각각 손가락을 움직여 기묘한 도형을 그렸다. 곧 에딘의 손에서는 두 개의 화염이 폭발해 생겨났다. " 내 안에 깃들어 있는 힘이여... " 갑자기 에딘의 몸을 중심으로 돌풍이 일어났다. 그 돌풍은 에딘의 몸을 감 싸던 화염을 이리저리 휘날리게 했다. 잠시 후 그 돌풍은 제자리를 잡아갔다. 마치 에딘을 떠올리려는 듯, 그 돌풍은 에딘의 아래에서 위로 불어 올랐다. 에딘의 양손에 생긴 화염은 바람을 따라 완전히 사라졌고, 에딘의 두 팔에서 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 ...저주받은 나의 피와 함께 하는 힘이여... " 하늘로 치솟는 흰색 머리띠는 에딘의 머리를 얽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에딘은 이를 악물며 손끝에 머무는 마력의 감각을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이 끌었다. 그리고 외쳤다. " 써클 5, 파이어 크로스!!(Fire Cross) " 그와 함께 에딘의 팔은 화염에 감싸였다. 그리고 위로 치솟던 머리띠가 격 렬하게 흔들리며 에딘의 몸은 땅에서 미세하게 떠올랐다. 폭발할 듯한 기운 을 느낀 병사들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들이 비명이 끝나기 전에 에딘의 팔에서는 화염이 폭발해 나왔다. 불의 기둥.. 에딘의 몸을 축으로 불의 벽을 향해 쏘아진 기둥은 카이가 있던 자리를 쓸 고 지나가며 병사들을 포함한 모든 것을 소멸시켰다. 그리고 화염의 기둥은 불의 벽에 닿자마자 대지의 모든 빛을 모두 빨아 들이 듯, 지평선으로 사라 져가는 태양보다 더 밝아졌다. 고열의 허리는 서서히 갈라지며 또하나의 기둥을 내밀기 시작했다. 병사들 은 녹아들어가는 갑옷의 열기와 마법의 열기에 자신의 피부를 긁으며 말에서 떨어졌다. 사람들의 피부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녹아들었다. 제멋대로 날뛰 던 말들도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모두 거품을 입에 문 채로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기둥의 허리가 또하나의 기둥을 내밀었을 때, 옆으로 퍼져 나가는 화염은 고통에 울부딪던 생물들을 갈랐다. 불의 십자가... 그 십자가는 반경안에 있는 모든 것을 소멸시키며 악마의 날개처럼 움직였 다. 화염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딱딱하게 대지를 경화시키고, 생물의 자취도 남기지 않았다. 에딘은 굳어진 얼굴로 온몸에서 힘을 뺐다. 터질 듯한 가슴의 팽창감이 서 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대지를 쓸던 화염들은 자연스럽게 불어오는 저 녁바람에 쓸려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 때, 에딘의 귀에는 한 남자의 외침이 들려 왔다. " 악마의 자손이여! 죽어라!!! "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단검 한 자루가 에딘의 가슴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 단검은 정확하게 에딘의 오른쪽 가슴에 박혔다. 에딘은 온몸을 갈가리 찢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손끝에서부터 타는 듯한 느낌이 사 지를 감쌌다. 에딘은 손을 들어 눈을 가리고 있던 머리띠를 살짝 들어 끝까 지 살아 남은 사람을 찾았다. 그는 에딘에게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에 있었다. 원래 갑옷의 색과 다른, 희뿌연 검은 빛을 발하는 갑옷의 주인은 이미 죽 어 있었다. 갑옷에 걸린 마법에 간신히 살아 남은 듯 했지만 그의 하체는 마 법에 녹아 사라지고 없었다. 블러디 나이트... 카이였다. 에딘은 그 상태로 자신을 향해 단검을 던진 그의 마음을 떠올리며 눈을 감 았다. " 크륵.. " 하지만 곧 에딘의 입에서는 낮은 으르렁 소리가 흘러나왔다. 에딘은 아늑 해져가는 정신 속에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그의 몸은 그의 의지와 상관없 이 경련을 시작했다. 에딘은 희미해져는 감각 속에 이리아의 얼굴을 그렸다. 천천히 에딘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에딘의 몸은 휘청이며 자리에 서 일어났다. ' 미안해요. 이제는...힘들겠어요. 이게 제 한계였나 봐요.. ' 그것을 끝으로 에딘은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본능에 맞겨진 에딘의 앞에 는 페릭을 선두로 한 레피드 기사단이 다가오고 있었다. < 계속 > -+-+-+-+-+-+-+-+-+-+-+-+-+-+-+-+-+-+- [ 너무 했다..에딘. ] 쓰기 편한 한 편이었습니다. 예전에 자세히 구상했던 이벤트(?)여서.. ^^; 에딘의 한계는 여기까지 입니다.(정확히 써클 5입니다. 그 이상은 손도 댈 수 없죠. 폭주를 하건, 발광을 하건.. ^^;;;;;) 그럼, 다음 편으로 Go~~ - Ipria Ps. 버그 입니다. --; 파이어 크로스 써클은 5 입니다.(원래부터 설정이 잡 혀 있던 것인데 어떻게 된 일인지 44화에서는 3이라 적었더군요. 말도 안되는...일이..) 『SF & FANTASY (go SF)』 58568번 제 목:<이리아> ▣ 6. 허와 실 ▣ -64-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27 00:21 읽음:314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어떻게 살았느냐 보다는... 어떻게 기록되는냐가 중요하다. [ 이리아 ] ΙΥΙΑ 제 6장. 허와 실. <64> ----------------------------------------------------------------------- " 아디오스 님. " 에르키스는 대화 도중 침묵으로 바뀐 아디오스의 태도에 이상함을 느꼈다. 아디오스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에르키스의 시선을 응시하며 자신의 실수 를 깨달았다. " 아, 미안해요. 에르키스 군. " " 제가 무슨 실수라도... " " 아니에요. 잠시 넋이 나갔어요. 요즘 자주 이러니 신경 쓰지 말아요. " 아디오스는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로 말하며 에르키스에게 향하고 있던 시 선을 아무것도 없는 허공으로 돌렸다. 눈에 띄는 표정 변화는 없었지만 그녀 의 눈은 웃고 있었다. 에르키스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 죄송합니다. " " ...레오의 일 말인가요? " " 예. 모든 건 제 실수 때문...아닙니까.. " " 그렇지 않아요. 그 애 마음대로 했을 행동일 터. 에르키스 군에게는 아 무런 잘못이 없어요. 그리고..미안한 건 제 쪽이에요. " " 역시..무리였군요. " 약간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던 에르키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디오스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 절단된 상처는 이쪽에서도 무리인데, 완전히 날아가버려 재생은 불가능 해요. 누군가 팔을 이식해 주지 않으면 그 애는 그대로 한 팔로 살아가 야 해요. 그 애 성격에 그대로 살 수 있을 지도 미지수이고... " 그 때 에르키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다시 물었다. " 이식이라고 하셨습니까? " " 예. 이식. 누군가의 팔을 붙이면 되요. 하지만 그 애와 맞을지 까다로운 실험도 해봐야 하고, 아무튼 복잡한 일이에요. 실패할 가능성도 있고요. " 에르키스는 탁자에 손을 얹으며 진지한 눈으로 아디오스는 내려다보았다. 잠시 후 그의 입은 무겁게 떨어졌다. " 우선 제가 해 볼 수 있겠습니까? " 그와 함께 아디오스의 눈동자에서는 이채가 돌았다.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대답은 쉽게 나왔다. " 따라와요. " =-=-=-=-=-=-=-=-=-=-=-=-=-=-=-=-=-=-= " ......? " " 왜 그래요, 래디 오빠? " 랜은 갑작스레 발걸음을 멈추고 먼곳을 바라보는 라우디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라우디는 대답도 없이 잠시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랜이 다시 물으려고 할 때, 입을 열었다. "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 하지만 라우디의 굳어진 표정은 그의 대답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여실히 드 러냈고 랜은 볼을 부풀리며 가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라우디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랜의 뒷모습을 바라본 후 랜을 불렀다. " 랜. " " 예? 왜요?? " " 내가 네게 필요 없는 말을 한 적이 있었나? " " 아-뇨. " 랜은 고개를 저으며 말꼬리를 끌었다. 라우디는 귀여워 보이는 랜에게 살 짝 미소를 보내며 말했다. " 삐지지 않아도 돼.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니.. " " ..알아요. " 라우디는 힘없는 랜의 대답에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고는 다시 팔 짱을 끼며 길을 재촉했다. 이미 해는 저물어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떠오르 는 달빛에 라우디는 랜에게 보이지 않는 엷은 쓴웃음을 지었다. =-=-=-=-=-=-=-=-=-=-=-=-=-=-=-=-=-=-= "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겁니까? " 이리아는 차분한 레피드의 목소리에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레피드는 약간 걱정이 어린 얼굴로 발코니에 들어서고 있었다. 갑옷을 벗은 레피드의 몸은 잘 단련된 기사의 용모 그 자체였다. " 날씨가 춥습니다. 무슨 걱정이라도.. " ' ... '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말을 할 수 입장이 되어도 그 말은 할 수 없었다. 이리아는 고개를 젓는 것으로 대답을 한 후 다시 발코니 난간에 팔꿈치를 대고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석양이 있었었다. 그리고 석양과 함께 떠오른 에딘의 모습이 방금 전까지 그곳에 있었다. 머리로 전해져 온 미안하다는 에딘의 사과가 아직도 귓가에서 가시지 않고 있었다. 처음 만날 때.. 가슴을 매고 있던 천을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쓰 러지던 에딘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다. 어째서 보인 것일까...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예지 능력은 없었지만 방금 전의 환영이 사실처럼 느껴졌다. " ...제가 곁에 있는게.. 불편하실 것 같군요. " 레피드는 자신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우수에 잠겨 있는 이리아에게 서운함 을 느끼며 발코니에서 나왔다. 그래도 이리아는 레피드를 돌아보지 않았다. 쌀쌀해진 바람이 가슴 시리게 불어왔지만 이리아는 바람을 맞으며 지평선 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손끝으로 바람을 이끌어 보내며 작게 입을 벌 려 입술을 움직였다. ' 무사해야 해... 에딘. 건강하지 않으면...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알겠 어? 죽을 때까지 병간호는 안 할거라고. ' =-=-=-=-=-=-=-=-=-=-=-=-=-=-=-=-=-=-= " 결국 이렇게 됐군. " " 당신은 누구죠? " " 나? " 그는 다시 되물으며 웃었다. 해맑은 미소에는 섬뜻한 살기가 배어 났다. " 난 나 잖아. 아, 이렇게 말해야 하나? 나는 너. 너는 나.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 너의 그림자, 나의 그림자. 에딘 케인즈야. " " 아, 아니야! " " 부정할 수 없을 텐데? 이것봐- "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들어 힘껏 가슴을 쳤다. 순간 극심한 통증이 온 몸을 강타해 다리에서 힘을 잃고 주저 앉았다. 그 역시 주저 앉으며 말했다. " 우린 같은 몸을 공유하고 있어. 너의 고통이 나의 고통. 너의 상처가 나 의 상처.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지. " " 말도 안되는... " 힘없는 중얼거림에 그의 눈꼬리는 올라갔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며 말했 다. " 그렇게 여자처럼 있지 말라고. 넌 남자야. 나중에 한 여자를 책임 져야 할 남자라고. 매번 살려 줬더니 점점 여자처럼 변하니.. 상당히 열받아. 어머니를 죽인게 그렇게 충격이었나?? 아니면 같이 살던 사람들을 전부 죽인게 충격이었나? 뭐가 널 그렇게 만들었지? " " 당신이잖아요!! " " 닥쳐! 너는 나. 나는 너! 나는 네 뜻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너도 느끼고 있지 않았나? 레피드 기사단 기사들에게 잘도 명령하던데. 평소의 너라 면 그렇게 하지 못했어. " 그는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손을 화염을 일으켰다. 화염은 맹렬하게 솟아 불의 막대로 변해 갔다. 그것은 오래 전 기억 속에서 지워버린 것이었 다. 그는 그것을 들어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 결국 사랑하는 사람조차 지키지 못했고, 그녀의 행복을 건드렸다. 네 나 약함이 그렇게 만든 거야. 뭐, 강해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변명은 하겠지. 하지만 네가 한 게 뭐지? 내 힘을 빌어 마법을 강하게 한 거? 아니면 그 힘으로 병사들을 학살한 거? 넌 아무것도 한 게 없어.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나을 지도 몰라. " " 아니야. 네 말대로 네가 나. 내가 너라면 너도 알고 있을 거야. 난 강해 졌어. 그녀가 돌아온다면...절대로 놓아주지 않아. 힘이 없어 그녀를 놓 아주고 잃어 버리지 않는다고. " 그는 강한 어조의 대답에 놀랐는지 잠시 멍한 얼굴이 되더니 미소를 지으 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미소는 순수하며 따스하고 다정했다. 살기나 분 노 따위가 들어갈 수 있는 틈이 없었다. " 훗. 그래. 그거야..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너답게 변하라고. " 그리고 그는 살며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이리아가 건네준, 그녀의 체취와 향기가 남아 있는 천이 들려져 있었다. 그는 그것을 건네며 말했다. " 본능 따위에 지지마. 넌 그것을 억누르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과 재능이 있어. 저주받은 운명이라 생각하지 말고 인생을 즐겨봐. 그녀라면.. 널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거야. 그녀도 행복해 질테고.. " =-=-=-=-=-=-=-=-=-=-=-=-=-=-=-=-=-=-= " 으아!!!! 으악!! 크르르.... " " 어서 눌러! 놓치면 끝장이다! " " 물을 가져 와!! " 기사들은 황급히 에딘의 몸을 짖누르며 주위의 병사들에게 바쁘게 지시를 내렸다. 완전히 벗겨진 에딘의 상체는 피로 흥건이 젖어 있었다. 가늘게 찢 어진 오른쪽 가슴에서는 계속 피가 새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딘의 몸은 기사 세 사람이 붙잡아도 격렬하게 발버둥쳤다. 기사들의 얼굴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등뒤로 흐르는 식은땀은 정신을 맑게 해 주고 있었다. " 인간이라고 하기 어렵군.. " 페릭은 에딘의 다리를 간신히 잡은 채 씁쓸히 중얼거렸다. 전장에서 보여 준 에딘의 마법은 가히 악마라고 할 수 있었다. 모든 생물을 쓸어버리는 마 법사는 궁정마도사 급을 넘어선 마법사, 즉 마법의 극에 달한 경지였다. 결 국 이제 15살인 에딘이 그 경지에 올랐다는 소리는 인간이 아니라는 말이었 다. 그 때 페릭의 등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주인님은...인간이십니다. 저희와 똑같은 피가 흐르는.. 다른 사람들 보 다 강한 분일 뿐입니다. " " 나도 알고 있다. 마법사가 어떤 존재인지.. 어떤 힘을 어떤 원리로 쓰는 지 이곳의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 하지만 에딘 군은 정도가 심해. " "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 리에르는 물수건을 꽉 쥐며 페릭을 향해 싸늘히 물었다. 페릭은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피식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 지금 이렇게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답으로 충분하지 않나? " 그리고 페릭은 팔로 에딘의 다리를 누르며 리에르에게 손을 내밀었다. 리 에르는 황급히 물수건을 페릭에게 건넸다. 페릭은 물수건을 에딘의 머리맡에 서 에딘의 머리를 누르던 기사에게 던졌다. 그는 즉시 에딘의 입을 물수건으 로 틀어막았다. " 노예치고.. 주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강하군. " " 예? " 리에르는 힘겹게 에딘의 다리를 누르는 페릭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을 제대 로 듣지 못해 되물었다. 페릭은 에딘의 입에 물린 물수건이 피로 물들어 가 는 것을 보며 말했다. " 사랑에 빠진 여자는 강하다..란 말을 아는가 모르겠군. " " 무슨 말씀이십니까? " " 아니. 그렇단 말이지. " 페릭의 대답이 끝남과 함께 에딘의 경련은 잠시 멈추어 졌다. 기사들은 한 쪽 손으로 땀을 닦아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페릭도 에딘의 다리에서 손을 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벌써 십여 차례의 발광이었으므로 온몸은 피로 에 절어 있었다. 하지만 에딘 덕분에 상대할 적이 줄어져 있는 상황이었으므 로 시간과 체력을 할애할 수가 있었다. 이쪽에 괴물같은 마법사가 있다는 사 실이 전해졌을 테니 섣부른 공격 걱정은 없는 것이다. " 에딘 군에 대해...그의 과거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있나? " " 아니요. 주인님께선 과거에 대해서 얘기를 하지 않으십니다. " " 알 수 없는 존재야. 이런 상처로도 이렇게 살아 있고, 이런 발광을 하지 않나... 더구나 발광을 할 때마다 상처가 아물고 있어. " 페릭은 그렇게 말하며 에딘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단검이 꽂혀 있던 곳은 이제 완전히 다물어져 있었다. 도저히 두 시간 전에 단검이 꽂혔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페릭은 교대하기 위해 곁에 와 있던 기사에게 자리를 넘겨주며 말 했다. " 무슨 일이 있어도 경련을 넘어선 발광을 막고, 정신을 차릴 때까지 조심 해라. 처음엔 이성이 남아 우리가 살았지만 다음은 없다. " 그리고 페릭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막사를 나섰다. 리에르는 에딘의 곁으 로 다가가 에딘의 손을 잡아 주며 에딘의 손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에딘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 일어나 주세요. 주인님.. 모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발... 다시 웃어 줄 수 있는 거죠? " 그녀의 목소리에 주위의 기사들은 조용히 시선을 피해 주었다. 그렇게 밤은 흘렀다. 하지만 3차 원정대의 첫 전투가 완벽한 승리로 끝났음에도 그들은 즐거운 분위기가 될 수 없었다. 경악할 에딘의 마법과 발광. 그리고 암울해져 보이 는 이노네스 군 막사의 분위기는 차분하게 밤을 보내게 했다. 로라시아 력 12월 8일의 일이었다. < 계속 > -+-+-+-+-+-+-+-+-+-+-+-+-+-+-+-+-+-+- [ 좀 더 심층 있는 심리 효과 였습니다. ] 가만히 보면 이 글의 곳곳에 리즈 이야기의 잔재가 남아 있습니다. 완벽히 스타일을 벗어날 수는 없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습관대로 뒤를 밟는.. 모순된 순환 관계가 되고 있습니다.(스스로 이건 내 스타일이 아냐! 라고 외치지만 편이 지나면 지날수록 제 스타일대로 가는 듯한... --;) - Ipria Ps1. 리즈 이야기, 이리아..두 개 모두 판타즈마 님의 리스트에 들어갔군요. ^^ 남의 리스트에 들어간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죠.(물론 좋은 쪽이 여하지만요.) 기분 좋습니다. Ps2. 매트릭스... 정말 재밌습니다. 동양적 서양 액션..이라고나 할까요? 라스트가 아쉽긴 해도 강한 비트와 절제된 영상... 국내 영화인 인정사 정 볼 것 없다와 비교되는 작품이었습니다.(역시 우리나라는 코믹이 아 니면 안되는 것인가...) 『SF & FANTASY (go SF)』 58684번 제 목:<이리아> ▣ 6. 허와 실 ▣ -65-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28 09:44 읽음:314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어떻게 살았느냐 보다는... 어떻게 기록되는냐가 중요하다. [ 이리아 ] ΙΥΙΑ 제 6장. 허와 실. <65> ----------------------------------------------------------------------- " 오빠, 그 반지는.. 뭐에요? 설마 약혼의 증표? " " 그랬다면 아직도 내 손에 있겠니? " 라우디는 늦게까지 잠들지 못한 채 곁에 와있는 랜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 고 손을 들어 반지를 바라보았다. 랜은 라우디의 팔을 베개삼아 누우며 라우 디와 같이 그 반지를 보았다. 약간 큼지막한 붉은 색 보석이 박힌 반지는 어 딘가 묘한 구석이 있었다. 캄캄한 방에서 마치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대표적인 느낌이었다. 라우디는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랜을 돌아보며 물었 다. " 팬...이 말하지 않았었나? " " 아버지는 오빠에 대해 좋은 사람이라고만 했지..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 요. 그 날...까지도 전 아버지가 오빠에 대해 모르고 있는 사람인 줄로 만 알고 있었어요. " " 그렇겠지. 그라면.. 지옥을 살아 남은 사람이었으니... " " 하지만 결국은.. " " 아, 미안하다. " 라우디는 힘없는 랜의 말끝에 팔을 내리고 랜의 볼을 쓰다듬어 주었다. 이 미 랜의 눈시울에는 작은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라우디는 랜의 어깨로 향하 려는 왼손을 억지로 내리며 눈을 감았다. 이성을 잃었기 때문에 팬을 잃었다. 또다시 이성을 잃으면 랜을 잃을 것이다. 그 이성이 어느 쪽으로 고개를 들지 모르는 일이었으니 감정적으로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 오빠는 참 냉정해요.. " " 그렇지 않으면...안되니까. " " 하지만 오빠는 약한 사람이에요. 마치 강한 척 하는 아이처럼.. 누군가 에게 어리광부리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 " ...오늘따라 왜 그런 말을 하지? " 라우디는 한층 부드러워진 랜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물었다. 랜에게서까지 그런 말을 듣고 싶지가 않았다. 약한 사람...이란 말이 싫었다. 약해서 무엇 인가를 할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싫었다. 랜은 라우디의 목덜미를 살짝 간질 이며 대답했다. " 평소와 다른 사람은 오빠예요. 갑자기 넋을 놓질 않나, 절 이렇게 안아 주질 않나.. 울까 봐 달래 주질 않나.. 차라리 좀 더...다정해 질 수는 없는 거예요? " " 많은 걸 바라는 군. 나는 많은 것을 해줄 수 없다. " " ....... " 랜은 침묵과 함께 목을 간질이던 손을 그대로 라우디의 목덜미에 놓았다. 라우디는 작은 신음을 내고는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랜을 내 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 네 침대로 가라. " " 싫어요. " 하지만 랜은 당당하게 라우디의 말에 반발했다. 라우디는 속옷만 걸친 랜 의 몸을 애써 무시하며 다시 말했다. " 넌 내 동생과 같은... " " 약혼녀죠. 설마 잊어버린 것은 아니겠죠, 라우디 님. " " 너...! " 라우디는 놀란 눈으로 랜을 내려다보며 랜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랜의 몸을 들어 얼굴을 마주했다. 랜은 황급히 라우디의 시선을 피했다. 라우디는 억지로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게 한 후 물었다. " 알고 있었나? " " ...거기까지 뿐이에요. " " 그런데 왜 말하지 않았지? " 라우디의 눈은 빠른 대답을 원했다. 랜은 부끄러운 듯 볼을 붉히며 말했다. " 오빠를 믿으니까... " " ..왜 날 믿지? " " 약혼자니까.. " " 단지 그것 뿐인가? " " 사랑하니까.. " 거기까지의 대답에 라우디는 랜의 몸을 침대에 내동댕이치듯 놓았다. 랜은 짧은 비명과 함께 침대에 누우며 라우디의 팔을 잡았다. 서서히 성숙해 가는 몸의 곡선이 라우디의 시선을 끌었다. 라우디는 양미간은 손으로 누르며 나 지막하게 말했다. " 미안하다.. " " 오빠? " " ...네가 다섯 번째.. 그리고 세 번째 사람이군. " " 뭐가요? " " 나의 본명을 알고 살아 남은 사람...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여자. " 그리고 라우디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모든 것을 잊으려는 듯, 라우디의 눈꺼풀은 빠르게 내려왔다. 그러나 그의 손은 랜의 어깨를 안아주고 있었다. ' 이런 일이 있으면 안돼...더 이상은.. ' 마음 속의 다짐일 뿐이었다. =-=-=-=-=-=-=-=-=-=-=-=-=-=-=-=-=-=-= 우웅.... 공기가 떨리는 소리.. 리에르는 목뒤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느낌과 막사 안을 울리는 기묘한 소리 에 잠에서 깨어 황급히 눈을 뜨고 그것을 찾았다. 기사들이 꾸벅꾸벅 잠들고 있는 막사 안에 그것은 허공에서 흰빛을 뿜고 있었다. 리에르는 무심결에 손 을 들어 그것을 향해 뻗었다. 그러자 그 빛은 리에르에게 이끌려 왔다. 막사 안의 기사들은 그것의 열기와 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잠을 자고 있 었다. 리에르는 어색하게 잠든 그들의 모습과 손에 다가오는 빛을 번갈아 보 고 빛에 손을 댔다. 빛은 한 순간 폭발하듯 강렬하게 빛을 발하고는 리에르 의 손에 무엇인가를 남겼다. 잠시 후 시각이 돌아오자 리에르는 손에 올려진 것을 보았다. 그것은 두쌍 의 팔찌와 두꺼운 종이로 만들어진 파일 철, 작은 쪽지 한 장이었다. 리에르 는 팔찌와 파일 철의 겉을 대충 살펴본 뒤, 쪽지에 간단하게 쓰인 글자를 읽 었다. " 그에게, 그의 손과 발에 채울 것...? " 리에르는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명령조로 쓰여진 그 쪽지를 다시 천천히 읽 은 후 두 쌍의 팔찌를 자세히 보았다. 네 개의 팔찌는 모두 똑같은 팔찌였다. 금으로 만들어지고 붉은 색 보석이 여기저기 규칙적으로 박힌, 대량으로 만 든 듯한 팔찌였다. 리에르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쪽지의 말대로 에딘의 팔목 과 발목에 팔찌를 끼웠다. 어두운 막사 안, 그 팔찌들은 에딘의 신체에 끼어지자 붉은 빛을 깜박이고 살며시 에딘의 팔목과 발목에 걸렸다. 남는 듯하면서 남지 않는, 묘한 모양 으로 그것들은 걸렸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이상의 일은 일어나 지 않았다. 리에르는 조심스럽게 에딘의 가슴에 손을 얹어 보았다. 에딘의 가슴은 규칙적으로 움직이며 숨을 쉬고 있었다. 심장 박동도 정상 처럼 고르게 뛰었다. 리에르는 방금 전보다 평온해진 듯한 에딘의 얼굴을 바 라보며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에딘의 상태는 많이 호전되어 발작은 없을 것 같았다. 리에르는 다시금 몰려오는 피로에 파일 철을 베개삼아 에딘의 곁에 엎드렸다. 그리고 천천히 잠들었다. 그와 함께 에딘의 몸에서는 희미한 붉은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 " ..... " 또렷해지는 초점. 그곳은 막사의 천정이었다. 주위에서 느껴지는 사람들의 인기척과 곁에서 새록새록 들리는 숨소리가 낯설게 느껴졌지만 현실이었다. 온몸이 움직이지 않으려고 반항을 했지만 잠시 시간이 지나자 손끝에서부터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에딘은 눈을 깜박이며 천정을 쳐다보다가 천천히 왼손을 들어보았다. 꿈틀 꿈틀 작은 경련이 일며 정확하게 제 생각대로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움직이기 는 움직였다. 그러다가 문득 에딘은 팔목에 팔찌가 끼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 고는 반대편 손도 힘겹게 들었다. 물론 그곳에도 팔찌는 있었다. 무엇인가 답답한 느낌이 심했다. 에딘은 기척없이 상체를 일으키고는 발쪽 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도 팔찌가 있었다. 온몸을 얽매는 듯한 족쇄처럼 느껴졌지만 그 만큼 부담은 덜어져 있었다. 팔찌를 누가 보내을 지는 뻔했다. " ....아무일.. 없었는 듯 하군요. " 에딘은 막사 안에 곤히 잠들어 있는 기사들과 곁에서 불편한 자세로 잠들 어 있는 리에르를 돌아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머리가 무거운 것이 마법의 후 유증으로 남았지만 그것은 곧 시야가 맑아짐과 함께 사라져 갔다. 에딘은 벗 은 상체가 서늘함에 왼쪽 가슴에 살짝 손을 대어보았다. 단검이 꽂혔던 그곳 은 완벽하게 아물어 작은 흠집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에딘은 주위에서 걸 칠 만한 옷을 찾았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없었고, 결국 작은 한숨과 함께 침 대에서 내려와 이불을 꺼내 걸쳐야만 했다. " ...? 이건? " 그 때 에딘은 리에르가 배고 엎드려 있는 파일 철을 발견했다. 검은색 두 꺼운 종이로 표지가 되어 있는 파일 철 중앙에는 그것의 제목으로 생각되는 글이 적혀 있었다. 에딘은 리에르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것을 빼려고 했다. 그러나 에딘의 손이 가까이가자 리에르는 에딘의 체온을 느꼈 는지 가늘게 눈을 뜨며 에딘을 돌아보았다. " 앗!! 주인님! " " 아... 잘 잤어요, 리에르? " " 괜찮으신 거에요?!! " 리에르는 큰소리로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에르의 목소리에 막사 안 의 기사들도 천천히 눈을 뜨고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에딘은 당혹감을 감추며 미소로 답했다. " 괜찮아요. 덕분에. " " 걱...걱정했습니다. 모두들.. " " 고마워요. " 에딘은 그렇게 대답하며 리에르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리고 반대편 손으 로 파일 철을 들었다. 리에르는 에딘의 손을 바라보며 말했다. " 어젯밤... 갑자기 팔찌와 그게 도착했습니다.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워낙 마술 같은 일이라서.. " " 하늘이 절 돕는 모양이죠. " 그냥 가볍게 말하며 에딘은 파일 철 표지에 쓰여진 제목을 읽었다. 거기에 는 단지 극비 문서라고, 흔한 말이 적혀 있었다. 에딘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끼며 표지를 넘겼다. 그리고 첫 장에 쓰여진 글 머리를 읽었다. " 유전자 및 인체 개조에 따른 마법 강화 병사.. 마법병(魔法兵) 계획.. " 그것은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 계속 > -+-+-+-+-+-+-+-+-+-+-+-+-+-+-+-+-+-+- [ Write By Ipria 1999. Winter. Ip's 2nd Novel. ] 곧 6장도 끝나는군요. ^^; (다음 편이 끝...일 듯...)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한 장이라... 이번에도 6장을 끝내면 하루 정도 쉬겠습니다. 매편을 봐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며 다음편으로 가죠- 으│!!! - Ipria 『SF & FANTASY (go SF)』 58731번 제 목:<이리아> ▣ 6. 허와 실 ▣ -66-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28 17:01 읽음:311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어떻게 살았느냐 보다는... 어떻게 기록되는냐가 중요하다. [ 이리아 ] ΙΥΙΑ 제 6장. 허와 실. <66> > 사랑해선 안될게 너무 많아... < ----------------------------------------------------------------------- " 결정 났습니까? " " 글세... 확신할 수가 없다. 룬 나이트에 받아들여야 할지 조차 주저하는 듯 한데.. 솔직히 믿을 수가 없다. " 게닌은 여섯 번째 룬 나이트의 딱딱한 어조에 얼굴을 찡그리며 성전 마도 사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는 대답 대신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룬 나 이트는 탁자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괴며 마법사를 보았다. "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소만. " "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겠습니까.. 그저 그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적으로 돌리기에 거북한 상대라는 것밖에 말씀드릴 수가 없 습니다. " 성전 마도사는 인자한 미소와 함께 그렇게 대답했다. 게닌은 창밖의 병사 들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평상시라면 결정은 쉽게 났겠지만 지금 은 너무 때가 좋지 않았다. " 하필 이럴 때에... " " 우연이라고 하기에 너무 기분 나쁜 일이지. " " 그것을 잘 이용하는 것도 능력이 아니겠습니까. " 게닌과 룬 나이트는 의미 심장한 성전 마도사의 말에 그를 돌아보게 되었 다. 여전히 그의 얼굴은 인자한 미소만이 있었다. 게닌은 어이 없다는 표정 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 였다. " 역시 마법사 답군요. " " .....여기서 결정을 내리도록 합시다. 시간이 없을 겁니다. " " 일단 우리에게 맞겨진 일이니.... " 룬 나이트는 모두를 둘러보며 동의의 뜻을 구했고, 게닌과 성전 마도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 룬 나이트의 입이 열리며 결정이 나왔다. " 레피드 2세와 그 일행을 죽이고, 이노네스와 함께 헤로딘을 칩니다. " =-=-=-=-=-=-=-=-=-=-=-=-=-=-=-=-=-=-= " 레이디!! " 이리아는 레피드의 큰 외침에 황급히 방문을 열었다. 레피드는 멀리서 달 려오고 있었다. 그는 이리아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손을 옆으로 저으며 방으 로 들어가라는 몸짓을 했다. 이리아는 심상치 않은 레피드의 표정에 즉시 방 으로 들어갔다. 레피드가 방으로 들어온 것은 그리 긴 시간이 흐리지 않아서였다. 레피드 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방안을 둘러보고는 문에 기대며 숨을 고른 후 이야기 를 시작했다. " 여기를 떠나야 합니다. " " ....? " " 여기도..위험합니다. 챙길 것은 챙기십시오. " 레피드는 그렇게 말하며 이리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리아는 어깨를 으 쓱이는 것으로 대답을 했다. 가지고 갈 물건도 없었다. 곧 레피드는 이리아 의 뜻을 깨닫고 피식 웃음과 함께 다시 문을 열었다. 이리아는 소리 없는 발 걸음으로 레피드의 뒤를 따랐다. 이상하리 만치 복도에는 사람이 적었다. 경계 어린 시선으로 보초를 서던 병사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리아는 바람의 흐름을 따라 인간들의 기척 을 느낄 수 있었고, 점점 포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리아는 즉시 레 피드의 어깨를 잡아 손짓으로 복도를 가리켰다. 레피드는 놀란 눈으로 이리 아를 보고는 손을 풀고 천천히 가벼운 발걸음을 놀렸다. 끈적한 느낌이 기분을 상하게 할 정도로 강하게 신경을 자극했다. 이리아 는 다리를 따라 흘러내리는 치맛자락을 잡으며 레피드와 살짝 거리를 두었다. 다가오고 있는 자들도 발걸음, 기척이 없었다. 그러나 레피드도 이리아도 무 기가 없었다. " 제가 막을 동안... " 레피드는 이리아라도 먼저 가게 할 생각으로 말을 꺼냈다. 하지만 병사들 의 기척을 따라 먼저 움직인 것은 이리아였다. 이리아는 꺾어지는 복도를 향 해 몸을 날렸다. " 뭐야, 이건! " " 그 여자다! " 복도를 걸어 오던 것은 갑옷을 입지 않은 십여명의 병사였다. 그들은 보통 검보다 짧은 검을 들고 있었다. 이리아는 자세를 최대한 낮추며 달렸다. 그 리고 짧게 병사의 위로 도약하며 무릎으로 병사의 머리를 찍었다. 병사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 갔다. 이리아는 한 손으로 그 병사 의 검을 빼앗아 들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다시금 싸늘한 금속의 촉감이 몸을 자극했다. 이리아는 쓰러지는 병사의 몸을 타고 넘어가며 병사의 위치 를 머리 속에 새겨 넣었다. 이리아의 반대편 손에서는 미약한 바람이 일었다. 쿵.... 병사의 몸이 바닥에 부딪히는 시간은 길게만 느껴졌다. 이리아는 검을 저 어 곁의 병사의 목을 베어 버리고는 뒤이어 왼손을 뻗어 바람을 날렸다. 빠 른 이리아의 몸놀림을 따라 잡지 못한 병사들은 바람에 하나 둘 넘어가기 시 작했다. 이리아는 그들 사이로 들어가며 손에 걸리는 족족 베어 넘겼다. 이리아의 어깨에서 시작된 곡선은 계속 끊임없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병사 들의 팔을 자르고 가슴을 베었다. 이리아의 시야에는 옆으로 뿜어져 나가는 피가 들어왔다. 뒤따르는 비명과 비릿하면서도 신선한 피냄새. 손을 따라 전 해져오는 짜릿한 살을 베는 느낌은 몸을 흥분시켰다. " 레이디!!! " 그 때 이리아의 뒤에는 당황한 레피드의 목소리가 들려 왔고, 이리아는 그 제서야 제 정신을 차리며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다. 어느새 병사들은 모두 죽 어 있었다. 몇 명 벤 것 같지 않은 기억과 달리 모두 죽어 있었다. 이리아는 검을 놓치며 무의식 중에 뒷걸음질을 쳤다. 입술이 작게 벌어지며 무엇인가 를 중얼거렸다. 어느새 그녀의 어깨는 떨고 있었다. 레피드는 멍해진 얼굴로 시체들을 돌아보며 이리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 괜찮습니까? " " ...... " " 어서 가죠. " 레피드는 이리아의 팔목을 잡은 뒤 억지로 이끌었다. 순간적으로 손이 얼 어붙는 한기가 이리아의 손에서 뿜어져 나왔지만 그것은 레피드가 다시 이리 아를 돌아볼 때 사라졌다. 레피드는 이리아의 손목을 잡은 채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걸었다. 다행히 뒤이은 병사들의 공격이 없어 걷는 데에는 문제가 없 었다. ' 또다시... ' 금방금방 바뀌는 복도의 사물들과 멀어져 이리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또다 시 즐겼다. 몸의 반응은 막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 을 몸... 이리아는 예전에 라우디가 했던 말을 떠올랐다. 저주 받은 힘..저 주 받은 몸... 그것의 진화가 지금의 몸일지도 모른다. " 묻지...않겠습니다. 그러니까 제정신을 차리세요. " " .....! " 문득 들려온 레피드의 목소리에 이리아는 발걸음을 멈추고 레피드를 보게 되었다. 누군가 오래 전에 했던 말과 비슷했다. 오래 전...오래 전... " 레이디를 죽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당신을 지킵니다. 그게 제 전부입니 다. " 레피드는 그렇게 말하며 검을 세웠다. 다시금 병사들의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발걸음 소리는 훈련된 병사였다. 이리아는 살짝 몸을 떨고는 입술을 깨물고 주먹을 쥐었다. 손가락 끝에서는 부드럽게 바람이 일었다. 그러나 이리아의 앞을 레피드가 막아섰다. 그는 힐끔 이리아를 돌아보며 말했다. " 이런 일은 기사에게 맡기십시오. 그렇게 힘겨워 하실 거면...제가 하겠 습니다. 한 번쯤 저를 믿어 주시는 게...어떻겠습니까? " 레피드의 어깨너머로 병사들의 모습이 하나 둘 늘어가기 시작했다. 레피드 혼자서 뚫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레피드의 검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 고 그의 눈은 믿음을 구했다. 이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믿을 수 있 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에게 그것만이 필요하다는 것이 느껴져 왔다. 레피드 는 이리아의 대답에 자세를 잡으며 기합을 넣었다. 그리고 병사들을 향해 달 렸다. " 난 헤로딘 제 1 기사다!! 누구도 막을 수 없다!! " < 6 장 - End > -+-+-+-+-+-+-+-+-+-+-+-+-+-+-+-+-+-+- [ 너무 이상하게 끝났군요. ] 머리가 지근지근... 콧물이 훌쩍! ^^;; 노곤함 끝의 처절한 꿈틀거림을 하고 있습니다. 방이 추웠는지 완전히 맛이 가버려 연재, 힘들겠습니다. (어젯밤도 못올렸죠.. --;) 여기서 6장을 끝내고, 빠른 호흡으로 7장을 연재하겠습니다. 조금만...기다려 주시길... 죄송합니다. - Ipria 『SF & FANTASY (go SF)』 58797번 제 목:<이리아> ▣ 외전 .Ⅴ. 현재 ▣ -67-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1/29 00:05 읽음:296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외전 Ⅴ. 한 번 뿐인 현재. <67> ----------------------------------------------------------------------- 세상이란 참 기묘하게 돌아간다. 우연히 사건이 일어나고 그 일은 우연히 아무렇지 않게 사라지거나 우연히 엄청나게 부풀어 이일 저일에 간섭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래 살고 볼일 이라고 역설하는지도 모른다. 무질서하게 돌아가는 듯한 세계에서 자신만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은 행복 하다. 방랑을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그들 자신만의 뜻이 있고, 깨닳음이 있다. 그러나 나는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인가. 하하하하..... =-=-=-=-=-=-=-=-=-=-=-=-=-=-=-=-=-=-= " 이런... 이런 일이 있을 수는... " " 무엇이 써있습니까? " 파일을 읽고 있는 에딘의 눈동자는 점점 크게 벌어져 갔다. 리에르는 그것 이 평범한 문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나 살며시 에딘의 곁으로 갔다. 그 때 에딘이 눈동자만 돌려 리에르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 했다. " 멈춰요. 더 이상 움직일 생각 마시길. " 리에르는 싸늘하게 식은 에딘의 눈동자에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 주저 앉았 다. 이런 것은 처음이었다. 리에르는 다리에 힘을 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 만 어떻게 된 일인지 다리는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며 제멋대로 놀았다. 에 딘은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보통 사람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문서를 읽어 내려갔다. 파일에 들어 있는 문서들은 이노네스에서 극비로 진행하고 있는 계획의 일 부 결과 보고 였다. 로윈이 말하던 것이, 지금까지 알고 싶어하던 내용이 모 두 그곳에 적혀 있었다. 에딘은 떨리는 손으로 문서들을 넘기며 세게 입술을 깨물었다. 약한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르는 것은 느낄 수가 없었다. 단지 문서 를 읽는 동안 분노가 터지지 않기를 빌뿐이었다. " ...인간..을 이렇게... " 두껍게 만들어진 파일 철과 에딘의 손 사이에서 피식 연기가 피어오른 것 은 에딘이 문서들을 거의 다 읽었을 때였다. 막사 안의 기사들은 에딘의 몸 에서 새어나오는 짙은 살기와 위압감에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파일에 들은 내용이 무엇인지 그들은 알지 못했지만 그것을 읽고 있는 에딘의 반응은 그 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 이리아와 나와...마스터...아버지...'그녀'의 비밀이 이것이었나... " " 주, 주인님... " " 난 어떻게..되는 거지... 난... " 에딘은 그 말을 중얼거리며 파일 철을 덮었다. 그리고 한 손에 그것을 들 고 그것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것을 들고 있는 에딘의 손에서부터 화염은 폭발해 치솟았고, 파일 철은 순식간에 재도 남기지 않고 막사 안에서 사라졌 다. 에딘은 손끝으로 파일의 재를 쳐 올리고 화염으로 그것을 없애며 막사 안 에 남아 있던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순간적으로 에딘에게 살짝 허리 를 굽혀 예를 표한 후 반사적으로 막사에서 나섰다. 에딘은 뒤에 힘을 잃고 앉아 있는 리에르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 머리띠. " " 그건...옆의 탁자 위에 있습니다. " " ...미안해요. 감정적..이었죠. " 그녀의 말대로 곁에 있던 작은 탁자에서 머리띠를 찾은 에딘은 그것을 들 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제서야 리에르의 다리는 경련을 멈추고 리에르 의 뜻대로 움직였다. 리에르는 조그맣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 아닙니다. 제가 너무 무례했습니다. 주인님.. " " 간호해 줘서 고마워요. 수고 많았어요. 나중에 꼭 보답할 게요. " 에딘은 평소보다 힘을 주어 머리띠를 맸다. 머리띠는 벌써 피와 때로 얼룩 져 있었지만 전혀 어색하지가 않았다. 장소가 장소이기 때문일까? 에딘에게 그 머리띠는 어울렸다. " 마스터!! " 그런데 그 때 막사 안으로 기사 한 명이 황급히 들어오며 에딘을 불렀고, 에딘은 가볍게 그를 돌아보았다. 그는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 마스터께서 잠시 나와 보셔야겠습니다. 갑자기 어디서 말 한 마리가 달 려 들어와 난동을 피우는데... 워낙 명마라 함부로 죽일 수도 없고, 다 가가지만 않으면 가만히 있어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조금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 에딘은 그 말에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곧 생각에서 빠져 나왔을 때, 에딘의 눈동자에는 광채가 돌고 있었다. " 말의 생김새나 색깔은 어떻게 됩니까. " " 보기에도 상당히 잘 훈련된...칠흑 같은 흑마입니다. " =-=-=-=-=-=-=-=-=-=-=-=-=-=-=-=-=-=-= 다른 사람들은 우연히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에 희비가 갈린다. 좋은 일이 우연히 일어나면 하늘의 축복이라 생각하고 기뻐하고 나쁜 일이 우연히 일어나면 천벌이라고 두려움에 떤다. 난 우연이 싫다. 우연이 우연 같지 않아서 일까? 내가 내 손으로 이룬 일이 아니면 받아들이기가 싫고 일어나지 않기를 바 란다. 우연히 만나 인연을 가지고 사랑에 빠지는 것도 싫다. 그렇기에.... 그녀를 사랑한다. 우연이 아닌 우리의 관계는 나의 모든 것을 그녀에게 바칠 수 있게 한다. 바람... 그녀는 바람이다.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때론 부드럽게 때론 날카롭게 다가온다. 그런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그녀를 가두는 불길이 되고 싶다. =-=-=-=-=-=-=-=-=-=-=-=-=-=-=-=-=-=-= " 왜 그런 눈으로 보지? " " 모든 것을 혼자 책임지려고 하지 말아요. " " 마음에 들지 않아... 에딘, 넌. " " 하지만 저는 마음에 들어요. 당신이. " " 기분 나빠. 네 말투도 행동도 외모도. " " 좋아요. 당신의 말투도 행동도 외모도. " " 뭐야. 그건. " " 사랑해요. 처음이죠, 이런 말하는 건.. 그렇게 강한 척 하지 말아요. 당 신의 마음...느낄 수 있어요. '우리'이니까. " =-=-=-=-=-=-=-=-=-=-=-=-=-=-=-=-=-=-= " 주인님. " " 어색하죠? 이런 모습. " 에딘은 희미한 미소로 리에르를 돌아보며 물었다. 리에르는 고개를 저었다. " 잘 어울리세요. 멋진 걸요. " "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거 알아요. " " 아니요. 이해할 수 있어요. 엄청난 힘의 마법사 이시면서 기사이신 주인 님.. 주인님을 모시게 된 게...행복해요. " 리에르는 밝은 미소로 에딘을 보았다. 에딘의 어깨에는 갑옷이 걸쳐져 있 었다. 순백으로 칠해진 갑옷은 에딘의 머리색과 눈동자에 대조되어 더욱 하 얗게 빛나는 듯 했다. 에딘은 리에르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쥐며 말했다. " ...미안...해요. " 그리고 리에르의 눈동자에선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투명하게 방울져 흘러내리는 눈물은 에딘의 손으로 떨어졌다. 리에르는 곧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에딘에게 안겼다. " 곧 따라가겠습니다.. 주인님. " < 기억 Ⅴ. 한 번 뿐인 현재. 끝 > -+-+-+-+-+-+-+-+-+-+-+-+-+-+-+-+-+-+- [ 제목 그대로 한 번 뿐인 현재의 외전입니다. ] 시간축이 엉켜 있습니다. 세 번째 문단은 8장 후반 정도에 나올 얘기고, 마 지막 문단의 내용은 7장 초반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서비스라고 하죠. 내 용 이해를 돕기 위한...) 말은 외전이지만 총편수에 포함되는 정식(?) 화(話) 입니다. 마지막 처리가 어색하지만 그냥 넘어 갑시다!~~ ^^;;; - Ipria ** I: 어이, 이번에도 마지막이 왜 저래? Ip: 왜? 좋잖아. 미모의 노예와 귀여운 주인과의 사랑...캬-! 내가 썼어도 멋있다! I: --; 멋없어. Ip: 멋있어. I: 멋없어. Ip: 멋있어. I: ....그러니까 조회수가 그렇지... Ip: 으악!!!! (그리고 조용히 땅을 파기 시작한다...) 그래..난 맨날 삽질만 한다...T.T E: ...저.. 두 사람... 사귀세요? Ip: 시끄러! 『SF & FANTASY (go SF)』 59140번 제 목:<이리아> ▣ 7. 삶과 죽음 ▣ -68-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2/01 20:29 읽음:310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삶과 죽음. 그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 이리아 ] ΙΥΙΑ 제 7장. 삶과 죽음. <68> >> 페릭 이제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 ----------------------------------------------------------------------- 3차 원정대로서 첫 전투를 치룬 후 페릭의 머리속에서는 전쟁의 이어지는 상황들이 그려졌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떻게 된 일인지 현실로 일어날 생각 을 보이지 않았고, 페릭은 중간의 변수를 다시 계산하며 하루 하루를 보냈다. 갑자기 나타난 에딘의 말과 첫 전투에서 보여준 에딘의 마법은 판단의 실 책을 뒷받침 해주고 있었다. 너무 강렬한 자극이 뒷따르는 것이었다. 페릭은 한숨과 함께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중얼거렸다. " ....어째서 움직이지 않지.. " " 저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 그런데 등뒤에서 가볍게 떠오르는 듯한 애띤 목소리가 대답을 해왔고, 페 릭은 의자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에딘이 막사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페릭은 작게 고개를 젓고 말을 시작했다. " 그럴 지도 모르지. 분명히 마법사를 경계해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고요하니. 하지만 에딘 군.. 그렇다고 우리가 함부로 움직 일 수는 없지 않은가. " " 그렇죠.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으십니까? " " 뭐가? " 페릭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에딘의 말에 약간의 기대가 어린 눈으로 에 딘을 보았다. 지극히 주관적인 사고로는 판단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에딘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 그들의 숫자와 이쪽의 숫자. 그리고 보급. " " 아... " 그리고 에딘의 대답에 페릭은 짧게 탄성을 질렀다. 에딘의 말대로 그들의 숫자와 3차 원정대의 병력은 에딘의 마법으로 눈에 띌 정도의 차이가 나있는 상황이었다. 한 마디로 이노네스로서는 이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는 상황 이었다. 증원을 부르던지, 후퇴를 하던지, 아니면 막무가내로 치고 들어와야 만했다. 하지만 그들은 어느 선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또한 그들이 머무른 시간은 현재로 두 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에게 있어서 보급 문제로 따른 동요는 없었다. 아무리 소규모 군대라고 해도 그들이 먹어 치우는 식량은 상상을 초월하는 법이었다. 이미 2차 침략에 실 패해 막대한 손해를 본 이노네스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볼 수가 없었다. 잠시 후 페릭은 자신의 생각의 마지막을 확인하듯 에딘에게 물었다. " 지원...이 있다는 말이군. 헤로딘과 이노네스를 제외한 다른 나라부터의 .. " " 일단 제스트는 제외 입니다. 그곳 국경이 지난 번 이노네스에게 당했거 든요. " " 트론도 어디를 지원할 수 있는 여유가 없을 텐데... " 페릭은 겨우겨우 간신히 나라를 유지하며 농업만 주력하는 트론을 떠올리 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자신이 한 행동이 어떤 것인지 알고 깜짝 놀 랐다. 로라시아 대륙의 나라는 겨우 다섯 개밖에 없었다. " 그렇다면...?! " " 맞습니다. " " 아니, 그럴 리가 없어. 그곳은... " 하지만 페릭으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답이었다. 에딘은 그의 생각을 부정 하며 막사를 나섰다. 그것이 에딘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 성기사의 나라, 세레스. 그들밖에 없습니다. 곧 모든 것이 드러나게 되 겠지요. 시간은 계속 흐르니. " =-=-=-=-=-=-=-=-=-=-=-=-=-=-=-=-=-=-= " 마스터. " " 걱정시켜 들여 죄송합니다. " " 아, 아닙니다. " 에딘은 어색하게 웃는 그의 얼굴에 리에르에게 들은 그 동안 있었던 일들 을 떠올라 입안이 씁쓸해짐을 느꼈다. 그래도 희생자가 없는 것이 다행이었 다. 간신히 정신을 잃은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 때... 그러니까 본능 에 몸을 던지기 전,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것이 방아쇠였는지 모른다. 그 누 구가 누구인지 지금도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 제게 맞는 갑옷을 구할 수 있을까요? " " 예? 마스터 몸에 맞는 갑옷이라면... " " ...기사로 돌아가려고요. 전 원래 마법사가 아니었어요. " " 그렇습니까. " " 기사 작위도 있는 몸이라고요. 하하하하! " 그저 밝은 얼굴로 보이는 것만으로도 주위 사람은 안심했다. 그 역시 에딘 의 웃는 얼굴에 똑같이 웃으며 기억을 뒤졌다. 그리고 곧 대답했다. " 후방 측면 쪽 막사에 무기고가 있으니 그곳에서 찾으세요. 아마 제대로 맞는 것은 없겠지만 마스터 뜻대로 조합한다면 쓸만할 겁니다. " " 고맙습니다. " " 별 말씀을. " 에딘은 인사를 한 뒤 곧바로 막사들 사이를 지나 무기고로 향했다. 몇 달 간 궁정 기사단이 주둔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정비할 일이 없어 기사들 과 병사들은 긴장 속의 한가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 그들은 견디지 못하고 광분할 것이 틀림없었다. 빠른 결정이 필요 했다. 기사들과 병사들은 에딘이 지나가자 모두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순식간에 모두의 호의를 받아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에딘은 언제나 그렇듯 평 범한 미소를 내비치며 그들을 지나쳐 갔다. 그리고 무기고에 도착했을 때 그 곳을 지키던 병사들에게 자신의 뜻을 전하고 무기고로 들어서며 에딘은 미소 를 지웠다. " ...힘들군요. 이상하리 만치 거북해요.. " 자주 튀어 나오는 한숨은 거짓이 아니었다. 에딘은 힘없는 걸음으로 무기 고에 쌓인 검과 창, 갑옷들을 둘러보며 알맞은 것들을 찾았다. 모두들 의아 하게 생각하는 모양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사실을 알게 된 이상... " 당신을 만날 때까지는...지켜보겠어요. 제 자신을. 제 자신의 힘으로. " 곧 에딘의 손에는 갑옷의 부분부분이 잡히기 시작했다. =-=-=-=-=-=-=-=-=-=-=-=-=-=-=-=-=-=-= "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내 모습을 돌아보며 무엇이라 얘기 할까..그것을 염 두하며 살아라. 단 한 번의 선택을 훗날 후회하지 않도록. " " 걱정 마세요. 전 후회하지 않아요. 모든 선택을요. " " 정말 그럴까? " " 제가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더라도.. 후회하지 않게 할거에요. 만약 후회를 한다면... 제 모든 것을 걸고 그것을 만회해야죠. 제가 마스터의 입장이라면 이렇게 지내지 않을 거에요. " " ...들으라고 하는 소리냐. " " 아-뇨. 그냥 하는 말이에요. 그냥... 나중에 목숨이라도 걸 정도로 소중 한 사람이 생기면...그리고 그녀를 잃게 될 일이 생기면.. 또다시 '그런 일'이 있더라도 그녀를 지켜보겠어요. 그녀가 절 멀리하더라도... " =-=-=-=-=-=-=-=-=-=-=-=-=-=-=-=-=-=-= " 내가 그녀...아니, 그 애를 만난 것은 다섯 살때다. " " 예? " " 들어둬. " 라우디는 짧게 말을 끊었다. 랜은 막연하게만 알다가 처음으로 듣는 라우 디의 과거에 숨을 죽였다. 곧 라우디는 말을 이었다. " 솔직히 그 때는 알 수 없었다. 그녀에 대한 감정을 정하고 자시고 할 것 이 없을 정도로...그냥 아버지 친구의 딸일 뿐이었다. " " 믿기지 않는데요. " " ...하지만 그녀와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아버지는 내 앞에서 살 해 당했다. 어처구니 없이. " " 아- " 랜은 약간 새침떼던 자신의 태도가 잘못됐음을 깨닫고 짧게 신음을 냈다. 라우디는 그저 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실수는 전혀 신경에 거슬리 지 않았다. " 그리고...힘에 눈을 뜬 나는 필사적으로 그녀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 때 그 집안 사람은 모두 죽었다. 그녀를 제외하고. 피를 뒤집어 쓴 채로 떨 고 있던..공포에 질린 한 여자 아이의 모습은 나의 이성을 완전히 날려 버렸다... " 거기까지 말한 라우디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과거 이야기는 싫었다. 하지 만 랜에게 만큼은 이야기 해주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고, 곁에 있어줄 여자에게 언제까지나 숨기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이기에 계속 이었다. "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내 팔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누가 습격 을 했었는지는 말해 줄 수 없지만... 아무튼 그 자는 나와 그녀를 살려 주었던 것이다. 그 후로 난 내 힘의 한계와 나에게 다가오는 운명을 깨 닫고 가문에서 스스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 스스로를 단련했 다.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무감각해지고 냉정해 지고..말수를 줄였다. 그러나 그녀는 내 변화를 애정이 식은 것으로...짐이 된다는 것으로 해 석하고 그녀를 위해 내가 제안한 일..그녀를 신전으로 피신시킨다는 일 을 헤어지자는 말로 듣고는 분노와 눈물을 남기고 내 곁을 떠났다. 나는 그 때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신전 마도사로 일한지 얼마 되 지 않아 그녀는 행방 불명됐다. " " ....그 때 그 사람의 짓인가요? " 랜은 상당히 긴 라우디의 이야기에 질문을 달았다. 라우디는 조용히 고개 를 저었다. 망토 속에 감추어진 라우디의 눈빛은 한층 부드러워진 채 우수에 잠겨 있었다. " 아니. 알 수 없으니 이렇게 여행 중이지.. " " ...만약 지금 만난다면 어떻게 할 거죠? " " 사과하고.. 내 감정을 이야기 해 줄 생각이다. " " 이해해 줄까요? " 사뭇 진지한 얼굴로 랜은 라우디를 올려다 보았다. 그녀의 생각이 애처로 운 눈빛을 따라 전해져 왔다. 라우디는 짧고 매마른 웃음을 터트리고는 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손을 바라보며 말했다. " 그녀의 손은...너 보다 작지. 그녀는 이해할 것이다. 나와 같은 사람이 니까. 나와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니... 너는 이해할 수 없을 거다. 마음 을 느끼는 것과 통하는 것의 차이를... " =-=-=-=-=-=-=-=-=-=-=-=-=-=-=-=-=-=-= 12월 13일. 페릭은 지도를 펴고 거리에 따른 날짜 계산을 끝마치며 이를 갈았다. 예전 에 중간중간 들어오던 미확인 인원의 움직임이 들어나고 있었다. 치밀한 생 각들이 목을 죄여오고 있었던 것이다. 헤로딘의 뜻은 레피드 가문 말살이었 겠지만 주변 나라들은 그것을 빌미로 헤로딘을 삼킬 생각이었다. 물론 헤로 딘 장로원이 그것을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다른 나라의 손바닥 위에서 놀 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그들의 놀란 얼굴이 떠올라 실소를 멈출 수 없 없다. " 하하하... 레피드.. 어쩌다 세레스 쪽으로 간 거죠. 믿을 수 없어요. 그 날 이후 세이라 님께 기대던 형이 그녀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곁으로 왔 다고 세이라 님을 저버리지 않나... 기사단을 버리지 않나.. " 페릭은 자신의 엷은 갈색 머리를 쓸어 올리며 한숨만 뱉었다. 골치가 아플 정도로 빽빽하게 일들이 짜여 있어 그것들에 대한 대비책을 일일이 생각하다 보니 머리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약간의 휴식과 술이겠 지만 장소가 장소였다. 페릭은 성을 떠나기 전 애처롭게 조심하라고 말하던 세일리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 아마..쉽게 돌아가지 못할 것 같군요. " " 이제스 님! " 그 때 막사 안으로 수하 기사가 급히 들어왔다. 페릭은 그가 몰고 온 찬바 람에 눈가를 찌푸리며 그를 돌아보았다. 그는 페릭에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 로 말했다. " 그들 중 한 명이 급히 이리로 왔습니다. 레피드 님과 장로원의 일인 듯 합니다. " " 그는 어디에 있지? " " 제 막사에 와 있습니다. 상처도 입고 있고.. 추격하던 추격대는 쫓아 냈 습니다. " 그 말에 페릭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야기를 전한 기사는 황급히 뒤 로 물러나 페릭의 움직임에 방해가 되지 않게 했다. 페릭은 그의 가슴을 주 먹으로 살짝 쳐주고는 막사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의 막사를 향해 달렸다. 그의 말대로 추격대를 쫓아내기 위해 비밀리에 출병했던 기사들이 돌아오 며 막사 주변이 약간 소란스러워져 있었다. 페릭은 거칠게 막사 안으로 들어 섰다. 막사 안은 피냄새가 진동했다. 막사 안에 임시로 만든 간이 침대 주위 에 서 있던 기사들은 옆으로 물러나 주었다. 침대 위에는 두 팔을 붕대로 감 고 있는 한 남자가 누워 있었다. 그는 페릭이 보이자 힘겹게 입을 열었다. " 죄송합니다. 뒤를...당했습니다. " " 아니다. 수고했다. 그래서...보고는? " " 세레스...에 가셨던 레피드 님께서 쫓기고 계십니다. 그것도 룬 나이트 ...들에게.. 지원을 보내 드려야만 합니다. 그리고... " " ..영지에 장로원들이 출병했나? " " 예. 그 때문에 이리로 온 겁니다. 최소한 홀레이텐 400기. 보병 600. 마 법사는 두 명입니다....컥.. " 그는 거기까지 말한 뒤 피를 토했다. 주위에 서 있던 기사들은 황급히 헝 겊으로 그의 입가를 닦아 주었다.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 또한 공병대까지 지원합니다. 전멸..이겠죠. " " 걱정 말아라.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너 또한 레피드 기사단의 일원이 아니냐. " " 그렇군요. 헤헷. 다행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빨리 보고를 할 수 있어서 .. " 그의 말에는 점점 힘이 사라져 갔다. 페릭은 그의 손을 잡아주며 기사들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상처는 미약했지만 독을 당 한 것이었다. 그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고 있었다. " 매번 실수만 하는 저를 용서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이렇게 보답을 할 수 있으니... " " 죽지 마라. " " 헤헤헤.. 페릭 님.. 그 명령 만은... 수행할 수....없겠습..니..다. " 그리고 그의 눈은 스르륵 감겼다. 그는 웃고 있었다. 페릭은 그의 손을 모 아주고 고개를 숙이며 짧게 축복의 기도를 올렸다. 막사 안의 기사들은 페릭 의 숙연한 모습에 숨소리를 죽이며 먼저간 동료의 명복을 빌었다. 페릭은 곧 눈을 뜨며 조용히 말했다. " 원정대를 1:2로 나눈다. 2는 여기. 1은 에딘을 선두 삼아 세레스 방향으 로 레피드 님을 구원하러 간다. 그쪽의 지휘권은 모두 에딘에게 넘긴다. 이건 명령이다. 반발시 즉결, 사형에 처한다. " < 계속 > -+-+-+-+-+-+-+-+-+-+-+-+-+-+-+-+-+-+- [ 자- 7장의 시작입니다. ] 7장은 엄청 길게 잡혀 있습니다. ^^; 이리아와 에딘의 방황도 여기서 끝납니다. 내용상 8장까지가 1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계속 넘어가 볼까요? ^^ - Ipria Ps1. 에딘의 이야기에서 다시 이리아의 이야기로 넘어 갑니다. 원래 목적(?)으로 돌아가야죠. ^^;;; Ps2. 대사가 상당히 많아 졌군요. 마음에 안드시는 분도 계실 듯... 『SF & FANTASY (go SF)』 59299번 제 목:<이리아> ▣ 7. 삶과 죽음 ▣ -69-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2/02 20:58 읽음:313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삶과 죽음. 그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 이리아 ] ΙΥΙΑ 제 7장. 삶과 죽음. <69> ----------------------------------------------------------------------- " 발사! " ' 바람.. 나의 힘을 따르는 바람이여.. 나를 도와 나를 위협하는 모든 것 들을 막아라. ' 이리아는 뒤에서 외쳐지는 기사들의 소리에 마법을 외웠다. 곧 룬 나이트 기사단의 아케르트들이 쏜 화살들이 빠르게 이리아와 말을 노리고 날아왔지 만 마법에 의해 모두 제각각 이리저리 휘어져 옆으로 날아갔다. 평소의 레피드라면 그들이 쫓아 올 수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 레피드는 실 수로 화살에 맞아 말을 모는 것조차 힘들어 하고 있었다. 곧 정신을 잃을 듯 이 레피드의 눈은 가물가물해져 있었다. " 죄송합니다... 한계는..한계군요. " ' 그렇겠지. 인간인 이상 한계는 한계... ' 이리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손을 들었다. 살기 위해 처절하게 도망치 는 존재와 그것을 쫓는 자. 한계를 가지지 않은 자와 가진 자. 대비되는 상 황들이 기분 나빴다. 어째서 이런 일들에 휘말렸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에딘과 라우디란 두 존재를 만나면서부터 였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들을 원망할 수도 없었다. 언젠가는 되찾을 기억을 그들로 인해 확실하게 기억해 내게 된 것이다. 동시에... ' 맑은 바람...그대의 힘을 내게. ' 이리아는 들었던 손을 가볍게 내렸다. 그러자 바닥에서는 뭉게뭉게 먼지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리아는 그것에 마력을 넣으며 손을 활짝 펼쳤다. 그 것은 즉시 작은 폭발을 일으키며 숲속 길을 메웠다. 이리아는 레피드의 어깨 를 쳐주어 그 사실을 알게 했다. 레피드는 살짝 뒤를 돌아보고는 중얼거렸다. " 레이디는...대단합니다. 그 동안 대단히 실례를 범했군요.. " ' 알면 다행이지. 안그래...? ' 그 질문에 대답할 사람의 곁으로 가고 싶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살아 있을... ' 에딘. ' =-=-=-=-=-=-=-=-=-=-=-=-=-=-=-=-=-=-= " 크흑... " 레피드는 짤막하게 신음을 터트리며 이를 악물었다. 이리아는 치맛단을 찢 어 레피드의 허벅지를 꽉 매었다. 먼지 구름 때문에 그들의 움직임은 둔화될 것이기 때문에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마법으로 만들어 길게 끌고 온 먼 지 바람이었으므로 쉽게 찾아 낼 리도 없었다. " 하악... 레이디. 그러고보니 전 레이디의 성함도 모릅니다. " ' ... ' 레피드의 눈동자는 희미하게 대답을 해주기 갈망하고 있었다. 이리아는 할 수 없이 입술을 움직여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 ..이..리...아... 맞나요? " 그리고 이리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레피드는 엷게 미소지으며 나무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 좋은 이름이군요.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 ' 그렇겠지. 당신은 시리엘의.... ' 곧 레피드의 숨소리는 가늘어지며 피로를 못이긴 수면에 빠졌다. 이리아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직도 손목에 걸치고 있는 팔찌를 들어보았다. 어두워진 하늘 아래 그 팔찌는 우울함을 품고 있었다. 붉게 빛을 발하던 보석은 부수 어져 버렸지만 에딘이 준 선물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선물이었으므로 빼서 팔 수도 없었다. 팔찌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이리아는 목덜미를 손으로 누르며 입을 벌렸다. 그리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목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얼굴만 붉어질 뿐, 변 하는 것은 없었다. 갑자기 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신체 구조상 잠시 목이 막히는 것은 이해가 가 능한 일이지만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답답함...외로움.. 결론적으로 슬펐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감정을 나누고 싶어도 불가능한 현실이 슬펐다. 속 시원하게 자신의 이름이라도 외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리아는 곧 목에서 손을 떼고 두 손을 바라보며 희 미하게 웃었다. ' 진정이 되는 모양이야. 내 몸에 대해서 신경도 쓰고...바보 같겠지? 그 때 네 목소리에 이끌렸더라면... ' 잠시 후 이리아의 볼을 따라서는 눈물이 흘렀다. 후회의 눈물인지 슬픔의 눈물인지 그녀 자신도 확신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 속에서 뭉클거렸다. 이리 아는 소리 없이 울며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기사단과 정면으로 싸우지 않는 이유... 그것을 위해 치마를 입고 레피드를 돕는다. =-=-=-=-=-=-=-=-=-=-=-=-=-=-=-=-=-=-= " 찾아라! " 이리아는 가까이서 들리는 남자의 외침에 눈을 떴다. 곧 수풀을 뒤지는 소 리와 횃불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리아는 마법으로 일으킨 먼지 구름 에 이상이 생겼음을 직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레피드도 가늘게 눈을 뜨고 있었다. 그는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는 재갈을 물린 말에게 다가갔다. 레피드의 애마는 소리도 내지 않고 레피드가 탈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이리아는 주위를 살피며 레피드가 말을 움직일 때 까지 기다렸다. 레피드가 말을 걷게할 때쯤 다른 남자의 작지만 강한 목소리 가 들려 왔다. " 마법은 소용없습니다. 나오시지요. 찾는 것은 쉽습니다. " ' ...그쪽도 마법사? ' 이리아의 생각대로 곧이어 피부를 자극하는 힘이 느껴져 왔다. 바닥에 떨어진 낙엽이 휘날리며 나뭇가지가 춤을 추고 달빛조차 어른 거릴 정도로 강한 바람이 광범위하게 옆으로 퍼져나갔다. 레피드는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말을 억누르며 이리아를 불렀다. " 레이디.. 어서 가는게.. " 그러나 이리아는 레피드를 돌아보는 대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천천 히, 부드럽게 이리아의 몸에서는 마력이 흘러나오고 마법사의 마법은 효력을 잃어 갔다. 레피드는 이리아의 어깨에서 마치 투명한 날개가 피어오르는 듯 한 환상을 보고는 눈을 비비고 다시 이리아를 보았다. 그녀의 몸을 중심으로 나오는 마력은 그녀의 모습을 뿌옇게 만들고 있었다.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듯 뿌옇게 투영되는 이리아의 몸은 차갑게 식어 갔 다. 그녀의 가슴은 눈에 띌 정도로 심하게 요동치며 이리아의 이성에 반항했 지만 끝내 이리아의 뜻에 이끌렸다. 이리아는 마법이 불어온 방향을 향해 부 드럽게 손을 들었다. 조용한 손의 궤적을 따라 공기는 진동했다. 레피드는 점점 모든 감각들이 멍해지는 것을 느끼며 말고삐를 움켜 쥐었다. 어느새 말도 이리아의 힘을 느 꼈는지 서서히 이리아에게서 멀어지려고 애쓰고 있었다. 이리아 주위의 낙엽들은 바삭 소리를 내며 모두 가루로 변했다. 그리고 멀 리서 다가오던 횃불들이 하나 둘 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곧 병사들의 비명으로 이어졌다. " 아악!! 내 귀, 귀가!! " " 숨을...쉴 수... " 이리아는 그들의 비명에도 눈하나 깜박하지 않고 손끝을 흔들었다. 그러자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울리며 이리아에게서는 강한 힘이 뿜어져 나갔다. 그 힘은 나뭇가지를 작게 흔들고 가루로 변한 낙엽을 살짝 흩날리게 만들 었다. 짧게 깎은 이리아의 머리카락도 미약하게 흔들렸다. 그러나 어느 순간 에 그 힘은 숲의 나무들을 부수며 병사들의 몸을 갈랐다. 섬뜻한 소리가 울리자 즉시 그곳에서는 하얀빛이 피어올랐다. 이리아는 지 긋이 감긴 눈으로 그 빛을 보며 마음 속으로 읊조렸다. ' 라우디 보다... 에딘 보다 못한 힘...그 따위로. ' 그리고 이리아는 두 손을 모아 가슴으로 옮겼다. 동시에 이리아에게서 불 어 나가던 힘은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리아에게로 모이는 힘 은 그것들의 전체와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레피드는 말이 물러서다 부딪힌 나무를 붙잡으며 이리아의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상처가 생긴 다리가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강렬한 힘이 이리아에게 서 나오고 있었지만 레피드의 눈에 비친 그녀는 어디까지나 이리아란 이름을 가진 한 여자일 뿐이었다. " 하지만..어째서 모두를 죽이지 않는 것인지.. " 기사이자 평범한 인간인 그로써는 절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리아는 가슴으로 모은 손을 꽉 쥐며 눈을 부릅떴다. 그러자 그녀의 앞에 서 피어오르던 흰빛은 굉음과 함께 폭발해 강한 빛을 발광했다. 밤하늘에서 그들의 위치가 모두 보일 정도로 그 빛은 강했다. 그리고 그 빛을 만들던 마 법사는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이리아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손을 뗐다. " 내, 내 손!! " 빛을 감당하지 못해 양 손이 날아간 모양이었다. 이리아는 아무렇지 않다 는 얼굴로 레피드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레피드는 엉겹결에 손을 내밀 어 이리아의 손을 잡았다. 레피드의 말은 이리아의 승마를 거부하려고 했지 만 이리아가 말의 눈을 보자 말은 고분해졌다. 이리아는 레피드의 손에 의지 해 말에 올랐다. 레피드는 이리아의 뜻을 눈치 채고 말고삐를 쳤다. " 레이디.. 이리아 님께서는 강하시군요. 마치 이노네스의 산악에서 눈과 함께 자란다는...꽃.. " ' 아이리.. ' " 아이리처럼. " < 계속 > -+-+-+-+-+-+-+-+-+-+-+-+-+-+-+-+-+-+- [ ==; 쿠엑! 잡담으로 떼울 수도 없는 편입니다. ] 용량 조절이 애매한 관계로...그냥 넘어 갑니다~ ^^; 그럼 다음 편으로 휘리릭~~~ - Ipria Ps1. 다음 글에 대한 개요가 잡혔습니다. 세 번째, 네 번째 글이 동시 연재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것도 천리안과 동시에.... 세 번째는 장편, 네 번째는 이리아와 같이 중편입니다.(홀수는 장편, 짝수는 중편이군요. ^^;) 화끈하고 진지한게 좋으면 세 번째. 아기자기하고 소박한게 좋으면 네 번째 글을 봐주세요~ ^^ 지금까지 광고였습니다.(물론 올해 안으로 연재 시작할 가능성은 0에 가깝습니다. 이리아를 쓰면서 쉬고 싶은 관계로...) Ps2. 은근슬쩍 1일 1편 연재로 돌입한 이프. --; 이번 주는 거의 하루 건너 바쁜 일들이 있어 피로도가 장난이 아닙니 다.(입안이 정상이 아닐 정도로...) 열심히(?) 읽어주시는 분들께 죄 송할 따름입니다. 『SF & FANTASY (go SF)』 59300번 제 목:<이리아> ▣ 7. 삶과 죽음 ▣ -70-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2/02 20:58 읽음:31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삶과 죽음. 그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 이리아 ] ΙΥΙΑ 제 7장. 삶과 죽음. <70> ----------------------------------------------------------------------- 로라시아 력 12월 14일. 레피드 가의 영지, 이클리드의 땅에 장로원은 헤로딘 궁정 기사단을 파병 했다. 그들의 목적은 한 가지였다. 장로원 사람을 암살하고 장로원의 결정에 반발, 반란을 꾀함과 함께 이노네스, 세레스에게 영지를 넘기려 한 이클리드 의 땅 전부를 진압하고 토벌하는 것. 그것이었다. 물론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 했다. 그리고 그것을 예 측하고 있는 사람도... " 여기까지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어떻게 되죠? " " 빠르면 5일. 늦으면 7일입니다. " 레이라는 그의 대답에 긴장한 얼굴로 세일리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세일리 의 표정도 굳어진 상태였다. 세일리는 세이라의 시선이 느껴지자 떨리는 목 소리로 다시 물었다. "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십시오. 그들의 전력과 현재 위치를... " " 최소한 홀레이텐 400기. 보병 600. 마법사는 두 명입니다. 그리고 공병 대의 지원도 있고, 이곳과 직선 루트를 따라 이동 중입니다. " " 페릭 님은 이 사실에 어떤 결정을 내리셨나요. " " 레피드 님의 일 때문에 그곳 병력을 나누어 레피드 님 구원 부대로 보내 고, 속전속결로 이노네스와 싸우실 겁니다. 아무래도 빠른 시간 안에 이 곳으로 돌아오실 생각 같습니다. " " 페릭...무리잖아요. " 세일리는 팔걸이의 끝부분을 움켜쥐며 그의 이름을 나지막히 불렀다. 도저 히 모든 것이 무리였다. 3차 원정대의 인원을 나눈다면 힘겨운 싸움이 될 것 이 뻔한데 그 병력으로 이노네스와 싸우고 이곳을 지원 온다는 것은..목숨을 거는 도박과 같은 것이었다. 이길 확률이 극도로 적은 도박과.. 세일리는 숨 을 몰아쉬며 입을 열었다. " 제 의견을 말하겠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여기는 초토화 됩니다. 마법 으로 공병대를 제거한다고 해도 뒤이은 마법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이 곳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지원을 염두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한 마디 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항복으로 죽느냐...반항하다가 죽 느냐... " " 하지만 난 믿어요. 레피드와 페릭을. " 세이라는 처음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는 세일리의 대답에 강한 어조로 말했 다. 방안의 고위 기사들은 의외의 대답에 눈동자를 세이라에게로 돌렸다. 세 이라는 두 손을 움켜쥐고 말했다. " 우선적으로 이틀 이내에 성 주위에 대인 함정을 설치합니다. 마법을 이 용한 것과 순수한 기계적 함정을 섞어 분간 할 수 없게 합니다. 그리고 지난 번, 근위 기사단 기사들이 쓰던 킨로드를 대량 급조해 이용합니다. 이곳을 지켜야할 의무...저희에게는 있습니다. 이의 있으십니까? " " 결정권의 정당성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역시나 기사 중에 한 명이 진지한 얼굴로 세이라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때 그의 목에 검자루가 놓여지고 누군가가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중년의 나이 를 넘긴...묵묵한 태도로 일관하던 기사가 조용히 말했다. " 이대로 베어 버릴 수도 있다. 정당성? 언제 우리가 그것을 따졌나? 레피 드 님을 위해.. 그분의 시작이자 우리의 삶의 터전을 위해. 그분의 반려 자를 위해. 우리는 싸운다. 목숨을 걸고. 진정한 레피드 기사단의 일원 은 그렇다. 그렇지 않은 자는 이제부터 죽인다. "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세이라를 보았다. 세이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서 일어났다. 그리고 큰 목소리로 못박았다. " 이곳은 헤로딘 장로원, 그리고 궁정 기사단과 싸웁니다. 레피드 가의 현 주인, 세이라 레피드로서 명령합니다. " 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 한편 페릭은 홀로 막사에 남아 갑옷을 전부 입은 채 의자에 앉아 눈을 감 고 있었다. 밖에서는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렸지만 페릭의 머리로는 단 한 단어도 들리지 않았다. 페릭은 잠들은 듯한 모습으로 무엇인가를 기다렸 다. " 움직인다. " 그리고 어느 순간 페릭은 번쩍 눈을 뜨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마치 그것이 주문을 발현하는 마지막 단어인 양, 막사에 기사가 들어오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 이노네스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 " 마법사가 없다는 것을 알았군. " 페릭은 간단히 결론을 내린 뒤 의자에서 일어났다. 언제나 듣던 갑옷의 철 커덕 거리는 소리가 새롭게 느껴질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몇 걸음 걷지 않아 그 모든 것들은 페릭의 신경에서 미미한 존재가 되어 갔고, 페릭 은 이미 정렬된 병사들을 돌아보며 말에 올랐다. 서서히 등뒤에서 떠오르는 태양의 느낌이 좋았다. 