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1- 사방으로 여러 가지 빛이 회오리친다. 몸에 전혀 무게감 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내 팔에 차여있던 고리가 갑자기 빛을 발하더니 내 전신을 뒤덮었다. 그리고 갑자기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여러 가지들이 있었다. 뭘까? 그리고는 점점 의식이 희미해져간다. 똑똑.......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울린다. 소리로 보아 동굴인 것 같았다. "으...머리야......여긴" 눈을 떠서 둘러보니 깜깜한 동굴이었다. 여긴 어디지? '내가 이상한곳으로 빠진 것은 기억나는데 여긴 어디지' 우선 내가 있는 곳을 둘러보니 천정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동굴인 것 같았다. 그리고 안쪽 으로 들어가는 길은 하나뿐이었다. "뭐야, 중원어디에도 이런 동굴은 없었어" 나는 황당한 감이 들었다. 내가 지나온 빛의 동굴하며..... "으, 내가 꿈을 꾸나? 윽 아이고 ...아파라" 꼬집어 본 볼이 엄청 아프다. 내가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내가 얼마나 황당하면 이러겠는가? 이해 못하겠으면 한번 당해보라지 ㅠ.ㅠ 그리고는 몸에 무슨 이상이 없는지 살펴보았다. 이상한 점은 없었다. 내가 팔에 차고 있던 그 문제의 고리가 없어 졌다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이렇게 되면 길은 하나뿐이니 가보자' 동굴 진짜 엄청난 넓이였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어둡지 않고 밝다는 것이다. 그것도 벽에 달려있는 작은 구에서 말이다. "황당하군 어떻게 저런 게..... 그나저나 이 동굴 상당히 길군...." 그렇게 상당히 걸었다. 얼마나 걸었는지는 모르겠다. 동굴이라서 시간 감각이 없어져 버렸 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을 걸은 후에 나는 이 동굴의 끝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밖은 아닌 것 같았다. 거기다 더 불길한 것은 .... "이 숨소리는 엄청나게 큰 동물의 것 같은데...뭐지..." 나는 경공술로 발소리를 죽이고 동굴이 끝나고 빛이 가득한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가 본 것은.... '어떻게 저런 게.... 저런 괴물은 책에서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뭐지' 나는 다시 한번 내가 본 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것은 자체가 황금빛을 발하는 거대한 것이었다. 내가 보는 쪽에서는 그 모습을 다 볼 수조차 없었다. 긴 목에 황금빛 날개, 긴 꼬리 모두 4개일 것으로 짐작되는 발. 그리고 녀석의 머리에는 뿔이 달려있었다. 그리고 녀 석은 자는 것인지 눈을 감고 고른 숨을 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녀석의 얼굴 앞에 작은 대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대위엔 이상하게 생긴 검이 놓여있었다. '저런 검은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게다가 저 괴물은 또 뭐야, 여긴 내가 사는 중원이 아 닌가? 도대체 내가 어디에 와 있는 거지?....' 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우선 저 이상하게 생긴 검이라도 잡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렸 다. 그래야 저런 괴물녀석이 덤비더라도 반항이라도 할 것이 아닌가... 뭐 검이 없어도 상관 은 없지만.... '저 녀석을 깨우면 안되니까... 기척이 제일 없는 답공능허다.' 나는 경공으로 발을 땅에 닿지 않고 공기를 차며 검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검이 있는 대 위에 내려섰다. 그 검은 검 끝에서 손잡이 쪽으로 오면서 점점 넓어지는 검신에 이상한 문 양이 새겨진 하얀색의 손잡이 그리고 붉은 검집에 싸여있었다. 그리고 그것의 겉에는 이상 한 빛을 뛰는 보석이 하나 박혀있었다. 내가 그렇게 이상하게 생긴 검을 보고있는데 뒤로 이상한 시선이 느껴졌다. '젠장 설마 아니겠지....' 나는 불길한 생각을 안고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황금빛으로 빛나는 눈동자 두개와 마주쳤다. 그것은 괴물 같지 않은 침착함과 고요함 그리고 지혜와 힘이 담긴 그런 눈빛이 었다. 나와 녀석은 잠시동안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괴물이 말을 한다는 것이다. "그대는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는가?" "말을......." "내가 묻는 말이 들리지 않는가? 그대는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지?" '침착하자. 여긴 중원이 아니라 다른 곳이다. 우선 침착하게.....' 나는 그 녀석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참 이런 경험도 희귀한 것이다. "음..흠... 나는 저 예천화라고 한....다. 그리고 어떻게 여기 있는 지는 나도 잘 모른다." '설마 내가 반말한다고 뭐라고 하진 않겠지...' 내가 이런 생각을 할 때 녀석이 다시 물었다. "음..거짓은 아닌 것 같은데 이름이 예천화? 그런 이름은 이 대륙 어디에서도 들어 본 일 이 없거늘.." "이 대륙 어디에서도 들어 본 일이 없다고 그럼 여기가 어디지.." 이왕 시작한 반말. 끝까지 밀고 나가자..... "이곳은 그렌센 대륙의 끝에 자리한 곳으로 지금은 그 이름이 어떠한지 알 수 없다." 나는 그 녀석의 설명을 듣고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렌센... 그런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어.. .그렌센... 그런데 내가 어떻게... 맞아 방금 저 녀 석과 이야기 할 때도 이상한 말이었는데....' 내가 멍한 표정으로 서있자 녀석은 그런 날 잠시 바라보다가 내게 물었다. "그대가 이곳의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곳의 말을 할 수 있는가?" 예리한 질문이군 괴물치고는 똑똑해. "모르겠어. 내가 어떻게 이런 말을 쓰는 건지.... 그냥 써져 마치 내가 원래 하던 말같 이...." 내가 이렇게 혼란스럽게 말을 내뱉자 녀석이 날보고 작게 말했다. "깨어라" 그러자 갑자기 혼란스럽던 머리 속이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이제 괜찮은가?" "그래 머리 속이 맑아졌어... 네가 한 건가?" "그렇다 이건 용언 마법이지 그대 마법을 모르는가?" 나는 녀석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난 그런 것은 들은 적이 없다. 그리고는 다시 내가 물 었다. "정말 내 이름과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없어?" 내 물음에 녀석은 그 덩치답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넌 여기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여기로 왔지?" "잘 모르겠어. 산에 있었는데 이상한 빛 속에 빠져버렸어. 그런데 깨어나 보니 동굴이잖아 그래서 동굴을 따라서 나와봤더니 이런 곳이 나오잖아." "음 잘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천화, 그대가 차원을 넘어온 것 같은데...." 그게 무슨.... "차원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대에게 단시간에 설명하긴 힘들다. 간단히 말해 신이 여러 가지 세계를 만들고 그 사 이 사이에 벽을 세워 막아놓았고 그 벽이 차원이란 것이다." "그럼 그 벽을 다시 넘을 방법은?" "모른다. 그 벽을 넘을 수 있는 것은 창조주와 빛의 근원과 어둠의 근원뿐일 것이다. 그 이외의 신이나 드래곤 로드는 그 차원의 벽을 넘을 수 없다....아닐지도 모르겠군 그대가 넘 어 왔으니 다시 넘어갈 방법이 있을지..." 난 그 말에 난감했다. 도대체 어떻게..... 혹시 창조주란 녀석의 장난이 아닐까 아니지 명색 이 창조주인데 하~ 울고싶어라 난 검이 놓인 대위에 않아 버렸다. 녀석은 그런 날 조용히 바라보았다. 의외로 분위기 파악도 잘하는군 난 우선 마음을 가라앉게 하고 녀석에게 물었 다. "그런데 넌 여기서 뭐하냐? 그전에 이름은?" "훗, 드래곤 앞에서 그렇게 당당한 인간은 너 뿐 일 것이다. 내 이름은 그래이드론이다. " "그래이드론? 이상한 이름이군. 그래 넌 여기서 뭘 하는 거야?" 그러자 녀석은 내 옆에 있는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난 그 검을 지키고있다. 1만년 이상이나 말이다." "하 ~ 이런걸 뭐 하러? 그리고 너 나이가 1만 살이 넘었단 말이냐?" "그렇다 정확한 횟수는 나도 잘 모르겠군. 대충 1만 5천여년은 될 것이다." "말 높여주어야 합니....까?" "그럴 필요는 없다. 처음그대로 말하면 된다. " 하 참 불쌍하다. 뭘 하러 이런 걸 1만년씩이나 지키고 않아 있는 건지. 난 그 검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 것을 잡으려했다. 그러자 그래이드론이 그런 날 급히 말렸다. "그것은 의지 와 생명이 있는 검이다. 자신의 주인이 아닌 자가 손을 댔을 때나 주인의 자격이 없는 자 가 손을 대려 할 때는 그런 자들을 소멸시킨다." "하..하... 대단한 검이군. 도대체 누가 이런 걸 만들었어? 아니! 이거 주인은 누구야? 아니 다 이 질문은 안 해도 되는군. 주인이 없으니 네가 지키고 있겠지." 녀석은 내 질문에 한숨을 쉬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상당히 쌓였었나봐.... [이드]-2- "그것은 이름은 라미아. 만든 자라면 여럿이지 우선 모든 드래곤의 수장이었던 나와 각 용왕들 그리고 빛과 어둠의 고신들이지... 원래는 내가 거의 장난삼아 시작한 것이었다. 최 고의 무기를 만들어보고 싶었거든. 그래서 각 용왕들과 고위의 신들을 부추겼지... 그리고 각자의 능력과 권능을 최고의 마법력이 들어있는 금속이자 최고의 강도를 가진 신의금속 이클립스에 부어만들었다. 그리고 그 손잡이를 내 드래곤 하트의 일부와 드래곤 본을 사용 하여 만들고 검집을 레드 드래곤들의 왕의 가죽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거의 천여 년에 가 까운 시간을 투자해 만든 것이다. 그리고 라미아가 완성되던 날 나는 그 것을 잡으려 했으 나 그것에 거부당했다. 강제로 잡으려 했으나 이것의 힘은 지금의 나로써도 감당키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라미아의 제작에 참여했던 고신들에게 그것을 넘겼으나 그들 역시 라미 아에게 거부당했다. 만들 때 우리 모두의 힘이 들어가 고신들과 필적하는 아니, 오히려 더 한 힘을 발휘하는 때문에 신들조차 라미아의 주인이 될 수는 없었다. 아마 이것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창조주와 빛과 어둠의 근원 뿐 일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라미아를 이곳에 봉인했다. 그러나 그 힘 때문에 맘이 놓이지 않아 내가 자초하여 이곳에서 이것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아마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이는 나와 그 고신 정도 일 것이다. 그 외 용왕들은 이미 수명이 다했을 태니까." 녀석을 그렇게 말하며 허무한 눈빛을 던졌다. 나는 녀석의 설명을 듣고 다시 검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게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 이곳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이 라미아라는 검의 가치를 어떻게 알겠어 그냥 신도 같이 만들었다니 대단한 거구나 하는 거지... [...님......] 검을 들여다보는 내게 무슨 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그리고 나는 마치 홀린 듯이 그 검 으로 손을 뻗었다. 옆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 듯도 했으나 모르겠다. 분명히 만지면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고 정신 역시 말짱했으나 몸은 아닌 모양인 듯 손을 가져가 그것의 손잡이를 쥐었다. 그러자 갑자기 눈앞이 혼란스러워지며 아름다운 여인의 목소리가 머리 속에 울려 퍼졌다. [나 라미아 여기 나의 주인이 될 이를 만났으니 그에 약속의 인을 맺을 것입니다. 그대 나의 주인이 될 분이여. 그대는 나와 영원히 함께 하시겠습니까?] '무슨 이...게......' [나와 영원히 함께 하시렵니까?] 똑같은 질문이었다. '뭐야 그거 설마 내게 안 좋은 건..?' [절대 그대에게 해는 없습니다. 저와 영원을 함께 하시겠습니까?] 목소리는 진짜 예쁘군.... '뭐 그렇게 하지' [영원의 약속은 이루어 졌습니다. 창조주께서도 이의 파기는 못 하실 것입니다. 저는 라미 아. 영원을 당신 옆에서... 영원히 함께 할 것입니다.] 그리고 눈앞이 다시 밝아지며 눈앞에 한 명의 따뜻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여인을 보며 의 식을 읽었다. 희미한 세상을 헤매는 듯한 내가 다시 정신을 차리며 바로 몸을 일으켰다. 후 이렇게 잠에서 깨는 사람이 있으련가? 내 앞에는 중년의 남자가 서있었다. 누군지 인상은 부드러운 듯도 하나 위엄이 담긴 듯 했다. "일어났다면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을 좀 해줬으면 한데" 이목소리는 방금 전까지 내가 대화하던 그래이드론! "그렇게 놀라할 필요는 없다. 마법이다. 폴리모프라는..."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내 손에 무언가가 있는 듯한 느낌에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런 내 손에는 그 검, 라미아가 들려있었다. 그것은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난 앞 에 있는 그래이드론에게 물었다. "이게 왜...."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 네가 그것을 잡았고 갑자기 빛을 뿜으며 쓰러졌다. 어떻게 된 거 지? 설마 그것의 인정을 받은 거냐?" "모르겠어 갑자기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자신과 영원히 함께 하겠냐고 말해서 내게 해가 안 된다면 그런다고 했어 그리고 어떤 여자를 보고는 의식을 잃었는데." 그래이드론은 잠시 생각하더니... 날 보며 말했다. "그런가 드디어 주인을 찾은 건가? 그럼 나의 고생도 끝이로군." "주인? 야! 그럼 내가 이 검의 주인이 되었단 말이야?" 그래이드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넌 이제 그 검의 주인으로 절대자의 권좌를 손에 넣은 것이다." "야야! 난 그런 거 필요 없어" "그거야 상관없지 네가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에 달렸으니까. 1만6천 여년... 몸의 한 계를 넘어 그 검을 지키고 있었는데 드디어 쉴 수 있겠군." "이봐! 무슨 소리야 그게? 죽는단 말이냐?" "그렇다. 보통 드래곤의 수명은 1만년 난 드래곤 로드로서 5천 여년의 수명을 더 가졌으 나 그걸 넘은 지 이미 천년이 넘었다. 이제 이 몸을 쉬게 할 것이다." "그럼.....난 어떻게 해. 내가 여기에서 아는.... 드래곤이라야 너뿐인데......어떻게 하라고 임 마!" 녀석은 잠시 날 바라보더니 웃었다. "그럼 이렇게 하지 나 때문에 드래곤들에게 몇 가지 마법과 기술이 끊겨 졌을 것이다. 네 가 그것을 가르쳐주어라 " "너 밑도 끝도 없이 무슨 소리야" "내가 나의 모든 것을 너에게 넘겨주겠다. 나의 인증까지. 그 것이 있으면 널 나처럼 대해 줄 것이다. 넌 그런 드래곤들 중 지금의 드래곤 로드를 찾아 몇 가지를 가르치면 된다. 원 래 이런 부탁은 아무한테나 하는 것은 아니다만..." "그래 해줄게, 해주는데 나는 아는 이가 없다니까 네가 같이 가서 길 안내라도 해줘야 할 것 아냐 내가 여기에 대해 아는 것이 뭐가 있다고..." "그건 걱정 할 것 없다. 이미 말했듯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전부다 너에게 넘어 갈 것이 다. 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하려면 고생은 좀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길이라 그건 나도 모른다 밖에 대해 모르기는 나도 마찬가지지 벌써 밖에 못 나가 본지도 7천여년이 넘 어가니까 7천년 전에도 하루만에 되돌아 왔지만. 자 준비해라.. 하하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일이야 신의 검에 드래곤의 지능과 능력을 가진 인간이라... 너 잘하면 고위 신까지 될 수 있겠다." 으...저게 누굴 놀리나~ 녀석을 웃으며 날 보더니 작게 주문을 외웠다. 나의 모든 것을 그대에게... 나 그대 안에 다시 살 것이다. 녀석이 갑자기 환한 빛을 발했다. 그리고 내 손안에서 떨림이 전해졌다. [주인님 능력전이마법입니다. 방어할까요?] 이 목소리는 내가 빛 속에서 들었던 목소리 그런데 방어..... "안돼. 방어하지마 이건 공격이 아니야. 알았지?" [알겠습니다.] [이드]-3- 그리곤 곧바로 빛이 내 몸을 덥치고 기절해버렸다. 이제 생각하는 것이지만 나 기절을 너무 많이 한다. 원래 몸이 이렇게 약하지 않은데.... 나는 잠에서 깨듯 자연스럽게 깨어났다. 주위에는 여전히 밝은 빛으로 가득 했다. 그러나 그래이드론은 시체조차 없었다. "용언 절대 마법인가? 자신의 기억 뿐 아니라, 몸의 능력까지 내게 전이시켜서 시체조차 없는 것인가. 그런데 이 녀석 황당하군 도대체 자신의 마나의 결정체인 드래곤 하트까지 주면 나보고 어쩌란 거야? 도대체 나보고 이걸 어쩌라고" 진짜다 이 드래곤 하트의 마나 양이면 내가 잘못 마법을 사용 할 경우 나라 하나는 우습 다. 그런데..... 나는 검을 들어 거기다 말했다. 남이 보면 미친 놈 같겠지만 보는 사람도 없 는데 어떨까? "너지 아까 네게 말한 것이 있지?" 다시 내 머리 속에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습니다. 주인님] "음.. 이름이 라미아라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주인님] "주인님 그러지마. 그냥 천화라고 불러" [......예 천화님] 하~ 안되겠지? 그럼 우선 여기서 나가볼까? "라미아 여기서 나가는 길을 알아?" [길은 없습니다. 외부와 통하는 곳은 없습니다. 텔레포드 하시면 됩니다.] 그런가 텔레포드라 하지만...... "그거 불가능하겠는데 그래이드론의 기억이 완전하게 이해가 가는 게 아니거든 완전히 이 해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네가 어떻게 안될까?" [알겠습니다. 그럼 텔레포드 위치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근처에 뭐가 있는데?" [찬화님 앞 공간에 영상의 펼치겠습니다. 이미지트랩] 그러자 내 앞에 그림이 떠올랐다. 그림이라기보다는 내가 실제로 보는 듯한 그런 것이었 다. 크기가 작다뿐이지 진짜와 같았다. "음 그러니까 이 빨간 점이 우리란 말이지...." 나는 그 영상의 중앙에 나타난 산의 중심점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숲을 가리 켰다. "그럼 여기로 가자. 여기서 조금만 걸으면 마을도 곧 나오는군. 음 이거 좋은데.." [알겠습니다. 그럼 정해진 포인트로 이동합니다.] 커다란 산을 중심으로 펼쳐진 큰 숲에 누군가 갑자기 나타났다. 몸매나 얼굴로 보아서는 17~18살로 보인다. 그리고 그 청.....아니 차라리 소년에 가까웠다. 그 소년의 허리에는 붉은 색을 은은히 발하는 듯한 검집에 싸여진 보통의 바스타드소드보다 조금 더 긴 검이 걸려있 었다. 손잡이는 흰색으로 보이지만 검신은 검집으로 자신의 모습을 가리고 있어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소년이 입은 옷 역시 이곳 아루스한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었다. "화 ~ 여기 나무는 중원보다 크군... 숲도 울창한 것 같고.." 그 소년은 바로 천화였다. 그가 바로 여기로 라미아를 이용해서 이동한 것이었다. 그는 잠시 숲을 둘러보았다. 중원에는 산은 있으나 이런 대규모의 숲은 볼 수 없기 때문 이다. '후~ 내가 왠 고생이냐 이런 곳에서 어딘지도 모르는 신들을 찾아야 하다니..... 마을이 저 쪽에 있었지? ' "우선 목적지부터 정해야 할텐데 무작정 다닐 수는 없으니.... 신을 찾아야 하니깐...... 참 내가 생각해도 막막하다. 신을 어떻게 찾아..... " "음....그래 신전부터 찾아가 보자 아무래도 신을 찾으려면 신전부터 찾아봐야겠지.." 그렇게 결론을 내고 걷고 있는 천화의 길옆으로 10미터 가량 떨어진 곳이 갑자기 폭발해 버렸다. 그리고 뒤따르는 이상한 괴성.... "끄엑..." " ....크악" "이것 봐요. 일란 그렇게 가까이서 터트리면 어쩌자는 겁니까?" 젊을 것으로 짐작되는 남자의 목소리에 뒤따르는 중년인의 목소리 "그럼 어떻게 하나 스펠 영창시간이 긴 걸. 그리고 저 녀석들을 떨어트리려면 얼마나 뛰 어야하는데 난 그렇게 못해 그리고 다친 사람도 없잖나." 이번에는 여인의 목소리가 그를 탓하는 듯하다. "그렇지만 일단 조심은 하셔야죠. 이번엔 너무 가까웠다구요" 그러면서 이 목소리들은 점점 나에게 가까워져왔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 들릴 즈음 다섯 명의 인원이 밖으로 걸어나왔다. 서로 티격대는 4명의 인원과 조금 떨어진 곳의 아가씨....... '그런데 귀가 길군... 인간이 아닌가? 그럼 잠시 그래이드론의 기억을 검색.....답은 엘프 그 것도 하이엘프. 희귀한 엘프인데.... (작가주: 이 인간은 주인공으로 절대 컴퓨터가 아닙니 다. 그리고 엘프인 일리나를 여기에 등장시킨 것이 제 의도 와는 맞지 않는 건데 어쩌다보 니^^;;)' 말다툼을 하는 이들은 지팡이 하나를 든 중년인과 가죽갑옷을 입은 10대로 보이는 청년. 그리고 역시 같은 나이의 소녀. 그리고 특이하게 난쟁이. 이곳 말로는 드워프. 그가 제일큰 못소리로 떠들고있었다. 그리고 천화를 제일 먼저 발견 한 것은 역시나 엘프. 그러나 말을 걸어오지는 않는다. 역 시 하이엘프 답다고 해야하나? 그 다음으로 소녀가 천화를 의식하고는 주변인물들에게 알 렸다. "음.. 여기누군가 계신지는 몰랐군요. 아까의 폭발로 놀라시진 않으셨습니까?" 가죽제 갑옷을 입고 롱 소드를 차고 있는 청년이 다가 오며 먼저 말을 했다. 천화는 그를 한번 자세히 바라보고는 대답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다행이군요. 저는 그로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는 하엘이라고 합니 다. 제 친구죠. 여긴 일란. 그리고 여기 드워프는 일란의 친구인 라인델프입니다. 그리고 여 기 이 엘프 분은 이 숲에서 괴물들 때문에 동행하기로 한 분입니다. 성함은 일리나라고 들 었습니다. 그런데 어디 분이십니까? 처음 보는 옷입니다만.." 그는 그러니까 이름이 그로이하고 했던가 천화가 묻지도 않은 것을 술술 잘도 말해준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천화가 입고 있는 옷은 중원에서 입고 있는 옷이었다. 그것도 주약빙 이 지어준 예쁘장한 옷 그 옷은 그들에게 상당한 호기심을 유발시켰다. 하늘거리는 데다 상당히 부드러울 것 같았다. '그런데 이름이라 저들의 이름을 들으니 원래 내 이름인 천화는 못 쓰겠다. 너무 튈 것 같아 그보다 발음이나 제대로 할까? ' "아 제 이름은..... 이드입니다. 이 옷은 오다가 제가 입던 옷이 찢어지는 바람에 어떻게 구 하게 된 것입니다. " 이드란 이름은 천화가 즉석에서 생각해낸 것이다. 정확히는 그래이드론의 이름을 빌리기 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혼자서 이 숲에 오다니 상당히 위험할 턴데" 라인델프라는 드워프가 천화를 바라보며 한 소리 던지듯 말했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다 이상한 옷을 걸친 천화를 드워프 답지 않게 조금은 경계하는 듯했다. [이드]-4- "위험하다뇨?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라인델프의 말에 이곳의 사정을 전혀 까맣게 모르는 천화가 되돌려 물었다. 그리고 그의 물음은 일란이라는 사람이 풀어주었다. "그러니까 이 숲 시온은 유난히 몬스터들이 많은 곳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지날 땐 실력 이 있는 사람 여럿이서 함께 합니다. 그런데 이 숲에 대해 모르셨습니가?" 은근히 자신들이 실력이 있는 인물들이란 걸 들어내는 말이다. 말 잘하게 생겼군. "아니요 몰랐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작은 마을에서 볼일 때문에 온 것 입니다. 그래서 지명이나 이런 숲의 소문은 잘 모릅니다." 천화의 즉석 거짓말을 듣는 이들 모두 그런가 보다하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하엘이라는 소녀가 내게 말했다. 꽤 예쁘게 생겼다. "그럼 이 숲을 나가실 때까지 저희와 함께 하시지요." "음 그게 좋겠군요. 저희와 함께 가시지요" 하엘의 말에 그래이도 같이 나에게 권했다. 천화에게는 듣던 중 반가운 말이었다. 이곳의 지리나 사정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나야 좋지. 이런저런 말도 들은 수 있고 길도 잘 모르는데.....물론 라미아에게 이미지트랩 이란 걸 쓰게 하면 되겠지만 말야' 그들과 같이 천천히 걸으며 천화, 아니 이드가 그들에게 물었다.(이제부터는 이드란 이름 을 쓰겠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어디를 가시는 길입니까?" 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래이가 했다. "저희는 그러니까..... 수행입니다. 여기 하엘은 이리안의 사제로서 수행을 나선 것이고 저 는 하엘을 따라 나선 겁니다. 검도 꽤 쓸 줄 알기에 그것도 수행할 겸해서요 그리고 일란 과 라인델프는 저희들이 걱정된다면 따라나선 것이고요." '음~한마디로 하엘을 따라왔단 말이군....' 그는 엘프인 일리나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다. 이 숲에서 만났다니 그녀에 대해서 잘은 모 르는 듯했다. "그리고 지금은 우선 신전을 찾고 있습니다. 저희가 사용하던 힐링포션이 바닥나는 바람 에.... 이드님은 어디로 가십니까?" "잘됐군요. 여러분들과 목적은 다르지만 저 역시 신전을 찾아갑니다. 괜찮으시다면 동행을 했으면 하는데요" 이드의 말에 불만을 표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통과... "그런데 하이엘프분께서는 어딜 가시는 길입니까?" 그녀는 이드의 말에 상당히 놀라는 듯했다. 하이엘프는 보통사람은 잘 알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놀라기는 다른 일행 역시도.. "하이엘프? 그럼 일리나양이 하이엘프란 말입니까?" 그녀는 조용히 내게 말했다. "제가 하이엘프란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보통사람은 알아보지 못하는데요!" "아..제가 아는 하이엘프분이 계시거든요. 그래서 알아 본 것입니다." '여기서 내가 느는 건 거짓말뿐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이드의 말을 들으며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이드의 말을 완전히는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나라도 않 믿겠다. 하이엘프를 알아보는 게 어디 알고 지낸다고 가능한 것이 아닌 것이 다. (그래이드론의 데이터검색결과.) "그런데 무슨 신전을 찾고있는데?" (여기서부터 말을 놓겠습니다. 그리고 나이는 이드가 제일 어립니다. 하엘은 19살이고 그 래이 역시 같은 나이입니다. 일란은 40이었고 드워프나 엘프의 나이야 알아서 무엇하겠습 니까?) 사제인 하엘이 신전에 관련된 일이라 그런지 이드에게 물어왔다. "특별히 찾고있는 신전은 없어. 굳이 찾자면 각 신전의 최고위신전을 찾는 거야. 아니면 최고위신관이나 . " 여기서 이드의 말에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간단히 대답해 이드가 찾고있는 그 세 명의 신들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서 모시는 신전이 없다고 한다. 물론 그래이드론 의 데이터 검색결과다. "그럼 그분들을 찾아서 무엇을 하실 생각인데 ?" "내가 찾고 있는 분들에 대한 행방. 그리고 그분들에게 묻는 다기보다는 그분들께서 모시 고 계신 신들께 직접 묻는 거지." 그녀는 아니 그녀뿐 아니라 모두가 내 말에 놀란 듯했다. "대체 찾고 계신 분들이 누구시길래 신께 직접 물으시려 하는 거야 신들께서 그런 질문에 답하 실까? 게다가 신께서 직접 인간에게 대답하신 일은 최근100여 년간 한번도 없었단 말 이야." '설명할까? 하자면 못할 것도 없지만 길고 또 뒤처리가 문제다' "하하 그건 좀 비밀이라 이해해요"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숲을 빠져나온 일행은 슬란이라는 마을에 도착할 수 있 었다. 다음날 마을 앞에서 우리는 잠시 멈춰 섰다. 우리 목적지는 정해졌지만 일리나의 목적지 가 정확하지가 않아서이다. "저는 아무래도 여기서 여러분들과 인사를 해야겠군요." 이드가 그녀에게 물었다. "어디를 가시는데요?" 그녀는 이드를 바라보며 황당한 말을 웃으며 답했다. "저는 골드 드래곤의 수장을 찾아갑니다. 그가 가지고 있는 한가지 물건을 건네 받기 위 해서죠" 드래곤이라는 말에 나머지일행(이드는 제외다^^)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일리나를 바라보았 다. 아니 드래곤을 찾아간다는 말을 어떻게 소풍가는 것처럼 말 할 수 있는 것인가.... 역시 엘프라고 말 할 수밖에는 .... 그러나 이드에게는 좋은 소식이었다. 언젠가 드래곤을 찾아가 봐야 하는 그로서는 이것이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일리나. 그럼 조금 더 저와 같이 있다가 저와 함께 가죠. 저도 드래곤에게 볼일이 있거든 요" 이드의 말에 라인델프가 황당하다는 듯이 끼어 들었다. "이것 봐. 너희들 도대체 드래곤을 무엇으로 보는 거야. 그렇게 만나고 싶다고 쉽게 만나 지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그리고 그들과의 만남은 목숨을 걸고 하는 거야 너희처럼 그렇게 소풍가는 듯 한 것이 아니란 말이다. 특히 너 이드. 하이엘프는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지만 인간인 네가 어떻게 드래곤과 상대하겠단 거냐?" '으~목소리한번 엄청나게 크군....' "이것 봐요. 라인델프 드래곤은 현명하다 잖아요. 그러니 내 말 정도는 들어줄 거라구요. 그리고 내가 주는 것을 받으면 오히려 그들이 기뻐할걸요" "으~ 너 임마 내가 하는 말을 뭘로 들었어? 드래곤은 혼자 사는 동물이야. 네 말을 그렇 게 얌전히 들어주지 않아 자신의 영역에 함부로 침입하면 그 대로 끝이라구" '~목소리 크고 입도 험하네...' "어찌하든 전 괜찮다니깐요. 어때요, 일리나? 저와 함께 가시지 않을래요?" 라인델프가 일리나를 향해 말했다. "이봐 엘프 너도 제정신이냐? 도대체 드래곤을 찾아가 뭘 하겠다는 거냐 너희들이 아무리 숲의 종족인 엘프, 그것도 니가 하이엘프라 하더라도 그 자존심 쎈 드리곤들이 널 상대를 해 줄 것 같아....?"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으실 것 같군요. 제가 찾아가는 드래곤은 저희 종족과 어느 정도의 안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괜찮은 거죠" 라인델프에게 말을 끝내고 일리나는 이드를 바라보며 이드의 물음에 답했다. "이드가 괜찮다면 그렇게 하기로 하지요" 일리나는 이드를 확실히 신뢰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자신이 하이엘프란 것을 알아보고 드래곤을 찾는 단말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맡은 일이 분초를 다툴 정도로 바쁘지는 않기 때문에 이드와 함께 움직여 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결론을 지은 그들은 신전이 있는 켈빈으로 향했다. 그러나 출발 한지 1시간이 조 금 넘었을 때 일행은 멈춰야했다. 이유는 그들 앞에 나타난 20명의 사내들 때문이었다. 모두들 칼이나 도끼 등의 무기를 쥔 것으로 보아 강도 같았다. 일란이 먼저 나서서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몰라서 묻지는 않을 텐데? ...너희가 보석을 바꿔서 엄청난 금액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순순히 내주었으면 하는데 난 피 보는 것을 원치 않아" '간단히 줄여 산적이다. 돈 내놔라 안 내놓으면 죽인다. 이거로군. 그러면 당연히 대답은 간단하지...' 여기서 이게 무슨 소린지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전날 이곳의 돈을 가지지 않은 이드는 그래이드론의 동굴에서 가지고 나온 보석을 돈으로 바꿨는데 그 보석이 엄청난 것 이어서 그 보석집의 전제산인 일 백억 실링을 받아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소문이 근처에 퍼져 저런 강도들이 사람이 없는 길에서 기다린 것이다. [이드]-5- "그럴 수는 없겠군요. 그런데 오히려 그쪽이 불리 한 것 아닙니까? 저희 쪽에서는 마법사 가 있습니다만...." 마법한방이면 끝나는 것들이 겁도 없이 덤비려고? 이런 말..... "고맙군 우리걱정도 다해주시고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우리도 대비책이 있 으니까." 그러면서 롱소드를 쥔 그 녀석이 뒤로부터 주먹만한 구슬이 박힌 막대를 건내 받았다. 그리고 일란이 그걸 보고는 제일 먼저 알아보았다. "그것은..... 스펠을 영구히 걸어 놓은......" "아는가 보지 우연히 구하게 된 건데 덕분에 마법사가 끼여있는 일행도 털 수 있지... 물 어보니 디스펠 매직이 걸려있더군" 이드는 녀석의 말을 들으며 속이 뒤틀렸다. '저놈의 말투. 능글능글한게 점점 마음에 않들어.... 확 그냥.....' 그러나 그건 이드의 마음일 뿐이었다. 이드의 실력을 알지 못하는 (여러분들도 이녀석의 정확한 실력을 모르시겠군요^^) 일행은 달랐다. 일란이 조용히 일행에게 속삭였다. "모두 조심해! 저거 진짜야 저것으로 이 근방에 디스펠을 걸 수 있어 지속적이진 않지만 한20분 정도 그래도 그 시간이면 저 인원으로 우릴 제압할 수 있어...." 그 말을 듣고 있던 일리나가 말했다. "디스펠이라지만 마법사용만 저지 할 뿐 정령술은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저것의 마법력으 로 보아 디스펠은 6클래스까지만 통할 것 같습니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상당한 이 가 만들었군요" "아니 일리나 그런 것이 느껴지십니까? 대단하군요 하지만 제가 알고있는 7클래스급은 없 습니다. 혹시 일리나 양은 아십니까? " "예. 몇 가지 정도가 사용 가능하지만.... 아직 마나의 사용과 응용이 불안정해서..... 차라리 정령술 쪽이라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는 일행을 보며 이드는 간단한 생각을 떠올렸다. "저기요. 제 생각에는 저 녀석이 가진 로드를 깨버리면 될 것 같은데요." 이드의 말에 일란이 고개를 저으며 설명했다. "이드군 그런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우선 다가간다면 당장 다른 이들이 방어 할 것입 니다. 이것만해도 불가능이지요. 사람이 무슨 수로 그렇게 빨리 움직입니까? 설령 다가간다 하더라도 저 로드에는 강하지는 않지만 프로텍터가 결려있습니다. 웬만한 것이 아니면 파 괴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여기기준의 문제다. 이드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음..그런가? 하지만 나한테는 전부다 가능 한거야....우선 다가가는 건 신법문제니 간단하 고 내가 가진 검도 걸작이니 문제없고 그럼 실행해볼까?' "그럼 잠시만요. 그 조건만 갖추면 된다니 별문제는 없네요..." "그렇지만 이드 그건 불가능 하다구...." 그래이가 고개를 저으며 하는 말이다. "걱정마 ... 자~ 잘 보고있어..." 이드는 그렇게 말하고 일행의 앞으로 걸어나가더니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갑자기 산적 중 로드를 들고 있던 인물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허리에 걸려있 던 라미아로 로드의 구슬부분을 깨버렸다. 그리고 다시 일행의 앞에 나타났다. 라미아 역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의 허리에 걸려있었다. 그런 그의 움직임은 한 엘프만 제외하고 그 누구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일리나 역시 이드의 움직임을 확실히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드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음에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멍하던 사람들은 로드를 든 인물이 털썩 주저 않으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 자 산적들은 모두 도망가 버렸다. 이드의 그 눈에 보이지도 않는 움직임에 겁을 먹은 것이 다. 어쩌면 똑똑한 산적이기도 했다. 다른 놈들 같았으면 끝까지 해보자는 식으로 하다가 반 이상은 죽어야 정신을 차리는데 말이다. 그리고 산적들이 모두 사라지고 난 뒤에는 곧바로 일행들의 물음이 쇠도했다. "이드. 너 어떻게...." "자네... 어떻게 그렇게 움직인 거지..?" 역시 제일 먼저 질문을 던진 인물들은 검을 사용하는 그래이와 마법사인 일란이었다. 이들의 질문에 이드는 말상 답하려니 말문이 막히는 것이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냐......우..젠장.....' 이드는 설명하기 막막한 것을 잠시 궁리하다가 답했다. "이건 그러니까..... 특이한 걸음법과 마나(기)를 적절히 조합해서 사용한 겁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의문을 가진 사람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의심 많은 일란이 제일 먼저 따져왔다. "이드... 그게 무슨 말인가 난 지금까지 꽤 여러 방면의 지식을 접해 봤지만 자네가 말하 는 그런 말은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어 거기다 마법을 쓴 것도 아닌 것 같았는데 어떻게 그런 움직임이 가능한 거지...." '하~이거 안 믿는군. 뭐....괜찮겠지..' 완전 무사태평주의인 모양이다. 인간이 어째....... "일란...어쨌든 제 움직임은 체계적이며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정 의심스러우면 조금 가르 쳐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르쳐 줄 수도 있다는 이드의 말에 제일먼저 답한 것은 역시 빠른 움직임이 필요 한 그래이였다. "이드 그럼 그거 나도 가르쳐 줘....응....괜찮지?" 이드가 그래이의 부탁을 승락하자 다른 일행 역시 이드가 가르쳐 줄 것을 원했고 이드는 어쩌는 수없이 승낙했다. '이놈의 입이 웬수지... 왜 그런 말은 꺼내가지고... 이 사람들 가르치려면 엄청 힘들 것 같 은데......' 그러나 어쩌겠는가 때늦은 후회인 것을........ 점심때 쯤 이들은 강가의 그늘에 않아 점심을 먹으며 이드의 설명들 들었다. 그리고 이드의 설명을 듣는 이들 중 특히 열심히인 인물이 둘 있었다. 바로 전사인 그래이와 드워프인 라인델프였다. 그래이는 검을 쓰기 때문이고 라인델프는 자신의 다리 때문에 빨리 달릴 수 없다는 것이 꽤나 불만이었는데 이드가 빠른 이동이 가 능하다고 하자 환호한 것이다. "음... 우선 제가 움직이는 원리를 말할게요. 그리고 그 후에 시간이 나는 데로 가르쳐드리 죠. 아..얼마나 걸릴지는 저도 잘 몰라요. 개인에 따라서 다르거든요. 우선 배워야 될 것이 발의 움직임 즉 보법이란 겁니다. 그리고 기, 즉 마나와 같은 것이죠. 그런데 이 기란 것은 마나와는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죠. 일란이 마나에 대해서 잘 아니까 설명 좀 해 주세요." "그러지 마나라는 것은 모든 곳에 고루 퍼져 있는 에너지지 그리고 그것은 생물이 살아가 는데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 그러나 아직까지도 그 마나의 확실한 정의는 내려지지 않았 지 우리 마법사들 역시 마법으로 그 마나를 일부가공해서 사용하는 것뿐이거든..." '음.... 여기 사람들은 거기까지 아는 건가? 역시 내가 설명 않길 잘했군 그래이드론이 알 고 있던 것을 말했으면 일어날 뻔했군.....' 이 녀석이 가진 방대한 지식은 자기 자신도 다 알아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일란의 말 을 들으며 그래이드론의 기억을 검토해 본 결과 지금 알고 있는 것 보다 정확하게 나와있 었다. 하기야 그래이드론이란 드래곤이 얼마나 오래 동안 살았는가 ...... 일란이 말을 마치자 이드가 그의 말을 받았다. "들으셨죠. 마나는 즉 널리 퍼져 있는 힘이죠. 그 반면 기는 마나와 같기는 하지만 또 다 른 것이죠 이것은 몸밖에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몸 속에서 작용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것을 이용해서 검기(劍氣) 같은 것도 뿜어내는 거지요. 검기라는 건 아시겠죠?" "응 그거야 물론 알고있지 나도 검기를 쓰는 소드 마스터가 꿈이거든.... 근데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 이곳 일리나스에는 소드 마스터가 3명밖에는 없다구....다른 나라 역시 그 정도라 고 알고있고 말이야....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인데" 그래이가 검사답게 거기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검기는 검으로 그 기를 뿜어내는 거야 그런데 그 기운을 몸 속에서 운용해 서 사용한다면 어떨까?" [이드]-6- 이드의 이 발언은 이곳에 모인 이들에게 좀 황당하게 들렸다. 일란이 이드의 말을 듣고 물었다. "이봐 이드 자네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그런 말 비슷한 것도 들어 보지도 못했네 그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 " 일란의 말에 이어 일리나가 말했다. 엘프인 그녀에게도 이드의 말은 좀 이상했던 모양이 었다. 어차피 이 인간의 행동의 거의 다가 이해 불능인 그녀이겠지만 말이다. "맞아요. 이드 저 역시 그런 건 들어보지 못했어요. 설명해주시겠습니까" '하~ 여긴 마법이란 것도 있으면서 왜 이런 건 모르는 거야. 진짜 검기를 사용하는 인간 이 있는 게 용하다. 하기사 검기야 검을 오랬동안 사용해서 어느 정도 깨달아지는 것이 있 으면 겨우 사용하는 것이긴 하지만 아마... 기의 소모가 심할 텐데....' (어떻합니까 이거^^;; 시점이 점점 헤깔립니다. 처음 쓰는 것이다보니....죄송) "그게 음....하~ 혹시 여러분들 중에 혈 자리란 걸을 들어보셨는지......." 그러나 이드의 짐작대로 일행들은 그게 뭐냐는 눈빛으로 서로를 돌아 본 다음 이드를 바 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행을 보며 이드는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들에게 혈 자리부터 가르치며 하려면....... '않돼 겠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겠다..........' 이드는 고개를 숙이고는 가만히 생각에 빠졌다. 그런 그를 보며 이행들은 '재 왜 저러 냐?'는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일리나는 그런 이드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음.... 그래 우선은 보법부터 익히게 하자 그것만으로도 꽤 쓸 만 하니까. 그리고 기운용 은.... 그 방법을 쓰면 되겠군....' 생각을 바친 이드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제가 생각해보니까요. 여러분에게 자세하게 설명한다는 건 무리고 우선은 보법부터 가르 치고 그 다음에 다음을 가르쳐드릴게요. 우선은 출발하죠." 일행은 이드의 의견에 따르기로 하고 자리를 접고 말에 올랐다. 말을 몰아가며 일란 이 이드에게 물었다. "이드 자네는 나이도 젊은데 그런 걸 누구에게서 배운 건가?" "뭐 특별히 가르쳐 준 사람은 없습니다. 거의 책에서 읽은 것뿐입니다. 아... 그리고 그 책 은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곳에서는 구할 수 없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거참 묻는 것도 많네..... 확 불어버려?....' "하하... 그건 비밀입니다.^~^;;" 그리고 저녁때쯤 되었을 때 일행은 작음 마을에 들어 설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하나 밖에 없는 여관에서 방을 잡고 식사를 마친 다음 모두 여관 뒤쪽의 마당으로 모였다. 이드는 우선 발에 내공을 실어 신법에 따른 발자국을 찍었다. 그가 걸을 때마다 땅에 깊이 발자국이 남자 바라보는 이들이 신기한 듯 구경했다. 이드는 신법을 모두 펼친 다음 일행에게 돌아와서 발자국을 가리꼈다. "저기 제가 찍어놓은 발자국 보이시죠. 그럼 차례차례 가서 그대로 움직이십시오. 아마 발 모양이 있으므로 헤깔리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드는 다시 한번 똑같은 작업을 해야했다. 그가 처음에 했던 것은 도저 히 라인델프의 짧은 다리로는 닿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라인델프 전 용으로 하나 만든 것이었다. 그들이 하는 것을 바라보는 이드는 재미있는 코미디를 보는 듯했다. 특히 몸이 둔한 마법 사 일란은 신법을 따라하다가 발이 꼬여 넘어지기가 일수였던 것이었다. 그러나 못하는 학 생이 있으면 잘하는 학생이 있기 마련, 엘프인 일리나는 유연한 몸과 빠른 몸놀림으로 금 방 익혀 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한 후에 일행이 신법의 보법을 모두 익히자 이드가 발자국 을 모두 지워버렸다. 이드는 그렇게 며칠을 일행에게 보법 몇가지를 가르쳤다. 그러나 배우는 사람들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계속 움직여야 했고 또 빨리 해야했다. 특히 마법사인 일란과 드워프인 라인델프가 더했다. 각각 마법사라 체력이 약한 것과 드 워프라 다리가 짧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면서 목적지인 켈빈에도 착했다. 켈빈 일리나스의 3대도시중의 하나로서 꽤 큰 도시이다. 이곳은 마법사들과 신관들이 꽤 많은 곳이었다. 그래서 그에 따른 마법 학교 역시 있었다. 크게 두 곳으로 나뉘는데 귀족의 자제들이 다니는 곳과 평민층이 다니는 곳이었다. 원래는 하나쁜이었으나 몇몇의 귀족들이 평민과 같이 배우진 못하겠다고 세운 것이다. 물론 이 학교는 사람들로부터 별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그리고 배우는 내용 역시 다른 것이 없었다. 평민 학교라 해서 꼭 평민만 다니는 것이 아니라 평민과 잘 어울리는 귀족들의 자제 역시 다니기 때문에 두 학교간의 인원 차는 컸다. 그리고 일행이 켈빈에 도착한 시기는 운이 좋은 건진 몰라도 이두학교의 예술제 기간이었 다. 이 예술제는 비록 학교에서 행하는 것이나 그 규모가 크고 또 마법학교인 만큼 볼거리가 많아서 이 도시의 하나의 축제였다. "그러면 조금 구경이나 하다가 갈까요?" 그래이가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보고 묻는 이드에게 답해 준 다음 일행들을 행해 말했다. 그의 물음에 일행의 인간 중 최 연장자인 일란이 답했다. "우선 짐을 풀 여관을 잡고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고 하지. 좋은 구경거리가 많을 것 같 군." 그는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하엘이 물었다. "일란도 마법사니까 혹시 여기 학교 다니셨어요?" "하하. 아니야 난 스승님께 배운거지 여기서는 어느 정도 기초를 세울 수는 있어도 고위 마법을 배울 수는 없거든 고위마법 같은 건 혼자서 공부해 나가거나 좋은 스승을 구하는 방법밖에 없어. 이렇게 모여서 한꺼번에 배우는데 어떻게.... 않되지" "음 저기 괜찮아 보이는 여관이 있는데.... 식당도 같이 하는 것 같아" 일행의 이야기를 듣고있던 라인델프가 여관을 좋은 여관을 보고 일행에게 말했다. 그래이 가 그 여관을 보며 말했다. "괜찮아 보이는 데요. 그런데 방이 있을 까요? 축제기간이라 사람이 많을 텐데 말이에요" "어쩔 수 없잖아. 래이 한번 가보자" 하엘은 그래이를 애칭만 부르고 있엇다. 하기사 갖난 앨 때부터 같이 있었다니까... 일행이 들어서자 카운테에 않아 있던 얼굴 좋은 남자가 일행들을 맞았다. "어서오십시오. 식사를 원하십니까? 아님" "아. 저희는 여기 묵을까하는데 방이 있을까요?" 하엘이 나서서 상냥하게 물었다. "예 사제님 방이 있습니다. 마침 삼인실 두개가 비어있습니다. 여기 오신게 그나마 다행일 겁니다. 다른 여관들은 거의 다 찾을 겁니다." 주인의 말에 일행은 잠시의견을 나누었다. 일행은 여자 둘에 남자 넷으로 방과 맞지 않았 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여관으로 갔다가 방도 못 잡고 또 여기도 그 동안에 놓쳐버릴지도 몰랐다. "그럼 방부터 잡고 방 배정을 하도록 하지." 일란이 그렇게 말하고 주인에게 방을 달라고 하고 식사준비를 해달라고 했다. "예 알겠습니다. 손님방은 2층에 붙어있습니다. 리아 손님들 좀 안내해드려라." "예, 아버지" 한쪽에서 음식을 나르고 있던 소녀가 다가왔다. 나이는 19정도의 빨간 머리의 귀엽게 생 긴 아이였다. "손님들 절 따라오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일행들을 방으로 안내했다. 이드들은 짐을 대충 던져놓고는 곧바로 식당으 로 내려왔다. 그러자 그 리아라는 소녀가 다가왔다. "뭘 주문하시겠습니까. 오늘은 엘미닌이라는 오리요리가 맛있는데요." "음..그럼 엘미닌 3개하고 스튜6개 그리고 더시키고 싶은 사람은 더 시키도록 하고 맥 주.... 이드와 일리나양은 맥주를 마시겠습니까?" "아니요. 전 백포도주를 주십시오" 일리나가 주문했다. 그러나 이드는 어떻해야할지 몰랐다. 그 두가지의 술 종류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으~ 내가 여기 술 종류를 어떻게 알아. ' "저 어떤게 괜찬은 데요" 이드의 물음에 리아라는 여자가 충격적인 한마디를 던졌다. "아가씨도 저 여성분처럼 포도주를 드시죠" 리아의 그 한마디에 일행 중 여러 명이 킥킥거렸다. 그리고 리아를 향해 그래이가 설명했 다. "아가씨 여기 이드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입니다. 우리도 그 것 때문에 황당하기도 했지 만... 어쨌든 남자거든요. 그리고 이드 맥주가 시원하고 먹을 만하니까 먹어봐.. 그러니까 맥 주 5하고 백포도주 하나내요" 그래이의 주문에 리아는 급히 이드에게 사과를 하고는 달려가 버렸다. 사실 이드에게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었다. 일행과 만나서 첫 마을에 들렸을 때도 이드를 여자로 오해하는 바람에 여자들과 함께 욕 탕에 들어갈 뻔한 사고(?)와 방을 급하게 하나 더 잡는 소동이 있었다. 그리고 여기 오는 길에도 몇 번 아가씨로 오해받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드는 화조차 내지 않았다. 이런 일을 한 두 번 격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중원에서도 여자로 오해받은 것이 한 두 번인가? '젠장이 게다 그 선녀 옥형결이란것 때문이야 거기다 옥룡심결이란것까지...내가 미쳤지 그런걸 왜 배워서 이런 일을.......' 사실 이드 이 녀석을 중원에 있을 때 책에서 선녀 옥형결이란 걸 보고 익혔다. 그러자 차츰 외모가 여자처럼 변한 것이다. 그래서 멈춰보려고 했지만 그것 조차되지 않 았다. 이 선녀 옥형결이란 것이 겉모습만 약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골격을 변형시키는 것이 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이 선녀 옥형결이라는 것이 원래 여자들이 익히는 것이었기 때문 에 더 했던 것이다. 그래서 남자가 익힐만한 걸 찾아서 익힌 것이 옥룡심결이었다. 그런데 이걸 익히자 예상 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이 옥룡심결이란 것이 선녀 옥형결이란 것과 같이 상승작용을 하는 바람에 왜관이 더 여 인 같아 진 것이었다. 가히 경국지색할 정도로 말이다. 거기다 이드가 머리를 기르기 때문에 더 한 것이었다. 허리까지 올 것 같은 머리. 잘라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아까워서 그냥 둔 것이 사람들의 착각을 더욱 부채질한 것이었 다. "이드는 참 좋겠다. 여자처럼 예뻐서 말이야~" '그래이 저 녀석이 죽고싶어서 저러나' "너.....으.. 너 보법배우고 싶지 않은 거냐?" "아..아니. 내 말은 잘 생겼다는 말이야. 오해는..." '자식이 저렇게 나올 거면서 왜 남의 신경을 긁는 거야!' 그래이는 검사인만큼 이드의 보법을 꼭 배우고 싶었다. 저런 건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 다. 그러니 이렇게 저자세를 보일 수밖에.... 잠시후 리아가 맥주를 가져오고 잠시 후 엘미닌이라는 오리요리가 나왔다. 그리고 리아는 엘미닌을 놓고 가면서 다시 한번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갸웃 아무리 봐도 여자 같다는 표정.... '윽.. 저게 남자라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할 것이지....' 식사를 마치고 일행은 맥주를 마시며 일정을 이야기했다. '음~이 맥주라는 거 상당히 괜찮은데 시원한 것이 독하지도 않고... 맛있어^^' "오늘은 벌써 점심때가 지났으니 그냥 구경이나 좀하다가 쉬기로 하고 신전은 내일아침에 찾아가기로 하지. 그리고 그 다음 일은 신전을 다녀온 다음 정하기로 하고 말이야" 일란이 다른 사람의 말은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그렇게 정해버렸다. 하기사 저렇게 간단 한 걸 사람들에게 물을 건 뭐 있겠는가? "자~그럼 식사도 마쳤으니 모두 공터로 모이세요" "야~이드 오늘은 왠만하면 그냥 넘어가자. 니가 가르쳐 준 것도 다 외웠다구..." "그래 다 외웠으니까 이제 제 위력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할거 야냐. 빨리나와." 그렇게 말하고 이드는 모두를 데리고 여관에 딸린 꽤 넓은 마당으로 나왔다. "그럼 최종검사입니다. 지금까지 배운 보법들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소의 속도로 펼쳐보 세요." 이드의 말에 한명 씩 나가서 각자가 할수 있는 한 최대한 빨리 지금까지 익힌 모든 것들 을 펼쳤다. '흠 괜찮네 저 정도면 되겠어 일리나는 거의 완벽하게 마스터했네...저 정도면 내공 없이 도 보통의 공격은 다 회피하겠어' 그의 말대로 일리나가 할 때는 그 빠르기가 매우 빨랐다. 물론 이곳사람들이 보기에 말이 다. 거기다 희미하지만 환영까지 조금 일어나고 있었다. '신법이 몸에 맞는 건가? 저 정도면 극한까지 익힌 다면 일리나를 잡을 사람은 없겠군 하 기사 지금도 잡을 사람은 없지만...' "자~ 됬어요. 이정도면 되겠어요. 모두 방으로 올라와요" 뒷 뜰에서 열심히 신법을 펼치던 사람들은 이드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몰랐지만 우선 을 이드를 따라 들어갔다. 모든 일행이 한방에 모여들었다. "모두 보법에는 익숙해진 것 같네요. 이제는 기, 그러니까 마나를 사용해서 보법을 운행하 는 걸 가르쳐드릴게요.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우선 그 마나부터 운용해야 합니다." "마나의 운용이라 그건 마법과 다르겠지?" "물론 다르죠. 만약 그걸 마법사들이 알았다면 검사는 필요 없었게요." "그럼그건 어떻게 하는건데?" "그게 내가 그걸 설명해 줘도 모두 모를 거야. 그래서 내가 한가지 방법을 생각했는데 각 자의 몸 속에 조금 씩 있는 마나를 내가 움직여 주는 거지 그럼 그 사람은 내가 움직여준 순서를 기억해서 스스로 운용하는 거야." 잘 들어보니 괜찮은 방법 같았다. 그러나 자신의 마나로 다른 사람의 마나를 움직인다라 그렇게 생각한 일란이 이드에게 물었다. "그건 걱정 않하셔도 돼요. 제가 설마 불가능한 일을 하겠어요. 그리고 이 걸하고 나면 좋 은 점이 있을 걸요." "응? 좋은 점이라니 그게 뭔데?" "그래이 그렇게 성급하게 굴 것 없어 우선 해보면 알 거야. 그럼 누가 먼저 해볼 건데요? 그래이 니가 먼저 해볼래?" 그러자 그래이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내 앞에 와서 안아. 자세를 편하게 하고 다리를 이렇게... 그래 그리고 손을 이렇게 좋아 그렇게 눈을 감고 가만히 잇다가 몸 속에서 뭔가 움직이는 느낌이 있으면 그 걸 잘 기억해야해" 이드는 그래이를 좌선자세로 앉게 한 다음 그래이의 등에 양손을 가져다대고는 자신이 알 고있는 심법 중 가장 안전한 도가의 금강선도(金剛禪道)를 운기시켰다. 이드가 이 금강선도를 택한 이유는 이 심법이 주화 입마에 들 가능성이 제일 적고 심신을 맑게 하며 내공을 기르는데는 아주 좋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드가 그래이의 몸에 손을 대고 있은 지 3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이드가 천천히 그래이의 몸에서 손을 때고는 물러났다. 그러나 그래이는 그 자세 그대로 않아 있었다. "그래이는 운기에 들었고 자 다음은 누가 하실 거죠?" 이드가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하엘이 조용히 않아 무아지경에든 그래이를 보며 이드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건 그래이가 자신 스스로 자신의 몸 속에 있는 마나를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신경이 거기다가 있거든 그래서 저래 별거 아냐." 이드의 대답을 끝으로 일란, 하엘순으로 운기에 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인간이 아닌 드워 프와 엘프 뿐이었다. 그리고 라인델프가 운기에 들고 마지막으로 일리나가 남았다. "이드 그런데 인간이 아닌 엘프나 드워프에게도 가능한건가요?" "그럼요. 라인델프도 아무 이상 없이 하고 잇잖아요." "그런데 얼마정도나 저러고 있는 거죠? 그래이는 벌써1시간이 넘게 저렇게 있는데요" "그건 사람마다 다 달라요. 보통5시간 정도는 저렇게 있어야 할거예요. 걱정 않해도 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리나가 운기에 들었다. 일리나 역시 라인델프와 마찬가지로 인간과 혈도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휴 다됐다. 그럼 저렇게 꽤 오래있을 태니 나는 침대에서 잠이나 자볼까?" 새벽이 다가 올 때까지 깨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새벽이 지날 때 쯤 제일 먼저 일란이 깨어났다. 그리고 일란이 일어나 제일 먼저 본 것은 침대에 않아 스프를 먹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이 드였다. "깨셨네요. 뭐 좀 드시겠어요?" "아니 괜찮아. 그런데 지금 몇 시지? 그리고 다들 아직 깨어나지 않은 건가?" "예 일란이 제일 먼저 운기를 끝낸 거예요. 그리고 지금은 5시 가까운 시간이에요" "5시? 아니 그럼 내가 밤새도록 이렇게 않아 있었단 말인가? 말도 안돼 내가 느끼기엔 얼 마 되지 않는 시간이었는데.... 그런데 그래이는 왜 깨어나지 않는 건가?" "그건 그래이가 일란보다 몸 속에 가지고 있는 기가 좀 더 많기 때문이죠. 일란은 마법사 라 몸을 단련시키지 않았지만 그래이는 검사이게 때문에 몸 속에 축적된 기가 일란보다는 많기 때문이죠. 뭐 좀 있으면 일어날거예요." 이드의 별 것 아니라는 말을 들으며 일어나는 일란은 자신의 몸이 가쁜하다는 것을 느꼈 다. 그 뿐만아니라 머리까지 아주 맑았다. 그 기분은 몸이 다시 젊어진 것만 같았다. "이드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내 몸이 가쁜 한 것이 정신도 맑고..." "그건 운기로 몸 속 전체에 골고루 에너지를 전달했기 때문에 몸 전체에 기운이 충만해지 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 운기는 정신을 맑게 하는 효능도 잇고요. 그게 제가 말했던 좋은 점이라는 거죠" 이드와 일란이 이런 대화를 나눌 때 그래이와 하엘이 같이 깨어났다. 그리고는 역시 일란과 같은 표정과 같은 질문..... 그리고 다시 1시간정도가 지난 후 라인델프가 깨어나고 일리나가 잠시 후 깨어났다. 그리고 일란과 같은 물음을 물어보는 둘에게 이드는 세 번째로 똑같은 답을 해야했다. "전부 깨어났으면 내려가서 식사하고 신전에 가 봐야죠" 일행은 식사를 마치고 다시 뒤뜰에 모였다. 신전으로 가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 었기 때 문이다. "모두 어제 운기 했던 거 기억하죠. 시간이 나는 대로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주의할건 주위가 조용 할 때 그리고 방해할 사람이 없을 때 해야합니다. 그리고 작은 충격은 괜찮을 지 몰라도 운기하는 도중 큰 충격을 받으면 몸에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래 이 특히 열심히 하는게 좋을 걸 이걸 열심히 하면 니 꿈인 소드 마스터도 빨리 될 수 있거 든..." "뭐?! 그게 정말이냐 진짜지? " '녀석 소드 마스터라니까 되게 좋아하는군' "그럼 지금 어제 펼쳤던 보법을 펼쳐봐요. 어제와는 상당히 다를 테니 조심해야합니다. 잘 못 움직이다. 어디 부딪치지 않게...." 소드 마스터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 그래이가 먼저 나섰다. 뒷 뜰 중앙에 서서 자세를 잡고있는 그래이에게 이드가 말했다. "그래이 잘 들어 지금부터 보법을 펼치면 어제 운기했던 기운이 저절로 움직일 거야 그러 니까 당황하지 말아 알았지 그리고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당황하지 말고 너무 빠르면 멈춰 알았지." 그래이는 이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보법을 펼쳤다. 맨 처음엔 빨라봤자 얼마나 빠르겠는가 했으나 막상 시작하니 그게 아니었다. 눈앞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과 뺨을 스치는 바람 그러나 숨은 별로 차지가 않았다. 힘도 별로 들지 않았다. 이드를 뺀 나머지 일행들은 자신을 바라보며 놀라고 있었다. 이드는 그래이가 빨리 움직이는 것을 보며 괜찮다고 평가했다. "그래이 됐어. 그만해!" 그러자 그래이가 일행 앞에 흥분한 얼굴로 멈춰 섰다. 그의 얼굴엔 희열이 넘쳤다. 여행 중 뜻하지 않게 좋은 동료를 만나 이런걸 배우게될 줄 은 꿈에도 몰랐다. 이 정도만으로도 그는 이번 여행에서 큰 걸 얻은 것이다. "고맙다! 이드" "그렇게 까지 말 할 필요는 없어. 동료끼리 이 정도도 못 가르쳐주겠냐?" '순전히 내가 편하자고 그러는 거지 사람들이 걸리적거려봐. 얼마나 불편한데' "그럼 한 사람씩 해봐요" 이드의 말에 한사람씩 신법을 실행해보고 굉장히 기뻐했다. 그리고 특히 라인델프는 신법을 펼친 후 눈물을 글썽였다. 라인델프가 움직인 속도는 마 법에 걸리지 않은 이상 드워프는 절대로 낼 수 없는 속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기분을 망치는 인물이 있었으니....... "하하하하 ... 저것 봐 ...푸..크.. 드워프가 달리는 꼴이라니....." 바로 일란이었다. 그가 라인델프가 달리는 것을 보고 웃어 버린 것이었다. 다른 사람이 보 았다면 대단하다 하겠으나 여기 모인 사람들은 다 그걸 배운데다가 그는 라인델프와 친구 이기까지 했기에 저럴 수 있는 것이다. 뭐 그덕에 라인델프가 도끼를 휘두르는 사건이 있었지만 말이다. "시간도 적당히 지난 것 같은데 신전에 들려 보셔야죠." 하엘의 말에 일행은 지금시간을 깨닫고는 여관을 나섰다. 그렇게 바쁠 것도 없는 일행이므로 천천히 걸어 거리를 구경하며 여관으로 행했다. "와. 여기저기 행사준비가 다 된 것 같은데. 멋진 축제가 되겠어. 그런데 여기 언제부터 축제가 시작되죠? 일란?" "그래이군. 그건 말일세 바로 오늘이라네. 어제는 전야제였고 오늘이 바로 축제의 시작 일 이지 그리고 앞으로 삼일간 축제가 이어지지 꽤 볼만 하다구 특히 마법학원의 마법대결은 진짜 하일라이트라구 거기서 승리한 사람은 곧바로 한단게 올라간다구. 거기다 상품도 있 지 그래서 그 상품을 보고 외부의 마법사도 참가하기도 하지....이번엔 무슨 상품 일려나?" "진짜예요 일란? 그럼 그거 언제하죠? 우리 그거보고 가요." 그래이의 간절한 듯한 질문이었다. "그거? 아마 오늘과 내일 이틀 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시간은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말이야. 신전에 빨리 들렸다. 구경하러 가기로 하자구." '음~ 마법대결이라 이곳에 와서 마법이란 걸 제대로 본적이 얼마 없으니 한번 봐야겠군. 재밋겟어' 얼마 후 일행들은 한 신전 앞에 도착할 술 있었다. 바로 하엘이 모시는 물과 숲의 신인 이리안의 신전이었다. 아무신전이나 무턱대고 찾아가는 것보다는 그래도 하엘이 모시는 신의 신전으로 가는 것 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을 맞은 것은 젊어 보이는 사제였다. "어떻게 찾아오셨습니까?" 그 남자사제의 물음에 하엘이 나서서 대답했다. "안녕하십니까. 사제님 저희는 볼일이 있어, 이곳의 프리스트님을 뵙길 청합니다. 그리고 힐링포션의 구입두요" "아 이리안님의 사제 분이 계셨군요. 잠시 기다리십시오. 곧 프리스트님께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돌아와 프리스트께서 허락하셨다는 말과 함께 일행을 작은 홀로 안내했 다. 거기에는 수염을 길게 기른 푸른 옷의 노인이 않아 있었다. "산에서 부는 산들바람이 그대들과 함께 하기를. 흠. 그래 날 만날 일이 있다구요? 모두이 쪽으로 않으시죠" 그는 나이가 많은 것 같은데도 일행을 향해 존대를 해주었다. 일행들이 모두 자리에 않고 나서 역시 하엘이 말을 꺼냈다. "저는 실리온 마을의 신전에서 사제를 맞은 하엘이라고 합니다. 저희 일행중에서 프리스 트님을 뵙고자 하는 분이 계시기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런가. 그래 어느 분이 절 찾으셨는가요?" "말씀 낮추십시오. 저는 이드라고 합니다. 우선 제가 물을 말은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혹. 프리스트님게서 모시는 이리안님의 목소리를 들으실 수 있으신 지요." "음... 곤란한 질문이군요. 이린안님의 말씀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가라. 글쎄요. 그것은 어 떻게 말해야할지. 그 분은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계시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근 백 여년 넘게 아무런 말씀도 게시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다른 신전 역시 같은 것입니다. 그래 서 제가 직접그분의 말씀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분이 직접 답할 정도의 일이라면 여기 하엘사제가 기도를 드리더라도 답하실 것입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여기서 요란하게 물을 순 없으니 하엘에게 부탁해야겠군 괜히 여기가 지 온 거잖아?' "그렇군요. 프리스트님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별말을 다하는군요. 그런데 그것을 묻기 위해 오신 건가요? 아니면 다른 질문이 더....." "아니요.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감사 드립니다. 괜히 귀찮게 해 드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 습니다." 그런 이드의 말에 프리스트는 따뜻하게 웃음을 지어주었다. 그런 프리스트와의 만남 후 일행은 힐링포션을 구입한 후 신전을 나서 시내로 들어섰다. 신전으로 갈 때 이야기 하던 대로 축제를 보러가기 위해서였다. 시내는 축제분위기인지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상당히 시끄러웠다. 이미 점심때가 가까웠기 때문에 일행은 식당부터 들르기로 했다. 그리고 일행들은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마법대 회가 오후1 시경부터 시작한다는 말 역시 들을 수 있었다. 이드들이 들어 간 식당은 요정의 오후라는 곳이었는데 식당이 인가가 좋은 건지 테이불이 거의 다 차있었다. 그러나 다행이 안쪽에 이드들이 않을 만한 큰 테이블이 있었다. 그래서 거기 않아 음식을 주문했다. "그럼 나는 이것과 야채복음 그리고 맥주 시원한 것으로 한잔" "나도 요거하고 이거 그리고 맥주...그리고 여기이거" 일행은 메뉴판에서 이것저것 가리키며 음식과 마실 것을 주문했다. 그중 특히 많이 시킨 인물들은 그래이와 드워프인 라인델프였다. "자~어서 먹고 밖으로 나가자." 그래이가 말했다. '아무래도 저 녀석 노는걸 너무 좋아하는군. 이곳에 처음 온 나하고 비슷하게 잘 모르는 것 같군.' 사실 이드의 생각대로 였다. 여기 일행 중 그래이와 하엘은 들은 것과 아는 것은 이드보 다 많을(?) 지라도 직접 보는 것은 거의 이드와 비슷했다. 실제로 이드가 이곳을 다니는데 필요한 인물은 일란과 일리나 그리고 라인델프 정도였다. "이것 봐 그래이 그렇게 촌티 낼거야? 그만 좀 해!" 옆에 있던 하엘이 시끄럽게 구는 그래이가 부끄러운지 한마디했다. "왜 그래 하엘. 너도 여긴 처음이잖아 너도 보고 싶지않냐?" "그래 알았어 그러니까 좀 조용히 하고 먹으라구." 하엘이 째려보며 말하자 그제서야 그래이 녀석이 조용해졌다. 이드가 그런 그래이를 보며 불쌍하다는 눈빚을 보냈다. '그래이.. 하엘에게 완전히 붙잡혀서 사는군.... 하기사 나도 그런가? ^^;;' 식사를 모두 마친 일행은 느긋하게 않아 가자 맥주나 포도주 등을 마셨다. "아직 시합까지는 40여분의 시간이 있으니 그동안 뭐 좀 사러 다니지 않으시겠어요? 저는 단검을 사야하거든요." 일리나의 말에 일행은 그렇게 하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장은 축제의 영향으로 보통 때보다. 거의 2,3배는 복잡해 보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 일 리나는 단검의 구입을 위해 무기점으로 향했다. 우리가 들어간 무기점을 오래되 보이는 무 기점이 었다. 무기점에는 여러 가지 검과 갑옷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기점의 한쪽에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인이 않아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들 뭘 찾으시는가?" 그는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물었다. "제가 쓸만한 단검을 찾습니다. 쓸만한 것이 있을까요? 가벼운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음 엘프분이 쓸 단검이라.... 잠시만 기다려 보게나..." 그렇게 말하고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상자 같은 것을 들고 나왔다. 그 상자 안 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단검이 들어있었다. "여기 진열된 단검들은 괘 무거운 것들이지 그리고 가벼운 것들은 보통 멋으로 들고 달 닐 것들이 대부분이야 그러나 이것들은 꽤 쓸만하지 이건 우리집에서 만든 것과 사들인 것 들인데 골라들 봐요" 그러면서 그는 상자에서 단검들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단검이 필요한 일리나가 이것저것을 살펴보았고 주위사람들도 구경했다. 그리고 단검이 없는 이드 역시 하나 살까하는 생각으로 이것저것을 살펴보았다. 그렇게 살펴보던 도중 이드는 하얀색으로 꽃 같은 것이 그려진 단검을 집어들었다. 그것은 보통의 단검보다는 조금 길고 얇아 보였다. 그렇다고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 었다. 그리고 손잡이는 가죽으로 싸여 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드는 왠지 그것에 끌렸다. 그것을 잡으면서 시원한 느낌 같은 것이 들었다. 그때 이드의 마음속으로 울리는 아름다운 목소리가 있었다. [이드님. 지금 이드님께서 들고 계신 검에서 마법력이 측정되었습니다. 마법력으로 보아 지금은 봉인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이드는 자신의 마음에 울리는 목소리에 당황했으나 곧 라미아를 생각해냈다. '놀랐잖아 하기사 그래이드론의 동굴에서 나온 후로는 전혀 말을 붙여 본 적이 없으니 하 기사 누가 검에 말을 걸 생각을 자주 하겠어? 그런데 이게 마법이 걸린 거라구? 이것 봐! 라미아 너 여기 검들 중에 또 다른 마법검이 있는지 찾아볼 수 있냐?' [가능합니다. 지금 곧 찾겠습니다. 디텍터 매직 하드 블레이드] [찾았습니다. 두 자루가 있습니다. 이드님의 눈에 직접영사 하겠습니다] '하 두개씩이나 이 가게 어떻게 된게 마법물이 이렇게 많은 거야? 하기사 꽤 되보이는 가 게니 이것저것 사 들인게 많겠지.' 그런 이드의 눈에 두 자루의 검이 푸른색으로 보였다. 이드는 즉시 그 두자루를 집어들었 다. 두 자루 중 한 자루는 보통의 단검이었고 다른 하나는 날이 한쪽으로만 서 있는 단도 였다. 특히 그 중에 단검은 일리나가 찾고 있는 검과 같이 가벼운 것이었다. "아저씨 이 세 자루 다 살게요. 그리고 일리나 그만 골라요 이 걸쓰면 될 거예요. 가법거 든요." 이드는 다른 사람의 말은 들을 생각도 않고 그것들을 사버렸다. 이드가 고른 것들은 모두 다른 곳에서 사들인 것들이었다. 세 자루 다해서 50실버정도였다. (이곳의 돈 단위 1실버 1골드 1룬 100실버가 1골드이고 100골드가 1룬이 었다. 그리고 이 곳가정의 한달 지출이 20실버 정도이다.1룬은 거의 황족들이나 귀족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평민들은 잘 사용할 수 없는 단위였다.) 그러나 전 마을에서 엄청난 보석을 처분하는 바람에 10룬이라는 큰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이드로서는 50실버는 별문제가 아니었다. "여기 50실버요. 아저씨 혹시 갑옷이나 검도 볼 수 있을까요?" 마법단검이 3자루나 있으니 다른 마법물도 잇지 않을 까하는 생각으로 이드가 물었다. 이 드는 마법물품의 가치를 정확히는 몰랐으나 꽤 귀한거란 생각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드가 가지고 잇는 3자루의 검만 해도 한 자루에 1룬 가까이 하는 것이었 다. 마법이 걸린 것은 귀한데다가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팔려고 하질 않기 때문이었다. 이드 녀석은 단지 그래이에게서 마법이 걸려있는 것들은 굉장히 귀하다는 말만 들었을 뿐 이었다. "그러게나 여기 있는 것들과 안쪽에 있는 것들이지 여기 있는 것들을 한번보고 안으로 들 어가지" "예 알겠습니다." 이드는 갑옷들과 검을 둘러보며 라미아에게 말을 걸었다. '라미아 여기 있는 것들 중 마법에 걸린 것이 있니?' [아니요. 이곳에서는 더 이상의 마법력은 측정되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제가 찾는 것이 없네요 안 쪽에 걸 좀 볼 수 있을 까요?" "그러세 따라오게나" 주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며 그래이가 물었다. "이드 임마 왜 그래? 갑자기 검이라니 검이라면 더 이상 필요 없잖아 그리고 갑옷? 니가 입을 거냐?" '그 녀석 참 말많네. 자기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거늘' "조용히 해 잘하면 오늘 운수 대통할지도 모르니까" "이놈아 그게 무슨말이야. 드워프 답답하게 하지말고 대답해!" "여기서 나간 다음에 말씀드릴게요. 그러니 그때까지 가만히 계세요!" 그리고 이드들이 들어간 곳은 무기점 뒤쪽의 창고였다. 창고에는 여기저기 검과 갑옷 등 의 무기들이 널려있었다. "정리가 좀 않되 있지만 맘에 드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일세" "예 괜찮습니다." '이게 어딜 봐서 좀 정리가 않된 거야? 라미아 마법물탐지' [디텍터 매직 하드 모어.......... 이드님께서 찾으시는 물건은 하나 감지되었습니다. 직접영 사를 실시합니다.] 그러자 이드의 눈에 푸른색으로 표시되는 지점이 있었다. 이드는 그 지점으로 가서 이것저것을 파해쳤다. 그러자 그곳에서 하나의 검이 나왔다. 그 검은 롱소드였다. 오랫동안 처박혀 있었던 듯 검집이 녹슬어 있엇다. '이거하나 밖에 없는 건가? 뭐 하나의 무기점에서 마법검 네 개면 대단한 거지. 그나저나 이건 중원에서 쓰는 검과 비슷해서 쓰기 좋겠어!' 이 인간은 아무래도 자기가 지니고 있는 라미아란 검의 위력을 자세하게 이해하지 못 한 것 같다. "아저씨 이거 얼마입니까?" "그거 말인가 오래 된 거라....20실버만 내게나 잠시 만 있게 거기 맞는 검집이 있을 것 같 으니." '검집 잠깐... 라미아 이것의 검집에 마법적 관계가 있어?' [그 검집에는 아무런 마법력이 작용하지 않습니다. 검 자체에만 마법이 걸린 것으로 보입 니다.] '음...그렇담 검집을 바꿔야겠군. 그런데 검이 두개라... 어떻하냐?' 이드는 검집을 받아서 그 무기 점을 나섰다. 그리고 그 무기점을 나와서 주위를 둘러보며 라미아에게 명령했다. '라미아 주위의 무기점에 마법탐지 마법물이 있는 지 찾아봐.' 한번 운이 좋아서 혹시나 하는 이드였다. 그러나 대답은 역시나 였다. [더 이상의 마법물은 없습니다.] "흠 역시 이무기점이 오래 되서 이런 게 있는 건가 어쨌든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야." "임마 운이 좋긴 뭐가 말을 해야 할거 아냐 너 혼자 그렇게 떠들면 다냐?" 그래이와 주위의 인물들이 궁금하다는 듯 물어왔다. "그러니까 자요! 일리나 여기 단검 일리나 정도면 알아볼 수 있겠죠?" 일리나는 이드의 말에 이상함을 느끼면서 단검을 받아들고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놀란 듯 이드를 바라보앗다. "이드이건 마법검이 잖아요!" "뭐 마법검~!" "정말인가?" 일란역시 그걸 받아보더니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말했다. "흠 큰마법은 아니고 윈드 블레이드의 마법이 걸려있군 그래도 상당한 거야. 그런데 이드 이게 마법물이라면 다른 것은...." "마법사시라 그런지 날까롭네요. 맞아요. 이것점부다 마법물이죠." "이드자네 대단하군. 그런데 그거 부당이득 아닌가? 그런 마법물이라면 값이 상당히 나갈 텐데..." "뭐 저쪽에선 이게 마법물인 지도 몰랐으니 상관없죠. 그리고 단도는 하엘이 가져." 이번에도 일란이 그 단도를 확인해보고 설명해줬다. "이건 실드 보호 마법이 걸린거야" 그러자 이드는 일란에게 검을 보이며 물었다. "일란 그럼 이검엔 무슨 마법이걸린거죠?" "어디 보세나! 확실히는 나도 알 수 없으나 뇌격계의 라이트닝 볼트가 걸려있어 그리고 프로텍터도." '이단검도 보여볼까? 관둬라 있다 라미아 한테 물어보지 뭐 봉인되어있다니 일란도 못 알 아보겠지.' "고마워요 이드 덕분에 이런 마법검까지 받고" 딴 생각을 하고 있던 이드에게 일리나와 하엘이 와서 말했다. "뭐 고맙기는 싼값에 사기도 했고 그렇게 많이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어서 그런 건데 뭐. 자 이제 시간도 어느 정도 지났으니 마법 대결하는 것 보러가야지." "맞아요. 일란 행사장이 어디죠?" 마법검을 부러운듯이 보고있던 그래이가 일란에게 물어왔다. "그러니까 행사장이, 맞아 마법학교 앞에서 한다고 했어 거기에 대를 세워서 한다 더군. 어서 가세" 길을 잘 알고있는 일란을 선두로 해서 일행은 행사장을 찾아갔다. 그런데 이드녀석은 불편한 것이 있었다. 허리에 라미아와 단검이라고 해야할지 소검이라 고 해야할지 애매한 녀석이 걸려있어 손에 들고 가는 롱소드가 계속 걸리는 것이었다. '확! 그래이 줘버릴까? 하지만 아까운데 라미아가 있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일란은 일행을 대회장으로 인도했다. 대회장은 시장과 가까워서 얼 마 걸리지는 않았다. 대회는 아직 시작하지 않고 있었다. 일행이 도착했을 때는 거의 자리 가 다 차있었고 대회무대가 가까운 자리가 비어있었다. 그 앞자리는 원래 위험할지 몰라서 사람들이 잘 않지 않는 자리였다. 그러나 일행에는 마법사인 일란이 있으므로 인해 별 상 관이 없었다. 그리고 일행이 안은 자리로 몇몇의 인물이 와서 않았다. 마법사로 보이는 노인 그리고 기사로 보이는 인물과 역시 기사인 듯한 청년과 검사하나였 다. 그들은 서로 알고있는 사이인지 말을건네고 잇었다. 그때 대위로 한사람이 올라왔다. 로브를 걸친 노인으로 하얀색의 로드를 들고 잇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그린실트 마법학교와 라실린 마법학교의 교장입니다. 지금부터 저희 학교의 예술제의 자랑인 마법대결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우승자에게는 한 학년 진급과 이 은설의 로드를 상으로 줄 것입니다. 그리고 준 우승자 역시 한 학년 진급의 특혜가 가 해 질 것입니다. 그리고 외부의 마법사 분이나 몇몇의 검사분 역시 출전 하실 수 잇습니다. 그러나 절대 살상이나 큰 부상은 없도록 해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 드립니다. 또 외 부 우승자에게는 마법사는 이 스크롤을, 검사는 이 마법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검은 저희학교에서 만든 것으로 프로텍터마법이 걸려있습니다. 그렇게 강하지는 않으나 이것을 상품으로 걸었습니다. 출전하는 모든 분들은 열심 히 해주십시오" 그의 말과 함께 폭죽이 쏘아졌다. 펑.. 펑벙 큥 "그럼 출전자를 소개합니다. 1회전 출전자는 저희 마법학교의 학생인 루인과 크래인 입니 다. 그럼 시작해 주십시오" 그러자 대위로 두 명의 청년이 올라와 서로에게 인사를 했다. 둘 다 로브를 걸치고 있었 다. 우선 금발을 어깨까지 길은 루인이 공격을 시작했다. "파이어 레인" 말 그대로 불의 비였다. 하나 하나 작아서 위력은 없어도 범위가 넓어 피하기 어려운 것 이다. "워터 블레스터" 크래인이란 학생은 큰물줄기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불길을 소멸시키고 그대로 공격해 들어 갔다. "워터실드" 루인이 워터실드로 크래인의 워터 블레스터를 부드럽게 막아냈다. 이번 것으로서 거의 마 법실력이 조금 가려졌다. '저 루인이라는 사람이 더 났군. 물로 물을 흡수하듯이 막아내다니.' 이드가 흥미있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후 예상대로 루인이라는 남자가 원드블럭으로 그 사람을 밀어버림으로서 이겼 다. 그리고 그 다음은 첫 시합과 달리 검사들이엇다. 꽤 잘차려 입은 두 사람의 소년티를 벗 은 이들이었다. 나이는 20정도로 보였다. 둘 다 꽤 자신이 있다는 표정이었다. '제들은 별볼일 없겠어. 중원에서라면 저 정도 실력으로는 걸음마도 못할텐데.' 이 시합은 이드의 예상대로 지루하고 싱겁게 끝나버렸다. "에이 시합이 뭐이래? 안 그러냐? 이드 아무리 못해도 나도 저 정도는 하겠다." "그래, 그래 안다알아." 그때 단상으로 3회전시작 음과 함께 마법사 한 명과 검사 한 명이 올라왔다. 마법사는 학교의 학생인 듯했고 검사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용병인 듯했다. "음... 이 시합도 뻔하네." "이드. 뻔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말이지 하엘 저기 있는 마법사는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반면 저 검사는 전혀 그런 기미가 없어 그러니까 싸움 경험이 많단 말이야 그럼 마법사와의 전투도 경험했을 테고 그 런 반면 저 마법사는 지금까지 그런 실전 경험은 제로야 이런 상태에서 싸우면 결과 야 뻔 한거지." "레이디께서 의외로 잘 알고있군요." 그때 옆에 앉아있던 일행 중 청년기사가 이드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러나 그 말이 그렇게 와 닫지 않는 이드였다. 이런 경우가 한 두 번이라야 화를 내지 일일이 화를 내려면 끝도 없을 것이다. "하~ 별말씀을 그리고 한가지 고쳐주셨으면 합니다만 전 레이디가 아닙니다." "예? 아..예..그..그러십니까. 죄송합니다." 그가 이드의 말에 미안한 표정으로 대회장으로 시선을 돌릴 때였다. "인석아. 저 말을 믿어? 저건 여자 쪽에서 관심 없다고 할 때 하는 말이야 좀 특이하지만 그럴 땐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이 라고.." "이 사람 그런 말은....." 중년의 검사가 청년에게 그렇게 말하자 옆에 앉아 있던 중년의 기사가 검사를 나무랐다. 방금말로 보아 친한 친구인 듯했다. 그들의 말은 그렇게 크진 않았으나 옆에 있는 이드들이 들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그쪽의 행동으로 보아 이드가 남자란 것이 기사청년이 마음에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듯 했다. 그래서 일부로 크게 말함으로서 그쪽으로 관심을 같도록 말이다. 이들의 대화에 일행들은 이드를 주목했다. 이미 모두 대회는 관심이 없었다. 이드의 예상대로 마법 사가 별로 맥을 못 추고 잇기 때문이었다. 반면 이곳은 이드가 언제 폭발할지도 모를 흥미 진진한 상황이었으니.... "듣자하니 너무 하시는군요. 말씀을 하시는 것은 자유지만 남의 성별을 마음대로 바꾸셔 도 됩니까?" "이런이런. 레이디께서 화가 나셨군. 그러지 말라구. 이 녀석이래 뵈도 실력이 꽤 있다구 그리고 여기 클라인 백작의 자제로 집안도 좋단 말씀이야.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질색하지 말구." 그는 능글능글하게 이드에게 말을 건넸다. '난 저렇게 능글대는 인간은 질색인데 확..' "당신이 제가 여자란 걸 보기라도 했습니까? 왜 제가 남자란 말을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 죠? 혹시 당신이 그러신가요?" "호~ 레이디께서 말을 잘하시는군 이것 봐 그렇게 까지 정색을 할 건 없잖아. 그리고 그 런 얼굴에 아름다운 머리카락, 그런 모습으로 난 남자다라고 하면 누가 믿어?" "이것 봐요. 아저씨 대체 뭐가 문제길레 그렇게 말을 해요? 그리고 남자 엘프는 나보다 더 예쁘게 생겼다는데 그건 어쩔 겁니까?" "그거야 엘프니까. 그리고 넌 인간이니까 그런말이 않되는 거지." "계속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베어버리겠어." 이드의 말이 반말로 변해 버렸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능글능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레이디께서 검도 좀 쓸 줄 아는 모양이야. 잘 됬군. 클라인가는 무가니까 안사람이 검을 좀 쓸 줄 아는 게 좋을거야!" "이보게 그만하는 게 너무 그렇게 사람....." 클라인 백작이 친구를 말리고 있을 때 이드가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이드와 그 검사와의 거리는 3미터 정도 절대로 다 을 리가 없는 거리이다. 이드의 이말도 않될 것 같은 행동은 곧 그 검사가 배를 감싸고 뒤로 물러남으로써 실제 화되었다. "뭐야..." "어떻게 이건." "이드....." "큭..어떻게 저렇게 떨어진곳에서......" "이제 정신이 좀 드시는 모양이죠? 사람을 정도 껏 놀려야 장수에 도움이 될 겁니다." 이 녀석의 외모는 작은 수다거리가 되는 군요..... 그러나 아무도 이드의 말에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이드와 쓰러진 검사를 바라 볼뿐이었다. 검사 또한 배가 아쁜 것을 잇고 일어나서 이드를 바라보았다. "레이디..아니....자네는 어떻게 방금 어떻게 한 거지? 어떻게 떨어진 사람에게 주먹을 날려 맞출 수 있는 거지?" '결국 그게 궁금한 건가? 그걸 알고싶음 먼저 사과 터 할 것이지!' "제가 당신에게 그런 걸 말해줘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흠... 그건......." 그 검사는 이드의 말에 당황하는 듯했다. 지금까지 실력 껏 놀려놓고 그런걸 말해달라니 자신이라도 그렇게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기사 즉 클라인 백작이 중 제에 나섰다. 그 역시 방금 이드가 한 것에 흥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보게 젊은이 이만하고 이 친구와 화해하지 그러나 이 친구도 나쁜 마음으로 그런 건 아니니 이쯤에서 그만 화 푸세나... 자네들은 이 시합을 보러 온 듯하니 시합이 끝나면 내 가 한 잔 사겠네. 어떤가?" 백작인 클라인이 이렇게 나오자 이드도 좀 화를 거두었다. 검사가 놀린 것에 그렇게 화가 나있는 상태도 아니고 백작이라는 높은 사람이 이렇게 나서서 중제하니 이드도 버티기만 하기는 좀 뭐한 것이었다. "뭐 그렇게 까지 나오시니 저도 별로 할말은 없습니다. 또 그분께도 함부로 손을 쓴 일이 죄송하기도 하니 여기서 그만하기로 하지요." "하하하 그러세나 그럼 같이 안지" 모두가 자리에 않자 그래이와 일란이 이드에게 따져왔다. "이드 어쩌자고 백작님 앞에서 그렇게 뻗뻗한 거야?" "이드자네 저분이 호탕하 신분이라 그냥 넘어 간거지 다른 귀족이었다면 당장 자네를 죽 이려 했을 꺼야! 앞으로 조심하게 " "그렇게요. 제가 백작이란 걸 잘 몰라서 그래요. 뭐 이제 알았으니 다음부턴 조금 자중하 죠. 그렇지만 전 이 나라(다른 나라도 아니지만) 사람도 아니고 별로 그런 거 억매이는 성 격이 아니라구요. 앞으로 이런 일이 있더라도 애해해 주세요" 그때 갑자기 대쪽에서 환한 빛이 터져나왔고 그 후에 누군가 나가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 다. 이드가 대회장을 돌아보니 한 소녀가 주위에 하얀빛을 발하는 작은 무언가를 주위에 뛰우 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로브가 조금 검게 그슬린 청년이 쓰러져있었다. 몇몇이 달려와 그 청년을 데려가고 소녀가 이겼다는 것을 알렸다. "뭐지? 일란 저기 떠있는건 뭐예요?" "아무래도 정령 같은데 저 여성은 아무래도 정령마법사 같은걸?" '정령마법?.....음..그러니까 이 세계를 이루는 기운들의 집합체라는 건가?' 기사들과 같이 온 마법사가 보충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저건 빛의 정령인 라이드지. 비록 하급이긴 하지만.... 파괴력은 괘있는 걸로 알고있거든. 그리고 저 애 이름은 레이나인 클라인으로 클라인의 딸이지 그리고 여기 라인트의 동생이 기도 하고 말이야. 사실여기 온 것도 저 아이가 이 시합에 출전한다기에 온 것이지" 그 마법사의 말에 일행은 의외라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클라인백작을 조 금은 닮은 듯도 했다. 어쨌든 그녀의 시합으로 오늘시합은 막을 내렸다. 그리고 시합을 마친 그녀가 이곳으로 다가와 백작 등과 인사를 나누었다. "잘 싸우더구나 레나. 그리고 인사하려무나 여기는 이곳에서 알게된 사람들이란다." 귀족에게 먼저 인사를 받을 수는 없는 지라 일행들이 서둘러 인사를 건넸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일란 하우건이라는 마법사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그래이 라노트스 검사이고 여기는 이리안의 사제인 하엘 이르시안 그리고 제 친구인 라인델프 토르시오느입 니다. 그리고 이분은 일리나 여기 이 친구는 그래이드론이라고 검을 씁니다." 일란은 일행을 소개했다. 단성을 모르는 일리나와 내가 빠졌을 뿐이었다. "네 저는 레이나인 클라인이라고 합니다. 모험가들이 신 것 같군요." "예, 제가 아리안의 사제로서 수련을 떠나는 같이 동행하고 잇습니다." "자~ 서로 인사도 나눈 것 같으니 식당으로 가지." 사람들은 클라인백작의 안내로 그의 집으로 향했다. 그의 집이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 었기 때문이다. 클랑인이라는 사람의 집으로 가는 도중에 라인트라는 청년기사와 검사인 시오란이란 사람 은 일행들 특히 이드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러나 레이나인이라는 소녀는 일행들에게 한마 디도 건네 오지 않았다. 아까 인사를 할때를 제외하고는 일행들과 눈조차 마주 치지 않는 것이다. '상당히 냉정해 뵈는군. 꼭 중원에 있는 냉월 누님 같은걸' 그리고 도착한 클라인백작의 자택은 여러 귀족들이 그렇듯 상당히 큰 저택이었다. 그리고 특이한 점이 있다면 저택의 한쪽으로 연무장이 보인다는 것이다. "저것 봐 이드, 백작님이 무술을 좋아한다더니 그 말이 맞나봐 보통귀족들은 저런 건 잘 안 만드는 걸로 아는데 말이야." "저런걸 만들던 안 만들던 그게 무슨 상관? 꼭 다른 사람들과 같아야하라 이유는 없는 거 야냐? 너무 그렇게 틀에 박힌 사고를 가지고 있으면 검 익히는데도 상당히 문제 있다." "야! 내성격하고 검 익히는거 하고 무슨 상관이냐?" "내가 있다면 있는 거야! 조용하고 들어가자." 이드의 말대로 일행들은 벌써 문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드들은 우선 거실로 보이는 곳으로 안내 되었다. "모두들 편히 앉으시오!" "아버지 저는 잠시 올라갔다 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레이나인이라는 소녀는 올라가 버렸다. 잠시후 하녀로 보이는 소녀가 차와 과자를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그녀가 나갈 때 레이나인이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들어왔다. "우선 차나들고 애기하지 식사 준비는 곳될거야" "감사합니다. 저희를 이렇게 식사에 까지 초대해 주시다니" 일란의 말대로 귀족은 이렇게 하지 않는다. 자기들끼리만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클라 인백작차럼 평민을 편하게 대하는 인물은 흔한 것이 아닌 것이다. 물론 그가 검을 좋아한 다는 것도 한몫 했으리라. 차를 내오자 시로란이란 검사가 당장에 궁금한것을 무어왔다. "자네 도대체 아까 어떻게 한것인가?" 그러자 그가 모두의 말을 대신한듯 모두 이드를 바라보았다. '또 물어오는군! 그냥 마법이라고 말해 이 세계에선 왠만하면 마법이라고 하면 다 넘어갈 것같은데.....않되겠군 마법사가 둘이나 있으니......설명하자면 긴데......그러니까' "아버지 무슨 말씀이시죠?" "음? 그러고 보니 레이나인 넌 모르겠구나 그러니까 ..............(생략)........ 이런 일이 있었단 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데체가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혹시 정령마법이 아니가요? 정령마법 중 바람의 정령력을 이용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은 데." '오~! 좋은 생각 고마워 아가씨 내가 꼭 보답하지. 아니아니 아니지 나는 정령마법이란걸 (다른 마법역시 마찬가지) 써 본적이 없잖아 나보고 써보라면 어쩌지?' "그건 아닙니다. 제가 한 것은....설명하자면 복잡한데 혹시 소드 마스터를 보신 적이있으 십니까?" "음 그렇네. 여기 있는 이 들중 거의 다 본적이 잇지" "그럼 소드 마스터가 검에 맺힌 마나 즉 검기를 날리는 걸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본적이 있지 그건 아마 나와 여기 시오란과 궁정마법사 그리하겐트 정도지 여기 내 아들 과 딸은 본적이 없지. 나 역시 그리시아드 후작께서 전쟁터에서 싸우실 때 본 것이니까" "그럼 설명이 쉽겠군요. 제가 한 것 역시 그것과 비슷한 것입니다. 다른 것이라면 약하고 부드럽게 함으로써 보이지 않고 검이 아닌 주먹을 사용한 것이죠." "아니 그게 가능한가? 검이 아닌 주먹으로 마나를....." "그럼 자네는 소드 마스터란 말인가?" "이드 너... 그런 말은 없었잖아." '여기 저기 시끄럽군 임마 그래이 니가 언제 물어 봤냐? 그리고 내가 그런 보법을 가르 치는 걸 보면 눈치 챘어야지.' "차근차근 질문하십시오." 그러자 궁정마법사라는 그리하겐트가 물었다. "자네 말대로라면 자네가 벌써 소드 마스터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약하긴 하지만요." 이번엔 검사가 질물했다. "자네 그게 사실인가? 도데체 검이 아닌 주먹으로 검기를 날리다니....난 그런 건 본적도 들은 적도 없어" "직접맞아 보셨으니 대답이 됬다고 봅니다." "아버지 아닐 꺼 예요. 아직 아버지도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들지 못하셨는데 어떻게 저 와 비슷해 보이는 나이의 소년이.... 정령을 사용한걸꺼예요." "레나 그게 무슨 말이냐! 손님에게. 미안하게 됐구만" "아버지...." "됐다 레나" "아니요 괜찮습니다. 따님 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믿기 어렵단 표정이니 신경 쓰지 마십 시오" "저것 보시라구요. 아버지 실제로 소드 마스터 였다면 증거를 보였을 땐데 저렇게 피하잖 아요." '체! 소드 마스터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거야? 그런 걸로 자랑하게? 이걸 보여줘 말아' "야 이드 한번 시험을 보여봐" '그래이 이녀석은........ 그럼...' "알았어. 알았다구" 이드는 자신이 무기점에서 구입한 조금 긴 단검을 꺼냈다. 손잡이 부분에는 여전히 가죽 이 매어져 있었다. 그리고 손질을 않았기 때문에 검집의 모양도 확실하지 않았다. 이드는 검집에서 검을 뽑아냈다. 검신은 유백색을 뒤고 있었다. 그리고 검신에 아름다운 문양이 새 겨져있어 아름다웠다. 이드는 검을 잠시 바라보다가 검에 마나을 가했다. 그러나 그의 마나 가 검에 잘 들어 가질 않았다. '어 이상하다 왜 그러지? 그럼 이번에 좀 쎄게.....' [이드님 계속 검에 마나력을 가 할시 검에 걸려있던 봉인과 폭발할지도 모릅니다.] '맞다 봉인. 라미아 지금 봉인을 풀 수 있어?' [예. 지금봉인을 풀까요?] '.......아니. 저 마법사가 있으니 마법이 풀리면 마법검이라며 내 실력이 아니라고 할테 니....' 이드는 다시 검을 집어넣었다. 사람들이 의아해 다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앞에 놓인 탁 자에 놓인 작은 막대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거기에 마나를 가했다. 그러자 그 막대를 따라 청색의 날이 생겨났다. 그걸 보고 주위의 인물들이 아....하는 탄성을 터트렸다. 이드는 그 날로 탁자에 놓인 유리제 제털이를 그었다. 그리고 막대에 생성시켰던 날을 거둬들였다. 그 리고 탁자에 놓인 제털이를 건드리자 재털이는 정확하게 둘로 나눠졌다. 잘린 면 역시 깨끗한 유리 같았다. "과연! 잘은 모르겠지만 그 정도라면 소드 마스터 초급의 실력이야! 대단하군 그런데 난 후작께서 주먹으로 마나를 날리는 것은 보지 못했는데!" "그렇습니다. 저 역시 그런 건 들어보질 못했는데" "아무튼 이렇게 어린 나이에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들었다니 대단하군 자 저녁 식사를 하 러 가지." 백작은 일행을 안내해 식당으로 행했다. 거기서 백작은 백작의 부인을 일행들에게 소개시 켰다. 그리고는 맞잇는 저녁식사.....*^^* 저녁시사를 마친 일행들은 백작에게 인사를 하고 나섰다.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무슨! 그럼 내일 대회장에서 보세나!" 일행은 백작의 집을 나서며 여관으로 행했다. "그래이 그런데 소드 마스터라는 거에 초급이라는 건 뭐냐?" 이드는 아까 백작이 자신에게 소드 마스터 초급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거.... 나도 확실이는 잘 모르겠는데.... 일란은 혹시 알아요?" "그것 말인가? 알지! 소드 마스터라는건 즉 마나를 사용 할 수 있다는 걸 말하지 그리고 초급에서는 자신의 검에만 마나를 주입해서 절삭성을 높이고 마법에 어느 정도 대항할 수 있지 그리고 중급에서는 검에만 마나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형상화하는 거야 그 래서 작은 레이피어라도 중급이 원한다면 검기로 롱소드 만큼 크게 만들 수 있지 능력이 된다면 더 크게 할 수도 잇겠지만 마나의 소모가 많으므로 무조건 크게 만드는 사람은 없 어 그리고 소드 마스터 상급은 검에 형성된 마나를 날려서 적을 공격 할 수 있지 마법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지. 그리고 그위로는 그래이트 실버급 이라는 것이 있는데 확실치는 않지만 검기로서 실드 비슷한 것을 형성할 수 있고 검기 또한 자신에게 맞는 성질로 바뀐 다더군 그렇지만 여기가지 다다른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한 두 명 정도??? 현재에는 아무 도 없지 소드 마스터 상급도 이 대륙에 내가 아는 것으로 십 여명 정도니까! 그리고 그 그 레이트 실버위로 뭐가 잇다는데 그건 잘 모르겠군....." "그런가요? 그럼 이란 그레이트 실버 였다는 두 사람은 누굽니까?" "그러니까...한사람은 오백년전 라일론 제국의 건국 왕인 영웅왕 시온 맥르리거지.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대충 이백년 전인가? 삼백년 전인가? 확실치는 않지만 소드 마스터로 불 렸던 막시말리온이라는 사람이었지 그런데 이 사람은 국적도 확실치 않고 세력도 형성치 않고 그냐 떠돌아다니면 자기 마음에 내키는 데로 행동했다더군 그러나 나쁜 짓은 않았다 고 하는 것 같더라구 내가 아는 건 여기까지 해박한 사람이랑 다녀 다 알고 있는 정도지 더 자세한 것은 책을 봐야 할거야!" "일란....그러면서 은근히 자기 자랑하는 것 같습니다." "어허 녀석 무슨 소리냐?" "그렇잖아요. 스스로 해. 박. 한. 사람들이라고요." "험험. 그거야...." "으이그 그만해요. 일란 그리고 래이너도 여관에 다 왔어." 이드들은 백작의 집에서 식사를 마쳤으므로 따로 식사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일의 대회관 전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이제 오는군 오늘은 좀 늦었군 그래" "예 백작님께서 먼저 와 계시군요." 이드들은 대회장에서 이미 도착해있는 백작일행들을 볼 수 있었다. 이드들은 여관의 주방 에 약간의 문제 발생으로 아침이 늦어져서 대회장에 조금 늦은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늦 은 것이 아니어서 대회시작 전에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어제는 못 물어 봤네 만 자네는 왜 나가지 않았나? 자네 정도면 우승할 수도 있 을 텐데. 상품은 마법검이니 귀한거라구." '이 백작. 남이야 나가던 말던 무슨 상관이야' "별로 생각이 없어서요. 그리고 마법검이라면 저에게도 있거든요" "음? 마법검이 있다고 그건 귀한 건데 어디서 구했나!" "하하 운이 좋았죠. 무기 점에서 샀는데 그게 마법검이더라구요" 그러자 백작일행들은 진짜 황당하다는 듯 한 표정을 지었다. "하~ 자네 상당히 운이 좋구만......." "흠! 마법검라 내가 좀 볼수 있겠나?" "그러시죠. 여기 있습니다." 이드는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을 그리하겐트에게 내밀었다. 그는 그것을 받아 뽑아서 여기 저기 살펴보았다. "잘 만든 검이구만. 검은 잘 모르지만 잘 만들어 진 것 같고 마법 역시 공격계와 방어마 법이 같이 걸려있군 8클래스의 마스터가 공들여 만든 검인 것 같군 위력도 좋겠어 잘 봤 네. 잘 간수하게나 그 정도 검이라면 상당한 값어치가 나가는 검이라네 여기 상품으로 걸 린 검보다는 확실히 뛰어난 검이니까." "예. 알겠습니다." 이드는 그에게서 다시 검을 받아들었다. 그런데 옆에 두고 있으려니 상당히 귀찮았다. 거기다 손으로 들고 다녀야 한다는 점이 한 목하고 원래 이드는 뭐 들고 다니기는 싫어하는 성격이다. '좋다! 결정했다. 어차피 라미아보다 성능도 떨어지는 거. 줘버리자...... 아깝긴 하지만.....'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이드는 자신의 옆에 있는 그래이에게 검을 불쑥 내밀었다. 그러자 그래이는 왜 그러냐는 듯한 표정으로 어쨌든 내밀어진 검을 받아들었다. "이드. 왜?" "그거 이제 니가 들고 다녀!" "뭐?! 진짜? 진짜 그래도 돼?" "그래 검 두개나 들고 다니려니 귀찮아!" "야! 그래도 이건 마법검이라구.....*^^*" '녀석 상당히 노력하는군 같고싶으면서......' "가져... 괜찮아 난 다른 거 있으니까!" "진짜지! 이거 나주는 거 다시 달라고 하기 없기다." '으~ 이 녀석이 진짜 유치하게 나오네' 이런 대화를 듣던 백작일행이 이드를 보고 당황해했다. 마법검을 남에게 주다니.... 보통 그런 일은 절대 없다. 뭐 죽을 때 남에게 주는 건 이해가 되지만 가지고 다니기 귀찮아서 주겠다니...... 물론 다른 이드일행들은 그러려니 했다. 이드 녀석이 무기점에서 마법무기를 들고 나와서 일리나와 하엘에게 그냥 넘긴 일도 있기에 말 이다. "이보게 이드군 자네 하는 일에 뭐라고 할 생각은 없으나 마법검은 상당히 값비싼 것이네 그렇게 함부로 다른 이에게 줘도 되는가?" "상관없습니다. 백작님. 제겐 다른 검이 있는데다가. 저건 제게 별로 쓸모가 없을 것 같아 서요. 그리고 어차피 같이 여행할 동료인데 강한 검을 가지고 있으면 저도 든든하겠죠" "그렇게 까지 말한다면 할 수 없지만 하여간 어린 사람이 통이 넓구만..." 이런 백작의 말이 끝날 때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드는 대회에는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제 본 것 정도로도 어느 정도 수준을 짐작한 것이다. 이드는 대회장에서 시선을 거두고 허리에서 단검을 빼들었다. 그리고 손잡이 부분에 감겨있는 가 죽을 풀었다. 그러자 드러나는 검신은 반짝이는 은색이였다. 그리고 손잡이 부분에 길쭉하 게 생긴 보석이 박혀 있었다. '흠 괜찮은데.... 라미아. 이 검의 봉인을 풀......아니지 여기서 풀면 마나가 움직일 테고... 라미아 내주위로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매직 실드를 형성해줄래?' [형성되었습니다. 이드님] '고마워 그럼 이 검에 걸린 봉인을 풀어 줘' [그럼 검을 놓아주십시오. 봉인의 해제로 그 검을 잡고 계실 경우 충격을 받게 됩니다.] '오우! 그런 걱정은 붙들어매셔 걱정말고 풀어 줘....' 그리고는 이드는 자신의 몸에 호신강기를 둘렀다. [이드님의 몸 주위로 마나의 압축 실드가 확인되었습니다. 이드님의 안전히 확보되었으므 로 봉인을 해제합니다.] '호~! 그럼 내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봉인을 해제하지 않았겠는걸?' 이드가 이렇게 생각하며 손에 들린 검을 바라보자 검에서 푸른색이 은은히 빛나며 떨려왔 다. 그리고 손잡이 부분과 폼멜 등은 더욱 빛을 발하고 검집은 먼지와 녹이 다 떨어지고 화려한 모양을 드러냈다. 그리고 검에서는 향긋한 꽃향기와 같은 것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푸른빛이 사라졌다. [검의 봉인을 해제하였습니다. 이드님.] '흠 좋았어 그런데 이 향기는 뭐지 검에서 나는 것 같은데...' [검의 제작에 꽃의 여신이라는 일라이져의 꽃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마법 으로 여러 가지 효과를 부여 한 것입니다. 이드님. 그 향기는 정신을 맑게 하며 마음을 안 정시킵니다. ] ' 이야! 좋은데 라미아 고마워' [별 말씀을요. 이드님 그리고 주위의 매직 실드를 해제합니다.] '애가 대답을 다하네...평소엔 내가 물을 때만 답하더니.'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검을 허리에 찼다. "음? 이게 무슨 냄새지? 일리나 꽃향기 같지 않나요?" "예! 나는군요. 무슨 꽃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음? 그러고 보니 이거 희미하게 나는데 누가 향수를 뿌린거야?" '호. 이 검의 냄새가 맡아지나보지?' "향기는 좋은데?" 일행들은 그렇게 말하더니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시합에 시선을 모았다. 마침 한 시합 이 끝나고 레이나인이 출전하는 시합이었다. 이번에는 마법사가 아닌 검사가 상대였다. 그 검사는 어제 마법사를 간단히 이겼던 그 용병이었다. "흠! 이번 시합은 힘들겠군" 백작이 시합대위를 보며 말했다. 역시 딸이라서 그런지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시합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검사는 검을 들고는 있으되 쉽게 접근하지는 않았다. 레이나인 역시 검사를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는 언제 불러냈는지 빛의 정령인 라이 드가 떠있었다. 첫 공격은 레이나인이 시작했다. 그녀는 주위에 있는 빛의 정령들을 위, 아래와 양 방향, 그리고 앞을 막고는 검사를 향해 날렸다. 그러나 그는 전혀 놀라는 표정 없이 검으로 자신 의 가슴을 향해 날아오는 빛의 정령을 찔렀다. "저런... 저러면 빛의 정령이 폭발해서 충격으로 뒤로 밀릴텐데...... " 일란이 그렇게 말할 때 그 검사는 아무 충격 없이 서있었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의 검에 약하지만 푸르른 색이 흐른다는 것이다. "흠...검기군. 검기로 정령을 소멸시켜버렸군. 그렇담 폭발하지도 않을테니...... 저 청년도 젊은 나이에 소드 마스터 초급에 들다니 ..... 이거 아무래도 레나가 질 것 같소이다. 백 작....." "그럴 것 같습니다. 상대는 소드 마스터 초급. 정령술과 마법을 어느 정도 익혔다하나 저 아이는 실전은 처음이니..." 백작과 궁정마법사인 그리하겐트의 말대로 레이나인이 몇 가지의 마법을 써보았으나 검기 로 막거나 피해버렸다. 그러자 레이나인은 그 검사를 바라보며 한마디를 던졌다. "대단하시네요. 그럼 마지막공격을 하죠. 만약이것도 피하신다면 제가 진 것입니다. 그리 고 한가지 충고를 하자면 맞받아 치실 생각은 않으셨으면 합니다. 소드 마스터 초급으로는 이 공격을 막을 수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캐스팅에 들어갔다. 물론 자신의 주위로 정령들을 깔아놓고 말이다. "신야르누 아야흐나임..... 물의정점에서 물을 다스리는 그대의 힘을 지금 내가 빌리고자 합니다. 워터 레일라 당신의 힘으로 지금 내 앞에 있는 적을 멸하소서...... 퍼퍽트 워터 블 레스터...." 그러면서 그녀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그녀의 손 주위로 원을 그리며 마법진 이 나타났고 그 마법진에서 엄청난 굵기의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곧바로 그 검 사를 향해서 날아갔다. 그가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대위에서 내려 가야했다. 아니면 그 마법을 직통으로 받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것을 느낀 그는 순간적으로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어리었으나 곳 품속에서 작을 구슬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앞으로 던지며 외쳤다. " 화이어 실드 " 그러자 그의 주위로 불꽃으로 이루어진 붉은 막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곧 실드로 레이나 인의 마법이 작렬했다. 두 마법이 부딪치자 치지지지지..... 거리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그런 중에 화이어 실드란 것이 깨어졌다. 그의 화이어 실드보 다 레이나인의 퍼퍽트 워터 블레스터가 더 강력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 마법 역시 화이 어 실드와의 충돌로 처음보다 기세가 많이 약해져있었다. 그러자 검사는 곧 검에 마나를 주입하고는 블레스터를 갈랐다. 그러자 약해진 불레스터는 그의 양옆으로 갈라지며 사라졌다. 마법이 사라지자 곧 바로 레이나인을 향해 달려가려던 그는 그 자리에 멈추었다. 레이나인은 그 자리에 주저 않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무리하게 큰 마법을 사 용한 것 같았다. "학학....그걸...막다니...학.. 상당한 실력이네요......" "제가...학...후....졌습니다." 그녀의 말에 감독원이 검사의 승리를 결정하고 백작과 그리하겐트가 달려와 그녀를 데리 고 내려갔다. 그리고 그녀를 데리고 대 아래로 내려온 그리하겐트는 그녀에게 회복 마법을 전개했다. "리커버리" "감사합니다. 그리하겐트님" "별말을 다하는 구나. 어서 일어나야지" 레이나인은 백작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 그런 그녀에게 그 검사가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습니다. 우승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별 말씀을요. 잘 싸우셨습니다. 제 이름은 라이너라고 합니다. 그럼..." 그는 그녀와 백작에게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서로 인사를 건넨 그들은 다시 이드들이 있는 자리로 돌아왔다. "훌륭했어. 레나" "이번에는 상대가 않좋았어. 그 정도면 잘 한거야. 저놈이 너보다 좀 강할 뿐이지" 그녀의 오빠와 시오란이 각각 그녀에게 말을 건네었다. 그러나 별로 할말이 없고 또 말하기도 어색한 이드들은 그냥 앉아 있었다. "자 여기 않아라 여기서 시합이나 마저 보고 가자꾸나 오늘은 내가 니가 갖고 싶어 하는 걸 사주마" "호호 아버지 인심쓰시네요.. 정말 다 사주실 건가요?" "그럼!" '으 닭살 돐아......' 그러는 다시 한 시합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특이한 상대는 없었고 금방 마지막 시합이 이 어졌다. 결승에 오른 사람들은 레이나인을 쓰러뜨린 라이너라는 검사와 검은 후드를 쓴 얼 굴을 알 수 없는 마법사였다. "일란 저 마법사 누굽니까? 아까도 다크 쉐이드라는 기분 나쁜 걸로 이기더니...." 이드가 말하는 것은 전 시합이었다. 저 마법사가 상대 검사에게 다크 쉐이드라는 마법을 걸자 그의 주위로 검은 안개 같은 것이 싸여갔다. 그것은 늪처럼 그 검사를 서서히 머리까 지 덮쳐갔고 공포를 느낀 검사가 항복 할 것을 선언해서 겨우 살았다. 만약 끝까지 버텼더 라면 아마도 죽었을 것이다. "나도 잘 모르겠군. 보아하니 흑 마법사 같은데..... 저 정도의 실력이라면 여기 나올 필요 가 없을 텐데 이상하군......." 대위에서는 라이너 역시 상대가 만만찮은 사람인 것을 느낀 듯 신중을 기하고 있었고 그 의 검에는 벌써 검기가 맺혀있었다. 주위에는 마지막 결승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있었 다. 가만히 있던 마법사가 먼저 마법을 시현했다. "다크 에로우" 그러자 그 주위로 검은색의 화살들이 날았다. 그 화살은 라이너에게만 날아가는 것이 아 니라 주위로 날아들었다. 그러자 구경하던 이들이 황급히 물러났다. 그러자 다시 그가 주문 을 날렸다. "화이어 트위스터" 그러자 그를 중심으로 불길의 바람이 휩쓸었다. 그러자 라이너는 급히 검기로 불의 폭풍 을 갈랐다. 그러나 그 불길은 그래도 밖으로 퍼져나갔다. 그러자 급히 그리하겐트가 자신의 주위로 실드를 펼쳤다. "저 마법사 이상하군. 아까의 다크 에로우도 그렇고 이번의 화이어 트위스터도 그렇고 자 꾸 주위의 사람들을 물러나게 만들고 있군" "그렇군." 시오란의 말대로 대회장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두 멀리 물러나 있었다. 남아 있는 사람 들이라야 백작일행과 이드들 그리고 한쪽에 실드를 펼치고 있는 늙은 마법사였다. 시오란이 이렇게 말할 때 그 흑 마법사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더니 손을 위로 뻗어 주문 을 외웠다. "암흑의 공간을 지키는 그대의 힘을 지금여기에 펼쳐주소서..." 그러자 그의 손위에 들려있던 검은색의 동그란 패를 중심으로 지름 13m 정도의 검은 막 이 형성되었다. 어떨 결에 막 안에 갇혀버린 일행은 황급히 일어났다. "이거 아무래도 심상찮군 클라인..." "자네 직감이 정확한 것 같아" "이것보시오. 이게 무슨 짓이오" 여전히 주위에 실드를 형성한 체로 그리하겐트가 물었다. 그러자 그 검은 후드 속에서 음습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크크.. 몰라도 된다. 너희들이 가만히만 있어 준다면 나도 내일만 마치고 돌아 갈 것이 다." 그러면서 드는 한쪽에 서있는 늙은 마법사를 향해 외쳤다. "오랜만이군. 라우리. 네놈이 날 쓰러뜨린지 30년만이군. 이런 곳에 있을 줄은 몰랐지" 그러자 그 말을 들은 그 라우리란 마법사는 안색이 변하더니 그를 바라보며 힘들게 말을 꺼내었다. "음.. 네놈이었구나........클리온." "크크...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군 그래." "복수인가?" "아니면 내가 널 왜 찾아왔겠는가? 네놈에게 당해서 난 내가 가진 전 마력과 한 팔을 잃 었다. 복수..... 당연한 것 아닌가?" "그 모습을 보니....계약한 것인가?" "당연하지 모든 마력을 읽은 내가 악마와의 계약 외에 네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겠는가? 덕분에 이렇게 강한 힘을 있었지만 말이야..크크크....." 그렇게 말하며 그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검은색의 볼이 나아갔다. 그러자 라우리라는 늙은 마법사는 헤이스트로 급히 몸을 이동시켰다. 그리고 그가 있던 자 리는 그 볼이 닳자마자 녹아버렸다. "잘 피했어. 나도 널 이렇게 가볍게 끝내고 싶지는 않거든?" "화이어 볼 쎄레이션" "훗...겨우 이 정도 마법을..... 이 정도로는 않돼" 그는 화이어 볼이 날아보는 방향으로 손을 들어 넓게 원을 그렸다. 그러자 그의 손을 따 라 검은 원이 그려지더니 화이어 볼을 집어 삼켜버리고는 사라졌다. "클리온.... 어떻게......" "그렇게 놀랄 것 없다. 물의 기운이여 차가운 숨결을 품으라....아이스 스피어" 그의 주문에 따라 얼음의 창이 라우리란 마법사를 향해 날았다. "화이어 블럭" 그의 앞에 불꽃의 벽이 생겨 얼음의 창을 막았다. 그러나 2개정도의 창은 그냥 불꽃을 통 과하고는 라우리를 향했다. 그는 급히 피해 큰 피해는 없었으나 하나의 창이 팔을 스쳐 오 른쪽 팔에 약간의 상처가 났다. 그리고 이번의 대결로 둘의 마법력이 확인되었다. "그리하겐트. 이대로 있다간 아무래도 저 사람이 위험한 것 같군" "그렇군요. 마법력도 차이가 확실히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저도 도와야 할 것 같습 니다. 누가 내대신 이 실드를 맞아 주겠는가?" "그럼 제가 맞지요" 일란이 나서서 실드를 일행들 주위로 쳤다. 그러자 그리하겐트는 일란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흑 마법사를 향해서 섰다. "대단하군. 자네 6클래스였는가?" 그리고는 클리온이란 마법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화이어 월" 그의 외침에 클리온의 주위로 불꽃의 장벽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때 라우리가 이쪽으로 급히 다가왔다. 그리고 대위에서 있던 라이너 역시 일행에게로 뛰어왔다. "고맙소. 그런데 이렇게 하시면 위험 할 것이오" "별 상관없습니다. 설마 저자가 마법사 세 명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리하겐트의 그러한 말에도 라우리의 얼굴은 펴지질 않았다. 그리고 그때 라우리의 얼굴표정을 대변이라도 하듯 화악하는 소리와 함께 클리온의 주위 에 있던 불꽃이 사라졌다. "분명 내가 내 일에 상관치 않는다면 아무런 피해도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이렇게 덤 빈 것은 분명 죽고 싶다는 말이겠지?" "글쎄 당신이 우리를 이길 수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나 나는 그렇게 보지 않거든 그리고 밖에서도 그냥 있진 않을 테니까 말이야!" 그리하겐트의 자신 있는 말은 클리온의 말에 의해 구겨졌다. "실망시켜 미안하군...이 결계는 절대 결계다. 이걸 얻는데 꽤 고생한 만큼 앞으로 몇 시간 은 절대 열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라....내가 복수를 위해 그 정도도 생각하지 않았 으리라 보는가?" "클라인 그리고 모두 조심하게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암흑의 순수함으로...." 그러자 실드 위로 어둠이 덮쳐왔다. 그것은 실드와 부딪히자 격렬한 스파크를 발했다. "이대로 있다간 실드가 곧 깨어 질 것 같습니다." 일란이 일행을 향해 급하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곧 하엘이 신성력을 발했다. "아리안님 지금 제게 다가오는 어둠을 막아주소서....." 그러자 아리안을 중심으로 푸른빛이 퍼져나갔고 실드를 공격하던 어둠이 아리안의 신성력 과 충돌하여 실드에서 조금 멀어졌다. 그러자 곧바로 그리하겐트와 라우리가 마법을 난사했다. "원드 스워드." "라이트 매직 미사일" 마법공격을 받은 어둠은 서서히 사라졌다. 그러자 하엘 역시 신성력을 거두었다. "이렇게 방어만 해서는 않되 겠어. 공격을 하지 않으면 당할지도 몰라." "맞습니다. 그럼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라우리가 공격을 시작했다. "불꽃의 검으로 적을 가를 것이다. 화이어 블레이드" 그러자 큰 불꽃의 검이 클리온을 향해 날았다. 그리고 그 뒤를 그리하겐트가 이었다. "지아스 크루노 라무이....암흑의 힘으로 적을 멸하 것이니...폭렬지옥" 클리온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불의 검을 어둠의 검으로 막아버렸다. 그런데 그 뒤를 이 어 자신의 주위로 마법진이 형성되더니 주위의 마나가 격렬히 폭발을 일으켰다. 클리온은 순간 당황했다. 방금 불의 검을 막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대비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와의 계약에 따라 라그니 루크라문이여 날 보호하소서." 그러자 그의 주위로 검은 색의 결계가 형성되었고 그의 주위로 폭발이 일었다. "제길 계약자의 보호인가? 그런데 라그니 루크라문이라니...." "그는 고위악마가 아닙니까? 그것도 암흑의...." "그렇지 이거 힘들겠는데 그런데 어떻게 계약을 한거지? 그와는 계약하게 어려울 텐데 무 언가 제물을 바치지 않는 한...." 그때 먼지가 걷히며 검은 막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막이 양쪽으로 걷히며 클리온이 나타 났고 걷힌 어둠이 그의 두 손으로 모였다. "크크..꽤하는 군. 다크 버스터" 그러자 그의 두 손에 모인 어둠이 하나로 합쳐져 나갔다. "라그니 루크라문의 힘인가? 그럼...불꽃이여 화염이여 여기 그대를 바라는 이에게 힘을 빌려주어라..플레어" 그러자 그리하겐트의 손에서 하얀 빛줄기가 날았다. 곧 두 가지, 빛과 어둠이 충돌했고 빛 이 밀려버렸다. 다크 버스터는 위력이 약해지긴 했으나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저 정도의 위력이라면 현재 일란이 형성하고 있는 실드를 중화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급히 라우리가 방어마법을 외우려 할때였다. "라이트인 볼트" "원드 블레이드" "실드" 곧바로 번개와 바람의 검이 나갔고 약하긴 하지만 실드가 형성되었다. 다크 버스터는 라 이트닝볼트와 원드 블레이드와의 충돌로 소멸해버렸다. 이 일에 백작과 라우리, 그리하겐트 등이 뒤를 돌라보니 일리나와 하엘, 그래이가 각각 검을 빼들고 있었다. 이들은 상황이 안 좋아지자 주문이 필요 없이 시동어만 있으면 사용 가능한 마법검을 사용한 것이다. "실력도 없어 뵈는 것들이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군' 클리온이 일행을 향해 비꼬았다. 그리고 곧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이것도 막아보시지. 아이스 스피어. 다크 버스터" 그는 아이스 스피어를 던지고 라우리가 화이어 블럭을 형성하자 곧바로 두개의 다크 버스 터를 날렸다. 그리하겐트는 그것을 보고 자신이 알고 있는 7클래스의 주문 중 파괴력이 가 장 강한 주문을 날렸다. 두개의 다크 버스터에 상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 방법 뿐이었다. "번개....천공의 파괴자 이곳의 그대의 힘을 발하라...기가 라이데인." 그러자 엄청난 굵기의 번개가 뻗어 나갔다. 그 뒤를 이어 그래이의 라이데인이 그리고 일 리나의 마법 아까 그리하겐트와 같은 플레어였다. 각각 하나씩의 다크 버스터를 향해 날았 다. 그것들이 폭발 할 때였다. "이걸로 끝일지 모르겠군.. 다크...버스터" 사람들은 놀라 바라보았다. 다섯 가지의 마법의 폭발로 피어오른 먼지 사이로 하나의 다 크 버스터가 날아왔다. "젠장 저 녀석은 지치지도 않는 거야?"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라미아를 뽑으려다 이번에 구한 검을 뽑았다. '성능이 어떤지 한번 볼까?' 이드는 자신의 검에 마나를 가득 주입한 다음 앞으로 나가 검기를 날렸다. "적룡" 그러자 그의 검에서 붉은 색의 용 모양과 비슷한 마나가 날았다.(이건 동방의 용입니다. 여기 사람들은 이 용은 모르죠.) 그리고 그 주위로 꽃잎 같은 것이 날렸다. '뭐야 이건 검기를 잘 받기는 하는데 저 꽃잎은 이게 무슨 특수효과 검도 아니고....' 녀석이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할 때 날아간 꽃잎으로 인해 아름다운 검기가 다크 버스터와 부딪혀 둘 다 소멸되었다. "뭐야.........저건........." 클리온이 자신의 다크 버스터를 깨버린 이드를 바라보며 당황했다. 당황하기는 일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7클래스 급의 다크 버스터를 단지 검기로 날려버리 다니.... "자네.....소드 마스터....상급?" "아닐게야.....어떻게 7급의 마법을.........." "익.....무슨 말도 안되는 ...... 가라 블리자드" 그의 말에 따라 땅속으로 무언가가 달려왔다. 이드는 그걸 보고는 자신의 검을 땅에 꽂았다. "대지 일검" 그러자 검을 꽃은 자리부터 땅이 조금씩 갈라지며 나가더니 블리자드란 것과 부딪쳐 폭발 했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땅이 폭발해 여기 저기로 흙이 튀었다. '어쭈? 이상하게 마나가 증폭된다... 이런 검이......맞다 꽃의 여신이자 숲의 여신인 일라이 저의 검.....꽃과 숲의 마나 흡수와 사용자의 마나 증폭.....그럼! 이거 일라이저 신전에서는 성검?.........그런데 어떻게 이게 그런 무기점에 처박혀 있는 거야?.........일라이저란 여신도 이 런 검을 만들어 좋은데, 관리는 왜 안해?....덕분에 내가 가지고 있다만...' "큭..네놈은 뭐냐? 뭐길레.....그렇게 강한거지?....설마...." "한심한 놈....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잘하는 구만.... 더 놀아봐라....." "남이 복수하는 데 니놈이 왠 참견이냐….. 꺼져라 그렇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어쭈! 재주도 없는 놈이 왠 참견? 재주 있으면 해보시지….” “라그니 라크라문 그어둠이여 내가 지금그대의 힘을 원합니다. 그대의 힘을 빌어 적을 멸하고자 하오니……” “멍청이 니가 주문외우는 동안 내가 놀고있냐? 형강!” 이드의 말에 따라 검과 같은모양의 마나 덩이가 클리온을 향해 날았다. 그러나 그것은 그 의 주위에서 소멸되었다. “어? 뭐야?” “이드군 저건 7클래스 급 이상의 주문사용시 사용자를 보호하는 것이네 주위에 마나가 펼쳐져 왠만한 공격은 튕겨 내게 되어있네…..” “오~! 그런 건가? 그럼 깨버리면 되는 거군요.” “보통의 검사라면 불가능하지만 자네라면……..” “이봐 그렇게 잡담이나 하고 있지 말고 누구든지 손을 써보란 말이야!” 한쪽에서 마법사를 경계하며 서있던 시리온이 이드와 그리하겐트를 향해 외쳤다. 그의 말 에 이드가 알았다고 답한 다음 주문을 끝내가는 클리온을 향해 섰다. "이 정도면 뚤을 수 잇겠지? 적화봉검!” 그러자 이드의 검에서 붉은 색을 뛴 새 형상을 한 검기가 날았다. “어떻게…저렇게 검기가 형태를 뛸 수 있는 거지?” 이것은 지금여기 잇는 모두의 의문이었다. 그것은 곧바로 클리온을 향해 날았고 캐스팅을 끝낸 클리온 역시 이드의 검기가 심상찮음을 느끼고 외었던 주문을 날렸다. “어둠으로 적을 멸하리…다크 댄 다크니스.” 그러자 그의 몸 주위로 형체도 없는 어둠이 일어나 이드의 검기와 부딪쳐왔다. 두가지 기 운은 폭발하지 않고 뒤엉꼈다. 어둠과 붉은빛 둘의 뒤엉킴은 주위의 마나를 진동시켰다. 그 것을 보던 이드가 다시 검을 휘둘렀다. "백봉황 가라 가서 적봉을 도와라” 그러자 그의 검에서 아까 나아갔던 새와 같은 모양의 색깔만 백색인 것이 날아갔다. 그것 은 곧바로 날아 적봉과 뒤엉켜있는 어둠을 가두었다. 곧 두 가지 적봉과 백봉은 어둠을 소 멸시키고 클리온을 향해 날아갔다. 클리온은 자신의 마법을 깨고 날아오는 새와 같은 모양 의 검기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 볼 뿐 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곧바로 날아온 검기에 맞아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큭......이..게..무슨 말도 않되는......안...돼..." 클리온은 그렇게 말하며 서서히 소멸해 가기 시작했다. 그와 계약한 악마가 그가 죽자 그의 육체와 혼을 계약에 따라 가지고 가는 것이었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며 검을 집어넣었다. 그때까지 다른 이들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이런 모습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소드 마스터라는 것이 흔한 것이 아니고 더구나 소드 마스터라도 검기를 날리는 정도지 이드의 정도는 절대로 아니기 때문 이다. "그런데 저건 아직도 그냥 떠있군...." 이드의 말대로 결계를 형성하고 잇는 매개체인 구슬은 그대로 있었다. 이대로 라면 아마 2,3시간은 저렇게 있을 것이다. "그럼 부숴야겠지! 혈뇌강지!" 이드가 손가락을 들어 구슬을 향해 지강을 날렸다. 그러자 그의 손가락에서 붉은 마나가 뻗어나가 구슬을 부숴버렸다. 콰과광......스스읏 구슬이 깨어지자 주위에 검은 결계가 곧바로 소멸되었다. 그리고 밖에서 있던 사람들이 결계 때문에 들어 올 수 없었던 안쪽으로 들어오며 일행들 의 안전을 물었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잇던 일행들이 대충 괜찮다고 대답을 하고는 이드일행에게 다가 왔다. "자~! 대회도 끝난 것 같으니까. 그만 가죠 일란....목적지가 있잖아요." "음? 그...그래 준비해야지.....그런데 그전에....." "그만~~ 그건 가면서 말해줄게요...가요" "그러지......." 일행은 이드의 말에 멍한 표정으로 따라갔다. 백작이 그런 일행을 보며 불러 세웠다. "이보게 나와 이야기 좀 하세나... 우리 집으로 가세.." "하~~ 백작님 저희들이 좀 피곤해서 그러니... 내일이나 시간이 괜찮을 때쯤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시간이 되는 데로 말입니다.' "음 그래..피곤하겠지 그럼..내일 보도록하지..."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들은 이만.." 이드는 돌아서서 희미하게 웃으며 일행들 앞에 서서 여관으로 향했다. 여관으로 돌아온 일행은 대충 저녁을 해결한 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모두 극도로 긴장 했었기에 정신이 상당히 피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바로 이드와 엘프인 일리나였다. 둘은 식당에서 이야 기를 나누었다. 일리나의 요청에 의해서였다. 일리나가 먼저 포도주로 입을 적신 후 이드에 게 물었다. "직접적으로 묻겠습니다. 혹시 드래곤이 십니까?" '하~! 드래곤? 드래곤...뭐 드래곤하고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사람이니깐, 그리고 드래곤이라 봐야 겨우 하나밖에는 본적이 없단 말씀.' "아니요. 무슨 일로 그렇게 물으시는데요?" "오늘 대회장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죠. 아시겠지만 이드가 했던 것들은 엄청난 것들이었 죠. 괜찮으시다면 설명해주시겠어요?" "설명이라.....뭐 간단하죠. 제가 신법이란 것을 가르쳐 드렸죠? 그것과 같습니다. 제가 한 것은 그것과 같은 식의 법칙으로 마나를 적절히 사용하는 공격 법이죠. 어쩌면 마법과 같 은 것이죠. 마법이 주위의 마나를 사용하고 캐스팅을 한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를 뿐이죠." 일리나는 이드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는 이드의 말을 어느 정도 납득 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정도이해는 되는군요. 그런데 그런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 역시 그런 것을 처음 보구요." '흠 아직도 의심이 된다....이건가? 하지만 이런 기술들은 드래곤들도......모를 려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의심하신다면 어떻게 풀어 드려야 할지...... 어쨎든 전 드 래곤이 아닙니다. 이번에 드래곤을 만나 신다니 물어보시죠. 그러시는 것이 빠를 것 같군 요." "그것이 좋겠군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시간을 내어 주셔서" "아닙니다. 뭐 안 좋게 의심한 것도 아니지 잖아요. 그런데 일리나가 드래곤을 찾아가는 이유가 뭐죠? 혹시 알려주실 수 없을 까요?" 이드의 말에 그녀는 잠시 이드를 바라보다가 말을 꺼냈다. "제가 골드 드래곤의 수장을 찾아가는 이유는 그가 가지고 있는 봉인의구 때문입니다. 봉 인의 구란 강력한 봉인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얻고자 하는 이유를 설명하려면 약 200년전으로 올라가는 군요. 제가 들은 바로는 그때 저희 마을에 침입한 인물이 있었엇습 니다. 그는 흑마법사였는데 마법실행도중 정신적 충격을 입은 듯 미쳐있었다더군요. 그는 우리 마을에 침입 사방으로 마법을 날렸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향해 마법을 사 용해서 막아나갔죠. 희생도 꽤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마을의 장로께서 그에게 치명타를 입혔죠. 부상을 입은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목숨을 제물로 소환마법을 시행했습니다. 그 리고 그는 자신의 몸으로 악마를 소환했죠. 그 모습에 장로님께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악 마가 소환되자마자 봉인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여러 번의 봉인이 이루어 졌습니다. 그리 고 지금까지는 별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3달 전에 낙뢰로 인해서 결계에 손상을 입었습 니다. 다시 봉인하려 했지만 그동안 싸인 마력을 악마가 모두 발하는 듯 불가능했습니다. 그대로 두었다간 봉인은 8달 정도면 기능을 사실하게 되죠. 그래서 의논 끝에 봉인의 구를 생각해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골드 드래곤의 수장인 라일로시드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죠. 그래서 제가 그것을 찾으러 가는 거고요" "음..그러면 그 마을에서 떠나면......" "아니요. 저희 엘프들은 한 숲에 마을을 정하면 거의 떠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마법사 가 계약 시 우리들을 지칭했기에 떠나더라도 추적해 올 테죠" "그런가요......" '거 골치 좀 아프겠군.....' 이드와 일리나는 거기서 이야기를 끝내고 각자의 방으로 들었다. 다음날 일행은 여행준비를 했다. 그 준비는 일란과 그래이가 모두 했다. 점심때쯤 일행은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드들은 식탁에 않아 여행에 대해의논 하기 시작했다. "일리나양의 말대로 전투준비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그래도 명색이 드래곤을 만나기 위해 떠나는 길입니다." "괜찮습니다. 드래곤은 현명하지요. 함부로 사람을 해하지는 않지요. 일부를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그리고 저희들이 만나기 위해 가는 곳은 골드 드래곤의 수장이 있는 곳. 그가 그 렇게 성급히 우리말도 듣지 않고 공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말한다면 맏죠. 그런데 길은 아십니까?" "예. 라일로시드의 레어가 있는 곳은 레이논 산맥입니다. 여기서 12일정도의 걸립니다." "그럼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일리나양? 아니면 지금이라 도?" "그렇게 까지 서두를 필요는 없는 일이니 내일 출발하도록 하지요." "그런데 이드. 너 어제 백작님에게 찾아간다고 약속 했었잖아....않가냐?" '그래이야..그래이야.. 가봐야 좋을 것 하나도 없는데 내가 뭣 하러?' "그래이. 거기 가봤자 좋을 것 하나 없단 말이다. 백작은 어제 내가 한 것들 때문에 날 부 른 거야 거기가면 어떻게든 날잡아놓으려고 할걸?" "그렇군. 이드의 말이 맞아 그래이, 이드정도의 실력이라면 유래가 없었던 것이니까 어떻 게든 잡아두려 하겠지." "흠......" '에구...녀석 어떻게 나보다 이 세계에 사는 놈이 실정을 더 모른다냐?' "야! 그럼 그냥 남아 있으면 되잖아 너 정도 실력이라면 기사정도는 문제도 아닐텐데 마 스터로 있는 분들도 다 작위가 있으니 너 정도면 후작이나 공작도 가능할 것 아니냐" '인간아 내 목적은 그게 아니잖냐' "인간아~! 내가 그런 귀족 되고 싶었으면 진작에 했다. 난 할 일이 있다구. 내가 신전도 찾아가고 하는 거 너도 봤잖아. 귀족이 되면 그렇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을 거 아냐" "그것도 그렇지......" "그래 그러니까 편지 한통정도 전해주고 조용히 떠나면 되는 거야." "오늘은 여기서 야영해야 겠는데." 일란의 말에 이드들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에서 내려왔다. 하늘을 보니 대략 6시정도로 보 였다. 근처에는 가까운 마을이 없으니 이렇게 야영을 할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말에서 내린 일행들은 각자자신이 할 일을 했다. 그래이와 라인델프는 장작이 될만한 나 무를 구하기 위해 갔고 일리나는 말을 묶었다. 그리고 하엘은 저녁을 준비중이었다. 그리고 이드와 일란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관을 나선지도 벌써 이틀째였다. 이드의 말대로 한 통 의 편지만을 남겨두고 빠져 나온 것이었다. 이드가 둘러보니 주위에 별 다른 것은 없었다. 작은 숲뿐이었다. 근처에 물은 없었으나 그렇게 상관은 없었다. 왜냐하면 일리나가 정령을 소환해 물을 충 당하기 때문이다. "정령술이라... 배워두면 편할 것 같은데 나도 배워 볼까나?" 이드는 야영지로 돌아와 물의 정령을 소환한 일리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편할 것 같았다. 물이 없는 곳이라도 정령소환으로 물을 구할 수 있고 태울 것이 없어도 정령을 소환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의 말을 들은 일리나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이드가 배우겠다면 가르쳐 드릴게요. 그 보법이라는 것까지 가르쳐 줬잖아요. 이번엔 제 가 보답을 해야죠." "들었어요? 작게 중얼거린 건데." "어때요. 이드 배워보겠어요?" "예! 가르쳐줘요." "대화 중에 죄송한데요. 식사 먼저 하고 하자구요. 이드, 가서 라인델프님 장작 좀 받아와 주세요." 식사준비를 하고 잇던 하엘이 이드에게 말했다. 뒤쪽에서는 자신의 눈앞을 가릴 만큼의 장작을 들고 오는 라인델프가 보였다. "라인델프 여기서 몇 일 있을 것도 아니데 그게 뭡니까? 게다가 여름이라 춥지도 않게 때 문에 장작이 그렇게 많이는 필요 없잖아요." "이놈아 그래도 많아서 않좋을 건 없잖는냐? 어서 이것 좀 들어라 앞이 안보인다." "그러면서 어떻게 여기 까지 어셨어요?"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라인델프가 들고 있는 장작을 조금 들어 주었다. "하엘! 오늘식사 메뉴는 뭐야?" "이런 곳에서 메뉴랄게 있니? 래이. 그냥 되는 데로 먹는 거지. 오늘은 스프와 이제 마지 막 남은 되지고기 정도야." "음~ 맞있겟는데. 고기는 다음 마을에서 더 구하면 되니까 상관 없지 뭐." "야. 그래이 너 고기를 너무 좋아 하는 거 야냐? 야채도 좀 먹는 게 몸에 좋을 텐데." "이드... 이드 검을 휘두르려면 힘이 필요하다구. 그리고 힘을 내는데는 고기를 잘먹어야 한단 말이다." '무슨 헛소리~~~~' "니 마음대로 하세요." 식사를 마친 잠시 후 식사를 마친 이들이 하엘에게 잘먹었다는 말을 남겼다. 사실 일행의 식사는 거의 하엘이 책임지고 있었다. 이드녀석도 어느 정도 요리를 할 수 있으나 이 세계 요리에는 꽝이 었고 일리나는 엘프이고 그렇다고 일란과 라인델프가 요리 를 할 줄 알리는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그래이녀석은 스프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 니 어쩔 수 있겠는가? "자요. 오늘 설거지 당번은 누구지요?' 설거지.... 하엘이 요리하는 데신 설거지는 일행들이 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라인델프.......... "나다. 어이 엘프. 물의 정령이나 좀 불러다오." 그리고는 한쪽으로 가서 그릇들을 씻기 시작했다. 일행 중 설거지하는 것은 라인델프가 제일이었다. 드워프 답게 섬세한 손길인 것이다. "야 이드 오늘도 검술연습 도와 줄거지?" "노우~ 오늘은 내가 일리나에게 정령마법이라는 걸 배우기로 했단 말씀이야 그래서 오늘 은 않되겠다." 이틀 간 이드가 그래이의 검을 봐주고 있었다. 덕분에 그래이는 보법을 이용하는 법을 어 느 정도 익힌 상태였다. "그래? 그럼 나도 그거나 구경해야 겠군." 그렇게 말하고는 그래이는 하엘의 옆으로 가서 않았다. 이드는 그를 한번 돌아보고는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일리나를 바라보았다. "일리나 시작하죠." "그럼 먼저 정령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할게요. 정령이라는 것은 자연 그 자체이지요. 그리 고 정령은 그 자연을 형성하고 있는 존재구요. 정령이 존재함으로써 물. 공기. 불등이 있는 거죠. 그리고 각 자연력을 다스리는 정령왕이 존재하죠 그 밑으로 상,중,하의 세 단계의 정 령이 존재하구요." "그럼 그 정령들이 기....아니 마나라는 거예요? 공기나 물 등도 각각 마나를 지니고 있잖 아요." "맞아요. 이드 각 정령들은 마나의 집합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조금씩의 의지를 지닌 마 나...등급이 올라갈수록 그자아가 강해지며 각자의 생각을 가지지요. 하급은 소환자의 명령 을 들을 뿐이고 중급은 어느 정도의 의사 전달이 가능하죠. 그리고 상급은 소환자와의 대 화도 가능하구요. 그리고 정령왕은 인간보다 뛰어나죠. 거의 드래곤과 같은 지적능력을 가 지고 있다고 보면 되죠. 이 세계가 시작할 때부터 있던 존재들이니까요." "그럼 그것들이 소멸할 때는 정령을 죽일 수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그건 별문제 없어요. 정령왕이 소멸할지라도 바로 다음 정령왕이 탄생하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정령왕을 소멸시킬 수 있는 존재는 그렇게 없어요. 또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잇는 존 재 역시 아주 드물고요. 실제로 근 삼백년간 인간이나 엘프는 없었죠. 뭐 드래곤이야 각각 의 속성에 속한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잇지만 말이에요. 물론 소환하는 것도 웜급 정도의 드 래곤들만요." "그럼 그정령들은 어떻게 소환하지요?" "정령의 소환은 마법과는 약간 달라요. 정령과의 친화력과 그리고 소환하는 데 필요한 마 나가 필요하죠. 이 마나는 자연의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마나를 사용해야 해요. 어차피 정령이라는 것은 자연 그 자체이므로 소환자가 가진 마나를 사용해야 하는 거예요. 뭐 정 령과의 친화력이 엄청난 자라면 마나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어요." "그 마나라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친화력은 뭐예요?" "그것은 뭐랄까...자연을 느끼는 마음이랄까? 즉 바람의 독특한 마나와 불의 독특한 마나 그리고 땅 등의 마나를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하지요. 특히 마법사는 자연의 마나를 한꺼 번에 받아들이므로 이렇게 각각 느끼기가 힘들죠. 때문에 마법사들 중에는 정령마법사가 나오기가 힘들죠. 물론 저희 엘프들과 드래곤은 제외하고 말이죠. 그러나 한 번 소환하여 계약한다면 이름만 부르는 것으로 소환이 가능하죠. 이것이 정령마법의 가장 강간 장점이 죠." '각 자연력의 기라......그럼 그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잖아. 어차피 내가 익힌 무공들 중 도가의 것 중에 오행대천공이라는 게 자연력을 따로 익히는 거였지? 그거면 된 건가?.....뭐 해보면 알게 되겠지....' "그럼 일리나 정령소환은 어떻게 해요?" "우선은 각 소환에 필요한 정령에 속한 마나를 느껴야 하고 그 다음에 강하게 소환을 생 각합니다. 그리고 그 존재가 소환에 응하는 듯한 느낌이 들 때 자신이 가진 마나를 전해 줍니다. 그리고 각 정령에 맞는 소환주문을 외웁니다. 나 일리나가 나와 함께 할 존재를 부 르나니 물을 다스리는 존재는 나의 부름에 답하라... 만약 불꽃이라면 불을 다스리는 존재 이런 식이죠. 이 주문은 거의 형식적인 거죠.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진 마나와 친화력이 죠." "그럼 소환하는 정령의 등급은요?" "그건 처음 정령을 소환하는 사람에게는 상관없는 것입니다. 처음 정령을 소환해서 소환 되는 정령의 등급에 따라서 그밑의 정령은 저절로 소환할 수 있으니까요. 하급정령이 소환 된다면 그런건 없겠지만 중급정령이 소환된다면 그 정령과 계약을 맺고 그 정령에게 하급 정령의 소환을 명하면 되죠. 물론여기서도 마나가 소모되죠. 정신력은 아니지만요. 그리고 각 정령과의 친화력에 따라 각 정령을 소환하는 등급이 달라져요." '흠~! 그렇단 말이지...' "그럼 한번 해볼게요 일리나.....우선은 무슨 정령을......." 그의 말에 옆에서 보고있던 그래이 등이 말했다. "야! 이드 불. 불의 정령으로 해." "아니야 이드 물의정령 요리할 때도 좋찮아." "나는 땅의 정령..." "내 맘입니다. 상관마요." 그러면서 이드는 눈을 지긋이 감고 강하게 바람을 부르며 오행대천공중의 풍을 응용해서 바람의 마나를 느껴나갔다. 그러자 바람의 마나가 순수하게 강하게 느껴져 왔다. 그렇게 잠 시 있자 무언가 느껴져 왔다. 어떤 존재감이었는데 상당히 강하게 다가왔다. 마치 저번에 보았던 그래이드론 같이 또한 세상에 존재하는 바람 그 존재 자체 같은....그런 존재감이 었 다. 이드는 그 존재 감에 당황해서 눈을 떴다. 그리고는 일리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 역시 이드가 느낀 존재감을 어렴풋이 느낀 듯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이드를 바라보았다. "일리나 뭐죠? 제가 느낀건? 일리나가 불러내는 물의 정령과 같은 그런 존재감이 아니었 어요. 완전히... 이건 완전히 다른 느낌인데....웅장한 것이" 그렇게 말하는 이드의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맞아 이건 정령왕의 존재감.... 그래이드론의 기억에 따르면 틀림없는 정령왕인데. 근데 정령왕은 쉽게 소환되지 않는 다는데....어떻게.....' "이드....이건 상급이상인 것 같은데.....잘 모르겠어요..." 이런 태도에 저쪽에서 보고 있던 일란등이 물어왔다. "이봐 무슨일이야...일리나 왜그러죠?" "그게 이드가 소환하려 할 때 느껴진 존재감이 엄청나서요." "예? 그럼 상급정령이라도.....? 그거 대단한데요....." 일리나는 그렇게 말하는 그래이 들을 보며 그 정도가 아닌데 하는 생각을 떠올렸다. "일리나 다시 한번해볼게요." 이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정령소환에 들어갔다. 그러자 이번에도 같은 존재감이 느껴져 왔다. 이드는 그 존재를 향해 자신이 가진 기를 개방해 나갔다. 물론 오행대천공을 이용한 바람 과 같은 마나였다. 그리고는 주문을 영창했다. "나 이드가 나와 함께 할 존재를 부르나니 바람을 다스리는 존재는 나의 부름에 답하 라....." 그리고 이드는 자신에게서 상당한양의 마나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공간이 일렁이는 것을 보았다. 분명히 일리나가 정령을 소환할 때는 이런 현상은 없었다. 그리고 바람과 같은 부드러운 울림이 울려왔다. [나는 바람의 근원 바람의 정령왕 시르드란] 그러면서 공간의 일렁임이 멈추며 푸른색을 품어내는 듯한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가 나타나자 일대에 그녀의 존재감이 퍼지듯 조용해 져갔다. 피어놓은 모닥불마저 사 라져 버렸다. 그러나 어둡지는 않았다. 그리고 하엘 등도 꼼짝못하고 않아 있었다. 그녀 바람의 정령왕 시르드란은 이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기보단 느낌을 전해왔다. [나를 소환한 존재여 그대는 나와 계약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존재. 나는 태초의 약속에 따라 그대와의 계약을 인정할 것이다. 그대여 나와 계약하겠는가?] 이드는 자신에게 느껴지는 부드러운 좀재감을 잠시 느끼며 그녀를 보며 답했다. "예! 그대와 계약을 원합니다." [좋아. 나 시르드란은 태초의 약속에 따라 그대와의 계약을 존중할 것이다. 너의 이름은 무엇이지?] "저는 이드입니다. 본명은 다르지만요. 대게 그 발음은 잘못하더군요." [그런가? 별 상관없지. 이드여 나와의 계약을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 바람의 다른 정령들과 계약하고 싶은데요." [음? 너는 바람의 정령들과 계약하지 않았는가?] "예 저는 처음 정령을 소환하는 것이라서" [.....무슨. 그럼 내가 그대가 제일먼저 소환하는 존재란 말인가? 그렇다면 그대의 친화력이 란.] "....." [후후 대단하군....그렇담 설명해주지 너는 바람의 정령왕인 나와 계약했다. 대문에 바람의 정령과 따로 계약할 필요가 없다. 단지 필요한 급의 정령을 부르면 된단다. 후후 처음 계약 한 정령이 정령왕이라.....다른 정령왕들이 들으면 놀라겠군]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서서히 사라졌다. 그리고 주위로 한차례 부드러운 바람이 쓸고 지 나가자 그녀의 그 존재감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모닥불이 피어났다. 떨썩 !! 무언가 쓰러지는 듯한 소리에 일행은 소리가 들린쪽으로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이드가 안은 자세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있었다. "이드. 괜찮아?" "이드....." "걱정마세요. 괜찮을 거예요. 정령왕이나 되는 존재가 소환되는 바람에 이드님 몸 속에 있 는 마나가 많이 소모되어 그럴겁니다." 일리나의 말에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일리나 역시 그런 이드를 걱정 반 놀람 반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엇다. '으~ 진기가 거의 반 가까이 빠져나가니까 허탈해 지는군.....젠장 정령왕이라는 존재는 엄 청나게 많은 기가 소모되는 건가?...응? ...뭐야.....' 이드는 자신의 몸 속에서 웅장한 마나가 자신의 몸전체로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외부의 바람을 통해서도 부드럽게 마나가 유입되어왔다. 두 가지는 별 충돌 없이 이드의 소모된 마나를 보충해주고 었다. '뭐야 이건 ...... 오히려 진기가 증가되었다.....' 이드는 충만해져 버린 진기에 멍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고는 일리나를 바라보았다. 일리나는 그의 의문에 찬 눈빛을 보며 물었다. "이드! 왜 그러죠?" "일리나 저기 제가 정령왕을 소환하는 바람에 소모된 마나가 다시 채워지고 있거든요? 어 떻게 된거죠?" "아! 그거 말이군요.... 저도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제가 장로님께 들은 바로는 정령왕이 란 존재를 소환하면 그만큼 마나가 소모되지만 돌아가고 난 후에는 그 정령왕이 속한 속성 에 대한 마나가 소환자의 마나를 회복시켜준다고 하더군요. 어떤 경우에는 마나를 더욱 증 폭 시켜주기도 하고요. 이런 것이 없다면 정령왕을 소환하는 사람은 없겠죠. 한번 소환한 후엔 거의 한 달은 누워있어야 할테니까요." "그런가요? 저는 마나가 외부에서 마나가 흘러들기에....." 일리나는 그런 이드에게 생긋 웃어주고 한마디했다. "그런데 이상하군요....... 제가 들은 바로는 이드처럼 그렇게 빠르게 회복된다는 말은 없었 거든요....." 이드는 일리나의 설명을 들으며 자신에게 전달된 두 가지 마나 중 하나에 대해 이해가 갔 다. '그럼 나머지는 뭐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퍼져나...... 그래 그게 있었지..... 어마어마한 마나 덩어리 내가 그걸 잊고 있었군' 이드는 자신의 생각이 맞는 것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드가 생각해 낸 것은 드래곤 하트였다. 바로 그래이드론의 드래곤 하트 말이다. '그래도 다행이군....이게 한꺼번에 개방됐다면......으...꼼짝없이 죽은목숨이다.' "어쨌든 굉장해 이드 어떻게 정령왕씩이나......" "맞아. 녀석이 제법인데.." "정령왕이라 이드! 그 정도면 마법클래스로 최상급이야." "그만해요. 한번 소환하는데 이렇게 힘든데 그렇게 자주 소환은 못하죠." "야, 그래도 너는 바람의 정령들을 전부다 부릴 수 있잖아 그 정도도 데 대단한 거 아니 냐?" "후..후.. 그래이 솔직해 말해봐라 부럽지?" 이드가 살짝 웃으면서 그래이에게 물었다. "그래 임마 솔직히 말해 부럽다. 정령왕이라 검술도 잘하는 놈이 정령왕까지...가만 그럼 너 이제 정령검사네...." "임마 그게 뭐대단 하다고.." "맞아 그래이 내가 들은 걸로도 정령검사는 흔하다구." "하엘 내가 말하는건 질이라구 그런 녀석들하고 이 녀석은 질적으로 다른 거 잖아." 그렇게 일행들이 떠들어대고 있을 때 라이델프가 중제에 나섰다. "이 녀석들아 그만 좀 해라. 시간도 좀 됐으니 자자! 내일 또 출발해야 할 것 아니냐!" "음~ 그럴까요. 그럼 불침번은 누구~~~" "그래이 바로너야." "너, 또 딴사람한테 떠넘길 생각하지마" "으윽 ~~~" 그래이는 인상을 구긴채 불가에 가 앉았고 다른 사람들(?)은 각자의 침낭으로 들어갔다. "하아암~~ 으아 잘잤다." 이드는 일어나 않으며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저쪽에서 불침번 을 서고 있던 라인델프가 보였다. "잘잤나?" "예! 라인델프는 고생하셨겠네요." "뭐! 별로....." 이드는 그 말을 들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리나는 이드보다 조금 일찍 일어난 듯 저쪽 에서 세수를 하고 있었고 하고있었고 하엘은 저 쪽에 않아 기도하고 있었다. 자고 있는 사람은 그래이와 일란이었다. "참나! 이 양반은 메모라이즈라는 것도 해야 하면서 자고 있으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일 어나요. 일란, 일란" 그리고 그래이도 깨웠다. 그리고 어수선한 아침식사..... "그런데 다음 마을은 언제쯤도 착하는 거야 그래이?" "대충 지도를 보니까 오후 늦게 저녁때쯤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 "자~ 그만 출발들 하세..." 일란이 그의 뒤에 라인델프를 태우고 앞서 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이드들이 따라가기 시작했다. 타타앙.....촹앙 검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 그것도 상당히 많은 인원이듯 했다. 그리고 인간의 것 같지 않 은 소음.... "무슨 소리죠? 비명소리도 나는 것 같고 가봐야지 않을까요?" 이드가 일란을 바라보며 말했다. "음~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그냥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근처에 가서 말에서 내려다가 가세나 이드와 그래이는 제일 앞에 그리고 중앙에 나와 하엘 그리고 그 옆으로 일리나와 라인델프.. 이 정도로 하고 모두 가자 그리고 힘들것 같으면 후퇴해야되.....괜히 혈기 부리 지 말고." "알았어요." 그리고는 일행은 작은 숲의 반대편으로 다가가서 말을 매어두고 조심스럽게 다가가기 시 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보이는 상황은 중앙에 마차를 두고 대치중인 두 무리였다. 한 무리는 마 차를 지키고 있는 듯한 갑옷을 걸친 기사들이 였다. 인원은 많이 줄어든 듯 5명정도였다. 그리고 그들을 포위하고 있는 이들은 검은색의 갑옷과 복면을 한 십여 명의 인물들과 인 간이 아닌 돼지 머리를 한 몬스터인 오크였다. 그리고 한쪽에 이들의 우두머리인 듯한 두건을 쓴 두 인물이 있었다. 이들은 거의 승리를 확신한 듯 적극적으로 덤비고 있지는 않았다. 거의 남아 있는 다섯 명의 기사를 놀리는 듯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그래이가 조용히 이란에게 물어왔다. "일란. 저들은 누구죠?....저는 잘 모르겠는데...." "나도 잘 모르겠어 복면을 쓰고 문장하나 없는 검은 갑옷이라니 거기다가 오크까지 포섭 해서 쓰고 있어.....그런데 저 마차와 기사들의 갑옷에 있는 문장 저 그리폰의 문장은 어디 서 본 것 같은데......생각이 잘나질 않거든?...." 일란의 말을 들으며 이드가 조용히 말했다. "일란 지금은 그런 것보다 빨리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저기 두목으로 보이는 작자 가 공격명령을 내리는 것 같거든요." 이드의 말대로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 7명이 앞으로 나서며 각자 기사를 향했다. 그 모습을 보며 이드가 모두에게 말했다. "그래이, 라인델프가 절 따라오고, 일란과 일리나는 여기서 마법으로 견제해 쥐요. 자가 자..." 이드는 말과 함께 빠른 속도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래이 역시 그것만은 못하지만 빠른 속도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라인델프는 아무 리 보법이 있다지만 그 다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래이 보다는 늦어졌다. 이드는 먼저 뒤로 물러나 있던 나머지 기사들과 오크들은 베기로 했다. 방심하고 있는 지라 쉬울 것이 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허리에 걸린 라미아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의 앞에 잇는 적들을 향해 검을 날렸다. 그의 검은 빠르게 들어가서 순식간에 세 명의 척추를 끊어 놓았다. 그리고 그때쯤 도착한 그래이와 라인델프가 공격에 가담했다. 적들은 갑자기 나타난 일행들에 당황했지만 숫자가 적음을 확인하고 숫 적으로 달려들었 다. 그러나 그런 이들을 향해 저쪽에서 파이어 볼이 날아와 명중했다. 그로 인해 모여있던 인물들 중 2명 정도는 그 자리에서 재로 변해버리고 나머지는 몸에 불이 붙어 땅에 굴렀 다. 그러자 복면인들이 잠시 물러서서 지휘관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쪽에서 갑옷을 입지 않은 인물이 앞으로 나와 일란 등이 잇는 곳으로 보라보았다. 그러자 복면인 들이 다시 이드들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를 기해 저쪽에서 불길이 날아왔다. 그러자 갑옷을 입고 있지 않은 그 인물이 앞으로 나섰다. "워터 애로우" 그러자 3발정도의 워터 애로우가 날아 파이어 볼과 충돌함으로써 소멸하였다. "이드 저 녀석 마법사야." "임마! 말 안해도 알아..." '이제 마법공격은 포기하고 우리가 이 녀석들을 맡아야 하나?' 그러면서 이드는 자신의 앞에 있는 복면인을 일 검에 허리를 날려버렸다. '아니지 꼭 일란의 마법이 아니라도 마법은......' "야! 그래이 니가 가지고 있는 검 그거 언제 쓸 거야 이럴 때 안 쓰고 빨랑 날려버려" "그렇지....!!" "라이트닝 볼트..." 꽈꽈광 치직.... 마법검에서 날아간 라이트닝 볼트가 복면인들을 향해 뿌려졌다. 그러자 그 모습을 저쪽에서 보고있던 기사가 검을 들고 이쪽으로 달려왔다. 그는 마법검을 들고 잇는 그래이를 노리는 듯했다. '그래이 보다 실력이 좋겠는데.... 그래이 실력으로는 힘들겠어..' 그렇게 생각한 이드는 그 복면인의 진로를 가로 막아섰다. 그러자 그는 그런 이드를 보고 가소롭다는 듯 검을 내렸다. 그러나 그런 그는 곧 당황하 며 뒤로 물러나야 했다. 이드가 자신의 검을 막고는 그대로 튕겨 내 버리고 그 위치에서 곧바로 자신에게 곧바로 공격을 가해온 것이었다. 그는 검을 날린 뒤라서 방어하지 못하고 급하게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 그때 뒤쪽에서 다른 복면인이 이드의 등을 놀리고 달려들어 왔다. 그러나 그는 이드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 바람의 검에 의해 튕겨져 나가 버렸다. 저 쪽에서 보고 있던 일리나가 급하게 마법의 검을 날린 것이었다. "일리나 고마워요. 그런데 그렇게 신경 쓸 건 없어요"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검에 마나를 주입하고서는 오른쪽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검에 서 검기가 날아서 이쪽으로다가 오는 오크 두 마리를 날려 버렸다. 그리고는 곧바로 그 검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일검에 날려 주지 진천일검." 그 복면 검사는 이드의 검을 겨우 막아냈다. 그러나 그 뒤에 따르는 검기는 막아내지 못 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하얀색의 검기. 그것이 그 검사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본 것 이었다. 그 사내를 처리한 이드는 동료들이 혼전하고 있는 곳으로 달려들었다. "군마락!!!" 이드가 뛰어 오르며 검기를 사방으로 뿜어냈다. 대다수 몰려있던 복면인들과 오크는 비 오는 듯한 검기를 막지 못하고 쓰러져 갔다. 그리 고 일부는 겁을 먹었는지 숲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란을 상대하고 있던 마법사 역시 뜻밖의 상황에 당황한 듯 빠르게 주문을 외워 텔레포트 해버렸다. 그러자 일대는 조용해 져버렸다. "래이, 괜찮아? 모두 괜찬아요?" 하엘등이 숲에서 나오며 외쳤다. 그러자 그래이 녀석이 괜찮다는 듯이 손을 흔들어 주었 다. 그리고는 이드 곁으로 다가오며 이드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이드 실력 굉장하던데.... 그리고 니가 가르쳐준 보법있잖아 그거 신기하더라 그거덕분에 검은 하나도 않맞았어.." 과연 그의 말대로 그에게는 검이 스친 흔적도 없었다. 여러 명이 썩여 혼전하는 틈에서 그렇게 뛰어난 검 실력도 지니지 않은 그가 긁힌 상처 하나 없는 것이다. "당연하지. 내가 쓸대 없는 걸 가르쳤겟어?" 그렇게 대화를 접고 우선 다친 기사들 쪽으로 다가가 보았다. 마차 앞에서는 그 다섯 명 의 기사가 있었는데 세 명은 땅에 쓰러져 있었고 두 명은 힘든 듯 했으나 서있었다. 하엘 이 사제답게 부상자들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그녀가 치로 한 것은 한 명 뿐이었다. 두 명은 이미 숨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녀 의 신성력이 아무리 뛰어 나도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때 지치긴 했으나 그래도 온전한 듯한 기사가 일행들을 보며 감사해했다. "워험할 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아나크렌 제국의 황실기사단 중 대지의 기사단 단장 라크린 유 로크라트 라고 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다른 두기사 역시 인사를 건내왔다. 두 사람은 기사단원으로 검은머리의 길렌트와 금발의 라일이라고 자신을 밝혔다. 그런 그들에게 일란이 물었다. "그렇군 그리폰 문장 어디서 봤다 했더니 그런데 아나크렌 제국의 기사분들께서 왜 이런 곳에서 공격을....." 일란의 질문에 기사단장이라는 라크린은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그는 짧은 금발에 괜찮은 몸을 가지고 있었다. 이 중에서 덩치가 가장 좋았다. "저희들을 도와 주셨으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들은 한 분을 호위중인데 그분께서 이곳 일리나스를 돌아보시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전부터 정체 불명의 복면인들에게 공격 당해서 이렇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일행에게 양해를 구한 후 마차의 문을 열었다. 마차 안은 화려하지 않고 은은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그 마차안에 한 명의 소년이 누워있었다. 아니 기절해 있 었다는 표현이 맞으리라. "저분이 저희들이 호위하는 분입니다. 그런데 어제 저희들의 불찰로 인해서 화살을 맞으 셨습니다. 화살에 독이 있어서 응급조치는 하였으나 완전히 해독하지 못해서 저렇게 의식 을 읽고 게십니다. 사제분이 게시니....치료를 부탁드립니다." "별 말씀을요. 응당 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 그러면서 하엘이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그 소년의 이마에 손을 대고서 신성력 을 발휘했다. 그런 하엘을 보면서 일란이 물었다. "그런데 공격하던 그자들이 누굽니까?" "모르겠습니다. 저분을 노리고 공격한 것 같은데 저분이 여행중이라는 것은 비밀이기에 거의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훈련을 받은 인물들 같은지라........ 도적 때라고 생각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럼......"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황실기사단 분들께서 호위하시는 저분은.....? 왕자...이십니까?" 그러자 묵묵히 그 소리를 듣고 있던 라크린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저분은 본국의 왕자이신 라한트님이 십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일란이 들어 본적이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라크린이 급하게 변명하듯 말을 꺼냈다. 보통 때 같았으면 알 거 없다는 듯이 말했겠으나 지금은 그럴만한 상황이 아닌데다가 이들에게 도움까지 받은 이상 그럴 수 없었던 것이다. "저분은.......서자...이십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러자 일란이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 옆에서 듣고 있던 이드는 뭔가 석연치 않았다. '이상해....왠지 .....둘러대는 것 같기도 하고......' 잠시 후 하엘이 왕자의 치료를 마치고 피곤한 표정으로 마차에서 내려왔다. 다친 병사에다 그 왕자까지 치료하느라 꽤 힘든 모양이었다. "치료가 끝났어요. 하지만 많이 지친 상태라 좀 있어야 깨어 나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사제님.." "별 말씀을요.. 제가 할 일인걸요" 그 다음 일행은 시체들을 쌓은 후 불을 붙인 후 그 자리를 떴다. 그리고 잠시 움직이다가 쉴 만한 작은 샘 옆에 세웠다. 거기서 일행은 늦은 식사를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일란이 물었다. "이제 어쩌실 겁니까?" "될 수 있는 한 제국으로 빨리 돌아가야 겠지요." "음~....." 그러자 라크린이 일행들을 바라보고 뭔가 말할 것이 잇는 듯한 표정으로 둘러보았다. 그 러나 꽤 어려운 부탁인 듯 쉽게 말을 꺼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저...제가 여러분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만...." "무슨....." '이 상황에서 부탁이래 봐야 하나 뿐이지...... 물어 볼게 뭐 있어요. 일란' 일란의 물음에 라크린이 일행들을 보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제가 부탁할 것은 여러 분들이 저희와 함께 행동해 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만 해주신다면 사례는 충분히 하겠습니다. 어려운 부탁 일 줄은 알지만 꼭 부탁드립니다." "그건 쉽게 결정 할 것이...... 잠시만......." 그렇게 말하고 일란은 눈짓으로 우리를 불렀다. 일행은 잠시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떻하지?" "일란, 그건 일리나에게 물어 봐야 하지 않을 까요? 우리가 지금 이동하는 건 일리나 때 문이니까요." 이드의 말에 일리나가 말했다. "저는 그렇게 급하지 않습니다. 아직 몇 달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요. 저는 여러분들 의 의견에 따르도록 하죠." 일리나가 이렇게 의견을 밝히자 그래이와 하엘이 찬성에 표를 던졌다. 그래이는 기사가 목표이기 때문에 기사도 정신이고, 하엘은 사제로서 어려운(?) 사람을 돕 자는 것이었다. 그러자 남은 사람은 셋이엇다. "그럼 따라가지 어떤가 이드? 어차피 레이논 산맥으로 향하기 위해선 국경선을 거너야 하 는데 저들과 함께라면 문제없을 거야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닐 꺼고 말이야." "그렇게 하죠....저야말로 급할 것 없거든요." "좋아 그럼 그렇게 결정을..... 음?" "이봐 내 의견은 어떻게 듣지도 않는 건가?" "이봐! 라인델프 자네야 어차피 나를 따라 온 거잖아 그리고 자네가 어떻게 곤경에 처한 이들을 모른 척할 수 있겠는가? 안 그런가? 카르스 누멘을 소시는 자네가 말일세....." "아무렴 내가 어떻게 이런 일을 그냥 넘겨? 당연히 도와 야지." "그럼 끝났군. 돌아가자." 이드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 일행 중 라인델프를 바라보았다. '참 단순 하신 분이군.......' 일행은 다시 자리로 돌아와 이행들의 입(일란)일 결정 된 바를 라크린에게 전했다. "좋습니다. 저희들 역시 그쪽방향으로 향하고 있으니 동행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국으로 돌아가는 즉시 꼭 보상하겠습니다." "아니요.. 저희는 그렇게 그런걸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신경 쓰시지 않아도 됩니다." 라크린은 이행들의 결정에 상당히 감사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번 공격을 당했으니 또 공격을 당할지도 모르는 데 이렇게 도와준다고 하니 어떻게 감사하지 않겠는가.... 그런 면 에선 라크린은 보통의 기사처럼 거만하거나 잘란 체 하는 것은 없었다. 모두들 식사를 마쳤을 무렵에서야 의심스럽지만 라한트라는 왕자가 깨어났다. 그러자 라크린이 급히 다가가 물을 건네고 상태를 물었다. 그러자 그 왕자는 살짝 웃으며 괜찮다는 답을 하고는 기사단들에게 신경을 써주었다. 그리고 기사단의 피해가 상당하다는 말에 기사단장인 그에게 위로의 말까지 건네었다. '인품이 괜찮은 것 같군 중원에서도 관직에 있는 이들은 거만하기 마련이거늘...' "일란, 저 왕자라는 아이 의외로 성격이 괜찮은 것 같은데요..." "그렇군 이드군. 정확히 본 듯해. 보통의 왕자들 같으면 깨어나자 마자 짜증부터 냈을 텐 데 말일세..." 일란의 말을 들으며 다른 동료들도 고개를 살짝 끄덕이기도 했다. 잠시 후 왕자가 일행을 바라보고는 라한트에게 뭔가를 물었고 그에게서 대답을 들은 후에 일행에게로 다가왔다. "감사합니다. 저희가 곤경에 처한 것을 구해 주셨다구요.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그의 말에 역시 일행들의 입이 나섰다. "아닙니다.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왕자님 저희는 그냥 할 일을 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왕자 옆에 서 있던 라크린이 왕자에게 말했다. "왕자님 저 전사 분은 소드 마스터이십니다. 실력이 굉장하시죠." 그러면서 가리키는 사람이 엉뚱하게도 그래이였다. 그것을 보고 일행은 무슨 소리냐는 듯 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때 보았습니다. 난전이라 정확히는 보지 못했지만 검기가 뿌려지는 것을 보았거든요. 그리고 여기서 그 정도 실력을 가지신분은 이분 인 듯 싶군요." 라크린의 말은 크게 틀린 것은 없었다. 그냥 보기에는 그래이가 가장 전사 같기 때문이었 다. 사실 이드는 여성처럼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굴 역시 깨 끗한 여성이었다. 그러므로 직접보지 못한 라크린이 오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듯..... 물론 그때 같이 싸운 라인델프도 있지만 드워프가 검기를 사용한다는 건 말도 않되는 것 이기에..... 그러나 그 말에 이드는 별 상관이 없는 듯 했다. "아! 소드 마스터 셨군요. 대단한 실력이시겠군요. 저도 저희제국에서 소드 마스터분들을 몇 분 뵈었는데 정말 대단한 실력을 지니고 계셨죠." "아니요...저기....왕자님 제가 아닙니다. 그 소드 마스터는 제가 아니라 여기 이드입니다." 그래이가 왕자의 말에 재빨리 이드를 끌어 당겨 내세웠다. 그러나 장난치고 싶어진 이드는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래이를 바라보았다. "그래이 왜 그래.....너 맞잖아. 너 그렇게 사람들 주목받는 거 싫어 하니?....." 이드의 말에 당황하는 그래이와 그의 말에 동참해 주는 일행들..... 물론 일리나는 별표정 이 없었다. 그냥 그러려니 하는 표정. '그런데 하엘은 사제이면서 거짓말에 동참해도 되려나? 상관없겠지? 직접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거짓말하면서 별생각을 다하는 놈이다. 아무리 봐도 중원에 있을 때도 장난 꽤 치던 놈인 것 같다. "야 임마! 말은 똑바로 하자! 어떻게 내가 소드 마스터냐? 안 그래요. 일란?" 그러나 아무 말 없는 일란. 그러자 당황한 그래이가 하엘을 바라보았으나 역시 아무말 없 이 바라만 보았다. "제 말이 부담스러우셨던 모양이군요. 그럼 앞으로는 자제하겠습니다." "아니요. 왕자님 그런게 아니구요....."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이분 레이디를 ..........." 그러나 라한트 왕자는 말을 잊지 못했다. 이드가 그를 찌르듯이 바라보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바로 잡아야 한다. 앞으로 얼마간 같이 다닐텐데..........' "이것보세요. 왕자님... 이번에 확실히 하는데 저는 레이디가 아닙니다. 엄연히 남. 자. 입 니다." "하 하 그러십니까. 죄송하군요. 제가 실수를......" "어쨎든 왕자님 제가 아닙니다..... 말들 좀 해봐요..." 그러자 일란 등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만 놀리기로 할까나? 왕자님 그 녀석 말이 맞습니다. 소드 마스터는 여기 이드입 니다." 그러자 라한트와 라크린이 의외라는 눈빛과 맞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이드를 바라보았다. "제가 잠시 장난을 좀 쳤습니다. 제가 맞습니다." 그러나 이드의 말에도 기사들과 왕자는 별로 믿음을 가지지 못 하는 듯했다. "제가 알고 있는 분들은 전부다 체격이 좋으신데....대단하시군요. 이드님.." "하하 좀 그렇죠.." "자~ 이만 출발하죠. 지금 출발을 해야 저녁때쯤 마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러죠." "그리고 왕자님 마차는 버리고 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라한트님. 말이 세 마리뿐이니 저와 라일이 한말에 타 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그 후 일행은 대충 짐을 챙긴 다음 말에 올랐다. 라한트가 말을 몰며 물었다. "여러분들은 어딜 가시는 겁니까?" "말씀 낮추십시오. 라한트님. 그리고 저희들은 레이논 산맥에 약간의 볼일이 있습니다." "레이논... 그곳에는 무엇 때문에..... 드래곤이 살고 있다고 해서 일대에는 사람도 별로 없 습니다만..." "그건 저희 일행 중 한 명이 그곳에서 누굴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 저희 때문에 늦으시는 것은 아니 신지 모르겠군요." "별 말씀을요. 거기다 저희는 그렇게 급하지 않으니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일행들은 저녁식사 시간이 좀 지났을 무렵에야 작은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마을은 그렇게 크진 않았으나 작은 편도 아니었다. 대략보기에 500여가구 정도가 모여있는 마을 같았다. 일행은 우선 여관부터 찾아보았다. "저기 실례합니다. 여기 여관이 어디 있습니까?" 그래이가 지나가는 중년의 아저씨에게 물었다. "여행자들이 신가 보군요. 저쪽으로 쭉 가시다 보면 마을의 중간쯤에 여관4개정도가 모여 있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그 아저씨의 말대로 말을 타고 조금 걷자 곧 여관4개가 조금씩의 사이를 두고 늘어서 있 는 곳이 나왔다. "일란, 어느 여관으로 할까요? 너는 저 바람의 꽃이라는 곳이 좋을 것 같은데." "음, 내 생각 역시 그렇군. 라한트님은 어떠십니까?" "예, 저도 저곳이 좋을 것 같군요.." 일행이 말에서 내려 여관으로 다가가자 여관에서 한 소년이 달려나와 일행들을 맞았다. "잘 오셨습니다. 말은 제게 주십시오.." 그리고는 말을 받아 마구간으로 들어가는 소년을 보며 일행들은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여관 일층은 식당인 듯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식사를 하는 사람 술을 마시는 사람.... 그들 은 지금 들어선 일행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자시의 할일을 했다. 어떤 이들은 일행들은 흥 미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우선 일행만 하더라도 마법사. 엘프. 드워프. 좀 보기 힘든 쪽이였고, 왕자일행은 고급 옷 을 걸친 소년과 갑옷을 걸친 기사가 셋이었다. 이만하면 충분히 시선을 끌만도 한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일이 아니 이상 그것은 그냥 흥미 꺼리 일 뿐인 것이다. "어서오십시오.. 묵으실겁니까? 손님." "4인용 방 두개와 2인용 방 하나 있습니까?" 그러자 주인장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4인용 방은 하나밖에는 없습니다. 3인용 방이 하나 남아있을 뿐입니다." 그의 말을 듣고 이드가 말했다. "그럼 그걸로 주십시오. 일란 저는 옆 여관으로 갈게요." "하지만 이드군....그래도 괜찮겠는가?" "괜찮아요. 그럼 방 잡고 여기로 올게요. 저녁식사는 해야 할거 아닙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라한트 왕자가 한마디했다. "저희들 때문에 ...... " "아닙니다. 별말씀을 4분이 한방을 쓰십시오, 그편이 안전하기도 할테니깐요." 그때 말을 매어 두었던 소년이 다가와서 일행들을 각자 방으로 안내해갔다. "이방과 이방들입니다. 모두 한데 붙어 있습니다. 식사를 하시겠다면 제가 미리 주문해 놓 겠습니다." "아니 됐네, 동료 한 명이 있는데 오면 내려가서 직접주문하지." "예, 편히 쉬십시오...." 한편 이드는 여관을 나와 바로 앞에 있는 여관 `불의 꽃`이라는 여관으로 향했다. "여기 여관은 전부다 꽃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나?" 그렇게 말하며 이드는 여관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 여관 역시 `바람의 꽃`과 마찬가지 로 일층은 식당인 듯 사람들이 있었다. 손님 역시 `바람의 꽃`과 비슷한 숫자가 있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저쪽은 조금 조용한데 반해 이쪽은 엄청 시끄럽다. 여관의 이름답다고나 할까? 어쨎든 이드는 카운터로 가서 방을 잡았다. "여기 열쇠 있습니다. 손님 그런데 식사는...." "아니요. 됐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이드는 방으로 향했다. 그의 방은 2층 복도를 따라 있는 방중 두 번째 방이었다. 방은 깨끗했다. 창으로는 맞은편의 `바람의 꽃`이 보였다. 방을 한번 훓어 본 이 드는 방에서 나왔다. 그런데 계단을 내려오는 이드에게 한 사내가 다가왔다. 굉장한 덩치에 허리에는 투핸드 소드 정도의 대검을 차고있었다. 그는 이드를 보며 실실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드는 별로 거슬리는 것이 없다 는 듯이 그를 비껴지나 가려 했다. 그런데 이 사내가 이드의 앞을 막아섰다. 그래서 살짝 옆으로 비꼈더니 역시나 그쪽으로 섰다. 주위에 술 마시던 사람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그리고 몇몇은 인상을 찌푸리고 있기도 했다. '하~ 이런 녀석을 일일이 상대 할 수도 없고.....' 이드는 그렇게 한숨을 쉰 다음 계단의 난간을 잡고 옆으로 뛰어 넘었다. 그러자 그 덩치는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이드와 마찬가지로 계단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다시 이드의 길을 막았다. "왜 그러십니까?" '어디까지나 점잖게.....' 그러자 그 덩치는 실실 웃으며 답했다. "뭐 별로...그냥 아가씨가 예뻐서 한번 사귀어 볼까해서 말이야." '으~ 그럼 한마디면 떨어지겠군. 가서 저녁도 먹어야 할테니 다들 기다릴텐데.' "뭔가 잘못 아는 것 같은데....저는 남자입니다. 여자가 아닙니다. 그러니 비켜주시죠." 그러자 그 덩치는 웃긴다는 듯 한번 웃고는 주위를 둘러보고 말했다. "이것 봐 아가씨! 그 정도의 말도 않되는 거짓말에 속아넘어가 쥐야 하나?" "하~ 말하기도 지겨워 비켜" "오! 강하게 나오시는데 안 그래?" 그러자 그의 동료로 보이는 몇 몇 청년들이 웃어 재꼈다. '짜증나네.......' 이드가 덩치를 막 날려 버리려는 찰나였다. 저쪽에서 않아 있던 여행자로 보이는 일행들 중에 한 청년이 일어났다. "이것 봐 레이디를 괴롭히면 않되지." '꽤하게 생겼군. 하지만 여기서 도움을 받으면 일이 좀 복잡해지지 내선에서 해결을 봐야 겠어...' 그렇게 생각한 이드는 덩치에게로 다가갔다. 그러자 그런 이드를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손을 내밀어 그의 배 에다 손바닥을 대고는 진기를 가했다. "커헉....!" 쿵! 쿠웅 "덩치가 크니까 쓰러지는 소리도 시끄럽군. 그리고 형, 도와 주려고 해서 고마워요." 멍하게 서있는 청년을 보고 이드는 감사인사를 한 후에 여관을 나섰다. "저것들 패거리가 있는 것 같은데 밤에 쳐들어오지나 않을 려나... 그럼 귀찮은데...." 이드는 `바람의 꽃`으로 향하며 중얼거렸다. 그의 말대로 어디까지나 귀찮은 것이다. 여관 안으로 들어서자 식당 한곳에 일행들이 않아 있었다. 각자 앞에 맥주 한잔씩을 놓고 말이 다. 물도 다 맥주는 아니다. 라한트와 하엘, 일리나는 각자에게 맞는 것을 잡고있었다. "죄송해요. 제가 좀 늦었죠? 여관에서 약간의 문제가 발생해서 말이죠..." "뭐. 별로 우리도 지금 내려왔거든 그러데 무슨 여관을 잡았나?" "이 여관 바로 맞은편여관으로 했어요. 그런데 주문은 했어요?" "우린 대충 주문했지. 자네만 하면 되네." "그래요. 그런 점원 여기 트란트 라이스." 이것이 이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이 트란트 라이스라는 것은 중원의 볶은 밥과 비 슷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도 의외로 중원과 비슷한 음식이 몇 가지가 있었다. 뭐 완 전히 같은 건 아니지만 말이다. 일행은 잠시 후 나온 음식들을 먹으며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정리했다. "맞있군...그런데 기사단 여러분들께서는 여정을 어떻게 정하고 게십니까?" 일란의 말에 라크린이 검은머리의 기사 길렌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길렌트가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제가 이일대의 지리를 대충 파악하고있습니다. 그래서 제국까지의 최단거리를 잡고 있습 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마을 역시 피할까합니다. 물론 보급문제도 있으니 중간 중간에는 들려야 할겁니다." 하엘이 길렌트의 말을 듣다가 그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럼 대충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까요?" "확실치는 않지만 대충 10일정도로 잡고있습니다. 물로 수도까지입니다. 그러나 가다가 제 국의 영지에 들려 호위를 받을 수도 있으니 그렇게 위험하리라 보지는 않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일란이 조용히 말했다. "그런데 누가 공격했는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아무에게나 도움을 청한다는 건....." 이번에는 라한트 왕자가 답했다. "아닙니다. 저희들이 가는 길에 워이렌 후작의 영지가 잇습니다. 그분은 제게는 외 할아버 님이 되시는 분이죠." 그의 말에 일란 등은 그런가 했다. 사실 이들이 제국의 그것도 왕가의 일을 어떻게 알고 있겠는가. '그런데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왕자 역시 내부의 소행이라는 것을 눈치 챈 것인가?' 이것이 몇몇의 생각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기사단장과 일란 그리고 이드정도였다. 일리나는 감정을 잘 들어내지 않으니 알 수 없는 것이고 말이다. 이들의 생각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왕자의 여행일정을 안다는 것과 체계적 훈련을 받은 인물들 그리고 라크린에게서 들은 현재 제국의 내부 문제 등이었다. 물론 라크린이 제국내부정세에 대해 자세히 말한 것이 아니라 약간의 언질을 준 것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 역시 그것에 대해 자세히는 알고있지 못할 것이다. 기사단장인 그가 자세히 알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럼 우선내일은 제가 탈 말과 여행에 필요할 물품 등을 마련해 놓아야 겠군요." "예! 그리고 될 수 있다면 내일 이곳을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라한트님에겐 힘드 실 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적들을 피하는 데도 좋을 것 같고 말입니다." "좋으신 생각이십니다. 일란님 그럼 내일 떠나기로 지요" "그럼 내일부터 서둘러야 겠네요. 그럼 저하고 일리나 그래이가 식품들을 준비하죠." "그래 그래라 그리고 기사님들과 라한트님께서는 말과 각각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준비 해 주십시오" 그의 말에 뭐가 불만인지 그래이가 투덜거렸다. "그럼 이드나 일란, 라인델프는 뭘 합니까? 저희만 일거리가 잇는데 말이예요." "그건 니 팔자지, 하엘이 널 지목했기 때문에 니가 가는 거지 다른 사람을 집었다면 다른 사람이 갔을거야..." "윽 그래도....." "자 식사도 끝냈으니 각자 방으로 가서 쉬자구 내일도 또 움직여야 할 테니 충분히 쉬어 두어야 한다구." 그 말에 모두들 일어섰고 이드는 잘 자라는 말을 남기고 `불의 꽃`으로 향했다. 이드가 여관으로 들어서자 이드를 보고 한 사내가 일어섰다. 그는 바로 아까 이드에게 맞 아 쓰러졌던 덩치였다. 그는 씩 웃으며 이드에게 다가왔다. "미안하군. 내가 장난이 좀 심했어 이만 화해하자구." '호~ 이녀석 의외로 괜찮을지도. 거기다 꽁한 것 같지도 않고..' "나야말로 좀 심했던 것 같네요. 사과를 받아줄게요. 그리고 아까의 것 나도 사과하죠." 그러면서 손을내밀어 악수했다. ^^ 화해 "뭐, 내가 먼저 실수한 거니까. 그런데 너 엄청 세더군 어떻게 한지도 모르겠더라구.. 자 저 자리로 가지 내가 술 한잔 살태니까..." 이드는 그 덩치가 않았던 자리를 바라보다가 다시 덩치에게 시선을 옮기며 답했다. "저~ 나는 술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아니 왜?" "글세 별로 좋아하질 않아 맥주라면 조금하지만...." "그 정도면 됐어 어서 가자.." 그렇게 말하고는 거의 이드를 끌고 가는 듯한 덩치는 이드를 앉히고는 친구들을 소개했 다. 그들은 모두 2남 1녀로서 덩치까지 합치면 4명 모두 용병이란다. "나는 라울 페리온스, 그리고 이녀석은 그렌플 성은 없어, 그리고 이 녀석은 트루닐, 그리 고 우리 동료 중 유일한 여성인 라미 일린시르. 지금은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중이지" "나는 이드, 그냥 이드라고 부르면 되..." "그래? 그런데 너 마법사냐? 아까 어떻게 한 거야?" 덩치 라울의 물음에 그의 동료들이 관심을 보였다. "응? 그...거? 그러니까......정령술이야.." "응? 그럼 너 정령사였냐? 검도 차고 있잖아." "조금 쓸 줄 아니까요. 그리고 몸을 지키는데도 좋으니까 들고 다니는 거죠.." 이드의 말에 모두들 그런가 하는 듯하다. 모두 마법이나 정령술 그런 것에 대해 잘 모르 니 이렇게 말하더라도 별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모두들 어디서 오는 거예요?" "우리? 우리야 뭐 그냥 떠돌아다니는 신세니까. 얼마 전에 아나크렌 제국의 구석에 몬스 터가 자주 나타나서 그거 사냥하는데 잠깐 갔다가 이제 일거리 찾아서 다시 돌아다니는 거 지.." '아나크렌이라........................................' "그럼 지금 아니크렌 제국은 어떤데... 뭐 이상한건 없어요?" "이상한거? 글쎄 나는잘...." 그러자 그말을 듣고 잇던 그렌플이라는 사내가 말을 받앗다. "난 약간 들은게잇지." "그래 어떤건데?" "뭐, 확실한건 아니데.... 아나크렌제국에 내분이 잇는 모양이야..듣기로는 라스피로라는 공 작이 반기를 드는 쪽의 중심이라고 하더군 용병친구에게 들은 거라 확실한지는 잘 모르겠 어 그리고 확실히 나도는 소문도 아니야 그 친구도 그쪽으로 아는 녀석에게 들었다고 하더 라고 술김에 들었다고 하던데 말이야" '라스피로 공작이라.............' "그런데 너는 그런걸 왜 묻니?" 여성 용병이라는 라미가 이드에게 물어왔다. "그거요? 좀 궁금해서요. 저도 그런 말을 얼핏 듣기는 했는데 사실인가해서 한번 물어 본 거에요." "그래? 뭐 상관없지 우리야 그런 전쟁이라도 난 다면 돈벌이가 되니까. 그런데 넌 뭐 하 는 녀석이야?" "뭐 하는 건 없어요. 일행이 있는데 같이 여행하고 있죠." "그래! 그럼 너 우리하고 다녀보지 않을래. 우리들 중에는 마법사나 정령술 그런거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하하하 저는 그런 거엔 별로...관심이 없어서요." "그러냐? 그래도...." "그럼 저는 이만 쉴게요. 음료 잘 마셨어요." 그리고는 곧바로 방으로 올라가 버리는 이드였다. 방안으로 들어온 이드는 자시의 허리에 걸린 검을 풀어놓고 침대에 누웠다. "라스피로 공작이라..... 어떤 녀석이지? 내일 한번 말해봐야겠군." 그리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귀에 스치는 바람의 정령들의 소리를 자장가처럼 들으면서....... 다음날 일어난 이드는 카운터로 내려가 숙박비를 계산하고 `바람의 꽃`으로 향했다. 여관 의 식당에는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리고 식당의 한쪽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잘 잤어요?. 일리나, 하엘." "네. 이드는요?.." "좋은 아침이네요." 이드는 자리에 않으며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요? 아! 난 간단한 스프하고 담백한 스테이크 과일즙 많이 뿌려서." "일란은 깨서 메모라이즈 중이고 그 사제 분은 씻고 계세요. 그리고 나머지는 아직도 꿈 나라고요." "그래요? 아침부터 할게 있을텐데 깨워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엘이 빵을 뜯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님들이 앃으시고 난 다음 깨울거라고 하셨어요." 잠시후, 이드가 나온 음식을 먹으려고 할 때 계단을 내려오는 일행있었다. 바로 그래이, 일란 기사 등이었다. "어? 이드 너도 벌써 와있었냐?" "그럼. 내가 너처럼 잠꾸러기인 줄 아냐? 빨리 와 않아.." 그런 후 식사를 마친 일행들은 각자 할 일로 흩어졌다. "빨리 끝내고 오십시오.." 일란의 말을 들으며 각자 맏은 것을 사기 위해 나갔다. 그 중에 그래이는 거의 끌려가다 시피 했지만 지가 어떻게 하엘을 이기겠는가..... '저녀석 결혼하면 꼼짝도 못하고 살겠군.......' 이드가 그래이를 바라본 감상이었다. 이 세계의 사제들은 결혼하는 것을 금하지는 않는다. 물론 몇 가지 종교는 금하기는 하나 그렇게 심하게 규제되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남은 이드와 일란, 라인델프는 한자리에 않아 술을 시켰다. 식사할 때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런지 각각 마시는 술이 달랐다. 라인델프는 맥주, 일란은 포도주 그리고 이드는 달콤한 과일주였다. 이드는 달콤한 과일주를 한 모금 마시며 어제들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란...제가 어제 들은 이야긴데요..... 아나크렌 제국에 반기가 일기는 하는 모양이에요. 그리고 그 반기의 중심에 라스피로 공작이라는 작자가 있다고 하더군요. 물론 확실한 정보 는 아니에요. 용병에게 들었는데 그도 술 취한 어떤 친구에게서 들었다고 하더군요. 라스피 로.....그런 사람 알아요?" "라스피로라.......들어 본 것도 같아 공작이라는 계급이니.....그런데 내가 듣기로는 요 얼마 간 거의 정치에는 나서지 않았다고 하더군.." 맥주를 마시고 있던 라인델프가 그 말을 듣고 잘못들은 거 아니냐고 한마디했다. "아니요. 라인델프 어쩌면 이걸 준비하느라 조용했는지 모르잖아요." "글쎄 모르겠군. 이드. 그에 대해서는 왕자나 기사들에게 물어보는 게 좋겠어 우리들이야 워낙 시골구석이 살던 사람들이라 그런 일에는 잘 신경 쓰질 않아..." "그렇군요. 저번에 말하기를 영지와도 한참 떨어져 있다고 하셨죠." "그래 외진 곳이기는 하지만 조용하고 좋은 곳이지. 사람들이 많은 곳과는 틀리지." "음~ 그 말 대충 이해하죠..." 그렇게 셋이서 술 한 잔씩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임무(?)를 뛰고 나 갔던 이들이 돌아왔다. 이보는데 2시간 정도 걸린 셈이었다. 그리고 그래이는 예상대로 모 든 짐을 혼자서 다 짊어지고 있었다. "모두 준비된 듯하니까. 각자 짐을 실고 떠날 준비를 해야지." "그럼 계산은 제가 할게요." 그러면서 이드가 카운터로 아가갔다. 이 녀석은 보석을 처분 한 덕에 지금 현재 돈이 남 아도는 중이었다. "여기 계산이요. 그리고 9인분도시락으로 2개요." 그리고 각자 도시락을 받아든 사람들은 각자의 말에 올랐다. 그리고 말을 타고 천천히 마 을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완전히 마을을 빠져나왔을 때부터는 약간의 속도를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일란은 말을 달리며 기사단의 단장인 라크린에게 이드에게 들었던 라스피로라는 공작에 대해 물었다. "라스피로 전하 말씀이십니까? 그분이라면 잘은 알지 못합니다. 대충 아는 정도는 젊은 시절에는 상당히 방탕하셨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몇 년 전까지도 그러셨고요. 그러다 갑자 기 조용해 지셨죠. 정치에도 참여하시고요. 물론 궁정 일을 맞았을 때 잘 처리하셨다고 하 시더군요. 그러시다가 얼마 전에 갑자기 물러 나셨습니다. 몸이 않좋으시 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는 다른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그분에 대한 것은 어째서....." "아! 아닙니다. 그냥 얼핏 들어서 물어 본 것입니다." '아직 이야기해서 좋을 건 없지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달린 일행들은 점심때쯤에 식사를 위해 적당한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30 분 정도를 더가서야 작은 숲이 나왔다. 물은 없었으되 나무는 꽤있어서 그늘은 되었다. 그 러나 바람이 불지 않아 덥기는 마찬가지였다. "으~~ 더워라......" "야! 그래이 눕지 말고 일어나 식사준비는 대충해야 할거 야냐....." 이드의 말에 그래이는 어슬렁거리며 도시락을 들고 돌아와서는 털썩 앉아 버렸다. 다른 사람들과 드워프 역시 더운지 그늘에 않아 식사에는 별로 손을 데지 않았다. 그런 그들을 보며 이드는 바람이라 하며 생각하고있었다. 그러다가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정령...... '잠깐! 정령 그것도 내가 계약한 게 바람이니까...... 부르면 되잖아....' "에...... 그러니까.......실프...맞나?" 그러자 그의 앞으로 작은 날개를 달고있는 약간 푸른색의 투명한 몸을 가진 요정이 나타 났다. 나타난 요정처럼 보이는 실프는 이드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그의 얼굴 앞에 떠있었다. 마치 명령을 내려 달라는 듯 했다. "음...그러니까. 이 일대에 바람이 좀 불었으면 하는데...... 더워서 말이야." 이드의 말에 실프는 살짝 웃으며 사라졌다. 그러자 곧바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일리나가 한마디했다. "잘하네요. 이드. 실프 하나로는 이렇게 넓게 바람을.. 그것도 차가운 바람을 불게 할 수 없는데.. 역시 정령왕과의 계약자라서 그런가요...." 그러나 일리나의 말을 들은 이드는 그런가하는 표정이었다. 실제로 그가 아는 게 어느 정도이겠는가? 거기다 그래이드론의 기억은 어차피 드래곤이 기준이다. 그리고 드래곤도 대충 이 정도는 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은 거의 하급정령을 사용하지도 않지만 말이다. "정령도 사용할 줄 아십니까?" 기사들과 라한트가 의외라는 듯이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드는 그런 그들을 그게 뭐 이상하냐는 듯한 듯이 바라보았다. "그럼 소드 마스터 중급에 정령마법까지..... 정령검사시군요." "뭐.... 대충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라한트가 이드에게 한마디했다. 둘은 나이가 비슷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강한거지? 내가 듣기로는 정령검사가 흔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강 하지는 않다고 하던데...." 앞에서 언급했듯이 라한트의 말대로 보통의 정령기사들은 그렇게 강하지 못하다. 둘 다 해야 하니 어쩌겠는가... 뭐 태어날 때부터 정령술에 특출한 재능이 있다면 검만 익혀서 강 해 질 수도 있다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인가..... 뭐 그래도 보통의 기사들이 상대하기에는 좀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검 뿐아니라 정령 역시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드는 어떤정령을 다룰줄아는데?...." "저요? 별로 없어요. 바람의 정령밖에는 다루지 못하죠. 사실 처음 정령을 부른 것이 얼마 전이라.....바람의 정령하고만 계약했죠...." 그러자 라한트가 약간 실망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다른 생각을 했는지 얼 굴을 펴고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럼 여기서 다른 정령을 불러봐. 나도 정령계약하는 거 한번보고 싶거든..." 그러자 옆에서 마지막빵을 씹고있던 그래이가 나서섰다. "그래 한번 해봐라 저번에 그녀말고 다른 녀석이 나올지 혹시 아냐?" 기사단은 그래이의 그녀라는 말에 얼굴에 의문부호를 그렸지만 물어보지는 않았다. 자신 들과 그렇게 크게 상관이 되지 않는 일이니까 말이다. '흠음~~~ 한번 해봐? 정령이라는 거 의외로 편한데..........' 그렇게 생각하던 이드는 곧 생각을 바꿨다. '에라 말아라 지금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니고... 금방 채워지기는 하지만 기 소모도 만만찮 은거.... 귀찮아' "라한트님 그게 저는 이 바람의 정령으로도 만족을 합니다. 지금당장 필요한 정령이있는 것.....왜?" 이드는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그래이를 바라보며 한마디했다. "난 필요한데 더워서 그러는데 물로 샤워 좀 했으면 한다. 어때 이만하면 쓸데가 있는 거 아니냐? 어서 불러봐라..응?" "저것 봐. 이드, 필요하다 잖아 한번 불러봐!" '으~~ 저 인간은 하여간 전혀 도움이 않되는 인간이야....... 이걸 불러? 말아?' "야! 그래이 정령 소환하는 거 엄청 힘들다고 내가 못 움직이면 니가 책임 질거냐? 어쩔 래?" 그러자 그래이가 잠시 당황하더니 얼굴을 굳히며 꼭 보고야 말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걱정마라 내가 책임지고 대려갈테니 어서 계약해봐.." '으~ 진짜 내가 미쳐 저걸 그냥.......' 이드는 어쩔 수 없이 주위의 압력에 의해 정령소환에 들어갔다. 그러자 역시나 어마어마한 존재감이 밀려왔다. '젠장~ 좋긴 하다만 내가 부르기만 하면 정령왕 급이냐......' 이런 이드의 투덜거림이었으나 그럴만한 이유가 다 있었다. 우선 그의 친화력은 오행대천 공...각 정령력을 가장 확실하게 끌어 모으는 것이니 친화력은 문제없는 거고 거기다. 마나 는 자신이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한데다. 여분으로 드래곤 하트까지 있다. 그러나 처음 소환 할 때마다 정령왕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자기 잘못인걸 누굴 탓하겠는가............ 그런데 막 정령을 소환하려하던 이드에게 뭔가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래서 정령소환을 중 단하고는 눈을 떴다. 그러자 주위에서 정령의 존재감에 멍해있던 기사들과 라한트, 그리고 또다시 굉장한 정령을 본다는 기대감을 품고있던 일행들이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왜 그래? 이드" "모두 준비해요. 뭔가 다가옵니다." 이드의 말에 모두 의아한 듯 했지만 각자의 무기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각자 한군데 모 여 섰다. "과연 무언가 다가오고 있어요.. 아무래도 하늘같은데..." 일리나 역시 이드보다는 늦었지만 엘프 답게 공기의 파공성을 들은 듯했다. 일리나의 말에 하늘을 올려다본 일행이 본 것은 와이번이었다. 그것도 성격이 포악하다는 블랙와이번 녀석은 하늘을 날다가 일행을 발견하고는 좋은 먹이감이라 생각을 했는지 빠르 게 일행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걸보고 있던 일란이 마법사답게 앞으로 나와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타겟 온. 토네이도." 그러자 강한 바람이 불며 날아오던 와이번이 방향을 틀어 날아 올랐다. 일란이 와이번주위의 대기를 틀어버린 듯했다. 그러나 녀석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날아들었다. 이번엔 아예 구워버리려는지 화염까지 뿜으면서 말이다. "정령이여 우리를 보호하라" 일리나가 빠르게 나서서 물의 정령으로 화염을 막아버렸다. 그모습을 보고 이드가 나섰다. 이번에 바람의 정령을 사용해볼생각이었다. "바람의 상급정령 로이콘소환......저녀석의 날개를 찧어버려." 이드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드래곤 모습 비슷한 그러나 드래곤보다는 훨~~날씬한 정령 로 이콘을 향해 명령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몸에 있는 공력을 개방했다. 슈아악. 후웅~~ 바람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엄청나게 불어대는 소리가 들린 후 공중으로부터 무언가 떨 어져 내려왔다. 쿠..구....궁. 그것은 날개가 갈기갈기 찧어진 와이번이었다. 와이번의 날개는 의외로 얇기도 하지만 이 드가 공력을 개방한 상태여서 정령의 힘이 강했기 때문에 금방 찢어져버린 것이었다. 일행과 좀 떨어진 곳에 떨어져 구른 와이번은 잠시 그대로 잇더니 곧정신을 차린듯 비틀 거리며 일어났다. 녀석이 일어나자 덩치가 굉장했다. 거의 소 서너 마리의 크기였다. 녀석 은 날개가 찢어져 고통스러운 반면 일행이 눈앞에 나타나자 잘 됐다는 듯 일행이 있는 곳 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게 빠른 것도 아니고 뒤뚱거리는 폼이 오히려 우스웠다. 쿵...쿵....쿵.....쿵...... 그러나 녀석이 다가오는걸 가만히 볼 수 만은 없었다. 그래이가 녀석을 보다가 옆에 일란을 바라보았다. "이봐요. 일란 빨리쳐리하셔야죠." "알았어. 안 그래도 그럴 참이야." 그렇게 말하고는 녀석을 향해 돌아서서는 오늘 메모라이즈 해놓은 마법 중 적당한 것을 날렸다. 저번에 이드가 한번 메모라이즈라는 것에 대해 물은 적이 있었는데 메모라이즈라 는 것은 그 날 쓸만한 마법을 미리 외워두어서 준비상태로 만드는 것이란다. 한마디로 메 로라이즈 해놓은 마법은 다른 것 필요없이 시동어만 외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메모라이즈 하지 않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용하기 위해서는 긴 주문과 그에 따르는 정신력이 필요하므로 꾀 피곤한 작업이다. 대마도사 급은 그런 걱정이 없을지 몰라도 일란 정도에 잇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피곤한 작업이라서 메모라이즈 하지 않은 주문을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아침마다 되는 한껏 주문을 메모라이즈한다나? 그러나 아침잠 많은 일란으로서는 별로 할말 없다. "메그넘 파이어 스피어" 그러자 거의 나무통만 한 굵기의 화염의 창이 회전하면 와이번을 향해 날았다. 그것을 본 와이번이 피하려했지만 녀석은 지상에서는 그렇게 빠르지 못하므로 그대로 맞을 수밖에는 없었다. 화염의 창을 맞은 녀석은 뒤로 밀려나더니 곧 창과 함께 폭발해 버렸다. 폭발로 인해 녀석의 파편이 여기 저기 뛰었다. 물론 일행에게까지는 오지 않았지만 라한 트나 하엘은 속이 상당히 불편해졌다. "욱...일란. 좀 조용한 마법은 없었어요?" 하엘이 속이 않좋은 듯 뒤 돌아서서 입을 막고 일란에게 한마디했다. 라한트 역시 같은 눈빛으로 일란을 바라보았다. "글쎄.... 오늘 메모라이즈 한 마법 중에는 가장 알맞은 것이라서......" 어색하게 변명하는 일란.......불쌍해라 기껏 해치우고도 원망이나 듣고......... 와이번으로 인해서 정령을 불러내는 일은 지나가게 되었다. 그렇게 일행은 별일 없이 몇 일을 보냈다. 그리고 국경까지의 거리가 하루 남았을 때였다. 그래이가 잡아온 사슴고기를 먹으며 일란이 모두에게 말했다. "이제곳 국경입니다. 적들이 공격하기에는 가장 좋은 곳일지도 모릅니다." 일란의 말에 라크린과 기사들 역시 같은 생각이라는 의견을 냈다. "제 생각 역시 같습니다. 라한트님께서 제국으로 입국하신다면 공격이 더 어려워지므로 아마 국경선에 접근하기 전에 공격해 올 것입니다. 그러니 국경선을 넘기 전까지는 지금보 다 더욱더 긴장해야 할 것 입니다." "그렇담 내일은 국경에 도착할 때 까지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은 어떨까요." "아니요. 하엘 양 만약 국경을 넘었을 때 공격이라도 해들어 온다면 지쳐있는 저희들로서 는 막는 것이 상당히 힘들게 됩니다." 그때 이드가 조용히 하라는 손짓과 함께 일어섰다. "내일부터 더 조심하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은데요. 소리내지 말고 여기 있어요." 그렇게 말한 이드는 주위의 돌과 나무 조각들을 여기저기에 던져놓고 불을 꺼버렸다. 그러자 하늘의 달의 푸르스름한 빛만이 주위를 비쳐주었다. 일행들은 이드가 왜 주위에 돌과 나무 등을 던졌는지 궁금했으나 우선 입을 다 물고 있었 다. 이드가 저러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다가오는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일행은 신기해했다. 항상 엘프인 일리나가 아닌 이드가 먼저 무언가가 다가온다 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중일 때 이드가 숲의 한쪽으로 걸어갔다. 어둠 속으로 들어간 이드의 모습은 일리나를 제외한 일행에게는 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수풀을 해지는 소리와 함 께 나타났다. 사삭...사사삭..... "지금부터 절대 말하지 말아요. 움직이지도 말고....절대로 알았죠?" 이드의 말에 일행은 얼결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일행과 7~9미터 떨어진 곳으로 일단의 무리들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 중에는 저번에 도망쳤던 마법사 역시 끼어있었다. 그리고 그의 주위로 저번과 같이 갑옷을 걸친 검사들이 이십 여명 가까이 있었다. 그들은 일행이 있었던 자리를 바라 보고는 이드가 갔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중 붉은 색의 검집을 가진 검사가 혼자서 중얼거리는 듯한 말투로 자신의 일행에게 말 했다. "실력이 있는 녀석들인걸? 우리가 오는 걸 어떻게 알았지? 보아하니 급히 저쪽으로 간 것 같은데......." "이봐... 란돌. 자네 생각은 어때?" 그러자 란돌이라고 불린 마법사가 입을 열었다. "저번에 이야기했잖아. 굉장한 녀석이 있다고.... 그년에게 피로가 당했다고. 잘못했으면 나 까지 당할 뻔했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이상하다는 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자네 말대로라면 그 여자가 소드마스터의 중급실력이라는데.... 그런 실력의 그것 도 여자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니 의외야." 그러면서 따라오라는 말도 없이 헤쳐진 풀숲으로 걸어갔다. 글자 다른 검사들 역시 그를 따라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란돌이라는 마법사는 여전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걸 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붉은 검집의 사내가 물어왔다. "이봐! 왜 그래?" "음~ 그게 이 주변에 자연력. 마나가 좀 이상하게 유동하고있어서 말이야 그런데 그렇게 확실히 티가 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법도 아니고......" "이것 봐 그런 걸 같고... 주위에 무슨 정령이나 요정이라도 있겠지 어서 가자고. 이러다 진짜 놓칠지 모른다고."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걸었다. 란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보고는 그 검사와 걸음을 같이했다. 그리고 그들이 이드가 간 곳으로 들어가서 눈에서 보이지 않 고서 조금의 시간이 흐른 후에 이드와 일행은 짐을 정리했다. 그리고 짐을 다 정리한 이드 는 자신이 놓아둔 돌과 나무조각 등을 다른 곳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 말을 끌고 나가면서 일란, 일리나, 하엘 등 이 궁금해하던 점을 질문했다. "이드, 어떻게 그들이 우릴 못 본거지?" "이드, 아까전에 돌과 나무조각은 뭐죠?" "이드, 어떻게 된거야?" "시끄러워요. 그 소리 듣고 따라오면 어떻하실거예요?" 그런 이드의 말에 일행은 떠들어 대던 것을 멈추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이드는 자신이 했던 일을 설명했다. 물론 간단히 말이다. 진법에 대한걸 설명하려면 하루 이틀 가지고는 않되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그 나무 조각과 돌맹이 등으로 마법진과 비슷한 효과를 낸 겁니 다. 마법진은 대량의 마나를 흡수하여 그 효력을 발생하나 제가 한것은 자연력의 마나 자 체를 그 상태 그대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마법사역시 어떤 느낌을 받기는 했지 만 확실히 알지는 못 한거죠." "그런데 어떻게 돌과 나무만으로 그러게 하는 거지? 마법진은 마법진의 룬어와 표식의 배 열 등으로 마나를 이용하지만 자네가 한 것은 전혀 다르 잖은가. 전혀 그런 것이 없었어." "그러니까 이건.... 그때그때 진을 펼쳐야하는 곳의 자연력의 분포를 알아야 합니다. 그 자 연력의 분포와 각 자연력의 배열을 재배열함으로써 가능 한거죠." 그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들은 사람은 일란, 일리나, 하엘 정도의 머리 좀 쓴다는 인물들뿐 이었다. 그 외는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하는 표정뿐이었 다. 일행은 그 길로 숲을 돌아 빠져나와서는 국경으로 달렸다. 이곳에 적이 있는 것을 안 이상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들은 늦은 밤부터 달리기 시작해서 동이 터 오는 것을 보면서 달려나갔다. 그렇게 달리고 있는 일행의 뒤로 무언가가 뒤 쫒아오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은 태양이 어느 정도 떠올랐을 때였다. 뒤따라오는 검뎅이들을 바라보며 일행은 최고 속도로 말을 몰아가기 시작했다. 그 속도 감에 일란의 뒤에 타고있던 라인델프가 거의 실신지경이었다. 그때 뒤따라오던 적들을 바 라보며 그래이가 중얼거렸다. "젠장..... 잘도 따라오네....그런데 마법사가 마법이라도 사용하면..어쩌냐?" 아! 누가 그랬던가. 말이 씨가 된다고........ 그래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뒤쪽으로부터 화이어볼이 여러 개 날아오기 시작했다. '으~ 중원에서는 날아와 봤자 화살인데..... 여기는 어떻게 된게 불덩이냐.....' "실프소환..... 저기 날아오는 불덩어리들 막아줘." 이드는 정신 없이 말을 몰면서 자신의 앞에 나타난 작은 요정모양의 실프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실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라지고 곧바로 바람이 강하게 압축되는 느낌 있은 후 뒤따라오던 화이어볼이 폭발해버렸다. "일란 대충 막긴 했는데. 방법 없어요? 또 마법을 사용할 것 같은데....." 이드가 일란이 곁으로 말을 몰아가서 일란에게 물었다. 일란은 말의 고삐를 꽉 잡고서는 겨우 입을 열었다. "몰라~!! 이런 상황에서는 그러게 큰 마법은 사용 못해.... 그냥 이렇게 방어 하는게 나아." 그렇지만 이드가 보기에는 그게 아니었다. 일란은 말을 모는데 집중해서 잘 모르지만 뒤 쪽에서 검뎅이녀석들이 점점 뒤 따라잡고 있는 것이었다. 이유는 일행에게 있었다. 일행의 몇 몇 때문에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 었다. 거기다 추가로 저쪽은 마술이 이쪽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국경에 도착하기 전에 잡힌다. 그렇다고 내가 처리하러 가자니...이쪽이 신경 쓰여서.....' 그렇게 생각하는 이드에게 주위에 스치는 바람을 타고 휘날리는 일리나의 머리카락이 보 였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 '왜 내가 그걸 생각 못 했지? 하기사 내게 익숙한 일이 아니니....' "로이콘10소환." 그렇게 외친 이드의 주위로 바람이 크게 출렁임과 동시에 날씬한 드래곤 모습을 한 바람 의 상급정령 로이콘이 나타났다. 말을 타고 가며 그런 모습을 바라본 몇몇은 감탄스럽다는 표정이었다. "로이콘. 저기 뒤따라오는 녀석들이 방해해서 최대한 속도를 늦춰죠." [알았습니다. 이드님] 바람이 울리는 듯한 대답과 함께 로이콘들이 이드의 앞에서 사라졌다. 그 모습에 이드가 뒤를 돌아보자 검뎅이들주위에 모래바람과 회오리 등이 일었다. 그 사 이로 붉은 섬광이 번쩍이기도 했지만 별로 약해지지는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일행 등은 더욱더 속도를 높여 국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쪽으로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 고 한참이 흐른 후 거친 숨을 내뿜는 말들을 앞 세워 국경초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일리나스와 아나크렌의 국경초소가 200여미터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있었다. 일 행은 국경에 딸려있는 작은 마을에는 서지도 않고 곳 바로 일리나스의 국경초소로 다가갔 다. 거기에 있던 경비 군사들은 일행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힘든 듯 거친 숨을 내뿜는 말들 과 몸에 먼지를 좀 덮어쓴 일행 거기다. 갑옷을 걸친 기사들까지... 거기다 기사들은 아나크 렌제국의 문장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문장을 본 군사들 중 한 명은 곧바로 초소로 달려갔 다. 그리고 두 명의 기사와 같이 나왔다. 일행 역시 멈추어 서서 그 기사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이때는 이드 등이 나서지 않고 기사들과 라크린이 나섰다. 라크린은 말에서 내려 서는 두 기사에게 다가가서는 자신의 품속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었다. "본인은 아나크렌 제국의 대지의 기사단장인 라크린 유 로크라트 라합니다. 여기 국경 통 과 증명서입니다." "예. 저는 일리나스의 기사 로크 인 드라스트입니다. 뵙게되어 영광입니다. 그리고 이 증 서는 확인되었습니다. 통과하셔도 됩니다." 로크라는 기사는 라크린이 아나크렌 제국 사람이지만 자신보다 계급이 높아 존대를 사용 하였다. 일리나스의 초소를 가볍게 건넌 일행은 아나크렌 제국의 초소에서는 머물 필요도 없었다. 그들이 라크린의 갑옷에 새겨진 문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일리나스 제국쪽의 통 과장면을 대충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지나가는 라한트 등에게 경례까지 붙이고 있었다. 일행은 초소가까이 붙어있는 작 은 마을의 여관에서 늦어 버린 아침과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휴~ 여기 까지 왔으니 좀 괜찮겠죠?" "아니야. 그래이, 녀석들도 따라 올거야..... 이드가 늦춰놓기는 했지만..... 않그렇습니까? 라 크린" 그렇게 일란이 묻자 물을 마시던 라크린이 컵을 입에서 때어낸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마도 별 문제 없이 따라올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된 이상 쉬지 않고 후 작님께서 계신 곳으로 향해야 합니다. 여기서 영지까지의 거리는 대략 3일 가까이 걸릴 것 입니다." "그럼 그렇게 하죠. 그리고 가까운 영지에 들려 말도 좀 얻어가야겠습니다. 밖에 있는 녀 석들이 상당히 지친 듯 하더군요." "그건 별문제 없지요. 이드군.... 그리고 아까 전에 이드군 덕분에 따돌렸습니다." "별 말씀을요. 제가 하지 않았다면 일리나라도 했을걸요." 그렇게 말하자 일리나가 살짝 웃어보였다. "하지만 이드처럼 상급의 정령을 그렇게 많이 불러낼 순 없어요. 제가 부를 수 있는 것은 둘 정도이지요." 그렇게 늦은 식사를 마치고 주인에게 도시락을 부탁한 후 그것이 다 될 때까지 쉬다가 출 발하게 되었다. 그러나 먹은 것이 있는 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천천히 갈 수밖에 없었다. 속도를 내려고 하니 일란, 라인텔프, 라한트, 하엘이 먹은 것이 올라오는 등의 하소연을 해왔으므로......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속도를 높일 수 있었던 일행이었다. 말을 타고있으니 음식소화가 얼마나 잘되겠는가.................... 배고프겠다. 일행은 마땅히 묵을 마을을 잡지 못했다. 더군다나 숲 역시 업어서 평지 한가운데서 노숙 할 수밖에는 없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이드는 우선 자신들의 주위로 진을 형성해서 자신들 의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이번에는 평지 한가운데이다 보니 저번과 달리 이것저것 옮기고 놓는 것이 꽤 복잡했다. 그렇게 지친 일행은 이드가 실프를 보초로 세우는 덕분에 불침번 없이 푹 잘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드의 진 덕에 짐승들의 공격 역시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든 하루를 보내고 워리렌 후작의 영지를 한 나절 가량 앞두고 일행들은 다시 검 뎅이들과 조우해야했다. 일행의 앞을 막아선 붉은 검집의 중후한 사내가 일행들의 앞으로 다가왔다. "대단해. 우리들이 이렇게 따돌리고 여기 까지 오다니.... 좀만 늦었어도 손댈 수 없을 뻔 했단 말씀이야..." 그런 그를 향해 라크린이 소리질렀다. "네놈. 도대체 뭐냐 뭐가 목적이기에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냐." "목적이라..... 간단해 저, 황태자 전하 즉 크라인 드 라투룬 아나크렌의 목숨" 그의 말에 기사들은 분노한 표정으로 검을 뽑아들었고 일행들은 황태자의 모습을 다시 바 라보았다.....황태자....... '태자였나?' 이것은 어느 정도 의심이 있었던 이드와 일란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일행은 약간 당황하는 듯했다. 황태자 그것도 아나크렌 제국의 황태자.....엄청난 직권인 셈이다. 그러나 한 드워프와 한 엘프에게는 별로 상관이 없는 말이었다. "네놈은 이분께서 황태자이신 것을 알면서도 공격하려 하는 것이냐?" "물론! 나는 이 나라의 국민도 아닌데다가 용병단..... 돈을 받은 만큼 일을 하는 거지." "용병? 그렇다면 누구에게 의뢰를 받은 건가." "곤란해. 의뢰인을 밝힐 순 없는 일이잖아." 그의 말에 라크린 역시 크게 기대하지 않은 듯 그렇게 화를 내지는 않았다. 라크린에게 대답해준 그는 이드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고는 이드를 자세히 바라보았 다. 그런 그를 향해 이드가 한마디했다. "혹시나 해서하는 말인데.....의뢰비를 서너 배로 쳐줄 테니까 포기할 생각없어?" "곤란하군요. 저희가 돈 때문에 포기한다면.....저희 명예가 말이 아니게 되지요." '역시나...' 역시나 그렇구나 라고 생각하고있는 이드에게 그가 한 마디 던져왔다. "그러나 꼭 그런 것 만도 아니죠. 들으니...레이디께서 저의 실력있는 수하를 꺽으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말인데 저와 겨루어봤으면 하는 구요. 지금까지 레이디가 그 정도의 실력 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습니다. 만약 레이디께서 저를 꺽으신다면 이번 의 뢰는 포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이러한 대답에 옆에 있던 마법사가 한마디 하려했지만 그 남자가 간단히 묵살해 버 렸다. 그의 대답에 일행들의 시선은 이드에게로 향했다. 이드가 어떻게 대답할지도 궁금했으며 상대가 이드에게 레이디라며 여자 취급했기 때문이다. 뭐 보아하니 이드녀석..... 만성이 되 었는지 별로 신경을 쓰지는 않는 것 같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의 대답에 이드는 머리를 긁적이며 답해주었다. "뭐...... 그것도 괜찮겠지....나야 별 부담없어... 그런데 말이야...당신.." "제 이름은 로디니 안 그로시트 입니다. 레이디." ".....그래 로디니씨..... 나는 말이야.... 레. 이. 디. 가 아니시다 이 말씀이야. 내가 언제 여자 라고 했어?" 그러자 그는 약간 당황하며 그의 옆에 있는 마법사를 한번 보더니 약간 당황하는 듯한 표 정으로 사과했다. "음...흠흠..이거 미안하게 됐군..... 고의는 아니였어. 흠흠." 그는 꽤 당황스러운지 시종 여유 있던 표정을 거두고는 헛기침을 해댔다. 그리고는 자신 의 허리에 차고있던 검을 꺼내들었다. 그 검은 검은색의 검신을 가지고 있는 검이었다. 그 런 반면 검의 손잡이 부분은 하얀색이어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그 검을 보고 라 크린은 무언가 생각난 듯 했다. "그 검은...... 당신들.......블랙 라이트?" 라크린의 물음에 그는 맞다는 말인지 아니라는 말인지 자신의 검을 한 바퀴 돌린 뿐이었 다. "좋은 검이군요." 그런 그를 보며 이렇게 말해준 후 이드도 이 방법이 제일 빠르려니 하고는 검을 꺼내들었 다. 밖으로 나온 라미아의 검은 은은하고 부드러운 붉은 색은 머금고 있었다. "자네가 가진 검 역시 굉장한 것 같구만...." 둘이 말에서 내려서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주위의 일행들과 용병단들이 뒤로 물러났 다. 소드 마스터 그것도 중급이상의 실력자들이 싸우는 곳에 가까이 있어서 좋을 것은 하 나도 없는 것이다. 잘못하다가는 날아오는 검기에 생명을 마감할 수도 있으므로.......... 그는 검을 들고는 이드에게 먼저 공격할 것을 귄했다. 그러나 이드는 정중히 거부하고 그 에게 공격권을 넘겼다. 그러자 로디니라는 인물은 이드를 향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검을 휘둘렀다. 거의 형식 적인듯 별로 힘을 싫거나 속도를 중시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드가 그 검을 쳐낸다면 본격 적으로 해볼 심산이엇다. 그러나 이드는 그의 검을 자신의 검으로 부드럽게 옆으로 흘려버렸다. 그러나 공격을 가해오지는 않았다. 로디니는 그런 이드를 향해 이드가 옆으로 흘려버린 검을 한 바퀴 돌려 이드를 베어갔다. 그러자 이드는 이번에는 그의 검을 위쪽으로 흘려버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그의 몸이 비어 벼렸다. 로디니역시 그 사실을 알고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드는 역시나 아무공 격이 없었다. "뭐야. 왜 공격을 안는 거지? 지금 나와 장난이라도 치겠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죄송하지만..... 이건 제가 알고 있는 검중에 하나입니다. 철저한 방 어위주의..." 이드의 말을 들은 검사들은 그런 검이 있는가와 그런 검이 있다면 이드와 같은가를 생각 해 보았으나 헛수고였다. 물론 이드가 사용하는 검술과 비슷한 것이 성기사단에 있다. 그러나 저처럼 저렇지는 않 다. 단순히 공격해오는 검의 철저한 방어 일뿐이다. 이드의 검처럼 부드럽게 흘려버리는 것 은 없었던 것이다. "그런가? 그럼 이건 어떻게 할거지?" 로디니는 검을 크게 휘둘러 검기를 날렸다. 이드는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검기를 보며 검으로 원을 그리면서 검기를 미는 듯한 느낌 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검기는 원래의 방향에서 휘어져 나갔다. 그걸 본 로디니는 잠시 멍해있었다. 자신이든 누구든 간에 검기를 흘려버려서 방향을 바꾼다는 말은 들은 적은 없었다. 정면으로 부딫쳐 소멸시킨다면 이해가 가더라도 저렇게 흘려버린다는 것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뭐냐.........그건... 그런 것도 가능한 건가?" "당연히 가능한 것 아닙니까? 검기는 어떻게 보면 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그렇게 본다 면 검과 다를 것이 없지요. 검을 흘려버리듯 검기의 결을 찾아 흘려버릴 수 있는 것 아닙 니까? 응용력이 꽤 약하시군요." 이건 응용력의 문제가 아니다. 검기.....거의 마법과 비슷한 파괴력을 지닌 이것을 가지고 누가 그런 생명을 건 검술을 생각하겠는가............ "대단하군.... 그럼 이것도...."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검에 검기를 집중했다. 그러자 그의 검에서 검은 빛이 흘러나왔 다. "간다. 난무" 그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그의 빠른 검으로 이드와 로디니의 주위는 검은 빛으로 물들었다. 이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검을 바라보며 자신의 검에 검기를 주입한 후 그것들을 막아나 갔다. 그런 후 한 순간에 검을 휘둘러 뒤로 빠져나왔다. 그의 검이 쫒아오기는 했으되 이드 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어려웠다. 한편 이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멍하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엇다. 소드 마스터간의 싸움..... 절대로 흔히 볼수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며 그들의 주위로 몰아치는 검기 역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때 그들의 눈에 뒤로 물러나는 이 드가 보였다. 이드는 물러 난 후 검을 들고는 자신의 가슴께로 올려들었다. "이번엔 공격에 들어가죠.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백화난영." 이드의 외침과 함께 이드의 몸이 흐릿해지는 것을 본 로디니의 눈으로 곧 자신의 주위를 둘러싸며 다가오는 수많은 검기가 실린 검의 그림자가 보였다. 로디니는 그걸 쉽게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기술과 비슷한 난 무를 펼쳤다. 붉으스름한 색의 검기와 검은색의 검기가 부딪히고 순식간에 떨어졌다. 이드는 다시 자신 이 있던 자리에 돌아가 있었고 로디니는 뒤로 밀려나 있었다. 그런 로디니의 옷은 여기저기에 검자국이 나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검상을 입은 곳은 없 었다. 로디니가 자신의 옷에 난 검상들을 보고 다시 검을 들었을 때 이드는 다음공격에 들어갔 다. "적염하" 이드가 휘두른 검에서 붉은 검기가 뿜어졌고 그것은 곳 바로 로디니에게 다가갔다. 로디 니가 검기를 막기 위해 검을 들었을 때였다. 이드의 검기가 잘게 나뉘어 지며 로디니를 둘 러 싸버렸다. 로디니는 자신을 두러 싼 붉은 빛으로부터 엄청난 열기를 느끼고 있을 때 그 것들은 빛을 내며 폭발해 버렸다. 단 공기중의 폭발이라서 자신에게 직접적인 위험은 없었 고 충격파고 뒤로 밀려나 땅을 구른 정도였다. 만약에 적확히 맞았다면 자신의 시신조차 온전치 못했으리라.... 반면 이드는 그가 다치는 것을 피하느라 자신의 공격에 신중을 기했다. 다행이 조절이 잘 된 듯 로디니가 뒤로 밀려나 구르는 정도에서 끝난 듯했다. 이드는 다시 일어나는 그를 바 라보며 검을 내렸다. "아직도 싸울 생각입니까? 이 정도면 충분히 실력이 판가름 난 듯 한데...." "흐음~~~" 로디니는 잠시 자신의 검을 바라보더니 자신의 검을 검집에 꽂아 넣었다. 그 모습을 보고 이드 역시 라미아를 검집으로 돌려보냈다. "젊은 듯한데 대단하군.... 소드 마스터 상급의 실력이야......" "별말씀을...." "아니야. 내가 진 것은 인정하지 때문에 이번 의뢰는 포기하기로 하지...." 로디니의 말을 들은 마법사는 상당히 당황한 듯 로디니에게 따지듯 말했다. "이것 봐. 이런 게 어디 있어." "이것 봐 란돌. 내 성격 잘 알잖아. 착수금은 돌려주지 그리고 성공하지 못 한데에 대한 보상비 역시." 그러자 그 마법사 역시 로디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말로 돌아가며 자신의 부하들에게 외쳤다. "이번 임무는 실패다. 모두 철수한다." "이봐요. 우리 때문에 상당한 피해를 본 듯한데..." "뭐.. 괜찮아 어차피 이런 일은 있으니까. 거기다 니 실력을 알아봐서 더 이상의 피해는 않 입었으니 됐어." 그렇게 말하는 로디니를 향해 이드는 자신의 주머니 속에 있는 보석들 중에 하나를 꺼내 던졌다. 파란색의 블루 다이아몬드를 받은 그는 뭐냐는 듯 이드를 바라보았다. "받아요. 피해보상 덕분에 별 피해 없이 가게됐으니 다른 사람들 같으면 끝까지 해보자고 덤빌텐데 말이야." "하지만 이건...." "그냥 받아둬요. 뒤에 의뢰하면 그거나 받아주던지." 이드의 말에 그는 씩 웃고는 부하들을 데리고 일행의 반대쪽으로 달려갔다. 이드의 뒤로 일행이 이드의 말을 끌고 다가왔다. 그 중에 기사들과 라한트는 얼굴과 눈에 굉장하다는 표정을 나타내고있었다. "이드야~~ 너 중급 아니었니? 왜 저 사람이 상급이라고 하는 거냐?~~" 그래이가 말에 오르는 이드를 향해 물어왔다. "몰라! 나는 그 소드 마스터 초, 중, 상에 대해서 명확한 기준을 모른다구. 고로 내 실력이 어디 속하는지 알 수 없으므로 다른 사람이 어떻다하면 그런가 보다 하는 거야." "그...러냐..." 그래이는 힘없이 답했다. 사실 자신 역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디 소드 마스터라는 게 흔해야 능력치를 맞추든가 할 것 아닌가... "자~ 이제 쫒아 오는 사람들도 없으니 여유 있게 가지요. 그래도 오늘 안에는 도착할 것 으로 생각됩니다만." 그런 라크린의 말을 들으며 일행은 말을 몰아갔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짹...치르르......짹짹 오랜만에 푹신한 침대에서 아침을 맞는 이드가 들은 소리였다. 이드는 침대에서 눈을 떠서도 일어나지 않고 멍하니 천정을 올려다보았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부드럽고 폭신한 그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은 그 기분........ 어제 밤늦게 후작의 저택에 도착한 일행은 열렬한 후작의 접견을 받았다. 후작과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인사를 대충 나눈 일행은 후작이 마련한 방으로 들었다. 일 행이 많이 피곤한지라 붙잡아 두지 않고 쉬게 한 것이다. 물론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는 라크린은 남았지만 말이다. 후작 역시 그가 남아서 이야기를 해줬으면 한 눈빛이었으니....... 일행들이 볼 때는 잘된 일이다. 물론 라크린에게는 안된 일이지 만서도.............. 똑똑......똑똑 멍하니 누워있는 이드의 방으로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들으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이드가 들어오라고 대답하자 문을 열며 시녀가 들어왔다. 그녀는 손에 물을 채운 대야를 들고 들어왔다. 이드는 그것이 뭔지를 알기에 그녀가 그것을 옆의 받침에 놓자 아침세수를 시작했다. 그 리고 세수를 마치자 그녀가 조용히 수건을 내밀었다. "10분 후에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알았어요."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세수 대야를 들고 나가버렸다. 이드는 입고있던 잠옷을 벗어버리고 가방에 하얀색의 티와 검은 색의 바지를 꺼내입었다. 여기 와서 산 옷이라고는 다 이런 것들이니... 어쩌겠어? 대충 옷을 걸친 이드는 식당으로 향했다. 이 저택의 구조는 잘 모르지만 어제 늦게 도착 한 일행들이 늦은 저녁을 먹은 곳이 바로 식당이리라 그렇게 생각한 이드가 어제 그곳으로 향했다. 식당에 도착해보니 일행들이 거의 다 와있었다. 단지 라한트와 후작, 그리고 늦잠을 좋아 하는 일란, 그래이..... 그러나 일란과 그래이 역시 곧바로 식당으로 들어왔다. 모두가 식당에 모이자 잠시 후 라한트를 앞에 세우고 후작이 뒤따라 식당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들어오자 라크린과 기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행 역시 얼결에 자리에서 일어 났다. 그러자 라한트가 제일 상석에 않고 옆에 후작이 않고는 일행에게 안기를 권했다. "편히들 안으시게....... 다시 한번 전하를 구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지." 워이렌 후작은 일행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일 국의 황태자에 자신에게는 손자인 라한트를 구해 주었으니....... 기사단이야 어차피 그것이 일지만 일행이 야 이 나라 국민도 아닌데 이런 일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의 말에 일행의 입 인 일란이 답했다.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후작님. 저희는 할 일은 한 것뿐입니다." 그때 시녀들이 음식을 내어와서는 각자의 앞에 놓았다. 후작은 그것을 보며 일행에게 다시 이야기를 했다. "그간의 이야기는 기사단장에게서 자세히 들었소. 여러분께서 그것말고 더 아시는 것이 있으시오?" "예, 들은 것이 있기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괜찮소 아무상관 없소. 나 역시 어느 정도 집히는 사람이 있으므로 그대들이 말하는 사 람 역시 그인가 해서 물어보는 것이오" 일란은 그의 말에 관연...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이 이드에게 들은 것을 후작에 게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후작은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어댔다. "후~ 역시....그인가?" "알고 계셨습니까?" 후작은 물을 한잔 마신 후 시녀들을 다 나가게 한 후에 말을 시작했다. "왕궁의 일이므로 비밀을 지켜주기를 바라오.. 그리고 그 일 역시 왕궁에 있다 보니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오. 그러나 폐하께서는 지금 병환 중이 신지라..... 사실 그가 이렇게 좋지 않은 기운을 보이는 것 역시 폐하께서 병환이 심하시기 때문이오." 그의 말을 들으며 황태자는 놀란 듯이 그의 외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일란 역시 그 모습을 보고 후작에게 입을 열었다. 너무 연관되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 만 궁금한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런데...어째서 황태자 전하께선 모르시고 계셨는지......" 후작은 얼굴을 하얀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라한트를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놈 때문이지 라스피로......폐하께서도 그놈의 반란의 기미를 같고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계셨지. 그래서 견제하고 계시는데 몸에 이상이 오신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궁의 깊 은 곳으로 숨으셨지 소문나지 않게 말이다. 그리고 황태자 전하께도 사실을 알릴 수 없으 므로 해서 전부터 원하시던 여행을 보내 주신거지. 그런 것을 아시기에는 어리시기 때문입 니다. 그런데 라스피로 그가 어떻게 알았는지 알고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 군......." "그럼 아버님께서는 어떠신가요? 몸 상태는 괜찮으신지요..." 라한트가 걱정되는 듯 후작에게 급하게 되물었다. 그의 질문에 후작은 곤란하다는 얼굴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몸 상태가 점점 않 좋아지고 게십니다. 신관을 불러 치료도 해보았으나...... 신관의 말로 는 신이 내리신 천명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하시더군요." 이런 좋지 않은 이야기로 인해서 식사는 엉망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당장 수도로 달려가야겠다는 라한트의 말에 따라 떠날 준비를 분주히 하기 시작했 다. 출발은 내일 일찍 하기로 하고 후작은 호위할 기사 등을 준비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후작자신도 갈 생각인 듯 했다. 어찌했든 암울한 하루가 바쁘게 지나간 후에 엄 청나게 불어나 버린 일행이 출발했다. 후작과 라한트는 같이 마차에 올랐고 다른 사람들은 말을 탔다. 후작의 일행으로는 기사만 30명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병사는 없었다. 아니 마 차를 몰고있는 두 명이 있을 뿐이었다. 수도까지의 2틀동안 최대한의 속도로 달리기로 했 다. 인원이 많아서 일까 중간에 별다른 공격은 없었다. 단지 말타기가 힘든 일란, 라인델프, 하엘이 다음날 마차로 이동수단을 바꾸었다. "야! 그래이, 멋진데. 저게 여기 수도인 모양인데......" 이드는 앞에 보이는 엄청난 넓이의 도시를 바라보며 그래이에게 말했다. 아직 들어서지 않아서 확실치는 않으나 여기서 보이는 화려함으로 보아 대한 할 것 같았다. "그래 저기가 아나크렌의 수도 안티로스야... 여러 나라 중 가장 아름답다고 하기도 하더 라구 뭐 나야 다른곳은 보지도 못했으니 모르겠지만 들은 말로는 그래" "뭐, 여러 나라 중 최고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아름다운건 사실인 것 같아....." 이드가 수도의 아름다운 건물들을 바라보는 사이에 일행들은 수도의 검문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기서는 후작의 권위로 아무문제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성문을 지나 안으로 들 어가자 보이는 거리는 평평한 돌이 깔린 깨끗한 도로와 반듯한 건물들 그리고 바쁘게 지나 다니는 활기찬 사람들이었다. 이드, 그래이 등 이곳에 처음 온 이들은 황성으로 향하는 길 여기저기를 살펴보며 정신없 어했다. 모두 이렇게 번화한 곳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잠시 후 왕성에 도착한 일행은 그동안 같이 다닌 대지의 기사들과 같이 별궁 쪽으로 향했 다. 거기에 황태자의 궁이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황태자답게 황궁의 중앙에 있어야 하겠으 나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황태자가 별궁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별궁이라 해도 가장아 름답다는 나라의 수도에 잇는 별궁답게 화려하고도 웅장하게 꾸며져 있었다. 이 정도라면 작은 나라의 황궁 정도는 되겠다는 것이 그래이의 생각일 정도였다. 일행은 기사들에게 안내되어 접대실에서 황태자와 후작이 황제를 만나고 나오기를 기다리 기로 했다. 일행은 궁녀들이 내어온 차를 마시며 별말 없이 기다렸다. 그러던 중 그래이가 일란에게 앞으로의 일정을 물어왔다. 처음 일행의 계획대로 황태자를 이곳 수도까지 안내 한 것이다. "글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 별 상관없으니 여기서 그냥 떠나더라도 상관은 없지 만.... 같이 지낸 시간도 있으니 모른척하기도......" 일란이 그렇게 중얼거릴 때 라크린과 기사들이 일행에게 특히 이드에게 머물기를 부탁하 고 나섰다.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일행, 특히 이드는 엄청난 전력이었다. 이드가 조금만 도와준다면 반란을 일으키려는 세력을 쉽게 잡아 들일 수 있으리라. 사실 군대를 사용해도 되겠으나 증거도 없이 공작이라는 인물을 치기가 곤란한 것이다. 특히 누가 공작의 세력인 지 모르는 이상 무턱대고 그러다가는 오히려 반란을 부축이게 되거나 미리 도망치게 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우선 어떻게 상황이 되어 가는 가를 지켜보기로 하지. 우리나 나서야 할 것 같으면 나서고 아니면 원래의 목적지로 향하지." 일란의 말에 일행모두 찬성을 표했다. 결정을 본 일행들은 느긋하게 이 별궁의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각자의 차를 다 마셨을 때쯤 되어 접견실의 문이 열리며 4개의 인형이 들어섰다. 그들은 라한트, 후작 그리고 후드를 입고있는 늙은 마법사와 나이 들어 보이되 기도가 보 통이 아닌 듯한 웅후한 기사 한 분이었다. 앉아 있던 사람들은 들어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넷은 상좌로 가 안으며 일행에게 안을 것을 권했다. 그런 후 후작이 두 사람을 일행에게 소개했다. "내가 우선 두 분을 소개하지. 이쪽은 아나트렌의 궁정대마법사인 아프르 콘 비스탄트, 그 리고 이분은 이스트로 라 판타로스 공작님이시네 이사들하게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마법사인 일란 하프시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 저 희마을의 사제와 기사 희망 생으로 하엘과 그래이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제 친구로 라인델 프, 그리고 엘프이신 일리나, 그리고 검사인 이드입니다. 지금은 일리나의 일로 여행을 하 고있습니다." 일란이 각자 일행을 소개했고 일행 역시 자신이 소개 될 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리고 궁정마법사와 공작 역시 황태자를 구해 준 것을 감사해 왔다. 대충 서로간의 인사가 끝나자 후작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두 분과 함께 자네들에게 온 것은 자네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이네. 들어주지 않아도 상관은 없네만....... 우선은 자세한 이야기나 들어보게나, 현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네. 황제폐하의 병이 점점 악화되어가고 있다네 어떻게 손을 써볼 수도 없지..... 방금 가서 크라인 전하(황태자의 본명이다. 라한트라는 것은 라크린이 즉석에서 지은 가명 인 것)께서도 폐하를 만나시고 이것저것을 들으셨지..... 그래도 지금은 폐하께서 정신을 잃 고 계시지 않으신지라 어느 정도 라스피로 공작을 견제하고 게시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 황이 좋아지지 않고 있지 그렇다고 그쪽을 치자하니 증거가 부족하다네... 그리고 정확히 어떤 인물들이 같이 참여하고있는지도 모르고있는 상황이니........" "그렇다면 저희에게 부탁하고 싶으시다는 것은..........?" "그건.... 증거일세 자네들이 나서서 어느 정도 증거를 잡아주면 하는 것일세 물론 우리 측 기사들을 시켜야겠으나 그들은 이미 저쪽에서 알고있는 인물들이라.... 곤란하다네 그래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얼굴이 필요하다네 거기다 이쪽에서 믿을 만한 인물이어야 할 것이야. 거기다 실력 역시 보통 이여서는 않되겠지... 그런데 이런 여건에 맞는 인물이 .... 그러던 중 자네들이 나타난 거지 크라인 전하를 구해 주었으니 신뢰정도야 말하라 것 없고 자네들 이 궁에 들어오며 본 사람이 없으니 얼굴 역시 저쪽에서 모르는 상태 더군다나 자네들은 실력이 있지 않은가... 내 라크린에게 듣기로 소드 마스터 더군다나 유명한 용병대인 블랙 라이트의 단장과 겨룰 실력자가 있다더군 거기다 자네의 마법실력 그리고 다른 사람들 역 시 대단하다고 하더군..." 그때 일란이 그의 말에서 잘못된 점을 지적해 주었다. "후작님...다른 건 모르겠지만 저희들이 알려지지 않은 얼굴이라는 것은 잘못된 듯 하군요. 저희들은 이미 그 블랙 라이트들과 맞섰습니다. 이미 저희들의 얼굴이 그쪽으로 알려져 있 을 겁니다." 일라의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마법사인 아프르가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아닐세 내가 들은 바로는 그들은 겨루어서 이긴 적들에 대해서는 의뢰인에게 말하지 않 는 걸로 알고있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단장이라는 자의 괴팍한 성격 때문 이걸로 짐작되네." "하지만 그의 옆에 있던 마법사..... 그는 라스피로 공작 쪽의 인물 같았습니다 만은...." "그것 역시 이쪽에서 조사한 바가 있다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그가 마법을 배울 때 같이 배운 사람이 공작 측에 있다고 하더군 그의 부탁으로 용병대를 움직인 듯하네... 원래 그 블랙 라이트는 상대측에 강한 자가 없으면 그 의뢰를 받지 않는 걸로 알고있거든, 이번 공격 역시 그 마법사의 요청으로 특별히 움직인 듯 하네 그러니 자네들의 신원에 관해서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듯하네." 그의 말을 듣고 일란이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후작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증거라는 것은 어떤.... 더군다나 어떻게 그걸 빼오느냐 하는 것입니다." 일란의 질문에 대한 대답 역시 아프르가 대신했다. "증거라는 것은 그들이 서로 연개하기로 한 서약서나 아니면 서로의 정보현황을 교환한 책자 같은 것일세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 서약서는 그의 집 비밀창고에 숨겨져 있는 것으로 알고있네. 자네들이 하겠다면 어떤 방법이라도 상관없지 그런데 그것이 어려 워서 우리 역시 별로 성과를 거둔 것이 없다네..." 일란 등은 기사 막혀왔다. 아니 기사들도 어려워서 성공 못하는 일을 어떻게 자신들에게 시키는 것인가? 도대체 우리들을 무슨 도둑의 신이라도 된단 말인가? "아니 그런데 그렇게 어려운 일을 어떻게..... 더구나 저희들은 도둑질 같은 건 해 본적도 없습니다." "알고있네. 그래서 좀 위험하긴 하지만 그의 수하로 들어가는 방법을 생각했네 그래서 얼 굴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을 구한 거지. 그가 요즘 실력 있는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기 때문에 쉽게 접근이 될 걸세 다만 그쪽에서 실력을 알아보려고 시험을 하지만 자네들 정도 라면 성공이 가능하다네........" "하지만 그런 방법은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만약에 발각이라도 될 시에는...." 일란의 말에 아프르가 얼굴을 굳혔다. 그건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잘못 실패라도 한다면 목숨보장은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구출이라는 것 역시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이렇게 자네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네 만약에 하지 않겠다고 해도 상관이 없네. 워낙에 위험한 일이라 우리들 역시 자네들에게 강요 할 수는 없으니까 말일세." 그의 말을 들은 일란의 생각은 거절이었다. 특히 그래이와 하엘 등은 그런 일을 하기엔 너무 어릴 뿐 아니라 실력 역시 되지 않는다. 그리고 라인델프는 몰라도 일리나는 할 일이 있지 않은가....... 물론 저기 소드 마스터 상급에 정령왕과의 계약자라는 든든한 보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위 험한 일이었다. 일란은 그렇게 생각하며 일행을 바라보았다. 각자의 생각을 물어 보았다. 그리고 대답은 간단했다. 그래이와 하엘은 보호자인 일란의 생각에 따른다는 것이었고 라 인델프 역시 오랫동안 사권 친구와 같은 생각이라는 것..... 그리고 일리나 역시 어느 정도 일란의 생각을 읽은 듯 같은 생각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드는 묵묵부답 살짝 웃음을 지으며 아무말도 않는 것이었다. 일란은 그런이드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했지만 자신의 의견을 따라주리라 생각하고 자신이 생각 한 바를 말했다. "죄송합니다. 후작님 저희들은...... 그 일은 않 될 듯 합니다." 일란이 별 다른 변명도 없이 거절했다. 그러자 마법사나 공작 역시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인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이라 하더라도 상관없는 일에 목숨을 걸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뜻밖의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그일 제가 해볼까요?" 모두는 목소리가 곳으로 고래를 돌렸다. 거기에는 이드가 생글거리는 얼굴을 한 체 앉아 있었다. 그런 이드를 향해 일란이 말했다. "이드군, 자네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하나.... 이번 일은 보통 위험한 일이 아니야. 더구나 들어간다 하더라도 어디로 이동할지도 모르는 일일세..." "걱정 말아요. 일란, 저는 위장해서 들어 갈 생각 없어요. 그냥 훔쳐오면 되는 것아닌가 요?" "그게 어려우니까 하는 소리잖아..." "그럼 훔쳐오는게 왜 어려운 건지나 좀 들어볼까요?" 그러면서 시선을 마법사에게 돌렸다. 아프르 등은 이드의 말에 어리둥절했으나 이드의 요청에 따라 도둑질이라는 작업이 왜 어 려운지에 대한 설명에 들어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비밀창고는 지하에 있다고 한다(보편적이군^^) 그런데 거기까지 가는 여정이 험난한 것이다. 우선 공작의 저택주위에는 삼엄한 경계가 펼쳐져 있는데 빈틈이 없단다. 거기에 저택의 문은 밤이면 모두 잠궈 놓는데(여름인데 덥 지도 않은지....) 각 문마다 마법이 걸려있어 문이 열리면 곧바로 들통난단다. 그리고 저택 의 안 역시 거의 기사 급의 인물들이 계속해서 돌아다닌다는 것. 그리고 지하로 향하는 입 구는 공작의 서재에 있는데 그 서재 주위로 역시 경비마법이 도사리고 있단다. 더구나 문 앞에는 항상 누군가 서 있다나? 그리고 지하로 통하는 입구는 벽난로 뒤쪽에 있다고 한다. 여기 까지가 이들이 알고있는 것이란다. "확실히 대단하네요....그런데 말이에요. 그 마법이 걸린 문을 어떻게 지나서 들어간거죠?" '디스펠이라는 건가?' 이드가 제일 걸리는 마법에 대해 물었다. "맨 처음엔 몰라서 몇 번 들켰다네. 그런 다음부터는 디스펠의 스펠 북을 사용했다네 그 런데 서재까지는 도저히 갈 수 없더군 항상 지키는 데다 마법까지 벽난로 뒤에 비밀통로가 있다는 것 역시 우연히 거기서 나오는 공작을 멀리서 본 것이지 순전히 운이었다네..." '보자~~~ 그럼 완전히 불가능 한 것은 아니군..... 완전히 모른척하기도 그러니 잠깐 힘 좀 써 볼까나?..... 고생 좀 하면 될 것 같으니....' "그럼 한번 해보죠 그렇게 불가능 할 것 같진 않으니... 어쩌면 가능할 것 같아요. 더구나 들킨다해도 도망정도는 쳐나 올 수 있으니 그렇게 걱정할건 없어요 일란" 이드는 마지막 말을 자신을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는 일란과 일행을 향해 말했다. 이드의 마음은 여기 와서 친해진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을 돕고 싶은 것이었다. 그것이 왕자이든 평민이든 간에 말이다. 여기에 혼자인 지금 그들이 자신의 친지인 것이다. 여기와 혼자 외 로운 자신에게 처음 사귄 인물들이니.... "하지만 혼자라....괜찮겠나? 자네가 하겠다면 기사들을 같이 붙여 주겠네 만." 옆에서 듣고있던 공작이 한마디했다. "괜찮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간다면 혼자 움직이는 것보다 힘들고 빠르지 못하죠. 오히려 혼자 하는 것이 편합니다." 이런 이드의 의견을 받아들인 일행들은 황태자의 의견에 따라 별궁에 머무르기로 했다. 그리고 공작의 집으로 침입하는 것은 이드의 요청대로 다음날 저녁으로 하기로 했다. 어찌했든 그 날의 침입준비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우선 일행은 자리를 이동해 아프르의 연구실로 향했다. 그의 연구실 역시 궁에 가까이 있 었다. 그 것 역시 꽤 아름다운 모습이었으나 제일 돈이 많이 드는 곳이라는 공작의 소개다. 이유는 그가 마법사답게 이런저런 연구를 하다 건물을 부셔먹는 통에 건물의 보수비로 엄 청나게 나갔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별로 할말이 없는 듯 아프르는 딴청을 피우고있었다. '꽤 태평하신 분들이군.....' 잠시 후 일행들이 도착한 건물 역시 궁이 었다. 별궁에서 별로 떨어져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곳은 황궁의 여러 건물들과는 달리 화려하지 않고 각이 져있는 건물이었다. 거기다 건물 의 주위로는 마법진 같은 것이 펼쳐져 있었다. 일란이 그 마법진에 대해서 물었고 공작이 대답하기를 아프르의 연구도중 폭발사고때 폭 발범위가 멀리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란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사고를 쳤으면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멀쩡히 살아있는지...... 어째했든 그의 연구실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관소 이기에 침실, 식당 등이 있으므로 시녀 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하엘이 그런 시녀들을 바라보며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저기 마법사님, 이곳에는 다른 마법사 분들은 않 계신가요?" "아니, 있다네 제자녀석과 부하녀석들까지 전부 저기 연구실에 박혀있지." 그리고 우프르가 안내한 곳은 궁의 제일안 쪽에 위치한 방이었다. 그곳은 꽤 커다란 문이 하나 서있었다. 단단해 보이는 문은 대충 높이가 4미터 가량에 길이 3미터 정도였다. 보통 힘으로는 열기 힘들 듯한 문이었다. 그러나 역시 마법사의 연구실문이다...... 그 문을 향해 우프르가 명령했다. "이슈르 문열어." 그러자 문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조금 굴직하고 감정이 없는 목소리의.... "어서오십시오, 우프르님" "문이 대답한겁니까?" 그래이가 문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한나라의 궁정대마법사 그것도 제국의 마법 사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은 상당한 실례다. 그것도 평민이 말이다. 그러나 황태자나 후작과 마찬가지로 그도 그런 것에는 그렇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 듯했다. "그렇지 내가 만든 건데, 골렘을 만드는 방법을 이용해서 만들어 놓았지. 사람을 지정해 놓으면 그 사람들 외에는 열어주지 않아 더군다나 방어마법까지 걸려있어서 왠 만한 공격 에도 않 부셔지지." 그가 그렇게 설명을 할때 문이 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열렸다. 그리고 문의 안쪽으로는 엄청나게 커다란 방이 위치하고있었다. 그 방은 지름 10미터 가 량의 원형의 방이었다. 방안에서는 7명 가량의 마법사들이 안아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들어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인사를 했다. 황태자 등이 여길 자주 들락거리는지 서로 그렇게 어색하거나 딱딱하지 않았다. 그들은 따라들어 오는 이드일행을 바라보며 의아해 하며 우프르에게 물었고 그는 황태자 를 구한 사람들이라는 간단명료한 설명을 내놓았다. 들어온 공작일행들과 이드들은 그 마법사들이 안아있던 곳으로 가서 안았다. 테이블이 엄 청난 넓이여서 일행들이 모두 앉을 수 있었다. 연구실의 내부의 천정은 대략 5미터 가량 되어 보였고 한쪽으로 여러 실험기구들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는 여러 가지 책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었다. 또 한 쪽으로는 연 구실의 문과 비슷하지만 작은 문이 하나 있었다. 한마디로 깨끗하고 간단한 연구실이었다. "사일. 가서 00번 이미지 크리스털을 가지고 와라." 우프르의 말에 그의 옆에 안아있던 금발의 잘생긴 젊은 마법사가 고개를 갸웃하며 일어났 다. 그는 연구실의 한쪽에 있는 책장으로 다가가더니 손을 이지저리 흔들었다. 그러나 한쪽 에 작은 공간이 나타났다. 그는 거기에 손을 넣어서 작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파란 크리스탈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는 가지고 온 크리스탈을 테이블의 한쪽에 잇는 홈에 끼워 넣었다. 그러자 테이블에 희 미한 마법진이 형성되며 건물하나가 입체적으로 떠올랐다. "대단하군요. 이미지 재생장치인 모양이데.... 거기다가 저 블루 크리스탈은 이미지 저장에 는 제 일인 것으로 알고있는데요." 일란의 물음에 우프르가 살짝 미소지었다. "역시 자네도 마법사이다 보니 눈치가 빠르구먼...." '노친네, 여기 일리나도 마법사지만 가만히 있구만, 자신도 마법사라고 치켜세우긴....." 여기 있는 마법사 아닌 몇몇의 생각이었다. ...... 누굴까?^^ 공작이 건물을 바라보며 이드 와 일행에게 설명했다. "이게 라스피로 공작의 저택이지. 그리고 경비는 보다시피 여기여기 대충 30여 명 정도가 지키고 있지 만약 발각된다면 여기저기서 경비들이 더 쏟아지겠지만 말일세. 그리고 들어 갈 수 있는 문과 창문들은 일층에서 이렇게 있고 안쪽은 이봐 우프르.... 그래 일층의 구조 는 대충 이렇지 들어오려면 여기로 들어오는 게 서재에 제일 가깝지." 공작은 입체적으로 떠있는 이미지를 바라보며 여기저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공작의 서재에서 들어갈 수 있는 장치까지만이 설명이 가능했고 그 이후로의 이미 지나 설명은 없었다. 별궁에서 설명을 들은 대로였다. 그 이미지들을 보며 이드는 대충의 길을 익힐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들어가는데 엄청난 도움이 된다. 한 번 보는 것과 않 보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공작의 설명을 들으며 마법사들은 일행이 이곳에 침입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는 일행 을 살펴보고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연한 것이다. 그들이 보기엔 일란과 라인델 프, 일리나 외에는 전부 어린애로 보일 테니 말이다. "어디 스펠북 말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해보게 가능한 건 뭐든지 구해주지" 공작이 이드를 바라보며 이야기하자 마법사들의 시선이 곧장 이드에게로 쏠린 후 무슨 황 당한 작전이냐는 듯이 자신들의 스승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눈짓을 해 보였다. '하~ 여기 기강한번 대단하군...' 제자들이 스승을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본 일란의 생각이었다. 우프르는 제자들의 설명을 바라는 간절한 눈빛에(보는 사람에 따라 뭐든지 다르게 보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드에 대해서 아까와 같은 간단한 설명을 했다. 우프르왈 "이드군은 소드 마스터상급 정도의 실력으로 짐작되며 저 유명한 용병단인 블랙 라이트의 단장과 싸워서 승리한 사람이다. 특히 주위 할 점 이드는 엄연한 남성이다." 우프르는 자신이 실수한 것을 제자들이 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 후 우프르는 자신의 제자와 부하녀석들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생각대로인지 알기 위 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들은 말도 안된다는 듯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시 선을 돌려 우프르에게 '어딜 봐서 저 모습이 남자로 보입니까? 벌써 노망끼가 발동하십니까?' 하는 듯 묻자 '너희들 죽고 싶냐?....그리고 내가 언제 이런 거짓말하디?' 하는 눈빛으로 되 받아쳤다. 그러자 제자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한쪽에서는 알지 못 할 눈빛 토크를 하는 동안 공작과 이드들은 이드가 필요해할 물건을 듣고있었다. 그러나 이드의 대답은... NO "아니요. 필요한 건 없습니다. 뭐.... 옷이나 검은색으로 갈아입으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그 서류들은 담아올 것 하고요." "그거야 당연히 준비해야 할 것 아닌가..... 정 그렇다면 알겠네 만약에 필요한 것이 생기 면 이야기하게...." 대충 이야기를 마치고 제자와 부하들과 전쟁체제에 돌입하려는 우프르를 말리고는 연구실 에서 거하게 저녁을 마쳤다. 달빛도 약한 밤 10시경 라스피로 공작의 저택을 바라보는 몇몇의 눈빛이 있었다. 그 눈빛 들은 저택의 맞은 편 골목 중 하나에서 빛나고 있었다. "저희는 여기서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드의 옆에 서있던 젊은 갈색머리의 기사가 이드에게 정중히 말했다. 그는 샤이난이라는 이름을 가진 젊은 기사였다. 그는 이스트로 공작의 제자로 젊은 나이 지만 그 실력을 인정받아 기사 서훈을 받았다. 그는 이번에 공작에게서 이드와 같이 행동하라는 명령을 받고있었다. 그리고 귀족인 그가 이렇게 정중히 대하는 것은 공작으로부터 황태자의 은인이라는 것과 소드 마스터 급의 인 물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신 역시 소드 마스터이지만 자신보다 어린 이드가 소드 마스터라는 소리에 그는 이드를 검사로서 인정한 것이다. 그런 그의 곁으로는 일행을 대표해서 일란이 따라와 있었다. "발각되면 즉시 나와서 우리를 부르게 알았지?" "걱정 말아요. 일란, 그럼 다녀올게요." 이드는 그렇게 말하고선 자신의 허리에 걸린 두개의 검을 쓰다듬은 다음 골목에서 빠져나 왔다. 그런 후 빠르게 반대쪽건물의 그림자로 숨더니 일란과 샤이난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 렸다. 둘은 사라진 이드를 보기 위해서 저택으로 눈을 돌렸으나 한참이 지나도 저택으로 향하는 그림자를 보지 못해서 당황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당황하고 있을때 이드는 이미 공작의 저택건물의 한 창문 앞에 다가와 있었다. 이미지로 보고 들어가기로 보아둔 그 창문이었다. 그 앞에서 이드는 가지고온 디스펠의 스펠 북을 찢었다. 그러자 창문에서 약간의 빛이 나 더니 사라졌다. 그걸 본 이드는 조용히 문을 열고 저택의 복도로 발을 내딛었다. 복도에선 이드는 문을 닫은 후 복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걸어가서 꺾여지는 부분에서 정지한 후 고개를 살짝 내밀 었다. 그런 이드의 눈에 기사 한 명이 문을 지키고 서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드는 그 기사를 바라보고는 가지고온 디스펠과 일루젼의 스페 북을 같이 찢었다. 디스펠은 서재문의 마법해제였고 일루젼은 기사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였다. 그런 후 이드 는 신법으로 발걸음소리를 완전히 죽인 후에 재빨리 서재로 들어갔다. 기사는 일루젼으로 인해서 앞으로 지나가는 이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일루젼은 오래가 지 않는다. 잠깐만 그 효력을 발하는 것이었다. 길게 했다가 자신의 앞으로 누가 다가와도 모른다면 금방 들키는 거니까. 서재 안은 상당히 잘 정돈되어 있었다. 나란히 놓인 책들과 종이 쪼가리 하나 남아있지 않은 깨끗한 책상 등등....... "깨끗하게 하고 사는군....." 이드는 책상으로 다가갔다. 들은 바에 의하면 벽난로 뒤에 있는 문을 열기 위해서는 책상 의 장치를 조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드는 책상으로 다가가 책상 위에 놓여있는 잉크병을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린 후에 다 시 벽난로 쪽으로 다가가서 벽난로 옆에 달린 불꽃보양의 장식품을 왼쪽으로 돌렸다. 그러 자 벽난로가 소리도 없이 옆으로 밀려나며 뒤로 작은 통로를 드러냈다. 이드는 그곳을 잠시 바라보다가 눈에 공력을 주입한 후에 발을 계단에 놓지 않고 허공답 보로 계단을 내려갔다. 이드가 이런 방법을 택한 이유는 계단에 무슨 장치가 되어있을지 몰라 만일을 대비한 것 이었다. 만약에 그런 장치가 되어있어 걸리기라도 한다면 이드 정도의 실력에 다치는 것은 없더라도 들킬 것이 뻔한 일이다. 들은 바대로라면 여기 장치들은 마법경보와 거의 다 연 결되어 있다고 하니 말이다. 10미터 가량 나아가자 눈앞에 문이 하나 보였다. 그리고 그 앞 에 기사 한 명이 서있었다. 마침 검을 닦고 있는 중이라 계단 쪽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이드는 이번에는 일루젼을 사용하지 않고 그의 혼혈을 집어서 기절시켜버렸다. 그런 후 다시 수혈을 집어 깨지 않도록 잠재운 후 문 앞에 섰다. 문에서는 희미하지만 마나의 흐름이 흐르고있었다. "참 대~단하다. 완전히 문마다. 방마다. 마법을 떡칠을 해놨군. 문에 마법 거는 전문마법사 라도 있는 모양이지? 디스펠 스펠 북을 여러 개 가져와서 다행이다. 으이그...." 이드는 주머니에서 디스펠을 꺼내 들었다. 이것모두 우프르, 궁정대마법사가 만든 것이라 서 성능은 문제없었다. 어쨋든 디스펠로 마법을 해제한 이드는 우선 천이통으로 안쪽의 인기척을 살핀 후 문을 밀어 들어갔다. 문안은 가로 세로 7미터 가량의 사각형이었다. 중앙에 네모난 테이블이 놓 여있고 10개 정도의 의자가 같이 놓여있었다. 이드가 다른 곳을 둘러보았으나 사방으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그림이 몇 개 걸려있을 뿐이었다. "마법..... 일루젼이 걸려 있는 건가?......" 사방을 둘러본 이드에게 제일 의심되는 것 마법이었다. 문마다 마법을 떡칠을 하는 저택이니 이런 비밀스런 곳에 마법 거는 건 당연하다고 봐야 할지도...... 그렇게 생각한 이드는 자신의 기를 주위의 마나와 공명시켜 마나가 이상하게 흐르는 곳을 찾았다. 곧 이드에게 마나의 이상흐름이 느껴져 왔다. 그것은 바로 방안의 왼쪽 벽의 바닥 과 2미터 정도의 높이 부분이었다. 이드는 그곳으로 다가섰다. "문에 걸린 마법보다 더 강한 것 같은데....." 이드가 느끼기에 이곳의 마나 흐름은 문에 흐르는 흐름보다 격하고 섬세했다. 그렇게 생 각하며 이드는 주머니에서 또 하나의 디스펠 스펠북을 꺼냈다.(얼마나 가지고 왔을지^^::) 이드는 그것을 사용하려다가 다시 하나를 더 끄집어 낸 뒤에 같이 찧어 버렸다. 그러자 이 드가 바라보고 있던 곳이 약간 흔들리며 희미해지더니 다시 원상태로 되어 버렸다. "역시 잘 안되네...... 그럼..." 이드는 다시 주머니에서 스펠북 5장을 꺼내서 찧어 버리려다가 두개는 남겨두었다. 왜? 나갈 때 다시 써야 하니까..... 손에 쥔 3장의 디스펠을 가차없이 찧어 발겼다. 그러자 마법이 걸려있던 벽에서 스파크가 일었다. 그리고는 나무문으로 막혀진 작은 금고 같은 것이 나타났다. 그걸 보며 이드는 손을 뻗으려다가 주위에 마나가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는 나아가던 손을 멈추었다. 그때 나타났던 금고가 다시 사라져 버렸다. "젠장......신경질 나는데 확......." 이드는 그 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아는 수법들 중에 이걸 해제 할 것이 있 는 지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몇 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기는 했으나 처음 해보는 것이라 잘못하면 들키게 된다. 그러면.......? 그렇게 고민중인 이드의 의식 속으로 작은 속삭임 같은 것이 있었다. [이드님 제가 그마법 해제 할수 있어요.] "....음?...." 이드는 들어본 목소리의 속삭임에 급히 시선을 내려 허리에 걸려있는 검 라미아를 내려다 보았다. "맞아 널 깜박하고 있었다. 라미아..... 너 이거 파해 할 수 있다고?" [네! 일루젼과 배리어, 그리고 썬더 트렙이 같이 깔려있어요. 그래도 제겐 하급마법이거든 요.] "그래그래 귀여운 녀석. 그럼 이거 파해 해줄래? 아참 그리고 여기 금고나무문에 무슨 마 법이 걸려있으면 그것도...부탁해.." [걱정 마세요. 이드님, 그런데요......] "뭔데, 말해봐.....할말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럼.....저.... 앞으로 저에게도 말 좀 해주세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에게 말 걸어본지가 꽤 됐다. 자신이 언제 말하는 검을 가지고 있었어야 익숙해질텐데 그렇지 않다 보니....... 습 관의 문제일텐데..... "라미아, 미안... 내가 습관이 안돼서 말이야....그럼 가끔은 니가 먼저 말을 걸어봐 아무거 라도 좋으니까." [네...... 고마워요.] 라미아의 말이 있은 후 곧바로 벽에 금고가 나타났다. 마법이 해제 된 것이다. "라미아 너 확실히 능력은 좋다." 그렇게 말해주고는 금고의 나무문을 열었다. 금고의 안에는 여러 가지 서류뭉치들과 몇 가지 수정도 같이 있었다. 그 수정은 우프르의 연구실에서 보았던 이미지 보관용 수정과 같은 것이었다. 이드는 우 선 서약서를 찾아야 하기에 들어있던 모든 것을 끄집어냈다. 그리고는 테이블 위에다 놓고 하나하나 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뒤지던 이드는 서류뭉치가 들어 있는 서류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기에는 여러 인물들의 서명과 함께 라스피로 공작과 함께 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실려있 었다. "이거다......음?....이건..." 이드는 서약서를 훑어보던 중 옆에 놓인 다른 서류에 눈이 같다. 거기에는 여러 쪽지와 두개의 수정이 같이 있었는데 그 내용이 흥미로웠다. "호~ 이거 단순한 반란이 아니잖아..... " 이드는 서약서와 함께서 그 쪽지들과 수정 역시 주머니에 고이 모셨다. 그리고 다른 쪽지 들 역시 쓸모가 있을까하고 다른 주머니에 넣었다. 그런 후 금고 문을 닫은 후 라미아에게 같은 마법을 걸 것을 말한 후에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문 앞에서는 여전히 그 경비병이 거의 기절하다시피 졸고있었다. 이드는 그의 수혈을 슬쩍 건드린 후 내려 올 때와 마찬가지로 계단을 밟지 않고 서재로 나왔다. "조금 있으면 깨어날 테고 ...... 문 앞에 서있는 녀석은 ..." 이드는 주머니에서 이제 하나 남은 일루젼을 꺼냈다. 그리고는 문 뒤에서 스펠북을 찢었 다. 그런 후 소리를 죽여 문을 열었다. 일루젼이 잘 먹혔는지 이드를 바라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드는 그를 한번보고는 소리내지 않고 아까 들어 왔던 문에 가 섰다. 거기서 다시 디스펠...... 이 정도면 못 털 것 없는 귀신 급의 도둑이다.^^ "어떻게 된건지....." 일란이 걱정되는 듯 저택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옆에 잇던 샤이난이 말을 받았 다. "괜찮을 겁니다. 아직까지 큰 소동이 없었으니...." 그 역시 그렇게 말하며 저택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알기에도 저 저택의 지하에 대한 조사 는 전혀 진전된 것이 없었다. 그런데 과연 안전할까? 들은 바로는 소드 마스터 급의 중에 서도 상급에 가까운 실력이라 평하고 있다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만......걱정되는 건 사 실이다. 만약에 발각될 것을 대비해서 10여명의 기사들을 옷을 갈아 입힌 후에 한쪽에 대기 시켜 놓기는 했지만...... 그때 뒤에서 두 사람이 기다리던 인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요?" 두 사람은 즉시 뒤를 돌아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언제부터 서 있었 는지 이드가 자연스럽게 서있었다. "이드, 자네 언제..... 들어갔던 일은?" "별문제는 없습니까?" "괜찮아요. 같던 일도 잘됐고요. 뜻밖의 수확도 있었으니 어서 돌아가죠." 두 사람은 뜻밖의 수확이라는 이드의 의아한 말을 들으며 기사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다가 갔다. 그쪽에서는 말을 탄 10여명의 인물들이 세 마리의 말을 붙잡고 조용히 서 있었다. 다 가온 일행들에게 말을 내어준 10여명의 인물들과 함께 일행은 조심스럽게 궁으로 향했다. 돌아온 이드를 바라보며 우프르의 연구실에서 기다리던 일행들은 반가워했다. 연구실에는 이드의 일행과 공작, 크라인, 워이렌 후작 그리고 우프르와 그의 제자와 부하들이었다. 그 들은 무사히 돌아온 세 사람을 맞으면서 자리를 내주었다. 이드가 않으면서 자신이 가져온 것들을 꺼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서약서를 들어 보였다. "이게 그 서약섭니다. 보니까 꽤 되더라구요." 그것을 받아든 공작은 거기 나와있는 인물들은 한번 훑어보고는 인상을 구겨댔다. 그런 공작을 바라보며 이드가 한마디했다. "그리고 뜻밖의 것도 건졌습니다." 이드의 말에 이드에게 같은 말을 들었던 일란과 샤이난 역시 남아있던 일행과 같이 이드 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건 데요. 어떻게 서약서를 찾다가 보게 된 건데.... 제 생각이 맞다면 그 라스피로라는 놈 이미 다른 나라와 짜고 한 것 같더군요." 이드의 말의 파장은 대단해서 주위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한 듯 이드의 손에 들린 것 들은 바라보았다. 특히 공작과 후작 등의 주용 인물들은 더욱 그러했다. 이드는 손에 들린 종이 중하나를 사일에게 내밀며 볼 수 있게 하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이건 이 쪽지를 보니까 명령지시 비슷한 내용인 것 같더군요." 일행은 이드의 말에 묵묵히 사일이 재생시킨 이미지가 재생되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미지 에 떠오른 한 노인 마법사의 전달사항은 이러했다. `일의 진행 정도는 잘 받아 보았습니다. 그럼 이제 서서히 최종 단계로 돌입합니다. 얼마 후 저희 쪽에서 작은 분쟁에 들어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쪽에서는 군을 움직일 것이 고 수도에 경비가 허술해지리라 예상됩니다. 그러면 그때 공작께서 나서시면 간단합니다. 지금의 힘이라면 수도의 군이 꽤된다 하더라도 성공하리라 예상됩니다. 정확한 날짜가 확 정되는 즉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일이 성공하게 되신다면 대. 공. 전. 하. 가 되 시는군요. 공작님.' 전달사항은 간단했으나 내용은 절대 아니었다. 한마디로 라스피로가 배신하여 나라를 팔 아 치운 뒤 그곳의 대공으로 등극한다는 계약 적인 내용인 것이다. "으드드득.......이놈...." 공작이 흥분한 듯 이빨을 모두 부러트릴 기세로 갈아 무쳤다. 그의 기세로 보아 만약 라스피로가 앞에 있었다면 맨손으로 찧어버릴 기세였다. 다른 인물들 역시 공작만은 못해도 그에 준하는 기세를 보이고 있었다. "공작님 우선 흥분을 가라앉히시고 대책부터 가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이드가 조용히 나섰다. 이드는 이미 그 내용에 대한 것을 대충이나마 쪽지를 읽어 짐작하 고 있었던지라 이 중에서 충격이 가장 적었다. "그렇군...... 자네 말이 맡아... 우선 다른 적국이 관련되어있다면 라스피로를 빨리 처리한 후 전쟁에 대비해야겠지..... 으득...이놈 찧어 죽여버리리라....." "이스트로님, 우프르님, 모두 가시죠. 당장에 아버님을 뵈어야겠습니다. 이건 시간을 같고 처리할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드님 수고하셨습니다. 우선은 별궁으로 가셔서 쉬고 계십 시오." 그렇게 말한 후 크라인은 3명을 이끌고 급하게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샤이난과 사일 등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대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드들은 자신들만 별궁으로 가서 편히 쉬기에는 뭐했기 때문에 그들과 같이 연구실에 남 아있었다. 그리고 1,2시간 후 상황은 급하게 진행되었다. 황제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크라인은 이스트로 공작과 함께 움직였다. 그들은 우선 군과 기사단을 나누어 반란자들의 영지가 잇는 쪽으로 향해서 주살 할 것을 명했다. 그로 인해 수도에서는 엄청난 수의 인원이 빠져나갔다. 그러나 수도의 주민 중 그 누구도 눈치 재지 못했다. 그리고 각 영지로 사람을 보내어 반란에 가담한 자의 영지와 가 까운 영주들에게 공격명령을 시달했다. 그리고 수도에 잇는 다른 반란군들은 후작이 맞기 로 하고 기사들과 샤이난을 이끌고 나갔다. 그리고 이 일의 주동자인 라스피로는 크라인과 공작이 직접 맞기 위해 황제 직속의 태양의 기사단을 이끌었다. 거기에는 이드 일행 역시 끼어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는 데 놀고만 있을 수 없어 따라 나온 것이었다. 크라인이 이끄는 근 백 여명 이상의 인물들이 라스피로의 저택에 도착하기 전까지 저택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조용했다. 그러다가 다가오는 백 여명의 기사들과 그 앞에 선 크라 인을 보고는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바로 저택 쪽에서부터 40여명 의 기사들이 나왔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호리호리한 몸에 하얀 얼굴을 한 갈색머리의 젊 은 인물이 걸어나왔다. 그는 곧바로 공작과 황태자를 알아보고는 당황한 듯 말했다. "크라인 전하, 이스트로 공작님 무슨 일로..... 게다가 기사단은...." 그는 이들의 출연에 적지 않게 당황하고있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크라인이 크게 소리쳤다. "몰라서 묻는가 반역자 라스피로" 라스피로는 크라인의 말에 적잖이 놀란 듯 입도 열지 못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크라인의 말이 계속 흘러나왔다. "라스피로 그대는 감히 반역을 하려했다. 뿐만 아니라 적국과 내통하여 나라를 팔아먹으 려 하였으니 그 죄는 절대 용서 받을 수 없으리라." "전하.....어떠한 말을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사오나... 저는 그런 일은 하지 않았사옵니다. 증 거조차 없이 어찌 신하를 이리 박대하십니까.." 그는 짐짓 억울한 듯 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그의 외침은 이스트로 공작의 코웃음으로 간단히 박살나 버렸다. "흥. 더러운 놈 이미 증거는 다 확보되었다. 너는 지하의 비밀실에도 들어가 보지 못했더 냐? 우리는 이미 그곳의 모든 문서들을 확보한 상태이다. 감히 나라를 배반하려 하다니.... 내가 손수 찢어 죽여주리라....." 라스피로는 공작의 말에 당황한 듯 옆에 있는 인물을 바라본 뒤에 다시 공작을 바라보았 다. 그리고 잠시 후 어떤 중년인이 다가오더니 라스피로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었다. 그 말 을 들은 라스피로는 적잖이 당황한 듯 하더니 다시 시선을 크라인 등에게로 돌렸다. "큭... 능력도 좋구나 그곳에 들어가서 서류를 빼가다니.... 좋다 이렇게 된 이상 지금 왕위 를 가져가지." 그리고는 그가 신호하자 저택의 뒤와 주위에서 검은 갑옷의 기사 50과 용병으로 보이는 검사들 50이 달려나왔다. 엄청난 인원이었다. 어떻게 저 많은 인원이 이곳에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공작 등은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인원 차에 잠시 당황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외었으되 이렇게 많은 인원이 숨어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 다. 공작의 옆의 병사에게 워이렌 후작에게 연락하라고 보낸 후에 검을 빼들었다. "네놈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수도에서 그 정도의 인원으로 반란을 꿈꾸다니 말이 다." "큭...얕보면 곤란해 공작 저기 있는 기사들은 각각이 소드 마스터초급을 넘어선 자들이야. 뿐만 아니라 마법사 역시 우리와 함께 하거든. 참, 우프르 당신과는 잘 놀아 줄 거외다." 크라인 등은 그의 말에 긴장되었다. 검은 갑옷의 기사들이 소드 마스터 그것도 초급이상 의 실력 더구나 저 중에 마법사가 있다면 우프르의 지원을 기대 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도대체 어떤 나라죠? 저런 전력을 숨기고있을 만한 나라라니...." "전하 우선 피하십시오. 적의 전력을 얕보았는데...... 이 정도의 전력 차라면 신변이 위험 합니다.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면 라스피로를 먼저 해결하고 군대와 기사들을 파견 할 것 을....." "이스트로님 지금에 와서 후회하면 무엇합니까. 지금은 저 녀석들부터 처리 하셔야죠. 그 리고 전 피하지 않겠습니다." "........." 공작은 결심한 듯 말하는 크라인을 바라보며 돌아 갈 것을 권하는 것을 포기하고는 주위 기사 5인에게 전하 곁을 떠나지 말란 명을 내렸다. "공작님 저희들 역시 돕겠습니다. 우프르님께서 저들을 상대하셔야하니 마법은 저와 여기 일리나 양이 상대하겠습니다." 일란이 나서서 공작에게 이야기했다. 공작은 그 말에 반가워했다. 그리고 다른 일행과 3명 의 기사에게 일란과 일리나를 지키라고 명령했다. 그의 명령과 동시에 저쪽에서 기사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제일 앞에 50 여명의 검은 갑옷의 기사들이 달려오고 그 뒤를 용병이 그리고 기사들이었다. 그리고 곧바 로 50대 90의 전투가 벌어지게 되었는데 상황은 압도적으로 불리하게 돌아갔다. 제일 앞에 달려온 검은 갑옷들이 뛰어난 소드 마스터라는 뛰어난 실력으로 기사들을 따로 흩어놓거나 상처를 입혀놓으면 그 뒤의 용병과 기사들이 혼자되거나 다친 기사들을 완전히 처리하는 식이었다. 특히 그들은 확실히 적을 처리하는 것에 신경 쓰지 않았기에 피해를 별로 입지 않고 있었 다. "흠..... 트란, 캘럭............ 너희들이 가서 저들을 맞아라...다른 기사들은 저들을 지원하라." 공작이 기사단 중 실력이 뛰어난 20들로 하여금 검은 갑옷들을 막게 했다. 그러나 그들이 맞을 수 있는 인원을 자신들과 같은 20여명 나머지 30명에 가까운 인원을 그대로 치고 들 어왔다. 더군다나 그들의 뒤로 용병과 기사들이 닥쳐오고 있었다. 그걸 본 일란과 일리나가 우선은 용병과 기사들을 막기 위해 마법을 시전했다. "파이어 블래스터. 익스플로젼." "땅의 정령이여 나의 적을 묶어라 바람의 검이여 나의 적을 베어라." 일란의 마법과 일리나의 정령술로 용병과 기사를 공격하기는 했지만 상대가 너무 많았다. 더군다나 우프르를 상대하던 마법사하나가 간간히 그들의 공격을 방어하고있었다. 옆에서 보고있던 이드가 일란에게 방금 떠오른 것을 이야기했다. "일란 저번에 본 그 속도 빠르게 해주는 마법요. 그거 헤이스트라는거." "안돼. 그건 개인용 마법이야 더군다나 저렇게 싸우는데 걸었다간 상대도 같이 헤이스트 에 걸리게 된다. 워터 캐논...젠장 저놈 때문에 또 막혔어." "이봐 이드 자네가 한번 해봐. 실력 좋잖아....실드 ... 저 자식 이제 공격까지 하네. 자네 저번에 용병들의 쓰러뜨린 거 그런 거 없어?" "하지만 그건..... 후... 모르겠다." 그렇게 중얼거린 이드는 총알처럼 뛰어들었다. 우선은 서로 혼전하는 곳보다. 저들이 모여 있는 쪽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 중에 기사들이 모여있는 곳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뭉치면 죽는다. 낙뢰(落雷)" 외침과 함께 이드의 라미아에 형성된 굵직한 뇌력의 검기가 그들에게 떨어졌다. 그것은 곧바로 받은 인물을 때워버리고 땅에 부딪치며 폭발했고 그 여파로 주위에 있던 네다섯의 기사가 날아갔다. 그걸 보고 이드는 다시 라미아를 넣고 일라이져를 꺼냈다. 그리고는 거기에 검기를 주입 해서 검을 형성시켰다. 확실히 그냥 검보다는 검기로 형성된 것이 갑옷을 자르는 데 잘 들 것이다. 물론 검에 따라 다르다 특히 라미아는 그런걸 절대 가리지 않을 검인데 이드가 지레 짐작 하고 일라이져를 꺼내든 것이다. 확실히 라미아의 능력에 대해 잘 모르는 바보인 것이다. 이드는 손에든 일라이져를 들고 주위를 향해 휘두르려다가 하나 생각나는 게 있었다. "으~~ 내가 왜 이러지? 원래는 이렇게 머리가 나쁘지 않았는데 ..... 그래이드론 그 녀석 때문인가? 로이콘" 이드는 소환한 로이콘을 향해 기사와 용병들을 한데 모을 것을 명령하고는 자신에게로 달 려드는 기사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냥 휘두르는 검이지만 검기로 형성되어 있었기에 갑옷이 걸리지 않고 깨끗하게 절단되어 버렸다. 물론 그 안에 있을 사람의 약한 몸이야 말 해서 뭐하겠는가.... 그와 함께 강한 바람에 휘말려 뒤로 물러난 기사들과 용병이 한데 모여 버렸다. 대충 십 여명 선이었다. 바람에 대항하고 있는 그들을 보며 이드가 일라이져를 땅에 꽂았다. "편안히 가길.... 대지 일검" 이드의 외침과 함께 검기가 땅을 따라 달려 적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폭발해 버렸다. 그 걸 맞은 용병과 기사들은 튕겨서 날아가 버렸다. (볼링 같죠?) 죽지 않더라도 최소한 중상이었다. "시체 보존시키려고 너무 약하게 했나?" 사실 그들이 폭발하는 것을 보는 것이 뭐해서 검기를 조절한 것이다. 어떤 누가 사람이 떠지는 꼴을 보고싶겠어? 그때 그런 이드의 등을 향해 날아오는 불덩이가 있었다. 이드가 순식간에 20여명을 날려 버리는 것을 본 마법사가 위기감을 느껴 날린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역효과였다. 이드가 날아오는 파이어 볼을 흘려 기사들을 향해 날려버리곤 마법사를 먼저 없애야 쉬워진다는 판단 아래 모여서 우프르와 일란, 일리나를 상대하고 있 는 세 명에게 다가간 것이다. 그런 이드를 보고는 한 마법사가 파이어 블래스터를 날렸으 나 그것은 로이콘에 의해 막혀버렸다. "요번엔 좀 센 대지 일검" 이드의 외침을 따라 굵직한 검기가 땅을 달렸다. 그것을 본 마법사들은 급히 몸을 날리고 마법을 시전했다. 그러나 마법사가 기사도 아닌데 몸을 날려봐야 어쩌겠는가? 몸을 날린 마법사는 두 사람 의 마법사가 형성한 바리어와 충돌한 검기의 충격파에 날아가 건물에 부딪쳐 버렸다. 이런 이드의 활약으로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이드와 상급정령 로이콘 때문에 앞으로 나갈 수 없었던 용병과 기사 때문에 검은 갑옷들 이 고전하게 됐고 마법사들을 잠시 붙잡아 둔덕에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세 명의 마법사 들이 용병들과 기사들을 향해 마법을 시전했다. 우프르와 일란은 용병과 기사들을 일리나 는 정령술로 검은 갑옷들을... 그 한번의 공격으로 일리나의 정령을 막던 검은 갑옷들 중 5 명 정도가 태양의 기사단의 검을 맞았고 우프르와 일란의 공격을 받은 용병과 기사들은 거 의 40여명이 날아가 버렸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이드의 공격 때문에 우프르와 일란에게 손을 쓰지 못하 는 마법사들 때문에 우프르와 일란은 맘놓고 용병과 기사들을 향해 마법을 난사했다. 잠시 후 그들의 마법 난사 덕에 땅은 엉망진창이고 용병은 전멸했으며 기사는 몇 명이 서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이드가 맞고있던 마법사 두 명 역시 이드의 검기와 정령의 공격으로 운 명을 달리해버렸다. 상황이 확실하게 반전되어 버리자 당황한 공작은 이제 30명으로 줄어 든 검은 갑옷들에게 외쳤다. "안되겠다. 즉시 철수한다." 그러면서 품에서 작은 수정을 꺼내 들었다. 이드는 그 수정에서 마나가 작용하는 것을 느 끼고 검을 날렸다. 그러나 그전에 공작이 수정을 작동시킴으로 해서 이드가 낚은 것은 그 의 왼손하나 뿐이었다. 그리고 검은 기사들 역시 품에서 스펠 북을 꺼내서 텔레포트해 버 렸다. 그들에게 대들던 태양의 기사들은 완전히 닭 쫒던 개꼴이 되어버렸다. 어찌했든 대충 전투가 끝난 주위는 완전히 폐허에 가까웠다. 마법의 난사로 저택이 부셔지고 땅이 파헤쳐 졌으며 사람들이 다 도망간 듯 아무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태양의 기사단은 남아있는 몇 명의 기사들을 사로잡았고 상처 입은 기사들을 신전으로 옮 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처가 심한 자들은 우선 하엘이 나서서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그런 하엘을 바라 보며 이드는 일란 등이 모여있는 장소로 옮겨 걸었다. 그런 이드를 바라보며 공작이 대단 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찌했든 대충 뒷수습이 되어 갈 때쯤에서야 워이렌 후작이 기사들을 대리고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멀리서 전투가 끝난 듯 한 분위기를 느끼고는 말의 속도를 늦추었다. "전하, 공작님 괜찮으십니까? 급히 달려온 기사의 보고를 받고 달려왔습니다만 이미 상황 이 끝난 듯 한데....." 후작의 말에 공작은 이드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허허 위험했지 그런데 이 사람 덕분에 무사히 넘겼네 과연 크라인 전하를 구할만한 실력 을 지니고 있더군..... 덕분에 살았어." "허~ 잘되었습니다. 제가 맞은 쪽 역시 모두 일을 마치고 항복한 것들은 잡아 들였고 도 망치고있던 것들은 죽었습니다. 그런데 라스피로 놈은...." "흠... 그게 텔레포트로 도망가 버렸어 적국의 기사로 짐작되는 30여명의 기사와 함께 말 일세 그리고 전쟁에 대비해야 할 것 같군 그 기사들의 실력이 엄청났다네....각각이 소드 마 스터의 경지에 올라있더군....." "그런......." "자자 다른 건 궁에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어서 궁으로 돌아갑시다. 전원 궁으로 돌아가 라." "예" 기사단은 웅장하게 답한 후 말을 몰아갔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이드들은 크라인과 함께 궁으로 향했다. 시끄러웠던 하룻밤이 지나고 다음날 황제의 명으로 모든 귀족들을 궁으로 불러들였다. 라 스피로와 관련된 영지로 떠났던 기사들에게는 그들을 그 자리에서 처리할 것과 대리자를 보내기 전까지 지휘관이 그 영지를 맞을 것을 명령했다. 그리고 공작과 크라인, 후작, 마법사 등은 귀족들을 모아 두고 지난밤 있었던 일의 설명과 적으로 예상되는 나라의 국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리고 즉시 혹시 있을지 모를 전쟁에 대 한 대피를 명령했다. 그리고 영주를 읽은 영지를 지휘가 높은 기사들 중 영지가 없는 이들 에게 나누기도하고 그리고 재능이 뛰어난 이들에게 나누었다. 또한 이번 일에 절대적인 도 움을 준 일행에게도 영지를 하사하려 했으되 각각의 이유로 거절했다. 일란은 마법사영지 를 가지게되면 연구에 몰두할 수 없다는 것, 그 다음 하일과 그래이는 너무 어려서 자신 없다는 것, 라인델프와 일리나는 물으나 마나이고, 이드 역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 른다며 사양..... 그로 인해 영지는 하사하지 않고 각자에게 작은 작위를 하사했다. "전쟁이라........아나크렌과 아니크렌과 싸우는 ..... 뭐더라 하여튼 둘 중에 어느 나라가 더 낳죠?" 이드가 자신의 옆에서 말을 몰아가는 일리나에게 물었다. "카논이죠. 이드, 잘 모르겠어요. 제가 들은 바로는 양국의 국력은 거의 비슷하다고 들었 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서로 견제만 할 뿐 건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현재 말을 타고 레이논으로 향하는 사람은 이드와 일리나 뿐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아나 크렌에 남았다. 시끄러웠던 그 날밤이 지나고 5일 후 일행이 출발하려고 할 때였다. 그때 전쟁을 알리는 전령이 달려왔다. 본격적으로 발발한 상태는 아니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 확실히 크게 번질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그 말을 들은 일란 등이 조금이라도 돕겠 다고 아나크렌에 남은 것이다. 물론 일리나와 이드에게 그렇게 멀지도 않은 거리고 힘든 일도 없을 테니 여기 있으라는 말을 듣고 말이다. 사실 일란 등은 일리나스의 국경부근에 있는 자세히 말하자면 거의 어 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산맥에 자리한 마을 사람들이라 어느 나라에 대한 소속감은 없었 다. 단지 크라인은 도와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일리나 그 카렌이란 곳이 바로 라스피로가 연계하고 있었던 나라라면? 그들에 게 검은 기사들이 많이 있다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그것도 그렇기는 하지만...... 하지만 이드 소드 마스터에 든 사람들이 갑자기 그렇게 많아 질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봐요. 그들이 중용한 일이기에 소드 마스터들만을 차출해 서 보내 놓은 것일지도 모르잖아요." 이드는 일리나의 말을 들으며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소드 마스터라..... 검기를 약간만 다룰 줄 알면 가능한 것인데.....여기서는 그런 것 에 대해 그렇게 연구된 것이 없기 때문에 귀한 것인가? 그럼 중원은? 완전 소드 마스터 천국이겠군.....' 일리나의 목적지인 레이논 산맥까지는 이틀 간의 거리였다.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말을 빨리 달린다면 내일 오전에는 도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리나 그 드래곤의 레어는 어디 있는지 알아요?" "정확한 것은 몰라요. 대충의 워치만 알뿐이에요 가서 그 근처들을 찾아 보아야죠."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있던 이드가 머리에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저~ 일리나 제가 들은 바로 드래곤들이 여행 중 일 때가 있다고 하던데..... 레어에 있는 게 확실 한가요?" "그건....확실하지 않아요. 확률은 반반이죠...." '후~ 이거 만약에 없으면 골치 아파지는 거잖아 ...... 나야 드래곤 로드를 찾아야 하지만 ..... 일리나는 골드 드래곤의 수장을 찾아야하니.... 뭐 안되면 로드보고 처리하라고 하지 뭐 내가 힘들게(?) 말까지 전해주러 가는데 지가 그런 부탁도 않들어 주겠어?' 완전히 낙천주의, 고민하기 싫어하는 인간의 전형 같은 느낌이다. 다음날 오후에 이드와 일리나는 레이논 산맥의 동북쪽의 높은 산이 모여있는 곳에 도착했 다. 일리나의 말에 따르면 그가 여기에 산다는 것이다. '화~ 그놈 엄청 험한데 사는군.... 사람 찾아가기 힘들게.......' 이건 이 녀석 기준의 이 녀석만의 생각입니다. 그냥 내비두십시오. 산맥의 동북쪽에 위치한 이곳은 상당히 험한 곳이었다. 이곳의 산들 모두 상당한 높이를 자랑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여기로는 사람조차 다닌 적이 없어 전혀 길이라곤 없을 뿐 아 니라 드래곤의 레어 답게 얼마정도의 몬스터까지 살고있다. "일리나 찾기 귀찮은데......" 이드가 은근하게 말하자 무슨 말이냐는 듯 일리나가 이드를 바라보았다. ".....마법 강한 것 한방 날리면 나오지 않을까요?" "세상에.....이드.... 드래곤은 자신의 영역에 침입하는 존재도 싫어하지만 자신의 영역을 파 괴하는 것은 정말 멍청한 짓이라구요. 이때는 아무 말도 통하지 않아요. 절대로 않되요." "하~ 그래도..... 너무 넓다고요." 일리나 역시 그런 이드의 맘을 이해했다. 산은 엄청난 넓이였다. 이곳들을 다 뒤지려면 한 달 정도는 걸릴 것 같았다. "일리나 그럼 우선 산으로 들어가서 한번 불러보죠." 이드의 말에 일리나는 황당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어떻게 말마다 그렇게 어처구니없게 뭐 하냐는 듯 말이다. "이드.... 드래곤은 부른다고 나오지 않아요. 드래곤은 강아지가 아니라구요...^^;;" "내가 부르면 나올 거예요. 궁금해서라도 말이죠. 어디까지나 있을 때 말이지만요. 자~ 그 럼 출발하죠." 이드는 힘차게 산 속으로 발걸음을 옮겨놓았다. 이미 말은 저번 마을에서 처분해 버렸다. 이런 산 속을 가는데 말을 데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말이다. 일리나 역시 이드의 뒤 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산길은 상당히 험했다. 뿐만 아니라 나무도 우거져있고 풀도 길게 자라있어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상당히 느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얼마가지도 않고 저녁이 될 것이다. 지금 역시 오후였기 때문에 말이다. 이드는 힘겹게 뒤따라오는 일리나를 한번보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런 다 음 일리나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이렇게 가다가는 도저히 않되겠어요." "하지만 어떻게요....." "업혀요.....어서요." 일리나는 이드가 어떻게 하려는 지는 몰랐지만 우선 이드의 등에 업혔다. 그런 일리나를 향해 이드는 자신의 목을 꽉 붙들게 하고는 일리나를 업었다. 그런 후 전면의 나무를 차 올라서 나무의 꼭대기로 올라가 섰다. 그런 후 신법을 펼쳐 나 무꼭대기를 뛰어서 전진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말이다. "이드....어떻게....나무를..." "이거요? 간단해요. 저번에 내가 가르쳐 준 경공이라는 보법있죠? 그걸 오랫동안 끝까지 익히면 간단해요." 그렇게 엄청난 속도로 달린 이드는 일리나가 드래곤 라일로시드가의 레어로 영역으로 짐 작된다는 곳에 내려섰다. "다 왔다.... 내려요 일리나.....저녁때가 다 되가네....." 이드의 말대로 였다. 거기다 산 속이라 해는 더 빨리 지난다. "일리나...이리와 봐요. 제가 한가지 방법으로 귀를 막아 줄 테니까 가만히 있어요." "왜 그러죠?" "아까 말했잖아요. 깊이 들어가서 불러보자고.... 그거 할려구요. 그런데 그냥 하다가는 일 리나가 고통스러울 거예요." 그런 후 이드는 일리나에게 다가가서는 그녀의 귀에다 진기를 강기 화시켜 형성시켜서 귀 를 막아버렸다. 이 정도면 옆에서 미티어 스트라이크가 떨어지더라도 절대로 모를 것이다. 그런 후 그녀를 땅에 앉혔다. 이드는 일리나의 귀를 막은 후에 로이콘을 소환했다. "로이콘 지르는 소리가 공기 중에서 더 잘 진동되도록 해 줬으면 하는 데 가능하겠어?" [가능합니다. 이드님...] 이드는 로이콘에게 명령해놓고는 6성의 공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그것을 천마후(千魔吼)에 따라 운용했다. "후~후~....드래곤...라일로시드가......황금색 도마뱀" 그의 목소리에 옆에 않은 일리나는 자신의 몸이 웅웅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귀로는 들리지 않지만 자신의 몸으로 이드의 말이 들려오는 색다른 경험도 했다. 그러나 그 내용 을 들은 그녀는 절망감 비슷한 것을 맛보았다. 차라리 드래곤이 여행중이고 없었다면 하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었다. 그리고 나무들은 바람도 없는데 흔들렸다. 그리고 산의 골짜기는 그의 목소리로 울렸다. 그리고 곧바로 이드의 목소리에 답하듯 괴성이 들려왔다. 크아아아아앙 ~~ 이드는 그 소리를 들으며 일리나의 귀에 형성해 두었다. 강기 막을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한쪽을 가리켰다. 그쪽에서는 황금색의 거대한 생명체가 날아오고 있었다. 그 것도 괴성까지 지르며 말이다. "이드......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그의 분노를 사서......" "그냥 부르면 안나올 것 같아서죠.... 들어보니 드래곤이라는 것들 자존심이 쎄서 왠 만큼 해서는 잘 않나온 다면서요." "이드 그래도 이건.... 이렇게 되면 대화조차 할 수 없게 된다구요...." 일리나의 말을 들은 이드는 그냥 씩 웃을 뿐이었다. 그런 후 시선을 날아오는 황금빛의 드래곤을 향했다. "일리나의 말대로라면 골드 드래곤은 이성적이고 똑똑하다더니...... 전혀 아니네요... 그런 말 좀 들었다고 저렇게 흥분해 가지고는...... 저러고도 오래 살았다고..." 그렇게 말하는 이드를 바라보며 일리나는 기가 차는 기분이었다. "이드.. 드래곤은 엄청나게 자존심이 쎄다구요. 그 오래 동안 산만큼.... 그런데 그런 드래 곤을 향해 그런 말을 하면..... 나라도 화를 낸다구요.." 일리나의 말이 마칠 때 가까이 날아오던 드래곤은 아무말도 없이 브레스를 내뿜었다. 일 리나는 자신들에게 날아오는 황금빛의 브레스를 바라보며 자신의 머리가 멍해지는 것을 느 꼈다. 그리고 그때 자신의 허리를 감아오는 작은 손을 느꼈다고 생각되는 순간 그녀는 이 미 공중에 솟아있었다. 그 황금빛은 그들의 발 아래로 지나가 땅에 부딪쳐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 폭발을 보면서 일리나는 옆에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휴~ 진짜 대단하군..... 진짜 맘먹고 쓴 것도 아니고 대충 쓴 것이 저 정도면 진짜 맘먹고 하면..... 대단하겠군..."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폭발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곳의 나무꼭대기에 사뿐히 내려섰다. 드 래곤 라일로시드가 역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드를 바라보았다. 황당하기는 일리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간이 브레스가 날아오는 것을 뛰어서 피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 었다. "감히 인간이......" 이드가 가볍게 자신의 브레스를 피함으로 인해서 어느 정도의 자존심에 다시 상처를 입은 그는 다시 이드를 향해 브레스를 날렸다. 그러나 그의 브레스를 이드는 이번에는 더 쉽게 피해 버렸다. 첫 번째처럼 땅으로 향해 있어서 폭발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피 해 버리면 곧바로 나가서 저 뒤에 있는 산에 부딛 칠 것이기 때문이다. 쿠구궁........쿵쿵..... 이드는 폭발을 바라보며 다른 나무꼭대기에서 라일로시드가를 향해 외쳤다. 물론 사자후 형식으로 말이다. "두 번이나 브레스를 뿜었으니 이제 좀 화가 가라앉았나? 그렇담 이야기를 좀하고 싶은 데.." "이놈... 하찮은 이간주제에 무얼 믿고 그렇게 까부는 거냐...." "이것 봐 왜이래 들어보니 골드일족은 제일 침착하고 이성적이라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가 이성적 일 때의 문제이지 너 같은 인간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다." 그렇게 말하는 라일로시드가는 황금빛을 뿜으며 폴리모프했다. 그는 금발의 청년으로 변 한 다음 이드처럼 나무꼭대기 섰다. "이것 봐요... 누군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거야? 당신을 찾으려고 이산을 돌아다녀도 전혀 찾을 수 없으니까 그런 거지..." '거짓말........' 이드 옆에 안겨있던 일리나는 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렇담 그냥 불러야 할 것 아닌가. 인간.." 라일로시드가는 골드 드래곤답게 조금씩 이성을 찾아갔다. 그러면서 말 역시 약간 부드러 워졌다. "글쎄 그게 내가 듣기로 드래곤은 상당히 자존심이 강하다고 들었어... 그런 드래곤을 부 른다고 나타날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끝에다 그런 말을 좀 더했지....." "......." 라일로시드가 역시 그 부분에서는 할말이 없었다. 사실 자신 역시 누가 아무리 엄청난 크 기로 부른다고 해서들은 척이나 할 위인(?)이던가? 사실 이드가 그렇게 부르지만 않았어도 자신 역시 무시했으리라..... "그건......인정하지.....무슨 일로 날 찾았지?" 일리나는 그런 라일로시드가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었다. 드래곤이 그것을 인정하다니..... 드래곤들은 대부분 그런 말을 들으며 무슨 소리냐는 듯 다시 브레스를 뿜을 것이다. 그러 나 라일로시드가가 그렇게 말 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드 때문이었다 드래곤의 브래스를 가볍게 피해내는 이드라는 존재에 대해서 흥미가 간 것이었다. "뭐 간단한 거예요. 저는 당신에게 줄 것이 있고 여기 일리나는 당신에게 빌렸으면 하는 것이 있더군요." 라일로시드가는 잠시 눈을 돌려 일리나를 바라보고는 다시 이드에게 시선을 주었다. "좋다...우선 자리를 옮기지...이동." 라일로 시드가가 자신의 용언마법으로 이드와 일리나를 자신의 레어로 옮겼다. 이드와 일리나가 옮겨온 동굴은 엄청난 넓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드래곤이 생활하는 곳 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의 큰 동굴에는 작은 동굴들이 뚫려 있었다. 작다고는 하나 사람이 보기에는 상당히 큰 동굴이었다. 라일로시드가는 우리를 그 동굴들 중에 하나로 안내했다. 거기에는 작은 테이블과 함께 보통 저택의 거실이나 접대실처럼 꾸며져 있었다. 라일로시드가는 이드와 일리나를 자리에 앉히고는 차를 가지고 왔다. 물론 마법으로 말이다. 드래곤이 차를 직접 끓인다는 건 좀..... "그래 무슨 용건이지?" 이드가 일리나를 바라보며 먼저 말하라는 듯 고개 짓을 했다. "저는 하이 엘프인 일리나 세레스피로입니다. 저가 이렇게 온 것은 .................................중 략................................... 때문에 봉인의 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라일로시드가님이 가지고 계시다는 말에 그것을 빌릴까해서 온 것입니다." "봉인의 구라....... 그런게......음...인타." 그러자 그의 옆으로 흐릿하게 뒤쪽이 비쳐 보이는 엘프 여성이 나타났다. 아마 그가 마법으로 만든 것 같았다. "인타... 내가 가지고있는 것들 중에 봉인의 구라는 것이 있었던가?" 그러자 그녀가 잠깐 아주 잠깐 동안 침묵하더니 답했다. "예, 가지고 계셨었습니다." "그래? 그럼 그것 가져다 주겠어?" 라일로시드가의 말에 일리나는 일이 잘 풀릴 것을 생각하며 얼굴이 펴졌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곧바로 어두워졌다. 인타의 말 때문이었다. "곤란합니다. 그것은 저번에 라일로시드가님께서 브레스를 봉인하는 실험을 하시다가 실 패해서 깨져버렸습니다." "그래 그럼 이거 곤란하게 됐군......." 그렇게 말하며 일리나를 바라보았다. "잠깐 기다려봐 생각해보고 다시 말하지 그럼 이드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내게 무언 가 전해 줄 것이 있어서 찾아왔다고 한 것 같은데?.." "그렇기는 한데 생각해보니 내가 만나야 할 상대는 드래곤 로드이것 같아 분명히 드래곤 로드에게 전해 주라고 부탁 받았거든? 뭐~ 그에게 전해주면 그가 당신들에게 전해 줄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이드의 말에 라일로시드가가 의외라는 듯 바라보았다. "드래곤 로드에게? 누가 네게 부탁한 거지?....." 옆에서 듣던 일리나역시 이드의 말에 흥미를 가졌다. 그녀 역시 이드가 드래곤을 만나고 자 한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어쩐 골드 드래곤에게서 부탁 받았지 이름이 그래이드론이라고 하더군....." 이드의 말을 들은 그는 그래이드론이라는 단어를 중얼거리다가는 놀란 얼굴로 이드를 바 라보았다. "설마..... 그분이 ..........." "음? 그 드래곤을 알고있어?" "당연하지 뭐 어린 드래곤들이야 알지 못할지 모르지만 나 정도 나이의 드래곤이라면 모 두 알고있지 그런데 그분이 널 보내셨다니 그분이 어디계신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것으 로 알고 있는데.... 그럼 일어서라." 라일로시드가는 이드와 일리나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바라보며 아까와 같은 용언마법 으로 텔레포트했다. 그리고 그들이 도착한곳은 어떤 숲의 작은 오두막집이었다. "세레니아님... 게십니까? 저 라일로 시드가입니다." 그러자 오두막의 문이 살짝 열리며 붉은 머리의 여자아이가 나왔다. 소녀는 붉은 머리를 곱게 길러 허리에서 찰랑이고 있었고 하얀 얼굴과 붉으면서 맑게 빛 나는 귀여운 눈동자에 전체적으로 엄청 귀여운 모습이었다. 누구라도 보면 껴안아 주고싶 을 정도였다. 그녀는 자신의 집문 앞에 서있는 일행을 바라보며 그 중에 라일로시드가를 알아보았다. "왠 일인가요? 거기다 인간과 엘프까지 데리고 말이죠?" 그 세레니아라는 드래곤 로드로 짐작이 되는 소녀가 이드와 일리나를 훑어보며 말했다. "이 소년 이드가 그래이드론님으로부터 무언가를 가져온 듯 합니다." 라일로시드가가 이드와 일리나를 바라보는 세레니아에게 말했다. 그러자 세레니아 역시 조금 놀란 듯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래이드론 님으로부터의.......어서 들어와요." 세레니아가 급히 이드를 집으로 안내했다. '그 신세 한탄하는 드래곤 영감이 대단한가?' 이드 혼자 만의 생각이었다. 처음 그래이드론과 만난 상황으로 보아 그가 그렇게 대단하 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드들이 자리에 앉자 그들의 앞으로 찻잔이 생겨났다. 라일로시드가가 준 차와는 다른 향기롭고 부드러운 차였다. "음~ 이거 맛있는데요!" 이드가 차를 한잔 마시며 세레니아에게 감상을 말했다. "맛있다니 다행이군요. 그럼 이드 님 그래이드론 님으로부터 전할 것이란 것이 뭔가요?" "그건 그래이드론이 가지고있던 13클래스의 마법입니다. 아실테죠? 그가 마법 중 13클래 스의 마법을 알고 있었다는 것. 그 클래스의 마법은 다른 용왕들도 모르고있었을걸요? 그 가 제일 오래되었으니까요." 이드의 말대로 였다. 대개 인간들과 엘프들에게 알려져있는 마법은 11클래스까지였다. 왜 그런가하면 그들이 노력해도 10클래스까지 도달하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상에 사는 종족들 중에 최강이라는 드래곤은 예외였다. 원래 11클래스나 되는 마법을 배우지 못 해 사라져버려 이제는 10클래스의 마법까지만 겨우 알고 있는 안간들 과는 달리 모든 마법 을 마스터하고 오히려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드래곤 로드와 용왕들에게 는 한 단계 더 높은 마법이 허용 된 것이다. 그러나 그래이드론은 드래곤 로드로 임명된 후에 마법을 넘겨받고도 용왕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유는 드래곤이기 때문이다. 그 남아 나는 시간 때문에 말이다. 그러다가 라미아가 만들어졌고 그 때문에 로드와 용왕들에게 알 려져야 할 13클래스의 마법이 사장된 것이다. 이드의 말을 들은 세레니아와 라일로시드가는 환호했다. 사라졌던 13클래스의 마법이 돌 아 온 것이다. 사실 그들도 13클래스의 마법이 사장된 후 다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귀찮은 것 싫어하고 게으르기로 소문 난 드래곤들이 13클래스의 마법을 만들자니.... 할말 다 한 거지 뭐..... 그런 중에 이드가 그 사장된 클래스 13의 마법을 가지고온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을 듣고있던 일리나도 상당히 놀라고있었다.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클래스 거의 잊혀져간 11클래스와 전혀 들어보지 못 한 드래곤들의 12,13클래스의 마법이라니...... 그런데 여기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마법의 전수라는 문제였다. 고위 마법 11클래스에서 13클래스까지의 마법은 마법서 를 통해서 배운다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특히 드래곤들이 알고있는 12클래스와 13클래스 의 마법은 더했다. 그래서 드래곤들 역시 마법을 이용해 자신들의 마법을 카피해서 해츨링 이나 다른 드래곤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문제라는 것은 이 부분이다. 이드는 수많은 마법을 알고는 있으나 실행 해본 적이 없으므로 그런 마법은 사용 못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않아서 입으로 이야기하자니 아나 크렌이 걸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세레니아가 직접마법을 실행하자니 그래이드론의 모든 것을 전달받은 이드의 정 신을 침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그래이드론의 드래곤 하트와 인 장이 반응함으로 인해서 이드를 거의 그래이드론과 동격으로 보고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으 로 인해서 이드에게 더 이상의 손을 댈 수 없는 것이다. 이유는 드래곤들은 드래곤 로드를 존중하는데 드래곤 로드가 죽기 전에 후계자를 지목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죽게된 다. 그 기간 동안 그에게 드래곤들은 극도의 존중을 보내게 된다. 그가 자신들의 영역을 넘 어와도 전혀 불쾌해 하지 않고 오히려 반기게 된다. 만약에 이런 기간 중에 그가 어떠한 일로 인해 사망한다면... 절대 그런 일이 없겠지만 말이다. 해츨링 때와 같이 그 종족을 멸 망시켜버린다(보편적으로...)그것이 이드에게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거기다 그래이드론은 전전대의 드래곤 로드였으니.....더욱 당연한 것 아닌가? 세레니아와 라일로시드가는 잠시 의견교환에 들어갔다. 그래이드론과 동격인 이드가 오래 못 있는 다니 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마법을 사용할 수도 없고....... 난감한 상 황이었다. 한편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일리나는 기분이 좋았다. 이드의 일행이라는 것이 상당히 작 용한 듯 그 일하기 싫어하는 드래곤이 그것도 라일로시드가가 직접 그 봉인의 구와 같은 것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단 시간이 조금 걸려서 4달 정도가 걸린단다. 실제로는 이렇 게 오랫동안 걸리지는 않지만 게으른 드래곤 입장에서 잡은 일정임에야 상당히 빠른 것이 다. 그리고 여기 이드가 어떤 대단한 드래곤과 연관이 있어서 저들이 조심한다는 것이다. 이드가 일리나에게 알리기를 원치 않았기에 일리나는 모르고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 는 이드의 전음과 두 드래곤의 마법으로 이루어졌기에 들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세레니아와 라일로시드가가 이야기 하는 동안 이드는 차를 비웠다. 이드는 비워버린 찻잔 을 바라보며 세레니아에게 말했다. "세레니아, 여기 차좀...." "예?...예 이드님 여기...." 그녀는 즉시 차를 다시 생성시켰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이드가 말했다. "세레니아..... 그냥 이드라고 부르라니까요......" "아...그러죠...." 이드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맛이 중원에서 즐겨먹던 용 정차와 비슷했다. 그때 세레니아가 말을 꺼냈다. "그럼 이드, 제가 이드의 여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같이 갔으면 하는데요...괜찮을까 요?" "응?..... 그거야...않될 건 없지만 로드 직은 어떻하고요?" "괜찮아요. 그렇게 많은 일이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특별한 일에나 움직이고 그 외의 일 에는 상관하지 않거든요." "그렇다면야.......괜찮겠지!" "고마워요. 13클래스는 여행하는 중에 알려주셔도 되고 아니면 직접마법을 가르쳐 드릴 수도 있어요.. 편한 대로 하면돼요." 세레니아의 말에 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디로 가실 것인지?...." "글쎄...일리나는 어떻게 할 거예요? 원래 목적은 달성한 것 은데.... 저와 같이 가실래요? 아니크랜으로 갈까하는데..." "예, 저도 같이 가죠... 그들과는 어느 정도 같이 있었으니 말이예요" "그럼 바쁜 것도 아니니 내일 아침에 출발하도록 하죠..... 밤을 샜더니..." 이드의 말대로 밖으로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제 오후부터 여기저기로 다닌 때문에 그리고 빠르게 지나갔기에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하~ 또 말을 타야되나? 근데 여기가 어디쯤이지?" 이드가 오두막에서 나와서 하늘을 보고 있다가 한말이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세레니아가 답했다. "이드, 제가 듣기로는 아나트렌으로 가신다는데... 여기서는 상당히 멀답니다. 제 마법으로 이동하는 것이 빠르고 좋을 거예요. 아나크렌에는 오래 전에 가본 적이 있어서 지리를 기 억하고있어요"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하죠. 그편이 말을 타는 것보다는 훨씬 좋을 것 같은니까요." 이드의 말을 들은 그녀는 뒤에 잇는 라일로시드가를 바라보았다. "라일 제가 부탁한 것 잊지 말아요." "알았습니다. 로드" 세레니아는 그의 말을 듣고는 이드와 일리나가 있는 곳에 가서 용언 마법을 행했다. "이동...." 이드는 잠시 눈앞이 환해졌다가 사라지고 나서 눈에 여러 사람들이 자신들을 바라보는 것 이 보였다. 여기가 어딘가하고 둘러보는 그의 눈에 뒤로 아나크렌의 황궁이 보였다. 그리고 그의 귀로 마법사라고 수군대는 사람들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사람들이 보였다. "꺄악~" 비명도 들렸다. '아니...웬 비명..' 하는 생각으로 앞을 본 이드는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다 가 급히 서려하는 마차를 보았다. 이드는 그 마차를 바라보고는 곧바로 양옆에 있는 두 사 람의 허리를 안고는 옆으로 피했다. 마차는 우리가 있던 자리를 지나 4~5미터정도 지난 다 음 정지했다. 마부석에 타고있던 덩치 큰 사람이 내리더니 씩씩거렸다. "야이 자식아 그렇게 길 한가운데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그러면서 고개를 이드들 쪽으로 돌리다가 그 셋을 바라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의 옆으로 시끄럽게 문이 열리면서 화려하게 차려입은 20대 초반의 청년이 내려섰 다. "뭐야~ 이 새끼야..... 왜 갑자기 서는 거야? 뭐야~ 어?!......" 그 역시 고개를 돌리다가 세 사람을 바라보고는 즉시 입을 다물고는 정중히 물어 왔다. "세분 레이디 어디 다치지 않으셨습니까. 제 하인인 이놈이 함부로 마차를 몰다보니...... 제가 대신 사과하겠습니다." 이드는 그런 녀석을 바라보며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이드는 녀석을 본체 만체하고는 옆의 세레니아에게 나무라며 뒤를 돌아 황궁으로 걸어갔 다. "세레니아......그렇게 사람들이 다니는 길 한가운데로 이동하면 어떻게 해요? 위험 할 뻔했 잖아요.." "미안해요..... 그냥 무심코 이동하다보니까........" "이드 그만해요... 별일 없었잖아요." 그 사내는 자신의 말을 무신하고 옆으로 지나가려는 셋을 바라보며 얼굴을 구기더니 다시 웃으며 물어왔다. "세분 어디까지 가십니까? 제가 사과하는 뜻에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그의 말에 이드가 차갑게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성의는 감사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그렇게 고개를 까닥여 보이고는 두 사람을 대리고 황궁 쪽으로 걸어갔다. 이드의 대답을 들은 그는 인상을 구긴 채 그들을 바라보다가 마부에게 화를 내며 가자고 재촉했다. 출발 한 마차는 곶 이드들을 지나쳐 갔다. "으~ 저 인간 재수 없어....." 이드의 중얼거림에 엘프와 드래곤 역시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세레니아는 인간세상의 경험이 있어서 그 녀석의 그 수작에 확 죽여 버리고 싶은 것 을 옆에 이드가 있었기 참은 것이다. 