마치 여신의 수호를 받는 것처럼 든든함이 있었다. 레피드 기사단 기사들은 긴장한 얼굴로 페릭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것 은 페릭에게 달린 것이었다. 페릭은 그들의 앞으로 걸어가 말에 올랐다. 그 리고 말했다. " 이번 전투의 선두는 나다. 이번, 단 한 번으로 이노네스를 갈가리 찢고 영지로 돌아간다. 영지로는 헤로딘 궁정 기사단이 쳐들어오고 있다. 무 리를 해서라도 우리는 우리 것을 지킨다. 알겠나?! " 그의 말에 기사들은 묵묵히 투구를 쓰는 것으로, 병사들은 무기를 드는 것 으로 대답했다. 페릭은 이노네스 방향에서 천천히 오고 있는 검은 갑옷들을 돌아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 블러디 나이트.. 역시 우리끼리 싸우고 봐야겠지? " 그리고 페릭은 고삐를 당겨 말을 걷게 했다. 진영에 남은 사람은 극히 일 부였다. 페릭은 그들을 지나치자마자 달리는 것에 박차를 가했다. 뽀얀 흙먼 지가 일며 무거운 움직임이 페릭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그들은 페릭을 따라 갈 수가 없었다. 페릭은 그들과 점점 멀어져 홀로 말을 달리며 앞으로 활짝 펼쳐진 시야에 경쾌하게 손을 움직여 검을 잡았다. 이노네스 쪽, 블러디 나이트 기사단 선두에서도 페릭과 마찬가지로 싸움을 즐기는 얼굴의 적발의 키스틴이 기사들과 떨어져 먼저 달려오고 있었다. 페 릭과 키스틴은 서로 눈을 마주치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말 위에서 자세 를 낮추며 검을 뽑았다. 그리고 수평으로 검을 놓았다. " 하압!!! " " 하하하하!! " 페릭의 기합과 키스틴의 웃음이 교차하며 검날이 공기를 베었다. 가늘게 바람이 일고 페릭의 검은 키스틴이 타고 있던 말의 갈기를 스쳐지 나갔다. 키스틴의 검또한 페릭의 어깨를 노렸으나 페릭이 몸을 틀어 갑옷만 스치는 선에서 그쳤다. 두 사람은 서로 지나쳐 가는 그 때까지도 시선을 놓 치 않고 있다가 말이 교차하자 즉시 말고삐를 당겨 말을 멈추게 하고 말에서 뛰어 내렸다. 무거운 갑옷이 몸을 짓눌러 두 사람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지면을 디딘 채 로 검을 눕히고 시선을 마주했다. 진지함으로 굳어진 눈동자는 웃고 있었다. 페릭은 검끝을 바닥에 살짝 대며 입을 열었다. " 레피드 기사단 단장 페릭 이제스...다. " " 난 블러디 나이트 서열 9.. 키스틴. " 키스틴은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하고 상체를 살짝 앞으로 굽혔다. 그와 함 께 키스틴의 몸은 앞으로 넘어져 왔다. 페릭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 고 검을 당기며 키스틴의 팔을 주시했다. 검은 색이 영농한 갑옷의 뒤로 키스틴의 손을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하지 만 그의 양손에는 검이 한 자루씩 들려 있었고, 페릭이 그것을 알았을 때에 는 키스틴의 몸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페릭은 황급히 대각선으로 발을 옮기며 검끝을 흔들었다. 키스틴의 검은 좌우에서 수평으로 베어 들어왔다. 짜릿한 검광만이 시야에 들어올 정도로 검은 빨랐다. 페릭은 속으로 짧게 신음을 흘리며 땅을 박차고 검을 반전시켜 아래에서 위로 그어 올렸다. 어차피 잔재주는 통하지 않을 상 대였다. 그러나 키스틴의 검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한 검압이 밀려 오며 페릭은 이를 악물었다. 확장된 시야에는 곁으로 다가오던 두 개의 검중 한 개가 옆으로 휘며 아래를 향해 떨어지는 것이 들어왔다. 이대로면 죽음이 었다. " 하앗!! " 공격을 위한 기합이 아니었다. 페릭은 있는 힘껏 검을 올리며 반동으로 몸 을 낮췄다. 동시에 팔을 따라 강렬한 충격과 금속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울 렸다. 다행히 또 한 자루의 키스틴의 검은 페릭의 머리카락 몇 올을 자르고 는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페릭은 몸을 옆으로 기울여 다음 공격에 대비하는 것과 함께 맞대고 있던 키스틴의 검을 감아 들어갔다. 약간 변칙적인 페릭의 움직임에 키스틴은 당황한 듯 했으나 실제로 키스틴 의 얼굴은 페릭의 모든 것을 즐기고 있었다. 사냥꾼이 상처 입은 동물을 바 라보는 듯한 눈빛이 격하게 숨을 몰아쉬는 페릭에게 내리꽂혔다. " 크윽. " 페릭은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들었다가 키스틴의 눈빛을 읽고 짧은 신음과 함께 다시 한 번 대각선으로 검을 쳐 올렸다. 그러나 검끝이 끌리는 듯한 느낌이 들며 검은 제멋대로 휘청였다. 아니, 페릭의 팔이 부르르 떨리 며 검을 못 움직였다. 페릭은 황급히 뒤로 빠지며 팔을 살펴 보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팔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검을 쥔 손에서 힘 이 빠지자 짜릿한 감각이 생길 정도로 충격이 누적되어 있었다. 페릭은 검을 쥔 채로 팔에 힘을 주었다 빼었다를 반복해 근육을 풀었다. 키스틴은 비릿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 상당한데. 내게 그런 공격을 하고 살아 남다니. " " 넌...지난 번의 그 남자 보다 강하군. " " ..하지만 마법 한 방에 죽었지. 그 녀석을 죽인 마법사가 이곳을 떠난게 아쉬워. " " 응? 마법사가 없어서 온 게 아닌가? " " 궁금하면 목부터 간직하고 말하지? " 키스틴은 그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페릭에게 다가왔다. 페릭은 느릿한 키 스틴의 발걸음에 초조함을 느끼며 검을 비틀어 잡았다. 그리고 먼저 달렸다. 실력 차이는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컸다. 아니, 서로 진심으로 싸우 고 있지 않아 확신할 수 없지만 실력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어느 순 간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긴장과 여유가 돌고 있었다. " 난 지켜야 할 사람이 있다! " " 그래서? " 키스틴은 페릭의 외침을 가볍게 되받아 물으며 검등으로 페릭의 복부를 노 렸다. 왼손을 따라 키스틴의 오른쪽 허리에서 나온 검은 완만한 반원을 그리 고 페릭의 갑옷을 우그려트렸다. 다른 곳보다 가벼운 복부의 갑옷은 거꾸로 페릭의 배를 조이고 갈비뼈를 건드렸다. 하지만 페릭은 신음 하나 내지 않고 검을 내리 그었다. 키스틴은 페릭의 생각을 살짝 읽은 뒤 재빨리 검을 들어 공격을 막았다. 키스틴의 검은 아슬아슬하게 페릭의 검을 막을 수 있었다. [ 파캉- 핑- ] 그런데 키스틴의 검과 닿은 페릭의 검은 맑고 짧은 소리를 낸 뒤 키스틴의 검 위에서 회전을 했고 키스틴의 검을 따라 흘러 내려오며 미약한 불꽃을 뿌 렸다. 검이 상할 정도로 페릭의 검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키스틴은 미소를 지우고 왼손의 검을 당겼다. 그 전에 페릭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키스틴 연달아 들어올 공격을 예상하며 두 자루의 검을 모두 뒤집어 잡았다. 그리고 페릭의 눈을 바라보았다. 페릭의 눈동자는 강하게 굳어져 있었다. " 좋은 눈...이다. 페릭. " " 그쪽도. " 그것을 끝으로 두 사람은 빠르게 팔을 움직였다. 키스틴은 양손의 검을 서 로 엇갈리게 대각선으로 베고, 페릭은 검을 당겼다가 뻗어 키스틴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키스틴의 검은 정교하게 페릭의 가슴과 왼쪽 어깨를 노리고 있었다. 페릭 은 키스틴의 뜻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상체를 비틀어 가슴을 보호했다. 그리 고 어깨는... [ 파핫! ] 짧은 파찰음과 함께 두 가닥의 피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키스틴은 희미하 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즐거웠다..제법이군.. " " 당신도. " 그리고 키스틴은 뒤로 넘어갔다. 그의 가슴에는 아무런 상처가 없었다. 대 신 목에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깊게 패인 상처가 생겨나 있었다. 몸 을 비틀었을 때 흔들린 검끝이 그곳으로 향한 것이었다. 페릭은 한숨을 몰아 쉬며 중얼거렸다. " 하지만 요행...이었소. " 페릭은 검을 놓치고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천천히 숙여지는 고개 아래 로 펼쳐진 것은 팔꿈치까지 사라져 버린 왼팔과 갑옷이 허전하게 비어 버린 가슴이었다. 팔에서 빠져나오는 피는 빠르게 페릭의 하체를 피로 물들였다. 상처 부분이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페릭은 팔을 묶어 피 를 멈출 생각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억지로 일어섰다. 서서히 페릭의 눈에서 초점이 멀어지고 있었다. " 이제 가야하는데... " 페릭은 자신을 향해 돌진해 오고 있는 기사단을 바라보며 눈을 깜박였다. 하지만 그들이 누구인지 인식이 되지 않았다. 뿌연 먼지가 시야를 뒤덮고 고 요함이 몸을 짓눌렀다. 페릭은 기사단을 잡으려는 듯 손을 내밀며 작게 읊조 렸다. " 세일리. 제가 가겠...습..니....다. " 그리고 페릭의 몸은 앞으로 쓰러져 갔다. 뒤이어 기사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지만 페릭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 았다. < 계속 > -+-+-+-+-+-+-+-+-+-+-+-+-+-+-+-+-+-+- [ 벌써 70이군요. ] 각 장에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1장부터 만남, 인연, 결정, 기사, 사랑, 허 와 실, 이번 장은 삶(죽음 아니에요~)입니다. 요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 첫머리에 적은 말들과 얼마 전부터 은근슬쩍 집어넣는 문구도 관계가 있 습니다. 70이란 숫자에 놀라며 그냥 적어 봤습니다. 앞으로 50편 정도 남았습니다. 그때까지 함께해 주시길. ^^; - Ipria 『SF & FANTASY (go SF)』 59464번 제 목:<이리아> ▣ 7. 삶과 죽음 ▣ -71-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2/03 23:15 읽음:315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삶과 죽음. 그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 이리아 ] ΙΥΙΑ 제 7장. 삶과 죽음. <71> > 꺾이지 않을 테니까.. < ----------------------------------------------------------------------- " ...! " " 마스터? " " 여기서 멈춥니다. " 에딘은 손을 들어 기사들의 움직임을 막았다. 즉시 레피드 기사단의 기사 들과 병사들은 말을 멈추었다. 뒤따르던 기사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 여기는 세레스와 상당히 떨어진 곳입니다만.. " " ....설명은 나중에 하죠. 여기에 매복합니다. 말에게 재갈을 잘 물리고 불과 연기를 조심하세요. " 에딘은 간단한 설명과 부드러운 얼굴로 그를 안심시켰다. 지휘관의 미소만 큼 안심이 되는 것은 없는 것이다. 에딘은 말에 매어 놓은 짐보따리에서 지 도를 꺼내어 자신들이 지나온 지름길과 레피드 성, 세레스 국경과의 거리를 재었다. 빠른 속도로 현재 위치를 찾고 눈짐작으로 각 지역들의 위치를 보는 것만 으로도 실제 거리와의 차이가 미미할 정도로 에딘의 능력은 탁월했다. 곧 말 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숲속으로 모두 들어가자 한 기사가 에딘에게 다가왔다. " 마스터, 에딘. " " 음...만약 레피드 경이 무사하다면 이틀 이내에 이곳에 도착할 겁니다. 그리고 세이라 님이 있는 곳에 장로원 군사가 와도 이곳에서 지원이 가 능한 거리...이군요. 감이 정확해서 다행입니다. " " ...모두 계산 하신 겁니까? " " 그렇죠. " 에딘은 고개를 끄덕이고 짐속으로 다시 지도를 잘 접어 넣었다. 그리고 가 볍게 말에서 내려 말고삐를 끌었다. 에딘의 눈동자는 이미 여러 가지를 생각 하고, 다시 생각하고 있었다. 기사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에딘의 뒤를 따르 다가 물었다. " 어째서... 저희를 돕고 있는 겁니까, 마스터는. 그리고 어째서 페릭 님 께서 모든 것을 맞기신 겁니까. " " 믿음. '저'라는 존재에 대한 믿음입니다. 지금 저를 따르고 있는 사람들 이 저를 믿지 않는다면..모든 것은 바닷가의 모래성과 같은 것이죠. 모 양은 있지만 금새 무너지는 모래성... 다시 말해 믿어주지 않는다면 적 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페릭 님도 그것을 알고, 저에 게 여러분의 지휘를 맞기신 거라...저는 생각합니다. " " ..하하하. 맞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간단한 해답이라 좋군요. "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에딘의 흰색 갑옷 가슴을 손으로 탕, 쳤다. 그리고 에딘을 기다리고 있는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에딘의 곁에 섰다. 믿음. 그 한 가지 단어로 모두는 따르고 있는 것이었다. 왜 믿을 수 있는지, 그것에 대한 시원한 대답은 할 수 없지만 에딘은 어딘가 모르게 믿음직스러웠다. 모든 것 을 해낼 수 있을 듯한 아련한 기대도 함께.. 에딘은 그의 생각을 읽었는지 웃는 얼굴로 그를 본 다음, 말을 나무 곳곳 에 매어 놓고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앞으로 걸어가 멈추어 서서 입을 열 었다. " 지금부터 앞으로의 지시 사항과 자세한 일을 얘기 하겠습니다. " 생글생글하고 웃음을 머금고 있는 검은 눈동자. 어느새 인가 자라 눈동자까지 내려오는 흑발. 바람에 흔들리는 흰색 머리띠와 새하얀 순백의 갑옷. 변해 있었다. 에딘이란 존재의 모든 것들이. =-=-=-=-=-=-=-=-=-=-=-=-=-=-=-=-=-=-= " 하지만 만약 일이 잘못된다면 어떻게 하죠? " " 어쩔 수 없습니다. 페릭 님도 그것을 알면서 강행군을 한 것입니다. " 에딘은 모든 설명 후, 어두워진 분위기 가운데 들어온 질문에 솔직하게 대 답했다. 장로원이 승리를 거둘 수도, 레피드가 도중에 세레스 룬 나이트에게 죽을 수도 있고, 페릭이 이노네스에게 질 가능성도 충분했다. 그 모든 것들 이 좋게 나타나길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현실을 직시하는 눈을 가진 사람은 침울해 질 수밖에 없었다. 에딘은 낮아진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 곧 뒤따라 후속으로 이곳에 막사를 짓고 잠시 휴식을 할 수 있는 시설배 치를 할 겁니다. 말 그대로 잠시 쉽니다. 이노네스와의 싸움에서 빠져나 왔다고 전쟁터를 벗어났다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이제부터는 비공식적인 전쟁입니다. " 그 말을 끝으로 에딘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나무에 말을 매고 그 옆에 앉 았다. 에딘의 눈동자처럼 새카만 에딘의 말은 에딘의 마음을 읽었는지 곁에 조용히 엎드렸다. 재갈을 물리지 않아도 그는 스스로 조용히 했다. 다른 말 들보다 지능이 높고 '힘'을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특수한 말이었다. 에딘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젖혔다. 그리고 손가락 사이로 하 늘을 올려다 보았다. 아직 새파란 하늘이 광활하고 높게 펼쳐져 있었다. 간 간이 작은 새들도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날아다녔다. 모든 것이 평화스 러웠다. 이대로 자연 속에 남고 싶은 마음이 드는, 가장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에딘의 눈동자는 울고 있었 다. 그것들을 공유하지 못하는 괴로움이 짙게 배어 나왔다. " 우습죠?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었어요. " 에딘의 말은 살며시 에딘에게 머리를 내밀었다. 에딘은 다른 손으로 말의 갈기를 쓰다듬어 주며 손가락 사이를 닫았다. 이제부터는 자신과의 싸움이었 다. 이리아의 고통, 이리아의 과거, 그 모든 것들이 공감대를 일으키고 있었 다. " 비웃어요. 나 역시 이런 일들은 지쳤어요. " 순간, 주위의 기사들은 에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에딘의 몸이 점점 커지 는 듯한 감각이 그들의 손을 죄어 왔다. 그것은 마법이나 마력이 아니었다. 완전히 바닥으로 침체된 분노와 살기 그리고 자포자기한 마음이 강압적인 위 압감과 반발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무엇이 에딘을 그렇게 만드는지, 그들은 알 수 없었지만 이미 보여준 에딘이란 존재의 알 수 없는 일들은 한 두가지 가 아니었으므로 그들은 애써 에딘을 무시하며 하던 일을 하려고 했다. 그러 나 그런 그들에게 할 수 있도록 남겨진 일은 이미 전부 한 뒤였다. ' 사람들에게 말은 그럴싸하게 했지만 당신이란 존재의 느낌. 느껴지고 있 어요. 분명히 이틀 뒤에 도착할 거에요. 그 때...난.. ' 마음속으로 거기까지 중얼거린 에딘은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가렸던 손을 뗐다. 그곳에는 손을 덮기 전까지 머물던 미소가 그대로 재생되어 있었다. 기사들은 뭔가 어색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외면해 주었다. 에딘에게 맞겨진 일들과 믿음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마음의 무게. 그것은 에딘의 나이에 비해 너무 무거웠다. =-=-=-=-=-=-=-=-=-=-=-=-=-=-=-=-=-=-= " 이리아~ " " 응? " " 리아..라고 부르는게 좋겠어. " " 뭘? " " 네 애칭. "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방긋 웃었다. 이리아는 너무나 순수해 보이는 그녀 의 얼굴에 무심코 대답했다. " 으응. 그래.. " " 애칭 정도는 있어야 하잖아? 원래는 애인이 만들어 주는 건데... 음... 나중에 애인이 생기면 미안하겠는데. " 그리고 그녀는 또다시 그녀만의 생각의 나래를 펼쳤다. 약간 이상하게 느 껴져도 그것은 그녀만의 장점이기도 했다. 가만히 지켜 보고만 있어도 편했 다.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그녀는 문득 이리아의 한숨 어린 시선을 느꼈는 지 고개를 홱 돌리며 말했다. " 아, 이런 건 어때? 이리아도 내 애칭을 지어주는 거야. " " 넌 애인이 있잖아. " " ...그이는 장난스럽기는 해도 그런 면은 둔해. 생일 때 도둑 키스를 해 서 쫓아가면 꽃을 한아름 안겨 주는 거나, 사람들 앞에서 온갖 폼은 다 잡고서 애교 어린 목소리로 멀리 있는 날 부르는 거나.. 그런 게 다야. " ' 그 정도면 됐지.. ' 이리아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세상에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정도 로 강한 마음을 가지고 대담한 일을 하는 사람은 적다. 이미 그것을 알고 있 는 이리아였기에 그런 말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것을 그녀에게 말할 수는 없 었으므로 이리아는 대화의 원점으로 돌아갔다. " 알았어. 애칭을 지어주면 되는 거지? " " 그래. " 그녀의 대답에 이리아는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평민이면서 깨 끗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그녀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성숙한 여인의 이미지와 잘 맞는 여자였다. 그러나 이리아로서는 애칭 같은 것을 지을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결 국 이리아는 자신의 애칭을 떠올리고는 대답했다. " 리엘. " " 어? 리엘? " " 됐지? " " ...치사해. 이름의 끝만 따오고. " " 어허! 그쪽이 먼저 그랬잖아. " " 헤헤. 들켰네. " 그녀는 혀를 내밀며 밝게 웃었다. 이리아는 앞머리 끝을 잡아 돌돌 손가락 에 말며 말했다. " 그래도 좋은 애칭이잖아. 이리아와 리아. 시리엘과 리엘. " " 고마워. 넌 좋은 친구야. " " ...그렇지 않을 지도.. " " 아니. 넌 착한 사람이야. " =-=-=-=-=-=-=-=-=-=-=-=-=-=-=-=-=-=-= ' 결국 넌 틀렸어. 난 착하지 않고... ' 이리아는 잠에서 깨어 눈을 뜨고 굳은 얼굴로 잠들은 맞은 편의 레피드를 보았다. 그가 영주이자 헤로딘 제 1기사라는 이름을 등지고 이렇게 맨바닥에 앉아 나무에 기대어 잘 이유는 없었다. 하나 둘 인연의 사슬이 엮어져 그를 이렇게 만든 것... 결론적으로 시리엘을 알고 있는, 시리엘과 함께 살았고, 시리엘의 모든 것을 받아들인 이리아란 존재 때문이었다. 어째서 '그날' '그런 일'이 있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왜 그 뒤로는 잠잠해 졌는지, 짐작도 불가능 했다. ' 역시 불완전한 실패작이어서 그랬나..? 훗훗- ' 이리아는 속으로 슬픈 웃음을 지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 문득 다시 에딘의 얼굴이 떠올랐다. 처음 만나는 날, 순진하게 웃으며 분수대에서 말하던..아 니, 그전에 흠씬 두들겨 맞은 자신을 냉정한 마스터의 동의를 받아 구해주던 그때의 에딘. 이유 없이 편안하고 인상깊게 남은 그때의 그가 떠올랐다. 과거에 얽매이는 것이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풍족함과 안락함, 과학의 발달로 이루어진 문명의 이기를 즐기며 사는 사 람과 낮에 밖을 다닐 수도 없고 가축보다 못하게 길러지는 존재가 모순되게 사는 이 세상의 다른 존재로서 다른 자들보다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저 보통 사람들, 아무런 걱정이 없는, 글에서나 나오는 평민과 같 은 삶을 살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랑이란 감정을 나누고 싶은 사람과 함께. ' 그래도...결국은 그것도 사치겠지? ' 이리아는 그렇게 읊조리며 잠을 청했다. 쫓아올 병사도 줄고, 이제 온다면 세레스 정규군, 룬 나이트와 그 기사단 일 테니 잔재주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본능에 몸을 맞기고 다시 괴물 로 돌아가는 결론이 기다린다. 그래도 한 가닥 희망... 누군가 그 전에 도와 주길 빌며.. 잠은 서서히 이리아의 몸을 안아주었다. < 계속 > -+-+-+-+-+-+-+-+-+-+-+-+-+-+-+-+-+-+- [ 지겹다?? ] 네, 지겨운 감이 상당합니다. --; 상당한 피로와 정신적 부담, 거듭되는 자신감 상실 등이 이유라면 이유겠지 요.(지극히 개인적인 일들입니다.) 어서 끝내고 시원시원한 스타일의 글이나 쓰고 싶습니다. 이번 글 실패의 주 요인은 너무 심각하게 나가려고 한 것이기에.. - Ipria Ps. 이래서 인간에게는 각자 그릇이란 것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싫어합니다. 『SF & FANTASY (go SF)』 59576번 제 목:<이리아> ▣ 7. 삶과 죽음 ▣ -72-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2/04 17:46 읽음:310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삶과 죽음. 그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 이리아 ] ΙΥΙΑ 제 7장. 삶과 죽음. <72> ----------------------------------------------------------------------- " 세일리...그녀는 우연히 만난 여자였습니다. 과거는 묻지 않았지만..몰 락 귀족 가문의 후손이 틀림없을 겁니다. 평민처럼 하고 있어도 그것쯤 은 쉽게 눈치 챌 수 있으니까요. " 레피드는 잠시 거기서 말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이리아 덕분에 추격대의 위협을 멀리하게 됐고 피로를 풀어 몸을 약간이나마 회복한 상태였기 때문에 많은 말은 아니더라도 자기 이야기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의 휴식에 이리 아는 가만히 턱을 괸 채로 치마를 추스렸다. 그런대로 수수했던 치마는 붕대 대신 찢어 쓰고, 숲 속을 헤치고 다닌 덕 택에 엉망이 되어 보기 흉하게 변해 있었다. 치마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옷 이란 결론이 더욱 굳어진 상황이었지만 지금 문제는 옷차림 같은 것이 아니 었다. 레피드의 과거는 이리아의 생각과 별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레피드는 이리아가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고 과거와 깊은 연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 르고 있었다. 그래서 이리아의 씁쓸한 눈빛을 눈치채지 못했다. " 아마 원망하고 있을 겁니다. 홀로 남겨 두고 레이디와 나와 버렸으니.. 사실은...좋아합니다. 솔직히 저도 왜 레이디와 이런 여행을 하고 있는 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단지 옛날,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여자와 비 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럴 리가 없는데... " 거기까지 말했을 때 이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더 이상 듣고 있기 가 불편한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곧이어 미세하게 울리는 땅의 진동은 레 피드의 몸도 일어나게 만들었다. 레피드는 이리아와 함께 나무들 사이로 펼 쳐진 대로 끝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먼지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 었다. 상당한 병력이 전속력으로 추격해 오고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레피드는 즉시 짧게 휘파람을 불어 말을 부르며 이리아의 팔을 잡았다. " 무리는 하지 마십시오. 왜 그렇게 무리를 하는지... 저로서는 알 수 없 지만 당신을 지키는 것이 제게 남은 마지막 의무 같습니다. " ' 당신 답지 않군. 시리엘의 남자... ' 이리아는 약간 눈가를 찌푸리며 레피드를 따랐다. 그녀의 기억 속의 레피 드는 장난기 많고 급진적이며 다혈적인 성격으로 실력도 갖춘 기사였다. 하 지만 지금의 레피드는 무엇인가에 얽매여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새장 속의 새처럼 보였다. 그것도 창살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는 멍청한 새처럼. " 한 번 제게 주어진 운을 믿어 볼까요- " 레피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말을 대로로 가게 했다. 그리고 길게 펼쳐진 길을 바라보고 말고삐를 쥐었다. 세레스의 추격 후속 부대가 어떠리라는 생 각은 이리아와 똑같았다. 그러므로... " 전속력으로 갑니다. 꽉 잡으세요! 제 이름을 걸고 레이디를 지킵니다. " =-=-=-=-=-=-=-=-=-=-=-=-=-=-=-=-=-=-= 같은 시각. " 가야...해.. " 페릭은 간신히 입을 열어 그 말을 뱉은 뒤 다시 뒤로 쓰러졌다. 그와 함께 그가 몸을 눕힌 흰색 침대보에는 붉은 반점이 흩뿌려졌다. 즉시 세 명의 기 사가 페릭의 곁으로 달려와 페릭의 몸을 눌렀다. 페릭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 했다. " 비켜라. " " 이렇게 격하게 움직이시면 상처가... " " 비키라고 했다. " 페릭의 그 한 마디가 새어 나오자 페릭의 오른쪽 어깨를 누르고 있던 기사 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페릭은 오른손으로 그의 손목을 잡아 비틀며 허전해 진 왼팔을 돌아보았다. 깨끗하게 잘려져 나간 그곳은 출혈을 막기 위해 불로 지져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더구나 방금 전의 움직임으로 뼈가 피부를 뚫 었는지 다시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뒷골을 저리게 만들 정도의 통증이 온 몸을 짖눌렀지만 페릭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페릭은 가늘게 눈을 뜨고 왼쪽 어깨를 누르는 기사의 눈을 노려보며 물었다. " 내가 살아 있는 것을 보니...이겼겠지? " " ....남아 있던 기사단의 1/3 손실. 병사의 절반을 잃었습니다. 지휘관을 잃은 양쪽 모두 난전을 펼쳤고, 이노네스는...후퇴했습니다. " " 후퇴? " 페릭의 되물음에 모두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막대한 희생을 치루 고도 얻어 낸 것은 기약 없는 휴식뿐이었다. 페릭은 잠시 깊게 숨을 몰아쉬 고 오른손에 쥐고 있던 기사의 팔목을 놓은 후 몸에서 힘을 빼며 말을 이었 다. " 지금 당장 돌아간다. 결과야 어찌됐건 그 사실은 변함없다. 이제는 헤로 딘과 싸워야 한다. " 힘은 빠졌지만 변함없는 페릭의 말에 기사들은 고개를 숙였다. 현재로서는 페릭의 상태나 죽은 사람들의 뒷처리보다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헤로딘 장로 원과의 싸움이 중요했다. 그들은 페릭의 말을 수긍하고 페릭의 몸에서 손을 떼었다. 페릭은 그들을 향해 유언처럼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 난...지금까지 단 두 여자를 사랑했다. 첫 번째 여자는..레피드 형의 모 든 것이었던 시리엘 님과.. 지금 세이라 님의 곁에 계신 세일리 님이다. 첫사랑은 어이 없게 음모에 휩쓸려 내 인생을 뒷세계로 빠지게 했다. 그 리고 두 번째 사랑은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못한 채 또다시 음 모에 의해 사라지려고 한다. 난 나를 위해 싸운다. " " 페릭 님. 그런 말씀은... " "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 만약. 모든 것이 무(無)로 돌아갈 시에는 너 희들이 레피드 기사단의 뜻을 이어라. 무조건 살아남아야 한다. 마스터 에딘과 함께한 기사들도 나와 똑같은 말을 듣게 될 것이다. 당장의 일을 보지 말고 미래를 보아라. 헤로딘의 미래는 없다. " 그리고 페릭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기사들은 방금 전과 반대로 페릭이 몸을 일으키는 것을 도왔다. 페릭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 의 모두는 페릭의 뜻을 느끼고 있었다. 이노네스와의 싸움은 시작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또한 불패의 레피드 기사단이 자신들로 이어질 것이란 사실을... " 가자. 모두가 기다린다. " 페릭은 레피드 기사단 기사들의 전투복을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어깨 위에 걸친 뒤 막사를 나섰다. 이곳에 도착할 때와 똑같이 번져 나가는 석양이 눈 부시게 서쪽 하늘에 펼쳐지고 있었다. 어느새 막사 안의 상황을 눈치 챘는지 많은 병사들이 막사를 에워싸고 있었다. 페릭은 어깨를 펴고 모두를 둘러 보 았다. " 돌아간다. 모두가 있는 곳으로. 레피드 기사단의 일원으로 우리의 정신 을 보여주는 것이다. 불패의 전설을...잇는다. " =-=-=-=-=-=-=-=-=-=-=-=-=-=-=-=-=-=-= " 위험하겠죠? " " 당연. " 세일리는 짤막하게 대답하고 창틀에 팔을 얹었다. 순백의 로브에 거뭇거뭇 한 때가 묻었지만 지금의 그녀는 그것에 신경을 쓸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았 다. 그녀의 시야에는 석양을 끼고 멀리서 서서히 밀려 들어오고 있는 헤로딘 궁정 기사단이 비치고 있었다. 전력상 도망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지만 도망칠 수도 없다는 것을 이용 하는 움직임이었다. 어떻게 보면 지난 번 제 3 왕자의 죽음은 처음부터 예견 되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강국 속에 있는 헤로딘이 레피드 기사단으로 만 지켜지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 착각을 부수려는 의도일 지도 모릅니다. " " 너무 부각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의의 대상이니까 그렇겠군요. " " 결국 희생양인 셈...영지민들만 죽음으로 몰고 있으니.. " " 여기가 무너지면 아마도 헤로딘은 사라질 거예요. 저수지를 만들자고 호 수를 망가트리는 어리석음이지만 그것을 그들이 알 리가 없잖아요. " " 그렇죠. " 세일리는 그렇게 대답하며 곁에 와 있는 여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짧게 깎은 머리카락이 묘한 매력을 띠는.. 세이라가 쓴웃음으로 세일리를 돌아보 았다. " 전멸...이겠지? " " 응. " " 레피드..페릭이 있어도 겠지? " " ...응.. " 그것을 끝으로 세일리의 손은 세이라의 머리에서 떨어졌다. 세이라는 약간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쓸어 정돈하고 첨탑에서 내려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 그런데서 그렇게 있으면...동요만 일어나요. " " 알고 있습니다. " 그리고 둘은 동시에 입술을 살짝 물었다. 첨탑을 감싸는 석양은 더 이상 즐길 수 있는 것이 될 수 없었다.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기적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는 것뿐이었다. 수적 열세를 단번에 바꿀 만한 마법사라도 나타나길 바라는 것처럼... < 계속 > -+-+-+-+-+-+-+-+-+-+-+-+-+-+-+-+-+-+- [ --; 죄송..짧군요. ] 음...판동에 올려 놓은 첫 번째 모음집이 다운 수 200을 넘겼더군요. 하지 만 연재물의 조회수는 엉망이니, 역시 실망의 작품이라고나 할까요? ^^;;; 다음 모음집은 잡담 삭제와 약간의 수정을 거쳐 8장 종결 후 올라 갑니다. 올해 안으로 완결을 목표하고 있으니 어서 빨리빨리 써야 겠죠? 잡담은 여기서 끝냅니다~~~! ^^ 다음 편에서 뵈요~~ - Ipria Ps1. 세일리와 세이라의 관계는...상상하신게 맞습니다. ^^;; 곧 나오죠. 7장 끝에.(과연 7장에선 얼마나 죽을까...) 『SF & FANTASY (go SF)』 59787번 제 목:<이리아> ▣ 7. 삶과 죽음 ▣ -73-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2/06 00:42 읽음:304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삶과 죽음. 그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 이리아 ] ΙΥΙΑ 제 7장. 삶과 죽음. <73> ----------------------------------------------------------------------- " 헤로딘의 기사, 레피드! 당신을 죽이겠소! " 뒤에서부터 들려 오는 소리에 레피드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살짝 뒤를 돌아 보았다. 체력의 저하로 말의 속력이 줄어드는 바람에 그들과의 거리가 가까 워진 상황이었다. 그런데 추격대의 대장이라는 자의 외침은 약간 모자른 듯 한 말이었고, 레피드의 생각대로 그들은 세레스의 룬 나이트 기사단에 포함 된 병사가 아니었다. 국경 수비대일까? 어설픈 갑옷의 모양새가 눈에 띄었다. 단지 숫자만 많았다. 이리아도 레피드와 똑같은 생각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뒤쫓아온 추격대 내에서 룬 나이트 기사단의 자취를 찾을 수가 없었다. 마법사 한 명을 죽인 것에 따른 파급효과치고는 이상했다. 이리아는 약간 그들의 동향에 대해 사 고를 확장시키려고 했다. 그 때 레피드가 버럭 외쳤다. " 웃기지 마라! 너희 따위에게 죽을 내가 아니다! 마른하늘의 날벼락 맞을 놈들. 나하고 여자 하나 때문에 그따위로 애들을 끌고 와? " ' 하하! 그래...이거야. ' 레피드의 호탕한 말에 이리아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시리엘의 그 당시 마 음이 그대로 가슴 깊은 곳에서 전해져 오기 시작했다. 상대를 도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켜 주기 위해 애쓰는 레피드의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평소에 듬직한 모습을 억지로 유지하던 때와 다른 느낌이었다. 가장 자신다운 것이 가장 멋있는 것처럼... 레피드에게 지금의 모습이 제일 어울렸다. " 아케르트! " " 너네 화살을 맞을 정도면 내가 질풍일 소냐! 성기사의 나라라고 화살도 신의 의지인가 보지? " 동시에 뒤에서는 말발굽 소리와 다른, 활만의 특유한 활시위 소리가 들려 왔다. 레피드는 다리의 상처를 손으로 세게 친 후 이를 악물며 말에 박차를 가했다. 그와 함께 레피드의 말은 그때까지 내던 속도의 두 배 이상을 내기 시작했다. 뒤쫓던 추격대 병사들은 갑자기 빨라진 레피드의 말에 혀를 두르 며 자신들의 말도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레피드의 모습은 점점 멀어져만 갔 다. 화살을 쏘기 위해 속도를 늦추면 절대로 뒤쫓는 다는 것을 생각할 수 없 을 듯한 속도였다. " 어떻게 저렇게... " " 이것이 헤로딘 최고... 로라시아 최고란 질풍의 레피드인가... " 그들은 멀어지는 거리가 점점 길어져 가는 레피드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렇 게 중얼거렸다. 그들로서는 왜 레피드가 처음부터 그렇게 도망치지 않았는지 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오직 레피드를 쫓아가, 레피드를 없애지 않으면 세레스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만이 레피드의 뒤를 따라가게 만들고 있었다. " 크윽...지겨운 놈들.. " 레피드의 신경질 어린 한 마디 말처럼 그들은 포기를 몰랐다. 어느새 레피 드의 다리는 축축히 젖어 들고 있었다. 방금 전의 일로 상처가 다시 터진 것 이 분명했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을 때, 다리에서 저절로 힘 이 빠져나갔다. 레피드의 말은 점점 속도가 줄어 들었다. 황급히 몸을 추스르려고 했지만 무너지기 시작한 몸의 균형은 레피드의 몸 을 무겁게 만들었다. 정신력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차라리 뒤쫓아 오는 추격대와 정면으로 부딪혀 속 시원하게 싸우고 싶은 마음도 가볍게 일 었다. 퉁. 퉁. 경쾌한 파공음이 들려왔다. 아케르트가 거리를 재고 화살을 쏜 것이 틀림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화살은 도달하지 않았다. 레피드는 그제서야 등뒤의 이리아를 인식하고는 희미한 미소와 함께 다시 한 번 몸에 힘을 주었 다. 혼자가 아닌 것이다. 뒤를 받쳐 주는 사람이 있고, 믿을 수 사람이 있기 에.. " 이얍!!!! " 기합을 넣으며 레피드는 손과 발이 마비되는 것을 참고 말을 달렸다. 또다 시 추격대와 레피드 사이의 거리는 멀어져 갔다. 이리아는 한 손으로 레피드 의 허리를 안은 채 뒤쫓아오는 추격대를 바라보며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 이것이...네가 선택한 사람이야..리엘. ' 레피드가 인간으로서 한계의 다다른 힘을 뽑아 내고 있는 것이 느껴져 왔 다. 그러나 그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이란 한계를 넘 어도 신이 될 수 없는 것처럼...레피드는 곧 지칠 것이다. 그리고 추격대에 게 잡힐 것이다. 변할 수 없는 결론이었다. ' ...미안. 이제는 어쩔 수 없겠어.. ' 잠시 후, 이리아는 말의 속도가 주춤거리는 것을 느끼고 레피드의 허리를 안고 있던 손을 놓았다. 치마가 펄럭이며 이리아의 몸은 가볍게 땅으로 떨어 져 갔다. 이리아는 눈을 감으며 온몸을 바람으로 감쌌다. 치마단이 날카롭게 서며 이리아의 몸은 땅에 닿기도 전에 공이 튕기듯 다 시 허공으로 튀었다. 눈을 감은 이리아의 감각에는 당황한 추격대 병사들의 반응이 전해져 왔다. 이리아는 두 손을 모아 바람을 이끌며 땅으로 착지했다. 그리고 바람으로 앞을 갈랐다. [ 샤악-!! ] 날카로운 파공음이 이리아에게서 뻗어져 나갔다. 추격대 병사들은 즉시 옆 으로 산개해 이리아의 바람을 피하려고 했지만 그들의 움직임보다 바람은 빨 랐다. 그들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잘려 나갔다. 말을 달리던 상태 그대로 얼마 가지 않아 앞으로 고꾸라지는 병사가 부지 기수였다. 바람의 주위에 있던 병사들도 그것이 쓸고 지나간 여파를 이기지 못해 말과 함께 옆으로 쓰러졌다. 이리아는 활짝 양팔을 벌리고는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 그리고 그끝에도 바람의 칼날을 세웠다. " 레이디!! " 레피드의 당황한 목소리가 그제서야 들려왔다. 고통으로 인해 이리아가 떨 어진 것도 모르고 있다가 강렬한 파공음으로 눈치 챈 것이다. 이리아는 쓴웃 음과 함께 손을 힘차게 내저었다. 바람은 이리아의 손끝을 따라 병사들을 휩 쓸어 갔다. < 이리아!! > ...환청? < 당신에게 이런 일을 시킬 수 없어!! > 이리아는 갑작스레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황급히 눈을 떴다. 병사 들을 휩쓸려던 바람은 온데간데 없이 산들바람이 되어 병사들의 머리를 흩날 렸다. 이리아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주위를 돌아보았다. 앞에는 바람에 의해 엉망진창이 된 추격대 병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 리고 뒤에는 레피드가 다시 말을 돌려 돌아오고 있었다. 아무 곳에도 목소리 의 주인은 없었다. 그러나 환청은 아니었다. ' 도대체 어디서....에딘... ' " 작렬하는 화염이여!! " 힘이 가득 들은 목소리가 땅으로 꽂혀 내려왔다. 이리아는 아연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동시에 하늘에서는 화염 덩어리가 쏟아 져 내렸다. 쿠웅....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은 둔탁한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졌다. 아니, 이리아 의 옆에 아슬아슬하게 착지했다. 땅이 패이고 갑옷이 우그러들며 길다란 머 리띠가 어지러이 춤을 추었다. 순백의 갑옷과 대조되는 선명한 흑발과 검정 색 눈동자... 그는 부드러운 얼굴을 지으며 말했다. " 이리아... 괜찮아요? " " ...에....딘....? " " ..저에요. 에딘.. 당신의 수호 기사.. " 에딘의 눈동자에는 잔잔한 물기가 흘렀다. 에딘은 즉시 이리아의 앞에 무 릎을 꿇었다. " 이터널 레이디..이리아. 당신을 구하러 이제야 왔습니다. " " 일어서.. " 이리아는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 에딘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살짝 고개를 들었다. 이리아는 에딘의 얼굴을 노려보며 손을 들었다. 그리고 힘껏 에딘의 뺨을 쳤다. [ 짝- ] 하지만 에딘은 웃는 얼굴로 다시 고개를 들고 이리아를 바라보았다. 이리 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작게 말했다. " ...걱정..했잖아. " " 미안해요. 모두 제 잘못이에요. " 그 대답과 함께 작게 움츠러들었던 이리아의 어깨가 들썩이며 약간의 울음 이 새어 나왔다. 에딘은 그녀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허리 뒤에 매 인 검끝을 매만지며 나지막이 물었다. " 검...아니면 마법? " " ..마법. " " 대가를 치러야겠죠. 대가를... " 동시에 에딘의 손에서는 화염이 피어올랐다. 그것은 곧이어 길게 막대 형 태로 바뀌어 갔다. 에딘은 가볍게 그것을 들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병사들이 있는 곳을 향해 던졌다. 그리고 강렬한 폭발이 이어졌다. =-=-=-=-=-=-=-=-=-=-=-=-=-=-=-=-=-=-= " 이런 모습... 어울리나요? " " 어울려. " 에딘은 조심스럽게 갑옷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이리아에게 물었 다. 의외로 이리아는 주저함도 없이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허전한 에딘의 손 을 잡았다. 에딘은 쑥스러운 듯이 이리아를 보았지만 무덤덤한 이리아의 표 정에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는 허리에 매고 있던 검을 풀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리아에게 건넸다. " 돌려줄게요. " " ...그래도 돼? " " 다시 말할까요? " 이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딘은 즉시 어깨를 펴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 당신의 기사, 에딘. 다녀왔습니다!! " " 잘 돌아왔어... " 그런데 이리아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에딘을 보며 그렇게 대답했고, 에딘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대답이...방금 전하고.. " " 시끄러.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 말하고도 역시 쑥스러운지 이리아는 퉁명스럽게 말을 뱉으며 기사단을 따 라 천천히 매복하고 있던 곳으로 향하는 레피드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리아 가 에딘을 만난 후, 입을 열은 것에 충격을 먹었는지 아무말도 하지 않다가 에딘을 쫓아온 기사단과 어울려 상처 치료를 위해 돌아가고 있었다. 에딘은 말을 타는 대신 이리아와 걷는 것을 선택해 걷고 있었지만 에딘의 뒤에도 기 사단은 따랐다. 한동안 불가항력으로 작용하던, 목소리를 잠기게 하던 힘은 완전히 사라져 이리아의 목소리는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아니, 좀 더 여자답게, 고우면 서 가늘고 미성의 목소리로 돌아와 있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은 이유는 에딘의 생사와 관련이 있었는지 모른다. 설마 설마 라고 생각하면서도 현실을 보지 못한 이상 정신적인 충격은 가 시질 못했고, 그것이 이리아의 정신을 누르고 있다가 에딘의 모습이 현실로 다가오자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다. 이리아는 지금까지 일들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어느새 길게 자 란 에딘의 머리카락을 발견하고는 힐끔 에딘의 전신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 많이 변했어..남자다워졌다고 할까.. " " 이리아도 변했어요. 제게 마음을 열고서 미소지어 주고 있잖아요? " " 에? 내가? " " 예. 지금도 미소짓고 있어요. 무엇이 좋은지.. 편안한...아름다운 미소 예요. " 에딘은 이리아와 눈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순간 이리아는 얼굴에 피 가 몰리는 것을 느끼고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름답다는 에딘의 말이 머리 속에서 계속 울렸다. 주위를 호위하며 따라오는 기사들의 따가운 시선보다 에딘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이리아는 자신의 변화를 단정짓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동 안 무의식 속에 발현되었던 표정 중 한 가지를 꺼냈다. " 네 덕분이야. 감정이 돌아오고 있어. " 진심으로 올라오는 행복함... 이리아는 방긋 미소지었다.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이제는... < 계속 > -+-+-+-+-+-+-+-+-+-+-+-+-+-+-+-+-+-+- [ 드디어 재회 입니다. ^^;; ] 에딘의 살육전은 뺐습니다.(그쯤에서 장면을 넘기자는 잠정적 결론이었습니 다. 에딘이 사람 죽이는 것은 웬지 꺼림칙.. ^^;;) 이제 이리아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모든 비밀의 열쇠는 에딘이 쥐고 있으 므로 에딘의 비중이 줄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큰 활동(?)은 없을 듯... 그럼 이제 전쟁의 종국으로 갈까요? 이번 7장은 페릭 이제스에게 바칩니다.(제가 만든 엑스트라 캐러 중에 이트 다음으로 가장 애착이 갑니다. 주연급으로 만들어 주고 싶어요~~ ^^*) - Ipria 『SF & FANTASY (go SF)』 59788번 제 목:<이리아> ▣ 7. 삶과 죽음 ▣ -74-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2/06 00:43 읽음:303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삶과 죽음. 그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 이리아 ] ΙΥΙΑ 제 7장. 삶과 죽음. <74> ----------------------------------------------------------------------- " 레피드. 이제 모든 것은 당신의 뜻에 달렸습니다. 기사단에서 당신의 대 리였던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 에딘은 비어 있는 천막로 향하는 레피드의 등뒤에 조용히 말했다. 레피드 는 손을 들어 간단하게 이해했다는 뜻을 내비쳤다. 에딘은 이리아의 손을 잡 고 자신의 천막으로 향했다. 숲안, 나무와 나무 사이의 작은 공간을 수풀로 가리고 설치한 천막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다른 곳들은 되도록 많은 인 원을 수용하게 되어 있었지만 에딘과 레피드의 천막만은 개인적인 특성상 혼 자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 많은 말은 하지 않을 게요. 피곤하죠? " " 나 역시 많은 말을 할 생각 없어. 그리고 피곤해. " " 잠깐이라도 푹 쉬어요. 곁에 있을 테니. " " 누가 너 따위를 믿을 까봐? " " 믿잖아요. " 에딘은 싱글벙글한 얼굴로 그렇게 말한 뒤 천막 입구를 젖혔다. 천막은 맨 바닥 위에 두텁게 천을 깔아 만든, 간이 잠자리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잠을 자는 것 이외에는 햇빛을 차단하고 밤에 달빛에 반사되는 인광(人光)을 막기 위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 주인님? " " ..누구지..? " " 아- 그게...그러니까... " 동시에 에딘은 두 여자의 따가운 눈빛을 받았다. 천막 안에는 리에르가 이 리아와 에딘을 번갈아 보았다. 리에르의 손에 들린 옷가지는 에딘의 것이 틀 림없었다. 이리아의 눈도 리에로와 에딘을 번갈아 보았다. 에딘은 난처한 얼 굴로 한참 동안 입구에 서 있다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 저쪽은 제 노예... 리에르. 일이 있어서 제가 데리고 있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이쪽은 이리아. 제 이터널 레이디...죠. " " 지금까지 같이 다녔나? " " 뭐, 그렇죠. " " ....그래. " 이리아는 짤막하게 말을 끊은 뒤 에딘의 손을 놓고 몸을 돌렸다. 얼굴에는 실망의 빛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에딘은 황급히 이리아의 어깨를 잡으 며 물었다. " 어디로 가려고 하는 거죠? " " 다른 곳. 최소한 혼자 있을 수 있는 곳. " " 하지만 그런 곳은 없을 걸요? " 이리아는 느긋한 에딘의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것을 보려고 했던 것 이 아니었다. 이리아는 에딘의 손을 억지로 뿌리치기 위해 어깨를 비틀려고 했다. 그 때 에딘의 손이 달아 올랐다. 마법을 쓰는 것처럼 뜨겁게. " 유치하게 이러지 말아요. 이제 당신을 놓치지 않습니다. 그 날 이후 내 가 변화를 받아 들인 이유를...그 날 그 때 이후로 난 당신이 알고 있는 에딘과 다릅니다. " " 너 답지 않아. " " 저 다운게 뭐죠? 당신은 알고 있습니까? " 순간 이리아는 고개를 돌려 에딘의 얼굴을 보았다. 에딘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다. 평소의 미소따위는 얼굴에 발랐던 화장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문득 이리아는 오래전 에딘이 스스로 했던 말을 떠올렸다. 살아 있는 존재는 죽일 수 없다는... 리에르는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공기에 일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에딘의 진지한 모습은 트스테드의 방으로 쳐들어 올 때와 똑같았다. 과거의 일과 현재의 일을 겹치게 하고 그것에 의해 분노와 힘을 증폭시키는, 약간의 착란 현상에 따른 에딘의 진지한 모습은 절대로 좋은 것이 아니었다. 리에르로서는 이리아가 누군지 전혀 눈치 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몸의 감 각은 에딘과 똑같은 존재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고, 기사들도 제대로 받아 내지 못하는 에딘의 화난 눈빛을 그대로 누르는 듯한 이리아는 최소한 에딘 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리에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조용히 말 했다. " 결국 제가 방해이군요. 죄송합니다. 제 주제에... " " 그래. 알면 다행이군. " " 이리아! " " 쳇... 그래. 난 네가 누구인지, 네 실체도 몰라. 그리고 저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 됐어? 지겨운 녀석. " 이리아는 신경질적으로 입에 걸리는 데로 말을 내뱉은 후 천막 안으로 들 어 왔다. 그리고 걸치고 있던 지저분한 옷을 벗어 던지고 이불 속으로 들어 갔다. 속옷만 걸치고 있어 찬기운이 상당했지만 이리아는 신경 쓰지 않았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화를 낼 이유는 전혀 없었다. 에딘은 에딘. 리에르는 리에르. 나는 나. 에딘은 이리아의 마음을 대충 눈치 채고 리에르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 이고는 그대로 천막에서 나갔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이 구분되어 있는 이 상,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레피드의 천막으로 향했다. 에딘이 떠나고 난 천막 안에는 약간 껄끄러운 공기가 흘렀다. 리에르는 등 을 돌리고 누워 있는 이리아의 어깨 아래를 바라보며 이불을 제대로 덮어 주 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 때 이리아가 나지막이 말했다. " 내 몸에 손대지마. 죽을 수도 있어. " " 죄, 죄송합니다. " " ...리에르라고 했지? " " 예. " 리에르는 퉁명스럽고 강압적인 이리아의 반응에 자연스럽게 몸을 움츠리고 이리아의 등뒤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리아는 진정이 되지 않는지 몸을 일 으켜 리에르를 향해 몸을 돌리고 리에르의 눈을 응시했다. 동시에 리에르는 자신의 모든 것을 뚫어 보는 듯한 이리아의 눈빛에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었 다. 이리아는 차갑게 물었다. " 네 과거에 대해서는 아무말 하지 않겠어. 어차피 나, 에딘.. 둘 모두 과 거에 대해서 묻지 않고, 이야기도 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무슨 뜻으로 에딘의 곁에 있는 거지? " " 좋은 주인님.. 이시기에 그 분의 뜻에 따라 모시고 있을 뿐입니다. " " 정말인가? " " 그리고 이미 거절도 당했습니다. 몸과 마음...두 번 모두.. 그 분은 부 드러운 것 같으면서도 잔인합니다. 절대로 그 분이 정한 사람 이외에는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 이리아는 리에르의 말에 눈가를 찌푸렸다. 몸과 마음... 그 두 번을 시도 했다는 것 자체도 문제였지만 그것을 거절했다는 에딘도 믿기지 않았다. 이 리아의 비치는 리에르는... " 아름다운...노예. 그리고 순박해 보이는 주인.. 그거뿐이란 얘기인가. " " 예. " " 그래...마스터가 그 모양으로 무뚝뚝했으니 제자야 오죽하겠어. 알았어. 내 이름은 이리아. 노예에게 이런 말은 안 어울리지만, 잘 부탁한다. " " ...잘 부탁드립니다. " ' 주인님의 반려자 이시어.. ' 리에르는 속옷만 걸친, 다부진 이리아의 몸을 바라보며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부드러우면서 날카로운 핏빛 눈동자와 가늘면서도 강해 보이는 몸. 에딘과 똑같은 느낌이 있었다. 아니, 에딘보다 한층 더 감싸여진 듯한 존재처럼 보였다. 매우 얄팍하면서 벗겨지지 않는 또하나의 베일이 있는 것처럼. =-=-=-=-=-=-=-=-=-=-=-=-=-=-=-=-=-=-= " -현재 상황이 이렇습니다. " " 심각하군. 그래서..그 마스터란, 에딘의 의견은? " " 레피드 님께 맞기겠다는 뜻이었습니다. " " 무책임하군. " " 내 기사단이 아닌, 당신의 기사단이니까요. " 에딘은 천막으로 들어서며 레피드의 말을 이었다. 레피드는 노골적으로 불 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에딘을 보았다. 에딘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주위 의 기사들을 훑어 보았다. 그들은 평소와 다른 에딘의 분위기에 레피드에게 예를 표하고 천막에서 나갔다. 에딘은 그들이 모두 나간 것을 확인하고 레피 드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레피드는 다리에 붕대를 감은 채 간이 침대에 앉아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 그동안 수고하셨다는 말을 하려고 왔습니다. " " ...아니. 수고는 무슨. 난 내가 할 일을 했을 뿐.. 말도 하지 못하던 사 람이 입을 연 것에 내가 할 말은 없네. " " 페릭 님께서 제게 기사단을 맡기셨던 것은 이제 끝입니다. 고로 저 역시 이곳에 귀속될 이유가 없습니다. " " 내 생환과 레이디의 안전.. 그것으로 자네의 일은 끝이라 이건가? " " 그렇습니다. " " 훗. 알았네. " 레피드는 짧게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한 마디로 떠나겠다는 말이었다. 그 런데 에딘의 말을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 혹시..이리아와는... 아무런 일도 없었겠죠? " " 있었다면? " " .... " " 처음 이클리드의 호수에서 발견했을 때부터 그녀는 내 품안에 있었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겠지? " " 사실대로 말하는게 좋아. 난 이제 자유이거든. 지금 당장 적으로 돌아서 도..너희를 전멸시킬 수 있어. 예전의 나라면 할 수 없겠지만 지금은 가 능해. " 동시에 에딘의 손은 레피드의 다리로 옮겨갔다. 그리고 피가 배어나온 붕 대를 움켜쥐었다. 레피드는 강한 악력과 열기에 이를 악물며 에딘의 눈을 노 려보았다. 그곳에는 잔인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검은 안개만이 있을 뿐이었다. 레피드는 피부가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느끼고 신음을 삼키며 말했다. 에딘의 말은 장난이 아니었다. " 세레스에서 들은 것이 있지. 검과 마법을 함께 쓰고.. 사고로 사라져 버 린....저주 받은 케인즈 가문.. " " 그것으로 협박할 생각입니까? " " 난 자네가 케인즈 가문이라고 말한 적은 없네. " 상처가 다시 터지고 뜨겁게 달아오르는 에딘의 손에 지져지는 고통 가운데 레피드는 희미하게 웃었다. 승자의 웃음. 약점을 잡았을 때의 성취감이 여실 히 드러났다. 그러나 에딘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에딘은 잠시 레피드의 다리 와 그 곁에 놓인 피묻은 치맛단을 보고는 다리에서 손을 뗐다. " ...만약 이리아에게 손이라도 댔다는 게 밝혀지면.. 당신의 목은 내 손 에 잡힐 것입니다. 마디마디가 으스러지는 느낌을 생생히 느끼겠죠. " " 그래? 기대 되는 군. " 레피드는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을 제대로 말하지 않고 장난 스럽게 말을 마친 레피드의 입술 사이로는 작게 신음 섞인 한숨이 새어나왔 다. 상처의 통증이 통증이거니와 에딘의 말이 현실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위험한 자를 한동안 아군으로 끌어들였던 페릭의 능력도 높이 살 만했다. 레피드가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에딘이 자리에서 일 어나며 말했다. " 그리고 케인즈에 대한 일은 떠벌리든 말든 당신 마음대로 하십시오. 단, 케인즈 가문이 사라진 직후 목격자들의 말을 들어보았다면..요. 그 꼴이 여기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거든요. 하하하! " 에딘은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천막을 나섰다. 그 웃음 소리는 소름끼 칠 정도로 껄끄러웠다. 기사들에게 잠깐 들었던 에딘의 모습과 전혀 다른 모 습이었다. 침착하고 사귐성 좋으며 언제나 안심되는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 이라고 볼 수가 없었다. 지금의 에딘은 잔인하고 위압적이며 약간의 광기마 저 흐르는 자였다. 레피드는 당황한 얼굴로 천막 안에 들어서는 기사들에게 서 시선을 떼고 눈을 감았다. 잠시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았다. 에딘의 일을 제외하더라도 영지의 일, 세이라에 대한 일이 남았다. 어쩌면 운명의 장난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리아의 등장과 에딘의 등장. 그리고 동시에 펼쳐진 음모들... " 난 지금까지 도대체 뭘 한 거지...? " 한심하기 짝이 없는 물음일뿐이었다. < 계속 > -+-+-+-+-+-+-+-+-+-+-+-+-+-+-+-+-+-+- [ 질투냐, 이리아~ ] ^^; 약간 가볍게 나갔습니다. 순정이고 뭐고, 현재 이프의 상태가 헤롱헤롱, 팔딱팔딱(?) 상태여서 진지 하게 파고들 수도, 길게 써내려 가기도 어렵습니다. 음...한 80편을 넘겨야 7장이 끝날 듯 합니다. 아마 수능 성적표가 나오는 시점 쯤에 8장이 끝날 것 같습니다.(100편 정도 로.) 결국 올해 완결은 힘들 것 같군요. 무려 4달이나 연재했는데... --; 다음 편에 뵙죠. - Ipria Ps1. 감기 조심하세요~~~ Ps2. 시험 보는 학생분들도 시험 잘보시길. Ps3. 에딘의 성격과 이프의 성격.. 현재로서는 가장 똑같습니다. 리즈 이야 기 때 캐러들은 모두 제 성격의 일부분들을 확장시켜 만들었지만 에딘 만은 제 초기 캐러에다가 유서 깊은(?) 캐러였기에 마음에 드는 주력 캐러입니다. ^^ 『SF & FANTASY (go SF)』 59947번 제 목:<이리아> ▣ 7. 삶과 죽음 ▣ -75-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2/07 09:13 읽음:318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삶과 죽음. 그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 이리아 ] ΙΥΙΑ 제 7장. 삶과 죽음. <75> ----------------------------------------------------------------------- " 이리아.. " 따스하게 스며드는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은 이미 죽은 자이다. " 넌 우리들의 모든 것을 지니고 있어. 가장 불안정한 존재이자 무한한 가 능성을 지니고 있지. " 하지만 목소리만으로도 좋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유일하게 인정하는 가족이자 연인. " 그러니까...넌 꼭 살아야해. 우리들을 모두 죽이더라도 너만은 살아. 복 수 같은 것은 생각하지 말고.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면 안돼. 진실 은 언제나 곁에 있어. 어차피 네가 우리의 한계를 넘는다고 해도 창조자 에게는 어린 아기일 뿐이야. " 창조자? 이, 이건 기억의 파편이...아니다? "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기대. 그가 너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거 야. 우리들로선 그 일을 할 수가 없어. " 이봐- =-=-=-=-=-=-=-=-=-=-=-=-=-=-=-=-=-=-= " 레인!!! " 이리아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눈을 떴다. 마치 허공에 떠있듯, 모든 감각 들이 헐거워져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보고 있는 시선만큼은 느껴졌다. 천막 구석에서부터 나오는 의문의 시선. " ..악몽이라도 꾼 모양이죠? " " 으...응. 그, 그래... 악몽... " 그곳에는 에딘이 앉아 있었다. 맨바닥에 앉아 검에 기대어 있는 에딘의 눈 동자는 캄캄한 천막 안에서 미약한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갑옷을 벗은 에딘의 실루엣은 어딘가 듬직한 면과 함께 아직 어리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 다. 에딘은 완전히 잠에서 깼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찬 바닥에 오래 있었 던 듯, 에딘이 일어서자 에딘의 몸에서는 굳었던 뼈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이리아는 희미한 시야 속에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에딘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 설마 그런 자세로 잔 거야? " " 그렇죠... 신경 쓰지 말아요. " " ..신경 안써. " 퉁명스럽게 말은 했지만 자신을 위해 그곳에서 그런 자세로 잠든 에딘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사과를 하기도 마음이 내키지 않아 이리아는 화재를 바꾸 기 위해 곁에서 잠들어 있는 리에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리에르는 작은 이 불안에 이리아의 허리를 안고 잠들어 있었다. 이미 이리아가 크게 소리를 지 른 후였지만 그녀의 눈썹은 움직이지도 않았다. 무신경한 것인지, 피곤한 것 인지 알 수가 없었다. " 잘 자네.. " " 언제나 저래요. 피곤하겠죠. 아무리 제가 노예로서 다루지 않아도 주위 의 시선이 있고.. 자신의 객관적인 입장을 생각해서 모든 일을 해야하니 까 몇 배로 피곤한게 정상이에요. " " 그런데...설마 너도 나 처럼 잔 건 아니겠지? " 순간 이리아는 침구 세트가 하나 뿐임을 떠올리고 약간 화난 어조로 물었 다. 에딘은 이리아의 발치에 다가오며 대답했다. " 가끔...은 그랬지만, 그동안 제가 함께 잘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 문에 함께 잔 경우는 실제로 거의 없었어요. 대신 그녀가 밤을 샜죠. " " ...그래서 결론은 뭐야. " " 그녀는 제 사람이 아니라는 거죠. 제 소유이기는 하지만. " 그리고 에딘은 자신의 발목에서 리에르가 끼워준 팔찌를 빼냈다. 리에르가 채울 때와 달리 에딘의 손이 닿자 팔찌들의 보석들은 노골적으로 붉은 빛을 발하고는 길게 늘어나 쉽게 빠져 나왔다. 에딘은 양다리에 걸고 있던 두 개 를 모두 빼내고는 이불을 들쳤다. 이리아는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찬바람에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 " 에, 에딘!! " " ..아름답다...라고 하면 혼나겠죠? " 에딘의 어조는 부드러웠다. 솔직한 마음... 에딘은 이리아의 다리를 잡아 자신에게 당기고 살짝 입을 맞추었다. 잔 상처가 많이 생기기는 했어도 그녀 특유의 탄력과 체취가 있었다. 방금 샤워를 마친 듯한 촉촉함이 유지되는 피 부...그리고 피부 속 깊은 곳까지 배어 들어간 아이리의 향기는 아무리 호화 롭게 지내는 공주라도 해도 의지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에딘은 정성스럽게 팔찌들을 다리에 채웠다. 약간 두툼하고 헐거운 감이 있던 팔찌는 자연스럽게 조여 들어가 이리아의 발목에서 헐겁게 맞추어졌다. 아무리 험하게 움직여도 어딘가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걸린 두 개의 금속은 이리아의 다리와 잘 어울렸다. 이리아는 차갑게 발목에 와 닿던 금속이 금새 온기를 머금는 것에 이상함을 느꼈지만 자세도 자세거니와 에딘을 보기가 민망해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에딘은 이불을 덮 은 뒤 이리아의 곁으로 왔다. " 손 내밀어요. " " 왜? " " 전에 주었던 걸..가져 가려고요. " " ...그냥 가지면.. " " 안돼요. " " ...알았어. " 이상하게 화낼 수 없는 말이었다. 원래 그의 것이었고 보석마저 깨어진 이 상 에딘의 생각은 읽을 수가 없었다. 에딘은 이리아의 손목이 이불밖으로 나 오자 손가락 끝에 열기를 모아 단번에 팔찌를 끊었다. 그러자 금빛을 띄던 팔찌는 은색으로 변하여 에딘의 손에 잡혔다. 에딘은 그것을 신경질적으로 한 손으로 찌그러트리고는 주머니 속에 쑤셔 넣었다. " 저....에딘.. " " 예? " " 아니. 아니야. " 이리아는 문득 떠오른 생각을 억지로 접으며 눈을 감았다. 앞으로 남은 것은 시간이었고, 감정을 정리할 시간도 많다고 생각하며... 하지만 의문점은 머리속에서 맴돌았다. ' 라우디...그리고 네 여행... 어떻게 된 거지? ' =-=-=-=-=-=-=-=-=-=-=-=-=-=-=-=-=-=-= " 레피드 님. 세레스 군의 움직임이 잡히고 있습니다. " " 거리는? " " 해가 뜰 때쯤 맞붙을 겁니다. 어서 결정을 내리고 조취를 취해야 할 듯 합니다. " " ...치고 빠진다. 상대할 수 여유도 없거니와 궁정 기사단 일이 먼저다. 어차피 세레스도 국경을 넘은 상태로 오랫 동안 활동할 수 없을 테니. " 레피드는 빠른 지시를 내리고 기사들의 배치를 정했다. 현재 매복하고 있 다는 사실과 전부 기마대, 홀레이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염두하고 비 전투 부대의 후퇴도 미리 결정했다. 상대는 로라시아 최고라고 불리는 룬 나이트 기사단. 그들의 내실에 대해 서는 레피드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마법사인 에딘과 이리아의 능력은 계산하지 않았다. 그들이 이제 어떻게 되건, 공식적으로는 상관 없는 일이었 다. 그러나.... " 지금부터 후퇴를 개시한다. 기사단 배치는 한 시간 뒤. " 레피드는 말을 마치고 침구에서 몸을 일으켰다. 잠시 쉬었기 때문인지 다 리의 상처가 심하게 쑤셔왔지만 레피드는 이를 악물고 움직였다. 이대로 무 너지면 레피드가 아닌 것이다. 모두의 칭송을 받는 레피드가. 기사들은 서둘러 천막에서 나가 각자 맡은 바를 수행하기 위해 바쁘게 달 렸다. 철컥 거리는 금속성 파찰음이 고요한 공간 안에 시끄럽게 울렸지만 곧 있을 아수라장 보다는 조용했다. 레피드는 불현듯 세이라를 떠올리고 영주성 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캄캄한 천막 너머로 마치 그녀가 자신을 부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레피드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 간다. 레피드의 이름을 걸고 마지막으로. " =-=-=-=-=-=-=-=-=-=-=-=-=-=-=-=-=-=-= [ 쾅-!! ] [ 우르르.... ] " 피해가 심각합니다. 수도 방향 외성벽 전파. 사망자는 집계 불가능합니 다. 영지민들이 봉기하고 있지만 궁정 기사단의 마법에 몰살 당하고 있 습니다. " " ...역시 전쟁에서 쓰여서는 안되는 힘... " 세일리는 연거푸 들어오는 보고에 조용히 자신의 생각을 읊조렸다. 함정을 써먹기도 전에 멀리서 마법을 퍼부어 성벽을 부술 줄은 생각치 못한 부분이 었다. 마법사는 어디까지나 보조역이지 처음부터 정면으로 부딪히는 일은 거 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상대방은 최소한 써클 4를 넘는 궁정 마법사가 셋. 이 쪽은 써클 3을 간신히 마스터한 마법사. 더구나 세일리 자신은 마법이 약했 다. 마법을 일깨워준 스승이 마법보다는 지식 탐구에 중점을 두라는 가르침 을 남겨 그것만 충실한 탓이었다. 실전에서 세일리가 활약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 이제...어떻게... " " 중앙을 비웁니다. 주둔 기사단은 셋으로 분할. 중앙은 가만히 있고, 양 날개로 적을 밀어냅니다. 그리고 양날개는 적을 한 곳으로 다시 몰은 뒤 후퇴. 아케르트가 킨로드로 적을 사살합니다. " " 옛. " 그런데 혼란스러워하는 세일리 대신 곁에 있던 세이라가 강한 어조로 명령 을 내렸고, 보고를 가져온 기사는 그것을 외워 방에서 나섰다. 세일리는 막 연한 얼굴로 세이라를 보았다. 세이라는 고개를 돌려 세일리를 노려보며 말 했다. " 이제 시작입니다.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됩니다. 결과를 알고 있다고 해도. " " 세이라.. " " 현재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우리를 위해 죽어간 다른 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 그리고 세이라는 창문 가로 다가가 창문을 열어 젖혔다. 창밖은 어둠이 자 욱한 밤이었다. 별들이 초롱초롱하고 달이 기울어 가는...하지만 그 밤하늘 에는 불기둥이 솟구치고 있었고, 간간이 번개가 작렬하기도 했다. 건물들 사이로는 사람들이 들고 있는 횃불이 수없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 었다. 그들도 모두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을 들고 있으리라.. 가끔 그들을 지 휘하는 레피드 기사단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역부족임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멀리서부터 천천히 밀려 들어오는 헤로딘 궁정 기사단은 기분 나빴다. 음침하면서도 능글맞다고나 할까? 불길을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병사들의 모습도 멀리 보였다. 마법사 의 한계가 다다랐는지 마법의 발동 수는 눈에 띌 정도로 줄었다. 그러나 피 해는 막대했다. 과연 영지 안의 마을 중 몇 개의 마을이 전멸할 지... 시간 문제였다. " 너무 자만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우리는. 강한 자존심이 만들어낸 결과 라고도 할 수 있겠지. " " 미안... " " 과연 몇 명이나 살아 남을까... 이 전쟁에서. " " 나도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게. " 세일리는 강하게 입술을 깨물며 방을 나섰다. 세이라가 자극하고 있는 것 은 자책이었다. 다른 사람이 자책하는 모습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역으로 작 용하는 법이다. 세일리가 방을 나가자 세이라는 무표정한 얼굴로 창문을 닫 았다. 그리고 한숨과 함께 그 자리에 미끄러지듯 쓰러졌다. " 한계...에요. 레피드. 전 그렇게 강하지 않다고요... " =-=-=-=-=-=-=-=-=-=-=-=-=-=-=-=-=-=-= " 저도 참가 합니다. 룬 나이트가 온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죠. " 이리아는 다시 들려오는 에딘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에딘은 천막 입구 에 서서 기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별빛에 비친 에딘은 의외로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지금까지처럼 큰 도움은 될 수 없겠지만 성심껏 도와 드리겠습니다. " " 고맙습니다. 마스터, 에딘. " " 아니요. 그 동안 잘 대해 주신 것에 대한 보답입니다. " " ...마스터 답군요. 그 동안 즐거웠습니다. 마스터 덕분에 모두들 가족들 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습니다. " " 힘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 에딘은 가볍게 허리를 굽혀 예를 취했다. 어쩌면 정말로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기에 둘은 진지하면서도 웃는 얼굴로 서로를 배웅했다. 이리아는 그 기사의 말을 되새기며 슬그머니 눈을 감았다. ' 에딘이 에딘 다운 것...이라... '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 동안 생각하고 있던 에딘과 지금의 에딘은 확연 히 달랐다. 약한 귀공자 스타일이 어느새 강한 남자의 이미지로 변했는가 하 면, 의지하고픈 강한 의지의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비온 뒤의 땅이 더 굳는 다는 말처럼 과거의 상처를 완벽하게 딛고 일어난 사람처럼. " 둘 다 듣고 있죠. 새벽부터 전투랍니다. 지금부터 준비를 해서 즉시 움 직입니다. 이리아는 저와. 리에르는 이제 자유 입니다. " " ..주인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저 역시 암살자로서 키워진 몸입니다. " 이리아는 갑자기 호흡이 변해 입을 연 리에르의 변화에 눈을 뜨고 바로 곁 에 있는 리에르를 보게 되었다. 리에르는 시선만 에딘에게 고정시킨 채 잠에 서 완전히 깨어 있었다. 의식적으로 수면을 조절할 수 있는지, 눈동자가 살 아 있었다. 이리아는 알 수 없는 사람들만 천막 안에 있음을 깨닫고 피식 웃 음을 터트리며 이불밖으로 나왔다. " 잘 났어. 남 자는 척 하는 것도 속아주고. 많이 변했다, 에딘. " " ...전투에 나가기 직전에 말 해둘게 있어요. 이리아. " 그런데 에딘은 진지한 얼굴이 되어 천천히 이리아의 앞으로 다가와 이리아 의 어깨를 잡았다. 이리아는 속옷차림의 자신의 겉모습을 보고 있지 않은 에 딘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에딘의 눈은 현재를 보고 있지 않았다. 예 전에 어렴풋이 느꼈던...아픈 과거를 보고 있었다. " 전 원래 세레스 출신...이에요. " " .....그런데? " " 지금은 사라져 뭏側 가문의 마지막 자손이죠. " 이리아는 문득 지난 번 차례로 연결되던 키워드들을 떠올렸다. 세레스...귀족... " 원래 제 이름은 에딘 케인즈. 폐륜과 저주의 아이... 자세히 말해 케인 즈 가문의 유일한 후손이었던 제 어머니, 마리아 케인즈를 죽인 자 입니 다. 제 어머니는 제 손에 돌아가셨죠. 주제 넘치는 힘의 결과... " 그리고 에딘의 손은 이리아의 어깨에서 떨어졌다.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인가... 에딘의 의외의 발언에 놀란 이리아는 에딘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 아무리 사고라고 꾸며도 그것이 진실... 당신에게만큼은 진실을 말합니 다. 레이디..이리아. 이제 마법은 쓰지 말아요. 당신도 느끼고 있겠죠? 인간이란 그릇의 한계를 넘는 힘은 그릇에 조금씩 금을 만들어요. " < 계속 > -+-+-+-+-+-+-+-+-+-+-+-+-+-+-+-+-+-+- [ 랄라라- ] 잡담 겸 추천이 있었군요. ^^; (드디어 2개째 추천!!!!! T.T) 글 남겨 주신 pasmis 님- 고맙습니다. 제 미흡한 글에 그런 과찬을 써주시다니... 언제나 행복하시길. - Ipria Ps. 감기가 너무 심해 페이스 유지가 엉망입니다. 갑자기 한 편의 분량이 뛰지를 않나.. 하루 쉬지 않나... 들쑥날쑥해서 죄송합니다. 『SF & FANTASY (go SF)』 60065번 제 목:<이리아> ▣ 7. 삶과 죽음 ▣ -76-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2/08 10:12 읽음:318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삶과 죽음. 그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 이리아 ] ΙΥΙΑ 제 7장. 삶과 죽음. <76> ----------------------------------------------------------------------- " 온다. " 에딘은 나무 곁에 바싹 붙어 먼곳을 응시했다. 그곳에는 레피드의 자취를 찾아 조심스럽게 움직여 오고 있는 백색 갑옷의 기사들이 있었다. 갑옷 위에 흰천을 덧씌운, 성스러운 신의 의지를 받아 싸운다는 룬 나이트 기사단이었 다. 왼쪽 가슴에 화살을 재고 있는 천사의 모습을 수놓은 선두의 기사가 단 연 돋보였다. 그가 여섯 번째 룬 나이트였다. 즉시 주위 기사들의 손짓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숨가쁘게 움직였다. 별들 이 산등성이를 넘어간 상태여서 반사될 인광은 없었다. 차갑게 식은 공기에 김이 어리기도 했지만 호흡수를 줄이고 손으로 입주위를 막아 눈에 띄지 않 게 했다. 에딘은 레피드의 작전은 다시 되새겼다. 그의 작전은 룬 나이트를 통과시키고 기사단이 들어왔을 때, 그들의 허리 를 끊으며 서로 교차되어 추격대를 분할 한 뒤 곧바로 선두를 치고 후퇴한다 는, 약간 말이 되지 않는 작전이었다. 룬 나이트가 매복을 눈치채지 못할 것 이라... 에딘은 운이 따르길 빌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말을 끌고 온 이리 아와 리에르를 보았다. 둘 모두 긴장과 관계없는 얼굴들이었다. 이리아는 태연히 검을 허리에 묶 고 말의 갈기를 쓰다듬고 있었다. 에딘의 말은 이리아의 행동에 기분이 좋은 지 가만히 에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옷은 에딘이 입던 레피드 기사단 의 전투복을 약간 손본 것이었다. 에딘은 리에르에게 손짓을 하고 말에 다가 갔다. " 아마 상대방에 마법사는 없을 거야. 내가 두 번 다시 마법을 못쓰게 만 들어 버렸거든. " " 하지만 룬 나이트는 강해요. " 에딘은 작게 대답하며 말에 올랐다. 이리아는 에딘의 손이 몸에 닿자 에딘 의 가슴에 기댔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다. " 왜 갑옷을 입지 않았어? " " 싫어할 것 같아서요. 그리고 전 이제 여기 사람도 아닌 걸요. " 이리아는 그 대답에 살짝 웃음을 지었다. 지금은 예전에 알고 있던 에딘의 모습과 같았다. 신경 쓰지 않는 부분까지 염두 해주는 따스한 에딘.. 이리아 는 문득 에딘의 양팔목에 채워진 팔찌를 발견했다. 그것은 전에 에딘이 주었 던 것과 똑같은 것이었다. 불현 듯 이리아는 자신의 양발목에 차고 있는 팔 찌도 그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 에딘. 너 팔찌... " " 쉿. 나중에 얘기해요. " 하지만 에딘은 이리아의 말을 자르며 귓가에 속삭였다. 이리아는 즉시 에 딘이 보고 있던 방향을 돌아보았다. 어느새 룬 나이트는 이리아의 근처까지 다가와 있었다. 주위를 이리저리 살피는 그는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 매복 따위나 하지 말고 나와라, 레피드! 기사답게 마법사의 힘은 빌리지 말고 싸우자!! " " 당신 말이 맞군요, 이리아. " 에딘은 조용히 속삭이며 이리아의 옆머리를 넘겨주었다. 이리아가 그쪽으 로 고개를 돌리자 약간 떨어진 곳에 장난스럽게 웃음을 짓고 있는 레피드가 있었다. 도발을 전문적으로 하는 레피드로서는 우스운 일일 것이다. 아군에 마법사가 없다는 사실을 떠벌리는 것과 같은 말이니... " 너만 남고 나머지를 돌려보내면 나가지- " " 이 놈!!! " 결국 그는 자기 자신을 이기지 못해 얼굴이 시뻘개졌다. 그런 상황이니 그 가 상당수의 매복을 눈치 챌 리가 없었다. 에딘은 말고삐를 당겨 천천히 그 들의 허리 쪽으로 돌아갔다. 에딘의 생각은 한 가지 였다. 그 때 레피드의 외침이 매복되어 있는 기사들에게 울려 퍼졌다. " 돌격!! " 그와 함께 기사들은 숲 속에서부터 말을 달려 나와 추격대의 허리를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룬 나이트는 갑작스럽게 많아진 레피드 쪽 기사들을 보며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그는 바로 전에 출발한 추격대가 마법에 몰살당한 것 을 보고 마법사만 지원 나온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의 당황은 추격대 병사들의 우왕자왕으로 이어졌다. 그들은 힘차게 밀려 들어오는 레피드 기사단을 막지 못하고 차례로 쓰러져 넘어지며 말에 밟히고 창과 검에 꿰뚫렸다. 500명을 넘던 추격대의 허리가 좌우에서 밀려 들어오는 병사들에게 갈리는 것은 눈깜짝할 사이었다. 에딘은 그들의 끝을 따라 조용 히 움직였다. 비명과 신음, 함성과 도발적인 욕설들은 제대로 귀에 걸려들어 오지 않았다. 에딘은 이리아의 허리를 잡은 채 룬 나이트만을 바라보았다. " 레피드, 이 놈!! " " 룬 나이트. 너는 네 주제를 몰랐어. " 레피드는 천천히 룬 나이트 앞으로 말을 끌고 나오며 차갑게 말했다. 그의 눈에는 추격대의 허리를 끊은 뒤 교차하고 있는 기사와 병사들이 비치고 있 었다. 룬 나이트는 즉시 검을 들며 말고삐를 쥐었다. " 정식으로 대결을 신청한다!! " " 이 상황에? 당신은 졌어. " " 아니. 이미 뒤따라 세레스 군대가 올 것이다. 세레스를 치기 위해. 지금 쯤 선전 포고가 세레스 장로원으로 향하고 있을 걸? 레피드. 넌 어디서 도 살 수 없다. " 그는 당당히 외쳤다. 뒤에서 죽어 가고 있는 병사들의 비명은 들리지 않는 듯 했다. 레피드는 선전 포고란 말에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눈치 채 고 이를 갈았다. 룬 나이트가 곧바로 추격해 오지 않은 이유가 그것인 것이 다. 선전 포고가 도착함과 동시에 밀고 들어가는 것. 가장 장애가 되는 국경 지방의 레피드는 결국 처음부터 제거의 대상이었다. " 너 역시 인간. 대규묘 군대와 정면으로 충돌하면 죽는다. 아무리 반란을 성공으로 이끈 전력(前歷)이 있다고 해도 전쟁과 그것은 별개 문제. 덤 벼라. 룬 나이트의 이름으로 널 성전(聖戰)의 첫 재물로 삼겠다. " " 웃기네. 성전? 재수 없어. 사람 죽이는데 성스러운게 어딨어. " 레피드는 조소로 대답하며 검을 들었다. 원래는 이대로 후퇴하는 것이었지 만 룬 나이트 기사단 답게 전열을 정리해 기습을 막는 것도 보이고 있어 이 대로는 후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라를 대표하는 기사들의 싸움. 물러서기 도 싫었다. 레피드는 검을 옆으로 눕히며 검을 향해 속삭였다. " 지켜봐줘. 시리엘. " 그리고 두 사람은 동시에 말을 달렸다. 주저함도 없이, 두 사람의 말은 전 력으로 질주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목을 노리고 검을 뻗었다. 