이드가 참고있는데 자신이 나가서 설칠 수는 없기에 말이다. 셋은 여러 사람들의 눈길을 받으며 걸어서 황궁의 입구부분에 도착할 수 있엇다. 거기에 는 병사 넷이 창을 들고 굳은 듯 서있었다. 이드들이 그들 가까이 다가가자 그들 중 한 명이 제일 앞에 있는 이드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레이디?" 그러나 이드는 화를 내지 않았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일일이 화내려면 피곤한 일이다. 좀 느끼하거나 목적이 있어서 접근하는 인간에게는 가차없지만 이렇게 업무상으로 다가오거나 평범한 경우에는 그냥 넘긴다. "고쳐주시죠..레이디가 아닙니다. 그리고 사람을 만날까해서 왔는데요. 이름은 일란..." "죄...죄송합니다. 그런데 일란이란 분은 잘..... 잠시만" 그렇게 말하고는 뒤로 돌아가서 문 쪽 초소에 잇는 기사에게 다가갔다. 잠시 후 기사가나 오더니 멀리서 이드를 보고는 급히 달려왔다. "미처 반기지 못했습니다. 그래이드론 백작님...." "괜찮습니다. 일란과 그래이 모두 안에 잇습니까?" "예. 게십니다. 제가 알기로 우프르님의 연구실에서 무언가 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만..."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제가 찾아가죠." 그렇게 말하고는 뒤의 두 사람과 같이 저번에 가보았던 우프르의 연구실로 향했다. "아직 전쟁의 기운은 없는 모양이에요." 일리나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이드 역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렇게 걸어서 이드들은 저번에 보았던 그 문앞에 섰다. 이드와 일리나는 이미 이 문에 등록이 되 어서 걸릴 것은 없었다. "이드다. 문열어.." 그러자 문에서 어서 오십시오라는 소리와 함께 아무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열렸다. 방안 쪽에서는 여전히 책상에 모여 떠드는 사람들과 한쪽에서 무언가를 만지는 사람들이 있었 다. 그 중에서 이드가 찾고자 했던 사람들은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 중이었다. 그들은 이드 등이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며 대화를 중단하고는 반겨 맞았다. "야~ 이드 살아 돌아왔구나? 아니면 이렇게 빨리 온걸 보면 무서워서 그냥 온 건가?" 그래이가 다가와서 이드에게 중얼거리다가 이드 뒤에 있는 세레니아를 보고는 다시 이드 에게 물었다. "이드... 이분은 누구시냐?" 그래이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세레니아에게 향했다. 이드는 그들을 향해 미리 생각해 두었던 대로 말했다. "여기는 세레니아. 마법사입니다. 우연히 저희와 같이 다니게 되었습니다. 나이는 저하고 같습니다." 이드의 소개로 다른 이들과 세레니아가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마법사의 부하들 중 에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게 눈에 보이는 인간들도 있었다. "이드군 정말 간 일은 어떻게 된 건가? 이렇게 빨리 돌아온걸 보면....." 일란이 이드들이 자리에 안는걸 바라보며 물었다. "잘 됐죠.. 일리나의 일도 잘 풀렸어요... 제일도 마무리....짓지는 못했고 조만 간에 다 될 거예요. 그리고 빨리 올 수 있었던 건 마법이고요. 그런데 일란 여기 상황은 어때요? 오면 서 보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던데....." "그게 아직은 별문제 없다네..... 그때 도발 후에는 별 반응이 없어 그래서 그런 일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 그래도 일단 준비는 다해놨으니...... 일반인들만 모를 뿐이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이군요." 그의 말을 우프르가 받았다. "그렇지 녀석들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단 말이야..... 시비는 걸어 놓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으니.......뭘 기다리는 건지...." 이드가 듣고 잇다가 생각 없이 한마디 툭 내뱉었다. "그럼 그냥 이쪽에서 쓸어 버리는 건 어때요?" "곤란하네....녀석들이 뭘 숨기고 있는지도 모르는데.....함부로 덤볐다간 오히려 우리가 당 할 수도 있거든.....더군다나 녀석들과는 전력이 비슷해서 쉽게 끝낼 수도 없거든......어찌했 든 조만 간에 결정나겠지...." "그런데.....크라인 전하와 이스트로 공작께서는.....?" "그분들은 바쁘시다네. 전하께서 황제 폐하로부터 모든 것을 무려 받으셨다네 그리고 이 스트로 공작께서는 그에 따른 것들을 준비중이시지.." "모든 것을 물리다니요?" "폐하께서 몸이 점점 않좋아지시고 적국의 전쟁까지 예상되기에 내리신 결정이지 만약 전 쟁이라도 일어난다면 몸이 아프시기에 곤란하고 더군다나 전쟁도중 승하하시기라도 하신다 면 큰일 아닌가.... 그래서 그렇게 하신 것이네. 아직 대외적으로 발표되는 않았다네" 우프르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런가하고 생각하고있던 이드는 머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기사단 훈련은 어떻게 하고있는 건데요? 저번에도 숫자가 많았다고는 하지만 그 검은 기사들과의 싸움에서....." "맞아.....안 그래도 그 문제로 이야기 할 것이 있었네..... 공작님과 여기 일란과 상의해서 내린 결론인데 말이야 자네가 기사단을 좀 ......가르쳤으면 한다네..... 일란에게 듣기로 자네 가 여기 그래이군도 가르쳤다고 하더군...." 이드는 그말을 듣고는 골치가 아파왔다. 사실 이 녀석은 귀찮은 걸 싫어한다. 그래이에게 가르친 것도 자신이 편하고자 해서였다. 그러데 한 명도 아니고 수백 명을 가르치란 말인가? 거기다 이들은 무공에 대한 지식이 없다. 중원에서라면 무술을 하는 거의 모두가 내공 심법과 혈 자리를 알기는 하지만..... 여 기서는 검술뿐이다. 전혀 내공의 사용은 없다. 소드 마스터라는 이들이 있기는 하겠지만 있 으면 얼마나 있겠는가? "저... 소드 마스터들도 있지 않습니까? 그들에게 가르치도록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요..." "그렇게는 하지. 그러나 소드 마스터 중에서 어느 정도의 실력일 가지고는 보통의 기사들 을 빨리 가르치지는 못하지... 그런데 자네는 단기간에 그래이를 소드 마스터와 붙더라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길러냈어 부탁이네.....크라인 폐하를 위해서도 말일세....." '하~이거 곤란하네.....그래도 일란이 내공 심법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은 모양이네...... 이걸 해? 말어?' "그런데 기사들은 전부 몇 명인데요?" "그거? 그러니까 자네가 가르칠만한 기사들이 전부 200여명 될걸세....그 중에 소드 마스터 들도 포함되어 있다네. 우선 자네에게 배운 후 그들이 그걸 그대로 밑에 있는 기사들에게 가르칠 것이야...." "200명이라..........어느 정도의 수준까지를 예상하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저 번에 본 그 검은 기사들과 일 대 이로 싸워서 지지 않을 만큼 꼭 이기지 않 아도 괜찮지만 어느 정도 상처를 입힐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아니면 지금의 그래이 수준 이라도 좋고....." '그럼 해볼까? 어차피 급할 것 하나 없고 쉬엄쉬엄 가르치면 될 거 아냐?' 그렇게 결론을 내린 이드가 우프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 한번 해보죠...그런데 기사들 훈련시키는데 좀 과격해도 문제없겠죠?" "그건 걱정 말게나. 이미 공작님과 상의해두었다네.... 자네 마음대로 하게 자네가 하는 일 에 누구도 탓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한가지... 기사들이라면 거기다 소드 마스터들은 귀족이고 하니까 어느 정도 그 걸 내세워 반항할텐데요." "걱정 말래도 그러내..... 자네가 그들을 어떻게 다루든 상관없어 뽑혀질 기사들의 집안으 로 통보되어있어 자네에게는 어떤 압력도 없을 거야 자네가 그들을 굶긴다고 해도 아무소 리 하지 않을 걸세." "좋습니다. 하죠. 그럼 연무는 어디서 하죠?" "그건 성 뒤쪽의 황실기사단의 연무장을 사용하면 될 게야." "음? 그래도 괜찮아요? 거기 원래 사용하던 기사단장이나 그런 사람들이 화낼텐데...." "허허허허. 걱정할 것 없네....이런 말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자네에게 훈련받을 사람들 중에는 기사단장들도 상당수 잇다네..." "...하. 하. 하...." '으~~~ 골치 깨나 아프겠다...." 이드는 머리를 글쩍이며 옆에 있는 그래이를 바라보았다. "그래이 너도 좀 도와 줘야겠다. 훈련하는 동안 니가 교관이다." 그래이는 그 말이 얼굴을 굳히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싫어 임마! 내가 어떻게 기사단장들한테 뭐라고 하겠어? 절대로 싫어..." "괜찮아 아까 우프르 님이 하시는 말씀 못 들었냐? 거기다 너는 내가 시키는 거 조금 거 들어 주는 거니까 아무문제 없어 걱정하지마...." 그렇게 말하고는 옆에 있는 일리나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일리나도 할 일이 없으면 절 좀 도와 주겠어요?" "그럴게요." "그럼 이드군 훈련은 내일부터로 하겠네." "내일부터요? 기사단장들도 껴있다면서요. 그런 사람들 일하던 건 어떻하구요?" "걱정은.... 그건 이미 다 준비해 뒀지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도록 말이야 필요하건 자네 승낙뿐이었던 거지." 이드 일행들의 숙소는 크라인 황태자가 지내던 별궁으로 정해졌다. 그가 즉위하면서 숙소 를 황궁으로 옮겼기 때문에 별궁이 비었는데 마땅히 머물 곳이 없었던 일행들에게 머물도 록 허락한 것이다. 전에도 말했듯이 이곳은 상당히 아름다운데다 크다. 당연히 방도 많으므로 일행은 각자의 방을 가질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이드는 8시쯤에 별궁을 나섰다. 우프르에게 들은 대로라면 훈련은 아침 8시 부터 있기 때문이다. 이드 뒤로는 그래이와 일리나 그리고 세레니아가 따라왔다. 궁의 뒤쪽 에 있는 연무장은 별궁과는 거의 정 반대쪽이라서 황궁을 둘러가야 했다. 연무장까지의 거 리는 대략 10분정도... 연무장은 원형으로 되어있는데 지름이 200미터 이상이었다. 그리고 그 연무장 뒤로 작은 숲이 있었고 연무장 앞으로는 작은 대와 쉴 수 있는 막사가 있었다. 연무장에는 각자의 갑옷을 걸친 기상 200여명이 도열해있었다. 그래도 기사라서 그런지 질서 정연히 서있었다. 가르칠 사람이 10분 이상이나 늦었는데도 말이다. 그런 그들의 앞으로 은은한 기도를 가진 10여명의 인물이 서있었다. 그들이 바로 기사단장들과 소드 마스터들인 것 같았다. 그런 그들의 뒤로 갑옷을 걸친 기사들이 서있었 다. 그들은 연무장으로 들어서는 이드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의아한 듯 갸웃거리는 인물도 있었고 이드를 알아보는 인물들도 있었다. 이드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이드와 얼마동안 같 이 있었던 대지의 기사단 3명과 라스피로 공작을 치기위해 같이 같던 태양의 기사단 단장 과 수하 몇 명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물들이 이드를 몰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라스피로 공작의 집에서 일어났던 일은 거의 비밀이었기에 기사단들에게 퍼지지 않았다. 거기다가 이드가 궁에 있 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궁에서도 돌아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드는 그들의 앞으로 가서 대위에 올라서지 않고 대 앞에 서서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 "이렇게 여러분들을 만나서 반갑군요. 저는 이드입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의 실력을 향상시 키기 위해 여러분들을 가르칠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 그래이와 일리나양이 저를 도와 줄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어느 정도 공작님께 이야기를 들었을 줄 압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할 것들은 상당히 힘들 것입니다. 단단히 각오하고 시작하셔야 할겁니다. 모두 아셨습니까?" 이드는 한번도 이런 자리에 서보지 못해서 자신이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해놓고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 역시 이드의 이런 말에 약간 어색한 듯 했다. 그들 중에는 이드가 자신들 의 교관이라는 말에 불만을 토하는 이도 있었다. 사실 누가 보더라도 이드는 전혀 검을 잡 을 사람 같지는 않았다. '하~ 저런 것들이 꼭 있지 겉만 보고..... 저런 것들은 일찌감치 잡아놔야 훈련도 잘 받는 단 말이야. 내 잘난 채를 하는 것 같지만....어쩌겠어 편하게 진행하려면....' "우선 훈련에 들어가지 전에 내 실력을 믿지 못하는 것 같은데...... 어떤가? 내 실력을 보 고싶습니까?" 이드의 물음에 몇몇이 잘되었다는 듯 그렇다고 대답했다.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이었다. 기 사라 체면 때문에 예의는 지키고 있었지만 이드가 자신들을 가르칠만한 인물인지에 대해서 는 의문을 가지고있었던 것이다. 이드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일라이져를 꺼냈다. '효과 면에서는 일라이져가 더 좋겠지?' "뭐가 좋을까나.....보여주기 위한 것이니 화려한 것이 좋을 려나? 보자 그런게...... 난화 십 이식? 그게 좋을려나?" 이드는 펼칠 검결을 정한 후 모두 연무장의 끝으로 물러서게 한 다음 연무장의 중앙에 섰 다. 그리고는 일라이져에 검기를 주입시켜 롱소드 정도의 크기로 만들었다. 이드가 일라이 져에 생성시킨 검기는 약간의 은은한 붉은 색이었다. 연무장의 끝에서 보고있던 기사들뿐만 아니라 일리나들까지도 놀라고 신기해했다. 이드는 검기를 형성한 일라이져를 들고 난화 십이검의 기수식을 취했다. 일라이져를 아래 로 살짝 내리고 다른 손은 살짝 늘어져 있는 듯한 아주 부드러운 기수식이었다. 그런 후 이드가 천천히 움직이며 검을 움직였다. 그 움직임은 그렇게 빠르지도 않고 그렇 게 늦지도 않았다. 그런 이상한 움직임에 기사들과 그래이들이 의아해 할 때 이드가 첫 식 인 난화(亂花)를 펼쳤다. 이드가 부드럽게 몸을 돌리며 검을 휘두르자 이드의 검을 따라 꽃 입이 날듯이 검기들이 하늘을 날며 이드의 몸을 감쌌다. 곧바로 이식인 풍화(風花), 삼식인 낙화(落花), 사식인 혈화(血花), 오식인 화령화(華靈花)................마지막식인 백화난무(百花亂 舞). 이드는 춤을 추듯이 검기를 뿌리며 난화 십이식을 펼쳐냈다. 그의 검식에 따라 검기가 날았으나 주위에 피해를 가하지는 않았다. 공력을 조정하여 어느 정도 뻗어나간 후 중간에 중화되도록 했기 때문이다. 기사들과 그래이 등은 붉은 꽃이 나는 곳에서 춤을 추는 듯한 이드를 멍히 바라보다가 이 드가 검식을 모두 끝낸 뒤에 집합명령을 내린 후에야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여 대열을 갖추는데도 멍했다. 이드가 보여준 것에 대해 이해가 잘되지 않는 것이었다. "자~ 다 잘 보았겠지?" 그러나 이드의 대답에 순순히 답하는 이는 몇 없었다. 모두 이드의 검식에 의문을 가진 것이었다. 사실 이건 중원의 무인들이 본다면 한눈에 알 아볼 것이겠으나 여기서는 아니었다. 단지 소드 마스터에 오른 이들만이 이드가 검식을 펼 치는 주위에 마나가 회오리 치는 것을 느꼈을 뿐이었다. 그리고 검식은 보면서 그것에 대항하듯 머리 속으로 그려나가야 하는데 이들은 멍히 감상 만 했으니................... 그것은 드래곤인 세레니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이드가 펼치는 검기의 마나 분포도 느꼈지만 자신이 그렇게 공중에서 중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마나를 잘 다룰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하~ 이것들은 고등검술을 보여줘 봤자 헛수고야.......그럼 이건 알아보겠지? 참월(斬月)!" 이드가 휘두른 일라이져로부터 푸른, 주위를 서늘하게 하는 검기가 발출되어 200미터 앞 에 있는 나무 옆의 바위를 둘로 나누어 버렸다. 원래는 나무를 목표로 했으나 옆에 일리나 가 있어서 목표를 약간 수정한 것이다. 그녀는 목적 없이 나무나 숲을 회손하는 걸 싫어 했기 때문이다. 어찌했든 이번에는 효과가 확실했다. 모두들 갈라져 버린 바위를 바라보며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드의 주목이라는 말과 함께 몸을 굳히고는 대열을 정비했다. "그럼 아직까지 내 실력에 의문을 가진 사람이 있나?" "아닙니다." 기사들이 한목소리로 웅장하게 대답했다. "좋아 지금부터 훈련에 돌입한다. 각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라." 그러자 그의 말과 함께 모두 연무장에 나누어 섰다. "지금부터 집중력 훈련에 들어간다. 모두 검을 들고 서서 눈을 검 끝에 모으고 한눈팔지 마라 내가 지시할 때까지 유지한다. 한눈파는 사람은 이리 끌어내서 할 것이다. 그리고 하 다가 무슨 일이 발생하더라도 일체 신경 쓰지 말도록. 실시" 이드의 실력을 본 기사들은 전혀 의문 부호를 붙이지(?) 않고 검을 뽑아 들었다. 이드는 기사들에게 명령해놓은 다음 한쪽에 설치되어 있는 막사 쪽으로 일행과 걸어가 않 았다. 그곳에는 차와 약간의 과자가 놓여있었다. 이드는 자리에 안으며 과자를 들어 깨물었 다. 그래이는 그런 이드를 바라보다가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이드, 저기 기사들 저렇게 세워놔서 뭘 하는데?" "음~ 이 과자 맛있는데... 저거 집중력훈련이야....단기간에 성과를 볼려면 집중력부터 키우 는 것이 우선이야 집중력을 키워 놓으며 자신을 다스리게 되고 그러면 자신들의 검술 역시 조금은 늘겠지 그 다음에 다른 검술을 가르치든가 해야지.." "이드 기사 분들은 모두 집중력은 대단하잖아...... 그런데 왜 다시 견습기사처럼..." 이드는 옆에 따라놓은 차를 마시며 답했다. "견습기사처럼? 체.. 내가 보니까 저번에 라스피로 공작을 잡기 위해 갔다가 검은 기사와 싸웠을 때 태양의 기사들인가? 하여튼 그들은 전혀 침착하지 못했어 그 중에 몇 명은 침착 하게 대항해 나갔지. 그러나 그건 일부야 나머지는 우왕좌왕했었어. 그러니 정신 상태를 확 실히 해야지. 일린나, 세레니아 먹어요. 이거 맛있는 것 같은데...." 이드는 또 다른 과자를 들며 일리나와 세레니아에게 권했다. 그때 다시 그래이가 물어왔 다. "그런데 난 왜 집중력 훈련을 안한거냐?" "그거? 간단해 내가 저번에 니 몸속의 마나를 돌린 적 있지? 그리고 지금도 그 길을 따라 돌고있고. 그게 니 집중력을 향상시키고있는 거지. 그게 집중력 뿐아니라 여러 면에서 영향 을 미치는 거야." "그런가? 그럼 난 운이 좋은거네? 그럼 난 저런 거 안해도 되는 거야?" "그건 니 마음대로지.......뭐 하면 좋을 거 같지만. 아니 하는 게 좋겠다. 넌 어떻게 보면 주위가 좀 산만해. 저리가서 너도 서." 그래이는 괜히 말 꺼내 봤다는 표정으로 걸어가서 첫 번째 대열 옆에 서서는 검을 빼들고 는 검의 끝을 노려보았다. 그런 기사들과 그래이를 보며 일리나가 아까 전부터 의문 나는 점을 물어왔다. "이드... 저 집중력 훈련은 기본이기는 하지만 오래 걸리는 거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하시 려고...." "걱정 없어요. 어느 정도 속성시킬 방법이 구상되어 있거든요? 거기다 저기 있는 기사들 중 훈련이 필요한 건 보통기사들이죠. 기사단장급들과 소드 마스터들은.....뭐 좀더 집중력을 튼튼히 한다고 보면될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고는 또다시 과자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는 세레니아를 옆에 앉히고는 혼자서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 옆에 않아 있는 세레니아는 이드를 바라보며 이드가 중얼거리는 말을 열심히 담아 들었다. 지금 이드가 하고있는 것은 13클래스의 마법이었다. 그것도 어떤 마법스펠이 아니라 13클 래스 전체의 큰 뼈대를 이루는 이론이었다. 아마 그것만 설명하는데도 쉬지 않더라도 몇 일은 걸릴 만한 분량이었다. 그리고 옆에서 듣고있는 일리나 역시 어느 정도의 공부가 되리라....... 그렇게 1시간 정도가 그냥 지나가 버리자 힘들고 지치는지 한눈파는 기사들이 생겨났다. 이드는 그들을 귀신같이 찾아서 자리를 이동시켜 기사단장이나 소드 마스터 앞으로 옮기게 해버렸다. 아무리 그들이라지만 상관 앞에서 어떻게 한눈을 팔겠는가 하는 생각에서 였다. 그렇게 30분 정도가 지나자 땀을 흘리고 힘들어하는 것이 눈에 확 들어 왔다. 이드가 그들을 보면서 일어났다. "다시 한번 이야기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자세를 유지한다." 그리고는 옆의 세레니아를 불러 세웠다. 그런 이드를 보며 일리나 역시 일어나 옆으로다 가 왔다. "세레니아, 마법 시행해봐요. 범위는 연무장 전체로하고 환상을 보이게 해봐요. 진짜 같은 환상, 이런데 무언가 나타나더라도 부자연스럽지 않게....." 이드의 말에 세레니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법을 시전했다. "씽크 이미지 일루젼!!" 연무장 밖에 있는 이드는 주위에 마나가 이상하게 형성되어 있을 뿐 어떤 일이 일어났는 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연무장 안에서는 적잖은 혼란이 일고 있었다. 물론 기사단장들과 소드 마스터 급 들은 가만히 있었으나 그들의 뒤쪽으로 보통기사들은 몇 명을 시작으로 검을 휘두르거나 몸 을 굴리고있었다. 그걸 보며 이드는 천마후 공력으로 외쳤다. "내 말을 명심하도록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상태를 유지하도록 그리고 넘어지고 검을 휘두 르는 녀석들도 당장 자세를 취해." 공기를 울리는 이드의 목소리에 어느 정도 정신이든 기사들은 다시 검을 들었다. 그러나 상당히 혼란스러워했다. 그들도 아마 마법으로 환상이 보이게 한다는 걸 알았겠지만 속수 무책인 것이다. 더구나 마법을 펼치는 당사자가 드래곤, 더구나 드래곤 로드 급임에야...... 그러나 이드의 명령으로 자세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흐트러졌다. 그때마다 이드 는 천마후를 시전했다. 이드는 혼란스러워하는 기사들과는 달리 기사단장들과 소드 마스터 그리고 그들과 같이 서있는 그래이를 바라보았다. "음.....세레니아 저기 저녀석들만 따로 좀더 쎄게 해쥐요." 이드의 말에 세레니아는 문제없다며 다시 마법을 시전했다. 그러자 그들도 상당히 당황하 게 시작했다. 그러나 검을 휘두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그러고 있을 때 보통기사들 역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드는 그들을 보며 다시 자리에 않았다. "저렇게 놔두면 심심하지는 않겠지!" 그러면서 다시 과자를 입에 물었다. 세레니아 역시 차를 입에 가져갔다. 일리나는 그런 이드를 바라보다가 연무장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저런 식으로 훈련하는 것은 보지 못했었다. '음~ 이드의 저 훈련은 확실히 단기간에 집중력훈련을 마스터 할 수 있겠어 그런데 이드 는 어떻게 저런걸 생각해 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일리나는 앞에 놓인 과자를 입에 물었다. 누가 만든 건지 맛있었다. 1시간이 지나자 두 쪽 모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듯 처음과 같은 상태를 유지했다. "후룩~ 음.... 이제 좀 익숙해 졌다 이거지?" 이드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일어섰다. 옆에 있던 세레니아 역시 일러나려 했지만 괜찮다는 말로 말렸다. "좋아 오늘 내로 집중력, 정신력 훈련을 끝내주지.... 번뇌마염후(煩惱魔焰吼)" 이드가 연무장을 바라보며 조용조용히 노래 부르듯이 소리를 냈다. 일리나와 세레니아는 무슨 짓인가..하고 바라보던 중 이드의 주위로 이상하게 마나가 형성되는 것을 느낄 뿐 무 슨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연무장은 달랐다. 모두 땀을 흘리며 흔들거리기도 하고 검을 내리기도 했다. 쓰러지는 이 역시 있고 검을 휘두르기도 했다. 그걸 보며 일리나와 세 레니아는 의아했다. 마법도 아니도 그냥 소리를 내어 기사들을 흔들어놓다니...... "용언 마법도 아닌 것 같은데.......어떻게 ......." 그렇게 한참을 소리내던 이드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안았다. 그러나 기사들이 괴로워하기 는 마찬가지였다. 궁금한 것이 생긴 일리나와 세레니아가 물었다. "이드 어떻게 한거죠? 마법은 아닌 것 같은데....." "번뇌마염후라는 건데....어떤 건지는 말하는 데 한 참 걸리고..... 대충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괴로운 것, 무서운 것을 자극하는 거죠. 한마디로 그들의 머리 속에 잠재 되어 있는 그런 것들을 번뇌항마후로 증폭시켜서 현실화 비슷하게 하는 거죠. 각자의 괴로 움을 나타내므로....효과는 만점이죠. 지금은 약하게 해놔서 그렇게 큰 충격은 없을 거예요." 일리나와 세레니아는 이드의 말을 듣고 단지 노랫소리만으로 그런 것이 가능한 것인가를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짧은 시간에 될 리가 없었다. 이드는 그렇게 저녁때 훈련이 끝 날 때가지 번뇌항마후와 마법으로 그들을 괴롭혔다. 가다가 쓰러지는 기사들이 있을 때는 소리를 질러 그들을 일으켜 세웠다. 훈련이 끝날 시간이 되어서 마법과 번뇌항 마후를 거두자 모두들 그 자리에서 그냥 뒹굴어 버렸다. 그 중에는 그래도 이드가 내공 훈 련을 시킨 그래이와 기사단장, 소드 마스터들은 버티고 서있었다. 그러나 얼굴은 당장이라 도 누워 버리고 싶은 표정들이었다. "좋아, 오늘 정신력 훈련은 이걸로 마치겠습니다. 각자 해산해서 돌아가 쉬십시오." 이드의 말과 함께 사람들은 그 자리에 그냥 들어 주워버렸다. 거기에는 주저앉는 기사단장들도 보였다. 이드는 그들을 한번보고는 일리나와 세레니아를 데리고 연무장을 나서려다가 생각나는 것 이 있어 뒤 돌아섰다. 그런 이드를 보며 일리나와 세레니아 역시 의아한 듯 멈춰 섰다. 이드는 연무장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섰다. "천령활심곡(天靈活心哭) 피로는 풀어야 내일 훈련을 무리 없이 하겠지? 아~하~~아~ 아~~~" 맑게 울리는 목소리가 연무장을 한참동안 울렸다. 십분에 가까운 천령활심곡을 운용한 이드는 뒤돌아 섰다. 그런 이드를 보며 같이 뒤돌아서는 일리나와 세레니아의 눈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이드 를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이 보였다. 연무장을 벗어나 걷는 이드에게 세레니아가 설명을 요구했다. 정중하게.... "천령활심곡이라고 번뇌마염후와는 거의 반대라고 보면 됩니다. 이 곡은 주위의 마나를 움직여 사람의 몸을 순환하게 하여 그 사람의 피로를 풀게 하는 거야. 무론 내 목소리로 그 사람에게 맞게 마나를 공명시켜서 말야." 이것 역시 번뇌마염후와 같이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마나 응용 방법이엇다. 그 날 저녁에 그래이는 저녁을 대충 먹는 둥 마는 둥하고는 방으로 가서 일찌감치 누워 버렸다. 그런 그래이를 보고 일란과 하엘이 물었지만 이드가 훈련을 같이 받고있다는 말로 간단히 대답했다. 그리고 저녁때쯤에 이스트로 공작과 우프르, 그리고 크라인 폐하께서 직 접 별궁을 찾았다. 접대실에 다과를 내어오며 시녀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모두 자리에 않자 제일먼지 이스트로가 입을 열었다. "자네 도대체 오늘 무슨 훈련을 시킨겐가? 궁금하군.....손자인 샤이난 녀석이 들어오더니 저녁도 먹지 않고 방으로 가서 골아 떨어졌더군. 그런데 몸에는 먼지나 그런 건 없단 말이 야?" "거기다 내가 연구실에서 느끼기로 연무장 쪽에서 마법을 사용한 듯 마나의 움직임이 잡 혔어." 우프르 역시 궁금한 듯 이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별거 아닙니다. 정신교육 좀 시켰죠. 집중력도 좋지 않은 것 같아서요. 거기다 빨리 하기 위해서 일루젼 마법으로 환상까지 만들어 내서 방해했죠. 그렇게 하루종일 했으니 정신적 으로 피로할 수 밖에요. 몸 역시 하루종일 검을 들고있었으니 좀 피로하겠지만 끝 날때 피 로는 풀어서 보냈습니다." 이드의 말을 들으며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렇지 그럼 확실히 성과가 있겠어 그런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 나는 그런 생 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는데 역시 젊은 사람은 머리가 잘 돈단 말이야" 그때 크라인이 그런 말을 들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기~ 말이야. 나도 그 훈련을 같이 받으면 안될까?" 크라인의 말에 공작과 우프르가 안된다며 막았다. "전하, 전하께서는 공무가 바쁘시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전하께서 훈련을 받으신다면 그것을 누가 처리하겠사옵니까." "하지만 나는 조금 밖에는 검을 다루질 못하지 않습니까." "전하 그것은 우선 모든 것이 전하께 맞춰지고 난 후에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알았습니다. 이스트로 공작." 다음날은 이드도 늦지 않고 연무장에 도착했다. 연무장에는 기사들이 어제와 같이 도열해 있었다. 천령활심곡으로 피로를 풀고 푹 자서 그런지 어제와 같이 생생해 보였다. 그래이도 이드와 같이 와서는 제일 앞줄에 가서 섰다. 이드는 앞에 서서는 기사들에게 말하기 시작 했다. "집중력 훈련은 어제로 끝났습니다. 오늘은 보법연습을 하겠습니다. 이 보법은 여러분이 검을 쓸 때 사용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훨씬 던 사용범위가 넓습니다. 이것은 크게 두 번 의 움직임으로 나누어지고 작게는 각 방향으로의 움직임으로 나누어지므로 총 24개의 움직 임으로 나누어집니다. 우선 제가 보여 드리죠" 그리고는 이드는 전에 그래이드에게 가르쳤었던 풍운보(風雲步)를 시전했다. 이드의 움직임은 부드러우면서도 어디로 움직일지 해깔리는 그런 움직임이었다. 이 풍운보는 중원에서 주로 개방의 인물들이 쓰던 보법이었다. 이드는 보법을 한번 선보이고는 그래이, 일리나와 나누어 기사들에게 가르쳤다. 모두 어느 정도 모법의 순서를 익힌 후부터는 스스로 연무장과 숲으로 돌아다니도록 했다. 점심때까 지 그렇게 계속 걸어다니자 기사들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 익숙해져갔다. 이드는 각자 점심 식사 후 다시 모일 것을 명령하고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자~ 지금부터는 오전에 익힌 보법의 응용에 들어갑니다. 지금부터 나무 잎이 한사람에 두개씩 날아가 부딪히려 할 것입니다. 모두는 그걸 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두개가 익숙해지 면 세 개, 세 개가 익숙해지면 네 개로 늘릴 것입니다. 자~ 실시." 이드는 기사들을 흩어놓고는 바람의 하급정령인 실프를 불러 실프 하나에 나뭇잎 두개씩 을 맏기고는 훈련에 들어갔다. "대단하군요. 이드 어떻게 실프를 200이나 소환하는지....." 일리나가 자리에 않는 이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 별로 힘은 않들어요. 시르드란과의 계약 때문인지 저만큼 소환한다해도 별로 그렇게 까지 힘들지는 않아요. 거기다 마나가 소모되는 만큼 어느 정도 바람을 통해 마나가 유입 되고 있거든요." 그 날 역시 훈련이 끝날 때쯤에는 모두 쓰러져있었다. "하~ 경치 좋다....." 이드는 주위의 경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지금 이드들이 있는 곳은 왕궁과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숲으로 히르스라는 숲이다. 황궁과 가까운데다 경치가 아름답고 해서 유명하다. 그리고 수도에 사는 사람이나 왕족, 귀족들의 좋은 휴식처(?)로 인정 받고있는 숲이다. 이드는 히르스 숲의 어느 작은 언덕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름답게 펼쳐진 숲과 작 은 언덕주위로 피어있는 꽃들과 동물들...... 이드의 허리에 걸려있는 일라이져 역시 숲이라 는 점이 좋은지 약동하는 듯했다. 이드는 그런 숲에서 여기 저기 뛰어 다니는 기사들을 바 라보았다. 여기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훈련을 위해 나온 것이었다. 훈련의 내용은 신법 으로 뛰어다니며 나무나 무엇이든 간에 바로 앞에서 피하는 것이다. 그것과 함께 그 나무 의 나뭇잎을 하나씩 베어 떨어뜨리는 것이다. 물론 절대 쉬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드가 한가지 가르친 것이 있는데 개방의 풍운십팔봉법(風雲十八棒法)중에 풍운만류(風雲萬流)를 변형해 검식으로 바꾸어 가르쳤다. 이것은 한가지 초식이나 이름 그대로 바람과 구름의 만 가지 흐름을 담고있는 것으로 달려가며 어떤 방향에서도 나뭇잎을 벨 수 있을 것이다. 그 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풍운만류를 완전히 연성하리 라는 기대는 않는다 뭐 기사단장이나 소드 마스터들 그리고 그래이는 빼고 말이다. 나머지 는 마나를 느낄줄 모르고 내공 심법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실력을 닦아 소드 마스터 에 오르면.......가능할 것이다. "황궁에만 있다가 이렇게 나오니까 정말 좋아요...." 이드의 권유로 같이 나온 하엘 역시 굉장히 좋아했다. 이드가 하엘을 데리고 나온 이유는 자신이 돌아가는 길을 알기 위해서였다. 지금까지는 이런저런 일이 있었기에 못했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은가.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주위를 바라보는 하엘을 불렀다. "하엘, 내말 좀 들어볼래?" "그래요, 무슨 일인데?" "전에 내가 말한 것 있지? 내가 신에게 묻고싶었다는 것 그리고 프리스트를 만난 것도..." "그래서?" "그래서 지금 여기서 너를 통해 신께 말해 보겠다는 거지." "하지만 이드...전에도 말했었지만 신께서 직접 인간에게 답해주신 적은 없었어. 그리고 나 는 아직 그렇게 수련을 쌓지 못했는데...." "괜찮아. 너는 디바인 파워를 사용할 수 있잖아? 단지 내가 하는 말을 디바인 파워를 사 용해서 기도하면서 전하면 되는 거야." "하지만.........." 이드는 그런 하엘을 보며 옆에 있는 세레니아에게 주위에 마법을 걸 것을 부탁했다. "알았어 해볼게 하지만 그렇게 기대는 하지마....." "그럼그럼. 절대 부담 가질 필요는 없는 거야.... 기도 들여 줄 내용은 차원을 넘어선 라미 아의 주인이 이리안님께 물을 것이 있어 이렇게 전언을 드립니다." "......????" 하엘은 이드의 말에 의문을 가졌으나 그러려니 하고 기도하게 시작했다. 그녀의 손에 쥔 디바인 마크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그녀의 온몸 전체로 그 빛이 번져 나갔다. 그리고 그 빛은 완전히 하엘을 감쌌고 하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세레니아와 일리나는 약간 물러서서 보고있었다. [[ 당신인가요? 라미아의 주인이자 차원을 넘어선 자.......]] 빛이 은은하게 떨리는 듯하면서 아름다운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그 목소리는 자연처럼 안온하고 편안한 그런 목소리였다. "그렇습니다. 제가 당신을 청했습니다." [[라미아의 주인인 그대가 말인가요? ....... 말해보세요.]] "제가 물을 것은 차원을 넘는 문제입니다. 우연찮게 이리로 오게 되었으나 원래는 이곳과 는 다른 세계의 사람입니다. 돌아가는 방법이 없을까요? 라미아에게 물었으나 이것은 모르 더군요." 라미아...사실 이드는 라마아에 대해 완전히 알고있는 것은 아니다. 원래 라미아의 제작에 신 역시 참여하였으므로 라미아를 통해 직접 신에게 전언을 올려도 된다. 거의 직접회선 수준이다. 그러나 이드는 아직 그것에 대해서는 모르고있어서 하엘을 통해 어렵게 전언을 올린 것이다. 거기다 라미아를 만들며 이런저런 정보를 넣었으므로 거의 신과 아는 것이 같을 정도였다. 그 정도니 지금까지 주인을 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드는 ... 보는 사람에 따라 미인의 기준 이 달라진다는 말이면 될까? [[그런가요? 그거라면 라미아도 모르는 게 당연할지도.... 사실 저도 잘 모른 답니다. 단지 어둠과 빛 그 근원과 창조주께서만 알고 계실지 그리고 그 분들 역시 어디에 존재하고있는 지 알 수가 없군요..]] "저 역시 그 말은 들었습니다......혹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이드의 물음에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지다가 이리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런 말이 오래전 부터 있었답니다. 태초에 빛과 어둠께서 자신들의 일부를 때어 각자의 분신을 만드시고 그 두 분신을 제어할 인을 만들어 차원의 틈새로 던지셨다. 그 인들을 모 아 쥐는 자에게는 그 분들과 같이 차원을 바라보는 영광을 얻으리라...... 이런 내용이었죠. 이 두 가지 인이 어떤 건지 어디 있는 지는 모르겠군요. 이 말이 사실인지 조차도요.]] "휴~ 그런가..........요?" 그러면서 이드는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았다. 이드의 왼쪽 팔목에는 작은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어둠과 빛 그분들은 어디서나 존재하시지요. 그대가 지정으로 원한다면 그분들을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그대 라미아의 주인.... 그대가 신계에 들때 만나도록 하지요. 그 대가 차원을 넘을 수 있길....]] 그 말을 끝으로 서서히 하엘의 주위에 있던 빛이 사라져갔다. 그러나 이드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팔을 바라보았다. '이거다....동굴에 있던 벽에 '차원을 다스리는 인...'이라고 쓰여있었어.... 그럼 내가 중원의 지하 동굴에서 보았던 두 가지 반지와 지팡이는.....빛과 어둠의 결정체인가?.........이게 그거 라면 왜 다시 중원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지?' 이드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하엘이 오랜 기도에서 깨어난 듯 눈을 떴다. 그러 나 지금까지의 대화는 모르는 듯했다. 세레니아가 그런 하엘을 바라보며 마법을 거두었다. 이드는 대충 생각을 정리하고는 정신을 차렸다. "하~~ 복잡하군......" 이드는 그 날 팔에 차여져 있는 이름이 차원의 인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으로 멍히 보냈 다. 그러나 얻은 것은 없었다. 어떻게 차원을 넘는지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러다 내린 결론은 어둠과 빛을 찾자는 것이었다. 찾자고 노력만 한다면 찾을 수 있다고 하지 않은가? 그리고 이드는 몇 일 동안 기사들에게 개방의 용형 구식(龍形九式)을 가르치는 것으로 훈 련을 마쳤다. 이드가 개방의 무공을 가르친 이유는 군대와 제일 비슷해서이다. 개방은 인원 수가 가장많은 방파로 싸울때도 많은 인원이 움직인다. 그래서 많은 인원이 싸우는 군대와 가장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드의 훈련을 모두 마친 기사들은 각부대로 돌아가 자신들이 배운 것을 그대로 다른 이 들에게 훈련시켜 나갔다. 그걸 보며 공작이 고마워 했다. 그 일을 마친 이드는 방에서 그래이드론의 정보와 라미아의 정보를 살펴보며 어둠과 빛에 대해 알아보려 했으나 헛것이었다. 전체적이 정의는 나와있으나 그들에 대해 자세히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이드는 맘을 편히 먹기로 했다. "서둘러서 될 일도 아니고 남아 도는게 시간이다.......천천히 하자.....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으니 지금은 로드에게 가르치는 일과 일란과 크라인 돕는 거나해야겠다........" 이것이 이드가 고민에 빠져 그래이드론과 라미아의 정보를 훍어 보기 5일째 되는 날 내린 결론이었다. 그러나 막상 하려하니 세레니아를 가르치는 일 말고는 할 것이 없었다. 그냥 다니면서 기 사들이 이드가 한데로 훈련시키는 것을 고쳐주거나 도와주는 것 정도 그리고 그 훈련에는 한 명씩의 마법사가 따른다. 그리고 이드가 그들에게다가 갈 때마다 기사들이 깍듯하게 예를 갖추었다. 이드의 실력을 인정하고 자신들의 스승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해서 이드의 황궁 생활은 상당히 편했다. 그러던 한날 이드는 자신에게 궁 밖으로 놀러가자고 조르는 여자아이를 바라보며 곤란해 하고있었다. "오빠~~ 나가자~~~ 응?" 지금 이드를 조르고있는 소녀는 금발에 푸른눈을 가진 아이였는데 나이는 14~5세 정도로 보였다. 그녀의 이름은 시르피 드 아이넬 아나크렌으로 크라인 황태자의 한 명뿐인 동생이 다. 할 일이 없어진 뒤부터 시르피와 놀아주었는데 상당히 친해진 상태였다. 그런 그녀가 궁 밖으로 나가자고 조르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로서는 몇 일 동안 자신과 놀아준 이드가 상당히 편한 상대였다. 물론 그녀의 아버지 나 오빠를 빼고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그녀와 놀아줄 상황이 아니므로 이드에게 조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 고 그녀와 놀아주는 것에 대해서는 크라인 역시 완전히 이드에게 넘긴 상태였다. 처음 그 녀와 놀아준 몇칠 후 크라인이 이드에게 그녀를 좀 돌봐달라고 부탁해 왔던 것이다. 요즘 바빠지는 통에 그는 할 일이 태산이고 전 황제는 아파 누워있기 때문에 그녀를 돌봐줄 사 람은 있어도 그녀와 이렇게 놀아줄 사람은 없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에 그녀가 이드에 대 해 말을 꺼낸 것이었다. 아빠와 오빠같이 편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더구나 공주인 그녀가 이드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것도 크라인이 허락한 문제였다. 뭐....허락 받지 않아도 그렇게 했을 그녀지만 말이다. "하지만 사르피......크라인 오빠가 반대할거야...." 이드는 소용없을 줄 알지만 한마디 해보았다. 그러나 역시나였다. "괜찮아 크라인 오빠도 오빠만 괜찮다고 하면 뭐든 해도 된다고 했단 말이야." "응?......." "알았어 나가자....나가자구...." 결국 이드가 지고 말았다. 사실 15살짜리 귀엽게 생긴 소녀가 조르는 데 어떻게 매정하게 거절하겠는가......뭐 어려운 일도 아니고 말이다. "나가기 전에 옷부터 갈아입고....그렇게 입고는 못나가." 이드의 말대로 지금 시르피가 입고있는 옷은 화려한 드레스였다. 그런걸 입고 돌아다닌다는 건 좀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는 시르피를 대리고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그녀의 방에는 드래스 등의 옷을 놓아 두는 전용 룸이 따로 있었다. 시녀들과 이드는 그 중에서 제일 무난하다 한 걸로 골라 시르피에게 입혔다. 그녀가 입은 옷은 단색의 원피스였다. 중산층의 평민들이 잘입을 그런 옷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 원피스의 천이 아주 고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녀가 나가겠다는 말에 그 녀의 유모가 반대는 하지 못하고 호위기사 만이라도 데리고가기를 원했으나 그들까지 데리 고 가면 엄청나게 귀찮아 질 것을 예감한 이드가 거절해 버렸다. 수도는 그 중앙에 광장이 위치해 잇는데 광장에는 다섯 개 방향으로 크게 길이 나있다. 그 길은 네게의 성문과 연결되었는데 그 주위로 시장과 저택들이 형성되어있다. 그리고 그 중 하나의 길은 궁과 연결되었는데 광장과의 거리는 약700미터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 가 깝다. 이드와 시피르는 가까운 거리이기에 광장까지 걸어간 후 그 다음 시르피가 가보고 싶은 곳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런데 성문을 나서서 걷는 이드에게 한가지 문제점이 떠올랐다. '차차.....나도 길을 잘 모르는데 누굴 데려가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면서 앞에서 걷고있는 시르피를 한번 바라보았다. '에라 관둬라 모르면 물으면 되지 뭐.......' 광장의 중앙에는 3단으로 된 아름다운 분수대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수도의 광장이다 보니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기도 하고 자나가기도 했다. 시르피는 재미있다는 듯 주위를 둘러보는데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광장에는 그렇게 재미있는 게 없었다. 광장에서는 함부로 소란을 피우거나 하면 안된 다는 규율이 있기 그런 것이다. 그래서 이드는 시르피를 데리고 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이 있는 방향은 대충 알고있어서 묻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르피의 손을 붙잡고(애가 자꾸 한눈을 팔아서 잊어버릴 뻔했기 때문이다.)걸어가 는 이드와 시르피에게 지나가는 남성들의 눈이 꽂혔다. 그들에게는 아름다운 누나와 귀여 운 동생이 놀러 나온 것으로 보인 것이다. 거기에 시르피가 입고있는 옷은 그녀에게 아주 잘 어울렸다. 잠시 후 길거리에 형성 되어있는 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시장은 항상 그렇겠 지만 상당히 활기차 보였다. 여기 저기 무언가를 팔려는 사람 사려는 사람 물건을 선전하 는 사람 묘기를 부리는 사람 등등.... 시르피는 그런 것을 보면서 이드의 손을 끌고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다녔다. 그렇게 순식 간에 시간이 지나갔다. 시르피 역시 지치는 기색도 없이 여기저기 다니더니 서서히 지치는 모양이었다. 이드는 그런 시르피를 보며 시간을 재보았다. "시르피, 점심 먹으러 갈까? 점심시간도 다 됐는 데 말이야." "응! 그래요, 오빠 그런데 어디서 먹을 건데요." 그렇게 묻는 시르피의 물음에 이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 그의 눈에 괜찮아 보이는 음식점이 눈에 들어왔다. "시르피, 저 음식점은 어때? 오후의 햇살." "와~, 이름은 좋네요, 저기로 가요." 그 음식점은 식당만 전문으로 하는 2층 음식점인 듯 했다. 식당에는 손님이 분비고 있었다. 그걸 본 이드는 2층으로 가려했으나 2층은 벌써 다 차버 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1층의 한 쪽 남아있는 자리를 잡아 안았다. 시르피 역시 많은 사람과 시끄러운 소리가 약간 적응이 되지 않는 듯했다. "시르피 뭐 먹을래?" "나? 음......난 오빠하고 같은 걸로 먹을래..." "그럴래?" 그러면서 이드는 여기 저기 다니고 있는 여 종업원을 불렀다. 그녀는 이드를 보며 다가와 서는 이드의 주문을 받았다. "여기 오리구이를 부드럽게 해서요. 그리고 야채무침 좀 가져다 주세요, 그리고 시르피 후 식으로 푸딩? 그래, 푸딩 하나하고 차하나 가져다 주세요. 차는 부드러운 거 아무 종류나 요." 그렇게 주문하고 이드는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물을 들었다. 시르피는 식당안을 살펴보고 있었다. 2층은 모르겠지만 1층을 메우고있는 사람들은 귀족처럼 보이는 사람은 별로 없었 다. 거의가 모험가나 수도에 사는 평민처럼 보였다. 그런 시르피의 눈에 약간 특이한 이들이 보였던 모양인지 이드를 불렀다. "오빠 저기 봐 저 사람들 모험간가 봐....근데 특이하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한쪽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한 무리의 모험가들이 있었다. 그런데 시르피의 말대로 특이한 모험가 파티였다. 왜냐하면 그 파티인원들이 전부 여자라는 점이었다. 물론 여자로 보일 만큼 예쁘다는 것이 아니다. 파티의 인원은 검을 쓰는 듯한 여인이 두 명이고(허리에 검이 걸려있다.) 여 사제 한 명이 있고, 여자 마법사 한 명과 그녀의 옆에 않은 단발머리의 여성이었다. 그녀들은 이 곳식당의 눈길을 거의 독차지 하고있었는데(또 일부는 지금 들어온 이드와 시르피에게 가 있고 말이다.) 여성들만 있다는 점말고도 그녀들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나이는 제일 어려 보이는 단말머리의 소녀가 17세정도로 보이고 제일 나이가 많은 듯한 검을 차고있는 붉은 머리의 여성이 20정도로 보였다. 한마디로 모두들 젊다는 것이었다. 그녀들 역시 아직 식사가 나오지 않은 듯 앞에 음료수를 놓고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그러던 중 단발머리의 소녀가 시르피를 바라보았다. 시르피는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며 미 소짓자 자신 역시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다시 그녀가 손가락을 펴서 열일곱을 펴 보이자 시르피역 시 손을 펴서 열 다섯임을 알렸다. 그러자 그녀도 살짝 웃으며 동료들에게 무어 라고 하는 듯 했다. 잠시 후 그녀들이 이드와 시르피에게 시선을 돌렸고 다시 단발머리 소 녀에게 뭐라고 했다. 그러자 그녀가 일어나 시르피와 이드가 앉아있는 식탁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활짝 웃으며 시르피에게 말을 건네 왔다. "안녕! 나는 이쉬하일즈라고해, 너는 이름이 뭐니?" 그녀는 밝게 말했다. "응, 나는 시르피, 시르피라고해요." 그녀는 시르피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이드에게로 돌렸다. "나는 이드라고 합니다." 그녀는 이드의 말에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시 미소지으며 시르피와 이드에게 말했 다. "저희와 같이 합석하지 않을래요? 일행들도 동의했는데 내가 소개시켜줄게요." 그러자 이드가 대답하기도전에 시르피가 답해버렸다. "정말? 정말 그래도 돼지? 좋아 가자." 시르피는 이드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자리를 떠났다. 이드는 할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이드는 걸으면서 이쉬하일즈라는 소녀가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걸어가는 모습에서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특이하지 않은 아이가 저 모험가 파티에 끼어있다고 했더니 백타 쪽인가?' 그녀는 그녀의 일행 있는 자리로 가서 시르피와 이드를 앉힌 다음 자신들의 일행을 소개 했다. "그럼 내가 우리 일행들을 소개할게요. 이쪽은 우리일행의 리더인 카르디안, 그리고 이쪽 은 검을 쓰는건 언니와 거의 비슷한 수준인 레나하인, 그리고 여기 사제님은 아직 견습인 데 크라네, 그리고 여기 마법사인 세인트, 그리고 이쪽은 시르피, 그리고 이쪽은 이드라고 한데요." 서로 통성명이 이루어졌을 때 식사가 나왔다. 시르피와 이드의 식사 역시 같이 나왔는데 식당의 시선이 거의 몰려있던 참이라 식사를 가져오는 사람이 헤깔리자 않고 곧바로 들고 나왔다. 그녀들이 시킨 식사의 양은 상당했다. 거의 성인 남자 같은 수가 먹는 양이었다. 보통 여자들은 기사들이라 해도 몸의 크기 때문에 남자보다는 적게 먹게된다. 물론 몇 일 굶었다면 말이 달라지지만 말이다. '이중에 대식가가 있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 이드였다. 그렇게 그 여성일행들과 이드들은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드의 예상대로 대식가가 있었다. 바로 이쉬하일즈였다. '백타를 하니 많이 먹어야겠지.......' 그때 시르피가 일행을 향해 물었다. "모험가 분들이신가요?" 시르피의 대답에 레나하인이 상냥하게 답했다. "맞아, 모험가지..... 세상의 이런 저런 걸 보고싶어서 말이야." "와~ 그럼 던전 같은데도 가보셨겠네요? 그런데 왜 파티에 남자는 없어요?" 시르피가 두 가지 질문을 한꺼번에 해댔다. 엄청 궁금했었나 보다. "던전? 가보기는 했는데 별로 였어. 그냥 길 찾기가 어려울 뿐이었어 대단한 게 아닌지 보물 같은 것도 없고 몬스터 역시 대단한 건 없었어, 그리고 남자 동료가 없는 건 의도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우리들이 같이 다니게 됬는 데 그다음에 동료를 받아들이려 해도 그렇게 실력이 좋은 사람이 없더라고.... 실력도 없는 사람은 오히려 짐일 뿐이니까 말이 야." "음...그런가?" 시르피가 그런가 할 때 세인트가 말을 이었다. "그럼그럼, 저번에도 검 좀 쓴다고 잘난 체 하던 2명이 있었는데 막상 오거2마리가 나타 나자 검 몇 번 쓰지도 못하고 꽁지 빠지게 도망가더라..." "와~ 무슨 그런 사람들이 다 있어요? 그런데 언니는 마법 잘해요?" "물론이지.....이래봐도 5클래스까지 마스터한 천재라구....그리고 카르디안도 검을 엄청 잘 쓰지 보통 남자들은 상대도 않될걸?" 그런 대답에 시르피는 카르디안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카르디안이 살짝 웃어주었다. 그때 이쉬하일즈가 시르피에게 물었다. "시르피 너는 뭘 좀 할 줄 아니?" 그냥 자나가는 식으로 물어본 듯 했다. 그러자 시르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오빠가 검 쓰는 방법을 가르쳐줬어 아직 잘은 못하지만 오빠가 검을 쓰면 이뻐진다 고 했거든." 사실 이드는 시르피와 놀아주면서 시르피에게 그래이 등에게 가르쳤던 금강선도(金强禪 道)와 백화검무(白花劍舞)를 가르쳤다. 물론 기초만 간신히다. 지금까지 한번도 검을 잡아 본 적이 없는 그녀에게 갑자기 그런걸 가르친다고 잘하게 될 리가 없지 않은가..... 그가 가 르칠 때 이뻐진다고 한 것은 검무를 연성하면 그 검결에 따라 몸이 다져지므로 예뻐진다는 소리다. 그 예로 검무나 검을 쥐고있는 강호낭자들 중에 뚱뚱한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그 말이 맞기는 하지. 시르피 너희 오빠는 검을 잘 쓰니?" 카르디안과 레나하인은 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 "응! 오빠가 검을 잘 쓴다고 할아버지가 말한 적이 있어!" "응...시르피 오빠가 잘하는 모양이구나..." 그때 이쉬하일이 다시 이드에게 물어왔다. "그럼 이드는 뭘 잘해요?" 그녀의 물음에 이드는 입안에 든 야채를 넘기며 대답했다.(이 녀석 잘먹죠?) "나도 검을 조금 쓸 줄 알아..." "정말요?" 카르디안이 그렇게 말하며 이드를 바라보았으나 검을 쓰는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소 도 하얀 것이 검을 쥐는 손 같지가 않았다. 검을 쓰는 사람은 검을 쓰는 사람의 손을 알아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이드의 손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정말인가? 헤깔리네....' 그때 이드의 눈에 몇 명의 인물들과 같이 걸어오는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저번에 아나크렌의 수도로 텔레포트하며 본 그 능글능글한 인물이었다. 이드는 그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일행은 이드를 보고는 의아한 듯 이드가 보고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일제히 다른 사람의 눈 사리도 찌푸려졌다. 거만하게 걸어오는 모습이 여행으로 어느 정도 눈치가 있는 일행으로서는 완전 밥맛인 것 이다. 그러나 일행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지도 모르고 녀석들은 일행들에게로 다가왔다. 그들은 저번에 본 그 속 느글거리는 인간과 그 옆과 뒤로 5명 정도의 인원이 있었는데 거 의 대부분이 검을 차고 있었다. 그 중에는 기사들이 차는 검을 가지고있는 인물도 하나있었다. 그 중에 가운데 서있던 그는 다시 재수 없는 웃음을 지으며 이드들과 카르디안 일행에게 말했다. "아름다운 여성분들이 이렇게 모여 계시다니 혼자보기 아깝군요. 저희들과 같이 자리하시 겠습니까? 저희들이 아름다우신 여성분들께 식사와 차를 대접하고 싶군요." "아니요! 저희는 식사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저희끼리 재미있게 이야기 중이니 성의는 감 사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카르디안이 아까 시르피와 이드에게 하던 부드러운 말과는 달리 차갑게 단칼에 잘라서 이 야기 해버렸다. 그러자 그의 얼굴이 약간 굳어갔다. 그러다 그의 눈에 우연히 이드가 들어왔다. "아~ 여기서 다시 아가씨를 만나는 구요. 저번에 실례한걸 사죄하는 뜻에서 사과를 하고 싶은데...." 그러나 이드의 반응은 카르디안보다 더했다. 이드는 저 인간이 정말 재수 없어했다 "저번에도 이야기했듯이 사양합니다. 귀찮게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만 저희끼리 식사 중입니다." 그는 이드의 이야기에 입을 꼭 다무는 듯했다. 그러자 그의 뒤에 있던 기사의 검을 차고있는-여기서 기사의 검이란 아나크렌 제국의 기 사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검이다. 검에는 각자 기사단의 문장과 가문의 문장을 넣게 된다. 꼭 이 검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거의가 이 검을 사용하고있다.-청년이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검 위에 과시하듯 손을 얻으며 이야기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레이디 분들 저는 푸르토 칸 데티눔이라고 합니다. 바람의 기사단 소속 의 기사입니다. 이분 레이디께 제 친우(親友)가 약간의 실례를 범한 듯하데 제가 사과의 뜻 으로 차를 사고 싶습니다만." 은근히 자신이 기사라는 것을 내세우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일행과 이드를 더욱 신 경질스럽게 했다. 물론 시르피는 무슨 말인지, 무슨 상황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다. "저의 대답은 아까와 같습니다. 이만 물러나 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끼리 이야기 가 있습니 다 만." 이드의 대답의 푸르토라는 기사의 얼굴이 구겨졌다. 귀족인 자신이 정중하게 말 했는데도 평민으로 보이는 것이 이런 식으로 대답하니 거만한 자존심이 구겨진 것이다. 그는 구겨진 얼굴로 주위를 한번 두러보더니 이드들을 한번보고는 일행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나가는 그들을 보며 시르피가 궁금한 듯 모두들에게 물어왔다. "그런데 왜 그래요? 저 사람이 정중하게 차를 사겠다고 했는데...." 시르피의 물음에 활달한 이쉬하일즈가 대답했다. "그건 말야. 저 녀석들의 수작이야... 만약에 우리들이 못생겼으면 실수를 하더라도 사과 한마디 않할 놈들이란 거지 그런데 좀 이쁘다 싶으니까 한번 꼬셔볼까 하는 생각으로 접근 한 거야 아까 봤지? 거만하게 걸어오는 거.... 난 그런 녀석들은 질색이야 시르피 너도 저런 인간들은 조심해야되..." 그런 이쉬하일즈의 말에 레나하인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맞아맞아 확실히 우리들이 미인이기는 하니까!!" 그녀의 말에 기분이 나빠졌었던 일행들이 다시 웃었다. "근데 언니들 여기 묶을 건가요? 아니면 곧바로 갈 건가요?" 시르피의 물음에 이쉬하일즈가 답했다. "우리들은 오늘여기 왔거든 여기 수도는 처음 와보니까 여기 얼마간 있을 생각이야 거기 다. 지금 당장 어딘가 아야 할 일은 없거든, 그렇죠? 언니?" "그래 지금은 당장 가봐야 할 곳도 없으니 여기 얼마가 있다 갈 거란다." "시르피, 니가 잠잘 곳 아는 곳 있으면 소개 시켜줄래?" 이쉬하일즈의 물음에 시르피가 활짝 웃었다. "정말? 그럼 우리 집에 가자 우리 집이 꽤 넓어서 방도 많아." "그래도.... 시르피 아무나 집에 초대해도 되는 거야? 너 그러다 집에서 야단 맞는다. 그리 고 내가 농담한 거야 니가 어떻게 좋은 여관을 알겠니?" "괜찮아. 우리 집에 내 맘대로 초대해도 괜찮아 오빠도 아무 말 않할거야. 응? 우리 집에 가자, 응~~ 언니들~~" 시르피가 조르자 그녀들도 당황했다. 자신들이야 여관에서 묶든 시르피의 집에서 묶든 상 관이 없지만 시르피의 집에서 정체도 모르는 여행자들을 받아들일지 문제인 것이다. 그때 이드가 한마디했다. "시르피의 말대로 하세요. 시르피네 집은 넓거든요." 이드까지 이렇게 말하자 일행들은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제 그만 가죠. 시르피 이제 이분들과 같이 돌아가자. 구경도 잘했잖아." "응~!" 이드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음식값은 크르디안이 계산했는데 잠 잘 곳을 제공해 주었으니 음식값정도는 자신이 계산한다며 이드와 시르피의 음식값까지 계산 해 주었다. 일행들이 밖으로 나와서 조금 걸었을 때였다. 그들의 앞으로 푸르토라는 기사와 그의 동료들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이드들이 가는 길을 막아섰다. "호~~ 어여쁜 아가씨들이 어딜 가시는지?" 그들 중 갈색머리의 인물 한 명이 이드들을 향해 말을 걸어왔다. "이것 봐요. 길을 왜 막는 거죠?" 이쉬하일즈가 그들을 향해 따져 물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에 기사는 오히려 잘되었다는 듯 씩 웃으며 말했다. "감히 어디서 굴러 먹다온 건지도 모를 잡것들 주제에 기사인 내게 반항하는 거냐?" 녀석은 말도 않되는 소리를 늘어놓고 시비를 걸어왔다. 물론 평민이 귀족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으나 그렇게 심하게 규제하는 편도 아니고 푸르 토의 작위가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었다. 그의 말에 카르디안이 더 이상 나아가면 않좋아 질 것을 느끼고 말했다. "저희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사과 드립니다." "흥, 알기는 하는구나..... 그런데 어쩌지? 나는 별로 사과를 받아주고 싶지 않은데..." 그때 뒤에서 그 재수 없는 웃음의 청년이 말했다. "혹시 모르지 오늘 하루 시중을 들어 준다면 말이야....하하하" "이~ 기사라면 기사답게 행동해야 할거 아냐!" 이쉬하일즈가 화가 난 듯 소리쳤다. "꼬마 계집애가 입이 험하군~" "그리고 너희 계집 둘 검을 들고 있으니 쓸 줄 아는 모양이지? 어때 나와 한번 해볼까? 아까 말솜씨처럼 검 실력도 괜찮은가?" 푸르토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런 그를 보며 카르디안들이 각자 검을 들고 준비하려 할 때였다. "하~ 저런것도 기사라고.....임마 기사면 기사답게 여자가 아니라 남자에게 덤벼야 할거아 냐?" 이드의 말에 그는 무슨 소리냐는 듯했다. "이것 봐 계집애야.....여기에 사내가 어디 있는냐? 니 남자 친구라도 데려 올 테냐?" "남자친구? 물론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잖아 여기 나도 있는데." "무슨 소리냐? 네년이 방금 남자를 상대하라며?" "이것 봐 너 눈은 폼으로 달고 다니냐? 이렇게 눈앞에 남자가 있는 데도 못 알아보게, 어 떻게 저런 게 기사가 됐는지.....안 그래 시르피?" "맞아요, 오빠 저 사람 완전히 바보네요, 저래가지고 어떻게 기사나 됐는지." 이드와 시르피가 같이 푸르토를 놀려댔다. 그 말을 들으며 카르디안 일행 역시 이드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진짜냐고 묻는 듯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들의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이드가 푸르토를 바라보고는 소리쳤다. "야, 멍청이 기사 난 어딜 보나 남자야..... 눈 똑바로 뜨고 다니지 그래?" "으~~ 이 자식이 사람을 가지고 놀아..." 푸르토가 손에 검을 들고서 빠르게 이드에게로 다가왔다. 그런 푸르토를 바라보며 이드는 서서히 걸어나가서는 그의 검의 사정거리 내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이드가 그의 품에 뛰쳐 들었을 때야 푸르토의 검이 휘둘러졌다. 그러나 이미 그 의 품안으로 들어온 이드에게는 전혀 영향이 미치지 못했다. 이드가 그의 가슴에 장(掌)을 같다댔다. '열화인장(熱火印掌)...' 이드는 그의 가슴에다 약한 열화장을 날렸다. 그러나 죽지 않을 정도로 약하다는 것 일뿐 위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크~윽......." 푸르토는 열화장의 압력에 비명도 크게 지르지 못하고 자신이 달려왔더 방향으로 3~4미터 정도를 굴러갔다. 굴러간 후에도 가슴의 통증이 상당한 듯 가슴을 부여잡고 굴렀다. 그런 푸르토를 보며 재수 없는 웃음의 청년이 그에게 다가갔고 나머지는 검을 뽑아들었다. 그가 다가가 급히 푸르토의 옷을 들어보였다. 그러자 그의 가슴에 빨간색으로 이드의 손바닥이 찍혀있었다. 다른 동료들 역시 그것을 보고는 검을 든 채로 다가왔다. 푸르토를 붙잡고있던 그는 가슴에 난 자국에 손을 대보았다. 푸르토가 괴로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자국에서 는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손을 댓을 때만 느껴지는 열기였다. 다른 사람들 역시 만져보 고는 다시 이드를 바라보았다. "너~뭐냐? 마법사냐?" 그 중에 금발머리의 검을 든 사람이 말했다. 그의 말에 카르디안 일행 역시 멀리서 그의 가슴에 있는 선명한 붉은색 장인을 보고있다 가 이드를 바라보았다. "무슨 황당한 말을 나는 마법이라고는 전혀 몰라." "그럼 저건 뭐냐? 저런 건 들어 보지도 못했다. 너~ 기사를 건드리고도 무사할 줄 아느 냐?" 그의 은근한 협박(?)에 이드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당연히 " "니 놈 뭘 믿고 그렇게 배짱을 부리는 거지?" 그러나 그들도 그렇게 말은 하지만 쉽게 덤벼들지는 못했다. 푸르토는 자신들 사이에서 가장 검 실력이 뛰어났다. 그런 그가 저렇게 나가떨어졌으니 자신들이 어떻게 상대하겠는가. 사실 누구도 그들이 귀족이기에 시비를 걸더라도 후환이 두려워 대항하지 않았었다. 그때 뒤쪽에서 푸르토가 끙끙거리며 겨우 일어섰다. 그런 그의 뒤로 기사 셋이 달려왔다. 그런 그들의 뒤로는 푸르토와 처음에 같이 있던 갈색머리의 사내가 있었다. 그가 가서 푸르토의 친구들인 그들을 불러온 것이었다. 그들 셋은 몸에 푸른색이 감도는 갑옷을 입고있었다. '연한 푸른색.....이 녀석과 같은 바람의 기사단 소속인가?' 이드가 기사들을 훈련 시킬 때 본적이 있는 갑옷이었다. 그들은 다려와 급히 푸르토가 있는 곳에 멈추어 서서 그의 상태를 살피며 이쪽을 살펴보 았다. 그들의 눈에는 검을 쓸 것 같은 여성 둘과 마법사 하나만이 싸울 수 있는 것처럼 보 였다. 그러나 푸르토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이드에게로 돌렸다. 그리고는 이드와 푸르토의 가슴에 남아있는 장인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그 중에 하얀 얼굴을 가진 기사가 앞으로 나서며 이드를 향해 말했다. "그대는 누구인가? 누구이기에 기사에게 손을 대는 것이냐?" "흥, 시비를 건 것은 그쪽 그리고 기사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것 역시 그쪽이거늘 어째 서 이쪽에 대고 화를 내는 것인가? 오히려 그쪽에서 사과를 해와야 정상이 아닌가?" 이드의 말에 그도 푸르토의 성격과 행동을 아는 듯 말문이 막히는 듯했으나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던가? 그 역시 그런지 상황을 따지기보다는 동료를 두둔하고 나섰다. "그것은 그대들이 먼저 잘못을 했기 때문일 터 그대들은 본국의 기사를 위해 했다." "그래서?" 이드가 아주 우습다는 듯이 여유있게 물었다. 옆에 있던 카르디안 등도 이드의 여유에 조금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시르피야 공주에다가 이드의 실력을 대충들 었으니 여유만만. "우리들과 같이 가 주어야겠다. 그렇지 않다면 실력행사라도 하겠다." "호~ 자신 만만한데....그런데 당신 눈엔 여기 마법사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지?" 이드가 옆에 있는 세인트를 가리키지 그녀가 살짝 웃음 지었다. "흠! 그건 이미 알고있다. 그래서 사람을 보내 지원을 요청해 놓았다. 너희들은 절대 빠져 나 갈 수 없을 것이다." 그의 말에 카르디안 등의 안색이 약간 변해 버렸다. 이런 일에 지원까지 요청하다니.... 뭐 저런 놈들이 다 있는 가... "난 빠져나갈 생각도 없지만 내가 나가자고 한다면 아무도 막지 못할 것인데, 니가 무슨 재주로?" "니 놈 허풍이 세구나....." 그때 그의 옆에 있던 투 핸드 소드를 든 기사가 앞으로 나왔다. "가만 있어봐 저놈의 허풍은 내가 막아주지 단장님께 배운 것 도 있으니 이참에 시험도 해보고 말이야." 그리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이 달려 들어왔다. 그는 저번에 이드가 기사들과 기사단장들에게 가르쳤던 것들을 사용하고있었다. 그 중에 풍운보(風雲步)와 풍운만류(風雲萬流)만을 어설프게 흉내내고있었다. 아직 용형 구식은 배우지 않은 듯 했다. '뭐야....엉성하기는 거기다 내가 가르쳐 준 것들을 다 배우지도 않고 왜 나다니는 거야? 기사단장이라는 놈들 잡아다가 확~ 내가 가르친걸 이런 놈들에게다가 다시 가르쳐?'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풍운보의 극성인 금강보를 펼쳐 공격을 쉽게 피해 버린 후 그의 뒤로 돌아 손으로 뒤통수를 밀어 버렸다. 이드를 향해 검을 휘두르느라 체중이 앞으로 쏠 려있던 그는 그대로 곤두박질 치고 말았다. 그런 이드를 향해 다른 기사 한 명이 달려들었다. 그가 이드의 목과 가슴을 향해 이 검을 날렸으나 검과 조금의 차를 두면서 물러선 이드에게는 닫지 못했다. 그리고 그가 검을 거둘 때 이드 역시 빠른 속도로 다가가 그의 가슴에 금강타(金剛打)를 먹였다. 그가 아무리 갑옷을 입었다 하나 공력이 실린 이드의 주먹을 맞고도 멀쩡하지는 못했다. 갑옷이 찌그러지며 뒤로 굴러나갔다. 그때 쓰러졌던 투핸드 소드의 기사가 일어서 며 이드의 뒤를 공격했으나 풍운보로 그의 뒤로 돌아간 이드가 다시 미는 바람에 다시 쓰 러지고 말았다. "크...윽....이자 식이 사람을 놀리는 거냐?" 투핸드 소드의 기사가 자신에게 제대로 된 공격을 않는 이드를 바라보며 분한 듯 소리쳤 다. 그리고 그에 답하는 이드의 속 뒤집는 대답.... "물론." "으악.....죽인다." 그 기사는 옆으로 검을 수평으로 들고는 무작정 이드에게 달려들었다. 이드는 그런 그를 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어주며 손을 내밀었다. "열화인강(熱火印剛)!" 이드가 손을 내뻗음과 동시에 이드에게로 다려오던 그 기사가 뒤로 날아간 것과 그들의 뒤로 일단의 기사들이 달려오는 것은 거의 비슷한 시각이었다. 이드는 자신의 장(掌)에 뒤로 날아가 구르는 기사를 한번바라보고는 뛰어오는 대여섯 명 의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이드가 알고있는 얼굴도 둘 정도 끼어있었다. 그들 역시 멀리서 이드를 바라보고는 뛰는 속도를 더 빨리했다. "이드..... 괜찮을까 저기 기사들이 더 오는데....." "그래요. 피하는 게 어때요?" 기사들이 달려오는 것을 본 카르디안 등이 이드를 향해 말했다. 그러나 이드의 태도는 바뀐 것이 없었다. "걱정마, 괜찮으니까!" 다가오는 기사들을 보며 아까온 세 명의 기사 중 멀쩡한 녀석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 고는 다가오는 기사 중 한 명에게 경례를 붙였다. 그리고는 이드를 가리키며 한마디했다. "난동을 부린 자인데, 실력이 굉장합니다." 그리고 이어 몇 마디 더하려고 입을 열던 것이 자신이 보고하던 기사가 이드에게 하는 행 동을 보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바람의 기사단 부단장 라온 멜피스가 이드님께 인사드립니다." "음~" "이자 들이 무슨 잘못이라도 했는지요.." 라온이 정중하게 묻다가 시르피를 보았다. 사실 이드가 시르피와 놀아주며 궁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느라 연무장이며 돌아다니느라 그 녀의 얼굴이 꽤 알려졌다. "라온 멜피스가 공주님을 뵙습니다." 그가 정중히 무릎을 꿇는걸 바라보며 그에게 보고하던 그 기사와 카르디안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부단장의 뒤로 따라온 기사들 역시 같이 무릎을 꿇었다. "일어나십시오." 이드가 시르피보다 더 빨리 그들에게 명했다. 궁에서도 공주를 보고 인사하는 이들에게 이드가 일어나라든가 물러가라든가 하는 명령을 먼저 내리기 때문이다. 크라인의 명으로 공주에 관한 건 이드가 거의 꽉 쥐고 있는 실정이 었다. "예, 이드님 그런데 무슨......" 그가 설명을 원하는 듯이 이드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들은 모두 기사도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으며 공주를 희롱했고 여기 있는 레이디들을 희롱했습니다. 거기다가 안되니까 먼저 검까지 뽑더군요. 도대체 훈련을 어떻게 시킨 겁니 까?" "죄...죄송합니다. 즉시 처리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특히 저기 있는 푸르토라는 녀석은 기사직을 박탈, 그것은 여기 두 명도 같습니다. 특히 이 녀석은 안되니까 뒤에서 검을 쓰더군요. 그리고 저기 저들 역시 죄를 물 어야 할 것입니다." 이드의 말에 한순간에 기사직을 박탈당한 인물들과 재수 없는 웃음의 사내파(?)들은 얼굴 이 하얕게 변해 버렸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겁니까? 보니 훈련도 제대로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밖으로 나와 있 다니...." "그게... 이들이 훈련을 따라오지 못해 하루동안 쉴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런가요? 그런데 배운 것이 저 정도라면 훈련을 다시 시작해야 할겁니다. 많이 어설프 더군요." "아닙니다. 저 녀석들은 훈련받는 기사들 중 가장 느리고 실력 없는 자들입니다. 다른 기 사들은 모두 잘해 나가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한번 바람의 기사단에 들려보지요, 뒤 일은 라온 경이 처리해 주십시 오." "예, 알겠습니다." 이드는 자리를 라온에게 맏기고는 시르피와 카르디안을 데리고 성을 향해 걸었다. 카르디안들은 이드와 시르피를 보며 상당히 조심하고있었다. 그들은 벌써 10분 가량 걸었건만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있었다. "너무 그렇게 어려워 마십시오, 여기 시르피도 어려워 하잖습니까.. 그리고 저 역시 그렇 게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저들 기사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저렇게 대하는 것일 뿐 이니까요." "정말이요?" 이드의 말에 카르디안 일행 중 가장 활발한 이쉬하일즈가 물어왔다. "그럼." "그런데 이드는 어디서 그런 무술을 배웠어요? 나는 그런 건 지금까지 보지도 못했는 데...." "이거? 어떤 사람이 가르쳐 준거야....... 나도 누군지는 모르지. 왜 배워보고 싶어?" "네, 저도 맨손 무술 그러니까 타룬을 배우고있거든요." '내가 정확히 봤군....' "뭐 어려울 것도 없으니 가르쳐 줄게." 그렇게 대화를 트자 자연스럽게 말이 오고갔다. 그런 그들의 앞으로 궁의 성문이 서서히 다가왔다. 이드는 그들을 대리고 곧바로 별궁의 식당으로 가버렸다. 시간이 꽤 지난지라 벌써 저녁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별궁의 남아도는 방중에 다섯 곳을 골라 그녀들에게 방을 정해 주었다. 이 별궁은 거의 이드일행의 것이었다. 고로 그녀들에게 방을 지정해 주는데 허락을 구할 일이 전혀 없는 것이다. 시르피는 이미 그녀의 궁으로 돌려보낸 후다. "좀 있으면 식사시간이니까 별궁에 있는 식당으로 오세요. 그리고 옷은 입을 것 있어요?" "으...응" "그럼 됐어요. 씻고 옷 갈아입고 나오세요. 식사는 한시간 후쯤이 됐겠네요." 이드가 시녀 마냥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각자의 방을 정해준 후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들이 한 시간 후 각자 가지고 있던 편한 옷(드레스 같은 게 아니다. 모험하는 애들이 그런걸 가지고 다닐 리가 없다. 각자 편한 옷을 입고 나왔다.)을 입고 식당으로 나 왔다. 식당에는 마법사 한 명과 드워프, 엘프 한 명과 붉은 머리를 길게 기른 아름다운 여 성 한 명, 또 사제 한 명 그 옆으로 검사 한 명, 또 나이든 노인이 두 명 있었는데 하명은 마법사로 보였다. 그런 그들의 옆으로 시르피와 한 명의 소년이 보였다. 아직 이드는 나와 있지 않은 듯했다. 시녀들이 그녀들이 들어오자 의자를 빼서 각자 앉을 자리를 정해 주었 다.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하던 그녀들에게는 상당히 다행한 일이었다. 그녀들을 보며 시르피가 먼저 입을 열었다. "편안해요?" "네, 감사합니다. 공주님." 카르디안이 대표격으로 시르피에게 대답했다. "그럼 내가 사람들을 소개 해줄게요, 여기 오빠는 저의 오라버니이신 크라인 드 라트룬 아나크렌, 현 제국의 황제이십니다. 그리고 이분은 이스트로 라 판타로스 공작님이시고 이 분은 궁중 대 마법사이신 아프로 폰 비스탄트 님이시죠. 그리고 저분들은 이드님의 일행으 로 검사이신 그래이, 그리고 이리안의 사제인 하엘, 엘프 분은 일리나, 그리고 드워프 아저 씨는 라인델프, 그리고 마법사이신 일란과 세레니아 예요." 카르디안은 화려한 인원들의 소개를 받고는 잠시 멍했다. 앞에 있는 네명은 평생 한 번 볼일도 없는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일행들을 소개했다. 각자 인사가 끝나고 크라인의 편히 하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런데 이드 오빠는 왜 빨리 안나오지?" 시르피가 자못 기대 댄다는 듯이 웃으며 중얼거렸다. 크라인은 그런 웃음을 짓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또 이드에게 장난친 것 아니니?" "아니야~~" 시르피가 상당히 이상한 어조로 말할 때 식당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한 사람이 들어섰다. "누구야.....이런 장난 친 사람이........" 그렇게 말하며 들어선 이드는 웃다가 이드를 보고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르 피를 바라보았다. "시르피~~~너~~~" 요한하게 들어선 이드에게 모두의 신선이 돌려졌는데 모두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 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드의 몸 주위에 빛나는 것 때문이었다. 이드의 몸에는 파란색이 은은한 빛이 이드의 주위를 감싸고있었다. 그것은 은은한 푸른빛과 함께 이드의 몸 주위를 흐르고있었다. 그에 감싸인 이드는 얼굴과 목말고는 드러나지도 않았다. 사실 자신의 방으 로 들어선 이드는 잠시 앉아 있다가 샤워를 위해 욕실로 들어갔었다. 그때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여왔다. 그러나 곧바로 시르피가 잠시 들어왔다며 말하자 안심하고 샤워를 했다. 그리고 샤워를 끝내고 나온 이드는 옷을 찾았으나 하나도 없었다. 옷장에 있던 옷이며 자 신이 입었던 옷이며 말이다. 있는 것이라고는 침대 위에 놓여진 드레스뿐이었다. 식사시간 이 될 때까지 옷을 찾지 못한 이드는(그래이의 옷은 커서 입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급한 김에 강기로 의형강기(意形降氣)로 주위를 두르고 들어온 것이었다. 그런 이드의 모습에 일행들은 각자의 취향대로 반응했다. 마법사와 마법과 관련덴 드래곤은 이드가 두르고있는 강기의 마나반응, 그리고 검사들은 저게 뭘까하는 의문을 가진반응,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밌어죽겠다는 시 르피의 반응.... "시르피~, 당장 오라버니 옷 좀 돌려주겠니?" 이드의 깔리는 목소리에 시르피가 웃음을 그치고 입을 열었다. "어머, 오라버니 전 오라버니 방에 분명히 옷을 가져다 드렸어요." "시르피. 그건 여자 옷, 드레스란다. 이 오. 빠. 가 그걸 입을 수는 없는 일 아니니?" "그래도 시르피가 오빠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가져다 놓은 건데...." 그때 옆에서 듣고있던 크라인이 듣다못해 동생에게 입을 열었다. "시르피 그만하고 이드에게 옷을 가져다 드려라. 늘 널 돌봐 주시는데 그렇게 장난을 치 면 쓰겠니...." "칫, 알았어요." 시르피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옆에 서있는 시녀를 바라보았다. 시르피의 시선을 받은 그녀는 곧 이드가 가지고있던 옷을 가져왔다. 모두 가져 온 것이 아니라 한 벌만 가지고 온 것이었다. "다른 옷들은 방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옷을 받아든 이드는 시르피를 한 번 보고는 한숨을 쉰 후 옷을 들고 밖으로 나가서 옷을 걸쳤다. 아무리 강기로 두르고 있다지만 사람들 앞에서 옷 입는 건 좀 흉하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겉옷을 걸친 이드가 자신의 몸에 두른 의형강기(意形降氣)를 풀었다. 그러자 의 형강기에 떠있던 옷이 이드의 몸으로 내려앉았다. 옷을 걸친 이드는 다시 식당으로 들어가 서 하나 남은 자리에 앉았다. 그가 자리에 앉자 크라인이 말했다. "이드, 미안하군요, 이 녀석이 장난이 심해서..." "괜찮습니다. 한 두 번도 아닌데...." 사실 그랬다. 시르피가 몇 번인가 이드를 놀리기 위해 장난을 쳤었다. 그러나 보통상황에서 이드가 당할 리가 있겠는가? 그래서 그녀가 했던 일은 성공 전에 실 패 그런데 드디어 그녀의 장난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가 있 겠는가? (이럴 때 쓰는 것 맞나?^^;;;) 그리고 이어지는 마법사들의 의문 그 대표로 궁정 대마법사인 아프르가 물어왔다. "이드, 아까 그 것은 뭔가? 마나가 느껴지던데 자네가 마법을 쓸 줄 알리는 없고...." "간단히 말해서 마나의 형상화한 것입니다. 마법을 쓰듯이 다만 저는 소드마스터가 가지 는 그런 몸에 축척 된 마나를 의형화한거죠." "하지만, 그게..." 그가 더 말을 꺼내기 전에 이드가 말을 자르고 대답했다. "보통은 잘못하지만 전 가능합니다. 특이한 방법으로 마나를 움직임으로 가능해 지는 것 입니다. 설명을 부탁하신다면 거절합니다. 그걸 설명하려면 몇 일이 걸릴지 모릅니다." 그런 이드의 말에 우프르가 입을 다물었다. 사실 의형강기라는 건 강호에서도 보기 힘든 것이다. 우선 5갑자이상의 내공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고 상승내공심법(內功心法)으로 내공을 다스려야하고 그 다음 강기신공(剛氣神 功)을 익혀 완전히 그 오의(悟意)완전히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이드 이 녀석에게만은 예외 다. 이 녀석은 무학을 접할 때부터 보통방법으로 접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말을 마친 후 식탁에 앉은 인물들은 모두 식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식사를 하던 중에 이드가 말을 꺼냈다. "크라인님(황제의 윤허로 이렇게 부름),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기사들 중에 이상 한 놈들이 있더군요." "이야기는 시르피에게 들었지, 어떻게 그런 녀석들이 기사가 됐는지......이번 기회에 군기 를 확실히 잡을 거야." "그런데 이스트로 공작님 기사들의 훈련이 더딘 것 같던데요." "맞아, 모두가 자네가 가르친 자들만큼 뛰어나진 않거든 그리고 자네가 가르친 것들이 보 통 어려워야지." "맞습니다. 거기다 훈련에 마법사까지 동원되니 마법사들도 하루종일 마법을 시행하고 나 면 피곤해서 말이 아니더군요, 뭐 다른 마법사들이 그들에게 회복마법을 걸어주니 크게 지 장은 없지만 말일세." '그렇긴 하지, 내가 제시한 방법이 좀 과격하니까....하지만 빠른 시간에 훈련시키려니 별 수 있어야지' "그런데 아직 저쪽에서는 그대로인가요?" 이드가 입에 고기를 썰어 넣으며 물었다. "그렇다네... 그대로야 더 움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물러서지도 않고.... 골치 아파 뭘 꾸 미는지...." 공작의 대꾸에 한쪽에서 묵묵히 식사를 하고있던 카르디안 일행들이 궁금해했다. 사실 그 녀들은 앞에 있는 엄청난 지위의 4명의 인물들 때문에 아까부터 입을 다물고있었다. 물론 이쉬하일즈야 그 성격에 맞게 입을 열려했으나 그 옆에 있는 마법사 세인트가 말렸다. 그 런 그녀들을 보며 이드가 말을 꺼냈다. "우프르, 여기 세인트가 5클래스 마스터라던데요. 이 정도면 굉장한 실력인거죠?" "5클래스? 자네 지짠가? 나이가.....?" "19살입니다." "음, 19살에 5클래스 마스터라 굉장한 실력이군.... 자네 스승이 누구인가?" "이쉬카나라고 하시는 분으로 저희 아버님의 친구 분이십니다. 엘프이시죠." "그런가? 허긴 엘프 분이라면 자네 정도의 자질을 가진 사람에게 잘 가르칠 수 있을 거 야. 어떤가 자네 여기서 일해볼 생각 없나?" 우프르의 질문에 그녀와 일행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본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같이 일해보지 않겠느냐니..... "왜 그러나? 자네들......아나크렌 사람 아닌가?" "예, 저는 일리나스 사람입니다." "일리나스?" ".........예. 거기다 갑자기 ......" "맞아요, 우프르 갑자기 그렇게 물으면 당황하잖아요. 얼마간 시간을 주고 생각해보라고 해야죠." "허허 그렇군 이드, 하지만 자질이 뛰어난 사람을 보다보니..... 어떤가 생각해 보는게.." "...예."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디 출신이지?" 이스트로 공작이 카르디안 일행에게 물어왔다. 그 대답은 역시 리더인 카르디안이 했다. "저희는 모두 아나크렌 사람입니다." 그렇게 서서히 이야기가 오갔다. 카르디안과 레나하인은 같은 마을 출신으로 두 집안 모두 아버지가 뛰어난 검사였다. 그 래서 두 분에게 같이 검을 배웠다고 한다. 그리고 이쉬하일즈는 카르디안과 레나하인이 어 떤 숲에 위치한 마을에서 만났다고 한다. 이쉬하일즈는 활달한 성격답게 외지에서 온 두 사람을 보고 같이 가싶어했었다. 그러나 집에서도 그렇고 두 사람도 모두 반대해서 참고있 다고 그녀들이 출발한 후 몰래 따라온 것이다. 이틀정도 따라가다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때 는 그 마을과 꽤 떨어진 후라 어떻게 할 수도 없어서 같이 다니게 되었단다. 그리고 세인 트와 크라네는 숲에서 몬스터와 부딪힌걸 세 사람이 구해줌으로 해서 같이 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며 기사한명이 뛰어 들어왔다. "전하, 국경선데 잇는 카논이 움직임을 보였다 하옵니다." 뛰어들어와 외치는 기사의 말에 식사를 하던 사람들의 손이 멈취졌다. "무슨 움직임이냐? 국경선에 있던 녀석들이 움직였단 말이냐?" 이스트로 공작이 급하게 물어왔다. "전선에 대치 중이던 적이 밀고 들어오고 있다고 하옵니다. 전선에 대기하고있던 저희 진 형이 막고는 있으나 힘들다고 합니다." "힘들다니..... 적의 수가 많기라도 하단 말이냐?" "그것이.....아니오라, 적중에 소드마스터가 한둘이 아니라 하옵니다....." "....뭐?!!" 그 기사의 말에 공작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옆에 있는 우프르와 크라인의 얼굴 역시 좋지 않았다. 저번의 일로 인해 카논이 어떻게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많은 수의 소드 마스터를 데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데 지금 그 일이 사실로 나타난 것이다. "지금 당장 장군들과 공작과 후작들을 소집하라!!" 공작이 급하게 달려온 기사에게 다시 명을 내렸다. "전하, 우선 제 연구실로 가셔서 전투현황을 훑어보심이...." "그렇게 하죠. 우프르 갑시다. 이드와 다른 분들도 같이 가주시겠습니까? 그리고 시르피 너는 이분들과 식사를 마친 후 방으로 돌아가거라, 여러분들은 쉬십시오." 그렇게 말을 마친 크라인이 앞장서서 나섰고 그뒤를 따라 공자과 우프르 그리고 이드 일 행이 따라나섰다. 바쁜 걸음으로 우프르의 연구실에 도착한 사람들은 한쪽에 있는 테이블 에 둘러앉았다. 그리고 우프르는 사일이 건 내 주는 투명한 수정구를 테이블의 중앙에 놓고 통신에 들어 갔다. "론느 102, 통신을 요청한다." 우프르가 그렇게 말하자 수정구가 한번 울리더니 은은한 빛을 뛰었다. 그렇게 잠시 후 수 정구위로 입체적으로 한사람의 마법사가 떠올랐다. "안녕하십니까! 우프르님." "음~ 그런데 호른 그쪽 상황은 어떻지 보고 받기로 상당히 좋지 않다고 하던데...." "예, 적군의 수요는 저희측과 비슷하지만 적군에 상당수의 소드 마스터가 있는 것 같습니 다. 아직까지 확실한 수요는 알 수 없습니다만 초급이 대다수이고 중급 역시 소드 마스터 중 3헐 정도를 차지할 만큼 많습니다." 그때 호른이라는 마법사의 손에 종이가 들려졌다. "아! 방금 적군의 확실한 소드 마스터의 현황이 나왔습니다. 총인원 3천중 소드 마스터 300정도인 것 같습니다. 교전중이라 세네 명의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 아직도 교전중이라면 영상으로 전달해 줄 수 있겠는가?" "예, 가능합니다. 그러나 제가 있는 위치가 상당히 멀기 때문에 확실한 것은 보실 수 없고 대충의 것만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이 있은 후 수정구슬 위로 비춰지던 영상이 사라졌다. "소드 마스터가 전력의 10%나 차지한단 말인가? 어떻게 된거지?" "이상합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카논이나 다른 나라나 제국들 역시 그런 전력을 가진 나라는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방법을 사용한 것인지..." 우프르와 공작이 그렇게 말하고 있을때 다시 영상이 생성되었다. 영상은 멀리서 교전현장을 지켜보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호른이라는 마법사의 눈으로 자세히 보기에는 교전중인 전장이 먼 듯 확실히 보이 지 않았다. 그러나 그 걸로도 적중에 밝은 색으로 빛나는 검기에 싸인 검이 보였다. 빛의 개수는 대략 200여 개로 여기저기에 흩어져 본 진을 혼란스럽게 하고있었다. 그리고 그들 이 지나간 혼란스러운 곳으로 일단의 카논병사들이 들어와 공격.... "저번에 라스피로 공작의 저택에서의 전투와 비슷한 양상이군..." 입체적인 그 영상을 바라보며 이드가 말했다. "저 정도라면 오래가지 못하겠는데....... " "이스트로공작, 지원병의 도착은 언제 입니까.." 크라인이 영상을 바라보다가 옆에 있는 공작에게 물어왔다. 가사들에게 들어오는 보고를 받은 공작은 침중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무리 빨라도 하루정도는 걸릴것갖습니다." "하지만 보아하니 도저히 하루정도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 아니지않소!" 크라인의 말대로 였다. 저대로라면 아마 오늘밤이 가기 전에 패할 것이다. "우프르, 마법으로 텔레포트시키는 것은?" "곤란합니다. 폐하, 거리가 먼데다 정확한 좌표가 필요하므로 준비하는 데만도 5시간 정도 는 걸릴 것이고 그리고 한번에 이동시킬 수 있는 인원도 50여명정도로 한정되어있습니다. 거기다 2차 이동까지 1시간이상의 마나 보충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단 말입니까........ 그렇담 저 인원을 살릴 방법은요?" "그것 역시 어느 정도의 피해는 각오해야 합니다. 퇴각하더라도 적과 아군의 수가 비슷한 이상 추격을 쉽게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세명이 그렇게 논의 하고있는 말을 들으며 그래이가 한마디했다. "그런데 저 녀석들 어떻게 저렇게 많은 소드 마스터를 구한거야?" 그런데 뜻밖에 이드가 그의 말을 받았다. "구한게 아니라 강제로 만든것 같은데......!!" 이드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이드를 향하며 설명을 요구했다. "보세요, 자세히는 안보이지만 검기를 사용하고있는 녀석들 검을 휘두르는 게 어설퍼요. 보통 검을 수련해 소드 마스터에 든 사람이라면 저렇게 검을 사용하진 않죠, 저건 어디까 지나 엄청난 힘을 갑자기 소유하게 됨으로써 힘의 응용과 사용법을 똑바로 모르는 그런 사 람들이 휘두르는 그런 것 같거든요." "갑작스런 힘?? 하지만 저렇게 소드 마스터를 찍어내듯 만들어낼 만한 방법이라는 건....?" 궁정 대 마법사인 우프르가 말했다. '하지만 저 말이 진실이라면 이번 전쟁은 패한 것이다.' 그것이 우프르 뿐만 아니라 모두의 마음에 있는 말이었다. 물론 여기서 이렇게 마음먹는 사람들 중에 몇은 빠진다. 이드는 그렇게 고민에 빠진 인물들을 내버려두고 세레니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기까지의 이동 가능하지?" "물론이죠!" "좋아 그럼 가볼까? 우프르, 기다려 봐요. 내가 가서 한 명 산채로 잡아오죠." 그런 이드의 말에 일행들은 당황했다. 아무리 그가 소드 마스터 최상급에 올라있다 하나 저렇게 만은 인원의 소드 마스터를 상대하는 것은 어렵다. "이드, 위험하네 자네실력이 강하다는 것은 아나 저들도 소드 마스터일세 자네 역시 소드 마스터 최상급이긴 하나 저렇게 많은 인원은....." "야! 이드 그런 나도 같이가자...." 그런 이스트로공작의 말에 이드는 세레니아와 연구실의 중앙에 서면서 말했다. "그래이, 넌 여기 있는 게 좋아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공작님 제가 언제 소드 마스터 최상급이라고 했습니까?" "이동!!" 이드의 말을 끝으로 이드와 세레니아는 곧바로 사라져 버렸다. "무슨......." "최상급의 실력이 아니란 말인가?" 그때 문이 열리며 기사가 들어왔다. "전하, 여러 공작님과 후작님들이 작전실에 모이셨습니다." "기다려라 하라!!" 크라인은 그렇게 한마디를 하고는 영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호른은 자신의 옆으로 갑자기 나타난 두 명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다시 시선을 전장으로 옮겼다. 자신이 보는 것이 영상으로 옮겨지는 것이므로 한 눈을 팔아선 않되는 것이다. 이드는 전장을 바라보며 서있는 그 젊은 마법사를 한번 바라보고는 전장으로 시선을 옮겼 다. 그리고는 호른에게 물었다. "저는 이드라고 수도에서 왔습니다. 이곳의 지휘관은 어디에 게십니까?" "아! 그러십니까! 지금 마법을 시전 중이라 고개를 돌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차스텔 후작 께서는 전장에서 직접 지휘 중이십니다." 그의 말에 시선을 돌린 이드의 눈에 여럿의 기사들과 함께 전장의 후방에 말을 타고있는 일단의 무리들이 보였다. "히야~ 그런데 상당히 밝군...." "그렇습니다. 상대방 측에서 자신 있는지 대형 라이트 마법을 시전해서......" "그런가? 세레니아는 여기 있어, 저건 네가 맞지" "알았어요" 이드는 세레니아를 남겨두고 전장 쪽으로 발을 내 디딘 뒤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이것은 빠름을 위주로 한 경공으로 뇌전전궁보(雷電前弓步)였다. 거기다 엄청난 내공의 소 유자인 이드 펼치는 것이라 그 속도는 어마어마했다. 쏘아져 가는 이드의 몸 주위로 은은한 푸른색이 돌고있어서 하나의 푸른색 줄 같았다. 엄 청난 속도로 쏘아져 나간 이드는 지휘관이 있는 곳으로 짐작되는 곳에서 멈추어 섰다. 거 기 있던 기사들은 한차례돌풍과 함께 나타난 이드를 바라보며 검을 뽑았다. "아~~ 너무 경계 하지 마십시오. 차스텔 후작은 어디 게십니까?" 이드의 물음에 이드와 1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검은색 흑마를 타고있던 중년의 기사 가 대답했다. "내가 차스텔이네만 자네는 누군가?" 그가 전쟁중에 소리도 없이 나타난 이드를 보며 기장하며 물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이드, 그래이드론 백작이라고 합니다. 뭐 말뿐이 백작이죠..^^" "처음 들어보는 군.....그래 지원군인가?" 차스텔후작은 귀엽게 웃는 이드를 바라보며 그의 뒤를 바라보았다. "뭐...지원군이라면 지원군이죠...제가 도울까 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요청 할 것이 있습니 다." "무슨 말인가? 혼자서 지원이라니.....자네지금...." "진정하십시오. 제가 혼자 지원 나온 것은 지켜보면 이유를 아실 것이고 제 부탁은 제가 말할 때 즉시 물러나 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싸움을 중단하고 즉시 말입니다." "하지만 그건......" 그러나 그가 더 이상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드는 앞으로 쏘아져나가고 있었다. "뭐...뭐야..저건......." 차스텔은 이드의 움직임에 넉을 놓고있었다. 쏘아지듯 나아가는 이드의 눈에 제일 앞으로 들어와 있는 몇몇의 적 소드 마스터가 보였 다. "좋아, 우선 조사 해야하니 두 셋 정도는 사로잡아야겠지..." 그리고는 전음으로 뒤쪽에 있는 세레니아에게 말했다. "-세레니아 지금부터 내가 두세 명 정도를 기절시킬 건데 그들을 그쪽으로 이동시켜요-" -알았어요, 걱정말마세요- 세레니아가 곧바로 마법으로 이드의 머리 속으로 메세지를 보냈다. 그런 후 이드는 제일 앞에 잇는 소드 마스터에게로 달려나갔다. "취을난지(就乙亂指)" 이드는 지공(指功)으로 그의 마혈(痲穴)과 아혈(啞穴), 연마혈(撚痲穴)의 세 혈도(血道)를 동시에 점해 버렸다. 그러자 그 기사는 앞으로 나가다가 그대로 뒹굴어버렸다. 그러자 그런 그를 향해 주위에 병사들이 달려들려고 할 때 그는 사라져 버렸다. 이드가 안력을 높여 뒤돌아보니 세레니아 옆으로 한인형이 누워있었다. "좋아! 이제 한두 명만 더" 그러면서 자신의 왼편에서 검을 휘두르는 인물의 세 혈도와 그 뒤쪽에 있던 인물의 세 혈 도를 점했고 세레니아가 점혈된 인물들을 이동시켰다. '조사에 필요한 인원은 다 챙겼고 나머지는....' 이드는 주위를 둘러보고 곧바로 곤륜(崑崙)의 운룡대팔식(雲龍大八式)으로 날아올라 눈에 보이는 기사들을 향해 구음빙백천강지(九陰氷白穿强指)를 그들의 목 뒤의 인후혈(咽喉穴) 과 머리의 천령개(天靈蓋)인 사혈을 향해 난사했다. 허공에서 자세를 바꾸며 난사하는 지공 을 피할 수는 없는지라 아군 속에 파묻혀 있던 소드 마스터들은 곧바로 넘어가고 말았다. 몇 기사들은 투구를 쓰고있었으나 지강(指剛)이 뚫고 들어오거나 인후혈을 뚫어 버림으로 방법이 없는 것이다. 아군측으로 깊이 들어온 인물들 30~40명 가량을 처리한 이드는 뒤쪽 에 잇는 소드 마스터들에게로 나아갔다. "우선 최대한 엎어 버리면 되다 이거야!! 나에게 이목을 전부 집중시키도록!!!" 이드는 빠른 속도로 그들에게 다가간 후 그들 가운데로 낙하했다. 주위에 있던 기사들은 갑자기 나타난 이드를 보며 어리둥절해 하다가 곧바로 검을 들었 다. "늦어!" 그들보다 빨리 라미아를 뽑아든 이드는 곧바로 그들은 향해 그어 버렸다. 그런 후 파괴신법(破怪身法)인 선풍보(詵風步)와 파괴력이 광범위한 검강을 펼치기 시작 했다. 콰과과과곽....... 이드가 빠르게 지나가는 자리로 파괴강살(破怪剛殺)이 바람처럼 주위를 휘돌았고 이드가 휘두르는 라미아의 검신을 따라 검강이 회오리 쳐나갔다. "철혈패극류(鐵血覇極流)!! 묵광혈풍류(墨光血風流)!!" 이드의 첫 검의 파괴력에 의해 주의 10여 미터가 엉망이 되어 버렸고 두 번째 검의 검기 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검기에 의해 몸의 한 부분이 날아가 버린 병사들이 생겨났다. "수라 삼도(壽羅三刀)!! 수라섬광류(壽羅閃光流)!, 수라만화류(壽羅萬花舞)!, 수라혈참인(壽 羅血斬刃)!!" 슈가가가각 "으극....." "객................" "악.........내팔........." "괴.........괴물이다......" 수라삼도를 펼친 이드의 주위로 비명과 괴성이 울려나왔다. 그때 상공으로부터 불덩어리 가 떨어져왔다. 전장을 헤집고 다니는 이드를 향해 급하게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한 듯했다. "이 정도로....... 되돌려주지.... 분합인(分合引)!!" 이드는 갑자기 날려 그렇게 강하지 않은 파이어볼을 향해 분합인의 공력이 담긴 손을 내 밀어 방향을 바꾸어 적병들을 향해 날려버렸다. 그리고 그때 이드의 주위로 소드 마스터들 이 몰려왔다. 아군의 사이사이에서 혼전하던 이들이 이드를 막기 위해 몰려든 것이었다. 그 리고 그런 그들의 명으로 일반 병사들은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이드의 눈에 적군 측으로 부터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백 여명 가량의 기사들 역시 있었다. "소드 마스터라는 녀석들이 300명 정도라더니 저 녀석들이 남아있던 100명인가? 그럼우선 여기 있는 녀석들부터 처리해야겠지?" 그렇게 결정한 이드는 주위로 다가오는 소드 마스터 110여명을 보며 공력을 끌어올렸다. "잔인하단 소리는 듣기 실으니까 미타쇄혼강(彌咤碎魂剛)!! 부유행(浮流行)!!" 이드는 검을 집어넣고 자신의 몸에 미타쇄혼강을 두른 후 신법 역시 부유행으로 바꾸어 소드 마스터들에게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제일 앞에 있는 기사를 향해 강기를 떨쳐내고 주 위로도 강기를 펼쳐냈다. 그리고 강기를 맞은 기사들은 그대로 피를 토하며 무너지듯 쓰러 졌다. 이 미타쇄혼강은 외형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부를 부수는 강기류의 신공이다. 그리고 이드가 펼치고 있는 신법 역시 부유행으로 공중을 날아 흐르는 듯한 그런 움직임으 로 주위의 어떤 방향으로라도 쉽게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이드를 향해 다시 마법이 떨어졌다. 검은 기운을 머금은 마법은 다크 버스터 였다. "뇌룡강신장(雷龍降神掌)!!" 이드가 마법을 향해 장공을 펼쳐 대응하는 순간 이드의 주위로 달려들던 소드 마스터 들 중 중급들이 때를 놓치지 않고 검기를 머금은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이번 마법은 5클래스 의 놉은 마법이라 곧바로 방어하는 것이 어려워진 이드는 그들을 보며 공중에다 대고 외쳤 다. "시르드란 날보호해줘, 바람의 폭풍!" 이드의 외침이 잇은후 이드를 중심으로 엄청난 압력으로 바람이 회오리쳤다. 그 바람에 달려들던 소드 마스터들과 주위에 포진해 잇던 기사들이 몇 미터씩 날려가 버렸다. "휴~ 이게 쉽고 좋네.....진작이럴껄....." [괜찮니?] 이드의 귀에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그러면서 이드의 어깨로 작은 새 한마리가 내려앉았다. "고마워요, 시르드란" [계약자인데 당연한 거잖니!] 이드와 시르드란이 다정히 이야기 중얼거릴 때 주위로 다시 기사들이 모여들었다. "시르드란 내 마나 중 반으로 주위를 향해 공격합니다. 바람의 검과 바람의 화살" [알았어] 그렇게 대답하는 이드의 어깨에 앉은 시르드란의 발에서 작은 빛이 새어나왔고 그와 함께 이드는 대량의 진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감지했다. 그리고 곧바로 주위의 공기가 압축되며 엄청난 속도로 퍼져 나갔다. 기사들은 잘 보이지도 않는 원드 스워드와 원드 에로우를 맞 고 쓰러져 나갔다. 이드가 진가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 후 곧바로 대기를 통해 마나가 유 입되었다. 거기다가 이드의 내부에서도 대단한 양의 마나가 생성되엇다. 바로 아직 이드와 완전히 합쳐지지 않은 그래이드론의 마나, 드래곤 하트였다. "좋았어! 진기가 7할 이상 증진되었다." 그러면서 주위에 쓰러지고 날아다니는 기사들과 병사들을 보며 어깨에 올라서 있는 시르 드란을 향해 말했다. "고마워요 시르드란 이제 돌아가도 되요. 또 부를 게요" [알았어!......또 보자꾸나 계약자여] 그녀가 사라지자 주위를 휘돌던 바람 역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런 이드의 주위로 는 엄청난 수의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소드 마스터 역시 100여명만이 남아 잇고 나머지는 운명을 달리했다. 그리고 거기에 따려 병사들 역시 수백 명이 죽고 전투 불능상태가 되어 버렸다. 마법을 쓰지 않고 한인간이 이 정도 능력을 발하는 것은 이때까지 절대 없었던 일 이다. (사실 정령술을 썼지만 7,8할이 이드의 실력이었으므로 거기다 정령술 역시 이드의 진기가 사용되니까...따지지 말자) 교전 상황 역시 아까 전보다 상당히 호전되었다. 소드 마스터들이 빠져나가고 이드가 병 사들을 쓸어버리자 사기가 떨어진 카논 군을 사기가 오른 아나크렌군이 밀어 부쳐 이드의 뒤에까지 다가 온 것이다. "후~ 이제 확 밀어 부쳐 버리면 끝나겠군...." 그러면서 이드는 양심신공(兩心神功)을 기초로 몸주위에 금령천원단공(金靈天元丹功)으로 강기막을 형성하고 라미아를 꺼내서 무형검강결(無形劍剛決)을 집어나갔다. "후~후~ 이걸로 끝내자...." 이드는 7할 이상 이나 증진된 상당한 양의 진기를 신공에 반 검결에 반을 집중시켰다. 그 리고는 방향을 적의 지휘관이 있는 쪽으로 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 그를 향해 다시 다크 버스터가 날아왔으나 이미 몸 주위에 금령천원당공을 운기하고 있었던지라 가볍게 대비할 수 있었다. "자~ 간다...무극검강(無極劍剛)!, 무형일절(無形一切)!, 무형기류(無形氣類)!, 무형극(無形 極)!, 무형대천강(無形大天剛)!" "금령단천장(金靈斷天掌)!, 금령참(金靈斬)!" 이드는 검으로 앞과 옆에 있는 적들을 베어 넘기고 간간히 다가오는 적들을 금령천원단공 을 운용한 왼손으로 날려 벼렸다. 원래 무형검강이 난해함보다는 파괴력을 주로 하기 때문 에 이드의 일검 일검에 앞에 있는 적들은 십여 명씩 날아갔다. 거기다 하나의 검결을 펼치 고 있기에 멈추지도 않고 되풀이해 나가고 있었다. 거기다 그를 향해 날아오는 마법을 검 강으로 되받아 치기까지 하고있었다. 그렇게 천 미터 가량을 전진하자 남아있던 일백 명의 소드 마스터들이 이드를 막아섰고 그들의 뒤로 지휘관들과 상급자들이 급히 퇴각하고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을 따라 일반 병사들 역시 아군을 경계하며 빠른 속도로 빠져 났 다. 이드는 그런 그들을 보며 전음으로 차스텔 후작에게 말했다. "-후작님 지금입니다. 병력을 후퇴시켜 주십시오.-" 그러자 후작이 이드의 말을 신뢰하는듯 곧바로 아군의 진군이 멈추며 뒤로 빠지기 시작했 다. 그런 그들을 보며 이드는 라미아를 들어 공력을 가한 후 검을 왼손으로 쳤다. 티이이이잉 "케엑...." "크아............그극" "욱..............." 이드의 탄검살음(彈劍殺音)뒤쳐져 가던 병사들과 기사들이 쓰러져나갔다. 이드는 그들을 보며 탄검살음을 그들이 원래 있던 진지 뒤로 밀려날 때 까지 펼쳤다가 멈 추었다. 그러자 차스텔 후작이 곧바로 군을 전진시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그들과 부딪 히지는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는 이드에게 차스텔이 다가왔다. 후작의 옆으로는 몇 명의 기사가 같이 따르고있었다. 이드도 그들을 보며 라미아를 거두고는 그들을 향해 돌아섰다. "귀하의 눈부신 활약에 감탄했소, 본국에서 오셨다했소?" 차스텔은 처음보다 이드에게 약간 말을 높였다. 이드의 실력을 보아 그런 것도 있었고 이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 백작정도밖에 되지 않는 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아서였다. 자신이 보기에 이드의 실력은 지금까지 도달한 사람이 단두 명 있다는 그레이트 실버 급 정도인 것 같았다. "그렇습니다. 후작님." "덕분에 살았소이다. 더군다나 교전전보다 더 밀고 올라갈 수 있었소이다. 적의 잔여세력 도 1000여명이 조금 넘는 것 같으니..... 당분간은 별일 이 없을 것이오" "하하.. 별말씀을....." "그런데 정말....백작이시오? 그정도의 실력이라면......" 차스텔이 이드를 바라보며 은근히 물어왔다. 그의 생각에 이드정도의 실력이라면 절대로 백작이 아니었다. 공작이 되고도 남을 정도의 실력이었다. "예, 거기다 영지도 같지 않습니다. 제가 귀찮거든요.. 그래서 제가 사양했었지요." "그래도 그 정도의 실력이라면..... 참 내가 너무 오래 세워두었구려 갑시다. 그렇게 편하진 않으나 막사가 있으니...." 차스텔 후작이 이드를 아군진지로 안내하려했다. "아닙니다. 저는 돌아가 봐야 합니다. 카논 쪽에서 대거 소드 마스터들을 내보냈기 때문에 그것을 조사하기 위해서 온 것입니다. 이미 소드 마스터도 셋 확보했으니 돌아가 보겠습니 다." "허~! 참 섭섭하구려..... 그럼 말을 타고오셨소?" "아닙니다. 제 동료 마법사와 함께 왔습니다. 그럼 이만" "아쉽지만 그러시구려, 다시 한번 감사드리오....본국에 돌아간 후 봅시다." 이드는 차스텔의 말을 들으며 몸을 날렸다. 이곳으로 달려왔을 때와 같은 신법인 뇌전전 궁보(雷電箭弓步)였다. 이드가 뛰어 오른 자리에 생긴 작은 모래바람을 바라보며 차스텔은 다시 한번 감탄했다. "아까도 보았지만 어떻게 저런 움직임을........" 그러자 옆에 있던 기사가 한마디했다. "후작님, 저것이 혹시 말로만 듣던 그레이트 실버 급정도의 실력이 아닐까요?" "알수 없지. 직접 본적이 없으니 그러나 저 정도라면 확실히 소드마스터는 넘어선 것이다. 저런 이가 폐하 곁에 머무르고 잇다니...." 차스텔은 아군의 막사쪽으로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는 이드를 바라보았다. "세레니아 이제 돌아갈까요?" 이드는 돌아와서 세레니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옆에는 떡이 빠져 버릴 듯 벌리고 있는 마법사 호른이 있었다. 그는 아직까지 전 장에서 시선을 때지 못하고 있었다. "대단하던데요? 도대체 그런 건 어디서 배운 거예요? 거기다가 그렇게 하고도 지쳐 보이 지도 않는데....... 보이거 녀석과 싸우셔도 지지 않으시겠어요!!" "보이거? 보이거가 누군데????" 이드가 세레니아의 곁으로 가며 물었다. 그녀의 뒤로는 그녀가 이동시킨 기사 세 명이 누 워있었다. "웜 급의 레드인데 녀석이 특이하게 검을 좋아해서 말이죠...." "검? 왜? 드래곤은 검을 쓰면 않돼????" "않되는 건 아니지만 원래 드래곤은 마법종족이죠, 거기다가 본채로 돌아가 브래스만 한 번 뿜으면 견뎌내는 게 거의 없는데 뭐 하려고 배우겠어요?" "하긴 그것도 그렇네...... 그럼 현재 검에 관심이 있는 드래곤은 개(?)뿐이야?" 세레니아도 이드의 옆으로 다가가 이동준비를 하면서 이드의 물음에 답했다. "아니요.....검에 관심이야 꿈을 꾸어본 드래곤이라면 검은 한번씩 다 써보죠. 단지 그렇게 검에 마법만큼 빠져드는 드래곤이 적다는 이야기예요. 뭐 현재 몇몇의 에이션트들도 관심 을 같고있는 드래곤이 있지만요...너무 오래 살다보니 별 별것에 다 관심을 가지게 되는 거 죠. 그렇지만 녀석만큼은 아니예요." "별종이네.......뭐....지 맘이지....세레니아, 이 녀석들하고 같이 이동하자....아직 우프르 연구 실에 모여있겠지." "알았어요. 이동!" 이드는 연구실로 이동되어 온 후 앞에 보이는 사람들을 향했다. "자~ 다녀왔습니다." 그러나 이드의 장난스런 말에 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무슨 마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 표정 비슷하게 짓고서 이드를 바라보고 있었 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에 소드 마스터 중급인줄 알았는데 블랙 라이트와 부딪 혔을 때는 소드 마스터 상급 이상의 실력을 발휘했고 오늘 마법영상으로 보니 소드 마스터의 경지는 이미 뛰어 넘은 것처럼 보였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하니..... 도대체가 정확히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건지 짐작조차 되는 않는 것이었다. "이봐요....다들 왜 그래요? 야! 그래이" "으...응...응.. 왔냐?" 그래이를 시작으로 모두 이드에게 잘했다, 굉장하더라는 등의 말을 건네왔다. "야! 이드 너 도데체 실력이 어느 정도냐? 보니까 저거 말로만 듣던 그래이트 실버 급인 거 같더만..... 너~ 아직 숨긴 실력있냐?" "야... 뭐 그런걸같고..." 이드는 그래이의 말을 대충 받아 넘겼다. 다른 이들 역시 더 묻지 않았다. 직접 눈으로 이드의 실력을 보았기 때문이다. 저번에도 누구에게 배웠느냐는 질문에 제대 로 답을 해주지 않았으니 지금도 같을 것이고 거기다 실력이야 현재 대륙전체에서도 없다 는 그레이트 실버 급이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으니 된것이다. 그러니 이드가 얼마나 강한 가를 알아서 무엇하겠는가? 게다가 중요한 것은 이드가 자신들을 위해준다는 사실이다. 이드는 그런 그 중에 우프르를 향해 이드가 점혈해 놓은 세 명의 기사를 건네었다. 우프르는 그들을 보며 제자들에게 몇 가지를 준비시켰다. 그들은 곧 연구실 중앙에 기사 중 한 명을 눕혔다. 그리고는 끈으로 팔과 다리등을 묶었다. 그리고는 몸에 걸친 갑옷을 벗겨내었다. 안에는 하얀색의 옷이 걸쳐져있었다. 우프르는 그 기사를 보며 몸의 이곳 저곳을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그의 등에 이상한 마법 진이 하나 새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크라인과 공작 그리고 이드들도 흥미를 가지고 발라보았다. 그리고 그 마법진을 바라보던 우프르가 기사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음~ 다른 건 좀 더 봐야겠지만 여기 이 부분은 마나를 강제적으로 유입시키는 마법진 같 은데.... 이 부분은...." 그러면서 마법진의 한 부분을 살폈다. 그 부분은 마법진의 가장 중앙에 위치한 것이었다. "마나의 성질변환에 관계된 거 같아" 옆에서 보고있던 세레니아가 말했다. "그런가..... 나도 언뜻 들어보기는 했지만 ..... 하지만 그 부분은 아직 불 완전한 걸로 아는 데...." "그렇긴 하죠. 마나의 변환가공이라는 것은..... 마법으로 마나를 검기에 사용되는 마나로 변 환시키는 것은 특히 말이죠.... 거기다 억지로 한다면 부작용도 남게되죠.." "그럼 이건 뭐란 말이가??" 우프르가 세레니아가 알고있는 지식에 대해 놀라워하며 물었다. "제가 보기엔 억지로 만든 변환 마법진 같아요. 제가 보기엔 이건 ..... 부작용이 상당 하겠 는 걸요?" "부작용 어떤 것 말인가?" 그 물음에 사람들의 귀가 세레니아의 말에 모아졌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거라면 기사를 한 달 정도는 소드 마스터로 유지 시킬 수 있어요, 그러나 그 이상은 불가능 할 것 같아요, 인간의 몸이 버티는 한계거든요. 거기다 그 기간이 끝나고 난 후에는 한 반년정도는 검을 못 들것 같아요, 그리고 검을 들더라도 소드 마스터 에 들기에는 불가능하겠어요, 그리고 심한 경우 마법진 활동기간에 마나의 폭주로 사망할 수도 있고요.......어찌했든 엄청 불안정한 마법진이예요." 모두들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황당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미래를 내다본다면 엄청난 손실이다. 기사들을 이런 식으로 희생시키다 니...... 거기다 거기에 응하고 있는 기사들도 당황스러웠다. "그럼 기사들은 아직 모르고있는 건가?" "아무래도 그렇겠죠..... 뭐 몇몇은 알더라도 할지 모르지만 얼마나 거기에 동의하겠습니 까? 아무리 봐도 속여서 써 먹고있는 거겠죠..." "그나저나 이런 녀석들이 계속 나온다면....." "하지만 공작님, 기사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아니야, 그래이 일반 병사들이나 평민들을 생각해 보게...." 공작과 그래이, 일란이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때 이드가 말을 받았다. "그건 아니죠, 이런걸 실행하려면 시술 받는 사람 역시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져야 되 지..... 아무나 하는 게 아냐.... 기사들이야 어느 정도 수준으로 검을 다룰 줄 아니까 이런 마법으로 검기를 사용할 수 있겠지만 일반 병들이나 평민들은 갑작스런 마나를 통제 하기 는 힘들걸? 아마 폭주하겠지......." 이드의 말에 세레니아가 거들었다. "이드, 말이 맞아요, 거기다가 이 마법진의 형성을 위해서는 6클래스이상의 마법사가 필요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한사람에게 적용시키는데도 2~3일간의 시간이 필요하지요.." 모여있는 인물들은 그 말을 들으며 시선을 다시 누워있는 기사에게로 옮겼다. "그런데.... 왜 깨어나지 않는 겁니까? 마법은 아니 것 같은데....." 우프르가 의문을 표하며 이드와 세레니아를 바라보았다. "제가 기절 시켜놓은 겁니다. 깨울까요?" "예, 깨워 주십시오... 심문도 해야하니," "그렇게 하지요." 그리고는 마혈, 아혈, 연마혈의 세 혈도를 다시 가격하여 그의 혈도를 풀었다. 그러나 그의 몸이 약간 부드러워졌다는 것말고는 바로 깨어나지는 못했다. "좀 있으면 깨어날 겁니다." "카논이 저런 짓까지 해가며 전쟁에 참전할 줄이야..... 공작...우선 회의실로 가지요." "예, 전하" 크라인과 공작은 자리를 떠나 급히 소집된 회의를 위해 연구실을 나갔다. 이드들 역시 남 은 두 기사의 혈도를 풀고 자신들이 머물고 있는 별궁으로 향했다. "저쪽에서 저렇게 한다면 아타크렌이 상당히 불리할 텐데.....안 그래요, 일란?" "그렇지....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잖은가..... 게다가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 작된 것도 아니고....."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된다면 다른 국가들에게 동맹을 요청하는 것도 괜찮겠지 그들도 당할 수 있는 일이니..." 그러나 이드와 몇몇은 별 상관하지 않았다. '역시 이곳은 무공 쪽으로는 발달하지 못했어....... 음~ 저런 건 혈혼강림술(血魂降臨術) 에 비하면 완전히 장난이군..... 이걸 가르쳐줄까?' 그러나 곧 생각을 바꿨다. 아니 생각을 바꿨다기 보다는 상황이 어려웠다. 원래 이것을 실 행하기 위해서는 혈도와 내공이론을 잘 아는 2갑자이상의 내공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곳에 그런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뭐....이론이야 가르치면 된다지만 나머지 내공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거기다가 중요한 것 한가지 이것 한 명에게 시술하는 데 시간이 최소한 일주일 가량이 걸린다. 그 대신 효과는 확실하다. 이것 한번으로 100년정 도의 공력을 가진 그러니까 여기말로 소드 마스터 상급정도의 마나를 가진데다가 혈혼강 (血魂剛)이라는 호신강기(護身剛氣)를 가지게 된다. 거기다. 몇 가지 약제 역시 필요한데 그게 있으면 기간은 더 늘어난다. "그나저나 이드야!" '으 ~ 저게 느끼하게 왜 저래??' "이드야.....너 싸울 때 사용한 것들 나도 가르쳐 주라~" "그만해....징그러....그리고 그걸 하려면 몸 속에 싸여있는 마나가 많아야 한다. 그런데 현 재 넌 아니지... 고로 안돼!" "쳇, 할 수 없지...." 다음날 이드들은 아침식사를 끝마친 후 우프르의 연구실로 향했다. 이번에는 카르디안들 역시 데리고 갔다. 굳이 숨길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껏 데려와 놓고는 그냥 두기도 그랬다. 거기다 이쉬하일즈가 같이 가도 되냐고 부탁해오기도 했기 때 문이다. 연구실에는 우프르와 몇몇의 마법사들이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여전히 카논의 기사가 한 명 묶여서 누워있었다. "오~ 왔는가?" 우프르가 이드들을 보고 맞았다. 그는 조금 피곤해 보였다. "피곤하신가본데요?" "허허 나이도 있으니 말이야, 어제 회의에 나도 갔었는데 거기 걸려들면 최소한 세 네시 간은 꼼짝없이 붙잡혀 있어야 하거든 .... " "그런데 뭐 나온 것이 있습니까, 우프르님?" 이드와 우프르가 잡담을 할 때 일란이 끼더들어 물었다. "뭐~ 없어 모여서 회의 해봤자 별 뾰족한 수가 없지.....그리고 기사들을 심문해서 알아낸 건 얼마 전부터 카논 국의 궁정마법사의 행동이 이상해졌다는 것 정도?" "어떻게 말입니까?" "그건 모르지. 저들도 확실히는 알 수 없었던 모양이야 하기사 기사들이 뭘 알겠나..." "그런데 저자는 왜...." "응...... 저 녀석 등에 잇는 마법진을 연구해서 무효화시키는 주문을 찾는 중이야..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그때 시녀들이 차와 과자를 들고 들어왔다. 일란은 차를 들어 한 모금 마신 후 우프르에게 물었다. "카논은 어떻습니까? 어제 부딪혔으니 어떤 반응이 있을 만도 한데요." "자네 말대로야, 아침에 연락이 왔는데 녀석들의 군이 국경선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군 덕분에 오늘아침에 돌아가려던 귀족들이 전부 다시 잡혀서 회의실에 박혀있지.." "우프르님, 그런데 아까 말하신 거, 그 ... 저 기사들에게 걸려있다는 마법을 해제시키는 거요... 어떻게 됐습니까?" 그래이가 의자에 앉아 넌지시 침대 비슷한 것에 묶인 기사를 보며 물었다. "오래 알아본 건 아니지만..... 없는 것 같더군, 저 마법 자체가 불완전한 것이라 차라리 안 정된 것이라면 연구해서 디스펠 마법을 적용하겠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더 연구해봤자 얻 어지는 건 없을 것 같더군." 그러면서 시선을 묶여있는 기사에게 던졌다. "그런데 저 기사는 알고있습니까? 그 마법진에 대해서요." "모르고있더군 그래서 알려줬지 그런데 믿지 않더라고, 알아보니 암시와 최면마법으로 강 하게 마법의 안전성을 각인시켜 놓았더군.... 녀석들에게 아무리 말해도 안 믿어 쯧쯧"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의 얼굴도 별로 좋지는 않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이 전쟁인 것이다. 그것도 제국이라는 엄청난 나라들의 전쟁인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말이야 녀석들이 이상하게 군을 한군데로 모으고있어....." 우프르가 이상하다는 듯이 한마디했다. "한군데라니요?" "음..... 녀석들이 국경선 중에 북쪽 가까운 도시가 아마 모르시 일거야, 이드 자네가 어제 가서 싸운 곳이라네.... 그곳으로 유난히 많은 병력이 투입되고있어.... 그것이 이상해서 회의 도 더 골치 아파지고 있다고 하더군" 우프르가 카논 국의 이상한 점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우프르님 어제 이드가 갔었던 곳이라니요..?" 어제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카르디안 파티 중 제일 활발한 이쉬하일즈가 그녀의 성 격답게 우프르에게 물었다. "아~ 자네들은 모르겠군, 어제 그곳에서 교전이 있었지 이드는 그곳에 다녀왔고 저기 기 사 역시 이드가 데려온 사람들이지. 자세한 건 본인에게 직접 듣게나..." 우프르는 할아버지 같이 부드럽게 대답해 주었다. "그런데 그들이 그 곳으로 모이는 것은 혹시 그쪽 부분에 노리는 게 있는 게 아닐까요?" "아님 어제 있었던 전투 때문에 그런 건 아닐까요?" 세인트와 하일이 각자의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듣기에 세인트의 의견이 괜찮아 보였다. 처음부터 공격에 들어왔던 곳이 거기고 직접적으로 전투를 시작할 시점인 지금도 다른 곳 보다 2,3배 가량의 병력을 더 투입하고있었다. "알 수 없지..... 자네의견도 일리가 있기는 하지. 그런데 그쪽으로는 그렇게 노릴만한 곳이 없거든?" "세레니아, 그쪽 지역에 대해 아는 것 없어?" 이드가 오랫동안 살아온 드래곤이 세레니아에게 물었다. "아니요, 제가 알기로는 별로...... 그러고 보니 작은 숲이 하나 있어요. 특이 한 점은 다른 곳보다 마나가 좀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죠... 아주 약간이요." "진짜.....거길 노리는 걸까?" "하지만 그런 숲을 노려서 이렇게 전쟁까지 벌일 리는 없는 것 같은데요..." "그 숲에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 있다면?" "하지만 그 엄청난 제국이 노릴만한 것이 있을까요?" "알 수 없는 일이죠..." "레나하인 말대로 알 수 없죠, 아무도 그 숲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니까요. 그 숲이 좀 특이하다는 것 뿐 무언가 있으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어요." 테일블 주위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열 튀게 말해 나갔다. "-세레니아, 그 숲에 대해서 아는 것 있어-?" ("-~~~~~-"는 전음. 흔히 귓속말) 이드가 열심히 서로의 의견을 내놓고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혜광심어(慧光心語)로 세레니 아에게 물어왔다. 세레니아는 이상한 방법으로 물어오는 이드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메 시지 마법으로 대답했다. 아니요, 그렇게 특이한 점은...... 그러고 보니 그곳은 1000여 년 전쯤에 그린 드래곤 타로 스의 레어였어요. 그 외에는 전혀 아무런 특이점도 없는 숲이에요, 아까 말씀드렸던 마나의 집중현상도 그 녀석이 거기 살 때 펼친 마법이에요. 그러나 그렇게 강하지는 않아요. 오래 도 됐거든요 "-혹시 녀석이 거기에 뭐 놓고 간 거 아냐?-" 그럴 가능성도 없잖아 있긴 하지만 인간들이 어떻게 알았을까요 "-혹시 누가 발견한 거 야냐? 그런데 가져가자니 크거나 못 가져가는 거거나 해서 이렇게 전쟁을 시작한 거라면?-" 하지만 녀석이 그럴만한걸 놔두고 갔었을 지.... "-그럼 그 녀석에게 한번 물어보면-" 이드가 확실한 방법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에 대답하는 세레니아는 곤란한 듯 했다. 그게.....그는 50년 전부터 수면중이라 깨우기가 힘듭니다. "-수면??........ 의식적인 수면 말인가?-" 이드가 그래이드론의 기억 중에서 생각나는 것이 있어 물었다. "-알고 계시는군요. 맞습니다. 요즘 들어 통할 일이 없다며 의식수면에 들기 전에 제게 연 락해 왔습니다.-" 이 의식수면이라는 것은 드래곤이 얼마 간 쉬고 싶을 때 인간처럼 깊은 수면에 드는 것이 다. 사실 드래곤이란 원래 잠을 자지 앉아도 살수 있다. 뭐 잠을 자기도 하지만 어떤 일이 있을 경우 곧바로 깨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 의식수면이라는 것은 잠이 들면 육체를 차원 속에 녹여 버린다. 때문에 어떤 일에도 깨는 일이 없다. 예외가 있다면 로드가 비상을 걸어 전 드래곤을 소집할 때뿐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절대 있지 않으므로 없는 일로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다른 방법으로 깨우는 방법이 있는 데 강제로 깨우는 것이다. 공간에 녹아있 다고 해도 자신의 레어 주위의 공간에 있으므로 엄청난 힘으로 공간을 치면 된다. 보통 서 로 간섭하지 않는 드래곤은 잘 사용하지 않지만 예외로 성질 더러운 레드 드래곤은 볼일이 있으면 마법을 퍼부어 깨우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외는 있는 일이다...... "-별 수 없지 깨워야지......아니, 아니 직접 가는 게 좋겠어...... 애써서 그 녀석 깨웠다가 아무것도 못 건지면 그것도 말이 아니지.....-" "-그러세요.-" 세레니아는 그렇게 말하며 어느 정도 안심했다. 이드가 그를 깨우자고 한다면 깨워야 한 다. 그런데 로드체면에 잠자는 사람 깨우긴 좀 그렇다. 그렇다고 이드가 하자는 데 반대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그리고 이드는 아직까지 자신 열띤 토론을 벌이고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이드는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렇게 떠들게 아니라 직접 가보면 될 거 아냐!" 이드의 말에 순식간에 실내가 차분히 가라앉았다. 그런 이드의 말을 듣고서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맞아, 그렇게 하면 되지..." "직접 가보면 될걸.." "맞아, 맞아...." 그들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를 왜 심각하게 앉아서 떠들고 있었는지 황당해 했다. 그리고 한편에서 우프르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허허거리고 있었다. 지금 카논 때문에 머리를 싸 매고 회의실에 틀어 박혀서 밤을 새고 아직까지 앉아있는 사람들은 하나도 얻은 수확이 없 는데 이들은 여기 앉아 대충 떠들어보더니 한가지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더군다나 어떻게 들으면 상당한 설득력까지 가진 의견이었다. '역시 다양한 이들이 모여있으니 생각의 폭이 넓은 건가....' 그랬다. 지금 테이블 주위로 앉아있는 이들은 엘프에 드워프, 검사, 마법사, 모험가, 여행 가....실로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그래 가보면 되겠네....." 그래이가 얼마동안 궁 안에만 있다 어딘가를 간다는 생각에 약간 흥분되는 듯했다. 그러 나 이드는 그런 그를 향해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이 많이는 안가.... 간단히 조금의 인원만 갈 거야....." "..........왜!" "맞아요, 왜 그래요? 많이 가면 좋잖아요." "맞아, 거기다 가는데 세레니아가 너한테 한 것처럼 텔레포트를 사용하면 되잖아..." 그래이의 말 대로였다. 그러나 이드는 많이 데리고 갈 생각은 없었다. 아니 세레니아만 데 리고갔으면 했다. 다른 사람들까지 줄줄이 사탕처럼 달고 다니면 엄청 괴로워 질 것 같았 다. "맞아요, 더군다나 그런 곳에 가려면 인원이 많아야죠,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는데....." 그러나 레나하인 그녀의 말에 동조하는 사람은 그녀의 동료들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전 혀 아니었다. 어제 마법을 통해본 이드의 실력대로라면 이드에게 위험이 될 것은 드래곤 정도 일 것이다. 상당히 의아해 하는 그들을 보며 일란이 친절(?)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레나하인, 레이디의 말도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이드에게는 예외입니다. 여러분들은 어제 보지 못하셨지만 우리가 어제 본 바로는 이드의 실력은 소드 마스터 최상급 십 여명이 덤 비더라도 상대할 수 있을 실력입니다. 뭐.....제가 마법사이다. 보니 확실한 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의 말에 카르디안들은 새삼스럽게 이드를 바라보았다. 저번에 기사사건으로 인해 이드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그러나 소드 마스 터 그것도 최상급 여럿을 상대할 실력이라니??? 겉으로 봐서는 영 아닌 것 같았다. 모두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 듯한 눈빛이었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들이 본 바로는 실력이 있다는 사람들은 엄청난 덩치들이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적당히 근육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모든 면에서 이드는 예외였다. "그럼 꼭 가야겠다는 사람만 말해봐.... 많이는 안 데려갈 거야...두세 명 정도 뿐이야...." 이드의 말에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 중에 이쉬하일즈 가 손을 들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이드와 사람들은 그렇지 하는 표정이었다. "이드, 나도 응~~? 나도 갈 거야....... 제발~~" "그래, 그래....." '그럴 줄 알았어!!' 이드는 그런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거절하면 끝가지 귀찮게 할 것이다. 거기 다 일이 커진다면 그녀혼자 오는 수도^^;; 그런 후 일리나가 같이 가겠다고 밝혔다. 그녀가 같이 간다는 데는 전혀 반대가 없었다. 오히려 찬성이랄까? 숲으로 들어가는데 엘프를 안내자로 삼는다면 그 여행은 끝난 것이다. "됐어, 그럼 이렇게만 갈 거야." 이드는 그렇게 결론을 내려버리고 일행들이 묵던 별궁으로 향하기 위해 일어섰다. "자네 지금 출발하려는가? 전하께 말씀드리고 가는 것이....." "아닙니다. 어차피 확실한 것도 아닌데요 뭐.... 같다와서 말씀드리죠.... 오래 걸리지는 않 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간단한 짐을 가지러 별궁으로 향했다. 각자 간단한 짐을 꾸린 일행은 다시 연구실로 돌아왔다. "다녀올게요." "언니들 나 다녀올게요." "이드, 이쉬하일즈 잘 부탁할게요." "세레니아 가요!" "알았어요. 텔레포트!!" 세레니아의 그 말과 함께 연구실의 중앙에 서있던 4명은 빛과 함께 사라졌다. "자~ 우리는 밥 먹으러 가죠." 그래이의 말이었다. 확실히 점심시간이 되기는 했다. 저 앞쪽에 숲이 보이는 평원에 강한 빛과 함께 4명의 인원이 나타났다. "음? 여긴???" 이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드의 눈에 1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 숲이 보였다. 그런 이드와 일행들을 향해 세레니아가 입을 열었다. "저 숲의 이상 마나장 때문에 가까지 텔레포트 할 수 없습니다. 저 혼자라면 가능하지만 다른 분들이 있으면 위험합니다." 사실 숲의 마나장 때문에 텔레포트의 출구가 뒤틀려도 명색이 드래곤인데 별 상관 있겠는 가? 그리고 그것은 이드도 같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은 엘프와 한 소녀 때 문에 이 곳으로 텔레포트 한 것이다. "그래? 그렇다면....뭐...." 그렇게 말하고는 이드가 숲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옆으로 다른 일행들이 걸었다. 숲에서 그렇게 멀지 않았기에 가벼운 걸음으로 숲을 향해 걸었다. 숲과 가까워지자 보통 숲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약간 특이한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흐음~ 확실히 보통 곳과 다른 마나가 느껴지기는 하는데...." "맞아요. 이건 보통 숲의 마나가 아니군요...... 그런데 숲 자체에서 내뿜는 건 아닌 것 같 아요." ".....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이드와 일리나, 세레니아가 각자 느끼는 바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것에 동참하지 못하는 중생이 있었으니... "...음........뭐가 느껴지는데요???" 이쉬하일즈였다. 그녀가 백타를 하고있으나 아직 수련의 부족으로 마나를 느낄 줄 모른다. 잠시 후 이드들은 숲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확실히 여기 나무들은 중원보다 크고 굵단 말이야......' 확실히 그랬다. 이곳의 나무들은 중원의 나무들과는 조금 달랐다. 나무가 굵은데다 올이 곧다. 중원에 산에서는 나무가 똑바로 자라기도 하지만 옆으로 꼬여서 자라나는 것도 있었 다. 거기다 여기 나무보다 작다. 일리나가 나무를 보며 가까이 다가가 만져 보았다. ".....다른 숲들과 똑같은걸요..... " "맞아요. 우리가 봐도 보통 숲 같은데...... " "그렇담 들어가 봐야지....." 일행은 이드를 선두로 숲 속으로 발걸음을 옮겨 놓았다. 조금 더운 여름 날씨였지만 나무들이 햇살을 막아 주고있었다. 그리고 간간히 나무사이로 비춰드는 햇빛,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여기 경치 좋은데...." 이드의 말이었지만 모두 같은 생각인 듯 했다. 이드는 주위의 좋은 경치를 둘러보며 세레니아에게 혜광심어(慧光心語)로 물었다. "-그런데 그 타로스란 녀석의 레어는? 여기 경관으로 봐서는 주위에 레어를 대신할 만한 동굴이 있을 리가 없는 것 같은데....-" {아니요. 저쪽에 작은 언덕이 있습니다. 녀석이 이곳에 있을 때는 몸을 줄여서 살았습니 다. 그래서 공간도 그렇게 필요는 없었죠. 그 언덕과 지하로 파내려 간 공간까지 하면 보통 의 레어 보단 작지만 어느 정도 크지요.} "-음~ 별난 드래곤이네.....아닌가??" 확실히 이드가 본 바로는 살고있는 곳은 제각각이었다. 그래이드론이야 상황 상 특이했다 치고 여기 있는 세레니아는 오두막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걸 보면 그녀석이 특이 할 것도 없었다. 숲은 조용했다. 숲 위로 날아다니는 새를 제외하고는 동물도 없는 듯했다. "동물은 한 마리도 없는 것 같은데....." "글쎄요...." "혹시 이 마나의 이상한 흐름 때문 아닐까요?" "동물이 없다구요? 왜요? 그럼 새는요?" "새는 날아가다 잠깐 쉴 수 있는 거니까 더군다나 날아다니니 여기서 나가는 것도 빠르니 까..." 그렇게 산책하듯 숲을 걸은 지 20분쯤이 지나자 일행들의 앞으로 꽤 큼직한 언덕 같은 것 이 보였다. "우와! 보통 언덕보다 한참 크네..... 그런데 이드, 길은 알고 가는 거예요?" 이쉬하일즈가 앞의 언덕을 보다가 이드를 향해 물었다. 사실 지금까지 오는 길에 대해 물 은 사람은 없었다. 이드와 세레니아야 알고있었고 일리나야 앞에 가는 드래곤이 알려니 생 각했지만 이쉬하일즈야 아는 것이 없으니.....왜 데려 왔을꼬..... "우리가 찾는 게 뭔지도 모르는데 어디로 가는 거예요??" "하~ 저번에 세레니아가 여기 와 보았단다. 그리고 저기 언덕안쪽에서 이상한 마나의 흐 름을 느꼈다더라... 그러니까 저기 가보면 뭔가 있을 거야!" "음~~ 그런 거예요!" 이쉬하일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세레니아에게 물었다. "그럼 세레니아는 여기 와서 들어가 보셨어요?" "아니, 들어가 보진 않았어." 세레니아가 간단히 답했다. 그런데 그때 이드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언덕의 오른쪽 편 숲을 바라보았다. 다 른 일행들 역시 멈추어서는 이드를 보고 따라서 멈추어 섰다. "왜 그래요?" "무슨 일이죠?" 이쉬하일즈와 일리나가 갑자기 멈추어서는 이드에게 의문을 표했다. 그녀들의 물음에 이드는 살짝 웃으며 답했다. "훗... 우리가 제대로 집은 것 같은데 이쪽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있어. 그리고 멀어져 가는 희미한 기척도 있고." "소리로 보아 대략 3,4명가량...... 그리고 소드 마스터 같은데...." 이드의 말에 일리나와 이쉬하일즈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옆에서 세레니아가 마법을 시전했다. "리딩 오브젝트 이미지.(특정 영역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읽는다)" 그러자 그녀의 앞으로 뚜께가 느껴지지 않는 네모난 영상이 나타났다. 거기에는 이드들의 주위와 같은 그림과 함께 언덕의 오른쪽에서부터 다가오는 3개의 붉은 점이 있었다. 그리 고 저쪽 언덕의 왼쪽에서 일행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붉은 점 3개도 있었다. -56- 그걸 보는 일행 중에 이드가 말했다. "세레니아 이거 더 넓게 볼 수 있을까? 이 녀석들 보아하니 더 있을 것 같은데." "가능하죠. 오브젝트 렉토." 그녀의 마법에 따라 네모난 여상이 더 커져갔다. 그러자 언덕의 반대편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드가 있는 곳의 반대방향에서 조금 오른쪽에 한 무리의 붉은 점이 있었다. 거긴 똑바른 붉은 점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거 왜이래요?" "저쪽에서 자신들 주위에 마법으로 결계를 형성한 모양이야. 마력을 더 올 리면 결계 안 을 볼 수 있는데 해볼까요?" "아니, 뭐 몇 명이 있던 상관없으니..... 녀석들의 목적이 이곳이라는 건 확실하니까...." 그때도 3개의 붉은 점은 점점 일행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우선은 들키지 않게 숨고 보자." 그런 후 각자 숲 속으로 몸을 숨겼다. 이쉬하일즈는 숲 속에서 나무 뒤에 엎드렸고 일리나는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세 레니아는 나무 뒤에서 마법으로 숨어 버렸고 이드는 나무 위로 숨어 버렸다. 그리고 잠시 간의 시간이 지나자 발자국 소리와 말소리와 함께 3명의 기사가 이드들이 있던 자리를 지 나가고 있었다. 그들이 지나갈 때 하는 말이 약간 들려왔는데 "어떻게 된 숲이 여기는 동물도 없냐?" "글쎄, 그런 것들이라도 있으면 사냥이라도 하고 시간을 보내련만...." "이봐, 그런데 저 안쪽에 뭐가 있는거야?" "알 수 없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나.... 내가 듣기로는 궁중 마법사가 발견해낸 거라고 하 던데...." "저것만 확보하면 이번 전쟁을 이길 수도 있다고 하던데 사실일까?" "글쎄 말이야 나는 잘 믿기지 않는다니까 도대체 저 안에 드래곤이라도 들어앉았냐? 전쟁 에서 이기게? 거기다가 입구 앞에다 천막을 쳐 놓으니....젠장" "글쎄 말이다. 그런데 이것도 헛 소문아냐?" "하하하 그럴지도....." "그나저나 정말 심심하군...." ......................... 잠시후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갔을 때 일행들이 다시 아까 있던 자리로 나왔 다. "이드 말이 확실하네요....똑바로 찾은 것 같은데요?" "그런데 안쪽에 진짜 뭐가 있는 거죠?" "그런데 어떻게 들어가죠? 입구를 막고있다면......." 그 말을 듣고있던 이드가 세레니아를 보며 물었다. "지금 있는 이 언덕에서 저 안쪽의 동굴까지 ...... 거리가 멀어?" "글쎄요. 대략 ..... 10미터 가까이는 될텐데요." "좋아..... 일리나 대지의 정령과도 계약했어요?" 이드의 물음에 그제야 어느 정도 눈치를 챈 듯한 표정을 짓는 일리나와 세레니아였다. 그 러나 이쉬하일즈는 아직도 필이 오지 않는 듯.... "있어요.... 하지만 하급정령정도여서 그렇게 깊이 까지는...." "그래요?" 그때서야 어느 정도 대화의 내용을 파악한 이쉬하일즈가 말했다. "그럼 마법 같은 걸로 뚫어버리면 안돼? 아니면 이드가 직접 저기 가서 모여있는 기사들 을 처리하거나...... 소드 마스터 최상급이라며..." "하~ 그래도 되지만 손쓰기 귀찮아... 쉬운 방법이 있는데 뭣하려고 힘들게 움직이겠어?" "세레니아 여길 소리 없이 뚫을 만한 마법은?" "좀 까다롭지만 있어요. 하지만 마나의 유동으로 저쪽에 마법사가 있다면 들킬텐데요." "할 수 없지..... 일리나 정령으로 되는데 까지 뚫어봐요. 나머지는 제가 할게요." 이드의 말에 의아하긴 했지만 일리나는 대지의 정령을 불러 할 수 있는데 까지 뚫었다. 깊이가 약 3,4미터 가량 되어 보였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는 내 차례로군."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나온 이드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정령이 뚫어놓은 벽에다 대었 다. "모든 것을 파괴한다. 쇄옥청공강살(碎玉靑功剛殺)!" 그렇게 조용히 말하는 이드의 주위로 푸른색의 은은한 빛이 흘렀다. 그리고 그 빛은 이드 의 두 손에 더욱 모여들었다. 그런 이드의 주위로는 은은한 냉기가 흐르고있었다. 푸른색에 휩싸인 손은 벽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것이 팔꿈치 정도까지 다다르 자... "파 (破)!" 이드의 조용한 외침과 함께 이드의 앞에 있던 벽이 가는 모래처럼 부셔져 내렸다. 그 깊 이가 1미터 이상이었다. 터널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통해 그것을 보며 일리나와 세레니아 는 다시 한번 놀랐고 이쉬하일즈는 아예 입을 닫을 줄을 몰랐다. "그....그건....." 이쉬하일즈가 더듬거리며 입을 열자 이드가 답해 줬다. "이거..... 마나를 느끼는 소드 마스터 상급이나 최상급정도 되면 가능해져." '물론 아무나 되는게 아니지만...' 그렇게 다섯 번의 쇄옥청공강살을 사용하자 동굴의 내부가 나타났다. 동굴은 상당히 어두웠다. 원래 정령이 뚫어 놓은 것도 일리나가 돌려냄으로 해서 원상복 귀 되었고 이드가 뚫어놓은 부분만 그대로였다. 이 모습을 본다면 라인델프가 상당히 좋아 할 것이다. 광물을 찾아서 파러 다니는 그들에게 이드는 완전히 봉이야~라고 그리고 그때 일리나가 빛의 하급정령인 라이드를 소환했다. 그러자 동굴 안이 은은하게 밝혀졌다. 이드 들이 파고 들어온 길은 동굴의 바닥으로부터 약 4미터 가량 위였다. 그 높이를 보고 세레 니아가 다시 마법을 사용하려하자 이드가 가볍게 제지한 후 연형강기(聯形剛氣)를 그들의 발 아래로 깔고 약간 뛰어 올린 후 동굴 안으로 뛰어내렸다. 이드가 동굴 안으로 가볍게 착지하고 그 뒤로 일리나와 세레니아, 이쉬하일즈가 공중으로부터 느릿하게 내려왔다. 그리 고 그들의 발이 땅에 닫자 이드가 연형강기를 거두었다. 그리고 발이 땅에 닫자 모두들 신 기한 듯이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세레니아가 물어왔다. "이건.... 순수한 마나 같은데요." "맞아, 순수한 마나를 있는 그대로 형태만 줘서 압축해서 그대로 사용한 거야." 이드의 말에 일리나와 세레니아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 쉬하일즈는 전혀 아니었다. "분명 나도 돌 머리는 아닌데..... 돌아가면 세인트언니하고 공부 좀 해야겠어....." 이쉬하일즈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앞에 있는 세 사람들이 하는 말을 곧바로 알아듣지 못 한 이쉬하일즈의 다짐이었다. 이드들은 동굴에 서서는 두리번 거리며 어디로 가야할지를 찾고있었다. 그런 이드와 일리나, 세레니아에게 은은한 마나의 느낌이 왔다. 어딘가로 흘러드는 듯한 마나의 흐름 말이다. 마나는 동굴의 안쪽지하로 흘러들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이드는 이 상한 점을 느꼈다. "이상한데.... 음양(陰陽)의 자연기 같은데......" 이드는 혼자 작게 중얼거렸다. 이드들은 우선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놓았다. 동굴은 상당히 넓었다. 그러나 넓은 것도 이드들이 나왔던 곳뿐이고 그들이 들어가는 곳은 동굴의 벽으로 뚫려 있는 터널이었다. 그 안쪽은 누구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깨끗하게 깍여져 있는 돌로 형성되어있 었다. 넓이는 3미터정도였고 높이는 4미터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 터널의 끝으로 생각되는 지점 20여 미터 정도 앞에 은은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일행들은 그 빛이 비치는 곳을 향해 걸었다. 이미 이드가 천이통(天耳通)으로 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였다. 그리고 잠시 후 일행은 터널을 빠져나와 넓이가 약 10여 미터 에 이르는 홀의 입구에 다다랐다. 그 홀은 높이가 약 5미터에 가까웠고 천정은 둥근 모양이었다. 그리고 홀의 중앙에 복잡하게 새겨진 마법진과 함께 공중에 검은빛과 하얀빛을 뿜어내는 두개의 공이 떠있었다. -57- 그것을 보고 일리나와 이쉬하일즈는 의아함을 나타냈지만 이드와 세레니아는 처음에는 한 심함 다음으로는 황당함이었다. "저게 뭐죠?" "저게 왜......" 각자의 의문은 달랐다. 일리나는 이드와 세레니아가 저것에 대해 아는 것 같자 둘에게 물 어왔다. "이드, 저것에 대해 알아요?" 일리나의 물음에 이드는 대답 없이 세레니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세레니아가 입을 열어 설명하게 시작했다. "저건 마법유지 마법진..... 그러니까 드래곤들이 자신들의 레어에 만들어놓은 마법을 유지 하기 위해 만들어 놓는 거예요. 원래 마법을 시행하면 거기에 소모되는 마나 양을 드래곤 이 직접 지탱하지만 어떤 드래곤들은 저런걸 이용하기도 하죠. 저건 드래곤이 음양의 마나 로 핵을 형성하고 나면 여기 마법진이 주위로부터 자동적으로 마나를 흡입 지정된 마법진 으로 마나를 공급해주죠. 그런데 저건 좀 변형되었어요. 누군가 다르게 조작한 것 같은 데........" 그 뒷말을 이드가 이었다. ".....상당히 위험하게 조작해 놓았지..." "무슨....." 이드와 세레니아의 말에 일리나와 이쉬하일즈는 상당한 의문을 나타내었다.세레니아가 이 어서 다시 설명해 나갔다. "그러니까 여기 있던 드래곤이 무슨 생각인지..(깨기만 해봐라~ 콱 그냥~)-아마, 이드에게 만 들렸을 겁니다-저걸 그냥 두고 간 거죠. 그리고 저건 마법진이 해체되었지만 의무를 충 실히 행했기 때문에 상당한 마나를 모았겠죠. 그런데 누군가 여기 들어와서 저걸 본 모양 이에요. 저 마법진을 어느 정도 이해한걸 보니 마법사였던 모양이에요. 드래곤의 마법이라 이해하기 힘들었겠지만 대충은 어떤 건지 알았겠죠, 그리고 거기에 몇 가지를 더한 듯해요. 저기 보이죠? 저 두개의 구, 그건 원래 모아두었던 마나를 크게 두 가지. 빛과 어둠으로 나 눈 거예요. 그리고 마법진 역시 더욱 강화시키기 위해 자신이 아는 비슷한 주문을 사용했 겠죠. 저기 보이죠? 벽과 중앙의 마법진 주위에 새겨진 것은 8급의 마법진 라이플을 응용 한 거죠. 그런데 그 마법사가 거기서 만족하고 그냥 떠나 버린 모양이더군요. 원래 마법사 가 그렇지만 자신의 호기심만 채우면 끝이니까요. 그런데 이 마법진은 그대로 운용되어서 상당한 양의 마나를 모았죠. 그런데 문제는 여기 마법진을 살짝만 고치고 손을 댄다면... 저 두 가지 마나가 반응하여 폭발할 거란 거죠. 거기다 상당히 순수한 마나여서 폭발의 위력 이 클거예요." 일리나는 세레니아의 설명을 들으며 상당히 황당해 했다. 누군지 모르지만 저런걸 만들어 놓고 그냥 가버리다니..... 옆에 있는 이쉬하일즈는 무슨 설명인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상 당히 위험하드는 것을 알아들었다. "그럼 해체할 방법은요?" "글쎄 그게 어려워요. 거기다 그 마법사가 여기 저기 마법진을 설치하는 바람에 더 불안 정해 졌고요." 그렇게 말하며 이드가 다가가 여기 저기 둘러보고 있는 홀의 중앙을 바라보았다. "그럼 어떻게 해요?" "해체 할 수 없다면......." "뭐, 정 방법이 없는 건 아니죠." 세레니아의 말에 일리나와 이쉬하일즈가 귀를 기울였다. "뭐죠???" 그때 마법진을 돌아보고 돌아온 이드가 대신 답했다. "여기 중앙에 위치한 드래곤이 설치한 마법진을 해제시키는 것 이건 드래곤이 걸어놓은 암호만 있으면 쉬게 해체가 가능한 거거든..... 모여진 마나로 보아 어느 정도의 반작용이 있겠지만...." 그 말에 이쉬하일즈가 상당히 놀라고있었다. "하...하지만... 드래곤을...누가....." "괜찮아 여기 세레니아가 어떤 드래곤과 약간 안면이 있거든... 세레니아가 가서 알아보면 될 거야... 세레니아!" "알았어요, 제가 다녀오죠. 아무리 빨라도 7시간 이상은 걸릴 듯 한데요." 그 말을 들은 이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세레니아는 그런 이드를 보며 이동해 갔다. 그녀가 출발하고 나서 이쉬하일즈가 물었다. "그런데 저게 터지면 얼마나 부숴지는데요." 그 물음에 일리나 역시 이드를 바라보았다 자신도 저 마나의 압축 율이나 그런 것을 대충 은 짐작하지만 어느 정도인지는 확실히 알 수가 없었다. "글쎄..... 저걸 반응시킨다면...... 대충....이 아나크렌 제국의 반 정도는 초토화될걸? 아마 그 범위 내에서 무사하기는 힘들 거야.... 뭐..... 8클래스 정도의 마법사라면 대 마법방어 결 계 정도로 무사할 수도 있지만..... 그러니까 여기서 이걸 터트린다면 카논은 단숨에 아나크 렌이란 땅덩어리를 흡수하는 거지... 뭐.... 반은 초토화된 땅이지만 대지는 1년 정도 안에 원래 모습을 찾을 테니까...." 이드는 별것 아니라는 듯 답했지만 듣고 있는 일리나나 이쉬하일즈에게는 가벼운 것이 아 니었다. 저 얼마 크지도 않은 지름 1미터 정도의 덩어리 두개가 그만한 위력을 지닌단 말 인가? 그리고 만약에 성공한다면? 아마 카논이 이 넓은 대륙의 최강국이 되는 것은 확실 할 것이다. 거기다 이런 것을 사용하고 난 후라면 다른 나라들은 겁을 먹고 쉽게 덤벼들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가 이것은 한번밖에는 사용할 수 없는, 다시는 사용될 수 없는 것이 라는 것을 말하지 않는 한은 말이다. 그렇게 설명하며 이드는 땅에 털썩 앉아서는 벽에 등 을 기대었다. 일리나 역시 그런 이드를 보며 옆에 앉았다. 그러나 이쉬하일즈는 그러지 않고 여기 저기 를 훑어보며 돌아다녔다. 그런 이쉬하일즈를 보다가 일리나는 시선을 이드에게로 돌렸다. '이 사람은 누굴까......' 이것이 일리나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엄청나다 못해 경이로운 검 실력과 드래곤로드와 관계가 있다는 정도였다. 그리고 느껴지는 또 한가지는 따뜻하고 편하다는 점이다. 이드가 자신과 동료들은 나타내지 않고 돌봐준다는 것을 깨달 아서가 아니었다.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어떤 모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같은 엘프도 아닌 그것도 정체조차 불분명한 사람에게 이러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 이 이상했다. 우우우우웅 일리나의 생각은 그런 소리를 내며 울리는 마나에 의해 깨어졌다. 급히 돌아본 이드와 일 리나의 시선에 한 쪽벽에 손을 대고 울상을 짓고있는 이쉬하일즈의 모습이 들어왔다. -58- 이드와 일리나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았다. 소리의 근원지는 마법진의 중앙에 자리한 두개의 마나의 구였다. 그것은 우는 듯한 소리를 내며 주위에서 마나를 흡수하던 것을 그치고 각각이 구성되어있던 마나를 유동시키고 있었다.이 드와 일리나는 그것을 보며 급히 이쉬하일즈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보았다. 그녀는 그 때 까지 벽에 손을 대체로 멍하니 이드 등과 두개의 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이 닿아 있는 벽엔 작은 마법진과 함께 작은 핑크빛 보석이 하나 박혀있었다. 그녀의 손은 그 핑크 빛 보석에 닿아있었다. "이드..... 내가... 여기 손을 대니까......" 그녀가 그리키고 있는 핑크빛의 보석에는 중앙에 금이 가있었다. "아마.... 마법진의 제어를 맞는 부분 같은데....." 이드가 마법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금이 가있는 제어 구에 이쉬하일즈가 손을 댐으로 해 서 이상반응이 일어난 듯했다. 그러면서 시선을 돌린 곳에는 두개의 구체가 회전속도를 높 이고 있었다. 그걸 보며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이드, 어떻게 하죠? 두개의 마나가 반응하기 시작한 것 같은데....." "글쎄.... 만약에 저 녀석이 폭발하면 아나크렌과 카논이 엄청난 피해를 입겠지 게다가 땅 에서 폭발하는 거라 지기(地氣)에도 영향이 있을 거야..... 아마 화산이나...지진...." 이드의 말에 일리나와 이쉬하일즈는 심각한 표정으로 두개의 마나 덩이를 바라보았다. 그 때 이드들이 들어왔던 통로로부터 여러 개의 발자국소리와 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 다. 이드와 일리나는 당황하며 마나덩어리를 보고 있었으나 각자 엘프와 고수답게 그들의 발소리를 알아차렸다. 그리고 서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마법사가 이 마나 파동을 느끼고 몰려온 듯 한데...." "어떻게 하죠?" 이쉬하일즈는 말은 없었으나 긴장한 눈빛으로 자신들이 지나왔던 터널을 바라보고 있었 다. 그러나 이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입을 열었다. "그냥 여기 있어보죠. 어차피 자기네들도 이 폭발의 범위에 들어가는데..... 설마 칼 들고 덤비겠어요?" 이드의 말을 듣고 보니 그것도 그랬다. 하지만 . 만약이란 것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것 역시 별로 였다. 이드정도의 실력에 만약이라........ 그러려면 드래곤이라도 나타야 할 것이 다. 일단 일행들은 홀의 안쪽 벽으로 물러섰다. 그리고 잠시 후 발소리가 터널을 울리며 드려 왔고 곧 여럿의 기사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들어와서 회전하고있는 마나를 보고 당황한 다 음 한쪽에 서있는 세 명의 외인(外人)들을 보고 경계하며 검을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들의 뒤로 마법사 두 명과 신관이 한 명이 들어왔다. 그들 역시 이드들을 보고 의아해했으 나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눈앞에 더 급한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두 명의 마법사는 회전 하고있는 마나 덩어리를 보며 상당히 긴장하고있었다. 그리고 그 중의 한 명인 중년의 갈 색머리 마법사가 이드들을 바라보았다. "당신들..... 당신들인가? 이걸 반응시킨 것이....." 그가 그런 말을 할 때 다른 중년의 금발의 마법사는 마법진으로 다가가 급히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었다. 기사들은 검을 들고 이드들을 경계만 할 뿐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 들의 눈에는 여자 세명이 서있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뭐.... 그 중에 한 명이 엘 프이고 한 명은 검을 차고있었지만 말이다. "..... 그렇습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요..... 제어구가 깨어져 있더군요..." 이드가 일행을 대신해 입을 열었다. "뭐...? 제...제어구가?......." 이드의 말을 듣고 두 마법사는 동시에 시선을 아까 이쉬하일즈가 손을 대었던 핑크빛구슬 로 옮겨놓았다. 그것을 바라보다가 갈색머리의 마법사가 다시 시선을 돌렸다. "정말이군...그런데 이 마법진과 제어구를 알아보다니...... 마법에 상당히 아는 것 같군.... 그런데 어떻게 여기 들어온 거지? 자네들 누군가?" 이럴 때 똑바로 말하면 바보다는 생각에 이드는 능청스레 말했다. "여행자입니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이 숲에 들어왔는데 궁금해서 들어왔죠." 그러나 이드의 말을 그대로 신뢰하지는 않는 듯해 보였다. 그러나 자신들의 눈앞에서 회 전을 가속화하고 있는 마나 덩어리가 더 큰 문제였다. 자신들도 확실한 범위는 알 수 없으 나 이것이 폭발한다면 엄청난 범위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확실히 자신들의 카논 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사들 역시 어느 정도 경계가 풀렸는지 검을 거두고 마법사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한쪽으로 물러 나섰다. 그리고 마법사들은 어떻게든 막아보려는지 마법진 여기 저기를 훑어보고 있었다. "이봐, 자네들도 알면 좀 도와주지? 만약이게 폭발하면 우리나 자네들이나 무사하긴 힘들 것 같은데...." 갈색 머리의 남자가 이드들을 보며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에 이드는 고개를 흔들어 주었다. "아니요. 저희들은 방법이 없는데요....." "그래도.......하~~" 그는 한번 더 말해 보려다 포기한 듯했다. 사실 자신들 역시 이것에 대해 어떻게 해볼 방 도가 없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이드 역시 시선을 마법진의 중앙에서 회전하고 있는 마나의 구 두개를 바라보며 해제시킬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선 일리나와 세레니아는 만양 이 드를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두개의 마나 덩어리는 회전력을 더해서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모습 을 보며 이드가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었다." "휴~ 어쩔 수 없는 건가?" 옆에 있던 일리나와 이쉬하일즈는 이드의 중얼거림에 어떤 방법이라도 잇는가 해서 바라 보았다. 그때 이드가 저쪽에서 곤란한 표정으로 마법진 주위를 기웃거리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것 봐요.. 어떤 방법이라도 찾았어요?" 그러나 이드의 물음에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못 찾았으면 지금이라도 도망가는 게 어때요?" "이봐 이게 폭발하면 범위와 위력이 엄청 나다구..... 그런데 어딜 간단 말인가?" "갈 수 있는데 까지 텔레포트해서 마법 방어벽을 치면 되잖아요." "하지만.... 여기 기사들은 어쩌고? 우리들만 살자고 이들은 두고 갈수없어." 그의 단호한 말에 기사들의 눈에 따뜻한 감정의 빛이 일렁였다. '헤.... 저 사람들 꽤 괜찮은데?' "그럼 나한테 방법이 있긴 한데.......해볼래요?" 이드의 말에 홀 안의 시선들이 급히 이드를 향했다. "정말인가? 레이디?" '확.... 우리들만 도망갈까?' "레이디란 말은 빼줘요. 그리고 확실하진 않지만 확률은 높아요." 이드의 말에 마법사들과 기사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좋아. 딱히 방법도 없으니... 우리가 뭘 하면 되지?" "아무것도, 그냥 가만히만 있으면 되죠. 천허천강지(天虛天剛指)!!" 이드의 손에서 뻗어나간 지공이 그들의 마혈(痲穴)과 혼혈(昏穴)을 집어 쓰러뜨렸다. 그리 고 다가가서 각각의 인물을 접인공력(接引功力)으로 터널 밖으로 뛰어 보냈다. 그리고 시선 을 돌려 뒤에선 일리나와 이쉬하일즈를 바라보았다. "여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밖으로 나가있어!" 이드의 말에 이쉬하일즈가 눈에 눈물을 담았다. "미안해 ....... 나 때문에......" 이쉬하일즈가 그녀답지 않게 훌쩍이자 이드가 다가갔다. "별일 아니야..... 괜찮아, 밖에 나가서 잠시 기다리고있으면 곳 나갈 꺼야." 그렇게 말하며 둘 역시 접인공력(接引功力)으로 밖으로 날려보냈다. "후~ 좋아 힘 좀 써 볼까나?" 그리고 손에 강기를 집중한 후 몇 군데에 디스펠을 이용한 마법진을 형성시켰다. 몇 군데 에 마법진이 형성되자 두개의 마나 덩이의 회전이 늦어지며 형성된 마나 역시 조금 느슨해 지는 느낌이었다. "좋아 이제 시작이다. 태극만상공(太極萬象功)!!" 이드는 신공(神功)을 극성으로 끌어올린 후 두개의 마나구가 있는 마법진의 중앙으로 뛰 어들었다. -59- 이드가 순간적으로 이동해서 마법진의 중앙에 서자 그의 양쪽에 있는 어느 정도 마나의 압축이 느슨해진 마나구에서 이드 쪽으로 마나가 흘러들었다. 이드는 흘러드는 마나를 잠 시 느끼다가 곧바로 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청룡강기(靑龍剛氣)!!" 이드의 외침과 함께 이드의 손에서 강기로 이루어진 둥근 모양의 용과 같이 꿈틀거리는 강기가 솟았다. 그 강기는 이드가 두개의 마나구에서 빨아들이는 진기에 비례해서 커지면 서 천정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이드의 생각은 이랬다. 마법진 속으로 들어가 태극만상공(太極萬象功)으로 마나를 몸으로 받아들여 곧바로 강기로 형상화시켜 밖으로 그것도 피해가 별로 없도록 하늘로 날려 버린 다는 것이었다. 강기신공(剛氣神功)류의 청룡강기 역시 이 방법에 적당한 초식이었다. '크...후~ 이거 경락(經絡)에 전해지는 압력이 대단한데....' 자신의 몸을 매개체로 받아들인 진기를 곧바로 강기신공으로 밖으로 쳐내고있었기에 이드 의 몸에도 상당한 압력이 가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흐르자 홀의 천정으로 지름 1미터 정도의 구멍이 생겨 버렸다. 그리고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 푸른빛사이로 하늘 이 보였다. 그렇게 1/5정도를 하늘로 날려버린 이드는 상당한 압력을 감당하고 있었지만 아직 견딜 만은 했다. '후~ 이 짓도 굉장히 힘들다........ 그 그린 드래곤인가 뭔가 하는 놈 만나기만 해봐라...... 응?' 이드가 속으로 그렇게 다짐하고있는데 이드의 손에서 뿜어 내고있던 강기에 이상이 왔다. 그 것은 이드에게서 발출 되어지던 강기가 전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방향을 바꾸어 다른 곳으로 흐른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이드의 왼팔에 차여진 팔찌였다. 팔찌는 은은한 붉은 빛을 발하며 이드의 몸으로 들어오는 두 가지의 마나를 흡수하고 있었다. '....뭐..뭐야 저건....저게 저런 것도 하나?....' 그때 갑자기 이드의 몸의 주요경락으로 상당량의 압력이 실려왔다. 그것은 팔찌가 빨아들이는 마나의 속도가 빨라져 이드의 몸을 거쳐 흐르는 마나의 양이 많아져서였다. 이드자신이 뿜어내는 강기라면 자신이 스스로 속도라던가 양이라던가 하는 것을 조절할 수 있으나 이것은 순전히 저 팔찌로 인한 것이었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팔 찌가 흡수하는 마나의 양은 시간이 갈수록 빨라졌고 자연히 이드의 몸을 거치는 마나의 양 과 흐름이 빨라졌다. 거기에 비례해 이드의 경락으로 가해지는 압력 역시 증가했다. 이제는 멈추고싶어도 그것이 쉽지가 않을 정도로 흐름은 급격해졌다. '제길.........맨 처음부터 팔찌를 줏은 것이 잘못이었어..... 이것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런 고 생을 안 하는데...크...윽... 옥빙누나...' 팔찌는 짧은 시간에 벌써 두 마나구의 마나를 반 이상 빨아들이고 있었다. 이드 역시 점 점 고통을 참기 힘들자 본원진기(本原眞氣)로 주요경락을 보호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가해 지는 압력을 약화시켰을 뿐 그렇게 크게 영향을 주진 못했다. 팔찌가 마나를 흡수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이드의 입에서도 피가 흘렀다. 아마 상당한 내 상을 입은 듯 했다. "큭.....크......" 이드의 입으로 신음이 새어나올 때 그때까지 팔찌에 상당한 양의 마나를 흡수당해 적은 량의 마나만 남아있던 두개의 구가 각자 빛과 어두운 빛을 뿜으며 이드의 몸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 엄청난 마나의 흐름에 이드는 기혈과 경락이 막히고 엄청난 타격을 받아버렸다. 그로 인해 운기하고 있던 태극만상공 역시 중단되어 버렸다. 그리고 마나가 순식간에 빨려 들어 가며 주위가 빛으로 싸여졌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눈에 팔찌의 삼분의 일이 빛을 내기 시 작했다. 붉은 빛에서 서서히 검은 빛으로 그런 후 빛이 스러지면서 은은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순수한 붉은 어둠의 인장은 그대를 인정한다. 나 어둠의 근본이며 순수한 어둠의 지배자, 아크로스트 그대를 인정한다.] 웅후함. 세상 그 자체와 같은 목소리가 이드의 뇌리를 울린 후 팔찌에서 뿜어지던 어둠의 빛이 사라졌다. 그런 이드의 주위에는 여전히 마나가 빛을 내고있었다. 이드는 가물가물한 정신에서도 그것이 무엇인지 얼핏 알아보았다. "...제기랄.....텔레...포...." 그 말을 끝으로 이드는 정신을 잃었고 강한 빛과 함께 홀에서 사라졌다. 이드가 사라진 홀은 어둠이 까려있었다. 사방에 깔려있던 마법진들은 마나의 회오리에 깎 여서 사라진 후였다. 잠시 후 뛰어드는 발소리가 홀로 울렸고 두개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이드......." "괜찬아요?" 그러나 그 목소리에 답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큭......아우~!" 이드는 눈부신 빛과 코로 들어오는 맛있는 향에 눈을 떴다. 오랫동안 눈을 감고있어서 그 런지 눈을 뜬 직후는 상이 잘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상이 잡힌 후 이드의 눈에 들어온 것 은 푸른 하늘이었다. "정신이 들어요?" 이드의 귀에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드는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쪽에는 갈색의 긴 머리를 가진 소녀가 있었다. 옷을 특이하게 남자들이 입는 듯한 옷이었다. 그러나 크지는 않는 것으로 보아 자 기 옷인가 보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뒤로 가벼운 하드래더를 걸친 청년이 입에 뭔가를 넣 은 체 이쪽을 보고있었다. "괜찮으세요?" 그녀가 다시 물어왔다. "예.... 그런데 여긴....." 이드가 뻐근한 몸을 일으키며 반문했다. 그러던 중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몸 속에 운용되고 있어야 할 진기가 아주 미미했다. "다행이예요. 저는 가이스, 가이스고요, 저기 저쪽은 나르노라고 하고 한 명은 사냥하러 갔는데 이름은 타키난이라고 해요. 저...그쪽은.." "아! 예, 이드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건지...?" "저희들이 여행 중에 우연히 저쪽에 쓰러져있던 이드를 발견했거든요. 몸에 별 상처가 없 이 그냥 정신을 잃고 있었기에 여기 눕혀놓고 기다린 거예요." "그러시군요.... 감사합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이렇게.." "아니예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요...." 그런 후 가이스라는 그녀는 이드에게 스프를 건넸다. 이드는 스프를 입에 조금씩 넣으며 자신의 몸 상태를 진단해나갔다. '후~ 주요경락이 상당히 타격을 입었군....뭐 이정도 나마 다행이지..... 당분간은 진기 유동 이 안되겠는데...... 젠장 이놈의 물건은 ..... 진짜 이가 갈린다.'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한 후 이드는 시선을 돌려 자신의 팔에 차여져 있는 팔찌를 바라보 았다. 이놈의 물건 때문에 무슨 고생인가.....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팔찌의 반응이 있었고 어떻게 해야할지도 감이 잡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분명히 듣기로 어둠의 인장이라고 했지? 거기다......태극, 음양의 기운으로 반응하는 것 같은데......그렇지만 간단한 건 아닌 것 같고....' 이드가 그렇게 생각중일 때 한 사람이 숲을 해치고 나왔다. 검은머리의 검사였다. 덩치는 그렇게 크진 않았으나 균형이 잡혀있었다. "아. 깨어났군. 이젠 괜찮아?" 그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꽤 붙임성 있게 물어왔다. 그의 그런 말은 전혀 반감이 들지 않 는 그런 것이었다. -60- 그렇게 친근하게 물어오는 그 사람에게 이드는 고개를 끄덕여 줬다. 그는 허리에 보통의 롱 소드 보다 얇아 보이는 롱소드를 차고 있었다. 그리고 한 손에는 토끼 세 마리가 매달려있었다. "일어났으면 이리와서 식사하지 거기서 그런 스프나 먹지말고.... 여기 이 녀석하고도 아직 인사를 안한 것 같은데." 그 타키난이라는 인물이 사람 좋게 한쪽에 앉아 열심히 무언가를 먹고있는 나르노를 가리 키며 말했다. "아니요... 전 괜찮은데...." 이드가 몇 번인가 거절하려 했으나 막무가내였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나던 이드는 허리에 서 무언가 걸리는 것을 느꼈다. 바로 라미아와 일라이져였다. '차차....내가 이 녀석을 잊고 있었네..... 여기가 어딘지 모르지만 라미아가 있으면 돌아갈 수 있지...... 하~ 내가 또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고 투정을 부리지나 않을지...' 그렇게 생각하며 이드는 그들이 앉아있는 곳으로가 가이스의 옆으로 앉았다. "자. 이거 먹어봐라. 나는 나르노라고 한다." 그가 고기 한 점을 건네며 퉁명스레 말했다. "예... 전 이드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긴...." "음? 니가 쓰러져있던 곳도 모르나? 여긴 라클리도 근처의 작은 산이다." "라클리도? 제가 갑자기 여기 날려와서 잘 모르거든요? 라클리도가 어딘가요." 이드의 말에 세 명의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 어떻게 그런 것도 모르냐는 식이다. "너 날아왔다는데 떨어질 때 머리라도 부딪혔냐? 여긴 제국의 3대 도시중의 하나인 라클 리도도 모르게....뭐...여긴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쪽이지만." "죄송한데요. 제국이라는데...무슨 제국.." "......라일론이다." 타키난은 참 한심하다는 듯이 대답해 주었다. '라일론이라..... 꽤 많이도 날아왔네..... 음양의 기가 공간을 흔들어 버리는 바람에....뭐 바 다에 떨어지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 "그런데 너 어디서 왔냐? 떨어졌다는 것 보니...마법사냐 검을 보니 아닌 것 같긴 한데.." 나르노가 이드에게 물어왔다. 그러나 대답은 옆에서 들려왔다. "아니야. 마법사가 마법사를 못 알아보겠니? 앤 아니야" 옆에서 가이스가 말했다. "하지만 가이스, 이 녀석이 그랬잖아 날아왔다고..." "저기.... 저는 마법사가 아닌데요. 어쩌다 보니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텔레포트 되는 바람 에....." "그러니?.... 그럼 집은 어딘데?" 가이스가 친누이 같이 물어왔다. 아마 이드의 모습이 귀여웠던 모양이었다. "음...그러니까..아나크렌이요. 아나크렌의 시골 마을요." 이드는 자신이 이곳으로 와서 가장 오랬동안 머물렀던 아나크렌을 말했다. "세상에 그럼 아나크렌에서 이 먼 곳까지 날아왔단 말이잖아? 도대체....." 가이스는 이드의 말에 상당히 놀라워했다. 그녀의 반응에 옆에서 듣고있던 두 사람은 영 문을 몰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런 그들에게 간단히 설명했다. "텔레포트는 쉬운 게 아니야, 8클래스의 마스터라도 정확한 기억이나 좌표가 없으면 어려 운 거야 거기다 이동되는 거리는 크게 해도 제국의 반정도 거리야." (여기서 잠깐 세레니아가 이드를 데리고 이동했던 것은 그녀가 드래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별말이 없었던 건 그들은 그녀가 단번에 이동하는 건지는 몰랐다는데 있죠.) 그녀의 설명에 그들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듯했다. 8클래스의 마법사도 안 되는 것이 라지 않는가. 그 정도 되는 마법사는 아직 본적이 없지만 5클래스정도의 마법사도 상당했 던 걸로 기억하고있는 그들이었다. "그런데 아나크렌이라.....상당히 먼데....여기서 걸어서 거의 한달 이상은 걸릴걸?" 타키난의 말에 이드는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요, 어차피 여행하던 중이라......." 이드는 라미아로 돌아가려 했으나 생각을 바꾸었다. 그곳에만 있어서는 중원으로 돌아갈 수 없다. 더군다나 지금 자신은 거의 무공이 전폐된 상태가 아닌가...뭐...라미아가 있지만.... 거기다 이 팔찌에 대한 실마리도 어느 정도 잡은 상태이기에 좀더 돌아다녀 볼 생각이 든 것이었다. 제일 큰 문제는 해결했으니.... 전쟁에 그렇게 큰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 역시 진기의 유통이 자유로워 질 때쯤인 5개월 정도 뒤에는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드가 누군가에게 특정지어서 묻지 않고 입을 열었다. "아! 우리? 우리는 그냥 좋게 말하면 모험가, 어떻게 말하면 용병이지. 여기 가이스와 나 르노는 남매고 나는 어쩌다 같이 합류한 사람이고. 지금도 일 때문에 가는 거야!" 그의 이야기를 들은 이드는 이들과 함께 움직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목적은 있 지만 목적지가 잇는 것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들의 첫 인상 역시 마음에 들었다. 그런 생 각에 이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저도 같이 다니면 안될까요?" 이드의 머뭇거리는 말에 그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서로 얼굴을 보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이드, 용병 일이라는 거 보통 힘든 일이 아니야. 난 마법사라 괜찮지만 이드는 검을 들고있지만 솔직히 검을 잘 쓸 것 같아 보이진 않거든?" 가이스 그녀가 설득하듯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이드였다. "헤~ 제가 이래 보여도 검을 좀 쓸 수 있거든요? 그리고 정령도 좀...." "음? 정령? 너 정령마법을 하니? 어떤 정령들을 다룰 줄 아는데?" 가이스는 검을 쓸 줄 안다는 말은 듣지도 않고 정령을 다룰 줄 안다는 말에만 관심을 보 였다. "지금은 다룰 줄 아는 정령이 바람의 정령뿐 이예요." 이드의 말에 가이스가 갑자기 김이 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덧 붙여 물었다. "하급정령? 중급정령?" 그녀는 별 기대 없이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뜻밖이었다. "최상급 정령까지요." 이드의 대답은 그녀로서는 의외였다. 보통 정령사들도 최상급정령의 소환은 힘들다 여러 정령들과 계약하긴 하지만 거의가 하급과 중급정도이다. "그 정도라면 괜찮을 듯도 하지만....." "저요, 검도 잘 쓰는데요." 그러나 이 말은 역시 설득력이 없는지 무시되고 그녀는 시선을 일행에게로 돌렸다. "누나 마음대로 해!" "가이스 마음대로해 난 의견에 따르지." 그들이 가이스에게 모든 결정권을 넘겨버리자 그녀는 다시 시선을 이드에게로 돌렸다. "...좋아. 우리와 같이 가자 그 대신 내말 잘 들어야 되!" "예." "그냥 말놔도 되. 누나처럼..... 그런데 몇 살이지?" "18살이요.." "그래? 누난 21살 그리고 나르노는 20살 그리고 여기 타키난은 21살 나와 같은 나이지 아 제 그냥 편하게 형, 누나 그렇게 불러 알았지?" "헤헤...응!" 이드는 중원에 있는 약빙 등에게처럼 대답했다. 가이스가 그녀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61- 의견이 오가는 중 식사가 끝나고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할 것 도 별로 없었으며 이드가 할 일은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한쪽에 서있던 이드는 자신의 허리에 걸린 두 자루의 검을 바라보았다. 두 자루의 검 지금처럼 내공의 사용이 무력한 상태에서 검을 두개나 차고 다닌다는 것은 오히려 역효 과일수도 있다. "후~ 오랜만에 말 걸어보겠군..." 이드는 한쪽에서 짐을 정리하는 일행을 보며 라미아의 검 자루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리 고 마음속으로 라미아를 불렀다. '라미아...라미아..' [칫.. 이드님, 너무 하신 거 아니예요? 저와 자주 이야기하신 대 놓구선....] '그게 좀 바빴어 너도 알잖아......' [.....그건 인정하지만.....] '미안해 그래도 얼마간 너와 잘 놀아줬잖아...그만 화풀어....' [뭐....좋아요. 그런데.... 왜 부르신거에요?] '그게 지금 내 상황을 너도 알고있겠지만 지금 검을 두 자루나 가지고 다니기 불편해서 말이야......' [...흐.흠 그래서요?] '그래서 니가 저번에 말한 것 있잖아 작은 아공간에 있을 수 있다는 거.....' [그러니까 저보고 잠깐거기에 있으라 이건가요?] '그래 어차피 정신은 연결되어 있어 의사소통과 소환에 아무문제 없잖아.' [그래도.....싫은데.........] '부탁 좀 들어주라 라미아. 본체가 여기 없다는 것말고는 다른 게 없잖아...' [....음....그럼 좋아요. 그 대신 내가 하는 부탁 한가지 들어 주셔야해요.] '응? 무슨 부탁??' [그건 그때 이야기 할게요. 해주실거예요?] '....좋아 내가 할수있는 거면....' [알았어요^^] 라미아의 대답과 함께 라미아의 검신으로 은은한 빛이 어리더니 라미아가 사라져 버렸다. 사라져 버린 라미아를 보며 이드가 중얼거렸다. "하~ 처음엔 저렇지 않았는데....지나다 보니 상당히 수다스러운 것도 같고...." 그렇게 말을 하며 시선을 돌리는 이드의 눈에 이드를 향해 다가오는 삼 인이 보였다. 모 든 준비를 끝내고 각자 등에 배낭을 매고있었다. 그런데 그 중에 타키난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드에게 물어왔다. "동생아.... 너 검을 두개 매고 있었던 것 같은데....어떻게 했냐?" "그거요? 여기 이 검안에 있는데요." 그렇게 말하며 이드는 일라이져를 가리켜 보였다. 그러나 이드의 말을 듣는 사람들은 이 해가 가지 않는 듯 했다. "무슨 말이야 그게?" "음~ 그러니까요. 그 검은 이 검과 쌍둥이 검 비슷한 거라서 이 검 속에 넣어 놓을 수도 잇고 빼서 두개로 나눌 수도 잇다는 거예요." "진짜? 그럼 그거 마법검 아니야? 그거 굉장히 귀한건데...." "맞아........." "그런데 그런 마법검이 있었나.....?" "저도 우연히 얻은건데..... 다른 마법은 없고 방금 말한 그것밖에 더라구요." "그럼 그렇게 귀한 건 아니네...그런데 상당히 특이하다 누가 그런 마법검을 만든거야" 이드는 서둘러 말을 둘러댔다. '하~ 이곳에서는 거짓말이 저절로 늘어나는 구나....'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얼굴로는 생글생글거리는 이드였다. 이드의 말에 그렇겠거 니 하면서 길을 걷는 일행에게 이드가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라클리도로 가는데요?" "그거? 얼마 전에 용병길드에 좋은 일거리가 있다고 붙었거든 보수도 괜찮고 해서 말이야 그런데 바쁜지 인원이 차면 받지 않겠다고 가장 빨리올 수 있는 사람을 먼저 들이겠다 더 군 그런데 실력은 검사할거라고 적혀있더라 어찌했든 우리야 이곳과 가까운 곳에 있었고 어느 정도 실력도 되고 하니까 온 거지 보수도 괜찮고 말이야." "그런가?....그런데 무슨 일 이레요?" "글쎄 확실하진 않은데 무언가 이송하는데 목적지까지의 보호라고 하더라 아직 정확히 무 얼 보호해야 할 지는 몰라." 이드와 타키난이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지 옆에서 걷던 나르노가 말했다. "너도 긴장해야 되... 여기 실력검사도 해본 댔으니까 너 검도 잘못쓸것 같은데.." 그러나 그런 나르노의 말은 가이스의 말에 막혀 버렸다. "이드걱정말고 니 걱정이나 해 이드처럼 상급정령까지 불러내는 사람은 흔치 않아 그래서 웬만해선 그냥 통과야 하지만 너나 타키난은 아니잖아!" "쳇...누난 나만 미워해" "안 그러게 생겼어 니가 생각해봐라 너가 이쁜가, 여기있는 귀여운 이드가 이쁜가." 가이스가 생글거리며 이드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일행이 산을 내려와 큰 대로에 서자 500미터 가량 앞에 상당히 큰 도시의 외곽 성문이 보 였다. 성문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고 그들이 나온 길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오 가고 있었다. 확실히 제국의 3대도시랄 만한 활기였다. 성안으로 들어가면 더하겠지만 말이 다. 일행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걸음을 옮겨 성문으로 향했다. 성문에는 갑옷을 걸친 7명 가량의 기사가 들어가고 나오는 사람들은 확인하고 있었다. 검 문을 기다리며 있는 사람들은 일단의 상인이었다. 그리고 그 무리에 용병 역시 눈에 들어 왔다. "누나, 저 사람들도 누나들처럼 일거리 찾아온 거 아니예요?" "맞을 거야. 뭐 아닐 수도 있지만 지금 저곳에 일거리가 있는 상태니까 거의 맞을 거라고 봐도 되겠지." 검문은 그렇게 심하지 않아 순식간에 일행의 차례가 돌아왔다. 일행의 앞에선 병사가 일행들을 보고는 물었다. "음...자네들도 일거리를 찾아온 용병인가?" 그는 일행을 바라보며 그렇게 물었다. 아마 일행들과 같은 목적을 가진 용병들이 꽤 있었 던 듯했다. 가이스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는 별 무리 없이 일행들을 들여 보내주었다. 큰 성문을 지나자 제국의 3대도시중의 하나인 라클리도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62- 라클리도 라일론 제국의 3대도시중의 하나답게 엄청나게 넓은 듯했다.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보이는 화려한 건물 길을 걷고있는 수많은 사람들 뛰어 노는 아이들 확실히 활기찬 곳이었다. 이드가 들어서서 라클리도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을 때 가이스가 한마디했다. "대단하지? 나도 여기 처음 왔을 때 너처럼 그랬어. 괜히 제국삼대도시가 아니라니까..." "그런데 누나, 이제 어디로 가는데요?" "나른한 오후라는 여관을 찾아가야 해. 용병길드에 그렇게 붙어있었거든." "어차피 한번 가본 곳이라 찾기는 쉬워." 그런 후 일행은 타키난을 앞장세우고서 라클리도의 중심부를 향해 걸었다. '나른한 오후' 라는 여관으로 가면서본 라클리도는 상당히 깨끗하고 상없이 발달한 도시 같아 보였다. 또한 한가지품목들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전문점도 상당수 있었다. "여기 라클리도는 주로 상업이 많이 발달한 곳이야 그래서 정보도 많고 여러 종류의 사람 역시 많지 그리고 용병 역시 상당수 있지 이곳을 지나는 상인이 많다보니 이곳에서 용병 일을 하는 사람 역시 많은 거지. 하여간 활기찬 곳이야." 이것이 나르노의 간단한 설명이었다. 사실 그도 이곳에 대해 상세히는 모르고 그냥 보통 사람들이 아는 정도로 알고있는 것이다. 잠시 후 일행은 여러 상점과 주점과 여관 등이 모 인 곳에 있는 삼층의 상당히 깨끗하고 잘 지어진 여관 앞에 서게 되었다. 그런 여관의 문 위로 '나른한 오후'라는 간판이 내걸려있었다. "여기 상당히 좋아 보이는데요." 그것이 이드가본 나른한 오후의 인상이었다. 이드 역시 여행으로 몇몇의 연관을 다녀보았 다. 그런 것들과 비교해서 이곳은 상당히 좋은 곳이었다. "맞아 여기 한 번 묵어봤는데 깨끗하고 음식도 맛있고 좋아." 가이스가 그렇게 말하며 이드의 손을 잡고 여관의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 뒤를 나르노와 타키난이 뒤따랐다. 여관 안은 아직 한산한 편이었다. 점심시간이 지난지라 1층의 식당 역시 손님이 별로 남 아있지 않았다. 가이스는 여관 안을 한번 둘러본 후 여관의 카운터로 다가갔다. 거기에는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인상 좋은 여인이 앉아있었다. "저희 여관에 잘 오셨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일행들을 한번 훑어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혹시 용병......이세요?" 그녀는 이드를 보고고개를 갸웃거리며 일행을 향해 물었다. "예, 저희들은 용병길드에 붙은 걸보고 찾아 왔는데요." "그러시군요. 그럼 우선 이쪽으로 오세요." 그러면서 그녀는 여관의 한쪽 창가의 넓은 자리 쪽으로 일행들은 인도했다. 황갈색머리에 마음씨 좋게 생긴 아저씨가 앉아있었다. 그녀는 그를 보며 말했다. "발레포씨 여기 손님들이 찾아왔어요. 자... 여기 않아요" 그리고 그녀는 일행들에게 자리를 권했다. "이쪽으로 앉으시요, 그래 뭣 좀 드시겠소?" 그 남자는 인상 좋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일행들은 각자의 취향대로 음료를 시켰다. 가이즈와 이드는 과일즙 그리고 타키난과 나르노는 맥주를 그리고 그 발레포라는 사람 역시 맥주를 시켰다. 그녀가 주문을 받고 나서 가자 그 발레포라는 사람이 입을 열었다 "그래 자네들이 길드에 붙은 걸보고 온건가?" "예." "상당히 독특한 파티군 검사 두 명에 레이디는 마법사 같은데 그리고 여기 이 소녀는..." 그의 말에 밝은 성격의 타키난과 나르노가 웃을 터트렸다. 발레포가 이드를 보고 소녀라는 말을 썼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 역시 이드를 처음 발견할 때 여자인줄 알았었다. 그러나 가이스가 진찰도중 신체구조상 이드가 여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됨으로서 이드가 깨어나서도 레이디라든가 소녀라든가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있었 던 것이었다. 가이스가 살짝 웃으며 발레포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저는 레이디가 맞지만 여기 이드는 소녀가 아니랍니다. 귀여운 동생이죠." 그녀의 말에 발레포는 헛기침을 몇 번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도 상당히 무안했던 모양이다. "흠 흠... 내가 잠깐 착각을...내 이름은 아까 들은바와 같이 발레포요 성은 코르놈이고 여 러분들은..." "저는 가이스. 이 파티의 리더라고 보셔도 되요. 보시는 바와 같이 마법사입니다. 여긴 이 드 어리지만 상당한 정령사지요. 그리고 여긴 나르노, 제 동생이고, 여긴 타키난 둘 다 검 사입니다." 그는 그녀의 설명에 귀를 귀울였고 이드가 정령사라는 말에 관심을 가지는 듯했다. 정령 사가 용병들과 같이 다닌다면 어느 정도 실력이 있다는 소리다. 또한 자신이 용병길드에 용병명단을 봤을 때 이 삼인 역시 ...거기에 이드는 없었다.... 상급의 용병이었다. "자네들이 실력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 그런데 여기 이드라는 소....년에 대해서는 없던 데.." "저희 파티에 들어온 지 오래되지 않아서요." "저희들의 의뢰가 무엇인지는 대충 알고있을 것이네, 목적지까지 물품을 보호해 가는 일 일세 귀중한 것이라 실력이 뛰어나야 하지."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테스트를 한다고 쓰셨더군요. 그런데 그 테스트는....?" "맞아, 우선 신분을 확인해야 하지만 자네들은 내들은바 있으니 됐고 테스트는 간단한 거 야 자 대충 마시고 뒤로 가세나..." 그렇게 말하며 그는 자신의 앞에 놓인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여관의 뒤뜰 쪽으로 나갔 다. 그리고 그 뒤로 일행 역시 따라나갔다. -63- 여관의 뒤쪽에는 잔디가 깔린 넓이가 약 7m가량의 뒤뜰이었다. 벨레포씨는 그 뒤뜰의 중앙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테스트한다고 너무 신경 쓰지 말게나 그리고 테스트 내용은 검사들에게만 적용 되는거 지...사실 검사말고는 마법사나 정령마법사의 능력을 측정할 방법이 내게 없으니까 말이야" 그의 말에 따라 우선 타키난이 먼저 검을 빼들고 나섰다. 벨레포씨 역시 타키난과 같은 롱소드를 사용하고있었다. "가볍게 시작하자구." 그 말과 함께 검이 오갔다. 우선 공격의 스타트는 타키난이 끊었다. 타키난은 롱소드로 곧바로 찌르기로 들어가 벨레 포씨의 가슴을 노렸다. 벨레포씨는 다가오는 검을 그대로 처내며 그 속도로 한바퀴 돈후 타키난의 허리를 쓸어갔다. 타키난은 빠르게 다가오는 검을 뒤로 뛰면서 피한 후 검을 휘 두르느라 비어버린 발레포의 가슴을 노리고 다시 찔러 들어왔다. 그 검에 발레포씨는 급히 검을 휘둘러 타키난의 검을 쳐냈다. 그러나 타키난은 검을 쳐낸 방향으로 회전하며 검을 휘둘렀다. 그에 다시 벨레포씨가 아래에서 위로 올려쳐 버리고 비어버린 타키난의 가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타키난은 그걸 보며 그대로 검이 올라가는 것과 같이 몸을 한바퀴 뒤로 회전시켜 물러섰 다. 그리고 다시 검을 제대로 잡으며 검을 잡는 타키난을 보며 발레포가 말했다. "됐어, 자네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것 같아 상당하군." "발레포씨도 상당 하신데요. 저도 검술엔 어느 정도 자신 있었는데..." "허허 이 사람이 나이를 생각해야지 내가 이 나이에 자네에게 검술에서 자네에게 밀리면 지난날에 회의가 들걸세." "하하 어찌했든 검술실력이 뛰어나십니다." 그 모습을 보며 이드는 둘의 검 쓰는 방식을 알았다. 타키난은 주로 기술과 빠르기를 위주로 하는 검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발레포씨는 나이에 맞게 힘과 기술이 적절히 혼합된 안정되 검을 쓰고있었다. 더 싸웠다면 발레포씨의 승리가 확실했으리라.. 발레포씨가 별로 지친 기색이 없었기에 (당연 하다. 앞에서 약5분 정도 밖에는 움직이지 않았으니)곧바로 나르노의 테스트에 들어갔다. 나르노의 검은 바스타드 소드로 꽤 무거운 검이었다. "....검술보다는 힘으로 밀고 나갈 것 같은데...." 이드의 중얼거림이었지만 이 중얼거림은 잠시 후 실현되었다. "하압!!" "핫!!" 바우우웅.......후우우웅 나르노는 엄청난 힘으로 검을 휘둘러 발레포씨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 엄청난 힘에 발레타씨는 다가가지 않았다. 굳이 싸우자면 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 되 면 테스트가 아니라 결투가 되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방 금 발레포씨가 검을 맞대다가 검이 뒤로 튕겨져 버렸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공격할만한 틈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잘못해서 저 검에 검이 퉁기기라도 한다면 상당한 허점이 나타난다. "후~ 됐네, 자네도 실력이 좋군 아니 힘이 좋군"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희 테스트는....." "아. 걱정말게. 자네들은 통과야 그 정도 실력이라면 걱정없어" 그러면서 검을 거두려 할 때였다. "저기 저도 검을 쓸 줄 아는데..." 그렇게 말하는 이드였다. 사실 이드도 이 기회에 내공이 사라진 지금 어느 정도까지 상대 할 수 있을지 대충이라도 비무 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모두들 그런 이드를 한번보고는 시선을 돌리고 무시해버렸다. 겉으로 봐서도 도저히 검을 쓸 것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드의 몸은 상당했다. 이미 탈퇴환골(脫退換骨)한 몸이라 상당한 힘이 실려있었 다. 물론 외형은 전혀 아니올시다 지만 말이다. 이드는 자신의 말을 싸그리 무시하고 다시 여관으로 들어가는 일행을 보며 얼굴이 발그래(!;;;) 달아올랐다. '무시당하다니.....' 그리고 그런 이드에게 가이스가 다가왔다. "우와! 이드 얼굴 빨간게 귀엽다. 너무 그러지마 그리고 저 사람들도 니가 크면 상대해 줄 거야. 어서 들어가자." 그렇게 말하며 이드의 손을 잡아 이끄는 가이스를 따라 이드 역시 들어갔다. 가이스 때문 에 참기로 한 것이다. '참나....내가 클 때가 언제? 몇 달 있으면 내공이 회복되는데....' 다시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더운 날씨에 다시 미지근해져버린 음료를 다시 시켰다. "우선 자네들이 할 일은 사람은 보호하는 일이네, 목적지는 수도인 가일라까지 인원수는 꽤 될거야." "그럼 출발은 언제....." "내일이나 모래쯤이야 그동안 필요한 용병이 다 차서 자네들로 더 이상 모으지 않을 거 야. 생각해 보니 자네들 운이 좋았어." "하하 그렇네요, 좀만 늦었어도 일거리 하나 놓칠번 했으니...." "우선 숙식은 여기서 하게나, 우리측에서 고용한 용병들이 다 여기 있거든. 시간 나거든 서로 인사라도 하든가 하고 말이네. 여길 얼마간 빌렸기에 다른 사람은 없어."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몇 마디 말을 건네고는 밖으로 발길을 돌려 나 갔다. 잠시 후 앞에 놓인 각자의 잔이 다 비었을 무렵 아까 그 아주머니가 다가와 각자의 방을 안내해 주었다. 이드 - 64 일행의 방은 삼층이었다. 거기다 각자의 방이 배정되었다. 서로 마주보는 형식으로 말이다. "우선 짐만 풀고 내려오세요. 얼마 있다가 저녁식사 시간이거든요." 주인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하고 내려갔다. 일행은 그녀의 말대로 각자의 방에 짐을 내려놓았다. 물론 아무런 짐이 없는 이드는 예외 지만 말이다. 각자 방에 대충 짐만을 던져놓고 아까 있던 일층의 식당으로 내려왔다. 식당에는 여전히 별로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비어있다는 소리는 아니다. 몇몇의 용병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식당의 여기저기에 앉아있었다. 물론 여자도 몇몇 앉아 있는 듯 했지만 거의가 남자였다. 그리고 그 중에 몇 명 아는 사람이 잇는지 타키난은 한쪽에 앉아 있는 남자 둘에게 그리고 가이스는 거기서 조금 오른쪽에 앉아있는 여성이 포함되어 4명의 파티는 있는 곳에 각각 아는 체를 했다. "여~ 라일, 칸 너희들도 여기 있었냐?" "지아, 여기 보네요. 다른 분들도 안녕하세요?" "타키난 니 놈도 여기 왔냐? 하기사 니 실력이면.." "잘 왔다. 앉아라." "가이스, 오랜 만이예요." "레이디 가이스 여기 앉으시죠." 이드는 그렇게 서로 인사가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옆에 멀뚱히 서있는 나르노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르노 형은 아는 사람 없어? 다 아는 척하는데...." "있긴 하지만 둘에게 먼저 선수를 뺏긴 것 뿐이야...." "그래요..........?" 그때 가이스와 인사하던 지아라는 여자 용병이 이드를 보고 가이스에게 물어왔다. "그런데 가이스, 못 보던 일행이 있네요. 누구예요?" "응, 이드라고 우리 동료가 된지 얼마않됬어" "그래요? 귀엽게 생겼네요.... 니가 이드라고? 이 언니는 지아란다. 앞으로 잘 부탁해." 이드는 그녀의 인사에 잘못된점을 정정해주며 답했다. "저도 잘 부탁해요. 누. 나." "애는~ 누나라니 남자같이 언니~ 라고 불러야지..." 그렇게 말하는 그녀를 옆에 있던 가이스가 건드려 이드의 말이 맞다며 정정해 주었다. 그 리고 다른 사람과의 인사 때는 그녀 지아가 미리 실수를 해준 덕에 다른 사람들은 실수를 하지 않을 수가 있었다. 어찌했든 모두들 귀엽게 생긴 이드를 보고 반감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용병 일에 어떻게 저런 애가 필요한가가 궁금할 뿐이었다. 어느새 모두 한자 리에 앉았을 때 그에 대한 질문을 맨 처음실수한 지아가 했다. "그런데 이드는 뭘 잘하는데? 마법?" 그녀는 이드의 겉모습을 보아 제일 어울리는 마법을 말해 보았다. "아니요, 저는 아직 마법은 배우지 않았어요. 대신에 정령술은 할 줄 알아요 그리고 검도 좀 쓸 줄 알고요." 이드는 그래이드론으로 인해 마법의 원리와 이론은 빠삭해서 좀만 연습한다면 쓰겠지만 아직까지는 손도 대보지 않은 상태이기에 그렇게 말했다. "정령? 정령마법사는 그렇게 흔치 않은데... 그래 어떤 정령들과 계약을 맺었는데?" '윽....또 검술을 한다는 건 무시당했다......ㅠ.ㅠ' "바람의 상급정령까지요. 다른 정령은 아직 쓸 일이 없어서 계약하지 않았어요." 그 말에 옆에 있던 지아의 동료인 검은머리의 모리라스라는 사람이 말했다. "상급정령까지라... 너 대단한데 내가 듣기로 상급정령을 부리기 상당히 어렵다고 하던 데....." 그의 말에 대부분 그런가하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모두들 정령마법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대충 이야기가 끝나고 이야기는 곧바로 이번 임무의 일정에 대 해 맞추어졌다. "그런데 라일, 이번에 호위할 인물이 누군지 혹시 아냐? 테스트 할 때 보니 그 발레포라 는 아저씨 실력도 상당하던데 그런 사람이 직접 용병들을 테스트하다니..." 타키난의 말에 타키난 등과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잇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등 맞 장구를 쳤다. "글쎄 나도 잘 몰라, 유명의 집안의 딸 정도 된다지 아마?" "쳇, 도대체 얼마나 유명 하길래 용병들을 이렇게 실력 테스트에다 신분증명까지 받냐 고..." "야, 콜 너 부러운거지?" "그래 임마 부럽다. 여자라지만 이렇게 용병을 테스트까지 해서 부려먹을 여자라면 엄청 난 집안일건 분명하잖아.... 나도 그런 집에 났으면...." "이놈이 신세 타령은..... 하기사 나도 부럽긴 하다." "헛소리들 그만해 식사 나온다." 그의 말대로 저쪽에서 빨간 머리의 소녀가 쟁반에 무언가를 가득 들고 일행 쪽으로 다가 오고 있었다. 이미 다른 자리에도 몇몇이 앉아있었고 위에서도 내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용병이 몇 명이나 고용된 거야?" "너희들까지 합해서 23명 정도?." "그렇게 많은 건 아니네." "많아! 내가 물어보니 갈 때 우리들말고 그쪽에서 나오는 수행원도 꽤된다고 하더군. 합하 면 40명 정도는 될 것 같다는 게 네 생각이다." "꽤 되는데." "그만들 떠들고 밥 먹어 여기 식사 보기만큼 맛있거든." 그렇게 말하는 차노이의 말에 각자 나이프와 포크를 들었다. 그리고는 앞에 놓인 음식들 과의 전쟁에 들어갔다. 과연 우승자는 누가 될지???? ^0^ 그 날은 여행의 피로도 있었기 때문에 일행들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이 드는 가이스와 지아에게 이곳 라클리도를 구경시켜준다는 명목아래 끌려나가는 신세가 되 었다. 그런 이드를 보며 나머지 두 여성과 같은 팀이었던 남자들은 안됐다는 표정과 다행 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드가 있었기에 자기네들이 당해야할 일 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데서 오는 안도감이었다. 이들도 한번쯤은 당해 봤기 때문이다. 뚜렸한 목적도 없으면서 시내곳곳을 끌고 다니는 그 무모함.....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입장이련가? 의외로 이드는 잘 놀고있었다. 이드는 처음 라클리도에 와보는데다가 가이스와 지아는 어린 이드에게 잘 신경 써 주고 있었다. 그런 증거로 지금 이드는 손에 막대 사탕하나가 들려있었다. "이드야, 어디 가보고 싶은 곳 있니?" 가이스의 물음이었다. 그러나 이곳에 대해 들어보지도 못한 이드가 가보고 싶은 곳이 있 을 턱이 없다. 알아야 갈 것 아니가.... 지아는 고개를 살랑대는 이드를 향해 눈을 빛냈다. "이드야 그럼 우리 백화점이라는 곳에 가보지 않을래?" "백화점?" "그런 것도 있었나?" 이드와 가이스가 동시에 의아함을 표했다. 둘의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듯 지아가 설명을 시작했다. "나도 얼마 전에 들었거든.... 여긴 상업이 발달한 곳이잖아 그래서 여기에 있는 상인들 그 것도 꽤 능력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것이라고 하더라, 건물도 꽤 큰데 그 안에 드래 스, 옷가게 보석가게, 장신구, 고급 무기 등등 하여튼 엄청나게 모여 있다고 하더라구....뭐 갑이 조금 비싸다고는 하지만 무슨 상관이겠어? 안 그래?" 지아의 설명에 둘도 호기심이 드는지 갈 것을 동의했다. 서로 의견일치를 본 삼 인은 사이좋게 목적지를 향해 걸었다. 백화점의 위치는 사람들이 잘 알고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다. 게다가 보통의 건물보다 크기 때문에 멀리서도 그 건물 이 보였다. "화...지아 니 말대로 엄청 큰 것 같은데!!" 멀리서도 백화점이 보이자 한 가이스의 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백화점 앞에 서자 그 말을 이드와 지아 역시 하게 되었다. "화~~ 크다." "엄청나네...." 그 말뿐이었다. 사실 그 말 밖에는 할 것이 없었다. 있다면 사람도 많다 정도? 백화점은 보통 큰 삼 층짜리 여관 서너 개가 합친 정도의 큰 크기였다. 게다가 높이 역시 5층 이상 으로 보였다. "자, 자. 둘 다 그만 놀라고 어서 들어가 보자 .... 기대 되는데!" 먼저 정신을 차린 가이스가 이드와 지아의 손을 잡고는 안으로 끌었다. 두 사람 역시 정신을 차리고 그런 가이스를 따라 백화점안으로 들어섰다. 백화점안으로 들어선 이드들의 눈에 많은 인파가 보였다. 그리고 그사이로는 싼 옷들이 팔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그 곳에서부터는 사람이 1층처럼 많아 보이지 않았다. "1층은 싼 옷들을 처분하는 곳인가 본데..... 올라가 보자." 일단 1층에서는 별로 볼 것이 없자 세 사람은 위층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1층에 있는 사 람들을 지나서 2층으로 올라서서 본 것은 화려한 옷을 진열한 가게들이었다. 그리고 사람 들 역시 그렇게 많지 않았다 게다가 보이는 사람들 역시 꽤 있어 보이는 여인들이었다. 그 리고 그런 여인들 뒤로 하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따르기도 했고 애인과 같이 온 듯 남자의 팔짱을 끼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가이스와 지아 역시 잠시 둘러보다가 화려한 옷으 로 눈길을 돌렸다. 그 드래스들은 한눈에 봐도 꽤 고급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옷들 밑으로 붙어있는 가격 역시 상당했다. =7골덴 2실링= 그러나 가격은 별로 상관이 없었다. 원래 두 사람의 목적이 구경으로 보였기에 말이다. 이 드는 정신 없이 드래스를 구경하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내려다본 후 자신이 입을 만한 옷을 파는 가게가 없는지 돌아다녔다. 잠시 훑어보던 이드의 눈에 자 신이 입고있는 옷과 비슷한 올을 파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옷가게를 발견한 이드는 정신 없이 드래스를 구경하고 있는 두 사람의 손을 끌고 그 가게 로 향했다. 이대로 두었다간 서로 헤어지기 알맞기 때문이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이드들이 가게로 들어서자 붉은 머리의 미인이 이드들을 맞았다. "제가 입고 있는 옷과 비슷한 옷들을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로 여행 복으로 편한 옷으로 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손님" 총총이 이드가 주문한 옷을 고르러 가는 여인을 보며 가이스가 이드에게 물었다. "너 옷 사려구?" "응, 알잖아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게 입고있는 이 옷 밖에 더 있어야지....그러니까 출발 하기 전에 미리 사둬야지.." "하긴 그것도 그렇다." "그런데 너 옷 살 돈은 있는 거야? 없음 이누나가 내줄까?" 지아가 생글거리며 말했다. "쳇 내가 돈이 없으면 무턱대고 여기 들어왔겠어요?" "호 그러셔.... 얼마나 가지고 있는데? 여기 보니 옷값이 꽤 나갈 것 같은데...." "헤, 걱정말아요... 돈은 충분하니까요." 가게 한쪽에 있는 자리에 앉아있으니 아까 그 여인과 귀로 두 명의 종업원이 손에 옷가지 를 들고 다가왔다. 그리고 앞에 있는 꽤 커 보이는 테이블이 옷을 올려놓았다. "손님의 말씀에 맞을만한 옷들을 골라왔습니다." 그녀가 친절히 말했다. 그런 그녀에게 이드는 '고마워요!' 라고 말해 준 다음 가이스와 지아와 같이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옷들의 옷감은 상당히 좋았다. 개중에는 잘 손질된 가죽으로 된 옷 역시 끼어있었다. "이드 이 옷 어떠니? 괜찮아 보이는데." 가이스가 깔끔해 보이는 옷을 한벌 들어올렸다. 움직이는데도 상당히 편할것 간은 옷이었 다. "음... 괜찮을 것 같은데요... 우선 그거하고." "이드 이건?" 지아에게 시선을 돌린 이드의 눈에 들어온 옷이란 완전히 왕자님 옷이었다. 여기 저기 달 린 레이스와 주름거기다 움직이고 뛰기에는 상당히 힘들 듯 한 디자인..... "누나~~!" "애는 장난도 못하니?" 그러면서 옆에 있는 가죽옷을 내보였다. "이거야 이거. 어때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지? 그런데 비쌀 것 같거든?" "괜찮아요, 내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 역시 한 벌 골라 총 세벌의 옷을 붉은 머리 여성에게 건넸다. "그걸로 할게요. 싸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대답하고 옷들을 뒤에 있는 종업원들에게 건네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 가 싼 옷과 함께 계산서 종이를 이드에게 내밀었다. =5골덴 3실링= 지아가 그 계산서를 보더니 놀라는 듯 했다. "화~ 비싸네 그런데 뭐가 이렇게 비싼거야?" "니가 고른 가죽옷. 가죽이 비싸잖아..." 옆에 있던 가이스가 지아에게 대답했다. 그때 이드가 품에서 주머니를 꺼내더니 안에 들어있는 세로 3s(1s(세르)=1cm)가로 5s가량 의 네모난 모양의 금색인 골덴을 여섯 개 꺼내 들었다. (추가로 골덴의 뚜깨는 약 5g(1g (지르)=1mm)이하이다. 게다가 특수 제작으로 그렇게 무겁지 않다.) "여기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자주 이용해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나머지 돈 7실링을 내주었다. ----------------화페단위 ----- 1로 100원 1가르 1천원 1실링 1만원 1골덴 10만원 길이 단위------ 1kk(키크)=1km 1m=1m 1s(세르)=1cm 1g(지르)=1mm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나머지 돈 7실링을 내주었다. 이드가 주머니에 나머지 7실링의 돈을 넣는걸 보며 지아가 말했다. "야, 이드 너 돈 많은가 보다? 너.... 이렇게 비싼걸 사도 되는거야?" 사실 지아는 이드가 이렇게 비싼걸 살 줄은 몰랐다. 아직 아이로 보이는 이드가 그렇게 큰돈을 가지고 있는 걸로 보이지 않았다. 사실 돈이 부족하면 자신이 좀 보태줘야 겠다는 생각까지 하고있었다. "응! 나돈 꽤 되." 돌아온 간단한 대답 "야! 애가 무슨 돈이 그렇게 많아? 혹시 너희 집 부자니?" "아니. 내가 누구한테 보석을 받았거든. 그래서 그걸 팔았더니..." "헤...누가 너한테 보석을 그냥 주냐? 누구니? 너 아는 사람이니?" "뭐 아는 존재이기는 하지....." 그래이드론이 사람이 아니기에 존재라고 대신했다. "그럼 너 용병 일 안 해도 되잖아!" "누난... 내가 여기 있는 건 돈이 목적이 아니라 여행과 모험이라구" "호~ 그러셔? 그럼 돈 필요 없음 니가 받을 보수 이 누나한테 넘겨라. 응?" "그렇게는 못해." "쳇" 가게에서 나온 이드는 주위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가이스와 지아 두 사람에게 물었다. "누나 사고 싶은 옷 없어? 내가 하나 사줄게..." "고맙지만 안그래도되 어차피 여기서 파는건 거의가 드래스야 용병이 드래스 입을일이 얼 마나 있겠니?" 가이스의 대답은 그러했으나 지아의 대답은 반대였다. "아니야 가이스 이드가 사준대잖아! 우리 여행복이라도 사자구요." 그렇게 말하고는 가이스의 팔을 잡아끌어서 한 가게로 들어가 버렸다. 물론 그 뒤로 이드 역시 뒤따랐다. 그리고 잠시 후 나오는 가이스와 지아의 손에 각각하나씩의 짐이 들려있었다. 가이스는 그 짐을 보며 상당히 미안한 듯 해 보였다. "이드 정말 괜찮아?" "괜찮아요. 이정도는.." 가이스가 이렇게 뭇는이유는 지아가 가이스에게 골라준 옷과 지아자신이 고른옷의 값이 꽤되기 때문이다. =6골덴= 옷이 고급인데다 여행복이지만 은은한 문양까지 들어있는 물건이었다. 때문에 가격도 상 당했다. 사실 지아는 거의 장난으로 그런 걸 고른 것이었다. 너무 비싸서 이드가 반대할 줄 알았는데 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옆에 있는 지아 역시 얼떨떨한 듯 했다. 각자의 옷을 구입한 세 사람은 삼층으로 발길을 옮겼다. 삼층은 보석과 무기점들이 모여있었다. 무기들도 상당히 좋아 보이는 것들이었다. 여기서 두 사람이 또 눈길을 주위에 빼앗겨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도 그럴 것이 휘황찬란한 보석 들이 진열되어 있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똑같네 약빙 누이와 설란 누이도 보석이라면 엄청 좋아했는데 ..... 여자들은 다 좋아...아 니지 사람들이라면 보석을 다 좋아하려나??' 이드 역시 보석목걸이에 눈이 팔려있는 두 사람을 두고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상당히 값비싸 보이는 보석들이 대부분이었다. "누나들 그만해요, 슬슬 배도 고픈데 빨리 두러보고 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응..." "그래, 가자" 아쉬운 듯 보석에서 눈을 때고 4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4층에서 가장 좋아라한 인물이 바로 가이스였다. 4층은 바로 책과 교양서적 마법서적 등등 별 희한한 것들만 모아놓은 것 이다. 거기다 가이스는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 마법사.... 여기서는 이드혼자 심심해하지 않아도 되었다. 왜냐하면 이드와 같이 책에는 관심이 없는 인물 지아가 같이 있었기 때문이다. "젠장... 무슨 놈에 책이 이렇게 많은 거야? 이걸 누가 다 읽은 다고...." "하~~ 배도 고픈데 그만 누나 끌고 가죠? 마지막 5층만 보고 가자고요." "그래, 나도 배가 고프긴 하니까." 서로 의견의 통일을 본 두 사람은 책에 정신이 팔린 가이스의 팔을 하나씩 붙들고 마지막 5층으로 올랐다. 5층에 올라서는 이드가 가장 좋아했다. 5층은 바로 식당이었다. 그것도 꽤 고급 식당인 듯 했다. 게다가 5층이라 주위의 경치 역시 시원하게 보이는 것이 아주 좋았 다. 이드는 좋아라하고 창가 쪽에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은 자리에 거의 뛰다시피 다가가 앉았다. 식당은 상당히 고급이라 그런지 별로 인원이 그렇게 많진 않았으나 앉아서 식사중 인 사람들은 거의가 귀족 급이거나 부자인 것 같았다. 어찌 아느냐 하면 그들의 옷차림이 나 먹고있는 모습으로 알 수 있다. 가이스와 지아가 이드가 앉은자리로 다가가 자리에 앉 자 하얀색 유니폼을 입은 여성이 다가와 메뉴판을 내밀었다. 메뉴판은 상당히 두꺼웠는데 한 쪽 당 하나의 음식이 써있고 그 밑으로 그에 따른 설명이 붙어있는 형식으로 거의 백여 가지에 달하는 음식이 써있었다. 이드는 즉시 가이스와 지아와 같이 상의해 음식을 주문했 다. 가이스가 주문한 것은 해물종류, 지아는 육식종류 그리고 이드는 해물과 야채 그리고 고소하고 담백한 요리 서너 개를 주문했다. "감사합니다. 곧 음식을 가져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종업원이 주문음식을 적은 종이를 들고 카운터로 갔다. "누나, 여기 종업원들 상당히 친절하죠." "그래. 확실히 다른 곳보다 깨끗하고 부드러워..." "여기 진짜 장사 잘 되겠다. 나도 이런 거나 한번 해볼까?" "헤~~ 지아누나, 어런 거 차릴만한 돈은 있어요?" "쳇, 벌면 되지.... 혹시 아니? 운이 좋아서 모험 중에 던전에 라도 들어가 보석이라도 발 견할지?" "과연 운이 따라 줄런지가 문제잖아요?" "애는~~" 그때 여러 명의 인원이 각자 손에 음식을 들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화~ 맛있는 냄새.." 그녀들은 이드들이 앉은 테이블로 다가와 손에 들린 음식들은 주요메뉴는 주문한 사람 앞 에 그리고 그 외 옵션은 중앙으로 모아서 놓은 다음 물러났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불러주십시오." 그런 후 어느 정도 허기를 느끼고있었던 이드는 입을 꼭 다물고(?) 음식만 먹기 시작했 다. 가이스와 지아는 둘이서 두런두런 이야기 하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음...여기 음식 맛좋다." "그래 여기 맛있는데" "가이스 여기 자주오자..." 대충이런식. 여관식당에 모여앉아 식사중인 서넛의 남자들이있다. 가가자 앞에 오리구이, 파이, 돼지구이, 스테이크, 맥주들이 놓여있었다. "않됬다. 이드녀석 아직까지 끌려다니나 보네.." "글세 말이야, 우리들이 끌려갔을 땐 일찍 왔는데... 뭐 그 뒤로 조금 분위기가 안 좋았지 만 이드는 만만해서 지금까지 끌려 다니는 모양이야..." 타키난과 모리라스드의 말이었다. 그들은 하루종일 여관에서 뒹굴다가 저녁때가 되서 식사중이었다.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고통스런 쇼핑에 끌려간 이드를 생각 중이었다. "그런데 얘네들 왜 이렇게 늦는 거지? 여기 구경할게 뭐 있다고..." "....아! ...있다. 저번에 들었는데 여기 백화점이라는데가 생겼다더군...." "그게 뭔데요?" "그게 뭐냐하면.......(위에 지아의 설명과 동문).....이라고 하더군"^^;;;;; "재밌겠는데..... 빨리 이야기 해주시죠, 저도 가보게..." "임마 니가 가서 뭐 할건데? 거기 가격이 엄청 비싸다는데 살게 뭐 있어서?" "그래도 구경 삼아..."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세 개의 그림자가 들어섰다. "다녀왔습니다.^^" "우리 왔어요. ^^" "잘 놀다 왔습니다,^^" 아주 즐거운 목소리였다. 아는 목소리이기는 하나 최소한 그 중 하나는 자신들의 생각에 는 아주 지쳐 있어야 했는데... 각각 의아해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들이 시선을 돌린 곳에는 오전에 나갔던 세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손에 무언가를 들고 얼굴을 활짝 펴고 웃으며 들어오고 있었다. 기분이 상당 히 좋아 보였다. "재네들 상당히 즐거워 보이는데...." "글쎄....." "잘 놀다 온 건가?"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각자 한마디씩 했다. 원래 자신들이 생각하고 있던 반응과 꽤 거리가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상당히 빗나간 사람은 역시 이드였다. "기분이 좋아 보이네 어디 갔다 온 거야?" 타키난이 테이블로 다가오는 세 사람에게 물었다. 다른 이들 역시 궁금하다는 얼굴이었다. "쇼핑 좀 했지, 백화점도 가보고 살 것도 사고..." "그랬냐......?" "좋겠네, 여기 와서 식사해." 더 이상 들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라일이 세 사람을 향해 말했다. "아니, 됐어 우리는 백화점에서 잘먹고 왔거든? 거기 진짜 맛있더라.... 살살 녹는 샤베트, 연하고 부드러운 고기, 싱싱한 생선, 고기가 많이 든 타베시트... 거기다 와인도 엄청 맛있 더라..." 지아가 거의 놀리듯이 음식을 앞에 둔 사람들에게 말했다. 게다가 그녀가 말한 것은 거의 다 고급요리였다. "야, 지아 너....설마 우리 돈을 다 쓴 건 아니겠지......?" 지아의 일행인 모리라스가 불안하게 물었다. 그들 일행의 돈을 모두 지아가 가지고 있었 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말한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급. 거기다 들은 바로는 백화점이라 는 곳이 상당히 고급이라고 했으니 의심할만한 일이다. "무슨.... 그 돈엔 손도 대지 않았는데." "그럼 설마 누나가 낸 거야?" 나르노와 타키난 역시 일행의 돈을 관리하고있는 가이스를 보며 물었다. 어떻게 보면 불 쌍타 여자들에게 꽉 잡혀있는 두 파티의 남자들.....묵념^^ "나로노...너 누나를 어떻게 보고 내가 너나 타키난 같은 줄 아니?" "그럼 무슨 돈으로?" "한 명 더 있잖아. 여기 이드" 지아의 말이었지만 별로 설득력이 없었는지 테이블의 사람들 모두 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았다. "왜? 내 말을 못 믿겠다는 눈빛이야? 내 말 맞잖아? 가이스. 이드." 그녀가 가이스와 이드를 바라보며 말했고 두 사람은 같이 고개를 끄덕끄덕. "이드 그 말 진짜냐?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었냐?" "제가 우연히 얻은 보석을 처분한 돈이거든요. 그래서 좀 가지고 있었죠." 이드가 돈이 있다는 말은 물론 돈의 출처까지 밝혀 버렸다. 그때 가이스가 손에든 것 중에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거기 음식이 맛있어서 술하고 몇까지 싸올 수 있는 음식을 싸왔어 맛이라도 봐. 참 그 와인은 오래된 거야. 20년 이상은 묵은 거야." 가이스가 글말을 남겨두고 나머지 두 사람과 같이 위층으로 발길을 옮겨놓았다. 그리고 밑에 있던 남자들은 그녀가 들고 온 음식과 와인을 맞보고 같이 가지 않은 것을 엄청나게 후회하고 있었다. 과연 맛이 기가 막혔다. 게다가 와인..... 비싼 만큼 맛있는 와인.......콜과 나르노가 물주일 수 있는 이드를 끌고 백화점으로 향하려는 걸 라일과 칸이 내일 일을 상 기시켜 줌으로 막을 수 있었다. 일찍 식사를 마친 용병들이 모두 식당에 앉아있었다. 그런 그들의 옆으로 각자의 짐이 놓 여있었다. 바로 오늘이 출발 일이었기에 모두 일찍 나와 있는 것이다. 이드 역시 일행들과 같이(여기서 한데 모여있는 이드들의 인원이 가장 많다.)앉아서 자신의 앞에 놓인 과일주스 를 한 모금 마시고 있었다. '이거 상당히 맛있단 말이야....' 그때 문이 열리며 벨레포씨가 들어왔다. 그는 저번에 왔을 때처럼 간편한 차림이 아니라 가벼운 플래이트 메일을 착용하고 있었다. 모두들 그런 그에게 시선을 모았다. "모두 모여있었군. 그럼 준비는 다 된건가?" "물론이요." "언제든 출발할 수 있습니다." "좋아 그럼 이제 출발이다. 모두 나오도록." 그리고 그가 뒤돌아 밖으로 나갔다. 여관의 일층에 앉아있던 용병들 역시 모두 일어나 밖 으로 걸어나갔다. 밖에는 20여 마리의 말과 그 말들을 붙잡고있는 말구종으로 보이는 여러 명의 사내가 있었다. "이 말은 수도까지 이동을 위한 것이다. 모두 한 마리 씩 골라 타도록." 벨레포는 그렇게 말하며 지신의 갈색의 갈기를 가진 말에 올라탔다. 용병들 역시 자신에게 말을 골라 타기도 하고 그냥 잡히는 말을 타는 기도하며 말에 올랐 다. 이드 역시 푸르른 빛을 띠고있는 순해 보이는 말에 올라탔다. 용병들이 모두 말에 오르 자 벨레포가 말없이 앞장서서 말을 몰았다. 아직 도시 안이었기에 속도를 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말을 타서인지 확실히 얼마가지 않아 이드들이 들어왔던 성문과는 거의 반대쪽의 문으로 빠져나왔다. 일행은 성문 앞에서 일단의 인물들과 합류하게 되었다. 그들은 벨레포를 제외하고 17명 정도였으며 모두 벨레포와 같은 플레이트 메일을 착용하 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한대의 튼튼하고 커 보이는 마차가 서있었다. 마차는 창문 이 있었으나 막혀있어 안을 볼 수는 없지만 대충 누가 타고있을지는 예상되었다. "자세한 것은 차차 소개하기로 하고 여기 마차에 타고 계신 분이 바로 우리들이 호위해야 하는 분으로 레냐님일세, 그리고 이들은 내 밑에 있는 사람들로 레냐님을 직접 경호할 사 람들이네. 그리고 이쪽은 우리와 같이 움직일 용병대다." 서로 얼굴만 확인하는 정도의 가벼운 인사가 끝나고 곧바로 마차가 출발했다. 우선 마차 의 앞에 3이 서고 마차의 양옆으로 각각 3이 섰다. 그리고 그 뒤로 나머지 벨레포씨의 부 하들이라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용병들은 거의가 앞에서고 5명 정도가 앞으로 나가 갈 길을 확인했다. 그리고 10여명의 용병이 뒤에 있는 벨레포씨의 부하들과 합류했다. 그리고 그 중에 이드와 지아, 라일 등의 일행은 용병들의 뒤, 그러니까 마차의 앞에 있는 3명의 벨 레포의 부하들과 같이 서게되었다. 벨레포씨는 마차 옆에서 말을 몰며 전체를 지휘했다. 모두 자리가 잡히고 안정되자 서로서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드들 역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 중이었다. 그러나 이드가 알지도 못하는 지명들이 난무하는 이야기에 낄 일이 뭐가 있겠는가....이드 는 조금뒤쪽에 말을 하고 있는 3명의 병사(그렇게 보이기에^^ 편하게~ )를 보며 말의 속도 를 멈췄다. "안녕하세요." 이드가 먼저 누구랄 것도 없이 세 명에게 인사했다. "음...만나 반갑군요." 세 명 역시 별 거부감 없이 이드에게 인사해왔다. "제 이름은 이드라고 합니다." "그래요? 나는 도트, 그리고 여기는 봅, 저그라고 합니다." "에이, 말 낮추세요, 나이도 저보다 많은 것 같은데...." 그런 이드의 말에 조금 발랄해서 지아와 비슷한 분위기의 인물이 말했다. "그렇게는 안되지.. 어떻게 레이디에게 그럴 수 있겠어? 안 그래?" 그는 그렇게 말하며 옆에 말을 몰고있는 두 사람에게 동의를 구하듯 말했다. 이드는 그 말에 오해는 빨리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말했다. "저... 저는 남자입니다만... " "...어....그..그래? ....이런 내가 실수를..." "아니요, 신경 쓰지 마세요. 절보고 그렇게 실수하는 분들이 꽤있거든요!" "험! 그런가?"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대화의 초점을 잡았다. "그런데 저 안에 계신 분이 누구 길래 이렇게 호위까지 하면서 가는 거죠?" 이드가 대답은 기대치 않고 슬쩍 물었다. "그게....정확한 신분은 말하기가 좀 그래. 아마 얼마간 있다가 벨레포 님이 말씀하실 거 야." "에? 그럼 숨기실 필요 없잖아요. 저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요. 살짝만 이야기 해줘요." 이드가 친근하게 말하고 나오자 어차피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듯 이드에게 조용히 말 했다. "실은 저분은 공작가의 자제 분이셔. 정확한 성함은 메이라 세이드 루 케이사라고 하시지. 너도 들어봤겠지?" '역시 귀족이라 그런가? 이름 한번 되게 길다니까...' "아니요. 저는 처음 들어보는데요." "...너 진짜 케이사 공작가를 모르냐?" "예, 제가 세상일에 좀 무관심하다보니... 그런데 저분 아가씨가 유명해요?" "그래, 너도 좀 알고 다녀라. 저분은 마법사로 꽤놓은 클래스까지 익히셨다 더라, 거기다 가 엄청나게 미인이라는 말도 있다구." "...그럼 직접 본 건 아니 겠네요?" "야, 넌 공작 가의 영애를 함부로 볼 수 있다고 생각 하냐? 뭐....나하고 여기 몇 명은 멀 리서지만 본적이 있지... 멀리서 보긴 했지만 소문대로 아름다웠어..." 그의 성격이 지아와 비슷한 것인 듯 처음 보는 이드에게도 엄청 친근하게 대해왔다. "체, 그래도 가까이서 본 건 아니네요." "야! 그런걸 꼭 가까이서 봐야 아냐? 그냥 필이란 게 있잖아! 필!!" "임마 필은 무슨 필이야?" 옆에 있던 봅이라는 사람이 열심히 떠드는 저그를 한대 치며 무안을 주었다. -68편- 옆에 있던 봅이라는 사람이 열심히 떠드는 저그를 한대 치며 무안을 주었다. "이 녀석이 꼭 내가 말만하면 넌 손부터 먼저 올라가지...." "니가 맞을 짓을 하잖아." 이드는 그런 둘을 외면하고 옆에 있는 도트에게 물었다. "그럼 공작 가의 영애라서 이렇게 호위인원이 많은 가요?" "뭐..... 그런 면도 있긴 하지만 평소엔 이렇게 많진 않지.... 그런데 수도까지의 거리가 멀 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자네는 뭘 하지? 검을 가지고 있긴 해도 그렇게 잘 쓸 것 같진 않은데...." ".... 검도 쓸 줄 압니다. 그리고 정령 마법도 좀...." 이드의 말에 옆에서 투닥거리 던 봅과 저그도 싸움을 그치고 이드를 돌아보았다. "정령? 정말이냐? 어디한번 볼 수 있을까?" "맞아. 나도 마법은 본적이 있어도 정령을 본적은 없거든? 넌 어떤 정령과 계약했는데?" "우선 바람의 정령만....." "그래? 그럼 보여줄 수 있냐?" 도트의 말에 이드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조용히 실프를 소환했다. 그러자 이드의 앞으로 페어리와 비슷한 모습을 한 투명하면서도 파란 몸의 실프가 나타났다. "호~ 이게...." "실프다, 임마. 기초상식도 모르냐?" "말로 듣던 대로 예쁜데...." "그런데 이드 넌 소환할 수 있는 정령이 이 실프 뿐이냐?" "아니요. 바람의 정령은 상급까지 소환할수있어요." "그래? 대단하네.." 도트의 칭찬에 한번 웃어 준 이드는 실프에게 돌아갈 것을 명했다. 실프는 그런 이드의 주위를 한바퀴 돌더니 공중으로 사라져 버렸다. 대화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가던 일행의 앞으로 작은 마을이 나왔다. 벨레포가 계산해놓은 곳인 듯 그곳에서 점심을 해결하 고 일행은 다시 말을 몰았다. 점심때도 용병들은 자신들이 호위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용병들이나 병사들은 식당에서 식사를 했으나 그녀는 인에서 방을 접아 거기서 식 사를 한 것이었다. 점심을 마치고 다시 말을 달린 일행은 해가 지고 잠시간이 지난 후 앞에 지나왔던 마을과 비슷한 크기의 마을에 들 수 있었다. 이것으로 보아 벨레포 씨의 거리계산이 꽤 정확한 것 같았다. 잘못했으면 노숙을 했을 텐데 말이다. "이드, 너무 그쪽으로 붙지만 너 불편하잖니?" 옆에 누워있던 가이스가 벽 쪽으로 바짝 붙어있는 이드를 당기며하는 말이었다. 사실 지 금 이드가 있는 방은 3인 실이었지만 여관의 방이 부족한 관계로 5명이 묶게 되었다. 거기 다 지금 이드가 있는 방은 이드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이 모두 여자였다. 원래대로라면 이드 역시 남자들 방에서 껴 자야겠지만 지아와 가이스가 그렇게 못하겠다며 이드를 데려온 것 이었다. 거기다 같이 방을 쓰게된 두 명의 용병 여성들 역시 반대하지 않았다. 그렇게 여성 들의 방으로 들어가는 이드를 보며 나머지들은 상당히 부러운 눈빛을 보내고있었다. 그리 고 그 중에 몸이 작은 이드와 가이스가 같은 침대를 쓰게 된 것이었다. "그래도 누나가 불편하잖아." "걱정마. 전혀 불편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별로 그렇게 추울 것도 없지만 이불을 덮어주며 눈을 감았다. 이드 역시 잠시 어색하게(사실은 좋을지도^^ 부럽다...)있다가 스르르 눈이 감기는 걸 느끼며 잠이 들 었다. "야! 이드 그만 일어나." 지아는 침대에서 모로 누워 이불을 끌어안고 있는 이드를 흔들었다. 침대 옆에서는 가이 스가 메모라이즈를 하고있었다. "하아~암, 알았어요. 일어날게." 그렇게 말하며 이드는 침대에서 한바퀴 구르더니 부시시 일어났다. "잘 잤어? 지아 누나? 가이스누나.....는 메모라이즈 중이네..." "그래, 너도 어서가서 씻어. 아침식사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단 말이야." "알았어......" 그렇게 말하며 부시시 일어난 이드는 손에 수건을 쥔 다음 발걸음을 옮겼다. 이 여관은 샤워실과 세면실을 같이 쓴다. 그렇기에 샤워실로 가야했다.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이드는 흔들거리는 몸으로 일층으로 내려갔고 샤워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샤워실 밖에 는 어째서인지 병사 두 명이 서있었다. 그러나 이드를 제지하진 않았다. 그들도 용병들의 얼굴을 대충 알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드는 용병들 중 제일 어리지 않은가? 병사들이 서있던 곳을 지난 이드는 자신의 앞에 있는 두개의 문을 보고 졸린 눈으로 왼쪽 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드가 가고 닫힌 문에는 --레냐 아가씨 사용 중-- 이라 는 글이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다. 샤워실로 들어온 이드는 샤워실 안을 휘감고있는 수증기와 수증기안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에 의아해했다. "응? 이런 때에 샤워하는 사람이 있나?" 이드의 말대로 이 시간에는 대개가 세면만을 위해 이곳에 온다. 샤워를 원한다면 이 시간 이 지나고 세면이 다 끝났을 때나 하는 것이 정상이다. "뭐.... 자기 맘이지.." 그렇게 생각한 이드는 수증기를 해치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런 이드의 귀로 물소리가 더욱 가깝게 들려왔고 잠시 후 수증기가 장애가 되지 않는 곳 에 이르렀을 때 하나의 인영이 보였다. 그 인영은 상당히 갸냘퍼 보였다. 거기다 파란색의 물기를 머금은 부드러운 머리를 허리 까지 드리우고있었다. "용병단에 저런 사람이 있었나?" 그런 이드의 중얼거림에 저쪽에서 샤워하던 사람 역시 들었는지 몸을 돌렸다. "류나니?"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리던 그.... 녀는 이드를 본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그러기는 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맑은 소녀의 목소리와 함께 나타난 것은 소녀였다. 그것도 알몸의.....이 드 역시 순간적으로 굳었다가... 정신이 들었으나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 다. "...음.....저.....어....." 그렇게 이드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저쪽에서 먼저 확실한 반응을 보여왔다. "꺄아아아아악!!!!!" 그녀의 비명이 샤워실 안을 쩌렁쩌렁 울려 퍼졌고 밖에서도 그녀의 비명성에 시끄러워졌 다. "아가씨 무슨 일입니까....아가씨." 밖에 있던 두 명의 병사는 차마 들어오지는 못하고 힘차게 불러댔다.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이드는 급하게 말을 이어갔다. "죄...죄송합니다..... 잠결에...잘못....들어... 아무튼 미안해요. 죄송해요." 그렇게 말하며 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렇게 급히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오는 바람 에 앞에 있던 병사들과 부딪치고 말았다. "으아...엉덩이야... 야, 너 어떻게 여기서..." "임마...." 두 명의 병사는 자신들과 부딪혀 바닥에 앉아버린 이드를 보며 황당해 했다. 이드가 나온 곳은 바로 공녀가 들어간 샤워실이 아닌가... "아이고..... 미안해요." "임마...그게 아니잖아. 니가 어떻게..." 그때 비명성을 들은 몇 명의 인원이 샤워실 앞으로 다가왔다. "그게...저.... 잠결에 들어간다는 게...잘못 들어가서.........." 얼굴이 빨개진 체 더듬거리며 말을 하는 이드를 보며 모두들 헛웃음을 지었다. "임마 실수하게 따로 있지..... 깜짝 놀랐잖아." "그만해요. 나도 놀랐다고요...." 그 말에 몇 명이 웃음을 지었다. 샤워실로 들어가서 갑자기 여자의 알몸을 보았으니 놀라 지 않았겠는가.... 그런 이드를 보며 몰려왔던 인물들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런 그 들 사이로 달려오는 소녀가 한 명 있었다. 아마 아까 메이라라는 소녀가 부른 그 류나라는 시녀인 듯 했다. 그녀가 급히 샤워실로 들어가는 걸 보며 이드도 몸을 일으켜 옆에 있는 원래 목표인 샤워실로 들어갔다. "이드, 어떻게 그 레냐라는 아가씨 예쁘던?" 이드의 옆에 앉아있던 타키논이 장난스레 이드에게 물어왔다. -69편- 이드의 옆에 앉아있던 타키난 장난스레 이드에게 물어왔다. "타키난~ 너 조용히 안 할래?" 타키난의 장난스런 물음은 옆에서 들리는 가이스의 살벌한 목소리에 꺾여져 버렸다. 그러 나 타키난 만큼이나 장난스러운 사람이 이드 옆에 한 명 더 있었다. "이드, 넌 여복도 많다. 잘 때는 가이스가 꼭 끌어안고 자고 아침에는 다시 아름다운 소녀 의 나신까지...." "지아, 진짜냐? 가이스가 이 녀석을 끌어안고 잤다고?" "음~ 맞아 누나한테 그런 버릇이 있었어....... 그런데 그 버릇없어 고쳤을 텐데...." "너희들~ 조용히 하고 밥이나 먹었으면 하는데~" 일행들이 앉은 식탁주위로 스산한 살기가 퍼져나가자 헛소리를 해대던 일행들의 머리 뒤 로 커다란 땀방울이 매달렸다. "음~ 이거 맛있는데...." "맞아 이 빵도 부드럽고....." "타키난...... 거기 소스 넘쳐요." 이드가 엄청나게 매운 소스를 스프에 쏟아 붇고있는 타키난에게 정중히 말해 주었다. "하.....^^; 내가 매운 걸 좋아하거든.....신경 쓰지마." 그렇게 약간은 소란스러운 아침식사가 끝나고 일행은 다시 수도를 향해 말을 몰아갔다. 떠날 때 어느 정도의 식량 역시 미리 챙겼다. 이 을을 벗어나면 약 2틀간은 마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출발한다." 벨레포의 말에 따라 제일 앞 열의 용병들이 말을 몰았다. 잠시 차이를 두고 다른 사람들 역시 말을 몰아갔다. 마차를 호위하는 대열은 전날과 똑같은지라 이드는 오늘도 어제 보았 던 세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야. 이드, 너 공녀님의 샤워장면을 정면에서 목격했다며?" "어떻데....?" "하~ 몰라요. 나도 정신 없어서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아요!" 이드가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그 말은 전혀 아니었다. 지금도 눈만 감으면 아마 거의 정확하게 생각나리라......@.@→ㅡㅠㅡ...주르륵.... 헉, 피가...... "그...그러냐? 그럼 그런 거지 ..... 왠 소리를 지르고. 험...." 세 사람은 이드의 싸늘한 눈길에 헛기침을 하면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 저 메이라라는 분이 마법을 잘하신다 고요?" "호~ 역시 몸매를 보고 관심........이 아니라, 그래 내가 들은 바로는 마법도 꽤 잘하신다고 들었어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런데 그건 왜?" "아니 제가 그렇게 들어갔는데 급하면 마법이라도 쓸 것이지.... 비명이나 지르고... 뭐 비 명도 상당한 타격이 됐지만....." "큭~ 임마 어떤 여자가 샤워하는데 들어와서 자신의 몸을 보고있는 사람을 보고 그런 생 각을 하겠냐? 우선 비명부터 지르는 거지." "하지만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그런 사람도 있는데......" "뭐....... 그럼 너 그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소리잖아." "아니예요. 그냥 지나가다가 실수로....." 이드는 급히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사실이드가 말한 사람은 약빙이었다. 중원에 있을 때 그녀가 씻는 걸 모르고 그쪽으로 갔다가 이드의 기척을 알아차린 약빙이 곧바로 검을 뽑아 든 적이 있었다. 물론 이드란 걸 알고 검을 거두긴 했지만(역시 부럽 다...) 그 메이라라는 여자처럼 비명만 지르고있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오늘은 그렇게 덥진 않겠어......" 도트의 말대로 였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낮잠자기 딱 좋을 환경이었다. 그러나 말 을 타고 잘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 "도트, 수도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뭐....지금 이 속도로 급할 것도 없으니 천천히 간다면 아마...... 15일? 그 정도 걸릴 꺼 야." "15일이라.......지루하겠네요." "임마 그래야겠지, 그렇지 않게 되는 게 문제지....." "하~~" 그렇게 한숨을 발한 이드는 지루한지 시선을 먼 하늘로 던지고는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말이 걸어가며 느껴지는 몸의 리듬감과 따뜻한 햇살 싱그러운 바 람..... "얌마 일어나..... 말 위에서 낮잠 자는 인간은 또 처음 보네." 옆에서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하는 도트의 음성에 이드는 눈을 떴다. 모든 사람들이 작 은 언덕을 앞에 두고있었다. "하~ 나도 모르게 잠든 모양이네요." 그렇게 말하며 팔을 휘두르면서 기지개를 켜는 이드였다. "햐~ 넌 어떻게 말 위에서 그렇게 편하게 자냐? 참신기하다....." "헤헤.." 그러는 사이 일행들은 말에서 내려 식사 준비를 했다. 이미 마을에서 나올 때 각자 저녁때 먹을 것까지 도시락으로 지급을 받은지라 따로 뭘 준 비할 필요는 없었다. 이드 역시 같이 있던 병사 세 명과 같이 막 나무그늘에 자리를 잡고 있는 자신의 일행들에게로 다가갔다. "같이 않아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괜찮아요." "저는 봅입니다. 여기는 도트, 이쪽은 저그" "반갑습니다." "저희야말로 전 타키난, 여기는 가이스, 지아, 나르노, 라일..........입니다." 이틀이 지났지만 아직 서로 정확히 인사도 없었기에 지금에서야 서로 인사를 했다. "가이스 양은 마법사인가보죠?" "예." "특이하네요. 보통 여성마법사 용병은 잘 없던데...." "잘 없는 거지 특이 한 건 아니죠." "그것도 그렇네요." 그렇게 서로 대화가 오갈 때 옆에 있던 나르노가 도트에게 물었다. "그런데 아저씨들 저기 벨레포 아저씨 부하들이라 면서요?" "...형이라 불러다오... 맞다. 벨레포님 밑에서 훈련받고있지." "저분이 누군죠? 실력도 상당히 좋아 보이고 거기다 밑에 아저.... 형들 같은 부하들까지 있고." 나르노의 반문에 다른 사람들도 궁금한지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나르노의 질문에 도트가 말할까 말까하는 표정을 짓는데 옆에 있던 저그가 먼저 말 을 꺼냈다. "너도 들어봤을 껄? '전장의 트라칸트' 유명하잖아." 도트나 봅이 이 미쳐 뭐라고 하기도 전에 저그가 빠른 말로 내 뱉어 버렸다. 그런 저그의 말에 이드를 제외하고 가이스 등이 의아한 듯 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저분이 그분이에요? 그런데 저분이 어떻게.....그렇담 저 레냐라는 아가씨가...." 그렇게 라일이 뭔가 집히는지 황망히 물어왔다. "호, 형씨 눈치 빠른데... 맞아요, 레냐 아가씨가 바로 메이라 아가씨라오. 원래 벨레포님도 몇 일 지나고 일행이 믿을만하다 생각되면 말씀하실 생각이라고 하더군요." "그런가요? 후~ 그런데 직접 '전장의 트라칸트'라는 분을 직접 보게 될 줄은 그런데 진짜 네요. 소문이...." 라일의 말대로 전장의 트라칸트라는 별명을 가진 벨레포는 꽤 유명했다. 정확한 이름은 하른 벨레포 드 라크토라는 이름의 백작이며 훌륭한 기사이다. 그는 현재 케이사 공작의 밑에 있으며 전장에서도 그 능력이 탁월해 많이 기사들이 따른 다고 한다. 평소에는 온화하고 친근감 있어 마치 아버지 같은 느낌으로 기사들을 독려하지 만 전장에 나설 때는 전장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상대를 압도한다. 거기서 따온 별명이 트라칸트다. 원래 트라칸트는 큰 숲이나 산에 사는 동물이다. 평소에는 순하고 해를 끼치지 않으나 한번 살기를 뿌릴 때면 오거 까지 상대할 정도로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그 때문에 어릴 때 생포해서 키우는 귀족들도 있다. 그러나 녀석을 길들이기는 상당히 어 렵다. "하! 그럼 이드녀석...... 공녀의 몸매를 감상한 것이 되잖아......" 지아가 다시 아침의 일을 생각해 내고 말했다. "맞아..... 그렇다면 너...... 암살 당할지도........." "이드, 명복을 빌어 주마....." 지아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헛소리가 터져 나왔다. "헛소리 그만해요. 봐요 전 아직까지 살아 있다 구요.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는 데...... 거기다 알몸잠깐 본 거 가지고...." "임마. 그게 보통 일이냐? 니가 본 알몸의 주인공은 공녀라고... 그것도 라일론 제국에 단 3개뿐인 공작 가의 중에 케이사 집안의 모든 사랑을 독차지하는...... 아마 그녀가 집에 돌아 가 울면서 말하면 케이사 공작과 그녀의 오빠들이 직접 칼을 들고 달려올지도.... 으흐흐흐 컥... 커억!" "장난치지마." 타키난이 끝으로 괴기롭게 웃다가 가이스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고는 앞으로 꼬꾸라져 버렸 다. "쌤통!" 이드는 그걸 보며 속시원함을 느꼈다. "그런데 형들 그런 거 그냥 말해줘도 되요?" "물론 안되지....여기 수다쟁이 놈 때문에...... 게다가 어차피 내일이나 모래쯤이면 벨레포 님이 말씀하실 건데 뭐.... 괜찮아." -70-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이드는 자신의 다리 쪽에서 무언가가 비벼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해서 돌려본 시선에 들어온 것은 백색의 귀엽게 생긴 동물이었다. 중원에서 는 볼 수 없는 동물이었다. 생긴 모습은 고양이나 호랑이 새끼와 비슷한 것 같은데 상당히 작았다. 거기다 특이하게 복슬 거리는 털에 뒤덥힌 긴 귀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석이 지금 이드의 다리에 몸을 비벼대고 있었다. "귀여운데.... 이리와." 그렇게 말하며 이드가 그 녀석을 들어 자신의 앞에 놓았다. 다른 이들도 하얀색의 녀석을 바라보았다. "와~ 이드, 그거 귀엽다. 어디서 난 거야?" 이드 옆에 있던 지아가 이드 앞에서 가르릉 거리는 녀석을 보더니 호들갑을 떨었다. 사실 그 동물은 여성들이 아주 좋아 할 요건을 확실히 가진 녀석이었다. "어디서 온 거지? 이리와 봐...... 꺅!" "캬르르르르" 지아가 손을 뻗어 잡으려 하자 녀석이 일어서며 사납게 우는 바람에 깜짝 놀라서 손을 거 두었다. 아마 손을 더 가까이 했으면 물려고 했을 정도였다. "이 녀석도 니가 별난 걸 알아보는 모양이군." 모리라스가 그렇게 말하며 이번엔 자신이 손을 뻗었으나 여전히 같은 반응이었다. "녀석 낮을 가리나?" 이런 반응에 몇몇이 시도해보았으나 모두실패. 저그는 손을 더 뻗다가 녀석의 손톱에 다 칠 뻔했다. "야, 이드 너 이 녀석이 좋아 할만한 거라도 가지고있냐?" "아님 이 녀석 원래 니꺼냐?" "아니요, 저도 전혀 모르는 건데...... 그런데 이 녀석 도대체 뭐라는 동물이에요?" "글쎄 나도 잘......" 그때 녀석을 자세히 살피던 가이스가 뭔가 떠오른 듯 탄성을 터트렸다. "맞아, 이거 트라칸트야. 아직 어린 트라칸트 같은데......" "이게?" 이드 주위의 인물들은 실제로 처음 보는 트라칸트를 보며 신기해했다. 이드 역시 신기한 듯 녀석을 들어보았다. 녀석은 전혀 반항도 하지 않고 냥냥 거리며 울 었다. "누나 전혀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내가 읽은 바로는 트라칸트의 어린 모습이야 그래도 그 녀석 화나면 변한다. 힘은 오크 하나정도를 상대한 정도고. 그리고 완전히 큰 트라칸트 역시 평소 때 쉴 때는 지금 니가 들고있는 새끼에서 좀더 큰 정도의 모습으로 있다고 했어. 사람들이 꽤 잘못 알고 있는 거 지." "그런데 이 녀석 어디서 온 거지? 어미가 찾으러 오지 않을까?" "모르지......." 그때 저쪽에서 벨레포의 출발 명령이 떨어졌다. 그의 말에 여기저기 앉아있던 사람들이 일어나 말에 올랐다. 이드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품에 트라칸트를 안았다. "데려갈려고?" "응, 그냥 놔둬도 따라올 것 같아서 ..... 데려가도 별 상관없을 것 같아요." "너 그러다. 그 녀석 어미한테 물려간다." 이드는 말에 올라 자신의 품에 있는 트라칸트와 장난을 치며 말을 몰았다. 아무리 강해도 18살짜리다. 그렇게 트라칸트와 놀고 있을 때였다 이드의 어깨 위에 올라가 있던 녀석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일행이 가고있는 길의 오른쪽 을 바라보며 으르렁거렸다. "음? 왜 그래?"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돌린 이드 역시 그쪽에서 풍겨오는 이상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뭔지는 몰라도 인간은 아니야.....실프, 가서 뭔지 좀 봐줄래? 들키지 않게....." 그렇게 말하자 주위의 공기가 잠시 출렁거렸고 이드의 앞으로 다시 나타난 실프가 무언가 를 이드에게 전해 왔다. 그런 후 이드는 곧바로 앞으로 가던 말을 멈춰 뒤에선 벨레포에게 다가갔다. 급히 다가온 이드를 보며 의아한 듯 고개를 돌린 벨레포에게 이드가 조용히 말 했다. "벨레포씨 적입니다." 이드의 말에 벨레포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이드가 보았던 방향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 다. "대단하군..... 몇인지도 알고있나?" "실프의 말로는 대략 서른정도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아니랍니다." "그렇군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전원 정지. 전원 마차를 호위하고 대열을 갖추어 라...." 그렇게 말하고는 그는 마차 앞으로 나섰다. 호위들 역시 의문을 달리지 않고 곧바로 대열 을 맞추었다. 병사들이 마차를 에워싸고 그 양옆과 앞으로 용병들이 포진했다. 대열이 맞추 어지자 벨레포가 앞으로 나섰다. 얼떨결에 벨레포 옆에 서있던 이드 역시 벨레포와 같이 서게 되었다. "발각되었으니 그만 나오시지...." "저...벨레포씨 그렇게 말하면 도망가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기습을 하려했던 것 같은 데...." "나올걸 세. 저들은 인간이 아니지.... 게다가 겨우 서른으로 공격하려 했으니 그만한 자신 감 역시 있었겠지..." 벨레포의 예상이 정확했던지 숲 속이 이지러지며 서른정도의 오크들이 뛰어나왔다. 그러 나 보통의 오크와는 달랐다. 오른손에는 손대신 갈고리와 같은 것이 달려있었다. 거기다 질 질 흘리는 침과 풀려있는 듯한 눈....... "오크로 간단한 키메라를 만든 것 같은데......" 뒤쪽에 서있던 마법사인 가이스의 말이었다. 그녀의 말에 이드와 벨레포 오른쪽으로 있던 또 다른 남자 용병 마법사가 맞장구쳤다. "확실하군." "쿠워 우어어" 이상한 표효와 함께 서른 마리의 오크들은 둘로 나뉘어 가이스와 그 남자 마법사가 있는 쪽을 목표로 공격해 들어왔다. "막아라 마법사가 제일 공격 목표인 듯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뒤로 물러나서 마법을 사 용하도록." 아까 전과는 다른 묵직한 벨레포의 명령에 용병들과 일부 병사들이 움직여 나갔다. 그리 고 가이스와 남자 마법사 오르시크는 뒤로 물러나서 공격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키메라 오크들은 키메라답게 보통의 오크와는 다르게 상당히 빠른 속도와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러나 용병들 역시 벨레포에게 테스트 받아 통과한 이들이고 병사들 역시 벨레포의 밑에 있는 실력자들이다 보니 전혀 밀리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이드는 나서지 않고 옆에서 화살을 들어올렸다. "실프, 화살을 저기 오크만 골라서 날려 줘." 그렇게 주문한 후 손에든 십여 개의 화살을 공중으로 던졌다. 그러자 화살을 곧바로 쏘아 지듯 나아갔다. 거기다 실프가 조종하고있었기에 오크에게만 골라서 날아갔다. "췻...." "칵......크..." 화살을 몸에 맞은 녀석들은 느끼지 못하는 듯 했으나 눈에 맞은 녀석들은 앞을 보지 못해 난동을 피웠다. 그리고 그런 녀석을 맞고있던 사람은 곧바로 끝내 버리고 옆의 사람을 도 왔다. "모두다 오크들에게서 떨어져요." 가이스의 날카로운 외침에 오크들에게 검을 날리던 사람들이 모두 옆으로 비켜났다. 그리 고 그 오크만 남아있는 공간에다가 마법을 퍼부었다. "아이스 애로우." "파이어 애로우." "파이어볼." 반짝이는 얼음과 불꽃이 날아가 오크들의 몸을 꿰뚫어 놓고 터트렸다. 잠시동안 공중에 난무하던 것들이 땅에 떨어지고 곧바로 비릿한 혈 향과 뭔가 타는 냄새 가 나기 시작했다. "노드 소환, 노드 저 녀석들은 모두 저쪽으로 날려버려 줘." 이드는 앞에 소환된 소녀모습을 한 바람의 중급정령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오크들이 널려있는 주위로 강력한 바람이 일었고 주위에 흩어진 오크조각들이 한 꺼번에 날아올라 길 저쪽으로 날려갔다. 더불어 기분 나쁜 냄새 역시 날아가 버렸다. "제길 뭐 저런 게 있어 기분만 더럽게...." 거대한 투핸드 소드를 들고있던 용병이 투덜거렸으나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키메 라 오크들은 싸우고 나서 이겼어도 기분이 영 아니었다. "그만하고 대열을 정비하고 출발한다." 벨레포의 말에 따라 마차가 출발했고 용병들과 병사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 대열을 맞추 었다. 벨레포는 그들을 보고는 말을 돌려 마차의 옆으로 가서 섰다. 마차에 타고있는 메이 라라는 공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리고 말이 출발한 후 잠시 후 벨레포씨가 직접 이드에게 다가왔다. "자네한테 고맙군. 자네가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기습을 당할 뻔했어." "별 말씀을요, 그리고 먼저 알아차린 건 이 녀석이지 제가 아니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이드는 자신의 앞에 있는 트라칸트를 들어올렸다. "응?.. 레티... 이 녀석 여기 있었군......" "벨레포씨 이 녀석을 아세요? 점심을 먹을 때 저한테 온 건데...." "그 녀석은 내가 아가씨 생일 때 잡아서 선물한 트라칸트일세...... 녀석 여기 있을 줄이 야.... 자네도 알겠지? 아가씨....아침의 소동도 있었으니...." "하. 하. 들으...셨어요?' "그렇게 엄청난 비명을 못 들으면 검을 놔야지....어찌했든 이리오게.... 그 녀석도 건 내드 리고 인사도하고....." "저기.....인사는 좀......." "사내자식이 그렇게 부끄러워해서야..... 15일은 넘게 걸릴 시간인데 그동안 얼굴도 안보려 고? 레티, 그 녀석은 내가 데려가지도 못해 어서 따라와!" 그는 그렇게 말하고 거의 끌다시피 이드를 데리고 마차 옆으로 말을 걸었다. "아가씨 저 벨레포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네, 아저씨 들어오세요."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마차의 문이 열렸다. 그러자 벨레포는 말을 병사에게 부탁하고 마차 안으로 올라탔다. 이드 역시 거의 끌리다 시피 해서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 안은 상당히 넓었다. 마차의 뒤쪽으로 3명 정도는 잘 수 있을 침대를 겸한 쇼파가 놓여있었고 반대쪽으로 폭신한 쇼파가 놓여있었다. 또한 마차 천정에 컨티뉴얼 라이트가 걸린 구슬이 달려있었다. 내부의 장식 역시 상당히 따뜻한 분위기였다. 이드와 메이라는 마차에 들면서 서로를 보고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바닥만 바라보았다. 한사람은 알몸을 보여줘서이고 한사람은 알몸을 본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것이다. "아가씨, 레티 녀석이 이 친구한테 가있더군요. 그리고 이 사람이 공격을 알려준 사람입니 다." 벨레포가 어색해 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말을 꺼냈다. "여..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는 죄송했습니다. 잠결에 그만....." 그렇게 말하며 이드는 자신의 어깨에 있던 녀석을 들어 메이라에게 내밀었다. "괘....괜찮습니다. 실....실수란 게 있을 수 있죠......" "그리고.....레티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아니요. 아가씨의 애완동물인줄 몰랐습니다." "저는 이드라고 합니다." "그러세요. 저는....." "본명을 말하셔도 됩니다. 아가씨" "네. 메이라라고 합니다." "용병이신 것 같은데...... 마법사이신 가요?" "아니요. 정령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검도...." "정령이요? 그럼 어떤 정령들을......" "그럼 이야기 나누십시오. 아가씨." 벨레포는 이야기한 두 사람을 보고는 다시 마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엉? 이드녀석은 왜 안나오지?" 이드가 벨레포와 같이 마차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있었던 이드의 일행들과 세 명의 병사는 의아한 듯 말했다. "녀석, 들어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스윽......아, 알았어 농담이야...." "헛소리 좀 그만해라~" 다시 시작되려는 타키난의 헛소리를 가이스가 살기 가득한 눈으로 바라봄으로서 막아버렸 다. "그나저나 정말 왜 나오지 않는 거지?" 벨레포에게 직접 가서 묻기도 그러한지라 얼굴에 의문부호만 달고있었다. "이걸 이렇게 한다구요?" "아니요, 그 드라군은 이쪽으로요.. 그래요." 이드는 말을 탄 기사를 조각해 놓은 작은 나무인형을 그녀가 알려주는 곳에 가져다 놓았 다. "류나가 있긴 했지만 이틀동안 심심했는데....." 지금 그녀 메이라는 이드에게 스타크라는 이름의 체스 비슷한 게임을 지도하고있었다. 이 틀도안 할 일이 없었던 그녀로서는 재미있는 놀이였다. 사실 벨레포가 이드를 데리고 온 것도 이것 때문이다. 나이도 비슷한 이드가 그녀가 수도까지 도착할 때 까지 심심치 않게 상대해주는 것.... 하녀인 류나가 있기는 했지만 하녀는 어디까지나 하녀인 것을.......이드가 말을 놓으면서 메이라에게 물었다. "메이라 아가씨는 마법을 공부 하셨다구요?" "그래요, 어릴 때부터 해보고싶었어요. 그래서 배우기 시작한 거예요." "그럼 어느 정도 실력이신 데요?" "이드는 숙녀에게 그런걸 물으면 않된다는 걸 모르시나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살짝웃고는 말을이었다. "지금까지 4클래스를 마스터했고 얼마 있으면 5클래스까지 마스터 할 수 있을 것 같아 요." "그래요? 그런 가이스 누나와 어느 정도 비슷한 실력정도는 되겠네요?" "가이스.....라니요?" "아! 제 일행 중에 있는 누나죠. 마법사인데 5클래스까지 마스터했습니다." "그래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나이트를 이드의 진중에 놓았다. "그런데 이드는 왜 바람의 정령말고 다른 정령과는 계약하지 않았어요?" ".... 쓸 일이 없었으니까요. 지금까지 바람의 정령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에 그렇게 까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거든요. 여기.... 저글링" "그런 저도 역시 캐리어로......그래도 좋으시겠어요. 정령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니...... 전 아직 어려운데....." "자, 여기 퀸입니다. 그런데 어렵다뇨? 뭐가요?" 얼굴에 왜 그런데요? 라는 표정을 지은 채 메이라를 바라보았다. "설마 모르세요? 정령을 사용하면서......." "그거... 모르면 안 되는 겁니까?" "그건 아니지만...... 정령술을 부리려면 기초적으로 자연과의 친화력이 있어야 하는데 몇몇 의 인물이나 사람만이 가지고 있죠, 물론 엘프와 드래곤들은 제외고요, 물론 정령술에 대해 배워야 겠지만요.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배운다해도 되지 않아요, 마법사들 역시 정령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6클래스정도는 마스터해야 정령과의 계약이 가능해지죠." 그녀의 말을 들으니 이드의 머리에 떠오르는 내용들이 있었다. "......몰랐어요." "누구죠? 당신에게 정령술을 가르쳐준 사람이..... 어떻게 그런 기본적인걸...." "일리나라는 엘프인데...." "엘프...... 그럼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군요." 엘프.... 별로 이것저것 설명을 달지 않는 종족이다. "그런데 메이라 아가씬 걱정도 안되나 보죠?" "뭐가요?" "공격을 받았잖아요.... 그것도 키메라 누군가 노리고 있다는 말이잖아요." 이드가 그것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메이라를 보며 떠보려는 듯 말해 보았다. "괜찮아요, 벨레포 아저씨가 있는걸요, 그분이 다 알아서 하실 거예요." '그 아저씨 상당히 신용이 괜찮은 것 같군......' "그런데 이 녀석은 왜 여기서 자는 거죠? "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무릎 위에서 졸고있는 레티를 바라보며 투덜거리듯 말했다. "레티가 이드를 좋아하는 모양이네요. 사실 레티는 제 말도 잘 듣지 않아요. 완전히 듣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요. 아마 레티가 이드를 따르기로 했나 보죠." "그렇게 기쁘진 않은데요. 여기 킹입니다. 제가 이겼죠?" 이드는 자신이 들고있던 킹을 메이라의 킹이 놓여있던 자리에 놓으며 말했다. "대단하네요.... 비록 몇 점 깔기는 했지만...... 빨리 배우시는군요." "뭐 별거 아니죠. 이것과 비슷하다면 비슷한 걸 했었지요." 사실 이드는 중원에서 바둑과 장기들을 두었었다. 그것에 비하면 이건 단순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단지 익숙하지 않고 전술도 전혀 다르다는 것뿐... 우선 익숙해지고 나면 이 드에게는 별 것 아닌 게임인 것이다. "그럼 이번엔 봐주기 없이 한번 해 볼까요?" "좋죠." 벨레포는 작은 개울이 흐르는 숲 앞에서 멈춰 섰다. "전원정지, 오늘은 여기서 야영할 것이다. 각자 준비하도록.." 벨레포의 말에 따라 용병들과 병사들이 말에서 내려 저녁준비를 시작했다. 이미 도시락은 있었기에 모닥불을 준비하고 주위를 정리하고 살피는 것 정도일 뿐이었다. 벨레포는 그런 한번 휘둘러보고는 마차의 문을 열었다. 마차 안은 의외로 조용했다. 이드와 메이라는 네모 난 스타크 판을 사이에 두고 앉아있었고 류나는 그런 메이라 옆에 앉아 스타크 판을 바라 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앞으로는 찻잔이 하나씩 놓여있었다. 그리고 레테는 여전히 이드 의 무릎에 앉아 졸고있었다. 벨레포의 예상과는 다른 의외의 광경이었다. "벨레포씨 오셨습니까?" 스타크 판을 보고있던 이드가 마차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런 이드의 말에 메이라와 류나 역시 고개를 돌렸다. "아저씨..... 야영할 곳에 도착한 모양이죠?" "그렇습니다. 아가씨. 그런데...... 스타크를 그렇게 정신 없이 하시다니...... 이드의 실력이 상당한 모양이군요." 그의 물음에 메이라가 재미있다는 듯이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이번에 처음 해보는 것이라고 하는데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아요." "헛, 저희 제국에서도 스타크라면 수준 급이신 아가씨와 비슷한 실력이라니......헛 참, 그럼 계속하십시오. 저는 나가 보겠습니다." "아 저도....." 나가려는 벨레포를 보며 이드 역시 일어나려 했으나 벨레포가 말렸다. "아~ 그냥 있게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 자네 식사도 여기로 가져다주지... 그리고 아가 씨 좀 어두운 것 같은데.... 라이트 볼을 마저 켜겠습니다." "온!" 벨레포가 마차의 문을 닫으며 그렇게 외치자 마차의 벽에 붙어있던 두개의 라이트 볼이 환하게 빛나 마차 안을 비추었다. "괜찮으시겠어요? 동료 분들과 같이 식사 하시는 게....." "아니요, 저는 괜찮습니다. 걱정마세요." 사실 이드도 그들과 같이 식사 하려했으나 여기 마차에서 메이라와 류나 단둘이서만 식사 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안쓰럽게 느껴져서 그냥 있기로 한 이드였다. 그리고 밖으로 나온 벨레포씨는 자신의 수하들 중 10여명을 모아두고 무언가를 의논하고 있었다. "모두 알겠지만, 낮에 받았던 공격은 의도적이었다. 누군가 우릴 노리고 있다는 뜻이지..." "그럼 역시, 카논 쪽이나 아나크렌이겠군요." "음~ 다른 나라들은 생각할 수 없으니..... 거기다가 카논이라고 보는 게 가장 좋겠지.....듣 기로 기사들마저 개조하기도 한다고 하니까....." "그럼....." "오늘부터 경계를 철저히 해야겠다. 우선 너희들이 한 팀씩 맞아서 경비를 서줘야겠다. 그 것도 우리가 야영하는 지점을 둥글게.... 그리고 마법사들에게도 알람마법을 부탁해야겠 지....." "그런데 녀석들이 점점 강하게 나오면 어떻게 하죠? 듣기로 기사들을 소드 마스터로 개조 했다던데...... 그 녀석들이 몰려온다면...." "아마.... 그러하게 까지 크게 일을 벌이진 않을 거야...... 뭐 배제할 순 없으니 서두르는 게 좋겠지..." "그럼 각자 두 명이 한 조로 각자 3명의 인원으로 주위를 경계한다. 그리고 순서는 자네 들이 정하게나...." "알겠습니다." "그럼 식사나 해볼까? 참! 자네 그 이드라는 소년의 식사는 가져다줬나?" "예, 아마 지금쯤 아가씨와 식사를 하고있을 겁니다." "그런데 벨레포님 왜 용병을 아가씨와 같이....." 검은머리에 호리호리한 처격의 검사가 도시락을 풀며 물었다. "아가씨를 위해서지. 뭐....류나가 있긴 하지만 가까이 할만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줄 인물 이 없지. 그런 면에서 그 이드라는 소년은 나이도 비슷하고 정령마법도 하는데다가..... 메이 라 아가씨의 정체를 알았는데도 별 신경을 쓰지 않더군.... 그러고 볼 때 아주 좋은 친구 감 이지....." "벨레포님 그러다 아가씨의 어머님께 아무나 소개시켜줬다고 잔소리 듣는 거 아닙니까?" "하....^^;;, 공작님께서 막아주시겠지...... 어서들 식사하라구" 이드(72) "그럼 쉬십시오." 이드는 그렇게 인사하고 마차에서 내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하늘은 어두웠고 군데군데 모닥불이 피어올라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그 리고 낮의 전투로 조금피곤해진 일행들이 쉬고있는 주위로 군데군데 서있는 용병과 병사들 이 보였다. "낮의 전투 때문인가?...그런데 ......... 아! 저기 있구나...." 이드는 한쪽에 모여 쉬고있는 일행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녁을 잘들 먹었어요?" "어! 이드, 너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왔구나..... 퍼억... 크윽!" 그렇게 장난치던 타키난은 다시 옆에 있는 가이스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고는 고개를 숙였 다. "장난치지 말라고 했지....." "그런데 너 마차에서 뭐 한거야?" "혹시 공녀와 서로 눈이 맞아서..... 아....알았어 안 하면 되잖아...." "뭐..... 별것도 아니야. 아침의 일 사과하고.... 잠시 놀다 왔지 뭐... 스타크라는 거 배워서 말이야." "아~ 그거?" "야. 야. 그만 떠들고 빨리들 자..... 좀 있다. 불침번을 서야 하잖아." 한쪽에 누워있던 칸이 자리에 바로 누우며 말했다. 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동의한다는 듯 하나둘 자리에 누었다. "이드 너도 자라. 피곤할 텐데" 끝으로 가이스가 말하고 자리에 누웠다. 그 말에 이드도 자신의 가방에서 침낭을 꺼내서 펴고는 자리에 누웠다. '차..... 자기 전에 주위에 기문진을 쳐 둔다는 게..... 아니! 필요 없겠군.... 가이스 누나가 마법을 걸어두었겠지....'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이드는 편하게 눈을 감고 잠에 들었다. 별 장식이 없는 방안에 앉은 검은 갑옷의 사내는 손에 술잔을 들고 앞에 있는 남자를 바 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의 옆에 그와 같이 잔을 들고있는 남자가 둘 있었다. 뒤쪽창문으로 는 은은한 달빛이 비쳐들고 있었다. 천정에 달린 라이트 볼로 환해 보이는 실내에 있는 사 람들은 제일 중앙에 있는 남자는 검은 상당히 웅장하고 무겁게 보이는 검은 갑옷에 갈색 머리의 중년으로 보였다. 그런 그의 눈은 상당히 깊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어려울 정 도였다. 인상 역시 그냥 본다면 동내 아저씨정도라고 여겨질 정도로 거부감이 없었다. 그리 고 그의 오른쪽에 있는 사람 역시 중년의 나이로 보였으며 붉은 색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긴 검은색 수염을 쓰다듬고있었다. 그런 그의 얼굴은 마치 관운장과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 중앙의 사내 외쪽에 앉은 인물은 젊어 보이는 나이였다. 이십대 중반 정도의 나이로 꽤 차가워 보이는 인상의 인물이었다. 그런 그의 푸른 눈에 앞에 있는 검은 갑옷의 기사가 비쳐지고있었다. "그래 결과는?" 중앙에 앉아있는 중후해 보이는 사내가 입을 열어 물었다. "예, 벨레포를 제외한 전투가능인원 40명 그중 마법사가 두 명, 그리고 하급정령사가 한 명입니다. 또한 키메라의 전투결과 전투까지 걸린 총 전투시간 10~15분 정도 그쪽에서 인 원이 10여명이 많았고 마법사가 두 명 있었다지만 상당히 빠른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접 근도중 이미 적에게 움직임을 포착 당했습니다. 이것은 벨레포의 실력으로 생각됩니다. 꽤 상급의 실력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전투능력에 대한 평가는 끝났고.. 시커.... 너라면 어떻게 해보겠느냐?" 그의 눈길이 시커라 불린 청년에게 돌려졌다. 그의 질문에 시커는 별로 생각해 볼 것도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어차피 그들의 인원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니 실력이 있는 자들을 쉼없이 투입 그들을 지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상당히 지치고 난 후라면 우리 쪽에서 기사들 을 투입 한번에 끝내 버린다면....."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인원의 손실이 많을 텐데......" "용병을 사용하면 간단합니다." "그럴듯하군...." 옆에서 가만히 듣고있던 관운장과도 같은 사내가 허허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끌다가는 더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의 정체도 적이 전멸한다 면 당연히 지켜지는 것. 기사 40명을 투입하면 간단해질 일이다. 그렇잖은가?" "그렇지..." 붉은 갑옷의 남자에게 그렇게 고개를 끄덕여준 검은 갑옷의 기사는 여전히 앞에 서 있는 기사에게 명령했다. "작전은 들었다시피 이것이다. 시간은 더 끌 것도 없지 당장 실행하라 어차피 모래까지는 도시에 도착할 수 없을 테니....그리고 특히 생존자들이 없도록 주의하도록 할 것." "예!" 검은 갑옷의 기사는 정중히 대답하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하~암! 자다가 일어났다가 다시 잤더니 잔 것 같지도 않아..." "맞아요....차라리 늦게 자거나 일찍 일어나는 게 낮지...." 타키난과 차노이가 그렇게 투덜거리며 말을 몰아갔다. 이드 일행은 밤에 불침번을 맞게 되었다. 조용히 푹 잠에 빠질 때쯤 사람을 깨우고 다시 잠이 들어 푹 잘 때쯤 사람을 깨워가자니.... 이럴 때는 정말 짜증난다. 당해본 사람은 이해 하리라.... "그런데.... 이드 이녀석을 또 마차로 불려갔나?" "그래요. 아까 저기 마차 옆에 있던 병사가 데리러 왔더 라구요." "에고.... 누군 좋겠다. 마차에서 앉아 편히 놀면서 가고 누군 졸린 눈을 비비며 이렇게 고 통스럽게 말을 몰고...." "흥... 가소로워서....." 지아의 눈총과 함께 여럿의 눈빛이 콜에게로 향했다. "니가 코고는 소리 때문에 우리들은 더 잠을 못 잤단 말이야.... 그렇게 코까지 골며 자놓 고 뭐? 피곤? 우리 앞에서 그런 말이 나와 이 인간아!" "아....하하... 그게..... 그런가?" 콜은 주위의 삼엄한 눈빛에 변명도 못하고 조용히 한쪽으로 찌그러졌다. "......." 조용한 공기가 마차 안을 흐르고있었다. ".....킹입니다. 제가 이겼네요. 메이라 아가씨."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킹을 메이아의 진 중앙에 놓았다. 그 모습을 보며 메이라와 메이라 옆에 앉은 류나가 한숨을 쉬었다. "....졌네요.. 후~ 정말 이드님 처럼 이렇게 실력이 빨리 느는 사람은 처음이에요." "뭘요. 저번에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이것과 비슷한 게임을 해 본적이 있다고... 그래서 이 정도나마 하는 거죠." "차 드시면서 하세요." 그 말과 함께 류나가 차가든 잔을 메이라와 이드 앞에 놓았다. "고마워요. 류나!"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앞에 놓인 차를 마셨다. 달콤한 것이 맛이 아주 좋았다. '달콤한 게..... 후~ 꿀차 같다.... 음...맛있어.' 이드가 마차 안에서 차를 마시는 동안 마차는 숲길을 통과하고있었다. 숲길은 꽤 넓어서 옆으로 말을 타고 나란히 4,5사람은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양 옆으로는 숲이 있었는데 그렇게 크지는 않았으나 경치는 그런 대로 좋았다. 그러나 보통사 람에게 좋다뿐이지 누군가를 호위하거나 누군가의 공격을 피하는 입장에서는 꽤 골치가 아 픈 지형인 것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젠장... 그냥 넘어 갈 리가 없지. 전원 대열을 정비하고 적의 공격에 대비해라 보통 놈들 이 아니다." 마차 옆에서 지형 때문에 더욱 주위를 기울여 주위를 살피던 벨레포가 소리쳤다. 벨레포 의 명령이 떨어지자 여기저기 있던 용병들과 병사들이 마차를 중심으로 방어하기 시작했 다. 아직 공격이 없었으므로 어느 쪽에서 공격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 힘들겠는데... 이번 녀석들은 보통 놈들이 아니야....." "벨레포님..." 옆에 있던 병사가 벨레포의 말을 듣고 그를 바라보았다. "녀석들이 상당히 가까이 올 때까지 감지하지 못했다. 그걸로 보아 꽤하는 놈들이다.... 설 마 이렇게 크게 나올 줄은...." 벨레포의 말이 끝나면서 마차를 중심으로 40여의 인원이 숲에서 모습을 들어냈다. 그들은 모두 검은색의 갑옷을 입고있었다. 또한 얼굴이 굳은 듯 뚜렷한 표정이 없었다. "마차를 노리는 놈들이냐?" 벨레포가 거의 형식적으로 그렇게 외쳤으나 그에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런 벨레포 앞에 있는 검은 기사가 외쳤다. "전원 공격. 적을 살려둬선 안 된다." 그의 외침에 벨레포 역시 즉시 대응했다. "각자 최대한 방어 형태를 취하고 마법사는 뒤에서 적을 공격한다." 이드- 73 "각자 최대한 방어 형태를 취하고 마법사는 뒤에서 적을 공격한다." 그런 명령과 함께 검은 갑옷의 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용병들과 병사들은 벨레포의 명령대로 마차의 안전이 우선이므로 방어에 중심을 두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적을 기다렸다. 그리고 뒤로 물러서 마차 옆에선 두 사람의 마법사는 서둘러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아군과 거리가 있을 때 공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스궤이크, 화이어 블레스터." "크악...." "와악...." 가이스가 기사들이 많이 모인 곳 그래봤자 5명 정도지만 그곳에 땅을 파버리고 거기에 화 이어 블래스터를 발사시켰다. 이어서 용병인 파크스가 마법을 시전했다. "모두다 날려버려라. 화이어 토네이도." 그의 외침과 함께 검은 기사들의 뒤쪽으로 불꽃을 머금은 회오리가 나타났다. 그것은 곧 바로 기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불은 불로서... 다크 화이어 버스터" 낮선 외침과 함께 검은 불꽃의 기둥이 토네이도와 폭발해 중화되어 버렸다. 그리고 낮선 목소리가 들린 곳은 검은 기사들의 뒤쪽에 한 명의 기사와 같이 있는 검은 갑옷을 걸친 30대의 남자였다. 그사이 가이스가 그 마법사를 향해 주문을 외웠다. "라이트닝 볼트." 그녀의 외침에 그녀의 손에서부터 하얀색의 굽이치는 번개가 발사되었다. 그러나 그 번개는 그 마법사에게 다가가다가 보이지 않는 막에 막혀 소멸되었다. 그리고 소멸되면서 은은한 붉은 빛을 내뿜는 벽은 그 마법사의 앞에 있는 양쪽으로 버티고선 나무 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실드의 마법진을 형성시켜 놓았어....." 파크스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의 말대로 그 마법사는 두개의 나무에 각각 실드의 마법진을 새겨서 자신에게 날아오는 마법에 대응한 것이었다. "준비가 철저하군..... 저 마법사..." 챵! 한쪽에서 검과 검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 기 시작했다. 마차의 앞쪽 검은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있는 쪽에는 이드의 일 행들과 세 명의 병사가 한데 모여있었다. 그들 역시 각자 검은 기사들과 맞붙고있었다. 그 리고 그중 타키난과 라일, 모리라스가 주축을 이루고있었다. 그 셋은 각자 소드 마스터에 든 이들이었다. 그중 타키난은 난해한 검으로서 검은 기사를 몰아 붙이고 있었다. 적 기사 는 소드 마스터인 듯 검에 마나를 주입한 상태에서 싸우고있었지만 상당히 부자연스러웠 다. "헤이, 당신 소드 마스터라는 실력 어디서 주웠어? 너무 허술한데?" 타키난은 그렇게 상대를 비꼬기까지 하면서 검을 맞대고있었다. 그리고 틈이 있으면 검에 마나를 실어 곧바로 찔러 들어갔고 갑옷이지만 마나가 실린 검을 방어할 수는 없는 듯 여 기저기 흠집을 간직하고있었다. 그리고 그런 타키난의 옆으로는 라일이 검을 휘두르고있었다. 그때 상대가 빠르게 검을 휘둘러 라일의 가슴으로 파고 들어왔다. 그 검을 본 라일은 자신의 롱소드를 비스듬히 들어 상대의 검에 갖다대서 상대의 검을 흘 려버린 후 잡고있던 검을 자신이 휘두른 힘에 앞으로 나오고있는 기사에게 휘둘렀다. 서걱!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검은 기사의 검을 들고있던 팔이 어깨에서부터 떨어져 나가 바닥 에서 꿈틀거렸다. "크악!!!" "편하게 해주지..." 잘려나간 한쪽어깨를 잡고 비틀거리며 고통스러워하는 기사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검으로 그의 가슴을 찔렀다. 그러자 그 기사는 전신을 한번 격렬히 떨고는 뒤로 쓰러져갔 다. 그리고 그때 라일은 자신의 뒤로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급히 검을 시체의 가슴 에서 빼며 뒤 돌아섰다. 그리고 뒤돌아선 라일의 시선에 입에 피를 머금고 자신의 가슴 앞 으로 나와있는 검 날을 보고있는 검은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형, 조심해야죠." 그런 말과 함께 시체가 앞으로 쓰러지며 나타나는 얼굴은 나르노였다. 나르노는 아직 검은 기사들과 정식으로 검을 맞댈 실력이 아니어서 뒤로 물리고 밀리는 사람을 후방지원하기로 했었다. 그러던 중 라일의 뒤로 접근하는 기사를 보고 다가와 검을 날린 것이었다. "그래, 고맙다 임마!" 나르노의 말에 그렇게 대답하며 웃어주고는 자신의 옆으로 다가오는 검은 기사와 다시 검 을 맞대는 라일이었다. "하압!" 카캉..... "큭.....이 계집이......" 지아가 빠르게 움직이며 양손에 잡고 휘두르는 짧은 세이버를 다시 막으며 검은 기사가 중얼거렸다. 그는 아까부터 자신의 주위를 빠르게 움직이며 자신의 사이사이로 검을 휘두 르는 지아 때문에 약이 바짝 올라있었다. 그렇다고 검을 휘두르자니 빠르게 움직이는 지아 를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아슬아슬하게 날아오는 감질나는 검술에 열 받은 기사는 어떻게 하든 되라는 듯 검을 크게 휘둘렀다. "바보! 넌 걸렸어." 자신에게 날아오는 검을 낮은 자세로 피하고 곧바로 적의 가슴으로 파고든 지아는 자신의 오른손에 있는 세이버를 상대의 목에다가 박아 넣었다. 그리고 그때 날아온 주먹에 복부를 맞고 뒤로 물러났다. 뒤로 물러나 아픈 배를 잡고는 목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검사를 보며 투덜거렸다. "제길.....끈질긴 녀석 그냥 곱게 죽어줄 것이지...." 그리고 배를 잡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선 지아 옆에서 검을 휘두르던 모리라스의 눈에 그런 지아의 뒤를 노리며 다가드는 검을 보고는 자신의 앞에 있는 기사의 검을 뿌리치며 달려갔다. "정신차려 임마!" 카캉.... 지아는 자신의 뒤에서 들리는 외침과 곧바로 뒤이어 들린 소리에 급히 몸을 빼며 뒤를 돌 아보았다. 거기에는 검은 기사의 검을 막고있는 모리라스가 있었다. 모리라스는 자신의 검 에 맞대어있는 기사의 검을 크게 휘둘러 뒤로 퉁겨낸 뒤에 지아를 향해 외쳤다. "다쳤으면 뒤로 빠져서 나르노를 돕고있어 여기 있다가 괜히 다치지 말고...... 이놈 죽어 라.. 크합!" 그렇게 말하며 크게 검을 휘두르는 모리라스를 보며 지아는 다시 검을 잡았다. "흥! 남 걱정 하기 전에 자신 걱정이나 하시지...." 그렇게 쏘아붙인 지아는 다시 검을 휘둘러 앞의 적에게 달려들었다. 아까 명령을 내렸던 검은 기사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기사인 보르튼은 자신의 주위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훑어보며 불평을 늘어 놓고있었다. "제길.....게른트 녀석 이 정도 인원이라면 쉽게 전멸시킬 수 있다더니......돌아가면 가만 안 둔다......" 그의 말대로 전장을 거의 팽팽한 국면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검은 기사들 쪽에 좀 더 상 황이 좋다고 할 정도일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적 용병들 중에 상당히 실력이 있는 인물들이 꽤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자신의 부하들이 소드 마스터라 하나 갑자기 소드 마스터에 든 탓에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 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되고있는 것이다. "젠장.... 그냥 구경이나 하다 가나 했더니......" 보르튼은 투덜거리며 자신의 바스타드 소드를 뽑아 들어 자신의 앞에 있는 격전지로 다가 갔다. "저 녀석은 내가 맡아야겠지?" 그렇게 말하며 벨레포는 자신의 롱소드를 뽑아 들었다. 그런 후 마차주위에 머무르고있는 몇 명의 병사들에게 말했다. "저 녀석은 내가 맡는다. 모두 마차를 떠나지 말도록..." 그렇게 말하며 벨레포는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다가오던 보르튼 역시 자신을 보며 다가오는 벨레포를 보며 그에게로 방향을 바꾸 었다. 서로에게 다가가는 둘 사이를 가로막고서는 사람은 없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2미터 가량의 사이를 두고 서게 되었다. "전장의 영웅을 직접 뵙게 되는군요...." "카논인가?" "대답하기가 곤란한 질문이네요." 보르튼의 대답과 함께 그의 검이 벨레포의 허리를 향해 그어졌다. 그 검을 보며 벨레포는 피하지도 않고 자신의 검을 휘둘러 튕겨 버렸다. "건방진....." 벨레포의 검이 그의 머리를 향해 내리 꽂혀갔다. 속도도 속도였으나 검에 마나가 실려있 는데다가 힘 역시 상당히 실려있는 듯했다. "역시 대단한데요." 보르튼은 검에 실려있는 파괴력을 알아보고 검으로 막지 않고 급히 뒤로 물러났다. 우우웅 검이 지나간 자리로 모래가 일며 웅후한 소리가 일었다. 그 모습을 보며 보르튼은 다시 긴장하며 비어있는 그의 옆구리를 향해 검을 찔러갔다. 그의 검에도 어느 샌가 마나가 흐 르는 듯 은은한 청색을 발하고있었다. "넌 아직 어리다." 벨레포는 그자세로 곧바로 검을 휘둘러 보르튼의 목을 향했다. 그 속도가 빨라 보르튼 보 다 늦게 발출 했으나 목표에 닫는 순간은 비슷할 정도였다. "윽... 피하지도 않고..." 보르튼은 자신의 목으로 다가오는 검을 보며 급히 검을 거두고 뒤로 물러났다. 그대로 찔 러갔다면 상대의 허리 부근에 중상을 입힐 수 있을지라도 자신은 확실히 죽을 것이다. 벨 레포는 뒤로 물러나는 보르튼은 보며 휘두르던 자신의 검을 회수하지 않고 곧바로 앞으로 찔러 들어갔다. 뒤로 물러서고 있던 보르튼은 생각지도 않게 자신을 따라오는 검 날에 당 황하여 즉시 몸을 뒤집어 땅에 한바퀴 구른 후 일어났다. 그런 보르튼의 눈에 이미 일어나 검을 겨누고있는 벨레포가 들어왔다. '.... 이미.... 진 것과 다름없다...... 기력에서도 졌어.....' 보르튼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다시 검을 잡았다. 자신이 벨레포를 잡고있으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제길 저놈의 마법사놈...." "체인 라이트닝!"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주문을 외운 가이스였지만 역시나 체인 라이트닝의 하얀 빛은 앞으로 뻗어나가다가 중간에 중화되어 사라져 버렸다. 가이스와 파크스가 마법을 써 댔지만 저쪽마법사가 디스펠로 중화시켜 버리고있었다. 거기다 그 마법사가 들고있는 스펠 의 기능을 확대해주는 하얀 구슬덕분에 더블 디스펠까지 써대므로 가이스와 파크스는 속수 무책이었다. 그때 가이스의 귀로 작은 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을 바라보자 마차의 커튼이 열려있고 그곳을 통해 밖을 보고있는 이드가 보였다. "누나... 제가 신호하면 옆에 아저씨하고 같이 마법을 사용해요. 알았죠?" 이드는 그렇게 자기가 할말만 한 다음 마차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가이스와 옆의 파크스 는 어리둥절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마차에서 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이요!" 가이스와 파크스는 무엇 때문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별수가 없었으므로 이드의 말에 따라 마법을 시전했다. "다크 버스터." "윈드 프레셔." 두사람의 마법에 저 쪽의 마법사가 대항한다는 듯 입술을 들썩였다. 그때 마치 기다렸다 는 듯이 마차 안에서 가는 여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언그래빌러디." 그 외침과 함께 외곽에 위치한 상당수의 검은 기사들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뭐...뭐야....." "나스척, 어떻게 된거야.... 으...." 공중에 떠올려진 20여명의 인원이 각자 처지에 맞게 소리질렀다. 그때 마차에서 다시 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이콘, 떠오른 자들을 최고의 풍압(風壓)으로 날려버려.." 이드의 외침과 함께 마차 앞에 드래곤의 모습을 한 로이콘이 나타나더니 몸을 숙였다가 활짝 펴며 표호하는 듯한 모습을 취했다. 우르르릉 공중에서 공기가 격렬히 떨리는 소리와 함께 나무가지들이 흔들렸고 나무자체가 흔들리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떠올라있던 20여명의 기사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공중으로부터 떨어지는 나뭇잎 속에 한순간에 일어난 일에 멍해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 였다. 그리고 그중 제일먼저 정신을 차린 벨레포와 보르튼은 순식간에 상황을 인식하고 각 자 명령을 내렸다. "전원 공격에 나선다. 적은 이미 반 이상으로 줄었다." "전 인원 뒤로 후퇴한다. 나스척, 귀환할 위프 마법을 준비해라...." 그의 명령에 따라 뒤에 있던 마법사는 숲 쪽으로 달려갔고 나머지 기사들은 검을 빼며 뒤 로 물러났다. 그러나 두배 이상의 인원이 덤비는 바람에 상당수의 부상자를 안고 뒤로 물 러났다. 그런 그들을 뒤 쫒으려는 듯 몇 명의 용병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만.... 어차피 마법으로 도망갈 것이다. 모두 마차를 보호하고 즉시 이 숲을 빠져나간 다." 그런 벨레포의 말이 있을 때 숲 속에서 하얀빛이 잠깐 일렁였다. "우선 우리측의 사망자를 모아라 묻어주고는 가야 할테니......" 그 말에 용병들과 병사들이 움직여 사망자들을 모아들였다. 사망자는 모두 용병들로 9명 정도였다. 그리고 시신은 마법으로 땅을 판 후에 묻고서 마차를 출발시켰다. 상처가 난사람이 있기는 했으나 여기 있다간 다시 공격을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서둘 러 출발하기 시작했다. 이드 - 74 숲에서 나온 일행들이 멈추어선 곳은 숲에서 그리 멀지 않은 언덕 밑이었다. 언덕근처에 대충 자리를 잡은 부상자들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모두 어떻지?" 한쪽에서 벨레포와 몇몇의 병사들이 서있었다. "사망자가 9명, 부상자 10여명 그 중에서 전투가 불가능할 정도의 중상자가 3명 정도입니 다." "하~! 곤란하게 됐군.... 녀석들 상상외로 쎄게 나왔어...." 벨레포는 그렇게 말하며 주위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은 우선 여기서 쉬기로 한다. 부상자도 있는 이상 무리하게 움직이기 힘들다." "네...." "그리고 자네는 부상자들에게 붕대 등을 나눠주게...." "예, 알겠습니다, 벨레포님" "후~ 힘들다..... 타키난 여기 이렇게 좀 잡아줘요." 가이스의 말에 타키난은 팔에 길게 찧어진 검상이 난 병사의 상처를 잡아주었다. "생명의 환희가 가득하던 그 모습으로 돌아가라..... 힐링" 가이스의 외침과 함께 그녀의 손과 용병의 팔에 난 상처부위에 붉은 빛이 일더니 사라졌 다. 그러자 드러난 상저 자리는 붉은 자국이 남아있을 뿐 깨끗하게 흉터도 없이 회복되어 있었다. "고맙군.... 이 은혜는..." 자신의 팔에 난 상처가 없어진걸 보며 덥수룩하게 긴 수염의 사내가 제법 부드러운 목소 리로 감사를 표했다. "뭘요.... 그리고 봉합되긴 했지만 3일 정도는 안정을 해야 완전해 질 거예요, 무리하게 움 직이다간 상처가 다시 터질 테니까 조심해요." 가이스는 그렇게 말하며 길세 한숨을 쉬며 일어서서 허리를 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걸로 대충이나마 치료가 된 상태였다. 중상자들 세 명은 자신의 마법과 힐링 포션 등으로 치료하고 나머지 몇몇의 인원 역시 자신의 마법으로 치료했다. 그러나 아직 4,5명의 인원이 남아있었다. 힐링 포션이 남아있으나 어떻게 쓰일지 모르기 때문에 남겨 둬야 한다. 그렇다 고 마법으로 치료하자니....그것도 힘들었다. 이미 가이스가 메모라이즈 해둔 힐링은 끝났고 서너 번의 마법은 직접 스펠을 캐스팅하고 마법을 시전한 것이었다. 덕분에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거기다 다른 마법사인 파크스는 치료마법을 모른단다. "가이스 너도 상당히 지친 것 같은데 쉬어라 나머지는 응급조치를 하고 내일 치료하거나 마을에 도착한 후 치료해야 할 것 같다." 타키난이 많이 지쳐 보이는 가이스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맞아, 가이스 그만 쉬는 게 좋겠어" 옆에 있던 지아 역시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누나 쉬어요, 이제부터는 제가 할게요."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모두의 눈이 뒤를 향해 돌아갔다. 그곳에는 이드가 살짝 웃으면서 서있었다. "이드......" "이녀석 어디있다가....." "아까는 이드덕분에 살았어...." "그런데 니가 알아서 하다니? 이드 넌 회복마법도 사용할 수 없잖아..." 가이스가 이드를 보며 의 문을 표했다. "치료를 꼭 마법이나 힐링 포션으로만 해야하나요 뭐.... 그냥 저한테 맏겨 둬요." 이드는 그렇게 말을 끝내고 지아를 잡고는 부상자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가이스와 타키난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가벼운 걸음으로 부상자들을 향해 걸어가는 이드 를 보고는 궁금함이 생겨 이드가 가는 곳으로 같이 따라갔다. 이드가 도착한곳에는 4명의 부상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오른쪽에 누워있는 남자 곁에 이드가 다가가 섰다. 그 남자는 고통스러운지 이를 악물고 누워있었다. 그런 그의 오 른쪽 팔은 완전히 꺾여져 있었다. 거기다 어디 찧어진 부분이 없었지만 꺾여져 튀어나온 부분은 붉다 못해 까맣게 보이고있었다. "많이 아프겠다. 실프." 이드는 환자를 보고는 실프를 소환했다. "실프, 가는 침으로 모양을 변할 수 있지?" 이드의 말에 실프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 실프의 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드의 손위에 파란색의 가는 바늘이 하나 놓이게 되었다. 이드의 뒤에서 이드가 하는걸 보고있던 사람들은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 모두 정령인 실프가 저렇게 모습을 바꾸는 건 처음 본 것이었다. "우선..... 잠시 잠이나 자라구요." 이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손에 들고있는 침으로 변한 실프로 환자의 혼혈(昏穴)을 집어 잠 재워 버렸다. 뒤에 있던 사람들은 이드가 손에든 침(?)으로 환자의 목 부위를 찌르자 환자 가 잠들어 버리는걸 보며 상당히 신기해했다. "완전히 부러져 꺾여 있네..... 뭐 이게 다행일수도 있지...." 이드는 팔에 뼈가 조각조각 부서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며 손목부근의 외관혈(外 關穴)을 침으로 점혈하고 곡지혈(曲枝穴)의 안쪽을 자극하여 근육을 유연하게 늘였다. 이드 는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자극하여 근육이 충분히 늘어나고 유연해 졌을 때 부러진 뼈를 제자리로 맞추었다. 이미 근육이 충분히 늘어난지라 뼈를 맞추는 게 힘들지는 않았다. 부러 진 뼈를 잘 맞춘 이드는 침을 뺀 후 뼈가 부러진 자리 부근의 사혈(死血)이 고인 근육에 꽃아 피가 흘러나올 구멍을 서넛 낸 후 빼내었다. 그런 후 비노, 대저(大抵)의 몇 가지 혈 을 더 자극하여 근육의 회복을 촉진시킨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나, 저 사람 저렇게 놓아두고 팔에서 나는 피는 흐르도록 놔두면서 그냥 딱아 내기만 하면 되. 피가 멈추고 나면 붕대를 꽉 묶어 줘.... 그럼 다음은..." 그렇게 말하며 옆에 있는 환자에게 다가가는 이드를 보며 가이스 등은 신기해했다. 부러 진 팔을 맞추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인데 그걸 팔의 여기저기를 만지며 쉽게 맞춰버리고 일어서다니.... 가이스 등에게는 상당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나머지 세 명의 부상자들 역시 이드가 여기저기 누르고 찌르고 하면서 치료를 끝내 버렸 다. 어떻게 보면 치료한 걸로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간단한 일이었다. 이드가 그렇게 마지 막 환자를 치료하고 있을 때 한쪽에서는 저녁을 위해 따끈한 스프를 준비하고있었다. 해가 지는걸 보며 이드는 자신해서 밤에 불침번을 서겠다고 말하고는 불가까지 가서 앉았 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전투로 지쳐있었지만 이드는 그렇게 지칠 것이 없었기에 스스로 나선 것이었다. 그리고 모두 자신들의 자리에 누운 사람들은 쌓인 피로와 긴장에 금방 코 를 골며 잠에 빠져들었다. 앉아서 모닥불에 장작을 넣고있는 이드에게 뒤에서 다가오는 발자국소리가 들려왔다. 그 렇게 무겁지 않은 무언가 비벼지는 듯한 소리가 나는 발소리.... "이드, 같이 앉아도 되죠?" 메이라였다. 그녀가 마차에게 내려 이드가 앉아있는 모닥불근처로 다가온 것이었다. "물론이죠, 이리로 앉으세요." 그렇게 말하며 이드는 자신이 앉아있던 편안한 자리를 메이라에게 내어주었다. 메이라는 그런 이드를 보며 살풋이 웃어주고는 자리에 앉았다. "다치신 분들은....." 그녀의 물음에 그녀에게서 얻어온 꿀차처럼 달콤한 허니티를 따라 한잔을 그녀에게 건네 며 대답했다. "모두 괜찮습니다. 치료도 끝났고요. 세 명만 조금 심하게 다쳤을 뿐이지 나머지는 뛰어다 녀도 괜찮습니다." "후~ 저 때문에 여러분들이 고생인 건 아닌지....." "후~ 후룩.... 그런 말씀 마세요. 어디 아가씨 잘못인가요? 다 카논 놈들 때문이지..... 거기 다 여기 있는 용병들이 하는 일이 이거잖아요. 그러니 신경 쓰지 마세요. 그렇게 신경 쓰다 간 빨리 늙어요." "훗^^ ..... 그런데 이드가 의사인줄은 몰랐어요..." 메이라는 이드가 환자들을 치료한걸 생각하며 이드에게 말했다. 그 말에 이드는 실없이 헤헤 웃어주고는 손에든 허니티를 한 모금 미시고는 대답했다. "의사는 아니죠. 단지 조금 사람을 고치는 법을 배웠을 뿐이예요." "그것보다 낮에 아가씨가 하신 마법.... 잘하시던데요?" 이드의 칭찬에 메이라 역시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런 이드두요. 상급정령까지 소환하다니 대단하던데요...." 그리고는 둘이서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사방은 조용했다. 하늘 역시 맑아 별이 반짝이 고있었다. "어찌했든 힘든 하루였어요." 그런 메이라의 말에 이드도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야~ 이드 너 마차에 안 있고...." "마차에서 편히 가고 싶기는 한데...... 환자들이 있잖아 세 명, 거기다가 벨레포 씨까지 같 이타버리는 바람에 비좁을 것 같아서.... 그것만 아니면 편히 가는 건데...." "...그러셔......." "당연하지....." 그렇게 나르노와 이드가 잡답을 하고있을 때 콜이 다가오며 투덜거렸다. "야, 너희들은 배 안 고프냐? 벌써 점심때도 됐는데 식사도 안주나.....아~함 거기다 아침에 일찍 일어났더니 피곤해 죽겠다....." "다른 사람은 괜찮은데 혼자서....늙은이...." "당연히 네 녀석도 다야. 나이가 많지...." "다른 사람들은 쌩쌩하잖아요." "그거야 게네들 사정이고..." 나르노의 말에 콜이 느긋하게 받아쳤다. 사실 콜의 말대로 벌써 정오가 좀 지난 시간이듯 했다. 그리고 일행 역시 얼마가지 않아 쉴 만해 보이는 곳에 정지했다. 그리고 각자 그늘에 자기 편한 대로 쉬고있는데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누구 물 가진 사람 없어? 물이 있어야 스프를 만들든 무슨 다른먹을 걸 만들던 할거 냐..... 누구 없어?" 식사를 준비하던 류나가 물이 없다고 한말에 한 병사가 소리를 친 것이었다. 사실 물통은 어제 전투 중에 검을 맞아 다 세어 버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세로 구할 여유도 없었다. "너도 알잖아 물통 부서진 거..... 거기다 우리들이 물이 어디 있냐?" "그럼 식사도 못해 임마......" 사람들이 그렇게 투덜거릴 때 역시 마법사답게 머리가 좋은 가이스가 해결 방안을 찾았 다. "이드, 너 물의 정령이랑 계약해라...... 하급정령이라도 충분히 물을 구할 수 있잖아....." 그런 가이스의 말에 모두의 기대어린 시선이 이드에게 모아졌다. 그리고 그런 이드를 보 며 타키난 역시 한마디했다. "해봐. 어차피 실패해도 다를 건 없으니까... 뭐.. 밥을 못 먹어 모두 기운도 없고 힘없이 있어야겠지만 그게 어디 니책임....윽....머리야~!" 헛소리를 해대던 타키난은 옆에 있던 가이스에게 평소와 같이 뒤통수를 얻어맞고는 고개 를 숙였다. "알았어요. 해볼게요." 이드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한쪽으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그런 이드를 보며 가까이 가지는 않고 그 자리에서 관심어린 시선 으로 보고있었다. 확실히 모두 정령을 소환하여 계약하는 모습은 본적이 없었다. '후~ 오행대천공..... 오행이라 함은 세상의 근간을 이루는 힘이라...... 오행은 서로 상생하 매 수는 화를 상하고 화는 목을 상하고 목은 토를 상하고 토는 수를 상하는 것이라....... 또 한 서로 승하는바 화는 금을 승하고 금은 토를 승하고 토는 목을 승하고 목은 수를 승하는 바 서로가 없으면 그 균형 역시 깨어지는 것이다....' 이드는 마음속으로 오행대천공의 법문을 외우고 외부의 기를 살펴갔다. 기혈의 이상으로 내부의 기는 발할 수 없으나 외부의 기운을 느끼는 일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조용히 정령을 소환하는 캐스팅을 시작했다. "나 이드가 나와 함께 할 존재를 부르나니 물을 다스리는 존재는 나의 부름에 답하라....." 이드의 조용한 말이 끝나고 나자 이드의 앞으로 작은 물의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구경하 고 있던 사람들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작은 물이 생성되더니 그것이 회전하는 모습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회전하던 물줄기가 한데 뭉치더니 파랗게 출렁이는 머리를 길게 기른 소녀의 모 습으로 변했다. [소환자여 저와의 계약을 원하십니까....] 이드의 머리 속으로 마치 무처럼 투명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머리 속에 들리는 목소리에 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 이드는 너와의 계약을 원한다." [당신은 저와의 계약에 합당한 분. 나 물의 중급정령인 로이나는 태초의 약속에 따라 계 약에 합당한 이드 당신과의 계약에 응합니다. 주인님....] 그렇게 말하며 로이나가 살짝 미소지었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며 같이 웃어주고는 가이스를 향해 말했다. "됬어요. 계약했어요...." "대단하구나 이드..... 한번에 중급정령과 계약하다니....." "누나..... 물 어디다가 채우면 되는데요?" 이드의 물음에 아까 소리쳤던 병사가 한쪽에 있는 통을 가리켰다. "저기에 물을 채우면 된다.." "알았어요. 로이나 저기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워죠." 이드의 말에 로이나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통이 있는 곳을 향해 양손을 뻗 었다. 그러자 그녀의 손에서 물줄기가 형성되더니 물통을 채워 나갔다. 잠시 후 물통이 채 워지자 그녀의 손에서 뻗어나가던 물줄기 역시 멈추었다. "고마워. 이제 가봐도 되...." 이드가 웃으며 하는 말에 로이나 역시 웃으며 사라졌다. "고맙다 이드....니 덕에 밥 먹게 생겼어..... 야 빨리 준비해 배고파 죽겠어..." 콜이 배고픈 사람답지 않게 큰소리로 외쳤다. 사람들은 채워진 물로 서둘러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저기 보인다." "오늘은 편히 잘 수도 있겠는데...." 앞쪽에서 가던 몇몇이 저쪽 앞에 보이는 불빛을 보며 하는 소리였다. 일행은 한참을 전진해서 저녁이 어두운 지금에서야 마을이 보이는 곳에 도착한 것이었다. "도착하면 배부르게 먹어야지 배고파~~" 점심때 가장 많이 먹은 콜이 배고프다고 투정 비슷하게 부리자 주위에 있던 몇몇이 가증 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점심때 가장 많은 음식을 먹은 인물도 바로 콜이었다. 일행들이 도착한 마을은 꽤 커 보이는 마을이었다. 마을의 이름은 대닉스..... "어~ 편하다...... 허리가 쭉 펴는 듯한 느낌이다......" "진짜다....이틀 만인데.... 한참만에 침대에 누워 보는 것 같은 이 감격..." "야! 너희들 조용히 안 해?" 꽝!! 누워있던 가이스는 옆방에서 들리는 소리에 나무로 된 벽을 세게 때려댔다. 어느 정도 목 소리라면 이방까지 들리지 않을텐데 옆방에 있는 타키난 등이 고의인지 모르지만 엄청 큰 소리를 낸 것이다. 가이스의 노력(?)덕분인지 옆방은 금방 쥐죽은듯이 조용해져버렸다. 그리고 이어서 들리 는 소근거리는 소리..... "거봐요, 형은 누나에게 안 된다니까...." "남자가 한 입 가지고 두 말이나 하고...." "그럴 거라면 시작이나 말지....으이그...우리까지 말려들어서 맞을 뻔했잖아...." 그 말을 끝으로 옆방에서 들리는 소리는 완전히 끊어졌다. "근데 그 돼지는 아직도 밑에서 먹고있지?" 지아가 기가 막힌다는 투로 허공을 보고 말했다. 그 말에 가이스 역시 조금 질린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럴걸? 그 녀석 다른 사람들은 대충 먹고 잠자리에 드는데.... 도대체 그 덩치에 그 많은 음식이 어디로 들어가는 거야?" "거기다 좋은 짝까지 만났잖아....내 생각에는 쉽게 끝나진 않을 것 같은데 누나..." 침대에 누워있던 이드가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하긴 그렇다..... 그 사람도 아마....콜 못지 않을 것도 같아...." 저녁때 일행이 여관에 들었을 때였다. 식사를 하지 않은 일행들은 우선 식사부터 하기로 하고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나 워낙 대 인원이다. 보니 테이블이 부족했다. 그래서 그 중에 한 사람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같이 앉았는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식사를 주문해 다 먹고 나서도 그 사람은 여전히 먹고있었다. 그리고 일행 중에도 역시 계속해서 먹고있는 사람이 있었다. 일행은 나온 차를 먹으면서 둘을 보고있었다. 두 사람은 이제 서로 의기투합이 되 었는지 시킬 음식에 대해 상의하고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각자 방으로 오르는데도 여전 히 둘은 먹고있었다. 그것도 맛있게...... "그러게 먹고도 살이 찌지 않는걸 보면 부럽기도 해요..." 옆자리에 누워있던 여성용병이 한소리였다. "그만 자자...." "음...잘자..." "잘자요." 오늘도 역시 가이스 옆에 누운 이드는 식당에 있던 콜과 같이 아직 먹고있을 그 사람에 대해 떠올렸다. 어떻게 보면 아무데서나 볼수 있는 사람.....마치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의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사람의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전에 이드 역시 스님이나 도문(道門) 의 도사들에게서 느껴본 ........ '허무지도(虛無之道)...... 여기서도 그런 기도를 가진 사람이 있었나?..... 어떻게 느끼면 반 가운데....^^ 내일은 말이나 걸어볼까?' 이드는 그 생각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임마...그거 내 배게....." "나도 좀 배고 자야죠..." "조용히 안 해? 잠 좀 자자...." '하~ 잘 잘 수 있으려나......' 벽을 향해 누워있던 이드는 스륵 눈을 떴다. 어느새 주위는 환하게 밝아져있었다. 게다가 조용했다. 아마 일어난 사람이 별로 없나보다. 이드는 그 상태 그대로 부시시 일어났다. 아 니 일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이드에게 걸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가슴부근에 걸려있는 가이스의 팔이었다. 이드는 손을 빼서 가이스의 팔을 치우고는 일어났다. 다른 쪽 침대에서 는 지아가 엎드려 얼굴을 이드 쪽으로 돌리고있었다. 깻는 지 눈을 뜨고있었다. "일어났니?" "응, 누나도 일찍 일어났네..." "뭐 별로... 이제 일어났거든.... 게다가 일어나기 싫어서 이렇게 있는 건데 뭐....." 이드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일어나려 했다. 일어났으니 세수를 해야 할것 아닌가...더군다나 이 긴 머리는 감아 주어야한다...... 그러나 상당히 일어나기 싫었다. 누구 라도 그럴 것이다. 자고 나서 일어나기 싫은 그 기분....... 그때 이드의 머리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어제 계약한 정령 물의 중급정령 로이나.... 그리고 중급정령과 계약함으로 인해 저절로 딸려오는 하급정령.... "운디네, 소환" 이드의 말에 이드의 앞으로 작은 날개를 달고있는 정령의 모습을 한 운디네가 나타났다. 모습은 어제 나타났던 로이나가 작아지고 뒤에 날개가 달렸다는 정도가 다를 뿐이었다. 이 드는 살짝 웃고있는 운디네를 보면서 말했다. "운디네, 물로 나 좀 씻겨 줘 얼굴하고 머리....." 그 말에 운디네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이드에게로 다가갔다. 그 모습에 이드는 눈을 가고 숨을 멈추었다. 그러자 운디네가 큰 물 덩이로 변하더니 이드의 머리를 감싸왔다. 그리고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물 안에서 이드의 긴 머리 역시 회오리 치는 물 속에서 흔 들렸다. 잠시동안 그렇게 회전하던 물이 떨어지며 다시 운디네가 나타났다. 그리고 이드 역 시 시원함을 느끼며 눈을 떴다. 게다가 머리나 얼굴에 물방울 같은 건 없었다. 운디네가 다 가져간 것이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던 지아도 이드에게 해줄 것을 부탁하고 편안하게 얼굴과 머리를 감 을 수 있었다. 그리고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 두 사람 역시 그 자리에서 깨끗하게 씻을 수 있었다. "나도 운디네 같은 정령이 있었음...." 지아는 상당히 부러운 듯 했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가만히 앉아서 세수 목욕 거기다 먹을 물까지..... 잠에서 깬 사람들은 그대로 누워있을 수만은 없었는지라 일어나서 방을 나서 일층 식당으 로 걸어가고 있었다. 식당의 자리는 거의가 비었지만 한자리를 차지하고있는 사람이 있었다. "어? 저 사람 어제 콜이랑 쿵짝이 맞아서 식탁을 점거하고 있던 사람아니야?" 지아의 말 대로였다. 그도 이쪽을 봤는지 아는 체를 했다. 그래서 모두들 그 사람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합석했다. "안녕하세요." "네, 식사를 하시죠..." 그는 사람 좋게 말했다. 그리고 일행들은 자신들에게 다가온 귀여워 보이는 소녀에게 식사를 주문했다. "성함이 바크로씨라고 하셨죠?" "예, 맞습니다." "어제 들었어요. 저는 지아라고 하고요, 이쪽은 가이스, 라프네, 그리고 이드 모두 용병이 에요." "예, 알고있습니다. 어제 그 친구한테서 들었거든요." 바크로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스테이크를 한 조각 입안으로 들이밀어 넣었다. "그런데 바크로씨는 무슨 일을 하시는 분이 신가요?" "하하, 저야 뭐 별거 있나요. 그냥 백수죠....." 그때 일행이 주문했던 음식을 가지고 오던 소녀가 맞장구쳤다. "맞아요, 바크로 아저씨는 정말 백수라니까요. 여기서 좀 떨어진 숲에서 사시는데 가끔 약 초 같은걸 캐오셔서 약제상에 팔고는 여기 여관에서 이렇게 놀다 가신 다니까요. 그런데 요 얼마간은 완전히 여기서 살고 있다니깐요...." "타냐, 너 왜 그렇게 신랄하냐? 오기만 하면 너희 집 매상을 팍팍 올려주는 사람한테......" "그래도 맞는 말이잖아요." "쳇" "숲에서 사신다면 검 실력이 꽤 있으시겠네요." 지아가 재미 삼아 물었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검은 무슨...... 나는 검을 안써....." "그럴리가요. 숲에서 사신다면 검 실력이 꽤 되야 가능한데...... 제가 얼마간 숲에 있어봐 서 안다구요." 지아의 이상하다는 듯한 말에 바크로는 장난스럽게 양손을 들어 보였다. 그때 자신 앞에 나온 야채 사라다를 입에 넣고있던 이드가 입을 열었다. "아직 덜된 도사군..... 지아 저 아저씨 말 사실이야... 아마 검은 안 쓰고 팔과 다리를 사용 할걸?" "음?" "뭐.......?" "그거 라운 파이터를 말하는 거야?" 이드의 말에 테이블에 앉아있던 인물들이 각자 반응을 보였다. 지아 등은 이드의 말에 별로 흔하지 않은 라운 파이터라는 말에 그리고 그 주인공인 바크 로는 이드가 자신을 알아본 것에 대해서 말이다. '무위(無位)를 깨쳐 가는 사람인가? 기인이사(奇人理士)를 이런 곳에서 보네....' "어린 사람이.. 어떻게 알았지...? 그렇게 특이해 보이지는 않는데......" 보크로가 사뭇 기이하다는 듯이 이드를 바라보았다. 뭐 제삼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엉큼한 눈길의 중년으로 보이겠지만 말이다. "하~ 제가 검을 좀 쓸 줄 알거든요."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허리에 걸린 일라이져를 매만졌다. 그런 일라이져의 검 신에서는 은은한 향이 살짝 흘러나왔다. "내가 보기엔 어느 정도 실력은 되도 날 알아볼 만큼은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군..." 보크로의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가이스와 지아는 이드를 바라보았다. "이드, 너 검도 다룰 줄 알아?" "검을 쓸 줄 알았니?" "제가 .....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검을 쓸 줄 안다고...." "그땐 그냥 흘려 들었지......" 사실 지아와 가이스는 이드의 말에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보크로가 저렇게 말하자 의외였던 것이다. 원래가 라운 파이터라는 것이 흔하지 않은 만큼 실력 역시 대단하다. 원 래가 검을 쓴다면야 검에 어느 정도 의존할 수 있지만 라운 파이터는 그런 것이 전혀 없기 에 여간 뛰어난 사람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라운 파이터가 이드를 보고 검을 쓸 줄 안다고 말한 것이다. 이드가 차고 다니는 검을 단순한 호신용으로 보고있는 사 람으로서는 의외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아저씨도 저에게 그런 말 할 정도로 수련이 쌓인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상당히 어려운 고비에 놓였나보죠...." 이드가 슬쩍 흘리듯 말했다. 이드의 말에 자신이 라운 파이터라는 것을 알았어도 태연할 수 있었던 보크로의 얼굴이 굳어졌다. "넌.... 뭐냐?" 보크로의 물음은 상당히 특이했다. 사람에게 누구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냐고 묻는 것이다. 마치 사람이 아닌 양..... "이것 봐요. 전 어디까지나 사람이라구요. 사람에게 그런 말 쓰지 말아요..." 이드가 자신의 나이다운 투덜거림을 발하자 보크로가 몇 번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물어왔 다. "험험, 미안하군.... 그래 자네는 누구지?" "누구긴요. 아까 소개했잖아요. 이드..... 상당히 기억력이 나쁘신가봐요..." 이드가 헤헤거리며 말하자 보크로는 기가 막혔다. "이봐 나는 심각하다고, 자넨 누구야?" "음.....지금은 정령검사..... 뭐 나중에 되면 또 뭐가 추가될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런 게 어디있냐?' 바크로는 그렇게 속으로 말했다. "정령검사라....그 정도로 내 실력을 알아보다니....내 실력이 형편없는 건가?" 그가 그렇게 말할 때 계단을 밟으며 다른 동료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여~ 잠보께서 오늘은 일찍 일어나셨네...." "흥! 남 말하고 앉았네..... 자기나 잘 할 것이지..." "뭐가 어때서 여기 벨레포 씨도 이제 일어나셨는데...." 타키난이 그렇게 말하며 뒤를 향해 손을 뻗었다. 뒤쪽에서는 부시시한 머리의 벨레포가 헛기침을 하고 서있는 것이 보였다. "험, 험, 잘 주무셨소....." 그때 보크로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아니야....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약한 게 아니야..... 그럼....이쪽인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그런 그의 손끝이 이드의 목을 향해 빠르게 다가가고 있었다. "뭐야! 저 자식...." "늦었어..... 제길..." 그 모습을 보고 급히 다가가려는 타키난과 그런 타키난을 향해 늦었다고 외친 라일은 자 신이 가지고 있던 검을 뽑아 던지기 위해 손에 들었을 때였다. 그런데 정장 당사자인 이드 는 전혀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손을 느끼지 못하는 듯이 자연스럽게 마치 누군가가 불러 고개를 돌리는 것처럼 고개를 돌려 자신을 행해 빠르게 다가오는 손을 피해 버렸다. 후~웅 손이 끝까지 뻗자 손을 따라 뒤늦게 공기가 파동 쳤다. 그리고 보크로가 손을 거두며 다시 입을 열었다. "역시 내 쪽이 아니라 저쪽이야....." 아무것도 아닌 양 말하는 보크로의 말에 이드 옆에 있던 여성들과 막 달려오는 타키난과 라일은 기가 막혔다. 방금 한사람의 목을 날려버릴 뻔하고 선 내 뱉는 말이라는 것이 마치 혼자서 중얼거리는 듯한 말이라니..... "당신 누구야..... 뭐 때문에 이드의 목을 노린거지?" 타키난이 이드의 뒤에서 검을 들고 기가 막힌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타키난의 그런 외침은 보크로에 의해 완전히 무시되었다. "너라면 혹시 내 문제를 해결해 줄지도.... 지나친 기대려나?" 보크로는 그렇게 이드에게 들릴 정도로 말한 후 몸에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낌새를 느낀 타키난과 라일은 그런 보크로를 보며 긴장하고는 자신들 역시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심상찮은 분위기에 가이스와 지아 등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서 있었고 한쪽에 있던 소녀와 주인은 갑자기 변해버린 보크로의 분위기에 상당히 당황하는 한편 여관이 상 할까 걱정하고 있었다. 이미 식당으로 내려온 용병들이나 보크로, 가게 주인 등이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데 정작 이 상황의 주된 원인중 한 명인 이드는 아주 태평한 듯 보였다. '허장지세..... 허무지도를 가진 사람이다. 쉽게 손을 쓸 만큼 성질이 못된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지......' 이드는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믿고 편안하게 말을 꺼냈다. "앉아요. 아저씨 앉아서 이야기나 하자구요.....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 보크로는 이드의 알고있는 듯한 말투에 멈칫하고는 슬쩍 가게 한쪽에 있는 자신의 술친구 인 주인과 그의 딸인 소녀를 보고는 몸에 움직이고 있던 마나를 거두곤 자리에 앉았다. 그가 의외로 간단하게 앉아 버리자 상황이 끝나버렸다. 그러나 타키난, 라일 등은 쉽게 그럴 수가 없었다. 방금 상대에게서 뿜어졌던 마나는 상당 한 것이었다. 검이 없는 것으로 보아 상대는 라인 파이터.... 그렇다면 검을 뽑는 것 보다 빨리 이드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형들 앉아도 되요...... " "야....." "그래도...." "아.. 괜찮다니 까요.... 앉아요." 강력한 이드의 확신 어린 말에 타키난 등은 머뭇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타키난이 먼저 따지듯 말했다. "이봐 당신 도대체 뭐야?" "죄송합니다. 제가 동료 분에게 한 짓은..... 알아 볼 것이 있어서...." "죄송하다면 다예요? 하마터면 죽을 뻔 했다구요..." 지아의 신경질 적인 말에 보크로는 처음과 같이 거의 능글맞을 정도로 대답했다. "뭐....어찌했든 죽지 않았지 않습니까. 어기다 저도 어느 정도 확신이 있어서 한일이 구 요..." "야~ 콜, 저 사람 너하고 먹는 겉만 같은 게 아니고 저 태평함 역시 같은데....혹시 너하고 형제 아니냐?" "이...자식이~~" 그때 마법사답게 가이스가 따져 물었다. "그런데 이드를 노린 이유는 뭐죠? 목숨을 목적으로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당연! 난 누구 목숨에도 관심 없어..... 단지 이 녀석 ..... 이드에게서 알고 싶은 것이 있을 뿐이야.." ".....뭐.....이드가 무슨 보물지도라도 가지고있나?" "헛소리 그만해...." "뭐가 알고싶은 건데요?" "그만해요. 누나 제가 알고있거든요..." "음....?" 이드의 말에 옆에 있던 타키난이 이드를 향해 물어왔다. "뭔데..? 저 인간이 무턱대고 손질 할 정도야?" "뭐....다른 사람에게 별거 ...... 아무것도 아닐지라도 저 사람에게는 엄청나게 필요한 것, 갈망하는 그런거죠. 아마..... 형이나 여기 다른 아저씨들도 좋아할 만한 걸 거예요...." 이드의 말에 그런 게 있나하고 각자 생각에 빠져 보았다. 그러나 그렇게 뚜렸하게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돈, 이건 아니다. 이걸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으니까... 다음은 좋은 무기....이것 역시 아니다. 아이들이나 평민들에게는 거의 무의미하다..... 다음 여자..... 당연히 빠진다. 위의 무기와 같은 경우에 여자들이 여잘 찾을 리 없으니까..... 결과가 출력되지 않자 모두들 한결같이 입을 모아 물어왔다. "그게 뭔데.....?" "무(武)...... 형들같이 검을 쓰고 싸우는 사람들에게는 그걸 향상시킬 기회가 중요하잖아요. 그리고 앞에 있는 보크로 어저씨도 마찬가지지요. 특히 이 아저씨는 어느 정도 경지 오른 지금 고비를 맞고 있는데 그 고비를 넘어갈 방법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거죠. 거기다가 흔치 않는 라인 파이터.....그런 중에 나라는 실마리를 얻은 거죠. 뭐 대충 본 저 아저씨 성 격으로 보통 때라면 그냥 넘겼을지 몰라도 지금은 상당히 급했던 모양 이예요." ".....뭐냐.... 그러니까 방금 그것도 너하고 붙어 볼려고 그런 거란 말이잖아?" "이거 미친놈일세......어디 이드가 저보다 강해 보인다고....." "어딜 봐서 애가 강해 보여?" "처음부터 말로 했으면 됐잖아요..." 이드의 말에 각자 보크로를 향해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많은 물음에 대답한 건 가이스의 물음에서였다.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들은 그런걸 함부로 말하진 않는다. 말한다면 그것은 소중하거나 가족인 사람 아니면 제자정도? 그 외에는 자신이 아는 기술 등은 말해주지 않지.... 그래서 이 녀석과 붙어봄으로 해서 내게 부족한 것의 실마리를 찾고자 했던 것이고...." 그의 대답에 일행의 시선은 이제 이드에게로 향했다. 그리곤 이드를 아래위로 관찰하듯 바라보았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거의가 같은 것이었다. "이것 봐요. 아저씨 이드가 어딜 봐서 아저씨에게 뭔가를 가르쳐줄 것 같은 사람으로 보 여요?" "맞는 말이야. 저 몸으로 무슨...... 그것도 라운 파이터라는 그렇게 많지도 않은 격투가들 에게 조언해줄 정도?" "에이.... 설마 전혀 그런 낌새는 없다구요. 게다가 나이를 봐서도 절대 아니죠...." "그럼그럼....게다가 칼까지 차고 다닌다구.... 게다가 어디를 봐도 저 칼은 호신용정도로 밖 에는 볼 수 없다구...." 몇몇이 그렇게 떠들었고 다른 사람들 역시 그렇다는 듯 동의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때 울려 퍼지는 한마디..... "당신들 선입견이 좀 있는 것 같군.... 그럼 아까 내가 공격한걸 자연스럽게 피한 건 뭐지? 그 정도 공격이라면 웬만한 사람은 피하지 못해...." ".........." 보크로의 말에 일행은 할말이 없는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는 저기 있는 인간이 한말이 사실인지를 묻는 듯한 눈빛이었다. "이드...... 저 사람이 말 한대로 저 사람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니?" "아까도 말했잖아요. 누나, 가능하다고...." 그렇게 말하는 이드였지만 별로 믿음이 가진 않는 듯 했다. 겉으로 봐선 도저히 흔치않은 라인 파이터에게 충고할 정도로 실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은 것이다. 거기에는 타키난과 라일등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든 사람들은 더했다. 어딜 봐도 무술을 하는 사람특유의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은 것이었다. 물론 그 기운을 숨길수도 있지만 그 정도나 되려면 실력이 적어도 소드 마스터 중급이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러나 도저히 이드의 나이로 봐서 그것은 불가능한 듯 보였다. "우선 배고픈데 아침이나 마저 먹자구요...." 모두 못 믿겠다는 듯한 표정에 가만히 있을 때 이드가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는 듯한 말을 해버렸다. "맞아요. 대충 상황도 정리 됐겠다. 남자들은 가서 씻어요." 가이스가 이드의 말에 이어 상황을 정리해 나갔다. 그리고 가이스의 말에 용병들과 병사들 그리고 벨레포씨는 씻기 위해서 세면실로 행했고 앉아있던 이드 등은 그 자리에서 테이블에 있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인 등은 남자들이 씻으러 가면서 주문한 음식을 준비 하려는 듯 바쁘게 움직였다. 그리고 이드와 보크로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음식을 먹어가며 대화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저씨는 결혼 하셨어요?" 이드가 그냥 흘려가듯 질문을 던졌다. 사실 보크로는 30대정도로 보이고 있었기에 그런 질문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반응은 상당히 뜻밖이었다. 바쁘게 움직이던 손이 멈추더니 이어서 얼굴이 굳어 버리고 이어서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그리고는 마치 본능인양 주위를 한번 휘둘러보는 것은 완전히 공포에 휩싸인 사람의 반응이었다. 그 의 이어지는 반응을 보고있던 가이스, 지아 등은 순간 황당함에 물들었다. 못 물을 걸물은 것도 아니고 그냥 결혼했느냐고 물었는데 저런 반응이라니.... "아저씨? 괜찮으세요?" "...응?....으..응" "결혼 하셨냐니까요? 갑자기 왜 그러세요?" 이드의 계속된 물음에 보크로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어나오는 듯한 말로 답했다. "응. 