바람을 가르 며 흘러나오는 검끝은 매섭게 목을 갈라갔다. 레피드는 그의 공격을 읽고 검 을 기울이며 그의 검을 노렸다. [ 챙-!! ] 청명한 소리와 함께 룬 나이트의 검은 레피드의 검을 따라 바깥으로 미끄 러져 나갔다. 룬 나이트는 황급히 검을 당겼다. 그 전에 레피드는 룬 나이트 의 어깨를 찌르며 격하게 몸을 돌려 팔꿈치로 룬 나이트의 팔을 찍었다. 우 지끈, 소리가 울리며 팔을 보호하던 갑옷이 찌그러지고 뼈에 강한 충격이 전 해져 갔다. 어깨는 멀쩡했지만 어깨 보호대가 산산히 박살났고, 얼굴에는 가 느다란 상처가 생겨 있었다. 룬 나이트는 말을 멈추고 믿을 수 없다는 얼굴 로 중얼거렸다. " 어, 어떻게 내가... " " 이게 이 세계 최고의 실력이다. " 레피드는 말을 돌리며 검을 들었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 거대한 함성이 울 리며 추격대 병사들이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룬 나이트는 투구를 벗어 말 안장에 걸고 검을 왼손으로 쥐었다. 오른팔을 못쓰게 된 것이 틀림없었다. " 네 이 놈.. " " 처음으로 룬 나이트의 목숨을 빼앗을 최고의 기사. 레피드 님이시다. 멍 청이 룬 나이트. " 비아냥거림이 쉽게 흘러 나왔다. 그 때 레피드 뒤쪽의 기사들이 비명을 지 르며 말에서 떨어졌다. 룬 나이트는 그곳에 시선을 돌렸다가 놀란 눈이 되어 검을 내렸다. 기사들을 죽인 자는 유유히 말을 걷게 해 레피드의 곁으로 왔 다. " 너, 너는... " " 오랜만입니다. 5년 만인가요? " 에딘은 여느때의 미소로 그를 보았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어떻게..넌 분명히... " " 죽지 않았습니다. " " 하지만 케인즈 가(家) 영주성은 형체를 잃을 정도로 녹아 버렸고, 생존 자도 없었어! 지금은 성당 건설에 들어가 있다고. " " 그래도 결국 살아 있지 않습니까? 여섯 번째 룬 나이트. " 이리아는 크게 동요하는 룬 나이트와 여유로운 태도의 에딘을 번갈아 보고 는 에딘이 천막을 나서기 전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어머니를 죽인 자... 케 인즈 가문의 마지막 후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렴풋이 짐작됐다. " 이쯤에서 양쪽 모두 물러서는 게 낫지 않을까요? " " 그, 그럴 수 없다. " " ....자존심입니까. " " 그렇지. " 그는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죽음을 각오한 것이 틀림 없었다. 에딘은 할 수 없다는 얼굴로 레피드에게 말했다. " 당신의 뜻대로 하십시오. 단, 빨리. " " 간다!!! " 레피드는 시간이 없다는 것을 눈치 채고 대답 대신 기합을 넣으며 말을 달 렸다. 룬 나이트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두 손으로 검을 잡았다. 그리고 그대 로 검을 머리 위까지 들었다. 사정 거리에 들면 즉시 베어 버리겠다는 의도 였다. 레피드는 서서히 그의 사정 거리로 들어갔다. 룬 나이트는 이겼다는 생각 을 했다. 레피드가 어디를 베건 일단 그의 머리나 어깨를 노릴 셈이었다. 그 러나 사정 거리로 들어오던 레피드의 몸은 갑자기 빨라졌다. 눈깜짝할 사이, 그의 몸은 룬 나이트 앞으로 파고 들었다. 룬 나이트는 반사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 으악!!! " [ 사칵... ] 그리고 두 팔과 머리는 허공으로 떠올랐다. 비명을 지르며 크게 부릅뜬 눈은 바닥으로 처박혀 자신의 몸뚱이를 올려다 보았다. 피가 솟구치며 주위를 피로 물들이는 육신... 레피드는 말 안장 뒤 에서 천을 꺼내어 검을 닦고 그것을 죽어 버린 룬 나이트 머리 곁에 던지며 외쳤다. " 전원 후퇴!!! " 모두는 그 외침에 주저하지 않고 앞에 보이는 적을 베고는 전속력으로 말 을 달렸다. 지휘관을 잃은 추격대는 쉽게 쉽게 갈가리 잘려 나갔다. 레피드 는 영주성 쪽으로 말을 몰았다. 돌아가야 할 곳. 그곳으로 가기 위해... 에딘은 레피드 기사단의 후퇴를 바라보며 천천히, 후퇴하는 무리 속에 섞 여 룬 나이트 시체를 지나쳤다. 그리고 이리아의 머리끝을 매만지며 중얼거 렸다. " 돌아가야 할 곳...이제는 없군요.. " 이리아는 에딘의 심정을 그대로 느꼈다. 아쉬움...허탈함.. 돌아가도 환영 받지 못할 곳이 이제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잊고 있던 고향이라고 해 도 그리운 것이 사실이었다. 이리아는 에딘의 손에서 말고삐를 빼앗아 들었 다. " 바보. 그럼 만들면 되잖아. 돌아가야 할 곳을... " " ....도와주겠어요? " " 몰라. " 이리아는 짧게 대답하며 힘껏 말고삐를 내리쳤다. 에딘의 흑마는 이리아의 뜻을 알아채고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차가운 아침 바람이 지나치며 이리 아와 에딘의 머리를 흐트러트렸다. 에딘은 이리아의 허리를 감싸안고 이리아 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이리아는 퉁명스레 말했다. " 울지마. 안 어울려. " " 고마워요... " 그리고 에딘의 고맙다는 말은 계속 됐다. 무엇이 고마운 것인지... 이리아는 에딘의 말 끝에 묘한 뉘앙스가 남는다고 생각했다. 한편 그 때.... < 계속 > -+-+-+-+-+-+-+-+-+-+-+-+-+-+-+-+-+-+- [ 대사가 많죠? ] 음... 한 5장까지는 묘사, 즉 보여주기 였습니다. 그리고 6장부터는 대화, 말하기로 가고 있습니다. 적절한 배치를 못해 어색한 감도 있지만 역시 말하기가 쓰기는 편하죠. ^^; 전달 효과도 보여주기보다 말하기가 나은 감이 있습니다. 고로 8장까지는 말하기가 주를 이룰 것 같습니다. - Ipria Ps. 리에르는 어떻게 됐냐고요? 그냥 에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 8장의 주요 캐러이기는 하나, 여기서는 활약(?)할 틈이 없군요. Ps2. 메일 주신 이종원 님. 그리고 k4js님.. 메일 주셔서 고맙습니다. ^^ 오랜만의 메일이라 무척 기쁩니다. ^^* 언제나 행복하시길... Ps3. 아참, 드디어 저도 퍼감이(? --;)가 생겼습니다. 종원님 께서 하이텔 시리얼과 판동에 리즈 이야기 및 이리아를 퍼가시 겠다고 합니다. 하루에 3편씩...(음..리즈 240에..이리아를 120으로 잡 으면 약 120일 동안 수고 하시겠군요. --;) 모두 한 번쯤 놀러가 읽읍 시다~ 하하하. ^^;;;; 수고해 주실 종원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SF & FANTASY (go SF)』 60186번 제 목:<이리아> ▣ 7. 삶과 죽음 ▣ -77-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2/09 08:42 읽음:321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삶과 죽음. 그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 이리아 ] ΙΥΙΑ 제 7장. 삶과 죽음. <77> ----------------------------------------------------------------------- 쾅... 세이라는 강렬한 폭발음과 함께 솟구치는 화염과 연기를 보며 덤덤히 미소 지었다. 그것은 미리 설치한 함정이 폭발하는 광경이었다. 어째서 그들이 거 기에 걸리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처음에 보여준 위력적인 마법에 그들 스스로가 안심한 것처럼 보였다. 이쪽이 마법에 위축 될 것이라 생각했을까?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의기양양한 자세로 밀고 들어오다가 모두 함정에 걸 려 죽어주고 있었다. 폭발에 휘말리고 목창(木槍)에 찔리고... 멀리 도시 건 물 위에서 쏟아지는 킨로드의 매서움은 궁정 기사단의 기사들을 하나 둘 쓰 러지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한 번 사용된 함정은 그것 으로 끝이니 그들이 다시 거기에 걸릴 리가 없었다. 뚫리는 것은 시간 문제 였다. " 지금...당신이 돌아오길 바라는 건.. 당신을 죽음으로 모는 것이겠죠? " 세이라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세레스 국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레피드를 구원하기 위해 달려간 부대는 전혀 소식이 없었다. 하지만 레피드에게 문제 가 생겼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룬 나이트와 맞붙어 승리하고 돌아오면 모 를까, 그가 전쟁터가 아닌 곳에서 쉽사리 죽을 리가 없었다. 카징-!! 그 때였다. 강한 공명음이 울리며 궁정 기사단 후미에서 한 줄기 노란 빛 이 킨로드를 쓰는 기사들이 위치한 건물 위로 쏘아졌다. 그 빛은 건물을 강 타하고 주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옆으로 퍼져 나갔다. 동시에 기사들 은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 버, 번개? 하지만 마법사는 이미 지쳤을 텐데!! " 세이라는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레피드 기사단 기사들의 죽음을 바라 보며 두 손을 꽉 쥐었다. 마법에 의한 희생은 더 이상 없어야만 했다. 마법 에 죽으면 그것은 개죽음일 뿐이었다. 세이라는 자신의 손톱이 손등을 파고 든다는 사실도 느끼지 못한 채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런 세이라의 시야 밖에 한 마리 말을 몰고 그곳으로 향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 매복하고 있는 기사들은 산개! 킨로드 사용은 자제합니다!! " 그 사람은 세일리였다. 순백의 로브를 걸친, 갈색의 짧은 단발 머리 여인.. 그녀는 한 손에 주먹만한 수정구를 쥐고 있었다. " 보호는 할 수 없어도.. " 그녀는 무너져 버린 성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말을 멈춘 뒤 두 손 으로 수정구를 감쌌다. 건물 지붕 위에 매복하고 있던 기사들은 황급히 도망 치며 그녀 주위를 살폈다. 만약 그녀에게 무엇이라도 날아오는 날이면 몸을 던져서라도 보호할 생각들이었다. " 영혼까지 얼리는 냉기... " 세일리의 입은 작게 벌려지며 차분하게 가라앉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녀 의 두 손에 감싸여진 수정구에는 하얀 기운이 일렁였다. 그 기운은 수정구밖 으로 나오기 위해 날카롭게 수정구를 강타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수정 구는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작은 금이 생기기 시작했다. ' 죄송합니다, 마스터. 마지막 선물이었는데... '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미소를 보이며 건네주던 수정구는 청명한 소리를 내 며 갈라져 갔다. 세일리는 수정구를 한 손으로 쥐며 외쳤다. " 써클 3, 아이스 월.(*1 Ice Wall) " 수정구를 쥔 세일리의 오른손에서 생성된 원형진은 즉시 수정구 안으로 빨 려 들어갔다. 세일리는 그것을 있는 힘껏 세레스 병사들이 있는 방향으로 던 졌다. 약하게 보이는 그녀의 모습과 달리, 수정구는 무려 300큐스(1qs=1m)이 상을 날았다. 차가운 아침 공기를 가르고 기다란 포물선을 그리는 흰 곡선은 묘한 여운을 남겼다. 기사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눈치 채고 재빨리 세일리 주 위로 몰려와 세일리의 몸을 감쌌다. 그와 동시에 수정구는 공중에서 산산이 부서지며 희뿌연 안개를 뿌렸다. 그러나 그것은 진짜 안개가 아니었다. 뿌옇게 물방울들처럼 보이는 그것은 살며시 하늘에서 내려와 바닥에 차곡차곡 쌓이며 작은 냉기 입자에 닿는 모 든 물체를 얼렸다. 마법사가 레피드 기사단 기사들의 저격을 막자 함정을 모 두 돌파하고 기세 좋게 돌진을 해오던 궁정 기사단의 병사들은 비명도 지르 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갔다. 억지로 몸을 움직이려는 사람의 몸은 서로 제각 각 부러져 여기저기 떨어져 나갔다. 피도 나오지 못했다. 모든 것이 얼어 허 연 김을 냈다. 무너진 성벽 터에 서리는 그 김은 마치 흰 안개의 벽이 생긴 듯 하게 보였다. 그 안개는 천천히 옆으로 퍼져 나가 성벽을 대신했다. 양쪽 병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공격을 멈추고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공격이고 수비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세일리는 물러서는 궁정 기사 단을 바라보며 비틀거렸다. 마법으로 인한 냉기는 밤공기에 차가워진 지표면 을 따라 은은히 세일리 쪽으로 밀려오고 있었다. 기사들이 앞을 가로막았지 만 그것은 역부족이었다. 세일리는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자 한 쪽 무릎을 꿇 고 앉았다. " 페릭... 마지막으로..한 번만... " 그러나 세일리는 말을 잇지 못했다. 갑작스레 그녀의 입으로는 한 움큼의 피가 쏟아져 나왔고, 그녀는 정신을 잃으며 쓰러졌다. 기사들의 외침이나 떠 오르는 아침 햇살은 그녀의 눈을 뜨게 만들지 못했다. 순백의 로브가 그녀의 피로 점차 붉게 물들어 갔다. =-=-=-=-=-=-=-=-=-=-=-=-=-=-=-=-=-=-= " 어서 빨리 지혈제와 약들을 가져와!! " 세이라는 주위 시녀들에게 큰소리로 외치며 세일리를 침대에 눕혔다. 기사 들은 세이라가 세일리의 로브를 벗기는 것을 보고 방에서 나왔다. 세이라는 핏기가 하나 없이 창백해진 세일리의 얼굴을 만지며 가슴에 손을 얹었다. " 심장 자체가 느리게 뛰다니... 도대체.. 이런 경우는 없었잖아. " " 세이라 님! 약들의 사용은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그 약들은 세일리 님 께서 모두 특별하게 만든 것들입니다. " " 그럼 어떻게 해! 이대로 죽여? " 세이라는 약을 가져온 시녀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목에 베개를 얹어 입을 열게 했다. 시녀들은 다급해 하는 세이라의 모습이 레피드와 겹쳐 보임 에 아무말도 하지 않고 세이라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그녀는 현재 그 누구의 지시를 받을 사람이 아닌 것이다. " 피는 어느 정도 흘렸지? " " 기사들의 말을 따르자면 세 컵 정도... 그게 전부인 듯 합니다. " " 그런데 왜 이렇게 상태가 나쁜 거야. " 지혈제를 따뜻하게 데운 물에 섞은 세이라는 그것을 입에 머금고 세일리의 입에 넣어 주었다. 세일리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그것을 받아 마셨다. 마치 인형에게 먹이는 듯 했다. 아니, 피부까지 하얗게 변하고 체온이 낮아 진 세일리의 몸은 인형 같았다. 로브가 벗겨진 세일리의 가슴은 느리고 작게 움직였다. " 마법 휴유증일 겁니다. 세일리 님께선 그것을 알고 계셨는지도... " 그런데 그 때 어느 시녀가 나지막이 그렇게 중얼거렸고, 세이라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삼십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그녀는 세이라가 노기 어린 눈으로 돌아보자 흠칫 몸을 떨었다. " 수정구도 썼어. 몸에 무리가 갈 리가 없잖아? " " 하지만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마법 자체는 마법사의 정신과 육체를 ㄴ아 먹는다고.. 아무리 부담을 줄인다고 해도 수명은 줄어들 것이라고.. 세 일리 님께선 자주 그 분의 마스터께서 하셨던 말씀을 중얼거리셨습니다. " " ....... " 세이라는 그녀의 말에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았다. 세이라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세일리를 돌아본 후 이불을 덮어주며 낮게 말했다. " 모두 수고했어. 이제 나가 봐. 그 말이 사실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화내서 미안하다. " " 조금 쉬십시오. 급한 일이 있다면 저희가 깨워 드리겠습니다. " " 알았어. " 시녀들은 힘을 잃은 세이라의 목소리에 그 이상의 말없이 방에서 나갔다. 밖에서의 싸움도 세일리의 마법 덕분에 잠시 쉬고 있어 모든 곳이 조용했다. 세이라는 차가운 세일리의 손을 잡고 침대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그녀를 이 렇게 만든 것이 자신의 말 때문인 것처럼 느껴졌다. 세이라는 조용히 중얼거 렸다. " 미안해...언니. " =-=-=-=-=-=-=-=-=-=-=-=-=-=-=-=-=-=-= " 크윽... " " 페릭 님! " 페릭은 고통에 찬 깊은 신음을 뱉어 내며 주먹을 쥐었다. 주먹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팔뚝의 핏줄과 힘줄이 설 정도로 고통이 엄습해 왔다. 기사 들은 기사단의 움직임을 잠시 멈춘 뒤 페릭을 말에서 내렸다. 무의식 중에 페릭은 말에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고통의 손 길은 무참히 그의 몸을 땅으로 떨어트렸다. 기사들은 즉시 페릭의 왼팔 옷을 찢어 냈다. 응급 조치 후 붕대까지 잘 매어 놓은 그곳은 말의 움직임과 페릭 의 발버둥으로 다시 상처가 터져 완전히 피로 물들어 있었다. 기사들은 페릭 의 몸을 갑옷의 무게로 찍어누르며 상처 부위에 급히 약을 뿌렸다. " 크.... " " 이대로는 무리입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팔 뿐만 아니라 목숨까지도 잃 을 수 있습니다. " " 난 간다. 살고 싶은 자는...도망치고 싶은 자는 여기서 갈라져라. " 페릭은 이를 악물며 딱 잘라 말했다. 벌써 십여번에 반복된 대답이었다. 기사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젓고 페릭의 주위에 불을 피웠다. 어차피 고집대로 밀고 나가느니 확실하게 상처를 처리해야만 했다. " 그럼...지혈부터 해야겠습니다. " " ...고맙다. " " 상당히 고통스럽습니다. " 그 말에 페릭은 미약하게 쓴웃음을 지었다. 일개 병사들은 지혈도 못하고 죽어 간다. 또한, 심한 상처의 병사는 포기하고 대부분 어설픈 치료로 모든 것을 끝낸다. 약을 덕지덕지 바를 수 있는 것도 신분에 따른 혜택이었다. 기사들은 작게나마 불이 피워지자 검에 두껍게 천을 감은 뒤 검을 불에 달 궜다. 이노네스 병사들의 피가 묻어 있던 검은 자잘하게 불꽃을 뿌리며 붉게 달아올랐다. 그을음이 검 표면에 생기지 않을 정도로 그들은 그 일에 익숙해 있었다. 병사들을 처리하다 보니 생긴 능력이었지만... " 참으십시오. " " 음.. " 페릭의 짤막한 대답에 그들은 눈짓으로 의사를 전달했다. 곧 검을 달구던 기사가 페릭의 곁으로 왔다. 그리고 약간의 주저함 없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검면을 페릭의 왼팔 상처 부위에 가져다 대었다. 치익... 살 타는 소리와 함께 매캐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페릭의 입에서는 작은 신음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 지휘관 답게 행동하세요. 당신은 헤로딘 제 2의 기사. 엄연히 기사라고 요. > ' 그런 건 이럴 때 필요하지.. 세일리... ' 병사들의 놀란 시선이 페릭의 팔로 모이기 시작했다. < 계속 > -+-+-+-+-+-+-+-+-+-+-+-+-+-+-+-+-+-+- [ 사라져 가는 마법에 대한 진지한 탐구서...에서 발췌. ] *1> 아이스 월 - Ice Wall 차가운 냉기로 벽을 쌓는 마법으로 실전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빙(氷)계 특성상 그 효과는 기후와 날씨, 습도 등에 영향을 받지만 대인 방어용으로는 최고의 마법임을 부정할 수 없다. 단지, 전 마법 계열 중 에 풍(風)계와 수(水)계 다음으로 익히고 있는 술자의 수가 적다는게 단 점이다. 또한 위 세 계열은 선천적으로 타고나기에... 위 마법을, 아니 빙(氷)계 자체를 쓸 수 있는 마법사의 수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 본다. -+-+-+-+-+-+-+-+-+-+-+-+-+-+-+-+-+-+- [ ^^; 수정구의 사용이...이상하죠? ] 뭔가 새롭게 해보려고 한 겁니다. <이리아> 내에서 스태프를 쓰는 마법사가 없고, 수정구도 아무도 안 써서 그냥 등장시켜 봤습니다. ^^; (매너리즘이라 고 해도... 뭐, 작가 맘이죠.) 올해 이리아를 끝내고 내년에 새롭게 시작해 보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 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밀레니엄 시기에 맞추어 하나를 시작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 - Ipria Ps. 판타지 골수팬(?)들이 본다면 제 글은 허접 쓰레기일지도 모릅니다. 저 자신도 어느 정도는 인정하겠습니다. 그렇게 추천할 소설은 아니거든요. 하지만...저도 저 나름대로 생각을 한 뒤 그것을 쓰고 있고, 글을 쓴다 는 사실을 즐기며, 어느 정도 작가 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SF & FANTASY (go SF)』 60292번 제 목:<이리아> ▣ 7. 삶과 죽음 ▣ -78-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2/10 00:10 읽음:304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삶과 죽음. 그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 이리아 ] ΙΥΙΑ 제 7장. 삶과 죽음. <78> ----------------------------------------------------------------------- 마법이란 무엇일까.. 마법사란 무엇일까.. 이리아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왜 마법이 필요하고 마법사가 필요할까.. 세상의 저주를 받은 힘이란 라우디의 말이 가장 정확한, 본질적인 마법의 정의일 것이다. 세상에 쓰여지고 있는 마법은 절대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한다. 누군가를 죽이면 죽였지. " 에딘. " " 예? 왜요. " " 넌 왜 마법을 쓰지? " 이리아는 맞은 편에 앉아 스프를 떠먹는 에딘에게 가볍게 물었다. 에딘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 당신을 지키기 위해. " " 그런 대답 말고. " " ...주어진 힘이니까 쓰는 거죠. 버리기는 아깝잖아요. " " 그래서 넌 네 자신이 다른 사람들 보다 행복하다고 생각해? " " ....... " 에딘은 그 말에 묵묵히 스프를 들이켰다. 리에르는 경직된 에딘의 볼의 움 직임을 눈치 채고 이리아를 돌아보았지만 이리아 역시 쓸쓸한 눈빛으로 수저 를 들고 있었다. 확실히 우울한 표정이었다. 에딘은 그릇 안의 스프를 전부 들이키고 난 뒤 리에르에게 빈 그릇을 넘기며 입을 열었다. " 마법이 전쟁을 부르고..전쟁은 마법을 위해 일어나는 것인지도 모르죠. 하지만 전 모든 것을 파괴하는 힘이 마법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마력은 마법사가 강한 의지로 각성하기 전까지 전혀 알 수가 없죠. 그러 니까... 우리가 쓰고 있는 마법은 모두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싸움을 위 해 쓰던 것이니까 파괴의 힘은 마법의 일부에 지나지 않아요. 단지 실용 화 된 한 가지 활용 방법이죠. 그 예로, 제 마스터... 라우디 님은 마법 으로 치료술을 쓰시잖아요. " " 아- " 이리아는 예전, 자신의 상처를 완전히 치료하고 오히려 그전보다 좋게 만 들어 주었던 라우디의 치료마법을 떠올리고 작은 탄성을 지르며 수저를 놓쳤 다. 이리아의 손을 떠난 수저는 바닥에 떨어졌다가 돌에 부딪혀 에딘의 앞까 지 굴러왔다. 에딘은 그 수저를 주워 눈앞에 가져와 이리아와의 시선 가운데 놓았다. " 너무 힘에 부담을 느끼지 말아요. 이렇게 당신의 손을 떠난 수저가 저에 게 돌아오고, 당신이 제게 돌아 온 것처럼.. 모든 것은 돌고 돌아요. 이 리아. 제가 기댔던 것처럼 제게 기대 봐요. 전 반드시 가능성을 실험해 볼 거예요. " " ..싫어. " 이리아는 서슴없이 대답하고는 그릇을 입에 대고 스프를 단숨에 입에 부어 넣었다. 에딘은 그런 이리아의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릇에 가려진 이리아의 얼굴이 에딘의 머리속에서 그려져 갔다. 살짝 볼을 붉히고 투덜거 리듯이 입가를 부풀린...어린아이 같은 이리아의 모습은 즐거웠다. 리에르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던 중 에딘이 마차 안에 서 잠꼬대로 중얼거리던 이름이 떠올랐다. 이리아... 어렴풋이 거부감이 일던 그 이름. " 주인님. " " 아, 잘 먹었어요. 생각보다 요리 솜씨가 괜찮은 데요. " " 기본적으로 배웠습니다. 노예로 잠입했을 때 요리를 못한다고 죽을 수는 없어서... " " 그렇군요. 그래도 맛은 괜찮았어요. 좋은 아내가 될 거에요. " 에딘은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는 몸을 풀기 시작했다. 아침은 이제 시작인 것이었다. 하지만 리에르는 물어보려던 것을 잊고 살짝 얼굴을 붉혔다. 이미 이십 년 가깝게 유지했던 마인드 컨트롤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때 이리아 가 리에르에게 그릇을 내밀며 말했다. " 잘 먹었어, 리에르. 하지만 에딘의 말 따위는 믿지마. 나한테 전에도 저 렇게 말한적이 있었는데... 난 요리를 못하거든. " " .... " 리에르는 순간 에딘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에딘은 리에르의 시선을 요리조 리 피해 몸을 풀었다. 결국 리에르는 더욱 얼굴이 붉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 아 큰 소리로 외쳤다. " 너무 해요, 주인님! " =-=-=-=-=-=-=-=-=-=-=-=-=-=-=-=-=-=-= " 이대로 레피드로 향한다. 룬 나이트의 말대로 라면 쉴 틈이 없다. 쉬었 다가는 200명도 되지 않는 우리가 불리하다. 일단 성으로 돌아가 헤로딘 과 세레스, 두 곳을 막는다. 아마 이노네스는 페릭이 제압했을 것이다. " " 정확한 정보는 없습니까? " " 아직은. " 레피드는 질문을 짧게 일축해 버리고 기사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의 얼굴에 서 불만의 빛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때 에딘이 저벅저벅 걸어와 기 사들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 세레스는 아마 헤로딘이 레피드 성을 점령했을 때 그곳에 도착할 겁니다. 지칠 대로 지치고, 전력을 다한 공격으로 인해 허술해진 레피드 성을 치 고 들어가는 것은 손쉬운 일이니까요. " 레피드는 에딘을 돌아보며 그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에딘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룬 나이트가 곧바로 추격해 오지 않은 것을 염두한다면 가능성이 충분한 이야기였다. 국경 도시 레피드가 점령되건, 되지 않건, 불 리한 것은 헤로딘이었다. 레피드는 가만히 에딘의 눈동자를 직시했다. 웃음 을 머금고 있는 얼굴과 달리 눈빛은 날카로웠다. " ...마스터 에딘. 당신의 개인적인 생각입니까, 아니면 그들의 행동 패턴 을 감안해서 한 생각입니까. " " 모두 다. 입니다. 판단은 나이트가 하는 일이죠. " " 조언, 고맙습니다. " 솔직히 무시해 벌릴 수 없는 이야기였다. 평소에는 페릭이 조언을 해주었 지만 지금은 그가 없다. 대신 에딘이 그의 자리에 들어와 있다. 그리고 기사 들은 에딘이 다른 지역 사람이란 것을 잊은 채 전적으로 신용한다. 선택은 한 가지였다. " 마스터의 말이 사실이라고 가정하고, 우리가 먼저 궁정 기사단을 친다. 어째거나 우리에게 시간은 없다. 지금 출발하면 내일 아침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 거기까지 말한 레피드는 길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기사들을 둘러보았다. 판단은 끝났고, 결정을 모두 수긍했다. 그는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에 자리 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 마지막으로 말하겠다. 모두 살아남아라. 이기는데 집착하지 말고 우선적 으로 살아남아라. 이 싸움은 발악을 한다고 되는 싸움이 아니다. 어차피 진실은 드러난다. 레피드 기사단의 정신을 이어라. 난 내가 사는 의미를 증명하기 위해 싸운다. " 기사들은 마치 패배를 예언하는 듯한 레피드의 말에 침통한 얼굴이 되었다. 레피드의 말은 승패와 관계없이 기사단을 떠나겠다는 말이었다. 승리와 패배. 어느 쪽이 되든 레피드와 함께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인 것이다. 그들은 모 두 자리에서 일어나 레피드를 향해 고개 숙였다. =-=-=-=-=-=-=-=-=-=-=-=-=-=-=-=-=-=-= " 전 어떻게 해야 하죠... " " 에딘의 소유잖아. 에딘하고 같이 다니는 거지, 뭐. " 이리아는 기사들과 그 중앙에 서 있는 레피드를 보며 말했다. 리에르는 이 리아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작게 한숨을 쉬고 그릇들을 챙겨 말안장에 매 인 짐꾸러미 속에 넣었다. 승마 역시 기본적으로 배워 말을 타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생리적으로 불편하던 마차와 달리 신선한 공기와 누군가가 쫓아온다 는 긴장감이 마음을 안정시켰다. 리에르의 말은 후속 부대가 남기고 간 것이었다. 먼저 떠난 그들에게서 아 무런 반응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들의 상태나 전황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현 재 이곳의 기사들과 레피드는 그것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때 에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니요. 리에르는 자유입니다. 전에도 말했다시피...이제 리에르, 당신 을 소유할 이유도 없고, 의무도 없으며, 저 자신도 당신에게 자유를 주 고 싶습니다. " 에딘은 갑옷을 분리해 필요한 것만 손에 든 채로 이리아에게 시선을 건네 며 걸어오고 있었다. 이리아는 약간 퉁명스럽게 말했다. " 많이 착해졌군. 지금까지 에딘 중에 가장 손해보는 장사를 해. " " 글쎄요.. '그때'가 가장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었나요? 전 목숨까지 걸었 다고요. " " ...알았어. 미안해.. " 이리아는 그렇게 말끝을 흐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때의 일은 지금의 에 딘을 만든 계기였다. 그리고... " 사과할 것 없어요. 만약 지금 그 때와 같은 일이 있다면... 똑같이 행동 할 테니까요. " 에딘은 이리아를 스쳐지나 가며 그녀의 머리끝을 살짝 만졌다. 턱까지 내 려오는 머리는 부드럽게 에딘의 손가락을 감아 넘어갔다. 에딘은 그대로 리 에르의 앞으로 걸어가 손에 든 갑옷을 리에르에게 내밀었다. 리에르는 에딘 의 의외의 행동에 약간 힘이 빠진 눈으로 에딘을 보았다. 그 갑옷은 이리아 를 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 리에르의 몸에 맞추어 손 좀 봤어요. " " 하, 하지만.. " " 우리는 필요 없으니 받아요. " 리에르는 '우리'라는 단어에 고개를 떨구며 에딘의 손에서 갑옷을 받아 들 었다. 점점 에딘이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확실히 이리아란 존재가 돌아온 이 후 에딘은 변했다.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고, 눈동자가 또렷해졌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그녀를 생각한 다음 모든 일을 결정했고 이리아가 눈치 채지 못 하게 그녀를 위해 일을 하기도 했다. 말이 많아 진 것도 눈에 띄는 변화 중 에 하나였다. 왜 그녀가 아니면 안되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이리아 가 부러우면서 묘하게 싫었다. " 고...맙습니다. 주인님. " " 주인님이란 말도 이제 안해도 되요. " " 예... " 그녀의 대답에 에딘은 만족스런 얼굴로 돌아섰다. 이리아는 그런 에딘에게 가볍게 말을 건넸다. " 우리라.. 내가 언제 필요 없다고 했나? " " 필요 있다고도 안했잖아요. " " 잘났어. " 에딘의 편안한 얼굴에 이리아는 말과 달리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런 것.. 이런 느낌.. 이런 감정.. 원하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 그리고 제가 있잖아요. 절 믿어봐요. " " 난 나밖에 안 믿어. " " 에- 거짓말. " " 정말이야. " " 전에는 절 믿는다고 했잖아요- " " ...몰라! " 하지만 즐거운 것은 두 사람뿐이었다. 오직 두 사람뿐... < 계속 > -+-+-+-+-+-+-+-+-+-+-+-+-+-+-+-+-+-+- [ 조금 쉬어 가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 순정도 좋다~~~ ^^; 다음 편으로 넘어가죠, 아뵤~~~~ ^^; - Ipria ** I : 이프.. 비축 안해? Ip: 응? 왜? I : 12월 중순이면 수능 성적표 나오잖아. 그리고 일도 많지 않아? Ip: 설마...그것 때문에 연재를 쉴라고? I : 바보. 아주 편하게 사는 구만. Ip: 시끄러. 요즘 몸이 내 몸인줄 아냐?! 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넌 왜 난리야! 우웅... --. 『SF & FANTASY (go SF)』 60628번 제 목:<이리아> ▣ 7. 삶과 죽음 ▣ -79-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2/12 12:42 읽음:290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삶과 죽음. 그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 이리아 ] ΙΥΙΑ 제 7장. 삶과 죽음. <79> ----------------------------------------------------------------------- " 버텨라!! " " 궁정 기사단 따위에게 질 수는 없다!! " 발악에 가까운 외침이 영주성을 감쌌다. 세일리가 만든 마법이 사라진 시 각은 저녁 6시경. 12시간 이상 정예 병사로 이루어진 군대를 맞아 견디었던 시점이었다. 초반에 강세를 펼치던 마법이 사라지자 모든 것이 기사들의 역 량과 숫자로 이어진 것은 당연했다. 레피드 기사단은 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숫자가 너무 적었다. 평소였다면 승패는 반대가 되었겠지만 인원이 부족한 레피드 기사단은 후퇴의 후퇴를 거 듭해 뒤로 계속 밀려났고, 마지막까지 온 곳은 연주성 안마당이었다. 세이라는 영주성 앞에서 대치 중인 기사들을 바라보며 어쩔 수 없다는 것 을 인정했다. 견디는 것은 이제 마지막이었다. 영주성 함락에 전력을 기울이 지 않고 봉기한 영지민들을 학살하는 것에 신경을 쓰는 토벌대를 보면 당연 했다. " 세이라 님! 어서 피하시지 않으면.. " " 어디로, 어떻게 피하란 말인가요. " " .... " " 전 여러분들의 목숨으로 지금까지 살아 남았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합니 다. 그 이가 없는 이 상황에도 최선을 다해주시는 여러분께 고마울 따름 입니다. " 세이라의 말에 그때까지 세이라에게 피신을 설득하던 기사는 입을 다물었 다. 고개를 숙인 그의 눈썹은 감정을 억눌러 부르르 떨렸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가 피신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사들이 방패가 되어 주어야 했다. 지금 이 상황에 방패란 자살 행위였다. 그는 깊숙이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고 그대로 방을 나섰다. 방안에는 세일리가 죽은 듯이 잠들어 있었다. 절대로 깨어나지 않는 잠을 자는 사람처럼, 세일리의 몸에서는 생기가 사라져 있었다. 세이라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며 숨을 죽였다. 초조함... 그것이 정신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 " ...초조해 하시는 군요. " " 이미 늦었다...라고 내가 단언한다면 너 역시 그렇지 않을까? " 페릭은 짙은 쓴웃음과 함께 곁의 기사에게 물었다. 순식간에 기사의 얼굴 은 딱딱하게 굳었다. 페릭의 말은 그것을 단정한 것 같았다. 기사의 생각을 증명하듯 페릭의 말은 이어졌다. " 전쟁의 냄새..죽음의 냄새..그것이 언덕 너머에서 느껴져 온다. 더 이상 지킬 것이 없을 지도 모른다. 이미 끝났을 지도..최소한 실망은 하지 않 겠지. " " 단정하시는 겁니까? " " 하지만 나는 싸운다. 결과야 어쨌건, 내 모든 것을 이번에 쏟아 부을 테 니. " 안심하란 말일까? 페릭은 허전한 자신의 왼팔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을 끝 맺었다. 그러나 페릭의 얼굴은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이제껏 직감이 틀린적 은 없었다. 레피드에 비한다면 미흡하기는 했지만 전쟁에 대한 직감의 결과 는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레피드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도 그 이유였다. 기사로서 위험과 피의 냄새에 반응하는 강한 직감. 레피드 기사단이 최강이 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 도 했다. 페릭은 그런 생각들을 하며 시야에 들어오고 있는 언덕의 나무들을 훑어보 았다. 저녁 식사시간이 다되어 가는 때의 몇 장의 잎밖에 남지 않은 나무는 바람에 한들 거리며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마음의 여유로움을 그 것들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바쁘면서 자연스러움을 배척하는 것은 인간 뿐 인지도 모른다. 과학을 앞세워 만물을 바꾸려고 하는 것도.. " 언덕을 넘자마자 산개. 모두 다섯으로 나눠진다. 둘은 측면으로 나는 정 면으로. 그리고 나머지 둘은 보충이다. 한 명이라도 더 죽이지 말고, 한 명이라도 더 구해라. " 언덕이 다가오자 페릭은 정면을 주시한 채 큰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페릭 은 먼저 말을 달렸다. 체력을 아끼기 위해 걷던 것도 이제 끝이었다. 언덕을 넘은 곳에서부터 영주성까지는 5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 페릭은 무엇인가로 막은 듯한 가슴의 답답함을 억누르며 언덕을 올랐다. 그곳에 펼쳐져야 하는 것은 넓은 평원과 듬직함으로 있어야 할 국경 도시 레피드.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페릭은 있는 힘껏 말의 배를 차, 전 속력으로 그곳을 향해 달렸다. " 그동안 고마웠다. 수고 많았어. " 페릭은 말고삐에서 손을 떼고 말의 갈기를 한 번 쓰다듬어 준 뒤 말안장에 매여 있던 짐을 풀어 던졌다. 그리고 검을 들어 세차게 떨구었다. 그동안 함 께 해온 검과 잘 맞추어져 있던 검집은 한 번에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페릭 은 말의 재갈을 끊은 후 말의 배를 감싸고 있던 발을 뗐다. 페릭의 몸은 즉 시 뒤로 튕겨졌다. " 난 페릭 이제스! 현 레피드 기사단 기사단장이다!! " 페릭은 그 말과 함께 한쪽 다리로 땅을 찍었다. 땅이 패이고 빠른 속도에 의해 페릭의 몸은 앞으로 계속 밀려났다. 하지만 페릭의 눈동자는 오직 앞을 향하고 있었다. 그에 맞추어 페릭의 말은 옆으로 달려, 페릭에게 시야를 터 주었다. 페릭의 시선에 들어오는 광경... 그것은 허무하게 무너져 버린 도시 성벽과 끝까지 레피드를 지키다가 죽어 간 기사들의 시체, 봉기했던 시민들의 시체들이 제멋대로 뒹구는 광경이었다. 마법에 의해 파괴된 건물들 사이로 영주성의 성문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 있었다. 페릭의 입장에서 세일리의 생사는 예상할 수 있었다. " 저만큼은... 모든 것을 버리고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당신을 위해. " 페릭의 외침과 페릭의 뒤로 등장한 3차 원정대의 모습에 헤로딘 궁정 기사 단의 병사들은 페릭 쪽으로 몰려왔다. 페릭은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만들고 는 검을 팔과 수평으로 눕혔다. 그리고 달려오고 있는 병사들을 노려보았다. 모든 것을 꿰뚫는 듯한 강렬한 눈빛이 병사들에게 작렬했다. 그와 동시에 페릭의 몸은 병사들의 앞으로 도약했다. 점점이 다가오는 페 릭의 모습에 검을 꺼내려던 병사들은 팔과 함께 상반신이 전부 베어졌다. 동 료의 죽음을 인식한 병사는 옆으로 피하려고 했지만 의지를 따르는 것은 목 뿐이었다. 옆으로 퍼져 나가는 피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연달 아 뿜어졌다. " 하핫. 한 놈도 살려 보내지 않겠다!! 내 목숨을 걸고!! " 병사들은 뼈까지 저려져오는, 절규에 가까운 페릭의 외침에 자신들도 모르 게 뒤로 물러났다. 군대의 등장으로 그들의 수는 수백으로 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페릭은 그들의 정면으로 달렸다. 뒤를 따르는 기사들은 이미 의지할 수 있는 동료가 아니었다. 오직 눈에 보이는 모든 병사를 벤다는 생각만이 페릭의 몸을 움직이게 했 다. 페릭은 어느새 정렬하고 길이차를 이용해 들어오는 창병대의 창들을 땅 을 굴러 위로 피한 후 그들의 중앙으로 검을 던졌다. 검은 빠르게 병사의 머 리를 부수고 뒤의 병사의 배에 꽂혔다. 그들은 페릭의 검을 따라 무의식 중 에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을 이용해 페릭은 창병대가 내지른 창을 디디며 그들에게 도약했다. 다리의 근력만 이용하는, 선천적인 체질을 이용한 돌진 공격은 다리 근육을 한계치까지 움직여 불로 지지는 듯한 고통을 발산했지만 페릭은 이를 악물어 그것을 견디며 병사들 중앙으로 갔다. 그리고 검이 박힌 병사의 몸이 쓰러지 기도 전에 그 검을 회수하며 온몸을 비틀어 힘껏 주위를 베었다. 병사들을 베며 손에 걸리는 느낌은 손을 마비시켰다. 시야를 가득 메우며 뿌려지는 피는 페릭의 온몸을 적셨다. 페릭은 다리의 한계에 무릎을 꿇고 검 을 땅에 박았다. 힘들게 메꾸었던 상처가 다시 터졌는지 쉴새 없이 왼쪽 팔 에서 무엇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눈앞에 보이는 움직임 하나 하나가 보일 정도로 신경은 곤두섰다. 그러나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아니, 시각을 제외하면 그 무엇도 현실이 아닌 것 처럼 느껴졌다. " 하악...칵.. " 페릭은 머릿속을 울리며 뱉어지는 피를 보고는 씨익 웃음을 지으며 입가의 피를 핥았다. 페릭을 중심으로 페릭이 지나간 자리에는 신체 일부가 잘려나 간 시체가 나뒹굴고 있었다. 그때까지 두려움에 물러서던 병사들은 땅에 무 릎을 꿇고 멈춰선 페릭과 시체들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페릭에게 달려들었다. " 내가 이대로 죽을 줄 아나? " 의외로 페릭은 아쉬운 얼굴로 바닥에 뒹구는 창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 다. 그리고 피로 물든 상의를 찢어 내 버렸다. 싸움에 접어들며 본능적으로 단단해진 근육은 저녁 석양에 피로 물든 채 반짝였다. 흉하게 뭉게진 왼팔의 상처는 페릭의 싸늘한 눈빛과 함께 섬뜻한 살기를 발했다. 그 모습은 절대로 다가갈 수 없는 무형의 힘이 있는 듯하게 보였지만 병사 들은 주저할 틈도 없이 페릭에게 돌격해 들어갔다. 그 수는 백여명이 넘어가 있었다. 페릭의 명령대로 움직인 레피드 기사단을 막기 위해 움직인 병사들 보다 페릭 쪽으로 향한 병사가 더 많았다. 장로원으로부터 직접 작위를 받은 궁정 기사단 기사들도 그들을 지휘하며 페릭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것은 주홍빛 물결이었다. 석양을 받아 희미하게 빛나는, 미래가 없는 절 규의 빛. 페릭은 숨을 들이키고 상체를 굽혀 다리를 감싼 갑옷을 떨구어 냈 다. 갑옷은 땅에 떨어지며 묵직한 소리를 냈다. 그것은 페릭을 위해 만든 것 이었다. 다른 사람보다 특이한 체질을 위해. 병사들이 그것을 깨달았을 때, 이미 페릭은 역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다수 대 소수의 싸움은 병력이 많은 쪽이 이기게 되어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로 그것이 성립되지 않았다. 기사는 즉시 검을 들고 옆으로 섞어지라고 명령 하려고 했다. 그 전에 페릭의 몸은 병사의 바로 앞으로 도약했다. " 으, 으악!! " 그는 귀신을 보듯, 페릭을 향해 비명과 함께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 검 에 페릭의 몸은 스치지도 않았다. 페릭의 몸이 옆으로 휘청거림과 함께 그와 그의 곁에 있던 병사의 머리는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그들의 뒤에 있던 창을 든 병사는 시체의 몸을 뚫고 페릭을 공격하기 위해 창을 내질렀다. 일순간에 십여개의 창이 시체의 몸을 관통해 페릭에게 향했 다. 수많은 사람들을 꿰뚫었던 창은 매섭게 뻗어 나왔다. 페릭은 격하게 몸 을 틀어 그것들을 피했다. " 아케르트!! 화살 준비! " 궁정 기사단은 그제서야 지원을 시작했다. 멀리서 십여명의 아케르트들이 화살을 재었다. 하지만 페릭은 그것도 모른 채 창병대 병사들에게 다가가 머 리를 갈랐다. 페릭의 모습은 병사들 가운데서 크게 부각됐다. 한 팔로 차례차례 병사들 을 죽여가는 페릭은 그들에게 있어서 괴물 같은 존재였다. 아케르트들은 쓴 웃음을 지으며 페릭의 몸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들에게 원래 페릭은 든든 한 아군이었다. 얼마 전까지는. " 발사!! " 기사의 외침에 아케르트들의 손은 시위를 놓았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들은 일직선을 그리며 정확히 페릭의 몸을 향했다. 시체들 사이에 있던 페릭은 아 무것도 듣지 못하고 다시 병사들에게 가기 위해 검을 들고 도약을 하려고 했 다. 하지만 거기서 페릭은 짜릿한 떨림과 직감에 고개를 들어 시야를 확대했다. 그리고 페릭이 날아오는 화살을 발견했을 때, 이미 화살들은 페릭의 팔과 다 리에 박혀 들어갔다. " ....세일리... " 페릭은 자신의 몸이 점점 뒤로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었다. 한 명이라도 더... 저 세상으로 가는 노예로 삼아 야만 했다. 하지만 손끝 하나 까닥할 수가 없었다. 주홍빛으로 물든 노을이 점점 붉게 변해갔다. 그 붉은 빛은 곧 핏빛으로 바뀌며 시야를 메웠다. " 미안해요.... " 핏빛은 암흑으로 바뀌며 페릭의 의식은 현실에서 멀어져만 갔다. 가벼워지 는 페릭의 주위에 그려지고 있는 것은 순백의 천을 걸치고 환하게 미소짓고 있는 세일리의 모습이었다. 페릭은 천천히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살며시 페릭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리고 페릭을 이끌었다. 페릭은 가벼운 마음으로 그녀를 따랐다. 이제는...쉴 수 있는 것이다. 끝나지 않는 휴식을..그녀와. 오십여명의 시체들 사이에서 그렇게 페릭 이제스의 짧은 생애는 끝났다. 동시에, 그 시점을 기해 국경 도시 레피드로 향하던 레피드 기사단은 뿔뿔 이 흩어져 전장 속에서 자취를 감췄다. 궁정 기사단이 그것을 눈치 챘을 때, 전장에 남은 것은 페릭의 뒤를 따르기로 결심한, 레피드에 가족을 둔 기사들 이었다. 그들은 무거운 갑옷을 던져 버리고 창과 검을 동시에 들며 궁정 기 사단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그들은 전설이 되었다. < 계속 > -+-+-+-+-+-+-+-+-+-+-+-+-+-+-+-+-+-+- [ 문제가 크군요. ] 역시 대규모 전투는... --; 한 사람에 의한 학살이라면 모를까, 제대로 써 지지 않습니다.(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입니다.) 최악의 상황으로 글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있어 조금 올리는 것이 늦었습니다. 음...속물 근성도 바쁜 시간 속에 글쓰는 것을 즐기지 못하게 하고... (T.T 이제는 뭔가 결론이 보여야 할 텐데...) - Ipria Ps. 도대체 누가 그런 거야. 수능 시험 보면 시간과 돈이 남는다고... 난 둘 다 없잖아!!! 『SF & FANTASY (go SF)』 60943번 제 목:<이리아> ▣ 7. 삶과 죽음 ▣ -80-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2/14 00:43 읽음:29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삶과 죽음. 그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 이리아 ] ΙΥΙΑ 제 7장. 삶과 죽음. <80> ----------------------------------------------------------------------- 깊은 어둠. 그곳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희미하게 실루엣만 보이는, 하지만 자상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 누구시죠? " 세일리는 그렇게 물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소리없이 세일리에게 다가 오며 입을 열었다. " 미안해요. " " 페릭? " 그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세일리는 머리가 멍해짐을 느끼고 뒷 걸음질을 쳤다. 정말로 페릭이 눈 앞에 와 있을 리가 없었다. 환상, 아니면 꿈이 확실했다. 세일리는 고개를 저으며 단정하듯 말했다. " 절대 당신일 리가 없어요. 페릭은 지금쯤... " " 오직 당신만을 따르겠어요. 나의 작은 연인. " 페릭은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다. 세일리는 다정한 그의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페릭의 말이 이상하리 만치 가슴 저리게 들 려왔다. 환상이나 꿈이라 하기에... " 설마.. " " 조금 이따가 봐요. " " 페릭!! "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미 페릭은 어둠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세일리는 바닥에 주저앉아 입술을 잘근 씹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 페릭!! 거짓말이죠!! "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허공에 메아리 치는 목소리는 페릭이 있는 곳까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막막한 어둠이 서서히 걷혀져 갔다. =-=-=-=-=-=-=-=-=-=-=-=-=-=-=-=-=-=-= " 페...릭.... " 세이라는 침대에서 흘러나오는 미약한 목소리에 귀를 세우고 침대로 달려 왔다. 세일리는 눈가에 물기를 가득 담은 채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이라는 세일리의 손목을 잡아 보고는 물었다. " 정신이 들어? " " 어떻게 됐지...? " " 응? " " 페릭...님. 원정대가 돌아온 거야? " 순간 세이라는 대답을 찾지 못해 입을 다물었다. 세일리는 가늘게 눈을 떠 세이라를 보며 세이라의 팔목을 잡았다. 얼음장 같이 차가운 한기가 세이라 의 팔목을 감쌌다. 세이라는 그 한기를 견디며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 돌아오기는 왔는데... " " 내 옷을 가져다 주겠어? 내가 입고 있던 것으로. " 하지만 세일리는 세이라의 말을 잘랐다. 세이라의 말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밖은 최후의 보루였던 영주성 내의 레피드 기사 단이 무너지는지 소란스러웠다. 그러나 둘은 그 소리에 괘념치 않았다. 세일 리는 침대 곁에서 약간 묵직한 세이라의 로브를 찾아 건네 주었다. 원래 순 백이었던 로브는 세일리의 피로 물들어 있었다. 세일리는 그 로브의 주머니 에 손을 넣고는 조심스럽게 무엇인가를 꺼냈다. " 단검? " 세이라는 세일리가 들고 있는 물건을 보고 대수롭지 않게 중얼거렸다. 하 지만 세일리는 눈물을 글썽이며 중얼거렸다. " ...먼저 가셨군요. 페릭. " " 어, 언니! " " 그 사람의 피로 주문을 걸어 두었었거든. 바보 같은 사람... " 작게 흘러나오는 세일리의 목소리에는 원망의 빛이 없었다. 눈에 띌 정도 로 핏기가 가시고, 머리 색이 짙은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세일리는 단검 자 루를 꽉 쥐며 세이라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 행복했었지? " " ...미안해. 언니. " " 아니. 우연이라도 좋은 시간을 보냈어. 그 사람은 행복했는지 모르겠지 만... " 밖에서는 점점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와 기사들의 시끄러운 웅성거림이 가 까워지고 있었다. 다음 번에 방문이 열린다면 그것은 궁정 기사단일 것이었 다. 세이라는 침대에 걸터앉아 역시 미소를 지었다. " 후회는 없어. " " 마스터, 래디.. 마스터, 에딘.. 페릭... 레피드.. 모두에게 미안해. " " 사랑해, 언니. " " 나도. " 그리고 두 사람은 행복한 얼굴로 활짝 미소지었다. 동시에 방문은 열렸다. 문의 문고리가 부셔지고 나무가 깨져 나갈 정도로 강한 충격으로 문은 열 렸다.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것은 피로 흠뻑 젖은 헤로딘 궁정 기사단의 기 사들이었다. 레피드 기사단에게 혼신의 힘을 다했는지 그들의 눈은 피로함으 로 늘어져 있었다. 세일리는 그들의 등장을 비웃듯이 세이라의 손을 잡으며 단검을 가슴 쪽으로 향했다. ' 외로운 건...싫어요. ' " 나의 생명을 바치나니, 모든 것이여 얼어 버려라. 작렬하는 태양에도 녹 지 않고 견딜 정도로. " 세일리의 단검은 부드럽게 가슴 중앙에 박혔다. 속옷이 흘러내리며 조금씩 방울져 내려오는 피는 가늘게 세이라의 손에 떨어졌다. 세이라는 눈을 감고 그대로 세일리의 가슴에 기댔다. 동시에 세일리의 몸은 얼음으로 변해 갔다. 하얗게 피부 위에 막이 생기며 세일리의 눈은 스르륵 감겼다. 곁에 있던 세 이라에게 번지기 시작한 냉기는 둘을 떨어지지 않게 감쌌다. 그 광경에 방에 들어왔던 궁정 기사단 기사는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 뭐, 뭐야!!! 모두 도망쳐- 라... " 하지만 그는 입을 벌린 채 굳어 버렸다. 아니, 일순간에 두 사람의 몸에서 폭사되는 냉기에 얼어버렸다. =-=-=-=-=-=-=-=-=-=-=-=-=-=-=-=-=-=-= 로라시아 력 12월 23일. 이클리드의 땅, 국경 도시 레피드의 영주성은 얼음으로 뒤덮였다. 그 얼음 은 십년간 사람들의 접근을 거부하며 모든 힘을 거부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신의 노여움이라고 말했다. 또한 위대한 헤로딘의 영웅, 레피드 2세를 죽게하고 멸망한 헤로딘 장로원을 저주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마음의 결정이 라고 했다. 그래서 훗날 초기 기사들이 모여 만든 레피드 독립군이 헤로딘의 모든 사 람들의 축복과 지지를 받은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죽은 자의 마음과 이야기는 아무도 모른다. < 계속 > -+-+-+-+-+-+-+-+-+-+-+-+-+-+-+-+-+-+- [ 이번 편은 원래 짧습니다. ^^; ] 슬럼프...랄까요? Tag를 이해해서 두 개의 홈페이지를 작성해야 하고 대학 진학 문제로 인해 글을 쓸 시간이 없거니와 새로운 글의 구상도 못하고 있습 니다.(올해안에 100편은 넘겨야 하는데... 하루에 2편 연재라면 완결도 가능 하련만...) 8장은 전쟁 후의, 이리아 개인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8장의 끝에 안정은 찾아 오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데.. 불가능 할 듯. ^^;;; (하지만 8장만큼은 빠르고 쉽게 써질 것 같습니다.) 그럼, 내일 다시 뵙길 빌며. - Ipria 『SF & FANTASY (go SF)』 61810번 제 목:<이리아> ▣ 7. 삶과 죽음 ▣ -81-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2/19 19:16 읽음:299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삶과 죽음. 그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 이리아 ] ΙΥΙΑ 제 7장. 삶과 죽음. <81> ----------------------------------------------------------------------- " 뒤쳐지기 시작하는 무리가 있습니다. " " 현재 세레스와의 거리가 한 시간 정도.. 쉴 수 없다. " " 하, 하지만. " " 선택의 여지가 없다. " 레피드는 매몰차게 말을 끝맺으며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말대로 하 루 반나절의 강행군으로 말이 지쳐, 눈에 띌 정도로 뒤쳐지기 시작하는 무리 가 있었다. 하지만 쉴 수는 없었다. 지친 병력으로는 세레스와 맞붙을 수가 없었다. " 조금 너무 하는군. " " 어쩔 수 없잖아요. 저라도 같은 결정을 내릴 거에요. " 이리아는 에딘의 대답에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딘의 성격상 남을 희 생시켜 무엇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에딘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믿 기는 싫었다. 이리아는 요즘 부쩍 에딘이 먼곳의 사람처럼 느껴진다는 것을 깨닳았다. "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은...양날의 검이죠. 사랑을 위해 강해지기도 하지만 무모해 지기도 하니까요. " " 그런..가? " 이리아는 그렇게 되묻고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뒤쳐지는 무리는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레피드의 말과 달리 레피드는 그들을 염두했는지 전체적 인 속도는 약간 떨어져 있었다. 걱정스러운 듯한 이리아의 눈빛을 눈치챈 에딘은 이리아의 몸에서 손을 떼 고 팔을 늘어트린 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리에르는 다리로만 간신히 말에 앉아 있는 에딘의 불안정한 모습에 에딘의 곁으로 말을 몰아 다가왔다. 이리 아가 에딘의 자세를 알고 말을 꺼내려고 할 때 에딘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 같은 상황에 선택이 제게 맡겨진다면...전 무모해 질지도 몰라요. 그것 이 제가 살아가는 이유. 마지막 약속이거든요. " " 그, 그런.. " " 마스터 답군요. 하하하! " 당황한 이리아와 달리 주위의 기사들은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고, 누구로 부터 시작됐는지 모르는 그 웃음은 이유도 없이 계속 퍼져 나갔다. 이리아는 그들의 웃음에 한탄과 자기 비하가 깔려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말을 꺼 낸 에딘도 그것을 느끼는지 입끝에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기사들이 무엇인가를 느끼고 있다는 것 은 눈치 챌 수 있었지만 확실히 찍어,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결 국 에딘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그것은 서로 마찬가지 였지만... " 원래 세레스 출신은 무모하죠. " " 마스터..아니, 나이트 에딘의 앞에선 그 위대하신 룬 나이트도 벌벌 떠 는데 별 수 있겠습니까. 레이디가 있는 곳이 왕궁이라면 왕궁이라도 쳐 들어가실 텐데. " 한 기사의 말을 끝으로 웃음소리는 줄어들었다.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블러디 나이트가 에딘에게 죽은 것이 우연이 아니고, 에딘을 알고 있던 룬 나이트가 에딘에게 떠는 것이 이유가 있는 한, 에딘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한정되어 있었다. 같은 힘을 가진 자...아니면 그 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진, 인간이 아닌 자. 그들이 진정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에딘은 가만히 하늘을 올 려보던 중 얼굴을 굳혔다. 그 변화는 즉각, 기사들의 눈꼬리를 주위로 돌렸 다. 리에르도 에딘과 약간 거리를 둔 지점에서 겨드랑이 안쪽으로 살짝 손을 대고 주위를 살폈다. 삽시간에 침묵이 찾아들었다. 이리아는 얼굴을 찡그리 고 작게 물었다. " 이미..일까? " " 그럴지도... " " 확실하잖아. 이 정도 감각이면. " " ..... " 에딘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 역시 느끼고 있었다. 저 멀리서부터 흘 러 들어오고 있는.. " 어떻게 할 거지? " " 모르겠어요. " " 네 결정을 듣고 싶어. 네 생각을 알고 싶다고. " " 몰라요!! " 하지만 에딘은 신경질적으로 외쳤고, 이리아는 짙은 쓴웃음을 지었다. 에 딘의 변화가 손에 잡힐 듯, 윤곽이 드러나고 있었다. 곧 에딘은 이리아의 등 에 기대며 아주 작게 목소리를 짜냈다. " 너무...날카로워졌어.. " " 이럴 때 미안해..라고 해야겠지..? " " 아뇨. 힘내...라고 하는 거에요. " 빠듯하게 움직이는 에딘의 숨소리가 무겁게 어깨를 눌렀다. 죽은자의 냄새 는 점점 가까워지고 더 지독해져 갔다. 에딘의 반응은 당연했다. 맡을 수 있 는 사람에게는 저주와 같은 향기. 하지만 견딜만 했다. 주위가 모두 피로 뒤 덮히고, 꿈틀대는 시체와 폭발하는 광기가 없는 이상, 두려움 같은 것은 없 었다. 그 당시 죽인 인간의 수는 세 자리였다. 어떻게 그곳에서 레오가 살아났는 지 의문의 여지가 남아 있지만 모든 것은 그들과 상관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 알 수 없어.. 알지 못하는게 너무 많아.. " " 감정의 정의는 내리기 어려워요. 그냥 느끼는 대로...하고 싶은 대로 해 봐요. " " 아니.. " 이리아는 말꼬리를 흐리며 생각을 에딘에 대한 것으로 바꾸었다. 서로 알 려 준 것도 없고, 지니고 있는 것은 많았다. 특히 무엇인가, 같은 것을 공유 하는 느낌은 기분 나쁘다기 보다 평온했다. " 미안해요. 소리질러서. " " 라우디가 보면 재밌어 할거야. " " 상관없어요. " 단정적으로 딱 잘라 대답한 에딘은 평정을 되찾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국경 도시 레피드로 향하는 마지막 언덕을 바라보며 숨을 들이켰다. 가슴 벅 찬 아이리의 향기나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 길게 늘어지는 머리띠가 앞으로 가지 말라고 손짓하는 듯하게 느껴졌지만... =-=-=-=-=-=-=-=-=-=-=-=-=-=-=-=-=-=-= " 뭐지. 저건. " " .......레피드 님. " " 저게 뭐냐고!! " 레피드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곁에 있던 기사의 멱살을 잡았다. 갑옷의 무 게가 상당했기 때문에 그가 딸려갈리가 없었지만 그는 살짝 레피드에게 다가 가 주었다. 레피드는 신경질적으로 그의 멱살을 놔주고 눈가를 손으로 눌렀 다. 주위는 고요했다. 그 누구도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어이없는 한숨도, 절규 의 발악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덤덤히 기세 높게 하늘을 향하고 있던 영주 성을 바라볼 뿐이었다. 성안 여기저기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나 처참하게 날아 가 버린 성벽, 궁정 기사단에게 죽어 간 시체들은 그들에게 다가오라는 손짓 을 했다. " 세이라... 이대로 끝은 아니겠지? " 레피드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이를 갈았다. 빠득, 하는 소리가 울릴 정도 로 강하게. 그리고 그는 말을 돌렸다. 분노로 굳어진 레피드의 어깨 너머로 는 저녁 석양을 받아 새빨갛게 빛을 발하는 얼음 덩어리가 있었다. 아니, 그 무엇도 녹일 수 없는 얼음의 굴곡이 영주성 중앙을 감싸고 있었다. 울음 섞 인 피의 파도처럼, 그것은 레피드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레피드는 목 구멍으로 흘러 들어오는 피를 느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여기서 갈라진다. 앞은 헤로딘. 뒤는 세레스. 이대로 트론으로 도망쳐도 된다. 선택해라. 도망치는 자를 원망하지는 않겠다. 아니, 도망쳐라. 그 리고 우리의 정신을 이어라. " " 나이트. 당신은.. " " 헤로딘. 난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간다. " 여운도 남기지 않고 말을 마치며 레피드는 에딘과 함께 있는 이리아를 보 고는 살짝 고개를 숙여 마지막으로 인사를 했다. 이제 만날 일도 없을 것이 다. 두 번 다시. 지난 날 후회는 그녀를 지켜 주는 것으로 마친 것이다. 그 리고 이제 그녀를 선택했기에 했던 후회를 마쳐야 한다. " 모두들. 그 동안 고마웠습니다. " 차분하게 들려 오는 에딘의 목소리에 레피드는 말머리를 뒤로 돌렸다. 영 주성에서부터 섬뜩한 한기가 전해져 오는 느낌이었다. " 당신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레피드. " 에딘은 레피드를 향해 말했지만 레피드는 손을 들어 살짝 흔들어 대답했다. 그 때 이리아가 말에서 뛰어 내렸다. 그리고 에딘을 올려다 보았다. " 이리아! " " 정말 이대로 갈 생각인가? " " 끝까지 말썽이군요. 그럼 제가 여기에 남아 싸우기를 바라는 것입니까? " 에딘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순간적으로 이리아는 에딘이 자신의 눈동자 안 을 읽으며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거꾸로, 이리아도 에딘의 눈동자 안을 읽을 수가 있었다. 그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 그리고 있는 것. 그것 은 바로 마법으로 죽어 가던 사람들의 비명과 몸부림이었다. 이리아란 존재 가 만들던 것과 비슷한... " 마스터의 말대로 하세요, 레이디...이리아. 제가 레이디께 해 드릴 수 있 는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 " 레피드 경. " " 저도 압니다. 이대로 라면 위험합니다. 하지만...마스터 에딘의 힘은 전 쟁에 쓰여서는 안됩니다. 레이디가 룬 나이트에게서 도망칠 때 했던 일 들...잊지 않으셨겠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여기 둘이나 있지 만 그것은 저희의 힘으로 이루는 것이 아닙니다. 특별한 힘은 특별한 곳 에. 모든 자물쇠를 여는 열쇠를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 레피드는 영주성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말을 걷게 했다. 멀 리서 펄럭이는 헤로딘 깃발이 기분 나쁜 모양이었다. 레피드 기사단 기사들 은 레피드가 움직임에 에딘과 이리아를 놔두고 그를 뒤따르기 시작했다. " 행복을 잡아 보세요, 마스터.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 " 즐거웠습니다. 나중에 운이 닿거든 또 만나죠. " 그들은 가볍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에딘을 지나쳐 지나갔다. 에딘은 그 들에게 언제나처럼 미소지어 주고는 이리아의 곁으로 말을 몰았다. 이리아는 주먹에 힘을 주며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싸우러 나가는 기사들의 뒤를 바라 보았다. 만약 그들이 정상적인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생각할 것도 없이 아니 라고 대답할 심정이었다. " 저들에게는 저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죠. 우리가 상관할 수 없고, 상 관해서는 안되는. " " 이해할 수 없어. " " 이해할 수 없으면 기억해 둬요. " 에딘은 이리아의 어깨에 손을 얻었다. 이리아의 어깨는 싸늘하게 식어 있 었다. 그것은 분노였다. 한심하게 보이는, 무모해 보이는 그들을 향한. 그리 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향한. " 너만큼은... " " 예? " " 저런 짓을 하면 가만히 안 두겠어. " " 하하하! 어서 가죠. " 에딘은 대답 대신 한 팔로 이리아의 몸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앉 히고는 트론 쪽을 향해 말머리를 돌렸다. 그 때 에딘의 뒤에서 인기척이 움 직이며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 왔다. " 주인님....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 " 그래요. 헤로딘을 떠나기 전까지, 당신은 제 소유. 같이 가죠. " 리에르는 가벼운 에딘의 목소리에 살짝 미소지으며 에딘의 뒤를 따랐다. 이리아는 고개를 돌려 둘의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 마음에 안 들어. " " 리에르, 아니면 저요? " " 모든 것이 전부 다. " " 하지만 전 마음에 들어요. 모든 것이. " 에딘은 그렇게 말하고 말고삐를 놓은 뒤 세게 이리아를 안았다. 이리아는 갑작스러운 에딘의 행동에 뭐라고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에딘의 팔은 목덜미 까지 올라와 살짝 목을 눌렀다. 마치 아무말도 하지 말아 달라는 듯이. 이리 아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생각보다 따뜻한 에딘의 체온이 자신 에게 없는 무엇인가를 채워 줄 듯 했다. ' 이렇게 같이 있는 것만으로...몸이 안정되는 이유는 뭐지..? ' < 난...모든 것을 버려도 한 가지만 선택할 거야. > 순간적으로 이리아의 머리 속으로는 에딘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누군가에게 맹세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이리아는 목을 살짝 돌리며 물었다. " 에딘? " " 가죠.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제가 싸우는 일이 있을 지도 모르니... " 그러나 에딘은 대답을 피했다. 그것이 누구에게 향한 것인지, 이리아는 전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하 지만 에딘이 이번만큼은 우리라는 말 대신 자신만을 지칭한 것은 눈치 챘다. 예감...그것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계속 > -+-+-+-+-+-+-+-+-+-+-+-+-+-+-+-+-+-+- [ 오랜만입니다~ ] ^^;;; 죄송- 죄송- 홈페이지 작업과 대학 진학 문제로 엄청 바쁩니다. 빨랑빨랑 연재하도록 하죠. - Ipria 『SF & FANTASY (go SF)』 61839번 제 목:<이리아> ▣ 7. 삶과 죽음 ▣ -82-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2/19 21:05 읽음:290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삶과 죽음. 그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 이리아 ] ΙΥΙΑ 제 7장. 삶과 죽음. <82> ----------------------------------------------------------------------- 흐릿하게 변하며 곁을 지나가는 공기의 흐름. 소리. 피. 그것들은 살갗을 스치며 산산이 흩날린다. 하지만.. " 시리...엘! " 레피드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던 병사를 향해 두 손으로 검을 쥐고 있는 힘 껏 휘둘렀다. 피차 피로가 쌓이고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으므로 그는 헛점 투 성이의 레피드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갑옷으로 검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갑옷은 레피드의 검을 견딜 수 없었다. " 으악! " " 학..학.. 하악... " 긴 호흡이 버겁게 폐부를 들락거렸다. 무엇인가가 속에서부터 끓어올라 걸 리적 거리기도 했다. 레피드는 검을 땅에 꽂고 그곳에 잠시 몸을 의지했다. 주위에 쌓인 시체들은 모두 헤로딘 궁정 기사단이었다. 그가 상대한 병사만 세 자리를 넘어가 있었다. 검날은 여기저기 깨져 나가고 갑옷은 너덜너덜하 게 변했다. 그의 말은 이미 레피드보다 먼저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페릭의 목숨을 빼앗았던 아케르트는 레피드 기사단의 돌격 앞에 완전히 무 력화 되어 시체들 어딘가에 파묻혀 있었다. 하지만 복수를 성취한 뒤의 함성 은 없었다. 그들은 아케르트를 몰살시킨 뒤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던 것이다. " 시리엘... 세이라.. 이제 나누어 줄 힘은 없겠지? " 레피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억지로 몸을 움직였다. 검날이 바닥에 끌리고 갑옷이 육중한 소리를 냈다. 레피드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은 영주성이었 다. 그 누구의 손길도 거부하듯 얼음이 감싸인... " 큭큭. 이제 말할 수 있겠군. " 그 때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 왔다. 레피드는 천천히 그쪽을 돌아보았 다. 작은 언덕이 있던 그곳에는 검은 갑옷의 행렬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 다. 레피드는 힘껏 검을 쥐며 숨을 들이켰다. " 미안하다고 말해 주고 싶어. " < 무적의 레피드답지 않잖아!! > " 무적? 그래...난 무적이었지. " 레피드는 머리 속에 울리는 그 목소리와 함께 검은 갑옷들의 정면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바닥에 거치적거리는 시체들은 레피드의 체력만 빼 앗았다. 레피드는 희미한 시선 속에 환하게 웃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 < 힘들었지? > " 응.. " < 나 역시 미안해.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서.. > 그녀는 미안한 듯 팔짱을 끼며 고개를 숙였다. 레피드는 손을 들어 그녀에 게 향해 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었다. 가깝지만 먼 곳. 멀지만 가까운 곳. 그곳에 있었다. " 널 닮은 사람을 만났어. " < 그래... 좋은 사람이었지? > " 응. 이름이... " < 아휴- 또 잊은 거야? > 그녀는 그렇게 물으며 다시 밝은 표정을 지었다. < 레피드 답잖아요. 그런 것을 일일이 기억하면 레피드가 아니죠. > 차분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 왔다. 레피드는 살짝 고개를 돌렸다. 영주성 이 있어야 할 그 자리에는 암흑을 뒤로한 세이라가 서 있었다. " 세이라... " < 그러니까 그녀의 이름은... > " 모두 미안해.. 하지만 지금 갈게. " 레피드는 자신의 몸이 쓰러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것을 막 을 수 없었고, 막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둔탁한 소리가 울리며 멀리 있었던 두 사람은 손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시리엘은 레피드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 이리아에요. 이.리.아. 모든 일의 시작이자, 끝. 그리고 희망. > =-=-=-=-=-=-=-=-=-=-=-=-=-=-=-=-=-=-= " ...으...으.. " " 로벨리아. " " 으..... " 기계들로 만들어져 있던 곳이 아닌, 화사한 방안 침대에 누워 있던 그녀는 신음과 함께 몸을 뒤틀었다. 정신이 드는 것이 고통스러운지 마디마디가 제 멋대로 움직였다. 아디오스는 괴로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가 없 어 그녀의 가슴 중앙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약간의 충격과 함께 푸른 빛을 넣었다. 그러자 레오의 몸은 힘을 잃으며 노곤한 사람처럼 움직였다. 아디오 스는 손을 떼고 다시 한 번 그녀를 불렀다. " 로벨리아. " " 언...니? " " 그래. 정신이 드는 모양이구나. " " ...어떻게 된 거지? " " 네가 알고 있는 사실은? " 아디오스의 말에 레오는 손을 들어 양미간을 힘껏 눌렀다. 그리고 천천히 기억을 되짚었다. " 제스트로 향해서... 이리아를 느끼고.. 라우디와 싸웠어... " " 그리고. " " ...그러다가... 음... 아! 이리아가 어떤 녀석하고 힘을 발산해서 그곳 으로 갔는데.. " 거기까지 말했을 때, 레오는 양미간을 누르고 있던 손을 떼고 황급히 자리 에서 일어났다. 얇은 잠옷만 걸쳤던 그녀의 실루엣이 크게 움직이며 약간 밸 런스가 맞지 않은 몸의 굴곡이 들어났다. 레오는 멍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 내 팔... 분명히 그때... " " 기억 났구나. " " 어떻게 된 거지. " 레오는 고개를 돌려 아디오스를 노려보았다. 레오의 두 눈동자 안의 핏빛 이 진해지고 어깨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아디오스는 그녀의 과민 반응에 내 심 놀라며 대답을 주저했다. 하지만 레오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 내 팔. 어떻게 된 거지! 난 그때 팔을 잃었어!! " " 하지만 지금은... " " 누구의 팔이지?! 낯설지 않아. 설마.. " 순간 레오는 입술을 깨물었다. 금새 입술은 핏기를 잃어 하얗게 변했다. 아디오스는 침대에서 한 걸음 물러서고는 약간 슬픈 얼굴을 지었다. " 네가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맞을 거란다.. " " 누구 생각...이었어. " " 응? " " 누구 생각이었냐고!! 죽여 버릴 꺼야!! " 레오는 그렇게 외치며 침대를 박차고 내려와 오른 손에 바람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침대보가 갈가리 찢어지며 방안의 사물들이 밀려났다. 아디오스는 자신의 피부에 와닿는 레오의 힘에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레오의 이런 반응 은 처음이었다. 그 동안 자신을 따르던 레오가 아니었다. " 어쩔 수 없었단다. 그가 자원했고.. " " 어, 언니. " " 네가 그 애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 " 시끄러. " 그때 레오는 아디오스의 말을 잘랐다. 아디오스가 이상함을 느꼈을 때, 레 오의 모습은 아디오스 앞에 나타났다. 레오의 얼굴에는 묘한 웃음이 스며들 어 있었다. " 지금 어디 있지? " " 아마... 전에 네가 쓰던... " " 언니라고 해도 이번 일은 잊지 않을 거야. 큭큭큭... " 그리고 레오의 몸은 아디오스의 앞에서 희미해져 갔다. 환각으로 투영되는 모습처럼, 레오는 다른 곳으로 가고 있었다. 아디오스가 놀란 얼굴로 그녀에 게 다가가려고 할 때, 그녀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무엇이 어떻게 됐는지. 그녀의 머리속에서는 단 한 가지 단어만이 떠올랐다. " 이번에도... 실패인가.. " 동시에 틀어 올려져 있던 아디오스의 머리카락은 저절로 풀려 아래로 흘러 내렸다. 허리 아래까지 이어지는 금색 굴곡은 끝에서 서로 갈라져 갔다. 그 녀는 짙은 쓴웃음을 지으며 허공을 향해 손을 저었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공 간이 이그러져 나갔다. 그리고 공간의 흐름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 아디오스 의 모습 또한 희미해지며 어디론가 이동했다. =-=-=-=-=-=-=-=-=-=-=-=-=-=-=-=-=-=-= " ...얘기 좀 하지 않을래? " " 무슨 얘기요? " " '그때' 이후...라던지, 옛날 이야기라던지, 네 과거라던지. " " 왜요? " 에딘은 가볍게 미소지으며 나뭇가지를 들어 모닥불 더미에 던졌다. 에딘의 마법으로 활활 타오르던 모닥불은 새로운 나뭇가지와 닿자 크게 흔들리며 빨 간 불똥이 피어올랐다. 이리아는 에딘이 주워 온 나뭇가지를 하나 들어보며 대답했다. " 심심해. " " 이럴 때는 궁금해...라던지 네가 알고 싶어.. 라고 하는 거에요. " " 얘기할 거야, 안할 거야! " " 해요, 합니다. " 이리아는 에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생글생글 웃고 있는 에딘이 무 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읽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싫지 않았다. 남에게 놀림 을 당하는 것과 달리. " 눈을 뜨니까 침대 위였어요. " " 나도 그랬어. " " 그리고 사람들을 만났죠. " " 나도. " " 좋은 사람들이었어요. " " ...재미없어. " 이리아는 거기까지 듣고는 고개를 저었다. 어딘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원하는 것은 이런게 아니었다. 하지만 에딘은 이해할 수 없었는지 눈가를 살 짝 찌푸렸다. 노골적으로 말은 하지 않지만 속으로 불평을 하고 있는 것이었 다. 이리아는 나뭇가지를 반으로 부러트리며 말했다. " 우린...겹치는 부분이 많아. " " 그럴 지도 모르죠. " " 아니. 거의 비슷하게 살아왔는지도 몰라. " 그리고 에딘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에딘은 모닥불빛에 비치는 이리아의 얼굴이 담담하다는 것을 느끼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리아의 말대로 였 다. 에딘은 땅으로 시선을 돌렸다. " 하지만 편해. 넌. " " ...... " " 라우디와 달리, 뭐랄까..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모든 것을 포용 할 수 있는 분위기야. " " 누구나에게 그러는 건 아니에요. " " 그래? ...그럼 난 특별하다는 소리네. " 이리아의 말에 에딘은 고개를 들었다. 모닥불을 바라보는 이리아가 너무나 가깝게 느껴졌다. 한손에 잡힐 듯이... " ...나 졸려. " " 어깨..빌려 줄까요? " " 응. " 스스럼없이 이리아는 대답을 마치고 에딘에게 기댔다. 그리고 팔짱을 끼고 서 눈을 감았다. 약간 쌀쌀한 날씨가 신경 쓰였다. 에딘은 조용히 이리아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고 따스하게 열을 발산했다. 이리아는 피곤했는지 곧 편안한 얼굴로 잠들었다. " 주인님.. " " 쉿. 미안하지만 조용히 해줘요. " 에딘은 모닥불 건너편에서 짐을 다 챙긴 리에르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이리아의 머리카락 끝을 부드럽게 매 만지며 중얼거렸다. " 이럴 때 제가 해줄 수 있는 말... 행동... 감정.. 아무 것도 없군요. 당 신 말대로에요. 우리는... " < 계속 > -+-+-+-+-+-+-+-+-+-+-+-+-+-+-+-+-+-+- [ 재미없나.. 쩝. ] 할 수 없죠. ^^;;;; 제가 죄인이옵나이다. 그럼 계속 빠른 연재를.... - Ipria Ps. 에딘의 애정행각. 조금만 봐주죠. ^^;; 『SF & FANTASY (go SF)』 61949번 제 목:<이리아> ▣ 7. 삶과 죽음 ▣ -83-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2/20 11:21 읽음:292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삶과 죽음. 그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 이리아 ] ΙΥΙΑ 제 7장. 삶과 죽음. <83> ----------------------------------------------------------------------- " 에르! " 레오는 시야가 밝아지자마자 그렇게 외치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도 착한 곳은 예전에 자신이 쓰던, 수도의 저택 자신의 방이었다. 몇 년만에 처 음 오는 곳이었지만, 자신의 흔적과 얼마 전까지 누군가가 있었다는 흔적은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 에르!! " " 누구냐! " 레오의 외침에 방으로 들어온 것은 저택 근위 기사였다. 그는 무기를 꺼내 들고 기세 좋게 방문을 열었지만 방안에 서 있는 레오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굳어졌다. 몇 년만이라고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있으니. " 로벨리아...님. " " 에르키스 녀석, 어디에 있지? " " 그 분은 지금 정원을 산책하고 계실 텐데... " " 한밤중에 산책? 정신이 나갔군. " 씁쓸한 얼굴로 레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방을 나섰다. 잠옷 차림의 모습 이 아슬아슬하기도 했지만 기사는 뒤로 물러서서 무기를 넣고 고개를 숙였다. 절대적인 강함. 맨손으로 있어도 그녀가 어떤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함 부로 시선을 건넬 수도 없었다. 레오는 환하게 횃불을 밝힌 복도를 걸어 정원으로 향했다. 그가 지금쯤 어 디에 있으리라는 것은 간단하게 알고 있었다. 달빛만 있는 한밤중에 정원을 산책한다는 사실부터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레오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 " 쿨럭...크윽. " 에르키스는 기침과 신음을 뱉어냈다. 왼쪽 상반신이 모두 마비되는 느낌과 함께 바늘로 후비는 듯한 통증이 왼쪽 어깨에서 울렸다. 익숙해 질 때가 되 었지만 절대 익숙해 질 수 없는 일이었다. 에르키스는 힘껏 왼쪽 어깨를 오 른손으로 잡으며 이를 악물었다. 자원을 한 것에 후회는 없었다. 살아가는데 불편한 일은 많겠지만 어차피 오래 살 생각은 없었다. 검술 역시 오른팔 하나만으로 균형만 잘 맞추면 되 는 것이었으므로 크게 무리가 되는 일은 없었다. " 칵... 이런... " 무엇인가가 올라오는 느낌에 에르키스는 그것을 뱉어 내고 입가를 닦았다. 일 주일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통증과 피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밤에 산책을 하는 이유 중 한 가지도 잠을 잘 수 없을 정 도의 통증 때문이었다. 에르키스는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피섞인 침을 바라보 며 중얼거렸다. " 다시 만난다면.. 아무말도 하지 않겠죠..? " " 아니. 