결혼했지...." "그래요? 그럼 미인이세요? 성격은요?" 이드는 보크로의 특이한 반응에 이렇게 물어왔다. 사실 사람이란 게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이 가는 게 사실 아닌가..... "그....그래 예쁘긴 하지...엘프니까.....하지만..." 거기 까지 대답한 그의 말에 이드들과 그때 다 씻고 들어오던 타키난등의 서너명의 용병 이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엘프..... 그들과 인간의 결혼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실제로 있 기도 하다 그러나 절대로 흔치 않은 것이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이 황당한 아저씨가 그런 말로만 듣던 케이스라니.... 그러나 이어진 보크로의 말은 일행들을 더 황당하게 만들어 버 렸다. "...하지만....다크 엘프라서 성격은......."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한번 떠는 보크로였다. 그의 말에 이드를 제외하고 그의 말을 들은 이들은 무언가 희귀한 것을 보듯 보크로를 바라보았다. "다....크 엘프라니....." 다크엘프..... 보통의 엘프와는 달리 사나운 존재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 보통의 엘프와 는 달리 어둠에 속해 있다. 그 외에는 모든 것이 엘프와 같다. 성격만 제외하고 말이다. 그 들은 보통의 엘프처럼 차분하지 않다. 분노하고 복수하고 또한 전투 역시 하는 엘프들이다. 그래서 상당히 호전적이고 직선적이라 할 수 있다. 거기다 또한 소수이며 밖으로는 잘 나 돌지 않는 듯 눈에 뛰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을 보는 것은 어쩌면 하이 엘프를 보는 것만 큼이나 아니면 더 힘들수도 있다. "정말 이예요?" 그 말에 보크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내가 그런 걸로 거짓말해서 뭐하게..... 내가 숲에서 사는 것도 채이나 때문이지....." "하지만 난 지금까지 다크 엘프와 결혼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한번도 없는데 그게 가 능한 거야?" "가능해 내가 알기로 오래 전에도 누군가 다크 엘프와 결혼한 적이 있었다더라..... 확실한 지는 모르지만......"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다크 엘프라면 상당히 위험하다고 알고있는데....." 지아의 물음에 보크로가 답했다. "그거야 적이나 이방인에 한해서지.... 같은 동족이라거나 특히 자신의 반례자에게나 자식 에게는 절대 그런 일은 없어....." "그런데 아까는 왜 그렇게 긴장하고...하셨어요?" 가이스가 그렇게 물어왔다. 떨었냐고도 말하고 싶지만 별로 내키지가 않았던 모양이다..... "그거?..... 이렇게 말하면 체면이 말이 아니지만..... 내 마누라가 꽤 무섭거든...." 그의 말에 일행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큭.....어떻게...그 정도 실력이면 맞고 살 것 같지는 않은데..... 상당히 잡혀 사는 공처가이 신 모양이죠?" 타키난이 그렇게 말했으나 보크로는 그 말에 그렇게 크게 반응하지도 않았다. "자네도..... 나와 같은 상황이 되면 이해 할거야....." "그런데 어떻게 여기 몇 일이나 있는 거예요? 집에서 가만있지 않을 것 같은데...." "맞아.......아마 돌아가면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만큼 내겐 그 일이 중용하 단 말이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꼭 알아야겠다." 그의 그런 반응에 몇 명을 웃긴 듯 뒤돌아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도대체 얼마나 잡혀 살면 저런 소리가 나올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불쌍하다, 아저씨...." 지아가 그렇게 말했고 옆에 있는 이드는 약간씩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지아의 말에 동의 하는 것이 아니라 보크로의 말에 동의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드 역시 약빙, 남궁체란 등과 같이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시달린 것을 생각한 다면.....보크로와는 다른 과보호의 시달림....... 배부른 소리일 지도 모르지만 밥 먹는 것에서 옷 입는 것 거기다 움직이고 외출하는 것까지.... '그 기분 저와는 다르겠지만 조금은 알아요 아저씨.....'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테이블의 그릇들이 치워지고 각자의 앞으로 자기에게 맞는 차가 놓 여졌다. "그럼 이제 말해 주겠나?.....내게 필요한 것 내가 필요로 하는 것, 내가 느끼고 있는 경지 의 고비를 넘을 수 있는 단서이자 수단...." 보크로가 지금까지의 분위기와는 달리 차분하게 이드에게 물었다. 그의 물음에 한쪽테이 블에서 이제 막 식사를 마친(초고속이다.^^) 타키난, 칸 등 역시 그의 물음에 귀를 기울였 다. 이들 역시 소드 마스터. 이드의 말에서 자신들의 실력을 올릴 수 있을 까하는 생각에서 였다. 물론 이드가 진정 그런걸 알고있을 까하는 의문도 있지만 말이다. "몰라요." 돌아오는 이드의 황당하면서도 당당한 대답에 보크로는 순간 할말을 일었다가 울컥해 버 렸다. "뭐야! 아까는 알고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지금 날 놀리는 거냐?" "아니요. 제가 그럴 리가 있겠어요? 단지 대충 짐작만 할분 아저씨께 뭐가 부족한지 정확 히는 몰라요.... 뭐, 직접 한번 봐야죠...." "흠...흠 그렇지...니가 무슨 최상급의 소드 마스터도 아니고...." "그럼 나가자...." 그가 그렇게 말할 때 한쪽에서 조용히 병사들과 식사를 하며 이드들이 하는 말에 신경을 쓰고 있던 벨레포가 한마디했다. "음....저기 이드군 그건 곤란한데..... 우리는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건 자네도 알지 않나...." 벨레포의 말 대로였다. 누가 다시 공격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한곳에 오랫동안 머무는 것 은 상당히 문제가 된다. "이거 어쩌죠?" 이드가 곤란한 듯이 말하자 보크로가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 역시 그 렇게 막무가내인 인간은 아니기에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 "어쩔 수 없는 거지....그런데 가는 방향은?..." 그의 물음에 벨레포가 답했다. "베나클렌쪽입니다." "그럼 다행입니다. 마침 제집도 그쪽이니 같이 가겠습니다. 그리고 점심때쯤이면 제 집이 있는 숲에 도착할 수 있을 테니..... 아마 그 정도 시간이면 되리라 봅니다. 괜찮으십니까?" 보크로의 물음에 벨레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결론을 내린 듯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 다. "아가씨 여기 도시락...." 막 한 병사가 도시락을 주문하려 할때 보크로가 제지했다. "아~점심 걱정은 마십시오. 점심 요리는 제가 준비하죠. 집도 가까운 데다 재료도 충분하 고요." 그 말에 돈을 아끼게 되어 좋아하는 일행들이었지만 분통터져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저씨 정말 이럴꺼예요? 왜 남에 장사를 방해 하냐구요...." "임마, 이분들은 어디까지나 내 손님들이야 내가 손님 대접하겠다는 데 무슨 상관이냐?" "...... 두고 봐욧. 다음부턴 좋은 술은 없어요..." "그럼 너만 손해지.... 술집은 요 앞에도 있단다....." "으.....으...... 빨리 나가요!!" 말싸움에서 져버린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부엌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럼 식사를 마쳤으니 모두 준비하도록 곧바로 출발한다. 엔카. 여관비등을 계산해라....고 르고, 너는 말들을 모두 준비시켜 두도록." "예" "자~ 그럼 출발한다." 벨레포의 말에 따라 말들이 출발하기 시작했다. "손님들 안녕히 가세요." "잘 있어라 몇 주 있다가 올 테니 좋은 술 준비 해 둬라..." "아저씨는 다신 오지 말아요." "하하하하하" 그렇게 웃어주고는 보크로 역시 말을 몰았다. 원래 그는 말을 몰고 오지 않았으나 중상자 3명이 이곳에 남았기 때문에 말 세 마리가 남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중 한 마리에 올 라탄 것이었다. "후~ 이거 말을 타보는 것도 오랜만이야..." 보크로는 이드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같이 말을 몰며 말했다. 이드는 오늘은 보크로가 있는 지라 마차에 타지 않고 말을 타고 가고있었다. "자네들 누굴 수행한다는데 목적지는 어딘가?" 보크로가 자신이 몇 번이나 다녔던 넓은 평원을 빙 둘러보며 지나가듯 물었다. "수도요. 꽤 걸릴 것도 같고요." "그렇겠지 여기서도 수도까지는 꽤되니까..." 그때 이드가 보크로를 보며 물어왔다. "보니까 아저씨의 무술..... 강을 상당히 중요시하는 것 같던데요.." "어떻게 알았지? 그래 내가 처음 시작할 때 강을 중점으로 시작했으니까 사실 맨손으로 검을 든 상대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강이 중요하지. 실제 내게 그것을 가르쳐준 분도 그랬 고..." 그의 말에 이드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 있던 칸은 의문을 같고 물어왔다. "스승이 있으셨습니까?" "당연하지 스승이 없이 어떻게 배워? 자네도 참.... 뭐 스승님도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 셨지 그냥 기초를 다져 주셨을 뿐이야.... 돌아 가신지도 꽤 됐지...." 그리고 그때 지아와 가이스가 여자라면 가질만한 의문이 담긴 질문을 던져왔다. "그런데 채이나라는 분. 어떻게 만나신 거예요?" 그 물음에 보크로는 잠시 입을 다물더니 허무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봐도 좀 황당한 일이었어..... 그때 도망쳤어야 했을 지도..." "그러니까.....5년쯤 전이던가? 그때 내가 지금 내가 살고있는 숲인 칼리의 숲에 갔을 때였 는데 물론 난 우연히 들른거지..... 그런데 거기서 채이나를 본 거야 그런데 그때가 그녀가 작은 호수에서 목욕중일 때였거든...그때 서로를 보고 경황스러워 하다보니 그녀에게 물뱀 이 다가가는 줄 몰랐지 그러다가 채이나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더니 쓰러지더군, 그 다음에 서야 채이나 뒤로 물러가는 뱀이 보이더라고 당황해서 물 속에 잠긴 채이나를 끌어올려서 는 대충 치료했지만 깨어나지 않더라고.... 알다시피 물뱀의 독이 독하잖냐... 그래서 그때부 터 그녀을 간호하기 시작했지... 힘들더라 독이 조금씩 피부를 통해 나오니까 목욕시켜야지 땀 닦아야지... 거기다 정신 없는데도 묽은 죽이라도 먹여야 했거든.... 그때 고생한걸 생각 하면 얼마나 오랫동안 고생한 줄 알아? 무려 한 달이야 한달...... 그 동안 음식하고 빨래하 고.......그리고 깨어나서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한다는 소리가 뭔지 알아? 책임지란다. 책임. 세상에 황당해서.... 거절? 해봤지 소용없더라 돌아오는 말이 만약에 도망가면 다크 엘프 족 에 가서 날잡아오라고 하겠다는 거야.....진짜 황당해서......" 그의 말에 옆에 있던 사람까지 귀를 귀울여 듣고 있었다. 그리고 가이스가 나머지를 물었다. "그래서요?" "그래서는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잡혀있어야 하냐는 생각에 그냥 나왔지...... 그런데 채 숲도 다 빠져나가기도 전에 앞에 나타난 여러 명의 남자 다크 엘프들에게 잡혀 버렸어.... 알고 보니 그녀가 마법도 할 줄 알더군.... 내가 가니까 곧바로 자신의 마을로 장로에게 말 해 버린 모양이야..... 덕분에 같이 살게 됐고 지금까지 이렇게 붙잡혀 살고 있지...." "그런데 도대체 부인께서 아저씨를 잡은 이유가 뭡니까?" 타키난이 그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다가 물었다. "그거? 그거야 치료하는 한 달동안 내가 온몸을 주물러 댔거든..... 거기다 들어보니 내가 맘에도 들었다더군.. 험... 흠험.." 보크로도 그 말을 하는데는 좀 부끄러웠는지 헛기침을 해댔다. "가이스! 엘프의 미의 기준은 다른 거야? 어떻게 저런 아저씨가 마음에 들 수가.... 엘프들 은 보면 전부다 아름답게 생겼던데....." 옆에서 지아가 가이스에게 중얼거리자 가이스가 조금 당황되는 듯 말했다. "애는......아마.....보크로씨의 마음이...." "그게 말이되? 자신에게서 달아나고자 한사람에게...." "이것 봐 왜이래? 이래뵈도 그때는 꽤 됐다고.." 보코로가 지아의 말에 속이 끓는 다는 듯이 말했다. "흥! 말도 안 되요....어떻게 사람이 오 년 사이에 그렇게 상할 수 있을 까요?" "지아야 ...그만해..." "언닌..." 그렇게 지아가 놀리고 보크로는 열 받아 말대답하는 것을 보며 웃고있던 이드는 바람을 통해 느껴지는 이상한 기운을 감지 할 수 있었다. 마치 늪과 같은 느낌과 불투명한 색과 같은 느낌..... "제길..... 요번엔 힘들지도......" 가만히 기운을 느끼고 있던 이드는 손을 들어 크게 외쳤다. "전원정지...!!!" 이드의 커다란 외침에 일행들은 의아해 하며 멈춰 섰다. 그러면서도 웅성거리고 있었다. 자신들이 알기로는 절대로 이드에게 저렇게 명령할만한 권한이 없었다. 말을 멈춰 세운 이 드는 자신에게 말을 몰아오는 벨레포를 보며 그쪽으로 말을 몰아갔다. "벨레포씨..." "이드 군, 왜 그러나...갑자기 정지하라니..." 벨레포는 그렇게 말하며 주위를 두러보았다. 주위는 평야였다. 주위에 나무는 몇 그루 군 데군데 있기는 했으나 숲이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저 앞으로 작은 언덕이 보였다. 그리고 벨레포가 그 언덕을 보았을 때였다. 언덕 위에 꽤 커 보이는 나무가 두 세 그루정도 서있 었고 그 아래로 언뜻 인형의 그림자가 비치는 듯도 했다. 어떻게 보면 편안해 보이는 듯한 광경이었다. 로맨스에 빠져있는 소녀들이 본다면 좋아할 그런 풍경 그러나 벨레포는 그런 광경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답답하게 막히는 듯한 불쾌감? 그런 감각이었다 "저것 때문인가?" "느껴지세요?" "음....자네보다는 늦은 듯 하지만...... 간단해 보이진 않는군...." "제 생각도 같아요. 그것도 상당히...." 벨레포는 잠시 그 언덕을 바라보더니 뒤를 돌아보며 명령했다. "전 병사들은 마차를 네 방향에서 철저히 감싸고 용병들은 소수를 남겨두고 앞으로 나온 다. 그리고 전투준비를 하도록.." 적의 모습도 보지 못한 병사들이었지만 속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마나의 움직 임을 감지한 마법사 두명과 몇몇의 소드 마스터들은 시선을 언덕 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기분 나쁜데......." "확실히..... 이 느낌은 왠지 안 좋아....." 타키논과 라일의 중얼거림에 가이스가 의문을 표했다. "그런데 너무 과민 반응이 아닐까? 우릴 공격하려는 게 아닐지도 모르잖아...." 그녀의 말에 칸이 답했다. "아니....저 기운은 우릴 향한 거야..... 한마디로 우릴 노린다는 거지 마법사는 모를지도 모 르지만 우리들은 느낄 수 있거든 지금 느껴지는 기운이 우릴 향하고 있는데...." "이거 이렇게까지 자신의 마나를 퍼트리 수 있다는 건..... 소드 마스터 중급 그 이상이란 말인데...." 그때 벨레포의 명령이 떨어졌다. "전원 주위를 경계하며 앞으로 천천히 전진한다." 그의 말에 그의 옆에 있던 병사가 의아한 듯 물어왔다. "벨레포님 앞에 적이 있는데.... 마차를 여기 두고 보호하면서 앞쪽으로 가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요?" "아니. 혹시나 녀석들이 저쪽으로 관심을 끈 후 뒤쪽에서 쳐온다면 당할 수도 있다. 차라 리 같이 움직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일행은 조용히 앞으로 전진해 나갔다. 물론 철저히 준비하고 말이다. 그리고 다가갈수록 언덕의 형상과 그 언덕의 위에 나무들 아래 앉아있는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두 사 람이었다. 아직 거리가 좀 있고 그늘이라 확실한 모습은 볼 수는 없었으나 한사람은 꽤 큰 체격의 남자로 보였고 그리고 나머지 한사람은 그의 품에 안겨있는 작은 인형이었다. 그 모습에 지아와 가이스는 다시 물어왔다. "진짜 저 사람들이 적이 맞아? 잘못 생각한 거 아냐?" "맞아 다만 저 사람들이 아니라 저 남자지만 말이야...." 일행은 그 남자를 경계하며 천천히 전진해 나갔다. 언덕과의 거리가 200m정도로 가까워 지자 자리에 앉아있던 어른으로 보이는 남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일어서자 그의 모습과 그가 안고있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는 갈색의 머리에 20대로 꽤 젊어 보이는 남자였다. 그 나이 정도의 남자의 보통체격이랄까....게다가 얼굴은 꽤 잘생겨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별로 생동감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자신의 품에 안긴 소녀를 쓰다듬으며 보는 눈에는 따뜻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상반된 느낌이었다. 그 아이는 10살이 되지 않은 듯 보이는 여자 아 이였는데 그녀의 머리 역시 남자와 같은 갈색이었다. 예쁘게 머리를 따아 뒤로 넘겨두고 있는 아이는 어딘지 모르게 약해 보였다. 또한 안색 역시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 소녀는 지금 잠들어 있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 그는 다가온 일행들을 향해 시선을 돌려보더니 자신의 품에 안긴 소녀를 나무그늘아래 눕 혀놓았다. 이어서 그가 작게 무언가를 중얼거리자 그 소녀의 주위를 그녀를 보호하는 은은 한 회색 빛의 막이 생겨났다. "마법사인가?" "아니.....나는 용병생활을 꽤했지만 저렇게 마나를 발하는 마법사가 있다는 소린 들은 적 없어...." "그럼 마검사란 말이 예요? 말도 안돼....저기 봐요. 저 마법은 꽤 고위급으로 보인다구 요..." "야! 너희들 그만하고 싸울 준비나 해... 저기 다가오는 거 안보여?" 지아와 칸이 서로 맞다고 투덜거리다가 모리라스의 호통에 고개를 돌려 자신들 쪽으로 다 가오는 그 남자를 볼 수 있었다. "봐..... 검도 안 들고 오잖아.....확실히 마법사야..." "그게 말이 되냐? 마법사가 멀리서 마법을 사용하지 왜 가가이 와?.....자기한테 불리한 데....." "이것들이 그래도...." 그러나 지아와 칸의 말다툼은 잠시 후 저절로 그쳐버렸다. 이유는 그 남자가 다가오면서 오른손을 허공으로 들자 그의 손을 따라 회색의 빛이 나타난 흘렀고 잠시 후 그것은 그 흐 름을 멈추고 기형의 검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의 손에 나타난 검은 보통의 검과는 다른 것이었다. 전체적인 색은 회색이었고 검날의 폭은 약 10s(10cm), 길이는 1m50s정도의 긴 검이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손잡이였다. 그것은 검 신과 손잡이 부분이 하나 로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보통 검이 가지는 폼멜 역시 없었다. 손잡이 부분 또한 검이 이 어지는 연장선에 검신 중앙 부분가까이에 손이 들어갈 만한 구멍을 뚫어 잡을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헛! 녀석 특이한 검이네...." "놀라지 말고 자신의 검이나 들어. 저기 검 들고 오는 거 안보여?" 그렇게 말하며 지아가 자신의 소검을 뽑아 들었고 그녀 옆에 칸 역시 검을 들었다. 그는 일행들의 앞 몇 미터까지 다가오더니 멈추어 섰다. 그리고는 매우 건조한 듯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벨레포라는 인물이 있는가....." 그의 조용한 물음에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때 벨레포가 그의 물음에 답했다. "내가 벨레포가고 하는 사람이요. 무슨 용건이요..." "난별로 피를 보고싶지는 않아..... 당신들이 저 마차를 두고 그냥 물러나 줬으면 하는 데....." "음....당신도 예상하고 있겠지만 그것은 힘들듯 하군..." 벨레포의 말에 그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어쩔 수 없지....나는 프로카스라고 한다..." 그의 말에 용병들이 놀라는 듯 했다. 그리고 그것은 벨레포도 같은 상황이었다. "자네가 용병 회색 빛의 절망이라 불리는 자......" "그렇게들 부르더군..." 그의 대답에 벨레포는 자신이 들은 프로카스라는 자에 대해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회색 빛의 절망이라 불리는 그자는 용병 중에서도 특급으로 분류되어 있었으며 특이하게 도 보수는 희귀한 약초나 포션 등을 받았다 또한 희귀한 보석 역시도 받았다. 그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런 것이 있어야 했다. 왜 그런 것을 원하는 지는 확실치 않지 만 추측에는 항상 그의 품에 안긴 소녀의 약을 구하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어찌했든 그가 원하는 것이 희귀한 만큼 그의 실력 역시 확실했다. 그런 만큼 움직이기가 어려운 그가 바 로 자신들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제길......" "어쩐지 심상치 않다 했더니....." 콜과 차노스들이 투덜거렸다. 그 프로카스가 다시 한마디를 던지며 검을 들어올렸다. "그럼 서로의 목적을 수행해야겠지..." 그는 그렇게 말한 다음 손에든 검을 그대로 휘둘렀다. 그 검은 곧장 제일 앞에 있는 용병에게 다가갔다. 제일 앞에 있던 그는 갑자기 날아오는 검에 적잖이 당황하면서도 들고있던 검으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막아갔다. 쾅!! 마치 쇳덩이를 해머로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나면서 검을 막았던 용병은 그 자리에서 5미 터 가량을 날아가 버렸다. "히익~! 뭐 저런 괴물단지가......" 지아가 헛 바람을 들이키고 있을 때 프로카스는 다시 앞에 있는 용병을 향해 검을 휘둘렀 고 그 용병 역시 버티지 못하고 퉁겨 나가 버렸다. 그 모습을 보던 타키난, 모리라스, 라일 등이 앞으로 달려나갔고 이어서 벨레포의 외침이 들렸다. "소드 마스터 급인 사람들만 앞으로 나가도록, 나머지 인원은 뒤로 물러나 마차를 보호한 다." 보통의 용병들로는 사상자만 늘 것이라는 생각에 명령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제일 앞으로 용병들 중에 소드 마스터에 든 사람들 7명이 앞으로 나가 프로카스를 견제하 고 있었다. "젠장.....저 자식 마음에 안 들어 왜 7명이나 되는 소드 마스터가 앞에 있는데 긴장도 안 하는 거야...." "그만큼 실력이 있다는 소리 아니겠어?" 차이노가 투덜거리자 옆에 있던 라일이 답했고 뒤에 있던 타키난이 다시 말을 덧붙였다. "임마...그만큼 더 우리목숨 부지하기 어렵다는 소리야..." 우우우웅~ 각자 투덜거리던 일행들은 앞에서 들리는 익숙한 기성에 긴장하며 프로카스를 바라보았 다. 그곳에는 프로카스가 검을 들고서있었는데 그의 회색 기형 검에 회색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젠장, 진짜 여기서 죽는 것 아냐?" 타키난은 그렇게 투덜거리며 자신의 검에도 마나를 주입시켰다. 그러자 그의 거미에서 푸 른색 빛...검기가 일렁였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각자의 검에 일렁이는 마 나의 색이 약간씩 다르다는 것만 빼고 말이다..... 이번에도 프로카스가 먼저 공격을 해왔다. 그의 검은 아까와 같이 앞에 있는 중년의 용병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이번에 공격을 받 는 사람은 소드 마스터..... 츠츠츳....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아닌 검기와 검기가 부딪히며 나는 소리였다. 한번의 검의 나 눔으로 중년의 용병 타킬은 휘청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뒤로 밀려나 다시 자세를 잡은 타 킬은 다른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이봐... 혼자선 안 돼.... 누가 붙어...." "제가 하죠. 아저씨." 그의 말에 차노이가 대답하고 프로카스를 향해 검을 찔러갔다. 그 모습을 보며 타킬도 다시 검으로 그의 다리를 향해 검을 쓸어갔다. 빠르면서도 정확한 공격이었다. 보통의 기사라면 절대 피할 수 없을 만큼의.... 그러나 상 대는 보통이 아니었는지 둘의 공격을 막아갔다. 프로카스의 손에 들린 검에 회색 빛이 증 가하더니 그 검으로 차노이의 검을 막아갔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직 맞 다아 있는 검으로 상대의 검을 속박해 버린 프로카스는 차노이의 검과 그를 같이 휘둘러 자신의 다리를 향해 다가오는 타킬에게 날려버렸다. 한편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차노이의 덩치에 앞으로 향해 있던 검을 급히 뒤로 돌리고 차오이를 받아 둘러버렸다. 차노이와 타킬의 공 격에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던 이들은 이 황당한 대응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했다. 그러나 프로카스와 대치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냥 멍히 있을 수 없었다. 곧바로 나머지 오 인 중 타키난, 라일, 모리라스가 앞으로 달려갔고 뒤이어 칸과 타스케가 뒤를 따랐다. "5명 이서 공격하는데도 끄덕 없으면 진짜 괴물이다...." 타키난은 그렇게 말하고는 검을 크게 휘둘렀다. 그의 검에서 푸른색의 검기가 발출 되었 고 그 검기의 뒤로 라일과 모리라스가 각자 오른쪽과 왼쪽으로 검을 쓸어갔다. 그리고 뒤 를 이어 칸과 타스케가 검기를 날려 프로카스의 머리와 몸을 향해 검기를 날렸다. 상당히 짜임세 있는 공격이었다. 프로카스는 그 화려한 공격에 당황하지 않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검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지금의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동작이었다. 그 동작의 뒤로 프로카스의 목 소리가 들려왔다. "일루젼 블레이드...." 그의 말에 이어 황당한 일 현상이 벌어졌다. 세 가닥의 검기와 두 사람의 검 앞으로 프로 카스가 들고 있는 검과 같은 것이 하나씩 나타나 모든 공격을 막아 버린 것이었다. 허공에 갑자기 나타난 검에 공격을 차단 당해 프로카스의 양옆으로 물러선 두 사람의 황당함이 란..... "..... 저거 마법사 아냐?" "마검사 같은데......." "저 녀석 마족아냐?" 결국 마족이라는 극단적일 만한 생각가지 나오고서야 말이 멈추었다. 그리고 뒤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도 프로카스의 기술에 할말을 잃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벨레포는 프로카스를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소드 마스터.....상급..... 아니면 그 이상....." 소드 마스터 중에서도 꽤 실력이 좋은 벨레포는 그가 만들어낸 검들이 순수한 마나의 결 집체 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것은 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류고수 수준이네..... 어느 정도 여력을 남겨두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정도로도 일류고수 라.....대단하네.... 거기다가 검강(劍剛)류의 검기를 사용하는데....이거 대책을 강구하는 게 좋 을 것 같은데.....' 그러나 지금현재 몸 상태로는 쪼금 곤란한지라 고민에 싸인 이드였다. 저 정도 실력의 인 물이라면 벨레포와 그의 밑에 있는 병사들 중의 소드 마스터까지 합세한다 하더라도 시간 은 끌 수 있어도 이길 수는 없으리라.... "젠장, 뭐 저런 인간 같지도 않은 녀석이 다 있어....씨...좋다! 끝까지 해보자....하아압! 라이 트 오브 블레이드.." 타키난은 자신의 마나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그러자 타키난의 검에 흐르던 푸른색의 빛이 검 주위로 형상을 갖추었다. 푸르게 빛나는 검으로 말이다. 크기 역시 길이도 더 길어졌고 넓이 역시 두 배로 늘어났다. "저 자식은 왜 저렇게 흥분을 잘하는 거야?" 라일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 역시 자신의 마나를 최대한도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타키난과는 다르게 마나를 자신의 다리와 팔에 집중시켰다. 아마 속도 중시형인 듯 하다. "자~ 이건 어떻게 하실려나...대지 멸참(大地滅斬, 작가의 영어 실력이 딸린 관계상...^^;;;)" 타키난은 엄청난 속도로 거리를 좁히며 검을 수평으로 프로카스의 허리를 쓸어갔다. 가히 돌기둥이라도 베어버릴 듯한 힘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프로카스는 그의 힘에 빠르기로 대응했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검은 생각도 않는 듯 타키난의 머리를 향해 검을 내려쳤 다. 그 모습에 타키난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프로카스의 검이 더 빨랐기 때문이다. 뒤에서 마나를 끌어올리고 있던 라일은 타키난이 물러나자 곧바로 달려들었다. 마나를 다리와 팔에 돌렸기 때문에 라일의 움직임은 가히 전광석화였다. "보스텔로우스 덴스(난무,亂舞)!!" 라일이 엄청난 속도로 검을 휘두르는 바람에 프로카스의 주위로 엄청난 양의 검영이 펼쳐 졌다. 프로카스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검영에 검을 수직으로 들었다. "좋은데.....나에게도 자네와 같은 검식이 있지.....광혼무(狂魂舞). 조심하는 게 좋아.." 그의 말과 함께 공중에서 라일의 폭포수처럼 내려쳐지는 수많은 검영과 프로카스의 올려 쳐지는 수많은 검 봉이 충돌했다. 검들이 부딪히며 주위로 여파가 이는 듯 작은 모래 바람 까지 일 정도였다. 잠시동안 계속되던 검끼리의 난무는 라일의 신음성과 함께 그쳐졌다. "크윽.....제길.." 신음성과 함께 뒤로 물러서며 나타난 라일은 한 손으로 검들 든 오른팔을 누르고 있었다. 그런 라일의 팔에는 중상은 아니지만 검 상이 나있는 듯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저 아저씨....봐주는 듯한데요.." "음.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드와 함께 관전하고 잇던 벨레포가 이드의 말에 동의했다. "저대로 가다간 힘들 것 같은데......" 그 사이에도 타키난과 모리라스 등의 공격이 이어졌으나 마치 벽에라도 막힌 듯 프로카스 에게 먹히는 것은 없었다. "후~이거 아무래도 나도 나가봐야 할 것 같으이...." 벨레포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허리에 걸린 검에 손을 가져갔다. 그때 그런 그를 향해 이드가 말했다. "잠시만요. 제게 어떤 방법이 있거든요. 잠시만 있어보세요..." 혼자서 머리를 싸매고 싸울 방법을 찾던 이드는 방금 전에 떠오른 것을 실천해볼 생각이 었다. 이드(82) 그러나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이드의 다음행동은 차단되었다. "이드, 있어봐. 무슨 방법인진 모르겠는데.... 그냥 마법으로 날려버리면 그만이라구..." 그 소리에 이드와 벨레포의 시선이 옆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가이스와 파크스가 서있었 다. 그러나 이드와 벨레포의 의견은 약간 달랐다. 저 정도의 실력이라면 보통의 마법이라면 다~ 막힐 것이다. 벨레포 정도의 실력자만해도 3,4급 정도의 파이어 볼 같은 건 갈라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뭐....상당히 복잡한 마법이라면 좀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거....별로 가망성이 없어 보이는데 누나....." "걱정마, 실력이 꽤있어 보이지만 나하고 여기 파크스, 마법사가 둘이나 되 두 사람의 마 법사가 같이 마법을 시행하는데 제깐 것이 뭐라고 버티겠냐?" '그래도 걱정되는데....' 차마 입으로 말은 하지 못하는 이드였다. 그렇게 말을 끝마치고 앞으로 나선 두 사람은 몇 명의 용병을 앞에 세우고는 그 뒤에서 마법실행준비에 들어갔다. 물론 가이스가 메시지 마법으로 앞에 싸우고있는 7명에게 이야 기는 해둔 뒤였다. 소리치면 꼬랑지에 불붙은 송아지처럼 뛰라고...^^ "그럼 우선 저녁석이 빠르니까, 저 녀석의 행동 반경을 계산에 넣고 해야겠어...." "그렇지. 그리고 타겟에 명중되는 최단 거리계산과 속도, 그리고 중요한 파괴력이 동반되 는 공격이라야 하는데...." "그럼 우선 사방에서 공격하는 산탄 쪽의 마법으로 움직임을 봉쇄하고 연이어 대형마법을 실행하는 건?" "하지만 그런 약한 걸로 약효가 있을지..." "괜찮아, 저기 있는 녀석들이 각자 검기를 날린다면 위력 면에서는 어느 정도 플러스 될 테니까. 그걸로 하자." "OK" 가이스는 메시지로 7명에게 계획을 설명하고 실행준비에 들어갔다. 한편 뒤에 있는 이드는 한쪽에서 자신이 생각한 것을 실행할 준비에 들어갔다. "저 녀석은 내 생각대로라면 5클래스정도의 마법으로는 절대로 안 되... 두 명이 합친대 도..... 저번에 내가 맞아본 바로는 별거 아니었어. 게다가 저 녀석 아무래도 심상치 않단 말 이야...녀석이 가지고 있는 검도 내 기억에 있는 듯 한데..." 중얼 중얼거리면 한쪽으로 물러선 이드는 자신이 생각한 것을 실행할 준비를 해갔다. 조 용히 오행대천공을 떠올리며 주변의 자연을 느껴갔다. "하~, 후~ 나 이드가 나와 함께 할 존재를 부르나니 불과 땅과 숲의 나무를 다스리는 존 재는 나의 부름에 답하라....." 원래 하나하나 불러야겠으나 귀찮으므로 한꺼번에 불러내 버렸다. 뭐.... 그런대로 잘 먹힌 듯 이드의 앞으로 세 존재가 나타났다. 먼저 붉은 화염에 휩싸인 남자의 모습을 한 불의 정령이 먼저 말했다. [나를 소환한 소환자여 나와의 계약을 원하는가....] 상당히 건방진 말투였다. 그를 이어 그 옆에 서있는 인자한 난장이 노인과 같은 정령이 이드에게 말해왔다. [나를 소환 한 이이던가.....] '난장이 노인....여기에선 드워프라고 하던가?' 이어 이드는 한쪽 공중에 동동 떠있는 소년의 모습을 한 정령을 바라보았다. 그 정령을 살짝 웃으며 말했다. [소환자이신가요? 계약은....] "물론 하겠다. 나 이드는 너희와의 계약을 원한다." [당신은 계약에 합당한 존재 나 불꽃의 중급정령 라스갈 태초의 약속에 따라 계약에 합당 한 존재인 이드당신을 나의 주인으로 인정합니다.] [당신은 계약에 합당한 존재 나 땅의 중급정령 노르캄 태초의 약속에 따라 계약에 합당한 존재인 이드 당신을 나의 주인으로 인정합니다.] [당신은 계약에 합당한 존재 나 숲의 중급정령 레브라 태초의 약소에 따라 계약에 합당한 존재인 이드당신을 나의 주인으로 인정합니다. 저의 첫 번째 주인이시여] 레브라는 끝에 한 마디 더 덧붙이며 살짝 웃음을 머금었다. "좋아.....그럼 그 다음 단계로 넘어 가 볼까나? 로이나 소환." 그러자 이드의 앞으로 물의 중급정령인 로이나가 소환되었다. 이드의 앞으로 총 넷의 정 령이 서있었다. 한편 가이스와 파크스는 앞에 있는 용병들을 비켜나게 하고는 공격을 시작했다. 모습을 드러낸 가이스는 크게 소리쳤다. "지금이야~" 그녀의 외침에 크게 일곱 방향으로 나뉘어있던 용병들은 일제히 검기를 날렸다. 이어 파 크스 역시 마법을 시전했다. "홀리 오브 페스티벌" 그 외침과 함께 프로카스의 주위로 작은 빛의 입자가 생겨나더니 프로카스의 주위에서 작 은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지금이 전투 중만이 아니라면 아주 멋있을 것 같은 그런 장 면이었다. "좋아, 간다. 홀리 버스터" "번개여... 메가 라이데이닝." 가이스와 파크스가 각자 5클래스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마법을 난사했다. 하나는 빛의 기둥을 형성하며 똑바로 날아갔고 하나는 엄청난 굵기의 뇌전이 하늘에서 내리 꽂혔 다. 츠츠츠칵... 쿵~ 콰콰콰쾅........ 사람이라면 결코 살아 나오기 글렀을 만한 폭발이 일어 주위를 감싸고 강한 바람과 모래 바람이 일었다. "좋았어. 이제 갔겠지.....?" "그럼~! 이러고도 살았으면 지가 사람이야?" 용병들과 마법을 사용한 마법사 두 사람이 이렇게 떠들 때 분위기를 완전히 까부수는 목 소리가 있었다.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겠군. 모두 전투준비..." 어느새 다가온 벨레포가 두 사람의 마법사 옆에서 검을 뽑다들고 있었다. 그리고 차차 먼 지가 가라앉자 나타나는 모습은 사람들을 허무하게 만들었다. 특히 두 사람의 마법사를 말이다. 먼지가 거치고 들어 난 것은 반투명한 회색의 방어구안에 아무 상처도 없이 서있는 프로 카스의 모습이었다. "마... 말도 안 돼 그 공격을 막으려면 7써클 정도는 되야 하는데......" "제길.....저건 마기(魔氣)잖아 저거 진짜 악마 아니야...." 파크스의 투덜거림이었다. 그의 말에 옆에 있던 가이스가 갑자기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면 굳어버렸다. "저....저거..........클레이모어......." 가이스의 작은 중얼거림이었으나 가까이 있는 벨레포와 파크스는 확실히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검사인 벨레포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옆에는 마법사인 파크스가 있었 다. 그 말을 들은 그 역시 안색을 굳히면 다시 시선을 돌려 프로카스와 그의 검을 바라보 았다. "....마계의 군주.....절망의 회색....그 주인...클레이모어...." 이드(83) 파크스가 멍히 중얼거릴 때 그의 옆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인형이 있었다. 그 인형은 프로카스에게로 빠르게 다가가더니 그의 몇 미터 앞에서 위로 뛰어 올랐다. "뭐해, 그렇게 멍하게 있는 다고 해결이 되냐? 빨리 움직여.....루인 피스트!" 빠르게 프로카스의 앞으로 뛰어오른 인물은 바크로였다. 그런 그의 주먹에는 황색의 마나가 휘감겨있었다. 그 주먹은 곧바로 프로카스를 감싸고 있는 회색의 막과 부딪쳤다. 쿠쿠궁...츠츠측.... 마치 땅을 때리는 듯한 웅장한 울림이 있은 후 회색의 막과 그의 주먹사이에서 마나가 격 돌하기 시작했다. 바크로는 자신의 주먹과 회색의 막 사이에서 마나의 격돌이 일자 곧바로 뒤로 물러섰다. 이어서 곧바로 공중으로부터 작지만 많은 수의 검기가 내려꽂혔다. 그 검기 는 곧바로 회색의 막과 충돌 할 것 같았다. 그러나 한순간에 회색의 막이 걷혀 버리고 그 곳으로 프로카스가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얼굴에 살짝 웃음을 지으며 검을 크게 휘두르며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의 검에 내려꽂히던 검기는 작은 공간을 허용했고 그사이 로 뛰어 오른 프로카스는 아직 공중에 머물러있던 벨레포와 검을 맞대었다. 측캉.. 공중에서 순식간에 몇 번의 공방을 나눈 두 사람은 땅에 내려서며 서로 떨어졌다. 이어서 곧바로 프로카스가 곧바로 검을 휘둘러왔다. 프로카스의 검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상당한 힘이 들어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벨레포 역시 검에 강력한 마나를 주입한 후 프로카스의 검을 막아갔다. 둘이 검을 맞대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섣불리 끼어 들지를 못하고 둘의 공방을 지켜보고 있었다. 프로카스는 강하게 공격해 나갔고 벨레포는 방어를 위주로 한 부 드럽고 화려한 기술로 공격해 나갔다. "과연 전장의 트라칸트. 검격이 상당히 훌륭하군요..." "후~ 그런 자네도..... 그 정도 실력이라면 기사대장이라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데... 용병이 라니...." "후후, 저는 그따위 것에는 흥미 없습니다. 이제 끝내볼까요... 저 녀석을 너무 오래 혼자 두는 것 같군요..." 말을 마친 프로카스의 검이 지금까지와는 상당히 다르게 변화했다. 힘만 있던 그의 검에 상당한 기술이과 화려함이 가미된 것이었다. 그의 힘만으로도 대등한 수에 그쳤던 벨레포는 상당히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프로카스 의 검은 힘과 기술의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큭...어려워...저 녀석은 클레이모어의 계약자야....." 가이스와 파크스 곁으로 와있던 타키난과 몇 명의 용병은 파크스의 말에 의아해했다. "가이스......?" 타키난이 옆에 있는 가이스를 부르며 물으려했다. 그때 가이스의 입이 열렸다. 이미 타키난의 물음을 안다는 듯. "클레이모어.... 지옥...즉 마계에 존재하는 7개의 지역을 지배 하고있는 7명의 군주 지옥의 이 인자들, 그 중 절망과 회색의 군주 제6군주 클레이모어, 그리고 저기 프로카스가 휘두르 고 있는 검이 클레이모어의 검인 절망의 검이라고 불리는 디스파일이야. 저자가 저 검을 휘두른다면 그건 클레이모어와 계약하여 그의 힘을 쓸 수 있는 계약자라는 말이야." "그게 정말이야?" "내가 이 상황에 농담하겠어?" "제길...." 타키난은 자신의 입이 마르는 것을 느끼며 뒤로 밀려나고 있는 벨레포와 정신 없이 검을 휘두르는 프로카스의 모습이 보였다. "저게 그런 괴물이었나.....! 젠장. 뭐 방법이 없어?" "봤잖아.... 내가 할 수 있는 최강의 마법도 말짱 꽝 나는 거..." "그래서 이대로 죽냐?" "왜 나한테 그래? 그럼 넌 좋은 방법이 있니?" 가이스가 크게 한번 소리치자 투덜거리던 타키난도 입을 닫았다. 상황도 상황이지만 얼굴이 빨갔게 되어서 소리치는 가이스 때문이었다. "큭윽...." 두 사람이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벨레포의 신음서이 들렸다. 그곳에는 벨레포가 가슴에 작은 검상을 입은 듯 피가 흐르고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큰 부상은 아닌 듯 아직 검을 들고 있었다. "제길....이렇게 보고있을 수만은 없지....전부 준비해...... 어디 니가 죽나 내가죽나 끝까지 해보자..." 타키난이 당장이라도 달려나가려는 듯 자신의 검에 마나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때 옆에 서 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 형, 진정해요..... 그렇게 흥분하면 될 일도 안 돼....." "마, 지금상황이 침착 찾게 됐냐?" "그래도요, 자...그럼 이제 내가 나서 볼까나?"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나 서려는 이드를 보며 타키난 외의 다른 사람들은 황당해 했다. "얌마, 너 저거 안보여? 저기 벨레포 씨도 안 되는 데 니가 뭘 어쩌겠다고....." "형...너무 그렇게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구요..... 여기서 잘 보고나 있어요" "야...마......." 타키난이 그렇게 말할 때 이드는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가이스가 타키난에게 말했다. "뭐해, 빨리 가서 안 잡고.....위험 하다구...." 그러나 타키난은 그 말에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이드를 바라보았다. "있어봐..... 저 녀석도 뭔가 방법이 있으니까 저렇게 나섰겠지....." 타키난이 평소의 그 답지 않게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뭐.....너 뭘 보고...그러다. 그러다 이드가 다치기라도 하면 니가 책임질 거야? 책임질 거 냐구..." "야.....책임은.....내가 언제 책임을 진다고 했냐.....내 말은 그냥....." 방금 전의 진지함은 어디로 갔는지(한심한 인간) 가이스의 따지는 듯한 말에 꼼짝도 못하 는 타키난이였다. 한편 벨레포를 밀어붙이고 있던 프로카스와 그런 프로카스에게 대항하고있던 벨레포는 갑 자기 이드가 가까이 다가오자 의아해했다. 전혀 이 상황에 이드가 올 이유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곁눈질로 이드를 바라보는 두 사람에게 이드는 방긋 귀엽게 웃어준 후 자신의 허리에 매달린 가는 검을 뽑아들더니 그대로 휘둘렀다. 그리고 이드가 휘두르는 검 의 움직임에 따라 초록색의 가느다란 검기가 발출 되었다. 그런 이드의 검기에서는 은은한 향이 일고있었다. "매향(梅香)!" 서로 검을 맞대고있던 프로카스와 벨레포는 자신들에게 날아오는 향기를 머금은 검기에 신기함과 위기감을 느끼며 급히 떨어졌고 그사이로 이드의 검기가 날아갔다. 검기가 날아 간 자리에 은은히 흐르는 꽃향기를 맞으며 프로카스와 벨레포는 이드를 바라보았다. 한마 디로 황당했다. 같은 일행인 벨레포가 같이 있는데 검기를 날리다니.... 그리고 황당함은 벨레포가 좀 더했다. 얼마간 같이 있었는데 저런 검기를 날릴 정도의 검 사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더군다나 향기가 묻어있는 검기라니.... 들은 적도 없었다. 그것은 뒤에 있던 일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설마하니 검기를 날릴 줄이야........ "저 녀석 검도 쓸 줄 알잖아....." "저런 말도 안 해주고...." 이드가 자신이 검을 쓸 줄 안다고 그렇게 외쳐댄 건 전혀 생각도 않는 이들..... "이제 저와 이야기 하실래요?" 방긋 방긋 웃으며 프로카스에게 말하는 이드였다. 이드(84) 방긋 방긋 웃으며 프로카스에게 말하는 이드였다. "그럼 그렇지.....내가 사람 보는 눈은 아직 정확하지....." "지금 그런 말 할 땝니까? 정령 술사이면서... 소드 마스터라니.....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 데..." 일행들이 모여있는 쪽에서 중얼 중얼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실력은 꽤있는 것 같은데.....꼬마야 여긴 니가 나설 자리가 아니란다." 프로카스가 조용한 목소리로 이드에게 답했고 옆에서 벨레포역시 맞장구쳤다. "맞네, 이드 군..... 자네도 피해 있게나....." 그러나 그런 말에도 이드의 입가에 매달린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걱정 마세요..... 그리고 아저씨는 저기 가서 치료나 받으세요. 전 괜찮으니까..." 그런 말과 함께 이드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벨레포와 한쪽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그 현 상에 뜨악하고 있을 때 가만히 있던 프로카스가 자신의 오른쪽으로 급히 검을 휘둘러갔다. 그리고 이어서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성이 울리며 프로카스와 검을 맞대고있는 이드가 모 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다시 떨어지면 프로카스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까한 말을 취소하지...." 이어서 폭발적인 움직임으로 이드에게 다가가며 검을 휘두르는 프로카스였다. 그렇게 휘 두르는 프로카스의 검에는 강한 힘이 실려있었다. "유능제강(柔凌制强)이라......태극무상." 이드가 든 검에 초록색의 은은한 빛이 어리고 검이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옆에서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망성이 없어 보였다. 강하게 밀려오는 힘에 마치 날려갈 듯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으니 말이다. "저 자식이 돌았나~" 그러나 그런 투덜거림은 곧바로 쏙 들어가 버렸다. 이드의 부드럽기만 하던 움직임이 비 록 조금씩 뒤로 밀려나고는 있지만 유유히 프로카스의 검을 받아 쳐가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그런 두 검 사이에서 전혀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렇게 잠시 두 사람의 사이로 무수한 검영을 만들던 두 사람이 한차례 검을 휘두른 후 물러 났다. "꽤 재미있는데..... 꽤 여러 검술을 상대해 보았지만 그런 검은 처음이야.....특이한데...." 그렇게 말하는 프로카스의 입가에 미소가 걸려있었다. 어느 차원 어느 곳이건 간에 검사나 파이터에게 새로운 검술과 무술은 관심의 대상인 것 이다. 그건 뒤쪽의 인물들도 마찬가지였다. 타키난, 라일, 칸 그리고 그것은 가슴에 상처를 치료하고있는 벨레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특이하네....." "저렇게도 싸울 수 있나?....." 한편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있던 프로카스의 주위로 마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 의 손에 들린 디스파일에서는 웅웅대는 울음소리가 울려왔다. "대쉬!" 프로카스의 말과 함께 그의 움직임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빨라졌다. 더군다나 그런 그 의 움직임에 검은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드 역시 그런 프로카스를 보며 대비했 다. "로이나, 레브라, 아까처럼 잘부탁한다.....수신(水身)! 태극무상, 만화무영(萬花無影)!" 그렇게 말한 이드 역시 프로카스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흐릿하게 보일 정 도의 빠른 움직임과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런 이드의 주위 로 초록색의 빛이 인다는 것이다. 사실이드는 정령과 오행대천공을 같이 사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혈(穴)이 다쳐있는 지금 공력의 사용이 어렵기 때문에 오행대천공을 극성으로 정령과의 교감력을 최대치로 올린 것 이다. 그렇게 하여 정령의 정령력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오 행대천공으로 운행되는 정령력은 상당한 힘을 발하고 있었다. 그렇게 숲(木)의 레브라의 기 운은 그와 맞는 일라이져에 금(金)과 토(土)의 노르캄의 기운은 몸 주위에 수(水)의 로이나 의 기운은 다리에 돌려 신법에 화(火)의 라스갈의 기운은 팔에 머물러 놓음으로써 언제든 장(掌)을 펼칠 수 있도록 준비해 두고있는 것이다. 순식간에 서로에게로 다가서던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2m정도가 되자 굉음과 함께 주위 로 충격파를 동반한 바람이 일어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던 일행들의 옷을 펄럭이게 만들었 다. "마나의 파동...... 프로카스야 이해가 가지만 이드 녀석.... 인간 맞아?" "제길 소드 마스터면 뭐해..... 이런 덴 명함도 못 내미는데....." 그때 가이스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대비해 마나 파동이 또 온다....." 그녀의 말과 함께 보통사람이라면 몸이 기우뚱할 정도의 파동이 일행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때 프로카스의 외침이 울려왔다. "디스파일이여 너의 힘을 개방하라!" 그의 말이 있자 초록색과 회색의 검기가 판을 치는 싸움판에 회색의 빛이 주위를 물들이 며 초록색의 빛을 밀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사이로 흩날리는 검은 실들.... "검은 실? 뭐야... 저거" 갑자기 늘어난 회색의 마나에 싸여 두 사람 모두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주위로 너울거리 며 내려앉는 검고 긴 실과 같은 것은.... 그렇게 어리둥절해 하며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서인지 해답이 들려왔다. "으악~! 내 머리카락......약빙 누이가 길다고 좋아하던 건데......" 이드의 절규에 라일 옆에 있던 가이스가 한마디 거들었다. "머리카락이래....." "나도 귀는 있어...." 이드는 갑자기 거세어진 프로카스의 검기에 급히 몸을 꺾어 피했다. 서거억 뒤쪽에서 들리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상당히 가벼워져 버렸다. 그리고 설마 하며 돌아본 뒤에서 나풀거리며 사방으로 흩날리는 머리카락....... "으악~! 내 머리카락......약빙 누이가 길다고 좋아하던 건데......" 이드는 사방으로 날리는 머리카락을 보며 상당히..... 아니 엄청 아쉬워했다. 머리가 잘리고 난 이드의 머리 모양은 머리 뒤쪽 부분으로 목이 있는 곳까지 잘렸기 때문에 귀가 있는 양 옆으로만 길게 머리가 내려와 있는 모양이었다. 뭐.......어떻게 보면 상당히 귀여워 보이는 스타일이다. 물론 양쪽으로 흘러내린 머리를 좀 자르고 다듬어야겠지만 말이다. 그러는 중에도 프로카스의 검이 주위로 강한 강기를 동반하고 이드의 가슴을 목표로 날아 들어왔다. 이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검을 보며 마치 물이 흐르듯 뒤로 스르륵 빠져 버렸 다. 사실 옆으로 피하는 것이 더 좋겠지만 프로카스의 검 옆으로 강기가 형성되어 있는 지 라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레브라의 기운에 라스갈의 기운을 더하니 목의 기운이 불을 머금어 화령(火靈)이라.." 이드의 말과 함께 이드의 검에 생성되어있던 초록색의 검강에 붉은 불길이 머금어졌다. "내 아까운 머리 물어내!...... 화령참(火靈斬)!!" 이드의 외침과 함께 일라이져로부터 거의 2m정도의 거대한 검강이 날려졌다. 검강은 곧 바로 회색 강기에 싸여 보이지도 않는 프로카스를 향해 회색의 강기를 베며 날아갔고 이어 서 폭발과 함께 주위를 가리며 퍼져있던 회색의 강기무(剛氣霧)가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강기무가 걷히며 모습을 드러낸 프로카스는 여전히 멀쩡한 모습이었다. '후~ 저 녀석은 이 정도로는 안 되는데....... 아까운 내 머리카락.....' "독특해.....너 같은 녀석은 진짜 처음 봐......그런데 대충 끝난 것 같군....." 자신의 가슴 앞에 세웠던 검을 내리며 프로카스가 이드를 보며 여유 만만하게 말했다. 그 의 모습에 이드가 발끈하며 외쳤다. "끝나긴 뭐가 끝나 임마..... 이제부터가 진짠데......."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정령과도 계약해 놓는 건데..... 이런 경우를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하던가? 젠장......잘 되야 되는데.....' 이드는 프로카스와의 거리를 벌리며 입으로 조용히 되뇌었다. "저 자식하고는 기량보다는 힘의 차가 크다........ 해결책은?...... 나도 더 강해지면 되는 것 이지.... " 결정을 내린 이드는 오행대천공으로 공감해있는 정령을 느끼며 외쳤다. "나 이드가 나와 함께 할 존재를 부르나니 땅을 다스리는 존재는 나의 부름에 답하라....." 이드의 외침과 함께 주위의 마나에 미미한 진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프로카스는 그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어 버렸다. "훗......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지....... 이거나 먹어라 그래이 썬더!" 그의 말과 함께 휘둘러진 회색번개가 이드를 향해 맹렬한 속도로 달렸다. "세상의 가장 강한 기운은 금(金), 금의 기운으로 마를 멸한다. 금강선공(金剛禪功)!" 이드는 급히 금강선공으로 황금색의 막을 형성하여 프로카스의 공격을 막아갔다. '제길 버텨줘야 하는데......' 쿠쿠구궁...... 이드는 몇 걸음 뒤로 몰리며 몸을 지킬 수 있었다. 몸 주위에 있는 황금색의 막 역시 그 대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앞으로 황금색의 작은 드래곤의 모 습을 한 땅의 상급정령인 가이안이 모습을 보였다. [나 땅의 상급정령인 가이안을 부른 존재여 나와의 계약을 원하는가.....] 상급정령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성격이 그런 건지 상당히 오만한 말투처럼 들려왔다. 그러 나 지금은 그런 것이나 따지고 있을 겨를이 없는 이드였다. "그렇다, 나의 이름은 이드, 가이안 너와의 계약을 원한다." [허락한다. 너는 나의 주인이 되기에 합당하다. 태초의 약속에 따라 계약이 이루어 졌다. 계약자여 지금 나에게 명령할 것은?] 그렇게 말하는 가이안의 말에 들리는 중에 이드의 눈에 가이안 너머로 손을 뻗어 올리고 있는 프로카스가 눈에 들어왔다. "젠장.... 이번에 장공(掌功)인가?...... 저 자식 별 걸다하네...." 이드는 저절로 나오다 시피하는 투덜거림을 발한 후 자신의 앞에 있는 가이안에게 명령했 다. "가이안, 지금 날 보면 알겠지만 중급의 몇몇 정령들이 나와 함께 공명하고 있다. 너에게 도 이렇게 하길 원한다." 이드의 말에 가이안은 이드를 다시 한번 본 후 답했다. [허락한다. 그러나 그것이 될지는 알 수 없는 일, 모든 것이 너에게 달려있다.] "좋았어.....후~후~ 노르캄..... 넌 돌아가고 가이안이 그 자릴 대신한다..... 오행대천공. 금황 (金皇)!" 프로카스는 이드의 앞에 떠있던 드래곤 모양의 정령이 서서히 흐릿해지더니 사라지는 것 을 보며 의아해하며 손에 모아 두었던 에너지로 이드를 향해 크래쉬 캐논을 날려버렸다. "가라.... 아까처럼 이상한 바리어도 없으니...." 그의 말에 따라 지름 50s(50cm)정도의 스파크가 이는 구가 불규칙한 동작으로 이드를 향 해 날아갔다. 그러나 이드는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는 크래쉬 캐논은 본 척도 하지 않고 가 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가면 시간만 소비할 뿐이다...... 좀 무리가 따르기 하지만...... 해보는 수밖에...' 이드는 두 손으로 자신 검을 잡고 조용히 섰다. 일라이져의 검신에서는 초록색의 붉은 불 길이 이글거리던 강기는 사라지고 대신 은은한 황금빛의 검강이 형성되어 있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던 이드가 갑자기 눈을 떴다. "금(金) 황(皇) 뢰(雷)!!!" 떠지는 듯한 함성과 함께 이드의 검에서 가히 마주볼 수 없을 정도의 황금빛이 일었다. 그런 후 그 빛 덩어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직선이 아닌 번개와 같이 지그제그 제 멋대로 말이다. 또한 그 속도는 가히 전광석화라 해도 누구하나 불만을 가질 이가 없을 정 도였다. 그리고 그 속도 때문에 크래쉬 캐논은 목표를 찾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날아가 버 렸다. 황금빛의 광구는 프로카스에게 방어할 시간여유도 주지 않은 체 가서 부딪혀 버렸다. 그리고 당연히 이어져야할 소리......... 가~ 없었다. 한순간 황금빛이 크게 팽창하더니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나타난 모습은 프로카스의 앞에 거의 엎드리다 시피해서는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이드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앞에 서있는 프로카스는 회색의 경갑과 같은 것을 입고 있는 모습이 었다. "엄청난 공격이었다. 하지만..... 고작 상급의 정령으로 헬에알스의 7군주중의 한 명인 날 상대하려 했다니..... 실망이군. "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몸에 둘려져 있던 경갑이 사라져 버렸다. 이어 그의 검이 들려졌다. 그러나 그 검을 맞아야할 대상인 이드는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헬에알스의 7군중에게 상급의 정령으로 대항하려 한 것이 무리였다. 공격이 먹히는 순간 프로카스의 몸을 중심으로 엄청난 강기가 회오리 치며 형상화되어 버 린 것이다. 때문에 공격이 성공을 하긴은 커녕 반탄 되어오는 충격에 이드가 타격을 입은 것이다. 그러나 이어서 들리는 소리에 프로카스는 다시 검을 내려야 했다. "여기 좀 봐요~ 괴물 아저씨~잉" 절대 느끼해서 멈춘 것이 아니다. 프로카스의 시선이 돌아간 곳에는 가이스와 파크스 그리고 손을 흔들고 있는 타키난과 라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가이스와 파크스를 부축하고 있는 라일이 타키난과 좀 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타키난의 품에는 프로카스가 안고 있다가 보호막 속에 눕혀 두었던 소녀가 안겨있었다. 소녀는 아까와 같이 여전히 잠에 젖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소 녀를 안고있는 모습과 어울리지 않게 타키난의 손에는 작은 단검이 들려있었다. "그 아이의 몸에 작은 상처라도 난다면...... 절대 곱게 죽이지 않는다." 조용조용한 프로카스의 목소리였지만 듣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머리 속을 후벼파는 듯한 서늘함을 느껴야 했다. 그렇다고 거기서 포기할 타키난이 아니다. "하하하..... 걱정 마셔요. 아저씨 절대 생체기 하나 나지 않게 모실 테니 대신..... 알지?" 타키난의 말에 프로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있던 검을 놓았다. 그러자 그 검은 그의 손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회색의 안개로 변하며 사라져 버렸다. 그런 후 프로카스는 그 자 리에서 뒤로 물러섰다. 그 모습을 보고있던 칸과 지아가 달려나와 쓰러져 있는 이드와 이 드의 검을 잡고는 뒤로 물러섰다. 그 모습을 언덕에서 보고있던 라일이 일행을 향해서 말했다. "저 녀석 상당히 잘 따르는데...... 뭔가 노리는 게 있나?" 그리고 옆에 있던 가이스가 고개를 돌려 타키난의 품에서 잠들어 있는 소녀를 보며 말을 이었다. "아니면 우리가 잡고 있는 인질이 그만큼 중요한 건지도......" "뭘 그래.... 그러면 더 잘 된 거지....." 타키난이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이어서 들려오는 가이스의 대답은 별것 아닌 것이 아닌 분위기였다. "그만큼 소중하니까.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따라온다는 말이잖아......" "하~ 그건 별로 좋은 게 아니네......" "..... 그래도 인질하난 확실한 사람으로 잡은 것 같은데..... 휴~ 먼 놈에 바리어가 그렇게 쎄냐......" 한쪽에서 라일에게 의지하고 서있던 파크스가 한마디하며 고개를 들었다. "이봐. 수다는 그만 떨고 빨리 서두르자........ 잘못하다간 영원히 벗어나지 못 할 수도 있 어...." 라일의 말에 나머지 세 명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겨 언덕을 내려왔다. 그리고 한쪽에서 그 모습을 보던 벨레포는 마차 안으로 이드를 넣고 문을 닫는 칸을 보고 는 일행에게 전진할 것을 명령하고 자신 역시 말에 올랐다. 그리고 뒤에서 그들이 말을 달리는 모습을 보고있는 프로카스는 그 자리에서 이를 갈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프로카스에게 한가지 요청이 더 들어왔다. "이봐. 한가지 더..... 자네가 거래하던 자들과는 접촉을 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그럼 수도에서 보자고..." 그 말을 끝으로 일행들은 속도를 높여 빠르게 달려나갔다. "좋다. 그 약속 지켜주기만 한다면 수도까지 지켜 볼 것이다." 그렇게 들어주는 사람 없는 말을 남긴 프로카스 역시 걸음을 옮겨놓았다. 꽤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마차 안 넓은 침대에는 지금 주인대신 객이 두 명 누워있었 다. 한 명은 부상당한 이드였고 나머지 한 명의 소녀는 인질이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이었다. 그리고 누워있는 이드의 옆으로 가이스와 파크스 두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가이스 의 손에는 비어버린 포션 병이 들어있었다. 내용물은 이미 이드의 뱃속으로 여행을 떠난 후였다. "포션을 마셨지만 금방 났지는 않을 테니..... 더 조치해야겠지....." 그런 말과 함께 가이스와 파크스가 이드에게 힐링을 걸어주었다. "됐다. 뭐 당장 일어나는 건 무리지만 고급 포션에 힐링을 두 번이나 걸었으니 한두 시간 이면 일어 날수 있을 것 같아..... 처음부터 그렇게 위험한 상처가 아니었으니까...." "이것 봐, 황당한 아가씨 뭐가 위험한 상처가 아니야..... 이렇게 빠르게 치료 안 했으면 오 늘 중으로 세상 뜰 수도 있는 직행 티켓용 상처였다고....." "그래도 이렇게 빨리 치료되어서 한두 시간 있으면 일어 날수 있다는 건 사실이잖아 요....." "그래~ 잘나셨어...." "두분 다 조용히 하세요. 환자가 있는데...." 한쪽에서 조용히 앉아 있던 메이라의 엄한 목소리에 두 사람은 입을 꼭 다물고 서로를 노 려보았다. [3057] 이드(86) -------------------------------------------------------------------------------- 죄송합니다. 제가 운전면허 따기위해서 노력중이라.... 글고 요번주에 시험이 있걸랑요....... 그래서 못올라갈지도.... 아무쪼록 용서해 주십시오 한쪽에서 조용히 앉아 있던 메이라의 엄한목소리에 두사람은 입을 꼭다물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때 파크스가 다시 시선을 파크스에게 돌리며 가이스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녀석 도데체 뭐야? 어이! 당신동료잖아....... 이녀석 어떤 놈이야? 아까 정말황당했다구 ..... 세상에 정령을 직접 운용한다고? 기가 막혀서......야~ 말좀해봐....." 그러나 가이스라고 뭐라고 설명할것이 있겠는가 아니 오히려 그녀가 묻고 싶은 부분이었다. "오히려 내가 이 녀석에게 묻고 싶은거야..... 뭐.... 그게 중요한건 아니잖아? 덕분에 살았는데...." "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넌 명색이 마법사란 녀석이 궁금하지도 않냐?" "물론, 나도 마법산데, 그렇지만 급할건 없잖아? 이드녀석이 일어난 다음에 물어도 돼고 어차피 수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구....." 그녀의 말대 파크스는 대꾸하려다가 자신에게 향해 지는 시선을느끼며 입을 다물었다. 그 시선의 주인은 메이라였다. 그녀는 눈빛으로 두사람의 대화를 완전히 잠재운후 이드를 걱정스러운듯 바라보았다. "저기 저앞에 보이는 숲이다....얼마 않남았어." 보크로가 제법 큰 소리로 소리치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일행이 가고 있는 방향으로 꽤 큰숲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깁니까? 아저씨가 산다는 숲이?" "맞아. 그 괴물녀석때문에 좀늦어 졌지만..... 어서 가자구 배도 고픈데 점심시간도 지났잖아....." 보크로의 말대로 태양은 하늘 한가운데 있지 않고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 숲을 보며 벨레포의 옆에서 말을 몰고 있던 라일이 벨레포를 바라보았다. "벨레포씨 오늘은 저기서 쉬는 게 어떻겧습니까? 전투도 있었는데 .... 게다가 지금 움직이기도 어정쩡한 시간이구요." "그렇잖아도 그럴 생각이었소..... 미안하긴 하지만 보크로씨의 집에서 신세를 져야 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보크로씨께는 제가 말하지요." 그렇게 말을 마친 라일은 말을 몰아 일행의 앞에서 타키난, 지아, 모리라스등과 수다를 떨고 있는 보크로에게 다가갔다. "저... 보크로씨...." 라일의 부름에 열심히(?) 수다를 떨고 있던 보크로와 그외 인물들이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보크로의 얼굴에는 왜 그러냐는 의문이 떠올라 있었다. "오늘 보크로씨 댁에서 신세를 좀 졌으면 하는데요..." "엉? 그거 우리집에서 자겠다는 말 같은데..... 야! 우리집 그렇게 넓은줄아냐?" "아니..... 그게 아니고 환자들만요..... 나머진 노숙하면 되니까요." "그럼 뭐...... 괜찮지 마침 빈방도 두개정도 있으니까... 그렇게 해" "감사합니다." "뭘~ 생사를 같이 넘긴 사람들끼리.... 하하하" 이드는 메이라가 만들어놓은 조용한 분위기 덕에 눈을 감은 체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을수 있었다. '내상이 도졌다. 이대로 라면 진기를 운용하지 못 하는 기간이 2개월 정도 더 추가되는데....제길..... 그 괴물녀석만 아니여도.....' 이드는 상당히 억울했다. 자신의 능력을 전부 발휘해보지도 못하고 억울하게 져버린 것이다. '윽! 젠장..... 본신 공력의 반이라도 운기 할수 있다면 그 녀석 날려 버릴수 있는 건데.... 억울해........ 약빈누이.... 나 졌어요........' 그렇게 한참을 투덜거리던 이드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프로카스를 다시 만났을때 대항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혼자 누워서 머리싸매고 낑낑거리는 동안 마차는 숲속에 들어와 있었다. "벨레포씨, 여기서 부터는 마차가 못들어 갈겁니다. 여기서 부터는 걸어가야 할겁니다." 보코로가 벨레포를 보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마차가 가야할 앞쪽에는 낮게 드리워진 나뭇가지와 꽤 많이 들어선 나무들 때문에 큰 마차가 지나가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보크로의 생각에 동의한 벨레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일행들을 향해 외쳤다. "모두 말에서 내려 도보로 걸어간다. 마차는 이곳에 숨겨두고 각자 말을 끌고 갈것이다." 그리고 그의 지식에 따라 마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내려섰다. 메이아와 류나가 말차에서 내렸고 뒤이어 파크스와 가이스가 마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타키난이 꼬마 여자앨 업었고 라일이 괜찬다는 이드의 팔을 잡고 내렸다. 그러자 몇몇 병사들이 근처의 나무가지들을 가져와 대충 위장했고 가이스가 마차에 락(Lock)의 마법으로 문을 잠궈 버렸다. "이것봐 라일, 그 녀석 무거워 보이지도 않는 구만 왠만하면 업고 가라고...... 그래도 명색이 생명의 은인 비스무리한건데." "야! 콜, 은인이면 은인이고 아니면 아니지 비스무리 한건 뭐냐?" 라일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콜의 말에 따라 이드를 등에 업었다. 이드도 괜히 미안해서 괜찬다고 말해 보았지만 아예듣지도 않는듯 했다. "그럼 이제부터 내가 앞장설태니 날따라오라고....." 보크로는 그렇게 말하고 앞으로 나섰다. 그뒤로 일행들이 각자의 말을 끌고 뒤따랐다. 숲속은 상당히 조용했다. 이정도 숲이면 새소리가 시끄러워야 하지만 조용하고 아름답게 들려오는 소리뿐이었다. 그래서 인지 일행들은 오랜만에 편아함을 느낄수 있었다. 그렇게 보크로를 따라 거의 길같지도 않는 숲길을 걷던 일행들은 숲사이로 보이는 집을 발견할수 있었다. 그 집은 둥그런 공터 중앙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주위로는 별로 제구실을 할것 같지않아 보이는 돌로된 높이 50s(50cm)정도의 담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주위로 꽃과 야채등으로 보이는 것들이 심겨져있었다. "동화속에 나오는 숲속의 집이군....." 모리라스의 말에 그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여 그의 의견에 동조해 주었다. 반면 일행중 여성들인 메이라, 가이스등은 나무로 지어진 오두막에 상당히 감명받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때 그모든 분위기를 부셔버리는 외침이 있었다. "채이나, 나왔어....." 괘 우렁천 보크로의 음성이 숲에 우려퍼졌다. 이어서 일행들은 집의 문으로 시선을 옮겼다. 모두 보크로의 아내인 다크엘프를 보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집의 문이 소리없이 조용히 열려졌다. 그 모습에 일행들은 기대의 눈초리를 더했다. 그러나 이어진 사건에 얼굴이 황당함으로 굳어졌다. 열려진 문에서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단지 날카롭게 날이선 단검이 날아든 것이다. 그것도 정확히 보크로를 향해서 말이다. 이드(87) 그것도 정확히 보크로를 향해서 말이다. 모두생각해 보지도 못한 일이라서 그런지 어떻게 해볼생각도 해보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단검은 보크로의 얼굴과 가슴등으로 날아든것이다. "쳇, 아무리 늦었기로서리 너무하네...." 보크로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에게 날아오는 4개의 단검을 낚아채 손에 잡았다. 그 모습은 그의 옆과 뒤에 있던 일행들의 눈에 들어왔다. 물론 이드의 눈에도 말이다. "저아저씨, 역시 대단해 검이 아니라 손으로 다 잡아 버리다니." 차노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집안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각오는 했죠? 집에는 아무말도 없이 몇일이나 연락도 없이....... 이번엔 그냥 않넘어 가요~!" 그러나 그말을 듣는 사람들은 그 목소리에서 말의 내용과 같은 분위기는 느낄수 없었다. "너무 그러지마...... 여기 손님들도 있는데..." "응?" 보크로의 말과 함께 집안에서 한 엘프가 걸아나왔다. 문 앞으로 나선 엘프는 모든엘프가 그렇듯 상당한 미인이었다. 단지 다른점이 있다면 보통의 엘프처럼 하얀 살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까만 피부도 아니고 보기좋게 태운정도라고 해야할까? 어쨓든 이야기에 나오는 것과 같이 그렇게 좋지 않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런 그녀의 키는 보크로 보다는 조금작았지만 보통의 인간 여성들의 키보다는 컸다. 그리고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초록색의 옷이었는데 움직이기 편해 보이는 상의와 편하고 넓어보이는 치마였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허리부근까지 검은색의 길고 윤기나는 머리카락이 찰랑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손에는 아까 날아왔던 것과 같은 것으로 보이는 단검이 두개 드려있었다. 그녀는 보크로를 보던 시선을 돌려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별다른 포정이 없었다. 그녀는 일행들을 대충 둘러보고 다시 보크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데체 뭐예요. 이렇게 아무 말도 없이 사람들을 데려오다니." 그녀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듯했다. 그런 그녀의 말에 일행들도 어색해졌다. 에초에 환영받을 생각도 않았지만 이런 반응이 있을줄은 미처 예상치 못한것이다. 그리고 그것도 그럴것이 이들이 언제 다크엘프가 사는 집에 들를 일이 있었겠는가....... "그거야 사정이 좀있어서......어쨓든 이해해줘.....채이나......" 30대의 나이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에게 저러는 모습은....... 일행중 몇몇곳에서 꼭 다문 입에서 세어나온 듯 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렇지만 당신.... 내가........음?" 거기까지 말을 이어가던 채이나는 말을 멈추고는 이상하다는 듯 한 표정으로 일행쪽으로 고래를 돌렸다. 채이나가 고개를 돌린쪽은 이드와 메이라, 타키난등이 서있던 곳이었다. 그쪽으로 시선을 돌린 채이나는 다시 서서히 이드등을 돌아보았다. 마치 무언가를 찾는듯한 표정이었다. "여보, 무슨......." 보크로역시 무슨일인가해서 말을 붙여보려 했지만 채이나가 조용히 하라는듯 입을 막아 버렸다. 그런후 그녀는 가이스등이 모여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처음에 그녀가 걸어갈뗀 누구를 향하는진 몰랐으나 가까워 질수록 그 목표가 드러났다. 채이나는 라일에게 업혀있는 이드의 앞에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그렇게 멈춰서서는 양쪽으로만 머리카락이 길게~ 남은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잠시동안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려 보크로에게 물었다. "여보, 앤누구죠? 인간 같은데......" 이상해 하는듯한 그녀의 물음에 보크로는 멀뚱이 답했다.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맞을거야 인간...... 참 그녀석 환자야. 대충 치료는 했는데 쉬어야 할거야." "그래요? 특이한 아이네요........애 너이름이 뭐지?" "이드라고 하는데요..." "그래 그럼....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거니데, 너 인간 이니?" "........ 예, 인간 인데요. 혼혈도 아니고요." "그래? 신기하네....... 어떻게 인간한테서 그렇게 정령의 기운과 향이 강하게 나는거지? 엘프보다도 더 강한 것같은데" 이드는 연신 신기하다며 자신의 얼굴을 드려다 보다가 이제는 만지고 있기 까지한 그녀를 보며 황당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양손으로 라일의등에 업혀있는 이드를 안아 들더니 집쪽으로 걸어갔다. "넌, 내가 좀 살펴 봐야 겠어..... 당신 따지는 건 나중에 해요. 그리고 저 사람들은 당신이 알아서 하구요." 채이나는 그렇게 말한후 멍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안겨있는 이드를 데리고 오두막으로 들어가 버렸다. 문은 그대로 열어둔체 말이다. 일행들은 황당한 눈길로 열려진 문을 바라보다가 다시 않됬다는 듯한 눈길로 보크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보크로는 그런 그녀의 괴팍한 성격에 적응이 된건지 전혀 개의 치않고 일행들을 향해 되쳤다. "그럼 이 주위에 노숙할 준비를 하십시오, 다른 곳에 자리 잡지 말고........그리고 아가씨들은 날따라와요." 간단하게 사람들에게 말한 보크로는 발걸음도 당당하지 못하게 오두막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그런 보크로의 뒤를 따라 가이스와 메이라등의 여성들이 오두막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벨레포역시 나머지 일행들에게 야영준비를 명령 한 다음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한편 채이나에게 안긴체 오두막안으로 옮겨진 이드는 작은방의 침대에 눕혀져있었다. 그리고는 이드의 몸을 여기저기 눌러보기 시작했다. "저기....." "가만히 있어봐...... 내가 보기에도 몸이 별로 않좋다며....." 채이나는 한마디에 이드의 입을 막아 버린후에 여전히 이드의 몸을 주물렀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가 진찰중일때 방으로 보크로와 그를 따라서 몇명의 여성들이 들어왔다. "음~ 상처는 다나았네....... 포션에 마법까지 사용해서 그런지 깨끗해, 그런데....... 이상하게 몸속에 마나가 불규칙한게......뭐지?" 그렇게 말하는 채이나의 말에 이드는 약간 의외라는 듯 입가에 작은 미소를 뛰었다. 지금 채이나가 하는 말은 기혈의 이상이었다. 그것은 중원에서라도 꽤 높은 의술을 가진이가 아니면 찾기가 힘든것이었다. 그런데 중원도 아닌이곳에서 이드의 기혈에 있는 이상을 집어내는 사람(?)이 있다니 이드로서는 상당히 의외였다. "애, 너 혹시 무슨 큰 충격 같은거 받은적있니?" "이드 라고 불러주세요. 그리고 그러적 있습니다. 그 때문에 내상이 남아있고요." "역시 내가 진찰한게 맞네..... 그런데 의외네 너도 알고있고....." "예, 제 몸상태니까요. 그리고 얼마있으면 자연적으로 치유가 되니까 별로 걱정은 없어요...." "엉? 자연치유? 그런 특이 채질도 있니?" 그때 뒤에서 가이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나 흐름의 불규칙이라니요? 무슨말이죠? 분명히 상처는 다치료 됬는데.." 꽤걱정스러운 듯한 물음이었다. "별거아니야. 본이니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보다 당신, 제들 데려왔으면 빨리 방이나 안내하고 부엌에서 저녁준비나 해요!" 한참 채이나와 이드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보크로는 채이나의 따끔한 외침에 적잔이 당황하며 대답했다. "아, 알았어..... 아가씨들도 따라와요." 그리고는 급히 뒤돌아 나갔다. 그리고 그런 그를 가이스, 메이라, 이드등이 않됬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럼 이드야, 좀있다가 올게...." 가이스의 말에 이드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주었다. 채이나역시 가이스가 나가는 것을 보며 이드에게 물어왔다. "그래도, 치료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내 생각이 맞으면 지금 니가 누워있는 것도 그 치료가 않되서 그런것 같은데..........." "정확하네요, 그렇지만 치료방법이 없어서요." 그러나 그런 이드의 말에 채이나는 입가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엘프는 말이야...... 사람들의 말에서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수 있지 정확히는 알수 없지만 말이야, 물론 이것은 우리 다크엘프에게도 적용되는 일이고." "헤, 그럼 정정하죠. 치료방법이 있긴한데 엄청 어려워요. 이것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약제가 여기에 있는지 알수 없거든요." 이드의 밀대로였다. 이드의 내상을 완전히 완치시키진 못해도 완치를 엄청나게 당길수는 있는 방법들..... 그것은 바로 단약이었다. 그것도 보통단약이 아니라 소림의 대환단(大丸丹), 자부금단(紫府金丹), 청령내심단(淸靈內心丹)등의 영약으로 말이다. 그러나 현재 그런약을 가지고 있지않음에야...... 별수 없이 만들어야 하는데 이 세계에 단약의 제조에 드는 약제가 있을지 의문인것이다. 거기다 들어가는 것들이라는게 중원에서도 구하기 힘든것들이라 거의 포기 상태인것이다. "뭔데, 치료방법이...... 있으면 알려줘..... 나도좀 알게 이런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은 나도 모르거든." 그녀의 말에 이드는 말해도 손해볼건 없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음, 그러니까 ...... 구자지란(九紫枝蘭)이라는 건데 자색의 풀로 아홉개의 가는 가지가 뻗어있어요, 혹시 그런거 본적있어요?" 이드는 별기대 없이 물었다. 지금 이드가 물은 약초는 자부금단의 핵심이되는 약초로서 이것만해도 중원에서는 엄청난 가격을 받을수 있을 것이다. 물론 누군가에게 탈취당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드의 말에 채이나는 잠심 입을 다물고 무언가를 생각하는듯했다. "있어, 그런데 그걸 그렇게 불렀던가? 내가 알기론 '나인 풀프레' 라고 부르는데, 하여튼 있긴있어 나도 조금가지고 있지." 채이나의 말에 이드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니지.....아직 속단은 일러...' "그럼, 금황칠엽화라는 건데...... 좀습하고 더운곳에 있는 거거든요. 금색에 일곱개의 꽃입을 가지고 있는 꽃인데......" 이드의 말에 채이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런 채이나를 보며 이드는 주저리주절리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벨레포는 채이나에게 인사나 하려고 들어왔다가 두사람이 열심히 대화하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돌려 거실쪽으로 갔다. 그곳에는 가이스와 메이라등이 앉아 부엌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하는 보크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벨레포는 그런 보크로를 보며 자신은 상당히 상냥한 아내와 결혼했다고 생각했다. "벨레포님, 여기 앉으세요." "아, 감사 합니다. 가이스양." 그리곤 그도 별말없이 그녀들과 부엌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보크로를 바라보았다. 이드(88) 그리곤 그도 별말없이 그녀들과 부엌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보크로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부엌과 붙어있는 식당에서 가이스와 벨레포등이 열심히 요리중인 보크로를 바라보고 있을때 채이나가 뚜벅거리며 걸어나왔다. 그녀의 발걸음 소리에 보크로의 요리솜씨를 구격중이던 사람들의 시선이 저절도 돌아갔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채이나에게 향하자 채이나역시 이쪽을 보며 말했다. "이봐, 당신들이 데려온 그 인질 꼬마 어디눕혀 뒀지?" 그녀의 당당하다 못해 건방(? 나이로 봐서는 절대 아니지만 ^^)지게 보이기 까지 하는 그녀의 물음에 가이스가 답했다. "저기 저쪽방에 눕혀 두었는데 왜 그러시는지....." 그러나 가이스는 뒤돌아서는 채이나의 등만을 보았을뿐 대답을 들을순 없었다. 그렇게 등을 돌린 채이나는 가이스가 가리킨 방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잠시후 품에 그 아이를 안고 나왔다. 그리곤 역시 일행쪽으론 얼굴도 돌리지 않고 그아이를 안고서 이드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지?" "글쎄.........." "이드에게 데려 가는건가?" 채이나는 아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오면서 이드를 향해 말했다. "데려왔어, 그런데 니말이 맞는 모양이구나........ 무언가 병이있는 가봐."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품에 안긴 여자 아이를 이드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눕혔다. 그리고는 다시 그 여자아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드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드는 누워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서는 자신의 옆에 누워있는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손을 뻗어 그아이의 맥(脈)을 진맥해보고 그녀의 혈(穴)을 훓어 보았다. 그렇게 잠시간이 흐르자 채이나가 먼저 아이를 살피던 것을 멈췄다. 그리고 이어 이드역시 아이의 맥을 집어보던것을 마쳤다. 그렇게 맥을 다집고 고개를 드는 이드를 보며 채이나가 말을 꺼냈다. "알겠어?" "그러는 채이나는요?" "글쎄...... 인간의 병에 대해서 다는 알지 못하지만 이런 특이한 거라면......앤 아이스 플랜이 아닌지....." 그러나 그녀의 말을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이드였다. "그게 무슨 병인데요...." "자세히는 알려진게 없어...... 몇가지 알려진바론 이병은 거의 선천적 이라는거, 그리고 인간뿐아니라 다른 종족도 걸릴수 있는 병이며 전신의 피와 마나가 서서히 굳어지며 죽어 버리는 병이지 지금까지 아무런 치료방법이 개발되지 않았지, 이 병은 서서히 몸이 약해 지면 인간은 성인에 접어드는 20살정도에 엘프역시 성인랄수있는 50정도에 그 병이 절정에 이르러 죽게 되지......... 어쨓든 현재까지 알려진바론 별 치료법이 없는 걸로 알고 있어 단지 여러 방법으로 생명을 조금 연장 할뿐......... 듣기로는 최고위급 사제가 자신의 신성력을 바친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지만 확인된 바는 없지, 워낙에 이 병이 휘귀한데다...... 그런 최고위급 사제를 보기가 쉬워야지....." 그녀의 말에 이드는 그런가 보다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도 거의 불치병인가 보네요...." "응?" "아, 아니예요.." "그래? 뭐.... 그나저나 넌 알고 있니? 이 병에 대해..." 그녀의 물음에 이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아요, 병명은 육음응혈절맥(六陰凝血絶脈)이라고 부르는 건데.....우리몸에 마나와 피가 흐르는 중효한 길에 마나와 피가 서서히 얼어붇으며 굳어 버리는 거죠.... 피와 마나가 얼어서 굳어 버리니....... 살수 없는건 당연한 일이죠." 이드의 말에 채이나는 별말없이 이병이 그런건가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지금까지 아무도 모르던 이병의 정체를 이드가 어떻게 알고 있는 가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리고 아까 채이나의 말대로 몸의 성장이 절정에 이르는 20세 정도가 되면 차가운 기운이 극에 달해서 마나와 피가 굳어 죽게 되는거죠." "그럼 치료방법은?" "어렵긴 하지만 있죠......" "정말? 치료법이 있던 말이야?" 채이나가 놀라서 물었고 이드는 그저 고개를 끄덕여 줄뿐이었다. "이렇게 된거 구해야하는 것중에 몇가지를 추가 해야 겠어요..... 그러니까, 태양초라는 건데 강한 열기를 머금은 건데................................" 그렇게 한참을 이드와 채이나의 대화가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 부엌에서는 모든 요리가 끝나있었다. "자~ 멀수 스프완성, 그리고 여기 호밀빵과 과일하고......" 보크로는 그렇게 말하며 식탁에 여러가지 음식들을 놓기 시작했다. 벨레포와 여인들은 자신들 앞에 차려지는 음식들을 보며 보크로를 신기한듯 바라보았다. 그리고 특히 그중에는 여인들이 더신기해 하는 듯 했다. 솔직히 말해 여기 여성들 중 메이라의 하녀인 류나를 제외하고 제대로된 음식을 만들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뭐.... 밖에서 먹던 그런 요리를 든다면 그건 제외다. 그게 어디 요리인가?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 먹는 것이지.... 뭐... 요리좀 하는 사람은 밖에서도 제데로 해먹긴 하지만 말이야..... "벨레포씨도 여기서 드실겁니까?" "예, 그랬으면 합니다." "그럼 그러시죠.... 저는 채이나와 이드를 데려오죠." 식탁에 모든 음식들을 준비해둔 보크로는 한족에 열려진 방문으로 다가갔다. 보크로가 갔을때는 마침 이드가 이야기 하던 것이 끝났을 때였다. 보크로는 방문있는 곳에 서서는 열려진 방문을 똑똑 두드리며 말했다. "대충 이야기 끝났으면 여기와서 식사해... 그리고 이드 넌 어떻할래? 갔다줄까?" 보크로의 말에 이드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요, 일어날수 있는데요 뭐..... 그런데 음식 맞있어요?" "물론~! 누고 솜씬데.... 어서와서 먹어봐." 대화를 마친 세명은 식당으로 향했다. 그곳에있던 사람들은 아직 음식에 손대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던듯 했다. 그리고 이드등이 다가오자 자리를 빼주었다. 이드는 자신앞에 놓이 은근한 초록빛이 도는 스프를 한스픈 입에 넣었다. 그건 다른 일행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어서 일행들의 얼굴에서 만족한 표정이 떠올랐다. 스프의 맞은 상당히 괜찮았다. 따뜻한 것이 상당히 맞있었다. 비단 스프만 그렇것이 아니었다. 다른 요리들역시 거의 음식점을 낸다고 해도 될것 같은 맞을 갖고 있었다. 이드는 자신의 앞에 잇는 고기를 한점 입에 넣어 오물거리더니 잎을 열어 물었다. "그런데 채이나, 약초들은 어떻게 구할거죠?" "응? 약초 무슨 약초?" 이드의 말에 식사중이던 다른 일행들이 의아한듯 물어왔다. "그냥.... 필요한게 있어서요, 어떻게 사람들하고 같이 찾아야 되나요?" 이드의 말에 채이나는 피식 웃으며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힘들게 그럴필요 뭐있어? 게다가 사람들이 많아 봤자 그런거 제대로 알아나 보니?" "그럼요...." "둔하긴 이럴땐 머리를 써야지 정령술사가 정령을 이럴때 써야지...... 숲의 정령과 땅의 정령더러 찾으라고 하면 되는거야..." "아~!!!" 이드는 미처 그런 생각은 못해봤다는 듯 감탄성을 발했다. 고정관념 이란게 그런건가 보다 정령의 존재를 모르는 중원에선 사람들이 약초를 잧으로 다니니....... 전형 정령을 사용할 생각을 못한 것이다. 한편 무슨 이야기인지 모른는 다른 사람들은 멀뚱멀뚱 눈만 껌뻑이고 있을 뿐이었다. 이어서 이드는 얼굴전채로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일들에게 대충의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제몸에 있는 내상을 치료하기 위해서죠. 물론 프로카스와의 싸움에서 입은 상처는 나았지만 그전에 입은 상처가 있거든요, 그리고 저기 저 아이....... 병이 있더군요. 저 상태로라면 엄청 않조아요......... 그래서 그아이도 치료하고 저도 치료하기 위해서 필요한거죠...." 식탁에 둘러 않은 사람들은 이드의 설명에 그런가 보다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자신들의 앞에 놓인 요리들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모두 식사를 마치자 채이나는 일이 있다며 이드와 같이 밖으로 향했다. 물론 설거지는 보크로에게 남겨졌고 말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역시 류나를 남겨두고 슬금슬금 빠져나와 채이나와 이드를 따랐다. 이드들이 나온 오두막 밖에서도 한참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저기 냄비가 걸려 스프가 끓고, 한쪽에서는 빵과 고기를 뜰고 먹고 있었다. 그들은 오두막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보며 무슨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눈길을 돌렸으나 벨레포가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흔들어 주고는 채이나를 따랐다. 채이나가 간곳은 오두막의 뒤뜰쪽이었다. 용병들과 병사들 모두 집앞쪽으로 장소를 정했기에 이쪽으로는 아무도 없었다. "노르캄, 레브라!" 마치 친구를 부르는 듯한 채이나의 말에 그녀의 앞으로 땅의 중급정령인 노르캄과 숲의 중급정령인 레브라가 소환되어 나타났다. 그녀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정령들을 보며 생긋 웃으며 이것 저것 약초의 이름을 대며 찾아 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녀의 말과 함께 그녀의 앞에서 정령들이 사라지자 이번에는 이드가 정령을 소환했다. 물론 채이나와 같은 노르캄과 레브라였다. 이드역시 그 둘에게 같은 명령을 내렸다. 물론 구체적인 식물의 이름은 채이나가 대신 말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들뒤에서 있던 가이스, 메이라 벨레포등은 보기 쉽지않은 정령을 구경하기 여념이었다 [3879] 이드(89) -------------------------------------------------------------------------------- 그리고 그들뒤에서 있던 가이스, 메이라 벨레포등은 보기 쉽지않은 정령을 구경하기 여념이었다. "자~그럼 명령은 해놨으니 들어가서 기다리기만 하면돼! 들어가자" 채이나가 발길을 돌리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일행들은 같이 발길을 옮겼다. 이드를 제외하고 말이다. "전 여기 좀 있다가 갈게요. 먼저 들어 가세요." "그래도 아직 몸도 그렇게 좋지 않은데..." "괜찮아요, 겨울도 아니고 따뜻한 계절인데 아무 문제 없어요." 이드는 그렇게 말하곤 햇볕이 들고 살살 바람이 부는 일명 명당에 주저 앉았다. 일행들도 자리에 앉아 멀리 시선을 던지고 있는 이드를 보더니 그대로 발길을 돌려세웠다. 본인이 혼자 있겠다는 데 누가 말릴 것인가..... 다시 거실로 돌아온 채이나등은 차를 내어 온 보크로에게서 찻잔을 받으며 물었다. "그런데 상대가 무슨 괴물인데 당신하고 여기 사람들하고 그렇게 돌아왔어요? 게다가 인질 까지 잡고 .." 자신의 손에 꽉잡혀 있는 보크로지마 그 실력을 아는 채이나가 사뭇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거기다 보아하니 보크로와 비슷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 역시 꽤있어 보이는 데 말이다. "괴물이라.... 괴물은 괴물이지 헬에알스의 7군주중의 하나인 클레이모어의 계약자였으니... 그런 괴물한테서 도망친 것만해도 꽤 잘할 거지..." 보크로의 말에 채이나는 입술로 가져가던 찾찬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가민히 들고 만있었다. 그러더니 찻잔을 다시 테이블에 놓으며 빽 소리쳤다. "당신 무슨 생각으로 그런 상대를 상대로 덤볐어요? 죽으면 어쩌려고 나한테 정말 맞아 볼래요?" 채이나는 그렇게 말하며 당장이라도 달려들듯 팔을 걷어 붙였다.(엘프도 이러는지는 확인된바 없습니다.^^;;) 그녀의 그런 반응에 보크로는 거의 본능적이다 싶은 동작으로 뒤로 물러서며 손을 흔들었다. "여보.. 내 잘못이 아니야..... 그녀석이 달려 드는데 어쩔수 없잖아.... 그건 불가 항력이었다니까..." "맞아요.... 채이나 그땐 상황이...." 옆에 앉아 있던 가이스도 동참하여 말려 채이나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 "후~ 도데체 상대를 가려가며 싸워도 싸워야지.... 그나저나 그런 상대를 상대로 잘도 살았네요." "이드 녀석 덕분에......" 보크로가 채이나의 물음에 긴장에서 즉시 대답했다. 보크로의 대답을 들은 채이나는 무슨 말이냐는 듯한 얼굴로 보크로를 바라보았다. "이드? 당신 걔가 무슨 힘이 있다고, 말도 않되요....아까 보니까 싸울만한 마나가 느껴지지 않았다구요." 이상하다는 듯한 채이나의 말에 보크로는 탁히 대답할 만한 말을 찾지 못했다. 자신역시 이드에게 그렇게 강력한 힘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도데체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강력한 힘을 발휘했는지 감도 못잡고 있는 보크로였다. 그것은 다른 사람역시 마찬 가지였다. "그건잘....... 하지만 엄연히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구...." 보크로의 말이 거짓이 아니란것을 알겟지만 도데체 무슨수로 갑자기 강해 진단 말인가...... 그런것은 마법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음?" "누구야?"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이드의 힘에 대해 고찰하고 있던 일행중 가이스와 채이나가 무언가를 느낀듯 고개를 들었다. 그녀들의 반응에 다른 이들도 의아한듯 바라보았다. "누군지 몰라도 마법을 사용했어...... 누구지? 여기서는 그럴 사람이 없는데.." "밖에 파크스가 있잖아....." "아니요, 파크스의 마나는 몇번 봐서 알고 있어요.." "그럼......?" 그녀의 말에 벨레포등이 긴장하며 허리에 걸린 검에 손을 가져갔을 때였다. 오두막으로 들어서는 인형이 있었다. "무슨 일이예요?"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있다는 듯이 얼굴에 미소를 뛴 이드였다. 이드의 물음에 뭐라고 딱히 설명을 못하고 있는 가이스와 채이나를 향해 이드가 웃으며 다시 말했다. "그것보다 밖으로 나와 보세요. 정령들이 약초를 가져 왔어요." 이드가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리자 자리에 앉은 사람들도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물론 채이나와 가이스는 서로를 바라보며 뭔가 잘못 느낀건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 그들의 앞에 가는 이드는 무언가 상당히 즐거운듯 콧노래를 불러대고 있었다. 작성자 : 이드 작성일 : 17-01-2001 16:07 줄수 : 120 읽음 : 155 [4055] 이드(90) -------------------------------------------------------------------------------- 그런 그들의 앞에 가는 이드는 무언가 상당히 즐거운듯 콧노래를 불러대고 있었다. 연후 이드는 계속 얼굴에 미소를 지우지 않은체 정령들이 가져온 약초들을 고르며 흥얼거렸다. 그러길 잠깐 약초를 모두 고른 이드는 좋은 약초들이라는 말과 함께 채이나에게 큰 솟을 주문했다. 잠시후 이드의 말에 따라 가져온 검은색의 큰 솟을 들고는 뒷뜰로 가벼렸다. 물론 정령들이 가져온 약들을 들고서 말이다. 그리고 그뒤를 따르는 채이나를 보고는 일행들은 오두막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이미 약을 만들거라는 것을 채이나를 통해 들은 일행들로서는 가까이 가서 지켜볼만한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들이 그것을 배울것도 아닌 바에야 더운날 불을 지피는 곳에 붖어 있을 생각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숲에 어둠이 찾아 들었으나 오두막 주위로는 그렇게 어둡지가 않았다. 이유는 오두막 앞에 죽치고 있는 일행들이 여기저기다가 불을 피워놓은 덕분이었다. 게다가 오두막 뒤쪽에서도 은은한 붉은 화광이 일고있어 이 밝기에 한목하고 있었다. 다만 이상한 점이라면 오두막 뒤쪽에서 일고 있는 화광에서는 전혀 연기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라일과 타키난등이 앉아 있는 곳으로 벨레포와 보크로가 다가왔다. 벨레포야 어차피 노숙해야할 입장이지만 보크로는 자신의 잠자리를 여성들에게 빼앚긴 것이었다. 물론 누가 내놓으라고 한건 아니지만 ..... 남자인 이상..... "크큭.... 역시 저 아저씨도 저렇게 쫗겨 나올줄 알았다니까....." 차노이가 상당히 고소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 보크로를 바라보았다. 그의 그런 말에 보크로의 눈이 저절로 차노이를 향해 돌아갔다. "얌마! 그런 너라고 별수 잇냐?.... 그렇잖아도 좋을 잠자릴 내줘서 아숴워 죽겠구만 남에 신경을 긁고 있어....." 그리고 그때 옆에 잇던 타키난이 음흉한 미소를 뛰우며 은근히 보크로에게 물어왔다. "가이스에게 듣자니..... 요리하는 실력이 상당하다면서요........" 타키난의 말에 보크로의 얼굴이 금방 확구겨졌다. 자신이 채이나에게 잡혀 산다는 것에 상당히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보크로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너~ 그게 무슨 말이냐......." "무슨 말은요. 말 그대로 요리를 잘~ 한다는 말이죠..." "윽~~" 보크로는 타키난의 유들거리는 말에 상당히 열받았다는 듯이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어디 진심으로 싸울생각도 아닌 이상 피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주먹.... 고로 타키난은 그의 주먹을 가볍게 넘겼다. "어이~ 아저씨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뭐... 않좋은 일이라도?" "야~ 너 임마 진짜 죽을라고~" 그렇게 왜치며 다시 주먹을 날리는 보크로를 보며 타키난이 일어나서 피하곤 주워로 크게 소리쳤다. "야~ 이것봐 내가 이 아저씨 한테 요리 잘~~ 한다고 칭찬 좀했더니 이러신다~" 타키난의 외침에 여기저시서 킥킥 거리는 웃음 소리가 들려오자 앉아 잇던 보크로가 얼굴이 벌개져서는 몸을 일으켜서는 당장에라도 달려들듯한 기세를 취했다. 그의 모습에 주위 사람들이 상당히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낮다는 듯 시끄럽게 떠들며 시선을 모았다. "너~ 이놈..... 오늘 아주 끝장을..." "조용히 해요!!!!!!!!" 아쉽게도 우렁차게 울려 퍼지던 보크로의 목소리는 뒤이어 들려온 날카로운 외침에 뭊혀 버리고 말았다. 바로 오두막의 문을 열고 나선 가이스였다. 웅성 거리며 떠들어 대던 남자들은 자신들의 귓속으로 들려오는 쨍쨍거리는 목소리에 순식간에 입을 다물어 버렸다 가이스는 순식간에 침묵이 깃든 오두막의 앞쪽을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시끄럽다구요. 집안에는 환자도 있다구요. 그리고 숙녀들도 있는 데 예의좀 지켜줄수 없어요? 그리고 특히 타키난 너! 조용히 해!!!" 꽝!!!!!!!!!!!!!!!!!! 박력있게 닫히는 문을 바라보며 좋은 구경거리를 감사하려던 일행들은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그것은 보크로와 타키난 역시 마찬 가지였다. "이봐, 남말 할때가 아닌것 같은데~~~" 보크로가 얼굴에 득의 만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타키난은 아까 보크로가 지었던 표정을 지을수 밖에 없었다. 보크로는 타키난의 얼굴에 떠오르는 표정을 보며 아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을수 있었다. 그때 모두의 귀로 나르노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휴~ 남자들이 전부다 여자한테 잡혀서는........." 남자입장에서는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말이지만 그게 현실이기에 누구도 나르노의 말에 토를 달지 못했다. 그것은 자리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보는 벨레포역시 같았다. '여보....... 당신이 그립구려.....' 집에서 자신을 기다릴 순종적인 아내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떠오르는 벨레포였다. 숲속에 싱그러운 아침이 찾아왔다. 환하게 밝아오는 하늘과 아침을 노래하는 새들의 노랬소리 깨끗한 이슬을 머슴는 풀잎..... 그리고 그사이로 흐르는 비명..... 비명? "으아아아악~!" 좋은 성량으로 울려퍼지는 굵은 비명소리에 새벽의 단잠에 빠져 있던 일행들은 검을 쓰는 사람들 답게 검을 잡으며 누위있던 자리에서 밖차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서둘러 비명의 근원지를 찾아 고개를 돌려대는 사람들의 눈에 들어온것은 땅바닥에 구르고있는 보크로와 그 옆에서 양허리에 두손을 얹어 놓은 채이나의 모습이었다. "뭐예요. 벌써 아침이라구요, 누군 밤새 고생하며 한숨도 못잤는데 아직까지 자고 있어요? 빨리 아침 준비 않해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다시 그를 향해 손을 뻗으려고하자 바닥에 구르고 있던 보크로가 빠른속도로 일어나서서는 오두막 안으로 뛰어 들어 갔다. 채이나는 그런 보크로를 보며 만족스런 웃을 짓더니 시선을 일행에게 돌렸다. "당신들도 다일어나요. 언제 까지 누워있을거야!!!" 그녀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오두막 뒤쪽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일행들에게 한가지 생각이 공통적으로 떠오르고 잇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다크엘프와는 같이 살지 말아야지......' "저희들이야 같이 가주신다면 감사해야 할 입장이지만 ... 위험한 여행이 될텐데....." 벨레포는 출발준비를 모두 말친 일행들의 앞에서 자신의 앞에 서있는 벨레포와 채이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과는 달리 뒤에 있던 남자들은 그렇게 탐탁치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들과 동행하면 앞으로 채이나에게 시달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걱정 마십시오. 저나 이사람이나 그렇게 약하진 않으니 게다가 이렇게 숲에만 있는 것도 이제 지겨웠었거든요." "허허..... 이거 그러시다면..... 부탁드리지요. 저히들과 동행해 주십시오." 벨레포가 이렇게 예의를 차려 답했고 보크로가 손을 내밀어 악수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그러나 그 옆의 채이나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그저 그런가 보다하는 남의 일 구경하는 듯한 표정이랄까? 이드(91) 그저 그런가 보다하는 남의 일 구경하는 듯한 표정이랄까? 동행이 결정되자 일행들은 모두 발걸음을 옯겼다. 개중엔 사람을 업고있는 두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타키난과 라일이었다. 각각 현재 인질의 역활을 하고 잇는 소녀와 이드였다. 사실 이드야 상처가 다나아서 걸어도 되지만 오늘 아침에 단약이 모두 완성되자 '한시간 있다가 들어와서 업고 가요. 한~ 참동안 깨지 못하고 계속 잘거니까요.' 그말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드의 말대로 한 시간이 지난후 방으로 들어가자 침대위에 가만히 누위있는 이드가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무슨일인가 하고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채이나가 잠들어 잇는 이드대신 대답을 해주었다. "내가 듣기로는 상처를 치료하는 거라고 하던데." 그녀의 말에 일행은 그런가 보다하고 다시 시선을 이드에게 돌렸다. 그렇게 해서 마차가 잇는 곳 으로 갈때 까지 타키난이 이드를 업기로 한것이다. 그리고 몸이 약한 인질인 그 아이는 아침에 이드가 먹힌 자색빛의 약을 먹고는 이드처럼 곤한 잠에 빠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 아이는 라일이 업게 되었다. "참~! 이녀석 진짜 잘자네...." 타키난은 자신의 등에 업혀 있는 이드를 한번 돌아보고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앞에 있는 나뭇가지들이 이드에게 찔리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을 있지는 않았다. 잠시 그렇게 터덜터덜 걸음을 옮긴 일행들은 마차가 있는 곳까지 도착할수 있었다. 그리고 마차를 보며 가이스가 걸어놓았던 마법을 해제하고 마차에 말을 매었다. 그리고 마차에 올라야할 메이라등과 이드들을 마차안에 들여놓았다. 물론 채이나도 마차로 안내되었으나 그녀가 답답하다는 이유로 타지 않겠다고 말하고는 말에 오르는 덕에 마차에는 4명의 인원이 오르게 되었다. "자~ 그럼 하루를 잘쉬었으니 힘차게 출발하자..... 하! 이랴." 선두에 선 벨레포가 그렇게 외치며 말을 몰앗고 뒤이어 용병드과 병사들 그리고 마차가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렇게 숲을 빠져 나가는 마차와 일행들을 지켜보고있는 인물이 있었다. 갈색의 머리키락에 아무런 감정동 담기지 않은듯한 표정의 얼굴...... 프로카스였다. 일행은 산들거리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빠르게 다릴고 있었다. 당해히 아무런 방해도 없어 상당히 앞으로나아갈수 있었다. 그리고 저녁때가 되어서 깨어난 이드는 일어나 누워 자고 잇는 아이에게 자색의 단약과 금색의 단약을 입에 넣어준후에 자신역시 3가지의 단약을 입에 넣고는 다시 자신의 누위있던 마차안의 넓은 쇼파라고 부르기뭐한 거의 침대와 같은 곳에 누워 잠들어 버렸다.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메이라와 류나는 약만 입에 넣고 다신 누워잠들어 버리는 이드를 이상한듯 바라보았으나 실제로 이드는 약만 먹은 것이 아니었다. 이드는 실프를 이용해서 침대용으로 자신의 혈도를 찌른 것이었다. 다만 공기가 모양을 이룬것 이어서 눈으로 보진 못한 것이다. 단지 미약한 마나의 흐름만을 메리아가 느낄 뿐이었다. "이드녀석 너무 자는거 아닌가?" 타키난은 그런 말을 하며서 비록 노숙이긴 하지만 편하게 몸을 눕혔다. 다행이 채이나의 정령덕에 누구도 불침번을 서지 않아도 되었기에 꽤 많은 수의 인물들이 반기는 입장이엇다. 게다가 정령이다 보니 그 반경이 사람보다 넓고 정확해서 모두들 및고 잠들수 있었다. 이드는 마차가 잔잔히(?이 표연이 맞나?) 흔들리는 중에 죽은 듯한 잠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깨어나 곧바로 일어나지 않고 마차의 낮은 천정을 보며 멍하니 누워있더니 일어나 앉았다. "깨어 났네요!" 소리가 들린 쪽에는 메이라가 류나가 나란히 앉아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이드쪽을 보며 살짝 미소지으며 하는 말에 이드도 역시 살짝 미소를 뛰우며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네! 꽤 오래 잔것 같은데...... 오후인가요?" "아니요, 아직 오전중이죠.... 뭐 잠시후면 정오지만요." 그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이드는 시선을 돌려 자신의 옆에 누워 잠들어 있는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아이의 맥문(脈門)과 단전을 살펴 보았다. 그리고 잠시 그렇게 살펴보는 이드의 손으로 약하지만 어떠한 열류(熱流)가 흐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약효가 있군...." 그때 마차가 멈추어섰다. 그와 함께 밖으로 부터 베레포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잠시 쉬면서 식사를 한다. 모두 준비하도록." "예" "자, 준비하자고." 여기 저기서 말소리가 들리며 마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이 움직인것은 아니고 잠깐동안 움직인것으로 자리만 이동한 것 같았다. 연후 마차의 움직임이 완전히 정지하자 마차의 문이 열리며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여기서 식사를 할것입니다. 내리시지요.....어?.....녀석 깻냐?" 그 병사는 메이라에게 말하다가 깨어나 앉아 있는 이드를 보고 말을 건네 왔다. "너도 나와라. 그렇게 잠만 잤으니 배도 고플것 아니냐." 그의 말에 이드도 씩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차 밖으로 걸어나갔다. "야~! 잠팅이 1박 2일을 풀로 잘수있다니..... 대단하다." 마차에서 내려 사람들이 앉아 잇는 곳으로다가오는 이드를 보며 타키난이 처음 한말이었다. "쳇, 그러는 형은 별수 있을줄 알아요?" "음! 그러셔?" 역시나 이드의 말은 타키난에게 별다른 약발을 발휘하지 못했다. "어쨓든 여기 앉아라 이틀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만 잤으니 배도 고플 테니까..." 타키난은 그렇게 말하며 이드에게 자리를 권하고는 손에 쥐고 있던 사과와 비슷한 과일을 이드에게 건넸다. 이드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타키난이 건넨 그것을 한입 깨물었다. 그러자 입안으로 답꼼한 과즙과 함깨 부드러운 과육이 씹혔다. '헤, 생긴건 사과 같은데 .....부드러운게 맞있는데...' 그렇게 사과 같이 생긴 과일인 나르를 다먹엇을 때쯤 따뜻한 스프와 빵이 이드앞에 놓였다. "잘~ 먹겟습니다.^^" '태청신단(太淸神丹), 공령단(空靈丹),청령내심단(淸靈內心丹)...... 이걸로 준비 완료다!' 다시 출발하는 신호에 마차에 오른 이드는 세가지의 단약을 손에 줘고 입에 떨어 넣었다. "메이라, 지금부터 제몸에 손대면 않되요. 그냥 가만히 놔둬요! 알았죠" 무슨 이유에서인진 모르지만 이드가 제법 진지하게 말하자 메이라 뿐아니라 류나까지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드는 대답을 듣고 아까와 같이 마차의 침대(?)에 누웠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양손이 단전(丹田)에 얺혀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자리에 누운 이드는 별다른 내공심법이 아니라 정심주(定心住: 이것은 눈을 감고서 가만지 자신의 몸과 마음과 기를 관(觀:보다) 하는 것이다.)로서 가만히 약력(藥力)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 보며 잠깐씩 약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지정해주었다. 약력은 조심스럽게 흐르는 이드체내의 진기를 유도하여 주요혈맥을 가만히 감싸며 돌아다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녁때가 가까워서야 레크널이라는 영지에 도착할수 있었다. 레크널 영지는 드라시드 레크널백작은 영지로서 그는 벨레포와는 어릴때 같이 자란 친한 사이라고 한다. 레크널 영지는 꽤 큰데다 상인들이 많이 지나가기에 번화해서 꽤 알려진 곳 이었다. 더군다나 이곳에 위치하고 있는 '카린의 나무' 또한 유명했다. "그런데 저 카린의 나무라는 게 뭐야?" 영주의 성으로 가는 길에 영지 중앙에 위치한 높이 12m정도이고 장전 대여섯이 같이 팔을 벌리고 서야 할만큼 큰나무인 카린의 나무를 보며 콜이 물어왔다. 그러나 그의 대답에 정확히 대답해줄 수있는 사람은 주워의 용병중에 없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가이스가 참으로 한심하다는 듯히 말했다. "참~나..... 용병이나 되서 그런 애기도 못듣고 뭐했을 꼬....... 저 카린의 나무란 말이지 옛날 그러니까 지금으로 부터 900년쯤일거야 그때 카린이란 이름의 마도사가 있었는데 그는 흔치 않게도 인간중에는 거의 익힐수 없다고 보는 마법의 클래스인 10클래스에 들었다고 전해 지더군... 뭐 사실 여부의 확인은 할수 없지만 9클래스를 마스터 한것은 확인된 사실이니까. 어쨓든 그런 그가 말년에 이곳에 정착하게 됬지, 그러던중에 어느날 그의 아들이 품에 어린아이를 안고서 그를 찾아 온거야. 물론 그 아이는 그의 손자였지 그때 그소년은 상당히 휘귀한 병에 걸렸다고 하더군 처음에는 몇군데의 신전에 가봤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자 심상찬음을 느낀 그가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 온것이지 어쨓든 자신의 손자를 건네 받은 카린은 손자를 살리기 위해 여러 방법을 사용해 보았고 또한 방법을 찾아 다녔지.... 그러던중 어떤존재를 소환해 그 아이를 치료할 방법을 찾아 내게되었지 그렇게 되기 까지 무려 2년 가까이 걸렸다고 하더군, 어쨓든 그는 방법을 찾은 순간 바로 그 소환에 들어갔지..... 바로 이곳 레크널에서 말이야." 이드(92) 그는 방법을 찾은 순간 바로 그 소환에 들어갔지..... 바로 이곳 레크널에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가이스는 하던 말을 잠시 끈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타키난이 제촉했다. "그래서.... 이야길 시작했으면 끟을 맺어야 할거 아냐.." "알았어, 그런데 어느정도 정확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은 여기 까지가 다야. 나머지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카린이 소환해 낸것이 이 나무라는 이야기, 또는 소환한것이 악마 비슷한 것이어서 자신이 직접 봉인했다는 설..... 등의 몇가지 이야기가 있어 하지만 어떤 것이 진실인지는 알수 없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나무가 유명한 이유는 10년을 주기로 한번씩 맺는 열매 때문지 일명 카린의 열매라는 것으로 거의 하이프리스트정도의 치유력을 발휘하고 어떤면에서는 더뛰어 나고 " "허~ 거 꽤 비싸겟군......" "당연하지 그렇게 대단한 물건인 만큼....... 하지만 거의 팔진 않는 다고 들었어 거의가 황궁으로 들어 간다고 하더라 게다가 한번 맺어 봤자 10개 내외정도야." "그러니까 엄청나게 유명한 나무시구만......" "이봐, 수다 다 떨었으면 그만 출발하자구.... 구경도 이만하면 됐으니까 말이야.." 앞서가던 선두에서 외치는 소리였다. "예, 그만 보고 전부 앞으로 가!" "알았어...." "카린의 열매라... 나도 그런거나 하나 가지고 싶은데." "헤~ 꿈에서나~" 벨레포가 앞장선 일행들은 영주의 성까지 쭉 뻗어 있는 평탄한 길을 따라 천천히 말을 몰아 갔다. 아직 거의 초 저녁인지라 거리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거기다 꽤 번화한 영지인데다 상인들이 있기에 보통의 영지보다 오히려 활기찰 정도였다. 그런 그들도 저녁때 영지않으로 들어선 대인원을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거기다 거의가 검을 찬 용병에 병사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움직이던 일행들의 눈앞으로 성의 문이 보여지고 있었다. 성문은 아직 활짝 열려있었다. 그리고 그앞을 지키는 4명의 경비병으로 보이는 병사들이 보였다. 그들역시 그쪽으로 다가가는 일행들은 본것인지 잠깐 소요가 일더니 한명이 성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냥 몇명의 인원이라면 우선 일행의 말부터 들어 보겠지만 거의 40명에 이르는 인원이니 저렇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렇게 거리가 좁혀지며 일행들이 경비병들 앞 까지 도착했을 때였다. 그리고 그때 성문안에서 몇명의 인원이 더나 왔다. 아까 경비하던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과 기사차림을 한 기사 한명과 가벼운 튜닉을 걸치고 손에 백색의 검집에 싸인 롱소드를 들고 있는 청년이었다. 그들이 나오는 것을 보며 벨레포의 병사들중 한명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갈색의 머리에 검은색의 눈을 가진 꽤 순해 보이는 듯한 사람이었다. 키는 180정도로 기사들 사이에서는 평범한 정도였다. 게다가 덩치역시 우락부락한 면이없어 어떻게 보면 전혀 기사나 싸움을 할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이름은 킬리 라고 하는데 벨레포의 병사들의 대장이며 벨레포로 부터도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었다. 가는 앞으로 나서서는 자신의앞에 있는 두명의 기사중 튜닉을 걸친 자신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남자에게 씩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셨습니까. 토레스님." 그의 말에 토레스라 불리운 청년역시 의외인 듯 그를 바라보았다. "킬리, 자네가 여기까지..... 아니 숙부님" 그는 킬리를 향해 말하다가 그의 뒤에 이제는 말에서 내린 벨레포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오랜 만이구나, 토레스...." "예, 숙부님 그런데 이렇게 늦게.... 아니 그보다 안으로 드세요. 크레인 가서 아버님께 벨레포숙부님께서 오셨다고 알리고 방과 저녁을 준비하라고 일러주게." "예" 토레스의 말에 그의 옆에 서있던 기사가 뒤돌아 성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그런데 숙부님 어쩐일로 이곳엘, 게다가 이렇게 대인원이라니." 그가 벨레포 옆에 서서 그를 안으로 안내하며 물어왔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뒤로는 말에서 내린 일행들과 마차가 따르고 있었다. 자뭇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오는 그를 보며 벨레포는 허허거리며 웃어 버렸다. "인석아! 뭐가 그리 급하냐.... 들어가서 이야기 하자." "그렇게 궁금한건 아니지만..... 알겠습니다." 성문을 지난 일행들은 성의 넓은 뜰에 도착할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성큼성큼 큰걸음으로 다가오는 벨레포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그는 일행에게 다가오며 입가에 허허거리는 상당히 기분좋은듯한 웃음을 지으며 벨레포에게 다가와 그의 손을 맞잡았다. "이 사람 오랜말이야." "그렇군, 자네는 잘지냈나?" "나야 늘그렇지.... 그런데 자네 이런시간에 이런인원과 왜.... 무슨일이 있는가?" 그의 물음에 벨레포의 얼굴이 사뭇진지하게 굿어지며 자신의 뒤에 멈추어선 마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시선에 따라 레크널백작과 그의 아들인 토레스의 시선역시 마차로 향했다. "아가씨, 도착했으니 나오시죠." 벨레포가 정중히 말하며 마차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뒤에있던 레크널과 토레스는 그가 그렇게 예의를 차리는 상대가 누구인가 하는 궁금함에 마차의 문을 바라보았다. 마차에서 여행자의 복장을 한 류나가 내렸고 이어 그녀의 도움을 받으며 메이라가 마차에서 내려섰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을 알아본 두사람이 다가왔다. "이런, 이런곳에서 메이라 아가씨를 만나는 군요." "네, 안녕하셨어요. 레크널님." "허허.... 편하게 부르시라니까요."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돌려 토레스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토레스." "이렇게 뵙는 군요. 레이디 메이라" 서로인사가 오가자 레크널이 말했다. "서로 인사도 끝났으니 여기서 이럴것이 아니라 들어가서 이야기 하세." "음. 그러데 이사람들이 머무를 곳이 있겠는가?" 벨레포의 말에 레크널은 뒤에 있는 일행들의 수를 가늠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괜찬을듯 허이. 내 준비 시키지." "고맙네, 그런데 아가씨, 이드는...." 벨레포가 마차를 다시 바라보며 메이라에게 물었다. 그의 물음에 메이라가 살짝 미소뛰며 대답했다. "이드는 다시 잠들었어요. 잠들기 전에 자신의 몸에 손대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해서 깨우지도 못하고 잇어요. 참, 아저씨 그 여자 아이는 제 방으로 옮겨 주세요. 제 방에서 재우게요." "예, 그렇게 하지요. 이봐 킬리, 자네가 들어가서 아이를 안고 나오게 그리고 이드에게 접근하지 말고 ....." 그의 명령에 킬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마차안으로 들어갔다가 곧바로 어린여자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나왔다. 그 모습을 보던 레크널부자(父子)는 무슨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멀뚱히 서있을 뿐이었다. "이보게 저 아이는.....또 이드란 누군가..." "그게 이야기가 좀길다네.... 그것도다 이드는 데리고 나오지 못하겠는데..." 그의 말에 이어 가이스가 말문을 열었다. "그건 제가 하지요, 벨레포님 마법으로 문을 잠궈두면 뒤니까요." 가이스의 말에 벨레포는 곧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 방법외에는 방법도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가이스가 벨레포를 부르는 호칭이 씨에서 님으로 바꿘것은 얼마전 벨레포가 일행들(용병들)을 모다두고 자신의 신분과 자신들이 호위하고 있는 메이라의 신분을 발켰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부터는 님자를 붙이게 된것이었다. 것도 그럴것이 상대는 백작에 전장의 트라칸트라 불리는 대단한 남자인것이다. 뭐 가이스등이야 알고있었지만 띠를 낼수도 없었지만 지금은 모두다 알았으니 이렇게 님자를 붙이는 것이다. 벨레포등은 가이스가 마차에 마법을 거는 것을 보고는 발길을 돌려 성으로향했다. 그리고 나머지 일행들은 아까 토레스와 같이 있었던 크레인이란 기사가 그들을 안내해갔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마차안에는 이드가 가만히 누워있었다. 그들이 들어가 앃을 때도, 그리고 식사를 시작했때도 또 식사를 마치고 벨레포와 레크널등이 안아서 이야기를 할때 까지도 말이다. "그러니까 카논쪽에서 우릴끌어드리기 위해서 메이라 아가씨를 노린다는 말이군." "음.... 그것도 꽤 심각해, 적들의 병력이 예상외로 강력했거든.... 우리쪽이 공격 받았을 때도 약하지만 검기를 사용하는 이들이 꽤있었거든... 이상할 정도로 말이야..." "그렇다면 역시 그들이 병사들에게 무슨 짓인가 하고 있다는 말이 맞는 건가?" "그건 알수 없지만 상당히 위험해...." "그렇지, 중앙에서도 느끼고는 있지만 카논쪽에서 지금까지 움직임이 없었기에 가만히 있었던 거지, 그런데 이렇게 반응을 보이다니..... 녀석들 우리까지 적으로 돌리게 되면 곤란할텐데..." 그의 말에 레크널이 조금 생각하는 표정이더니 묵직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아니면......... 뭔가 밑는 것이 있던지." "음?" 벨레포는 예전부터 전술이나 적의 의도등을 파악하는데 능한 레크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사실 자신역시 얼마전부터 생각해오던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카논쪽에 그럴만한 것이 있는가 하는 거지." "후~ 어쨓든 자네 수도로의 길을 서둘러야 겠구만..." "물론...." 그리고 그런 그들과 자리를 함께한 메이라와 토레스 그리고 토레스의 누이동생이 도로시역시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이렇게 심각해 있을때 마차에 편하게 누워있던 이드는 서서히 누을 떴다. 그리고 마차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있는 것과 마차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알수있었다. "도착한건가?" 이드는 숨을 깁게 들이 쉬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몸을 좌우로 흔들고 팔을 휘둘렀다. "으~ 찌뿌등한게 이틀이나 이렇게 누워 있었더니만.......으~~~~차!" 이드는 다시 크게 기지게를 한번펴더니 다시 자리에 정좌(正坐)하고 앉았다. "이제 사전 준비는 완벽하게 했고..... 시작해 볼까!" 그렇게 말한 이드는 양손의 장심혈(掌心穴)을 발바닥의 용천혈(龍天穴)과 맞닺게 하고는 마음을 가라 앉히고 눈을 반개(半開)하고는 몸의 진기를 다스려 나갔다. 이드(93) 그렇게 말한 이드는 양손의 장심혈(掌心穴)을 발바닥의 용천혈(龍天穴)과 맞닺게 하고는 마음을 가라 앉히고 눈을 반개(半開)하고는 몸의 진기를 다스려 나갔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주위로 하얀색의 안개와 같은 김이 떠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흐릿하던 안개는 점점짛어 지더니 잠시후에는 완전히 이드의 전신을 가두어 버렸다. 그리고 그런 마차가 세워진 곳이 내려다 보이는 건물의 발코니에 서있는 두사람이 있었다. 밤하늘의 별과 발코니 및으로 보이는 마차를 바라보는 메이라와 그런 달빛으로 받고 서있는 메이라를 멍하니 보고있는 토레스였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어른들의 이야기는 관심없다는 듯이 오빠인 토레스를 바라보고 있는 도로시였다. 그리고 때로 멍하니 있는 자신의 오빠를 바라보며 않됬다는 듯 고개를 저어 대는 그녀였다. 그녀가 알기로는 자신의 오빠인 토레스는 지금 그의 앞에 서있는 메이라에게 마음이 있었다. 그가 처음 메이라를 보고난후 그는 공작가와 관련이있는 일이라면 유난을 떨었다. 그런 이상한 모습에 도로시가 한가한 시간에 자신의 오빠를 유도신문(?)해본 결과 자신의 오라버니께서 메이라는 한번보고 한눈에 반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것도 증세가 심각하게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가 몇번본 메이라는 토레스에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아니 남자라는 생물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오빠는 그런 메이라에게 빠져 있는 것이다. "하유~ 불쌍한 우리 오빠 저러다 헛물만 켜는 거 아닌지...." "이거 일이의외로 어려운데요." 저번과 같은 방에는 세명의 남자가 않아 무언가에 대해 상의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생각외였어. 그 프로카스라는 자에게 이기다니 직접본적은 업어도 어느 정도 시력이라는 것은 들어서 아는데 말이야." "인질을 잡혔으니까....... 더군다나 그런 복병이 있을 줄이야..... 이 녀석들은 도데체 정보수집을 어떻게 하고 있기에... 덕분에 우리 정체가 완전히 알려졌다고 봐도 무방 할것이야." "어차피 난 게르만의 이런 방법은 마음에 들지 않았어." 프라하를 바라보는 두 사람역시 그렇게 좋은 표정은 되지 못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폐하께서 게르만을 전적으로 도와주라는 명까지 내리셨으니.." "그렇지만 ....... 난 그녀석이 맘에 들지 않아....... 더군다나 놈이 단시간 내에 너무많이 변해 버렸어 더군다나 기사들을순식간에 소드마스터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다니 그것도 별로 미덥지 못하단 말이네...." "그렇지만 엄연한 사실이지 않나."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 두사람의 얼굴이 굳어져 버렸다. "꼭 그렇다고만은 말할수 없지." "그게 무슨 소린가..." "그렇게 좋은 소식은 아니네만...... 내가 알아낸것으론 게르만은 우리나라는 위하는 것이아니라 단순이 이용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는 거지..... 실험적으로 실시된 병사들의 소드마스터 상향작업에 투입된 몇명의 병사들은 수소문해서 데려왔는데..... 봤더니 완전히 폐인이 되었더군...." "그게...." "놈은 우릴속이고 있는 것이야..... 소드마스터의 상향은 지속적인 것이 아니라 단기간 내가 알아낸바로는 한달에서 두달정도의 기간동안 뿐이야 더군다나 그 기간이 지난후에는 모두 폐인이 되어 버리지.... 심할경우 목숨까지 잃게 될수도 있고 말이야..." 그의 말이 중격적이었는지 나머지 두사람은 잠시 그의 말을 정리한후.... 온몸으로 터질듯한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아마 이자리에 이 세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은 아마 벌써 기절 했을 만큼의 강렬한 살기였다. "감히........" "이...사실을 황제께서도 알고 계시는가?" 관운장과 같은 수염을 떨며 프라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오자 그...... 바하잔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 분은 이 나라를 아끼고 사랑하는 분..... 그런분이 그런 계획에 참여 할것 같은가..." "그렇다면 놈이 황제와 우리.... 그리고 카논의 국민들을 혼자서 농락하고 있다는 말인가?" "더불어 오직 자신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있는 벌래 같은 놈들도 몇끼어 있고 말이야..." "그런데 왜 지금까지..." 프라하는 그 일을 알아냈으면서도 지금까지 가만히 있는 바하잔이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듯이 이야기 했다. "녀석뒤엔 뭔가가있어.... 함부로 건드렸다간 우리들의 내분으로 파멸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야." "설마... 녀석의 세력이 그렇게나 강력하단 말인가?" "모르지....... 내가 알아낸것도 여기 까지였으니까..... 무언가를 더깨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더불어....... 분하긴 하지만 라일론과 아나크렌에게 비밀스럽게 물밑접촉을 하는 것이 좋을듯하이." "자네 이 수치스러운일을 타국에 알리잔 말인가?" 그러나 대답은 검은 갑옷을 걸인 남자에게서 나왔다. "그렇게 해야 겠지 사실상 우리측에서는 두나라에 시비를 걸어두 상태..... 만약 두나라가 합공해온면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으로 우리나라의 역사가 끝나게 될지도." "허! " 프라하는 기가 차다는 듯히 헛웃음을 지고고는 자신이 앉아있는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그리고 힘없이 입을 열어 허공을 향해 말했다. "그래....... 접촉 방법은? 그리고 그 새끼는 내가 으드득...... 찧어 죽이고 만다." ............................ "안녕하세요!" 새벽에 일어나 각자 분주히 움직이던 성내의 하인들중 성의 정문을 청소하고 있는 몇몇의 하인들에게 들려온 밝은 목소리였다. 사람들은 그 밝은 목소리가 울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귀가 있는 볼 양쪽으로만 어색하게 긴 머리카락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으한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입가에 뭐가 즐거운지 미소를 뛰고 있었다. 하인들은 이드를 보며 어리둥절해 했고 이드는 그런 그들을 일별 한 다음 발걸음을 옮겨 성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이드의 행동이 자연스러운데다 어제 손님이 대거 들이 닥친덕에 그들중 한명이려니 생각하고 다시 자신들의 일을 시작했다. "꽤 예쁜 아가씨네..." 이 한마디를 덪붙이며 말이다. 이드(94) "꽤 예쁜 아가씨네..." 이 한마디를 덪붙이며 말이다. 이드가 걷고 있는 성안은 하인들이 돌아다니는 것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아직은 새벽에 속해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드 주위로 분주히 아침을 준비하는 하인들이 소리없이고 몇몇 이드를 본 하인들은 의아흔듯 이드를 잠시 보았으나 곳 별것 아니라는 듯이 자신의 할일에 열중했다. "조~용하네..... 저 사람들은 황궁에서 봤던거 같이 소리도없이 걷고....." 이드는 성안의 구조도 모른체 소리내어 발걸음을 옴기며 잠시 잠시 눈에뛰는 소리내지 않으려는 하인들을 보며 혼잣말로 중얼 거렸다. "그나저나 왜 아무도 일어 나지 않은거야? 지금이 몇신데..... 하여간 여기 귀족들은..." 끼~익....... 투덜거리는 이드의 앞 오른쪽의 꽤 큰문이 열리며 안에서 하얀색의 옷을 걸친 소녀가 손에 걸레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녀가 열어놓은 문으로 책이 가득한 신내가 들여다 보였다. "아!....누구....신지" 소녀는 문앞에 나타난 이드를 보고는 살짝 놀라며 물어왔다. 그런 그녀의 표정은 꽤 예뻐보였다. 나이는 16정도로 보였는데 갈색눈에 갈색의 머리카락으로 하얀얼굴과 꽤 어울려 보였다. "어! 안녕?" "누구..... 어제 오신 손님 이신가요?" "어제 온 손님? .... 맞아. 어제 온 손님중의 하나지.." "예, 그런데 이런 이른시간에 무슨일로......" 그녀의 말에 이드는 두손을 깍지켜서 머리뒤쪽으로 넘기며 씩웃었다. 그런 그의 머리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귀여워 보였다. 프로카스에게 목까지 뒷머리가 깍인것을 뒤머리를 시작으로 턱선을 따라 깍아 내린것이다. 물론 작업자는 이드고 말이다. 사실 녀석은 귀여우니 뭐니 그런걸 따지지 않고 가장 손쉬운 방향으로 깍고 보니 이렇게 된것이었다. 물론 자신은 자신의 일에 그렇게 관신이 없지만 말이다. "뭐, 지금의 나에겐 그렇게 이른 시간이 아니니까. 그런데 여긴 뭐하는 데야?" 이드는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나이에 귀여운 얼굴을 보며 쉽게 말을 놓아 말했다. "이곳은 레크널 영주님과 도로시아가씨께서 사용하시는 서재입니다." "서재???" 이드는 비켜서주는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서재안은 상당히 넓었으며 한쪽 으로 나있는 거의 벽 전체라고도 할수있을 창문을 뺀 나머지 3면은 모두 책으로 꽉차있었다. 이드는 눈으로 책이 꽃혀있는 곳들을 휘~ 둘러본후 자신의 뒤에있는 시녀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 아침식사 시간이 언제지?" "약 두 시간정도 후정도입니다." '늦네........' "그럼 그때 까지 여기서 책을 보고 있어도 될까?" 이드의 물음에 그녀는 당황한듯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드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게..... 저는 결정할수 없습니다. 집사님이나 주인님께..." "됬어. 있다가 내가 말하지." 이드는 그렇게 대답해 주고는 발길을 옮겨 책이 꽃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소녀는 당황한 눈으로 잠시 머뭇거린후 서재의 문을 조용히 닫고 물러났다. 이드는 자신의 뒤로 닫히는 문을 뒤로하고 책장에 꽇혀있는 책을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역사 분야, 경제 분야, 군실무, 정책결정 등등등...... "에~ .... 여긴 건너뛰고" 이드는 오른쪽의 책장을 대충둘러보곤 그대로 몸을 뒤로 회전시켜 뒤쪽의 책장에 꽇힌 책을 훍어 보았다. "보자...그러니까.... 내가사는 이유는..., 이간이 자연계에 끼치는 영향, 진정한 악마란, 천국의 신화, 창세신전..... 왜 전부다 이런 종류야~씨.... 붉은 검의 화염? 그리고.... 대마법사의 일기... 햐~ 읽을 만한 소설들이 꽤 있네...." 이드는 책장에 꽇힌 책들중 및에있는 가볍게 읽을 만한 소설들중 슬픈자의 여행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빼들고는 창가에 놓인 책상으로 가서 앉았다. 이드가 앉은 의자는 몸을 푹 파묻을 정도로 푹신한게 한참을 앉아 있어도 별로 피로감을 느낄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앞에 놓인 책상은 꽤 큰것으로 은은한 광택이 나는 나무로 짜여진 책상이었다. 그 위로 팬과 잉크, 종이 등이 놓여 있었다. "와~ 옷칠을한건가? 매끈매끈한게 엄청좋은 물건 같은데... 자~ 그럼 앞으로 두시간정도의 독서나 해볼까나...." 이드는 손에 든 책을 책상위에 내려놓고 책의 첫째장을 넘겼다. [이 글은 지금으로 부터 200년전에 살았던 한 검사의 이야기로 그의 슬픈 인생의 행로를 기록한 것이다. 그대 이 글을 읽고 그의 아픔에 기도를 보내주어라...... .....................] 그렇게 시작하는 소설을 읽으며 서재내로는 책장을 넘겨대는 소리만이 울릴 뿐이었다. "편히 주무셨습니까. 토레스님!" "수고하게." 토레스는 보통때보다 일찍일어나 방을 나섰다. 아직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복도로 바쁘게 아침을 준비하는 하녀와 하인들이 돌아 다녔다. 잠시동안 너무일찍일어나 할일이 없던 토레스는 주위를 휘휘둘러 보더니 발길을 옮겨 서재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곳에 자신이 보던 책등이 있어 시간을 보내긴 딱 좋은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3분정도(귀족의 성이란게 넓다....)를 걸어 그는 서재의 문앞에 서게 되었다. 토레스는 소리없이 열리는 문을 열어 한시간 이상의 시간죽이기 작업을 위해 서재 않으로 발을 들여 놓으려고 했다. "누구........" 토레스는 말하려던것을 급히 멈추고 허리에 달랑거리는 짧은 검을 조용히 빼들었다. 자신앞에 보이는 광경은 누군가가 서재의 책상을 뒤지고 있는 장면이었다. '도둑 인가? 아님...... 어제 숙부님의 말씀대로 카논?' 토레스는 소리없이 열린 문사이로 발소리를 최대한 죽인체 서재 안으로 들어섰다 이드(95) 토레스는 소리없이 열린 문사이로 발소리를 최대한 죽인체 서재 안으로 들어섰다. 훌쩍.... '훌쩍?........ 도둑이 울먹이며 도둑질을 하나?.... 아니지.' 토레스가 의아해하며 바라보는 곳에는 책상을 뒤적거리던 인물이 목적한바를 찾지 못한듯 자신의 옷소매를 끌어 눈가를 닥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렇게 눈가를 정리한후 다시 책상에 펼쳐진 책으로 눈길을 주는 모습.... 이것은...... '............아무리 봐도 도둑은 아닌것 같지?......' 그렇게 생각한 토레스는 손에 들었던 검을 다시 허리에 있는 검집에 넣었다. 물론 검손잡이에 손을 대어 놓은체 말이다. "흠! 흠!" "응?" 한참 책에 빠져 있던 이드는 서제의 문이 있는 곳에서 들려오는 헛기침소리에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떼고 소리가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든 그의 얼굴은 뭐랄까.... 상당히 소녀틱한 얼굴이었다. 그렇잖아도 갸름한 얼굴에 그에 맞게 귀엽게 깍여져 찰랑이는 짭은 머리..... 거기다 방금 눈물을 흘린탓으로 조금 붉은 기가 도는 촉촉한 눈동자... 이정도 되는 상대로서 할말은..... "훗, 꼬마 아가씨가 울었던 모양이군...." 토레스는 눈에 눈물을 머금은 꽤귀엽게 생긴 소녀의 모습에 경계를 완전히 풀어 검에 대고 있던 손까지 놓았다. 그러나 돌아온것은 꽤 싸늘한 목소리였다. "누가 꼬마 아가씨야?" "이런 꼬마라고 해서 화난건가? 그런데 못보던 얼굴인데..... 어제 벨레포 숙부님고 함께온 일행인가?" 그의 물음에 책읽기를 그만두기로한 이드는 책을 덥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물론 눈에 남아있는 물길를 완전히 제거 하면서 말이다..... "그건 맞지만...... 나는 절대 여자가 아니야." "훗.... 그래?" '욱! 저게.....' 사실 여기서 토레스만 탓하지 못할게..... 눈가에 눈물을 지우며 일어나는 소녀틱한 머리에 귀여운 인상을한 이드의 말은 분위기상 그렇게 설득력이 없었다. 호히려 무언가에 삐친 소녀의 모습으로 비칠뿐.....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 "물론....." "저게..." "그런데 뭘읽고 읽었기에 꼬....꿀꺽 울고 있었지?" 토레스는 꼬마 아가씨라는 말을 붙이려다가 싸늘하게 자신의 입을 바라보는 이드의 시선에 그말을 꿀꺽해 버리고는 책상에 놓여진 책의 재목을 읽었다. "이건가? 허긴.... 엄청나게 눈물나게 쓴 소설이니까.... 도로시도 이책읽다가 엄청나게 눈물을 흘렸으니까..." "흥, 그러셔...." 이드는 그렇게 쏘아준후 발걸음을 옮겨 그를 지나쳤다. 아니 지나치려고 햇다. "어디가는 거지? 꼬마....."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게다가 내가 어딜가든 당신이 무슨상관.." "이것봐 니가 언제 내게 이름 가르쳐준적있어? 게다가..... 보아하니 일찍일난 덕에 할일 없어 이곳에 들어온것 같은데....... 밖에 나가면 뭐 할거라도 있어?" 이드는 그의 말중에 틀린말은 없는지라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저 인간의 모습이 보기싫은건 사실이다. "이드, 내 이름은 이드다. 그리고 할일 없더라도 당신이 보기싫어서라도 나갈꺼야....." 대충얼버무린 이드는 다시 서재의 문을 향해 발길을 돌려 걸었다. 사뿐사뿐..... 뚜벅뚜벅..... 미치 이드의 발걸음에 맞춘듯이 이드의 뒤에서 들려오는 발걸음은 상당히 신경에 거슬 렸다. 특히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데 보자마자 '꼬마 아가씨'라고 부른 그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야.... 게다가 얼굴에 뛰우고 있는 무언가 재밌다는 듯한 표정까지..... 상당히 신경에 거슬리는 인간이엇다. 신경질이인 이드는 걸음을 조금 빨리해 서재의 문을 열고 나오며 문을 닫어 버렸다. "제기.... 혈(穴)을 어느정도 뿔고 처음보는게 저런 인간이라니..... 재수 없게스리..." 찰칵...... 텅.... 이드는 방금자신이 서재에서 나오며 들었던 소리와 똑같은 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오는 것을 들으며 잠시 멈추었던 걸음을 빨리했다. 사뿐....사박 사박..... 뚜벅 뚜벅...... 이드의 뒤에서 들려오는 그소리는 이드가 복도를 걸어 거실을 거쳐 밖으로 나올때 까지 계속되었다. '으~ 저 화상이 진짜 죽을라고......' 정문에서 나와 정원에 다다를때 까지 계속 들려오는 발걸음소리에 이드는 그자이에 우뚝 서더니 은근히 살기까지 뛰우며 획뒤돌아 섰다. 그리고 뒤돌아선 그곳에는 얼굴에 장난끼어린 미소를 뛰우고 있는 토레스가 서있었다. "당신 뭐야..... 왜 따라오고 난리야...." "당신이라니....내 이름은 토레스라고 그렇게 부르면 다른 사람들이 오해하지... 이드양?" "으~~~~" 그의 말에 눈을 꼭감고 주먹을 말아쥐는 이드를 보며 토레스는 상당히 재미있어 했다. '훗 꽤 귀여운애야..... 순간순간 발끈발끈하는게..... 왜 이러나 몰라... 보통땐 잘이러지 않는 난데....하하.....하?' 부웅~~ 급히 뒤로 물러선 토레스는 자신의 앞으로 바람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작은 주먹을 보며 급히 손을 내저었다. "어이.... 이드, 이건 장난이야... 그만 진정해... 미안하다니까...." '쉅게 흥분하는 만큼 금방 달려드는 군... 이거 조심해야겠어....' 그의 사과하는 말에 이드는 씩씩거리며 그에게 휘두르려던 손을 거두었다. 물론 여전히 주먹을 꼭줜체 말이다. '이렇게 쉅게 평정심을 잃다니....... 진짜 짜증나는 인간이야.......' "그만 진정하고.... 놀린건 사과하지... " "됐어, 그리고 이제 따라오지마...."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려는 이드를 보며 토레스가 급히 돌려 세웠다. "이봐..... 어차피서로 할일없는 건 마찬가진데 같이 시간이나 보내자구..... 너도 심심할거 아니야..."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당신은 싫은데?" '큭! 상당히 삐졌군....' "어이! 혼자서 뭘 중얼거리는 거야?" "아니야.... 그리고 아까 사과 했잖아 그만 화풀지..... 내가 꽤 볼만할걸 보여주지...." 토레스의 말에 어느정도 화가 풀려있던 이드는 시간도 때울겸 그의 제안을 승락했다. "좋아 가보지..... 먼저 앞장서시지." "이왕이면 같이 것지...." "앞장이나서." 토레스는 이미 이드의 신경을 상당히 긁어 놓은 관계로 별 말없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이드(96) 토레스는 이미 이드의 신경을 상당히 긁어 놓은 관계로 별 말없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꺙!" "응" 토레스를 따라 발검음을 옮기던 이드는 위에서 들리는 들어본 듯 한 울음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꺙!" 다시한번의 울음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부터 무언가 떨어지듯 작은 그리자가 잡혔다. "뭐.... 뭐야.." 이드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우선은 거의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떨어지는 문제의 물체를 손 잡았.... 아니 잡으려 했다. 그러나 그전에 그 물체가 이드의 머리쯤에서 몸을 틀더니 곧바로 이드의 머리께로 내려 앉는 것이었다. 그거시도 아주 부드럽고 자연 스럽게 말이다. "꺙!" 그렇게 내려 앉은 녀석은 뭐가 좋은지 이드의 머리에 머리로 짐작되는 부분을 비볐다. 이드는 그 물체의 반응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 머리에 떠오르는 한 마리를 생각해 내고는 그 이름은 입에 담았다. "설마....레티?" 이드의 말에 이드의 머리를 점령하고 있던 녀석이 대답이라도 하듯이 울었다. "꺙! 꺙!" 그리고는 여전히 펼쳐져 있는 이드의 손에 그 하얀색의 몸을 얹어 놓았다. "꺙!" "헤, 너도 일찍 일어 났냐?" 이드는 자신의 손에 내려와 '갸를를' 거리는 레티의 목을 쓰다듬어 주고는 자신의 어깨 올렸다. "음? 그녀석 혹시 메이라 아가씨가 키우는 트라칸트 아닌가?" 토레스는 이드의 어깨 위에서 매달리듯 앉아있는 레티를 바라보며 신기하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맞는데 왜요?" "그 녀석 왠만해선 사람을 잘따르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너, 메이라 아가씨를 아니?" 이드는 토레스가 얼굴을 조금 굳히며 물어오자 이 녀석이 왜 이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의 물음에 답해 주었다. "당연히..... 같은 일행인데 모른다면 그게 말이 않되지..." "아니 내 말은 메이라 아가씨와 잘아느냔 말이다. 그 녀석이 그렇게 따르는 거보면 니가 메이라 아가씨와도 상당히 친할것 같은데..." '저 녀석.... 메이라라는 이름에 꽤 민감한것 같은데....' "그렇게 친한건 아니고 몇번 말을 해본정도? 그리고 이 녀석은 지가 날찾아 온거니까 메이라 아가씨완 별상관이 없는 거지... 그런데 당신 왜 그렇게 정생을 하고 난리지?" 이드의 말에 토레스는 자못 어색한든 머리를 긁적이며 어영부영 답했다. "뭐..... 별건 아니다. 신경쓸필요 없어.." 그렇게 어색하게 답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그를 보며 이드는 뭔가 집히는게 있었다. '큭... 그렇군..... 놀려줄 꺼리가 생긴건가?' 그렇게 어떻게 놀릴까 생각하며 레티를 쓰다듬는 이드를 이끌고 토레스가 걸어간 곳은 성의 뒤뜰이었다. 오십여명의 인원이 기합에 맞추어 쇠몽둥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어때?" 토레스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드에게 한말이었다. 그 모습에 이드는 기가 막히다는 투로 토레스를 바라보았다. "이것봐, 토레스였던가? 하여튼...... 설마 재밌는 볼거리란게...... 이 훈련하는 장면을 말한건 아니겠지......?" "당연하지.... 지금시간에 뭘찾야? 게다가 이건 예고고 정말 볼만한건 조금있다 이어질 대무거든.... 그거야 말로 볼만한 볼거리지..." "대무란 말이지....." 이드는 토레스의 말에 한참 쇠몽둥이(쇠몽둥이기는 하지만 기본형은 검을 따르고 있는 모양)를 들고 휘두르고 있는 사람들을 잠시 보다가 토레스가 다시 발걸음을 옴기자 이드역시 그를 따라 다시 걸음을 옮겼다. 토레스가 간곳은 오십여명의 기사들 앞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세명의 중년의 기사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앉아 있었는데 서로 이야기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음? 누구냐... 토레스님" 앉아 있던 인물중 갈색의 중년기사가 뒤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았다. "안녕하십니까. 레이블." 토레스의 목소리에 앉아있던 두사람역시 일어나 토레스에게 인사를 건넸고 토레스역시 인사를 건네었다. "그런에 이런 이른시간에 무슨일이신지...." "일찍이러난 김에 기사들이 대무를 하는것을 이 소.....년에게 보여 주려고 왔습니다." 토레스는 소녀라는 말이 나올뻔 했으나 간신히 사과해놓은것을 무위로 돌리고 싶지 않았기에 중간에 소녀를 소년으로 바꿈것이었다. 토레스의 말에 세 사람은 토레스의 옆에 서있는 이드를 보고는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는 듯했다. '그냥봐서는 소녀인데...... ' 레이브은 속마음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토레스를 보며 이드를 눈짓했다. 한 마디로 누구냐고 묻는 것이다. "여기 이드는 이번에 벨레포숙부와 같은 일행으로 온거죠." "예? 그럼 벨레포님의 기사......." 레이블은 심히 놀랍다는 듯이 이드를 바라보았으나 토레스가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숙부님의 기사가 아니라 일행입니다." 토레스는 일행이라는 말에 유난히 강조했다. "...아! 용병이구니요. 그런데 이런 어린나이에 용병이라.... 이드라고 했지.... 군(君)은 용병이라면서 뭘하는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한손으로 어깨에 올려져 있는 레티를 쓰다듬던 이드는 레이블의 물음에 고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전 정령술과 검을 좀 다룰줄 압니다." "호~ 정령술과 검이라.... 대단하군 그나이에.... 그럼 정령술은 어디까지 인가?" "중급정령까지는 소혼할수 있죠." 이드의 말에 그냥 인사정도로 묻던 레이블이 눈을 빛냈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 가지였다. "대단하구만 자네..... 중급정령이라 그나이에 그정도인걸 보면 자네는 타고난 정령술사인 모양이군" "뭘요." "그래, 정령술도 그정도니 있다가 대무할때 자네도 해보겠나?" "그래도 됄까요?" "그럼, 어차피 대무인것을.... 그러지 말고 토레스님 저리로 앉으시지요." 레이블이 그렇게 말하며 자신들이 앉아 있던곳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언제 가져다 두었는지 두개의 의자가 더 놓여 있었다. 레이블은 모두 자리에 앉자 앞에서 한참 무거운 검을 휘두르고 있는 이들을 향해 외쳤다. "자~ 모두 후련을 그치고 대무로 들어간다. 준비하도록." "옛!!" 그의 말에 훈련하던 기사들은 검휘두르던것을 즉시 멈추고 즉각대답하고는 연습중에던 연습장의 양옆으로 물러났다. "그럼 탄과 이얀부터 시작해라" 레이블은 기사들에게 쉴틈도 주시않고 두명의 기사에게 명했다. 그러자 호명되 두명은 손에줜 쇠 몽둥이검을 내려놓고 대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연습용검을 각자 하나씩들고 연습장의 중앙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레이블드이 앉아 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잘부탁 합니다." "잘부탁 합니다." 서로 예의상의 인사를 주고 받은후 각자의 검을 빼들었다. 그리고 서로 검을 한번 마주치고 뒤로 물러나 각자 자세를 잡았다. "재밌겠어. 잘봐, 저둘은 여기 기사들 중에서도 꽤 상급에 속하는 자들이거든." "그래요?" 그렇게 대답한 이드역시 두사람에게 시선을 집중하려 했다. 그때 들려고는 급한 말발굽소리만 아니라면 말이다. 두두두두두두....... 대지와 부딪히며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에 대무를 관람하려던 사람들의 시선이 저절로 돌아 가게되었다. 그곳에는 말을 탄 기사가 말을 달려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 기사의 팔에는 붉은색의 천이 묶여 있었다. "이거.... 대무를 보는건 다음기회로 미루어야 겠는데....." "모두들 오늘 훈련은 여기서 마친다. 각자 몸을 풀고 대기하라." 레이블역시 기사들에게 그렇게 명한후 앞서가는 토레스와 같이 발길을 돌렸다. 이드는 자신의 옆에서 걷는 토레스와 뒤따라오는 세사람의 조금 굳은 표정에 무슨 일인가 하여 토레스에게 슬쩍이 물었다. "무슨일이지... 무슨일이기에 갑자기 이렇게 분위기가 바꿘거야?" ".... 넌 모르는 모양인데 방금온기사는 수도에서 긴급한 일로 보내는 전령기사다. 그의 팔에 매어져 있던 붉은 천 봤지? 그게 긴급을 요한다는 표시이지...... 무슨일인지." "긴습한 일이라...... 아나크렌 처럼 이 나라도 조용하진 못하군..." 이드등이 도착했을때 한 하인이 급히 온 기사를 안내하고 있었고 집사는 급히 위로 뛰어 가고 있었다. 아마 성주에게 알리기 위해서인 듯 했다. 토레스는 집사가 빠르게 2층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는 하인에게 접대실로 안내되고 있는 기사에게 다가갔다. "토레스님...." 토레스가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린 하인이 먼저 고개를 돌려 토레스에게 인사했다. 그러자 그의 옆에서 걷고 있던 기사가 그 하인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를 향해 토레스가 먼저 인사를 건네었다. "저는 토레스 파운 레크널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토레스가 자기소개를 하며 본론부터 커내 말했다. "아! 레크널 백작님의 자제 분이셨군요. 저는 황실 기사단 소속의 기사인 크라멜이라고 합니다. 음? 레이블님? 타르님 아니십니까?" 토레스에게 인사를 하던 크라멜이라는 기사는 토레스 뒤에 서있던 두명의 기사에게 인사를 건네왔다. 그제서야 크라멜의 얼굴을 본 두사람역시 그에게 인사를 건네 왔다 "아니 자네. 오랜만이군." "반갑네. 그런데 무슨 일인가?" 두사람역시 인사를 건넸으나 그가 가지고 온 소식이 궁금한듯 물었다. 그 말에 크라멜을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게..... 저도 정확한 것 까진 알수 없습니다 만...." "아~ 나머지 이야기는 들어가서 하지... 이분은 내가 안내할테니 다른일을 보도록.." 토레스는 그렇게 말하며 하인을 돌려 보내고 앞장서서 그를 접대실로 안내했다. 그리고 그옆에 있던 이드는 어떨결에 같이 딸려 가게 되었다. 폭이 3m나 되는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진 한쪽문이 열리며 접대실의 광경이 들어왔다. 접대실 제일 안쪽에 놓여진 책상과 그앞에 배치되어 있는 일인용의 큰 소파와 그 양옆으로 놓여있는 긴 길이의 소파. 그리고 그런 접대실의 바닥에 까린 기하학적인 무뉘의 카페트와 한쪽에 놓여진 책장.......그리고 소파사이에 놓여 있는 긴 탁자. 그 외에 접대실의 여지거기에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위한 몇가지 소품들이 놓여 있었다. "이쪽으로..." 토레스가 크라멜에게 우측에 놓인 긴 소파를 가리키며 앉길 권하고 자신은 좌측에 놓인 긴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의 옆으로 이드와 나머지 한명의 기사가 앉고 반대편에 크라멜과 같이 레이블과 타르가 앉았다. "그럼 이야기를 해주시겠습니까." "예, 아까 제가 말했듯이 제가 아는것또한 적은 것입니다. 저도 정확한것은 알지 못하지요. 자세한 내용은 여기 이 문서에 있습니다." 크라멜은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붉은색의 종이 봉투를 끄집어 내었다. 그 봉투에는 사자의 몸에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를 단 라일론 왕가의 문장이 찍혀 있는 봉인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알고 있는내요은?" "아마..... 전쟁이 있을 듯합니다." 말은 간단했으나 뒤이어 오는 충격은 상당했다. 크라멜의 옆과 앞에 앉은 이들은 잠시 그가 말한 내용이 주는 충격을 음미하는 듯이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한사람 그들의 놀람에 동참하지 못하는 이가 있었으니 토레스의 옆에 앉아 있는 이드였다. '전쟁이라..... 카논이라는 나라놈들 미친건가? 두개의 대국(大國)을 상대로 아님 밎는 구석이 있는 건지.' "그게 무슨 말인가 크라멜, 도데체 전쟁이라니..... 어느나라가 현제 우리에게 싸움을 걸정도 여력을 보유한 나라는 대치중인데..." "그게... 카논 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카....카논? 놈들이 미쳤단 말인가?" 네사람이 기막혀 할때 닫혀 있던 접대실의 문이 열리며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냐.... 카논놈들이 미치다니..." "글쎄 말일세." 이어서 들리는 중년인의 목소리와 함께 실내로 레크널과 벨레포가 접대실내로 들어왔다. 그런 그들을 보며 실내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실 기사단 기사 크라멜 도 라무 레크널 백작님과 라크토 백작님을 뵙습니다." "아버님, 숙부님." "음, 자리에 앉아라." 그들의 인사대 대충 답해준후 두사람은 접대실의 중앙의 소파와 우측소파의 제일 앞에 앉았다. "자네가 네게 가져온 문서가 있다고." "엣, 여기 있습니다." 크라멜은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들고 있던 붉은 색의 종이 봉투를 내밀었다. 종이 봉투를 받아든 레크널은 종이 봉투의 봉인을 떼어내고 안에 있는 편지를 꺼내어 읽어 내려갔다. 그런 그의 얼굴은 상당히 진지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의 얼굴이 딱딱히 굳어 졌다. 그리고 편지의 내용을 모두 읽어 내려간 그는 편지를 옆에 있는 벨레포에게 넘기며 한마디 했다. "토레스 말대로 녀석들이 진짜 미친것일지도 모르겠군...." 이어서 편지의 내용을 모두 읽어 내려간 벨레포가 말을 이었다. "아니면 어제 이야기 했던데로 뭔가 밑는 구석이 있던지..... 이 내용을 보니 아무래도 그쪽이 맞는거 같지만 말이야...." "음." 레크널은 다시한번 편지로 시선을 준후에 토레스와 레이블등에게 시선을 보냈다. "우리역시 수도로 가야겠다. 토레스 너도 준비하거라...... 벨레포의 대열에 함유해 가능한한 빠르게 움직여야 겠어..." "예, 즉시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많은 준비는 필요 없다. 너도 갈준비를 하고 몇명의 기사만 있으면 된다 어차피 싸울사람들은 많이 있으니..." 그의 말을 끝으로 실내에 있던 사람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또 전쟁이려나...." 그렇게 말하며 이드역시 접대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드(97) "자~ 어서 움직여, 최대한 빨리 수도에 당도해야 한다." 성 앞에서 바쁘게 출발준비를 진행중인 사람들에게 누군가가 소리쳐 말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사이에 보지 못한 기사 5명이 썩여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앞에마차를 뒤로한채 벨레포와 레크널등이 모든 준비를 끝내고 서있었다. "천천히 가기는 글렀군...... 몇일간 힘들겠어." "그래도 어쩔수 없지.... 그런데 아침에 같이 있던 그 이드라는 소....년이던가? 그 아이 입단속은 했나?" 레크널이 아침에 본 이드의 소녀틱한 모습을 기억해 내며 벨레포에게 물었다. 벨레포는 레크널에게 이드가 소년이라는 것을 말해줄때를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를 뛰우고 그에게 대답했다. "했네. 다른사람에게 말하지 말아달아고... 뭐 어차피 몇일 정도가 흐르며 소문이 날일이니까." "빠른속도로 이동한다면 4일내로는 들수도 있을거야..." "글쎄 그러기는 힘들거야. 일행이 한둘인가 더군다나 여기 마차까지 있으니 하루는 더해야 할것 같은데." "후~ 그럴지도." 그리고 잠시후 토레스가 다가와 일행들의 이동준비가 모두 완료되었음을 알려주었다. "알았다. 너도 대열에 가서 서라." "예" "그럼 집사 내가 없는동안에 수고하게나." "예, 영주님" 벨레포는 옆에서 레크널이 집사에게 몇가지 당부하는 것을 들으며 일행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자~ 그럼 모두 빠른속도로 수도를 행해 출발한다." "예~~ㅅ" "레크널 자네와 나는 앞으로 나가세나." "좋지." 두사람은 빠르게 말을 달려 달려가는 대열의 앞에 서서 대열을 이끌었다. 그리고 그 뒤로 일행들이 올때와 같은 대형을 유지하며 달리고 있었다. 달라지 것이 있다면 앞서 달리는 벨레포와 레크널주위로 5명의 기사가 보인다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잠시동안 말을 천천히 달려 영지를 벋어난 일행들은 그때 부터 속도를 높여 힘차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멀리서 그들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는 인물하나가 있었다.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뛰우지 않은체 달려가는 일행들을 무심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물..... 포르카스........ 그러나 그런 프로카스도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자신외에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포르카스와는 달리 큰나무위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이였다. 푸른눈에 갈색의 수수한 머리카락을 가진 부드러운 이상을 가진 20대 중반의 청년 바로 바하잔이었다. 그 역시 프로카스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다려가는 일행들을 눈여겨 보았다. 그러나 그 또한 알지 못했다. 자신과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프로카스역시 자신과 같은 것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렇게 우리 카논제국의 치부를 보여야 하다니.... 처음부터 게르만 놈을 맡아 들인것이 실수였다. 놈, 영혼조차 남기지 않으리라..." 자신의 친우(親友)들과 같이 있었을땐 침착했던 그가 지금은 강렬한 살의를 발하고 있었다. 물론 저쪽으로 가는 일행이 느낄수 없도록 속으로 삭히며 말이다. 잠시동안 앞서가는 일행을 바라보던 그역시 나무에서 내려 일행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비록 말을 타진 않았지만 그의 속도가 상당한것을 보아 꽤 높은 수준의 검사인 듯 했다. 이드일행은 빠른속도로 말을 몰았고 그뒤를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두사람이 빠른 속도로 그들을 따랐다. "누구냐!!" 일행은 노숙을 한지 이틀째 저녁에 식사를 준비를 하던 사람외에 보초를 서고있던 사람들의 목소리에 그곳으로 고개를 도렸다. 그곳에는 간단한 하더래더 차림에 허리에는 평범한 롱소드를 차고있는 수수한 갈색의 머리카락에 불빛에 비쳐 푸른색을 뛰는 눈을 가지 청년이 서있었다. 그는 여러시선이 일제히 자신에게 돌아오자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는 여행자인 바하잔이라고 합니다. 여행하다가 노숙을 하게 됬는데 우연히 여러분을 보게 되서..... 같이 앉아도 되겠습니까?" 그는 말을 마치고 다시 얼굴에 조금 편안한 미소를 뛰었다. 그의 말에 그의 앞에 서있던 보초는 뒤쪽, 그러니까 일행중에서도 벨레포와 레크널등이 모여 있는 곳으로 눈을 돌렸다. 이미 그의 말을 들었을 테니 새삼스레 물어볼 필요도 없고 두사람의 결정을 기다리면되는 것이다. 그런 보초병의 생각데로 두사람은 그 바하잔이란 인물이 말하는 내용을 모두 들었다. 비록 상당한 거리가 있다지만 두사람은 무시 못할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뭐...... 워험한 느낌은 없는데.." "그런가? 뭐, 자네의 사람보는 눈은 정확 그 자체니까." 벨레포는 레크널에게 그렇게 말해주고는 보초가 있는 곳을 향해 소리쳤다. "같은 여행자인데 뭐가 문제겠소, 여기와 앉으시오." "하하, 이거이거" 보초가 길을 터주자 바하잔은 벨레포등이 있는 일행의 중앙부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벨레포등의 일행의 주요인물이 앉아있었고 그 뒤로 마차가 있고 그앞에 몇명의 여성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바하잔은 그들을 둘러보고는 시선을 다시 벨레포와 레크널에게 돌렸다. 그리고는 그들 앞에서 정중히 감사를 표한후 자리에 않았다. "이곳을 지나가다니... 수도로 가는 모양이지? 그렇군, 그럼 여기 인물들을 대충소개 하지 여기 이 사람은 내 친우인 레크널, 그리고 여긴 이 사람의 아들되는 토레스, 그리고 여긴 이 일행들을 이끌고 있는 킬리와 크레인일세." 바하잔은 벨레포가 소개해주는 사람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며 자신역시 인사를 건네었다. "일행에 같이 앉게 해주신점 감사 합니다. 저는 바하잔이라고 합니다. 여행자죠, 아까 벨레포님의 말씀대로 수도로 가는 중입니다." "검을 쓰시는 가 보죠?" 토레스가 바하잔의 허리에 걸린 롱 소드를 보며 물었다. "맞습니다. 그렇게 뛰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말이죠." 그의 말에 옆에 있던 킬리가 너무 겸손하다는 듯 한 마디를 거들었다. "겸손하시네요, 이렇게 혼자서 여행할 정도라면 실력이 어느정도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바하잔씨는 몸이나 옷 등에 아무런 흔적도 없으니 그만큼 실력이 뛰어 나다는 소리죠." "그렇지만 꼭 그렇다고 보기 뭐하죠, 제가 운이 좋아 오는길에 몬스터라든가 해될만한것을 하나도 만나지 않았을 수도 있잖습니까." "참나! 농담하싶니까? 오는길에 몬스터를 만나지 않았다니..... 마법사라서 워프해왔다면 이해가 가지만 검사가..... 아마 지나가는 오크 붙잡고 물어도 코웃음 칠겁니다. 그러니 너무 빼지 말라구요." "하하... 그것도 그런가요?" "그런데 수도에는 무슨 일로..." "만날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시군요. 아, 식사준비가 다된것 같은데 같이 식사 하시죠." 토레스가 저쪽에서 손에 손에 무언가를 들고오는 병사들을 보며 좌중에 그사실을 알렸다. "허, 이거 덕분에 따뜻한 음식을 먹게 생겼습니다." "별말을 다하군." 그말을 끝으로 각자 따뜻한 스프와 빵, 그리고 구워져 열기가 남아 있는 육포를 손에 줠수 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누가 한소릴까^^;;; 이드(98) 그말을 끝으로 각자 따뜻한 스프와 빵, 그리고 구워져 열기가 남아 있는 육포를 손에 줠수 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절제된 몸동작이다. 강한 사람이다. 프로카스라는 사람과 동급 아니면 더강할지도...' 가이스 옆에 앉아 스프를 입에 가져 가면서도 이드는 그 바하잔이라는 사람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이드가 보기에는 바하잔이라는 사람의 동작은 상당한 수련을 거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여지는 움직임이었다. 자연스러우 면서도 무언가 무형의 기운이 내제되는 것. 저 사람에게는 그런 것이 있었다. '이곳에는 저정도의 사람이 없는 줄 알았는데... 어?' 한참을 그렇게 그에게 시선을 고정한체 정지해 있자 이드의 시선을 바하잔이 느낀것인지 이드쪽으로 눈길이 돌아왔다. 그리고는 고개를 까딱이며 웃는 것이 었다. '뭐, 아무렴 어떠냐, 적의는 없는것 같은데....' 간단하게 생각을 마무리 지은 이드역시 그를 향해 살짝 웃어 주고는 다시 스프 그릇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하잔은 자신의 미소에 답하듯 웃는 소녀가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을때, 벨레포의 말이 들려왔다. "수도 까지 가신다니, 저휘와 같이 가는 것이 어떤가 혼자 가는 것보다야 낳을것 같은데..." "하하 그래수신다면 감사 합니다. 그렇잖아도 제가 부탁드리려 던 참이 었으니까요." 바하잔은 그렇게 대답했으나 사실 속으로는 쾌재를 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벨레포가 말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 원하던 것 아닌가. "오, 그럼 잘됬군 그런데 우리들은 속도를 좀 빨리해서 갈것인데... 자네 말을 있는가?" "아니요, 저는 말은...." 바하잔이 그렇게 말을 얼버 무렸다. 사실 바하잔의 입장에서 본다면 좀 힘이야 들겠지만 자신이 직접 달려 이드일행을 쫗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에 말을 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벨레포가 간단히 해결해 주었다. 일이 잘풀릴려니 문제가 없는 모양이었다. "괜찬아, 우리 들에게 남는 말이 두마리 정도가 있으니 그걸 타면 될거야." "이거 또 이렇게 신세를 지겠습니다." "허, 뭔... 섭한 말을, 자~ 식사도 끝났으니 불침번을 남겨두고 쉬도록 해야지." "그럼, 제가 불침번을 서지요." "그러지 않아도 되네... 일행이 많다 보니 불침번은 한두명 같고는 않되고 더군다나 자네는 손님이지 않은가 그러니 정하고 싶다면 내일하던가 하고 오늘은 쉬게나."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렇게 하지요." "그러시게 그럼 쉬게나." 잠시후 각자 식사를 마치고 각자의 자리에 누운후의 야영지는 조용한 고요만이 흘렀다. 두두두두두................ 보통 사람같으면 아침식사후의 느긋한 휴식을 즐기고 있을시간에 대지를 달리는 일단의 일행들이 있었다. "으윽.... 오늘도 제발 내엉덩이가 무사하길...." "나도다. 여, 가이스 혹시 엉덩이 보호 마법 같은 건 없어?" 타키난의 투덜거림에 콜역시 동조하며 옆에서 말을 몰고 있는 가이스를 향해 물었다. "흥, 그런 좋은게 있으면 벌써내가 썻죠, 그리고 난 잠깐 이렇게 타다가 마차안으로 들어가면 그만이니까 별상관 없어, 그나저나 왜 그렇게 투덜거림이 심해? 저기 이드좀봐..." 가이스는 그렇게 쏘아준후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이드가 말을 몰고 있었는데 전혀 피곤하다거나 몸이 좋지않은 것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이드옆쪽에서 말을 몰고 있는 다크엘프인 채이나역시 이드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지금 채이나는 귀를 가리기 위해 넓은 머리띠를 둘러 귀를 가린 모습이었다. "저둘은..... 그러니까..... 우씨, 2틀동안 그렇게 달리고 무슨재주로 저렇게 쌩쌩한 거야?" 그렇게 듣고 보니 그랬다. 가이스 자신도 오면서 간간히 마차를 탔기에 이만 하지 그렇잖았다면 콜과 타키난의 투덜거림에 동참했을 것이다. 그것은 비단 그들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 가지였다. 그런데 저, 약해(?) 보이는 두사람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는 것이다. "어? 저거..... 몸이 떠있잖아 저 두사람...." "뭐? 뭐가 떠있어?" 마침 이드와 채이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모리라스가 이드와 채이나를 관찰하다가 외쳤다. 그렇게 큰 외침은 아니지만 주위에 있는 일행들은 모두 들을수 있는 성량이었다. 그리고 그 소리에 따라 눈을 돌린 일행들은 볼수 있었다. 말 안장에 완전히 닿은 것이 아니라 약간 떠있는 두사람을...... 가이스역시 모리라스의말에 따라 두사람이 앉아 있는 곳을 살피다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프로군....." "실프?" "그래 실프, 실프를 이용해서 그걸 말 안장위에 공기층을 형성하는 거야, 그러면 말안장에 닿지 않고 저렇게 뜨지, 게다가 저기에 않으면 마치 최고급의 소파에 앉은것 같은 그런 기분일껄? 어째 2틀동안 말을 타고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지......" "그렇단 말이지~~~!" "그렇게 자기들 끼리만 편하단 말이지........" 일행은 배신감을 느끼며 이드와 채이나를 향해 말을 몰아갔다. 그때 그런 그들을 말리는 인물이 있었으니......채이나의 남편인 보크로였다. "자네들이 참아, 잘못하면 다친다구, 게다가 저게 능력이 있으니까 저렇게 하고 다니는 거 아닌가....." "그거야 그렇지만...." "야! 모리라스 그거야 그렇지만 이 어딪어, 봐, 저아저씨도 떠있다구..." "뭐시라." "그러니까 그런 말이 나오지......" "으~~~ 배신자......" "이드, 채이나, 우리들도 좀 도와줘요." 몇명은 그대로 보크로에게 으르렁거리고 나머지는 이드와 채이나에게 다가갔다. "흥, 능력없으면 그런데로 살아, 남 귀찮게 하지 말고 그리고 더가까이 오면 다친다." "아니 그러지 말고.... 어! 뭐야~~악" 쿵!!!! 채이나의 말을 무시한체 다가가던 콜이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말에 서 떨어지며 거친 소리를 냈다. "거봐라... 내가 다친다고 주의를 줬는데도......." "으~ 이번 일은 왜이렇게 힘든거야......흑, 눈물나려 그런다." "야! 그만하고 일어나 비위상하는 모습 짓지 말고," 그렇게 말에서 떨어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든 끝에 일행들은 푹신한 느낌을 엉덩이로 부터 느낄수 있었다. 물론 그 갑으로 몸에 꽤 멍을 만들었지만 그만한 값어치가 있엇다. "달려라 앞으로 2틀정도면 편히 쉴수 있다." "그만해, 않그래도 힘들구만 누구 놀리냐~" 이래저래 용병들에겐 꽤 시끄러운 여행이다. 이드(99) 이래저래 용병들에겐 꽤 시끄러운 여행이다. 스르르릉....... 날카로운 검이 검집에서 빠져나오는 소리가 이드의 앞쪽으로 부터 들려왔다. 그곳에서는 타키난이 오른손에 검을 뽑아 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주위사람들도 무슨일인가 하여 바라보았고 어떤이는 주위를 경계하며 긴장하기도 했다. "타키난, 갑자기 검은 왜 뽑아요...?" 이드가 주위의 시선에 동참하며 타키난에게 의문을 표했다. 이드의 목소리에 타키난이 뒤를 돌아보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주위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있는 것을 보고는 왜 그러냔 식으로 답해주었다. "뭐야? 왜 그렇게 사람을 쳐다 보는데.... 사람처음보는 것도 아니고, 하도 심심해서 검 손질이나 좀하려고 그러는구만...... 왜 그러냐?" 타키난은 그렇게 말하며 말 옆에 달린 주머니에서 작은 숫 돌과 검은색의 천을 끄집어 냈다. 그 모습에 긴장한체 주위를 경계하던 사람들은 괘히 머쓱한지 헛기침을 해대거나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옆에있던 나르노와 지아등은 타키난을 따라 검을 뽑아 들고는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말위에서 그러기가 어려운지 지나는 몇번 숫 돌을 떨어트리더니 포기 해버렸다. '검이라.......'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면서 지금한창 자신과 냉전중인 라미아를 생각해 냈다. '제길..... 그래이드론이나 .... 뭔생각으로 검에게 그렇게 강한 인격을 부여해서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거야.... 결국 내 잘못이긴 하지만....' 속으로 투덜거리던 이드는 몇칠전의 일을 생각해 보았다. 밤이라 조용한 시간에 별로 잠이 오지 않던 이드는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라미아의 생각이 떨올랐다. "이거..... 내가 분명히 자주 상대해 주겠다고 했는데.....으~~ 이놈의 기억력..... 치매도 아니고 왜 이러지.." 이드는 달님이 내려다 보는 밤하늘 아래에서 잠시 자기 비화를 하더니 가만히 라미아를 불러보았다. "흠, 아.... 저기.... 라...미아...." 상당히 지은죄가 있음으로 해서 조금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가 나온 이드였다. 이드의 성격상 상당에게 자신이 잘못한게 있게 되면 거의 저절로 상당한 저자세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 "저기 라미아? 듣고 있어?" '으~ 대답도 않는 걸 보니 상당히 화가 난 것 같은데.... 으~ 겁난다.' "라미아~~" [...... 왜 그러 십니까 주인님.] 딱딱하다, 차갑다, 화났다, 접근하지마라..... 이런뜻이 거의 총망라 되었다 십을 정도로 차갑고 딱딱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이드를 부르는 호칭도 맨처음의 주인님이었다. '꼴깍..... 절대 쉅게는 못풀겠어.' 이드는 순간적으로 상당한 장기전이 연상되었다. "미, 미안해 본의는 아니야, 너도 알잖아 내가 이런 마법이라는 곳이 없던 곳에서 온거.... 그래서 널 인식하는 것이 좀늦어서 그래서.... 용서 해줘, 응?" 이드는 저 자세로 사과 부터 했다. 우선 화부터 풀어줘야 할것 아닌가 그러나 라미아의 화는 생가가외로 상당한 듯 끄떡도 않았다. [주인님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정확한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아니..... 내가 미안하다니까 이제 화풀어..."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더 이상의 명령이 없다면 돌아가겠습니다.] "라, 라미아.... 라미아" 이드가 다시 라미아를 몇번 불러보았으나 단 한마디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난 다음엔 화를 풀어주려 시간이 있을때 마다 말을 해보았지만 헛 수고 처음에 들었던 말과 같은 말 뿐이었다. 굳이 들자면..... [잘못을 알긴하시나보죠?] [내가 뭐하러 이드님 처럼 약한분을 택했는지......] [이드님이 죽으면 저는 주인을 읽게 되어 다시 침묵해야 한다는 걸 인식이나 하고 계신가요?] [저를 사용하시면 두배의 힘을 쓰실수 있는데 ..... 절무시 하십니까] 등등이었다. 게다가 아직까지 자신의 창조자들중의 한명인 그래이드론의 힘도 소화시키지 못하고 뭐하냐는 능력이 않되냐는 말까지 들었었다. 이드로선 상당히 신경쓰이는 말이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이 먼저 벌집을 건드린것을 게다가 1만년을 침묵하고 있었을 라미아를 생각하면 확실히 자신이 잘못한것이니 어쩌겠는가. "하아~~" 라미아 생각을 하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무슨수로 화를 풀어주지.... 전에 누나들이 화난것과 비슷하게 반응은 하는데..... 것보다 강도가 훨씬 썬것 같은데...... 그때 제갈형님이 여자화푸는 방법 가르쳐 준다고할때 배웠어야 하는데.... 괜히 사화(死花)누님이 방해해서.... 잠깐! 그런데 라미아가 사람인가? 거기가 여자였던가? 아니잖아......' "으~~~ 모르겠다...." "뭘? 뭘 모른단 말이야?" 옆에 말을 몰던 채이나가 이드의 말소리를 들은 듯 이드에게 물었다. "아니예요, 아무것도....." "아닌것 같은데 얼굴이 갑자기 심각해 진게...." "아니요, 괜찮아요...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요." "그래? 그럼..." '그래요....에휴우~ 응?' 그렇게 속으로 한숨을 쉬던 이드는 일행의 앞쪽으로 부터 서늘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짐을 느꼈다. 딴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더빨리 알았겠지만 라미아생각에 이제서야 느낀것이다. 그 기운에 이드가 곳바로 벨레포에게 소리치려는데 타키난들이 있던 곳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적입니다. 벨레포님!" 낭낭한 외침이 크게 들려왔다. 이드등은 그 외침이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어제 일행과 동해하기로 한 바하잔이 말을 타고있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는 벨레포에게 이드도 외쳤다. "벨레포님, 적입니다. 게다가 기운으로 보아 프로카스때와 같이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알았네, 전원 정지 각자 마차를 중심으로 전투대형을 형성하고 마차를 보호하라." 벨레포의 외침이 울리는 것을 들으며 바하잔이 의뢰라는 듯이 이드를 바라보았다. 저기 앞에 있는 벨레포, 레크널, 타키난등의 비록 강하진 않으나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든 인물들보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소녀가 먼저 적의 기운을 알아 차리다니 뜻 밖이었다. '나와 같은 경우인가? ' 바하잔은 그런생각에 이드를 다시 보았으나 잠시후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보기엔 너무어린데다 행동까지 어린 아이의 것 이다. 그렇담 저 소녀는 뭐지?' 바하잔의 생각이 그렇게 이어지는 동안 용병들이 마차를 중심으로 대형을이루었고 그들의 앞으로 벨레포와 레크널의 중심인물과 이드, 타키난, 가이스등의 주요 전투인원나섰다. 그리고 바하잔 역시 그들과 같이 앞자리에 이드의 옆에 섰다. "킬리, 앞으로 나섰던 정찰인원들은?" 벨레포가 자신의 뒤로 서있는 킬리를 향해 정찰임무로 앞서간 5명의 인원에 대해 물었다. "그것이.... 돌아 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런가, 프로카스와 같은 느낌이라고 하니....." 바하잔은 그말을 들으며 옆에 있는 이드를 다시 바라보았다. 저기 벨레포등이 이드의 말에 전쩍으로 신뢰는 표하는 것이 이 작은 소녀의 정체가 점점 궁금해졋다. '프로카스를 상대한 검사에, 뛰어난 소드 마스터 용병들, 거기다 마법사, 정령술사에 .... 이 소녀까지.... 돌아가면 정보원들을 다시 손봐야 겠군............(불쌍해라ㅠ.ㅠ) 그나저나 프라하들에게 공격이 있을 거란 말은 듣지 못햇는데.... 이상하군.' 의아함을 느끼던 바하잔은 이제 타키난등이 느낄정도로 가깝게 접근한 적이 나타날 방향을 바라보는 일행과 함께 같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런 일행들의 사이로 진한 긴장감이 돌았다. 이미 프로카스의 힘을 맞본 적이 있는 그들로서는 프로카스와 동급일것 같다는 말을 이드로 부터 들었기 때문이었다. "옵니다." 이드의 말과 함께 일행의 앞으로 100미터 정도의 거리에 있던 작은 바워더미 위로 공간이 일렁였다. 이번 전투는 좀 크게..... 상대가 강하니까...... 바하잔의 실력도 나올것 입니다. 이드(100) 이드의 말과 함께 일행의 앞으로 100미터 정도의 거리에 있던 작은 바워더미 위로 공간이 일렁였다. 그리고 한순간 일강간의 일렁임이 강렬하게 절정에 달하며 눈으로 알아 볼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곳에 은빛의 인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라이컨 스롭?....... 은..... 아닌것 같은데....." 타키난이 바위위에 모습을 드러낸 인형을 바라보며 자신의 판단을 흐렸다. 바위위에 모습을드러낸 것은 타키난의 반응대로 인간은 아니었다. 머리는 표족한 귀에 은빛의 털을 가진 늑대의 모습이었다. 얼굴만 보자면 나무랄떼 없이 훌륭해 보이는 늑대였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머리부분이고 그아래 몸의 형태는 인간의(?) 엘프의 그것이었다. 거기다 입고 있는 옷과 무릅까지 올라오는 긴부츠 역시 그 사람? 몬스터?.... 하여튼 그 인형의 털과 같은 은색으로 긴소매에 조금 헐렁한 감이 도는 그런 옷이었다. 그리고 그런 옷의 소매로 나온 손은 인간처럼 긴손가락이 있었지만 은빛의 털로 덥여 있었고 하얀색의 날카로운 손톱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 존재는 모습을 드러낸 순간 부너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한채 일행들을 어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일행들 사이의 몇몇은 긴장감을 없애려는지 간간히 농담비슷한 말을 주고 받고 있었다. "저건 .... 라이컨 스롭(늑대인간) 이야...." "저렇게 인간 처럼 옷입고 정확한 자세로 서있는 라이컨 스럽 봤냐?" "그럼 뭐게...." "저게 그냥 으르렁 거리면 라이컨 스롭, 아니면 .... 새로운 종류의 몬스터로 몬스터 도감에 한종류를 더 추가 시켜야 겠지?" 그리고 마치 타키난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 이름 모를 존재가 낮게 깔리는 듯한 목소리를 울려 일행중 앞에 서있는 바하잔을 바라보며 낮게 으르렁 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깔끔한 언어로 말했다. "그대가 바하잔 공작이것 같군...." "음......" 그 말에 바하잔이 침음성을 발했고 그의 주위로 서있던 사람들과 벨레포와 레크널은 공작이라는 말에 의아함과 당혹감을 같이 느꼈다. "바하잔 ..... 공작?...." "누구냐, 게르만 녀석이 보낸건가?" "그렇다고 할수 있을 것같아...... 그리고 나는 카오스의 여섯 혼돈의 파편중 하나, 정해진 이름은 없으나 메르시오라고 불러줬으면 좋겠군." "혼돈의 파편, 그것이 게르만의 뒤에 도사린 세력인가?" "훗, 게르만의 뒤가 아니다, 단지 우린 그를 이용하는 것뿐." ".... 지금 네놈의 목적은?" "지금 내눈앞에 있는 인간들의 멸절. 그리고 주요 목표는 역시 단신의 사살이지." 그렇게 메르시오(생긴것과 별로 메치가 않되는 듯^^)가 확실히 공격의 의사를 밝히자 앞에서있던 주요 전투인원들이 하나둘 검을 빼들었다. "젠장 왜 오는 적들이란게 하나같이 저런 것들이야, 씨.... 그나 저나 바하잔이란 공작 양반.... 당신 카논사람인가?" 타키난이 거칠게 자신의 검을 빼들며 지겹다는 듯이 메르시오를 바라보며 바하잔을 향한 물음을 던졌다. 그의 물음은 모두가 묻고 싶어 하던 것이기에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훗, 눈치가 빠르군, 하지만 당신들의 적은 아니지.... 도움을 청하기위해 당신들의 일행에 함유한것 뿐인데.... 나자신도 모르게 추적 당한 것 같군." 바하잔이 전혀 다른 생각은 없었다는 듯이 여유있게 타키난의 물음에 답하며 자신의 롱소드를 검집에서 끄집어 냈다. 바하잔의 검은 걷으로 보이는 평범함과는 달리 검신이 약간의 푸른빛을 뛰는 것이 보통의 쇠로 만들어 진것이 아닌듯 했다. 그리고 검을 뽑으며 바하잔이 뒤에 있는 마법사인 가이스에게 아까 들었던 것에 대해 물었다. "가이스양이라고 했던가? 마법사이니..... 혹시 해서 묻는 건데 카오스의 여섯 혼돈의 파편이란 것에 대해 아는가?" 그의 물음에 가이스가 그의 공작이라는 신분을 의식한듯 지금까지와는 달리 존대어로 답했다. "아니요, 아직 아는 것이 대단하지 않은지라... 알지 못합니다." "그런가?" 바하잔이 가이스의 말에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는 듯이 대단찬게 답했다. 사실 바하잔 자신역시 책을 좋아 하는지라 나이도 있는 만큼 보통의 마법사 정도의 지식은 소지 하고있다고 자신했다. 그런 그조차 비슷한 말조차 들어본적이 없는 말이니 아직 어린 가이스가 알것이라곤 그렇게 기대하진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바하잔의 그런 포기는 이른 것이라는 듯 옆에서 낭낭한 목소리가 울렸다. "카오스의 혼돈의 파편..... 태초에 창조주께서 빛과 어둠을 빚으실때 그 불완전한 어둠과 빛에서 떨어져나간 부분이 결합하여 빛도 어둠도 아닌 혼돈 그 자체를 낳았으니 그것이 바로 창조주께서 빛과 어둠을 창조하기 이전의 혼돈이라. 창조주 깨서는 그 혼돈을 보시고 다시 거두셨는데 그때 떨어져 나간 혼돈의 작은 파편이 여섯조각 있었더라...... 그리고 그것이 창조주와 빛과 어둠이 창조한 지상계에 떨어 졌을때 성령과 암흙의 권세 빛과 어둠으로 부터 부여 받은 존재들이 그 혼돈을 붉은 돌속에 사두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있는 이드에게로 모든 일행과 메르시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이드의 일행들과 바하잔은 처음듣는 이야기에 흥미로움을 메르시오는 의아함을 얼굴에 표시하고 있었다. "이거 뜻 밖이군, 그 때의 일을 기억하는 자가 있을 줄이야. 그일은 이제 신들과 드래곤들에게서야 들을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맞는 말이야, 똑바로 알고 있는 거야...' 이드는 속으로는 그렇게 말하고 아까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래이드론의 기억을 지껄인 입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였다. "어떤 책에서 읽었죠, 제목도 적혀있지 않은 꽤 오래된 책." "할짓없는 드래곤이 쓴건가? 뭐, 상관은 없지....... 그럼 이제 내 임무를 수행해 볼까?" "그렇담 우린 방어 해야 겠지?" "당연한 말을......" "신화의 인물과 싸우다니 ..... 요번일은 잘못 맞은거야.... 가이스 도데체 일을 어떻게 고른거야." 메르시오의 말에 그렇게 답한 바하잔과 벨레포등의 용병들과 병사들은 각자의 검을 잡고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벨레포와 레크널역시 바하잔의 정체에 대한 일을 잠시 접기로 한듯 검을 빼들었다. "실로 얼마만에 움직이는 지 모르는 거니까 모쪼록 훌륭한 실력을 발위해 주기 바란다." 말을 마친 메르시오는 아래로 늘어져있는 팔을 들어 일행을 향해 내뻗었다. 그와 함께 그의 손으로 부터 은빛의 둥근 구가 뻗어 나와 바하잔을 향해 날아갔다. "걱정 하지 않아도 될거야, 합!" 서너걸음 앞으로 나간 바하잔은 자신의 검에 금빛의 마나를 입혀 검기를 형성한후 은빛의 둥근 구를 받아쳐 둘로 갈라 버렸다. 쿠구구구궁 그리고 둘로 갈라진 두 빛덩이는 각각 일행들의 양옆으로 떨어져 폭발을 일으켰다. 하나하나가 거의 3클래스급의 파이어 볼정도의 파괴력을 발해 땅을 파해쳐 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에 벨레포가 가이스와 파크스에게 급히 마차주위로 보호마법을 부탁했다. 그러나 그말에 레크널이 걱정하지 말하는 듯이 한마디 거들었다. "성격급하긴.... 걱정하지 않아도 될꺼야. 저기 메르시오라는 녀석 ...... 몰래 마차를 노릴 그런 존재로는 보이지 않아.... 확실힌 모르지만 자네성격과 비슷한것 같아.... 꽉막힌 성격과...." "레크널 자네..... 이런 순간에 그런 농담이 나오나?" "아니오, 나도 레크널씨의 말에 동감이오." 다시 검을 들던 바하잔도 레크널의 말데 동의를 표했다. "것보다. 나난 좀도와 주시겠소? 보통 상대는 아니것 같은데... 괜히 객기 부릴 생각은 없거든...." 바하잔은 방금의 공격으로 상대가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님을 직감하고 그렇게 말한 것이다. 그러자 뒤에서 그말을 들은 레크널 일행을 제외한 인물들의 시선이 이드를 향했다. 저런 상수(上手)를 상대 할땐 많은 인원이 공격보다 실력자들이 나서는 것이 좋다. 그런 면에서 일행들중 이드만큰의 실력자는 없는 상태니 자연히 시선이 이드에게로 향한 것이다. "하~ 알았어요." 이드가 자신을 향해 있는 시선에 바하잔 처럼 몇걸을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 모습에 바하잔과 레크널 일행이 불만이 상당한 얼굴로 무언가를 말하려 하자 벨레포가 그들 보다 빨리 입을 열었다. "저희 일행중에는 이드보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없소." "말도 않되..... 저몸으로 정말인가?" "이 사람..... 내가 지금 농담 할땐가?" 바하잔 역시 그들의 말을 들으며 자신옆으로 걸어오는 이드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하지만 여자아이를 내세우는 것은....." 그런 바하잔의 중얼거림에 타키난이 이드를 대신해 답해 주었다. "바하잔님, 그녀석은 어디까지나 남자 입니다. 생김새로만 판단 마십시오...킥킥...." 그대답과 함께 바하잔과 레크널일행의 얼굴에 다함께 당황함이 떨올랐다. 남자아이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그 프로카스를 상대하것도 자네인가?" "예..... 그때 지기는 했지만요." "허, 기가 막히는군..... 설마.... 다시 젊어 진건가?" 이드는 바하잔의 말에 그를 바라보았다. "젊어져? 아! 반로환동..... 바하잔씨는 반로환동하신 모양이죠? 그정도면 상당한 실력인데..... 아지만 전 아닙니다. 18입니다. " "이거.... 이거 허무해 지는군. 그 프로카스라는 인물 뛰어난 실력이었는데....." 그렇게 이드와 바하잔 두사람이 나란히 서자 메르시오역시 바위위에서 내려왔다. "그럼 내 상대가 그대들 둘인가?" "아무래도....." "흠... 그럼...." 바하자의 대답과 함께 메르시오가 휘두른 손의 괴적을 따라 검기와 같은 것이 형성되어 바하잔과 이드를 향해 날았다. 이드(101) 바하잔의 대답과 함께 메르시오가 휘두른 손의 괴적을 따라 검기와 같은 것이 형성되어 바하잔과 이드를 향해 날았다. 별로 힘이 실리지 않은 마치 대결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약한 힘의 검기에 바하잔이 앞으로 나서 다가오는 검기를 향해 황금빛으로 물든 검을 휘두르며 순간적으로 대쉬하여 메르시오를 향해 날았다. "게임의 시작으론 조촐하군." 사실 바하잔은 검기를 그냥 피할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뒤쪽에 있는 일행에게 그검기가 가게 된다. 뒤에 이드가 있기는 하지만 .... 직접 이드의 실력을 본적이 없으니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일것이다. 자신의 앞으로 존재하는 공기의 상당한 앞력을 가르며 엄청난 속도로 나가는 메르시오를 보며 이드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걸론 않될텐데...." 그렇게 중얼거리는 이드의 눈에 무언가 재미있다는 듯 입가에 슬쩍 미소를 뛴것처럼 보이는 메르시오가 보였다. 그리고 다음순간 이드의 예상대로 바하잔이 꽝 하고 터지는 소리와 함께 한 옆으로 밀려나 버렸다. 메르시오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는 바하잔은 보며 바하잔이 바로 자신의 앞에 다다랐을때 순간적으로 옆으로 몸을 이동했다. 때문에 한 순간에 표적을 놓여버린 바하잔이 잠시 기우뚱하는 사이 비어버린 바하잔의 옆구리에 메르시오의 손바닥이 부딪혀 온 것이었다. "큽...., 빠르군...." 약간의 충격은 받았지만 잠시 기우뚱할뿐 금새 몸을 일으킨 바하잔을 보며 메르시오가 충고하듯이 한마디를 던졌다. "한가지 충고하지..... 속도론 덤비지말아. 난 속도에선 자신이있거든...." 메르시오로선 오랫만의 상대를 쉽게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훗, 대단한 아량이시군... 그정도는 알고 있으니 다른 충고는 없나?" 이미 다시 공격자세를 취한 바하잔이 자신을 깔보는 듯 한 메르시오의 말을 받아쳤다. 바하잔 역시 메르시오와 마찬가지로 이런 상대는 자신이 심득(心得)으로 그 옛날에도 소수의 존재밖에 이루지 못했다는 그래이트 실버에 도달하고 처음맞는 상대인것이다. "큭, 상당히 여유롭군...." "더이상의 충고는 없나보군, 그렇담 이번엔 내가 충고를 하지 난 스피드 보다는 힘을 중요시 하거든......섀도우(shadow 제설에서처음나영어네요^^)." 그말에 이어 순식간에 흔들어진 바하잔의 검을 따라 세개의 금빛 그림자가 날았다. 그리고 그뒤를 따라 바하잔이 곧바로 몸을 날렸다. "날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건가?" 메르시오는 양손을 앞으로 내밀어 메르시오의 검기와 같이 세개의 은빛 구를 만들어 던지고는 자신역시 그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완전히 바하잔의 방법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콰과과과광 투~앙!!!! 처음 황금빛과 은빛의 마나가 부딪혀 폭발음과 함께 주위로 충격파가 번졌고 이어서 바하잔과 메르시오가 부딪히며 두번째 충격파가 주위를 덥쳤다. 그리고 둥글게 퍼져 나가는 충격파는 이드와 일행에게도 퍼져왔다. 이드는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는 강한 기의 폭풍에 양손을 앞으로 내밀어 엉켜 다가오는 기를 풀어 버렸다. "분(分)" 그렇게 풀려버린 마나폭풍은 뒤에 있는 일행에게 다다랐을때는 단순한 바람으로 변해 있었다. "가이스누나.... 또 후 폭풍이 올지도 모르니까 대비하는게 좋을것 같은데요.... 했네..." 뒤를 돌아 보며 말을 있던 이드는 이미 일행의 주위로 반은 연한 푸른색이고 반은 연한 회색인 실드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쪽 걱정은 말고 너나 걱정해!" 이드는 그말을 들으며 다시 바하잔과 메르시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쪽에서는 바른속도로 부딪히고 있는 두 사람(?).... 한 사람과 한 존재를 중심으로 먼지와 돌등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바하잔이 강한 마나를 실어 황금빛을 머금은 검을 메르시오의 가슴으로 밀어 넣을라면 메르시오는 오느세 몸을숙여 피하고 뻗어 있는 바하잔의 팔꿈치를 노리고 들어온다. 이어 바하잔이 빠르게 내뻗은 팔을 거두며 몸을 앞으로 밀어 팔을 접고 및에 있는 메르시오의 머리를 향해 찍어 내려오니다. 그럼 찍어 내려오는 팔꿈치를 손으로 쳐내며 메르시오는 몸을 회전시켜 바하잔의 몸옆구리를 노리고 바하잔은 그 공격을 피하기 위해 뒤로 물러난다. 거의 한 호흡에 이어진 순간적인 동작들인 것이다. "하하, 재밌어, 이런 상대가 얼마 만인가...." "나역시.... " 바하잔은 메르시오의 말에 그렇게 대답하며 몸을 바로 잡고 검을 바라보았다. 방금의 전투에서 검에 상당한 마나를 걸었는지라 꽤 좋은 검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애검정도의 검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바하잔의 예상대로 그의 푸른빛을 뛴검의 중앙으로 휘미한 선이 그어져 있었다. '후~ 이거 얼마 버티지 못하겠어.....' 바하잔은 단순히 벨레포의 일행에 묻어들기 위해 평범하게 보이려 한것이다. 그때문에 자신의 검을 가져오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의 검은 뛰어나기는 하지만 정작 검주인 자신보다 더 유명 하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저 녀석도 아마 이걸 눈치 챘을텐데.....' 검사는 싸우면서 서로 자신과 상대의 무기를 확인해가며 싸우는 것이 당연한것 거의버릇과도 다름 없었다. 신나게 칼질하다가 부러지기라도 하면 한방에 가는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저정도의 실력을 가진 존재라면 생각해볼것도 없었다. "다시 시작해볼까? 크래쉬.." 바하잔이 가만히 서서 검에대해 고찰(?)하고 있는 사이 메르시오가 다시 공격을 가해 왔다. 그러나 이번엔 직접 적인 공격이 아닌 원거리 공격이었다. 메르시오가 낮은 자세로 팔을 교차시키며 앞으로 수차레 내 뻗었고 그 팔의 괴적을 따라 땅위로 은빛의 빛줄기가 달려 나갔다. 메르시오의 팔이 흔들리는 수에 따라 계속해서 늘어난 은빛빛들은 빠른속도로 바하잔을 향해 반원을 그리며 몰려들었다. 그 빛은 하나하나는 그렇게 강력한 것이 아니었으나 한꺼번에 몰려오는 위용은 무시하지 못할것이었다. "젠장, 이 검 과도 안녕이군..... 웨이브..." 바하잔은 들고있는 검에 강력한 마나를 집어넣고는 앞으로 내던져 버렸다. 그리곤 곧바로 뒤를 향해 외쳤다. "아무나 검!! 빨리..." 콰과과과광...... 투둑......두둑....... 뒤로 물러나며 외치는 바하잔의 외침이 채끝나기도 전에 바하잔의 뒤로 날아간 마나를 머금은 검이 땅에 박히며 담고있던 마나를 마치 거대한 파도가 치듯히 주위로 개방해 버린 것이었다. 그로 인해 마나의 파도와 은빛의 빛이 정면 충돌하고 만것이다. 그리고 한순간의 격렬한 폭발이 있고 주위로 소리가 줄었을때 바하잔에게 들려오는 답이 있었다. "받아요." "헛!!!!!" 바하잔은 낭랑한 어린 목소리와 함께 자신에게 날아오는 롱소드도 레이피어도 아닌 검을 얼떨결에 받아 들었다. 그리곤 얼굴에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뛰우고 검이 날아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바하잔의 예상대로 이드가 서있었다. "이... 이봐자네... 데체,...." "뒤에 보세요." 바하잔은 싸워야 할사람이 무기를 자신에게 던지면 어쩌냐고 말하려던 침이었는데 그때 들려오는 이드의 목소리에 급히검을 제대로 잡고 뒤로 물러서며 몸을 돌려 세웠다. 꽝....... 방금까지 바하잔이 있던 자리로 마나의 구가 떨여지며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뒤로 메르시오가 양손에 은빛의 마나를 형성하고 달려오고 있었다. "제길.... 자네도 싸워야 할거 아냐.... 그런데 검을 던지면 어쩌잔 얘기야....... 하아~" 빠르게 하고 싶은 말은 한 바하잔은 이드가 던져준 검에 마나를 집중했다. 우우우우웅 마치자신의 몸에 마나를 돌리는 듯한 그런 느낌에 바하잔은 놀라며 다시 검으로 눈길을 돌렸다. 원래는 래이피어보다 적어 보이는 검의 주위로 황금빛의 마나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검신의 주위로는 황금빛이 아닌 푸른빛이 아른 거리고 있었다. 거기에 이어 검주의 정신을 맗게 하는듯한 향기.... "내검 이상의 훌륭한 검이다......" 바하잔이 이드가 던진검이 결코 자신의 애검에 뒤지지 않는 다는 사실을 느꼈을때 이드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보통의 검가지고는 바하잔씨의 힘을 못견뎌 또 부러진다구요, 그리고 전 검없어도 되니까 앞이나 봐요." 바하잔은 다시 검에 한눈을 팔고 있다가 이드의 말에 급히 검을 휘두르며 몸을 오른 쪽으로 빼돌렸다. 후웅..... 방금까지 바하잔이 있던 자리로 바람이 일며 메르시오의 손이 지나갔다. "훗, 이제 장비도 마련했으니 본격적으로 해볼까?" 그런 메르시오의 말과 함께 메르시오의 팔에 물들어 있던 은빛이 점점 번져 팔전체를 휘감더니 더 나가 그의 웟몸 전체를 휘감고 돌았다. 그리고 은빛이 완전히 몸을 휘감았을때 그의 몸이 잔잔한 모래바람과 함께 꺼져 버렸다. 후아아아앙 그로인해 순간적으로 메르시오를 놓혀 버린 바하잔이 심히 당황해 할때 이드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뛰어!!(웬 반말^^)!" "헛!" 바하잔은 이드의 말에 거의 본능에 가깝게 몸을 회전시키며 빼올렸다. 그리고 본래의 자리에서 3m정도 떨어진 곳에 떨어져 내렸다. 그런후 자신이 있던 자리를 바라본 바하잔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이드를 바라보고 있는 메르시오를 발견할수 있었다. "..... 엄청난 속도다..." 비록 메르시오의 변화에 잠시 당황했다하지만 순간적으로 그의 모습을 완전히 놓여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그때 당황하지 않았더라도 그의 모습을 놓치지 않았을 거란 확신은 없는 바하잔이었다. 그리고 그런 메르시오의 움직임을 간파한 이드..... ".....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봐서는 모르는 거야.... 나도 이제 정신차려야 겠군.... 저녀석의 장단에 마출려면... 하~합!!" 우우우웅 마나를 끌어올리기 시작한 바하잔의 주위로 황금빛이 아닌 이제는 거의 백금색이라 불릴 그런 빛이 검을 휘감고 바하잔의 몸에 은은히 흐르기 시작했다. 그의 그런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린 이드를 흥미롭게 바라보던 메르시오등 모든 이들의 시선이 바하잔에게 모여들었다. "소울 오브 아머(영혼의 갑옷)" "큿, 꽤 무리 하는군.... 실버 쿠스피드(은빛 송곳니)" 메르시오의 말과 함께 그의 말에 돌던 은빛이 나선모양으로 회전하더니 마치 송곳니와 같이 뾰족한 모양을 취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채 완전해지기도 전에 메르시오는 몸을 움직였다. 한편 멍하니 이때까지 이야기 외에는 접해보지 못한 전투를 거의 고요와 같은 침묵속에서 바라보던 일행들은 바하잔이 백금빛의 마나에 둘러 싸이고 메르시오가 은빛의 송곳니를 형성하자 바빠지기 시작했다. "빨리 실드의 출력을 올려.... 킬리, 앞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앞에서 충격파에 대비해...젠장, 이런 상황만 아니면 평생 있을까 말까한 구경거린데...." "지금 그런말 할땐가? 자네도 준비해, 전원 밀집대형을 이뤄라..." 레크널은 용병들을 모이게 한후 자신역시 검을 뽑다들고 언제 닥칠지 모를 쇼크웨이브(shock wave:충격파)에 대비할준비를 했다. 이드(102) 레크널은 용병들을 모이게 한후 자신역시 검을 뽑다들고 언제 닥칠지 모를 쇼크웨이브(shock wave:충격파)에 대비할준비를 했다. 쿠과과과광... 투아아앙.... 한순간 백금빛과 은빛이 어키는 모습과 함께 엄청난 폭발성이 일고 곧바로 그 소리를 이어 벨레포등이 기다리던(?) 마나의 쇼크 웨이브가 일행들을 강타했다. "큭... 젠장....... 이봐, 앞에 날아오는 큰덩이는 앞에 사람들이 정리해... 콜, 자네앞으로 바위.." "알았습니다. 합!!" 벨레포의 말에 콜이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는 꽤 커보이는 바위를 향해 마나가 담긴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마나가 담긴 검에 당한 바위는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져 뒤쪽의 실드에 부딪혀 뜅겨졌다. 그와 같은 일은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일행들이 전투를 구경할 새도없이 고생하고 있는사이 자신의 주위를 호신강기(護身剛氣)와 바람의 중급정령인 노드로 보호하고는 바하잔과 메르시오의 격돌을 바라보며 몸에 내공을 운기 하기 시작했다. 이드의 눈에 비치는 바하잔이 크진않지만 뒤로 밀리는 모습이 역력했기 때문이었다. 그에 반해 메르시오의 동작은 여전히 여유가 있어 보였다. "제길... 트리플 라이트닝, " 바하잔의 기합과 함께 그의 머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실버 쿠스피드를 쳐낸 그의 백금빛의 마나의 검이 이름 그대로 번개와 같이 메르시오의 머리와 양쪽 가슴을 향해 쏘아졌다. 왠만한 검사들은 거의가 사용가능한 기술이지만 그레이트 실버급의 바하잔에게 펼쳐지는 그 기술은 가히 전광 석화였다. 그러나 그것도 상대를 봐가며 써햐 하는 것....... 카가가가가각....... 상대의 실버 쿠스피드가 그의 기술과 똑같이 펼쳐져 검의 세진로를 막아 버렸다. 거기에 더해 남아 있는 손이 놀진 않는듯이 바하잔의 허리를 쓸어 들어왔다. 그 모습에 바하잔은 찔러 들어가던 검을 수직으로 베어 내리며 검에 맺혀 있던 마나를 풀어 자신의 앞으로 마나의 파도를 형성시켜 메르시오를 밀어내며 뒤로 물러서려 했다. 그리고 그때 메르시오의 장난스런 한마디가 들려왔다. "이건 형태를 같춘 무기가 아니야..." 그의 말과 함께 바하잔의 허리를 노리고 들어오던 실버 쿠스피드가 그 길이를 바하잔이 뒤로 물러서는 만큼에 맞춰 늘여오기 시작했다. "헉... 제길... 크합!!" 그모습에 바하잔은 거의 발악하는 듯한 기합을 발하며 몸을 회전시 키며 전력으로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그가 피하는 것이 조금 늦은듯 은빛의 마나는 그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큭~ 제길..... 하! 하!" 바하잔은 뒤로 물러서 자신의 옆구리가 쓰려오는 것을 느끼며 무리한 움직임으로 가파진 숨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한번 나기 시작한 피가 멈추는 것은 아닌듯 바하잔의 발아래로 빛방울이 한방울 한방울 그 모습을 내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에 메르시오가 가해오던 공격을 정지하고 바하잔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상당한 실력이야..... 그런데 상당히 힘들어 하는 것 같은데 이제 그만 뒤에 있는 소년에게 넘기시지?" "....뭐?" 바하잔은 메르시오의 말에 자존심이 상함과 함께 뒤의 소년이란 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자신의 뒤에 서있는 소녀라 생각한 소년인 이드가 서있는 모습을 발견할수 있었다. "언제......." 바하잔이 갑자기 나타난 이드를 보고 의문을 표하려 한때 이드가 그의 옆으로다가오며 그의 옆구리 상처를 바라보았다. 그곳은 이미 피가 옷으로 흘러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옷사이로 보이는 상처는 크지는 않으나 꽤 깊어 보였다. "음... 이런 상태로는 출혈로 오래 못버텨요.... 우선 지혈을..." 바하자의 상처를 살핀 이드는 급히 손을 놀려 지혈에 필요한 기문(期門) 혈과 황문(황門앞의 황자는 찾지 못하였음....죄송^^;;;)혈을 막아 피의 출형을 막아 버렸다. '기문과 황문은 내공운행에 큰영향을 주는 혈이 아닌데다가 바하잔의 내공술이 혈도에 따른 것이 아니기에 그의 움직임게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다.' 이드는 바하잔의 옆구리에서 흐르던 피가 서서히 멈추는것을 확인 하고는 눈을 돌려 메르시오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여유만만인듯 이드가 하는 일을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때 다시 바하잔의 말이 들려왔다. "허~ 신기하구만.... 몇군데를 친것 같은데 피가 멈추다니..... 이제 됐으니 뒤로 물러서있어라....."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검을 들어 올리는 바하잔을 보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혼자서는 힘들텐데요..." 그러자 이드의 말에 여전히 메르시오에게 시선을 둔체 바하잔이 대답했다. "그럼 자네가 싸우기라도 하겠단 말인가? .... 벨레포백작이 자넬 강하다고 하긴 했지만 ....... 저자는 보통이 아니야..." "저도 봐서 압니다." "하! 그럼 말할 필요도 없잖아..." 그때 한쪽에서 이쪽을 지켜보던 메르시오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온다. 고집 부리지 말고 뒤로 가있어...." "어차피 혼자는 못하시잖아요, 그리고 그렇게 가망이 없는 것도 아니니 뒤에 가서 상처나 완전히 봉합하고 오세요." 후우우우웅.... "뭐....?.... " 바하잔이 이드의 말에 고개를 돌렸을때 볼수 있는 것은 이드가 있던 자리를 맴도는 모래 바람 뿐이었다. 이어 모래 바람이 향하는 곳으로 향한 바하잔의 눈에 들어온 것은 검은 빛의 미나가 맴도는 손을 메르시오를 향해 찔러가는 이드의 모습이었다. "철황권(鐵荒拳)!! 철사출격(鐵蛇出擊)!" 이드는 철황기(鐵荒氣)가 유입된 자신의 팔을 부드럽게 마치 뱀과 같이 움직여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던 메르시오의 다리를 노렸다. 이드가 펼친 철황권의 철사출격은 철황이라는 이름에서 보이듯이 강함이 가지는 딱딱함에 뱀의 유연함을 가미한 것으로 중원의 무공중에서도 상승의 무공이었다. "어딜.... 엇?" 메르시오가 자신의 다리를 향해 찔러 오는 이드의 손을 향해 같이 찔러 들어가던 메르시오는 이드의 팔이 마치 가랑잎이 날리듯 자연스럽게 옆으로 스르르 비켜 버린 것이다. "특이하군....찻" 메르시오는 그말과 함께 자신에게 날아오는 이드의 장을 무시하며 몸을 쭉펴며 공중에 뛰운후 강하게 회전하며 이드의 옆으로 내려서 몸의 회전을 유지한체 이드의 목을 노리고 파고 들었다. 그 공격이 이드역시 자신의 손으로 메르시오의 공격이 들어오는 팔을 마치 뱀이 감아 버리듯 감아 들어 메르시오의 어깨를 공격해 들어갔다. 이에 다시 한번 예상치 못한 공격에 자신의 팔을 에워싸고있던 은빛의 마나를 해제해 한순간 조임이 약해진 순간을 이용해 급히 뒤로 몸을 빼 버린후 이드와의 거리를 유지했다. 그렇게 거리를 유지한 메르시오는 방금 이드에게 잡혀던 팔을 바라보았다. 그의 팔에는 별다른 상처는 없었으나 그의 팔을 감싸고 있던 옷이 마치 일부로 감아놓은듯 한쪽 방향으로 감겨져 있었다. "꽤 재밌는 재주... 뭐냐...!" 콰광......... 메르시오의 외치며 자리를 뜨자 기다렸다는 듯이 메르시오가 서있던 저리로 검기의 다발이 쏟아 졌다. 그리고 빠른속도로 그 검기의 폭풍을 뚫고 나와 이드의 옆으로 서는 백금빛 으로 빛나는 검을 든 인형이 있었다. "놈, 잔재주를 피우는구나...." 순식간에 자리를 이동한 메르시오가 이드의 옆에 서 검을 바로 잡는 바하잔을 바라보며 눈빛을 날카롭게 빛냈다.(늑대라서 표정연기가 않되요ㅠ.ㅠ 캐릭을 잘못 잡았나...) 그러나 정작 바하잔은 그의 말에 별로대답해주고 싶지 않은듯 옆에 있는 이드를 바라보았다. "아저씨..... 치료 다하신 거예요?" "큭, 꼬맹아 지금 한가하게 치료나 받을 때냐? 치료야 전투가 끝난후에 느긋하게 받아야 몸에도 좋은거란다...." "그래도... 기껏 막아논 상처가 떠질텐데...." "이까짓거 별거 아니야, 그리고 이드라고 했던가? 너도 그래이트 실버급인것 같은데...... 그래도 혼자서 저녀석을 막긴 힘들어. 2대1이라면 가능성이 있지만..." "하지만 그게... 뛰어!!" 다시 튀어 나온 이드의 반말에 신경쓸사이도 없이 이드와 바하잔은 빠른 속도로 자리에서 몸을 빼뒤로 뛰었다. 그런 그들의 앞으로난 그런 그들의 앞으로는 가느다란 은빛의 선과 같은 것이 수없이 펼쳐져 그들을 아 오고 있었다. "칫, 우리들이 수다 떠는게 지겨웠던 모양이지..." "그런 모양이예요, 저건 제가 맞죠." 그런 말과 함께 뒤로 빠지던 이드의 속도가 조금 줄면서 이드가 조금 앞으로 나선 모양이 되었다. 그리고 조금 물러선 잎장이된 바하잔은 뒤쪽에서 이드를 바라보았다. 처음의 메르시오와 이드의 접전으로 이드의 실력이 꽤 뛰어나단 건 알았지만 그것으로 한 사람을 평가할순 없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바하잔의 눈에 이드의 팔에서 황금빛이 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어서 이드의 입에서 내어 지는 기술의 이름은 항상이드가 발하던 한자어가 아니었다. "가라... 윈드 오브 플래임(wind of flame)!!" 이드의 외침과 함께 이드의 팔을 중심으로 피어오르던 황금빛의 빛의 입자가 이드의 앞 대기중으로 퍼져 나갔고 이어서 순간적으로 빛을 발한 황금빛은 붉은 빛으로 주위를 물들이며 대기를 격렬히 흔들었다. 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 대기중으로 마치 수천마리의 소때가 모려오는 듯한 울림이 울려 주위를 흔들었다. "...엄청나군... 마법인가?" 바하잔이 서있는 곳까지 물러난 이드의 귀로 바하잔의 물음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요, 이건 그래이드론이란분의 검술입니다. 뭐... 굳이 검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기에 손으로 펼친거죠...그런데 확실히 대단하네요..." 이드는 그래이드론이 드래곤 로드로 재직(?)시 인간세상을 유희중일때 사용했던 검술을 그렇게 설명하며 위력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래이드론이라... 들어본적이... 제길 저 자식은 무슨 쇠덩인가?" 바하잔은 아직 폭발이 완전히 멎지도 않은 곳을 뚫고 뛰쳐 나오는 메르시오의 모습에 신경질까지 날정도였다. 그러나 그런중에 바하잔과 이드의 눈에 메르시오의 이상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메르시오가 두르고 있는 빛이었다. 원래의 빛은 은백식의 달빛이지만 지금은 마치 피빛을 머금은 피의 만월과 같은 빛이 메르시오의 몸을 감싸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눈빛역시 아까와 같은 여유로움이 사라진 후였다.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는데요..." "..... 갑지기 왜...?" 그리고 이어서 마치 둘의 의문에 대답이라도 하는듯한 메르시오의 외침이 들려왔다. "칵, 이쯤에서 놀이는 끝내고 돌아가 봐야 겠다..... 사라져라... 스칼렛 플래쉬(scarlet flash:진홍의 섬광)!!" 마치 재미있게 놀다가 일이 있어서 돌아가겠다는 듯 한 말투와 함께 외쳐진 그의 말과 함게 메르시오를 중심으로 진홍의 섬광이 이드와 바하잔을 향해 회오리 쳐갔다. 진홍의 빛은 마치 모든것을 자신의 영역으로 집어 삼키듯 주위를 뒤덥으로 거의순식간에 이드와 바하잔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두사람역시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붉은 빛이 결코 얕볼수 없는 어마어마한 마나를 머금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순식간에 두사람의 목을 조여 들었다. 그에 반해 두사람의 얼굴도 점점 굳어 갔다. 이어 서로를 바라본 두사람은 주위로 덮쳐오는 진홍의 섬광에 등을 마주한채 이를 악물었다. "니맘대로 않되 나는 더 놀아봐야 겠다, 이자식아....그랜드 타이달 웨이브 (grand tidal wave:대 해일)!!" 바하잔의 외침과 함께 백금색의 검이 그대로 땅속으로 파고 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검과 바하잔, 이드를 중심으로 강한 백금빛의 나나가 마치 해일이 일듯이 주위를 덮쳐 나가 다가오는 진홍빛의 섬광과 마주했다. 그리고 두빛은 조용히 서로의 빛을 썩어나갔다. 그러나 누구나 예상할 폭발음과 마나의 쇼크웨이브는 뒤따르지 않았다. 단지 조용히 두빛이 서로 밀고 당기고를 행할뿐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과 함께 대조적인 두존재이 있었다. 바로 두빛의 발원지라고 할수있는 두.... 한사람과 함존재 얼굴에 의외라는 무언가 재밌다는 듯한 표정을 뛴(늑대면 어때...... ) 메르시오와 악문 잎술사이로 가느다란 핏줄기를 내비치는 바하자의 모습이었다. "꽤 버텨내는 구나.... 하지만 그게 얼마나 갈까..." "큭... 크... 그러는 네놈이야 말로 여유로우시군.... 이걸 아셔야지.... 여기엔 나혼자만이 있는 것이 아니란걸....." 바하잔의 말이 끝나자 말치 기다렸다는 듯이 낭랑한 이드의 기합소리와 외침이 들려왔다. 이어지는 것은? 마법이려나? 아님 다른거려나^^ ㅠ.ㅠ 죄송..... 요거 뿐입니다. 이놈의 전투씬.....이렇게 골칫덩이 일줄이야..... 바하잔의 말이 끝나자 말치 기다렸다는 듯이 낭랑한 이드의 기합소리와 외침이 들려왔다. "어둠과 암흙에 묻혀있는 얼음의 정이여 여기 너의 존재를 원하는 자가 있나니 너의 힘을 맞겨라. 아이스콜드 브레스(ice-cold breathing 차가운 숨결)" 이드의 마치 흥얼거리는 듯한 소환의 주문과 비슷한 주문이 끝을 맺자 메르시오를 향한 이드의 두 팔을 중심으로 하얀 백색의 기운을 머금은 듯한 2차원적인 기아학적인 2개의 마법진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주위로 마치 주위를 얼려 버릴듯한 차가운 기운의 마나가 도도히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드의 옆에 서있던 바하잔이 가장 잘느낄수 있는지라 바하잔의 몸이 추위에 잔잔히 떨리 기시작했다. '저 자식은 어떻해서든지 이번에 끝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몸상태로는....' 현제 이드녀석은 아직 완전한 상태가 아닌 것이었다. 어느정도 침술과 단약으로써 기혈을 손보기는 했지만 완치된것은 아니었다. 침술과 단약으로써 풀려진 기혈은 상단전(上丹田)을 중심으로 팔과 가슴위의 주요대맥(大脈)과 세맥(細脈)뿐. 나머지 하단전을 주심으로한 다른 혈들은 아직 풀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때문에 이드의 본신진기(本身眞氣)중 7할정도의 힘은 발휘되고 있으나 나머지 삼할의 힘은 아직 묶여 있는 상황이었다. 거기다가 이렇게 흩어진것이 7할의 힘이라 하나 완전할때의 진기력에 비할정도는 되지않는 것이다. 전신의 세맥까지 열려 있다면 진기력은 몸속을 돌며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제 이드의 기혈이 하단전을 중심으로 막혀 있는 것이다. '될지 않될지는 모르지마..... 해보자.' 별로 가능성이 큰것 같지 않을것 같은 느낌의 생각과 함께 곧바로 라미아와의 정신대화에 들어갔다. '라미아... 라미아......'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상황이란걸 대변하듯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절대적으로 잘못했어. 어쨓든 지금은 니가 필요 하거든.... 그리고 화풀어 이제부턴 그 아공간에 있지 않도록 해줄테니까...' [............그말을 어찌 밎어야 할까요. 주인님....] 마치 어린 소녀가 맨날 뻥만 쳐댄는 남자친구를 흘겨보며 말하는 듯한 느낌을 팍팍 풍기는 그런 느낌의 말투였다. '내가 내 이름을 걸고 맹세 한다. 아니 아버지에 어머니 이름까지 걸어줄게.... 아님 널평생 모시고 살아주지... 너도 내가 여기서 죽기라도 하면 곤란해지잖아?' 그렇게 목숨이라도 내주겠다는 식의 애원이 먹힌건지 라미아에게서 꽤 만족스러운 대답이 들려왔다. [그말.... 꼭지켜야 되요...] '물론!!!!! 절대로!!!!!!!!!' [그럼 현신(現身)(?검인까 현신이 아니려나)합니다.] 우우웅 잠깐의 마나 파동이있고 난 후에 이드의 손에 무언가 잡히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때 라미아와의 대화때문에 눈을 지긋이 감고있던 이드가 눈을 뜨고 자신의 손에 잡혀 있는 라미아를 보고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됐어.... 이로써, 위력은.... 두배다." 그렇게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뛰운 이드는 조용히 검을 들어 오리렸다. 그리고 그런 라미아의 검신에 하얀 백색의 마나가 감돌았다. "간다.... 12대식(大式)중의 하나다. 빙룡이여 너의 차가운 숨결을 뿜어라.... 빙룡현신(氷龍現身)!!" 끼아아아아아앙!!!!!! 이드의 강렬한 외침이 터진후 라미아의 검신의 백식의 진기와 이드의 팔을 중심으로 형성된 백색의 마법진이 강렬한 빛을 뿜으며 한데 뭉치는 듯한 느낌을 연출했다. 이어서 한덩이가 된 빛이 숨이 막히는 듯한 강렬한 기운을 분출하며 앞쪽으로 점점그크기를 더해 가시 시작했다. 더불어 그 모습이 점점 또렸해지면서 주위의 마나와의 강렬한 충돌로 생겨나는 소음은 마치 용(龍)의 울음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울음소리가 주위를 진동시킬때 백색의 마나는 완전히 용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온몸을 백색으로 물들인 동방에 전해져 내려오는 긴 몸을 가진 용..... 그 용의 전신을 장식하고 있는 날카롭게 빛나는 듯한 백색의 얼음의 갑옷. 벌려진 입사이로 흐르는 하얀색의 냉기.....무언가를 쥐려는 듯이 벌려져있는 날카로운 손톱이 번쩍이는 손... 드래곤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위용을 자랑하는 그것은 진홍빛의 중심에선 메르시오를 향해 엄청난속도로 거리를 좁혀 나갔다. "제길랄..... 게르만~! 전력 분석을 어떻게 해놓은거냐.... 으~득!!! " 메르시오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특이한' 생물의 모습을한 '특이한' 공격술에 바하잔에 대해서만 말한 게르만에게 이를 갈았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에데 달려들고 있는 저것은 절대 지금까지처럼 여유를 가지고 대한것이 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마법도 아니고.... 그렇다고 검술이라고 말하기도 에매한 공격법.... "스칼렛 필드 버스트.(scarlet field burst)!" 메르시오의 말과 함께 주위로 퍼져있던 진홍빛의 빛이 순식간에 그 영역을 좁혀 전방의 빙룡에게로 모아 졌다. 그러나 그때 메르시오의 보통의 존재들보다 뛰어난 귀로 바하잔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바보 같은놈... 큭! 죽어라...." 쿠구구구구구 무언가 육중한 것이 땅위를 달려오는 듯한 진동음과 함께 메르시오에게로 백금빛의 해일이 달려 들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여전히 검을 양손에 줜체 피가흐르는 잎술로 웃고있는 바하잔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드의 공격에 순간적을 당황한 메르시오가 당황한 덕분에 지금까지 자신과 대치하고 있던 바하잔의 백금빛 물결이 갑자기 사라진 상대덕에 해방감을 느끼며 엄청난 속도로 메르시오를 향해 밀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메르시오로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상대하던 것까지 잊어 버리다니........ 자신의 성격으로 본다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순간인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공격방법을 돌리수도 없는 노릇, 결국 둘중 하나는 자신의 몸으로 막아야 한다...... 그리고 이왕에 맞을거라면 약한게 좋다. "제길...... 으아아아압!" 메르시오의 소성과 함께 빙룡과 밀고 당기던 진홍의 빛이 폭발하듯이 빛을 발했고 그와 함께 백금빛이 메르시오에게 다았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쿠쿠쿠쿠쿠쿠구구구구구 우우우우우웅~~~ 엄청난 빛과 폭발력이 주위를 휘몰아 쳤고 이어서 거대한 마나의 쇼크 웨이브가 주위를 향해 뻗어 나갔다. 그리고 그 폭발점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쇼크 웨이브는 주위에 있던 바위, 나무 그리고 작은 동산등을 완전히 날려 버렸다. 또한 멀리 떨어져 있는 벨레포들이 향하던 도시에서는 소나기를 뿌리던 검은 구름이 순식간에 밀려 버리고 그사이로 화려한 붉은빛이 치솟는 것으로써 전투의 거대함을 알렸다. 아마 이번의 전투가 끈나고 나면 지형도를 새로 그려야 할것이다. 그리고 전투에 임하고 있는 세 존재들과 떨어진 곳에서 엉뚱한 상대와 고전 분투하고 있는 40여명의 인물들이 존재했으니..... 강한 충격파에 메이라까지 실드의 형성에 동참한 벨레포 일행 이었다. "막아.... 전 소드 마스터들은 전방의 쇼크 웨이브를 최대한 중화 시켜...." 외침과 함께 벨레포역시 자신들을 덮쳐오는 거대한 쇼크 웨이브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뒤에서는 레크널백작이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다른 명령을 하고 있었다. "주위를 엄폐물로가려.... 중앙의 마법사들을 최대한 보호 해야 한다. 제길 빨리 움직여!!" 그때 타키난의 외침이 대지의 진동과 함께 일행들의 고막을 때렸다. "온다, 이번은 특급이다." 타키난의 말에 따라 전방으로 향한 일행들의 시선에 붉은 기가 내포된 엄청난 모래 폭풍이 밀려 오고 있었다. "제기랄....... 돈은 못받아도 살아는 가야 하는데...." "것보다 싸움구경 하다가 죽었다면 ....... 자식들 엄청 웃어 댈텐데...." "막아!!! 우리들이 최대한 저녁석을 중화시켜야 한다." "알아 임마!! 소리지르지마....." 타키난의 말에 대꾸한 모리라스는 바로 자신의 앞까지 다가온 쇼크 웨이브를 향해 마나가 충만한 검을 휘둘렀다. 가가가각 마치 벽에 칼질하는 듯한 마찰음과 함께 불꽃이 이는 모습은 어떻게보면 굉장한 장관이고 어떻게 보면 헛짓거리 하는 것도 같은..... 아~주 애매한 모습을 형서하고 있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소드 마스터들을 지나친 쇼크 웨이브는 그위력이 뚝떨어 진체로 다시 실드에 부딪혀 완전히 상쇄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런 쇼크 웨이브가 지나간 버려 깨끗해져 버린 시야 사이로 이 쇼크 웨이브의 근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쇼크 웨이브가 지나간 버려 깨끗해져 버린 시야 사이로 이 쇼크 웨이브의 근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으로 그들이 원했던 셋의 존재가 시야에 들어왔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른 자세들이었다. 한쪽에 따로 서있던 메르시오는 무릅을 꿇고 앉아 있는 듯한 모습이었고 그 반대편에 위치한 두 사람은 한사람은 짧은 기형의 검을 들고 서있었고 그의 옆으로는 서있는 인형보다 작아 보이는 인물이 메르시오와 같이 앉아 있었지만 메르미오와는 달리 몸을 완전히 숙여 머리를 땅에 대고 있었다. "큽...큭... 퉤!!" 바하잔은 입 안을 채우고 있던 피를 뱉어 내고는 옆에 쓰러져 있는 이드를 바라보았다. "이봐.... 자네 괜찬은가?" 그렇게 말하면서도 여전히 그의 시선은 앞에 있는 메르시오를 향해 있었다. "개자식.... 완전히 괴물이야.... 어떻게 그 폭발에서도 않죽는 거냐..... 이드 괜찬은가?" 두번째로 물으며 잠깐 이드에게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메르시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언뜻 본 그의 시선에는 큰 상처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쓰러졌다면.... '내부가 상한건가?' 그때 작은 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괘...괜.... 하~ 찬습니다." 무언가 힘든 듯한 그런 목소리에 바하잔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별로 괜찬아 보이지 않는데....' 그런 바하잔의 머리로 여러가지 추측이 일어났다. '내상인가? 아님 마나가 문제..... 것도 아니면 엎어져 있는 쪽에 당한건가? 제길....' 공작 그것도 대공인 바하잔은 계속 입에서 상소리가 감도는 감이 있었다. 대공이라는 직위에 맞지 않게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이드의 상태를 생각중인 그의 의식을 잡아 끄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악.....큭....크르르르" 그 소리에 바하잔은 몸에 소름이 드는 듯한 느낌과 함께 목이 꺽여라 소리가 들린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또한 옆에 업어져있던 이드역시 엎드려있던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그런 그 둘의 시선속에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메르시오가 보였다. 그 모습은 이드가 보기에는 대법이 시행된 실혼인(失魂人)처럼 보였고 바하잔이 보기에는 한번 본적이 있는 좀비와 같은 모습처럼 보였다. 윗몸을 숙인체 다리를 펴고 일어서서는 서서히 윗몸을 일으키는 것.... 좀비나 실혼인이 실컷 맞고 쓰러지면 일어나는 모습. 어쨓든 지금까지의 메르시오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렇게 일어선 메르시오의 입으로는 피로 짐작되는 푸른색의 액체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크진않진만 그의 몸에 약간씩 흔들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큭....퉤!" 그렇게 일어선 메르시오는 바하잔과 같이 입안의 피와 침을 밷어 내더니 약간 굽혔던 몸을 바로 잡았다. "큭.... 제법이야. 날 이정도로 몰아 세우고....." "그러는 네놈도.... 그렇게 맞고도 죽지 않다니... 제길.... 그정도면 완전히 찧겨죽어야 하는 거 아니냐. 이 괴물 자식아!" 입을 꾹다물고 있는 이드대신에 바하잔이 체면이고 뭐고 때려치웠다는 듯이 거치게 입을 놀려댔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들은 메르시오는 바하잔의 말에 귀에 차지 않는건지 아니면 힘이 없는 건지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미안하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너무 분해 말기를 거기 녀석의 공격이 좀만 강했어도 큭... 퉤... 네놈의 소원을 들어 줄수 있었는데 말이야..." 메르시오는 간간히 입에서 피를 뱉어 내며 바하잔의 말에 답해 주고는 시선을 이드에게로 돌렸다. "지금이라도 괜찬아.... 내 칼에 찔려 주기만해..." 바하잔은 몸에 남아 있는 힘이 업기에 마치 될데로 되라는 식으로 장난하듯 메르시오에게 말을 던졌다. 어차피 메르시오가 일어선 이상 더이상 저녀석에게 대항할 힘은 없는 것이다. 그런나 '장난은 여기까지 이제 죽어라' 라는 것과 비슷한 말을 해야할 메르시오에게서 바하잔이 꿈에나 그릴 그런 말이 울려 나왔다. "크르르...... 미안하군... 별로 그래줄 힘이 없어서...말이야... 나는 이만 가봐야 겠다. 그리고 거기 꼬맹이.... 바하잔보다 니가 우선시되는 척결대상이 될것이다. ...... 흠.....퉤.... 나에게 이정도로 대항한것은 니가 두번째이니 말이다.... 그럼 다음에 보지.... 서로 시간이 꽤 걸려야 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좋지 않은 소리도 썩여 있었지만 메르시오가 별짓않고 돌아간다는 말은 이드와 바하잔에게 그렇게 달콤(?)하게 들릴수가 없었다. 그렇게 이드와 바하잔에게 달콤한 말을 들려준 메르시오는 뒤로 돌아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런 그의 주위로 그가 나타날때와 같이 차원이 물결치듯이 흔들림과 동시에 메르시오의 몸체를 삼켜 버렸다. 우우우우웅 차원이 물결치며 기이한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을 끝으로 메르시오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지자 바하잔은 긴장이 탁풀리는 것을 느끼며 그자리에 그대로 앉아 버렸고 이드는 몸을 뒤로 넘겨 그 자리에 누워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누워버린 이드의 얼굴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으....읍...." 이드는 자신의 몸을 저릿저릿하게 울려대는 마나의 요동에 메르시오가 움직이는 통에 잠시 정지했었던 요상심법(療傷沈法)을 다시 운기 하기 시작했다. '하~ 여기와서 벌써 두...세번 이나 죽을뻔하다니... ' 잠시 속으로 신세한탄을 해대더니 이드는 아까의 일을 생각해 보았다. 자신이 메르시오를 향해 발출했던 공격..... 될지 않될지 반신반의 했지만 성공한 것이다. 뭐... 덕분에 이렇게 다시 드러눕게 됬지만 말이다. '흠.... 마법력보다. 신공쪽에 약했어.... 제길, 마법력과 신공상의 질과 내공 양의 차이를 아직 완전히 감을 잡지 못했으니....이정도나마 다행으로 생각해야 되나?' 이드가 했던 공격... 그것은 같은 성격의 마법과 신공을 한데 썩어 공격하는 것이다. 아까 것은 주위를 얼려버리는 지옥의 빙정을 소환하는 주문과 극음(極陰)의 신공인 빙룡현신을 같이 쓴것이었다. 결국이렇게 부작용이 있긴했지만 확실히 효과는 상상이상이었다. 원래 차가운 숨결...일명 아이스콜드 브레스란이름의 마법은 주위로 냉기를 발산 주위를 완전히 얼려 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그 효과와 귀력이 꽤 높은지라 10클래스급의 마법이었다. 그러나 단지 그것 뿐이라면 주위를 얼려 버리는 것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같이 죽자하는 동귀어진의 수법밖엔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것을 정확하게 목표를 지정할수 있는 극음신공인 빙룡현신에 실은 것인데...... 그렇게 생각하자 이드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자신이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그런 성취감이 드는 것이었다. 힘들게 노력해서 무언가를 이룬그런 기분.... "자네 괜찬나? 마나의 상태가 불안정한데......." "걱.. 정마시고 가만히 두세요." 이드는 요상심법을 계속 운용하며 꽤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오는 바하잔에게 그렇게 대답하고는 말을 걸어온 라미아에게 답해 주었다. '그렇게 좋은 상태는 아니야... 하지만 그렇게 큰일은 아니니 신경쓰지마....내공이 불안정한것 뿐이니까...' [그게 별일 아닌게 아니잖아요.......이드님이 자체치료하는 것 같지만.... 제가 도와 들릴수 있어요.] 아까와는 달리 제법 이드에대한 걱정이 뭍어 있는 듯한 말이었다. '걱정되나 보네.... 그런데 어떻게?' [고위 회복 마법으로 회복하는 것과 절이용해서 마나를 안정시키는 것 두가지 방법이 있어요... 제가 보기엔...] '보기엔?' [마법보단 절통해서 하는 것이 좋을거예요, 지금상태에서 그래이드론님의 마나를 사용하면 이드님의 마나에 영향을 줄수있으니까요.] '니말이 맞아... 그럼 방법은?' [그건 이드님의 마나....] 그러나 라미아의 말도중에 이드의 귀로 파고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드 괜찬니?" "바하잔씨..." "괜찬습니다. 그것보다 저기 이드군이 먼저 같군요..." 가이스, 모리라스등의 목소리에 이어 바하잔의 목소리와 발소리가 이드의 귀를 어지럽혔다. 가이스, 모리라스등의 목소리에 이어 바하잔의 목소리와 발소리가 이드의 귀를 어지럽혔다. 그리고 그 말소리에 이어서 이드의 몸에 닫는 손의 감촉역시 느껴졌다. 그러자 그 손이 다은곳으로 부떠 다시 찌르르 하니 내공이 잠시 요동을 쳤다. "건... 건 들지말아...." "엉?" "아... 알았어..." 이드의 몸에 이상을 확인하기 위해서 이드의 몸에 손을 올렸던 가이스는 이드의 몸에 따뜻하다 못해 좀뜻거운듯한 느낌을 받아 당황하며 훍어 보려는데 갑자기 이드각 얼굴을 찡그리며 하는 말에 급히 이드의 몸에서 손을 땠다. 또한 옆에서 그런 가이스를 도우려던 벨레포들이 다가가던 손을 급히 물리고 물러섰다. 그렇게 모두의 손에 이드의 몸에서 멀어지자 가슴에 검을 끌어 안고 있는 이드에게서 다시 작은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가..요...... 뒤로 가요. 물러나서 제몸에 손대지 말아요." "하.. 하지만 치료를 해야...." 그러나 꽤 고통스러워하는 듯한 이드를 두고 그냥 뒤로 물러서기가 쉽지 않은 가이스였다. "치료 하려는 거니까......... 뒤로 물러서 있어요. 좀!!" "알았어...... 그래도 이상하면 곧바로 마법걸거야..." 가이스는 그말과 함께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주위에서 그말을 같이 들은 사람들 역시 뒤로 물렀다. 바하잔역시 이드의 검을 맞진않지만 자신이 차고있던 검집(일라이져 보다 큰 검이 들어가있던거라 잘 들어감)에 넣고는 타키난의 부축을 받으로 뒤로 물러섰다. 이드는 몸속의 진기가 다시 잠잠해 지는 것과 함께 사람들이 뒤로 물러 서는 듯한 발걸음소리를 귀로 들을수있었다. '라미아.... 아까 하던말 계속해 줄래...' [네, 알았어요. 그러니까 이드님의 불안정해진 마나를 절통해 정화시킨후 다시 이드님의 몸으로 받아 들이시는 것입니다.] '그게 가능할까?... 그리고 니게 부담은?' [훗... 제걱을 다해주시고... 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단지...] '단지?' [휘박한 가능성이지만 절통해 걸러진 이드님의 마나에 약간의 변형이 가해질지도 몰라요.] '그럼... 그 변형이 내게 주는 영향은?' [어떠한 형태이든 이드님께 악영향은 없을 거예요. 또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죠.] 그런 라미아의 말을 끝으로 이드는 잠시 라미아의 말을 생각해 보았다. '악영향은 없다... 일어날 가망성도 희박하다.....걱정할건 없겠지...' '라미아 그거 해야 겠다.... 어떻하는 건데?....' [방법은 간단해요. 이드님의 전 마나에 대단 지배력을 잠시 해제 해주시고 모든 마나를 개방하시고 제게 정신을 집중해 주세요. 그럼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 좋아, 나는 준비 됐거든.... 시작한다....' 그말과 함께 이드는 지금까지 하고있던 요상심법을 중지하고 몸속의 진기를 조용히 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요상심법이 중지되어 버린 이드의 체내진기가 서서히 날뛰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전신으로 짜릿한 자극이 퍼져 나갔다. 그렇게 잠시동안 체내에서 날뛰기 시작하는 진기를 관하고 있던 이드가 라미아의 말대로 손에 쥐어진 라미아의 검신을 떠올렸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프리피캐이션(purification)] 이드는 라미아의 말이 있은후 라미아의 검신을 줜손을 통해 자신의 몸에서 날뛰던 진기가 급속히 빠져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미리 알고 있었다고는 하나 상당히 좋지않은 저절로 반항하고픈 그런 감각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이드뿐 아니라 왠만큼의 내공을 소지한 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그런 감정이었다. 고생고생해서 모았든 편하게 모았든..... 절대로 함부로 하고 싶지 않은 것이 내공이기에 말이다. 혹시 모르겠다.... 깨달음을 얻은 불학의 일대 성승(聖僧)이라면 좋은 마음으로 포기 할수 있을지도.... 그렇게 진기가 빠르게 빠져 나가자 이드는 온몸이 노곤해지는 그런 감각을 느꼈다. 마치 힘든일을 하고난후 부드러운 안마를 받고 있는 듯한? 아님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잇는 느낌?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이드가 그렇게 편하건 말건 이드를 떨어져서 보고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이드를 뒤덮어 버리는 투명한듯한 하늘빛의 푸른빛에 꽤 시끄러웠다. "뭐야!! 저건 갑자기...." "마법아니야?" "그 새끼.... 아까 가면서 무슨 수부린거 아니야?" 그때 그들의 당황해서 내밷는 말에 답해주는 여성의 목소리가 있었다. "가만히들 좀 있어... 아까 보니까... 이드 손에 있는 검에서 부터 형성된 막인것 같은데.... 검이 마법검인 모양이야.... 그러니까 덩치에 맞게 가만히들 좀있어." "그래도.... 덕분에 살았는데 걱정되는 건 사실이지... 그것도 이번이 두번째잖아..." "칫, 나는 아니니? 남자가 좀 묵직하진 못 하고...." "그래도 걱정되는 거...." "여기 너뿐인니?" ".........." 결국 가이스의 말에 눌린 타키난이 입을 닫고 조용해져 버렸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이스의 말에 머쓱하진 것이다. 그때 다시 이드를 뒤덮고 있던 막이 은은한 빛과 함께 은빛으로 변해 버렸다. 방금전까지 노곤함에 잠의 유혹에 필사적으로 대항하던 이드는 손으로 부터 시작해 온 몸으로 퍼져나가는 화~한 시원한 느낌에 정신이 확드는 듯했다. 손끝 발끝까지 피로가 확풀리는 듯 손발톱 끝까지 시원해지는 느낌..... [정화된 마나를 되돌리고 있어요, 현재까지 50% 진행중....] 그말과 함께 이드는 시원한 느낌을 느끼며 마치 자신이 구름위에 떠있는 듯한 아득함을 느꼈다. 그말과 함께 이드는 시원한 느낌을 느끼며 마치 자신이 구름위에 떠있는 듯한 아득함을 느꼈다. 우우우웅 스스스스스스.............. 이드의 모습이 사라잔것을 후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가 일행이 어느정도 지루함을 느낄때 쯤 마치 그들의 지루함을 감안한듯이 이드를 뒤덮고있던 은빛의 빛이 마치 안개가 퍼지듯 주위로 퍼지며 점점 흩어져 이드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보인다..... 가이스 이거 괜찬은거야?" 타키난이 눈앞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당황하며 옆에 있는 가이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타키난의 반응에 가이스의 얼굴이 다시 찌푸려졌다. "...하~. 내가 어떻게 알아..... 남자가 무개감이 좀 있어라.... 응?" "..험......" 가이스는 그렇게 타키난에게 판잔을 준후 이제는 완전히 걷혀 버린 하얀 안개사이로 드러난 이드의 모습을 보며 천천히 이드에게로 다가갔다. 그 모습에 타키난이 마치 가이스에게 따지듯이 말을 내밷었다.(꽤 싸였던듯^^) "가이스, 아까 이드가 하는 말 못들었어? 가까이 오지 말라잖아...." 마치 조금전의 가이스와 같은 말에 가이스의 얼굴이 저절로 구겨지며 타키난을 향했다. "바보야.... 그것도 상황을 봐가며 하는 거야.... 바보 검사와 마법사를 같이 보지마라.... 알았어?" 그런 가이스의 말에 타키난은 다시 침묵할수 밖에는 없었다. 다시한번 패배의 쓴잔을 마시며 말이다. "쌕.....쌕.....쌕......." 이드의 말때문에 이드의 몸에는 전혀 손을 데지않은 채 가이스는 가만히 이드의 상태를 살폈다. "컨디션 리페어런스!" 어느정도 이드의 상태를 살피던 가이스는 아주약한 힘으로 마법으로 이드의 상태를 검색해 나갔다. 리페어런스..... 이 리페어런스 마법은 무언가를 검색하기 위한 마법으로 그 기능은 적용하기 나름일만큼 다용도인 마법이다. 또한 이것은 3클래스부터 모든 클래스에 존재하는 마법이다. 클래스가 높고 능숙도가 높을수록 그 범위와 정확도등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가이스가 펼친것은 이드의 모상태와 마나산태에 대한 검색이었다. 또한 이 마법의 마나가 이드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기에 미약한 힘으로 실행중이었다. 그렇게 잠시간 마치 손으로 마져보듯이 이드의 상태를 살피던 가이스는 얼굴에 떠올라 있던 걱정과 긴장을 풀어 버리고 뒤쪽을 향해 외쳤다. "여기와서 이드 옮겨..." "하지만...." 타키난이 다시 무슨말을 하려다 가이스가 무언가를 말할듯 하자 일찌감치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러나 그의 대응은 이미 늣은듯 곧바로 가이스의 잔소리가 쏟아졌다. "내가 너처럼 칠칠치 못한것 처럼 보이냐? 내가 다 알아보고 하는 거니까 잔소리 말고 어서 이드나 옮겨.... 그리고 조심조심 옮겨.... 잠들었으니까..." 가이스의 말에 타키난이 움직여 이드를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 그 모습에 벨레포가 주위를 향해 명령하기 시작했다. "거기 일행들은 모두 이쪽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타키난 자네는 이드를 마차에 태우도록... 토레스, 킬리 자네들이 일행을 인도해 나간다. 그리고 바하잔씨.....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목숨이 위태로웠을테니... 우선 피로가 싸였을텐데.... 마차에서 이야기를 좀 했으면 하오..." 벨레포가 방금전까지 이드를 바라보며 짖고 있던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우고 얼굴을 굳힌채 바하잔을 바라보았다. ".... 좋습니다. 제 쪽에서도 드려야할말이 있으니...." 바하잔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오는 마차를 바라보자 벨레포가 레크널을 향해 눈짖을 했다. 잠시후 그들앞으로 마차가 다가와서자 타키난이 우선 마차에 들어서서 그 넓은 소파침대에 이드를 눕히고는 다시 마차를 내려섰다. 이어서 바하잔과 벨레포의 언질을 받은 레크널이 마차에 올랐다. 벨레포는 그 모습을 보고는 마차에 오르려는 듯이 다가오는 메이라와 시녀인 류나를 향해 다가가 멈추어 세웠다. "메이라 아가씨.... 죄송하지만 잠시 말을 사용해주셔야 겠습니다." 벨레포가 미안하다는 듯이 하는 말에 메이라는 무언가 짚히는 것이 있었다. "아까... '그 말' 때문인가요?" "예, 아가씨도 들으셨군요..." 벨레포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한 기사에게 두필의 말을 부탁한후 메이라와 류나가 말에 오르는 것을 보고는 토레스와 킬리에게 두사람을 부탁한다는 말을 더한후 일행에게 마차의 출발을 알리는 말과 함께 자신역시 마차에 올랐다. 이어 마차에 드는 벨레포의 귀로 토레스의 명령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킬리는 메이라 아가씨와 함께 대열의 중앙선다. 그리고 전방의 다섯은 선발조로 앞으로 ......" 딸깍. 마차의 문이 닫히며 밖에서 외치는 토레스의 외침이 끈어졌다. 올라갑니다......^^ 많이는 없어용 딸깍. 마차의 문이 닫히며 밖에서 외치는 토레스의 외침이 끈어졌다. 마차문을 닫은 벨레포의 눈에 한쪽 소파에 앉은 바하잔과 이드가 눕혀져 있는 곳에 앉아 이드를 보호하기라도 하는 듯한 위치를 잡은 레크널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벨레포역시 바하잔의 맞은편에 앉았다. "우선은 다시한번 감사들리오 덕분에 살았으니...." 벨레포가 다시 바하잔에게 감사를 표하듯 말을 꺼내자 바하잔이 그 말을 받았다. "별말씀을.... 어차피 나도 같이 역여있는 일이니... 이렇게 된거 서로 끌지말고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바하잔의 그런 말에 벨레포와 레크널이 서로를 바라보며 잠시 의견을 묻는 듯이 바라본후 다시 바하잔을 향해 눈빛을 돌렸다. 이어서 벨레포가 한결 풀린 얼굴로써 바하잔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바하잔 공작......" "정식으로 내소개를 하지요. 본인은 카논의 황제폐하로 부터 공작의 작위를 수여받은 바하잔 레벨레트 크레스트라고 하오. 어차피 서로 편하게 만났으니 지금처럼 서로 예의를 차릴필요는 없을것 이라보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이곳에 있는 이유는..... 별로 이야기 하고 싶진않지만.... 제국의 문제 때문이오....." 바하잔은 자국의 일을 그것도 다른 나라의 귀족에게 말한다는 것이 수치스러운듯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져 버렸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두사람역시 얼굴에도 야릇한 표정과 함께 심각함이 떠올랐다. 한나라의 공작이나 되는 신분의 사람이 이렇게 자국의 일로 타국으로 올정도라면 ..... 그일은 절대 보통일이 아닐것이라는 심각함과 저런대단한 인물이 심각하게 말하는 그 문제에 대한 궁금함과 당황감이었다. 바하잔은 그런 그들을 보고는 말라버린 입술을 혀로 축이고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니까... 일이 일어난 것은 지금으로 부터 아마 5개월.... 그 정도가 다되어 가는 군..... 일이 일어난건 그때 부터였소, 그 시기에 본국의 궁중 마법사인 게르만이 1년여의 외유를 끝내고 돌아왔었소... 그런데 돌아온 그는 성격이 상당히 변해있더군... 그리고 돌아온 그는 우선 소드 마스터의 대량생산이 가능하단 말로 황제와 제후들의 관심을 붙잡고 이어 주위의 사람들을 포섭해 갔소. 이어서 악덕귀족들만을 포섭... 황제께 주청하는 것으로 전쟁을 부추긴 것이었소. 그리고 귀족들과 같이 황제의 허락을 받은 게르만은 우선 부분적인 전투부터 시작한 것이오. 그 다음부터는 아마 아시리라 생각되오..." 벨레포와 레크널은 바하잔이 간단히 줄인 이야기를 들으며 으아한듯 바하잔에게 다시 눈길을 돌렸다. 방금의 이야기에서는 바하잔이 말한 그런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곧 바하잔이 자신이 말한 그 문제들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본인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게르만이 장담한 소드 마스터의 대량 생산....... 내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드 마스터로 있는 것은 잠깐... 그러니까 1,2주 가량일뿐 그 이후에는 완전히 패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이오. 거기에 더해 녀석은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무언가를 위해서 본국을 이용하는 것뿐이라는 것..... 후.... 그걸 알았을땐 그 자리에서 녀석을 죽여 버리고 싶었소. 아니 녀석을 죽여 버렸어야 하는 것을......으득!... 그리고 몇몇의 그에게 포섭된 귀족 녀석들 조차... 자신들의 이익에 미쳐 나라를 생각지 않는 다는 것이오. 또한 녀석의 뒤에 숨어있는 세력.... 큭, 설마 저런 존재들이 그의 뒤에 있을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그.... 그런..." 중간중간에 이빨에 원수라도 진사람 처럼 이를 갈아대는 바하잔의 말에 벨레포와 레크널역시 아연해질수 밖에 없었다. 바하잔의 말대로라면 제국... 카논제국이 단 한사람에게 놀아난단 말이 아닌가... 거기다 확대한다면 아나크렌과 라일론역시 그에게 농락당하고 있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때문에 녀석이 전쟁을 준비중인 두나라에 협조를 부탁하기위해 본인이 직접이렇게 나온 것이오. 만약 이렇게 계속되다가는 ... 대륙 삼강이라는 우리 세나라....어쩌면 이대에서 역사를 마쳐야할지도 모르오." "허, 그럼 카논에서는 그........" "게르만이오, 게르만 도르하게르 시 드라크 그것이 정확한 이름일것이오." "게르만... 그를 저지하는 사람이 없단말이오..." 레크널의 물음에 바하잔은 무언가 암담하다는 듯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안타깝게도.... 현재 본국에서는 그에 대해 자세히 아는 인물이 없소... 게다가 아는 인물이라야 나를 제외한 두 사람의 공작들이요. 그리고 그들또한 다른 이들과 황제께서 그를 완전히 밎고 있는 지라 쉽게 움직일수도 없으니....." "그럼 녀석의 목적은...?" 벨레포의 얼굴또한 바하잔처럼 심각하게 굳어져 있었다. 그러나 바하잔은 벨레포의 물음에 그져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짐작조차......." 그리고 그말을 끝으로 서로 침묵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 그런 그들 사이로 울려나가는 낭랑한 목소리가 있었다. "그럼 대책은요?" 그리고 그때 그런 그들 사이로 울려나가는 낭랑한 목소리가 있었다. "그럼 대책은요?" 심각하게 얼굴을 구기고 있던 세사람은 목소리가 들린쪽으로 저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에 눈을 떠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이드가 눈에 들어왔다. 이드는 몽롱한상태에서 뭔가 웅성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가 바하잔의 말을 들은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말에 자신에게 고개를 돌리는 세사람을 보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앉았다. "으~~읏차!" 자리에 앉은 이드는 팔을 쭉뻗어 기지개를 펴며 몸을 어느정도 풀수 있엇다. 이미 그의 내상과 진기의 불안정은 라미아의 프리피케이션이라는 마법덕에 완치되어 있었다. 그렇게 어느정도 몸을 풀어준 이드는 다시 시선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세사람을 바라보았다. "그에대한 대책이 뭐냐니까요?" "자네... 괜찬은 건가?" 잠시동안 이드가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던 벨레포가 이드를 바라보며 걱정스러운듯 그렇게 물어왔다. "예, 별문제 없어요. 아까 치료햇거든요. 그런데 바하잔씨, 그일에 대해 무슨 생각해 놓은 방법이라도 있어요?" 이드가 바하잔을 바라보고 하는 말에 바하잔이 고개를 끄덕여 이드에게 답해주었다. "물론.... 그것보다, 자네 진짜 몸은 괜찬은 건가? 자네덕에 살았네만...." "괜찬다니까요..." 그리고 그때 이드에게 시선을 주고 있던 벨레포와 레크널이 다시 시선을 바하잔에게 주며 그에게 물어왔다. "방법이 있단 말이요?" 벨레포의 질문에 바하잔은 다시한번 고개를 끄덕여 준 후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단순하게 갈수밖에 없소이다. 이미 저쪽에서도 내존재를 알았으니..... 외부와 내부, 양측에서 녀석을 치는 수밖에는..." 바하잔이 말한 방법은 그의 말대로 제일 단순하고 무식한 방법이고 또한 제일좋은 방법이기도 했다. 세 나라모두 지금의 전쟁을 원치 않는다. 더구나 그 전쟁이 한 인간의 농간에 의해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데..... 그런점을 생각한다면 바하잔의 말대로 세나가가 한꺼번에 힘으로 밀어 붙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이다. "과연, 제일 빠른 방법이겠군요, 하지만 그것은 세나라 모두가 허락했을때에야 쓸수 있는 방법.... 현재 본국에서 그 방법을 체택할지.... 더구나 아나크렌쪽에선 이미 본격적이 전쟁에 돌입해 있는 상태인데...." 방법은 간단하나 그에 따르는 절차가 상당히 까다로운 방법, 벨레포가 하고자 하는말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그말에 바하잔역시 알고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때문에 ... 내가 직접 온것이요. 나일론의 여 황제께 그일을 상의하기 위해서 말이요." 그렇게 말하는 바하잔의 얼굴은 비장하기 까지 했다. 그때 다시 레크널이 바하잔에게 의문을 표해왔다. "그럼.... 카논측에서도 황제페하를 설득해야 할텐데.... 그측은 어째되는 것이오.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이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데 말이요." 레크널의 말에 바하잔은 이미 방법을 마련해놓은듯 얼굴에 옅은 미소를 뛰었다. "그것은 본국에 남아 있는 두공작중 프라하가 맞기로 했소이다. 또한 황제께 아뢸 증거와 여러 자료들... 그리고 증인까지 있으니 황제폐하를 설득하는 일은 별문제 없을 것이요..." "그래도 상당히 어려운 방법이군요..." 레크널의 말에 바하잔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무겁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방법이 최선이오... 또한 메르시오라는 그 괴물.... 그런 존재가 5이나 더있다고 했소... 하나로도 역부족일 판에 그런 고물이 5이나 더있다면..... 그들만으로도 한두나라를 멸망시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오..." 바하잔의 말에 레크널과 벨레포가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을 굳혔다. 그들도 본거시이다. 메르시오라는 괴물의 가공함을..... 그런 인물을 상대하자면 바하잔과 이드와 같은 실력자들이 없는 한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그럼 최대한 빨리 수도에 도착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지금 전쟁이 벌어지려고 한다는 연락이 있었으니까... 더이상 상황이 악화되어 봐야 좋을 것 없으니깐요.." 다시 들려오는 이드의 목소리에 심각하게 얼굴이 굳어 있던 고개가 끄덕여 지고 저절로 이드에게로 고개가 들어갔다. 그런 그들의 머릿속에는 모두 비슷한 생각이 위치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이번의 일에 무슨일이 있어도 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드의 실력은 절대 흔히 볼수 없는것...... 특히 메르시오등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병사가 많아봐야 아무소용없는 일....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소수의 정예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뺄수 없는 정예가 있다면 바로 이드인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이드만한 실력자를 어디서 구해 올것 인가 말이다. 베레포는 몸을 일으켜 마차의 벽에 몸을 기대고 앉아 있는 이드를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말해나갔다. "흠, 이드군.... 자네역시 방금의 말을 들었겠지만 상황이 좀 심각하게 되어 버렸으니 말이야..... 어떤가 자네, 난 네와의 계약기간을 어욱 늘였으면 하는데.....그것도 나와 하는 것이 아니라 공작님과 말이야.... 그것도 아니면 내가 공작님께 말씀드려 여황폐하를 직접 알현할기회를 줄수도 있네만. 그정도의 실력이라면 후작의 작위도 수 있을 것이야... 어떤가." 그러나 그말을 듣고 있는 지금 벨레포가 거론하고 있는 말에 별로 강한 흥미를 느끼지는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에 무언가 부족한것이 없으니 직위같은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돈이라는 것역시 그래이드론이 있던곳에 산더미처럼 싸여 이드가 평생을 두고두고 쓸수 있을 정도여서 이드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더구나 중원에선 그냥 심산에 기거하지 않았던가...... '어차피 나도 휘말려 있는데..... 그냥 부탁하시면 될것을... ' 이드가 보기에 지금 벨레포가 하는 행동이 별로였다. 돈이나 직위를 들고 나오다니 말이다. 그렇다고 벨레포를 나무랄 생각은 없었다. 자신역시 중원에 있을때 무공으로 저렇게 상대방을 움직였던 적이 있으니까 말이다. "아니요, 어차피 저도 이 일에 말려 버린걸요.....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셔도 저역시 부탁드리고 싶었던 건데요." 이드는 그말에 앞에있는 세사람의 얼굴이 밝아 지는 걸보며 자신역시 미소로 답하고는 한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어서 물었다. "그런데 세 나라가 같이 움직여야 할텐데.... 아나크렌은 어떻게 돼는 건가요?" 이드의 질문에 벨레포와 레크널의 시선이 이드를 따라 다시 바하잔에게로 옮겨 갔다. "아나크렌쪽으로는 차레브공작이 가있소이다. 그는 나보다 더 외교쪽에 능하니 별문제 없을 것이요, 더구다나 아나크렌의 젊은 황제.... 선황의 성격대로 꽤 대담하다고 능력또한 뛰어나다 들었으니 ... 별문제 없을 것이라 소이다." 이드는 그말에 아나크렌의 새로운 황제로 등극한 크라인을 떠올려 보았다. 꽤 대담하고 수하를 아끼는 그...... '저런 소리가 말 을 듣고 있는 거라보니 아마 그밑에 궁정 마법사뿐아니라 여러사람이 많이 움직였겠군....뭐... 그녀석도 열심히 했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이드가 아나크렌의 황제에 대한 추억을 기억해내고 있을때 마차의 문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똑!! "뭐지..." 여전히 달리고 있는 마차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벨레포가 자리에서 일어나 마차의 창에 해당하는 문을 열어 젖혔다. 그리고 그렇게 열려진 창문사이로 토레스의 얼굴이 비쳐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말을 달리고 있어 왔다갔다하고 있는 토레스를 바라보며 하는 말에 마차의 안쪽을 살피던 토레스가 즉시 앞쪽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앞쪽으로 마을이 보입니다. 오늘 쉬기위해 중간에 들르기로 한마을입니다." 토레스의 말에 고개를 내밀어 내다본 벨레포으 눈에 멀리 마을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이틀동안 노숙해온 일행들을 바라마지 않던 마을... 그러나 벨레포는 그런 그들의 바램을 무참히 꺽어 버렸다. "저곳에서는 식사만을 할것이다. 또한 식량을 공급하고는 곧바로 다시 출발할테니까 그렇게 알고 준비하거라.." 그말에 토레스의 얼굴이 저절로 찌푸려진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틀동안의 노숙으로 인한 고생과 오늘 낮에 있었던 전투에 따른 스트레스등으로 편히 쉬길 바랬던 것은 당연한 일이 잖아은가.... "하지만......" 무언가 말하려는 듯한 토레스였으나 벨레포가 안다는 듯 고개를 흔드는 통에 말이 막혀 버린 토레스였다. "피곤하겠지만 어쩔수 없다. 상황이 급하게 돌아가는 것 같으니까 서둘러야겠다. 모두에게도 그렇게 알리고 미리 식량을 챙길 사람을 골라두도록... " "...예..." 꽤 힘없이 들리는 듯한 토레스의 대답을 끝으로 마차의 창문은 다시 닫혀 버렸다. "...예..." 꽤 힘없이 들리는 듯한 토레스의 대답을 끝으로 마차의 창문은 다시 닫혀 버렸다. 얕으막하며서도 넓은 둔덕이었다. 둔덕위로는 잔디와 꽃등이 깔려있었으며 주위로 한두그루 나있는 나무는 그늘을 만들어 쉬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둔덕의 옆으로 나있는 잘정돈됀 대로와 저멀리 보이는 라일론 제국의 수도는 수도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절로 잡아 당기고 있었다. 우우우우우웅 그런 둔덕에 갑작스런 마나의 진동과 함께 둔덕의 바닥으로 알수없는 원형과 삼각형으로 이루어진 기아학적인 빛으로 형성된 마법진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 마법진이 빛을 발하며 제일 바같족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삼각형의 마법진이 백색의 막을 형성했다. 이어 마법진을 중심으로 마나의 진동이 극에 달하며 마법으로 이루어진 백색의 막이 조각나머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이어서 그 마법진의 범위안에 일단의 인형들이 나타났다. 털썩........털썩........털썩........ "괜찬아? 가이스..." "메이라아가씨....." "마법사 세분을 모두 마차로 모셔라.... 자네는 괜찬은가?" 중앙의 40여명을 중심으로 세방향으로 나눠어 서있던 세명의 그자리에 그대로 주저 앉아 버린 인형들 ... 그러니까 가이스와 메이라 그리고 파스크를 향해 몇몇의 인원이 뛰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명령을 내린 벨레포역시 자신의 옆에 검을 꼽고서 서있는 이드를 바라보았다. "예.... 저는 별문제 없어요... 세 사람은요?" 이드는 땅에 꽃아놓고 있던 라미아를 빼들고는 다시 허리에 있는 검집에 집어 넣었다. "지금 마차로 옮기고 있는 중일세.... 아마 마나의 소모가 심했던 모양일세... 그냥 쓰러져버린것 뿐이니 그렇게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괜찬을 거야. 그런데... 자넨 어떻게 마법까지 알고 있는 건가?" 벨레포가 신기한것을 본다는 시선으로 이드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게 이드를 바라보는 벨레포의 시선은 무언가 경의를 보는 듯했다. 벨레포 자신이 생각하기에 인간이 하나의 경지를 이루는것도 평생을 그것에 매진해야 가능한것인데... 그면에서 이드는 지금의 나이에 오른 그경지만으로도 경악할 일이거늘.... 검술과는 다른 마법까지 사용했지 않은가.... 그런 것을 생각해볼때 이드가 인간인가 하는생각까지 드는 벨레포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틀정도 전이었다. 하루 웬종일 달린 일행들은 사람들 보다 말이 지처 쓰러지고 만것이다. 덕분에 일행들은 그곳에서 그냥 주저앉을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말보다는 아니지만 그만큼 지쳐있던 사람들은 말이 쓰러진것을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벨레포와 레크널, 그리고 바하잔은 빨리 움직일수 없다는 것이 상당한 불만이였다. 그런데 그대 이드가 나선 것이었다. 이드는 마법으로 이동할것을 제안했고 어렵지 않겠느냐는 사람들을에게 걱정말라고 말로 그들의 말을 일축한후 세사람의 마법사와 함께 1시간동안이나 마법진을 준비하고는 마법을 가동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결과로 일행들은 이곳에 도착한것이었다. 물론 좌표는 메이라가 정했고 말이다. 그러나 벨레포의 말을 들은 이드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이 벨레포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씀이세요? 마법이라니... 전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는데요..." "무슨.... 이곳에서 마법진의 중심을 이루지 않았나....." 벨레포는 그렇게 말하며 방금까지 이드가 라미아를 꼳아넣고 있던 땅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아니요, 저는 마법을 사용한게 아니라... 단지 진의 중심에서 마법에 사용되는 마나를 유지한것 뿐인데요..." "그게... 무슨.... 마법진의 마나를 충당했다면 ... 마법을 사용했다는게 아닌가?" 벨레포는 이드의 말에 상당히 해깔린다는 듯이 그렇게 물어왔다. "아니요, 전 마법에 드는 마나를 특별한 방법으로 마법진에 공급했고 나머지 세사람이 마나의 분배와 공간의 좌표계산, 그리고 마법의 시동을 실시했죠. 제가 한거라고는 힘쓴 것 밖에는 없거든요. 마법이 아니라고요..." "음.... 그런가...." 마법에 대해 그렇게 자세한 벨레포로서는 이드의 말에 그런가 하는 방법밖에는 없었지만 만약에 마법사가 들었다면 그런게 어디있냐고 펄펄 뛰었을 것이다. "어쨓든 자네역시 힘을 썼다면 피곤할테니 마차에 들어가 있게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출발준비를 하도록 목적지가 그야말로 코앞이다." "예!" 벨레포의 말에 일행들은 힘들고 목숨이 위태로웠던 여행이 끝나간다는 기분에 서둘러 움직일 준비를 시작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출발 준비를 끝낸 사람들은 모두 말에 올라 둔덕 옆에 있는 대로에 올라 곧장 수도로 말을 달렸다. 그런 그들의 앞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성벽과 그 벽너머로 보이는 수많은 건물들이 보였다. "가자.... 좀금만 달리면 술을 마음껏 마실수 있다... 하!!" "나는 술보다 잠이 먼저다..." 그렇게 각자 제일먼저 할일을 외치며 저 앞에 위치한 성문을로 내달렸다. "실례합니다. 수도에 무슨일이십니까?" 일행은 성문을 지키는 경비대 몇명이 앞을 막아서는 통에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자리에 멈출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일행들의 시선이 자동적으로 벨레포등에게로 모여졌다. 그들이 이일행의 지휘자이기에 말이다. 또한 백작이란 직위역시 가지고 있지 아니한가... 벨레포역시 자시이 할일이기에 앞으로 서려했다. 그러나 그의 걸음은 몇걸음 떼지 못하고 멈춰지고 말았다. 앞에 서있는 경비대들중에서 이쪽으로 다가오던 한사람의 외침때문이었다. "이런.... 성문경비대 대장 그라탕이 벨레포백작님을 뵙습니다." 그의 외침이 있자 벨레포드의 앞을 막아서던 몇몇의 병사들이 급히 옆으로 물러서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역시 전장의 트라칸트라는 명호를 들었었기 때문이었다. "호. 자네군... 그래 오랜만일세...." 벨레포역시 기억속에서 그라탕이라는 이름의 경비대장을 알아보고는 그의 인사를 받았다. "일행이 많은데.... 어디 다녀오셨습니까?" "음, 그럴일이 있었지, 그런데 빨리 통과 시켜주련가? 지금 상당히 바쁘니까 말일세....."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하는 것은 윗사람일지라도 예의가 아니나, 상황이 바쁜지라 그렇게 말이 나온 벨레포였다. 그러나 그라탕이라는 경비대장은 별로 기분나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무언가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 역시 상부로 부터 어느정도 말은 들어 알고 있습니다. 어서 통과 하시지요. 이봐 어서 안으로 모셔라." 그라탕은 급히 경비대들에게 성문의 개방과 통과를 명했다. "그럼 수고 하십시오." "그러세나 그럼 다음에 보세... 모두 출발한다." 벨레포가 그라탕의 인사에 그렇게 답한후 곧바로 일행을 이끌고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일행들을 보며 경비를 보던 병사들중 하나가 자신의 상사인 그라탕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대장님, 무슨 일입니까? 몇일전부터 계속 귀족분들이 오고계신데.... 무슨일이 있습니까?" 수하의 물음에 그라탕이 수하의 물음에 그의 갑옷입은 등을 팡팡 두드리며 밀어 버렸다. "자넨 몰라도돼... 아직은, 얼마 있으면 저절로 알게 되니까 빨리가서 계속 신분확인이나해." 그러나 수하녀석은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이 반항하듯 말을 받아쳤다. "지금은 들어오는 사람도 없는데요." "너..... 맞고 갈래?" 주먹을 불끈줘고 흔드는 그라탕의 말에 수하병사는 조용히 물러났다. 물론 입으론는 궁시렁거리며 말이다. 그라탕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기다려, 얼마있으면 알기싫어도 알게 될테니까.....이런건 알아서 좋을게 하나도 없는 거니까 말이야...." "어떻게 자넨 곧바로 궁으로 가려는가?" 벨레포가 자신의 오른쪽에 있는 레크널을 바라보며 묻는 말이었다. 그말에 레크널이 자신의 뒤쪽에서 바하잔과 같이 말을 몰고있는 이드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이드군 덕에 빨리 왔으니.... 자네와 같이 공작님도 뵙고 그다음에 궁에 들지." "음...." 그때 뒤쪽에서 말을 타고있던 이드가 벨레포를 향해 물어왔다. "그럼. 그분....음...." 이드가 무언가 생각이 나지 않는 다는 듯이 입으로 무언가 생각나 지않는 것을 울얼거리자 옆에 있던 바하잔이 한마디 거들어주었다. "케이사 공작가다...." "예, 케이사 공작님의 저택이 먼가요?" 그말에 아니라는 듯이 베렐포가 앞에 보이는 황궁의 오른쪽을 손으로 지적했다. "저기 보이는 저택이 공작님의 저택이지....여기서 얼마 멀지 않으니 곧 도착할수 있을 것이야...." 벨레포의 말에 이드가 그쪽으로 눈을 돌려보자 그곳에는 황궁만은 못하지만 다른 저택들을 앞도하는 듯한 위용을 자랑하는 하얀색의 벽과 푸른지붕을 가진 저택을 볼수 있었다. "크네요...." "그럴수밖에.... 라일론 제국에 3개뿐인 공작가문중에 하나니까...." 이드에게 그렇게 대답을 해준 바하잔은 말을 몰아 앞서가는 벨레포와 레크널의 뒤를 따랐다. "저기만 도착하면 편히 쉬겠네요...." 그러나 이드의 말에 바하잔은 피식웃어 버렸다. 그런후 않됐다는 듯이 옆에 있는 이드를 바라보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훗.... 과연 그럴수 있을까? 아마.....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을 텐데....." 그렇게 일행들은 자신들의 최종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말을 몰아 갔다. "훗.... 과연 그럴수 있을까? 아마.....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을 텐데....." 그렇게 일행들은 자신들의 최종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말을 몰아 갔다. "어서오십시오. 벨레포백작님, 레크널백작님...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안에서 케이사공작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지금 벨레포와 일행들이 서있는 곳은 하얀색의 벽과 푸른색의 지붕을 가지 엄청난크기와 위용을 자랑하는 건물의 정원부분이었다. 그러나 말이 정원이지 그 크기가 실로 어마어마했다. 문에서 이곳 저택의 정문까지의 직선 거리만도 100m에 이르는 원형의 엄청난 정원이었다. 그리고 지금 벨레포의 앞에서 그에게 말을 전하고 있는 4,50대의 꽤엄한 인상을 지닌 중년인은 이곳 케이사 공작가의 집사를 맞고있는 씨크였다. "음, 고맙네, 씨크... 공작님께는 내가 곧 들어 간다고 말씀드려 주게....... 그리고 메이라 아가씨를 모셔가게나.... " "예, 어서 드시죠. 아가씨...." 씨크는 벨레포의 말에 벨레포의 옆에 서있는 메이라와 류나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옆으로 물러섰다. "아가씨 어서드시죠! 공작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녀는 그렇게 대답하며 몇걸음 앞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곧 멈춰서서는 집사에게 잠시기다릴것을 부탁하고는 일행을 향해 뒤돌아섰다. 그리고는 그녀로서는 꽤 큰소리로 외쳤다. "저, 메이라 세이드 루 케이사가 여러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들입니다. 여러분 덕분에 힘든여행을 무사히 마칠수 있었습니다. 정말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돌아가시는 길은 안전하셨으면 좋겠네요...." 메이라는 큰 소리로 그렇게 일행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발길을 돌려 집사와 함께 집안으로 발길을 옮겨 들어갔다. 그리고 일행들은 그런 메이라의 모습에 슬쩍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보통 이렇게 일을 마치고 나서도 그냥 돈을 던져주고 마는 경우가 허다한데... 저렇게 까지 말하니 듣는 사람으로서는 기분좋을 수밖에 말이다. 그렇게 그녀가 저택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는 벨레포가 다시 뒤로 돌아서서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여러분들 상당히 힘들었던 여행이었는데... 잘 일해주었기에 감사드리오.... 또한 그 수고에 감사하는 뜻에서 보수는 약손 한값의 두배를 드리겠소이다." "오..." "이거... 두배라...." 벨레포의 말에 일행들은 환호를 올렸다. 그리고 그들을 잠시 바라본 후 벨레포가 다시 입을 열어 몇몇의 이름을 나열했다. "그리고 용병들중에 가이스, 파스크, 타키난, 라일, 칸....... 위에 거론한 사람들은 잠시 남아 주셨으면 하오. 그리고 나머지 용병들은 여기 킬리가 각자에게 정해진 봉급과 그에대한 보너스 역시 지급해 줄것이요. 그럼 다음기회에 다시 뵙겠소이다." 그렇게 벨레포의 말이 끝나자 킬리가 나서 벨레포가 나열한 용병들을 제외한 용병들을 이끌고 저택의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리고 물러서는 그들을 잠시 바라보고는 자신의 앞쪽에 있는 나머지 용병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남아있는 사람들은 여행동안 벨레포가 보기에도 상당한 실력을 가진 이들로서 이번일이 꽤 힘들것 같다는 생각에서 그들과 다시 제계약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남아있는 나머지 사람들의 얼굴에는 무슨일인가 하는 의문이 떠올라 있었다. "흠, 여러분들에게 남아달라고 한이유가 궁금할테니 본론부터 말하도록 하겠소, 내가 보기에 그대들은 상당히 실력이 뛰어난듯이 보이던군.... 그래서 다시 재계약을 했으면 하는데... 어떤지 모르겠군....만약에 계약에 응한다면 봉급은 최고로 주겠소...." 그말에 용병들의 사이에서 작은 소요가 일었다. 물론 그 소요의 이유는 재계약을 하는거 마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때 가이스가 벨레포를 향해 궁금한 점을 물었다. "실례지만... 백작님, 재계약을 하신다면 계약내용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러자 벨레포옆에 있던 레크널이 그에 대한 대답을 했다. "아마 ... 이드와 같이 움직이게 될것 같군.... 뭐... 여기서 할이야기는 아니니 드어가세나... 그리고 토레스 너는 공작님을 뵙고 이들에게 대충의 설명을 해주어라..." 그러나 그런 말을 들은 토레스는 의아한듯 레크널을 바라보았다. 그로서는 지금 듣는 재계약이라는 말조차 여기서 처음 듣는 것이 아닌가... "아버님... 하지만 저는..." "됐어, 있다가 공작님께 말씀드릴때 같이 들으면 될거야... 그 다음에 이들에게 알려주면 되겠지.... 씨크, 자네가 이들에게 잠시 기다리며 쉴곳을 안내해 주고 무언가 차와 먹을 것을좀 가져다 주게나..." 그의 말에 어느세 메이라는 저택안으로 들여보낸 씨크가 나와 있다가 레크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답했다. 그 모습을 보고 벨레포와 레크널이 앞장서서 저택안으로 들어섰다. 이미 많이 들락거렸던 저택의 내부였기에 달리 안내자가 필요치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뒤를 바하잔과 이드, 토레스가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씨크가 용병들을 이끌고 들어오고 있었다. '화~ 하여간 이정도 저택에서는 전부 이렇게 꾸미는건가?' 저택안으로 들어선 이드는 연신 시선을 이곳 저곳으로 돌려 대고 있었다. 깨끗하게 깍여 벽을 작식하고 있는 암석과 고급스런 광택을 내는 탁자가 여기저기 놓여 위로 꽃병과 꽃을 얹어 놓고 있었다. 또한 하나의 벽마다 걸려있는 은은한 풍경화....... '아나크렌에서 본 판타로스 놈의 집과 비슷한게......중원에서는 은은한 멋을 즐기는데 ... 여긴 아니구만...' 그렇게 여기저기로 시선을 돌리던 이드는 벨레포등을 따라 2층으로 올랐고 뒤에 오던 용병들은 1층에 있는 접대실로 안내되었다. 그렇게 계단을 올라 2층으로 올라간 이드는 계단이 끝나는 곳의 반대편에 설수 있었다. 그 문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독수리와 사자가 마치 살아 있는 듯이 음각되어 강한 인상과 웅장함을 발하고 있었다. 똑똑....똑똑..... "공작님, 벨레포입니다.!" 벨레포는 정중이히 말하고는 은빛으로 빛나는 문고리를 잡고 돌려 열었다. 그러자 짙은 갈색을 발하던 웅장한 문이 소리조차 내지않고 부드럽게 열렸다. 그리고 문이 열리며 방안으로 부터 웅웅 울리는 듯한 중후한 음성이 울려왔다. "오, 벨레포 자네 왔구만... 어서 들어오게나...." 그리고 문이 완전히 열리며 보이는 은은한 분위기가 흐르는 방안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벨레포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금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중년인이 서있었다. "손님들도 오셨군 여기로와서 앉지...." 그리고 문이 완전히 열리며 보이는 은은한 분위기가 흐르는 방안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벨레포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금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중년인이 서있었다. "손님들도 오셨군 여기로와서 앉지...." 마치 오랫만에 보는 친구를 대하는 듯한자연스러움.... 마치 자신이 있어야 하는 곳에 있는 듯 방의 모습에 마치 맞춰놓은 듯한 ......그런 묘한 것이 그 중년인의 주위에 배어있었다. 그의 그런분위기는 마치 처음보는 사람일지라도 자연스럽게 그에게 빠져 버리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그런한 독특한 분위기에 그를 처음보는 두 사람.... 바하잔과 이드는 곧바로 방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그 자리에 잠시 멈춰설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바하잔의 얼굴에는 숨길수 없는 감탄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어찌보면 상당히 아깝다는 표정과 함게 말이다. 그리고 놀라기는 이드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앞의 바하잔이 놀란 이유와도 같은것이 조금있긴 하지만 이드는 다른 이유에서 경악하고 있었다. 그런 이드의 얼굴은 묘하게 일그러져 있는데.... 완전히 음식 초대받고 가다가 개똥밟은 모습이랄까?^^(어떤 모습일지.... 저는 않밟아 봤는데 혹시 그런일이 있으신분..... 은 없으시겠죠?) 그리고 조금씩 벌어지는 이드의 입에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듯한 음성이 끊겨 흘러나왔다. ".....영감....탱이......광노(狂老)......자림(自林).... ~!!" 마치 씹어 밷어내는 듯한 이드의 목소리에는 사묻 어색하긴 하지만 작은 살기 까지 묻어 있었다. 그리고 마치 무엇을 찾는 듯이 금발의 중년인의 모습을 바라보는 이드의 귀로 벨레포의 목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지금의 이드로서는 벨레포의 목소리는 한쪽귀로 그냥 흘러나갈뿐이었다. 그러 이드의 눈은 여전히 그 중년인에게 못박힌듯 정지해 있었다. '진정하자....예천화! 이곳은 절대 중원이 아니다... 그러니까 저기 저 사람은 절대로 그 자림 ... 미친놈에 영감탱이가 아닐꺼야......... 그럼 아니고 말고.... 그 빌어먹을 영감탱이는 아니야....' 그러나 그렇게 되뇌면서도 금발의 중년을 보고 있는 이드의 머리는 지나간이 1년이 다되어 가는 일을 어제일처럼 생각해 내고 있었다. 아마 1년쯤 전이었을 것이다. 누님들이 떠나고나자 갑자기 조용해져 버린듯한 집안의 분위기에 이드는 싱숭생숭해지는 마음에 누님들이 말했던대로 누님들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산속에서만 살았으니 중원 구겨아도 하겠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게 누님들이 떠나고 2달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중원으로 처음나와서 황당한 일도 꽤 당한 이드가 5일째쯤이었다 . 이런저런 일로 5일만에 꽤 많은 일이 있었던 이드는 오늘은 편히쉬어 볼까 하는 생각에서 근처에 있는 봉령(鳳玲)이란 이름을 꽤 아름답고 깊은 산세를 가진 산으로 향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 부터였다. 아무리 여름이고 편히 쉬어 보겠다는 생각으로 산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아무곳에서나 숼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쉴만할곳을 찾기 위해 산을 조금 돌아다니던 이드는 사람이 잘다니지 않는 꽤 깊은 곳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그를 만난것이다. 지금생각해도 이가 갈리는 영감탱이..... 호자림을 만난것이....... '젠장....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그런 자연(自然)의 기도를 풍기는 신태 비범한 늙은 이가 그런 짓을 할지......' 이드는 그렇게 속으로 투덜거리며 앞에 있는 금발의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완전히 틀에 찍어 낸것 같은 얼굴은.......만약 머리카락의 색만... 반흙 반백이라면 그 누구라해도 가려내지 못할것이다. '으~ 그놈의 영감때문에 1달이나 산에 같혀서 고생한걸 생각하면........' 이드로서는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에 열이 오르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중원에서 몇번 그를 만나기는 했지만 한번도 그때의 원한을 풀기회가 없었으니..... 이드로서는 심화(心火)가 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수도~^^~(무슨일이 있었을 까나........?) 그렇게 때늦은감 이 가득한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는 이드의 귀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아는 사람과 닮기라도 했나? 그렇지만 그렇게 뚜러지게 보다간 내 얼굴이 뚫려 버릴지도 모르이... 허허허" 그제서야 이드는 자신이 초면(?중원에서 본얼굴이 초면인가)에 실례되는 행동을 했다는 것을 깨닳았다. "이런.... 실례를.... 제가 아는 어떤 사람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계셔서... 제가 착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정중히 이드가 죄송하다는 사과를 표하자 케이사공작은 아니라는 듯이 다시 얼굴에 웃음을 뛰었다. "허허, 아니닐세... 오히려 자네같은 절세미남을 보는데 그정도야 별문제 되겠는가?" 그말에 이드는 케이사 공작이 자신에게 화가 났다거나 불쾌하다는 감정이 없는 것을 알수있었다. 그렇게 되자 이드의 얼굴에도 자연스럽게 미소가 떠올랐다. "무슨 말씀을요.... 그러시는 공작님이야 말로 젊으셨을때는 엄청난 미남이셨을 것 같은데요...." "그런가? 하지만 자네 정도는 아니지... 그럼 이렇게 서서있을 것이 아니라 모두 앉지들.... 자리는 앉으라고 있는 것이니 말이야. 그리고 벨레포 자네도 앉아서 이 사람들을 소개시켜야지 않는가" 공작의 말에 벨레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레크널과 토레스,바하잔, 그리고 이드를 창가쪽에 놓인 자리로 이끌었다. 창가라고 해서 흔히 쓰이는 답답한 느낌을 지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냥 경치 구경을 위해 놓은 듯이 보이는 자리 배치였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 이드들이 서있는 이서재..... 거의 하나의 집크기와 맞먹을 정도로 큰 크기였다. 그런곳에서 뭐가 답답해서 자리를 창가에 놓겠는가..... 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남는 것은 경치 구경 뿐인 것이다. 그리고 일행들은 중앙에 케이사 공작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누어 자리에 앉았다. 꾸우우우우우욱.....뜨드드드득......... 일행이 갈색의 깨끗한 가죽제의 자리에 앉자 들리는 소리였다. 어떻게 들으면 조금 시끄럽고 좋지 않은 소리지만..... 앉은 자들의 감쪽은 끝내주는 것이었다. 완전히 몸을 감싸는 듯이 푹꺼지는 소파..... 그리고 자리에 앉은 이드는 자신의 등과 엉덩이를 떠받히는 소파의 푹신함에 감타스러움이 절로 흘러나왔다. 아나크렌에서도 푹신한 소파에 앉아 보긴 했지만 황궁깊에 들어간것도 아니고해서 이렇 소파에는 앉아 보지 못한 이드였다. 또한 중원에서야 이런것이 있을리 만무하잖은가...... '중원에 돌아가면 집에 하나 만들어야지.... 푹신 푹신한게.... 잠자기도 좋고.... 앉아있어도 기분좋고..... 차차.... 하나가 아니구나 누님들것도 치면....' 그렇다시 이드가 어뚱한 곳으로 생각이 빠지려할때 벨레포의 목소리가 넓디 넓은 서재의 실내에 울려 퍼졌다.(이건 사치야.....) "그럼제가 모두의 소개를...." 벨레포가 나서서 모두를 각자를 소개 하려 할때 케이사 공작이 그의 말을 끝어 버렸다. "아니, 됐네... 본인들이 직접하지... 굳이 그렇게 격식을 따질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야.... 우선 두사람에게 내소개를 하지 나는 현 라일론 제국에서 부담스럽게도 공작의 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지 이름은 케이사라 하면될것이야...... 검의 제국이라는 라일론에서 검술도 못하는 사람으로써 공작의에 오른 첫번째 인물이지..... " 그렇게 약간은 농담을 썩은 케이사의 말이 끝나자 이어 이드가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이드라고 합니다. 성은 없습니다. 그리고 직업은..... 현재 용병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그정도 실력이시라면 어지간 한 소드 마스터 이상일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말에 이어 장난스러운 농담이 이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저를 처음부터 남자로 보아 주신것은 공작님이 처음이구요...^^" 그렇게 말하는 이드의 표정은 상당히 즐거워 보였다. '라미아 덕에 뜻하지 않은 횡재를 했어.... 전화위복이라......' 그렇게 상당히 즐거워하는 이드의 손이 저절로 얼굴로 매만졌다. 그런 이드의 얼굴은 얼마전과는 무언가 좀 다른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전에 라미아의 프리피캐이션(purification)으로 이드의 마나가 한번의 변화를 거친후......... 이드가 운용중이던 선녀옥형결(仙女玉馨決)과 옥룡심결(玉龍心決)....... 그리고 그 중에서 옥룡심결을 흡수해서 이드의 모습을 여성으로 바꿔 놓았던 선녀옥형결이 마침내 그 독주를 멈추고서 옥룡심결과의 조화를 이루기 시작한 것이었다. 덕분에 이드를 여성처럼 보이게 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여성스러운 염기가 사라진 것이었다. 거기다가 나긋나긋하다 못해 날아갈듯 하던 몸매에도 조금 씩의 변화가 가해지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남.자.답.다. 라고 할정도는 아니고 말이다.^^ 그러나 그런 이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벨레포등의 네 사람 뿐 그전 의 이드의 모습을 알지 못하는 케이사로서는 그말에 별반응이 없었고 이드의 다른 말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내 실력이라.... 자네가 내 실력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은 부드러웠으나 그의 말투는 그렇지가 않았다. 지금까지 왜만한 검사정도만이 자신으로 부터 무언가 느낌만을 받았을뿐 확실한 것은 집어 냊지 못했었다. 그런데 방금 이드의 말투는 자신의 실력을 아는 듯한 말투였으니... 케이사로서는 의외가 아닐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물음에 답하는 이드의 목소리는 케이사의 분위기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 밝은 목소리였다. "보이니까요. 공작님 주위로 퍼져있는 대지와 맞다아 공명하는 마나의 기운... 그게 눈에 보이니 까요." 그런 이드의 말에 케이사공작의 눈이 절로 커져 버렸다. 놀라운것은 본듯한 그런 놀라움이 그의 눈에 깆들어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말과 공작의 표정에 나머지 네 사람은 눈만 때룩때룩 굴릴 뿐이었다. 그렇게 잠시 이드를 바라보던 케이사가 벨레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그의 눈빛은 설명을 원하는 듯 빛나고 있었다. 벨레포역시 케이사 공작이 원하는 바를 방금의 대화내용과 연관되어 알수는 있었지만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생각으로는 바하잔의 일이 더급한 일이었기에 대답을 피했다. "우선은... 이쪽의 말부터....... 이쪽이 훨씬 급하니까요....." 케이사는 벨레포의 말에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잠시 이드에게 시선을 두었다가 다시 바하잔에게로 시선을 옮겨놓았다. 그는 벨레포의 성격을 잘알고 있다. 또한 그는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일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 자네는 누구인가...?" 케이사의 말에 바하잔이 자세를 바로하고 케이사를 마주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모습에는 어느센가 케이사공작에게서와 같은 위엄이 풍겨나고 있었다. "본인은 카논제국의 공작의 위를 맞고 있는 바하잔 레벨레트 크레스트라 하오이다. 라일론 제국의 케이사 공작님을 만나게 되어 영광이오....." '화~ 사람의 얼굴이 저렇게 갑자기 바뀌다니.....' 이드의 눈에 찰라지간에 얼굴 표정이 바뀌어 버린 케이사의 모습은 이드의 눈에는 꽤 재미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이드일뿐 나머지 사람들은 아닌 듯 얼굴이 상당히 굳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굳어 버린 케이사의 입에서 역시 딱딱한 음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벨레포..... 이 상화을 설명해 줄수 있겠나?" 그러나 그에 대한 대답은 벨레포가 아닌 케이사의 시선이 머물러 있는 바하잔에게서 들려왔다. "그에 대한 대답은 제가 하지요... 케이사 공작... 간단히 말해서 우린 그대들의 도움이 필요하오.... 벨레포백작과 레크널백작에게는 이미 한이야기지만..... 얼마전이었소...... (중략!! 이 이야기는 다아시죠^^)......................" 그렇게 시작해서 바하잔은 벨레포등에게 했던 이야기를 다시 케이사를 향해 자세히 설명해 나갔다. 그리고 그런 그의 설명이 이어짐에 따라 실내의 분위기는 점점내려 앉아 갔다. 그러나 어디서나 예외적인 인물이 있기 마련..... 이곳에서는 이드가 그러한 존재였다. 이미 한번 들은이야기....... 괜히 골머리 썩혀봐야 더나올것도 없는 것 벌써부터 저렇게 걱정해서 무었하겠는가 하는 것이 이드의 생각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자연히 이드의 시선을 서재의 이곳저곳으로 돌려지게 만들어 버렸다. '아무리 봐도 크단 말이야.........이놈의 나라에서는 돈이 있다하는 사람들은 뭐든 이렇게 커야되나?' 서재의 오른쪽과 왼쪽의 엄청난 크기의 벽을 가득채운 책들과 그 책을 모두 담고 있는 엄청난 크기의 책꽃이.... 그런 책꽃이 앞에는 거의 천정까지 다을 듯한 사다리가 두개씩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런 책장의 사이 서재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책읽는데 좋은 색인 파아란 단색의 카펫.... 그리고 그런 서재의 중앙에서 조금 뒤쪽으로 자리잡고 있는 큰 책상... 아마 그위에 세네사람이 누워도 되리라..... 그런 책상위에는 하얀색의 종이가 몇장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창문이 있는 쪽의 벽에 걸린 커다란 그림.... 케이사와 메이라역시 들어가 있는 것을 보아 가족 사진인 듯 보였는데 중앙에 케이사가 자리하고 그 양옆으로 여인들이 서있었는데 왼쪽은 메이라 그리고 오른쪽은 메이라와 상당히 비슷한 모습을 한 중년의 여인... 아마 메이라의 어머니인 듯 했다. 그리고 케이사의 앞에 서있는 조그마한 꼬마.....케이사와 같은 밝은 금발을 찰랑이는 귀여운, 얼굴 가득 장난기를 드리운 소년........ 그렇게 이드가 서재의 모습에 대한 탐험(?)을 마쳤을 때쯤 바하잔의 이야기 역시 끝을 맺고 있었다. "바하잔 공작.... 그대의 말이 맞다면... 그대의 말처럼 삼국(三國)의 역사가 여기서 끝나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묵직하게 들리는 케이사의 목소리에 바하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때문에 제가 온것이지요......" "그렇겠지요.... 저역시 공작의 말씀에 동감이오...... 그들의 알수없는 전력(戰力)과 여석 혼돈의 파편이라 자처하는 존재들......아무래도 그대는 나와 같이 궁에 들어가 폐하를 알연해야 하겠소이다." 그말에 바하잔의 얼굴에 잘됬다는 듯 화색이 돌았다. "저야말로 부타드리려 했던 일이오이다." "그리고 ..... 아나크렌쪽과도 연락이 이루어져야 할것 같군요.... 그쪽으로 차레브 공작께서 가신다 하셨습니까?" 그말에 바하잔이 케이사의 말에 동의 하는 듯 이 고개를 끄덕이며 케이사의 말에 답했다. "그렇습니다. 아마 지금쯤은 아나크렌의 크라인황제를 알현했을 지도 모르지요..." "그렇다면 잘된일이군요.... 허! 참.... 대륙의 삼대강국이라는 세 나라가 한 인물에게 놀아나고 있었다니.... 이번일이 별일없이 끝난다 하더라도 역사적인 치욕 으로 남겠군요......." 씁쓸히 내밷는 케이사공작의 말에 나머지 세 사람역시 입맞이 썼다. 대륙에서 겨룰수 있는 것은 서로 뿐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세 나라가 한 사람의 마법사에게 놀아났으니 말이다. 그렇게 실내의 분위기가 가라앉는 듯하자 이드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저기.... 저는 나가 볼게요... 배도 좀 고프고 해서..." "음? ... 아... 자네가 지루했겠구만.....내가 하인을 불러 안해 하도록 하지...." 이드는 자신을 향해 말하는 케이사 공작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괜찬습니다. 일층에 동료들이 있는데... 거기 가보죠 뭐.... 그럼 계속 이야기 나누세요...." 스르르르 .... 쿵... 케이사는 이드가 나가고 조용히 닫혀지는 문을 바라본후 시선을 벨레포에게로 돌렸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아까의 연장인듯한 의문이 떠올라 있었다. "이제 설명해 주겠나? 벨레포..... 저기 저 이드라는 소년.....누구인가? 자네와 여기 바하잔 공작께서 소년을 데려온것을 보면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그리고 그 중용한 이야기를 그냥 듣도록 놔두기도 했고 말이야....." 그 말에 벨레포의 얼굴에 스르륵 미소가 떠올랐다. 무언가 놀래켜줄 거리를 준비한 사람이 상대의 반응을 기대하는 듯한 미소가 말이다. "전력(戰力)입니다. 중요한 전력이지요......" 그때 중요한 전력으로 평가된 이드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역시... 나는 그런 무거운 분위기는 별로란 말이야...." 다른사람이 보면 혼잣말을 한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당사자인 이드에게는 혼잣 말이 아니었다. 분명히 그에 답하는 맗은 목소리가 있으니 말이다. [그게 좋은 거예요... 밝은게 이드님과 어울린다구요.....] 그렇게 대답한 것은 붉은 검집에 싸여 이드의 허리에 걸려있는 라미아라는 이름의 검이었다. 저번의 전투에서 라미아와 화해한 이드는 그때부터 라미아와의 약속 대로 라미아를 허리에 달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지? 길지 않은 한 평생 고민해가며 살필요는 없지...." 그러나 라미아는 그런 이드의 말이 좀 이상하게 들렸던 모양이었다. [그건 좀 아닌것 같은데...... 이드님의 경우에는....] "에이.... 사람마다 의견의 차이는 좀 있을수 있지뭐...." 그러나 라미아는 이드의 말에 작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그게 아닌데.....이드님은........] 그러나 워낙에 작은 울림이었기에 이드는 들을 수 없었다. 그렇게 1층에 내려온 이드는 아까 올라오면서 가이스등이 들어가는 것을 봐서 알게된 접대실의 문 앞에 섰다. 스~윽.... 이드의 손에 황금빛의 문의 손잡이가 잡혔을 때였다. 안쪽에서 하는 이야기 소리가 문 앞에 서있는 이드의 귀로 흘러 들어왔다. "그런데 우리가 할일이 뭐란거야? 아무래도 쉬운 일 일것 같진 않은데....." 타키난의 목소리에 이어 방안에 가이스의 목소리가 울렸다. "당연하잖아..... 보수가 많다는데...." 이어 묵직한 모리라스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더구나 이드녀석과 같이 움직이는데다가 실력가지 따진다면..... 자세한건 누구라도 오면 물어보지 뭐... 여기 앉아서 이러고 있어봤자 알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임마..... 누가 그걸 모르냐? 궁금하니까 그러지.... 젠장... 왜 아무도 않오는 거야....." 콜인지 라일인지 모를 목소리와 함께 이드는 손에 잡혔던 문고리를 스르르 놓아 버리고는 뒤로 물러섰다. "지금 들어갔다가는 엄청 시달릴것 같지?" [그럴것 같은데요... 이드님...] 그렇게 라미아의 말까지 들은 이드는 그자리에서 곧바로 돌아서 저택의 정문을 통해 밖으로 걸어나가 버렸다. 스르르르르.... 쿵..... 이드의 뒤쪽으로 저택의 큰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이드의 눈에 처음들어온것은 저택에 오면서 지나쳤던 넓은 정원이었다. 둥근 형태의 깨끗하게 다듬어진 정원은 중앙에 넓은 분수가 위치해 정원을 한층더 생동감있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돌로 깨끗하게 깍여진 넓은 길, 둥근정원의 외형을 따라 원형으로 깔려있서 저택의 입구와 저택의 정문을 이어 주고 있었다. "아나크렌에서 본것 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 깨끗한.... 뭐라 그래야 데나.....음..... 깔끔한...느낌의 정원이네.... 안 그래? 라미아..." 정원을 죽 훓어 보던 이드는 자신의 허리에서 달랑거리는 라미아를 향해 물었다. [그렇긴하네요.... 하지만 너무 직선적인 느낌이예요......] 이드는 머릿속에 울리는 라미아의 대답에 피식 웃어주고는 정원의 중앙, 분수대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녁식사때 까지는 여기서 쉬어야 겠다는게 이드의 생각이었다. "뭐.... 한 시간만 지마면 되니까.... 그때 까지 잠이나 자볼까?" 이드는 분수대에 등을 기대고서는 잔디위에 몸을 앉힌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몸위로 한쪽으로 기울어가는 황금빛의 햇살이 감싸돌고 있었다. "라미아... 한 시간 뒤에 깨워죠" "으~ 차!! 이거 ..... 타키난들을 따라갈껄 그랬나?" 이드는 오전의 햇살이 비쳐드는 정원의 분수옆에 앉아 크게 기지게를 펴며 구름한점 없이 깨끗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사람들 많은데 끌려다니는 건 싫으시다면서 가지 않으신건 이드님이시잖아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다시 고개를 내려 저 앞쪽으로 두명의 경비가 서있는 저택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렇긴 하지.... 괜히 사람많은데 끌려다니면 휘는게 아니라 더피곤해 진다고... 그래서 황궁에도 같이 않간거잖아.... 하지만 이렇게 있어도 심심한건 마찬가지니.... 따라갈걸 그랬나?" 지금은 오전 11시 쯤의 시간으로 이드는 현재 저택에 홀로 있는 중이었다. 물론 하인들과 집사등이 있긴하지만 이드가 아는 인물은 부재중인 것이다. 케이사 공작과 벨레포, 바하잔들은 어제 이야기했던 일등으로 해서 일찍 궁으로 출발해 버렸다. 물론 그들이 이드에게 같이 가겠느냐는 제의를 했지만.... 같다가는 귀찬아질것 같아 거절해 버린 이드였다. 그리고 그들이 출발하고 잠시후 가이스등이 우르르 몰려와서 시내로 놀러나간다고 같이 가자는 제의를 해온것이었다. 하지만 많은 이원이 같이 움직이다가는 구경하는 것보다 더 피곤만 싸일것 같아서 일행만 같다오라고 일행을 보내고는 어제 누웠었던 정원으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도 꽤 심심한 이드였다. 덕분에 애꾿은 라미아에게 신세 한탄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 지금이라도.... 이드님 누가 오는데요....] 라미아의 말에 이드역시 누운자세로 인기척이 들린곳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이드역시 라미아가 말하기 전에 인기척을 감지했던 것이다. "... 아이잖아....." 고개를 돌린 이드의 눈에 자신쪽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열서넷가량의 밝은 금발을 목까지 길러 찰랑이는 귀여운 인상의 꼬마였다. 그런 소년은 아래위로 한벌인 듯 파란색의 옷을 입고서는 한손에 자그마한 검의 모습을 한 나무막대가 들려있었는데 그 얼굴에는 귀여움과 함께 장난끼가 매달려 있었다. "누구지? 내게 무슨일이야....?" 이드는 소년을 향해 그렇게 물었지만 그 얼굴이 어디서 본듯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는 넌 누구냐? 남의 집 정원에 누워서....." 이드는 소년의 말에 소년이 누구인지 알수있었다. "어쩐지... 어디서 본것 같다 했더니 어제 그림에서 본 꼬맹이네....." 그런 이드의 머릿속에는 어제 케이사공작의 서재에서 보았던 커다란 가족 그림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족 그림의 중앙에 위치하고있던 조그마한 소년의 모습이 앞에 있는 소년의 모습과 곂쳐졌다. "내 말않들려? 누구냐니깐....... 그리고 남의 집 정원에 누워서 뭐하는 거야...." 그렇게 소리치는 소년의 얼굴에는 자신의 물건을 남이쓰고있는 것이 괜히 싫어은 그런 어린이의 심술이 묻어나고 있었다. 이드는 그런 소년의 모습에 입가에 슬쩍 미소가 감돌았다. '심심했는데 잘됐당~^^~, 요녀석이나 데리고 놀아볼까?' 그렇게 자기딴에는 얼굴을 굳히고 있는 소년을 향해 이드가 입을 열었다. "난 이드, 그리고 여기 누운건 공작님께 이미 허락을 받은 상태야 그러니까 아무문제 없어..." 이드의 말에 소년은 별 달리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다시 이드를 훓어 보았다. "그럼.... 너... 너...그래 이드, 이드가 어제 누나를 호위해온 용병들중 한명인가 보군....용병이란 말이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을 눈을 빛내며 바라보는 소년을 향해 이드는 씨익 웃어주고는 입을 열었다. "그건 맞는데, 넌 자기 소개도 않하냐? 상대가 자기 이름을 말했으면 자기 소개도 해야지.... 그건 기초적인 예의인데...." 이드가 소년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자 그의 얼굴이 발갛게 변해버렸다. 그리곤 잠시 우물 거리더니 지지 않겠다는 듯이 앙칼진 목소리로 답했다. "그...그런건 평민에겐 말않해도돼... 하지만 너에겐 특별히 알려주지 내 이름은 카리오스 웨이어 드 케이사다. 그리고 너야 말로 왜 내게 반말을 하는거지? 넌 평민이잖아....." 하지만 그말을 듣는 이드로서는 그렇게 따지고 드는 카리오스의 모습이 귀여워 보일 뿐이었다. "그거야..... 내 맘이지 꼬마야!!.. 그리고 언제 내가 평민이라고 했냐?" 이드의 말에 곧바로 부풀려 지는 카리오스의 양볼..... "욱..... 꼬마라고 부르지마... 카리오스라고 부르란 말이야...." "그래,그래.... 꼬..................... 카리오스...." 카리오스에게 다시 꼬마라는 말을 하려던 이드는 머릿속에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못한다는 말이 떠오르자 즉시 말을 바꾸어 카리오스라고 불러주었다. 이드역시 중원에서 지금의 카리오스처럼 꼬마라고 불려봤기 때문이었다. 그때의 기분이란 한대 쎄게 때려 버렸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카리오스의 말이 이드의 마음을 다시 바꾸어 버렸다. "'님'자도 붙여야지....." 이드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것이 만족스러운듯 어깨를 펴며 그렇게 말을 덛붙이는 모습은 상당히 재밌게 보였다. 그렇다고 '님'자를 붇여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지금까지 황제에게 조차 '님'자를 붙이지 않았는데 카리오스에게 그렇게 불러줄 생각은 전혀 없는 이드였다. "꼬마, 너무 많은 걸 바라지마.... 그러다가는 얻은 것 까지 잃게 된다....." 그러자 이드의 말에 잠시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던 카리오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드를 바라보았다. "좋아... 존대 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절대 꼬마라고 부르면 않되.... 그렇게 부르면 아빠한테 말해 버릴거야......" 이드는 마지막에 카리오스가 달아놓은 어줍잖은 협박에 저절로 웃음이 베어 나왔다. "크...큭.... 알았어, 절대 꼬마라고 부르지 않을게... 꼬마라고 부르지 않고 카리오스라고 불러주지 그러니 걱정하지마...." "꼬마라고 부르지 말랬잖아....." 카리오스는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들고있던 목검을 들어 당장이라도 달려 들려는 자세를 취하자 이드는 양손을 흔들었다. "알았어, 카리오스..... 진정해.... 그러다 다친다..." 그러자 카리오스가 이드의 말에 들어올렸던 목검을 내려놓으며 자신에 찬 미소를 지었다. "그럼 됐어... 조심해 다시 그러면 이 칼로 찔러 버릴거야...." "~^^~ 큭...크크큭.....(^^)(__)(^^)(__)(^^)" 카리오스는 이드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고는 이드의 곁으로 다가와 쪼그려 앉았다. 그런 그의 손에는 여전히 목검이 들려 있었다. 이드는 자신의 반대편에 앉아 자신을 요리조리 훓어 보는 카리오스를 마주 바라보았다. 그렇게 조금 바라보자 이드와 눈을 마주친 카리오스가 볼을 발그스름하게 물들이기 까지 했다. 그런 카리오스의 몸은 어린몸이지만 검을 다루는 사람의 기본기가 닥여져 있었다. '누가 잘가르치는 모양이지... 그리고 또 하나.....케이사공작을 닮은건가?' 그렇게 이드가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지 좀 어색한듯 카리오스가 입을 열어 물었다. 그런 그의 목소리는 아까와는 달리 상당히 누그러져 있었다. "그런데.... 용병이라면... 검이나 아니면 마법을 잘해야 한다고 하던데..... 검은 같고있지만 .... 아무리봐도 검을 잘쓸 것 같지는 않은데... 마법을 잘하는 거야?" 이드는 자신을 훓어 보고는 마치 자신에 대해 평가를 내리듯이 말하는 카리오스를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정반대, 나는 검을 쓸줄알지 ... 마법은 잘못해.... " 그러자 카리오스는 이드의 말이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한번 이드를 바라보고는 이드를 향해 말했다. "거짓말 아니야? 우리집에 있는 기사 아저씨들은 모두 몸이 이~만 하단 말이야, 그리고 벨레포아저씨도 검사들은 몸이 크다고 하셨고, 그런데 이드는 전혀 아니란 말이야..... 정말 검을 사용하는 용병이야?" "그렇다니까... 내가 뭐가 좋아서 너한테 거짓말을 하겠냐? 그리고 벨레포 아저씨가 그렇게 말한건 보통 검사들을 지칭하는 말이지 .... 그러니까.... 소드 마스터, 벨레포 아저씨가 몸이 크고 근육이 울룩불룩하던?" (-- )( --)(-- )( --) 절래 절래.... 고개를 흔들어 대는 카리오스였다. "그래 그렇게 실력이 좋은 소드 마스터들은 몸이 필요 이상으로 크지않지.... 그리고 무조건 크다고 좋은것도 아니니까.....알았지?" 끄덕끄덕.... 그렇게 고개를 끄덕인 카리오스가 다시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럼 이드도 몸이 울룩불룩하지 않으니까 소드 마스터라는 말이야?" "맞아, 나 역시 소드 마스터지 때문에 쓸데 없이 몸이 클필요도 없는 거고." 하지만 평소에 기사들로 부터 이런저런 소리를 들었던 카리오스로서는 별로 밎기지가 않았는지 이드를 향해 의문을 표해왔다. ".... 하지만 우리집에 기사 아저씨들하고 모두다 소드 마스터가 되려면 엄청어렵다고 했는데.... 그래서 소드 마스터가 많지 않다고... 또 소드 마스터는 거의가다 나이가 좀 든 사람들이라고 했는데.... 이드는 전혀 아닌것 같은데...." "그런 말은 너무 밎을 건 못되는 거야.... 이 소드 마스터라는 건 어떤 사람에겐 엄청 어렵게 느껴지고 어떤 사람에게 쉽게 느껴지는 거야, 한마디로 사람의 차이이지, 그리고 나이라... 그건 전혀 상관없는 거야. 물론 검을 좀 오래 잡았다는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어쨓든 운만 된다면 너보다 어린 나이의 소년도 소드 마스터가 될수 있는 거야...." 그러자 카리오스가 이드의 마라중에 어떤 부분에 반응한 듯 눈을 빛내며 이드를 바라보기시작했다. 이드는 그 모습에 카리오스가 입을 열기도 전에 무슨 말을 할지 짐작되는 바가 있었다. 그래서 카리오스가 입을 열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내가 말했지 운이 좋은 경우라고......." 갑작스런 이드의 말에 입을 열려던 카리오스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 그래도...그럼 운이 좋다는 건 무슨 소린데? 말해봐.... 나도 될수 있는 거야? 응? 응? 응?" ".. 가능하기야 하지.... " 이드는 그말과 함께 자신의 앞에 마치 두개의 태양이 새로 떠오르기라도 한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강렬한 광체를 발하는 눈동자 두개를 마주 대할수 있었다. "그럼 해줘...응!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에..... 빨리 말해줘라~~~응?" 이드는 자신의 팔을 잡고 흔들어 대는 카리오스의 체중에 괜히 말했다는 생각과 이미 말한거 해줘버릴까 하는 생각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해주자니..... 힘들고 꽤 귀찮은 작업이다. 거기다 워험하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너는 꼭 소드 마스터가 아니라도 돼잖아..." "에?........" 이드를 빤히 바라보는 카리오스는 이드의 말에 추가 설명을 바라는 듯 했다. "넌 정령을 다룰수 있잖아..... 그럼 소드 마스터가 아니더라도 스피릿 나이트(spirit knight:정령기사)가 될수도 있잖아....... 내가 보기에는 어줍잖은 소드 마스터보다 그게 나을 것 같구만......" ^^ 그럼 낼 뵐게요~^^~ "넌 정령을 다룰수 있잖아..... 그럼 소드 마스터가 아니더라도 스피릿 나이트(spirit knight:정령기사)가 될 수도 있잖아.......내가 보기에는 어줍잖은 소드 마스터보다 그게 나을 것 같구만......" "아~! 그런데 어떻게 알았지? 우리 가족들 말고는 모르는데.... 하지만 그것도 검을 잘써야 된다구... 거기다 나는 정령술을 그렇게 잘하지도 못한다구.... 거기다 스피릿 나이트라도 소드 마스터면 더 좋잖아.......빨리~~!!" 카리오스는 그렇게 말하며 이드의 팔을 놓고는 이번에는 목에 매달려 떼를 써대기 시작했다. 당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어린아이가 이렇게 떼를 쓰며 달려들면 얼마나 곤란한지... 특히 맘 약한 사람은 함부로 떼어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쉽게 들어주기도 뭐하고.... 지금 이드의 상황이 딱 그랬다. '으~ 요놈의 입을 함부로 놀리는게 아닌데.....' 이드는 함부로 입을 놀린 것을 후회하며 우선은 카리오스를 달래고 보자는 생각에 카리오스를 떼어내며 카리오스를 향해 말했다. "알았어... 그만해, 생각해 보자.... 응? 우선은 좀 떨어져라~~~" 하지만 그런 말에 쉽게 떨어질 만큼 호락호락한 카리오스가 아닌 듯 여전히 이드의 목을 양팔로 감싼채 딱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럼 해줄거야? 응? 응?" 이제는 완전히 몸에 딱 달라붙어서 귀에다 데고서 하는 말에 이드는 이 녀석을 혈도를 집어 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하다가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다시 설득해 볼 요량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생각해보자... 응? 우선은 내려와 내려와서 같이 생각해 보자구........ 그래 ...... 나 아직 수도에 와서는 구경도 못해 봤거든 그러니까 같이 구경이나 하면서 생각해 보자.... 응? 