멍청한 녀석이라고 욕을 하고 두 번 다시 이런 짓을 못하고 두들 겨 패주겠어. " 순간 에르키스는 환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등뒤에서 들리는 목소 리가 너무 생생하게 느껴졌다. 에르키스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천 천히 뒤로 돌았다. 그곳에는 갈색 잠옷을 입은 레오가 주먹을 쥐고 당장이라 도 달려들 기세로 서 있었다. 짙은 핏빛 눈동자가 달빛을 받아 광채를 띠고 있었다. " 로벨리아... 아니, 주인님. " " 하지만 그럴 수도 없으니... 젠장. " "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 " 누가 너에게 이런 일을 하라고 시켰어?! " 레오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에르키스를 향해 한 걸음 내딪었다. 순식간에 그녀의 몸에서는 바람이 일어 에르키스의 몸을 밀어냈다. 에르키스는 바람을 견디며 고개를 떨구었다. " 주인님은 라우디에게서 제 목숨을 구해주셨습니다. " " 그래서. " " 저 때문에 잃은 팔입니다. " "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나? 넌 아무도 건드릴 수 없다고. 난 약속을 지 켰을 뿐이다. " " 하찮은 노예에게 약속은 지키시지 않아도 됩니다. " " 시끄러! 내가 언제 너보고 노예라고 했어!! " 에르키스의 몸을 밀어내던 바람은 그녀의 외침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레 오는 그냥 획 몸을 돌리고 생각에 잠겼다. 지나치게 흥분한다는 사실이 그제 서야 들기 시작했다. 레오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주인님 따위는 집어 치워. 그냥 로벨리아라고 불러라. 이일은 나중에 천 천히 하지... " 레오는 그대로 왔던 길을 되돌아 보았다. 올 때와 달리 온 길이 멀다는 생 각이 들 정도로 몸이 무거웠다. 레오는 몇 발자국 가지 않아 멈추고는 말을 이었다. " 고마워. 에르... " 그리고 그녀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핏빛 눈동자가 감기고 어깨까지 오는 금발이 격하게 떨어져 내렸다. 그 순간 에르키스의 팔이 그녀를 잡아 주었다. 매일 멀리서 바라보던 에르키스의 눈동자가 그윽하게 레오를 향하고 있었다. =-=-=-=-=-=-=-=-=-=-=-=-=-=-=-=-=-=-= " 어서 죽여라!!!! " [ 카작- ] 마법으로 배가 갈린 남자의 머리는 보이지 않는 힘에 산산이 박살나 허공 으로 튀어 올랐다. 뒤이어 무엇인가가 달려들어 그의 육체를 뜯어냈다. 작지 만 하얗게 빛을 반사하는 피부. 완전히 핏덩이처럼 보이는 눈동자.. 방안으 로 뛰어 들어왔던 기사들은 뒤로 주춤, 물러섰다. " 77번 실험체의 파괴를 허락한다. 폭주한 이상, 힘의 이용법을 익히기 전 에 죽여라. 죽이지 못하면 최후의 수단으로 갈 수밖에 없다. " 그들의 뒤에 서 있던 백발의 한 남자의 말에 기사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 남자는 시체로 변한 기사들의 몸을 뜯어내는 방안의 생물에게 잠깐 시 선을 주었다가 그곳을 떠났다. 남자가 떠나자 철판과 배선이 되어 있는 그 방을 중심으로 복도는 두터운 금속벽으로 격리되어 갔다. 죽이지 못하면 죽는다.. 기사들은 본능적으로 소 름끼치는 방안의 생물을 노려보며 벽쪽에 붙어 옆으로 퍼졌다. 시체 뜯기에 신경을 쏟고 있던 그 생물은 병사들의 움직임을 모르는 듯, 자신이 하던 일 에 열중했다. 그것을 포위한 기사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검을 들었다. 그리고 힘 껏 숨을 들이켰다. 하나...둘...셋... 시간이 지나자 그들은 일시에 그 생물 에게 달려들었다. 스무여개의 검은 그 생물의 가슴과 배에 꽂혀 들어갔다. 피식피식 솟구치 는 피와 함께 그것의 눈동자가 크게 열렸다. 그리고 이겼다, 라는 표정을 짓 고 있는 병사들을 훑어보았다. " 죽었군. 괴물. " 그 한 마디의 말과 함께 그들의 검은 모두 산산이 박살났다. =-=-=-=-=-=-=-=-=-=-=-=-=-=-=-=-=-=-= " ......안돼.. " 이리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을 떨었다. 눈꺼플이 가늘게 흔들리며 핏빛 눈동자가 살짝살짝 밖으로 드러났다. 깨고 싶어도 깰 수 없는 꿈..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발버둥쳤다. 그녀를 가볍게 안고 있던 에딘은 번쩍 눈 을 뜨며 이리아의 몸을 돌렸다. 이리아의 몸은 휘청이며 에딘 쪽으로 돌았다. " 싫어... " " 눈을 떠요, 이리아. " " 아악!!!! " 순간,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머 리를 감싸고 고개를 젖혔다. 그녀의 눈동자는 하늘을 향해 둥글게 확대되어 멈추었다. 에딘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이리아의 팔을 잡았다. 그러자 이 리아는 에딘을 노려보며 외쳤다. " 내 몸에 손대지마!! " " 정신 차려요! " " 꺼져!! " 이리아는 에딘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그대로 손을 휘둘러 에딘의 가슴을 노렸다. 에딘은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이리아의 팔에 두 팔을 교차시켜 그것 을 막았다. 하지만 이리아의 팔이 닿자 에딘의 발은 땅에서 떨어졌다. 에딘 은 허공에 들려진 상태로 나무 등걸이 있는 곳까지 날아가 쓰러졌다. " 크윽- 이리아! " " 위험합니다, 주인님. " 어느새 리에르가 에딘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에딘 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에딘은 몸을 일으키고 리에르의 어깨를 잡아 옆으로 비켜나게 했다. 에딘의 모습이 다시 시야 들어오자 이리아는 손에 바람을 일 으켜 에딘에게 던졌다. 에딘은 손을 드는 것만으로 그것을 막아냈다. 마법으로 흔들린 공기는 에딘의 머리를 흩날리게 했다. 에딘은 약간 숙인 고개로 눈동자를 굴려 이리아를 올려다 보며 중얼거렸다. " 장난이 아니군. 이리아. " 입가가 묘하게 올라가고 검정색 눈동자가 굳어져 갔다. 이리아는 아무렇지 도 않은 에딘의 얼굴을 향해 손을 들었다. 에딘은 허리를 움직여 그녀의 손 과 일직선이 되는 것을 피하며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이리아는 분한 듯 얼굴 을 일그리며 몸에 힘을 주었다. 바람의 막을 일으켜 에딘을 튕겨낼 생각이었 다. 그러나 에딘이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에도 바람은 일어나지 않았다. " 어- " 에딘은 당황한 이리아의 얼굴에 손을 덮은 뒤 그대로 뒤로 재꼈다. 이리아 의 몸은 뒤로 크게 휘었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이리아의 가슴은 격하게 떨리 며 숨을 헐떡였다. 에딘은 손에 힘을 주고 싸늘하게 이리아를 내려다 보았다. " 주인님... " 리에르는 어두운 주변과 상반되게 빛을 발하는 네 개의 물체를 발견했다. 이리아의 발과 에딘의 팔에서 강렬하게 빛을 내는 팔찌...그 팔찌는 두 사람 의 몸을 경직시키고 있었다. " 이리아. " " ...뭐지? 에딘? " 갑자기 이리아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에딘에게 물었다. 그녀의 발 에서 빛을 발하던 팔찌는 평상시처럼 빛을 잃었다. 에딘은 깊게 한숨을 내쉬 고는 이리아의 몸을 끌어안았다. 이리아는 어벙벙한 얼굴로 물었다. " 뭐, 뭐야. " " 악몽...이었어요. 이리아. " 에딘의 목소리는 천천히 젖어 들었다. 이리아는 에딘의 어깨를 밀어 몸을 떼게 하고는 자신의 몸을 돌아보았다. 무엇인가가 죄어드는 듯한 감각이 희 미하게 남아 있었다. 에딘은 눈가를 누르며 리에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입 에 손가락을 대어 아무말도 하지 말라고 했다. 리에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 였다. 에딘은 고개를 흔들고는 이리아에게 말했다. " 미안해요. " " 뭐가? " ' 진심이었어요... 우리 둘 다.. 어쩌면 우리는... ' 절대 입밖으로 나올 수 없는 말이었다. < 계속 > -+-+-+-+-+-+-+-+-+-+-+-+-+-+-+-+-+-+- [ 으│! 으│! ] 예전보다 조회수가 더 떨어졌군요. --; 무단으로 연재를 쉬었던 타격이 큰 듯. 컴퓨터 사정으로 잠시 홈페이지 작업을 못해 급히 한 편을 써서 올립니다. - Ipria Ps. 과연 에딘과 이리아가 서로 싸우지 않을까요? ^^; 베드 엔딩으로 향하는 길은 많이 열려 있습니다.(크하하하!!) 『SF & FANTASY (go SF)』 63363번 제 목:<이리아> ▣ 7. 삶과 죽음 ▣ -84-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2/28 01:00 읽음:280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삶과 죽음. 그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 이리아 ] ΙΥΙΑ 제 7장. 삶과 죽음. <84> ----------------------------------------------------------------------- " 알 수 없어.. " " 뭐가요? " "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 " 그냥 악몽을 꾼거라니까요. " 이리아는 그 말에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이리아와 에 딘은 말에서 내려 말을 가운데 두고 서로 반대편에서 걷고 있었다. 가깝지만 먼 거리.. 그 거리차는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았다. 지금 걷고 있는 산길처럼. " 주인님... " 에딘의 곁을 따라 걷고 있던 리에르는 여느때 같지 않은 에딘의 태도에 조 심스럽게 에딘을 불렀다. 하지만 에딘은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싸늘한 웃는 눈으로 이리아에게 들키지 않게 먼곳을 노려보고 있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오던 빛이 매섭게 반사되는 에딘의 눈동자.. 부드러 우면서 날카롭다는 모순된 이미지가 함께 했다. 리에르는 알 수 없는 사람들 이란 결론을 내린 에딘과 이리아를 돌아보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암살자 로 자라온 자신조차 낄 틈이 없는, 기묘한 일행이었다. " 그 뒤로 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힘을 써왔습니다. " " 지난 번에 말한 그 일..? " " 예. " " 그래서? " 과거 이야기를 어렵사리 꺼내는 에딘과 달리 이리아의 반응은 냉담했다. 화가 나 있다는 것이 확실했으나 어쩔 수 없는 방법이었다. " 이해..해 줄 수 없나요? " " 이해할 수 없어. " " 후.... " 에딘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살짝 내려온 눈꺼풀은 피곤한 사람처럼 힘을 잃고 있었다. 답답함. 속시원히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그 계기가 없어 이야 기를 꺼낼 수 없는 고통은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그런 일'은 무 작정 꺼낼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잘 참는 것은 이리아였다. 직설적이던 성격이 바뀌었다고나 할까?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참을성이 늘어 있었다. 자신에 대해 깨달았았기에.. " 좋아요. " 에딘은 고개를 들어 말안장 반대편의 이리아를 돌아보았다. 이리아는 상당 히 힘이 들어간 에딘의 목소리에 살짝 에딘을 보게 되었다. 에딘은 담담하면 서 직설적으로 말했다. " 제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죠? " " 무슨... " " 이리아가 훨씬 더 잘알고 있지 않나요? " 에딘의 말끝은 이리아의 말문을 막아버렸다. 이리아는 엉겁결에 발걸음을 멈추고 놀란 시선으로 에딘을 보았다. 에딘은 이리아의 마음을 읽는 듯, 이 리아를 응시한 채로 말했다. " 당신은 지금 내게 바라는 있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내가 알고 있고. " " 내가 이노네스를 싫어하는 이유를 알아? " " ...... " 작으면서도 이리아의 목소리는 에딘의 정신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거부 할 수 없는 흡인력이 신경을 둔하게 만들며 이리아의 눈동자 안으로 이끌었 다. 그러나 에딘은 이리아의 시선을 피해버렸다. 그리고 나지막이 입을 열었 다. " 이 얘기는... 조금 있다가 하죠. " " ....뭔가 오고 있군. " " 발소리가 없는 인원의 움직임.... " " 헤로딘 쪽은 아닙니다, 주인님. " 리에르는 자신이 느낀 것을 그대로 전하며 겨드랑이 쪽으로 손을 옮겼다. 에딘은 허리를 낮추고 나무들 사이를 살폈다.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적 의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상당한 인원이 정확히. 신경질적으로 에 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하지만 이리아는 무표정으로 돌아가 한 손은 허리 뒤에 맨 검의 손잡이 위에 얹고 에딘과 리에르를 뒤로 한 채 뒤로 빠졌다. " 그럼 둘 중에 하나겠군. 세레스...아니면 이노네스. " " 이리아! " " 어느 쪽이든 가만히 두지 않겠어. 난 원래 도망치지 않아. " 검을 쥔 이리아의 손은 검끝을 매만졌다. 그리고 반대편 손은 가느다란 손 가락들이 제각각 놀기 시작했다. 어깨를 편 그녀는 모두의 표적이 되고도 남 을 정도였다. 에딘을 위해 가져왔던 옷들을 입은 상태여서 셔츠와 바지 하나 가 보호구의 전부였다. 그러나 이리아가 다칠리는 없었다. " 안돼요. " " 시끄러. 넌 내 보호자가 아니야. " " 이터널 레이디. 당신은 제가 보호합니다. 그리고 마법은 절대 안되요. " 순간 이리아는 눈가를 찌푸리며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에딘의 태도가 이 상하리만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엇인가가 에딘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자 존심..투정..고집.. 그 무엇도 아니었다. " 그럼? 이대로 계속 도망치자는 얘기야? 난 강해. " " 그래요. 강하죠. 인간이 아닐 정도로. " 에딘은 그 말을 마치고는 소리없이 이리아의 뒤로 다가갔다. 이리아는 입 끝을 이글이며 검 손잡이에 얹었던 손을 살짝 돌렸다. 다가오지 못하게 하라 는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는 듯 했다. 그러나 그 전에 에딘의 손이 이리 아의 왼손을 잡았다. 손가락 하나 하나를 깍지 껴, 빠져나가지 못하게. " 마법이 없으면 당신은 당신을 유지할 수 없나요? " " ..... " " 도망쳐요. 이대로 사라지는 거예요. 우리는 할 수 있어요. " " 싫어. " 하지만 이리아는 에딘의 손을 꺾으며 거절했다. 퉁명스러운 그 대답은 진 심이었다. 에딘은 억지로 이리아의 팔을 당겼다. " 내 말을 들어요! 쳇!! 그렇게 나오겠다면 여기를 초토화 시켜서라도 당 신을 끌고 가겠어-! " [ 퉁.. ] 그때였다. 어딘가에서 현이 울리는 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에딘은 이리아 의 머리 앞을 향해 손을 뻗었고, 이리아는 검을 뽑아 가볍게 곡선을 그리며 에딘의 팔 앞을 가렸다. 순식간에 화살은 날아왔지만 이리아의 검에 맞아 청 명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에딘은 약간 젖은 목소리로 물었다. " 결정해요. 남겠어요, 가겠어요. " " 날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 " 목숨을 걸고. " " 기대해보지. " 이리아의 대답에 에딘은 재빨리 이리아의 팔을 잡고 달려가 말에 올랐다. 리에르는 주위를 살피며 에딘의 뒤를 가로막았다. 화살이 날아온 곳에는 벌 써 인기척이 사라져 있었다. 이리아는 말고삐를 쥐고 말을 달리게 했다. 그 와 함께 에딘의 존재감이 이리아의 뒤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이리아는 그것 을 느끼지 못했다. 한 가지, 뭔가가 부족하다는 감각이 에딘의 존재감을 잊 게 하고 있었다. 리에르의 눈에 비친 에딘은 스스로 말에서 뛰어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에 딘이 움직이는 것은 부드럽게 흐르는 영상이 아닌, 점점이 끊어지고 있었다. 에딘의 몸 주위에 아른 거리는 힘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에딘은 땅에 착지 하고서 리에르를 향해 눈짓을 했다. 그것은 이리아의 뒤를 따르라는 명령아 닌 명령이었다. 절대 거절 할 수 없었다. 에딘의 뜻이 무엇이든, 리에르로서 는 그것을 따라야할 의무가 있었다. 리에르는 즉시 이리아의 뒤를 따랐다. 둘의 모습이 점점 멀어지자 에딘은 나무들 사이를 보고 두 손을 들었다. 곧게 세워진 손가락 끝에는 새빨간 빛이 맴돌고 있었다. " 세레스는 아니지...느낌이 다르니. 이노네스.. 우리를 이렇게 만든 대가 를 여기서 치뤄주지.. " ------------------------------------- " 에딘? " 이리아가 에딘의 존재를 되돌아 보았을 때, 이리아의 시선에 들어오는 것 은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리에르의 얼굴이었다. 이리아는 살짝 입술을 물며 그 즉시 말고삐를 당겼다. 그러나 곧바로 리에르가 달려와 말고삐를 낚아채, 계속 달리게 했다. " 무슨 짓이지? " " 주인님의 뜻입니다. 더 이상 이리아 님께 피를 묻히기 싫다는... " " 바보 녀석. " 이리아는 그 말과 함께 리에르의 손에서 말고삐를 다시 낚아챘다. ------------------------------------- [ 퉁...퉁...퉁.. ] " 그 따위로 덤비려고 하다니.. 어리석군요. " 에딘은 날아오는 화살들을 향해 손끝을 튕겼다. 그러자 화살들은 공중에서 타올랐고, 에딘의 앞에 떨어지는 것은 녹다 말은 화살촉 조각들이었다. 에딘 의 얼굴은 아직까지 웃고 있었다. 초롱초롱한 검은 색 눈동자와 순진하게 웃 고 있는 얼굴. 그것은 이 상황에서 두려움의 상징이었다. 고요해진 수풀 사 이로 간간이 마른침 넘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에딘은 두 팔에 힘을 준 상태 로 몸을 흔들며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향했다. 물론 그곳에 그들이 있으리 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의 흔적을 찾아 행동 패턴을 읽으면 그만 인 것이다. 에딘의 몸은 그렇게 화살들이 날아온 곳을 누비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 고 에딘을 노리고 있던 병사들은 가끔 이유를 모른 채 쓰러져 갔다. < 계속 > -+-+-+-+-+-+-+-+-+-+-+-+-+-+-+-+-+-+- [ 원래 스토리 라인입니다. ] 이상하게 글을 쓰다보면 캐러들에게 이끌려 새로운 이벤트를 발생시키죠. 그리고 내용을 연결 못해 버벅이고.. --; 그래도 재밌습니다. 무엇인가를 창조해 낸다는 것의 즐거움이랄까요? - Ipria Ps1. 왜 에딘 녀석은 마법을 펑펑 쓰면서 이리아는 쓰지 못하게 하냐고요? 곧 나옵니다. ^^; Ps2. 그동안 무단으로 쉬어서 죄송합니다. 대학 원서도 이제 넣겠다, 열심히 쓰도록 하죠. 『SF & FANTASY (go SF)』 63364번 제 목:[이프] 제 개인 홈피가 개장했습니다.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2/28 01:01 읽음:166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 안녕하세요- 이름만 수험생, 이프 입니다. 이번에 제 홈페이지가 개장했습니다. 제 소설을 위한 홈피...라고 할까요? '리즈 이야기'와 '이리아'. 두 개의 글에 대한 이야기, 혹은 제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잠깐 들려 주세요~ 방명록에 글도 남겨 주시고요. ^^; 글 연재는 이곳의 연재가 한 장 종결 할 때마다 홈피 소설란이 업데이트 됩니다. 절 아시는 분! 꼭 오세욧!!! ^^;;;; - Ipria ** 주소는 http://moon.interpia98.net/~ipria 입니다. 아직 개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 썰렁하니 따끈하게 방명록을 데워주시길.. 『SF & FANTASY (go SF)』 63482번 제 목:<이리아> ▣ 7. 삶과 죽음 ▣ -85-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2/28 18:05 읽음:281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삶과 죽음. 그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 이리아 ] ΙΥΙΑ 제 7장. 삶과 죽음. <85> ----------------------------------------------------------------------- 햇빛의 반대편에 그려지는 그림자는 나무 등걸에 걸리고 수풀의 그림자에 스며든다. 누렇게 변한 낙엽 위로는 사뿐히 움직이는 걸음걸이가 훑고 지나 간다. 사락..사락.. 바람 소리에 낙엽은 발걸음과 함께 땅을 긁고 움직인다. 200큐스(1qs=1m) 이상 떨어진 곳에는 붉은 기운이 어른 거리는 소년이 서 있 었다. 하지만 그 소년의 모습은 계속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가 그곳으로 돌아 가고 있었다. 퉁. 퉁. 걸음을 멈추지 않고 빈 활을 퉁긴 후 그는 자신들이 숲으로 들어올 때 보 았던 곳과 같은 곳을 향해 검지 손가락을 교차시켰다가 엄지를 비껴 올렸다. 그러자 몇 몇의 그림자가 수풀의 그림자에서 빠져 나왔다. 지체할 시간이 없 었다. 소리내어 숨을 내쉴 틈도 없이 손으로 입가를 막은 후 약간의 공기를 들이키고 계속 움직여야 했다. 이노네스에서 특수히 훈련을 받은 자신들이 도망을 치고 있다는 사실은 수 치였다. 상대는 겨우 15살밖에 되지 않는 소년 하나와 스무 살 가량 되는 여 자 둘뿐이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 추정되는 무기는 곡도 한 자루와 단검 몇 자루. 이끌고 온 수십의 병사들과 전력을 비교한다면 절대적으로 우 세에 놓였어야 했다. 그러나 소년은 날아오는 화살을 정확하게 찾아내 태워 버렸다. 그리고 기척 없이 움직여 병사들의 목을 비틀었다. " 대장, 반전했다가 다시- " 아차.. 그는 눈가를 찌푸리고는 그대로 팔목에 준비 해 두었던 단검을 뽑 아 말을 건 남자의 목에 박아 넣었다. 아직 앳되 보이는 그는 엉겹결에 단검 에 목이 관통됐다. 대장이라 불린 사내는 단검을 회수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던 길을 빠르게 재촉했다. 곧 털썩, 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순식간에 모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비명도 못 지른 그의 목에서는 가는 숨소리가 검과 핏덩이, 살 가죽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들은 옆으로 몸을 날려 땅 을 짚은 후 나무로 등뒤를 가르며 수풀 사이로 파고들었다. ' 쫓아오는 것인가. 아니면... ' " 날 찾고 있는 모양이죠..? " 등뒤에서 들려오는 즐거운 목소리에 그는 순식간에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의 피가 모두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새 소년은 등뒤에 와 있었다. 살짝 뒤로 돌아보는 그의 눈동자에 들어온 것은 웃고 있는 소년의 얼굴과 자 신의 목을 향해 다가오는 가는 팔뚝이었다. " 곧 병력을 재정비해 블러디 나이트가 올 것이다. 오 분 이내로. " " 고맙군요.... " 환청일까? 그의 귀에 들려 오는 소년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방금 전까 지 즐거워 하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소년의 팔은 그의 목을 감아왔다. 그는 눈을 감고 어두워진 시야 안에서 자신을 기 다리고 있을 가족을 그렸다. 잠시 후... 뼈가 어긋나는 소리와 함께 몸이 기 울어졌다. =-=-=-=-=-=-=-=-=-=-=-=-=-=-=-=-=-=-= " 블러디 나이트..라. " 에딘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빠르게 자신을 중심으로 흩어지는 병사들을 가 만히 지켜보았다. 대장이라 불린 남자가 죽은 이상, 지휘 계통 문제 때문에 다시 뭉쳤다가 올 것이 틀림 없었다. 일단 여기저기로 흩어지고 있어서 전멸 을 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선택은 하나였다. " 크르... " 작게 벌려진 에딘의 입술 사이로는 낮은 짐승의 울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와 함께 에딘의 몸은 움츠러들었다. 크게 부릅떠진 에딘의 눈동자는 생기 를 잃고 검은 돌멩이처럼 변해 갔다. 에딘은 시야가 희미해졌다가 서서히 또 렸해지자 이리아가 달려간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허리를 펴자 에딘 의 몸은 그곳으로 쏘아졌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에딘의 다리는 허공으로 떠오르고, 바닥의 낙엽과 자잘한 나뭇가지는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가 옆으 로 퍼져 나갔다. 획획 지나가는 풍경은 에딘의 눈동자에서 빠르게 흘러 지나갔다. 그 풍경 들은 어린 시절 피눈물을 흘리던 그 때로 돌아와 있었다. 에딘은 애써 그것 들을 외면했다. 그 때 에딘의 시야에 빠른 속도로 무엇인가가 정면으로 다가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자신의 말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타고 있는 사람은... ' 이런... ' 에딘은 속으로 혀를 찼으나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간다면 정 면으로 부딪힐 것이었다. 에딘은 손끝에 화염을 일으켜 몸을 낮추며 땅을 박 찼다. 에딘의 몸은 잠시 튕겨져 올라 허공으로 높게 떠올랐다. 에딘은 그대 로 달려오고 있던 이리아에게 팔을 뻗었다. " 에딘!! " 부웅, 하는 바람 소리에 섞여 이리아의 목소리가 울렸다. 에딘은 이리아의 어깨를 잡으며 몸에서 힘을 뺐다. 그리고 이리아의 어깨를 안고 한 팔로 바 닥을 힘껏 내리 찍었다. 퍼걱.....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 넌 착한게 아니라 멍청한 거야. 알고 있어? " " ..그래요? " 에딘은 아무렇지 않듯이 들리는 이리아의 목소리에 희미하게 웃었다. 눈을 뜨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 니, 모든 촉각이 마비되어 있었다. 에딘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 읔.. " " 주인님! " " 리에르... 같이 도망치라고 하지 않았나요? " " 갈 수 없습니다. 절벽이에요. 강물이 아래 흐르기는 하지만 뛰어내리기 에 너무 높고, 깊이도 알 수 없습니다. " " 이런.. 블러디 나이트가 오고 있는데.. " 리에르의 말은 절망적이었다. 대책을 세울 시간이 없었다. 주어진 시간은 오 분도 채 남지 않았고, 길은 하나. 그 때 이리아가 에딘을 부축하며 입을 열었다. " 기적은 일으켜야만 기적이라고 했지? 그럼 기적을 일으켜 보자. " " 하지만 아무리 우리라도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면.. " 그 한 마디 말에 이리아는 에딘의 두 볼에 손을 얹고 에딘의 눈을 직시했 다. 희미하게 미소짓고 있다는 것이 이리아의 손을 타고 에딘에게 전해져 왔 다. " ...에딘. 넌... " " 다정한 얼굴을 해도.. 불가능 한 것은 불가능해요. " " 너와 내가 힘을 모아도? " " ..리아... " " 제일 확실한 방법은 내가 그들을 맞아들이는 것이지. 하지만 네 뜻을 따 르자면 그 방법밖에 없어. " 약해지는 이유. 그런 것을 일일이 생각하면 오래 못산다. 왜? 좋아한다는 감정의 특징이니까. " 가요. " 에딘은 그렇게 말하고는 손목에서 팔찌를 모두 빼냈다. 그리고 부축해 주 는 이리아의 시선을 피해 팔찌를 뒤로 돌렸다. 리에르는 말에서 내려 에딘의 팔과 눈동자를 바라본 뒤 입술을 잘근 씹으며 팔찌를 받아 자신의 손목에 끼 웠다. " 주인님. " " 이리아, 그거 알아요? " " 뭘? " " 당신은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에요.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어 더 이상 상 처 받지 않게 해주고 싶은.. " " 걱정마. 우린 안죽어. " " 글쎄? 죽지 않을까? " 그 때 뒤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에딘은 짧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에딘 의 말은 에딘의 곁으로 다가 왔다. 익숙한 손놀림에 말의 재갈이 벗겨지고, 안장을 고정시킨 가죽끈이 풀어지자 에딘의 흑마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빠른 속도로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해 돌진했다. " 그냥 통과시켜라!! 아케르트는 측면으로! " " 작렬하는 파괴의 힘. 타오르는 피의 힘. 폭!(爆) " 에딘은 손을 들어 손에 화염을 일으키며 그것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에딘 의 손에서는 여러 개로 화염이 부서져 내리며 대각선으로 땅을 향해 꽂혔다. 바닥에 닿은 화염 조각들은 폭음을 쏟아내며 뭉게뭉게 먼지를 피어 올렸다. 동시에 이리아는 에딘의 손목을 잡은 채 달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결정을 거부하듯, 손바닥은 부르르 떨리며 경련이 일었지만 이리아는 그것을 무시했 다. 가느다란 에딘의 손목이 닿아 있는 한, 절대로 에딘의 뜻을 따를 것이다. 에딘은 아련해지는 등뒤의 감각에 씁쓸히 웃으며 왼쪽으로 손을 뻗으며 말했 다. " 리에르. 내 손을 잡아...주겠어요? " " 예. " 리에르는 에딘의 손을 꽉 잡아 주었다. 에딘의 왼팔은 방금 전, 이리아와 구르며 뼈가 어긋나고 피부가 벗겨져 있었다. 더구나 에딘의 시야가 어둡다 는 사실은 리에르밖에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힘 이 되고 싶었다. " 에딘. 곁에 있어 줄거지? " " 예. 언제나... " 그 말을 끝으로 이리아는 에딘의 팔을 껴안으며 무엇인가를 작게 읊조렸다. 간절히 무엇인가를 기도하는 어머니처럼, 에딘은 이리아의 존재감이 투명 해져 가는 것을 느끼고는 눈을 부릅떴다. 그래도 보이는 것은 없었다. 대신 몸이 기울어 간다는 사실만을 깨달았다. " 나만 바라봐...줘. " 바람 소리에 섞인 그녀의 말은 허공에 스며들며 모두의 몸은 투명하게 변 해갔다. < 7 장, 삶... 끝 > -+-+-+-+-+-+-+-+-+-+-+-+-+-+-+-+-+-+- [ --; 끝났군요. ] 역대 장 중에 제일 긴 장이었습니다.(18편이라.. --;;;) 8장부터는 새로운 인생을 살려고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중간에 우여곡절이 많아 이제서야 7장을 끝내지만, 그동안 열심히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8장으로 넘어가겠습니다. - Ipria ** Ip: 홈피 개장했어요~~~ I: 어제도 광고했잖아!!! Ip: -.- 그래도 광고는 해야지. 많이 광고해서 1000Hit를 보고야 말거야. E: 와- 1000히트나 바래요? 500히트도 힘들 것 같은데.. Ip: --; 그러니까 광고하잖아.(잔인한 녀석..) I: 하하하핫!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Ip: ==;; 제발 놀러와서 방명록에 글 좀 남겨 주세요~~~ I: 아하하하하하!!! 제발이래~~ 푸하하하하하!!!!! 하하하핫!! Ip: 우앙~~~ T.T *** Ri: 저쪽으로 넘어가서 쓸어버릴까... \./ Ru: 참아요.. 세계가 다르잖아요. 그래도...틀린 말은 아닌데요.. Ip: 어, 어! 너희들도... 그래.. 나 인기 없다!!! T.T 『SF & FANTASY (go SF)』 63826번 제 목:<이리아> ▣ 외전 .Ⅵ. 기억 ▣ -86-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99/12/30 10:56 읽음:27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외전 Ⅵ. 기억. 그 오래된 이야기의.... <86> ----------------------------------------------------------------------- " 그래. 그 이야기는 오래된.... 아주 오래된 이야기이지. 하지만 그렇게 오래된 이야기도 아니란다. " 열 살정도 된 여자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 주던 여인은 그렇게 말하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작지만 활기차고 밝은 마을의 전경이 있었다. 많 은 우여곡절과 사건들이 있었지만 끝까지 지켜진 마을. 이제는 이 마을의 촌 장이 된 그녀는 오래된 일들의 기억 중 한 가지를 다시 되새겼다. 서른을 넘 겼음에도 윤기를 잃지 않은 갈색의 긴머리 밖으로 약간의 눈물이 비치는 것 은 착각일까? " 그 분과 같이 온 사람들. 그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라고 넘어갔지. 그 분의 말대로, 그 분은 다시 돌아왔고, 반려자 또한 같이 왔으니까. 하지 만 그것은 우리의 작은 착각이었단다. " =-=-=-=-=-=-=-=-=-=-=-=-=-=-=-=-=-=-= " 꺄앗! " 짧은 외마디 비명소리에 이리아는 눈을 뜨려고 했다. 그러나 몸은 물먹은 솜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니, 실제로 물을 먹었는지 입안에 물이 고여 있었고 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 이리아는 손을 통해 느껴지는 미약한 체온에 안심하며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서서히 죽어갈 것이 뻔했다. " 크읏. " " 웁... " 그때 에딘도 입에서 물을 뱉어내며 몸을 움직였다. 에딘은 가늘게 눈을 뜨 며 자신의 양옆을 돌아보았다. 그들이 있는 곳은 강가였다. 자갈들과 잡초가 무성한 풀들이 널린.. 어떻게 왔는지,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무사한 것 같 았다. " 이리아, 리에르. 괜찮아요? " " 괜찮습니다, 주인님. " " 넌 내가 괜찮아 보이니... " 이리아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를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체 온이 떨어졌는지 입술마저 새파랬다. 거의 감기다시피한 눈은 주위를 살펴보 려고 안간힘을 썼다. 에딘은 이리아를 보자마자 땅을 박차고 일어났다. " 무리하지 말아요. 지금 상태로는 쉬는게 제일이에요. " " 하아... 말이 쉽지. 손가락도 안움직여. " " ...걱정말아요. 모두 무사하고. 난 곁에 있으니. " 그 말에 이리아의 몸은 옆으로 기울었다. 기운이 모두 빠져서 일까, 아니 면 에딘이 있다는 사실 때문일까. 에딘은 이리아의 몸을 받아 가뿐하게 안아 들었다. 백지장 같은 얼굴처럼 이리아의 몸은 차가웠다. 이리아는 그대로 잠 들은 듯, 고운 숨소리를 냈다. 에딘은 손에 따스하게 온도를 높히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장 힘을 쓰지 않았기에 체력은 남아 돌고 있었다. 그때 떨리 는 음성이 들려왔다. " 에딘...오빠? " " ...넌?!!! " 그녀를 발견한 에딘의 목소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격했다. 리에르는 에 딘의 목소리에 흠칫 몸을 떨며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을 번갈아보았다. 둘 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에딘을 부른 소녀는 에딘보다 한 살 정도 어 려보이는 아이로, 희미한 청색을 띠는 머리색만이 돋보이는 평범한 여자아이 였다. " 여기까지 흘러온...아니, 이동해 왔다는 얘기..? " 에딘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리아를 내려다보았다. 완전히 잠에 빠진 이리 아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에딘은 그녀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 하하하! 하핫! 하하하하!!! " 에딘이 웃는 이유는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웃음이 절대로 유쾌해서, 기분이 좋아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곧 에딘의 얼굴선을 따라 눈물이 흘러 내려와 이리아의 볼 을 적시기 시작했다. " 이대로...여기서 살아볼까요? 운명이 그것을 바라는 모양이에요.. " =-=-=-=-=-=-=-=-=-=-=-=-=-=-=-=-=-=-= " 그 분의 말대로 운명이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그래도 난 그 때 그 분의 반려자가 누구란 사실을 눈치 챘단다. 또한 그 분도 눈물을 흘린다 는 사실을 직접 본 한 사람이지. 후우.... 그땐 너무 어려 몰랐지만.. " =-=-=-=-=-=-=-=-=-=-=-=-=-=-=-=-=-=-= " 마을 사람들에게는 조용히 알려주겠어? 너무 피곤하거든. " " 알았어요. 필요한 것은... 뭐죠? " " 당장 급한 것은 갈아입을 옷. 그것 뿐이야. " " 예, 예. 금방 가져올게요. 집은 그곳으로 할거죠? " " 응.. " 에딘의 대답에 소녀는 힘차게 달려 마을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에딘은 그 녀가 떠나자 한숨을 쉬었다. 약간 충혈된 눈은 이리아에게로 향하지 못했다. 리에르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오래 된 친구..같이 보입니다. " " 그럴지도 모르죠. 저 애의 오빠를 내가 구했으니. 유일하게 진짜 동생처 럼 느껴지는 아이죠. 제 말투도 저 애를 닮은 것도 그런 연유일 거에요. " " 알고 있는 곳입니까, 여긴? " " ....안전한 공간. 우리들이 스며들어 살 수 있는 공간. 이라고 해두죠. 모두 '케인즈'란 녀석 때문입니다. 이곳을 알고 있는 존재는 그 녀석밖 에 없죠. " 리에르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케인즈..그것은 에딘의 성이었다. 그 것을 마치 다른 사람의 이름처럼 부르는 에딘의 뜻을 알기에, 리에르는 이질 적인 존재였다. 에딘과 케인즈. 그 둘의 조화와 반목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하나.. " 마스터가 그리워지는 군요... 무사히 다시 만나고 싶어요. 친형과 같은 분...이었죠. " =-=-=-=-=-=-=-=-=-=-=-=-=-=-=-=-=-=-= " 단지 오래된 이야기일 뿐이란다. 네가 태어나기도 전, 아주 오래된 이야 기.. 하지만 너만큼은 그 이야기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한단다. 우리의 모든 것을 지켜주신 분의 이야기니까. " " 몰라요. 아니, 모르겠어요. 뭐, 나중이면 알겠죠. " 아이의 대답에 그녀는 다정히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그때 창밖 에서 무엇인가가 달리는 소리가 울리며 아이의 볼이 살짝 붉게 물들었다. " 너 거기 안서! 딘!!! " " 아앗! 죄송해요- " 그녀는 밖에서 들리는 커다란 목소리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창밖, 거리에 는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는 소년이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과 갈색 눈동자.. 순박해 보이면서도 누군가를 닮은 그 소년의 뒤를 짧은 단발 머리의 여인이 쫓았다. 스무살 내외로만 보이는 그녀는 화가 난 듯,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 다. 귀밑까지만 내려오는 검은 색 단발머리가 소년의 머릿결과 비슷했다. " 엄마~~!!! " 소년의 외침은 곧 여인의 손에 잡혔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화를 내지않 고 그저 소년의 뒷덜미를 잡고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 넌 아버지가 돌아오면 반쯤 죽을 거다. " " 피. " 코방귀를 끼는 아들과 달리 그녀의 핏빛 눈동자는 진지했다. 아련히 옛날 을 그리는 눈동자... 그것은 이미 십년을 넘게 그대로 변치 않고 있었다. < 외전 Ⅵ. 기억. 그 오래된 이야기의.... 끝. > -+-+-+-+-+-+-+-+-+-+-+-+-+-+-+-+-+-+- [ 쿡쿡.. ] 언제나 변함없는 과거를 가장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다음은 드디어 8장! 페이스 Up-! ^^; - Ipria ** 이프의 모든 홈페이지 주소 ** 아래 홈페이지는 Main으로 모두 연결됩니다. 단지, 조금 허망한 웃음을 짓느 냐, 마느냐의 차이~~ ^^; http://moon.interpia98.net/~ipria <= Main http://myhome.dreamx.net/ipria http://my.netian.com/~ipria http://members.tripod.co.kr/ipria 『SF & FANTASY (go SF)』 64445번 제 목:<이리아> ▣ 8. 나를 바꾸는... ▣ -87-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1/01 19:55 읽음:306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당신이 원했던 것만큼. 당신이 잃었던 것만큼. [ 이리아 ] ΙΥΙΑ 제 8장. 나를 바꾸는 그대의 목소리. <87> ----------------------------------------------------------------------- " 행복해 질 수 있어. " " 어, 어떻게...자신 없어. " " 나의 인생에 대한 보상도. 우리의 인생의 보상도. 너만 잘 된다면 되는 거야. " " 말도 안돼. " 짤막한 단정짓는 말에 모두는 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 다. 십여명에 가까운 그들은 모두 같은 나이 대였다. 10대 초반.. 하지만 그 들의 얼굴은 모두 피로에 절어 있었고, 짙은 슬픔이 배어 있었다. " 너희는 괜찮은 거야? " "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잖아. 우린 이미.... " =-=-=-=-=-=-=-=-=-=-=-=-=-=-=-=-=-=-= " 자, 잠깐... " 이리아는 몸을 틀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곧 번쩍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 났다. 그녀가 누워 있는 곳은 어느 집안. 잘 정리된 침대 위였다. 전부 통나 무로 만들어진 벽과 바닥. 방안에 있는 것은 침대 하나뿐이었지만 방안 공기 는 신선했다. 이리아는 찬 기운이 피부에 와닿자 자신이 속옷만 입은 채 있 다는 것을 깨닫고 이불을 끌어 당겼다. 그때 방문이 열리며 쟁반을 들고 환 하게 웃는 여자 아이가 들어왔다. " 깨어났어요? 와- 오빠 말 대로네. " " 응? " " 에딘 오빠가 그랬거든요. 지금쯤 깨어났을 거라고. 그래서 먹을 걸 가지 고 왔어요. " " .....여기는 어디지? 그리고 넌? " 모든 것을 배제한 채 이리아는 그것부터 물었다. 소녀는 직선적인 이리아 의 질문에 약간 당황한 듯 대답을 주저했지만, 곧 문을 닫고 이리아 쪽으로 걸어왔다. " 전 아미에요. 그냥 동생처럼 대해 주세요. 여긴 트론의 국경선 쪽에 있 는 작은 마을이고, 언니는 우리의 손님이자... " 그리고 그녀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 [ 탁. ] 경쾌한 소리와 함께 마른 통나무 조각은 반으로 갈라져 장작으로 변했다. 곁에서는 작은 휘파람 소리와 함께 몇몇의 남자들이 장작으로 쓰기 위한 나 무들을 가져다 놓았다. 에딘은 웃는 얼굴로 그들에게 살짝 고개 숙여 인사하 고는 다시 나무를 두꺼운 나무 등걸 위에 올려놓았다. 한 손에 들린 손도끼 의 날은 잘 손질 되어 있었다. " 기쁜 얼굴입니다. 주인...에딘. " " 그런가요? " [ 탁. ] 리에르의 시선을 느낀 에딘은 이번에도 역시 단번에 나무를 반으로 갈라놓 고 도끼를 놓았다. 리에르는 현관에서 이어져 있는 발코니에 나와 있었다. " 좋지 않나요? 평화로운 공기. 조용한 분위기. 지저귀는 새들. 멀리서 들 려오는 물소리..걱정 없어 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아름다운 여자. " " 그, 그렇습니까. " 리에르는 자신을 바라보는 에딘의 시선에 살짝 얼굴을 붉혔다. 에딘은 목 에 걸어 놓았던 수건으로 땀을 닦고 이제부터 머물 통나무집을 시선 하나에 담아 보았다. 누군가 만든 통나무집은 강가로 향하는 숲속 길목에 자리잡고 있었다. 강 에서 흘러나오는 습기를 생각해서 인지 지면에서 1큐스 가량 높게 지은 것이 인상적인 집이었다. 주변의 나무들이 멀쩡한데 통나무집이 있어 이상하게 보 였지만 집안은 아직까지 멀쩡했고, 오히려 집 자체가 숨을 쉬는 듯, 공기가 신선했다. 남쪽을 바라보는 현관에 좌우로 벌어진 거실과 주방. 두 개의 방 은 서로 마주보며 북쪽에 있었다. " 이제부터 여기서 살거에요. 리에르도 적응해 가봐요. 이곳...좋은 곳이 니. " 에딘은 그렇게 말하며 집안으로 향했다. 리에르는 아무런 대답 없이 에딘 의 뒤를 따랐다. 주인님이란 호칭이 없어도 거리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현관문을 열자 향긋한 음식 냄새가 현관 쪽으로 밀려 나왔다. 리에르는 이 리아를 위해 음식을 만들던 에딘의 모습이 떠올라 잠시 생각에 빠졌다. 에딘 의 웃고 있는 얼굴이 가장 잘 어울릴 때는 이리아와 함께 있을 때였다. 같이 지내며 에딘이란 사람을 조금씩 더 알아 가면서 느끼는 것이었다. " 자, 잠깐! 내가 왜 그런 옷을 입어야 하지?! " " 오빠가 입히라고 했단 말이에요- " " 싫어!! 입기 싫단 말이야!! " 방안에서는 이리아의 목소리가 커다랗게 들려왔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 일까? 에딘은 곧장 방으로 향했다. 기쁨을 넘어선, 즐거운 얼굴이 가슴 저리 게 리에르의 시선으로 들어왔다. ' 역시...안되는 건가요.. ' 그녀는 레피드를 지원하기 위해 떠날 때의 에딘을 그리며 조용히 주방으로 들어갔다. =-=-=-=-=-=-=-=-=-=-=-=-=-=-=-=-=-=-= " 싫단 말이야! " " 언니. " 아미는 난처한 얼굴로 자신이 들고 있는 옷을 내려다 보았다. 자신이 입던, 치마와 간편한 웃옷은 지극히 평범하면서 그렇게 거부감이 있는 옷이 아니었 다. 왜 그렇게 이리아가 거부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리아는 무릎을 당기고 침대보에 얼굴을 묻었다. " 나쁜 녀석. 에딘. " " 왜요? " 그런데 밝은 에딘의 목소리는 아미 뒤에서 들려왔고, 아미와 이리아는 놀 란 얼굴로 고개를 들어 에딘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에딘은 인기척도 없이 방 안에 들어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이리아는 한 손으로 베개를 잡으며 에딘 에게 말했다. " 내가 왜 저런 옷을 입어야 하지? " " 좋잖아요. " " 뭐가 좋아? " " 제일 잘 어울려요. 지켜 주고 싶을 정도로.. " " 그래서 저 옷을 입으면 지켜주겠단.. " 거기까지 말한 이리아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즐거워 보이던 에딘의 얼 굴에선 천천히 웃음이 엷어졌다. 아미는 갑작스런 두 사람의 변화에 침만 삼 켰다. 둘 다 다른 사람의 접근을 거부하는 기세가 역력했다. 잠시 후 조용해 진 분위기 가운에 나지막하게 에딘이 말했다. " 제가 레피드 보다 못한 가요? " " 아니. " 이리아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아미를 바라보았다. 결정을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 뚜렷이 보이고 있었다. 아미는 순간 웃음을 지으며 살짝 옷을 들어보였 다. 에딘이 원하는 것은 옷을 입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무릎을 감 싼 채 침대보 위로 빼꼼이 눈을 내밀어 옷을 바라본 이리아는 차분하면서 약 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난 저런 옷에 익숙하지 않아. " " 걱정 말아요. 우리에게 시간은 많고...이제 더 이상 도망쳐야 하는 일은 없으니까요. " " 옷 입는 거.. 도와줄래? " " 예. " 아미는 빙긋 눈웃음을 지으며 에딘에게 들고 있던 옷을 넘겨 주었다. 그리 고 재빠르게 뒤로 물러서 방에서 나갔다. 에딘은 옷을 들어 펼쳐 보고는 약 간의 생각 끝에 이리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 사람들의 시선을 끌 정도로 해 줄게요. " " 그딴건 필요 없어. " " 훗. 제 실력을 믿지 못하는 건가요? " " 아니.. " 이리아는 에딘이 내민 손을 잡았다. 손에 잡힐 정도로 가까이 있다는 사실 이 안심스러웠다. 이리아는 에딘의 손을 세게 감아쥐고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에딘은 웃옷을 들어 이리아가 입을 수 있게 목 부근까지 옷을 말았다. 이리 아는 조용히 물었다. " 말투.. 바꾸는게 좋지 않아? " " 응. 이리아의 마음이라면. " 생각할 틈도 없이 거침없이 나온 에딘의 대답과 함께 이리아의 얼굴은 에 딘이 씌운 옷으로 가려졌다. =-=-=-=-=-=-=-=-=-=-=-=-=-=-=-=-=-=-= " 과연.. " 방에서 나온 아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인기척이 있는 주방으로 갔다. 주 방에는 리에르가 에딘이 만든 스프와 스튜를 맛보고 있었다. 아미는 그녀의 뒤에서 물었다. " 이리아 언니와 에딘 오빠.. 두 사람.. 그런 사이죠? " " 왜 내게... " " 에딘 오빠에게 접근하려고 하지 말아요. " 순간 튀어나온 날카로운 말에 리에르는 하던 일을 멈추고 뒤로 돌았다. 아 미는 식탁을 한 손으로 짚은 채 리에르를 노려보고 있었다. " 마을 사람들도 같은 생각일 거에요. 사실, 모두들 당신이란 사람을 좋게 보고 있지 않아요. 에딘 오빠와 무슨 관계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에딘 오빠에게 접근하려고 하지 말아요. " " 협박...인가? " " 아뇨. 경고에요. " 그런데 그렇게 대답한 아미의 얼굴은 다시 밝아지기 시작했고 리에르는 도 저히 어느 쪽이 진심인지 분간하기 힘든 아미의 변화에 마른 침을 삼켰다. " 에딘 오빠가 저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거.. 진심이잖아요. 모두들 에딘 오빠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과, 행복해하고 있다는 것에 들떠 있어요. 우 리 마을에 있어서 에딘 오빠는 은인이자 기대의 대상이거든요. " " ....... " " 뭐, 에딘 오빠와 같이 다니니 언니도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오빠에게 접근하지 말아요-! " 거기까지 말한 아미는 리에르 곁으로 다가와 수저를 들어 스프 속으로 깊 숙이 수저를 넣었다. 그리고 한 입에 적당히 데워진 스프를 떠먹으며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 역시- 변하지 않는 솜씨. 언니도 먹어요. 어차피 남길 게 뻔한데. 보기 만 하면 그림의 떡이라고요- " 그리고 또다시 아미의 수다는 이어졌다. < 계속 > -+-+-+-+-+-+-+-+-+-+-+-+-+-+-+-+-+-+-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제가 통신한지도 대략 1 주년. 리즈 이야기 시작했던 시기이자 제가 글을 쓰기 시작한지 1년이군요. 그동안 있었던 많은 일들을 지난 추억으로 간직하며 내일을 살아갑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00.01.01 - - Ipria Ps. 캐스팅 된 아미(park8088) 님... 캐스팅 된 캐러 중에 유일하게 무사(?) 한 인생을 살 겁니다. ^^ (눈썹 천사가 뭐 그렇죠. ^^;;;;;) 『SF & FANTASY (go SF)』 64730번 제 목:<이리아> ▣ 8. 나를 바꾸는... ▣ -88-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1/02 23:44 읽음:304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당신이 원했던 것만큼. 당신이 잃었던 것만큼. [ 이리아 ] ΙΥΙΑ 제 8장. 나를 바꾸는 그대의 목소리. <88> ----------------------------------------------------------------------- " 후우... " 이리아는 한숨을 쉬며 침대에 앉았다. 다리에 닿으며 펄럭이는 치마가 걸 리적 거리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순순이 그것을 받아들인 자신 이 믿기지가 않았다. 결국 얽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와-! 사람들이 이걸 보면- > 방을 나서자 들려 오던 아미의 탄성이 떠올랐다. 허리에서 꽉 조이고 옆으 로 주름을 풀어놓은 치마와 헐렁하게 흘러내리는 웃옷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 았다. 하지만 그것을 입고 있는 이리아와는 잘 어울렸고, 어울리고 있었다. 이리아는 치마를 활짝 펼치며 침대에 앉아 가만히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 잘 적응할 수 있겠지? " =-=-=-=-=-=-=-=-=-=-=-=-=-=-=-=-=-=-= " 오빠. 언니가 맞죠? " " 뭐가? " " 전에 약속했었잖아요. 다음에 올 때는- " " 기억하고 있어. " 에딘은 아미의 말을 자르고는 발코니 난간에 팔을 걸쳤다. 숲속에 가지런 히 자리 잡고 있는 통나무집에는 어느새 밤이 젖어 들고 있었다. 주방을 정 리하고 있는지 집안에서는 불빛이 새어나왔다. 에딘은 장작을 패던 나무 등 걸을 바라보았다. 장작은 이미 집 아래에 잘 보관해 놓았다. 적당한 습기를 머금었다가 건조 해지면서 장작들은 숨을 쉬고 더욱 좋은 재목이 될 것이었다. 과연 그 장작 들을 다 쓸 수 있을 지는 의문이었지만 언젠가 해보고 싶은 일들이었다. " 그런데 같이 온 사람과는 어떻게 된 거에요? " " 과거는 묻지마. " 그것으로 잠시간 대화는 끊어졌다. 아미는 총총 걸음으로 발코니를 오다녔 다. 또각..또각.. 발소리에 맞추어 울리는 나무의 경쾌한 소리는 에딘의 얼 굴에 미소를 드리웠다. 에딘은 살짝 아미 쪽을 돌아보며 물었다. " 내 변화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구나. " " 원래 사랑에 빠진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니까. " 아미는 그렇게 대답하며 에딘과 눈을 마주쳤다. 살짝 웨이브진 청색 머리 결과 흑청색 눈동자는 어우러져 귀여워 보였다. 만약 동생이 있다면.. 에딘 의 생각이 그대로 현실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아미는 예전과 달라진, 좀 더 진지해졌으면서도 부드러워진 에딘의 얼굴에서 곧 시선을 떼고는 계단을 내 려갔다. " 오빠, 여기에 처음 왔을 때, 기억해요? " " 응. " " 난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 아미는 마지막 계단을 내려와 콩, 땅에 착지했다. " 행복해야해요. " 그리고 아미는 자신의 집을 향해 달렸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에딘은 그녀가 사라진 발코니에서 조용히 하늘 에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며 지긋이 눈을 감았다. " 괜찮겠죠...어머니..? " =-=-=-=-=-=-=-=-=-=-=-=-=-=-=-=-=-=-= 다음 날 아침. " 이리아~ " 에딘은 밝은 목소리로 이리아를 부르며 방문을 열었다. 방에는 두 개의 침 대가 놓여 있었다. 하나는 리에르, 다른 하나는 이리아가 쓰는 것이었다. 에 딘은 곧장 이리아의 침대로 다가갔다. 이리아는 어제 입혀준 옷을 그대로 입 은 채 곤하게 잠들어 있었다. 에딘은 이리아의 곁에 의자를 끌어다 앉아 이 리아의 볼을 살짝 손가락으로 눌러보았다. 부드럽게 들어갔다 나오는 이리아 의 피부는 따스한 온기와 함께 탄력이 있었다. " 저...잠깐 나갔다 오겠습니다. " " 그래요. " 뒤에서 리에르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에딘은 그녀를 돌아보지 않았다. 대 신 말을 덧붙일 뿐이었다. " 우리 아침은 신경 쓰지 말아요. 아무래도 리에르 혼자 먹어야 겠어요. " " 알겠습니다. " 리에르는 화기애애한 에딘을 뒤로 하고 방을 나섰다. 점점 에딘의 곁에 있 어야 하는 의무와 애정이 엷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 애 정이 식었을 때, 삶의 목표와 이유, 모든 것이 사라질 것 같은 예감이 두려 웠다. 리에르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현관을 나와 숲에 나있는 길을 걸었다. 통나무집을 지나 강까지 연결되어 있는 그 길에는 아침이란 시간과 상관없 이 인적이 전혀 없었다. 마치 통나무집의 조용한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려는 듯이. " 어! 리에르 언니~ " 문득 멀리서 달려오는 소녀가 보였다. 분명히 아미였다. 그녀는 방긋방긋 웃으며 리에르에게 달려와 물었다. " 마을에 가는 거에요? " " 응. 이제부터 먹을 것하고 쓸 것들을 사야하니까. " " 돈은요? " " 그럭저럭. " " 같이 가요- " 그리고 아미는 대답을 하기 전에 리에르의 손을 잡고 마을 쪽으로 향했다. 리에르는 문득 아미가 7살 정도 연상인 오빠와 2살 어린 동생과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잠시 생각 끝에 물었다. " 가족하고 같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 " 백수 오빠는 어딘가 싸돌아 다니고 있을 테고, 동생은 옆집 아주머니가 돌봐주고 계세요. " " 백수? " 리에르는 그 말에 웃음을 터트릴 것을 간신히 참았다. 백수란 말은 잘 쓰 는 말이 아니었다.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으리라. 아미가 오빠와 매우 친하 다는 것이 느껴졌다. " 맨날 싸돌아 다니면서 용케 돈을 벌어오고.. 정말 싫어요. " " 오빠는 어떤 사람이지? " " 그냥 좋은 남자에요. 뭐, 약간은 보통이란 단어에서 어긋나 있지만요. " =-=-=-=-=-=-=-=-=-=-=-=-=-=-=-=-=-=-= " 헤이- " " 왜? " " 어제부터 외모에 신경쓰는 이유가 뭐야? " " 글쎄.. " 그는 그렇게 대답하며 작은 손거울을 들어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다. 갸 름한 얼굴선과 둥근 눈매, 잘 가꾸어지고 뽀얀 피부와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 는 청색의 머릿결이 눈에 띌 정도로 아름다웠다.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은 뻔했다. 반짝이는 청색 눈동자는 친구에게로 향했다. " 완벽하지? " " 어디 좋은 여자라도 발견했어? " " 그렇다고 봐야지- " 그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의자처럼 만든 나무 상자 위에 앉았다. 키는 적당 했지만 마른 몸매와 외모는 가녀린 여자처럼 보였다. " 아미에게 들은 것도 있고.. 어젯밤에 잠깐 가봤는데 마음에 들었어. " " 진심이야? " 친구의 질문은 진지했다. 그가 지칭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마을 사람이라 면 누구라도 알고 있었다. " 진심이야. " " 애들한테 알려야 겠군. 잘못 했다가는 일터지겠어. " " 알아서 해. " 어느집 돌담 밑에 있던 그의 시선에는 곧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아 미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의 눈동자는 재빠르게 아미의 곁에 있는 여자에게 향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 리에르였지. " " 잘 해봐. 넌 마법에도 소질이 있으니 잘 될 거야. " 그는 친구의 말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친구의 말을 비웃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자기 자신이 한심해서였다. 그 한심스러움이 언제까지 계속 될지.. " 그럼 시작해 볼까? 결과는 둘 중에 하나니까. 두려워서 피한다면 천하의 '니켈'이 아니지. " =-=-=-=-=-=-=-=-=-=-=-=-=-=-=-=-=-=-= " 음...마법사는 타고 나는 건가요? " " 그렇지. 특이하게 유전되는..종잡을 수 없는, 그러니까 체질이라고도 할 수 있지. " " 그럼 나 같은 사람은 평생 있어도 마법은 못쓰겠네요? " " .....왜 그런 생각을 하지? " 라우디는 그렇게 물으며 빠르게 걷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랜은 침을 삼키 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라우디의 왼손은 그대로 망토 속에서 나왔다. " 이런 힘. 전혀 부러워 할 것이 못된다. " 라우디의 말이 끝나자 그의 손에는 흰빛이 만들어지며 스파크가 튀었다. 랜은 라우디의 손을 힘껏 쥐었지만 라우디는 랜을 자신에게 당길 뿐이었다. 큰듯한 라우디의 한손에 잡힌 랜의 어깨는 가늘게 떨렸다. 그러나 라우디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라우디는 랜의 몸에서 손을 떼고는 몸을 숙이며 손에 만들고 있던 전기의 구체를 바닥에 찍었다. " 雷擊殺! " 동시에 라우디의 몸에서는 무엇인가가 뿜어져 나와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그것은 즉시 지면에 가는 실타래를 펼치며 뻗어 나갔다. 잠시 후, 100큐스밖 에서는 비명이 울리기 시작했다. 대략 십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걸린 것 같 았다. 물론 그들이 살아 남을 리는 없었다. 단번에 체내의 모든 조직을 녹이 며 온몸을 짜릿하게 찌르고 모든 감각을 앗아가는 힘을 맞고 살아 남을 인간 이 있을 리가 없었다. 라우디는 가뿐히 몸을 일으키고 다시 랜에게 손을 내밀었다. 랜은 그 손을 잡고 조용히 라우디와 가던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 물론 좋게 쓰면 좋은 힘. 그러나 좋게 쓰일 수가 없다. " " 그래도... " " 더구나. 마법이란 힘은 생명력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많이 쓰면 수명이 줄지. 무리할 경우 죽지는 않아도 식물 인간이 될 수도 있고. " " 그, 그럼... " 랜은 놀란 얼굴로 라우디를 올려다 보았다. 라우디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 듬어 주고는 말을 이었다. " 그건 보통 마법사의 이야기. 나와 상관 없지. " " 하지만.. " " 걱정 마라. 아무리 너 하나쯤을 지키지 못할까. " 라우디는 편안한 마음으로 그렇게 말했다.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만큼 힘든 것은 없지만 그것만은 할 수 있을 자신이 있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랜'인 이상. " 날 믿지? " " ....그럼요. 약혼자를 믿어야죠. " < 계속 > -+-+-+-+-+-+-+-+-+-+-+-+-+-+-+-+-+-+- [ 냥~ =^^= ] 100편 이상이 장편인가요? (책으로 낸다면 3권에서 4권 사이가 될 텐데..그 래서 장편인가.. --;) 이해 할 수 없는 요즘 풍토에 그냥 글이나 씁니다. - Ipria Ps. 조금 어지럽죠? ^^; 초반과 달리 이상하게 자꾸 맥이 끊어집니다. ** Ip: 판타지가 야설이래. I: 야설을 못본 인간의 말이군. IQ 2자리. 능력없는 녀석. Ip: 그렇지? I: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알지? 너...설마 이것도 그렇게 만들 생각!!! Ip: 뭐, 뭐야- 『SF & FANTASY (go SF)』 64820번 제 목:<이리아> ▣ 8. 나를 바꾸는... ▣ -89-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1/03 13:59 읽음:273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당신이 원했던 것만큼. 당신이 잃었던 것만큼. [ 이리아 ] ΙΥΙΑ 제 8장. 나를 바꾸는 그대의 목소리. <89> ----------------------------------------------------------------------- " 아미!! " 아미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작은 흙담집 담옆에서 건 장한 청년이 아미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아미는 약간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 었지만 약간 수긍을 했는지 리에르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 " 죄송해요. 오빠 친구인데...잠깐만 기다려 주겠어요? " " 아니.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거야. 먼저 갈게. " 아미는 리에르의 대답에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리에르는 희미하게 웃음을 흘리며 마을로 향했다. 마을은 작은 집들이 모인 곳이었다. 자급자족은 힘들 어 멀리 있는 큰 마을로 향하는 길이 있었으나 만일을 대비해 물자는 넉넉히 비축하고 있다는 아미의 설명이 있었다. 그녀의 말을 따르자면 이 마을은 삶에 지친 사람들과 다른 나라에서 정치 적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이 모여 만든 곳이었다. 물론 그들은 1대에서 끝나, 지금은 조용히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되었지만. " 엇!! " 그때 곁에서 짤막한 비명과 함께 누군가가 달려와 세게 부딪혔고, 리에르 는 넘어질 듯이 휘청거리다가 빠르게 다리를 옆으로 옮겨 균형을 잡았다. 리 에르와 부딪힌 사람은 그대로 바닥에 넘어져 신음만 냈다. " 괘, 괜찮나요? " " 으으.. " 그 사람은 아파하는 얼굴로 고개를 들어 리에르를 올려다보았다. 짙은 청 색의 머릿결이 흘러내리는 부드러운 얼굴선과 잔잔한 청색의 눈동자. 치마처 럼 허리에 묶은 흑색 천과 어깨에 걸치고 있는 흑색 숄이 가냘프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었다. 리에르는 당황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 죄송해요. " " ..... " 리에르의 사과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리에르가 사과를 해야하는 이 유는 전혀 없었다. 그는 리에르의 손을 잡지 않고, 리에르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옷을 털고 일어난 그는 가늘게 입을 열었다. " 저야 말로.. 사과의 뜻으로...같이 다니면 안될까요? 작은 마을이라 길 은 잃지 않겠지만. " " 아, 예. 고맙습니다. " 가는 미성으로 감미로운 목소리에 리에르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한편으 론 마치 자신과 만나기 위해 넘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리에르는 빠 르게 그 생각을 접었다. " 전 리에르 라고 합니다. " " 니켈이에요. " 동시에 니켈의 입가 끝이 묘하게 올라갔다. 그러나 리에르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니켈은 약간 빠른 걸음을 내딪으며 리에르에게 물었다. " 필요한 것 좀 가르쳐 주겠어요? " " 간편한 의복류하고 식료품, 식기구 약간하고.... " =-=-=-=-=-=-=-=-=-=-=-=-=-=-=-=-=-=-= " 거기 아시죠? 통나무 집. " " 알았네. " 가게 아저씨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니켈은 살짝 눈짓을 하고 뒤로 돌아 활짝 웃는 얼굴로 리에르를 보았다. 지금까지 계속 이렇게 해왔다. 작은 마을이기에 집의 위치는 뻔했고, 리에 르 혼자가 들기엔 짐들이 너무 많았다. 원래대로 였다면 일일이 집과 가게를 왕복해야 했지만 니켈은 그 짐들은 가게 주인에게 부탁해 전부 집으로 배달 하게 해주었다. 신기한 것은 모두들 아무런 말없이 그것을 해주는 데 있었다. " 한 시간 뒤쯤이면 되겠지, 아가씨? " " 예. " " 안녕히 계세요. " 니켈은 짤막하게 인사를 남기고 가게를 나섰다. 리에르는 또다시 그의 뒤 를 따랐다. 니켈은 언제나 같이 걷는 것을 은근히 거절했다. 습관인지, 성격 인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잠시 쉴까요? " " 그래. " 리에르는 니켈을 따라 가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갔다. 그곳은 짧게 잔디가 깔렸던 듯한 곳에 두꺼운 나무로 만든 탁자와 의자가 놓인, 쉬는 곳 같았다. 니켈은 이번에도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에게 손짓을 해보이고는 자리 를 잡았다. " 야외 주점. 이랄까요? 편히 쉴 수 있는 곳이에요. 자주 오는 곳이죠. " 곧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마실 것을 가지고 왔다. 그 역시 니켈의 친구인 듯, 피식 웃으며 리에르와 니켈을 번갈아 보았고, 니켈은 가볍게 손 가락을 퉁겼다. 리에르는 자신을 제외하고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니켈의 행 동이 약간 이질적이었지만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곧바로 자신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었기에 가만히 그 둘을 보았다. 니켈은 가만히 있어도 편안하면서 많은 것을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외모 또한... "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죠? " 그 순간 니켈이 리에르를 보며 물었고, 리에르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 스물 다섯. " " 전 스물 넷이에요. 동생하고 십년 차이죠. " " 그럼 내가 언니...인가? " 리에르는 미소를 지었다. 어딘가 모르게 니켈은 아미와 비슷한 분위기 였 다. 그러나 두 사람은 리에르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니켈의 친구는 니켈 의 어깨를 툭 치고 가게로 돌아가 버렸고, 니켈은 팔짱을 끼었다가 한 팔을 들어 자신의 앞에 놓인 잔을 들었다. 맑은 청색의 액체가 시원하게 보이는, 과일즙과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 미안해요. 제가 말을 안했군요. " " ...뭘? " 무의식 중에 평어를 쓴 리에르에게 니켈은 약간 자책의 눈빛을 내비쳤다. " 사실 전... " " 오빠!!! " 그런데 그때, 멀리서 아미가 달려오며 니켈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 기 시작했고 리에르는 놀란 눈으로 니켈을 바라보았다. 니켈은 잔을 놓고는 풀어 놓았던 머리를 쓸어 한 곳으로 모았다. 그제서야 리에르는 니켈의 목에 이질적으로 나온 곡선을 발견했다. 화사한 외모에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이었 다. " 오빠! 뭐하는 거야!! " " 전 아미의 오빠. 니켈입니다. 리에르. 기분이 상했다면 사과할 게요. " " ...재밌었나..? " 하지만 리에르의 얼굴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져 있었다. 리에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니켈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화를 내고 있지 않았다. 단지, 실 망한 기색이 역력했고, 눈물을 흘릴 듯 충혈되어 있었다. " 최악..이야. " 琉 리에르는 몸을 돌렸다. 니켈은 황급히 리에르를 잡기 위해 자리에 서 일어나 손을 뻗었으나 리에르는 사뿐히 니켈의 손에서 스쳐 지나가며 니 켈에게서 멀어져 갔다. 니켈은 망연자실한 얼굴이 되어 자리에 털썩 앉았다. 곧 아미가 달려와 큰 소리로 말했다. " 도대체 뭘 하려고 한거야! 리에르 언니가 화났잖아!! " " 시끄러. " " 오빠!! " " 시끄럽다고 했지!! " 니켈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아미를 노려보았다. 순간적으로 탁자 위의 잔 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충격이 니켈의 말을 뒤따랐다. 아미는 전혀 화를 낼 줄 모르는 것 같던 니켈의 모습에 입을 다물고 뒤로 물러섰다. 니켈은 쓴웃 음과 함께 팔짱을 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 미안. 집으로 돌아가. " " 으..응.. " 아미는 조용히 뒤로 돌아 힘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몇 발자국 가지 않아 작게 말했다. " 울고 있었어.. 리에르 언니. " =-=-=-=-=-=-=-=-=-=-=-=-=-=-=-=-=-=-= " 자, '아-' 해봐요. " " 싫어- 싫단 말이야- " " 환자는 환자답게 굴어요. " " 난 환자가 아니란 말야! " 이리아는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에딘의 손은 이리아의 어 깨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이리아의 눈앞으로는 향긋한 향기를 내며 김 이 나고 있는 스튜가 담긴 수저가 다가왔다. 그것은 그대로 이리아의 입안으 로 들어갔다. 에딘은 활짝 웃으며 물었다. " 맛있죠? " " ...몰라. " " 그럼 한 번 더. " " 아, 아냐! 맛있어! " 이리아는 손을 저으며 말했지만 이미 에딘의 수저는 다시 이리아에게 다가 왔고, 이리아는 얼굴을 붉히며 그냥 받아 먹었다. 한 번 완전히 거절하지 못 한 이상,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흥. 잘 만들었어. " " 질투인가요? " " 예리했어.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리아는 또다시 에딘이 가져오는 스튜를 먹었다. 침 대에 앉아 에딘이 주는 대로 받아 먹는 것이 쑥스러웠지만 에딘은 그것에 전 혀 개의치 않았고,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그런대로 좋았다. 좋았다.... " 그거 알아요? " " 뭘? " " 지금 상당히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 " " 뭐, 뭐야! " 그리고 곧장 이리아의 베개는 에딘에게 날아갔다. =-=-=-=-=-=-=-=-=-=-=-=-=-=-=-=-=-=-= " 틈이 없군요.. " 리에르는 다시 현관을 중얼거렸다. " 원래 그런 사람. 에딘 케인즈란 남자의 원래 모습이니까. " 그런데 현관 앞에는 니켈이 와있었고, 리에르는 고개를 숙이며 니켈을 지 나 쳤다. 하지만 니켈의 손은 리에르의 손목을 잡고 발코니로 데려갔다. " 사과...할게. 친해지고 싶었어. " " 하지만 왜 그런.. " " 나로서 도와줄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 니켈의 대답은 날카로웠다. 니켈의 말대로 그렇게 라도 하지 않았으면 같 이 다니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 일을 모두 혼자 했을 것이다. 리에르는 자신 이 니켈의 말을 수긍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곧 리에르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한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리에르의 몸에는 삽시간에 소름이 돋았다. 니켈은 리에르의 변화를 눈치 채고 재빨리 잡고 있던 리에르의 손목을 놓았다. " 미, 미안. 또 실수를 저질렀어. " " 뭐지..이건. " " 내 '힘'. " 니켈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대답을 피하듯이 리에르를 스쳐 지나가 무거운 소리를 내며 계단을 내려갔다. 니켈은 마지막 계단을 디디며 물었다. " 아까 물었지? 재밌었냐고. 난 재밌었어. " " 최악.. " " 그러는 넌? 나와 같이 다녔던 것이 불편했었어? 전혀 재밌지 않았어? " 동시에 리에르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런 리에르에게 향하고 있는 것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청색 눈동 자 뿐이었다. < 계속 > -+-+-+-+-+-+-+-+-+-+-+-+-+-+-+-+-+-+- [ 성별이 바뀐다라.. --; ] 남자, 혹은 여자를 주인공으로 제대로 글도 쓰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두 개 의 성을 완전히 소화해 낼 수 있을까... 10편 내외에 연중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 전 저대로 글이나 쓸렵니다. - Ipria Ps. 홈피에 발자국을 남겨 주세요~~ ^^;;; Ps2. 라이컨 슬로프가 엄밀히 말해 성별이 바뀌는 것일까요? 라이컨 슬로프 일 때, 남자와 여자의 구분은 별로 쓸모가 없을 텐데. '인간'이 아니니 까. 『SF & FANTASY (go SF)』 65313번 제 목:<이리아> ▣ 8. 나를 바꾸는... ▣ -90-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1/05 11:57 읽음:28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당신이 원했던 것만큼. 당신이 잃었던 것만큼. [ 이리아 ] ΙΥΙΑ 제 8장. 나를 바꾸는 그대의 목소리. <90> >> http://moon.interpia98.net/~ipria << ----------------------------------------------------------------------- 어둑어둑한 밤이 찾아온다. 무료하게 지나는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아 무 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둠. 그것은 소리 없이 흘러와 마을에 드리워 진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울창한 나무들에, 낮게 낮게 지어진 집들에, 원래 부터 움푹 들어간 듯한 지형에, 마을은 무겁게 침체된 마음의 응어리처럼 변 해간다. 연기마저 가려지는 시간. 환하게 불을 밝히는 집은 거의 없었다.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생활 습관 에 사람들은 완전히 길들여져 있었다. 그들은 바깥 세상과의 교류를 거부하 고 즐겁게 인생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 오래된 전통은 새롭게 태 어나는 생명들을 숨막히는 숲 밖의 세상과 이질적으로 만든다. " 혀엉~ " 니켈은 자신을 부르는 어린 목소리에 창가에서 몸을 떼고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그곳에는 8살 정도된 남자 아이가 있었다. 평범한 아이였지만 니켈 과 다른, 갈색기가 넘치는 머리결과 칠흑의 눈동자가 반짝이는 아이였다. 니 켈은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 왜? " " 누나가 이상해. " 그 말에 니켈은 아미의 방을 돌아보았다. 불빛조차 새어 나오지 않는 아미 의 방은 아무도 없는 듯 했다. 그녀가 그렇게 된 것은 점심 무렵의 일이 한 몫했을 지도 모른다. 아니, 그 일 때문일 지도 모른다. 니켈은 아미의 마음을 대충 읽을 수 있었다. 변화란 것에 민감한 나이. 너 무 빨리 그것을 접하게 되어 놀라는 것과 동시에 리에르와의 관계 때문에 미 안한 것이 틀림 없었다. 니켈은 조용히 아미의 방으로 갔다. " 아미. 깨어 있지? " " ........ " "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 들여. " 짧은 조언으로 그의 말은 끝났다. 니켈은 동생의 손을 잡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오늘 하루는 너무 바쁘게 지났다. 생각과 달리 일들이 꼬이는 바람 에. " 하지만 쉽게 풀리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잖아. " 자기 자신을 향해 하는 작은 중얼거림이 그가 떠난 빈 자리에 맴돌았다. =-=-=-=-=-=-=-=-=-=-=-=-=-=-=-=-=-=-= 천천히 열리는 서랍장의 마지막 서랍. 그 안에는 옷가지 대신 투박한 천이 깔려 있었다. 에딘의 손은 그 천들을 이리저리 휘저어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곧 그곳에는 검은 색으로 물든 검 과 만약을 대비해 가지고 다니던 단검, 그 외 전에 가지고 다니던 물건들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되어 가고 있었다. 혼미한 핏빛 안개도, 잔 잔한 공간에 파문을 일으키며 날카롭게 울리던 비명과 금속의 파공성도, 이 제는 접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단정짓고 있었다. " 에딘. " " ......왔어요? " 이리아는 방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서랍장에 물건을 넣는 에딘을 바 라보았다. 어두운 방안에 두 사람의 눈동자는 미약한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에딘은 이리아에게 시선을 옮기고 서랍장을 닫았다. 탁, 하는 나무의 딱딱한 충격음이 끝나자 에딘이 입을 열었다. " 가서 자요. " " 알고 있어. 여기서 잘까봐? " " ....... " 에딘의 침묵에 이리아는 몸을 돌려 문턱을 밟고 서서 문틀에 몸을 기댔다. 가볍게 흔들리는 치마가 살짝 바닥에 끌리며 다리의 곡선을 따라 치마는 이 리아의 다리에 닿았다.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 것일까. 말없는 에딘의 눈동자는 이리아의 손으로 향했다. 이리아의 손가락은 초조 한 듯, 가늘게 떨고 있었다. " 가서 쉬어요. " " 환자가 아니라고. 난. " " '평범한 사람'이 그 정도 일을 겪었으니까 환자에요. " " 하하하... " 이리아는 허탈한 공기를 뱉어내며 입으로만 웃었다. 이리아의 눈동자는 눈 꺼플에 살짝 가려졌다. 이리아는 침을 한 번 삼키고는 몸을 일으키고 천천히 문을 닫았다. " 고마워. " " 이리아. " 그때 에딘은 작고 부드럽게 이리아의 이름을 불렀고, 이리아는 문을 닫기 전, 마지막으로 방안의 에딘을 바라보았다. 에딘은 고개를 살짝 틀어 머리카 락을 넘기며 말했다. " 오늘. 아주 예뻐요. " " 알고 있어. 벌써 스무 번 이상 들은 것 같아. " " 그런가요? 하하. 잘 자요. " " 잘 자. " 그리고 문을 닫으며 이리아는 밝게 미소지었다. 하고 싶은 말은 적당한 때에 하나 둘 하면 되는 것이다. 이제는 시간이 많으니. 아무도 방해하지 못할 시간이... =-=-=-=-=-=-=-=-=-=-=-=-=-=-=-=-=-=-= 같은 시각. " 아직 멀었어! " " 헉. 헉. " 에르키스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단단한 바위처럼, 날카로운 검날 처럼, 커다란 산처럼 느껴졌다. 검을 들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고 신경의 반사 속도가 저하됐지만 물러 설 수가 없었 다. " 한 팔 주제 겨우 그 정도에 체력이 떨어진 거야? " " 아니..아닙니다. " " 에르. 넌 네 자신을 잘 알아야 해. 검사로서 너의 가치는 현저히 떨어져 있어. " " 예. " 주위에 밝혀 놓은 횃불은 작게 작게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밤을 붉게 태우 고 있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구경하는 사람도 없었다. 에르키스는 자신의 눈을 향해 검끝을 수평으로 맞춘 레오와 시선을 교환하며 검을 옆으로 눕히 고 자세를 낮추었다. " 이번엔 막아라. 에르. " 에르키스는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레오의 몸은 빠 르게 에르키스의 앞으로 다가왔다. 땅을 디디는 소리가 확실하게 들릴 정도 로, 레오의 몸은 정확하게 움직였다. 에르키스는 두 다리로 땅을 박차 뒤로 물러나며 레오의 두 눈동자를 주시했다. 투기로 뭉친 눈동자에서 나오는 차 가운 기운은 검끝과 만나며 순간적으로 반짝이는 섬광으로 변했다. 그것은 노련한 기사조차 얼리는 빛이었다. 그 빛에 얼려졌을 때, 죽을 것 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움직이는 것은 힘들었다. 에르 키스는 팔에 힘을 가득 모아 느린 듯 하면서 정확하게 자신의 앞을 그어 올 렸다. [ 챙- ] 청명한 소리에 에르키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감돌았다. 에르키스는 레오의 몸을 향해 기울어지며 팔을 뻗었다. 에르키스의 팔은 정확히 레오의 목을 스 치고 지나가 그녀의 목을 안았다. " 이긴 겁니다. " " ...수고 했어. 에르. " 레오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검을 놓았다. 바닥에 떨어지던 검은 땅에 박혀 들었다. 그리고 곧 에르키스의 검이 떨어지자 두 자루의 검은 서로 교차되어 땅에 박혔다. 레오는 약간 세게 죄여오는 에르키스의 팔에 그의 몸을 떼어놓 으려고 했다. 그때 에르키스가 중얼거렸다. " 졸려... " " 에르. " " ....... " 하지만 에르키스에게서 대답은 없었다. 레오는 할 수 없다는 듯이 에르키 스의 몸을 안으며 눈을 감았다. 뜨겁게 달아오른 에르키스의 체온이 좋았다. 싸움에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차가워지는 자신의 몸과 다른 에르키스의 몸이. 잠시 후, 두 사람의 몸은 희미하게 변하더니 그곳에서 사라졌다. 횃불이 타오르던 그곳에 남은 것은 서로 교차된 두 자루의 검뿐이었다. =-=-=-=-=-=-=-=-=-=-=-=-=-=-=-=-=-=-= =-=-=-=-=-=-=-=-=-=-=-=-=-=-=-=-=-=-= " 어째서...당신은 당신밖에 생각할 줄 모르죠? " " 아니야. " " 맞아요!! 당신은 이기적인 남자에요!! " " .... " 확실하게 부정할 수 없었다. 이기적. 목적이 무엇이든, 누구를 위해 살든, 이기적인 것은 절대적인 사실이었다. 대답 없는 라우디의 모습에 그의 앞에 서 있던 여자는 하염 없이 눈물만 흘렸다. " 너무해요. " " ... " " 왜 이제서야 날... " 아니야. 이제서야 당신을 위해 그렇게 한 거란 말이야! 라우디의 입에서는 그 말이 맴돌았다. 그러나 라우디는 그 말을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그것이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 일이 해결되면 데리러 가겠어. " " 라우디 케인즈. 당신이란 사람과는...정말.. " =-=-=-=-=-=-=-=-=-=-=-=-=-=-=-=-=-=-= " 그녀가 그랬지.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냉정하다고. 하지만 난 냉혹한 사 람이 아니었어. 그 당시에는 그런 일밖에 할 수가 없었지. " " 동생의 일이 생긴 시기였군요. " " 그렇지. " 라우디는 곁에 놓인 음료를 들어 시원하게 마시고는 빈 잔을 바라보며 말 을 이었다. " 그 때 그 녀석.. 두 가지 인격을 만들어 가지고 있었지. 한 쪽은 자책적 이고 우울한, 삶을 포기한 녀석. 다른 쪽은 모두를 죽일 듯한 기세와 차 가운 눈빛을 가진, 정말 냉혹한 녀석이었어. 사람들이 없는 곳에선 삶을 포기한 사람처럼 보이는, 아주 치사한 놈이었지. " " 그렇게 동생을 말해도.. " " 살아 있을 거야. 힘을 느꼈거든. 그래...쉽게 죽을 녀석이 아니지. " 라우디는 잔을 내려놓고는 침대에 누웠다. 이제 얼마 후면 해가 떠오를 시 간일 테지만 라우디와 랜은 이제서야 자는 것이었다. 랜은 라우디 옆에 누우 며 중얼거렸다. " 모두...잘 됐으면 좋겠어요. " " 그래. 단지 꿈일 뿐이라도. " 그리고 두터운 라우디의 팔은 랜을 안아주었다. 그것이 말 그대로 꿈일 뿐이라는 사실을, 두 사람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 계속 > -+-+-+-+-+-+-+-+-+-+-+-+-+-+-+-+-+-+- [ 캐러 총 출동(?) ] 아- 리에르가 빠졌군요. 아디오스도... 오랜만에 등장한 에르와 레오 커플(??) 입니다. 현재로서 레오의 능력은 이리아의 두 단계 위입니다. (공간 이라니...반칙 만 하는 군. --;) 다음편으로 가죠- Go~ - Ipria Ps. 냥- 추천입니다. 하이텔 시리얼 란의 미네르바. 출판 예정작이기도 한 그 글. 현역 '소설가'의 글이기 때문인지, 감각이 상당히 좋습니다. 조회수가 높기 때문이 아니라, 좋은 글을 읽고 싶다면 읽어보시길. 수작임은 틀림없습니다. 『SF & FANTASY (go SF)』 65776번 제 목:<이리아> ▣ 8. 나를 바꾸는... ▣ -91-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1/06 19:53 읽음:266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당신이 원했던 것만큼. 당신이 잃었던 것만큼. [ 이리아 ] ΙΥΙΑ 제 8장. 나를 바꾸는 그대의 목소리. <91> >> http://moon.interpia98.net/~ipria << ----------------------------------------------------------------------- 이리아와 에딘이 마을에 도착한지 열흘이 넘어가는 시점. 그때까지도 사람들은 이리아 일행에게 다가오는 것을 꺼렸고, 이리아 역시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꺼렸다. 오직 아미 가족만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양 쪽을 오갈 뿐이었다. 이리아는 마을 사람과 에딘 사이의, 무언으로 오가는 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분명히 에딘을 환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인가 가 그것을 절대적으로 제약하고 있었고, 그들은 애써 다가오지 않고 있는 것 이었다. 경외심을 넘어선 무엇인가가. " 뭘 생각하고 있죠? " " 너에 대한 일. " 이리아는 짤막하게 대답을 마치고 잔을 들었다. 투박하게 만들어진 도자기 잔에는 따뜻하게 데워진 우유가 담겨져 있었다. 식사 후, 따뜻한 우유 한 잔 의 여유는 새로우면서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특히 에딘과 함께하는... 에딘은 우유를 마시는 이리아를 바라보며 식탁에 팔꿈치를 붙이고 부드러 운 미소를 지었다. 차분하게 흐르는 시간은 평온을 되찾으며 행복이란 단어 를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고 있었다. 행복.. 이런 게 행복이 아닐까? 정신과 육체가 주체할 수 없는 힘에 못 이겨 몸부림치던 때. 사랑하는 사 람들이 자신의 힘에 쓰러지고 여러 사람들의 생명이 산산이 부수어 지던 때. 모두가 두려운 시선을 바라보고 그것을 힘으로 억누르려고 하던 때. 최소한 그때들과 지금은 비교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 훗... 이리아. " " 왜? " " 예뻐 보여요. " " ...프로포즈라도 하고 싶은 거야? " 그 기분은 이리아 역시 마찬가지 였다. 이리아는 빈잔을 식탁에 놓고는 에 딘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에딘의 얼굴 은 묘할 정도로 매력이 있었다. 남자로서가 아닌, 사람 자체를 끌어당기는. " 넌 이상한 녀석이야. " 그리고 동시에 두 사람은 환하게 웃었다. 이리아는 살짝 손을 내밀어 에딘 의 머리에 감긴 머리띠를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에딘은 고개를 틀어 이리아 의 손을 피했다. " 안돼요. " " 왜?? " " 평생에 한 번 얻을 수 있을까 말까 하는 물건이잖아요. " " 뭐..? " " 추억의 선물이라고요. " 에딘은 그렇게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지금의 에딘을 유지해 주는 물건이었다. 곧 이리아가 궁금함을 견디지 못하고 에딘을 따라 자리에 서 일어나려고 할 때, 현관문이 열리며 니켈이 들어왔다. 니켈은 놀란 듯한 표정을 과장되게 지으며 말했다. " 다정해 보이는데?! " " 그만해요, 니켈. " 순간 에딘의 얼굴에는 난처함이 일었다. 나이 차이로 봐선 형뻘 되는 사람 이었지만 모든 면으로 따지면 동갑과 비슷했다. 더구나 예전에 있었던 일로 따지자면 니켈이 고개를 숙여야 할 정도였다. 한 마디로 상대하기 곤란한 상 대였다. 이리아는 니켈에게 어딘가 이상한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확신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감이 떨어진다고나 할까? " 리에르는? " " 밖에 없어요? " " ....아까 거기였나. " 니켈은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고 현관문을 닫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에딘 은 약한 한숨을 내쉬고 이리아를 돌아보았다. " 니켈의 말... 이리아도 그렇게 생각해요? " " 그럴지도. " " 행복해요? " 이리아의 눈에 비친 에딘의 곁에는 쓴웃음을 짓고 서 있는 소년, 소녀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똑같이 동시에 입술을 움직였다. < 넌...지금 행복하니? > " 응. 행복한 것 같아. 최소한 지금은. " =-=-=-=-=-=-=-=-=-=-=-=-=-=-=-=-=-=-= " 뭐해? " " 글쎄... 새들이 날아 다니는 것을 본다...일까? " 리에르는 다리를 쭉 펴고 앉아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그 나무들 사이로는 작은 새들이 지저귀며 자기들끼리 놀고 있었다. 니켈은 그녀의 곁에 앉아 그 녀와 똑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니켈으로서도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하늘과 숲과 동물들을 본다. 평화로 움을 즐긴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자신을 가라앉히기 위해. 니켈은 잠시 후 차분하게 물었다. " 너, 에딘에게 거절 당했지? " " 응. " " 재밌는 사람이라니까. " " 글쎄.... " 담담한 어조로 대답한 리에르는 지금까지 보아온 에딘의 모습을 떠올렸다. 재밌는 사람이란 말이 부분적으론 수긍이 가기도 했지만 그것이 재밌다라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리에르의 생각을 읽었는지 니켈 은 덧붙였다. " 쉽게 이끌리는 타입이지. 남자, 여자 구분하지 않고. " " 그런가. " 리에르의 작은 목소리에 니켈은 리에르의 손목을 잡았다. 리에르는 며칠전 에 느꼈던 소름 돋는 기운이 떠올라 황급히 니켈을 돌아보았다. 니켈은 리에 르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 탓하는 게 아니야. 그런 표정은 짓지마. " "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데? " " 길잃은 네코.. 누군가가 도와주길 바라는...돌봐주길 바라는 얼굴. " 그리고 니켈은 리에르의 말도 듣지 않고 리에르의 손목을 잡은 채 길을 따 라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니켈이 가고 있는 길의 끝에는 강이 자리 잡고 있 었다.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이던. 리에르는 니켈이 왜 자신을 그곳으로 데려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러나 아무말 없이 니켈을 따랐다. 어느 순간부터 니켈을 믿고 있었다. " 내가 오래 전에...나 자신에 회의를 느끼고 있을 때 들은 말이 있지. " 니켈이 입을 열었을 때, 가까이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겨울이 깊어져 차가 워진 물소리는 멀리서도 알 수 있었다. " 그 누구도 생각하지 말고 너 자신만을 생각해 봐.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쓸데 없는 일인지. 네 인생에서 얼마나 비참하게 되새겨질 일인지. " 곧 리에르의 눈에는 강가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하얗게 작은 물보라들이 튀고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여기저기에서 뻗어나 온 나뭇가지 사이로 빠져 나가는 물살은 돌을 시원스레 굽이쳐 넘으며 졸졸 소리를 냈다. 그곳은 예전의 그곳이 아니었다. 니켈은 리에르와 함께 커다란 돌을 내딪으며 말했다. " 시원하지? 여긴 마을 사람들도 잘 모르는 곳이야. 바로 위에 있는 곳인 데도 사람들은 변화를 모르니까. 생각보다 깊지 않고 물살도 약하지. " " 처음이야. 이런 곳은. " " 천하의 니켈 님과 같이 다니니까 볼 수 있는 광경이지. " 니켈은 자랑스레 그렇게 말하며 큰 소리로 웃었다. 약한 몸매와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웃음이었지만 리에르는 환하게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니켈은 재밌었다. 또한 곁에 있는 사람을 배려해주는 다정한 사람이 었다. 마치 에딘처럼. " 니켈. 난 원래... " " 쓸데 없는 고민만 하는 여자지. 이젠 그런 건 집어 치우라고!! " 니켈은 환한 웃음과 함께 리에르의 두 손목을 잡고 강가로 달렸다. 투명한 강물이 발을 적시고 옷을 적셨지만 두 사람은 상관없이 물 속으로 들어갔다. 차가운 물보라도, 서늘한 수온도, 두 사람의 사이에 들어올 수가 없었다. 니 켈은 두 손 가득 물을 담아 리에르에게 뿌리며 외쳤다. " 난 니켈- 아무도 깔볼 수 없는 사람이다! " =-=-=-=-=-=-=-=-=-=-=-=-=-=-=-=-=-=-= " 니켈... 나의 바램이기도 해요. " " 무슨 말이지? 너의 바램이라니? " " 나와 비슷하거든.. " 에딘은 손가락 끝에 작은 화염을 일으켰다. 확- 하는 소리를 내며 붉게 빛 을 발하고 손가락 한 마디 가량 올라온 화염은 에딘의 손이 움직이자 꺼지는 일 없이 에딘의 손끝을 따라 움직였다. 이리아는 에딘의 눈빛이 화염에 고정 된 채 다른 것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만약..내가 이리아를 만나지 않았다면.. " " 만나지 않았다면? " " 과연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 " 손해 보는 일만 하고 있겠지. " 이리아는 약간 비꼬는 투로 말했다. 그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던 에딘은 고개를 저었다. 동시에 불안한 듯 파 르르 떨리는 에딘의 머리띠가 이리아의 눈에 하나 가득 들어왔다. 에딘은 손 을 이리아의 시선 사이에 두었다. " 그것은 어느 정도 이성을 유지하고 반쯤 과거에 매달려 있는 '에딘'. 완 벽히 과거를 만들어 내고 힘을 유지하는 '케인즈'란 존재는 달라. " 갑자기 에딘의 손가락 끝에서는 주먹만한 화염이 폭발하듯 피어올랐다. 이 리아는 반사적으로 바람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힘은 발휘되지 않았 다. 에딘은 피식 웃으며 주먹을 쥐어 화염을 꺼트려 버렸다. " 무의식 중에라도 힘은 쓰지 말아. " " 왜지? 지난 번부터 이상하게. " " ...당신의 몸을 위해. " 그리고 에딘은 눈을 감았다. 슬슬 낮잠이 눈꺼풀을 잡아 당겼다. 그렇지만 에딘의 입은 가늘게 계속 움직였다. " 난...이리아의 생각 보다 나쁜 녀석일지도.. " " 설마. " " 마스터도 인정했어요. " 이리아는 에딘의 잠드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만히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라우디는 분명히 에딘과 오랜 여행을 해 왔다. 그럼에도 에딘이 라우디에 게 느끼고 있는 정은 턱없이 낮았고, 우연이라도 라우디는 에딘과 만난 적이 없었다. 블러디 나이트가 지휘하는 부대조차 쉽게 찾아내는데, 동질감이 넘 치는 라우디가 찾아내지 못할 리는 없었다. 또한 이상한 것은 이노네스의 움직임이었다. 헤로딘에 도착했을 때, 정확 히 말해 레피드의 성에 있을 때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주둔하고 있었음에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가 그곳과 멀어지니 필사적으로 쫓아왔다. 에딘의 뜻대 로 도망친 것이 억울하기도 했지만 이노네스는 현재 세레스와 헤로딘을 점령 해 가고 있을 것이다. 물론 나중에 세레스를 치고 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이노네스와 헤로딘, 트론. 세 곳은 한 점을 중심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었 으므로, 그렇다면 이노네스는 지금쯤 이곳에 도착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노 네스의 움직임은 전혀 접할 수 없었고, 마을 사람들은 태연히 살고 있다. 레오 로벨리아.. 그녀의 무소식도 불안했다. 레인 아이리를 죽이면서 같이 죽인 듯한 그녀의 생환이 마음에 걸렸다. 지금 이대로라면 그녀와 붙어 이길 승산이 없었다. 그 당시, 그녀의 힘은 자신과 필적해 있었다. ' 복잡하군.. ' 이리아는 고개를 흔들어 상념들을 털어내려고 했지만 의지대로 되지는 않 았다. 평온을 바라면서도 한 편으론 그들과의 싸움을 바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피에 굶주린 짐승. 그것이 본질일지도 모르기에. " 잘 자.. 좋은 꿈꾸고. " 하지만 웃음을 머금은 채 잠들어 있는 에딘은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 있었 다. 마치 그것들의 흐름을 읽고, 태연히 대처하는 사람처럼. 이리아는 잠들 은 에딘의 뺨에 살짝 입술을 맞춰 주고 방을 나섰다. 레피드와 함께 하며 생 각했던 일들을 하나 둘 풀고 싶었다. 곧 이리아가 방을 나가고 문을 닫자 잠 들은 에딘의 입술이 떨렸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좋은 꿈...이미 꾸고 있어요. 이리아. " < 계속 > -+-+-+-+-+-+-+-+-+-+-+-+-+-+-+-+-+-+- [ ....... ] 이미 91.. 빨리빨리 해야지... --; - Ipria ** 크흑...은영전의 엔딩은 언제봐도 눈물을 부르는군요..(다나카 요시키는 역 시 거장..) 얀 웬리란 천재는 배제하더라도 율리안과 카린 커플 이야기는 베스트! 군인 같지 않은 군인. 사령관 같지 않은 사령관.. 부전자전이란 말도 떠오릅니다. 『SF & FANTASY (go SF)』 65916번 제 목:<이리아> ▣ 8. 나를 바꾸는... ▣ -92-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1/07 11:01 읽음:259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당신이 원했던 것만큼. 당신이 잃었던 것만큼. [ 이리아 ] ΙΥΙΑ 제 8장. 나를 바꾸는 그대의 목소리. <92> >> http://moon.interpia98.net/~ipria << ----------------------------------------------------------------------- 흐릿해져 가는 시야. 흔들거리는 팔과 다리. 너무 오랫동안 도망친 탓인지 모든 감각이 현실과 멀어져 있었다. 무거운 갑옷의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단지 다리가 땅에 끌리고 있다라는 느낌만이 들 정도로, 피로에 찌들어 있었다. " 얼마나..더 가야합니까? " " 이 숲을 나가면 마을이 있을 것이다. 원래 숲 끝자락에는 마을이 위치하 게 되어 있으니. " 대장인 듯한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뒤따르는 병사들이 기운을 내게 해주었 다. 그러나 그 말은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모두를 이끌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희망의 말일 뿐이었다. 전력(全力)을 다해 레피드의 성을 점령하고 나니 곧바로 레피드가 돌아오 고, 이노네스와 세레스가 동시에 밀고 들어온, 어처구니없는 일이 지난지도 벌써 3주가 넘어가 있었다. 물론 망국의 패잔병에게 고운 시선이 주어질 리 가 없었지만 그들은 약간이나마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에 별 볼 일 없 는 마을일 경우 무력을 쓸 각오도 되어 있었다. 그들은 그래도 부유한 계층에서 뽑힌 병사와 기사였다. 그렇기에 지금 상 황을 납득할 수 없으면서도 지휘 기사를 따라 억지로 이끌리고 있었다. 그래 도 큰 불행 중 눈곱만한 다행이랄까? 궁정 기사단의 90%가 전멸한 와중에 살 아남은 것은 굉장한 일이었다. " 젠장. 레피드 그 자식 때문에. " " 시끄러. 이미 지난 일이야. " 뒤에서는 믿어 왔던 기둥에 대한 욕설과 비아냥이 오갔다. 모든 것을 레피 드에게 뒤짚어 씌우려는 보상 심리였다. 그러나 일부 현실을 직시하는 병사 들은 부질없는 짓임을 깨닫고 묵묵히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이제 헤로딘이란 나라는 지도상에서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장로원의 뜻을 따라 소수 정예로 레피드를 치러 왔던 궁정 기사단이 전멸한 이상, 헤로딘을 유지할 수 있는 병력은 전무했다. 더구나 상대는 로라시아 대륙 최강이란 두 기둥, 룬 나이트와 블러디 나이트가 아닌가?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두 번 다시 가족들을 볼 수 있 는 일은 없으리라.. 그 때 어느 병사가 기쁨에 찬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 마, 마을이다! 숲 한 가운데 마을이 있어!!! " =-=-=-=-=-=-=-=-=-=-=-=-=-=-=-=-=-=-= " 오빠! " " ....왜 그래? " 니켈은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동시에 리에 르의 얼굴에는 웃음이, 아미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이 어렸다. 니켈의 과장 된 말투와 표정은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예전엔 가끔 마을 여자들과 놀면서 그런 경우가 있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그렇지는 않았었다. " 저- 그러니까.. 맨날 놀지만 말고.. " " 동생아. 넌 이 오라버니가 리에르 언니와 함께 있는 것이 그렇게 질투가 나니? " " 엣?! " " 이 오라버니, 슬픔에 눈물이 앞을 가리는 구나. " 니켈은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눈시울을 문질렀고, 리에르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일부러 풀어놓은 청색 머릿결 사이로 눈물짓는 모습은 가 희 애처로워 보였다. 문제는 니켈이 남자라는 것이었다. 결국 아미는 얼굴이 새빨개져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그대로 마을로 발걸음을 돌렸다. 니켈은 그런 아미의 뒷모습을 보며 씨익 웃었다. " 너무했어, 니켈. " " 그런가? 그럼 가서 사과해야지. " " 같이 가. " 리에르는 니켈보다 먼저 일어났다. 성급하게 할 필요는 없었지만 이상하게 니켈이 혼자 달려갈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니켈은 의외로 태연히 일어나 통나 무 집을 향해 외쳤다. " 우리, 마을에 가!! 한 번쯤 놀러 오는 게 어때?! " 그리고 둘은 마을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 " 둘... 잘 어울리죠? " " 응. 왠지 서로 이해하고 보살펴 주는 것 같아. " " 잘 됐으면 좋겠어요. " =-=-=-=-=-=-=-=-=-=-=-=-=-=-=-=-=-=-= " 우리가 원하는 것은 쉴 수 있는 공간과 식량이다. " " ....... " 때로 찌든 갑옷을 걸친 기사 앞에 선 40대 중년 남자는 아무말도 하지 못 하고 가만히 있었다. 기사의 뒤에 제멋대로 늘어선 삼십 여명의 병사들의 기 세에 주눅이 든 듯, 기사의 검으로 향한 눈동자가 떨고 있었다. 한 무더기로 몰려온 병사들에 놀라 마을 한 가운데로 나왔던 사람들은 분 위기가 심상치 않자 조심조심 뒤로 물러섰지만 이미 병사들의 눈동자는 마을 여자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들의 머리속에는 무기조차 없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 두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부순다. 가진다. " 뭐야. " 그 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중년 남자의 귓청을 때렸고, 그는 황급히 목소리 가 들려 온 곳을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니켈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 의 뒤에선 이미 눈초리가 싸늘해진 리에르가 서 있었다. " 헤로딘의 패잔병이라네. 식량과 쉴 곳을 원한다는데... " " 내가 이 마을 책임자다. " 니켈은 남자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잘라 말했다. 동시에 기사와 병사들의 눈에는 비웃음이 감돌았다. 그들의 눈에 비친 니켈은 나약한 몰락 귀족의 자 제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증명하듯, 그들의 손은 슬슬 무기를 매만지 기 시작했다. 니켈은 남자에게 명령조로 말했다. " 에딘에게 사람을. 마을 사람'들'을 그곳으로 보내요. " " ...아, 알았네. " 그는 니켈의 말뜻을 알아 듣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니켈은 기사의 정면으 로 걸어와 차가운 눈빛으로 기사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 원 목적은 이게 아니겠지? " " 똑똑하군. " 기사의 대답은 섬뜻했다. 그의 입은 웃음을 머금었다. 동시에 마을 여기저 기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 이래봬도 궁정 기사단의 병사들이다. 이런 마을 따위는 금방이지. " " ..... " 니켈은 침묵으로 대답하고는 비명이 들리는 곳들을 돌아보았다. 에딘이 있 는 통나무 집 방면을 제외하고는 포위망이 형성된 듯 했다. 그들의 총 인원 수는 대략 백 명. 작은 집들 사이로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끌려 나오는 여자 들이 속속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무기를 들고 싸우려고 하지 않았다. 자기 가족, 부인과 딸이 끌려가고 있음에도. " 원하는 것을 주면, 살려 줄 의향은 있나? " " 글쎄.... " 그의 눈동자는 니켈의 어깨너머로 향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니켈의 눈동자 는 상대의 수와 자신의 생명을 계산해 나갔다. =-=-=-=-=-=-=-=-=-=-=-=-=-=-=-=-=-=-= " 어떻게 할 생각이지?! " " 일단 되는 대로 해봐야죠. " "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네가 그랬잖아. " "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는... " " 마음대로 해!! " 이리아는 소리를 버럭 지르고는 입을 다물었다. 에딘은 간편한 옷차림으로 현관을 나섰다. 에딘에게 달려왔던 청년은 심각한 얼굴로 에딘을 따랐다. 이 리아는 에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에딘은 힘을 쓸 생각이 틀림없었다. 병사들을 향해 맨몸으로 나선다면 그 것만이 방법의 한 가지였다. 타협이 있을 리가 없었다. 니켈이 무슨 생각으 로 에딘을 불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니켈에게 분노가 솟았다. 이제 는 조용히... " 기사가 레이디 곁을 떠나는게 어딨어. " 그리고 이리아는 에딘이 걸어가고 있는 방향,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 다. =-=-=-=-=-=-=-=-=-=-=-=-=-=-=-=-=-=-= 하지만 마을에선 이변이 있었다. " 이, 이건!! " " 일개 기사 주제. " " 이 손, 놓지 못해!! " 기사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니켈을 보았다. 그러나 니켈의 눈동자는 기 사의 뇌리를 붉게 물들이며 기사를 굽어보기 시작했다. 니켈의 손에는 기사 의 팔목이 잡혀 있었다. 가볍게 잡은 듯 하게 보였지만 기사의 팔은 겪한 경 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 으아!!! " " 오빠!! " 언제 왔는지 아미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니켈은 그녀가 리에르 곁에 쯤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한 손을 들어 안심시켜 주었다. "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내 가족들만은 손댈 수 없다. " 가족.. 리에르는 방금 전까지 자신에게 향하던 기사의 눈초리를 읽고 있었다. 그 는 분명히 본능을 억누르고 이해 타산적인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니 켈이 그의 팔을 잡는 순간, 그의 눈동자는 공포에 질려 버렸다. 그리고 뒤따 른 니켈의 말.. 니켈은 알고 있는 것일까? 니켈은 무슨 생각을... " 모두를 물러나게 해라. 안그러면 넌 죽는다. " " 비, 비켜! 사람들을 놔줘!! " 기사는 겁에 질려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가 이성적인 판단 을 잃은 병사들에게 들릴 리가 없었다. 그들은 무기를 들고 기사와 니켈 쪽 을 바라보고는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 중 한 명이 나서서 말했다. " 대장 수고했어. 그 동안 우리를 잘 부려먹어 줘서 고마웠어. " 동시에 여러개의 단검이 날아와 기사의 등에 꽂혔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니켈을 바라보며 무너져 갔다. " 자- 우리의 대장은 마을 사람에게 죽었다!! 우리 모두 복수를!!! " 병사들은 대장의 죽음을 가장하여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는 거리낄 것이 없는 것이다. " 리에르. 아미를 부탁해.. " 그러나 니켈의 나지막한 한 마디와 함께 그들의 얼굴은 굳어져 갔다. 니켈 에게 팔목을 잡힌 채 죽은 기사의 몸은 서서히 연기를 내기 시작하더니 바람 을 따라 연기를 뿌렸다. 마을로 돌아오며 잠시 묶어 놓았던 청색의 니켈의 머리카락은 어느새 다시 풀려 제멋대로 움직였다. 점점 더 펄럭이는 니켈의 머리카락과 옷자락. 그뒤 를 따라 기사의 몸은 재로 변했다. 눈을 부릅뜬 사람이 검게 쪼그라들며 뼈 가 드러나는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 저, 저 녀석부터 없애!!! " 누가 외쳤을까. 처음 보는 것도 아닌, 사람 죽는 모습에 누군가가 겁에 질려 외쳤다. 그 외침은 즉시 병사들을 움직였다. 병사들은 무기를 고쳐 쥐고 모두 니켈 에게 향했다. " 죽여라!!! " 그와 함께 니켈의 팔에는 검은 색 기운이 감겼다. 흘러내는 청색 머리카락 이 길어진 듯한 착각을 주는...그것은 니켈의 팔을 타고 흐르며 검은 색 잉 크가 출렁이듯, 니켈의 팔에서 움직이다가 니켈이 팔을 들자 두터운 곡선을 그리고 잔상을 남겼다. " 죽음으로 이끄는 자. 죽음으로 이끄는 힘. 내가 너희를 멸하리라. " 니켈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구절은 모두의 가슴에 서늘하게 파고들었다. 그것은 곧 길다란 실타래로 펼쳐져 병사들의 몸으로 향했다. < 계속 > -+-+-+-+-+-+-+-+-+-+-+-+-+-+-+-+-+-+- [ 냐항~ ] 니켈은 정통(?) 마법사 입니다. 대가가 엄연히 존재하죠. 이제 8장은 끝으로 갑니다. 100편 쯤은 완전히 종결로 기수를 돌릴 듯! (드, 드디어-!!) 1월 안에 이리아는 끝이 납니다. 그리고 그 기세 그대로 세 번째 글을 밀고 나가겠습니다. 현재 구상은 완료. 완성도는 제 글 중에 가장 높습니다.(적당 하다고나 할까요? 리즈 이야기 처럼 억지로 이끄는 것도 없고, 이리아 처럼 너무 숨기는 것도 없습니다.) 광고는 나중에 작게 때리죠. 다음 편에서 뵈요~ ^^ - Ipria 『SF & FANTASY (go SF)』 66572번 제 목:<이리아> ▣ 8. 나를 바꾸는... ▣ -93-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1/09 22:11 읽음:26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당신이 원했던 것만큼. 당신이 잃었던 것만큼. [ 이리아 ] ΙΥΙΑ 제 8장. 나를 바꾸는 그대의 목소리. <93> >> http://moon.interpia98.net/~ipria << ----------------------------------------------------------------------- 나무 판자가 깨어지는 소리가 울리며 남자의 몸이 크게 꺾였다. 부들부들 떨리는 등의 울림은 입으로 피를 쏟았고, 남자는 복부를 움켜 쥔 채로 고꾸 라졌다. 그러나 그의 배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쓰러진 남자의 몸은 곧 허연 연기를 흘리며 재로 변해갔다. 검은 실을 풀고 있는 니켈의 주위에 남은 새카만 시체의 흔적들은 셀 수가 없었다. 남아 있는 사람수를 세는 것이 훨씬 빠른 계산법일지도 모른다. 니 켈의 어깨는 기계가 움직이듯, 느릿하면서 각지게 움직였다. 그러나 그 팔에 는 힘이 넘치고 있었고, 죽음의 실타래는 날카롭게 병사들의 몸을 쫓았다. 아미는 멍한 눈동자로 자신의 오빠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절대 그는 니켈 이란 사람이라고 볼 수가 없었다. 백수라고 놀릴 때 그저 웃고만 있고, 믿음 직스럽던 나약한 오빠가 아니었다. 절대로. " 니켈! " 그때 니켈에게는 에딘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니켈은 고개를 돌려 에딘 쪽 을 보았다. 에딘은 태연히 병사들 사이를 걸어오고 있었다. 겉보기에도 나이 도 어리고 체구도 크다고 할 수 없는 에딘이었지만 살기 어린 에딘의 모습에 병사들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에딘은 니켈만을 주시한 채 입을 열었다. " 그만둬. 너의 힘은 그렇게 쓰는 것이 아니야. " " 아니. 이렇게 써야겠어. 그때 그랬지? 난 지금이 그때야. 내 가족을 지 키지 못할 정도의 힘이라면 필요치 않아. " 그러나 니켈은 결코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병사들은 두 사람의 대화에 조심조심 뒤로 물러났다. 물론 마을 여자들의 입을 틀어막은 채로. 강인하게 굳어진 니켈의 눈동자에 에딘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리에르와 아미, 두 사람을 가리키며 물었다. " 만약 아미와 리에르. 두 사람 중에 한 사람만 지키라고 한다면? " 동시에 아미와 리에르의 눈동자는 니켈에게 돌아갔다. 니켈은 주저 없이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 둘 다 지켜. 내 모든 것을 다해. 둘 모두 내 가족이까. " " 가장 너 다운 모습이군. " " 에딘, 지금 당신의 모습이야 말로 가장 당신 답지 않은 모습이야. " 니켈의 대답이 끝나자 니켈의 손에서 흘러내리던 검은 실들은 땅속으로 스 며들었다. 그것들은 순식간에 병사들의 발이 머무는 곳에서 다시금 솟아 올 랐다. 병사들은 목을 움켜쥐고 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 아악! 내, 내 살이! " 그들이 느끼고 있는 것은 날카로운 금속이 온몸을 찌르는 것과 동시에 살 속이 타오르는 듯한 고통이었다. 니켈의 마법은 거부할 수 없는 죽음의 마법 계열.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처절한 몸부림을 치며 죽어가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그것을 보고 있던 병사들은 뇌리에 꽂히는 동료들이 죽어 가는 모습에 몸 서리를 쳤다. 그들은 자신들이 도망칠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들은 깨달았다. 도망칠 곳이 아무데도 없다는 것을. 이곳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 다는 사실을. " 우리는 살아야 해! 저들을 죽여!!! " 공포에 질린 와중에 힘차게 내뱉은 한 마디는 병사들의 객기 어린 오기에 불을 붙였다. 철컥철컥 갑옷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며 그들은 머리 위로 무기 를 들어올리고 함성을 질러 댔다. 공포를 잊으려는 듯이, 절대로 죽을 수 없 다는 각오를 모두에게 보이고 자신에게 보이듯이. 그들의 함성은 땅을 울리며 귀청을 멍멍하게 했다. 그들은 천천히 니켈이 있는 곳을 조여들었다. 죽여도 죽여도 달려들겠다는 오기가 눈동자에 가득했 다. 에딘은 살짝 이리아를 바라보고는 손을 모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병사들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마을에는 아직도 사 람들이 남아 있었다. 그들을 희생시키지 않고 병사들을 쓸어 낼 수 있는 방 법은 전무했다. 신속하게 그들을 누비며 여러 곳에서 학살이라도 하지 않으 면... < 이리아. > " ......?! " 그때 이리아의 눈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화려한 금발 에 광채가 날 정도로 새빨간 눈동자의 소년이 허공에 떠서 이리아를 바라보 고 있었다. 환상이라 하기에 사실 같았고, 사실이라 하기에 환상 같았다. 이 미 그는 죽은 자였다. 오래 전, 이노네스를 벗어나면서. 그 소년의 이름은.. " 레인...? " 그는 이리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가 다시 이리아를 보았을 때, 단정한 그의 얼굴은 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웃고 있다기에 슬퍼 보이 고 슬퍼 보인다기에 그는 웃고 있었다. 그는 허공에서 옆으로 이동하며 말했 다. < 또다시 넌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될 거야. >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리아의 눈동자는 크게 벌어졌다. 그것은 미래를 예언 하는 말이었다. 레인의 예언은 언제나 맞아 떨어졌다. 그 자신의 죽음조차. 레인은 에딘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 그를 보고는 그의 뒤에 섰다. 에딘과 레 인은 머리 하나 정도의 키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둘은 비슷해 보였다. < 그리고 괴로움에 몸부림 치겠지?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이 죽였다는 죄책 감에...외로움에... > 이리아는 자신의 입술이 작게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입을 열 수 없었다. 옛날에 실제로 그랬으며 지금도 그럴 것이란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 었다. 레인은 고개를 저었다. < 내가 도와줄게. 넌 할 수 있어. 우리의 희망이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 로 해. 우린 널 원망하지 않아. 나 역시 널 원망하지 않고. 아니, 오히 려 미안해. > 그리고 그의 몸은 두둥실 떠올라 에딘의 키와 같아졌다. 동시에 에딘은 고 개를 돌려 이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 이리아 이리와요! " < 넌 할 수 있어... 이리아 케인즈. 새로운 인연을 따라 가.. > 잠시 겹쳐졍癡 두 사람의 얼굴은 같았다. 머리색과 눈동자만 다를 뿐, 다 정함이 배어 있는 목소리와 순진해 보이는 얼굴은 마치 형제처럼 보였다. 이 리아는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알았어. 고마워...레인. 나의 첫번째 가족.. " 그리고 다시 이리아가 고개를 들었을 때, 레인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 었다. 하지만 그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는 가슴 저리게 알 수 있었다. 에딘은 이리아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조심스럽게 이리 아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리아는 다가오지 말라는 듯이 뒤로 물러서며 손끝을 펴고 가늘게 휫파람을 불었다. 그와 함께 이리아의 양손끝으로 바람 이 몰려들었다. " 이리아!! " 그 모습을 본 에딘은 주먹을 질끈 쥐며 있는 힘껏 그녀를 불렀다. 그러나 이리아의 몸은 바람을 모으며 천천히 땅에서 떠올랐다. 이제는 이리아를 막 을 수 없다는 것을 느낀 에딘은 몸을 곧게 펴며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하늘 을 올려다 보며 낮게 소리를 질렀다. 하늘로 향한 에딘의 목소리는 다시 땅으로 내려오며 에딘이 서 있던 자리 의 땅을 조각조각 부수어 냈다. 에딘이 손을 펴고 손안에 거대한 화염을 일 으키자 흙들은 위로 솟구쳤고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뿌옇게 변하는 에딘이 있던 자리에서 나오는 것은 온통 검게 변한 에딘의 기괴한 눈빛이었다. 싸늘한 흑구슬이 돌아가는 것처럼 창백한 흑빛 눈동자는 병사들에게로 돌려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에딘의 몸은 흙먼지를 뚫고 그들에 게 달려들었다. =-=-=-=-=-=-=-=-=-=-=-=-=-=-=-=-=-=-= " 세상에... " 리에르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 입에 담은 한 마디는 그 말이었다. 에딘의 양 손에는 화염의 막대가 생성되어 병사들의 몸을 부수고 있었다. 이노네스 와 싸울 때 썼던 마법 보다, 훨씬 놀라웠다. 한 번에 한 명씩. 산산이 부수 어져 공중으로 폭발하는 병사들의 육체는 삽시간에 에딘의 발자취와 함께 했 다. " 저게 에딘 케인즈란 존재. 어깨 좀 빌려 주겠어? " 등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리에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니켈의 얼 굴을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니켈은 리에르에게 다가와 뒤에서 리에르를 안 고 어깨에 기댔다. 아미는 자신의 오빠를 돌아보며 소리라도 질러주려고 했 지만 니켈의 얼굴을 보는 순간 입을 틀어 막았다. " 가족이라고 해서...화났어? " " 아니. " " 고마워...그럼 허락한거야. " 니켈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지만 기뻐했다. 하지만 잠시 후 리에르의 목덜 미로는 무엇인가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리에르는 살에 닿으며 흘러내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금방 알아챌 수가 있었다. 뜨거우면서 걸쭉하고 묘한 냄새 를 남기는... 그것을 알았을 때, 니켈의 손은 리에르에게서 떨어졌다. " 오빠! " 아미는 그 자리에 쓰러져가는 니켈의 모습에 비명을 질렀다. 리에르도 황 급히 뒤를 돌아 니켈을 바라보았다. 니켈은 천천히 쓰러지고 있었다. 아니, 천천히 쓰러지는 것처럼 보였다. 시간이 길게만 느껴졌다. 리에르는 창백한 니켈의 얼굴이, 점점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싫었다. 싫었다... " 니켈- " 니켈은 웃고 있었다. 마치 잘있으라고 말하는 것처럼. 리에르는 손을 뻗어 니켈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니켈의 몸은 손에 잡히 지 않았다. 닿을 듯 하면서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벌어진 거리는 그 이상 가 까워지지 않았다. 털썩... 둔탁한 소리가 들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굉장히 길었다. 그럼에도 잡지 못 했다. " 니켈. 니켈!!! " 리에르는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니켈의 옷자락을 잡 고 자리에 주저 앉았다. < 계속 > -+-+-+-+-+-+-+-+-+-+-+-+-+-+-+-+-+-+- [ ^^;;;; ] 왜 니켈이 마법사인지 궁금하시죠? ^^; 일 대 다수의 싸움을 유발하기 위한 촉매제였습니다. 하하하.. --; (에구. 피하자.) - Ipria Ps. 천리안 판츠 사람들.. 정말 재밌더군요. 비교가 됩니다. 뭐, 전 나우인이기도 하면서 SF란과 그렇게 친하지 않으니... Ps2. 1페이지와 뒷부분은 하루 이상의 시간차가 있는데.. 뒷부분이 훨씬 나 은 듯.(어서 실력을 쌓아야지... --;) 『SF & FANTASY (go SF)』 67001번 제 목:<이리아> ▣ 8. 나를 바꾸는... ▣ -94-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1/11 14:18 읽음:262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당신이 원했던 것만큼. 당신이 잃었던 것만큼. [ 이리아 ] ΙΥΙΑ 제 8장. 나를 바꾸는 그대의 목소리. <94> >> http://moon.interpia98.net/~ipria << ----------------------------------------------------------------------- " 니켈의 힘은 보통 마법사들처럼..생명의 힘을 증폭시켜 쓰는 것. 니켈이 얼만큼 살 수 있을 지는 니켈, 너 자신이 알고 있겠지? " 한참 동안 숨을 고르고 힘을 억누른 에딘은 피곤한 얼굴로 누워있는 니켈 에게 물었다. 니켈의 손은 자신의 옷자락을 잡고 있던 리에르의 머리를 쓰다 듬었고, 작은 한숨과 함께 말을 시작했다. " 후우...그래. 알고 있어. 내 남은 수명은 길어야 5 년.. 결국 40이란 숫 자를 넘기지 못하는 거야..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지. " " 니켈... " " 리에르...나... 쉬게 해 줄 수 있어? " 니켈의 눈은 천천히 감기고 있었다. 리에르는 아미에게 손짓해 같이 니켈 을 부축해 들었다. 동시에 둘은 가볍다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니켈의 몸 은 너무나 가벼웠다. 리에르는 억지로 눈물을 삼키며 니켈의 집으로 향했다. 에딘은 리에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 니켈의 곁에 있어줘요. " 리에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뒷모습은 무엇을 결심한 사람 처럼 다부지게 보였다. 에딘은 가볍게 쓴웃음을 짓고 병사들의 시체를 돌아 보았다. 백여명의 시체를 처리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물론 그 일 은 마을 사람들이 하겠지만, 제일 마지막이 문제인 것이었다. 혼란 속에 살아 남은 마을 사람들은 조심스레 에딘에게로 몰려왔다. 고맙 다는 말을 하려는 것 같았지만 그들의 눈동자에 어린 것은 병사들이 느끼던 것과 같은, 공포심이었다. 그들이 알고 있었던 에딘은 어디까지나 날카로운 기사였던 것이다. 에딘은 그들의 눈빛을 애써 무시하며 땅에 주저 앉아 있는 이리아에게 다 가갔다. 이리아는 온통 피에 물든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하얗던 피부에는 깊게 피가 먹어 들었고, 치마는 여기저기 뜯어진 채로 핏물에 절어 있었다. 머리카락을 따라 흘러내리는 액체가 땀이 아닌 피일 정도로, 그녀는 피에 젖 어 있었다. 곧 에딘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 나...이상하게 보이지? " " 아니요. " " 난 피에 익숙해..피를 즐겨...너도 내 곁에 있으면 죽게 될 거야. " " 그렇지 않아요. 언제나...전 곁에 있었고, 살아 남았잖아요? " 에딘은 질퍽한 이리아의 몸을 뒤에서 잡아 일으켰다.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에딘의 그 생각은 어느 정도 맞았다. 곧 에딘의 손에 는 작은 떨림이 일었다. " 그가 그랬어.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될 거라고. " " 그래요? " 자세히 묻지 않았다. 아니, 물을 필요도 없었다. 에딘은 마을 사람들의 시 선이 자신에게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그들을 향해 말했다. " 이 사람은 이제부터 여기서 살 사람. 제 아내입니다. 이상한 눈으로 보 지 마세요. 제가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에딘 케인즈란 이름을 걸고. " =-=-=-=-=-=-=-=-=-=-=-=-=-=-=-=-=-=-= " 씻어요. " 에딘은 타월을 들고 이리아의 뒤를 따라왔다. 이리아는 힘없는 얼굴로 욕 실 문에 기댔다. 에딘의 눈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그 러나 그것은 레인의 웃음처럼 진심으로 웃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리아는 차갑게 말했다. " 왜 그런 눈으로 보지? " " 모든 것을 혼자 책임지려고 하지 말아요. " 예상대로 에딘은 이리아의 마음을 읽고 있었다. 이리아는 욕실문을 열고는 뒤로 돌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 마음에 들지 않아... 에딘, 넌. " " 하지만 저는 마음에 들어요. 당신이. " " 기분 나빠. 네 말투도 행동도 외모도. " " 좋아요. 당신의 말투도 행동도 외모도. " 에딘은 어울리지 않게 말장난으로 말을 이었다. 이리아는 고개를 돌려 에 딘을 노려보았다. 어느새 에딘의 얼굴은 이리아의 바로 뒤에 와 있었다. 둘 은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이리아는 억지로 평정을 유 지하며 입을 열었다. " 뭐야. 그건. " " 사랑해요. " 그 한 마디 말에 이리아는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 에딘은 결심한 듯, 이리 아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 처음이죠, 이런 말하는 건.. 그렇게 강한 척 하지 말아요. 당신의 마음. ..느낄 수 있어요. '우리'이니까. " " 너... "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척하고 있는 것이라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 리아는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려고 했지만 에딘의 입술에 의해 막혔다. 에딘 은 길게 입을 맞추고는 이리아의 피에 절은 옷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 조작에 의한 무한 마력 잠재 아이. 두 번째 실험. 실험체 번호 77번... 이리아에 대한 과거는 어느 정도 알고 있어요. " " 에딘.... " " 하지만 이런 생각은 해 본적 없어요? 첫 번째 실험에서 살아 남은 사람 이 있고, 그 자손이 있을 거란 생각... " 검붉은 이리아의 옷을 따라 투명한 액체가 흘러 내렸다. 이리아는 말문이 막혀 욕실 안을 바라본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천천히 에딘의 말이 이해가 되 었다. 왜 처음부터 친근하게 느껴졌는지, 곁에 있고 싶은지... " 이리아와 난 비슷해요. 그래서 처음부터 동질감을 느꼈던 것이고요. 이 리아가 힘에 이끌려 내게 작은 호감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죠. 하지만 전 사랑해요. 인간의 피를 따르는 마음으로. " 잠시 후, 이리아는 말 대신 욕실문을 닫았다. 지금까지 묻혀 왔던 피를 씻 어내기 위해.. 이제는 피를 보지 않기를 바라며... " 에딘.. 넌 내 두 번째 가족이야. 내가 사랑하는... " =-=-=-=-=-=-=-=-=-=-=-=-=-=-=-=-=-=-= " 리에르. " 리에르는 어렴풋이 들려오는 가느다란 목소리에 눈을 떴다. 어느새 니켈은 정신을 차리고 리에르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차갑던 니켈의 체온은 다 시 따스하게 돌아와 있었다. 니켈은 의자에 앉은 채, 불편한 자세로 침대에 엎드려 자고 있던 리에르의 팔을 잡고 말했다. " 이리와. 그렇게 자기엔 쌀쌀해. " " 하지만.. " " 나, 힘없어. 부탁 하나 정도는 들어줘. " 니켈의 눈동자는 곁에 있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사람의 정이 부 족해서 일까? 리에르는 니켈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가장 힘들고 괴로울 때, 곁에서 누군가가 있어 준다는 사실만큼 든든하고 고마운 것이 없었다. 리에 르는 작게 고개를 끄덕으고 니켈의 곁에 누웠다. " 따뜻해... " " 어린애 같긴. " " 그래. 난 어린애라고 할 수 있어. 지금 가족은 모두 친 형제들이 아니니 까. " " 뭐?? " 리에르는 놀란 눈으로 니켈을 보았다. 니켈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잔잔 한 미소를 머금었다. " 어쩌다 저쩌다 해서 만난 가족이야. 이 마을 사람들에게 물들지 않은 사 람들이기도 하지. 어쨌거나 그 둘은 엄연한 내 가족이야. 둘도 없는. " 니켈이 그것으로 말을 끝맺자 리에르는 잠시 주저했다. 말해야 할 것은 있 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반응을 할지 두려웠다. 그래도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기에 리에르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 니켈. 사실은 나...노예였어. 헤로딘에서. " " 그런데? " " 노예였다고... " " 누가 널 노예 취급 한적이 있어? 넌 우리 가족이야. " 순간 리에르는 지난 날 에딘이 화내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도 그랬었다. 누가 노예 취급을 한적이 있는가... 리에르는 니켈의 팔을 잡아 가볍게 안으며 눈을 감았다. 가족... 그것이 왠지 가까이 다가와 있는 느낌이었다. < 계속 > -+-+-+-+-+-+-+-+-+-+-+-+-+-+-+-+-+-+- [ ...... ] 이리아의 결정적인 단점. 바로 독자와 주인공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겁니다. (이걸 이제서야 알면 어쩌잔 말인지.. --;) 이질감이 강해 그냥 멀리서 지켜 보다가 지치는 것이 이 글. 사람들과 토론을 하면서 제 글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본바, 이런 결론이 나오더군요. 다음 글엔 많은 신경을 쓸 생각입니다. 여러모로. - Ipria Ps1. 원자 번호 77번이 이리듐이죠? ^^;; 원소 이름으로 된 캐러를 넣어보고 싶었습니다.(니켈도 그렇죠.) Ps2. 쿡쿡..면접 봤습니다. 점수는 B.. --; 쳇.. Ps3. 이리아와 에딘이 병사 학살하는 장면은 쓰지 않을 예정입니다. ** 쩝..이제는 양을 늘려야지... 일도 없는데. ==; 『SF & FANTASY (go SF)』 68150번 제 목:<이리아> ▣ 8. 나를 바꾸는... ▣ -95-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1/15 23:14 읽음:262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당신이 원했던 것만큼. 당신이 잃었던 것만큼. [ 이리아 ] ΙΥΙΑ 제 8장. 나를 바꾸는 그대의 목소리. <95> >> http://moon.interpia98.net/~ipria << ----------------------------------------------------------------------- " 랄라라... 랄라. 라. " 아미는 입안에 작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옷을 갈아입었다. 어제 있었던 일 들이 꿈인 마냥,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침대 하나 와 서랍장 하나. 그것만 달랑 있는 작은 방이었지만 그 안의 공기는 발랄하 고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다. 끊임 없이 흥얼거리는 콧노래는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일까? 곧 아미의 눈가에는 작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러나, 그녀는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쳐 정신을 차리고 방을 나섰다. 그녀는 곧장 동생의 방을 지 나쳐 니켈의 방으로 향했다. 힘없이 끌리는 듯한 발소리가 시끄럽게 울렸지 만 누구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 오.... " 아미는 방 앞에 서서 노크를 하기 위해 손을 들었지만 그 첫 마디 말에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니켈이란 사람과 인연을 맺은 것은 4년 남짓. 짧은 시 간에 니켈은 완전히 가족이 되었고 절대 헤어질 수 없는 사람이 된 것이었다. 없어서는 안될... 아미는 조용히 방문을 열어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부드럽게 열리는 방문과 함께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 온 것은 니켈의 침대였다. 빼꼼이 열려진 창문 에서 내려온 한 줄기 햇빛은 침대 발치에 닿아 있었다. 평소에 약간 심한 잠 버릇이 있던 그의 곁에는 리에르가 잠들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곤하게 잠 들어 있었지만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아미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소 리 없이 방문을 닫았다. 지금의 니켈이 아미에게는 가장 니켈처럼 보였다. 가만히 있어도 오빠 같 은 남자. 말 없이 미소만으로 다른 사람을 안심시켜 주는... 그런 니켈의 곁 에 리에르가 있다는 사실이 좋게만 느껴졌다. " 오빠와 리에르 언니라... " 현관으로 향하며 아미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현관문을 열면 어제 있었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온다는 사실에 손잡이를 잡 는 데에 약간의 시간이 걸렸지만 두 사람의 모습은 아미로 하여금 세게 손잡 이를 잡아 돌리게 만들었다. 눈앞의 현실은 피하려고 한다고 현실이 아닐 수 는 없는 것이다. 니켈의 수명이 몇 년 남지 않은 것과 같이. " 하지만, 잘 됐으면 좋겠어. "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아미는 가볍게 마을을 둘러보며 길을 따라 걸었다. 거대한 생물의 손톱이 훑고 지나간 듯한 자국이 땅 곳곳에 남아 있었다. 메 워도 메워도 여기저기서 폭발한 흔적과 마법이 영향이 미쳤던 곳은 눈에 띌 정도로 많았다. 시체들은 산 어딘가에 파묻었겠지만 태워서 흔적도 없앨 것 이라는 에딘의 말대로 라면 오늘 점심 무렵에 주변이 정리될 듯 했다. 문득 아미의 눈엔 우울해 보이는 마을 사람들의 얼굴이 비쳤다. 가족을 잃 은 듯, 그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이런 작은 마을에 병사들이 쳐들어 올 줄은 아무도 몰랐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 것이 안타까웠다. 아미는 이런 저런 생 각을 계속하며 걸었다. 오솔길 같은 길을 따라 난 길은 일단 마을과 상관없는 듯 했다. 새들이 지 저귀고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오고, 바닥에 쌓인 누런 낙엽들과 미약하게 흔 들거리는 나뭇가지들은 평화로웠다. 또각...또각.. 계단을 오르는 아미의 발걸음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현관문을 여는 손 은 가볍게 움직였다. 그런데, 소리 없이 열리는 현관문을 따라 향긋한 음식 향기가 흘러나오며.... " 그냥 앉아 있어요. " " 싫어. 조금은 배워 둘 생각이야. " " 어리광 부리긴.. " " 에딘- " 그 향기에 섞여 나오는 두 사람의 목소리에는 다가갈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문득 든 아미는 다시 문을 닫으려고 했 다. 그러나 그녀가 뒤로 물러나는 순간 이리아가 외쳤다. " 아미! 들어오지 않고 뭐해? 그냥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문을 연 것은 아니겠지? " " 하하하하!! " 그리고 에딘은 웃음을 터트렸다. 아미는 얼굴이 붉어져 주방으로 들어와 조용히 식탁에 앉았다. 주방 안에 는 이리아가 앞치마를 두른 채 있었다. 에딘은 이리아의 어깨 너머로 이리아 의 손놀림을 보며 그녀의 허리를 안고 서 있었다. " 입막음...이죠? " " 시끄러. 다 누구 때문인데. " " ...어차피 결혼할 텐데요, 뭐. " " 참 뻔뻔해 졌어, 너. " " 원래 이랬어요. " 아미는 그 자리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을 하며 옷자락을 꽉 쥐 었다. 아예 무시를 하는 것인지, 아미의 눈에 비친 두 사람은 똑같았다. 하 나도 화가 나는 것이 없으면서 화낸 척 하는 이리아나 그것을 장난스레 받아 넘기며 이리아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에딘이나, 다른 사람들과 비교가 할 수 없었다. " 아미. " " 예? " " 니켈하고 리에르는 괜찮아? " " 예. " " 오늘 저녁에 리에르에게 여기에 왔다 가라고 전해 해주겠어? " " 예, 알았어요. " 느닷없는 질문에 아미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그러나 그 뒤를 따르는 것 은 언제 끝날 줄 모르는.. " 아미가 긴장하고 있잖아. 이 팔 풀어. " " 우웅...싫은데.. " " 애처럼 왜 그래. " " 오늘 아침에 일어나면서 누군가도 그러지 않았어요? " ' 오빠. 아침은 알아서 해결해... ' 거의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아미는 그렇게 생각하며 식탁에 팔꿈치를 붙이 고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작은 한숨을 쉬었다. =-=-=-=-=-=-=-=-=-=-=-=-=-=-=-=-=-=-= " 에딘. 이거 받으세요. " " ....고마워요. 갖고 있어 줘서. " 에딘은 리에르가 건네는 두 개의 물체를 받아 들고 피식 웃었다. 잠시 잊 고 있었던 것이 아닌, 일부러 벗어나려고 했던 굴레가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 없이 살아갈 수도 없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에딘은 그것을 말없이 팔목에 채웠다. " 그럼 이만... " " 니켈의 집에서 살 생각인가요? " 급하게 돌아가려는 리에르의 뒷모습에 에딘은 차분하게 물었다. 리에르는 갑작스레 발걸음을 멈추었다. 잠시 후 그녀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답했다. " 예. 가족이 있는 곳에서 살 생각입니다. " " 행복해야 해요. " 에딘은 다시 움직이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리에르도 자신의 삶을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 때 이리아가 현관문을 열고 나오며 물었다. " 아쉬워? " " ...... " 에딘. " " 어머니와 비슷한 분위기였어요. " 에딘은 그렇게만 말하고는 이리아의 어깨에 손을 얹고 방으로 향했다. 끝. 모든 것의 끝은 어디일지. 이 생활의 끝은 어디일지. 둘은 잠시 그것을 잊기로 했다. < 제 8 장. 나를 바꾸는 그대의 목소리. -끝- > -+-+-+-+-+-+-+-+-+-+-+-+-+-+-+-+-+-+- [ --; ] Next Session, Amillia Jazz - Ipria ^^ 『SF & FANTASY (go SF)』 68324번 제 목:<이리아> ▣ 외전 .Ⅶ. 기억 ▣ -96-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1/16 18:16 읽음:278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이야기. [ 이리아 ] ΙΥΙΑ 외전 Ⅶ. 행복의 기억. <96> >> http://moon.interpia98.net/~ipria << ----------------------------------------------------------------------- " 글쎄. 좋은 기억은 적어서... " 그녀는 아들의 질문에 곰곰이 옛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피에서 물로. 병사에서 아내로. " 그때 모두 놀랐던 것은 나와 그의 새로운 일면을 보았기 때문이랄까? " 오랜 시간 끝에 열린 그녀의 입술은 희미하게 미소를 머금었다. 서서히 그 때가 생생히 다시 떠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짧게 자른 자신의 단발머리를 살 짝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의자에 기댔다. " 그래. 잊지 못할 일이었지. 일생에 단 한 번 볼 수 있었던 그 이의 그런 모습... 나의 웨딩 드레스 모습. " =-=-=-=-=-=-=-=-=-=-=-=-=-=-=-=-=-=-= " 싫어. " " 이리아... " " 부끄럽단 말이야... " 이리아는 말꼬리를 흐리며 이불을 덮어 버렸다. 그러나 목소리가 너무 약 해져 있었다. 그것을 눈치 챈 에딘은 이불을 잡고 한 번에 이불을 펄럭여 이 리아에게서 이불을 빼앗았다. 얇은 천으로 에딘과 똑같은 스타일로 만든 잠 옷을 입은 이리아는 이불을 잡으려다가 에딘의 빙긋 웃는 시선을 느끼고 얼 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에딘은 침대에 올라 이리아를 바라보며 아무말 없이 이리아의 발목에 채인 팔찌를 톡 쳤다. " 난 이대로이고 싶어. " 톡... " 결혼식을 한다고 달라지는게 뭐야? " 톡... " 에딘! " 이리아의 외침에 에딘은 고개를 들어 이리아를 보았다. 이리아는 그녀 자 신이 납득하고 싶은 것이었다. 평범한 생활로 접어드는 이유를. 에딘은 손을 들어 머리에 묶고 있던 머리띠를 풀었다. 그리고 몇 달간 묶었던, 피와 때로 변색되어 누렇게 된 그 흰색 머리띠는 곧 에딘의 팔목에 매듭져 졌다. 에딘 은 잠시 그것을 바라보고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 나를 남편이라 생각해 달라고는 하지 않을 게요. 하지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우리로서는 좋은 것 아니에요? 이대로 있는다면 달 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나중엔 우리끼리 싸울지도.. " " ...정말...나, 널 죽일 지도 몰라. " 이리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에딘은 이리아의 위에 쓰러지듯 엎드리며 이 리아를 안았다. " 그러니까 그런 일은 없어요. " 그리고 에딘은 손을 움직여 팔목에 매듭지은 머리띠의 한쪽 끝을 이리아의 팔목에 묶었다. 가느다란 이리아의 팔목에 묶여진 에딘의 머리띠는 헐거웠으 나 이리아는 그것을 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 어떻게 장담해? " " 결혼해도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닌 '에딘'이란 사람이니까. " " 바보. " " 오직 이리아에게만 바보에요. 전. " =-=-=-=-=-=-=-=-=-=-=-=-=-=-=-=-=-=-= 그 후로 에딘은 마을을 동분서주하며 돌아다녔다. 마을 사람들은 그저 에딘의 지시대로 움직여 모든 것은 막힘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혐오스러울지 몰라도 그들의 생활에서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 다. 아미와 니켈, 리에르만이 마을 사람들의 그런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 을 뿐, 수동적인 생활은 변함 없었다. 에딘의 말에 순종해서 일까? 마을 사람들은 이리아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녀가 나타나면 방긋 웃으며 인사를 건넬 정도 였다. 이리아로선 그것이 고마웠다. 그래서 에딘과의 생활에 빠르게 적응해 갔다. " 언니! " 아미의 목소리에 이리아는 심호흡을 마치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 미가 건네주는 부케를 들고 문을 나섰다. " 아앗!!! " 문을 열자 들리는 첫 마디 탄성에 이리아는 웃음이 지어졌다. 사람은 꾸미 기 나름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이리아는 얼굴을 살짝 가린 면사포 밖에 자 신을 향해 걸어 오고 있는 정장 차림의 남자를 보고 손을 내밀었다. 순백의 정장에 뒤로 넘긴 머리카락.. 웃고 있는 눈.. 검은 색 눈동자에 비 치는 이리아는 무릎에서 봉오리처럼 펼쳐지는 치마자락에 각선미가 전부 드 러나고 있었다. 허리를 꽉 조인 상태에서 가슴 아래서 끊어지는, 속이 비칠 정도로 아주 얇은 자켓은 이리아에게 잘 어울렸다. 움직이는 이리아의 곡선 들은 그녀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 예뻐요. " " ...두 번 만 더하면 이백번째야. " " 그럼.. 예뻐요. 아주 예뻐요. " 에딘은 순진하게 웃으며 이리아의 손을 살짝 쥐었다. 이리아는 에딘을 따 라 걸으며 곁눈질로 에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따라 에딘은 소년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누가 다섯 살 연하란 말을 믿을까. 너무 자연스럽게 에딘은 변해 있었다. 그에 비하면.. " 당신은 에딘을 남편으로 영원히 사랑하겠습니까..? " " 예. " 주례를 맡은 마을 남자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이리아는 에 딘의 손을 꽉 쥐었다. 이제는 몇 달간 같이 여행한 소년이 아닌 것이다. " 키스하세요. " " 절대로 혼자라는 생각하면 안되요. 이리아. " 에딘의 말에 이리아는 대답 대신 에딘의 목을 껴안으며 입을 맞췄다. 느닷 없는 행동에 오히려 에딘은 당황했지만 이리아는 입술을 떼고는 당당히 에딘 을 안은 채 말했다. " 넌 내꺼야. 에딘. " " 에? " " 내 남편에게 잘 해줘야 해요-!! " 이리아는 그렇게 외치며 손에 들고 있던 부케를 힘껏 던졌다. 흰 포물선을 그리고 날아간 꽃을 따라 사람들의 시선은 움직였다. 수십명의 시선이 따라 가다 멈춘 곳에는 말도 안된다는 얼굴로 경직되어 버린 한 소녀가 서 있었다. " 이, 이런... " " 아미- " 자신이 들고 있는 것이 부케란 생각이 들 때까지 그녀의 몸은 완전히 굳어 있었다. 잠시 후 사람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정신을 차린 아미의 얼굴은 홍 당무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붉어져 갔다. " 다음 신부는 아미네!! " 이리아는 에딘에게 안긴 채 외쳤다. 그러나 얼굴이 새빨게진 아미에게 밝 게 외친 이리아의 말은 몇 달 후, 그대로 맞았다.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 것이다. =-=-=-=-=-=-=-=-=-=-=-=-=-=-=-=-=-=-= " 그땐 너무 어렸었어. " " 엄마답지 않아. " " 하하하! 꼭 그 이와 같은 소리를 하네. " " 피... " 그녀는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잔잔하게 미소를 지었다. " 넌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지만.. 네 아버지는 귀여우면서 멋진 사람이었 어. 묘한 매력이었지. 카리스마도 없는 주제 사람은 잘 사귀고 다녔으니 까. 그런 남자가 내 남편이었다니.. " 곧 핏빛에 가까웠던 눈동자는 그녀 앞에 앉아 있는 소년의 나이만큼 지난 옛날을 그리며 과거로 다시 흘러갔다. 짧았던 행복의 그날로. < 외전 Ⅶ. 행복의 기억. 終 > -+-+-+-+-+-+-+-+-+-+-+-+-+-+-+-+-+-+- [ 헥헥... ] 열심히 노력 중 입니다.(그러나 이번 편은 날림이었다.. --;;;) - Ipria Ip: 형-! 5부 연재 축하~~ ^^ H : .....너도 게시판에 충실해라. Ip: --? H : 아직 연재 중이지? ............ >> 그렇다. 아직도 연재 중이었던 것이다. --; << ** 패러디 극장..? I : 결혼식을 한다고 달라지는게 뭐야? E : 한 편을 그냥 보내기 좋잖아요. 작가의 농간이죠. ==; 『SF & FANTASY (go SF)』 68763번 제 목:<이리아> 2번째 모음집, 올라갔습니다.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1/18 22:59 읽음:244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환동 자료실(go fan 5 1)에 올라갔습니다. 필요하신 분 받아가세요~~~ ^^ 자료실 모음집은 잡담 제거본 입니다. - Ipria 『SF & FANTASY (go SF)』 68764번 제 목:<이리아> ▣ 9. 종국의 길 ▣ -97-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1/18 23:00 읽음:316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종국으로 향하는 길. 그 길에 접어 드는 순간.. [ 이리아 ] ΙΥΙΑ 제 9장. 종국의 길. <97> ----------------------------------------------------------------------- 괜히 폼만 잡고 어두운 분위기의 재수 없는 남자. 겉보기에 그렇게 느껴지 는 사람이 라우디였다. 물론 라우디의 차가운 눈동자에 그런 생각을 한 사람 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지만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라우디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눈에 확 띄는 복장을 하고 귀엽게 생긴 여자 아 이를 데리고 다니는 자신을 좋게 볼 사람이 없다는 것. 일반 서민들의 눈에 뻔한 것이 아닌가? 또한 백수 남자나 힘꽤나 있다고 하는 건달, 쥐꼬리만한 권력이라도 가지고 있는 병사들에게는... " 이노네스가 유지될 수가 있는 이유. 그것은 블러디 나이트란 집단이 있 기에 가능한 것이지. " " 그들에 대해 알고 있어요, 오빠? " " 대강은. " 라우디는 가벼운 목소리로 대답하고 기억을 되짚었다. 라우디가 알고 있는 이노네스의 이야기는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그것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모두 들 이노네스 사람들은 불행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노네스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별다른 생활을 하고 있지 않았다. 마 법사에 대한 대우도 다른 곳과 약간 달라, 마법사 소질을 가진 아이를 죽이 는 여타 나라들과 달리 오히려 나라에서 마법에 소질이 있아이를 키울 때 양 육비를 지원해 주고, 일정한 나이가 되면 교육 시설에 데려갔다. 그러나 그 것도 약간 어긋난 이야기 였다. " 블러디 나이트는.. 양육 시설에 들어간 아이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집 단이라고 할 수 있지. 어린 아이들의 피.. 그리고 마법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피... " " 서, 설마. " " ...단, 서열 1의 레오 로벨리아만은 다른 존재다. 진정한 블러디 나이트 랄까? 광기의 녀석... " 랜의 얼굴은 놀란 듯이 라우디를 올려다보았지만 라우디의 말은 계속 이어 졌다. " 아무튼 그들이 없었다면 엉망진창이 되었을 것이 틀림없지. 정신적 구심 점이자 공포의 대상. 지배의 원리를 적절히 이용했어. " 라우디의 설명은 아주 적절하면서 정확했다. 그러나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이 라우디의 말투는 어딘가 쓸쓸했다. 겉으로 내비치지지 않으 려고 애쓰는 흔적은 없었지만 느낌이 그랬다. 곧 라우디의 발걸음이 느려지자 랜의 시야에는 작은 마을의 전경이 들어왔 다. 무슨 일이 있는지 시장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마을에 이노네스 정규군 인의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지나다니고 있는 것이 눈에 띄였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라우디의 시선은 기다리던 것을 찾은 소년처 럼 반짝이기 시작했다. 랜은 손을 통해 전해져 오는 두근거림을 느끼고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그들이 다 죽을 것이란 생각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 일단 배라도 채울까? " " 언제 그런 걸 물었어요? " " ...먹으러 가지. " 약간 쏘는 듯한 랜의 말투에 라우디는 평소처럼 랜을 데리고 마을로 향했 다. 병사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아니, 오히려 병사들이 여 행자인 라우디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 같았다. 라우디는 곧장 주점으로 보이 는 단층 건물로 향했다. 멀리서 봐도 작은 간판이 보일까 말까하는 정도였지 만 라우디는 익숙한 걸음이었다. 라우디는 거칠게 문을 열고 주점 안으로 들어갔다. 주점 안에는 잠시 휴식 을 취하러 온 마을 남자들과 병사 둘이 있었다. 라우디는 곧장 병사 둘의 뒤 쪽으로 걸어가 자리를 잡았다. " 래디 오- " " 그레이프 하나. 우유 한 잔. " 랜이 말을 꺼내는 것을 막으려는 듯, 라우디는 랜의 말허리를 자르며 주문 을 시켰고, 뒤따라 오던 점원은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갔다. 랜은 자신을 바라 보는 병사들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숙였다. 반면에 등을 돌리고 있던 라우 디는 그들의 대화를 듣기 시작했다. " 과연 언제까지 계속 될지.. " " 하지만 일단 배속되면 죽지 않는 이상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다는 소문이 있어. " " ...설마. " " 설마가 아니야. 왠지 이 마을 여자들이 대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자세 히 보면 모두 이 마을 여자들이 아니면서 이곳에 살고 있어. " " 그, 그런 거였어? " 놀란 병사의 말이 귓가에 머무를 때, 주문했던 것들이 나왔다. 랜은 붉은 색 액체와 하얀 물을 바라보며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실 것으로 배 를 채울 생각이 아니란 건 알고 있지만... 그때 라우디의 손이 우유잔을 집 어 갔다. " 오빠. " " ...마셔둬. 술 정도는 마셔봤겠지? " 우유잔을 입으로 가져가던 라우디의 어조는 강압적이었다. 랜은 할 수 없 이 조심스럽게 그레이프라고 불리는 과일주 잔을 들었다. 처음엔 술이란 단 어 때문에 마시기가 조심스러웠지만 달콤한 향기가 손을 움직였다. 맛 또한 달콤하게 조절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반쯤 마셔갈 때 랜의 눈에는 라우디의 다정한 얼굴이 들어 왔다. 망토를 내린 채, 가볍게 미소짓고 있는... " 어.... " " 한숨 푹 자면 괜찮을 거야. 잘 자. " 아련해지는 라우디의 목소리는 랜의 손에서 잔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들 려왔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라우디. 그의 손은 뒤에 앉아 있던 병사의 머리 를 잡고 있었다. =-=-=-=-=-=-=-=-=-=-=-=-=-=-=-=-=-=-= " 뭐, 뭐야! " " 묻는 말에만 대답해라. 산 중턱 연구소는 폐쇠됐지? " " 모른다. " 그는 교육받은 대로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는 라우디였다. 그 의 머리를 누르고 있던 라우디의 손가락은 그의 머리를 죄어 들었다. " 아악!!! " " 폐쇠되었지? " " 알고 있으면서 뭘 원하는 거지?! " " 새로운 연구소의 위치를 말해라. 너흰 폐쇠된 연구소에 배속된 병사들이 아니야. " 하지만 그는 고통을 참으며 절대로 입을 열지 않았다. 얼굴이 새빨개질 정 도가 되어도 그는 절대로 말을 하지 않을 셈이었다. 그때 같이 있던 병사가 입을 열었다. " 바로 그곳 지하에 있소. " " 지하? 그곳 지하는 이미 무너지고 폐쇠되었을 텐데? " " 그것까지 알고 있다니... 가보시면 알것이오. 새롭게 만든 또하나의 지 하를. " " 하핫. 같은 자리에...폐쇠된 곳에 다시 하나를 만들다니. " 라우디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잡고 있던 병사의 머리를 놓았다. 그는 분노 에 일그러진 얼굴로 라우디를 보았으나 라우디는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그 를 무시했다. " 내 마음이 바뀌기 전에 떠나라. "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두 사람은 주춤주춤 하다가 자리에서 떠났다. 그들 이 연구소로 돌아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라우디는 그대로 그들을 놔주 었다. 라우디는 주머니에서 금화 하나를 꺼내 우유잔 옆에 놓고는 탁자에 쓰 러져 있는 랜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 저 아이를...보살펴라. " " 알겠습니다. 래디 님. " 그런데 방금 전까지 점원으로 있던 젊은 남자가 어느새 라우디의 곁에 다 가와 있었고, 그는 랜을 부축해 들었다. " 연락. 고마웠다. " " 그들이 노골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보름밖에 되지 않은 일이었습니 다. " " ....내가 돌아올 때까지만 기다려라. " 라우디는 그 말을 남기고 주점을 나섰다. 주점 문을 나서자 마을 안에 있 던 병사들은 모두 라우디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들의 손은 제각각 놀고 있 었다. 방금 전에 나간 병사들이 아무말도 하지 않은 것이 틀림없었다. 라우 디의 말대로 그냥 떠났을지도... 그러나 라우디가 산으로 향하자 그들은 모두 라우디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산에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라우디는 그들의 인기척을 느끼고 피 식 웃음을 지었다. 곧 그 웃음은 비릿하게 변해갔다. " 이봐! 앞에 가는 당신!! " 마을을 벗어나자 뒤쫓던 병사 하나가 라우디를 불렀다. 그렇지만 라우디는 못들은 척, 그냥 계속 걸었다. 망토 안으로 들어간 한 손은 살짝 경직됐다. 그리고 망토 속에서 손가락은 미약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 야!! 내 말 안들려?! 검은 망토 두른 너!! " " 爆光... " 라우디는 짤막하게 단어를 중얼거리고는 망토 안에서 손을 꺼내었다. 어느 새 라우디의 손에는 사람 머리만한 구체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가끔 속에서 불똥을 튀기며 미약한 빛을 내는 그 구체는 병사들에게 보이지 않았다. 라우 디는 뒤에서 다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 오자 그것을 어깨 너머로 휙 던졌다. 부드럽게 포물선을 그리고 라우디의 어깨 너머로 던져진 구체는 가볍게 땅 에 떨어져 병사들을 향해 굴러갔다. 라우디를 향하던 병사들의 시선은 모두 처음 보는 물체가 굴러 오자 경계심과 함께 그것으로 옮겨져 갔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것은 그저 때굴때굴, 경사를 따라 구르기만 했고, 성격이 급했던 병사 중 하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것을 향해 달려가 힘껏 발 을 날렸다. 그러나 병사의 발이 닿는 순간, 그 구체는 새하얀 섬광을 내뿜으 며 폭발했다. 삽시간에 뻗어 나간 섬광은 병사들의 몸에 꽂히며 병사들의 몸을 조각조각 나누었다. 작렬하는 빛에 시력을 잃은 병사들과 신체의 일부가 잘려 나간 그 들은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고 바닥을 뒹굴었지만 라우디의 얼굴은 별로 상관 없다는 듯이 평소와 같았다. 라우디의 머리속에서는 그들이 방금 전 자신이 던진 구체와 같이 땅을 구르고 있다는 것이 잠시 그려질 뿐이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폭발의 영향이 공기를 진동시켜 강한 바람이 라우디 의 뒤에서 불어왔다. 망토 자락이 펄럭이며 다리에 감길 정도였지만 라우디 는 냉소를 머금은 얼굴로 산 중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라우디가 정면 을 향했을 때, 라우디의 손에는 검이 들려져 있었다. " 기다려. 곧 갈게... " 라우디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헐겁게 라우 디의 손에 쥐어져 있던 검끝에서는 희미하게 빛이 새어 나왔다. 라우디는 순 간적으로 달리기 시작하며 외쳤다. " 간다!! 나와라!! " 라우디의 외침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서는 미약한 인기척이 일었다. 라우디 는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눈에 띈 거목을 향해 던졌다. 여느 때와 달리 일직 선을 그리며 길게 날아간 검은 가볍게 거목의 허리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곧 거목 뒤에서는 짤막한 신음과 함께 무엇인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라우 디는 주저함 없이 검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검을 던진 후를 노렸는지, 여기저기서 라우디에게 작은 틈도 주지 않고 화살들이 날아왔다. 라우디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망토 자락을 한 손으로 잡고 힘껏 펄럭였다. 그러자 날아오던 화살들은 작은 스파크를 일 으키며 공중에서 떨어져 버렸다. 화살들이 사라지자 라우디는 거목에 박힌 검을 잡고 당겼다. 절대로 빠지 지 않을 것 같던 검은 가뿐히 두터운 거목에서 빠져나와 라우디의 손에 들렸 다. 라우디는 검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허공을 짧게 그었다. 공기를 가르고 지나간 검의 자취는 길게 늘어나 나뭇가지를 자르고, 멀리 에 있던 나무에 직격했다. 곧 라우디가 몸을 돌리자 그곳에선 질퍽한 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그 후로 주위에서는 바람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 ...도망인가.. " 라우디는 자조적인 미소와 함께 손 끝에 빛을 만들어 허공에 원을 그렸다. " 환각의 빛.. 幻光 " 허공에 그려진 원은 삽시간에 옆으로 분산되어 여러 개로 복제되어 갔다. 그 원들은 모두 하얗게 막이 생겨나고 하얀 불꽃이 넘실거렸다. 그리고 한순 간에 일제히 빛을 내뿜었다. 원형진에서 뿜어진 빛은 이리저리 중간에 꺾이며 수풀과 나무, 여기저기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것이 지나간 자리에는 가느다란 관통의 자국만이 남았다. 그리고 잠시 후... 관통의 자국으로 뜨거운 피가 솟구쳐 나왔다. 라우디는 빛이 지나간 자국들을 지나쳐 무거운 발걸음으로 산중턱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터덕터덕 끌리는 발소리는 죽어 간 사람들과 이제부터 죽 을 사람들을 위한 장송곡처럼 수풀 사이로 퍼져 나갔다. < 계속 > -+-+-+-+-+-+-+-+-+-+-+-+-+-+-+-+-+-+- [ ..... ] 자신감조차 잃을 정도군요. 이상합니다. 요즘. - Ipria ** 열심히 쓰자..열심히...열심히. Ps1. 랜...엑스트라였는데 상당히 장수(?)하는군요. --; Ps2. 한동안 라우디의 이야기가 계속 됩니다. 드디어 목적을 달성하는 라우 디. 스토리 라인이 너무했다고 요즘 자책 중 입니다. Ps3. 爆光은 48편 후반에 나온 爆雷, 환각의 빛은 동편의 환각의 벼락과 비 슷한 마법입니다.(일단 써클의 개념은 완전히 부서졌군요. --;) 『SF & FANTASY (go SF)』 69019번 제 목:[추천] 평화로운 한때의 나날들을 위하여...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1/20 00:57 읽음:351 관련자료 없음 -------------------------------------------------------------------------- --- 정감 어린 판타지...랄까요? 어린 아이의 시선에서 본 사회와 그것을 이룬 어른의 시선. 제목 그대로 평화로운 한때의 그날들을 위하려는 사람들과 다시 그날을 이루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 그려지는 글입니다. 작가의 재능이...돋보이죠. 이프의 추천입니다! - Ipria 『SF & FANTASY (go SF)』 69048번 제 목:<이리아> ▣ 9. 종국의 길 ▣ -98-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1/20 04:22 읽음:316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종국으로 향하는 길. 그 길에 접어 드는 순간.. [ 이리아 ] ΙΥΙΑ 제 9장. 종국의 길. <98> ----------------------------------------------------------------------- 칙칙한 분위기와 습기. 문명의 손이 닿지 않은 오래된 동굴 안과 같은 공 기가 흐르는 폐허. 금속제 경갑이 모두 씌워져 있으며 전기 배선까지 갖추어 져 있던 건물 안은 많은 폭발의 흔적과 작은 괴물이 훑고 지나간 듯한 자국 만이 남아 있었다. 폐허라고 해도, 폐쇠된 곳이라고 해도 이미 안에 있던 존재가 밖으로 나오 며 길을 만들었기 때문에 버려진 건물 안에 들어가 듯, 라우디는 손쉽게 안 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그러나 사람의 흔적만은 찾을 수가 없었다. 