카리오스~" 그렇게 한참을 진땀을 흘리며 카리오스를 구슬린 이드는 간신이 카리오스를 떼어 놓는데 성공할수 있었다. 그리고 빨리 둘러보고 생각해보자고 잡아끄는 카리오스에게 잡혀 가이스등이 가자고 할때도 가지 않은 수도의 대로쪽으로 끌려 가기 시작하는 이드였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머릿속에 강호의 풍문 한가지가 떠올랐다. '아이와 여인과 노인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그 말이 딱 이구나....' 와글와글........... 시끌시끌............ 흙도 없이 돌로 깨끗하게 정돈된 대로(大路)는 옆으로 굽지 않고 똑바르게 정돈되어 있었고 그런 길의 양옆으로 여러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각자의 물건들을 꺼내 놓고 각자의 물건들을 펼쳐 팔기위해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상점들 앞으로는 여러 사람들이 몰려 들어 있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각자의 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이드와 같은 목적으로 이리저리 구경하며 돌아 다니는 사람들 .... 그런 사람들로 시끄러운 거리에 이드와 카리오스가 들어서고 있었다. '후~ 대단하구만.....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찬아......' 그렇게 잠시 대로를 훓어 보고 다시 카리오스를 향해 시선을 돌린 이드의 눈에 아직까지 그의 손에 들려있는 나무로 깍은 목검이 보였다. "너 그건 왜 들고왔어? 쓸데 없이....." 이드가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목검을 가리키며 말하자 카리오스가 잠시 목검을 바라보더니 다시 이드를 향해 고개를 돌려 입을 열었다. "벨레포 아저씨가 항상 들고 다니랬어..... 진검은 아직 들고 다니기 힘드니까 목검이라도 항상 들고 다니면서 손에 익히라고.... 그래서 항상 이렇게 들고 다니는 건데....... "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들린 목검을 공중으로 휙휙 휘둘러 보이는 카리오스였다. 이드는 카리오스가 하는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벨레포가 카리오스에게 시킨 수련이 꽤 적절하다는 생각에서 였다. 나무로 만든 검일지라도 항상 지니고 다니며 몸에 검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 검을 자신의 몸 처럼 사용하는 것.... 그것은 중원에서 검을 수련하는 사람들이 기초로 하는 수련 법이니 말이다. "좋은 방법이야.......그런데 그런 가벼운 것 보다는 좀 묵직한게 좋을 텐데....." 그러자 카리오스가 이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목검을 들어보였다. "응, 벨레포 아저씨도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쇠로 하면 차차 무게를 늘려나가기가 어렵다고 여기에 누나가 리스 그래비티(rise gravity:중력증가)마법을 걸어줬어.... 그래서 수시로 목검에 무게도 늘리고....." 그말에 다시 목검을 바라보니 과연 목검의 검신 표면으로 마법의 룬어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나무 검신의 룬어에서는 약하긴 하지만 마나의 흐름이 느껴지고 있었다. "음~ 이렇게 사용하는 방법도 있네....... 과연 마법으로 이렇게 하면 엄청 편하겠어 수시로 새로 검을 만들 필요도 없고....... 나도 한번 해볼까?" 그렇게 이드가 검에 걸린 마법에 관심을 보이자 자신의 목검을 자랑하 듯 앞으로 내밀고 있던 카리오스가 이상하다는 듯이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마법도 할줄알아? 응? 응? 응?" 다시 눈을 반짝이며 물어오는 카리오스의 반응에 이드는 아까의 일을 생각해 내고는 급히 고개를 저어댔다. 역시 인간은 학습하는 동물이다. "아니... 내 말은 마법사 동료에게 마법을 걸어 달랠까 하는 말이야....." "음~ 그런거야? 하지만 이것도 꽤 뛰어난 마법사가 아니면 않된뎄어, 우리누나야 천재로 불리우니까 괜찬치만... 용병중에 그런 마법사 있어?" 조금 돌려서 자신의 누나인 메이라를 자랑하는 듯한 카리오스의 말에 이드는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잘못했으면 마법을 한다는 것까지 말할뻔 했는데 그렇게 됐다면 저 녀석이 또 무슨 떼를 쓸지.... .애초에 입 조심 하는게 좋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얼굴 맞대고 대화하는 걸 좀 삼가하는게 좋은 것이다. 그렇게 이드는 카리오스를 옆에 달고는 대로에 넘쳐나는 사람들 사이를 돌아 다니며 이것저것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사람의 생활이란 것이 다 비슷비슷하기에 색다르게 눈에 뛰는 것외에는 특별히 볼만한 것이 없는 이드였다. 하기사 여기에 나온 사람들도 그것을 보기위한 것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드가 눈길을 끄는 것중에서 한쪽에 책상을 놓고 간단한 내기 체스를 하는 모습에 관심을 두고 있을 때였다. 옆에서 같이 있던 카리오스가 그 모습이 지겨웠는지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다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유심히 체스판을 바라보고 있는 이드의 팔을 흔들었다. "이드, 이드... 저기 좀 봐 봐....." "응? 뭐.... 뭔데?" 이드는 자신의 팔을 흔들어 대며 말하는 카리오스의 말에 그가 가리키고 있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시선을 돌린 이드의 눈에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눈에 확 뛰는 몇몇의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대로의 중앙으로 걸어오고 있었는데 주위의 사람들은 그들을 알고 있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서 그들이 가는 길을 피해 버려 오히려 그들이 눈에 더 잘 뛰었다. 그렇게 눈에 뛰는 7명의 인원은 모두 허리에 검을 걸고 같은 모양에 검은색과 백색의 단조로운 색으로 이루어진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런 그들의 옷의 어깨 부분에 둥근 원안에 검이 있는 문장이 새겨져 있어 어떻게 보면 그 모습이 기사들의 제복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7명중 뒤에서 걷고 있는 여섯 명과는 달리 그 여섯명의 앞에서 걷고 있는 19~20정도로 보이는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의 남자가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앞서 걷고 있는 그의 손에는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없는 꽤 묵직해 보이는 짐들이 들려있었는데 그 짐을 들고 있는 그의 얼굴은 우울하게 굳어 있었다. 그에 반해 뒤에 오는 여섯은 연신 뭐가 재미있는지 킬킬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꽤 보기 좋은 것은 되지 못하는 듯 보고있는 이드와 카리오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얼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저 녀석들 뭐야? 혹시 아니? 카리오스...." 이드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서 카리오스에게 묻자 카리오스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잘은몰라..... 저기 뒤에 여섯명중에 왼쪽에서 두번째 금발 머리가 로이드 백작의 아들이라는 것외에는.... 파티에서 얼굴을 본적 이 있어..." 카리오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인상을 찌푸리면 한마디를 추가적으로 넣었다. "...... 왠지 기분나쁜 인간이야, 그 파티 때도 괜히 우리 누나한테 잘 보이려고 아영떠는 모습이....아마..... 가일라 기사학교에 다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저옷도 거기 껀가 본데... 저 문장을 본적이 있거든....." 그때 이드와 카리오스의 뒤에서 앞의 인물들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들려왔다. "저기 뒤에 걷고 있는 여섯명은 여기서는 꽤 악명 놉은 녀석들이지....괜히 시비를 걸기도 하고 꽤 이뻐보인다 싶은 소녀들에게 찝쩍 거리기도 하고.....하지만 여섯 모두 귀족집안의 자제아니면 돈 좀 있다는 집안의 녀석들이다 보니 경비대에 말해도 별소용없지 덕분에 사람들은 알아서 피할밖에..... " 그렇게 말하며 이드와 카리오스의 옆으로 나서는 인물은 이십대 중반의 용모에 특이하게도 회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였다. 그런 그의 움직임에서는 거의 기척이 나질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카리오스와 이드를 향해 씨익 웃어 보이더니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저기 그들의 앞에서 걷고 있는 녀석은 쿼튼, 푸라하 미라 쿼튼....... 지금은 말뿐인 쿼튼백작가... 아지 지금은 남작으로 강등 당했군... 그곳의 차남이지........ 갑자기 도망치듯 사라져 버린 형 대신 집안을 다시 세우기 위해 기사학교에 들어간 놈이지....." 회색 머리카락 남자의 꽤 자세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던 카리오스가 다시 궁금한점이 있는 듯 그 남자를 향해 물었다. "그런데 저기....푸라하라는 사람은 왜 저렇게 짐을 들고 앞서 가는 거죠?" 카리오스의 물음에 앞을 보고있는 그의 입가로 씁슬한 웃음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런 그의 눈은 여전히 푸라하라는 사람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 집안 때문이지..... 죽어버린 아버지와 사라져 버린 형 대신에 집안을 다시 세워야 하기에 자존심을 죽이고서 저들이 하라는 데로 따르고 있는 거지.... 만약에 그들에게 대들었다가는 이제 이름뿐인 쿼튼 가에 무슨일이 벌어질 지 모르니까......... 그리고..... 녀석은 원래부터 싸움을 좋아하지 않았어 .... 머리쓰는 걸 좋아했지..." '그리고'라는 말부터는 아주 조용히 마치 옛일을 생각해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그의 말은 너무작아 옆에 있는 카리오스조차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카리오스 까지 일뿐 이드는 제외였다. 이미 그의 말에 흥미를 가지고 듣고 있었던 지라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아지자 저절로 공력이 귀에 집중되 천시지청술(千視祗聽術)이 발동되어 버린 것이었다. 모레 뵙겠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가지고 듣고 있었던 지라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아지자 저절로 공력이 귀에 집중되 천시지청술(千視祗聽術)이 발동되어 버린 것이었다. '딴 사람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일같이 말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린 이드의 눈에도 그의 얼굴은 상당히 어두워 보였다. 그렇다고 지금 왜 그런 표정이냐고 물어보기도 뭐했기에 별말은 하지 못한 이드였다. 쿵...투투투투툭 회색 머리의 남자를 보고있던 이드는 갑자기 그의 얼굴에 일그러지는 것과 함께 앞에서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에 급히 시선을 돌려보았다. 그리고 소리가 들린 곳에는 푸라하라는 이름의 청년이 땅에 스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주변에는 그가 들고 있던 보호대로 보이는 것들이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뒤쪽에서는 푸라하의 뒤에서 걷고 있던 여섯명이 킬킬거리며 서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큭... 바보자식 앞을 제대로 보고 걸어야 할거 아니야...." 뒤에 서 있던 갈색머리에 기생오라비 같은 남자가 쓰러진 푸라하를 향해 그렇게 외치자 그의 옆에 있는 화려한 검을 차고있던 녀석이 맞장구 치듯이 입을 열었다. "그러게 말이야..... 무겁지도 않은 걸 들고 가면서 쓰러지기나 하고 말이야...." 그러나 이드가 보기에 그들의 말에 동조하고 있는 것은 그들뿐 그의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얼굴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주위의 사람들의 얼굴에는 오히려 그 여섯에 대한 역겨움이 떠올라 있을 정도였다. 그 모습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이드가 옆에 서 얼굴을 일그리고 있는 카리오스를 향해 물어볼 생각으로 고개를 돌릴 때였다. "바보 같은 자식 언제까지 그렇게 누워있을 생각이냐.... 우리 가일라 기사학교 망신시키지 말고 빨리 일어나......" 으드드드득....... 마치 이빨에 원수라도 진 사람처럼 이빨을 갈아대는 소리와 동시에 무언가 작은 인형이 앞으로 나서는 것이 이드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인형의 것으로 짐작되는 앙칼진 목소리가 대로변에 울려 나갔다. "무슨 말이야, 가일라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건 너희들이잖아....일부러 앞서가는 사람의 발을 걸어놓고는 ..... 너희들은 기사가 될 자격도 없어!!" "카리오스??" 이드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카리오스란것을 알고는 급히 앞으로 시선을 옮겼다. 과연 쓰러져 있는 푸라하와 나머지 여섯이 서있는 앞에서 한손에 목검을 들고 당당히 서있는 카리오스가 보였다. '저 녀석이 무슨 생각으로....' 겁도 없이 나서는 카리오스의 행동에 잠시 당황한 이드가 시선을 돌려 카리오스의 말의 대상이 된 여섯명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런 놈들이 저런말을 듣고 가만히 있진 않을 텐데....' 과연 이드의 생각대로 여섯명이 각자 카리오스의 말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어디 콩알만한 놈이 입을 함부로 놀리다니..." 이건 제일 오른쪽의 진한푸른 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녀석의 말이었다. 이어서 화려한 검을 가진 녀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럴 것 없어 저런 겁이 없는 녀석들은 주먹이 약이지...." 그리고 덩치가 큰 성질이 급해 보이는 녀석은 검의 손잡이에 손을 얹고는 겁을 주기까지 했다. 그때 카리오스가 한 마디를 더함으로 해서 그의 칼을 완전히 뽑히게 만들어 버렸다. "너희 같은 기사 자격미달의 인간들에게 맞을 정도면 내가 먼저 검을 놓고 만다 이 잘라스같은 놈들아...." 그러자 카리오스의 외침에 목표가된 여섯의 얼굴은 형편없이 일그러졌고 그외에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는 카리오스에 대한 걱정스러움이 묻어 있긴 했지만 카리오스의 말이 매우 마음에 드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카리오스의 말에 동감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런 이들의 표정에 동참하지 못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이드였다. "저기.... 잘라스라는게 뭐죠?" 조금 어색한 듯한 질문을 아까의 가공할만한 이빨가는 소리의 주인공으로 짐작되는 회색머리의 사내에게 던졌다. 그러자 이드의 질문을 받은 그는 고개를 돌려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눈에는 '진짜 그걸 모르냐'는 듯한 물음이 떠올라 있었다. 그러자 이드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해야지..... "..... 잘라스는 간사한 동물이지 약한 동물에겐 강하고 강한 동물에겐 약하고.... 또한 강한 동물에 붙어 다니며 자신이 건들수 없는 녀석을 사냥하기라도 하면 옆에서 찌꺼기를 얻어먹지....한마디로 인간 중에서는 약삭빠른 자기잇속밖에 모르는 상종하지 못할 놈들이란 말이지...." 그러자 설명을 들은 이드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지며 저놈들과 딱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드와 사람들의 생각인 모양이었다. "이 새끼가...." 갈색머리의 녀석이 그렇게 소리치자 아까 소리쳤던 푸른 머리녀석이 검으로 손을 옮기며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 "내가 칼을 못 잡게 해주지...." 그 둘이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나가려 했으나 그들도다 먼저 움직이는 인형을 보고는 나아가던 몸을 멈추고 얼굴에 씨익하는 득의한 웃음을 지었다 "골고르, 죽이진 말아...." 그러자 덩치 큰 카리오스의 말에 처음부터 검에 손을 대고있던 골고르라 불린 녀석이 한쪽 손을 슬쩍 들어 보이며 답하고는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카리오스를 향해 다가갔다. 상대를 상당히 위축시키게 하는 그런 걸음 거리였으니..... 그보다 한참 체구가 작은 카리오스는 어떠하랴.... 이드는 카리오스의 얼굴에 떠오르는 초조함을 보고는 앞으로 나서려는 듯 발걸음을 내디디려 했다. "녀석...... 뒷감당도 않되면서 나서기는.....음?" 한발 앞으로 내디디며 그렇게 말하던 이드는 갑자기 자신의 어깨를 잡는 손길에 나가던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어깨를 잡고 있는 손의 주인인 회색 머리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무슨....." 그러자 이드를 잠시 바라본 회색 머리의 남자가 시선을 다시 앞으로 하며 입을 열었다. "네가 나서지 않아도 저 녀석이 나설거야..... 자신의 일에 남이 다치는 건 못 보는 성격이니까....." 처음과 다름 없는 그의 목소리에는 믿음이라는 글자가 새겨져있는 느낌을 주고있었다. 이드는 그의 그런 말에 걸음을 잠시 멈추고는 아직쓰러져 있는 회색머리의 남자가 말한 푸라하는 잠시 주목한 후 카리오스와 카리오스에게 다가가는 골고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카리오스와 골고르의 거리가 팔 하나정도로 가까워 졌을 때, 지금까지 아무말도 않던 골고르 녀석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카리오스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앞으로 나가다 말고 중간에 다른 손에 의해 제지 당하고 말았다. 그렇게 중간에 주먹이 제지당한 골고르가 잠시 당황해 하더니 자신의 주먹을 제지한 남자가 푸라하라는 것을 알고는 저절로 눈썹이 찡그려졌다. 그리고 그 모습에 뒤에 있던 파란머리가 소리쳤다. "무슨 짓이냐 푸라하, 당장비켜....." 그러자 푸라하가 그의 말에 순순히 골고르의 팔을 놓아주었다. 그러자 골고르가 그를 향해 잠시 으르렁(?동물도 아닌데^^;;;)거리다가 다시 주먹을 들어올려 카리오스를 향해 주먹을 뻗으려 했다. 그러나 이번 역시 그의 주먹은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중간에서 잡혀 버렸다. "너, 이자식 같이 죽고싶어?" 뒤쪽에서 푸라하가 다시 골고르의 팔을 잡아채는 모습에 파란머리가 약이 올랐는지 소리지르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 모습에 푸라하가 여전히 골고르의 손을 잡은 채 자신의 뒤에 있는 카리오스를 향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꼬마야, 여기는 위험 하니까, 저쪽으로 물러서....." 그 말에 한쪽에서 듣고 있던 이드가 설래설래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강단좋게 나선 카리오스녀석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거기다가 녀석의 고집은 이드가 당해봤으므로 꽤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 성격으로 볼 때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드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이드가 확신하고 있을 때 카리오스의 대답이 들려왔다. "응! 알았어...." "어?...." 이드는 자신의 예상과 반대되는 대답에 카리오스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카리오스의 대답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던 듯 계속 이어졌다. "좀 있다가 갈께.... 그리고 나는 꼬마가 아니라 카리오스야..." 그 말에 상대의 팔을 잡고 있던 푸라하고 허탈한 미소를 은 반면 이드는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듯 씨익 미소지었다. 그때 이드의 옆에서 다시 회색머리카락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큭......재미있는 꼬마군....." 그때 어느세 골고르의곁으로 까지 다가온 파란머리가 여전히 골고르의 팔을 잡고 있는 푸라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병신같은 새끼가..... 어디 대들어.... 빨리 그 팔 않놔?" 그러자 그의 말에 푸라하는 잡고 있던 골고르의 팔을 놓아 버리고는 카리오스를 잡고 뒤로 몇 발작 물러섰다. "그 꼬맹이 녀석은 이리로 넘겨." 이번에도 역시 파란머리가 앞으로 나서며 말하자 푸라하가 고개를 뒤로 돌려 카리오스를 한번 바라본 다시 파란머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파란머리가 허! 하는 헛웃음을 짓고는 뒤에 서있는 골고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골고르 역시 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가 파란머리를 지나쳐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에 푸라하가 카리오스를 살짝 뒤로 물리고 자신은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에 골고르가 마치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카리오스를 치려 할 때와는 달리 가득힘을 담은 주먹을 날렸다. 그러자 푸라하는 그 주먹에 몸을 뒤로 빼며 골고르의 주먹의 사정권에서 벋어 나 피해 버렸다. 그러자 이격으로 팔보다 긴 발을 사용해 자신의 몸을 향해 날아오는 발을 보자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오히려 골고르의 품으로 파고들며 비어버린 한쪽 다리를 차버렸다. 쿠당..... "음.... 상당히 좋은 공격인데......" 이드는 푸라하가 골고르를 쓰러뜨리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평하자 회색머리 역시 한마디를 거들었다. "내가 말했잖아.... 저 녀석 머리쓰는 걸 좋아한다고..." 그렇게 골고르가 쓰러졌지만 파란머리나 그 외 나머지들도 골고르가 쓰러질 때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지을뿐 당황하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 또한 푸라하역시 전혀 안심하는 기색이 아닌 듯 뒤로 물러서 다시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 모습에 파란머리가 씨익하고 미소지었다. "너도 알지? 골고르는 상당히 맺집이 좋다는 거..... 넌 않되.... " 그러나 그의 말에 푸라하역시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 듯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말이있고도 골고르가 일어나지 않자 파란머리와 나머지들 그리고 푸라하가 이상한 듯 골고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원래의 그라면 이 정도로는 충격을 받은 것 같지도 않은 모습으로 일어났어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그렇게 시선에 들어온 골고르는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몸을 꿈틀거릴 뿐 전혀 일어나지 않는 이상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골고르, 왜 그래 일어나...." 그러자 파란 머리의 말에 이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던 골고르가 입을 열었다. 그 모습에 이드는 물론 주위의 사람까지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골고르가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보다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 것이다. "못... 못 일어나겠어.... 뒤에서 뭐가 붙잡고 있는 것같이....." 그렇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 애때다고 해야할까? 어든 그의 덩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 그런... 어린아이의 목소리였다. "킥...킥...." "크...큭....." 골고르의 말이 끝나자 큰 소리로 웃지 못하는 억눌린 듯한 웃음소리가 울려나왔다. 그것은 이드역시 마찬 가지였다. "후후.....왜 지금까지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간다...... 저 덩치에 저런 목소리라니...... 하하하..... 흠... 그런데 뒤에서 뭐가 붙잡고 있는 듯 하다라..........아!" 잠시 골고르를 살펴보던 이드는 무언가 느껴지는 느낌에 작은 감탄성과 함께 카리오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침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드와 눈이 마주친 카리오스가 이드를 향해 씩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때 골고르가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자 잠시 당황하던 파란머리가 허리에 차고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뒤에 서있기만 하던 4명역시 푸라하를 향해 2명 골고르를 향해 2명씩해서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에 푸라하역시 긴장한 듯 허리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그 모습에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역시 검의 예기에 몸을 뒤로 더 물러 나갔다. 그렇게 푸라하와 세명이 대치하고 섰을 때였다. 뒤에 서있던 카리오스가 앞으로 걸어나와 푸라하의 옆에 나란히 몸을 세웠다. "1대 3은 비겁하잖아?" 그러자 카리오스의 말에 화려한 검집을 가진녀석이 가소롭다는 듯 킬킬거렸다. 그렇게 말하는 녀석은 아직 검도 뽑아 들지 않고 서있었다. "하하하..... 그럼 꼬맹이 네가 같이 싸울래? 하하하하" 그 말에 카리오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물론 그럴 생각이야.... 살라만다......저기 저 녀석을 태워버려...." 카리오스의 떨어짐과 동시에 그의 옆으로 나타난 어른팔뚝만한 크기의 도마뱀 모습을 한 살라만다가 그 입을 벌려 화려한 검집을 가진 녀석을 향해 불꽃을 뿜어 댔다. 그러자 자신에게 갑자기 날아오는 불길에 당황하여 몸을 피하던 녀석은 그대로 땅에 쳐박혀 버렸고 그런 그 녀석의 위로 붉은 화염이 그 빨간혀를 낼름이며 지나갔다. "제....젠장, 정령사잖아......" 붉은 빛이 도는 머리카락을 등까지 기른 녀석이 앞에 나타난 살라만다를 보고는 그렇게 소리치자 옆에 있던 갈색머리의 기생오라비 같은 녀석이 뒤를 향해 소리쳤다. "골고르는 잠시 놔 둬, 여기가 먼저야.....젠장 저 꼬마놈이 정령사야...." 그 말에 한쪽에서 골고르를 일으키기위해 킹킹대던 두명이 즉시 검을 뽑아들고 푸라하들쪽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그리도 달려온 두명역시 붉은 불꽃의 도마뱀과 카리오스를 보고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중 금발의 머리를 짧게 기를 녀석이 앞으로 나서며 돌료들을 향해 걱정말라는 듯이 검을 들어보였다. 그런 그의 롱소드의 검신에는 거뭇거뭇하게 무언가가 새겨져 있었다. "걱정말아.... 저런건 내가 처리하지......이 마법검으로 말이야...." 그러자 마법검이란 소리에 주변의 시선이 그곳에 머물렀다. 그리고 이드의 시선역시 마찬가지였다. "저....저건....." 이드는 마법검을 슥 한번 어 보고는 입을 열었다. "싸구려 잖아........" 이드가 그렇게 말하며 손에 잡힌 라미아를 바라보자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드님 싸구려라니요..... 마법검을 보고 그렇게 말하는건 이드님 뿐일거예요..... 제가 보기엔 저번에 이드님이 그래이라는 분께 드렸던 검과 비슷한 수준인것 같은데요...] 라미아의 말에 이드는 자신이 사서 그래이에게 주었던 롱 소드가 생각났다. "아~! 그거.... 라이트닝과 프로텍터라는 마법이 걸렸던 그 검... 그럼 저 검은 무슨 마법이 걸린 검이야?" 이드가 한 쪽에서 검을 들어 살라만다를 가리키고있는 검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이드의 마음속으로 라미아의 대답이 들려왔다. [음.....리페어런스 결과 파이어 볼 , 파이어 블레이드와 원드실드의 마법이 걸려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라미아의 말이끝나자 마자 검을 들고 있던 금발의 입에서 시동어가 외쳐졌다. "파이어 볼!" 그의 그런 외침과 동시에 살라만다를 향해 들려진 검에 새겨진 문양 중 일부가 붏게 빛나며 검 끝으로 붉은 화염구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 화염구가 순식간에 어른의 머리만한 크기를 만들었을 때 그 화염구가 정확하게 살라만다를 향해 날았다. 카리오스는 마법검이라는 말에 긴장하고 있다가 상대방으로 부터 파이어 볼이 형성되어 날아오는것을 보았다. 비록 크기로 보아 초급처럼 보이지만 저정도라도 하급정령이 맞게 된다면 상당한 피해를 볼수 있는 것이었다. "살라만다, 화염구로 파이어 볼을 막아...." 크르륵..... 화르르르르르....... 카리오스의 말에 살라만다가 으르렁거리자 녀석의 몸에 일고있던 불길이 한순간 거세어 지면 녀석의 입쪽으로 작은 화염의 구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화염구는 곧 바로 날아오는 파이어 볼을 향해 날았다. 그리고 공중에서 두 개의 화염구가 충돌하자 폭발음도 나지않고 단순히 불꽃이 이는 '화르르르르륵' 하는 소리를 내며 사라져 버렸다. 그때 공중에서 잠깐 다오르던 불길이 채 가시기도 존에 다시 금발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이어 볼, 파이어 블레이드...." 그말과 함께 그의 검에서 파이어 볼이 생성됨과 동시에 그의 검이 따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주위에서 신기하다는 듯이 오! 하는 감탄성이 터져나왔다. 금발머리가 검에서 파이어 볼이 날아가자 뒤를 이어 몸을 날렸다. 그 모습에 카리오스는 순간 어떻게 해야할지 멍해져 버렸다. 남은 시간은 화염구 하나날릴정도의 시간 뿐인데 .... 그렇게 되면 하나는 맞아야 하는 것이다. "에라 ..... 살라만다 화염구로 파이어 볼을 날려버려...." 그말에 살라만다가 소환주의 명령에 출실히 화염구를 날렸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되어 날아간 화염구가 파이어 볼고 충돌해서 사라졌을 때였다. 불꽃이 사라진 사이로 불꽃을 머금은 검이 날아왔다. "살라만다....." 투...앙...... 살라만다의 머리위로 파이어 블레이드가 날아드는 모습에 저절로 눈을 감았던 카리오스는 뒤이어 들려오는 쇳소리에 눈을 떠 앞을 바라보았다. "푸라하.....?" 눈을 뜬 카리오스의 눈에 힘겨운 얼굴로 파이어 블레이드를 막아내고 있는 푸라하가 눈에 들어왔다. 금발이 자신의 검을 막은것이 푸라하라는 것을 알자 얼굴이 절로 찌푸려져 버렸다. "푸라하, 이 자식...... 좋다 니놈이 얼마나 버티나 보자.....크압" 금발이 그렇게 말하며 힘을 가하자 그의 검에 일던 불길이 더욱 더 강렬해 졌다. 그러자 그와 검을 마주하고 있는 푸라하가 불길에 꽤 고통 스러운 듯이 주춤주춤 뒤로 밀려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이드가 멍하니 있는 카리오스를 바라보았다. "얌마, 카리오스 뭐해.......살라만다로 확 구워 버려...." 그러자 잠시 멀하니 있던 카리오스가 순간 정신이 확 드는지 잠깐 이드를 바라보더니 앞에 있는 살라만다를 향해 소리쳤다. "살라만다 저놈 확 구워 버려...." 그 말에 살라만다가 알았다는 듯 으르렁 거리며 푸라하와 검을 맞대고 있느라 꼼짝하지 못하고 있는 금발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힘쓰느라 붉게 달라오라있던 얼굴이 급속도로 파랗게 질려 버렸다. "너..너 이자식...." 그리고 살라만다가 입속으로 가득 불길을 머금었을 때 카리오스가 금발을 막아서고 있던 푸라하를 향해 소리 쳤다. "푸라하형 ..... 지금이예요. 뛰어요...." 그리고 그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살라만다의 입에서 마치 불기둥과 같은 불길이 내뿜어 졌고 곧바로 갑자기 떨어지는 푸라하덕에 자세가 기우뚱해진 금발을 뒤덥어 버렸다. "으아아악.... 윈드 실드!!" 잠시동안 금발을 뒤덮었던 불길의 안에서 들리는 비명성과도 같은 시동어에 불길이 확 갈라졌다. 그리고 그 갈라진 불길사이로 투명한 연푸른색의 막에 싸인 시꺼멓게 그을린 인형이 뛰어 나왔다. "으으...크...컥....." 그렇게 튀어 나와 땅에 드러누워 버린 인형은 시커멓게 그을려 버린 손과 얼굴 글고 다 타버렸는지 연기가 피어 오르는 머리.....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뒤에 있던 로이드 백작의 아들과 기생오라비 같은 모습을 한 녀석이 녀석을 향해 뛰어왔다. "카르마.... 카르마, 괜찬아?" 기생오라비가 카르마의 몸에서 일어나는 후끈후끈한 열기에 인상이 절로 찌뿌려졌다. 그 모습에 로이드 백작의 아들인 레토렛이 푸라하와 카리오스를 바라보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너희들이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그가 그렇게 말하자 그말의 뜻이 무언인지 안 푸라하가 얼굴을 굳혔다. 지금까지 자신이 자존심을 죽이고서 행동한것도 그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그런 푸라하의 옆에 있는 인물은 그말은 조용히 들어줄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무사하지 않으면.... 어쩔건데? 로이드 백작님께 일러 바치기라도 할모양이지? 아니면 거기 누위있는 마법검 양반의 아버님께?" 카리오스는 이미 회색머리카락의 남자로 부터 말을 들었기에 레토렛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수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왠지 모르게 올라오는 짜증에 레토렛을 향해 그렇게 쏘아주었다. 그말에 레토렛의 얼굴이 구겨지며 의문이 떠올랐다. 저렇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 말뜻또한 알고 있는 듯하고 또한 자신의 집안까지 알고있는 듯한데 저렇게 당당할수 있다니....... 그렇게 생각하던 레토렛이 다시 카리오스를 바라보았다. "네놈 꼬맹이.... 이름이 뭐지?" 레토렛은 저렇게 당당하다면 저 꼬맹이의 집안역시 만만찬을 것이란 생각에 카리오스의 이름에서 그의 집안을 알아볼생각으로 그렇게 물었다. 카리오스는 레토렛의 물음에 입가로 짓굿은 미소를 뛰었다. 그 모습이 꼭 어떻게 말해야 레토렛을 더 놀려줄까 하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잠시 생각중이던 카리오스가 대답할꺼리를 생각해내 대답하려 할때였다. "컥...." "어...어....으아!" 쿠당.....퍽......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카리오스와 푸라하 그리고 카리오스를 바라보고 있던 레토렛역시 같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렇게 시선을 돌린 곳에서는 땅에 검을 떨어뜨리고는 땅에 구르고 있는 화려한 검의 주인과 빨강머리 그리고 쓰러지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이드가 서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땅바닥에 안겨있는 두 사람이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쓰러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자식들 진짜 기사가 될자격도 없잖아... 이런것들이 기사가 된다면 그게 수치다 수치야...." 그렇게 말한 이드가 다시 한번 주위를 훓어 보았다. 어디로 갔는지 회색머리가 사라진 것이었다. "어디로 사라진 거야.... 원래는 그 사람한테 시키려고 했는데...... 야! 카리오스 그 만 돌아가자.... 어째 네녀석이 나보다 더 잘놀아?" "헤헤... 고마뭐 이드..... 같이 가요. 푸라하형...." "어?... 하... 하지만....." 카리오스는 이드의 말에 그렇게 대답하고는 옆에 서 이드의 말에 당황해하는 푸라하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몇 발자국 앞으로 나가던 카리오스가 걷던자세 그대로 고개만 돌려 레토렛을 향해 아까 생각해두었던 말을 던졌다. "이름은 들었겠고.....기억 못하는 모양이지? 하기사 그럴지도 그때는 누나에게 잘보이기 위해 아양떠느라 잠깐 본 날 기억 못할지도..."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이드에게로 다가가 같이 발길을 저택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이드는 가기전에 쓰러진 두 사람을 향해 살짝 살짝이긴 하지만 발길질을 하는 것을 있지 않았다. 이렇게 혈도를 풀어놓지 않으면 아마 평생 이 모양으로 살아야 할니도 모를 두 사람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카리오스들의 세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 쯤 레토렛이 작게 중얼거렸다. "카리오스 웨이어 드 케이사.... 제기랄...." 작성자 : 이드 작성일 : 22-03-2001 19:38 줄수 : 139 읽음 : 123 [4045] 이드(116)[출판삭제공지]^^;; -------------------------------------------------------------------------------- 안녕하세요, 늦었습니다.^^; 제목에서 올렸다시피 제가 중앙M&B를 통해서 출판을 하게 됐습니다. 아마 5월초에는 나올듯 한데(2권이 나올듯)....출판을 만만히 본건지.... 이놈의 글수정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습니다. 오타 고치고 내용이 이어지는 부분을 부드럽게 고치고 몇가지 내용을 더넣고 빼고 이러고 저러고 아무튼 엄청나게 뜯어 고쳤습니다. 다른분들은 연제되는 내용그대로 출판되던데 ...제글이엉망이다 보니.....덕분에 연제된 글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책에서는 절대 오타를 볼수는 없을겁니다.^0^ 그래서 제글을 퍼가시고 올려주시는 분들께 삭제공지를 합니다. 삭제 분량은 100화까지 그러니까 혼돈의 여섯파편중 하나라는 메르시오의 등장까지 입니다. 그럼 빠른 삭제를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이 수정작업때문에 연제 속도가 얼마간 느려질듯???????? "카리오스 웨이어 드 케이사.... 제기랄...." "다녀왔습니다.... 어라? 무슨일 이라도 있어요? 모두 얼굴빛이 좋지 않은데......." 카리오스와 푸라하 두 사람과 함께 저택으로 돌아온 이드는 거실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카리오스역시 거실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굳은 모습에 분위기에 매달려 있다시피 잡고있던 이드의 팔을 놓아 버렸다. 이드는 자신의 물음에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카리오스를 데리고 거실의 한쪽에 비어있는 소파에 가서 앉았다. 몸을 감싸는 듯한 편한 느낌의 소파였지만 지금은 굳은 분위기에 눌려 이드와 카리오스 등에게 그 성능을 다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무슨... 큰 일이라도 났어요? ..... 사람 답답하게 하지말고 말을 해봐요..." 이드가 푹신해야할 소파에서 왠지 딱딱함을 느끼며 그렇게 질문하자 다시 서로를 바라볼 뿐 누구하나 속시원히 말을 꺼내지를 못하는 눈치였다. 그 모습에 왠지 심상찬을 일일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이드가 다시 물으려고 할때였다. "일거리.... 엄청난 일거리가 생겼어..... 용병들이 모자랄 정도의 일거리 말이야..." 타키난이 몸을 쭉 펴서는 소파에 등을 대며 하는 말에 이드의 고개가 저절로 타키난을 향해 돌아갔다. 그런 이드의 얼굴에는 방금 타키난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드는 듯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일..거리라뇨? 그게 무슨....." 그러자 이드의 물음에 여전히 등을 소파에 붙인체 고개만을 들어 이드를 바라본 자세로 타키난이 대답했다. "전쟁이다. 카논과의 ...... 싸움이 일인 용병들에겐 엄청난 일터인셈이지....." 말을 마친 타키난이 다시 고개를 젖혀 거실의 천장으로 시선을 돌리는 모습을 보며 이드는 다른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제서야 그들의 굳어버린 표정과 분위기가 가는 이드였다. 아라크넨에서도 전쟁이라는 소식에 사람들이 저러한 표정을 지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시선을 돌린 이드의 눈에 어느세 굳어버린 다른사람들과 비슷하게 굳어 버린 카리오스와 푸라하가 눈에 들어왔다. '뭐....어차피 일어날 일이었으니까.....' 그런생각과 함께 이드는 고개를 돌려 토레스를 바라보았다. "그럼 궁에 들어가신 분들은......?" "전쟁소식에 궁에 급한 회의가 개최됐어, 그것때문에 어놀 들어오실수 있을지도 의문이야.... 전쟁소식도 같이 갔던 킬리가 가지고 온것이었으니까...." 고개를 흔드며 답하는 토레스의 말에 이드의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당연한 일 일것이다. 전쟁이 시작되었으니 그것도 카논이라는 라일론에 버금가는 나라와 말이다. 거기에 궁에 들어간 일행중에는 카논국의 공작위를 가진 바하잔 역시 같이 끼어있지 않은가..... 아마 오늘내로도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 당연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드였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드의 머리로 엉뚱한 생각이 떠오르며 미소가 떠올랐다. '이거 꼭 전쟁이 날 따라 다니는 것 같잖아....아나크렌에서도 내가 도착하고나서야 본격적인 전쟁이 일어나더니 여기서도 수도에 도착하고 나니까 전쟁소식이라......여기 말로 하면 ..트러블 메이커 던가?... 이거 다른 나라로도 한번 가봐 그 나라에서도 전쟁이 나....응?' 머릿속으로 잠시 딴생각중이던 이드의 귀로 토레스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불러도 못들은 것 같은데.... 어든 빨리 준비해....네가 도착했으니 곧바로 궁으로 출발해야 하니까..." 그 말에 멍하니 있었던 것이 미안한듯 머리를 긁적이고 있던 이드의 고개가 엄청난속도로 돌려졌다. "무슨일로.....?" "나도잘은 몰라 킬리를 통해 아버님이 전해오신 말이니까... 나는 우선 궁에 텔레포트 게이트의 연결을 알릴테니까...." 토레스가 그말과 함께 일어나는 모습을 보며 이드역시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는 다른 일행들을 바라보고는 거실밖으로 나가는 토레스를 향해 다시 물었다. "그..그럼 다른 사람은요? 나 혼자 가는 거예요?" 그러자 그말에 토레스가 멈추지도 않고 앞으로 나가면 몇마디를 흘렸다. "그래, 킬리가 그렇게 전했으니까... 빨리 준비해 킬리가 그말을 전해 준지도 거의 두시간이 다되가니까...." 그말에 이드는 급히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 보고는 거실의 입구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이미 다른 복도로 들어갔을 토레스를 향해 소리쳤다. "저는 준비할것 두 없다구요.... !" 그러자 복도를 울리는 이드의 목소리에 대답하는 작은 목소리가 있었다. 아마 체면상 이드처럼 소리를 지르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럼 거기서 기다려......." 이드는 작게 들려오는 토레스의 목소리에 몸을 돌려서는 다시 자신이 앉았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 그때 자리에 앉은 이드를 향해 굳어 있던 분위기를 조금 풀어 보려는 듯 가이스가 이드의 옆에 앉아있던 두사람을 가리키며 누구인지 물었다. "맞아, 그러고 보니 아직 모르죠.... 여기는 이곳 저택의 소주인인 카리오스, 정확한 이름은 메이라처럼 좀 기니까 빼구요, 그리고 이쪽은 푸라하, 역시 카리오스처럼 이름이 좀 기니까 빼구요, 오늘 카리오스와 수도 구경차 밖으로 나갔다가 만났어요." 그러자 이드의 말에 편안하게 몸을 기대고 있던 타키난이 몸을 일으키며 카리오스를 바라보더니 다시 시선을 이드에게로 옮겨서는 입가로 짓굳어 보이는 듯한 미소를 뛰어 오렸다. 그 모습에 절대 좋은 말은 나올것 같지 않은 느낌에 입을 봉해 버릴까하고 이드가 생각할때였다. "임마, 너...." "이드 준비 끝났으니 따라와라..." 타키난의 입이 열기고 입을 봉해버리기로 결정한 이드가 지력(指力)을 준비하는 순간 토레스가 거실로 들어서며 이드를 불러냈다. 뜻하지 않게 타키난의 시끄러운 입을 구한 것이다. 하지만 토레스가 이드가 지력으로 타키난의 입을 봉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지금 들어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다른 사람들과 같이 토레스역시 타키난의 입에 상당한 심적고통을 당했기 때문이다. 거기가 매번 타키난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이 토레스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기에 누구에게 이 억울함을 호소 할수도 없었으니.... 그런 토레스가 남도 아닌 자신이 타키난의 입을 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도 땅을 치며 통곡하지 않을까...... 이드는 그 말에 특별히 강하게 모아 두었던 지력을 거두어 들일 수 밖에 없었다. "알았어요. 그럼 다녀 올게요..." 그러나 이드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고도 몇걸음 나아가지 못하고 타력에 의해 걸음이 멈추어지고 말았다. "카리오스, 아까 토레스말 들었지? 빨리 가야 하니까.... 놔!" 그러나 어느새 이드의 한쪽팔을 차지하고 매달린 카리오스는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그 모습에 옆에있던 토레스가 둘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바쁘다는 말 못들었어?" "들었지? 빨리 떨어져라 카리오스...." 절래절래.... "싫어, 생각해보고 해준다고 말했잖아...빨리 해줘....." 그 말에 이드는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푸라하와 함께 돌아오면서도 저말과 함께 이드의 팔을 잡고 늘어졌었었다. 아마 거실에 들었을 때의 분위기가 굳어있엇지만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놓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황궁에 가는 길이야....응?" 그러나 이드의 그런 사정조의 말에도 여전히 고개를 절래절래저어대는 카리오스였다. 그리고 그 모습에 순간적으로 손을뻗을 뻔한것을 급히 멈춘 이드였다. '고집쟁이......케이사 공작을 닮은것도 아니고...... 잠시 잠이나 자고 일어나라....' 그렇게 생각한 이드가 손가락에 지력을 모아 올릴 때였다. "... 그냥 데로고 가라... 어차피 카리오스는 궁에 꽤 드나 들었었으니까... 그리고 레이디 메이라역시 그곳에 가있으니까... 빨리와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하... 하지만...." 토레스의 말에 다시 손가락의 지력이 풀어짐을 느끼며 이드가 반론을 재기하려 했지만 토레스의 바쁘다는 말에 묵살되고 말았다. 그리고 돌려진 이드의 시선에 얼굴가득 득의만만한 웃음을 짓고있는 카리오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 알았어요, 그리고 카리오스..... 걸어는 가야 할거 아냐..." 왠지 점점 카리오스를 떨구어 놓는 일이 힘들것 같이 느껴지는 이드였다. 우우우웅 초록색의 풀들과 꽃들로 잘 다듬어진 작은 정원이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잘다듬어진 정원의 중앙에 하얀색의 부드러운 곡선을 가지 아름다운 정자가 하나 서있었다. 그런 정자의 크기는 대략 7,8명정도의 사람이 서있을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는 작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정자에는 사람이 앉을 자리도 없었고 바닥전체를 장식하고 있는 검은 선들과 모형, 그리고 알수 없는 문자들... 이곳은 아무리 보아도 사람이 잠시간의 휴식을 취하기위해 만들어 놓은 정자가 아닌 듯 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정자의 입구에서 단정한 모습으로 서있는 두 여인이 있었다. 그런 두 여인의 시선은 지금현제 주위의 마나를 울리며 정자 중앙에 나타난 빛이었다. 그리고 한 순간 격렬히 빛나던 빛은 곧 사라지고 그 사이로 크고작은 두 인형이 모습을 보였다. 빛속에서도 여전히 카리오스에게 한쪽팔이 붙잡혀 있던 이드의 눈에 빛이 사라지며 두명의 여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하명은 야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시녀 차림의 소녀였고 그 옆에 있는 드레스의 여성은... "메이라...?" 이드가 앞에 있는 여성을 알아보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지금까지 이드의 팔에 매달려 있던 카리오스도 이드의 시선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어? 누나....." 그러자 메이라역시 그 모습을 보고는 이드에게 매달려 있는 자신의 동생 카리오스를 바라보았다 "카리오스, 네가 왜 여기.....너 지금 뭐하는 거니? 빨리 그 팔 놓아 드리지 못해?" 메이라는 카리오스가 이드의 한쪽팔에 거의 매달리다 시패해서 붙어 있는 모습에 마치 자기가 아끼는 물건을 동생이 만지기라도 하듯이 그렇게 소리쳤다. "하...하지만 누나...여기 형이......" "너........" 순간 카리오스는 상당히 오랫만에 싸늘이 자신을 바라보는 누나의 눈길에 이드의 한쪽팔을 잡고있던 두 팔에 순간적으로 힘이 빠져 나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하지만...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소드 마스터라는 단어가 힘이 빠져나가는 팔에 다시금 생동감을 불어 넣었다. "모...못해, 않해......." 이드는 처음대하는 메이라의 싸늘한 눈길에 자신을 단단히 붙잡고 있던 카리오스의 팔에서 저절로 힘이 빠져 나가는 느낌을 받을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풀려지려던 팔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꽉조아지고 그 모습에 메이라는 생각하지 못한 반응이라는 듯 얼굴에 당황감이 떠올랐다. 그리고 메이라가 다시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카리오스가 서둘러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 했다. "이...이건, 이 형이 날 소드 마스터로 만들수 도 있다고 해서.....그래서, 그거 조르느라고....그래서 매달려 있는 거야....." 조금 더듬 거리기는 카리오스의 말이었지만 메이라가 알아들을수 없는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말에 메이라는 '그렇단 말이지...'하는 눈으로 카리오스를 옆에 달고 있는 이드를 바라보았다. 이드는 자신을 바라보는 메이라의 눈빛에 그녀가 카리오스를 떼어내 줄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버릴수 밖에 없었다. 세상 어느누가 자기 가족이 잘된다는데 말리겠는가....그것은 중원이 있을 이드의 누님들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었던가.... "이드님, 정말, 저희 카리오스에게 소드 마스터로 만들어 준다고 하셨어요?" 순간 이드는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메이라의 모습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여우와도 같은 분위기를 볼수 있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그녀가 보여준 얌전하고 조신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천화야....여자는 언제든지 여우가 될수도 있단다, 그러니까 조심해야되...' 갑자기 옥빙누님의 말이 생각나는 이드였다. 그리고 지금의 메이라의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 지는 이드였다. 방금의 카리오스의 말도 들었듯이 카리오스는 현재 이드에게 조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지금 메이라의 나플거리는 붉은 입술에서 흘러나온 말은 어느새 이드가 카리오스를 소드 마스터로 만들어 준다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으니.... "메이라, 그게 생각해 본 다고...." "고마워요, 이드....수도까지 무사히 도착한것도 이드덕인데....카리오스까지....정말 고마워요..." 그렇게 말을 맺은 메이라는 이드가 채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아버님이 기다리는 곳까지 안내하겠다며 뒤돌아서버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왠지 무섭게 까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누나가....갑자기 무서워 보이죠....?" 그런 그녀의 모습에 이드의 팔에 매달려 있던 카리오스역시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했다. 평소에 그 얌전한 분위기와는 백팔십도 전혀 다른 여우와도 같은 그런 분위기에 말이다. "카리오스....너도 잊지 마라....여자들은 누구나 여우가 될수 있다는 것..." 그런 이드의 말에 이해 한건지 못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카리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멍해져 있는 두 사람에게 빨리오라는 메이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드는 메이라의 안내를 받으며 궁성 여기저기를 둘러 보았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눈에 비친 라일론의 황궁의 모습은 아나크렌의 황궁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크기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아나크렌의 황궁이 아름답고 부드러움을 강조했다면 이곳 라일론의 황궁은 아나크렌과는 달리 웅장함과 견고함, 그리고 직선적인 느낌을 주고 있었다. 아름다운 꽃과 여인의 조각상으로 아름다움을 드러낸 아나크렌과 달리 이곳에는 갑옷을 입은 기사의 모습, 그리고 신화시대 때의 전투를 나타낸 듯한 그림, 그리고 궁에 늘어서 있는 커다란 대리석의 기둥에 조차도 아주 간단한 무뉘만이 들어 있었고 어떤 것은 아무런 장식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것도 서있었으니 뭐라고 해야 할까...단순호치?...아마도 라일론의 초대 황제인 영웅왕 라인론의 성격이 깔끔하고 담백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는 그런 분위기였다. 어쨓든 이 궁은 라일론황제때 지어진것일 태니 말이다. '단순함의 미도 괜찮지....깔끔하고, 담백한 느낌이니까...' 궁에 자주 들렀던 카리오스나 메이라와는 달리 이드는 여기저기로 시선을 던지며 메이라를 따라 궁의 중앙쯤에 위치한 것 같은 깔끔하게 조금의 멋을 주어 손님을 맞기위한 듯한 접대실에 들수 있었다. 접대실의 내부에는 둥근 형태의 큰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그런 테이블을 따라 꽤 푹신해 보이는 의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또한 접대실의 내벽은 꽤나 아름다운 그림이 양각되어 있었으며, 몇가지의 화분과 분재등이 놓여 있어 접대실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접대실의 테이블에는 아침에 나섯던 케이사 공작과 바하잔 공작, 그리고 벨레포백작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중 바하잔 공작이 가장먼저 이드가 들어선것을 보며 미소지었고 그뒤를 이어 다른 사람들도 이드가 들어서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그리고 이드의 팔에 매달린 카리오스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던 케이사 공작이 이드에게 바하잔의 맞은편으로 자리를 권하며 아직 앉지않은 메이라를 바라보았다. "메이라, 가서 여황님께 기다리시던 손님이 도착했다고 말씀드리거라...." "네." 케이사의 말에 대답한 메이라는 곳바로 나가지 않고 카리오스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케이사의 뒬로 돌아가 뭔가를 속삭이곤 들어 올때와는 다른 문으로 나섰다. 그리고 이드는 메이라가 나가는 것과 같이 해 케이사 공작의 눈이 반짝이며 자신에게 향하는 모습에 듣긴 했지만 듣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예상되는 말을 생각할수 있었다. '아버지, 이드님이 카리오스를 소드 마스터로 만들수 있으시데요....카리오스는 그걸 조르는 거니까...이드님이라면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니, 아무말씀도 마세요, 아셨죠?' 덕분에 케이사공작 옆으로 앉아 있던 바하잔의 의아한 시선역시 이드에게로 향한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그 뛰어난 실력덕에 별로 신경쓰지 않더라도 메이라의 말을 들을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메이라의 말을 쉽게 이해 할수 없는 바하잔이었다. 물론 그것은 케이사역시 마찬 가지였다. 소드 마스터라니...자신들이 알기로는 소드 마스터로 만드는 방법은 부작용이 대단한 카논의 마법사 게르만의 방법뿐이었다. 하지만 이드가 말한 것이니 그것은 아닐텐데... 소드 마스터 만드는 방법이 그렇게 많이 있더란 말인가.... 그렇게 케이사와 바하잔이 마치 이드의 얼굴에서 답이라도 찾겠다는 듯이 뚷어지게 바라볼때 밖에서 여황의 행차를 알리는 시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말에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일어섰다. 물론 카리오스 역시 그때 까지 붙잡고 있던 이드의 팔을 살짝 놓았고 말이다. 사라락....스라락..... 많은 옷깃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메이라가 접대실을 나섯던 문으로 백색의 화려하지 않고 단순함을 강조한 드레스를 걸친 30대의 검은 머리를 잘 다듬은 여성이 들어서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마치 중후한 귀부인과 주위를 앞도하는 듯한 장군의 분위기를 같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있던 이드의 눈이 반짝였다. '꽤 갈무리된 마나군....여기서는 소드 마스터 초급에서 중급정도의 경지?' 이드로서는 이 세계에서 처음보는 여성 소드 마스터였다. 그때 접대실로 들어서며 테이블 주위의 인물들을 바라보던 그녀가 자신이 들어선 곳을 돌아 보았다. "빨리 들어오세요, 할아버님, 이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하신건 할아버님이 시잖아요..." 순간 바하잔과 이드의 머리뒤로 매달리는 커다란 땀방울..... 방금전까지 보았던 분위기는 간데없고, 마치 10대의 소녀같은 그녀의 말투는...어쩐히 배신감마저 드는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그녀의 모습에서가 아닌 그녀의 말에 놀라고 있었다. 할아버님이라니...... "그래 들어간다, 인석아...허허...어째 여황이라는 녀석이 그렇게 채통도 없이 행동하는 거냐? 손님들도 계신자리에...쯧쯧" 청수한 목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4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인물의 모습에 사람들의 고개는 다시 한번 갸웃 거려졌다. 아무리 봐도 30대인 여황에게서 할아버님이란 말을 들을정도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드는 그의 모습에 눈을 큼직하니 뜨고는 약간 숙이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 리고 반가운 마음에 지금의 자리도 잊고는 그를 불렀다. "크레비츠씨..!"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들은 중년인역시 고개를 돌려 이드를 복는 반가운 미소를 뛰었다. "허허허...여기서 다시 보는구만, 이드군....." "그렇네요, 저는 그 무기점에서나 다시 뵐줄 알았는데...." 이드의 말에 크레비츠역시 동감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드의 손을 맞잡았다. 그런 크레비츠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보는 귀여운 손주나 후배를 대하는 듯한 훈훈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것 나도 마찬가지라네, 자네를 이곳에서 보게 되다니." 그 모습에 한쪽에 서있던 여황은 상당히 의아함을 느꼈다. 전혀 할아버지 처럼 보이지 않는 그녀의 할아버지이자 이곳 라일론 제국의 전전대 황제인 크레비츠그가 케이사 공작의 설명에 따라 불러들인 이드라는 꽤나 예쁘장하게 생긴 용병과 알고 있는 사이라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의문은 나머지 일행들에 비한다면 그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그들 그녀와 같은 의문을 품고있지만 그에 더해 크레비츠라는 예상밖의 인물에 대해 더욱 의아함이 든 것이었다. "역시 그때 마법 대회장에서 있었던 일은 자네와 자네 일행들 때문이었구만, 그렇지 않을까 예상은 했는데 말이야." "얼떨결에 휘말렸죠. 그런데 크레비츠씨야 말로 이곳엔, 방금 여황폐하께서 할아버님이라고 부르는 것 같기는 했는데. 이곳이 집이셨습니까?" 이드의 말에 크레비츠는 고개를 끄덕이며 여황을 손짓하여 조금 다가오게 했다. "그렇지. 하지만 이곳에서 나선지 꽤 됬는데 이 녀석이 도와 달라고 때를 쓰는통에 푹쉬던 것을 접고 나온거지. 내가 소개하지 이 아이는 나의 손녀이자 현 라일로 제국의 여황제인 베후이아 카크노 빌마 라일론이지." 이드는 여황을 소개하는 크레비츠의 태도가 마치 평민이 자신의 손녀를 소개하는 모습과 같은 것에 대해 살짝 미소지으며 정중히 허리를 깊이 숙였다. 하지만 여황의 할아버지가 저렇게 소개하는데 누가 나서 따지 겠는가. 여황조차 가만히 있는데 말이다. "라일론 제국의 여황제 폐하를 배알하옵니다. 저는 그래이드론이라 하옵니다만 그냥 이드라고 불러 주십시오." 여황은 자신을 향해 허리를 숙이는 이드를 보겨 고개를 약간 까닥였다. 원래는 용병에게 이정도의 예의도 필요 없겠으나 눈앞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소개하는 인물이 아닌가. 거기에 더해 케이사 공작의 말로는 저기 카논의 공작인 바하잔공작과 같은 그래이트 실버급의 강자라는 믿지 못할말까지 들었으니 말이다. 여황과 이드의 인사가 오고가자 크레비츠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렀다. 그런 크레비츠의 말투는 여황의 할아버지라는 것을 밣혔는데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네가 이곳에 있는 것을 보면, 그 혼돈의 여섯 파편인가 판때기인가 하는 것을 상대한 그래이트 실버같다는 두 명이 있다는데, 자네가 그 하나인 모양이군." "헤헤헤, 어쩌다 보니, 그쪽 일까지 휘말려 버렸죠," 크레비츠와 마찬가지로 이드역시 신분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기에 처음의 말 투를 유지했다. 그 모습에 여황은 요 몇 일간 크레비츠로 인해 알아왔던 두통이 더욱 거세어 질지도 모르겠다는 불길한 생각과 함께 모두 자리에 착석할 것을 권했다. 그리고 모두 자리에 앉는 모습을 보고는 어느새 자신의 옆자리가 아닌 이드의 옆으로 앉아 있는 크레비츠를 자신의 신분과 나이도 잠시 잊고 째려봐준 후 좌중에게 소개했다. "정식으로 여러분게 소개 드리죠. 이분은 저의 할아버님이시자 라일론 제국의 제 15대 황제이셨던 크레비츠 모르카오 시드 라일론이십니다." 여황의 말이 끝나자 좌중에 있던 사람들이 얼굴에 놀람을 떠올리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크레비츠를 향햐 정중히 허리를 숙여 보였다. 그들의 눈에 저런 젊은(?) 중년인에게 여황같은 중년의 손녀가 있다는 것이 맏기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황제가 일행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댈 이유또한 없기에 그녀의 말이 진실이라 믿고 정중히 허리를 숙인 것이다. "브루에 하나시 케이사, 크레비츠 선 황제 폐하를 배알 하옵니다." 케이사 공작을 시작으로 좌중에 있던 나머지 세 명역시 허리를 숙여 보이자 크레비츠는 대충하자는 듯이 앉으라고 손짓을 하며 인사를 간단한 인사를 받았다. 이어 그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 앉자 여황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할아버님의 모습때문에 오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지금 할아버님의 외형은 전혀 나이에 맞지 않은신데 그것은 할아버님께서 초대 건국황제인 영웅왕께서 이루셨다는 그래이트 실버를 이루셨기 때문입니다." 여황의 말에 좌중으로 찬탄이 흘러 나왔다. 바하잔 역시 멀뚱히 크레비츠를 바라보았다. 바하잔으로서는 처음보는 것이었다. 자신처럼 그래이트 실버에 달해 젊어진 사람을 말이다. "지금의 자리또한 할아버님께서 여섯 혼돈의 파편과 상대한 두 사람을 직접 보고싶다고 하셨기 때 문에 만든것입니다. 두 분을 만나봐야 그 여섯 혼돈의 파편의 실력이 짐작이 가시겠가고 말입니다." 여황이 그렇게 말을 끝맺자 크레비츠가 아까와 같이 장난스런 말을 함마디 던졌다. "딱딱하기는...." "할아버님." 크레비츠의 말에 여황이 곱지 않은 눈길로 그를 째려보자 곧바로 헛기침과 함께 시선을 올려 버리는 모습이 완전히 어린애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좌중을 몇번 바라보던 크레비츠의 시선이 정확이 바하잔에게 가서 멈줘서는 빛을 발한 것이었다. "자네구만, 카논측에서 온 사신이자 그래이트 실버라는 사람이. 바하잔이라 했던가?" "그렇습니다. 크레비츠 전하." 대답하는 바라잔의 눈역시 크레비츠를 향해 있었다. 크레비츠는 바하잔의 말을 들으며 잠시 그를 바라보고 있다가 이드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얼굴을 굳혔다. "그런데 자네 둘이 덤벼도 힘들었단 말이지..." 크레비츠는 이드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다시 한번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강자는 강자를 알아본다고 크레비츠 역시 그래이트 실버급에 든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바하잔과 이드가 별말을 하지 않아도 두 사람의 실력을 완전히는 아니라도 어느정도 짐작할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두 명이 합공을 했는데도 고전을 했다는 것이다. 크레비츠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여황을 바라보았다. "베후이아, 이번 일은 더 생각해 볼 것도 두고 볼것도 없다. 지금 당장 사신을 보내던지 마법으로 통신을 하던지 해서 아나크렌과 급히 의견을 나누어라. 만약 잘못된다면 이들의 말대로 세 제국의 역시가 조만간에 끝나 버릴지도 모르겠다." 크레비츠가 그렇게 까지 말하자 방금까지만 해도 크레비츠를 향해 새침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여황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로서는 항상 웃으시며 사는 할아버지인 크레비츠가 저렇게 서두르는 것을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할아버님. 너무 서두르는게 아닐까요? 아직 주요 귀족들의 의견도 수렴해보지 않았는데." "아니다. 그런 녀석들 의견 들을것도 없다. 너도 상황파악이 다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런 자기 밖에 모르는 놈들이 언제 상화파악을 제대로 한단 말이냐. 잘들어라 베후이아." 크레비츠는 그 말과 함께 이드와 바하잔을 가리키며 다시 말을 이었다. "이 두 사람 모두 그래이트 실버의 경지에 들었다. 그런데 그런 그래이트 실버 두 명이 같이 덥볐는데도 힘들었던 상대라면... 베후이아, 그 힘이라면 말이다. 그들 두, 셋이 본 제국의 모든 힘과 맞먹는다고 생각하면 될게다. 지금 여기 있는 바하잔, 이드 그리고 나까지. 이 세명 중 하나를 쓰러트리기 위해서도 수십개의 군단이 나서야 하는데 그런 실력자들 두명이 하나를 상대 한것이다. 알겠니?" 크레비츠의 말에 여황역시 어느정도 사태의 심각성이 보이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에 있던 시녀에게 무언가를 전하고는 곧바로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크레비츠와 바하잔등을 바라보았다. "전쟁시라 항시 준비되어 있던 회의가 소집 될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아나크렌과 마법으로 통신해 보겠습니다. 할아버님도 그때는 나오셔야 해요." 그녀의 말에 크레비츠는 방금까지 분위기는 잊은듯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인석아. 이번 일에 반대하는 놈이 있으면 내가 확실히 손을 봐주지." "할아버님." 이드는 다시 날까롭게 쏘아보는 여황의 눈빛에 그냥 웃어버리는 크레비츠를 보며 씩하니 웃었다. 그때 일리나스에서 처음보았을 때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여황이 크레비츠의 성격을 많이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드가 그렇게 생각할 때 크레비츠의 웃음이 끈기 더니 그의 시선이 바하잔에게로 돌았다. "거, 내가 깜빡하고 있었는데. 자네 혹시 그 소드 마스터를 찍어낸다는 것에 대해 뭐 알고 있는게 있나? 자네가 오늘 와서 이야기 한것 말고 다른 부수적인걸로 말일세." 크레비츠의 말에 바하잔의 얼굴이 잠시 어두워졌으나 곧 고개를 흔들었다. "죄송합니다. 전하. 저가 이곳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알아낸 것은 거기 까지였습니다." "아니네. 그걸 모르는게 왜 자네 탓인가. 괜찮네." 이드는 바하잔과 크레비츠의 말을 듣고 있다가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거, 제가 조금 알고 있는데." 조용히 내밷은 말이기는 했지만 좌중에서 이드의 말을 듣지 못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순식간에 이목이 이드에게 모이자 크레비츠가 이드를 향해 말했다. "알아?" "자세히는 모르지만 좀 들은것이 있거든요." 이드는 자신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는 크레비츠와 좌중의 인물들에게 아나크렌에 있는 아프르의 연구실에서 일란과 아프르에게서 들었던 마법진에 대한 설명을 들은 그래로 했다. "그런 마법진인가. 그런데 자네는 어디서 들은건가?" 이드는 자신을 향해 묻는 크레비츠를 보며 잠시 갈등이 일었다. 사실대로 말하느냐 마느냐. 사실대로 말하게 되면 꽤나 귀찮아 질것 같았다. 하지만 어차피 두 나라가 손을 잡게 되면 어차피 크레비츠들이 알게 될일이다. "아나크렌의 황궁에 있는 아프르의 연구실에서 들었습니다." 이드의 말에 여황이 바로 반응해 왔다. 비록 전쟁을 생각지는 않더라도 라일론과 비슷한 국력을 가진 상대국에 대해 조금은 알아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읽은 아나크렌에 대한 자료 중 방금의 연구실에 대한 것 또한 들어 있었던 것이다. "거긴, 아나크렌의 요인들과 황제의 친인들만 드나드는 걸로 알고 있는데. 혹, 아나크렌의...." 여황의 말에 이드는 그녀가 어뚱한 말을 하기전에 고개를 절래절래 내저었다. "아닙니다. 저는 아나크렌 출신도 아닌걸요." "그럼 어떻게 그 연구실에 간거지?" 이드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지금 상황이 조금 우낀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레비츠, 여황의 할어버지와는 편하게 말을 주고받으면서 여황과는 깍뜻하게 예의를 지킨 말이라니. '크레비츠씨에게 말하는 걸 좀 좊여야 겠다.' "우연한 기회였습니다. 우연찮게 아나크렌의 황궁내 일과 관련되어 해결한것 때문입니다. 덕분에 황궁에서 아는 사람도 꽤나 생겨 버렸지요." 하지만 여황은 아직 이드의 말에 만족을 하지 못했는지 무언가를 더 물으려 했다. 그때 대 회의실인 크레움에 모든 귀족들이 다 모였다는 말만 하지 않았어도 말이다. "알았다. 곧 간다고 전해라. 할아버님 가세요." 여황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이야기 하잔 크레비츠도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공작과 백작들 뒤로 빠지는 바하잔과 이드를 보고는 여황을 바라보았다. "베후이아, 저 둘도 데리고 가야 겠다. 아나크렌과 이야기 하려면 저 두사람의 증언도 필요 할 테니까 말이다." 크레비츠의 말에 바하잔과 이드를 잠시 바라보던 여황이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몸을 일으켰고 크레비츠는 그런 그녀의 옆에 섰다. 그 뒤로 공작들이 서서 크레움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여황과 크레비츠의 뒤를 따른 이드는 황궁을 이리저리 돌아 황국의 중앙부네 위치한 커다란 백색의 문앞에 설 수 있었다. 문앞에는 네명의 기사가 서있었는데 앞으로 다가오는 여황과 크레비츠를 보고는 깍뜻히 허리를 숙여 보이고는 회의실의 문을 열며 크게 여황의 행차를 알렸다. 그런 그의 목소리는 듣기좋은 목소리에 적당한 크기였는데 이런 일 하기위해 일부러 뽑아들인 기사들이 아니가 생각될 정도였다. 전쟁이다크크크크크ㅡㅡ..... 목소리에 적당한 크기였는데 이런 일 하기위해 일부러 뽑아들인 기사들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다. 여황과 크레비츠의 뒤를 따라 들어선 대 회의실, 크레움은 넓었다. 입구의 반대측 벽에 그려진 황금빛의 검을 들고 전쟁터를 거니는 영웅왕의 모습은 웅장했고, 특별한 부조물이 없고 깔끔한 무뉘가 새겨진 벽은 단순하고 직설적인 느낌을 주었다. 또 중앙에 조각되어진 거대한 석검과 석검의 손잡이 부분에 달려있는 맑은 빛을 뿌리는 수정의 양측으로 긴 테이블이 놓여 있었는데 밖에서 보았던 황궁의 모습과 같이 단순하고 담백한 느낌이었다. 여황의 뒤를 따라 들어서던 이드는 앞에서 걷고 있던 케이사 공작과 벨레포, 레크널은 우측의 긴 테이블에 늘어선 십 수명의 사람들 사이로 방향을 바꾸자 같이 방향을 바꾸려 했다. 하지만 앞서 걷던 벨레포가 앞으로 그냥 걸어가라는 듯 손짓하는 모습에 바하잔과 같이 여황의 뒤를 따랐다. 여황이 걸어가는 곳은 영웅왕의 모습이 그려진 벽 아래 놓여진 최상석의 자리였다. 그 자리로 걸어간 여황은 자신의 옆으로 크레비츠를 앉게 하고 옆에선 시중들을 시켜 한쪽 옆으로 바하잔과 이드의 자리를 마련해준 후 자리했다. 그리곤 아직도 허리를 굽히고 있는 여려 대신들을 입술을 열었다. "모두 착석하세요." 청아한 목소리가 장내를 울리자 크레움의 큰 문이 닫히며 대신들이 자리에 앉았다. 크레비츠를 대하던 때의 모습과는 달리 그녀의 겉모습과 어울리는 그런 목소리였다. 자리에 앉아 여황을 향해 고개를 돌리던 대신들은 곧바로 얼굴에 의아한 기색을 뛰었다. 여황의 곁에 앉아 있는 중년의 사내 크레비츠 때문이었다. 크레비츠가 앉아 있는 자리는10여년전 여황의 남편인 게메르 대공이 죽고서는 항상 비어 있었던 자리였다. 그리고 여황과 같은 자리는 아니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한 이드와 바하잔또한 그들의 의아함을 부추겼다. 그 모습에 꽤나 못 마땅한 시선을 보내던 파고 백작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십대 후반의 크레비츠와 같은 나이로 보이는 그는 약삭빨라 보이는 가는 눈으로 크레비츠를 기분 나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폐하, 실례되는 말이오나 폐하의 친인을 함부로 이곳에 들이시는 것은, 크윽..." 꽤나 능글맞은 말을 내뱉던 파고 백작은 인상을 굳히 채 자신을 향해 주먹을 내뻗는 크레비츠의 모습과 함께 배를 부여잡고 자신의 자리로 쓰러지듯이 넘어져 앉았다. 그러자 다른 귀족들이 즉시 검을 뽑아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자가 지금 뭐하는 것인가." "네놈이 감히 이 곳에서 난동을..." 장내가 소란스러워 지자 크레비츠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굳은 얼굴로 소리쳤다. "닥쳐라. 나 크레비츠는 네놈들에게 그런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모두 자리에 다시 앉아라. 그렇지 않은 놈들은 황실에 반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간주하고 이 자리에서 목을 쳐버리겠다." 마치 수십 명의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위압감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하지만 크레비츠의 말대로 쉽게 자리에 앉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검을 뽑은 후였고 자신들의 수를 및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크레비츠의 눈썹을 일그리자 자리를 지키고 있던 케이사 공작이 장내를 향해 소리쳤다. "모두 자리에 앉으시오. 폐하께옵서 직접 모시고 오신 분께 이 무슨 무례란 말이요." "크윽, 하지만 공작 전하, 저놈은 이곳의 귀, 카악...." 케이사의 말에 힘겹게 몸을 일으켜 반박하던 파고는 다시 한번 배를 부여잡고는 뒤로 나뒹구러졌다. "흥, 네놈이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해놓고 귀족 운운한단 말인가. 베후이아 어찌 저런놈들을 그냥 두었느냐. 내가 재위했을때는 저런 놈들이 없었거늘... 뭣들 하느냐. 어서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느냐." 하지만 크레비츠의 말에 쉽게 자리로 돌아가는 인물은 아직 없었다. 크레비츠의 말대로 파고가 예의에 어긋나는 말을 하긴했다. 하지만 크레비츠의 말대로 한다면 자신들은 정체도 모르는 인물에게 수모를 당하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대신들과 함께 검을 급히 검을 뽑아 들었던 코레인 공작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또한 크레비츠만 아니었어도 직접검을 들고 나서려했다지만 알지 못하는 외인이 나서자 자연스레 검을 뽑아 들게 된것이다. 하지만 지켜보니 몇 가지 이상한 점이있었다. 외인이 함부로 날뛰는 데도 여황은 전혀 개입하지도 않는 다는 것, 여황의 이름을 함부로 부른다는 것, 그리고 자신과 같은 공작인 케이사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대의 말이 맞소. 하지만 그대가 우리에게 명령을 내릴 수는 없는 것이오.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 밝혀 주시겠소." 코레인이 어느정도 예를 갖추어 하는 말에 크레비츠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굳었던 얼굴에 씩하니 웃음을 뛰어 올렸다. "그러는 너는 누구냐." 코레인은 상대의 하대에 기분이 상하고 당황도 되었다. 공작인 자신에게 하대를 하다니 그것도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 자가 말이다. 그렇지만 함부로 나설 수도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에도 전혀 흔들림 없는 당당한 태도 거기에 라운 파이터의 스페이스 기술이라니, 왠지 검을 뽑은 것이 더 불안해 지는 기분이었다. "본인은 본 제국의 공작인 랜시우드 크란드 코레인이요." "훗, 공작이라고 다른 놈들보다는 조금 낫구나." 크레비츠의 말에 장내 사람들의 얼굴이 다시 험악해졌다. "나는 크레비츠 모르카오 시드 라일론이다. 여기 베후이아는 내 손녀되지. 답이 되었다면 당장 자리로 돌아가라." 하지만 곧바로 자리로 돌아가는 사람은 없었다. 크레비츠의 말에 곧바로 이해가 되지 않았고 믿어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크레비츠의 당당한 태도에 코레인은 케이사 공작에게 시선을 돌렸다. 처음부터 침착함을 유지하는 그 라면 무언가 알 듯 해서였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던 케이사 공작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코레인은 황망히 무릎을 굻었다. "신 코레인 공작 크레비츠 선 황제 폐하께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코레인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자 그의 뒤에서 사태를 바라보던 다른 대신들도 얼굴을 하얗게 변해서는 즉시 무릎을 꿇었다. "선 황제 폐하께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대단하시군." 이드는 옆에 앉아있던 바하잔의 조용한 혼잣말에 고개를 돌렸다. "뭐가요?" 이드의 물음에 바하잔은 웃는 얼굴로 이드를 돌아보고는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리며 자신의 말에 대한 설명했다. "저분, 크레비츠 저분은 여기서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 시킨거지. 물론 그덕에 건방진 백작 한 명까지 같이 날아갔고 말이야. 만약 그냥 나타나셔서 자신의 주장을 펴셨다면 대신들이 반신반의하며 완전히 따르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저렇게 강하게 모든 대신들과 귀족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인식시킴으로써 자신에게 반대하거나 하는 것을 원천 봉쇄해버린 거지. 아마 이제부터 저분의 발언권은 거의 황제때와 맞먹겠지." 이드는 바하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꿇고 있는 대신들을 자리로 돌려 보내는 크레비츠에게로 돌렸다. 그의 얼굴은 접대실에서 보았던 부드러운 얼굴이 아닌 상당히 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호탕하기만 하신 줄 알았더니, 역시 나이가 있으신가봐요. 그런 것까지 신경쓰시고 말예요." "훗, 나이만큼의 노련함이지." 크레비츠의 말에 따라 장내는 다시 조용해졌고 파고 백작은 자작으로 강등당한뒤 좌천되고 회의실에서 쫗겨났다. 여황의 할아버지이자 선 황제인 크레비츠가 명하는데 뭐라고 하겠는가. 거기다 그만한 죄를 지었으니 목이 달아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인 것이다. 좌중이 진정되고 크레비츠도 자신의 자리에 앉자 여황이 대신들을 바라보며 본론에 들어갔다. "약간의 소란이 있었지만 바로 회의에 들어가겠습니다. 오늘 오전에 있었던 회의에서 오갔던 아나크렌과의 동맹에 관한 것입니다." 여황의 말이 있고 나자 갈색머리의 50대 중반의 남자가 이견을 표했다. "폐하, 그것은 차후 결정하기로 한 문제가 아니옵니까." "그렇습니다. 하이츠 후작, 하지만 의견을 나눈 결과 사태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황의 말에 대신들이 갑자기 그것이 무슨 말이냐는 듯이 바라보 았다. 크레비츠는 그 모습에 다시 이야기 하려는 여황을 말리고는 자신이 말하기 시작했다. "그대들은 적, 카논의 전력을 어떻게 보는가?" 대신들을 크레비츠의 말에 서로를 바라보며 잠시 웅성이더니 코레인이 대답했다. "카논에서 소드 마스터들을 만들어 낸다고는 하나 어차피 한달정도면 그 힘을 읽는 이들입니다. 그러니 시간을 끌며 방어위주로 싸워 나간 다면 저희에게도 승산이 있다고 사려되옵니다." 그 말에 주위의 대신들도 대부분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하지만 크레비츠가 풋 하고 웃어버리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던 것을 멈추고는 크레비츠를 바라보았다. "자네, 소드 마스터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 아닌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벨레포 백작등이 공격당했다는 그 여섯 혼돈의 파편을 자처하는 자들은? 그들은 생각해 봤나?" 크레비츠의 말에 코레인은 뭐라고 답하지 못하고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그들이 생각한것은 소드 마스터들 뿐이다. 소드 마스터이라면 피해가 있더라고 시간을 같고 버티면 승산이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벨레포가 보고한 그 여섯 혼돈의 파편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수가 없는 것이었다. 물론 벨레포들을 통해 듣기는 했지만 믿기지가 않았다. 아니 별로 믿고 싶지가 않았다. 그런 괴물이 존재한다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괴물과 맞선 바하잔과 어린 용병이라니... 만약 바하잔과 자리가 회의실이라는 것만 아니라면 꾸며낸 이야기라 생각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덕분에 전혀 전력이 상상이 되지가 않았다. "자네들도 오전에 있었던 회의로 이야기를 들었겠지만 그레이트 실버급의 검사 두 사람이 싸워 평수를 이루었다. 자네들, 그래이트 실버급의 실력이나 전력에대해 생각해본적이나 아는 것이 있나?" 이번에도 좌중은 침묵할 뿐이다. 직접 그래이트 실버를 본적도 없는데다가 두명 있었다는 그래이트 실버들에 대해서도 자세한 기록이 없으니 말이다. 더구나 자신이 그래이트 실버라고 떠들고 다니지 않는 한 그래이트 실버인지 소드 마스터인지 구분조차 불가능하다. "나 역시 그래이트 실버다. 나 한 사람을 상대하려면 어느 정도의 전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하지만 좌중의 사람들은 몇몇을 제하고는 크레비츠의 말대 대답하기보다는 크레비츠가 그래이트 실버라는데 먼저 놀라고 있었다. 지금까지 두 명 있었다는 그래이트 실버, 물론 조용히 살았던 사람 중에 있었을 수 도 있지만 알려지기는 두명이다. 그런데 현재에 와서는 크레비츠 까지 합해 그래이트 실버가 세 명이나 눈앞에 나타나니 말이다. "수만이다. 시간은 좀 걸릴수도 있지만 치고 빠지는 식으로 상대할 수 있는 수가 수만이란 말이다. 그런데 그런 그래이트 실버가 두 명이 덤벼 평수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런 존재 여섯이 존재한다. 자네들 아직 까지 자신 있나? 그들과 소드 마스터들이 같이 쳐들어온다면, 그때도 시간을 끌어 보겠나?" "그, 그것은..." 코레인 공작을 시작으로 대신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크레비츠의 말은 설마 설마했고 별로 믿고 싶지 않던 말이었던 것이다. 크레비츠는 조용히 가라앉아 버린 대신들을 바라보고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아직, 아나크렌과의 동맹을 두고 보자는 의견이 있나?" 크레비츠의 말에 뭐라고 의견을 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코레인 공작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크레비츠를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여 보였다. "크레비츠 전하의 현명하신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음, 그럼 지금 당장 아나크렌으로 마법통신을 연결해라. 이미 아나크렌도 그리고 본국도 카논과 전쟁이 시작되었으니 서둘러야 한다." 이드는 순식간에 일이 진행되어 마법통신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마법사를 바라보며 바하잔에게로 슬쩍 고래를 돌렸다. "정말 대단한 연륜에 노련함이 시네요. 순식간에 상황을 끝내 버리고 아나크렌과의 통신이라니." "후후,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덕분에 내가 여기온 일도 수월하게 이루겠군." "그런데 아나크렌으로 가셨다는 분, 그분은 어떻게 되신거죠? 만약 성공하셨으면 아나크렌에서 먼저 연락이 있었을 텐데." 이드의 말에 바하잔의 얼굴이 조금 걱정스럽게 변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 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좀 늦어지는 모양이지. 어쨓든 차레브 그 사람도 실력은 대단하니까 말이야..." 이드가 바하잔의 모습에 괜한 말을 꺼낸 건 아닌가 하고 생각 할 때였다. 밖으로 부터 커다란 기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이사 공작님께 지급이옵니다." 그 말에 몇몇의 귀족과 함께 케이사 공작이 고개를 돌렸고 밖을 향해 소리쳤다. "지금은 긴급한 회의 중이다. 나중에 다시 오라 하라." 하지만 꽤나 급한 일인듯 밖으로 부터 다시 기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긴급한 상황이라 하옵니다." 기사의 말에 케이사 공작의 눈가가 살짝 찌푸려졌다. 그때 여황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라하라. 케이사 공작, 급한 일이라 하니 먼저 일을 보세요." "황공하옵니다. 폐하." 케이사가 여황의 배려에 고개를 숙일 때 크레움의 한쪽 문이 열리며 뛰다시피 들어선 것은 얼굴에 땀을 가득 매달고 있는 20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었다. 그의 모습에 케이사가 자리에서 슬쩍 일어섰다. "마르트, 무슨 일이냐. 궁까지 찾아 오다니. 그것도 씨크가 오지 않고 왜..." 공작의 말에 마르트라는 젊은 청년은 급한 듯 다른 말도 없이 허리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공작님. 하지만 워낙 급한 일이다 보니." 마르트의 당황하고 긴장하는 모습에 공작도 그재서야 얼굴을 조금 굳혔다. 평소의 그라면 절대 저렇게 당황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슨 일이냐." "그것이... 저택이 침입자가 들어왔습니다. 마르트의 말에 코레움내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돌려졌다. 수도내에 있는 공작가에 침입자라니. 결코 그냥 넘길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의 영지 하나의 폭동과 맞먹는 정도의 일인 것이다. "침입자라니, 소상히 설명해라." "그, 그것이 몇 십분 전에 저택의 정문으로 갈색 머리에 무표정한 인상을 가진 20대 중반 정도의 청년이 찾아 왔었습니다. 그리고는 와서 한다는 말이 딸을 데려가려과 왔다고...." 마르트의 말에 장내에 인물 중 이드와 벨레포, 그리고 바하잔이 동시에 아!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말에 병사들이 그게 무슨 소리냐며 몰아 내려고 하던 중에 그와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헌데... 상대가 너무도 강한지라 저택에 있는 병사들로서는 상대가 되지 않고, 아버님과 저택에 머물고 계시던 용병분들과 기사 분들이 상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힘든 듯 하여 제가 마법진을 이용해서 급히 달려 온 것이옵니다." 마르트의 말에 장내는 순식간에 소란스러워 졌다. 한 제국의 공작 가라면 그 곳을 방어하고 지키는 병사들이 만 만찬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병사들이 한사람을 상대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병사들 뿐 아니라 공작의 저택에 머물고 있던 기사들과 용병들까지 가세한 상태에서 밀리고 있다고 하니, 거기다가 상대는 젊은 청년이라는 말에 그 정체가 짐작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그' 인 것 같지요?" "그렇겠지. 내가 제국 내에서 받은 보고 대로라면 자네들이 '그'가 데리고 다니는 여자아이를 인질로 삼았다고 했으니까, 헌데 여자 아니가 누군가 했더니 딸이었구만, 그 나이에 딸이라니 참 빨리도 결혼 한 모양이야." "참 태평하시네요. 공격당하고 있다잖아요."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드의 얼굴에도 별다른 긴장감 없는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앞쪽 테이블에서 케이사와 같이 앉아 딱딱하게 굳어 있는 벨레포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다. "훗, 그러는 자네는 왜 웃고있나?"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하는 바하잔의 모습에 이드는 씩 웃을 뿐이었다. 그런 두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은 똑같은 것이었다. 별일 없다는 것. 저택에는 저번에 인질로 잡아 두었던 소녀가 있다. 아마 처음에는 적을 몰랐기에 당했겠지만 가이스등이 알아보고 소녀를 다시 한번 인질로 내세우고 시간을 끌 것이다. 물론 프로카스가 마음먹고 빼앗으려 들면 조금 위험하겠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저는 먼저 가봐야 되겠어요." 이드가 케이사 공작과 벨레포등이 일어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말하자 그제야 바하잔이 고개를 돌렸다. "혼자? 보고 받기로 꽤나 당했다고 하던데. 소문으로 듣기에도 나와 비슷한 실력인 것 같았고 말이야." "걱정 없어요. 저번에 당한 것은 제 몸이 좋지 않아서였고, 아마 이번에는 별로 싸울 것 같지도 않아요." 이드는 자신의 말에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자신을 멀뚱히 바라보는 바하잔을 바라보며 씩 웃어버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나크렌과 통신해서 잘되지 않으면, 제 이름을 한번 거론해 보세요. 저도 바하잔씨와 같은 생각이라고요." "아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지?" "선이 좀 다아있죠." 웃는 얼굴로 바하잔을 슬쩍 바라본 이드는 곧바로 발걸음을 옮겨 공작에게로 걸어갔다. 덕분에 공작과 마르트에게 몰려 있던 좌중의 시선들이 의아함을 담은 채 이드에게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딱히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드가 크레비츠들과 같이 들어왔으니, 크레비츠와도 무슨 연 관이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리고 막 여황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가려던 공작 역시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드를 보고 의아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슨 일인가. 이드군?" 이드는 의아스러운 듯 자신을 바라보는 공작과 그 뒤에 있는 벨레포를 한번 바라보고는 그에게 답했다. "예, 저택 일은 제가 보았으면 합니다." "왜 자네가?" 이드의 말에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되묻는 공작과는 달리 그의 뒤에 서있는 벨레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택에 침입한 자와 안면이 있습니다. 수도로 오는 도중약간의 충돌이 있었죠. 벨레포 백작님께 듣지 않으셨습니까?" 이드의 말에 공작은 자신의 뒤에 서있는 벨레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벨레포가 그런 공작에게 대답했다. "그때 말씀 드린 굉장한 실력의 용병입니다. 저희가 인질을 잡고 있는." "음. 들었지. 하지만 내가 듣기로 그때 자네 혼자서 힘들었다고 들었네 만..." 공작의 말에 이드는 머리를 긁적이며 조금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헷, 그때는 제가 몸 상태가 좀 좋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싸울 일도 없을 것 같거든요. 그러니 저 혼자 가보겠습니다. 공작 님은 여기서 일을 보시지요." 옆에 있던 벨레포도 이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을 표했다. 그런 벨레포의 표정에는 이드의 말이 뭔지 알겠다는 투였다. "그렇게 하시지요. 공작 님. 이미 인질이 저희들 손에 있고, 수도에서 보 자고 하였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도 같이 가보겠습니다." 이드는 벨레포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러지 않으셔도 되요. 저 혼자서도 충분하고 저택에는 기사 분들과 용 병분 들이 계시니 여기 일을 보세요." 하지만 벨레포가 자신의 말에 대꾸도 않고 공작만을 바라보자 이드도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이고는 공작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공작은 벨레포까지 그렇게 나오자 조금 굳은 얼굴로 이드와 벨레포를 바라본 후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황을 바라보았다. "폐하..." 공작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이 고개를 숙이자 여화은 그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두 사람모두 저택으로 가보도록 하세요." "감사하옵니다." 여황의 허락에 공작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때 여황의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크레비츠가 이드를 바라보며 웃는 얼굴로 농담이라도 건네듯 말을 건네었다. "이드, 웬만하면 그 용병. 내가 고용하고 싶은데. 알아봐 주겠나?" 이드는 농담처럼 건네는 크레비츠의 말에 웃음을 뛰어 올렸다. 크레비츠의 말이 무슨 말인지 대충은 알기 때문이었다. 지금처럼 적이 강한 때는 하나의 실력자라도 필요한 때인 것이다. 그런 중에 굉장한 실력의 용병이라니, 잡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처음에는 공격했든 말았든 상관없었다. 원한관계도 아니고 그것이 용병의 일,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닌가. 물론 '그'의 경우에는 돈이 아니지만 말이다. "알고 있습니다. 이미 생각해 둔바가 있죠. 큰 전력이 될 것 같아요." 여러 대신들이 모인 자리였지만 크레비츠에게 말하는 투가 전혀 바뀌지 않은 이드였다. 물론 이런 이드의 말투에 몇몇 귀족이 분노하는 기세였으나 크레비츠가 웃는 얼굴이기에 누가하나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그 말을 들은 당사자인 크레비츠가 저렇게 웃고 있고 말을 한 소년인지 소녀인지 조금 헤깔리는 소년도 웃고 있으니 괜히 나섰다가는 오히려 망신만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였다. "그럼 기대하지." "예, 그럼." 이드는 크레비츠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벨레포와 함께 미르트를 앞장세운 채 코레움을 나섰다. 이곳 궁에는 제국의 세 공작 가와 통하는 텔레포트 플래이스가 설치되어 있다. 궁의 오른쪽과 왼쪽, 그리고 궁의 정면 방향으로의 세 곳이다. 이렇게 떨어 트려놓은 이유는 만약 하나의 텔레포트 플레이스를 두곳의 공작 가에서 동시에 사용하게 될 경우 두 사람이 텔레포트의 아웃 지점에서 만나 공간분해 되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더 불어 세 속의 텔레포트 플레이스는 각각의 공작 가에 대한 예우이기도 했다. 벨레포와 이드는 그 텔레포트 플레이스중 케이사 공작 가와 연결된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데 자네 어쩔 생각인가?" 벨레포가 앞에서 거의 뛰어가듯이 걸음을 옮기고 있는 미르트를 여유 있게 뒤따르며 이드에게 물었다. "뭐가요?" "크레비츠님께 그를 고용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에게 있는 소녀를 다시 인질로 삼거나 돌려준다면 전투는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고용은 어려울 텐데." 이드는 벨레포의 말에 뭔가 있는 듯한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렸다. "이미 포석을 깔아 놓았거든요. 저번에 본 그의 성격대로라면 제가 고용하겠다고 하면 거절 못할걸요." "포석?" 벨레포가 궁금한 듯이 이드를 바라보았으나 이드는 벌써 말해주기 싫은 듯이 입가에 미소만 뛰어놓을 뿐이었다. 그런 이드와 벨레포 앞으로 이드가 텔레포트 해왔던 정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제기럴, 니미럴, 얼어죽을, 젠장할, 으........" "제발 좀 조용히 못해?" 가이스의 눈 째림에 10살 가량의 소녀를 품에 안고있던 타키난은 급히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욕지기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타키난 들은 현재 앞에 서있는 갈색머리의 냉막한 얼굴의 청년 프로카스와 지루한 대치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해하십시오. 가이스양. 지금은 저 조차도 초조하거든요." 토레스의 말에 타키난의 얼굴이 절로 찌푸려졌다. 하지만 고개는 돌리지 않았다. 저 앞에 서있는 프로카스를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그의 실력을 본적이 있기에 한순간이나마 눈을 땐다는 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상상이 가기 때문이었다. "뭐야. 그 말투는 날 무시하는 거야?" "흥분 잘하는 건 사실이잖아?" 타키난의 느긋하게 대답하는 토레스의 말을 들으며 이빨을 갈았으나 현재 움직일 수가 없는 상태였다. 그런 그의 시선은 오로지 전방에서 맨몸으로 편히 서있는 프로카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타키난의 시선에 들어온 프로카스는 자신들이 서있는 곳으로부터 30미터정도 지점. 그의 뒤로는 쓰러져 있는 공작 가의 병사들과 엉거주춤하게 프로카스의 뒤를 막아서고 있는 몇몇의 병사들이 보일 뿐이었다. 사실 프로카스가 저곳에 정지한 것도 지아가 서둘러 인질을 데리고 온 덕이지 좀만 행동이 굼떴어도 타키난들의 코앞까지 다가왔을 것이다. "그나저나 그 아이가 인질이었는지는 몰랐어." 토레스가 타키난의 품에 안겨 잠들어 있는 소녀를 보며 말했다. 소녀는 지아에게 안겨 나올 때부터 슬립(sleep) 마법이 걸려 잠든 상태였다. 인질이라고는 하지만 감수성이 예민할 나이의 아이에게 별로 좋은 기억거리가 될 것 같지 않아서 취한 조치이고 어쩔 수 없이 인질로 잡기는 했지만 이런 장면은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기사들 때문이었다. 또 아이가 쓸데없는 반항을 하다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쳇, 그럼 이 아이가 용병인줄 알았나?" "메이라 아가씨가 돌보는 아이인 줄 알았다." 토레스와 타키난 두 사람이 중얼거리자 그들의 옆에 서있던 가이스가 눈을 흘겼다. "좀 조용히 하지 못해? 지금이 수다 떨 정도로 한가한 땐 줄 알아?" "하... 하지만 이 녀석이 먼저... 젠장. 움직인다." 가이스의 눈 째림에 가히 억울하다는 듯이 대꾸하던 타키난은 바짝 긴장하며 아이의 목에 대고 있던 단검에 힘을 주었다. 그것은 가이스들도 마찬가지였다. 편히 팔짱을 낀 채 서있던 프로카스가 팔짱을 풀며 고개를 돌리는 모습에 각작 내려놓았던 검을 세워 들었다. "어이, 어이. 비싼 용병아저씨. 이 아이 안보여? 그렇게 함부로 움직이면 안되지. 안 그래?" 타키난이 긴장을 완화해 보려는 듯 저번과 같은 장난스런 말을 내뱉었으나 프로카스는 타키난에겐 전혀 관심 없다는 듯이 일행들의 뒤쪽으로 시선을 두고 있었다. 이어 아무런 표정도 떠올라 있지 않은 그의 입이 들썩이며 높낮이 없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너희들에겐 관심 없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생채기 하나라도 난다면 이 저택뿐 아니라 이 나라를 상대로 복수를 시작할 것이다." 프로카스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던 사람들 그의 말을 두 가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먼저 그의 실력을 본적이 있는 타키난과 가이스들은 그가 정말 제국을 상대로 싸울 것이라는 것. 그리고 제국역시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것에 그리고 토레스등의 프로카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의 말이 주는 황당함에 말을 잊지 못했다. 사람들을 공황상태까지 몰고 간 말을 한 프로카스의 입술이 다시 열렸다. "오랜만이다. 소년." 그리고 그에 답하는 많이 들어본 목소리에 타키난등은 프로카스도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네, 오랜만이네요." 타키난등의 고개가 돌려진 저택의 현관에는 이드와 벨레포가 서있었다. Name : 이드 Date : 21-04-2001 16:39 Line : 185 Read : 132 [657] 이드(122) 이드는 프로카스에게 약간 고개를 숙이며 엄청 딱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저번에 볼 때도 그랬지만 목소리에는 전혀 높낮이가 없고 자신은 고개까지 약간 숙여 보였건만 마치 텅 빈 허공을 바라보는 듯한 반응이라니.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벨레포와 같이 걸음을 옮겨 타키난과 가이스등이 있는 곳에 같이 섰다. 이드는 타키난의 옆에 서서는 그의 품에 잠들어 있는 소녀를 한번보고는 소녀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는 타키난을 바라보았다. "형. 그 칼 치워요." 그 말에 마침 이드를 보고있던 타키난이 무슨 소리냐는 듯이 고개를 돌려 프로카스를 가리켰다. "무슨 소리야? 넌 저 앞에 서있는 괴물이 보이지도 않나? 이 칼 치운 사이에 갑자기 달려들면 어쩔 건데? 저번에 너도 당할 뻔 했잖냐." 이드는 꽤나 열을 올리며 말하는 타키난을 바라보며 프로카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걱정 말고 치워요. 게다가 이번엔 싸우려는 게 아닌데 인질을 잡아서 뭐하게요? 거기다 수도에 오면 아이를 돌려주겠다고 했잖아요." "하, 하지만...." "빨리요. 저 프로카스라는 사람하고 할 이야기도 있는데 그렇게 아이 목에 칼을 들이 데고 있으면 이야기가 인된단 말 이예요." 이드가 확고한 투로 나오자 타키난이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자기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아이의 목에 겨누고 있던 단검을 내려놓았다. "칫, 어떻게 돼든 나도 몰라 씨... 네가 알아서해." "물론 이죠." 이드는 씩 웃으며 능청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행들의 앞으로 나서며 프로카스와 마주섰다. 그리고는 싱긋이 웃으며 건네는 말. "찾아오시는데 어렵진 않으셨죠?" 마치 자신의 집을 찾은 귀한 손님을 대하는 이드의 말에 타키난과 가이스들의 얼굴이 상당히 험악해져 버렸다. 하지만 프로카스는 여전히 자신의 포커 페이스를 유지했다. "공격 대상에 대한 정보는 충분했으니까. 그것 보다 이제 그만 아라엘을 돌려 받아야 겠다." "물론이죠. 그런데 이름이 아라엘 이었나보죠? 몇 번 물어 봤는데 대답도 하지 않더라구요." 이드의 말대로 였다. 타키난의 품에 안긴 아라엘이라는 여자아이는 일행들에게 인질로써 잡히고 난 후 몇몇 질문에는 답을 했지만 이름을 물을 때는 대답하지 않았다. 물론 프로카스가 자신의 아빠라는 것도 말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름을 모르더라도 별다른 불편함은 없었다. 지금까지 이드가 먹이고 있는 약 덕분에 하루 중 깨어 움직이는 시간이 삼분의 일도 체되지 않게 때문이다. "돌려 드리겠는데요. 그전에 몇 가지 말하고 싶은 게 있거든요." 그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던 이드가 뒤에 수족을 달자 프로카스의 포커 페이스가 약간 이지만 일그러졌다. "... 뭐지?" 이드는 프로카스의 반응에 싱긋이 웃으며 타키난으로 부터 아라엘을 받아 안았다. 10살이나 되는 소녀였으나 지금까지 알아온 육음응혈절맥덕분에 몸이 작아 이드가 타키난보다 몸이 작은 이드가 안았는데도 전혀 커 보이질 않았다. "제가 듣기로 프로카스씨는 용병 일을 의뢰 받을 때 귀한 포션이나 회복 마법 같은 걸 대가로 받는 다고 하더라구요. 맞죠?" 이드의 물음에 프로카스는 시선을 이드의 품에 안긴 아라엘에게 두고서 묵묵히 듣고 있을 뿐이었다. "그게 이 아이, 아라엘의 병 때문이고요." 이번 말에는 프로카스가 반응을 보였다. 얼굴이 약간 이지만 상기되었고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이드는 그런 프로카스의 반응에 품에 안겨 있는 아라엘을 한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들었다. "한가지 의뢰를 하려고 하는데요." 이드는 뒤쪽에서 꽤나 웅성대는 것을 들으며 프로카스를 바라보았다. 프로카스역시 아라엘을 바라보던 시선을 들어 이드의 눈을 직시했다. "보수는? 아까 말했 듯 이 희귀한 포션이나 회복 마법이 아니면 의뢰는 받지 않는다." 이드는 프로카스의 말에 얼굴에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하실 거예요. 아라엘의 완쾌라면." 이드는 자신의 말에 프로카스의 얼굴에 격동의 표정이 떠오르고 눈에서 광휘가 이는 모습에 그가 얼마나 동요하고 놀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빠르게 이드와의 거리를 좁히는 프로카스의 모습에 뒤에서 들려오는 웅성임은 더 심해지며 챙 거리는 금속음이 들려왔다. 갑작스레 달려드는 프로카스의 모습에 당황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프로카스가 이드의 앞에 서면서 다시 조용해 졌다. "아라엘, 아라엘의 병이 뭔지 아나?" 흥분한 듯이 물어오는 프로카스의 음성엔 아가와는 달리 확실한 높낮이가 들어 있어 그의 흥분된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드는 그 모습에 평소의 차갑던 모습과는 다른 훈훈한 감정이 느껴졌다. 덕분에 이드의 얼굴에 미소가 절로 떠올랐다. "육음응혈절맥, 이곳의 말로는 아이스 플랜. 선천적인 병으로 몸이 차츰 약해지고 나이가 들수록 몸에서 은은한 냉기를 발하죠. 그리고 성인이 되는 20살 정도가 되면 내뿜는 냉기가 절정에 달하고 그 냉기로 인해 인체의 중요한 여섯 곳에 흐르는 피와 마나가 서서히 굳어 수명을 다하게 되지요." 이드의 말에 평소와 달리 프로카스의 고개가 급하게 끄덕여 졌다. "마, 맞아. 아이스 플랜... 정말, 정말 그 치료 방법을 알고 있나? 응? 응?" 아마 이드가 아라엘을 안고 있지 않았다면 이드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을 것 같은 프로카스의 반응이었다. 지금까지 프로카스는 몇 번인가 유명한 의사들과 회복술사들을 찾았었다. 하지만 모두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물론 개중에는 자신만만하게 호언장담하며 엉터리 치료를 한 자들도 있었다. 결국에는 프로카스의 검에 죽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백여명이 이르는 자들 중에서도 아라엘이 걸린 병의 병명을 알아보는 극소수로 손에 꼽을 정도밖에는 없었다. 그런데 프로카스 앞의 이드는 정확하게 병명을 알고 있었고 그 병의 변증까지 확실히 말했던 것이다. 확실히 지금까지의 회복수사 들이나 의사들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은 프로카스였다. "물론 치료할 수 있죠. 그리고 이미 반은 치료됐고요. 한번 안아 보시겠어요?" 이드의 말에 아라엘을 안아든 프로카스의 눈에 언뜻 눈물이 비쳤다. 프로카스는 자신의 손을 통해 전해지는 아라엘의 체온에 눈물을 보인 것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품에 품고 다녔던 아라엘의 몸은 항상 싸늘했다. 그 나이 또래의 아이가 가지는 체온이 아닌 마치 죽은 시체와도 같은 그런 서늘함, 어떤 때는 서늘함을 넘어 싸늘한 냉기를 발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10년만에... 그녀가 태어난 지 10년이라는 시간만에 딸의 온기를 느껴 본 것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행했던 살인, 파괴 그 모든 것의 목적인 딸의 체온... "말해라. 어떠한, 그 어떠한 의뢰라도 받아들이겠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제국을 상대하는 일이라도 받아들이겠다. 이 아이, 아라엘의 병만 완쾌 된다면 어떤 일이라도." 이드는 자신에게 아라엘을 건네며 말하는 프로카스를 바라보며 생각해 두었던 말을 했다.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지 나와 함께 하며 같이 싸우는 것 그것이 프로카스씨께 원하는 의뢰 내용입니다." 이드의 말에 프로카스는 따로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의뢰내용을 접수한다. 지금부터 너와 함께 하겠다." 이드는 프로카스의 말에 품에 안고 있던 아라엘을 뒤에 있는 타키난에게 다시 건네고는 프로카스에게로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할게요. 아마 아라엘의 아이스 플랜도 두달안에 완치 될 거예요." "아라엘을 잘 부탁한다." 프로카스는 그렇게 말하며 이드의 손은 마주 잡았다. 평소 꽤나 냉막한 성격이지만 아라엘과 관련된 일에는 전혀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는 듯 했다. "자네 이름이 프로카스라고? 이 사람들에게 듣자니 그래이트 실버급의 실력이라고 하던데." "예." 크레비츠의 물음에 프로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간단히 답했다. 그런 그의 모습은 이미 평소 때와 같은 포커 페이스로 돌아와 있었다. 지금 이드들은 저녁때 돌아 온 크레비츠들과 함께 이드가 처음 케이사 공작을 만났던 서재에 자리하고 있었다. 원래 크레비츠는 궁에서 지내야 겠지만 호탕하고 털털한 그의 성격상 답답한 궁은 별로 맞지 않았고 벨레포로 부터 일이 잘 풀려 프로카스를 포섭했다는 말에 그를 만나 보기 위해 온 것이었다. 그리고 회의에서 결정한 일도 있기에 직접 전할까 해서였다.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하네. 아무래도 힘든 전투가 될 테니까." 이드(123) "예." 이드는 이번에도 간단히 대답만 하는 프로카스를 보며 살래살래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가 저 딱딱함은 고쳐지지 않을 것같았다. 아라엘의 일을 제외한 모든 일을 완전히 남의 일 대하 듯 하고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 저런 성격의 인물과 함께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서글퍼지는 이드였다. "그런데 크레비츠님은 궁에 계시지 않으시고... 무슨 다른 일이 있으신가보죠?" 이드는 괜히 떠오르는 잡생각을 떨쳐 버리려는 듯이 화제를 바꾸어 크레비츠를 향해 궁금해했던 점을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이곳까지 특별히 올 이유가 없었다. 물론 조금 예측불허의 털털한 성격이라 단정지을 순 없지만, 다른 대신들에게도 이미 전전대의 황제라는 것을 알렸기에 함부로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 라는게 이드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케이사 공작들과 함께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으니... 그리고 그의 갑작스런 출현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꽤나 된다. 바로 아래층 거실에서 아직 멍하니 제정신을 차리지 못 하고있을 가이스들. 처음 이드와 가이스들이 있는 거실로 들어온 크레비츠가 이드와 꽤나 편하게 말하는 모습에 가이스와 토레스들도 편하게 말을 걸었었다. 헌데 잠시 후 들어선 케이사 공작이 크레비츠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어리둥절해 하며 입을 다물었고, 이어 케이사 공작이 말해주는 크레비츠의 프로필이 주는 충격에 완전히 굳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다니는 곳마다 파란을 일으키는 크레비츠가 이드의 말에 방금 까지 띄우고 있던 여유로움이 담긴 웃음을 지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급한 일이지. 그리고 꽤나 중요한 일이기도 해서 내가 직접 온 것이라네." 이드는 꽤나 진지한 크레비츠의 분위기에 고개를 들어 케이사 공작과 바하잔등의 얼굴을 살피고는 다시 크레비츠에게로 시선을 모았다. 모두의 얼굴에 꽤 급한 일이다라고 써 붙이고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드는 모두의 모습에 요즘 들어서는 잘 굴리지 않았던 머리를 잠깐 굴려 보았다. "아나크렌? 그쪽 일 인가 보죠?" 이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크레비츠가 네크널을 향해 고개 짓 했다. 아마 설명을 하라는 듯 했다. 그런 크레비츠의 눈길을 알아들었는지 간단한 결과 말과 함께 이드와 벨레포가 나가고 난 다음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아나크렌과의 동맹은 아무런 문제없이 아주 간단하게 통과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 이어진 대화에 있었단다. 크레움의 중앙에 조각된 석검의 손잡이 부에 붙어있는 수정을 중심으로 공중에 떠있는 아홉 명의 영상. 그 중에서도 20대의 청년을 제외한 일곱 명의 중늙은이들 사이에 앉아있는 소년. 방금 전 여황의 말에 적극 찬성을 표한 활동하기 편해 보이는 단순한 옷(옷감은 최고급이다.)을 걸친 아나크렌의 소년 황제 크라인. 그가 방금 전과는 달리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나머지 일곱의 인물들을 바라보고는 여황을 향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렇게 귀국과 동맹을 맺었으니 동맹국으로써 귀국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본래 이런 자리에서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은 예(禮)가 아니나 본국의 사정이 상당히 시급합니다." 그러자 크레움내에 좌정하고 있던 대신들 사이로 작은 소란이 일었다. 본래 저러한 요청은 절차를 밟아 사신을 보내어 서로의 체면을 생각해가며 하는 것이었다. 특히 저처럼 황제가 직접 나서는 것은 동맹을 맺은 양국간의 전력차나 국력이 확연한 차를 보일 때나 가능한 일, 라일론 제국과 맞먹는 국력을 가진 아나크렌에서 황제가 라일론의 모든 대신들이 모인 자리에서 체면도 생각지 않고 도움을 청한다면 그것은 보통 급하거나 중요한 일이 아닌 것이다. 더군다나 여황과 대신들로서는 소년 황제 크라인이 지렇게 까지 나오는 이유를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며칠 전까지의 보고에 의하면 아나크렌과 카논의 전선에는 별다른 변동 사항이 없다는 것으로 보고 받았었기 때문이다. "무슨 말씀을요. 귀국 아나크렌과 본국은 동맹은 맺었습니다. 서로 도울 수 있는 한은 도와야겠지요. 그런데 귀국에서 도움을 청할 정도의 일이라 함은 무엇인가요?" 바하잔은 마치 귀부인 식의 말투에서 다시 한번 그녀의 이중성을 보고는 몸서리 쳤다. 어떻게 대외적인 것과 대내적인 모습이 저렇게 다른지... "여황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 드립니다. 그럼 편히 말을 하지요. 사일전, 아니 정확히는 오일전입니다. 데카네에서 본 국과 팽팽히 대치 중이던 카논 측에 몇몇의 인원이 합류했습니다. 약 사, 오십 명에 이르는 인원이었습니다. 다음날 전투 때 보니 모두 소드 마스터들이더군요." 여황과 코레움내에 않은 모든 대신들은 크라인의 말을 들으며 의아해 했다. 자신들이 알기로 지금 말한 오십 여명의 인원이 합류하기 전까지 싸웠던 인원들도 모두 소드 마스터였던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소드 마스터 오십 명을 더한다고 해서 한순간에 전투의 상황이 역전될 정도는 아닌 것이다. "그럼, 그 오십 명의 소드 마스터들 때문에 전투 상황이 좋지 않은 건가요?" 여황의 말에 크라인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아무리 소드 마스터들이라 하나 모두 만들어진 인공적인 실력, 그들을 상대로 금방 밀리게 된다면... 귀국의 동맹국으로써 말을 꺼낼 수도 없었을 겁니다. 본국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등장한 소녀입니다. 15,6세 정도의." "소녀라니요?" 여황이 모든 대신들을 대신해서 의문을 표하자 크라인이고개를 돌려 늙은 로브의 마법사에게 눈길을 주었다. 크라인의 눈짓을 받은 마법사가 자신들이 앉은 테이블의 한쪽을 건드리자 코레움 중앙의 검에 달린 보석이 빛을 내며 작은 영상을 만들어 나갔다. 마치 맑은 가을 하늘같은 연한 푸른색의 어깨까지 오는 머리카락, 갸름한 계란형의 얼굴과 큰 눈, 그리고 발그스름한 작은 입술을 가진 163s정도의 소녀였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상당히 귀여운 모습이었다. 머리카락색에 맞춘 듯한 원피스 계통의 연한 푸른색 옷과 이미 그녀의 품에서 떠났어야할 황갈색의 곰 인형이 귀여움을 한층 더했다. 하지만 꼭 안아주고픈 귀여운 모습과는 다른 곳이 한곳 있었는데 바로 눈이었다. 원래 같으면 맑고 아무걱정 없이 빛나야할 갈색의 눈, 그 눈이 암울한 갈색의 빛을 뛰며 깊이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 마치 세상의 절망과 슬픔을 끌어안은 것처럼... 코레움내의 모든 눈길이 소녀의 영상으로 모여들었다. "이 아이, 이 소녀가 문제란 말인가요?" 소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여황의 말에 크라인은 다시 한번 길게 한숨을 내쉬며 땅을 가라앉히길 시도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아~! 그렇습니다. 그 소녀가 문제입니다. 비록 귀여운 모습의 소녀이긴 하나 그 소녀가 가지는 힘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사일 전 그러니까 그녀와 소드 마스터들이 도착한 다음날 그녀와 소드 마스터들이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고는 본진을 향해 마법을 난서 하기 시작했는데 위력이 어마어마하더군요. 게다가 쓰는 마법 역시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것이었기 때문에 저희 측에서는 미처 손을 써보지도 못한 채 뒤로 밀려 어제로 해서 데카네 지역이 완전히 카논에게 넘어간 상태입니다." 크라인이 힘없이 말을 끝맺자 여황과 대신들 모두가 조금 멍한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고개를 돌려 소녀의 영상을 시선에 담았다. 모두의 시선에 들어오는 소녀의 모습에 크라인의 말을 대입하기란 상당히 어려웠다. 이어 그 소녀에 대한 설명으로 주로 대지 계열의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 마법주문이 꽤나 특이하다는 등의 설명을 듣던 여황이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그런... 헌데 이상하군요. 제가 듣기로 귀국에 어마어마한 실력을 가진 전사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카논과의 첫 전투에서 소드 마스터들을 날려 버려서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들었는데... 그도 진 것인가요?" 여황의 말에 크라인은 고개를 적게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그"는... 그는 현재 본국에 없습니다. 얼마 전 카논 국이 벌여놓은 일을 처리하던 중 실종되었습니다. 강제 텔레포트 된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군요. 후~ 우, 정말 "그"라도 있었으면 괜찮았을 텐데 말입니다." 크라인의 말에 여황이 의아한 듯이 물었고 크라인의 설명이 이어졌다. 크라인의 설명에 여황과 대신들은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근 두달전 카논과 아나크렌의 첫 전투에 대해서 보고 받은 적이 있었다. 카논과 아나크렌의 심상찮은 대치에 라일론의 정보부인 바츄즈에서 활동하는 몇몇의 인원을 보내어 감시케 했었다. 덕분에 예상을 초월하는 카논의 힘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강력한 힘을 가진 카논을 간단히 밀어 붙여 버리는 아나크렌측의 검사, 그 실력이 어떤지 보고하던 기사들이 바츄즈의 부장인 투카라나후작 앞에서 거의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을 정도라고... 그런 검사가 강제 텔레포트로 실종이라니... 그래서 여황과 대신들은 귀를 기울였고 이야기를 모두 듣고는 마치 죽었다 살았다는 표정을 지어야 했다. '마, 만약, 카논에서 그 계획이 성공했다면 그런 파괴력을 보고 나서 쉽게 공격할 수 있었을까?' 여황은 그런 생각에 고개를 내저었다. 데카네 지역, 아나크렌제국의 1/15을 날려버리는 파괴력을 보고 난 후라면 쉽게 공격하수 없을 것이다. 나아가 만약 그 위력으로 카논이 아나크렌을 삼키기라도 했다면? 왠지 그 일을 처리한 검사에게 고마운 생각이 드는 여황이었다. 하지만 실종되었다니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자신의 할아버지, 크레비츠의 말에 따르면 지금은 한 명의 강자가 아쉬운 때이기에 말이다. "그럼 대량의 병력보다는 그 소녀를 상대할 실력자가 필요하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렇게 된 것이란다. 그리고 누구를 보낼 것인지는 그 자리에서 정하지 못했기에 크라인에게 정해지는 대로 연락을 하겠다고 말한 후 통신을 끝맺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회의에서 누구를 보낼 건지를 상의 할 때 저택에서 프로카스를 고용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그 소식에 크레비츠가 이드와 프로카스를 보내자는 의견을 내건 것이었다. "음, 그래서 그 이야기도 하고 여기 프로카스씨도 보고 겸사겸사 오셨다는 말씀이시군요." 이야기를 모두 들은 이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크레비츠에게 고개를 돌리자 크레비츠가 중년의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겸사겸사... 이 사람도 보고 일도 처리하고 겸사겸사 해서 말이야, 그래 어떤가? 자네들이 한번 가보겠는가? 가지 않겠다고 하더라도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으니, 입 발린 소리지만 부담가지지 말고 말해 보게 뭐, 부담 가질 자네들도 아니지만 말이야." 이드는 크레비츠의 말에 씩 웃어 보이며 맞은편에 앉은 프로카스를 바라보았다. 그의 생각은 어떤가 해서였다. 하지만... '그럼 그렇지... 저 아저씨 얼굴에 표정이 도는 때는 아라엘에 관한 일뿐이지. 아마 천지가 개벽을 해... 이건 아니다. 천지가 개벽하면 아라엘이 다칠 수도 있으니 이때는 얼굴이 표정이 돌겠군..쩝.' 이드는 입맛을 쩝 다시고는 크레비츠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갈게요. 아나크렌에 아는 사람도 좀 있으니까... 그렇지 않아도 한번 가볼 생각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꼬마라는 애. 맘에 걸리는데요. 그런 엄청난 힘을 가진 소녀의 등장이라... 그들이겠죠?" 이드는 말을 끝맺으면서 바하잔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드의 시선을 받은 바하잔의 고개가 끄덕여 졌다. "아마도. 그런 전력이 갑자기 나타났다면... 혼돈의 파편들이라는 존재. 아이라는 게 의외지만 거의 신화의 인물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십더군." 바하잔의 말을 크레비츠가 받았다. "나도 같은 생각이지. 카논 쪽에서 그 여섯 혼돈의 파편이란 자들을 전쟁에도 투입할 생각인 듯 한데... 그래서 일부러 자네들만 보내는 거지. 만약 본국으로도 그 여섯 중 하나가 달려올 수 있으니 누군가 지키고 있어야지 않겠나." 크레비츠가 그렇게 말할 때 바하잔이 품에서 하얀색의 봉투를 꺼내 이드에게 건네었다. "자네가 간다면 아마 격전지인 아마타로 바로 가게 될 걸세. 차레브 공작이 혼돈의 여섯 파편이라는 자들을 보기 위해 직접 그곳에 가있다니 그 사람에게 건네게. 자네 실력은 잘 알지만 그 사람 실력도 만만찮으니 힘 닫는데 까지 자네를 도와 줄 게야." "이럴실건 없는데요. 그럼 언제 출발해야 되는데요?" 이드가 봉투를 손에 쥐며 말하자 레크널이 대답했다. "자네가 수락했으니 내일 오전 중으로 일정이 잡힐 거야. 먼길이지만 시간이 없는 관계로 마법 진을 이용하기로 했지. 아마타까지 한번에 갈 수는 없고... 중간 경유지로 드레인의 비엘라영지를 거쳐서 가게 될 걸세" 이드는 레크널의 말을 들으며 얼굴에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말을 타고 가든 뭘타고 가든... 그 먼 거리를 지루하게 가려면 피곤은 둘째 치더라도 엄청나게 지루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저 프로카스와 같이 가는 것이라면... 혼자 가는 것과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좋죠. 편하고, 빠르고... 헤헤헤" 이드가 꽤나 만족스러운 웃을 뛰어 보이자 옆에 있던 벨레포가 한마디를 거들었다. "그럼 그 사람들도 데려 가려나? 예까지 같이온 용병들 말일세. 어차피 그들과 계약할 때 내걸었던 내용이 자네와 함께 가는 것이니까. 데려갈 텐가?" 이드는 벨레포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데려가도 좋고 그러지 않아도 좋고... 그럼 ... "뭐, 자신들에게 직접 물어보죠. 가고 싶다면 같이 데려가고 아니면 프로카스씨와 둘만 가고... 하지만 메르시오와 싸우는 것까지 가까이서 지켜봤는데 가려고 할지 모르겠네요." 그 말에 레크널이 확실히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그때 있었지만 직접 전투에 뛰어 든 것도 아니고 떨어진 곳에 실드로 보호하며 있었는데도 목숨의 위협을 느꼈었다. 그런데 그런 위험을 스스로 찾아갈까? 좀 다혈질인 친구 벨레포라면 모르지만 꽤 냉철하다는 말을 좀 들어본 자신이라면 두말 않고 거절할 것이다. 이어 몇 마디가 더 오고 갈 때 서재의 문을 열며 깨끗하고 부드러운 모양의 메이드 복을 걸친 소녀가 들어섰다. "주인님. 모든 식사준비가 되었습니다." Name : 이드 Date : 05-05-2001 19:25 Line : 160 Read : 173 [1117] 이드(124) -------------------------------------------------------------------------------- Ip address : 211.216.81.118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5.5; Windows 98; Win 9x 4.90) 다음날 이드는 아침일찍부터 상당히 바빴다. 이미 아나크렌으로 가기로 정해 진대다 시간까지 대충 정해져 있었기에 이것저것 챙길 것이 좀 있는 이드로서는 상당히 바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벨레포의 말대로 저택에 남은 용병들 중 자신과 가이 갈 사람을 골라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저와 같이 가실분 손들어 보세요.' 하고 말하면 끝이지만. 그리고 그렇게 해서 같이 가게 된 인원이 이드와 프로카스를 제외하고 여섯 명이었다. 토레스, 가이스, 모리라스, 라일, 칸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벽부터 이드의 한쪽 팔을 점령하고 매달려 있는 작은 존재. 카리오스, 전날 메이라와 함께 돌아와서는 어떻게 이드가 아나크렌으로 간다는 말을 들었는지 새벽같이 일어나 이드에게 붙어 버린 것이었다. 더구나 케이사 공작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꼬옥 붙잡고 있는 폼이라니... 한쪽 손을 슬쩍 들어올려 카리오스의 수혈을 집으려던 던 이드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메이라가 나서서 케이사에게 몇 마디를 했는데 그 말이 있고나자 케이사 공작이 그냥 데려 가란다. 이드가 '위험하지 않을까요?' 라고 몇 마디 말을 건네 보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투다. 덕분에 이드는 이 세상을 쓸어버릴 듯 한 한숨과 함께 카리오스도 데려간다는 결정을 봐야 했다. 그렇게 몇 가지 옷가지를 챙기는 것으로 가벼운 준비를 마친 이드들은 케이사 공작과 크레비츠를 따라 왕궁에 마련된 장거리 텔레포트 마법진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이드는 자신을 중심으로 매우 복잡한 형태로 배치되어 원인지 다각형인지 조차 알아 볼 수 없는 마법 진을 바라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카리오스를 바라보았다. 아침과는 달리 이드의 옷자락을 붙들고서 뭐가 그리 좋은지 생긋거리는 카리오스. 이드는 그 모습에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카리오스를 잠시 바라보던 이드는 고개를 들어 크레비츠와 여황, 그리고 몇몇의 대신들과 함께 서있는 케이사 공작을 바라보았다. "케이사 공작님. 정말 카리오스가 절 따라가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드는 제발 케이사 공작이 맘을 돌렸으면 하는 생각으로 마지막으로 말을 꺼냈다. 하지만 이드의 그 목소리에는 전혀 기운이 담겨있지 않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케이사 공작은 전혀 걱정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고 말고. 자네 실력이야 크레비츠 전하께서 인정하시지 않았나. 거기다 녀석이 따라가길 원하고 녀석도 같이 같다오면 뭔가 배워 오는 게 있지 않겠나." 이드는 아까 전과 비슷한말을 하는 케이사 공작을 바라보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메이라가 저 공작에게 무슨 말을 했기에 저런 태연자약한 반응을 보이는지 도무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까지 말씀하신다면... 이만 이동 시켜 주십시오." 될 대로 되라는 듯 포기한 듯한 이드의 목소리에 케이사 공작이 조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옆에 서있는 노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엘레디케님." "알고 있습니다. 전하. 마법 진 주위에 위치한 모든 사람들은 뒤로 물러서시오." 라일론의 궁정 대 마법사인 엘레디케의 말에 딸라 마법진가까이 있던 몇몇의 마법사와 대신들이 뒤로 물러섰다. 마법 진 주위에서 모두 물러선 것을 확인한 엘레디케의 입에서 작은 웅얼거림이 세어 나왔다. 그러자 땅에 그려진 검은색의 마법 진이 비록 밝진 않지만 백색의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이 점점 커져 하나의 막처럼 이드들과 여황들 사이를 갈랐을 때 엘레디케의 차분한 목소리가 울렸다. "인딕션 텔레포트(induction teleport)" 이드는 백색의 빛의 장벽 너머에서 시동 어가 들리는 것과 같이해서 빛의 장벽이 수십배 밝아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감는 것과 거의 같이하여 눈을 아리게 하던 빛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는 눈을 감았던 눈을 떴다. 눈을 뜬 이드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눈앞에 보이는 부드러운, 전체 적으로 아름답고 세련되게 지어진 대 저택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 이드들의 전방에 몇몇의 마법사와 귀족으로 보이는 몇 사람이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지금 이드들이 서있는 곳은 저 대 저택, 비엘라 영주의 대 저택에 딸려 있는 거대한 정원의 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정원에는 두개의 거대한 마법 진이 형성되어 있고 그 두개의 마법진중 하나의 중앙에 이드들이 들어서 있었다. 초록의 대지 위에 검은 선들... 어떻게 보면 상당한 언벨렌스지만 저 저택의 난간에서 본다면 상당한 흥미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모습이었다. 물론 눈이 팽글팽글 도는 착시 현상을 각오해야 갰지만 말이다. 그렇게 일행이 갑자기 바뀌어 버린 주위 풍경에 두리 번 거릴때 그들의 전방에 있던 사람들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 중에서 어찌 보면 바람둥이의 전형처럼 보이는 30대정도의 귀족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일행들을 슥 훑어보는 것이었다. "흠... 자네들이 라일론 제국에서온 사람들인가? 내가 전해 들은 것과는 다른데..." 은근히 일행을 깔보는 듯한 말에 토레스의 인상이 슬쩍 구겨졌다. 물론 나머지 사람들은 누구 집의 개가 짖느냐는 식이다. 라일과 지아들의 용병들은 이런 일을 한 두 번 당하는 것도 아니기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었고 이드 역시 중원에서 몇 번 당해본 일이었다. 자신의 외모 탓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드 옆에서 뭐가 좋은지 웃고 있는 카리오스, 이 녀석이 알면 얼마나 알겠으며 또 주위를 두리번거리느라 앞에서 말하고 있는 귀족은 말은 멀리서 짖어대는 개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백작의 자제로서 저런 말을 처음 들어보는 토레스로서는 꽤나 거슬리는 말이었다. "사람들은 겉모습을 꽤나 따지더군요. 속이 중요한데 말입니다. 그런데 귀하는 누구 신지요?" 가는 말이 고아야 오는 말이 곱다고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당신은 누구냐'는 말에 귀족 남자의 얼굴이 슬쩍 찌푸려졌다. 하지만 그 자신의 말에 저렇게 받아치는 인물이라면 저 청년 그러니까 토레스 역시 라일론 제국의 귀족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쉽게 대하지는 못했다. "흠, 나는 마르카나트 토 비엘라, 드레인 왕국의 남작의 작위에 올라있지. 그리고 이 비엘라 영지의 영주이기도 하지." "아, 그러시군 요. 저는 토레스 파운 레크널이라합니다. 본 제국의 소드 기사단의 단원입니다. 드레인의 비엘라 영주님을 뵙습니다." "오~ 레크널성리아, 그렇다면 제국의 레크널 백작가의 자자 이신가? 거기다 소드 기사단의 기사라면 기사단의 모든 기사들이 소드 마스터... 그 나이에 소드 마스터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니 대단하구먼." 비엘라 남작의 말에 토레스는 픽하고 웃고 말았다. 방금 전과의 태도가 확 바뀌어 버린 데다 소드 마스터를 대단하다 칭하다니. 사실 몇달전과 같았으면 소드 마스터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카논에서 소드 마스터들을 찍어 내는 데다. 지난 8,900년 동안 두 명 있었다던 그래이트 실버 급을 몇 명이 눈앞에서 보고 그들의 전투를 본 지금으로서는 소드 마스터인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이십대의 나이로 소드 마스터에 들었다는 자신감이 사라진 것이다. 물론 이런 자신감이 사라지는데 가장 큰공을 세운 것은 지금도 연신 두리번거리는 카리오스를 달고 있는 이드이고 말이다. 그때 비엘라 영주와 함께 있던 세명의 마법사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자신을 아나크렌에서 마중 나온 마법사라고 밝혔다. 이름은 추레하네 콩코드. 이드는 옆에서 자꾸 붙는 카리오스를 떨어트리다가 그 이름을 듣고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의아해 하는 시선을 받으며 킥킥거렸다. 이드는 어릴 때 동이 족의 말을 배운 적이 있었다. 어릴 적의 이드와 함께 생활하던 사람 중에 궁황(弓皇)이란 별호를 가진 동이족 출신의 사부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그에게서 동이 족의 말을 배울 수 있었는데 그 말들 중에 궁황사부가 운검사부와 자주 티격태격댈때 자주 쓰던 말 중의 하나가 "추레한 놈" 이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이 마법사의 이름이 추레하네 에다 모습 또한 연구만 해서 그런지 얼굴에 생기가 없었고 갈색의 커다란 로브역시 어색해 보였던 것이었다. 한마디로 '추레하다'라는 말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던 것이다. 이드는 자신에게 시선이 모이자 웃음을 그치며 손을 흔들었다. 입가로는 미소를 매달고서 말이다. "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여기 카리오스녀석에 간질여서..." 이드의 말에 카리오스가 억울하다는 듯이 올려다보았지만 얼굴에 금강석을 깔았다 생각하고 못본척 해 버리고는 입을 열었다. "그런데, 빨리 움직여야 하지 않습니까?" 이드가 그렇게 말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추레하네라는 마법사가 옆의 마법 진으로 일행들을 이끌었다. 그리고 일행들이 중앙에 서자 나머지 두 마법사가 마법진 밖에서 스펠을 캐스팅 했고 안에 있던 추레하네 역시 양손으로 로드를 감싸줜채 캐스팅에 들어갔다. 그리고 아까 와는 다른 갈색 빛의 장막이 형성되자 추레하네의 입에서 방금 전 들었던 시동 어가 일행들의 귀를 때렸다. "인딕션 텔레포트!" 이드는 다시 한번 갈색의 빛이 일행들 사이를 비추는 것을 느끼며 슬쩍 눈을 감았다 떴다. 아까전 텔레포트 역시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런 듯 눈을 뜬 이드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까와 같은 저택이 아니라 꽤 큰 성이었다. 라일론에서 들렸었던 레크널 백작의 성과 같은 영주의 성. Name : 이드 Date : 08-05-2001 02:48 Line : 147 Read : 317 [1159] 이드(125) 지금 이드들이 서있는 곳도 아까와 같이 영주의 성에 마련되어 있는 대 정원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드들의 앞으로 마중 나온 듯 이드들 쪽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일행들과 같이 텔레포트 해온 마법사가 앞으로 나서서는 허리를 숙여 보였다. "샤벤더 백작 님께 바츄즈 마법사단 마법사 추레하네 인사드립니다. 명 받은 대로 라일론 제국에서 오신 분들을 모셔왔습니다." 추레하네의 말에 이드들을 향해 다가오던 사람들 중 3,40대로 보이는 호방한 인상의 중년인 이 알았다는 듯이 앞으로 나섰다. 이어 일행들을 한번 훑어 본 그 역시 비엘라 영주와 마찬가지로 조금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일행들에게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잘 오셨소. 나는 임시적으로 이곳의 책임을 맞고 있는 스케인 샤벤더 백작이요." 꽤나 거친 목소리로 말한 샤벤더 백작이 대답을 기다리듯 일해들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말에 대답하는 사람이 이 서열 없어 보이는 무리의 책임자일거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리고 샤벤데의 말에 토레스가 앞으로 나섰다. 물론 일행들의 책임자로서가 아니라 일행들의 무언의 압력에 이기지 못해서 이다. 그리고 일해들 중 귀족을 상대하는 예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역시 그이기에 말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번 아나크렌 파견되어온 라일론 제국 소드 기사단의 기사 토레스 파운 레크널, 백작 님께 인사 드립니다." 정중히 허리를 숙이며 하는 인사에 샤벤더 백작의 얼굴에 놀랐다는 표정을 떠올랐다. "토레스 파운 레크널, 그럼 경은 라일론 제국의 레크널 백작의..." 샤벤더의 물음에 토레스가 고개를 살짝 까딱였다. "예, 제 아버님이십니다." "오, 역시 그런가. 내 지난날 황궁의 파티때 레크널 백작을 만난 적이 있는데, 안녕하신가." 그 모습에 뒤에 서있던 이드가 옆에서 샤벤더 백작과 토레스를 바라보고 있는 지아(죄송...저번 편에 보니까 제가 지아를 가이스로 잘못 써 올렸더군요. 착각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를 슬쩍 건드리며 물었다 "누나, 누나. 아까 비엘라 영주던가? 그 색마 같이 생긴 남작도 그렇고 저기 샤벤더 백작도 그렇고 모두 레크널 백작 님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레크널 백작 님이 꽤나 유명한가봐?" 그런 이드의 말에 지아의 얼굴로 얼마 전까지(오늘 아침까지.) 같은 파티였던 콜에게 지어보이던 한심하단 표정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앞에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몸을 약간 숙여(지아가 보통 여성들 보다 크다. 그리고 이드 역시 크지 않다.)이드의 귀에 속삭였다. "너, 지금까지 그것도 몰랐니? 가이스들하고 같이 다녔다면 들어봤을 텐데. 잘 들어 간단히 설명하면 전투가 일어나면 제일 먼저 나서는 두 사람의 백작이 있지. 한 분은 전장에 직접 뛰어 들어 그때 그때에 따라 병사들을 지휘하고 적을 배지. 그리고 다른 한 분은 전장의 뒤에서 적의 진로, 작전 등을 파악하고 적전을 세우지. 이 두 사람이 누군지 알겠니?" 이드는 귓불을 간질이는 지아의 입김에 웃음을 참으며 이야기를 듣다가 입을 열었다. 저번에 가이스들에게 들었던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전장에 직접 뛰어드는 분이 벨레포 백작님이고 뒤에서 작전을 짜는게 레크널 백작님?"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머릿속으로 두 사람이 전장에 있는 장면을 생각해 보며 상당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두 살이 서로 친형제처럼 대하는 모습하며 서로의 성격에 맞게 맡은 역할. 한사람은 전장에서 검을 뿌리고 한 사람은 뒤에서 적을 전군을 지휘하고. 확실히 천생연분(?)에 명콤비인 것 같았다. "정확해. 지금까지 그 분들이 참가했던 자잘한 전투 인간간의 전투나 몬스터간의 전투. 그 많은 전투에서 전력의 차이 등으로 무승부를 지은 적은 있었어도 지금까지 패배한 적은 한번도 없지. 덕분에 그 두분은 여러 국가에 아주 유명하지. 용병 등과 기사들 사이에도 그 실력이 유명하고, 그런데 너 아까 비엘라 남작에게 말한거 있잖아... 그... 새마? 새가마... 그래 색마, 근데 그게 무슨 말이야?" 이드는 지아의 설명을 듣다가 그녀가 마지막으로 물어오는 꼬인 말투에 왠지 귀여워 보여 씩 웃어 보였다. "헤... 그건 말이죠. 음... 누나는 그 사람 보니까 어떤 느낌이 먼전 왔어요? 그거 생각해 봐요." 이드는 자신의 말에 지아가 잠시 귀엽게 눈을 깜빡이더니 곧바로 눈썹이 구겨지더니 "으엑!" 소리와 함께 혀를 내미는 모습에 "풋" 하고 웃어 버렸다. "아마 누나가 느끼는 것도 같은 걸꺼예요. '변태'... 그 말을 우리 마을에선 색마라고도 썼거든요." 그러자 지아가 이드의 말에 동감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 상판때기를 보면... 으~ 완전 여자 밝히는 얼굴의 전형이야. 그것도 잡식성처럼 보였어." "잡...식성?" "그런 게 있어. 예쁘장하기만 하면 뭐든지 안 가리는 인간." 지아의 말에 이번엔 이드가 방금 전 지아가 지었던 표정을 지었다. 만일 짐작이 아니고 진짜라면 비엘라 남작은 진짜 변태인 것이다. 중원에서 들었던 색마라 불리웠던 인간들도 사람은 가린다고 들었는데 말이다. 그럼, 그런 색마들도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공적으로 몰던데 저런 인간이 생긴다면? 그럼 정(正), 사(死), 흑(黑)에 관군까지 나서야 되는 건가? 하여간 그런 변태라면 꼭 잡아야 겠지. 남, 여도 가리지 않는다니... 이드가 그렇게 머릿속으로 쓸데없는 생각을 늘어 놓을 때 토레스와 샤벤더 백작과 몇몇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그 모습에 이드와 프로카스등의 용병들이 가볍게 허리를 숙여 보였다. 이어 토레스가 이드들을 소개했다. "저희 일행들입니다. 이쪽부터 모리라스, 라일, 칸, 지아, 이드, 프로카스 사실 저희들은 따라온 것이고 여기 이드와 프로카스씨가 이번 전력의 주요 인물입니다. 그리고 여기 이 쪽은 카리오스 웨이어 드 케이사, 본국의 케이사 공작 가의 자제 분이십니다" 토레스에게서 일행에 대한 대충의 구성 프로필을 전해들은 백작의 시선이 이번에 온 중요전력이라는 이드와 프로카스가 아닌 이드 옆에 붙어 있는 카리오스에게 가서 멎어 있었다. 그런 샤벤더 백작의 얼굴에는 황당한 감이 떠올라 있었다. 지금 자신들이 있는 곳은 전장이었다. 그것도 황당하기까지 한 적들을 상대하고 있는 전쟁터. 이런 곳에 아이라니, 그것도 보통의 아이가 아니라 아나크렌과 함께 제국이라 칭해 지는 라일론의 공작 가의 자제, 거기다 샤벤더 자신이 알기로 케이사 공작 가에는 일남 일녀만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케이사 공작 가의 가문을 이을 아들을 전쟁터로 보내다니... 그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인데다 만일 다치기라도 하게 되면 상당히 골치 아파지는 일이었다. 거기에 접대까지 신경 쓰려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샤벤데였다. 그런데 이드들의 눈에 샤벤더의 안색이 나빠지는 것이 들어 올 때였다. 방금 전 샤벤더와 같이 왔던 몇몇의 사람들 중 한 중년인 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그런 움직임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돌려졌다. 그렇게 옆으로 나서는 그의 시선은 일행 전체가 아닌 한군데로 좁혀져 있었다. 옆에 카리오스를 달고있는 이드에게로. 이드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 중년인의 존재 감에 그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바하잔과 같이 카논을 나서 아나크렌으로 갔던 두 명의 공작중 한 사람 차레브 공작. 이드가 상대를 알아보고 상대를 훑어 볼 때 그 묵묵한 돌 인형 같은 사람의 입이 열렸다. "그대가 바하잔 공작이 말하던 이드인가?" 이드 Name : 라니안 Date : 11-05-2001 20:20 Line : 190 Read : 19 [28] 이드(126) 이드는 앞에선 중년인 차레브 공작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자신의 몸까지 딱딱히 굳는 듯한 느낌이었다. 도대체 저런 말투와 분위기로 어떻게 외교에 재능이 있다는 건지 바하잔의 말에 동의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설마 저 딱딱함으로 상대를 굳혀 버린 후에 모든 일을 처리하나? "네, 처음 뵙겠습니다. 차레브 공작님. 제가 이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뚝뚝하다 못해 돌덩이가 말하는 듯한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음, 바하잔이 어리다고는 했지만..." 이드는 그 말에 싱긋이 웃으며 바하잔에게서 받았던 봉토를 꺼내 차레브에게 건넸다. "어리다고 못하는 건 없죠. 그리고 그건 바하잔 공작님이 전하는 메시집니다." "음, 그것도 그렇군." 차레브 공작은 다시 한번 이드들을 굳혀버릴듯한 딱딱한 말을 하고는 손에 들려있는 봉투에서 작은 편지를 꺼내 들었다. 원래는 조용한 곳에서 읽어보아야 겠지만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닌지 봉인도 되어 있지 않은 편지였기에 그 자리에서 그냥 뜯은 것이었다. 거기다 타국에 도움을 청하러 온 처지에 무언가를 비밀스레 주고받는 건 상당히 좋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레브 공작이 편지를 읽고 있을 때 뒤쪽에 서있던 집사로 보이는 중년인 에게 무언가 지시를 내리던 샤벤데 백작이 다가왔다.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들어들 가세나. 차레브 공작께서도 들어가시지요." 그 말에 차레브도 고개를 끄덕이며 편지를 말아 쥐었다. 그러자 주홍빛의 빛이 일렁이는 것과 함께 편지가 재한톨 남기지 않고 소멸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에 크게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방금 차레브가 보여준 재주는 소드 마스터 중, 하위 급에 속한 자라면 가능한 기술인데 여기 있는 사람들 거의가 그 정도 수준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드의 옆에서 대단하다는 듯이 눈을 빛내고 있는 카리오스와 언제나 침작을 유지하는 시종들을 제하고 말이다. 원래 이기 시술은 검기 사용자들이 손에 쥐어진 물건에다, 검에 검기를 형성시키듯 마나를 불어넣어 물건이 가진 고유의 마나 한계량을 한꺼번에 넘겨 버리는 기술이다. 그렇게 되면 감당할수 있는 마나 이상의 마나를 부여받은 물건은 넘쳐나는 마나를 감당하지 못하고 터지거나 가루로 부셔지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의 차레브 처럼 재도 남기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가진 존재는 그를 제외하고 둘 뿐이지만 말이다. '삼매진화(三昧眞火) 의 수법. 게다가 내공력 역시 청정(淸貞)해 뵈고, 정파 쪽에 가까운 내공력이라고 해야 하나? 허기사 그게 저 아저씨 성격하고 딱이겠구만. 무뚝뚝한 정파와...' 이드가 차레브를 보며 그의 실력을 매기고 있을 때 이드 옆에 걷던 지아가 작은 목소리로 이드에게 속삭였다. "저분 대단한데, 마스터 오브 파이어(master of fire)를 사용해서 재도 남기지 않다니... 저 기술 몇 번 보기는 했지만 저렇게 흔적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처리하는 건 처음봐. 저 차레브라는 공작이라는 사람도 그레이트 실버겠지?" 이드는 지아의 물음에 이미 생각하던 것이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도의 삼매진화의 수법과 힘이라면 화경(化境)의 극의를 깨우친 사람이나 현경(玄境)의 경지 에 오른 인물들이라야 가능하다. 그리고 이드가 보아온 그레이트 실버들의 몇몇의 인물들의 실력이 화경과 현경에 속했다. 지아의 말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드의 모습에 이드와 지아의 뒤에 걸어가던 칸이 일행들에게만 들릴만한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또 그레이트 실버라.... 지난 8, 900년 동안 공식적으로 두 명밖에 기록되지 않은 그레이트 실버가 지금은 내가 본 수만 해도 5, 6명이라니. 이번 전쟁은 어떻게 된게 이런지. 진짜 목숨 부지하려면 실력보다는 운을 믿어야 겠는데... 날 잡아서 메이소우(평안과 명상, 행복을 다스리는신)님의 신전에 들려야 겠어." 장난스럽기도 한 듯한 칸의 말에 모리라스역시 동의한다는 듯이 칸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렇지. 괜히 이런 스케일 큰 전투에 멋모르고 잘못 끼여들면 진짜 우습게 죽을 수 있다니까." 일행인 용병들의 말에 이드 옆에 붙어있던 카리오스가 고개를 팍 돌렸다. 카리오스의 얼굴에는 못 마땅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칸과 모리라스의 말이 맘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릴 때부터 기사도를 듣고 자란 공작 가의 아이, 거기에 그레이트 실버간의 전투를 직접 본적이 없기에 더 그랬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검을 들었으면 기사답게 정정당당히 싸워야지." 세상물정 전혀 모르는 풋내기 기사 같은 카리오스의 말에 라일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카라오스님 그것도 어디까지나 서로 실력이 비슷하거나 덤벼서 가능성이라는 빛이 희미하게나마 보여야 하죠. 평범한(?) 소드 마스터 녀석들이라면 어찌 해보겠지만 그레이트 실버 급이라면..." 라일이 그곳에서 은근슬쩍 말을 끊어 버리자 어느새 이쪽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샤벤더 백작이 은근히 재촉하듯이 바라보았다. 카리오스역시 무슨 말인가 하고 라일의 말을 재촉했다. 주위의 재촉에 라일은 머쓱하니 말을 이었다. "이건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건데... 카리오스님, 비록 저희가 그레이트 실버와 싸워 보지는 못했지만 옆에서 그들의 전투를 관전한 적은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 어땠는지 아십니까?"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라일역시 대답을 기대하진 않았다. "어떻게 보면 황당하지만 그때 그레이트 실버 급이 싸우는 전투 현장에서 200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는데도 그 쇼크 웨이브에 죽을 뻔했습니다. 아, 그렇게 황당한 표정 하지 마십시오. 정말이니까요. 그때 일행에 소드 마스터가 7, 8명 정도 있고 마법사가 세명이나 있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쇼크 웨이브에 멀리 나가떨어지거나 몸이 부셔 졌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상태에서 그레이트 실버와 정정당당히 싸우라고요? 그건 용기나 기사도가 아니라 미친 짓입니다." 라일이 그렇게 말을 마치자 카리오스가 멍하니 있다가 못 믿겠다는 듯이 물었다. "혹시, 그거 고 써클의 마법사들을 말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검사들끼리 싸우는데 그 쇼크 웨이브로 날아갈 뻔하고 죽을 뻔했다는 거야?" 카리오스의 말에 옆에 있던 지아와 칸등이 이해한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사실 그들도 그 전투를 보기 전에는 검사들끼리의 싸움에서 발생하는 쇼크 웨이브로 죽을 수 있다는 건 상상도 해보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덕분에 어느 용병은 그때 죽었으면 엄청난 웃음거리가 될뻔 했다고 말했다. 가일라의 용병 조합에 갔다가 그 말을 처음했을때 엄청 웃음거리가 됐다고 하니 말이다. 라일역시 그런 카리오스를 이해한다는 듯이 말을 이으려 했다. 그리고 라일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던 백작이 들어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듣자고 말할 때였다. 붉은 색의 갑옷을 걸친 기사한명이 일행들이 멈춰서 있는 정원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런 기사의 얼굴에는 다급함이 떠올라 있었다. 덕분에 기사는 간단히 고개를 만을 숙여 보였다. 샤벤더 백작 역시 그 기사의 얼굴에 떠있는 표정을 보고는 기사의 행동을 탓하지 않고 물었다. "무슨 일인가. 손님이 계시는데." 샤벤더의 말에 기사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말을 받았다. "카논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말에 샤벤더 백작의 얼굴이 굳어 졌다. "교전 중인가?" "아직은 아닙니다. 하지만 곧바로 벌어질듯 합니다. 카논 측은 그리프 베에 돌(슬픈 곰 인형)의 움직임에 맞추는 듯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으니 아마도..." 기사의 말에 샤벤더에 이어 차레브 공작의 딱딱하던 얼굴이 더욱 딱딱해졌다. 스톤 고렘이 보면 아마도 형제하고 할 정도였다. "그리프 베어 돌, 그녀가 움직였단 말인가." 샤벤더가 급하게 물었다. "예." 샤벤더는 그말을 듣고는 곧바로 일행들을 향해 고개를 돌려 급히 말을 이었다. "이거 미안하게 됐네. 자네들이 여독을 풀 시간이 없겠구먼." 샤벤더의 말에 토레스들이 가지고 있던 약간의 짐을 하인들에게 건네며 대답했다. "별말씀을요. 신경 쓰지 마십시오." "게다가 여독이랄 것까지야. 먼 거리긴 하지만 모두 텔레포트로 왔으니 전혀 피곤할것 없습니다." 이드도 괜찮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돌려 카리오스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작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가로 저으며 샤벤더와 차레브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원래 카리오스에게 남으라는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앞서가는 붉은 갑옷의 기사를 바라보는 카리오스를 보고는 포기했다. 여기 까지 따라오는 것도 말리지 못했는데 지금처럼 눈을 초롱초롱히 빛내는 때라면 아마 대답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 급히 발걸음을 옮기는 샤벤더를 향해 토레스가 물었다. "백작님, 그런데 그 그리프 베어 돌이라는 게 누굴 지칭하는 겁니까." 토레스의 말에 샤벤더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급히 발을 옮기며 대답했다. "곰 인형을 품에 안고 다니는 소녀, 바로 여러분들을 부른 이유이며 현 상태의 저희 최대의 적입니다." 이드는 그 말을 들으며 작게 되뇄다. "여섯 혼돈의 파편중의 하나..." -------------------------------------------------------------------------------- Name : 운영자 Date : 12-05-2001 19:23 Line : 65 Read : 128 [29] 이드(126) 에 붙이는 것 정도.... -------------------------------------------------------------------------------- 소녀, 15, 6세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아이였다. 머리색과 같은 색인 푸른색의 원피스를 걸친 소녀는 가슴에 곰인형을 가지고 놀듯이 곰인형의 양팔을 흔들고 있었다. 그 곰인형의 팔이 흔들릴 때마다 은은한 황색의 빛이 흘러 신기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흔치 않은 구경거리에 몇 가지 문제점이 존재했다. 먼저 소녀가 곰인형을 놀고 있는 곳, 그곳은 포진해 있는 수십만의 병사들의 한가운데라는 것. 그리고 곰인형의 몽실몽실한 팔이 흔들릴 때 마다 그 소녀가 서있는 군의 진형 앞의 땅이 터져나가거나 폭발한다는 것. 덕분에 아나크렌의 병사들과 기사들은 뒤로 밀리거나 폭발에 휘말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리고 그 상태를 면해 보려는 듯이 아나크렌의 마법사들이 마법을 사용해 보았으나 소녀에게 가는 족족 카논의 마법사들에게 저지 당하고 운 좋아 가까이 가면 땅이 일어나 마법을 막아 버리는 것이었다. "하, 모험가 파티에서 주로 쓰이는 수법인데... 위력에서 차이가 나니까 거의 완벽한 전술이구먼, 그런데 이드, 너 저걸 어떻게 할거냐? 보니까 가까이 가기도 어려워 보이는데..." 이드와 지아의 뒤에서 라일, 칸과 함께 전장을 지켜보던 모리라스의 물음이었다. 현재 이드들이 서있는 곳은 교전중인 전장이 보이는 곳에 설치된 중앙 작전 지위 실이었다. 작전실 뒤쪽에 설치된 이동 마법 진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드들은 올 때부터 작전실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고 전투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기가 10분 째였다. 하지만 이드라고 해서 이 상황에 맞는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저렇게 하는데 저라고 별다른 방법 없죠. 곧바로 치고 들어가는 방법밖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은데..."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우측에 서있는 샤벤더 백작과 몇몇의 기사를 바라보았지만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기사 방법이 있었으면 뭐하러 라일론에 도움을 요청했겠는가 말이다. 그때 이드의 뒤에 서있던 프로카스가 잘하지 않던 말을 이었다. "그럼 실행에 옮겨야 하지 않나? 저렇게 놔두면 아군측의 피해만 늘어 날 탠데..." 프로카스의 말에 이드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프로카스와 차레브 중 누가 더 딱딱할까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레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차레브 공작님, 도와주시겠죠?" 이드의 말에 차레브가 이드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바하잔의 말도 있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해줘야지." 차레브의 말에 이드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여전히 자신을 잡고 있는 카리오스를 떼어내 토레스에게 넘겼다. "그럼 가볼까요? 이드는 그 말과 함께 운룡 대팔식중 운룡번신(雲龍藩身)의 수법으로 마치 구름 사이를 유유히 헤쳐나가는 룡과같은 몸놀림으로 허공으로 치솟아 전장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뒤를 이어 기합성과 함께 두개의 그림자가 치솟았다. Name : 이드 Date : 16-05-2001 20:24 Line : 191 Read : 32 [1452] -------------------------------------------------------------------------------- Ip address : 211.216.79.174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5.5; Windows 98; Win 9x 4.90) 이드는 자신의 뒤로 날아오르는 프로카스와 차레브 공작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던 속도를 늦추어 두 사람과 몸을 나란히 했다. 그리고 시선을 여전히 앞으로 둔 채 두 사람에게 말했다. "세 사람이 한 곳을 공격하는 것보다는 나눠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드의 말에 이드의 양옆으로부터 가볍게 날아가던 이드를 굳혀 떨어 트려 버릴 듯한 묵직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양군의 접전 지는 내가 맞지." "나는 주목표 뒤쪽의 마법사들을 맞지." 차레브와 프로카스의 말에 이드는 고개를 끄덕이고 병사들과 기사들의 한가운데 서있는 소녀에게 시선을 두었다. "... 그럼 나는 정해 진거내요." 이드들은 그렇게 대충 자신들의 영역을 나누고는 나아가는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세 사람이 넓게 벌려선 아나크렌의 병사와 기사들의 머리위를 뛰어(아랫사람은 기분 나쁘겠다. 머리위로 발바닥이 보이면...) 갈 때였다. 세 사람을 향해 붉은 빛의 불꽃이 넘실거리는 공과 화살, 그리고 빛의 막대가 날아왔다. 카논 측에서도 눈이 있으니 병사들과 기사들의 머리 위를 날듯이 달려오는 세 사람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태니까 말이다. 그 모습에 이드의 오른쪽에서 달리던 차레브가 몸을 옆으로 뺐다. "난 여기서 하지. 저건 자네들이 맞게." 이드는 그 말과 함께 허리에 매달려 있던 검을 뽑아 들고 아군의 병사들의 선두 측으로 낙하하는 그를 보고는 자신 역시 검을 뽑아 들었다. 부드러운 황혼을 닮은 듯한 붉은 색을 머금은 검신, 라미아를 뽑아 들었다. 많은 수의 적을 상대하려면 일라이져 보다는 라미아가 더강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옆에 있는 프로카스를 향해 말했다. "저건 제가 처리할께요. 그럼 오랜만에 잘 부탁한다. 라미아." [걱정 마세요. 이드님 ^.^] 이드는 요즘 들어 꽤나 친해진(짬짬이 시간 내서 이야기를 나눈 이드였다.) 라미아의 밝은 목소리를 들으며 검에 내력을 불어넣으며 앞의 화이어 볼과 매직 미사일을 향해 검기를 흩뿌렸다. 순간 휘둘러지는 라미아의 검신을 따라 무형검강결(無形劍剛訣)에 의해 형성된 은은한 달빛을 닮은 라미아의 검신 모양을 한 검기가 화이어 볼과 매직 미사일등을 맞았다. 펑... 콰쾅... 콰쾅..... 십여개에 달하는 화이어 볼과 매직 미사일들을 한순간에 처리한 이드는 그 뒤를 따르는 또다른 화이어 볼과 매직 미사일들을 보며 프로카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네가 맞은 곳은 이곳이니까. 저건 프로카스가 맡으세요." 그 말과 함께 천근추(千斤錘)의 수법으로 수직으로 떨어져 몸을 떨어 트리던 이드의 눈에 프로카스의 손에 회색의 안개와 같은 것이 검의 형태를 띄우는 모습이 들어왔다. "저렇게 검이 소환되는 거.... 신기하단 말이야." 이드의 옅은 중얼거림에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로카스의 검이 좋다니까 샘이 나는 모양이었다. [저게 뭐가 좋다구요. 말도 못하고 마법도 못쓰고 또 주인도 못 알아보고, 또...음... 하여간 별로 인데...] 계집아이처럼 웅얼대는 라미아의 목소리에 이드는 피식 웃어주고는 고개를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이드가 수직낙하 하고있는 목표지점에는 수십 여명의 병사와 기사들이 손에, 손에 창과 검을 들어 위로 뻗치고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개중에는 검기를 날리려는 듯 검에 색색의 검기를 집중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헤... 이대로 떨어졌다간 완전히 고슴도치 되겠군... 그럼 오늘 하루 잘해보자 라미아. 난화십이식(亂花十二式) 제 삼식 낙화(落花)!!" 이드의 외침과 함께 라미아의 검신으로 부터 발그스름은 수십 여장의 강기화(剛氣花)가 방출되어 지상의 병사들과 기사들에게로 떨어졌다. "뭐, 뭐야?... 컥!" 한 병사가 자신에게 떨어지는 강기화를 멍히 바라보다 그대로 머리를 관통 당해했다. "피, 피해라, 마법사... 으악! 내 팔..." 한 기사가 주위로 쓰러지는 몇몇의 병사들을 보며 주위에 소리치다가 자신에게 날아오는 하늘거리는 강기화에 어깨를 관통 당하고 무릎을 꿇었다. 이어서 여기저기 경악성과 비명 성이 들려오더니 순식간에 이드가 낙하할 자리가 불그스름한 혈흔만을 남긴 채 깨끗이 비워져 버렸다. 착..... 사사삭... 이드는 그런 땅에서 선혈이 흘려져 있지 않은 깨끗한 땅에 사뿐히 내려 서면서 잠시의 멈춤도 없이 곳 바로 검을 들어 자세를 잡았다. 그런 이드의 주위로 수백의 병사와 기사들이 포위하고있지만 방금 전 보았던 이상한 꽃잎에 함부로 대들지 못하는 듯 멈칫거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이드는 자신의 뒤쪽과 앞쪽에서 강력한 기운이 이는 것을 느끼며 라미아에 내력을 주입해 휘둘렀다. "무극검강(無極劍剛)!!" 라미아의 검신으로 부터 은백색의 강기가 뿌려져 이드의 정방을 향해 날았다. 순간 전장이 보이는 지휘실앞에 모여있던 샤벤더백작등은 접전지역의 세곳에서 거의 동시에 폭발이 일어 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콰 콰 콰 쾅.........우웅~~ "모두 비켜. 무형일절(無形一切), 무형기류(無形氣類)!!" 라미아의 검신에서 발해진 무형일절의 반달형의 검강이 마치 거대한 산허리를 끊어 버릴 듯이 이드의 전방으로 쏘아져 나갔고 그것이 전방의 병사들에게 닫기도 전에 시전된 은백색의 강기무(剛氣霧)가 퍼져 병사들과 기사들의 사이사이로 찢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 강기무에 닿은 병사들은 모두 작은 단도에 베이기라도 한 듯 몸 여기저기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급조된 소드 마스터들 역시 갑작스런 힘의 사용 방법을 몰라 병사들과 같이 은백색의 강기무에 별 대응도 하지 못하고 선혈을 뿜으며 쓰러졌다. 이드는 강기무에 쓰러지는 동료들을 보고 뒤로 물러서는 병사와 기사들을 보고는 소녀가 서있는 앞쪽을 향해 곧바로 몸을 날렸다. 이미 앞쪽은 무형일절의 검강에 의해 거의 일백미터에 이르는 거리에 몸이 두 동강난 시체들만이 있을 뿐 이드의 앞을 막아서는 기사나 병사는 없었다. 물론 부운귀령보를 사용해서 시체를 밝거나 하진 않았다. "으~ 내가 한 거긴 하지만 보기에 영~ 안좋아..." 여기저기 쓰러져 흩어져 있는 살점과 내장들의 모습에 이드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비위가 좋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런 광경을 보고 편하지만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짓도 어디까지나 자신들이 살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드가 다시 검을 들었으나 이번에는 끔찍한 광경이 벌어지지 않았다. 은백색으로 물든 라미아를 휘두르려는 듯한 이드의 모습에 이드의 전방에 있던 병사와 기사들이 지래 겁을 먹고 비명을 지르며 몸을 던져 피해 버린 것이었다. [겁먹은 모양인데, 저것들도 기사라고... 하지만 편하긴 하네요.] 라미아의 한심하다는 듯한 말투에 이드도 고개는 끄덕였지만 한편으론 그들이 이해되기도 했다. 어느 누가 눈앞에서 동료들 백 여명이 두동강나는 모습을 보고 몸을 사리지 않으리요. 게다가 그들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스스로 주제를 파악한 거니까. 그렇게 비꼴 건 없지. 자, 그럼 문제의 소녀를 만나 보실까..." 막지도 않고 스스로 알아서 길을 터주는 병사들과 기사들 덕분에 이드는 별다른 힘을 드리지 않고서 기사들의 중앙에 서있는 소녀와 마주 할 수 있었다. 뭐 빙둘러 소녀를 보호 하고있는 한 겹의 기사라는 보호막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소녀를 본 이드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멀리서 볼 때는 단순히 행동이 장난스러운 줄 알았는데.... 지금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행동뿐 아니라 분위기 또한 그 또래 소녀가 곰인형을 가지고 노는 듯한 분위기다. 정말 저 소녀가 아나크렌군을 밀어붙인 마법을 사용했을까 싶을 정도였다. 모르는 사람 대려와서 저 소녀가 마법을 써서 군대를 밀어 붙였다고 하면 미친X소리들을 정도였다. "라미아..... 넌 저 애가 방금 전 마법을 사용한 아이 같아?" 이드가 라미아에게 물었다. 다행이 검도 인간과 사고 체계가 비슷한지 이드와 같은 생각을 내놓았다. [아뇨, 저건 누가 봐도 그냥 노는 것 같은데요. 혹시 저 애.... 자신이 마법을 쓸 줄 안다는 것도 모르는 거 아니에요?] "그렇지, 내가 봐도 전혀 아닌데..." 그렇게 잠시 이드와 라미아가 전장이라는 것도 잊고 수다를 떨었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못했다. 이드의 앞뒤에서 강력한 폭음이 일었고 이드의 전방에서 소녀를 보호하던 기사들이 이드에게로 검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뭐, 생김새야 뭐 어때. 처음 본 메르시오라는 놈도 늑대였는데 말 할거 다하고 웃을 거 다 웃었으니까." 그렇게 궁시렁댄 이드가 검을 들어올리자 이드를 향해 검을 겨누던 기사들이 흠칫해하며 가볍게 몸을 떨었다. 그들도 방금 전 이드가 연출해 냈던 광경을 봤었던 것이다. "음.... 기사 분들도 저쪽 분들처럼 그냥 조용히 물러 서 주셨으면 고맙겠는데요." 이드가 검을 들어 자신이 지나온 길을 다시 막고 있는 기사들을 가리켰다. 그러자 이드의 검끝이 자신들을 향하는 것을 본 기사들과 병사들이 황급히 그 자리에서 물러섰다. 이드는 그 모습에 피식 웃어주고는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으나 그들을 전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당황과 불안의 표정을 띄우고는 있었지만 말이다. "칫, 정신 교육이 확실히 된 건가? 비켜주면 서로 좋은 것을... 그럼 한번 막아 보시죠. 수라만마무(壽羅萬魔舞)!!" 이드의 말과 함께 너울거리는 이드의 신형을 따라 라미아에서 뿜어진 붉은 검기가 너울거렸다. Name : 이드 Date : 23-05-2001 16:23 Line : 159 Read : 78 [1754] 하나하나 풀려 허공에 나풀거리는 붉은 실과 같은 모습의 가느다란 검기는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만 도 않게 정면에 서있는 십 수명의 기사들을 향해 날았다. 그런데 이드의 눈에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하늘거리는 붉은 검기에 당황하는 기사들 그들 사이로 보이는 소녀가 손에 쥐고있던 곰인형의 양팔을 둥글게 흔드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곰인형의 팔이 이동한 자리로 황색의 빛이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이드는 그 빛을 보고 아까 보았던 상황을 떠올렸다. '아까도 저 빛을 따라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데.... 그럼....' 순간 이드의 생각이 맞다 는 듯이 붉은 검기의 진행방향 앞으로 거의 3, 4미터에 이르는 흙이 파도치듯이 치솟아 올라 기사들의 앞으로 가로막았다. 쿠쿠쿵.... 두두두.... 검기가 흙의 파도에 부딪히는 충격에 선혈을 머금어 붉게 물든 흙이 여기저기로 튀었다. 그리고 주위로 흙이 모두 떨어질 때쯤 가라앉는 흙의 파도를 보며 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 혼돈의 파편이라는 놈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게 못되는 놈들 같아." 이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라미아의 검신을 바로 잡아 쥐었다. 저번 메르시오와의 전투로 그들이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드의 모습은 다른 사람이 보면 혼자서 각오를 다지는 모습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드에게는 엄연히 대답을 해주는 사람, 아니 검이 있었다. [맞아요. 이드님 처럼 겉으로 봐서는 모를 상대예요.] "엉? 나처럼 이라니?" 이드가 라미아의 말에 의아한 듯이 말하며 십여 발에 이르는 긴 원통형의 매직 미사일과 같은 검기. 강(剛)을 날렸다. 하지만 다시 파도가 절벽에 부딪혀 치솟듯이 솟아오른 흙에 가로막혀 여기저기로 커다란 흙덩이만 날릴 뿐이었다. 그 모습에 이드가 살짝 눈썹을 찌푸릴 때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맞잖아요. 이드님도 누가 봐도 절대 강해 보이지 않는다구요. 오히려 약해보인다구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을 들으며 슬쩍 웃음을 흘리고는 살짝 몸을 틀어 아까 와는 다른 자세를 잡았다. "뭐, 그렇긴 하지. 나도 네 말에 크게 반대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누가 봐도 는 아니야. 저번에 크레비츠도 알아봤잖아? 상대를 몰라보는 건 상대와의 전력 차가 너무 날 때와 상대를 살필 줄 모른 다는데 문제가 있지. 상대를 살펴보기만 한다면 이렇게 되거든. 분뢰(分雷)!!" 순간 이드와 기사들을 감싸고 있던 병사들과 몇몇의 기사들은 짧은 단발 머리의 소녀인지 소년인지 분간이 안 되는 아이의 손에 들린 검에서 순간적으로 빛이 일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드와 대치하고있던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혼자서 궁시렁대던 이드가 마지막으로 무언가 막한 단어를 외치는 것과 함께 그들의 눈앞으로 무언가가 번쩍인 것같았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자신들의 눈앞으로 자신들의 가슴높이까지 치솟다가 다시 가라앉는 흙의 파도를 보며 자신들의 몸이 굉장히 나른해지는 것을 느끼며 몽롱한 정신으로 붉은 땅과 자신들이 가까워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드는 몽롱한 표정으로 비릿한 내음을 머금고 있는 땅으로 쓰러지는 십여명의 기사를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겨 놓았다. "분뢰, 검기를 날릴 때마다 흙의 벽이 막아낸다면 그 벽이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검기를 날리면 되는 것. 그리고 분뢰에 당했으니 별다른 고통은 없었을 테니... 쳇, 그러길래 진작 비키랄 때 비킬 것이지." 이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앞으로 몇 발자국 걸어가다 다시 멈춰 섰다. 아직 방금 쓰러졌던 인원과 비슷한 수의 기사들이 검을 빼들고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까와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아까도 이드 앞에서 그렇게 당당하다 할 정도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공포에 물들어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 그들의 얼굴과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도망가지도 않는 그들을 보며 이드가 나직이 한숨을 토했다. [참 답답하겠어요. 저런 꽉 막힌 인간들을 상대하려면...] "그렇지, 그냥 물러서면 될걸.... 뭐 때문에 저러는지.... 으이구.... " 이드는 안됐다는 듯한 라미아의 말에 고개까지 끄덕이며 대답해주고는 이번엔 효력이 있길 바라며 앞에 서있는 십여명의 기사들을 향해 외쳤다. "이번엔 그냥 물러 나주시죠? 피 보지 말고... 당신들이 앞을 막건 말건 결국 상황이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은데..." 하지만 이드가 이렇게 까지 말했음에도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망설이기만 할뿐 어느 누구하나 쉽게 물러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이드와 라미아가 동시에 말을 내뱉었다. [우유부단해요.] "우유부단한 사람들 같으니..." 이드는 한순간 정확하게 맞추기라도 한 듯이 동시에 한 말에 라미아의 검신을 눈앞에 슥 들어 보이더니 피식 웃어 보였다. "오~ 라미아, 너와 내가 드디어 마음이 맞나보다. 신검합일(身劍合一)이 아니겠니?" 순간 이드는 장난스레 말 한번 잘못 내받은 죄로 머릿속이 뇌가 웅웅울릴 정도의 째질 듯 한 소녀의 음성을 들어야 했다. [무, 무슨 말이예욧!! 신검합일이라닛.....숙녀에게 그게 무슨 말이냐구요.] "아..아우~... 미, 미안해.... 그러니까 그만 말해. 머리 울린다..." 이드가 여전히 시선을 앞에 둔 채 머리가 울리는지 한쪽 손을 머리에 대고 라미아를 진정시키곤 자신의 말이 뭐가 잘못됐는지 생각해 봤다. 신검합일. 단순한 말... 아니 심오한 무학 용어중의 하나이다. 검을 든 자들이 극강의 반열에 들기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경지. 하지만 이걸 다르게 응용해보니 같이 다니던 소녀를 다른 사람들 앞에게 부부라고 소개한 상황이지 않은가. '하~ 그럼 내가 잘못한 건가?...... 아니지. 처음에 자기가 영혼이 어쩌고 한 건은 뭐야? 게다가 내가 진담이었나? 아니지. 농담이지..... 그럼 내가 잘못한 건 없잖아. 게다가 누가들은 사람도 없고.' 이드가 그렇게 속으로 자신의 행동에 별다른 잘못이 없다는 결론에 라미아에게 따져 볼까하는 생각을 했지만 곧바로 방금 전 뇌가 울리던 충격을 생각하곤 그냥 넘기기로 할 때였다. 앞쪽의 기사들의 뒤로부터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소녀의 음성이 들려와 이드와 혼자서 웅얼거리는 이드를 두려운 듯이 쳐다보는 기사들의 고막을 똑똑하고 부드럽게 두드렸다. "기사 아저씨들 비켜주세요." 조금은 몽롱한 감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이드와 기사들의 시선이 모두 소녀에게 쏠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대치 상태에서 기사들이 뒤로 시선을 돌린다는 것은 무모하고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들의 고막을 때린, 현실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편안하고 방금 잠에서 깨어난 듯한 목소리에 저절로 고개가 돌아가 버린 것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기사들에 의해 곧바로 이드를 향해 다시 고개가 돌려졌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소녀의 말에 그녀와 제일 가까이 있던 갈색 머리의 기사가 허리를 숙여 그녀에게 급하게 말했다. "그, 그것은 곤란합니다. 모르카나아가씨. 지금 상태에서 저희들이 물러서게 되면..." 그 기사가 그렇게 말을 하며 뒷말을 얼버무리자 모르카나라 불린 소녀가 귀엽게 방긋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하지만 기사 아저씨들이 있어도 아무 소용없잖아요. 괜히 힘도 없으면서 버티지 말아요. 방긋 방긋 ^.^" 이드는 자신의 귀에도 들리는 그 말을 들으며 마치 죽은 자의 피부색을 하고있는 기사를 안됐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안 되는 능력이라도 하는데 까지 했는데 저런 소릴 들었으니 것도 열댓살 가량의 소녀에게 말이다. 그리고 바로 얼굴 앞에서 이런 말까지 들으면 더 이상 할말이 없을 것이다. 거기다 그 것이 사실임에야.... "남은 호위대 대원들은 모두 모르카나아가씨의 후방으로 돌아가 아가씨의 명령을 기다린다. 빨리 이동해." 모든 힘이 빠진 듯 축 늘어진 목소리로 명령하는 기사의 말에 따라 나머지 기사들이 모르카나의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얼굴에도 갈색머리의 기사와 같은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사라지자 이드와 모르카나는 비로소 서로를 자세히 바라볼 수 있었다. 잠시동안 소녀를 바라보던 이드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약간 갸웃거렸다. 모르카나란 이름의 소녀는 그 또래 소녀들 보다 아담해 보였다. 아니 귀엽다는 말이 맞을 것같았다. 얼굴 또한 상당히 오밀조밀하니 예쁜 것이 만약 집에 있었다면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 했을 것 같은 느낌의 소녀였다. 물론 그런 게 이상하다는 게 아니었다. 이상한 것은 그녀의 눈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주위로 흐르는 분위기.... 모르카나의 하얀 얼굴에 크고 귀엽게 자리잡은 촉촉한 눈, 그 눈이 마치 꿈을 꾸는 사람처럼 몽롱하니 풀려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까지 현실이 아닌 꿈속의 일이라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소녀의 눈과 함께 주위로 흐르는 분위기와 기운, 그것은 보고있으면 잠이 오는 듯한 몽롱함과 나른함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어떻게 보면 .... "마치 몽유병 환자 같단 말이야..." 이드의 입에서 자신이 느낀 느낌의 표현이 직설적으로 튀어나오자 라미아가 그런 이드의 말에 불만을 표했다. [소녀에게 몽유병이라니요. 이드님, 왜 말을 해도 꼭 그래요? 좋은 표현 있잖아요. 몽환적이라던가...] 이드는 라미아가 그렇게 말하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갈 것 같다는 생각에 막 그녀의 말을 끊으려 할 때였다. 이드를 대신해 라미아의 이어질 수다 들을 막아주는 가녀리다 할만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는 건 처음이네요. 메르시오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름이 이드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전쟁터 한가운데서 적으로 만났건만 마치 찻집에서 친구의 소개로 만나기라도 한 듯한 차분한 목소리에 이드는 별다른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그 모습에 그 소녀가 다행이라는 듯이 생긋이 웃더니 말을 이었다. "역시, 메르시오가 말한 모습이긴 한데 이드님을 본게 라일론이라고 해서 혹시나 물어본건데... 저는 모르카나 엥켈이라고 합니다. 그냥 모르카나라고 불러주세요." "으... 응." 이드는 그녀의 말에 순간 대답은 했지만 지금의 상황이 바르게 이해 되지가 않았다. 전장에서 저런 여유라니...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이라면 재미있을지도 모르지만 당하는 입장이고 보면 이것처럼 당황스러운 일도 없을 것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드였다. 그렇게 이드가 당황하고 있는 사이 모르카나의 음성이 다시 이드에게 들려왔다. "그런데 라일론에 있다는 분이... 여긴 무슨 일로 오셨나요?" 이드는 그녀의 물음에 그제야 당황한 마음을 추스르고는 갈색의 부드러운 눈을 빛내는 그녀를 향해 말했다. 물론 그런 이드의 음성 역시 모르카나와 같이 전장에서 통용될 일이 없을 듯한 부드러운 말투였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처럼 장소가 어떻든 귀여운 모습으로 귀엽게 말을 하는 그녀에게 딱딱하고 무겁게 말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인 것이다. "특별한 일은 아니고, 단지 모르카라를 보러 왔을 뿐이야. 아나크렌에서 모르카나를 만나 달라고 하더라구." 마치 옆집에 심부름 온 것 같은 이드의 말에 라미아가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어떻게 된게 전혀 전장의 분위기가 나질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드가 긴장을 푼 것은 아니라는 것을 라미아역시 알고 있었다. 이어서 이드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말인데, 아나크렌에서 부탁한 말을 대신 전하면 모르카나가 그냥 돌아가줄수 없는가 하는 건데. 어때 그냥 돌아가 줄 수 있어?" 여기서 이드의 주위에 있던 병사들과 기사들의 얼굴이 이상하게 변한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던 듯 모르카나의 얼굴을 바라본 그들의 표정은 더욱더 이상하게 변해 갔다. 개중에는 허탈한 웃음 성이 묻어 나오기도 했는데 그때의 모르카나의 표정은 이드의 말에 눈썹을 모으고 곱게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그냥 돌아가 달라고 하는 단발의 예쁘장한 소년이나 그 말에 진지하게 생각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녀의 모습은 피를 흘리고 있는 그들에게는 거의 엽기적인 행각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할말을 잃고 있을 때 지금까지 고민하는 듯하던 모르카나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드에게 말했다. " 어떻하죠? 그 부탁은 못 들어 줄 것 같은데... 칸타가 다른 곳에 가지 말고 여기 좀더 있어야 된다는데요." 이드는 그 말과 함께 들고있던 곰인형을 더욱 껴안는 그녀를 보고는 점점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몽유... 아니 라미아 말대로 몽환적인 분위기와 마치 옆에 칸타라는 사람이 가지 말라고 한다는 듯한 저 말투까지. "아무래도 이상하지? 라미아." [맞아요. 마치..... 꿈꾸는 사람 같아요.] 하지만 둘의 대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드가 서있는 곳을 중심으로 앞뒤에서 굉렬한 폭음과 함께 주위의 공기를 뒤흔들어 놓았기 때문이었다. 쿠콰콰콰쾅......... 퍼펑... 퍼퍼펑......... 이드는 주위의 대기와 함께 흔들리는 자연의 기를 느끼며 눈앞에서 폭발이 일어난 두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모르카나를 바라보고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에 있는 적. 하지만 저런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의 모습일 때는 쉽게 손을 쓰기가 쉽지 않다. 거기다 정체도 불분명하니... 차라리 저쪽에서 먼저 손을 써온다면 대처하기가 좋을 것같았다. 거기에 더해 누님들의 교육으로 여성에게 먼저 손을 쓰는 건 왠지 꺼려지는 이드였다. (주입식교육 ^^; 무섭죠.) 그런데 다행이랄까 폭발이 일어난 두곳을 번갈아 바라보던 모르카나가 다시 이드에게 시선을 주며 먼저 공격의사를 표했기 때문이었다. "좀 비켜 주시겠어요? 칸타가 저기 폭발이 일어나는걸 막아야 되다고 하거든요. 방긋^^" 그렇게 말한다고 비켜주면 그게 이상한 것일 거다. "미안한데, 나도 일이 있어서 비켜주지 못할 것 같은데..." 이드의 말에 모르카나의 얼굴이 조금 어둡게 변해 버렸다. 그리고 잠시 이드를 바라보던 모르카나의 한쪽 손이 품에 안고 있는 곰 인형의 한쪽 팔을 들어올리는 모습이 모두의 눈에 들어왔다. "그럼... 많이 아프면 도망가요." 이드는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휘둘러진 인형 팔의 궤적을 따라 황색의 빛이 있는 것을 보고는 급히 몸을 솟구쳐 올렸다. 이드(130) Ip address : 211.115.239.218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6.0b; Windows NT 5.0; DigExt) 잠시동안 지켜본 바로는 인형이 휘둘려지고 난 뒤의 빛의 궤적을 따라 꼭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예상이 맞았다는 듯이 이드가 서있던 곳의 땅이 엄청난 속도로 치솟아 올랐다가 내려갔다. "휴~ 대단한데... 그냥 당했으면 10여장(丈: 30미터 정도)은 그냥 날아갔겠는데... 근데 라미아 저거 마법 맞아? 시동 어도 없는데..." 이드는 허공에 뜬 상태에서 운룡번신(雲龍飜身)의 수법으로 몸을 비틀어 방금 까지 서있던 자리로 사뿐히 내려서며 라미아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이드가 본 마법이란 것들은 거의가 시동 어가 존재하는 것들이었다. 물론 마법 진과 정령 마법 등을 제하고 말이다. [시동 어가 없지만 마법이 맞아요. 무언가 할 때마다 곰 인형을 움직이는 것을 보면... 아마도 저 곰 인형이 자아를 가진 에고이거나 곰 인형 자체에 마법을 걸어 둔 건지도 모르겠어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모르카나의 품에 안겨 있는 갈색의 평범한 곰 인형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미아의 말이 확실한지는 모르지라도 확실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처음 전장에 도착해서 볼 때에도 항상 곰 인형을 움직이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드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할 때였다. 모르카나의 품에 안겨 있던 곰 인형의 팔이 다시 아래에서 위로 움직이는 것이 이드의 눈에 들어왔다. "쳇, 또야... 핫!" 이드는 이번엔 또 땅이 어떻게 공격할지 생각하며 제운종 신법으로 몸을 뛰어 올렸다. 그리고 이번엔 무슨 공격인가 하는 생각에 시선을 방금 전 까지 자신이 서있던 땅으로 돌리던 이드는 땅위로 솟아 있는 흙으로 된 막대와 같은 모습의 십여 발의 그라운드 스피의(ground spear), 그것이 날아오는 모습을 보고는 순식간에 라미아를 휘둘러 십여 가닥의 검기를 뿌렸다. 라미아게서 뿌려진 은백색의 무극검강(無極劍剛)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그라운드 스피어를 향해 정확하게 날아가는 것을 본 이드는 그대로 몸을 회전시켜 소녀가 서있는 방향을 향해 검강을 날렸다. 자신을 공격한 이상 귀여운 소녀라는 모습은 생각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어디 한번 해보자... 무형일절(無形一切)!!" 라미아의 검끝이 지나간 궤적을 따라 휘잉하는 소리와 함께 은백색의 반달형의 검기가 밑에 서있는 모르카나를 정확하게 반으로 쪼개어 버릴 듯한 기세로 주위의 대기를 가르며 뻗어 나갔다. 그런 검기의 모습에 주위에 있던 병사들과 기사들이 기겁을 하며 뒤로, 뒤로 물러났다. 방금 전 이드가 이곳 모르카나가 있는 곳까지 해쳐 들어옴 자신들에게 펼쳤던 끔찍한 기술중의 하나라는 것을 기억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 검강의 목표가 되고 있는 모르카나는 전혀 당황하거나 긴장하는 표정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강을 신기하다는 듯이 보고있었다. 그리고 그 검강이 가까이 다다랐을 때. 그녀의 품에 안겨 있던 곰인형의 팔이 수평으로 휘둘러졌다. 두두두둑...... 곰 인형의 팔이 휘둘린 것과 같이해 그의 앞쪽의 땅에서 강한 진동음과 함께 조금전 기사들의 앞에 나타났던 흙의 벽, 지금은 돔 형태를 뛴 벽이 나타나 순식간에 검강의 진로를 가로막아 버렸다. 콰콰콰..... 쾅...... "흙의 장벽이라... 아까 전꺼보다 반응이 빠... 뭐, 뭐야...!!" 이드는 처음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형성되어 자신의 검강을 막아 버린 흙의 장벽을 보고 투덜거리다 검강과 충돌하여 튀어 오르는 흙먼지 사이로 쏘아져 오는 수십 발에 이르는 그라운드 스피어와 그라운드 에로우를 볼 수 있었다. 이드는 그 모습에 이미 피하긴 늦었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라미아의 검신 위로 은백색이 아닌 핏빛과도 같은 붉은 검기를 덮어 씌었다. "간다. 수라섬광단(壽羅閃光斷)!!" 순간 이드의 외침과 함께 마치 번개와 같은 빠르기로 휘둘러진 라미아의 궤적을 따라 촘촘한 그물과도 같은 검기의 무리가 펼쳐졌다. 하늘로 치솟는 황색의 길고 짧은 막대로 그것들 위로 내려 않는 붉은 색의 그물... [완전히 그물로 고기 잡는 모습인데요.] 라미아가 현재 자신들의 앞에 상황을 한마디로 일축하자 이드도 저절로 웃음이 삐져 나올 정도였다. "맞아, 맞아... 자, 그럼 이번엔 내가 공격이다. 조심해라 꼬마야. 운룡유해(雲龍流海)! 수라참마인(壽羅斬魔刃)! 무형대천강(無形大天剛)!!" 라미아에게 그렇게 대답한 이드는 운룡대팔식의 일식인 운룡유해식으로 허공 중에 뜬 상태에서 몸을 앞으로 전진시켜 돔형의 흙벽에 보호되지 않는 모르카스의 모습이 보이는 곳까지 이동했다. 이어 이드의 외침에 따라 라미아로 부터 붉은 광선과도 같은 검강이 날았고 그 뒤를 열 개에 달하는 커다란 원통과도 같은 모양의 무형대천강이 펼쳐졌다. 그 모습 멀리선 본다면 붉고 가는 빛 속으로 하얀색의 성스런 별이 떨어지는 듯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가진 파괴력과 결과는 결코 아름다운 것이 되어 주지 못했다. 그 두 가지 검강이 땅에 부딪히며 지금까지 이드들의 앞과 뒤에서 들려왔던 굉음에 두 세배에 이르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굉음의 뒤를 잇는 커다란 쇼크 웨이브(충격파)와 대기의 흔들림 마저도 말이다. 쿠콰콰쾅.... 쿠쿠쿠쿵쿵.... 그 폭발과 함께 미처 멀리 물러서지 못했던 몇몇의 기사들과 병사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그 피해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면, 폭발로 날아온 거대한 흙덩어리를 그대로 맞은 사람. "으....으악..!!!" 이어지는 폭풍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날아가는 사람. "자, 잡아 줘..." 그리고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쇼크 웨이브를 보며 몸을 숙이거나 자신이 들고 있는 검에 검기를 일으키는 기사.... "이런 개 같은.... 제길.." 땅으로 사뿐히 내려서며 여기 저기서 비명성과 함께 사람들이 굴러다니는 모습을 보았지만 현재 이드로서는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현재 자신의 적이고 할 수 있는 소녀, 모르카나가 타격을 받았는지 어떤지가 흙먼지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르시오와 같은 상대였다면 상대의 기를 읽어 어느 정도 알아차리겠지만... 지금과 같이 마법사 그것도 어린아이라면 그것이 조금 힘들다. 특히 방금전의 강력한 내가 공격으로 주위의 마나가 흩어져 있는 지금에는 말이다. "후~ 그럼 먼지를 걷어 봐야 겠지? 실프." 이드는 자신의 얼굴 앞에 소환되어 고개를 숙여 보이는 귀여운 모습의 실프를 보며 앞에서 일고 있는 먼지 바람의 제거를 부탁했다. 그러자 실프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람을 일으키려는 듯 손을 흔들려 할 때였다. 발 밑으로 흐르던 자연의 토기가 이상하게 흐르는 것을 느낀 이드는 본능적으로 모르카스를 생각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운으로 보아 이미 피하기도 늦었다 생각한 이드는 손에 들고 있던 라미아를 그대로 땅에 박아 넣었다. "황석진결(黃石眞決) - 폭강쇄(爆岡碎)!!" 이드의 기합성과 함께 라미아의 검신이 잠깐이지만 황색을 뛰었고 박혀있던 땅에서 저절로 밀려 뽑혀 버렸다. 그와 함께 이드가 디디고 있던 땅이 푹 꺼지면서 마치 바닷가의 모래사장처럼 변해 버렸다. 그에 이어 이드가 방금 전에 느꼈던 이상한 기운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와 함께 앞쪽에서도 강한 바람이 부는 것을 느끼며 일어서려던 이드는 자신의 주위가 다시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라미아를 굳게 잡고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눈에 자신을 향해 사방에서 다가오는 거대한 땅의 파도를 볼 수 있었다. 이드(131) Ip address : 211.115.239.218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6.0b; Windows NT 5.0; DigExt) 이드를 향해 사방에서 가공할 기세로 덥쳐오는거대한 흙의 파도는 그대로 이드를 삼켜 버릴 듯이 빠르게 다가들고 있었다. 만약 이대로 이드가 흙에 덮인다면 따로히 묘지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젠장, 완전히 무덤이잖아.." 이드는 그 말과 함께 급히 몸을 일으키곤 제운종의 신법으로 몸을 뽑아 올렸다. 아니, 그때 들린 라미아의 음성만 아니었다면 위로 솟구쳐 올랐을 것이다. [잠깐만요. 위쪽, 위쪽을 보세요. 이드님!!] 상당히 다급하게 말하는 라미아의 음성에 이드는 솟아오르려던 몸을 진기를 끊어 내려 앉힌 후 고개를 위로 젖혔다. 순간 이드는 사방에서 몰려드는 흙의 파도의 상공을 가리며 촘촘히 모여드는 수십 여개에 이르는 진한 갈색의 창을 볼 수 있었다. 그것들은 하늘에 뜬 상태에서 소리도 없이 움직였고 주위의 흙의 파도 덕에 그것들이 일으키는 기운도 느낄 수 없어 만약 이드가 그대로 뛰었다면 그대로 꼬치구이가 될 뻔했던 것이다. 물론 커다란 무덤이 대기하고 있으니 따로히 묏자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드로서는 전혀 반가울 게 없는 소식이었다. "나는 아직 묏자리 구할 생각 없어! 금황의 힘이여 나를 감싸 안아라... 금령단강(金靈丹剛)! 하늘의 번개가 모든 것을 부순다... 천뢰붕격(天雷崩擊)!" 부우우우우웅.......... 강력한 외침과 함께 자신의 시야를 완전히 가리며 압박해 오는 거대한 흙의 파도를 향해 몸을 날리는 이드의 주위로 창창한 황금빛의 막이 형성되어 이드의 몸을 감싸않았다. 이어 앞으로 쭉 내뻗어 지는 라미아의 검신을 따라 마치 산악을 부러트려 버릴 듯한 파르스름한 색의 뇌전이 뿜어져 나갔다. 쩌 저 저 저 정............ 콰과쾅....터텅...... 라미아의 검신에서 뿜어진 뇌력을 지닌 검강는 이드의 앞으로 다가오는 거대한 흙의 파도와 부딪히며 자욱한 먼지와 함께 지축을 뒤흔드는 굉렬한 폭음을 만들어냈다. 검강과 흙의 파도의 충돌로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먼지를 본 이드는 급히 실프를 소환하여 전방에 있는 뿌옇다 못해 완전히 갈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 한 먼지들을 쓸어 버렸다. 그러자 실프에 의한 엄청난 바람의 압력에 뿌옇던 물이 정화되듯이 전방의 모습이 다시금 드러나기 시작하자 앞으로 몸을 날리던 이드는 급히 속도를 줄이며 라미아를 들지 않은 왼손을 급히 앞으로 떨쳐 냈다. 그런 이드의 앞으로는 군데군데 커다란 구멍이 생겨 그 형체가 불분명 하지만 분명히 벽으로 짐작되는 것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 아... 금령원환형(金靈元丸形)!!" 쩌어어어엉...... 이드의 외침에 따라 이드의 주위를 물들이고 있던 황금빛의 강기가 날카로운 소성과 함께 어른 주먹 두개정도의 크기의 둥근 구로 뭉쳐졌다. 이어 앞으로 내 뻗어진 이드의 왼손에 따라 움직이며 엄청난 속도로 앞에 놓여 있는 벽으로 가 부딪혔다. 그리고 이어지는 굉렬한 폭음과 함께 먼지사이로 비쳐드는 빛을 보며 이드는 이번엔 벽이 확실히 부셔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빛을 보며 이드는 라미아를 잡은 손에 힘을 가했다. "좋아... 이젠 내 차례야... 마법이라 익숙지는 안치만....응?" 슈슈슈슈슈슉....... 빠른 속도로 몸을 날리며 공격을 위해 진기를 유도하던 이드는 등뒤에서 부터 들려오는 빠르게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에 급히 나아가던 속도를 줄였다. 그런 이드의 머리 속에는 아까 보았던 수십여 발의 그라운드 스피어가 그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빠르게 달리던 것도 잠시 그라운드 스피어를 처리할 방법을 생각하기도 전에 어느새 걷혀진 먼지 구름 사이로 푸른색의 원피스를 입고 곰 인형을 안은 채 자신을 걱정스러운 표정을 바라보고 서있는 소녀를 보고는 곧게 뻗어 있던 눈썹을 구겼다. 그리고 뒤이어 소녀의 품에 안긴 곰 인형의 양손이 원을 그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걱정스러운 모르카나의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이건 진짜, 진짜 아픈 거니까... 잘 피해요... 그라운드 카운터플로우(ground counterflow: 대지의 역류)" 그리는 것과 함께 소녀의 앞의 땅의 다섯 부분이 마치 땅이 아닌 다른 것인 듯 회전하는 모습에 이드는 완전히 몸을 세우고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그라운드 스피어를 향해 돌아섰다. 지금 이드의 상황은 진퇴양난이었다. 더구나 눈앞에 있는 다섯 개의, 점점 그 회전 속도를 높여가고 있는 흙의 소용돌이는 보통의 위력이 아닌 듯 한 느낌이었다. 더욱이 자신의 앞과 뒤쪽에서 몰려오는 마법들은 단순히 강기처럼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른쪽이나 왼쪽, 아니면 허공으로 몸을 꺾어 피한다 해도 따라붙을, 간단한 무공 식이 아닌 마법인 것이다. 순간의 생각으로 그런 결론을 본 이드는 가벼워 보이는 수십여 발의 토창(土槍)마법을 먼저 처리하자는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검강사천일(劍剛射千日)!!" 씨이이이잉 바람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과 함께 이드의 주위로 드리워 있던 그림자들의 영역가지 뺏어 가는 듯한 빛이 터지며 이드의 팔의 궤적을 따라 휘둘러지는 라미아의 검신으로 부터 수십에 이르는 검강 다발들이 토창을 향해 난사되었다. 그리고 한번 휘둘러진 라미아의 궤적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휘둘러지는 라미아의 궤적을 따라 모르카나를 향해 몸을 돌려세운 이드는 그대로 라미아를 수직으로 떨어 트렷다. 그리고 그런 라미아의 검신에는 어느새 발그스름하게 물들어 있었다. "난화 십이식 제 팔식(第 八式) 화령인(花靈刃)!!" 수직으로 떨어지는 라미아의 검신을 따라 아마 글이라면 샤라라랑 이라는 글이 들어갔을 모양으로 붉은 꽃잎이 생겨나 가공할만한 속도로 모르카나를 향해 폭사되었다. 이드(132) 수직으로 떨어지는 라미아의 검신을 따라 아마 글이라면 샤라라랑 이라는 글이 들어갔을 모양으로 붉은 꽃잎이 생겨나 가공할만한 속도로 모르카나를 향해 폭사되었다. 쿠구구구..................... 이드의 검에서 화령인의 강기화가 나는 것과 동시에 모르카나의 앞에 위치해 있던 다섯 개의 흙의 소용돌이들이 모르카나와 이드 주위의 땅을 뒤흔들며 모르카나의 앞으로 나란히 모여들었다. 그리고 붉은 색의 화령인이 가까워지자 다섯 개의 흙의 소용돌이중 모르카나의 앞에 위치한 세 번째 흙의 소용돌이에서 마치 굵은 물기둥이 솟아오르듯이 짙은 고동색의 흙기둥이 솟아 돌라 모르카나의 앞을 가로막아 버렸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퍼퍼퍼퍽 거리는 화령인이 흙기둥을 때리는 충돌 음과 함께 흙 기둥의 표면이 푹푹 파였으나 파인 부분이 마치 개울에 나뭇잎을 띄운 듯이 위쪽으로 올라가며 사라져 버렸다. 그런 모습에 이드는 다시 긴장감을 조이며 라미아를 줜손에 힘을 가했다. "젠장.... 심상찮은 줄은 알았지만... 어떻게 된게 화령인을 맞아 놓고도 아무런 표시도 나지 않는 거지?" 이드가 그렇게 화령인을 맞고도 시치미 뚝 때고 서있는 흙의 기둥을 보며 난색을 표할 때였다. 중앙의 흙 기둥을 중심으로 양쪽에 회전하고 있던 네 개의 흙의 소용돌이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단순히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넓게 펴서 움직이는 것이 마치 이드를 에워싸는 느낌이었다. 그 모습에 라미아도 심상찮음을 느꼈는지 이드에게 경고성을 보냈다. [이드님 조심하세요. 저 다섯개의 소용돌이에서 느껴지는 마나가 심상치 않아요... ] 이드는 그런 라미아의 경고성에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역시 눈앞에서 움직이고 있는 다섯 개의 소용돌이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후~ 무공도 아니고 마법이다 보니 전혀 공격을 예측하기가 어려워... 게다가 라미아 니 말대로 심상찮으니... 언제든지 마법. 가능하지?" [물론이죠. 언제든지 가능해요.] 이드는 자신있다는 듯이 밝게 대답하는 라미아의 목소리를 들으며 싱긋이 웃음 지으며 어느새 중앙의 소용돌이와 같이 흙의 기둥을 솟구쳐 올리며 이드의 주위로 널찍하게 오행(五行)의 방위를 점하며 둘러싸고 있는 소용돌이, 아니 이제는 높다랗게 치솟아있는 흙 기둥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거꾸로 치솟는 흙 기둥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모르카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한번 도망갈 기회를 줄게요. 이번엔 진짜 위험 한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도망가세요. 정말 이번이 마지막 이예요." 꽤나 걱정해주는 듯한 모르카나의 말을 들으며 이드는 긴장감 없이 미소짓고 말았다. 그녀가 하는 행동과 그녀의 말과 지금 상황이 도저히 어울리지가 않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녀의 목소리는 장난이 아닌 진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에 그런 느낌은 더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렇지만 나도 그냥 갈 수는 없거든.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마. 이래봬도 나 꽤 강하다고..." "그래도... 이건 진짜 위험한데...." 이드는 다시 한번 들려오는 모르카나의 목소리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이드의 얼굴에는 조금전 보다 더욱 큰 웃음기가 떠올라 있었다. "괜찮다니까 그러네... 자, 모르카나 걱정하지 말고 공격해." 적에게 걱정하지 말고 공격하라고 말하는 이드나 그 말에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르카나의 모습은 전혀 적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잘 아는 사이가 연습대무라도 하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기에 주위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하지만 지켜보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곧 이어질 전투의 여파를 생각한 사람들이 재빨리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그들의 등뒤에서 들려오는 모르카나의 목소리가 천천히 물러서기 시작하던 기사들과 병사들의 등을 확실하게 밀어 버렸다. "그럼... 할게요. 다섯 대지의 뿌리들이여... 그 흐름을 역류하여 하늘의 천뢰 땅의 굉뢰로 하늘을 부수어라." 쿠콰콰콰......... 모르카나의 주문성과 동시에 이드의 주위로 얌전히 대기하고 있던 흙 기둥들이 맹렬히 회전하며 이드를 중심으로 회전하며 이드를 조여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회전하는 다섯 개의 흙의 기둥들의 속도가 얼마나 가공한지 지켜보는 병사들과 기사들의 눈에는 이드의 주위로 얇은 갈색의 천이 둘러쳐져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한편 그런 가공할 속도로 회전하는 흙 기둥들의 중앙에 서있는 이드는 흙 기둥들의 회전으로 발생하는 압력으로 인해 무겁게 가라않는 공기를 느끼며 서서히 진기를 유도하기 시작했다. "정말, 위험한데...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런 압력이라니... 그럼 나도 보통 위력으로 안되겠지..." 그렇게 말하는 이드의 몸 위로 묵직한 검은 색의 기운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검은 기운은 붉은 검신의 라미아까지 감싸며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이드는 진기가 충만히 차오르며 운용되는 것을 느끼고는 양손으로 라미아를 잡고 머리위로 들어올려 천중검(天中劍)의 간단한 자세를 잡았다. 천중검, 검도의 기본 자세중 하나인 천중검, 상중검, 중중검, 하중검, 지중검 중의 하나 이지만 검은 기운에 둘러싸인 이드가 유지하고 있는 천중검의 기도는 이름 그대로 하늘의 검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드의 주위를 압박하던 다섯 개의 흙의 기둥이 서서히 거리를 좁혀 오자 장중하고 패도 적인 기도를 유지하고 있던 이드의 입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세상을 멸한다. 12대식 패황멸천붕(覇荒滅天鵬)!" 끄아아아악............. 이드의 조용하면서도 주위를 내리누르는 듯 한 묵직한 음성과 함께 아래로 완만하게 내려진 라미아를 따라 칠흑 빛의 거대한 붕조가 몸을 꿈틀리거며 커다란 붕명(鵬鳴)과 함께 날아올라 이드의 앞에서 회전하며 벽을 만들고 있는 흙의 벽으로 돌진했다. 꾸아아아악................ 콰아아아아앙................... 제 목:[퍼옴/이드] - 133 - 관련자료:없음 [73848] 보낸이:엄민경 (실피르 ) 2001-06-25 21:47 조회:1558 ^^ "땅을 얼리는 빙황의 날개, 하늘을 불태우는 염화의 날개의 힘을 이곳에... 아프로스 오브 윙(Afros of wings)!! 피닉스 오브 윙(phoenix of wings)!!" 키이이이이잉.............. 쿠아아아아아............. 이드의 외침과 함께 라미아의 검신을 따라 반은 붉은 빛으로 반은 백색의 빛으로 물 들며 각각 엄청난 열기와 냉기를 뿜어 대기 시작했다. 이어 두개의 빛은 묵붕과 연결 되어 있는 내력의 길을 따라 묵붕의 등에 가 맺혔다. 그리고 묵붕의 등에 맺혀진 두 가지의 기운은 곧바로 활짝 펴지며 거대한 날개로 그 형태를 취하였다. 반대쪽이 훤 히 보이는 듯한 마치 투명한 크리스탈처럼 반짝이는 얼음으로 형성되어 주위로 하얀 서리를 내려 앉히고 있는 날개와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그대로 머금은 채 펄럭이며 주 위로 내려앉은 서리를 순식간에 녹여 버리는 날개. 그런 두개의 날개를 단 묵붕의 모습은 가히 신화에 등장하는 신조를 보는 듯했다. 그리고 그런 묵붕의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는 이드는 방금 보다 더 엄청난 속도로 빠져 나가는 내력과 그에 대응에 빠져나가는 마나 만큼 차오는 드래곤 하트의 마나를 느끼 며 온몸을 땀으로 적시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마법과 강기에 들어가는 내력을 신경 써서 조정하고 있긴 하지만 메르시오때와 같이 마법과 기공사이의 불균형이 걱정되기 도 했다. "라... 미아.... 강...기와 마법의 균형...은...." [이드님의 강기로 시현되는 마나 47%, 마법으로 시현되는 마나 53%, 오차율 3%로 아 직 걱정 없어요. 이드님. 지금 끝내시면 되요.] 완벽하진 않지만 흡족할만한 답을 라미아에게 들은 이드의 얼굴에 힘겨운 미소가 떠 오름과 동시에 엄청나게 불어대는 바람을 뚫고 이드의 기합 성이 퍼져나갔다. "좋아! 가라... 묵붕이여 너의 앞을 막는 철창을 깨 부셔라." 이드의 외침과 동시에 다시 한번 거대한 붕명이 울렸고 이어 지금까지 발톱과 부리만 으로 흙 기둥의 벽을 공격하던 것과는 달리 묵붕의 네게의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그 리고 네개의 날개가 펼쳐지는 순간 그 압력에 위쪽으로 미친 듯이 빨려 올라가던 공기 가 한순간 죽은 듯이 잠잠해 지는 것과 동시에 크리스탈과도 같은 얼음의 날개로부터 터져나온 백색의 안개와도 같고 빛과도 같은 냉기가 묵붕의 정면을 시작으로 대지와 함께 주위의 다섯 기둥을 하얗게 얼려 나갔다. 쩌....저......저.....저......적............. 쿠우우우.....우..........우........................우 그리고 냉기가 더해 감에 따라 가공할 속도로 회전하던 다섯 개의 흙 기둥들의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어 급기야 어린아이도 기회를 보면서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그 속도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이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작게 줄어들어 있 는 얼음의 날개 반대편에 거대하게 존재하고 있는 불꽃의 날개에 마나를 주입했다. 그러자 이때까지 가만히 있던 거대한 불꽃의 날개가 활짝 펼쳐지면 주위로 얼어있는 다섯 개의 불기둥을 향해 커다란 불길을 토했다. 쿠아아앙.... 활짝 펼쳐진 불꽃의 날개가 한번씩 날갯짓 할 때마다 이리저리 토해지는 커다란 불꽃 은 정확하게 다섯 개의 흙 기둥과 그 주위의 땅에 작렬하며 거의 5클래스급 이상의 화 이어 볼이나 화이어 애로우와 같은 위력을 발휘하며 폭발했다. 쿠콰콰카카캉..... 마치 십여 발에 일으는 익스플로젼 마법이 동시에 터지기라도 하는 듯 한 굉음과 함 께 하얗게 얼어붙은 커다란 다섯 개의 기둥들의 덩어리가 푹푹 파여지고 떨어져 나갔 다. 더구나 이번엔 흙 기둥이 얼어붙어서인지 아까전 처럼 회복도 되지 않고 받은 타격을 그대로 남기고 있었다. "좋아.... 완전히 부셔 버려라..." 이드의 외침과 함께 하여 다시 한번 커다란 붕명이 주위를 뒤흔드는 것과 동시에 주위 로 폭발적으로 불꽃을 뿜어 댔고 다시 한번 굉음과 함께 묵붕의 전면을 막고 있던 두 개의 흙 기둥이 부러져... 아니 꽁꽁 얼어 깨져 버렸다. 그렇게 확 트여진 이드의 정면으로 지금의 상황에 상당히 놀란 듯 곰 인형을 꼭 끌어 안은 채 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모르카나의 모습이 이드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한참 뒤쪽에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두개의 인형, 프로카스와 차레브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이드는 다시 한번 라미아를 크게 떨쳐 냈다. "이걸로.... 끝이다. 묵붕이여, 너의 날개로 천하를 덮어라. 천붕만리(天鵬萬里)!!" 꾸아아아악..... 넓은 창공으로 비상하는 것이 기쁜 듯한 붕명과 함께 이미 작아져 버린 얼음과 불꽃 의 날개와 달리 커다란 묵색의 거대한 묵붕의 날개가 펼쳐졌다. 그리고 다시 한번의 붕명이 울리며 커다란 날개가 조각조각 흩어지며 수십수백개의 강기의 깃털로 변해가 며 전반의 모르카나와 주위의 병사들과 기사들을 향해 퍼져 나갔다. 제 목:[퍼옴/이드] - 134 - 관련자료:없음 [74454] 보낸이:엄민경 (실피르 ) 2001-07-03 23:27 조회:887 "그런데 이상하지? 분명히 모르카나는 곰 인형에 손도 대지 않았는데.... 곰 인형이 혼자 움직였어...." 사사삭.... 사삭..... 수군수군......... 소곤소곤....... 이드는 아침식사를 위해 샤벤더백작등이 기다리고 있는 식당으로 가는 길에 서있는 기사들과 병사들이 이드가 가까이만 가도 비켜나며 수군거리는, 조금 이상한 분위기에 조금 어색한 미소를 뛰었다. 사실 어제, 격렬하고 거창했던 전투를 치렀던 주요인원 이드와 프로카스, 차레브. 이렇게 세 사람은 격전지에 남아있던 병사들과 기사들과는 달리 일행과 샤벤더 백작과 함께 먼저 돌아왔었다. 그리고 간단하게 목욕을 하고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었다. 덕분에 이드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런 분위기, 존경과 경외가 담긴 듯 한 그런 분위기를 처음 대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성의 복도를 걷던 이드는 싱긋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훗... 생각해보니 저런 눈빛 처음은 아니네... 중원에서도 한번 본적이 있으니...' 순간 이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이드의 머릿속으로 라미아의 목소리가 울려 들려왔다. [햐~~ 그럼 이드님이 원래 계시던 곳에서도 들었었다면... 이드님이 계시던 곳에서도 꽤나 눈에 뛰셨나봐요... 헤헷..] 라미아가 주위에서 몰려드는 존경과 경외의 시선이 자신의 주인이자 영원히 영혼을 함께할 존재인 이드에게 향해서 기분이 좋은 건지.... 완전히 남편칭찬들은 아내처럼 간간이 웃음을 썩어가며 그렇게 물었다. 그리고 그런 라미아의 물음에 답하는 이드 역시 전혀 어색함 없이 매우 오래되기라도 한 듯 한 사이처럼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얼굴에서는 무언가 재미있는 생각을 하는 듯한 그런 미소가 내걸려 있었다.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그 예로 지금 주위의 병사들과 기사들의 눈에는 말괄량이 소녀가 장난칠 거리를 생각하는 듯한 짓궂지만 귀여운 미소로 보이고 있었다. 물론 그런 병사들 중에는 어제의 이드의 모습과 지금의 부드럽고 소녀틱한 모습이 매치 되지 않아 애먹는 머리용량이 적은 사람도 몇몇이 끼어 있지만 말이다. ^^ '조금... 아니, 꽤나 많이 눈에 뛰잖아... 여기서도 그렇지만 내 나이에 비해 지금 이루고 있는 경지가 있으니까... 게다가 처음 집에서 밖으로 나갔을 때는 내 수준에 대해 전혀 몰랐었거든... 덕분에 꽤나 재미있는 일이 많았지만 말이야. 키킥... 지금 생각해도 웃긴 일도 있단 말이야... 쿠쿠쿡....' 그렇게 생각만 해도 재미있다는 듯이 쿠쿡거리며 웃어대는 이드의 모습에 뭐가 그렇게 재미있냐며 이야기 해달라고 라미아가 졸라대었다. 하지만 주위에 있던 병사들과 기사들에게 비쳐진 이드의 웃음은 무언가 장난칠 계획을 완성하고는 만족한 웃음, 바로 그것이었기에 그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뒤로 슬금슬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원시절의 추억에 한참 빠져 있는 이드로서는 그런 그들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설마 알았다. 하더라도 이쪽으로는 조금은 둔한 듯 한 이드라면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라미아가 말해주기 전에는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중원에서의 일을 가르쳐 달라는 라미아의 말을 애써 흘려들으며 중원에서의 기억을 뛰엄뛰엄 생각하며 걷던 이드를 그 상황에서 끄집어내는 조금은 거친 느낌의 목소리가 있었다. "허허.... 꽤나 피곤했던 모양이구먼... 이제 오는 것을 보니, 자네가 제일 늦었다 네." 그러나 말의 내용과는 달리 늦은 것을 전혀 상관하지 않는 듯한 말투의 주인공은 보통 크기의 두배에 이르는 술병을 한 손으로 주둥이 부분만 잡은 채 식당 앞에 서있는 샤벤더 백작이었다. 샤벤더 백작은 비록 이드가 라일론에서 오기는 했지만 나이도 어린 데다 작위도 없었기에 편하게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당연히 앞서 이드로부터 양해를 구하고서 말이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고 작위가 없다 하더라도 어제의 전투를 본 이상 이드를 단순히 일행에 같이 따라온 `아이'로 보기만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지금의 모습으로 만 따진다면 누구도 뭐라고 하지 못 할 `귀여운 아이'지만 말이다. "헤헤... 아침에 조금... 게다가 다른 생각할것도 조금 있고 해서요. 그런데 그러는 백작님은요? 백작님도 약간 늦은 것 아닌가요?" 단몇마디로 자신이 늦은 것을 조금 늦은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드였다. "아... 아니, 나는 이 녀석을 가리러 갔다 온 것일세... 꽤나 오래된 녀석이지만 어제의 자네들의 수고를 생각하면 이 녀석 정도는 되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샤벤더백작이 내미는 술병에는 술의 이름과 원산지, 그리고 만들어진 년도가 완만하고 부드러운 글씨로 써져 있었다. "부오데오카.... 120년이 다되어 가는 녀석인데... 거 꽤나 독할 텐데, 아침부터 무리하는 것 아닌가요?" 비록 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이드이긴 하지만 120년이나 묶은 술이 절대 가볍게 마실 정도가 아니란 것은 알 수 있었다. 중원에서 거지 영감의 호로 병에든 40년 묶은 화로주(樺露酒)가 단 한 모금으로 자신을 가볍게 쓰러트린 것을 기억하고 있는 그였다. "걱정 말게... 이 녀석은 다른 녀석들과는 달리 그렇게 오래 묶어도 다른 술들과는 달리 독하지가 않아, 오히려 부드럽게 변해가지. 맛도 일품이고 말이야.... 자자 이럴 게 아니라 들어 가세나..."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식당 문을 향해 뒤돌아 서는 샤벤더 백작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그때였다. 앞서 가던 백작이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이드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혹시 자네...." "네?" "...아니네, 말로 하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게 낮겠지. 들어 가세나..." 이드는 백작이 그렇게 말하며 돌아서려 하자 급히 입을 열었다. 지금 백작의 말은 상대의 이드의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그런 말투였기 때문이다. "잠시만요. 백작 님... 무슨 말씀이세요?" "별일은 아니네 만... 오늘 식사하는 사람 중에 자네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네..." "예...?" 이드는 백작의 말에 고개를 갸웃 거렸다.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니... 물론 아나크렌에 아는 얼굴이 몇 있기는 하지만... '이곳에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 그렇게 다시 생각에 잠기는 듯한 이드의 모습에 백작이 이드의 어깨를 끌었다. "자, 자... 직접 보면 알 테니 들어가세 나. 그 사람도 자네가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하니, 잘못 본 거겠지. 그만 들어 가세나." 그렇게 말하며 이드를 끄는 백작이 식당의 문을 열 때였다. 곰곰이 생각하고 있던 이드의 머릿속으로 자신이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봤던 붉은 갑옷의 기사와 어제 전투 때 간간이 눈에 들어 왔었던 붉은 갑옷들... "화염의... 기사단??" 비록 크지는 않았지만 백작에게까지 충분히 들릴 정도의 중얼거림이었기에 백작의 고개가 절로 돌려졌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떠올라 있었다. "어떻게 알았나... 자넬 찾은 사람이 화염의 기사단 단장인데... 자, 들어가게." 그리고 이드가 간단한 대답도 하기 전에 백작에게 이끌려 들어간 식당은 어제도 들어왔었던 곳으로 식욕을 돋구는 듯한 분홍색과 시원한 느낌의 푸른색이 조화된,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단순한 느낌의 식당이었다. 그런 식당 한가운데로 20여명은 널찍이 앉을 정도의 길다란 식탁과 그 위로 많은 요리들이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로 앉은 사람들, 그들 중 한 명이 이드들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는 군더더기 없이 빠릿한 동작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이었다. 그렇게 일어선 인물은 아침 식사시간이건만 붉은 갑옷을 걸친 거칠어 뵈는 인상의 소유자였는데 이드를 보고는 반가운 듯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교관님 이셨군요." 붉은 갑옷의 기사의 교관 님이라는 말에 이드 역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고는 그의 이름을 저절로 중얼거려 버렸다. "바이... 카라니 단장." 제 목:[퍼옴/이드] - 135 - 관련자료:없음 [74550] 보낸이:엄민경 (실피르 ) 2001-07-04 23:03 조회:260 그렇게 커다란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식당 내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였다. 덕분에 엄청난 궁금증을 담은 바이카라니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이드에게 모여졌다. 그러나 이드 역시 의외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곳 아나크렌의 전장, 아마 아는 얼굴을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지만 눈앞에 있는 바이카라니, 화염의 기사단장의 얼굴을 보게 될 줄은 이드 역시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어리둥절해 하는 식당 안으로 지금의 상황을 정리하려는 듯한 샤벤더 백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잠깐...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이보시오 바이카라니 단장, 여기 이드 군이 단장이 찾던 사람이 맞소? 그리고 교관님 이라는 말은 또 뭐 요." 단 두 가지의 간단하다면 간다나고 긴 설명이 붙어야 한다면 긴 설명이 붙을 질문 이였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 두 가지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질문의 대답을 듣기 위해 이드를 제외한 모든 사람의 시선이 바이카라니에게로 옮겨졌고, 그런 모두의 기대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바이카라니의 입이 열려졌다. "하하... 아는 얼굴이고 말고요... 백작께서도 들어 보셨을 텐데요. 저희 기사들과 기사단장들의 교육을 맡았었던 교관이 있다는 걸 말입니다. 그 훈련을 생각하면... 교관님의 얼굴을 잊는 다는 건 꽤나 힘든 일이지요." 하지만 힘들었다고 말하는 그의 말과는 달리 이드를 향해 있는 그의 얼굴에는 상당히 반가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반가운 미소를 띄울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바이카라니에 한정될 뿐 다른 사람들에 한해서는 전혀 아니었다. 토레스와 지아등 이드와 같이 왔었던 일행들은 무슨 말인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다는 얼굴이었고 샤벤더백작등 이드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접한 몇몇 인물은 믿어지지 않는 다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시선들의 종착지에 있는 이드는 자신에게 모여드는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한 얼굴이었다. "그... 그럼 여기 소녀..ㄴ... 아니 여기 이분이 그래이드론 백작이란 말입니까? 하지만 제가 들은 바로는 그분은 실종되었다고 들었는데..." 샤벤더백작이 쉽게 믿어지지 않는 마음에 물은 말이었으나 그 말은 다시 한번 식당 내를 소란스럽게 만들었다. "배.... 백작?" "무, 무슨... 기사단장의 교관에 이번에는 백작? 어떻게 된 거야?" 바로 샤벤더의 백작이라는 말, 자작도 남작도 아닌 백작이라는 말이 이드일행들을 다시 한번 공격한 것이었다. "네, 맞습니다. 실종되셨던 것도...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 계신지는 저도..." 바이카라니가 그렇게 말하며 이드를 보는 것이 꼭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하라는 말을 하는 것과 같아 보였다. 그것은 주위의 모든 눈빛들이 바라는 것이기도 했다. 이드는 주위의 그런 눈빛에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 별로 숨길 일도 아니니.. 설명해줄께요.." 이드가 그렇게 말하며 무언가 말하려는 듯 보이자 샤벤더 백작이 자리에서 일어나 있는 몇몇 사람들과 이드에게 자리를 권했는데, 이드에게 대하는 모습에 식당 안으로 들어올 때와는 달리 상당히 정중해져 있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이드가 백작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타국의 백작이 아닌 자신의 조국 아나크렌의 백작 말이다. 더구나 비록 샤벤더 백작 자신과 같은 백작이라고는 하나 실제로는 현 황제와 아나크렌 권력의 핵심인물이라는 두 사람 이스트로 라 판타로스 공작과 궁정 대마법사인 아프르 콘 비스탄트 후작이 내비친 이드에 대한 거의 절대적이랄 수 있는 신뢰 덕에 주위의 귀족들은 이드의 권력을 거의 후작이나 공작과 같이 보고 있었다. 거기다 어떤 귀족의 앞에서도 항상 뻗뻗하기만한 기사단장들을 하급병사 다루듯 뺑뺑이 돌려버린 실력까지 말이다. "자, 자... 우선은 앉아서 이야기합시다. 기사단장도 앉으시고 이드 백작도 자리에 앉으시지요." 샤벤더 백작은 바이카라니와 이드에게 자리를 권하고는 식탁에 앉아있는 젊은 부관 한 명을 불러서는 즉시 본국으로 이드의 행방을 알리라는 명령을 내리고는 자신 역시 식탁의 한자리에 앉았다. 이드는 샤벤더 백작이 사람을 보내고 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는 주위에서 빨리 이야기하라는 듯이 무언의 압력을 가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한번씩 둘러보고는 아프르의 말에 따라 타로서의 옛 레어에 갔었던 일부터 시작해서 지금가지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요점만을 간추려 이야기 해주었다. "... 대충 그렇게 된 거죠. 더구나 몸도 좋은 상태가 아닌 이상 돌아간다고 해도 별다른 도움은 않될것 같아서요." 간단하게 이야기를 끝내며 뒷붙인 이드의 말에 바이카라니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래도 너무 하셨습니다. 가까운 마법사 길드라든가 용병길드를 통해 소식을 전해 주시면 좋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드는 그 말을 들으며 머리를 긁적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사실 이드는 아나크렌에 연락하는 일을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라일론에 도착하고 깨어난 순간부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통에 솔직히 아나크렌에 소식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난 또 일리나와 이쉬하일즈가 돌아가면 대충의 상황이 알려질 테고... 누가 눈치 챌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우리 일행들도 아무 말도 없던가요?"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세레니아를 떠올렸다. 자신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돌아왔을 세레니아... 아마 드래곤인 그녀라면 일리나의 설명과 그 공간에 남아있는 마나의 흔적 등으로 자신이 무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여기에 이드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지금도 이드의 팔목에 자리하고 있는 그 깨부숴 버리고 싶은 팔찌였다. 사실 그때 이드가 텔레포트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타로스를 끌고 돌아온 세레니아가 망연히 홀에 서있는 일리나의 이야기를 듣고 느낀 것은 거대한 공간이 뒤틀렸었다는 것 정도뿐이었다. 더구나 팔찌가 마나를 흡수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세레니아는 자신이 떠나기 전 느꼈었던 마나의 용량을 생각하고는 고개를 설래 설래 내저어 버렸다. 공간의 뒤틀림으로 텔레포트나 아니면 그 비슷한 공간이동을 한 듯 했지만 그 많은 마나의 양으로 어디로 날아갔을 지는 그녀 자신도 짐작조차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세레니아가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세레니아의 정체를 알고 있는 일리나는 잔뜩 풀이 죽어서는 황궁에 돌아와서도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드도 바이카라니로 부터 그 말을 전해 듣고 상당히 미안해했다. 일리나가 그렇게 까지 상심하리라고 생각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드는 자신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바이카라니를 보며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나하고 생각하고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잘못은 자신에게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대충 이드의 이야기가 마무리 지어져 갈 때였다. 찰칵하는 문여는 소리와 함께 방금 전 나갔었던 샤벤더의 부관이 들어섰다. "그래, 황궁에 소식을 전했나?" 샤벤더가 들어오긴 했지만 아직 문 앞에 서있는 그를 보며 물었다. "예, 마법사를 통해 전했습니다. 그런데..." "음?" 뒤에 작게 단서를 다는 그의 말에 식당내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 모든 시선을 받은 부관은 아직 자신과 마법사만이 알고 있는 사실을 전했다. "제가 통신을 끝내고 돌아서려는데 황궁으로 부터 다시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우프르 후작님과 몇몇 분께서 직접 이곳에 오신다고..." "뭐, 뭐라고?" 샤벤더 백작이 부관의 말에 놀란 듯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던 이드 역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성내로 마나가 크게 뒤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자신을 보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벌써 온 것 같은데요. 마중을 나가 야죠. 절 보러 온 사람들인데..." 이드가 그 말과 함께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샤벤더 백작과 바이카라니등도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이드의 뒤를 따랐다. 그들도 아나크렌의 귀족들이니 자신들 보다 높은 작위의 인물이 왔다는 말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이드의 일행, 그러니까 프로카스와 카리오스, 지아등이 뒤따랐다. 장내의 주요 인물들이 모두 빠져나가는데 자신들만 앉아 있는것이 어색한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는 목적이 다른 그들에게 같이 떠올라 있는 표정이 있었으니, 바로 아무도 그들의 도착을 알린 사람이 없는데 어찌 알았나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어제 그런 무위를 보여준, 거기다 기사단을 훈련시킨 이드의 실력을 생각해 본다면 허풍이라고 말하기도 뭐했다. 물론 이런 표정에서 제외되는 두 사람, 모든 일행들의 뒤에서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얼굴을 굳힌 채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차레브와 프로카스도 있지만 말이다. 그런 일행들을 이끌고서 방금 전 느꼈었던 익숙한 기운, 이드가 이곳 저곳을 다닐 때 직접 느꼈었던 세레니아의 기운이 느껴졌던 곳으로 발길을 옮기던 이드는 세레니아말고 또 누가 왔나 하는 생각에 걸음을 빨리 했다. 덕분에 얼마 가지 않아 성안에 딸려 있는 정원, 그러니까 저번 이드들이 도착한 그 정원으로 들어 설 수 있었다. 이드들이 들어선 정원은 처음 이드들이 도착할 때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잘 다듬어진 잔디와 그 무성한 수십수백장의 잎으로 태양 빛을 방어하며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내는 커다란 두 그루의 나무.... 그리고 정원을 따라 싸여진 50s를 조금 넘는 듯한 낮은 담장 아래로 심어진 화려한 꽃들, 처음 온 날은 바빠서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지만 상당히 편안한 느낌을 주는 정원이라고 생각하는 이드였다. 그렇게 잠시 정원을 돌던 이드의 시선이 정원의 중앙에 서있는 몇몇의 인형에가 멈추었다. 그리고 이어 이드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아프르와 세레니아를 위시한 그래이와 일란, 라인델프, 그리고 일리나를 붙들고 있는 하엘과 이쉬하일즈였다. 그리고 세레니아등도 이드를 발견했는지 이드의 이름을 부르며 이드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이드의 눈에 이상한 모습이 보였다. 몸이 좋지 않은 듯 하엘과 이쉬하일즈에게 부축을 받듯이 힘없이 서있던 일라나가 갑자기 어디서 힘이 났는지 자신을 붙잡고 있는 두 사람을 떨쳐내고는 거의 날듯이(정말로 날듯이) 이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런 갑작스런 일리나의 모습에 "어..어..." 거리며 어쩔 줄 몰라하던 이드는 그대로 일리나에게 안겨 버렸다. "이... 일리나.. 갑..." 그녀의 갑작스런 행동에 이드는 당황하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곧바로 포기해버렸다. 아니 이드의 물음이 곧바로 터져 버린 일리나의 울음소리에 묻혀 버린 것이었다. "흐..흑.... 이... 이드... 흑, 크큭... 이드.. 엉.. 엉......." 이드는 주위의 시선은 전혀 아랑곳 안는 태도로 가늘은 팔로 자신을 꽉 끌어안고는 가슴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울어대는 일리나의 모습에 한편으론 당황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자신 때문에 걱정했을 일리나의 모습에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흥분하는 듯한 그녀의 모습이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게 이드가 당황해 하는 사이 세레니아등이 이드에게 다가왔다. 제 목:[퍼옴/이드] - 137 - 관련자료:없음 [74670] 보낸이:엄민경 (실피르 ) 2001-07-06 13:26 조회:929 그리고 그런 그들의 얼굴에는 이드에 대한 반가움과 함께 안도감도 담겨 있었는데 그 안도감의 방향은 이드가 아니라 일리나를 향하고 있었는데 이드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드가 사라지고 난 후부터 일리나가 황궁의 방에서 나오지도 않았는데, 덕분에 건강도 많이 상하는 것 같아 일행들이 여간 걱정했던 게 아니란다. 드워프인 라인델프가 걱정되어 음식을 들고 그녀의 방을 찾아갔을 정도라면 설명이 되려나? 그러던 찬에 이드에 대한 소식이 전해졌으니... 일리나에 대한 걱정이 없어졌으니 안도감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역시... 니가 다치거나 잘못될 리가 없지.. 근데 잘 있으면 잘 있다고 연락이라도 해야 걱정하지 않을 것 아니냐." 어느새 이드의 바로 앞에까지 다가온 그래이가 웃는 얼굴로 이드의 어깨를 툭툭 치며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래이의 옆에서는 하엘이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듯이 방긋이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하엘의 옆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또 한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이쉬하일즈였다. 이쉬하일즈도 일리나 만큼은 아니었지만 타로스의 홀에서의 일이 자신 때문이라는 자책감에 꽤나 시달렸었다. 때문에 이드 때문에 누워버린 일리나를 제일 열심히 간호 한 건도 그녀였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여전히 자신의 가슴에서 울고있는 일리나의 등을 쓸어주던 이드는 괜찮다는 듯이 씨익 웃어주었다. 그리고 하엘과 세레니아들의 조금 뒤에 서서 흐뭇하게 웃고 있는 세 사람, 아니 두 사람과 한 드워프를 향해서도 조금 어색하게 웃어 주었다. "걱정 많이 하신 모양이네요..." 자신에 대한 걱정이 역력히 드러나는 일행들과 우프르의 모습에 상당한 미안함을 느낀 이드의 말이었지만 이어지는 우프르와 일란의 말에 이드는 머리를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것 아닌가... 폐하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라네. 그것 때문에 국무(國務)까지 늦어지고... 하여간 자네 때문에 피해 본 것이 많아..." "이렇게 멀쩡하면서 연락이라도 해주지 그랬나... 자네 때문에 얼마나 걱정 했는지 아나? 일리나 양만 봐도 알겠지?" 긁적긁적.... 저렇게 말하니...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일 수박에... "미처 생각을 못해서... 죄송해요." "쳇, 그게 죄송하다면 단줄 아냐?" 이드는 그래이의 툭쏘는 듯한 말에 피식 웃어 주고는 등을 쓸어 내려 준 덕인지 이제는 거의 울음소리가 잦아든 일리나를 다독이며 자신과 일리나 등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뒤에서는 카리오스와 샤벤더 백작을 비롯한 인물들이 이드와 여전히 이드의 품에 안겨있는 일리나를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물론 그렇지 않고 자신들의 마이 페이스를 지키는 두 사람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마침 이드가 자신들을 돌아본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지아의 입가로 장난스런 미소가 감돌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말은 그녀의 입술에 매달려 있던 미소와 아주 많이 닮은 녀석이었다. "호~~ 이드, 너 능력 좋은데... 자존심 쌔다 는 엘프를... 거기다 너는 보크로 씨하고는 달리 잡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말이야." "하하... 글쎄 말이야... 보크로 씨가 보면 어떻게 한 건인지 배우려 하겠구먼..." 칸이 지아의 말에 맞장구 치듯이 말하는 말을 들으며 이드는 그들을 불러 세레니아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몇몇 일행들의 소개를 끝낼 즈음 일리나가 완전히 울음을 그치고 이드를 놓아주어 카리오스들에게 일리나를 소개 할 수 있었지만 일리나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일리나가 이드의 가슴에서 얼굴을 때자 마자 이드의 등뒤로 숨어 버린 덕이었다. 한참 울었기 때문에 얼굴을 보이기가 그렇다는 이유로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말에 뭐하고 한 사람은 없었다. 이드의 어깨 너머로 말하는 그녀의 눈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양측의 소개가 대충 끝나가자 우프르 후작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샤벤더 백작이 일행들을 이끌었다. "자,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서 하시지요. 아직 이른 시간이라 식사 전 이신 것 같은데..." 일행들을 정원의 입구 쪽으로 안내하며 말하는 백작의 말에 우프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허기사 여기 이드 백작의 소식으로 급히 달려 오는 통에 식사전이니 백작의 말대로 해야겠오이다. 거기다... 식사를 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 하는 사람도 있으니..." 우프르가 그렇게 말하며 슬쩍 자신의 옆에서 그 짧은 다리를 움직이고있는 라인델프와 그래이를 바라보았으나 밥이란 말에 정신이 팔려 해죽거리는 한 사람과 한 드워프는 그의 시선을 눈치 채지 못했다. 물론 주위의 몇몇 인물들을 그 모습에 피식하고 웃음을 뛰었지만 말이다. 정원으로 올 때와는 달리 샤벤더 백작이 일행들을 이끌고 성안으로 안내해 들어갔다. 백작은 성안으로 들어서며 문 앞에 서 갑자기 늘어나 버린 일행들을 의아한 듯이 바라보고 있는 집사에게 아직 식탁에 놓여 손대 대지 않은 음식들을 다시 덥혀 줄 것과 새로운 일행들의 식사 준비와 일행의 수에 맞는 술잔을 부탁하고는 일행들을 식당으로 안내했다. 원래는 접대실로 안내한 후 식당으로 옮겨야 겠지만, 우프르등이 곧바로 식당으로 가겠다고 하는 말에 식당으로 안내한 것이었다. 식당으로 들어선 샤벤더는 식탁의 상석을 우프르에게 권하고는 이드의 옆자리 즉, 일리나의 자리를 비워둔 채 일행들에게 자리를 권했다. 일리나는 얼굴을 앃어야 겠다며 성에 있는 하녀를 따라 갔기 때문에 일부러 그녀의 자리를 비워둔 것이었다. 그리고 이드의 옆 자리를 그녀의 자리로 비워둔 것은 정원에서의 그녀의 반응이 상당히 작용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말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인 듯 백작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이드의 옆자리에 앉으려 하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이드의 다른 한쪽의 자리는 그래이가 차지하고 앉았지만 말이다. 잠시 후 얼굴을 깨끗이 정리한 일리나가 얼굴을 발그스름하게 붉히며 식당안으로 들어섰다. 자신이 생각해도 정원에서 자신이 했던 반응이 조금 격했다고 생각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집사가 세 명의 하녀들이 들어섰는데 두 명의 하녀는 각각 은색의 쟁반에 크리스탈인지 유리인지 투명한 컵을 받치고 들어섰고 뒤에 따르는 하녀는 얼음을 채운 작은 통에 술병을 담고서 들어섰다. 백작은 그들이 들어서는 모습을 보며 처음 이드와 함께 들어설 때 가져와 얼음 통 안에 넣어 놓았던 부오데오카를 들어 집사에게 건네었다. "어제 전투 때문에 준비한 녀석인데... 준비 잘한 것 같군요. 집사." "네." 샤벤더 백작의 말에 집사와 시녀가 식탁 주위를 돌며 우프르와 일란등에게 부오데오카를 한잔씩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쭉 돌리던 순번이 이쉬하일즈에게 이르자 집사는 손에 들고 있던 부오데오카를 얼음 통을 들고 있는 시녀에게 맞기고 얼음 통에 들어있는 꽤나 아름답게 장식된 병을 들어 잔에 부어 이쉬하일즈에게 건네었다. 그 잔에는 발그스름한, 마치 사랑을 하는 여자아이의 발그스름한 볼과 같은 색의 액체가 담겨 있었는데 아주 향긋한 과일향이 흘러 나왔다. 이쉬하일즈는 자신의 차레가 되어서는 술병을 바꾸는 것을 보고 얼굴을 조금 찡그렸으나 곳 자신의 앞에 놓이는 액체의 빛깔과 향긋한 향기에 금새 얼굴에 웃음을 뛰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집사가 인상좋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깊은 산에서 나는 밀로라는 과일로 담은 순한 술로 밀로이나 라고 합니다. 색깔과 향이 아주 뛰어나죠. 저 부오데오카는 아가씨께서 마시기에는 너무 독한 술이거든요." 집사의 말에 이쉬하일즈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로서도 빛까과 향이 아주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네, 아주 향이 좋아요. 이름도 이쁘고..." 이쉬 하일즈의 말에 자신의 생각대로 밀로이나를 가지고 왔던 집사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그녀의 옆에 있는 일리나와 이드의 앞에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부오데오카를 빼들려 하자 이드와 일리나 둘다 고개를 내저으며 밀로이나를 청했다. 그런 둘의 모습에 집사가 왜 그러냐는 듯이 바라보자 둘다 간단하게 대답했다. "저는 강한 술은 별로... 술이 약하거든요..." "저도 강한 것보다는 부드러운게... 더구나 밀로의 향이 너무 달콤 한것 같아서요." 이드와 일리나의 말에 집사의 입가에 상당히 만족스러운 미소를 뛰어 올리며 들고 있던 술병을 시녀에게 건내며 밀로이나 술병을 들어 올렸다. "그럴 겁니다. 3년전에 최고 품질의 밀로만을 골라 담은 것입니다. 더구나 삼년간 알맞게 숙성된 것이라 더욱 그렇죠." 집사는 3년 전 자신이 담근 술을 칭찬하는 둘에게 그렇게 대답해 주었다. 이어 아직 강한 술을 마시기에는 어린 나이인 카리오스와 하엘, 그리고 세레니아에게도 밀로이나를 한잔씩 건넨 후 두 가지 술병을 둔채 하녀들과 함께 식당 밖으로 나섰다. "그럼, 식사가 준비되는데로 가져 오도록 하겠습니다." "음, 부탁하네." 샤벤더 백작은 고개를 숙이며 나가는 집사를 한번 바라봐 주고는 상석에 앉아 있는 우프르에게 잔을 들기를 권했다. "드시지요, 후작님. 제가 보관중인 최고의 세 병의 보물중에 하나입니다." "호~ 자네가 보물이라 칭할 정도라면 굉장한 모양이군." 우프르의 말에 샤벤더 백작이 자신있다는 듯이 얼굴가득 미소를 뛰어 올렸다. "물론입니다. 부오데오카... 120년의 굉장한 녀석이지요." "호~~~ 120년 이라.. 과연, 백작이 보물이랄 만하군. 이런 건 궁에서도 구하기가 어려운 것인데...어디... " 그렇게 우프르를 시작으로 일행들은 각자의 앞에 놓여진 잔을 들어 맞을 보며 이야기가 시작되었는데 거의 이드의 이야기였기에 우프르와 세레니아등의 아나크렌에서 지금막 달려온 일행들만이 귀를 기울일뿐,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흘려 들으며 자신의 잔만을 홀짝일 뿐이었다. 특히, 지아와 모리라스, 그리고 칸등의 용병들은 자신들이 몇차레에 걸친 일을 처리 하고서도 맛볼수 없는 귀한 술에 무아지경에 들어서 거의 황송하다는 듯이 아끼고 아껴가며 입술과 혓 바닥을 촉촉히 적실 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아끼고 아껴가며 먹던 부오데오카가 바닥을 들어 낼즈음 이드의 그간의 사정 이야기도 끝을 맺고 있었다. ".... 그래서 여기에 있는 거죠. 하여간 연락하지 못한 건 정말 죄송해요." 그러자 이드의 말을 들은 우프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자네 생각도 맞는 것 같고... 그리고 솔직히 연락하지 않은 것에 대해 자네가 사과 해야 되는 쪽은 여기 일리나양과 이쉬하일즈 양이지. 자네 때문에 제일 걱정한 사람이 저 두 아가씨니까 말일세..." 이드는 우프르의 말에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그렇게 잠시 머리를 긁적이던 이드가 입을 열어 우프르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참, 황궁에는 별일 없죠? 크... 아니, 황제폐하는 잘 지내시는지요." "허~ 아까도 말하지 않았던가... 자네 덕분에 국무까지 밀어 놓으셨다고... 아, 그리고 폐하보다 더 난리를 피우신 분이 게시네...." "네? 난리...... 라니요?" 이드는 우프르의 말에 퍼뜩 황실에서 난리를 피울 사람이 누가 있는가 하는 생각에 되물은 말이었다. "쯧, 쯧... 시르피 공주님 말일세... 자네가 사라지고 나서 폐하께 찾아와 찾아내라고 떼를 쓰시는 바람에... 후~~ 그거 고생하 것 생각하니, 지금도 한숨이 나오는 구만. 다행이도 이쉬하일즈양의 일행이 마침 궁에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찮았으면... 공주님 등살에 병사들을 푸는 일이 생겼을 지도 모르지." "하하하....^^;;" 우프르의 말에 이드가 조금 난처한듯이 웃어 버렸다. 그 모습에 우프르가 쯧, 쯧 거리며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허, 자네 잘도 웃음이 나오겠구먼... 나중에 궁에 돌아가서 공주님 심술을 어찌 감당하려고.... 사뭇 기대 되는 구만." 우프르의 말에 밀로이나를 마시려던 이드의 몸이 순식간에 뻗뻗하게 굳어 버렸다. 아나크렌에서 소일거리로 그녀를 돌보며 그녀의 고집이 어떻다는 것을 아는 이드로서는 순간 굳을 수밖에는 없는 일이었다. 한번이긴 하지만 시르피의 장난에 알몸에 강기만을 걸치고 식당을 찾아가는 상황까지 가지 않았던가 말이다. 그런 이드의 모습에 옆에 있던 그래이가 이드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부오데오카의 강한 술향이 남아 있는 입을 열었다. "쯧, 쯧.... 잘~~~ 해봐라... 공주님이 벼르고 계시던데..." 이드는 그래이의 말을 들으며 손에 들고 있는 밀로이나를 확 뿌려 버리고 싶은 충동을 눌러 참고는 하~~ 하는 작은 함숨과 함게 고개를 숙여 버렸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간단하게 연락이라도 하는 건데... 나도 속타 한 적이 있으면서...하~~~ 진짜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더니...' 이드는 그렇게 때늦은 후회를 하고는 손에 들고 있던 밀로이나를 한번에 쭉 들이켜 버렸다. 139 그렇게 밀로이나를 한번에 들이켜 버린 이드는 잔을 내려놓으며 자신을 향해 사악하게 미소짓는 시르피의 모습을 생각해보고는 눈썹을 찌푸렸다. 물론 그 와중에도 옆에서 그래이의 속닥거리는 복장긁는 소리가 계속되었지만 시르피에 대한 일을 생각중이 이드에게는 전혀 들리지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 하엘과 이쉬하일즈가 정말 않됐다는 듯이 바라보자 토레스옆에 앉아 있던 카리오스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이드형 너무 심각한 거 아니예요? 설마.... 진짜 그 시르피라는 공주님이 무서워서 그러는건 아니겠죠?" 하지만 어느새 잔뜩 화가난 표정을 짓고있는 모습으로 변한 시르피의 모습을 머릿속에 담고 있는 이드에게는 전혀 들려오지 않는 목소리였다. 더구나 귓가에서 앵앵대는 그래이의 목소리까지 카리오스의 목소리를 방해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모습에 카리오스가 다시 이드를 불렀지만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그 모습에 카리오스와 가까이 앉아있던 일란이 싱긋이 웃으며 카리오스에게 말했다. "카리오스라고 했던가?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이드가 황궁에 머물 때 공주님을 얼마간 돌보아 준적이있는데... 그때 이드가 공주님께 이리저리 끌려 다녔다네. 게다가 공주님의 고집을 꺽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게 낳을 정도지... 하여간 말보다는 직접 보는게 나을 거야. 그리고 난 후 라면 자네도 저러면 저랬지 이드보다 침착하진 못 할거야... 하하." 카리오스는 그 말에 몇일 전 이드와 시장에서 보았던 레토렛, 푸라하등의 페거리들을 생각해 보았다. '설마 그 놈들 보다 더 할려구....' 그렇게 설마라는 말로 단순히 일란의 말을 넘겨 버린 카리오스는 다시 이드를 보고는 이해 가 안간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하기야 사람은 누구나 직접 당해 보지 않으면 그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니 말이다. 그리고 한~ 참 속으로 끙끙거리던 이드는 곳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시르피의 생각을 털어 벌렸다. '괜히 그런거 지금 생각해서 뭐하겠어... 해결 될 것도 아니고.... 정 귀찮을 것 같으면 황궁에 가지 않으면 간단한 일이잖아.' 이드는 시르피에 대한 대책을 간단하게 일축해 버리고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때쯤 식당의 문에서 똑똑하는 소리와 함께 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작님, 식사가 준비 되었습니다. 들여가도 될런지요?" "아, 어서 들여오게. 후작님 이제야 식사가 준비된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 말과 함께 열심히 이드의 귀에다 대고 떠들어대던 이드의 중얼거림이 뚝 끊어지더니 거의 본능에 가까운 동작으로 식당의 문으로 고개를 돌려 벌렸다. 그리고 그것은 라인델프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두 사람의 열렬한 눈빛 속에 식당의 문이 열리며 집사를 선두로 여러명의 시녀들이 작은 손수레를 끌고 식당 안으로 들어서 우프르를 시작으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가져온 요리들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요리들이 이드아 일리나에게 이르자 한 시녀가 방긋이 웃으며 일리나 앞에 파릇파릇한 색이 비치는 유백색의 스프와 싱싱한 야채와 작게 썰어져 있는 과일이 적절히 썩여 개끗하게 드레싱된 미키앙이라는 요리를 내려놓았다. "엘프분을 위해 주방장님께서 요리하신 것입니다. 맛있게 드십십시요." 일리나는 그 말에 마주 생긋 웃으며 말했다. "네, 잘먹을께요." 그리고 이휘하일즈를 끝으로 모든 사람앞에 요리들이 놓이자 우프르가 포크와 나이프를 들며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이 제일 작위가 높기 때문에 자신이 머저음식들 을어야 하는 것이었다. "자, 상당히 늦은 아침이지만 식사들 하세나. 나머지 이야기는 식후에 하기로 하고 말이야." "예." "그럼, 잘먹겠습니다." 잠시 후 걱정거리가 모두 해소된 덕에 편안한 식사를 끝마친 우프르와 이드들은 자리를 옮겨 커다란 창문이 달려 햇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넓은 잡대실에 자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일행들의 앞으로 한잔씩의 찻잔이 내려져 있었다. "그럼, 이번 그리프 베어 돌이라는 소녀도 이드가 처리했다는 말인데... 하하, 이거 아나크렌에서의 큰일은 자네가 다 처리 하는구만..." 우프르의 말에 샤벤더 백작이 기분좋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저희들이 밀린 것은 많은 소드 마스터들 때문도 있었지만 거의가 그 소녀 때문이었는데, 이렇게 해결되었으니 이제는 밀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어제 그 소녀가 도망치고 나서부터는 아주 속이다 시원합니다. 하하하하하..." 그런 백작의 말에 그래이가 한마디 거들었다. "완전히 해결사 구만." 하지만 이드는 그런 그래이의 말을 완전히 무시 해버리고는 우프르를 향해 물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어쩌실 생각이세요? 라일론은 아직이지만 아나크렌은 이미 카논과 전쟁 중이잖아요." 그 말에 우프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얼굴가득 의미심장한 미소를 뛰었다. "걱정말게 다 방법이 있다네..." "에? 하지만 몇일 전만 해도 방법이 없다고... 이곳에 오기전에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들었는데요." 이드가 의아한 듯한 물음에 우프르는 샤벤더 백작과 차레브 공작을 한번 쓱윽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어려운 상황이었지. 하지만 그 어려운 상황을 어제 자네가 해결 했지 않은가." 이드는 우프르의 말에 고개를 갸웃 하다가 어제 자신이 한일이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모르카나?..........." 140 그러자 그런 이드의 작은 중얼거림에 우프르가 확인이라도 해주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네, 그리프 베어 돌, 자네가 모르카나라고 부르는 그 소녀 때문에 일이 풀리지 않고 있었지. 하지만 자네 덕분에 그 커다란 장애물이 사라졌으니... 이제 슬슬 계획했던 대로 일을 진행시킬 생각이네..." 이드는 우프르의 말에 얼굴 가득 의아함을 떠 올리고는 그 계획에 무엇이냐고 묻는 듯한 표정으로 우프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눈빛을 받은 우프르가 슬그먼히 눈길을 돌려 지아와 모리라스, 토레스 등을 눈짓해 보였다. 아마도 보안을 염려 하는 듯한 눈길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작전의 제일이 보안인데 그것을 위한 첫째가 아는 사람을 최소로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번재가 신분이 확실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그 작전이라는 것에 대해 모르는 사람중에 이드를 제하고는 모두 지금까지 일면식도 없었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중 두명을 제하고는 모두 용병처럼 보이기도 했기 때문에 제국의 후작이나 되는 사람이 신경쓰이지 않을 리가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는 일의 특성상 많은 사람을 접해본 지아와 모리라스등의 용병들이 제일먼저 느낄 수 있었기에 지아가 슬쩍 자리에서 일어서며 모리라스등의 용병들과 토레스와 카리오스를 향해 눈짓을 해보였다. "자, 자, 그만 일어나요. 괜히 심각한 이야기 들으면서 얼굴 찡그리고 있으면 주름살만 늘어나니까 밖으로 나가자구요." "그러지... 그렇지 않아도 한 자리에 가만히 않아 있으려니 뻐근했는데, 나가서 몸이나 좀 풀어야 겠어..." 지아의 말에 라일이 몸을 이으키며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고 그 뒤를 이어 나머지 두 용병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눈치가 빠른 사람이 있으면 좀 둔한 사람도 있는 법. 거기다 그 둔한 사람이 다른 것에 정신이 가있는 상태라면... 바로 토레스가 그 경우였다. 카리오스는 어린나이 답게 지루한 이야기에서 탈출한다는 생각으로 빠르게 몸을 일으켰지만, 어느정도 나이가 있고 아버지인 레크널 백작에게 어느정도 교육을 받은 토레스는 카논과의 전쟁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지아의 눈짓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런 토레스의 모습에 지아가 다시한번 노려 보았지만 시선조차 돌리지 않는 토레스, 이어서 칸이 토레스의 발을 툭툭차는 모습을 보며 이드가 말을 이었다. "신경쓰시지 않아도 될것 같은데요. 모두 믿을 수 있는 사람들 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그 계획시 시작되면 모두 알게 될것 아닙니까. 그리고 제가 데려온 사람중에 어디 비밀지키지 않는 사람 보신적 있어요?" 이드가 그렇게 말하자 우프르가 웃하고 슬쩍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서 있는 일행들을 향해 앉으라는 듯한 손짓을 했다. "미안하구만, 하지만 워낙 비밀인지라.... 자, 자리에 앉지들..." 우프르가 그렇게 말하자 일어서 있던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제일 먼저 나가자고 자리에서 일어섰던 지아는 그냥 앉기가 어색했던지 앉으면서 한 소리를 했다. "괜히 심각한 이야기 들으면 주름살 느는데..." 이드는 작게 중얼 거리는 지아의 목소리에 작게 미소지어 보이고는 우프르를 바라보았다. 방안에 들을 사람 못들을 사람 구분 없으니 말해달란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표정에 우프르가 대답이라도 하듯이 먼저 차레브 공작을 가리켰다. "계획은 간단해, 우선 자네도 차레브 공작님은 알겠지?" "당연하죠. 어제도 봤었고, 지금 라일론에 있는 바하잔 공작님께도 들었고요." 이드의 말에 우프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자네도 그 두분이 어디 사람인지는 알겠지? 바로 카논 제국의 공작 분이시지." 이드는 우프르의 말에 물끄러미 우르프를 바라보기만 했다. 이 자리에 지금 까지 우프르가 말한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훗, 잘듣게, 자네도 알겠지만 이번 전쟁에서 제일 마지막에 있는 적은 카논 제국이 아니네, 자네가 말한 그 혼돈의 파편이라는 존재들과 궁정 대마법사라는 게르만이라는 자지. 그리고 더 따지고 들자면 카논의 적도 우리들이 아니란 혼돈의 파편들과 게르만이라는 자라고 할 수있지. 단지 카논 제국의 사람들이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지만 말이야." 이드는 여기까지 듣고도 우프르를 물끄러미 바라 볼 뿐이었다. 아직까지 우프르가 무었을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게 문제 잖습니까. 카논에서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거... 그것만 해결 된다면 카논과의 전쟁도 필요 없겠죠." "그렇지. 자네 말대로 그게 문제지. 그런데 생각해 보게, 만약 그 문제가 해결 된다면?" 해결된다면? 이드는 우프르의 그런 말에 눈을 반짝였다. 그것은 주위의 다른 일행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만약 해결된다면, 라일론과 아나크렌, 그리고 카논은 서로 아무런 득도 없는 전쟁을 치르지 않아도 될 것이고 그 혼돈의 파편이라는 존재들과 게르만이라는 마법사를 상대하는 것도 편해 질 것이다. 이드는 문득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방금 전 우프르가 제일 처음에 꺼냈던 말을 떠올렸다. 차레브와 바하잔, 지금 대치하고 있는 카논 제국에 단 세 명 존재한다는 공작 중 두 명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이드의 입이 저절로 열렸다. "과연... 카논 제국의 두분 공작님께서 나서셔서 혼돈의 파편들의 존재와 몇 가지 카논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씀하신다면 더 이상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병사들이나 기사들과 싸우지 않아도 되겠군요." "그렇지." "괜히 깊히 생각할 문제가 아니잖아..." 방금 전 까지 고개를 갸웃거리던 지아와 토레스등이 곧바로 이어진 이드의 말에 얼굴을 활짝 펴면서 말했다. 하지만 이드의 생각은 달랐다. 물론 우프르의 말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말이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생각은 곧바로 입으로 나왔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되지 않을 텐데요." 그러자 이드의 말에 활짝 펴졌던 몇몇의 얼굴이 다시 굳어지며 우프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맞아, 쉽지 않은 일이지." 141 "에?" "그게 무슨..." 이드의 말에 당연하다는 듯이 맞장구 치는 아프르의 말에 아프르의 대답을 기대하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구겨졌다. 일행들이 생각하기에 그가 먼저 말을 꺼냈으니 무언가 생각이 있겠거니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드의 말에도 뭔가 대책이 있나하고 귀를 기울였는데... 들려온 대답은 기대하는 사람들을 놀리는 것과도 같은 것이라니 말이다. 하지만 아프르는 그런 좌중의 반응에 상당히 만족이라도 하는 듯, 피식 웃어 버리고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말을 하는 발언자의 비중과 증거물을 보인다면 말이야." 아프르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한번 좌중을 돌아보고는 다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방금 전 까지 구겨져 있던 좌중의 얼굴이 활짝 펴져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드역시 아프르의 말에 펴졌다 구겨졌다 하는 좌중을 빙 둘러보고는 눈길을 돌려 여전히 굳어 있는 차레브 공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 바라보던 이드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제국의 공작, 그것도 두 명이 나서는 것이라면 그 비중은 황제와도 맞먹는다 할 수 있다. 거기다 제국내에 머물러 있는 프라하 공작까지 나서게 된다면 그것은 황제의 비중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던 이드에게도 한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방금 전 아프르가 말한 증거물이었다. "확실히... 두 분 공작께서 나서신다면 그 비중이라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죠. 그런데 방금 말하신 증거물은요? 제 생각엔 그들을 설득할 증거물이라는 게 카논, 아니 게르만이라는 마법사가 만들어놓은 소드 마스터들을 말하는 것 같은데... 저번에 아프르가 말하기로는 그들 소드 마스터의 시술을 받은 사람들은 강력한 암시와 최면마법에 걸려 있다고, 그래서 자신들이 시술 받은 소드 마스터의 마법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인다고요." 그러자 이번 이드의 말에 좌중의 얼굴이 다시 구겨졌다. 물론 아프르와 같이 왔던 세레니아와 일란들, 그리고 계속해서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두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물론 그렇게 말을 했지. 하지만 모두 그런 마법에 걸린 건 아니지... 그런 마법에 걸려 있는 건 소드 마스터의 시술을 받은 기사들 뿐, 일반 병사들과 지휘자들, 그리고 귀족들은 아니지. 그리고 소드 마스터들도 암시와 최면에 걸려 있긴 하지만 확실한 증거를 보인다면 믿지 않을 수 없게 되지." 이드는 다시 얼굴이 풀리는 좌중의 모습을 보고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자신과 우프르의 말에 따라 찡그렸다 펴졌다 하는 좌중의 모습이 어찌보면 상당히 웃기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확실한 증거라... 어떻게요?" "하하... 이번 일도 자네와 연관되어 있지. 자네도 알고 있겠지? 처음 소드 마스터들이 대량으로 모습을 보였을 때 자네가 잡아온 세 명의 소드 마스터시술을 받은 사람들..." 거기까지 들은 이드는 아! 하는 탄성을 발했다. 이미 소드 마스터의 시술을 받았던 사람들, 그런 사람들만큼 확실한 증거는 없을 것이다. 이어 아프르의 눈짓을 받은 일란이 말을 이었다. "자네가 잡아온 세 명의 소드 마스터들은 자네가 실종되고 나서도 계속해서 그들에게 걸려있는 마법을 연구했다네. 그리고 얼마지 않아 그들에게 걸려 있는 암시와 최면의 마법을 풀 수 있었지. 그리고 그 후부터는 그들의 협조와 여기 세레니아양의 조언으로 빠른 속도로 그들의 몸에 형성되어 있는 마법진을 해제 할 수 있었지. 다행이 그들이 시술 받은지 한 달이 되기 직전에 해제할 수 있어서 1년만 요양한다면 예전의 몸 상태를 회복할 수 있을 거야. 우리말은 바로 그들을 증거로 내세우자는 거라네, 그들도 우리의 말에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고... 더구나 적군에 마법을 아는자가 있다면 시술 받은 기사들의 마법진에서 암시와 최면 마법을 찾아 낼수 있을거고, 그렇게 된다면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게 되는거지." 이드는 거기까지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확실하고 간단한 방법이라는 생각이었다. 또한 피해를 서로간의 피해를 극소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카논, 라일론, 아나크렌 이 세 제국의 힘으로 최대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혼돈의 파편을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물론, 피해를 최소로 하기 위해 세 제국의 병력 중, 정예중의 정예만을 뽑아야 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드의 생각이 거기까지 이어질 때 가만히 듣고 있던 토레스가 의문을 표했다. "그런데... 제국의 마법사가 이번 일에 관여해 있다면, 그들이 소드 마스터들에게 걸려 있는 마법에 대해 똑바로 말해 줄까요?" 토레스의 물음에 일란이 고개를 흔들며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아니네, 전장에 있는 마법사가 모두 황궁, 그러니까 게르만이라는 자의 수하는 아닐테니까. 더구나 두분 공작님의 말씀도 있고 증거물까지 내세우는데, 어린아이 정도로만 머리를 쓸 줄 알아도 황궁에서 나온 마법사를 상대로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리진 않겠지." 그러자 일란의 말에 토레스가 멋적은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은 생각없이 물은 말이었는데 듣고 보니 어린아이도 생각할 만한 문제이지 않은가 말이다. 한순간이지만 자신이 조금 한심해 보이기도 하는 토레스였다. 하지만 아프르와 일란의 말에 대한 생각으로 토레스의 말에 대해 신경쓰는 사람은 없었다. 뭐, 토레스로서는 웃음거리가 되지 않은게 다행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대충 아프르와 일란의 말을 정리한 사람들 중 라일이 상대가 상대인지라 조금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럼... 그 작전은 언제쯤..." 순간 라일의 말에 아프르와 일란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뛰어지며 이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언제든 가능하네... 최대의 문제점을 어제 이드가 해결해 주었거든, 그러니 언제든지 말이야." 142 순간 라일의 말에 아프르와 일란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뛰어지며 이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언제든 가능하네... 최대의 문제점을 어제 이드가 해결해 주었거든, 그러니 언제든지 말이야." "지금, 이곳에 있는 카논의 기사와 병사들... 그리고 모든 국민들은 들어라..." 웅성웅성... 와글와글..... 이드는 자신의 앞에서 목소리에 한가득 마나를 담아 외치는 차레브 공작을 바라보고는 다시 전방에서 이리저리 출렁이는 인해(人海)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뒤로 우프르를 비롯한 세레니아와 일리나등이 서있는 이곳은 3일전 주위의 지형도를 다시 꾸며야 할정도의 거대한 전투가 있었던 바로 곳, 바로 아나크렌과 카논이 불과 1000m의 거리를 격하고 대치하고 있 지역이었다. 더구나 이드들은 그런 격전지의 아나크렌 진영을 벋어나 정확히 양 진영의 중앙부분에 위치하고 있었다. 사실 이드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어제 우프르가 말했던 계획 때문이었다. 카논의 공작인 차레브와 바하잔을 내세운다는 계획, 그리고 그 계획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그리프 베어 돌인 모르카나가 사라진 상황이었기에 서로간의 희생을 최소로 줄이자는 차레브와 우프르의 의견에 따라 바로 다음날인 오늘 이렇게 이자리에 서게 된것이었다. 본래 어떤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사전조사등이 철저히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이드들이 하고 있는 일은 그 일의 성공시 뒤따를 엄청난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게 거의 극단적이랄 만큼 아무런 준비도 갖추지 않았고 필요로 하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이번 계획이란 것이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더 이상 준비하고 자시고 할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성공을 하면 잘된 일이요. 실패한다 해도 카논측에서 병력을 증강하지 않는 이상은 별다른 준비가 필요치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당당히 나선 일행들과 자신들을 향해 마법이라도 사용한 듯 한 엄청난 성량으로 외치는 남자를 본 카논의 진영에서는 곧 웅성거림이 들려왔고 이어 병사들이 터주는 길을 따라 병사들 앞에 서는 세 명의 사람들과 기사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카논측을 살피던 이드의 눈이 저절로 그들을 향해 돌아갔다. 자신들의 뒤쪽에 기사를 세운 세 명은 우선 가장 우측에 서있는 사람은 평민들의 평상복과 같은 간단한 옷을 걸친 남자였는데 척 보면, 아! 남자답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외모와 분위기를 지닌 장년이었는데 나이는 대략 이십대 후반정도로 보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옆에 서있는 사람은 상당한 나이를 자랑하는 노년의 인물이었는데, 새하얀 서리가 내려 앉은 듯한 새햐얀 머리와 얼굴가득 훈장을 드리운 주름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꽃꽃히 허리를 세운 그의 모습은 자신이 아직 늙지 않았다고 말하는 듯 했고 그런 그의 분위기 탓인지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그렇게 늙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옆에 서있는 마지막 한 사람, 길다란 붉은 머리를 목 부분에서 아무렇게나 질끈 묶어 놓고, 머리색깔과 같은 색으로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반짝이는 붉은 눈동자로 이드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눈이 위치해 있는 얼굴은 상당히 부드럽고 완곡한 곡선을 이루고 있어기 때문에 그 얼굴에서는 단아하면서도 야성적이 이중성을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및으로 위치해 있는 길다랗고 하이얀 목과 당당한 어깨 그리고 볼록하고 완만하게 솟아 올라 있는 가슴... 가슴? "가...슴?" 순간 이드는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었기에 그 말이 저절로 입으로 흘러 나왔고, 갑작스런 이드의 말에 전방을 주시하던 일행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드에게로 돌아갔다. 가만히 전방의 카논측 진영을 바라보던 녀석이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가슴이라는 말을 하니 궁금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런 의문은 지아의 입을 통해 바로 밖으로 흘러 나왔다. "갑자기 무슨 말이야? 가슴이라니.... 뭐, 가슴달린 남자라도 있니?" 순간 지아에게서 나온 우습지도 않은 농담에 일행들의 시선이 잠시 지아를 향해 돌아갔지만 이드는 그런 건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전방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게 아니구요. 저기, 남자처럼 꾸미고 다니는 여자... 귀족인지 기사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런 여자가 있어서..." "남자... 처럼 꾸미고 다니는 여자?" 이드의 말에 일행들의 이드의 시선을 따라 전방으로 돌려 졌다. 500m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지만 그정도 떨어져 있는 사람의 모습을 정확하게 볼 정도의 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일행 중에 그런 상황에 속하는 사람은 샤벤더 백작과 카리오스, 두 사람뿐... 나머지는 모두 소드 마스터의 실력에 검을 사용하며 다져진 안력덕에 별다른 무리없이 바라볼 수 있었고 곧바로 이드의 말을 확인한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일행 중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는 인물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차레브 공작이었다. "저 아이가... 왜....?" 이드는 본지 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항상 철벽의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던 차레브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말하는 걸 들으며 그 남자같은 여자와 차레브 공작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저기... 아시는 여... 레이디 이신가요?" 이드는 여자라고 말하려다 그래도 차레브 공작이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급히 레이디라는 말로 바꾸어 물었다. 하지만 이드는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단지 어느새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 상대를 굳혀 버리는 말투의 짧은 대답 뿐이었다. "음... 그건 좀 있다가 설명해주지. 우선은 이일이 먼저다." 이드는 마치 고문을 해도 말을 안겠다는 태도로 대답하고는 미처 머라고 말할 순간도 주지 않고 다시 외치는 차레브의 목소리를 들으며 어느새 웅성거림이 잦아져 조용해진 카논 진영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본인의 이름은 카르티오 나우 차레브, 영광스런 카논 제국의 삼대 공작중의 한 사람이다.!!" 143 "음... 그건 좀 있다가 설명해주지. 우선은 이일이 먼저다." 이드는 마치 고문을 해도 말을 안겠다는 태도로 대답하고는 미처 머라고 말할 순간도 주지 않고 다시 외치는 차레브의 목소리를 들으며 어느새 웅성거림이 잦아져 조용해진 카논 진영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본인의 이름은 카르티오 나우 차레브, 영광스런 카논 제국의 삼대 공작중의 한 사람이다.!!" 마나를 가득담은 차레브의 목소리는 처음의 외침보다 더욱 커다란 것이었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의 귓속 고막을 쩌렁쩌렁이 떨어 울렸다. 덕분에 순간적이나마 전장의 주위로 쥐죽은 듯한 적막이 찾아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잠깐의 거의 숨 몇 번 들이쉴 정도의 적막이 지나고 나자 카논의 진영이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술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처음 카논진영의 술렁임을 진압했던 세 명의 지휘관들과 그들의 뒤에 서있던 기사들도 예외일 수 없었다. 특히 그 세 명의 지휘관들 중 이드의 눈에 뛰는 인물이 있었는데, 바로 남자같은 차림의 여자였다. 그녀는 차레브의 외침과 함께 고개를 돌려 차레브를 바라보았고 곧 그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적잔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 비록 소드 마스터에든 검사에게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않는 500m 라지만 잠시 잠깐 바로본 것만으로도 차레브를 알아 본 것으로 보아 차레브와 상당한 안면이 있는 것 같았다. 더구나 차레브또 한 그녀를 아는 듯한 반응이었으니까 말이다. 더구나 카논의 지휘자들로 보이는 세 명중에 끼어 있다는 것은 그녀의 직위가 상당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했기 때문에 이드로서는 더욱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 딸 아니야?' 이드는 순간 자신이 떠올린 생각에 내심 고소를 머금었다. 순간 떠올린 생각이긴 하지만 딸이라고 연관 지어보니 딱! 하는 느낌으로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더구나 겉모습 이지만 저 차레브의 딱딱함을 닮은 듯한 분위기의 여자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농담이 전혀 먹혀들 것 같지 않은 차레브의 분위기에 말을 꺼내 볼 생각도 하지 못하는 이드였다. 그리고 이드가 그렇게 생각하는 카논의 진영에서 세 명의 지휘관의 지휘로 어느정도 술렁거림이 가라않는 모습을 보이자 차레브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나는 나의 조국인 카논 제국의 존망이 걸린 중대한 문제를 이야기 할 것이다. 그대들도 본 공작에 대해 들어 알겠지만 본인은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하나하나 귀담아 들어 주기 바란다." 하지만 사람이라는게 상대를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말을 잘 믿지 못한다. 특히 그 상대라는 것이 적대적인 상대와 같이 있다면 더욱 더 그렇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세 명의, 아니 두 명의 지휘관 역시 마찬가지 였기에 두 사람 중 장년의 인물이 소리쳤다. "... 그대의 말이... 무엇인지는 알겠으나, 당신을 믿기는 힘드오. 우선 당신이 차레........" 장년인 역시 소드 마스터인듯 마법이 아닌 자신의 마나를 사용해서 이드들이 서있는 곳에서도 똑똑히 들릴 정도로 소리쳤다. 하지만 그는 어느세 옆으로 다가온 남자 차림의 여성때문에 할 말을 끝 맺지 못하고 입을 닫아야만 했다. 그리고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의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2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세 명중 여성이 앞으로 나서며 이드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런 그녀의 목소리역시 방금전 소리쳤던 장년인 못지 않은 크기였다. "저는 본영의 부 사령관 직을 맞고 있는 파이안이라고 합니다. 귀하께서 차레브 공작각하를 자처 사신다면 저희가 밑을수 있을 만한 증거를 먼저 제시해 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전쟁중인 이때에 적 진영에 각하께서 머물고 계신다는것이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중용한 이야기가 오고 간다면 서로가 신뢰할만한 조건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녀의 똑똑 부러지는 듯한 말투에 듣고 있던 차레브의 얼굴에 히미한 웃음기가 떠올랐고 옆에서 지켜 보던 이드의 마음속에는 다시 한뻔 차레브의 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저 파이안 이라는 여자의 똑똑 부러지는 듯한 말투가 어딘가 차레브 공작을 닮은 듯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드의 엉뚱한 생각도 차레브가 입을 여는 것과 함께 허리에 걸려 있던 롱 소드를 꺼내는 것과 함께 막을 내렸다. "그래... 그것도 그렇지. 그럼 이 정도면 증거가 되겠지? 파이.... 다크 크로스(dark cross)!" 커다란 차레브의 외침과 함께 그가 들고 있던 검이 검은색으로 물들었고 그의 팔이 허공으로 뛰어 올라 수평과 수직으로 가볍게 춤을 추고는 내려왔다. 별것 아닌 듯한 간단한 동작, 하지만 이어지는 현상은 별것 아닌 것이 아니었는데. 공중에서 흔들린 검의 괴적을 따라 검은색의 십자형의 검기가 하늘을 향해 뻗어 나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검은 십자가가 허공 20, 30정도에 달했을 쯤 어느새 내려져 있던 차레브의 팔이 허공에서 수직으로 다시 한번 휘둘러 진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공중으로 솟아 오르던 십자가가 그대로 땅으로 내려 박히며 둔중한 소리와 함께 깊숙히 십자형의 낙인을 만들었다. 쿠우우웅..... 땅이 거대한 낙인에 대한 비명을 지느는 것과 함께 낙인의 주위로 하이얀 먼지가 피어 올랐다. 그리고 그 먼지가 다시 땅 바닥에 가라 앉을 때쯤, 차레브에게 파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진 파이안의 목소리가 이드들의 귓가를 울렸다. "말씀... 하십시요. 차레브 공작 각하." 차레브는 그 말과 함께 자신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는 파이안의 모습을 보며 산당히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방금 펼쳐진 다크 크로스라는 기술은 차레브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술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알려진 것이 아니었기에 별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상대측에는 자신과 꽤나 안면이 두터운 파이안이 있었고, 그런 안면덕분에 차레브는 그녀에게 자신의 기술을 몇번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파이안이 자신의 기술을 알아 보리라는 생각에 그 기술을 펼친 것이었고 결과는 그의 생각대로 만족할 만한 반응이었다. "지금부터 본인이 하는 이야기는 어느것 하나에도 거짓이 없을 것이며, 잠시후 그대들이 직접 확인해봐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도주에 말을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 주길 바란다." 144 "지금부터 본인이 하는 이야기는 어느것 하나에도 거짓이 없을 것이며, 잠시후 그대들이 직접 확인해봐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도주에 말을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 주길 바란다." 그렇게 외치고 잠시 말을 멈춘 차레브는 카논의 진영 쪽을 바라보았다. 그때 카논의 진영은 쥐죽은 듯 조용하기 이를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차레브의 신분을 그들의 지휘관들이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휘관들이 차레브의 신분을 확인했다는 것은 방금 전 차레브가 입에 올렸던 카논의 존망이 걸렸다는 말 역시 사실이라는 것이었기에 저절로 귀가 기울여진 것이다. 어느누가 자신의 조국에 대한 일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더구나 그런 말을 하는 차레브가 적 진영에 있으니... 카논의 진영에서는 차레브의 말에 귀를 기울일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아나크렌의 진영이라고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차레브에 대한 일은 샤벤더 백작과 화염의 기사단 단장과 아프르등의 소수의 중요 인물들(지아나 카리오스들이 중요 인물인지는... ^^;;) 만이 알고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자신들의 앞으로 나선 인물이 당당히 카논의 공작임을 밝혔고 카논에선 인정했으니, 더구나 차레브가 말할 내용이 자신들과 치열한 전투를 펼치고 있는 카논의 존망이 걸린 것이라니... 귀를 기울이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우선 첫째로 그대들이 알아야 할 것은 지금 그대들과 대치중인 아나크렌이 본국의 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차레브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지만 아까 처럼 웅성거리거나 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아니, 차레브가 아나크렌측에 서있는 모습을 볼 때부터 자신들도 모르게 짐작했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둘째, 그대들의 진정한 적은 외부의 타국이 아닌 우리들 내부의 적이라는 것이다. 그 내부의 적은 본 제국의 수만은 국민들뿐만 아니라 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나크렌 제국과 라일론 제국을 기만했다. 셋째, 내부의 적의 중심 인물인 반도 게르만, 궁정 대마법사는 본국의 수많은 기사들을 희생시켰으며, 본 제국의 사랑으로 다스리시는 황제폐하를 현혹시켜 전쟁을 일으켰다. 물론 이외에도 그가 저지른 일은 많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그대들이 인식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위와 같은 세 가지 일 것이다." 이드는 차레브가 그렇게 말을 끝맺는 것을 보고는 다시 고개를 카논쪽으로 돌렸는데 이드가 고개를 돌렸을 때의 카논 진영은 꽤나 술렁거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처음 차레브가 아나크렌이 적이 아니라고 말 할 때는 어느정도 예상을 했었던 말이었지만 이어지는 내부의 적, 그것도 카논 제국의 궁정 대마법사인 게르만이 내부의 진정한 적이라는 말은 카논의 진영에 상당한 술렁임을 가져다주었다. 더구나 그 내부의 적이라는 게르만 궁정 대마법사가 제국의 국민들을 기만했을 뿐 아니라 기사들을 희생시키고, 전쟁을 부추겼다니... 그것은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들지 못한 제국의 기사들을 소드 마스터로 다시 태어나게 한 위대한 마법사라는 이미지와는 정 반대이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전혀 믿지 않을수도 없는 일이 그렇게 말한 인물이 카논 제국의 공작이라는 점이 었다. 하지만, 그것은 보통의 병사와 기사들에 해당되는 일일뿐이었던 모양이었다. "지금 말씀.... 너무 심하십니다. 공작 각하... 아무리 각하라 하시지만 아무런 증거조차 없이..." "그렇습니다. 그분께서는 오랜 연구 끝에 저희와 같이 소드 마스터에 들지 못한 저희들을 소드 마스터로 이끄신 분입니다. 또한 저희들을 소드 마스터로 이끄시어 제국의 승리에 힘쓰시는 분이 아니십니까... 그런데... 그러한 분이 기사들을 희생시키다니요." 보통의 병사나 기사들과는 달리 게르만과 관계된 인물, 마법사와 게르만에 의해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기사가 차레브의 말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었다. 이드는 그런 그들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재 이야기했던 그대로구만... 게르만 밑에 있는 황궁의 마법사들과, 게르만에 의해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든 기사들...' 그들은 전날 아프르에게 이번 계획을 듣고 난 후 오가던 중에 예상되었던 이들이었다. 바로 차레브의 말에 제일 먼저 항변할 인물들 일순위로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해가 되기도 하는 것이, 마법사들의 경우에는 잘 모르겠지만, 기사들의 경우에서 보자면 게르만은 자신들이 꿈에도 그리는 경지에 들게 해준 일대 은인인 것이다. 아마 지금과 같은 일이 중원에서 일어난다 해도 지금과 같은 반응 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더 할지도 모른다. 무공을 위해 목숨을 걸기도 하는 무인들에게... 자신들이 바라는 높은 경지를 보여준 인물은 거의 생명의 은인 과 같은 비중일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진정한 경지에 들었을 때 이야기... 게르만이 사용한 방법과 같은 것 일 때는 이야기가 전혀 달라지지...' 이드가 그렇게 생각하고 차레브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것과 함께 차레브의 조각같이 딱딱한 얼굴의 입 부분이 열렸다. "훗, 그대들에게는 게르만놈 만이 보이고... 그대들 앞의 나, 제국의 공작위에 있는 나의 명예는 보이지 않는가? 그대들은 내가 이 자리에서 내 명예를 걸고 거짓을 말하는 사람으로 보이는가 말이다." "......" "..... 그...그것은..." 차레브의 명예라는 말에 마법사와 기사의 입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아무리 그들이 게르만을 믿는다 하더라도 차레브가 공작으로서의 명예를 말하고 나온다면 아무런 할말이 없는 것이다. 상대는 왕의 기사중의 기사인 공작이 아닌가 말이다. 그런 제국의 제일 기사가 기사도를 내세운다면... 그것은 목숨을 거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물론 그대들이 원하는 증거 역시 가지고 있다. 아니, 이미 그대들이 그 증거를 손에 쥐고 있다고 해야 바른 말이 겠군..." 145 "물론 그대들이 원하는 증거 역시 가지고 있다. 아니, 이미 그대들이 그 증거를 손에 쥐고 있다고 해야 바른 말이 겠군..." "... 증거... 라니요? 그 증거를 저희들이 가지고 있다는 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각하." 차레브의 증거라는 말에 방금 전 명예를 건다는 말에 입을 닫고 있던 여성 지휘관, 파이안이 급하게 되물었다. 처음 차레브의 말에 반신반의했었지만 이어진 명예를 건다는 말에 차레브의 말을 믿었으며 이어진 증거라는 말에 이번 일이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걸 느꼈던 것이다. 만약에 그렇다면? 그렇게 생각하며 차레브의 말을 기다리는 그녀의 몸이 딱딱히 굳어졌다. 하지만 그런것은 비단 그녀 뿐만이 아니라 카논의 진영에 있고 차레브의 말을 들은 모두가 그랬다. 조금만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금방 알아 차릴수 있을 것이다. 차레브는 얼굴을 굳히고 있는 파이안의 말에 잠시 시선을 돌려 게르만을 두둔하고 나섰던 기사와 마법사를 잠시 바라본 후 다시 파이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 말 그대로다. 파이안, 그 증거는 지금 그대 곁에도 서있고, 주변 곳곳에 서있지 않느냐." 차레브의 말에 파이안은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려 주위를 둘러보고는 시선을 돌려 다시 차레브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의 얼굴은 더욱 굳어져 있었는데 그녀로서는 차레브의 증거라는 것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전혀 눈에 뛰지 않는 만큼 그녀와 주위의 불안을 점점 가중한 것이었다. 뭐,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면 나았을지 모르겠지만 전혀 그런점이 보이지 않는 다는것은 그만큼 자신들이 철저히 속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에 답을 달지 못한 학생들이 선생님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차레브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방금 말하지 않았던가. 게르만이 본국의 기사들을 희생시켰다고, 주위를 둘러보아라. 그대들 주위에 서있는 기사들, 게르만에 의해 소드 마스터가 된 자들, 게르만에 의해 희생된 자들, 그대들 주위에 서있는 그들이 그대들의 손에 잡히는 증거이다!" 순간 차레브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카논과 아나크렌의 양 진영이 웅성이기 시작했고, 카논의 진영에서는 각자 고개를 돌려 자신들 주위에 서있는 소드 마스터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차레브에 의해 지명을 받은 게르만에 의해 소드 마스터가 된 기사들을 주위의 시선에 자신을 한번 내려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차레브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의 눈은 잔잔하게 떨리고 있어 그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드러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조금 전 마법사와 함께 차레브의 말에 게르만을 두둔하고 나섰던 기사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주위에서 몰려드는 시선에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는 옆에 서있는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돌아본 마법사 역시 멍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돌려 아까와는 달리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차레브를 향해 소리쳤다. "그... 말씀이,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말씀해 주십시요. 공작 각하. 저희들이 어찌 증거가 되는지... 어떻게 증거가 되는지 말씀해 주십시요." 그리고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수천, 수만쌍의 눈이 차레브를 향해 돌려졌다. 그런 그들의 눈빛에는 기사의 물음과 같은 의문이 담겨 있었다. 그런 그들의 눈빛을 받은 차레브는 시선을 돌려 옆에 서있는 아프르를 잠시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물론, 나는 그것을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전에 파이안." "예... 에?, 각하." 차레브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대답을 기대하고 귀를 기울이고 있던 파이안이 조금 당황한 듯이 대답했다. "마법사를 불러 주겠나? 증거에 대한 확인을 해주어야 할 마법사. 단, 본국에서 파견된 마법사가 아닌 용병 마법사나 그대들 직속의 마법사여야 하고 적어도 5클래스 이상의 마법사 여야 한다. 있겠지?" 차레브의 말에 무언가를 잠시 생각하던 파이안이 옆에 있는 두 명의 지휘관에게 무언가를 말하고는 다시 대답했다. "예, 있습니다. 본영의 사령관이신 어수비다님 휘하의 마법사 한 분과 용병단에 등록된 마법사, 각각 5클래스의 마법사입니다." 파이안이 차레브에게 그렇게 답하고 그들을 부르려는 듯이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병사들과 기사들이 열어준 길을 따라 달려오고 있는 두 명의 마법사를 보고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앞으로 달려나온 두 마법사가 목소리를 증폭시켜 밝힌 이름은 각각 부메이크와 하원 이였다. 이름을 부메이크라고 밝힌 마법사는 카논 진영의 사령관의 휘하 마법사로 꽤나 노련해 보이는 검은색 로브의 마법사였다. 반면 하원이라고 밝힌 용병 마법사는 30대로 보이는 중년이었는데 그런 그의 복장은 마법사라고는 도저히 보아줄 수 없는, 완전히 검을 쓰는 용병의 복장이었다. 더우기 그의 허리에 걸려있는 롱 소드와 짧은 숏 소드는 그의 모습을 노련한 검사로 보이게 해서 정말 마법사가 맏는지 의아한 생각까지 들게 할 정도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이드가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뒤쪽에서 라일과 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 저 아저씨 저기 있었구만..." "그러게... 얼마간 안보이더니..." 그 둘의 말에 지아와 모리라스, 카리오스의 시선이 모여 들었다. 이드도 두 사람의 말에 고개를 돌려 하원이라는 마법사를 바라보고는 두 사람을 향해 물었다. "라일이 아는 사람이예요?" 이드의 물음에 라일과 칸이 서로를 돌아보더니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몇 달간 같이 일을 한 적도 있고 일하면서도 세 번정도 만났어고... " 하지만 그렇게 대답하는 라일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난 듯 한... 그런 표정이었다. 그런 그 둘의 모습에 지아가 물었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그리고 저 아저씨 정말 마법사 맞아? 완전히 검사로 보이는데..." 지아의 말에 라일과 칸은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서로를 바라보고는 이번엔 한숨을 내 쉬었다. "에휴~~, 마법사 맞아. 그것도 5클래스의 마법사... 그리고 한다디 하자면..." "한마디하면.... 저 아저씨의 겉모습에 절대 속지 말한 말이다. 저 아저씨 저렇게 하고 다녀도 검은 들고 서있는 것밖엔 못해. 거기다, 딱 봐서는 노련한 용병처럼 보이지?" 라일의 말을 이은 칸의 말에 네 사람은 고개를 돌려 하원이라는 사람을 한 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네 사람의 모습에 칸은 다시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내저었다. "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저 모습을 믿었다간 큰 코 다친다. 저 아저씨 겉모습만 저렇지... 얼마나 덜렁대는 줄 아냐? 완전히 겉모습과는 정~~~ 반대라고... 거기다 혼자서 덜렁대면 다행인데... 그게 주위에도 영향을 준단 말이야. 덕분에 처음 겉모습만 보고 높은 금액에 저 아저씨를 고용했던 고용주들이 땅을 치고 후회한다니까..." "헤에~~~~~~" 하지만 두 사람의 말을 듣고 다시 고개를 돌려 하원을 바라본 네 사람은 도저히 지금의 모습과 방금의 말이 이해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 차레브의 목소리가 다시 사람들의 귓가를 울렸다. "좋아... 그럼 소드 마스터가 된 기사가 한 명 필요한데... 자네가 나서 주겠나?" 그렇게 말하며 차레브가 지목한 사람은 처음 차레브의 말에 이의를 표했던 기사였다. 146 "좋아... 그럼 소드 마스터가 된 기사가 한 명 필요한데... 자네가 나서 주겠나?" 그렇게 말하며 차레브가 지목한 사람은 처음 차레브의 말에 이의를 표했던 기사였다. 차레브에게 지적 당한 기사는 차레브가 주위를 돌아보다 자신을 지목하자 잠시 멍해 있다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네, 영광입니다. ... 그리고..." "응? 뭔가..." 앞으로 나섰던 기사가 무언가 할말이 있는 듯이 웅얼거리자 차레브가 그를 바라보며 말을 재촉했다. "예, 조금 전 공작 각하께 무례를 범한 점... 이 자리에서 사죄 드리고 싶습니다." 기사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며 차레브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에 차레브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보고는 만족한 웃음을 뛰우며 세 명의 지휘관과 마법사들이 서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아나크렌의 진영에서는 앞으로 나섰던 차레브가 뒤로 물러나고 아프르를 앞으로 내세웠다. 지금부터 이어질 것은 마법사로 하여금 기사들의 등에 새겨져 있는 마법진을 확인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마법사인 아프르가 앞으로 나선 것이다. 물론 일란이나 세레니아등이 있긴 하지만 방금 전 나섰던 차레브와 카논에 대한 예의를 지킨다는 의미에서 궁중 대 마법사인 아프르가 나선 것이었다. 물론 앞으로 나선 사람의 마법실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게 하자는 의미도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말이다. "본인은 본 아나크렌 제국의 궁정 대 마법사 직을 맞고 있는 아프르 콘 비스탄트 라하오. 지금부터는 마법적인 설명이기에 차레브 공작님을 대신하여 본인이 설명할 것이오. 그리고 지금 본인이 이러는 것은 순전히 카논에 대한 호의, 이일로 인해 서로간의 오해가 풀려 졌으면 하오!" 아프르가 음성 증폭 마법을 이용하여 커다란 목소리로 외치자 카논쪽에서도 사령관이 어수비다가 나서 아프르에게 감사를 표했다. 비록 처음 차레브 공작이 나섰을 때는 본인이 맞는지 아닌지 때문에 제대로 된 인사를 건네지 못했지만 지금은 d어느 정도 정리된 상황이었다. 더구나 상대로 나선 인물이 아나크렌의 궁정 대 마법사직을 맞고 있는 아프르 후작이었기에 아무리 전쟁중이라 하나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 이렇게 이상하게 상황이 돌아가는 중임에야... "본 카논진영의 사령관 직을 맞고 있는 마르켈 도 어수비다 역시 늦었지만 귀국의 호의에 감사드리오. 또한 아나크렌 제국의 궁정 대 마법사인 귀공께서 직접 이렇게 나서 주신점 또한 깊히 감사 드리오이다. 만약 이번 일이 좋게 해결된다면 본인이 귀공께 좋은 술을 권하리다." "그때가 되면 기꺼이 잔을 받지요. 그럼 그분 기사분을 여러분들 앞에 업드리도록 해주시겠습니까? 아, 먼저 갑옷을 벋어 놓고 말입니다." 차레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카논 측은 곧 기사를 눕히려 하였으나 눕힐만한 곳이 없자 약간 당황했다. 그 모습에 일리나가 앞으로 나서며 땅의 중급 정령인 노르캄을 소환해 그들 앞으로 높이 1m정도의 흙 침대를 만들었다. 그런 모습에 파이안이 일리나를 향해 감사를 표했고 이어 무거운 갑옷을 벗어버린 기사가 부드러운 흙으로 이루어진 흙 침대 위로 올라가 업드렸다. 그 기사가 흙 침대 위로 올라가자 아프르는 곧 등의 옷을 벗겨 마법진을 들어나게 해달라고 말했고 기사 옆으로 다가와 있던 두 명의 마법사가 기사의 옷을 벗기고는 그 기사의 등을 천천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사실 그 두 사람도 마법사답게 보통의 기사를 소드 마스터로 만드는 마법에 대해 엄청난 의구심과 탐구욕을 가지고 있었지만... 기사들의 등에 새겨진 마법진을 보기가 어디 쉬웠겠는가. 그런데, 지금은 그 마법진이 그들의 눈앞에 들어나 있으니 눈길이 저절로 마법진으로 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 언제까지 자신들의 욕심만을 채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두 사람은 곳 고개를 들어 아프르를 바라보았다. 아프르는 두 마법사가 잠시간 마법진에서 눈길을 때지 못하다가 자신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는 그냥 한번 웃어 주고는 한쪽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자신역시 마법사였기에 그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그 마법진을 자세히 바라보며 잘못된 점을 찾아내야 하니... 미리 봐두는 것도 좋을 거라는 생각도 드는 아프르였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을 한 아프르의 입이 열리며 들어 올려진 손을 따라 오색의 빛이 어리더니 허공에 하나의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카피 이미지(copy image)." 그리고 아프의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허공에 어리던 영상도 완성되었는데 그것은 사람의 등의 영상을 비춘 커다란 영상이었다. 그 크기는 가로세로 8~11m는 되는 것이었기에 멀리서도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 영상에 담겨진 사람의 등에는 카논의 마법사 앞에 업드려 있는 기사의 등에 있는 마법진과 동일한 마법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의 영상은 카논의 첫 전투 때 카논의 갑작스런 소드 마스터들의 증가와 부자연스러운 소드 마스터들의 움직임에 조사를 위해 부득이 하게 저희들이 납치했던 세 분의 소드 마스터중 한 명의 등에 새겨져 있던 마법진의 모습입니다." 아프르는 세 명의 소드 마스터들을 납치하게 된 경위를 오해가 없도록 설명하며 뒤로 고개를 슬쩍 돌렸다. 그러자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없이 일행들의 뒤쪽에 서있던 두 명의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이 두 분이 바로 저희들이 납치해왔었던 세 명의 소드 마스터중의 두 명입니다. 물론 나머지 한 명 역시 본국에 무사히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이 세 분은 이미 그 마법진을 해제해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간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아프르의 이야기는 첫 전투에서 이 세 명의 소드 마스터들을 납치 한 후부터 시작해서 그들의 등에 새겨진 마법진을 조사한 일, 그래서 알아낸 것이 강력한 암시의 마법과 함께 마법의 유효기간인 한 달이 지난후 소드 마스터가 됐던 기사들이 어떻게 되는지... 여기서 아프르가 소드 마스터가 됐던 기사들이 한달 후 어떻게 되는지를 말했을 때는 차레브의 당부가 있었음에도 꽤나 술렁였다. 사실 그들 역시 그런 풍문이 돌기도 했었다. 소드 마스터들이 전장에 배치되고 나서는 거의 한 달이 다 되어 갈 때마다 기사들을 소환하고 다른 기사들을 보내니... 덕분에 이런저런 억측이 나돌았고 개중에 아프르의 말과 같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소문이 나돌아도 정작 소드 마스터가 된 기사들이 콧 방귀도 뀌지 않자 자연히 수그러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이라니.... 그러나 그런 웅성임도 오래가진 않았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기사들에게 새겨진 마법진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거의 앞에 있는 두 명의 마법사가 확인하는 것이지만 하나하나 설명할 때마다 두 명의 마법사가 그것을 확인하고 맞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알려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사들에게 걸린 마법으로 인해 예상되는 마법의 부작용까지 부메이크와 하원 두 사람에 의해 확인되자 카논진영의 여기 자기서 허탈할 한숨 소리와 게르만을 욕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물론 머니머니해도 소드 마스터가 된 기사들의 분노가 가장 컸지에 그들 기사들 주위에 있던 병사들이 그들의 살기에 물러서기 까지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카논과 아나크렌의 진영을 떨어 울리는 카논의 아수비다 사령관의 목소가 있었다. "전 카논군은 들어라. 