어디 가 제대로 된 길인지 조차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바닥에 깔린 타일 형태의 돌들이 짜증스럽게 시야에 들어왔다. " 큭큭.. 아디오스. 당신의 짓이군. " 건물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 라우디는 한 손으로 얼굴을 덮은 채 웃음을 터 트렸다. 지독하게 껄끄러운 웃음소리가 허망하게 복도에 퍼져 나갔다. 그러 나 곧 그 웃음소리가 복도를 울리고 다시 라우디에게 돌아오자 라우디의 눈 매는 가늘게 변했다. 라우디는 검을 발앞에 던져 놓고 두 팔에서 힘을 뺐다. 그리고 몇 번의 심호흡이 지나가자 라우디의 눈동자는 부릅떠졌다. " 으으으으......아!!!!! " 고통에 찬 비명과 비슷한 고함이 터져 나오며 라우디의 몸에서는 흰 빛이 방향 되어 튕겨져 나오기 시작했다. 힘을 잃고 축 늘어져 있던 두 팔은 제멋 대로 흐느적거렸다. 동시에 라우디가 서 있던 곳은 움푹 패어 들었다. 무거운 무형의 힘이 찍 어 누르듯 패인 바닥에 깔린 타일 형태의 돌들은 으그러들었다. 그리고 약간 의 시간이 흐르자 차갑게 식어 있던 그 돌들은 붉게 변하며 뜨겁게 달아올랐 다. 라우디의 몸은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르고 그의 몸에서 꺾어지던 빛들은 주 위로 방사되어 갔다. 라우디는 벽을 따라 흐르는 빛들을 보며 한 순간에 손 에 힘을 넣고 팔을 들었다. 라우디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빛들은 모두 라우디 의 손으로 빨려 들었다. " 하하하...하하하하!!! " 그리고 라우디는 커다란 웃음과 함께 그것을 붉게 달아오른 땅에 내리 찍 었다. 그러자 돌로 되어 있는 줄만 알았던 땅이 녹아 내리며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그 구멍은 라우디의 마력에 의해 순식간에 커졌고, 라우디의 몸은 잠시 공중에 멈춰있다가 그곳에 수직으로 떨어졌다. 라우디가 손에 빛을 일으키자 그리 깊지 않은 곳에 깨끗하게 정리된 공간 이 라우디를 맞이했다. 라우디는 가볍게 착지하고는 자세를 낮추고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윗층에서 보아온 방들이 폐허가 되기 직전으로 돌아간 듯, 그곳 은 차가운 금속들로 덮혀진 곳이었다. 잠시 후 라우디는 멀리서 인기척이 들려 오자 살짝 고개를 숙인 채 두 팔 로 어깨를 감싸고 망토를 풀었다. 딱딱하게 변한 라우디의 눈동자가 옆으로 움직였지만 그의 눈동자는 인간이 만든 보랏빛 구슬처럼 자연스럽지 않았다. 스르륵, 망토가 흘러내리자 라우디는 고개를 들고 정면의 복도를 노려보았다. 탁. 탁... 그리고 라우디의 몸은 강한 발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그곳을 향해 돌진 해갔다. 복도의 꺾어지는 곳에서는 한 무리의 병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 들은 라우디를 발견하고 급하게 무기를 꺼내어 들었다. 라우디는 그대로 달 리다가 벽을 차 공중으로 몸을 띄우고는 그들의 중앙으로 착지했다. 병사들 은 갑자기 중앙에 떨어진 라우디의 모습에 경악하며 반사적으로 무기를 들었 다. 그때 라우디를 중심으로 바닥을 타고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 하하핫!!! 하하하하!! " 라우디가 웃음을 터트리자 바닥에 머물던 스파크들은 미친 듯이 위로 솟구 쳤다. 갑옷까지 걸쳐 입고 있던 병사들은 그안으로 파고드는 전기의 힘에 비 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러나 갑옷의 연결선 사이로 하얀 연기가 스며나올 때까지 라우디의 웃음은 멈추어지지 않았고,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죽어 갈 수밖에 없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그들이 모두 죽었을 시점이 되서야 라우디는 마법 을 사라지게 하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병사들의 몸을 감싸던 빛들은 그 야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연기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금속제로 만들어진 바 닥 위에 같이 서있던 라우디는 어째서 멀쩡한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복도를 달리던 라우디는 앞이 막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또다시 멈추어 섰 다. 복도를 막기 위해 그곳에는 거대한 격문(隔門)이 내려와 있었다. 결국, 죽어 버린 병사들은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는 말.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가만히 서서 격문을 바라보고 있는 라우디를 향해 어디선가 늙은 남 자의 목소리가 울려 왔다. " 라우디. 네 힘으론 열 수 없을 것이다. 그때의 실패를 염두해서 만든 것 들이니. 그만 돌아가라. 그리고 잊어라. " 라우디는 그 목소리에 천천히 격문을 응시한 채로 눈동자를 굴렸다. 그리 고 나지막하게 물었다. " 그녀가...여기에 있나? " " ...알 필요 없다. " 그 대답은 라우디의 입가에 쓴웃음을 맺히게 했다. 라우디는 왼손을 들어 그곳에 거대한 빛의 구체를 만들고는 격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힘껏 구체로 문을 찍었다. 여느 때와 같았으면 문은 녹아들며 구멍이 뚫렸어야 했 다. 하지만 이번엔 오히려 라우디의 손을 밀어내며 반발을 일으켰다. " 어림없는 짓이라니까. " " 내... " 라우디는 두 발로 땅을 강하게 디딘 채 눈을 감았다. 굳게 닫힌 라우디의 눈썹은 파르르 떨렸다. 곧 라우디의 손안에 맺히던 구체는 옆으로 퍼져나가 원반 형태로 변했다. " 殺光 " 그리고 그 구체는 여러 갈래로 찢어져 나가 문에 날아 들었다. 마치 촉수 가 문에 구멍을 뚫어 비틀 듯, 문에 날아 들은 빛들은 꿈틀거리며 문의 반발 을 견디며 문을 파고 들었다. 라우디는 눈을 감은 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내 여자를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아이잭. " 라우디는 그 말을 끝으로 오른손을 왼손 위에 겹쳐 올리고 짤막하게 중얼 거렸다. " 爆光波 " 라우디의 입술이 마지막 단어를 뱉어내자 겹쳐진 라우디의 손은 강렬한 빛 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 빛들은 문에 박힌 촉수들 가운데에 모여들었다. 그리고 빛은 폭발했다. =-=-=-=-=-=-=-=-=-=-=-=-=-=-=-=-=-=-= " ....막을 수 없다는 것인가? 우리의 연구는 완벽했는데.. " 초로의 나이. 백발이 되어 버린 자신의 머리를 쓸어 넘기는 아이잭의 앞에 서는 무엇인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건물 내부에 설치한 음향 설비가 뱉어 내는 것이었다. " 모두에게 면목이 없구나... 그 때의 실패를...극복한 것이라 생각했었는 데. " 그는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두컴컴한 방안에는 두터운 서적 들이 널려 있었다. 책장과 책상이 부족해 바닥에까지 쌓여진 책들에는 거무 틱틱하게 손때가 묻어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지난 날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여러 학자들이 남긴 것들 이었다. 손수 적은 기록과 고대 비술로부터 나온 과학적인 이론, 현대인들이 절대로 이룰 수 없는 기술들이 그 서적들에 있었다. 아이잭은 책들을 한 번 둘러 본 다음 책상 곁에 놓인 희미한 등불을 들었 다. 그의 얼굴은 조소를 머금고 있었다. 겨우 방 하나를 환하게 밝히지 못하 는 현재의 능력에 거대한 시간의 흐름을 뛰어 넘어 인간으로서 창조주가 되 려고 했던 자신들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이제서야 느껴지고 있었다. 첫 번째 실패에서 모든 것을 끝냈다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그때는 모두들 무엇에 홀린 듯, 식음을 전패하고 열심히 연구에 몰두했었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것이 혁명과 같은 것이라 생각하며. " 역시 그대로 두었어야 할 것을.. 차라리 내 손으로 없애는 것이 나을지 도 모르겠구나.. " 아이잭의 손은 가볍게 움직여 등불을 책들이 쌓인 곳에 던졌다. 라우디가 격문을 부수었다는 이야기는 연구의 모든 것이 예측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 었다.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그러나 아이잭의 후회를 품고 날아가 던 등불은 공중에서 멈추어 버렸다. 그리고 앗, 하는 사이에 등불로는 날카 로운 무엇인가가 무수히 꽂혔다. 등불은 과일이 깨지듯, 공중에서 산산이 부 서졌다. 아이잭은 허망한 눈으로 등불의 잔해에서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문앞에 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새빨간 눈동자와 반짝이는 금발이 어두운 공간 안 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 네가 할 일은 끝났다. 문서를 파기할 권리는 이제 네게 없다. " " ...결국 이용만 한 것이 아닌가.. 아니, 이용당한 우리가 멍청했던 것이 었나... " 차분한 목소리와 달리 아이잭의 몸은 떨었다. 천재라고 일컬어지던 사람들 이 가볍게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것이 믿어져지지가 않았다. 어쩌면 생각했던 것보다 눈 앞의 인물은 더 굉장할 지도 모른다. " 자네는 인간으로 보기 힘들어.. " " 그동안 수고했다. " 그 한 마디에 아이잭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까 까지 폭발음을 내던 음향 장치는 고요해져 있었다. 건물 내의 모든 것이 그 의 손을 떠난 것이었다. 아이잭은 의자를 돌려 문쪽을 향한 뒤 의자에 기대 어 눈을 감았다. " 모두에게 사죄를.. " 퍽... 둔탁한 소리가 울리며 그의 입술이 닫히기도 전에 그의 가슴에는 날카로운 막대가 날아와 박혔다. 동시에 아이잭의 고개는 힘을 잃고 푹 숙여졌다. < 계속 > -+-+-+-+-+-+-+-+-+-+-+-+-+-+-+-+-+-+- [ 웅냐... 졸려... o.o ] .......Zzzzz - Ipria Ps. 곧 100회군요. 마음 같아서는 100회 특집 3연참이라고 때리고 싶지만.. 졸음이 두뇌의 활동을 마비시켜서.... ZZzzz.. Ps2. 벌써 20일.. 자칫 잘못하다가는 2월 달로 넘어갈 듯. (쿠헬- 어서 끝내 고 휴식과 함께 다음 글에 신경 쓰고 싶은데...T.T) Ps3. 아무래도 이프는 쉽게 미움 받는 타입인 모양. T.T 『SF & FANTASY (go SF)』 69431번 제 목:<이리아> ▣ 9. 종국의 길 ▣ -99-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1/21 23:33 읽음:256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종국으로 향하는 길. 그 길에 접어 드는 순간.. [ 이리아 ] ΙΥΙΑ 제 9장. 종국의 길. <99> ----------------------------------------------------------------------- 좁은 길. 그 길은 생소한 길이 아니었다. 언제나 손을 뻗으며 달리던, 누 군가를 잡기 위해 달리던 그 길이었다. 그 끝에 자리잡은 어두컴컴한 암흑은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지만 그곳을 향해 언제나 달렸다. " 라티나-!!!! " 들려 오지 않은 대답을 기다리며 라우디는 자리에 멈추어 섰다. 복도 중앙 을 가로막고 서있는 석상이 기분 나쁘게 눈에서 빛을 발하며 라우디를 돌아 보았다. 돼지 인간의 형태. 사람과 똑같은 키를 가진 그것은 느리게 눈동자 를 돌리고는 팔을 들었다. 라우디는 그것의 생각을 읽었는지 일부러 그것의 앞으로 걸어갔다. 석상은 라우디가 다가오자 라우디의 머리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부웅-하 는 바람 소리가 날 정도로 석상의 두꺼운 팔은 라우디의 머리를 부술 기세로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라우디는 가볍게 웃음을 지으며 그것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동시에 강렬한 파격음이 울렸다. 그것은 무엇인가가 완전히 아작 나는 소리였다. " 푸훗. " 짧은 웃음이 라우디의 입에서 새어나오자 라우디의 주먹과 부딪힌 석상의 팔은 자잘한 금이 생기더니 조금씩 부서지기 시작했다. 라우디의 주먹에서는 희미하게 흰색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 수고했다. " 라우디는 부서져 가는 석상의 팔을 보며 두 팔에 전기를 일으켰다. 그 때 석상의 배 중앙이 무너지며 무엇인가가 라우디를 향해 쏘아졌다. 그것은 곧 장 라우디의 배를 관통해 날아가다가 복도 바닥에 꽂혔다. 그러나 라우디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아니, 자신이 다쳤다는 것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라우디는 그대로 석상의 양팔을 잡아 박살내고는 그것을 지나쳐 버렸다. " 아이잭!! " 살기를 머금은 목소리는 빠르게 복도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 지 않았다. 대신 돌아오는 것은 방금 전에 지나친 것과 똑같이 생긴 석상들 이었다. 금속제 바닥을 울리며 걸어오는 그들은 상대가 누구란 것도 모른 채 오직 명령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라우디는 그들을 바라보며 마을을 떠나면서 만들었던 빛의 구를 손안에 만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던졌다. =-=-=-=-=-=-=-=-=-=-=-=-=-=-=-=-=-=-= " 크윽... " 아이잭은 가슴을 찢는 듯한 통증에 눈을 뜰 수가 있었다. 눈을 뜨자 보이 는 것은 흰색으로 칠해진 천정과 벽이었다. " 아, 아직 살아 있는 것인가? " 믿겨지지 않았다. 꿈이나 환상, 차라리 지옥이라면 믿겠지만 살아 있다는 사실만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살아 있다는 것이 현실이란 사실을 인식 시켜 주는 목소리가 아이잭에게 들려 왔다. " 위험했어요. 아이잭. " " 아... " 작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곧 아이잭의 시야에 들어왔 다. 아디오스란 여자의 딸처럼 보이는 10살 내외의 여자 아이. 긴 백금발이 완만하게 웨이브 진 귀여운 그 여자아이는 울먹이는 얼굴로 아이잭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이잭은 가슴에서 끓어오는 핏덩이를 억누르며 쓴웃음을 지었 다. 그녀가 구해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 왜 구한 것이냐. 난 널 이곳에 감금시키고..내 욕심으로 실험도 했는데. 난 천벌을 받은 것....인데. " " 그렇지 않아요. 아저씨는 아저씨 나름대로 절 보살펴 주셨잖아요. 그 여 자와 달리. 아니, 그 여자한테서. " " 하하! 아저씨라.. " 아이잭은 가벼운 웃음과 함께 피를 뱉어 냈다. 검붉은 핏덩이는 바닥에서 꿈틀대며 차갑게 식어갔다. 아이잭은 자신도 곧 그것과 같은 운명이 되리라 는 것을 생각하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 그에게 가 보거라.. 네가 가는 길에 그는 자리하고 있을 테니. " " 하지만... " " 네가 치료했을 텐데 설마 죽기라도 하겠니... " 그것이 거짓말이란 것을 둘은 서로 알고 있었다. 심한 출혈로 힘을 잃어가 는 아이잭은 곧 죽을 것이었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길은 없다. 기적이 없 는 이상. 소녀는 한참동안 고민을 하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 안녕히 계세요. " " 고맙구나... " 그 한 마디를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새하얗게 물든 방안에서 소녀의 인기척이 사라지자 아이잭은 깊게 숨을 들 이켰다. 그것이 마지막 숨이라는 것이 아련히 인식되어 갔다. " 이런 일을 계속 겪으며 살아가야 하다니... 난 지옥에 갈 거네.. " 참회의 마지막 말이었다. =-=-=-=-=-=-=-=-=-=-=-=-=-=-=-=-=-=-= 폭발과 함께 강한 바람이 불었다. 라우디는 그 바람을 가르며 공중으로 떠 올랐다. 그리고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먼지들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강한 바 람에 뒤로 넘어간 라우디의 머리카락은 제멋대로 휘날렸다. 바닥재료로 쓰인 금속의 파편또한 먼지에 섞여 날아왔지만 오직 복도를 돌파해야 한다는 의지 만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라우디가 땅에 착지하기 전에 먼지를 가르고 석상의 팔 하나가 라 우디의 다리를 낚아챘다. 기능이 살아 있었는지 석상의 팔은 그대로 라우디 를 벽쪽으로 던져 버렸고, 라우디는 가뿐하게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벽이 움푹 패이며 라우디는 잠시 벽에 붙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발이 땅을 디디자 라우디는 고개를 들어 석상이 있던 자리를 보고 씨익 미소 를 지었다. 동시에 라우디의 몸은 그곳에서 사라졌다.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방금 전에 던져진 바로 그곳이었다. 그곳에 다시 도착한 라우디는 두 손에 빛의 구를 만들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만들어 진 빛의 구는 은은한 빛을 내뿜었다. 그런데 그것은 어느 순간 여러개로 보 였다. 아니, 라우디는 자신의 몸을 중심으로 허공에 그것을 만들어 갔다. " 카하!!! " 기괴한 웃음 소리와 함께 그것들은 일제히 주위로 뿌려졌다. 그리고 제각 각 섬광을 발산하며 폭발했다. 폭발의 중앙에 있던 라우디는 그대로 튕겨져 복도를 날다 시피 했다. 중간에 다리가 땅에 걸려 몇 번을 구른 후에나 라우 디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있었다. 간신히 걸음을 옮기는 라우디의 얼굴은 피로에 절어 초췌해 보였다. 마구 잡이로 쓴 마법 때문일까? 1분도 채 안되는 순간에 라우디의 눈동자에서 힘 이 빠져가고 있었다. " 라티나... " 라우디는 그 이름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어 복도 끝을 바라보았다. 어느 새 그녀가 불쑥 나타나 주길 바라며... " 라우디? " 그런데 그의 생각은 곧바로 어린 소녀의 목소리를 불렀고, 라우디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복도 끝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10살 내외로 보이는 소녀. 미약한 빛에 반짝이는 백금발의 귀여운 소녀가 바로 라티나였다. 하지만 그 녀는 라우디의 뒤쪽을 바라보며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라우디는 갑작스레 시야가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강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너무 많은 충격을 주었기에 건물이 견디지 못하는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 무사히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라우디는 라티나를 향해 있는 힘껏 달렸다. 휘청이는 다리는 몇 번이고 비틀거렸지만 라우디의 의지는 그것을 억지로 움직이게 채찍질했다. 손에 닿을 듯이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은 모든 것을 잊 게 해주었다. " 라우디!! " " ....지금까지..난 잊고 있었어. " 라우디는 눈앞으로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손에 닿는 그녀의 몸을 세게 안았다. 작은 소녀의 몸이라 할 지라도.. " 라티나. 내겐 당신만이 필요해.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당신이. " " 어린애 같기는.. " 라티나는 밝게 미소를 지으며 라우디의 손을 잡아 주었다. 서로 맞닿은 손 에서는 따스한 온기가 발산되었다. 라우디는 자신의 몸이 점점 가벼워진다는 것을 느끼고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이제는 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 계속 > -+-+-+-+-+-+-+-+-+-+-+-+-+-+-+-+-+-+- [ ......... ] 라우디 녀석. 폭주했다가 제 정신 돌아왔다가..다시 폭주했다가... 그러는 녀석입니다. 주기가 짧다고나 할까요? ^^;;; - Ipria ** 뉴블이 나왔군요. 고이 싸인 받아 보관 중입니다. 유일하게 1권만 없던 마 법의 검도 싸인 받아 책장에 모셔 두고 있고.. 다크 문엔 형의 멘트까지.. 이상하게 의외의 인물들과 만나고 다닌 듯. 아참, 대마왕전 작가 분.. 예쁩니다. ^^; Ps. 대학...합격했습니다. 떨어질 줄 알았는데... ^^; 와~ 기뻐라~~~ 『SF & FANTASY (go SF)』 69879번 제 목:<이리아> ▣ 9. 종국의 길 ▣ -100-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1/24 00:44 읽음:25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종국으로 향하는 길. 그 길에 접어 드는 순간.. [ 이리아 ] ΙΥΙΑ 제 9장. 종국의 길. <100> +-=> 100회닷!!! <=-+ ----------------------------------------------------------------------- =-=-=-=-=-=-=-=-=-=-=-=-=-=-=-=-=-=-= =-=-=-=-=-=-=-=-=-=-=-=-=-=-=-=-=-=-= " 라우디. " 따스하게 들려 오는 목소리.. 이것을 원했다.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사람. " ...좀 더...이대로.... " " 당신...내가 어디에 손을 대고 있는지 알고 있나요? " " 아니. 모르겠어. " 그것은 솔직한 대답이다. 몸의 감각이 모두 송두리째 날아가 버리고 없었 다. 남은 것은 살아있다는 느낌과 손에 잡힐 듯이 들려오는 목소리뿐. " 온몸이 엉망진창이에요. 어째서...어째서 이렇게까지 되면서.. " " 울지마. 약속했잖아. 데리러 가겠다고. " 그래.. 약속은 지킨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약속을 할 차례. " 이제는...상관하지 않겠어. 내가 죽을 때까지. 내곁에 있어 주겠어? " " 당연...하- " 에딘... 너는 행복을 잡고 있겠지? =-=-=-=-=-=-=-=-=-=-=-=-=-=-=-=-=-=-= =-=-=-=-=-=-=-=-=-=-=-=-=-=-=-=-=-=-= " 얼래? 냄새가 조금 이상한데?? " " ..음... 맛은 괜찮은 것 같은데...전하고 같지 않아요? " 이리아는 에딘의 말에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하게 코를 자극하는 음 식은 지금껏 에딘이 만들어 본적이 없었다. 마치 그냥 얼버무리는 듯한 에딘 의 태도에 의구심이 들어 이리아가 다가가자 에딘의 얼굴에는 억지로 감추려 는 당혹스러움이 드리워졌다. 이리아는 수저를 들어 만들던 것을 떠먹었다. 그리고 그 즉시 에딘의 한 쪽 팔을 낚아챘다. " 에딘. 정말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야? " 에딘은 어떤 말로도 얼버무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리아 에게는 사실을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될 것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무리를 했고 그 이유는 오직 한 가지이기 때문에.. " ...조금 쉴게요. " " 그래.. " 더 이상 몰아붙이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타이르며 이리아는 에딘의 팔을 놓았다. 단지 요리가 맛이 없게 된 것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그 러나 이리아의 곁을 지나치는 에딘의 입 끝은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쉰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에딘은 점심 준비를 위해 어질어진 식탁 위를 바라보았다. 이리아가 그것 들로 점심을 만들어 먹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에딘은 그것이라도 치우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때 갑자기 식탁이 암흑으로 변하며 시야를 잠식 해 갔다. " 윽. " 작은 비명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며 에딘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식탁 위 에 놓여져 있던 아채들이 쏟아지고 바로 앞에 있던 의자는 에딘의 체중을 견 디지 못하고 부서져 나갔다. 작은 비명과 의자가 부서지는 소리는 이리아의 머리를 온통 헤집었다. 이 리아는 떨리는 손을 억지로 꽉 쥐며 뒤로 돌아 에딘을 보았다. 에딘은 의자 가 부서진지도 눈치 채지 못하고 땅을 짚어 의자를 찾고 있었다. 바로 코앞 에 있음에도.... " 에딘... " " 괜찮아요. 잠시 한 눈을 판 것 뿐이에요. " " 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볼 수 있어? " 그말과 함께 이리아는 기척 없이 움직여 에딘의 뒤로 다가갔다. 에딘은 대 답도 없이 가만히 앉아 고개를 떨구었다. 둘 모두 이 상황에 할 수 있는 말 이 없었다. 이리아는 조용히 에딘의 등에 기대어 소리 없이 울먹였다. 에딘 은 손을 들어 그런 이리아의 볼을 가볍게 쳤다. 잠시 후 에딘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야. " " 나 때문..이지..? " " 그런 말은 하지마. 누구 때문도 아니야. 나 스스로 원해서 힘을 쓴 것이 니까. " " 에딘.. " 에딘은 이리아의 목소리에 가만히 눈만 깜박였다. 순식간에 어둡게 변했던 시야는 시간이 흐르자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일은 종종 있어 어느 정도 자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힘을 쓰 지도 않았는데 갑작스레 찾아온 경우는. " 그래...넌 평범한 사람의 피도 흐르고 있지... " "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 미안. " " 미안해할 필요는 없잖아. 내가 사과할 일인데. " " 울지마. " 이리아는 에딘을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 같이 방으로 향했다. 만약 이대로 에딘이 현실과 멀어진다면... " 나, 울지 않을 테니까... 약속...잊으면 안돼. " =-=-=-=-=-=-=-=-=-=-=-=-=-=-=-=-=-=-= 로벨리아 가문은 레오 로벨리아가 세운 가문이었다. 어린 나이에 이미 블 러디 나이트 서열 1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 문제는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그녀의 뒤를 아디오스란 여자가 밀어주고 있었기 때 문에 로벨리아 가문은 수도에 저택을 가지고 수도 자체를 영지로 삼고 있었 다. 원칙적으로 모든 것은 로벨리아의 손을 거쳐야만 했다. 그러나 로벨리아는 그런 일에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고 수도를 비우는 일이 많아 귀족들과 왕족 들은 로벨리아 가문의 현재를 매우 반겼다. 하지만 로벨리아의 저택은 왕궁 과 비슷한 규모였다. 오랜만에 하인들도 출입이 거의 없다는 로벨리아 가문의 서쪽 별채를 둘러 보던 에르키스는 복도를 걷다가 한 방앞에서 멈추어 서게 되었다. 다른 곳과 다르게 순 통나무의 허리를 잘라 만든 그 두 개의 문에는 거울을 비춘 듯할 정도로 겹치는 한 여인의 상반신이 조각되어 있었다. 갸름한 얼굴선에 자애 로운 눈을 가진...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여신과 비슷한 이미지였다. 얼마나 오래된 나무를 잘라 만든 것인지,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도대 체 무슨 방이기에... 에르키스는 지금껏 모두의 신경에서 자연스럽게 벗어나 별채에 자리 잡은 그 방의 신비함에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조각된 여인 의 눈빛은 방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하는 듯 했지만 그 방에서는 한기가 느껴 졌다. 오랫동안 강한 살기만을 품어 온 한 생명체가 있는 것처럼. 차가운 한기가 머무는 방. 순간적으로 에르키스는 그런 명칭이 떠올랐으나 그 방안에 자신과 관련된 그 무엇이 있다고 확신하고서 지체 없이 방문을 작게 열며 그 틈 사이로 들 어가 재빨리 문에 기대어 문을 닫고 검을 잡았다. 그곳은 작은 서재와 비슷 한 방이었다. 거대한 유리창으로는 석양이 들어오고 고급스런 나무로 만든 책장에는 두 터운 책들이 꽂혀 있었다. 그렇지만 그곳은 분명히 서재가 아니었다. 방 한 켠에 자리잡은 벽에는 무엇인가가 빼곡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사람의 나신이 그려져 있었다. 성별은 알 수 없되,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 여, 여긴... " 에르키스는 마른침을 삼키고 창가에 놓인 책상으로 다가갔다. 책상에는 두 터운 파일철이 쌓여 있었다. 문서 보고를 한 것인지, 온통 검은 색으로 칠해 진 파일철 표면에는 아무것도 쓰여져 있지 않았다. 에르키스는 제일 위에 놓 여져 있는 파일철을 들고 안의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 실험체의 최근 동향.... 실험체 번호 97번...레.......아. " 동시에 에르키스의 손은 두꺼운 파일철 표지를 구겨갔다. 에르키스는 파일 철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빠르게 그 내용을 훑어 읽었다. 그리고 쌓여 있던 파일 철을 팔로 쳐 쓰러트려 버리고 제일 아래에 깔려 있던 파일철을 펼쳤다. " 실험 계획. 인위적 강화에 따른 인간의 변화... " 순간, 파일철에는 한 줄기 피가 튀었다. 에르키스는 파일철에 튄 핏줄기를 손가락으로 문지르고는 문서를 읽었다. 하지만 꽉 다문 에르키스의 입술에서 는 선홍빛 피가 계속 흘러 내려와 에르키스가 읽고 있는 문서의 표면을 적셨 다. 에르키스의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는 사람은 세 사람이었다. 목숨을 걸고 뒤따르겠다는 맹세를 한 레오 로벨리아. 그런 그녀가 냉정을 잃고 죽이려드는 이리아. 그리고 지금껏 친절한 여자라고 알고 있던... " 아디오스. " 에르키스는 그 이름을 중얼거리다가 그대로 허리를 펴고 섰다. 지금까지 간과하고 있었던 사실이 있었다. 바로 하인들조차 거의 오지 않 는 별채의 오래된 서재가 말끔하게 정리된 채 있었고, 얼마 전에 작성된 듯 한 서류가 책상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 그것들은 한 가지로 이어졌다. 책상 위에 티끌만한 먼지가 없고 온기가 남아 있다는.. " 서류를 읽었나 보군요. " "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 에르키스는 등에 흐르는 식은땀을 애써 무시하며 창밖을 바라본 채로 입을 열었다. 어느새 아무런 소리도, 인기척도 없이 방안에 들어온 아디오스의 모 습이 유리창에 희미하게 비치고 있었다. " 로벨리아.. 그녀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까. " 위로 틀어올린 화려한 금발은 유리창에 하나 가득 비쳤다. 그러나 그것은 겉치레일 뿐이었다. 그 금발의 아래에는 창백한 핏빛 눈동자가 자리잡고 있 었다. 마치 밖에서 비스듬히 들어오는 빛처럼, 창문에 비치는 그녀의 눈동자 는 강렬했다. 아디오스는 에르키스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본 뒤 가볍게 대답했다. " 내게 자료를 주는 실험체. " " 악마!! " 동시에 에르키스는 그 한 마디를 짤막하게 외치며 의자를 밟고 뛰어 창문 으로 몸을 던졌다. 이층을 약간 넘는다는 방의 위치는 전혀 인식되지 않았다. 어깨로 유리창을 부순 에르키스는 건물 아래에 정원수로 심어둔 나무 쪽으로 떨어졌다. 가느다란 나뭇가지들은 일순간에 부러져 나가고 에르키스는 약간 의 충격만을 덜은 채 땅에 떨어졌지만 재빠르게 나무의 그늘로 들어가 자세 를 낮춘 채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디오스에게 들킨 이상 모든 것은 조용하면서 빠르게 끝내야만 했다. 한편 아디오스는 창문 가에서 그런 에르키스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밖에서는 책상을 밟고 서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녀는 공중에 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손 안에서 놀고 있는 작은 곤충을 바라 보는 듯한 눈빛이 그녀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 모든 것은 내 뜻으로 움직이지... 라우디. 이제 당신을 대신 할 사람을 찾았아어요. " 그렇게 중얼이는 아디오스의 몸은 창가에서 점점 투명하게 변했다. 창문으 로 들어와 방안에 그림자를 만들던 석양은 점점 그림자를 침식해 갔다. " 당신의 동생...생각보다 강하군요. " < 계속 > -+-+-+-+-+-+-+-+-+-+-+-+-+-+-+-+-+-+- [ 100회입니다~ ] 드디어 여기까지 왔군요. 랄라~~ ^^ 끝까지 함께 하실 거죠? - Ipria ** 조금 빠른 속도로 나가겠습니다. 현재 목표는 이번 주 내에 완결! 그러나 내일은 대학 합격 어쩌구저쩌구를 받아 와야 하고...^^;;; 『SF & FANTASY (go SF)』 69880번 제 목:<이리아> ▣ 9. 종국의 길 ▣ -101-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1/24 00:44 읽음:249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종국으로 향하는 길. 그 길에 접어 드는 순간.. [ 이리아 ] ΙΥΙΑ 제 9장. 종국의 길. <101> ----------------------------------------------------------------------- 목숨을 바치기로 했다. 죽여줄까? 란 아련한 목소리에 이끌리고 주인인 입장에서 몸을 던진 그녀 를 본 이후, 모든 것은 그녀의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그 약속을 지킬 것이다. " 에르키스 님께 경례! " " 조용히 해라. 인사 따위는 필요 없다. " 병사들은 최강이라 불리는 블러디 나이트의 팔을 잘라 버린 에르키스를 발 견하고 큰 목소리로 경례를 붙였으나 돌아온 것은 살기 넘치는 대답이었다. 그들은 에르키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위압감에 신경이 모두 곤두섰다. 정확 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공포였다. 평범한 기사에게서는 절대로 풍겨지지 않는 짙은 공포.. 에르키스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위를 훑어 보았다. 별채를 나와 저택으로 향하기까지,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기 위해 애를 쓴 덕분에 옷은 말이 아 니었다. 전투복에 가까웠던 옷의 한쪽은 완전히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마치 큰 싸움이라도 한 번 하고 온 사람 같았다. 병사들은 에르키스의 행동에 불 시 검열을 받는 것이라 생각하고 뻣뻣하게 굳었다. 하지만 에르키스는 그런 그들의 생각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그냥 그들을 지나쳐 저택 안으로 향했다. 저택으로 들어가자 한 소년이 바쁘게 에르키스의 앞으로 달려 왔다. " 나이트. 돌아오셨습니까. " " 로벨리아 님은? " " 3층 별실에서 쉬고 계십니다. 5분 전에 차를 올려 보냈습니다. " " ...시녀들과 하인, 노예들에게 전해라. 모두 방으로 들어가라고. " 그 한 마디 말에 소년의 눈동자는 크게 커졌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경비 기사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소년은 황급히 반문하려고 했지만 에르키 스는 소년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3층을 향해 계단으로 달렸다. 나선으로 꼬아진 계단은 어지러이 시야에 들어왔다. 계단 가운데에 깔려진 붉은 색 융단이 끝없이 펼쳐진 피의 계단처럼 느껴졌다. 달리고 달려도 끝이 없는 어둠 속의 피의 계단...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것은 현실이었고, 에르 키스는 마지막 계단이 눈에 들어오자 곧장 레오가 있을 별실로 달렸다. 작은 멈춤도 없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길함이 몸을 재촉했고, 에르키 스는 문앞을 가로 막는 기사의 몸을 밀치며 별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 어머- 빨리 돌아왔군요, 에르키스 군. " 찻잔을 들고 레오와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둔 채 앉아 미소를 짓고 있는 여 인. 틀어 올린 금발이 가증스럽게 보이고 찻잔에 닿아 있는 입술이 피를 빠 는 듯한 여인. 웃고 있는 핏빛 눈동자... 아디오스는 이미 그곳에 있었다. " 로벨리아.... " 떨리는 에르키스의 음성에 레오는 들고 있던 찻잔을 탁자 위에 놓고 의자 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기억 속에 에르키스가 동요하는 일은 근래에 전혀 없 었던 일이었다. 블러디 나이트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에르가 동요할 일은 ... " 에르. 무슨 일이지? " " 레..오... " 그 말은 레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에르키스가 그렇게 부르는 것은 처 음이었다. 에르키스는 고개를 들고 아디오스를 노려보며 외쳤다. " 레오! 도망쳐!! " 그리고 에르키스는 아디오스를 향해 돌진했다. 땅을 힘껏 디디고 나아가는 에르키스의 손은 단번에 아디오스를 벨 기세로 검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아 디오스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발로 바닥을 톡 쳤고, 탁자 바로 앞에서 물 의 벽이 솟구쳐 올랐다. 순식간에 솟구친 물의 벽은 천정을 뚫고 옆으로 퍼져나가 레오의 앞을 막 았다. 레오는 놀란 눈으로 아디오스를 보았다. 이렇게 마법을 발동하는 아디 오스의 모습조차 생소했다. 한 마디로 에르키스, 아디오스, 두 사람 모두 지 금까지 알던 두 사람이 아니었다. " 그녀에게만은 손 댈 수 없어! " 에르키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과 함께 물의 벽은 갈라져 갔다. 에르 키스는 힘으로 물의 벽을 가르는 것이었다. 아디오스는 한계를 넘긴 에르키 스의 힘에 미소를 지우고 몸을 뒤로 움직였다. 곧 에르키스의 검은 아디오스 가 있던 탁자를 반으로 갈랐다. 아디오스는 탁자를 자른 검이 다시 에르키스에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의자 에서 일어나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에르키스는 물의 벽을 가르고 들어와 탁자를 몸으로 밀어붙였다. 탁자는 에르키스와 바닥에 뒹굴었다. 레오는 피 에 흠뻑 젖은 에르키스의 어깨와 손을 보고 주먹에 힘을 넣었다. 에르키스는 어깨에 검을 얹고 자신의 어깨가 베이는 것을 견디며 돌진력과 힘으로 물의 벽을 벤 것이었다. 이것은...실전인 것이다. 언니인 아디오스와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에르키스 로벨리아란 두 사람의... " 에르! 도대체 무슨 일인 거야! " " 자세히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레오...로벨리아. " " 에르키스 군. 순진한 노예였는데...봐서는 안될 것을 봤어. " 그녀의 말은 안타까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싫증난 장난감을 버리며 핑계를 대는 어린아이의 행동, 그 자체였다. 에르키스는 고개를 들어 아디오 스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레오를 보고 있었다. 에르키스는 순간, 그녀가 무슨 짓을 할 것인지를 떠올리며 검을 버리고 몸을 던져 아디 오스와 레오의 사이를 가로 막았다. 퍽... 과일이 깨어지는 소리... 그 둔탁한 소리는 레오의 머리를 강타하고 지나갔다. 처음 듣는 소리가 아 니었지만 눈앞에 서있는 사람은 절대 그런 소리를 내서는 안됐다. " 에르. " 레오의 입에서 힘없이 흘러 나온 그 이름에 에르키스는 억지로 손을 들었 다. 그러나 그 손은 곧 축 늘어졌다. 그의 등으로는 뾰족한 창날이 나와 있 었다. 투명하지만 그의 피로 얼룩진 창날...그것은 아디오스가 창의 형태로 만든 물기둥이었다. 아디오스는 에르키스의 몸이 휘청이자 손에 쥐었던 창을 놓았다. 그러자 물기둥은 물로 변해 바닥으로 에르키스의 피와 함께 쏟아졌 다. 에르키스는 물의 창이 사라지자 비틀거리며 간신히 뒤돌아 레오를 보고 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 속았던 거야... 당신은. " " 거짓말이지...? 장난이지? " 레오의 말에 에르키스는 고개를 들고 희미하게 웃었다. 동시에 에르키스는 레오에게로 달렸다. 앗, 하는 순간에 레오는 에르키스에게 안겨 벽쪽으로 밀 려났다. 에르키스는 뜨거운 열기가 가슴으로 쏟아져 나가는 것을 억지로 억 누르며 작게 속삭였다. " 미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 아무도 믿지마. 이리아란 그 여 자를 제외하곤... " " 언니가..언니가 널 이렇게 만들 리가 없어... " " 꼭 살아 남아야 해... 그리고.. 잊지 말아 줘. 노예였던 날... " 에르키스는 그 말을 끝으로 레오의 몸을 온힘을 다해 창쪽으로 던졌다. 레 오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려 유리창이 깨지는 충격을 흡수했다. 그러나 시 야에서 사라져 가는 에르키스를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자신을 던진 뒤 힘을 잃은 에르키스는 창가 기댄 채 무너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으로 아디오 스가 손에 물의 구체를 만든 채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막아야만 했다. 그대로 있다가는 에르키스는 죽는 것이었다. 그러나 레오 는 그곳으로 갈 수가 없었다. 방금 전까지 언니라 부르던 사람이 그곳에 있 다는 사실이 갈 수 없게 만들었다. 결국 레오는 어느 쪽도 결정하지 못한 채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 =-=-=-=-=-=-=-=-=-=-=-=-=-=-=-=-=-=-= " 할 말은 다 한 건가? " " ....당신은 악마...야. " 에르키스는 가슴을 비틀 듯이 쥐며 아디오스를 바라보았다. 아디오스는 레 오가 사라지자 냉혹하게 변해 있었다. 눈가에 머무는 한기는 별채의 그 이상 한 방에서 느끼던 한기와 똑같았다. " 악마라...과연 그럴까? " " ....풋. 그럼 네가 신이길 바랬나? " 그 말에 아디오스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위로 틀어 올렸던 그녀의 머리는 점점 펴져 공중으로 치솟았다. " 난 이 세계를 만든 자. 그리고 유지하는 자. " " 웃기는 군. " 에르키스는 창가 아래서 불어오는 바람과 벽을 살짝 울리는 충격음에 희미 하게 미소짓고는 마지막으로 아디오스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짤막하게 말 했다. " 위선자. " =-=-=-=-=-=-=-=-=-=-=-=-=-=-=-=-=-=-= " 크으... " 레오는 풀숲에서 몸을 일으키고 저택을 올려다 보았다. 땅에 충돌하기 직 전에 강하게 바람을 일으켜 몸을 튕겨낸 덕택에 그녀는 저택 밖으로 완전히 나와 있었다. 하지만 3층의 별실은 훤히 보였다. " 에르. 무사하겠지? " 그러나 그 중얼거림을 비웃듯,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방에서는 파란 섬 광이 번쩍였다. 그 섬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길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곧바로 벽이 무너지며 청색 빛과 모습을 드러낸 길다란 송곳의 벽은 창가에 있던 사람이 어떻게 됐을지를 잘 알려주었다. 무너져 내리는 벽 때문에 흙먼지가 일었지만 청색 섬광 속에 벽을 메우는 물의 송곳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핏자국은 시야 한 가득 들어 왔다. " 에르... 에르.... " 그의 이름을 계속 불러도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피는 전신을 차갑게 만들 었다. 매일 밤 바로 곁에서 잠들 수 있는 사람이 영원히 사라진 것..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게 된 것.. 에르 자신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몰라도 이성의 유일한 지탱목이던 '에르'라는 존재는 이 제 사라진 것이다. 영원히... " 에르!!!! " " 그는 죽을 운명이었어. 레오. " 레오의 절규에 아디오스의 목소리는 레오의 바로 뒤에서 들려 왔다. 레오 는 천천히 뒤로 돌아 아디오스를 바라보았다. 눈물로 얼룩진 레오의 얼굴은 살기로 가득 찼다. 날카롭게 가늘어진 레오의 눈초리는 주위의 모든 것을 휩 쓸어 버릴 듯 햇다. " 닥쳐!! 네 깟 년은 내 언니가 아니야! " " ..방금 전까지 차를 마시던 사람은 바로 '나' 란다. 그런 말을 하면.. " " 에르는 내 유일한 휴식처였어! 네가 눈에 불을 키고 잡으려는 라우디와 같은 존재였다고!!! " 거침없이 나오는 레오의 말을 뒤따라 돌풍이 일었다. 그 돌풍은 그대로 아 디오스의 몸을 직격했지만 아디오스는 옷깃만 날리며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 었다. 건물의 벽이 넘어지고 나무가 뿌리째 뽑혀나갔지만 아디오스만은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상대가 될 수 없는 것이었다. 아 디오스만은. " 젠장!!! " 커다란 욕설이 터지며 바람은 레오의 몸을 공중으로 띄우고 칼날을 꺼내어 아디오스의 허리를 베어 갔다. 주위에 걸리는 모든 것을 자르며 거대한 칼날 은 아디오스에게 직격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아디오스는 팔을 들어 그것을 막았다. 그래도 이번만은 효과가 있는지, 아디오스의 팔에서는 핏줄기가 새 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디오스는 옷을 따라 떨어지는 자신의 피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 레오.. 더 이상 까불면 말로 하지 않겠어. " " 하하하...크하하하핫!!!! " 레오의 울음 섞인 웃음은 공중에서 희미하게 사라져 갔다. 아디오스가 인 상을 찌푸리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을 때에는 레오의 모습은 사라진 후였다. 아디오스는 심하게 얼굴을 구기며 그 자리에서 떠올랐다. " 항상 광적으로 돌진적인 레오가 도망치다니.. 역시..실패작. " < 계속 > -+-+-+-+-+-+-+-+-+-+-+-+-+-+-+-+-+-+- [ 서비스- 서비스- ] 100회 특집이었습니다. 멋진 에르 군의 최후.. 정말 종국으로 흐릅니다. ^^ - Ipria 『SF & FANTASY (go SF)』 70582번 제 목:<이리아> ▣ 9. 종국의 길 ▣ -102-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1/27 01:34 읽음:252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종국으로 향하는 길. 그 길에 접어 드는 순간.. [ 이리아 ] ΙΥΙΑ 제 9장. 종국의 길. <102> >> http://moon.interpia98.net/~ipria << ----------------------------------------------------------------------- 절대로 멈추지 않고 흘러내리는 눈물. 그 눈물은 얼굴을 적시고, 목덜미를 적시고, 가슴을 적시고, 다리를 적신 다. 하늘에 떠있는 별들을 바라보며 심호흡은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 왜...이렇게... " 레오는 그렇게 읊조리며 옛날의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다른 사람들보다 어 린 나이이기에 귀여움을 받고 놀던 그때. 그 당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같이 어울리는 또래의 아이들밖에 없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세뇌식 교육과 모든 것을 통달해야 한다는 압력에 억눌려 살던 그때. 그때 좋아했던 사람은, 정 신적으로 믿던 사람은 이미 죽어 버린 사람들이 되었다. 그래서 그들의 복수 를 위해 지금까지 살아 왔다. 하지만 이 순간은 그것 자체를 의심하게 만들 었다. 왜 그녀에게 광적인 집착을 보이며 죽이려고만 했을까... 복수라는 단어로 얼버무리기에는 너무 허술했다. " 결국...네가 필요했던 거야. 에르. " 죽여달라는 눈빛의 그를 구하고 새롭게 시작하게 만든 이유.. 그것은 자신과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점점 변해가는 그의 모습에 변하지 못하는 자신의 욕구를 채우고, 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 하...하하하하핫... " 레오는 두 팔에 힘을 넣으며 억지로 웃음을 짜냈다. 이렇게 울고 있는다고 해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웃음을 짜냈다. 언니라고 믿던 아 디오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에르가 무엇을 보았는지에 대해 생각하 며 앞으로의 일을 결정해야 했다. " 네 팔이 내게 남아 있는 한.. 난 절대.... " 잊지 않을게. =-=-=-=-=-=-=-=-=-=-=-=-=-=-=-=-=-=-= " ....리에르. " 니켈은 가만히 리에르를 불러 보았다. 곧 곁의 이불이 들썩이더니 리에르 가 니켈을 돌아보았다. 한동안 이리저리 끌려 다니던 그녀의 눈빛은 이제 안 정되어 니켈만을 보고 있었다. 니켈은 이불을 끌어 올려 그녀의 어깨를 덮어 주고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리에르는 살짝 눈가를 찌푸리며 말했다. " 곧 죽을 사람 같이 굴지 말라고 해잖아. " " 아, 미안. " " 그리고...너, 요즘 사과 많이 하고 있다는 거, 알아? " " 응. 알고 있어. " 아름다운 얼굴선을 따라 니켈은 손가락을 대어보며 리에르와 시선을 마주 하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리에르는 니켈의 입술에 검지 손가락을 붙 였다. 니켈은 그런 리에르의 손가락을 입술로 살짝 물었다. " 소중하니까. 작은 상처로 크게 멀어져 그것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언제 나 나 자신이 먼저 고개를 숙이는 거야. " " 넌...다른 사람들과 달라. " " 리에르, 너도 마찬가지야. " " 뭐가? " " 나 같은 사람에게 이렇게 대해 줄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거야. " " 그러니까 내게 잘 해. " " 앗! 그렇게 되는 건가.. " 니켈과 리에르는 동시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더 이상 어떻게 잘 해주어 야만 잘 해주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니켈은 리에르의 손을 잡아 손 등에 살짝 입을 맞추며 말했다. " 공주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리에르 님.. " " 호호호. 미천한 네가 내 기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 " 제 모든 것을 받쳐 모시겠습니다. " " 생각해 보도록 하마. 호호홋. " " ...그렇게 웃으니까 이상하잖아- " " 뭐가~~ 이런 웃음을 가르쳐 준 건 그쪽이라고- " =-=-=-=-=-=-=-=-=-=-=-=-=-=-=-=-=-=-= " 여기는? " " 움직일 수 있겠어요? " 곁에서 들려오는 라티나의 목소리에 라우디는 억지로 몸을 비틀었다. 시야 에 들어오는 것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라티나와 랜, 두 여자의 얼 굴이었다. 라우디는 자신의 상태 때문에 그녀들이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 이라 생각하고 억지로 괜찮다는 표정을 지으려고 했다. 그러나 곧 생각을 바 꾸었다. " 라티나. 어떻게 된 일이지? " " ...모르겠어요. 블러디 나이트란..핏빛 갑옷을 입은 사람 넷이 와서.. " " 감금된 것인가.. 우린? " " 그래요. " " 모두 계산된 일들이었다는 얘기인가.. " 라우디는 고개를 숙이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뭔가 잘못됐다. 습격을 불시 에 했기에 그곳은 한 사람의 손으로 파괴될 수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곳 은 국가 차원에서 비밀리에 운영되던 연구소. 그곳에 주둔하던 병사들이 죽 어가는 것을 블러디 나이트들이 보고만 있었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버리는 패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넘어가면 더 이상 게임의 '패'가 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라우디는 고개를 들어 라티나를 바라보며 무심코 자 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 현재 내 상태로... " " 돌파할 수 없어요. " 그녀의 딱 자르는 말에 라우디는 한숨을 내쉬었다. " 어떻게 확신하죠? 제가 보기에는... " " 랜. 아직 어려서 모르는 모양인데.. 우린... " " 우리만의 사고 방식과 패턴이 있어. " 서로 엇갈리면서 나오는 말들에 랜의 표정은 굳어졌다. 둘은 서로의 생각 을 알고 있었다. 마치 한 몸인 것처럼. 라우디는 랜의 표정을 읽고 그녀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 난 언제나 내 행동이 옳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건 모두 옳을 수 없는 일. 라티나는 나를 객관적으로 봐주었지. 그렇지만 그건 나로 하여금 라 티나란 존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 나의 한쪽으로 여기게 만 들었고, 그녀를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고이 보관하게 만들었지. 그 러니까 그녀가 내 곁에 있는 이상, 난 라티나의 생각대로 움직인다. 실 망 하지 마라. 넌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까. " " 욕심쟁이. " 순간 라티나의 심통 어린 말에 라우디는 멍한 얼굴이 되었다. 그녀에게서 그런 말을 들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당황한 것은 랜과 라티나였다. 라우디의 멍한 얼굴은 그 자신이 처음 짓는 표정이었던 것 이다. 라우디는 곧 자신이 어떤 얼굴이란 것을 눈치채고 헛기침을 터트렸다. " 흠흠. 그런 말은 하는게 아니야, 라티나. 꼭 어린애 같잖아. " " 그래. 그러시겠지요. 전 이제 가슴이나 나오는 여자애인데요. " " 라티나- " " 잘못하시면 변태 취급 당하시겠지요. 라우디 케인즈 씨? " 라티나. 그녀는 빙긋 웃으며 침대에 걸터 앉아 라우디의 팔을 껴안으며 창 밖을 노려보았다. 그곳에는 붉은 빛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는 켈트가 라티나에 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라우디는 켈트의 존재를 눈치 챘는지 그녀의 눈을 손바닥으로 감싸며 말했다. " 그래도 라티나...랜.. 둘은 지킬 수 있어. " < 9장 종국의 길, 끝. > -+-+-+-+-+-+-+-+-+-+-+-+-+-+-+-+-+-+- [ 훌쩍..훌쩍.. ] 역시 비인기.. 100편을 넘겼음에도 축하 메세지는 0. "씁쓸하군요." - Ipria ** 리메이크 관련. 리즈 이야기를 리메하려면...출판이 전제 되어야 할 정도입니다. 확실히 인터넷이나 SF란에서 반응은 좋았지만 내용은 '허접 판타지'일 뿐. 최소한 1,2기의 플롯 및 스토리 라인을 모두 갈아야 하기에 현재로서는 불 가능합니다.(다시 보면 다시 쓰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지만...으흑..T.T) 『SF & FANTASY (go SF)』 70768번 제 목:[추천] 다크문...기다림을 안겨주는....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1/27 22:26 읽음:302 관련자료 없음 -------------------------------------------------------------------------- --- 다크 문. 상당기간 연재가 되어 왔고, 출판 중인 작품. 처음의 시작이 오해를 사기에 다분한 소지를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작품을 바라보면 잘 맞추어진 밸런스와 인간 관계들에 탄성이 나옵니다. 일정한 연재로 기다림에 충분한 보답을 안겨주고... 장면의 전환으로 나오는 효과와 생각치도 못한 반전들은 작가의 능력을 대변해 줍니다. 이프 군의 추천 글!!! - Ipria 『SF & FANTASY (go SF)』 73345번 제 목:<이리아> 제 10장. 슬픔......-103-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2/09 22:11 읽음:224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Sorcerer's Unfortunate Story [ 이리아 ] ΙΥΙΑ 제 10장. 슬픔 <103> >> http://moon.interpia98.net/~ipria << ----------------------------------------------------------------------- "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 라우디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물었다. 감각을 잃은 손은 너무 이질감이 강했다. 촉감을 잃은 것이 한 두 번 반복된 일은 아니었지만 이번 만은 며칠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아 최후를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 라우디의 생각을 이미 알고 있던 라티나는 문쪽으로 걸어가 문에 기대며 말했다. " 역시 솔직히 대답하길 원하겠죠? " " 응. " " ...단 한 번. 한도치까지 단 한 번 힘을 끌어올리면 끝이에요. 저나, 당 신이나... " " 뭐? 라티나. 당신은 어떻게 된 거지? " 순간 라우디는 당황한 얼굴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당장에라도 달려들 기 세로 라티나를 바라보았다. 창가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있던 랜 또한 라티나를 돌아보았다. 놀란 두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 라티나는 그녀답지 않 은 쓸쓸한 미소를 억지로 지어보였다. " 그곳에 간지 벌써...5년이에요. 그동안 가만히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 할 수 없잖아요. " " 아이잭.. 그 인간인가? " " 아뇨. 그래도 그 분은 저를 위해 최선을 다하셨어요. " " 그럼...누구지? 설마... " " 그래요. 그 사람이에요. 화려한 금발에 잘 빠진 몸매. 하지만 독을 품은 눈동자. " 힘없이 흘러나오는 라티나의 말에 라우디는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그러나 그의 눈동자는 살기를 내고 있었다. 랜은 도저히 다다갈 수 없는 무형의 힘 이 라우디의 몸을 감싸고 있다는 사실에 마른침을 삼켰다. 그가 왜 화를 내 는지, 랜으로서는 라티나와 관련되었다고만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 아디오스.. 내 주위의 모든 사람을 파멸로 이끌 생각인가.. " " 훗. 그런 말이라면 나도 할 수 있다고요. " 라티나는 총총 걸음으로 침대로 다가와 라우디의 이마를 톡, 쳤다. 그제서 야 라우디는 주먹을 풀고 또렷한 초점이 잡힌 눈으로 라티나를 바라보았다. " 그런가.. 아. 그랬지. 미안... " " 옛날부터 사과만 하네요, 당신은. 사과할 필요까지는 없어요. 그 옛날.. 그때 당신이 오지 않았다면 어차피 내 인생은 달라졌을 테니까요. " " ...난 너무 소중한 것들을 잃었어. 내 아버지와.. 당신의 아버지와.. " " 그래도 당신은 겨우 다섯 살 때 아디오스의 힘에 반항했어요. 그리고 살 아 남았고. " 똑. 똑. 두 번의 노크 소리에 라우디는 문쪽을 바라보았다. 문뒤에서 느껴지는 사 람의 인기척은 하나. 라티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랜은 두 사람 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하나도 알 수는 없었지만 문뒤에 서있는 사람이 그 리 위험하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루한 시간 을 홀로 보내기에 창 밖의 풍경은 그럭저럭 쓸 만했다. " 들어와도 된다. " " 실례하겠습니다. " " 어차피 선택권은 그쪽에 있지만. "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을 향해 라우디는 냉소를 내비치며 라티나의 어깨를 감쌌다. 라티나는 어깨에 와닿는 손의 느낌에 살짝 목례만을 하고 입을 다물 었다. 그 이상 행동을 했다가는 라우디가 그를 향해 힘을 담아 손을 내저을 것 같았다. " 무슨 용건이지, 켈트? "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저희를 도와줄 수 있습니까? " " 그것, 협박 아닌가? " " ...레오 로벨리아가 행방 불명 되었습니다. 수도 내에 있는 저택에서. " 그 순간 라우디의 얼굴에 머물던 냉소는 사라지고 진지한 보랏빛 눈빛만이 켈트에게 향했다. 레오 로벨리아란 사람이 행방 불명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에게 힘을 빌려주기에 충분했다. " 더구나 그녀의 심복이었던 에르키스..로벨리아 또한 행방 불명 되었습니 다. 남은 것은 완전히 무너져 버린 저택 별실의 벽. 그곳에는 아디오스 혼자만 있었습니다. " " 그 애가 희생해서...로벨리아를 살렸단 말이군. " " 장래가 촉망되던 남자였는데... " 라우디는 지난 날, 헤로딘에서 레오 곁을 떠나지 않던 에르키스를 떠올렸 다. 그 때도 그는 목숨을 버릴 각오로 잘 단련되어 있었다. 결론적으론 레오 가 몸을 던져 그를 구해주었지만. 라우디는 에르키스의 성이 레오의 성과 같 다는 것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불을 들추어냈다. " 내가 할 일은? " " 전 블러디 나이트가 이노네스 수뇌부를 마비시키고, 아디오스의 발목을 잡는 순간. 그녀를 없애주는 것입니다. " " 하겠다. " " 라우디!! " 하지만 날카로운 라티나의 목소리가 라우디를 잡았다. 아디오스와 상대하 려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녀 정도를 없애려면... 결 국엔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라우디는 결심한 듯 라티나의 어깨에서 손을 떼 고 침대에서 내려오며 무겁게 말했다. " 남겨진 아이들을 위해... " =-=-=-=-=-=-=-=-=-=-=-=-=-=-=-=-=-=-= "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하지만, 모든 것은 내가 만든 운명의 수레바퀴를 따라 흐르고 신은 관망만 하니 승패의 결과는 이쪽에게 달린 일... " =-=-=-=-=-=-=-=-=-=-=-=-=-=-=-=-=-=-= " 꺄아- 차가워!! " " 따라서 누가 오랬나요? " 에딘은 방긋 미소를 지으며 차갑게 흐르는 강물을 손안에 받아 이리아에게 뿌렸다. 이리아는 작은 비명 아닌 비명을 지르며 손을 저었지만 물이 닿지않 는 곳까지는 가지 않았다. 방울져 흩날리는 물방울들은 햇빛을 반사하며 이 리아의 머릿결을 따라 흘러내렸다. 이리아는 손으로 머리를 대충 쓸어 내리 고 혀를 쏙 내밀었다. " 어린애 같아- " " 그쪽이야말로. " " 훗. 시비인가? " " 자, 와봐요. " 밝은 눈동자로 이리아를 바라보며 에딘은 손안에 물을 받았다. 상당히 차 가운 나머지 에딘의 손은 빨갛게 변했지만 에딘은 개의치 않았다. 이리아는 천천히 에딘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눈동자는 웃고 있었지만 에딘의 행 동 하나하나의 흐름을 읽고 있었다. 그런 줄도 모른 에딘은 이리아가 다가오 자 일순간에 손을 움직여 물을 뿌렸다. 에딘의 손이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이리아는 순간적으로 옆으로 움직였다. 그것은 페릭의 움직임과 비슷했다. 일순간에 한정된 시야에서 사라진 이리아 의 모습에 에딘은 무심코 엇, 하는 탄성을 질렀다. " 날 찾나, 에딘- " " 이리... " 에딘은 황급히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이리아의 입술은 에딘의 입술에 쪽, 소리를 내며 맞추어졌다. " 전에 친구들이 그랬어, 난 바람이라고... 쉽게 잡을 수는 없을걸? " 이리아는 웃음을 한아름 머금은 채로 멍하게 서 있는 에딘의 앞에서 빙글, 돌았다. 몸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이는 치맛단은 바람을 일으키며 살짝 떠올 랐다. 짧은 자켓 형식으로 만든 상의로도 바람이 들어가 상당히 부풀었다. " 요즘 재밌어. 그 친구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 " 그럼 나중에 사과해요. " " 그럴까? '미안-! 아래 세상에 멍청하리만치 순진한 녀석이 있어서 말이 야. 그 녀석하고 살다보니 늦었어.'라고. " " 그것도 좋네요. 바람 아가씨. " " 에? " 이리아는 생소한 단어에 잠시 돌던 것을 멈추고 에딘을 보았다. 에딘은 그 순간 이리아의 팔목을 잡으며 씨익 웃었다. " 바.람.잡.이. 아.가.씨. " " 뭐야!! " 그러나 이리아는 계속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이리아의 팔목을 잡고 있던 에딘은 그대로 이리아를 강가쪽으로 밀어버렸 고, 의외로 센 에딘의 힘에 이리아는 강가로 떠밀렸다. 그래도 힘을 조절했 는지 다행히 이리아는 강물이 닿지 않는 곳에서 멈출 수 있었다. 차가운 강 물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이리아의 발치에 닿을 듯, 말 듯, 했다. 그때 에딘 이 이리아의 뒤로 다가와 이리아의 허리를 안았다. " 잡았다. " " ...앗... " 이리아는 에딘의 말에 안타까운 듯이 짤막하게 신음을 내고 강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물론 에딘이 있기 때문이었다. 의지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 이 제는 없어서는 절대로 안될 사람이다. " 강을 따라 내려오는 바람... 바람 따라 흔들리는 마음... 흥겨워진 새들의 노래. 사랑스런 나만의 그대. 나, 그대만을 생각하오. 나, 그대만을 바라보오. 그대, 나만을 사랑해줘요. 그대, 나만을....사랑해줘요. " 이리아는 투명한 강물을 바라보며.. 햇빛을 받아 시원해 보이는 강물 속, 작은 조약돌들을 바라보며 옛날에 누군가가 자주 읊조리던 시를 읊었다. 그 것이 의미하고 있는 것은 단순했다. 강가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있고 싶다는, 그리 깊은 뜻을 가지고 있는 시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당시 같이 있던 아이 들에게는 단 하나뿐인 염원이었다. 이리아는 강바람에 흔들리는 머리카락에 코끝이 간지러워지자 살짝, 억지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 괜찮은 거지? "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에딘은 팔을 올려 이리아의 가슴을 세게 안았다. "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알 수 있어요. 억지로 웃으려고 하지 말아요. " " 바보... " 그래도 말끝은 흐려졌다. 따스한 체온과 자연스런 바람. 그 모든 것이 모 두가 원하던 것들이었다. 그것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에딘이 있었기 때문이 다. " 아, 분명히 강가에 있을 거라니까! " " 그러시겠지, 어련하시겠어? " 그때 수풀 사이로 두 사람의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고, 에딘은 화들짝 놀라 이리아를 놓았다. 이리아도 순간적으로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둘은 동시에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 목소리들의 주인들은 금방 모습을 드러냈다. " 거봐. 있잖아. " " ...그래. 잘났어. " " 당연하지. 천하의 니켈인데. " 앞장 서서 나온 니켈은 리에르에게 보란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지만 리에르의 얼굴은 약간 퉁명스러워져 있었다. 니켈은 리에르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자 그제서야 이리아와 에딘을 바라보았다. " 좋은 하루~! 새내기 부부- 정겨워 보여서 부럽네. 누구하고는 전혀 다르 다니까~ " " 니켈!!! " 리에르는 니켈을 노려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녀는 그 이상 아 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뒤로 돌아 수풀 속으로 달렸다. 이리아와 에딘 은 사랑 싸움치고 조금 어색한 리에르와 니켈의 뒷모습에 서로의 얼굴을 바 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우린 저렇게 해본 적이 없었던 것...같은데? " " 부러워? " " 아니. " 에딘의 단정적인 대답에 이리아는 살짝 에딘의 입술에 키스하고는 니켈의 어깨를 툭 쳐주고 집쪽으로 향했다. 리에르가 있는 곳은..예상하고 있었다. 니켈은 이리아의 뒷모습을 보고는 자신의 어깨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 많이 변했어.. " " 그럼요. 누구 아내인데요. " 그저 에딘은 싱글벙글 웃을 뿐이었다. =-=-=-=-=-=-=-=-=-=-=-=-=-=-=-=-=-=-= " 리에르! " 이리아는 마을에 도착한 이후 살고 있던 통나무 집 앞에서 리에르를 발견 하고 큰 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달리다가 멈춘 리에르의 어깨는 작게 떨리고 있었다. " 오지 마요! 위로따위는... " 그녀는 애써 감정을 억누르려고 했지만 그것은 생각대로 되어 주질 않았다. " 위로따위는...위로따위는... " " 리에르... " " 이리아. 당신은 모를 거에요. " 울먹이는 리에르의 목소리에 이리아는 느긋하게 보일 정도로 천천히 리에 르에게 다가갔다. 엉망이 되었을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약간의 배려였다. 하 지만 리에르는 이리아의 위치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니, 쓰지 못했 다. " 노골적은 아니지만...니켈은 제게 평범한 아내의 모습을 원하고 있어요. 일개 노예에 불과했던 제게.. " 절망적인 리에르의 모습과 달리 그녀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는 웃으면 서 넘어갈지도 모르는 이야기였다. "그럼 그렇게 해주지 그래?"란 대답이 충 분히 나올 만한..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니켈'이 아닌 다른 사람이 상 대였을 이야기였다. " 저도 그렇게 해주고 싶어요. 그래요. 저도 당신이 누리고 있는 삶을 원 해요! 하지만...하지만... " " 점점 니켈이 멀어지는 느낌이겠지..? " " 마치 마지막이 될 것 같아 불안해요. 매일 밤... 문득 눈을 떠보면 니켈 은 숨소리조차 거의 내지 않고 잠들어 있어요. 그게 얼마나 두려운 일인 지 알아요? 그대로 곁을 떠날 것 같아..팔을 잡고 늘어지는...제 심정을 당신이 알 수 있어요?! " 이리아는 잠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리에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걸 어갈 길은 너무 험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 견디지 못하고 좌절할.. 그런 길임에도 리에르는 견디고 있는 것이다. '보통 여자 노예'임에도. 만약 리에르가 지금이라도 노예 시장으로 돌아간다면 후한 값에 거래가 될 것이고, 그녀는 노예들이 갈망하는 귀족 집안에 은밀하게 들어갈 것이다. 그 리고 잠시 동안이나마 이어지는 향락과 쾌락을 이용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 을 것이다. 그러나 리에르는 그길을 포기했다. 그런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아니, 리에르 자신이 훨씬 더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그녀에 게 필요한 것은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일 지도 모른다. " 니켈에게는 아무말도 하지 말아줄 수 있죠? " 이리아는 리에르의 등뒤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리에르는 진정이 된 듯 소매로 눈시울을 닦아냈다. 그런 그녀에게 이리아는 나지막하게 이야기를 꺼 냈다. " 리에르. 후회 없게 살아.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중에는 크게 후회할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해봐. 인간의 삶이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 " ..역시 이리아 다운 말이군요. 고마워요. " =-=-=-=-=-=-=-=-=-=-=-=-=-=-=-=-=-=-= " 에딘. " 그날 저녁. 이리아는 식사를 마치고, 차까지 마신 뒤 식탁에 앉아 있었다. 에딘은 식탁 위에 놓인 등불에서 이리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약간 침울한 분위기의 이리아는 약간 추운 듯, 팔짱을 낀 채로 에딘과 마찬가지로 등불을 보고 있었다. 이리아는 이리저리 흔들리는 가냘픈 등불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요? " " 문득 생각난 것인데.... " 이리아는 길게 말끝을 끌었다. 직선적인 그녀가 말하기 주저할 정도의 이 야기란 사실에 에딘은 조용히 그녀가 말을 잇길 기다렸다. 이리아는 심지가 기름을 빨아들이는 것까지 들여다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 우리들..정체성이라도 있는 걸까..? " " 예? " " 내가 나 다운 것.. 에딘이 에딘 다운 것.. 라우디가 라우디 다운 것... 가만히 보면 우린 자신만의 특성이 없어. " " 푸훗-! " 그런데 이야기를 다 들은 에딘은 갑작스레 웃음을 터트렸고, 이리아는 당 황해 고개를 들었다. 에딘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이리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 어울리지 않는다. 아니에요? 예를 들어 지금 같이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이리아는 이리아 답지 않다! " " 뭐어? " " 역시 이리아에겐 늦잠 자면서 앙탈 부리는 모습이나 따뜻한 햇볕을 쬐며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가장 이리아 다워요! " " 에딘!!! " 이리아는 금새 얼굴이 달아올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등불 위에 손을 얹었다. 그것만으로 등불은 가볍게 꺼졌다. 에딘은 그런 이리아의 팔목을 잡 았다. " 위험하잖아요. " " 매일 잠만 자는 여자에게...게으른 아내에게는 약간의 자극은 필요하다 고. 왜 그러시나, 에딘. " " 미안, 미안. 사과할게요. " " 그렇게 가볍게 끝날 거라 생각했어? " " 그래도..귀여웠다고요. " 그 한 마디 말에 이리아는 아무말 없이 방으로 향했다. 에딘은 자신의 손 에서 빠져나가는 이리아의 팔목에 피식 웃음을 짓고 집안을 돌아보았다. 아 담하게 지어진 통나무 집은 약간 크게 느껴졌지만 이제 살던 곳이 아니라는 위화감은 없었다. 과연 언제까지 이 집이 계속 이 자리에 있을까.. 에딘은 이유 모를 한기와 함께 따스함을 느끼고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집안에 누군가가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 에딘! 안들어오고 뭐해! " " 들어가요. " ' 환각.. ' 에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그것은 환각이 아니었다. 그리 멀지 않은... 하나의 예감일 뿐이었다. < 계속 > -+-+-+-+-+-+-+-+-+-+-+-+-+-+-+-+-+-+- [ 끝으로 가세... ] 당분간 글쓰기에 전념할 생각. - Ipria Ps. 그간 이프에게 있었던 일들.. -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예상 외로 일들이 많아져 연 재 재개가 너무 늦어졌습니다. 그동안 기다려 주신 분들께 고개 숙여 사 과 올리겠습니다. - 사실은 컴퓨터를 갈았습니다. 7년 동안의 486 컴퓨터를 벗어나, 중고이 기는 해도 팬티엄 MMX 기판과 씨피유, 램을 구해 컴퓨터를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 그러나... 총 하드 용량 500메가란 극악의 상황과 주변 사람들의 씨디 분실로 인해 글쓰기 작업은 예전의 486에 깔린 한글 3.0을 쓸 수밖에 없게 되었고, 모뎀이 시스템과 충돌하는 바람에 통신도 486을 이용하 였습니다. - 그래도 모뎀을 팬티엄에 붙이고 새롬을 설치해 그럭저럭 글을 쓸 환경 을 만들고 있습니다. 당연히 쉬고 있는(쉬지도 못했지만...;;) 기간에 구상도 못했습니다. - 이번 편은 잡담까지 포함해 용량이 꽤 되겠군요. 다음 편도 이렇게 되 길 빌며... ^^ 아참. 현재 제 홈피 자체를 가보지 못하고 있는데...홈피에 장난치시 지 마세욧! ^^; ** 저용량 기가급 하드 싸게 파시지 않으실래요? ^^* The Lord Will Lighten My Darkness. - Samuel 22:29 『SF & FANTASY (go SF)』 74747번 제 목:<이리아> 제 10장. 슬픔......-104-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2/18 00:05 읽음:225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Sorcerer's Unfortunate Story [ 이리아 ] ΙΥΙΑ 제 10장. 슬픔 <104> >> http://moon.interpia98.net/~ipria << ----------------------------------------------------------------------- 작은 한숨과 함께 불어가는 바람. 레오는 손을 들어 나무들 사이를 가볍게 가리켰다. 그러자 손끝을 따라 바 람은 불었고, 시야를 가리던 나뭇가지들은 전부 날카롭게 잘려 바닥에 떨어 졌다. 그녀의 어깨로는 그녀의 힘이 일으킨 바람이 들어가 옷이 팽팽히 부풀 어 올랐다.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것에 대한 답은 없었다. 단지, 에르키스가 죽기 전에 했던 말이 마음에 걸리고 마땅히 할 수 있는 일도 없거니와 이리아와 만나고 싶었다. 눈앞에서 하나 둘, 모두를 죽이던 공포의 원점을. 녹색 액체로 가득 찬 차가운 유리벽 밖의 이리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들어 같이 지내던 친구들의 몸을 박살냈었다. 비릿한 미소로 피를 핥으며 바 람을 일으켜 잘게 썰어 죽이던 기사들과는 분명히 다른 처사였다. 친구였기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그녀는 그때 실수한 것이었다. 왜... 왜.... " 왜 내가 살아가게 놔둔 거야... " 유리를 깨고 들어온 손이 목을 쳤을 때.. 확실히..확실히 죽였... 죽였어야...? " 잠깐. 난 어떻게 살아 남은 거지?! " =-=-=-=-=-=-=-=-=-=-=-=-=-=-=-=-=-=-= " 오늘도 늦으려나... " " 언니도 이제 질렸군요. 거봐요. 못난 오빠라니까요. " 식탁 앞에 앉아 저녁을 차려놓고 니켈을 기다리던 리에르의 한숨에 아미는 예전에 했던 말을 다시 꺼냈다. 하지만 리에르는 덤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며칠 전, 약간의 다툼 이후 집에 돌아오면 거의 말이 없는 니켈이었다. 그래 서 그저 미안할 뿐이었다. 가족으로서 손을 잡아준 유일한 사람인데... " 이리아...집에 가있을 지도.. " 리에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식탁에 놓아두었던 나이프를 들었다. 고기까 지만은 자르게 만들어진 나이프는 그리 날이 서있지 않았다. 그것을 든 리에 르는 약간의 야채가 올려진 접시 끝을 따라 나이프 날을 움직였다. 끝이 뭉 툭했던 나이프 날은 접시를 따라, 부드럽게 선을 따라 움직였다. "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겠지? " " 언니가 우리집에 온지 백일째 되는 날이죠? " 아미의 말에 리에르는 고개를 들어 아미를 보게 되었다. 아미는 신기하단 듯한 눈으로 나이프를 보며 웃고 있었다. 모든 것을 의연히 넘어가면서 모두 기억하는 아미.. 어떻게 보면 니켈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아이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떠올렸을 때, 아미가 고개를 들어 리에르와 시선을 마주하며 물 었다. " 언니, 요리 굉장히 잘 할 것 같아요. 칼 움직이는게 다른 사람들과 다른 데요. " " 아..음.. 그럼 아미한테 배워볼까? " " 차라리 에딘 오빠에게 배워요. 지금까지 우리처럼 서민 생활에 맞는 음 식을 그렇게 화려하게 만드는 사람은 본적이 없으니까요. " " 그런가? " 지금까지 잊고 있던, 아니...잊으려고 했던 에딘을 생각하며 리에르는 어 색하게 미소지었다. 그에게는 그에게 어울리는 사람을 찾았다. 원망할 생각 은 없었다. 단지 서운할 뿐이었다. 처음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다정하게 대 해주는 것이 습관이며 진심을 할 때,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알게 되었기에.. " 다녀왔습니다-! " 그 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밝은 니켈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아미 는 언제나 그렇듯, 가족들의 안부를 알려줬다. " 카퍼는 자고 있어, 오빠. 언니는 바로 앞에서 오빠를 기다리고 있고. " 아미의 친절한 설명에 니켈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방으로 들어와 리에르를 향해 활짝 웃었다. " 다녀왔어. 오늘이 백일이었지? " " 이..잊지 않은 거야? " 니켈은 그저 웃고만 있었다. 전혀 바라고 있던 것이 아니었는데도 기억하 고 있어준다는 사실이 좋았다. 잠시 후, 리에르가 문득 뭔가 이상하고 느꼈 을 리에르의 볼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기뻐서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 어 떤 것인지 이제서야 알 수가 있었다. " 에? 우는 거야? 그럼... " 무엇을 준비한 것처럼 니켈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러나 동시에 니켈 의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평정을 찾는 것은 순식간이었지만 아미와 리에르 는 니켈의 변화를 눈치 챌 수 있었다. " 음.. 원래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었는데, 이제 하게 됐네. " 니켈은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리에르를 바라보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 리에르. 미안해. 아직 사과 안했지? 그동안 생각 많이 해봤어. 아무래도 내가 너무 억지를 부렸던 것 같아. 미안. " 그리고 니켈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은 니켈만이 알았다. 리에르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니 켈의 뒤를 쫓으려고 했다. 그러나 니켈은 조용히 말했다. " 아미를 부탁해. 이 마을을 떠나 줘. " 그와 함께 서서히 니켈의 몸 주위는 검은 안개로 둘러싸였다. 지금까지 그 런 광경을 본적이 없던 아미는 놀란 얼굴로 입을 틀어막았다. 놀란 것은 리 에르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 돌아올 거지? " " 가능하다면. " 니켈은 그 말만을 남기고 현관을 달려나갔다. 문 열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 았다. 리에르가 황급히 그곳으로 갔을 때, 문이 있던 자리에는 검은 안개의 흔적이 문을 삼킨 후였다. 퀭하게 뚫린 문으로는 이미 니켈의 모습은 사라지 고 없었다. 리에르는 그래도 니켈의 자취를 찾으려는 듯, 눈동자를 굴려 어둠 속을 살 피며 옷깃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녀가 손을 꺼냈을 때, 그녀의 손에 는 작은 단검의 날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그대로 머리로 옮겨 길게 자라던 머리채를 잡아 단번에 잘라버렸다. 짙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 니켈과 함께 그녀의 머리카락도 사라져갔다. =-=-=-=-=-=-=-=-=-=-=-=-=-=-=-=-=-=-= " 아악! " 에딘은 비명을 지르며 눈을 부여잡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째지는 듯한 에딘의 비명은 그대로 이리아의 신경을 긁고 지나갔고, 이리아는 들고 있던 컵을 내던지고 에딘에게 달려왔다. 