지금 이 시간 부로 아나크렌은 더이상 본국의 적이 아니며 우리의 둘도 없는 우방국이다. 또한 지금 이 시간 부로 황궁으로 부터 차레브 공작 각하의 별명이 있을 때까지 황궁에서 전달되는 모든 명령을 무시하고 차레브 공작 각하의 명령에 따를 것이다. 그리고 차레브 공작 각하 휘하에 들기전 사령관으로서의 마지막 명령이다. 황궁으로 부터 나온 모든 마법사를 생포하라.... 혹여 무고할지도 모르는 자들이니 생포해라." 147 "전 카논군은 들어라. 지금 이 시간 부로 아나크렌은 더이상 본국의 적이 아니며 우리의 둘도 없는 우방국이다. 또한 지금 이 시간 부로 황궁으로 부터 차레브 공작 각하의 별명이 있을 때까지 황궁에서 전달되는 모든 명령을 무시하고 차레브 공작 각하의 명령에 따를 것이다. 그리고 차레브 공작 각하 휘하에 들기전 사령관으로서의 마지막 명령이다. 황궁으로 부터 나온 모든 마법사를 생포하라.... 혹여 무고할지도 모르는 자들이니 생포해라." 정오의 태양, 사람들의 그림자를 그들의 주인의 곁으로 밀어 버리는 정오의 태양이 알려주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미 하루의 절반이 지났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요리라는 즐거움이자 사람들이 살아가지 위해 해야 하는 식사를 할 시간임을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 그런 태양 아래 있는 카논과 아나크렌의 양 진영은 오전까지의 살벌하고 팽팽한 대치 분위기를 완전히 날려 버리고는 새로운 공동의 적을 가진 동질감을 느끼며 바쁘게 대량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두 진영에서 그렇지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성, 아침일찍 성을 나섰던 샤벤더 백작과 아프르들이 카논의 지휘관들과 함께 돌아온 성 역시 오전과는 전혀 다른 밝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성 전채로 퍼져 나갈 듯 한 향긋한 요리향이 하늘에 떠있는 태양과 함께 성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식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런 성의 한 곳에 위치한 접대실에는 이십여명에 달하는 대 인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앞으로는 입맛을 돋구기 위해서 인지 늦어지는 점심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인지 모를 찻잔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사람의 수와 같은 이십여에 달하는 차 중 그 맛이 약하디 약해 물대신 마시는 사람이 있을 정도인 니아라는 차가 담긴 잔을 쥐고 있던 아수비다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삼일전 까지 본영에 머물고 있었던 모르카나라는 소녀도 그 혼돈의 파편이라는 게르만 뒤에 존재하는 존재들 중의 하나라는 말씀이군요." 차레브와 아프르를 통해서 게르만과 여섯 혼돈의 파편에 대한 모든 것을 전해들은 아수비다와 파이안들이었다. 그리고 나미만큼의 경력을 보여주는 아수비다 후작은 빠르게 차레브와 아프르의 이야기를 머릿속에 정리하고는 되물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그런 말에 아프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해주었다. "그렇습니다. 여기 그 모르카나라는 소녀와 전투를 치루었던 이드 백작이 그 소녀가 전에 바하잔 공작을 공격했었던 혼돈의 파편중 하나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확인했으니 말이요." 아프르의 대답에 아수비다를 비롯한 카논 측 사람들의 시선이 잠시 이드에게로 향했다. 그들 역시 삼일 전 이드와 모르카나 사이의 전투를 목격했기에 이드에 대해서도 상당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선중 하나인 파이안이 시선을 다시 아프르와 차레브에게로 돌리며 입을 열었다. "그럼 현재 그 혼돈의 파편이라는 존재들은.... 수도, 황궁에 있는 것입니까?" 그녀의 말에 차레브가 아프르를 향해 고개를 돌려 잠시 바라보더니 고개를 천천히 내저었다. "...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게르만과 관계된 인물이고 또 본 제국과 관련된 일에 나타나는 것으로 볼 때, 네 말대로 황궁이나 게르만 주위에 있다는게 가장 확률이 높다." "그럼... " 순간 차레브의 말을 들은 파이안의 얼굴이 살짝이 굳어 졌는데 그런 그녀의 눈에서는 누군가에 대한 걱정이 묻어 나고 있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같이 자리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의아해 했으나 아수비다나 차레브등 그녀에 대해 꽤나 알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사람중의 하나인 차레브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네가 뭘 걱정하는지 안다. 하지만 그렇게 걱정할건 없다. 바하잔과 내가 본국에서 나서기전에 네 아버지와 함께 약간의 준비를 해둔 뒤였다. 거기에 프라하 그 사람은 황제 폐하와 같이 있으니... 그들도 함부로 손을 써오진 못할 것이다. 더구나 네 아버지가 그렇게 쉽게 당할 사람도 아니니 그렇게 걱정 할 것 없다." "... 네, 물론입니다." 차레브의 말에 파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긴 했지만 그런 그녀의 눈빛에는 여전히 걱정스런 기색이 묻어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다른 사람도 아닌 혈육인 아버지가 적진의 한가운데 있다는 말을 들었으니... 말 한마디에 모든 걱정을 떨쳐 버린다면 그게 이상한 것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이드를 비롯한 몇몇의 인물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레브가 오전에 전장에서 파이안을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지은 것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친구의 딸... 그것도 친한 친구의 딸이 전장에 나와 있으니 당황할 만도 하지...' "그런데 네가 이곳에 있다니... 지원해서 온 것이냐?" 차레브는 파이안의 표정이 풀리지 않자 조금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이 그렇게 물었고 파이안역시 그런 차레브의 맘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포커 페이스를 되찾았는데, 그런 모습에 이드는 다시 한번 두 사람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아직 전장에 나가 본적이 없기에 아버지께 말씀 드렸었습니다." "하하... 그렇겠지. 네 부탁이라면 안들어 주는게 없는 사람이니..." 파이안도 그 말에 살짝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둘의 모습에 가만히 보고 있던 이드가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요." "응?..." 차레브의 말에 실내의 분위기가 조금 풀어진 상태에서 여러 시선들이 이드를 향해 돌려졌다. "혹시 두 분 사제지간 아니예요? 분위기가 비슷한게... 꽤 닮아 보이거든요." 차레브는 이드의 말에 파이안을 한번 바라보고는 잘 짓지 않는 미소를 지스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정식으로 사제를 맺은것은 아지만.... 그렇다고 볼수있지. 처음엔 프라하의 부탁을 받아서 조금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거의 8년이 다되어 가는데..." 그런데 차레브가 거기까지 말하고는 파이안을 한번 바라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고 그 말에 실내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프라하가 잘못한 것 같구만.... 내가 아니라 바하잔에게 부탁을 했어야 하는 건데... 나에게 배워서 그런지, 여자로서는 너무 딱딱하거든..." 차레브는 그렇게 말하고 뭔가 말을 덪붙이려 했으나 자신을 서늘하게 바라보는 파이안을 보고는 피식 웃어 버리고 말았다. 어쨓든 분위기를 바꾸기는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파이안의 분위기가 바뀌자 아수비다가 다시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럼.... 앞으로의 상황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의 말에 실내의 모든 시선이 아프르와 차레브에게 향했다. 지금까지는 카논과의 전투가 중점적인 문제였지만 그것이 해결된 지금은 또 다른 상황이었다.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 보다 더욱 어려운 상황일지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더구나 적은 카논의 수도, 그것도 황궁에 둥지를 틀고 있을지도 모르니... 더욱 애매한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무겁게 무게가 잡히고 아프르와 차레브의 입에서 무슨 말인가가 나오려 할 때였다. 똑똑 하는 문 노크 소리와 함께 샤벤더의 부관 중 한 명이 들어서며 점심 식사 준비가 다 되었음을 알렸다. "훗, 그럼 식사부터 하고 이야기를 계속하지요..." 148 그리고 그렇게 무겁게 무게가 잡히고 아프르와 차레브의 입에서 무슨 말인가가 나오려 할 때였다. 똑똑 하는 문 노크 소리와 함께 샤벤더의 부관 중 한 명이 들어서며 점심 식사 준비가 다 되었음을 알렸다. "훗, 그럼 식사부터 하고 이야기를 계속하지요..." 사람... 사람이라는 것은 어린아이가 되었든 인생을 꽤나 격은 중년이 되었든 호기심이라는 것을 가진다. 때문에 사람들은 처음 보는 것을 만지작거리거나 분해하고 연구해 보고, 처음 가보는 곳은 두리번거리고 옆에 있는 사람을 붙잡고 눈에 보이는 곳에 대해 물어본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지금 여기 말을 몰고 있는 일행들 중의 몇몇이 보이는 반응은 지극히 정상이라 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들의 그런 물음의 대답해주어야 하는 주위의 일행들에겐 더 없이 귀찮고 피곤한 일일뿐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생각해보면 자신들도 처음 이곳, 카논에 들어 왔을 때 그랬던 것을... 그렇게 생각하고는 한숨을 내쉬는 라일이었지만, 다시 자신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그레이를 보면 다시 짜증이 밀려올라 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마 그런 그레이의 옆에 그레이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하엘이라는 귀여운 인상의 여 사제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폭발하고 말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그레이가 손짓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 카논에 들어 선지 삼일이나 지났는데... 그렇게 궁금한게 많냐..... 으휴~~~' "그건 말이다....." 이드는 뒤에서 들려오는 조금은 지친 듯 한 라일의 목소리를 들으며 피식 웃음을 흘려주고는 주위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시선 안으로 들어온 것은 길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산등성이들과 그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오는 여름의 푸르름을 그대로 간직한 자그마한 숲들, 아나크렌과 라일론이라면 저 멀리 던져지는 시선의 끝에 평평한 땅과 푸른 하늘이 맞다아 형성한 일직선이 담겨야 겠지만 이곳 카논은 일직선이 아닌 울퉁불퉁한 제멋대로의 곡선과 직선, 수직선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 모습은 확실히 라일론과 아나크렌... 평지와 평야가 많은 두 제국과는 다른 지형... 뭐랄까, 중원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 그런 모습이었다. 물론 완전히 똑같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슷한 감을 맛볼 수 있었기에 뒤에 있는 그래이와 같이 자신의 옆에서 연신 고개를 돌려 대는 카리오스나 뒤에서 라일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그레이와 하엘 그리고 은근히 라일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는 일란과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중원과 비슷한 광경에 조금 기분이 좋기도 했다. 이드는 그런 기분을 느끼며 다신 자신의 양옆과 뒤쪽을 둘러보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11명... 자신을 합쳐 12명의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고 할 수 있는 인원수. 하지만 삼일 전 아프르의 말과 자신의 의견에 따라 맞아 온 임무, 정찰 & 정보 수집 & 일명 귀족들에게 진실 알리기라는 제목의 세 가지 임무를 생각하면 결코 많지 않은 인원이었다. 거기에 엘프와 드워프, 귀여운 용모를 가진 여 사제와 여 마법사, 그리고 독특한 분위기의 여 검사, 거기에 소년에서 중년의 다양한 연령층의 남성들... 확실히 위의 세 가지 임무를 수행하기엔 눈에 뛰는 일행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프라하 공작의 단 하나 뿐인 딸 파이안을 생각하면 어느정도 해결 될 문제, 정작 이드의 심중을 긁어 대는 두 가지 문제는 다른 것이었다. 바로 옆에서 말을 모는 두 존재에 대한 것이었는데 하나는 왼쪽에서 말을 모는 카리오스, 바로 그 찰거머리 같은 녀석을 이번에도 떨어 트려 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오른쪽에서 말을 몰고 있는 일리나였다. 물론 단순히 옆에 있는 다면야... 눈도 즐거워 지고좋다. 하지만... 이드의 고개가 살짝 일리나에게 돌아가는 것과 동시에 어떻게 안건지, 아니면 계속 이드만 보고 있었던 건지 이드와 눈을 맞추며 생긋이 아~주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한다. "목 말라요? 이드?" 이드는 얼굴가득 미소를 뛰어 보이는 일리나의 모습에 조금 어색한 미소와 함께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어 보이고는 속으로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저것이 문제였다. 예전처럼 단순히 옆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산들 바람이 부는 듯한 분위기로 아주 살갑게 자신을 대한 다는 것이다. 그런 일리나의 모습은 마치 중원의 누님들 과도 같은 것이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누님들 보다 더욱 극진하게 챙겨 주는 모습도 보인다. 물론 그런 일리나의 모습이 싫다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갑작스런 그녀의 변화에 상당히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리나의 변화에 따라붙는 부작용이 하나 있었으니... [칫... 이드님이 목마르다고 한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극성이래요? 저 엘프.] 바로 라미아였다. 일리나가 저렇게 살갑게 이드를 대할 때부터 라미아역시 일리나의 일에 유난히 짜증을 내거나 트집을 잡는 것이... '후~~ 라미아 까지 왜 저러는지... 거기다 어제 라일과 칸이 한말은 또 뭐야~~~' 이드는 속으로 작게 소리지르며 어제, 그러니까 아나크렌에서 출반하고 하루가 지난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일리나가 건네주는 차를 받았을때 왠지 부러운듯한 눈으로 라일과 칸이 말한 것이 있었다. "부럽구나... 행복해라. 이드야..." "에휴~~ 나이만 많으면 뭐하냐, 잘해라..." 거기에 맞장구 치지는 않았지만 뭔가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부러운 듯이 바라보는 시선들... 그런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한 이드는 작은 한숨과 함께 작게 중얼 거렸다. "에휴~~ 이번 일행들도 조용하긴 틀렸구나...." 그리고 그런 이드의 한탄과 함께 그래이의 목소리가 일행들의 귓가를 울렸다. "저기.... 영지가 보이는데..." 149 그리고 그런 이드의 한탄과 함께 그래이의 목소리가 일행들의 귓가를 울렸다. "저기.... 영지가 보이는데..." 그래이의 목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린 일행들의 눈으로 꽤나 번화해 보이는 커다란 영지가 들어왔다. 그 영지의 이름은 시케르영지로 시케르 백작이 다스리는 영지였다. 또한 이드들이 카논에 들어 선지 삼일만에 처음 들르는 영지이기도 했고 자신들이 맞은 세 가지 임무중의 하나인 귀족들에게 진실 알리기 임무를 처음으로 수행해야 하는 곳이기도 했다. 물론 그 임무라는 것이 차레브와 바하잔, 그리고 아수비다의 인장이 찍혀 있는 서류와 파이안이 증인이 된 자세한 상황설명이 끝이긴 하지만 말이다. 물론 만의 하나의 경우. 아니, 십만의 하나의 경우 백작이 게르만에게 붙겠다고 할 경우 조금 곤란해지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위의 말처럼 만의 하나, 십만의 하나가 있을까 말까한 일일뿐이고 실제로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드라는 든든하다 못해 절대적이랄 수 있는 방어벽이 존재하는 이상은 전혀 걱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일행들이었다. "자, 그럼 빨리 가자... 카논에서 처음 들어서는 영지잖아." 그리고 이어진 그래이의 외침에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나직이 한숨을 내쉬기도 하면서 그래이의 뒤를 따라 말을 몰았다. 그리고 얼마 달리지 않아 몇몇의 사람들이 검문을 받고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쟁 때문인지 검문을 하는 경비병들의 무장이 평소보다 더욱 강화되어 있었고 그 수 역시 거의 두배에 달하고 있었다. 또 한사람 한사람을 검문하는 모습도 평소와는 달리 신중해 보이기 까지 했다. 하지만 파이안이라는 든든하고 확실한 배경덕으로 경비병들의 인사까지 받아가며 영지로 들어서는 일행들에겐 그것은 그냥 눈에 보이는 모습 이상의 것은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경비병의 인사까지 받으며 들어선 영지는 밖에서 보던것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활기차 보이는 것이 마치 전쟁이라는 단어와는 상관이 없는 듯 보이기도 했지만, 사람들 사이 사이로 보이는 용병들의 수는 이곳이 전쟁터과 그렇게 멀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 는것 같았다. "어이, 어이... 구경하는 건 나중일이야. 우선 여관부터 잡아야지. 거기다 식사시간도 다 되 가잖아, 그전에 여관을 잡아 놔야 된단 말이다." 영지에 들어서고 부터 여기저기로 두리번 거리는 일행들의 모습에 라일이 정신 차리라는 듯이 말하자 그레이가 이상하다는 듯이 하늘을 한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무슨 말이예요. 아직 저녁 식사 시간이 되려면 몇시간 남았는데... 뭐가 그렇게 급해요?" "하~~ 그레이, 그레이...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그동안 여관을 잡아야 된단 말이다. 그래야 그동안 짐도 풀고 몸을 좀 앃던가 할거 아니냐. 거기다 특.히. 나는 네 녀석이 삼일동안 이것저것 묻는 다고 괴롭힌 덕분에 특.히. 더 피곤하단 말이다." 그레이의 말에 라일이 그것도 모르느냐는 듯이 대꾸하자 순간 할말이 없어져 버렸다. 거기다 특히라는 말에 액센트 까지 가하면서 피곤하다는 라일의 말은 은근히 그레이의 양심을 찌르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라일의 말에 그레이는 아무런 말대꾸없이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그리고 봐라! 저기 용병들 보이지. 여긴 카논과 아나크렌이 대치하고 있는 곳과 그렇게 멀지 않아서 용병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그 만큼 여관의 방도 많이 필요하단 말이지. 한다디로 우리도 여관을 쉽게 구하지 못할지도 모른 다는 말이다. 다른 말로 해서 여유를 부리다가는 저녁도 못먹고 여관을 찾아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알겠냐? 좋아. 알았으면 빨리 여관부터 잡자." 라일의 말에 그레이를 제한 나머지 일행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를 둘러 보며 깨끗하고 괜찮아 보이는 여관을 찾기 시작했고 얼마 되지 않아서 푸른색의 깨끗해 보이는 '하늘빛 물망초' 라는 꽤나 분위기 있는 이름의 여관을 찾아 들어설수 있었다. 여관의 내부는 밖에서 본 것과 같이 상당히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리 되어있어 상당히 고급 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아직 식사 시간이 아니라 그런지 알맞게 배치된 테이블도 몇몇자리만이 손님을 맞고 있을 뿐 대부분이 비어 있어 조용한 것이 일행들의 지금껏 들른 여관들 중에 가장 마음에 다는 곳이었다. 일행들이 그렇게 생각할 때 일행들의 앞으로 푸른색과 하얀색이 적절하게 썩인 깨끗한 앞치마를 두른 소녀가 다가와서는 생긋이 웃으며 말했다. "저희 하늘빛 물망초에 잘 오셨습니다. 저는 네네라고 합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그런 소녀의 모습에 일행들은 이 여관에 묶었으면 하는 생각이 저절로들 정도였다. 그만큼 그 소녀가 일행들을 맞이 하는 모습은 친절했던 것이다. "아, 우리는 여행자들인데... 이곳에서 2,3일 정도 묶을 예정인데... 방이 있을까? 아가씨." 라일의 말에 네네라는 소녀는 일행들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카운터로 다가가서는 숙박부로 보이는 종이를 들고 왔다. "네, 마침 사인실 세개와 이인실 한개가 비어 있네요. 일행 분들이 모두 12분이시니... 4인실 3개면 될것 같은데... 투숙 하시겠어요?" 네네의 말에 라일은 뒤쪽의 일행들을 돌아 보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가 내미는 숙박계에 자신의 이름과 일행들의 인원수를 적었다. "네, 여기 열쇠 구요. 손님들의 방은 삼층 계단의 오른 쪽에 있는 32호 33호 34호 실입니다. 그리고 식사는 어떻게... 식사 시간이 다 되어가니 미리 말씀해 주시면 준비 해드 리겠... 에? 이, 이보세요." 라일이 사인해서 건네주는 숙박부 받아 들며 열쇠와 함께 방의 위치와 이것저것을 말하던 네네는 중간에 불쑥 들이밀어진 손이 네네의 손위에 있던 열쇠를 낚아채듯이 가져 가는 모습을 보고는 적잔이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고 라일을 비롯한 이드 일행역시 중간에서 자신들의 휴식처로 통하는 열쇠를 낚아챈 손의 주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150 라일이 사인해서 건네주는 숙박부 받아 들며 열쇠와 함께 방의 위치와 이것저것을 말하던 네네는 중간에 불쑥 들이밀어진 손이 네네의 손위에 있던 열쇠를 낚아채듯이 가져 가는 모습을 보고는 적잔이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고 라일을 비롯한 이드 일행역시 중간에서 자신들의 휴식처로 통하는 열쇠를 낚아챈 손의 주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돌려진 일행들의 눈에 들언온 것은 여관의 커다란 문이 비좁아 보일 정도의 커다란 덩치를 지닌 두 명의 용병과 길가다 부딪혀도 기억 할 수 없을 정도의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남자였다. 그리고 그 세 명의 인물 중 열쇠를 중간에서 가로챈 듯 한 커다란 덩치의 용병이 열쇠를 손으로 굴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드들과 네네를 향해 정신 건강에 별로 좋지 않을 듯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의 그런 웃음에 이드들이 동조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막 열쇠를 건네 받으려던 라일이 특히 강했는지 꽤나 기분 나쁘다는 투로 말문을 열었다. "뭐야... 무슨 짓이지?" "아... 별거 아니야. 잠깐 저 아가씨하고 할말이 있어서 말이지..." 덩치는 그렇게 말하고는 네네를 슬쩍 바라보며 조금 언벨런스 하다 못해 웃겨 보이는 웃음을 지어 보였고 그 웃음을 받은 네네는 꽤나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옆에 서있는 라일역시 덩치의 말에 "아, 그러세요. 그럼 이야기 나누시죠." 하고 자라를 비켜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더구나 덩치의 말과 지금 자신들의 방 열쇠를 중간에서 가로챈 것과 무슨 상관인가? "그래? 그럼 지금 그 손에 들고 있는 열쇠를 돌려 줬으면 좋겠군. 우리 일행들의 방 열쇠라서 말이야. 그 방 열쇠만 주면 여기 네네라는 아가씨와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우리가 자리를 피해주지." 라일이 그렇게 말하며 덩치를 향해 손을 벌렸다. 그런 라일의 모습에 덩치는 자신의 옆에 있는 두 명을 돌아보더니 손으로 가지고 놀던 열쇠를 꽈 움켜줘며 어색하게 곤란한 표정을 만들었다. "어... 그건 좀 곤란한데... 여기 아가씨랑 이야기 할께 이 열쇠하고 관련된 거라서 말이야. 게다가 좀 오래 걸릴 것 같으니까 그만 다른데 가보는게 어때?" 그 말에 순간적으로 라일의 얼굴이 팍 하고 구겨져 버렸다. 덩치의 말은 명백히 방을 자신들이 쓰겠다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라일의 얼굴이 구겨지지 않겠는가 말이다. 더우기 라일로서는 깨끗하고 친절해 보이는 이 여관이 꽤나 마음에 들었었기 때문에 덩치의 말은 특히 신경이 쓰이는 것이었다. 거기다 지금 나가서 둘러본다고 해도 방이 쉽게 잡힐지도 모를 일이다. 이 여관에 들기 전 몇 군대의 여관을 지나 왔으니 말이다. "흥, 그건 좀 곤란한데... 이미 숙박부에 이름도 올렸거든, 그러니 엉뚱한 소리 하지말고 그 열쇠나 넘겨주시지?" 덩치는 엄청나게 화를 낼 줄 알았던 라일이 조용하게 나오자 의외라는 듯이 라일을 바라보고는 라일의 뒤에서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 이드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씩 하니 미소를 짓던 덩치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마도 특별히 강해 보이는 사람이 없는 이드 일행의 모습에 쓸 때 없는 싸움을 피하기 위해 저 자세로 나온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봐, 이봐 이것도 엄연한 장사라고... 그러니 값을 치르지 않았다면 그건 확실한 주인이 결정됐다는 게 아니야. 게다가 자네들은 아직 열쇠도 건네 받지 못했잖아. 안 그래?" 자신의 말이 맞지 않느냐는 듯이 돼 뭇는 덩치의 말에 라일은 황당한 웃음을 뛰우고 말았다. 이건 누가 봐도 억지였다. 물론 어떤 상품에 한해서는 산다는 가격보다 많이 준다면 물건 주인의 결정에 의해 많이 주는 쪽으로 물건을 넘길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인, 그러니까 지속 적으로 상거래를 하는 상인들은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그 상인에 대한 신용도가 떨어지는 것인데, 신용을 중요시하는 상인들에게 있어 그것은 제 살을 파먹는 것과 같은 짓이었다. 그런데 덩치는 그런 드문 일을 들먹인 것이었다. 더구나 이 여관업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숙식을 제공하는 곳, 덕분에 돈을 받고 물건을 파는게 아니라 사용하고 나서 돈을내는 후불제를 택하고 있는 여관도 많았고 이곳 '하늘빛 물망초'역시 후불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봐, 아가씨. 내 말을 들었으니 무슨 말인지 알겠지? 어때? 만약 이 방을 우리에게 넘기면 원래 방 값의 두 배를 쳐주지." 두 배라는 말과 함께 덩치와 이드 일행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네네는 조금 당황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곧 생각해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덩치를 향해 손을 내밀면서 입을 열었다. "이미 숙박부에 이름을 올리신 손님분들입니다. 특히 저희 여관에서는 돈을 더 준다고 해서 이미 들어와 계신 손님을 내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열쇠를 돌려주세요." "흠, 이 아가씨 되게 깐깐하네.... 그럼 세 배를 주지 어때? 게다가 들어오면서 들으니까 저 사람들은 여기 2, 3일 정도밖에는 머무르지 않을 것 같던데. 하지만 우린 아니거든. 여기 몇 주정도 머물거란 말이야... 어때? 그리고 이 여관의 주인은 아가씨가 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이 여관의 주인에게도 물어 봐야지. 안 그래?" 덩치는 의외로 딱 부러지는 목소리로 말하는 네네의 모습에 잠시 할말이 없는 듯이 말을 잊지 못했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평범해 보이는 사내가 나서서 여관의 주인을 찾은 것이었다. 어린 소녀가 저렇게 딱 부러지는 목소리로 답했으니 그 소녀에게 말하기는 틀린 일이니 여관의 주인에게 직접 말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그의 그런 의도도 곧바로 이어진 소녀의 말에 원천봉쇄 되어 버렸다. "아니요. 방금 제가 말한 것도 저희 아버지가 제게 말한 것이니 아버지 의견은 물어 볼 것도 없어요. 그러니 열쇠 돌려주세요." 그녀의 말에 라일과 이드들은 상당히 기분 좋은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반대로 세 남자는 당황한 듯이 서로를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설마 이 소녀가 여관주인의 딸인지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 돈안 의견을 묻듯이 한번씩 바라본 세 남자는 거의 동시에 고개를 돌려 라일과 이드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평범해 보이는 사내가 네네를 보며 말했다. "그럼, 저기 저 사람들이 이 여관을 나가겠다고 하면, 남는 방은 우리들이 쓸 수 있겠지?" 그러자 그의 말에 네네와 라일, 그리고 라일의 뒤쪽에 있던 이드들의 얼굴이 팍 하고 구겨졌다. 물론 서로의 생각은 다른 것이었는데, 네네는 이드일행을 걱정하는 것이었고... "설마, 이분들께 위해를 가하는 건... 만약 그렇게 한다면 저희 여관에서는 손님들을 받지 않을 것이고 치안대에 알리겠어요." 라일은 자신들과 싸움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말하는 세 남자의 말에 짜증과 함께 화도 났지만 고작 세명이서 자신과 뒤에 있는 엄청난 전력(戰力)을 상대하겠다는 말에 황당하기도 했던 것이었다. "하, 고작 세 명이서 우리에게 덤비겠다는 말은 아니겠지?" 세 남자는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전혀 위축되지 않는 네네와 라일들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려던 것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들 역시 이 여관을 사용하기 위해 지금 이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싸움을 일으키면 치안대에 알리고 여관에 들이지 않겠다는 네네의 말에 싸울 목적이 사라져 버렸고 자신들의 모습에 전혀 위축 되는 것이 없는 라일과 그 뒤의 일행들의 모습에 뭔가 찜찜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었다. 그런 느낌에 평범한 인상의 사내는 급히 답안을 바뀌 대답했다. "아니, 뭐 꼭 그렇다기 보다는.... 그럼 이건 어때? 우리가....... 엉??" 하지만 평범한 인상의 사내는 여관의 문이 활짝 열리며 들려오는 카다란 목소리에 자신의 말을 채 끝내지 못하고 목소리가 들려온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려야 했다. 그리고 그 평범한 사내를 바라보던 네네와 이드들도 그의 고개가 돌아가는 것을 아 고개를 돌렸다. "야... 혼! 도데채 방알아 보러 들어간 놈들이... 얼마나 더 기다리게 할생각이냐?" 151 "야... 혼! 도데채 방알아 보러 들어간 놈들이... 얼마나 더 기다리게 할생각이냐?" 여관을 들어 선 것은 7명의 인원으로 여자가 2명 남자가 5명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앞에 여관으로 들어서며 소리 지른 듯한 남자가 서있었다. 하지만 그 남자를 시선에 담은 이드들과 네네는 시선을 돌려 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나머지 일행들의 앞에 서있는 그 남자... 아니, 소년은 방금 전 소리친 사람을 보기에는 너무 어려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간사가 그렇듯 무슨 일이든 속단하는 것은 상당히 좋지 않다는 것을 말해 주듯, 나머지 여섯 명의 앞으로 나서 있던 소년이 또다시 크게 소리친 것이었다. 그러자 소년의 말을 들은 세 명의 남자가 그 소년에게 다가가서 그에 대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뭐 하냐니까." "아니... 그게 저.... 어떻게 된 일이냐 면요." 그리고 한쪽에서있는 네네와 라일들은 그런 그들을 황당한 듯이 바라았다. 20대로 보이는 세 명의 청년이 눈앞에 있는 소년에게 존대를 쓰며 쩔쩔 매는 모습이라니... 생각하기엔 우스운 일이지만 직접 눈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자 우습다기 보다는 황담함이 먼저 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 소년과 세 사내에게 향해 있는 중에 그렇지 않은 눈동자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이드였다. 지금 이드의 시선은 일행들이 향해 있는 소년과 세 남자가 아닌 그 소년 뒤에 서있는 6명 그중에서도 3명의 남자와 1명의 여성에게 향해 있었다. '훗, 여기서 또 만나게 됬네.... 대충 얼마 만이지?' 이드가 보통사람이 혼잣말을 하듯 생각하자 이드의 머릿속으로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요. 그때 이드님이 불의 꽃이라는 여관에서 봤었으니까. 거의 두 달이 되어 가는데요.] 그랬다. 그 네 사람은 불의 꽃이라는 여관에서 이드에게 반해 접근했던 라울과 그 일행들이었다. 또한 반역자인 라스피로에 대해서도 알려준 사람들이었다. 이드는 라미아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때 봤을 때와 별로 변한 것이 없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뭐, 두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별로 변한게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생명을 걸고 용병일을 하는 사람들은 하루, 이틀만에 죽을 수도 있고 불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니 꽤나 오랜만에 보는 것처럼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잠시간 이드의 시선이 그쪽만을 향해 있자 그들도 이드의 시선을 느낀 듯 이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드는 자신이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드를 알아보지 못한 네 사람은 이드의 인사를 받고도 어리둥절 해하며 서로를 바라 볼 뿐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때 불의 꽃 여관에서 만난것도 그때 잠시간의 시간뿐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거기엔 프로카스 덕분으로 그때 보다 훨~~ 씬 짧아진 머리카락 덕분에 이드의 모습에 그들이 보았던 때와 많이 달라져 있는 탓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만히 이드를 바라보던 라울이 생각났다는 듯이 아! 하는 탄성과 함께 손벽을 치면서 옆에 있는 자신들의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맞다. 이드, 이드맞지? 아.. 왜 있잖아.... 저번 일리나스에서 날 날려 버렸던 녀석 말이야." 순간 튀어나온 라울의 말에 그재서야 생각이 났는제 나머지 세 명의 용병역시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특히 그 네 명중 유일한 여성인 라미는 저번 불의 꽃이라는 여관에서 보여 주었던 미소를 다시 떠올려 보였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머리가 짧아 져서 몰라 봤어. 그런데 역시 이상형이라서 그런가? 머리가 많이 짧아 졌는데도 정확하게 알아보는데. 라울." 라미의 말에 라울은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그게 무슨 말이냐며 검을 덜그럭거리며 날뛰었고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면서 슬쩍 웃음을 뛰었다. 라울과 라미의 행동이 처음 불의 꽃에서 보았던 때와 하나도 다를 것 없이 똑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어 서로 안부를 묻는 것으로 인사를 나눌 때는 꽤나 시끄러웠고, 덕분에 소년을 비롯해서 세 남자와 모든 시선이 이드와 네 명의 용병들에게 모여들었다. "그런데 이드 너는 여기까지 무슨 일이야? 저번에 아나크렌으로 간다고 한 것 같은데.... 아, 그것보다 무슨 일이야? 저기 저놈들 하고 무슨 일이라도 있냐?" 이드는 평범한 덩치이긴 하지만 탄탄해 보이는 체형을 가진 트루닐의 물음에 별것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젓고는 방금 전 있었던 일을 핵심만을 골라 간단하게 말했다. 그 말에 트루닐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소년 앞에 서있는 세 남자를 바라보고는 이야기했다. "참, 나... 그럼 그렇지 니들이 별수 있냐... 이드 사실은 말이다. 이 녀석들이 이 여관에 들어가면서 방을 잡겠다고 큰 소리 탕탕쳤거든... 물론 우리는 못 잡을 거라고 했고, 그랬더니 저 녀석들이 그걸 가지고 저녁 내기를 걸었는데... 하하... 아무래도 그것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별로 악한 뜻은 없으니까 이해해줘라." "네, 별로 신경 않써요. 그런데 라울이야 말로 여긴엔 무슨 일이예요?" 이드의 말에 트루닐은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 다음 네네를 불러 일행들이 자리할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한 다음 이드의 물음에 말을 이었다. "아, 무슨 일이긴... 용병이 전쟁터를 찾는 거야 당연한거잖아." "뭐... 그것도..." "원래는 카논의 수도에 가려고 했는데... 들어 갈 수가 없더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접전지와 가까운 이곳으로 온 거고..." "아... 에? 수도.. 카논의 수도요?" 이드는 트루닐의 말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 말 중에 카논의 수도라는 말이 끼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급하게 되물었고, 이드의 뒤에서 귀를 이드와 라울의 말을 듣고 있던 일란들도 귀를 기울였다. 수도는 이드들이 가야할 최종 목적지이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모르는 트루닐로서는 그런 이드의 반응이 이상할 뿐이었다. "응, 수도로 먼저 갔었는데... 수도 외각에서부터 못 들어 가게 하더라구... 사람을 가리지 않고 말이야... 그런데 더 이상한 건 말이야... 수도로 몰래 다가가지도 못한다는 거야..." 다가가지 못한다니??? 이드는 그런 트루닐의 말이 의안한 듯이 되물으려 했지만 어느새 자리를 마련했다는 네네의 말에 우선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계속하기로 했다. 152 다가가지 못한다니??? 이드는 그런 트루닐의 말이 의안한 듯이 되물으려 했지만 어느새 자리를 마련했다는 네네의 말에 우선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계속하기로 했다. "으~읏~ 차! 하~~ 푹신푹신하니 편안하네. 겉보기도 그렇지만 속도 꽤나 괜찮은 여관이야..." 이드는 네 개의 침대 중 하나의 거의 뛰어 들다 시피 몸을 뉘이고서는 침대가 주는 포근한 감각을 맛보았다. 이어 자신이 외에 아무도 없는 방안을 한번 둘러 본 이드는 허리에 걸려 있던 라미아를 풀어 가슴 위에 놓고 말을 걸었다. "라미아 니 생각은 어때? 그 녀석들 무슨 생각일까?" 이드가 가만히 누운 체로 사지를 활개 치고선 오르락내리락 하는 가슴위에 놓여 있는 라미아를 향해 물은 머리도 꼬리도 없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머리도 꼬리도 없는 질문이지만 이드의 항상 함께 하고 있는 라미아로서는 이드가 때 버린 머리와 꼬리를 찾아서 붙일 수 있었다. [...... 모르겠어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슨 일인지...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한 것 같아요. 그들이 수도밖에 있는 카논의 귀족들과 병력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거요.] "그렇지... 하지만 그게 더 이상하단 말이야. 수도에 있는 병력을 모두 하다 해도 얼마돼지 않을 텐데... 게다가 카논과 라일론, 아나크렌, 이 세 제국의 병력이 카논의 수도를 감싸게 되면 그들로서도 좋지 못할텐데 말이야... 하아~~" 이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해가 가지 않는 듯이 길게 한숨을 달았다. 그리고는 몇 시간 전 들었던 라울의 말을 되새겨 보았다. 사실 지금 이렇게 라미아와 머리도 꼬리도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도 다 라울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네네의 안내로 세 개의 테이블을 붙인 자리가 마련되었고 일행들은 그리로 안내되었다. 실상 식당안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식사시간 이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을 것이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각각 마실 음료나 간단한 식사 거리를 주문했다. 이드는 그들이 주문을 모두 마치자 방금 전 라울에게 듣다 만 부분을 다시 질문했고 라울은 자신이 아는 것을 간단하게 대답했다. 실제로 라울이 아는 부분이 적었기에 간단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던 부분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짧은 라울의 말이 주는 중요성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안은 것이었다. 우선 수도로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었다는 것. 그것도 성문에서 사람들을 막는 것이 아니라 수도에서 1kk정도 떨어진 곳까지 나와서 수도로 오는 사람들을 돌려보낸다고 한다. 그것도 어떤 귀족 어떤 사람을 막론하고 말이다. 물론 꽉 닫혀진 성문으로 나오는 사람도 없다고 한다. 그리고 라울이 들은 것인데, 사람들을 돌려보내는 경비들 역시 몇일 전 성문이 닫겨진 후로는 한번도 성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둘째, 이것이 꽤나 이드일행의 맘에 걸리는 문제이고 의문시되는 핵심 문제인데, 수도 주위로 실드나 결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는 말이었다. 사실 라울들은 수도로 향하는 길에서 경비들의 말에 조금 의아함을 느끼고는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으로 경비들이 있는 곳을 돌아 수도로 접근했다고 한다. (^^;; 무슨 배짱들인지...) 그런데 그렇게 돌아서 얼마 수도로 접근하던 라울들은 얼마 가지 못해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벽' 같은 것에 그대로 부딪쳤다는 것이었다. 라울의 말을 빌지자면 맨땅에 해딩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걷던 속도 그대로 딱딱한 벽에 머리를 박았으니 말이다. 뭐, 말을 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라울의 희생으로 앞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안 일행들은 그 보이지 않는 벽을 따라 이동했다. 그리고 수도전체는 아니지만 두어 시간을 벽을 따라 이동한 라울과 일행들은 이 '보이지 않는 벽'이 수도 전체를 둘러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생각을 같이 했고 그런 결론을 내림과 동시에 그곳으로부터 몸을 돌렸다.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수도 전체를 둘러싸는 이런 '것'을 펼칠 터무니없는 상대를 적으로 삼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그렇게 라울의 짧지만 중요한 이야기가 끝날 때쯤 해서 네네가 일행들이 주문한 것들을 가져왔다. 그리고 방이 비었다는 네네의 말에 라울들도 이 여관에 방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얼마간의 이야기가 더 오고 간 다음 저녁식사 까지 끝마치고는 이드를 비롯한 몇몇의 인물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행들이 한데 어울려서 영지 구경한다며 나가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이드의 생각이 막을 내릴 때쯤 라미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깊이 생각하지 마세요. 집히는 것도 없는데 고민해서 무슨 소용있겠어요.] 라마아의 말에 이드는 피식 웃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이드자신도 지금 그런 생각을 하며 머리속을 헤집고 있는 문제들을 접으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후훗... 그래, 그래야지. 에고~~ 모르겠다." [헤헤.. 근데요. 이드님, 그 유스틴이라는 용병 말예요.] "응? .... 아, 그 사람....큭.. 하하하...." [네, 근데 그 사람에게 걸린게 저주맞아요? "소년의 모습으로 늙지 않는다." 제 생각에는 그건 축복일 것 같은데... 인간들은 오래 살길 바라잖아요. 거기다 늙는 것도 싫어하고...] 이드는 라미아의 말을 들으며 연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의 모습을 떠올렸다. 여관에 들어서자 말자 큰소리로 세 남자에게 소리부터 치던 소년... 이드들도 처음에 당황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건 겉 모습일 뿐 실제의 나이는 30이 이라는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그는 이미 결혼까지 한 몸이라고 했다. 물론 상대는 그의 옆에 앉아 있는 20대 초반의 블론드를 가진 여성이었다. 그 말에 처음엔 당황감을 느끼던 중인들이 어떻게 된거냐는 듯이 물었다. 하지만 그 소년... 아니 아저씨는 귀찮다는 듯이 앞에 놓인 맥주잔을 들었고, 그 옆에 있던 그의 부... 인이 호호 거리며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니까 유스틴이 24살때, 한 영주의 의뢰로 몬스터 퇴치에 나갔었던 적이 있었단다. 그런데 용병들도 그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안 일이지만 그 곳에는 리치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원래는 미궁이나 산속 깊은 동굴에서 살아야 할 녀석이었는데 무슨 일인지 몬스터를 이끌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리치와 마주친 이상 그냥 뒤돌아 도망칠 수도 없었던 용병들은 그대로 리치와 몬스터들을 향해 돌격했고 어찌어찌하여 몬스터와 리치를 쓰러트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리치의 목을 친 것이 유스틴이었다는 것이다. 그때 중,하급의 용병이었던 유스틴은 함부로 나설 수가 없어 뒤로 물러나 있었고 덕분에 가장 부상이 적었다. 그래서 전투의 막바지에 다른 힘빠지고 상처 입은 동료들을 대신해 리치의 목은 친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 였단다. 그 리치의 목이 떨어지면서 자신의 목을 검으로 내려친 유스틴을 향해 한가지 저주를 내린 것이었다. "크...르륵... 네 놈이 가장 불행했던........ 시간속에..... 영원히 머물러라...." 리치의 저주가 끝을 맺자 유스틴은 갑자기 머리가 핑도는 감각에 그대로 정신을 놓아 버렸고 깨어났을 때는 이미 18살 때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의 그런 모습에 그가 소속된 용병단에서는 보상금도 주었고 그의 치료를 위해 몇몇의 마법사와 신관에게 보이기도 했단다. 하지만 저주를 건 상대가 상대다 보니 이놈의 저주는 풀릴기미도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6년이 흐른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그래이가 18살 때 무슨 안좋은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물론 주위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남이 불행했던 시기의 일을 묻다니... 그런데 상대방이 보인 반응이 이상했는데, 유스틴은 뭐가 불만인지 맥주를 한꺼번에 들이켜 버렸고 옆에 앉아 있던 그의 부인은 뭐가 웃겨서인지 호호호 거리며 웃는 것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부인의 말에 그래이등은 급히 고개를 떨구고는 가늘게 어깨를 떨어야 했다. "호호호... 그게... 이이가 그때 첫 사랑에게 고백했다가... 보기좋게 채였을 때였거든요. 호호호호" "하지만... 그것도 그것대로 꽤나 괴롭겠지. 거기다 유스틴이란 사람의 모습은 너무 어리잖아. 18살... 그 사람은 자신을 모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18살로 대접받을 테니까. 그 사람의 부인과 같이 늙어 가지도 못할 테고 말이야... 뭐, 대부분의 사람들이 늙어 죽지 않길 바라는건 사실이지." [음.... 저는 잘 모르겠어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킥하고 웃어 주고는 라미아를 들어 자신의 옆으로 내려 눕혔다. "그럴거야. 나도 잘 모르겠거든... 아마 직접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거야. 그럼 이런 이야기는 그만하고 오늘은 일찍 자자..." 153 팡! 팡! 팡!... 이드는 앞으로 내뻗어 지는 주먹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부딪쳐 반탄되는 것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 이드의 눈앞에 존재하는 공간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선이 머무르는 다른 방향과 같이 중간에 시선을 차단하는 물체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호신강기라도 쳐져 있는 듯이 내지른 주먹이 반탄되다니... "거, 기분 묘하네... 아무것도 안 보이는게 꼭 수정강기(水晶剛氣)를 때린, 그런 기분이야..." 하지만 이드는 이내 1kk 정도 떨어진 거대한 외성을 바라보며 고개를 내 저었다. 수정강기보다 더욱 투명했다. 아니, 아예눈에 잡히지도 않았다. 수정강기의 경우에는 시전자의 주위로 펼쳐지는 강기와 공기층의 미묘한 변화로 강기넘어로의 모습이 약간 흔들리거나 비뚤어져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경우에느... 너무도 완벽하게 반대편이 보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무엇도 느껴지지 않는 다는 것도 아니었다. 내력을 끌어 올려 대기에 실어 보면 바로 앞에서 저번 혼돈의 파편들에게서 느낀 기운과 비슷하면서도 아리송한 기운이 느껴지긴 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잠시 전면을 주시하던 이드는 곧 고개를 돌려 옆에 서있는 두 명을 바라보았다. 두 명, 이드는 이곳 카논의 수도 발라파루까지 오는데 일리나와 세레니아만 동행하고 온 것이었다. 라울에게 수도에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들은 이드는 그날 밤 시케르 영지를 찾아 차레브의 편지를 전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수도로 향한 것이었다. 물론 일란과 그래이들을 비롯한 일행들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떨어 트려놓고 말이다. 일란을 비롯한 일행들 역시 그런 이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건 당연한 일이었다. 라일과 칸들을 통해서 적의 능력이 어떠한지를 알고 있는 일행들로서는 함부로 나서는 것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드혼자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곳 세계로 넘어온 이후로 혼자서 다녀 본 일이 없고, 거기다 길도 모르는 이드였기에 세레니아가 같이 동행하기로 했다. 그 사실에 세레니아의 존재를 어렴풋이 예측하고 있던 일란들을 제외한 라일이나 토레스등의 세레니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몇몇의 인물이 자신들은 데려가지 않으면서 어떻게 연약한 세레니아를 데려 가느냐는 말을 했지만, 곧바로 이어진 세레니아의 무력 시범에 저용히 뒤로 물러났다. 뭐... 개중에 세레니아의 검술을 본 몇몇의 남자들의 어깨가 처지다 못해 손이 땅에 질질 끌리던 모습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하지만 그런 중에서도 반발하는 두 존재가 있었으니 카리오스와 일리나였다. 카리오스야 세레니아가 약하게 드래곤 피어를 흘려 내는 것으로 혼혈을 집을 필요도 없이 끝났지만 문제는 일리나였다. 이드가 무슨 말을 해도 절대 따라 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는 중에 라미아의 투덜거림이 이드의 머리를 두드린것은 두말 할 것도 없는 일이고 말이다. 물론 중간에 세레니아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엘프라는 종족의 특성이라서 저로서도 어쩔수가 없어요. 아마, 한가지 일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드래곤 피어를 사용한다고 해도 포기 하지 않을걸요. 그냥 같이 가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라고 말한것 뿐이었다. 그래서 결국 일리나도 같이 세레니아를 타고 수도로 출발했고 점심시간이 조금 되지 못해 이곳에 도착할수 있었다. "세레니아가 보기엔 어때요?" "... 제가 보기엔.... 곌계... 같아요. 단, 마법진을 이용한 복작한 그런 결계가 아니라 오로지 스스로가 가진 힘을 이용한 고급의 결계 같아요. 보통의 결계와는 그 용도와 활용도를 시작해서 질적으로 다른 결계죠." 이드는 세레니아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의 설명을 듣는것과 함께 그래이드론의 기억들 중에서 결계에 관해서 몇가지 떠오르는게 있어 지금 세레니아가 말하는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이해가 갔기 때문이었다. 그때 세레니아와 함께 이드를 바라보고 있던 일리나가 조금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죠?" "여기 까지 왔으니 들어 가 봐야겠죠. 이 앞에 쳐져 있는게 결계인것만을 확인하고 그냥 돌아 갈순 없잖아요." "그러려면 앞에 있는 결계를 깨야 될텐데... 하지만 이건 보통의 결계가 아니잖아요." 그렇게 말하는 일리나의 목소리에는 상당한 걱정이 묻어 있었다. 그녀역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앞에 존재하는 결계가 어떤건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도 이드는 싱긋이 웃을 뿐이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할발자국 나서서는 손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계를 툭툭 쳤다. "하지만 결계는 결계, 보통의 결계와 질적을 틀리더라도 결계를 형성하고 있는 힘보다 더 강한 힘으로 때리면 부셔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잖아요." [그럼요. 저 엘프는 이드님의 실력을 잘 모른다구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슬쩍 웃음을 지으며 자연스레 내력을 끌어 올리며 말을 이으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느껴지는 야릇한 대기의 흔들림에 급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이드가 몸을 돌리는 것과 같이 하여 이드와 일리나, 세레니아의 귓가를 울리는 가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있었다. "결계를 형성하는 힘보다 강한 힘으로 부순다. 좋은 방법이예요. 하지만 그렇게 하지는 말아 주셨으면 좋겠네요." "혼돈의 파편.... 인가? 모습을 먼저 보였으면 하는데..." 이드는 상대방의 말소리가 나오는 것과 동시에 몸을 돌려 주위를 살펴 보았지만 눈에 들어 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끌어 올려진 내력으로 느껴지는 대기의 흔들림은 주위에 누군가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기에 긴장을 풀지 않고 물었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진 부드러운 목소리의 말에 이드는 애써 잡아 두었던 긴장감이 슬슬 풀려 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 "아? 아차... 깜빡 실수, 헤헤... 아직 몸을 숨기고 있다는 걸 깜빡했네요." 그리고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드들의 20m 정도 앞에서 흐릿한 사람의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흐릿한 형태가 한 발작 한 발작 움직일때 마다 그 모습이 또렷해 졌는데, 4m정도를 걷고 나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또렷하게 이드들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밝은 청은발을 길게 길러 중간쯤에서 푸른색의 리본으로 묶어준 푸른 눈의 아가씨였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입매에 방긋이 걸려 있는 미소는 별다른 특징이 없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호감을 가지게 만들고 있었다. 물론 가볍게 걸친듯한 푸른색의 불라우스와 가늘은 다리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는 듯한 편안해 보이는 푸른색의 바지 그리고 허리띠 대신인지 허리에 둘러 양쪽 발목 부위까지 길게 늘어 트린 자주색의 허리띠(?)는 그냥 있어도 충분히 눈에 뛰는 모습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이드와 일리나 들이 그녀의 모습을 모두 눈에 담았을 때쯤 그 아가씨의 입가에 걸려 있던 방긋한 미소가 더욱 짓어 졌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시리젠 이라고 한답니다. 그냥 아시렌이라고 불러 주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아... 아, 그래요... 오?" 방긋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는 그녀의 부드럽고도 태평스런 모습에 이드와 일리나, 세레니아는 한순간 멍해져서는 마주 인사를 해버렸다. 그러다 상대를 의식하고는 급히 고개를 들었다. 혼돈의 파편정도가 된다면 그 정도 짧은 틈에 충분히 공격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개를 든 이드들의 시야에 들어 온 아시렌의 모습은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자신들의 인사에 방긋이 웃어 보이는 아시렌의 모습, 그 모습에 이드들은 다시 한번 긴장감이 술술 풀려 나가는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 '라미아... 혼돈의 파편이라는 녀석들 왜 이래? 저번에는 곰 인형을 든 소녀더니, 이번엔 푼수 누나 같잖아~~~~~~' [....] 154 '라미아... 혼돈의 파편이라는 녀석들 왜 이래? 저번에는 곰 인형을 든 소녀더니, 이번엔 푼수 누나 같잖아~~~~~~' [....] 이드가 그렇게 한탄했다. 하지만 라미아 역시도 이드와 같은 한탄을 하고 있던 탓에 이드의 말에 뭐라고 대답해 주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때 자신을 아시렌이라고 밝힌 아가씨가 이드를 바라보며 방긋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쪽 분 성함이... 이드씨 맞죠?" 방긋 방긋 웃어대며 물어보는 그녀의 말에 이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르카나때도 그랬지만 이번의 혼돈의 파편역시 전투시의 분위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것 같은 성격인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아~ 맞아요. 제가 이드입니다. 그러는 아시렌은 혼돈의 파편이 맞죠?" 그러자 이드의 대답을 들은 아시렌이 고개를 끄덕이며 기분 좋은 듯이 말했다. "역시, 제가 조금 둔해서 사람을 잘 못알아 보는데 이드씨는 금방 알아 보겠어요. 메르시오와 모르카나 그리고 칸타에게서 이드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참, 그냥 이드라고 부를께요. 이드씨라고 부르니까 조금 불편하네요. 그런데 옆에 있는 분들은 누구시죠? 한분은 엘프 분이시고, 한분은... 인간은 아닌것 같은데요? 음... 뭘까?.... 음... 잠깐만요. 말하지 말아요. 제가 맞춰볼께요...." 거의 몇번의 호흡동안 모든 말을 쏟아낸 아시렌이 세레니아를 보며 고개를 갸웃 거리는 모습을 보며 이드와 일리나등은 한순간 말많은 푼수 누나같은 이미지가 완전히 굳어지는 것을 느끼며 황당함을 느껴야만했다. 하지만 단번에 세레니아가 인간이 아닌걸 알아내는 모습에 놀라는 한편으로는 역시 혼돈의 파편이라는 생각에 벌써 저만큼 멀어져 버린 긴장감을 다시 끌어 올렸다. 그리고 이드가 그렇게 전신에 내력을 전달할 때 세레니아와 일리나가 이드의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리고 그중 세레니아는 이미 인간이 아닌것이 들켜버려서 인지 꽤나 강대한 마나를 자신과 일리나의 주위에 유동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아시렌이 알았다는 듯이 손뼉을 치며 방긋이 웃어 보였다. "알았다. 드래곤, 드래곤이군요. 레드 드래곤. 맞죠? 맞죠?" 이드는 방긋이 웃어 대면서 물어 오는 아시렌의 모습에 다시한번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며 마주 웃어 주었다. ".... 네. 맞아요. 이쪽은 레드 드래곤 세레니아라고 하죠. 그리고 이쪽은 엘프인 일리나하고 하지요. 그런데 아시렌님은 저희들이 온걸 어떻게 안거죠? 여기까지 오면서 눈에 뛸 짓이나 강한 마나를 사용한 적이 없는데... 아시렌님?" 하지만 세레니아의 정체를 정확히 알아낸 것에 즐거워하던 아시렌은 이드의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그 모습에 이드가 다시 한번 큰소리로 아시렌을 불렀다. 그제서야 이드를 향해 고개를 돌린 아시렌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드를 바라보았다. 이드는 그녀의 그런 모습에 조금 전 던졌던 질문을 다시 던졌다. "아, 그건 저 결계의 특성이예요. 아까 저분 세레니아님이 말씀 하셨듯이 보통의 결계와는 질적으로나 용도 면에서 확실히 다르다고요. 그리그 그 용도 중에서 한 가지가 자신이 펼친 결계를 통해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저는 방금 전 이드가 결계를 두드리는 느낌을 느끼고 온 것이구요." 그녀의 설명에 이드와 일리나 그리고 세레니아는 다시 고개를 돌려 있는지 없는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계를 한번 바라보고는 다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어 세레니아가 이드와 일리나를 한번 바라보고는 아시렌을 향해 물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론 저 결계를 치기 위해서는 그 시전자가 결계의 중앙에 위치해야 할텐데... 아시렌님이 여기 있는데 결계는 아직 유지되는군요." "헤헤... 사실 성안에 세명이 더 있거든요. 이 결계는 왕성을 중심으로 두명이서 유지하고 있었는데 내가 맞고 있는 결계쪽에서 여러분이 보여서 잠시 결계를 맞기고 제가 온 거예요. 메르시오들에게서 이드님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한번 만나보고 싶었거든요." 이드는 아시렌의 말을 듣다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자신이 알기로는 혼돈의 파편은 여섯 명이었다. 만약, 그 여섯 명이 모두 이곳에 있다면 두말 않고 세레니아와 일리나를 데리고 도망치려 했는데... 네 명이라니? 그런 의문은 곧바로 물음이 되어 이드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아시렌... 내가 알기로는 당신들 혼돈의 파편은 모두 여섯 명 아닌가요? 그럼 두 분은 어디에..." "아, 그거요? 그러니까... 모르카나와 칸타는 다시... 아... 어디였다라? 이름은 모르겠는데 몇 일 전 이드와 싸운 곳으로 갔구요. 페르세르는 라일로... 합!!!" 이드의 말에 방긋이 웃으며 대답하던 아시렌은 뭔가 생각이 난 듯이 급하게 입을 손으로 가로막았지만 이미 들을 대답을 모두 들어 버린 이드와 일리나들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시렌은 그 모습에 발을 동동구르며 어쩔 줄 몰라했다. "다... 들었어요?" 아시렌의 말에 세 명이 모두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어떻게.... 이건 아무한테나 말하지 말라고 한 건데... 저기요. 못들은 걸로 해주는건... 안되겠죠?" 아시렌의 말에 다시 고개를 끄덕이는 세 명. 아시렌은 그 모습에 잠시 눈을 깜빡이더니 뭔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다시 얼굴에 방긋한 미소를 뛰어 올렸다. "그럼, 그럼... 세 사람이 이곳에 잠시 남아 있어요. 오래 있지 않아도 되고... 음.... 2, 3일정도만 있어 주면 되요. 어때요?" 이드는 애교스럽게 방긋이 웃으며 말하는 그녀의 말에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의 말대로 아마타와 라일론으로 혼돈의 파편이 갔다면... 뭐, 아마타나 라일론 두곳 모두 그레이트 실버급에 이른 인물들이 두 사람씩 머물고 있긴 하지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불현듯 이드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이 있었다. '저들 혼돈의 파편의 목적이 뭔지...' "미안하네요. 부탁을 들어주질 못해서... 지금 곧바로 가봐야 할곳이 두 곳 생겼거든요." 이드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라미아를 잡으며 라미아에게 준비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일리나와 세레니아에게도 눈짓을 해보이고는 다시 아시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리 푼수 누나같은 모습이라고는 하지만 어쨓든지 간에 상대는 혼돈의 파편이니 말이다. [조심하세요. 어쩌면 저 수도 안에 있다는 또 다른 혼돈의 파편이 공격해 올지도 몰라요.] 이드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시렌을 바라보았다. 그때 쯤 아시렌은 무언가 생각을 하는 듯이 다시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후 눈살을 찌뿌린 아시렌이 이드들을 바라보았다. "그럼... 내가 여기서 세 사람을 못하게 막고 있어야 겠네.... 에효~~ 난 싸우는건 싫은데..." 짤랑....... 그 말과 함께 한차레 흔들려 졌다. 그와 함께 아시렌의 팔목부분에서 맗은 금속성이 울리며 각각 한쌍씩의 은빛의 팔찌가 흘러 내렸다. 155 "그럼... 내가 여기서 세 사람을 못하게 막고 있어야 겠네.... 에효~~ 난 싸우는건 싫은데..." 아시렌의 말투는 어느새 평어로 바뀌어 있었다. 짤랑....... 그와 함께 아시렌의 팔목부분에서 맗은 금속성이 울리며 각각 한 쌍씩의 은빛의 팔찌가 소매에서 흘러 내렸다. 흘러내린 은색의 팔찌는 자세히 보지 않는한 알아보기 힘든 시원한 푸른빛을 머금고 있었는데, 서로 엇갈려 아시렌의 팔목에 걸려 있는 모습이 꽤나 어울려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주인인 아시렌도 같은 생각인 듯 양 팔목의 팔찌들을 소중한 듯이 쓰다듬 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이드도 라미아를 부드럽게 뽑았다. 그러자 챠앙~ 거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아닌 사르르릉 거리는 마치 옥쟁반에 옥 쇠구슬 굴러가는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며 은은하게 물든 발그스름한 검신을 내보였다. 그런데 뽑혀나온 라미아의 검신을 잠시 쓸어 보고 고개를 든 이드의 시선에 두손을 마주잡고 눈을 반짝이며 자신들 쪽을, 정확히 라미아를 바라보는 아시렌의 모습이 눈 에 들어왔다. 이어 들려오는 아시렌의 목소리. "와~ 예쁘다. 뭘로 만들었길래 검신이 발그스름한 빛을 머금고 있는거야? 거기다 검의 손잡이도 뽀~얀게... 예쁘다." [어머.... 저 혼돈의 파편이라는 사람 다른 혼돈의 파편이라는 둘과는 달리 뭘 볼 줄 아네요. 헤헷...] 아시렌의 말과 그에 답하는 라미아의 말에 세레니아와 일리나에게 조금 떨어 져서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하라고 전음을 보내던 이드는 다시 한번 저리로 달아나는 긴장감 급히 붙잡고는 속으로 잡히지 않는 전투 분위기에 한탄해야 만 했다. '에효~~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어떻게 싸우냐고~~~ 그리고 라미아, 너까지 왜!!' 그렇게 한창 잡히지 않는 전투 분위기를 그리워 하는 이드의 귀로 다시 아시렌의 기대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검, 그 검, 이름이 뭐야? 응? 발그스름하고 뽀얀게 대게 이쁘다..... 있잖아... 혹시 그거 나주면 않될까? 응? 그거 주면 나도 좋은거 줄께. 응? 응? 나줘라..." 이드는 아시렌의 말에 순간 황당함을 금치 못하고 멍~ 해져 버렸다. 지금 전투 분위기도 제대로 잡히지 않은 이런 분위기에 하술 더 떠서 잘 아는 친구 사이라도 되는양 라미아를 달라고 조르다니... 이건 전투중에 조심하라고 걱정해주는 모르카나보다 더해 보였다. 그때 아시렌의 말을 이어 들려오는 라미아의 목소리. [어머? 저렇게 까지 부탁하다니... 하지만 이드님은 거절하실거죠? 절 사랑하시고 아껴주시며 귀여워 해주시는 이드님이니까요. ^^*] 왠지 기부이 들뜬 듯한 라미아의 말을 들은 이드는 순간 거절하려던 것을 바꾸어 그냥 던져 줘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꾹꾹 눌러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고개를 저으며 딱딱하고 똑똑 부러지는 말투로 거절했다. 물론 여기에는 제대로된 전투 분위기를 찾고자 하는 이드의 의도였다. "거절합니다. 아시렌님. 전장에서의 무기는 자신의 생명. 그런 무기를 달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그리고 전투때가 아니라도 라미아를 거래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서둘러 주시죠. 저희들은 바삐 움직여야 합니다." 아까전 까지 이야기하던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딱딱한 목소리였다. 마치 처음 사람을 대하는 듯, 아무런 감정도 배어있지 않은 목소리. 확실히 이정도라면 상대도 분위기를 맞춰준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개의 경우일뿐 이었다. 여기 눈앞에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으니까 말이다. "어머? 그렇게 정색할 것까지야... 보아하니 그 검, 에고소드 같은데 그런 건 검이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은 쓸수도 없다구. 그런데 그렇게 나서는 걸 보니까. 그 검을 상당히 좋아하는 모양이야... 라미아라는 이름도 좋고. 이드가 지어 준거야?" 아시렌의 말과 함께 이드는 다잡고 있던 분위기가 더 이상 어떻게 유지 할 수 없을 정도로 산산히 부셔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일조하는 라미아의 "꺄아~ 꺄아~ 어떻해" 라는 목소리까지. 순간 이드는 자신이 이곳에 왜 서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며 몸을 돌리고는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세레니아를 바라보았다. "세레니아, 돌아가죠. 여기 더 있어 봤자 좋을게 없을 것 같네요." "..... 네?" 이드는 자신의 말에 어리둥절 한듯이 대답하는 세레니아를 보며 간단하게 대답했다. "돌아가자구요." "자, 잠깐... 잠깐만... 내가 않된다고 했잖아." 짤랑... 짤랑..... 이드는 자신의 말에 급히 움직이 탓인지 연속적으로 들려 오는 맑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푼수 주인과는 전혀 맞지 않을 것 같은 맗은 소리... 헤휴~~~ 작게 한숨을 내쉰 이드는 고개만 슬쩍 돌려서는 아시렌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아시렌님은 전혀 저희를 막을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말이죠." 그 말에 잠시 할말이 없는지 옹알거리는 아시렌. 이드가 그녀의 모습에 다시 고개를 돌리려 하자 아시렌이 작은 한숨과 함께 왼쪽손을 들어 올렸다. 짤랑....... "휴~~ 막을 거예요. 단지 싸우고 싶지 않았을 뿐이지... 하지만 역시 그냥 가도록 놔둘수도 없는 일이니까." 그러자 아시렌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왼쪽 팔목에 걸려 있던 두개의 팔찌 중 하나가 빠져 나갔다. "우선은... 싸우지 않아도 되는 것 부터. 윈드 캐슬(wind castle)! 바람의 성이여 너의 영역에 들어선 자의 발을 묶어라."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드와 일리나, 세레니아의 주변으로 급격히 이동 한 바람이 눈에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압축하더니 울퉁불퉁하고 삐죽삐죽한 모양으로 세 사람을 감싸 버렸는데 그 모습이 흡사 성과도 비슷해 보였다. 그 녀의 말대로 싸우지 않아도 되도록 일행들을 가두어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생각은 곧바로 이어진 이드의 목소리와 발그스름한 빛에 의해 깨어져 버렸다. "우리는 바쁘다니까요. 바람은 바람이 좋겠지... 삭풍(削風)!" 쓰아아아악...... 발그스름한 빛이 이는 것과 동시에 마치 공기가 찧어 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이드의 앞을 가로 막고 있던 바람의 성은 찧어져 버렸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이드들의 주위로 강렬한 기류가 잠깐 머물다가 사라졌다. "그런걸론 조금 힘들것 같은데요." 156 발그스름한 빛이 이는 것과 동시에 마치 공기가 찧어 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이드의 앞을 가로 막고 있던 바람의 성은 찧어져 버렸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이드들의 주위로 강렬한 기류가 잠깐 머물다가 사라졌다. "그런걸론 조금 힘들것 같은데요." 이드의 말에 아시렌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포옥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으응, 그런가 봐. 메르시오하고 모르카나에게서 듣긴 했는데... 어쩔 수 없지 뭐 원드 오브 루렐(wind of ruler)! 오랜만의 춤이야... 즐겁 게 춤을 추어보아라. 변덕스런 바람의 지배자들이여." 짤랑... 짤랑... 짤랑... 마치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아시렌의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양팔에 걸려 있던 나머지 세 개의 팔찌들이 빠져 나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이어 허공에 떠있던 나머지 하나의 팔찌와 뒤엉키는 듯 하더니 한순간 넓게 퍼지 며 어지럽게 휘날렸는데, 그 모습에 꼭 장난기 심한 바람과도 같아 보였다. "후~ 꽤 복잡한 공격이 들어오겠는걸..." 이드는 허공에서 어지럽게 은빛의 선을 만들어 내는 팔찌들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리며 라미아를 부드럽게 고쳐 잡았다. 지금 허공에서 날아다니는 팔찌 들의 움직임이 상당히 난해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바람, 그것은 자연의 힘 중 가장 자유스러울 뿐만 아니라 가장 변덕스럽고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중원의 초식들 중에서도 바람의 움직임에 의해 창안된 초식들의 대부분이 강한 파괴력이 없는 대신 방금 전 이드가 사용했던 삭풍처럼 날카롭거나 복잡 다난한 초식들이 주를 이루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초식들을 대처하기 위해서는 강함 보다는 부드러움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자세를 고쳐 잡은 이드는 전방의 아시렌과 네개의 팔찌등에서 눈을 때지 않은 채 세레니아와 일리나에게 물러가라는 손짓을 하면서 짧게 전음을 보냈다. "-가까이 있으면 휘말릴지 모르니까 한쪽으로 물러나 있어요. 그리고 세레니아는 보고 있다가 제가 신호 하면 곧바로 아시렌을 공격하세요. 혼돈의 파편 둘이 아나크렌과 라일론으로 간데다가 언제 또 다른 혼돈의 파편이 튀어나올지 모를 이런 곳에 더 머물러서 좋을 건 없으니까요.-" -알았어요. 이드님도 조심하세요.- 이드의 전음에 메세지 마법으로 대답을 한 세레니아는 일리나와 함께 이드의 오른쪽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기척으로 일리나와 세레니아가 뒤로 물러난 것을 느낀 이드는 빨리 끝내야 겠다는 생각에 아시렌의 공격을 기다리지 않고 앞으로 몸을 날리며 라미아를 살짝 흔들었다. 우우우웅.... 그리고 그와 함께 어느새 내력이 주입된 라미아의 검신으로 부터 발그스름한 빛의 반달형의 검기 다발들이 아시렌을 향해 쏘아져 순식간에 아시렌과의 거리를 좁혀 갔다. 하지만 정작 공격을 당한 아시렌은 자신을 향해 몰려오는 검기를 보고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방긋이 웃는 얼굴로 발그스름한 빛의 검기들을 예쁘다는 듯이 바라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태평한 모습과는 반대로 당황해 하고 있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이드였다. 아시렌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날린 검기였는데 상대가 방긋이 웃고 있으니...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검기가 아시렌 가까이 이르렀을 때쯤 바람소리와 함께 아시렌을 향해 날던 검기들이 무엇엔가 막혀 버리는 모습을 보며 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바람의 칼날(風刃)... 검기들이 네 개의 팔찌들로부터 형성된 무형의 검에 의해서 막혔어. 그것도 네개의 팔찌가 두개씩의 검기를 맡아서 말이야. 마치 서로 맞추기라도 한 것같거든. 라미아, 저 팔찌들에도 의지가 있는 거같아?" 이드는 라미아에게 그렇게 물으면서 다시 한번 검을 휘둘러 난화 십이식중의 난화를 펼쳤다. 하지만 이번엔 마치 회오리 치는 듯한 바람의 칼날에 꽃잎이 흩날리듯이 검기의 꽃들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사라져 버리는 검기의 꽃잎들에 하못 허탈감까지 느낄 정도였다. 그때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애매해요. 의지력이 조금 느껴지는 듯도 한데... 살펴보면 매우 약한게. 잘 모르겠어요. 아마 저 아시렌이라는 여자가 조정하는 것 같기도 한데...] 이드는 라미아의 말을 들으며 정말 못 말리는 상대라는 생각에 피식 웃어 버렸다.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라미아에 좀더 강한 내력을 주입해갔다. 그러자 라미아를 둘러싸고 있던 검기의 색이 차츰 어두워 지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아시렌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어머? 왜 색깔을 바꾸는 거야? 아까 전에 초승달 모양도 그렇고 방금전의 붉은 꽃잎 모양도 이뻐서 보기 좋은데... 계속 그렇게 보기 좋을걸로 하자~~ 응?" 아시렌의 말에 이드는 순간적으로 라미아에 주입하던 내력을 끊어 버렸다. 덕분에 점점 짙어지고 있던 라미아의 검기가 한순간 사라졌다가 다시 발그 스름하게 물들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에효~~~..." [이래서야 어디 제대로된 전투라도 벌일 수 있겠어요?] 다시 한 차레 한숨을 내쉰 이드는 자신의 말을 이은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라미아를 그대로 내뻗어 십여발의 검기를 내 쏘았다. "좀 진지해져 봐요. 군마락." 이드는 군마락의 초식에 의해 수십여 발의 검기를 내쏘고는 조금의 여유도 두지 않고 몸을 뛰어 올리며 비스듬 하게 라미아를 그어내렸다. "빠르게 갑니다. 무형일절(無形一切)!" 이드의 기합성과 함께 라미아가 그어 내려진 괴도를 따라 거대한 은빛의 검강이 형성되어 뻗어 나갔다. 앞의 십여발의 검기로 시야를 가리고 그 뒤에 바로 강력한 검강을 날리는 꽤나 잘 짜여진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며 땅에 부드럽게 내려서던 이드는 십여발의 검기 사이로 흐르는 아시렌의 목소리와 바람의 기운에 고개를 흔들고는 곧바로 몸을 날려야 했다. "어머... 이쁘다. 발그스름한것도 좋지만 은색으로 반짝이는 것도 이뻐~~ 그렇지 애들아? 그물로 잡아봐. 윈드 오브 넷(wind of net)!" "으이그.... 어째서 저런 푼수누나하고 검을 맞대게 됐는지..."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린 이드의 눈에 군마락에 의해 날아간 십여 가닥의 검기들이 마치 그물에 걸린 듯 힘없이 방향을 트는 모습과 네개의 팔찌 중 하나가 강렬히 회전하며 무형일절의 은빛의 검강에 곧바로 부 딪혀 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157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린 이드의 눈에 군마락에 의해 날아간 십여 가닥의 검기들이 마치 그물에 걸린 듯 힘없이 방향을 트는 모습과 네개의 팔찌 중 하나가 강렬히 회전하며 무형일절의 은빛의 검강에 곧바로 부 딪혀 드는 모 습이 눈에 들어왔다. "근데 푼수답지 않게 실력은 좋단 말이야. 수라만마무(壽羅萬魔舞)!" 그 말과 함께 돌아선 이드는 아시렌을 향해 몸을 날리며 라미아로 부터 붉은 강선들을 내뿜어 아시렌의 시야를 완전히 가려 버렸다. 그에 이어 아시렌의 머리위쪽으로 급히 몸을 뽑아 올린 이드는 운룡번신(雲龍飜身)의 수법으로 아 시렌의 머리위쪽에서 순간적으로 몸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손에 잡고 있던 라 미아를 허공에 잠시 뛰우며 양손으로 각각 청옥빛의 유유한 지력과 피를 머금 은 듯한 강렬한 붉은 색의 지력이 아시렌을 향해 뿜어져 내렸다. "취을난지(就乙亂指)! 혈뇌천강지(血雷天剛指)!!" 그렇게 지력을 내쏟아낸 이드는 잠시 허공에 뛰어 두었던 라미아를 붙잡고는 천근추의 신법을 사용하여 아시렌의 뒤쪽으로 순식간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는 숨돌릴 틈도 없이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는 지력을 바라보고 있는 아시렌을 향해 라미아를 그어 내렸다. "천뢰붕격(天雷崩擊)!!" 이드의 기합성과 함께 라미아의 검을 따라 거의 백색을 뛸 정도의 파르스름한 뇌 전이 형성되어 아시렌을 향해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거의 순식간에 아시렌의 앞 과 뒤, 그리고 위의 세 방향을 점해 공격한 것이었다. 그리고 공격을 펼치는 속도 또한 엄청났기에 마치 세 사람이 같이 공격하는 듯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고, 덕분에 허공에서 바람의 결을 따라 날고 있던 네 개의 팔찌들이 바람의 결과는 상 관없이 거의 직선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아시렌을 향해 몰려드는 모습을 볼 수 있 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들려오는 푼수 아시렌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드는 급히 세 레니아를 바라보며 전음을 날렸다. "아악.... 이드, 보기 좋은것도 어느 정도지. 이건 너무 빠르..... 아악... 머리 에도 있잖아. 수다쟁이 바람아 막아." "쳇, 끝까지 푼수같은 말만. -세레니아, 지금이예요. 공격해요.-" 이드의 전음과 함께 꽤 떨어진 곳에서 이드와 아시렌의 전투를 바라보고 있던 세레 니아가 준비 해 두었다는 듯이 양팔을 앞으로 내뻗으며 아시렌을 목표로 잡았다. 그 런 그녀의 손에서는 작은 계란정도 크기의 불로 이루어진 마법진이 형성되어 타오르 고 있었는데, 그 마법진이 이루는 뜻과 마법의 위력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상당히 귀엽거나 예쁘다고 할 모양이었다. "지옥의 꺼지지 않는 불꽃이여, 원혼을 태우는 불꽃이여... 지금 이곳에 그대를 불 태워라. 헬 파이어(hell fire)!!" 세레니아의 시동어와 함께 그녀의 손위에서 있던 잡은 불꽃의 마법진이 서서히 흐 려지더니 마치 붉은 안개와 같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바뀌어진 불꽃의 안개는 그 크기를 점점 키우며 아시렌을 향해 곧바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이드의 귓가로 라미아와 세레니아의 메세지 마법이 같이 들려왔다. [이드님, 피하세요. 자못하면 헬 파이어의 영향권 내에 들수도 있어요.] -좀 더 뒤로 물러나요. 이드, 그곳이라면 헬 파이어의 영향이 있을 거예요.- 이드역시 헬 파이어의 모습에서 그 위력을 느낄 수 있었기에 둘의 말에 고개를 끄 덕이며 급히 분뢰보를 밝아 몸을 뒤쪽으로 빼내려 할 때였다. 붉은빛과 은빛등의 강기들, 그리고 헬 파이어의 목표점으로부터 강기들이 부딪히는 폭음을 뚫고 아시 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으앗, 뭐야... 이것만해도 복잡한데... 메르시오, 왔으면 보고만 있지말고 당신이 처리 좀 해줘요." 메르시오??!!! 이드는 아시렌의 말에서 그 단어가 특히 크게 들린다는 생각을 하며 급히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시선에 아시렌의 앞, 그러니까 헬 파이어가 날아오는 앞의 공간이 일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 역동적이기 까지 한 일렁임이 사라질 때쯤 반갑진 않지만 익숙한 목소리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시렌, 아시렌... 그 성격 빨리 고치는게 좋아. 실버 쿠스피드(silver cuspid) 크러쉬(crush)!"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이드의 눈에 메르시오를 중심으로 세 개의 은빛 송곳니 (실버 쿠스피드)가 형성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은빛의 송곳니는 메르시오와 따로 떨어지더니 맹렬히 회전하며 앞에서 다가오는 헬 파이어 를 향해 맹렬히 달려드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서는 마치 거대한 맹수가 이빨을 드러 내고 먹이를 잡는,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곧이어 세 개의 은빛 송곳니와 붉은 불꽃의 안개가 부딪혔다. 화아아아아아..... 폭음은 없었다. 그 대신 송곳니의 강렬한 회전에 같이 회전하며 불꽃이 허공에 일렁 이는 소리만이 날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한쪽이 밀리는 모습도 없었고 한 쪽이 약해지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때 그런 모습을 메르시오가 그런 모습 을 바라보고 있는 이드를 보더니 그 늑대 입의 한쪽 끝을 슬쩍 들어올리며 웃어 보 였다. 그와 함께 그의 한쪽 팔이 들어 올려졌다. "오랜만이지. 그때 보다 더 좋아 보이는군... 스칼렛 버스트(scarlet burst)!" 파아아아..... 그와 함께 들려지 메르시오의 팔로 부터 진홍빛의 무리가 뻗어 나갔다. 그렇게 뻗어 나간 빛은 회전하는 세개의 송곳니의 정중앙을 지나 그대로 헬 파이어에 가 부딪혔 고 곧이어 엄청난 빛과 열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번데도 폭음은 없었다. 마치 서로 를 불태울 뿐이라는 듯이... 하지만 그로 인해 일어나는 빛과 열은 엄청난 것이었고 그때문에 이드들이 서있는 땅이 은은하게 울음을 토할 정도였다. 꾸우우우우............ [이드님, 빨리 대비를... 굉장한 열기예요.] "알아.... 하지만 정말 굉장한 열기야. 이러다가는 익어 버리겠어... 한령빙살마 강(寒令氷殺魔剛)!" 라미아의 말에 따라 이드가 주위로 빙강을 펼치자 쩌쩡 하는 무언가 순식간이 얼어 붙는 듯한 소리와 함께 조금 불투명한 강기의 막이 생겨 이드의 주위를 감싸안으며 외부의 열기를 완전히 차단해 버렸다. 아니... 따지고 보면 막 안은 오히려 선선할 정도였다. 하지만 외부의 열기도 보통이 아닌 듯 강기의 막이 형성된 전면으로 부떠 쩌쩡 거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다. 이드는 그 열기에 이곳이 사람이 없는 평원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돌려 세레니아와 일리나가 서있던 곳을 바라보았고 그들이 붉은 빛을 내는 빛의 막안에 안전히 있다는 것을 알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린 이드의 시선에 어느새 처리 했는지 이드의 공격 을 모두 처리하고 주위로 은빛의 팔찌를 돌려 보호 하며 서있는 아시렌과 메르시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속에 서있는 아시렌이 이쪽을 향해 방긋이 웃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도 말이다. "푼수... 진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손을 흔드는 건지... 에이구.." 그렇게 이드가 아시렌의 푼수짓에 다시 한번 고개를 흔들고 있을 때 였다.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드님, 지금 푼수타령 할 때가 아니라구요. 지금 이라도 기회를 봐서 이 자리를 벗어 나야죠.] "아..... "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드는 열기가 유지돼는 동안 벋어나려는 생각에 세레 니아와 일리나가 있는 곳을 향해 분뢰보의 보법에 따라 발을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메르시오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에 앞으로 나가려던 걸음을 멈춰 야 했다. 거기에 더해서 아시렌과 메르시오 주위를 회전하며 둘을 보호하던 팔찌들 중의 하나가 허공 중에서 회전하며 열기들을 빨아들이고 있어 열기도 급격히 식어 가 고있었다. "에고... 저쪽 행동이 조금 더 빠른것 같네..." [아니예요. 이드님 행동이 느린거라구요. 빨리 움직였다면 이곳에서 벗어 날수도 있 었는데... 괜히 푼수니 뭐니 하시면서...] "쳇... 그게 왜 내 탓이야... 그나저나 한명 더 늘어 버렸으니..."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그렇게 쏘아주고는 양팔에 은빛의 송곳니를 형성하며 다가오 는 메르시오의 모습에 라미아를 바로 잡으로 자세를 바로했다. 그리고 라미아의 검 신에 검기를 형성 하려 할 때쯤 라미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드님, 저기.... ] "... 저기 뭐? 말 할거 있으면 빨리 말해." 이드는 그렇게 말하는 도중에도 라미아의 검신에 무형검강의 은빛 검기를 형성시키 고 있었다. 메르시오와는 한번 부딪힌 일이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싸워야 할지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요. 이곳에서 빨리 벗어나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저 둘과 꼭 싸워야 할필 요는 없잖아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무슨 말인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서?" [그러니까 기회를 봐서 저 둘에게 이드님의 12대식중의 화려한 것, 그러니까 저둘의 시선을 가리는 걸로 공격하구요. 그리고 그 사이에 저희들은 세레니아의 도움으로 텔레포트 하는거예요. 간단하긴 하지만 그 방법이 여기서 제일 빨리 빠져나가는 방 법인 것 같거든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을 듣고 상당히 그럴 듯 하다고 생각했다. 동작만 빠르다면 충분 히 가능할 듯 보이기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다가 한명이 더 튀어나온다면? 그럼 더 골치아파 지는데...' 그런 생각과 함께 이드의 시선이 저기 보이는 발라파루를 바라보았다. 이드가 걱정 하는 것은 이랬다. 처음 아시렌의 말대로 라면 저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계는 그 영향 이 미치는 곳을 직접 느끼고 볼 수 있다고 말했었다. 그렇다고 생각하다면 라미아의 말대로 아시렌과 메르시오 둘의 시야를 가린다 하더라도 하나 또는 둘의 시선이 이 드들을 지켜본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십중팔구 이드들이 그냥 가는걸 그냥 놔줄리 없는 혼돈의 파편들이 달려 올것이고 그럼 더욱 더 상황이 어려워 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없었던 걸로 치기에는 아까운 일이었기에 라미아에게 자 신의 생각을 전하고 둘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러는 사이에도 어느새 다 가온 메르시오와 검을 맞대고 있었다. 물론 다른 생각중인 이드가 제대로된 전투를 했을리는 없었다. 그리고 잠시동안 방어 일변도의 검법을 펼치던 이드와 라미아는 무언가 해결 방안을 본듯 방어 일변도의 검법을 바뀌 메르시오를 급박하게 밀어붙이며 세레니아에게 전음 을 날렸다. 158 그리고 잠시동안 방어 일변도의 검법을 펼치던 이드와 라미아는 무언가 해결 방안을 본듯 방어 일변도의 검법을 바뀌 메르시오를 급박하게 밀어붙 이며 세레니아에게 전음을 날렸다. "-세레니아 잘 들어요. 조금 있다가 제가 신호하면 뒤쪽의 결계를 공격해요. 보통의 공격이 아니라 아주 막강한 공격 이여야 해요. 아마 10클래스 이상의 마법이나 브레스 정도의 공격력 이여야 할거예요. 그리고 제가 다가가는 대로 곧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준비 해줘요.-" 그런 전음성과 함께 이드는 세레니아의 대답도 듣지 않은 체 은빛의 강력한 오초의 무형검강(無形劍剛)을 쏟아 내며 메르시오를 아시렌이 있는 쪽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메르시오의 대응도 있었지만 이드가 워낙 강하게 나온 대다가 처음 때와는 그 힘의 차이가 거의 두 배 이상 나는 것이었기 때문에 적잖이 당황하고 밀린 것이었다. 그리고 뒤로 조금씩 밀려나가던 메르시오와 아시렌 사이의 거리가 어느 지점에 이르자 라미아에게서 뿜어 지던 무형검강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쳐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라미아를 검집에 집어넣고 허공으로 몸을 뛰우는 이드의 모습이 보였다. 그와 함께 이드의 전신으로부터 눈을 뜰 수 없게 만드는 은빛의 빛 무리가 일어나 일대를 순식간에 은빛의 세계로 물들였다. "12대식 광인멸혼류(光刃滅魂流)!!!" 아아아앙..... 100m이상 떨어진 사람의 귓청이 쩌렁쩌렁울릴 이드의 기합성이 지나가고 나자 은빛의 세계에 기이한 소성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는데, 메르시오의 주변을 채우고 있던 은색의 빛들이 맗은 소리와 함께 반월형의 칼날(刃)로 변해 메르시오와 아시렌의 주위를 빽빽하게 채워 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은빛의 칼날이 생겨난 곳에는 은빛이 사라지고 원래의 초원의 초록빛이 감돌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기경(奇景), 참으로 기이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런 황당한 모습에 모두의 시선이 모아져 있을 때 세레니아와 일리나의 귓가로 커다란 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레니아.... 지금 이예요." "알았어요." 이드의 외침에 대답한 세레니아의 몸이 붉은 실드로부터 떠오르더니 붉은빛에 휩싸여 그 모습을 완전히 감추어 버렸다. 그리고 그 빛은 순식간에 거대하게 부풀어올라 하나의 형태를 형성하고 사라졌는데, 그 빛이 사라지고 나서 나타난 것이 바로 드래곤, 레드 드래곤이었다. 머리에서 꼬리까지만 해도 200m는 될 듯한 홍옥으로 만들어진 듯 한 엄청난 거체, 그리고 그런 몸체에 버금가는 크기인 거대한 날개, 레드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은 듯 반짝이는 거대한 눈동자. 지상최강의 생물... 그리고 지금 그런 거창한 칭호를 받고 있는 존재인 드래곤의 입이 거친 숨소리와 함께 열려지며 붉은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거대한 괴성과 폭음, 그리고 방금 전 헬 파이어의 열기를 능가하는 듯한 강렬하다 못해 영혼을 태워버릴 듯 한 열기... 드래곤의 권능중의 가장 대표적인 드래곤의 숨결이었다. 쿠아아아아아............. 쿠콰콰콰쾅.............. 하지만 그런 폭음은 오래 가지 못했다. 어느 한순간 브레스의 주인인 드래곤의 몸이 붉은빛으로 뒤덥히는 것과 함께 결계를 향해 뿜어지던 그 가공한 브레스가 끊어져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메르시오와 아시렌 주변에 은빛 광인을 형성한 채 한령빙살마강 안에서 브레스와 결계에서 뿜어지는 열을 피하고 있던 이드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럼, 저흰 바빠서 먼저 실례할 테니, 다음에 보기로 하지요. 그리고 이건... 선물입니다. 참(斬)!! 그리고 이건 덤, 금령원환지(金靈元丸指)!!" 쩌엉... 이드의 외침과 함께 메르시오와 아시렌 주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광인들이 한꺼번에 그 둘을 향해 덥쳐 들었는데, 그 모습은 멀리서 보면 마치 거대한 하나의 공을 보는 듯한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휘황한 은빛 사이로 이드의 다섯 손가락 끝에서 쇳소리와 함께 형성되어 뻗어 나가는 황금빛의 다섯개의 지강의 모습은 유난히 눈이 뛰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다섯개의 지강이 은빛 사이로 완전히 사라지고 이드가 분뢰보를 이용해 순식간에 세레니아의 곁으로 다다랐을 즈음, 엄청난 폭음 소리와 함께 메르시오의 거친 함성이 들려왔다. 쿠구구구궁.... "크아아앙.... 큭, 이 자식.... 스칼렛 필드(scarlet field)!! 죽인다." 하지만 그런 메르시오의 외침에도 이드는 피식 웃어 버릴 뿐이었다. 제법 살벌한 말이긴 하지만 적이기에 충분히 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특히, 앞에 붙은 비명과도 같은 괴성... '지강이나 광인에 한방 맞은 모양이군...'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던 이드가 세레니아가 열어준 실드 안으로 들어서는 것과 동시 에 세레니아의 용언이 흘러나왔다. "이동." 다음순간 이드들이 용언으로 이동하여 도착한곳은 수도로부터 말을 타고 하루정도 떨 어진 꽤 규모가 큰 숲으로 세레니아를 타고 수도로 가던 길에 경치가 좋다고 보고지 나갔던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잠시 의논을 거친 이드들은 라일론으로 가자는 결 론을 내렸다. 모르카나라는 격어본 상대가 간 아나크렌보다 상대해보지 못한 페르세 르라는 혼돈의 파편이 갔다는 라일론의 일이 더욱 신경 쓰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결론을 내린 이드들은 세레니아의 등에 오르기 전 통신마법을 통해 일란들에게 아시렌에게 들었던 사실과 지금부터 라일론으로 향할 것이라는 것을 알리고 라일론을 향해 날아올랐다. "후~~ 정말 빠른데, 벌써 수도의 그림자가 보일정도야... 정말 발라파루로 갈때 보다 더 빨라..." 이드는 기웃기웃 넘어가고 있는 햇빛으로 붉게 물들어 있는 대지위에 흐릿하게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하는 라일론의 수도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카논에서 출발한 것이 2시쯤이었으니, 거의 4시간만에 말을 바뀌타고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거의 한 달은 걸릴만한 거리를 와버린 것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세레니아가 서두른 점도 있긴하지만 확실히 엄청난 속도였다. 그리고 비행 도중 이드와 일리나가 날려 가지 않도록 세레니아가 결계까지 쳐야 했을 정도였다. 덕분에 이드와 일리나만 편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였다. 수도인 가일라와 점점 가까워 질수록 이드와 세레니아 그리고 일리나 순으로 셋의 안색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져 지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그 강철 같은 피부에 안색이 있으려나...^^;;) 이유는 간단했다. 세레니아의 빠른 속도덕에 어느사이에 흐릿하게 보이던 가일라가 또렷하게 일행들의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 었다. 보인다는게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그렇게 또렷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 한 가일라의 삼분의 일정도가 폐허로 변해 버렸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폐허가 된 곳은 검게 타버린 곳도있었고 산산히 부셔져 돌산을 이루고 있는 곳도 있었다. 그 리고 그런 폐허와 나머지 온전한 수도에는 은색와 검은색의 갑옷을 걸치고 바쁘게 움직이는 기사들과 병사들 그리고 무너져 버린 폐허 사이에서 열심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후~ 한발 늦은 모양인데요. 벌써... 다 끝났네요." 폐허를 잠시 바라보던 이드는 내력을 끌어 올려 수도전체를 둘러보고 아직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기미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렇게 말했다. 이드의 말에 엘프답 게 먼거리를 확실하게 바라본 일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피해가 너무 큰거 같아요. 거기다 사람들의 피해까지... 저기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니 아직 구조작업도 완전히 끝나자 않은 것 같아요." 이드는 일리나의 말을 들으며 세레니아에게 말해 수도에서 한 참이나 떨어 진 곳에 착륙(?)했다. 그렇지 않아도 수도의 삼분의 일이 폐허가 된 상황에 드래곤까지 나타난다면 혼란이 더욱 가중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세레니아의 텔레포트로 수도의 성문 앞에 설 수 있었다. "누구냐!" 갑자기 모습을 들어낸 이드일행들을 향해 성문을 지키던 은빛 갑옷과 검은색의 갑옷의 기사들이 검과 창을 들어 올렸다. 공격을 받아 수도의 삼분의 일이 날아가서 그런지 그들의 분위기는 꽤나 심각했다. 이드는 은빛 갑옷을 걸친 삼십대 초반정도로 보이는 기사 -수도가 공격받았기에 경비대가 아닌 기사가 직접 나와 있다.- 의 말에 일리나와 세레니아의 앞으로 나서며 그와 그의 뒤에서 자신들을 잔뜩 경계하고 있는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중 검은 갑옷을 보고 언뜻 본듯하다는 생각에 잠깐 고개를 갸웃하고는 눈앞에 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저는 이드라고 합니다. 이곳 가일라가 공격받고 있다는 말을 듣고 달려오는 길 입니다. 그리고 제 신분 증명은 케이사 공작님께서 직접 해주실 것입니다." 이드는 그들의 경계에 신분을 증명 할 사람으로 케이사 공작의 이름을 들었다. 그러자 태도가 조금 정중히 바뀌는 듯했으나 쉽게 뭐라고 대답할수는 없는지 잠시 머뭇거리며 자신의 뒤에 서있는 은빛갑옷의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기사가 그러는 사이 뒤에 서있던 검은 갑옷의 무표정한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음... 이드님..... 이십니까?" "에...?" 이드는 자신의 이름을 다시 확인해 오는 검은 갑옷의 기사를 의아한 듯이 바라보았다. 이드의 시선을 받은 남자는 이드의 얼굴을 확인하듯이 한번 바라보고는 뒤에 있는 일리나와 세레니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확실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159 이드는 자신의 이름을 다시 확인해 오는 검은 갑옷의 기사를 의아한 듯이 바라보았다. 이드의 시선을 받은 남자는 이드의 얼굴을 확인하듯이 한번 바라보고는 뒤에 있는 일리나와 세레니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확실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뒤에 엘프분도 그때 뵌 것 같군요. 그런데 그때 볼 때 보다 머리가 많이 짧아 지셨군요." 이드는 무표정하던 얼굴에 약하긴 하지만 반갑다는 표정을 뛰어 올리는 검은 갑옷의 기사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뒤쪽의 일리나를 슬쩍 바라보았다. 이드로서는 어디선 본 것 같긴 한데 정확히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래서 기사가 자신과 같이 거론한 일리나를 돌아 본 것이었다. "에?... 저기 일리나..." 일리나는 그런 이드의 모습에 살짝이 웃으면서 이드의 곁으로 다가와 앞에 있는 기사에게 인사말을 건네고는 이드에게 속삭이듯이 귀뜸해 주었다. "네, 반가워요. 그리고 이드.... 이분들은 용병이예요. 블랙 라이트라는.... 저번 크라인 폐하와의 동행 때 길을 막으셨던 사람들이요." 이드는 그녀의 말에 그제서야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앞에 서있는 기사... 아니, 용병을 바라보았다. 어디서 많이 낯익은 갑옷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특히 앞에 있는 사람은 바로 코앞에서 봤던 얼굴로 그때 숲에서 일행들이 이드가 펼친 천변미환진(千變迷幻陣)의 진 속에 숨어 있을 때 일행들의 앞에서 일행들이 피웠었던 모닥불의 온기를 느끼고 일행들이 자리를 떠났을 시간을 예측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아하... 이제야 생각이 나네요. 반가워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어떻게 이곳 성문에...?" 일리나의 말에서 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과 그가 속해 있는 블랙 라이트를 생각해 낸 이드는 곧바로 이어지는 의문에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그 질문을 받은 그 용병은 별것 아니라는 듯이 편하게 대답했다. "한가지 일로 고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서 성문을 지키는 건 그 일의 연장이지요." 이드는 그의 말에 무슨 의뢰 일이었냐고 물으려다가 아까 처음 말을 걸었던 은빛 갑옷의 기사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 기사의 표정과 행동은 아까 전과는 꽤나 달라져 예의를 갖추고 이었다. "스이시씨도 아시는 분이십니까?" "예. 저번 저의가 맞았 던 임무 때 만났었습니다. 그때 지금은 아나크렌의 황제가 되신 크라인 드 라트룬 아나크렌님과 함께 하고 있으셨습니다. 통과시켜 주십시요. 이분에 대한 신분은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뒤돌아 서던 스이시는 이미 성안으로 들어서는 길이 훤하게 열어주고 있는 기사들의 모습에 피식 웃어 버리고 말았다. 사실 그 은빛 갑옷의 기사는 스이시의 말에서 아나크렌의 황제이름이 나오는 순간 길을 열고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입니다. 동맹국인 아나크렌에서 그 먼 거리를 오셨다면 오히려 제 무례를 사죄 드려야 할 것입니다." 이드는 그런 그의 말에 괜찮다고 말해 주고는 세레이아와 일리나에게 눈짓을 해보이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이드의 곁으로 스이시가 따라붙었다. "제가 안내해 드리죠. 공격 받은지 얼마 되지 않기에 함부로 다닌다면... 이드님이야 괜찮겠지만 이드님을 경계할 라일론의 기사들이나 저희 용병들이 위험할지도 모르거든요. 후훗..." 이드는 스이시의 농담에 같이 웃어주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내를 부탁하고는 성문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성문 입구는 의외로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폐허에 해당하는 지점은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서 부터였다. 그런 사실에 이드가 의문을 표하자 스이시가 눈썹을 슬쩍 찌푸리며 대답했다. "뭐... 자세한 이야기는 로디니님과 그분 케이사 공작님께 들으시겠지만, 대충 이야기하자면 반역이었습니다. 저번 아나크렌의 라스피로 공작이라는 작자와 상당히 비슷한 일이었습니다. 귀족들이었기에 성문을 가볍게 통과 할 수 있었지요. 그래서 별다른 전투도 없었고 말입니다." 이드는 그의 말에 아나크렌에서의 일과 정말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며 몇몇 가지의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었는데, 처음 반란군이 수도 안으로 들어선 것이 전날 새벽이었다고 한다. 베르제 후작과 로이드 백작등- 여기서 이드의 고개가 약간 갸웃 거렸다. 로이드라는 이름을 들어 본 듯 해서였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베르제 후작과 로이드 백작을 비롯한 다섯의 인물들은 전날 이드가 카리오스와 같이 라일론의 시장에서 보았던 그 기사학교의 개망나니 6인조의 부모들이라는 것이었다.- 꽤나 권력있고 돈이 있다는 다섯 인물들과 50여명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수도로 들어섰다고 한다. 물론 성문 앞에서는 별다른 제제 없이 길을 비켜주었다. 하지만 그 다섯이 성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들과 같이 온 50여명의 병사들과 기사들이 순식간에 경비대를 제압하고 성문을 크게 열었다고 한다. 사실 경비대의 대원들 역시 40명으로 결코 적은 인원이 아니었으나 어떻게 된 것이 그들 50명의 인물들이 모두 소드 마스터였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경비대의 저항이 거의 한순간에 제압 당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열려진 성문 안으로 거의 1500여에 가까운 인원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한 사실들은 바로 황궁으로 알려져 황궁의 모든 기사단들과 병사들이 그들을 막기위해 나섰다. 그런 그들의 선두에는 케이사 공작과 두명의 중년이 같이 따르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보다 먼저 나서서 그들의 앞으로 막어선 사람들이 있었는데 바로 블랙 라이트들과 그 의뢰인 들이었다. "의뢰인 들이라니요?" 스이시의 말에 이드가 중간에 말을 끊으며 물었다. 스이시는 이드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저희들에게 의뢰한 의뢰인들은 총 7명이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이름은 그 중에서 제일 앞장서던 사람이 쿼튼 남작이라는 것 정도죠. 그럼 계속 하겠습니다." 이드는 시이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 인물의 얼굴을 떠올렸다. 전날 카리오스와 같이 시장에서 구해 주었던 기사학교의 학생, 그때 듣기로 분명히 쿼튼 남작가의 차남이라고 한 것이 기억난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듣기로는 분명히 ... [그때 그 쿼튼가의 장남은 사라졌다고 하지 않았나요?] '응, 나도 분명히 그때 그 남자한테서 그렇게 들었거든... 뭐, 직접 만나보면 알겠지.' 라미아의 말에 그렇게 답한 이드는 옆에서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스이시를 바라보았다. 이백의 블랙 라이트들이 우선적으로 그들을 막아서긴 했지만 워낙에 수가 밀렸다고 한다. 게다가 1500여의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소드 마스터들역시 여간 문제가 아니었단다. 하지만 곧 케이사가 이끄는 기사단들이 합류했고 곧 양측은 팽팽하게 맞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기사단에서 케이사 공작이 나서기 시작하면서 부터 수도의 삼분의 일이 날아가 버리는 전투가 벌어 진 것이었다. "대단했습니다. 팽팽하게 대립하던 양측이 케이사 공작이 나서서 정령술을 사용하자 조금씩 무너지며 아군측으로 기우는 듯 했습니다. 덕분에 기사들과 저희 용병들의 사기도 올랐는데... 그런데 차츰 아군이 조금 우세해 지자 반군 측에서 다섯의 중심인물들과 같이 있던 한 남자가 앞으로 나서더군요. 특이하게 허리 양쪽으로 길고 짧은 검을 네 자루나 차고 있는거 빼고는 검은머리에 보통키, 크지도 마르지도 않은 보통의 몸, 거기다 나이도 20대 중, 후반 정도로 보여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 남자가 나서는게 저런 사태로 이어질 거라고 말입니다." 싸움에 정신이 없어서, 또는 보았더라도 별다른 특징이 없는 모습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던 사내는 눈앞의 전투를 한번 바라보고는 자신의 허리로 시선을 돌려 자신의 허리에 걸린 네 자루의 검을 고르듯이 바라보는 것이었다. (스이시가 봤다고 한다. 로디니와 같이 지휘관이 있는 곳에서 전투를 살펴보다가 그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끼고 봤다고 함) 그리고 이어 결정했다는 듯이 오른쪽 허리에 걸린 붉은 색의 장검을 뽑아 들었다. 그런데 그 검이 보통의 검이 아니었단다. 검집에서 뽑혀 나온 검신에서 붉은 기운이 넘실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일검이 가져다주는 충격은 더더욱 보통의 것이 아니었는데 그의 일검과 함께 검에서 뿜어진 붉은빛을 따라 엄청난 폭발이 뒤따랐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폭발에 휩쓸린 부분은 완전히 시커멓게 타버렸고 덕분에 전투까지 순식간에 멈춰 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명령에 따라 반란군들이 순식간에 뒤로 물러서자 아군측이 순간 술렁였다. 하지만 곧 이어진 케이사와 함께 왔던 두 명의 중년 중 검은머리의 중년인의 명령에 아군측도 즉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아군측의 두 중년인과 반란군 측의 남자가 서로를 확인하듯이 잠시 바라보더니 몇 마디를 나누었다고 한다. 이때까지는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순간 부터 이어진 그 세 명의 전투의 여파 덕분에 아군이든 적군이든 서로간의 전투는 까맣게 잊어 버리고 서로 살기 위해서 전투의 여파가 미치는 전장에서 도망쳐 다녀야 했다. 그런 상황은 한참을 계속되어 수도의 삼분의 일이 날아갔을 때인 정오 경에서야 끊이 났다고 한다. 하지만 기사들이나 용병들로서는 누가 이기고 졌는지 예상할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들의 눈에는 그저 잘싸우다가 서로 그만 둔 것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 하여간 그렇게 전투가 끝난 후부터 기사단과 용병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반란군들을 잡아 들이고 각개 전투를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한 일은 해가 기울어 자신의 몸을 지평선에 거진 반을 담갔을 때야 끝이 났다고 한다. "하지만 완벽하게 모두 다 잡아 들였다고 말할수도 없기 때문에 기사들과 용병들이 돌아 다니며 수도 전체를 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중 일부는 폐허에서 생존자들을 구출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 말입니다." 스이시가 지금도 한쪽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검은 갑옷의 용병들과 은빛 갑옷의 기사들을 보며 하는 말에 이드와 일리나, 세레니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때쯤 그들의 눈에 정원의 반이 날아가 버린 거대한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 "음... 케이사 공작님의 저택... 저기에도 피해가 있었던 모양이네요." 160 그리고 그때쯤 그들의 눈에 정원의 반이 날아가 버린 거대한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 "음... 케이사 공작님의 저택... 저기에도 피해가 있었던 모양이네요." "네, 하지만 정원의 반만 날아 갔을 뿐 저택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으니 그만해도 다행이지요. 전투의 여파가 여기까지 미치고 끝났을 때는 케이사 공작님도 살았다는 듯이 한숨을 내 쉬시더군요." 이드는 스이시의 말에 케이사 공작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들 자신의 집이 부셔지는걸 보고 싶어하겠는가. 거기에 안에 사람들까지 있다면 더욱이 말이다. 그런데 아슬아슬하게 저택에서 3, 40m 떨어진 곳에서 전투의 충격파가 멈춘 듯 하니... 공작이든 황제든 기뻐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저택을 잠시 바라보던 이드는 황궁으로 가던 발길을 돌려 케이사 공작의 저택으로 향했다. 이드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황궁으로 곧바로 가지 않는 것에 의아해 하는 일리나와 세레니아에게 그곳에 이번에 동행했었던 용병들과 황궁으로 독바로 이동할수 있는 텔레포트 플레이스가 있다고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조금더 걸은 일행들은 저택의 정문앞에 도착할수 있었다. 하지만 정문의 문과 벽의 일부분은 볼 수 없었고 그 앞으로 지키는 세 명의 경비병만을 볼 수 있었다. 충격파로 인해 정원과 같이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정문으로 다가서는 이드들의 모습에 경비병들이 막아 서는 듯 했으나 곧 이드와 스이시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고개를 숙여 보이며 길을 열어 주었는데, 이드에게는 "빨리 오셨군요." 라면서 슬쩍 인사말 까지 건네는 것이었다. 사실 스이시는 얼굴을 알아 보았다기 보다는 그의 갑옷을 보고 누군지 알아본 것이었지만 이드는 이곳에 몇일이지만 머물렀었기에 경비병들이 이드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이드가 공작의 저택에 머물 때 이드는 그 얼굴 덕분에 저택내에서 꽤나 조용한 유명세를 치루었으니, 경비병들이 이드의 얼굴을 기억하고있는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경비병들의 인사를 받으며 저택안으로 들어선 이드는 얼마 들어가지 않아 엉망이 된 정원에서 바쁘게 저택의 하인들과 인부들을 부려 복구작업이 한창인 두 사람, 집사인 씨크와 그의 아들이자 부집사인 마르트가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역시 정문에서 다가오는 이드를 알아 본듯 하던일을 잠시 멈추고 이드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었다. "아, 바쁜일로 미처 마중을 하지 못했습니다. 빨리 오셨군요." "네, 공격받는 다는 말을 듣고 왔는데... 한발 늦었더군요. 근데, 이곳에 있던 용병들과 케이사 공작님의 가족분들은 안전 하신가요?" "네, 수도에 반란군이 들어 서던 날 주인 마님과 메이라 아가씨, 그리고 그 아라엘이라는 소녀는 주인님과 같이 황궁으로 피하셨기 때문에 안전하십니다. 그리고 용병분들도 모두 무사 하십니다. 한때 그 쇼크 웨이브라는것 때문에 당황하긴 했지만 다행이 정원만 파괴하고 더 이상 들이 닥치질 않아 저택에도 별다른 피해가 없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벌써 식사 시간이군요. 식사 전 이시라면 용병 분들과 같이 식사 하실수 있도록 준비 하겠습니다." 이드는 씨크의 말에 일리나와 세레니아를 바라보며 허락을 구하고 다시 씨크에게 물었다. "음... 공작님 내외 분과 메이라 아가씨는요?" "아, 그분들은 오늘도 들어 오시지 않으실 겁니다. 공작님은 수도의 피해복구와 아직 붙잡지 못한 반란군들 처리 때문에 바쁘시고, 주인마님과 아가씨는 혹시 반란군들이 저택에 침입할지도 모르기에 몇일간 궁에 머무르신다고 하셨습니다. 때문에 지금 저택에는 저희 하인들과 경비 무사들, 그리고 용병분들 뿐이지요." 씨크의 대답에 크게 바쁠것도 없다고 생각한 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드의 대답에 집사인 씨크는 마르트를 시켜 사 인분의 식사를 더 준비 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스이시가 원래 근무지로 돌아가 봐야 한다면서 자리를 뜨는 모습에 다시 삼인분으로 바뀌야 했다. "그럼 들어 가시지요. 마르트, 이드님과 손님분들을 접대실 까지 안내해라. 다른 용병분들도 거기 머무르고 계실 것이다. 마르트를 따라 가시십시요." "네, 그럼..." 씨크에게 수고 하라는 말을 해준 이드는 앞서 가는 마르트의 뒤를 따라 저택안으로 들어섰고 그곳에서 잡담중이던 가이스와 타키난, 보크로등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이어서 일리나와 세레니아의 소개가 이어지고 아나크렌으로 출발하고 난후의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식사 시간까지 시끌벅적하게 보낸 이드는 씨크에게 이야기 해서 텔레포트 플레이스로 일리나와 세레니아와 함께 황궁으로 이동할 수 있었 다. 우우우웅... 이드는 은은한 기성과 함께 눈앞을 가리던 빛이 사라지는 것과 함께 서너번이나 봤던 정자에 서있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케이사 공작의 저택에서 저녁까지 먹고 왔기 때문에 이미 해가 지고 없지만, 여기저기 걸려 빛을 발하고 있는 라이트 볼 덕분에 전혀 어둡게 느껴 지질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환한 정자 주변을 돌아 보던 이드의 눈에 하나의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달빛을 닮은 듯한 은은한 은백색의 드레스를 걸치고 은은한 미소를 뛰고 있는 소녀. "메이라...? 메이라가 왜 여기에 있는거죠?" 이드는 자신이 처음 이 텔레포트 플레이스를 이용했을 때 처럼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메이라의 모습에 의아한 듯이 물었다. 이드의 물음에 이드의 뒤에 서있는 일리나와 세레니아를 바라보며 묘하게 미소짓고 있던 메이라가 다소곳이 대답했다. "후훗... 그야 크레비츠님과 바하잔님, 그리고 아버님께서 기다리고 계신 곳으로 안내해 드리기 위해서지요." "그런건 궁에 있는 하인들을 시켜도 될텐데요. 뭐때문에 이렇게 직접 나오셨어요? 수고 스럽게." 이드가 메이라의 말에 그렇게 대답하자 메이라가 마치 기라렸던 말이라는 듯이 사르르 달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호호... 이드얼굴을 빨리 보고 싶어서요. 그래서 제가 일부러 나온거예요." ".... 그게... 무슨..." 라이트 볼 아래에서 양 볼을 살짝 발그스름하게 붉히며 말하는 메이라의 모습에 이드는 한순간 멍해져 버렸다. 빨리 보고 싶다고 말하며 얼굴을 붉히는게 무슨 뜻인가 . 하지만 그런 이드의 생각도 라미아의 날카로운 목소리와 이드 옆으로 바짝 붙어서는 일리나의 움직임 덕분에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저, 저 여자가 감히 누구한테...] '라, 라미아.... 그렇게 소리 지르면 내 머리가 울린다구...' [하지만 저 메이라가 하는 말을 들어 보시라구요.] '몰라, 몰라....' 라미아의 말에 내심 고개를 내젔던 이드는 자신의 오른쪽 팔에 무언가 와 닿는 느낌에 고개를 돌리고는 나직히 한숨을 내쉬었다. 일리나가 옆에 바짝 붙어서 있는 것이었다. 이드가 이런 쪽으로 둔한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이 정도의 분위기라면 이드보다 더욱 둔한 사람도 모를 수 없는 노릇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가 이해되자 요즘 들어 일리나가 자신의 옆에서 떠나지 않고 자신을 챙기는 이유도 이해가 가는 이드였다. 하지만... '지금 이런 분위기는 좀....' 그렇게 생각한 이드가 옆에 서있는 세레니아에게 도움을 청하듯이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런 이드의 눈길을 받은 세레니아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알았다는 듯이 윙크해 보이고는 자신의 말과 함께 이드 옆으로 붙어서는 일리나의 모습에 상당히 어.색.한. 미소를 뛰우고 있는 메이라를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메이라라고 했던가요?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세레니아라고, 여기 이드의 친척이 되죠. 그리고 저쪽은 하이엘프인 일리나라고 하구요. 그리고 서로 인사도 된 것 같은데... 안내 해 주시겠어요?" 세레니아는 메이라의 경계의 눈길을 받고 싶지 않은지 일찌감치 이드의 친척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장내의 분위기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친척이라 는 말에 안도하고 하이엘프라는 말에 놀라고 있던 메이라가 고개는 다시 한번 이드의 옆에 서있는 일리나를 바라보고는 일행들을 황궁의 내궁(內宮)쪽으로 안내해가기 시작했다. 이드는 메이라가 앞장서서 걷는 것과 함께 옆에 바짝 붙어서 있던 일리나가 다시 조금 떨어지지는 것과 머리속에 들려오던 라미아의 씩씩거리는 소리가 잦아드는 것을 듣고는 세레니아쪽을 바라보며 고맙다는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또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하나 걱정이 되는 이드였다. 내궁, 외궁과는 달리 왕족들이 기거하고 생활하는 이곳은 저번에 보았던 라일론의 직선적이고 단순한 외궁과 비슷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궁이라 그런지 여기저기 치장된 곳이 많았고 부분부분 부드러움이 많이 가미되어 있는 모습을 엿보였다. 하지만, 딱딱함 중에 숨어 있듯이 가미되어 있는 부드러움은 오히려 더 은은한 느낌을 주어 아나크렌의 화려한 황궁보다 더욱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메이라를 따라 그런 내성의 한 복도를 걷던 이드들은 잠시 후 복도의 끝에 위치한 꽤나 부드러운 분위기의 서재와 같은 곳에 들어 설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드는 서재에 들어선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한 명의 중년 여성과 세 명의 중년 남성을 볼 수 있었다. 161 "이제 왔는가. 여기 자리에... 응? 동행 분들이 있었던가? 레이디 분들도 여기 자리하시지요." 이드는 크레비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리나와 세레니아를 데리고 그들이 자리 하고 있는 소파로 갔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모습에 크레비츠가 자리를 권하며 자리에 앉았 고 그 뒤에 이드들도 자리에 않았다. 그리고 아직 나가지 않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메이라의 모습에 케이사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 "메이라, 수고했다. 너도 이만 가서 쉬거라. 아, 그리고 나가는 길에 밖에 있는 시녀들에게 차를 가져오라고 일러라." "..... 네." 케이사의 말에 메이라는 잠깐 이드를 돌아보고는 크레비츠와 베후이아 여황을 향해 고 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메이라가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케이 사가 이드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인상좋게 웃어 보였다. "내 듣기로 카논제국 내로 간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공격받은 바로 다음날 갑자기 이곳에 온 것을 보면 이곳이 공격받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가 보구만. 참, 대강의 사정이야기는 들었겠지?" "네, 이곳에 들어서면서 정문을 맞고 있는 스이시라는 용병에게서도 들었고 공작님의 저택에 머물고 있는 가이스들에게서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이드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카논에 들어서고 부터 이곳에 오기까지의 이야기를 간단하 면 서도 전해야 할 이야기는 확실하게 전해 질 수 있도록 이야기 해야기 했다. 그리고 그 렇게 이어지던 이드의 이야기를 듣던 크레비츠와 베후이아 여황등은 이드의 말 중에서도 특 히 카논의 수도가 결계로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는 말을 들으며 얼굴 가득 의문부호를 그 려 넣으며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혼돈의 파편이라는 막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결계라니... 이드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들로서는 전혀 예측이 되지 않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의문은 이드역시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머리를 싸맨다고 알게 되는 일이 아닌 이상은 그 냥 두는 것이좋다. 알 때가 되면 자연히 알게 될 일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 이드는 다시 결계라는 주제를 들고 심각한 고민에 빠지려는 네 사람을 향해 물었다. "그런데, 이번에 왔다는 그 혼돈의 파편 말입니다. 페르세르라는... 어떤 존재 였습니 까?" "아? 아... 그 사람 말인가? 음... 뭐랄까. 한마디로 갈 때 없는 검사? 다시 태어나도 검사가 될 그런 사람인 것 같더군. 그때 메르시오라는 놈... 흠, 죄송합니다. 폐하. 이런 속된말을.... 하여간 그 존재와는 다른 사람이더구만. 덕분에 크레비츠님과 내가 신관 의 신세를 지기도 하고 수도의 절반이 날아가긴 했지만 상당히 만족스러운 전투였네. 그 렇지 않습니까. 크레비츠님." 이드는 바하잔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크레비츠를 보며 전날 있었다 는 전투를 상상해 보았다. 서로를 향해 오고가는 검. 팽팽한 긴장감. 그 속에서 오고가는 서로에 대한 감탄. 이드는 그런 생각과 함께 자신과 아시렌과의 전투와 자연스레 비교 되기 시작했다. "후~ 그러시다니 부럽네요." 이드의 작은 중얼거림에 이드에게서 아시렌과의 전투를 대강이나마 들었던 크레비츠들 은 허허거리며 웃어 버렸다. 하지만 자신들 역시 그런 존재와 싸우라면 거절할 것이다. 긴장감 없는 싸움. 그건 어쩌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싸우는 것보다 더한 정신력이 소모되는 지도 모르는 그런 전투이기 때문이었다. 이드는 허허거리는 크레비츠들을 보며 같이 씩 하니 웃어주고는 다시 케이사 공작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제가 듣기로 이번에 블랙 라이트라는 용병단과 퀘튼 남작이던가? 그 사람과 그 사람을 따르는 귀족의 자제들의 활약이 컸다고 하던데... 어디 있습니까? 제가 듣기로 는 궁에 있다고 하던데요. 게다가 블랙 라이트 용병단의 단장이라면 저도 안면이 조금 있거든요." "오... 그런가. 자네도 참, 인맥이 넓구만, 여기저기 아는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야... 그래 자네가 말한 두 사람, 모두 궁에 있지 아마 반란군의 처리 문제로 한 창 바뿔거 야. 하여간 이번 일에 그들의 공이 상당하다네. 그들이 반란군들의 진로를 막아주지 않았 다면 황궁이 날아 갈 뻔했으니까 말이야. 어떻게 만나 보겠나? 만나겠다면 내 불러주겠네." "아니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만나보죠. 케이사 공작님의 말씀대로 라면 상당히 바 쁠 것 같은데요." 그런 이드의 말과 함께 이드와 그들간에 서로 몇 마디 더 오고 갈 때쯤 노크 소리와 함께 서재의 문이 열리며 두 명의 시녀가 은빛의 작은 차 수레를 밀고 안으로 들어섰다. 수레에는 각각의 색과 모양을 가진 네 개의 아름다운 문양의 차 주담자와 일곱개의 찻 잔이 노여 있었다. 앉아 있는 일행들의 앞으로 다가온 한 명의 시녀가 네 개의 차 주담자를 하나하나 잡으며 각각의 주담자에 담겨져 있는 차의 이름을 말하며 고르라는 듯이 기 다렸다. 그러자 이드를 비롯해서 각자 마실 차의 이름을 입에 올렸고 잠시 후 실내에는 부드럽 고 은은한 차향과 함께 쪼르르르륵 거리는 차 따르는 소리가 흘렀다. 그리고 차를 따르는 순번에 따라 이드의 앞에 한 시녀가 주담자를 들고 섰을 때였다. "부드러운 향과 투명한 색을 간직하고 있는 실론(Ceylon)입니다." 시녀가 그 말과 함께 막 차를 따르려는 순간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은은한 대지의 진 동이 느껴졌고 그 갑작스런 일에 놀란 시녀는 막 이드에게 따라 주려던 차 주담자를 손에서 떨어 트리고 말았다. 하지만 폭발음과 함께 들려야 할 주담자가 깨어지는 소리는 중간 에 이드가 받아드는 덕분에 주담자의 뚜껑이 딸깍이는 소리조차 내지 않을 수 있었다. 이 드는 받아든 주담자를 다시 당황하고 있는 시녀에게 건네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급히 열려진 테라스 쪽으로 걸어갔고 그 뒤를 이어 나머지 사람들도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테라 스로 나섰다. 그런 그들의 얼굴에는 불안함이 떠올라 있었다. 그런 불안감을 가지고 테라스 에 나선 이드와 크레비츠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은빛과 함께 너무도 쉽게 허물어지고 있 는 성벽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테라스에 서있는 사람들의 얼굴에 떠올라 있 던 불안감을 딱딱하게 굳히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콰콰콰쾅.............. 덜컹... 쾅..... 성벽이 무너져 내리는 속도를 부추기는 듯한 폭음이 다시 들리는 것과 함께 소리 없이 부드럽게 열리던 서재의 문이 부서지 듯이 열려지며 검은 갑옷의 로디니와 검은빛이 도는 회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를 비롯한 일단의 인물들이 들이 닥쳤다. 그리고 그 중 날카로운 눈빛의 사십대로 보이는 인물이 급박하게 소리쳤다. "폐하.... 지금 수도의 성벽이..." 급하게 소리치던 코레인은 그의 말을 끊고 들어오는 베후이아 여황의 목소리에 말을 채 끝내지 못하고 여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 즉시 수도의 모든 병력과 기사들에게 특급 비상령을 내리고 왕 성과 수도를 호위하세요." "예, 이미 이곳으로 오는 도중 기사 단장들에게 명령을 내려 두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저번의 검사와 같이 보통의 적이 아닌 듯 합니다. 그러니..." 코레인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슬쩍 말을 끌며 여황의 뒤쪽에 서있는 사람들 중 크레비 츠와 바하잔을 바라보았다. 그 역시 반란군들의 전투에서 그 두 사람의 힘을 확실하게 보았 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여황역시 코레인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고 이었기에 몸을 돌려 크레비츠와 바하잔을 바라보며 무언가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방금전 보다 더욱 심각하게 굳어져 있는 두 사람의 심상치 않은 모습에 쉽게 말을 꺼내지를 못했다. "할아버님.....??" "음... 무슨 말인지 안다. 베후이아... 그런데 말이다. 이번엔 저번과 같은 적이 한 명이 아닌 것 같구나. 아마도 두 명 정도...." "무슨....?" 크레비츠의 말에 여황과 뒤에서 그들의 말을 듣고 있던 코레인과 로디니를 비롯한 사람들의 표정역시 딱딱하게 굳어졌다. 전날 반란군을 제외한 한 명의 상대 덕분에 수 도의 삼분의 일이 폐허로 변했었다. 그런데 둘이라니... 그렇다면 수도가 완전히 폐허로 변 해 버린단 말인가.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귓가로 그들을 더욱더 절망하게 만드는 바하잔 의 말이 들려왔다. "거기다 크레비츠님과 제가 신관에게 치료를 받기는 했지만 아직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리 걱정은 안으셔도 될 듯 합니다. 조금 힘들어 질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건 또 무슨..." 여황은 바하잔의 말에 의문을 표하다가 바하잔이 한곳을 바라보자 그 시선을 쫓았다. 그리고 곧이어 시선에 들어 온 사람의 모습에 뭔가 생각이 난 듯이 딱딱하던 얼굴을 조금펴며 크레비츠를 바라보았다. 여황은 자신의 눈길에 고개를 끄덕이는 크레비츠의 모습에 다시 이드를 돌아보았고, 그런 여황의 시선을 받은 이드는 싱긋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런 이드의 마음은 편치를 못했다. 방금 전 폭발과 함께 눈에 들어왔 던 마치 달빛과 같은 은색의 빛 때문이었다. '저게 메르시오라면.... 나 때문일지도 모르겠는데...' "네. 그럼 빨리 서두르지요." 갑작스런 이드의 말에 코레인과 사람들의 시선이 잠시 이드에게 모였다가 그에 대답하 는 크레비츠의 목소리에 다시 크레비츠에게 돌려졌다. 하지만 두개의 시선만은 여전히 이드에게 묻어 있었는데 바로 로디니와 회색 머리카락의 사내였다. "그래 빨리 서둘러야지. 성안으로 들어서기 전에... 될 수 있으면 성밖으로 밀어 내야 돼. 그리고 베후이아 너는 걱정말고 성안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 네, 조심하세요." "좋아, 자 그럼 가지." 크레비츠의 말에 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세레니아를 돌아보았다. "세레니아가 저분들 쪽을 맞아 줘야 겠는데... 괜찮죠?" "그럼요. 이제 저와도 관련된 일인걸요." "좋아요. 그럼 제가 안내하할께요. 그리고 일리나는 여기서 여황님과 같이 기다리고 있어요. 노드 넷 소환!" 일리나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본 이드의 말에 따라 허공중에 에메럴드 빛깔의 긴 머리카락을 허공에 날리는 네 명의 모습이 같은 소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드는 소환된 네 명의 정령에게 세레니아를 비롯한 네 명을 이동시켜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명령에 네 명의 정령은 크레비츠들의 뒤로 돌아가 마치 껴안는 듯 한 행 동과 함께 허공 중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네명의 신형이 허공으로 떠올랐 다. 그리고 이드의 명령이 떨어지자 이드를 선두로 무너진 성벽이 있는 쪽으로 빠른 속도 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그런데 그 시선들 중에 두개의 시선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의문과 의아함을 담고 있었다. "저... 녀석이 어떻게...." "저 꼬마가.... 어떻게 여기에..." 블랙 라이트의 단장 로디니와 회색 머리의 사내 오스먼트 미라 쿼튼 남작, 이드가 카리오스와 함께 시장에 갔을 때 만났던 그 사람이었다. 허공을 날아 온 덕분에 순식간에 성벽이 바로 코앞인 폐허지역 상공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네 명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막 무너진 성벽을 넘어 들어서는 크고작은 두개의 인형 중 은은한 달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 는 몸체를 가진 인형으로 부터 터져 나오는 반월형의 거대한 강기(剛氣)였다. 그것은 척 보기에도 강렬해 보여 그대로 뻗어 나간다면 폐허지역이 더욱더 넓어 질 것은 불을 보 듯 뻔한 것이었다. "이드!!" 은빛 강기의 모습에 크레비츠가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어느새 세레니아의 허리를 가 볍게 껴안고 있던 이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소환했던 노드들을 돌려보내 버렸다. 그런 그들 의 높이는 지상 50미터 정도였다. "알았어요. 그럼 착지 할 때 조심하세요. 노드, 돌아가." 이드의 말에 따라 노드가 돌아가자 크레비츠와 바하잔의 신형이 마치 줄 끊어진 인형 처럼 빠른 속도로 지상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드는 그런 두 명과는 달리 세레니아의 허리를 안은 채 부운귀령보(浮雲鬼靈步)를 시전해서 유유히 허공을 밟으며 먼저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쯤 그 두 사람은 착지할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자신들의 허리에 매어진 검을 뽑아 들고 있었다. 이미 그레이트 실버라는 지고한 경지에 든 그 두 사람으로서는 50미터라는 높이는 전혀 부담되는 높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의 지상과의 높이가 10미터 정도 되었을 때 바하잔의 손에 들린 검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드는 우유빛의 검신과 그 검신의 중앙부분에서 황금빛을 머금어 황홀한 듯한 은빛을 발하고 있는 바하잔의 검이 바하잔의 마나를 전부 감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쉽게 볼 수 없 는 보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호~ 굉장한 검인데... 일라이져에 뒤지지 않은 검이야. 라일론에서 구한 검인가?" 이드의 말에 이드의 품에 편안하게 안겨 있던 세레니아도 라일론의 검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예요. 옥시안 이라는 검인데, 저번에 잠시 외출했을 때들은 바로는 라일론이 아 니라 카논에 있다고 들었어요. 게다가 저 녀석은 저희 대륙에서도 이름 있는 검인데 검신이 드래곤 본과 오리하르콘으로 되어 있어요. 비록 마법 적 능력은 없지만 마법에 대한 저항력과 강하기는 확실할 거예요." 이드는 세레니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바하잔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와 동 시에 바하잔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뒤를 이어 옥시안의 검신으로 부터 황금빛이 터져 나 왔다. "오랜만이구만. 웨이브 웰(waved wall)!" 쿠아아아아.... 순간 옥시안으로 부터 뻗어 나가기 시작한 황금빛의 강기는 마치 높은 파도가 넘실대 듯이 은빛 강기의 앞을 가로막았고 곧이어 엄청난 폭음을 만들어 냈다. 그 덕분에 생겨난 충격에 주위에 널려 있던 폐허의 잔재들이 날려갔고 크레비츠와 바하잔, 그리고 세레니아를 안고서 유유히 내려선 이드들은 울퉁불퉁하지 않은 평평하고 깨끗한 당에 착지 할 수 있었다. "환영인사 인가? 우리가 설자리도 깨끗하게 치워 주고 말이야." "후훗.. 그런 모양입니다." 이드는 크레비츠와 바하잔의 장난스런 말을 들으며 앞에 달빛 아래 서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비록 밤이긴 하지만 이드의 내공으로 이 정도의 어둠을 뀌뚫어 보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시선에 크고 작은 두 인형의 모습을 담은 이드는 조용 히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내심 이번에 이곳을 공격한 것이 자신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던 이드였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어둠 사이로 보이는 한쪽 눈을 읽은 메르시 오의 모습은 평소와 꽤나 달라 보였다. 지난번까지 두 번밖에 상대해 보지 못했지만 항상 처음 나타날 때는 여유롭고 느긋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살벌한 분위기네...." 조금 곤란한 듯한 얼굴로 말한 이드의 말에 라미아와 세레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번이 두 번째 보는 거지만... 처음 볼 때와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른데요. 하지만..." [이드님께 한쪽 눈을 잃었으니 당연한 걸지도... 아무래도 저희가 그곳에서 빠져 나오 고 나서 곧바로 뒤쫓아 온 것 같은데요.] "하.하.... 하지만, 전투 중에 생긴 상처라구... 내가 어쩌겠어?" "하지만 당한 쪽에서는 그런 생각이 아닐껄요." [그럼요.] 이드는 세레니아와 라미아의 말에 모르겠다는 듯이 거칠게 머리를 긁적이고는 시선을 돌려 메르시오 옆에 서있는 작으마한 인형을 살펴보았다. "라인델프......" 이드가 그 인형을 보는 것과 함께 떠올린 이름, 드워프인 라인델프. 메르시오 옆에 서 있는 작은 인형은 어깨에 거의 자기 머리만 한 크기의 커다란 워 해머(War hammer)를 어깨 에 매고 있는 탄탄해 보이는 몸매의 드워프였다. 헌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무언가 빠진 듯 한 드워프의 얼굴... 바로 드워프들의 트레이드 마크중의 하나라 할 수 있는 수염이 없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모습을 보았는지 얼굴을 기묘하게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수염도 없이 맨 얼굴에 거만하게 서있는 드워프의 모습. [특이한... 혼돈의 파편이네요. 드워프, 그것도 수염 없는 드워프라니...]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이드의 눈에 뭔가 재밌다는 듯이 드워프를 바라보고 있는 세레니아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모습에 이드의 머릿속으로 주점등에서 들은 드워프와 드래곤과의 관계가 떠올랐다. "이드, 저 드워프는 제가 맞을 께요. 괜찮죠?" "그럼... 부탁할께요." 세레니아의 말에 대답하던 이드는 강렬한 마나의 흔들림과 함께 반대편에 서있던 메르시오의 몸에서 은빛의 강기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 역시 급히 내력을 끌어올리며 세레니아에게 전음을 보냈다. 아무래도 전투에 들어가기 전에 크레비츠와 바하잔에게 세레니아의 정체를 알리는 것이 좋을 듯 했기에 그것을 허락 받기 위해서 였다. "-세레니아, 아무래도 전투 전에 저 두 사람에게 세레니아가 드래곤이라는 걸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말해도 괜찮겠죠.-" 이드의 말에 세레니아는 별 대수로울 것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드는 두 사람에게 세레니아의 정체를 밣혔다. 그리고 이드에게 세레니아가 드래곤이라는 사실 을 전해들은 두 사람역시 잠깐 흠찟하며 세레니아를 돌아 볼 뿐. 전혀 당황하지 않고 고 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이드는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쪽을 향해 은빛으로 물든 팔을 들어 올리는 메르시오를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럼, 저 드워프는 여러분들에게 맞기겠습니다. 이번기회에 혼돈의 파편의 수를 하나 라도 줄여야 합니다. 부탁드릴께요. 우선 저들을 수도 밖으로 밀어내는 건 제가하죠. 윈드 오브 플레임(wind of flame)!!" 이드의 외침과 함께 주위가 순간적으로 황금빛으로 번져 나갔다. 하지만 그 황금빛은 순식간에 붉은 빛으로 변하며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수도의 대기를 진동시켰다. 162 이드의 외침과 함께 주위가 순간적으로 황금빛으로 번져 나갔다. 하지만 그 황금빛은 순식간에 붉은 빛으로 변하며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수도의 대기를 진동시켰다. 이 어 폭발의 여운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언제 빼들었는지 이드의 손에 빼 들려진 라미아의 검신에 붉으 스름한 검기가 맺혀져 있었다. "가라. 수라만마무(壽羅萬魔舞)!!" 츠츠츠츠츳.... 너울거리는 라미아의 움직임에 따라 가느다란 수십여가닥의 검기들이 쏟아져 나아갔고 , 다시 한번 강한 폭발음이 울리는 것과 함께 이드가 뛰어 나가려 했다. 하지만 미쳐 이 드가 뛰쳐 나가기 전에 세레니아가 급히 이드를 불러 세웠다. "아직 이예요. 플레임 캐논(flame canon)!!" 쿠아아아아아.......... 주위로 굉장한 열이 일어나며 거대한 불덩이가 만들어 지며 곧바로 쏘아져 날아가며 앞을 가로 막는 돌덩이들과 장애물들을 날려 버렸다. 그리고 그 불덩이가 폭발의 여파 사이 로 사라지고서 잠시후 붉음 화염과 함께 붉게 뿌려지는 불꽃을 뚫고 뒤로 날아가는 두 개 의 크고 작은 인형이 보였다. 그 모습에 세레니아를 제한 나머지 셋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뒤로 밀려나고 있는 두개의 인형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뒤로 밀려가던 그 두 개 의 인형이 무너진 성벽을 넘어 서는 것과 함께 그 뒤를 쫓던 세 명의 움직임이 폭발적으 로 빨라졌다. "됐다. 그럼 조심하게. 이드군.... 가라. 스크레취" 크레비츠의 기합성과 함께 그의 손에 들린 쌍검에서 부터 방향을 가늠할수 없는 수십 수백여 가닥의 검기들이 뿜어져나갔다. 그 뒤를 이어 바하잔까지 달려 나가는 모습을 본 이드도 조심하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뿌연 먼지 사이로 흐릿하게 빛나고 있는 은빛을 향해 검강을 쏘아 보내 주위의 시야를 가로 막고 있는 먼지들을 날려 버 렸다. 하지만 그렇게 기새 좋게 날아가던 검강은 곧 은빛의 송곳니와도 같은 강기에 가로 막 혀 소멸해 버렸다. 그리고 그런 사이로 양팔에 은빛의 송곳니, 실버 쿠스피드를 형성한 채 살기를 뿜고 있는 메르시오의 모습이 보였다. "크르르르.... " "....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모양이네요." 하지만 이드의 말에 전혀 대답하지 않고 마치 사냥감을 앞에 둔 맹수처럼 으르렁 거리 며 한쪽 팔을 들어 이드를 겨냥하는 메르시오였다. 이어 한순간 그의 눈빛이 빛난다고 느끼는 것과 같이 해서 그의 팔을 감고 있던 은빛의 송곳니가 가공할 만한 속도로 이 드의 얼굴을 노리고 늘어났다. "어엇..." 이드는 메르시오의 갑작스런 공격과 그 스피드에 반격할 새도 없이 분뢰보(分雷步)를 밣으며 급히 몸을 돌려 피했다. 하지만 공격은 그렇게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드가 피 한 방향으로 메르시오의 팔이 휘둘러지며 은빛의 송곳니가 이드의 뒤를 쫗은 것이었다. 그 모습에 이드는 더 피할 생각을 하지 않고 라미아를 눕혀 잡고는 급히 몸을 뛰어 올려 몸을 허공 중에 눕혔다. 그리고는 운룡대팔식의 하나인 운룡회류(雲龍廻流)의 신법(身法)으 로 몸을 강렬히 회전시켜 자신을 배어 오는 은빛의 송곳니를 라미아의 붉은 검신으로 튕 겨 버렸다. 그렇게 자신을 쫓던 은빛 송곳니를 튕겨 버린 이드는 그 탄력을 이용해서 메르시오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성벽에서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사뿐히 내려섰다. 그런 이드의 주위로 운룡회류의 영향인 듯 뽀얀 먼지가 이드를 중심으로 회전하며 일어났다 . 하지만 조금의 쉴 틈도 주지 않는 메르시오의 다음 공격에 이드는 그 먼지가 체 가라앉기도 전에 몸을 뽑아 올려야 했고 그런 이드의 뒤를 따라 어린아이 주먹만한 은 빛의 구들이 날아들었다. [정말 조금의 쉴틈도 주지 않네요. 정말 엄청 화난 모양이예요.] "그렇겠지. 하지만.... 나도 계속 당하지 만은 않아. 검강사천일(劍剛射千日)!" 이드는 그 말과 함께 자신을 뒤쫓아오는 내개의 은빛 구들을 향해 강하게 라미아를 내뻗었고, 순간 공기를 찧는 듯한 파공성과 빛이 속에서 수 십여 가닥에 이르는 검강 들이 뻗어 나왔다. 그리고 그 수십여 가닥의 검강들중, 십여발은 은빛의 구와 부딪혀 달빛 만이 머무르고 있는 주위를 환하게 비추었고 나머지 수십여 가닥의 검강은 그대로 메르시오 에게 짖혀 들었다. 하지만 그 검강들은 메르시오의 양손이 들려 지며 더 이상 메르시오를 향해 쏘아져 나 갈 수가 없었다, "크르르르... 스칼렛 필드(scarlet field) 리미트(limits)!" 으르렁거리는 듯 하면서도 똑똑히 들리는 메르시오의 목소리와 함께 앞으로 들려져 있 던 그의 양팔을 감싸고 있던 은빛의 송곳니가 얇게 펴지며 메르시오의 앞으로 막아서는 듯한 반투명한 막처럼 변해 버렸다. 그리고 검기들이 바로 코앞에 다다랐을 때 반투명하게 은빛을 뛰던 그 보호막이 순식간에 진홍색으로 물들어 버렸고 그 보호막의 범위를 벗 어난 몇 개의 검강을 제외한 이십여 발의 검강들이 모두 소멸되고 말았다. 이드는 그 모습 에 이미 막힐 줄 알았다는 듯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연속해서 강기공인 금령원환 형 (金靈元丸形)을 라미아로 펼쳐내는 것과 동시에 나머지 한 손으로는 천허천강지 (天虛天剛指)의 지강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는 그 공격들이 메르시오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분뢰보를 밟아 금령원환형의 강기구의 바로 뒤에 따라붙었다. 이어 강렬한 충격 파와 함께 모래 먼지가 일었고 그 뿌연 모래 먼지 사이로 연속적으로 무언가 부딪히는 듯한 소성이 울려 나와 계속해서 주위로 뽀얀 먼지 구름을 일으키고 있었다. 한편 그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크레비츠들이 일대 삼의 수적 우세를 가지고 쿠쿠도라는 드워프를 상대로 비교적 쉬운 전투를 벌이고 치루고 있었는데, 어쩌면 당 연한 결과 였다. 그레이트 실버급에 이른 검사 두 명과 드래곤 로드가 합공을 하고 있는데 버틴다면 호히려 그게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되는 한순간 쿠쿠도의 양쪽으로 벌려 서있던 크레비츠와 바하잔의 공격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웨이브 컷(waved cut)!" "트원 블레이드(twins blade)!" 두 사람의 고함 기합 성과 함께 마치 거대한 파도와도 같은 황금빛의 검강과 나란히 붙어서 돌진 해오는 두 개의 현오색을 뛴 날카롭지 않지만 묵직한 느낌의 검강이 쿠쿠 도를 향해 날아갔다. 그 공격에 거의 전투의 시작부터 뒤로 밀리던 쿠쿠도는 피하는 것을 포기 하고 들고 있던 워 해머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저 두 사람의 공격을 피하려 할 때 마다 한쪽에 서서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세레니아의 마법덕분에 번번히 피하지도 못했다. 그 덕분에 제대로 방어도 하지 못해 오히려 더 큰 부상만 입었었던 것이다. 그래서 피하는 것은 완전히 포기해 버리고 공격이나 방어를 하자는 것으로 생각을 돌 린 쿠쿠도였다. "계속해서 당하진 않는다. 대지의 파도! 뜨거운 분노!!" 꽈아아앙!!!!! 악을 쓰는 듯한 쿠쿠도의 외침에 이어 높이 들려졌던 거대한 워 해머가 땅에 틀어 밖 혔다. 그 위력이 얼마나 큰지 쿠쿠도 주위의 땅이 울려 잔잔한 돌덩이가 튕겨 올랐을 정도였 다. 이어 해머가 땅을 때린 여운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마치 높은 산에서 거대한 눈덩이가 굴러 떨어 진 때의 소음이 일며 쿠쿠도를 중심으로 땅이 마치 바다처럼 잔잔히 흔들리 기 시작했고 그 범위가 채 1미터를 넘기 전에 그 파도는 2미터 이상 높아지며 주위로 퍼 져 나아가 쿠쿠도를 향해 날아드는 크레비츠와 바하잔의 공격과 부딪히며 굉렬한 폭음을 일으키며 사라져 버렸다. 퍼퍼퍼펑... 쿠콰쾅... 하지만 크레비츠와 바하잔의 검기들이 사라진 반면 쿠쿠도의 공격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었다. 원형으로 퍼져 나가던 땅의 파도는 크레비츠와 바하잔의 공격이 이루 어 진곳만이 부셔 졌을 뿐 나머지 부분은 아직 건재했기 때문에 후두둑 거리며 흙덩어리 가 떨어지는 사이로 두 사람을 향해 계속해서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에 크레비 츠와 바하잔은 자신들의 검으로 막강한 검기들을 쏟아 내며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흙의 파도 대부분을 수셔 버렸고 남아 있는 부분도 크레비츠와 바하잔에게 전혀 영향을 줄것 같 지 않게 멀리 있는 것들뿐이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느낀 듯한 세레니아의 외침에 두 사람 은 적잔이 당황하며 즉시 허공중으로 몸을 뛰어 올려야 했다. "아직 끝난게 아니예요. 진짜는 밑에 있어요. 뛰어요!! 리미트(limit)! 그라운드 프레 셔(ground pressure)!!" 세레니아의 시동어가 외쳐지는 순간 무언가 세레니아의 그라우드 프레셔에 눌려 올라 오지 못하는 듯한 느낌으로 땅이 흔들리더니 땅의 표면이 붉게 달아올랐다. "뭐.... 용암?...." "빨리 피해... 굉장한 열기야..." 지표를 발갛게 달구는 용암의 열기에 두 사람은 황급히 몸을 날려 용암으로 변해 버린 대지의 사정권 밖에 서있는 세레니아의 옆으로 내려섰다. 세레니아는 두 사람이 자신 의 옆으로 내려서는 모습을 모두 바라 보지도 않은채 다시 마법의 시동어를 외웠다. "허공을 수놓으며 아름답게 거니는 물의 정령이여 그대들과 함께 춤추는 바람의 정령 의 키스를 받아 지금 그대들의 축복을 이곳에 뿌리어라. 크리스탈 액터(crystal axte)!" 세레니아의 주문이 이어지면서 그녀의 들려진 손이 향하고 있는 허공 중에 아름답게 빛나는 수정처럼 반짝이는 것들이 무수히 생겨났다. 이윽고 그녀의 주문이 끝나고 시동어가 외쳐 짐과 동시에 그녀의 팔이 내려졌고 허공중에 떠 있던 것들, 바로 어른의 주먹만한 크 기의 얼음덩이들이 쏟아져 내렸는데 그 소리가 마치 비가 올 때 나는 소리 같았다. 이어 그 얼 음 조각들이 붉게 달아올라 있는 땅에 꽃히며 요란한 소리와 함께 뿌연 수증기를 형성 시켰 다. 그렇게 대부분이 땅을 시키는데 사용되긴 했지만 그 많은 얼음덩이 중 몇 개는 쿠 쿠도 를 노리고 날아드는 것도 적지 않았던 듯 수증기 속에서 쿠쿠도의 욕설과 신음성이 흘 러 나왔다. "크윽... 제기랄... 으아아... 젠장.... 메르시오, 이 새끼 때문에 이게 무슨... 큭.. . 꼴이야...." 세레니아는 수증 속에서 들려오는 쿠쿠도의 목소리를 들으며 옆에 내려서서 수증기 속 을 노려보는 크레비츠와 바하잔을 바라보며 조용히 이야기했다. "이번이 좋은 기회 인 것 같아요. 저 쿠쿠도라는 드워프도 저속에 오래 있진 않을 태 니까. 그가 나올 때를 노려서 한번에 끝내 버려야 해요." 세레니아의 말에 크레비츠와 바하잔이 고개를 끄덕일 때 뽀얀 수증기 안에서부터 거의 악을 쓰는 듯한 쿠쿠도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 뒤를 이어 다시 한번 워 해머가 땅 에 박히는 소리가 나면서 뽀얀 수증기가 한순간 수축하는 듯 하더니 폭발적으로 터져 나 왔다. "크아아아.... 어스 웨이브!!!" 쿠아아아앙........ "온다. 그럼 마무리는 세레니아 양이 맞아 주십시오. 이보게 바하잔......응?" 세레니아를 향해 외치며 자신의 양손에 들린 검을 고쳐 잡던 크레비츠는 등뒤로부터 느껴지는 섬뜩한 느낌에 고개를 돌리려 했으나 그 보다 빨리 들려오는 바하잔의 목소 리에 정신없이 서있던 자리에서 몸을 빼내야 했다. "받아칠 생각 말고 빨리 피하십시오!!!" 바하잔의 말에 따라 순간적으로 몸을 날린 크레비츠는 순간 엄청난 속도로 자신의 옆 으로 스쳐 지나가는 진홍빛의 빛줄기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빛줄기가 일직선으로 엄청 난 속도로 흩어지고 있는 수증기 사이에 있는 그림자를 향해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리 고 날려 버린 수증기 사이로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붉은 빛줄기의 모습에 쿠쿠도가 내려 찍었 던 워 해머를 급히 들어올리며 악다구니를 쓰는 모습이 보였다. "야이 빌어먹을 놈에 개 대가리야!! 떨거지들 맞아 달리기에 따라 와줬더니... 누굴 공격 하는 거야... 으아아아.... 대지의 분노!!" 쿠아아아아...... 쿠쿠도의 워 해머가 다시 한번 땅에 내려쳐졌고 그에 이어 대지가 뒤흔들리며 쿠쿠도 의 앞의 땅이 갈라졌다. 곧 땅이 붉게 물들며 갈라진 틈새로 붉은 화염과도 같은 용암이 치솟 아 쿠쿠도를 향해 쏘아져 오는 진홍빛의 빛줄기를 막아 갔다. 그러한 모습에 크레비츠는 더 보지도 않고 급히 바하잔을 부르며 자신의 손에 들린 검 에 마나를 불어넣고는 쿠쿠도의 오른쪽으로 들아 갔다. "이봐, 좋은 기회야... 빨리 움직여." "벌써 움직이고 있습니다. 준비하세요." 그렇게 말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어느새 쿠쿠도의 양측으로 자리를 옴기고는 서로를 바라 보며 고개를 끄덕여 호흡을 맞추고는 각자의 검에 실린 마나들을 풀어냈다. "그랜드 타이달 웨이브(grand tidal wave)!! 이걸로 사라져라....." 바하잔의 외침과 함께 한껏 휘둘러진 옥시안의 검신으로 부터 백금빛의 거대한 기운이 모 든 것을 삼켜 버릴 듯 한 기세로 쿠쿠도를 덥쳐 갔고 그 뒤를 이어 바하잔에 지지 않 는 듯 한 크레비츠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 뒤를 이어 마치 두개의 덩굴이 배배 꼬인 모양의 검기 가 마치 대지를 쪼개 버릴 듯 한 기세로 쿠쿠도를 향해 덥쳐 들었다. "트위스트 크레이브(twist creyv)!!" 마치 쿠쿠도를 에워싸는 듯한 두 사람의 공격도 공격이지만 이미 진홍빛의 빛줄기, 그 러니 까 메르시오의 스칼렛 버스트를 막아내느라고 타이밍을 놓친 쿠쿠도는 피할 생각을 완 전히 버리고 자신의 모든 힘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는 이번 공격을 꼭 막아야 한다는 생각 으로 워 해머를 내려찍었다. 하지만 그런 한편으로는 저 앞에 서있는 세레니아가 신경 쓰이 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 자신에게 달려드는 공격을 무시 할 수도 없었기 때문 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크아..... 내가 다시는 개 대가리와 상종을 않겠다..... 대지를 달구는.... 뜨거운 방패!!" 쿠콰콰콰..... 쿠르르르르......... 쿠쿠도의 외침에 뒤이어 무언가 치솟아 오르는 듯 땅이 뒤흔들렸고, 쿠쿠도 주위의 땅 이 붉은 색으로 변할 즈음에 터지듯이 갈라지며 높다랗게 붉은 용암이 치솟았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치솟아 오른 용암의 벽이 쿠쿠도를 중심으로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한 것이 었다. 그리고 그 용암의 벽의 회전이 어느 수준에 이르렀을 때 크레비츠의 와 바하잔 의 공 격이 용암의 벽과 대지를 격렬히 뒤흔들었다. 그 모습에 바하잔과 크레비츠는 급히 몸을 뒤로 물려 충격의 영향권 밖으로 물러서며 무언 가를 준비중인 듯한 세레니아를 보며 소리쳤다. "그럼, 세레니아양.... 마지막을 부탁드리오." 쿠콰콰쾅...... "....." 크레비츠의 말에 세레니아가 뭔가 걱정 말라는 듯이 말하는 듯 했으나 곧 이어진 폭발 음과 쿠쿠도의 발악적이 고함에 묻혀 버려 전혀 들리지를 않았다. "커어억....... 크아아아.... 어스 웨이브!" 타격을 받은 듯한 쿠쿠도의 외침에 쿠쿠도를 중심으로 회오리 치던 붉은 빛의 용암과 황금빛 의 강기 그리고 현오색의 강기가 조금 밀려나는 듯 했다. 하지만 그 것이 끝이라는 듯 더이 상의 반응은 일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안으로 줄어들며 서로의 위력을 줄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세레니아는 그 모습에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 해두었던 것을 시전했다. 그 런 그녀의 몸 주위로는 붉은 색의 마나가 휘돌고 있었다. "치솟아라. 얼음의 정령이여.... 프리즈 필라(freeze pillar)!! 아이스 필라(ice pill ar)!!" 세레니아의 입에서 시동어가 흘러나오는 순간, 쿠쿠도를 중심으로 약 지름 30여 미터 정도가 하얗게 얼어 붙어 냉기를 흘리며 20미터 정도를 치솟아 올랐는데 그 위에서 격렬히 격 돌 하던 기운들중 붉은빛 열기를 뛴 기운이 눈에 뛰게 약해 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 새 저 허공에 생성된 같은 크기의 얼음의 기둥이 강렬한 회전과 함께 떨어져 내려 쿠쿠도와 세 기운을 사이에 두고 맞 부딪혔고, 그 속에서 다시 한번 쿠쿠도의 비명성이 터져 나왔 다. 쿠아아앙...... "크아아아악............. 메르시오!!!!!" 하지만 그런 쿠쿠도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 세레니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다 시 시동어를 흘려냈다. "어둠과 암흑에 묻힌 얼음의 정(情)이여... 너의 숨결을 허공에 춤추는 아이들에게 맞기어라... 아이스 콜드 브레싱(ice-cold breathing) 스톰(storm)!!" 세레니아의 목소리와 함께 마치 중간에 끼어 있는 것을 가루로 만들어 버릴 듯 회전 하고 있는 기둥들의 양쪽으로 하얀 백색의 마법진이 형성되며 그 곳으로 부터 하얀 안개와 같은 얼음의 숨결이 흘러나와 아래로 흘러 내렸다. 그리고 곧 이어진 바람의 움직임에 안개 와 같은 형태로 흘러내리던 아이스 콜드 브레스가 서서히 얼음의 기둥을 중심으로 뭉치며 회전하더니 두 얼음 기둥의 틈새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었다. "하압... 풍령장(風靈掌)!!" 다시 한번 메르시오와 엉키던 이드는 강렬한 풍령장을 메르시오의 가슴에 날려 그와의 거리를 벌렸다. 그런데 그렇게 떨어진 두 사람의 모습이 판이하게 달랐다. 이드는 몸 여기 저기의 옷이 찧어지거나 떨어 졌을 뿐 별다른 상처는 가지고 있지 않은 반면 메르시오 의 몸에는 라미아의 검신에 의해 여기저기 잘려나가고 타버린 은빛 털, 여기저기 크고작 은 상처와 푸른피, 특히 오른쪽의 팔꿈치까지 잘려나간 그의 모습은 말이 아니었다. 거기 에 아직 건재해 보이는 이드에 반해 메르시오의 어깨는 눈에 뛰게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 는 것이었다. 더구나 전투 중 메르시오, 자신이 내쏘았던 스칼렛 버스터를 이드가 피해버 린 덕에 쿠쿠도가 맞게 되었고 그 모습에 그렇지 않아도 살기 충만하던 메르시오가 흥분 해 이드에게 달려들었고 덕분에 이드는 침착하게 차레차레 메르시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었고 그렇게 기울기 시작한 전투가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이드는 거친 숨을 내쉬는 메르시오의 모습을 보며 이번의 공격으로 끝내 버려야 한다 고 생각했다. 그러나 라미아에게 내력을 전하기 위해 내력을 끌어 올리려 할 때 등뒤로 부터 느껴지는 서늘하다 못해 얼어 붙을 듯 한 한기와 라미아의 목소리에 메르시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은채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을때 이드의 눈에 들어 온 것은 방금전에도 보았던 서로 맏물려 돌아가던 얼음의 기둥과 그 기둥이 중앙 부분에 어리 어 회전하고 있는 뽀얀 색의 안개와도 같은 것이었다. [이드님.... 저거 이드님이 처음 시전 해봤던 마법이잖아요.] "으응... 아이스 콜드 브레싱. 빙룡현신(氷龍現身)과 같이 사용했었던 건데... 정말 지옥같은 한기..... 응? 저... 저거..." 메르시오를 경계하면서도 세레니아를 바라보던 이드의 눈에 그의 주위를 맴돌던 진홍 빛의 마나가 더욱 팽창하며 주위로 퍼지는 한번 본 모습에 급히 내력을 끌어 올려야 했다. [이드님, 저 메르시오, 세레니아님을 노리는 것 같아요.] "알고 있어. 분뢰(分雷)." "스칼렛 필드 버스터.(scarlet field burst)!" 라미아의 목소리에 이어 이드가 분뢰보를 밟으며 앞으로 쏘아져 나간것과 메르시오의 진홍빛의 섬광이 불룩하게 일어난 것은 거의 동시였다. 분뢰보를 밟아 가던 이드의 눈 에 등뒤로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개를 돌리는 세레니아와 이제는 완전히 그 모습을 같추 고 뻗어 나오는 진홍빛의 섬광을 보며 이드는 즉시 라미아를 치켜 들었다. "저건 제가 맞을테니... 걱정 말아요. 세레니아... 하늘의 그 물을 빠져 나갈것은 아 무것 도 없다. 12대식 천망밀밀(天網密密)!!" 샤르르륵 샤르르륵 마치 몇 무더기의 실이 풀려 나가는 듯한 기성과 함께 라미아의 검 신 으로 부터 수십 수백에 이르는 청색의 강사(剛絲)들이 뿜어져 바람에 흩날리는 여인들 의 머리카락처럼 날리며 엉키고 꼬이고를 반복하며 하나의 촘촘하기 그지없는 그물로 변 해 갔다. 그리고 마침내 촘촘하다 못해 청색의 벽처럼 보이는 검기의 그물이 날아오는 진홍빛의 빛줄기를 감싸 안아 버리기 시작했다. 이드는 검기의 그물이 완전히 진홍빛 의 빛줄기를 감싸게 되자 라미아를 완만하면서도 커다란 동작으로 위로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 부드러운 면서도 간단한 하나의 동작이었지만 그 동작이 가져온 작용은 대단 한 것이었다. 라미아가 위로 들어 올려지는 것과 함께 그물에 휩싸여 앞으로 전진하던 빛줄기가 방향을 바꾸어 허공으로 치솟기 시작했고 다시 라미아가 내려지는 것과 함께 라미아에서 뿜어져 나와 그물을 형성하고 있던 수백의 강사들이 그대로 끊어져 버렸다 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진홍빛의 섬광을 덥고있던 청색의 그물 역시 사라지자 그 모습을 그대로 들어낸 체 허공으로 치솟다가 사라져 버렸다. 그 모습에 수백에 이르는 강사의 조율로 뻐근해진 오른쪽 어깨에 손을 얹어 주무르고 메르시오가 더욱더 흥분한 울음을 터트릴 때 그들의 목적이었던 얼음의 기둥이 퍽 하며 산산히 부셔져 내리며 사방으로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은빛의 얼음 가루들을 날려보내고 있었다. 그런 얼음 가루들 사이로 떨어져 내리는 커다란 워 해머의 모습과 그것이 땅에 부딪히 며 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이드를 향해 고개를 돌린 세레니 아에 게서 이드에게는 아주 만족스러운 하지만 크레비츠와 바하잔에겐 아리송한 대답을 들 을 수 있었다. "혼돈의 파편 중 하나... 쿠쿠도는 소멸... 아니, 잠들었습니다." 슈아아아아......... 쿠구구구......... 세레니아의 말과 함께 그녀의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땅속에다 그 무거운 머리 를 박고있던 워 해머가 작은 소성과 함께 땅속으로 녹아 들어갔다. 163 세레니아의 말과 함께 그녀의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땅속에다 그 무거운 머리 를 박고있던 워 해머가 작은 소성과 함께 땅속으로 녹아 들어가 버린 것이다. 이드는 워 해머가 완전히 땅 속으로 녹아드는 모습을 모두 바라보고는 메르시오를 향 해 라미아를 곧추세웠다. 그런 이드의 뒤로는 어느새 다가온 크레비츠와 바하잔, 세레니 아의 쿠쿠도를 소멸시킨 주역들이 서서 메르시오를 노려보고 있었다. "후훗... 오늘 처음 본 분인데... 메르시오나 모르카나들 과는 달리 이젠 못 볼 것 같네요. 뭐, 그게 저한테도 좋긴 하지만. 그럼, 당신과도 작별 인사를 해 볼까요." 이드의 말이 끝나자 라미아의 검신이 우우웅 하는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메르시오는 덤벼들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가 아무리 흥분을 했다지만 지금의 자 신이 얼마나 불리한지 정도는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우기 그 자신의 흥분으 로 동료를 하나와 팔 하나를 잃은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 흥분해서 얻을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었다. 뭐... 자신이 하고 있는 모습대로 흥분에 몸을 맞겨 봐도 괜찮겠지 만, 그것도 상대를 가려 가면서 해야 할 일. 만약 그렇게 해서 될 상대 같았다면 자신의 한쪽 팔과 쿠쿠도를 잃게 되는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이 진행되자 앞으로 취해야 할 행동 방향이 저절로 정해지는 것이었다. 이번 기회에 혼돈의 파편 둘을 소멸 시켜 버려야 한다는 생각에 곧바로 공격해 들어가 려던 이드는 메르시오가 갑자기 조용해지며 그의 눈에 일렁이던 흥분과 살기가 서서히 가라 앉는 모습을 보고는 입맛을 다시며 라미아를 거두었다. 그런 행동은 이드의 뒤에서 공격을 준비하던 나머지 사람들도 마찬 가지였다. 그들 역시 많은 전투로 이미 상대가 전투 의사가 없음을 그리고 이 자리를 피할 것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보통의 상대라거나 단순한 그레이트 실버급의 인물이라면 죽자고 따라가서 소멸시킬 수 있지 만, 눈앞에 있는 상대는 그런 방법도 어려운 데다 이동 방법까지 특이하기에 아예 힘 빼는 일없이 포기해 버린 것이었다. "쳇, 오늘은 확실히 끝낼 수 있었는데..." 이드의 말에 메르시오가 피 썩인 침을 뱉아내며 힘없이 말했다. "크르르르... 크윽... 퉤... 크크큭... 정말 오늘 끝내 버리려고 했는데 말이다...... 퉤.... 끓는 피 때문에 뜻 대로 되지 않는군. 아무래도 네 놈 과는 한번 더 만나야 될 모양이다." "아무래도 그래야 되겠죠. 다음이 네 번째 만남인가. 뭐, 다음의 만남이 마지막 만남 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꼭 그렇게 될 꺼다. 나도 네 놈과 더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이번은 내가 찾아 왔으니... 다음 만남은 네가 오는 거겠지. 후후훗... 기대하지. 그때는 쿠쿠도와 내 팔의 빛을 확실히 갚도록 하지." 우우우웅....... 메르시오는 자신의 말을 끝마치자 나타날 때나 돌아갈 때와 같이 기성을 흘리며 그의 뒤쪽 공간이 흔들렸고 곧 메르시오는 그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그가 사라지고 나서도 잠시간 흔들리던 공간이 원상태를 찾자 이드와 크레비츠, 바하 잔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직히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지도 않은 전투였고, 흥분한 메르시오와 수적 우세 덕분에 쉽게 이길 수 있었던 전투였다. 덕분에 고생을 하긴 했 지만 혼돈의 파편 하나를 잠재웠으니 전혀 손해 나는 일이 아니었다. 거기에 주위를 돌아 본 크레비츠등은 초반에 메르시오와 쿠쿠도를 수도 밖으로 밀어낸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드와 크레비츠들이 전투를 벌인 일대의 평야가 완전히 뒤 집어 져 있는가 하면 터지고 파해쳐진 곳이 여기저기 널려 있어 보기가 꽤나 흉했다. 지금까지는 정신없는 전투중이라 몰랐지만 전투가 끝나고 새벽이 다가오는 시간인 지금에서야 그 모습이 들어 온 것이었다. "후~~ 정말 대단하구만. 만약 수도 내에서 전투를 벌였다면 나머지 삼분의 일이 또 날라갔겠는걸... 참, 세레니아양. 아까 쿠쿠도가 쓰러지고 이드에게 대답할 때 말입니 다. 소멸이라고 하지 않고 잠을 잔다고 표연한 이유가 있는 겁니까?" 주위의 모습에 가슴을 쓸어 내리던 크레비츠의 물음이었다. 세레니아는 그 물음에 이 드를 한번 돌아보고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호호호... 저들을 죽이는 건 불가능해요. 아니... 불가능 하다기 보다는 지금의 우리 들 로서는 할 수 없다는 말이지요. 지금은 오랜 봉인에서 깨어 난지 얼마 되지 않아 원래 의 힘을 쓰지는 못하지만, 저들 역시 신들과 같은 존재. 때문에 태초의 여러 신들 역시 저들을 소멸시키지 못하고 붉은 돌 속에 봉인했을 뿐이죠. 저희들이 쓰러 트렸던 쿠쿠 도라 는 파편역시 눈앞에서 사라지기는 했지만 소멸 된게 아니죠. 원래 봉인되어 있던 곳에 재봉인 되었다고 보는게 더 확실할 거예요." "그... 그럼...." 세레니아의 말에 바하잔이 급히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하지만 바하잔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다는 듯이 먼저 말을 꺼내는 세레니아의 말에 바하잔은 입을 다물었다. "아... 걱정마세요. 단순히 봉인된 것 뿐이라면 저와 이드가 즐거워 하지도 않았겠지 요. 쿠쿠도가 비록 소멸하지는 않았지만 저희의 공격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어요. 그렇기에 그는 다시 봉인으로 끌려가 그 안에서 상처를 회복하며 잠이들꺼예요. 하지만 앞으로 적어도 1500년 이상 그는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누가 봉인을 푼다고 해도 말이죠." 세레니아의 말 중에 뭔가 이해하지 못한 말이 있는 듯 크레비츠가 물었다. "헌데... 세레니아양 말 중에 봉인에 끌려갔다니... 봉인은 이미 깨진게 아니었던가? 그리고 그들 역시 자신들의 힘이 온전치 않다는 걸 알았을 텐데. 왜 움직인 거지?" "보통의 봉인은 그렇겠죠. 하지만 이들 혼돈의 파편을 봉인한 것은 신들. 아마도 그만 큼 특별한 듯 싶어요. 저도 정확히 어떻게 되는 건지는 모르지만 봉인이 다시 활동하는 모양인데. 제 생각에는 저들을 봉인하고 있던 봉인은 부수거나 해체되더라도 어느 정 도의 시간이 지나면 원상태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봉인되었었던 자들이 방금의 쿠 쿠도 처럼 모든 힘을 잃었을 때 그 흡입력으로 끌어 가버리는 거죠. 아마.... 봉인 될 때 그들과 봉인사이에 어떤 연결점이 생긴 것 같아요." 꽤나 쉽게 설명해준 그녀의 말이었지만 크레비츠와 바하잔은 그런 봉인도 있던가? 하 는 얼굴로 서로를 돌아 볼 뿐이었다. 하지만 세레니아는 그 두 사람의 모습에 신경 쓰지 않고 크레비츠가 물었던 나머지 질문에 대답하고 있었다. "그리고 혼돈의 파편이 힘도 완전하지 않은 지금부터 움직이기 시작한 것.... 뭐, 제 가 그들이 아닌 이상은 전혀 모르죠. 하지만 한가지 생각은 할 수 있죠." 세레니아의 말에 슬쩍 미소를 짓 던 크레비츠와 바하잔이 세레니아의 말에 귀를 기울 이자 이드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거 혹시... 게르만 때문 아니예요?" "응?..... 아, 그럼..." 바하잔이 무슨 소리냐는 듯이 이드를 바라보다 뭔가 생각나는 것이 있는 듯이 이드를 바라보았다. "네. 아무래도 혼돈의 파편들의 봉인을 푼 것이 게르만인 것 같은데... 그가 봉인을 풀어준 대가로 무언가를 바랬다면요. 그래서 저들이 힘이 완전하지도 않은 지금부터 움직이는 것이라면... 뭐, 메르시오등이 무시 해버릴수도 있지만 우선 생각나는게 그 것 뿐이거든요." "호호호... 제 생각도 같아요." "그럴수도 이지. 자, 그건 다음에 생각하고 다시 황궁으로 돌아들 가세나. 벌써 새벽 이 다돼 가는데...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쉬어야지. 특히 이드와 세레니아양은 오늘 도착 했는 데 잠시도 쉬지 못했지 않은가. 특히, 바하잔 자네는 빨리 돌아가서 상처를 치유해야 될 것 아닌가." 과연 크레비츠의 말대로 바하잔의 오른쪽 팔에 거친 것에 맞아 찧어진 듯한 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게다가 상처가 꽤나 크고 깊어 안쪽의 근육까지 상한 듯이 보였다 . 하지만 바하잔은 자신에게 쏠리는 일행들의 시선에 별것 아니라는 듯이 돌아가 신관에 게 치료받겠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세레니아에게 치료받아도 상관은 없지만 상처를 치료 하는 데는 마법보다는 신성력이 더 좋다는 것을 알기에 따로 세레니아에게 치료를 권하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이드가 나서 몇몇 혈도를 점해 더 이상의 출혈을 막았을 뿐이었 다. 그 모습에 크레비츠가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지만 이드는 그저 미소만 짓어주고는 무너져 버린 성벽을 넘어 황궁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드를 비롯한 세 명은 성벽을 넘 으며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거리가 늘어났으니... 병사들과 기사들, 그리고 인부들이 꽤나 고생 하겠구만...' "그런데 세레니아. 그 붉은 돌이란 게 뭐예요? 보석을 말하는 건가?" "호홋... 아니예요. 붉은 돌... 있잖아요. 이드, 땅속을 흐르는 뜨거운 돌. 그게 빨간 색 이잖아요." "......... 하하... 기발한 생각이네요." "꺄하하하하..." "까르르르르.....그... 그만해... 까르르르르...... 가렵단 말이야....." 하얀 백색의 깨끗한 벽으로 둘러 싸여진 넓고 아름답게 조성된 동그라면서도 길쭉한 달걀 모양의 정원이었다. 정원의 한쪽 벽면을 따라서는 갖가지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들이 심어 져 있고 다른 벽쪽으로는 햇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부드러운 모래가 깔려 있 었다. 그리고 달걀 모양의 정원의 오른쪽에는 둥글둥글한 모양의 돌들을 모아 만들어놓은 작 고 깨끗한 연못이 또 그와 대칭을 이루 듯 정 반대쪽에 세워진 커다란 나무는 그 크기에 알맞 게 넓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나무가 드리우는 그림자의 영역안엔 잔디 와 같 은 짙은 초록색의 양탄자 위에서 뒹굴고 있는 아홉 살 정도로 보이는 귀엽게 머리를 따은 여자 아니와 그보다 어려 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함께 뒹굴며 깔깔대고 있 었다. 한쪽, 이곳 정원으로 들어서는 입구 부분의 놓인 벽과 같은 유백색의 테이블에 앉아 있던 이드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저절로 음가로 미소가 머금어 졌다. 아이들의 천진함은 누구에게나 미소를 가져다주는 것이어서 만은 아니었다. 이드는 미소 지으며 손을 내 려 자신의 무릅에 앉아 몸을 부비고 있는 하얀털의 트라칸트 레티를 들어 옆에 앉아 있는 메이라에게 건네주었다. "간지덥잖아. 임마. 그런데 꽤 길어지네요. 몇 시간째죠? 사람들이 크레움에 들어간게 .... 얼마나 지났죠?" "음... 거의 다섯 시간이 다 되어 가네요." 메이라의 반대편 이드의 옆에 앉아 있던 일리나가 이드의 말에 하늘을 보며 대답했다. 이드에게 건네 받은 레티를 무릅에 놓고 쓰다듬던 메이라가 이드와 그 옆으로 앉아 있 는 일리나와 세레니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중요한 회의잖아요. 그렇게 궁금해하며 기다릴 거라면 크레비츠님과 같이 들어가지 그랬어요? 아니면 지금이라도 들어 가봐도 되찮아요." 그 말에 이드는 고개를 내저으며 손을 깍지껴 머리뒤로 돌리며 폭신한 의자에 몸을 묻었다. "후훗... 싫어요. 그 지겨운 곳에 앉아서 몇 시간이고 머리 싸매고 앉아 있느니 재들 하고 같이 노는게 편하죠. 저나 세레니아가 생각해보고 내린 계획은 한가지뿐이죠. 게다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의 상황에 알맞은 국가 단위의 계획은 전혀 떠오르지도 않는다구요. 으~읏~차!!" 이드는 메이라의 말에 그렇게 대답하며 손을 팔을 쭉 펴며 저 앞에서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건축물인 크레움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서는 아마 아나크렌과 연결된 마법으로 열띤 회의를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이드들이 쿠쿠도를 잠재운 다음 날, 새벽에 잠들어 태양이 뜨고 나서도 한 참 후에서 야 일어났었다. 케이사 공작은 늦은 아침을 먹고 있는 그들에게 다가와서 아나크렌으로 부터 들어온 소식들을 전하기 시작했는데, 간단히 말하면 피해를 입긴 했지만 어제 이드들 과 같이 혼돈의 파편 하나를 잠재 웠다는 것이었다. 혼돈의 파편이 또 하나 잠들었다는 말에 일행들은 식사를 자시 중단하고 케이사 공작으로 부터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이일 전 그러니까 라일론이 공격받던 그날 오전, 식사를 끝내고 몇 일전 어렵게 구한 무커 라는 고급 담배를 입에 문채 느긋히 휴식을 취하고 있던 한 병사가 양군의 진영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모르카나를 발견하고는 입에서 담배가 떨어지는 것도 모른 채 크게 소리쳤다고 한다. 그리고 그 소리에 놀란 병사들과 기사들이 튀어나왔고 곧 모르카나 를 보고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한번 격었다 시피 그녀의 품에 안 긴 곰 인형의 팔이 흔들릴 때마다 땅이 흔들리고 부셔지고, 튀어 올랐다. 하지만 수가 워낙 에 많았던 탓에 병사들과 기사들을 밀어내진 못하고 평형을 유지하는데 차레브 공작과 프로카스가 나타났고, 곧바로 한차레 부딪힘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모르카나가 밀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한순간 강렬하게 부딪히고 양측으로 갈라서는데 모르카나가 "저번에 그 이쁘고 착한 오빠는 어딨어... 잉..." 하는 어린아이 같은 소리와 함께 허공 중으로 도망처 버렸다는 것이었다. 케이 사가 모르카나의 말을 전할 때 마침 물을 마시고 있던 이드는 사레가 들어 눈물까지 찔끔거 리 면서 한 참 동안 기침을 해댔어야 했다. 그렇게 모르카나가 돌아가고 나서도 차레브와 프로카스는 모르카나가 또다시 올지도 모르기에 그곳의 임시 사령관저에서 묶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생각이 들어 맞았 는지 전날과 비슷한 시간에 모르카나가 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헌데 그녀의 곁에는 그녀보다 키가 좀 더 큰 청은발의 아가씨도 같이 서있었다는 것이었다. 이드는 그 대목에서 나직한 한숨과 함께 쯧쯧 거리며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두 존재와 전투를 치뤘을 차레브와 프로카스 두 사람이 얼마나 황당했을지 눈에 선하 게 그려지는 것이었다. 자신은 그 두 존재를 따라 따로 격었는데... 쯧쯧.... 그런 생각에 혀를 차던 이드는 케이사가 가지고 온 소식에 혼돈의 파편중에 하나를 잠재웠다는 것을 기억해 내고는 케이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차레브와 프로카스, 두 사람이 합공을 한다면 두 명중 하나를 상대 할 수는 있지만 둘다 상대하는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모르카나와 아시렌, 두 혼돈의 파편 중 하 나를 잠재웠다니. 그런데 그것에 대해 케이사 공작에게 묻던 이드는 모르카나와 아시렌 둘 중 누가 잠들었는지. 걱정하는 자신을 알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비록 전투가 있긴 했지만 ... 그 둘에게는 전혀 적이라는 인식이 들어맞지가 않는 것이었다. 이드가 그렇게 딴 생각 을 하는 사이 케이사 공작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는데, 이드의 생각대로 차레브와 프로카 스는 아시렌과 모르카나를 상대로 전혀 승기를 잡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당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아시렌과 모르카나의 성격 탓이랄 수 있을 것이었다. 실제로 이드와의 전투에서도 조심하라느니,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검기를 예뿌다고 말한 존재들이지 않는가. 긴장감이라고는 찾을래야 찾아 볼 수 없는 존재들. 어쨓든 그런 사실은 차레 브가 나서기 전에 마법사에게 말했던 대로 아나크렌의 황궁에 알려졌다. 그리고 이 부분쯤에서 케이사가 다시 말을 끊고 당시 아나크렌 황궁의 상황을 설명했 는데, 당시 마법사로 부터 연락을 받은 황궁이 상당히 시끄러워 졌다고 한다. 전날 차레브와 프로카스가 쫓아 버리긴 했지만 모르카나의 출현으로 아마타 쪽으로 알게 모르게 신경 이 날카로워져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시 연락이 온 것이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두 명이라는 말에 황궁에 모인 귀족들과 장군들은 뭐라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끙끙 알코 만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회의실 밖이 잠시 소란스러워 지더니 곧 회의실의 문 이 열리며 의외의 인물이 들어선 것이었다. 사십대정도로 보이는 청수해 보이는 깨끗한 얼굴에 갈색의 짧은 머리카락, 그리고 20대의 젊음의 느낌을 내는 남자. 그는 가출한 딸을 찾아 몇 일 전 이곳 황궁에 들어 온, 지금은 궁의 시녀들 사이에서 제법 인기 있는 남 자 였다. 그리고 그의 뒤를 따라 회의실로 들어서는 가는 선의 주인공들은 은색의 아름답 게 구며진 레이피어를 허리에 차고 있는 시피르 공주와 앞서 들어선 남자가 찾아 해매던 가출 한 딸인 이쉬하일즈와 그 동료들이었다. 그 여섯 명은 이드가 사라진 후부터 같이 놀 기 시작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거의 매일같이 붙어 다니고 있었다. 갑작스레 회의실에 들 어선 그와 그녀들의 모습에 크라인이 조금 언잖은 시선으로 그와 그녀들을 돌아보며 회의실 로 들어선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시르피 등은 그의 물음에 대답할 생각은 하지 않고 생 글생글 웃으며 이쉬하일즈의 아버지인 클린튼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들의 시선에 그 녀들 을 바라보던 대부분의 시선이 클린튼에게로 모였다. 그리고 그 시선을 받은 클린튼은 이쉬하일즈를 슬쩍 바라보며 나직한 한숨을 내쉬고는 한쪽 팔을 들어올렸다.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크라인과 아프르등이 의아해 했으나 곳 이어 그의 팔에 청색의 전기 와도 같은 스파크가 일어나는 모습과 그것들이 뭉쳤다 풀어졌다 하는 모습에 입을 떡 하니 벌렸고 아프르는 곧바로 마법진을 준비하겠다고 말하고는 뛰쳐나갔다. 크라인 역시 그 에게 다가가 감사를 표했고, 잠시 후 황궁의 한쪽에서 잠깐 빛이 반짝이며 클린튼과 아프르 의 모습이 황궁에서 사라져 버렸다. 잠시 후, 클라인과 아프르가 사라질 때의 빛과 함께 다시 나타난 곳은 아까 전 까지 차레브와 프로카스가 머물고 있던 임시 사령관저의 뒤편에 급히 그려진 유도 마법진 위였다. 그렇게 클린튼과 아프르가 도착할 때쯤에는 잘 버티고있던 차레브와 프로카스가 서서 히 뒤로 밀리고 있었다.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클린튼은 자신이 뛰어 든다고 해서 쉽 게 쓰러트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 비겁하긴 하지만 기습을 하기로 결정 을 내렸다. 그리곤 자신의 생각을 아프르에게 전하고 기척을 죽인 채 빙~ 둘러서 아시렌 과 모르카나의 뒤쪽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상대가 보통이 아니다 보니 클린튼이 공격하기 전에 들켜 버렸다. 그렇지만 그냥 물러날 수도 없어 아무렇게나 공격을 날렸는데... 아시렌과 모르카나가 관련된 전투라서 그런지 조금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어떻 게 된거냐면 클린튼의 주먹으로부터 뻗어 나오는 강기를 모르카나가 이드 때와 비슷하게 땅을 일으켜 막았단다. 뭐... 여기 까지는 정상적이 패턴이었다. 그런데 그 폭발로 꽤나 큰 흙 한 덩이가 날아 모르카나가 미쳐 방어하기 전에 그녀의 등과 머리부분에 부딪쳤고, 모르카나는 곧바로 기절해 쓰러져 버린 것이었다. 이 갑작스런 일에 공격 당사자인 클린튼도 멍해 있는 사이 다시 황당한 일이 일어났는데, 앞으로 쓰러진 모르카나의 몸 이 들썩이더니 그 아래에서 곰 인형이 걸어 나오더라는 것이다. 황당한 모습이긴 했지만 그 모습에 정신이든 클린튼이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곰 인형을 향해 아까와 같은 강력 한 강기를 날렸고 옆에 있던 아시렌이 "어..어..." 하는 사이에 강기에 맞은 곰 인형 칸 타는 그대로 반대편에 대치하고 있던 차레브와 프로카스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두 사람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공격을 퍼부었고 그 공격에 맞아 뒤로 밀리 는 칸타를 향해 멀리서 보고 있던 아프르도 공격을 퍼부었고... 모든 공격이 끝나고 나니 그 자리에는 곰 인형의 것으로 추측되는 솜 몇 조각만이 남더라는 것이다.(여기 까지 케 이사 공작에게 들은 이드와 크레비츠 들은 순간 할말을 잃고 바보 같은 얼굴로 케이사 공작 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공격당사자들도 멍해 있는 사이 아시렌이 큰 소리로 "아아아아앙...... 칸타.... 아앙......." 하고 울더니 허공 중으로 사라져 버리더라 는 것이다. 그때가 하늘이 붉게 물들 저녁 때였다고 한다. 그렇게 케이사의 말이 끝나자 크레비츠가 새삼 이드를 보며 수고했다고 말을 건네었다 . 이드는 그런 크레비츠의 말에 툴툴 웃어 버리고는 케이사 공작에게 모르카나의 행방을 물었고, 모르카나가 혼돈의 파편과 별다른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져 아나크렌의 황궁에 무사히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다음 날, 카논의 귀족들에게 전했던 편지와 문서들이 거의다 전해졌을 거라는 생각에 아나크렌과 라일론, 그리고 카논의 두 공작과 후작이 참여한 회의에 들 어간 것이었다. 회의의 제목은 카논의 수도 되찾기 및 사악한 마법사 게르만의 응징과 남아 있는 혼돈의 파편 잠재우기 였다. 164 회의의 제목은 카논의 수도 되찾기 및 사악한 마법사 게르만의 응징과 남아 있는 혼돈 의 파편 잠재우기. 크레비츠가 이드와 세레니아에게 같이 가길 권했지만 어차피 골치 아 픈 이야기만 오고갈 것이기에 거절하고 이곳, 태자의 정원에서 프로카스의 딸인 아라엘과 베후이아 여황의 조카인 로베르를 돌보고 이었던 것이다. 아라엘도 이때쯤에는 프로카스를 만나고 나서인지 안정되어 활발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몇 일 전 만난 로베르와는 거의 매일 이렇게 뒹굴며 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이드에게 메이라가 다시 물어왔다. "그럼, 그 한가지 라는게 뭐예요? 그리고 회의 때 이드와 세레니아가 생각한걸 말하면 되잖아요." "... 메이라, 방금 전 말했잖아요. 국가 단위의 계획은 떠오르는 게 없다구요. 저와 세레니아가 생각한 건 국가 단위의 대책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거든요." "참... 그랬죠. 그럼 이드와 세레니아가 생각한 건 뭔 데요? 국가 단위가 아니면... 개인단위의 대책인가 보죠?" "맞아요. 저와 세레니아의 생각은 간단해요. 사실 혼돈의 파편을 상대하는데 보통의 병사들과 기사들은 필요 없죠. 있다면 오히려 희생자만 늘어 나는 사태를 일으킬 태니 까요. 그러니 국가 단위로 나설 필요가 없죠. 아마 이건 크레비츠님을 비롯해서 모두 가 알고 있는 사실일 거예요. 아마 이런 의견을 들고나서는 귀족이 있으면 웃음거리밖에 안될걸요." 메이라는 이드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역시 수도의 삼분의 일이 폐허로 변한 것으로 그들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다는 것을 알기에 많은 병사들과 기사들을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번 회의의 거의 반은 혹시 모를 일에 대한 대비와 서로 끝까지 협력하자는 그런 말이 오고 가는 걸 거예요. 특히 혼돈의 파편이 사라지고 난 후의 카논 같은 경 우 이런 회의가 꼭 필요하죠. 그리고 나머지 반은 혼돈의 파편을 상대하는 일에 대해 오고 갈텐데... 회의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내 생각에는 회의 끝에 내려질 대책도 나와 세레니아가 내린 결론하고 같을 거예요. 어쩌면 크레비츠님이나 바하잔 공작님과 몇몇 분은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내 생각과 같은걸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 요. 후후훗... 그렇게 보면 저 회의는 완전 친목 모임정도인가." 이드는 스스로의 말에 씨익 웃어 버렸지만 듣고 있는 메이라는 전혀 웃기지 않았다. 자신이 물었던 것은 이드와 세레니아가 내린 대책이었는데, 이드는 계속 그 주위를 맴 돌고 있으니... 덕분에 메이나의 표정은 금새 쌜쭉해져 버렸다. 이드는 그런 메이라의 모습에 싱긋이 웃으며 깍지낀 손을 풀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말해 줄께요. 계획이라거나 대책이라고 부를 것도 없이 간단한 거예요. 그러니까, 쓸대 없이 많은 사람을 쓸 필요 없이. 실력 있는 사람, 어느 정도 혼돈의 파편을 상대 할 수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그레이트 실버급 이상의 실력을 사람들만 나선다는 거죠. 그런데 이상하죠. 얼마 전 까지 확인된 게 두 명뿐이라는 그레이트 실버가 지금은 다섯 명이나 우글거리고 있으니. 뭔가... 하하... 이야기가 또 다른 곳으로 새내. 그러니까. 저까지 합해서 일곱 명 정도가 되는데, 그 일곱의 인원으로 발라파루로 입성한다는 설정인데... 뭐 몇 가지, 카논의 황제에 관련된 일이라던가 발라파루를 덥고 있는 결계등에 대해선 좀 더 세세한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말이죠. 크레비츠님이나 바하잔님도 다 같은 생각일테니... 굳이절 데리고 가지 않은거죠." "그렇긴 하지만....." 메이라는 이드의 말을 들으며 쌜쭉해 있던 표정을 고쳐 걱정스러운 듯이 이드를 바라보았다. 자신 역시 기사들이 아무리 많이 따라 나서더라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상대가 아는 사람이라거나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그럴 것이다. 하지만 하늘을 보고 있었기에 그런 그녀의 표정을 알기 못하는 이드는 싱긋이 웃을 뿐이었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어차피 혼돈의 파편쪽에서 오지 않는 한은 그 방법뿐일 테니까요. 그런데, 그 메르시오가 오길 기다린다고 했거든요. 그러니 가 봐 야죠. 이 상태로는 아무런 진전도 없을 테니까. 아! 아니다. 그들이 본래의 힘을 되찾으면 점점 밀리겠구나..." "에효~~" 이드의 장난스런 말에 메이라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세레니아가 살며시 웃으며 이드가 바라보고 있는 크레움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정말 오랫동안 이어 지는 군요. 회의..." 그녀의 말에 메이라를 제한 이드와 일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고개를 끄덕이 던 이드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몸을 파묻고 있던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럼... 우리 잠시 수도 시내로 나가보죠. 복구 작업이 어떻게 되는 지도보고 지겨운 시간도 보낼 겸해서 말 이예요." "음... 좋은 생각인데요. 이렇게 지루하게 앉아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요. 그럼, 저 애들은 어떻게 하죠?" "음.... 뭐, 시녀장에게 부탁해도 되고. 아니면 저희들이 데리고 나가도 되겠죠. 저 애들도 밖같 구경하고 좋잖아요. 아, 이럴 게 아니라 한번 물어 봐야 겠네요. 아라엘, 로베르 이리와 볼래?" "이드, 세레니아.... 지금 크레움에서는 중요한 회의 중인데...." 메이라는 앞으로의 상황이 전혀 걱정되지 않는 듯한 두 사람의 모습에 얼굴을 팍 구겨 버렸다. 특히 이드는 아까 전부터 전혀 긴장감이라든가 걱정하는 표정이 기생이 없었 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혼자서만 걱정하고 있었던 게 아까운 듯. 그런 생각에서 조금 진지한 얼굴을 하고 바라보았는데... 이드와 세레니아는 전혀 상과 안고 오히려 웃는 얼굴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 이드의 옆에 붙어서 자신의 기분을 살~ 나뿌게 만드는 엘프까지 맞장구 치고 나서니.... "메이라, 괜히 우리까지 심각해 질 필요는 없다구요. 걱정한다고, 고민한다고 해결 될 일도 아니잖아요. 봐요. 애들도 좋다고 하잖아요." "맞아요. 우리 나가요. 이드가 저번에 시장에 가봤다고 했죠? 거기 가봐요." ...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일리나가 이드의 한쪽 팔을 감싸 안는 모습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데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휴~ 그래요. 하지만 발리 돌아 와야해요. 그리고 잠시만 기다리세요. 시녀장을 불러 아이들의 옷을 갈아 입혀야 하니까." 이드는 자신에게 엉겨 오는 아라엘과 로베르의 모습에 뭘 그럴 것까지 있느냐는 시선 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그런 이드에게서는 방금 전 대화하던 내용들이 싹 사라지고 없 었다. "뭘 그런걸 가지고... 그냥 나가도 될 것 같은데요. 괜히 화려하고 깨끗 한 옷 입혀서 뭐 하려 구요. 거기다 금방 돌아 올 건데요. 뭐." ".... 하~~ 알았어요. 하지만 시녀장을 불러야 겠어요. 나간 다고 말은 해야 하니까요 ." "그래요. 자~ 애들아 나가자!!' "와아~~~" "빨리 가자..." 이드의 말에 두 아이가 이드의 팔을 각각하나씩 붙잡고는 잡아끌었고 그 뒤를 일리나 와 세레니아가 웃으며 따랐는데, 그 모습에 메이라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곧 일리나가 한 아이의 손을 잡으며 이드의 옆으로 붙어 서는 모습에 빠르게 발걸음을 옮 겨 이드를 따라 잡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머리에도 앞으로 벌어질 전투에 대한 걱정은 사라진 후였고 그 자리를 일리나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자리잡고 있었다. 웅성웅성.... 시끌시끌........ "야! 야!..... 거기 들어... 사내자식이 그것밖에 힘을 못 쓰냐. 팍팍 들어 올려... 그래....." "거기 치워 놓은거 빨리 옮겨욧!! 빨리 빨리 못 움직여욧!!" 로베르와 아라엘을 안기도 하고 걷기도 하면서 도착한 시장은 저번에 왔었던 것과 같 이 시끌시끌했고 많은 상점들에서 이런저런 먹거리들을 내놓고, 또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 를 들고 나르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저번에 왔을 때와는 다른 게 한가지 있 었는데, 반듯반듯한 돌이 깔린 보기 좋은 시장의 대로를 중심으로 왼쪽의 상점들이 완전히 무 너져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 상점이나 집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아마 이 곳이 폐허로 변해 버린 경계 지점이듯 저 멀리 까지 시야를 가리는 건물은 하나도 없었고 오로지 울퉁불퉁한 돌덩이와 그 위를 바쁘게 오가고 있는 수백에 이를 듯 한 사람들의 모습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들은 저번 이드가 왔을 때 노점상들이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던 대로를 통해 커다란 돌덩이들을 옮겨 나르기도 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있을 만한 곳을 파헤치 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에 방금 전 이드와 세레니아 들의 귓가를 때린 두 목소리 의 진원지를 찾을 수 있었는데 우선 굻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7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거의 3, 4미터에 이르는 바위를 밧줄로 묶어 놓고는 들어올리려고 하는 사람들 중 여기저기 얼룩진 회색의 민 소매 옷을 입은 다부져 보이는 모습의 남자였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70여 미터가 떨어진 이드들이 서있는 곳까지 그가 소리치는 소리가 커다랗게 들리 정도였으니. 그 모습에서 상상이 되지 않는 엄청난 성량이었다. 이드가 순간적으로 저 사람이 후공(吼功)을 익히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남자의 목소리를 이었던 날카로운 목소리의 진원지는 이드들과 상당히 가까운 곳으로, 이드들이 서있는 곳에서 15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설치된 높이 5미터 가량의 대(臺) 위, 그 곳 대 위에 놓여진 작은 책상 위에 폐허가 된 일대의 지도를 펴놓고 작은 돌덩이들을 들어 나르는 사람들을 재촉하는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짧은 금발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다시 눈에 뛰는 몇몇 사람들에게 날카롭게 소리치고는 자신의 재촉에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도 걸음을 빨리 하는 사람들을 잠시 바라보고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 지도와 폐허를 번가라 가며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러길 잠시, 곧 고개를 들더니 폐허의 한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기, 저기도 파내요. 저기 있던 건물을 튼튼한 기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 주위에 사람이 살아 있을 지도 몰라요. 뭐해요. 빨리 안 움직이고." "이봐, 애슐리, 그만해. 더 이상 일손이 없단 말이다. 지금까지 네가 말한 곳을 파내 는 것만도 손이 모자른단 말이다. 네가 말하는 곳을 팔 사람이 없다구." 커다란 돌덩이 하나를 마차에 실어 놓으며 말하는 삼십대 초로 보이는 남자의 말에 애슐리라고 불려진 아가씨의 얼굴이 슬쩍 찌푸려졌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이 찌푸려지 는 것과 같이 시끌벅적하던 시장대로의 소음이 급격히 줄어들더니, 그 사이사이에 움직이 거나 서있던 남자들이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는 것이었다. 그 갑작스런 반응에 이드와 일리나들이 어리둥절해 하는데, 어느새 눈에 힘을 준 채 양팔을 걷어붙이고 뒤돌아 서 는 애슐리의 모습이 보였다. 그와 함께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던 남자 몇몇이 빠른 속도로 달려 도망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어리둥절함은 곧 이어진 애슐리의 날카로운 고 함 소리와 함께 풀려졌다. "거기, 거기 또.... 거기 아저씨, 그리고 고개 숙이고 있는 빌 아저씨... 앗, 도망가 지 말아요. 도망가면 아줌마한테 일러줄 테니까. 도망가지 말고 빨리 움직여요. 남자라면 뭐라고 말하기 전에 나서서 두 손 걷어붙이고 일해 야죠. 어디 도망갈 생각을 해요. 자, 여기 밧줄가지고 방금 제가 지적한 곳 있죠. 거기 가세요. 아, 빨리 안 움직이고 뭐해요. 설마 명색이 남.자. 면서 이런 일을 피하는 건 아니겠죠?" 특히 남자라는 말을 강조하는 애슐리의 말에 지목된 다섯 명의 청년과 중년인 들은 투덜 거리면서도 뒤로 빼지 못하고 그녀가 올라서 있는 대 옆에 놓여있는 여러 뭉치의 밧줄 묶음 하나를 들고 애슐리가 말한 쪽으로 걸었다. 그재서야 애슐리는 표정을 풀고 다시 폐허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메이라가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저 정도라면 남자들이 도망 가는게 당연하겠어요. 남자라면..... 이라는 말을 들은 이상하지 않겠다는 말도 못할 테니까요." 메이라의 말에 애슐리가 돌아선 것을 확인하고서야 다시 슬금슬금 모습을 들어내는 남자들을 본 세레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는 꽤나 재밌다는 미소 가 떠올라 있었다. "정말 재미있는 아가씨네요. 박력 있고, 모습은 그렇지 않은데 마치 여자 용병을 보는 것 같네요. 그리고 이곳에서도 꽤나 인정을 받는 것 같고." "그런 것 같네요. 투덜 거리면서도 저 애슐리라는 아가씨가 시키는 대로 별다른 반항(?)없이 순순히 따라 하는걸 보면요." 애슐리의 말에 따라 그녀가 지적해준 곳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이드가 세레니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때 였다. 아까 전 엄청난 성량을 자랑했던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폐허와 시장 일대를 뒤흔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의 말에 따라 다 시 남자들이 슬금슬금 물러나려 했으나 잠시간의 차이를 두고 이어진 그의 말에 뒤로 몸 을 빼려던 남자들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봐, 애슐리... 여기 손이 더 필요한데.......... 아.... 무식하게 힘만 쓰는 놈들 말고, 상급의 소드 마스터의 기사님들 이나 용병들이 필요해. 아무래도 이 아래.... 사람이 있는 것 같거든..." "저, 정말예요? 그럼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아저씨, 커밀아저씨, 들었죠. 빨 리 가셔서 수도에 돌아다니는 기사님들이나 용병분들 끌고 오세요. 빨리요~오!!" "알았어. 최대한 빨리 찾아오지." 그 말과 함께 무사한 하나의 상점 앞에 앉아 있던 남자가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이드가 옆에 서있는 일리나와 세레니아들을 돌아보며 슬쩍 미소 지었다. 그런 이드의 모습에 잠시 의아해 하던 세 여성들도 잠시 후 왜 그러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때요. 저거 우리가 해 보죠? 사람도 구하고... 좋은 일인데..." "음... 그럴까요?" "좋아요." 세 여성의 동의를 얻은 이드는 아라엘을 품에 안고는 울퉁불퉁한 폐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린아이들이라 아직 저런 험한 길을 걷게 하는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였다. 그리고 그 뒤를 일리나가 로베르를 안고 뒤따라 왔다. 그런데 일행들이 막 애슐리라는 여성이 서있는 대 옆을 지나 치려고 할 때 였다. 일행들의 모습을 본 애슐리가 양팔을 걷어붙인 고서는 날카롭게 소리쳤다. "이봐욧. 지금 뭐하는 거예요. 여긴 위험하다 구요. 그렇게 어린아이들까지 데리고서 들어오다니 도대체 뭐 하는 거예요. 여기가 무슨 소풍 장소라도 되는 줄 알아요? 거기 다 방금 말 못 들었어요? 사람을 구해야 한다 구요. 그러니까 방해하지 말고 나가요!!" 이드는 양팔을 걷어붙인 체 자신들을 향해 숨도 한번 쉬지 않고 순식간에 몰아치는 애슐리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삼켜 버린 다음 애슐리를 바라보았다. "이봐요, 애슐리양.... 우린 소풍 온 게.... 맞을 지도 모르겠지만, 방금 사람을 구출한다고 하기에 도와주려고 하는 거라구요. 알겠어요?" 이드는 소풍 온 게 아니라고 말하려다가 지겨운 시간을 때우고자 놀러 온 것이 맞는 데다 눈앞에서 열을 올리고 있는 애슐리라는 아가씨의 모습이 재미있어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의도는 순식간에 효과를 보였다. 애슐리라는 아가씨의 눈 꼬리가 상큼 올라간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까보다 배는 날카로운 듯한 목소리. "이것 봐요. 보아하니 귀족의 자제 분들 같은데... 소풍을 즐기시려면 다른 곳을 알아 보시죠. 여긴 놀만한 곳이 아니란 말이야!! 그리고 당신들이 뭘 할 수 있는데? 돕긴 뭘 어떻게 돕겠다는 거야. 빨리 나갓!!!!" "헷... 되게 쉽게 흥분하는 사람 인 것 같죠." "후훗...." 소리를 지르느라 양 볼이 붉게 달아오르는 애슐리의 모습에 이드는 웃음을 뛰운체 세레니아와 일리나, 메이라, 그리고 두 아이를 돌아보았고, 그런 이드의 모습에 동감이라는 듯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이드들의 모습에 애슐리는 순간적으로 폭발할 듯 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 보다 이드가 말하는게 좀더 빨랐다. "이것 봐요. 애슐리양. 우린 시장이 이렇게 된 줄 모르고 나왔단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뭘 할 수 있는가라... 그건 여기 엘프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여기 이 여성분은 대단한 마법사라구요. 그리고 저도... 여러분들을 도울 정도의 실력 을 된다 구요." "......" 이드의 말에 그제서야 일리나를 바라본 애슐리가 할말이 없는지 조용히 일행들, 특히 이드를 노려보다가 한순간 얼굴을 살짝 붉히더니 급히 시선을 돌려 소드 마스터를 불 러 달라고 말한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이드들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거의 뛰다 시피 대 위에서 내려서 일행들의 앞에 섰다. "... 좋아요. 그럼 따라와요.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보자 구요." 그 말을 하고는 급히 몸을 돌려 앞으로 나서는 그녀의 모습에 이드와 나머지 세 사람 은 킥킥거리며 그 뒤를 따랐고, 이드와 일리나의 품에 안겨 있던 아라엘과 로베르는 무슨 일인지도 모른 체 킥킥거리고 있는 네 사람을 따라 같이 웃었다. 앞서 가던 애슐리는 뒤쪽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그 원인이 자신이것 같아, 이드를 보고 붉어 졌 던 얼굴을 더욱 붉혔다. 하지만 그런 모습도 오래가지 않았다. 저 앞에 여러 명의 남자들이 보이자 급히 마음 을 가라 앉히고는 그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제리 아저씨, 여기 도와 줄 사람들을 데려왔어요." "제.프.리. 알았냐. 제프리라 니까. 앨리. 그런데 벌써 기사 분들이....... 저 애들은 뭐냐?" 애슐리의 말에 일행들에게서 돌아서 앉아 있던 남자들 중 엄청난 성량을 자랑하던 남 자가 급히 몸을 일으키며 복수라는 듯 애슐리의 이름을 바뀌 불렀다. 그러나 앨리라는 이름 은 전혀 이상한 느낌을 주지 못했고, 스스로도 그 사실을 깨닭은 듯 얼굴을 찌푸리던 제.프.리 라는 남자는 곧 이드들을 바라보고는 찌푸렸던 얼굴을 풀고는 의아한 듯이 바라보았다. "어설퍼요. 제.리. 아저씨, 그리고 아까 말했잖아요. 도와 줄 사람들이라 구요." "... 무슨 소리야? 이게 무슨 잔잔한 돌 나르는 일도 아니고, 내가 바란 건 소드 마스 터란 말이다. 그것도 상급의 소드 마스터. 그런데 애들을 데려오면.... 응? 엘프분도 계셨 군..." "맞아요. 거기다 그 옆에 있는 여자는 마법사라고 하던데요. 그리고 저기 저..... 소 년도 자기 말로는 우리 일을 도울 정도의 실력은 충분히 있다고 하던데요." 애슐리의 말에 흥미가 돈다는 듯 다시 한번 일행들을 바라보는 제프리였다. "확실히, 마법사라면 도와 줄만하지. 하지만 이건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이야. 뭐, 아 직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그래도 신중해야 되는데.... 할 수 있나?"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은 조금 전 애슐리와 장난스레 이야기를 나눌 때와는 달리 상당히 진지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답하는 이드나 세레니아의 얼굴에는 전혀 긴장감이나 진지함이 없어 보였다. "하핫... 물론이죠. 저희들도 그 정도는 알고 있거든요." "이것봐, 그렇게 이 일은 그렇게 장난스럽게 말 할 때가 아니란 말이다. 이건 사람의 생명이 걸린 일이야."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빨리 구출해야 되는거 아닌가요? 및에 있는 두 사람.. .. 호흡이 상당히 불안한데..." "..... 응?" 165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빨리 구출해야 되는거 아닌가요? 및에 있는 두 사람.... 호흡이 상당히 불안한데..." "..... 응?" 제프리와 애슐리 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 이드가 천시지청술(千視祗聽術)의 지청술을 사용해 들었던 것을 이야기했다. 공기가 나쁜지 기침을 하는데... 그것도 호흡이 불안 정 한 것이 지 않은가. 이드의 말을 들은 제프리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이드와 세레니아들 을 바라보더니 황급히 아까 자신들이 파내던 곳으로 뛰어 가더니 땅에 뒤를 대고 무슨 소 리를 들으려 하는 것이다. 그 모습에 애슐리도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이드를 바라보더니 곧 제프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서서는 땅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제프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애슐리의 뒤를 따라 이드들이 다가갈 때쯤 급하게 몸을 일으킨 제프리가 흥분 한 얼굴로 이드들을 바라보았다. "마, 맞아. 아주 약하긴 하지만 기침 소리가 들려... 도대체.... 마법인가?" "뭐... 그 비슷한 겁니다. 그리고 우선 밑에 깔려 있는 사람부터 구하는 게 먼저 일 것 같은데요." "아, 그, 그렇지. 그럼 부탁하네. 이봐, 자네들 뒤로 물러서." 이드의 말에 제프리는 주위에 있던 사람들을 급히 뒤로 물러나게 하고는 자신도 뒤로 물러섰다. 이드는 사람들의 그런 모습에 품에 안고있던 아라엘을 메이라 옆에 내려놓 고는 일리나와 함께 기다리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세레니아 만을 데리고 앞으로 나갔다. 그 앞에는 크고 작은 돌덩이와 바위 그리고 굵지가한 나무도 보였는데 특히 눈에 뛰는 것은 마치 널판지와 같은 모양에 넓이가 거의 3, 4 미터가 족히 되어 보일 듯 한 엄청 난 넓이를 가진 돌덩이와 2미터 정도로 보이는 돌덩이가 마치 책을 겹쳐 놓은 것처럼 겹쳐져 있다는 모습이었다. "음... 분명히 사람들의 기척은 저 큰 돌덩이 아래에서 나는 것이긴 한데... 두개가 겹쳐져 있으니.... 세레니아는 알겠어요?" "... 잘은.... 혹시 저 두개의 바위가 겹쳐진 틈새에 있는게 아닌지.... 잠깐 만요. 리드 오브젝트 이미지." 이드의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세레니아가 시동어를 외쳤다. 그와 함께 이드는 세레니아로 부터 퍼져 나온 마나가 두개의 커다란 바위가 놓여진 부분을 아래에서 위 로, 위에서 아래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몇 초간의 시간이 흐르자 세레니아의 손위로 우우웅 거리는 기성과 함께 하나의 영상이 떠올랐는데, 그 냥 평범한 그림이 아니라 마치 만들어 놓은 듯 입체감이 생생했다. 그런 영상에서 보이는 모습은 이드와 세레니아의 눈에 보이는 두개의 커다란 바위와 두 바위 중 아래에 있는 바위 끝에 서있는 또 다른 작은 바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바위 바로 옆에 두개의 밝은 점이 반짝이고 있었다. "골치 아픈 곳에 있네." "맞아요. 이런 곳이라면..... 하나의 바위를 빼면 곧 균형이 무너져서 바로 밑에 있는 사람들이 깔려 버릴 테니까요." "음..." 괜찮은 방법을 찾지 못한 두 사람은 잠시간 서로를 바라보며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그러길 잠시 이드가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세레니아를 보며 싱긋이 웃는 것이었다. 이어 아직도 세레니아의 손위에 있는 영상 중 사람들을 덥고 있는 바위의 위쪽 부분을 손가락으로 뚫어 버린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까. 꼭 바위를 치울 필요는 없잖아요. 어떻게 해서든 사람만 꺼내면 되니까요." 이드의 말에 세레니아도 뭔가 생각이 난듯이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럼, 저번에 땅을 뚫었던 그걸로... 좋은 생각 같은데요." 그렇게 말하며 생긋 미소짓는 세레니아의 머릿속에는 저번 타로스의 레어를 땅을 뚫고 들어갔었던 일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때 이드가 돌과 단단한 흙으로 가로 막혀 있는 땅을 한번에 일미터 정도를 파내었었다. "좋았어. 그럼 한번 해 볼 께요." 이드는 세레니아에게 그렇게 말하며 싱긋이 웃어 주고는 사람들을 덥고 있는 바위 위 에 올라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몸을 굽혔다. 그리고는 뭔가를 잠시 생각하는 듯 가만히 있었다. 그것도 잠시 뭔가를 결정한 듯 움직이는 그의 오른쪽 팔에는 어느새 푸른색의 회오리 치는 듯한 형상의 강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범위도 넓지 않고, 암석의 강도도 그렇고, 황석진결 보단 파옥청강살(破玉靑剛殺)이 더 좋겠지. 부셔져라. 쇄(碎)!!" 이드의 말과 함께 이드의 손은 어느새 손바닥 정도의 깊이로 바위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한순간 이드의 팔을 감고 있던 푸른색의 강기가 주위로 퍼지는 듯 한 후 파싯 하는 소리와 함께 이드의 손을 중심으로 약 70세르(70cm) 정도가 가라앉아 버렸다. 그렇게 가라앉은 부분은 더 이상 바위가 아니었다. 그저 고운 가루와도 같았다. 이어 소환해 낸 실프로 바위가루를 날려 버리자 깊이 10세르 정도의 홈이 모습을 보였다. "어.... 어떻게....." "자네, 어떻게 한 건가." 그 모습에 놀란 애슐리와 제프리등의 사람들의 물음이 들렸지만 그걸 완전히 무시 해버린 이드는 다시 몇 번 더 파옥청강살을 펼쳤고 어느 한순간 돌이 아닌 깜깜한 어 둠이 모습을 들어내는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바위에 뚫려진 구멍 속에서 남자아이와 여자 아이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흑... 흑.... 엄마, 아빠.... 아앙~~~" "여기에요, 여기, 저희 여기 있어요. 빨리 좀 구해 주세요. 기레네 울지마. 이제 나갈 수 있어. 그러니까 울지마..." "기레네? 설마, 너 가르마냐? 가르마 맞아?" "마, 맞구나. 이 녀석들.... 여기 있는 것도 모르고.... 어이, 빨리 푸레베에게 달려 가서 가르마하고 기레네 찾았다고 데려와. 기레네, 가르마 조금만 기다려라. 곧 아버지도 오실 거다." "자, 자... 제프리씨 아이들을 빼내야 하니까. 뒤로 좀 물러나 주세요. 노드!" 뚫려진 구멍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흥분해서 말하는 제프리를 떨어트린 이드는 곧바로 바람의 중급정령이 노드를 소환해서 두 명의 아이를 꺼냈다. 그런 두 아이의 모습은 건물이 무너질 때묻은 듯한 먼지와 크진 않지만 몇 군데 찧어져 피, 그리고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 힘들고 애처로운 모습이 안되 보인 이드는 두 아이를 곧장 땅에 내려놓지 않고 요즘 자신이 아침마다 씻는데 사용하는 방법으로 물의정령 운디네를 소환해서 순식간에 두 아이를 씻겨냈다. 덕분에 방금 전 까지 꼬질꼬질 하던 두 아이와 아이들이 입고 있던 옷이 깨끗하게 변했고 상처 부분 역시 깨끗하게 소독이 되었다. 거기에 부수적인 영향으로 순식간에 자신을 씻어 내는 운디네의 모습에 울고 있던 여자아이가 울음을 그쳐 버린 것이었다. 이어 옷이 조금 찢어지기는 했지만 방금 집에서 나선 듯 한 모습으로 땅에 내려서는 아이들의 주위로 방금 전 아이들에게 소리 쳤던 제프리와 애슐리를 비롯해서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달려들어 고생했다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잠시동안 계속되자 아이들 옆에 서있던 애슐리가 소리쳤다. "그만해요. 큰 상처가 없긴 하지만 애들은 몇 일이나 갇혀 있었기 때문에 엄청나게 피곤할거란 말 이예요. 빨리 옮겨요. 우선.... 저기로 옮겨요." "그래, 그래야지. 자 기레네, 이리오너라 아저씨가 안고 가마. 이봐 자네는 가르마를 안아줘." "아, 아니요. 전 아직 괜찮아요." "아니다. 힘들어 보이는데 이리와라... 웃차..." 제프리의 말에 몇 번 거절하던 가르마는 결국 어떤 남자에게 안겼고 폐허 밖 그러니까 상점들이 모여있는 곳에 있는 방금 전까지 누군가 앉아 있었던 듯한 커다란 의자에 앉혀졌다. 그런 둘에게 어느새 준비했는지 애슐리가 포션과 맑은 물 두 잔을 가지고 다가왔다. 두 잔의 물은 천천히 마시라면서 건네었고 가지고 온 힐링포션은 약간씩 손 에 묻혀 아이들의 몸에 있는 잔잔한 상처에 발라주었다. 포션을 다 발랐을 때쯤 어느 아주머니가 따뜻하게 대운 듯 한 말간 스프를 들고 다가와서는 두 아이에게 건제 줄 때쯤. 뒤쪽의 폐허 쪽에서부터 커다란 외침과 함께 누군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는데, 그 사십대 중반 정도의 남자는 씻지 않은 듯 머리가 엉망이 되어 있고 수염이 불규칙 하게 자라있었다. 거기에 더해 그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까지... 어떻게 보면 상당히 지저분한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곧이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진 않을 것이다. "......레네, 가르마!!! 기레네, 가르마 애들아!!! 애들아... 오! 감사합니다. 니스크리드님, 이리안님, 비니블렌스님, 모든 신님들 감사합니다.... 저희 애들을.... 살려 주시어... " 연신 두 아이의 이름을 외쳐대며 정말 엄청난 속도로 폐허를 질주 해온 남자는 받아 들고 있던 스프를 다시 애슐리에게 건네며 일어서는 두 아이를 꽉 끌어안고는 두 아이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그에게 안긴 두 아이들 역시 그의 머리를 끌어안고는 엉엉 울어 대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렇게 한 덩이가 되어 울고 있는 세 사람에게 다가간 제프리가 두 아이의 아버진, 푸레베를 진정시켜 떼어 내고는 애슐리에게 말해 다시 아이들에게 스 프를 건네 먹게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제프리와 무언가 이야기를 주고받던 푸레베라 는 남자가 이드들에게다가 오더니 정중히 허리를 숙여 보이는 것이다. "이야기는 저기 제프리에게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아이들을 살려주신 이 은혜는..." "아, 아니요. 저희들은 단지 저 아이들이 구출되는 속도를 조금 빨리 한 것뿐입니다. 저희가 한 건 별것 아닙니다. 오히려 저기 제프리씨와 애슐리양이 고생했지요. 그러니 이러지 마세요." "아닙니다.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몇 번이나 감사를 표하는 그를 괜찮다고 말하며 겨우 돌려보낸 이드들에게 이 번엔 제프리가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잠시 이드들을 진지하게 바라보더니 씩 웃으면 서 말을 했다. "고맙다. 덕분에 아이들을 아무런 위험 없이 일찍 구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에서 처음 너희들을 보고 무시했던 점을 사과하마. 미안했다." "아니요. 저희들도 그런 건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더구나 저희들이 어린 건 사실이니까요. 너무 신경쓰지 마십시오." "하하하... 그럼 그렇게 하지. 근데, 부탁할게 있네. 아까 보니까 저 아가씨가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찾아내더구만. 사실 그런 일은 보통의 마법사들은 할 줄 모르 는 마법 같던데... 그걸로 이 폐허 어디에 사람들이 깔려 있는지 좀 가르쳐 주게나. 이대 로 있다간 살아있는 사람도 제때 구조를 받지 못해 죽게 될 걸세." 이드는 제프리의 말에 세레니아를 바라보았다. 세레니아가 비록 자신의 결정에 잘 따라주기는 하지만 그녀의 의견도 물어봐야 하는 것이기에 말이다. 세레니아는 자신의 의견을 묻는 듯한 이드의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괜찮아요. 그리 힘든 일도 아니니까요." "알았어요. 네, 도와 드리겠습니다. 제프리씨. 하지만 저희는 일이 있기 때문에 중간 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하하하... 그건 걱정 말게.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고맙네, 그리고 승낙해 주셔 서 감사합니다. 레이디. 하하하.... 참, 그리고 자네들 귀족의 자제들 같은데... 나한테 서 존댓말들을 기대는 하지 않는게 속 편 할거야. 나는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아니면 내 가 인정할 만한 사람이 아니면 존대를 하지 않거든. 알겠지?" "뭐, 저도 제프리씨께 존대 말 듣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 괜찬습니다. 그리고 저희 중에 귀족은 여기 로베르와 저기 메이라 뿐이니 그렇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드의 말을 들은 제프리는 다시 한번 일행들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고급의 천으로 된 옷을 입고있고 꽤나 귀티가 나 보이지만 본인들이 아니라니, 아닌 거겠지. 하는 편한 생각을 하는 제프리였다. "좋아, 그럼 내가 앞장서지. 그럼 가볼까 가 아니라 잠깐만, 이봐, 애시.... 젠장, 폐허를 작성한 지도 들고 빨리 따라와. 그리고 다른 녀석들은 가만히 서있지 말고 계 속 가서 일해! 또 어디 사람들이 묻혀 있을지 모른단 말이다." 애슐리의 이름을 이상하게 부르려다가 실패함으로써 더 커져버린 그의 목소리에 기레 네와 가르마 주위에 둘러서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폐허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번에도 자신의 이름을 이상하게 부르지 못해 분해하는 제프리에게 "네~ 제.리 아저 씨" 라고말한 애슐리가 대 위로 뛰어 올라 지도를 가지고 오자 제프리를 선두로 일행들도 폐허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이드와 일리나는 폐허 안으로 발걸음을 내디딤과 동 시에 각자 천시지청술의 지청술과 리드 오브젝트 이미지를 시전 했다. "저기 저쪽으로 먼저 가보죠." 이드는 앞에 있는 제프리 옆으로 자리를 옮기며 한쪽 방향을 가리 켰다. 그리고는 조용히 물었다. "근데, 제프리씨, 지금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표정이 의외로 은 데요." "응? 그게 어때서. 설마, 모두 다 같이 머리 싸매고 눈물 흘리고 있어야 하는 건가?" "아니요. 저도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요. 단지 이곳의 모습이 다른 곳과는 좀 다르 길 레요." "뭐, 좀 그렇긴 하지. 당장 저쪽 편에만 가도 분위기가 영 아니거든. 뭐, 우리측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다 고 해서 꼭 얼굴을 구기고 심각한 분위기로 있어야 하는가? 그래봤자 나오는 것도 없고, 오히려 분위기만 무거워지고 사람들의 슬픔만 돋굴 뿐인데 말이야. 이럴 때일수록 웃으면서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덕분에 이곳에 몇 명 속해 있는 폐허의 피해자들도 옆 사람들의 도움으로 쉽게 충격에서 벗어났지." 이드는 제프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과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붙잡고 늘어진다고 해결 될 것도 아닌 일. 차라리 마음을 편하게 먹고 일을 풀어 나가는게 좋을 것이다. 그렇게 이드들이 바쁘게 폐허를 뒤지고 다닐 그 시각, 라일론의 대 회의실인 크레움에 서는 라일론, 아나크렌, 카논 세 제국간의 기고 길었던 회의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본 국과의 불침범 조약을 채결해 주신 라일론 제국의 아름다우신 여 황제 폐하, 베후이아 카크노 빌마 라일론 여 황제님과 아나크렌 제국의 성군이 남으실, 크라인 드 라트룬 아나크렌 황제폐하께 저 카논 제국의 공작, 바하잔 레벨레트 크레스트가 본 국의 황제폐하를 대신하여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케이사 공작과 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바하잔이 일어나 베후이아 여황과 허공에 영상 으로 보이는 크레인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다시 자리에 앉자 그의 인사를 두 황제가 부드 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인사가 과하십니다. 공작. 이미 저희 라일론과, 아나크렌, 그리고 카논 이 세 제국은 서로 힘을 합하고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그리고 어찌 따져보면 카논 제국 역시 저희들과 같은 피해국가가 아닙니까 . 그렇게 따진다면 불침범 조약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니 너무 부담 갖지 말아 주시요 ." "황공하옵니다." 바하잔은 두 황제의 말에 다시 고개를 숙여 보였다. 사실 꽤 많은 병사들과 기사들을 잃은 아나크렌이나 수도의 삼분의 일이 날아가 버린 라일론이 이번 사건이 끝나고 카 논을 친다고 하더라도 카논으로서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두 나라가 자국이 받은 피해를 카논을 향해 묻지 않겠다 한 것이니, 카논의 안전을 생각하고 있던 바하잔 공작에게 실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 크라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저희 쪽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일이 이루어 질수 있도록 최대한 서두르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럼 부탁드립니다. 본국 역시 만약을 대비해 일을 해두어야 겠지요." 크라인의 회의의 끝을 알리는 듯한 말에 베후이아 여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응수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크라인이 뭔가를 생각하더니 그녀를 향해 말했다. "이건 제 개인적인 부탁입니다 만, 귀 궁에 머물고 있는 이드 백작에게 안부를 좀 전 해 주십시요. 텔레포트 되어 사라지고 나서도 연락이 없더니, 이번 회의에도 얼굴을 비추 지 않으니... 얼굴보기가 힘들어서 말입니다." 조금 섭섭한 미소를 뛰우며 말하는 크라인의 모습에 베후이아 여황의 고개가 바로 끄 덕여 졌다. 만약 단순히 타국의 귀족 정도였다면 여황에게 직접 안부를 전해 달라는 크라인의 말이 무례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 상대가 라일론에서도 상당한 역활을 해주었던 이드이기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어려울 것 없는 부탁이지요. 헌데, 제가 전하는 것보다는 황제께서 직접 말을 전하는 것이 낳을 듯 한데요." ".... 그렇지요. 헌데, 갑자기 앞으로 언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 다. 아무래도 이번 일에 대한 걱정의 영향인가 봅니다. 아, 그리고 한마디 더 전해 주십시 요. 돌아 올 때는 시르피 공주에게 당할 각오 단단히 하고 오라고 말입니다. 하하하..." "호호... 이드군이 각오를 단단히 해야겠군요. 그리고 이번 일이 끝나면 귀국과는 더욱 더 좋은 관계를 유지 하고싶군요." "그것은 본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네..." 크라인이 말을 끝마치고서 베후이아에게 약간이나마 고개를 숙여 보였고 베후이아도 그 인사를 맞아 약간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와 함께 팟 하고 허공 중에 일렁이던 영상이 사라져 버렸다. 그 모습에 잠시 침묵이 흐르던 크레움이 다시 시끄러워 지며 마지막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한 회의가 잠시 오고가기 시작했는데, 개중에 몇몇 노귀족들의 지친 듯 한 모습이 보였다. 아무리 앉아 있다지만 몇 시간씩을 앉아 있으 면 지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일인 귀족들이었기에 앉은 자세에서 각자의 방법대로 몸을 풀며 막바지에 이른 회의를 이어갔다. 166 하지만 그것이 일인 귀족들이었기에 앉은 자세에서 각자의 방법대로 몸을 풀며 막바지에 이른 회의를 이어갔다. 폐허의 삼분의 일을 뒤지고 다니며, 사람들이나 시체가 이쓴 곳을 표시해주고, 급한 사람들을 그 자리에서 구해 준 이드들은 조금은 피곤하긴 하지만 즐거운 모습으로 황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각자의 방에서 몸을 씻고 다시 모인 이드와 세레니아들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오늘 있었던 회의의 내용을 크레비츠와 바하잔등에게 서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전해들은 이야기는 메이라가 낮에 이드에게서 들었던 이야기 같은 것이었다. 기타의 병사들이나 기사들을 제외한, 혼돈의 파편이라는 인물들을 상대 가능한 사람들만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먼저 라일론의 크레비츠와 카논의 세 공작 중 카논 밖으로 나와 있는 두 명의 공작인 바하잔 공작과 차레브 공작, 그리고 아나크렌의 황궁으로 딸을 찾아왔다가 딸의 부탁에 못 이겨 참전한 클린튼, 이드와의 계약으로 전투에 참전하는 프로카스, 이미 드래곤이라는 정체가 혀져 중요한 전력인 세레니아와 그녀와 비중이 같은 이드. 이렇게 일곱 명이서만 카논으로 향한다는 것이다. 거기서 좀더 알아보자면, 양국에서 출발한 일곱 명은 우선 인덕션 텔레포트로 각자 시르카의 한 영지와 수도를 거쳐 카논의 에티앙 영지에서 모인게 된다. 이곳 영지의 주인인 에티앙 후작은 이미 차레브와 바하잔에게서 날아 온 편지와 문서를 보고 사실을 모두 알게 되었기에 바하잔 공작이 이드들의 중간 경유지로 사용하겠다는 말에 아무런 불평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아마 지금쯤이면 한 참 바쁘게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에티앙에서 이드들은 서로의 얼굴을 익히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 점검하 기 위해 하루를 머물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날 이드들은 마지막 텔레포트 지점으로 정해 진 저번 이드와 세레니아, 일리나가 잠시 머물렀던, 수도에서 하루 정도거리에 놓여 있는 숲으로 이동된다. 그곳에서부터 카논까지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말을 타거나 걸어가 기로 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카논 황제 구출작전을 시도해 보고자 해서였다. 이미 카논에 다녀 온 이드로부터 수도가 완전히 결계로 막혔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리고 그 결계를 들키지 않고 뚫고 들어간다는 것 역시 듣긴 했지만 황제 르는 인물이 가지는 중요성에 "그래도" 라는 심정으로 시도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까운 곳으로 텔레포트 하게되면 혹시라도, 아니 거의 확실하겠지만 혼돈의 파편들이 알아 볼듯해서 수도에서 하루거리인 이곳 숲을 마지막 텔레포트 지점으로 삼은 것이다 . 그렇게 그 일곱명이 수도에 도착하게 된 후 부터는 모든 행동과 대책은 크레비츠와 바하잔을 중심으로 각자의 재량에 따라 하기로 되어 있었다. 사실 혼돈의 파편들에 대 해 모인 사실들이 별로 없었기때문에 양국의 회의에서 그들의 행동을 계산한 대책을 새울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아마, 내일 늦어도 모레쯤에는 출발하게 될것 같네." "네..." 바하잔의 말에 고개르 끄덕인 인드가 찻잔을 들었다. 그 모습에 이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이 베후이아 여황이 손에 들었던 와인 잔을 내려놓으며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말에 이드는 잘 마시고 있던 차를 다시 찻 잔으로 내 뱉을뻔 했지만 내뱉지 않았다. 대신 새알이 들려 거칠게 기침을 해댈수 밖에 없었다. "호호... 이드군, 오늘 회의를 끝마치면서 아나크렌의 황제께서 이드에게 황제의 여동생인 시르피가 조만간에 찾아 올거라고...... 어머, 저런, 농담이었는데 상당히 놀란 모양이네요. 괜찮아요?" "컥.... 쿨럭콜록..... 험, 험.... 농담... 쿨럭..... 이시라구요?" "호호호... 미안해요. 사실 크라인 황제가 부탁한 것은 간단한 안부와 이드군이 다시 아나크렌으로 돌아 올 때 시피르 공주에게 당할 각오를 단단히 하라는 말이었는 데, 아무래도 할아버님께서 옆에 계시다 보니 제가 조금 장난기가 동했나 봐요. 호호호... " "어이쿠, 여황이라는 녀석이. 체통없기는... 쯧쯧쯧..." "하지만 저는 좋은 걸요. 이렇게 할아버님이 옆에 계시니까 편하고 말이 예요. 너도 그렇지 않니? 노르위." "하하하... 그럼요. 어머님." 여황의 말에 크레비츠 옆에 앉아 있던 13살의 황태자인 노르위가 크레비츠의 한쪽 팔을 끌어 안았다. 그런 세 사람의 모습은 제국의 여황과 황태자가 아닌 평범한 한 가정의 모습처럼 보여 주위의 사람들을 절로 미소짓게 만들었다. "하하... 할아버님, 가셨다가 꼭 돌아 오셔야 해요." "허허... 녀석 걱정은, 걱정마라 내 돌아와서 네 녀석 장가드는 모습까지 볼 테니까." 슈슛... 츠팟... 츠파팟.... 깨끗하고 하얀색의 돌담이 둘러쳐져 있는 잘 가꾸어진 아름다운 정원, 하지만 지금 그 정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초록색 이어야할 잔디를 은빛으로 물들인 거대한 마법진과 그 마법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눈부신 빛이었다. 그리고 그런 정원의 한쪽에서는 몇몇의 남녀들이 눈을 찔러 오는 마법진의 빛을 피해 고개를 돌리거나 눈 을 감고 있었다. 한순간 눈을 감고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눈을 쏘아오던 빛이 한순간 엄청나게 강해 졌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을 알고 천천히 눈 을 뜬 그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눈을 아리던 빛을 대신해 마법진 위에 서있는 다섯 개의 사람의 그림자였다. 이드는 감고있는 자신을 눈썹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려는 빛들의 몸부림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린 것을 알고는 천천히 눈을 떳다. 그런 이드의 눈에 제일 처음 들어 온 것 은 잘 정돈되고 아름답게 조형된 정원의 모습이었고 그 뒤를 이어 낮으막한 있으나 마나 한 담장을 넘어 보이는 넓은 영지와 평야의 모습이었다. 이드는 그 탁트인 시야에 기분이 좋아 싱긋이 웃고는 시선을 돌려 자신을 제외한 네 명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시야가 자신의 바로 옆에 붙어서 있는 한 명의 엘프에게 다았을 때 그 엘프역시 이드를 바라보며 예쁘게 미소짓는 것이었다. 이드는 그런 일리나의 모습에 조금 어색한 미소와 함께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오늘 출발하기 전가지만 해도 이드들의 일정에 일리나는 들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베후이아 여황으로 부터 모든 준비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떠날 준비를 하는데 어느새 준비했는지 간단한 가방을 들고 같이 가겠다는 뜻을 비치는 일리나의 모습에 이드와 크레비츠등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다만, 세레니아만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충고하듯이 말을 건네었다. "포기 하세요. 저번처럼 절대 떨어트리고 가지 못할 테니까요. 괜히 떨어트릴 생각하 지 말고 빨리 가죠." "..... 이번에도 그 확정되지 않은 일 때문 이예요?" 이드의 말에 일리나를 힐끗 바라본 세레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조금 답답하다는 듯이 이드를 바라보았다. "네, 맞아요. 그 문제. 그런데 정말 모르세요? 그래이드론님의 모든 것을 이으셨다면, 아실 수도 있을텐데요. 분명히 그래이드론님도 엘프의 생활형태와 전통을 알고 계셨을 테니까요. 자, 그만 출발하죠." 세레니아의 말에 대체 자신에게 확인할게 뭔지 물으려던 이드는 아무 말도 못하고 옆 에 일리나를 세운체 세레니아의 뒤를 따라 저번 이드가 텔레포트 했었던 장소로 향했다. 하지만 이드는 그냥 걷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그래이드론이라는 이름의 도서관에서 엘프에 관련된 것을 뒤지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일리나의 항상 차분하던 눈이 잔잔한 흥분으로 물들고 있었다. 지금 이드의 모습과 세레니아의 말에서 얼마 후 이드가 자신의 행동이 뜻하는 바를 알게될 것이라 는 생각 때문이었다. 일리나를 바라보며 한시간 전쯤의 일을 생각하던 이드는 앞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에 일리나를 바라보던 고개를 들어 앞에서 다가오는 일곱 명의 사람들을 바라보았 다. 그들의 선두에는 중년을 지나 노년에 접어드는 듯한 50대 정도로 인후해 보이는 남자 가 서있었고 그런 그의 오른쪽으로는 그 남자의 아들로 보이는 차가워 보이는 인상의 남자와 안경을 끼고 상당히 유약해 보이는 남자가, 그리고 외쪽에는 온 얼굴로 짜증난 다는 듯한 표정을 표출하고 있는 17세 정도의 적발의 화사한 머리를 가진 아가씨가 걷고 이 었다. 그런 네 명의 뒤로 조금 떨어진 채 제 멋대로 걸어오는 사람들의 모습. 이드는 개중에 두개의 아는 얼굴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옆에 있던 바하잔도 그들의 모습을 보았는지 작게 중얼거렸다. "하, 하.... 상당히 마이 페이스의 사람들을 끌어 모아 놓아서 그런가요? 전혀 일행으로 보이지 않는 군요." "어쩔 수 없잖은가. 저들을 대신할 사람도 없는데. 오늘부터 발라파루에 도착하기 전까지라도 어떻게 해봐야지. 그 보다, 저 사람이 이 영지의 주인인 에티앙 후작인 것 같은데..." "예, 겉으로 봐서는 좀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제 후배 녀석이지요." 크레비츠의 말에 그렇게 대답한 바하잔은 앞으로 나서며 에티앙 후작에게 인사말을 건네었다. "거의 삼 년이 다 되어 가는가? 오랜만이구만. 에티앙." "아닙니다. 작년 무투회에 우연히 뵈었으니 1년 반 만이지요. 바하잔님." "하하하... 그런가. 이거, 이거 나도 나이 탓인가? 그런걸 깜빡하는걸 보니까 말이야. 그런데 이곳에서는 별일이 없었던가?" "예, 다행이도. 저희 영지에서 두도 까지의 거리가 먼데다가 두 제국의 국경과 가까운 것도 아니라서. 별 탈없이 넘길 수 있었습니다. 사실, 차레브 공작 각하의 편지와 서 신이 오기 전에는 일이 그렇게 될지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겠지. 자네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눈치채지 못했던 일이니까. 그런데 자네 뒤 에 있는 아이들은, 자네 자제들인가? 보아 하니 한 명은 눈에 익은 듯 한데 말이야." 바하잔의 말에 에티앙 후작이 손짓으로 뒤에 있는 아이들을 자신의 옆으로 서게 했다. "예, 아마 첫째는 제가 바하잔님께 인사를 드렸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녀석 둘째는 거의 아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항상 성에서 책만 읽어 대니 저도 얼굴 보기가 힘들 지경이지요. 그리고 이 퉁퉁부어 있는 아가씨는 제가 늦게 얻은 막내 녀석인데, 제가 막내라고 오냐, 오냐. 하면서 키운 덕분에 버릇이 없습니다. 혹시나 이 녀석이 실수를 하더라도 이해해 주십시요." 에티앙 후작의 말이 끝나자 후작이 소개한 순서대로 한 명씩 바하잔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나이트 하우거 에티앙, 바하잔 공작 각하를 다시 뵙게되어 영광입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바하잔 공작 각하. 하이너 에티앙이라고 합니다. 평생 책을 읽는게 제 꿈이지요."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세르보네 에티앙입니다." 바하잔을 향해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여 보인 세르보네의 태도에 에티앙 후작이 질책하 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괜찮다는 듯이 미소를 지은 바하잔이 에티앙 후작을 말렸 다. "괜찮네. 그 아이가 기분이 과히 좋지 않은 모양이지. 그것보다 인사 드리게 현 라일론의 황제이신 베후이아 여황 폐하의 할아버님 되시는 분일세." 바하잔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이드들은 에티앙 후작 가족들의 치아 상태를 확인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정신을 수습한 듯 한 에티앙 후작이 크레비츠를 향해 정중히 허리를 굽혀 보였다. 그리고 그 뒤로 후작의 모습에 정신을 챙긴 세 남매 도 급히 허리를 숙여 보였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들 중 바하잔에게도 대충 인사를 건네던 세르보네의 얼굴에서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확실하게 남아 있었던 짜증과 불만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뵙게 되어 영광이옵니다. 저는 이 곳 카논의 에티앙 영지를 맞고 있는 베르제브 에티앙이라고 하옵니다. 귀하신 분을 맞이하는데 준비가 소홀했습니다." 확실히 여황과 동등한 아니면 더욱 더 귀한 대접을 받아야할 만한 인물을 맞이하는데, 후작일가가 직접 나선다는 것은 턱없이 부족한 접대 준비였다. 비록 바하잔이 별다른 준비를 명하지 않았긴 했지만 말이다. "크레비츠 모르카오 시드 라일론 이오. 크레비츠라고 불러 주시면 편하겠소. 그리고 내가 온다는 것도 알지 못했을 테니 그대가 미안해 할 필요는 없을 것이오." "감사합니다." 크레비으의 말에 에티앙과 그 자제들이 허리를 펴자 바하잔이 자신과 크레비츠 뒤에 서있는 두 사람을 소개 시켜 주었다. 이어 뒤에 제멋대로 서있던 세 사람과도 형식적 인 인사를 나눈 사람들은 앞장서서 걷는 애티앙 후작의 뒤를 따라 성안으로 들어섰다. 일행들이 안으로 들어선 바하잔은 크레비츠, 그리고 뒤에 서있던 세 명중의 하나인 차레브 공작과 함께 애티앙 후작과 함께 서재로 들어서며 일행들에게 저녁 시간 때까 지 푹 쉬라는 말을 전했다. 바하잔의 말과 함께 차레브와 같이 서있던 두 사람 중 프로카 스는 곧장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려는 듯 윗 층으로 향했고 나머지 한 명인 클린튼은 이드를 바라보더니 이드를 행해 다가오는 것이었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면서 우선 윗 층으로 올라가려는 프로카스를 불렀다. "무슨 일이지?" "아... 중요한 것은 아니고, 아라엘에 관한 것입니다." ".... 어제 듣기로는 아무런 일도 없다고 들었는데. 그리고 내게 그 아이에 대한것 이상으로 중요 한 것은 없다." 프로카스는 그 말과 함께 이드를 향해 왕전히 몸을 돌렸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며 싱긋이 우어 보였다. '확실히, 사람들의 생각이 다른 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다양하겠지.' "미안해요. 그리고 긴장하실 건 없어요. 좋은 일이니까. 아라엘의 상태가 생각보다 빨리 호전되고 있어요. 아마 프로카스씨가 용병활동으로 모으신 약들이나 마법덕분인 것 같은데. 앞으로 열흘 정도면 아라엘의 아이스 플랜이 완치 될 겁니다. 그리고 몸이 좋아져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상당히 활발해 졌습니다. 아빠를 빨리 보고 싶다고 하더 군요." "...... 고맙다." 이드의 말을 전해들은 프로카스는 목이 매이는지 조금의 간격을 두고 이드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몸을 돌려 빠른 속도로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역시 아라엘에 관계된 일에서는 풍부할 정도의 감정을 표현하는 프로카스였다. 뒤에서 그 모습을 본 이드는 기분 좋은 듯이 싱긋이 웃고는 자신과 방금 전 프로카스가 올라 가버린 곳을 번걸아 보고 있는 클린튼을 바라보았다. 그냥 스치듯이 본다면 모르겠지 만 그의 몸은 상당히 잘 단련된 근육으로 이루어져 군더더기 없이 탄탄해 보였다. 거기에 저 사람의 마을 사람들만이 배울 수 있다는 타룬이라는 권법까지 익히고 있다 니. 이것저것을 따져볼 때 현경에 이른 고수인 것 같았다. 그리고 이드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마찬가지로 이드를 바라보던 클린튼이 말했다. "자네가 이드라고. 하즈에게서 이야기는 들었지. 네 녀석한테 빛 진 것도 있고. 또 그 녀석 잘못으로 네가 피해도 봤다고 하더구나. 고맙다." "아니요. 별것 아니었는데요. 그리고 이쉬하일즈가 잘못했다는 것도 오히려 제게 복이 되었으니까 저로서는 오히려 고마워하고 싶은 일인 걸요." 이드의 대답을 들은 클린튼은 대단히 마음에 들었는지 이드의 어깨를 뚝뚝 두드리며, 청수한 얼굴위로 환하면서도 호탕한 미소를 뛰어 보였다. "하하하.... 좋아, 좋아. 마음에 드는구만. 그런데 말이야, 자네 정말 열 여덟 살이 맞나?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와 동급 이상의 실력으로 보이는데. 나도 타룬을 배우면서 천재소리를 꽤나 들었는데, 자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거든." 이드는 클린트의 보기 좋은 미소에 따라서 미소를 짓고는 이제는 제법 길어서 어깨까 지 내려오는 머리를 긁적였다. "여러 가지로 운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절 가르치셨던 사부님들도 뛰어 나신 분들이셨구요." "그런가. 하지만 그것도 배우는 사람이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다면 소용없는 것. 대단하군. 그리고 앞으로 있을 전투에 자네 같은 사람이 같이 하니 든든하기도 하구만 . 하하하하... 그럼 저녁때 나 보세나. 난 낮잠이나 좀 자봐야 겠어. 여기 오기 전까지 하즈녀석에게 시달렸더니 피곤해." 클린튼이 올라가는 것을 바라 본 이드들도 곧 한 하녀의 안내를 받아 이 층에 마련된 자신들의 방안으로 들어 설수 있었다. 이드들이 받은 방은 영지내의 경치가 보이는 창이 꽤 좋은 방으로 세 명의 방이 모두 붙어 있었다. 그 중 이드의 방은 세 개중에 중앙에 있는 방이어서 그리 크지 않은 테라스 쪽으로 나서면 오른쪽으로 세레니아를 왼쪽으로 일리나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방안에 들어선 이드는 테라스로 나가 볼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의 어깨에 걸려 있는 몇 벌의 가벼운 옷이 들어 있는 가방을 방안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라미아와 일라이져를 풀어 침대위에 같이 누워 버렸다. [아직 엘프인 일리나가 왜 그러는지 못 찾으 셨어요?] "응, 엘프에 대한 내용이 꽤나 많아. 그들의 생명이 기니까 역사나 이런저런 내용들이 엄청난 분량이야." [죄송해요. 저는 그런 건 잘 모르기 때문에.... 잠깐, 이드님, 설마 그 많은 엘프에 대한 것들을 일일이 다 뒤지고 계신 거예요?] "에? 그게 무슨 말이야?" 이드는 자신의 말에 길게 내쉬어 지는 라미아의 한숨 소리에 자신이 뭔가 빼먹은게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에구, 이드님. 이곳에 오기전에 세레니아님이 하신 말씀 기억 안나세요? 그래이드론 님도 엘프들의 생활형태와 전통을 알고 계실 거라는 말이요. 그럼 생활형태와 전통 두 가지 면만 찾아보면 될텐데.... 에휴.....] 이드는 길게 한숨을 쉬며 말하는 라미아의 말에 막 또 하나의 엘프에 관한 자료를 뒤지려던 생각을 완전히 날려 버렸다. 이드는 세레니아의 말에서 그래이드론이 가진 엘프에 관한 것들을 살펴보면 일리나의 행동을 알 수 있다는 말에 엘프에 관한 모든 것을 뒤적이고 있었다. 특히 세레니아의 말을 끝나고 부터 지금 까지 거의 두 시간에 이르는 시간동안 이드는 엘프들에 관한 기록 중 꽤나 골치 아픈 창조신화와 역사를 뒤적이고 있었다니... 머릿속으로 엄청난 생각을 해대며 멍~ 하게 서있던 두 시간이 아깝게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었다. 특히 재대로만 알았다면 두 시간이 흐른 지금쯤이 나 한 시간이 더 흐른 후에는 엘프들의 생활형태와 전통을 완전히 뒤져 볼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하~~ 난 몰랐단 말이다. 빨리 말 해주지. 잘하면 지금쯤이면 알아냈을지도 모르는데. .." [어머? 이게 다 이드님이 세레니아님의 말을 똑바로 듣지 않아서 생긴 일인데. 지금 누구 탓으로 돌리시는 거예요? 흥!] "아, 실수... 미안, 말이 잘못 나왔어." [됐어요. 알았으면 빨리 찾아 보시라구요. 지금부터 찾으면 저녁 식사 전에 알아 낼 수 있다구요.] 이드는 라미아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저녁 식사 시간 전에 찾아내리라는 생각으로 그래이드론이 가지고 있는 정보들 중 엘프들의 생활형태와 전통에 대해 찾아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드는 찾은 자료들의 반의반의 반도 읽어보지 못하고 창 밖에서 들려오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야 했다. 들려오는 울음 소기는 마치 말의 울음소리와도 같았는데 어떻게 보면 맹수의 울름소리를 닮은것 같기도한, 애매한 것이었다. 더우기 그 울음소리에 간간히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까지. "하~ 정말 뭐 좀 하려니까. 도데체 누구야?" [특이한 울음소리이네요. 도데체 무슨 동물이죠.] 라미아와 일라이져를 다시 원래 있던 허리 쪽으로 돌려보내며 테라스로 나선 이드의 눈에 들어온 것은 성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동산에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두 명의 병사들을 보며 거칠게 투레질을 해대는 황금빛의 털과 갈기를 가진 보통체격의 말이었 다. 그리고 그 말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평민처럼 보이는 여자아이가 단테라는 말의 이름으로 생각되는 이름을 외치고 있었고 그 소녀의 반대편에는 이곳에 도착하면 서 보았던, 세르보네라는 아가씨가 열심히 무어라고 말하고 있었다. "역시 이드도 나왔네요." 눈앞에 펼쳐지던 광경을 보던 이드는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자신보다 빨리 나와 있는 세레니아와 일리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네, 좀 잘려고 했는데, 시끄러워서 말이죠. 그런데 무슨 일인지 혹시 알아요?" "잘은 몰라요. 세레니아님과 제가 나올 때는 저 말과 평민 소녀, 그리고 저 세르보네 라는 소녀와 병사 두 명이 마주보고 서있었거든요. 그런데 세르보네라는 소녀가 반대편에 서있던 소녀에게 뭐라고 말하더니,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병사들을 움직였어요. 그 다음 상황은 이드가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 이예요." "그럼, 무슨 일이지? 근데 저 말은 무슨 말이예요? 황금빛 털에 갈기까지 가지고 있는데..." "골든 레펀이라는 이름의 말이예요. 말과 황금 그리폰 사이에서 태어나는데, 그 성격 이 마치 맹수와 같고 잘만 돌본다면 보통 말의 두 배 정도의 덩치와 힘, 보통 말의 두 배에 이르는 속도를 낼 수 있어요. 말과 그리폰 사이에서 태어나 머리도 꽤나 좋지만, 인간들의 눈에는 10년에 한번 뛸 정도로 소수만이 존재하죠. 그리고..." 뭔가 말을 이으려던 일리나의 인상이 슬쩍 찌뿌려 지는 모습에 이드가 의아해 할 때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리고, 주인이나 자신이 인정한 존재 이외에는 태우지도 만지지도 못하게 해서 기사들이 사이에서는 아주 인기가 높지요. 덕분에 직접 잡으로 다니는 기사들도 적지 않고 골든 레펀을 노리는 사냥꾼들 역시 적지 않게 많지요." '숲의 종족... 화 낼만 한 일인가? 특히 수가 적다니까.'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다시 전방을 향해 시선을 두었다. "근데 정말 무슨 일이야?" "가르쳐 줄까?" 이드는 위에서 들리는 말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들어 위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느긋한 얼굴로 고개만 살짝 내밀어 아래를 바라보고 있는 클린튼의 얼굴이 있었다. 이드는 곧 클린튼을 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여기 몇 시간 전에 와서 이곳에서 쉬다가 저 녀석 골든 레펀의 울음소리에 잠도 못잤기 때문에 물어서 알게 된 건데, 지금 저 모습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주인 찾기? 하하하... 그게 좋겠어. 주인찾기." "주인찾기요?" "그래, 사실 저 말은 두달 전쯤에 저기 보이는 숲에서 저 세르보네라는 소녀에게 다친채 발견되었지. 더우기 그 말이 골든 레펀이기에 성으로 데려와 치료했지. 한 달이 넘게 치료받았다니 꽤나 상처가 심했던 모양 이더구 만." 그 말에 밑에 있던 세 명은 의아한 시선으로 두 소녀와 말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저 상화은 뭐란 말인가. "이봐, 이야기 아직 다 끝난게 아니야. 들어봐, 구해오긴 했지만 저 귀족의 아가씨가 직접 말을 돌볼 일은 없잖나. 그래서 말이 완쾌되는 한 달이 넘는 기간동안 저 말을 간호하고 돌본게 저기 세레니아 앞에서 말 이름을 부르고 있는 저 키트네라는 소녀라 는 거야. 그런데 문제는 저 골든 레펀이 완쾌되고 나서부터 인데. 이 녀석이 자신을 구한 세레보네라는 소녀는 거들 떠도 보지 않고, 저 키트네라는 소녀의 뒤만 졸졸 따라 다 닌 다는거야. 덕분에 화가난 세르보네라는 소녀가 저렇게 몇번 잡아타려고 시도를 했지만 번번히 실패. 아까 세르보네가 후작과 함께 자네들을 맞을 때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 도 오전에 타려고 했다가 실패했기 때문이지.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예? 뭘요." 클린튼의 이야기를 들으며 막 한 병사가 말에 채여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던 이드가 그의 갑작스런 물음에 의아한 듯이 바라보았다. "저 말의 주인 말이야. 누가 주인인 것 같은가?" 이드는 클린튼의 질문에 뭐라고 금방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누가 주인인가... 이건 꼭 낳아준부모의 은혜와 키워준 부모의 은혜를 비교하는 것 같은 것이었다. 일리나와 세레니아를 슬쩍 바라보았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자연 과 동물을 주인이 아닌 친구로 보는 일리나는 아예 생각해 볼 것도 없다는 듯 한 표정이 었고 세레니아는 어느 쪽이든 자기 꺼 라는 표정이다. "하~ 상당히 애매한 질문인데요. 세르보네 그녀가 없었다면 저 골든 레펀은 누군가에 게 발견되지 못하고 숲 속에서 다른 동물들의 먹이가 됐겠죠. 하지만 집에 대려 왔더라도 키트네라는 소녀가 없었다면 돌보는 사람이 없어 죽었겠지요. 아, 다른 하녀나 돌 볼 사람이 있다곤 말하지 마세요. 누가 오든 상황은 같았을 테니까요. 뭐, 저 말에게는 처음 얼굴만 비친 세르보네 보다는 한달 넘게 자신의 옆에서 자신을 간호해주고 지켜 준 키트네가 은인이겠지만. 저는 뭐라고 결정을 내리진 못하겠네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 지만 굳이 결정을 내리면 저 말이 하고 싶은대로 하게 두는게 좋을 것 같네요. 저 말이 생각하는 것도 다른 테니까요. 특히 인정하지 않는 자는 태우지 않는 말이라면... 빨리 포기 하는게 좋지요." "그래.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지. 놓아주는 것 다음으로 말이야. 하지만 저 아가씨는 그걸 모르니 조금 더 고생을 해야겠지." 이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클린튼이 테라스에 놓여 있던 긴 의자에 다시 몸을 누이자 거친 말울음 소리와 또 한 명의 병사가 쓰러 지며 쿵하는 소리를 냈다. 두 명 의 병사를 모두 날려 버린 단테란 이름의 골든 레펀은 여유있는 걸음걸이로 키트네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그 모습을 노려보던 세르보네는 곧 몸을 획 하니 돌려서는 성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의 뒤로 키트네라는 소녀가 허리를 숙여 보였으나 세르보네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며 다시 몸을 돌려 방안으로 들었다. "뭐, 시간이 좀 걸리겠네요. 세레니아하고 일리나도 들어가서 쉬어요. 내일은 또 말을 타야 될 테니까." 자신의 말에 일리나와 세레니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의 방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본 이드는 라미아와 일라이져를 다시 풀어 안고는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머리 속에 모아 두었던 자료들을 열심히 뒤적이기 시작했다. "좋아. 저녁시간 전까지 꼭 알아내고 만다." 하지만 몇 시간 후 저녁 식사를 위해 하녀가 올라올 때쯤에는 몇 시간 전과 같은 그런 열의는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라미아를 다리위에 올려놓고는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조금은 당황 스럽고, 어색하고, 기분 좋은 미소를 뛰우고 있을 뿐이었다. 거기에 일리나의 일이라면 항상 토를 달고 나서는 라미아 마저도 조용했다. 그 때쯤 방밖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듯한 가벼운 인기척과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손님, 식당에 식사 준비가 모두 끝났으니 내려 오십시요." "네, 고마워요." 이드는 시녀의 말에 대답하고는 그녀의 기척이 다시 멀어지는 것을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든지 함께 다니기로 한 라미아를 허리에 다시 걸면서 라미아에게 말했 다. "후~~ 라미아, 어떻하지?" 167 이드는 시녀의 말에 대답하고는 그녀의 기척이 다시 멀어지는 것을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든지 함께 다니기로 한 라미아를 허리에 다시 걸면서 라미아에게 말했 다. "후~~ 라미아, 어떻하지?" [..........우씨. 그걸 왜 저한테 물어요. 그건 이드님이 결정 해야죠. 그리고 사실을 알고 나니까 솔직히 기분 좋죠?] "뭐... 그건 그렇지만, 아우~~~ 진짜 어떻하지." 그렇게 말하며 거칠게 머리를 헝클인 이드는 일리나가 묶고 있는 방 쪽을 바라보며 묘한 시선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잠시 서있는 사이 이드의 방문에 또다시 노크 소리 가 들려왔고, 그 소리를 듣는 것과 함께 이드는 노크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있 었다. "이드, 뭐해요? 식당으로 내려 가야죠." "아, 알았어요. 일리나." 이드는 일리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곧장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일리나와 세레니아가 서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일리나의 모습이 세레니아보다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다고 생 각했 다. 그리고 그런 기색을 유난히 숨길 줄 모르는 이드의 모습에 세레니아가 슬쩍 악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어서들 내려가죠. 다른 분들이 기다리실 거예요." 세레니아는 자신의 말에 따라 계단으로 향하는 두 사람을 보고는 이드를 슬쩍 잡아당 겨 걷는 속도를 조금 늦추고는 메세지 마법을 사용했다. 이 정도 거리에서 소근거리면 보통의 경우 듣지 못하지만 상대는 엘프이기에 이 정도 거리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이었다. -알아내신 모양이네요. 받아들이실 거예요?- 세레니아의 말에 순간 뜨끔한 이드의 볼이 살그머니 발그래 해졌고, 그 모습에 세레니아는 얼굴에 뛰우고 있던 미소를 더 진하게 했다. "-그, 그게 말이죠. 세레니아....-" -호홋... 알아요. 하지만 빨리 결정을 내리셔야 할거예요. 일리나를 카논의 수도까지 데리고 들어 갈 수는 없잖아요.- 이드는 그 말에 아차! 하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처 그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드는 다시 머리가 복잡해지는 듯 거칠게 머리를 긁적였고, 같이 걷던 세레니아는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되는 양 후훗하며 웃어 버렸다. 조금 늦게 도착한 식당에는 이미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드와 세레니아, 일리나가 가장 늦은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이드의 사과에 크레비츠와 바하잔, 차레브 두 공작에게 상석을 양보한 에티앙 후작이 사람좋게 웃으며 자리를 권했다. 하지만 그의 옆에는 또 한 반의 패배의 잔을 마셔 꽤나 신경이 날카로워진 세르보네는 퉁명스레 한마디를 더 할 뿐이었다. 비록 나즈막 한 목소리였지만, 이드의 일행들로 결정지어진 사람들은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아니네.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않은가. 다른 분들도 이제 막 자리하셨으니, 자네들 도 어서 앉으시게나." "흥, 노닥거리느라 늦었겠지." 이드도 그 말을 들었지만 공작 앞에서도 짜증나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그녀였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네, 감사 합니다." 이드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식탁에 비어 있는 자리로 가서 앉았고, 그 옆으로 일리나 가 앉았다. 세레니아가 반대편에 가서 앉았기 때문에 이리된 것이지만 몇일 전 이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일에 괜히 신경쓰이는 이드였다. 장내의 분위기는 그런 이드와는 전혀 상관없이 잘만 흘러갔다. 특히 기사인 하우거는 눈앞에 그레이트 실버에 이른 두 명의 공작을 두고 이것저것을 묻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로 식사가 모두 끝나고 모두 기호에 따라 차와 술이 놓여졌을 때였다. 붉은 빛깔의 상큼한 맛을가진 포도주를 마시던 바하잔이 세르보네를 바라보았다. "세르보네라고 했던가? 에티앙에게 들어쓴데. 골든 레펀 한 마리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다고 하더구나." 바하잔의 갑작스런 말에 조금 당황해 하던 세르보네는 얼굴을 슬쩍 붉히며 잠깐 에티 앙을 째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 뭐 자세한 이야기는 에티앙에게 들었으니. 그러면 너는 그 녀석을 타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냐?" 바하잔의 말에 뭔가 방법이 있나 하는 생각에 세르보네는 기대감을 가지고 곧바로 대답했다. "네, 그리고 오빠들이 타면 멋있을 것 같아서요." "하하하... 그래, 오빠를 생각하는 생각이 대단하구나. 헌데 말이다. 내 생각에는 네 가 포기 하는게 좋을 것 같구나." 그 순간 기대감이 떠올라 있던 그녀의 얼굴이 팍 하고 구겨져 버렸다.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알려주려는 줄 알았는데 포기하라니... "하지만, 공작님." "그래, 니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다. 헌데 너도 알고 있겠지? 골든 레펀이 왜 유명한지." "네." "그럼 그 녀석을 탈수 있는 사람은 저 녀석을 제압하거나 아니면 저 녀석이 볼 때 부터 굴복시킬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존재라는 것도 알고 있겠지. 뭐, 지금 처럼 골든 레펀을 구해주는 특별한 경우도 있을수 있지만 대략 두 가지로 나눌수 있지. 하지만 넌 그 세 가지 방법중 어떤 방법에도 연관되어 있지 않아." 바하잔의 말에 세르보네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재빨리 흔들었다. 덕분에 그녀의 화사 한 붉은 머리가 조금 흐트러 졌다. 그리고 말을 이었으나 곧 이어진 바하잔의 말에 끊기 고 말았다. "아니예요. 제가 그 골든 레펀을..." "너도 알지 않느냐. 넌 그저 발견했을 뿐이야. 그 녀석을 간호 하고 옆에 있어준건 지금 그녀석이 따라 다니는 키트네라는 소녀지. 너도 아마 그 녀석이 일어났을때는 아차 했겠지만 이미 지난 일이지. 그러니 그만 포기하거라. 설사 그 녀석이 사람말을 알아 들어 네가 자신을 발견하고 옮겨준 사람인걸 알더라도 그저 '고마운 사람'으로 인식할 뿐 태워주진 않을 거라는 거다. 그리고 오늘 봤는데 병사들을 이용해서 잡으려는 모양이더구나. 하지만 네가 저녀석을 탈때 마다 끈으로 묶어 주위에 20, 30 여 명의 사람들을 대동한채 탈게 아니라면 포기 하는게 좋을거다. 이 세상에는 아무리 가지고 싶어도 가질수 없는 것들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르보네는 바하잔의 말에 별로 쉽게 남득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바하잔은 그녀의 모습에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혈기 창창한 17살 나이의 잚은 이에게 말로만 해서 듣기를 바라는건 조금 어려운 일이었다. "하, 하지만...." "그래, 몇일더 격어 보면 알수 있을거다. 그러나 그 골든 레펜에게 너무 심한짓은 하지 말아라." "네..." 그녀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에티앙이 세르보네 모르게 바하잔을 향해 슬쩍 고개를 숙여 보이는 모습을 본 이드는 일리나의 문제로 복잡한 중에 씨잇 웃어 버렸다. 아마도 에티앙이 사랑하는 딸에게 직접 그만 두라고는 하지 못하고 바하잔에게 부탁한 모양이었다. "말씀 잘하시네요. 공작님." "하하하하.... 나도 이 나이 되도록 많이 보고 들었으니까. 험, 그런데 엘프분과 크레비츠님이 보는 앞에서 나이 이야기를 하려니 조금 그렇구만..." 약관도 채도지 않은 듯한 이드가 바하잔과 편하게 말을 주고받는 모습에 지금까지 이드에 대해 듣지 못하고 또한 관심도 없었던 에티앙 후작의 두 형제와 바하잔의 말에 의기소침해 있던 세르보네가 의아한 눈으로 이드를 바라보았다. 첫째인 하우거가 바하잔에게 조금 조심스럽게 물어 보았다. 이드를 대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공작 각하. 저 소년 검사는 어떤 신분입니까." "그렇지, 내가 에티앙에게만 말하고 자네들에게는 소개하지 않았군. 이번 일에 중요한 전력인 그래이드론 일세. 그냥 이드라고 부르면 될 것이네." "중요한.... 전력이요?" 바하잔의 세 남매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알기로는 이번에 이런 화려한 이원들이 수도로 향하는 것은 카논의 운명이 달린 일 때문이라 했다. 거기다 인원 전부가 그레이트 실버급이라는 말을 우연히 들었었는데, 그런 그들 중의 한 명인 바하잔이 중요한 전력이라 말하다니. 거기까지 생각한 하우거가 다시 물었다. "각하께서 중요한 전력이라고 말하시다니, 아직 나이도 어린것 같은데 상당한 실력의 마법사인가 보지요." 하우거는 말을 하면서 특히 마법사라는 말을 강하게 내뱉었다. 비록 이드가 검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검을 쓰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데다 아직 자신은 바하잔에게 작은 인정조차 받지 못했는데 그런 바하잔에게서 중요한 전력으로 평가받는 약관의 나이도 되지 않은 소년인 이드를 같은 검사로 호칭하는 것이 자신이 지금껏 싸아온 실력을 부정하는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바하잔과 크레비츠, 그리고 차레브등은 그런 하우거의 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들 역시 처음 이드를 보고 그의 실력을 보고 믿기지 않아 고개를 저었으니 말이다. 자신들조차 그러한데, 그들보다 젊고 혈기 왕성한 청년 그것도 열심히 노력해 올 해 기사가 되었으니, 오죽하겠는가. "대단하지. 정말 경악할 만한 실력이지. 그런데 말이야 하우거군. 이드군은 마법사가 아닐세. 나와 같은 경지의 검사라네." "마, 말도 않되...... 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말이 나와서..." 같은 경지의 검사라는 바하잔의 말에 거의 반사적으로 외쳤던 하우거는 곧 자신의 행동을 알아차리고는 바하잔과 이드를 향해 사과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눈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이드와 바하잔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하우거는 자신보다 좋은 실력이라고 해도 소드 마스터 상급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도 못한 그레이트 실버라는 말을 들었으니 노라라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두 동생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이너가 이드를 한번 바라보고는 바하잔에게 확인하듯이 물었다. 그가 학문을 책을 좋아하기는 하나 형이 기사였기에 그레이트 실버라는 말이 주는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목소리가 은은히 떨리고 있었다. "각하, 그럼 저... 소년 기사분이 정말 각하와 같은 경지인 그레이트 실버란 말입니까 ?" "물론, 여기 크레비츠님과 차레브, 그리고 내가 직접 경험한 사실이지. 아마 나보다 더욱 뛰어난 실력일 것이야." 이드는 그렇게 자신을 뛰어주는 바하잔의 말에 어색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하하하... 바하잔님, 너무 그러지 마세요. 왠지 어색해져서..." "하하하... 알았네. 알았어." 하지만 그 때부터 모두가 잠자리에 들 때까지 에티앙 후작가의 삼 남매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이드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음날 이드일행이 한 마리씩의 말을 가지고 텔레포트 해갈 때까지 세 남매는 이드에게는 별다른 말을 붙여 보지 못했다. 숲, 초록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는 것이 숲이다. 그리고 그 알록달록하고 연하고 진한 초록을 뽐내는 나무들 사이에 몸을 뉘우고 있노라면 저절로 잠이 들 정도의 편안함도 느낄 수 있다. 나무, 숲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나무다. 하지만 이 녀석이 빽빽하게 들어 차있는 모습은 별로 좋지 못하다. 반대로 듬성듬성 있는 모습 역시 중간 중간에 황토 빛 흙이 보여 보기에 좋지 않다. 하지만 지금 이 숲은 나무들이 적당한 간격을 가지고 자라고 있었고 그 잎들 역시 무성했다. 그리고 간간히 과일 나무까지 몇 그루가 끼어 있었으며, 숲 일대를 뒤덥고 있는 푸르른 잔디와 풀, 꽃 그리고 숲의 사이사이를 지나는 작지만 맗은 개울. 한 몇일은 쉬어 가고 싶은 그런 숲 . 그 숲의 외곽지역에 텔레포트 해온 이드들은 거기있는 커다란 나무에 기대앉으며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고 그 주위에서 여덟 마리의 말들이 자기네들의 식사를 하고 있 었다. 에티앙 영지에서 떠나올 때 싸들고온 도시락을 제일먼저 먹어버린 이드가 일리나로 부터 그녀가 숲에서 따온 황금빛의 먹음직 스런 과일을 건네 받아 먹을 무렵 다른 사람들도 식사를 끝마치고 각자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중에는 몸은 편하게 쉬고 있지만 머릿속으로는 한참 복잡한 한 인물도 있었다. '와삭... 와사삭..... 으... 진짜 어떻하지. 이제 수도까지는 하루 남았는데. 빨리 결정해야 되는데.... 우씨, 뭐 그런 전통이 다 있는 거야. 와사사삭....' 이드는 이름 모를 과일을 거칠게 베어 물고는 자신이 전날 그래이드론의 정보들 중에서 엘프에 대한 것을 찾던 중 지금 일리나가 취하고 있는 행동과 관련된 자료를 찾았다. 그런데 그 내용이 듣는 상대방을 꽤나 얼굴 붉히게 만드는 것이었다. 간단히 말해 지금 일리나가 하고 있는 행동은 엘프가 짝을 찾기 전 그러니까 결혼하기전 하는 인간으로 친다면 프로포즈 같은 것으로 전날 이드가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어보자면.. . ... 엘프들은 짝을 찾는 일. 즉 결혼은 서로의 마음이 완전히 일치한 엘프들의 경우 인간과 같이 결혼을 신청함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서로가 상대방의 마음을 모를 경 우 엘프들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상대에게 구혼한다. 먼저 자신의 짝으로 생각한 엘프의 주위를 맴돌며 다시 한번 상대방을 관찰하며 자신의 결정을 다시 한번 검토한다. 서로가 죽지 않는 한 영원히 같이 살아야할 상대이기에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를 자신의 짝으로 받아들일 생각을 완전히 굳혔다면 그 순간부터 그 상대 방 엘프의 옆에서 떠나지 않고 항상 함께한다. 물론 여기서 떠나지 않고 함께 한다는 것은 무슨 찐드기 처럼 들러붙는다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가족처럼, 친구처럼, 연인처럼 옆에서 항상 함께 한다는 말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에 따라 상당히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다. 인간들이 프로포즈에 익숙하듯이 엘프 들도 이런 풍습에 익숙하기에 자신이 그렇게 접근하면 상대방의 엘프도 자신에게 마음이 있을 경우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결혼한다. 하지만 구애를 받은 상대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거나 결혼할 생각이 없을 경우 그 상대는 자신을 그저 한 명의 동족으로, 또 동료로 대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포기하고 돌아서지 않는다. 영원히 함께 할 짝으로서 상대를 고른 것이기에 포기가 빠를 수 없다. 해서, 상대가 알아주길 기다리며 짧게는 십 년에서 길게는 오십 년을 기다리기도 한다. 여기서 기다리는 것은 구애자의 마음에 달려 있다. 엘프이기에 가능한 기간인 것이다. 그리고 일정 기간을 함께 해도 상대방의 마음이 돌아서지 않을 경우 작별을 고하고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며 해어진다. 또 중간에 상대방의 엘프가 다른 엘프와 결혼해도 자연적으로 해어지게 된다. 그리고 가끔 타 종족을 짝으로 삼는 엘프도 있는데 그들 역시 이 방법을 그대로 따른다. 타종족의 경우 두번째 방법에 대해 모를지도 모르지만 십 년 이상씩을 옆에 따라 다니며 정성을 다하는데 그걸 못알아 보면 그건....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상대가 아주아주 둔해서 거의 바위에 준 할 경우. 글로써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당시 누워서 이 글을 읽은 이드는 튕기듯 몸을 일으켰었다.한 마디로 결혼 승낙을 하지 않는 한 일리나를 떼어놓을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기절시키는 방법도 있다 고 말할지 모르지만 혹시라도 깨어나서 쫗아 온다면 그것 또한 문제인 것이다. 게다가 이번 일이 지나더라도 최소 십 년에서 오십 년을 같이 다닐 거라니. 이드가 다른 결혼할 사람이 없는 한 그 기간도안 쌓인 정 때문에 십중팔구는 일리나와 결혼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드 자신도 일리나가 싫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왜 앞으로 이 백 오십년, 길어도 삼 백년 밖에 더 살지 못할 날 고른 거냐고......' 갑작스런 일리나의 구혼도 구혼이지만 서로의 수명도 문제였다. 자신이 죽고나면 혼자 남겨질 일리나가 아닌가 말이다. 그 생각에 다시 신경질 적으로 머리를 긁적이는 이드였다. 그 고민은 크레비츠의 말에 따라 말에 올라 수도를 향하는 길에도 계속되었 다. 어떻게 나올지도 모를 혼돈의 파편을 생각하는 것보다 지금 눈앞에 있는 문제가 더 고민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한 시간정도 말을 몰았을 때 여태까지 뭔가를 생각하고 있던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드님, 저 생각해 봤는데요.] 168 '뭘 생각해?' [일리나의 구혼이요. 이드님 일리나가 싫지는 않죠?] 이드는 라미아의 물음에 옆에서 세레니아와 함께 말을 몰고 있는 일리나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곧 이어진 라미아의 목소리에 말갈기에 고개를 묻어 버렸다. '응, 싫어 할만한 이유는 없지. 마음씨 곱지. 엘프답게 예쁘지. 저런 신부감 구하기 어려워. 게다가 일리나 쪽에서 먼저 날 평생 함께 할 짝으로 선택했잖아.' [흑... 흑.... 우앙.... 나만 사랑해줄 줄 알았던 이드님이 일리나한테 마음이 있었다니... 흑흑... 이드님, 저에 대한 사랑이 식으 신거예요? 아니죠? 아니라고 말해주어요.] '끙.... 라미아~~~~ 후.... 아니야. 넌 나와 영혼이 이어진 검이 잖냐. 그런 내가 너에 대한 사.... 랑이 식을 리가 없잖아.'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장단을 맞춰주는 말이긴 했으나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유치해서인지 부끄러워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여간 그 말에 라미아가 다시 밣아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좋아요. 그럼 제가 첫 번째고 저기 일리나가 두 번째 라는 거 명심하고 일리나에게 승낙 못하는 이유를 말해 보세요. 아까 마음속으로 소리치는 걸 얼핏 들으니까 수명 문제도 있는 것 같던데... 다른건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끙하는 소리를 내며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고민되는 건 그 수명문제 뿐이야. 혹시라도 내가 무학의 끝에 다달아 신선(神仙)이라도 된다면 몰라도, 하여간 다른 건 별로 생각나는 것도 없고 걸릴만한 것도 없어. 누님들 한테 먼저 소개시키고 허락을 받아야 하는 일이 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제하고...' [그럼 수명 문제만 해결되면 된다는 거죠.] '그렇지.' [그럼 해결 됐어요. 걱정 마시고 일리나한테 가서 결혼한다고 말씀하세요.]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뭐가 해결돼....' [에효.... 이건 저번에 말씀 드리려던 거였는데. 이드님 수명이 얼마 정도 된다고 생각하세요?] '내가 원경에 달해 있고 이미 탈퇴환골(脫退換骨)도 거쳤으니 아마 앞으로 삼 백년 인가? 아, 아니다. 드래곤 하트가 있으니까. 한 오백년 될 려나? 하여튼 인간으로서는 엄청 길겠지만 앞으로 칠, 팔 백년을 더 살 일리나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 [역시.... 이드님, 이드님이 아시고 계시는 건 어디까지나 저번 세계에 있을 때 그래이드론님고 만나지 않았을 때의 경우예요. 하지만 이곳에 와서 그래이드론님의 모든 것을 전해 받아 달라진 이드님의 수명은.... 아마 엘프들 보다는 몇 배나 오래 살 정도일 거예요.] "뭐, 뭐야!!" 라미아의 말에 놀란 이드는 마음속으로 말하던 것을 입 밖으로 내뱉어 버렸다. 덕분에 주위 일행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아 버린 이드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손을 흔들어 주고는 라미아에게 급히 되물었다. '뭐야, 엘프의 수명이 천년이라고 했으니까. 그 몇 배라면, 내가 몇 천년을 살 거란 말이야?' [네... 다른 일로 죽지 않는 한은요. 아마 그래이드론님의 정보들 중에 들어 있을 거예요. 그래이드론님이 이드님께 모든 것을 넘기실 때 그 육체도 넘기셨죠. 덕분에 이드님의 몸에 고룡의 육체가 융합되어서 재구성되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드래곤 하트처럼 완전히 이드님의 육체에 녹아들려면 시간이 꽤나 걸릴 거예요. 그리고 재구성된다고 해서 이드님의 몸이 아닌 다른 몸이 되는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하시구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을 듣는 중 라미아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래이드론의 정보들중 하나가 떠오르고 있었는데 그 내용이 라미아가 말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었다 .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이드는 잠시 멍해져 버렸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길어도 삼 백년이라 생각한 수명이 갑자기 몇 천년으로 늘어 나 버렸으니... 하지만 이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본래의 정신을 찾았다. 평소 그의 생각대로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오래 산다는게 나쁜 것도 아니기에 좋은게 좋다는 생각으로 수명에 대한 고민을 저~ 멀리 치워 버린 것이다. 그럼 이제 수명에 대한 문제 해결되었으니... [일리나에게 결혼 승낙을 하셔야죠. 수명에 대한 문제도 해결됐으니까요. 그리고 한 시라도 빨리 말해야 수도에서 먼 곳에 두고 갈수 있다구요. 아니면, 세레니아님에게 부탁해서 아예 라일론이나 아나크렌으로 보내 버릴수도 있구요.] 하지만 라미아의 말을 듣는 이드의 기분은 조금 묘했다. 방금 전까지는 수명 문제만 해결되면 당장이라도 결혼 승낙하고 문제가 해결 될것 같았는데, 이상하게도 막상 수명문제가 해결되자 결혼 승낙한다는 말이 쉽게 나올것 같지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빨리 떼어 놓긴 해야 겠기에 라미아의 말에 우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알았어. 그런데... 라미아, 혹시 그래이드론의 레어에서 가지고 온 것 중에 반지나 목걸이 같은게 있어?' [음... 모르겠어요. 그때 레어에서 나오실때 이드님이 보석 챙기셨잖아요. 그런데 그건 왜요. 혹시 일리나 주시려는 거예요?] 라미아의 말에 자신이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어른주머만한 주머니를 뒤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갑자기 하는 거지만. 예물정도는 있어야 하는 거잖아. 반지같은 건 가지고 나오지 않은건가?' 무심코 그렇게 대답하던 이드는 갑자기 조용해진 라미아의 목소리에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금새 앵토라진 목소리를 내는 라미아였다. [흥, 저한테는 그런 선물 해주지도 않으셨으면서... 쳇, 쳇....] '진정해, 진정해 라미아. 너한테는 선물해도 걸칠때가 없어서, 선물하지 않았지. 대신 매일매일 깨끗한 천으로 딱아 주잖아. 응? 있다. 라미아 이건 어때? 귀할 것 같아 보이는데, 거기다 일리나의 손가락 크기와도 맞을 것 같아.' 라미아를 달래던 이드는 그 말과 함께 들고 있던 주머니에서 꺼낸것은 은청색의 투명한 반지였다. 그 반지는 다른 보석이 달려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반지 자체가 보석이었고 그 반지위로 유연한 세공이 가해져 보통의 반지들 보다 오히려 특별해 보였다. [그건, 블루 사파이어로 만든 건데 엄청 비싼 거예요. 원래 사파이어는 그런 식으로 가공해 놓으면 잘 깨지는데, 드워프가 그 위에 특이한 세공을 해서 잘 깨지지 않게 특별히 가공해서 만든거예요. 휘귀한 거라구요.] '그래, 좋았어. 이걸로 하자.' 결정을 내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리나와 반지를 번가라 보던 이드는 다시 자신의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방금 전처럼 말이 쉽게 나올 것 같지가 않았던 것이다. 이드는 그런 자신의 상태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곧바로 마음을 다잡은 이드는 손에 들고 있던 반지를 아무 손가락에 맞는 곳에 끼우고 저녁때를 기다렸다. 아무리 빨리 하는게 좋다지만 말을 타고 가면서 결혼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런데 그런 생각과 함께 말을 달리던 이드는 왠지 시간이 보통 때 보다 배는 빨리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럴수록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 놓은 반지의 감각이 점점 더 선명하게 손끝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태양이 선홍빛을 발할 때, 이드가 일리나에게 결혼 신청하는 것이 코앞에 다가온 신간. 일행들은 영지가 아닌 작은 마을에 들어설 수 있었다. 작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 있는 마을이라 그런지 마을중앙에 여관도 두개가 들어서 있었으며 몇몇 곳의 주점 역시 눈에 뛰었다. 일행은 두개의 여관 중 좀더 깨끗하고 조용한 '메르헨의 집' 이라는 여관으로 찾아 들어갔다. 깨끗하고 조용한 만큼 여관비가 좀 더 비쌌지만 한 나라공작에 한 나라의 여황의 할아버지 되는 인물들이 그것에 신경 쓸리가 없다. 1골덴으로 간단하게 방을 잡아 버린 일행들은 종업원에게 각자의 짐을 방으로 옮겨 달라고 말하고는 여기저기 많이 비어 있는 자리 중 하나를 골라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식사를 마치고 해야하는 일에 대한 생각덕분에 이드는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들의 맛은 물론 지금현재 배가 부른지 아닌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리고 어떻게 먹었는 지도 모르게 식사를 끝마치고 1골덴을 받은 주인의 서비스로 각자 앞에 차와 도수가 약한 술 한 작씩이 놓여 있는 것을 본 이드는 나직히 심호흡을 했다. 이어 뭔가 말하려고 하던 이드는 선뜻 입이 열리지 않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하려다가 못하고, 하려다가 못하고... 그렇게 이드가 몇 번이나 말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자 우연히 그 모습을 본 세레니아가 뭔가 알겠다는 듯이 이드를 향해 귀엽게 생긋 웃어 보였다. 하지만 이드의 입장에서는 전혀 귀여워 보이지 않는 미소였다. 오히려 뭔가 불안함이 밀려오는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재대로 맞아 떨어 졌다는 듯 세레니아가 이드옆에 앉아 있는 일리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것이었다. "일리나, 이드가 할 말이 있다는데." "네... 에? 무슨....... 아!" 세레니아의 말에 이드를 향해 고개를 돌리던 일리나도 이드의 흠칫하는 모습과 세레니아의 말에서 뭔가를 눈치챈 듯 하얀 뺨을 붉게 물들였다. 이드가 엘프들이 짝을 짓는 방법을 알았다면, 이렇게 무언가 마을 하려고 한다면. 그 내용은 하나 뿐이다. 결혼승낙........ 만약 거절이었다면 아무런 말도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일리나는 그렇게 생각하자 저절로 이드의 손가락에 간신히 걸려있는 은청색의 투명한 반지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순간 이드와 일리나를 중심으로 이상한 분위기가 흘렀고, 주위에 있던 크레비츠와 바하잔등의 나머지 다섯명 역시 눈치 없는 사람들이 아니었기에 자연스럽게 이드와 일리나에게 시선이 모아졌다. 그리고 쭈뻣 거리고 있는 이드의 모습과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서 흔들리는 눈으로 이드를 바라보는 일리나의 모습에 무언가를 짐작한 다섯 사람은 좋은 구경거리라도 발견한 듯이 숨을 죽이고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드는 그런 사람들의 눈길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몇번인가 머뭇거리던 이드는 일리나가 자신을 바라보자 잠시 일리나를 바라보다가 숨을 크게 한번 들이쉬고는 작은 목소리로 하지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들을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일리나... 저기... 그러니까. 흠, 저도 일리나와 같은 마음입니다.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동안 당신의 짝으로써 살아갈 것입니다. 하하... 멋진 말을 생각해 놨는데 전혀 떠오르지 않네요. 승낙해 주시겠습니까." 좀 전 까지 일리나에게 할 말들을 생각해 두었던 이드였지만, 막상 말을 하려니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가물거리는 느낌에 떠듬거리다 그런 자신을 보고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는 일리나의 모습에 왠지 마음이 안정되는 걸 느끼며 편하게 보통 때의 자신처럼 말을 이었다. "네, 고마워요." 일리나는 승낙의 말과 함께 이드가 미처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드의 입술에 짧은 키스를 남겼다. 순간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환한 미소와 함께 축하의 말을 던졌다. "하하하하..... 이거 축하하네...." "젊은 놈이 그렇게 떠듬거려서야... 안 봐도 뻔하다. 잡혀 살겠구만...." "쯧, 하즈녀석 신랑감으로 찍었었는데, 한발 늦었구만. 하여간 미인을 얻은걸 축하하네." "이드, 그거 일리나에게 줘야 하는거 아니예요?" 이드는 주위의 축하 말들에 얼굴을 붉히다가 세레니아의 말에 자신의 손에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아직 남아 있는 반지를 발견했다. 처음 말과 함께 건넨다는 것이 긴장해서 깜빡해 버린 것이다. 자신의 실수에 머리를 긁적인 이드는 조심스럽게 앞에 있는 일리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드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일리나는 오른손을 내밀었고 이드는 그녀의 손가락에 은청색의 반지를 끼워주었다. 짝짝짝짝짝............. 휘익..... 크레비츠등의 말에 무슨 일인가 하고 돌아보던 여관 식당 안의 사람들이 이드가 일리나에게 반지를 끼워주는 모습을 보고는 무슨 일인지 짐작하고 일제히 박수를 쳐준 것이었다. 그 중에는 상대가 엘프라는 것을 알고는 놀라거나 부러워하는 사람도 몇몇이 있었다. 여관의 주인도 축하한다면서 아까의 약한 술과는 달리 어느 정도 독하면서도 달콤한 지펠이란 이름의 고급술을 한 병 꺼내 주었다. 하지만 내일일찍 출발해야할 일행이었기에 가볍게 한 두 잔 씩-사실 술이 한 병이었기에 여덟 명에게 한, 두 잔씩 돌아가지 않았다.-을 건네고 윗 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윗 층으로 올라가자 어느새 방을 하나 더 얻었는지 이드와 일리나를 밤새 이야기라도 나누라면서 한방에 넣어 버리는 것이었다. 사실 크레비츠들도 둘 다 비슷한 나이였다 면 그냥 약혼정도로 알고 따로 두었겠지만 이드의 상대는 자신들 보다 나이가 많을 지도 모를 엘프였기에 서로 결혼할 사이니 정말 이야기나 나누어라는 생각에서 같이 넣어 버린 것이었다. 그날 밤 이드와 일리나는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이드는 다음날도 결혼까지 서두르며 떨어트려 놓으려던 일리나를 떨어 트려 놓지 못하고 같이 말을 타고 갈 수밖에 없었다. 예전보다 살갑고 부드럽게 자신을 대하는 일리나의 모습에 가끔씩 라미아의 틱틱거리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반면 자신의 짝이 위험한 곳에 가는데 마냥 보고 있을 수 만은 없다며 따라오는 일리나의 모습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휴~ 어쩔 수 없다. 발라파루에 가까워지면 수혈(睡穴)을 집어서 세레니아의 레어에라도 보내놔야지.' [우씨, 그럼 서둘러서 일리나의 청혼을 승낙한게 헛일이잖아요.] 이드와 라미아는 무언가 속은 듯한 감정에 나직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생각으로 말을 달린 이드는 여관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간단히 점심을 끝내고 한시간 쯤을 더 달려 멀리 거대한 산맥군이 보이는 평야에 다다른 일행들은 그 거대한 산맥 앞에 만들어져 있는 흐릿한 성의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거리는 멀어 지금부터 말을 달린다 하더라도 저녁때는 되어서야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나절 정도의 거리겠어. 시간상으로 대충 해가 질 때쯤 도착할 것 같은데... 그리고 이드의 말대로 라면 침입이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귀국의 황제를 구하기 위해서 침입을 시도 해봐야 할텐데... 밤에 움직 이는게 좋겠는가?" 크레비츠가 그렇게 물으며 그의 옆과 뒤쪽에 서있는 일행들, 그 중에서 바하잔과 차레브를 바라보았고 서로를 바라보며 무언가 의논을 하는 듯 하던 바하잔이 크레비츠를 보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쉬었다가, 자정에 움직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럼 수도의 외곽 부분에 새벽에 도착할 수 있을 텐데. 그때쯤이면 어떤 경비병도 긴장과 경계가 풀어지지요. 그리고 이드의 말처럼 그런 대단한 결계라서 발각되어 전투가 벌어진다 해도, 전투인원이 3명이나 많은 저희들에게는 밝은게 좋을 것 같습니다. 새벽이라면 얼마의 시간만 흐르면 환하게 밣아 오니 그 시간을 기다리시지요." 크레비츠는 바하잔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자네들이 다른 의견이 없으면 바하잔의 말대로 하지. 그럼 모두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지. 자고 싶은 사람은 잠시 자두는 것도 괜찮을 거야." 이드는 크레비츠의 말에 따라 모두가 말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말에서 내리기 위해 박차에서 한발을 뺏을 때였다. 전방으로부터 몇 번씩이나 느껴 본 마나의 흔들림을 느낀 것이다. 이드는 그 느낌에 말에서 거의 뛰어 내리다 시피하며 일행들을 향해 소리쳤고, 그 뒤를 이어 이드와 함께 같은 걸을 느낀 세레니아의 목소리가 이어져 여유 있어하던 일행들을 초 긴장시켜 버렸다. "모두 준비해요. 아무래도 여기서 쉴 일도, 저기 수도까지 갈 필요도 없을 것 같거든요." "긴장해 주세요. 혼돈의 파편입니다. 주위의 공간이 흔들리고 있어요. 그리고.... 마나 반응으로 봐서 한 명이 아니예요" 스릉.... 창, 챙.... 슈르르르..... 히이이이잉....... 푸르르르..... 푸르르르..... 두 사람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공기 중으로 맑은 쇳소리와 마치 안개가 흐르는 듯한 기성이 일었다. 그리고 말들도 순식간에 변해 버린 주위의 분위기와 하루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자시들의 주인인 자들이 갑작스레 뽑아든 검에 겁을 먹고 거칠게 투레질을 해대었다. 말들의 모습에 일리나가 흥분하고 있는 자신의 말에게 다가가 말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며 뭐라고 말하자 그 말을 들은 말이 커다란 울음소리를 내며 왔던 길을 되돌아 달려갔다. 그리고 그 뒤를 그 말의 울음소리를 들은 말들이 뒤따랐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면서 일리나 옆으로 다가섰다. 그런 이드의 손에는 어느새 라미아라 그 붉은 아름다운 검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왜 남았어요. 말들하고 같이 도망 갔어야죠." "후훗, 이드가 여기 있는데 어떻게 저 혼자 다른 곳으로 피하겠어요.... 왔어요." 이드의 추궁비슷한 말이었지만 그 말을 듣는 일리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자신이 왜 가지 않았는지 말을 이었다. 한 마디로 이드 자신이 일리나를 안전한 곳에 두기위해 서둘렀던 결혼 승낙이 그녀가 위험하 곳에 서있는 이유라니. 그리고 뒤에 이어진 일리나의 말과 함께 우우웅 하는 기성이 일며 이드들의 앞과 옆, 그리고 허공중의 공간이 흔들렸다. 이드는 그 모습에 더 이상볼것도 없다는 생각에 옆에 세레니아를 불렀다. "세레니아, 일리나를 라일론이나 아나크렌으로 텔레포트 시킬수 있어요?" 평소의 그녀라면 가능했을 일이지만 이번에는 고개를 흔들었다. "가능은 하지만, 지금은 저들이 공간을 열고 있기 때문에 잘못했다간 어디로 떨어질지 몰라요. 하려면 저들, 혼돈의 파편들이 완전히 모습을 보인 후에 하는게 좋을것 같아요." "그럼... 늦을 것 같은데..... 맞다. 시르드란!!" 다른 방법을 생각하던 이드는 뭔가 생각 났다는 듯이 허공에 대고 바람의 정령왕, 시르드란의 이름을 불렀다. 아나크렌에서 라일론으로 갑자기 텔레포트 되면서 몸이 좋지 않아 시르드란을 소환하지 않았었고, 몸이 낮고도 시르드란의 존재를 잊어 먹고 있다가 이제서야 소환하는 것이다. 그런 이드의 말에 따라 허공중에 어린 소녀의 모습인 노드의 모습을 한 시르드란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공에 나타난 그녀는 곧 자신을 소환한 소환자를 보고는 반갑다는 듯 방긋 웃다가 주위에 느껴지는 기운을 눈치 챘는지 금방 그 미소를 지워 버렸다. [오랜만에 날 부르는 구나. 그런데 왠지 기분 나쁜 기운이네. 이번에 싸워야할 적이니? 꼬마 계약자.] "그렇긴 하죠. 하지만 시르드란이 해줄 일은 따로 있어요. 저들이 나타나기 전에 여기 일리나를 이곳에서 멀리 데려다 줘요. 그런 다음 노드를 불러서 호위를 시키고 돌아가세요. 노드가 위험신호를 보내면 도와줘요. 시르드란이 이곳에 있으면 제 마나가 많이 소모되거든요." [간단한 일이네. 그 정도야 간단하지. 하지만 저들이 싸워야할 적이라면... 조심해라 꼬마 계약자.] 이드는 시르드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리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미안해요. 일리나, 하지만 이곳에 있으면 위험해요. 그리고 내가 신경이 쓰이거든요. 그러니까 잠시 피해 있어요." 일리나는 이드의 얼굴에 떠오른 곤란한 안색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드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 덕분에 옆에 있던 클린튼에게 "이런 상황에..... 그래, 좋은 때다" 라는 말을 들었지만 말이다. "알았어요. 하지만 조심해요. 그리고 이드가 결혼 승낙을 한 이상 이드가 살아만 있다면 저는 영원히 기다릴 꺼예요. 그게 엘프거든요. 알았죠." 이드는 손가락에 끼어 있는 반지를 꼬옥 말아 쥐며 말하는 일리나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와 함께 시르드란이 일리나를 안아 들어 허공에 뛰웠고 이내 쐐애애액 거리는 공기가 찧어 지는 소리와 함께 일리나의 모습은 순식간에 엄청난 거리로 멀어졌다. 그리고 그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흔들리는 공간 사이로 세 명이 모습을 들러냈다. 둘은 이드가 알고 있는 얼굴이었고 하나는 이드도 알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의 허리에 걸려 있는 세 자루의 검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이드는 이번에 라일론에 반란군과 함께 들어왔던 페르세르라는 혼돈의 파편인가 했지만, 그의 허리에 걸린 세 자루의 검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린 것이다. 이드가 듣기로는 페르세르의 허리에는 네 자루의 검이 걸려 있다고 했으니 말이다. 의아함에 크레비츠와 바하잔을 바라본 이드는 두 사람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전투의 흥분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진 크레비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페르세르라는 존재가 맞다. "저 자가 가지고 있던 네 자루의 검 중 하나는 수도의 삼 분의 일을 날려 버릴 때 크레비츠님의 검과 함께 사라졌네. 아마도 거대한 폭발에 어디론가 날려갔거나. 소멸했을 거야." 다시 세 명의 혼돈의 파편을 바라보는 이드의 눈에 메르시오의 미소짓는 모습이 보였다. 한쪽 눈은 여전히 빛을 잃고 있었지만, 이드에 의해 잘려졌던 오른쪽 팔은 멀쩡한 모습으로 붙어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찾아 왔군. 십 여일 정도는 더 있다가 올 줄 알았는데." 이드는 그런 메르시오의 모습에 마주 미소지어 주며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옆에 있는 페르세르와 자신을 보며 반갑다는 듯이 방긋 방긋 거리는 아시렌을 바라보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의 행동이 좀 빠르거든요. 그런데.... 제 가 알기로는 네 명이 남아있다고 들었는데, 세 명뿐이네요. 성안에 아직 한 명이 남아 있나 보죠.?" 이드의 말에 메르시오는 슬쩍 미소지었다. "훗, 아니다. 원래 그 녀석의 행동이 좀 느리거든. 이제 곧 올 거다." "하하... 그런가요. 그런데 성에서 이곳까지 마중 나올 줄은 몰랐는데요. 저번엔 성문을 꼭꼭 잠궈 놨던데..." "약속 때문이지. 그 때문에 저번에 자네가 왔을 때도 문을 열어 주지 못했던 거고 말이야..." 이드는 메르시오의 말에 두 눈을 빛냈다.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혼돈의 파편 이라는 존재들이 힘도 완전히 찾지 못하고 움직이기 시작한 이유도 저 약속 때문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약속이라... 혹시 그 약속이라는 것에 게르만이라는 마법사가..... 흡!!! 일리나!" 169 "약속이라... 혹시 그 약속이라는 것에 게르만이라는 마법사가..... 흡!!! 일리나!" 메르시오를 향해 뭔가 물으려던 이드는 갑작스럽게 몸에서 엄청난 양의 마나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고는 급히 일리나가 날아갔던 곳을 바라보았다. 그 뒤를 이어 한순간 강풍이 일어 이드들과 메르시오들의 옷자락을 뒤흔들며 지나갔다. 이드는 자신들을 지나 치는 바람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방금 전과는 달리 눈가에 살기를 담으며 메르시오를 바라보았다. "메르시오..." 살기 담긴 이드의 시선을 받으며 메르시오는 곤란하다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미안하게 됐군. 우리 여섯 중 제일 막내인데. 느릴뿐만 아니라 장난기도 심하고 자기 딴에는 머리 쓴다고 하는 녀석이지. 전 번에 아나크렌과 라일론에 반란을 일으키는 것도 저 녀석 생각 이였지. 녀석 조금 늦는 줄 알았더니 언제 자네 옆에 있던 엘프에게 갔는지. 걱정 말게 녀석이 자네의 엘프를 데려 오면 무사히 넘겨 줄 테니.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구만. 자네가 보호 해줄 존재를 미리.... 훗, 왔군." 메르시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공간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하나의 인형이 걸어 나왔다. 밑단에 날카로운 칼에 의해 찟어진 듯 자국을 가진 검은 로브에 하얀 백색의 깨끗하게 다듬어 놓은 머리를 뒤로 넘긴 마치 한나라의 왕과도 같은 기도를 뽐내고 있는 노년의 인물이었다. 이드는 그가 바로 마지막 남은 네 번째 파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옆에서 뻗쳐올라오는 가공한 두개의 살기에 그 인물이 게르만이라는 이번 일의 핵심인 마법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려야 하는 이드였다. 자신들의 추측으로는 분명히 게르만이 혼돈의 파편들을 봉인에서 풀어 주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것은 살기를 뿜어 대는 두 사람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 역시 가지고 있는 의문이었다. "허헛... 수도의 사람들을 재우느라 늦었길래 인질이라는 걸 한번 잡아보려고 했다가 산산조각 날뻔 했구만... 노드 하나만 있길래 만만하게 봤는데 갑자기 노드가 사라지고 바람의 정령왕이 튀어나오다니... 근데 그 엘프가 계약자는 아닌 듯 한데. 누가 붙여 둔거지?" 비록 산산조각 날뻔 했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게르만의 얼굴에서는 전혀 낭패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말과 함께 고개를 돌리는 그를 향해 세 개의 살기가 뿜어지고 있었다. 하나는 일리나를, 일질을 잡으려는데 대한 이드의 것이었고, 다른 두 개는 그 게르만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살기였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그 정도의 살기에 움츠릴 인물은 없었다. "훗, 쓸데없는 짓을 했군. 인질은 잡아서 뭐 하려고?" "몰라서 묻는 거냐? 라인칸 스롭의 몸을 사용하더니... 머리도 그 수준으로 떨어졌나?" "후후훗....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군. 상대가 엘프라는 걸 모르나?" 메르시오의 말에 게르만이 아차! 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이마를 탁탁쳤다. 인간이라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엘프의 경우 자신이 인질로 잡히거나 그 비슷한 일로 인해 자신의 짝이 위험해 지면 짝이 다치기 전에 자살해 버린다. 그런데 게르만은 그 사실을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쿠쿡.... 인질을 잡아 봤어야지. 그냥 잡을 생각만 했지 상대가 엘프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거든. 근데 무슨 이야기하던 아니었나? 나 때문에 끊어 진 것 같았는데..." 게르만의 말에 메르시오가 웃어 버리며 그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이드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우리가 실수한 부분도 있으니... 아까 자네가 물었던걸 대답해 주지. 우리들이 약속이라고 말하는 것. 그것은 카논 제국의 대륙통일과 게르만 자신의 이름을 날리는 것, 그의 명예를 세워 주는 것이지." "뭐, 뭣!" "명, 명예라니.... 니 놈이 그런 짓을 해놓고도 명예를 말할 수 있느냐." "고작, 그런 것 때문에... 혼돈의 파편이란 존재들이 움직였단 말이야." 메르시오의 말에 바하잔과 차레브는 살기를 뿜어 대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지만 나머지 일행들을 황당함에 메르시오를 바라 볼 뿐이었다. 혼돈의 파편이라는 신화의 존재들이 봉인에서 깨어나 완전한 힘을 회복하기도 전에 전투를 벌인 것이, 고작 제국의 대륙통일과 게르만이라는 놈의 이름을 날리는 것 때문이라니. "어쩔수 없는 일이야. 하찮은 이유이긴 하지만 우리를 봉인에서 풀어준 존재에 대한 약속이었기에 나섰던 일이지. 그리고 너와 저 뒤에 있는 저 드래곤만 없었다면, 쉽게 성공할 수도 있었던 일이었고 말이야. 그일만 성공시켜 주고 우린 다시 힘을 되찾는 일에만 전념하면 되니 말이야. 그리고 명예라는 말, 그건 단지 내 생각이야. 그 녀석이 죽을 때 말한 것은 카논의 대륙 통일과 자신의 이름이 모든 곳에 알려 지는 것이었으니까." 메르시오의 말에 시끄럽게 고함을 지르던 바하잔과 차레브 두 사람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한순간에 조용해져 버렸다. 그의 말 중에서 중요한 사실 한가지를 집어냈기 때문이었다. 그것에 대해 평소 그의 목소리보다 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게르만은.... 눈앞에 있지 않은가?" 바하잔의 말에 메르시오가 직접 말하라는 듯이 게르만을 툭 쳤고, 그런 메르시오의 모습에 눈썹을 찡그리던 게르만이 귀찮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들을 봉인에서 꺼내준 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죽었다. 