에딘은 자신도 놀랄 정도의 비명을 질렀다는 사실에 이리아에게 미안했으나 사과의 말을 꺼낼 수도 없을 정도의 통증이 온몸을 쓸고 지나갔다. 완전 무장을 한 기사가 신은 유리 구두... 어울리지도 않으면서 무리를 한 대가였다. 모든 신경이 매섭게 서있는 가운데 다른 자가 개방한 힘은 에딘의 신경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이리아는 불길한 예감에 에딘의 팔을 잡고 억지로 에 딘의 팔을 당겼다.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 에딘의 손바닥에는 짙게 피가 배어 있었다. 에딘은 이리아의 손길을 거부하며 손으로 눈가의 피를 닦아내고 눈을 떴다. 모든 것은 붉은 피막을 뒤집어 쓴 듯, 붉으면서도 뿌옇게 보였다. 그래도 아 예 보이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에딘은 살며시 이리아의 볼에 손을 얹었다.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는 맑은 핏빛 이었다. " 느껴지죠? 너무 많이 모였어요. " " 무슨 말이야?! " " 인간이 가져서는 안될 정도의 힘을 가진 자들... 그들의 힘이 한 자리에 모이면 남는 것은 파멸 뿐.. " 잊지 않는 문구였다. 네 개의 팔찌와 함께 도착한 파일철 구석에 작게 적 힌 그 문구는 예언이자 실제의 일이었다. 마법사를 괴롭히는 써클이란 한계 를 완전히 무시하는 동시에 보통 마법사 오십명 이상의 힘을 내고, 절단되지 않은 상처는 즉시 치유되는 상태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파멸뿐이었다. " 이런...로벨리아. " 이리아는 서늘하게 가슴에 와닿는 느낌에 눈가를 찌푸렸다. 모든 것을 베 어버릴 듯한 강한 의지가 마을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 느낌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로벨리아,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힘의 일부에 불과했다. 죽음을 불사하겠다는 각오가 만들어내는 느낌. 강한 의지에서 나오는 것이었 다. 만약 제어를 스스로 푼다면... 이런 마을 하나쯤은 그냥 사라질 것이다. 예전부터 연구소 사람들이 그녀 의 힘에 철저하게 제약을 걸어놓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제약을 풀어도 힘을 응축시켜 일격 필살을 만드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로벨리아만은 일 대 다수 에 응용한 기술만을 스스로 만들어 내왔었다. " 지난 번과는 확실히 달라요. 이대로 있을 수는 없어요. " " 그래서? " 순간 이리아의 되물음에 에딘은 할 말을 잃었다. 보통의 이리아라면 당장 에 집을 뛰쳐나갈 것이었다. 과거와 연관된 것들에 증오를 내비치는 이리아 라면. " 에딘. " 이리아는 에딘의 어깨를 잡고 에딘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실핏줄 이 터진 에딘의 눈동자는 가슴 아프게 비쳐져 들어왔다. 조용히 살고 싶었을 뿐인데. 당연히 선택은 이전과 달랐다. 이리아는 살며시 에딘을 안으며 말했 다. " 이미 결정은 내렸어. " " ....미안해요. " " 네 잘못도 아니잖아? " 에딘은 이리아의 볼에 자신의 볼을 대고는 조용히 손목에 채워뒀던 팔찌에 손을 얹었다. 그러나 그때 열린 이리아의 입술은... 이리아의 결정은... " 마을을 떠날 수밖에. 난 이제 지쳤어. 이 생활을 포기할 만큼...난 강하 지 않아. " -+-+-+-+-+-+-+-+-+-+-+-+-+-+-+-+-+-+- [ 쿨럭...;; ] 글을 읽는 것과 쓰는 것은 역시 엄청난 차이가 있군요.. 오랜만에 글을 쓰며 엄청 버벅이는 이프 군입니다. - Ipria 사족. 그 첫 번째. 카퍼는 니켈 다음 원소의 이름이죠. 한글로는 '구리'. 그 두 번째. 여기서부터 진사족(眞蛇足) 이프 군의 컴퓨터가 완전히 업글 되었습니다. 드디어 팬티엄 '급' 컴퓨터를 쓰게 되어 완전히 혼란 중입니다. 동시에 씨디 만 가지고 있던 창세기전 3, 히어로즈 마이트 앤 매직 2와 3, 대항해시대 4 등등의 게임이 봉인 해제되었습니다.(디아는 이 미 엔딩 봤죠. 그 짧은 시간에.. ^^;) 고로 다음 연재는... 내일! 로 기약합니다. < 더 이상의 정체란 있을 수 없다!!! > The Lord Will Lighten My Darkness. - Samuel 22:29 『SF & FANTASY (go SF)』 75049번 제 목:<이리아> 제 10장. 슬픔......-105-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2/20 03:25 읽음:219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Sorcerer's Unfortunate Story [ 이리아 ] ΙΥΙΑ 제 10장. 슬픔 <105> >> http://moon.interpia98.net/~ipria << ----------------------------------------------------------------------- " 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인가. " 레오는 마을의 전경을 바라보며 그곳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마을 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마을에서부터 나오는 반발력은 거세어지고 있었 다. 모든 잠든 시간, 마을은 침체해 있었다. 마을에 들어 설 때까지, 레오는 그리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됐었다. 어차피 작은 마을. 마을에 있을 사람은 이리아 뿐이란 단순한 추측이 발걸 음을 가볍게 했다. 약간 움푹 들어간 대지에 깔린 어둠은 마을 자체를 대수 롭지 않게 보일만했다. 그러나 마을에 들어서고 완전히 불이 꺼진 집들 사이를 걸어나가며 레오의 눈동자는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발걸음에서 기척이 사라지는 것은 눈깜짝할 사이였다. 직감적으로 위험하단 반응이 올 정도의 힘이 가까워진 것이었다. 바람이나 물, 불처럼 물질적으로 일어나는 힘이 아닌 힘. " 고대부터 내려오던 힘...이란 것인가? " 문득 오래 전 아디오스가 말해주었던 것이 떠올랐다. 무슨 이유에선가 에 르키스를 죽인 그녀이지만 그녀가 그 동안 가르쳐준 지식은 소중했고, 언제 나 떠올랐다. 물질적으로 반응이 일어나지 않기에 상대하기 어려운 신의 선 물. 악마의 저주라는 마법과 무엇이 다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레오는 손안에 바람을 모으며 골목을 돌았다. 그러자 그 힘의 주인은 레오 를 불러세웠다. " 헤이. " 레오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빈약해 보이는 평범 한 남자아이가 위협적인 힘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그리고 웃고 있는 얼굴 과 달리 어둠에 동화되는 힘을 발산하고 있으리라고는... " 네 이름은? " " 니켈. " " 나를 가로막을 것인가? " " 그래. 넌 너무 위험하거든. " 니켈은 그 말과 동시에 손을 땅에 댔다. 컴컴한 밤공간에 머물던 검은 안 개는 니켈의 손을 따라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조용하면서 빠르게... 그 안개 는 레오의 몸을 노렸다. " 그게 전부? " 그러나 레오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거세게 돌풍이 일며 레오가 서있던 땅은 심하게 패이고 레오의 몸은 공중으로 떠올 랐다. 자욱하게 일어나는 흙먼지 사이로 검은 안개는 뭉게뭉게 침식해 들어 갔다. 강하게 불어나가는 강한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그리고 일순간, 날카 로운 칼날이 되어 레오의 몸을 찔러올랐다. 그뿐이었다. 검은 안개의 칼날은 레오의 발치에서 바람에 막혀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 고, 레오는 곡예사처럼 칼날 위에 서있는 것처럼 되었다. 레오와 니켈은 그 대로 잠시 행동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둘에게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그것을 대변하듯, 니켈이 레오의 시선을 피하는 것과 함께 고개를 까닥였다. 그러자 레오의 아래에 있던 검은 칼날은 폭발하듯 옆으로 퍼져나갔다. 옆 으로 펼쳐진 보자기. 레오의 아래에 펼쳐진 검은 안개는 일제히 솟구쳐 레오 의 바람을 감싸버렸다. 만만하게 보았던 레오는 스스로 실수를 인정했다. 가볍게 보았던 힘이 순 식간에 바람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것에, 시야마저 완전히 막히고 감각이 니 켈의 힘에 의해 막혔다는 것에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그대로 당하고만은 있을 수 없었다. " 언니....아니. 그 여자가 말하던 힘이 이런 거였군. 뭐. 얼마 전의 나라 면... " 레오는 씨익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을 퉁겼다. 그러자 레오를 중심으로 도 는 바람 안에 반대로 도는 바람이 하나 더 생겼다. 바람들끼리 부딪히며 내 는 소리는 요란한 괴성을 질렀다. 마을 사람들이 그 소리에 깨어날 것이었다. 불리하다는 것 자체는 어차피 상황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 " 내 앞을 가로막으려고 하지마!!! "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 것과 함께 레오는 니켈이 있던 방향을 향해 바람의 막을 날렸다. 레오를 덮치던 안개는 서로 부딪혀 파행적으로 힘을 발산하는 바람에 휘말려 조각조각 흩어져 나갔다. 그 뒤로 레오는 바람의 막을 연거푸 날렸다. 숲 하나를 완전히 작살내버리겠다는 작정으로. " 그럴 수는 없어. 난 니켈이니까. " 니켈은 두 팔을 교차시키고 자신을 향해 빠르게 뻗어 나오는 바람을 노려 보았다. 니켈의 두 손에는 사람 머리 만한 검은 구체가 생성되어 있었다. 니 켈은 손가락을 펼치고 그것을 바람의 중앙을 향해 던졌다. 일직선으로 쏘아진 두 개의 구체는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바람과 부딪혔다. 부딪히는 순간에도 뒤이어 퍼부어지는 바람의 벽은 구체를 역으로 밀어낼 듯 했다. 그런데 예상 외로, 그 구체는 바람을 견디며 서서히 가늘어졌다. 그리 고 뒤이은 구체와 맞닿자 길다란 창으로 변해 바람의 벽 중앙을 갈랐다. 곧 그 충격은 펑-하는 폭발음이 울리며 주위 담벼락을 날려버렸고, 니켈은 휘청 이는 몸을 필사적으로 균형을 잡았다. 그러나 시야에 레오의 모습이 들어오 자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레오는 충격파를 전부 몸으로 받아내고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그 리고 자신을 향해 날아온 어둠의 창이 손바닥에 꽂혔음에도 묵묵히 창을 빼 내 자신이 들었다. 한 쪽 팔이 떨어져 나갈 듯한 통증과 힘의 영향으로 마비 되는 다른쪽 팔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 대단해. 역시 우리와는 다른 거야? 신의 선물?? " " 웃기는 소리. 그게 신의 선물이면, 살인마는 신의 사자겠다. " " 맞는 말...이군. 신의 사자. " 언제나 미소를 머금은 채 사람들을 바라보던 아디오스가 떠오른 레오는 니 켈에게 걸어갔다. 니켈은 위험하다는 몸의 반응에 즉시 어둠의 실타래를 풀 었다. 팔을 따라 떨어진 검은 실은 지면에 굽이치며 레오에게 정면으로 달려 들었다. 레오는 그것의 방향을 보고 눈가를 찌푸렸다. 그것만으로 땅에는 세 개의 패임이 생겨났고, 그것들은 옆으로 벌어져 니켈을 향해 달렸다. 니켈은 옆으로 벌어진 바람의 자국들이 결국엔 자신에게 향할 것이라 짐작 하고 쓴웃음과 함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몸주위에 결계 형식으로 힘을 펼쳤 다. 역시나 바람은 격하게 꺾어져 니켈의 몸에 작렬했고, 니켈은 자신을 중 심으로 서로 엇갈려 덮치는 레오의 힘에 작은 탄성을 질렀다. 이로써 마법적 인 면은 밀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 잘 가라. "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레오는 니켈의 앞에 도착해 작렬하는 바람 사이로 손을 넣었다. 어둠의 창에 직격 당해 통증이 심할 텐데도 레오는 그 것을 무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이 니켈의 목을 쥐는 것은 잠깐이었다. 사 방이 완전히 막힌 상황에 니켈은 피할 기회조차 없다는 것을 느끼고 몸에서 을 뺐다. ' 돌아가지는 못하겠어. 요즘 음식 솜씨가 많이 좋아졌던데....' 그때였다. 니켈의 목을 잡고 있던 레오는 니켈의 목을 쥔 상태로 몸을 심 하게 비틀었고, 니켈은 눈앞으로 무엇인가 반짝이는 물체가 지나간 것을 발 견했다. 레오와 니켈은 동시에 그것을 쳐다보게 되었다. " 암살대...사람? 어째서 이런 곳에 있지? " " 설마... " 니켈은 불안한 예감에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황급히 레오의 팔 을 쳤다. 예상외의 일격에 레오는 니켈을 놓치고 뒤로 물러나 주위를 돌아보 았다. 웅성웅성 나오기 시작하는 사람들 사이에 자신을 노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결국 레오는 귀찮다는 생각에 그 대로 니켈을 잡으려던 손을 옆으로 움직였다. 그녀의 손끝에는 바람이 일고 있었다. " 안돼!! " 니켈은 그 바람이 마을 전체를 쓸어버릴 것임을 눈치 채고 몸을 날려 레오 의 팔을 잡으려고 했다. 그 뒤를 이어 레오가 무엇을 할지 알 수는 없었지만 제일 급한 불만은 끄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니켈의 눈에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리에르의 모습이 순 식간에 들어왔다. 손에 두 자루의 단검을 들고 사람들과 건물들을 빠르게 오 가며 달려오는... 그녀는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마치 걱정 말라는 듯한, 곧 도와주겠다는 그 미소 위에 검은 색 창이 겹쳐 졌다. 무심코 그 창을 따라 레오를 본 니켈은 비명을 질렀다. 레오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건물들 사이를 따라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곧 레오의 손에 들려 있던 창은 일직선으로 무엇인가를 노리고 날아갔다. 그 일직선에는 오직 리에르만이 있었다. 그녀는 날아오는 창을 반사적으로 느끼고 몸을 돌렸지만 그대로 허리를 관통 당했다. 니켈은 리에르가 쓰러지 는 것을 바라보며 레오를 완전히 잊고 리에르에게 달려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니켈의 시야를 레오의 손은 가볍게 가렸다. 그리고 레오의 손은 바람을 일으켜 팔이 움직이는 범위의 모든 것을 훑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에르의 모습은 두 번 다시 니켈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니켈은 가슴에서 울컥 솟아오르는 무엇인가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 거...짓...말. " -+-+-+-+-+-+-+-+-+-+-+-+-+-+-+-+-+-+- [ ^^; ] 좀 늦어 졌죠? ^^;;;;; 이상하게 연재를 재개하면 일이 꼬이니.. 역시나 이리아는 버림받은(?) 글인 모양입니다. - Ipria Ps. 이러면 안되지만...솔직히 후반이 쓰고도 상당히 마음에 안듭니다. 글의 주체를 완전히 상실하고, 구심점마저 잃은 것 같아...씁쓸하네요. 중간중간 호흡이 끊어질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글을 전개한 대가라고 스스로에게 타이르고 있습니다. The Lord Will Lighten My Darkness. - Samuel 22:29 『SF & FANTASY (go SF)』 75403번 제 목:<이리아> 제 10장. 슬픔......-106-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2/22 00:58 읽음:223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Sorcerer's Unfortunate Story [ 이리아 ] ΙΥΙΑ 제 10장. 슬픔 <106> >> http://moon.interpia98.net/~ipria << ----------------------------------------------------------------------- " 이 자식-!!! " 니켈은 그 즉시 레오의 안면에 주먹을 날렸다. 가느다란 니켈의 팔은 짧게 레오에게 날아들었다. 레오는 니켈의 공격을 읽고 두 팔을 교차시켜 니켈의 주먹을 흘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 전에 니켈의 주먹은 레오의 얼굴을 정확히 맞췄다. " 크윽! 뭐야. " 뭔가 이상하다. 그런 생각이 떠올랐을 때, 니켈의 주먹은 다시 날아들었고, 레오는 상체를 비틀며 역으로 니켈의 허리를 치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주먹이 닿기 전 에 니켈의 주먹은 레오에게 직격했다. 그리고 뒤이은 니켈의 연타는 전부 얼굴에 맞았다. 피하거나 막을 수가 없 었다. 공격을 읽어도 그것은 한 순간에 타이밍이 틀려졌다. 그 이유는 한참 을 맞은 뒤에 알 수 있었다. 뇌가 흔들려 잠시 균형을 잃는 것과 동시에 보 인 니켈의 손. 소름끼치는 힘이 그의 주먹을 감싸고 있었다. 레오는 한 쪽 다리가 약간 풀리고 균형감이 사라지자 빠르게 생각을 정리 했다. 분명히 니켈과 정면으로 부딪히면 이길 것이었다. 거리를 두고. " 절대로 살려두지 않겠어. " " 쿡. 하하하하하!!! " 니켈의 행동을 비웃듯, 레오는 비틀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손가 락을 들어 니켈을 향하며 말했다. " 너. 네가 지금 제대로 힘을 쓰고 있다고 생각해? " " ...... " " 넌 강해. 그래, 강해. 힘을 아주 효율적으로 쓰고 있어. 하지만. 넌 보 통 인간이야. " " 죽음이 두렵나? " " 응? " " 넌 죽는다. " " 말도 안되는 소리. " 그녀의 비웃음은 계속 됐다. " 네가 날 죽이려고 하는 이유만큼. 내게도 죽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서 로의 입장 차이지. 방금 전에 죽은 여자, 네 여자지? " " ....... " " 마을 사람들에게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도 여자에게는 많은 신 경을 쓰더군. " 니켈은 정곡을 찌른 레오를 노려보며 천천히 레오에게 다가왔다. " 알면서...꼭 그래야만 했나...? " " 아니까 그랬던 것이다. " " 죽여버리겠어!!! " 레오는 돌진해오는 니켈의 움직임을 읽으며 바람을 불러 바로 앞에 뿌리며 뒤로 빠졌다. 그리고 지그재그로 움직여 니켈에게 가까워지지 않았다. 의외 로 냉정함을 잃은 니켈은 레오에게 끌려 다니다시피 했다. " 넌 날 죽일 수 없어. " =-=-=-=-=-=-=-=-=-=-=-=-=-=-=-=-=-=-= " 이래도 그냥 지켜보기만 할건가요? " " ....응. " 이리아는 레오와 니켈을 바라보며 손을 거두었다. 간신히 몇 명의 마을 사 람들을 보호할 수 있었지만 리에르를 비롯한 사람들이 갈기갈기 찢어져 죽는 것은 막지 못했다. " 정말인가요..? " "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거야. 난 로벨리아와 싸울 자신이 없다 고. 그리고....지쳤어. " 한참 동안 에딘은 가만히 이리아를 지켜보았다. 이리아는 의혹이 어린 에 딘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지만 마땅히 시선을 둘 곳을 찾지 못했 다. 조용히 마을을 빠져나가는 사람들과 열심히 싸우고 있는 레오, 니켈. 어 느쪽이고 시선을 둘 수가 없었다. 결국 이리아는 에딘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 왜 그런 눈으로 보지? " " 난 이런 것을 보려고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에요. " " 그래서? " " 당신이 안하겠다면 내가 하겠어요. " " 가지 못하게 하겠어. " 이리아는 차갑게 말을 끊었다. 에딘은 또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결 심한 듯, 팔찌를 풀어 이리아 쪽에 던져 버렸다. 이리아는 그것을 주워 조용 히 에딘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에딘은 표정을 굳히고 있었다. 이리아는 팔지 를 다시 에딘에게 내밀었다. " 다시 껴. " " 시끄러워. " " 케인즈. " " 당신 어리광은 이제 지쳤어!! 난 리에르를 내 눈앞에서 잃었어. 냉정해 지는 것도 여기까지야! " 분노를 완전히 억누르고 있던 제약이 풀리자 에딘의 살기는 이리아를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에딘은 이리아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고 그대로 니켈에게 로 달렸다. 하지만 에딘은 니켈에게 가까워지자 작은 쓴웃음을 지었다. " 미안...해요. " =-=-=-=-=-=-=-=-=-=-=-=-=-=-=-=-=-=-= " 니켈. 비켜. " " 넌 누구지? " " 이리아 남편. " 에딘은 가볍게 손에 화염을 일으키며 레오와 니켈 가운데에 화염구를 던졌 다. 그것을 기점으로 니켈은 뒤로 물러나 숨을 고르게 되었다. 레오는 에딘 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 그래. 기억났어. 헤로딘. " 그러나 그런 레오에게 돌아오는 것은 사람 머리 만한 화염구였다. 에딘은 레오에게 화염구를 던지며 레오의 가슴을 향해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순간적 으로 바람을 일으켜 화염구를 튕겨낸 레오는 에딘의 움직임을 읽고서 바람의 방향을 아래서 위로 향하게 했다. 한편 에딘은 공기의 방향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레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었고, 즉시 두 손에 화염을 일으켜 그것을 길다란 막대 형태로 바꾸었다. 그것은 곧 검처럼 손잡이까지 생겼다. " 오지 말았어야했어. 당신은. " 안타까움이 짙게 배인 에딘의 어조에 레오는 움직이는 것이 늦어졌다. 왜 미움을 받는 거지? 어째서 모두 적대하려고 하는 거지? 단지 발닿는 대로 가는 것,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뿐인데. 레오는 그런 말들을 떠올린 레오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화염을 보고 반 사적으로 팔을 들었다. 사람을 일격에 태워버리던 에딘의 화염은 레오의 팔 에 닿자 레오의 옷만 태우고 부딪혀져 나왔다. 살이 녹고 작은 폭발이 일었 지만 레오의 팔은 에딘의 마법을 견뎌 냈다. 그리고 에딘이 다음 공격을 위해 잠시 틈을 보인 순간, 레오는 팔을 움직 여 에딘의 어깨를 잡았다. 그와 함께 열기에 짓이겨진 팔은 서서히 살이 메 워지고 원래대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에딘은 강하게 어깨를 조이는 레오의 힘에 손에서 화염을 사라지게 했다. " 예전부터 그랬어. " 레오는 에딘의 어깨를 잡은 채 입을 열었다. " 이리아에게는 사람들이 끌렸지. 이유도 없이. " " 아니. 그저 사심없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 하나로도 이유는 충분해. " 에딘은 자신의 어깨를 잡은, 완전히 회복된 레오의 한 쪽 팔을 두 손으로 잡았다. " 미안. " 에딘의 두 손에는 마력이 집중되었다. 순간, 레오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전 율을 느꼈다. 그 팔은... 에딘이 잡고 있는 팔은.. 그녀의 불길한 예감을 증 명하듯, 에딘은 레오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 우리들 몸의 특성 정도는 이미 알고 있거든. " " 아, 안돼. " 곧 에딘의 손에서는 화염이 작렬했다. 그 충격으로 에딘의 뒤에 있던 니켈 은 뒤로 넘어져 몇 바퀴 굴렀다. 그리고 레오는... " 아악!!! 내 팔-!!! 에르의..에르의!!! " 한 쪽 팔을 완전히 잃은 채 담벼락 아래에 처박혀 비명을 질러댔다. -+-+-+-+-+-+-+-+-+-+-+-+-+-+-+-+-+-+- [ 쿨럭.... ] 맥주 한 병 마시고 쓴 글입니다.(그래도 쓰기는 썼다...휴우...;;) 안좋은 일들이 있어...좀 힘들군요. 24-26은 대학 오리엔테이션 때문에 연재를 쉬게 됩니다. 대학 합격하신 분들. OT 잘 다녀 오시길. ^^ - Ipria Ps1. 이상하게 쓰다보면 계속 시간이 지나 다음 날(새벽)이 되어 버려 연재 가 이틀에 한 번꼴이 되었군요...;; Ps2. 더구나 양도 계속 줄어...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저 좋다고 쓰고는 있 지만... 정말 너무하고 있다고 자각하고 있습니다. The Lord Will Lighten My Darkness. - Samuel 22:29 『SF & FANTASY (go SF)』 77200번 제 목:<이리아> 제 10장. 슬픔......-107-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3/01 22:06 읽음:208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Sorcerer's Unfortunate Story [ 이리아 ] ΙΥΙΑ 제 10장. 슬픔 <107> >> http://moon.interpia98.net/~ipria << ----------------------------------------------------------------------- " 내 팔을!!! " 레오는 멈출 줄 모르고 뿜어져 나오는 자신의 어깨를 바라보며 비명을 질 렀다. 잘린 팔의 통증보다, 그 팔을 남긴 에르의 모습이 떠올라서 였다. 이 것으로 그가 남긴 것은 모두 사라진 것이다. 모두... " 나...로벨리아.. " 그녀는 일순간, 비명을 멈추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을 이었 다. " 이 순간.. " " 에딘! " 동시에 가만히 상황을 보고만 있던 이리아는 에딘을 향해 달렸다. 에딘은 돌발적인 이리아의 행동에 잠시 이리아 쪽을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 비치는 것은 무엇인가를 막으려는 각오가 걸려 있었다. " 악마에게 영혼을 맡긴다.. " 레오의 마지막 말이 끝나자 주위는 고요해졌다. 작은 웅성거림도, 이리아 가 달려오며 일으키는 흙먼지 소리도 사라졌다. 에딘의 눈꺼플은 본능적으로 부르르 떨리며 경련을 일으켰다. 그리고 에딘이 조심스럽게 레오에게로 고개 를 돌렸을 때, 그의 눈에 비친 것은 새하얀 기운에 감싸여진 레오의 모습이 었다. 쉴새 없이 흘러내리는 피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무너져 버린 벽에서 천천 히 걸어나오는 레오는 에딘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녀의 입술은 굳게 닫 혀 두 번 다시 열리려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가 손을 들자 그녀의 팔을 따라 그녀의 몸에 어려있던 흰 기운이 길게 늘어났다. < 피의 심판... 이 세상에 피의 칼날이 꽂히리니... > " 이것인가. 결론은. " 에딘은 가만히 서서 머리 속으로 전해져 오는 레오의 또다른 목소리에 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이리아가 달려오는 곳을 향해 작은 화염구 하나를 던졌다. " 무슨 짓이야!! " 이리아는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화염구를 한 손을 쳐내고 신경질적으로 에 딘에게 소리 질렀다. 이런 것을 바랬던 것이 아니었다. 이런 것을. 이런 결 과를 예측했더라면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멍청한 에 딘의 행동 때문에... " 포기라니. 너 답지 않아. 에딘 케인즈. " " 니켈? " " 위대하신 니켈 형이라고 불러주지 않겠어? " 그런데 그때 니켈이 인기척 없이 에딘에게 다가와 에딘의 어깨에 손을 얹 었다. 에딘은 순간 어떤 말을 해야할지, 말이 막혀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러 나 니켈은 살짝 웃는 얼굴로 에딘을 바라봐 주었다. " 무모해지지 마라. 네 자신을 알라. 소중한 것은 곁에서 지켜줘라. 그게 네가 내게 했던 말 아니야? 난 그렇다쳐도, 넌 그 말에 책임을 져야해. 너만은. " 니켈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강하게 입술을 깨물어 입술을 터트렸다. 그리 고 그곳에서 흐르는 피를 손등에 묻힌 뒤, 에딘의 어깨를 이리아에게로 밀었 다. " 가. " " 니켈! " 짤막한 니켈의 명령에 에딘은 주먹을 쥐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 순간 눈앞에 있던 니켈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흰 색 기운에 감싸인 로벨리아였다. " 뭐, 뭐- " 에딘은 눈앞에서 일어난 일에 당황했지만 곧바로 두 팔을 교차시키며 양손 에 불의 검을 만들었다. 같은 원리의 힘이니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였다. 그러나 정면으로 크게 베어 들어온 로벨리아의 바람은 불의 검을 잘라 내 버렸다. 그리고 에딘의 양팔을 반 정도 파고들었다. " 이런. " 짤막한 탄성을 지를 틈도 없었다. 에딘은 팔을 풀고 옆으로 몸을 비틀었다. 금새 로벨리아의 공격은 연달아 이어졌다. 그리고 두어 번의 공격을 피하자 에딘은 이상하리 만치 숨이 가파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숨이 차올라 움직임이 무거웠다. 에딘은 눈에 익기 시작한 로벨리아의 공격이 바 로바로 자신의 곁을 스치는 것을 느끼며 한계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꼈다. 눈앞에서 바로 사라진 횟수가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로벨리아의 공격 은 곧 멈추어졌다. 그녀는 공격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두 손을 맞 잡고 있는 니켈이 있었다. " 겨우 그 정도에 내가 죽을 줄 알았나? 피의 마녀. " 니켈은 억지로 웃음을 짜내며 서로 맞잡은 손을 살짝 옆으로 돌렸다. 마치 양손으로 검을 잡고 있듯이. 로벨리아는 그런 니켈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눈 치챘는지 곧바로 니켈의 앞으로 이동했다. 희뿌연 잔상 속에 어깨에서 새어 나오는 피가 흩날리자 뿌연 핏빛 안개 남았다. 피의 마녀... 그 호칭 그대로 의 모습이었다. ======================================================================= " 글쎄? 가끔은 복수를 위해 이성을 잃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 " 그, 그런 건 미친 짓이라고. " " 어때? " 그는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소년의 이마를 톡 쳤다. 그리고 소년의 머리 카락을 부드럽게 감아 쥐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 지켜줄 사람이 있다는 것... 그건 내 모든 것을 그 사람을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야. 내게는. 나의 작은 주인.. " ======================================================================= " 로벨리아... 끝이다. " " 크륵 " 니켈은 있는 힘을 모두 쏟아 부어 두 손을 움켜쥐었다. 니켈의 손에는 검 은 색 기운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로벨리아의 목을 감고 있었다. 로벨리아의 목에서는 계속 흰빛이 새어나와 니켈의 힘을 막으려고 했지만 점 점 니켈의 힘이 더해지자 그것은 조여지고 있었다. < ...인간이여. > " 죽어!! " 니켈은 근엄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무시한 채 로벨리아의 목을 죄었다. 그때 로벨리아의 눈동자가 검게 변해 니켈을 직시했다. 동시에 니켈은 온 몸이 무엇엔가 찔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로벨리아의 목을 조이던 손이 천천히 풀렸다. " 어, 어떻게.. " 그렇게 중얼거리던 니켈은 로벨리아의 어깨 너머로 투영되는 두 사람의 모 습에 입을 다물어 버렸다. 흔히 황당한 거짓말이라고 할 일들이 너무 자연스 럽게 받아들여졌다. 니켈은 둔탁한 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쳐다본 채 가만히 리에르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리고 짧게 말했다. " 제길. " ======================================================================= " 니켈.. " " 에딘! 도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거야! " 이리아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에딘의 손을 낚아챘다. 에딘은 이리아를 돌 아보며 이를 갈았다. 이리아는 섬뜻한 에딘의 반응에 무심코 에딘의 손을 놓 았다. " 이제 어떻게 할거죠? " " ..로벨리아를 막아. 넌 왼쪽. 난 오른쪽. " 에딘은 이리아의 눈에 비친 로벨리아의 움직임을 읽고 옆으로 움직였다. 이 리아 역시 격하게 몸을 움직여 에딘과 동시에 로벨리아에게 손을 뻗었다. 둘 의 손에는 무엇인가가 잡히는 촉감이 느껴졌다. 둘은 그것이 로벨리아의 몸 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손바닥을 잘게 베어내기 시작했을 때, 그것 은 로벨리아가 만들어낸 또하나의 그녀라는 것을 깨달았다. 둘은 지체할 틈 도 없이 그것과 각도를 둔 채 뒤로 물러났다. " 뭐, 뭐죠, 이건? " 이리아는 손안의 피를 바지에 쓱 문질러 닦고 자신들이 있던 곳을 바라보 았다. 그곳에는 강하게 바람이 일고 있었다. 파공성을 내는 가운데 있는 것 은 사람의 형태를 갖춘 바람의 형상이었다. 하지만 로벨리아는 무릎을 꿇은 채 니켈의 시체쪽을 향하고 있었다. " 강한 의지가 만들어 낸... 자신의 생명과 영혼과 힘으로 만든 또하나의 모습. 정확히 말하면 사념체. " " 막을 수 있을까요? " " 글쎄. " 애매모호한 이리아의 대답에 에딘은 입고 있던 옷의 팔부분을 찢어내 버렸 다. 처음에 당한 상처는 이미 완전히 회복되어 있었다. " 로벨리아가 우리들 가운데 가장 강한 존재인가요..? 이 상태라면 마스터 도 이기지 못할 텐데. " " ........ " 그 질문에 이리아는 입을 열지 않았다. 힘의 우위를 가리기가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단지... < 에르... > 사념체는 슬픔이 배인 목소리를 냈다. 이리아는 그 목소리가 울리며 그것 의 모습이 희미해지자 발에 채워놓았던 에딘의 팔찌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그것은 그것만으로 산산이 조각나 바닥에 떨어졌다. 이리아는 사념체가 향하 고 있는 방향을 읽으며 차분히 말했다. " 우리들 중에 가장 강한 존재는.. " 그리고 한 손을 들어 자신의 앞을 긁듯이 휘둘렀다. 그러자 여자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울리며 돌풍이 일었다. 이리아는 뒤로 휘날리는 자신의 머리 카락을 쓸어 넘기고 또렷한 눈동자로 주위를 둘러 보았다. 사념체는 또다시 돌진해 오고 있었다. 에딘은 손에 화염을 일으켜 사념체에게 던졌다. 그러나 사념체에 맞은 화염은 그대로 사그라들었고, 사념체는 이리아의 정면에 도달 했다. 하지만 이리아는 평온한 얼굴로 빠르게 손을 움직여 사념체의 머리 부 분에 해당되는 곳에 손바닥을 펼쳤다. " 나..야. " 그와 함께 사념체의 머리는 이리아의 손바닥에 폭사된 바람에 갈가리 찢겨 졌다. 그럼에도 사념체는 이리아의 몸을 가르기 위해 두 손을 움직였고, 이 리아는 손끝에 바람을 일으켜 사념체의 가슴에 교차되도록 그었다. " 다른 애들은 전부 내가 죽였잖아. " > 계속 < -+-+-+-+-+-+-+-+-+-+-+-+-+-+-+-+-+-+- [ 개학입니다! 모두들! ] 쿨럭...1주일이 넘어서 올린 글이라니....으읔...;; 개학과 입학을 맞이한 학생 여러분, 행복한 학교 생활의 첫발을 내딛길 바 랍니다. - Ipria Ps. 중간에 뭔가가 난입해서 이상하죠? ^^; 조금 생각해 볼 것과 제 스타일 로 돌아가기 위한 발버둥이랍니다. 이상하게 이번 글은 꼬이는군요. 끝 마무리도 영....흐지부지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Ps2. 드디어 통계에서 제가 100위 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과연 이프 군은 몇 위까지 밀려날까요... 후우... Ps3. 한 열편 정도 비축해 두고 이틀에 한 번 정도 연재를 하고 싶어도 시간 이 없습니다. 순전히 시간이 없어 연재를 못하는 것이니, 별 걱정은 안 하셔도...;; (창세 3, 스타, 모두 봉인 중이에요- ^^;) The Lord Will Lighten My Darkness. - Samuel 22:29 『SF & FANTASY (go SF)』 77734번 제 목:<이리아> 제 10장. 슬픔......-108-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3/04 22:00 읽음:196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Sorcerer's Unfortunate Story [ 이리아 ] ΙΥΙΑ 제 10장. 슬픔 <108> >> http://moon.interpia98.net/~ipria << ----------------------------------------------------------------------- " 그렇긴 그렇지. 넌 유난히 까다로운 아이였으니까. " 차가운 목소리. 움직이려는 의지조차 얼리는 차가운 목소리에 이리아는 뒤로 밀려나는 사 념체에서 시선을 떼고 그 목소리를 쫓았다. 만들고, 키워준 존재..그리고 망 쳐버린 존재. " 아디오스. " " 오랜만이구나, 이리아. 아니, 이리아 케인즈. " " 소, 손 치워. " 이리아는 아디오스의 손끝을 바라보며 떨었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끝은 가 볍게 에딘의 머리에 얹어져 있었다. 만약 둘 다 움직이면 머리를 꿰뚫을 것 임을 무언으로 암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 오랫동안 찾았단다. " " 거짓말. " " 당신이 찾고 있는 사람은 마스터 라우디가 아니었나요? " " ..... " 독기 어린 이리아와 날카로운 에딘의 말에 아디오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 당신이 원하는 것은 뭐죠? 우리에게서 무엇을 원하는 것이죠? " " 글쎄. " 아디오스는 작은 한숨을 내쉬고 그녀답지 않게 진지하게 얼굴을 굳혔다. "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뿐. 목적 같은 것은... 목적 같은 것은.. " " 닥쳐!! " 그때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가 울렸고, 아디오스는 눈썹을 찌푸렸다. 아디 오스가 시선을 돌린 곳에는 로벨리아가 비틀거리며 간신히 서서 아디오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에딘에 의해 잘려진 한 쪽 팔에서는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았다. " 언니가 그럴 줄은 몰랐어. 왜 에르를 죽였지? " " 죽을 운명- " " 그딴 변명은 필요 없어. 내가 전에 말했지? 에르만은 건들지 말라고!! " " ....그래서? " 순간 로벨리아의 입에선 무엇인가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아디오스는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이 되어 에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너도 알고 있지 않니? 사람이란 아무런 이유가 없이도 죽을 수 있어. 그 래도 에르만은 죽을 이유가 있었으니, 그 애로서는 의미 있는 죽음이었 을 테니 그렇게 화를 내지 않아도 될 거란다. " " 위선자. " 에딘의 머리를 쓰다듬던 아디오스의 손은 그대로 굳어졌다. 에르키스가 죽 기 직전 중얼거리던 말과 똑같았다. 어째서...어째서... 아디오스는 속으로 그렇게 읊조리며 손을 들어 손안에 작은 물덩어리를 만 들어 로벨리아에게 날렸다. " 난 위선자가 아니야!! " 그때 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바람이 일어 아디오스가 던진 물덩어리를 산산 히 부수어버렸다. < 그럴지도 모르지, 아킬레스 디멘드 오클즈 스컬트. 위선의 존재. > " 누, 누구? " < 너의 기억에서 잊혀진 자. > 그리고 아디오스의 앞에는 하얗게 안개 같은 것이 뭉쳐져 한 남자의 모습 이 만들어졌다. 실상인지 허상인지 구분이 모호했지만 그는 의지를 가진 존 재였다. 그는 형상이 갖추어지자 아디오스의 앞으로 걸어가며 아디오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디오스는 그의 행동에 반응해 무심코 그에게 손을 내밀다 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 꺄아! 넌 누구야!! 누군데, 누군데.. " 아디오스는 말을 끝맺지 못한 채 한 쪽 가슴을 부여잡고 에딘의 어깨를 잡 아 간신히 균형을 잡고섰다. 그러나 가슴을 부여잡은 그녀의 손에는 힘이 담 겨 있지 않았다. 이리아는 에딘의 어깨를 잡은 아디오스의 손이 부들부들 떨 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마른침을 삼켰다. 언제 돌변할지 예상할 수 없는 아 디오스에게서 에딘을 떼어놓고 싶었다. 그러나 기회는 전혀 오지 않았다. 그 때 아디오스가 번쩍 고개를 들며 낮게 말했다. " 난 단지, 이 애가 필요할 뿐. 네가 누구인지, 내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상관없어!! " " 아, 안돼! " 이리아는 갑자기 뿌옇게 변하는 아디오스의 모습과 그 안에 휘말리는 에딘 을 발견하고 에딘을 잡기 위해 달렸다. 그러나 그런 이리아를 사념체와 비슷 한 남자가 잡았다. 동시에 에딘과 아디오스는 그곳에서 사라져 버렸다. " 이리아. " " 뭐야!! 넌 뭐야!! " " 이리아. 너 혼자로는 무리야. 알고 있잖아? " 그런데 그것의 목소리는 곧 소녀의 목소리로 변했고, 이리아는 천천히 고 개를 돌려 그것을 보았다. 그것은 이리아보다 작은 소녀가 되어 있었다. 이 리아는 그것이 누구인지 오래된 기억 속에서 꺼내어지자 그 자리에 주저 앉 았다. 그러자 그 소녀는 이리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 미안. 사실, 나 알고 있었어. 애써 잊으려고 했던 것일 뿐.. 용서할 수 없었거든. 레인과 그렇게 된 걸. " " 나, 나야말로...네게.. " " 그 동안 빌렸던 것, 돌려줄게. " 이리아는 그녀의 말이 무엇인지 깨닫고 고개를 저었지만 그녀는 이리아와 키를 맞추고 간절한 얼굴로 이리아를 보았다. 눈동자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 녀가 어떤 눈을 하고 있는지는 느낄 수 있었다. 잠시 후 이리아는 작게 고개 를 끄덕이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그녀는 이리아의 손안으로 빨려들 어가기 시작했다. " 안녕... 언니. " 그 말이 끝나자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로벨리아가 기침과 함께 피를 쏟 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 작은 경련들을 일으키다가 그대로 굳어졌다. 이리아는 그녀가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땅에 엎드렸다. 작게 벌어진 그녀 의 눈동자는 눈물을 흘리기 위해 붉어졌지만 그녀는 울지 않았다. 대신 고통 스럽게 목소리를 짜냈다. " 미안..하다. 로벨리아. " =-=-=-=-=-=-=-=-=-=-=-=-=-=-=-=-=-=-= " 심심해... " " 그렇게 심심하면 뭔가 창조적인 일을 해보지 그래? " " 음...그럴까. " 약간 곱슬이 깃든 금발의, 붉은 눈의 여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기발한 발상이랄까? 그런 것들을 떠올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셀 수 없는 시간 동안 굳어져 버린 머리는 별 새로운 것을 떠올리 지 못했고, 여자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자신에게 제안을 한 남자 의 등을 안으며 말했다. " 나와 비슷한 존재들을 만들어 볼까? 의외로 재밌을 것 같은데? " " 괜찮은데. " " 그럼, 말은 꺼낸 건 너니까 나중에 도와줘. " 그러나... 도움은 없었다. 모두가 죽어 가던 그곳에서, 그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왜... =-=-=-=-=-=-=-=-=-=-=-=-=-=-=-=-=-=-= < 제 10장. 슬픔, 끝 > -+-+-+-+-+-+-+-+-+-+-+-+-+-+-+-+-+-+- [ 간신히 끝낸 10장이군요. ] 안녕하세요~~~ ^^ 다음 장은 대망(?)의 종장(終章) '제 11장. 불행'입니다. 11장은 전부 쓰고 퇴고도 마친 뒤에 올릴 생각입니다. 6개월에 가깝게 공부와 글을 오가며 느꼈던 슬럼프와 침체기를 벗어나려고 몸부림 중이거든요. ^^ 매번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Ipria Ps1. 용량이 엄청 작죠? ^^; 이상하게 한 장의 마지막 편은 습관적으로 이렇 다는 것을 발견한 이프 군입니다. Ps2. 연재를 하면서 계속 힘든 상황 속에 말을 못 꺼냈었는데, 유이님. 굉장 히 고맙습니다. 보답을 어떻게 해야할지...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 D.N.Angel. 오랜만에 재밌는 소년만화(?)를 발견했습니다. 음...하고 싶은 말은..." 꺄아! 리쿠 귀여워~~~ " ^^; 애니메이션으로 나왔는지 궁금하군요. The Lord Will Lighten My Darkness. - Samuel 22:29 『SF & FANTASY (go SF)』 79153번 제 목:<이리아> 제 11장. 불행..... -109-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3/14 00:08 읽음:214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 Sorcerer's Unfortunate Story [ 이리아 ] ΙΥΙΑ 제 11장. 불행 - " Unfortunate " If you love me. Don't say "Good Bye". << 109 >> Don't say "Sayonara". Don't say "AnNyeong". =-=-=-=-=-=-=-=-=-=-=-=-=-=-=-=-=-=-=-=-=-=-=-=-=-=-=-=-=-=-=-=-=-=-=-= 인간은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가. 자기 멋대로 살아가는 그들의 최종 종착지는 어딘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왜. " 만들 때부터 그런 것은 염두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 아주 간단한 이치를 잊고 있는 당신. 모든 것은 당신 때문에 생긴 일임에도 어째서 당신은... 당신은...외면하는 것이지? =-=-=-=-=-=-=-=-=-=-=-=-=-=-=-=-=-=-= " 재미있는 일들이었지. " 아디오스는 홀로 방에 남아 머리를 풀어헤치고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자그마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속이 살짝 비치는 잠옷을 입은 그녀의 어깨에는 가 느다라면서 약간 긴, 희미한 상처자국이 남아 있었다. 사고로 입은 상처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것은 분명히 날카로운 무기에 베어진 상처 자국이었다. 띠 없이 깨끗한 피부에 남겨진 그 상처는 방안의 불빛에 유난히 돋보였다. 아디오스는 그 상처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작은 한숨으로 중얼거리던 것을 멈 추었다. 대답해 줄 사람도 없는, 들어줄 사람도 없는 그런 중얼거림이었지만 아디오스는 방 한켠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하얗게 칠해진 벽을 배경으로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진 유리관 이 있었다. 손가락 두 마디 가량의 두께를 가진 그 유리관에는 녹색의 액체 가 가득 차 있었고, 종종 공기 방울이 뽀골뽀골 올라갔다. 아디오스는 그 유 리관 안에 있는 사람을 향해 술잔을 들었다. " 내 마음이 어떤지.. 누구도 몰라. 후후후.. " 그리고 술잔을 들이키는 아디오스를 향해 유리관 안에 있던 남자는 힘없는 눈동자를 내보였다. 아디오스는 술잔을 비우고 다시 술잔을 채우며 그 남자 와 시선을 마주했다. " 그런 눈으로 봐도 소용없어. 이제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었으니.. 에 딘 케인즈. " =-=-=-=-=-=-=-=-=-=-=-=-=-=-=-=-=-=-= " 이제 어떻게 할 것입니까?!! " 책상을 내리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블러디 나이트의 발언에 켈트는 조 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갓 스물을 넘긴 듯한 그는 모두의 난처한 얼굴과 켈 트의 조용한 대답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 난 내 부하들이 걱정됩니다.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기는 싫습니다. " 그는 모두의 호응을 얻으려는 듯, 방안을 돌아보며 수도행의 필요성에 대 해 역설했다. 블러디 나이트들은 지금까지 말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염 려 하던 것들을 하나 둘 들추어내는 그의 발언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 했다. 그때 조용히 앉아 있던 켈트가 들고 있던 펜을 책상에 내리쳤다. 생각 그대로의 힘이 가해진 펜은 우직, 소리를 내며 책상에 박혀 버렸고, 방안은 삽시간에 조용해 졌다. 켈트는 그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 당신은 학살자가 되고 싶습니까? " " 뭐, 뭐요?! 켈트, 당신! " 조소가 담긴 켈트의 말에 그는 발끈하여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잡았다. 방안에 있던 블러디 나이트들은 혈전을 대비해 뒤로 물러서며 자신의 무기 를 확인했다. 그러나 켈트는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어깨 뒤로 손을 넘겨, 의자에 걸쳐두었던 창을 쥐었다. 그리고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눈짓을 했다. 블러디 나이트들은 켈트의 행동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 라우디 님의 힘이 필요합니다. 그걸 명심하십시오. " " 말은 쉽지만, 이런 곳에서 시간을 보내면 수도에 있는 사람들은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것, 아닙니까?? 블러디 나이트들에게만 알렸다고 해도 그녀가 모를 리 없습니다! 그걸 잊으신 겁니까?!! " 그는 끝까지 자신의 생각만을 역설했다. 그렇지만 켈트는 창을 쥔 채 그에 게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 대신 자리에 앉아 있는 블러디 나이트들을 보며 말했다. " 또한 주역이 모두 여기로 온 이상, 수도 내에서는 어떤 증거도 잡을 수 없을 테니 그녀도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 " 그, 그래도. " " 우리는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짧은 생각에서 나온 행동은 모두의 죽음을 부를 뿐입니다. " 짧은 생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자리에 있는 블러디 나이트들은 쉽게 눈치채고 켈트와 시선을 마주하는 것을 꺼렸다. 켈트는 지긋이 눈을 감고 깊 게 숨을 내쉬었다. " 우리는 기사입니다. 학살자가 아닌. 지배자가 아닌. 난 일이 끝나면 모 든 것에서 손을 뗄 테니 뒷일은 여러분에게 맡깁니다. 살아남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도 않고 있으니... " 그리고 켈트는 의자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켈트가 자리를 떠나는 것과 동시에 방안은 조용해지고 블러드 나이트들은 부끄러운 자신의 생각을 들킨 사람 마냥 고개를 떨구었다. 가끔 작은 헛기침이 튀어나오기는 했지만 그것 은 침묵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켈트는 그들을 뒤로 한 채 복도를 걸으며 입안이 써지는 것을 느꼈다. ' 키스틴.. 로벨리아.. 에르키스.. 세상일에 관심 없던 그들이 사라진 우 린.. 이름뿐인 맹수일 뿐.. 왜 모두 지난 일들을 잊으려고 하는가.. ' =-=-=-=-=-=-=-=-=-=-=-=-=-=-=-=-=-=-= " 곧 떠날 것 같아요. " " 그렇겠지. 내가 여기서 누워있던 시간이 꽤 되었으니. " 라우디는 감각이 서서히 돌아온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았다. 감각이 없다는 사실은 어떤 행동이든 움직이는데 불편했다. 그야말로 움직이는 시체일 뿐.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얼굴색 하나 안바뀌며 돌진하는 모습은 다른 사람들에 게 공포였다. 라우디는 의자에서 일어나 크게 기지개를 켰다. " 왜 의자에서 자는 거예요? 몸에 안 좋은데. 그냥 계속 침대에 누워있어 요. " " 당신이 없는 동안... 언제나 그랬어. 누울 수가 없었지. " 라우디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얘기했지만 라티나의 얼굴은 천천히 굳어 졌다. 도대체 내가 없는 동안 어떻게 살아온 거죠? 당신이란 사람은 왜 그렇게 무모한 짓만 하는 거예요! 가슴속에서는 발끈 달아올라 외치고 싶은 말들이 수없이 소용돌이쳤다. 그 러나 잠시 후 열린 라티나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그것들과는 전혀 상관없 었다. " 고마...워요. " " 심각해지지마. 전부 나 때문에 시작된 일들이니까. 그냥 당신 그대로 내 게 남아있어줘. " 라우디는 딱딱한 어조와 달리 부드러운 얼굴로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문 앞에서 서성이던 랜이 화들짝 놀라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런 랜의 어깨를 톡 친 라우디는 어깨를 풀며 복도로 나섰다. " 잠깐 나갔다가 올게. 둘 다 떠날 준비를 해두고. " " 무리는 하지 말아요! " " 알고 있어! " 라티나는 그 말이 거짓말이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라우디를 보내주 었다. 라우디가 막는다고 하지 않을 사람도 아니고, 지금으로선 라우디가 하 고 싶은 일을 하게 내버려두고 싶었다. 가장 라우디다운 모습으로 지금을 깨 트리고 싶지 않았다. 한편 랜은 달아오른 얼굴을 진정시키며 방안에 들어와 침대에 앉아 가만히 라티나를 바라보았다. 라티나는 야릇한 랜의 시선에 고 개를 갸웃거렸다. " 물어볼 거라도 있어요, 랜? " " 아. 그, 그게.. " 랜은 어린아이처럼 보이면서도 마음속까지 꿰뚫어보는 듯한 라티나의 붉은 빛 눈동자에 당황했다. 너무나 투명하고 맑은 눈동자는 아름답다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했지만 그 전에 그 눈동자는 두려웠다. 숨기고 싶은 것까지 들여다 보는 것 같아... " 물어 봐요. 내가 대답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대답해 줄테니. " " 저... 실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랜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의 나이가 얼마인지는 대충 예상이 되지만, 너무 어색했다. 어떻게 대해야할지도. 랜의 질문에서 랜의 생각을 읽은 라티 나는 가볍게 웃었다. " 랜에게는 몇 살로 보이죠? " " ...많아야 열 두 살? " " 그럼 열 두 살인 모양이죠. " " 그, 그런... " 라티나는 장난스럽게 대답을 하고 랜의 앞으로 다가와 랜과 시선을 마주했 다. 결국 랜은 피할 수 없는 라티나의 시선에 작게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 다. " 언니...라고 부르기엔 너무 어색하고.. " " 동생이라 보기에도 라우디의 시선이 그렇고.. 자기 자신이 우습거죠? " " ..그렇게 말하지는 말아주세요. " 모든 것을 들킨 랜은 약간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알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말하게 하는 라티나가 너무하다 싶었다. 그때 라티나가 얼굴에서 웃음을 지 우고 의자를 가져와 랜의 앞에 앉았다. " 난 라우디와 동갑이에요. " " 예? " " 스무살 중반.. 그렇지만 내 몸은 정확히 다섯 살 때부터 성장 속도가 늦 어졌죠. 내 수명이 일반인과 같은지조차 의문이에요. 내 아버지는 세레 스의 귀족이었어요. 물론 양아버지죠. 무척 자상하신 분이었는데, 라우 디의 아버지와 같은 날 돌아가셨어요. 나도 그날 죽을 것이라 생각했죠. 그런데.. 그때 라우디가 와줬어요. 덕분에 살았죠. 하지만 라우디는 지 금까지도 모든 일이 자신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랜은 라우디와 겹치는 라티나의 과거에 숨을 죽이고 넋을 놓은 채 듣기만 열중했다. 라티나는 입 끝에 묘한 미소를 짓고 말을 이었다. " 그 뒤로 라우디는 오직 나를 위해 살아왔어요. 그러나 난 그걸 몰랐죠. 원망만 하고 있었어요. 어째서 몰라줄까. 그는 나의 입장을 알고나 있는 것일까. 결국 난 라우디와 크게 싸우고 신전으로 향하던 도중 아디오스 에게 잡혔죠. 그 뒤로 난 라우디를 기다렸어요.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 그리고 라우디를 만났죠. 그리고 결정했어요. 난 라우디의 라티나이며, 라우디는 나만의 라우디에요. " " 왜 그 이야기를 제게.. " " 힘든 사랑...이라고 부르기에 랜은 너무 어려요. " 불현듯 랜은 라티나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고 느꼈다. 비록 실제 눈높 이는 아래이지만 그녀는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랜은 이를 악물 고 말했다. " 그래도 견딜 수 있어요. " " ....그렇겠죠. 지금까지 라우디의 곁에 있었으니... " 그런데 의외로 라티나는 말끝을 흐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 쪽으로 걸 어 갔고, 창문을 연 뒤 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 케인즈 가 남자들... 매번 여자만 남겨 놓고 먼저 가죠. 당신이 그것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나조차 견디지 못하는 것을.. 나와 같은 선택조차 하지 못할 것이면서.. " < 다음 편으로... > -+-+-+-+-+-+-+-+-+-+-+-+-+-+-+-+-+-+- [ Iria Renew Ver. ^^ ] - 데자뷰 현상이 요즘 늘었다. 감이란 것에 민감한 내가 요즘 많은 우연한 일들을 많이 겪으며 종종 쓴웃음을 짓는다. 과연 우연일까. 행운이라고 할 수 있는 일들일까. 행운력 보존의 법칙이란 말이 가장 많이 떠오르는 날들이다. - 대학생. 정말 좋다. 뭔가 다르다는 것이 무엇인지, 눈에 띄기 시작한다.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았을 때, 고등학교 때의 어둠이란 찾아볼 수가 없 었다. 어느새 빛의 길을 걷기 시작하고 어둠을 외면하는 나의 모습.. 글 을 쓰면서 있었던 큰 변화 중에 하나이다. 글을 쓰며, 난 나를 다른 사 람들에게 좀 더 솔직히 들어낸다. -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이 글을 풀어가 고 있다. 이 글이 무사히 끝마쳐진다면... 난 조금 더 달라질 것 같다. - Ipria The Lord Will Lighten My Darkness. - Samuel 22:29 『SF & FANTASY (go SF)』 79282번 제 목:<이리아> 제 11장. 불행..... -110-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3/15 00:44 읽음:205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 Sorcerer's Unfortunate Story [ 이리아 ] ΙΥΙΑ 제 11장. 불행 - " Unfortunate " If you love me. Don't say "Good Bye". << 110 >> Don't say "Sayonara". Don't say "AnNyeong". =-=-=-=-=-=-=-=-=-=-=-=-=-=-=-=-=-=-=-=-=-=-=-=-=-=-=-=-=-=-=-=-=-=-=-= " 흐읍. " 라우디는 숨을 깊게 들이시다가 멀리서 주위를 에워싼 병사들의 모습에 피 식 웃음을 터트렸다. 작은 여관에 불과한 건물 앞에 모여 무엇을 하려는 것 인지, 포위망이라고 하기에도, 구경이라 하기에도 너무 어색한 광경이었다. 그래도 결론은 주위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는 말. 라우디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이렇게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본 적이 없기에 불편함을 느끼고 일부 러 그들에게로 걸어갔다. 그들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서려고 했지만 포위망 때문인지 뒷걸음질도 못하고 엉성한 자세로 섰다. " 다들 왜 그렇게 긴장하고 있지? "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멈추어선 라우디의 질문에 그들은 라우디의 시선 을 피했다. 그러나 라우디는 그들이 며칠 전 폐허로 만든 연구소 일을 알고 있다고 단정지었다. 그들의 눈에 어려있는 것은 경계심 이전에 두려움이었고 그들에게 알려질 만한 일은 그것밖에 없었다. " 쓸데없는.. " 그러나 거기까지 말한 라우디는 입을 다물었다. 그들도 이러고 싶어서 이 러는 것이 아닐 것이다. 라우디는 생각을 바꾸어 정면에 있는 병사에게 물었 다. " 나를 막을 수 있다 생각하나? " " 아니요. 그래도 최소한 윗사람들의 눈에는 당연하게 보이지 않습니까? " 그런데 대답은 그의 뒤에서 들려왔고, 그 목소리의 임자는 곧장 라우디의 앞으로 나왔다. 나이는 에딘 가량, 제멋대로 흘러내린 회색 머리의 소년이었 다. 한 손엔 창을, 한 손엔 검집을 들고 있는 소년은 가슴과 허벅지를 보호 할 갑옷만 입고 있었다. 라우디는 기묘한 차림이라 생각했지만 문득 그가 정 식 기사의 갑옷을 멋대로 개조해 입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다시 한 번 그 소년을 훑어보았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소년의 푸른 눈동자는 라우디의 눈 을 향하고 있었다. 라우디는 그의 손에 들린 창을 가리키며 말했다. " 상대해주길 바라는 눈빛이군. " " 당연하죠. 많이 경험하고 배울수록 죽을 확률은 적어지니까요. " 소년은 그렇게 대답하며 들고 있던 창을 라우디에게 던졌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검집을 한 바퀴 회전시켜 반동으로 검을 빼 잡았다. 라우디는 소 년이 던진 창을 쥐고 길이를 잰 뒤 짧게 소년을 보았다. 소년은 검집을 다른 손에 든 채 살짝 고개를 숙였다. " 제 이름은 티스. 잘 부탁드립니다. " 그리고 동시에 라우디를 중심으로 있던 병사들은 모두 포위망을 풀고 옆으 로 흩어졌다. =-=-=-=-=-=-=-=-=-=-=-=-=-=-=-=-=-=-= " 오고 있을까.. " " 예? " 갑작스런 켈트의 한숨 섞인 말에 그의 부관은 당황했다. 작은 중얼거림 비 슷하면서 질문처럼 들리는 뉘앙스 때문이었다. 곧 켈트는 아무 생각 없이 한 자신의 말에 부관이 난처해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그 뒤에 설명을 덧붙 였다. " '그' 말이야. 가장 자유스러운. " " 아.. 그 분 말씀이군요. " 부관은 켈트가 지칭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닫자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 리고 안심하란 어조로 말했다. " 오시고 있을 겁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조용히 돌아와 크게 일을 터트 리고 또다시 흘러가시겠죠. " " 그렇겠지. '바람'이자 우리의 '빛'이니까. " =-=-=-=-=-=-=-=-=-=-=-=-=-=-=-=-=-=-= 작은 침묵 후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라우디였다. 라우디는 팔을 끌어들였 다가 일순간 힘을 넣어 티스를 향해 일직선으로 뻗었다. 가장 단순한 찌르기 였지만 너무나 기본에 충실하고 빠른 찌르기였다. 그러나 티스는 창의 궤적 을 모두 읽어내고 창과 똑같은 속도로 뒤로 뛰었다. 라우디의 창은 티스의 가슴이 있던 곳을 찔렀지만 그 이상 나아가지 못했 다. 동시에 티스는 땅을 디디며 라우디에게 파고들었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티스의 타이밍은 정확했다. 라우디는 반사적으로 창을 좌우로 회 전시켜 티스의 접근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티스는 강한 타격을 남기는 라 우디의 창을 모두 검으로 퉁겨냈다. 반짝반짝 흩날리는 불꽃은 티스에게 상 당한 충격을 전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냈지만 티스는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 았다. 라우디는 더 이상의 공격은 시간만 끌 것이라 판단하고 엄지손가락 끝 에 힘을 넣어 창을 끌어들였다. 그와 함께 티스의 검이 수직으로 베여 내려왔다. 라우디는 끌어들이던 창 을 간발의 차이로 머리 위로 옮겨 티스의 검을 막아내며 창을 두 손으로 잡 았다. 강렬한 금속성 타격음이 쓸고 지나간 뒤에 남은 것은 라우디와 티스를 보고 있던 병사들의 할 말을 잃은 멍한 얼굴이었다. 잠시 후 티스가 입을 열었다. " 창에 익숙하지 않으시군요. 고맙습니다. 역시 라우디 님이시네요. " 티스는 기분 좋게 웃는 얼굴로 검을 거두었다. 그리고 목례와 곁들여 자기 소개를 다시했다. " 다시 인사드리죠. 블러디 나이트 서열 3. 티스입니다. 방랑의 기사라고 들 부르더군요. " =-=-=-=-=-=-=-=-=-=-=-=-=-=-=-=-=-=-= 녹색. 그것은 녹색이었다. 아름답다고 하는 바닷가에서 가끔 태양에 반사되어 보이던 에메랄드 빛 녹 색이었다. 그때 그것은 환상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싫다. " 잘도 참는구나. 이리아는 이틀만에 그것을 부수고 나왔는데. " 녹색 세계의 밖에 홀로 서 있는 아디오스는 웃는 얼굴로 유리관을 쓰다듬 었다. 손가락 한 마디를 넘기는 두께의 유리를 맨손으로 부순다는 것은 보통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리아를 비롯한 '힘'을 가진 사람들이 '힘'만 제대로 발휘한다면 그것은 간단한 일이다. 문제는 그 '힘'이 지금의 에딘에게는 없었다. 곡면 유리관에 굴절되어 보이는 아디오스의 얼굴은 녹색이 어린, 일그러진 얼굴이었다. 일그러져 보이는 아디오스의 얼굴이 그녀의 일그러진 내면을 그 리는 것 같았다. 에딘은 그런 생각이 들자 억지로 얼굴 근육을 움직여 쓴웃 음을 지었다. 손끝 하나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지만, 표정을 바꾼다는 사실 하나에 맨살을 뜯어내는 듯한 고통이 있었지만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 그런 표정을 지어도 소용없어. " 무엇이 소용없다는 말이죠? " 아무리 네가 '그'를 닮았다고 해도... " 누구를... 마음으로 그렇게 물어보던 에딘은 갑자기 무엇인가가 몸속에서 꿈틀거리며 속으로 파고드는 느낌에 눈을 감았다. 그것은 곧장 피부 안쪽을 자극하며 온 몸의 신경을 쥐어짰다. 에딘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는 숨을 토 해냈다. 한 움큼 쏟아져 나온 공기는 에딘의 얼굴을 훑으며 에딘의 몸에 박 힌 가느다란 선들을 따라 유리관 위로 올라갔다. 거미줄에 먹이를 매달아 놓 듯이 에딘의 몸 곳곳에 박힌 선들.. 그것들은 제각각 살아 있는 것 마냥 흔 들거렸다. ' 당신이 느꼈던 것들.. 내게 울면서 했던 말들.. 이제는 이해할 수 있어 요... 이리아. 미안해요.. ' 그러나 그렇게 생각이나마 할 수 있던 정신은 잠깐의 시간이 흐르자 에딘 의 몸에서 잠시 떠나갔다. =-=-=-=-=-=-=-=-=-=-=-=-=-=-=-=-=-=-= 티스가 도착한 다음 날. 서로 엇갈렸던 생각 때문인지, 켈트는 티스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뒤 바쁘게 움직여 반나절만에 떠날 준비를 마쳤다. 그리 고 데리고 왔던 소수의 병사들과 함께 수도로 향하기 위해 말에 올랐다. " 그럼 저희 먼저 가겠습니다. " " 이틀 뒤에 따라가지. " 켈트는 마중 나온 라우디에게 깊게 고개 숙여 인사 한 뒤 자신을 향해 순 진한 소년 마냥 여관 이층 창가에 앉아 손을 흔드는 티스를 보았다. 간편하 게 입고 다니고 언제나 변하지 않는 것 같은 티스. 정해 놓은 거처 없이 지 금까지 여행만 해온 그의 모습은 믿음직스러웠다. 서열과 재산, 권력에 시선 이 고정된 다른 블러드 나이트들과 달리. 켈트는 살짝 손가락을 이마에 붙여 티스에게 인사하고 말을 돌렸다. " 잘 가-! 나중에 봐- " 티스는 밝게 웃으며 멀어져 가는 행렬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티스로서도 이런 배웅은 자주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생각지 도 않았다. 그러나 그리 시간이 지나지 않아, 행렬의 꼬리가 점으로 보일 때 쯤, 티스는 등뒤로 접근한 한 사람의 인기척을 느꼈다. 조심스러우면서 가벼운 발걸음.. 티스는 그가 팔이 닿는 거리까지 다가오 는 것을 느끼자마자 몸을 돌리며 그 사람의 팔목을 낚아채 창 밖으로 밀었다. 하지만 손에 잡힌 그 사람의 팔목은 너무나 가늘었고, 휘청이며 창가에 떠밀 린 그 사람의 비명에 티스는 다시 그 사람을 끌어들였다. " 뭐, 뭐예요!! " " 미안해요. 아니, 미안합니다. 레이디 랜. " 티스는 얼굴이 붉어져 눈물까지 글썽이는 랜의 표정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 며 랜을 창문턱에 앉혔다. 그러나 랜에게 있어서 그곳은 창에서 떨어지기 아 슬아슬한 곳이었고, 랜은 바짝 얼어 앉은 자세로 굳었다. 그때 켈트의 배웅 을 나갔던 라우디가 방안의 랜을 보고 안심하란 듯 말했다. " 편하게 있어도 된다. 저렇게 보여도 블러디 나이트 서열 3. 유일하게 사 병대를 거르지 않은 블러디 나이트이자, 잠재 능력은 블러디 나이트 중 최고라는 평을 받고 있더군. 로벨리아와 에르키스가 없는 이상 저 녀석 이 제일 강한 녀석이란 말이지. 그러니까 네가 창문에서 떨어지려고 하 면 먼저 구하고 남을 녀석이다. " " 과찬이십니다. " " 부정은 않는군. " 라우디는 천진한 얼굴로 웃고만 있는 티스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방안으로 들어왔다. 한편 랜은 라우디의 장황한 설명과 함께 만난지 하루만에 친해진 티스를 방금 전까지와 다른 시선으로 보았다. 무엇 인가 무거운 라우디와 하루만에 친해진 사람은 지금까지 티스가 처음이었다. 그때 티스가 랜의 시선을 느끼고는 씨익 웃으며 랜을 돌아보았고, 랜은 장난 기가 어린 티스의 미소에 뾰로통한 얼굴이 됐다. 그 정도의 실력이면서 자신을 창 밖으로 밀었던 티스가 그리 미덥지 못했 다. 일부러 했다는 의혹이 너무 강했다. 티스는 화가 난듯한 랜의 얼굴에 조 용히 손을 뻗어 랜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 이런 귀여운 애를 동생으로 두고 있어서 좋겠네요, 라우디 님. " 그 순간, 랜은 고개를 떨구어 티스의 손을 피했다. 얼굴이 모든 표정을 잃 고 딱딱하게 굳어져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티스는 라우 디를 보고 있었기에 랜의 그런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라우디는 가만히 랜 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가 대답했다. " 당연하지. 몇 안되는 내 행복 중에 하나인데. " < 다음 편으로... > -+-+-+-+-+-+-+-+-+-+-+-+-+-+-+-+-+-+- [ Edin on the cross. ] - 저와 친한 사람들에게 전 자주 제 속마음을 내보입니다. 오프 라인으로 나, 온라인으로나. 이제는 지방으로 내려간 친구들.. 그들이 사라진 지 금 제게 남은 것은 오프 라인으로 사귄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통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때, 전 속으로 피식 웃고 맙니다. - 어째서 사고를 한정지어 버리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전 제게 좋 은 사람이란 이미지를 보여주는 사람들을 그립니다. 그들이 제게 보여주 는 것이 가식적인, 위선적인 모습이라 해도.. 결국엔 상처 입는다고 해 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 단순하죠? 그래도 전 그 사람들이 좋습니다. 제 속마음을 들어주고 다른 사람들과 다른 반응을 보여주는 그 사람들이...진지하게 고민을 들어주 고 걱정해주는 그들이... 누나가..형이.. - Ipria The Lord Will Lighten My Darkness. - Samuel 22:29 『SF & FANTASY (go SF)』 79425번 제 목:<이리아> 제 11장. 불행..... -111-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3/16 06:46 읽음:20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 Sorcerer's Unfortunate Story [ 이리아 ] ΙΥΙΑ 제 11장. 불행 - " Unfortunate " If you love me. Don't say "Good Bye". << 111 >> Don't say "Sayonara". Don't say "AnNyeong". =-=-=-=-=-=-=-=-=-=-=-=-=-=-=-=-=-=-=-=-=-=-=-=-=-=-=-=-=-=-=-=-=-=-=-= 아무도 없는 어둠 속에서 홀로 남겨진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홀로... 그러나 그것도 벌써 몇 년 째 반복되어온 일이다. 바람 소리에 귀가 쫑긋 해지고 작은 인기척에 손끝이 저절로 움직이는 생활.. 그래도 모든 것이 좋 았다. 최소한 자욱한 피냄새와 야릇한 시선들은 없었으니. 티스는 여관 옆, 아무도 없는 작은 골목길에서 검을 꺼내들었다. 골목길의 끝은 여관의 끝과 맞물려 있었다. 평소에는 창고로 쓰던 모양이었지만 지금 은 공터에 불과했다. 티스는 눈을 감은 채 수직으로 검을 뽑아 허공을 갈랐 다. 그리고 연달아 허공의 같은 곳을 향해 공격을 펼쳤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한 번도 끊기지 않고, 물흐르듯 이어지는 검광은 어 두운 골목길에서 돋보였다. 희미한 달빛이 빠르게 움직이는 검날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것은 신비로웠다. 랜은 잠시 여관에서 나왔다가 골목 밖으로 뻗어 나오는 검광에 조심스럽게 골목 안을 들여다보았다. 티스는 마치 정면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작은 틈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랜은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엄 청난 움직임에 할 말을 잃고 한참 동안 어정쩡한 자세로 골목 안을 보았다. 잠시 후, 티스는 공격을 멈추고 심호흡을 하며 왼손에 들고 있던 검집에 넣 은 뒤 입을 열었다. " 그렇게 숨어서 보지 않아도 됩니다. " 순간, 랜은 숨이 멎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도망치듯 여 관에 들어가 버리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하고 당당하게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 죄송해요. 엿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 " 몰래 한 것도 아닌데요, 뭘. " 티스는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로 고개를 젓고, 골목에 놓인 작은 나무 상자 에 걸터앉아 숨을 골랐다. 랜은 셔츠 하나만 얇게 입은 티스의 상체가 땀으 로 흠뻑 젖은 것을 발견하고 티스의 앞으로 다가가 주머니에서 작은 손수건 을 꺼내 티스에게 내밀었다. 티스는 랜의 손바닥만하게 접힌 그 손수건을 가 만히 바라보다가 살짝 목례를 하고 그것을 받아 얼굴의 땀을 닦아냈다. 랜은 티스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가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 저.. 사실, 라우디 오빠의 동생이 아니에요. " " 알고 있어요. " 그런데 당황할 줄 알았던 티스는 의연하게 그 말을 받아 넘겼고 오히려 랜 이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을 끝으로 아무말도 하지 않는 티스의 침묵에 랜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티스는 랜의 손수건을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말했다. " 험한 일들을 많이 겪고, 이리저리 여행을 하다보면 작은 행동 하나로도 그 사람에 대해 대충 알 수 있죠. 특히 이성 관계는 쉽죠. " " 그런데 아까는 왜? " " ..심술이 나서..일까요? " 랜은 고백이라도 하듯 흘러나오는 티스의 이야기에 설마하는 마음으로 티 스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나 티스의 얼굴에는 장난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 었다. 티스는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라 입을 열지 못하는 랜을 내버려 두고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다. 시원한 밤바람에 땀이 식는 것을 기다 리며,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티스는 말을 이었다. " 언제나 하늘의 별은 살아있죠. 재밌지 않아요? 별이 살아 있다. " 티스의 질문에 랜도 하늘을 올려다 본 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우리는 모두 부모가 없죠. 스스로 살아 남아 실력자가 된 사람들. 그리 고 모든 것을 이룬 사람들. 다른 사람들은 새롭게 변하는 생활에 적응했 지만 저만은 그렇지 못했어요. 결국 방랑의 기사..가 됐죠. 하지만 가족 이란 존재와...친구란 존재...믿고 있는 사람은 제게 전혀 없죠. 낮에는 미안했어요. 등뒤로 조용히 다가올 사람은..제게는 적밖에 없거든요. 그 래도 제 인생에 후회는 없어요. 편하거든요. 다른 사람처럼 권력 싸움에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되고, 서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뭐, 어찌저찌 하다보니까 서열 3이 제게 되었긴 했지만요. 하하하. " 억지 웃음이라 느껴지는 웃음을 터트린 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랜의 볼을 살며시 간질인 뒤 뒷걸음질로 골목을 빠져나가며 말했다. " 아까는 장난이었으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 제 말에 일일이 신경쓰다보면 일찍 죽을 지도 모르니까요. " 랜은 장난스럽게 나오는 티스의 말이 거짓이라 느끼고 티스를 바라보았지 만 그때는 이미 티스는 뒤를 돌아 앞으로 걷고 있었다. 랜은 먼저 골목을 나 가는 티스의 뒤를 따르며 방금 전 티스의 손길이 지나간 볼을 매만졌다. 거 칠지만 묘한 여운을 남기는 손길.. 곧 랜의 볼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 " 한가하군. " 다음날, 외출을 막던 블러디 나이트가 떠난 덕택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 게 된 라우디는 여관에 나와 마을을 둘러본 뒤 그렇게 소감을 말했다. 라우 디의 말대로 마을을 한가했다. 물건을 파는 상인도, 요리를 하는 여인들도, 길거리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도.. 그 누구도 마을에 남아 있지 않았다. 하룻 밤 사이에 조용히 마을을 빠져나간 것이다. " 그럼 저와 한 번 더 대련해 주시겠습니까? " 라우디가 마을을 한 바퀴 돌았을 때 여관에서 나온 티스는 검과 방패를 들 고 있었다. 거절 할 수 없는, 무언의 압력이 섞인 부탁이었다. 라우디는 작 게 미소를 지으며 여관 이층 창문 쪽을 올려다 보았다. 그러자 창문이 활짝 열리며 라티나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더니 검 한 자루를 던져 주었고 라 우디는 약간 무겁게 만들어진 그 검을 들어 무게를 잰 뒤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티스의 입은 살짝 벌려진 채 다물어 질 줄 몰 랐다. " 굉장하군요. " " 누구 아내인데. " 그리고 잠시간 검을 손에 익힌 라우디는 한쪽 눈을 찡긋이며 티스에게 작 게 말했다. " 저렇게 보여도 한 번 화나면 굉장히 무섭지. " " 뭐예요!! " " 아, 아니. 아무 것도. " 라우디는 차가운 라티나의 목소리에 손을 저으며 뒤로 물러서 거리 한 가 운데로 나갔다. 마을에 있는 사람은 라우디 일행밖에 없었으므로 다른 사람 을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티스는 자세를 잡는 라우디를 보며 방패를 가슴쪽 으로 당겼다. 그때 문득 티스의 시야에 마을을 돌고 여관으로 돌아오는 랜의 모습이 비쳤다. 티스는 약간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 조금 진지하게 나가겠습니다. " " 좋을 대로. " 그리고 라우디의 입술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티스는 라우디의 정면으로 달려들며 좌우로 공격을 날렸다. 라우디는 한 손에만 검을 쥔 티스에게서 두 개의 검날이 뻗어 나오는 것에 하나는 허상일 것이라 단정지었다. 그러나 그 때 라티나의 목소리가 라우디의 귓청을 때렸다. " 피해요!! 둘 다 진짜예요! " " 이런.. " 그러나 피하기에는 너무 늦어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라우디는 하나를 검을 눕혀 막아내며 몸을 숙여 두 번째를 피했다. 그 순간 손목이 저릴 정도의 충 격이 검을 통해 울리고 등이 서늘해졌다. 라우디는 등에서 식은땀이 배어나 오는 것을 느끼고 땅을 박차 옆으로 움직이며 티스를 살폈다. 분명히 티스는 한 손에 방패를 들어 가슴을 가리고 다른 손으로 한 자루의 검을 들고 있었 다. 그래도 두 개의 공격은 모두 허상이 아니었다. 티스는 잠시 자신의 검을 보고는 읊조렸다. " 대단하군요. 지금까지 살아 남은 사람은 두 명밖에 되지 않았는데. " " 그럼 세 명으로 늘려. " 라우디는 티스가 시간 때우기 대련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살 아 남은 두 사람. 아디오스와 로벨리아로 판단되는 두 사람을 제외한 모두를 죽인 기술을 처음부터 펼칠 정도면 뒤이은 것은 안봐도 뻔했다. 라우디는 숨 을 고르는 척 하며 일순간 티스의 복부를 향해 지난 번 창을 들었을 때와 똑 같은 공격을 날렸다. 일직선으로 나가며 라우디의 움직임으로 추진력을 얻은 검은 날카롭게 파 고들었다. 티스는 지난번처럼 피할 수 없다고 느끼자마자 검의 궤적을 읽고 방패를 들어 검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검끝이 하얗게 빛을 발하며 조금 더 길게 늘어났다. 티스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땐 이미 몸이 의지와 상관없이 공중으로 붕 떠올라 뒤로 날아가고 있었다. 티스는 그대로 땅바닥을 몇 바퀴 구른 후에야 멈출 수 있었다. " 티스!! " " 윽.. " 티스는 놀란 듯한 랜의 목소리에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뒤이은 공격을 방 어하기 위해 방패를 들었다. 그러나 방패는 힘없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저릿저릿한 충격이 왼팔을 전부 마비시키고 있었다. 티스는 자신 의 상태를 알고 있음에도 뒤이어 공격하지 않는 라우디의 태도에 진지한 얼 굴이 되어 검을 어깨에 걸쳤다. " 지난번보다 훨씬 더 진지해 지셨군요. " " 피차일반. " 라우디는 짤막하게 대답하고 검끝을 땅에 대고 티스에게 눈짓을 했다. 티 스는 그것을 보자마자 검을 어깨에 걸친 채 라우디를 향해 돌격해 들어갔다. 동시에 라우디도 티스에게 달려가며 힘껏 올려 벴다. 티스의 어깨에 걸쳐져 있던 검은 대각선으로 라우디의 가슴을 노렸고, 라 우디의 검은 티스의 옆구리를 노리고 있었다. 검이 부러지기라도 한다면 위 험한 공격이었지만 둘은 그것을 염두하지 않은 채 검을 휘둘렀다. 서로 대각 선을 노린 두 검은 돌진력을 얻은 채 격돌했다. 그와 함께 쩡-하는 충격음이 검을 중심으로 퍼져나갔고, 랜은 고음으로 올 라간 소리에 귀를 틀어막았다. 옷깃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공격의 파장은 이 어졌지만 둘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라우디와 티스는 서로의 검을 퉁겨내 는 반동으로 다시 한 번 검을 맞댔고, 두 번 째 충격에 두 사람이 디디고 있 던 땅에 작은 금이 퍼져나갔다. 랜은 그 충격에 균형을 잃고 바닥에 넘어져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나자, 티스는 작은 신음을 흘렸다. 공격에 의한 충 격은 아니었지만 티스는 신음 후 곧바로 랜이 있는 곳까지 퉁겨져 날아갔다. 하지만 티스는 처음과 달리 구르지 않고 발끝으로 땅을 긁어 균형을 잡은 채 랜의 앞에서 멈추었다. 랜은 몸을 감싸는 티스의 그림자에 고개를 들어 티스 를 바라보았다. " 티스? " " ...움직이지 말아요. " 의외로 티스는 경계의 빛을 띈 채 다시 검을 어깨에 걸쳤고, 랜은 장난기 가 사라진 대신 날카롭게 변한 티스의 모습에 마른침을 삼켰다. 방금 전까지 라우디와 검을 맞대었던 것은 정말 대련이었다고 믿을 수 있게 하는 표정이 티스의 얼굴에 떠오르고 있었다. 한편 라우디의 곁에는 어느새 라티나가 달려 나와 있었다. 라우디는 수평 으로 검을 눕혔다. 티스를 가격할 때 발산되던 빛은 검신 전체를 감싸고 있 었다. 곧 티스와 라우디 사이에는 뿌옇게 안개가 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작은 인영이 나타났다. 그것은 땅에 털썩, 소리를 내며 착지한 뒤 가만히 서 있었다. 라우디는 불길한 예감에 라티나에게 손을 내밀 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때 갑작스레 안개 속에서 돌풍이 일어 안개의 벽을 두텁게 만들고는 라 우디와 티스를 향해 주위에 있던 집의 지붕이 날아갈 정도의 거대한 바람 줄 기가 쏘았다. < 다음 편으로... > -+-+-+-+-+-+-+-+-+-+-+-+-+-+-+-+-+-+- [ Just Minute... ] - 연 두 편 동안 평소와 다른 잡담을 적어 놓아 당황하셨나요? ^^; 당황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글이 막바지로 향하며, 많은 이야기를,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에게만 하고 싶은 말들을 적고 싶었습니다. - 리즈 이야기를 쓸 때와 마찬가지로 "전 XX를 쓴 이프입니다."라는 소개 를 해보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이루어 질 수 있겠죠? ^^; 작은 소망이 예요. 내새울 수 있는 글을 써보는 것.. - Ipria The Lord Will Lighten My Darkness. - Samuel 22:29 『SF & FANTASY (go SF)』 79558번 제 목:<이리아> 제 11장. 불행..... -112-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3/17 06:18 읽음:20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 Sorcerer's Unfortunate Story [ 이리아 ] ΙΥΙΑ 제 11장. 불행 - " Unfortunate " If you love me. Don't say "Good Bye". << 112 >> Don't say "Sayonara". Don't say "AnNyeong". =-=-=-=-=-=-=-=-=-=-=-=-=-=-=-=-=-=-=-=-=-=-=-=-=-=-=-=-=-=-=-=-=-=-=-= " 바람?!! " 티스는 몸을 쓸어오는 바람의 힘에 빠르게 왼손을 움직였다. 그리 고 눈을 크게 떠 바람의 끝을 쫓기 시작했다. 크게 보면 파도처럼 밀 려드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바람은 정면과 양측면에서 예측 불가 하게 휘어 들어왔다. 티스는 짧게 호흡을 끊어 들이키고는 두 손으로 어깨에 걸쳐놓았던 검을 잡았 다. 한낱 인간으로서의 힘은 보잘 것 없었지만 티스는 마법으로 일어난 바람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바람을, 끊임없이 검 으로 갈라놓아 몸을 스치고 지나게 만들었다. 랜은 고음으로 울리는 비명 소리 같은 파공성에 귀를 틀어막은 채 자신의 앞에서 검을 움직 이는 티스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젯밤 일을 떠올렸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람의 길을 찾아 잘게 갈라놓는 티스.. 고마워요... 한편, 라우디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바람을 뿜어내는 중앙을 주 시했다. 자그마한 라티나의 몸이 희미하게 빛을 발하며 얇은 보호막 을 만들어 티스처럼 움직이지 않아도 됐지만 서로 한계였다. " 도대체 누구지?! 로벨리아? " " 하지만 누군가를 찾지 못해 울부짖는 듯한 바람이에요. 이건.. " 라티나는 아래에서부터 서서히 갈라져 가는 보호막을 안타까운 눈 으로 보며 말했다. 라우디는 라티나의 말에 곰곰이 생각을 더하다가 안개 속 사람의 모습을 좀 더 주시한 뒤 입을 열었다. " 설마.. 이리아? " 그와 함께 거세게 불어나가던 바람은 거짓말처럼 멈추어졌고, 빠르 게 안개가 걷혀 갔다. 라우디는 안개가 사라지며 그 안에 힘없이 서 있는 이리아를 발견하고는 이리아에게 달렸다. 곧 이리아는 눈을 뜨 고 라우디 쪽을 보고는 희미하게 웃음을 짓다가 그 자리에 쓰러졌다. 자신을 부르는 라우디의 목소리를 어렴풋이 들으며... =-=-=-=-=-=-=-=-=-=-=-=-=-=-=-=-=-=-= " 아는 사람이에요? " 라우디는 그 질문에 고개만 끄덕였다. 이리아는 쓰러진 이후 지금 까지 잠들어 있었다. 곧 라티나가 마실 것을 가지고 방으로 돌아오자 티스는 그녀가 건네는 물잔을 입으로 가져가 한 번에 쏟아 붓고는 의 자에 앉아 있는 라우디의 곁으로 걸어가 벽에 등을 기대고 깊게 한숨 을 내쉬었다. 한숨으로 끝날만한 일은 아니었다. 만약 마을에 사람이 남아 있었 다면, 티스가 랜의 앞에 없었다면, 결과는 지금과 다르게 나타났을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모두에게 내려진 결과는 이성을 잃은 이리아 가 힘을 주체하지 못한 것이다, 란 이론이었고, 모두 무사했다. " 그래도 위험했어요. " " 고맙다. 일부러 다칠 것을 각오하고 랜을 지켜줘서. " " 뭘요. 대련 중의 돌발 사고였는데요. " 무겁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라우디와 달리, 티스는 별 일 아니라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앞머리로 시야를 가린 라우디의 눈동자는 차 갑게 티스에게로 움직였다. 티스는 그 눈빛을 느끼지 못했는지, 계속 이야기를 이었다. " 그런데, 아까 그거... 마법이죠? " " 그래. 네가 알고 있는 일반 상식적인 마법과 다른 마법. 그 안에 나도, 로벨리아도, 아디오스도 속하지. " " 음. 그렇군요. 아무튼 한 번 크게 당했으니 다음 번엔 당황하지 않겠어요. " 그리고 티스는 벽에서 떨어져 살짝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섰다. " 잘 자요, 티스. " " 예- 라티나 님- " " 잘 자라. 내일 보자. " " 푹 쉬세요. " 티스는 명랑한 어조로 말하고는 작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복도를 걸어갔다. 라우디는 그런 티스가 사라진 방문 앞을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 위험한 녀석이야. " " 예? " " 티스.. 저 녀석. " 라우디는 손을 움직여 라티나에게 다가오란 손짓을 했다. 라티나는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라우디의 앞으로 다가갔고, 라우디는 라티나 를 올려다보았다. 라우디의 눈에는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어린 아이의 눈빛이 감돌고 있었다. 라티나는 어째서 라우디가 그런 눈으로 자신 을 보는지 예전부터 알고 지내 짐작할 수는 있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 왜 그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라우디는 침대에서 잠들어 있 는 이리아를 가리켰다. " 난 이리아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했어. " " 다, 당연하잖아요. 아무리 우리라고 해도 그런 것은 힘들어요. " " 하지만 그걸 느낀 녀석이 있지. 나와 검을 맞대고 온정신을 검에 몰두한 상황에서. 그것도 공간 이동의 조짐도 느껴지지 않던 그 때. " 라티나는 잠시 곰곰이 생각해봤다. 라우디의 말은 정확했다. 충격 파가 퍼져나갈 정도의 힘을 쏟아 붓고 있는 상황에서 티스는 '힘'의 움직임을 미리 느끼고 자신이 다칠 지도 모르는 상황에 뒤로 물러섰 다. 어떻게... " 감이 아닐까요? " " 감? 그럴지도 모르지. 감... 우리에게도 없는 저 녀석만의 감. " 그러나 그런 말이 대답이 될 수는 없었다. 라우디는 입 끝에 피식 웃음을 띄웠다. 언젠가부터 어느 것 하나 예상되는 일이 없었다. 이 리아를 만난 뒤인가...아니면 아디오스와 다시 만났던 그때부터인가 ... 라우디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이리아의 곁에 가 앉았다. 그 리고 어느 때와 같이 강한 모습으로 말했다. " 난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이리아가 어떤 존재인지. 그럼에도 에 딘에게 가까이 하지 말라고 했지. 사실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 으면서... 불안정한 에딘의 반쪽이 되어주길 바랬으면서... " " 걱정 말아요. 괜찮을 거예요. 제가 이렇게 괜찮듯이. " " 그랬으면 좋겠지만... " 라우디는 곤히 잠든 이리아의 머리에 손은 얹으며 말을 흐렸다. 많 이 초췌해진 모습이긴 했지만 머리가 자라고 좀 더 가늘어진 얼굴선 은 예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천방지축이라고 느껴지던 첫인상과 달 리. 그때 이리아의 입술이 가늘게 벌어지며 축축히 젖은 목소리가 흘 러나왔다. " 에...딘... " 동시에 라우디의 얼굴에는 처음으로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라우 디는 눈가를 지긋이 누르며 작게 말했다. " ...지길.. 우리 몫까지.... " 그리고 이리아의 머리에 얹어진 라우디의 손에서 새하얀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 똑. 똑. 작은 노크 소리가 두 번 울리며 문뒤에서 가벼운 인기척이 느껴졌 다. 이런 기척을 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티스는 침대에서 일어나 무릎까지 내려오는 잠옷 상의만을 걸쳤다. " 들어오세요. " " 죄송해요. 밤늦게.. " " 아니요, 아직 잘 생각은 없었습니다. " 티스는 부드러운 얼굴로 희미하게 불빛을 유지하던 램프의 불빛을 환하게 밝혔다. 확 솟아오르는 불꽃에 랜은 티스의 머릿결이 은발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화려한 은발에 잘 생긴 공자.... 그러나 티스는 스스로 그것을 버렸고, 지금과 같이 초라한 여관방 신세를 지고 있는 소년일 뿐이었다. 티스는 랜이 아무 말도 꺼내지 않자 흐트러진 머리 를 대충 넘겨 정돈 한 후 침대에 앉으며 물었다. " 무슨 일로 오신 거죠? 부탁하실 일이라도? " " 아, 아뇨. 아까... " " 아까? " " 고마웠다고... " " 아하- 그 일 말이군요. 신경 쓰지 마세요. 해야할 일을 했고, 고 맙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도 아니니까요. " 티스는 빙그레 웃어넘기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램프에 손을 댔다. 램프의 불꽃은 작아지기 싫은지 이리저리 흔들리며 티스의 손을 피하 려는 듯 했다. 랜은 램프 불빛에 티스의 몸이 잠옷을 투과해 보이는 것을 보고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해 고개를 떨구었다. 티스는 문득 랜 이 고개를 떨군 것을 발견하고는 무엇인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생각해 그냥 램프를 들고 랜쪽으로 걸어갔다. " 방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 " 아, 아니에요. 바로 코앞인데... " " 그럼 이것을 들고- "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당황하는 랜의 손에 램프를 들려준 티스 는 그녀의 양어깨를 잡아 뒤를 돌게 했다. 그리고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랜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 이대로 방으로 가시면 됩니다. 좋은 꿈 꾸세요- " " 잠옷을 벗어주시면... " " 당연히 속옷만 입고 있겠죠? 이대로 안 가시면 안 보내드립니다- " " 꺄아- " 순간 랜은 램프 빛에 비쳐 보이던 티스의 몸이 생각나 작지만 귀여 운 비명과 함께 쏜살같이 복도를 달렸다. 티스는 그녀의 뒷모습을 가 만히 문가에 기대어 보고 있다가 조용히 문을 닫고 문에 기대어 미끄 러지듯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키득키득 웃 었다. " 잠깐... 이것도 잠깐이겠지? 언제나 그랬잖아? 그렇지? " 그러나 그의 웃음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작아져 나중에는 몸만 들 썩이게 됐다. 잠시 후 티스는 힘없이 휘청이며 바닥에서 일어나 침대 로 향했다. " 내게 소중한 건 나 자신뿐이야. 그래.. 나 자신뿐... " < 다음 편으로~~ > -+-+-+-+-+-+-+-+-+-+-+-+-+-+-+-+-+-+- [ Tis.. Who is he? ] - 후속작 구상은 수능 보기 전부터 했었습니다. 이리아는 그 전, 처음으 로 도전한 중편 소설이었죠. 그래도 처음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썼었습니다. 무려 20편이 넘는 양을 비축분으로 쌓은 뒤 연재를 시작 했으니까요. ^^; - 초반에는 묘사와 세계관 확립에 힘썼습니다. 그러나 결국 캐러의 개성 및 이미지가 죽어버렸죠. 너무 무리하게 이어가려고 했던 결과라고 지 금도 생각합니다. 역시 실력 미숙..이라고 할까요.. 지금도 안타깝습 니다. 열심히 생각들을 떠올리고, 정리하고, 닦아서 쓰기 시작한 소중 한 글 하나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해. - 그래도 이 글을 끝으로 포기는 할 수 없습니다. 자존심..이겠죠. 재작 년 12월 말에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함께 한 동반자이기에... 그래서 계속 글에 대해 생각을 다듬으며 오늘도 한 편의 글을 씁니다. 그리고 언젠가 뒤돌아 흐뭇하게 웃을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 Ipria The Lord Will Lighten My Darkness. - Samuel 22:29 『SF & FANTASY (go SF)』 79684번 제 목:<이리아> 제 11장. 불행..... -113-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3/18 06:22 읽음:208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 Sorcerer's Unfortunate Story [ 이리아 ] ΙΥΙΑ 제 11장. 불행 - " Unfortunate " If you love me. Don't say "Good Bye". << 113 >> Don't say "Sayonara". Don't say "AnNyeong". =-=-=-=-=-=-=-=-=-=-=-=-=-=-=-=-=-=-=-=-=-=-=-=-=-=-=-=-=-=-=-=-=-=-=-= " 뭐야.. 이건. " 짜증날 정도로 밝은 빛이 뿌려진 공간 안에 서서 가만히 있는다는 것은 신경질 나는 일이다. 누구는 정신의 세계니, 마음의 세계니, 좋 은 말들로 꾸며 대지만 짜증나는 곳이다. 어차피 창조해 낼 것도, 소 멸할 것도 없는 세상이 아닌가? 덩그러니 놓여진 백지만큼 한심한 것 도 없다. " 이리아? " " 기분 나빠. 부르지마. " 빛밖에 없는 공간에 발을 내딛자 검은 그림자가 길게 뻗어나간다. 마음의 티끌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빛의 방향을 알 수 없는 공간 속 에 그림자가 뻗어나간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 아직도 방황하는 거야? 너무한데. " " 그렇게 말하는 너야말로 내 앞에 나타나지 그래?? 빛 속에 숨어 있는 너 따위에게 그런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 난 지금 바쁘 거든. " 그러나 되돌아온 것은 재밌다는 웃음소리였다. " 숨어있는게 아니라, 네가 보고 싶어하지 않는 거야.. 난 언제나 네 곁에 있어. " " 시끄러. " " 결국 넌 네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거야. 아쉽네. 넌 다를 줄 알았 어. 뭐, 네 주위 사람들만 불쌍하게 됐지. 쯧쯧.. " 너 따위가 뭘 안다고... " 아니. 전혀. " 의지와 상관없이 열리는 입술. 몸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물속에서 움직이는 듯한 감각이 온몸을 감싼다. " 모든 것을 되찾겠어. 내 손으로. "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떨구어졌다. 살짝 떠진 눈으로 보이는 것은 흰빛 속으로 녹아 들어가는 몸이었다. 이제는... " 난 내 갈 길을 스스로 열어 갈 거야. 그 무엇에 속박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 =-=-=-=-=-=-=-=-=-=-=-=-=-=-=-=-=-=-= " 달라졌어. 확실히. 예전엔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칼 같은 아이 였는데. " 몸상태를 확인하러 온 라우디는 창문을 열어제치고 창문턱에 걸터 앉아 이리아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라티나는 입을 틀어막으며 피식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라우디는 갑작스레 그렇게 웃는 라티나의 행 동이 이해가 되지 않아 무표정이 되어 라티나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라티나는 웃음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 원래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변하는 법이에요. " " ....그런가. " " 그래요. " " 그렇단 말이지... " " 당신도 변했잖아요? 석상같이 앉아 눈동자만 굴리던 그때에 비하 면 지금은 신의 변덕이 가미된 진흙이랄까요? " " 그, 그건 말이 심하잖아. " 너무 당황한 라우디의 대꾸는 라티나의 말을 긍정하는 것이었고 결 국 라우디는 몇번 헛기침을 터트렸다. 그때 이리아가 천천히 눈을 뜨 며 고개를 돌려 라우디와 라티나를 보았다. 힘이 없을 것 같던 이리 아의 눈동자에는 반짝이는 생기가 돌고 있었다. " 라우디. " " 일어났군. " 라우디와 라티나는 조용히 이리아를 보았다. 이리아는 침대에서 일 어나 목 언저리를 만지며 말을 이었다. " 에딘이 아디오스의 손안에 있어. 난 에딘을 구하러 갈 거야. 당 신은 어떻게 할거지? 라우디 케인즈? " " 하. 하... " 라우디는 예전과 많이 달라진 이리아의 말투에 잠시 어이없다는 웃 음을 터트렸다. 왜 달라졌을까. 왜 달라졌을까. 왜 성까지 알고 있을 까. 라우디는 살며시 라티나의 어깨를 뒤에서 잡으며 대답했다. " 당연히 같이 가야지. 하나뿐인 바보 같은 제자이자 동생을 위해. 그리고 그 녀석의 건방진 아내를 위해. " 이리아는 라우디의 대답에 생긋 미소를 지었다. 도저히 어제 저녁 초췌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던 이리아와 같은 사람의 얼굴이라고 생각 하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이리아와 달리 라티나는 침울한 얼 굴로 바닥만을 쳐다보았고, 라우디는 라티나의 마음을 읽고 그녀에게 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했다. " 아디오스와의 악연은..이제 끊어야겠지? 걱정하지마. " =-=-=-=-=-=-=-=-=-=-=-=-=-=-=-=-=-=-= =-=-=-=-=-=-=-=-=-=-=-=-=-=-=-=-=-=-= " 도련님 시간 되었습니다. " 방으로 들어온 하녀는 미리 준비해둔 예복을 들고 있었다. 티스는 그것을 보고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응. 알고 있어. " " 제발 체면을 생각해 주세요. 도련님은 이 대륙에서 가장 강하다 는 기사 집단에 속하신 어린 분이세요. " " 응- 응- 알고 있다니까, 그건 그렇고 같이 가자, 나오. " " 예? 무슨 말씀이신지.. " " 같이 가자고. 식사만 하는 거잖아. " " 하, 하지만!! " 하녀... 나오는 뒤로 물러서며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을 벗어나려 고 했다. 그러나 어린 티스의 고집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티스는 나오의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와 자신보다 큰 나오를 올려다보며 웃는 얼굴로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 가자. " " 전 하녀입니다. " " 나오는 나오야. " " 제발 체면을 생각해 주세요. " 차갑게 잘라 말하는 나오에게 티스는 안심하란 표정을 지었다. " 걱정마. 로벨리아도 에르라는 녀석을 데리고 다니잖아. " " 그것은 그 분이.. " " 내 에스코트를 '부탁'해. 정말 내 체면을 생각해 준다면. " 그리고 티스는 손가락을 튕겨 밖에서 대기 중인 시녀를 불렀다. 방 안의 대화를 모른척하고 듣고 있던 그녀들은 재빠르게 방으로 들어와 나오를 힐끔 쳐다본 후 티스의 앞에 허리를 굽힌 자세로 섰다. 티스 는 나오의 전신을 훑어본 후 입을 열었다. " 치렁처렁 한 건 필요 없고, 그냥 내려오는 치마에 어깨에 숄 하 나 걸치고 머리에 뭐하나 씌워 줘. 신경 써.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 " 나오.. 그럼 우릴 따라서.. " " 아니. 여기서 당장해. " " 예. 도련님. " 시녀들은 감정이 섞이지 않은 어조로 대답한 후 곧바로 빠른 발걸 음으로 방을 나섰다. 티스는 씨익 웃으며 나오에게 다가와 그녀가 들 고 있던 예복을 받고 침대에 그것을 대충 풀어 던졌다. 그리고 창가 로 걸어가 커튼을 쳐, 방안을 어둡게 했다. 방안에서 빛을 발하는 것 은 문 양 옆에 걸어둔 등불뿐이었다. " 웃고 있다고 어리다고 날 꿰뚫어 보려고 하지마. " " 죄송합니다.. " " 아. 그런 말을 듣자고 한 말은 아니야. 음..가서는 언제나 내 곁 에만 붙어서 다녀. 식사 예법은 내게 가르쳐 줄 정도니까 걱정은 하지 않을 테고... 아!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주면 조용히 시선 을 깔아. 그것만으로 충분해. " 티스는 간단히 주의할 점을 얘기해 줬지만 나오의 표정을 밝지 않 았다. 말은 쉽지만 오늘 저녁 만찬은 보통 저녁 식사가 아니었다. 그 런 자리에 굳이 하녀를 꾸며서 데려갈 필요는 없었다. 잘못하면 서로 간에 일이 꼬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스 르륵 문이 열리며 시녀들이 헐레벌떡 들어왔고, 나오는 걱정에서 벗 어 날 수 있었다. 곧 티스는 뒤를 돌아 옷을 벗으며 말했다. " 한 가지 주의 할 점은.. 내가 내게 주어진 술잔을 들었을 때... 눈을 감아줘. 그것만 지켜주면 돼. " =-=-=-=-=-=-=-=-=-=-=-=-=-=-=-=-=-=-= " 호오- 왠일이지, 네가 여자도 데리고 오고. " " 조용히 해줄래? " 티스는 장난 어린 얼굴로 자신에게 빈정댄 블러디 나이트의 얼굴을 쏘아보았다. 동시에 그는 헛기침을 하고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블러디 나이트. 명목은 이노네스 내의 강한 기사들에게 주어진 작위 이자 엘리트 그룹의 명칭이었지만 내부적인 결합력은 크게 떨어졌다. 한편 나오는 자신보다 작은 티스가 이런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가만히 걷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지는 데도, 티스는 아무렇지 않게 표정하나 바 꾸지 않고 당당히 걷는 것이었다. 오히려 티스는 나오가 불안해하는 것을 눈치채고 가볍게 얹어 놓았던 손을 약간의 힘을 넣어 잡아주었 다. " 어이- 티스. 보기 좋은데. " " 그래? 부럽지? " " 뭐? 하하! 이 형님에게 그런 말투를 쓰면서 약올리는 거야? " " 내게 형님으로 대우받고 싶으면, 내 마음을 읽으려는 그 눈빛이 나 거두지, 키스틴. " " 네. 네. 도련님의 말씀,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 " 키스틴은 티스에게 허리를 굽히며 커다란 목소리로 외쳐댔고, 티스 는 키스틴의 과장된 몸짓에 키득키득 웃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둘에게 향했지만 둘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티스는 곧 키스틴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복도를 걸으며 물었다. " 어때? 로벨리아, 켈트...그 외 다른 사람들은. " " 그저 그래. 켈트야 언제나 그렇듯이 자기 단련 중이고, 다른 패 거리들은 지방에서 자기 세력이나 키우고.. 수도에 남아 있는 몇 몇은 서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지금 여기 모인 녀석들이 그렇지. 지방 녀석들은 아예 서열은 포기하고 자기 배를 채우기 로 작정한 모양이니까. 로벨리아는 어딘가로 또 나가버렸어. " " 음...여전하네. " 나오는 흔히 말하는 귀족의 세력 다툼이란 것의 정점에 서있는 티 스가 남의 일처럼 대답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리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책략이 없어서 그러는 것도 아니었다. 어째서 그냥 외면하려는지.. " 내 서열은 아직도 없지? " " 그렇지, 뭐. 아직은. " " 크게 한 방 터져야 하나. " " 그럴 거야. " 키스틴과 티스는 그 후로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고 조용히 만찬 이 열리는 거대한 홀로 들어섰다. 오늘을 위해서였는지, 보통 연회식 이나 열리는 곳에 길다란 식탁을 놓고 휘양찬란한 천으로 식탁을 덮 은 뒤, 음식들을 들여놓고 있었다. 나오는 순간 자신이 이 자리에 있 어도 되는 지에 대해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 봤다. 그러나 티스와 키 스틴은 나오가 보고 있는 것과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 막혔네. " " 괜찮겠어? " " 그럭저럭. " " 여차하면 조용히 일어나. 뒤는 알아서 해줄거야. " 키스틴은 그렇게 말한 뒤, 티스의 머리를 쓰다듬고 나오에게 살짝 인사를 했다. 나오는 반사적으로 허리를 굽히려고 했지만 티스의 손 이 가볍게 나오의 허리를 감아 자세를 바로 잡아 주었다. 그리고 그 녀가 앉을 자리로 인도해주었다. 식탁 근처에서 대기하던 저택의 하 인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와 의자를 빼주었다. 티스는 나오와 나란히 앉아 자신의 앞에 놓은 술잔을 가볍게 손가락으로 튕겼다. " 알지? 이거. " " 예. " " 그렇게 뻣뻣하게 있지마. 오늘 나오는 정말 예뻐. 귀공녀 같다고. 나 같은 어린애하고 비교가 안돼. " " 고..고..고맙습니다. " " 이대로 나의....가 되어 줬으면 좋겠는데. " " 예? " 나오는 중간에 희미해진 티스의 말이 궁금해져 물었지만 하필 그때 한 무리의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들이 홀로 들어와 자신의 자리를 찾 아가 앉았다. 마치 지정된 자리가 있는 것처럼. 문득 나오는 자신이 앉은 자리가 서열 1인 로벨리아가 앉아 있는 정 반대편인 것을 알고 내심 깜짝 놀랐다. 원래 대로라면 그곳은 비어야만 했다. 그러나 티 스는 자연스럽게 앉아 자리를 찾아가는 블러디 나이트들과 그를 호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이대로 라면 로벨리아가 불참한 이 저녁 만찬에서 티스는 서열 1이 앉는 자리에 앉는 셈이었다. " 이것이 블러디 나이트들의 저녁 만찬이란 거야. 그러니까 다음부 터는 재촉하지 말아줘. 알겠지? " " 예. " 조용히 속삭이는 티스의 말에 나오는 작게 대답했다. 왜 티스가 저 녁 만찬을 싫어하는지 알만했다. 서로 교환되어 가는 눈빛들은 분명 히 무리를 이루고 있었고, 무리 내에서도 여러 감정들이 오가고 있었 다. 곧 자리들이 그럭저럭 차자 홀로 들어오는 출입문이 닫혔다. 그 리고 웃는 눈매의 남자 하나가 아내로 보이는 여자를 데리고 다른 문 을 통해 들어왔다. 블러디 나이트들은 저녁 만찬에 초대한 그에게 형 식상 예를 표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오는 티스가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 따라서 일어났다. 그러나 티스의 손은 빵이 담긴 바구니로 향했고, 빵을 잡은 티스는 그대로 다시 자리에 앉아버렸다. 나오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그냥 혀를 씹고 다른 사람들이 앉을 때, 같이 자리에 앉았다. "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티스 군은 어디가 불편 한지? " 역시나 그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며 말머리를 티스에게 돌렸고 나 오는 모두의 시선이 티스에게 몰리는 것에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일 개 하녀에 불과한 자신이 하얗게 질릴 정도의 적의였다. 그러나 티스 는 손에 든 빵을 뜯어 입안에 넣으며 말했다. " 배고파. " " 이런이런. 너무 배가 고팠던 모양이군요. 하긴, 저희가 만든 빵 은 뒷골목에서 없어서 못 먹을 정도이니 티스 군의 행동을 이해 합니다. " 그는 씨익 웃으며 자리에 앉았고, 나오는 자신의 얼굴이 달아오르 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숙였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티스의 과 거였다. 그때 티스가 한 쪽 손을 식탁 아래로 내려 나오의 손을 잡았 다. " 같이 와줘서 고마워. " 그것은 분노와 살기가 섞인 작은 목소리였다. =-=-=-=-=-=-=-=-=-=-=-=-=-=-=-=-=-=-= 그러나 문제의 발단은 나오였다. " 티스 군. 아직도 생각이 없는 건가요? " " 응. 난 아직 어려. 원정 같은 거나, 작위 같은 건 아직 필요 없 어. 또 모르지, 누구처럼 여러 명의 부인을 둔다면 그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그런 것에 목숨을 걸지도. " 티스의 가시 박힌 말은 여러 명의 얼굴을 붉히게 했다. 아직 어리 다는 것을 완벽하게 이용해 먹는 티스의 언변에 반박할 말은 오직 과 거에 대한 부분 뿐. 즉시 그들의 시선은 티스에게서 나오에게로 옮겨 갔다. " 그런데, 티스 군과 같이 오신 분은? " " 아.. 저는.. " " 왜 그런 것을 묻지? " " 혹시나 어린애 장난으로 시녀를 데리고 왔을 것 같아 묻는 겁니 다. " 동시에 나오는 들고 있던 포크를 떨어트렸다. 그것은 눈치가 빠른 그들에게 승수를 던져주었다. 티스는 아차 하는 생각을 하며 식탁의 반대편에 있는 켈트를 향해 짧게 눈빛을 보냈다. " 그래도 그쪽이 데리고 온 여자보다는 아름답지. " " 그림이 좋아봐야 뭐합니까, 쓸모가 있어야지. " " 그쪽은 여자를 쓸모 있고, 없고로 구분하는 모양이지? " " 아니죠. 전 지금 티스 군을 기준으로 말하는 겁니다. 티스 군이 곁에 계신 분에게 쓸모가 있을련지... " " ...... " 티스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들고 있던 포크를 식탁 위에 올려 놓 았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식기의 끝을 잡았다. " 오늘 모인 목적이 모였지? " " 기분 좋게 저녁 만찬을 나누는- " " 아마 서열 재배치였지? 내가 모를 거라 생각했나? 더 이상 입을 놀리면 가만히 두지 않겠어. " 그것은 소년이 할만한 말이 아니었다. 나오는 자신 때문에 화를 내 고 있는 것이라 단정 짓고 티스를 말리기 위해 티스를 보았다. 그러 나 그대로 굳어졌다. 티스의 손은 술잔의 허리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리고 시비를 받은 블러디 나이트는 얼굴에 웃음을 띄었다. " 협박입니까? 티스 군? 오랜만에 여자까지 데리고 와서. " " 아. 내가 말하지 않은 모양인데, 난 다른 사람이 내게 군이란 호 칭을 붙이는 것을 싫어해. 그런 말을 내게 해도 되는 사람은 한 사람뿐이야.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사람은 보통 여자가 아니고 내 전속 하녀야. 나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 " " 하하하하! 역시 티스 군은 어쩔 수 없군요. " " 또한, 난 내가 한 말에 책임을 져. " 그와 함께 티스는 술잔을 들어 잔에 들어 있던 술을 식탁 위에 뿌 렸다. 붉게 번져나가는 술의 빛깔은 마치 피를 연상시켰다. 순식간에 뿌려진 액체를 보고 있던 나오는 티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 고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녁 만찬의 주체자였던 블러디 나이트는 도전적인 티스의 행동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나 그는 무엇인가를 밟고 그대로 식탁 에 머리를 틀어박았다. " 뭐야! 웬 빵이 내 발에- " 동시에 티스의 몸은 그가 있던 자리에서 쏘아져 나갔다. 식탁 위를 가볍게 달려나간 티스는 사뿐히 공중으로 떠올라 그가 고꾸라진 앞에 착지했다. 그리고 힘차게 식탁을 발로 찍었다. 소년이라고 해도 블러디 나이트의 작위를 얻은 그였다. 식탁의 상 판을 덮고 있던 원목이 쪼개져 나가며 큰 소리가 울리자 천장에서는 길다란 막대가 떨어졌고, 티스는 그것을 받아 자신의 앞에 고꾸라진 블러디 나이트의 눈앞에 가져갔다. " 한 번 물갈이는 해야겠지? 네가 원했던 대로. " 그리고 그것은 그의 눈과 함께 머리를 베어내 버렸다. 나오는 자그 마한 티스의 머리까지 솟아오르는 피와 여러 곳에서 울리는 검의 마 찰음에 이것이 꿈이길 바랬다. 그러나 꿈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 다. 식탁에 올라간 티스는 거침없이 검에 닿는 것을 베어내기 시작했 다. < 다음 편으로!! > -+-+-+-+-+-+-+-+-+-+-+-+-+-+-+-+-+-+- [ ....The End of Chapter? ] - 또다시 순정 만화에 빠진 이프. 슬럼프에 빠지거나 몸과 마음이 지치면 이프는 언제나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기분을 전환합니다. ^^ (술이나 담배는 절대 아니에요!!!) 의외로 신선한 소재들과 분위기를 접하게 해 주고 좋은 플롯이나 이벤트, 캐러의 성격을 보여주거든요. - 요즘 보고 있는 것은 '보이'라는 만화입니다. 친구에게 오래 전에 추천 받은 적이 있던 만화였는데 보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네요. ^^; (미 안~~~) 음...순정 만화답지 않게, 학원물답지 않게, 학창 시절과 청소 년 시절에 느끼는 갈등등을 잘 표현해 놓았습니다. 처음 시작은 한 소 년과 소녀가 서로 짝사랑에 빠지다..였지만 중반부터는 시간을 길게 잡 으며 진지하게 나갑니다.(오히려 마이너스 부분도 있지만 좋습니다.) - 그리고 요즘 빠져 있는 애니메이션은 '무한의 리바이어스'입니다. 대충 의 스토리 라인을 보니 우주선 째 표류하게 된 아이들의 이야기 인데, 많은 부분을 비밀로 감춘 채 스타트해 극한 몰입력을 발휘하는 분위기 를 자아냅니다.(오프닝, 엔딩 곡도 압권이죠.) 매일 무한 루프로 듣고 있죠. ^^ - 오늘은 잡담이 정말 많군요. 다음 편부터는 이 잡담 마저 줄어 들겁니 다. 사실은...이번 편이 비축 스토리 라인 마지막 편이거든요. ^^; 다 음은..빨리 구상해서 써나가야죠. 그럼, 다음 편에서 뵈요~ - Ipria Ps. 이번 편은 오랜만에 컴백한 기념 서비스입니다. 티스란 새로운 캐러의 과거로 페이지를 채워봤습니다. 깜박하고 10장 끝에 외전으로 넣는다는 것을 빼먹었다는..-.-;;;; The Lord Will Lighten My Darkness. - Samuel 22:29 『SF & FANTASY (go SF)』 80963번 제 목:<이리아> 제 11장. 불행..... -114-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3/25 22:02 읽음:211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 Sorcerer's Unfortunate Story [ 이리아 ] ΙΥΙΑ 제 11장. 불행 - " Unfortunate " If you love me. Don't say "Good Bye". << 114 >> Don't say "Sayonara". Don't say "AnNyeong". =-=-=-=-=-=-=-=-=-=-=-=-=-=-=-=-=-=-=-=-=-=-=-=-=-=-=-=-=-=-=-=-=-=-=-= " 저기.. 나오? " " 실망했습니다, 도련님. " 티스는 저택으로 돌아온 뒤, 단 둘이 방에서 옷을 갈아입다가 차갑 게 내뱉어진 나오의 말에 목을 가볍게 조이던 넥타이를 세게 당겨 풀 어내 버리고 나오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바닥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 는 나오의 팔을 낚아채어 나오가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 무슨 소리지, 나오? " " 도련님... 도련님은 처음부터 그렇게 될 것을 알고 계셨죠? " " 어떻게? " " 혈전이 될 것. 반드시 피를 보게 될 것. " " 아, 아니야. " 날카로운 나오의 추궁에 티스는 나오의 팔을 놓쳤다. 나오는 두 팔 로 어깨를 감싸며 잠시 숨을 골랐다. 눈앞에서 펼쳐지던 저녁 만찬의 처참한 모습이 한기를 불렀다. 거꾸로 역류할 듯한 피의 흐름이 목소 리를 떨리게 했다. " 애초에 검까지 그곳에 숨겨 두셨어요. 그리고 들고 있던 빵도... 왜 그러신 거죠? " " 나, 난. " " 그런 모습을 제가 보고 기뻐할 거라 생각하셨나요? " " 아니야. " " 눈을 감으라고 하셨죠? 도련님은 정말 저 같은 하녀가 그 상황에 눈을 감을 것이라 생각하셨나요? " " 아니야. " " 도련님.. " " 아니야!!! " 티스는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그 이상의 말은 없었다. 나오의 지적 은 정확했다. 한치의 오류도 없었다. 그녀의 말 그대로였다. 조금 더 멋진 모습을, 조금 더 당당한 모습을...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 었다는 결론이 눈앞에서 내려지고 있었다. " 잔혹한 사람... " " 나오. " " 오늘 일은 잊겠어요. 안녕히.... " 그말을 남기고 나오는 도망치듯 방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티스는 멍 한 얼굴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쥐었다. 이게 아닌데. 이 게 아닌데.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되는데. " 뭐야. 난 무엇 때문에 이 손에 피를 묻힌 거지? 하하하! " 티스는 한심하다는 웃음을 터트리며 그대로 침대에 걸어가 쓰러지듯 누웠다. 방금 전까지 손에 쥐어져 있던 검의 느낌과 비릿한 피의 냄새 가 사라지지 않았다. 티스는 손을 들어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다가 털 썩, 침대에 떨구어 버리고는 눈을 감았다. " 아무도 들어오지 마라. 내가 허락할 때까지.... " 곧 문밖에서 인기척은 멀어졌다. =-=-=-=-=-=-=-=-=-=-=-=-=-=-=-=-=-=-= =-=-=-=-=-=-=-=-=-=-=-=-=-=-=-=-=-=-= 그 뒤로 일 주일 후. 멍한 정신으로 침대에 누워 있던 내게 들려온 소식은 나오의 죽음이 었다. 그녀가 어떻게 죽었는지, 그 방법조차 알 수 없었지만, 얼마 후 키스틴은 날 비웃으며 말했다. " 네 책임이야. 어린 도련님. 그날 그녀를 데려온 것, 그날 밤에 그 녀를 강제로 잡지 않은 것. 넌 두 번의 실수를 연달아 하고도 그 냥 침대에 누워만 있었어. " 도대체 어떻게 했었어야 했지? 나의 작은 행복과 기쁨을 위해.. 그녀의 인생을 크게 간섭하지 않기 위해.. 잠시 생각을 했던 시간을 가졌을 뿐인데.. =-=-=-=-=-=-=-=-=-=-=-=-=-=-=-=-=-=-= =-=-=-=-=-=-=-=-=-=-=-=-=-=-=-=-=-=-= " 무슨 생각해요? " " 오래 전..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도련님이란 소리를 듣던 때, 그 때 있었던 일이에요. " " 여자 문제..? " " ...난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간섭하기 싫습니다. 다른 사람의 안에 큰의미가 되기도, 다른 사람이 내 안에 큰의미가 되는 것도 싫어 하죠. " " 그거. 현실 도피 아녜요? " 티스는 순간 흠칫 몸을 떨며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이해할 수 없 다는 얼굴로 팔짱을 낀 채 의자에 앉아 있는 랜이 있었다. 티스는 가 만히만 있던 그녀의 말에 왜 자신이 반응하는지.... " 알고 있어요. " " 진짜 사랑에 빠져봐요. " " 자신 없어요. " " 포기하지 말아요. " " 우습군요. 랜에게 이런 이야기나 듣고. " " 우습죠. " 그것을 끝으로 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티스는 자신이 너무 건방지게 말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지 만 막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미 늦어버린 일이기에. 썰렁해진 마을에 남겨졌기에 들리는 것은 창틀 사이로 비집고 들어 오는 바람 소리 뿐이었다. 침묵. 그 조용한 느낌을 종종 라티나의 목 소리가 깨어주기도 했지만 그것으로는 둘의 입을 열기에 충분하지 않 았다. 티스는 가만히 고개를 들어 랜이 앉아 있는 의자에 걸려진 검을 바 라보며 과거를 생각해 봤다. 언제부터 검을 잡았었지? 언제부터 다른 사람들보다 강해졌지? 언제부터 다른 사람이 가슴속에 자리 잡는 것을 거부했지? 언제부터... "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 상처받는 것.. 모두 싫은 것이 현 실이지. " 그런데 그때 티스의 뒤에서는 덤덤한 어조의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 다. 티스는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죠. 아디오스. " " 네가 나쁜 게 아니야. " " 그래요. " 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랜에게 다가갔다. 랜은 갑자기 나타 난 아디오스의 모습에 뻣뻣이 굳은 상태였다. 티스는 랜의 이마에 손 가락을 튕기고는 의자에 걸어두어던 검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살며시 눈을 감으며 말했다. " 그런데 문득 기억 난게 있는데.. 아디오스. 당신은 어느 샌가 내 인생에 간섭하게 되었어. 나오가 죽은 뒤로.. 이제는 랜이겠지? " 동시에 티스는 검을 빼어 아디오스가 있던 곳을 향해 던졌다. 그리 고 검을 따라 몸을 던졌다. =-=-=-=-=-=-=-=-=-=-=-=-=-=-=-=-=-=-= " 그런데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에딘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 " " 아니. 아직은. 그들에게 기대해 봐야지. " 라우디의 안일한 대답에 이리아는 눈가를 찌푸렸다. " 당신답지 않아. 라우디. 최소한 당신은 처음에 내게 매사가 확실 한 남자였어. 에딘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 " ...그만해요, 이리아. " " 그러나 중간에 난 에딘을 져버렸다. 네게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 아. " 라티나는 분위기가 탁해지자 이리아를 말렸으나 라우디는 평소와 달 리 침묵으로 일관하기는커녕 핑계를 덧붙였다. 이리아는 조용히 창가 에 걸어가 창문을 활짝 열어 재끼고는 미약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 다. 바람..바람.. 에딘과 이어질 수 있었던 한 가지 이유였던... " 에딘.. 당신 동생이잖아. 내게나..에딘에게나 미안해 할 필요 없 어. 당신의 행동은 나도 에딘도 이해하니까. " " ..... " " 그리고 우리도 지금.. 당신과 같은 상황이니까. " 이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손끝에 바람을 일으켜 창밖으로 날려보내 보았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바람은 불어가다가 한데 섞여 자연스 럽게 어디론가로 불어나갔다. 라우디와 라티나는 이리아의 모습이 다 가가기에 너무 무겁다는 것을 느끼고 동시에 피식 웃었다. 괜히 무겁게 보이는 것은 누군가의 습관이었다. " 아무 일...없겠지? " 하지만 그것은 걱정 섞인 이리아의 한숨에 그쳐졌다. 가장 우려했기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왜 하필 에딘을. " 어차피 그녀의 목적은 나일테니. 아무 일 없겠지. " " 정말 그럴까? " " 아마도. " 자신 없는 대답만 늘어놓는 자신의 모습에 회의가 들기도 했지만 라 우디는 이 상황에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상대는 아디오스였다. 나이조차 알 수 없는. 언제부터 이노네스의 중심이 되 었는지도 알 수 없는. " 꺄아!!!! " " 랜?! " 그 때 갑작스레 랜의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아래층으로부터 들려왔고 이리아와 라우디, 라티나는 동시에 문쪽으로 향했다. 마을에 남아 있는 사람이 모두 여관에 있는데, 그녀가 비명을 지를 이유는 없었다. 단 한 가지를 제외한다면. " 랜!!! " 라우디는 한동안 신경을 쓰지 못했던 랜의 비명이 꺼림칙하게 가슴 에 걸렸다. 티스가 도착하면서 아예 티스에게 떠넘긴 듯한 기분도 부 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계단을 내려가 아래층에 도착했을 때. 라우디 는 현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 티스. " 아래층 복도에는 랜이 겁에 질린 채 주저앉아 필사적으로 뒷걸음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랜에게 티스의 손은 거칠게 다가가 옷끝을 낚아채어 찢어내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랜의 옷은 어깨에서부터 흘러내렸다. " 뭐하는 짓이야, 저 녀석. " " 티스... " 라우디는 계단을 내려서 복도에 들어서며 나지막하게 티스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티스가 자신을 돌아보길 바라며. 그러나 티스는 오직 랜 만을 쫓아가며 랜의 기운을 빼려는 듯, 조금씩 랜을 조여들 뿐이었다. 라우디는 눈물만 흘리면서 더 이상 자신을 부르지 않는 랜과, 힘없이 고개를 떨군 라티나를 번갈아 보고는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당장 자 신이 해야할 행동을 결정지었다. " 이렇게 잔인하지는 않았잖아... 아디오스!!!! " 그와 함께 티스의 등에는 라우디의 손에서 뻗어나간 한 줄기 가느다 란 빛이 꽂혔다. -+-+-+-+-+-+-+-+-+-+-+-+-+-+-+-+-+-+- [ Go! Go! Tis!! ] - 매편 연재할 때마다.. 전 두렵습니다. 계속 떨어지는 조회수와 계 속 이어지는 무관심.. 이대로 난 사람들에게 외면 받는 것이 아닐 까하는 비약 때문이죠. - 다음 글을 준비하면서, 그 생각은 이 글을 마지막으로 글쓰기를 끝 내야 하는 것은 아닐지...하는 생각도 하게 만듭니다. 너무 부족한 시간과 가중되는 몸의 부담 때문..이기도 합니다. - 오히려 고등학생이던 때에 훨씬 넉넉하게 글을 쓸 수 있었다고 뒤 돌아봅니다. 고 2때부터 글을 썼었으면..하는 아쉬움이 가장 크죠. - 이프 군의 글... 볼만 한가요? - Ipria The Lord Will Lighten My Darkness. - Samuel 22:29 『SF & FANTASY (go SF)』 81706번 제 목:<이리아> 제 11장. 불행..... -115-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3/28 23:07 읽음:204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 Sorcerer's Unfortunate Story [ 이리아 ] ΙΥΙΑ 제 11장. 불행 - " Unfortunate " If you love me. Don't say "Good Bye". << 115 >> Don't say "Sayonara". Don't say "AnNyeong". =-=-=-=-=-=-=-=-=-=-=-=-=-=-=-=-=-=-=-=-=-=-=-=-=-=-=-=-=-=-=-=-=-=-=-= " 크악. " 티스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강한 의지로 일어 서려는 것 같았지만 충격이 너무 컸다. 라우디는 완전히 정신을 잃게 하려는 목적으로 또다시 손을 들었다. 그런데 그때 랜이 티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 랜. 비켜라. " " 안되요!! " 라우디는 랜의 외침에 흠칫 손이 떨렸다. 어째서 랜이 티스를 감싸 는지, 상황 파악이 안되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 심하게 할 필요는 없잖아요!! 티스의 잘못이 아니란 말이에요! 티 스는...티스는....애썼지만... " 그 이상 랜은 말을 잇지 못하고 티스의 어깨를 안았다. 그러자 티스 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라우디는 둘을 묵묵히 바라보 며 가늘게 눈을 뜨고 티스의 방쪽을 바라보았다. 곧 그곳에서는 한 여 자가 사뿐한 걸음으로 걸어나왔다. " 그래. 그 아이의 잘못이 아니지. 단지, 마음에 작은 틈이 있었던 것뿐. " " 아, 아디오스. " 라우디는 순간 놀란 눈이 되어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열걸음밖에 되지 않는 거리에 그녀는 있었다. 절대적인 힘의 상징인 그녀가. " 어떻게...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 아디오스는 라우디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비웃음에 가까운 그 웃음에 라우디는 눈가가 찌푸려졌다. 아디오스가 그렇게 웃는 것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웃음이 좋은 뜻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 모두 같다고 단정지은 당신의 사고의 오류입니다. 라우디 케인즈. 얼마 남지 않은 힘만 가진 남자. " " 그래. 그런가.. " 사무적으로 변한 아디오스의 태도에 라우디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미 아디오스는 예전에 알고 지내던 그 아디오스가 아니었다. " 이제는 라우디 케인즈..인가. " " 그렇죠. 라우디 케인즈. 내게는 이제 필요 없는. " " 멋진 사고군. 필요 있다, 없다로 사람을 분류하고. " " ..너도 같은 생각이니? " 그런데 아디오스는 말머리를 복도 끝에 도착해 있던 이리아에게 돌 렸다. 이리아는 조용히 아디오스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손을 들었다. 그리고 손끝에 바람을 일으켜 아디오스에게 보냈다. 산들바람처럼 시 작한 그 바람은 느리게 아디오스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아디오스 의 발치에 닿자 그 바람은 갑자기 돌풍으로 바뀌어 아디오스를 덮쳤다. 아디오스와 가까이에 있던 라우디는 바람의 영향에 몸이 밀려나자 손 안에 전력(電力)을 방전시켜 바람을 간신히 막아냈다. 무겁다. 라우디는 날카롭게만 뻗어 나오던 이리아의 바람이 무겁다라는 느낌 을 주는 것이 의아했다. 한편, 아디오스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 히 서있음에도 바람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옷깃하나, 머리카락 하나 날리지 않는 모습을 발견한 라티나는 문득 고서적의 내용이 떠올 랐다. 수백년 전,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 것이었다. 통상 공간 안에 다 른 차원의 공간을 만들어 공간의 왜곡으로 모든 것을 막아낸다는 이론. " 설마 절대 공간...? 그, 그런 일이... " " 가능하지. 저 여자라면. " " 이리아. 내가 어떻게 해야겠니? " 아디오스는 독기 어린 이리아의 말에 약간 침울한 표정이 되었다. 금새 바뀌어지는 아디오스의 표정은 분명히 연기가 아니었다. 이리 아는 가슴 한 구석이 아린 것을 참으며 입술을 질끈 씹었다. " 내겐 에딘이 필요해!! 내 힘이 필요하다면 가져가!! 남의 남자나 끌고 가고!! 망할!!! 그따위니까 그 모양밖에 되지 못하는 거야! 이 위선자야!! " 거의 욕설에 가까운 외침에 아디오스의 얼굴은 하얗게 변했다. 놀란 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가늘어진 바람의 영향에 아디오스를 주시하고 있던 라우디와 이리아의 곁에 있던 라티나는 슬쩍 이리아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 와중에 아디오스는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며 중 얼거렸다. " 위선자... 위선자... 위선자라고? " 곧 아디오스의 몸은 뿌옇게 변했다. 가루가 되어 흩날릴 듯 하게 변 하는 아디오스의 모습에 라우디는 재빨리 아디오스를 잡기 위해 다리 를 움직이며 손을 뻗었다. 그와 함께 팟! 하는 파공음이 울렸다. 그리고 라우디의 시야를 찾아 온 것은 백지와 같은 새하얀 충격이었 다. =-=-=-=-=-=-=-=-=-=-=-=-=-=-=-=-=-=-= " 뭐, 뭐였지...? " 라우디는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은 채 눈을 떴다. 눈을 뜨자 제일 먼저 보인 것은 붉은 색 천장이었다. 무엇인가에 눌린 듯이 몸이 무겁 기도 했지만 라우디는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 보았다. 갑자기 시야가 하얗게 변하며 정신을 잃은 동안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 도착했다.라는 것이 그가 내린 첫 번째 결론이었다. 라우디가 있 는 곳은 붉은 색 벽돌이 차곡차곡 쌓여져 만들어진 건축 안, 교차되는 복도와 맞물려지는 원형 공간이었다. 벽과 바닥, 모두 붉은 색 벽돌로 잘 정렬되어 만들어져 있었다. 라 우디는 이런 건축물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군데군데 설 치된 발광구에서 나오는 불빛은 건축물 내부를 밝히기에 충분할 정도 였고, 그것들은 서로의 그림자를 없애 주고 있었다. 라우디는 문득 천 정을 올려다보고 작게 탄성을 질렀다. " 벽돌로...어떻게.. " 그곳에는 구형을 이루고 있는 돔모양의 천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직 선으로 이루어진 블록으로 구를 만든다. 그것은 누구도 가능하다고 생 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라우디는 탄성만 지르고 서있을 수가 없었다. 곧 작은 진동이 땅을 통해 전해져 왔고, 라우디는 건물이 움 직일 것이라, 직감적으로 느끼고 손안에 방전을 일으켰다. 라우디의 예상대로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붉게 보이던 복도에서 불 빛은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 자리를 네모난 어둠이 차지해 갔 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인기척이 흘러나왔다. 그제서야 라우디는 여기 가 어디일 것이라 대충 짐작하고 씨익 웃으며 양팔을 크게 펼쳤다. 그 와 함께 라우디의 몸에서는 하얗게 방전이 일어났다. 라우디는 그것을 손에 모아 네 군데의 복도 중 기척이 느껴지는 세 군데에 던져 넣었다. 하나..둘...셋.. 라우디의 손에는 끊임없이 전기의 구가 만들어져 복도에 날아들었고 그것들은 복도에 떨어지자 데구르 바닥을 굴러 복도 안쪽으로 들어갔 다. 잠시 후, 라우디는 살짝 눈을 올려 뜨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동 시에 복도는 일방적으로 폭발했다. 복도 안쪽에서 일어난 폭발로 복도를 이루던 벽돌이 부서져 나가고 흙더미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옆으로 이어지며 나오기 시 작한 흙더미는 거꾸로 벽돌을 무너트리기 시작해고, 라우디는 이곳이 지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기척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제는 생매장 당할 것을 걱정해야만 했다. " 쳇. " 라우디는 짧게 한숨을 뱉어내며 자신을 향해 몰려오는 흙더미를 바 라보았다. 세 군데의 복도에서 쏟아져 나오는 흙은 원형 공간을 가득 채우고 남을 듯 하게 보였다. 바닷물이 파도쳐오듯 넘실거리며 쏟아져 나오는 흙더미는 복도의 입구까지 막아갔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흙더 미는 무엇인가에 부딪혀 뒤로 튕겨져 나갔고, 자기들끼리 뭉쳐지기 시 작했다. " 뭐하는 거야. 생각도 없이 터트려버리고. " " 이리아..? " " 나 참. 혼자 여기에 왔다고 생각한 거야? 발 아래를 보라고. " 라우디는 허리 아래에서 들리는 이리아의 목소리에 조심스럽게 아래 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입을 다물었다. 발 근처에는 라티나가 라우 디의 발에 밟힌 치마자락을 빼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라티나는 슬 그머니 라우디가 발을 떼자 치마를 빼내고 옷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 다. " 그런데...어떻게 된 거지? " " 어떻게 되긴요. 어-! " 라티나는 당연한 것을 왜 묻냐는 투로 말을 하며 도로 바닥에 주저 앉았고, 이리아는 바닥에 앉아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에 도 착한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라우디는 라티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 무리한 것 같은데. " " 연속으로 공간 이동을 한 거예요. 당신에게..이리아에게..그리고 이곳으로. " " 어째서. " "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잖아요? 그대로 있었다면 이리아 혼자 이곳 으로 왔을 텐데. " 라티나는 라우디의 손을 잡고 일어서며 물끄러미 이리아를 보았고, 이리아는 애써 라티나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바람으로 억지로 막고 있는 복도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 우리의 힘으로는... 여기가 공간 이동의 한계점이야. 아디오스는 저쪽 방향에 있어. " 이리아가 가르킨 방향은 유일하게 흙더미가 쏟아져 나오지 않는 복 도였다. 애초에 그쪽으로 뛰었으면 간단했을 걸.. 라우디는 의외로 이 런 상황에 부주의가 늘어난 자신을 탓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그곳을 향 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뚜벅뚜벅 앞장 서 걸어가는 라우디의 전신은 하얗게 방전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머리카락은 하나하나 일어섰다. 이리아와 라티나 는 천천히 라우디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리아의 표정 은 어두었다. 라티나는 그 이유가 아디오스 때문이라 생각했다. 에딘을 인질로 잡 고 있고, 힘의 격차 또한 엄청난 아디오스.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도 모르기에 불안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이리아가 손 가락을 튕기어 바람을 거두어 들이고 라우디가 복도 안으로 들어서며 산산이 깨졌다. 공기를 밀어내며 뒤에서부터 쏟아지는 흙더미는 이리아와 라티나를 억지로 복도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그리고 흙더미는 자신들의 무게와 연쇄적으로 무너진 벽돌에 막히어 복도 입구 쪽을 메우는 정도에서 멈 추었다. 그제서야 라티나는 깨달았다. 복도는 막혔다. 처음부터 나갈 방법은 한 가지뿐. 그러나 그것은 이미 소용이 없었다. 공간 이동 한계점을 지난 이곳에선. -+-+-+-+-+-+-+-+-+-+-+-+-+-+-+-+-+-+- [ 마지막을 향해서!!! ] -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제군들. 각하의 명령을 따라 끝까지 진군할 것!! 낙오자는 버리고 간다. (^^;) - Ipria Ps1. 완결까지 스토리 라인이 짜였습니다. 이번 달 안에 완결을 보겠습니다.(도대체 몇 번째인지...이말이. --;) Ps2. 아디오스.. 다중 인격 위선자란 설정이었습니다. 끝이 미지근하게 될 것 같군요. 이거. -.-' Ps3. 게시판이 시끄럽군요. 뭔 헛소리들인지. 참 어처구니가 없군요. 연재 할 때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가 출판되니까 그제서야 용케 어디에서 연재됐는지 냄새맡고 쫓아온 주제. 개소리엔 매가 약인데...나우지기 는 뭐하나... 저런 인간들 잘라버리지 않고. --; (이거 원...저작권법 은 어디에 써먹는지..) The Lord Will Lighten My Darkness. - Samuel 22:29 『SF & FANTASY (go SF)』 81707번 제 목:<이리아> 제 11장. 불행..... -116-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3/28 23:07 읽음:20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 Sorcerer's Unfortunate Story [ 이리아 ] ΙΥΙΑ 제 11장. 불행 - " Unfortunate " If you love me. Don't say "Good Bye". << 116 >> Don't say "Sayonara". Don't say "AnNyeong". =-=-=-=-=-=-=-=-=-=-=-=-=-=-=-=-=-=-=-=-=-=-=-=-=-=-=-=-=-=-=-=-=-=-=-= " 오고 있어.. " 그 한 마디 말에 에딘의 손끝은 꿈틀거렸다. " 오고 있어.. 이리로. 그 아이가. " 하지만, 그 이상의 반응은 없었다. 아디오스는 투명한 액체로 가득 찬 유리관에서 떨어져 느린 걸음으로 방안을 걸었다. 거대한 돌의 안 쪽을 깎은 듯이 방안은 하나의 면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원통형으 로 이루어진 방은 대형 로비에 가까운 크기였다. 그 방 중앙에는 에딘 이 들어 있는 유리관이 있었고, 방끝과 유리관 사이 바닥에는 얇은 선 이 띄엄띄엄 그려져 원을 이루고 있었다. 아디오스는 방 외곽을 걸으며 벽을 바라보았다. 벽에는 수수하게 색 을 넣은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기록화처럼 그려진 그 벽화는 모두 길 게 연결되어 벽 둘레를 장식하고 있었다. 그 벽화를 보며 걸음을 옮기던 아디오스는 쓸쓸한 얼굴로 벽화를 쓰 다듬었다. 태양으로부터 내려와 손을 내미는 여신. 그 여자의 반대편 에는 바닥에 엎드린 인간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 옆에는 그 여 신이 바위에 앉아 무엇인가를 이야기해주는 그림이 있었다. 여신의 강 림과 지식의 전달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리관 뒤쪽 그림은 평화스럽던 처음 그림이 아니었다. 붉게 칠해진 바닥에 그 여신은 쓰러져 있었고, 그 다음 그림은 쓰러진 여신 의 자리를 인간들이 채우고 있는 것이었다. 인간들의 시체 위에는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아디오스는 그 그림 앞에 멈추어 서서는 지긋이 눈을 감으며 물었다. " 정말로 알 수 있니, 나의 마음을? " =-=-=-=-=-=-=-=-=-=-=-=-=-=-=-=-=-=-= " ...다 왔군. " 라우디는 복도를 막고 있는 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라티나는 걱정말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라우디는 만 약을 대비해 신경을 곤두 세운 채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 것보다 더 빨리 이리아의 발이 문을 차버렸다. 라우디는 문을 밀려던 자세 그대로 옆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리아는 눈동자를 돌려 힐끔 라 우디를 보고는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문이 열리며 보이게된 방안의 모습에 눈동자가 크게 커지는 것과 동시에 굳어버렸다. " 어, 어째서. 에, 에, 에딘이... " " 아.디.오.스!!! " " 싫어!!!! " 라우디의 분노에 찬 외침과 이리아의 비명이 교차되어 지나가자 라 티나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방안에 놓여진 유리관에는 에딘이 있었다. 그러나 피부는 새하얗게 변해 있었고, 팔은 뼈만 남아 유리관 위에서 내려온 선들에 묶여져 있었다. 시체를 보관하는 것과 비슷했다. 이리 아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현실을 부정하며 유리관을 향해 걸었다. " 에딘...에딘..눈을 떠봐. 에딘... " " 아, 안돼! 이리아!! " 고개를 돌리고 있던 라티나는 이리아가 유리관을 향해 걸어가자 소 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때 이미 이리아는 유리관 밖 첫 번째 원 안에 도달해 있었다. 그곳은 밖과 달리 바닥에 수많은 구멍이 뚫려져 있었 다. 이리아는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그 안에 들어갔고, 즉시 바닥 에서는 물줄기가 솟아올라왔다. 그것은 창과 같이 솟아올라 이리아의 몸을 꿰뚫었다. 십여군데를 찔 린 이리아는 낮아진 수압으로 점점 작아지는 물줄기와 함께 바닥에 닿 았다. 철퍽, 하는 소리가 울리며 이리아는 물과 피 속에 처박혀 일어나지 못했다. 라우디는 에딘과 이리아를 번갈아 보며 이를 갈았지만 라티나 가 잡고 있는 손 때문에 어쩌지도 못했다. 지금 움직인다고 해도 상황 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나쁘게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초조함은 커져만 갔다. 어째서 나타나지 않는 거지? 모두 방안에 있고, 에딘이 눈앞에 있고, 이리아도 있는데?! 라 우디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바닥 에 쓰러져 있던 이리아가 꿈틀거리며 다시 일어섰다. 하지만 이리아의 다리와 허리, 가슴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곳 으로는 계속 피가 뿜어져 나왔다. 어찌된 일인지 아물지가 않았다. 이 리아는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에딘을 향해 간신히 한 걸음을 내딛었다. " 에딘. "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이리아의 몸은 무엇인가에 의해 조여들기 시작 했고, 이리아는 눈을 부릅뜨며 유리관을 노려보았다. 곧 유리관에 있 는 에딘의 뒤에서 아디오스의 모습이 비쳐져 나왔다. 아디오스는 에딘 의 옆, 유리관에 기대며 이리아에게 물었다. " 이제 그만하지 않겠니? 너는 그 힘을 이겨낼 수 없단다. " " 헛소리하지마. " " 이런이런. " 아디오스는 안타까운 듯이 중얼거렸다. 그러자 이리아의 몸을 조이 던 힘은 더욱 강해졌고, 이리아는 흰자위를 드러내며 이를 악물었다. 그때 라우디가 아디오스를 향해 번개의 뭉치를 풀어헤쳤다. " 모두를 풀어줘!! " 부탁에 가까운 그 외침과 더불어 바닥을 타고 뻗어나가는 선은 바닥 의 돌을 갉아 내버렸다. 거의 혼신을 다한 힘이기에 그것은 아디오스 에게 다다르자 눈이 아플 정도의 광량을 뱉어냈다. 그리고 굉음을 울 리며 아디오스에게 직격했다. 하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빛은 아디오스의 앞에서 뭉쳐지더니 아디오스 앞에 만들어진 공간의 구 형태를 따라 뒤로 흘러 넘어가 버 렸고, 벽에 부딪혔다. 그런데 벽화가 그려져 있던 벽은 그 빛을 흡수 해버렸다. 라우디는 이를 갈았지만 뒤이을 공격이 없었다. " 역시 절대 공간인가. 그 무엇도 간섭할 수 없는 이공간... " " 라우디. 난 당신이 필요했어요. " 그런데 아디오스의 입에서는 의외의 말이 흘러나왔다. 유리관에 기 댄 채 아디오스는 라우디를 원망 어린 눈으로 보았다. 도저히 연극이 라 하기에 애처로운 눈빛이었다. " 어째서 날 이렇게 만들었죠? " 그 말에 라우디는 발끈했다. 그 말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 "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네가 내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짓을 한 지 잊었어!! " 아디오스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화가난 라우디는 허공을 향해 손 을 휘저었고, 그 뒤를 따라 빛의 구가 생성되었다. 이번은 평소와 달 랐다. 단 한 번 휘저음에 사람 머리만한 구가 생성되어 아디오스를 향 해 끊임없이 날아갔다. 구가 날아간 빈자리는 곧 새로이 채워졌다. 그 리고 수십여개의 구는 아디오스의 몸주위에 생성된 공간에 부딪혔다. 물론 그것만으로 공간을 깰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곧이어 라 우디는 정면으로 번개의 비를 퍼부었고, 귀청을 진동시키는 소음이 방 안에 가득 들어찼다. 아디오스는 자신의 앞을 하얗게 메우는 빛을 보 며 입을 열었다. " 결구 네 놈 따위 보다 네 동생이 내겐 소중해. 방해하게 할 수는 없어. " 아디오스의 말이 끝나자 라우디의 마법들은 한데 뭉쳐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방안을 하얗게 비출 정도로 광량을 뿜어대며 아디오스의 앞에 서 커져갔다. 잠시 후 힘이 떨어진 라우디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대로 는 역으로 당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힘에 의해. "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 그런데 그때 라티나가 라우디의 앞을 가로막으며 그렇게 말했고, 아 디오스의 앞에 뭉치던 빛은 라티나에게 쏘아졌다. 라우디는 가늘게 눈 을 뜨며 손을 뻗었다. 포기 할 수는... " 으윽. " " 라티나?! " 라우디는 순간 당황했다. 아디오스에게서 쏘아진 빛은 라티나의 앞 에서 멈추어져 있었다. 그것은 아디오스가 만들어 낸 것과 똑같은 것 이었다. 절대 공간. 라티나는 어떠냐는 얼굴로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 헤헤. 흉내 좀 내봤는데. 멋지죠? " 그때 아디오스가 차갑게 말했다. " 무리다. " 동시에 라티나의 몸은 뒤로 튕겨져 버렸고, 라우디에게 안기어 문가 까지 날아갔다. 아디오스는 몇 바퀴를 굴렀는지, 셀 수 없는 그 둘에 게서 시선을 떼고 피식 웃으며 유리관을 보았다. 그런데 그런 아디오 스의 머리 속으로 한 남자의 목소리가 가늘게 들려왔다. < 솔직해져요. 외롭다고. > " 뭐?! " < 안겨서 울고 싶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해요. 이리아처럼. > " 에.딘. 네.가. 뭘. 안.다.고. " 분노로 일그러진 아디오스의 말에 푹 숙여져 있던 에딘의 고개가 들 려졌다. 그리고 검은 눈동자를 내비치는 가운데 빙긋 미소를 지었다. < 사랑은 강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 " 시끄러! 네가 뭘 안다고!! " -+-+-+-+-+-+-+-+-+-+-+-+-+-+-+-+-+-+- [ 앞으로 4편(?) ] 잘못하면 118편쯤에서 끝날 듯.. -.-; 그래도 완결을 볼 수 있어서 다행!!! - Ipria The Lord Will Lighten My Darkness. - Samuel 22:29 『SF & FANTASY (go SF)』 81867번 제 목:<이리아> 제 11장. 불행..... -117-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3/30 00:25 읽음:25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 Sorcerer's Unfortunate Story [ 이리아 ] ΙΥΙΑ 제 11장. 불행 - " Unfortunate " If you love me. Don't say "Good Bye". << 117 >> Don't say "Sayonara". Don't say "AnNyeong". =-=-=-=-=-=-=-=-=-=-=-=-=-=-=-=-=-=-=-=-=-=-=-=-=-=-=-=-=-=-=-=-=-=-=-= 아디오스는 에딘을 죽일 듯한 눈으로 바라보며 손을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유리관을 부술 수가 없었다. 에딘은 그것을 알고 있는지 아디 오스의 눈동자를 직시하며 말했다. < 절대 공간으로 막을 수 있음에도 당신은 이리아가 이곳까지 오는 것을 허용했어요. 알 수 있어요. 당신의 마음을...> " 네, 네가 알 수 있는게 아니야!! " 그녀는 당황했다. 이리아가 처음에 느꼈던 기분 나쁨이 아디오스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속마음을 들켰을 때의 불쾌함이었다. < 아디오스, 당신의 갈라져 버린 인격들.. 모두 곁에 있어줄 사람을 원했죠. 그 때문에 우리를 만들었던 것이 아니었어요? > " 아, 아냐. " 아디오스는 손가락 끝을 이빨로 깨물며 유리관에 등을 돌리고 기대 었다. 유리관에 차가움에 머리를 식힐 생각이었다. 그때 공간에 죄여 져 있던 이리아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열리더니 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불쌍한 여자.. 모두를 자신으로 손으로 죽이고 기억을 스스로 잊 은.. " " 어, 어떻게... " 그 순간 아디오스의 입술은 새하얗게 변했다. 아디오스는 하얗게 변 한 입술을 어루만지며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 되어 이리아를 보았다. 어느새 이리아의 앞에는 희미하게 한 남자의 모습이 투영되고 있었다. " 이제 바보 같은 짓은 그만해. 넌 훌륭한 어머니가 될 수 없어. " =-=-=-=-=-=-=-=-=-=-=-=-=-=-=-=-=-=-= 그는 그때도 그랬다. 내가 일을 시작할 때도. 내가 모르는 나 자신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난 그가 지나친 농담을 한 것이라 생각했다. " 난 농담 따위는 안해. " 그리고 다시 그 말을 들었을 때, 그는 내 손에...내 손에... =-=-=-=-=-=-=-=-=-=-=-=-=-=-=-=-=-=-= " 닥쳐. " 아디오스의 짤막한 말에 그의 뒤에 있던 이리아의 왼쪽 어깨가 압력 을 견뎌내지 못하고 뒤로 크게 꺾여 나갔다. 이리아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입만 뻐끔거렸다. 그러나 그는 이리아와 상관이 없었다. " 위선자, 아디오스. 이제 끝내자. " " 닥치란 말이야!!! " 그녀의 화는 그대로 이리아에게 전해져 더욱 센 힘으로 이리아를 죄 여버렸고, 이리아의 양 발목이 으스러졌다. 공간 사이에 눌려버린 이 리아는 주저앉지도 못하고 입으로 피를 흘려 내보낼 뿐이었다. 에딘은 그런 이리아를 바라보며 오른손을 움직였다. 끊어질 듯한 고통이 있었 으나 에딘은 이를 악물고 손의 억압을 풀고 팔을 흔들었다. 팔에 박혀 있던 선들은 쉽게 에딘의 팔에서 빠져 나왔다. 지금을 위해. 에딘은 손바닥을 유리관에 붙이며 이리아를 향해 미소를 보냈다. 에 딘의 손 건너편에는 아디오스의 목이 있었다. " 내가 필요할 때.. " < 그.만.해. > 에딘의 손은 유리관을 밀어냈고, 유리관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폭 발해 버렸다. 그 충격으로 에딘은 유리관 반대편까지 밀려났다가 튕겨 지며 아디오스 쪽으로 향하게 되었다. 쏟아져 나가는 액체 속에서 에 딘은 시야에 들어온 가느다란 아디오스의 목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온힘을 다해 목을 쥐었다. 폭발 때문에 뒤를 돌아보던 아디오스는 목 이 잡혔다. " 어, 어떻게- " " 쿡. " 짧게 신음 어린 웃음을 뱉어낸 에딘은 그대로 아디오스의 몸을 들어 올렸다. 몸 여기저기에 박힌 선들이 이제는 에딘을 지탱해주는 지지대 가 되어주었다. 에딘은 몇 차례 입에서 물을 뱉어내고는 조용히 말했 다. " 들리겠지.. 안녕, 이리아. 이 말은 꼭 하고 싶었어. 미안. " 말을 마친 에딘의 몸은 하얗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힘으 로 아디오스를 날려버리려는 것이었다. 아디오스는 에딘이 너무 붙어 있어 절대 공간을 펼칠 수 없게 되자 손끝을 펼쳤다. 그리고 힘껏 에 딘의 배에 꽂았다. 물기가 어린 아디오스의 손은 날카롭게 에딘의 배 를 관통했다. 유리관 안쪽은 피가 자욱하게 퍼져나가 피로 얼룩졌다. 그러나 에딘의 손은 아디오스의 목을 놓지 않았다. 절대로. " 놔!! 놓으란 말이야!! " 아디오스의 외침과 함께 아디오스의 손은 에딘의 배를 휘저었다. 유 리관 바닥이 피로 가득 채워져 갔다. 에딘은 울컥 피를 쏟아내면서도 아디오스의 목을 꽉 쥐었다. 아디오스의 발악이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팔에 힘이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에딘의 몸은 더욱 하얗게 빛을 발했다. 그러나 많은 출혈로 에딘의 눈동자는 스르륵 감겨버렸고 언제 빛이 사 라질지 모를 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때 에딘의 귓가에 이리아의 목소리 가 들려왔다. " 그런 억지가 어디에 있어!! 다행은 무슨 다행이야!! " 쩡! 하는 충격음이 울리면서 이리아의 몸은 구속에서 벗어났다. 이 리아는 몸의 상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땅을 디디는 것과 동시에 에딘 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러나 한 발자국도 더 가지 못해 이리아는 무 형의 힘에 부딪혀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이리아는 어이없게 튕겨 나 가는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했지만 곧 자신이 가려던 곳에서 물줄기가 솟아 나오는 것을 보고 누가 자신을 밀어냈는지 깨달았다. " 에...딘!!! " 아디오스는 자신의 기습이 실패하자 몸을 흔들면서 발악과 함께 마 력을 발산했다. 그러나 그 마력은 에딘의 몸을 더 빛나게 만들어줄 뿐 이었다. =-=-=-=-=-=-=-=-=-=-=-=-=-=-=-=-=-=-= " 라티나. 이제 이리아를 내보낼까..? " 한편, 라우디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라티나에게 물었다. 정 신을 차리고 에딘과 이리아를 번갈아 본 라티나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라우디를 올려다보았다. " 미안해요. " " 우린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나머지는 이리아에게 맡겨야지. " 라우디는 라티나의 눈물 어린 눈을 소매로 닦아주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리아에게 다가가 말했다. " 우리 몫까지 부탁한다. " " 라우디?! " " 잊지마요. 강한 믿음은 언제나 기적을 일으킨다는 것을요. " " 라티나?! " 이리아는 억지로 일어서려고 했지만 라우디는 이리아의 어깨를 지긋 이 누르고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라티나의 손을 잡은 채 빛을 발하고 있는 에딘에게 달려갔다. " 후회하지 않아? " " 전혀요. 즐거웠어요. 당신이란 사람을 만나서. " " 나 역시. " 라우디는 라티나의 손을 꼭 쥐며 에딘의 반대편에서 아디오스의 목 을 잡았다. 아디오스의 목을 향해 남아 있던 모든 힘을 불어 넣었다. 라우디, 라티나의 힘까지 더해지자 아디오스를 중심으로 거대한 빛 의 구가 만들어졌다. 그것은 에딘의 빛과 어울어지며 네 사람을 삼켜 버렸고, 빛에 닿는 모든 것을 소멸시키기 시작했다. 에딘을 옭아매던 유리관, 지난 과거의 산물인 건물 바닥, 천장에서 내려오는 수많은 실선들... 그것들은 빛 속으로 스며들어 소리없이 사 라져 갔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빛 안에서 라우디의 외침이 이리아의 귀전에 메아리쳤다. " 이리아!! 반드시 행복해야한다!! 에딘과 함께!! " 그와 함께 그들을 감싸고 있던 빛은 천장을 향해 솟아올랐다. 이리 아는 모두가 사라진 빛의 처음과 끝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감으며 울 음을 삼켰다. 꿈... 이것은 꿈... 꿈이지? 솔솔 불어오는 바람은 따스하게 몸을 감쌌다. 그래. 이건 꿈이야. =-=-=-=-=-=-=-=-=-=-=-=-=-=-=-=-=-=-= " 티스.. 무슨 생각해요? " " 별이 떨어지고 있어. " 의자에 앉아 하늘을 보고 있던 티스의 쓸쓸한 눈동자에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두 개의 별이 비쳤다. 랜은 조심스레 들고 있던 이불을 티스 에게 덮어주고 티스가 앉아 있는 의자 팔걸이에 걸터앉아 하늘을 바라 보았다. " 그래도 모두 유난히 밝잖아요. 행복한 사람이 죽을 때 그 별은 유 난히 빛나보인데요. " " 억지야, 그건. " " 그래..? 후훗. 그럼 내 별은... " " 밝을 거예요. " 랜은 티스의 말을 자르며 티스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 언제나 지켜줄 거죠? " " 응. 나오도 용서해 줄 거야. 그때처럼.. " 그리고 두 사람의 그림자는 천천히 겹쳐졌다. 티스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떨어지는 별들을 향해 빌었다. " 모두 방황을 끝낼 수 있길... " =-=-=-=-=-=-=-=-=-=-=-=-=-=-=-=-=-=-= < 네가 바라는 것은? > 그러나 마음으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현실이었다. 이리아는 입가에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에딘이 돌아오는 것. 단 한가지 뿐. " < ...그 아이가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그 아이는 그 아이의 인생을 걷게 될 것이다. 견딜 수 있겠는가? > " 그래도 상관없어요. 기다릴 거예요. 언제까지나.. " 곧 숨이 막혀오며 눈에서는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려 가슴 앞에 맞잡은 손을 적셨다. " 난 믿어요. 순진한 척하는 그를. " 그때 이리아의 볼에는 따스한 체온이 와닿았고, 이리아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눈앞에는 에딘이 다정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되도록 빨리 돌아갈게요, 이리아. > " 기다릴게. 영원히... " 영원히... -+-+-+-+-+-+-+-+-+-+-+-+-+-+-+-+-+-+- [ Go To Next ] Epilogue로 이어집니다. - Ipria The Lord Will Lighten My Darkness. - Samuel 22:29 『SF & FANTASY (go SF)』 81869번 제 목:<이리아> Epilogue -118-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3/30 00:25 읽음:316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 Sorcerer's Unfortunate Story [ 이리아 ] ΙΥΙΑ >> 118 - Epilogue << Thank you.... =-=-=-=-=-=-=-=-=-=-=-=-=-=-=-=-=-=-= " 빨리 와- 아까 전에 부르셨단 말이야! " " 알았어, 알았어. 알고 있어. " 소년은 소녀의 손에 억지로 이끌려 집으로 향했다. 넓은 바닷가가 보이고 숲이 우거진 언덕 위에 자리잡은 작은 집. 소 년은 소녀와 함께 그곳을 오르며 생글생글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평 화롭고 경치 좋은 마을은 극히 드물었다. 몇 년 전에 있었던 피의 혁 명으로 이노네스가 전쟁을 그만두고, 세레스가 헤로딘을 점령한 이후 헤로딘 독립군의 활동이 정치적으로 결실을 맺어가고 있어 전쟁의 불 길도 사그라지고 있는 시간이었다. " 늦었구나. " " 좀처럼 책을 뗄 생각을 해야 말이죠. " 집에 도착하자 소년의 어머니는 소년과 소녀를 식탁으로 맞아들였다. 갈색 머리에 순진해 보이는 그녀는 소년과 소녀에게 음식이 가득 담긴 그릇을 주었다. 소녀는 순간 난처한 얼굴로 소년의 어머니를 보았지만 소년이 우적우적 먹기 시작하자 덩달아 조금씩 입으로 가져갔다. " 채할라. " 소년의 어머니는 빠른 속도로 먹어치우는 소년에게 약간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소년은 그 말에 잠시 먹는 것을 멈추고 아무렇지 않 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 빨리 커야해요. " " 왜 그렇게 크는 것에 집착하니?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니? " 소년은 어머니의 질문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들고 있는 수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반짝이는 검은 색 눈동자가 수저에 희 미하게 반사되어 시야에 들어왔다. 소년은 그것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 예.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요. 언제까지나 저만을 기다리는... 바 보 같은. " " 그래.. 그래도 천천히 먹으렴. 에딘. " Sorcerer's Unfortunate Story Iria < End > -+-+-+-+-+-+-+-+-+-+-+-+-+-+-+-+-+-+- Special thanks for Yui... And all readers. -+-+-+-+-+-+-+-+-+-+-+-+-+-+-+-+-+-+- [ Go to Free Talk ] - Ipria 2000. 3. 30 The Lord Will Lighten My Darkness. - Samuel 22:29 『SF & FANTASY (go SF)』 81870번 제 목:<이리아/이프> 글을 마치며... 올린이:이프리아(정상균 ) 00/03/30 00:25 읽음:33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 [ Free Talk - 이리아를 끝내며... ] 7개월만에 끝을 보며 매우 두근두근 거립니다. 원래는 3개월 정도만에 끝 을 보려고 했었는데 2배 이상으로 늘어나다니... ^^;;; 매우 송구스럽습니 다. 연재 중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죄송했습니다. 자주 연재가 끊기고, 스토리도 엉망이 되고... 수능을 준비하는 주제 무리하게 연재하며 제멋대 로 횡포를 부린 것 같아 매우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전작(前作) 리즈 이야기를 끝내고 들었던 "다음 글 기대하겠습니 다!"란 말을 배신 한 것 같아 연재 내내 괴로웠습니다. 순전히 제 고집 때 문에 독자를 우롱하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지... 그래도 띄엄띄엄 올 리는 시점에서도 계속 읽어주시는 고정 독자 때문에 견딜 수 있었습니다. (다른 글들 50회 넘어가고 축하 받을 때에...100편을 넘긴 저는 축하를 못 받아 충격이었습니다. 그래도 고정 독자라도 있었으니 망정이지..T.T) 과연 난 얼마만큼의 글을 쓸 수 있을까. 이리아를 마치며 생각해 봤습니 다. 지금까지 쓴 글이 책으로 본다면 대략 11권 분량. 대학 생활을 하면서 쓴 글까지가 제 인생 중 쓸 수 있는 글이라 생각하면. 20권이 채 안될 것 같습니다. 글로 먹고 살 수 없기에 글에서 손을 놓을 때가 올거라는 사실 이 두렵습니다. 즐거운 추억을 함께 했었는데. 이 글을 끝까지 읽어준 독자들에게, 그리고 어려울 때 메일과 쪽지를 보 내준 독자들에게, 언젠가는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더 좋은 새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지만. 아마 다음 글이 제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습니다. 모두 응원해 주세요. 잘 써보라고. 최선을 다해, 힘내보겠습니다. - Ipria 2000.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