우리들을 봉인하고 있던 것은 신의 봉인. 게르만이 뛰어난 마법사라고는 하지만 그것을 풀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지. 우리는 그가 죽기 전 말한 그의 말에 따라 그가 원한 것을 이루기 위해 움직였지. 그리고 그의 이름을 높이기 위해선 그가 살아있어야 하기 때문에 내가 그의 몸을 사용하는 중이고. 한 마디로 이건 껍데기일 뿐이야." "그, 그런..." "크레비츠님. 저놈은.... 저희가 맞지요." 게르만의 목소리를 듣고 있던 바하잔이 크레비츠에게 말했다. "그러지." 하지만 그 말에 메르시오는 안됀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미안해서 어쩌지. 이 녀석은 전투 인원이 아니거든." ".....?" 갑작스런 메르시오의 말에 모든 사람들 의문에 가득한 얼굴로 메르시오를 바라보았다. 저들이 모든 힘을 되찾았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상태라면 하나의 손도 더 필요 한 이 때에 전투 인원이 아니라니. 그런 의문을 담고 있는 이드들의 표정에 메르시오 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고 그의 대답과 함께 게르만은 급히 뒤로 빠졌고 페르세르와 아시렌은 자신들의 무기들을 꺼냈다. "우리 쪽에 한 명만 더 있었다면 자네들을 상대로 싸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인원으로는 그게 어렵거든. 그래서 다시 봉인되기 전에 우리를 봉인에서 풀어 주었던 게르만의 소원이나마 들어주려는 것이지." "자네들과의 만남이 짧았지만 기억해 줄거라 믿지. 아무렴 자신들을 죽음으로 이끈 존재를 잊을 수는 없겠지. 하아아압!!" 그리고 이드들이 메르시오의 말을 채 이해하기도 전에 게르만의 몸이 서서히 허공 중으로 떠오르더니 강렬한 회색의 빛을 뿜으며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가 사라진 자리에는 하나의 거대한 회색 빛 구가 남아 있을 뿐이었는데, 그 회색의 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물이 흐르듯이 구 안쪽에서 무언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메르시오와 게르만의 말에 회색의 구를 바라보며 메르시오들과 접전에 들어가지 않은채 회색의 구를 바라보았다. 메르시오와 게르만의 말 대로라면 저 회색빛의 구가 어떤 커다란 역활을 할것이고, 만약 이드들이 전투중에라도 회색빛의 움직임을 놓지기라도 하면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회색의 구가 희미하지만 붉고 푸른 두 가지 색을 발하며 태극(太極)의 문양처럼 변해 가는 것이었다. "저건......" 세레니아가 먼저 변해 가는 회색 빛 구의 정체를 알아 본 듯 기성을 발했고 그 뒤를 이어 이드도 그 회색 빛의 구를 보다가 메르시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너.... 무슨 생각이지. 저게 폭발하면 이곳에 있는 우리들도 죽게 되지만 너희들도 절대 무사하지 못할텐데. 그 뿐만이 아니라 저 정도의 양이라면 제국의 삼분의 일은 날려 버릴 정도인데.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방금 게르만의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하지 않았었나." 어느새 이드의 말은 반말로 변해 있었고, 그의 한쪽 손은 왼팔에 있는 듯 없는 듯이 차여져 있는 팔찌를 만지작거렸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혔다. 분명 타로스의 레어에서 저것과 비슷한 마나구를 흡수하면서 어둠이라는 자, 어둠의 근원이라는 자인 아크로스트에게서 인정을 받았었다. 그때 이드의 말에 답하는 메르시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한번 본 사람들답게 알아보는 군. 하지만 그때와는 달라 그건 제어구도 없이 무조건 폭발하려 했을지도 모르지만, 여기이건 게르반에 의해 만들어 진 것. 저걸 네 개로 나누어서 두 제국의 수도와 꽤 덩치가 큰 두 국가에 떨어트리면 어떻게 될까? " 순간 크레비츠의 얼굴이 처참히 구겨졌다. "설마... 저것 때문에 우릴 일부러 기다려 준건가? 우리가 두 제국에 남아 있으면 혹시라도 저것을 막아 낼 수도 있기 때문에..." "뭐, 쓸데없이 우리가 찾아갈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야." 그때 스르르릉 거리는 살 떨리는 소리와 함께 지금까지 침묵만을 지키고있던 페르세르가 입을 열며 크레비츠와 바하잔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는 붉은 색의 장검과 투명한 일라이져 크기의 단검이 들려 있었다. "사라져 버린 내 '브리트니스'의 빛은 받아 내야겠지." "......" 하지만 그의 지목을 받은 크레비츠와 바하잔은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어 아시렌이 앞으로 나서며 양쪽 팔에 걸려 있던 네 개의 팔찌를 모두 풀어내었다. 그리고 이드를 바라보며 방긋이 웃었다. "이드, 이번에도 반짝반짝 거리는거 많이 보여줘야 되." "아시렌, 아시렌... 내가 먼저라구. 내 상대를 가로채면 않되지. 너는 저기 있는 인간과 드래곤 중에서 상대를 찾아봐. 자, 그럼 저번에 약속한 대로 끝을 볼까." 이드는 메르시오의 목소리에 이미 반 듯 한 태극모양을 그리고 있는 구를 바라보던 시선을 내려 주위를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메르시오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메르시오를 바라보던 이드는 싱긋이 미소지어 주고는 손에 들고 있던 라미아를 허리의 검집에 다시 꽂아 넣었다. "미안하게 됬네요. 메르시오가 특별한걸 준비한 덕분에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때까지 메르시오와의 약속을 미루어 두어야 겠네요." ".... 뭐? 그게 무슨 말이냐." 이드의 말에 메르시오가 당황하며 외쳤으나 이드는 그런 메르시오를 무시해 버리고 세레니아에게로 돌려 버렸다. 이드의 행동을 바라보던 세레니아역시 뭔가를 짐작한 듯 손에 끼고 있던 세 개의 나무줄기를 꼬은 듯한 붉은 색의 반지를 빼내어 이드에게 건네었다. "제 드래곤 본 이예요. 드워프 였을 때 만들어 본 건데. 가져가세요. 발열(發熱), 발한(發寒)의 마법이 걸려 있어요. 제 마나가 들었기 때문에 제가 찾을 수 있죠. 찾아갈께요." "고마워요. 그리고 일리나 부탁할께요. 첫날밤도 못 지내지 못했지만 제 아내니까요. 그리고 못다한 13클래스는 돌아와서 마져 전할 께요." 그 말을 하며 볼을 살짝 붉히는 이드를 보며 세레니아가 웃어 보였다. "걱정 마시고 꼭 돌아오기나 하세요. 이드님의 시체라도 발견되지 않는 한은 절대 다른 사람을 처다보지 않아요. 엘프는..." 둘 사이에 그런 말이 오고 가는 사이 주위에서는 의아한 시선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전투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어디 먼데로 가는 사람처럼 인사를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돌리는 이드와 세레니아의 모습에 크레비츠와 메르시오 모두의 시선이 모아졌다. "그럼, 다음에 뵙도록 하죠. 세레니아에게도 말해 놨지만 일리나를 부탁드릴께요. 마지막으로.... 메르시오와 아시렌이 제 일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좀 막아 주세요." 크레비츠와 바하잔등은 밑도 끝도 없는 이드의 말에 어리둥절해 했다. "그, 그게 무슨 말인가." "자세한 건 일이 모두 끝나고 들으 시구요. 자, 그럼 갑니다. 12대식 패엽다라기(貝曄多拏氣)!" 이드의 기합성과 함께 이드의 전신에서 흘러나온 안개와도 같은 기운이 이드의 주위를 휘돌더니 하나의 모양을 갖추었다. 패(貝), 이드를 둘러싸고 있는 기운의 모양은 입을 꼭 다문 조개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옆의 세레니아의 주위에도 까만 색과 하얀 백색의 화살 수십 개가 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때서야 이드와 세레니아의 행동에 정신을 차린 크레비츠와 메르시오등도 급히 자신의 무기를 챙기며 금방이라도 폭발 할 듯이 마주섰다. 양측간에 잠시간의 긴장이 흐르고, 폭발하는 듯한 이드의 움직임과 기합성에 터져 버리고 말았다. "분뢰(分雷), 운룡출해(雲龍出海)!" "플레임 젯(flame jet), 아이스 일루젼(ice illusion)!" "트윈 블레이드!" "웨이브 웰!" 페르시르와 크레비츠, 바하잔이 부딪치며 사방으로 줄기줄기 검기 들을 뿜어 댔다. "원드 오브 루렐(wind of ruler)! ..... 와~ 이쁘다." "타겟 컨퍼메이션(target confirmation) 파이어(fire)!' "으아아아압..... 에루핏(erupt)!" 아시렌과, 세레니아, 클린튼이 부딪치면서 푸르고 검고 희고 번쩍이는 축제와 같은 기운들이 뒤엉켰다. "이 자식 어디 가는고냐. 실버 쿠스피드 미사일!" "흥, 우리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지. 하앗!!" "디스파일이여.... 디스파일 가드!" 운룡출해의 신법으로 허공에 때는 태극 모양의 마나구에 다가가는 이드의 모습에 급히 은빛의 송곳니를 뿜어내는 메르시오와 주홍색 검기를 뿜으며 은빛의 송곳니를 막아서는 차레브, 회색빛의 거검으로 메르시오를 베어 들어가는 프로카스사이에서는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그러는 사이 거대한 태극 붉은빛과 푸른빛의 사이로 몸을 쑤셔 넣은 이드는 양측에서 밀어대는 힘에 굉장한 압력을 느끼며 구의 중심부에 이르렀다. 그리고 몇 번의 심호흡을 한 이드는 태극만상공(太極萬象功)을 운기하여 주위의 기운을 흡수하면서 패엽다라기를 내부로 받아들여 주요 대맥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이미 한번의 경험으로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다. 특히 왼쪽 팔의 혈도를 활짝 열린 성문처럼 열어 온 몸으로 흡수되어 오는 뜨겁고 차가운 음과 양의 기운을 그대로 팔찌로 보내 버렸다 . 전혀 아끼지 않고 말이다. "크흡.... 하지만 여전히 몸에 부담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어." [힘내세요. 이드님. 이번 일만 잘 끝나면 키스해 드릴께요.] "크... 크큭.... 하앗!!" 이드는 라미아의 말을 들으며 찡그린 얼굴로 웃음을 짓고는 다시 혈맥을 보호하는데 힘을 더했다. 그리고 이드가 들어앉아도 넉넉하던 태극형 구의 크기가 이드만 해지고, 이드의 혈맥을 보호하는데 본원진기까지 동원하려 할 때, 이드의 왼팔에서 들어오는 마나를 쉼 없이 받아 마시던 팔찌에서 푸른빛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빛은 이드의 양측에서 붉고 푸른색을 뛰던 마나까지 푸르게 물들었을 때, 팔찌는 다시 마나구 안을 천사의 날개와 같은 순결한 백색으로 물들였다. 저번에 들렸었 던 모든 것의 근원인 듯 한 존재감을 지닌 그러나 부드러우면서도 포근한 목소리가 이드의 머리 속을 감싸안았고, 저번과 같은 거대한 음성이 이드의 머릿속을 감싸기 시작했다. [어둠을 만들어 내는 빛. 태초의 순결을 간직한 빛. 그 창공의 푸른빛의 인장은 그대를 인정한다. 나 빛의 근본이며 근원된 자. 브리지트네의 이름으로.] 처음 들었던 것과 같은 모든 것의 근원인 듯 한 존재감을 지닌 목소리, 그러나 부드러우면서도 포근한 목소리가 이드의 머리 속을 감싸안았다가 팔찌로부터 나오는 빛과 함께 목소리가 그쳤다. 그리고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들이닥치는 빛. 그런데 그 빛을 바라보던 이드의 눈이 크게 떠졌다. "뭐야.... 도대체 얼마나 멀리 던져 버릴려고." 이드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저번과 같은 빛 무리가 아니라 이드의 주위에 머물던 마나가 하나의 통로로 변해서 이드를 감싸는 모습이었다. 이내 빛의 회오리가 이드의 주위를 휘돌았다. 이드는 그 빛의 회오리 속에서 마치 거인의 손에 휘둘리는 듯 한 느낌과 함께 머리속을 헤집는 짜릿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크윽.... 내가 이놈의 빛에 당한게 몇 번인데.... 이젠 당하지 않는다. 금령단공(金靈丹功)!!" 츄리리리릭..... 주위로 번쩍이는 백색의 스파크가 일며 이드를 감싸안았다. 그제서야 이드도 자신을 뒤흔드는 느낌과 머릿속을 헤집는 짜릿한 전율이 그쳐 진걸 느끼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좋아, 끝까지 정신 차리고 봐.... 어.... 엉? 뭐야!!!" 하지만 이드의 말을 끝내기도전에 붉은빛이 이드를 때렸다. 그리고 이드는 언가 자신의 허리를 휘감는 듯한 느낌을 느끼며 정신을 잃어 버렸다. "기, 기습....... 제에엔장!!" 이드는 분한 마음과 함께 정신을 놓아 버렸다. 꾸아아악.... 씨아아아앙..... 투두두두두두...... 꾸아아아아아아 "으음.... 시끄러워......." 그리 크지 않은 동굴, 그리 깊지 않은 동굴. 거칠은 동굴 바닥에 기절해 몸을 누이고 있던 이드는 밖에서 부터 들려오는 괴성과 들어본적 없는 기이한 소리에 몸을 뒤척이며 천천히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헌데 팔안에 가득히 안기는 포근하고 부드러운 느낌과 얼굴에 느껴지는 몰캉한 감각에 급히눈을 떳다. '뭐, 뭐야.......' 눈앞에 붉은 천에 싸인 봉긋한 두개의 언덕에서 느껴지는 몰캉한 감촉과 향긋한 향기에 당황하던 이드는 끌어안고 있던 몰랑몰랑한 물체의 손을 풀고 누운 채로 몸을 조금씩 뒤로뺐다. 그에 따라 확연히 눈에 들어오는 모습에 뒤로 빼던 몸을 그래도 굳혀 버렸다. "누구.....?" 붉은 옷에 은빛의 긴 머리카락으로 자신과 이드의 몸을 휘감고 있는 17,8세 가량으로 보이는 소녀. 반 듯 한 아미와 오똑한 코, 그리고 깨물어 버리고 싶은 발그스름하면서도 작은 입을 오물거리는 모습은 감은 눈을 제하고서라도 엘프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잠시동안 멍 하니 보고 있던 이드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어디서 본 듯한데....... 하지만, 분명히 나만 이동됐을 텐데....."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고개를 끄덕이던 이드는 다시 한번 들려오는 투두두두두 하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기성에 고개를 들어 환하게 빛이 들어찬 동굴의 입구를 바라보고는 소녀가 깨지 않도록 하면서 그녀를 안고 있던 팔을 빼냈다. 이어 조용히 일어난 이드는 다시 한번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붉은 색의 길게 늘어져 허벅지까지 덥는 웃옷에 복숭아 뼈를 덥을 정도의 붉은 치마, 모두다 강해 보이면서도 본적이 없는 그런 옷들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어디서 본 것 같단 말이야...."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리던 이드는 이번에는 꾸아아악 하는 괴성을 듣고는 동굴의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이드의 머릿속에는 이곳이 라일론이나 아나크렌에서 얼마나 멀까 하는 생각이 머물고 있었다. 그러나 환한 빛을 받으며 동굴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던 이드는 얼굴을 그대로 딱딱하게 굳혀 버렸다. 구비 구비 거대한 몸을 뉘이고 있는 초록색의 중원과 비슷한 모습의 산. 그건 좋았다. 문제는 허공에서 날고 있는 두 개의 물체에 있었다. 하나는 이드도 본적이 있는 거대한 몸체에 부리와 발톱을 가지고 입에서 불을 뿜는 와이번이란 이름의 몬스터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 와이번과 싸우고 있는 물체였다. 회색의 와이번 보다 작은 삼각형의 몸체에 뒤쪽 꽁지에서는 두개의 불꽃을 뿜고있고 그 펼쳐진 날개에는 기다란 막대기가 한 개 달려 있었다. 그리고 가끔씩 몸을 뒤집을 때 보이는 그 물체의 머리부분, 거기에는 투명한 막이 있었고, 그 안으로 언뜻 언뜻 보이는 것은... "설마 사람은 아니겠지? 설마.... 으..... 도대체..... 여긴 또 어디야!!!! 이놈에 팔찌야~~~~~~~~~~" 이드(170) 멍하니 눈앞의 상황을 바라보던 이드는 순간 뻗혀 오르는 짜증과 답답함에 왼쪽 팔목, 정확히는 그 팔목을 휘감고 있는 팔찌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팔찌가 대답해줄 리는 만무할 것. 이드는 순간의 짜증에 방금전 까지 왼손으로 집고 서 있던 동굴의 입구 부분을 향해 팔을 휘둘러 팔찌를 부딪혔다. 하지만 순간적인 흥분은 절대 좋지 못한 것. 이드는 팔찌가 부딪히며 나야할 쨍하는 소리가 아니라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팔에서 올라오는 강렬한 통증을 느껴야 했다. 무언가를 공격하는 것도 그렇다고 방어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내력을 운용하지 않아 더욱 아팠다. "크... 읍. 윽... 이번엔 또 뭐야!!" 아픈 부분을 문지르며 내력을 운용해 통증을 가라앉힌 이드는 왼 손 손목을 눈앞에 들이대며 자신이 고통을 느껴야 했던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팔찌가 이상하게 변해 있었던 것이다. 전엔 엄청나게 얇고 은색의 바탕에 이해하기 힘든 몇몇 무뉘가 새겨져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엄청나게 얇다는 것은 같은데, 은색이 아니라 정확하게 세 등분으로 나뉘어 한 부분은 칠흑같이 검은색이고 또 다른 한 부분은 그와 정 반대의 투명하리 만큼 하얀 흰색이었다. 마지막 한 부분은... 특이하게 아무런 색도 없이 팔찌 안쪽 이드의 팔목이 보일 정도로 투명했고 바탕을 장식하던 무뉘마저 완전히 사라져 반짝 반짝이는 검면 처럼 매끈했다. 갑작스레 변해 버린 팔지의 모습에 아무생각 없이 팔찌를 만지던 이드는 자신이 왜 그렇게 아파야 했는지 곧바로 알 수 있었는데, 진짜 팔 주위로 종이를 붙여둔것 처럼 팔찌 건너의 살결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하, 하......." 이드는 팔지의 갑작스런 변화에 즐겁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해 허탈한 웃음을 더했다. 팔찌가 변했다는 것은 이드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로 하던 세 가지 조건중 두 가지가 충족 되었다는 것이기도 하니 좋았다. 하지만...... "왜 또 이런 엉뚱한 곳....." 쿠콰콰쾅.......... 팔찌의 변화에 아까전 보다 조금 진정된 목소리로 투덜거리던 이드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갑자기 들려오는 강렬한 폭음과 확 하고 밀려오는 열기에 팔찌의 변화에 까맣게 잊고 있던 두 존재의 싸움 현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이드의 시선에 들어 온 것은 두 날기를 축 늘어 트린채 떨어져 내리는 와이번의 모습이었다. 그 와이번의 등의 한 부분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그 검게 변해 버린 자리의 중앙에는 와이번은 눕혀놓고 그 부분에다 거대한 바위를 찍어 누른 듯이 푹 꺼져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와이번 몸속의 뼈가 작살이 났을 것이다. 마치 마법을 사용한 듯한 그 모습에 급히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린 이드의 시선에 거의 직각으로 솟아 오르는 회색의 괴상한 녀석이 보였다. 그 녀석은 곧 와이번이 떨어진 상공에서 와이번의 죽음을 확이하 듯 한번 선회 한 후 한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쭉 지켜보던 이드의 눈이 한순간 반짝하고 빛났다. 갑작스런 폭음에 어떻게 한것일까 하는 생각에서 자세히 놈을 살펴보던 이드의 눈에 녀석의 날개에 달려 있었던 기다랗고 굵은 막대기 같은게 사라진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 화이어 스피어나, 화이어 애로우 같은 건가?" 한번도 본적이 없는 그 모습에 자신이 들었던 폭음과 열기를 가지고 머리를 굴리는 이드였다. 하지만 곧 들려오는 기척과 함께 그 생각을 접어야 했다. "으... 음..." "..... 정신을 차리는 모양이네."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방금전 까지 자신과 소녀가 누워 있던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과연 정신을 차리려는지 은발 머리의 소녀가 몸부림 비슷하게 움직이며 옆으로 누여있던 몸을 트는 모습이 보였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어디서 본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그 소녀를 깨우기 위해 몸을 숙였다. 하지만, 잠꼬대와 비슷하게 말을 내뱉는 소녀의 익숙한 목소리와 익숙한다 못해 몸서리쳐질 이름에 소녀를 향해 뻗어 내던 손과 몸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우웅.... 이드... 님..." "........" "......." "하, 하... 설마....." 이드는 소녀의 목소리와 말에 소녀와 똑같은 목소리로 똑 같이 "이드님" 하고 부르는 한 존재를 생각해 내고 굳어 있던 얼굴 부분만 간신히 움직여 부정했다. 그러자 곧 다시 확인 해 보라는 듯한 소녀의 잠꼬대가 들려왔다. "헤.... 이드니임...." 이드는 그 목소리에 웃던 얼굴을 그대로 굳혀 버리고 소녀를 향해 뻗어 있던 손을 번개같이 돌려 자신의 왼쪽 허리,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에게 쫑알거리고 애교를 떨어대며 저 소녀와 같은 목소리로 "이드님" 이라고 부르는 존재가 걸려 있는 허리를 만져갔다. 하지만 곧 만져져야할 존재가 확인되지 않는 느낌에 허리를 맴 돌던 손을 그대로 굳혀 버린체 고개를 돌려 허리를 바라보고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자 버렸다. "라... 미아...." 이드의 입에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소리로 허리에 걸려있어야 할 존재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런 이드의 시선은 누워있는 소녀에게 향해 있었고 머리는 처음 라미아를 만났을 때, 라미아와 영원을 함께 하겠가고 말하고 난 후 아스라이 보았던 모습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앞에 누워있는 소녀와 겹쳐지는 순간. 어째서 어디서 본듯한 기분이 들었는지 알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에... 만약이라는게... 있으니까....." 이미 답이 나온 상황이었지만, 확답을 가지고 십은 이드는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고는 잠의 마지막을 즐기고 있는 라미아를 깨웠다. 그러면서 방금 전의 폭음데도 깨지 않았는데, 쉽게 깨울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상대는 생각이상으로 쉽게 일어났다. "저, 저기... 이봐요. 라.... 미아... 라미아!" "우웅.... 넴.... 이드님.... 후아암...." 자신의 목소리에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하는 소녀의 모습에 이드는 그 소녀가 라미아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 사실이 확인되자 이드는 다시 한번 왼팔에 차여져 있는 팔찌를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자신을 여기저기로 날려 보내더니 이제는 결국 검인 라미아를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팔찌를 바라보던 이드의 눈에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키던 라미아의 행동이 한순간 굳어 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 천천히 눈을 비비던 손을 눈에서 떼어내 손을 바라보더니 어느새 놀라 동그랗게 떠진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눈으로 이드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 보고, 또 자신이 앉아 있는 땅을 두드려 보고, 다시 이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드는 그 모습에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중원에서 갑자기 그레센 대륙으로 날아가고 그래이드론을 만나 얼마나 당황했던가. "라미아, 갑작스런 상황이라...." 라미아가 매우 당황스러워 할거라는 생각에서 말을 건네던 이드였지만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환하게 미소짓고 있는 라미아의 모습에 이드는 중간에 말을 잘라야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라미아의 말에 라미아를 걱정했던 것이 아깝게 느껴지며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거기에 더해 라미아가 사람으로 변했다는 것에 대한 당황과 흥분도 완전히 싹 날아가 버렸다. "호호홋.... 이드님, 보세요. 제가 사람이 됐어요. 아~~ 신께서 저의 이드님에 대한 사랑에 감동하셔서 절 사람으로 만들어 주셨나봐요. 이드님...." 이드는 그 말과 함께 자신에게 담뿍 안겨와서는 다시 자신의 손과 몸을 내려다보는 라미아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라.미.아...." "알아요. 알아. 근데 정말 어떻게 된 거예요?" 이드는 여전히 자신에게 안겨 떨어질 생각은 않고 물어오는 라미아의 모습에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라미아가 안겨 있는 팔을 그녀의 앞으로 내밀며 소매를 걷어 모습이 변해 버린 팔찌를 내 보였다. "아마, 이 녀석 때문인 것 같아." "... 하지만 저번엔 그냥 다른 나라로 텔레포트 되었을 뿐이었잖아요. 그런데... 참, 여긴 어디예요?" 라미아역시 이미 이드로부터 팔찌에 대해 들었었기에 이드의 말을 금방 이해하고 되물었다. 자신의 문제는 별로 신경쓰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아니 오히려 즐거운 모양이었다. 이드는 라미아의 물음에 잠시 곤란하다는 표정을 짖더니 고개를 저었다. "에효~~ 니 문제인데 좀 심각해 져봐라. 그리고 여기가 어딘지는.... 나도 몰라." "호호홋.... 이드님도 영원을 함께 할 사랑하는 존재가 검보다는 이런 모습게 좋잖아요. 그리고 해결될 문제라면 고민하지 않아도 해결될거라고 이드님이 그러셨었잖아요. 자, 그만하고 빨리 근처 마을로 내려가서 여기가 어딘지 알아봐요. 빨리 돌아가야죠." "휴~ 라미아...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딘지 모른다니까." 이드는 라미아의 사랑어쩌고 하는 말은 이틀에 한번, 많으면 하루에 한두번 꼭꼭 듣던 말이기에 그냥 넘겨 버리고 자신의 말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해 주었다. "그러니까. 나가서 물어 보자구요." "하아~~ 라미아, 내 말은 이곳이 그레센 대륙이 아닌것 같단 말이야!!" ".... 네?" "라미아 네가 일어나기 전에 봤었던 건데... 와이번과 처음 보는..... 뭔가가 싸웠었어. 그런데 그게... 처음 보는 녀석이란 말이야. 아니, 생물이 맞는지도 모르겠어. 너도 알겠지만. 그래이드론의 정보에 그레센 대륙의 몬스터에 관한건 다 들어 있다는거. 하지만 내가 본 것에 대해서는 그래이드론의 정보 어디에도 없더란 말이야." 이드의 설명에 그제서야 라미아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드처럼 당황해하거나 하진는 않았다. 라미아로서는 주인인 이드의 곁이라면 어디에 있든 다 똑같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 "모르겠다. 또 다른 곳으로 날아온 건지. 아님 그레센 대륙의 끝에 있는 암흑의 경계를 넘어 오기라도 한 건지." 새로운 부분입니다. ^^ 즐겁게 새로운 기분으로.... 아자~~~~~~~~~~ -------------------------------------------------------------------------- ------ Back : 35 : 이드[171] (written by 쿄쿄쿄) Next : 33 : 이드(169) (written by 타지저아) -------------------------------------------------------------------------- ------ -------------------------------------------------------------------------- ------ Total access : 77396 , Current date and time : Saturday 13th October 2001 13:53:32 -------------------------------------------------------------------------- ------ Copyright 1998-2001 HolyNet . All rights reserved. 이드... -------------------------------------------------------------------------- ------ Name : 쿄쿄쿄 Date : 27-09-2001 17:39 Line : 243 Read : 976 [35] 이드[171] -------------------------------------------------------------------------- ------ -------------------------------------------------------------------------- ------ Ip address : 211.204.136.58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5.5; Windows 98; Win 9x 4.90) 이드의 말에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이곳이 다른 세계라는 것을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뭐, 그것은 뒤에 따질 문제이고 우선은 앞으로의 일을 걱정한 이드와 이제는 사람으로 변한 검, 라미아는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의논하여 몇 가지 문제에 대해 대략의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첫째로 라미아의 변신. 이미 아나크렌에서 반지로 인해 이동했었고 또 그때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는 것 때문에 반지의 영향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 대신 이드와 라미아 두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의견이 이곳이 다른 곳, 즉 이세계이기 때문에 원래 있던 곳에서 영혼까지 가지고 있던 라미아에게 어떤 영향을 주어 인간으로 변한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떤 의견을 내놓아도 확인할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예측일 뿐이었다. 둘째는 앞으로의 문제였다. 이것을 생각하며 이곳이 이세계라는 것을 확인했다. 라미아의 의견으로 이드와 계약을 맺었던 정령들을 소환해 봤던 것이다. 이곳이 그레센 대륙이 있는 곳이라면 정령들이 답할 것이기에, 하지만 이드의 부름에 대답한 정령은 물, 불, 바람 등등해서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이 곳에 정령이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이드가 계약을 맺었던 정령들이 없다는 것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빨리 움직여 이곳에 대해 알아 봐야 한다. 중원이나 그레센 대륙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없는 지금 이곳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아마도 언어 문제 일 것이다. 우선은 말이 통해야 무슨 음식물을 사먹어도 먹을 것이기에 말이다. 게다가 아까 전 와이번과 싸우던 '그 것' 을 보아서는 이곳도 중원에 있던 이드가 그레센 대륙에 와서 느낀 황당함 이상의 황당함을 건네 줄 것 같으니까. 뭐, 인간으로 변해 버린 라미아가 있어서 조금 나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셋째로 중원이나 그레센 대륙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막대한 양의 순수 한 음과 양의 기운을 찾아야 한다는 것. 잘못하면 또 전혀 가보지 못 한 곳으로 가게 될지도 모르지만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보이는 방법은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단 세 존재를 제외하고는 신도 불가능 한 일인 데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요 에너지 낭비다. 그리고 이드가 잠시의 운공을 확인한 것인데, 음양의 기운을 흡수하고 이곳으로 넘어올 때의 충격에 맞서 버티다가 라미아가 사람으로 변하는 충격으로 정신을 읽은 덕분에 저번 메르시오와의 전투때와 비슷하게 하단전을 중심으로 한 기혈들이 막혀 버린것이다. 뭐, 이동이 거의 끝나갈 때 정신을 잃은 덕(?)인지 본신진기의 6할은 사용이 가능했다. 저번처럼 완전히 막혀버린것이 아니니 그나마 다행인 것이다. 그것을 확인한 이드는 다음 번을 기약하며 정신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이것저것을 확인한 한 사람과 이제 사람이 된 검은 이곳을 벋어나 가까운 마을을 찾기로 했다. 언제까지 이곳 있을 수는 없는 것이 잖은가. 결론을 내린 이드는 즉시 몸을 일으켰다. "그럼 바로 내려가자. 좀더 머뭇거리다간 여기서 하루 더 자야 할지도 모르니까." "네, 저도 인간으로 변했는데, 폭신한 침대에서 이드님과 같이.... 꺄악...." 이드의 말에 방긋거리며 발딱 일어선 라미아였지만 인간으로 변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인지 몇 발작 움직이지 못하고 중심을 잃어 버렸다. 다행이 넘어지기 전에 이드가 잡아 주어 땅에 뒹구는 불상사는 면할수 있었다. 하지만 이어진 두 번의 시도에도 몇 걸음 옮겨보지 못하고 이드의 품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이 상태라면 아마 하루 이틀 정도는 연습을 해야 정상적으로 걷는게 가능할 것 같았다. "후~ 안되겠다. 라미아, 아직 걷는게 익숙하지 않으니까. 마을을 찾아 쉴 곳을 찾기 전까지는 내가 업어야 되겠어. 업혀." "헤헷... 죄송해요. 하지만 이드님이 업어 주니까 기분은 좋은데요." "무슨 말이야? 얼마 전까지 내 허리에 항상 매달려 있었으면서..." "헤헷... 그때는 이렇게 허리에 매달린 거잖아요. 거기다 허리에 매달려 있을 때와 달라서 편안하고 따뜻하다 구요." 라미아를 업은 이드는 별 힘들이지 않고 동굴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굴 밖을 나서자 여름이 끝나가는 그레센 대륙과는 달리 한 여름인지 강렬한 햇살이 두 사람의 머리위로 쏟아져 내렸다. "후아... 저번에 봤던 카논보다 경치가 더 좋은 것 같은데요." "그렇지. 내가 있던 중원의 산들도 이랬는데..." 자신의 등에 업혀 경치를 구경하던 라미아의 말에 이드가 고개를 끄덕 였다. 정말 중원의 산 들과 비슷한 모습들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드 는 곧 산을 내려가기 위해 풍운보(風雲步)를 밝아가며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가파른 곳, 갑자기 나무가 튀어나오는 곳, 미끄러운 곳도 있 었지만 풍운보에 의해 보법을 옮기고 있는 이드나 그런 이드의 등에 업혀 편하게 가고 있는 라미아로서는 평지를 가는 듯 할 뿐이었다. 유유자적한 여유있는 걸음으로 산을 반정도 내려오던 이드가 갑자기 멈추어섰다. 라미아가 갑자기 멈추어선 이드를 향해 물었다. "이드님 무슨 일 이예요? 갑자기 멈추어 서게." 라미아의 말에 이드의 얼굴이 조금 어색한 웃음을 뛰었다. "하, 하, 그게 말이야. 이제 생각난 건데..." "뭐가요?" ".... 인가가 어느쪽에 있지?" 이드는 그 말을 내뱉고 나서 라미아의 몸도 살짝 굳어지는 것을 손과 등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이어 포옥하는 라미아의 한숨이 이드의 목덜미를 살짝 간질렀다. "... 저도 생각 못했어요. 이드님의 마나 조금 끌어쓸게요." "으응... 아, 아니. 잠깐, 잠깐만.... 무슨 이상한 소리가 들려..." 마법으로 주위를 살피려는 라미아의 말에 이드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곧 무슨 소리를 들은 듯 자신의 마나를 사용하려는 라미아를 제지했다. 이드의 목소리에 라미아도 마법을 시전 하려던 것을 멈추고 이드가 말한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마법을 사용한 것도 아니고 이드처럼 내공을 싸은 것도 아니기에 들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해서 라미아는 지금도 어떤 소리에 귀를 기울리고 있는 이드의 영혼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라미아의 마음속으로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부아아앙 거리는 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소리가 멈추고 이어 들려오는 것은... "이드님, 저거 사람 소리 아니예요? 한번도 들어보진 못한 언어이긴 하지만.... 이드님? 왜 그래요?" 이드의 영혼을 통해 사람의 말소리를 들은 라미아는 이드의 얼굴이 요상하게 변하는 걸 보고는 의아한 듯이 물었다. 이드는 라미아의 목소리에 조금 들뜬 기분으로 여전히 사람들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인 체 라미아를 돌아보았다. "라미아.... 저 언어 내가 알고 있는 거야." 순간 이드의 말을 들은 라미아의 눈이 서서히 커지더니 그 황금빛 눈동자의 광채를 더했다. "저, 정말이요? 하지만 분명히 아까는 전혀 모르는 곳이라고 하셨잖아요." "맞아, 그랬지. 하지만 이건 분명히 내가 아는 언어야. 중간 중간에 이상한 말도 썩여있고 그레센 대륙의 말투 비슷하게 바뀐 것 같긴 하지만, 분명히 궁황(弓皇) 사부에게서 배운 동이족(東夷族)의 언어가 확실해. 내 기억 중에서 동이족의 언어를 찾아봐. 가능하지?" 이드의 말에 정말 그런지, 또 저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해하던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영혼을 함께 하는 사이인데.... 그럼, 마음을 편안하게 열어 주세요." 이드는 라미아가 그렇게 말하고 살포시 자신의 목을 끌어안으며 머리 를 기대는 느낌에 목덜미가 뜨뜻해 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있던 한순간, 이드는 어느세 자신이 라미아가 되어 자신의, 그러니까 이드의 목을 끌어안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라미아의 들뜬 마음도 느낄수 있었다. 아주 잠시의 한순간이었지만 쉽게 잊을 수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 라미아는 이드가 그런 느낌에 빠져 있는 사이 이드의 기억중에서 이드가 말한 동이족의 언어를 받아 들여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둘이 이미 영혼으로 맺어 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로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드가 알고 있는 동이족의 언어에 대한 것을 완전히 받아 들이는순간, 촌각 전까지만 해도 웅성임 으로 들리던 사람들의 말소리가 정확하게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이봐, 빨리들 움직이라구. 이러다 또 다른 몬스터 라도 나오면 골치 큰일이란 말이다." "안다구요. 그만 좀 닥달해요. 대장. 이제 크레인으로 옮겨 실기만 하면 된다구요." 제법 굵직한 중년인의 목소리와 아직 상당히 젊은것 같은 청년의 목소리였다. "그래도 빨리해 임마. 다른 사람들은 주위를 경계하고. 저번엔 여기서 오크에다가 코볼트까지 봤는데... 으... 오크는 그래도 볼만한데 코볼트라는 놈들은 정말 징그럽단 말이다. 게다가 또 어떤 놈들이 더 늘었는지 몰라." "쳇, 그래서 저기 가디언인 진혁 아저씨가 같이 따라 오셨잖아요. 아저씨, 주위에 아무것도 없죠?" 중년인의 말에 또 다른 청년이 그 말을 받았고 곧 가디언이라는 직분을 가진 사람에게 물었다. 곧 차분한 연륜있는 기사 같은 목소리 가 청년의 말에 답했다. "그래, 아직 주위로 몬스터의 기척 같은건 느껴지지 않아. 하지만 서웅 대장의 말대로 서두르는게 좋겠네. 괜히 몬스터와 전투를 할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야." 그때 처음 중년인의 목소리에 답했던 청년의 목소리와 기이이잉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자, 자, 그만 떠들고 비켜주세요. 그래야 빨리 일을 끝내죠. 그리고 대장 저기 와이번 묵어 놓은 로프 좀 크레인에 걸어 주세요." "알았어..... 됐다. 끌어 올려." 이어 다시 기이이이잉 하는 뭔가 힘을 쓰는 듯 한 소리를 들으며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라미아가 이드를 바라보았다. "중간 중간에 모르는 단어가 몇 개씩 끼어 있지만 알아들을 수는 있어요. 그런데 이제 어쩌실 거예요? 저 사람들에게 가 보실 거예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봐야지. 어차피 어제고 부딪혀야 할 사람들이니까. 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는것도 좋을거야." "하지만, 산중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을 그렇게 쉽게 도와줄까요?" 이드도 라미아의 말에 같은 생각이긴 했다. 하지만 한번 부딪혀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뭐, 저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아도 그만이지. 하지만 우린 조금 있으 면 저런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들어가야 되. 저 사람들을 격어 보고 마을로 들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음, 이드님 생각도 맞긴 하네요. 그럼 한번 가봐요. 하지만 만약에 저들이 공격할지도 모르니까 조심해야 되요." "물론, 위험할 것 같으면 언제든지 내 마나를 사용해서 공격해. 그럼 간다. 꼭 잡고 있어." 라미아에게 그렇게 당부한 이드는 다시 풍운보를 펼치며 사람들의 말 소리가 들리는 곳 와이번이 떨어졌던 장소로 빠르게 다가가기 시작 했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복잡하게 뻗어 있는 나무가지들이 라미아에 게 스치지 않게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다가가기를 몇 분, 이드와 라미아가 그들과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까지 다가가자 그 가디언 진혁이라는 사람이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이드의 기척을 눈치 챈 것이다. 기척을 죽여 다가가서 일부러 그들을 긴장시킬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이드가 전혀 기척을 죽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드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면 그의 코앞에 가서야 그가 이드를 알아보았을 것이다. "서웅 대장 주위를 경계하십시요. 무언가 다가옵니다. 기척으로 봐서 숫자는 하나." "알았습니다. 야, 빨리 모여. 그리고 너는 와이번 실는것 서두르고." "알았어요." 이드는 진혁이라는 사람의 말을 들으며 풍운보를 풀고는 보통의 걸음 으로 바꾸어 천천히 걸어갔다. 기척을 숨기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에 서 였다. 그렇게 2, 3분 정도를 더 걷자 여기저기 부러지 나무들과 그 위로 로프에 묶어 허공중에 떠 축 늘어진 와이번과 커다란 바뀌를 가진 이상한 모양의 말도 차(車), 그리고 그 앞에 나무들 사이로 걸어 나오는 자신과 라미아를 향해 잔뜩 긴장한 채 길고 짧은 막대기 몇 개를 붙여 놓은 듯 한 검은 색과 회색의 처음 보는 물건을 겨누고 있는 6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6명의 앞에서 한쪽 허리에 매어진 왜도(倭刀)에 한 손을 올린 체 언제든 뛰어 나올 수 있는 자세를 잡고 있는 중년인이 있었다. 아마도 그가 이드의 기척을 감지했던 가디언 진혁이라는 사람이것 같았다. -------------------------------------------------------------------------- ------ Back : 36 : 이드(171) (written by 쿄쿄쿄) Next : 34 : 이드(170) (written by 타지저아) -------------------------------------------------------------------------- ------ -------------------------------------------------------------------------- ------ Total access : 77396 , Current date and time : Saturday 13th October 2001 13:53:39 -------------------------------------------------------------------------- ------ Copyright 1998-2001 HolyNet . All rights reserved. 이드... -------------------------------------------------------------------------- ------ Name : 쿄쿄쿄 Date : 27-09-2001 17:39 Line : 243 Read : 1017 [36] 이드(171) -------------------------------------------------------------------------- ------ -------------------------------------------------------------------------- ------ Ip address : 211.204.136.58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5.5; Windows 98; Win 9x 4.90) 이드의 말에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이곳이 다른 세계라는 것을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뭐, 그것은 뒤에 따질 문제이고 우선은 앞으로의 일을 걱정한 이드와 이제는 사람으로 변한 검, 라미아는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의논하여 몇 가지 문제에 대해 대략의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첫째로 라미아의 변신. 이미 아나크렌에서 반지로 인해 이동했었고 또 그때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는 것 때문에 반지의 영향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 대신 이드와 라미아 두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의견이 이곳이 다른 곳, 즉 이세계이기 때문에 원래 있던 곳에서 영혼까지 가지고 있던 라미아에게 어떤 영향을 주어 인간으로 변한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떤 의견을 내놓아도 확인할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예측일 뿐이었다. 둘째는 앞으로의 문제였다. 이것을 생각하며 이곳이 이세계라는 것을 확인했다. 라미아의 의견으로 이드와 계약을 맺었던 정령들을 소환해 봤던 것이다. 이곳이 그레센 대륙이 있는 곳이라면 정령들이 답할 것이기에, 하지만 이드의 부름에 대답한 정령은 물, 불, 바람 등등해서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이 곳에 정령이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이드가 계약을 맺었던 정령들이 없다는 것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빨리 움직여 이곳에 대해 알아 봐야 한다. 중원이나 그레센 대륙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없는 지금 이곳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아마도 언어 문제 일 것이다. 우선은 말이 통해야 무슨 음식물을 사먹어도 먹을 것이기에 말이다. 게다가 아까 전 와이번과 싸우던 '그 것' 을 보아서는 이곳도 중원에 있던 이드가 그레센 대륙에 와서 느낀 황당함 이상의 황당함을 건네 줄 것 같으니까. 뭐, 인간으로 변해 버린 라미아가 있어서 조금 나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셋째로 중원이나 그레센 대륙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막대한 양의 순수 한 음과 양의 기운을 찾아야 한다는 것. 잘못하면 또 전혀 가보지 못 한 곳으로 가게 될지도 모르지만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보이는 방법은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단 세 존재를 제외하고는 신도 불가능 한 일인 데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요 에너지 낭비다. 그리고 이드가 잠시의 운공을 확인한 것인데, 음양의 기운을 흡수하고 이곳으로 넘어올 때의 충격에 맞서 버티다가 라미아가 사람으로 변하는 충격으로 정신을 읽은 덕분에 저번 메르시오와의 전투때와 비슷하게 하단전을 중심으로 한 기혈들이 막혀 버린것이다. 뭐, 이동이 거의 끝나갈 때 정신을 잃은 덕(?)인지 본신진기의 6할은 사용이 가능했다. 저번처럼 완전히 막혀버린것이 아니니 그나마 다행인 것이다. 그것을 확인한 이드는 다음 번을 기약하며 정신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이것저것을 확인한 한 사람과 이제 사람이 된 검은 이곳을 벋어나 가까운 마을을 찾기로 했다. 언제까지 이곳 있을 수는 없는 것이 잖은가. 결론을 내린 이드는 즉시 몸을 일으켰다. "그럼 바로 내려가자. 좀더 머뭇거리다간 여기서 하루 더 자야 할지도 모르니까." "네, 저도 인간으로 변했는데, 폭신한 침대에서 이드님과 같이.... 꺄악...." 이드의 말에 방긋거리며 발딱 일어선 라미아였지만 인간으로 변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인지 몇 발작 움직이지 못하고 중심을 잃어 버렸다. 다행이 넘어지기 전에 이드가 잡아 주어 땅에 뒹구는 불상사는 면할수 있었다. 하지만 이어진 두 번의 시도에도 몇 걸음 옮겨보지 못하고 이드의 품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이 상태라면 아마 하루 이틀 정도는 연습을 해야 정상적으로 걷는게 가능할 것 같았다. "후~ 안되겠다. 라미아, 아직 걷는게 익숙하지 않으니까. 마을을 찾아 쉴 곳을 찾기 전까지는 내가 업어야 되겠어. 업혀." "헤헷... 죄송해요. 하지만 이드님이 업어 주니까 기분은 좋은데요." "무슨 말이야? 얼마 전까지 내 허리에 항상 매달려 있었으면서..." "헤헷... 그때는 이렇게 허리에 매달린 거잖아요. 거기다 허리에 매달려 있을 때와 달라서 편안하고 따뜻하다 구요." 라미아를 업은 이드는 별 힘들이지 않고 동굴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굴 밖을 나서자 여름이 끝나가는 그레센 대륙과는 달리 한 여름인지 강렬한 햇살이 두 사람의 머리위로 쏟아져 내렸다. "후아... 저번에 봤던 카논보다 경치가 더 좋은 것 같은데요." "그렇지. 내가 있던 중원의 산들도 이랬는데..." 자신의 등에 업혀 경치를 구경하던 라미아의 말에 이드가 고개를 끄덕 였다. 정말 중원의 산 들과 비슷한 모습들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드 는 곧 산을 내려가기 위해 풍운보(風雲步)를 밝아가며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가파른 곳, 갑자기 나무가 튀어나오는 곳, 미끄러운 곳도 있 었지만 풍운보에 의해 보법을 옮기고 있는 이드나 그런 이드의 등에 업혀 편하게 가고 있는 라미아로서는 평지를 가는 듯 할 뿐이었다. 유유자적한 여유있는 걸음으로 산을 반정도 내려오던 이드가 갑자기 멈추어섰다. 라미아가 갑자기 멈추어선 이드를 향해 물었다. "이드님 무슨 일 이예요? 갑자기 멈추어 서게." 라미아의 말에 이드의 얼굴이 조금 어색한 웃음을 뛰었다. "하, 하, 그게 말이야. 이제 생각난 건데..." "뭐가요?" ".... 인가가 어느쪽에 있지?" 이드는 그 말을 내뱉고 나서 라미아의 몸도 살짝 굳어지는 것을 손과 등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이어 포옥하는 라미아의 한숨이 이드의 목덜미를 살짝 간질렀다. "... 저도 생각 못했어요. 이드님의 마나 조금 끌어쓸게요." "으응... 아, 아니. 잠깐, 잠깐만.... 무슨 이상한 소리가 들려..." 마법으로 주위를 살피려는 라미아의 말에 이드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곧 무슨 소리를 들은 듯 자신의 마나를 사용하려는 라미아를 제지했다. 이드의 목소리에 라미아도 마법을 시전 하려던 것을 멈추고 이드가 말한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마법을 사용한 것도 아니고 이드처럼 내공을 싸은 것도 아니기에 들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해서 라미아는 지금도 어떤 소리에 귀를 기울리고 있는 이드의 영혼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라미아의 마음속으로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부아아앙 거리는 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소리가 멈추고 이어 들려오는 것은... "이드님, 저거 사람 소리 아니예요? 한번도 들어보진 못한 언어이긴 하지만.... 이드님? 왜 그래요?" 이드의 영혼을 통해 사람의 말소리를 들은 라미아는 이드의 얼굴이 요상하게 변하는 걸 보고는 의아한 듯이 물었다. 이드는 라미아의 목소리에 조금 들뜬 기분으로 여전히 사람들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인 체 라미아를 돌아보았다. "라미아.... 저 언어 내가 알고 있는 거야." 순간 이드의 말을 들은 라미아의 눈이 서서히 커지더니 그 황금빛 눈동자의 광채를 더했다. "저, 정말이요? 하지만 분명히 아까는 전혀 모르는 곳이라고 하셨잖아요." "맞아, 그랬지. 하지만 이건 분명히 내가 아는 언어야. 중간 중간에 이상한 말도 썩여있고 그레센 대륙의 말투 비슷하게 바뀐 것 같긴 하지만, 분명히 궁황(弓皇) 사부에게서 배운 동이족(東夷族)의 언어가 확실해. 내 기억 중에서 동이족의 언어를 찾아봐. 가능하지?" 이드의 말에 정말 그런지, 또 저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해하던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영혼을 함께 하는 사이인데.... 그럼, 마음을 편안하게 열어 주세요." 이드는 라미아가 그렇게 말하고 살포시 자신의 목을 끌어안으며 머리 를 기대는 느낌에 목덜미가 뜨뜻해 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있던 한순간, 이드는 어느세 자신이 라미아가 되어 자신의, 그러니까 이드의 목을 끌어안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라미아의 들뜬 마음도 느낄수 있었다. 아주 잠시의 한순간이었지만 쉽게 잊을 수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 라미아는 이드가 그런 느낌에 빠져 있는 사이 이드의 기억중에서 이드가 말한 동이족의 언어를 받아 들여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둘이 이미 영혼으로 맺어 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로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드가 알고 있는 동이족의 언어에 대한 것을 완전히 받아 들이는순간, 촌각 전까지만 해도 웅성임 으로 들리던 사람들의 말소리가 정확하게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이봐, 빨리들 움직이라구. 이러다 또 다른 몬스터 라도 나오면 골치 큰일이란 말이다." "안다구요. 그만 좀 닥달해요. 대장. 이제 크레인으로 옮겨 실기만 하면 된다구요." 제법 굵직한 중년인의 목소리와 아직 상당히 젊은것 같은 청년의 목소리였다. "그래도 빨리해 임마. 다른 사람들은 주위를 경계하고. 저번엔 여기서 오크에다가 코볼트까지 봤는데... 으... 오크는 그래도 볼만한데 코볼트라는 놈들은 정말 징그럽단 말이다. 게다가 또 어떤 놈들이 더 늘었는지 몰라." "쳇, 그래서 저기 가디언인 진혁 아저씨가 같이 따라 오셨잖아요. 아저씨, 주위에 아무것도 없죠?" 중년인의 말에 또 다른 청년이 그 말을 받았고 곧 가디언이라는 직분을 가진 사람에게 물었다. 곧 차분한 연륜있는 기사 같은 목소리 가 청년의 말에 답했다. "그래, 아직 주위로 몬스터의 기척 같은건 느껴지지 않아. 하지만 서웅 대장의 말대로 서두르는게 좋겠네. 괜히 몬스터와 전투를 할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야." 그때 처음 중년인의 목소리에 답했던 청년의 목소리와 기이이잉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자, 자, 그만 떠들고 비켜주세요. 그래야 빨리 일을 끝내죠. 그리고 대장 저기 와이번 묵어 놓은 로프 좀 크레인에 걸어 주세요." "알았어..... 됐다. 끌어 올려." 이어 다시 기이이이잉 하는 뭔가 힘을 쓰는 듯 한 소리를 들으며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라미아가 이드를 바라보았다. "중간 중간에 모르는 단어가 몇 개씩 끼어 있지만 알아들을 수는 있어요. 그런데 이제 어쩌실 거예요? 저 사람들에게 가 보실 거예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봐야지. 어차피 어제고 부딪혀야 할 사람들이니까. 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는것도 좋을거야." "하지만, 산중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을 그렇게 쉽게 도와줄까요?" 이드도 라미아의 말에 같은 생각이긴 했다. 하지만 한번 부딪혀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뭐, 저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아도 그만이지. 하지만 우린 조금 있으 면 저런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들어가야 되. 저 사람들을 격어 보고 마을로 들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음, 이드님 생각도 맞긴 하네요. 그럼 한번 가봐요. 하지만 만약에 저들이 공격할지도 모르니까 조심해야 되요." "물론, 위험할 것 같으면 언제든지 내 마나를 사용해서 공격해. 그럼 간다. 꼭 잡고 있어." 라미아에게 그렇게 당부한 이드는 다시 풍운보를 펼치며 사람들의 말 소리가 들리는 곳 와이번이 떨어졌던 장소로 빠르게 다가가기 시작 했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복잡하게 뻗어 있는 나무가지들이 라미아에 게 스치지 않게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다가가기를 몇 분, 이드와 라미아가 그들과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까지 다가가자 그 가디언 진혁이라는 사람이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이드의 기척을 눈치 챈 것이다. 기척을 죽여 다가가서 일부러 그들을 긴장시킬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이드가 전혀 기척을 죽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드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면 그의 코앞에 가서야 그가 이드를 알아보았을 것이다. "서웅 대장 주위를 경계하십시요. 무언가 다가옵니다. 기척으로 봐서 숫자는 하나." "알았습니다. 야, 빨리 모여. 그리고 너는 와이번 실는것 서두르고." "알았어요." 이드는 진혁이라는 사람의 말을 들으며 풍운보를 풀고는 보통의 걸음 으로 바꾸어 천천히 걸어갔다. 기척을 숨기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에 서 였다. 그렇게 2, 3분 정도를 더 걷자 여기저기 부러지 나무들과 그 위로 로프에 묶어 허공중에 떠 축 늘어진 와이번과 커다란 바뀌를 가진 이상한 모양의 말도 차(車), 그리고 그 앞에 나무들 사이로 걸어 나오는 자신과 라미아를 향해 잔뜩 긴장한 채 길고 짧은 막대기 몇 개를 붙여 놓은 듯 한 검은 색과 회색의 처음 보는 물건을 겨누고 있는 6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6명의 앞에서 한쪽 허리에 매어진 왜도(倭刀)에 한 손을 올린 체 언제든 뛰어 나올 수 있는 자세를 잡고 있는 중년인이 있었다. 아마도 그가 이드의 기척을 감지했던 가디언 진혁이라는 사람이것 같았다. -------------------------------------------------------------------------- ------ Back : 37 : 이드 (172) (written by ㅡㅡ) Next : 35 : 이드[171] (written by 쿄쿄쿄) -------------------------------------------------------------------------- ------ -------------------------------------------------------------------------- ------ Total access : 77396 , Current date and time : Saturday 13th October 2001 13:53:49 -------------------------------------------------------------------------- ------ Copyright 1998-2001 HolyNet . All rights reserved. 이드... -------------------------------------------------------------------------- ------ Name : ㅡㅡ Date : 29-09-2001 16:40 Line : 220 Read : 1276 [37] 이드 (172) -------------------------------------------------------------------------- ------ -------------------------------------------------------------------------- ------ Ip address : 211.211.100.142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5.0; Windows 98; DigExt) ^^ 아마도 그가 이드의 기척을 감지했던 가디언 진혁이라는 사람이것 같았다. 그렇게 잠시 동안 양측은 서로를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 스포츠형의 검은머리에 푸른색의 바지를 입고 있던 청년에 의해 깨어졌다. "뭐야..... 애들이잖아." 목소리로 보아 아까 서웅이라는 사람과 이야기하던 두 명의 청년 중 한 명이었다. 그가 그렇게 말하며 들고 있던 검은 색의 이상한 막대, M-16 A1을 내리려 하자 그 옆에 있던 중년의 짤달막한 키를 가진 서웅이라는 사람이 급히 말했다. "총 들어 임마. 너 저런 복장하고 다니는 애들 봤냐? 혹시 그거... 그..... 사람의 모습을 훔친다는 그 놈일지도 모른다." 시안의 말에 총을 내리던 홍성준은 흠짓 하고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이드와 라미아를 바라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서웅에게 대답했다. "에이... 그래도 애들인데... 그것도 여자 애들 같은데....." 그렇게 말을 잊던 성진은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이드의 날카로운 시선에 흠칫하며 내렸던 총을 서서히 들어 올렸다. 그러는 그의 머릿속에는 외 다른 사람에겐 그러지 않으면서 자신을 날카롭게 쏘아보는지 의아함이 들었다. 혹시, 진짜 도플갱어라서 자신이 먹음직스럽게 보였던 건가. 하지만 곧이어 들려오는 진혁의 목소리에 그는 이드를 향해 미안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반쯤 올려졌던 총을 슬그머니 다시 내렸다. "아니요. 도플갱어는 아닙니다. 아직 한국에 도플갱어가 나타났다는 보고도 없었습니다. 또 도플갱어라도 저 소년이나 소년에게 업혀 있는 아이같은 눈에 뛰는 복장과 염색을 하고 있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좀 이상하긴 하군요. 이런 위험한 산속에 아이들이라니..." 진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듯 하던 자세를 풀어 자연스럽게 했다. 하지만 한쪽 손은 여전히 왜도의 손잡이에 올려져 있어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이드는 진혁이라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이젠 자신이 말을 해야 할 때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라미아가 이드의 등에 묻고 있던 얼굴을 이드의 어깨 너머로 살짝 들어내는 것이었다. 이드는 라미아가 고개를 드는 것과 함께 진혁이라는 사람과 말도 없는 이상한 차 위에서 무안가를 조작하고 있는 사람을 제외한 장내 모든 시선이 라미아에게 쏟아지는 것을 알고는 입맛을 다셨다. 기분 나쁘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레센 에서도 몇번 여관이나 음식점 같은 곳에 들어가면서 저런 광경을 본적이 있으니까. 그리고.... 이드 자신도 몇 번 당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막 하려던 말이 끊긴 것 때문에 입맛을 다신 것이었다. 그러나 말을 계속해야 겠기에 헛기침과 함께 말을 이으려던 이드였지만, 그보다 먼저 서웅이라는 중년 남자의 말이 먼저 였기 때문에 이번에도 입맛을 다셔야 했다. "저..... 저 애들.... 그 말로만 듣던 엘... 프라는 거 아니야?" "에, 엘프?" "정말... 그럴지도. 하지만 내가 아들 녀석에게 듣기로는 숲에서 산다고 하던데... 여기는 산이잖아." "에이... 귀가 길지 않잖아요" 그 서웅이라는 사람의 말을 시작으로 여기 저기서 이런저런 기가 막힌 말들이 튀어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진혁이라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서웅 이라는 사람의 상상이 조용히 가라 앉았다. "엘프는.... 아닙니다. 그보다 저기 소년의 말을 먼저 들어보지요." "아저씨, 아저씨 확인되지도 않을걸 함부로 말하지 마시라 구요. 나까지 해깔리잖아요. 그보다. 뭐 할말 있니? 참, 우리말은 아는가 모르겠네..." 이드는 청년의 물음에 상황을 진정시킨 진혁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고는 두 번이나 잘렸던 말을 이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이 어딘지요?" "무슨 말이야? 너 지금 니가 서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다는 거냐?" 그의 입에서 생각했던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며 이드는 라미아와 짜놓은 대로 심각한 고민거리가 있는 사람처럼 딱딱하게 굳혀 보였다. 그런 이드에게 라미아의 응원 소리가 들렸다. [호홋.... 화이팅 이드님. 이 실력이면 배우 하셔도 되겠어요.] "그게 아니라... 저도 지금의 상황이 어리둥절해서 그럽니다. 그러니 자세히 좀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여기가 어디죠?" 라미아의 응원을 한 귀로 흘린 이드의 심각한 표정에 정말 무슨 심각한 일이 있는 듯 하자 청년의 얼굴에 떠올랐던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이 스르르 사라졌다. "... 여기는 대한민국의 6개 대 도시중의 하나인 대구다. 정확히는 대구 팔공산의 한 자락이지만.... 자, 그럼 무슨 일이길래 그런걸 묻는 건지 말해줄래?" 이드는 어느새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 오는 청년의 모습에 장난치는 듯한 가벼운 표정이나 지금의 이 진지한 표정 모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리고 그 청년이 한 말중에 들어 있던 대구라는 지명. 궁황 사부께 동이족의 말을 배우면서 같이 들었던 몇 몇 곳의 지명 중 하나였다. 오래 전엔 달구벌이라고도 불렸었다고 했다. 이드는 머리속에 청년의 말을 간단히 정리 해두고 청년의 말에 대답했다. "우선, 저는 이곳 사람이 아닙니다. 제 고향은 호북성의 태산으로 이름은 이드 아니, 예천화(叡川華)라고 합니다. 사실 지금 쓰고있는 이 말도 몇 년 전 할아버지께 배워서 사용하고 있는 거죠.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드의 말이 우선 거기서 끊어지자 이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있던 청년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호북성이라는 지명이 어디죠?" "글쎄... 호북성, 호북성이라........." 주위의 사람들이 국명을 대지 않고 지명을 댄 이드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사이 진혁이라는 사람은 그 지명을 안다는 듯 이드에게 다시 물었다. "내가 알기로는 호북성(지금도 사용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염...^^;;)은 중국의 성 이름인데... 그런데 그런 니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그것도 이곳의 지명도 알지 못하고 말이다." 이드는 진혁의 말에 다시 곤란하다는, 자신 역시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게... 저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와 정연(晶淵)이는 태산 깊은 곳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식량은 거의 태산 안에서 구하지요. 그리고 이곳에 하루 전에도 정연이와 같이 산 속으로 덫을 쳐놓은 것을 확인하고 나물을 좀 뜯기 위해서 집을 나섰었습니다. 그런데, 집을 나서서 얼마 지나지 않아 저희 둘 앞에 강렬한 빛이 일어나더군요. 워낙 갑작스런 일이라 어떻게 피해보지도 못하고 빛에 휩싸였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 위에 있는 동굴 안이더라 구요. 그때가 오늘 아침이었을 겁니다." "갑작스런 빛이라고?" "네, 강렬한 빛이었어요. 거기다.... 그 빛이 일어나기 전에 주위의 기운들이 이상하게 변화 하는게 느껴지기도 했구요." 사실 이드와 라미아가 짜놓은 이야기의 중심은 텔레포트 마법이었다. 이 세계에 마법이 있는지 없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와이번도 있으니 있겠지. 라는 생각에서 튀어나온 이야기 였다. 어떻게 보면 단순 무식한 대답이었지만, 다른 어떠한 질문에도 모른다로 대답할 수 있는 궁극의 답안이기도 했다. 누군지, 아니면 자연현상일지도 모를 일로 자신도 모르게 날려왔는데, 대답해 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모른다고 말하면 완전 해결인 것이다. 그리고 진혁이 이드의 말을 곰곰히 되새기고 있는 사이 라미아가 이드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이드님, 저와 상의도 없이 이름 정하셨죠~~ 근데 무슨 뜻 이예요?] '하하하... 미안해. 네 이름을 말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너와 의논할 수는 없잖아. 그래서 내 이름하고 비슷한 뜻을 가진 정연이라고 했는데. 괜찮지? 밝을 晶자에 못 淵자를 썼는데.' 이드는 자신이 잘못한 것이기에 웃는 얼굴로 라미아를 돌아보았다. 한 번 정해 놓으면 이곳에 있는 동안은 계속해서 써야 할지도 모를 이름인데 그것을 혼자서 정해 버렸으니. [음... 좋아요. 뜻도 좋고, 이드님 이름과도 비슷한 느낌이라서 이번만은 그냥 넘어가 드릴께요. 하지만, 다음 번에 또 이러시면... 이번 것까지 같이 해서 각오 하시는게 좋을 거예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손으로 한숨을 내쉬며 무언가 말을 하려 할 때였다. 이드의 말을 모두 정리한 듯 진혁이 다시 고개를 들어 이드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이유모를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자네... 아까 빛에 휩싸이기 전에 주위의 기운이 이상하게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고 했었는데, 자네 혹시 능력자인가?" 이드는 진혁의 말에 고개를 갸웃 거렸다. 능력자라는 말이 뭘 말하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반면 옆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진혁의 말에 놀라 이드를 바라보았다. "능력자라니요? 그게 뭐죠?" "이런, 서두르느라고 자네가 산 속에서 생활했다는 걸 잊고 있었군. 능력자란 말이야... 아니, 이것보다. 자네 7개월 전의 일을 알고 있나?" 진혁의 말에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흔든 이드와 라미아는 아무리 깊은 산 속에 살았다지만 어떻게 그런 일을 모를 수 있냐는 주위의 시선을 받으며 진혁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이 세계의 상황을 대충 이지만 파악 할 수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7개월 전 그러니까 2000년 12월 28일 목요일 한국 시간으로는 오후 2시 28분. 이 날은 전 세계의 인류에게 절대 잊혀지지 않을 거의 지구멸망과 같은 충격을 안겨 준 날이었다. 그날,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이 마지막으로 보내준 그 영상. 태평양 바다 한 가운데에서 부터 황금빛, 빛의 기둥이 솟아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인간들에게서 '잊혀졌던 존재들'이 돌아 온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의 기둥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도 전 그 빛의 기둥을 중심으로 해서 이해할 수 없는 강렬한 파동이 지구를 뒤덮었고 컴퓨터를 시작해 전화기 까지 모든 전자장비가 고장나고 작동을 중지해 버렸다. 그런 갑작스런 일에 사람들이 불안해 할 찰나, 이번엔 대지를 뒤흔드는 지진과 함께 아무 것도 없던 평야에 숲이 생겨나고 바다에 섬이 떠오르고 솟아 있던 섬이 가라앉고 높기만 하던 산이 사라져 버리고, 잘 돌아 가던 원자로의 플루토늄등이 모두 제 기능을 잃어 등의 사람들의 혼백을 빼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그리고 그 순간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한가지였다. 바로 예언. 노스트라다므스를 비롯해 꽤나 많은 예언가들이 말했던 인류멸망. 하지만 이어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 환상처럼 생겨난 숲과 산에서부터 만화나 소설 속에서나 나올 듯 한 몬스터 들이 걸어나오고, 하늘에서 와이번이 불꽃을 내뿜으며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에 사람들의 머릿속에 잠시 떠돌던 노스트라다므스의 인류멸망에 대한 생각은 머릿속에서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상대가 뭐든 간에 자신을 죽이겠다고 쫗아오는 것이 있는데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남겨 두겠는가. 그렇게 도망치고 도망친 사람들은 자신들이 있는 곳과 가까운 곳의 수도로 모여 들었고, 그때쯤에서야 부랴부랴 준비한 군대가 파견되었다. 하지만 군대는 작은 몬스터는 상대할 수 있었으나 대형의 몬스터는 쉽게 상대 할 수가 없었다. 오우거나 트롤 같은 경우에는 소총정도로는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해 박격포나 대 전차 지뢰를 사용해야 했고, 와이번 같은 경우는 한 두 마리를 상대하기 위해 두, 세대의 전투기와 헬기가 투입되어야 했다. 허공중에서 자유자재로 서고 움직이고 방향을 꺽는 와이번에겐 미사일을 먹이기도 쉽지가 않았던 것이다. 거기다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적을 상대하는 군인들의 정신이 침착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그렇게 해서 상대 할 수 있는 몬스터는 오히려 편했다. 고스트나, 새도우, 도플갱어등의 수는 적지만 초자연 적인 존재들 앞에서는 현대식의 무기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몬스터들 보다 더욱 무서운 존재. 드래곤. 고스트나 새도우 처럼 형체가 없는 것도 아니면서 어떠한 공격도 통하지 않을 뿐더러 그 엄청난 공격력으로 수도 하나를 순식간에 날려 버리는 절대의 존재. 그 앞에서 군과 정부는 주저없이 핵무기 사용을 허가했다. 하지만 핵무기는 사용되지 못했다.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가 그렇듯, 핵 폭탄에 사용된 플루토늄과 핵이 모두 제 기능을 잃어버리고 마치 은과 비슷한 상태로 변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다행이도 사람들을 공격한 드래곤은 블랙과 레드 두 마리의 드래곤뿐이었고, 또 수도 5개를 부수고 자취를 감추었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렇게 엄청난 일에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도 못하고 또 뾰족한 방법을 찾지도 못한 상태에서 몬스터들이 수도 가까지 오지 못하게 하는데 급급하기를 삼일째 되던 날. 그날을 시작으로 사람들 앞에 검을 들고, 부적을 들고, 십자가를 들고, 바람과 불을 부리며 사람들 앞에 나서 몬스터를 물리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속세를 떠나 지내던 은자(隱者)들이자 기인(奇人), 능력자. 즉 가디언이었다. (ㅡ0ㅡ) 멍~~~ -------------------------------------------------------------------------- ------ Back : 38 : RE : 앗!!! 이런... (written by 쿨럭쿨럭) Next : 36 : 이드(171) (written by 쿄쿄쿄) -------------------------------------------------------------------------- ------ -------------------------------------------------------------------------- ------ Total access : 77396 , Current date and time : Saturday 13th October 2001 13:53:59 -------------------------------------------------------------------------- ------ Copyright 1998-2001 HolyNet . All rights reserved. 이드... -------------------------------------------------------------------------- ------ Name : 킹콩 Date : 04-10-2001 23:19 Line : 186 Read : 896 [42] 이드(173) -------------------------------------------------------------------------- ------ -------------------------------------------------------------------------- ------ Ip address : 211.211.143.107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6.0b; Windows 98) ^^;; 죄송합니다. 앞에 썼던 라미아의 정연이라는 이름은 없었던걸로 하고 그냥 라미아라는 이름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 헤깔리게 해드려 죄송..... 그리고 169까지의 삭제를 다시 부탁드립니다. ......... 그날을 시작으로 사람들 앞에 검을 들고, 부적을 들고, 십자가를 들고, 바람과 불을 부리며 사람들 앞에 나서 몬스터를 물리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속세를 떠나 지내던 은자(隱者)들이자 기인(奇人), 능력자. 즉 가디언이었다. 중간 중간의 몇 단어들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 들은 이드와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외(世外)의 고인과 기인분들이라.... 그분들은 여간해서는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으시는데. 상황이 생각 외로 나빴던 모양이네요." 진혁은 이드의 말에 자신이 생각한 대로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자네 말 대로네. 그 분들도 여간해서는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으시지만, 그대로 둔다면 사람들이 너무많은 피를 흘려야 했기 때문에 결단을 내리신거지. 그 분들이 모습을 들어내심으로 해서 조금의 여유를 가지게된 사람들과 군대와 정부는 그분들 중 몇몇분의 이야기로 차츰 현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했네." 그들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로 지금 나타나 인간들을 공격하고 산과 강을 차지하고 있는 저 몬트터라는 종족은 무슨 소설에서와 같이 다른 차원에서 온 생명체나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이 아니라 바로 우리 세계의 생명체라는 것. 그들은 오랫동안 잠들어 있어 인간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버렸던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완전히 잊혀진것은 아니었다. 몇몇 인간의 영혼속에 그들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어 귀신 이야기나 설화, 그리고 요즘에 와서는 만화와 게임, 그리고 환타지 소설등으로 들어나고 있다. 덕분에 속속 모습을 들어내는 몬스터들의 이름을 따로 지을 필요도 없었고 그들의 특징을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그런 이유로 몬스터들의 약점과 생태를 알기위해 국가에서 제일먼저 찾은것은 과학자와 생물학자들이 아니라 환타지 소설가와 만화, 게임제작자였다고 한다. 둘째는 인간들에게서 잊혀졌던 존재가 왜 갑자기 돌아 온 것인가 하는 것이엇다. 사실 이것에 대해서는 여러 고인들과 기인이사들도 확실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위에 사실도 그들이 스승을 통해 들었던 내용이거나 어떤 고문서들, 또는 각파에 전해 내려오는 서적들을 통해 알수 있었던 사실이었다. 위에서 이야기 했다시피 몬스터들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는 것은 몇몇의 인간들뿐이다. 고인들이라고 해서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전혀 짐작조차 가지 않는 다는 것도 아니었다. 몬스터들이 나타나고 나서 급히 고대의 경전들과 고서적들을 뒤적여본 결과 한가지 결론을 낼릴 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봉인이었다. 오래 전 인간과 몬스터가 함께할 시절, 어떠한 이유에 의해서 이들 몬스터들과 유사인종이라는 엘프, 드래곤과 같은 존재들이 인간과 따로 떨어져 봉인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위성이 마지막으로 보내왔던 그 영상이 봉인이 해제 되는 모습이 었다고 보면 상당히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 었다. 물론 확실한 사실은 아니고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외에 몇가지 설명을 전해 들은 사람들과 각 정부는 어느정도 상황과 마음을 정리할 수 있게 됬지. 덕분에 우왕자왕면서 주먹구구식으로 대량의 화력으로 몬스터를 상대 하던 군대도 소설이나 게임, 그리고 도우러 온 고인분들께 도움을 얻어 나타나는 몬스터에 맞게 적절히 대응하기 시작했지. 자네도 오늘 봤는지 모르겠지만, 저 와이번을 한대의 전투기로 상대하던 모습을 말이야. 처음에는 헬리곱터나 전투기가 한대 더 투입되었었으니까 군도 몬스터에 상당히 익숙해졌다는 말이 되겠지. 시민들도 안정을 찾아 자신들이 머물고 있는 수도를 중심으로 새로운 집을 짖고 몬스터를 막기위한 방책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러기 위해서 거의 한달 가까운 시간이 투자됐지." 이드는 진혁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허둥대며 치루는 전투와 여유있게 안정적인 태도로 치루는 전투는 천지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무림에서 본다면 이제 강호에 발을 들인 강호 초짜와 격어 볼일은 다 격어본 강호의 백전노장간의 차이라고 봐도 좋을것이다. "그럼 가디언이라는 건 그 분들을 가리키는 말이군요." "맞아, 그 중에서도 몇몇곳을 맞아 보호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쓰이는 말이고 능력은 있지만 아직 완숙되지 않았거나 어떠한 곳에 매여있지 않은 사람들은 아까 말한것과 같이 능력자라고 부르지." "그럼, 아저씨... 라고 불러도 돼죠? 아까 들으니까 아저씨도 가디언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요." 이드의 말을 들은 진혁은 조금 쑥스럽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대단한 능력은 없지만 그런 말을 듣고 있지. 그렇다고 내가 기인은 아니야. 단지 좋은 스승님을 만나 사람들을 지킬만큼 칼(刀)을 쓸 수 있다는 것 뿐이야. 자, 그럼 이제 내 질문에 대답해 줄수 있겠지? 천화군. 자네 능력자인가?" 진혁의 질문에 아는 이야기라 진혁의 말을 흘려듣고 있던 주위의 이목이 다시 이드에게로 쏠렸다. 이드는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라미아를 돌아 보고는 싱긋 하고 웃어 보였다. 이곳에도 몬스터가 있다고 하니 능력자라고 말하는게 좋을게 좋을것 같았다. "그렇게 내세울 만한건 아니구요. 할아버지께 조금 배운 정도예요." 진혁은 이드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이드에게서 할아버지와 함께 산속깊이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부터 은거중인 기인이 아닐까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에 이드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혹시 자네 할아버지 성함을 알수 있을까? 내가 아는 분인가 해서 말이야." 이드는 진혁의 말에 갑자기 떠오르는 이름이 없어 마음속으로 사죄를 드리며 궁황의 이름인 문태조(文跆調)라는 이름에서 성만 바꾸어 대답했다. "물론이죠.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태조라는 이름을 쓰십니다." "태조 어르신이라.... 예태조... 허허, 내 견식이 아직 짧아 그 분의 성함을 모르겠구만, 혹시 무리한 부탁일지 모르지만 괜찮다면 자네가 그 분께 배운게 무엇인지 말해 주겠나? 그분의 성함 만으로는 어떤 분인지 모르겠구만." 이드는 진혁의 말에 잠시 머리를 굴리다 일리나와 일란등에게 가르쳐 주었던 금강선도와 금령단공을 들어 주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진혁은 고개를 갸웃 거릴 뿐이었다. 금강선도는 도가에서 처음 입문할때 익히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정심한 것이었기에 알고 있지만 금령단공은 전혀 들어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어느새 와이번을 대형 트럭에 실는 작업을 끝낸 청년이 다가와 라미아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청년의 모습에 주위 사람들에게 돌아갈 준비를 명령한 진혁은 다시 이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내 견식이 짧은 모양이야. 그보다 자네들도 같이 가지. 이곳이 어딘지도 몰랐으니 길도 모를테고, 같이 가면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해주겠네. 자네와 저 라미아라는 아가씨가 갑자기 없어진 덕에 할아버지가 꽤나 걱정하고 계실테니 말이야." 이드는 중국으로 보내 준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까 하다가 중원으로 간다 해도 이곳과 다른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원래 생각 해놓은 대로 얼굴에 조금 슬픈 기색을 뛰우며 고개를 내 저었다. "아니요. 할아버지께서는 두 달 전에 돌아가셔서....." "저런.... 미안하게 됐네. 그럼, 중국에 다른 친척 분들은 계시는가?" 이드는 이번에도 고개를 내 저었고 진혁은 그런 이드와 라미아를 보며 측은한 기색을 뛰우며 뭔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들려오는 서웅의 출발준비가 끝났다는 말에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자는 말과 함께 이드와 라미아를 차에 태웠다. 그리고 차안에서도 이드와 라미아의 문제를 생각하던 진혁은 차가 살길을 벋어나 도로에 접어 들때쯤 좋은 생각이 났는지 정신없이 차안과 밖을 바라보고 있는 이드와 라미아를 불러 자신이 생각한 것을 말했다. "자네들이 꼭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게 아니라면 한국에 머무르는 것은 어떻겠나?"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까 자네에게 말했다 시피 고스트라던가 새도우, 그리고 그 외 몇몇의 몬스터들은 현대식 과학 무기로는 대항이 거의 불가능하지. 거기다 몬스터를 죽이기 위해 대량으로 무기를 사용할 경우 민간인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고. 그래서 그런 일에는 능력자나 나와 같은 가디언들이 나서는데. 지금의 상황으로는 그 가디언의 수가 한 참 부족한 형편이야. 교황청의 성 기사단과 사제들, 불교계의 나한들과 불제자들을 다 합해도 세계에 퍼져 있는 도시들과 사람들을 보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지. 해서. 전 세계의 정부와 각 종교계가 합심해 가디언이 될 소질을 가진 사람들과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그게 바로 각 나라의 수도에 세워져 있는 '가이디어스' 지. 천화 자네도 무공을 익혔지 않은가. 그렇다면 충분히 '가이디어스'에 들어갈 수 있어. 이곳은 인류차원에서 설치된 것이기에 학비 같은 건 아예 없어. 거기다 완벽한 기숙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주 문제도 걱정 없고, 저번에 가봤는데 거의 아파트 수준이더군. 그리고 사정을 이야기하면 라미아양도 같이 머무를 수 있을 거야. 어떤가? 자네가 들어가겠다면 내가 이야기 해주겠네." "음.... 잠시만요. 잠깐만 라미아와 상의 해 본 후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얼마 걸리진 않을 겁니다." 이드는 진혁에게 그렇게 대답하고는 라미아를 돌아 보며 중원에서 사용하던 말로 라미아에게 물었다. 라미아와의 대화 내용을 듣고 진혁이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라미아 니 생각은 어때?" "저는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그런 교육기관이라면 이 세계에 대해서도 자세히 배울 수 있을 거구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 '가이디어스'라는 곳에 매여 있어야 할텐데. 나는 그런 건 싫거든." "칫, 이드님이 간다고 그러는데 누가 막을 수 있겠어요? 그냥 나와 버리면 되지. 아니면 몇 가지 일을 해결해 주고 슬쩍 빠져나가도 될 것 같은데요. 제 생각에는 그 '가이디어스'라는 곳이 그렇게 강제성이 강한 곳은 아닌 것 같거든요." 라미아의 말을 들은 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라미아의 말대로 나쁠 건 없을 것 같았다. "그럼.... 그렇게 하지 뭐. 당장 해야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태니까." "그렇게 하세요. 참, 그런데 꼭 기숙사에 들어가야 하는 거예요? 아파트라는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드님과 저는 신혼인데... 이드님, 우리 기숙사에 있지말고 그냥 집을 한 체 사서 신혼분위기 내며 사는게 어때요? 보석도 많찬아요." 방글방글 웃으며 말하는 라미아의 모습을 본 이드는 곧 고개를 돌려 진혁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꼭 기숙사에 머물게 해주세요!" 갑자기 비가 쏟아 지네요... 쿠꽈광..... 이젠 천둥 번개까지.... 갑자기 웬 폭우??? -------------------------------------------------------------------------- ------ Back : 43 :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상식 (written by 와신상담) Next : 41 : 리플확인하고 지울께여 (written by 쿨럭쿨럭) -------------------------------------------------------------------------- ------ -------------------------------------------------------------------------- ------ Total access : 77396 , Current date and time : Saturday 13th October 2001 13:54:13 -------------------------------------------------------------------------- ------ Copyright 1998-2001 HolyNet . All rights reserved. 이드... -------------------------------------------------------------------------- ------ Name : 이드 Date : 06-10-2001 18:15 Line : 186 Read : 951 [44] 이드(174) -------------------------------------------------------------------------- ------ -------------------------------------------------------------------------- ------ Ip address : 211.244.153.132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5.5; Windows 98) ^^ 방글방글 웃으며 말하는 라미아의 모습을 본 이드는 곧 고개를 돌려 진혁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꼭 기숙사에 머물게 해주세요!" 가이디어스. 지금의 현대식 무기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영적인 존재나 고스트, 새도우 등의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계적 규모의 가디언 교육 학원으로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고 있으며, 가이디어스를 경영하기 어려운 몇몇 중소국가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의 수도에 자리잡고 있다. 또 앞으로의 가디언들을 양성하는 곳이자 앞으로 사람들을 지켜나 갈 중요한 인력들이기에 가이디어스가 자리한 각 국가에서는 가이디어스에 할수 있는 최상의 대우를 해주고 있다. 덕분에 학원의 건물과 강당, 기숙사 등은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오죽하면 진혁이 기숙사를 아파트라고 했겠는가. 그리고 그런 대우를 받고 있는 가이디어스는 총 다섯 개의 전공 과목으로 나뉘는데, 나이트 가디언, 매직 가디언, 스피릿 가디언, 가디언 프리스트, 연금술 서포터가 그 다섯 가지이다. 먼저 나이트 가디언, 가이디어스에서 가장 많은 학생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그 나라에서 뽑힌 성황청의 성 기사들과 불가의 나한(羅漢)들, 그리고 가이디어스를 지원하기 위해 와있는 기인이사들에게서 사사 받는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무술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 속해 있다. 그리고 나이트 가디언 다음으로 학생수가 많은 매직 가디언. 이곳은 동서양의 마법과 주술 모든 것이 모여 있는 곳이자 연금술 서포터와 함께 가장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곳이다. 이미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서양의 백마법과 흑마법. 그리고 동양의 기기묘묘한 주술들과 부적술들... 그런 것들로 인해서 매직 가디언은 가이디어스에서 가장 인기기 좋은 전공이다. 하지만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면접을 봐야 한다. 마법에 전혀 소질이 없는 사람이 이곳에 들어오게 되면 가르침을 받는 사람이나 가르치는 사람이나 피곤해 질뿐이기에 애초에 다른 길을 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 뒤를 스피릿 가디언과 가디언 프리스트가 있고 있는데, 스피릿 가디언과 가디언 프리스트의 특성상 선천적인 자질을 가진 아이들이 7,80%이상을 차지하는 곳이기에 이곳은 지원한 다기보다는 뽑혀서 들어가는 것이 라고 보고있다. 염력과 텔레파시가 스피릿 가디언에 속하며, 강신술과 소환술등 밀교의 주술을 하는 매직 가디언의 아이들 몇몇이 스피릿 가디언을 겸하고 있으며, 성 기사들과 불가의 나한들 몇몇도 이곳의 가디언 프리스트를 겸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금술 서포터. 이곳은 수제들만 모아놓은 곳이다. 따로 특별한 능력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과 계산 능력등으로 매직 나이트나 나이트 가디언, 스피릿 가디언들의 뒤를 받쳐주는 역활을 한다. 주술에 쓰이는 부적과 성수, 그리고 동양의 단약등을 제작하는 곳이다. 하지만 무조건 이 다섯 가지 과목만을 교육시킨다는 것은 아니고, 보통의 학교 생활에서 배우는 내용들 역시 학습하게 된다. 하지만 보통의 학교처럼 학업에 매달리지 만은 않는다. 이곳은 어디까지나 가이디어스 가디언 교육 학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은 이곳에 입학하고 처음부터 받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일, 이 개월 가량 위의 다섯가지 과목을 경험해 본 후에 자신의 전공을 정하게 된다. 세워진지 여섯 달이 채 되지 않지만 상당히 짜임새 있고 체겨적인 곳이라 하겠다. 그리고 세계 각지에 세워진 가이디어스 중에서도 특히 인기가 있는 곳이 있는데, 성 기사와 마법이 발달했던 영국과 프랑스, 스코틀랜드와 동양의 내공을 기초로 하는 무공과 밀교의 주술 수법들을 배울 수 있는 중국, 한국, 일본, 티벳이었다. 각 국의 가이디어스에 똑같은 과목이 있기는 하지만 처음 술법들이 발달했던 곳이 더 뛰어날 것이라는 생각에서인지 각자의 개성에 맞게 동서양으로 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의 한 곳. 한국의 수도 서울에 세워져 있는 가이디어스의 정문 앞에 천화(이드)와 라미아, 그리고 그들을 이곳으로 안내해온 진혁이 서있었다. 특히 이곳에 오는 동안 차와 건물, 기차의 모습에 신기해했었던 천화와 라미아는 눈앞에 보이는 가이디어스의 규모에 다시 한번 놀라고 있었다. "후아~ 엄청난 규모네요. 여기 오면서 몇개 커다란 건물을 보긴 했지만..." "정말이요. 이드님.... 어, 저기. 저 건물 좀 보세요. 상당히 특이한 모양인데요." "국가 단위로 지원해 주는 곳이니까 규모가 클 수밖에, 거기다 거의가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서 깨끗하지. 그리고 저건 가이디어스의 기숙사란다. 라미아. 자, 두 사람다 이쪽으로 와봐. 내가 간단히 설명해 줄 테니까." 정신없이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가이디어스를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을 잡아 끈 진혁은 교문 옆쪽에 붙어 있는 녹색의 커다란 게시판 겸 가이디어스 배치도를 가리키며 가이디어스의 주요 건물들을 설명해 주었다. "먼저 이 요(凹)자 형태의 건물이 가이디어스의 본관 건물이자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곳으로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이 가장 지겨워하는 곳이기도 하면서 집처럼 생각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인데, 모두 7층으로 각 층마다 12개의 반이 자리하고 있어. 각 반의 인원은 30명 정도로 현재 이 학교에 있는 1학년에서 5학년까지의 총 학생수는 21.... 50 명이던가? 원래 수용 인원은 2600명까지니까 450명정도 모자란 숫자지. 덕분에 한층은 완전히 비어 있다고 하던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리고 이 본관을 중심으로 양옆과 뒤쪽에 세워져 있는 이 건물들은 가디언들의 실습장으로 여기 팔각형의 건물은 나이트 가디언의 실습장, 그리고 이 오각형의 건물은 매직 가디언, 또 이 육각형은 스피릿 가디언과 가디언 프리스트 들의 실습장인데... 산을 끼고 있는 데다가 학생들에 의해 깨끗이 손질된 숲이라 경치가 꽤나 좋지. 학생들이 고생한 보람이 있는 곳이야." "잠깐만요. 다섯 개의 전공 중에서 연금술을 전공하는 실습장이 빠진 것 같은데요. 그쪽은 실습장이 없나요?" 진혁은 자신의 설명 중에 빠진 부분을 정확하게 집어낸 라미아를 보면서 씩 웃어 주고는 세 개의 실습장이 자리한 숲과 본관 앞쪽의 경기장 만한 운동장을 짚어 보이며 대답했다. "없는게 아니라 일부러 만들이 지않은 거지. 아직은 없었지만 언제 소설책이나 만화에서와 같은 폭발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라서 대부분의 실험을 이 숲 속이나 운동장에서 하고 있지. 그리고 몇 가지 작은 실험들은 교실에서 하고 있고." "그래도, 아예 만들지 않았다는 건 좀 그렇네요." "그건 걱정말게 천화군. 연금술 서포터 쪽에서 필요로 한다면 학원측에서 언제든 지어줄수가 있으니까. 하지만 아직 그런 요청은 없었던 모양이야. 그리고 아까 지적했던 기숙사. 좀 특이한 모양이지? 중앙에 둥그런 건물에 네 방향으로 쭉쭉 뻗어 있는 건물 모양이니까. 하지만, 이래뵈도 건물의 균형과 충격을 대비해서 일부로 이렇게 지은거야. 여기 중앙 건물은 선생님들의 숙소와 식당, 휴식공간등이 모여있고 여기 앞쪽으로 나와 있는 건물과 이쪽 건물이 남학생 기숙사, 그리고 이쪽 뒤쪽과 이쪽 건물이 여학생 기숙사야. 자네 둘도 이곳에 머무르게 될 거야. 그리고 라미아는 걱정하지마. 두 사람 같이 있도록 해줄 테니까. 자, 그만 본관 으로 들어가자." "호홋, 감사합니다." "그, 그건.... 하아~~" 진혁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두 사람은 진혁의 마지막 말에 각각 다른 반응을 보이고는 진혁의 뒤를 따랐다. 아직 라미아가 사람인 된지 사일밖에 되지 않았기에 라미아에게 한쪽 팔을 내주고 걸음을 옮기던 천화는 생글거리며 승자의 미소를 짓고 있는 라미아를 보며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두 사람 역시 각각 남자 기숙사와 여자 기숙사로 나뉘어져야 겠지만, 라미아의 사일간에 이르는 끈질긴 요청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진혁이 라미아의 부탁을 허락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타국에 와있는데 천화와 떨어질 수 없다는 라미아의 말과 목욕할 때와 화장실 갈 때 빼고 항상 붙어 있는 두 사람의 모습,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혼으로 맺어진 사이기에 절대로 떨어질 수 없다는 말에 허락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에도 천화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한번 라미아에게 말해 봤지만, 그레센 대륙에서 했던 어딜가든 항상 함께 한다는 약속 때문에 한숨과 함께 조용히 포기해야만 했었다. 거기다 진혁의 말로는 이곳 가이디어스의 부학장과는 절친한 친구 사이라고 까지 했으니... 진혁의 뒤를 따른 천화와 라미아는 잠시 후 본관의 중앙현관을 지나 일층에 자리한 교무실로 들어 설 수 있었다. 선생님의 수가 많은 만큼 커다란 교무실은 수업시간이기 때문인지 몇 개의 자리를 제외 하고는 거의 모두가 비어 있었다. 진혁은 그런 교무실 안을 한번 둘러보고는 교무실 제일 안쪽 자리에 있는 그와 비슷한 나이의 남자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슬쩍 미소를 뛰우며 그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는데, 그가 앉아 있는 책상위에는 부학장 신영호라는 명패가 놓여 있었다. "이 친구, 사람이 오면 본 척이라도 해야 될 거 아니냐. 상당히 바쁜 모양이지?" "아, 항상 그렇지 뭐. 거기다 학장님도 나 몰라라 하시니 나혼자 죽어 나는 거지. 이럴줄 알았으면 니가 도망갈때 나도 같이 가는건데 말이야... 으읏.... 차!!" 진혁의 말에 그제서야 고개를 든 영호라는 남자는 한탄조로 몇마디를 내 뱉더니 길게 몸을 펴며 진혁의 뒤에 있는 천화와 라미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애들이냐? 니가 말한 애들이." "그래, 흔친 않은 경험을 한 애들이지. 이쪽은 예천화, 이쪽은 라미아." "처음 뵙겠습니다. 예천화라고 합니다." "라미아라고 합니다." "어서오게. 나는 이곳 가이디어스의 부 학장직을 맞고 있는 신영호라고 한다. 그럼 자리를 옮길까. 그리고 조 선생님. 좀 있으면 수업이 끝날 것 같은데, 정 선생님이 들어오시면 학장실로 오시라고 좀 전해 주세요." 영호라는 부학장은 조 선생이라는 반 대머리 남자의 대답을 들으며 진혁과 천화, 라미아를 학장실로 안내했다. 학장실 내부는 상당히 깨끗하면서 검소했는데, 언뜻 봐서는 학장실이 아니라 어느 가정집의 서재와 비슷해 보였다. 다른 점이라고는 영호가 천화와 라미아에게 앉으라고 권한 중앙에 놓여진 갈색의 푹신한 느낌을 주는 소파 정도였다. "그래, 천화하고 라미아라고 했던가? 내가 이 녀석에게 들은 바로는 상당한 실력이라고 하던데." 영호가 진혁을 가리키며 하는 말에 천화는 조금 쑥스럽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이곳으로 출발하기 전에 진혁 앞에서 난화십이식의 현란한 초식을 선보 인적이 있었다. 비록 내공을 실어 펼친 것은 아니었지만, 난화십이식의 현란함과 난해함은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고, 그런 이드의 모습에 진혁은 상당한 감명을 받은 듯 했다. 거기에 할 줄 아는 것이 없을 줄 알았던 라미아까지 몇 가지 간단한 라이트 마법을 선보임으로 해서 천화에 딸려 가이디어스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진혁은 그런 내용을 영호에게 말해 주었던 것이다. 이어 몇가지 자잘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 사이 "따라다다단따" 하는 듣기 좋은 종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잠시 후 교무실이 시끄러워 질 무렵 또똑하는 노크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듣기 좋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부학장님 부르셨습니까?" "아, 들어오세요. 정 선생님." ............ 음... 아직 삭제 되지 않은 곳이 있던데..... 제발 삭제 해 주세요.~~~~ -------------------------------------------------------------------------- ------ Back : 45 : 이드(175) (written by 이드) Next : 43 :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상식 (written by 와신상담) -------------------------------------------------------------------------- ------ -------------------------------------------------------------------------- ------ Total access : 77397 , Current date and time : Saturday 13th October 2001 13:54:29 -------------------------------------------------------------------------- ------ Copyright 1998-2001 HolyNet . All rights reserved. 이드... -------------------------------------------------------------------------- ------ Name : 이드 Date : 08-10-2001 22:08 Line : 270 Read : 917 [45] 이드(175) -------------------------------------------------------------------------- ------ -------------------------------------------------------------------------- ------ Ip address : 211.110.206.101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5.5; Windows 98) ^^ "부학장님 부르셨습니까?" "아, 들어오세요. 정 선생님." 영호의 대답과 함께 학장실 안으로 낡은 청바지에 하얀색의 난방을 걸친 여성이 들어섰다. 간단한 옷차림이었지만 그 여성에게는 상당히 잘 어울리는 옷차림이었다. 이드가 프로카스에게 머리를 잘렸을 때와는 반대로 옆머리를 귓볼에 까지 자르고 뒤쪽의 머리를 길게 기른 머리에 큼직한 눈을 가진 이십대의 여성은 천화와 라미아가 이곳으로 오면서 보았던 여성들과는 달리 전혀 화장을 한 것 같지 않아 편안하고 깨끗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예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화장을 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화장을 한 다른 여성들 보다 아름다웠다. 단지 거기에 깨끗한 느낌이 더해져 옆에 있고 싶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진혁과 천화, 라미아 세 사람이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는 사이 비어 있는 영호의 맞은편 자리에 앉기를 권한 영호는 세 사람에게 그녀를 소개했다. "가이디어스에서 스피릿 가디언들을 가르치고 있는 정연영 선생님이다. 앞으로 천화와 라미아, 너희 두 사람과 같이 생활하게될 이니까 인사드려라." 영호의 갑작스런 말에 당황해 하던 천화와 라미아는 우선 그의 말대로 정연영 이라는 여 선생에게 아까와 같은 인사를 건네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번에 가이디어스에 들어오게 된 예천화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라미아라고 합니다." "호홋, 반가워. 나는 정연영. 앞으로 같이 지내게 될텐데 잘 부탁해. 그런데 너희 둘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인걸... 아, 안녕하세요. 신진혁님이시죠? 부 학장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만나봐서 반갑습니다." "헤헷, 고맙습니다." 처음의 깨끗한 이미지와는 달리 마치 친구처럼, 언니처럼 두 사람의 인사를 받은 정연영 선생은 이번엔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진혁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그녀의 인사를 받은 진혁은 얼떨결에 마주 인사를 해주고는 영호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어떻게 된 일이냐는 듯이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긴? 이게다 네 녀석의 그 엉뚱한 부탁을 들어 주기 위한거지. 참나, 기숙사에 들어갈 남녀 학생들을 같은 방에 넣어달라니..." 진혁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과 천화와 라미아를 바라보는 영호의 시선에 고개를 돌려버리고는 다시 물었다. "험, 험.... 너도 재들 \하고 같이 사흘 정도만 있어봐. 허락 안 하게 되나. 그보다 그거하고 방금 한말하고 무슨 상관이야?" "쯧, 아무리 네 부탁이라지 만, 보는 눈이 많은 기숙사에 함부로 저 두 아이를 동거하게 할 순 없단 말이다. 잘못하면 학부형들로부터 항의가 들어올지도 모르고. 그래서 천화와 라미아의 담임이 될 정연영 선생님이 관리하는 걸로 해서 같이 머무르게 한 거야. 사실 네 녀석 부탁만 아니었어도 어림도 없는 일이야." ".....훗, 머리 깨나 굴렸군. 어쨌든, 고맙다. 그럼 천화와 라미아는 중앙에 있는 선생님들 기숙사에서 지내게 되는 건가?" "그렇지. 나머지 네 개의 동은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이 사용하고 있고, 또 남자와 여자가 같이 지내고 있는 건 중앙건물 뿐이니까." 영호의 대답에 이어 몇 가지 이야기가 더 오고간 후에 천화와 라미아의 전공이 정해졌다. 원래는 한 달간 다섯 가지의 전공수업을 참관하고 정해야 하지만, 천화와 라미아 둘 다 할아버지로부터 전수 받은 것이 있는 것으로 되어 있기에 각자 나이트 가디언과 매직 가디언으로 정해져 버린 것이다. 정하는 도중 라미아가 천화를 따라 나이트 가디언에 들겠다고 떼를 쓰긴 했지만, 들어가더라도 진혁이 확인한 천화의 실력이 뛰어나 1학년과 2, 3학년으로 학년이 나뉠 거라는 말에 기가 죽어서 물러났다. 참고로 이곳 가이디어스의 가디언 수업은 1년에 한 학년 올라가는 보통의 학교 수업과는 달리 그 능력에 따라 언제든지 학년이 올라갈 수 있다. 들어 온지 2년이 되더라도 능력이 되지 않으면 2학년, 3학년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능력만 된다면 들어 온지 몇 달만에 4학년까지도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학년 승급 시험은 한 달에 한번 신청자를 중심으로 열리기도 하고 한 학기에 한번씩 일괄적으로 열리기 것 두 가지가 있다. 천화와 라미아는 각각 2학년으로 정해졌다. 천화와 라미아의 실력을 본 진혁의 말 때문이었다. 특히 진혁이 본 천화의 실력은 3학년 이상의 실력이었지만 앞으로 보름만 있으면 승급시험이 있기 때문에 그때 정확한 실력을 점검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이 되어서 다시 한번 수업을 끝났다는 종소리가 울렸다. 영호는 그 소리에 하던 말을 잠시 멈추고는 정연영 선생과 천화와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반과 기숙사도 정해 졌으니, 입학문제는 끝났고.... 애들 옷이 별로 없다니까 그걸 사야 겠는데... 정 선생님. 오늘 수업은 끝나셨지요?" 사실 천화와 라미아가 이곳에 온지 나흘이나 되었지만, 갑작스럽게 변한 환경과 가이스트로 오는 일 덕분에 지금 당장 입을 옷 몇 벌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도 천화는 하얀색의 면바지-중원에서나 그레센 대륙에서 입었던 옷과 비슷해서 고른 바지-와 반팔티, 라미아는 푸른색의 청바지에 반팔티로 정연영 선생과 비슷한 스타일이었다. 정연영 선생, 연영은 영호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묻는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는 즐거운 미소가 그대로 떠올라 있었다. "네, 나머지 수업은 시리안 선생님이 맞기로 했거든요. 제가 얘들을 대리고 쇼핑이나 하고 오죠." 연영의 말에 영호와 진혁이 품에서 지갑을 꺼내 열었다. 천화와 라미아에게 필요한 것을 사라고 돈을 꺼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에 천화가 나서서 손을 흔들어 거절했다. "감사하지만, 저희가 해결하겠습니다. 진혁 아저씨께는 저번에 말씀 드렸지만, 저희들도 돈이 될만한걸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곳에 있으려면 돈이 필요 할 테니.... 그걸 처분할까 합니다. 저번엔 바빠서 처분을 못했지만 지금은 시간도 충분하니까요." "하긴... 앞으로 돈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정 선생님과 같이 나가서 바꿔두는 것도 괜찮지. 그런데 정말 괜찮겠나?" "호호호... 걱정 마세요. 잘 안되면 제가 처리하죠." "험, 그래요. 정 선생님이 같이 가니까. 그럼 부탁하지요. 나는 오랜만에 만난 이 녀석과 밀린 이야가나 해야 겠군요." 영호의 말에 연영은 걱정 말라는 듯이 다시 한번 웃어 보이고는 천화와 라미아를 데리고 본관 정문을 나섰다. 교문 밖으로 나서자 천화와 라미아의 앞에 걸어가던 연영이 뒤로 돌아 천화와 라미아 사이에 서서 둘을 향해 방긋 웃어 보이며 손을 잡았다. "담임 선생님이긴 하지만 앞으로 같이 살게 됐으니까. 그냥 친누나나 언니처럼 대해 줘. 알았지? 자, 먼저 어디로.... 아, 천화가 처분할거 라는게 보석이지? 좋아. 내가 보석점이 모여 있는 곳을 아니까 거기로 가자.... 그런데 네가 가지고 있다는 보석 비싼거니?" 천화는 자신의 대답은 거이 듣지도 않고 자기 할말을 하고 라미아와 자신을 잡아끄는 연영의 모습에 불안한 한숨을 내쉬었다. 몇몇의 일을 제하고 남에게 잘 끌려 다니는 천화의 성격상 가장 반대되는 성격이 바로 지금의 연영과 같은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 었다. 천화같은 성격에 이런류의 사람을 만나면... 거절의 말이나 자신의 의견은 꺼내 보지도 못하고 상대에게 휘둘리게 된다. 실제로 중원에서 누님들에게 많이 휘둘렸던 천화였고, 그레센 대륙에서는 아프르의 부 탁에 못 이겨 기사단을 훈련시켰었던 천화였다. '아... 정연 선생님이 정말 그런 성격이면 않되는데....' 그때 천화의 마음속 목소리를 들었는지 라미아의 말이 들려왔다. [걱정 마세요. 천화님은 제가 지켜 드릴께요.] 하지만 그런 라미아의 목소리는 천화의 한숨만을 더 할 뿐이었다. '너도 문제야.... 우~ 왠지 앞으로 저 연영이라는 선생님과 내가 휘둘러야할 라미아에게 휘둘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될 것 같으면 이곳에서 나가 버릴거란 생각을 하며 연영이 이끄는 데로 따라 가는 천화였다. 연영을 따라 40분 가량을 택시를 타고 천화와 라미아가도 착한 곳은 엄청난게 많은 사람들과 상가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명동. 그 명동의 거리 중에서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보석 가게가 줄을 서있는 곳에서 내렸다. 그리고 천화에게서 비싼 보석이라는 말을 들은 연영은 주저하지 않고 그 많은 가게들 중 가장 고급스러워 보이는 곳 중 한곳으로 앞장서서 걸어갔다. 가게는 입구부터 검은색의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연영등이 다가가가자 유리로 장식된 문이 휘이잉 소리와 함께 부드럽게 열렸다. 가게 안은 상당히 밖에서 본대로 엄청나게 호화스러웠는데 둥근 가게 안에 다섯 개의 각진 진열대를 갖추고 있었고 각각의 진열대 뒤로 한 명씩의 정복을 걸친 여성과 남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개중에 두개의 테이블 앞에는 이미 손님이 자리하고 남녀 점원의 설명을 듣고 있었고 나머지 세 명의 점원이 들어서는 일행들을 맞아 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처음의 인사뿐이고 천화와 연영등의 모습을 본 점원들은 곧 자신들이 하던 일들로 시선을 돌려 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천화들이 입고 있는 옷은 나머지 두개의 진열대를 차지하고 있는 손님들과는 달리 돈이 별로 들지 않는 옷이었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비싼 보석을 구입할 손님들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점원들의 무시에도 연영과 천화, 라미아는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마치 보지 못한 사람들처럼 정면에 있는 여성점원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 점원은 무언가 기록하던 것을 멈추고 점원으로서 교육받은 미소를 뛰어 보였다. "저희 '메르셰'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뭔가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신가요?" 점원의 말에 자리에 앉은 연영이 대답했다. 하지만 연영도 여성이기에 계속해서 바로 앞 진열대에 놓여진 보석들로 눈이 가고 있었다. "아니요. 저희는 보석을 처분할까 해서 찾아 왔어요." "아, 그러시군요. 저희 '메르셰'에서는 품질에 따라 최상의 가격으로 거래하고 있습니다. 그럼 처분하고 싶으신 보석을 보여 주시겠습니까?" 하지만 점원이 말하는 중에 진열대로 완전히 시선이 돌아가 버린 연영은 점원의 말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점원이 다시 한번 불러보았지만 이번에도 연영은 점원의 말을 듣지 못했다. 옆에 앉아 있던 천화는 그런 모습을 그럼 그렇지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는 주위의 보석을 보고 미리 골라놓은 보석을 점원에게 내밀었다. 주위의 보석이 대개 색이 없고 투명한 금강석이었기에 그것과 같은 종류로 꽤나 맘에 드는 모양의 보석이었다. "훗, 죄송합니다. 여기 보석이 너무 화려해서 그러는 모양이네요. 이게 처분할 물건입니다." ".... 아, 아니요. 전혀..." 천화는 생각 없이 싱긋 웃어 보이는 천화의 모습에 연영을 바라보던 여 점원이 얼굴을 사르르 붉히며 천화가 건네는 보석을 건네 받았다. 하지만 곧 이어 두 사람의 얼굴의 얼굴이 굳어져 버렸다. 물론 각자 다른 사정이 있었는데, 천화는 옆에 앉아 있는 라미아의 시리다 못해 짜릿한 시선 때문이었고 점원의 경우에는 자신의 손에 올려진 보석 때문이 었다. 그녀의 손위에 올려진 것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의 맑고 투명한 네모난 모양의 다이아몬드였는데, 특이하게 다이아몬드의 표면위로 높은 산과 그 위를 떠도는 몇 마리의 세가 섬세하게 양각되어 있었는데 드워프의 실력인지 마법인지 그 모습은 한 폭의 명화와도 같았다. "자,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요. 손님." 잠시 넋이 나간 듯이 천화가 건넨 다이아몬드를 바라보던 점원이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손길로 손에 든 보석을 내려놓더니 가게의 한쪽에 있는 우아한 모양의 문을 향해 뛰는 듯한 걸음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그와 함께 옆에 있던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드님... 아니, 천화님.... 제가 옆에 있는데 다른 여자를 유혹하시는 거예요?" "유, 유혹이라니? 내가 언제 누굴?" "방금 그 여자가 얼굴 붉히는거 못 보셔서 그래요?" "그게 왜 내가 유혹 한거야." "그게 아니면요. 뭣때문에 얼굴을 붉혀요." 그렇게 유치한 두 사람간의 다툼은 점원이 들어갔던 문으로 검은 색 정장을 걸친 30대의 이지적인 분위기의 여성이 나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아까의 생각과는 달리 벌써부터 라미아에게 휘둘리고 있는 천화였다.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저는 이곳의 주인인 고은주라고 합니다. 좀 더 편안한 자리로 옮기시 겠습니까." 점원과 함께 세 사람 앞으로 다가온 여성의 말에 천화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 말에 지금까지 보석에 눈이 팔려 있던 연영도 무슨 이야기냐는 듯이 고개를 들었다. "아니요. 번거롭게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보다 이곳에서 바로 처리 해주셨으면 하는데...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네, 손님께서 그러길 원하신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요. 음, 이것이 손님께서 처분하시려는 물건이군요. 신성균씨. 이 보석 감정 해주세요. 빨리요. 그리고 주련씨는 손님 분들께 차를." 고은주라는 여성의 말에 따라 한쪽에 서있던 남자와 일행들을 맞이했던 여 점원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는 다시 천화에게 시선을 돌렸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리고 손님께서 가지고 계신 보증서를 보여 주시면 더욱 감정하기가 쉬울 듯 한데요." ".... 보증서라니요?" 빨리 처리하고 다른 곳을 둘러보려고 생각하고 있던 천화는 생각지도 않은 그녀의 말에 무슨 말이냐는 듯이 되물었다. 하지만 고은주는 이런 천화의 반응이 오히려 당황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때쯤 처음부터 매달고 있던 웃음을 그대로 매단 연영이 두 사람의 대화 사이로 끼어 들었다. "아, 죄송합니다. 저는 가이디어스의 스피릿 가디언 정연영이라고 해요. 여기 천화는 지금까지 산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보증서가 없어요. 대신 제와 가이디어스의 부 학장님께서 보증을 서겠습니다." 고은주는 연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열대 밑의 서랍에서 무언가 종이를 꺼내 연영에게 내밀며 싸인을 부탁했다. 고은주 그녀도 가이디어스에 대해 알고 있기에 그곳의 부학장이 보증을 선다는 말에 충분히 만족을 한 것이었다. 그때 주련이라는 여직원이 차를 받쳐들고 왔다. 그리고 잠시간의 시간이 지난후 신성균이라는 직원이 검은 천이 올려진 은쟁반에 천화가가 건네었던 다이아몬드와 무언가 적혀있는 네 모난 종이를 가져왔다. 고은주는 자신의 앞에 놓이는 은쟁반에서 그 종이를 들어 읽어보고는 천화들을 바라보았다. "네, 보석에 대한 감정이 나왔습니다. 5부로 해서 57캐럿의......." "오, 5...7 캐럿이라구요!!!" "네, 57캐럿입니다. 거기에 불순물도 거의 썩여있지 않은 최상품입니다. 거기다 다이아몬드의 섬세함 양각문양까지 한다면... 정말 저희 '메르셰'에서 처분하시겠습니까? 처분하신다면 저희야 좋지만, 이 정도의 물건이라면 경매에 붙이시면 더욱 좋은 가격을 얻을 수 있듯 한데..." 그 말에 엄청난 캐럿 수에 멍해 있던 연영이 가격을 물었다. 처분하려는 보석점의 주인이 경매에 붙이라는 말까지 하다니 가격이 궁금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어 고은주라는 여성을 통해 들은 보석의 가격에 연영은 입을 따악 벌려야 했다. "보석에 대한 저희 '메르셰'의 감정가는 10억 입니다. 하지만 경매에 붙이신다면 다이아몬드에 양각된 세공 때문에 더욱 높은 가격도 기대해 보실 수 있습니다." ..... 가이디어스에 대한 설정이 모두 끝났네염.... ^^ 그런데 다이아몬드 57캐럿에 저런 문양을 가지면 저 정도의 가격이 맞아 들어 갈지 모르겠네염....... 더 나와야 하는건지.... 많이 나온건지...... 우어~~~ 보석 가격........... -------------------------------------------------------------------------- ------ Back : 46 : 이드(176) (written by DarknTemplar) Next : 44 : 이드(174) (written by 이드) -------------------------------------------------------------------------- ------ -------------------------------------------------------------------------- ------ Total access : 77397 , Current date and time : Saturday 13th October 2001 13:54:39 -------------------------------------------------------------------------- ------ Copyright 1998-2001 HolyNet . All rights reserved. 이드... -------------------------------------------------------------------------- ------ Name : DarknTemplar Date : 11-10-2001 13:54 Line : 182 Read : 776 [46] 이드(176) -------------------------------------------------------------------------- ------ -------------------------------------------------------------------------- ------ Ip address : 61.248.104.147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6.0; Windows 98) 이드 (176) ^^ "보석에 대한 저희 '메르셰'의 감정가는 10억 입니다. 하지만 경매에 붙이신다면 다이아몬드에 양각된 세공 때문에 더욱 높은 가격도 기대해 보실 수 있습니다." 우루루루........ 천화와 라미아, 연영은 각자의 손에 가득히 들고 있던 종이 가방과 종이 상자들을 거실에 쏟아 놓았다. 모두 종이 였기 때문에 천화들이 내려놓은 짐들은 앞으로 천화와 라마아, 연영이 같이 지내게 된 방의 주방 겸 거실바닥을 뒤덮었다. 천화는 그 많은 짐들을 바라보며 곤란한 미소를 뛰우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번에 너무 많이 산 것 같은데..." 천화는 앞에 놓여있는 물건들의 반 정도를 샀을 때와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그레센 대륙에서 보석을 처분했을 때도 필요한 옷 몇 벌과 가방을 샀을 뿐 이렇게 많이는 사지 않았다. 그때가 여행중이라 옷을 적게 샀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이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천화였다. 오죽했으면 이 물건들을 구입한 백화점이란 곳에서 차를 내주었을까. 하지만 그런 생각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자신이 그 말을 했을 때와 똑같이 대답해오는 라미아와 연영의 목소리와 그 두 사람의 모습 때문이었다. "괜찮아, 열심히 입으면 된다니까. 라미아, 이것 봐. 살 때도 봤지만, 정말 예쁘다. 그지." "맞아요. 어차피 앞으로 살걸 미리 산 것 뿐이잖아요. 그러지 말고 이리와서 이거 한번 입어 보세요.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천화의 말에 그렇게 대답한 두 사람은 얼굴 가득히 환한 미소를 뛰우고서 정신 없이 앞에 펼쳐진 물건들의 포장을 뜯어내고 있었다. 천화는 두 사람의 모습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어 버리고는 라미아와 연영의 반대편에 앉아 가방들과 상자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뭐.... 상관없겠지. 어디 보자. 내 옷이 어디 있더라..." 진혁과 있는 나흘동안 어느 정도 한국의 화폐의 단위를 익힌 천화였지만 메르셰가 내어놓은 10억이라는 돈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옆에서 놀란 얼굴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는 연영의 모습에 꽤 큰돈이겠거니 하고 처분하겠 다고 한 것이었다. 이곳 주인의 말대로 경매에 붙이게 되면 좀 더 높은 가격에 처분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천화는 지금 쓸 수 있는 돈을 필요로 했고 아직 자신의 주머니에는 꽤나 많은 양의 보석이 들어 있었기에 당장의 돈에 그렇게 욕심이 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반면 귀한 보석을 자신의 가게에서 처분하게된 메르셰의 주인은 고개를 숙여 보이며 감사를 표했고 돈의 지불 방법을 물었고, 마침 정신을 차린 연영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통장을 내밀었다. 아직 통장이 없을 두 사람 때문에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 통장을 받아든 주인은 잠시 기다려 달란 말을 남기고는 급히 가게의 문을 나섰다. 나머지 세 명의 점원들에게 손님 들을 접대하란 말을 남기고서 말이다. 헌데 잠시 후 돌아온 가게 주인이 다시 곤란한 표정을 보이며 연영의 통장을 내밀었다. 지금 당장 지불할 수 있는 유통 가능한 액수가 9억 정도로 1억 정도가 모자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문제는 기다렸다는 듯 이어진 라미아의 말에 의해 해결되었고 덕분에 지금 라미아의 손가락과 연영의 목에 반짝거리는 것들이 매달려 있었다. 천화가 일리나에게 예물로 주었던 반지가 상당히 부러웠나 보다. 그리고 그런 라미아 덕분에 덩달아 받게된 연영. 처음엔 받을 수 없다며 사양했지만, 라미아가 가이디어스의 교문을 나서며 연영이 했던, 오누이처럼 지내잔 말을 들먹이자 머뭇거리며 라미아가 건네는 목걸이를 받아 들었다. 그러는 중에 사 천 만원이 추가되었지만, 메르셰 측에서는 어떻게 되든지 자신들이 득을 보는 것이라며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 다음으로 연영을 따라 간 곳이 백화점이었는데, 라미아와 연영 둘 다 생각도 않은 보석 때문에 들뜬 때문인지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것들을 구입해 지금 눈앞에 있는 분량이 되고서야 돌아 온 것이었다. 그렇게 물건들을 뜯어 각자의 옷들을 골라내고, 각자가 쓰는 방안에 걸어 두고 청소하는데 까지 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때쯤 해서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돌아오는지 기숙사 건물이 시끌시끌해지기 시작했다. 연영이 천화와 라미아, 두 사람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옮겨온 C-707호 실은 원래 연영이 쓰던 곳보다 넓은 곳으로 원 룸 형식의 주방과 거실을 중심으로 두개의 방과 하나의 욕실로 이루어져 있다. 그 두개의 방중 큰 것을 연영과 라미아가 쓰기로 했고 그것보다 좀 작은 방을 천화가 쓰기로 했는데, 연영이 그렇게 정한 것이었다. 처음 연영의 말에 라미아가 천화와 같이 쓰겠다고 말했지만, 아직 성인이 아닌 애들이 같은 방을 쓰는 건 선생님으로서 봐 줄 수 없다는 천화와 라미아가 모를 소리로 반대한 것이었다. 물론 이때에도 그레센에서의 약속 때문에 한마디도 하지 못한 천화였다. 기숙사가 기끌시끌해지고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저번 학장실에서 들었던 종소리가 기숙사 복도로 울려나갔다. 연영의 설명을 들으며 라미아와 함께 정신없이 TV를 바라보던 천화는 갑작스런 종소리에 뭔가 해서 연영을 바라보았다. 그런 두 사람의 시선에 연영은 라미아의 손에 잡혀 있던 리모콘을 받아 TV를 끄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자, 배고프지 않아? 저건 밥 먹으로 오라는 종소리거든.... 가자. 아까 말했던 대로 이곳에서 어떻게 식사하는지 가르쳐 줄 테니까." 연영의 말에 천화는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라미아와 같이 연영의 뒤를 따랐다. 식사하는데 무슨 특이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천명 이상이 하는 식사이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식당은 2층부터 4층까지로 3개 층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한번에 1000명 정도가 식사를 할 수 있어서 학생들은 두 번에 나뉘어 식사를 하는데 그 천명은 선착순이라고 했었다. 연영을 따라 4층으로 내려간 천화는 양쪽으로 활짝 열려 있는 문에 세 줄로 서있는 수 십 여명의 남녀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데, 상당히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연영을, 정확히는 천화와 라미아에게 서서히 시선이 모아지면서 시끄럽던 소음이 차츰 줄어들었다. 개중에 연영에게 인사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인사를 한 그들의 시선 역시 천화나 라미아를 향해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웅성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러나 그런 중에도 천화와 라미아에게 향해 있는 시선은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저, 저... 완전히 세 송이의 꽃 이구만...." "혹시 새로운 입학생 인가?" "..... 그럼 우리 반이었으면 좋겠는데.... 저런 미인들과 같은 반이라면... 우.... 연영 선생님과 함께 있는데 연영 선생님 반은 아니겠지. 그 반은 그렇지 않아도 연영 선생님이 담임이라 부러운데...." "어머, 저 애 봐... 은발이야. 은발. 게다가 저렇게 길게..... 거기가 발그스름한 우유빛 살결이라니....꺄~ 부러워~~" "얘, 얘. 그보다 저 얘 옆에 있는 저 검은머리 얘. 남자니? 여자니? 중성적인게 묘하게 매력있다. 남자 얘라면 한번 사귀어 볼까?" "근데 재들 들은 무슨 전공이지?" 하지만 그런 이야기의 중심이 되고 있는 두 사람, 천화와 라미아는 그런 이야기와 시선에 신경도 쓰고 있지 않았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연영이 예의 방긋거리는 보기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호홋.... 너희 둘 벌써부터 대단한 인기인데... 둘 다 자신의 짝 빼앗기지 않게 관리 잘해야 겠는걸..." 천화는 그녀의 말에 호호홋 거리며 웃어 보이는 라미아를 보고는 연영을 향해 생긋 웃어보이며 말했다. "그러는 연영..... 누나도 인기가 좋은데요. 특히 지금같이 웃으니까 황홀한 표정까지 지어 보이는 걸요." "호홋, 아무리 그래도. 같은 남자들의 시선까지 한 몸에 받고 있는 너만 하겠니." "윽....." "두 사람 잡담 그만하고 앞으로 가요." 라미아의 재촉으로 식당에 들어서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방으로 돌아온 천화들은 연영에게서 내일부터 생활하게 될 2 학년 5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어제 저녁때와 같이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끝낸 세 사람은 방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수업시간이 다 되어 연영을 선두로 어제 가보았던 본관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 세 사람의 주위로는 등교하는 듯한 수 백 명의 학생들이 있었는데, 남녀 모두 한결 같이 재킷이라고 하기도 뭐 하고 코트라고 하기도 뭐한 이상한 모양의 옷을 걸치고 있었다. 하얀색 바탕의 그 옷은 어깨에서 약간 내려오는 반 팔에 목 주위를 감싸며 꽤 크고 보기 좋은 모양의 칼라를 가졌다. 그리고 옷의 양쪽 옆구리는 허리 부근까지 오는 반면 앞쪽과 뒤쪽의 옷은 역삼각형 형태로 좀더 내려와 허벅지에 다아 있었으며, 옷의 전체의 끝단을 따라 약 1.5센티미터 정도 넓이가 검은색으로 되어 상당히 깨끗하고 심플한 느낌을 주고 있는 이것. 사실 이 옷은 이곳 가이디어스의 교복이었다. 처음 가이디어스가 게워 졌을 때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기에 조금의 동질 감을 주기 위해 교복을 입히기로 했었다. 그런데 개중에 몇몇 인물들, 특히 가디언 프리스트의 학생들이 자신들 특유의 옷을 입어야 겠다고 하는 통에 보통 학교와 같은 교복을 생각하던 것을 조금 바꾸어 지금과 같이 옷 위에 걸칠 수 있는 단순하면 서도 특이한 교복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더구나 이 교복을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디자인 한 것이기에 학생들도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다. 천화와 라미아역시 연영을 따라 들어선 교무실에서 부학장인 영호가 어제 잘 다녀왔냐는 말과 함께 건네주는 교복을 받아 입었다. 그리고 "따라다다단따" 하는 종소리에 교무실을 나서는 여러 선생님들과 연영을 따라 3층의 2 학년 5반의 문 앞에 섰다. 교실 안에서는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웅성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연영은 그 문앞에서 천화와 라미아를 슬쩍 돌아보고는 방긋이 웃으며 교실 문을 열었다. "자, 들어가 볼까. 얘들아, 오늘 새 친구들이 왔다." 연영의 그 말과 함께 세 사람이 5반 교실 안으로 들어서자 5반 교실로부터 와아 하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몇몇 반의 반 아이들은 무슨 일인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 결국 5반이구나.... 5반 녀석들 좋겠다. 연영 선생님이 담임인 데다 그런 초 절정의 미인 둘이 들어 왔으니..... 부러워라...." "후훗.... 그 얘들이 새로 들어온 얘들이 맞군. 그럼.... 한번 사귀어 볼까?" "호홋, 효정아, 어재 걔들 새로 입학한것 맞나 본데. 있다 나하고 가보자. 그 중성적이던 얘. 남자가 맞는지 확인 해 봐야 겠어." 후아~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 ------ Back : 47 : 타지저아 님아.... (written by 띰띰타.....) Next : 45 : 이드(175) (written by 이드) -------------------------------------------------------------------------- ------ -------------------------------------------------------------------------- ------ Total access : 77397 , Current date and time : Saturday 13th October 2001 13:54:51 -------------------------------------------------------------------------- ------ Copyright 1998-2001 HolyNet . All rights reserved. "후훗.... 그 얘들이 새로 들어온 얘들이 맞군. 그럼.... 한번 사귀어 볼까?" "호홋, 효정아, 어재 걔들 새로 입학한것 맞나 본데. 있다 나하고 가보자. 그 중성적이던 얘. 남자가 맞는지 확인 해 봐야 겠어." "두 사람 자리는...." 연영은 천화와 라미아를 간단히 소개하고 두 사람이 앉을 남아 있는 자리로 시선을 돌렸다. 현재 연영이 담임을 맡고 있는 5반의 인원은 남자 17명 여자 10명으로 총 27명이다. 정원에서 3명이 모자라는 수였다. 때문에 두 명씩 짝을 지어 5개의 줄로 하나의 분단을 이루는 세 개 분단 중 중앙에 남자들 7명이 앉아 있는 분단의 뒤쪽 3개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따로 자리를 마련하지 않는 한 천화와 라미아는 남아있는 3개자리 중에서 골라 앉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중앙 분단의 제일 뒤쪽에 홀로 앉아 있던 옅은 갈색 머리카락의 소년이 기대 썩인 눈으로 눈을 빛내고 있었다. 연영은 그 소년의 눈빛에 속으로 킥킥거리는 조금 짓굿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키킥... 로스야, 로스야. 괜한 기대 하지 말아라. 한 명은 남자고 한 명은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란다. 호호홋...' 하지만 그런 사실을 말해 주지는 앉는 연영이었다. 자신도 영호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천화를 여자로 착각했을 수도 있기에 자신들이 맡은 반의 학생들도 좀 놀라 보라는, 장난기 어린 마음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저기 로스 뒤쪽에 비어 있는 자리에 가서 앉도록 하고, 다른 사람들은 새로 온 두 사람이 모르는게 있으면 잘 도와주도록 하고, 오늘 수업도 열심히 하고.... 알았지?" "넵!" "염려 마세요." "그래, 아, 종친다. 천화하고 라미아도 수업 잘 하고 기숙사에서 보자." 그 말과 함께 방긋 웃어 보인 연영은 빠른 걸음으로 교실을 나섰다. 그녀가 나서고 교실의 시선들이 천화와 라미아에게 잠시 머물렀다. 확실히 눈에 뛰는 두 사람의 모습에 이것저것 묻고 싶은 게 많은 교실 아이들, 특히 남학생들이지만 이미 종이 쳐버렸기에 두 사람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으로 그쳤다. 그리고 아이들의 선택이 올았다는 듯 잠시 후 20대로 보이는 짧은 머리의 후리후리한 키의 남자가 들어선 것이었다. 그가 교탁 앞에 서자 여학생들이 앉아 있는 창가 쪽 1분단에서 눈이 큰 여학생 한 명이 일어서 인사를 했다. 5반의 반장인 신미려 였다. "차렷, 경례!"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즐겁게 보내자. 그런데... 오늘 이 반에 새로운 학생들이 들어왔다고 하던데, 얼굴이나 볼까? 자리에서 일어나 봐." 다른 아이들과 함께 인사를 했던 천화는 활기가 넘치는 그의 말에 라미아와 함께 웃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곧 이어진 말에 한숨과 함께 천화의 얼굴에 뛰어져 있던 웃음이 싹 사라져 버렸다. "5반 녀석들 부러운걸, 이런 아름다운 두 미녀와 같은 반이라니 말이야.... 응? 왜 그러니?" 두 사람의 모습에 부럽다는 듯이 너스레를 떨던 추평 선생은 천화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는 모습에 의아해 하며 물었다. 천화는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추평 선생의 모습에 머리를 긁적였다. 선녀옥형결이 독주를 멈추어 이제는 좀 괜찮아 지나 했는데... "후~ 저기 선생님 말씀 중에 잘못된 부분이 있는데요." 천화의 말에 추평 선생과 반 아이들이 무슨 말인가 하고 천화를 바라보았다. "잘못된 말이라니? 그래, 내가 무슨 말을 잘못했지?" 천화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다른 게 아니고 그 두 미녀라는 지칭이 잘못 되었는데요. 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저는 미녀(美女)라고 지칭될 수 없는 남.자. 입니다." 특히 남자라는 말을 강조한 천화의 말이 끝나자 순식간에 천화를 향해 있던 눈들이 휘둥그레 지며 조용한 숨소리만이 감 돌았다. 그런 선생과 학생들의 모습에 라미아는 킥하고 웃음을 터트렸고, 그 웃음소리에 정신이든 아이들, 그 중에 남자들이 비명성을 울렸다. "말도 안돼!!!!!!!!" "크아~~ 무, 무슨 남자 모습이 저렇단 말이야." "어머, 남... 자래... 꺄아~~~" "그럼... 혹시 저 두 사람 사귀는 사이 아니야? 같이 들어왔잖아." 그런 아이들의 웅성임 사이로 추평 선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얼굴도 조금 붉은 것이 꽤나 당황한 모양이었다. "하, 하.... 이거 내가 실수했는걸. 하지만 천화 네 얼굴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처럼 실수 할 걸. 하여간 오늘 진짜 미소년이 뭔지 본 것 같단 말이야... 하하하" 말을 하면서 당황을 가라앉힌 추평 선생이 끝에 크게 웃어버리자 천화도 마주 웃어 주었다. 이어 몇 가지 이야기가 더 오고간 후 천화와 라미아가 자리에 앉았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추평 선생이 맞고 있는 것은 국어. 하지만 말은 할 줄 알아도 아직 읽거나 쓸 줄 모르는 천화와 라미아는 추평 선생의 수업을 흘려들으며 연영이 책과 함께 챙겨 주었던, 다른 나라에서 이곳 한국의 가이디어스로 오는 학생들이 쉽게 한글을 익힐 수 있도록 만든 한글 기초 학습 책을 펼쳐 익히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흘러 추평 선생의 수업시간이 끝나고 10분간의 휴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이어진 반장의 인사에 추평 선생이 교실에서 나가자 반에 있던 남녀 학생들이 천화와 라미아에게로 몰려들었다. 남자들은 천화 쪽으로 여자들은 라미아 쪽으로... 우르르 몰려들어 반짝반짝 빛나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에 당혹감을 느끼며 멀거니 바라보던 천화는 개중 한 아이가 입을 여는 것을 보고 그 아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반가워. 나는 우리 반 부 반장인 김태윤. 너와 마찬 가지로 정식 나이트 가디언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앞으로 잘 지내보자. 힘쓰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말만해." 천화는 호탕한 말과 함께 손을 내미는 당당한 덩치의 태윤을 보며 손을 마주 잡아 주며 생긋이 웃어 보였고, 순간 태윤이 화들짝 놀란 동작으로 잡고 있던 천화의 손을 놓으며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이어진 한 마디에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 웃음을 터트렸고 너도나도 천화에게 악수를 청했다. "너, 너.... 저, 정말 남자 맞는거냐? 남자 손이 어떻게 여자 손 보다 더 부드럽냐?" 하지만 그런 말을 듣고도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은 천화였다. 그리고 나머지 열 여섯 명의 소년들과 인사를 하던 천화에게 한 학생이 물었다. "두 사람 오늘 같이 왔는데..... 혹시 서로 아는 사이야?" "맞아 정말 아는 사이냐?" 그 물음과 함께 순간적으로 입을 닫아 버린 아이들의 시선이 천화에게 모아졌다. 천화는 별것도 아닌일에 열을 올리는 아이들의 모습에 웃어 버릴 뻔했지만 자신을 향하는 시선에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 것을 보고는 웃음을 삼켰다. 이어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그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으응.... 잘 아는 사인데. 원래 같이 있다고 이곳으로 왔으니까...." 그렇게 대답한 천화는 왠 바람이 부나 할 정도로 이곳저곳에서 한숨과 함께 장 탄식이 터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개중에 몇몇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의 눈에도 천화를 향한 부러움의 시선이 썩여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이 다시 천화에게 물었다. "근데 천화 너 몇 호 기숙사에 자는거냐? 어제 저녁 식사시간에 너하고 저기 라미아라는 얘를 보기는 했지만 기숙사에 있는 얘들은 아무도 모른다고 했거든, 대체 몇 호 실이야? 알아야 놀러 라도 가지." "그럴 거야.... 내가 있는 방은 C-707호 거든." 천화의 말에 다른 아이가 고개를 갸웃 거렸다. "C-707호 라니? C 동이라면 중앙 건물의 선생님들 기숙사 잔아. 그런데 천화 네가 왜..." "707호실... 707호실..... 야, 그 호실번호 이번에 담임 선생님이 옮긴 기숙사 호실 번호 아니야?" 707호실이란 말을 되새기던 호리호리한 몸매의 소년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말하자 주위의 시선들이 일제히 그 소년에게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때 라미아를 중심으로 해서 여자 얘들이 몰려 있던 곳에서 그 소년의 말에 답하는 듯한 커다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뭐? C-707호 라면 이번에 연영 선생님이 옮기셨다는 기숙사 호실인데... 너 선생님하고 같이 사는가야?" 천화는 옆에서 그 소리가 들지자 마자 자신에게 쏟아지는 남자 아이들의 불길이 넘실 거리는 시선에 움찔 해서는 슬쩍 뒤로 몸을 뺐다. 그리고 태윤의 커다란 목소리가 다른 아이들의 목소리를 완전히 묻어 버리며 5반을 떨어 울렸다. "뭐야!!! 그럼 너 라미아하고 연영 선생님과 동거를 하고 있단 말이냐?" "꺅... 야! 김태운. 너 누가 귀청 떨어지는...... 잠깐.... 동거라니? 라미아, 너희 호실에 천화도 같이 있는 거야?" 태윤의 목소리에 라미아와 자기들끼리의 이야기에 빠져 있던 여자 얘들이 고개를 들었다가 라미아에게 급히 물었고 그 기세에 놀란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여 버리자 5반은 순식간에 일대 혼란이 빠져 버렸다. 왠지 심상치 않은 그들의 모습에 슬금슬금 자리를 떠나려던 천화는 때마침 종이 치는 소리에 안도하며 자리에 앉았고, 그대까지 발작을 일으키던 몇몇 아이들도 종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개중에 몇몇 심상치 않은 시선들이 천화를 힐끔 거렸고 그 시선을 느낀 천화는 한숨과 함께 머리를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다음 쉬는 시간부터는 일찌감치 밖으로 도망 쳐야 겠는걸...." "휴~ 그때 저도 같이 데려가요. 천화님." 천화는 아직 걸음이 조금 불안전한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스르륵 교실 문이 열리며 선생이 들어서는 모습에 아까 접어 두었던 책을 펼쳐 들었다. 하지만.... 그런 천화와 라미아의 생각을 어떻게 알았는지 미리 도주로를 막아서며 다가오는 아이들에게 붙잡혀 다음 쉬는 시간. 그 다음 쉬는 시간에 결국은 식당가는 길에도 휩쓸려 간 두 사람이었다. 특히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속담을 증명하듯 엄청난 속도로 퍼진 소문 덕분에 소녀들의 호기심 가득한 반짝이는 눈길과 남자들의 질투심과 부러움 가득한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천화는 죄 없는 머리를 긁적여야 했다. 그리고 그런 시선은 식당에서 라미아가 천화의 옆에 붙어 앉자 더욱더 강렬해 졌다. 교실에서, 식당으로 오는 길에서, 또 식당에서 까지... 더우기 기숙사에서 까지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니... 하지만 그런 눈빛도 식사가 끝나고 천화와 라미아가 각각 나이트 가디언 실습장과 매직 가디언 실습장 으로 나뉘어 지자 약해 지기 시작했다. 그 대신 다른 뜻으로 눈에 빛을 더하는 아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매직 가디언의 남학생들과 나이트 가디언의 소수의 여학생들이었다. 기숙사에서 보자는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답해 주던 천화는 자신의 어깨에 턱하니 손을 얹어 놓는 태윤이를 돌아보았다. "뭐가 아쉬워서 그렇게 바라보냐? 저녁때보고 기숙사에서 밤새도록 볼 수 있을탠데.... 으~ 진짜 학원 기숙사에서 여학생과 동거라니.... 복도 많은 놈." "하하.... 부러운 모양이지? 하지만 너무 부러워하지 마라. 이것도 괴로운 일이라고..." "쳇, 그런게 괴로운 일이면... 나는 죽어 보고 싶다. 가자. 오늘은 검술 수업이라서 운동장으로 가면되." "검술 수업?" 천화가 태윤의 말에 되묻자 태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운동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미 저쪽 운동장에는 꽤나 많은 수의 학생들이 모여 북적이고 있었다. "그래. 오늘 2혁년들은 출운검(出雲劍) 담노형(潭魯炯) 사부님의 수업이거든... 참, 그분도 천화 너하고 같은 중국 분이야..." "그래. 오늘 2혁년들은 출운검(出雲劍) 담노형(潭魯炯) 사부님의 수업이거든... 참, 그분도 천화 너하고 같은 중국 분이야..." 태윤의 말에 천화는 눈을 빛내며 반문했다. 이곳이 비록 자신이 살던 시대와는 달라도 한참 다른 듯 하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과 같은 중화인(中華人)인 이라는 중국인이 이곳에 선생으로 있다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담 사부라는 분이 중화.... 아니, 중국인이라고? 어떤 분이 신데?" "그게.... 정확히 중국 어디 분이 신지는 잘 몰라. 담 사부님이 첫 수업시간에 뭐라고 말씀 하셨는데.... 헤헤... 옆에 놈하고 이야기하느라 흘려들어서 말이야. 하지만 그분이 쓰시는 검법이름은 아는데 운운현검(雲雲絢劍)이라고 하셨었는데. 대단한 검술이더라. 그냥 보면 검법을 펼치는 게 아니라 유유자적 산책이라도 하는 모습이거든. 그런데 직접 검을 맞대면.... 어.... 머랄까 꼭 허공에 칼질한 기분? 나는 분명히 그 분의 가슴을 찔렀는데......." ".... 공격이 끝나면 검은 허공이고, 그 담 사부란 분은 전혀 엉뚱한 곳에 계시지?" 결정적인 부분에서 잠시 말을 멈추던 태윤은 자신하려던 말을 곧바로 이어서 하는 천화의 모습에 피식 김이 빠졌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알고 있는 검법이야?" "응. 우연한 기회에 한번 견식해 본 검법과 같은 곳의 검법인 것 같은데... 정확한 건 봐야 알겠지만, 방금 말대로 라면 아마도 유문(儒門)의 검법일 것 같아." "어... 맞는 것 같은데.... 듣고 보니까 첫 시간에 담 사부님이 선비의 기품이 어쩌고 하신 것도 같은데... 중국의 산 속에서 수련했다니... 그쪽으로는 아는 게 많은가 보지?" "헤헷.... 이 정도는 다른 사람도 알고 있을 텐데 뭐... 그보다 빨리 가자 사람들이 꽤나 모여있는 것 같은데..." 천화는 그 말을 하고는 태윤과 함께 운동장의 한쪽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자신과 같은 중화인에 유문의 검법이라... 사실 천화도 유문의 검법은 몇 번 보지 못했었다. 유문이란 말 그대로 선비들의 문파여서 그런지 특별히 문파를 세워 두지도 않고 유문의 무공을 익혔다 하더라고 특별한 상황이 되지 않으면 힘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리고 유문의 무공을 보고 싶어도 누가 유문의 무공을 익힌 사람인지 알고 청(請)하겠는가. 중원 천지에 깔린 것이 책 읽는 선비인데 말이다. 천화 역시도 우연히 누님들과 같이 갔었던 영웅대회에서 몇 번 유문의 검을 볼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 보았던 검이 태윤이 말한 것과 같은 종류로 선비의 글은 구름과 같이 자유롭고 서두름이 없어야 한다는 뜻의 문유검(文雲劍)이었다. 비록 그 영웅대회에서 문운검을 펼친 선비가 우승을 하진 못했지만 흐릿해 지던 유문이란 이름을 확실하게 사람들에게 각인 시켰었다. 그런데 중원도 아닌 이곳 가이디어스에서 유문의 검을 다시 보게 생긴 것이다. 천화는 그런 생각을 하며 운동장의 오른쪽에 대열을 이루고 있는 앞쪽에 태윤과 같이 섰다. 하지만 대열의 오른쪽에 자리한 여학생들의 시선을 느낀 천화는 나직한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쩝.... 이거, 이거.... 저런 시선을 단체로 받는 건 상당히 신경 쓰이는데...' 그러나 그건 천화 혼자만의 생각이었는지 태윤을 비롯해 여기저기서 부러움과 질투의 눈빛들이 쏟아져 들었고 천화는 더욱더 곤란해해야 했다. 만약 담 사부가 그때 오지 않았다면 천화는 그 눈빛들에 뚫어 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하하.... 전부 시선이 몰려있다니... 뭐, 재미있는 거라도 있나?" 그 말을 하는 담 사부는 한 손에 반질반질하게 손 때가 묻은 목검을 든 선한 인상의 40대 중반정도의 남자였는데, 실제의 나이가 37이라고 했으니 십 년 가까이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것이다. 덕분에 일부에서는 겉 늙은이 라는 별명도 나돈다고 하지만 워낙 인품과 성격이 좋아 그런 별명을 입밖에 내고 거론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천화는 방금 전까지 자신을 향해 있던 시선을 따라 자신을 바라보는 담 사부를 보고는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때 천화의 뒤쪽에 서있던 태윤이 천화의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오늘 저희 반에 새로 들어 온 친구입니다. 담 사부님." "오... 그래. 오늘 아침에 들었지. 반갑네. 나는 가이디어스에서 검술을 지도하고 있는 담노형이라고 하네." 그 말을 들은 천화는 그의 옛날 식 말투에 얼결에 양손을 들어 포권 하려다가 이곳이 어디인지 생각하고 손을 앞으로 마주 잡고 고개를 숙여 보였다. "많은 가르침을 바라겠습니다. 예천화라고 합니다." 천화의 인사가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아까보다 더 온화한 표정을 내보이며 담 사부가 뭐라고 하려했으나 그 보다 태윤의 말이 조금 더 빨리 튀어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태윤은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 담 사부가 알고 있다는 듯이 태윤의 말을 잘라버린 것이다. "담 사부님. 한가지 아셔야 하는게 있는데요. 이 녀석은 남...." "남자라고?" ".... 담 사부님은 또 어떻게 아셨어요?" 태윤은 두 번이나 자신의 말이, 것도 중요한 부분에서 짤리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분명히 두 번의 경우 모두 상대는 모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까 낮에 교무실에서 지토 선생과 바둑을 두고 있다가 추평 선생이 어떤 반에 들어가서 남학생을 여 학생으로 착각했다는 소리를 들었거든. 참, 옆에서 자네 반 선생이 자네들은 놀라지 않았냐고 웃으며 말하는 소리도 들었다 네... 또 그 일이 아니더라도 검을 다루면서 그 정도의 눈썰미는 있어야지. 그런데, 그 또 라는 말은 뭐지?" 담 사부의 말에 뭔가 당했다는 표정을 하고 있던 태윤이 고개를 돌려 천화를 가리 키며 말했다. "별건 아니구요. 아까 천화에게 담 사부님의 이야기를 하면서 저번 담 사부님과 대련했을 때의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제가 말하기도 전에 상황을 맞췄거든요. 담 사부님의 검법이 유문의 것이라는 것까지요. 아, 그리고 이 녀석도 담 사부님과 같은 중국이 고향이라고 했습니다." 천화는 태윤의 말을 들은 담 사부의 눈이 반짝하고 빛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말은 천화가 몇 개월간 쓰지 못했던 중국어 였다. "이거 반갑구나. 이곳에는 중국인은 얼마 없는데 말이야. 어디 출신이지?" 그 말에 답하는 천화의 말도 중국어 였다. 참으로 오랜만에 써보는 고향의 언어였다. "호북성의 태산 출신입니다." "호북성이라.... 좋은 곳이지. 그런데 유문의 검을 알아보다니 자네 견문이 상당히 넓은 것 같구만." 천화의 말에 말을 잠시 끊고 호북성과 그곳의 태산을 생각해 보는 듯 하던 담 사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할아버지의 덕분으로 우연히 볼 수 있었던 유문의 검법 덕분에 알 수 있었습니다." "오... 그래, 그럼 내가 자네 할아버님의 성함을 알 수 있겠나?" 천화는 담 사부의 물음에 진혁에게 답했던 것과 같이 답해주었고, 담 사부도 아네 고개를 흔들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꾸며낸 인물을 알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어 담 사부는 천화의 무공내력을 물었고 천화는 이번에도 진혁에게 말했던 대로 답해 주었다. 천화의 대답에 다시 뭐라고 물으려던 담 사부는 주위의 아이들이 조금 따분해 하는 모습을 보이자 다시 한국어로 고쳐 천화에게 말했다. "금강선도는 내 많이 듣고 보아 알고 있네만, 금령단공은 모르겠군.... 하하하... 아직 내 견식이 많이 짧은 모양이야. 천화군 괜찮다면 그 금령단공이란 것을 조금 보여 줄 수 있겠는가? 같이 지내게될 아이들에게 자신이 가진 제주를 보여 줄겸 또 내 견식도 넓혀줄 겸해서 말이야." 천화는 한국어로 변한 담 사부의 말과 함께 자신에게로 쏟아지는 기대 썩인 주위의 눈빛을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옆으로 와있는 태윤의 눈빛이 가장 강렬했다. 이건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게 만드는 그런 분위기. 그런 분위기를 느낀 천화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러시다 면 모자라는 실력이지만 펼쳐 보이겠습니다. 하지만 담 사부님도 제게 운운현검이라는 검법을 보여 주셔야 합니다." "물론이지. 내 운운현검은 자네들이 배워 가야할 검법이니 당연한 말이지. 그럼 이럴게 아니라 내가 먼저 자네에게 운운현검을 보여주도록 할까?" 하지만 천화는 그런 담 사부의 말에 고개를 저어 보이고는 앞으로 나섰다. 이미 한번 본것 보다는 새로운걸 먼저 보고 싶다는 주위의 시선도 시선이지만, 담 사부보다 어린(?) 자신이 먼저 무공을 시현하는게 예의 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모습에 담 사부가 슬쩍 웃어 보이며 아이들을 뒤로 물러서게 해 천화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적 없는 새로운 무공이니, 모두 눈 크게 뜨고 잘 봐야 한다." 담 사부는 자신의 말에 크게 대답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는 천화에게 시작하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천화는 그 모습에 잠시 머리를 긁적이더니 한 손을 부드럽게 내리고 반대쪽 손을 가슴 앞에 가볍게 쥐어 보이는 난화십이식의 기수식을 취해 보였다. 금령단공은 극상의 내공심법이고 강기신공이긴 하지만 강기를 이용한 초식을 제외하고는 지금처럼 손에만 약하게 금령단공을 시전하며 보여 줄만한 초식이 없었다. 때문에 진혁에게도 한번 보여준 적이 있는 난화십이식에 따른 검결을 짚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 펼쳐진 난화십이식에 따라 천화의 몸 주위로 은은한 황금빛을 뛴 손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179 그리고 이어 펼쳐진 난화십이식에 따라 천화의 몸 주위로 은은한 황금빛을 뛴 손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후우웅..... 우웅... 난화십이식에 따른 초식을 펼쳐 보이는 천화의 손을 따라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드는 바람이 쪼개어 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부러 손에만 펼치고 있고 그 기운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내력이 운용된 결과물이었다. 지금의 힘만으로도 오크 정도는 가볍게 요리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기운은 아직 무공의 형(形)을 배우고 있는 아이들 보다 담 사부가 먼저 느끼고는 놀란 얼굴로 지금까지 짓고 있던 미소와는 다른 묘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 이상의 실력을 보여 주고 있는 천화 때문이었다. 그런 놀람의 시선 속에서 난화십이식을 펼치던 천화는 이쯤이면 됐겠지 하는 생각에 자신의 주위를 은은한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난화십이식의 사초 혈화를 끝으로 내력을 가라앉히고 자세를 바로 했다. 양손을 편하게 내리고 고개를 들던 천화는 자신에게 향해 있는 백 여 쌍의 눈길에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그런 천화의 모습이 신호가 되었는지 지금까지 감탄의 눈길로 바라만 보던 아이들이 함성과 함께 박수를 쳐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 중 요상하게 눈을 빛내는 몇몇 여학생의 모습에 움찔하는 천화였다. 눈빛이 몽롱한 것이... 왠지 모르게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사실 천화는 느끼지 못했겠지만 혈화를 펼치고 자세를 바로 하는 천화의 모습, 더구나 혈화로 인해 주위에 맴 돌던 황금빛이 급히 사라지는 장면이 더해져 마치 순정 만화의 한 장면을 연출했던 것이다. 왠지 앞으로 천화의 생활이 상당히 피곤해 질지도... 여학생들의 눈빛에 당혹해 하던 천화는 자신의 옆으로 다가오는 담 사부의 모습에 당혹 감을 지우고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담 사부의 얼굴에는 다시 처음과 같은 편안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대단해. 정말 대단한 실력이야.... 이거, 내가 자네에게 가르칠게 없겠어." "아니요. 담 사부님이 좋게 봐주신 거죠." 천화의 말에 생각도 못한 천화의 모습에 멍해 있던 태윤이 고개를 돌려서는 뻐기냐는 듯 말했고 담 사부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너무 겸손해 할 필요는 없어. 그 정도라면 4학년, 아니 5학년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실력이거든... 어떻게 된 일이기에 2학년에 들어 온 건가?" 담 사부의 말에 천화는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난화십이식을 펼치는 천화의 모습에 진혁과 영호가 의논 끝에 2학년에 넣자고 말한 것이지만 사실 그때는 전혀 내력을 끌어올리지 않았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 것이었다. 만약 천화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진혁 앞에서 보였다면 4학년이나 5학년, 아니면 아예 가이디어스에 대려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천화가 그런 이야기를 간단히 하자 담 사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런 실력에 2학년이라니...." 담 사부의 말에 학생들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방금 전 보여준 모습은 아직 자신들로서는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보았다 하더라도 선생님이나 5학년 선배 몇몇을 통해서 였었다. 그때 한 남학생이 천화와 담 사부를 바라보며 물었다. "맞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저희와 같은 나이에 유형(有形)의 장력(掌力)을 뿜어내는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본 건 전부 사부님 들이나 4학년, 5학년 선배들을 통해서 였거든요." "맞아요. 사부님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는 거죠?" 두 소년의 말에 담 사부가 천화를 한번 바라보고는 아이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건 아마 천화가 어릴 때부터 수련을 했기 때문일 것 같구나.... 그리고 천화가 익힌 내공심법도 너희들과는 조금 다른 것 같고.... 내 생각엔 금강선도 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금령단공의 상승의 내공심법 때문인 것 같은데.... 너희들도 알겠지만 약 650년 전의 일 때문에 대부분의 무공들이 사라졌다. 하지만 개중에 몇몇의 상승 무공이 남아서 그 맥(脈)을 있고 있는데... 아마 금령단공이 그 중의 하나인 것 같다." 담 사부의 말은 듣던 천화는 그 말 중에 하나에 고개를 갸웃 거렸다. '650년 전의 일이라니?...... 내가 사라지고 난 후의 이야기 같은데.... 무슨 일이 있었다는 말이야?' 천화가 그런 생각에 담 사부를 향해 물으려고 했지만 천화의 말보다 태윤의 말이 조금 더 빨랐다. "제가 듣기론 그런 고급의 무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얼마 없다고 했는데... 으.... 부러운 녀석. 그 외모에 라미아같은 여자친구에 고급 무공까지.... 후~ 천화야. 나 그거 가르쳐 주면 안되냐?" 태윤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별다른 기대를 가지고 물은 것은 아니었다. 무협소설이나 옛날 이야기에도 지금도 그렇지만 자신의 무공이나 기예를 함부로 타인에게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가이디어스에서 가르치는 무공이나 술법도 불문이나 도가, 그리고 몇 몇의 기인들이 인류차원에서 내어놓은 것이지만, 몇 가지에 있어서 핵심적이거나 가장 강력한 무공이나 술법등이 빠져 있었다. 이것은 함부로 알려주지 않고 배우려는 사람이 완전히 자신들의 제자가 된 다음에야 가르쳐 주고 있었다. 물론 담 사부와 같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말이다. 그리고 천화 역시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거절하는 이유는 달랐다. "안돼. 금령단공을 익히려면..... 태윤이 너 무슨 내공심법을 익혔지?" 그냥 거절할 줄 알았던 태윤은 천화가 무언가 이유를 말하는 듯 하자 그게 해결되면 배울 수 있을까 해서 자신이 익힌 내공심법의 이름을 말해 주었다. "패력승환기(覇力承還氣)를 익혔는데.... 그건 왜 묻는데?" "패력승환기.... 모르겠는데... 그게 어떤 심법인데?" 천화의 질문에 옆에서 듣고 있던 담 사부가 설명 해주었다. 패력승환기는 가이디어스에 기증되어 지고 수집되어진 무공들 중의 하나로 제법 듬직한 체구에 탄탄한 몸을 지닌 태윤이 고른 내공심법이다. 이것은 패력이라는 말 그대로 현묘함이나 어떤 오묘한 부분을 빼 버리고 오직 힘만을 추구하고 상대를 때려부수는데 그 목적을 둔 단순무식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심법이었다. 담 사부의 설명에 과연 그렇다는 생각에 피식 웃어 보인 천화가 말을 이었다. "흠흠... 금령단공을 익히려면 말이야, 다른 내공운기법을 전혀 접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해야돼. 아니면, 익히려는 사람의 내공심법이 금령단공과 비슷한 종류로... 불문이나 도가 상승의 내공심법 이어야해. 여기서 패력승환기는 전혀, 절대, 조금도 금령단공과 비슷한 점이 없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힘든 일인데.... 금령단공을 익히려는 사람의 내공이 최소한 2갑자, 만약 네가 익힌 단순 무식한 내공심법과 같은 것이라면 3갑자 이상은 돼야돼. 3갑자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지?" 천화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태윤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담 사부에게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것은 다른 아이들도 같은 표정이었다. 천화가 말한 세 가지 방법 모두 학생들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1학년에 입학하며 어떤 종류가 되었든 가이디어스에 있는 한가지 내공심법을 배우게 되는 학생들에게 -혹시 신입생이라면 모르겠지만- 첫째 조건은 택도 없는 소리였다. 또 둘째 조건 역시 말도 안돼는 것이었는데, 불가나 도가의 상승 심법이 있다면 금령단공이라는 상승의 심법은 익힐 필요가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황당한 것. 3갑자의 내공이라니... 3갑자라는 내공력은 지금 현제 활동중인 가디언들 중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내공 수위로, 3갑자의 내공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의 이름은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그 정도는 되어야 익힐 수 있다니... 이건 익히지 말하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때문에 태윤은 천화의 말을 완전히 지워 버리고는 담 사부를 향해 말했다. "천화가 금령단공이라는 걸 보여 주었으니 이제 사부님 차롑니다. 이번엔 저번처럼 검법만 보여 주시지 마시고 천화처럼 검기도 보여 주세요." "맞아요. 이번엔 사부님의 검기도 보여 주세요." 두 소년의 말에 천화의 설명을 들으며 뭔가 생각하던 표정이던 담 사부가 원래의 미소를 보이며 손 때 묻은 목검을 들어 보였다. 그런 목검에 아니들의 요청에 답하는 듯한 뽀얀색의 구름과 같은 기운이 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담 사부의 검법은 태윤의 설명 그대로 선비가 유유자적 산책을 나온 듯 한 모습으로 어린아이가 나무 막대를 휘둘러도 맞출 수 있을 듯 했다. 그러나 검기를 머금은 목검이 담 사부의 주위를 맴 돌며 마치 구름과 같은 모습을 형성하자 순식간에 담 사부의 분위기가 바뀌어 구름 위를 걷고 있는 신선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것이었다. 천화는 그런 담 사부의 모습에 문운검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담 사부의 모습은 그때의 문운검과 상당히 비슷했던 것이다. 그렇게 검법을 모두 펼쳐 보이고 나자 방금 전 천화와 같이 아이들에게서 환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담 사부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빙그레 웃어 보이고는 수업을 시작하자는 말을 했고 그 말에 아이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던 목검을 조용히 들어 만검(慢劍)으로 운운현검의 몇몇 초식을 따라 펼쳤다. 천화도 한옆에서 담 사부에게 받아들고 태윤과 호흡을 맞추어 조용히 검을 움직여 나갔다. 그러기를 한시간을 하고 난 후 한 시간 정도 담 사부의 검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강의가 끝나자 그때부터 마지막 끝날 때까지는 각자의 무공을 수련하고 담 사부에게 개인적으로 가르침을 받는 수업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특이하게 천화에게 물으러 오는 몇 몇 여학생들이 있었는데, 그녀들이 천화에게 다가 올 때는 주위 남학생들의 질투와 부러움 썩인 눈길도 같이 따라와 천화로 하여금 아까 전 느꼈던 불안감이 이것이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수업이 끝날 시간이 가까워 매직 가디언의 수업을 마친 라미아가 운동장 한쪽에서 기다리다 담 사부의 수업이 끝났다는 말과 함께 환하게 미소지으며 자신에게 답싹 안겨드는 모습으로 인해 자신에게 향하는 남학생들의 질투 어린 시선이 삽시에 세 네 배로 증가하자 이것이 불안감의 원인이었구나 하고 생각을 바꾸는 천화였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자신의 팔을 안으며 활짝 웃어 보이는 라미아의 모습 덕분에 오래가지는 못했다. "호호.... 천화님. 여기 학교라는 곳 꽤나 재미있는 곳 이예요. 사람들 모두 친절하고요." "후후... 그래, 그렇겠지. 특히 남자 들이 친절하지?" "호호호... 제 미모가 워낙 뛰어나다 보니 그렇죠. 하지만 저에겐 언제나 천화님 뿐이예요." 하지만 이번엔 천화도 라미아에게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뒤쪽에서 느껴지던 압력이 지금 라미아의 말과 함께 급격히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눈빛이 꽤나 앞으로도 자주 따라 붙을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천화였다. 180 그리고 그런 눈빛이 앞으로도 자주 따라 붙을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천화였다. 딸깍.... 딸깍..... 딸깍..... "오렌지 쥬스야. 마셔. 그래 오늘... 꿀꺽... 하루 학교 생활을 해보니까 어때? 재밌니?" 천화는 자신들과 따라 저녁식사를 마치고 들어온 연영이 건네는 노란색의 오렌지 쥬스 잔을 받아 마시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옆에 앉아 있던 라미아가 말을 이었다. "네, 친구들도 새로 생고, 또 이런저런 새로운 것도 보게 되구요. 모두 저희들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던걸요." "특히 남자들이 그렇겠지? 호호홋....." "헤헷.... 당연하죠." 서로 마주보고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깔깔대는 두 사람의 모습에 천화는 나직히 한숨을 내쉬며 아직도 조금 어색한 TV 리모콘을 가지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댔다. 하지만 마땅히 볼만한걸 찾지 못한 천화의 귀로 웃음을 그친 연영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음... 맞다. 그런데, 너희들 직접 보진 못했지만 실력이 대단한가 보더라?" "네?" 두 사람이 자신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연영이 말을 이었다. "아니, 교무실에서 업무를 마치면서 오늘 나이트 가디언 과목하고 매직 가디언 과목에 들어가셨던 선생님들이 너희들 이야기를 하시더라구. 대단한 실력들이라고. 그런 실력을 가지고 왜 2학년에 들어 온 거냐고 말이야. 적어도 3, 4학년 이상으로 입학했을 실력이라고 말이라고." 천화는 연영의 말을 들으며 라미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알고 보니 자신만 실력을 내보인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라미아 역시 마찬가지라는 듯이 천화를 바라보았다. "아무튼, 그 덕분에 이래저래 학생들과 선생님 모두에게 유명해졌어, 너희 둘. 내가 스피릿 가디언 수업할 때 너희들 이야기가 오고 가는걸 들었거든? 그리고 선생님들에게도 듣고. 학교온지 하루만에 한국의 가이디어스에서 가장 유명인이 된 거지. 그런데 정말 실력들이 어느 정도인 거야? 담 사부님의 말씀대로 라면 천화 넌 무술의 초식에 대해서는 거의 손댈게 없다고 하시던데? 거기다 모르긴 몰라도 검기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라고. 사실 그 정도의 실력이라면 5학년은 되야 되는데 말이야. 그리고 라미아는 3써클 마법을 사용했다고 하던데... 맞지?" 연영의 말에 라미아는 살짝 미소를 뛰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천화와 라미아가 와있는 이곳은 무공도 그렇지만 마법도 사라진 것이 많다. 때문에 마법이 가지는 파괴력이나 난이도, 그에 다르는 시전자의 위험부담 등을 고려해 총 8단계. 7써클의 마법과 번외 급으로 나뉘었다. 원래 그냥 아무렇게나 익혀 사용하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밟아 나가는게 익히는 사람에게 무리가 되지 않고 그 마법의 난위도를 알 수 있을 듯 해서이고 또 조금은 웃기는 이유이지만 거의 모든 환타지 소설이나 만화에서 그렇게 나누기 때문에 괜히 그래야 할 것 같은 생각에서 나뉘어 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좀더 설명하자면 1써클에서 7써클까지의 마법은 지금까지 발견되고 비밀스럽게 알려진 마법들을 단계적으로 위의 세 조건에 따라 나뉘어진 마법의 써클로 그레센 대륙에서 나누는 클래스와 비슷하지만 그 수준이 한 두 단계정도가 낮다. 하지만 지금도 몇 개 해석되지 않은 교황청이나 개인이 깊숙히 감추어 두었던 마법서를 해석하는 중이라 앞으로 각 써클에 드는 마법의 수와 써클의 등급이 좀더 늘어 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번외 급의 마법. 이것은 상당히 위험하고 그 파괴력이 엄청나다고 알려진 것들로 8써클에 올리자니 7써클과 수준이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우선 번외 급으로 따로 편성해 놓고 앞으로 많은 마법들이 알려진 후 그에 맞는 클래스에 끼워 넣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곳 가이디어스의 4 학년과 5 학년의 수준이 3써클과 4써클, 마법에 소질이 있는 학생은 5써클의 수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 곳에서 라미아가 3써클의 마법을 시전 한 것이다. "호홋.... 덕분에 이번 승급 시험은 선생님들이 꽤 기다리시는 것 같더라. 너희들의 실력을 보기 위해서 말이야. 나도 너희들이 실력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니까. 아, 그런데 말이야. 너희 둘 지금까지 쭉 같이 있었다고 했잖아. 그럼 혹시 서로가 쓰는 무술이나 마법. 쓸 수 있는거 있어?" 연영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서당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잃는다고 했다. 무술과 마법이 그런 차원은 아니지만, 천화와 라미아가 지금처럼 붙어 지냈다면 서로가 쓰는 무술과 마법에 대해 알지 않을까 해서 지나가는 식으로 물은 것이었다. 천화는 연영의 말을 듣는 도중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어 그녀에게 대답과 함께 물었다. "간단한 것 조금씩은 알아요. 하지만 라미아의 경우는 알고는 있지만, 내력을 운기한 적이 없어서 조금 어려울 거예요. 근데요. 누나, 오늘 담 사부님이 하시던 이야기 중에 650년 전의 일로 인해서 많은 무공들이 사라졌다는 말이 있던데... 그게 무슨 이야긴지 알아요?" 천화가 오늘 오전에 담 사부에게 물으려다 묻지 못한 내용을 물었다. 천화의 말에 대단하다고 칭찬을 건네려던 연영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뭔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아마 스피릿 가디언인 그녀와는 거의 상관이 없는 일이라 자세히 알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선생은 선생. 연영이 기억이 났다는 듯이 귀엽게 손뼉을 쳐 보였다. "아, 기억났다. 그래, 나도 여기 들어와서 안일인데,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650년 전 쯤? 그러니까 명(明) 초기쯤에 중국 더 자세히 말하면 소설에서나 나오는 소위 무림에 큰 문제가 생겼었던 모양이야." 연영의 말에 천화의 눈이 투명할 정도의 빛을 발했다. 650년 이전 명 초라했다. 정확히 몇 년 전 인진 모르겠지만, 자신이 중원에 나왔을 때 중원을 다스리시던 황제는 명의 태조이신 홍무제(洪武帝) 주원장(朱元璋)이셨었다. "홍무제께서 제위 하셨을 때요?" "응?..... 어, 그건 잘 모르겠는데. 홍무제 때 였는지 아니면 혜제(惠帝)때 였는지.... 정확한 년도라든가 하는 게 남아 있지 않거든. 그런데 넌 그 일에 대해 모르니?" "모르니까 묻잔아요. 어서 말해줘요." "그래요.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연영의 말에 천화와 라미아가 다시 연영의 말을 재촉했다. 천화로서는 자신이 사라지고 난 뒤의 중원에 무슨 일이 일어 났었는지 궁금하지 그지 없었다. 연영이 이야기 하는 시기라면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휘말려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천화의 일이니 라미아가 관심을 가지는 것이고 말이다. "그러니까 그때 멸무황(滅武荒).... 이란의 외호를 가진 사람이 나타났었다고 했었어." 이어진 연영의 말에 따르면 정확하진 명 초기 때 무림에 정사(正死)에 상관없이 무림인이라면 무조건 살수를 펴고 무림을 멸망시켜 버리겠다며 나선 멸무황이라는 외호의 봉두난발을 한 인물이 나타났다. 정확하게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추측키로 무림에 강한 원한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그의 등장에 처음에 무림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었다. 하지만 만나는 무림인은 모두 죽이거나 불구자로 만들어 버리는 그의 가공할만한 무공에 무림은 차츰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같이해서 무림의 명문 대파들과 중(中)소(小)문파에서 자파의 무공이 실린 비급과 전수자가 살해되는 일이 일어났다. 처음 몇 개의 중소 문파에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그런 일이 구파일방의 아미파와 명문세가인 남궁세가에서 까지 그런 일이 일어나자 그렇지 않아도 멸무황 때문에 뒤숭숭하던 무림에 커다란 소란이 일었다. 하지만 아직 그림자도 보지 못한 비급도둑을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멸무황이란 괴인하나를 상대하기 위해 여럿이 공격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무림에서는 자파의 경계를 강화하고 멸무황이 있다는 곳은 되도록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해결책이 아니었다. 한달, 두 달, 시간이 지나자 일은 결국 무림전체가 나서지 않으면 안될 정도가 되었다. 자파의 비급이 도둑맞고 그 비급을 익히는 전수자가 살해되는 일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삼류 무림문파를 시작해서 정사의 대 문파로 알려진 무당파와 화산파, 그리고 사령성(死領成)과 살막(殺幕)에서까지 일어났으며, 무림인을 죽이고 다니는 멸무황은 그 정도가 심해서 이제는 불구자로라도 살아 나는 사람이 없었음은 물론이고 정사의 절정고수들 까지 죽어나는 실정이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정파의 연합체인 정천무림맹(正天武林盟)과 사마(死魔)의 연합체인...... 거기 까지 말하던 연영은 갑자기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입에서 몇가지 이름을 되내었다. "마황천사(魔皇天死)던가? 아니, 아니....천사마황(天死魔皇)? 이것도 아닌데... 뭐였더라...." "천마사황성(天魔死皇成).... 이 이름 아니예요. 누나?" 연영의 중얼거림에 천화가 조심 스럽게 말을 꺼내자 연영이 그제야 생각난 모양이지 크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맞아. 천마사황성...... 야, 너 이 이름도 알고 있으면서 정말 그 이야기를 모른는거 맞아?" 천화는 갑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눈을 흘기는 연영의 모습에 정말 모른 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어 보이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요. 몰라요. 천마사황성이라는 이름도 우연히 진혁 아저씨에게서 들은 이름이거든요. 그러지 말고 이야기나 마저 해줘요." "알았어. 하지만 너 정말 모르는거 맞어? 왠지 너 알고 있는것 같은 기분이야." " 하하.... 정말 모른다니까요." 천화는 왠지 의심 스럽다는 듯이 자신의 얼굴앞에 얼굴을 들이대는 연영의 모습에 고개를 내 젖고는 이야기를 재촉했다. 그러나 두 정과 사의 연합체가 나섰음에도 상황은 쉽게 풀리지가 않았다. 외유하던 각파의 고수들을 자파로 돌려보내고 경계에 세워 이제는 무림공적이 되어 버린 비사흑영(飛蛇黑影)을 경계하고는 있지만 어디 어떻게 나타날지 몰라 전전긍긍할 뿐이었다. 또 그렇게 철통같이 경계를 하고 있음에도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비급을 도둑맞은 것이 몇 차례인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비사흑영보다 대하기가 쉬울것 같았던 멸무황의 처리역시 쉽지가 않았다. 어떻게 된것이 멸무황의 무공이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한순간 멸무황의 종적(從迹)이 무림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 일론 인해 가지각색의 억측들이 나돌았지만 이어 일어난 일들 때문에 소리소문 없이 묻혀 버렸다. 바로 무림의 태산북두이며 정신적 지주 역활을 하던 소림사의 무학고인 장경각과, 등천비마부의 보고가 깨끗하게 털려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는 맛 보기였다는 듯이 여기저기서 비급이 사라졌다는 소식들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181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는 맛 보기였다는 듯이 여기저기서 비급이 사라졌다는 소식들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거기까지 말을 한 연영은 잠시 말을 멈추고 쥬스를 한 모금 마시며 천화와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다 반짝반짝 거리는 눈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 옛날 이야기 듣는 아이들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 사람의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인 연영은 두 사람의 기대에 답하듯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시간이 지날 수록 비사흑영의 활동은 그 행적이 정천무림맹과 천마사황성까지 이어지는 정도에 이르렀다. 그러자 무림인들 사이에서는 이 이상 자파의 무공비급을 지키는 것을 포기하고 비사흑영을 잡자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어져 갔다. 그리고 그런 의견이 최고조에 이르렀을때 무림전역에 한가지 소문이 퍼져 나갔다. 바로 무공의 대부분을 사장 시켜 버리는 소문이... -비사흑영이 멸무황의 무공을 노렸다. 하지만 멸무황의 무공에 밀려 천무산 (天霧山)의 비애유혼곡(悲哀有魂谷)으로 도망쳤다.- 누구에게서 시작되었는지 모를 그 소문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와 같은 속도로 퍼져 나간 이 소문은 어느새 뼈와 살이 더욱 붙여져 비사흑영이 도망친 비애유혼곡이 비사흑영의 근거지이며 그곳에 지금가지 비사흑영이 훔쳐간 각파의 모든 비급들이 그곳에 숨겨져 있다는 말이 덧붙여졌다. 당연히 이 소문을 무림인들, 특히 비사흑영에게 자파의 비급을 도둑맞은 문파와 무공을 찾아 강호를 헤매는 들개와 같은 유랑무인 들이 너도나도 비애유혼곡을 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개중에 생각 있는 인물들에게서는 이번 일이 함정일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사파의 계략일수도 있다는 말이 터져 나와 정도의 몇몇 인물들의 발길을 붙들어 놓는 듯 했다. 하지만 곧 들어온 정보에 의해 사파의 세력들과 천마사황성이 비애유혼곡을 행해 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잠시 멈칫하던 정파의 인물들이 망설임 없이 비애유혼곡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뒤를 정천무림맹이 뒤따랐다. 혹시라도 소문이 사실일 경우 무림의 모든 무학을 천마사황성에 빼앗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였다. 정천무림맹의 세력에는 이번 일이 함정일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던 인물들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끼어있었다. 몇 일이 지난 후 천무산 깊은 곳에 자리한 거대한 계곡인 비애유혼곡은 소문 때문에 찾아든 무림인들 때문에 수도의 번화가처럼 각양각색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사람들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 천무산이란 이름답지 않게 비애유혼곡 주위의 안개들이 사람들의 기운에 밀려나갈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의 수에 비해 계곡안은 조용했다. 모두 자신들의 목적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계곡주위는 정천무림맹과 천마사황성의 고수들로 포위되었고 양 세력에서 편성한 수색대에 의해 철저하게 파해쳐 졌다. 하지만 양 세력간에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자신들이 목적하는 것이 모습을 들어 내지 않은 지금으로서는 쓸 때 없이 힘을 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양 세력이 계곡에 들어 선지 오일 째 되던 날 한 유랑검사에 의해 발견된 비사흑영의 근거지처럼 보이는 동굴 때문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동굴이 발견되자 정사양측 모두 자신들이 먼저 들어가기 위해 신경전을 펼치기 시작했고, 결국 다음날 더 이상 참지 못한 유랑무인들이 동굴로 뛰어드는 것을 시작으로 정사양측은 상대방의 몸과 머리를 밟아가며 동굴로 뛰어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서로를 죽이고 밟아가며 동굴로 뛰어드는 동안 폭약으로 가장 유명한 벽력당(霹靂堂)을 비롯 폭약을 보유하고 있던 대 문파들이 차례차례 공격당하며 화약을 빼았겼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폭약을 빼앗은 봉두난발의 인물이 바로 이번 일에 대한 소문을 퍼트린 장본인인 비사흑영이자, 멸무황이란 사실을 말이다. 거기까지 이야기한 연영은 말을 끊고 쥬스 진을 비웠다. 천화는 그런 연영의 모습에 그녀가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기 전에 물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무림인 들이 비애유혼곡으로 몰려간 것이 그 비사흑영이란 사람의 함정 같은데.... 그런데 누나, 그 비사흑영이자 멸무황이란 사람. 정체가 뭐예요?" 천화의 질문에 쥬스를 마시던 연영은 고개를 저어 보이고는 입안에 머금은 쥬스를 넘겼다. "꿀꺽..... 몰라. 그가 동굴 안에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정체를 밝혔을 수도 있긴 하지만, 그곳에서 살아 나온 사람이 없으니.... 다른 자료가 있는지 모르지만 내가 알고 있는 건 멸무황으로 강호를 떠돌아다니던 그의 모습 정도 뿐이야." 천화는 연영의 대답을 듣다가 흠칫하는 표정을 지었다. 살아 나온 사람이 없다니, 그렇다면 그 많던 무림인들이 그곳에서 모두 죽었단 말인가? 그런 생각에 연영에게 급히 되물으려던 천화였지만 라미아가 먼저 물어주었기에 이어질 연영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세상에.... 언니, 그럼 그 많던 사람들이 그곳에서 모두 죽었다는 말 이예요? 살아 나간 사람 하나 없이?" "응, 거의가 죽고 이 십 여명만이 살아 돌아왔데, 그 이 십 여명도 동굴 안으로 들어가다, 동굴의 기관 때문에 상처를 입고 되돌아 나온 사람들과 동굴 밖을 지키던 사람들이었지. 동굴 깊이 들어간 사람 중에는 살아있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지.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로는 그들이 들어갔던 동굴은 무언가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죽이기 위한 보보박살(步步搏殺)의 중첩되는 함정과 기관의 연속이었다고 하더래. 그리고 그 사람들이 다음에 본 게 엄청난 진동과 함께 원래 형상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내리는 비애유혼곡의 모습이었데...." "그럼 그때의 사건 때문에...." 천화의 말에 연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때 사건 때문에 대부분의 무공이 소실 된 거지. 그리고 후에 들어온 총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약해진 무공이 외면을 받고 은밀하게 전수되기 시작한 거야. 어머? 벌써 10시가 다 돼가잖아? 이야기에 정신이 팔렸었던 모양이다. 그럼 이제 자자.... 라미아, 들어가자. 천화도 잘 자라." 천화는 연영의 말에 연영과 라미아에게 잘 자라고 답해 주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천화의 방은 상당히 단순했다. 한쪽에 놓여진 푹신해 보이는 침대와 책상, 아이보리색 테두리에 체크 무뉘의 옷장이 가구의 전부였고, 장식물이라고는 벽에 걸려있는 서양풍의 풍경화 한 점이 전부였다. 만약 일라이져라도 벽에 걸어둔다면 상당히 보기 좋겠지만, 책상의 서랍 속에 들어 가 있으니.... 아쉬울 뿐이다. 침대에 몸을 얹은 천화는 업드린 그대로 자신의 잛은 강호 생활 중 보고들은 것들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멸무황과 비슷한 사람이 있었는지를 찾았다. 하지만 한참을 그렇게 있었지만 멸무황과 비슷한 인물에 대한 것은 들은 적도 없었다. "음.... 갑자기 나타난 인물이라.... 하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누나의 말처럼 명 초기에 있었던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는걸. 만약 그런 인물이 나왔다면, 혈월전주나 그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나서지 않았을 리가 없으니까........... 에라, 모르겠다. 그런 생각은 중원으로 돌아가서 하기로 하고.... 자자...." 천화는 그 말과 함께 침대에 업드려 있던 몸을 바로 눕히고는 스르르 눈을 감았다. 하지만 곧바로 잠드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천화의 입에서 나지막한 주문이 흘러나왔기 때문이었다. "생각하는 자, 다시 걷는 자... 내가 원하는 시간을 회상하며 다시 걸으리라... 미디테이션." 천화는 자신이 시동어를 외움과 동시에 마치 꿈처럼 몽롱한 영상으로 오늘 공부했었던 한글의 내용이 떠오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마 라미아도 지금쯤은 자신과 비슷한 영상을 보고 있을 것이다. 지금 천화와 라미아가 사용하고 있는 이 미디테이션 이란 마법은 마법사들이 좀 더 쉽고 편하게 명상과 학습을 하기 위해 만들어 낸 마법이다. 시전자가 수면을 취하는 동안 꿈과 같은 영상으로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보는 것으로 반복학습의 효과를 볼 수 있고, 꿈과 같은 영상이기에 머릿속에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천화와 라미아는 한글을 빨리 익히기 위해 이 미디테이션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음.... 내일이지?" "뭐가요?" 토요일 날 아침. 식당으로 향하던 길에 연영이 천화와 라미아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주위로부터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을 받고 있던 천화가 반문했다. 가이디어스에 첫 수업을 받은 것이 삼일 전. 첫 날 부터 천화가 연영선생과 라미아, 두 사람과 같은 호실을 사용한다는 소문이 퍼진 덕분에 천화는 다음날 아침부터 연영선생과 라미아와 함께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 이런 부러움과 질투가 진하게 어린 눈빛을 받아야만 했다. 가이디어스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두 사람과 같은 호실에 머무르는 것도 모자라 자랑이라도 하듯이 아침부터 두 사람과 식당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였으니.... 그런 학생들의 반응에 연영도 첫날만 웃어 보일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어 했다. 어제는 오히려 장난 스럽게 천화의 팔짱까지 껴보여 천화에게 향하는 시선을 몇 배로 불려버린 적이 있을 정도였다. 뭐, 그 덕분에 반에서까지 태윤을 비롯한 남학생들의 질투 어린 시선을 받아야 했지만 말이다. "뭐라뇨? 어제 반장이 말했던 거 벌써 잊어 버렸어요? 우리 반 애들이 저희들이 5반에 들어 온걸 축하한다고 환영회를 겸해서 놀러가자고 했었잖아요." "아, 맞다. 갑자기 물으니까 그랬지." 설마 벌써 잊어 버린거냐는 듯한 라미아의 날카로운 말에 천화가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아침 조회시간에 반장이 연영에게 천화와 라미아의 환영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었다. 일요일날은 자유시간인 만큼 아무런 문제도 없었기에 연영은 쾌히 승낙했고 자신 역시 같이 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런 사실에 가장 좋아했던 것이 라미아였다. 지금까지 검으로 있었던 만큼 놀러간다는 것이 처음인 라미아에겐 상당히 기대되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라미아 앞에서 전혀 모르는 일인 듯이 대답을 했으니 라미아의 반응이 날카로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래도 그렇지. 근데.... 너희 둘. 특별히 가보고 싶은 곳이라도 있어? 아무래도 내일은 너희들을 중심으로 다닐 것 같은데, 가능하면 너희들이 가보고 싶은 곳으로 가야지." 하지만 한국, 아니 이 세계에 온지 일주일이 조금 지났을 뿐인 두 사람이 가고 싶은 곳이 어디있게는가. 당연히 두 사람의 고개가 내 저어지는 줄 알았는 데..... 고개를 젖고 있는 것은 천화 뿐이고 라미아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한곳을 말했다. "롯데월드요. 저 거기 가보고 싶어요. 몇 일 전 TV에서 봤는데...... 엄청 재밌을거 같거든요." "호호.... 그럴 줄 알았지. 걱정마. 반장 말로는 거긴 오후에 갈거라고 했었으니까. 다른 곳은 없어?" "네!" 연영의 말에 방긋 웃으며 대답하는 라미아였다. 그리고 그 순간 천화는 자신을 향하던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이 한순간이나마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대신 자신을 향하던 시선들이 모두 라미아를 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라미아 웃기만 하면 저러니.... 라미아 보고 계속 웃으라고 해볼까? 나한테 오는 시선이 없어지게 말이야." 182 ".... 라미아 웃기만 하면 저러니.... 라미아 보고 계속 웃으라고 해볼까? 나한테 오는 시선이 없어지게 말이야." 천화의 작은 중얼거림이었다. 아마, 라미아가 들었다면 다시 한번 강렬한 눈 째림을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듣지 못했기에 세 사람은 즐거운 모습 그대로 식당으로 향했다. 토요일. 보통의 학교들이라면 이날의 수업은 오전 수업뿐이다. 수능을 준비하는 고등학교 2, 3학년들을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6개월 전의 이야기. 몬스터와 귀신들이 나타나고, 마법과 무공들이 설치는 지금은 고등학생들이라면 대부분 거쳐가는 지옥인 '수능지옥'이 사라지고 없었다. 물론 수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수능시험은 존재하고 있지만, 고등학교 학생들의 목을 죄어오며, 3년간의 학교생활은 완전히 공부하는 기계처럼 지내야 하는 지옥 같은 상황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몬스터들이나 귀신들이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명문대를 고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몬스터가 나타난 것이 몇 년씩이나 되어 익숙해 졌다면 모르겠 지만...) 더구나 지금처럼 주요도시들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각자가 머무르고 있는 도시의 대학에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행여 부모의 고집으로 타 도시로 자식들을 보내다가, 타지에서 사고라도 당하면 명문대가 무슨 소용인가 말이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서는 한국의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나 카이스트의 명성도 이름 뿐. 타 도시의 대학들과 그 수준이 같아져 있었고, 그 학교들이 가지고 있던 명성은 가이디어스로 옮겨 간지 오래였다. 그리고 그 가이디어스의 토요일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와 같이 오전, 오후 모두 수업이 들어 있었다. 그럴 만큼 그들이 받아야할 수업양은 많았다. 여기서, 그렇게 양이 많다면 보통학교에서 배워야할 수업들을 가르치는 시간은 왜 넣었는가 할지도 모른다. 없으면 더 많이 가디언 교육을 받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는 것이 아이들의 미래 때문이었다. 사회생활과, 가디언이란 직책을 그만 뒀을 때를 위한... 만약 그런 것이 되어 있지 않아 가디언 생활을 끝내고 보통의 생활로 돌아가려는 사람이 학생 때 배우지 못한 것이 약점이 되거나, 컴플렉스가 되어 생활하는데 어려움을 격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사람을 살리겠다고 새워진 가이디어스로서 그 명성을 어떻게 지키겠는가. 하는 것이 가이디어스의 생각이었다. 천화와 라미아도 그런 가이디어스의 방침에 따라 오후까지의 수업을 모두 마쳤다. 일요일 아침. 몇몇 운동을 하는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나와있지 않은 운동장 한쪽에 C-707호실의 세 사람이 서있었다. 무언가를 잔뜩 기대에 부푼 모습의 라미아와 아직 좀 피곤한 듯 한 모습의 천화와 연영이었다. 오늘 놀러간다는 기대에 흥분한 라미아가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댄 것이다. 그리고 혼자서만 부산을 떤 것이 아니라 느긋하게 누워있는 천화와 연영을 건드려 더 이상 누워있지 못하고 약속 장소인 운동장으로 나오도록 만든 것이다. 덕분에 잠이 완전히 깨지 않은 천화가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카다란 하품을 해대며 라미아를 나무랐다. "하~ 암... 쩝. 봐, 아무도 나와있지 안차나. 너무 일찍 나왔다구.... 괜히 혼자 들떠서는...." "그러게 말이야.... 라미아, 이제 아홉 시야. 모이기로 약속한 시간까지는 삼십 분이나 남았다구.... 너무 서둘렀어." 천화의 말에 연영이 동감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지만 라미아는 그런 두 사람의 말에도 개의치 않고 입가에 떠도는 미소를 지우지 않고 있었다. 그런 라미아의 옷차림은 하얀색 운동화에 무릅 까지 오는 몸의 굴곡을 드러내는 들러붙는 듯 한 쫄 바지에 편안하고 귀여워 보이는 커다란 박스티로 한 여름의 날씨에 맞게 상당히 시원해 보이는 스타일이었다. 더우기 길다란 머리도 깨끗히 뒤로 넘겨 묶어 라미아의 뽀얕게 빛나는 목선을 잘 드러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차림은 천화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라미아와 다른 점이라고는 길다란고 통이 넓은 바지를 입었다는 것과 머리를 묶지 않았다는 것 정도였다. 두 사람의 옷차림이 이렇게 다르지 않은 이유는 아직 이곳에 익숙하지 않은 두 사람을 위해 연영이 저번 백화점에서 산 옷들 중에서 두 사람이 입을 옷을 직접 골라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옷을 골라준 연영답게 천화와 라미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뭐, 어때요. 삼십 분밖에 안 남았으면 그 사이 다른 아이들도 나올텐데... 아.... 빨리 출발했으면 좋겠다." 천화와 연영은 그렇게 말하며 방방 뛰는 라미아의 모습에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라미아의 모습을 이해하고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이는 천화였다. 인간이 되고서 처음으로 친구들과 놀러 가는 것이니까 말이다. 연영이 앉을 곳을 찾는 듯 주위를 빙 둘러보며 말했다. "무리야. 오늘은 일요일이야. 비록 약속이 되어 있다고는 해도 약속시간이 지나서 나오는 녀석들을 있어도 약속시간 전에 나오는 녀석들을 별로 없을 거야.... 그리고 그 시간동안 이렇게 서있을 수는 없으니 앉아서 기다리자." 천화는 연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연영과 함께 운동장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어 운동장 한쪽에 놓여진 두개의 길다란 벤치를 보고는 그쪽을 가리 켰다. "저기 의자가 있는데요. 저기로 가죠." 그러나 연영은 천화의 말에 방긋이 웃어 미소 지어 보이고는 천화와 라미아를 향해 보란듯이 말하고는 몸을 숙여 한쪽 손을 땅에 대고 아기의 등을 두드리는 것 처럼 토옥토옥 두드렸다. "호홋.... 귀찮게 뭐 하러 저기까지 가니? 그리고 햇볕이 비치는 저 곳 보다는 이렇게 시원한 나무그늘이 있는 곳이 좋지. 참, 그러고 보니 너희들 아직 내 실력 한번도 본적없지? 그럼 이번 기회에 잘 봐 둬. 내 곁에 머무는 나의 친구여. 땅을 지키는 착한 친구야 저기 저 의자와 같은 모습의 쉼터를 만들어 주겠니..." 쿠구구구구...... 전혀 마법의 주문 같지 않은, 오히려 친한 친구에게 속삭이는 듯 한 연영의 주문이었다. 하지만 연영의 주문이 끝남과 동시에 일어난 현상은 충분히 마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손으로 톡톡 두드리던 곳을 중심으로 땅이 솟아올라 방금 천화가 가리켰던 벤치와 같은 형태를 취한 것이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천화는 땅이 솟아올라오는 것과 동시에 주위로 퍼지는 익숙한 기운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령술 이네요." "맞아, 이 정령마법이 내가 스피릿 가디언으로서 가진 능력이지. 근데 금방 알아 본 걸 보면 본적이 있는 가봐." "뭐..... 그렇죠." 연영의 물음에 천화는 라미아와 시선을 맞추고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확실히 정령술을 본적이 많이 있었고 사용해 본적도 있었다. 그레센 대륙에서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이 세계에 있는 정령들을 소환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레센 대륙에 있을 당시 정령이 있음으로 해서 편했던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천화는 자신이 만들어 낸 흙 벤치에 앉아서는 자신과 라미아에게 앉으라고 하는 말에 자리에 앉아서는 생각을 이어 연영이 펼친 정령술, 정령마법을 떠 올렸다. 정령을 소환하지 않고 주문만으로 정령마법을 펼치는 것. 그러고 보니 자신이 일리나에게 정령마법을 배우기 전 켈빈의 마법대회에서 지금의 연영처럼 정령을 소환하지 않고 정령마법만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정령마법을 처음 본때라 별다른 의문을 가지지 않았었다. 그런 생각에 조금 머리를 굴린 천화는 곧 정령을 소환하는 것과 주문만으로 정령마법을 사용하는 차이를 알 수 있었다. 아직도 자신의 것이 되진 않은 그래이드론의 기억들 중에서 천화가 생각하던 부분이 몇 일 전의 일처럼, 몇 주전의 일처럼 떠오른 것이었다. 그렇게 떠오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천화가 주로 사용하던 방법인 정령을 직접 소환하는 것은 소환자가 보유하고 있는 마나의 양이 많을 때, 그리고 반응이 빨라야 하는 전투라든가, 큰 힘을 사용해야 할 때 소환하는 것이고, 방금 전 연영이 했던 것 처럼 주문으로 정령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소환자의 마나 양이 적거나 하고자 하는 일이 비교적 가볍고 간단한 일 일 때 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천화가 생각을 마쳤을 때 라미아와 연영은 오늘 놀러갈 곳에 대해 한 참 이야기 중이었다. 천화는 그 이야기에 끼어 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흙 벤치에 몸을 편하게 기대고는 한쪽에서 공을 차고 있는 십 여명의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런 상태로 약속시간이 되었을 때까지 여섯 명의 아이들이 나왔고 연영은 두개의 흙 벤치를 더 만들어야 했다. 연영은 시간을 보고는 와있는 여섯 명의 아이들과 저쪽에서 다가오는 두 명의 아이들을 보고는 라미아를 향해 자신의 말 대로지 않느냐는 듯이 웃어 보였다. "어때, 내 말대로지? 아마 우리 반 녀석들이 다 오려면 삼십 분 정도는 더 걸릴 걸?" "헤헷.... 그러네요. 근데 언니, 롯데월드에 가면 그 자이로드롭이란 것도 탈수 있는 거죠? TV에서 봤는데..... 다른 것도 있지만 전 그게 제일 먼저 타고 싶어요. 그때 언니도 같이 타요." 천화는 새로 두 사람이 오는 모습에 말을 멈추는 듯 하던 연영과 라미아가 웃고 떠드는 모습에 포기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연영과 라미아는 이곳에 오고서 부터 거의 삼십분간 쉬지도 않고 수다를 떨어댄 것이다. 그리고 그 것은 바로 옆에 앉아 듣고 있는 천화에게 상당한 고역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두 사람의 입을 막거나 귀를 막고 조용히 자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데 그런 수다를 삼십 분 정도 더 들어야 한다니.... "휴우~~~" 절로 한숨이 내쉬어 지는 천화였다. 하지만 옆에서 연영이 만든 흙 벤치에 앉아 있는 남자아이들은 미녀들과 함께, 그것도 옷까지 맞춰 입은 듯한 천화를 부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삼십 분 후 연영의 말대로 부 반장인 김태윤을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모였다. "태윤이 녀석 늦네." "이 녀석 생긴 것대로 곰처럼 느긋하게 움직이는거 아니야?" 누군가의 말에 어느 여학생이 한쪽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곰이 아니라 호랑이인 모양이야.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태윤이 저기 오는데.... 근데, 태윤이도 한 명 대려 오는 모양이네" 그녀의 말에 아이들의 시선이 여학생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사실 몇 몇 아이들도 약속 장소로 나오면서 몇 명의 친구 녀석들을 대리고 나왔었다. 일요일인 데다 특별히 할 일이 없던 다른 반 아이들이 놀러간다는 5반 아이들에게 달라붙어 조른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나온 아이들은 곧 실망한 얼굴로 돌아가야 했다. 5반의 반장인 신미려가 통제가 어렵고 경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서 되돌려 보낸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태윤이 친구를 대려 온 것이었다. 그런데.... "윽.... 저 녀석은...." "저 바람둥이 녀석이 여긴 왜 오는 거야." 태윤과 함께 오는 소년의 모습에 5반 남학생들의 인상이 시큰둥하게 구겨졌다. 그도 그럴 것이 태윤과 함께 오는 금발에 아이돌 스타같은 준수한 모습의 소년, 카스트 세르가이는 가이디어스의 남학생들에게 바람둥이로 인식되어 상당한 거부감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카스트가 주위에 여학생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카스트가 질이 나쁜 바람둥이인 것은 아니다. 단, 문제는 카스트가 사귀고 있는 친구들의 팔 구 십 퍼센트 정도가 여자라는 것과 그 때문에 카스트 주위에 항상 여학생 세 네 명이 붙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 덕분에 카스트라는 이름은 남학생들에게 바람둥이라는 명칭으로 통하게 된 것이었다. "미안, 미안. 어제 좀 늦게 잤더니, 늦잠을 잤지 뭐냐. 선생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 그리고 오늘 놀러 가는데 카스트도 같이 갔으면 해서 대려왔는데.... 같이 가도 괜찮겠지?" 싱글싱글 웃는 전혀 죄송한 표정이 아닌 태윤의 말이었다. 태윤은 가이디어스에 입학하며 사귀게 친한 친구중 한 명인 카스트의 부탁으로 카스트를 같이 대려 온 것이었다. "안돼. 우리도 몇 명 같이 왔지만 반장이 안 된다고 다 돌려 보냈어." 태윤의 말에 반장인 신미려 보다 한 남학생이 더 빨리 대답했다. 그 말에 태윤이 반장을 바라보자 그녀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내가 다 돌려보냈어. 통제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태윤은 그 말에 어쩔 수 없지 하는 표정으로 카스트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태윤이 뭐라고 하기 전에 카스트가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다른 애들도 다 돌아갔다니 어쩔 수 없지 뭐. 그럼 다음에 보자...." 카스트는 그 말을 하고는 몸을 돌려 다시 기숙사로 돌아갔다. 헌데 카스트가 몸을 돌리며 한곳을 향해 사르르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카스트가 돌아 본 곳에는 라미아와 천화가 서있었다. 그 사실에 남학생들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저, 저 바람둥이 녀석이..... 설마, 라미아를 노리는 건 아니겠지." "그러고 보니. 카스트 녀석 라미아 하고 같은 매직 가디언 전공이야." "라미아, 혹시 저 녀석 알아?"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튀어나오더니 한 남학생이 라미아를 향해 물었다. "으응. 수업 받을 때 봤어. 친절한 사람이던데." "으윽.... 역시 라미아 저 녀석에게 넘어가면 안돼. 저 녀석은 엄청난 바람둥이야." 라미아의 대답에 라미아에게 물었던 남학생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말들이 튀어 나왔지만 결론은 한가지로 카스트는 돌아보지도 말라는 말이었다. 개중에는 천화에게 라미아를 뺏기기 전에 잘 챙기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게 잠시 소란이 일고 난 후 장난 그만 치라는 연영의 말에 원래 분위기를 찾은 5반 아이들이 운동장을 나섰다. 반장과 연영을 선두로 해서 가이디어스를 나선 5반 일행들은 한 시간 정도를 천화와 라미아에게 시내 구경을 시켜 주었다. 그리고 점심 시간이 가까워 질 때쯤 점심을 롯데월드안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롯데월드로 향했다. 와글와글...... 웅성웅성....... 롯데월드 앞은 항상 그렇듯이 꽤나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특히 오늘은 일요일이었기에 더욱 더했다. 5반 일행들은 롯데월드의 입장권을 이미 예매해 두었기에 따로 줄을 서지 않고 곧장 롯데월드의 입구로 향했다. 잔뜩 기대한 듯 얼굴을 발갛게 물들인 라미아에게 한쪽 팔을 내어주고서 연영과 아이들을 따라가던 천화는 입장객들이 줄을 서있는 저 앞쪽에서 입장권을 확인하고 있는 다섯 명의 인물들을 보고는 반짝 눈을 빛냈다. 별다른 특이 한 점이 없는 다섯 명이었지만 그들에게서 익숙한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그 다섯 중 두 명은 각각 눈빛이 투명하고, 무공을 익힌 사람이 아니라면 잘 구분할수 없을 정도이긴 하지만 양쪽 태양혈이 볼록하게 솟아 있는 것이 내공과 외공의 무공을 익힌 사람들 같았다. 그리고 그 중 네 사람은 두 사람씩 짝을 지어 들어서는 사람들의 입장권을 확인하며 사람도 같이 살피는 듯 해 보였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한 천화가 바로 앞에 서있는 연영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응? 무슨 일이야?" "누나, 저기서 입장권을 확인하는 사람들 말 이예요. 제가 보기에는 보통 사람은 아니고.... 가디언 들인 것 같은데요." 천화가 그렇게 말하며 다섯 사람을 가리켜 보이자 연영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말했다. "안목이 좋은데.... 맞아. 네 말대로 저 다섯 사람 모두 가디언 인 것 같아. 너하고 라미아는 몰랐겠지만, 이런 놀이 동산이나 역 같이 사람이 많이 몰려드는 곳에는 저렇게 가디언들이 대기하고 있어. 혹시라도 몬스터가 나타나면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서지. 근데 여기는 이상하네.... 나도 조금 전부터 보고 있었는데, 보통 때는 가디언들이 저렇게 나서지 않아.... 그것도 다섯 명이나 나와서 여기 직원처럼 입장권을 확인하는 척 하면서 들어서는 사람을 확인하다니.... 무슨 일이지?" 183 "안목이 좋은데.... 맞아. 네 말대로 저 다섯 사람 모두 가디언 인 것 같아. 너하고 라미아는 몰랐겠지만, 이런 놀이 동산이나 역 같이 사람이 많이 몰려드는 곳에는 저렇게 가디언들이 대기하고 있어. 혹시라도 몬스터가 나타나면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서지. 근데 여기는 이상하네.... 나도 조금 전부터 보고 있었는데, 보통 때는 가디언들이 저렇게 나서지 않아.... 그것도 다섯 명이나 나와서 여기 직원처럼 입장권을 확인하는 척 하면서 들어서는 사람을 확인하다니.... 무슨 일이지?" 그녀의 의문은 곧 5반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어느새 천화의 뒤쪽으로 다가온 태윤이 입을 열었다. "그럼, 저희들 표를 확인할 때 선생님이 한번 물어보세요. 선생님도 저 분들과 같은 가디언 이시자나요." "음, 그럼 되겠다. 태윤이 말대로 한 번 해 보세요. 무슨 일인지 궁금하잖아요" 태윤의 말에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 천화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도 찬성하자 연영이 그럼, 그렇게 하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디언들이 사람들을 살피느라 기다리는 줄은 보통 때 보다 천천히 줄어들어 10분 정도가 흐르고서야 연영과 천화를 비롯한 5반 아이들이 직원 복장을 한 가디언들 앞에 설 수 있었는데, 연영과 5반 아이들이 선 곳은 입장권을 확인하는 두 개의 입구 중 좀 뚱뚱해 보이는 몸집의 남자와 반짝이는 은색 테의 안경을 쓴 여성이 서 있는 곳이었다. 아이들에 앞서 그 사람들 앞에선 연영이 단체 입장권을 보이며 입장권을 확인하는 여성을 향해 살짝 웃어 보이며 인사를 건네었다. "안녕하세요. 좋은 날씨인데 수고가 많으 시네요" 연영의 말에 입장권을 받아 달던 여성이 뭐라고 답하려 다가 무엇 때문인지 순간 말을 멈추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천화는 그 순간 잠깐이지만 자신에게 아주 익숙한 바라의 정령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운이 사라지자 잠시 멈칫하던 여성이 연영과 그 뒤에 서있는 천화와 라미아 들을 바라보고는 알았다는 듯이 연영을 향해 마주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이게 제 일인데 어쩌겠어요. 뒤에 있는 학생들을 보면.... 선생님이신가 보죠?" "호호.... 네, 저희 반에 새로 들어온 두 녀석이 있는데, 오늘은 그 녀석들 환영회를 겸해서 저희 반 아이들 모두를 데리고 놀러 나왔어요." 연영은 그 말과 함께 옆에 서있는 라미아의 어깨를 가볍게 톡톡 두드려 보였다. "호오.... 쉽게 볼 수 없는 은발의 외국인이라니... 거기다 선생님만큼 미인이네요. 선생님 반 남자아이들이 좋아하겠군요. 이런 미인들과 함께 놀러 나오다니 말 이예요. 그럼 즐겁게 놀다 가세요." 입장권을 확인한 여성은 연영에게 입장권을 다시 돌려주며 다른 사람들에게와 같이 웃어 보이며 허리를 약간 굽혀 보였다. 그리고 인사를 받은 연영도 수고하세요. 라는 말을 하고는 입구를 지나 롯데월드 안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전혀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 않은 듯한 그 모습에 뒤에 걸어가던 천화는 옆에 있는 라미아와 싱긋이 미소를 교환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었지만 천화와 라미아는 직원의 여성이 연영에게 입장권을 다시 건네 줄 때 다시 한번 바람의 정령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직원의 모습을 하고 연영과 대화를 나눈 그 여성 가디언도 정령을 사용한 것을 보아 연영과 같은 스피릿 가디언 이었던 모양이었다. 뭐, 그 때문에 연영과 그 여성이 서로 방긋거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롯데월드 안으로 들어선 연영은 뒤에서 궁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들에게 빙긋 웃어 보일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목적지가 있는 듯 한 힘있는 걸음으로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런 그녀의 뒤를 신미려를 비롯한 5반 아이들이 별 말 없이 뒤따랐다. 이들 역시 가이디어스의 학생답게 연영과 그 직원 모습의 가디언 여성 사이에 자신들이 알아채지 못한 대화가 오고 간 것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각각의 얼굴에 궁금함이 떠올라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단, 그에 예외적인 사람.... 과 검이었다 사람이 된 두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천화와 라미아 였다. 이미 그레센에서 이런저런 일을 다 격은 두 사람이었기에 때가 되면 말해 주겠지 하는 별 긴장감 없는 편한 생각으로 즐거운 표정을 짓고는 연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앞서서 한곳으로 향해 걸어가던 연영은 다른 아이들과 다른 반응의 두 사람을 보고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웃어 보이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는 중에 자신을 가부에라고 밝힌 가디언 여성의 말을 떠 올려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하필이면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롯데월드에 찾아 든 것이다. 무슨 영화 이야기의 한 부분처럼. 그 가부에 라는 가디언의 이야기는 길지 않았다. 하지만 그 중에는 확실하게 자신의 신경을 거슬리는 단어가 들어 있었다. -저는 스피릿 가디언 가부에 시부라고 합니다. 좋지 않을 때 이곳을 찾으셨군요. 정확하진 않지만 이곳에 천면귀(千面鬼), 도플갱어의 출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안쪽에 있는 분수 카페에 가서 들으세요. 안쪽에 있는 가디언에게 연락해 놓겠습니다.- '도플갱어라니.... 좋지 않은데, 라미아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쩌면 바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겠어.' 연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뒤쪽에서 두리번거리는 천화와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사실 연영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도플갱어, 동양에서는 천개의 얼굴을 가진 귀신. 즉 천면귀로 불리 우고 있는 이 녀석은 영국과 미국, 중국에서 나타났다는 말이 있긴 했지만 아직 한국에 나타났다는 말은 없었다. 또 이 녀석은 위험한 것도 위험한 거지만, 찾아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이 녀석의 처음 모습은 특정한 형태가 없는 흙덩이나 슬라임과 비슷하다. 하지만 일단 한 생물의 생명력을 모두 흡수하면 생명력을 흡수한 상대의 모습을 그대로 훔칠 수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냥 모습만 훔치는 것이 아니라 그 상대의 몸이 가진 본능적인 동작, 그러니까 말투라던가, 버릇 등의 가벼운 몇 몇 가지를 그대로 흉내내어 그와 혈연으로 맺어진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쉽게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모습을 훔쳐 사람들 속에 썩여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사냥해 나가며 모습을 바꾸어 가는 것이다. 그렇게 흡수한 생명력은 도플갱어가 살아가고 훔친 모습을 유지하는데 쓰지만 사냥을 많이 해 생명력이 남게 되면 그것은 자연스레 도플갱어의 힘으로 돌아가게 되어 점점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말에 의하면 어느 한계점까지 힘을 흡수한 도플갱어는 어떠한 다른 존재로 진화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뭐, 확실히 도플갱어가 나타났다는 것이 확인된 게 아니니까...... 자세한 이야기부터 들어보고 돌아가던가 말든 가 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긴 연영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가부에가 말한 분수 카페에 다다를 수 있었다. 중앙에 분수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 카페는 넓직한 공간에 커다란 테이블을 갖추고 있어 가족들이나 친구들, 또는 단체로 롯데월드에 오는 사람들이 쉬기에 좋은 장소였다. 거기에 카페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분수는 컴퓨터로 조정되는 수십 개에 달하는 분수관에서 조정된 대로 정확히 물을 내뿜어 마치 허공에 물로 그림을 그리는 듯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해 냈다. 덕분에 그걸 보기 위해 분위기를 찾는 연인들과 그 외 사람들이 더욱더 몰려들어 분수 카페는 거의 매일 그 많은 자리의 반 이상을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연영과 5반 아이들이 이곳에 왔을 때는 왠 일인지 분수 카페의 삼분의 일 정도의 자리만이 차있을 뿐 나머지는 비어 있었다. 롯데월드의 입구에서도 사람수가 적었는데, 이곳까지 이런 것을 보아 알게 모르게 도플갱어와 관련된 좋지 않은 이야기가 영향을 끼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런 덕분으로 연영과 아이들은 자리의 모자람 없이 편하게 카페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을 수 있었지만 말이다. 카페의 테이블은 적게는 세 명이 앉을 수 있는 것에서부터 많게는 일곱, 여덟 명이 앉을 수 있는 것들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연영은 그 중 제일 큰 테이블에 앉았고 그녀의 옆으로 천화와 라미아, 반장과 부 반장이 자리했다. "하필이면 환영회 하는 날 이런 일이 생겨서 어쩌지? 특히 라미아. 여기서 놀고 싶어했는데.... 미안한 이야기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 상황이 좋지 않으면 이곳에서 곧바로 돌아가야 하거든...." 연영은 자리에 앉은 모두가 각자가 먹을 만한 것들을 주문하고 웨이터가 자리를 떠나자 벌써 중앙에 있는 분수대로 시선이 가 있는 라미아를 향해 말했다. 라미아는 연영의 말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이런 일을 이해 못할 정도로 생각이 짧은 것도 아니었고, 연영이 이런 일을 알고서 이곳에 온 것도 아니기에 그녀가 미안해 할 일도 아니었다. "괜찮아요. 게다가 언니가 미안해 할 일도 아니구요. 또 이번에 그냥 돌아가면, 다음 번에 다시 와서 놀면 되죠. 화~ 귀엽다. 천화님, 저기 곰돌이얼굴 이요. 귀엽죠?" 연영은 때마침 올라오는 분수를 향해 시선을 돌리는 라미아의 모습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럴 때 보면 상대를 상당히 배려할 줄 아는게 제법 어른스러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뭐, 별로 잔아. 뛰엄 뛰엄..... 저런것 보다는 정령술 쪽이 휠씬 보기 좋다구." "우웅~ 하지만 저건 순전히 물만 가지고 그린 거라구요. 천화님~ 귀엽지 않아요? 네?" '...... 뭐, 천화 앞에서는 항상 어리광이지만 말이야.' 연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보기 좋다는 듯이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오분, 십분 정도가 지나 슬슬 주문했던 음료와 먹거리들이 들려나와 각각의 테이블을 채워 나갔다. 그리고 이번엔 웨이터가 손에든 쟁반을 들고 연영등이 앉아 있는 자리로 다가와 쟁반에 들어있던 음료수와 샌드위치 몇 조각을 내려놓을 때였다.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한 남자가 카페 안으로 들어서더니 주위를 한번 휘 둘러보고는 곧장 천화등이 앉아 있는 자리로 큰 걸음으로 걸어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누가 앉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자기 자리에 앉듯이 비어있는 자리에 떡 하니 앉더니 막 음료와 샌드위치를 내려놓고 돌아서려는 웨이터를 불러 세우는 것이었다. "아, 이봐요, 웨이터. 여기 시원한 오렌지 쥬스 한잔하고 샌드위치 추가로 좀 가져다주시오." "예? 아, 예. 알겠습니다." 그의 갑작스런 출현에 잠시 당황해 하던 웨이터는 곧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멈춰 섰던 몸을 다시 움직여 카운터로 돌아갔다. 그의 그런 당당한 모습에 자리에 앉아 있던 연영과 천화등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여과 없이 얼굴에 들어내고 있었다. "저, 저기.... 누구신지...." 연영이 그의 당당하다 못해 자기자리라도 되는 양 행동하는 그의 모습에 조금 위축된 목소리로 물었고, 연영의 말을 듣고서야 그 남자는 연영과 천화, 라미아들을 바라보며 일행들 얼굴에 떠올라 있는 황당함을 확인하고는 자신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며 크게 웃어 보였다. "하하하.... 이런, 그러고 보니, 아직 내 소개를 하지 않았구만..... 나는 지금 이곳에서 롯데월드에서 행해지는 작전의 대장직을 맞고 있는 한국 가디언 제 1대(隊) 염명대(炎鳴隊) 대장(隊將) 고염천(高炎踐) 이라고 하네, 자네들에 대한 이야기는 가부에에게서 간단히 전해 들었는데.... 그래, 가이디어스에서 놀러왔다고?" 연영은 고염천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의 말을 듣고는 놀란 얼굴을 하고는 급히 대답했다. 그런데 대답을 하는 연영의 목소리가 조금 굳어 있었다. "넷. 가이디어스에서 활동중인 스피릿 가디언 정연영이라고 합니다." 연영의 이런 반응은 고염천이란 남자의 직위 때문이었다. 한국 가디언 제 1대 염명대 대장이라는 직위. 사실 가디언들에게는 군대나 경찰들처럼 명확하게 계급이 나뉘어져 있지 않았다. 아니, 계급을 나누지 않았다기 보다는 나누지 못했다. 계급을 나누자니 걸리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먼저 무술을 하는 사람들이 나이보다 더욱 중요시하는 배분이라던가. 그와 비슷한 종교계 쪽의 사제급수 문제. 각 종교계간의 선후 문제 등등해서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세계에 존재하는 가디언들의 실력을 모두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이런저런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해서 군대나 경찰들처럼 계급을 나누는 건 일찌감치 포기한 각 정부와 가디언들의 수뇌부는 가디언 모두가 불만이 없도록 간단하게 세 단계의 계급체계를 만들어 냈다. 먼저 각 나라에 세워져 있는 가디언 본부의 총지휘를 하고 있는 본부장, 그 밑으로 두 명의 부 본부장, 부 본부장이 두 명인 이유는 혹시라도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였다. 몬스터를 상대한다는 것이 위험하기 그지없는 일이라, 본부장이나 부 본부장중 한 명이 사고를 당할 경우 두 명의 부 본부장 중 한 명이 그 자리를 급히 매꾸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밑에 있는 것이 바로 고염천과 같이 하나의 대(隊)를 맞고 있는 대장직위 였다. 각 나라에서 활동하는 가디언들은 누구나 하나의 대(隊)에 소속되어 있다. 한 마디로 가디언들을 이끌고 함께 활동하는 직속 상관인 셈이다. 또 이 대장이라는 직위는 각자가 가지는 배분이나 자신이 속해 있는 단체의 서열이 아니라 100% 실력에 따라 뽑히는 것이라 가디언들에게 그만큼 인정을 받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가이디어스의 선생으로 계급에서 조금 자유로운 연영이 고염천을 향해 예의를 차려 보이는 것이다. 특히 태윤은 염명대의 대장이라는 말과 그의 황당할 정도로 시원하고 호탕한 성격에 얼굴에 동경의 빛마져 어리고 있었다. "아, 그래, 그런데 여기 온게 연영양 반에 새로 들어온 학생들 환영회 때문이라고 하던데.... 쯧, 하필 이런 때 여길 올 건 뭔가." 탁하는 듯이 말하는 고염천의 말에 연영이 표정을 굳히더니 조용히 물었다. "..... 정말 이곳에 도플갱어가 나타난 건가요?" "도, 도플갱어라니요. 선생님......" "하지만 그건 아직 한국에 나타난 적이 없다고..... 정말인가요? 대장님?" 고염천이 대답하기도 전 연영의 말에 태윤과 신미려가 놀라 언성을 높였다. 덕분에 천화들 주위에 앉아있던 다른 아이들의 궁금해하는 시선까지 모여들게 되었다. 고염천은 자신을 향하는 시선들을 향해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그리고 무언가 말을 하려는 그의 눈에 주위 사람들이 왜 놀라는지 모르겠다는 시선의 천화와 라미아가 보였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지 하는 생각에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시선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흠, 아직 확인된 건 아니야. 하지만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있네. 정확한 기간은 모르겠지만 대략 2, 3주전부터 이곳에 들렸 던 가족이나 일행들 중 한 두 사람이 돌아가는 도중 잠시 다른 곳에 들린다고 말하고 사라진 후 실종되었다고 하더군." 그 말에 연영들이 놀라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이 바라보던 천화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 그럼 꼭 도플갱어 때문이라고 할 수 없지 않나요? 단순히 이곳에 들렸던 사람이 실종되었다고 해서 도플갱어의 짓이라는 건 좀...." "그렇지. 단순히 그런 사실들만으로 도플갱어가 나타났다고 보기는 힘들지. 하지만 일주일 전 쯤 이곳 롯데월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하수도에서 우리 가디언들을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만든 시체 한 구가 발견되었네." 고염천의 말에 듣던 모두는 시체라는 말에 귀를 쫑끗 세웠다. 아마도 지금 말하는 그 시체가 도플갱어와 관련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 시체의 이름은 손범표, 21세의 대학생으로 시체로 발견되기 오일 전에 학교 동아리 친구들과 이곳에 왔었다가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를 때가 있다고 말하고 헤어진 후 연락이 끊어 졌었던 청년이지. 헌데 발견된 시체가 상당히 이상했어. 아무리 길게 잡아도 죽은지 오일밖에 되지 않은 시체가 한 달은 더 된 것처럼 부패되어 있었고, 남아 있는 부분 역시 상당히 심하게 손상되어 있으며 급격히 노화되어 있었네. 또 아무리 살펴봐도 사인이 될만한 상처가 전혀 없었네. 아무리 봐도 생명력을 모두 갈취 당한 모습이었지." 그 말에 신미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도플갱어는 생명력을 흡수하니까. 또 실종자들의 마지막 모습이 모두 같은 걸 보면 도플갱어가 변신했었을 거라는게 가장 맞아떨어지는 사실이네요." 그녀의 말에 연영등이 고개를 끄덕이자 거기에 라미아가 한마디를 더 했다. "그런데, 아무런 외상이 없는걸 보면 상당한 생명력을 흡수해 힘이 상당하 강해진 녀석인 모양이네요. 힘이 약한 녀석들을 상대의 몸에 상처를 내서 자신의 신체일부를 그 속에 집어넣어 생명력을 흡수하는데...... 무슨...." 말을 잊던 라미아는 자신의 말에 따라 자신에게 모여드는 시선에 의아해 하며 연영등을 바라보았다. 184 말을 잊던 라미아는 자신의 말에 따라 자신에게 모여드는 시선에 의아해 하며 연영등을 바라보았다. 그런 라미아의 시선에 신미려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까지 산 속에 있었다면서 도플갱어에 대해서는 상당히 자세히 알고 있어서..... 그런데 선생님, 라미아의 설명이 맞아요? 몬스터에 관한 자세한 건 3학년 때 부터라 잘 모르겠거든요." "으응, 라미아 말대로야. 너희들이 삼 학년이 되면 배우게 되겠지만, 미국과 중국에서 확인된 사실이지. 참, 그러고 보니 천화와 라미아가 중국에서 왔다고 했지. 그래서 알고 있는 건가? 하여간 맞는 말이야. 그리고 그 상태에서 좀더 생명력을 흡수해서 강력해질 경우에는 어떤 다른 강력한 존재로 바뀐다는 말도 있어. 하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그리고 뭘로 바뀌게 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 "으음.... 그렇구나...." 연영의 선생님다운 설명에 태윤과 미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옆에서 연영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천화와 라미아는 연영이 뒤에 남긴 의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기에 서로 마주보며 싱긋 웃을 뿐이었다. 말해 주자면 못 해줄 것도 없었지만 그랬다가는 상당히 피곤해 지는 일이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었고, 도플갱어가 진화하는 것도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지금까지 흡수한 것과 같은 양의 생명력을 다시 흡수 해야하기 때문에 진화가 쉽지 않을 거라는 이유에서 였다. 그때 천화의 눈에 문득 여기저기서 웃고 떠드는 가지각색의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고 갑자기 한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저기, 대장님. 한가지 묻고 싶은게 있는데요." 천화의 말에 다시 주위의 시선이 천화를 향했다. 고염천이 물어 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천화가 주위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가리 키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도플갱어가 나타났는데 어째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대피시키시지 않는 건가요? 더구나 이곳처럼 사람들이 많이 몰려드는 곳이라면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게 먼저 일 것 같은데...." 순간 천화의 말과 함께 연영과 태윤등의 입에서도 잠시 잊고 있었다는 듯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급히 주위를 돌아 보았다. 그들의 눈에도 여기저기서 가족끼리 또는 연인끼리, 친구끼리 놀러 나와 즐겁게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비쳐졌던 것이다. "맞아..... 그러고 보니...." "대장님." 순식간에 주위를 돌아 본 일행들의 눈길에 고염천에게 향했다. 고염천에게도 이번 질문은 심각한 내용이었던지, 자신의 등장으로 아직 손도 대지 않은 태윤의 음료수 잔을 가져와 쭉 들이 켰다. 그런 그의 얼굴에도 꽤나 복잡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태윤의 잔을 모두 비운 고염천은 다시 한번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주위를 한번 돌아보고 입을 열었다. 그런 그의 목소리는 방금 전까지 들리 던 호탕한 목소리가 아니라 조금은 밑으로 깔리는 무게감 있는 목소리였다. "..... 그것도 사람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한....." "에? 사람들을 대피시키지 않는게 어떻게...." 고염천의 말에 태윤이 이해되지 않는 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지금 우리가 상대하는 건 도플갱어라는 녀석이라..... 만약 다른 몬스터나 괴수들이라면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처리하거나, 숨어 있어도 찾아 낼 수 있지만, 이 녀석은 다르지. 이 녀석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사람의 말을 하거든, 그런데 이런 녀석들이 대피하는 사람들 속에 썩여 나가 서울 전역을 누빈다면 어떻게 찾아내서 처리하겠는가? 그놈을 찾는 동안에도 계속 죽는 사람은 늘어만 갈텐데.... 미국이나 중국에서 도플갱어를 잡을 때도 그런 이유로 상당한 고생을 했었지. 오히려 이렇게 한 곳에 있어주는 게 고마운 거라고 해야 할 판이니, 우리로서는 이 이점을 살려 최대한 빨리 놈을 잡아들이는 방법뿐이지. 후우~" 고염천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마치자 천화나 연영들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웃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고염천의 말대로 사람들의 통제를 막을 경우 죽어 나가는 사람이 더 늘어나기만 할 것 같았다. "그럼, 그 동안 도플갱어에게 희생되는 사람들은요? 못해도 시신만이라도 찾아야 할텐데, 대장님 말씀을 들어보면 가디언분들이 도착하기 전에 생긴 희생자들의 시신은 방금 전 말씀하신 그.... 남자분 말고는 없는 것 같은데요." 신미려가 불쌍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하는 말에 주문했던 쥬스와 샌드위치를 받아 든 고염천이 방금 전 까지의 무거움은 벌써 치워 버린 것처럼 처음의 호탕한 표정과 목소리고 신미려와 천화, 연영등의 손목을 가리켜 보였다. 그들의 손목에는 모두 두툼한 손목 보호대 같은 밴드에 시계를 부착한 밴드형의 시계가 걸려 있었는데, 롯데월드로 들어서며 받은 것으로 놀이기구 이용권과 비슷한 역활을 하는 것이라고 했었다. "우리도 그런 생각을 했었었지. 또 이 도플갱어 놈들이 희생자들을 롯데월드 밖으로 데려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준비 한건데, 시계속에 발신기가 들어있기 때문에 만약 출입구가 아닌 다른 곳으로 나가게 되면 우리가 본부로 쓰고 있는 이곳의 통제실과 나에게 신호가....." 삐익..... 삐이이익......... 고염천이 말을 모두 끝내기도 전, 그의 허리 부위에서부터 날카롭게 사람의 귓가를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침 신호 이야기를 하던 참이라 고염천을 비롯해 모두의 시선이 그의 허리 쪽, 소리가 울려나오는 곳으로 향했다. "......." "........." "...... 지금처럼 울려오게 되어있지." 고염천은 급한 동작으로 허리에 걸려있던 손바닥 반정도 크기의 은색 무전기를 꺼내 들고는 앞쪽에 붙어 있는 붉은 색의 버튼을 누르고 급하게 말을 이었다. "고염천이다. 무슨 일이야. 밖으로 나가는 움직임이 잡힌 건가?"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상한 게 잡혔어요. 대장." 무전기 안으로부터 낭랑한 목소리가 흘러나와 대답했다. "이상한거라니?" "그게.... 밖으로 나간 움직임은 없는데, 안에서 움직이던 움직임이 한 순간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움직임이 사라지다니...." 고염천은 대원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듯 목소리를 높이며 물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연영과 천화들은 그런 고염천과 무전기에서 나오는 말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방금 고염천에게 들었던 대로의 이야기대로라면 신호가 움직였다는 것은 도플갱어가 나타났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입니다. 롯데월드 안쪽 남쪽에 있는 '작은 숲'(임의로 만든 것입니다 ^^)속에서 반응하고 있던 사람들 중 세 사람의 반응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구요." 그 말을 들은 고염천은 앞에 앉아 있는 천화들을 한번 쭉 바라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 기계 고장은 아니겠지?" "절대로요. 그 주위에 있는 다른 신호들은 잡히는 데다 세 개의 기계가 한꺼번에 고장 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좋아. 그럼 입구에 있는 대원들 중에서 세 명을 그곳으로 보내고 롯데월드 내에 있는 대원 중에서도 그곳과 가까운 다섯 명을 불러 들여. 나도 곧 그곳으로 가겠다. 아, 그리고 그곳과 가까운 직원이 있으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내보내 달라고 말해." "네, 바로 알리겠습니다." 고염천은 급히 무전을 끊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연영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일이 급하게 되는 모양이네, 그러니 않됐지만 자네들은 그냥....... 아니, 아니... 자네들 괜찮다면 이번 일을 좀 도와주겠나?" 급히 일어나는 고염천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던 연영은 그의 말에 자신이 맞고 있는 반 아이들을 바라보고는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히 도와 주고싶긴 하지만 도플갱어와 관계된 일이라 아이들이 걱정되었던 것이다. 더구나 자신은 여기 있는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이 아닌가. 그 아이들이 학교에 와있는 이상 자신은 그 아이들의 부모와 같은 것이다. 그때 고염천이 그녀의 마음을 알았는지 한마디 말을 더 했다. "아이들의 안전은 걱정 말게. 내가 부탁할 일이란 것이 여기 있는 아이들로 '작은 숲' 주위를 경계하고 가능하다면 약한 결계라도 쳐줬으면 하는 것이네. 된다면 우리 대원들을 시키고 싶지만, 지금의 인원으로는 그러기가 힘들어. 더구나 저 아이들 모두 가이디어스의 2학년이라니 도플갱어와 직접 맞닥뜨리지만 않으면 괜찮을 것이네." 연영은 그 말에 잠시 뭔가를 생각해 보더니 주위에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두 대장님 말씀 들었지? 어때.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한번 해보겠니? 못 할것 같은 사람들을 빠져도 괜찮아." 하지만 그 말에 5반 아이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였다. "물론입니다." "이런 실습 기회를 놓칠 수야 없죠." "어서 가죠." 연영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고염천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잘 부탁 드립니다. 대장님." ".... 좋아. 그럼 모두 '작은 숲'으로 간다. 각자 능력껏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 "네." 고염천이 그 말과 함께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자 그 뒤를 반 아이들이 각자의 전공에 맞게 그 뒤를 따라 달렸다. 단, 무공을 익힌 것도, 정령술을 쓸 수도 없는 연금술 서포터들이나 아직 마법이 미숙한 몇 몇 마법사들은 다른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고염천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에서도 천화는 라미아를 업고 있었다. 라미아가 마법을 사용하지는 않고 곧이 천화에게 업히겠다고 때를 쓴 덕분이었다. 덕분에 지금 라미아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185 그러는 중에서도 천화는 라미아를 업고 있었다. 라미아가 마법을 사용하지는 않고 곧이 천화에게 업히겠다고 때를 쓴 덕분이었다. 덕분에 지금 라미아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와아~~~" "저, 저..... 저 사람들 가디언들 이잖아." "근데..... 가디언이 여긴 무슨 일이야..... 혹시." 롯데월드에 놀러와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엄청난 속도로 달려나가는 삼십여명의 인물들의 모습에 각자의 모습대로 탄성을 터트렸다. 선두에 가는 두 명의 인물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십 팔, 구 세의 아이들이었는데, 앞서 가는 두 사람처럼 기묘한 자세로 달려가기도 하고 지상에서 몇 센티미터 정도 떠서 날아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 중 몇 몇은 다른 아이들 한 명씩을 안거나 업고 달려가고 있었는데, 그 속도가 주위의 아이들에 비해 전혀 쳐지지 않고 있었다. 거기다 제일 앞서 달리고 있는 남자와 여자의 바로 뒤를 따르는 예쁘장한 소년도 등에 은발을 휘날리는 아름다운 소녀를 업고 달리고 있었다. 덕분에 주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부운귀령보로 달려나가던 천화는 등에 업힌 채 어깨 너머로 머리를 내밀어 기분 좋은 표정으로 방긋거리는 라미아를 보며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 투덜거림 속에서 들려오는 라미아의 방글거리는 말소리에 조용히 입을 닫아 버렸다. "우와.... 천화님, 사람들 대부분이 우리만 바라보는데요. 호호호.... 우리 모습이 그렇게 부러운가?" "...." 시원시원하고 호탕한 성격답지 않게 뒤쪽으로 속도가 떨어지는 아이들의 속도를 맞춰가며 달리는 고염천을 따르기를 칠 팔 분 가량, 천화들의 눈앞으로 초록색으로 가득 물들이는 숲이라고 하기는 작고, 또 아니라고 하기도 뭐 한 '작은 숲' 이라는 이름이 딱 어울리는 숲이 모습을 들어 냈다. 전체 적으로 아담하고 귀여운 모습의 숲은 소녀들이라면 영화에서처럼 주일날 손에 소풍 바구니를 들고 놀러 나오고 싶은 맘이 절로 날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넓직한 숲 주위로는 사람들의 무릅께도 차지 않는 이 삼 십 센티미터의 정도의 나무 울타리가 귀엽게 자리하고 있었고 그 안으로 펼쳐진 숲은 갈색의 흙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의 푸른색 잔디와 가지각색의 색 색깔을 자랑하는 꽃들이 차지하고 있었으며, 처음부터 계획하게 세워진 나무들 사이로 나있는 숲길은 두 사람 정도가 붙어서 걸으면 딱 맞을 정도의 넓이를 가지고 있어 마치 이곳 롯데월드에 들르는 연인들은 꼭 들려야 할 필수 코스처럼 보였다. 실제로도 이곳을 거닐기 위해 롯데월드를 찾는 연인들도 수두룩할 정도여서 롯데월드 내에서 복 덩어리 대접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천화들이 왔을 때는 숲 속을 거닐거나 잔디 위에 앉아있는 연인들의 모습대신 몇 몇 직원들에 의해서 다른 곳으로 안내되어 가는 연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의 눈에는 불만이 역력한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자신들을 안내하고 있는 직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기에 그들을 향해 항의하거나 따지는 등의 큰소리가 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뭐..... 같이 있는 자신의 연인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생각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그때 작은 숲을 나서는 사람들 사이로 일단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모두 여덟 명이었는데 상당히 특이한 모습들이었다. 그 중 세 명은 천화들이 롯데월드 입구에서 봤던 얼굴들로 아직 까지 직원 복장을 그대로 입고 있었는데, 그 중에는 가부에도 끼어 있었다. 그 옆으로 백색의 갑옷과 은빛으로 빛나는 길다란 검을 들고있는 갈색 머리의 외국인과 한국인으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와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이루어진 캐쥬얼과 한복의 중간정도 되어 보이는 특이한 옷을 걸치고 있는 이십대 여성, 그리고 정말 롯데월드에 놀러오기에 잘 어울리는 금빛 찰랑이는 단발머리의 여성과 귀여운 모습의 꼬마. 국적이 다른 대도 진짜 오누이 처럼 보이는 두 사람은 이쪽으로 다가오면서도 손을 마주 잡고 있었다. 그 여덟 명의 얼굴에는 고염천 주위에 서있는 연영과 5반 아이들에 대한 의문이 떠올라 있었다. 하지만 이미 연영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가부에는 의아해 하기보다는 연영을 향해 살짝 손을 흔들어 보였다. "빨리들 왔군. 모두 준비도 한 것 같고..... 그런데 너희 세 명은 그 옷이 좋으냐? 아직 그걸 입고있게...." 고염천이 앞으로다가 온 여덟 명을 향해 가볍게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아직 직원 복장을 하고 있던 세 사람 중 몸 여기 저기에 크고 작은 가방을 매달고 있던 남자가 손에 들고 있던 팔 길이 정도의 검은 목검과 작은 손가방을 건네며 대답했다. "어차피 일하다 보면 굴러다닐텐데..... 우리 옷이라면 우리가 다시 세탁해야 되지만, 이 옷은 그냥 돌려주기만 하면 되잖습니까. 편하게 살아 야죠. 그리고 여기. 제가 가지고 있던 남명(南鳴)과 부적들입니다." 고염천은 그 말에 그가 건네는 자신의 물건을 받으면서 띠겁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잘났다." "당연한 말씀을, 근데.... 여기 미녀분과 저 아이들은..... 가이디어스의 선생님과 학생들로 알고 있는데, 왜 여기 같이 오신 겁니까?" 그, 남손영의 질문에 마침 궁금해하던 참이었던 일곱 명의 시선이 고염천에 게로 향했다. 고염천은 그들의 시선에 아까 연영에게 했던 이야기를 해주고는 다시 무전기를 꺼내 사라졌던 신호가 다시 잡히는지를 확인했다. "아니요. 아직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좋아. 그럼, 연영양과 아이들은 지금부터 '작은 숲' 주위를 경계해주게. 조심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여기 무전기를 줄테니까 이걸로 연락하도록하고, 너희들도 숲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온다면 함부로 덤벼 들지 마라." 연영에게 무전기를 건네고 아이들을 향해 주의를 준 고염천은 그대로 몸을 돌려서는 자신 앞에 있는 여덟 명을 바라보았다. "자, 준비는 끝났으니..... 전부 각오 단단히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놈들을 처린 해야 된다. 더이상 시간을 끌면 점점 상황이 안 좋아지게 된다. 그럼 가자." "당연하죠." "저도 그럴 생각이라 구요. 이 주일 동안 여기서 놀았더니..... 슬슬 지겨워 지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끝을 내야죠." "힝...... 나는 여기 더 있고 싶은데...." 고염천이 선두로 숲 속으로 뛰어 들자 그 뒤를 나머지 여덟 명이 투덜거리며 뒤따랐는데, 그 속도가 연영과 5반이 이곳으로 달려 올 때와는 전혀 다른 엄청난 빠르기였고, 5반 아이들 중 몇몇은 역시라는 탄성을 발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연영의 말에 따라 연금술 서포터를 전공하고 있는 다섯 명을 제외한 아이들이 연영을 기준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모두 대장님 말씀 잘 들었지. 그대로 하고. 숲에서 무언가 튀어나오면 절대 부딪히지 말고, 흩어져. 그리고 천화와 라미아는 내 오른쪽과 왼쪽에 서.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세 사람이 제일 먼저 움직여야 하니까." "알았어요." "네." 천화와 라미아는 연영의 말에 각각 오른쪽과 왼쪽으로 달려나갔다. 비록 작다 지만 숲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였기에 한 사람 한 사람과의 거리가 거의 이십 미터에서 삼십 미터 정도로 떨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몇 분 후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자리를 잡고 섰는데 그 얼굴에는 긴장과 흥분이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연영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녀의 얼굴에는 흥분이라는 감정대신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라는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러나 도플갱어와는 상대로 되지 않는 혼돈의 파편이란 녀석들을 상대했 었던 천화는 운 좋게 자신이 서있어야 할 곳에 놓여 있는 벤치에 편하게 앉아 전혀 긴장감 없는 얼굴로 보기 좋게 꾸며진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멍하니 숲 속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머리속에 떠오르는 한 가지 사실이 있었다. "그런데.... 도플갱어가 집단으로 사냥을 하고 돌아다녔던가?"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났는지는 모르지만 곧 튀어나온 그래이드론의 정보에 의하면 특별한 몇 가지 상황을 제외하고는 아니다. 였다. 보통 도플갱어들은 몇 가지 상황. 그러니까 마기가 특히 많이 모여 도플갱어가 많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 생겼을 경우와 마법사에 의해 소환되었을 경우, 그리고 도플갱어보다 강력한 몬스터나 마족이 도플갱어를 지휘해서 움직일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독 활동을 한다. 헌데, 이곳에서는 둘 정도의 도플갱어가 같이 움직인다. "........ 여기 도플갱어는 별종인가?" 우우우웅.......... 사아아아아 천화가 그렇게 엉뚱한 말을 내뱉는 순간 약하긴 하지만 주위의 마나가 흔들렸고, 그 영향으로 바람도 불지 않는데 숲 속의 나무들이 흔들리며 서로의 가지를 비벼대며 주위로 나뭇잎을 뿌려댔다. 특별한 폭음대신 나뭇 가지가 흔들렸다는 건 마법으로 인한 공격이 아니라 무언가 마법적 트랩을 제거한 쪽일 것이다. "...... 하지만 아무리 별종이라도 도플갱어가 마법을 쓸리는 없고." 천화는 그 말과 함께 편하게 기대어 앉아 있던 벤치에서 일어서며 자신에게 날아드는 나뭇잎 몇 개를 쳐 냈다. 그리고 그때 연영의 손에 들려있던 무전기 에서 흘러나오는 고염천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연영양. 아무래도 단순한 도플갱어가 나타난 일 같지가 않아. 지금 당장 '작은 숲' 주위를 지키고 있는 아이들을 모아서 한쪽으로 물러서 있게. 그리고 자네가 봐서 상황이 좀 더 좋지 않게 변할 경우 롯데월드내의 모든 민간인을 대피시키고 아이들을 대리고 여기서 빠져나가도록 해. 그리고 통제실에 있는 녀석에게 연락해서 최대한 빨리 롯데월드 주위를 포위 해달라고 요청해 주게. 알겠나?" 상황이 심상치 않은 듯 고염천의 목소리가 굳어 있었다. 연영도 그것을 느꼈는지 눈앞에 펼쳐진 숲을 바라보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염명대의 대장인 그가 롯데월드 전체를 포위해 달라고 한다면 보통의 일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조심하세요." 천화는 그 말과 함께 연영의 주위로 정령의 기운이 어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어 살랑이는 바람이 귓가를 간질렀는데 그 바람에 실려 연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번 천화가 했었던 것처럼 바람에 목소리를 실은 것 같았다. "급히 작전을 변경한다. 모두들 내가 있는 곳으로 다시 모여." 바람에 실린 연영의 목소리는 모든 아이들의 귓가에 가 다았고,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아이들은 곧바로 처음 서있던 곳으로 다시 모여들었다. 숲을 바라보고 있던 천화는 시선을 돌려 연영이 서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이미 몇 명의 아이들이 서있었고, 어느새 도착한 라미아도 연영 옆에 서있었다. 천화는 마음속으로 라미아를 불렀다. '라미아, 아무래도 숲 속에 들어가 봐야 겠어.' 천화는 자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라미아의 얼굴이 자신 쪽으로 돌려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 숲속에 도플갱어말고 다른 녀석도 같이 있는것 같아.' [...... 마법사나 마족이요?] 천화의 말에 방금 천화가 했던 것과 같은 생각을 한 듯 라미아가 대답했다. 천화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에 있는 귀여운 울타리를 넘었다. '그래, 너도 알겠지만 방금 전의 마나 웨이브는 주로 마법이 해제될 때 생기는 거야. 아무리 이곳의 도플갱어가 별종이라고 해도 마법까지 쓸거라 고는 생각하지 않거든. 아마 도플갱어를 조종하고 마법을 쓰는 녀석이 있을 거야. 그리고 그런 녀석이 있다면 도플갱어나 다른 몬스터가 더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방금 들어갔던 인원으로는 상당히 고전하게 될 거야.' [확실히, 그런데 혼자 가실 거예요?] '응, 이쪽에도 한 사람이 남아 있어야 될 것 같아서. 그리고 우리 둘이 같이 들어갔다가는 연영 누나가 바로 따라 들어올 것 같거든. 한 사람은 남아서 연영 누나가 못 따라오게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럼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올께.' [자, 잠깐 만요. 천화님. 검은요.] "괜찮아. 가서 빌려쓰지 뭐." 천화는 그 말과 함께 부운귀령보를 시전해서는 순식간에 숲 속으로 뛰어 들어 모습을 감추었다. 그런 천화의 등뒤로 연영의 다급한 목소리와 그런 연영을 말리는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186 그런 천화의 등뒤로 연영의 다급한 목소리와 그런 연영을 말리는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스스스슥........... 숲 속으로 뛰어든 천화는 구름이 스치는 듯 한 걸음으로 숲의 중앙을 일직선으로 가로 지르고있었다. 아니, 정확히 중앙을 가로지르고 있는 건지는 알 수 없다. 숲에 들어서면서 아까 느꼈던 마나 웨이브의 중심지를 대충 확인하고 일직선으로 달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숲 속을 질주하기를 잠시, 숲의 반 정도를 지나온 천화는 주위에 흐르는 기운에 급히 몸을 세웠다. 하지만 주위에 특이한 점이 눈에 띠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느껴지는 것은 있었다. 아침 햇살에 뽀얀 숲 속 안개가 흩어져 가는 것처럼 허공 중에 옅게 사라져 가는 희미한 마나의 흔적. 천화는 어떤 마법이 깨어지면서 주위로 흩어진 마나와 그 마법을 깨기 위해 사용되었다가 목적을 완수하고 주위로 흩어진 마나를 느낀 것이었다. 천화는 그 느낌을 쫗으며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이 이곳까지 왔음에도 아무런 인기척을 들을 수 없었고, 또 아무도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다른 곳으로 통하는 통로나 문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렇게 생각한 천화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인기척을 살피던 것을 멈추고 먼 산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허공에 거의 사라져 가고 있는 마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길 잠시. 주위를 돌던 천화의 시선에 금방이라도 꺼져 버릴 촛불처럼 약하긴 하지만 주위보다 조금 강한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에 멈추어 섰을 때 천화의 몸은 어느새 나무들 사이를 헤쳐 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십 미터 정도를 지났을 쯤 이었다. 천화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슬쩍 미소를 뛰웠다. "찾았다." 천화의 눈에 보이는 곳은 이 미터가 조금 넘는 넓이의 둥근 공터였다. 하지만 단순한 공터는 아니었다. 따뜻한 햇살과 몸을 폭신하게 받쳐주는 잔디. 향긋한 향기와 분위기를 잡아주는 꽃. 거기에 사람들의 시선을 가려 주려는 듯이 자연적으로 형성된 푸른빛 나무 커텐은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기에는 더 없이 좋은 장소였기에 이곳 '작은 숲'을 찾는 연인들에게는 베스트 원의 장소였다. 그러나 그 소문을 듣고 지금 이곳에 사랑을 속삭이기 위해 찾아 드는 연인이 있다면 "하늘의 우리의 사랑을 질투하나 봐" 라는 닭살 돋는 말을 하며 발걸음을 돌려야 할 것이다. 태풍이라도 지나 갔는지 주위를 감싸고 있던 무성한 나뭇잎은 거의가 떨어져 나가 있었고, 분위기를 더 해주던 꽃은 앙상한 줄기만을 보존하고 있었으며, 특히 연인들이 앉아 사랑을 속삭이던 잔디밭은 들어오는 것은 모조리 삼켜 버리는 공룡의 아가리처럼 그 시커먼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있어 사랑을 속삭이기보다는 원수와 만나 결투하기 좋은 장소처럼 변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모습에서 이곳이 바로 자신이 찾던 곳이란 것을 확인한 천화의 입가에는 만족스런 미소가 걸려 있었다. 천화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공터와 거의 같은 크기를 자랑하고 있는 구멍 가까이 다가가 구멍 안쪽을 바라보았다. 약 사 미터 깊이로 수직으로 뚫려 있는 구멍이었는데 그 구멍의 한쪽으로는 사람이 지나다닐 정도 높이의 동굴 입구가 자리하고 있었다. "아마.... 이곳을 통해 그 도플갱어 녀석들이 들락거렸던 모양인데, 아까 느껴졌던 마나도 이 구멍을 열기 위한 거였겠군." 천화의 생각대로 였다. 숲 속으로 들어선 가디언 들은 통제실과 연락하며 세 개의 신호가 사라졌던 장소를 정확히 찾아 온 것이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마법의 흔적을 느낀 그 들은 강제적으로 마법을 풀었고 마지막으로 연영에게 연락한 후에 이 안으로 뛰어 든 것이었다. "그럼.... 들어가 봐야지. 하지만 그 전에......" 구멍 안을 들여다보던 천화는 그 말과 함께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뒤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의 가지 중 가장 곧게 뻗은 가지를 수도로 잘라냈다. 이어 파옥수(破玉手)가 운용되어 파랗게 빛나는 손을 들어 가지의 아랫부분에서부터 끝까지 쓸어 나갔다. 그렇게 한 두 번 정도 손이 왔다갔다 왕복하고 나자 천화의 손에 들려있던 나뭇가지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길쭉한 나무 몽둥이로 변해 있었다. 천화는 자신이 만들어 낸 그 몽둥이의 모습에 처음 의도대로 되지 않아 머리를 긁적여 보였다. 원래 목검을 만들려고 했던 것인데 쓰다듬는 손 모양을 따라 동그랗게 깍인 이것은 갈 때 없는 몽둥이였던 것이다. "뭐, 잠깐 쓸건대 모양이 좀 이상하면 어떠냐. 내려가서 가디언들에게서 검을 빌리기 전까지만 쓰면 되는 거니까."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은지 검을 거꾸로 쥔 채 팔꿈치 쪽으로 기대어 앞에 있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도록 했다. 연후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보더니 아무런 망설임 없이 구멍 속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사 미터 높이에서 뛰어 내렸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가 사뿐히 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 눈앞의 통로에 아무런 장애물이 없다는 것과 바닥에 찍혀 있는 여러 개의 발자국들을 확인한 천화는 착지하는 자세에서 바로 부운귀령보를 시전 하여 앞으로 달려나갔다. 누가 본다면 적진에 뛰어드는데 조심해야 하지 않느냐고, 함정에 걸릴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할 정도로 천화의 발걸음에 망설임이 없었다. 하지만 그도 그럴 만 한 것이 가디언들이 지나 간 발자국이 찍혀 있는 곳에 무슨 함정이 따로 있겠나 하는 것이었다. 설사 그런 함정이 있다 하더라도 충분히 방어할 자신이 있었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부운귀령보를 시전하고 있는 지금이라면 여유 있게 피할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천화는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한 두 사람으로는 어쩌지 못 할 정도로 보이는 잘 다듬어진 네모난 돌로 만들어진 통로, 아래쪽으로 뻗어 있는 높이 오 미터, 넓이 오 미터 정도의 이 커다란 통로는 처음 입구 부분에서 십 미터 가량만이 흙으로 되어 있고 이후의 길은 모두 지금과 같은 인공적으로 만들어 진 통로였다. 통로는 내부를 밣혀 주는 아무런 불빛이 없어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의 어둠에 싸여 있었다. 물론, 천화 정도가 되면 그런 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보통 사람이 들어오 더라도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다. 통로가 깜깜한 대신 천화가 들어왔던 입구 부분과 통로가 끝나는 부분으로부터 빛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방향을 찾지 못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물론, 이 말은 직선 통로 안에서도 방향을 읽고 헤맬수 있는 궁극의 방향치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지만 말이다. 순식간에 백여 미터의 거리를 지난 천화는 눈앞에 비치는 빛을 보며 자리에 멈추어 섰다. 빛은 통로의 왼쪽으로 꺽인 코너부분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빛이 있는 곳이니 만큼 그곳에 뭐가 버티고 서있을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천화는 멈추어선 그 자리에서 천시지청술(千視祗聽術)을 시전 하여 주위의 기척을 살피기 시작했다. 일성, 일성 내공을 더 해 천시지청술이 감지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던 천화는 어느 한순간부터 들려오는 고함 소리와 뭔가가 부셔지는 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다. 천화는 그 소리에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시전 중이던 천시지청술을 거두어 들였다. ".... 찾았다. 벌써 시작한 모양이네...." 이미 코너쪽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곧 바로 코너를 돈 천화였기만 바로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잠시 멈칫하고는 피식 웃어 버렸다. 그런 천화의 앞으로는 거의 통로전체와 같은 크기의 알아보기 힘든 그로테스크한 문양이 새겨진 석문이 떡 하니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웃긴 것은 그 석문의 중앙부분의 중앙 부분이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동그랗게 베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주위로는 그 베어진 부분을 채우고 있던 것으로 생각되는 각각 다른 크기의 돌덩이 네 개가 도너츠와 같은 모양으로 나뒹굴고 있었다. 그런 돌들의 두께는 모두 일 미터에 달하고 있었다. "화려하게 해치우셨군..... 검기로 깨끗하게 베어냈어, 흔들림도 없고 힘에도 밀리지 않는 깨끗한 솜씨인데.... 세 사람 중 누구 솜씨지?" 천화는 석문의 매끄럽게 베어진 단면을 슬슬 문지르며 검을 가진 세 사람을 생각해 보았다. 갑옷과 검을 가진 두 사람, 그리고 남명이라는 이름의 목검을 가진 고염천 대장. 콰광.......... "앗차.... 내가 다른데 한눈 팔고 있을 때가 아니지...." 절단된 단면을 바라보던 천화는 작지만 확실하게 들려오는 폭음 소리에 자신의 머리를 콩콩 두드리고는 석문을 지나 곧게 뻗어 있는 길을 달려나갔다. 그런 길 양쪽으로는 십여 개에 달하는 문들이 있었는데, 그 중 몇 개는 가디언들이 열어본 듯 열려있거나 산산히 부셔져 있었다. 그리고 그 중 몇 개의 방안에는 천정에 박힌 광구의 빛을 받아 새파랗게 빛을 발하고 있는 인골 들이 뒹굴고 있었다. 고염천의 이야기를 들은 천화였기에 그 시체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칫, 실종돼서 찾지 못한 사람들의 시체가 전부 여기 모여 있었구만......."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 천화는 달리는 속도를 더 빨리 했다. 덕분에 천화의 귓가로 들리는 폭음과 괴성은 더욱더 커져 갔고 잠시 후 바로 앞에서 들리 듯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을 때 천화는 백색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그 문은 마치 궁중의 무도장이나 왕의 접견실의 문처럼 아름답게 치장되어 있었는데, 그 중 한쪽 문이 조금 열려있어 그 안을 내보여 주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안쪽의 상황을 살펴보려고 했던 천화는 잘됐다는 생각에 문이 열린 곳으로 고개를 살짝 들이밀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문 안쪽에서 여성의 기합 소리와 함께 강력한 바람이 폭발적으로 뻗쳐나 온 것이다. 당연히 그 바람은 조금이지만 열려있던 문을 힘있게 밀었고 마침 문 안쪽으로 머리를 들이밀던 천화의 머리를 쿵 소리가 날 정도로 때려 버렸다. "큽....." 갑작스런 충격이라 대비를 하지 못했던 천화는 저절로 튀어나오는 악 소리를 가까스로 줄이고는 그 자리에 그대로 쪼그려 앉아 눈물을 찔끔거리며 정신없이 머리를 문질러 댔다. 그런 천화의 손으로는 어느새 볼록하게 부어오르는 혹이 느껴졌다. "쓰으....... 우이씨.... 아파라... 재수 없게스리 웬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야...." 대충 아픔을 삭힌 천화는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 자신의 머리에 부딪혀 아직 빼꼼히 열려있는 문틈으로 안쪽을 바라보았다. 그런 천화의 한 손은 다시 방금과 같은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 열려진 문을 붙잡고 있었다. ".... 휴우~ 이거 완전히 궁중 연회장이잖아...." 문 안쪽의 모습은 그 크기가 조금 적다 뿐이지 천화의 말과 같이 궁중의 연회장처럼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깨끗한 백색의 대리석이 깔린 바닥과 옅은 푸른색의 벽을 장식하고 있는 이 십여 점이 이르는 그림과 조각, 마지막으로 연회장 전체를 밝히는 거대한 광구를 둘러싸고 있는 화려한 샹들리에는 별빛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잘 꾸며진 연회장은 화려한 무도회가 아니라 치열한 전투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지금 연회장은 양측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연회장의 제일 상석에 쓰러져 기절해 있는 인형을 등뒤로 두고 있는 다섯과 그들과 대치하고 선 아홉의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그 중 '작은 숲' 앞에서 보았던 다섯 명의 가디언들과 도플갱어로 짐작되는 남녀와 두 마리의 은빛 갈기를 휘날리는 두 마리의 라이컨 스롭이 양측의 중간 부분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가라, 노이드. 윈드 캐논(wind cannon)!!" 여성형 도플갱어와 대치하고 있던 가부에의 외침과 함께 그녀의 양손이 대치하고 잇던 여성을 향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그 손앞으로 정령력이 모이 더니 농구공크기의 푸른 구체가 생겨나 대포의 탄환처럼 쏘아져 나갔다. 하지만 그녀가 상대하고 있는 도플갱어 역시 보통의 실력이 아닌지 공이 튕기듯 옆으로 순식간에 옆으로 덤블링해 바람의 탄환을 피해 버렸다. 푸우학......... 슈아아아...... 그녀가 피해 버린 자리로 윈드 캐논이 부딪히며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주위로 강력한 바람을 발생 시켰다. 그 모습을 보던 천화는 그 바람으로 인해 문이 다시 밀리는 것을 느끼며 슬쩍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도 약간씩 욱씬거리고 있는 혹이 누구 때문에 생겼는지 이번의 공격으로 확실해진 것이다. 비록 그녀가 의도한 바는 아니나, 이미 머리에 혹을 달아 버린 천화로서는 왠지 곱게 보이지가 않았다. 그런 천화의 눈에 윈드 캐논을 피한 도플갱어를 향해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투명한 수정과 같은 보석이 날아드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몸을 굴리던 도플갱어도 그것을 본 모양이었다. "제, 제기랄..... 내가 네 녀석 생명력은 두고두고 괴롭히며 쪽쪽 빨아 줄테닷!" 악을 쓰듯이 고함을 지른 그녀, 아니 도플갱어는 다급한 표정으로 굴리던 몸을 그대로 허공 중에 뛰웠다. 허공에 몸을 뛰우면 공격을 받더라도 피하지 못하는데도 전혀 생각하지 않는 동작이었기에 보고 있던 천화가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리고 과연 천화의 생각대로 허공에 떠있던 도플갱어를 향해 바람의 칼날들이 날아 들었고 도플갱어는 그 공격을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도플갱어의 그런 행동도 도플갱어를 향하던 보석이 땅에 떨어지는 모습에 이해가 되었다. 콰과과광.............. 후두두둑..... 보석이 땅에 떨어지자마자 마치 폭탄이나 마력탄을 터트린 듯한 폭발과 함께 대리석 바닥의 파편이 뛰어 오른 것이다. "후아~ 쪼끄만게 폭발력은 엄청나네.... 저게 아까 들었던 폭음의 원인이구만...... 음? 우, 우아아...."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던 천화는 엄청난 빠르기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서늘한 감각에 고개를 들었다가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새하얗게 빛나는 검기을 보고는 기겁을 하고는 쪼그려 앉은 자세 그대로 몸을 뒤로 눕혔다. 쿵..... 서거걱..... 급히 몸을 눕혔기 때문일까. 그 자세 그대로 뒷통수를 돌 바닥에 갔다 박은 천화는 순간 눈앞에 별이 반짝이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별들 사이를 유성이 지나 치듯이 새하얀 검기가 지나 갔다. 187 그 자세 그대로 뒷통수를 돌 바닥에 갔다 박은 천화는 순간 눈앞에 별이 반짝이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별들 사이를 유성이 지나 치듯이 새하얀 검기가 지나 갔다. 하지만 지금 천화의 눈에는 그런게 들어오지 않았다. 어느새 뒤로 돌려진 손에 앞쪽에서 느껴지던 것과 같은 볼록한 혹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 혹에서부터 시작되는 욱씬거리는 통증을 느낀 천화는 한 순간이지만 저 안에 있는 것들이 모두 짜고 저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어째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쪽이 죄다 자신이 도와 주러온 가디언 들이란 말인가. 지금의 검기가 정확히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분명 인간의 것이었다. 그리고 저 안에 있는 인간은 가디언들과 기절해 있는 사람뿐이고. "우씨....... 다 죽든지 말든지 내비두고 그냥 가버려?" 정말 뒤도 안 돌아보고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문 안쪽에서 다시 들려오는 고함소리에 슬금슬금 몸을 일으키는 천화였다. 그런 천화의 앞쪽 문에는 방금전 검기의 흔적인 듯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길쭉한 틈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런데 그 높이가 방금 전 쪼그려 앉아있던 천화의 목이 있을 높이였다. 천화는 그 모습에 다시 한번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긴 한숨과 함께 옷을 대충 털어 내고 빼꼼히 열려있는 문이 아닌 꼭 닫혀 있는 문 쪽으로 다가갔다. 저 빼꼼히 열린 문 앞에 서있다 혹을 두개나 달았기에 자리를 바꿔본 것이었다. 자리를 옮긴 천화는 파옥수를 운용한 손가락 두 개로 자신의 눈 높이 부분을 살살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천화의 손가락이 닫는 부분이 소리 없이 보드라운 밀가루처럼 변해 떨어지는 것이었다. 잠시 후 천화의 손가락이 머물던 장소에는 오백원짜리 동전 두개 정도의 구멍이 생겨났다. 꽤 큰 구멍이라 가디언들이나 도플갱어쪽에 들킬지도 모르지만 방금 전 자신의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에도 꿈.쩍.않.을(쌓였냐? ^^;;) 정도로 전투에 정신이 팔린 것을 보아 그럴 가능성은 아주 절을 것이라고 생각한 천화는 그 구멍을 통해 문 안쪽의 상황을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 여성형 도플갱어를 맞고 있는 가부에와 이상한 보석 폭탄을 던지는 남자. 남성형 도플갱어와 치고 박고있는 좀 뚱뚱해 보이는 외공(외功)을 연마한 듯 한 남자. 그리고 방금 검기의 주인공이라 생각되는 라이컨 스롭을 상대하고 있는 두 성기사. 아까와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천화의 눈에는 두 성기사를 상대하고 있는 라이컨 스롭이 슬슬 밀리기 시작하는 분위기 였다. 갈색머리 기사의 침착하고 안정되어 빈틈없는 검법과 검은머리 기사의 과격하지만 거침이 없는 검법. 두 사람의 실력도 훌륭한데다 그들의 무기에 라이컨 스롭이 질색하는 축복 받은 은이 들어있다는 점 때문에 라이컨 스롭이 밀리고 있는 것이다. 천화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다. 그런 천화의 눈에 상석에 놓인 의자 밑에 쓰러져 있는 사람과 그 사람을 지키듯 서있는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도플갱어가 들어왔다. 천화는 그 중에서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바로 그 사람 때문에 가디언들이 실력으로나 숫적으로 앞서면서도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쓰러져 있는 사람은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그 키와 옷차림, 그리고 뒤로 넘겨 푸른색 길다란 리본으로 묶은 긴 머리로 봐서는 십 오 세도 돼지 않은 소녀 같았다. 아마 저 소녀만 빼낸다면 상황은 순식간에 풀려 나 갈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는게 지금 상황이었다. "하지만 쉽게 움직일 수는 없지. 저 놈들을 조종한 놈이 어딘가 있을 텐데...." 하지만 연회장은 사면이 막혀 있는 곳으로 지금 천화가 서있는 문 말고는 다른 곳으로 통하는 문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여기 들어오는 입구처럼 마법으로 막혀있거나 무슨 장치가 있다는 건데...." 천화는 그렇게 생각하며 연회장 구석구석을 살피기 시작했다. 한번, 두 번..... 세 번째로 연회장을 살펴보던 천화는 고개를 흔들었다. 직접 만지면서 찾는 것도 아니고, 문 뒤에서 기척을 숨기고서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마법으로 숨겨진 문이나 무슨 장치에 의해 숨겨진 문을 찾아내는 건 힘든 일이었다. 특히 마법으로 숨겨진 문을 찾아내기에는...... "노이드, 윈드 캐논." "끄아악... 이것들이..." 쿠콰콰쾅............ ....... 정령력과 검기들이 난무하는 통에 마법에 사용된 마나를 느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냥 시간을 죽이고 있으면 해결은 되겠지만,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마냥 기다리겠는가. 천화는 그런 생각에 고개를 돌려 쓰러져 있는 소녀와 한 창 전투중인 가디언들을 바라보았다. ".... 이렇게 되면, 저 놈들을 빨리 해치우고 다 같이 뒤져 보는게..... 지금으로서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 그렇게 결론을 내린 천화는 단전에 갈무리 해두고 있던 내공을 온 몸으로 퍼트리며 소녀를 다치지 않고 구해낼 방법에 대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럴 때는 사파의 잠무은신술(潛霧隱身術)이나 무무기환술(無誣奇幻術)과 같은 상대방 코앞에서도 모습을 감출 수 있는 기공(奇功)이 제일 적당하다. 하지만 천화는 그런 생각을 접고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자신에게도 그런 절정의 은신술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상대가 한눈을 파는 순간을 잘만 이용하면 바로 코앞까지 들키지 않고 갈수 있는 만류일품(萬流一品)이라는 오행대천공상의 은신술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천화가 그 만류일품이란 은신술을 익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원에 있을 때도 어디 바위 뒤나 나무 위에 숨어 기척을 죽이고 있으면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니.... 따로 익힐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아쉽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당장 연성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딱히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지 천화는 머리를 긁적이며 곧게 뻗은 눈썹을 슬쩍 찌푸렸다. ".... 은신술이 안 된다면... 역시 기회를 봐서 저 도플갱어가 반응하기 전에 저 소.. 녀..... 를......" 말을 이으며 소녀에게로 시선을 돌리던 천화는 옆으로 흩어져 있던 소녀의 머리 카락이 마치 물이 흘러가듯이 그녀의 몸 쪽으로 움직이는 모습에 말을 길게 늘이더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눈에 공력을 더 해 소녀가 쓰러져 있는 곳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시. 천화는 곧 그녀의 머리카락이 왜 움직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쓰러져 있는 백색의 대리석 바닥이 마치 사막의 유사(流沙)가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또 아주 느릿느릿하게 소녀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를 같이해 그녀 앞에 떡 하니 버티고 서있던 도플갱어 녀석이 앞으로 나섰다. 느릿하면서도 커다란 움직임. 천화는 그런 움직임에 고개를 저었다. 만약 뒤쪽에 대리석의 기이한 움직임을 보지 못했다면 원래 그런가 보다 했겠지만 뭔가가 있는 것을 확인한 천화에게 도플갱어의 움직임이란 시간 끌기와 시선 끌기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더우기 도플갱어의 그런 움직임은 정확히 먹혀들어,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가디언들의 시선이 모조리 그 도플갱어를 향해 있었다. 그렇게 도플갱어의 시선 끌기가 성공하자 기다렸다는 듯 소녀가 쓰러져 있던 바닥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며 그녀가 매트리스 위에 누운 것처럼 조금씩 이긴 하지만 밑으로 파고드는 것이었다. "...... 마법은 아닌 것 같은데, 희안한 수법인데..... 가디언들은 아직 눈치도 못챈것 같고, 설령눈치 챘다고 해도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니.... 내가 움직여야 겠지." 천화가 그렇게 말하는 사이 소녀의 한쪽 팔이 완전히 바닥속으로 빠져들었다. 천화는 그런 소녀의 모습과 가딘언들, 그리고 도플갱어의 모습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는 빼꼼히 열려져 있던 반대쪽 문을 조심조심 열어 젖히고는 천정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지금 자신이 서있는 곳과 소녀가 쓰러져 있는 상석의 딱 중간 정도 되는 부분으로 광구와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옮겨 쓰러져 있는 소녀의 뒤쪽 벽을 바라보더니 다시 소녀에게로 시선을 모았다. 그러던 한 순간 이었다. ".... 지금. 분뢰보(分雷步)!" 가디언과 도플갱어의 눈치를 살피며 움츠려 있던 천화의 몸이 작은 기합소리와 함께 빛이 터져 나가 듯 그 자리에서 쏘아져 나갔다. 그 빠름에 천화의 몸에서 채 떨어지지 못 한 바람이 연회장으로 불어 들어와 도플갱어를 바라보는 네 사람의 머리카락을 간지를 정도였다. 그 바람의 기운에 남매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돌아 볼 정도였다. 하지만 그 두 사람과 나머지 도플갱어 그리고 시선을 끄는 목적으로 움직이던 도플개어는 연이어 들리는 소리에 정신없이 고개를 돌려야 했다. 투파팟..... 파팟.... "뭐, 뭐냐...." "멈춰.... 남명화우(南鳴火羽)!" 파아아아..... 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움직인 천화는 순식간에 천정과 벽을 차는 반동으로 순식간에 소녀에게 손을 뻗히고 있었다. 염명대의 대장답게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천화의 모습을 시야에 담은 고염천은 아직 반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도플갱어와 가디언들과 달리 옆구리에 차고 있던 손가방에서 연홍색 부적을 꺼내 날렸다. 부적은 그의 손이 떨어지는 순간 연홍색 불길에 휩싸이며 막 쓰러진 소녀를 안아드는 천화를 향해 쏘아져 나가는데 그 모습이 마치 전설 속 불사조의 깃털(羽) 같았다. 막 소녀의 허리를 안아 올리던 천화는 바닥에 빠졌던 팔이 쭉 빠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팔을 삼키고 있던 바닥이 이제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듯 밑으로 푹 꺼져 내리는 것이었다. 당장이라도 뭔가를 내쏠 듯한 기분에 천화는 그 즉시 뛰어 올랐다. 과연 천화의 그런 기분은 정확히 맞아 떨어 졌는지 천화가 뛰어 오름과 동시에 꺼졌던 부분이 순식간에 원상태를 찾으로 위로 치솟아 올랐다. 그 모습이 호수에 커다란 돌을 던졌을 때 물이 뛰어 오르는 것과도 같았고, 또 속도 역시 만만치 않았기에 천화는 튀어 오르던 자세 그대로 검을 휘두리기 위해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러다 전방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급히 고개를 들었다. "응? 파이어 에로우?..... 뭔진 모르겠지만 내대신 잘 부탁해." 고개를 든 천화는 방금 전 자신이 서있던 곳으로 날아드는 불꽃의 깃털을 보고는 검을 휘두르려던 것을 멈추고 한쪽 발로 반대쪽 발등을 찍으며 운룡유해(雲龍流海) 식을 시전해 갑작스런 상황에 아직 정신 못 차리다가 지금 바닥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어리버리해 있는 가디언들을 향해 날았다. 그리고 한순간 앞으로 나서는 천화와 불꽃의 깃털이 엇갈리고 나자 천화의 등 뒤쪽에서 굉음과 함께 여기 저기도 대리석의 파편이 튀는 소리가 들렸다. 콰아앙.... 투둑툭.... 투두두둑.... 후두두둑.... 등뒤에서 들리는 폭음을 들으며 몸을 날리던 천화는 이제야 자신의 얼굴이 생각 난 듯 눈을 크게 뜨고있는 고염천을 지나 세 명의 가디언들 사이로 사뿐히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고염천과 도플갱어의 외침에 치열하던 전투도 멎어 버리고 각자 양측으로 갈라졌다. "너, 너는 연영양의 ....." "크아..... 뭐냐 네 놈은....." 천화는 양측에서 쏟아지는 눈길을 받으며 고염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예, 가이디어스의 학생이죠. 이름은 예천화, 천화라고 불러주세요." 천화는 고염천과 다른 가디언들을 향해 자신을 간단히 소개하고서 몸을 돌려 금발의 외국여성에게 다가갔다. 전투 때라서 그런지 모두들 자신들의 기운을 숨기지 않았고, 덕분에 천화는 그녀에게서 그레센 대륙에서 느껴 보았던 정확히는 하엘을 통해서 자주 느껴보았던 신성력의 기운을 느낀 때문이었다. "사제님 같은데, 여기 이 아이가 괜찮은지 좀 봐주세요.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은 것 어떤지 모르겠네요." "응? 아, O.K" 그녀는 천화의 말에 맑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천화에게서 소녀를 받아 안고는 일행들의 뒤쪽으로 물러나 바닥에 눕히더니 가만히 소녀의 가슴에 손을 얹어 보이며 눈을 감았다. 아무래도 소녀가 괜찮은지 살피는 모양이었다. 그런 그녀의 옆에는 여전히 귀여운 모습의 꼬마가 서있었다. "...... 어떻게 니가 왜 여기 있는거지? 거기다 그런 경공을 펼치면서.... 정말 학생인가?" 고염천이 여 사제에게 소녀를 건네고 돌아서는 천화를 향해 언성을 높여 물었다. 생각도 못한 상황전개에 놀란 모양이었다. 고염천의 물음에 시선을 저 뒤쪽에 두던 천화가 손가락을 들어 고염천의 어깨 넘어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곳에 상당히 위험한 녀석이 숨어 있다는 걸 알려 드리려구요. 저기 지금 땅에서 나오는 저 녀석도 그 중 하나고요." 천화의 말에 고염천을 비롯한 가디어들이 급히 천화의 손가락이 향하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천화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은 정확히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소녀가 누워있던 곳으로 지금 그곳에서는 밝은 남색머리에 이지적인 보라색 눈에 엘프처럼 길고 날카로운 귀를 가진 인물이 백색의 대리석 바닥과 함께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상당히 보기 싫었는지 가디언들의 얼굴이 조금씩 구겨졌다. "쳇, 왜 꼭 우리 염명대가 맞는 일은 이런 거야...." "왠지 싫은 녀석인데..... 게다가 내가 알고있는 것 중에 저런 모습의 몬스터는 없어." "..... 손영아, 저런 것에 대한 자료..... 알고 있냐?" 염명대 대원들의 투덜거림 속에 고염천이 남손영이라는 보석폭탄을 던지던 남자를 향해 물었다. 그러나 연금술 서포터로 이런저런 정보나 자료들에 대해 해박한 남손영도 저런 모습은 처음 보는지 얼굴만 찡그릴 뿐 뭐라고 대답은 해주지 못하고 있을 때 뒤쪽에서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녀의 몸을 체크하던 여 사제가 어느틈에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 표정이 아까와는 다른게 살풋이 굳어져 있었다. "확실 하지는 않지만, 제가 알고 있는게 맞다면. 저 존재는 몬스터같은 괴물이 아니예요." "그럼 뭐지?" 고염천등이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이어 들려오는 그녀의 말에 조금씩 구겨지던 그들의 얼굴이 구겨진 신문지처럼 변해 버렸다. ".....마족입니다." 그녀의 말에 고염천이 고개를 홱 돌려 그 여 사제. 세이아를 돌아보았다. "마족, 마족이라니? 아직 어디에서도 마족이 나타났다는 보고는 없었어, 더구나 세이아 사제도 마족이란걸 한번도 본적이 없지 않나. 그런데 어떻게....?" "저도 우연히 알게 됐어요. 성황청에 있던 책들 중 거의 보지 않는 책이 있는데 제가 호기심에 읽었어요. 사제들이 그 책을 보지 않는 이유는 그 책에 쓰여있는 마족의 모습이 그 사악함과는 달리 너무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어서 인데, 그 모습이 저기 저 마족과 똑 같거든요. 하지만 정확히 마족이 맞다고는 저도...." "사제님 말이 맞아요. 저기 저 놈은 하급 마족이죠." 말끝을 흐리는 세이아의 말에 천화가 한마디를 덪 붙이자 세이아를 향하던 시선들이 모두 천화를 향해 돌려졌다. 개중에는 반대편에 서있던 그 마족의 시선도 썩여있었는데, 자신의 존재에 대해 정확히 아는 천화의 말에 호기심이 인다는 표정이었다. 천화는 그런 열화와도 같은 시선에 답하듯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기 저 녀석은 마계에서 활동하는 여러 계급의 존재들 중 하급에 속하는 마족이죠. 하지만 하급이라고 해서 가볍게 봤다간 곧바로 지옥행이죠. 하급이라곤 하지만 그 가진바 능력과 힘은 이 세계에 서식하는 몬스터는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니 까요. 그리고 여기에 한마디 더 한다면 저기 저 녀석은 생명력을 한계 치 까지 흡수하여 마족으로 진화한 도플갱어라거죠." "....." ".....자세히 알고 있군. 그런데 위험한 녀석들 중 하나라면 저 마족이라는게 또 있단 말이냐?" "그건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저 녀석 보다 좀 더 강한 녀석은 있을 것 같거든요." 그 말에 천화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가디언들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저 눈앞에 있는 마족이라는 처음 보는 녀석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문제인 데..... 그 보다 더 강한 녀석이라니. 그런 생각에 천화에게 다시 뭔가를 물으려던 고염천은 등뒤에서 느껴지는 포악한 기운에 급히 손에든 남명을 휘둘렀다. "뭐냐.... 남명좌익풍(南鳴挫翼風)!" 188 그런 생각에 천화에게 다시 뭔가를 물으려던 고염천은 등뒤에서 느껴지는 포악한 기운에 급히 손에든 남명을 휘둘렀다. "뭐냐.... 남명좌익풍(南鳴挫翼風)!" 고염천의 손에서 휘둘러진 목검 남명이 기이한 각도로 휘둘러지자 검신으로 부터 연홍색의 뿌연 안개와 같은 기운이 뻗어나가 가디언들을 향해 날아오는 남색의 기운과 부딪히며 폭발음을 발했다 쿠콰콰쾅.......... 그 폭음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그 사이로 코가 막힌 듯 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마 놈, 네 놈은 뭐냐?" 그 말과 함께 그 마족이 앞으로 나서는 모습에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천화의 손에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금빛의 금령원환지(金靈元丸指) 가 뻗어 나갔다. 쩌어엉. 하지만 그렇게 뻗어나간 지력은 그 마족이 한쪽으로 피해 버림으로써 뒤쪽 벽에 오백원 짜리 동전크기의 구멍을 만들며 사라져 버렸다. 그 위력에 마족의 표정이 살풋 굳어졌다. 만약 만만히 보고 피하지 않았었다면 그대로 몸에 구멍하나를 만들었을 것이다. "꼬마라니? 그러는 네 놈은 뭐야?" 천화가 신경질 적으로 말을 하자 마족도 고개를 돌려 천화를 바라보았다. "나는 보르파, 방금 네 놈이 설명한대로 하급의 마족이다. 헌데, 네 놈은 뭐냐?" "뭐냐 니?" 보르파라는 마족의 말에 천화가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뭐 하는 놈이기에 그 분, 휴님의 존재를 알고 있느냔 말이다." 날카롭게 물어오는 보르파의 물음에 그를 경계하고 있던 가디언들도 천화를 돌아보았다. 조금 전 고염천이 물으려다 보르파의 공격 때문에 묻지 못한 것이 바로 이 질문이 였던 것이다. 그러나 천화는 그들의 의문을 풀어줄 생각은 않고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아.... 네 위에 있는 녀석이 휴라는 녀석이었구만." 보르파는 그 모습에 천화가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했는지 주위로 남색의 마기를 뿜어냈다. 하지만 아직 천화에게서 답을 듣지 못했기에 마기를 누른 채 다시 물었다. "..... 뭐냐,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그 말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상대를 놀리는 듯한 기분에 천화는 빙긋 미소지으며 장난 스런 동작으로 양손을 들어 보였다. 모른다는 행동이었다. "사실이야. 난 그 휴라는 녀석에 대해서는 아는게 없거든. 아까 대장님께 말할 때도 강한 적이 있다고 말했지. 휴라는 녀석이 있다고 말하진 않았거든." 천화의 말에 모두들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이 그말 아닌가? 아니, 틀린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던 고염천이 천화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여기 그 휴라는 자와 비슷한 적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안 건가?" "그냥 짐작이죠. 대장님과 다른 분들이 이곳으로 들어가기 위해 입구를 봉한 마법을 해제하고 들어가셨지요. 그때 그 여파로 숲밖에 까지 마나가 흘러나왔죠. 하지만 제가 아는 한에서의 도플갱어는 생명력을 흡수하여 강한 전투력과 힘을 가질 수는 있지만 마법을 쓰지는 못하지요. 바꿔 생각해 보면 마법을 쓸 수 있는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이고, 그 존재가 도플갱어를 조종하고 있다는 말이 되죠. 하지만 도플갱어라는 것이 보통의 몬스터가 아닌 만큼 조종하는 인물도 엄청나게 강할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고위 마법사나, 중, 하급 정도의 마족 정도로 말이죠. 아마 그 휴라는 자도 마법사거나 마족일 것 같네요. 아, 여기서 저기 저 보르파도 마족이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는데, 저 녀석은 아직 그럴 만한 실력이 못되죠. 마족으로 진화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 힘이 완전하지도 완숙되지도 않은 상태인 데다 마법도 미숙한데 그 실력으로 어떻게 저런 실력의 도플갱어들을 조종하겠어요? 택도 없죠. 안 그래?" 설명을 마치며 장난 스런 표정으로 보르파를 바라보며 싱긋 웃어 버리는 천화의 모습에서 자존심이 뭉개지는 기분을 맛본 보르파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몸을 날려왔다. "크아아..... 죽인다. 이 놈." 천화는 너무 쉽게 흥분해 버리는 그의 모습에 머리를 긁적이며 앞으로 뛰쳐나갔고 그 옆과 뒤를 가디언들이 따랐다. 뒤쪽에 기절해 있는 소녀와 세이아 사제가 전투에 휩쓸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양쪽에서 모두 달린 덕분에 거리는 순식간에 좁아져 각자 상대를 맞닥뜨리고 있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보르파는 다른 상대들은 거들 떠도 보지 않고 천화를 보며 손을 내리쳐 갔다. 그런 그의 손에는 어느새 꼿꼿이 뻗은 삼 십 센티미터 정도의 손톱이 솟아 나와 남색의 기운을 흘리고 있었는데 그 날카로움이 결코 검기에 뒤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럼 내 미흡한 실력에 죽어봐라. 네일피어(nail fear)!" 천화는 자신의 말에 꽤나 열 받은 듯 보이는 보르파의 공격에 쯧쯧 혀를 차고는 난화십이식의 일식인 혈화를 펼쳐 자신에게 날아드는 보르파의 공격을 그대로 튕겨내 버렸다. "쯧, 그 실력으로 발끈발끈 하기는, 마족이란 이름이 한심하다. 한심해.... 낙화!" 슈아아앙...... 보르파의 네일피어를 손쉽게 튕겨 내버리고 망설임 없이 반격해 들어가는 천화의 모습에 한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고염천은 몸을 돌려 뚱뚱한 체구의 팽두숙과 밀고 당기고 있는 도플갱어를 공격해 들어갔다. 고염천은 천화가 소녀를 구할 때 보인 움직임에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옆에서 지켜보기는 했지만, 혹시라도 경공만 뛰어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또 처음 전투라서 상대를 베는데 망설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를 테지만, 첫 살인은 누구에게나 망설 여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망설임, 공포, '상대도 나와 같은 사람인데...' 하는 등의 감정과 생각으로 무기를 들고 있다 하더라도 상대의 목숨을 쉽게 취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 생각할 수도 없는 긴박한 상황이 있어 그런 감정을 느낄새도 없이 살인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결국엔 그 모든 상황이 마무리된 후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 그런 감정들을 한꺼번에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개 자신이 그래야만 했던 주위 상황을 생각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그런 감정들을 훌훌 털어 버리게 된다. 그러나 그런 감정이 특히 강렬해지는 특이한 몇몇 경우에는 자기혐오라는 극단적인 감정으로 폐인이 되거나 자살을 하는수도 가끔 있다. 그런 생각에 아직 살인을 해보지 않았을 것 같은 천화에게 밀리는 기색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그 즉시 자신이 나설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기우였던 모양이었다. 지금 천화의 모습으로는 그럴 걱정은 전혀 없어 보였던 것이다. 마족이라는, 천화 자신의 입으로 몬스터와는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는 상대를 상대로 여유있게 또 익숙하게 공격하고 막아내고 피해 내는 모습은 이미 천화에게 상당한 살인과 전투 경험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 아니면, 저렇게 순간 순간마다 발끈발끈 화를 내며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 할 줄 모르는 애송이 같은 모습을 보이는 한.심.한. 초짜 마족이 약한 것일지도...... "자, 실력발휘들 해서 빨리 끝내. 이 놈들 보다 윗줄에 있는 놈이 나타나면 괜히 골치 아파진다. 비켜라, 팽두숙. 남명화령조(南鳴火零爪)!!" 고염천의 외침과 함께 그의 손에 들린 남명이 도플갱어를 향해 세 갈래로 갈라져 거대한 와이번의 발톱처럼 도플갱어를 조여 들어갔다. 그 공격에 도플갱어는 대항할 생각을 버리고 급히 뒤로 몸을 뺐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해 그 가슴에 불 칼에 지져진 듯한 커다란 상처 세 개를 만들고 말았다. 그 고통에 기회는 이때다 하고 공격해 들어오는 팽두숙의 탄탄해 보이는 주먹을 세 갈래의 상처가 모이는 곳에 그대로 허용하고 말았다. 퍽.... 둔탁한 그 소리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괴성들이 터져 나오며 도플갱어들과 라이컨 스롭은 번번한 공격도 못하고 뒤로 밀려나갔다. 실력도 실력인데다. 이제 거리낄 것이 없어진 가디언들이 이 대 일, 삼 대 이의 인원수로 밀어 붙혔기 때문이었다. 화령인을 펼쳐 다시 한번 보르파를 튕겨 내버린 천화는 주위의 상황에 보르파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 저 보르파라는 마족이 자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발끈해 하는 모습이 왠지 재미있었던 것이다. 상대를 놀리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럴까. 게다가 자신의 말대로 미숙해서인지, 고급스럽고 계산된 공격이 없고 거의가 마족으로서의 본능에 의한 공격이 대부분이어서 단순한 공격들 뿐이었다. "자, 자. 주위 상황도 다 정리되어 가는데..... 나도 장난은 그만해야 되겠네." "크으으윽......." 보르파는 천화의 말을 듣고 순간 발끈 하는 듯 했으나 그 역시 주위의 상황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함부로 나서지는 않고 있었다.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자신들이 질 수밖엔 없는 그런 상황. 보르파는 그런 상황을 만들어 낸 눈앞의 인물을 바라보았다. 예쁘장하고 귀엽게 생기긴 했지만, 그런 외모와는 달리 자신의 공격을 간단히 피해 넘기고 자신을 공격해오는 엄청난 실력을 가진 존재. 그의 말대로 아직 자신이 미숙한 때문이지도 몰랐다. 도플갱어에서 마족으로 진화한 것이 얼마 되지 않는 데다 이렇게 격렬한 실전을 치루는 것도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런걸 제외하고서도 상대는 몇달 동안 격어본 인간들과 달리 너무 강했다. '도대체 이런 놈이 갑자기 어디서 솟아났단 말이냐.' 십여 일간 이 롯데월드란 곳의 분위기가 좋지 않아 사냥을 자제 하다가 오늘 사냥을 했던 것이었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보르파는 그런 생각에 다시 한번 발끈 해서는 천화를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유연하게 움직이며 자신의 공격을 모두 차단해 버리는 천화의 검이었다. "찻, 난화십이식 제 구식 비혼화(悲魂花).... 자, 이만 하고 그 휴라는 인물이 있는 곳으로 가는 일이나 알려 주시지." 거의 공격에 가까운 방어로 공격해 오는 보르파를 튕겨 낸 천화는 둥그스름한 형태와는 달리 살을 에이는 예기를 발하고 있는 목검을 보르파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하지만 보르파는 그런 천화의 말에 송곳니를 들어내며 마기를 내뿜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천화가 뭐라고 한마디하려 할 때였다. 천화의 좌측으로부터 연회장을 뒤흔들 정도의 고통에 겨운 괴성이 들려오더니 서걱거리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뚝 끊어져 버렸다. 자연히 장내에 떠돌던 시선이 소리가 들렸던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가슴의 절반 가량이 갈라진 모습으로 쓰러져 있는 라이컨 스롭과 그 라이컨 스롭을 뒤로 또 한 마리의 라이컨 스롭을 상대하고 잇는 금발의 성기사에게 달려가는 검은머리의 성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슬슬 상황이 정리되어 가는 것 같은데, 그냥 말해 주는게 서로에게 편하지 않... 윽, 이 놈!!" 쩌어어엉.... 퍼퍼퍼퍽..... 퍼석........... 찌이이익..... 검은머리의 성기사가 라이컨 스롭을 해치운 것으로 상황이 슬슬 정리되는 모습에 편하게 말을 하던 천화는 한순간 자신이 디디고 서있던 땅이 푹신하게 꺼지는 느낌에 당황한 표정으로 급히 몸을 뛰우며 거의 본능에 가까운 동작으로 다섯 손가락을 뻗어 금령원환지를 떨쳐냈다. 그런 천화의 눈에 처음 소녀를 구해 낼때처럼 대리석 바닥이 불쑥 솟아오르는 모습과 자신이 떨친 금령원환지에 맞아 산산히 부셔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런 천화의 반응도 조금 늦었는지 집게처럼 벌려진 대리석 바닥에 바지자락이 길게 찧어져 나가 버렸다. "으... 오늘 처음 입은 새 옷인데....." 바닥에 다시 내려선 천화는 바깥쪽 옷자락이 길게 뜯어져 뽀얀 색의 토실토실한 허벅지 살을 내보이며 너덜거리는 모습에 찧어진 것을 싸잡아 허벅지 부분까지 검으로 잘라 내버리고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르파를 바라보았다. 녀석의 얼굴에는 킬킬거리는 웃음과 함께 득의 만연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는데, 그런 녀석의 오른쪽 손이 팔목까지 대리석 바닥에 스며들어 있었다. "크큭.... 어때? 아직 미숙한 마족에게 한방 맞은 기분이.... 하하하" 한번도 제대로 공격해 보지 못한 천화를 직접 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피해를 줄 수 있었던 것이 기분이 좋은지 킬킬거리는 보르파였지만, 이어서 들려오는 천화의 목소리와 공격에 황망한 표정으로 급히 몸을 일으켜 피해야 했다. "별로 좋진 않아. 근데 이제 자신이 미숙하다는 알게 된 모양이군, 그럼 축하 선물을 줘야지. 난화십이식 제 칠식 잠영화(潛瀛花)!" 천화의 외침과 함께 목검에서 뿌려진 검기의 가닥들은 초식 명 그대로 바다에 잠기듯이 보르파에게 다가갈수록 그 모습이 옅어지더니 보르파와의 거리를 불과 일미터 남겨두고 완전히 그 모습을 지워 버렸다. 만약 알려진다면 암살 자들이 가장 애용할 것 같은 초식이었다.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여간 까다롭고 기분 나쁜 공격이 아닐 수 없다. 분명히 검기에서 발출 되는 예기는 느껴지는데, 눈에 보이질 않으니 말이다. 때문에 보르파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한 체 빠른 속도로 뒤쪽으로 물러날 뿐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연회장, 넓직한 공원이나 평야가 아닌 이상 물러나 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툭............ "..... 우리도 마무리를 짖자구." 천화는 보르파가 상석 벽에 부딪히는 모습을 보며 다시 검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보르파가 잠영화의 공격을 막아내든 막아내지 못하든, 어떻게든지 제압하여 그 휴라는 자가 있는 곳을 찾아내려는 생각에서였다. 헌데 잘못 본 것인가. 보르파에게 다가서던 천화는 당황해도 시원치 않을 그의 얼굴에 언뜻 웃음이 떠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슨...... 왓! 설마....." 저 한심한 마족이 궁지에 몰려 돌았나 하는 시선으로 보르파를 바라보던 천화의 눈에 얼핏 벽과 맞다아 있는 보르파의 몸이 썩여 녹아드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그 장면이 눈에 들어오자 천화의 머리속엔 자동적으로 처음 보르파가 바닥에서 솟아 오르는 모습과 방금 전 자신의 바지 자락을 뜯어내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와 함께 천천히 걸음을 때던 천화의 걸음이 순식간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라져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러나 알아채는 것이 늦은 건지 천화가 다가가기도 전 보르파는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져 버렸고 그 사라진 자리로 날카로운 검기들이 박히며 돌가루가 이리 저리 튀어 올랐다. "인간 같지도 않은 꼬맹이 놈. 잠시후에 보자. 그때, 나같은 미숙한 자가 아니라 완숙의 경지에 드신 휴님을 배알할 영광을 주지...." 퍼퍼퍼퍽.............. 벽속으로 완전히 녹아든 보르파의 모습에 천화는 주위를 돌아보며 혹시 아까 처럼 바닥에서 갑작스레 튀어나와 기습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경계했다. 그러나 잠시가 지나도록 아무런 느낌도 없자 곧 검을 내리고 뒤로 돌아섰다. 장내에 있던 다른 몬스터들도 도플갱어 둘을 남겨두고 모두 정리가 되어 있었다. 천화는 그 모습을 보며 방금 보르파가 녹아든 벽을 슬쩍 돌아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저 녀석 실력이 미숙할 뿐만 아니라, 성격도 미숙한거 아니야? 지금 말은 싸움에 진 꼬마가 자기 엄마 불러 올테니 기다리라는 거하고 똑 같잖아...... 에이구.... 걱정된다." 189 "그나저나, 저 녀석 실력이 미숙할 뿐만 아니라, 성격도 미숙한거 아니야? 지금 말은 완전히 꼬마가 싸움에 지고 자기 엄마 불러 올테니 기다리라는 거하고 똑 같잖아...... 에이구.... 걱정된다."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린 천화는 도플갱어를 한쪽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가디언들을 바라보고는 저 한쪽에 서있는 세이아 등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실력도 빵빵한 일곱 명이 두 명의 도플갱어를 밀어붙이고 있는데, 거기에 자기까지 손을 더해서 뭐하겠나 하는 생각에서 였다. "그레이트(great).... 그 강하다는 마족을 상대로...... 정말 대단해요." "맞아, 정말 대단해. 꼭 태영이 형이나 대장님이 싸우는 것 같았어. 근데, 형, 정말 가이디어스의 학생인거 맞아요? 그 정도 실력이라면 가디언으로서 충분히 인정받을 만 한 실력인데...." 세이아와 강민우는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천화의 모습에 눈을 반짝이며 진심 어린 감탄을 표했다. 처음 소녀를 구해 낼 때의 그 엄청난 속도의 경공과 자신들도 처음 보는 마족을 여유있게 상대하던 검술과 검기, 더우기 천화는 보통의 검이 아니라 몽둥이 모양의 목검을 사용했었다. 날카롭게 날이 선 쇠로 된 검보다 검기를 사용하기 어렵고 조심스러워 우선 쇠로 된 검으로 검기를 완전히 익힌 후에야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목검을 말이다. 그런 실력은 가디언인 세이아와 강민우가 보더라도 대단한 것이었다. 특히 교황청에 있던 마족의 모습을 말해놓은 책에서 마족의 힘이 어떠한가를 대충 알고 있던 세이아의 감탄은 다른 가디언들 보다 더한 것이었다. "뭘요. 참, 그 보다 저 아이는 어때요? 아무 이상 없나요?" 두 사람의 계속되는 칭찬에 조금 쑥스러워진 천화가 슬쩍 다른 곳으로 말을 돌렸다. 그런 천화의 행동에 세이아가 알았다는 듯이 아까 전 소녀를 맡길 때와 같은 맑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네, 외상도 내상도 없고 마력에 당한 흔적도 없이 깨끗해요. 생명력을 흡수하기 위해서인지 도플갱어들이 옮겨올 때 조심스럽게 옮겨온 것 같아요." 천화는 세이아의 말에 소녀를 한번 바라보고는 다행이라는 듯이 고래를 끄덕여 보였다. "다행이네요. 마족의 마력에 당하지나 않았나 했는데..." "헤, 만약 그렇게 됐어도 아무 문제없어. 세이아 누나가 가진 신성력이 얼마나 뛰어난데, 그런 마족의 마력 같은 건 한방에 날려 버릴수 있을 거야." "어머? 얘는....." "확실히 민우 녀석 말대로 세이아의 신성력이라면, 웬만한 부상은 아무 걱정 없지." 어느새 그 엄청난 전력 차로 두 명의 도플갱어를 처리해 버리고 다가온 가디언들 중 남손영이 강민우의 말에 동의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나 그런 그의 시선은 세이아나 강민우를 향해 있지 않고, 그들과 마주 서있는 천화를 향해 있었는데, 그 두 눈 한가득 의문을 담고 있어 천화는 그냥 벙긋이 웃어 보였다. "그나저나, 너 정말 굉장한 실력이야. 그 마족이란 놈이 좀 한심하고 엉성해 보이긴 했지만 보통의 실력으로는 힘들어 보였는데, 그런 상대를 여유 만만하게 상대하다니 말이야. 너 정말 가이디어스의 학생이 맞는거냐? 그 실력이라면 지금 당장 정식 가디언이 돼도 전혀 모자라는 게 없을 텐데...." "맞아, 도대체 가이디어스에서는 너 정도 실력 되는 녀석을 왜 학생으로 받은 거야? 곧바로 가디언으로 등록해도 괜찮을 걸 말이야.... 어떻게 된 거야?" 남손영의 말에 검은머리의 성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물음에 따라 기절에 쓰러져 있는 소녀를 제한 모두의 시선이 천화를 향했다. 특히 고염천은 몇 번들을 뻔하다 말았기에 이번엔 꼭 듣고야 말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들의 시선에 천화는 어떻게 말해야 하냐는 듯이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입을 열었다. "에..... 그러니까 사실 저는 이곳 사람이 아닐 뿐더러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 오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덕분에 여기 상황을 잘 모르죠. '잊혀진 존재들이 돌아온 날'에 대해서도 여기 오고 나서야 안거니까..... 보름정도 된다고 하면, 어느 정도인지 아시겠죠? 그 전엔 중국의 깊은 산중에서 생활했었는데, 어느 날 우리도 모르게 갑자기 날아왔어요. 그리고 이곳에 와서 처음 만난 사람이 신진혁이라는 가디언이었죠. 그 분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나니까 이곳에 있는 가이디어스에 머물 생각이 없느냐고 묻더군요. 특별히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덕에 별로 돌아갈 필요도 없고 해서 저희는 허락했고, 그 신진혁이란 분 앞에서 잠깐 펼쳐 보였던 검법 때문에 2학년으로 입학했지요. 어차피 한 달에 한번 시험이 있으니까 그때 정확한 실력을 파악하고 학년을 정하기로요. 그러고 보니 시험이..... 몇 일 안 남았네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아주 간단하게 추려서 말하던 천화는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는 듯이 손바닥을 딱 쳤다. 그 모습이 꽤나 귀염틱 하고 여성틱 했지만 위화감 같은 것은 전혀 생기지 않았다. 천화의 이야기를 들은 고염천은 뭔가를 생각하던 눈치더니,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생각났다. 대구에 파견되어 있던 가디언에게서 보고가 올라온 내용중에 그런 내용이 있었는데.... 아마, 갑작스런 마나에 집중에 의한 강제 텔레포트 라고 한 것 같은데, 그때 텔레포트 된 남, 녀 아이 두 명을 가이디어스에 입학시킨다고. 그게 자네 였구만...." "그런 일이 자주 있는게 아니라면 저와 라미아에 대한 이야기가 맞는 것 같네요." 천화가 고염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가이디어스 몇 몇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그랬지, 하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런 모습을 보며 고염천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정말 대단한 실력이야. 그 정도라면 시험 같은 건 따로 필요 없지. 이번 임무를 마치고 나가면, 내가 이야기해서 바로 정식 가디언으로 등록시켜 주지." "그러면 이왕 등록하는거 우리 염명대로 등록시키죠." 천화는 자신의 등록에다 자신이 들어갈 부대까지 정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머리를 긁적이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아직 이 곳, 이 세계에 대해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에 라미아의 의견도 물어야 한다. 주인이 검의 눈치를 보는 것 같지만 만약 혼자 멋대로 했다가 다시 삐치기라도 하면 여간 골치 아파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학교생활이란게 꽤나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딱 갇혀있는 곳이라면 답답함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가이디어스는 실력만 갖추어 지면 바로 졸업이니........ 재미로 다니는 거다. "저기..... 대장님의 배려는 감사하지만 저 혼자 움직이기는 곤란합니다. 항상 라미아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라미아의 의견도 물어봐야 하고, 또 실력도 확인 받아야 하구요." 조금 미안한 표정을 내보이며 말하는 천화의 모습에 고염천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려 보였다. "하하하하..... 그렇다고 미안해 할건 뭔가? 자네 실력이 가디언이 될만하 니까 말한 건데, 그리고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가디언으로 등록할거지 않은가. 하하하하.... 참, 그런데 자네 그 라미아라는 아이에게 허락을 물어야 한다니.... 혹시 벌써부터 잡혀사는거 아닌가?" 장난스런 고염천의 말에 모두들 웃음을 터트렸다. 반면 고염천의 말을 들은 천화의 얼굴을 보기 좋게 구겨져 있었다. 생각해보니 어째 그런 것도 같았다. 그레센 대륙에서도 그렇고 이곳에 와서도 그렇고, 라미아의 말을 무시하지 못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고염천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천화는 즉시 부인했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전 의견을 물어 본다고 말했었지 허락을 받는다고 말하지 않았다 구요." 하지만 그런 천화의 말은 별무 소용이었던 모양이다. 검은머리의 성기사가 천화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능글맞은 웃음과 함께 말했다. "후후후..... 멀리 떨어지는 일도 아닌 간단히 정식 가디언으로 등록하는 개인적인 일을 의논한다는 걸 보면 알 수 있는 일이야. 그러니 애써 변명할 필요 없어. 더구나 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흐흐.... 깊은 산 속에서 같이 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봐. 어디까지.... 쿠억!" 퍼억....... 그의 이야기에 한대 쳐 올릴까 하는 생각으로 주먹을 말아 쥐던 천화는 자신보다 빨리 그의 뒤통수를 시원 하게 후려치는 모습에 만족함을 느끼며 손을 거두었다. 허나 난데없이 뒤통수를 두드려 맞은 검은머리의 성기사는 금발의 성기사를 보며 으르렁 거렸다. 그러나 금발의 성기사는 늘쌍있는 일인 듯 으르렁거리는 그를 완전히 무시해 버리고 천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경쓰지 마. 원래 저런 녀석이니까. 그리고 사람이 만났으면 자기 소개부터 해야지. 누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무슨 말들이 그렇게 많아요?" 그의 말에 모두들 잊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천화의 처음 등장이 요란했던 지라 그럴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자신들을 소개하기 보다 천화가 누구인지 아는게 더 바빴던 탓에 자신들을 소개하는걸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나부터 소개할까? 나는 딘 허브스, 그냥 딘이라고 부르면 되. 나이는 이 녀석과 같은 스물 셋으로, 적은 실력이지만 교황청으로 부터 기사 서임을 받아 성기사. 패러딘으로 불리고 있어." 천화는 딘의 말에 다시 한번 그와 인사를 나누며 딘을 바라보았다. 부드러운 인상의 갈색 머리카라과, 잘 다듬어진 얼굴 선, 그리고 차분하고 온화해 보이는 눈. 진짜 얼굴만 보자면 성직자나 학자에 딱 어울릴 그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얼굴 아래로 번쩍이며 팔을 제외한 상체를 완전히 가려주는 두껍지 않은 순백색의 갑옷과 허리에 걸려 있는 백색 바탕에 은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십자가가 양각되어 별다른 장식을 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로 하여금 화려하게 보이는 그 모습은 얼굴만 볼 때와는 달리 정말 성기사에 어울리는 모습이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만한 것이었다. 그 뒤를 이어 언제 뒤통수를 두드려 맞았냐는 듯 벙긋거리는 표정의 검은머리의 성기사가 자신을 이태영이라고 소개했다. 꽤나 반듯하게 생긴 얼굴이고 딘과 같은 복장의 그였지만 보여주는 분위기는 완전히 다른 것이어서 딘의 성기사가 맞구나 하는 그런 모습과는 달리 이놈은 모습만 성기사고 원래는 용병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산만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성격답게 아까하다 못한 질문을 다시 하려다 딘에게 한대 더 엊어 맞았다. 두 사람에 이어 세이아와 강민우가 자신들의 이름을 말했다. 세이아는 열 아홉 살로 나이답지 않게 뛰어난 신성력을 가지고 있어 정식으로 가디언에 등록되어 딘과 같이 한국으로 파견된 사제라고 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와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는 아홉 살의 강민우는 스피릿 가디언으로 강력한 염력을 사용하고 있다. 덕분에 여기 있는 아홉 명의 가디언들 중에서도 직접적인 물리력 행사에 있어서는 수준급이다. 그리고 덪붙인 말에 의하면 둘이 붙어 다니는 이유가 강민우의 누나와 많이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진 능력이 있어 어린 나이에 밖으로 나돌아다니니 가족의 정이 그리웠을 것이고, 그것을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에, 집에 있는 누나와 닮은 세이아에게서 찾은 것이다. 그때 이태영이 나서서 '아니야, 둘이 붙어 다니는 진짜 이유는 그것이 아니라 민우 녀석이 조숙해서는 벌써부터 미인인 세이아를 꼬시기 위한 작전에 들어간 것이다.' 라고 말해서 옆에 있던 딘에게 두 번 이나 두드려 맞은 것은 무시 하기로 하자. 다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말해준 사람은 캐주얼 복도 아니고 한복도 아닌 특이한 스타일의 옷을 걸친 신우영이란 이름의 여성이었다. 나이는 비밀이 라며 말하지 않은 그녀는 스피릿 가디언으로 방술사, 즉 한국의 무당이라고 했다. 옷도 그런 이유에서 파란색과 붉은 색으로 대비되게 입었다고 했다. 모든 무당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꽤나 많은 수의 무당들이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눈에 확 뛰는 옷을 입는데, 그것은 자신들의 영력을 끌어올리는 하나의 도구라고 할 수 있었고, 신우영도 그런 화려한 옷을 입는 무당들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가디언이라 하지만 길거리를 다니며, 또 지금과 같이 눈에 뛰지 않게 근무하는 중에 무당옷을 입고 돌아 다닐수는 없는 일. 그래서 생각한 것이 무당의 옷처럼 화려하게 지어놓은 지금의 옷이라고 몸에 주렁주렁 주머니를 매달고 있는 남손영이 설명해 주었다. 그의 나이는 스물 여덟로 연금술 서포터로 염명대의 실질적인 관리자이기도 하다. 꼼꼼하고 이것저것 챙기는 성격이라 호탕한 반면 잔잔한 일에 신경 쓰지 못하는 고염천을 대신해 염명대의 자금문제와 생활문제를 책임지고 있다. 그런 이유로 전투 때가 아닌 평소 때는 고염천의 말보다 그의 말을 더 잘 듣는 다고 하는 소문도 있단다. 이태영이 붙여준 별명이 시어머니라던가...... 그리고 좀 뚱뚱한 몸을 가진 팽두숙이란 사람으로 나이는 서른 둘로 아저씨 소리를 들을 때지만, 수련 때문이었는지 아직 결혼을 못하고 혼자 살고 있는데, 그의 펑퍼짐 한 몸과 어울리지 않게 쇄강결(碎鋼決)이라는 패도적인 외가기공(外家氣功)을 익히고 있다. 때문에 꼬마 아이의 주먹에도 물컹거리는 그의 살을 베기 위해서는 보검소리를 듣는 검이나 검기를 사용해야 할 정도이다. 마지막으로 가부에 나무로라는 입구에서 보고, 숲 앞에서 보고, 여기서 다시 보는 사람으로 스물 둘의 나이라고 했다. 또 연영과 같은 정령을 다루는 스피릿 가디언이라는 것만 말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전투 때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데, 상당히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의 여인이었다. 그렇게 천화와 가디언들 간에 간단한 소개와 인사가 오고가자 고염천의 시선을 선두로 모두의 시선이 연회장을 한번 누빈 후 다시 중앙으로 모아졌다. "그럼 간단한 소개도 했으니..... 슬슬 준비를 해야지? 도망친 놈을 찾아 나서든가.... 아니면 그 놈이 자기 윗줄에 있는 놈을 데려오길 기다리던가." 고염천이 그렇게 말하며 의견을 묻는 듯이 주위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말에서는 천화를 돌려보내느니 어쩌느니 하는 말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천화를 이번 작전에 동참시키기로 한 모양이었다. 가디언에 전혀 뒤짐이 없는 실력을 확인했으니 도움을 받는다면 몰라도 돌려보낼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마족에 대해서도 여기 있는 가디언들 보다 자세히 알고 있고 말이다. "제 생각에는 찾아 나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소란스러웠는데도 그 마족과 몬스터를 조정하던 마족이 나타나지 않은걸 보면 무슨 문제가 있다는 소립니다. 그러니 그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공격하는 것이 더 좋을 듯 한데요." 남손영의 말이었다. 지금까지 남손영과 함께 하면서 그가 한 말 중에 틀린 말이 없었기에 모두들 더 들을 것도 물을 것도 없다는 양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옆에서 남손영의 이야기를 듣던 천화도 마찬가지 였다. 그의 말에 틀린건 하나도 없었다. "좋아... 그럼 그 보르파라는 마족 녀석이 어디로 날았는지 알아봐야지..." "그런데 대장. 여기 이 아이는.... 어쩌죠?" 막 고염천이 수색 명령을 내리려 할 때 였다. 딘이 아까 전부터 가디언 들로부터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쓰러져 있는 소녀를 가리켰다. 그제서야 고염천도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며 이태영을 바라보았다. "이런, 내가 깜짝하고 있었구만.... 그럼 태영이가 저 애를 데리고 나가서밖에 있는 연영선생에게 맞기도록 해. 그리고 이곳에선 무전이 안되니까 연영선생이 가진 무전기로 연락해서 롯데월드 내에 있는 사람들 모두 대피시키게하고 그런 후에 롯데월드 내의 모든 가디언들을 모아들이라고 해." "예, 금방 다녀오죠." 이태영이 고염천의 지시에 따라 소녀를 안고 연회장을 나서자 고염천이 남아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자, 그럼 우리도 마족 녀석이 도망쳤을 만한 곳을 찾아 봐야지. 이 근처 어딘가 있을 것 같은데.... 우영아, 신안(神眼)을 쓸 수 있겠니?" "..... 한번 해볼께요. 이 주위에 기운이 이상하게 엉겨 있어서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녀의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천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족 녀석이 도망쳤을 만한 곳을 찾자 면서 갑자기 신안은 뭔가? 그런 생각에 천화는 옆에 서있는 가부에게 물었다. "저기.... 가부에..... 누나? 누나라고 부르면 되죠? 저 신안이란게 뭐예요? 뭐길래 저걸로 마족녀석이 도망친 곳을 찾는다는 거죠?" 천화의 질문에 가부에는 뭔가 생각하는 듯 대리석 바닥에 가만히 앉는 신우영을 한 번 보고는 천화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음..... 그러니까. 신안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신의 눈, 귀신의 눈으로 인간이 볼 수 없는 무언가를 꿰뚫어 보는 술법이야. 그 무언가가 사람의 마음이 될 수도 있고 이런 건물의 벽이 될 수도 있는데, 그건 상황에 따라 언니가 정하는 거야..... 그리고 언니는 여러 가지 무법(巫法)중에서도 특히 강신술(降神術)과 소환술에 능하기 때문에 신의 힘을 빌리는데 뛰어나. 음..... 그러니까 그 말은 신안의 능력도 그만큼 뛰어나다는 말과도 같은 거야. 하여간 지켜봐. 저번에도 저런 신안으로 도망친 몬스터를 찾아 냈었으니까." 천화는 가부에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닥에 다소곳이 앉아 손가락을 이리저리 꼬아 잡은 절에 있는 명왕상에서 몇번 본 것 같은 수인(手印)을 맺고 있는 신우영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신안이란게.... 단지 쓰는 방법이 다르다 뿐이지 써치(search) 마법과 같은 거란 말이네....' 그렇게 생각하며 슬그머니 신우영이 맺고 있는 수인을 따라 맺어 보는 천화의 귓가로 나직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 확실한 신우영의 주문성이 들렸다. "일체여래증각부동지변화금강(一切如來證覺不動智變化金剛) 캄(kam)!" 마지막 기합과도 같은 주문성과 함께 담담히 닫혀 있던 신우영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순간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천화는 그 모습에 흠칫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놀랍게도 신우영의 눈이 마치 고양이처럼 은은한 황금빛을 발하며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이미 익숙한 모양이지 별달리 놀라는 기색 없이 신우영의 주위에서 물러서며 그녀가 이곳저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그녀의 시야를 넓혀 주었다. 그렇게 잠시간 연회장 구석구석을 둘러보던 신우영은 뭐가 잘 풀리지 않는지 슬쩍 아미를 찌푸려 보이더니 다시 정면을 보고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뜨여진 그녀의 눈은 술법이 풀린 보통 때와 같은 검은색의 눈이었다. 그녀가 눈을 뜨자 고염천이 다가가며 물었다. "어때. 뭔가 알아낸게 있니?" 신우영은 고염천의 말에 고개를 설래설래 내 저어보고는 정면의 벽, 그러니까 상석이 있는 곳의 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역시 잘 않돼요. 마족의 기운 때문인지 주위의 기운이 엉겨 있어서.... 하지만, 연회장의 네 벽중에서 저 벽이 좀 이상했어요. 아마 저쪽 벽에 어딘가로 통하는 문이나 길이 있는 것 같아요." "좋아, 좋아. 잘했어. 그 정도만 해도 어디야. 자, 모두 들었으면 빨리 가서 찾아봐. 그리고 정 못 찾을 경우 벽 전체를 부셔 버리면 되니까. 빨리들 움직여." "네, 알겠습니다." "그냥 지금 부셔버리죠?" 고염천의 지시에 따라 나머지 천화와 가디언들은 선우영이 가리킨 벽으로 다가가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발로 툭툭 차보고, 손으로 더듬더듬 더듬어 보고, 귀를 대어 보는 등.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재미있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덕분에 때마침 소녀를 연영에게 인개하고 돌아온 이태영이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물론 그러다가 고염천에게 한대 맞고 자신도 그 웃기는 행동에 동참해야 했지만 말이다. (완전 동네 북이여....) 열명의 인원이 벽에 달라붙어 더듬거리는 행동을 하길 잠시. 상석의 단상바로 옆쪽을 살피던 가부에가 무언가를 찾았는지 다른 사람들을 불렀다. "대장님, 아무래도 여기 찾은것 같습니다." "어, 그래? 어디지?" 그녀의 주위로 천화와 가디언들이 모이자 가부에는 아무것도 없는 벽의 한점을 집어서는 일직선으로 그어내리며 말했다. "실프를 통해서 안 건데요. 여기 이부분과 여기 이 부분으로 공기가 흐를 수 있는 미세한 틈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벽 반대편엔 이곳처럼 공기가 풍부 하구요." "찾았군. 모두들 물어서 있어. 문은 내가 열지. 남명회회(南鳴廻回)!" 서거거걱........ 가만히 가부에의 말을 듣고 있던 고염천은 한번 더 확인하는 것도 없이 주위에 있는 가디언들을 물러서게 하고는 손에 들고 있언 목검 남명을 휘둘렀다. 남명은 허공 중에서 수 개의 둥근 원을 만들었고 그 자리를 따라 흐릿한 연홍빛의 기운이 떠돌았다. 순간 서걱하는 살 떨리는 소리와 함께 주위로 온풍기라 틀어 놓은 것처럼 훈훈한 바람이 불어와 천화들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런 일행들의 맞은편 벽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때 고염천의 곁으로 강민우가 다가오더니 한쪽 팔을 살짝 들어 올려 고염천의 맞은편 벽을 향해 뻗었다. 190 그때 고염천의 곁으로 강민우가 다가오더니 한쪽 팔을 살짝 들어 올려 고염천의 맞은편 벽을 향해 뻗었다. "나.와.라." 단어 하나 하나를 끊어 말하던 강민우의 팔이 슬쩍 당겨졌다. 그와 함께 마치 강민우의 팔과 실로 연결이라도 된 듯 지름 삼십 센티미터 정도의 돌을 시작으로 낙시대가 펼쳐지는 것처럼 점점 큰돌들이 당겨져 나오며 벽 주위로 떨어졌다. "아, 저건...." 그 모습에 다른 가디언들과 같이 서서 보고 있던 천화의 머리속에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여기 들어오기 전 첫 번째 석문이 저런 식으로 뚫려져 있었다. 그때 고염천이나 딘, 이태영 이 세 명중에 한 명 일거라 생각했는데, 고염천과 강민우의 작품이었던 모양이다. "저 앞에 있는 석문이 부서진 모습하고 똑같지?" "아? 아, 네. 들어오면서 봤는데, 잘린 면이 깨끗 하고 일 검에 그렇게 한 것 같아서 누구 솜씨인가 했었죠." 강민우의 염력에 의해 잘려진 돌덩이들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던 천화는 이태영이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며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천화의 말투가 이태영의 맘이 들지 않았나 보다. 이태영이 천화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그렇게 말 높이지마. 너하고 나이 차가 얼마나 난다고..... 그런 말 들으면 괜히 나이든 기분이란 말이야. 그러니까 그냥 형처럼 편하게 대해라. 알았지?" 천화가 자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이태영은 천화의 어깨에 놓아두었던 팔을 들어 천화의 어깨에 편하게 걸치며 말을 잊기 시작했다. "방금 그 초식은 대장님이 사용하는 남명화조공(南鳴火鳥功)중에서 강한 파괴력으로 수위에 속하는 기술이고 대장님이 애용하는 기술이기도 해. 주로 장애물을 부수거나 대형 몬스터를 상대할 때 열에 팔 구는 저 초식을 사용하는데..... 그 상대가 몬스터일 경우에는.... 좀 보기 좋지 않지. 왜 그런지는 알겠지?" "아, 대충 짐작이 가는데.... 저도 몬스터를 상대로 쓰는 모습이라면 별로 보고 싶지는 않네요." 확실히 볼만한 모습은 못될 것 같다. 상대가 생물이고, 방금의 남명회회의 초식이 정확히 들어가 상대에게 먹힌다면.... 어김없이 내장이 주르르르륵 흘러나오거나 터져 버릴 것이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좀 더 신경을 쓰고 힘을 쏟아 그 초식을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 제어한다면, 검기가 날아드는 부분을 최대한 축소시켜 작은 구멍을 내는 형식으로 바꿀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과 같은 커다란 구멍이 아니라 동전만 한 구멍을 만들어 적을 처리할 수 있으며 더욱더 위력적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섬세한 초식의 운용과 보통 때 보다 더 많은 힘이 든다. "좋아, 진입한다. 이곳에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선두는 내가 맡고, 일행의 뒤는 딘이 맡는다." "네." "그럼, 모두 조심하고. 들어가자." 고염천이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뚫어 놓은 벽안으로 들어서자 그 뒤를 따라 팽두숙, 가부에, 강민우 등이 일렬로 쭉 따라 들어가기 시작했고, 천화도 세이아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벽의 뒤쪽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어두웠다. 깜깜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벽 밖의 연회장이나 복도처럼 밝지 못하다는 것이다. 광구가 뛰엄뛰엄 자리하고 있다는 이유도 이유지만 뛰엄뛰엄 밖혀 있는 광구조차도 밖에 있는 광구들의 밝기보다 약해 그런 느낌을 더 해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흐릿한 빛 사이로 보이는 내부는 조금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는데, 공사를 하다 중지한 모습이라고 할까? 바닥은 연회장처럼 대리석이 깔려 깨끗한데 반해 주위의 벽은 반듯 하게 깍여만 있을 뿐 돌로 막아 놓거나, 대리석을 대놓지도 않고 있었다. 더구나 천정은 아예 손도 대지 않았는지, 울뚱불뚱한 모습을 그대로 내보이고 있었으며, 여기저기 돌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 "거, 분위기 한번 되게 음침하네..... 설마 뱀파이어라도 있는 거 아니야?" 침침한 분위기에 주위를 돌아보던 이태영이 불안한 듯이 말을 이었는데, 그런 그의 고개는 연신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고 한쪽 손은 언제든지 검을 뽑기 위해 검 자루를 꽉 잡아 쥐고 있었는데, 그런 모습에서는 방금 전까지 있었던 장난스런 분위기는 전혀 보이지 않아 그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그 모습에 이태영의 뒤쪽에서 걷고 있던 신우영의 입가로 짓 굿은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호.....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하지만 마족도 나왔으니까 뱀파이어가 있을지....... 도 모르겠는걸? 참, 그러고 보니, 너 뱀파이어 무서워한다고 했었지? 어떻하니...." "...... 우씨." 능청스레 너스레를 떠는 신우영의 말에 이태영이 그녀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능글 거리는 듯한 신우영의 모습과 주위의 음침한 분위기 때문에 다시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신우영의 말에 고개를 돌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천화는 킥킥거리는 웃음을 지어 보이곤 바로 뒤쪽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남손영의 모습에 머쓱해 하며 고개를 돌리려 했다. "천화라고 했던가?" 고개를 돌리려던 천화는 갑자기 물어오는 남손영의 말에 고개를 돌리려던 것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예. 남손영........" "형이라고 해. 나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으니까." "네, 형. 근데 왜 부르신건데요?" 천화는 자신을 부를 명칭을 정해준 남손영을 향해 물었다. 천화의 물음에 남손영은 여기저기 매달린 가방 중 자신의 가슴 부위에 가로로 매어진 작은 손가방에 손을 넣어 손가락 한마디 정도 크기의 보석 두개를 꺼내 드는 것이었다. 투명해서 수정과 도 같은 빛을 발하는 보석과 투명한 빙옥(氷玉)빛을 발하는 두 보석이었는데, 천화의 기억에 따르자면 이 보석들은 남손영이 조 앞에 가고 있는 가부에와 같이 도플갱어를 상대할 때 사용한 보석폭탄이었다. 천화는 그런 것을 자신에게 내미는 남손영을 의아한 듯이 바라보았다. "이걸 왜...... 아까 보니까 폭탄인 것 같았는데...." "아, 맞아. 보석폭탄이라고 부르기도 하지. 보석을 쓰기 때문에 값이 좀 비싸기는 하지만 성능이 좋아서 내가 많이 쓰고 있는 거야. 보통의 화약폭탄과는 달리 마나를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새도우나 고스트한테도 먹히니까 급한 일이 있으면 사용하도록 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비상용으로 모두 한 두 개씩은 가지고 있으니까 너도 한 두 개정도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잘 가지고 있다 유용히 사용할께요." 천화는 꼼꼼하게 자신에게 신경 써주는 남손영의 배려에 감사를 표하고는 그에게서 받아든 두 개의 보석들을 바라보았다. 투명하게 스스로 빛을 발하는 듯한 보석. 사실 그 보석은 천화는 잘 모르고 있지만 꽤나 유명한 것들이었다. 보석에 영력을 담아 터트리는 보석폭탄 일명 쥬웰 익스플로시브(jewel explosive)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쥬웰 익스플로시브는 기존의 물리력만을 행사하여 오크나, 오우거 등의 몬스터만을 해치울 수 있는 폭탄이 아닌 영적인 존재. 그러니까 새도우나 고스트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특수 폭탄으로 위급한 상황 민간인-이건 보석도 보석이지만, 그에 주입되는 마나등을 생각해 값이 보석원가의 두 배 정도로 높은 대 다가 민간인이 폭탄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비상시에만 몇몇의 민간인에게 나누어준다.-이나 군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가의 지원 하에 만들어 진 것이었다. 쥬웰 익스플로시브에 사용되는 보석의 주는 수정이다. 수정은 순수하기에 순수한 마나쁜 아니라 특이한 성질을 뛰는 마나도 받아들인다. 하지만 각각의 기운을 살리기 위해서 주입되는 마나에 맞는 보석을 사용하는데 예를 들어 불꽃의 마나를 사용할 때는 루비를 사용하고, 전기의 마나라면 사파이어를 사용하는 식이다. 그리고 천화에게 주어진 것은 수정과 문스톤으로 수정은 아까 보았듯이 강력한 폭발력만 발할 것이고, 문스톤은 그 보석이 가지는 성질인 물과 얼음대로 던져서 터트리면 그 주위로 차가운 냉기를 퍼트릴 것이다. 보석에서 뿜어지는 빛과 마나를 잠시동안 바라보던 천화는 곧 그곳에서 눈길을 때고 두 개의 보석을 주머니에 찔러 넣어 두었다. 던질 상황이 없더라도 한번 던져봐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서 말이다.(그거 하나 만드는데 얼마나 드는데...) 천화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일행들을 어느새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한, 두 살 박이 아기도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을 정도밖에 되지 않는 턱 높이를 가진 계단들이었는데 아까 들어서던 곳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계단이라 넓이만도 삼 미터 정도는 되어 보였다. 그렇게 얼마간을 내려갔을까. 백 미터 정도는 내려왔겠다고 생각될 때쯤 일행들의 앞으로 계단의 끝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 곳으로 비쳐 드는 괴괴한 빛과 검붉어 보이는 이상한 색의 땅은 보는 사람들의 기분을 상당히 저조 시키고 있었다. 특히 방금 전 까지 몬스터와 마족과 싸운 사람들을 긴장시키기엔 충분할 정도의 분위기 였기에 고염천은 자신의 뒤를 아 오는 대원들과 천화를 향해 다시 한번 당부를 잊지 않았다. "별로 기분 좋지 못한 곳 같으니까. 다들 조심하고 출구를 나서자 마자 경계대형 갖추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다." 고염천의 말에 그의 뒤를 따르던 가디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 상 큰 소리로 대답하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고개도 끄덕이지 못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가디언이 아닌 천화였다. 그러나 고염천도 천화를 생각해 냈는지 이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 천화 너는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된다. 그 자리에 있으면 경계대형의 중앙에 저절로 들어가게 되니까 아무 문제없을 거다." 잠시 더 앞으로 나아가던 그들은 출구에서 이 미터 정도의 거리가 되자 거의 뛰는 듯한 동장으로 출입구 밖으로 뛰어 나가며 흩어져 자신들의 자리를 잡았다. 순식간에 갖추어진 대형에 따라 전방의 고염천을 중심으로 양측에 세 명씩 여섯 명이 서고, 중앙에 천화와 세이아, 남손영이 버티고 서며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주위에 아무런 기척도 기운도 없음을 확인한 그들은 자연스럽게 대형을 풀어냈다. "굉장히 조용한데요." "젠장, 혹시 우리가 잘못 찾아 온 거 아닐까요?"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강민우와 이태영이 투덜 거렸다. 왠지 조심조심 온 게 헛일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두 사람의 말은 이어서 들려온 고염천의 목소리에 의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쏙 들어가 버렸다. "아니, 제대로 찾은 것 같다. 저 앞쪽을 봐라." 고염천이 말과 함께 가르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던 사람들의 얼굴이 미미하게 굳어져 갔다. 그 중 특히 두 사람 신우영과 세이아의 표정이 좋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저 오십 미터 앞쪽에 놓여있는 붉은색의 벽과 그 벽에 새겨진 묘한 부조 때문이었다. 세이아나 신우영 두 사람의 직업상 영력이나 귀신은 꽤나 친숙한 것일 터에 그 벽에 새겨진 부조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왠지 기분 나쁜 모습인 걸요." 신우영의 말에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던 천화가 무얼 보았는지 반 듯 한 눈썹을 접어 양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뭔가 있긴 있는 모양인데요. 저렇게 백골이 싸인 걸 보면요. 저기 있는 게 밖에 있는 것 보다 많은 것 같은데요." 과연 천화의 말대로 그의 시선이 머물고 있는 곳에는 수십 여 구에 이르는 백골과 여기저기 찢어진 옷가지들이 쓰레기가 쌓여 있는 모양으로 아무렇게나 던져져 쌓여 있었다. 그 양 또한 상당했는데, 개중엔 어린아이의 것처럼 보이는 아주 작은 두개골과 뼈들도 나뒹굴고 있었다. "음, 이놈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사냥한 거야? 위쪽에 있는 시신만 하더라도 대략 삼십 여구 정도 되어 보이던데..... 이건 대충 오, 육십 구는 되겠는데..." "으..... 지금은 그것보다 여길 조사 해보는 게 먼저잖아요. 분위기도 음침한데 빨리 조사 마치고 나가자구요." 이태영의 말을 들은 고염천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위로 시선이 분산되어 있는 가디언들의 시선을 다시 끌어 모았다. "자, 자. 자세한 건 일이 끝나고 살펴보고. 우선은 이곳이 어떤 곳인지 부터 살펴보자 구. 여기에 그 마족 놈과 그 윗줄에 있는 놈이 없으면 다른 곳을 찾아 봐야 하니까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고염천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움직이려 할 때 였다. 그때까지 백골 더미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던 남손영의 목소리가 움직이려던 모두의 발을 붙잡았다. "잠시만요. 대장. 여기 뭔가 좀 이상한데요." 남손영의 말에 모두의 행동이 멈춰졌고, 선두에 서있던 고염천이 그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인가?" 남손영은 고염천을 위시 한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아지자 잘 보라는 듯한 시선으로 백골더미를 가리켰다. "저 유골 더미 말입니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으십니까?" 그의 말에 따라 고염천을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다시 한번 백골더미로 향했다. 그러나 아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별다른 이상한 점을 찾을 수는 없었다. "........ 말 돌리지 말고 그냥 말해. 지금이 사람 속 태울 때인 줄 알아?" "네, 네. 잘 보십시오. 저기 있는 유골들..... 속에 있는 건 모르겠지만 눈에 보이는 것들 중엔 남성의 것은 없습니다. 한마디로 저기 있는 건 모두 유아에서부터 성인까지 모두 여성들의 유골뿐이란 말이지요." "그런............." 남손영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그제서야 흠칫하는 표정으로 백골더미들을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 가디언들의 그런 모습에 남손영이 안내라도 하듯이 몇 마디 말을 더했다. "대부분 잘 모르겠지만, 저기 있는 유골들은 여성의 것이라 그 굵기가 남자들 것보다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저 위쪽에서 봤던 유골들 중 큰 것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가 되겠죠. 또 가슴의 갈비뼈도 여성이란 것을 말해주고 있지요. 더구나 주위에 찢어져 흩어져 있는 옷들도 모두 여자들이 입을 만한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요." 그의 말에 따라 시선을 옮겨 가던 가디언들과 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손영의 말대로 였다. 굳은 얼굴로 고염천이 고개를 돌려 남손영을 바라보았다. "그럼......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곳에서 식사를 한 녀석이 편식을 했다는 말은 아닐 테고." ".... 모르죠. 저희가 마족에 대해 모두 알고 있는 게 아니니 편식을 하는 녀석이 있을 지도요. 아니면.... 아까 말했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부로 편식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위에서 보셨지 않습니까. 우리들과의 전투 보다 소녀를 먼저 챙기던 모습 말입니다." 그 말에 고염천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살풋 굳어졌다. 하지만 마족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없으니.... 뭐라고 단정을 내리기도 힘들었다. 그러던 중 굳은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고 있던 이태영이 뭔가 좋은 생각이라도 났는지 긁던 손을 바꾸어 머리를 툭툭치는 것이었다. 이태영은 그런 자신의 행동에 사람들이 요상한 시선으로 돌아보자 급히 손을 흔들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이상하게 보지 말라 구요. 좋은 생각이 나서 그러는데..... 들어보세요. 우리 한가지 잊고 있는 게 있는 것 같은데요. 우리 측에도 마족에 대해 괘나 자세히 알고 있는 인물이 있지 안습니까?" "태영아.... 우리 중에 그런 사람이 있..... 구나. 천화야." 이태영의 말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진작에 물어봤지 라고 말하려던 고염천은 자신 앞에서 멀뚱 멀뚱히 자신을 바라보는 천화의 모습에 급히 말을 바꾸며 천화의 이름을 불렀다. 나머지 가디언 들도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천화에게로 시선을 모았다. "맞아, 천화가 있었지. 깜밖 하고 있었잖아...." "하급 마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으니까. 혹시 모르지." "천화야. 아까 오고갔던 이야기 알지? 혹시 마족 중에 여성의 생명력만 흡입하는 놈도 있냐?" 아무생각 없이 서있던 천화는 고염천의 말을 시작으로 모든 가디언들의 시선과 질문이 자신에게 쏟아지자 한순간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가는 양손을 쭉 뻗으며 큰 소리로 그들의 질문공세를 틀어박았다. "시끄러워욧!!! 시끄럽다 구요. 제발 한 명씩 말해요. 한.명.씩." 천화는 자신의 악에 받힌 듯 한 목소리에 한순간에 입을 닫아 버린 아홉 명의 가디언들의 모습을 보고는 살았다는 듯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고염천과 남손영을 바라보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 "다른 생각하고 있어서 못 들었는데.... 여자의 생명력만 흡수하는 마족이 있냐 구요?" 못 들었다고 하면서 정확하게 자신들이 알고자 하는 것을 말하는 천화의 말에 고염천등은 두말 않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천화는 그 질문에 그런 마족이 누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다 어색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이드론의 정보 덕분에 마족에 대해서는 거의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으면서 어떻게 그 정보를 이용해 상대를 알아 볼 생각을 못한 건지.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정보인데도 말이다. '이거 내 것이 아니다 보니.... 참나, 이럴게 아니라 몇 일 좋은 시간을 택해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되겠어.....' 천화의 머리는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도 열심히 그래이드론의 기억창고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한 순간. 가만히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천화가 눈을 반짝하고 뜨더니 제일 먼저 천화에 대해 생각해 낸 덕에 자신에 찬 미소를 짖고 서있는 이태영을 안됐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태영은 순간 그 시선에 움찔 하더니 얼굴에 떠올라 있던 미소가 찬찬히 사라지더니 불안한 표정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천화에게서 나온 말에 그의 인상이 팍 하고 구겨지며 검을 뽑아 드는 것이었다. ".... 안됐어요. 형. 내가 알고 있는 마족중에 여성의 생명력만을 흡수하는 마족은..... 형이 실어하는 뱀.파.이.어 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 "젠장. 제기랄.... 어째 분위기부터 음침한 게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어...... 이씨. 왜 하필 그거야?" 왜 하필 그거냐니? 어디에 어떤 마족은 있으면 안된 다는 법이라도 있단 말인가? 천화는 저절로 떠오르는 생각에 쿡쿡하고 웃음을 짓고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왜 뱀파이어라고 생각하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음..... 우선 설명하기 전에 하나 말해 두자면요. 마족이라고 해서 모두가 사람의 생명력을 흡수한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겁니다. 물론 계약이나 특별한 의식을 통해 사람의 생명력을 흡수할 수는 있지만 자연스럽게 사람의 생명력을 흡수할 수 있는 마족은 수많은 마족 중에 일부뿐이거든요. 주로 알려진 것이 도플갱어가 마족으로 진화한 경우. 정확히 따져서 도펠이란 이름의 마족이죠.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잘 알려져 있는 뱀파이어와 꿈을 통해 사람의 정기(精氣)를 먹어 치우는 몽마(夢魔), 서큐버스와 잉큐버스 등등해서 몇 종류가 있죠. 하지만 그런 종류들 중에서도 여성이나 남성, 그 어느 한쪽의 생명력을 흡수하는 건 두 종류로 나눌수 있죠. 뱀파이어와 몽마, 서큐버스와 잉큐버스로요. 물론 계약을 통해서 여성들의 생명력을 흡수 한 것일 수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엔 성별을 별로 따지지 않지요. 그러니 남는 건, 두 종류뿐이란 소리죠. 그리고 여기서 서큐버스와 잉큐버스는 주로 꿈을 통해 정기를 흡수하는 종류이기 때문에 빠진다면, 남는 건 뱀파이어뿐이란 소리가 되죠. 그런데 여기서 알아두실 게 있습니다." 그 부분에서 잠시 말을 끊은 천화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남손영을 싱긋이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시선에 남손영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쯤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서 알아두실 것은 뱀파이어도 하급에 속해 있을 때까지만 자신과 반대되는 성의 생명력을 흡수한다는 겁니다. 어느 정도 힘을 길러 중급 정도의 힘을 소유하게 될 때부터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 다는 소리죠. 아니, 그때가 되면 오히려 사람의 생명력을 흡수하는 경우가 줄어들어 몇 몇 자신의 마음에 드는 상대의 생명력만을 흡수할 뿐이죠. 그리고 이때부터 뱀파이어에게 생명력을 흡수당하는 사람은 그의 의지에 따라 뱀파이어로 변하게 되죠." 천화가 다시 한번 말을 끓자 가만히 듣고 있던 강민우가 입을 열었다. "..... 음, 그럼 이곳에 있는 뱀파이어가 하급의 뱀파이어란 말 이예요?" "그렇지는 않아. 만약 하급의 뱀파이어라면, 같은 하급에 위치한 보르파가 님자까지 붙여가며 신뢰를 보이진 않았겠지. 아마 못돼도 중급이나 상위 급에 속하는 뱀파이어일꺼야." "하지만 조금 전 말할 때는 하급의 뱀파이어만이 남녀를 가린다고 했잖아?" 191 "하지만 조금 전 말할 때는 하급의 뱀파이어만이 남녀를 가린다고 했잖아?" 방금 전의 말과는 다른 천화의 말에 딘이 이상하다는 듯이 의문을 표했다. 천화는 딘의 말에 한쪽에 서있는 남손영을 손으로 가리켰다. "아까 손영 형이 말했었잖아요. 그 휴라는 녀석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사실 중, 상위권에 속하는 뱀파이어들이 큰 부상이나 사고를 당했을 때 가장 빠르게 회복하는 방법이 하급일 때처럼 남자, 여자 한쪽의 생명력만을 흡수하는 방법이거든요." "그럼......" "네, 제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그 휴라는 마족 녀석 몸 상태가 상당히 좋지 못한 것 같은데요. 거기다 위에서 보르파가 그 소녀만 빼내가려 했던걸 보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일 테구요." "호~ 그렇단 말이지....." 이어지는 천화의 말에 아리송한 표정들이었던 가디언들의 표정이 확 펴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어떤 놈인지는 모르지만 강한 적이 있는데, 어디가 아파 누워 있다니.... 명예를 건 전투가 아니라 이기기 위한, 살아남기 위한 전투를 앞에 둔 사람에겐 아주 즐거운 일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는 보통사람인 고염천의 얼굴에도 어느 정도 여유와 웃음이 돌아왔다. "좋은 소식인데..... 그럼 빨리들 서둘러. 빨리 찾는 만큼 그 휴라는 놈은 그만큼 힘을 못쓸 테니까 빨리들 뛰어." 고염천의 힘있는 지시였다. 하지만 그에 대답해야 할 가디언들과 천화의 힘찬 대답을 앞질러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염천과 가디언, 그리고 천화 일동은 신경질 난다는 표정으로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홱 돌려세웠다.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이렇게 다시 만난 너희들을 힘들게 뛰어다니게 할 수는 없지 않겠나?" 유골더미 위에 앉은 보르파는 손 아래로 두개골 하나를 달그락거리고 있었다. 헌데 그런 보르파의 얼굴에는 뭐가 처음 나타날 때와 같은, 도망갈 때와 같은 그 런 자신만만함 같은 게 나타나있었다. 그것은 꼭 만화에 나오는 악당이 새로운 무기를 들고 처음 등장할 때와 같은 그런 표정이었다. 그런데 저기 저 보르파 녀석은 아는가 모르겠다. 항상 지고서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는 건 언제나 악당 쪽이라는 걸 말이다. 천화는 그런 생각을 하며 얼굴에 미소를 뛰우 고서 보르파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미 천화에게 한번 당한바 있던 보르파에게 어떤 이유에서든지 천화가 미소짓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을 리가 없는 것. 보르파의 얼굴에 떠올라 있던 표정은 천화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뭔가..... 즐거운 일이라도 있나 보지?" 천화는 화나는 걸 참는다는 표정이 여실히 드러나는 보르파의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어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것이 저 보르파 녀석만 보면 놀리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 별건 아니고.... 널 보니까 자꾸 만화 속 악당들의 모습이 생각나서 말이야...." ".... 뭐?" 갑작스런 천화의 말에 보르파는 알아듣지 못하고 이상한 눈으로 천화를 바라보았다. 허기사 도플갱어가 마족으로 진화해서 TV를 볼일이 뭐 있었겠는가. 하지만 가디언중 눈치 빠른 몇 사람은 곧 천화의 말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킥킥대고 있었다. 가디언들에게도 보르파는 긴장감 있는 상대가 되지 못하는 것이었다. 천화는 주위 사람들까지 자신의 말에 웃기 시작하자 보르파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걸 볼 수 있었다. 아마 다른 가디언들의 모습에서 방금 자신의 말이 그에게는 별로 좋지 못한 말이란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리고 보르파의 화가 터지기 직전. 천화가 입을 열어 그를 불렀고, 보르파는 순간 올라오던 화를 억지로 꿀꺽 삼켜야 했는데, 그 모습이 또한 재미있었다. "이봐, 보르파. 우릴 언제까지 여기 그냥 세워둘 꺼야?" "큭....... 무슨 소리냐? 꼬맹이..." "꼬맹이라고 부르지 말랬잖아. 천화라고 불러. 그리고 너 머리 나쁘냐? 네가 아까 전에 나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눌 때 분명히 휴라는 놈과 인사 시켜 준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기억안나?" "아, 그, 그건..." "그건? 그건 뭐? 말을 해야지 알아듣지." 천화는 보르파가 순간적으로 자신의 질문에 당황하는 듯 하자 대답을 재촉해 댔다. 하지만 천화의 재촉에 말을 잊지 못한 보르파는 쉽게 할말을 찾지 못하고 두 주먹만 꼭 말아 쥐다가 한순간 양손을 앞쪽으로 떨쳐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보르파의 양팔을 따라 남색의 마력들이 주위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것이 신호라도 된 듯 아무런 기척도 발견할 수 없었던 그곳의 구석구석에서 무언가 뚫고 나오려는 듯이 땅이 들썩였다. 또 차라라락 하는 소리와 함께 보르파가 올라앉아 있던 유골 더미가 무너져 내리며 하나하나 자신들의 뼈를 찾아 모이는 것이었다. 그런 모습에 자신이 앉아있던 유골 산이 무너졌음에도 그 자리에 그 자세 그대로 앉아 있던 보르파가 천화들을 바라보며 그런대로 음침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크크크크... 잘해봐. 휴님은 함부로 뵐 수 없는 분이지만 너희들이 시험에 통과하면 뵈올 수 있게 해주지. 물론, 그때 가서도 그러고 싶다면 말이야. 가라. 안식 없는 암흑을 떠도는 자들아. 저들이 너희들이 시험해야할 자들이다." 보르파의 말 뒤에 붙은 주문에 어느새 인가 모습을 갖춘 해골병사들과 땅을 뚫고 나온 수십의 좀비들이 서서히 천화와 가디언들을 목표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특히 해골병사들의 경우 한쪽 팔의 뼈가 기형적으로 변해 마치 단검이나 에스터크처럼 변해 들려 있었다. 천화와 가디언들을 골을 띵하게 만드는 고약한 냄새와 함께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이미 죽어 버린 시체들의 모습에 검을 들어 올렸다. 보기엔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넘어질 것처럼 느릿느릿 걸어오는 좀비와 나무막대를 풀 스윙으로 휘두르기만 해도 모두 부서져 산산이 흩어질 것 같은 해골병사들이었지만, 저것도 어디까지나 몬스터. 그것도 마족에 의해 되살아난 녀석들이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것처럼 쉽게 제압하는 것은 택도 않되는 소리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일행들에겐 그렇게 큰 긴장감이 떠올라 있지 않았다. 그 점을 눈치챈 천화가 이상하다는 듯이 아홉 명의 사라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고염천이 앞으로 나서며 목검 남명을 허리에 찔러 넣고 옆구리에 차고 있던 주머니에서 수장의 연홍색 부적을 꺼내 양손에 나누어 쥐었다. "훗, 언데드라.... 이것 봐. 초보 마족. 이 시험 우리들의 편이를 너무 봐주는 거 아닌지 모르겠군. 우리야 좋지만 말이야. 세이아, 신우영, 이태영, 딘. 아무래도 전공 분야가 나온 것 같다. 언데드 전문 처리팀. 앞으로." "넵, 하하하..... 근데 저 녀석 어째 시험 종류를 골라도 어째 우리들에게 딱 맞는 걸 골라 준거지?" 걱정거리가 싹 가신 듯한, 아니 괜히 걱정했다는 듯한 분위기로 명령하는 고염천의 말에 이태영이 뱀파이어에 대한 걱정은 어디다 갔다 버렸는지 큰 소리로 대답하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본 천화는 나직히 고염천이 했던 말 중의 하나를 입에 담았다. "언데드 전문 처리팀?" 그게 무슨 말인가 하는 생각에 고염천과 그의 지시에 따라 앞으로 나서는 가디언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처다 보았다. 그리고 한순간 어느새 꺼내 들었는지 한 손에 쏙 들어갈 정도의 작은 은백색의 십자가를 든 세이아의 모습과 유백색으로 물들어 가는 그녀의 손과 십자가와 주위에 일어나는 기운들을 느낀 순간 천화는 언데드 전문 처리팀이란 이름이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세이아를 비롯한 네 사람만을 부른 까닭을 알 수 있었다. 그 네 사람, 아니 고염천 그를 비롯한 다섯 사람은 좀비나 해골병사 같은 것에 있어서는 거의 천적에 가까웠던 것이다. 좀비와 해골병사들은 모두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존재들이다. 죽은후 다시 신의 품으로 돌아가야 할 자들이 이 세계에 남아 죽어 버린 몸을 다시 일으킨다는 것은 분명히 신의 뜻을 거스르는 역천(逆天). 때문에 그런 그들에게 신의 힘, 신력을 사용하는 자들은 둘도 없는 천적인 것이다. 헌데 이 자리에 그들의 천적이 되는 존재가 넷-물론 그 중 하나는 상당히 불안하지만 말이다.- 이나 서있는 것이다. 그리고 때에 따라 신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대신해 신력과는 또 다른 힘으로 좀비와 같은 악한 기운을 고, 소멸시키는 일들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자 하나. 더구나 위험한 상황에 나서줄 동료들도 있는 상황, 이 정도가 되면 수십의 몬스터라도 긴장될게 없는 것이니..... 보르파 녀석이 안됐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잠시 후 좀비들과 해골병사들이 사정권 안에 들자 고염천의 커다란 기합성과 함께 나머지 네 명의 공격이 이루어 졌다. "상대를 잘못 찾았다. 신령스런 불꽃이여..... 남명신화(南鳴神火)! 우(羽)!" 순간 고염천의 양손에서 뿌려진 다섯 장의 부적이 연홍색의 불길에 휩싸이며 하나 하나가 좀비와 해골병사들에게 쏘아져 나가 그들을 불태웠다. 이어 고염천의 양옆으로선 네 사람의 공격이 시작되자 여기저기 시체들이 타기도 하고 녹아들기도 하며 순식간에 이십 여 구의 좀비와 해골병사들이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공격에 이십 구, 다시 이어지는 공격에 이십 여 구의 시신이...... 상당히 통쾌하고 속 시원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싫어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 보르파는 지금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놀란 나머지 허공에 앉아 있던 자세 그대로 땅에 떨어져 땅바닥에 앉아 있었다. "이, 이런..... 어떻게 저런 놈들이..... 크윽...." 저 정도의 좀비와 해골병사들로 천화 일행을 쉽게 제압하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힘은 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보르파로서는 황당한 광경이었다. 어떻게된 빌어먹을 놈들이기에 사제에 성기사 둘, 그리고 전문적으로 언데드들을 상대할 수 있는 술법자가 두 명이나 같이 있단 말인가. 그런 생각에 신경을 바짝 써대던 보르파는 마족이 되고 나서 처음 머리가 욱씬 거리는 두통을 앓아야 했다. 전투현장 넘어로 그런 보르파의 모습을 본 천화는 쯧쯧하고 불쌍하다는 듯이 혀를 차며 큰소리로 보르파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었다. "쯧쯧 안됐다. 보르파. 하지만 어쩌겠냐. 재수 없다고 생긱해야지. 그러니까 우리들 그냥 통과 시켜 주고 그 휴라는 놈이나 만나게 해줘. 그리고 그 휴라는 녀석도 너한텐 크게 기대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 맙소사 저게 어디 위로하는 것이란 말이가. 하지만 어쩌겠는가. 보르파를 보기만 하면 놀리고 싶은걸..... 왠지 모르카나 때부터 전투 분위기가 진진해 지지 못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크아~~~ 이 자식이....." 천화의 격려를 들은 보르파는 자신이 언제 힘없이 앉아 있었냐는 듯 벌떡 일어나서는 곧바로 전투현장을 튀어들듯이 달려오는 것이었다. 그런 보르파의 모습을 천화 옆에서 지켜보던 강민우가 정말 불쌍하다는 듯이 고개를 설래설래 내 젖고는 천화를 올려다보았다. "우~ 형 정말 못됐어. 저 마족이 불쌍하다. 불쌍해." 그러나 그 말에 천화는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쯧, 나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저 녀석이 너무 만만해 보이는 모양이다. 입이 근질근질해서 말이야. 방금 말도 저절로 튀어나온 거라니까...." "어휴~ 그 말을 누가.... 응? 형, 저기 저 녀석..... 오다가 섰는데요." 천화도 강민우가 말하기 전에 보고 있었으므로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주위상황은 완전히 잊고 자신을 향해 돌진해 오던 보르파가 누가 붙잡기라도 한 것처럼 한순간 그 자리에 딱 멈춰 서 버린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흥분으로 일그러져 있던 그의 얼굴까지 안정을 찾은 듯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번하더니 간간히 고개까지 끄덕이는 것이...... "누구랑 대화하는 것 같단 말이야....." "꼭 무슨 말을 듣고 있는 표정인데......" 한순간 같은 의견을 도출 해낸 천화와 강민우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보르파에게로 시선이 돌려진 천화의 입이 가볍게 열렸다. "저 녀석과 대화할 놈이라면........" "..... 그 휴라는 보르파 보다 위에있는 중, 상위 마족이겠죠." 같은 의견을 도출해 낸 천화와 강민우가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이. 보르파는 누군가와의 이야기를 마친 듯 천화를 슬쩍 노려보고는 얼음위에서 저절로 미끄러지는 듯한 걸음걸이로 뒤로 쭉 물러나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낀 천화는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를 제대로 잡아 쥐고는 언제든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했다. "아무래도.... 뭔가 있는 것 같지?" 천화의 말에 강민우 역시 곧바로 염력을 쓸 수 있도록 하려는 건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했다. 그런 두 사람의 분위기에 한 창 다섯 명의 전투를 관전하고 있던 남손영등이 무슨 일이냐는 듯이 물으러 다가왔지만 곧 두 사람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각자의 무기등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섯 명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붉은 벽이 있는 곳까지 물러선 보르파는 기사들처럼 한쪽 무릎만을 굽혀 자세를 낮추더니 양손을 검붉은 빛이 도는 귀기스러운 땅바닥에 내려놓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천화가 설마 하는 사이 양손은 그대로 땅속에 녹아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 순간 좀비에게로 날아드는 신우영의 화살같은 부적이 중간에 불쑥 튀어나오는 굵직한 기둥 같은 것에 의해 막혀 버리는 것이었다. 그에 이어 성력이 담긴 검을 휘두르던 딘도 갑자기 자신 앞에 튀어나오는 붉은 기둥에 아연하여 뒤로 물러서야 했다. 그 모습에 단단히 준비하고 있던 강민우가 천화를 째려보며 투덜거렸다. "으이구..... 하려면 적당히 하지. 이게 뭐야. 쉽게 넘어갈 수 있었는데, 괜히 벌집을 쑤셔놓은 경우가 됐잖아." "......" 강민우의 말에 천화는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강민우의 말 그대로 자신이 좀 많이 놀려대긴 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도 자신이 왜 그렇게 상대의 신경을 긁어 댔는지 모를 일이다.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저 보르파 놈만 보면 아무 이유 없이 딴지를 걸고 싶은 것이 사람들 놀려대는 녀석들이 이런 기분에 그러나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었던 모양이다. 익숙하지 않은 짓이라 그런지 치고 빠지고, 조였다 풀었다 하는 능숙함이 없이 계속 조여대기만 한 덕분에 결국 보르파 녀석의 화가 터져 버렸고 지금과 같이 잘나가던 상황이 이상하게 변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음에도 왠지 자신 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천화였다. 사람으로 하여금 놀려대고 싶게 만드는 보르파 놈 때문이란 생각이었다. 그리고 상황이 된다면 저 보르파 녀석을 사로잡아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같은 기분인기 알아봐야 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 해 볼 일이고 지금은 고염천등의 다섯 명을 막아서고 있는 붉은 기둥들을 처리하는 게 먼저이기에 강민우의 뒤를 따라 그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전투가 한창인 곳 바로 앞까지 다가갔을 때였다. 걸음을 내디디는 천화의 한쪽 발에 한순간 딱딱해야할 땅이 폭신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마 저 보르파 녀석이 땅을 이용하는 기술을 사용할 때는 사용할 부분이 부드럽게 변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천화는 따로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들고 있던 몽둥이를 땅에 박아 넣으며 검기를 내쏘았다. 이미 한번 경험한 바로는 상당히 빠른 속도라 완전히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고, 바로 앞에 강민우가 걷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피해 버리면 그 공격은 자연스레 강민우를 향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차핫!!" 푸쉬익...... 천화의 검기에 미쳐 공격해 보지도 못한 보르파의 마기는 모닥불에 물을 뿌렸을 때처럼 힘없는 소리와 함께 소멸해 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그 기운이 있었던 흔적인 듯 오목하게 살짝 꺼져 들어갔다. 그렇게 상황이 끝나고 천화가 목검을 빼낼 때서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게된 강민우는 살짝 꺼져있는 땅을 바라보고는 천화를 향해 어설픈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 하. 고마워요. 형....." "당연한 거지. 그나저나 땅이 물렁해 지면 조심해 그곳으로 뭔가 튀어 오르니까." 강민우에게 주의할 점을 말해준 천화는 강민우와 함께 앞으로 나갔다. 그러자 고염천을 비롯한 언데드 전문 처리팀에 의해 더 이상 다가서지 못하고 있던 좀비들과 해골병사들이 천화와 강민우등 새로 합류하는 가디언들을 향해서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도 가디언. 단지 고염천들과 같이 언데드를 공격하기 알맞은 공격방법이 없다 뿐이지 절대로 좀비들에게 당할 정도로 약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이라도 해주듯 그들에게 달려들던 좀비들과 해골병사들은 바람에 날려가기도 하고, 푸짐한 몸집의 팽두숙에게 달려들다 튕겨 나가기도 했으며, 남손영이 쏘는 은으로 제조된 특수 총알에 맞고 다가오지도 못하고 있었다. 한편 강민우와 같이 행동하고 있는 천화는 주위를 둘러보며 상당히 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터.져.라." 염력을 쓸 때마다 사용하는 딱딱 끊어 내는 외침과 함께 강민우를 중심으로 생성된 강력한 기운이 엄청난 기세로 주위로 퍼져 나가며 강민우와 천화에게 다가오려는 좀비와 해골병사들 전부를 저 멀리 튕겨내 버리는 것이었다. 이렇게 자신이 손을 쓰기도 전에 주위가 깨끗하게 정리되니.... 편안한 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마냥 놀고만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천화는 시야를 넓혀 저쪽 기분 나쁜 기운을 뿜고 있는 벽 앞에 앉아있는 보르파를 바라보았다. "저 녀석이 이 빨간 기둥들을 움직이고 있는 거니까. 그것만 못하게 하면...." 어떻게 해야할지 정해지자 행동은 순식간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들려 진 천화의 손가락 끝에서 찬란한 황금빛과 쩌어엉 하는 날카로운 쇳소리가 일었다고 느낀 순간 금령원환지는 이미 보르파 앞 십 미터까지 접근해 가고 있었다. 헌데, 이상한 것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지력을 보고서도 보르파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아니 피할 생각을 하지 않을 뿐더러 멀뚱히 자신에게 뻗어오는 지력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 황당한 모습에 뭔가 한마디하려고 입을 열던 천화였다. 그러나 곧 이어 벌어지는 현상에 표정을 굳혀버렸다. 금령원환지가 보르파 앞 오 미터 정도에 도달했을 때였다. 보르파의 등뒤에 버티고 서있던 붉은 색의 벽에서부터 혈향(血香)이 감도는 듯한 붉은 기운이 뻗어 나와 보르파를 보호하며 금령원환지를 막아낸 것이었다. 푸스스스..... 타땅..... 천화는 날카롭게 울리는 금속성을 들으며 붉은 기운을 좀 더 자세히 바라보려 했지만 금령환원지를 막아낸 그 기운은 제일을 마쳤는지 금새 붉은 벽 속으로 스며들 듯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져 버리는 붉은 기운 사이로 보르파가 그런대로 능글맞은 웃음을 흘려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천화와 싸우면서 우연히 붉은 기운을 목격한 가디언들의 눈에는 그 붉은 기운만이 들어 올 뿐 보르파의 그런 웃음은 눈에 차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 중의 한 명인 고염천은 확인을 위한 것인지 손에 쥐고 있던 연홍색 부적 석장을 허공에 흩뿌렸고, 순간 연홍빛으로 타들어 가던 부적들을 빠른 속도로 보르파를 향했다. 하지만 이번 것 역시 보르파 앞 오 미터 지점에서 붉은 기운에 막혀 사라지고 말았다. 한번 더 그 기운을 확인한 천화는 고염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그 휴라는 놈. 저 벽 뒤에서 시간을 끌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런 것 같군. 그렇다면.....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지." 고염천의 천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양손에 들고 있던 부적 십 여장을 쥐로 뿌렸다. 하지만 그 중 거의 반이중간에 튀어나온 붉은 기둥대문에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고염천은 그 모습을 보며 주위의 상황을 확인했다. 이미 처음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던 좀비와 해골병사들의 수는 반 이하로 줄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양이었다. 더구나 지금은 중간 중간에 공격의 절반을 중간에서 막아서는 놈까지 더해진 덕분에 처리 속도가 더욱 늦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저 벽 뒤에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휴라는 놈이다. 조금 전 까지만 하더라도 뭔가 문제가 있어 움직이지 못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의 상황으로 봐서는 그게 아닌것 같았다. 가디언들에게 별다른 피해를 줄수 있을것 같지 않은 좀비와 해골병사들은 시간끌기용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 말은 곧 시간만 있다면 그 휴라는 마족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이 해결된다는 뜻도 된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되자 더 이상 이곳에서 시체를 상대로 시간을 잡아먹힐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시간만 잡아먹을 순 없다. 세이아와 강민우, 선우영과 팽두숙 네 사람은 이곳을 맞고, 나머지는 저 초보 마족 놈과 그 뒤에 있는 벽을 맞는다. 길은 내가 열 터이니 따라 와라. 남명분노화(南鳴噴怒火)!" 화아아아아..... 언제 다시 빼들렸는지 기세 좋게 앞으로 내뻗어지고 있는 고염천의 손에는 목검 남명이 들어앉아 연홍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뻗어 지던 움직임이 멈추었다고, 고염천의 팔이 모두 내뻗어 졌다고 생각될 때 그의 입에서 나오는 기합성과 함께 목검 남명으로 부터 드래곤의 입에서 불이 뿜어지는 것처럼 뿜어져 나온 연홍색 불길이 고염천 앞에 버티고 서있던 좀비들과 해골병사들을 덥쳤다. 순간 마치 용광로의 불길과 같은 뜨거움이 주위를 감싸안으며 좀비들과 해골병 사들의 몸이 순식간에 새까맣게 변하며 부셔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쭉 뻗어 나간 연홍의 불길에 고염천등의 앞으로 막고 있던 좀비와 해골병사들의 일부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 모습에 갑작스런 내력의 소모를 심호흡으로 충당하던 고염천이 몸을 날리며 뒤쪽에 서있는 사람들을 불렀고, 고염천의 무력에 감탄을 표하던 가디언들도 두말 않고서 고염천의 뒤를 따랐다. "휴~~ 역시 대장. 언제 봐도 굉장한 실력이라니까. 후끈후끈 하구만...." 이태영은 고염천이 열어놓은 길을 달리며 주위에 까맣게 타들어 간 좀비와 해골병사들의 시선을 보며 말했다. 이미 연홍의 불길은 사라졌지만 아직 잔존하는 열기만으로도 사우나를 방불케 할 정도로 후끈후끈 했다. 과연 이런 불길에 얻어맞았으니, 좀비와 해골병사들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쓰러진것이 이해가 됐다. 이태영의 말에 옆에서 달리 던 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런 그의 얼굴은 마냥 편해 보이지 많은 않았다. "확실히 굉장해. 하지만, 그만큼 내력의 소모도 크셨을 꺼야..... 휴라는 놈과 상대하기 전까지는 너하고 내가 앞장서야 겠다. 대장의 내력을 더 이상 소모시킬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물론, 맞겨 두라구...." 192 "물론, 맞겨 두라구...." 이태영은 딘의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여 보이고는 딘과 함께 달리는 속도를 더해 고염천의 양옆으로 붙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고염천이 움직이기 전에 자신들이 먼저 움직이려는 생각에서 였다. 고염천 역시 두 사람의 모습에 그들의 의도를 알아차린 듯 슬쩍 미소를 뛰우며 달려나가는 속도를 조금 늦추었다. 그들의 모습에 뒤쪽에서 남손영을 업고서 가부에와 나란히 달리고 있던 천화가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에 맞게 서로를 챙겨주는 모습이 매우 익숙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호흡이 척척 맞는구나." 천화의 혼잣말이었다. 하지만 천화의 등에 업혀있던 남손영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였는지 남손영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자랑스러운 듯이 말을 잊는 것이었다. "그렇지? 우리 염명대는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실력이거든. 각자 가진 실력도 실력이지만, 오랫동안 같이 싸우고 움직여온 덕분에 호흡이 척척 맞아 최고의 팀웍을 자랑하고 있지. 그러니까 천화 너도 정식 가디언이 되거든 우리 염명대로 들어와라. 이미 안면도 있겠다 실력도 봤겠다, 네가 들어오겠다면 우리는 언제나 환영이다." 천화는 자부심 가득한 남손영의 말에 자신까지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정식 가디언이 되면 이쪽으로 올께요." "그래, 그래. 네가 와야 나도 이렇게 편하게 업혀 다니지..... 하하하... 도대체 어떻게 달리길 레 내가 업혀있는데 하나도 흔들리지 않는 거냐? 태영이나 딘 녀석이 업을 때는 상당히 불안했는데 말이야." 부운귀령보로 부드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던 천화는 그 말에 푸석하게 웃어 보이고는 고개를 살짝 돌려 장난스레 남손영을 째려보았다. "설마, 그것 때문에 절 염명대로 오라고 하시는 건 아니시겠죠?" "하하하하.....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이렇게 달리 때는 태영이나 딘 녀석에게 업혀야 되는데 그게 얼마나 불편하겠냐? 그런데 이렇게 편안한 등에 업히다니.... 이건 마을버스를 타다가 고급승용차로 바꾼 느낌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란 말이야. 그보다 앞을 보고 달려라. 이런 속도로 달리다 뭐에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디 한군데는 부러지겠다." "그렇게 불안하시면 내리 시구요." 천화는 남손영의 말을 그렇게 받은 후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앞쪽에 적이 있으니 계속해서 한눈을 팔고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천화의 금령원환지나 고염천의 남명화우 같은 원거리 공격에는 본 척도 안 하더니, 가디언과 천화들이 직접 달려오자 불안했던지 제일 앞서 달려오는 이태영과 딘의 앞으로 기갑병들에게 주로 쓰는 방법처럼 흙으로 된 창을 생성시켜 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말을 상대할 때의 수법이다. 말이라면 자신의 몸무게와 속도를 주체하지 못해 꼼짝없이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찔렸겠지만, 지금의 상대는 인간. 그것도 엄청난 능력을 가진 가디언들이었다. 눈앞으로 갑자기 솟아오른 창에 딘은 몸에 강한 회전을 주어 토창을 살짝 피해 버렸고, 이태영은 달려나가던 속도 그대로 검을 휘둘러 토창을 부셔 버렸다. 참으로 두 사람의 성격이 들어나는 모습이라 하겠다. "하하하.... 이봐 초보 마족씨. 이 정도 공격밖에는 못하는 모양이지? 방금 전엔 우리공격을 중간에 잘도 막아내더니만.... 혹시 빨리 움직이는 상대를 공격할 능력이 없는 거 아니야? 하하하...." 보르파와 약 십 오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춘 이태영이 보르파를 보며 큰소리로 웃음을 흘려 보였다. 천화는 그 웃음에 어쩌면 저 보르파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놀리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곧 고개를 흔들어 버리고는 가부에와 속도를 맞추어 고염천의 옆으로 다가서며 업고 있던 남손영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때 다시 뭐라고 소리치려는 이태영의 입을 딘이 급히 틀어막았다. "네 그런 실력으롭 음... 읍...." "하아~ 그만 좀 해 그만 좀. 너 정말 성기사 맞냐? 상대가 아무리 마족이라지 만 그렇게 놀려대는 게 어디 있냐?" "쳇, 알았어. 알았으니까 이 짠맛 나는 손 좀 치워라..." "어? 어... 엉.... 험..." 입을 틀어막고 있는 자신의 손을 간신히 떼어 내며 말한 이태영의 말에 딘은 얼굴을 벌겋게 만들어서는 헛기침을 하며 급히 이태영의 입을 가리고 있던 손을 떼어 냈다. 그리곤 다시 한번 헛기침을 하고는 보르파를 경계하며 고염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험.... 대장, 이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저 마족에 대한 직접 공격입니까?" 고염천은 딘의 말에 남손영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고염천의 시선을 받은 남손영이 고염천 대신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진짜 목표는 저 붉은 벽과 그 뒤에 있을 휴라는 놈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저기 저 보르파라는 마족부터 치워야 할 테니까 말이야." 그러자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태영이 손에든 검을 치켜들고 앞으로 나서려고 하자 남손영은 성질 급한 놈이라고 말하며 급히 그의 뒷덜미를 붙잡아서는 당겨 버렸다. 덕분에 한순간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이태영의 눈길을 받야 했지만 싸그리 무시해 버리고는 자신의 말을 계속했다. "너무 서두르지 말아. 될 수 있으면 쉽게 저 놈을 치울 방법을 생각해 봐야지 무턱대고 검부터 들고 덤빈다고 될 일이 아니야. 게다가 천화와 대장의 공격을 가로막은 그 붉은 결계같은 것도 어떤 건지 알아봐야 할거 아냐." 남손영은 그제야 자신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태영을 보며 나직한 한숨과 함께 품에서 세 개의 보석, 쥬웰 익스플로시브를 꺼내 보였다. 각각 순수한 마나의 기운을 담은 수정과 불꽃의 기운을 담은 루비와 얼음의 기운을 담은 문스톤이었다. 남손영은 꺼내든 세 개의 쥬웰 익스플로시브를 이태영에게 건네며 보르파를 가리 켰다. "던져봐. 단, 한꺼번에 던질 생각하지 말고 우선은 수정만 던져봐." 이태영은 그 말에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땅에 푹 꼽아놓고는 세 개의 보석 중 수정을 골라들고 손위에서 몇 번 굴리더니 불안한 듯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보르파가 대처할 수 없도록 기습적으로 집어던졌다. "난 이 쥬웰 익스플로시브를 던질 때면 항상 아까워. 이게 얼마 짜린데.... 핫!!" 이태영의 손에서 엄청난 속도로 던져진 보석은 작은 크기임에도 그 이태영의 던지는 속도와 힘 때문에 포물선을 그리지 않고 일직선을 그으며 순식간에 보르파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보르파 앞 오 미터쯤에서 갑자기 형성된 붉은 기운에 부딪혀 폭발했을 뿐, 보르파 녀석의 머리카락하나도 날리지를 못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남손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바라보다가 붉은 기운이 서서히 옅어지려 하자 이태영을 향해 소리쳤다. "루비를 던져." 이태영은 그 말에 곧바로 루비를 집어들어 냅다 집어 던졌고 같은 식으로 문스톤 까지 집어 던졌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붉은 기운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고, 보르파는 익숙해 졌는지 불안하던 표정을 지우고 느긋한 표정을 찾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붉은 기운은 다시 서서히 옅어지면서 벽 속으로 스며들어가 버렸다. 그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던 남손영은 고염천등을 돌아보았다. "저거....... 엄청 단단한데요." "........." 남손영이 고개를 돌리기에 뭔가를 알아냈나 해서 귀를 기울이던 사람들은 모두 눈으로 확인한 사실을 심각하게 말하자 황당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설마..... 보석을, 쥬웰 익스플로시브를 세 개씩이나 사용고 알아낸 게..... 그게 다는 아니죠?" 황당하다는 이태영의 물음에 그제서야 다른 가디언들의 얼굴 표정을 알아본 남손영이 머리를 긁적이며 웃어 버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당연하지.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저 붉은 기운은 일종의 보호막, 쉽게 말하자면 일종의 호신강기와 같은 것 같다. 물론 그 주인은 그 휴라는 녀석일 테고 말이야. 하지만, 그 녀석에게서 나온 기운은 저 벽을 지나면서 일종의 결계의 성격을 뛰는 것 같아. 모두 보이겠지만, 문에 새겨진 문양들이 일종의 마법진 역활을 해서 보호막을 결계로 바꾸는 거지." 그의 말에 일행들은 시선이 보르파를 지나 그의 뒤에 버티고선 붉은 벽을 향했다. ".... 그런데, 그 휴라는 마족이 힘을 쓴 거라면 왜 직접 나서지 않는 겁니까?" 벽을 보며 뭔가를 생각하던 딘이 남손영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 질문엔 남손영도 머리를 긁적일 뿐 정확한 답을 해주진 못했다. 붉은 기운이 벽에서 뿜어지고 형성되어 결계를 만들고 다시 거둬지는 모습만으로 알아낼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것 까진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내 생각엔 아직 움직이지는 못하는 모양이야. 그러니 아직까지도 나서지 않는 것일 테고.... 그러니 지금이 기회야. 저런 기운을 가진 놈에게 시간을 더 줄 수는 없어. 빨리 놈을 끌어내야 되." "쳇, 그렇지만 저 녀석을 공격할 때마다 결계가 처지는 건 어쩌고요." 남손영은 이태영의 말에 고개를 저어 보이곤 보르파가 아닌 그 뒤에 커다란 벽을 가리켰다. "저 보르파란 마족은 무시하고, 저 벽을 직접 노려. 보르파의 공격은...... 천화 네가 좀 막아줘야 겠는데, 괜찮겠지?" "가뿐하죠." "좋아. 대장,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서둘러요." 고염천은 남손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에든 남명을 고쳐 잡았다. "알았어. 확실하게 부셔주지. 그리고 천화야. 우리는 밑에서 올라오는 공격은 없다고 생각할 테니까. 잘 부탁한다." 천화는 그 말이 보르파의 모든 공격을 철저히 막아달라는 뜻임을 알고 보기좋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일행들의 앞으로 나서서 보르파의 정면에 섰다. 그런 천화의 귀로 다시 고염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가자. 밑에서 올라오는 공격은 없을 테니 최대한 빨리 벽을 부순다." "넷." 천화가 이태영의 대답이 가장 컸다고 생각할 때 등뒤에서부터 가공할 기세의 공세들이 쏟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연홍빛의 바람을 타고 질주하는 불꽃과 어깨동무를 하고 날아드는 맑은 푸른색의 검기와 유백색의 검기들.... 가히 집 세네체는 가뿐히 날려 버릴 정도의 기운들이었다. 그런 힘을 저쪽에서도 느꼈는지, 붉다 못해 검붉은 기운들을 토해내어 마치 한쪽 벽면을 완전히 가린 커튼을 친 것처럼 그 모습을 가려버렸다. 순간 검붉은 결계의 기운과 가디언들이 토해낸 기운이 부딪치며 굉렬한 폭음과 충벽파를 뿜어댔다. 하지만 그런 파괴력에도 검붉은 기운의 결계는 한차례 흔들리기만 했을 뿐 여전히 일행들의 앞에 당당히 버티고 서있었다. "간단하게 끝날 거란 생각은 안 했지. 다시 간다. 남명쌍익풍(南鳴雙翼風)!!" 지하 광장 내부를 쩌렁쩌렁 울리는 고염천의 외침과 함께 다시 한번의 공격이 시작되는 모습을 땅에 박아둔 몽둥이에 기대어 보고 있던 천화는 한순간 뭘 느꼈는지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땅에 박아둔 검을 한쪽으로 스륵 밀며 뽑아 들었다. 그러나 그런 가벼운 동작과는 달리 몽둥이가 땅에서 빠져 나오며 그끝으로 뿜어낸 강맹한 기운은 땅속이 비좁다는 듯이 땅을 헤치며 앞으로 뻗어 나갔다. "역시 초보 마족이야. 기운이 너무 쉽게 읽힌단 말이야. 대지일검(大地溢劍)!" 천화의 몽둥이로부터 곧게 뻗어 나가 던 강맹한 기운은 어느 한 지점에서 벽에라도 부딪힌 듯 묵직한 폭음과 함께 폭발해 버렸다. 천화는 그 모습을 보며 검붉은 커텐이 쳐진 곳을 바라보았다. 아마, 보르파란 마족 꽤나 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공격이 가던 길목에서 차단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몽둥이를 다시 땅에 꽂아 넣던 천화는 다시 가디언들을 향해 뻗어오는 다섯 가닥의 기운에 땅에 그림이라도 그리는 것처럼 몽둥이를 이리저리 흔들며 뽑아내자 몽둥이가 지나 갔던 지점을 기점으로 다섯 개의 기운이 뻗어 나갔다. 또 뻗어 나간 기운은 어김 업이 무엇엔가 부딪혀 사라지길 몇 번. 막 또 한번의 대지일검을 떨쳐 내고 다시 몽둥이를 땅속에 박아 넣던 천화는 푸화악 하는 무언가 시원하게 찧어지는 소리와 함께 컴컴하던 하늘이 활짝 개이는 기분에 급히 고개를 들어보았다. 그리고 그런 천화의 눈에 한쪽 벽면전체를 검붉은 장막을 뒤덥고 있던 기운이 중앙부위 부터 불타 없어지듯이 사라지는 모습과 그 장막을 지나 뻗어간 가디언들의 공격이 붉은 벽의 중앙부분을 강타하는 모습, 그리고 붉은 벽이 부서저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쿠아아앙...... 쿠구구구구..... 그리고 그렇게 부서저 내리는 벽 사이로 자신만만하던 표정이 산산이 부서저 가는 보르파의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천화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뒤쪽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깊게 심호흡을 하는 네 사람이 미소짓고 있었다. "성공하셨네요." "후~ 그래, 다른건 신경쓰지 않고 강공을 펼쳤으니 깨지는건 당연하겠지. 그나저나 너도 잘해줬다." "헷, 뭘요." 고염천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던 천화의 곁으로 고염천등이 다가왔다. 그 중 이태영이 무너지고 있는 벽을 바라보더니 다시 천화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그 초보 마족 녀석은 어디 있는 거야? 우리가 공격에 성공하자 마자 피한 건가?" 천화는 이태영의 말에 멍한 표정으로 무너저 내리는 벽 아래에 그대로 서있던 보르파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별다른 걱정이 되지 않는 천화였다. 보르파의 주특기가 땅 속, 돌 속으로 녹아드는 것이니.... 돌에 깔려도 아무렇지 않으리라. 그런 생각에 천화는 본대로 또 생각한대로 이태영에게 말해 주었다. "헛, 이상한 녀석이네. 그래도 잘못해서 깔리면 꽤나 중상을 입을 텐데..... 뭐, 내 상관은 아니다만...." 이태영이 무너저 내린 돌 더미를 보며 그렇게 말하는 사이 이들에게 남손영이 다가왔다. 그도 결계에다 쥬웰 익스플로시브를 꽤나 던졌었는지 오른쪽 팔을 빙글빙글 돌려 대고있었다. "자, 자.... 이렇게 한가하게 수다떨 시간 없어. 휴라는 놈도 결계가 깨지면서 충격을 받았을 테니, 지금 이 기세 그대로 쳐들어가야 되." 일행들은 남손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들이 무너트린 벽을, 아니 벽이 있었던 곳을 바라보았다. 선명한 붉은 색에 묘한 문양이 새겨저 있던 그 벽의 지금 모습은 깨어진 유리창과도 같았다. 가디언들의 공격이 정확하게 들어갔던 벽의 중앙부분은 완전히 날아가 보이지 않았고, 그 아래로 삼 미터정도의 넓이로 무너져 내려 만들어진 통로에는 돌무더기가 수북했으며, 제법 멀쩡하게 모습을 형성하고 있는 부분들도 크고 작은 금으로 뒤덮혀 있었다. 한 마디로 정말 볼품없게 변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뻥 려진 부분으로부터는 지금 천화와 가디언들이 서있는 곳보다 휠씬 밝은 빛이 비쳐나오고 있었으며, 그 사이로 정확하진 않지만 보이는 모습은 새하얀 대리석으로 꾸며진 거대한 하나의 홀처럼 보였다. "저기 들어가기 위해 그만큼 고생했는데.... 들어가 봐 야죠. 자, 가자 천화야. 이번엔 너하고 내가 앞장서는 거다." 벽 안쪽을 바라보며 서있던 천화는 이태영이 자신의 어캐를 툭 두드리며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태영 옆에 서 일행들의 제일 앞쪽에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중앙부위에서 아래로 무너저 내린 모습의 문은 사람 세 명이 한꺼번에 드나들어도 전혀 모자라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무너질 때 쌓인 돌과 먼지로 인해 발을 옮길 때 마나 먼지가 일었고, 옮겨갈 때마다 무언가 돌덩이들이 천화의 발끝에 차여 나뒹굴었다. 그때 천화의 발끝으로 또 하나의 돌맹이가 차여 굴렀다. 천화는 그 모습을 보며 길을 좀 치워야 겠다고 결심하고는 몽둥이를 들어올리려 했다. 그러나 그 보다 먼저 들려오는 듣기 좋은 가부에의 목소리와 여러 부산물들이 양옆으로 밀려나는 모습에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대 정령들이여, 그대들에게 항상 편안한 길이듯 나에게도 항시 편안한 길이길.... 나의 길이 안락하기를...." 쿠르르르 하는 수리와 함께 크고 작은 돌들과 부스러기들이 양옆으로 밀려나는 모습에 천화는 뒤쪽에 있는 가부에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이곳에서 나간 후에 정령을 불러봐야 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는 천화였다. 이 세계에 와서 이것저것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것이 많아 정령들을 소환하지 않아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데..... 그건 일상 생활에서 적용되는 일일뿐인 모양이었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벽을 지난 두 사람은 주위를 경계하며 벽 안쪽의 광경을 시야에 한가득 퍼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두 사람은 똑같이 놀란 얼굴을 하고 서로를 바라보아야 했고, 그것은 그 뒤에 들어선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홀 안은 바닥과 천정, 그리고 사방의 벽들이 대리석, 그것도 뽀얀 것이 최고급품으로 보이는 대리석으로 온통 둘러싸여 치장되어 있었다. 심지어 유일한 출입구로 생각되는 일행들이 부순 거대한 벽마저도 새하얀 순백색을 뛰고 있었는데, 부서진 단면을 보아, 일행들이 본 붉은 색도 색칠해 놓은 것인 모양이었다. 뿐만 아니라 홀 안의 외진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는 아름다운 보석과 조각들을 생각하면, 이곳을 절대로 뱀파이어가 사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곳이었다. 차라리 하나의 신전이라고 하면 믿으려나? 만약 홀 안쪽에 놓여진 유백색의 책꽃이가 없었다면, 홀 중앙에 만들어진 제단과 그 제단 위에 놓여진 황금빛 관이 없었다면, 천화와 가디언들은 우리가 잘못 들어왔구나 하고 아무미련 없이 뒤돌아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 두 가지가 특히 중앙 제단에 놓인 황금빛의 관의 모습에 천화와 가디언들은 발길을 그쪽으로 옮겨갔다. 홀 중앙에 놓인 제단은 그리 높지 않았다 단지 형식만 빌려 온 듯 한 모습으로 사람의 무릎정도까지 올라오는 높이였다. 그러나 고만한 높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제단은 상당히 아름다웠다. 아기자기할 정도로 만들어지기도 했거니와 관이 올라가 있는 제단의 사면은 기아학적인 아름다운 문양으로 가득했는데, 그것은 관과 하나인 듯 그대로 연결되어 황금의 관을 뒤덮고 있었다. 잠시, 그 기아학적인 아름다움을 감상하던 천화들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저 한쪽에 있는 책장이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뱀파이어 때문에 들어온 사람들 앞에 관이 있는 만큼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 따위는 허락되지 않았다. "...... 열어.... 볼까요?" 황금관 만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체 어느 정도의 시간을 보냈을까. 가만히 있던 이태영이 원래의 그답지 않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었다. 그러나 고염천이나 남손영 두 사람 중 누구 한사람도 시원하게 답을 해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아마 그들 나름대로도 복잡할 것이다. 이걸 열어야 하는지 그냥 두어야 하는지.... 처음 고염천과 남손영 두 사람이 이곳을 목표로 공격해 들어왔을 때 생각했던 건 절대 이런 것이 아니었다. 밖에 싸여 있는 유골들과 벽에서 뿜어지는 붉은 결계의 기운으로 생각한 것은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마족의 모습이거나, 자신들에게 덮쳐오는 마족의 모습 그런 것들이었지 이렇게 얌전하게 아름답게 꾸며진 황금관 속에 누워있는 마족이 아니었다. 물론 위에서 생각한 식의 마족보다는 이렇게 관속에 누워있는 마족이 나았다. 하지만 이건 이것대로 신경이 쓰이는 것이었다. 관을 열어 보자니 괜히 잘 자고 있던 마족을 깨우게 되는 것일 수도 있고, 또 그를 분노하게 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덮어둘 수도 없는 것이, 혹시 마족이 이미 나와있어 비어 버린 관 일수도 있고, 또 이 안에서 힘을 회복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한마디로 이러 지도 저러 지도 못하는 골치 아픈 상황에 빠진 것이었다. 한편 가디언들이 그렇게 머리를 싸매고 끙끙거리고 있는 사이 천화는 반짝이는 시선으로 제단과 황금의 관을 뒤덮고 있는 무뉘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단과 관이 그대로 이어지는 모습이 특이해 보였기에 그것을 바라보던 천화는 그 속에서 잔잔히 잠자는 호수의 물처럼 제단에서 관까지 이어진 무뉘를 따라 흐르는 미약한 마나를 볼 수 있었다. 천화는 마나가 흐른다는 사실에 곧 그래이드론의 기억창고를 열어 그 사이로 제단과 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화는 그 무뉘가 일종의 독특한 마법진의 변형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마법진의 효과는..... '마나의 안정. 마나의 안정이라.....' 천화는 그래이드론의 기억으로 풀이한 마법진의 효과에 고개를 갸웃 거렸다. 마법진의 효과와 함께 떠오른 그 마법의 쓰임에 다르면 이 마법은 마법이 발전하던 초기에 만들어진 마법으로 고집강한 백마법사들이 주로 사용하던 것이라고 하는데, 이제막 마법과 마나를 배워가는 마법사가 마나를 안정적으로 또, 순도 높은 마나를 모으기 위해 사용한다. 하지만 이 마법진을 사용할 경우 마나의 축척에 배나 많은 시간이 걸리기에 거이 사용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하다. 그리고 다른 사용 용도가 마법 물품에 마나가 안정되어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뭐야? 이 마법을 첫 번째로 사용한 건가? 하지만 마족이 뭐 하러? 그럼 두 번째? 하지만 마족에게 이런 관 같은 마법물품이 뭐가 필요해서....?' 왠지 고염천화 남손영 두 사람이 고민하는 것 이상으로 머리가 아파질 것 같은 천화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자신의 고민은 저 두 사람의 결정에 따라 저절로 풀릴 것이다. 뭐, 풀리지 않아도 상관은 없었다. 천화가 마법에 목숨건 마법사도 아니고..... 궁금하면 궁금한 데로 넘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 황금관에서 시선을 때고 고개를 돌리는 천화의 시야에 저쪽 홀의 한쪽에 자리잡고 있는 책꽃이가 들어왔다. 천화는 그 모습에 다시 고개를 돌려 얼굴 가득 '심각한 고민 중'이란 글자를 써붙이고 있는 가디언들을 한번 바라보고는 나직한 한숨과 함께 걸음을 옮겨 책꽃이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 천화의 모습을 이태영이 보긴 했지만 별달리 말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홀 안에 적이라 할 상대도 없었고, 천화의 실력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눈앞의 문제가 더 급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 였다. "책은 꽤나 많은데....." 천화의 말대로 백색의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책장엔 많은 책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대충 잡아도 약 백여 권 정도는 되어 보이는 분량이었다. 그리고 그 중 위쪽에서부터 오십 여권의 책은 최근에 보기라도 한 듯이 깨끗했지만, 밑에 있는 나머지 오십여 권의 책들은 뽀얀 먼지가 싸여 있어 쉽게 손이 가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천화의 손은 먼지가 쌓여 있는 책이던 그렇지 않고 깨끗한 책이던지 간에 어느 책에도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 도대체 이게 어디서 쓰는 글이야?" 그랬다. 책의 표지에는 그 책의 내용을 알리는 듯한 재목이 써져 있었다. 그러나 벌써 윗줄에 있는 이십 권의 책을 빼보았지만 그 표지에 써있는 그레센 대륙의 글과 흡사해 보이는 언어는 천화 자신은 물론 그래이드론의 기억창고에서도 한번도 본적이 없는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쉽게 손을 뗄 수는 없었던 천화는 나머지 밑에 있는 책들, 먼지가 수북히 쌓여 있는 책들까지 뽑아보았고 개중에는 혹시나 해서 표지안의 내용을 살펴보기도 했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글이었다. 그런데 이쯤에서 그만둘까하는 생각과 함께 맨 아랫줄에 꽃혀 있는 이십 권의 책 중 하나를 빼들었을 때였다. 묵직한 검은색의 한획 한획, 머릿속에 박히는 듯한 박력을 가진 윗 쪽에 꽃혀있던 책들과는 다른 글자의 책이었으나 천화가 모르는 글이란 점에서 똑같기에 그냥 꽃아 넣으려던 천화였다. 그러나 한순간, 무언가 아련히 떠오르는 기분에 꽂으려 던 책을 다시 들어 표지를 넘겨 펴들어 그 안에 적혀있는 글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그래이드론의 기억창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천화 자신의 기억 속에는 이런 글자를 본 일이 결단코 없었다. 천축어에 희안한 파자, 그리고 과두문은 본적이 있지만 이런 글자는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본적이 있는 것 같다면..... "찾았다. 역시 그래이드론의 기억 속에 있구나.... 근데.... 호오~ 마계의 언어라 이거지." 그래이드론의 기억 속에서 그 글자가 마계에서 사용되는 것이라는 것이 떠오르자 천화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마족이 있는 곳이니 만큼 마계의 글로 된 책이 몇 권 있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런데..... 차원이 틀려서 신들도 틀릴텐데 마계의 언어가 같다는 건... 빛과 어둠의 근원은 하나뿐이기 때문인가?" 천화는 저번에 들었던 빛과 어둠의 근원이란 말을 떠올리며 마계의 글로 적혀진 책으로 눈을 돌려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몇 장을 읽고는 덮어 버렸다. 천화에게는 별 필요 없는 계약에 관한 글이기 때문이었다. 천화는 그 책을 다시 책장에 끼워 넣으면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서는 그 옆에 있는 또 다른 책을 빼내 들었다. 그리고 잠시 읽다가는 다시 끼워 넣고 다시 빼들고 그러기를 십 수권 다시 한 권의 책을 빼들어 표지를 덥고 있던 먼지를 걷어 낸 천화는 제목이 적혀 있지 않은 모습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표지를 넘겼다. 그러나 곧 눈에 들어오는 책의 내용에 천화는 눈에 이채를 뛰었다. 나는 지트라토 드레네크라..... 로 시작하고 있는 일기 같기도 한 이 책은 아무래도 저 관속에 들어 누워있는 마족의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천화는 고개를 들어 가디언들이 둘러싸고 있는 황금빛의 관을 바라보고는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막상 읽으려니 책의 두께가 보통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저기 황금색 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지 몰라 대충대충 읽어 내리기로 하고 책장을 넘겼다. 193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저기 황금색 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지 몰라 대충대충 읽어 내리기로 하고 책장을 넘겼다. ...... 나는 지트라토 드레네크라고 하며, 마계의 일원인 화이어 뱀파이어 일족의 한 명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난 우리 일족과 그리 잘 어울리지 못했다. 뱀파이어라는 족속들이 다양하긴 하지만, 그 중에서 우리 화이어 뱀파이어 일족은 모든 뱀파이어들 중에서도 가장 거친 성격을 가지고 있다. 헌데 나는 화이어 뱀파이어 일족으로 태어났으면서도 일족의 그런 성격을 가지질 못했다. 오히려 가장 차분하고 냉정하다는 콜드 블러드 뱀파이어 일족보다 더하다고 할 정도로 잔잔한 성격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몸이 약한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우리일족에게서 특이한 눈길을 받았었다....... ........ 오늘 드디어 우리 일족으로부터 홀로 섰다. 이미 충분히 홀로 서서 어둠을 다스릴 수 있을 나이였고, 나의 성격상 나의 일족과 어울릴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계속 마을에 남게 된다면 서로 마찰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 그래도 서로 감정이 좋을 때에 떠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다음에 만나더라도 웃으면서 서로를 다할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이길로 침묵의 숲으로 향할 것이다. 조용한 그곳으로 내가 어린 시절 책을 읽던 그곳으로...... .......이곳은 뱀파이어 로드인 로디느 하후귀 님의 성이다. 몇 일 전 그분이 성의 일을 맞을 뱀파이어를 찾으셨고, 그때까지 내 성격을 기억하고 있던 우리 일족의 족장이 날 소개한 모양이다. 그리고 화이어 뱀파이어이면서도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을 가졌다는 것이 흥미를 끌었는지 나는 그날 바로 이곳으로 호출 받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오늘까지 이곳의 일을 배우고 있다..... .......힘들다. 내가 이곳에서 일한 것이..... 후훗... 백년이 넘었구나. 백년동안 내가 한 것이 무엇인가. 딱딱한 이곳, 항상 폭력이 난무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젠 다시 조용히 책을 읽을 침묵의 숲으로 돌아가고 싶다....... ... 하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몇 일 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벌써 한 달이 되었나? 나는 그때 천사들을 만났다. 천계의 사절로 온 그들..... 그들의 분위기는 이곳의 거친 분위기와는 달랐다. 마치, 마치.... 나와 같은 그런 조용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그들이다. 또한 그들은 너무도 아름답구나.... ....... 벌써 반년이 가까워 오는데도 그들, 천사들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특히 그들을 이끌던 그녀의 모습은 더욱 선명하다. 그녀는 아름다웠다. 단지 외관상의 아름다움이라면 이곳의 여인들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난 그녀의 분위기가 좋다. 후~ 잊을 수 있을까?.... 거기까지 읽은 천화는 다시 고개를 들어 황금 관을 바라보았다. 불쌍하다는 눈이기도 했으면 조금 한심해 보이기도 하는 눈이었다. 물론 그의 사정이 불쌍하기도 했다. 하지만... "쳇, 바보 같은 녀석..... 마계를 더 뒤져보면 저 같은 녀석도 많을 텐데, 근처에도 한심한 마족 보르파가있고.... 그런데 자기 주위의 사람들만 보고 마계를 다 본듯이 찾아볼 생각도 않다니. 분명히 그래이드론의 기억속에는 다양하고 가지각색의 성격을 가진 마족이 많은데.... 이 녀석도 우물안 개구리와 다를 바 없군(井底之蛙)." 천화는 그렇게 한번도 본적 없는 인물을 향해 혀를 내어 차고는 다시 일기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못 잊겠다. 하하... 이상한 놈 마계의 마족이면서 천사를 동경하다니. 이 상태로는 도저히 이곳에 머물 수 없을 것 같다. 갑자기 이곳이 답답하다...... ...... 감사합니다. 로디느님. 나는 그분께 쉬고 싶다고 말했고, 그분은 아쉬워 하긴 하셨지만 허락을 하셨다. 그리고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걸 아시기에 성에 있는 책들 중 필요한 것을 가지라 하셨었다. 나는 그분께 감사를 표하고 책을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곳에 있다. 수많은 종족들이 모여 사는 이 곳. 카르티나 대륙에..... ..... 근 한 달간이나 대륙을 떠돌던 나는 오늘 쉴만한 곳을 찾았다. 그 옛날 인간이 이공간(異空間)에 봉인되기 전에 만들어 놓은 지하 은신처 같았다. 그곳에는 나보다 먼저 들어와 있는 몇 마리의 도플갱어들이 있었지만, 내게서 풍기는 마기를 느끼고 복종을 표했다. 이제 이곳에서 쉴 것이다..... "봉인이라니? 무슨 말이야. 이건..... 인간이 봉인되다니?" 일기책을 읽어나 가던 천화는 갑작스런 내용에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어 중얼거렸다. 인류만 따로 빼내어 봉인했다니.... 그런 일을 누가 한다. 말인가. "그럼.... 지금 몬스터들이 나타난 것이 인간의 봉인이 풀렸기 때문에? 그럼, 그 봉인은 또 누가 풀었단 말이야?" 천화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문제 보다 더 큰 문제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들을 내뱉었다. 그럼 여태까지 자신이 살아온 세상이 봉인되어 있던 세상이란 말이나가. 천화가 그렇게 머리를 싸매고 있을때, 그런 천화의 귓가로 홀 안을 쩌렁쩌렁울리는 이태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어어~ 신경질 나.... 빨리 좀 정하자 구요. 열건지 말 건지. 열어서 휴간가 뭔가 하는 놈이 나오면 싸우면 되고, 안나오면 그냥 돌아가던가 더 뒤지면 되잖아요. 뭘 그렇게 머리싸매고 고생하느냐구요." "조용히해 임마. 누군 이렇게 머리쓰고 싶어서 쓰는줄 알아?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으니까 이러고 있는거 아니야. 임마!!" "........" 이태영의 고함 소리를 그 보다 더 큰 목소리로 제압해 버린 고염천의 말에 이태영은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긴 한숨만 내쉬고 고개를 숙였고, 고염천은 그런 이태영의 모습에 만족한 듯 다시 황금관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천화는 그 모습에 봉인이란 단어를 중얼거리던 것을 중단하고 다시 일기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선은 눈앞에 닥쳐있는 일부터 처리하고 나서 좀더 자세히 생각해 봐야 할 문제 같았다. 천화는 잠시 일기책을 들여가 보다 수십 여장을 한꺼번에 넘겨 버렸다. 이런 일기식의 글이라면 저기 저렇게 황금관에 누워있는 이유는 거의 끝에 가서야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 장 한 장 넘기던 천화의 눈에 흥미로운 단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드디어 한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 내가 완전히 그들과 같아질 수는 없더라도, 그들과 같은 존재가 될 수는 없더라도 내 몸에서 풍기는 마기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 로드느님의 서재에서 가져온 책 중에 마법책이 한가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책에서 마나에 관여되는 몇 가지 마법을 발견했다. 아마 내 생각대로 한다면.... 시간을 오래 걸리겠지만 내 몸 속에 있는 마기를 순수한 마나로 전환하여 흡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만 된다면, 내 몸에서 풍기는 마기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드디어 오늘이다. 그동 안 꽤나 많은 준비를 했다. 인간들이 만든 지하 은신처 밑에 있는 또 다른 작은 은신처를 도플갱어들과 다른 몬스터들을 이용하여 넓게 넓히고, 내 마기를 정화할 마법진을 새겨 넣었다. 그리고 방어결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벽을 만들어 혹시 모를 침입자의 일에 대비해 놓았다. 비록 도플갱어들에게 침입자를 막으라고 명령을 해놓았지만 어떻게 할지는 모를 일이다. 특히 이 결계는 정화되지 않은 내 마기를 사용할 것이기에 그 위력은 믿을 만 하다. 혹시라도 내 마나가 전환되는 도중 방해를 받는다면 그 충격에 미쳐버릴지도 모를 일이기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다. 다음 내가 다시 펜을 들고 이 책에 글을 쓸 때 내 마기가 사라져 있기를 바란다....... 일기책을 모두 읽은 천화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덮었다. "후우~ 그럼 그냥 손도 대지 말고 가만히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이거지. 후후후.... 그런데 이거 이렇게 되면 손영형은 완전히 바보 되는거 아니야? 뭐, 그럼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런데 그 보르파라는 놈은 왜 그렇게 설쳐 댄거지?" 그런 천화의 머릿속에는 뭔가 있어보이게 모습의 마족 보르파가 떠올랐다. 도대체 뭘 믿고 그렇게 날뛴건지. 그럼, 홀 앞에 쌓여있는 인골들도 보르파와 도플갱어들의 짓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천화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지금은 답이 나왔으니 편안한 심정이었다. 여전히 일기책을 한손에 쥔채 옷에 묻었을 먼지를 턴 천화는 아직 황금관 옆에 모여서 심각한 얼굴로 머리를 싸매고 있을 다섯 사람을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일이라는게 사람의 생각대로 되지만은 않는 것. 몸을 돌린 천화는 어떤 하나의 장면을 눈에 담고는 몸을 돌리더 자세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헤헷, 대장님, 제가 뭘 발견했는지 한번 보세요.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서 편안하..........." "아? 아아... 보는 건 나중에 보도록 하지. 지금은 이게 먼저야. 자네도 이리 오게 이 안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대비를 해야지..... 응? 왜 그러나?" 고염천이 자신의 말에도 꼼짝 하지 않고 있는 천화를 불렀다. 그러나 지금의 천화에겐 그런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고 있었다. 천화의 눈에는 오로지 유백색의 검기 가득한 검을 관의 뚜껑부분에 쑤셔 넣어 관을 자르고 있는 이태영의 모습만이 눈에 들어오고 있을 뿐이었다. "제, 젠장......" "응? 왜 그래?" "제길.... 멈춰요. 형. 도대체 뭐가 바쁘다고 벌써 관에 손을 대는 거냐구요!!!" 천화는 남손영의 말에 바락 소리를 지르고는 엄청난 속도로 황금관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누가 말릴 사이도 없이 검을 잡고 있는 이태영의 손목 맥문을 잡고는 뒤로 당겼다. 그 힘에 갑자기 당하는 일이라 중심을 잡지 못한 이태영은 뒤로 넘어갔고, 황금관을 자르고 있던 검 역시 힘없이 뽑혀 홀의 바닥에 차가운 쇳소리를 내며 나뒹굴었다. 하지만 천화는 그런 것엔 신경도 쓰지 않고서 검기를 머금은 검 날이 다았던 부분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 행동이 워낙 다급하고 진지했기에 뒤로 나가 떨어졌다가 딘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고 있는 이태영이나 고염천, 남손영등 그 누구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급박해 보이는 천화의 모습에 지금은 오히려 은근한 불안감까지 들고 있었기에 고염천과 남손영의 명령에 황금관에다 칼을 댔던 이태영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둘을 째려보았다. 그의 눈길은 정말 황금관을 여는 것이 정확한 판단이 맞는지 묻고 있었다. 그러나 천화에게 시선이 가있는 고염천과 남손영은 그런 이태영의 눈빛에 대답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시선들 속에서 검이 박혔던 부분을 중심으로 관을 살펴 나가 던 천화는 상당히 남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보통의 검도 아니고 검기가 실린 검이 박혔기 때문이라서 그런지 검기에 의해 잘려 나간 부분을 중심으로 관과 제단의 문양 사이사이로 흐르던 마나가 넓은 호숫 물에 바람이 일어 물이 찰랑이듯 작은 파문이 일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느낀 천화는 급한 마음에 검지손가락 끝에 극양지력을 모아 잘려나간 부분을 문질렀다. 그러자 열에 제법 잘 녹는다고 할 수 있는 금이 녹아내려 천화의 손가락이 지나가는 부분들을 채워 나갔다. 그러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천화의 시선에 관과 재단에 빼곡히 새겨져있는 변형 마법진이 보였다. 그 모습에 급히 시선을 돌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천화가 붙여놓은 부분은 뭉퉁하게 뭉개져 있었다. 천화는 그 모습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몽둥이를 찾았다. 하지만 몽둥이는 책장 앞 그러니까 방금 전까지 천화가 앉아있던 자리에 놓여 있었다. 관을 잘라 내는 모습에 너무 놀라 그냥 놓아두고 와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그런 천화의 시선에 떨어진 검을 주워드는 이태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자신이 이태영을 밀어낸 것을 생각해 낸 천화는 급히 그에게로 다가갔다. "미안해요. 형. 하도 급해서.... 이유는 나중에 설명해줄 테니까 그 검 좀 빌려줘요." "아, 그래. 그리고 그렇게 신경쓸거 없어. 급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천화는 이태영이 그렇게 말하며 검을 내밀자 그 검을 받아들며 싱긋 미소지어 보였다. "고마워요." 급히 검을 받아든 천화는 곧바로 검을 쓰지 않고서 황금관을 바라보며 그 황금관에 새겨진 무뉘의 형식과 깊이 등을 파악해 가며 그래이드론의 기억을 이용하여 지워진 부분이 어떠했는지 떠올려 놓았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지워진 부분이 완성될 즈음 천화는 그 것들과 함께 떠오르는 한가지 사실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긴박감이 감도는 얼굴을 사정없이 구겨 버렸다. 그때 떠오른 내용은 마법진에 관한 것으로 한번 마법진으로 서의 기능을 상실한 마법진은 새로 만들어 내지 않고 중간에 보수해서 쓸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포기하기엔 상당히 아까웠기에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자는 생각으로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런 천화의 검에서는 어느새 손가락 굵기의 아주 가는 검기가 뻗어 나와 있었다. "해보는 데까지는 해보고 포기해야지..... 하아~ 제발 되라......" 푸스스스스...... 천화의 조용한 기합 소리에 이태영의 검이 천화의 손에 들린체로 바람에 흔들리 듯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뭉개졌던 황금관의 부분 부분들이 무언가 타들어 가는 냄새와 같이 다시 원래의 제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작은 삼 사십 초만에 끝이났고, 녹아서 그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던 곳은 그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 것은 다른 무뉘들과 같은 시간에 만들어 진 것 같이 그 깊이와 넓이까지 완전히 똑같았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모양을 같추기만 했을 뿐 아무런 효과도 가져오질 못했다. 아니, 오히려 역효과 였는지 이어진 부분을 따라 마나의 파문은 더 자연스럽게 퍼져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도저히 다른 방법이 없어 보였다. "제기랄....."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천화의 거친 음성에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는지 고염천이 도대체 어떻게 되어 가는 일인지를 물어왔다. 이미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는지 꽤나 굳어 있는 얼굴이었다. 천화는 그런 고염천의 모습에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어찌된 일인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러는 중에도 관과 제단 위를 흐르는 마나의 움직임은 점점 더해져만 가고 있었다. 천화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고염천 등은 허탈한 얼굴로 천화의 허리에 끼어 있는 일기책과 황금관을 번가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머릿속에는 천화가 어떻게 마계의 글을 알고있나 하는 생각 같은건 떠오르지 않고 있었다. 지금 눈앞에 닥친 사건이 더 금했던 탓이었다. 하지만 누구하나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남손영이 황금관을 한번 바라보고는 천화와 고염천, 이태영, 그리고 딘을 바라보며 강격하게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어. 저 휴라는 자가 깨어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치는 것 뿐이야." "음... 그렇긴 하지만...." 남손영의 말에 이태영이 별로 내키지 않는 다는 듯이 대답했다. 허기사 그도 그럴 것이 아무런 죄도 없는 존재를, 아니 죄를 따지자면 오히려 자신들에게 있는데, 상대를 죽여야 한다니.... 호탕하고 시원한 성격의 그에게는 왠지 내키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하지 않겠다고 버틸 수도 없는 노릇..... 그건 딘이나 고염천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 어정거릴 시간 없어. 그도 자신이 지금과 같은 상태로 깨어나면 제 정신이 아닐꺼라고 했어. 그러니 우린 그가 흉한 꼴을 보이지 않게 해주는 게 최선이야. 깨어나기 전에 처리해야 되. 더 이상 끌다가는 사람들이 희생될 수도 있어." 이어지는 남손영의 말에 세 명은 나직한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고염천은 일의 진행방향이 결정되자 남손영과 가부에를 밖으로 내보냈다. 비록 전투가 없더라도 네 사람의 최선을 다한 공격이 이어질 경우 잘못하면 이곳 지하광장 전체가 완전히 폭삭하고 무너질 지도 모를 일이었다. "두 사람은 지금 곧바로 나가서밖에 있는 나머지 대원들과 함께 이곳을 벗어나도록 해. 아, 아, 다른 말 할 생각하지 말고 내 말대로 하도록 해라. 만약 이곳이 무너지기라도 할라치면 우리들이야 어떤 수를 쓸 수나 있지만.... 손영이를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은 좀 힘들지. 그리니까 우리 걱정시키지 말고 빨리들 이곳에서 나가." 전혀 틀린 말이 없는 고염천의 말에 남손영과 가부에는 별다른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그의 말대로 잘못된다면 자신들이 오히려 저들의 발목을 잡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럼, 대장..... 숲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너희들도...." "그래. 걱정 말고 나머지 대원들 대리고 어서 나가." 고염천이 다시 한번 재촉하자 남손영과 가부에는 다시 한번 고염천 등을 바라보고는 홀 밖을 향해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고염천은 두 사람이 홀 밖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추자 남은 세 사람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어느덧 다시 그 호탕한 웃음이 매달려 있었다. "자, 어차피 해야될 일이면, 최선을 다하자. 알았지?" "넷!" "물론이죠. 근데 임마. 너는 그런걸 찾아내려면 좀 일찍 찾아내서 가져 올 것이지.... 어째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딱 한발 늦게 찾아내서는 사람 곤란하게 말이야." 고염천과 같은 생각인지 조금 침울했던 분위기를 한방에 날려 버린 이태영이 큰소리로 대답하고는 옆에 있는 천화의 어깨를 두드리며 농담을 건네 왔다. 천화는 그런 이태영의 모습에 마주 웃어 보이며 대답해 주었다. "흐흐.... 그래도 나 정도 되니까 찾았죠. 형처럼 단순한 사람이었으면 그런 책이 있었는지도 모랐을 걸요. 안 그래요?" "뭐야? 이 놈이..." "왜요? 틀린 말도 아닐텐데....... 안 그래요? 딘 형." "뭐...... 틀리말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 그나저나 이제 그만해. 이런곳에서 장난 칠생각이 나냐?" 딘의 말에 뭔가 장난스럽게 대답하려던 이태영과 천화는 한순간 물이 넘쳐흐르 듯이 갑작스레 흘러나오는 혈향 가득한 마기에 얼굴을 살짝 굳혔다. 이태영은 천화에게서 다시 돌려 받은 검을 한 바뀌 휘잉 휘두르며 자신에게 닥쳐오는 마기를 날려 버렸다. "이 녀석이 오면 그만둘 생각이었어. 대장, 이제 시작해야 되는 거 아니 예요?" 이태영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고염천은 남명을 쥔 손에 힘을 주며 가볍게 몸을 풀어주며 부서진 벽을 등뒤로 하고 황금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일행들이 공격할 자리를 하나하나 정해 주었다. "사방으로 나뉘어져서 공격했으면 좋겠지만, 이렇게 삼면이 막혀있으면 오히려 우리들이 위험해 진다. 그러니까 반원모양으로 진을 갖추어 공격한다. 태영이하고 딘은 양끝으로 서고, 천화는 내 오른쪽으로 서라. 그래. 태영아 너무 이쪽을 붙었어. 그래. 됐다." 고염천은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 서자 가만히 남명을 들어 올려 공격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천화를 비롯해 나머지 두 사람도 각자의 최고기량을 보이기 위해 검을 뽑아 들었다. 몽둥이를 들고 있던 천화는 양측에서 느껴지는 느낌에 몽둥이를 한바퀴 돌리며 뭔가 곤란한걸 생각할 때면 으례 그렇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어떻 한다. 12대식 중 하나를 써서 한번에 끝내 버려야 하나, 아니면 다른 방법을 써야 하나....' 지금 천화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공격방법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12대식의 일식으로 한번에 끝내 버리고 싶었다. 그것이 저 휴, 아니 지트라토라는 마족에게도 좋은 것일 테고 자신에게도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러자니 보는 눈이 있었다.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TV를 통해 본 대로라면- 대중매체 라는게 무섭군요. 이 세계에 온지 얼마 되지 않는 천화가 저럴 정도라니.-, 자신이 본래의 힘을 보일 경우 꽤나 귀찮아 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걸 가지고 고민할 정도로 시간여유가 많지 않았다. 어느 한순간 주위를 뒤덮던 마기가 늘어났다고 생각되는 순간 황금으로 만들어진 관의 뚜껑부분에 쩌억하는 소리와 함께 길다랗고 가느다란 금이 가는 것이었다. "온다. 모두 준비해. 저 관이 깨어지는 순간이 신호다." 고염천이 자신의 목검 남명을 화려한 연홍색으로 물들이며 말하는 소리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공격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에 천화도 더 생각할 것이 없다는 듯 양손으로 몽둥이 잡아 세웠다. 이어 천화의 내력이 몽둥이에 주입되자 몽둥이에 강렬한 은백색의 기운이 뭉쳐들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이곳에 하루, 이틀 있을 것도 아니고.... 될 수 있으면 편하게 생활해야 겠지....' 천화는 그런 생각과 함께 몽둥이에 가해지는 내력을 더했다. 그러자 몽둥이의 모습은 사라지고 대신 은백색의 커다란 원통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천화로서는 언제 까지 일지 모르지만 이곳에 있는 동안 라미아와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에서 12대식이 아닌 무형검강결(無形劍剛決)의 최후초식인 무형대천강(無形大天剛)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멈춰있는 상대라면 강(剛)의 구결만을 극대로 한 무형대천강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화가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다. 지금 자신이 펼치고 있는 무형대천강 만으로도 12대식 못지 않은 시선과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것을...... 한마디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고민을 했던 것. 그렇게 일초 십 초의 시간이 지나 갈 때쯤 마치 냇물이 흐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관의 뚜껑이 한 차례 들썩이더니 반짝이는 금가루로 변해 허공으로 날려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인물은 길고 긴 녹옥색의 머리카락으로 온몸을 휘감은 이십 세 정도로 보이는 남자. 마족. 하지만 그냥 보기에 그의 가늘지만 부드러운 얼굴선을 보기에, 가늘지만 따뜻한 보이는 몸을 보기에, 포근한 편안한 분위기로 보기엔 그 사람은 마족이라기 보다는 천사와도 같은 느낌이었다. 덕분에 천화를 비롯한 세 사람의 가디언들은 공격하려던 것을 일순 주춤하게 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곧 뜨여진 그의 눈을 본 후, 붉게 물든 혼돈의 바다를 연상케 하는 그의 눈을 보고서 일행들은 아무 망설임 없이 공격을 쏟아 부었다. 그는..... 그의 예상대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 "내가 판단을 잘 못 한 때문이지.... 내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자네에게 백배 사죄 하겠네..... 남명.... 신화조(南鳴神火鳥)!" "흐아압.... 실버 크로스(silver cross)!!" "크압..... 궁령무한(窮寧務瀚)!" 천화는 양옆에서 뿜어지는 가공할 공격력에 자신도 합세하기 위해 무형대천강이 형성된 몽둥이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내려치려는 한순간 천화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한번 깜빡여 지고 다시 뜨여지는 지트라토의 눈은 이성을 읽은 눈이 아니었다. 오히려 맑은 하늘은 눈에 담은 듯 한 창공의 푸르른 빛을 머금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것은 잠깐, 다시 감았다 뜨여지는 그의 눈은 언제 그런 푸른빛을 뿜었었나 싶을 정도로 칙칙한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카하아아아...." "다음 생은 당신이 원하는 곳에서 영위할 수 있기를..... 무형대천강!!" 우어어엉..... 천화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날린 몽둥이는 그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은빛 원형의 강기의 모습 다른 공격들과 같이 그대로 지트라토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리고 한순간 지트라토가 붉은 기운에 싸인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속도는 너무도 느렸다. 마치.... 일부러 느리게 하는 것 처럼..... 그리고 다음 순간 양측의 기운들이 충돌을 일으켰다. 쿠콰콰콰쾅.............. 쿠르르르르............. 귀를 멍멍하게 만드는 엄청난 충격음과 함께 지하광장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천정이 부서져 떨어져 내렸으며, 벽이 갈라졌다. 자신들을 덥쳐오는 충격을 막아서 던 고염천은 그 모습에 급히 나머지 세 사람을 부르며 홀 밖으로 지하광장 밖으로 몸을 날렸다. "딘, 태영아, 천화야. 뛰어. 무사히 뛰어나가기만 하면 끝이다. 뛰어...." 그런 고염천의 뒤를 딘과 이태영이 뒤따라고 그 뒤를 천화가 따라 달렸다. 그리고 지하광장을 벗어나는 마지막 순간. 천화는 잠시 뿌연 먼지에 뒤덥혀 있는 곳을 뒤돌아 보며 자신이 그때까지 들고 있던 일기책을 그 뿌연먼지 사이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는 저 앞에 가고있는 딘과 이태영의 뒤쪽에 따라붙었다. 하지만.... 그런 천화가 지각하지 못한 사실이 한가지 있었다. 그가 던졌던 책이 대리석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194 그날 천화들은 떨어져 내리는 돌덩이를 두드려 맞으며 전 속력으로 내달려 아슬아슬하게 지하광장을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그들이 빠져 나온 직후 광풍이 터져 나오듯 쏟아져 나온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쓰긴 했지만, 지하에서 무사히 빠져 나온 것을 생각한다면 별일 아니 었다. 더구나 피해자는 천화들뿐만 아니라 고염천의 명령으로 먼저 나 가있던 가디언들도 포함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천화를 비롯 한 모두는 머리를 하얀색으로 물들이는 먼지를 털어 낼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정신없이 달려야 했는데, 그들이 뛰쳐나온 '작은 숲'을 비롯한 롯데월드 일대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이 사정없이 흔들이며 땅 아래로 내려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도 그럴것이 지하광장이 무너진 덕분에 그 위에 위치하고 있던 석실이 무너져 내려 롯데월드가 세워진 지반이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고염천과 천화들이 합심하여 무너트린 지하광장과 석실의 넓이가 보통 넓은 것이 아닌 만큼, 또 보통 깊은 것이 아닌 만큼, 지하광장과 석실이 무너지면서 그 위에 꾸며져 있던 '작은 숲'을 비롯한 롯데월드의 놀이기구들과 건물들이 말 그대로 폭삭 내려앉아 버린 것이다. 다행이 롯데월드 내에 있던 사람들은 고염천의 명령에 따라 연영과 롯데월드내의 직원들이 모두 대피시켰기에 별다른 인명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불안한 마음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연영과 라미아, 그리고 고염천의 명령으로 '작은 숲' 주위를 에워싸고 있던 가디언들이 조마 조마 하는 심정으로 고염천등이 나올 때까지 무너져 내리는 건물과 땅을 피해 이리저리 뛰다가 머리나 몸 여기저기에 작은 혹이나 멍을 만든 것을 제외 하면 말이다. 그렇게 롯데월드를 완전히 벗어난 고염천들과 가디언들은 그제야 긴장이 풀리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런 급한 상황 중에서도 언제 업힌 것인지 천화의 등에 업힌 라미아는 뿌연 먼지와 굉음을 일으키며 무너지는 롯데월드를 구경하고 있었다. 롯데월드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장면은 가장 재밌는 구경거리라는 싸움구경과 불구경중, 불 구경에 버금가는 장면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사람이 모두 대피한 관계로 아무런 사상자도 나지 않는 장면이니 말이다. 와글 와글...... 웅성웅성........ "우웅~~ 결국 놀이기구는 하나도 타보지 못했잖아요." 월요일 아침. 연영과 라미아와 함께 거의 매일 앉은 덕에 지정석이 되어 버린 식당의 창가 자리-사실, 아침이 이 세 사람이 식당에 들어서 이 자리로 다가오면 앉아 있던 대부분의 남, 녀 학생들은 세 사람의 모습에 멍해서, 또는 잘 보이려는 생각에서 스스로 비켜준다. 덕분에 지금은 아침, 점심, 저녁.... 이 세 자리에 앉는 사람은 라미아와 천화의 눈에 뛰고 싶어하는 몇몇 학생들을 빼고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에 앉아있던 천화는 식사는 할 생각도 않고 손에 줜 포크만 달그락거리며 투덜거리는 라미아의 모습에 막 입에 넣으려던 고기 조각을 내려놓으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아침부터 저렇게 투덜대고 있으니.... "그만 좀 해. 라미아. 전부 무너진 덕분에 놀진 못했지만 대신에 푸짐하게 얻어먹을 수 있었잖아." 천화의 말대로 였다. 롯데월드 주변으로 일어나던 먼지가 가라앉을 무렵, 뒤처리를 위해 소방관과 가디언을 비롯한 많은 인원이 도착하자 고염천은 천화와 연영등의 일행들을 대리고서 뒤쪽으로 빠져 나왔다. 그들 염명대가 처리해야 할 일은 끝난 것이었다. 그 뒤처리는 지금 도착한 사람들의 몫이었다. 그리고 일행들을 대리고 뒤로 물러난 고염천은 연영과 그녀가 이끄는 2학년 5반 아이들에게 수고의 말을 건네었다. 하지만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또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었던 라미아는 그 말은 들은 척도 않은 체 놀이기 구를 타지 못한 것에 투덜대었고 마침 그 소리를 들은 고염천은 자신들이 도움도 받았으니 작은 보답으로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한 것이었다. 물론 고염 천의 그 말은 점심 식사를 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고, 아이들은 푸짐하면서도 화려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천화는 식사 도중 아이들이 시켜 대는 고급 음식들의 양에 고염천의 주머니 사정을 걱정해 주 었고, 그 대답으로 롯데월드의 붕괴건과 함께 상부에 올리면 된다는 고염천의 가뿐한 대답에 그의 호탕한 성격만큼 그의 얼굴 두께가 두텁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대하고 있던 롯데월드의 놀이기구를 타지 못한 것이 상당히 아쉬운 지 라미아는 쉽게 표정을 풀지 않고 여전히 뾰로통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연영이 생긋이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천화 말대로 제대로 놀진 못했지만, 구경하기 힘든 고급 요리들을 시식해 봤잖아. 그리고 정 아쉬우면 이번 주일에 다시 놀이공원에 놀러 가면 되잖아. 그러니까 그만 얼굴 펴라." 연영의 말에 이번엔 효과가 있었는지 라미아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 천화는 라미아의 그런 모습에 연영의 말에 열심히 맞장구 치기 시작했다. 만약 다른 아이들이 듣는다면 질투의 시선과 함께 무더기로 날아오는 돌에 맞아 죽을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항상 라미아가 옆에 붙어 있는 천화로서는 라미아의 투덜거림이 상당히 귀찮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라미아. 이번 주일에 연영 누나하고 내가 대려가 줄 테니까. 그때 가서 이것저것 라미아가 타고 싶어하던 놀이기구 타고 놀면 되잖아. 그러 니까 그만 기분 풀어. 응?" "...... 정말이죠? 약속하시는 거예요." 천화는 자신의 말에 확답을 받으려는 것 같은 라미아의 말에 아차 하는 생각 이 들었다. 당장 라미아의 투덜거림을 막는다는 것만 생각하고 맞장구를 치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되면 자신도 라미아를 따라 가야 한다는 이야기인 데, 그 사람 많은 곳을 또 가야 한다는 생각에 저절로 한숨이 새어나오는 천화 였다. 그러나 어쩌리요. 이미 쏟아진 물이고, 내쏘아진 화살인 것을.... 천화는 다음부터 입 조심하자는 심정으로 어느새 얼굴이 풀려 있는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그런 라미아의 표정에 천화는 처음부터 이걸 바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주억였다. "그래, 그러니까 그만 표정 풀어라..... 게다가 네가 아침부터 그렇게 꽁해 있으니까 여기저기서 힐끗거리잖아." 아닌게 아니라 아침부터 뾰로통해 있는 라미아의 표정 덕분에 천화와 연영들 은 방에서 나오고서 부터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주목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천화의 말에도 라미아는 남의 이야기인 양 방긋 웃어 보이는 것이었다. "호호호, 알았어요." "...... 에휴~ 처음부터 그게 목적이었지?" 천화는 자신의 말에 금방 호호거리는 라미아를 보며 방금 한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에게 휘둘리는 주인이라니..... "쩝, 보르파 녀석만 한심하게 볼게 아니구만...." "응? 보르파라니? 보르파라면, 어제 지하석실에서 봤다는 하급 마족 이름이잖아." 천화의 작은 신세한탄을 들었는지, 어제 천화로부터 지하석실에서 설치던 하급 마족의 이름을 들은 연영이 되물었다. "아, 아니요. 별거 아니예요." "별거 아니긴.... 그 마족을 처리 못한게 걸리는 모양이지?" 천화는 연영의 말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금 전엔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해도 웬만 하면 말하고 싶지 않았다. 연영이나 라미아나 뭔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장황하게 늘어놓는 게.... 아침 식사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니라니까요.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나서 중얼거린 거예요." "음.... 그래? 그럼 그런 거겠지. 어쨌든 넌 걱정할거 없어. 들어보니까 상당히 약해 빠진 마족인 것 같은데..... 그 녀석 아직 이 지구상에 있다면 얼마 못 가서 잡힐 거야. 아마, 모르긴 몰라도 세계 각국으로 그 녀석에 대한 정보가 퍼졌을 텐데, 뭔가 일을 저질렀다간 그대로 걸려들게 될 껄. 더구나, 그런 실력이라면 쉽게 도망가지도 못할 거야." "네, 네.... 알았아요. 걱정하는 거 아니라고 하는데도.... 응?" 자신의 말은 듣지도 않고 말을 잊는 연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천화는 누군가 옆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도중에 말을 끊고 한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곳엔 금발에 아이돌 스타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소년이 서있 었는데, 분명히 어제 태윤이와 함께 왔다가 되돌아갔던 아이였다. 이름 이..... 카, 카..... "응? 카스트 아니니?" '맞다. 카스트, 카스트 세르가이라고 했던 것 같았는데....' 천화가 연영의 말에서 그의 이름을 기억해 냈을 때 카스트는 저번에 지었던 것과 같은 부드러운 미소를 떠올려 보이며 연영과 라미아, 천화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네,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리고 어제 큰일을 격으셨다고 하던데, 무사하 셔서 다행이군요. 레이디 라미아. 그리고.... 천화.... 라고 했던가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천화는 자신의 이름에서 머뭇거리며 인사를 건네는 카스트에게 마주 인사를 건네며 피식하고 웃어 버렸다. 방금의 인사로 어째서 저 카스트라는 소년이 가이디어스의 남학생들에게 적으로 간주되는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별다른 악의가 있거나 의도된 바는 아닌 것 같은데, 연영과 라미아에게 인사를 건넬 때까지만 해도 걸려있던 미소가 천화의 차례에서는 점점 옅어져 가서는 끝에는 별다른 표정을 뛰우지 않은 것이었다. 더구나 다시 고개를 들어 라미아를 바라보며 생글거리는 모습이라니.... 저것이 정말 카스트가 생각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면, 완전히 선천적이 바람둥이 일 것이다. 의도하지도 않았 는데, 여자만 보면 지어지는 미소라니. '쯧쯧.... 왜 남학생들이 저 녀석을 싫어하는지 이해가 간다. 가.' 그때 식사를 모두 마친 연영이 수저를 놓으며 다시 카스트를 향해 물었다. "그런데 네가 이렇게 일찍 웬일이니? 항상 친구들-여기서 말하는 친구는 여자 친구다. 전에도 말했듯이 카스트 녀석의 친구는 팔, 구십 퍼센트가 여자다.-과 같이 늦게 와서 식사했었던 것 같은데..." 연영의 말대로 였다. 카스트는 식사시간이 꽤 지난 다음 그러니까 식당이 조금 한산해질 무렵 식당에 나와서 식사를 해왔던 것이다. 덕분에 그런 그와 식사하기 위해 느긋히 식당에 나오거나 식당에 나와 기다리는 여학생들도 있 어서 카스트에 대한 남학생 등의 거부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헌데, 그런 카스 트가 오늘은 어쩐 일인지 좀 이른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지금 식당에 나와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항상 함께 다니는 여학생들도 없이 말이다. "하하하.... 별건 아닙니다. 단지 아름다운 미녀 두분께서 일찍 식사를 하신 다기에 두 분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나왔지요. 그런데 제가 좀 늦은 것 같네요." 연영은 자신과 라미아, 특히 라미아를 바라보며 짙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카스 트의 모습에 멀뚱히 카스트를 바라보는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어제 김태윤과 함께 집합장소에 나왔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게 라미아를 바라보는 것이 보통의 다른 여학생을 바라보는 눈길과는 조금.... 아니, 많이 다른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단순히 친구를 바라보는 그런 눈길이 아니라 보통의 남학생들이 라미아를 바라보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바라보는 듯 한, 사랑을 담은 그런 시선이었던 것이다. 연영은 그런 카스트의 눈길을 알아채고는 맘속으로나 안됐다는 모양으로 쯧쯧 하고 혀를 차주었다. 남학생들에게 바람둥이로 통하는 저 카스트가 이 곳. 가이디어스에 입학하고서 사귀었던 그 많은 여학생들 중에서도 만나지 못했던, 좋아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일명. 애인으로 삼고 싶은 사람을 만 난 듯 한데.... '쯧쯧..... 불쌍한 카스트야.... 상대를 잘못 골랐어. 확실히 라미아가 아름답 긴 하지. 아니,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긴 하지. 하지만....' 그랬다. 연영이 생각하기엔 카스트는 정말, 아주 안타깝게도 상대를 잘못 고른 것이었다. 195 그랬다. 연영이 생각하기엔 카스트는 정말, 아주 안타깝게도 상대를 잘못 고른 것이었다. 연영이 봤을 때 카스트에게는 전혀 가망이 없어 보였다. 혹시 다른 여학생이라면 카스트 정도의 남자가 적극적으로 나간 다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상대는 라미아. 상대가 나빴던 것이다. 천화와 라미아가 가이디어스에 입학하고서 십 여일, 학교 에서 또 기숙사에서 두 사람을 가장 가까이서 보며 함께 생활한 연영 이다. 그런 그녀가 봤을 때 카스트가 두 사람사이에 끼어들 틈이라고 는 전혀 없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카스트만이 아니라 그 누가 오더 라도 두 사람사이에 끼어 들어 라미아의 마음을 얻어내는 건 불가능 할 것이다. 전공시간을 제외하고서는 눈에 뛸 때는 언제나 함께 있는 두 사람이었다. 아마 자신이 정하지 않았다면 자면서도 붙어 있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아니,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십여 일간 보아온 라미아의 성격과 강하게 밀어붙이는 라미아에게 이기지 못하는 천화의 성격상 같은 방을 사용했을 것이다. 거기다 서로를 챙기는 건 또 어떤가. 라미 아는 말해봤자 입 만 아프고, 라미아에게 끌려 다니는 인상을 주고있는 천화조차도 라미아를 가장 가까이 두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런 두 사람 중 라미아에게 반하다니.... 그저 카스트가 불쌍할 뿐이다. 승산이 없는 일에 도전하려는 카스트가 불쌍할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라미아와 천화도 식사를 마친 듯 손에 들고있던 젓가락과 포크를 내려놓았다. 연영은 그 모습에 자신의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도 식사를 마친 것 같으니까 그만 일어나자. 그리고 카스트는 다음에 같이 식사하기로 하고, 맛있게 먹어." "네, 그래야 겠네요. 라미아양은 오후에 뵙지요." "아? 아, 네." 아무생각없이 대답하는 라미아의 대답을 들으며 카스트는 세 사람이 지나 가도록 길을 비켜 주고는 방금 전 천화들이 앉아있던 자리로 가 앉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카스트 주위로 몇몇의 여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연영과 천화, 라미아는 그 모습을 보며 식당을 나서 천천히 학교 건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손에는 수업에 필요한 책과 같은 것은 전혀 들려있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 교실안에 설치된 각각의 사물함안에 수업에 필요한 책들이 놓여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기숙사와 학교가 엎어지면 코 다을 거리에 놓여있는 가이디어스의 편리한 점이었다. "너 진짜 실력이 어느 정도인 거야?" "..... 에? 뭐, 뭐가요?" 천화는 연영의 갑작스런 질문에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럴만한 것이 저녁식사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와 라미아와 느긋하게 TV를 바라보던 천화였다. 그런데 갑자기 후다닥거리며 날듯이 들어와서 천화의 코앞에 얼굴을 들이밀고서 한다는게 이런 머리, 몸통을 다 떼버린 질문이니.... 천화로서는 황당할 뿐인 것이다. 다행이 연영도 그런 천화의 표정을 잃은 모양인지 이번엔 몇 마디를 덧붙여서는 대답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뭐가요." 가 아니야. 네 진짜 실력이 어느 정도냔 말이야. 도대체 어느 정도이 길래 저 가디언 본부로부터 그런 공문이 내려오느냔 말이야." 그러나 여전히 핵심적이 내용중 한가지가 빠져 있는 이야기였다. 때문에 천화는 다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아우... 그러니까 무슨 공문이냐 구요. 급하게 서두르지만 말고 천천히 이야기를 해줘야 내가 대답을 할거 아니예요." "..... 오늘 한국의 가디언 본부로부터 공문이 내려왔어. 부 본부장님과 고염천 대장님의 이름으로 된 공문인데 거기에 바로 너. 예천화. 네 이름이 거론되어 있단 말이야. 그것도 아주 대단한 내용으로 말이야." 거기서 다시 말을 끊어 버리는 연영의 말에 천화와 함께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던 라미아가 대답을 재촉했다. "그게 무슨 내용인데요?" 라미아의 물음에 막 대답을 하려던 연영은 그때서야 자신이 너무 서둘렀다는 걸 자각했는지 천화의 코앞에 들이대고 있던 몸을 슬쩍 바로 하고는 두 사람의 맞은 편에 앉았다. 그리고는 오늘 오후에 가이디어스로 내려온 공문의 내용을 두 사람을 향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단한 내용이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던 일이거든. 그 문서의 내용대로 라면, 천화 너! 네 실력을 정식의 가디언으로 인정한다는 거야. 하지만 네가 라미아 없이는 움직이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당분간, 그러니까 라미아가 이곳 가이디어스를 졸업할 때까지 정식 가디언으로 서의 임명을 미룬다는 거야. 그런 이유로 학교에서는 이런 점을 봐서 네가 라미아와 같은 학년에 머물도록 해달라는 거지. 그리고 학장과 부 학장님의 재량으로 가능하다면, 네 실력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임시교사를 맞기는게 어떻겠냐 하는 내용이었어. 자, 이제는 내 질문이 이해가 가지? 도대체 네 실력이 얼마나 되면 이런 공문이 내려오느냔 말이야. 담 사부님께 네 실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또 몇 일 전부터 딱히 가르칠게 없어서 바둑을 두는 걸로 시간을 때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대체 지하에서 무슨 일을 저지를 거야?" 모든 설명을 마치고 대답하라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연영의 모습에 그제서야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이해가 가는 천화였다. 자신의 생각대로 라면, 아마도 전날 롯데월드 지하의 연회장에서 염명대 대원들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문제인 것 같았다. 천화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 가디언으로 임명하겠다는 둥, 염명대로 대려온다는 둥의 이야기. 천화가 라미아를 핑계로 대충 던져 넘겨 버렸던 그 이야기가 그일이 있은 바로 다음날인 오늘 그대로 벌어진 것이다. 그것도 라미아를 핑계로 댄 자신의 상황에 맞게 말이다. '근데, 뭐가 이렇게 빨라? 그 일이 있은게 어제인데 벌써 공문서가 날아오다니.... 빠르구만.' 그렇게 생각하던 천화는 불현듯 얼마 전 TV에서 들었던 '한국인의 빨리빨리 병' 이란 말이 떠올랐다. 그 말대로 정말 빠르긴 빨랐다. 아무리 빨라도 어제 보고가 올라갔을 텐데.... 오늘 오후에 공문서가 날아오다니. 거의 반나절만에 보고서가 처리되고, 공문이 날아 온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오래하지는 못했다. 바로 눈앞에서 대답을 재촉하고 있는 연영의 모습 때문이었다. 사실 연영이 천화와 가디언들에게서 연회장과 지하광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듣긴 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서는 누가 이렇게 했고, 누가 저렇게 했다는 정도로까지 정확하지는 않았었고, 듣는 연영도 천화가 어떤 역활을 했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다. "뭐, 굉장한 일을 저지른 건 아니구요. 단지 몇 가지 무공을 펼친 것뿐이죠. 단지 문제가 있다면...." "...... 뭐야.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괜히 말을 끊었던 천화는 연영의 재촉에 멋적은 웃음을 보이며 머리를 긁적였다. "헤헤. 제가 펼쳐 보인 무공의 위력이 꽤나 강했다는데 있죠. 그때 같이 들어갔었던 가디언들의 위력에 전혀 뒤지지 않는 위력을 보였었거든요." 천화의 말과 함께 대답을 기다리던 연영이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생각했던 대로라는 양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사실 공문을 받고 그렇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지만, 막상 천화의 입으로 그 실력에 대한 확답을 듣고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현재 세계각국에서 정식의 가디언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가디언들 중 천화의 나이 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찾아보면, 천화보다 어린 가디언들도 있다. 그 예로 전날 보았던 강민우를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대부분의 가디언들도 강민우와 같이 선천적으로 그 능력이 뒤따라 줘야 하는 경우인 스피릿 가디언이나 가디언 프리스트가 대부분이지, 매직 가디언과 나이트 가디언은 아주 적은 인원뿐이었다. 그리고 그 둘 중에서도 내공을 쌓고, 또 초식을 익혀야 하는 나이트 가디언의 수는 더욱 적을 수밖에 없어 아주 극소수만이 천화와 비슷한 나이에 정식 가디언으로서 활동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천화가 바로 그 극소수의 인물들 중에 들어가는 실력을 가졌다고 말한 것이었다. 그것도 한국에 있는 아홉 개 부대(部隊)중에서도 그 실력이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염명대의 대원들과 같은 실력이라니.... "대단한 실력이란 말을 들었지만......" 천화는 크게 뜬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자신을 바라보는 연영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 천화는 아직도 감탄을 바라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연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학교에서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그 공문에 대해서요." "....." "누나! 학교에서는 어떻게 하기로 했냐니까요?" "아?, 아... 학교? 뭐, 가디언 본부에서 직접 내려 온 거니까. 공문의 내용대로 네 학년을 라미아가 진급해 나가는 학년에 맞추기로 했어. 그리고 널 임시 교사로 채용하는 문제는 학장님 재량에 맞긴다는 말에 따라 테스트 후에 결정하기로 했어." "테스트.... 라뇨?" 천화는 연영의 말에 인상을 긁으며 되물었다. 학년을 정하는 일이야 어찌되어도 좋지만..... 임시 교사로서 일하는 건 별로였다. 사람을 가르치는 일이 쉬운 것도 아닌 만큼 별로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몇 일 동안 담 사부와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내는 일에 맛을 들인 것이 결정적인 이유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도 하기 싫은 일에 테스트 라니. "별건 아니고. 말 그대로 간단한 테스트야. 원래 이일이 아니라도 몇 일 뒤에 시험 치기로 되 있었잖아. 그래서 그때 네가 임시나마 교사로 활동할 정도의 실력과 능력을 가졌는지 알아보려는 거지. 뭐, 못 친다고 해도 크게 상관은 없는 시험이야." 하지만 그런 연영의 말이 별로 밎기지 않는 천화였다. 지금 그 말을 하고 있는 연영부터 꽤나 기대된다는 표정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에휴~~~ 편하게 있나 했더니.... 쩝." 천화의 작은 한탄이었다. 그리고 그런 한탄을 라미아가 들었는지 천화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위로의 말을 건네왔다. "그 곳(그레센)에서도 그렇고 이곳에서도 그렇고..... 에구, 불쌍한 우리 천화님. 기왕이렇게 된거 저랑단 둘이 산속에 들어가서 사랑을 속삭이며 살아요." "...... 하.... 싫다. 싫어~~" 왠지 내쉬는 한숨만 무거워 지는 느낌의 천화였다. 196 연영으로 부터 그런 이야기를 듣고서 그럭저럭 몇 일의 시간이 흐른 금요일. 바로 7월의 마지막 날로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 승급시험이 실시되는 날로서 천화가 기다리고 있던 날이기도 했다. 원래 천화는 이 테스트라는 것을 상당히 못 마땅해 했었다. 그러나 지난 삼 일 동안 일어났던 일 덕분에 그 상황이 바뀌어 오히려 빨리 오늘이 오길 기다리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인고 하니, 연영의 이야기를 들은 다음날 부터 도대체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알아낸 것인지 모르겠지만, 가디언 본부로 부터 온 공문에 대한 것과 가이디어 스에서 내려진 결정을 알아낸 아이들이 시간이 날 때마다, 여유가 있을 때 마다 천화에게 달라 붙어 질문을 퍼붓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 롯데월드에서 가디언들과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있었느냐, 그렇게 굉장한 실력이냐, 그렇다면 그 실력을 한번 보여 줄 수 없느냐 등등해서 천화를 아주 들들들 볶아 대는 것이었다. 덕분에 천화는 수업시간과, 기숙사 자신의 방에 있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 모두를 아이들을 피해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했고, 급기야 빨리 시험 일이 되기를 바라기 시작한 것이었다. 물론 여기서 그 질문에 간단히 대답을 해주면 간단한 일이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한 사람에게 대답해 주면, 다음 사람이 물어오고, 그 다음 사람이 또 물어 오는데다가 간단한 대답보다는 자세한 설명을 원했고, 개중에 특이한 몇몇은 들어 줄 수 없는 것, 그러니까, 실력을 보여 달라거나, 대련을 청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천화로서도 피해 다니는 것 외에는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뭐, 천화가 그렇게 피해 다녀 준 덕분에 이렇게 엄청난 인원이 모여 들었지만 말이야." 연영은 시험이 이루어질 운동장 주위에 가득히 모여들어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빙글빙글 웃는 모양으로 천화를 바라보며 말했는데, 그 모습이 꼭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고양이와 같아 보였다. 그러나 그런 연영의 표정을 보지 못한 체 시험준비가 한창인 운동장을 바라보던 천화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뭐가 저 때문이란 거예요. 그렇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힐끔거려서 신경 쓰이는 구만...." 과연 천화의 말대로 여기저기서 궁금함이 가득 묻은 시선으로 천화를 힐끔거리거나 아예 내놓고 바라보는 눈동자들이 보였다. 덕분에 천화는 상당히 불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차라리 내놓고 보는 쪽은 참겠는데, 힐끔 거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상당히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오늘만 넘기면 아이들이 따라 붇는 것도 끝이라고 생각에 오늘을 기다리던 천화에게는 또다른 골치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 이어진 연영의 말이었기에 천화의 귓가에 상당히 거슬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말을 꺼낸 연영은 그러길 바랬겠지만 말이다. "당연하지. 네가 아이들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은 덕분에 궁금증이 쌓인 아이들이 네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서 모두 몰려 나온 거니까 말이야." "..... 누가 그래요?" 천화는 약올 리는 것 같은 연영의 말에 투덜거리 듯 말했다. "척 보면 알 수 있는 건데, 모르는 모양이지? 첫째 가이디어스가 세워진 처음 몇 달간을 제외하고 조금씩 감소하던 시험 관람 참석 인원이 유독 오늘 확 늘어난 점. 그 애들이 누굴 보기위해 나왔는지는 그 애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보면 답은 나오는 것이겠지?" "..........." "둘째, 이번 시험 참가자 수가 평균이하로 적다는 것. 이번에 시험 칠 것 같았던 아이들 몇몇이 자신들의 시험을 미루고 뭔가를 구경할 사람들 처럼 저기 구경꾼들 사이에 끼어 있다는 점인데..... 이만하면, 내가 한말이 이해가 가지?" ".... 칫." 연영의 말에 달리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 천화는 약이 올라 연영에게서 고개를 팩 돌려 버렸다. 저번 식당에서 팔짱을 낀 것 도 그렇고, 왜 이렇게 곤란한 상황에서만 약을 올리는 건지. 그런 생각에 고개를 돌린 천화였다. 하지만 연영의 피해 돌려진 시선 안으로 방그레 웃으며 연영에게 당하는 자신이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는 라미아의 모습에 긴 한숨과 함께 다시 고개를 돌리는 천화였다. "에휴~ 빨리 오늘이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태양이 아직도 저기 걸린걸 보니 오늘 하루도 상당히 길겠구나." 즐거운 사람에겐 빠르게 흐르는 것이 시간이고, 괴로운 사람에겐 길게 흐르는 것이 시간인 만큼, 오늘 하루 연영과 라미아에게 시달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천화에게는 오늘 하루가 상당히 길게 느껴졌다. 그 때 운동장 한쪽에 마련된 임시 시험 진행 석으로 부터 듣기 좋은 낭랑한 목소리가 스피커로 확성 되어 흘러나와 천화와 연영, 구경꾼 들의 시선을 모아 들이기 시작했다. "아아, 알립니다. 곧 가이디어스의 정기 승급시험이 시작됩니다. 시험 참가지 분들은 본 시험 진행석 앞으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시험이 운동장에서 이루어질 예정이오니, 지금 운동장 내에 계신 분들은 모두 운동장 밖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안내방송이 가이디어스 구석구석으로 울려 퍼지고 나자 이곳저곳에서 시험이 시작하길 기다리며 시간을 때우고 있던 시험 참가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천화와 라미아도 그런 사람들의 뒤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서 운동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음, 이제 슬슬 시작할 모양인데.... 그럼 둘 다 시험 잘 쳐라." 천화는 자신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연영의 모습에 의아한 표정으로 시험 진행석 쪽과 그녀를 번가라 보았다. 바로 옆에 앉아서 자신을 놀리며 장난을 치고는 있었지만, 일단 시험이 시작되면 그녀도 움직일 줄 알았는데... 지금 모습으로 봐서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천화의 표정을 읽었는지 천화와 함께 양쪽을 두리번 거리던 라미아가 연영에게 물었다. 연영은 라미아의 물음에 그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운동장 쪽을 가리켜 보이며 간단히 답하고는 두 사람을 재촉했다. "저기 봐, 선생님이 모자라 보이나. 원래 이 정기 승급 시험엔 가이디어스의 선생님들 중 반만 참가해도 충분해. 나나 다른 선생님 들은 다음 달에 있을 승급 시험에 투입되니까 더 묻지 말고 빨리 가. 저기 벌써 모여서 줄서는 거 안보여?" 천화는 연영의 말에 시험 진행석 앞쪽의 운동장 쪽을 바라보았다. 과연 연영의 말대로 꽤 많은 아이들이 줄을 맞춰 서고 있었다. 천화는 그 모습에 연영에게 대충 손을 흔들어 준 후 라미아의 손을 잡고는 빠른 걸음으로 아이들이 서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진행석 앞엔 척 보기에도 어느 과목을 맞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의 선생님 다섯 분이 서있었고 그 앞으로 각각 두 줄씩 아이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천화와 라미아는 마치 "내가 무슨 전공 선생님이다." 라고 선전하는 듯한 선생님들의 모습에 서로 마주 보며 가볍게 웃음을 흘리고는 그 중 가벼운 갑옷 차림에 롱 소드를 허리에 찬 선생님과 붉은 옷 칠을 한 듯 은은한 검 붉은 색의 로드를 든 선생님 앞에 늘어서 있는 네 개의 줄로 다가갔다. 그런데 막 천화와 라미아가 줄을 서려 할 때였다. 라미아가 서려는 줄의 저 앞에서 반듯한 용모의 금발 미소년이 두 사람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었다. 천화와 라미아는 자신들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문체 다가오는 소년, 카스트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월요일날 아침 식사시간을 시작으로 조금 여유롭다 십으면 으례 나타나서는 쓸 때없는 이야기를 늘어 놓고 가는 것이었다. 그것도 천화는 한쪽으로 밀어 놓고, 라미아에게만.... 그러니, 천화는 천화대로 무시당하는 느낌에서, 라미아는 라미아 대로 흥미없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귀찮음에 카스트를 상당히 안 좋게 보고 있었고, 그리고 카스트와 같은 매직 가디언 수업을 듣는 라미아는 그것이 천화보다 더했으니..... 라미아에게 좋게 보이려던 카스트의 의도와는 정 반대되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었다. '쳇, 또 저 녀석이야....' 그러나 이런 두 사람의 마음을 알리 없는 카스트는 반갑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다. "두 사람 조금 늦었네. 난 또 두 사람이 승급 시험을 치르지 않으려는 줄 알았지. 오... 오늘은 머리를 뒤로 묶었네, 보기 좋은데. 라미아." 몇 일간 이런저런 말이 오고간 덕분에 서로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아... 연영 선생님 이야기를 듣느라고." 카스트에게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천화는 그렇게 간단히 대답하고는 라미아와 함께 아이들의 뒤쪽으로 가 줄을 서려 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카스트의 말에 천화는 의아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아, 잠깐만, 전 할 말이 있어. 방금 전 처음 줄설 때 나이트 가디언 선생님이 말한 건데. 천화 네가 오면 여기 줄 서지 말고 조기 앞에 시험 진행석으로 와 달라더라." "선생님이? 왜?" 천화는 카스트의 말에 시험 진행석 쪽을 바라보았지만, 한 여름의 햇볕을 가리기 위해 낮게 설치된 천막 덕분에 그 안쪽은 잘 보이지 않고 있었다. "거야 나도 모르지. 그나저나 어서 가봐. 이제 곧 시험 시작이니까. 그리고 라미아는 여기 같이 줄 서자. 라미아 실력이 좋으니까 나하고 같이 3학년으로 충분히 승급 할 수 있을 거야. 그럼 같이 수업 받자고." "뭐, 그러던지.... 천화님 가 보셔야죠." 카스트의 말에 싫은 기색을 조금 담아 건성으로 대답한 라미아는 시험 진행석 쪽을 바라보고 있는 천화에게 말했다. 여전히 님자를 붙인 높임 말이었다. 이미 가이디어스의 아이들에겐 익숙해진 라미아와 천화간의 말투였다. "응, 갔다 와야지. 그리고 라미아.... 시험 잘 쳐" 천화는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마음으로 다른 말을 건네며 몸을 돌렸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혹시 모르니까. 다른 사람의 실력을 잘 보고 5학년으로 판정 받을 수 있도록 해 봐. 그래야 저 녀석이 귀찮게 하는 시간도 조금 줄어들 거 아니겠어.' 카스트가 상당히 귀찮았던 모양이다. 아무튼 라미아도 천화의 생각에 동의 한다는 듯이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나 그런 뒷 이야기를 전혀 모르는 카스트로서는 가볍게 천화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고 웃는 얼굴로 라미아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런 경우를 한자 성어로 뭐라더라...?) 천화는 그런 두 사람을 뒤로 하고 곧바로 시험 진행석 쪽으로 다가갔다. "흐음.... 무슨 일이지." 자신을 부르는 이유가 전혀 짐작되지 않은 천화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시험 진행석 앞으로 다가갔다. 시험 진행석의 천막은 마치 아랍의 유목민족의 천막이나 아프리카의 천막과 비슷한 형태로 천막의 중심은 높은 반면 그 끝은 꽤나 나즈막해 천화의 가슴 정도 높이로 낮았다. 더구나 운동장을 향한 정면쪽의 책상을 놓고 세 명의 고학년 학생들이 앉아 있는 곳을 제외하고 사면을 두툼한 천으로 막아 놓은 모습은 그렇지 않아도 더운 한 여름의 날씨에 더욱 더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천화는 곧 천막을 그렇게 쳐 놓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천막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책상 옆으로 몸을 숙이는 천화에게 시원한 냉기가 느껴졌던 것이다. '시원하데~ 천막이 이렇게 낮은 건 이 냉기가 쉽게 빠져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인가 보네...' 천막의 모양을 알게 된 천화는 곧 이렇게 시원한 바람이 부는 이유가 궁금해 졌다. 연영과 TV를 통해 에어컨이란 것에 대해 듣긴 했지만, '그 날' 이후 전력량을 생각해 정부 산하의 몇 몇 곳을 제외하고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러나 그런 의문도 천막 안으로 들어서는 것과 함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천막의 중앙에 거대한 얼음기둥이 천막을 지고서 떡 하니 버티고 서있는 것이다. '과연, 이 냉기는 전부 저 기둥 때문이군.... 보아하니.... 마법으로 얼린 건가?' 천화는 형광등 불빛에 반짝이는 얼음기둥을 잠깐 살펴보고는 곧 주위에 자리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돌려서는 한 사람 한 사람 바라보았다. 누가 자신을 불렀나 해서 였다. 하지만, 천화가 그 사람을 찾기 전 그 쪽에서 먼저 천화를 알아 본 듯 한 사람이 손을 들어 보이며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생각하지 못한 그의 모습에 놀란 천화는 그 자리에서 주춤 할 수 밖에 없었다. "야~ 왔구나. 여기다." "에?..... 에엣? 손영... 형!!" "그래, 그런데 뭘 그렇게 놀라?" 바로, 육 일 전에 같이 움직였던 염명대의 남손영 이었다. 197 "그래, 그런데 뭘 그렇게 놀라?" 바로, 육 일 전에 같이 움직였던 염명대의 남손영 이었다. 천화는 벙긋한 웃음과 함께 자신의 팔을 툭툭치는 남손영의 자세를 바로 하고는 남손영에게 인사를 건네며, 혹시나 또 다른 사람은 없나 하는 시선으로 그가 앉아 있던 자리 주위를 바라보았다. "놀라는 거야 당연하죠. 형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근데, 형 혼자 왔어요? 다른 사람이 또 있는 건 아니죠?" 또 놀라지 않겠다는 듯이 두리번거리는 천화의 모습에 남손영이 우습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자신의 옆자리로 천화를 앉혔다. "나 혼자 왔으니까 그만 두리번거려. 이 녀석아. 그리고 가디언이 시험 치는데 우르르 몰려다닐 정도로 한가 한 줄 아냐? 그래도, 같이 싸운 정이 있고, 염명대 이름으로 널 추천한 건덕지가 있어서 나라도 이렇게 온 거지, 그런 일이 아니면 아무도 여기 안 왔을 거다." 천화는 남손영의 말에 중원 어느 객잔의 점소이 마냥 양손을 마주 비비며 황공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한 마디로 비꼬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천화의 모습이 남손영에게는 귀엽게만 보였는지 낄낄거리며 천화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고,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남손영의 반응에 괜히 멋적어진 천화는 남손영의 손을 쳐내면서 자신을 부른 이유를 물었다. 곧 시험이 시작될 이때에 단순히 얼굴을 보자고 불렀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 잖은가. 과연 그런 천화의 생각이 맞았는지 남손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 대답을 들은 천화는 대경할 수밖에 없었다. "아, 널 부른 것도 시험 때문이야. 원래는 너도 다른 아이들과 같이 시험을 치르게 할 생각이었지만, 네가 치는 시험의 성격이 다른 아이들이 치는 시험의 성격과 난이도와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의견이 있어서 네 시험만 따로, 다른 아이들의 시험이 끝난 후에 치르기로 했다. 그러니까 천화 너는 저기 있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단 말이지. 그걸 말해 주려고 오라고 한 건데.... 표정이 왜 그러냐?" "그, 그..... 런게, 갑자기 그러는게 어딨어요!!!!!" "뭐, 뭐야. 임마. 뭐 그런걸 가지고 흥분해서 큰 소리야?" 천화가 거의 반사적으로 내지를 소리가 꽤나 컸는지 남손영이 투덜거렸지만, 지금 천화에겐 남손영의 그런 타박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하기 싫었던 테스트였다. 그래도 다른 아이들과 같이 썩여서 간단하게 치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한쪽으로 빠져 있다가 다른 시험이 끝나고 나서 혼자 시험을 치르게 한다니, 그렇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몰려드는 시선에 거북하기 그지없는데 누굴 시선에 파묻혀 죽이려고. 천화는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양 남손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내 저었다. "싫어요. 절대로 싫어요. 다른 아이들과 같이 썩여서 시험치는 건 몰라도, 방금 말한 것 처럼 혼자 테스트 받으면서 구경거리 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구요." 딱잘라 거절하는 천화의 모습에 남손영도 대강이해 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뿐. 이해는 하되 천화의 말대로 해줄 생각은 없는 모양인지 남손영은 천화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 그래. 내가 네 마음 다 이해한다.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거든?" "........" "아, 아...... 그런 눈 하지 말고 내 설명부터 들어봐. 사실 네가 이번에 치르게 되는 테스트가 어디 보통 테스트냐? 아까도 말했지만, 밖에 있는 아이들이 칠 승급 시험과는 질 적으로 다른 단 말이야. 그런데, 그런 테스트를 다른 아이들이 시험치는 중간에 하게된다면 다른 아이들이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냐? 혹시라도 네가 치른 테스트에 신경을 쓰다가 시험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네가 책임 질거냐,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이번 테스트 라는게 천화 너를 가이디어스의 선생으로 채용하는 문제를 위한 것이라 기보다는 네 실력이 가디언 급이라는 걸 공식적으로 확인 시켜주는 자리라고 보는게 더 정확할 거다. 그러니까 두 말하지 말고 얌전히 앉아서 다른 아이들 시험치는 거 구경이나 하다가 네 차례가 되면 나가. 알았지?" "......" "알았지??!!!" 다시금 자신의 대답을 재촉하는 남손영의 말에 천화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내키지 않는 일이긴 하지만, 남손영의 말에 뭐라 대꾸할 건덕지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최후의 방법으로 가이디어스를 나가버리는 수도 있긴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쩌겠는가.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승낙하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표정이야 어쨌든 천화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만족한 남손영은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천화를 일으켜 새우고는 천막 밖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천화를 향해 남손영은 천막 앞쪽을 가리켜 보였다. 그런 남손영의 손끝이 가리키고 있는 곳에는 오십대 정도로 보이는 중년인이 서있었다. 옅은 녹 빛이 물든 베옷을 걸친 그는 삼십 센티미터 정도 높이의 임시 교단 위에 서서 이번 승급 시험의 주인공인 가이디어스의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 상당히 자연스러워 보여 마치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상당한 경지에 오른 사람이다. 자기 자연의 기운에 자신을 던진 사람이야.' 그를 보고 천화가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이었다. 그 뒤를 이어 남손영의 설명이 들려왔다. "저분이 바로 가이디어스의 학장님이신 소요(蔬夭) 하수기(河修己) 노사님 이시지. 아마, 라미아와 넌 처음 보는 모습일 거다. 저 분이 맡고 있는 직책이 가이디어스의 학장직만이 아니라서 꽤나 바쁘신 분이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이 기회에 잘 봐둬라. 저분 노사님은 세계적으로도 꽤나 알려지신 분이니까." "예, 그런데 별호가 소요라니, 특이하네요. 어린 푸성귀라니..... 그런데, 다른 직책이라뇨? 뭔데요?" "아, 그건 말이야..... 아, 노사님 훈시가 있으실 모양이다. 자세한 건 훈시가 끝나고 말해 줄께, 그리고 저분이 맞고 계신 다른 직책이란 건, 바로 한국 가디언의 부 본부장 직이다." 남손영은 자신의 말에 놀란 얼굴로 뭔가 말을 꺼내려는 천화의 모습에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아마 하수기 노사가 이 곳 가이디어스의 학장이면서, 가디언 본부의 부 본부장이라는 사실에 상당히 놀랐을 것이라고 추측하곤 하수기 노사가 서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원래가 그런 직책이란 것에 신경 쓰지 않는 천화였다. 거기다 중원의 유수한 문파의 장문인을 만나본 데다 그레센에 서는 제국의 황제와 황후 등과도 안면이 있는 천화에게 이곳 가이디어스와 가디언 본부의 학장과 부 본부장이란 직책은 그런 놀람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 천화가 놀란 표정을 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저 소요라는 특이한 별호를 가진 하수기 노사가 앞의 두 직책을 맡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천화가 알기론 하수기 노사처럼 자연에 녹아드는 듯한 기도를 가진 사람들은 거의가 어디에 매이는 것을 싫어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속해 있던 문파나 혈연으로 이어진 인연을 완전히 끊어 버린 다는 말은 아니지만, 여간한 일이 아니고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도가에 속해 있는 무당파의 어른신들 중 검의 뜻(劍意)을 얻으신 경우 그런 성격이 더해서 거의가 자파에 머물지 않고 세상을 떠돌거나 자파와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기거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수기 노사는 꽤나 중요한 직책, 그것도 두 가지나 떠 맞고 있으니..... 천화에겐 의외였던 것이다. 그리고 천화가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하수기 노사의 훈시가 끝을 맺었다. 일 분도 되지 않는 짧은 훈시였다. 하기사 열 일 곱 번의 승급 시험 때마다 이곳에 나와 훈시를 했을 테니.... 뭔 할말이 많겠는가. 꼭 필요한 주의 사항들과 학생들의 격려 내용이었다. 물론 훈시를 마친 하수기 노사는 학생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일년 칠 개월 전 대부분의 학교 교장 선생들의 자기 체면 세우기 식의 훈시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박수 소리였다. 뭐니뭐니 해도 훈시는 간단한 것을 좋아하는 것이 모든 학생들의 공통된 의견일 테니 말이다. "자, 그럼 제 십 팔 회 가이디어스 정기 승급시험을 시작합니다!!" 훈시를 마친 하수기 노사가 시험의 시작을 승인하자 그 앞에 서있던 젊은 기사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후 다시 돌아서서 그 앞에 정렬해 있는 전공과목 선생들과 학생들을 향해 다시 한번 시험의 시작을 알렸다. "옛, 제 십 팔 회 정기 승급시험 시작. 제일 먼저 시험을 치를 나이트 가디언 파트의 학생들은 즉시 준비해 주시고 진행을 맏은 선생님들은 속히 시험 준비를 해주십시오. 그리고 나머지 네 개 파트의 학생들은 대회장 양쪽에 마련된 대기 석에 앉아 마음을 가다듬도록 한다. 자, 빨리 빨리들 움직여 주세요." "예!!" 198 "예!!" 기사의 명령에 큰 소리로 대답한 학생들은 각 파트 별로 전공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직 가디언과 스피릿 가디언 파트는 오른쪽에 마련되어 있는 자리로, 가디언 프리스트와 연금술 서포터 파트는 대회장의 왼쪽 편에 마련되어 있는 자리로 향했다. 양측의 자릿수는 각각 오십 개씩으로 총 백 개의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오늘 시험 칠 인원이 모두 합해 구십 일곱 명이란 것과 곧 있을 시험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나이트 가디언 파트의 스물 아홉 명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여유 로운 자릿수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리가 남아도는 것은 가디언 프리스트 파트뿐이었다. 옆에 남아도는 의자들을 모두 가디언 프리스트 파트 쪽으로 옮겨 놓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중앙으로 네모 반듯한 블록으로 깔끔하게 꾸며 놓은 가로 세로 십 여 미터에 이르는 네 개의 시험장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런 시험장 앞으로는 나이트 가디언 파트의 아이들이 학년 별로 나누어 서고 있었다. "일 학년...... 사 학년..... 이상하네, 형. 왜 시험장이 네 개뿐이죠? 가이디어스는 다섯 개 학년으로 나누어져 있잖아요. 저렇게 되면.... 오 학년들은 시험을 어떻게 치라고요." 시험장 앞으로 아이들이 나누어 서는 모습을 보고 있던 천화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 물음에 부채질을 하며 덥다고 투덜대던 남손영이 대회장 쪽을 힐끔 바라보고는 투덜거리는 투로 대답했다. 사실 지금 두 사람은 완벽하게 냉방이 되고 있는 천막 안이 아니라 그 옆에 설치된 차양막 아래 앉아 있었다. 천막 안에서는 시험장이 잘 보이지 않는 다는 천화의 고집 때문이었다. 그러니 갑작스레 특석에서 끌려나온 남손영으로 서는 신경질이 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쳇, 가이디어스에 들어 온지 보름이나 됐다는 녀석이 그것도 아직 모르고 있었냐? 승급 시험은 말 그대로 가이디어스 내에서의 승급일 뿐이야. 네 말대로 다섯 개 학년으로 나누어지는 가이디어스에 오 학년 위에 뭐가 있다고 승급 시험을 치겠냐? 오 학년까지 마친 녀석들은 각 전공 선생님들의 허락을 받아서 가디언 본부로 직접 출두한 후에 가디언으로서의 시험을 치게 되는거야. 여기서 시험을 치는게 아니란 거지." "아.... 그렇군." 천화가 자신의 말에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남손영은 차양막 을 뚫고 들어오는 작은 빛줄기들을 바라보더니 천화를 향해 애교조의 말을 꺼냈다. "그나저나 천화야.... 우리 다시 천막 안으로 들어가자. 응? 여긴 너무 덥다구. 천막 안에서도 시험장 두개는 볼 수 있잖아. 안 그래? 천화 너도 더운 건 싫지?" 그러나 천화는 그의 말에 빙긋이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시선을 내려 오른손 약지에 끼어 있는 세 개의 나뭇가지를 꼬아 놓은 모양의 붉은색 반지를 쓰다듬었다. 이 세계로 오기 직전에 세레니아에게서 받았던 발열과 발한의 마법이 걸려있는 반지였다. 그리고 지금. 아주 약하게 반지의 발한(發寒)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천화였다. 한마디로 더위를 피해 천막안으로 들어 가야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천화였기에 남손영의 바람과 반대되는 말을 간단하게 내 뱉을수 있었다. "아니요. 저는 별로 상관없는데요. 지금 보다 더 더워도 상관없어요." "이.... 이익..... 야 임마! 내가 덥단 말이다. 내가. 시원하게 천막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 그럼 천막 안으로 들어가면 되잖아요. 내가 못 들어가게 막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끌고 나온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소리 지르고 그래요? 더워서 천막 안으로 들어가고 싶으면 그냥 들어가면 되잖아요." 자신의 고함소리에 날카롭게 대답하는 천화의 말에 남손영은 조용히 입을 다물어야 했다. 천화의 말 중에 잘못된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단순히 천화가 밖에서 보겠다고 하길래 따라 나온 것뿐이었는데..... 생각하자니 이상했다. '내가 왜 저 녀석에게 매달려서 들어가자고 졸랐던 거지?' 스스로의 정신 상태에 이상을 느낀 남손영은 나직한 한숨을 내 쉬며 천막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놓았다. 혹시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더위를 먹은 것일 지도 모르기에 말이다. "그럼 난 천막에 들어가 봐야겠다. 아무래도 시원한데 있다 갑자기 더운 곳에 나와서 열을 받은 모양이야...." 천화는 허탈한 표정으로 천막 안으로 들어서는 남손영의 모습에 피식 웃어 버리고는 시험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미 네 개의 시험장 위에는 한 명씩의 아이들이 올라서 있었다. "그럼 대련 시험을 위한 대련 상대자들은 지금 시험장 위로 나서 주십시오." 낭랑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그와 함께 대회 진행을 위해 움직이던 무리들 중 네 명이 앞으로 나와 시험장 위로 올라섰다. 그들은 각각 3, 4, 5학년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과 가디언 나이트의 선생이었다. 가이디어스의 승급시험은 거의가 대련위주의 시험이었다. 가디언의 일 이란것이 거의가 몬스터와의 전투이기에 대련을 통해 나타나는 실력을 보고 승급 결정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중 1, 2, 3학년을 상대 하는 것이 지금 올라온 세 명의 학생들이었다. 원래는 모두 선생님들이 상대를 했었지만, 칠 회 때부터 학생들의 대련 경험을 늘이자는 의견 하에 학생들이 동원된 것이다. 그러나 시험이라고는 하지만 진검이 오고가고 강력한 마법이 오고 가는 자리이기에 양측의 안전을 위해 시험치는 학생보다 두 학년 위의 학생들을 대련 상대로 하고, 그에 해당되지 못하는 사 학년들을 선생님이 맞는 것으로 하고있었다. "시험을.... 시작합니다!!" 천화의 귓가로 시작신호가 떨어졌다. 그와 함께 네 개의 시험장 위에서 대치하고 있던 여덟 명의 학생들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劍)과 검(劍), 도(刀)와 창(槍), 권(拳)과 각(脚), 그리고 빠르게 움직이는 발소리가 시험장 위를 난무했다. "대단하네..... 상당한 실력들이야....." 잠시 네 개 시험장을 바라보던 천화의 평이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네 명은 승급을 위해 최대한 실력을 쌓았고, 그들의 상대들 역시 자기 학년의 최고 실력자들중 하나이다. 형편없는 실력이라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그러길 잠시 네 개의 시합중 특히 천화의 눈에 뛰는 두개의 시합이 있었다. 검과 검이 부딪히는 시험장과 연녹색 채대와 검이 부딪히고 있는 시험장 이었다. "한쪽은 이제곧 끝이 나겠고.... 한쪽은 상당히 치열하게 끌겠는데...." 촤촤앙.... 천화의 말이 끝나자 마자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날카로운 소성이 울려퍼졌다. 이어 허공 높이 떠오르던 검은 한차례 눈부시게 빛을 뿜은후 힘없이 떨어져 땅에 꽂혔다. 그리고 그 주인역시 시험장 위에 쓰러져 콜록거리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에 이어 곧 결과를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1번 시험장. 응시자 일 학년 조성완. 5분 49초 패(敗). 심하진 않지만 부상을 입은 듯 합니다. 가디언 프리스트의 시험을 담당하시고 계신 선생님께서는 학생의 부상정도를 파악하시고, 승급 시험을 치뤄주십시오." "에? 그게 무슨 말이야? 가디언 프리스트의 시험이라니.... 이제 나이트 가디언 파트가 시험을 시작했는데....." 천화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이해 할수 없는 진행에 어리 둥정한 표정으로 1번 시험장 쪽을 바로 보았다. 그런 천화의 눈에 1번 시험장으로 올라오는 네 명의 인물이 들어왔다. 199 그런 천화의 눈에 1번 시험장으로 올라오는 네 명의 인물이 들어왔다. 그들은 들것을 든 두 명의 학생과, 방금 전 까지 아이들을 이끌고 있던 가디언 프리스트의 선생들이었다. 시험장 위에 올라선 두 선생이 쓰러져 있는 조성완이라는 학생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성완의 상태를 확인한 선생중 한 명이 뒤에 있는 두 학생을 불러 쓰러져 있는 조성완을 옮기도록 했다. 그리고 시험 진행석 쪽을 바라보며 보고하는 양으로 크게 외쳤다. "환자 조성완 학생의 상태 확인결과 손목과 가슴 부위의 심한 타박상과 근육통 확인했습니다. 부상 정도로 볼 때 가디언 프리스트의 일 학년 응시자의 시험 대상으로 활용 가능 확인. 곧 바로 시험에 들어갑니다." 선생의 말이 끝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진행석 쪽의 스피커가 웅웅 울리며 자신의 기능을 수행했다. "네, 접수했습니다." "무, 무슨 말이야.....???" 천화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이 오고가는 사이 들것에 들려나간 조성완이란 학생은 가디언 프리스트들의 옆에 놓여진 의자 위에 들 것 채로 놓여졌다. 그러자 자리에 앉아 있던 가디언 프리스트의 학생들 중 가장 우측에 앉아있던 한 학생이 들것 옆으로 다가가 조성완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천화로서는 가렵지도 않은 머리를 긁적이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천화가 모르는 이 상황은 가이디어스의 승급 시험 중 가디언 프리스트 파트의 승급시험으로 일명 '재활용 시험'이라고도 불려진다. 이유는 간단했다. 가이디어스의 시험중 세 개가 대련을 통한 시험이기 때문에 위와 같이 한번의 시험에서 한 두 명의 부상자는 당연한 것이었고, 부상자가 나온 만큼 부상자의 치료가 이어져야 했다. 그리고 가디언 프리스트는 학생들의 신성 치유력을 시험하기 위해 부상자를 필요로 했다. 그러나 시험을 위해 멀쩡한 사람을 일부러 상처 입힐 수는 없는 일. 해서 생각해 낸 것이 부상자의 치료와 부상자의 필요를 한번에 해결하는 '실시간 재활용 시험 방식'이란 것이었다. 이 방식은 말 그대로 시합 중간마다 실시간으로 생겨나는 부상자를 가디언 프리스트 파트의 시험 진행을 담당한 선생이 확인하고, 그 부상정도에 맞추어 승급 시험을 대기 중인 가디언 프리스트 파트의 학생들에게 치료를 맞기는 것으로 한마디로 대련으로 생기는 부상자를 가디언 프리스트의 시험 대상으로 재활용한다는 말이다. 물론, 학생들의 수준에서 치료할 수 없는 상처의 경우는 대기 중이던 선생님들이 나서지만 그런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다. 하여간 그런 식으로 가디언 프리스트의 시험 대상 7, 80%가 확보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모르고, 또 물어볼 사람도 없는 천화로서는 대략적인 상황을 짐작할 뿐이었다. 더구나 그런 일 보다 더욱 시선을 잡아끄는 시험이 한창인 덕분에 천화의 시선은 곧 연녹색 천이 너울거리는 3번 시험장으로 옮겨졌다. 천화가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시험장이었다. 그리고 과연 그 시험장은 현재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시험장 위로는 삼 학년으로 보이는 검을 든 남학생과 오 학년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올라 있었는데, 그녀는 지금 한창 주위로 연녹의 체대를 뿌려가며 자신을 향해 찔러오는 검의 검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티티팅.... 티앙...... 연녹의 체대와 검이 부딪힐 때마다 도저히 천과 검이 부딪힌다고 볼 수 없는, 마치 쇠와 쇠가 부딪히는 것과 같은 맗은 소성이 주위를 울렸다. 그것은 체대를 사용하고 있는 그녀가 오 학년이란 이름답게 그 하늘거리는 체대에 내력을 주입한 덕분에 나는 소리였다. 하지만 아직 그 실력이 완벽하지는 않은지 검과 부딪힌 체대의 곳곳이 잘려나가고 찧어져 이었다. 그러나 그런 실력임에도 그녀를 바라보는 천화등의 몇몇은 그녀의 실력을 검기를 사용하는 학생들 이상으로 보고 있었데, 바로 그녀가 사용하고 있는 무기인 체대로 인한 평가였다. 체대란 물건 자체가 내력을 잘 받지 못하는 것으로서 검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사람이라야 사용 할만한 무기였던 것이다. 그것도 단순히 체대에 내력을 불어넣어 검처럼 사용하는 것이지 지금처럼 천의 부드러움을 그대로 살려 내기 위해서는 그것 이상의 노력과 컨트롤 능력을 필요로 하는데, 지금 그녀는 그것을 완벽하진 않지만 훌륭하게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대를 상대로 저 정도로 상대해 나가는 저 녀석도 상당한 실력이야." 확실히 그랬다. 그런 뛰어난 상대와 싸워 저렇게 선전하는 남학생 역시 상당한 실력이라 할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다는 아니었는지, 이내 천화의 입가로 작은 미소가 어리었다. "하지만..... 아직 이길 정도의 실력은........ 아니란 말이지......" 어느 한 순간을 맞추려는 듯이 말을 늘인 천화의 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검을 들고서 연신 공격해 들어오는 남학생에게서 한순간 헛점을 발견한 순간 연녹색의 체대가 순식간에 검을 감아 들며 그 남학생의 팔을 비틀어 버렸다. "허어억....." 한순간 허술해진 방어 때문에 순식간에 자신의 팔을 감아 들어오는 체대에 남학생은 고통을 느낄 사이도 없이 다급한 숨을 들이 마셨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 남학생은 조금은 거칠게 들려오는 선배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몸에서 힘을 빼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가망없는 반항은 포기하고 부상만이라도 최소화하자는 생각에서 였다. "공격은 훌륭했어...... 하지만 방어가 조금 허술해. 후배님.... 옥룡회(玉龍廻)!" 여학생의 기합성과 함께 녹색의 용이 회를 치듯 크게 출렁인 체대는 크게 열려진 남학생의 가슴을 묵직한 소리가 날 정도로 두드려 버린 것이다. 순간 "크어헉" 하는 기성을 토한 남학생의 몸은 이상할 정도로 쉽게 시험장 밖으로 나가 떨어져 버렸다. 천화는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판단이 빠르군. 되지도 않는걸 억지로 버팅 겼다간 갈비뼈 한 두 대는 나갔을 텐데, 자신을 내 던지는 힘에 반항하지 않은 덕분에 팔을 제하면 큰 부상은 없겠어." 천화는 너무 쉽게 날아가 버리는 남학생의 모습에 그의 의도를 알아챈 것이다. 이어 시험 진행석에서 결과를 알리는 방송이 흐르고 가디언 프리스트의 선생이 나오는 장면이 다시 한번 되풀이되었다. 그리고 그런 일이 되풀이 십 수 번. 이제 막 네 번째로 시험 칠 네 명의 학생이 나서려 할 때쯤이었다. 진행석 쪽의 스피커를 통해 울려나오는 소리를 듣던 천화는 자신의 뒤쪽에서 살금살금 느껴지는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특별한 살기나 투기는 없는 것이 아무래도 자신을 놀래켜 주려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이 마무리되자 천화의 얼굴위로 자연스레 벙긋한 웃음이 떠올랐다. 왠지 모를 장난기가 발동한 것이다. 사박사박..... 어느 한순간 들리던 발걸음 소리가 끊어 졌다. '그렇다는 것은.....' 천화는 한순간 고개를 휙하고 돌려 자신의 등뒤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왁!!!!" "히.... 히익..... 껠럭껠럭....." 천화뒤에 서서 심하게 사레가 들려 기침을 해대는 이는 다름 아닌 연영이었다. 처음 천화와 라미아, 두 사람과 같이 앉았던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던 연영이었지만 시험이 진행될수록 그녀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연영으로서는 상당한 불편을 느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그녀가 앉아 있던 자리는 네 개의 시험장이 한눈에 보이면서도 시원한 나무그늘이 드리워진 소위 명당자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 자리로 모여드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앉아 있던 자리가 불편해진 연영은 자리를 옮기기로 하고 주위를 둘러보며 좋은 자리를 물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연영의 눈에 든 것이 차양막 아래 앉은 천화였고, 놀래켜 주자는 생각에 살금살금 다가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천화의 실력을 잠시나마 망각해 버린 연영의 실수였다. 놀래켜 주려는 마지막 순간 갑자기 돌아보며 "왁!!!!" 하고 소리치는 천화에게 되려 놀라 심한 사레가 들려버린 것이다. 자기 꽤에 자기가 넘어간 연영의 모습에 천화가 고소하다는 듯이 웃음을 흘리며 그녀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하하하하하..... 누나, 상대를 보고 장난을 쳐야죠. 보통때는 내가 당했겠지만 이런 종류의 장난에는 나는 무적이라구요. 괜히 가디언으로 인정 받았겠어요. 쿠!하!하!하!하!" "껠럭껠럭..... 흠, 나도... 험험.... 나도 깜박했어. 쳇. 평소엔 항상당하던 것만 봐서 내가 당하리라곤 생각도 못했어. 아아... 이제 좀 낮다. 그만 두드려도 돼." 기침을 가라앉힌 연영의 말에 천화는 손을 거두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럼, 내가 언제까지 당할 줄 알았어요. 맬롱이다." 연영은 자신을 향해 혀를 낼름거리는 천화의 볼을 손가락으로 폭 찔러 버린 다음 시험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번 네 번째 시험은 연영이 신경쓰고 있던 시험이었던 것이다. 바로 그녀가 담임을 맞고 있는 반의 학생이 출전하기 때문이었다. "아, 나왔다. 엉뚱한 짓 하지말고 바봐. 천화야. 태윤이 나왔어." "에? 태윤이요? 그녀석도 이번 시험에 나와요? 난 몰랐는데......" 마침 손가락으로 연영을 겨냥하고 있던 천화는 그녀의 말에 급히 고개를 돌려 2번 시험장을 바라보았다. 과연 그 시험장 위로 커다란 덩치를 가진 김태윤이 올라서고 있었다. 200 과연 그 시험장 위로 커다란 덩치를 가진 김태윤이 올라서고 있었다. "헛, 너 태윤이 친구 맞아? 어떻게 같은 반에다 같은 나이트 가디언 파트의 친구면서 그런 것도 모르고있는 거야?"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러는 누나는 우리 반에 누구누구가 이번 시험에 나가는지 다 알아요?" 연영의 말에 할말을 잃은 천화가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반발심에 되물었다. 김태윤이 이번 승급시험에 응시한걸 몰랐다는 것이 조금 찔리긴 했지만, 정말 누구도 말해 주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게 꼭 누군가가 말해 줘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왠만큼 신경만 쓰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자신이 속한 반의 일에 천화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 요모조모 신경쓰고 알고 있는 연영은 천화의 질문에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누가 뭐래도 연영이 담임인 반이니까. "당연하지. 그걸 내가 모르면 누가 알겠어. 담임이란 이름이 그냥 있는게 아니라구..... 친구 일도 신경 못쓰는 누구하고는 한참 다른지." 천화는 여유 있게 대답하는 연영의 말에 끙끙거리며 백기를 내걸고는 김태윤이 올라서 있는 시험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막 시험 시작신호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신호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태윤이 앞으로 달려나가며 상대를 향해 그 큰 대도(大刀)를 휘둘렀다. 그런 김태윤의 상대는 앞의 4학년의 뒤를 이어 두 번 째로 2번 시험장에 올라온 역시 김태윤과 같이 도를 든 학생이었다. "후와앗....... 가라. 태산직격(太山直激)!!" 그러나 김태윤의 목소리만 큼 우렁차지만 또 그만큼 단순하기 그지없는 공격은 상대의 도에 의해 간단하게 막혀 버리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부드럽게 연결되는 상대의 일 도에 김태윤은 허둥거리며 급히 뒤로 물러서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 천화와 연영은 한 마음 한 뜻으로 고개를 휘휘 내 저었다. "에휴.... 저 녀석 성격이 너무 급해서 탈이야....." "그러게..... 담 사부님 말씀대로 실력이 좋긴 하지만 너무 단순하고 급해. 상대는 이번에 새로 올라와서 그 실력을 파악하지도 못했으면서 저렇게 서둘다니.... 몇 번 시합을 지켜본 상대가 아니라면 먼저 탐색전부터 들어가야 되는 건데.... 에휴~~ 저래서는 학년이 올라갈 수록 승급하기가 더 어려워질텐데....." 천화는 자신의 말에 동감을 표하는 연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대로 저런 급한 성격은 수준 높은 무공을 익히는데 좋을 게 하나도 없는 것이다. 물론 대범하다거나 용기 있다는 면에서 어려운 상대를 상대로 용감하게 싸울 수 있다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좀 더 생각해 보면 경우에 따라 그런 좋은 점들을 충분히 깍고도 남을 정도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성격이 바로 이 성격이다. 다른 사람에게나 자신에게나.... 특히 무공을 익히는 사람들일 수록 꼭 고쳐야할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성격으로 내공을 익힐 경우 그 급한 성격으로 주화입마에 빠지기가 쉬울 뿐더러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자리에 있는 무인의 경우 섣부른 결단으로 수하들을 희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헌데 그런 성격을 김태윤이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로 인한 실수로 방금 전 한방에 쓰러질뻔 하기도 했으니.... "이번 시험이 끝나고 나면 저 녀석 성격부터 고쳐 줘야 겠네요." "그래, 네가 만약 3학년 교사로 임명된다면, 제일 처음 해야 할 일 일거야. 저 녀석 저렇게 급해 보이긴 해도 내 가 볼 땐 이번 시험은 통과 할 수 있을 것 같거든....." 하지만 연영은 자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다시 한번 튕겨 나가 경기장 끝까지 굴러가는 김태윤의 모습에 말꼬리를 슬쩍 흐릴 수밖에 없었다. ".... 뭐, 아닐 수도 있지만 말이야...." 그리고 그런 연영의 말이 끝날 때 발딱 일어나 다시 덤벼드는 김태윤의 모습에 천화는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휘휘 내저어 보였다. 하지만 저 돌진성 하나만은 알아줘야 할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 다시 달려나간 김태윤은 상대의 사정권 코앞에서 방향을 바꿔 그 주위를 빙그르 돌았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공격이 한번도 들어가지 못했고 오히려 두 번이나 시험장 바닥을 구른 김태윤이었지만 그 덕분에 상대인 사 학년 선배의 실력과 공격 방식을 어느 정도 알아 낼 수 있었는데, 그에 따르면 상대의 공격방식은 많은 도수(刀手)들이 사용하는 강(剛)의 도결이 아닌 검술과 같은 유(柳)의 도결이란 것이다. 그리고 그런 도술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같은 유의 도술을 쓰던가.... 아니면...... ".... 아니면 상대방의 유를 부셔트릴 정도로 강한 강으로 밀어붙이는 거다! 흐압..... 태산만파도(太山萬破刀)!!!" 완벽한 약점이라도 발견한 듯이 허공을 가르는 김태윤이었다. 그러나 김태윤의 빵빵한 자신감과는 달리 그의 도가 해낸 것은 겨우 상대의 소매 끝을 잘라내는 것 정도일 뿐 김태윤은 다시 한번 시험장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야 했다. 더구나 이번 충격은 꽤나 껐던지 지금까지와는 달리 도까지 손에서 떨어트려 버렸다. "으이그.... 방법을 찾으면 뭘 해. 4학년이란 학년이 폼이냐?" 천화는 시험장을 보며 짧게 혀를 내차며 투덜거렸다. 제법 정확한 대처방법을 찾아내긴 했지만 그것은 상대와 자신의 실력 차가 비슷할 때나 가능한 것. 두 학년이나 높은 선배를 상대로는 전혀 가망 없는 공격법인 것이다. 천화는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끙끙거리는 김태윤의 모습에 슬쩍 연영에게 고개를 돌렸다. "..... 아무래도..... 안되겠죠?" "음..... 아니, 내가 판정관 이라면 합격이야. 비록 저런 꼴이 나긴 했지만 상황판단은 정확했거든.... 단지 힘에서 밀렸다는 것뿐이지만 그건 실력차 이상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아마 합격할거야." 연영의 말에 천화는 고개를 슬쩍 끄덕였다. 이미 몇 번이나 승급시험을 진행해본 연영의 대답이니 아마 정확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천화는 절뚝거리며 일어나 시험장을 내려가는 김태윤을 바라보고는 다른 시험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때부터 하나 하나의 시험이 시작하고 끝나기를 한시간. 나이트 가디언 파트의 시험이 끝을 맺고 연이어 매직 가디언 파트의 시험을 알리는 방송이 가이디어스의 시험장을 울렸다. 그에 더해진 연영의 설명으로는 가이디어스에서 행해지는 시험 중 그 볼거리가 가장 풍성한 덕분에 관객이 가장 많은 시험이라고 했다. 과연 이어지는 시험들은 그 말 그대로 꽤나 볼만한 것들이었다. 불꽃의 분노와 빛의 축제, 흥얼거리는 바람과 뛰노는 대지. 켈빈에서의 마법대결 이후엔 이렇게 느긋하게 구경하긴 처음 이었다. 뭐, 그 동안 마법을 본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들은 모두 목숨을 건 전장에서 였다. 이렇게 느긋하게 구경할 겨를은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느긋이 마법을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무언가 생각지도 않은 것이 천화의 뇌리를 스치는 것이었다. 천화는 그 내용을 입 밖으로 내어 급히 연영에게 물었다. "누나. 잠깐만..... 이 승급 시험 말이야. 한 학년 승급하는 거죠?" 갑작스런 천화의 질문에 눈을 반짝이며 시험장을 바라보던 연영은 무슨 자다가 봉창 뜯어내는 소리냐는 표정으로 천화를 바라보았다. "너..... 눈뜨고 꿈꿨니? 당연한걸 왜 묻는 거야?" 묘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연영에 천화는 곤란한 모양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게 뭔가를 생각하던 천화는 시험장 한쪽에서 시험 칠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라미아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시험 진행석으로 오기 전에 라미아에게 5학년으로 승급할 수 있을 실력을 보이라고 했었는데.... 천화는 연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시험 응시자의 실력이 5학년 급일 때는 어떻해요. 그런 경우에도 한 학년만 승급하는 걸로 해요?" 다시 이어지는 질문에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천화를 바라보는 연영이었다. 천화는 그녀의 표정에 손가락으로 슬쩍 라미아 쪽을 가르켜 보였고 그제 서야 천화의 질문을 이해한 연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빙긋이 웃으며 답했다. "참, 나.... 난 또 무슨 소린가 했네. 그럼 처음부터 라미아 때문에 그런다고 말을 할 것이지. 걱정마. 괜찮으니까. 보통 학생이라면 처음 입학할 때 실력체크를 위한 시험을 치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없어. 하지만 너하고 라미아는 그 시험 없이 입학했지. 대신 이번 승급시험에서 실력체크를 하기로 되어 있었어. 너도 들었잖아. 기억 안나?" "아! 맞아. 그랬었지. 그걸 깜빡하다니......" 천화는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며 이곳 가이디어스에 처음 와서 부학장을 만났을 때를 생각했다. "으이그.... 얼마나 오래된 일이라고 그걸 잊어먹어 있는거야? 아마 라미아를 상대하는건 매직 가디언의 선생님 일텐데..... 아, 마침 라미아 차례구나." 하지만 천화 역시 그녀가 말하기 전부터 보고 있었다. 그리고 때에 맞춰 진행석의 스피커가 울었고 한쪽에 대기하고 있던 중년의 여성이 시험장 위로 올랐다. 그런 그녀의 손에는 은빛의 곧게 뻗은 스틱이 쥐어져 있었다. "매직 가디언 파트의 다섯 번째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이번 시험엔 특이사항이 있습니다. 제 2번 시험장에 오른 라미아양은 승급을 위한 시험이 아니라 실력체크를 위한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때문에 라미아양의 상대로 신우영 선생님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그 말에 시험장 주위로 잠시 소요가 일었다. 거의 모두가 가이디어스에 입학하기 전에 실력체크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라미아역시 치루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소요는 오래 가지 않았다. 진행석의 스피커다 다시 한번 울어 시험의 시작을 알렸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시험장 주위의 시선이 모두 2번 시험장 라미아에게로 모여들었다. 천화는 상대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는 라미아를 보며 마음속으로 물었다. '어때, 5학년 아이들의 실력은 완전히 파악했어?' [물론이죠. 앞에 네 경기나 있어서 확실하게 알았어요. 걱정 마세요] 라미아는 그 말을 끝으로 스펠을 외우기 시작했다. 천화는 그녀의 모습에 한마디를 더 건네고 시험을 관전하기 시작했다. '좋아. 그럼 잘 부탁해. 5학년 실력이란 거 잊지 말고.' 201 '좋아. 그럼 잘 부탁해. 5학년 실력이란 거 잊지 말고.' 순간 천화의 당부에 답이라도 하듯 라미아의 마법이 펼쳐졌다. "조심하세요. 선생님. 언더 프레스(under press) 인 사이드(in side)!!" 쿠쿵 하는 거대한 철괴가 떨어지는 소리가 눈으로 보이는 듯했다. 라미아의 입에서 시동어가 외쳐지는 순간 라미아의 마법에 대비하고 있던 신우영 선생은 아무런 반항도 해보지 못한 체 거인이 휘두르는 몽둥이 맞은 듯이 뒤로 튕겨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그녀 나름대로 라미아의 마법에 대비한다고 한 것이지만 이 정도의 마법이 나오리라 곤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처음은 파이어 볼이나 매직 미사일 같은 마법으로 시작할 거라 생각했는데... 한순간에 허를 찔린 것이다. 하지만 그녀 역시 가디언 이란 이름과 가이디어스의 선생이란 직함을 거저 얻은 것은 아니었다. 공중에 붕 뜬 채로 뒤로 날려가던 신우영은 급히 손에 쥐고 있던 은빛의 스틱을 앞으로 내 떨치며 외쳤다. "크윽..... 그대 군주의 이름으로 신하에게.... 디스펠(dispell)! 플라이(fly)!" 그녀의 말이 끝나는 순간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스틱이 한순간 은빛을 뿜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방금 전 아니, 촌각전 까지만 해도 일어나던 일이 한순간 멈춰 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이 환상이 아니라는 듯이 신우영 선생이 허공에 떠있었다. 그것도 시험장에서 2미터 정도 벗어난 곳에. 그리고 잠시 후 신우영의 신영이 천천히 시험장 쪽으로 날아왔다. "휴~ 위험했다. 두 가지중 하나라도 늦었어도 선생이란 이름 값도 못하고 그냥 장외 패 할 뻔했네..... 라미아라고 했지? 대단한 실력인걸..." 그녀의 말과 함께 구경하고 있던 주위 사람들로부터 환호성이 울려나왔다. 비록 앞의 시험들처럼 화려한 정면은 없었지만 방금 전의 그 빠른 전개와 스릴감은 앞의 시험들 이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신우영 선생은 그런 환호성에 반응할 겨를이 없었다. 방금 전 마법으로 라미아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3써클 마법이야. 그것도 수직방향이 아닌 수평방향으로 변형된..... 이것만해도 4학년 이상의 실력이야. 정말 조심해야 겠는걸...." 스스로에게 주의를 주듯이 작게 웅얼거린 신우영은 금방 생각이 정리된 듯 라미아를 향해 스틱을 들어 올렸다. "그럼 이번엔 내가 간다. 너도 조심해..... 리틀 파이어 볼!" 파팡... 파파팡..... 신우영의 시동어와 동시에 샌드백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크기가 주먹만한 수십 개의 파이어 볼들이 생겨났다. 라미아는 그런 모습에 고개를 갸웃 거렸다. 보아하니 물량공세로 나올 듯 한데... 저렇게 파이어 볼의 위력이 약해서야 몇 개 맞더라도 별다른 타격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상대인 신우영 선생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더구나 그녀의 뒤쪽으로 보이는 몇 몇 아이들의 눈에 떠오른 눈 빛. 라미아는 그런 모습에서 이것이 단순한 물량공세가 아니라는 생각하고는 즉시 주위로 실드를 형성했다. 신우영은 라미아의 그런 대처에 칭찬이라 하듯 부드럽게 미소지어 보이고 다시 한번 스틱을 휘둘러 보였다. "... 내 의지에 따라 진형을 갖추어라. 포메이션2, 종횡난무(縱橫亂舞)!!" 그녀의 외침에 따라 다시 한번 스틱이 은빛을 발하자 허공 중에 어지럽게 떠있던 파이어 볼들이 명령을 기다렸다는 듯이 한순간에 사방으로 흩어져 날았다. 그리고 각각의 궤도로 날아다니던 파이어 볼들은 하나하나 자신의 자리를 찾아 라미아의 주위로 모여들더니 순식간에 라미아를 포위하는 하나의 진(陣)을 형성해버리는 것이었다. 그 이름 그대로 짜임세 없는 듯 하면서도 빠져나갈 길은 확실히 막아 버리는 그런 진이었다. '음.... 좋은 수법이네.... 각각의 위력은 적지만 저걸 모두 맞게 된다면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되겠어, 거기다 저렇게 퇴로를 모두 막아 놨으니..... 하지만, 저 방법은 블링크나 위프 같은 마법을 익힌 사람을 상대로는 무용지물이야.' 어느새 턱을 괴고 시험장을 바라보던 천화의 생각이었다. 확실히 가장 알맞은 방법이었다. 그리고 라미아역시 천화와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만 할 뿐 직접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런 라미아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낀 천화는 마음속으로 라미아를 불러 이유를 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톡 쏘는 듯한 라미아의 대답에 천화는 멋 적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칫, 이게 누구 때문인데 그런 소릴해요? 이게 다 천화님 때문인데... 천화님이 5학년 정도의 실력만 보이라고 해서잖아요. 여기 5학년의 실력은 4써클이예요. 간신히 5써클의 마법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블링크나 워프를 사용할 정도는 아니란 말예요. 그런데 제가 그걸 사용해봐요. 어떻게 되나..... 모르면 함부로 참견하지 마시라 구요.] '아. 하. 하..... 미, 미안.....' 따지듯이 천화를 쏘아준 라미아는 다시 자신의 주위에 포진하고 있는 주먹만한 파이어 볼들과 신우영 선생을 바라보았다. 신우영 선생은 마치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나 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탈출방법이 눈앞에 아른거려서인지 왠지 적당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때였다.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라미아의 눈에 한차례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이는 파이어 볼의 모습이 들어온 것이다. 순간 라미아는 그 모습에서 지금의 상황을 탈출할 방법은 물론 반격할 수법까지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이 정리되는 순간 라미아의 양손이 사라락 거리며 들어올려졌다. "제겐 필요 없는 불덩이 돌려드리죠. 선생님. 토네이도(tornado), 레볼루션(revolution)!!" 후우우웅........ 쿠아아아아 어디서라고 말할 수 없는 바람이 라미아를 중심으로 서서히 하지만 강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토네이도 바로 회오림 바람이었다. 거기에 회전을 돕는 보조 마법인 레볼루션 까지 더해진 바람은 순식간에 엄청난 회전력을 보이며 라미아 주위에 포진하고 있던 파이어 볼들을 빨아 들여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지켜보고 있던 신우영이 아차 하는 모습으로 급히 공격을 가하려 했지만 공격을 가하는 것은 한 손에 꼽힐 정도의 숫자뿐 이미 거대한 회오리바람에 말려 들어간 파이어 볼들은 그녀의 통제를 따르지 않고 있었다.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세 네 개의 파이어 볼을 실드로 가볍게 정리한 라미아는 곧 회오리바람을 조종해 신우영을 공격해 들어갔다. 수십 개에 달하는 자그마한 파이어 볼을 머금은 회오리바람의 모습은 마치 5써클 마법인 플레임 트위스터와 비슷해 보였고, 덕분에 시험을 지켜보고 있던 주위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정작 공격을 당하는 당사자인 신우영 선생은 탄성을 터트릴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자신의 공격이 오히려 이용당해 자신이 공격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니..... "대단한 실력이야.... 더 이상 볼 것도 없겠어. 그나저나 실력체크 시험에서 5써클 마법을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는걸..... 아이스 스톰(ice storm)!!" 이런 시험에서 쓰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는 듯한 신우영의 말과 함께 그녀의 앞으로 투명하게 반짝이는 무수히 많은 얼음 알갱이를 품은 바람이 일었다. 그 얼음의 폭풍은 곧 바로 앞으로 퍼져 나가 라미아의 공격에 맞서갔고 곧 두 마법이 부딪히며 츄아아아아 하는, 증기 밥솥에서 김이 빠지는 소리를 수백 배로 증폭시킨 듯한 소리를 발하며 주위로 미지근한 안개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그 소리가 멎고 뽀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 상태인 시험장으로부터 신우영 선생의 목소리가 들려나왔다. "매직 가디언 파트에 입학한 라미아양의 실력체크를 완료 했습니다. 시험 결과 라미아양은 사용 가능한 마법의 써클 급수와 응용력, 그리고 사용방법 모두 능숙한 것으로 판단 그녀를 5학년에 편입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윈드(wind)!!" 신우영 선생의 말이 끝남과 함께 그녀의 마법에 의해 안개가 날아 가버린 시험장이 모두의 시야에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탄성의 박수소리와 무언가 아쉬워하는 기성이 동시에 들려왔다. 천화는 신우영 선생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해 보이고는 칭찬을 바라는 아이 같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라미아의 표정에 그녀의 바램대로 빙긋이 미소지어 보였다. '좋아. 아주 잘했어. 라미아.' [에헴..... 이 정도는 별것 아니라 구요.] 천화의 칭찬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시험장을 내려가는 라미아였다. 그녀가 내려가고 나서도 연이어 시험이 치뤄 졌고 세 번의 시험이 더 치뤄 진 후 매직 가디언 파트의 시험을 끝을 맺었다. 그리고 다음 스피릿 가디언 파트의 시험을 위해 매직 가디언 파트가 물러나는 도중 라미아가 슬쩍 빠져 나와 천화와 연영에게 다가왔다. "대단한데, 라미아. 실력체크 시험에서 곧바로 5학년의 실력을 인정받은 건 가이디어스가 세워진 처음 몇 달을 제외하고는 네가 처음이야..." 202 "대단한데, 라미아. 실력체크 시험에서 곧바로 5학년의 실력을 인정받은 건 가이디어스가 세워진 처음 몇 달을 제외하고는 네가 처음이야..." 연영의 말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천화 옆에 앉던 라미아가 아직 천화의 칭찬을 기억하는 듯 기분 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헤헷, 뭐 이 정도 가지고.... 그런데 내가 처음이 아니었어? 실력체크에서 곧바로 고학년의 실력을 인정받는 거.... 내가 처음인줄 알았는데...." 조금 아쉽다는 듯한 라미아의 말이었다. 연영은 처음 겸손하던 말과는 다르게 뭔가 아쉽다는 듯한 라미아의 모습에 귀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쉽지만 아니네요! 처음 가이디어스가 세워졌을 때는 너와 천화 같은 경우가 많았거든.... 그래서 실력 체크때 곧바로 고학년으로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 "에? 우리들 같은 경우라니?" 하지만 그런 연영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듯 라미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너희들 같은 경우, 그러니까 여기 입학하기 전부터 따로 사부님이나 웃 어르신을 통해 수련을 받은 경우 말이야. 너희들도 할아버지 아래에서 수련했다고 했잖아... 그런 경우엔 거의가 가이디어스의 저학년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거든." "음.... 그러네.... 그럼 말예요. 언니......"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이미 배우고 왔다면 1학년으로 입학해 다시 배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천화는 다시 이어지는 두 사람의 수다에 조용히 귀를 막았다. 그런 천화의 행동은 사뭇 자연스러웠는데, 같은 집에서 살다보니 저 수다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덕분이었다. 그렇게 한쪽에선 귀를 막고 한쪽에선 열심히 수다를 떠는 사이 시험은 계속 치뤄졌다. 그리고 간단한 점심시간을 곁들인 시험은 오후 세 시를 약간 넘긴 시간, 환자가 없어 시험을 치르지 못하고 남은 몇 명의 가디언 프리스트 학생들의 신성력 발현 시험으로 간단하게 끝을 맺었다. 하지만 시험이 끝이 났음에도 시험을 친 학생들은 물론 구경꾼들까지 흩어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잠시 자리를 피해있던 사람들까지 모여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번 시험의 진정한 볼거리이자 하이라이트인 천화의 '임시 교사 체용에 대한 실력 테스트'가 가이디어스의 시험이 끝나고 이어진다는 소문이 이미 쫙 퍼진 덕분이었다. "으드득..... 어째.... 하는 짓마다 내 속을 긁는 건지..... 두고보자 구요.... 손영 형...." 천화는 달콤한 사탕을 기다리는 아이의 눈빛으로 자신과 시험장을 번 가라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에 상당한 어색함과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불편함 등의 원망은 한데 모여 날카롭게 변해 지금의 상황이 일어나게 한 범인으로 진행석의 천막에서 나와 가이디어스의 학장과 부학장, 그리고 여러 선생들과 함께 앉아있는 남손영을 찔러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따가운 시선에 수십 번이나 찔리고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남손영의 모습에 천화는 다시 한번 그를 이빨 사이에 넣고 오도독 씹어 버린 후, 깨끗이 정리되고 있는 2번 시험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로 저 시험장이 잠시 후 자신이 테스트를 위해 올라서야 할 곳이었다. 덕분에 천화에겐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었다. 한편 등허리를 축축히 적시는 천화의 시선을 애써 견디던 남손영은 한 순간 그 시선이 자신에게서 떨어지자 기회는 이때 다는 심정으로 천화의 테스트 준비를 재촉했다. 다시 방금 전과 같은 시선을 받지 않길 바란 것이 그의 마음이었다 다행이 남손영의 그런 노력이 성과를 보인 건지 스피커를 통해 천화를 호명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아... 알립니다. 지금 제 2시험장에서 예천화군의 '임시 교사 체용에 대한 실력 테스트' 있을 예정입니다. 시험장 주위에 계신 분들은 속히 안전 구역 쪽으로 물러나 주십시오. 그리고 테스트에 임할 예천화 군과 천화 군을 테스트 해 주실 두 분, 갈천후(葛天吼) 사부님과 크레앙 선생님은 지금 곧 2시험장 앞으로 나서주시기 바랍니다."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음성에 시험장 주위로 분주히 움직이던 그림자들이 순식간에 뒤로 물러나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천화는 그 모습에 다시 한번 전심 전력으로 남손영을 쏘아본 후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시험장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등뒤에서 들리는 연영과 라미아의 응원에 대충 손을 흔들어 주고서. 그렇게 천화를 포함한 세 사람이 시험장으로 향하는 사이 스피커는 다시 이번 테스트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설명을 듣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미 이번 테스트에 대한 내용은 퍼질 대로 퍼져 버린 것이었다. "......... 그럼 설명은 이 정도로 하고 바로 테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테스트는 일대 일 방식으로 나이트 가디언과 매직 가디언의 두 선생님을 상대로 두 번 연속 이어 집니다. 그럼 천화 군과 갈천후 사부님은 시험장 위로 올라서 주십시오."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에 두 사람이 시험장 위로 오르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로부터 기대와 흥분을 담은 박수가 쏟아졌다. 모두들 천화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예상하지 못하고 망연히 궁금한 표정만 지어 보였지만 시험장 위로 오르는 갈천후의 모습에 벌써부터 기대된다는 표정들을 내비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사실 밀사마군(密絲魔君) 갈천후라는 인물은 상당히 유명했다. 그의 양쪽 팔 목을 하얀 토시처럼 휘감고 있는 몇 겹으로 꼬여진 백혈천잠사(白血天蠶絲)가 내보이는 현란하고도 변화무쌍한 무공은 한국의 가디언 사이에서도 소문이 쟁쟁했었다. 특히 가이디어스 내에서 학장과 부학장을 제하고 나이트 가디언 파트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지닌 덕분에 나이트 가디언 파트의 학생주임을 맞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인물이 천화의 테스트 상대로 나섰으니...... 그만큼 천화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의 머리 속을 두드렸던 것이다. 천화는 자신 못지 않게 사람들의 환호를 받고 있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이제 막 노인이라는 소리를 듣기 시작할 정도의 나이에 조금 마른 듯한 몸. 거기에 고집스러워 보이는 얼굴. 좋게 말하면 일가(一家)를 이룬 고집스러운 노인의 모습이고 나쁘게 말하고 괴팍한 늙은이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천화가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내용으로 보자면 전자 쪽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렇다는 것은 상대하기 꽤나 어려운 인물이라는 뜻도 된다. 천화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보름 전 첫 수업 시간에 건네 받았던 볼품없는 검을 가볍게 흔들어 보이며 양손을 마주 잡아 갈천후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었다. 이곳 한국에서 보름간 사용했던 인사법이 아니라 천화가 중원에서 사용하던 인사법이었다. "말학.... 후진(末學後進) 예천화라 합니다. 멸사마군 갈천후 사부님께 한 수 가르침을 청합니다." 간단한 인사였다. 하지만 그런 인사를 건네는 도중 스스로 말학후진이라 칭한 것에 우수 운 생각이 들어 속으로 그 웃음을 삼켜야 했다. '킥..... 수 백년 전 과거에서 나온 후배라.... 헤헷....' 그러나 그런 천화의 속마음이야 어떻든 간에, 오랜만에 들어보는 옛 멋이 풍기는 인사가 상당히 마음에든 갈천후는 천화와 같은 방식으로 인사를 받아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별말을 다하는 구만, 나야말로 이리 뛰어난 후배의 실력을 직접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아주 그만이야. 자, 그럼 선배 된 입장에서 자네에게 선수(先手)를 양보하지." 천화는 갈천후의 말에 전혀 사양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부드럽게 떨어트리고 반대쪽 손을 가슴 앞으로 당겨 모으는 난화십이식의 기수식을 취해 보였다. 갈천화 역시 마찬가지로 천화의 공격에 대비해 양 팔목에 하얀 토시처럼 묵고 있던 백혈천잠사를 풀어 손가락 마디마디에 휘감아 부드럽게 늘어트렸다. 그렇게 두 사람이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 자세가 갖추어 지자 진행석의 스피커에서 장내를 쩌렁쩌렁 울리는 시작신호가 터져 나왔다. "난화십이식 이란 검입니다. 차앗..... 화령... 화(華靈花)!!" 순간 정말 엄청난 속도로 천화가 쏘아져 나아갔다. 특히 금령단공의 결과로 옅은 황금빛을 머금고 있는 검은 마치 내쏘아진 레이져와 같은 모습으로 그 검극(劍極)에 걸리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무사하지 못할 것 같은 것이 웬만한 상대는 검을 마주 대지도 못할 일격필살의 검과 같았다. 하지만 갈천후는 웬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한국 내의 가디언들 중에서도 수위에 속하는 실력을 지닌 그였다. 그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검의 모습에 당황하지 않고 양손을 교묘히 틀어 떨쳐냈다. "과연 대단한 실력.... 쌍룡출두(雙龍出頭)!" 갈천후의 독문무공인 백룡팔해(白龍八解)의 일식이 펼쳐졌다. 그의 손에서 벋어난 두 가닥의 백혈천잠사는 마치 자석이라도 되는 양 서로를 끌어당겨 순식간에 하나의 몸을 이루어 천화의 금 빛 검극에 그대로 마주쳐 날아들었다. 츠카카캉..... 도저히 검과 힘없는 실이 부딪혔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날카로운 소음과 불꽃이 일었다. 하지만 천화는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질 틈이 없었다. 오히려 손끝으로 전해져 오는 느낌에 눈살을 찌푸리며 급히 검을 비켜 치며 몸을 빼는 일이 더 급했다. 검을 통해 손끝으로 전해져 오는 그 느낌..... '쳇, 과연 백혈천잠사...... 검을 뚫고 들어오다니....' 과연 그랬다. 처음 충돌 후 잠시간 서로 힘 겨루기를 하더니 서서히 검극을 통해 백혈천잠사가 뚫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어찌 보면 상당히 소름 돋는 상황이었다. 검을 다루는 사람에게 그 느낌은 몸 속으로 백혈천잠사가 뚫고 들어서는 느낌일 테니 말이다. 사실 아무리 백혈천잠사라 해도 그냥 검이 아닌 내력이 주입된 검을 뚫고 들어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예외란 있는 것. 양측 무기 사용자의 내력이 비슷할 경우 두 내력의 충돌로 검에 주입된 내력이 일부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상대의 검이 백혈천잠사와 같은 이기에 버금가는 보검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이 뚫릴 수밖에 없는데,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이다. 물론 양측이 최대의 힘을 보이지 않고 서로 비슷한 내력을 발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만약 천화가 본신 내력을 발했다면, 테스트는 이미 끝이 났을 것이다. 어쨓든 빠른 상황 파악으로 거의 대각선 방향으로 비켜 나가는 천화였다. 그러나 이미 수십 번의 실전을 격은 갈천후로서는 상대를 쉽게 놓아 보낼 생각이 없었다. 그는 한데 모았던 양손을 크게 떨쳐내며 기이하게 비틀었다. 순간 검이 치워져 시원하게 앞으로 뻗어 나가던 백혈천잠사가 한순간 확 풀어지며, 뱀이 몸을 꼬듯 한 순간 크게 회를 치더니 천화가 비켜간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쏘아져 나가는 것이었다. "쉽게 놓아 줄 순 없지 않겠나.... 백룡회추격(白龍廻追擊)!!" 천화는 등뒤에서 들려오는 스스슷 거리는 기분 나쁜 소성을 들으며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많은 실전을 격은 때문인지 공격 방법이 정확하고 빨랐다. 더구나 백혈천잠사라는 무기의 특성까지 더해진 공격은 순식간에 자신의 뒤로 따라 붙기 까지 했다. '이거.... 고만고만한 실력만 보이다가는 금방 나가떨어지겠는걸.....' 검 자루를 다시 꽉 쥐며 새로이 내력을 끌어올린 천화는 측면의 갈천후를 향해 강하게 검을 휘둘렀다. 상대가 용이던 뱀이던 간에 몸을 공격하면 쉭쉭거리던 머리를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였다. "돌아가라... 화령인(花靈刃)!!" 슈슈슈슈슉 "흡....." 열심히 천화를 뒤쫗던 갈천후는 방금 전의 기운 보다 더욱 강맹한 힘으로 자신에게 날아드는 황금빛 검기의 파편들을 보고는 얼굴을 굳히며 천화를 뒤쫗던 백혈천잠사를 급히 회수했다. 보통의 검기라면 한 팔의 백혈천잠사 만으로 방어가 되겠지만 지금의 공격은 그러긴 어려운 공격이었다. 위력도 위력인데다, 자신이 피할 스물 다섯 방위를 점하고 날아드는 황금빛 파편들은 막는 것 이외엔 방법이 없어 보였던 것이다. 그렇게 그의 조종에 의해 모여든 백혈천잠사는 한 가닥 한 가닥 역이며 하나의 새하얀 벽을 형성했다. 백룡팔해의 수비식인 백룡자수(白龍恣囚)였다. 펑.... 퍼퍼퍼펑...... "흐으읍.... 과연 이런 실력이라면....." 자신 앞에 버티고 서있는 벽으로부터 전해지는 폭음과 검기의 힘에 갈천후는 과연 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경험 면에서는 아직 확신을 못하지만 그 실력만큼은 가디언 본부로부터 내려온 공문의 내용대로 였던 것이다. 정말 이 정도의 힘과 실력이라면 웬만한 가디언 못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 마지막 검기의 파편이 백혈천잠사의 벽에 부딪혔다. 그걸 본 갈천후는 하던 생각을 접고는 곧바로 벽을 허물고 촌각전 까지 천화가 서있던 곳을 향해 백혈천잠사를 흩뿌렸고, 그에 따라 수 십, 수 백 가닥으로 나뉘어진 백혈천잠사들은 마치 쏘아진 화살 마냥 천화를 향해 뻗어나갔다. "가랏.... 백룡백영(白龍百影).... 어헛...!!!" 하지만 그 날카롭고 포악한 기세를 담은 공격은 얼마가지 못했다. 갈천후가 천화의 신형을 놓쳐버린 것이다. 백혈천잠사로 이루어진 벽이 허물어지고 다시 모여드는 순간, 갈천후의 시야가 가려지는 그 눈 깜빡할 사이에 천화의 신영이 기척도 없이 그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순간 지금까지 거의 한자리에 서있던 갈천후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 신속하고 정확한 반응이었다. 기척을 놓쳐버린 천화를 찾거나 어디서 들어올지 모르는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백혈천잠사를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움직여 앞으로 뻗어 나가던 백혈천잠사 사이로 뛰어 든 것이었다. 백혈천잠사를 거둬들이는 사이 들어 날 틈을 없앤 것이다. 하지만 갈천후가 모르는 것이 한가지 있었다. 바로 천화 역시도 그 자신에 못지 않은 아니, 더욱 더 풍부한 실전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자신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거나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줄 고수들도 많다는 것을 말이다. "역시.... 하지만 저도 거기까지 생각해뒀습니다. 금령원환지!!" 쩌저저정..... 어느새 유령이 나타나듯이 방금 전 갈천후가 서있던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천화 한 손에서 날카로운 소성을 담은 세 줄기의 황금빛 지력이 뻗어나갔다. 세 줄기의 지력은 각 각 갈천후의 발 아랫쪽과 백혈천잠사가 휘감고 있는 팔목을 노리고 날아들었고, 천화를 피해 허공에 몸을 뛰운 덕에, 발 아래로 느껴지는 지력 때문에 쉽게 방향을 바꾸지 못한 갈천후는 발 아랫쪽으로 지나가는 지력을 제외한 양쪽 팔목에 날카로운 소성을 발하는 지력을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었다. "크.... 으윽....." 천화는 지력의 충격에 낮은 침음성을 발하며 양손을 떨구는 갈천후의 모습을 보며 여유있게 검을 들었다. 백혈천잠사를 손이 봉쇄 당했으니 더 이상의 공격은 없으리라는 생각에서 였다. 또 그 생각이 맞다는 듯 허공에 너울거리던 백혈천잠사들이 바닥으로 사르르 내려앉고 있었다. "험! 아무래도 끝난 것 같은데요." "허헛,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구만.... 이렇게 손이 저려서야. 과연 대단한 실력이야. 하지만 말이야..... 완전히 결말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그렇게 여유를 부리면.... 이렇게 낭패를 본다네.... 백룡광신탄(白龍狂身彈)!!!" 203 "허헛,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구만.... 이렇게 손이 저려서야. 과연 대단한 실력이야. 하지만 말이야..... 완전히 결말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그렇게 여유를 부리면.... 이렇게 낭패를 본다네.... 백룡광신탄(白龍狂身彈)!!!" 은근히 말을 끌던 갈천루는 천화가 막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파라락 하고 옷이 휘날릴 정도로 빠르게 몸을 휘돌렸다. 그리고 그 원심력에 공중으로 들려 함께 휘둘러진 양팔을 따라 땅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던 백혈천잠사의 가닥들이 무식할 정도로 한데 엉키고 뭉쳐져 천화를 향해 짓쳐 들어오는 것이었다. 상대의 움직임이나 변식같은 것이 전혀 없는 그 공격은 정말 미친 용이 무식하게 돌격하는 것과 같았다. 천화는 멈칫하는 사이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백혈천잠사 뭉치 모습에 방금 전 시전 했던 분뢰보를 시전 해 그 자리에서 사라지 듯이 뛰쳐나가며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쳇, 갈천후 사부님의 백혈천잠사니까 가능한 거죠. 보통은 여기서 끝이란 말입니다. 풍화(風花)!! 차앗....." 잠시의 방심을 갈천후의 애병인 백혈천잠사로 돌려버린 천화는 갈천후의 공격이 자신에게 다가오기도 전에 그의 면전에 도착하고 있었다. 이어 거침없이 휘둘러진 그의 검에서는 황금빛 검기의 파편들이 뿌려졌다. 잠시 바람에 날리듯 움직이던 황금빛 기운은 어느새 갈천후의 목 주위에 모여 바람에 휘날리는 양 서서히 회전하고 있었다. 조금만 서툰 짓을 하면 바로 목을 날려버리겠다는 기운을 품고서 말이다. 그리고 그 사이로 검을 들이민채 서있던 천화가 갈천후를 바라보았다. "이번엔 확실하게 끝난 것 같은데요." "허허....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구만.... 어떤가... 자네 실력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나이트 가디언 파트의 학생주임을 맞아 보는게?" 갈천후는 이번엔 정말 졌다는 듯 그때까지 들고 있던 양팔을 내려 트렸고 그에 따라 미친 듯이 날뛰던 백혈천잠사 뭉치가 그대로 시험장 바닥으로 떨어져 흐트러졌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선 패한 뒤에 따르는 씁쓸함 같은 것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상당히 흡족해 하는 듯 보였다. 천화의 첫 인상이 좋았던 때문인지 지금 갈천후의 기분은 대성한 손주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거기에 자신이 알지 못하는 상승의 신법과 검법 견식 했기에 그 또한 상당히 흡족했던 것이다. 더구나 자신의 말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기절할 듯한 목소리로 손을 내저어 대는 천화의 모습은 다시 한번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었다. "절~~ 대로 싫어요. 학생주임이라니.... 무슨 그런.... 차라리 제가 항복하겠습니다. 저기요....." "허허허허허..... 아니네, 아니야. 뭘 그런걸 가지고 그렇게 기함을 토하는 겐가? 허허허.... 어쨓든 대단한 실력이야...." 그런 그를 보며 천화도 빙긋이 웃어 보였다. 그리고 그러길 잠시 갈천후는 금령원환지를 얻어맞은 팔 목의 통증이 풀렸는지 양팔을 들어 올려 먼지를 털듯이 툴툴 털어 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뜻 없고 성의 없어 보이는 행동에 신기하게도 주위에 흐트러져 있던 백혈천잠사들이 주인의 부름을 받은 애완동물 만약 갈천후의 팔목으로 휘감겨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테스트를 위한 시합이 완전히 끝난 것을 인식한 구경꾼들로부터 굉렬한 함성과 박수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시험장 위의 두 사람이 보여준 실력과 앞에 있었던 시험들을 비교하자면 이해가 됬다. 하지만 그 시끄러운 괴성들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에 오래가지 못하고 잦아들었다. 갈천후는 주위의 소요가 좀 줄어들자 천화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검기를 퍼부어 놓고도 별로 지치지 않은 모습의 천화였다. 물론 자신도 그렇게 장시간 손을 나눈 것이 아니기에 그렇게 지치지는 않았지만..... 아직 어린 천화가 저 정도의 실력을 보인다는 것에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잊는 그였다. "흠... 이제야 좀 조용해지는 구만. 자, 그럼 자네는 어떻할 텐가?" ".... 어떻하다니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천화는 갈천후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해 보였고, 그런 모습이 손주의 재롱으로 보이는 갈천후는 또다시 웃음을 내비쳤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는 주위 선생님들, 특히 나이트 가디언 파트의 선생님들은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평소엔 그의 모습대로 저렇게 호탕한 웃음을 잘 보아지 않는 그였던 것이다. "음? 손영군이 말해 주지 않던가?" 천화는 갈천후의 말에 뭣 때문에 그의 말을 못 알아들었는지 상황을 이해하고는 슬쩍 남손영이 앉아 있는 곳을 바라보며 싸늘한 빛을 뿜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마 테스트 진행에 대한 숙지사항 같은게 있었던 모양인데, 저 남. 손. 영. 이 자신에게 말하지 않은 것 같았다. "전~ 혀요. 아무런 말도, 한마디 말도 해주지 않던데요. 저 손. 영. 형은요" 아주 싫다는 느낌이 팍팍 묻어 있는 천화의 말에 갈천후는 씩 하니 웃어 보이고는 남손영이 이야기 해주지 않았던 숙지사항에 대해 말해 주었다. "그럼 내가 말해주지. 뭐,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네. 자네의 상태를 보아가며 비무를 진행하자는 내용이지. 한마디로 지금 힘들면 잠시 쉬고, 아니면 곧바로 저기 크레앙 선생과 바로 비무를 시작하게 한다는 것이지. 어쩔 텐가? 별달리 지쳐 보이지도 않은데.... 바로 비무를 시작할 텐가?" "네,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여기에 오래 서있고 싶은 생각은 없거든요." 천화는 갈천후의 말에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즉각 대답했다. 갈천후는 천화의 대답에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진행석을 향해 손짓을 해 보이고는 시험장을 내려갔다. 천화에게 다음에 다시 보자는 말을 건네고서 말이다. 그가 내려가자 그와 함께 시험장 가까이로 다가왔었던 한 명의 밝은 백 금발에 팔 길이 정도에 한쪽 끝에 투명한 수정을 박아놓은 단봉을 가진 외국인 남자가 시험장 위로 올라섰다. 언듯 보기에 이십대 중반이나 후반으로 보이는 크레앙이란 남자는 머리카락 색과 같이 상당히 밝아 보이는 분위기에 조금 장난기가 묻어 있는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꽤나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그 역시 겉모습과는 달리 수준 급의 실력으로 매직 가디언 파트의 학생주임을 맞고 있었다. 더구나 동안이라 젊어 보이는 것이지 실제 나이도 삼십대 중반에 속했다. 물론 천화로서는 모르고 있는 사실이었다. "마법사라.... 다른 사람은 전부 같은 계열로 상대를 정해 주더니, 왜 나만 이런거야? 뭐, 어쨓든 젊어 보이는 마법사니까..... 간단하게 끝낼수 있겠지." 간단히 상대를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천화는 '롯데월드'에서 돌아온 후 계약을 맺은 정령을 소환하기 위해 내력을 끌어 올려 들고 있는 검에 은은한 황금빛의 검기를 쒸웠다. 원래 이런 일은 은말히 해야 했지만 이번 상대는 마법사였다. 무턱대고 정령을 소환했다간 정령력을 들킬 염려가 있었다. 차라리 이렇게 검기를 사용하는 내력으로 정령력을 감춘 후 정령을 소환하는 것이 더욱 안전했다. 더구나 지금 천화가 하는 것은 저번 연영이 하던 것처럼 정령마법으로 정령의 힘만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정령을 직접 소환하는 것이기에 정령의 기운이 더욱더 진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소환 노움.' 천화는 대지의 하급 정령인 노움을 소환했다. 우연인지 어떤 일인지 몰라도 몇 몇 정령들의 이름이 그레센과 비슷하거나 같은 경우가 많았다. 특히 하급정령들의 경우엔 그 이름이 그레센과 똑같았다. 천화는 자신의 발 밑으로 느껴지는 노움의 존재를 느끼며 조금은 음흉한 듯한 미소를 싱긋이 지어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마주선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았는데, 솔질히 오래 끌수도 없었다. 크레앙의 한국어 실력덕분이었다.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때문인지 아니면 공부를 하지 않아서인지.... 그의 한국어는 상당히 꼬여 있었다. 그렇게 인사를 마친 크레앙 주위로 일곱 개의 화이어 볼이 생겨나 그 주위를 호위하듯이 회전했다. 이미 갈천후와의 비무를 지켜본 크레앙으로서는 시작신호도 울리지 않은 상황에서 검기를 생성시키고 있는 천화의 행동이 상당히 불안했던 것이다. 더구나 마법사인 그로서는 눈에 담기 힘든 천화의 공격에 그때그때 대응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테스트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그럼.... 테스트를.... 시작해 주십시요." 천화는 그 소리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검을 든 한쪽 팔을 휙 들어 올려 크레앙을 가르켰다. 그런 천화의 눈에 흠칫 몸을 빼는 크레앙의 모습이 보였다. 그로서는 검기라도 날리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전혀 그런 것이 아닌 천화의 얼굴에 잠시 후 크레앙이 얼마나 놀랄지에 대한 생각으로 벙긋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별로 오래끌 생각이 없거든요...... 노움, 잡아당겨!" ".... 응? 왜? 노움..... 우, 우아아아아!!!" 검기를 날릴 줄 알았던 천화의 이야기에 멍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크레앙은 한순간 자신의 발 밑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느꼈다. 그리고 그 기운을 채 파악하기도 전에 땅속으로부터 사람의 손과 같은 것이 치솟더니 그의 발목을 잡아끌어 시험장 바닥에 패대기 쳐버리는 것이었다. 크레앙이 그렇게 바닥을 뒹굴며 정신없는 사이 그가 만들어 냈던 화이어 볼들이 푸르륵 거리며 사라져 버렸다. 천화는 그 모습에 다시 허공에 대고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204 천화는 그 모습에 다시 허공에 대고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소환 실프!!" 천화의 말이 채 떨어지기 전에 허공중의 한 부분이 이상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순간 그 일렁임은 투명한 푸른색의 색깔을 가지면서 작은 요정과 같은 실프의 모습으로 변했다. 드러난 실프의 모습은 요정의 날개가 없고 다리가 있는 하체부분이 허공 중에 녹아 들어가있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그레센의 실프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속한 세계의 실프, 세 번째로 보는 실프의 모습이었다. 스피릿 가디언의 학생들에게 정령소환에 관해서 물었을 때와 자신이 직접 계약을 맺을 때, 그리고 지금.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모습인지 여기저기서 소근소근 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아니, 그들에게도 실프의 모습은 어느 정도 익숙할 것이다. 단지 천화가 정령을 소환한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일 뿐이다. 하지만 한참 정신없이 당하고 있는 크레앙과 천화로서는 그런 웅성임을 들을 겨를이 없었다. 소환된 실프가 천화의 얼굴 앞으로 날아와 방긋이 웃어 보였다. 마치 명령을 내려 달라는 듯 한 모습이었다. 천화는 그런 실프에게 아직도 노움에게 발목을 붙잡힌 체 정신없이 휘둘리고 있는 크레앙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분 선생님을 바람으로 묶어서 시험장 밖으로 굴려버려..... 단, 심하게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그럼 부탁해. 실프." 끄덕끄덕.... 천화의 명령에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실프였다. 게다가 장난을 좋아하는 바람의 정령이라서 인지 그 자그마한 얼굴에 조금은 짓궂은 미소를 머금고는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크레앙이 있는 곳으로 날아간 실프는 마치 크레앙을 놀리는 양 그의 몸 주위를 뱅글뱅글 맴돌았다. 그런 실프가 지나가는 곳마다 투명한 푸른색의 로프가 생겨나 크레앙의 몸을 휘감아 들었다. 그러길 잠시 크레앙이 푸른빛 로프에 반쯤 뒤덮혔을 때 가 되어서야 실프가 그의 몸을 휘감는걸 멈췄다. 그리고 어느 한순간 단단히 실에 휘감긴 팽이를 던지듯 로프에 휘감긴 크레앙의 몸을 시험장 한쪽으로 내던져 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내던져진 크레앙은 엄청난 속도록 시험장 끝자락으로 굴렀고, 그 속도를 전혀 줄이지 못한 그는 시험장 밖으로 그대로 튕겨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차마 못 보겠다는 듯 천화가 슬쩍 고개를 돌리는 사이 잠시간 공중부양의 묘미를 느끼던 그의 몸은 철퍼덕! 하는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대자로 뻗어 버렸다. 철퍼덕거리는 소리에 다시 고개를 돌려 시험장 밖 바닥에 대자로 뻗은 크레앙의 모습을 잠시 바라본 천화는 어느새 자신의 얼굴 옆에 날아와 있는 실프를 보며 나무라듯 말을 건넸다. "에... 실프야. 내가 심하게 하지 말라고 그랬잖아. 그런데 저렇게 심하게 해버리면 어떻게 하냐?" 하지만 그것은 섣부른 판단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 실프가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어 보이고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양손을 흔들어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에 따라 땅 바닥에 뻗었다고 생각했던 크레앙의 몸이 아래위로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그제야 만족한 천화는 실프와 노움을 칭찬해 주고, 크레앙의 몸을 다시 시험장 위로 올려놓으라는 명령을 마지막으로 그들이 원래 존재하던 곳, 정령계로 돌려 보내주었다. "으.... 끄으응..... 으윽....." "에구... 죄송합니다. 선생님. 실프 녀석이 장난기가 많아서.... 그대로 크게 다친 곳은 없으니까 조금만 참으세요. 곧 응급처치 반을 부르겠습니다." 크레앙의 신음성을 들은 천화는 실프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듣고 있는 사람에게 참 뻔뻔스럽게 들리는 말을 늘어놓고는 잠시 전 갈천후가 했던 것처럼 진행석을 향해 한쪽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이미 상대가 전투 불능이니 빨리 진행해 달라는 표시였다. 그리고 그 요청은 곧바로 받아 들여졌다. ".... 천화군의 두 번째 테스트역시.... 천화군의 승(勝)입니다. 이것으로서 천화군의 '임시 교사 체용에 대한 실력 테스트'를 모두 마칩니다. 대기하고 계시던 가디언 프리스트 분들께서는 속히 크레앙 선생님의 치유를 부탁드립니다." 와아아아아.... 스피커에서 테스트의 결과를 발표하자 갑작스런 정령의 등장에 수군거리던 아이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렸다. 자신들과 같은 나이에 선생들 중 최고 실력자라는 두 사람을 이겨버린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아이들 사이에 우상화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런 환호를 받는 천화는 별로 탐탁치 않은지 머리를 긁적이며 시험장 한쪽으로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그런데 막 천화가 시험장 아래로 내려서는 계단을 밝으려 할 때였다. 지금까지 쓰러져 끙끙거리던 크레앙이 갑작스럽게 벌떡 몸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너무나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사방에서 일던 환호성이 한순간에 멎어 버렸고, 이 쪽으로 달려오던 가디언 프리스트까지 깜짝 놀라 제자리에 급정지 해버렸다. 그러나 정작 이런 상황을 연출해낸 당사자는 상황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지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천화의 모습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길 잠시. 크레앙의 얼굴이 천천히 찌푸려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그의 얼굴이 찌푸려지는데 비례해서 장내의 긴장감 역시 높여졌다. 그러나 다음순간 그 긴장감은 일순간 날아가 버렸고 그 빈자리를 억지로 참아내는 듯 한 킥킥대는 웃음이 대신했다. "아고.... 아우, 아파...... 아파라....." 바로 크레앙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온 몸을 주무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의 코믹한 이 모습에 사람들은 한 토막의 코메디를 보는 것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어느새 어른에게 속아 넘어간 듯한 아이의 표정을 한 크레앙이 천화를 바라보며 꼬이는 한국어 발음으로 물어왔던 것이다 "천화군..... 사용했어? 정령도?" .... 발음이 꼬일 뿐 아니라 문법도 잘 맞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뜻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천화였다. "네, 소환해서 계약을 맺었죠. 얼마 되진 않았지만...." 천화의 대답을 들은 크레앙은 뒤쪽의 누군가를 가리키는 듯한 손짓을 하며 다시 물었다. "그럼.... 마스터 갈천후님과 싸울 때는 사용하지 않았어. 정령을.... 아, 아니... 정령을 사용하지 않았지?" "에? 에.... 그건 뭐, 별다른 뜻은 아니예요. 단지 무공만 수련하신 분이기 때문에 저 역시도 무공만 사용한 거죠. 쉽게 말하면 간단한 예의를 보였다고 말하면 맞을 것 같아요." "그럼 나는? 왜 나에게는 정령을 사용한 거지." 크레앙의 천화의 말에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하지만 천화는 그의 말에 뭐라고 해 줄 말이 없었다. 그냥 단순하게 테스트를 빨리 끝내가 위해서 정령을 소환했다.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렇게 뭐라 할말을 찾지 못하고 머리를 긁적이는 천화였다. "음, 그러니까. 그건 무공을 사용하시는 갈천후 사부님께 대한 예의죠. 무공만 사용하시는 갈천후 사부님께 정령까지 들고 비무를 할 순 없는 노릇이잖아요. 하지만 크레앙 선생님은 마법을 사용하시 잖아요. 마법이야 그 많고 다양한 종류의 기법들이 있으니 제가 정령을 사용해도 별 상관없겠다 싶었는데. 괜찮으시죠? 선생님." 억지였다. 무공을 쓴다고 예를 갖추고 마법을 사용한다고 정령을 사용했다니, 분명히 억지였다. 하지만 아직 한국어에 익숙치 않은 크레앙은 조금 늘여서 말하는 천화의 말에 곰곰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설사 괜찮지 않다고 해도 어쩌겠는가. 장외에 이렇게 다친 마당에 승복할 수밖에. 천화는 크레앙이 수긍하는 듯 하자 조금 미안한 마음을 담아 고개 숙여 인사 해 보이고는 시험장을 내려왔다. 그런 천화의 옆으로 가디언 프리스트들이 스쳐갔다. 천화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는 원래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로 올라갔다. 그런 천화를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역시나 라미아였다. 자리로 다가오는 천화의 모습에 폴짝폴짝 뛰며 좋아하던 그녀는 천화의 한쪽 팔을 잡고는 방긋 방긋 웃어 보이는 것이었다. 물론 그 순간 천화와 라미아 두 사람에게 쏠리는 시선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기도 했다. "역시 천화님. 간단히 이기실 줄 알았어요." "하하... 그래?" "후유~ 너 정말 대단하다. 실력이 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설마 이렇게나 대단할 줄을 몰랐는걸. 근데, 너 정령술은 또 언제 배운 거야? 너 나한테 정령술 한다는 말 한적 없잖아." 라미아에게 끌려 자리에 앉는 천화에게 연영이 신기하다는 눈길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눈길에도 천화는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시험장 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시험장에는 자신의 테스트 때문에 흩어졌던 시험 응시자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여들고 있었다. "물어 본적도 없잖아요. 물어보지도 않는데 내가 왜 말을 해요? 근데, 이제 끝난 거예요?" "칫, 그래. 끝났다. 결과는 내일쯤 각 파트별로 통보되니까 오늘은 이걸로 끝이야." 연영은 천화의 말에 그렇게 대답하고는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그 뒤를 그녀의 말을 들은 라미아와 천화가 따라 일어났다. "일어나, 테스트도 끝나고 했으니까. 내가 맛있는 거 사 줄께." "언니, 난 저번에 먹었던 불고기....." "사달라는 거 사줄거죠?" 그렇게 세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 처음 시험을 시작할 때 제일 앞에 나서 지휘했던 그 젋은 기사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럼, 이것으로서 제 십 팔 회 정기 승급시험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시험에 참가하신 모든 학생 분들과 선생님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돌아가서 편히 쉬도록 하시고, 대회 운영진들은 대회의 정리를 시작해 주십시요. 이상!!" 엄청난 목청을 지닌 기사의 목소리를 들은 세 사람은 가이디어스를 나서기 위해 기분 좋게 몸을 돌렸다. 한데, 막 나서려는 그들의 발길을 잡는 목소리가 있었다. "어? 지금 어디가는 거지? 만약 놀러가는 거라면 나도 끼고 싶은데...."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연영과 라미아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하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는 천화는 잊었던 것이 생각난 다는 듯 한쪽 주먹을 꽉 줘어 보이며 휙 하고 뒤돌아 섰다. "아, 깜빡했네, 손영형. 나 잠깐 볼래요?" "......." 잠시 후 확 풀린 얼굴의 천화를 선두로 세 사람은 가이디 어스를 나섰고, 그 뒤를 통통 부은 눈을 가린 남손영이 뒤 쫗았다. 205 잠시 후 확 풀린 얼굴의 천화를 선두로 세 사람은 가이디어스를 나섰고, 그 뒤를 통통 부은 눈을 가린 남손영이 뒤 았다. "으아아.... 하아.... 합!" 천화의 요란한 기지개 덕분에 카페 안에 떠돌던 시선들이 일제히 천화를 향해 돌려졌다. 그 많은 시선에 순간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을 자각한 천화는 급히 입을 막고 몸을 숙였다. 하지만 입을 막았음에도 이어지는 하품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 천화의 모습에 맞은편에 앉아 있던 두 사람 중, 다리에 딱 달라붙는 청바지에 역시 몸의 근육을 그대로 드러내는 티를 입고 있던 사내가 나직이 혀를 차며 말했다. "짜식이 이런 좋은 날씨에 축 쳐져서 하품은...." 과연 그의 말대로 여름 날씨로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것 같은 날씨덕분에 카페는 물론 카페 밖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환한 얼굴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예외는 있는 법. 바로 자신과 같은 상황의 사람일 것이다. 천화는 그런 생각에 축 쳐지는 팔을 들어 방금 시켜놓은 차가운 아이스 티를 시원하게 들이키고는 앞에 앉아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 바로 '롯데월드'에서 보고 두 번째로 만나는 이태영과, 저번 시험 때 천화에게 구박만 받고 돌아갔던 남손영이었다. 이미 천화의 테스트가 있은 지도 이 주가 지나고 있었다. 이 주일. 별로 길다고 할 수도 없는 시간이지만 천화에게는 힘든 고행의 시간과도 같았다. 과연 생각했던 대로 나이트 가디언의 선생으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미 테스트로 천화의 실력이 증명된 덕분에 그레센에서 처럼 실력을 의심하는 일은 없었지만, 가르치는 과정에 있어서는 그레센에서 보다 몇 배나 힘들고 골치 아팠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명령에 대한 복종에 있었다. 중원에서나 그레센에서나 스승이나 상관으로서의 명령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무언가를 지시할 경우 그 지시를 최우선으로 하고 따른다는 것이다. 덕분에 그레센에서도 천화의 실력이 증명된 후 별다른 설명 없이도 천화가 지시하는 훈련을 묵묵히 또 절대적으로 따랐던 것이다. 물론 스승을 하늘처럼 여기던 중원에서는 말 할 것도 없고 말이다. 헌데..... 헌데, 어떻게 된 것이 이곳 가이디어스의 학생들은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한가지 수련과제를 낼 때마다 그것에 대해 설명을 하고, 시험을 보여야 했다. 더구나, 가르치려는 것의 난이도가 높고 힘들 다고 생각될 때는 자신들의 수준이 아니라고, 다음 학년으로 넘겨 버리기도 하는 것이었다.- 참고로 천화가 맞고 있는 것은 3 학년들이었다. - 비록 천화의 나이가 자신들과 비슷한 때문에 격이 없어 보인 덕분에 그런 것일 수도 있었지만, 정말 중원과 그레센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이다. 오죽했으면 이번 달 내로 라미아를 가이디어스에서 졸업 시켜버릴 것을 고민했을 정도였다. 그러던 중 이 눈앞의 두 사람이 불쑥 찾아온 것이었다. 천화는 자신의 잠에 담긴 오렌지 주스를 한번에 비워버린 후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냥 단순히 안부만 묻자고 자신을 찾아올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래, 무슨 일로 찾아 온 거예요? 특히 손영형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처럼 삐쳐서 돌아가더니만...." "큭..... 험, 험... 삐치다니? 내 나이가 몇 인데, 널 상대로 삐치냐?" 하지만 마시던 주스 잔을 급히 내려놓으며 말하는 남손영의 눈썹은 기이하게 휘어져 있어, 그의 말에 대한 신빙성을 상당히 떨어트렸다. 하지만 본인이 잡아 땐다면 증명할 수도 없는 것이기에 천화는 두 사람을 은근히 바라보며 대답을 재촉했다. 자신이 이러고 있는 동안 3학년 녀석들이 빈둥거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오기 전에 담 사부에게 부탁을 해놓긴 했지만 자신이 있는 것과 없는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천화의 뜻을 읽었는지 남손영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별로 대단한 일은 아니고.... 혹시 던젼이 발견 됐다는 말 들은 적 있냐?" "전혀...." 천화는 남손영의 말에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천화로서는 그 비슷한말도 들은 적이 없었다. 남손영은 그 모습에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직 못들은 모양이군. 하기야 우리 나라에서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 안되니까. 사실 몇 일 전에 중국에서 던젼이, 그러니까 경운석부(憬韻石府)라는 고인(高人)의 은신처(隱身處)로 보이는 석부가 발견됐다." "경운석부.... 라고요?" 남손영의 말을 되뇌이는 천화의 몸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앞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남손영은 그런 천화의 모습에 자랑이라 하는 양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사천성에 있는 무슨 산에서 발견됐어, '그 날' 이후로는 산에 오르는 것도 위험해서 오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그 지방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무슨 일 때문인지 올라갔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알려진 거지. 정말 그 사람도 운이 좋았지.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산에 올라서 별탈 없이 내려온 것만 해도 엄청난 행운인데, 그런 것까지 발견하다니..... 정말 천운에 천연이지." 천화는 남손영의 말에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산짐승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몬스터 까지 어슬렁거리는 산에 올라서 무사히 내려왔을 뿐만 아니라 인연이 없으면 발견할 수 없는 그런 곳까지 발견하다니 말이다. 하지만 천화가 궁금해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런 사실은 알아도 그만이고 몰라도 그만이다. 정작 궁금한 것은 왜 자신을 불러냈는가 하는 것이었다. "네, 네... 정말 천운이네요. 그런데, 그거하고 날 불러 낸거 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데요? 빙빙 돌리지 말고 빨리 말해줘요." 서문이 긴 것이 지겨웠던 천화의 말에 남손영은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보라는 듯 손을 휘휘 저어 보였다. 그리고 막 말을 이르려 할 때 였다. 그때까지 가만히 앉아서 시켜놓은 음료수를 벌컥대고 있던 이태영이 갑자기 끼어 들어 한마디를 던지듯이 툭 내뱉어 버리는 것이었다. "뭐, 간단한 거야. 우리 염명대가 거기 갈 건데, 너도 같이 가자는 거지." "임마, 아직 내 말도 다 끝난게 아니데...." "뭐, 어차피 말할 거잖아요. 저렇게 궁금해하는데, 말해주고 난 후에 설명해줘도 되잖아요." 순간 자신의 말을 끊어 버리는 이태영의 말에 따가운 눈총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것은 성기사 답지 않게 능글맞은 이태영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능글맞은 그의 말에 나직히 한숨을 내쉰 남손영은 천화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태영의 말을 들은 천화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같이 가자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럼, 아직 석부안으로 안 들어갔다는 말입니까? 벌써 석부가 발견 된지 몇 일이나 지났는데도?" 전혀 생각 밖이라는 천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남손영은 설명을 이태영에게 떠 넘겨 버렸다. 아마도 그가 말하던 중간에 끼어든 불만을 표시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까부터 알고 있는 이야기를 듣는 관계로 지루해 하던 이태영은 외려 신난다는 얼굴로 천화의 물음에 자신이 아는 것을 주절대기 시작했다. "그래, 그리고 네 말에서 틀린게 있는데 그들은 들어가지 않았던 게 아니라, 들어가지 못했던 거야. 처음 그 일이 중국내의 가디언 본부에 보고되었을 때는 중국 내에서 처리하려고 했었지. 아니, 어떻게든 자국 내에서 처리하길 바랬지. 네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곳에서 나오는 무공서적이나 마법서들이 알게 모르게 그 나라의 국력에 영향을 주거든. 뭐, 어디까지나 각국의 높으신 나으리들 생각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았던 모양이야. 알려오기를 우선적으로 투입된 세 개의 조 모두가 얼마 들어가지도 못하고 엄청난 낭패만 보고 돌아왔다고 하거든. 그러니 어쩌겠냐? 자신들 만으론 힘들겠다 싶으니까 그때서야 국제적으로 그 사실을 알리고 같이 석부를 발굴해 보자고 요청한 거지." 이태영의 설명에 천화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물었다. "확실히 그런 곳이라면 들어가기가 힘들죠. 그래서 한국에서는 염명대가 가기로 했다는 말인 것 같은데.... 그럼 거기에 나는 왜 끼는 건데요? 아, 이번엔 빙빙 돌리지 말고 그냥 말해 줘요." 이태영은 천화의 말에 쩝쩝 입맛을 다시더니, 멋 적은 표정으로 천화에게 대답했는데, 그 말을 들은 천화로서는 황당한 표정으로 나직히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게..... 통역할 사람이 필요해서 말이야....." "하. 하. 하. 하아....." "야, 야, 내 말도 좀 들어봐. 사실 중국어를 통역할 사람들이야 많아. 하지만 우리가 가려는 곳이 곳인 만큼 아무나 동행할 수는 없는 일이잖냐. 안 그래? 그러니까 네가 우리사정 좀 봐 주라. 응?" "우..... 씨 그렇지 않아도 선생일 만 해도 힘든데..... 가디언들 중에서도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을 거 아니예요. 그런 사람들과 같이 가면 되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요즘 싸여 가는 스트레스 덕분에 피곤한 천화였다. 그런데 다시 사천성의 고인의 석부까지 동행하자니, 정말 움직이기 싫은 천화였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생각을 다 아는 것처럼 자신 옆으로 다가와 떡 하니 어깨를 걸치고 능글맞게 이야기를 꺼내는 남손영의 모습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승낙할 수밖에 없는 천화였다. 중원에서도 그렇고 그레센에서도 그렇고, 이런 때에는 정말 상대에게 끌려 다니는 자신의 우유부단(優柔不斷)한 성격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하. 지. 만. 어차피 가기로 한 것, 최대한 자신이 챙길것은 다 챙겨야 겠다는 생각을 한 천화가 득의해 있는 남손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거기 가는데, 라미아도 같이 갈 수 있도록 해줘요. 그게 안 되면 나도 안가요." "..... 공처가 녀석...." 한심하단 표정의 이태영의 말이었다. 206 "..... 공처가 녀석...." 한심하단 표정의 이태영의 말이었다. 천화는 그의 말에 별말 없이 날카로운 눈으로 쏘아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느긋한 한 마디 말에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고 마는 이태영이었다. "흥, 그런 형은 나처럼 공처가 노릇할 애인이나 있는지 모르겠네....." "...... 크윽...." 이태영이 자신의 말에 꼬리를 말자 천화는 다시 시선을 남손영에게 주었다. 하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남손영은 약간 곤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로서는 그 위험한 곳으로 가는 길에 비록 5학년이라지 만 가이디어스의 학생을 포함시킨다는 게 상당한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었다. 그 위험함 때문에 중국어를 통역할 사람을 보통의 가디언들 중에서 찾지 않고, 자신들이 그 실력을 체험한 천화에게 그 일을 맞겼겠는가 말이다. 남손영이 그런 생각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는 모습에, 옆에 앉아 있던 천화가 그의 생각에 참고하라는 식으로 몇 마디 말을 이었다. "이건 그냥 알아두라고 말하는 건데, 라미아의 실력은 저번 시험 때 내보인 그것이 전부는 아니예요." "그게... 무슨 소리야?" 한참 머리를 굴리며 천화대신에 그냥 가디언 중에서 통역을 찾을까 라고 생각하던 남손영은 그리 크지 않은 천화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내보였다. 그 모습에 천화가 다시 입을 열었는데, 만약 위와 같은 남손영의 생각을 알았다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입을 꾹 다물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남손영의 생각을 전혀 알지 못하는 천화로서는 그의 말에 충실히 대답할 뿐이었다. "무슨 소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예요. 라미아의 진짜 실력은 가디언들과 같다는 말이죠. 단지, 필요가 있어서 시험 때 그 실력을 다 보이지 않은 것뿐 이예요. 이제 같이 가도 되죠?" "물론, 그럼 가서 짐 꾸리고 있어. 내일 오후에 출발할 예정이니까, 우리가 그날 공항으로 가는 길에 가이디어스로 들를 테니까." 남손영은 천화의 말에 고민거리가 확 풀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로서는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쌍수 들고 환영하고 싶을 정도였다. 한국 내에서 아니, 세계적으로도 꽤나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염명대 였지만 단 하나 모자라는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마법사였다. 비록 다른 대원들의 실력이 뛰어난 덕분에 그렇다할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마법사가 끼어 든다면 반대하고 싶은 생각은 절대 없는 그들이었다. 마법의 그 다양성. 뭐, 각국에서 파견되는 가디언들인 만큼 그 속에 마법사 한 둘 이야 없겠냐 만은 어쨌든 그들은 다른 나라 소속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그 실력이 매직 가디언들과 같은 것이라면 전력도 보탬이 되니 더욱더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일단 결정이 내려지자 남손영에게 준비할 것에 대해 들은 천화는 곧 바로 그들과 헤어 졌는데, 이태영은 그때까지도 의기 소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천화의 말에 꽤나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었다. 그 길로 가이디어스로 돌아온 천화는 곳 바로 연무장으로 향했다. 아직 수업이 끝날 시간이 되지 않은 덕분에 연무장 여기 저기서는 한창 수업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학생들 중 일부가 주룩주룩 땀을 흘려가며 줄을 맞추어 연무장을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하지마 그냥 도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변화와 격식을 가진 보법을 밟아가면서 검초를 휘두르며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들은 연무장을 두 번 돌 때마다 시전하는 보법과 검초를 달리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들이 천화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는 3학년 학생들이었다. "후우~ 당분간 훈련을 못하게 되겠는걸.... 뭐, 저 녀석들은 좋아라 하려나? 쩝...." 천화는 뭔가 조금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연무장을 돌고 있는 아이들 쪽으로 다가갔다. 훈련시킬 때는 스트레스 쌓이고, 짜증이 났는데, 막상 자리를 비우려니까 그 동안 시킨 훈련이 아까웠던 것이다. 사실 남손영에게 자신이 맞고 있는 선생의 직함과 라미아의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었다. 하지만 남손영은 후에 학교로 연락이 갈 것이란 간단한 말로 끝내 버렸다. 뭐, 저기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뺑뺑이 도는 녀석들은 아마 좋아할 것이다. 천화 자신이 3학년 선생으로 오면서 그들이 받는 수업의 난이도가 한두 단계 높아졌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천화 자신이 자리를 비우면, 그 난이도는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천화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연무장 한편에 서서 연무장을 돌고 있는 아이들을 불러모았다. "주목!! 나이트 가디언 파트 3학년 집합!!" 약간의 내력을 담은 덕분에 나즈막 하지만 모두의 귀에 분명하게 울려오는 천화의 목소리가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헥헥 거리며 연무장을 돌던 아이들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천화의 앞에 대열을 갖추었다. 그런 아이들의 움직임에 훅 하고 밀려나오는 바람에는 숨을 턱턱 막히기 하는 땀 냄새가 배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냄새를 맡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는 천화였기에 천화의 입이 슬쩍 열렸다. "소환 실프. 저 녀석들 사이사이에 흘러들어 저 냄새를 저 쪽으로 날려 버려죠. 미안해 이런 일 시켜서...." 끄덕끄덕.... 천화가 소환해낸 실프는 천화의 명령에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곧 그 진한 땀 냄새를 맡았는지 얼굴을 살짝 찌푸려 보였지만 곧 들려온 천화의 말에 빙긋 웃어 보이고는 허공으로 산산이 흩어져 날아갔다. 그리고 실프가 완전히 허공에서 사라지자 천화의 등뒤로부터 선선하면서도 맑은 바람이 불어와 일대에 감돌던 불쾌한 공기를 싹 날려 버렸다. 그리고 그와 함께 아이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우아아아....." "흐아~ 살았다....." 좀처럼 보기 힘든 정령을 가까이서 본 것과 자신들의 땀 냄새에 턱턱 막히던 숨이 시원하게 트여진대 대한 탄성 이 두 가지였다. 잠시 후 주위가 조용해지자 천화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갑작스럽지만, 한가지 아쉬운 소식을 전해야 될 것 같다." "....." 순간 기분 좋게 바람을 맞고 있던 아이들 사이에서 불안함을 가득 담은 침묵이 흘렀다. 저기 자신들과 같은 또래의 선생에게 아쉬운 소식은 곧 자신들에게는 불행한 소식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천화의 말은 그들에겐 '아쉬운' 것이 아닌 반기고, 반기고, 또 반기고 싶은 소식이었다. "오늘 갑작스럽게 결정된 일인데, 우연히 가디언 본부에서 하는 일에 참여하게 됐다. 덕분에 내일부터 중국으로 가야 하거든. 아직 어떻게 될지 정확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내가 없는 내 대신 다른 선생님이 대신 수업을 진행할 것 같다." "...... 와아아아아아!!" "야호~~ 이제 이 지옥 같은 훈련도 끝이다.." 천화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로서는 이 지옥과 같은 훈련에서 벗어난 것이 그 무엇보다 기뻤던 것이다. 처음엔 자신들과 비슷한 나이의 천화가 선생으로 와서 만만하게 보고 기뻐했지만..... 지금은 전에 자신들을 지도하던 선생이 그리울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기쁨을 토하는 중 중요한 사실 하나를 잊고 있었으니, 바로 자신들에게 그 지옥과 같은 훈련을 시킨 인물이 앞에 서있다는 것이었다. 환호성을 지르려거든 천화가 없을 때 했어야 하는 것. 순간 천화의 고함소리가 쩌렁쩌렁하게 3학년 아이들의 귓가를 떨어 울렸다. "동작 그만!! 모두 집중해라. 너희들이 이렇게 까지 아. 쉬. 워. 하니. 내가 어찌 그냥 가겠는가." 움찔! 환호를 터트리고 기뻐하던 아이들은 웅웅 울리는 천화의 목소리에 순간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방금 전 보였던 행동을 되새기고는 얼굴을 하얗게 물들였다. 상대가 누구든, 어딜 간다고 하면 아쉬운 말이라도 해줘야 하는데.... 그렇게는 못 해줄 망정 당사자를 앞에 두고 환호성을 질렀으니. 더구나 자신들과 나이는 같지만 선생이 아닌가. 게다가 왠지 불길하게 천화의 말끝에 붙은 말. "오늘은 남은 시간이나마 내가 직접 특. 별. 하. 게. 지도해 주도록 하겠다." 천화는 자신의 말에 부르르 몸을 떨어 대는 아이들을 보며 득의의 웃음을 지어 보이며 훈련 메뉴 하나하나 명령하기 시작했다. 아주 빡빡하고 어려운 것들만을 골라서 말이다. 그리고 그러길 얼마. 드디어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렸지만. 천화가 맞고 있는 3학년 중에서 걸어나가는 인물은 천화를 제외하고는 한 명도 없었다. 모두다 수업 종과 함께 그 자리에 그대로 뻗어 버린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을 일으켜주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천화였기에 연무장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라미아와 함께 곧장 기숙사로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지금 그 두 사람에겐 연무장의 아이들 보다 내일 떠나기 위해 준비물을 챙기는 것이 더욱 바빴던 것이다. 물론...... 옷가지 몇 개를 제외하면 챙길 것도 없지만 말이다. 207 물론...... 옷가지 몇 개를 제외하면 챙길 것도 없지만 말이다. "그럼, 내일 출발하면 언제쯤 다시 돌아오는 거야?" 라미아와 함께 중국에 가져갈 몇 가지 옷들을 차곡차곡 개어 작은 가방에 집어넣던 연영은 한쪽에서 멀뚱히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천화를 바라보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연영은 거실에 이것저것 옷을 꺼내놓고 고르고 있는 두 사람에게서 오늘 낮에 남손영을 만났던 이야기를 들은 것이었다. "그건 가봐야 알겠지만, 한 보름에서 한달 정도 걸리지 않겠어요? 그 중국의 가디언들이 함부로 들어서지 못한걸 보면 기관장치들이 꽤나 복잡하고 위험하게 되어 있다는 소리니까 그걸 일일이 해체하고, 부수고 나가려면 그 정도는 걸릴 것 같은데.... 라미아, 이 옷도 같이 넣어." 천화는 연영의 말에 자신이 중원에 있을 때의 경험을 살려 대답하며, 자신 앞에 놓인 여름에 입긴 좀 더워 보이는 긴 팔 티 하나를 들어 라미아에게 건네주었고, 라미아는 그 옷을 받아 자연스럽게 개어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익숙한 일인 듯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 연영은 부드럽게 미소를 뛰어 보이며 자신이 챙겨놓은 라미아의 옷 가방을 거실의 한 쪽에 세워놓은 연영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내 생각 같아서는 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이미 간다고 결정됐다고 하니 하는 말인데. 정말 조심해야 돼. 이 전에 이런 고인의 거처나, 고대의 던젼이 발견된 이야기를 몇 번들었는데, 보통 위험한 게 아니야. 한 마디로 무헙 소설이나 환타지 소설 속에서나 나올법한 것들이 그대로 실존한다는 말이지. 염명대 분들과 세계 각국의 실력 있는 가디언들과 같이 들어간다니까 조금 마음이 놓이긴 한다만..... 그래도 정말 조심해야 된단 말이야. 특히 천화 너. 네가 라미아와 같이 동행해야 된다고 고집 부린 거니까. 네가 확실히 책임져. 네 말대로 라미아의 실력이 정식의 가디언들과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그런 곳에서 갑자기 발동되는 기관장치에 대처하기는 마법사에겐 어려운 일이야. 알았지?" "헷, 걱정 말아요. 여러 가지 재주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어떤 큰 위험은 없을 꺼예요." 천화는 시집가는 딸을 부탁하는 어머니 같은 연영의 말에 자신 만만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도 그럴것이 천화 자신의 실력과 라미아 두 사람의 실력이면 그런 석부는 충분히 뒤져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더우기 천화에게는 이미 그런 석부와 비슷한 곳을 뒤져본 경험이 있었다. 뭐, 그 경험의 결과물이 바로 지금 자신을 '이 곳'에 있게 만든 세 가지 물건중 하나 였지만 말이다. 순식간에 거기 까지 생각이 미친 천화의 얼굴이 자신도 모르게 슬쩍 찌푸려졌다. '그때 천기신령부(天機神靈府)에서 이 놈의 팔찌를 거기 있었던 아무 한테나 던져 줬어도 누님들과 고향에서 떨어져 이런 곳을 헤매고 있진 않았을 텐데 말이야.... 에효~ 뭐, 지금 와서 후회 해봤자 뭘 하겠어. 게다가 꼭 나빴던 것만도 아니고 말이야.' 천화는 그런 생각과 함께 자신의 옷 가방을 챙기는 라미아를 바라보며 따뜻하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다음 순간 천화는 그 미소를 지움과 동시에 지금의 상황에 후회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천화의 시선을 느낀 라미아가 천화를 바라보고는 '꺄아~ 귀여워....' 라며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천화의 속을 모르는 연영으로서는 산 속에서 살다 나온지 한달 밖에 되지 않은 두 사람이 걱정스럽기만 할뿐이었다. 물론, 연영의 쓸데없는 걱정이지만 말이다. 다음 날 다시 한번 조심하란 말과 함께 두 사람을 꼬옥 안아준 연영은 빨리 다녀오라는 말을 하고는 학교로 나섰다. 천화는 그런 연영의 말에 간단히 대답해주고는 다시 거실 벽에 기대어 편히 앉았다. 그리고 라미아에게 맞겨 두었던 일라이져를 받아 깨끗한 천으로 손질하기 시작했다. 원래 천화 방의 책상 서랍에 굴러다니던 일라이져 였지만, '롯데월드'에서의 일이 있은 후 어떻게 사용될지 몰라 라미아에게 맞겨 그녀의 아공간에 보관하게 했던 것이었다. 어차피 라미아와는 항상 함께 붙어 다닐 테니까 언제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사실 오리하르콘으로 이루어진 일라이져였기에 때문에 따로이 손질할 필요가 없었지만, 필요할 때 가디언들 앞에서 라미아의 아공간을 들어낼 수 없다는 생각에서 또 염명대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보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손질이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와 함께 얼굴을 드리미는 이태영의 모습에 천화는 그런 손질을 그만 두어야 했다. "출발할 준비 다 됐지? 아, 저번에 뵐 때 보다 더욱 아름답군요. 라미아양..... 라미아양을 보면 저 녀석이 공처가인 이유가....." "허험.... 쓸 때 없는 말하지 말아요. 근데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예요? 어제 손영형이 오후에 출발할 거라고 했는데...." 천화는 문을 열어준 라미아의 모습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더니 뭐라고 쓸데없는 말을 하려는 이태영의 말을 급히 끊어 버리고서 물었다. 하지만 천화에게서 어제 남손영등을 만났던 이야기를 들어 대충 이태영의 말을 짐작한 라미아는 천화를 바라보며 방긋이 웃어 보였다. 그런 라미아의 시선을 받은 천화는 약간 뜨끔 하는 느낌에 다시 헛기침을 해 보이고 이태영의 말을 들었다. "뭐? 그게 무슨.... 아, 손영형이 말을 잘못했구나. 아니, 네가 말을 잘 못 알아들은 건가? 손영형의 말은 공항에서 출발하는 게 오후라는 이야기 였지. 그리고 그러려면 지금 공항으로 출발해야 하고 말이야." "아, 아....." "이제 알겠냐? 알았으면, 빨리 나와. 밖에 차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아, 라미아양 짐은 이리 주시죠. 제가 들테니...." "아니요. 괜찮아요. 제 짐은 천화님이 들어 주실텐데요 뭐." 이태영의 말에 그렇게 대답하며 살짝 돌아보는 라미아의 모습에 자신의 옷가지가 들어있는 가방을 들어올리던 천화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쩝! 쩝! 입맛을 다시며 라미아의 가방까지 같이 들어 어깨에 걸어 매어야 했다. 이태영은 두 사람의 그런 모습에 피식 웃어 보이고는 발길을 돌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를 문을 잠근 라미아와 천화가 뒤따랐다. 이태영을 뒤따라 간 곳은 가이디어스의 입구 부근이었는데, 거기에는 유선형으로 잘빠진 갈색 승합차가 한 대 서 이었고, 그 주위로 여섯 명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몸을 풀고 있었는데, 그들 모두 저번 롯데월드 지하에서 봤던 사람들로 팽두숙과 강민우가 빠진 나머지 고염천, 남손영, 가부에, 신우영, 세이아, 딘 허브스 들이었다. 이리저리 가볍게 몸을 풀고 있던 그들도 라미아와 천화를 발견했는지 가볍게 인사를 건네 왔고, 이내 천화와 라미아역시 가법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런 후 천화와 라미아는는 다시 남자와 여자들끼리 모여 차에 올랐고, 그 차는 곧바로 공항을 향해 나가기 시작했다. 딘 옆에 앉은 천화는 등 뒤에서 들리는 라미아를 포함한 여자들의 조잘거림을 들으며 누구랄 것도 없이 입을 열었다. "근데 사천엔 언제쯤 도착하게 되는 건데요?" "글쎄.... 우리가 경비행기를 타고 갈 거니까.... 한 10시간에서 14시간? 그 정도 사이일 것 같은데? 뭐, 어차피 내일 날이 새기 전엔 사천성에 도착할거다." "....... 빠르네요." "별로, 예전 여객기라면 더 빨리 갔을 거야. 하지만 지금 같이 와이번이나 그리핀, 또 드물게 드래곤까지 날아다니는 상황에 여객기를 뛰울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으~ 정말 여객기를 타고 갈수만 있다면 몸도 편하고 좋을 텐데... 그 좁은 경비행기 안에서는 편하게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으아~ 걱정이다." 남손영은 그렇게 대답하며 투덜거렸지만, 천화의 생각은 여전히 빠르다 였다. 비록 TV를 통해 비행기가 얼마나 빠른지 알게 되긴 했지만.... 천화가 중원에 있던 시절을 생각한다면 정말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것이었다. 그 정도로 빨리 도착한다 면야.... 잠시 불편한 것 참는 게 대수겠는가. 아니, 그것 보다는 지금 뒤쪽에서 이어지는 수다가 사천성에 도착할대 까지 이어질지가 더욱 걱정이었다. 천화는 그런 생각을 하고는 아까부터 보이지 않는 두 사람에 대한 행방을 물었다. 뚱뚱한 모습에 외가 기공을 익힌 팽두숙과 강력한 염력을 사용하면서 세이아 옆에서 떨어지지 않던 강민우가 그들이었다. "이번 임무가 임무인 만큼 위험해서 내가 빠지도록 했지. 민우 녀석의 염력을 쓸만하긴 하지만 너무 어리고, 팽두숙의 경우는 보는 그대로 발이 좀 느리거든. 뭐, 우리들이 보는 시각에서 느리다는 거지만 말이다. 근데, 저 놈한테 들으니까 아이들 가르치느라고 고생 좀 한다고?" "뭐, 그렇죠. 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명령하는 것보다는 명령받는 쪽이, 그리고 가르치는 쪽보다는 배우는 쪽이 더 쉬운 법이니까요." "훗, 그렇지. 내 이 녀석들을 부려먹느라고 골머리를 좀 썩었으니까 말이야. 특히 그 중에서도 저 놈이 제일 골치 아프지." 천화의 말에 고염천이 맞장구 치며 남손영을 한 차례 노려보았다. 둘이 비슷한 상황이다 보니, 잠시지만 마음이 통했던 모양이었다. 그런 천화의 눈에 고염천의 허리에 매어 있는 목검 남명이 눈에 들어왔다. 저번에 봤던 모습으로 보아 보통의 평범한 목검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리고 그의 한쪽 옆구리에 매달린 부적가방은 새로 만든 부적으로 두둑 히 배를 채우고 있는 것 같았다. 천화는 그런 고염천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는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날' 을 시작으로 차가 80%가량 급격히 줄어 버린 덕분에 천화들이 탄 차는 막힘 없이 빠른 속도로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공항은 거의 텅 비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까 남손영의 설명대로 이런 경우가 아니면 비행기는 거의 운항을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거대한 공항의 한 활주로에 천화들이 탈 하얀색의 비행기 한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잠시 그 비행기를 바라보고 있던 천화는 여전히 자신의 등뒤에서 들려오는 소곤거림에 나직히 한숨을 내 쉬었다. '에효~ 왜지 사천까지 저 수다가 이어질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듣는데..... 으~ ' 208 '에효~왠지 사천까지 저 수다가 이어질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드는구나..... 으~ ' 우우우우웅............. 우아아아앙........ "탑승하고 계신 가디언 분들께 알립니다. 이 비행기는 약 20분 후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겠습니다. 모두 안전 벨트를 다시 매어주시고 착륙준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거기 주무시고 계신 분도 좀 깨워 주십시오. 착륙할 때 충격으로 부상을 입을 지도 모릅니다. 그럼...." 그다지 튼튼해 보이지 않는 경비행기 조종석의 문을 열고 나온 부기장의 말에 앨범 정도 크기의 창을 통해서지만 몇 달만에 자신의 고향인 중국 대륙을 바라보던 천화는 드디어 살았구나 하는 표정으로 나직이 한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천화만의 심정이 아닌 듯 이태영을 제외한 대부분의 남성들이 그런 표정을 지으며 힐끌힐끔 뒤쪽에 앉은 라미아와 신우영 등의 여성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비행기에 오르기 전 느낀 천화의 불길한 예감이 그대로 들어맞은 때문이었다. 중간에 그녀들이 잠든 몇 시간을 제외하고 한 시도 쉬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그녀들의 수다 덕분에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 남성들은 그 끝도 없이 이어지는 수다에 치를 떨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별로 움직이지 못하고 한 자리에 앉아 있는 자세가 불편한데, 거기에 웅성웅성 이어지는 그녀들의 수다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 조용하고, 조신해 보이는 모습 그대로 처음엔 조용하던 가부에까지 어느새 라미아들의 수다에 휘말려 같이 떠들어 대고 있었으니..... 그래도 라미아와 연영의 수다에 어느정도 단련이 되고, 또 오랜만에 보게 되는 자신의 고향 땅에 감격-그것도 처음 중국대륙이 보이기 시작한 몇 십분 뿐이었지만 말이다.- 하고 있던 천화였기에 귓속을 후벼파는 소리들을 어느정도 외면할 수 있었지만, 그 외 남성 가디언들은 눈에 붉은 기운까지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예외가 있었으니, 바로 이태영이었다. 그는 평소의 그 털털하다 못해 거친 용병과도 같은 성격답게 라미아들의 수다에는 끄떡도 하지 않고, 아니 오히려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낮게 꼬까지 골아가며 골아 떨어져 있었다. 방금 부기장이 깨워달라고 요청한 사람도 다름 아닌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는 이태영이었다. 하지만 부기장의 말에 따라 이태영도 그만 일어나야 했다. 그의 단짝이라 할 수 있는 딘이 그를 두들겨 깨운 것이다. 그리고 그 주위로 라미아와 천화, 그리고 가디언들이 하나씩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뭐.... 따로 챙길만한 짐이랄 게 없어 단순한 점검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다행 이도 라미아를 비롯한 여성들의 수다도 끝이 나고 있었다. 도착할 곳이 가까웠다는 말에 모두 비행기의 유리창가로 얼굴을 내민 까닭이었다. 20 분 후 부기장이 나와 비행기 착륙을 알리고 다시 한번 안전 벨트의 착용을 당부했다. 그리고 서서히 일행들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비행장. 헌데, 이상한 모습이 일행들 몇 몇의 눈에 들어왔다. "저... 게 뭐야? 어떤 놈이 인도등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거야?" 성질 급한 이태영이 버럭 소리를 내 질렀다. 그랬다. 지금 일행들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어슴푸레 밝혀진 비행장의 한쪽에서 거의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는 불빛이었다. 인도등이 뭔가. 바로 밤에 비행기의 착륙을 유도하는 것이 아닌가. 비록 지금 밝혀진 정도만으로도 착륙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그런 인도등을 가지고 저런 식으로 휘두르다니.... 일행들이 보기엔 황당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는 사이 비행기는 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느낌과 함께 비행장 주위를 한바뀌 돌아 착륙했다. 그 비행장은 임시로 만들어 진 곳인지 간단히 주위를 정비한 들판에 만들어져 있었는데, 그 주위로는 다른 곳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몇 대의 비행기가 조용히 잠을 자고 있었다. 아마 꼭 비행장이 아닌 상황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한 경비행기라는 점을 생각해서 경운석부가 가까운 이곳에 임시 비행장을 만들어 놓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정비된 비행장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듯 비행기 안에 앉아 있던 일행들은 굉장한 떨림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그 떨림이 완전히 멎고, 엔진 소리가 들려오지 않을 때 다시 조종석의 문이 열리며 부기장을 비롯한 두 사람이 문을 열고 나오며 기장으로 보이는 노년의 인물이 말을 이었다. "장거리 운항이었는데, 여러 가지로 불편하지나 않으셨는지 모르겠구만. 자 모두 내리도록 하지. 밖에서 차가 대기하고 있겠다고 했네." "별말씀을요. 덕분에 편하게 왔습니다. 헌데, 기장님과 다른 분들은...." 기장의 말과 함께 부기장이 비행기 도어를 여는 모습에 고염천이 나서서 물었다. 자신이 듣기로 이 경비행기는 자신들이 돌아갈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린다고 했었다. 사실, 전투 능력이 없는 비행기가 가디언도 태우지 않은 채 비행한다는 것도 불안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아, 우리들도 여러분들과 같은 차를 타고 갈 꺼야. 그 쪽에 조종사들을 위해 마련된 숙소가 있으니까 우리들은 거기서 자네들의 일이 끝날 때 가지 대기하고 있게 되어있네. 자, 어서 나가지 들." 기장의 말에 고염천이 고개를 끄덕이자 제일 먼저 이태영이 비행기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마도 방금 전 인도등을 가지고 장난친 인물을 찾으려는 듯 했다. 그 뒤를 언제나 처럼 딘이 뒤따랐고 뒤이어 다른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섰다. "후우~~ 과연 오랜만인걸...." 천화는 달빛을 통해 어슴푸레 보이는 주변의 풍광에 왠지 모르게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비록 자주 들르던 곳도 아니고, 650여 년 동안 어떻게 변했을지도 모를 모습이긴 하지만, 몇 달만에 중원 땅의 모습을 본 천화에겐 괜한 친근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 것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던 기분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그런 천화의 모습에 그 곁에 있던 라미아는 따로 말을 걸지 않고 가만히 천화의 시선을 따라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라미아의 그런 배려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그 기분을 그렇게 오래 느낄 수 없었다. 비행장의 저 한쪽 아마 조금 전 인도등이 흔들리던 곳이라 생각되는 곳에서 시끄러운 이태영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내저어 보이는 남손영을 선두로 이태영과 딘, 그리고 인도등을 요란하게 뒤흔든 인물이 서있는 곳으로 향했다. "휴우~ 저 놈은 저 성격 평생 못 고칠 거야." "그러게요." "호홋, 그래도 재밌잖아요." 그렇게 말을 주고받으며 문제의 지점으로 다가간 일행들의 눈에 들어 온 것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구도의 모습이었다. 이들의 생각 대로라면 이태영이 당장이라도 상대에게 달려들듯이 으르렁거리고 딘이 그 상황을 막고 있어야 하는데..... "허, 참.... 오랜만에 짝짝꿍이 맞는 인물을 만났구만....." "에효~ 저 태영이 놈 만해도 감당하기 벅찬데.... 저건 또 뭐야?" 고염천과 남손영등은 자신들이 상상하던 상황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황당하다는 듯이 눈앞에 펼쳐진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화를 내고 있는 이태영의 모습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자신의 나이 또래의 갈색 머리 외국인과 히히덕 거리고 있는 이태영의 모습과 그런 그의 옆에서 허탈한 표정으로 통역을 하고 있는 딘의 모습이었다. 그 때 이런 일행들의 모습을 보았는지 이태영과 그 외국인을 선두로 일행들을 향해 다가왔다. 외국인은 아까의 말대로 이태영과 비슷한 나이 또래로 보였는데, 꽤나 섬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얼굴에 다분히 떠올라 있는 장난기는 이태영의 털털함에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일행들이 그렇게 그를 평가하는 동안 그 외국인 역시 일행들을 하나하나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일행들 가까이 다가 왔을 때 그의 눈은 라미아에게 고정되어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에 뭐라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염명대의 대원들 역시 처음 라미아를 보고 저러했으니 말이다. 단지 이태영이 시간 나는 데로, 라미아와 천화의 관계를 설명해 줘야겠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천화와 라미아 두 사람과 잠시만이라도 같이 지낸 사람이라면 금방 눈치 챌 수 있겠지만 두 사람사이에 끼어 들어가 틈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그러니 방금 사귄 이 마음이 맞는 친구가 괜히 헛물만 켜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허나 그런것은 잠시 후의 일. 이태영은 그를 고염천에게 안내했다. 그 옆으로는 어느새 딘이 와서 서있었다.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고염천을 위해 방금 전과 같은 통역을 맞기 위해서 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영국에서 온 스피릿 가디언의 메른 디에스토 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티벳의 라마승 분들이 도착하셔서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또 한국의 염명대 분들을 만나게 되다니.... 오늘 재수가 좋은 날인가 보네요. 라고 하는데요." "나 역시 자네를 만나 반갑네. 나는 염명대의 대장 직을 맞고 있는 고염천이라고 하지. 우리들이 꽤나 늦은 모양이구만." "아닙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곳도 있으니까요. 오히려 저희들이 조금 빨리 왔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군요. 랍니다." "... 딘 그냥 직역해 주게나. 그리고, 이 근처에 마중 나온 차가 있는 걸로 아는데, 혹시 알고 있는지 물어 봐주게." 딘은 고염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말대로 메른이란 이름의 외국인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참으로 간단했는데, 바로 자신이 타고 온 차가 일행들을 마중 나온 차라는 것이었다. 그의 말에 다르면 잠도 오지 않고 심심해서 드라이브나 할 요량으로 숙소를 나가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 마침 염명대로 부터 무전이 들어왔고 그걸 듣고서 자신이 드리이브를 하는 김에 그 일을 맞겠다고 나섰다는 것이다. 설명을 마친 메른은 일행들을 비행장의 한쪽 공터로 안내했는데, 거기엔 꽤나 옛날 것으로 보이는 낡은 트럭 한대가 세워져 있었다. 메른은 일행들을 향해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해 보이고는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하하... 워낙 시골 이다 보니 이런 것밖에 없더군요. 그래도 이 녀석이 그 중 가장 잘 빠졌길래 제가 몰고 왔습니다. 타시죠. 그리고 한 사람 정도는 여기 앞에 앉아도 되는데 어느 레이디께서 타시겠습니까?" 차 창 밖으로 개를 내민 메른의 말이었다. 아마도 은근히 라미아가 자신의 옆 자에 앉았으면 하는 바램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일행 중 네 명의 여성 모두 그 자리를 사양해버렸고 덕분에 그 자리는 이태영의 차지가 되었다. 이태영은 일행들이 모두 둿 칸에 오르자 차문을 탕탕 두드리며 메른을 재촉했다. "자, 빨리 가자구. 오랫동안 앉아 있었더니 온몸이 다 뻐근하다. 어서 가서 편안하게 누워서 자야 겠다." 그런 이태영의 말에 메른은 뜻 도 모른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차를 출발 시켰다. 하지만 그 출발하는 소리에 메른과 이태영 두 사람은 알지 못했다. 뒷 칸의 일행들이 이태영의 말에 얼마나 황당한 표정을 지었는지 말이다. "저 자식은 잠이란 잠은 혼자 코까지 골아가면서 자놓고는..... 누가 들으면 비행기 타고 저 혼자 생고생 한 줄 알겠군. 하...." 209 "저 자식은 잠이란 잠은 혼자 코까지 골아가면서 자놓고는..... 누가 들으면 비행기 타고 저 혼자 생고생 한 줄 알겠군. 하...." 그러는 사이 일행을 태운 낡은 트럭이 비포장 도로를 향해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덜컹... 덜컹덜컹..... "꺄악.... 아우, 아파라.... 이러다간 그 무슨 석부에 들어가 보기도 전에 지쳐서 뻗어 버리겠어. 씨이.... 도대체 숙소까지 얼마나 더 가야 되는 거예요?" 비 포장된 도로의 그 울퉁불퉁함과, 그로 인한 충격을 전혀 흡수하지 못하는 고물 트럭의 덜컹거림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 신우영이 아픈 엉덩이를 살살 얼르며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딱히 대답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숙소의 위치를 모르는 대다 알고 있는 한 사람인 남손영도 주위가 깜깜한 밤 시간인 덕분에 전혀 거리를 재지 못했던 것이다. 그사이 엉덩이를 얼르던 신우영은 다시 한번 튀어 오르는 차에 부딪혀야 했는데, 그 옆에서 트럭의 쇠기둥과 딘의 한 쪽 팔을 동시에 잡고 있던 세이아가 그 모습에 사뭇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자신 역시 잡고 있는 두 손 중 하나라도 놓치게 되면 곧 장 신우영과 같은 상황이 될 것이기에 쉽게 도와주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것이 지금 트럭을 타고 있는 세 명 여성들의 공통된 상황이었다. 세 명, 원래는 네 명이었는데, 어째서 세 명인가.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들과 같은 어려움을 아니, 어쩌면 그녀들 보다 더욱 충격에 힘들어했어야 할 라미아가 마치 편안한 침대에 누운 듯한 지극히 편안한 모습으로 천화의 품에 안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라미아가 천화의 품에 안긴 것은 거의 차가 출발할 때쯤으로 상당히 오래 되었다. 차가 출발할 때를 시작으로 조금만 덜컹거려도 기우뚱거리는 라미아의 모습에 상당한 불안감을 느낀 천화가 아예 라미아를 자신의 품안에 답싹 안아 버린 것이었다. 물론, 그 순간 주위의 시선이 한 순간 야릇하게 빛나며 모여들긴 했지만 곧 상황을 이해하고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라미아는 천화와 같이 느긋하게 주위를 둘러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뭐, 그러는 중에도 트럭이 끝없이 덜컹거리긴 했지만 천근추(千斤錘)의 수법으로 몸을 고정시키고, 유수행엽(流水行葉)의 신법으로 트럭의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해 흘려버리는 천화에게는 전혀 상관이 없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나머지 세 명의 여성에겐 상당히 부러운 장면일 뿐이었다. 그때 트럭이 다시 한번 크게 덜컹거렸고, 신우영의 얼굴은 다시 한번 보기 싫게 찌푸려졌다. 그 모습이 안되어 보였는지 남손영이 저 멀리를 내다보고는 다시 신우영을 바라보았다. "쯧쯧.... 그러게 제대로 좀 잡고 있지. 조금만 참아봐. 지금까지 달려온 시간으로 봐서는 산아래 마련된 숙소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꺼야.... 아마도...." 하지만 그 말은 지금의 신우영에겐 전혀 도움이 돼지 못했다. 그녀에겐 지금 당장이 문제였던 것이다. 더구나 뒷말을 흐리는 남손영의 말은 전혀 신뢰감이 들지 않는 신우영이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뛰어 오르는 트럭의 바닥을 바라보며 뭔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것에 대한 결론을 내린 얼굴로 주위를 휘 둘러보고는 천화와 라미아에게 그 시선을 멈추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트럭의 덜컹거림이 멎는 한 순간. 지금까지 트럭의 움직임에 정신차리지 못하던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재빠른 동작으로 천화에게 몸을 내던진 것이었다. 정말 앗! 하는 한 순간의 일이라 모두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표정은 신우영을 품에 안아 버린 천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얼떨결에 날아드는 신우영을 반사적으로 안아 들긴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에게 그런 표정을 자아낸 장본인은 그다지 넓다고 할 수 없는 천화의 품에 안겨 상당히 만족스런, 배불리 배를 채운 고양이와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역시.... 라미아가 처음부터 편안한 표정을 지었던 게 이해가 가는걸. 조금 비좁긴 하지만 너무 편안하다. 전혀 트럭을 타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어..... 라미아, 미안하지만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만 같이 사용하자 알았지?" "에.... 그, 그런게...." 전혀 어색함 없이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신우영의 말에 라미아는 멍해있던 표정을 지우고 황당한 표정과 싫은 표정을 떠올리며 급히 대답을 하려 했지만 그녀의 의지와는 달리 말을 쉽게 이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신우영은 허락이라도 받은 듯 고마워 라고 인사하고는 눈을 살짝 감고 편안하게 천화에게 기대어 버렸다. 지금가지 이리저리 흔들리느라 꽤나 힘들었으리라. 신우영의 그런 모습에 뭐라고 말을 하려던 라미아는 흐지부지 되어 버린 상황에 허탈한 웃음을 흘려 버렸다.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로 황당함과 부러움-남성들은 두 명의 미인을 안고 있는 천화에게, 여성들은 편안한 표정으로 안긴 신우영의 모습에-을 썩어 헛웃음으로 흘려버렸다. 그러나... 정작 신우영을 안고 있는 천화의 상황은 또 달랐다. 안기던 업히던 전혀 거부감이 없는 라미아와는 달리 별다른 신체적 접촉이 없었던 신우영을 안게 되자 기분이 묘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차가 달린지 다시 15분. 일행들의 눈에 웅장한 산세 아래 자리잡은 자그마한 촌락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지는 메른의 고함이 아니더라도 그곳이 일행들의 목적지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 촌락은 다른 곳의 촌락이나 마을 보다 작았는데, 외지에 따라 떨어져 형성되어진 때문인 듯 했다. "저곳이 바로 평선촌(平宣村)입니다!!! 임시 가디언 본부가 자리한 곳이지요. 그리고 그 뒤의 산이 던젼이 발견된 평정산(平頂山)입니다!!!" 메른의 목소리의 강약을 그대로 따라서 해석하는 딘 이었다. 그리고 금새 마을 앞에 도착한 트럭은 마을 입구 부분에 세워졌다. 그 곳에는 일행들이 타고 온 트럭 이외에 한대의 트럭이 더 서있었다. 트르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트럭의 시동이 꺼지고 운전석의 두 사람을 시작으로 한 사람씩 차에서 내려서기 시작했다. 한 사람 두 사람.... 이태영은 자신의 일행들이 차에서 뛰어 내리는 모습을 보다가 이상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다른 일행들과는 달리 내릴 생각이 없는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는 뚱뚱한 그림자. "이상하네.... 팽두숙 형님이 빠져서 일행 중에 저렇게 뚱뚱한 사람이 있을 리가 없는데.... 누구야? 안 내리고 거기 서있는 사람이.... 천화잖아. 거기다..... 라미아하고.... 우영이?" 이태영은 천화의 품에 안긴 두 사람. 특히 신우영의 모습에 생각도 못한 걸 본 사람처럼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알기로 신우영이란 여자는 저렇게 다른 사람의 품에 안기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때 지금의 상황을 십여 분간 보아온 덕분에 익숙해진 남손영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트럭 위의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은 다 내렸는데, 그 세 사람만 꿈쩍도 하고 있지 않은 것이었다. "야! 안 내려오고 뭐해? 여기가 너희들 안방인줄 아는 거냐?" "........" "뭐야? 왜 아무 대답이 없어?" 남손영등은 그의 말에 아무도 대답이 없자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 거렸다. 특히 신우영은 이런 말을 들으면 뭐라고 반발을 했어야 했는데..... 그때 그런 그들의 귀로 천화의 조용조용한, 무언가 조심하는 듯한 음성이 들려왔다. "저기..... 두 사람 다 잠..... 들었는데요." "......" 순간 천화의 말을 들은 일행들은 일제히 황당하다는 기분을 넘어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천화에게 안겨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까 신우영이 안기면서 편하다느니, 트럭에 탄 것 같지 않다느니 하는 말을 듣긴 했지만.... 그렇다고 잠들어 버리다니.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이 상황에 한국어를 어리둥절해 하는 메른을 제외한 모든 일행이 원래 그러기로 했다는 식으로 일제히 돌아서 마을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런 일행들의 모습에 뭔가 해결책을 바라던 천화가 당황한 표정으로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그 보다 남손영의 말이 먼저 이어졌다. "쯧쯧.... 어쩌겠냐? 우리라고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어쨌든 두 사람 다 네가 재웠으니까. 네가 알아서해. 우린 먼저 가서 기다리지." "그......... 크윽...." 남손영의 말을 듣고 있던 천화는 순간적으로 뭔가 확 올라오는 느낌에 뭐라고 크게 소리를 지르려고 했지만.... 막상 소리치려는 그 순간 품안에 안겨 곤히 잠든 두 사람의 모습에 작은 침음성을 발하며 입을 닫아야만 했다. 한편 메른은 이태영에게 끌려가며 한가득 아쉬움과 부러움이 썩인 눈으로 천화와 그 품에 안겨 잠들어 있는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딘으로 부터 대충의 상황 설명을 듣긴 했지만 솔직한 그의 심정으로 잠든 두 사람을 깨우거나, 두 사람중 한 사람 - 라미아를 자신이 안고 갔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저런 아름다운 미인이라니..... 솔직히 메른이 지금까지 사귄 여자가 몇 명 있었지만 저렇게 아름답고 호감이 가는 여성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접근해 보고 싶었는데... 그런데 그런 여성이 지금 다른 남자의 품에 잠들어 있으니.... 비록 그 상대가 친한 팀 동료 라지만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의 상황이 이런 걸. 괜히 지금 나서봐야 이상한 시선만 받을 뿐이란 생각에 메른은 다시 한번 라미아를 바라보고 일행들을 이끌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빨리 천화와 라미아의 관계를 설명해 줘야 겠다고 생각하는 이태영이 따르고 있었다. 천화는 일행들이 마을 입구로 들어서는 모습을 바라보며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제일 먼저 깨우려고도 해봤지만, 곤하게 너무나도 편안하게 잠든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별수 없지. 조심조심 안고 가는 수밖에..... 원래 이런데 쓰는 게 아닌데... 부운귀령보...." 스스스스..... 웅얼거리는 듯한 천화의 목소리와 함께 천근추를 풀고 부운귀령보를 시전한 천화의 신형이 허공에 뜬 구름을 탄 것처럼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가며 저기 있는 일행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에도 유수행엽의 신법을 시전하고 있었기에 천화 품안의 두 사람은 여전히 그 편안함을 맛보고 있었다. "휴~ 그나저나 라미아는 이해가 가지만.... 이 누님은 어째 익숙하지도 않은 사람한테 안겨서 이렇게 잘 자는 건지.... 앞날이 걱정된다. 정말...." 210 "휴~ 그나저나 라미아는 이해가 가지만.... 이 누님은 어째 익숙하지도 않은 사람한테 안겨서 이렇게 잘 자는 건지.... 앞날이 걱정된다. 정말...." 메른의 안내로 쉽게 마을 안으로 들어선 일행들은 마을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오래됐다는 느낌이 자연스레 풍겨져 나오는 집 앞에 서게 되었다. 그 집은 천화가 중원에 있던 시대의 장원과 같은 형식의 집이었는데, 주위의 다른 집보다 상당히 크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집 뒤로 보이는 커다란 정원에는 색색 깔의 텐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 모습에 고염천을 비롯한 일행들이 일제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주위를 둘러보면 묶을 만한 집들이 꽤 있는데 텐트라니....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인 것은 당연했다. 메른은 일행들의 이런 모습에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이유를 설명했다. 자신들 역시 처음 이곳에 도착할 때 지금의 일행들과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으니까 말이다. "이곳에 파견된 몇 곳의 가디언들이 저 텐트를 이용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제가 속한 영국팀도 있지요. 하하하... 좀 이상하게 보이시죠? 하지만 어쩔 수 없더라 구요. 저희들도 처음에 와서 이상하게 봤는데.... 하루정도 지나고 나서는 저희도 저곳에서 쉬고 있습니다. 원래는 중국 측에서 마련해준 이곳 장원과 주위 몇 몇 집에서 숙식하게 되어 있지만.... 쩝, 저희들과 생활 방식이 상당히 달라서.... 차라리 저렇게 텐트를 치고 쉬는 게 더 편하더라 구요." 하지만 메른의 그런 설명에도 이미 중국에 와본 경험이 있는 남손영을 제외한 일행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들이었다. 도대체 달라봤자 얼마나 다르길레, 멀쩡한 집을 놓아두고 텐트를 사용하는가 하는 것이 일행들의 생각이었다. 그런 일행들의 생각을 읽은 메른은 다 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곳에 도착해서 들은 속담 한 가지를 떠 올렸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직접 당해봐야 이해를 하지...' "모른척하고 그냥 가길레 먼저 들어간 줄 알았더니.... 여기서 뭐해요? 안 들어가고....." 어느새 일행들의 바로 뒤로 다가온 천화가 장원의 대문 앞에 서서 들어갈 생각을 않고 있는 일행들을 바라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잠든 두 사람과 자신을 모른 척 한대 대한 투정이었다. 일행들은 천화의 목소리에 어느새 쫓아 왔나 하고 돌아보고는 여전히 두 사람이 편안히 잠들어 있는 모습에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고염천은 구름을 밟고 있는 듯한 천화의 신법에 은근히 눈을 빛냈다. 이미 한번 본적이 있는 신법이었지만 정말 정묘 한 신법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 들어 가야지. 근데 그냥 안고 오는걸 보니까.... 못 깨운 모양이지?" "쳇.... 근데, 저기 저.... 것들은 뭐예요? 주위에 멀쩡한 집은 그냥 놔두고....." 텐트라는 이름이 떠오르지 않은 천화는 손으로 텐트들을 가리키며 물었고, 그 모습에 옆에 있던 세이아가 메른에게 들은 대로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천화에게 그녀의 설명은 다른 사람들 보다 더욱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다. 중국에서 그레센으로 그레센에서 한국으로. 이렇게 그 문화가 전혀 다르다고 할만한 곳들을 돌아다닌 천화에게 생활방식이 달라서 저런 다는 것은 웃음거리조차 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전혀 무시할 만한 것도 아니기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천화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장원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렇게 들어선 장원에서 일행들은 때 마침 밖으로 나오는 40대 중반의 여성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녀는 중국의 옛 복식과 비슷한 단색(丹色)의 옷을 풍성하게 걸치고 있었는데, 보기 좋게 살이 찐 모습이 일행들로 하여금 편안하고 후덕한 인상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리고 허리를 살짝 숙이며 흘러나오는 그녀의 목소리 역시 그녀의 모습과 같이 편안한 느낌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마중이 늦었군요. 한국의 염명대 분들이시죠. 문옥련(文玉蓮)이라고 합니다. 과분하게 이번 일의 책임을 맞고 있답니다." 예의를 차린 듣기 좋은 말이었다. 하지만 아깝게도 중국어인 그녀의 말을알아 듣는 사람은 천화뿐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그저 그녀의 인사에 마주 고개만 고개와 허리를 숙일 뿐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메른의 간단한 설명에 모두의 시선이 천화에게 옮겨졌다. "저분이 이번 일의 총 책을 맞고 있는 문옥련이란 분입니다. 그리고 닉네임.... 그러니까. 외호가 다정선자(多情仙子)라고 들었습니다." 천화의 메른의 말에 일행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넘어오자 고개를 끄덕이며 방금 전 문옥련의 말을 그대로 통역해 주었다. 지금까지 메른의 말을 통역해준 딘과 같은 식으로 말이다. 사실 천화가 이곳에 온 이유가 바로 이 통역 때문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고염천은 천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옥련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선 방금 전과 같은 어리둥절함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염명대의 대장직을 맞고 있는 고염천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이 실질 적으로 저희 염명대를 관리하고 있는 남손영...." 고염천은 그렇게 말하며 염명대의 한 사람 한 사람을 소개했고 천화는 그 말을 그대로 통역해 주었다. 중간에 남손영이 천화에게 안겨 곤히 자고 있는 두 사람을 깨우려고 했었지만 문옥련이 부드럽게 웃으며 만류하는 바람에 그대로 손을 거두어야 했다. 일행들의 소개가 모두 끝나자 문옥련은 천화에게 안긴 두 사람을 보며 숙소부터 알려 주겠다며 앞장섰고, 그 뒤를 일행들을 남겨둔 천화가 뒤따랐다. 문옥련을 뒤따라간 천화는 장원 한쪽에 마련된 몇 개의 방 중 한 방의 침상에 두 사람을 조심스럽게 눕혀 주었다. 천화의 품에서 벗어난 때문인지 나직이 웅얼거리던 두 사람은 곧 편안히 잠들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문옥령은 다시 일행들에게 돌아가며 천화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의 눈에는 감탄과 의아함이 떠올라 있었는데, 이곳으로 오는 길에 펼쳤던 상승의 신법에 대한 감탄과 아직 어린 소년에게 그런 절기를 전수한 인물에 대한 궁금함 때문이었다. "아까 소개받을 때 예천화라고 들었는데..... 천화군은 중국어를 상당히 능숙하게 잘 사용하더군요." "별말씀을요. 중원에서 났으니 그 정도는 당연한 거지요. 그리고 편하게 말씀을 낮춰 주세요. 선자님." 문옥련은 생각도 하지 못한 천화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국에서 염명대와 같이 파견되어 왔기에 한국인인 줄만 알았지 자신과 같은 중국 사람일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중국인인 천화는 왜 한국에 있으며 그를 가르친 스승은 누구인가. 그런 문옥련의 의문에 천화는 처음 신진혁이란 가디언을 만나면서 이용해 먹었던 내용을 되풀이해서 문옥련에게 대답해 주었다. 그리고 그런 대답을 들은 문옥련은 앞서 천화의 이야기를 들었던 다른 사람들처럼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전부 지어낸 이야기인 것이다 보니 알고 있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힘들었겠군요.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라.... 그런데 천화군이 안고 있던 라미아양은 중국 사람이 아닌 것 같던걸요? 오히려 서양 사람처럼 보이던데..." 그녀의 질문에 천화는 순간적이지만 잠시 말문이 막혔다. 한국에서는 라미아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순간일 뿐이었다. "....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제가 아주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거든요. 그래서 커서도 라미아에 대한 의문은 가져 본적이 없었고 할아버지도 별다른 말씀 없이 돌아가셨거든요. 참, 저한텐 그냥 편하게 말씀하세요. 선자님." "호호호... 그럼 그럴까요? 그러면 천화도 그 선자님이란 말을 바꿔주겠니? 들으려니 상당히 부담스러워서 말이야." "하핫.... 그거야 별로 어려울건 없죠..... 음.... 그럼 누님이나 누나라고 불러 드릴까요?" "어머? 내가 그렇게 젊어 보이나 보지? 누님이라니..... 듣기 좋긴 한데, 나에겐 너무 부담스러운걸...." 사실 그랬다. 그녀가 아직 홀몸이라 그렇지 실제 나이 차로 따져 봐도 문옥련이 제때에 결혼만 했어도 천화와 같은 아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나이 차이를 두고 누님이라니... 여자로서 듣기엔 좋을지 몰라도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가요? 그럼... 이모님이라고 부르죠." "호호호.... 좋아. 나도 천화에게 누님이란 말보다 이모라고 불리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그럼 다른 분들이 기다릴 텐데 어서 갈까요. 조카님...."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천화와 함께 일행들이 서있을 곳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비록 오늘 처음 보는 사이였지만 천화의 친근함과 문옥련의 부드러운 분위기에 벌써 꽤나 친해진 두 사람이었다. 그렇게 웃는 얼굴로 일행들에게 돌아온 두 사람은 갑자기 화기애애해진 자신들의 분위기에 어리둥절해 하는 일행들을 이끌고 장원의 서재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 방엔 제법 길다란 길이의 책상이 놓여져 있었는데, 그 방의 분위기와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임시지만 회의실로 쓰기 위해 가져다 놓은 것 같았다. 일행들은 그곳에서 천화를 통해 문옥련의 말을 들었다. 지금 현재 이곳에 머물고 있는 각국의 가디언들과 지금까지 조사된 경운석부에 대한 상황등등.... 하지만 그런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늦은 시각에 오랜 비행기 여행이란 점을 가만해 핵심적인 내용만을 간추려 문옥련이 이야기 해준 덕분이었다. 이야기가 끝나자 문옥련의 안내에 따라 각각 두 명씩 짝을 지어 하나의 방이 주어졌다. 문옥련은 각자의 방을 정해준 후 혹시라도 몰라서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밖에 비어있는 텐트가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물론 일행들은 그녀의 말에 필요 없다고 말을 했다. 그러나 몇 시간 후 일행 중 몇몇의 인물이 졸릴 눈을 비비며 문옥련이 말한 비어 있는 텐트를 찾아 좀비처럼 어슬렁거려야 했는데, 그도 그럴것이 각 방의 침상과 가구등이 모두 옛 날의 것인 덕분에 일행들에게 상당히 낯설고 불편한 느낌을 주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천화와 이태영은 두 사람이 사용해야 할 침상을 혼자 차지하고서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 211 그리고 그 덕분에 천화와 이태영은 두 사람이 사용해야 할 침상을 혼자 차지하고서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 웅성웅성..... 시끌시끌..... "으으음...... 아침부터.... 아하암~ 뭐가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제법크게 만들어진 창으로 들어온 신선한 아침 햇살덕분에 비몽사몽간의 몽롱한 기분에 젖어 있던 천화는 문 밖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웅성임에 몸을 있는 대로 뒤틀고 눈을 비비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랜만에 무림을 돌아다니던 시절의 침상에서 잠을 청한 덕분인지 평소의 천화답지 않게 조금 늦잠을 자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 일어난 다른 사람들의 내용 모를 웅성임에 잠을 깬 것이었다. 침상에서 내려선 천화는 다시 한번 사지를 쭉 펴며 밤새 굳었던 몸을 풀고는 입고 있던 매끈한 잠옷을 벗어 던지고 어제 잠자리에 들기 전 벗어 두었던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사실 이런 임무엔 별로 필요도 없는 잠옷이지만 연영이 밖으로 나다닐 수록 제대로 해 입어야 된다며 챙겨준 것이었다. "그런데 왜 라미아하고 한 벌로 맞춰서 산 건지.... 참, 다른 녀석들이 알면 또 놀려댈텐데... 조심해야 되겠다." 천화는 집에서 잠자기 전 라미아가 입고 돌아다니는 자신이 벗어놓은 잠옷과 거의 똑 같은 형태의 잠옷을 떠올렸다. 롯데월드에 놀러가던 날 두 사람의 옷이 비슷한 것으로 놀려댄 아이들이다. 아마 그 사실까지 알게 되면 더 했으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천화는 이리저리 흐트러진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방문을 열었다. 그런 천화의 눈에 이리저리 돌아다니거나, 한 두 명씩 모여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거의가 텐트에서 잠든 사람들로 얇은 텐트 지붕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늦잠을 자고 싶어도 자지 못하고 자동적으로 일어난 사람들이었다. 천화는 그런 모습을 잠시 보다가 사람들이 모여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제 밤 이곳으로 안내되는 도중 평평한 돌이 깔려진 우물과 수도꼭지를 본 기억에 그곳에서 세수를 할 생각이었다.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 것도 그것 때문일 것이다. 과연 그런 천화의 짐작이 맞았는지 사람들이 모여있는 앞쪽으로 세 개의 수도꼭지가 일정거리를 두고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천화의 짐작이 모두 들어맞은 것은 아닌 듯 했는데, 세 개의 수도꼭지 중 라마승의 차림을 한 승려가 사용하는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두개는 주인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수도꼭지 대신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곳에 서있는 것은..... "쩝, 왠지 그럴 것 같더라....." 천화는 버릇처럼 머리를 긁적이며 라미아와 신우영등 한국에서 파견된 가디언 중 네 명의 여성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바로 그 네 명, 특히 그중 라미아가 수도 주변으로 모여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던 것이었다. "어머? 이제 일어났어요? 그런데 웬 일로 천화님이 늦잠을 다 주무시네요." "어? 어제는 고마웠어...." "굿 모닝...." "네, 오랜만에 익숙한 침상에서 잠을 잔 덕분인지 편하게 잘 잤거든요." 천화는 그 네 사람의 인사에 가볍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 와 함께 부러움을 가득 담고 주위에서 몰려드는 시선에 괜히 대답했나 하는 엉뚱한 생각을 떠올리는 천화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꼭 부담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자랑할 거리는 되지 못하지만 라미아 덕분에 이런 시선에 제법 익숙한 천화였다. "그런데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천화는 주위에 정체되어 있는 사람들을 보며 물었다. 정체되어 있는 문제점은 빨리빨리 해결해야 이곳도 한산해 지고, 그래야지 자신도 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뭐 하긴요. 씻고 있죠. 천화님도 씻으세요. 물이 엄청 시원하고 깨끗해서 기분 좋아요." "하지만 머리카락이 아직 젖어있는걸 보니까 다 씻은 것 같은데....? 다른 세 사람도 그렇고...." 과연 세 사람모두 촉촉히 젖은 머리카락에 뽀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평소보다 많은 시선을 모으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긴 하지만 여기가 시원해서 기분이 좋아서요. 머리라도 다 말리고 가려고 언니들하고 이야기하는 중이죠. 그러지 말고 천화님도 빨리 씻으세요.... 어? 수건은..... 뭐, 제께 있으니까 빨리 씻어요." ".... 하아.... 그래, 그래...." 천화는 자신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빨리 씻으라고 성화인 라미아의 모습에 한숨을 푹푹 내쉬며 주인 없는 두 개의 수도꼭지 중 하나를 붙잡았다. 정말 저런 라미아의 모습에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천화였다. 물론 귀여운 점도 있긴 하지만.... 검일 때는 상당히 빠릿빠릿했는데.... 왠지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 혹 자신을 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천화였다. 더구나... 그런 라미아 곁에 있는 세 사람은 또 뭐란 말인가. 천화는 그렇게 생각하며 콸콸 쏟아지는 물줄기 속으로 머리를 밀어 넣었다. 과연 저 깊은 우물 속의 물이라 그런지 시원하고 깨끗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런 덕분에 천화는 보지 못했다. 라미아를 포함은 네 명의 여성이 상당히 재밌어 하는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말이다. 잠시 후 깨끗하게 씻은 천화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라미아가 건네는 수건으로 머리가 머금은 물기를 시원하게 털어 냈다. 비록 라미아가 앞서 사용한 것이라 조금 축축하긴 했지만 천화가 사용하기엔 충분했다. 물기를 털어 낸 천화와 네 사람은 텐트들이 진을 치고 있는 장원의 정원으로 향했다. 그곳에 나머지 한국의 가디언들과 커다란 임시 식탁이 차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헌데 그런 일행들을 향해 먼저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인형이 있었는데, 바로 어제 밤 일행들을 이곳 장원으로 안내한 메른이었다. 하지만 정말 그가 인사를 건네고픈 라미아나 천화는 전혀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메른은 그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완전히 물기가 가시지 않은 천화의 뒷머리를 수건으로 닦아내는 라미아와 천화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메른의 말을 듣던 천화는 곧 눈썹을 슬쩍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 블랙퍼스트. 텬화...... 전화, 페스트....." 자신의 이름을 이상하고 요상하게 자기 마음대로 발음하는 메른의 발음 때문이었다. 차라리 이름을 부르지 않던가 한가지 발음만으로 불러줘도 좋으련만.... 저렇게 마음대로 발음하니, 천화로서는 상당히 듣기 거북했던 것이다. 물론 자신의 뒤쪽에서 킥킥거리고 있는 네 명의 여성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 몰라도 몰이다. "메른, 메른..... 내 이름은 텬화나 전화가 아니라 천화라구요. 자 따라 해봐요. 천! 화!" 마치 막 말을 시작할 아기를 가르치는 듯한 천화의 모습에 메른은 별 거부감 없이 따라 했다. 그 스스로도 자신이 현재 부르고 있는 상대의 이름이 이상하게 발음된 것이란 걸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 툔! 화!......" 태어날 때부터 써온 언어의 차이로 발음이 되지 않는 것을 어쩌겠는가. "..... 다시, 천천히.... 천. 화." ".... 전. 화....." "처어언.... 화아아...." ".... 텨어언..... 화아아...." "키키킥...." "쿠쿠쿡...." "호호홋.... 천화님, 그냥 포기하세요. 도저히 안될것 같은데...." 자신의 이름과는 비슷하게도 발음이 되지 않는 메른의 극악한 발음에 잠시 굳어 있던 천화는 뒤쪽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따끈따끈한 기운이 머리위로 솟아오르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 열을 식히기 위한 수단으로 메른으로 하여금 뒤쪽에 있는 네 명의 이름을 말하게 했다. "라미아, 세이아, 가브에, 씬우영......" "이봐요. 지금 나 놀리는 거지. 뒤에 있는 사람들 이름은 잘만 말하면서 왜 내 이름만 안돼는 건데..... 다시 해봐요. 천화!!!!!" 메른이 네 명의 이름을 거의 정확히 발음하자 뒤쪽의 웃음소리가 더욱 커졌고, 그에 따라 더욱 뜨거운 기운이 오르는 느낌에 다시 메른을 재촉했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나 였다. 천화는 그런 메른의 모습에 땅아 꺼져버려라 하는 식으로 깊게 한숨을 내 쉬고는 힘없이 말을 내 뱉었다. "후아아아...... 그냥..... 이드라고... 불러요. 이드." 그런 천화의 말에 메른이 몇 번 그 이름을 되뇌던 메른이 빙긋 웃으며 몇 마디 했는데, 그걸 세이아가 바로 통역해 주었다. 그 통역에 천화는 나직이 한숨을 내 쉬며 앞서 가는 메른의 뒤를 따라 식탁을 향했다. "처음의 그 발음하기 곤란한 이름보다는 이 이름이 훨씬 낮다는데? 앞으로 그 이름을 사용하는 게 편하겠다는 걸...." "하아......" "에이.... 뭘, 그래요. 천화님. 이드란 이름도 꽤나 익숙한 이름이잖아요. 또 둘 다 천화님을 가르키는 말이구요. 이왕 저런 말을 들은 김에 이드란 이름을 사용하는 게 어때요?" 신우영은 어느새 천화의 곁에 붙어 말하는 라미아의 모습에 지나가는 식으로 물었다. "그런데, 이드라니? 갑자기 무슨 이름이야?" "에? 에.... 그러니까... 그냥 이름이예요. 어릴 때 만들었던 이름..... 어릴 때 제 이름이 천화님과 달라서 그 것과 비슷한 이름을 하나 만들었는데, 그게 이드란 이름이예요. 어릴 때 얼마간 사용하던 거요. 참, 언니도 이제 천화라고 부르지 말고 이드라고 부르세요." 라미아는 신우영의 말에 순간 막히는 말문에 잠시 우물거리다 급히 대답했다. 그러면서 평소에 이런 저런 상황에 잘도 둘러대는 천화가 새삼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어릴때면 그럴수도 있겠지. 그런데 이드라... 부르기 편한데.... 뭐, 그 결정은 다음에 하고 빨리 가서 밥 먹자. 어제 아무것도 먹지도 않고 그냥 잤더니 배고프다." 212 "어릴때면 그럴수도 있겠지. 그런데 이드라... 부르기 편한데.... 뭐, 그 결정은 다음에 하고 빨리 가서 밥 먹자. 어제 아무것도 먹지도 않고 그냥 잤더니 배고프다." 그러는 사이 식탁 앞으로 다가간 세 사람은 비어있는 자리를 찾아 앉아 깔끔하게 차려진 요리들로 손을 가져갔다. 각국의 가디언들을 생각한 때문인지 이것저것 화려하진 않지만 상당히 다양한 요리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식사하는 사이 천화의 이름은 완전히 이드로 바뀌어 버렸다. 식사와 함께 간단한 인사와 이야기가 오고 가는 중 천화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는 사람이 같이 온 한국의 가디언들과 문옥령을 비롯한 중국의 가디언들 뿐인 때문이었다. 때문에 어떤 사람이든 발음할 수 있는 이드란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 잠시 후 천화, 아니 이제 이드로 이름이 바뀐 이드를 제외하고 만족스런 식사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문옥령의 말에 따라 다시 식탁 주위로 모여 앉았다. 그런 식탁 위엔 아침과 같은 음식 그릇들이 아닌 투명한 음료수 잔이 놓여 있었다. 하나 두 사람들이 자리에 앉는 걸 보며 모든 사람들이 자리하길 기다리며 제일 상석에 앉아 있던 문옥령은 모든 사람들이 착석하자 가볍게 식탁을 두드려 사람들의 눈과 귀를 자신에게 모았다. "우선 각국에서 바쁘게 활동하시는 중에도 저희 요청에 이렇게 걸음 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미 모든 분들께 전달된 바와 같이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 모인 목적은 경운 이란 이름의 석부의 발굴입니다." 거기까지 말을 이은 문옥령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의 통역을 위해서 였다. 너무 한꺼번에 말을 꺼내면 자칫 내용이 틀려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배려에 천화 아니, 이드를 비롯해 각 팀에서 통역을 맞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행에게 열심히 그녀의 말을 전했다. "이곳이 발견된 것은 약 십여 일전으로 이 마을의 주민중 한 분이신 호평(豪枰)이란 분에 의해서 입니다. 당시 이분은 마을에 갑작스런 환자가 발생한 때문에 급히 약초를 구하기 위해 산을 올랐다가 이 석부를 발견하고 바로 저희 가디언 본부로 신고 하셨습니다. 이분의 신고를 접수한 저희 본부에서는 곧바로 열 다섯 명의 가디언들을 파견, 석부를 수색하고 발굴하도록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 대부분도 아시겠지만, 이런 곳엔 다양한 함정과 기관진식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경운석부는 그 난이도가 특히 높습니다. 때문에 저희가 파견한 대원들 중 한 명이 목숨을 잃고 태반의 대원들이 중산을 입는 피해만 입고 물러나야 했습니다. 그 후 두 차례에 걸친 시도가 더 있었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갔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했습니다. 해서 이렇게 여러분들의 도움을 요청하게 된 것입니다." 가디언들이 지금 이 자리에 모이게 된 이야기를 끝으로 문옥령이 잠시 말을 멈추자 자신을 게릭이라고 소개했던 탁한 붉은 머리의 청년이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다정선자님의 설명 대로라면 저희들도 힘든 것이 아닐까요? 제가 알기론 중국의 가디언분들의 실력도 상당히 뛰어난 걸로 들었는데, 그런 분들이 그렇게까지 고전을 했다면.... 대체 어떤 기관들이 설치되어 있는 겁니까?" "감사하군요. 저희들의 실력을 높게 보셨다니.... 하지만, 똑같다고는 볼 수 없지요. 여러분들은 어디까지나 각 국에서 그 실력이 뛰어나다고 인정받은 분들이니까요. 물론, 저희 측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나서는 건 당연하죠. 그리고 기관이라면...." 문옥련은 게릭의 말에 대답하면서 옆에 두었던 커다란 종이를 식탁 중간에 펼쳐 놓았다. 그 종이 위에는 두 개의 그림이 굵직한 매직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산의 그림으로 그 외형이 제법 잘 그려져 있었는데, 산의 한 부분에 붉은 점이 표시되어 대략의 위치를 표시하고 있었고, 다른 하나의 그림은 어떤 건물 입구 부분에 해당하는 단면도로 그 주위로 이런 저런 설명이 붙어 있었다. "먼저 있었던 세 번의 시도로 도면에 표시된 지점까지의 기관진식들은 파괴되어 있어요. 그리고 이때까지 나타난 기관과 진식의 수는 여섯 개예요. 첫 기관은 석부의 입구예요. 단단한 석문으로 되어 있는데, 첫 번째 시도 때 도저히 열 수 있는 방도를 찾지 못해 부수고 들어갔다가 쏘아지는 비침의 공격에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었어요. 그리고 그 다음 기관은 이곳에 설치된 것으로 오 미터 가량 바닥이 없어요. 대신 그 위를 교묘한 환영진법이 펼쳐져 있어서 절대 알아 볼 수 없어요. 다음으로 설치된 것이 지옥혈사란 기관이예요. 옛 서적에 나와있는 기관인데.... 바닥에 수 없는 구멍을 뚫어 놓고 그 밑에 수 십 마리에 이르는 독사를 풀어놓았어요. 그 위를 아까와 같이 환영진법이 펼쳐져 있어서.... 그 위를 사람이 지나가면 독사가 그 많은 구멍사이로 고개를 내 밀어 공격하게 되죠. 네 번째로.................. 이렇게 여섯 개죠. 이 경운석부는 특이하게 대부분의 기관이 진법과 연계되어 있어요. 덕분에 더욱 기관을 차거나 알아보기가 힘들지요." 문옥련은 그 말을 끝으로 식탁주위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얼굴은 그녀의 생각대로 딱딱히 굳어있었다. 방금까지 설명한 그 위험한 곳에 자신들이 들어가야 하니 당연한 반응들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각오한 일인 때문인지 아니면, 지금가지 발견된 던젼들 대부분이 이런 함정들을 가지고 있고, 또 같이 들어갈 사람들의 능력을 믿는 때문인지 쉽게 받아들이는 모습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의 한 명이 그녀에게 의문을 표했다. "어차피 그때그때 상황에 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건 다른 던젼들과 똑 같은데... 게다가 그 더럽게 위험한 만큼 쳐들어가는 우리 실력도 만만치 않으니 그 일을 크게 신경쓸거 없는 것 같은데, 선자님, 그럼 우리들이 그 석부에 쳐들어 거사 일은 언젭니까?" 상당히 거치른 모습의 마치 용벙이나 날 건달과 비슷한 말투였다. 하지만 그렇게 가볍고 단순한 만큼 조금 무겁던 분위기가 스르륵 풀려 버렸다. "사실.... 제가 지금 석부에 대한 설명을 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 이예요. 원래 오늘 러시아에서 가디언들이 오게 되어 있었지만, 갑작스레 몬스터들이 날뛰는 바람에 그 일정이 취소되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모일 인원은 모두 모였다는 이야기죠." "그럼......" "네, 여러분들만 좋으 시다면 언제든 출발할 수 있어요. 어차피 준비물들은 벌써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문옥련의 말에 식탁주위에 둘러앉아 있던 사람들은 말도 통하지 앉으면서 간단히 눈빛을 나누었다. 그리고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여기 저기서 대답이 흘러 나왔다. 그 대답은 한가지였다. "그럼, 바로 출발하죠. 그렇지 않아도 심심하던 참인데....." 그 말을 끝으로 문옥련의 말을 듣지도 않은 사람들은 하나 두 자리에서 일어서며 자신들의 숙소로 향했다. 각자 필요한 장비를 챙기기 위해서 였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문옥련과 라미아를 품에 안은 이드를 선두로 한 일행들은 측면으로 경사가 심한 산의 한 부분에 자리한 커다란 동굴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냥 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동물의 보금자리와 같은 이 동굴이 바로 경운석부의 입구인 것이다. 213 그냥 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동물의 보금자리와 같은 이 동굴이 바로 경운석부의 입구인 것이다. 동굴을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로 잔잔한 긴장감이 흘렀다. 보통 때라면 신경도 쓰고 지나칠 그런 동굴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 동굴 안이 문제의 경운석부이고, 또 그 많은 기관을 감추고 있는 곳이라 생각하니 절로 긴장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드의 품에서 내려서는 라미아나, 산 아래에서 이곳가지 라미아를 안고 온 이드역시 같은 느낌이었다. 단지 그 긴장감이란 것이 다른 사람들 보다 아주아주 작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하지만 어차피 자신들이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은근히 긴장한 사람들을 바라보던 문옥련은 스르르 미끄러지는 듯한 부드러운 걸음으로 동굴 입구 쪽으로 나서며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이곳이 바로 경운석부 입니다. 이제 이곳이 들어설 텐데.... 그전에 한가지 정할 것이 있어요." 그녀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모아졌다. "뭡니까. 헌데, 이곳이 석부의 입구입니까? 그렇다면 생각다 상당히 작은데요...." "네, 그것에 관한 문제예요. 여러분들의 생각대로 이곳이 경운석부이긴 하지만, '진짜' 경운석부의 입구는 이 동굴 안쪽에 있어요. 하지만 그곳이 이 동굴보다 넓다곤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갈 정도로 넓지 않은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 이곳에서 들어설 순서와 진형을 짜서 들어갔으면 해요." "당연한 말입니다. 그럼.... 어느 분이 앞장 서실지..." 그녀의 말에 여기저기서 당연하다는 의견이 들려왔다. 그들 역시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기에 그 위험한 곳에 아무런 준비 없이 우르르 몰려갈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대두되는 문제가 바로 가장 선두에서 일행들을 인도해 나갈 사람이었다. 위험한 기관들이 버티고 서있는 곳에 아무나 앞세우고 들어설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으로 인해 위험을 피해 갈 수도 있고 아무 것도 모르고 위험에 뛰어 들 수도 있는 일이기에 말이다. 하지만 문옥련은 총 책이란 이름답게 이미 그런 생각을 다 해두었던 모양이었다. 그 문제가 나오자 마자 자신과 함께 산을 오른 다섯 명의 가디언 중 한 명을 지적해 보이며 자신에 찬 표정으로 말을 이었던 것이다. "다른 분들의 이견이 없으시다 면... 여기 있는 제갈수현을 앞에 세워 기관에 대비했으면 합니다. 아직 약관의 나이지만 다들 만권수재(萬券秀才)라는 별호를 지어 줄 정도라.... 아마,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 기관진법에 있어선 가장 뛰어날 거라 자신해요. 더구나 앞으로 나타날 기관진법을 가장 잘 풀어 나갈 거구요." 그녀의 말에 주위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녀가 가리키는 제갈수현에게로 향했다. 과연 그녀가 가리키는 곳에는 아직 약관으로 보이는 준수한 청년이 한 명 서있었다. 특이하게 옛 중원의 복식인 하얀색의 유삼을 걸친 그는 호리호리한 것이 무공을 모르는 전형적인 서생의 모습으로 확실히 뛰어난 인물로 보였다. 하지만 막상 문옥련의 말에 찬성을 표하자니.... 만권수재 제갈수현의 나이가 너무 젊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이어지는 이드의 말에 사람들은 아무런 토도 달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제갈.... 수현. 제갈씨라면.... 이모님,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저 제갈성을 쓰는 형이요. 강호 사대세가(四大世家)중 하나인 제갈세가의 사람.... 아니 예요?" 긴가민가 하는 이드의 물음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드의 말에 대답한 것은 질문을 받은 문옥련이 아니라 당사자인 제갈수현이었다. 그는 강호 사대세가라 칭한 이드의 말이 듣기 좋았던지 입가에 호감이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드의 말에 답했다. "하하하.... 이드라고 했었지? 자네 말이 맞네. 이미 오래 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본가가 강호 사대세가로 불리던 때가 있었지. 그런데 여기서 본가를 기억해 주는 사람을 보게 될줄은 몰랐는걸...." "역시 기관진식하면 제갈세가를 빼 놓을 수 없지요. 하지만 옛날 이야기라니요. 제가 보기엔 아직까지 그 명성이 그대로 인 듯한데요." 이드의 말에 제갈수현은 조금 멋 적어 하면서도 기분 좋게 웃어 보였다. 중국인도 아닌 한국의 소년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오래 전에 잊혀진 가문의 위세를 인정해준 것이 기분이 좋았고, 그에 맞추어 자신의 실력을 높게 평가한 것이 멋 적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이드에 대한 호감은 더욱 커졌다. 이런 두 사람의 대화내용을 전해들은 사람들이 동의를 표하자 제갈수현에 대한 설명을 붙이려던 문옥련은 이드를 향해 방긋 웃어 보이고는 사람들을 향해 말을 이었다.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따라 들어가는 순서와 진형은 간단히 정해 졌다. 먼저 제일 앞서 갈 사람으로 여기 모인 사람들 중 가장 눈썰미가 빠르고 행동이 빠른 세 사람이 뽑혔고, 그 뒤를 기관을 알아 볼 제갈수현과 이드, 라미아 그리고 문옥련이 뒤따른다. 이어 그 뒤를 한국의 염명대가 그 뒤를 영국의 가디언 팀인 트레니얼이 또 뒤이어 일본의 가디언 팀인 무라사메(村雨)..... 들어갈 순서가 정해지자 사람들은 각자 준비하고 있는 식량등의 준비물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옥련의 출발신호에 긴장감 가득한 표정으로 천천히 둥굴 안으로 발걸음을 옮겨 놓았다. 조심스런 걸음으로 부서진 입구를 지나 석부 안으로 들어선 일행들이 주위를 빙 둘러보고 느낀 점은 하나였다. 잘 지었다는 것. 사람 네 다섯은 충분히 지날 수 있을 것 같은 넒은 통로와 어디서 구했을까 하는 생각이들 정도로 네모 반듯하게 깍여진 돌로 막혀진 사방 벽. 거기다 어디서부터 부는 건지 선선한 바람이 불어 전혀 습기가 차지 않은 바닥까지. 정말 잘 만들었다는 말 이외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일행들이 이 석부의 건축방법을 배우러 온 것이 아니기에 그것은 잠시일 뿐이었다. 이미 앞서 들어왔던 중국의 가디언들이 설치해 놓은 백열등을 따라 일행들은 천천히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던 일행들은 얼마 가지 못하고 잠시 그 걸음을 멈추어야 했는데, 그 앞으로 바로 두 번째 함정이었던 곳이 그 실체를 드러내 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발 디딜 틈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도 없이 매끈하게 뚫려 있는 오 미터 정도의 바닥. 하지만 이미 파해되었기에 그 함정 위로는 튼튼해 보이면서도 넓직한 나무다리가 놓여 있어 일행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그 위를 지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길 네 번. 잠시 멈칫하긴 했지만 아무런 막힘 없이 지금까지 파해된 여섯 개의 함정을 모두 지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일행들 앞으로 시커먼 속을 내보이고 있는 석부의 모습. 전구의 영향을 받지 않는 그 모습에 천화를 비롯해 일행들 중 정령을 부리는 정령사들은 빛의 정령인 윌 오브 웨스프를 소환해 일행들의 시야를 확보해야 했다. "모두 조심해서 주위를 살펴 주세요.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니까요." 윌 오브 웨스프의 빛을 받아 환하게 모습을 드러낸 통로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문옥령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하는 말에 일행들은 크게 대답하지 않고 그냥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문옥령도 뒤돌아보거나 하지 않고 자신 앞에 서있는 제갈수현을 보며 부탁한다는 말을 건넬 뿐이었다. 그런 일행들 사이사이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아주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럼, 제갈 소협 잘 부탁해요. 전진 속도가 느려도 좋으니.... 세세히 살펴야 합니다." 다시 이어지는 문옥련의 당부에 제갈수현은 당연하단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자신에게 말하듯이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선자님. 당연히 그래야 지요. 아! 그전에 당부 드리고 싶은 말이 있는데, 지금부터는 그 무엇이든 간에 함부로 만지지 마십시오. 특별한 것이 아니라도 만져서는 안됩니다. 특히 벽에 손을 대어서도 안됩니다. 그리고 앞에 빛의 정령을 소환해 주신 분들은 빛의 정령을 양 벽과 천장에 가까이 붙여서 움직여 주십시오. 좋습니다." 제갈수현은 출발하기전 일행들이 주의할 몇 가지를 부탁하고는 작게 심호흡을 한번 한 후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품속에서 팔 길이 반정도의 지휘봉을 꺼내 손에 들었다. 그 모습에 옆에서 같이 걸음을 옮기던 이드가 눈이 반짝하고 빛을 발했다. 제갈수현의 손에 들려있는 짙은 묵색의 지휘봉. 그것은 이드에게도 상당히 눈에 익은 것이었다. "제갈세가의 천장건(千丈鍵)!" 214 "제갈세가의 천장건(千丈鍵)!" 이드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 입에서 제갈수현의 손에 들린 묵색 봉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흘러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제갈수현으로선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순간 그 자리에 멈칫 멈춰선 그는 자신의 손에 들린 묵색 봉과 이드를 번 가라 가며 바라보았다. 천장건(千丈鍵). 지금 이드의 입에서 나온 말대로 자신의 손에 들린 물건은 세가의 물건이었다. 더구나 단순한 묵색의 봉이 아니라 천장건이란 거창한 이름답게 세가의 소가주를 나타내는 신물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만큼 천장건은 평범한 봉이 아니었는데, 단봉(短棒)과 같은 단순한 겉모습과는 달리 그 재질이 심해철목(深海鐵木)임과 동시에 그 사이사이에 가늘은 한철(寒鐵)이 아로 박혀 있어 그 탄성과 강도가 웬만한 보검 이상이다. 만약 상대가 천장건을 단순한 단봉으로 보고 덤볐다가는 그 만한 값을 톡톡히 치루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단단하다는 것만으로 소가주의 신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말 중요한 점은 다음 두 가지인데, 첫째가 그 이름 그대로 천장(千丈)- 실제로는 오장(五丈- 약 15.15m)이지만, 단봉으로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순식간에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기관진법 하면 제갈세가를 떠올리는 만큼 제갈가의 인물들은 대개가 진법에 능통했다. 그리고 그런 만큼 여러 진법과 기관을 살펴야 했는데, 아무리 진법에 능하다 하더라도 모르는 기관을 자신이 직접 만질 수는 없는 일이다. 대신 손에 쥔 검이나 막대로 기관을 살피는데, 이 때 이 천장건이 그런 역활을 해준다는 것이다. 심해철목과 한철로 만들어져 놀라운 탄성과 강도를 자랑하는 만큼 이만한 장비도 없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둘째가 천장건에 아로 박혀있는 한철이었다. 이 한철은 단순히 탄성과 강도를 높인다는 명목도 있지만 그 보다는 한철이 박혀 있는 위치가 이루는 하나의 진세가 더욱 중요했다. 반법륜세(反法輪勢)라는 이 진법은 제갈세가의 독문진세로서 사상(四象)과 팔괘(八卦)를 기본으로 이뤄진 진세에 반대되는 기운을 뿜어내기에 진법의 공부가 얕은 진세는 반법륜세의 기세 앞에 본래의 위력을 전혀 내비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상진(四象陣)이나 팔괘윤회진(八卦輪廻陣)등의 가벼운 진세는 풀기 위해 몸을 움직일 필요도 없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그것도 옛날, 몇 백년전의 이야기 였다. 강호사대세가라는 말과 제갈세가라는 말이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동안 천장건에 대한 내용은 완전히 잊혀진지 오래였다. 헌데, 지금 그의 눈앞에 서있는 이드라는 예쁘장한 소년이 그런 천장건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눈에 알아보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제갈수현 자신조차 가주를 통해 처음 보았을 때 그 정체를 알지 못했던 천장건을 말이다. "어떻게.... 그걸...."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의 제갈수현 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런 표정을 떠올리게 만든 이드는 대단하단 표정으로 제갈수현을 바라보며 말을 잊는 것이었다. "그런데, 천장건을 가지고 있다니.... 제갈형이 세가의 사람이란 건 알았지만, 소가주 일 줄은 몰랐는데요." "아, 아니야. 내가 소가주라니.... 무슨 말을, 내가 천장건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이건 이번 임무의 위험성 때문에 가주께서 특별히 내리신 거야.... 아니, 그것 보다 이드 네가 어떻게 이 천장건을 알고 있는 거지? 옛날이라면 몰라도 지금에 와서는 알아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뭐, 어디까지나 예외라는 게 있는 거니까요. 천장건에 대해선 저도 할아버지께 전해 들었던 것뿐이예요. 거기다 제갈형이 가지고 있길래...." "... 그래도 천장건을 한 눈에 알아보기가....." 이드의 대답에 그래도 이상하다는 듯이 말하던 제갈수현이었지 만, 채 말을 끝내지 못하고 걸음을 옮겨야 했다. 제갈수현을 중심으로 그 자리에 서버린 일행들의 시선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런 문제보다 경운석부의 발굴이 더욱 급한 문제라는 생각에 잠시 궁금증을 접은 제갈수현은 손에든 천장건을 슬쩍 흔들어 그 길이를 삼장(三丈) 정도로 늘인 후 그 끝을 전방으로 향하게 하여 사방을 천천히 살피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일행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체 조용히 숨만을 내 쉬며 뒤따랐다. 기관을 찾는 일을 도와주진 못할 망정 방해는 하지 말자는 생각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행들의 협조 덕분이었을까. 일행들이 출발하여 이백여 미터를 막 넘었을 때 였다. 앞으로 뻗은 천장건을 순간적으로 거두어들인 제갈수현이 급히 사람들을 멈춰 세웠다. "진법입니다. 더 이상 앞으로 나서지 마세요!" 행여나 한 사람이라도 움직일까 급하게 흘러나온 말이었다. 그리고 그런 제갈수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일행들의 발은 땅에 붙어 버린 듯 움직일 줄 몰랐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는 이드 역시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는 전방 통로의 한 지점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전 제갈수현의 신호가 있기 전 이드는 천장건이 지나간 허공의 한 지점이 여름날 아지랑이가 일어나 듯 일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덕분에 제갈수현의 말이 있기도 전에 그 자리에 멈춰 설 수 있었던 것이다. 일행들을 멈춰 세운 제갈수현은 손에든 천장건의 길이를 한 장 더 늘려 신중한 자세로 앞길을 막고 있는 진법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행동은 진법을 모르는 사람이 보았을 때 그들로 하여금 미친 사람 아니야? 라는 의문이 절로 들게 할 정도로 엉뚱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그 행동을 이해할 사람은 없었다. 이드만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비록 뛰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구궁진이나 미환진 등의 간단한 진세를 펼치고 거둘 줄 아는 이드였기에 제갈수현과 같이 앞에 나타난 진을 살펴볼 수 있었다. ".... 어려운 진법이네요. 우선은 삼재(三才)가 들어 있는 것 같긴 한데...." ".... 맞아, 거기에 오행(五行)이 숨어있지. 하하하.... 이드 너 대단하다. 진법도 볼 아는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의견을 구하는 듯한 이드의 말을 들은 제갈수현이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칭찬의 말을 건네며 지금까지 딱딱히 굳히고 있던 표정을 조금 풀어 보였다. 이드의 말이 있기 전까지는 기관진에 대한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몰린 것 같았지만 지금의 말로 그 부담감이 조금 줄어드는 느낌을 받은 제갈수현이었다. 이런 상황에선 부담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엄청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었다. "간단한 것 몇 가지만 배웠어요. 진법이란 게 여간 어려워야 말이죠. 근데, 삼재에 오행을 숨긴 진이라면.... 무슨 진이죠?" 이드는 제갈수현의 말에 간단히 답하며 진법의 정체를 물었다. 혹시나 파해법을 알고 있는 진이 아닌가 해서였다. "... 오행망원삼재진(五行忘源三才陣)..... 아마 그 이름이 맞을 거야. 위험하진 않은 진인데... 대신에 엄청 까다로운 녀석이지." "후움... 이름만 들어도 그런 것 같네요." 이드는 그의 말에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나 다를까 전혀 들어보지 못한 진세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진을 푸는 건 전부 제갈수현의 몫이 되는 것이다. "이 진에 들어서면 우선 삼재미로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세 갈래의 길로 흩어지게 돼. 하지만 곧 그 사실안 사람들은 필히 되돌아가려고 하게 되거든. 하지만 그게 함정이야. 사람들이 돌아서는 순간 삼재미로의 진은 오행망원의 진으로 바뀌어 한번 더 사람들을 다섯 갈래의 길로 흩어 버린다.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사람들은 하나 하나 뿔뿔이 흩어져 버리는 거지." 진법에 대해 설명하는 제갈수현의 말은 곧 통역되어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 설명을 들은 사람들은 황당하단 시선으로 전방의 통로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진법이라지 만 저 일직선의 통로에서 어떻게 뿔뿔이 흩어 질 수 있는가 하는 생각들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진법이란 게 그런 것. 통로에서 시선을 거둔 일행들은 기대의 시선으로 제갈수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대표해서 문옥련이 걱정스런 어조로 물어왔다. "파해 할 수 있겠죠?" "물론입니다.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까다롭기만 할 뿐 특별히 위험한 점은 없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파해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나머지 분들은 잠시 뒤로 물러서 있어 주십시오. 그리고 이드 넌 날 좀 도와줬으면 하는데....." "당연하죠." 이드는 제갈수현의 말에 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갈수현의 옆에 서서 오행망원삼재진을 차례차례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과연 제갈수현의 말이 맞았던지 그와 이리저리 돌을 던져보고 두드려 보길 수 차례 행한 결과 오행망원삼재진의 파해 법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드는 뒤쪽에 서있는 라미아를 자신 쪽으로 불렀다. 진을 파해하기 위해서였다. "내말 잘 들어, 라미아. 제갈형이 신호하는 동시에 내가 지금 지명하는 다섯 곳을 파괴시켜야 돼." "그 정도야 아무 것도 아니죠. 슬레이닝 쥬웰."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내뻗은 라미아의 손 앞으로 큼직한 알사탕 크기의 은 빛 구슬이 모습을 보였다. 반짝반짝이는 것이 마치 보석과 같이 아름다워 보였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제갈수현은 오히려 그 점이 걱정되는지 이드를 바라보며 우려를 표했다. "저 정도 마법으로 괜찮겠나? 진을 파해하기 위해선 여덟 개의 지점을 한번에 파괴해야 된단 말이야. 그런데 저 마법은...." 이드는 그의 말을 들으며 피식 웃어넘기며 걱정 말라는 식으로 어깨를 두드리며 자리를 잡았다. 슬레이닝 쥬웰. 이곳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그래이드론의 지식을 받은 자신은 저 마법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 지식대로라면 저 마법으로 필요로 하는 파괴력을 충분히 얻고도 남을 것이다. "저 마법이면 충분하니까 걱정 말고 신호나 해줘요. 나도 준비 다 됐으니까..." 그런 이드의 양손 중지는 취을난지(就乙亂指)의 지력이 모여 맑은 청옥빛을 뛰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이드 네가 가장 중요해. 자신 있다고 해서 맞기긴 하지만.... 네가 맞은 곳이 벽 뒤라는 거 명심해된다." .... 바로 벽 뒤쪽이었다. "걱정 말고 제갈형이나 제대로 해요. 그리고 빨리 신호 안해줘요?" ".... 지금 한다. 둘 다 준비하고.... 지금!! 뇌건천개(腦鍵天開)!" 순간 그의 커다란 외침과 함께 그가 들고 있던 천장건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며 통로의 한 지점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 뒤를 촌각의 차이를 두며 다섯 개의 은 빛 구슬과 청옥빛을 내는 두개의 구슬이 따라 나서며 각자의 목표를 향해 흩어져 날아들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목표물에 부딪혀 자신들이 맞은 임무를 실행했다. 푸하악..... 쿠궁.... 쿠웅........ 통로의 여덟 군데에서 동시에 폭발음과 묵직한 관통음이 들려왔다. 그와 함께 통로 전체가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기이하게 일렁였다. 제갈수현은 그 모습에 만족스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좋아, 성공이다. 여러분 이제..... 허억... 뭐야!!" "엇.... 뒤로 물러나요." 푸하아아악........... 만족스런 모습으로 돌아서던 제갈수현과 이드는 갑자기 자신들이 공격했던 여덟 군데의 구덩이로부터 하얀색의 분말이 터져 나오자 라미아의 허리를 감싸며 급히 뒤쪽으로 물러서야 했다. 215 만족스런 모습으로 돌아서던 제갈수현과 이드는 갑자기 자신들이 공격했던 여덟 군데의 구덩이로부터 하얀색의 분말이 터져 나오자 라미아의 허리를 감싸며 급히 뒤쪽으로 물러서야 했다. 문옥련은 갑작스런 상황에 급히 뒤로 물러서면서도 재빨리 일행들을 향해 주위를 경계하도록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모두 전방 경계에 들어갑니다. 나이트 가디언들은 앞으로, 그 외 매직 가디언들은 뒤로 물러서 주세요. 그리고 당장 스피릿 가디언은 사방에 뿌려진 정체 불명의 가루의 접근을 막아요." "맞겨 두십시요. 스티브, 베어낸은 앞으로 나서라." "줄리아는 뒤로 물러서고, 몰리! 전방의 시야를 확보해." 그녀의 말이 이어지는 도중 주위에서 자신들의 팀원에게 명령을 내리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들도 각 국에서 내노라 하는 실력자들이기에 이런 갑작스런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보다 먼저 움직인 인물도 있었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 그들 누구보다도 익숙한 인물, 바로 이드였다. "소환 실프. 저 앞의 날리는 가루들은 한 구석으로 끌어 모아 줘. 빨리...." 급히 이어지는 이드의 말에 실프는 상황이 급하다는 것을 알았는지 모습이 채 다 나타나기도 전에 통로를 매우고 있는 뿌연 가루 사이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다음 순간 후우우 하는 서늘한 소성과 함께 실내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그 소용돌이는 주위에 떠도는 백색의 가루를 강력히 빨아들이더니 그 크기를 점점 작게 만들어 한곳에 모여들었다 이드는 한구석으로 상당량의 가루가 쌓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에 더 이상 가루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 될 때 그 앞으로 칭찬을 바라는 아이처럼 살포시 웃어 보이는 실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잘했어. 고마워, 실프. 다음에 일이 있으면 다시 부를께, 그만 돌아가도 돼." 끄덕끄덕..... 이드의 칭찬이 기분이 좋았던지 실프는 크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허공 중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사이 일행들은 확보된 시야를 하나하나 뒤지며 위험물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 들어오는 아무 것도 없었다. 뒤로 물러나 있던 제갈수현이 앞으로 나서서 천장건으로 주위를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자신들이 뚫어 놓은 여덟 개의 구덩이 사이로 아직 남아 있는 상당량의 하얀 가루가 보이긴 했지만, 그것을 제외하곤 정말 아무런 위험물도 발견할 수 없었다. "괜찮아요. 삭아버린 암질의 가루인지 뭔 진 모르겠지만, 특별한 위험은 없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곳의 기관은 완전히 해제 됐습니다." ".... 그 말이 맞는 것 같은데요. 구덩이에서 쏟아져 나온 이 가루엔 독성분 같은 건 없는 것 같거든요. 저분 말대로 정확히 어떤 물건인진 모르겠지만 말이죠." 제갈수현의 말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어느새 실프가 모아 놓은 가루를 살피던 옅은 갈색 머리의 줄리아란 여성이 동의를 표했다. 두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인 일행은 문옥련의 지시를 받으며 아까와 같은 순서로 천천히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중 두 사람. 이드와 라미아의 위치는 아까보다 좀 더 뒤쪽으로 쳐져 있었는데, 그런 두 사람의 시선은 조심스럽게 펼쳐져 있는 이드의 손바닥 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 그의 손바닥 위에는 아까의 그 백색 가루가 조금 올려져 있었다. 라미아는 그 가루를 조금 집어 만져보며 고개를 갸웃 거렸다. "뭔 진 모르겠지만 확실히 돌가루는 아닌 것 같아요.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이라고 보기엔 입자가 너무 곱고.... 그렇다고 독이 함유된 것도 아니고.... 이드님, 혹시 생각하고 있는 것 있으세요? 아까 이 가루를 집어 드는 걸 보니까 뭔가 생각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게다가...." '이드님은 원래 이런 건물이 지어지던 시절에 살고 계셨었다고 하셨잖아요.' 마지막 말은 누가 듣지 않게 마음속으로 전하는 라미아의 말이었다. 이드는 그녀의 말에 손에 든 가루를 탁탁 털어 버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대로 순간적으로 생각나는 게 있어서 집어들긴 했는데.... 확인할 방법이 없거든...." "그럼, 의심가는 건 있단 말이잖아요. 뭔데요. 뭔데요?" "내 생각이지만, 아마도 추종향(追從香)종류가 아닌가 싶어. 자연적으로 이런 게 생길리가 없으니까 사람이 손길이 갔다는 거지. 그것도 진법을 해제하기 위한 요소요소 지점에 묻혀 있었다는 건 무언가 있다는 말인데.... 하지만 독 종류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렇게 가루 형태로 쓸 수 있는 무기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해 보니 추종향이 딱 떠오르더라. 내가 들은 바로는 추종향을 대량으로 모아 보관할 경우 이런 가루 형태를 이룬다고 들었었거든." 이것저것 이유를 들긴 하지만 그래도 반신반의 하는 투로 말하는 이드였다. 그리고 라미아역시 그런 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하지만 이런 곳에서 그런 걸 어디다 사용하겠어요? 이렇게 오래된 곳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그래, 바로 그것 때문에 짐작만 하는 거지.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저 앞에 가는 제갈형도 꽤나 찝찝할꺼야. 뭔가가 있긴 한데, 그 정체를 모르니까." 과연 그럴 것이다. 라미아는 이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런 고민은 두 사람에게 그리 오래 관심을 끌지 못하고 흐지부지 뒤로 밀려나 버렸다. 이드와 라미아 두 사람의 성격과 실력 상으로 무엇이 기다리고 있건, 그 일이 닥치면 힘으로 깨고 나가면 된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도 조금 지루할 정도의 느린 전진이 계속 되었다. 그러길 두 시간. 제법 느린 속도로 전진했고, 중간에 하나의 기관을 만나긴 했지만 그래도 꽤나 깊이 들어온 일행들은 목적지처럼 보이는 작은 연무장 크기의 쾌나 큰 석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행들이 이곳이 목적지처럼 보인다 생각한 이유는 간단했다. ".... 뭐야. 사방이 다 막혔잖아. 게다가 이 조각들은 또 뭐야!!" 그랬다. 일행들이 들어선 석실은 입구를 제외하고도 열세 개의 벽으로 이루어진 방이었는데, 각각의 벽에는 하나씩의 동물이 양각되어 자리잡고 있었다. 비록 정교하거나 높은 기교가 보이는 조각은 아니었지만 그 대신 그 동물의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생동감 있어 보이는 그 조각들은 입구의 오른쪽부터 해서,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순 이었다. "십이지(十二支)를 상징하는 열 두 동물들입니다. 잘 만들어 진 건 아니지만 느낌은 굉장히 좋은데요." 미국 가디언 팀에게 그렇게 대답한 메른은 무심코 앞에 서있는 말의 조각에 손을 대려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제갈수현의 다급한 제지에 흠칫하며 급히 손을 거두어 들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제갈수현의 설명에 메른의 등뒤로 서늘한 식은땀이 솟아올랐다. "만지지 말아요. 내가 들어올 때 말했지 않소. 만지지 말라고. 이곳이 석부의 끝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요. 고작 이런 석실을 보호하려고 통로에 그런 위험한 기관들을 설치했겠소? 아마, 모르긴 몰라도 지금 우리가 서있는 곳이 지금까지 우리가 거친 기관보다 몇 배는 위험한 기관이 설치된 곳 일거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집니다. 절대 아무 것도 만지지 마십시오." "히익...." 타탓.... 그의 말에 메른뿐 아니라 조각 가까이로 다가갔던 모든 사람들이 주춤거려 뒤로 물러서며 석실의 중앙으로 모여들었다. 그들 역시 이곳으로 들어오며 기기묘묘한 두개의 기관진식을 목격했었기에 만약 그런 것이 발동될 때 얼마나 골치 아프고 위험한 일이 일어날지 대충 예상이 되었던 것이다. "어? 저기 좀 봐요. 저 벽엔 그림 대신 뭔가 새겨져 있는데요...." 설명......... 추종향은....... 그 향을 맞도록 특별히 훈련된 동물을 이용하거나, 그 추종향에 특별히 반응하는 약품을 사용해야 그 향을 맞을수 있지요.... ^^ 216 "어? 저기 좀 봐요. 저 벽엔 그림 대신 뭔가 새겨져 있는데요...." "응? 어디....?" 중앙에 모여 사방을 꺼림직 한 시선으로 둘러보던 사람들의 귓가로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에 따라 일행들은 정면, 그러니까 일행들이 들어선 입구의 정면에 위치한 석벽으로 시선을 모았다. 과연 그곳엔 다른 곳과는 달리 조각에 아닌 아주 깊게 새겨진 유려한 모양의 한자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하나 섣불리 석벽쪽으로 다가가는 사람은 없었다. 방금 전 들었던 제갈수현의 말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드의 낭랑한 목소리에 사람들은 더욱 더 가까이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가만히 이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경운석부에 들어선 그대 연자에게 남기노라. 본인은 그대들이 들어선 경운석부의 주인으로 강호 사람들이 만추자(巒諏子)라 부르는 늙은이다. 만약, 석부에 들어선 연자가 경운석부의 이름이나 본인의 외호를 기억한다면 아래 글을 더 읽을 필요도 없을 것이니. 아마도 지금 당장에 그 발길을 돌릴 것이다. 라는데.... 혹시 만추자라는 외호 아는 사람.... 없죠?" 중국의 가디언들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이드의 모습에 문옥련은 제갈수현등에게 물어볼 것도 없다는 식으로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드로 하여금 빨리 읽기를 재촉했다. "험.... 선자불래(善者不來) 래자불선(來者不善)이라 했다. 아직 나가지 않고 이 글을 읽고 있다면 필시 그 뜻이 좋지 못한 자이거나, 본인의 외호와 석부의 이름을 모르는 인물일터.... 내 작은 바램이지만, 연자가 후자의 인물이길 바라며 이 글을 남긴다. 연자가 이 석실로 들어서기 위해 지나왔을 기관을 생각해 본다면 알겠지만 본인은 이 석부안으로 그 어떠한 사람도 들어서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해서 그런 지독한 기관들을 설치한 것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본인을 괴팍한 늙은이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곳에 잠들어 있는 것이 참혈마귀(慘血魔鬼)와.... 백혈수라..... 마.... 강시(白血修羅魔疆屍)??!!!!.... 뭐얏!!!!" "차, 참혈마귀? 왜 그런게 여기 있는 거야?" 어느 부분에 이르러 점점 커지던 이드의 눈은 어느 한 구절에 이르러 완전히 퉁방울 만해져서는 석실을 쩌렁쩌렁 울릴 정도의 경악성을 토해냈다. 그런 갑작스런 이드의 경악성에 반사적으로 경계태세를 갖추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사람들은 연이어진 제갈수현의 고함소리에 무슨 일이냐는 눈초리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뭐야? 왜 그래?" ".... 참혈마귀는 뭐고 백혈수라마강시란 건 또 뭐야?" 경악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여기저기서 웅성임이 나왔다. 그 분위기에 문옥련이 나서서 사람들을 조용히 시키며 당황해 하고 있는 제갈수현을 향해 물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도 뭔가 당혹해 하는 표정이 떠올라 있는 것이 참혈마귀나 백혈수라마강시라는 것에 대해 알고 있는 듯 했다. "제갈 소협.... 참혈마귀라니요. 설마 제가 알고 있는 참혈강시(慘血疆屍)를 말하는 건가요? 그럼, 백혈수라마강시는 또 뭐죠? 이봐요. 제갈 소협!!" 문옥련은 급한 마음에 이것저것 제갈수현을 향해 물었다. 하지만 조금 전부터 석벽의 글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제갈수현은 그런 그녀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는 듯했다. 문옥련은 그런 그의 모습에 다시 한번 강하게 그를 불러 세웠다. 하지만 그렇게 문옥련을 바라본 제갈수현은 다시 잠시 기다리란 말과 함께 석벽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드라고 다른 것이 없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다른 일행들은 왜지 모를 불안한 마음에 조용히 두 사람만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지난 후 나직한 한숨과 함께 고개를 돌린 제갈수현이 일행들을 향해 돌아서며 입을 열었다. "아, 잠시 실례를 범했습니다. 너무 놀라는 바람에... 선자님, 방금 참혈마귀에 대해 물으셨죠?" "그래요. 참혈마귀라는게 제가 알고 있는 참혈강시인지 물었어요. 그리고 백혈수라마강시는 또 뭔지." 문옥련의 대답에 제갈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이드를 바라보며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 백혈수라마강시라는 건.... 전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참혈마귀에 대해서 대답해 드리자면, 선자님이 생각하시는 대로라는 것입니다. 참혈마귀가 바로 참혈강시 입니다. 그리고 그에 덧붙이자면, 지금 이 안으로는 그 참혈마귀 팔백 구와 백혈수라마강시라는 참혈마귀 보다 더욱 무서운 강시 삼 백구 정도가 가만히 잠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어진 제갈수현의 말에 문옥련은 낮게 숨을 들이쉬며 경악이란 표정을 그대로 얼굴에 그려 보이며 말을 잊지 못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던 이드는 자신의 옆과 앞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엔 도대체 어떻게 되어 가는 상황이냐는 의문을 가득담은 라미아와 일행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눈은 지금의 상황에 대한 설명을 원하고 있었다. 이드는 그 모습에 머리를 슬쩍 쓸어 넘기며 말을 이었다. "허험... 앞에 오간 이야기로 대충의 상황은 알고 계실테니, 참혈마귀와 백혈수라마강시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할 께요. 우선 둘 다 만드는 방법이 다르긴 하지만 강시입니다. 강시가 뭔지는 다들 아시겠죠.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이 두 강시가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좀비 비슷한 그런 평범한 위력을 보이는 강시가 아니라는 겁니다. 먼저 참혈마귀라는 녀석만 해도 보통의 칼은 이도 들어가지 않는 철골철피(鐵骨鐵皮)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다 그 철골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가히 무시무시하지요. 대신 움직이는 조금 부자연스럽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녀석이 가진 힘을 생각한다면 별달리 참고할건 못됩니다. 덕분에 녀석을 상대 할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 검기를 사용할 수 있는 강호인들부터 이고, 녀석을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일류라는 소리를 듣는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하지요. 게다가 그런 그들도 최소한 백여 합은 겨루어야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인데.... 그런 녀석들이 팔백 이나 누워 있다니 저 두 분이 저렇게 놀라는 거죠..... 하지만 정말 무서운 건 따로 있는데..." "그 백혈수라마강시 라는 것 말이겠지? 도대체 그게 뭔가? 석벽에도 참혈마귀보다 끔찍한 지옥의 인형이란 말만 나와 있는데..." 어느새 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기고 있던 제갈수현의 물음이었다. 제갈수현은 이드에게 그렇게 의문을 표한 후 아직 석벽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일행들을 향해 그 내용을 간단히 추려 알려 주었다. 그 내용에 따르면 만추자 생존 당시의 강호상에 정사공적으로 지목되어 멸문되어 버린 문파가 하나 있었다고 한다. 사파에 속한 그 문파는 사공문(邪恐門)이란 이름으로 무공보다는 술법을 이용한 사법(邪法)에 능통했었다. 그러던 어느 때인가 강호상에 사공문에서 천인공노할 사법이 시술되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나갔고, 이에 정사 양측에서 조사한 결과 사실로 판명되자 합공을 감행하여 반항할 틈도 주지 않고 한번에 그 일대를 강아지 한마리 남김없이 쓸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 위급 중에 탈출한 인물이 몇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 일이 있은지 십 년 후 멸문 된 사공문의 호법을 자처하는 자가 구천에 이르는 참혈마귀와 백혈수라마강시를 강호상에 퍼트리며 무림멸망을 외치고는 자진 해버린 것이었다. 그 일에 정사양측은 다시 한번 손을 잡고 구천 구에 이르는 강시들에게 대항했다. 하지만 그 강시들이 보통 강시가 아닌 만큼 무림의 피해도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계책을 이용하기로 한 무림인들은 이곳 평정산으로 그들을 유인 그때까지 살아 움직이는 사천 가량의 강시 중 삼천은 계곡에서 폭약으로 묻어 버리고 나머지는 이곳 경운석부에 가두어 버린 것이다. 그러한 사정으로 경운석부에 들어선 사람은 곧 발길을 되돌려 달라는 부탁의 말이 적혀 있었다. 제갈수현의 설명을 들은 사람들은 다시 이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 설명을 들은 이상 참혈마귀보다 더 끔찍하다는 백혈수라마강시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자신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석부의 용도에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는데 참고해야할 사항이기도 했다. 이드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 고개를 석실 벽으로 돌리고는 자신이 알고 있는 백혈수라마강시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흠...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음, 복잡하게 생각하실 건 없어요. 이 백혈수라마강시도 강시인 만큼 어떻게 보면 참혈마귀의 완전 강화판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참혈마귀와 같이 철골에 무식한 힘을 가지고 있지요.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진다는 점 때문에 움직임의 부자연스러움이란 것이 없고 그 빠르기 또한 강호의 일류고수 수준에 이르죠. 하지만 그것만 보고 끔찍하단 말은 안하죠. 문제는 이 녀석의 핍니다. 이 녀석의 피는 이름 그대로 하얀 색인데.... 아주 강렬한 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실수로 그 피를 접하게 되면 해독할 시간도 없이 중독 돼 절명해 버리게 되죠. 이 정도면 끔찍하다고 말할 만 하죠?" ".... 그런 것 같네." "하지만 현대 장비와 마법을 사용하면..... 쉽게 처리 할수 있을지도 모르겠는걸." "맞아, 알아채기 전에 큰 거 한 방 날려버리면 지깐게 어떻게 알겠어? 안 그래?" "하지만 그 정도로 빠르면 맞추기 힘들 것 같은데...." 이드의 설명에 여기 저시서 그에 대한 감상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급한 것이 있었다. 문옥련과 각 가디언 팀의 대장들은 이대로 돌아갈지 아니면 안으로 더 들어가 볼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나온 결과는 석벽의 글과는 정반대인 석부 안쪽으로의 진입이었다. 이해되지 않는 결정에 뭔가 반대의견을 표하려던 이드였지만 곧 생각을 바꾸고는 라미아와 뒤쪽으로 빠졌다. 생각해보니 통역을 위해 따라온 자신이 나설 자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또 무공만을 사용하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마법과 정령술, 염력이 있으니.... 강시들을 쉽게 상대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행동이 결정되자 제갈수현이 다시 앞으로 나섰다. 기관을 열어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 그런 내용이 석벽에 적혀 있었다. 정히 말을 듣지 않고 들어서겠다면 석실 정 중앙에 자리한 청강석을 부수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줄 제갈수현이 아니었기에 여기저기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역시, 위험하다고 그렇게 당부하던 사람이 쉽게 들여보내 줄 리가 없지.... 이건 함정이고 진짜는 저 석벽입니다. 저 석벽을 부수면 어디서 나타나도 문이 나타날 겁니다." "어디서 나타나도 나타난다니.... 그 믿음이 가지 않는 말은 뭐예요?" "쳇, 나라고 다 알고 있으란 법은 없잖아?" 이드의 장난스런 말에 제갈수현이 답하는 사이 문옥련이 앞으로 나섰다. 그런 그녀의 한 쪽 손엔 여인의 노리개처럼 보이는 청옥빛의 작은 소도가 들려 있었다. 석벽을 부수려는 그녀의 모습에 다른 일행들은 뒤로 물러서며 기대감이 깃든 눈으로 그녀의 손과 석벽을 번가라 보았다. 그러던 어느 한순간 소도를 든 문옥련의 팔이 느릿하게 펴지며 그녀의 손위에 들려 있던 소도가 한순간 그 모습을 감추었다. "소월참이(素月斬移)...." 슈가가가각.... 그녀의 손에서 모습을 감추었던 소도는 석벽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는데, 어느 사이에 만들었는지 석벽위로 깨끗하게 잘려진 몇 개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막 가로로 길게 그어 내린 소도는 다시금 그 모습을 감추며 문옥련의 손위로 날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 길다란 상처를 가진 석벽이 그대로 허물어져 내리며 제법 묵직한 충격음을 흘려냈다. 그런 그녀의 솜씨에 대단하다는 눈길로 석벽을 바라보던 일행들이었으나 깨끗이 무너진 석벽 뒤로 보이는 또 다른 석벽위에 남아있는 내용에 바싹 긴장할수 밖에 없었다. "... 과연 이곳까지 온 만큼 내 말에 속지 않고 이 기관을 열었구나. 하지만 그 실력을 칭찬해 줄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아마 잠시 후면 그대역시 같은 생각일 것이다. 우선은 그대가 들어설 곳에 잠들어 있는 녀석들이 어떤 녀석들인지 그 본보기를 보여줄 것이다. 만약 살아 남는다면... 아마도 발길을 돌리겠지. 라니. 젠장, 제갈형 정말 확실하게 문이라고 찾아낸 거 맞아요?" 217 젠장, 제갈형 정말 확실하게 문이라고 찾아낸 거 맞아요?" "....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나라고 다 알라는 법은 없는 것 아니겠어? 그러지 말고 주위나 경계해. 저 말 대로라면 어디서 나와도 강시가 튀어나올 테니까." 골치 아프다는 식의 이드의 말을 무난히 넘겨버리는 제갈수현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 대답이 신호가 된 듯 석실을 둘러싼 나머지 열 두개의 석벽이 마치 원래는 흙으로 만들어 졌다는 듯이 부스스 부서져 내려 버렸다. 눈살을 찌푸린 채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드는 부셔져 내린 석벽 뒤로 보이는 치렁치렁한 백발 인형의 모습에 조금 신경질 적인 말투로 일행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쳇, 조심해요. 석벽에 글을 보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 백혈수라마강시예요. 그 만추자란 늙은이... 우릴 살려 보낼 생각이 없는 모양 이예요." "젠장, 그럼 이곳엔 정말 저런 괴물 찌꺼기밖에 없단 말이야?" 이드의 말에 미국의 가디언 팀인 채터링의 게릭이 투덜거렸다. 아마 들어가기론 한 이유 중엔 만초자의 말을 모두 믿을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런 투덜거림도 이어지는 말에 멈추어 질 수밖에 없었다. "투덜거리는 건 이 놈들을 치운 다음이다. 빨리 움직여. 저 놈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우리들도 준비를 해야지. 그리고 일행 중에 마법사와 정령사 들은 중앙으로 모여요." "이미 모였습니다. 그보다... 저 놈들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는데요. 도대체 어떻게 보관 했길래 몇 백년이 지났는데, 곰팡이조차 안 피고 멀쩡한 거지?" 어느새 일행들의 중앙으로 물러선 메른의 말에 나머지 몸으로 뛰는 가디언들이 열 두개의 벽, 아니 이젠 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과연 눈을 돌린 곳에선 각각 한 구씩의 강시가 크르륵 거리는 과히 듣기 좋지 않은 숨소리를 내며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는데... 절대 저 놈들 피를 뿌리면 안됩니다." 다시금 당부하는 듯한 이드의 말에 지금가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일행들을 따르기만 하던 세 명의 라마승들이 가장 먼저 움직여 보였다. 나직한 불호와 함께 그들 앞에 있는 석관 중 아직 강시가 나오지 못한 석관 앞을 막어 선 세 라마승은 특이하게 무공을 사용해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염주와 법보를 사용하여 강시에 걸린 술법에 직접 대항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덕분에 몸을 일으키던 강시는 백색의 독혈은 물론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버린 채 거치른 숨소리만 내뱉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일행들도 뭔가 느낀 점이 문옥련의 지시에 따라 아직 일어서지 못한 강시들을 신성력과 술법으로 제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행 중 썩여 있는 술법자는 두 명의 가디언 프리스트와 염명대의 신우영뿐 이었기에 그들에의 해 제압된 강시는 백혈수라마강시 한 구와 참혈마귀 한 구 뿐이었다. 그리고 남은 숫자는 백혈수라마강시 여덟 구와 참혈마귀 한 구. "좋아. 그럼 각자 한 놈씩 맞아서 처리하도록 하지요. 단... 주위에 독혈이 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서 흘러나온 말과 함께 일행들은 한 두 명씩 짝을 이루어 자신들 앞에 있는 강시들을 향해 공격 준비를 갖추었다. 이드 역시 눈앞으로 다가오는 백혈수라마강시를 보며 금령단공에 의해 황금빛으로 물든 양손을 펼쳐들었다. 검술이 장기인 이드이지만 함부로 검을 휘둘렀다간 백혈수라마강시의 독혈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에 내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권장지법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허리에 매달려있는 일라이져를 감고 있던 천을 벗겨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덕분에 석실 중앙으로 물러나 주위를 경계하던 가부에와 메른등으로 부터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마 지금과 같은 상황만 아니라면 찬찬히 감상이라도 해볼 분위기들이었다. 그러는 사이 강시들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져 몇 백년간 굳었던 몸이 완전히 풀린 듯 그 앞에 서있는 일행들을 공격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행동과 동시에 석실의 여기저기서 퍼펑 거리는 작은 폭발음과 묵직하고 가벼운 격타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금령단천장(金靈斷天掌)!!" 쿠아아앙.... 강력한 내가장력(內家掌力)으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백혈수라마강시를 석벽으로 날려버린 이드는 마치 못 만질 것을 만졌다는 식으로 백혈수라마강시의 가슴을 쳐낸 양손을 탈탈 털어 보였다. 한 순간이지만 가슴에 다았던 손에 느껴진 그 느물거리는 냉기가 상당히 기분 나빴던 때문이었다. "우흐... 기분나뻐... 역시 강시는 강시라는 건가. 게다가 철골도 보통 철골이 아닌 모양이군. 뭘, 벌써 일어서려고 그러나... 금령원환지!" 석벽에 처박혀 있던 강시가 꾸물거리며 일어서려는 모습에 이드는 황금빛 지력을 내 뿜었다. 그의 손이 세 번 연속해서 휘둘려 졌다고 느낀 순간 강시는 이미 강렬한 쇳소리를 내며 다시 석벽으로 넘어 가고 있었다. 그런 강시의 양미간 사이의 인당혈(印堂穴)과 가슴부분의 중정혈(中庭穴), 그리고 배꼽 주위의 음교혈(陰交穴)의 세 부분이 움푹 꺼져 있었다. 이드가 날린 금령원환지의 흔적이었다. 아마 살아있는 인간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숨이 끊어져도 좋을 정도의 공격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강시. 이드는 백혈수라마강시가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보며 상당히 고민된다는 얼굴로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 이드의 시선에 들어오는 일행들과 강시의 모습은 지금의 이드의 상황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단, 한 구의 참혈마귀를 상대하고 있는 우락부락한 저스틴이란 금발의 가디언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는 독혈에 대해 걱정할 것이 없는 참혈마귀를 아주 시원하게 두드리고 있었다. "아~ 정말 상대하기 까다롭네... 한방에 날려 버리려고 해도 석실이 무너질까 걱정되고.... 쳇, 느긋하게 더 누워 있을 것이지..." "크르륵..." 이드가 주위를 둘러보는 사이 어느새 몸을 일으킨 강시의 모습에 이드가 다시 양손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강시는 처음처럼 곧바로 달려들려고 하지는 않았다. 아마 두 번이나 나가떨어진 덕분에 이드를 경계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멍하니 서있던 강시는 흐느적거리는 요상한 걸음 거리로 이드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줄여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격에 이드는 상당히 놀랐다는 표정으로 급히 몸을 뛰우며 손을 썼다. "화산파의 월궁보(月宮步)에 복호권(伏虎拳)..... 젠장 화산파 사람이란 말이잖아.... 금령단천... 에 먹어라, 금령참(金靈斬)!!" 놀란 표정그대로 급히 몸을 피하며 반사적으로 장을 뻗어내던 이드는 불현듯 스치는 생각에 급히 장을 거두어들이며 청동강철이라도 부러트릴 듯한 금령참의 초식을 펼쳐냈다. 퍼퍽! 이드의 장에 맞아 미쳐 피하지 못하고 금령참을 얻어맞은 강시의 팔이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힘없이 축 늘어져 덜렁거렸다. 그러나 그런 중한 부상에도 강시는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지 곧바로 이드를 향해 짖혀 들어왔다. 역시나 덜렁거리는 팔은 사용하지 못하는 듯 움직이지 않고 있어 상당히 보기 거북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보는 입장에 따라서 다른 것. 이드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강시를 만족스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아무리 지가 강시라지 만 기본적인 뼈대가 없는 이상 근육 만으론 움직일 수 없지. 좋아, 다시 간다. 금령원환지에 다시 금령참!!" 쿠쿠앙... "크, 크롸롸롹....." "좋았어. 성공이다. 이로써 양쪽 팔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 재빠른 신법으로 이번 공격을 성공시킨 이드는 허공에서 몸을 비틀며 멋지게 착지했다. 그 사이 나머지 한 쪽 팔 마져 쓸 수 없게 되어 버린 강시는 이번엔 참지 않고 커다란 괴성을 질러대며 눈을 붉게 물들인 채 이드를 향해 돌진해왔다. 하지만 양팔을 잃어 공격능력이 반에 반 이상 떨어진 강시가 뭘 하겠는가. 곧바로 이어지는 이드의 공격에 다시 한번 석실 석벽에 처박힐 뿐이었다. "좋아. 이번엔 쉽게 일어날수 없겠지.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조금 여유롭게 주위로 눈을 돌린 이드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독혈 때문에 백혈수라마강시를 상대하는 일행들이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이드에게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강시를 상대하고 있는 소년이 그랬다. 열 아홉의 나이로 이드와 라미아를 제외한다면 일행 중 최연소자인 그는 중국의 가디언으로 이번 일에 참가한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어린 만큼 다른 사람들 보다 실력이 부족한 그는 절영금(絶影禽)이란 외호답게 강시의 공격을 잘 피하고는 있지만 연신 밀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드는 그 모습과 자신 앞에서 아직 일어서지 못하고 꿈틀대는 강시를 번가라 보고는 곳 분뢰의 보법을 밟아 절영금과 강시 사이로 끼어 들었다. "이 놈은 내가 맞을께요. 형.... 은 저 녀석을 마무리 해 줘요." "하, 하지만.... 이 녀석은 내가..." 하지만 쉽게 이드의 말을 따르지 못하고 사족을 다는 절영금이었다. 그로서는 자신보다 어린 이드로부터 도움을 받는 다는 것이 꺼려졌던 모양이었다. "이런 상황에 정해진 상대가 어디 있어요. 상황을 보면서 싸우는 거지. 빨리 저 녀석이나 마무리 해줘요. 일어나기 전에!!" 절영금의 마음을 눈치챈 이드는 단호한 음성으로 절영금을 밀어 붙혔다. 그다지 고집스러워 보이지는 않는 절영금의 모습에 자신이 강하게 나가면 그에 따를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과연 이런 이드의 생각은 맞았는지 잠시 머뭇거리던 절영금이 곧 그 자리에서 발걸음을 돌려 세웠다. "그, 그럼 부탁한다." 이드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주위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모두 잘 들어요. 이 녀석들의 약점은 뼙니다. 강한 경력(經力)으로 팔 다리의 뼈를 부셔버리면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이드의 말은 순식간에 통역이 되었고 여기저기서 오! 하는 탄성과 함께 공격에 활기가 돌았다. 처리하기 까다로운 강시들의 공략법이 나온 덕이었다. 이드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시원한 격타음에 눈앞에 있는 강시를 향해 장력을 펼쳤다. 아니, 펼치려고 했다. 눈앞에 있던 강시가 갑자기 다른 곳으로 달려가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뭐, 뭐야.... 어딜 가는... 형 피해요!!" 엉뚱한 곳으로 뛰어가는 강시의 모습에 그 앞으로 시선을 돌린 이드의 눈에 이제 막 장을 뿌리려는 절영금의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고 성 보다 강시의 행동이 조금 더 빨랐다. 퍼퍽... "아아악....!!!" 218 하지만 그런 경고 성 보다 강시의 행동이 조금 더 빨랐다. 퍼퍽... "아아악....!!!" 강시의 주먹에 어깨를 강타 당한 절영금은 방어도 해보지 못하고 석실 바닥을 뒹굴었다. 이드는 한 발 늦었다는 생각에 급히 보법을 밟아 다시 절영금에게 달려들려는 강시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강시는 그런 이드는 아예 눈에 뵈지도 않는지 이드 옆으로 비켜서며 다시 절영금을 공격하려는 것이었다. 순간 이드는 황당함을 가득 담아 자신 옆을 지나치려는 강시를 금령단천장으로 날려 버렸다. "이게 누굴 졸(卒)로 보나.... 네 눈엔 내가 보이지도 않냐. 금령참... 난화(金靈斬亂花)!!" 퍼퍼퍼펑퍼펑.... 난화십이식의 일식을 응용해 펼쳐낸 금령참의 초식에 비틀거리던 강시는 그대로 나가 떨어져 버렸다. 그 사이 한쪽으로 물러서 있던 마법사등이 절영금을 자신들에게로 이동시켜 상처를 돌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이드는 다시금 몸을 일으키면서도 자신이 아닌 절영금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있는 강시를 보며 이해가 안 간다는 양 혀를 내 둘렀다. "저놈 저거, 저 형하고 무슨 원한진 일이라도 있는 거 아냐? 왜 죽자살자 저 형만 공격하려는 거야? 게다가 방금 전의 보법은 하북팽가의 것이었는데.... 쳇, 또!" 하지만 강시는 이드가 궁금해 여유를 주지도 않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드는 그 모습에 다시금 강시의 앞을 가로막으로 강한 풍령장으로 강시를 허공에 뛰어 올리며 쌍수로 금령참을 펼쳐 강시의 양팔을 후려쳤다. "키에에... 키에엑!!!" 이드의 공격에 양팔의 뼈가 조각조각 부셔진 덕분에 괴성을 지르던 강시를 그 충을 그대로 껴안고 뒤로 튕겨 나갔다. 이드는 그런 강시의 모습과 자신이 이미 쓰러트렸던 강시를 동시에 시야에 담으로 쌍수에 금령참을 극성으로 펼쳐내며 거의 동시에 두 강시의 후두부를 뭉개 버렸다. 뇌에 직접적으로 행해진 공격은 강시도 별수가 없었는지 잠시 격렬한 경련을 일으키던 두 강시는 이내 축 늘어져 그 흉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두 강시가 확실히 처리되자 곧바로 절영금등이 있는 곳을 달려간 이드는 중앙에 앉아 어깨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는 절영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깨뼈가 완전히 박살 났어. 우선은 마법으로 통증을 억제 시켜뒀다. 저런 부상은 마법보다 신성력으로 치료 받는게 효과적이니까 말이야. 그런데 저 강시는 어떻게 된 거야? 네가 공격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저 아이만 노리던데...." "그거야 나도 모르죠. 나도 강시에 대해서 듣긴 했지만 상대를 정해놓고 싸운다는 이야긴 들어 본적도 없다 구요." 이드는 남손영의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어깨너멀 가리키며 이어지는 그의 말에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저 강시만 그런게 아니라 아직 남아 있는 저 강시들도 그런것 같거든.... 만약을 생각해서 왜 그런지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젠장. 이 놈에 강시들이 단체로 미쳤나....." 그사이 석실의 여기저기서는 콰직 거리는 뼈 부러지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덕분에 일행 중에 끼어 있던 몇 몇 여성은 그 소리를 피해 귀를 꽉 막고 있기도 했다. 그 중에는 막 강시를 완전히 처리하고 다른 일행들을 도우려는 사람들도 보였지만 이드 때와 마찬가지로 강시들에겐 찬밥신세 밖에 되지 못했다. 아마 그때 자신의 옆구리를 쿡쿡 찌른 라미아가 아니었다면, 이드들은 한참 동안 강시에 대한 문제로 머리를 굴려야 했을 것이다. "응? 라미아, 왜 그래?" "혹시 말 이예요. 저 강시라는 것들이 저러는거.... 아까 오면서 이드님이 말했던 추종향이란 것 때문 아닐까요?" ".... 추... 종향이라..... 그럴 수도..... 정말 그럴 수도 있겠는데." 두 사람의 대화에 옆에 있던 남손영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드는 그런 그에게 라미아의 생각을 정리해서 전해 주었고 설명을 모두 들은 남손영역시 가능성이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확실하다 결론을 내린 세 사람은 잠시 후 마지막 강시가 쓰러질 때까지 강시들을 유심히 살펴 나갔다. 그리고 전투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쓰러진 강시를 살핀 이드와 남손영 두 사람은 자신들의 추측이 맞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에 추종향을 지울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좀 더 일행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에 그치기로 했다. 절영금의 상처를 돌본 일행들은 곧바로는 움직일 수 없다는 두 가디언 프리스트의 말에 그를 돌려보내고 석실 뒤쪽을 향해 조심스레 나가기 시작했다. 강시들이 튀어나온 석벽 뒤쪽이 휭하니 뚫려 있었기 때문에 따로 문을 찾는 수고는 없었다. 석실의 뒤쪽으로는 다시 일행들이 지나 온 것과 같은 모습의 통로가 일행들이 들어서길 기다리고 있었다. 문옥련은 다시금 시작되는 통로에 처음 석부에 들어올 때와 같이 제갈수현은 앞에 세우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물론 이 통로에 기관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만전을 기하자는 생각에서 였다. 하지만 그 후로 이십 여분을 걸었음에도 어떠한 기관이나 진법도 발견할 수 없었다. 앞의 석실까지 지나온 사람들을 인정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긴장이 풀릴 때를 기다려 허를 찌르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서서히 긴장이 풀려 가는 느낌의 일행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행들 앞에 나타난 것이 이 묘하게 부셔져 있는 석벽이었다. 아직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통로의 양측 벽이 부셔져있고, 그 안으로 새로운 통로가 떡 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은 마치 맞지 않는 배관을 억지로 끼워 맞춘 것과 같았다. "하하... 이건 또 뭐야? 함정인가?" "설마.... 어떤 정신나간 놈이 이런 함정을 만들겠어요? 게다가.... 우리가 지나온 통로와 여기 벽을 뚫고 뚫려있는 통로의 재질과 모양이 전혀 다른 걸요." "뭐야. 그럼, 서로 다른 사람이 만들었다는 이야기 아냐.... 그리고 이쪽 통로는 또 다른 던젼이고...." "서, 설마요. 어떤 미친놈이 남의 던젼 통로를 뚫고 자기 던젼을 만든단 말입니까? 말도 안 되요." 새로이 모습을 드러낸 통로를 살피던 일행들은 각자 투덜거리는 식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내며 한순간 왁자지껄했다. 던젼안에 또 다른 던젼이 있다는 말은 들은 적도 본적도 없는 그들로서는 갈피를 잡지 못한체 당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일행들을 이끌던 문옥련과 각국이 가디언 대장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이라고 이런 상황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러나 이런 상황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새로이 모습을 들러낸 통로를 살피던 한 사람의 말에 모든 일행들이 한순간 하던 일을 버려 두고 그에게로 모여들었던 것이다. "... 선자, 이 쪽 통로로 무언가 지나간 것 같은 흔적이 있소이다." "...." "확실한 건가요? 아, 아니... 묘영귀수께서 하신 말씀이니 확실하겠지요. 그럼 언제적 흔적인가요?" 문옥련의 믿음이 담긴 말에 묘영귀수란 외호에 반백 머리를 한 노년의 고수가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타인이 자신의 능력을 완전하게 신뢰해 준다는 것은 상대가 누구이던 간에 그 자신으로 하여금 뿌듯한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또한 그것이 바로 서로간의 믿음과 단결력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물론이요. 선자. 이 흔적으로 보아..... 아마 최근의 것 같소." "최근이라면....." "못돼도 하루 안이요. 수는 네 다섯 정도... 하지만 저쪽으로 들어간 수는 세 명 정도요." 이어지는 묘영귀수의 말에 일행들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짖기도 하고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 중 그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표정의 라마승이 확인하듯이 물어왔다. "허면, 시주의 말은 이곳에 들어선 그 정체불명의 인물들이 서로 갈라졌다는 말이겠구려. 원래 가던 이 쪽 통로와.... 지금 우리가 들어서려는 경운석부 안으로 말이요." "그렇습니다. 방금 살펴봤는데... 석부 안쪽으로 두 명이 들어선 흔적이 있더군요." 라마승의 말에 묘영귀수가 확실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일본의 가디언팀인 무라사메의 대원중 한 사람, 마에하라 쿠라야미가 확인 도장을 찍어내듯 지금까지의 멍한 표정을 지우고 날카로운 눈매를 드러내며 덪 붙였다. 그런 그의 손가락은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의 요상한 모양의 수인(手印)을 맺고 있었다. "맞습니다. 이곳에 희미하게 남은 정(精)의 기운에 확인 해본 결과.... 그 숫자는 확실하진 않지만 누군가 지나 간 것만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저희들이 들어선 이 석부와 이곳에 생겨나 있는 새로운 던젼의 통로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것입니다." "아니, 그럼 지금 여기 이 상황은 어떻게 된 거란 말이요? 눈앞에 이런 상황이 벌어져 있는데...." 그의 말을 들은 이태영이 바로 되물어 왔다. 방금 전부터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굴러가지도 않는 머리를 급한 성격으로 다그치던 그였기 때문에 무언가 확인 된 듯한 쿠라야미의 말에 귀가 번쩍 뜨였던 것이다. 이런 이태영의 사정을 알았는지 쿠라야미는 날카롭게 다듬었던 눈매를 처음과 같이 멍하게 풀어내며 웃음을 담아 말을 이었다. "하하하...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설명이 되지요. 여러분 모두 아시지 않습니까. 일년 반 전 봉인이 깨지던 날을 말입니다." "아!!" 순간 여기저기서 눈치 빠른 사람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간의 차이를 두고 조금 둔한 이태영등의 인물들 역시 깨달음의 탄성을 터트렸다. 그들이 어떻게 그날을 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날과 지금의 상황을 한곳에 두고 생각하자 눈앞의 상황이 충분히 이해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갑작스레 도시 한가운데 산이 나타났듯이 버젓이 존재하던 호수가 사라져 버리듯이, 이 새로운 던젼역시 경운석부가 있던 자리에 그대로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그중 겹쳐지는 부분이 있어 이렇게 무너져 버린 것일 테고.... 현재 상황에 대해 완전하게 파악한 문옥련등은 앞으로의 행동방향 때문에 다시 한번 고심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길 잠시, 빠르게 결정을 내린 문옥련은 일행을 둘로 나누었다. 조금 위험한 일이 될지 모르지만 지금 이곳에 들어와 있는 인물들의 정체를 알 수 없기에, 또 새로운 던젼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에 내린 결정으로, 영국의 트레니얼과 중국의 백련총, 그리고 일본의 무라사메가 새로운 던젼쪽으로 투입되었다. 단 여기에 더하고 빠지는 인원은 있었다. 이드와 라미아, 그리고 비상시를 생각해 가디언 프리스트인 세이아가 더해졌고, 원래 임무를 무시 할 수 없다는 문옥련과 혹시 모를 기관을 생각해 눈썰미가 좋은 묘영귀수가 빠지게 되었다. "그럼, 여러분 모두 조심하세요. 그리고 에플렉씨, 나머지 분들을 잘 이끌어 주세요. 혹시라도 위험할 것 같으면 어떤 상황이던 즉시 퇴각하셔야 합니다. 아셨죠?" 문옥련은 눈앞에 있는 사람을 향해 당부의 말을 이었다. 그녀의 앞에는 임시지만 일행의 책임을 맞은 빈 에플렉이 서있었다. 어두워 보이는 회갈색 옷에 전형적인 마법사의 나무 로드를 손에 든 그는 딱딱한 표정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며 표정에 맞지 않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 옆에서 고염천과 남손영등 염명대의 대원들이 이드와 라미아에게 제삼 조심할 것을 당부하고 있었다. "자, 그럼 출발하도록 하죠." 문옥련의 말에 양팀은 각자 주어진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드가 막 새로운 통로 안으로 들어서려 할 때 였다. 무언가 잊은 물건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뒤돌아선 남손영이 이드의 이름을 부르며 무언가를 던진 것이었다. 순간 그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던 이드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허공에서 반짝이는 세 개의 물체에 자신들 특유의 경악성을 맘껏 토해냈다. "으아아아.... 이, 이런걸 던지면 어쩌 자는 이야기야!!!!!" 간이 철렁하고 떨어지는 느낌에 떨리는 손으로 만류귀종(萬流歸宗)의 수법까지 써가며 이드가 받아낸 물건. 그것은 손톱 만한 크기에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보석폭탄. 쥬웰 익스플로시브, 황당하게도 남손영은 그 폭탄을 마치 돌맹이 던지듯 던진 것이었다. "미, 미쳤어요? 형!! 이런걸 던지면 어쩌자는 거예요?" 이드는 쥬웰 익스플로시브를 손에 들고서는 바락바락 악을 쓰듯이 남손영을 몰아 붙였다. 하지만 이런 이드의 반응에도 남손영은 태평하게 말을 꺼낼 뿐이었다. "하하하... 뭘, 그런걸 가지고 그러냐? 나도 네가 다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 각하고... 던진 건데... 험.험..." 그렇게 말을 이어가던 남손영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싸늘한 눈초리에 스르르 꼬리를 말고는 슬쩍이 뒤돌아 갈 수 밖에 없었다. 그 모습에 다같이 고개를 내 저은 사람들은 서로를 슬쩍 바라봐 주고는 자신이 가야 할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219 라미아와 함께 걸음을 옮기던 이드는 손에 든 쥬웰 익스플로시브를 그녀에게 맡기고는 일행들의 중앙에서 걷고 있는 제갈수현 곁으로 다가갔다. 지금 이드와 라미아가 속한 일행들 중 그래도 안면이 있는 사람은 제갈수현과 메른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곁으로는 같은 백련대의 대원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더 있었다. 이 미터 장신에 풍성하달 만큼의 커다란 백색 바지를 입은 듬직해 보이는 남자와 아래위로 온통 홍옥빛깔의 옷을 걸친 날씬하고 귀여운 인상의 여자가 그들이었다. 특히 한줌이나 되어 보이는 여인의 허리엔 손가락 길이쯤 되어 보이는 홍색 마디가 진 절편(節鞭)이 휘감겨 있었다. 그들에게 다가간 이드는 제갈수현으로 부터 그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는데, 백영각(百影脚) 음사랑은 조금 무뚝뚝한 편이었고, 홍사절편(紅蛇節鞭) 호연소 보는 그대로 활달한 인상을 주어 금새 라미아와 친해져 같이 걷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있던 제갈수현은 주위로 시선을 돌리며 걱정스런 눈초리를 보였다. 이드는 그의 그런 모습에 조용한 어조로 슬쩍 말을 걸어 보았다. "뭐가... 신경 쓰여요?" "아, 좀.... 낯설어서 말이야. 저기 쿠라야미란 분의 말 대로라면 누가 이 곳을 만들었는지 알 길이 없잖아. 그렇다는 것은 이곳에 어떤 함정이 있고 어떤 물건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일 테고, 그러니 자연이 걱정될 수밖에. 그런데 넌 그런 걱정도 안되냐?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건가?" "쳇, 생각이 없다니... 무슨 그런 심한 말을. 다만 걱정한다 해서 풀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쓸 때 없이 심력을 낭비하지 안으려는 것뿐이죠. 제갈 형도 괜히 쓸 때 없는 잡생각하지 말아요. 편하게 살자구요." "에효, 그게 어디 마음먹은 대로 되냐? 게다가 이렇게 눈앞에 보이고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신경을 안 써?"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투덜대는 제갈수현의 모습이 우수웠던지 킥킥거리며 작은 웃음을 지은 이드는 자신들이 걷고 있는 통로 주위로 시선을 돌렸다. 방금 전 까지 지나왔던 통로와 비슷한 넓이와 높이의 통로에 아치형의 천장. 그리고 벽면 사이사이에 일정한 간격으로 조각되어 있는 돌 독수리와 그 독수리의 날카로운 발톱에 끼워져 있는 원추 모양의 광원. "상당히.... 신경써서 만들었군....." "응? 뭐? 방금 뭐라고 했냐?" "뭐, 그냥 잘 만들었다 구요...... 드워프가 만들었으면 훨씬 아름답겠지만 말이야...." 뒷말을 슬쩍 흐린 체 대답하는 이드였다. 그렇게 새로운 환경에 잔뜩 긴장하며 전진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일행들의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산산이 조각난 몬스터의 조각이었다. 헌데 특이한 것은 다린 한쪽을 제외한 다른 부위가 별달리 깨진 부분이 없고 다만 그 깨어진 단면이 유리처럼 매끄럽다는 것이었다. "단순한 스톤골램 같은데... 누군지 모르지만 대단한 실력인데요. 검기를 사용해서 한 초식으로 산산조각 내 버렸어요." 이드는 부셔진 조각 중 하나를 손으로 던졌다 받았다 하며 말했다. 그 말에 일행의 책임자인 빈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조각으로 부셔진 다리 쪽을 발로 뒤적였다. "확실히 그렇군. 단순반응형의 간단한 하급 골렘이긴 하지만, 정말 간단히 처리 한 것 같군. 자, 좀 더 빨리 가지. 아무래도 앞서 가는 사람들 덕분에 이런 함정 같은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으니까." "예." 빈의 말에 대답한 이드들은 좀 더 빠른 속도로 걸어 나갔다. 그러는 동안 처음 본 것과 같은 함정들이 여기저기 보였지만 그것은 모두가 이미 파괴 된 것들로 아무런 해도 되지 않았다. 또 한 그 함정들은 들어갈 수록 그 위험수위가 높아지는 것이 이드들이 직접 상대하며 전진해야 했다면 상당한 시간을 잡아먹어 먼저 들어간 사람들을 따라 잡을 수 없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일행들은 그런 걸림돌이 없었다. 덕분에 이드는 어느 순간 저 앞에서부터 들려오는 희미하지만 날카로운 쇳소리와 폭발음을 들을 수 있었다. "지금 폭음이 들렸어요. 아무래도 저 앞에서 전투가 벌어진 것 같은데요." 이드의 말에 일행들의 시선이 이드에게 모여들었다. 그들로선 아직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드의 말에 의심을 하진 않았다. 이미 석실에서 충분한 실력을 보였기 때문다. ".... 좋아. 그럼 모두 경계하고 내 뒤를 따르도록..." 빈은 그 말과 함께 빠른 속도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옆으로 스티브와 베어낸이 따라 붙었다. 혹시 모를 갑작스런 상황에 대비해서 였다. 얼마 달리지 않아 일행들 역시 은은히 들려오는 폭발음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완만하게 휘어져 있던 통로 앞으로 번쩍이는 섬광이 일행들의 눈을 자극했다. 그리고 그 섬광 사이로 보이는 것은 두 개의 인형이 전방의 허공을 향해 맹렬히 공격을 퍼 붇고 있는 모습이었다. 빈은 그 모습에 바쁘던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가 서둘렀던 이유는 혹시라도 전투가 벌어졌을까 하는 생각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였다. 헌데, 지금은 그럴 이유가 없어 졌으니 저들에 대한 경계로 방향을 바꾼 것이었다. "흠.... 검사 한 명에 마법사 한 명. 그리고 신관..... 인가? 라미아, 저기 한 쪽으로 물러서 있는 사람. 여 신관 맞지?"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모습을 살피던 이드는 조용한 음성으로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라미아를 향해 물었다. 자신으로선 아직 신관의 기운을 구별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드의 물음에 라미아는 이드의 마나를 빌려 가만히 마나를 퍼트려 나갔다. "네, 맞아요. 특히 저 신관의 기운은 그레센에 있는 이리안님의 신관인 하엘 양과 비슷해요." "호~ 하엘과 비슷하단 말이지...."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밝은 베이지 색 옷을 걸친 여 신관을 바라보았다. 그 사이 저 쪽에서도 다오는 일행들을 알아차렸는지 무형의 벽을 공격하던 것을 멈춘 체 경계하는 모습으로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모습에 걸음을 멈춘 빈이 약간 앞으로 나서며 그들 한 명 한 명을 살피듯이 바라보았다. "나는 영국에서 파견된 가디언 빈 에플렉이라고 한다. 귀하들은 누구인가. 이런 곳에서 뭘 하는 거지?" 같은 팀원들을 대하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고압적이고, 직설적인 말투였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 무기를 겨누고 있는 시점에선 당연한 모습인 듯도 보였다. 그런 빈의 말에 세 명의 인물중 한 명이 들고 있던 검을 거두며 슬쩍 몸을 내 세웠다. 이십대 중 후반의 나이로 보이는 그는 꽤나 반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반해 그 덩치는 일행들 중 제일이라는 저스틴에 전혀 뒤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의 머리카락은 은은한 푸른색을 뛴다는 것으로, 이드와 라미아가 이 세계로 넘어와 처음으로 보는 색깔이었다. 하지만 일년 반전의 그 날을 기준으로 여러가지 생각도 못한 머리색으로 태어나거나 바뀌는 경우가 있었기에 희귀한 색은 아니었다. 단지 이드와 라미아가 운이 없어 그런 사람을 지금까지 보지 못한 것이었다. "아, 가디언분들이 시군요. 괜히 긴장했습니다. 저는 브렌 트레커프라고 합니다. 이쪽은 제 동료인 밀레니아. 그리고 의뢰인이신 타카하라씨 입니다." 그의 말에 빈은 물론 그 뒤로 서있던 일행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처음 이 통로로 들어설 때 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들어선 일행들이었다. 헌데, 의뢰라니.... "의뢰라면....." "능력자. 그러니까... 돈을 받고 의뢰 받은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입니다. 한 마디로 용병이죠." 빈은 브렌의 말에 시선을 돌려 의뢰인이라는 타카하라를 바라보았다. 그가 용병이라면 그에겐 더 이상 물어 볼 것이 없는 것이다. 용병은 어디까지나 의뢰 받은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흠, 그럼 타카... 하라씨라고 하셨지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처음보다 조금은 부드러워진 그의 말은 영어였다. 하지만 문제될 것은 없을 것 같았다. 그가 고용한 용병 두 사람이 외국인이었기에 그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면 분명히 영어도 알고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역시나 타카하라가 능숙한 영어로 대답했다. 그런 그의 코에는 좁으면서도 날렵하게 생긴 은 빛 안경이 걸려 있었다. "아니요. 별로 문제 될 건 없소. 간단히 설명하면 내가 이 개월 전 우연히 이 곳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동안 함정 때문에 못 들어서지 못하다 이렇게 뛰어난 용병들을 사서 이곳에 들어선 것이오. 에플릭 대장도 같은 마법사이니 이해하리라 생각되오 만, 마법사가 얼마나 탐구욕이 강한지 또 자기 욕심이 강한지 말이요." "음...." 빈은 그의 말에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더구나 이 던젼이 어느 단체나 국가에 속한 개인 재산이 아니기에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한 마디로 빈등의 일행에게 추궁 당할 일이나 방해받을 일이 없는 것이다. "헌데, 중간에 일행이 갈라진 것 같더군요." "맞소, 그 두 사람도 여기 브렌을 대장으로 한 용병들이요. 들어서는 도중 새로운 통로가 보이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그들을 그곳으로 보냈는데.... 그곳이 가디언들이 조사하는 곳인 줄은 몰랐소." "아니, 괜찮습니다." "그럼 우리는 계속 작업을 했으면 하오만...." "아? 아, 물론입니다. 헌데, 뭔가 어려운 문제가 있는 듯 하군요." 타카하라의 말에 급히 대답한 빈은 슬쩍 한 두 걸음 정도 뒤로 물러섰다. "그렇소. 사중에 이르는 마법적 트랩이 깔려서 힘으로 뚫기 전엔 힘들 것 같소이다. 라이트닝 볼트!!" 콰콰콰쾅..... 쿵쾅..... "좋아, 그럼 나도 또 시작해 봐야지." 이드는 마법사에 이어 자신의 머리카락과 같이 푸르게 빛나는 검을 휘두르는 브렌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때까지 손에 들고 있던 스톤골렘 조각을 뒤로 던져 버렸다. 그런 다음순간 이드는 전방의 공기가 굳어지는 느낌과 함께 시끄럽게 들려오던 폭발음이 한순간 멎어 버린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 그곳엔 빈이 들어 올렸던 로드를 내리고 있었다. 사일런스 마법을 걸어 놓은 듯 했다. "나머지 일행들이 간 곳으로 돌아가실 건가요?" 어느새 나서서 서툰 영어로 빈에게 말을 걸고 있는 무라사메의 대장 가리키 히카루였다. 그녀역시 영어를 할 줄 알기에 두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 들었던 것이다. "아니오. 우리들은 이곳에서 저들의 뒤를 따를 것이오. 내 느낌이긴 하지만 저자의 말에 신뢰감이 가지 않소. 게다가.... 이 안쪽에 어떤 물건이 들어 있을지 모르기도 하고 말이오." "하지만 따라오도록 허락할까요?" "반대할 이유도 없지 않겠소. 게다가 우리가 자신들의 일을 도와준다면, 특별한 거절의 이유가 없지 않소. 스티브와 저스틴, 그리고 쿠라아미라고 했던가?" "쿠라야미 입니다." 그의 말에 스티브와 저스틴을 따라 앞으로 나서던 쿠라야미가 그의 발음을 고쳤다. "자네 세 사람은 지금 곧바로 저기 저 사람들을 돕도록 하게. 그리고 메른, 자네는 이리와서 저기 타카하라란 사람의 마음을 한번 읽어보게. 되겠나?" 이어 메른을 부른 그는 메른의 귓가에 조용히 말했다. 다행이 내력이 뛰어난 몇몇은 그 말을 들을 수 있었지만 놀란 눈으로 그와 타카하리를 번가라 보는 등의 우를 범하진 않았다. 하지만 메른은 빈의 말에 생각할 필요도 없는지 고개를 내 저어 보였다. "아니요. 어렵습니다. 대장님도 아시겠지만, 상대가 가디언이나 능력자일 경우엔 독심술 같은 건 전혀 들어 먹히질 않습니다." "그래도 기회를 봐서 몇 번씩 시도해봐 주게. 용병들은 모르겠지만, 저 사람에 대한 느낌이 상당히 좋지 않아." 빈의 이런 행동에 히카루가 좀 심하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다. 짐작만으로 사람을 의심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수하들을 이끄는 사람으로써 자기 생각만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것은 상당히 잘못된 일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빈 보다 먼저 대답하는 메른의 말에 은근히 생각을 바꾸어야 했다. "아, 오해하지 마십시오. 히카루님, 대장님이 이러시는 건 지금까지의 경험 때문이니까요. 믿으 실지 모르겠지만, 작전에 나갔을 때 대장님이 불길한 느낌을 받으면 백이면 백 꼭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었습니다. 한 마디로 점쟁이의 소질이 있달까요? 그러니 히카루님도 이번엔 빈님의 말을 따라 주십시요." "호오. 그렇다면 저도 그 말에 따라야지요. 알았어요." 220 "호오. 그렇다면 저도 그 말에 따라야지요. 알았어요." 제갈수현을 통해 두 사람의 대화를 통역해 들은 이드와 라미아는 신기한 동물 본다는 양 빈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좋은 일도 아니고 나쁜 일만 그렇게 척척 알아 맞출 수 있는 건가. 그렇게 잠시 엉뚱한 생각에 빠져 있던 이드는 저 앞에서 마법을 쏟아 붙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라미아에게 맡겨 두었던 쥬웰 익스플로시브를 건네주었다.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해서였다. 비록 크기가 작고 용도가 다양하진 않지만 그 파괴력 하나 만은 알아주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실드로 주위를 보호 했음에도 불구하고 몸을 뒤흔드는 폭발음이 지나간 전방 통로의 일정 부분은 암회색 석벽이 부셔져 그 검은 뱃속을 내보이고 있었다. 그와 함께 그 곳에 설치되어 앞길을 막고 있던 함정 역시 깨끗이 날아가 버린 후였다. "후~ 정말 굉장한 폭발이야."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이 던젼 정말 튼튼한데, 그래. 이런 폭발이 있었는데도 돌 부스러기 하나 떨어지지 않는 걸 보면.... 후악... 뭐, 뭐야!!" 푸하아악... 무심코 뱉은 말이 씨가 된다고, 이드의 말에 맞장구 치던 쿠라야미는 천정의 돌 하나가 부셔짐과 동시에 쏟아지는 모래와 먼지를 혼자서만 뒤집어쓰고 말았다. 생각지도 못한 이 상황에 잠시 멍하니 쿠라야미를 바라보던 일행을 비롯한 세 사람은 어느 순간 웃음을 참지 못하고 통로 전체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의 웃음을 토해 냈다. "푸풋.... 푸.... 푸하하하하하...." "아하하하... 정말... 걸작이다. 걸작.... 하하하하..."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쿠라야미는 신경질 적으로 머리에 쌓인 모래와 먼지를 떨어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만 웃으란 말은 못하고 있었다. 바로 저기 히카루 대장 옆에서 제일 처음 웃음을 터트린 자신의 누나 때문이었다. '으.... 저건 정말 누나가 아니라... 웬수다. 웬수!' 잠시 후 웃음을 그친 이드가 물의 하급정령인 운디네를 소환해 쿠라야미에게 묻은 모래와 먼지를 씻어낸 후 일행들은 타카하라에게 동행을 요청해 던젼 안쪽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그들과는 편치 않은 얼굴로 동행을 허락한 타카하라를 제외하고, 금세 일행들과 친해져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타카하라 본인은 그런 모습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일행들에 한참 앞서 빠르게 던젼 안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사이 빈은 메른과 두 명의 용병에게 타카하라와 이곳에 들어선 목적에 대해 물었으나 건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 사람들의 뒤를 라미아에게 한 팔을 내어준 채 뒤따르던 이드는 어느 순간 자신이 통로전체를 막고 있는 거대한 석문 앞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래도 이곳이 목적지로 통하는 마지막 관문인 듯 했다. 라미아에게 이끌려 멍하니 석문 앞까지 다가온 이드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석문에 눈길을 주었다. 통로 한 부분에 설치된 문이 아니라 통로 그 자체를 막고 있는 석문이었기에 그 위용과 위압감은 실로 대단해 평범한 사람이라면 다가가는 것조차 꺼려질 듯 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문에 굵직굵직한 파도 문양이 꿈틀거리고 있으니... 투박하긴 하지만 정말 강한 느낌을 전해 오는 것이 하나의 예술품을 보는 듯했다. "호~ 대단한데.... 이런 문이 있는걸 보면 여기가 던젼의 중심지 같은데.... 그렇담 정말 편하게 왔는걸. 실제로 우리가 거친 함정이라 봐야. 하나도 없으니까 말이야." "고마워해라. 그게 다 우리가 먼저 함정을 부쉰 덕분이 잖냐." 그 큰 덩치로 사람들의 시야를 가리며 석문 앞에선 저스틴과 브렌은 어느새 꽤나 친해진 듯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았다. 빈은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석문을 살피고 있는 제갈수현과 타카하라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 두 사람 말대로 라면.... 이 문에 뭔가 있어도 있겠군요?" 하지만 은근히 물어오는 그의 질문에 타카하라는 대답하기 싫은 거 억지로 한다는 듯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렇겠지. 아니라면 그냥 튼튼한 문 하나 만들고 말지, 아니면 아예 문을 만들지 않는 방법도 있으니 말이요." 이드는 일행을 거슬려 하는 타카하라의 말투에 더 이상 말을 붙이지 못하고 있는 빈을 보며 그를 대신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퉁명하다 못해 튕겨나는 대답에 찔끔 해서는 더 이상 질문할 생각을 못하고 그 옆에서 석문을 만지작거리는 제갈수현에게로 슬쩍이 피해 버렸다. "그럼 문에 어떤 함정이 되 있는 거죠?" "그걸 알아보기 위해서 지금 이러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니 좀 조용히 해주게." "네, 넵!" "끙... 저 타카하라씨가 무서운 모양이지? 네가 그렇게 슬금슬금 피하는걸 보면 말이다." 석문을 만지작거리던 제갈수현은 포기했다는 식으로 고개를 내 저으며 손을 때고 물러났다. 이드는 제갈수현의 그런 반응에 석문 쪽을 슬쩍 바라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뭐... 저런 식으로 나오면 말 걸기가 힘들지. 그런데.... 석문에 설치된 함정 찾기 포기 한 거예요?" "어.... 도대체가 알 수가 있어야지. 아무리 봐도 보통의 기관장치 같은 건 없어. 그렇다면 마법적으로 설치되었거나 함정이 없다는 이야기인데.... 그럼 내가 손쓸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지. 이런 건 마법사에게 맡겨두는 게 좋아." 이드는 그의 말에 석문 쪽을 바라보았다. 과연 석문 앞엔 타카하라와 빈, 그리고 쿠라야미 만이 서있을 뿐이었다. 이드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바로 옆에서 팔을 잡고 서있는 라미아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물었다. '라미아 네가 보기엔 어떤 거 같아? 저 석문 말이야.' '저도 잘 모르겠어요. 자세히 살펴 본 게 아니라 서요. 하지만, 한가지 아까부터 눈에 밟히는 건 있거든요.' 이드는 그녀의 빠른 대답에 슬쩍 라미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마도 라미아역시 처음부터 석문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드님도 조금 신경 써서 보시면 아실 거예요. 저 석문을 장식하고 있는 파도 무늬. 이상하지만 저 주위로 미세한 마나가 머무는 게.... 꼭 완성되지 못한 마법수식이나 마법진의 변형형 같거든요.' '호오~, 그럼....' '네, 아마 저 마법진을 완성시키면 무슨 일이 일어날것도 같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눈치 채기도 어렵고 또 눈치 챈다고 해도 상당히 고급의 마법진이기 때문에 풀어내서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꽤나 걸릴 것 같아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을 들으며 반짝이는 눈으로 석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대로 라면 의외로 그 방법이 간단했다. 다만, 석문이 너무 커 저 뒤로 물러서지 않는 한 그 문양을 한 눈에 다 집어넣지 못하고,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실로 사람의 특징을 잘 이용한 장치인 것이다. 이드는 자신의 머리로도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하는 파도 무늬의 마법진의 모습에 라미아의 뒷머리를 쓱쓱 쓸어 주며 슬쩍 웃어 보였다. 잘했다는 표시였다. 덕분에 라미아가 호호호 웃으며 안겨 왔지만 이번엔 피하거나 밀어내지 않았다. 요즘 들어 이렇게 안겨도 밀어내지 않는 이드였다. 더구나 이번엔 라미아가 석문의 비밀까지 알아냈으니 더더욱 밀어낼 수 없었던 것이다. 뭐, 덕분에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눈빛을 한 두 번 받아보는 것이 아닌 이드는 라미아의 은 빛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손가락 사이에 감아 쓰다듬으며 자신이 서있는 곳 주위를 지나치듯 둘러보았다. 라미아와 함께 앉을 자리를 찾는 것이었다. 라미아와 자신의 생각대로라면 석문의 파도 무늬에 대해 알아내려면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았기에 앉아서 기다리려는 생각 이였다. 솔직히 말해줘도 나쁠 것은 없지만 빈에게 찍힌 저 타카하라란 사람의 눈길을 끌고 싶은 생각이 없는 두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잠시 후 그런 이드의 추측에 반대라도 하듯 세 명의 마법사들은 석문에 새겨진 파도 무늬의 비밀을 알아냈다. 비록 세 명의 마법사가 한꺼번에 달려들었다고는 하지만 상당히 빠른 시간 내에 비밀을 푼 것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알아낸 것일 뿐 파도 무늬를 마법진으로 풀이하고 그 마법진을 해석해서 완성하기엔 아직 상당한 시간이 남아있기에 이드와 라미아를 비롯한 나머지 일행들은 느긋한 모양으로 주저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다. 덕분에 괜한 심술이 난 쿠라야미가 투덜거린 긴했지만 그의 누나인 마에하라 코우의 살기 뛴 미소에 손쉽게 진압되었다. "자자... 수다 그만 떨고 이쪽으로 와 주겠나? 이제 자네들 차례인 것 같으니까 말이야." 세 사람의 마법사가 허리를 굽힌지 두 시간 여만에 빈이 굳은 허리를 펴며 일행들을 불렀다. 특히 빈의 피곤한 얼굴위로 떠오른 고통스런 표정과 함께 그의 허리에서 울려 퍼지는 오묘한 뼈 부셔지는 소리에 여지까지 앉아 놀던 일행들은 미안한 마음에 급히 다가왔다. 이드를 비롯한 놀던 사람들이 다가오자 쿠라야미가 바닥에 그려진 직선과 곡선의 그림과 석문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혹시 나이트 가디언 분들 중에 여기 있는 그림을 조금도 틀리지 않게 저 석문에 그려 넣으실 수 있는 사람 없어요? 단 주위로 금이 가서도 안되고 깊이 역시 저기 새겨진 파도 무늬와 똑 같아야 됩니다." 그의 말에 이드를 비롯한 검기와 강기를 사용할 수 있는 나이트 가디언들이 그림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 그림은 석문의 그림위로 그 석문을 가로지르는 직선과 파도 무늬사이를 노니는 곡선.... 그림의 내용을 본 몇 사람을 손을 내저으며 뒤로 물어서 버렸다. "노, 무조건 때려 부쉬는 거라면 몰라도 저런 건 자신 없어." "나도 마찬가지. 이 녀석처럼 단순한 건 아니지만.... 아까의 조건을 충족시킬 자신은 없어." "뭐야? 누가 단순해?" "아아... 둘 다 시끄럽게 하지마. 나도 포기. 자신 없어." 그런 식으로 한 사람 두 사람 빠지고 난 후 결국 그림 주위로 남게 된 건 다섯 명이었다. 롱 소드를 사용하는 스티브와 홍색 절편의 호연소, 미려한 곡선이 살아있는 두개의 일본도를 가진 히카루와 두툼하고 둔해 해이는 검에 맞지 않게 날카로운 검기를 사용하는 브렌, 그리고 이드의 다섯 이었다. 그 다섯 명의 모습에 타카하라가 여전히 퉁명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실력 있는 사람이 꽤 되는 군. 하지만 필요한 건 한 명뿐이네. 그러면 이중 가장 실력이 좋은 사람을 골라야 겠지? 각자 그림에 있는 곡선을 하나씩 골라서 저 석문의 깊이와 비슷하게 새겨보게. 저쪽 통로 벽에다 말이야." 그의 말투에 방금 전 까지 좋던 분위기가 팍 가라앉는 느낌을 받은 다섯 사람들이었지만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기에 각자 그려야할 곡선을 하나씩 확인한 후 뒤쪽 통로 벽 앞에 넓게 늘어서며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이드역시 일라이져의 은빛 검신을 꺼내 들었다. 그 유려한 검선에 이드의 양옆으로 서있던 브렌과 호연소가 자신들의 기를 가다듬을 생각도 않고 탄성을 터트렸다. 하지만 곧 일라이져의 검신 위로 어리는 발그스름한 기운에 자신들 역시 내력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한 순간. 서걱... 사가각.... 휭... 후웅.... 쿠콰콰쾅.... 콰콰쾅...... 누가 신호를 준 것도 아니건만 다섯 사람의 손은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그와 함께 일라이져의 발그스름하게 물든 검신도 난화십이식의 구결을 따라 유려하게 움직였다. 무언가를 세기는 작업이기에 막강하기보다는 섬세한 난화십이식을 응용한 이드였다. "소환 실프. 모래와 먼지를 날려보내라." 많지는 않지만 벽에서 떨어진 돌이 바닥에 나뒹굴며 일어나는 뿌연 먼지에 메른은 그 먼지가 자신들에게 미치기 전에 실프를 불러 그 것들을 반대쪽 통로로 날려 버렸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벽엔 마치 손으로 새겨 넣은 것과 같은 다섯 줄기의 곡선들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221 "호~ 정말 깨끗하게 새겨졌잖아. 어디 좀더 자세히 볼까?" 그 말을 시작으로 뒤쪽으로 물러서 있던 사람들이 다섯 개의 곡선 앞으로 몰려들었다. 하나하나 그림에 그려진 것과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 중 두 개. 그러니까 호연소와 스티브가 새겨 넣은 것만은 미세하지만 그 주위로 실 금이 가있었고, 나머지 세 개는 손으로 새겨도 이보다 못 할 정도로 그야 말로 깨끗하게 새겨져 있어 누가 잘했다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타카하라는 그것을 확인하고는 세 사람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로 말을 던졌다. ".... 누가 할 텐가? 자네들이 정하게." "그럼... 제일 먼저 내가 빠지지 두 사람이 정해요." 그렇게 말하며 제일먼저 브렌이 빠져 버렸다. 하라기에 하긴 했지만 직선적인 성격상 셈세 하게 무언가를 하는 게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드는 먼저 빠져버리는 브렌을 보면서 곧 바로 자신도 빠지려고 했으나 그 보다 히카루가 검을 집어넣는 것이 더 빨랐다. 츠엉.... "저도 빠지죠. 저 보단 저쪽 이드란 소년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 그럼.... 내가 해야 되는 건가?" 이드는 또냐는 식으로 머리를 긁적여 보였다. "자, 그럼 정해 졌으면 빨리 좀 처리 해주겠나? 아니면 다른 사람이 하던가 말일세." 타카하라의 띠거운 제촉에 그를 쏘아봐 준 이드는 곧바로 돌아서 석문 앞으로 다가갔다. 석문에는 어느새 그려놓았는지 바닥에 그려져 있던 그림과 비슷한 그림이 하얀색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 밑으로 쿠라야미가 서있는 것이 그가 정(精)으로 그려놓은 듯 했다. 석문 가까이 다가간 이드는 일라이져로 석문의 강도를 확인 해보고 그림을 따라 손을 휘둘러 본 후 석문에서 거리를 두고 떨어졌다. "그럼 모두 뒤로 충분히 물러나 있어요." "충분히 물러났어. 빨리 하기나 해." 제갈수현의 대답을 들은 이드는 언제 그렇게 피했냐는 듯 빙긋 웃으며 그를 돌아 본 후 플라이 마법이라도 사용한 듯이 천정 가까이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이드의 몸이 올라가던 걸 멈췄다고 생각될 때 그 주위로 붉은 기운이 어리기 시작하더니 엄청난 속도로 붉은 선들이 이드와 석문 사이를 오가기 시작하며 마치 석문이 이드를 붙잡고 있는 듯한 묘한 모습을 만들어 냈다. 서걱... 사가각.... 뒷 꼭지를 싸늘하게 식히는 섬뜩한 소리는 이드의 몸과 깍여진 돌 조각들이 떨어져 내린 후에도 일행들의 귓가를 잠시간 맴도는 듯 했다. 이드가 모든 작업을 끝내자 피어오르는 먼지와 떨어져 내리는 돌 조각을 메른이 실프로 날려 버리자 아까 와는 다른 얼굴을 한 석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흰 선이 그려진 대로 한치의 어긋남 없이 깨끗하게 깍여진 석문. 그리고 그 사이로 비쳐 나오는 밝은 남색의 빛. "좋아. 반응이 있다. 모두 물러서서 만약을 대비해라." "벌써 하고 있다구요. 대장." "이드님 어서 이리로..." 이드는 등뒤에서 들리는 라미아의 목소리에 빠른 속도로 석문에서 떨어져 라미아 곁으로 가 섰다. 이드가 새겨 놓은 곳을 따라 흐르던 남색의 빛은 점점 강해지며 석문 전체에 새겨진 파도 무늬를 따라 흘러들었다. 석문 전체로 퍼진 빛은 점점 그 세기를 더해 가더니 한 순간 절정에 이르러 일행들이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서서히 줄어드는 빛줄기와 함께 일행들의 앞으로 떡 하니 가로막고 있던 석문도 점점 희미해져 그 안쪽을 비추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거나 들려지거나 할 줄 알았던 모두는 이 생각지 못한 현상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이드는 석문 뒤로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문 뒤의 모습에 라미아와 함께 석문 가까이 다가갔다. 갑작스런 이 행동에 급히 제재하려던 빈 역시 더 이상의 문제는 없을 듯한 느낌에 그 뒤를 따랐다. 대신 이미 석문 앞으로 다가가 있는 타카하라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이드는 서서히 투명해져 가는 석문 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동전 정도의 굵기를 가진 원통형의 수정 수십 개가 허공에 매달려 샹들리에 역활을 하는 그 아래로 그와 같은 형태지만 빛을 발하지 않는 수정이 반원형으로 꽂혀 작은 울타리 역활을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 아이가 안을 수 있을 정도의 굵기에 이드의 허리까지 오는 정체 불명의 수정대(水晶臺)가 놓여 중앙을 차지 있었고, 그 뒤로 백색 나신을 한 엘프 동상이 한 쪽 손을 쭉 뻗어 올리고 있는 것이 마치 화려한 신전의 여신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그녀의 올려진 손위에 떠 있는 은은한 황금 빛 원추형 보석은 그런 분위기를 한층 더해 주었다. 단, 그 동상 뒤로 버티고 선 벽화(壁畵)만 아니라면 말이다. 도대체 언젯적 그림인지 무엇으로 그린진 모르겠지만 아직도 제 색깔을 자랑하고 있는 석화엔 수십, 수백의 인간들과 몬스터 들이 그 앞에 서있는 엘프를 향해 무릅 꿇고 있는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이드와 라미아가 정신없이 내부를 살피는 사이 남빛을 발하던 석문은 완전히 투명해져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런 느낌에 앞으로 뻗은 이드의 손은 턱! 하고 막혔어야 할 석문이 있던 부분을 지나 허공을 휘저어 대고 있었다. "호~ 정말 없어 졌는걸." 이드가 신기하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라미아와 함께 석실로 들어섰다. 두 사람이 아무 이상 없이 안으로 들어서자 그 뒤를 이어 나머지 일행들이 우르르 밀려 들어왔다. 이드가 들어설 때 같이 들어서 여신의 손위에 올려진 보석을 바라보던 타카하라는 두리번거리는 일행들의 모습을 보며 빈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 그의 목소리는 퉁명스럽다 못해 딱딱 끊어지는 것이 사무적이기까지 했다. "에플렉 대장. 내가 이곳을 발견한 만큼 저기 있는 보석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싶소 만.... 물론 반대하지 않으리라 생각하오." 순간 웅성이던 모든 소리가 끊어지며 분위기가 백 팔십도 바뀌어 냉기가 흘렀다. 원래 가디언들이 이곳에 들어온 이유가 믿음이 가지 않는 타카하라와 이곳에 있을 물건의 위험도 때문이었다. 헌데 타카하라에 대한 의심은 고사하고 물건의 용도도 알지 못한 지금 타카하라가 물건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더구나 그 주장이 정당한 것이기에 반대 할 수도 없는 빈이었다. "아......" "뭐, 별다른 말씀이 없으신 걸 보니.... 긍정의 답으로 알아듣도록 하겠소. 그럼 나머지 이야기는 저 보석을 취한 후에 하도록 합시다. 플라이(fly)!!" 시동어와 함께 그 주위로 조용한 바람이 이는가 싶더니 타카하라의 몸이 조용히 떠올라 보석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덕분에 일행들에게 보이지 않는 그의 눈에는 욕망과 희열이 번뜩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최고조에 달하며 보석이 그의 손에 쥐어 졌을 때 타카하라는 눈앞이 온통 붉은 세상으로 변하는 느낌에 기겁하며 플라이 마법을 풀고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이, 이드.....?" "이봐, 이게 무슨 짓이야!" 방금 전의 섬뜩함에 돌 바닥에 떨어진 아픔도 느끼지 못하고 정신없어 하던 타카하라는 급히 들려오는 음성에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이 다은 곳엔 은은한 붉은 빛을 머금은 일라이져를 들고 있는 이드와 라미아가 서있었다. 제갈수현은 이드의 갑작스런 난동에 정색을 하며 급히 타카하라의 앞을 가로막는 브렌을 바라보며 이드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옆에는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의 빈이 조용히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젠장, 어째서 안 좋은 예감은 이렇게 잘 맞아떨어지는 거야? 차라리 좋은 일이라면 남들에게 대접이라도 받지....' 하지만 지금은 신세 한탄보다는 상황처리가 더욱 급하기에 곧 자신의 주위를 드리우는 어둠을 지워 버린 빈은 급히 설명을 바란다는 눈으로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의 설명이 있어야 다른 사람들도 행동 방향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후... 이드군, 지금 이 상황. 당연히 설명해 줄 수 있겠지?" 쓰러진 타카하라를 바라보고 있던 이드는 빈의 말에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와 함께 석실 내의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모여들었다. 이드는 라미아에게 타카하라의 감시를 부탁하곤 빈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당연하죠. 하지만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 이라고.... 제가 말하는 것 보단 직접 보시는 게 낳을 것 같네요." "뭘 보란 말인가?" 이드는 아리송해 하는 일행들을 바라보며 슬쩍 벽화 쪽을 가리켜 보였다. 자신의 손짓에 타카하라를 제외한 모든 일행의 눈길이 벽화 쪽으로 돌아가자 나직이 한 마디를 덧 붙였다. "벽화에 있는 인간과 몬스터의 이마 부분을 잘 살펴보세요. 아마.... 이해가 가실 겁니다." 그 말을 하며 이드역시 한번 더 벽화를 바라보았다. 그림 속의 인간과 몬스터. 그들의 이마엔 하나같이 원추형의 노란색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바로 여신의 손위에 올려져 있던 보석과 같은 모양과 색깔이었다. 이 정도라면 아무리 눈치 없는 인간이라도 보석과 무릅 꿇고 있는 인간과 몬스터의 관계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되리라. "흐음... 타카하라씨. 다시 생각해보니, 그 보석이 위험물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저희에게 맡겨 주시겠습니까?" 이렇게 말이다. 벽화에 모였던 빈과 일행의 시선이 몸을 일으킨 타카하라와 그의 손에 들려 이제 투명한 수정과도 같게 변해 버린 보석을 번 가라 보았다. 그렇다. 타카하라는 그 위험한 와중에도 마치 자신의 생명 줄인양 보석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그는 일행들이 자신을 향해 곱지 못한 시선을 보내고 있음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니, 그의 눈에 어떤 흥분의 느낌마저 어려 있었다. 그런 타카하라의 눈빛을 눈치챈 이드는 왠지 모를 찝찝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후~ 에플렉 대장. 아까도 말했지만 이 보석의 소유권은 내게 있다오. 그보다 브렌, 자네는 어쩔 텐가. 용병으로 고용된 만큼 일이 끝날 때까지 나와 일할 텐가. 아니면 돌아 설 텐가." 이드는 여전히 변하지 않은 그의 말투에 브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땐 이미 브렌이 등을 돌려 타카하라와 대치상태에 들어간 후였다. "미안하지만 계약파기요. 용병이긴 하지만 명색이 신관까지 끼어 있는 판에 나쁜 놈 편에 설 순 없지 않겠소? 내가 지금까지 읽은 소설이며 영화에서 악당이 잘되는 꼴을 본적이 없거든. 괜히 그쪽에 붙었다 깨지는 것보다는 낮다고 보오. 게다가 아직 돈도 못 받은 상태에서 당신에게 붙었다가 당신이 깨지면 이래저래 손해란 말씀이오." "흥, 에라이 놈아! 이리저리 돌려 말해도 결국 돈 때문이란 얘기잖아." 어느새 다가온 저스틴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심술 굳게 말했다. 하지만 내심 적이되어 칼을 맞부딪치지 않게 되어 안심하고 있었다. "자... 혼자서 우리와 싸울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오?" 하지만 타카하라는 여전히 여유였다. 안경태를 슬쩍 치켜올린 그가 말을 이었다. "뭐, 맞는 말이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손안에 이 '종속의 인장'이 없을 때에나 해당하는 말, 지금처럼 내 손안에 이 물건이 들어온 상황에서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협박이자 경고일 뿐이오." "종속의 인장....??!!" 이드는 '종속의 인장'이란 단어를 머릿속에 올리고 빠르게 그레이드론의 지식창고를 뒤적여 보았다. 저 타카하라가 저리 여유로운 이유를 찾기 위해서 였다. 왠지 이름과 벽화의 그림이 어울려 유쾌하지 못한 기능을 가진 것 같은 생각에서 였다. "쳇, 없다. 라미아.... 혹시....." 이드가 라미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벌써 고개를 내 젖고 있는 그녀였다. "모르는 이름이예요. 이쪽 차원의 물건인 만큼 신과 관계되지 않은 물건 하나하나에 대해 알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의 사정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타카하라가 손에든 '종속의 인장'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천천히 들어 올려진 '종속의 인장'의 인장이 일행들을 겨냥했다. 222 그와 동시에 천천히 들어 올려진 '종속의 인장'의 인장이 일행들을 겨냥했다. "이 '종속의 인장'이 가진 능력은 한가지. 하지만 그 한가지가 아주 쓸모 있지. 전해들은 것이지만 이 인장의 인(印)을 사용하면, 사용자 보다 정신력이 약한자, 힘이 약한자, 의지가 약한자는 자신에게 인장을 새겨 넣은 존재의 종복이 되어 복종을 강요당하게 된다더군. 하지만 평소의 정신은 살아있기 때문에 옛날 봉인 이전에 인간들 중 반란을 걱정하는 능력없는 왕들이 가장 탐했던 물건이라 더 군요." "그럼 저 벽화가 말하는 것이...." "물론, 이 인장에 대한 능력을 표시한 벽화라오.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이 그다지 유쾌한 얼굴들은 아니니까 말이오." 그의 말에 따라 빈들의 얼굴이 딱딱히 굳어지더니 다시 구겨졌다. 저 말대로 라면, 자신들 중 몇 몇은 아니, 어쩌면 대부분은 저 '종속의 인장'에 종속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타카하라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그 영향에서 벗어나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동료였던 사람들이 적이 될 것 이기에 이래저래 골치 아픈 일인 것이다. '젠장.... 왠지 그럴 것 같더라....' '왠지 마족들이 하는 '피의 각인'과 상당히 비슷한데요.' 속으로 투덜대던 이드는 마음속으로 울려오는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자신도 그림을 봤을 때 그 내용이 슬쩍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었기 때문이었다. 헌데 저 보석이 '피의 각인'과 비슷한 능력을 가졌을 줄이야. 이드는 기회만 되면 베어버리 겠다는 생각으로 타카하라의 손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찌 된 건지 타카하라는 땅에 곤두박질 치고 난 후부터 빈과 이야기 중에도 자신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이드를 알고 있다는 듯. 덕분에 움직이기가 여의치 않았다. 그때 뭔가 가만히 생각하고 있던 라미아가 마음속으로 이드를 불렀다. '이드님, 그런데 저 사람이 어떻게 봉인 세계에 대해 저렇게 알고 있는거죠? 게다가 저 '종속의 인'에 대해서 까지요. 그냥 오다가다 발견한 던젼에 들어선 사람이 저렇게 잘 알고 있을리가 없잖아요.' '어엇! 그러고 보니.... 봉인 이전의 기록은 거의 없다고 들었는데...' 타카하라를 경계하느라 그의 말엔 전혀 신경 쓰지 못했던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정신이 확 깨는 느낌을 받았다. 생각해 보니 저 타카하라도 누군가에게서 들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누군가 봉인이전 시대에 대한 것을 자세히 알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이봐요. 당신이 말하는 것 중에 궁금한 게 있는데... 도대체 그 이야기 누구한테서 전해 들었죠? 내가 알기론 봉인 이전의 시대에 대한 기록은 몇 가지를 빼고는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드의 말에 빈들도 아차 하는 표정이었다. "흠.... 궁금한 모양이군. 뭐, 엄중한 비밀은 아니니 알려줄 수도 있지. 자네가 내 및으로 들어온다면 말이야. 그래 줄 텐가?" "쳇, 말하기 싫으면 그냥 싫다고 말하시지? 게다가 이제 그걸 사용할 모양인데... 그렇게 쉽게는 안 넘어가."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던지 듯 검기를 날렸다. 하지만 타카하라를 목표로 날아든 붉은색 검기는 그가 시전 한 실드에 막혀 허공 중에 흩어져 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나머지 일행들도 각자 공격준비를 갖추었다. 그가 '종속의 인장'을 사용하기 전에 빼앗을 작정이었다. 하지만 타카하라는 이미 '종속의 인장'을 사용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지금 그의 한쪽 손가락은 어느새 베었는지 붉은 핏방울을 뚝뚝 떨어트리고 있었다. 이어 자신을 공격해 들어오는 일행들을 바라보며 빠르게 '종속의 인장' 뒷부분에 피로 약속된 문장을 그려 넣었다. 그리고 모든 일이 해결된 듯 지금까지 한번도 짓지 않은 웃음까지 지어 보이며 주문을 외는 타카하라였다. "하하하... 걱정 마시오. 내 및으로 들어와도 당신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은 시키지 않을 테니까 말이오. 피의 주인. 종속의 빛. 그 약속된 힘으로 눈앞의 존재에게 그 빛을 피에 심어라. 그대의 진정한 주인 될 자. 그 대리자의 이름으로 나의 힘을 증명한다. 종속의 인장이여 그 빛을 발하라. 아투스 카라비아 에테!! 너희들의 주인 된 자의 이름으로 말한다. 에테 아투스. 멈춰라!!" 쿠콰쾅... 콰앙.... 카카캉.... 순간 타카하라의 명령과 동시에 일행들의 공격이 일제히 타카하라의 실드에 부딪혔다. 동시에 엄청난 폭음과 함께 유리가 산산조각 나는 소리를 내며 실드가 깨어졌다. 그 와중에 이드는 자신의 실드가 깨어지는 것엔 신경도 쓰지 않고서 아무런 반응도 없이 침묵하고 있는 '종속의 인장'을 바라보고 있는 타카하라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그의 몸을 목표로 쏘아진 검기와 마법들은 그의 몸 곳곳을 뚫고 지나가며 순식간에 그를 혈인(血人)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정작 타카하라 본인은 검은 핏덩이를 꾸역꾸역 토해내면서도 그런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반드시 그의 생각대로 움직일 것이라 생각했던 '종속의 인장'이 침묵한데 대한 충격과 그 이유를 찾는 일이 그에겐 더욱 급했던 것이다. 하지만 다음순간. 자신의 손바닥을 가르는 듯한 섬뜩한 검기를 느낌과 동시에 손에 고이 모시고 있던 '종속의 인장'이 아니, '종속의 인장'이라 믿었던 보석이 산산조각 부셔져 버린 것이었다. 그 모습을 포착한 이드는 급히 공격을 거두며 일행들에게 소리쳤다. 더 이상 공격할 필요가 없었다. '종속의 인장'이라 생각했던 보석이 가짜였던 것이다. "모두 그만!! 멈춰요. 보석이 가짜예요." "헛... 공격중지. 죽으면 안 된다. 공격중지!!" 이드의 말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역시 빈이었다. 그는 책임자답게 급히 공격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드와 빈의 두 번에 이르는 명령에 일행들 대부분이 이미 공격을 거두었다. 하지만 타카하라가 엄중한 부상을 입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는 이미 바닥에 붉게 물들이며 저쪽 벽에 처박혀 있었다. 여기저기 부러진 듯 움푹 꺼진 곳이 있는가 하면 뼈가 밖으로 튀어나온 곳도 있어 방금 전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으로 불쌍해 보인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의 중상이었다. 빨리 손을 쓰지 않는 다면 아마 다시는 그 퉁명스런 어조로 말하지 못하리라. 아무튼 서로 '종속의 인장'이 진짜라고 알았던 덕분에 황당할 정도로 쉽게 상황이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이런.... 너무 심한데..... 세이아양, 밀레니아양 두 분께서 수고 좀 해주셔야 겠소." 타카하라를 심문해 볼 생각이었던 빈은 일행들 중 신관인 두 명의 이름을 부르며 지팡이를 들고뛰었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며 신법을 사용했다. 타카하라에게 봉인 이전의 이야기를 해준것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순식간에 빈을 지나쳐 타카하라 앞으로 다가선 이드는 우선 그의 상처 중 출혈이 심한 부위의 혈을 점혈해 출혈을 멈추게 만들었다. "으음..." 타카하라에게서 작은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그 사이 두 신관이 다가오는 걸 본 이드는 타카하라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눕혔다. "하아.. 하아.... 지혈은 된 듯 한데, 정말 심한걸... 그렇지만 이대론 치료를 못해요." "맞아요. 세이아님 말대로 아무리 신성력이라지 만 이렇게 어긋나 버린 뼈를 놔둔 채 치료할 순 없어요." 두 여 신관이 타카하라의 상태에 얼굴을 찡그리며 급히 다가온 빈을 바라보았다. 이드는 그 말에 두 신관 사이로 끼어 들어 살을 뚫고 튀어나온 팔을 살폈다. 부러진 면이 깨끗한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라면 살갓을 절개하지 않고도 끼워 맞추는 것은 가능할 듯 싶었다. "괜찮아요. 제가 맞출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드의 말에 세 사람의 표정이 펴졌다. 뼈라는 게 아무나 맞출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특히 저렇게 살을 뚫고 나온 경우는 더욱 그랬다. 조금이라도 잘못 맞춰질 경우 정상적으로 팔을 놀릴 수 없을 뿐 아니라 다시 절단하여 맞추는 수고를 해야 하는 것이다. "잘됐다. 그럼 부탁할게. 우리 두 사람은 우선 다른 상처를 치유할 테니까." "알았아요. 그런데... 누구 침 가지고 있는 사람 있어요?" 이드는 그레센 대륙에서 실프를 침대용으로 사용했던 것을 생각하며 몰려든 일행들을 향해 물었다. 하지만 생각 외로 긍정적인 대답이 들려왔다. "응, 있어. 하지만 다른 건 없고 장침만 열 개 정도뿐인데... 괜찮겠니?" 호연소는 그렇게 말하며 품속에서 볼펜 케이스모양의 침통을 꺼내 보였다. 이드는 충분하다는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들은 침통의 뚜껑을 열었다. 그 속엔 열 개의 은색 장침이 반짝이며 정갈히 꽂혀있었다. 꺼내든 장침으로부터 은은한 향기가 퍼졌다. 아마 소독과 병균의 침입을 막기 위해 순양초(醇陽草)즙을 침통에 넣어 놓았을 것이다. "소저.... 아니, 호연소 누나도 의술에 꽤나 조예가 있나 보네요. 침을 이런 식으로 관리하는걸 보면..." 이드는 꺼내든 침으로 부러진 팔의 손목과 팔꿈치 주변을 기점으로 침을 꽂아 나가며 지나가듯이 질문을 던졌다. 도중에 무심코 소저란 말이 나왔지만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야, 그건 이번 일에 나간다고 사부님이 챙겨주신 거야. 나는 그냥 어떤 때 침을 어디 꽂아야 된다.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야." "네.... 그럼 사부님께서 의술에 조예가 대단하신 분인가 보네요. 흐읍....." 즈거거걱.... 뼈가 묘하게 갈리는 듯한 소리를 내며 맞춰졌다. 뼈를 맞춘 이드는 그 뼈가 튀어나온 자리로 뭉클뭉클 솟아나는 피를 지열하고는 급히 꼽았던 침을 뽑아들고 다리 쪽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다리를 본 다음 다시 가슴, 다시 어깨로. 도중 차라리 절단해 버리는 게 낳을 것 같은 상처도 있었다. 하지만 절단하지 않고 꼽꼽히 맞추어 놓았다. 옛날과는 달리 지금 이곳엔 신의 힘을 발휘하는 신관이 두 명이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드와 두명의 신관은 별로 크지도 않은 타카하라의 몸 주위를 정신없이 왔다 갔다 했다. 그러길 십여 분. 겉으로 보이는 타카하라의 모습은 단순히 동내 깡패에게 두드려 맞은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호전되어 있었다. 두 명의 여 신관이 한쪽에 늘어지면서 만들어낸 성과였다. 정말 부상엔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신성력이었다. "그런데 '종속의 인장'이 수정이라니.... 우리에게 다행이긴 하지만, 이상하네요." 치료가 끝나자 타카하라의 손에 남은 수정조각을 눈앞에서 돌리며 말하는 제갈수현이었다. 과연 그의 말대로 반짝임은 없지만 투명한 것이 저기 천정과 바닥에 깔려있는 수정 조각이었다. "그럼 혹시 그 '종복의 인장'이란 게 가짜가 아닐까? 꾸며낸 이야기 말이야." "에라이 놈아. 꾸며낸 이야기면 여기 있는 이 던젼과 저기 저 석상은 뭐냐? 생가 좀 해가며 말을 해 임마!" "흠, 흠... 그, 그런가.... 그러면 그냥 말로 하지 왜 사람을 치고 난리야?" 스티브의 뒤통수를 두드려준 저스틴은 자신에게 바락바락 악을 써대는 그를 무시해버리고는 석상등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자신의 의견을 내 놓았다. "혹시 말이야. 이건 또 한번의 함정 아닐까? 가령 눈에 보이는 곳에 가짜를 두고 진짜는 여기 어디 숨겨 두는 것 말이야.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면 요런 경우가 자주 있잖아. 안 그래?" 꽤나 엉뚱한 곳에 근거를 둔 이야기였다. 하지만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 였다. 고작 장난치자고 이런 던젼을 만들었겠는가. 아니면 먼저 들어온 사람이 인장을 가져가고 허전해서 수정을 깍아 올려놓았겠는가. "그럼 어디에 숨겨 뒀을 것 같냐?" "... 그거야 찾아 봐야지. 찾아보면 설마 안 나오겠냐?" "이 자식아. 무턱대고 그런 게 어디 있냐? 너 같으면 이 넓은 곳에서 어떻게 찾겠냐? 앙?" 잠시 이야기의 주도권을 잡는 듯 하던 두 사람이 다시 투닥거리자 일행들을 조용한 한숨으로 외면해 버렸다. 하지만 귀가 솔깃한 그 말에 빈은 타카하라를 감시할 베어낸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로 하여금 단서를 찾게 만들었다. 분명 짚더미에서 바늘 찾기 식이지만.... 마냥 한 자리에 서있는 것 보단 나을 거란 생각에서 였다. 하지만 역시 어려운 일이었다. '종속의 인장'이란 것에 대해선 그 기능과 모양만 아는 상태에서 무언가 단서를 찾아낸다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처음 얼마간 흥미 있게 여기저기 뒤지던 사람들도 하나 둘 흥미를 잃어 가더니 한 시간 후엔 모두들 힘없이 돌아다니기만 할뿐이었다. 그 때쯤 타카하라 옆에 앉아 빈둥거리던 베어낸의 목소리가 모두를 불러모았다. "어이, 대장. 이 녀석 깨어나려고 하는 것 같은데요." "음? 그런가?" 과연 그의 말대로 타카하라가 식은땀을 줄줄 흘려대며 끙끙대고 있었다. 그 모습에 저스틴과 같이 서있던 브렌이 역시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확실히 나쁜 악당이 잘 되는 꼴을 못 봤어. 괜히 저기 붙었다가는 나도 저 꼴이 낮겠지? 그렇지 밀레니아. 내가 결정하난 잘했지?" 당당한 표정의 그 모습에 저스틴이 못 볼걸 본다는 얼굴로 저스틴을 바라보았다. "악당이 잘되는 꼴을 못 보긴 뭘 못 봐? 솔직히 말해서 돈 못 받아서 그런 거잖아. 안 그래. 게다가 지금 아니라지 만 그렇게 쉽게 의뢰인에게 등을 돌려도 되냐? 양심에 떨 안 났냐?" "물론, 난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럼도 없단 말씀. 게다가 악당은 자신의 편에 선 사람의 등도 찌르는 놈들. 저런 놈들을 위해 의리를 지킬 필요는 없단 말이야. 만화나 소설을 봐라. 거기서 용사가 악당들에게 거짓말한다고 욕을 먹는가... 안 그래?" "하아~~ 너 말이야.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지금도 만화영화 찾아보지? 악당들 나오고, 로보트 나오고, 변신하고... 세계를 구하고, 그런 거 말이야." "어? 어떻게 알았냐? 지금도 꼬박꼬박 찾아 보지. 요즘엔 토스카니 란 만화가 꽤나 재밌더라고, 의뢰 맞아서 나오기 전에 예약을 해놓긴 했는데... 벌써 온지 이틀이나 지났으니. 빨리 끝내고 돌아가서 봐야지." "그래, 그래... 많이 봐라. 정말 처음의 그 당당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밀레니아씨, 정말 힘들겠어요." 일행들은 두 사람의 되지도 않는 수다에 고개를 절래절래 내 저었다. 그러는 동안 타카하라가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별다른 반항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가만히 일행들의 행동을 따를 뿐이었다. 대신 빈의 말에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쥐었던 '종속의 인장'이 가짜란 것이 꽤나 충격이었던 모양이었다. 빈은 그에게서 별로 알아낼 것이 없다는 생각에 우선 일행들과 헤어졌던 곳으로 돌아가자는 결론을 내고 저스틴과 브렌, 사이좋은 두 사람에게 타카하라의 부축과 감시를 맞겼다. "자, 모두 철수하도록." "후~ 이 아름다운 걸 그냥 두고 가야 한다니... 아, 아까워라.... 응? 이게... 저기 대장님?" 빈의 말에 그냥나가기가 아쉽다는 심정으로 석실 중앙의 수정대를 쓰다듬던 쿠라야미는 자신의 손가락이 한곳에 쑥 빠져 버리는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그의 손가락이 들어가 있는 속은 수정대의 중심으로 그곳엔 깔때기 모양의 홈이 파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깔때기 모양은 인장의 모양과 비슷하고. 순식간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가 급히 빈을 불러 새운 것이었다. "뭔가? 쿠라야미군." 빈을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돌려세워 졌다. 타카하라의 시선까지. "아무래도 그 단서라는 걸 지금 막 발견한 것 같은데요." ".... 뭐?" 쿠라야미의 말은 모두의 발길을 돌리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특히 축 쳐져 있던 타카하라의 경우엔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났는지 양쪽에서 자신을 붙잡고 있는 저스틴과 브렌을 떨쳐내 버릴 듯한 기세였다. 그러나 이미 마법이 봉인 당한 그가 그 두 사람의 힘을 감당할 수는 없는 노릇. 곧 잠잠해 지며 기린처럼 목만 길게 늘일 뿐이었다. "단서라니, '종속의 인장'에 대한 단서 말인가? 어이, 자네 둘 그 사람을 잘 지키고 있도록." 빈은 급히 다가와 쿠라야미가 붙잡고 있는 수정대의 한 부분을 바라보았다. 과연 그 크기와 모습이 동상 위에 올려져있던 인장의 크기와 비슷해 보였다. "흐음... 그럼, 이거 동상 위에 있던 수정을 끼워 넣으라는 말인가요?" 어느새 수정대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 사이에 서있던 이드가 물었다. 그 말에 쿠라야미는 일행들을 곁눈질로 바라보고는 자신 없어하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하지만 그 수정은 깨진지 오래잖아요." 이드 옆에 붙어있던 라미아의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밀레니아가 고개를 저으며 바닥에 뒹굴고 있는 큼직한 수정 한 조각을 들어 보였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어차피 깨진 것도 수정. 제 손에 있는 이것도 수정. 그럼 이 수정을 여기에 맞는 크기로 깍아 끼워 넣으면 되지 않을 까요?" "오~!!" 밀레니아의 기발한 생각에 일행들은 탄성을 터트렸다. 어차피 수정이라면 주위에 있는 수정을 깍아서 사용하면 될 것이다. 꼭 만들어 놓은 것을 사용해야 된다는 법은 없다. 빈은 밀레니아의 손위에 올려진 수정을 집어 이드에게 내 밀었다. "다시 한번 부탁하네, 가능하겠지? 이드군." 그의 말에 빙긋 웃는 얼굴로 수정을 건네 받아 일라이져를 빼든지 삼십 분만에 이드는 누가 봐도 동상 위에 올려져 있던 수정과 똑같다고 할 수 있을 원추형 모양의 투명한 수정을 빈에게 당당히 내밀 수 있었다. 빈은 건네 받은 수정을 수정대 위에 슬쩍이 맞춰 보고는 일행들을 원래 석문이 있던 곳 밖으로 나가있게 했다. 혹시라도 자신들의 추측이 잘못 된 것이라면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빈 자신도 나머지 일행들과 함께 석문이 있던 곳 밖으로 물러서야 했다. "그런 달리기 실력으로 뭔 일이 터지면 어떻게 피하시려고요? 차라지 신법을 사용하는 제가 낮지. 이리 주고 저리 나가게 세요." 이 한 마디에 찍소리도 못하고 이드에게 수정을 건네고 쫓겨난 빈이었다. 모두가 충분히 피했다는 것을 확인한 이드는 언제든 뛰쳐나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천천히 수정대의 홈 부분에 원추형의 수정을 끼워 넣었다. 키잉..... 수정과 수정이 닫는 맑은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이던 이드는 왠지 자신이 서있는 부분이 아주 밝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라미아와 동료들의 고함소리에 슬쩍 고개를 쳐든 이드는 천정에 달려있던 샹들리에의 밝기가 점점 밝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사방으로 퍼져있던 원통형의 수정봉 들이 모여들며 수정대 쪽을 향한 다는 것도. 파아아아아..... "으윽...." 순간 달 빛을 한 곳에 모은 듯 수정의 빛이 하나로 합쳐져 수정대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 엄청난 광도(光度)에 이드는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상당히 잘 만들어진 장치였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드의 귓가로 웅성이는 일행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젠장, 빛 때문에 아무 것도 안 보이잖아..." 주위를 살피려던 이드는 조금만 손을 치워도 쏘아져 들어오는 빛에 쉽게 손을 땔 수 없었다. 잠시 머리를 굴리던 이드는 곧 정면의 쏟아져 내리는 빛을 등졌다. 덕분에 순간적으로 눈앞에 어둠이 어리는 듯 했지만 곧 회복되었다. 손을 천천히 내린 이드의 눈에 보인 것은 일행들이 서있는 면을 제외한 삼면을 채우고 있는 황금빛 문양들이었다. 가히 장관이라 할만했다. 더구나 저 문장처럼 보이는 것은 상당히 눈에 익어 보였다. ".... 어디서... 그래! 그때 롯데월드 지하에서.... 그런데 무슨 내용이지? 내용을 알아야 인장을 찾던지 단서를 찾던지 할거 아냐." 이드는 그때 지하에서 봤던 책들을 떠올렸다. 마계의 글을 사용한 일기장을 제외하고는 전혀 확인되지 않는 글씨들. 해독은 틀렸다는 생각에 이드는 다시 꽃아 넣었던 수정을 빼기 위해서 수정대 위로 손을 가져가려 했다. 헌데 바로 그때 이드와 라미아들의 귓가로 들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퉁명스러운 타카하라의 목소리. 하지만 지금까지 듣던 그 목소리가 아니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탁기가 깃 든 그의 목소리가 석실안을 울렸다. "영광을 취한자.... 권능을 사용할 지혜를 증명한자. 그대 얻을 것이다. 저 환희에 밝아오는 새벽 창공을 누비는 아홉 마리 독수리의 축복을 얻을 지니. 그대에게 영광이 머루르리라. 란 말이지. 크크크.... 과연 참고 기다린 보람이 있어...." 223 크크크.... 과연 참고 기다린 보람이 있어...." "크윽...." "뭐, 뭐야, 젠장!!" 완전하게 변해버린 타카하라의 목소리와 함께 그의 몸에서 검고 사악한 마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마기의 반탄력에 타카하라를 양쪽에서 잡고 있던 두 사람은 급히 욕지기를 뱉어내며 급히 양측으로 떨어졌다. 이드는 타카하라의 몸에서 솟아오른 마기가 한데 뭉치며 하나의 형태를 가지는 모습에 양미간이 팍 찌푸려졌다. 밝은 남색 머리에, 뾰족한 귀 그리고 탁한 목소리. 마족이란 무서운 이미지와 달리 자신에게 초보란 이런 것이다. 라는 애송이 모습만 보인 녀석. "초보 마족, 역시 그때 도망쳤구나. 그런데 도대체 네 녀석이 왜 여기 있는 거지? 그것도 그 사람 몸에 붙어서 말이다." 이드는 자신의 말에 이쪽을 바라보는 보르파의 눈이 저번에 볼 때와는 조금 달라졌다는 느낌이었다. 꽤나 훈련을 한 듯한 느낌이었다. "큭... 제길, 나도 너 같은 놈보고 싶은 생각은 절대 없었다. 보더라고 이 네일피어로 그어 버리고 싶지만.... 먼저 맡은 일이 있어서 말이야. 뭐, 덕분에 쉽게 일을 처리했으니... 이번은 그냥 넘어가고 다음에 보도록 하지." 말을 마친 보르파는 마족이란 말에 일행들이 뒤로 물러난 틈을 타 바닥에 쓰러진 타카하라의 목 깃을 잡아들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던젼 밖을 향해 어둠 속으로 녹아들 듯이 날아가 버렸다. 그의 말대로 무언가 일이 있는 듯 일행들과의 충돌을 피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때 아련히 이드의 귓가로 보르파의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참, 저 안쪽에 처박혀 있던 재밌는 살인 인형들은 우리가 쓸 테니, 건들이지 말아주길 바래." 순간 보르파의 말을 들은 이드는 온 몸에 소름이 쫘악 돋아나는 느낌에 한 차례 부르르 떨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저 녀석 맡은 일이라는 게... '종속의 인장'을 찾는 일인 거 아냐? 그리고 아까 나타날 때 말했던 말이 저 글의 내용이라면.... 하지만 저 녀석이 그걸 왜? 또 우리라니? 으으.... 제엔장!!! 라미아, 나 먼저 간다. 분뢰!" 누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나간 이드의 마음속으로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드님 곧 뒤따라 갈 테니까. 빨리 그 마족을 뒤 따라 잡으세요. 방금 들은 대로라면 '종속의 인장'은 던젼 입구에서 아홉 번째 자리에 자리한 독수리 석상일 꺼 예요.' 라미아의 말은 이드는 누가 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풀이한 것과 같은 내용이었다. 이제야 생각나는 사실이지만, 독수리의 발톱에서 빛을 내던 마법구 들은 모두 인장과 같은 원추 모양이었다. "젠장. 그렇게 중요한 보석을 왜 전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데?" 그렇게 내 달리던 이드는 어느 때부터 자신의 귓가에 들리며 점점 가까워지는 폭발음과 사람들의 목소리에 일행들과 헤어졌던 또 다른 일행의 모습을 떠 올렸다. 그 중 염명대라면 확실히 보르파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좋았어. 조금만 그대로 있어라...." 그러나 이드의 염원과는 달리 문옥련과 염명대들이 서있는 곳에 도착해서 이드가 본 것은 다시 한번 엄청난 상처를 입고 뒹굴고 있는 타카하라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일행들의 모습이었다. 특히 타카하라의 상처는 처음 일행들의 합공을 받았을 때 보다 심했다. 가슴 한 가운데 구멍이 뚫려 그곳을 통해 붉은 피 분수가 뿜어지고 있었다. 너무 큰 상처에 이번엔 가망이 없어 보였다. 갑자기 나타난 자신을 보고 뭔가를 말 할 듯한 일행을 그냥 지나쳐 버린 이드는 곧 원래 일행들과 둘로 나뉘었던 곳을 지나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날아서 가는 마족을 따라잡기엔 부족한지 아직 녀석의 꼬랑지도 보지 못한 이드였다. "젠장! 얼마나 더.... 좋아. 찾았다. 너 임마 거기 꼼짝 마...." 드디어 보르파를 발견한 이드의 외침이었다. 하지만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외친 것이기도 했다. 이미 벽에 붙어있어야 할 석상은 산산조각이 난데 다 그 날카로운 발톱이 쥐고 있어야 할 '종속의 인장'은 이미 녀석의 손안에 쥐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인장을 손에 쥔 보르파는 얄미운 미소와 함께 벽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마지막으로 위를 보라는 손짓과 함께. "으아아아앗!!!" 쿠아아아앙..... 쿠궁... 쿠궁.... "우왓... 소환 실프. 실프 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모래와 흙들을 막아 줘..." 통로에서 급히 몸을 빼낸 이드는 무너지는 통로에서 쏟아져 나오는 하얀 먼지와 그에 썩인 자잘한 돌과 흙더미를 보며 빠르게 실프를 소환했다. 만약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자신이 서있는 통로가 완전히 먼지로 새 하얗게 뒤덮였을 것이다. 사라져 가는 보르파의 손짓에 따라 천장을 바라본 이드의 눈에 들어온 것은 미세한 거미줄 마냥 금이 가기 시작한 통로의 천장이었다. 금세 라도 무너져 버릴 듯한 모습에 이드는 생각이고 뭐고 없이 바닥을 박차며 분뢰의 경공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와 동시에 무너지기 시작한 천장은 당장이라도 이드를 뒤덮어 버릴 듯 빠르게 무너져 내렸고, 겨우 경운석부의 통로와 교차된 곳에서 멈춘 것이다. 만약 경운 석부의 통로가 교차되어 있지 않았다면...... "젠장. 통로안쪽에 있던 사람들 다 죽을 뻔했잖아. 독수리 동상에 천정이 무너지는 기관을 설치 해두다니... 도대체 어떤 놈이야? 이 던젼을 만든 놈이!!!" 벌써 죽어도 몇 천년 전에 죽었을 인물을 씹어대는 이드였다. 하지만 씹힐 만 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종속의 인장'을 찾아낸 인간들에게 그렇게 심술을 부린단 말인가. 연신 투덜대던 이드는 등뒤로 느껴지는 마나의 흐름과 공기를 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라미아가 그 긴 은발을 허공에 너울거리며 날아오고 있었다. 급히 나선 자신을 따라오기 위해 플라이 마법을 사용한 것 같았다. "흠... 결국 놓치셨나 봐요. 그런데 방금 누굴 욕하신 거예요?" 라미아는 털썩 주저앉은 이드의 이곳저곳을 살피며 자신이 날아오며 들었던 이드의 고함소리를 생각하며 물었다. 그녀에게 가장 우선 시 되는 이드의 상태를 살피느라 그 앞, 공기의 막에 싸인 뽀얀 먼지 구름을 아직 보지 못한 그녀였다. 하지만 곧 이야기 할 곳을 찾았다는 듯이 보르파를 쫓던 상황을 투덜거리는 이드의 이야기에 그녀는 나직이 웃어 보이며 이드를 일으켰다. 날아온 그녀 보단 느리지만 이드를 쫓아 일행들이 달려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얼마 되지 않아 이드와 라미아 주위로 빈과 문옥련을 선두로 한 일행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라미아가 들었던 투덜거리는 듯한 설명을 전해들은 그들은 각각의 심각한 표정으로 뽀얀 먼지구름을 바라보았다. '종속의 인장'이라는 상당히 위험한 물건을, 그것도 마족이 훔쳐갔으니. 걱정이 태산이었다. 특히 보르파를 상대했었던 염명대의 경우 롯데월드에서 놈을 확실히 처리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그때 일행들 사이사이를 누비던 이드가 고염천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녀석이 버리고 간 사람은 요? 보통 상처가 아니던데. 혹시..." "아, 아... 심장 한 쪽을 스치고 간 부상이라... 손을 쓰기 전에 숨을 거뒀더군. 그래서 통로 한 쪽에 우선 안치해 뒀네." 그의 말에 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처음 일행들의 공격 때 죽었어야 할 운명이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라미아의 말에 일행들은 더 이상 타카하라에 신경 쓸 수 없었다. "이드님, 그것보다 그 마족이 강시에 대해서 말했던 것 같은데...." 라미아의 한 마디에 보르파의 말을 들을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일행들은 모두 똑 같은 것을 생각해 내고 있었다. '재밌는 살인 인형들....' 이란 말. 그 말이 생각남과 동시에 이드의 시선은 고염천과 남손영등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있었다. "강시. 대장님, 강시는 어디 있죠? 그 초보 마족놈이 강시들을 가져가겠다고 했단 말입니다." "뭐, 뭐얏!!" 이드의 말에 처음엔 멀뚱히 있던 고염천등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여졌다. 그러나 곧 무언가를 생각했는지 속 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들의 표정변화에 이드와 라미아등이 어리둥절해 하자 문옥련이 나서서 설명해 주었다. "걱정마. 그 마족은 절대 강시들을 가져가지 못할 테니까. 우리는 석부 끝에서 잠들어 있는 천 구 가량의 강시들을 발견했지. 하지만 그 것들이 살아 움직이면 너무 위험 할것 같아서 가까이 가지도 않고 그곳으로 통하는 통로를 완전히 무너트려 버렸거든. 그걸 다시 파내려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걸..." "맞아, 맞아... 그 사이 가디언들이 출동해서 이곳을 지키면 지가 어쩌겠어?"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이드와 라미아는 한심하다는 눈으로 안심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마족을 쉽게 보는 건지. 아무리 마족에 익숙하지 않다지만, 그 녀석과 직접 전투를 겪어본 염명대까지 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이드는 슬쩍 머리를 집어 보이며 염명대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도대체! 그때 녀석과의 전투를 기억하고 있기는 한 겁니까? 기억 안나요? 그 녀석이 돌로 된 바닥과 벽을 통과해 다니던 거. 그런 녀석을 상대로 통로를 무너트려 놓았다고 안심해요?" 그러자 금세 조용해진 일행들 사이로 염명대가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롯데월드에서의 전투를 생각하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생각을 마쳤는지 고염천을 시작으로 한 염명대는 이내 뒤로 돌아 석부 안쪽으로 뛰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정말 행동력 하나는 빠른 그들이었다. 그 뒤를 라미아를 안아든 이드와 일행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그렇게 달렸을까. 꽤 오래 달렸다고 생각될 때 이드의 눈에 완전히 무너져 내린 돌덩이와 흙덩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 모양으로 보아 한 부분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한 십여 미터 정도는 무너져 내린 것 같았다. "완전히 무너져 내렸구만.... 경운석부가 통째로 무너지지 않은 게 다행이다." "몇 백년이 지나도 쌩쌩한 기관을 보고 그런 소릴 해. 그런데, 선자님. 대체 강시를 왜 그냥 가둬두기만 한 거죠? 선자님들이나 옛날 사람들이나, 충분히 묻어버리거나 죽일 수 있었을 텐데요. 그랬다면 그 마족 녀석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텐데." 쿠라야미의 입을 조용히 시킨 코우의 질문이었다. 다들 그런 생각이었다. 하지만 직접 강시들을 본 문옥련의 일행들은 또 다른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렇죠. 그렇다면 간단하겠죠. 하지만 그렇게 가볍게 손을 쓸 수가 없더군요. 그때 석실에서 처음 강시를 보고 짐작하고 이곳에 잠든 강시를 보고 확신한 사실이지만, 그 일 천구의 강시들 대부분이 구파일방과 사대세가, 그리고 당시 이름 있는 문파의 제자나 관계자들이었어요. 아무리 강시로 변했다지만 친구와 가족들을 함부로 할 수 없었기에 이곳에 가둬 둔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 그 뜻을 존중해서 그 입구 부분만 새롭게 무너트린 것이 구요. 하지만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면 독하게 손을 쓸것을 잘못했어요." "자자... 지금 그런 게 문제가 아니라 구요. 눈앞에 있는 초보 마족이 문제죠. 라미아, 안의 사정을 알 수 있을까? 그 녀석이 왔는지 말이야." 이드는 이상한 분위기에 제법 큰소리로 말을 이었다. 왠지 이상해지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라미아 역시 이드와 같은 생각인 듯 입술을 달싹이며 스펠을 외우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앞으로 내밀어진 그녀의 손위로 무수히 많은 붉은 점들과 평면으로 된 건물의 모습이 나타났다. "리드 오브젝트 이미지!" 그 모습에 일행들이 하나 둘 라미아가 시전 한 마법주위로 몰려들었다. 5 써클에 속한 마법으로 자주 볼 수 없는 모습인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주위로 모여든 마법사들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져 버렸다. 평면의 이미지 위로 붉은 점들이 모여 있는 곳이 이상하게 흐릿하게 나와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 주위로 몰려들고 있는 붉은 점들. "제기랄. 벌써 그 마족 놈이 왔어." 빈의 급한 마법사와 이드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에 라미아가 한 손으로 이미지 중 흐릿하게 왜곡되어 있는 부분을 가리켜 보였다. "이 마법에서 이렇게 나오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이 곳에 뭔가 마법이 시전 되고 있거나 마법 물품이 있다는 말이죠. 하지만 강시뿐인 이곳에 마법 물품이 있을 리는 없고, 잠들었을 강시들이 몰려들고 있으니... 아마 게이트 마법이나 텔레포트 마법인 것 같아요." "우왁... 드럽게 행동 빠른 놈이네. 그럼 우린 어떻합니까? 땅파고 들어갔다 간 이미 다 빠져나가고 난 후일텐데..." "그럼...." 이드는 일행들이 들어설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사이 가만히 무너진 통로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지금 들어갈 수 있다고 해도 보르파를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빠져나가 버린 강시를 없앨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굳이 꼭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 "... 없다고 생각하는 데요." "응? 뭐라고?" "없다고요. 꼭 들어갈 필요가. 지금 들어간다고 상황이 나아 질 것도 아닌데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구요." "생각하는 게 들렸던 모양이네." 방긋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라미아였다. "그렇다면 이곳이 무너져도 별 상관없겠지? 아깝긴 하지만 말이야." 뭔가 생각이 있는 듯한 이드의 말에 이미 짐작한 다는 표정의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준비할까요?" "응, 하지만 너무 강력한 것은 자제하고, 대신 작렬형의 관통력이 큰 마법으로 준비해 줘. 그 정도 충격이면 무너져 있는 통로를 뚫고 석부를 무너트릴 수 있는 폭발력의 마법이면 되." 라미아는 이드의 요구에 자신이 알고 있는 마법중에서 그에 맞는 마법들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이드는 슬쩍 몸을 돌려 고염천과 문옥련 등에게로 다가갔다. 아직 들어설 방법을 만들지 못한 그들은 이런저런 의견을 내놓고 있었다. 저런 식이라면 힘들게 무너진 통로를 지나더라도 강시의 그림자조차 볼 수 없을 거란 생각을 한 이드는 그들 사이로 끼어 들어 자신의 의견을 내 놓았다. 더 이상 보존하고 건질 것도 없는 석부. 괜히 어렵게 들어갈 생각하지 말고 한꺼번에 날려 버리자는 의견이었다. 곧 그 의견은 승낙되었다. 자신들이 뾰족한 방법을 내놓지 못한 이상 한 구의 강시라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란 생각들이었다. 단, '종속의 인장'을 찾으로 갔었던 일행들은 그 석실 안에 있던 예술품과 같은 석상과 수정들을 아까워했지만 말이다. "좋아요. 그럼 결정이 났으니까 최대한 빨리 경운석부 안에서 벗어나세요. 대충 계산 해본 결과 최대한 경공을 펼치면 십 오 분만에 석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 후에 석부를 무너트리도록 할게요." 그 말에 여기저기서 반대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이드의 의견에 무언가 석실을 무너트릴 특별한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인데, 자신들은 먼저 나가라니. 그 말을 자폭하겠단 뜻으로 받아들인 일행들로선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어 차라리 강시가 다 마족의 손에 들어가던가, 늦더라도 무너진 통로를 통과하겠다는, 그리고 이런 던젼이 아니라면 마법으로 상대하기 쉬우니 괜찮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자폭에 대해선 생각도 해보지 않은 이드로선 엉뚱한 일로 시간만 가는 것 같아 단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잘 들어요! 제가 언제 자폭하겠다고 했습니까? 단지 저와 라미아에게 이 석부를 무너트릴 방법이 있어서 남겠다는 거라 구요. 솔직히 여러분 중에 이곳을 한번에 무너트리고 탈출할 방법이 있는 사람 있으세요? 없죠? 하지만 저희들에겐 있어요. 하나뿐이긴 하지만 텔레포트 스크롤도 하나 가지고 있어서 탈출엔 전혀 문제가 없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빨리 나가요. 이러는 사이에도 강시는 계속 빠져나간다 구요." ".... 미안하구나. 나이나 들어서 이렇게 쉽게 흥분하고. 근데 스크롤이 있다는 것 정말이지?" 이드는 부드럽게 물어오는 문옥련의 모습에 씨익 미소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죠. 이모님. 그러니까 걱정 마시고 빨리 나가세요. 나가는 데만도 십 오 분이나 걸린단 말예요." 그렇게 달래고 확인하고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던 빈은 왠지 이야기가 겉도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허망한 얼굴로 이드와 문옥련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참나, 이거 서두르다 보니 전부다 바보가 된 모양이군...." "네? 바보라니요?" 고개를 설래설래 내젖는 그 모습에 이드와 문옥련의 시선이 가 다았다. "하하하.. 우리가 너무 서두르느라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한 것 같습니다. 방법이야 어쨌든 묻어버리고 탈출하면 끝이지 않습니까. 그러면 함께 있다가 다 같이 탈출하도록 하지요. 여기 있는 마법사가 세 명. 이 정도면 멀진 않아도 가까운 산자락까지 텔레포트가 가능합니다. 거기에 마법진 까지 그리면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지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이드들은 한 순간 자신들이 바보가 된 느낌을 받았다. 왜 꼭 먼저 사람들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 건지. 마법이 있는데 말이다. "호호홋.... 이드님, 저는 준비가 끝났어요. 언제든 마법시전이 가능해요. 빨리 텔레포트 준비를 해주세요." 스펠을 외우는 척 하며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라미아는 이들의 황당한 모습에 경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의 목소리에 정신이 든 사람들은 세 명 마법사의 지시에 빠라 빠르게 마법진을 그려 나갔다. 중간에 타카하라를 생각해낸 누군가의 말에 이드가 가 보았지만 보르파가 빼내어 갔는지 그의 시신을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 마법진을 모두 설치한 세 명의 마법사는 삼각형으로 그려진 마법진의 세 방향에 맞추어 서며 마법진의 발동을 준비하고 발동의 시동어를 라미아에게 맞겼다. 그리고 그 안에 라미아의 뒤쪽에 서있던 이드가 라미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어깨에 손을 살짝 얹어 보였다.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라미아지만 그에 이용되는 마나를 보유한 것은 이드였기에 혹시 그 마나의 유동을 누가 알아채기라도 할까 해서였다. "좋아요. 그럼... 끝없이 타오르는 지옥의 화산이여. 지옥의 불길을 근원인 지옥의 화염이여. 지금 그 한 줄기 화염을 이곳에 소환하여 내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일소하라. 플레임 캐논(flame canon) 컴배터(combate)!" 쿠아아아아아.... 라미아의 시동어가 외쳐지자 이 미터 앞으로 근원을 알 수 없는 거대한 화염이 모습을 드러내며 거대하게 뭉쳐져 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마치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화산과도 같아 보였다. 다음 순간 이드는 라미아의 목소리와 함께 모여든 화염이 화산이 터지듯 엄청난 불길을 막힌 통로를 향해 발사되는 장면을 흐릿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가랏! 텔레포트!!" "으음.... 상당히 오래 걸리는군." 평정산의 중턱, 일행들이 석부로 올라갈 당시 마법사들 때문에 잠시 쉬었다간 자리로 꽤 넓은 평지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평지의 한 구석에 서있는 커다란 백송 줄기에 기대있던 절영금은 심해져 가는 공복감에 석부의 입구가 저 위쪽을 바라보았다. 막상 나오긴 했지만 혼자 내려가기가 뭐해서 기다린 것인데, 생각 외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었다. 거기다 앉아 있는 동안 세 번이나 산이 울어대는 통에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었다. 더구나 두 시간 정도 후면 해가 질시간이기에 다시 한번 올라가 볼까 생각하고 있는 절영금이었다. 그때 그의 눈에 공터 중앙 부분에 이상한 빛의 문장이 생겨나는 모습이 들어왔다. 삼각형을 이룬 복잡한 도형. 갑작스런 상황에 가만히 그 부분을 바라보던 절영금은 한순간 터지듯 뻗어나는 빛에 두 눈을 감싸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 뒤를 따라 들리는 다급한 제갈수현의 목소리에 절영금은 영문도 모른 체 그 자리에 납작하게 엎드리고 말았다. "아무 것도 묻지 말고 무조건 엎드려!!!" 쿠우우우우웅..... 절영금은 자신이 엎드리기가 무섭게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울음을 토하는 산의 비명에 진작에 내가지 않은 자신과 이 상황을 원망했다. 이 정도의 산울림이라면 산사태가 일어나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행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작은 돌맹이가 굴러 떨어지는 것으로 모든 떨림이 사라졌다. 그 뒤 하나 둘 몸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힘없이 늘어진 세 명의 마법사를 바라보며 제갈수현에게 다가갔다. "텔레포트 한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일이야? 게다가 이 진동은...." "아아.... 있다가 이야기 해 줄께. 하지만 앞으로 꽤나 바빠질 거야. 대비해 두는 게 좋을 거다." 절영금은 밑도 끝도 없는 그의 말에 그게 무슨 소리냐며 따져 묻고 싶었지만 그 말에 동조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다른 일행들의 모습에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했다. 다만 그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볼 뿐이었다. "후우~ 도대체 뭔 소린지. 몬스터나 괴물들이 몽땅 공격해 들어오기라도 한다는 거야 뭐야?" 하지만 그는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이 빈말이 천천히 실현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세 명의 마법사들이 기력을 되찾을 때까지 텔레포트 된 곳에서 쉰 이드들은 다행이 어두워지기 전 산을 내려갈 수 있었다. 힘들다면 힘들과 힘들지 않다면 힘든지 않은 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은 대충 저녁을 때운 후 각자의 침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단 절영금에게 붙잡혀 석부와 던젼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야 했던 제갈수현과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각국의 가디언 대장들만은 침대에 몸을 뉘이는 일을 뒤로 미루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머릿속을 헤집고 있는 마족인 보르파와 그가 가져간 강시, 그리고 보르파에게 이 일을 시킨 인물에 대한 생각으로 자리에 눕더라도 쉽게 잠을 이루진 못 할 것 같았다. "왠지 여기 일도 상당히 복잡해 질 것 같지?" 이드는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분명 지나가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미친 사람이 중얼거릴 듯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드에겐 자신의 중얼거림에 답해줄 확실한 상대가 있었다. '아무래도.... 그 보르파은 누군가의 명령을 받은 거니까요. 그리고 그에게 명령을 내린 사람은 고대에 봉인이전의 시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겠죠. 타카하라란 사람 같은 부하들도 있을 테구요.' 마음속으로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그녀 옆에는 저번과 같이 신우영이 누워 있을 것이다. "아아.... 미치겠다. 나한테 뭔 재수가 붙어서 가는 곳 문제가 생기는 거야. 도대체가. 앞으로도 보르파 녀석과 얼굴을 텃으니, 어떻게든 관계될 테고..." 신세 한탄을 해대던 이드는 베개에 얼굴을 묻어 버렸다. 정말 살이라도 낀게 아닐까? 이곳에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런 일인지. '설마요. 이드님께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저희가 좋지 않을 때 나타나는 거예요. 또 이드님이 능력이 있어서 그런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드님 답게 좋게좋게 생각하세요.' 이드는 투덜대는 자신을 달래려는 라미아의 말에 베개 속에 묻은 입가로 빙긋 미소를 띠었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이미 일어난 일 막을 수 없는 일 복잡하게 생각할 건 없는 것이다. "그래, 네 말 대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앞으로 꽤나 힘들게 돌아다니게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네가 검일 때는 내 허리에 달랑 달려 편하게 다녔을지 몰라도 인간으로 변해 버린 이상 하나하나 걸어다녀야 할 걸...." '헷, 그래도 상관 없어요. 힘들면 이드님께 업혀다니면 되죠 뭐.' "하하핫.... 그래, 그래... 그런데... 우리 이제 어떻하지?" 말뜻이 확실치 않은 이드의 말에 라미아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 '어떻하다뇨?' "아무래도 이대로 한국에 돌아갔다간 꼼짝없이 붙잡혀서 가디언이 될것 같거든. 이번에 네 마법실력이 드러났잖아. 모르긴 몰라도 네가 해보인 플레임 캐논을 사용하는 마법사는 한국에도 그리 많지 않을걸... 그런 너를 그냥 두겠냐?" 이드의 말에 라미아는 뭔가를 생각하는지 잠시 조용했다. 확실히 지금같이 몬스터가 나타나는 상황에선 힘있는 사람을 붙잡으려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레센의 제국에도 매이지 않았던 이드였다. '뭐... 생각해 놓은 게 있는 것 같은데요.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이드는 그 말에 빙긋 웃었다. 저녁을 먹고 멍하니 누워 있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던 것뿐이었지만 그것도 생각이라면 생각이다. 잡생각. "뭐, 그냥.... 어차피 우리가 가이디어스에 있었던 것도 지금의 세계에 대해서 배우기 위해서 였잖아. 그리고 지금은 웬만한 일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할 수 있고. 그래서 말인데, 한 곳에 머물러 있거나, 가디언이 되는 것 보단 이곳 저곳을 돌아 다녀 보는 게 어떨까 싶어." '... 그럼 갈 곳은 있으세요?' 이드의 의견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조금 말을 끄는 라미아였다. 하지만 특별히 반대하지도 않았다. 지금 상황이 맘에 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이드에게 안주하자고 이야기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드가 간다면 어딘들 따라가지 못할까. "아니, 정해놓은 곳은 없어. 네가 제일 잘 알겠지만 우리가 갈곳이 어디 있냐? 하지만 돌아다니면서 엘프나 드래곤을 찾아 볼 생각이야. 그들을 찾아 이곳이 봉인된 이유도 물어보고, 혹시 그레센이나 중원으로 돌아갈 방법도 찾아보고. 어쨌든 가만히 앉아 있는 것 보단 낳겠지." '알았어요. 하지만, 우선은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요. 연영언니 하고 친구들에게 작별인사는 해야 되니까요. 또 외국으로 다니기 위해 필요한 그거... 어, 비자라는 것도 발급 받아야 되니까요.' "그래, 나도 당장 따로 움직이겠다는 건 아니니까. 아... 그만 자자. 푹 쉬어야 낼 돌아갈 거 아냐. 잘 자. 라미아." '네, 이드님도 좋은꿈 아니, 제 꿈꾸세요.' ".... 네가 놀러와." 이드는 빙긋 웃는 얼굴로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는 다음날 그 말을 한 것을 후회했다. 영혼으로 이어진 라미아인 만큼 정말 꿈의 세계로 찾아온 것이었다. 그것도 혼자서 결정을 내린대 대한 은근한 불만을 품고서 말이다. 그렇게 다른 사람과 달리 오히려 피곤한 얼굴로 아침을 맞이한 이드를 포함한 각국의 가디언들은 전통 중국식으로 아주 푸짐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각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문옥련 나름대로의 수고 표시의 음식이었다. 하루동안이지만 꽤나 얼굴이 익은 일행들은 비행장에서 정이 느껴지는 인사를 나누며 각자의 비행기에 올랐다. 다만 영국 측의 비행기가 출발할 때 메른이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는 대 대한 이유를 아는 것은 일부의 인물들뿐이었다. "그럼, 다음에 찾아뵐게요. 이모님." 이드는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앞에서 자신의 손을 보듬어 쥐어주는 문옥련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래, 언제든지 찾아오너라. 하남의 양양에서 검월선문(劍月鮮門)을 찾아오너라. 만약 그곳에 없다면 중국의 가디언 본부어디서든 날 찾으면 될 거야." "네, 그럴게요." 이드는 그녀에 이어 제갈수현과도 인사를 나누고 비행기에 올랐다. 원래 자신의 고향이자 집인 중원에 손님처럼 와서 친인을 만들고 가는 기분은 상당히 묘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기분도 잠시였다. 어제 밤 꿈에 찾아온 라미아 때문에 못다 잔 잠을 자는 게 더욱 급했던 이드는 앉았던 의자를 뒤로 한껏 넘겨 사르르 잠들어 버렸다. 하.지.만. 이드는 알지 못했다. 자신의 바로 뒷자리에 앉은 사람이 라미아란 것을. 아마 이번에도 편안하게 자긴 틀린 것으로 보이는 이드였다. "자, 모두 여길 주목해 주길 바란다. 여러분께 새로운 대원을 소개하게 되었다. 여러분들도 한번씩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번에 새로 가디언이 된 이드군과 라미아양이다. 모두 박수로 맞아 주도록." 엄청난 속도로 이어지는 일들에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던 이드와 라미아는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남녀 가디언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대, 대체.... 왜 우리가 여기 있는 서 있는거야!!!!" 처량하게 울리는 이드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환호와 박수 소리에 묻혀 옆에 있는 라미아에게 밖에 들리지 않았다. 224 세 명의 마법사들이 기력을 되찾을 때까지 텔레포트 된 곳에서 쉰 이드들은 다행이 어두워지기 전 산을 내려갈 수 있었다. 힘들다면 힘들과 힘들지 않다면 힘든지 않은 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은 대충 저녁을 때운 후 각자의 침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단 절영금에게 붙잡혀 석부와 던젼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야 했던 제갈수현과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각국의 가디언 대장들만은 침대에 몸을 뉘이는 일을 뒤로 미루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머릿속을 헤집고 있는 마족인 보르파와 그가 가져간 강시, 그리고 보르파에게 이 일을 시킨 인물에 대한 생각으로 자리에 눕더라도 쉽게 잠을 이루진 못 할 것 같았다. "왠지 여기 일도 상당히 복잡해 질 것 같지?" 이드는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분명 지나가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미친 사람이 중얼거릴 듯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드에겐 자신의 중얼거림에 답해줄 확실한 상대가 있었다. '아무래도.... 그 보르파은 누군가의 명령을 받은 거니까요. 그리고 그에게 명령을 내린 사람은 고대에 봉인이전의 시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겠죠. 타카하라란 사람 같은 부하들도 있을 테구요.' 마음속으로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그녀 옆에는 저번과 같이 신우영이 누워 있을 것이다. "아아.... 미치겠다. 나한테 뭔 재수가 붙어서 가는 곳 문제가 생기는 거야. 도대체가. 앞으로도 보르파 녀석과 얼굴을 텃으니, 어떻게든 관계될 테고..." 신세 한탄을 해대던 이드는 베개에 얼굴을 묻어 버렸다. 정말 살이라도 낀게 아닐까? 이곳에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런 일인지. '설마요. 이드님께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저희가 좋지 않을 때 나타나는 거예요. 또 이드님이 능력이 있어서 그런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드님 답게 좋게좋게 생각하세요.' 이드는 투덜대는 자신을 달래려는 라미아의 말에 베개 속에 묻은 입가로 빙긋 미소를 띠었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이미 일어난 일 막을 수 없는 일 복잡하게 생각할 건 없는 것이다. "그래, 네 말 대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앞으로 꽤나 힘들게 돌아다니게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네가 검일 때는 내 허리에 달랑 달려 편하게 다녔을지 몰라도 인간으로 변해 버린 이상 하나하나 걸어다녀야 할 걸...." '헷, 그래도 상관 없어요. 힘들면 이드님께 업혀다니면 되죠 뭐.' "하하핫.... 그래, 그래... 그런데... 우리 이제 어떻하지?" 말뜻이 확실치 않은 이드의 말에 라미아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 '어떻하다뇨?' "아무래도 이대로 한국에 돌아갔다간 꼼짝없이 붙잡혀서 가디언이 될것 같거든. 이번에 네 마법실력이 드러났잖아. 모르긴 몰라도 네가 해보인 플레임 캐논을 사용하는 마법사는 한국에도 그리 많지 않을걸... 그런 너를 그냥 두겠냐?" 이드의 말에 라미아는 뭔가를 생각하는지 잠시 조용했다. 확실히 지금같이 몬스터가 나타나는 상황에선 힘있는 사람을 붙잡으려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레센의 제국에도 매이지 않았던 이드였다. '뭐... 생각해 놓은 게 있는 것 같은데요.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이드는 그 말에 빙긋 웃었다. 저녁을 먹고 멍하니 누워 있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던 것뿐이었지만 그것도 생각이라면 생각이다. 잡생각. "뭐, 그냥.... 어차피 우리가 가이디어스에 있었던 것도 지금의 세계에 대해서 배우기 위해서 였잖아. 그리고 지금은 웬만한 일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할 수 있고. 그래서 말인데, 한 곳에 머물러 있거나, 가디언이 되는 것 보단 이곳 저곳을 돌아 다녀 보는 게 어떨까 싶어." '... 그럼 갈 곳은 있으세요?' 이드의 의견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조금 말을 끄는 라미아였다. 하지만 특별히 반대하지도 않았다. 지금 상황이 맘에 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이드에게 안주하자고 이야기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드가 간다면 어딘들 따라가지 못할까. "아니, 정해놓은 곳은 없어. 네가 제일 잘 알겠지만 우리가 갈곳이 어디 있냐? 하지만 돌아다니면서 엘프나 드래곤을 찾아 볼 생각이야. 그들을 찾아 이곳이 봉인된 이유도 물어보고, 혹시 그레센이나 중원으로 돌아갈 방법도 찾아보고. 어쨌든 가만히 앉아 있는 것 보단 낳겠지." '알았어요. 하지만, 우선은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요. 연영언니 하고 친구들에게 작별인사는 해야 되니까요. 또 외국으로 다니기 위해 필요한 그거... 어, 비자라는 것도 발급 받아야 되니까요.' "그래, 나도 당장 따로 움직이겠다는 건 아니니까. 아... 그만 자자. 푹 쉬어야 낼 돌아갈 거 아냐. 잘 자. 라미아." '네, 이드님도 좋은꿈 아니, 제 꿈꾸세요.' ".... 네가 놀러와." 이드는 빙긋 웃는 얼굴로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는 다음날 그 말을 한 것을 후회했다. 영혼으로 이어진 라미아인 만큼 정말 꿈의 세계로 찾아온 것이었다. 그것도 혼자서 결정을 내린대 대한 은근한 불만을 품고서 말이다. 그렇게 다른 사람과 달리 오히려 피곤한 얼굴로 아침을 맞이한 이드를 포함한 각국의 가디언들은 전통 중국식으로 아주 푸짐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각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문옥련 나름대로의 수고 표시의 음식이었다. 하루동안이지만 꽤나 얼굴이 익은 일행들은 비행장에서 정이 느껴지는 인사를 나누며 각자의 비행기에 올랐다. 다만 영국 측의 비행기가 출발할 때 메른이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는 대 대한 이유를 아는 것은 일부의 인물들뿐이었다. "그럼, 다음에 찾아뵐게요. 이모님." 이드는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앞에서 자신의 손을 보듬어 쥐어주는 문옥련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래, 언제든지 찾아오너라. 하남의 양양에서 검월선문(劍月鮮門)을 찾아오너라. 만약 그곳에 없다면 중국의 가디언 본부어디서든 날 찾으면 될 거야." "네, 그럴게요." 이드는 그녀에 이어 제갈수현과도 인사를 나누고 비행기에 올랐다. 원래 자신의 고향이자 집인 중원에 손님처럼 와서 친인을 만들고 가는 기분은 상당히 묘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기분도 잠시였다. 어제 밤 꿈에 찾아온 라미아 때문에 못다 잔 잠을 자는 게 더욱 급했던 이드는 앉았던 의자를 뒤로 한껏 넘겨 사르르 잠들어 버렸다. 하.지.만. 이드는 알지 못했다. 자신의 바로 뒷자리에 앉은 사람이 라미아란 것을. 아마 이번에도 편안하게 자긴 틀린 것으로 보이는 이드였다. "자, 모두 여길 주목해 주길 바란다. 여러분께 새로운 대원을 소개하게 되었다. 여러분들도 한번씩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번에 새로 가디언이 된 이드군과 라미아양이다. 모두 박수로 맞아 주도록." 엄청난 속도로 이어지는 일들에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던 이드와 라미아는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남녀 가디언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대, 대체.... 왜 우리가 여기 서 있는거야!!!!" 처량하게 울리는 이드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환호와 박수 소리에 묻혀 옆에 있는 라미아에게 밖에 들리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이 자리에 서있게 된 이유는 오늘 아침에 불쑥 찾아온 염명대의 대원들 때문이었다. 중국에서 돌아 온지 사 일. 중국에 도착할 때와 마찬가지로 해가 지고 나서야 한국에 돌아온 이드와 라미아는 고염천으로 부터 가디언이 되라는 제의를 다시 받았었다. 하지만 이미 라미아와 상의... 라기 보단 자신이 결정한 바가 있던 이드는 전날 라미아와 이야기했었던 내용을 조금 비쳐 보이며 그 제의를 거절했다. 그리고 밤늦게 들어온 자신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연영에게도 다음날 자신들의 생각을 전했다. 두 사람의 생각을 들은 그녀는 상당히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드의 의견을 반대했지만, 전혀 굽히지 않는 이드와 라미아의 모습에 결국 승낙하고 말았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두 사람의 실력정도라면 큰 위험은 없을 거란 생각에서 였다. 그렇게 누나이자 선생님의 입장에서 허락을 내린 그녀는 그 길로 은행에 들려 해외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두 장의 신용카드를 만들어 왔다. 여행중에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인 만큼 두 사람이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온 것이었다. 이왕 보내주기로 허락한 것 꼼꼼히 챙겨주자는 생각이었다. 그후 이드와 라미아는 처음 가이디어스에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교무실을 찾아갔다. 가이디어스를 나가는 일 때문이었다. 임시지만 선생이고 학생인 만큼 함부로 가이디어스를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부학장이 그들을 상대했다. 학장인 소요노사는 이것저것 맡고 있는 것이 만은 대신 자주 자리를 비우는 탓이었다. 그렇게 바쁘게 이것저것 준비한 후, 신분증과 비자가 나오길 기다리던 중 갑자기 들이닥친 염명대의 대원들에게 영문도 모른 채 거의 반 강제로 끌려온 것이었다. 그리고 들은 말이 자신과 라미아가 가디언으로 등록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환영받는 분위기에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 우선은 장단을 맞춰주기로 한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소개가 끝나고 서로간에 대화가 오고갈 때쯤. 이드는 고염천을 시작으로 염명대의 대원들을 끌고 회장의 한 구석으로 피해 지금 상황에 대해 따지고 들었다. 우선 맞장구를 쳐주긴 했지만, 일방적인 지금의 상황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드였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고염천등은 전혀 찔리는 게 없다는 표정으로 빙글거릴 뿐이었다. "아, 아..... 진정해. 다 너희들 좋으라고 한 일이니까. 너무 그렇게 열 내지마." "손영형. 말은 똑바로 하자 구요. 이게 어디 도와주는 거예요? 분명히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아무런 상의도 없이 강제로 가디언으로 임명하다니.... 저희들은 따로 계획이 있다니 까요. 그러니까 그렇게 웃지만 말고 설명을 해줘요!" 이드는 자신의 말에 여전히 빙글거리는 남손영의 모습에 발끈해 높아지려는 목소리를 겨우 눌렀다. 괜히 큰소리를 냈다 좋은 분위기를 망치고 싶은 생각은 없기 때문이었다. 그때 옆에 있던 이태영이 말을 꺼냈다. 직선적이고 빙 둘러서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하는 만큼 빙글빙글 거리는 남손영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저 형 말이 맞아. 너희들이 가디언이 된 건 말 그대로 그냥 이름뿐 이야. 그러니까 너희들은 원래 너희들이 새운 계획대로 돌아다니면 돼." ".... 이름뿐이라뇨?" 라미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초롱초롱한 눈초리로 이태영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이태영은 슬쩍 붉어지려는 얼굴에 시선을 돌리며 답해 주었다. "말 그대로 이름만 올려놓는 다는 거다. 뭐, 우리 일을 두 번이나 도와 준대대한 선물이라고 보면 맞을 거야." "선물이요?" "그래. 언뜻 들으면 이게 뭔 선물이 되나 생각되겠지만, 생각 외로 많은 도움이 될 거다. 우선은 어떤 일에 휘말릴 경우 확실한 신분보장이 된다는 거. 그리고 너희들 비자 신청해 두었지? 하지만 가디언으로 등록되어 있으면 그것도 필요 없어. 어떤 곳에 가서든 신분만 밝히면 바로바로 무사 통과지. 그 외에도 몇몇 경우에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니까. 뭐... 비밀이긴 하지만, 내 경우엔 주차위반 딱지를 무효화하는데 사용 하... 커헉!!... 우씨, 왜 때려..... 요?" 신나게 말을 이어가던 이태영은 뒤통수에 가해지는 묵직한 충격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 곳에 서있는 고염천의 모습에 슬쩍 꼬리를 말았다. "몰라서 묻냐? 참나, 뭐? 가디언 신분을 이용하면 뭐가 어쩌고 어째? 이놈아! 애들한테 가르칠걸 가르쳐라. 뭐, 끝말이 좀 빗겨나갔지만, 어쨓든 그 말 대로다. 확실해 움직이는데 가디언 이란 신분이 도움이 될거란 얘기지. 대신...." 이태영의 설명에 불만 어린 표정을 완전히 풀고 있던 이드는 뭔가 꼬리를 붙이는 듯한 고염천의 말에 싫은 표정을 역력히 드러내며 투덜거렸다. "설마 선물이라면서 조건을 붙이는 거예요? 째째하게...." "조건이랄 건 없고. 당부라고 할 수 있는 건데.... 너희들이 가디언 이란 이름을 받은 만큼 주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경우 도움을 주란 말이다. 그리고 혹시나, 너희들이 필요할 경우 손을 빌려달란 말이지. 이 정도면 조건이랄 것도 아니잖아?" 동의를 구하는 고염천의 말에 마주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확실히 조건이랄 것도 없었다. 어차피 눈에 뛰는 곳에서 도움을 줘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자연히 나서게 될 일이니 말이다. 좌우지간 황당해 하던 일이 오히려 좋게 풀려지자 세이아가 두 사람의 일정에 대해서 물어왔다. "그런데, 두 사람. 첫 목적지는 어디 에요? 어디로 정했어요? 국내? 아니면 해외?" 이드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흘동안 짐만 싸며 방에서 빈둥거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비자를 기다리며 지도를 펼쳐든 두 사람이 목적지로 꼽은 곳은 유럽. 그 중에서도 영국과 그 주변 지역이었다. 원래 그 쪽에 요정에 관한 이야기와 숲이 많기에 혹시나 엘프가 있을까 해서 였다. 또, 드래곤을 찾기 위해 이드가 그래이드론의 드래곤 하트를 반응시키고 있을 때 그래도 잠깐이지만 드래곤의 기운이 느껴진 곳이기도 했던 때문이었다. "우선 유럽쪽으로 가보려 구요. 옛날 이야기도 그렇지만 요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곳이 영국이 있는 유럽쪽이니까요." "영국이라... 과연. 그 말 대로지. 더구나 아름답기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낭만과 기사도와 안개가 있는 나라. 확실히 일 때문이 아니더라도 한번은 가볼 만한 나라야." 이드의 말에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으로 과거의 영상을 되새기는 딘의 말이었다. 아마도 그는 영국에 가본 경험이 있는 듯 했다. 어쨓든 그 말을 시작으로 두런두런 이야기가 시작되어 회장의 즐거운 분위기에 편승해 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길 얼마 였을까. 오랜만에 가디언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낸 이드와 라미아의 가입축하 파티가 끝나자 올 때와 마찬가지로 염명대가 두 사람을 기숙사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기숙사 앞에서 그들은 다시 한번 조촐한 이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염명대가 이틀 후부터 임무를 받아 다른 곳으로 파견되기 때문에 이번 자리를 빌어 인사를 나눈 것이었다. 밝은 분위기로 작별한 이드와 라미아는 기숙사로 돌아와 비자 발급 신청을 취소시켰다. 고염천의 말대로 가디언으로서의 신분이 있기 때문에 비자가 필요 없기 때문이었다. 차라라락..... 방문 열쇠를 거실 한쪽에 생각 없이 던져버린 이드는 한쪽 벽에 편하게 기대앉으며 길게 기지게를 켰다. "으음... 이거 염명대 대장님들 덕분에 여행이 상당히 편해지겠는걸. 가디언이라는 신분에 그렇게 편하게 작용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천정에 시선을 고정시킨 이드에 어느새 냉장고에서 차가운 음료를 꺼내 들고온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예요. 저흰 생각도 못한 일인데, 염명대 분들이 상당한 편의를 봐주신 것 같아요. 그럼, 이틀 후에 출발하는 거예요? 가디언의 신분증이 그때 나온다고 했으니까....." "응, 꿀꺽.... 꿀꺽..... 그럴 생각이야. 어차피 가기로 한 것 빨리 빨리 움직여야지. 그나저나 여기 한잔 더 줘." 한번에 음료수를 모두 마시고 다시 잔을 들어보이는 이드의 모습에 라미아가 익숙하게 그 잔을 받아 채워주었다. "여기요. 그럼, 이틀 뒤에 배가 있는지 알아 봐야 겠네요. 배가 없으면 이틀 뒤에 출발하더라도 별 소용이 없으니까요." 라미아는 그렇게 말하며 거실 한쪽에 귀여운 모양의 전화와 함께 놓인 작은 안내책자를 바라보았다. 그 책의 표지엔 커다랗게 배의 사진과 함께 국내외 운항이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와이번 등의 비행형 몬스터 때문에 가디언의 임무시를 제외하고 운항하지 않는 비행기 때문에 국가간의 운항에 거의 배가 사용되고 있는 형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드와 라미아역시 마찬가지였다. 225 라미아는 그렇게 말하며 거실 한쪽에 귀여운 모양의 전화와 함께 놓인 작은 안내책자를 바라보았다. 그 책의 표지엔 커다랗게 배의 사진과 함께 국내외 운항이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와이번 등의 비행형 몬스터 때문에 가디언의 임무시를 제외하고 운항하지 않는 비행기 때문에 국가간의 운항에 거의 배가 사용되고 있는 형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드와 라미아역시 마찬가지였다. 촤아아아.... 쏴아아아아.... 저 하늘 위에서 기세 등등하게 햇살을 내려 쬐는 태양의 열기를 시원하게 식혀버리는 하얀 포말과 시원한 파도소리. 바로 대형 여객선이 바다 위를 빠른 속도로 지나가며 일으키는 것이었다. 파아란 바다위를 하얀색 일색의 여객선이 내달리는 모습은 마치 파란색 물에 하얀색 물감이 풀리는 듯한 모습을 연상케 했다. 이 한여름의 열기에 지쳐 헉헉대는 사람이라면 이 여객선에 타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히 들 정도로 시원한 장면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부러워 할 듯 한 여객선의 선두. 약간의 소금기가 썩여 짭짤한 바다 내음이 가득 담긴 바람을 맞으며 반쯤 눈을 감은 소년이 배의 작은 기둥에 등을 대고 서있었다. 어깨에서 찰랑이는 머리카락을 푸른색의 리본으로 질끈 묶어 뒤로 넘긴 덕에 시원히 드러나 보이는 얼굴은 가늘고 섬세해 보여 중성적으로 보이기 하지만 그 덕분에 더 아름다워 보이는 얼굴을 가진 소년은 한국을 떠나온 이드였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가슴에 등을 기대고서 편안히 저 먼 수평선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은발의 소녀. 어찌 보면 아름답고 어찌 보면 닭살스런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그녀는 두 말할 것도 없는 라미아였다. 두 사람 모두 배 여행에 익숙해 진 듯 찰랑이는 파도에 부드럽게 흔들리는 배의 움직임에 편안히 몸을 싣고 있었다. 하지만 그 평화스럽고 편안해 보이는 장면과는 반대로 두 사람의 표정은 웬지 모를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게다가 그것은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이 것으로 인한 듯 했다. 이미 이런 저런 전투를 거친 두 사람에게 육체적인 피로가 올 정도의 전투란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전투가 있었다면 배에서 있었을 것인데 지금 두 사람이 타고 있는 배는 외관상으론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인간이라고 하기 힘든 두 사람에게 정신적인 피로를 느끼게 할 정도의 원인이란 무엇인가. 하지만 그 원인은 얼마 되지 않아 그 모습을 들어냈다. 이드와 라미아를 향해 다가오는 소년. 이드와 같은 또래로 보이는 소년은 붉은 빛이 도는 갈색머리에 그리 크지 않은 보통 키, 그리고 둥근 계란형의 얼굴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거부감이 들지 않게 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소년의 두 눈은 나이에 맞지 않는 장난기로 반짝이고 있었다. 더구나 소년 입고 있는 옷은 그 또래의 평범한 옷이 아닐 뿐 아니라, 이 세계에서 처음보는 황색의 안정된 색깔을 가진 풍성한 사제복 이어서, 그의 모습과 어울려 상대로부터 경계심이란 감정을 가지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쯤 이드와 라미아는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하나의 기척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최대한 몸을 등뒤의 기둥으로 가리며 지금 다가오는 상대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인물이 아니길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의 바램을 무시하듯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드와 라미아, 두 사람은 허탈한 표정으로 나직한 한숨과 함께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드래곤을 앞에 두고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기사의 모습과도 같아 보였다. "하하하... 두 분 여기에 계셨군요. 그런데... 거기에 그렇게 있으니까 너무 보기 좋은데요. 정말 하늘이 정해준 인연같은... 앗! 설마, 제가 두 분의 시간을 방해 한 건 아닌가요? 그렇다면, 죄송해서 어쩌죠?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단지 선원에게서 들은 재밌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한 건데. 뭐, 이렇게 된 거니 어쩔 수 없으니까 들어보세요. 그 선원이요, 글쎄....." 상당히 빠른 말솜씨였다. 이드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정말 지겹다는 듯 고개를 내 저었다. 자신들의 대답은 거의 듣지도 않고도 끊이지 않고 떠들어대는 저 수.다. 아무리 듣지 않는 척 외면해도 굽히지 않고 떠들어대는 저 수다는 정말 참기 힘든 것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할말이 많기에 저렇게 떠들어대는지. 저러다 입술이 부르트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도대체 저렇게 수다스런 인간이 어떻게 안식과 평안과 약속을 수호하는 신인 리포제투스의 대사제가 될 수 있었는지. 정말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설마 신인 리포제투스께서 자신을 제일 처음 받들게 될 대사제를 고를 때 잠시 졸기라도 하셨단 말인가.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어쩌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드였다. 자신의 이름을 제이나노라고 밝힌 저 사제와 만난 것은 배가 홍콩에 잠시 정박했을 때였다. 그때 홍콩에서 승선한 제이나노가 때마침 갑판에 나와 홍콩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와 먼저 말을 건넨 것이었다. 자신의 말로는 말을 걸어봐야 겠다는 필이 왔었다나? 하여간 그 첫 만남을 시작으로 제이나노가 거의 일방적으로 두 사람을 따라다녔던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한 일행인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 끊이지 않는 수다를 입에 달고서. 덕분에 달리 도망갈 곳이 없는 두 사람은 꼼짝없이 그에게 붙잡혀 그 수다를 들어야 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한 차레 정신 공격을 당한 듯 한 피로감을 맛보고 있었던 것이다. '호~ 오.... 영국에 도착하기까지 앞으로 이틀. 저 수다를 이틀이나 더 겪어야 하다니... 이드님, 우리 그냥 저 사람 기절 시켜버리죠. 아니면 그냥 마법으로 재워 버리던가. 저 정말 미칠 것 같아요.' 포옥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가슴속을 두드리는 라미아의 말에 이드는 별 말없이 그녀의 머리를 쓸어 줄뿐이었다. 정말 자신도 그랬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어떻게 된 것이 목적지가 영국인 것까지 같아서 이렇게 골치를 썩히는지. 하지만 앞으로 이틀 아니, 정확히 하루하고 반나절만 더 인내하고 견디면 벗어 날수 있다.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당장에 슬립 마법이라도 걸어버릴 기세의 라미아를 달래며 제이나노를 돌아보았다. 아직 이야기가 다 끝나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입을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드는 거기에 상관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한시도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제이나노와의 대화를 위한 특별한 방법이었다. 이렇게 짜르고 들지 않고 그의 말이 멈추길 기다리다간 언제 자신의 말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네이나노. 그 이야기는 벌써 들었던 거거든. 그러니까 듣지 못했던 걸로...." 어차피 멈출수 없는 수다. 새로운 이야기라도 듣자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내뱉은 이드의 말이었다. 하지만 하루하고 반나절이 지났을 때. 이드는 결국 참지 못하고 제이나노의 혼혈과 수혈을 목표로 뻗어 나가는 손을 간신히 겨우겨우 내려놓았다. 그런 이드와 라미아 앞에서는 생글거리는 얼굴의 제이나노가 큼직한 배낭을 매고 서있었다. "저기.... 그, 그게 무슨 말이야? 가, 같이 가겠다니? 혹시 내가 잘못들은 말 아니야?" 이드는 확인을 바라는 심정으로 말했다. 배에서 내리는 순간 한시라도 빨리 그와 떨어지고 싶었던 이드와 라미아는 재빨리 그에게 다가와 작별인사를 하려고 했었다. 헌데 황당하게도 그는 자신에게 다가온 이드와 라미아에게 같이 행동할 수 있도록 동행을 요청한 것이다. "아니요. 그 말 대로예요. 제가 저번에 말했다 시피 제가 이렇게 떠돌아다니는 이유가 세상에 리포제투스님의 존재와 가르침을 알리기 위해서 잖아요. 다시 말하면 뚜렷한 목적지가 있지 않다는 거죠. 그런 상황 중에 저는 홍콩에 있었고, 갑작스런 예감에 영국행 배에 올랐지요. 그리고 거기서 여러분들을 보았습니다. 그때는 정말 느낌이..... 그래서...." 이드는 다시금 목적을 잊고 길게길게 늘어지는 제이나노의 수다에 고개를 돌려 버렸다.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무슨 말인지 알것 같았다. 아마 이번에도 필이 왔다는 거겠지. 그 짐작과 함께 이드의 얼굴위로 강한 거부감이 확연히 떠올랐다. 뿐만 아니었다. 그 옆에 있던 라미아는 간절한 목소리로 제이나노를 기절시키고 도망갈 것을 요청해 왔던 것이다. 정말 두 사람 모두 어지간히도 제이나노의 수다가 싫었던 모양이었다. 그런 두 사람의 생각을 눈치 챘는지 그때까지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제이나노의 입이 조용히 닫혔다. 동시에 그의 표정 또한 신을 받드는 사제라는 느낌이 드는 평온하면서도 엄숙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순식간에 바귀어 버린 그 느낌에 이드와 라미아는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제 말이 또 길어 졌군요. 다시 한번 정중히 부탁드리겠습니다. 두 분과의 동행을 허락해 주십시오. 절대 두 분께 폐를 끼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후우~ 도대체 왜 우리와 그렇게 동행을 원하는 거지? 우린 그냥 평범한 여행자일 뿐인데.... 우리가 어딜 가는 줄 알고 따라 오겠다는 거야? 우리가 가는 곳이 위험한 곳일지도 모르지 않아? 그리고 불편하게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넌 지금도 우리에게 꼬박꼬박 높임말을 써서 신경 쓰이게 하고 있잖아!!" 그렇게 서로 자신의 생각을 내세우길 삼십 분. 라미아의 응원까지 받아가며 그의 부탁을 거절하던 이드는 결국 지고 말았다. 원래 사제란 사람들이 말재주가 좋은데다, 평소 엄청난 수다로 말빨을 세워둔 그를 말로써 이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신, 동행에 내건 몇 가지 요구 조건으로 그의 수다를 막은 것만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요구조건으로도 그의 말투는 고칠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써오던 것이라 고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자, 그럼 우리 파티의 목표와 목적지는 어디죠? 이쪽? 저쪽? 아니면, 그쪽? 어디로 가야되죠? 제가 느끼기엔 요쪽 같은데 말이죠. 아- 아니다. 이쪽일수도...." "제이나노.... 제발. 조용히 하기로 했잖아. 그리고 우리 목적지는 커다란 숲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괜찮아. 그러니까 그렇게 두리번거리지 좀 말아." 이드는 자신의 말에 급히 입을 손으로 가로막는 제이나노의 모습을 보며 지금이라도 도망쳐 버릴까 하는 생각을 재고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쓰잘 때 없는 이야기에 휘말리기 싫었던 라미아는 이미 지나다니는 사람을 붙잡고 영국에서 새로 생긴 커다란 숲에 대해 묻고 있었다. 226 그 사이, 쓰잘 때 없는 이야기에 휘말리기 싫었던 라미아는 이미 지나다니는 사람을 붙잡고 영국에서 새로 생긴 커다란 숲에 대해 묻고 있었다. 기사도와 중세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자연적으로 떠오르는 나라가 바로 영국이란 나라일 것이다. 영국 곳곳에 남아있는 옛 고성의 흔적이나 지금도 남아있는 대 저택과 그 주위로 펼쳐진 그 풍경들. 그것은 누구나 상상하는 중세의 풍경이며 또한 사람들에게 그렇게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배경이었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일년여전 봉인이 풀리는 그날을 개기로 더욱 더해져 지금은 영국을 선진대국 중 하나로 보고 있는 사람들보다 중세의 나라로 보는 사람들이 더욱 많을 지경이었다. 그만큼 새로 생겨난 산과 숲, 그리고 그 속에 살고 있는 몬스터와 가끔씩 출현하는 요정들은 신세의 신화시대 바로 그것이었다. 좀 더 심하게 말하자면 사람들이 옛날의 옷을 입고 돌아다니기만 한다면 누구도 21세기의 영국으로 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는다면 따로 꾸밀 필요가 없을 정도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주변 모습에 오히려 친숙함과 안정감을 느끼는 한 쌍의 남녀가 있었다. 이드와 라미아였다. 라미아는 주변의 풍경에서 자신이 태어난 그레센 대륙의 모습을 느꼈다. 이드역시 중원보단 못하지만 이곳에서 보다 오랫동안 머물렀고 또 많은 인연을 만들었던 그레센의 모습과 똑같은 모습의 영국이란 나라의 풍경에 왠지 모를 친근함과 안도감이 들었던 것이다. 특히 지금 두 사람이 걷고 있는 길은 비포장의 길로 몇 일동안 배의 철로된 갑판만 밟았던 두 사람에겐 더욱더 친숙히 느껴졌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일에든 예외는 있는 법. 두 사람이 상당히 만족스런 여행을 하고 있는 반면, 그런 둘과는 달리 못마땅한 표정으로 혼자서 열심히 투덜대는 제이나노가 두 사람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로서는 목적지까지의 상당한 거리를 차도 타지 않고 걷고 있는 두 사람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구나 비포장이라 걸을 때마다 일어나는 먼지는 뜨거운 태양과 함께 숨을 막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제이나노에겐 수다를 떨 수 없는 것이 가장 갑갑하고 신경질 나는 상황이었다. 말이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이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어찌 잊어 보겠지만 동행의 조건으로 내건 내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중얼거릴 수밖에 없는 그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몇 시간 전의 생각이었다. 이미 점심을 한참 지난 시간. 아침부터 걷기 시작해서 점심식사를 위해서만 잠깐 쉬었던 그로서는 더 이상 입을 다물고 있을 수는 없었다. 왜 차를 타지 않는지 그 이유라도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이... 두 사람. 한참 즐겁게 걸어가는 것 같은데 잠깐만 저 좀 보시죠." 우뚝. 서로 마주보며 방글거리며 걸어가던 두 사람이 제이나노의 말에 그 자리에 우뚝 멈추어 서며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 두 사람의 표정엔 힘들다거나 덥다거나 하는 표정은 전혀 떠올라 있지 않았다. 한마디로 제이나노와는 정 반대되는 모습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인 것이다. 제이나노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왠지 자신의 처지가 억울해 지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은 지금의 상황에 지치고 힘들기만 한데, 앞의 두 사람은 즐거워 보였던 것이다. 비록 지금 이 상황이 자신의 동행 요청에 의한 것이라 해도 말이다. "두 사람 다 체력이 좋네요. 반나절 내내 걷고도 전혀 지친 것 같지 않아 보이니... 전 상당히 힘.든.데. 말이죠. 그런데 언제까지 이렇게 걸을 생각인 거죠? 설마하니 그 먼 '숲'까지 걸.어.갈. 생각은 아닐테고요." 제이나노는 말하는 도중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자신의 말 중 특정부분을 특히 강조 해가며 물었다. 하지만 자신의 말에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이 한 말은 그나마 남은 힘을 쪽 빼버리는 효과를 발휘했다. "... 말 안 했던가? 그러니까 숲까지 쭉 걸어갈 거야. 차는 안타.... 어어... 야, 야... 왜 그래?" 제이나노는 그런 이드의 대답에 그의 말에 채 끝나기도 전에 그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아 버렸다. 오늘 아침 물어서 알게된 숲까지의 거리만도 로 삼일 정도의 거리다. 그런데 그 먼 거리를 걸어서 가겠다니.... 도대체 멀쩡한 차를 두고 무슨 생각이란 말인가. 힘없이 주저앉은 제이나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드와 그 뒤의 라미아를 바라보며 깊은 한 숨을 푸욱 내 쉬었다. 그리고는 정말 평소의 자신이라면 일부러도 나오지 않을 정도의 가라앉은 목소리로 왜 차를 타지 않는지에 대한 이유를 물었다. 목적지로 정한 숲에 무엇 때문에 가는지 물었다. 사실 동행하기로 했지만 아직 숲에 가는 정확한 이유조차 듣지 못한 그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라미아의 대답은 혹시 자신이 잘 못 들은게 아닌가 자신의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음... 제이나노의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해요. 모두 엘프를 만나기 위해서죠." "에... 엘프?" "네, 엘프요. 저희는 엘프를 찾아서 숲으로 가는 거예요. 그리고 그 때문에 차를 타고 가지 않는 거고요. 혹시라도 차의 기운이나 냄새가 엘프들을 자극하거나 경계심을 가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사실 이드님이나 저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차를 탄다는 게 편하지만은 않았으니까요." "...." 제이나노는 그녀의 말에 최대한 황당하다는 감정을 얼굴에 담아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우선 그녀의 설명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엘프라니. 물론 몬스터와 드래곤이 존재하는 만큼 엘프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직 사람들에게 그 모습이 알려지지 않은 종족이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그런 엘프를 찾고 있다니... 도대체 이 두 사람이 무슨 생각인지 알수가 없었다. 그리고 불경스런 일이긴 하지만 자신이 모시는 신인 리포제투스의 계시에 의심이 갔다. "... 하아~ 리포제투스님 정말 이들을 따라 가는게 당신의 의지인가요?" 제이나노가 리포제 투스의 사제가 된지 이제 육 개월. 처음 리포제투스를 모시는 사제가 되면서 그 분에게 받은 계시가 바로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자신의 몸을 옮겨 행하라는 것이었다.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제이나노는 자신을 대 사제로 임명한 리포제투스를 믿고 지금까지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이곳 저곳을 돌아 다녔었다. 그러는 동안 그는 여러가지를 보고 직접 체험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다. 또 그러면 그럴수록 리포제투스에 대한 믿음은 더해져 갔다. 그리고 몇 일 전. 홍콩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배 위에서 이드와 라미아를 본 순간 그 두 사람을 따라 가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 동행을 요청했던 것이다. 그것 또한 리포제투스의 뜻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라미아와 이드가 이렇게 여행을 하고 있는 이유가 엘프를 찾기 위한 것이란 걸 알게 되자 혹시나 자신이 이들을 따라가기로 한 것이 순간의 착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잠깐이지만 그것은 자신의 마음가라는 대로 행하라고 한 리포제투스의 계시에 대해 의심까지 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제이나노가 그렇게 자신의 신앙에 회의를 느끼며 멍해 있는 사이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드는 한참이나 기울어진 해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두 세 시간 후면 해가 완전히 져 버릴 것 같았다. "후~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노숙해야 될지도 모르겠는걸. 하지만 그러기엔 도구가 너무 부족하고... 라미아, 지도엔 다음 마을까지 얼마 정도 남은 걸로 나와?" 이드의 시선이 라미아에게 향하자 라미아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작은 가방에서 돌돌 말린 지도를 꺼내들었다. 한국에서 떠나올 때 바리바리 챙긴 물건들은 라미아가 생성한 공간에 들어 있고 지도같이 자주 필요하고 간단한 물건들만 따로 작은 가방에 넣어 둔 것이다. 항구에서 구입한 지도는 봉인이 풀리고 난 후 변화된 지형과 마을이 표시된 지도였다. 예전의 위성으로 제작된 지도처럼 세밀하진 않지만 비행기를 타고 사진을 찍어 그렸기에 어느정도 정확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지도도 이드들이 내렸던 항구와 그 주위의 일부지역만이 나와 있을 뿐 영국 전지는 아니었다. 지도 만드는 작업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우선적으로 각 지역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따로따로 지도를 작성한 것이었다. 덕분에 지도를 보고 움직이는 사람의 경우 군데군데 있는 대도시에서 그곳에 맞는 지도를 구입하는 번거러움을 겪게 되었다. 지도를 펼쳐들고 자신들이 향하는 방향에 있는 마을을 확인한 라미아는 지금 자신들이 있는 곳과 항구의 거리, 그리고 마을이 위치한 곳의 거리를 재어 보더니 슬쩍 눈썹을 찌푸리며 곤혹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드는 그런 라미아의 모습에 마을과는 한참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의 생각대로 라미아에게서 들린 말은 이드로 하여금 절로 한숨을 내쉬게 하는 것이었다. "하아~ 이 속도라면 캄캄한 밤이 되어서야 도착할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항구와 마을의 삼분의 이 정도 되는 지점이거든요. 어떻하죠?" "후~ 어떻하긴. 늦더라도 마을에 들어가야지. 노숙을 하기엔 식량도 도구도 없으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정신차려 제이나노. 한시라도 빨리 쉬고 싶으면 그만큼 서둘러야 된다구. 그리고 리포제투스님은 마을에서 쉬면서 찾아." 이드의 말에 다시한번 자신이 한일이 잘한 것인가 되짚고 있던 제이나노가 어쩔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따라나선것 지금에 와서 물릴 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네, 네... 지금 일어나요. 하지만 여기서 더 이상 빨리 걸을 수는 없어요. 그나마 그 속도도 여기서 조금 쉬어야 유지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러니 우리 여기서 잠시 쉬다가 가죠. 마침, 그 엘프를 찾는 다는 목적에 대해서 물어 보고 싶은 것도 있으니까요." 제이나노가 황색 사제복에 묻은 하얀 먼지를 팡팡 떨어내며 말했다. 하지만 이드는 그의 말을 들어줄 생각이 별로 없었다. 이렇게 중간 중간에 쉬는 것보다는 빨리 마을에 도착해 편안히 쉬고 싶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야기라니? 저녁에 먹을 식량도 없이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게 무슨 청승인가 말이다. 그런 생각에 잠시 머리를 굴리던 이드는 자신의 가방과 제이나노가 지금가지 들고 있던 빵빵해 보이는 가방을 라미아에게 건네주었다. 그런 이드의 갑작스런 행동이 의아하기도 하련마는 라미아는 그럴 줄 알기라도 했다는 듯이 건네주는 짐을 순순히 받아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시동어를 외웠다. 이미 이드에 대해선 거의 다 파악한 라미아였던 것이다. "플라이." 순간 라미아가 허공중으로 둥실 떠올랐다. 중력이란 것에서 완전히 벗어난 듯한 그 모습은 너무나도 편해 보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제이나노의 비명소리. "으와아아아아..... 뭐, 뭐하거야!!!!" 227 "으와아아아아..... 뭐, 뭐 하는 거야!!!!" 제이나노는 어느새 자신의 허리를 휘감고 있는 가느다란 팔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가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다가온 이드가 그의 허리를 한 팔로 달랑 들어 올려버린 것이다. 비록 제이나노의 몸무게와 키가 이드보다 크지만, 그 모습은 장난감을 다루는 것처럼 쉬워 보였다. 덕분에 당황한 제이나노가 반사적으로 소리를 지른 것이었다. 자신보다 작은 이드의 허리에 끼어 허우적대는 제이나노의 모습은 상당히 꼴사나웠다. 하지만 그렇게 버둥댄다고 해서 이드에게서 풀려 날수는 없었다. 내력이 운용된 이드의 팔 힘이 어디 보통 힘이겠는가. 그리고 연이어진 가벼운 점혈에 제이나노는 사지를 축 느러뜨릴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갑자기 왜 이러는 거예요? 지금 절 점혈 한 겁니까?" 사지를 축 느러뜨린 제이나노가 힘겹게 고개만 들어 이드를 올려다보며 따지듯 물었다. 한순간에 사지를 움직일 수 없게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런 점혈에도 당황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점혈이나 검기, 마법등의 초자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수법들이 가디언이란 직업을 통해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제이나노 자신만 해도 리포제투스의 사제로서 높은 신성력을 사용하면 몸에 걸린 점혈을 해혈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아... 걷기 싫다면서?" "그래서요. 설마 제가 그렇게 말했다고 절 이렇게 들고 가기라도 하겠단 말인가요?" "훗, 머리 좋은데, 바로 맞췄어. 이대로 널 들고 마을까지 갈꺼야." 제이나노는 농담처럼 건넨 자신의 말을 긍정해버리는 이드의 말에 순간 할말을 잃었는지 몇 번 입만 뻐끔거리더니 겨우 말을 이었다. "노, 노..... 농담이죠. 여기서 마을까지 얼마나 많이 남았는데, 설마 이드가 경공술이란 걸 쓴다고 해도 엄청나게 멀다구요. 농담은 이만하고 빨리 내려줘요. 이런 꼴로 매달려 있기 싫다구요." 하지만 이드는 그런 제이나노의 말에도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 뿐이었다. "무슨 그런 섭한 말을. 마을까지야 가뿐하지. 아마 한시간도 걸리지 않을 껄, 그러니까 잠깐만 그렇게 매달려 있어. 자, 앞장서, 라미아." "네, 잘 따라오세요. 이드님." 그 말과 함께 라미아의 몸이 가볍게 날아올라 길을 따라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라 제이나노를 다시 안아든 이드가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가만히만 있어. 차앗! 부운귀령보(浮雲鬼靈步)!!" "우어어엇...." 이드가 훌쩍 떠 오르는 순간, 허리에 끼어 있던 제이나노는 몸이 땅으로 빨려들어 가는 듯한 기이한 느낌에 순간 기성을 발하며 질끈 눈을 감아 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귓가를 지나치는 날카로운 바람 소리와 속도감에 빼꼼이 눈을 뜬 그의 눈에 자신의 발아래로 흐르듯 지나가는 땅과 나무들의 진풍경이 보였다. "우와~ 정말.... 엄청난.... 속도군... 요." 제이나노는 부딪혀 오는 바람에 중간중간 끊어 가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정면을 향해 고개를 들지는 못했다. 너무 강한 맞 바람에 눈을 뜰 수 없기 때문이었다. 정말 이 정도의 속도라면 이드의 말대로 한 시간 내에 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생각과 함께 이드와 라미아, 두 사람의 실력이 상당하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처음엔 두 사람이 여행중이란 말에 위험하진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지금 이런 경공과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자기 한 몸은 충분히 지켜낼 수 있을것 같았다. '이런 실력들이라면.... 오래 걸릴진 모르지만, 어쩌면 엘프를 찾아 낼지도. 그럼.... 나도 그때까지 일행으로 이들과 동행 해볼까?' 제이나노는 그렇게 생각하며 나름대로 이드와 라미아의 실력을 인정했다. 물론 두 사람의 실력중 극히 일부만을 본 것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드와 라미아에 대한 신뢰가 더해 질 것이다. 제이나노가 두 사람을 평가하고 있는 사이 라미아와 이드는 중간쯤에서 각각 용언과 뇌정전궁보로 속도를 더 해 해가 대지에 반쯤 몸을 담그기도 전에 지도에 브릿지라고 적힌 마을 입구 부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말 차로도 따라 잡을 수 없는 엄청난 속도였다. 마을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멈춰선 이드는 아직도 눈을 꼭 감고 매달려 있는 제이니노의 뒤통수를 툭툭 두드렸다. "어이, 어이. 너무 편해서 잠이라도 자는 거야? 마을에 다왔으니까 이제 그만 눈떠." "음? 벌써 도착한 건가요? 좀 더 걸릴줄 알았는데." 이드는 감탄을 자아내는 제이나노의 혈을 풀어 주고 땅에 내려준 후 라미아에게 맡겨두었던 짐들을 건네 받으며 자신들 앞에 위치한 마을을 살피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나타난 몬스터 때문에 따로 떨어져 살지 못하는 때문인지 그 마을은 작은 소도시만큼 덩치가 컸다. 덕분에 상당히 정비가 잘 되어있을 뿐 아니라 저녁 시간인데도 매우 활기차 보였다. 아마도 항구와 가장 가까운 만큼 사람들이 많이 지나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저런 도시급의 마을이라면, 가디언도 한 두 사람 배치되어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에 맞는 편안한 잠자리도.... 이드는 흔들리는 배에서가 아닌 땅에서의 편안 잠자리를 기대하며 제이나노를 재촉해 마을 입구를 향해 걸었다. 마을 입구엔 몬스터를 경계하기 위해서 인지 두 명의 경비가 서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레센의 병사들과는 달리 이드들에게 별다른 제제를 가하지는 않았다. 단지 쉽게 보기 힘든 이드와 라미아의 외모에 잠시 시선을 모았을 뿐이었다. 그도그럴 것이 그레센과 이 세계는 사회 체제와 개념자체가 틀리기 때문이었다. 마을은 밖에서 보던 대로 상당히 잘 정비되어 있고 깨끗했다. 저녁 시간대인지 밖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드들은 그 중 한 사람을 잡고 물어, 꽤나 질이 좋은 여관을 잡을 수 있었다. 마침 저녁식사 시간이었기에 2인용과 1인용 방 두 개를 잡아 짐을 푼 이드들은 곧바로 식당으로 내려왔다. 여관이 좋은 때문인지, 아니면 음식 맛이 좋아서 인지 식당엔 두 세개의 테이블을 제외하곤 모두 사람들이 차지 하고 앉아 떠들썩 했다. 그 중 한 테이블을 차지한 세 사람은 각각 자신들에게 맞는 음식들을 주문했다. 이드와 라미아의 경우엔 외국에 나오는 것이 처음이라 요리 내용을 잘 알지 못했지만 다행이 매뉴판에 요리 사진이 붙어 있어 쉽게 고를 수 있었다. 잠시 후 워낙 사람이 많아 좀 시간이 걸리긴 맛있게 차려진 요리를 깨끗히 비웃 세 사람은 목적지로 잡은 숲까지의 여행길을 다시 점검하기 시작했다. "후~ 이거 상당한 긴 여행길이 되겠네...." "당연하지. 차로도 삼일씩 거리는 거리라구요." 이드는 자신의 말 물고 늘어지는 제이나노의 말에 입가심으로 나온 차를 홀짝이며 그를 한번 쏘아 봐 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라미아를 향해 말을 이었다. "하지만 뭐, 오늘처럼 제이나노를 달랑거리며 달리면 좀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을지도..... 정말 이럴땐 세레니아가 있으면 딱인데 말이야." 드래곤 로드인 세레니아를 단순히 교통수단으로 생각해 버리는 이드의 모습에 라미아는 약간 모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호. 호. 호... 그것도 괜찮겠네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엘프들이 다가오긴 커녕 오히려 죽어라 도망 갈걸요. 세레니아님의 기운 때문에 말이예요." 확실히 그랬다. 그들에겐 차라는 생소한 물건보다는 드래곤의 기운이 훨씬 더 위협적일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말에 제이나노가 막 세레니아에 대해 물으려고 할 때였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 중 한 남자가 이드들을 향해 호감이 가는 목소리로 말을 건네 왔다. "험, 이야기 중인데 실례하지만 자네들 이야기하는걸 우연히 들었네, 여행을 하는 것 같은데.... '미랜드'로 간다고?" 남자의 갑작스런 말에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본 후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향해 되물었다. "미랜... 드라니요? 저희는 여기서 차로 삼일 정도 거리에 있는 숲을 찾아가는 중인데요." "그래, 그 숲이 바로 미랜드지. 하하... 설마 자네들 찾아가는 숲 이름도 모른 건가?" 남자의 말에 세 사람은 머쓱한 모습으로 얼굴을 붉혔다. 사실 숲의 위치만 알았지 숲의 이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지도에도 숲의 이름은 나와 있지 않았던 것이다. 228 더구나 지도에도 숲의 이름은 나와 있지 않았다. "... 그게... 지도에도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아서요. 그런데.... 저희 목적지에 대해서는 왜 물으시는 거죠?" 금세 부끄러움을 지워 버린 이드가 남자를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며 물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 갑작스레 일행들의 목적지를 물어 오니 당연한 일이었다. 비록 그 상대의 인상이 아무리 좋다해도 말이다. 아니, 오히려 그런 사람일수록 더욱더 무서워 질 수도 있고 잔인해 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강호와 그레센에서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는 이드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남자의 말에 이드는 경계의 눈초리를 스르르 풀고 말았다. 상대는 전혀 경계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 나쁜 뜻은 없으니까 그런 눈으로 쳐다볼 건 없고, 내가 묻는 건 안내자가 필요하지 않는가 해서 말이야." 갑작스런 그의 말에 세 사람이 그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멀뚱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남자는 뭔가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려는지 반쯤돌아 앉은 몸을 완전히 돌려 이드들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손에는 원래 마시고 있었던 듯한 커다란 맥주잔이 들려 있었는데, 그 안으로 반정도 밖에 남지 않은 황금빛 맥주가 찰랑이고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덕분에 이야기를 들었는데, 미랜드 숲을 찾아가는데 초행길인 것 같아서 안내자가 필요 없나해서 말이지. 지도에 잘 표시돼 있긴 한데, 막상 찾아가면 잘 찾을 수 없는 숲이 라서 말이야..." "그래서..... 안내해 주시겠다 구요?" "아아... 뭐, 그런거지. 거기에 좀 더 하자면 호위까지 같이해서 말이야. 몬스터가 언제 어디서 공격해 올지도 모르고... 특히 숲에 가까워질수록 몬스터가 더 자주 공격해 오거든. 혼자서 무턱대고 가기엔 상당히 살벌한 곳이니까 말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슬쩍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자신의 등뒤에 있는 테이블을 가리켜 보였다. 그 테이블엔 이 남자의 동료로 보이는 삼남 일녀가 앉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덩치 좋은 세 남자와 화려한 금발의 조금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의 여성. 모두 실력이 좋아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이드는 그들의 모습과 자세에서 본능적으로 그들의 대략적인 실력을 읽어 낼 수 있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네 명 모두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특히, 그 중 금발 여성의 실력은 눈앞의 이 사내를 제외하고 가장 뛰어나 보였다. '이런 실력들을 가지고 호위와 안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라....' 이드는 경운석부의 일로 만나게 된 브렌과 밀레니아를 떠 올렸다. "상당히 뛰어나 보이는 동료분들이네요. 그런데, 그런 실력으로 이런 말을 하시는 걸 보면... 용병?" 빙긋. 이드의 말에 사내는 긍정의 표시로 빙긋 웃어 보였다. 사실 그것 말고는 다른 특별한 것도 없었다. 용병이 아닌 바에야 어떤 사람이 이런식으로 접근하겠는가. "그런데 왜 저희들의 의뢰를 받으시려는 건데요? 여러분 정도의 실력이면.... 우리들 보다 훨씬 좋은 보수를 낼 사람이 많을 듯 한데요." 순간 이드의 말에 사내의 눈이 의외라는 빛을 뛰었다. 지금까지 가디언들이 아니고선 자신들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헌데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예쁘장한 소년이 자신들의 실력을 논했다? 조금 전 이드가 '뛰어나 보이는 동료분들...'이라는 말을 쓰긴 했지만 그땐 그냥 으례하는 말이려니 하고 지나쳤던 그였다. 헌데 그것이 자신들의 실력을 파악하고 한 말이라니. 사내는 눈앞에 있는 이 어린 여행자들을 다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 상당히 눈썰미가 좋은데? 우리 팀원의 실력을 알아보다니 말이야. 사실 자네 말이 맞긴 해. 자화자찬격 이긴 하지만 우리들의 실력을 꽤나 소문이 나있긴 하지." 사내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들은 '디처'라는 팀명으로 이곳뿐 아니라 그 주변 넓은 지역에 그 이름이 꽤나 알려져 있었다. 이곳의 위치가 위치이다 보니,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만큼 호위를 하는 용병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그런 덕분에 용병들의 실력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평가되는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용병팀이 바로 '디처'였던 것이다. 덕분에 그들의 몸값은 최상급에 속했다. 분명 그런 그들이 이드들의 호위를 자청한다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이상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디처'에게도 이드들의 호위를 자청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그들의 휴식이 그 이유였다. 몰려드는 의뢰속에 재충전을 위해 휴식을 취했던 그들은 이틀 전에서야 다시 용병일을 시작한 것이었다. 얼마간의 휴식으로 몸이 굳은 그들은 어려운 일보다는 가볍게 몸을 풀 수 있는 일을 찾았고, 때마침 이드일행이 그들의 눈에 든 것이었다. 세 명이라는 많지 않은 일행에 미랜드 숲이라는 멀지 않은 목적지. 바로 그들이 찾던 일거리 였던 것이다. ".... 게다가 나이 어린 여행자들이 가기엔 좀 위험한 곳이라 신경을 쓴 거였는데. 그런데 우리가 잘못 본 모양이야. 우리 팀의 실력을 알아보는 자넬 몰라봤다니. 어때? 호위는 몰라도.... 안내자. 필요한가?" 대충 짐작한다는 그의 말에 이드는 정중히 거절했다. 이드의 말에 사내는 그럴 줄 알았는지 쉽게 물러났다. 사실 걸어서 간다면 이드도 안내자가 있는 편이 편하다. 하지만 이드와 라미아로선 그렇게 느긋하게 걸을 생각이 없었다. 오늘 오후처럼 제이나노를 안고서 빠르게 이동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안내자는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 더구나 날아가는 상황에서라면 숲을 찾지 못할 이유가 없다. 얼마 후 잠시 더 의견을 나눈 이드들은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다음날. 이드는 여관 밖의 시끌시끌한 웅성임에 좀 더 침대의 편안함을 만끽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일단의 상인들이 서둘러 출발하기 위해 이런저런 짐을 꾸리고 있던 덕분이었다. 하지만 굳이 불평을 늘어놓거나 하진 않았다. 자신들 역시 일찍 출발할 생각이였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두 사람을 깨운 이드는 간단히 세수를 마치고 세 명분의 도시락과 아침을 주문했다. 이드는 서둘러 출발해서 목표한 지점까지 여유 있게 도착할 생각이었다. 도착지점에 마을이 없는 관계로 노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빨리 도착하면 할수록 좋은 잠자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드의 그런 생각은 그들이 여관을 나서며 마주친 한 인물에 의해 틀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제 이드들에게 말을 걸어왔던 남자. 바로 그가 척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대형검을 등에 매고 일행들을 향해 손을 번쩍 들어보인 것이었다. "여, 벌써 출발하는 모양이지?" 그런 그의 뒤로는 디처의 나머지 팀원들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 모두 어제의 가벼운 모습과는 달리 각자의 무기로 보이는 물건들을 매거나 들고 서있었다. 이드들은 그들과 앞의 남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네, 빨리 도착해서 쉬는게 편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에.... 아저시... 찾던 일거리를 구한 모양이네요." 남자의 이름을 몰라 아저씨라고 말하려던 이드는 그 말이 완성됨에 따라 구겨지는 그의 인상에 급히 말을 삼키고는 급히 뒷말을 이었다. 그들의 모습이나 그 뒤로 보이는 상인들의 모습. 아마 저 상인들이 이번에 디처를 고용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아침 일찍 이드들의 자명종 역활을 해준 상인도 저들일 것이고.... 그런 이드의 생각이 맞았는지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급하게 부탁을 하길래. 원래 저 사람들을 호위하기로 한 용병들이 있긴 한데, 일이 좀 틀어진 모양이야. 급하게 호위할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해서 말이야." "네...." 과연 그의 말대로 상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상당히 분주해 보였다. 그때 남자가 다시 무언가 말하려는 듯한 모습에 이드는 다시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 우리도 지금 출발할 생각인데... 어때? 자네들도 우리들과 동행 하는게. 이 정도의 인원이면 몬스터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거든. 게다가 느리긴 하지만 저 트랙터가 끄는 화물차를 타고 갈거라서 걷는 것 보다 편하고 빠를 거야." 하지만 이번에도 이드는 미안한 표정으로 정중히 그의 제의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호의를 가지고 제의한 것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엘프를 만나기 위해 여기까지 차를 타지않고 걸어왔는데, 여기서 다시 차 신세를 질 순 없었다. "죄송하지만 저희끼리 가겠습니다. 호의를 가지고 말해주신 건 고맙지만, 저희들도 사정이 있거든요." "음... 같이 가면 편할텐데. 우리도 그 쪽 사제 도움을 받을지도 모르고 말이야. 뭐, 사정이 있다는데 할 수 없지. 그럼 미랜드 숲까지 무사히 가게나." 그는 그 말과 함께 돌아서 자신의 일행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이드가 그 모습을 보고 라미아와 제이나노와 함께 막 출발하려 할 때 였다. 저기 걸어가고 있던 남자의 목소리가 일행들의 귓가를 때린 것이었다. "아, 참! 내가 아직 내 이름도 말하지 않았구만. 내 이름은 하거스. 하거스 란셀이라고 하지. 그럼 인연되면 또 보자고." 골목 구석구석을 울리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어 버렸다. 그러고 보니 서로의 이름도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러고도 이야기가 잘도 오간 것을 생각하니 왠지 웃음이 나왔다. 229 그러고도 이야기가 잘도 오간 것을 생각하니 왠지 웃음이 나왔던 것이다. 디처들과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마을을 나선 이드들은 마을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느긋하게 산책하듯이 걸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드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자신과 제이나노의 짐을 라미아에게 건네고 제이나노를 안아든 채 부운귀령보로 날듯이 앞으로 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이드의 앞으로는 라미아가 방향을 잡아 날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둘의 속도는 어제처럼 빠르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전날과는 달리 하루종일 달려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무턱대고 최대의 속력를 낼 수는 없는 것이었다. 목표한 곳까지 같은 속도로 달리기 위해선 힘의 분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거리를 생각지 않고 무턱대고 내공을 끌어 올려 상승의 경공을 펼치다가는 얼마 가지 못해 지쳐 버리게 된다. 물론 드래곤 하트를 가진 이드와 라미아로선 별달리 신경 쓸 부분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어라고 달릴 필요는 없다. 더구나 그들 사이엔 그 엄청난 속도감을 견디지 못 할 평.범.한 사제가 끼어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조절한 것임에도 이드와 라미아의 움직임은 여전히 빠르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속도를 내고 있었다. 이 정도의 속도만 유지되더라도 쉽게 오늘 노숙할 곳까지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이런 속도라면 하거스가 중간중간 나온다는 몬스터와 마주칠 일도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이런 일이 없었다면 말이다. "우욱.... 우웨에에엑..... 으~ 뱃속이 다 뒤집어 지는 느낌이야... 으윽.. 커억...." "하아~ 이것 참. 어때? 다 토하고 나니까 좀 괜찮아?" "으으... 말시키지마....요." 이드는 라미아와 함께 멀찍이 서서 토악질을 해 대는 제이나노를 보며 불쌍하다는 듯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듬직한 나무 둥치를 부여잡고 콧물, 눈물 흘려가며 헤롱거리는 모습이 너무 안돼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나무 둥치를 부여잡고 뱃속과 씨름하길 십여 분. 겨우 속을 진정시킨 제이나노에게 물의 하급정령인 운디네를 불러 준 이드는 땅의 정령인 노움을 불러 제이나노가 만드어 놓은 토사물을 땅속으로 묻어 버렸다. 그리고 그 사이 운디네가 건네주는 물로 세수를 마치고 다가오는 제이나노를 바라보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꽤나 힘들었는지 힘이 쏙 빠진 듯한 모습은 안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잠깐 고생하더니.... 꼴이 말이 아니네. 그러저나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멀미라니...." 이드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제이나노를 바라보았다. 사실 그들이 출발한지는 한 시간. 경공을 사용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점점 안색이 나빠지던 제이나노가 기어이 참지 못하고 일을 벌인 것이다. 처음 그의 반응에 이드는 황당해 할 수밖에 없었다. 여태까지 경공을 펼치는 사람에게 안겨서 멀미를 일으켰다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이드가 펼쳤던 경공은 큰 진동이나 움직임이 없는 상승의 부운귀령보. 그런데 멀미라니. 신법이란 걸 들어보지도 못한 그레센의 일리나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말이다. 뭐, 종족이 달라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는 일이긴 하지만.... 특히 더 이상한 건 전날 이드가 그를 안고 경공을 펼쳤을 땐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랬기 때문에 경공으로 이동한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었는데.... 이드는 라미아로 부터 간단한 회복마법을 받고 있는 제이나노를 보며 자신이 새운 계획이 삐딱하게 어긋나는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 그 사이 회복마법이 효과가 있었던지 제이나노가 한결 나아진 표정으로 라미아와 이드를 바라보았다. "흠, 흠... 미안해요. 저도 이렇게 갑자기 멀미가 나리라곤... 하지만 눈앞으로 또 발 밑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보고 있자니 속이 울렁거리는 게.... 참아 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라구요. 배를 타고도 멀미란 걸 한 적이 없었는데...." 정말 스스로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제이나노가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이드가 아니었다. 잘못하다간 미랜드 숲까 경공을 펼치지 못한체 걸어가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어제는? 어제는 괜찮았잖아. 그땐 지금보다 더 빨랐었는데...." 이드가 따지듯이 물었다. 그러나 그것이 궁금하긴 그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할말을 찾지 못하고 우물 거렸다. 몇 일 전까지만 해도 막힘 없는 수다로 라미아와 이드를 몰아세운 그 제이나노가 말이다. 이런 두 사람의 모습에 라미아가 살짝 다가와 이드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이드님, 이러지 말고 다시 한번 경공을 펼쳐 보는 건 어때요? 회복마법도 걸었겠다. 혹시 알아요? 이번엔 괜찮을지." 이드는 그녀의 말이 괜찮다 싶었는지 어떠냐는 시선으로 제이나노를 바라보았다. 이드의 시선에, 아니 이미 라미아의 말을 듣고서 부터 제이나노의 얼굴이 다시 푸르죽죽해 졌다. 정작 당하는 당사자 입장인 제이나노로서는 다시 한번 뱃속이 몽땅 뒤집히는 경험은 사양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 문제의 원인은 자신. 싫은 표정은 그대로 둔 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그의 입장이었다. 그리고 삼십 분 후. 제이나노는 또 하나의 나무를 부여잡고 이제는 올라 올 것도 없는 뱃속을 다시 한번 뒤집어야 했다. "아우... 이거, 이거... 이렇게 되면 처음부터 계획을 다시 짜야 되는건가." 이번에도 멀찍이 서서 고생하고 있는 제이나노를 바라보며 이드가 고개를 내 저으며 말했다. 확실히 경공을 이용한 이동 계획은 제이나노의 멀미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라미아의 생각은 이드와는 조금 다른지 아까와 마찬가지로 경공을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내놓았다. 그녀로서는 미랜드 숲까지 도착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줄수록 늘어나는 노숙일자를 줄이고 싶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그녀도 딱딱한 땅바닥에 등을 대고 자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특히 그녀역시도 얼마 전까지 검이었다 곤 하지만 엄연한 여성. 딱딱한 땅바닥보다는 편안한 침대를 그리고 따뜻한 목욕물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의견은 이드에 의해 가로막히고 말았다. 그녀가 내 놓은 방법이란 바로 슬립마법과 수혈(睡穴)을 짚어 제이나노를 재워 버리자는 것이었다. 잠자고 있는 상태라면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모를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때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제이나노의 손이 바르르 떨린 것을 두 사람은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이어지는 이드의 반대에 가만히 사그러 들었다. 수혈을 짚는 것이나 마법을 거는 것이나 강제로 잠이 들게 하는 것이기에 몸에 무리가 간다며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한두 번이라면 모르지만 몇 일 동안 걸리는 거리를 계속해서 재울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그럼, 숲까지 쭉 걸어서만 갈 생각이예요?" 라미아가 투덜거렸다. "별수 없잖아. 제이나노도 삼십 분 정도는 괜찮은 것 같으니까 중간중간 삼십 분 정도씩 경공을 펼칠 생각이야. 아마.... 생각했던 것 보다 시간이 세 배정도 더 걸리겠지만... 그게 어디냐. 자, 그만하고 빨리 가자. 빨리 움직여야 노숙 할 만한 장소라도 찾을 수 있지." 이어진 이드의 말에 라미아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걸음을 옮겼다. 더 이상 어찌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둘의 발걸음은 등뒤에서 들려오는 탁한 목소리에 다시 한번 멈춰져야만 했다. "이, 이봐요. 나도.... 으윽... 있다구요. 그렇게 둘이서만 가지 말아요. 그리고 그전에.... 아까처럼 물의 정령 좀 불러줘요..." 타다닥.... 화라락..... 아직 해가 세상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초저녁. 이드와 라미아, 제이나노는 그런 태양과 서로 누가 더 붉은가를 겨루기라도 하듯이 자신을 붉게 불태우는 모닥불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눠 앉아 있었다. 그런 세 사람의 앞으로는 마을에서 준비해온 저녁거리가 놓여 있었다. 그들이 이곳에 도착한 것은 한 시간 쯤 전으로 허공을 날아가던 라미아가 발견한 곳이었다. 주위보다 약간 언덕진 이곳은 울창하진 않지만 보기 좋은 아담한 숲과 작은 개울을 가진. 그야말로 야영하기엔 더없이 좋은 최고의 조건들을 갖춘 곳이었다. 주위를 둘러본 이드와 라미아는 좀 더 간다고 해서 이런 좋은 장소를 찾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에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결정을 한 것이었다. "잘 먹었습니다." 그릇을 깨끗이 비운 제이나노가 누구에겐지 모를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이렇게 더운 날 하루가 지나서 상하지나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고기와 야채가 이렇게 싱싱하다니. 라미아양의 마법이란 건 대단하군요." 오전에 두 번이나 속을 비웠던 때문인지 조금 아쉽다는 표정으로 그릇을 바라보던 제이나노가 라미아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라미아는 자신에게로 향하는 그의 시선에 방긋 웃어 보였다. 무엇에 관해서 건 칭찬이란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이었다. "헤헷... 별거 아니예요. 여관에서 음식을 받았을 때 간단한 상태유지 마법을 건 것 뿐인걸요. 웬만큼 마법을 한다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간단히 시전할 수 있는 마법이죠." "하지만 실제로 그런 마법을 접하긴 이번이 처음인걸요. 아~ 역시 동행하길 잘한 것 같아요. 앞으로 식사때는 싱싱한 요리를 맛 볼 수 있을테죠." 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이드는 그의 말에 고개를 슬쩍 돌리며 짓굳은 웃음을 흘렸다. 제이나노가 저렇게 라미아를 칭찬해 대는 이유는 아마도 그녀에게서 좋은 요리 솜씨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정말 그런 이유에서라면 빨리 꿈 깨라고 말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라미아의 과거가 검이었다는 것을 보면 알겠지만 그녀는 요리를 해본 경험이 없다. 덕분에 라미아가 사람으로 변한 후 라미아에게서 제대로 된 요리를 얻어먹어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맛있는 요리를 기대하는 제이나노라니. 하지만 자신의 웃음소리에 멀뚱거리는 제이나노에게 이 사실을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생각지 않은 칭찬에 방글거리는 라미아의 기분을 깨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또 전혀 실력 없는 라미아의 요리를 먹고 고생할 제이나노의 표정이 보고 싶다는 심술굳은 생각이기도 했다. 이드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노숙에 어울리지 않는 차까지 라미아에게서 건네 받은 제이나노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엘프는 왜 찾고 있는 겁니까? 아무 이유 없이 찾고 있진 않을 거 아닙니까." 어제 질문의 연장이었다. 그리고 그에 답하는 이드의 답은 너무 간단했다. 이미 전날 라미아와 의견을 나누며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제외하고 제이나노에게 대충 이야기 해주자고 결론을 내렸었다. 어차피 같이 다니다 보면 자연이 알게 될 일이기 때문이었다. "궁금한게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물어 보려고." "......" "...." ".... 뭘..... 물어볼 건데요?" 전혀 생각밖이 었던 이드의 말에 잠시 굳어 있던 제이나노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230 전혀 생각밖이 었던 이드의 말에 잠시 굳어 있던 제이나노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엘프를 찾는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그것에 대한 이유로 무언가 거창한걸 바라지는 않았다. 하지만 단순히 몇 마디 물어보기 위해서라니... 제이나노로서는 너무 상상 밖의 대답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라미아의 대답에 제이나노는 생각을 바꾸어야 했다. 이 세계가 봉인되어 있었던 이유.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봉인에 대한 것은 알고 있지만 왜 그렇게 된 것인지. 또 자신들이 봉인 된 것인지 아니면 봉인을 한 것인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알고 싶어했다. 제이나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봉인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이다. 더구나 이어진 라미아의 이야기에 나오는 지트라토 드리네크라는 마족의 일기책과 던젼에서 마주 쳤던 봉인이전의 세계에 대해 알고 있는 마법사와 마족. 라미아의 이야기를 들은 제이나노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그가 대사제라는 이름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아직 모험이라고 말할 만한 경험은 없었다. 하지만 라미아의 이야기는 그 하나 하나가 흥미진진한 모험거리였다. 그리고 그 역시 모험을 동경하는 한 명의 사람이었다. "너무 그렇게 기대는 하지 말아. 웬만해선 그 마족과 부딪칠 일도 없어. 엘프를 찾는 것만도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일이잖아." 이드가 점점 기분이 고조되어 가는 제이나노를 진정시키기 위해 말했다. 물론 거짓말이다. 마족이야 어찌 될지 모를 일이고 엘프라면야 자신들이 목적한 숲에만 있다면 라미아와 자신이 충분히 찾아 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 덕분에 고조되어 가던 제이나노의 기운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여전히 흥분 상태인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정말.... 평안과 약속의 신이라는 리포제투스의 사제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사람이었다. "하, 하지만... 정말 상상만 하던 상황이잖아요.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그 모험을 정말로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에효~ 제이나노 당신 눈에는 그럼 모험만 보이고 봉인이전의 세계에 대해 알고 있는 마족이나 마법사에 대해선 신경 쓰이지 않는 모양이지.' 이드는 마음속으로나마 제이나노를 향해 그렇게 말하며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직접 말하진 않았다. 저 촐싹대는 사제가 그 말을 들었다간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 라미아가 세 사람이 잠잘 자리를 만들어 정리했다. 각각 세 사람이 누울 땅바닥을 노움을 이용해 평평하고 부드럽게 고른 후 실프를 불러 그 위에 넓은 나뭇잎을 깔아 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다 다시 자신의 공간에서 꺼내 든 푹신해 보이는 침낭을 올려놓았다. 사실 생각 같아서는 연영이 챙겨준 텐트를 쓰고 싶었지만, 생각도 못한 일행인 제이나노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침낭을 꺼낸 것이었다. 게다가 여름인 이상 꼭 텐트를 꺼내야 할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마련된 잠자리는 다시 한번 제이나노로 하여금 만족스런 표정을 짓게 만들었다. 특히 라미아가 침낭을 허공중에서 꺼내는 공간마법은 그로 하여금 배울 수 없냐며 매달리게 할 정도였다. 그러는 동안 해는 완전히 져버리고 달이 둥실 떠올랐다. 작긴 하지만 숲은 숲이기 때문에 달빛이 들지 못하는 숲은 상당히 어두웠다. 깊은 밤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에 세 사람은 일찌감치 자신들의 침낭으로 들어갔다. 불침번에 대해선 신경쓰지 않았다. 라미아와 이드가 잠자리를 마련하며 주위로 알람마법과 구궁진(九宮陣)을 설치한 덕분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침낭에 몸을 뉘인 그들은 숲 속에 감돌고 있는 안온함에 자신들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 ........ "으음....." ................... "....." 오랜만에 편안한 느낌에 깊이 잠들어 있던 이드는 자신의 귓가로 작게 울리는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소리의 근원지가 워낙 먼 탓에 이드 옆에 누운 라미아와 조금 떨어진 곳에 누워있는 제이나노는 아직 아득한 꿈나라를 여행중이다. 아마 이드도 지금 귀를 기울이고 있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린 것이 아니라면, 희미하고 멀게 느껴진 것이 아니었다면, 귀에 익은 소리가 아니었다면 라미아와 함께 꿈속을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드는 어느새 달아나 버린 잠에 입맛을 다시며 귀를 기울이고 있다. 대개의 고수가 그렇듯 이드도 가까운 곳에서 웅성이는 소리보다는 먼 곳에서 들리는 소리에 더 예민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귀를 기울이고 있던 이드는 잠시 후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무언가 큰 물체가 굴러가는 소리 사이로 들리는 것은... ".... 이런 새벽에 사람이란 말이지." 사람들의 대화 소리였다. 그것도 라미아의 모은 정보를 마법으로 가공하여 쓸 수 있게된 이 세계의 언어 중 영어라는 언어. "으음.... 사람...." 라미아가 잠꼬대처럼 웅얼거리며 몸을 움찔거렸다. 이드와 영혼이 이어진 그녀인 만큼 방금 전 이드가 귀를 기울이는데 정신을 모은 덕분에 그 내용이 잠자고 있는 라미아에게 무의식 적으로 전해진 모양이었다. 이드는 일어나다 말고 그런 라미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작게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쉬~ 괜찮아, 괜찮아. 별일 아니니까 라미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알았지..... 그러니까 더 자도록 해." 잠결에도 이드의 속삭임을 들었는지 라미아의 입가로 방그래 미소가 어리며 다시 색색 안정된 숨소리를 내며 깊이 잠들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이드는 조용히 신법을 이용해서 숲 외곽지역으로 걸어나왔다. 일라이져도 챙기지 않은 잠자리에 간편한 옷차림 그대로였다. 다행이 이드들이 노숙장소로 고른 곳 주위는 언덕이나 나무들이 별로 없는 평야 지역이었다. 거기에 이드가 지금 서 있는 곳은 그런 평야 중 작게 솟아 언덕이라 부를 만한 곳. 덕분에 숲 외곽으로 나온 것만으로 저 멀리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일단의 무리들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마차로 보이는 커다란 물체와 그것 주위로 걷고 있는 사람들. 순간 이드의 뇌리로 오늘 아침에 헤어졌던 하거스의 모습이 스쳤다. 하지만 곧 고개를 내 저었다. 헤어진지 하루도 되기 전에 다시 만나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 일행엔 마차를 끄는 시끄러운 차가 끼어 있었지 않은가. 하지만 이 일행들에게선 그 차의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천천히 그들을 살피던 이드는 주위에 앉을 만한 곳을 찾아 털썩 주저앉았다. "자, 새벽에 남의 잠을 깨운 사람들이 누군지 얼굴이나 보자. 빨리빨리들 오라구..." 자신의 감각이 너무 뛰어나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그들만 탓하는 이드였다. 확실히 그들은 똑바로 지금 이드들이 노숙하고 있는 숲을 향해 오고 있었다. 이곳은 야영을 하기엔 더 없이 좋은 곳. 이드들이 이곳을 찾은 만큼 다른 사람들이라고 이 장소를 모르란 법은 없었다. "하. 하... 이거 참, 인연이 있다고 해야 되나?" 잠시 후 이드는 버릇처럼 뒷머리를 긁적이며 의미 모를 애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이드의 시선이 닫는 곳엔 이제 지척으로 다가온 일단의 일행들이 있었다. 이드의 시선은 그 일행 중 선두 부분에 서 있는 다섯 명에게 향해 있었다. 네 명의 덩치 좋은 남자와 금발의 여성. 아침에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던 디처의 팀원들이었다. 그 외에도 처음보는 상인들과 용병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드가 그들을 살피는 사이 그쪽에서도 이드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 멈추어 서며 주위를 경계했다. 그들로서는 자신들을 기다린 듯한 이드의 모습이 의외였던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가냘펴 보이는 소년이란 사실에 그 경계는 쉽게 풀렸다. 이어 이드를 알아본 디처의 리더 하거스의 목소리에 그들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디처의 리더가 알고 있는 상대라면 경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들이었다. "여~ 과연 인연이 있는 모양이야. 이런 곳에서 또 보고 말이야. 그나저나 자네들 상당히 빠른데.... 벌써 이곳까지 도착하고 말이야." 원래대로라면 이보다 더 멀리까지 갔을 겁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드는 그의 말을 웃음으로 넘기며 되물었다. "하하... 별거 아니예요. 그나저나 하거스씨야 말로 상당히 늦으셨네요. 저희들이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출발하신 게 아닌가요? 게다가.... 트랙터는 어디가고 웬 말들이.... 화물칸을 끌고 있는지..... 음... 물으면 안 되는 거였나?" 이드는 자신의 말에 하거스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인상이 구겨지는 모습에 말끝을 흐리며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게다가 간간이 알 수 없는 누간가를 씹어대는 용병들의 모습이 확실히 질문내용을 잘못 고른 것처럼 보였다. "험, 험. 여기엔 나름대로 사정이 있지. 그런데... 자네하고 같이 다니던 두 명은 보이지 않는것 같은데... 아직 쉬는 중인가 보지?" "아직 어두운 밤이니까요. 저는 낮선 기척 때문에 무슨 일인지 살필 생각으로 나와 본거구요." "이거이거... 본의 아니게 자네 잠을 방해 한 꼴이구만. 미안하군. 그럼 나머지 두 사람은 어디서 쉬고 있나? 늦게 온건 우리들이니 그 근처는 피하도록 하지." 이드는 하거스의 말에 빙긋 웃으며 자신의 등뒤를 가리켰다. 그런 이드의 행동에 상단일행들은 일행들이 야영중인 곳에서 조금 떨어진, 그러면서도 개울과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어 그들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잠자리에 들지 않고 바쁘게 이것저것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아하니, 식사도 재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았다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드는 옹기종기 모여앉은 디처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이번 식사 당번이 아닌지 가만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미 잠이 완전히 깨버린 이드는 나온 김에 이들과 잠시 이야기라도 나눠볼 생각에서였다. 231 이미 잠이 완전히 깨버린 이드는 나온 김에 이들과 잠시 이야기라도 나눠볼 생각에서였다. 그들에게 다가간 이드는 왜 그들이 이렇게 늦었는지 그 사정과 함께 하거스를 통해 나머지 팀원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마을을 나선지 세 시간 만에 트랙터가 그대로 서버렸다는 것이다. 뭔가 고장 날 듯 한 기미도 보이지 않고 말 그대로 우뚝 제 자리에 서버렸다고 한다. 갑작스런 상황에 상인들과 기계에 대해 좀 안다 하는 사람들이 달려들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단다. 해서 상인들은 용병 중 몇을 다시 마을로 보내 트랙터를 대신 할 만한 것을 가져오게 했다. 하지만 고장나 버린 것도 겨우 구한 것. 그래서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는 그들에게 용병들이 가져온 것은 여섯 필의 말이었다. 결국 시간에 쫓기는 상인들은 트랙터 대신 말을 화물칸에 묶어 다시 출발한 것이었다. 덕분에 이동속도가 현저히 떨어진 그들은 자정이 훨씬 지나 새벽이라고 할 수 있는 지금에서야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뭐,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중간에 쉬고 다음날 움직이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모르는 말. 마을과 이곳 사이엔 정말 노숙을 할만한 적당한 장소가 없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곳만큼 야영에 적합한 곳이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이런 늦은 시간임에도 이들이 이곳을 찾아 온 것이다. 하거스의 설명을 모두 들은 이드는 고개를 돌려 하거스를 통해 인사를 주고받은 네 사람을 바라보았다. 용병으로서 상당한 실력들인 그들을 하거스 오른쪽으로부터 한 명씩 소개하자면 검은머리에 묵직한 장창을 사용하는 비토, 손바닥만큼이나 작고 아담한 사이즈의 소검 십여 자루를 허리에 두르고 있는 피렌셔, 뾰족한 가시가 박힌 버클을 옆에 벗어두고 은빛 번쩍이는 유난히 긴 총구의 리볼버를 손질하는 쿠르거. 그리고 디처의 유일한 홍일점으로 일대 용병들 사이에서 얼음공주로 통하는 오엘. 이 네 명이 하거스와 함께 움직이는 용병팀 디처의 팀원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드의 시선이 다아있는 이는 그 네 명 중 유일한 여성인 얼음공주 오엘 이었다. 두 자루의 중국식 검-실제로 보이는 것은 한 자루 뿐. 하지만 그 검과 함께 천에 싸여 있는 길다란 물체는 누가 봐도 검이었다.-을 가지고 있는 날카로운 인상의 금발이 아름다운 여인. 이드가 그녀에게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그녀에게서 은은하게 내공의 기운 때문이었다. 나머지 디처의 팀원들과는 달리 체계가 잡힌 상승의 내공심법을 익혔을 때 일어나는 정순한 기운이 그녀의 몸에 흐르고 있었다. 어느정도 실력이 되지 못하면 알아차리지 못할 기운. 때문에 이드가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었다. 더구나 어디선가 느껴 본듯한 익숙한 기운의 느낌은 이드로 하여금 저절로 그녀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었던 것이다. "호오~ 어린왕자가 우리 얼음공주에게 관심이 있는 모양이지? 그렇게 노골적으로 바라보다니 말이야." 리더 겸 분위기 메이커로 보이는 하거스의 말이었다. 이드는 그의 말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생각해보니, 초면이나 다름없는 사람을 너무 노골적으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그것도 여성을 말이다. "어린왕자가 관심을 보이면 뭘 합니까? 얼음공주는 끄떡도 않는데.... 저 얼음을 녹이려면 불꽃왕자가 아니면 안 될걸요." 하거스의 농담을 쿠르거가 유쾌하게 받았다. 이 사람역시 디처의 분위기 메이커로 보였다. 그의 말에 변명거리를 찾던 이드가 오엘을 바라보았다. 조금 기분나쁜 표정이라도 지을 줄 알았던 그녀였지만 그런 이드의 생각과는 달리 오엘은 자신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있었다. 확실히 얼음공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드는 그런 얼음공주에게 물어 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그녀가 익힌 내공심법. 강호의 도리상 상대의 내력에 대해 함부로 묻는 것이 실례되는 일이긴 하지만.... 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기운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던 것이다. "저기 오엘씨, 실례..... 음?" ".... 갑자기 왜 그러나?" 뭔가 말을 꺼내려던 이드가 갑자기 먼 산을 바라보자 네 남자를 비롯해 얼음공주 오엘까지 의아한 듯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그런 반응에 잠시 기다려 보라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어 보인 이드가 라미아와 제이나노가 아직 잠들어 있을 곳을 바라보았다. 방금 이드가 오엘에게 막 말을 건네려 할 때 마음속으로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었던 것이다. '이드님, 이드님 지금 어디 계신거예요? 게다가 이 소란스런 소리는 뭐예요? 갑자기.' 이드는 라미아의 말을 듣고 그제 서야 주위가 제법 시끄러워 졌다는 걸 느꼈다. 이들이 이곳에 도착하고서부터 붙어있던 이드였기에 점점 시끄러워 지는 소리에 둔감해져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이다. 덕분에 그 소음을 들은 라미아가 잠에서 깨버린 모양이었다. 보통사람 보다 뛰어난 감각을 지닌 라미아이다 보니 이 소란이 신경에 거슬렸을 것이다. 이드는 자신이 달래서 재워놓은 라미아가 깨버리자 웬지 기분이 이상했지만 곧 그런 기분을 지워버리고 라미아의 말에 답했다. '오늘, 아, 아니다. 어제 아침에 봤던 하거스씨와 그 상단이 지금 도착했거든. 우릴 생각해서 좀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는다고 잡았는데... 시끄러웠던 모양이야. 네가 깨버린걸 보면. 제이나노도 깼어?' '아니요. 그 사람은 아직 세상모르고 꿈나라를 헤매고 있어요.' '음... 그래. 알았어 그럼 그냥 그 자리에 누워 있어. 나도 지금 갈테니까.' '네.' 라미아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한 이드는 영문모를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디처들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하하... 제 일행에게서 연락이 와서요. 아무래도 여기서 나는 소리에 잠에서 깬 모양이네요. 간단한 의사 전달 마법이죠." "..... 자네와 같이 있던 그 아름다운 은발 숙녀분이 마법사인 모양이구만." 그들은 이드의 말에 이해가 간다는 듯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단 세 명이서 여행을 하고 있는 만큼 그만한 실력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었다. 또한 사제와 마법사, 그리고 검사로 보이는 잘 짜여진 일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예, 상당한 실력이죠. 마침 오엘씨 한테 물어 볼게 있었는데, 내일로 미뤄야 겠네요. 다른 분들도 장시간 걸어서 피곤하실 테고... 그럼 내일 다시 찾아올게요. 쉬세요."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드의 말에 오엘이 잠시 이드를 올려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질문인지 모르겠지만 답을 해주겠다는 표시 같았다. 이드는 그녀의 모습에 빙긋 웃으며 다시 한번 편히 쉬라는 말을 남기고 노숙하던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아마 라미아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과연 이드의 생각대로 장작 불 옆에 앉아 있던 라미아 그를 맞아 주었다. 이드는 라미아에게서 어느새 만들었는지 만들어 놓은 냉차를 건네 받으며 상단의 이야기와 하거스로 부터 들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어딘가 익숙한 기운을 내 비치는 오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그 오엘이란 여자가 내비치는 기운이 익숙한 기운이라고요?" "응, 후루룩.... 그런데 문제는 어디서 느껴본 기운인지 생각이 나지 않거든. 분명 오래 된 것 같진 않은데 말이야...." 이드는 냉차를 호로록거리며 고개를 갸웃 거렸다. 도대체가 생각날 듯 말듯 하면서 생각나지 않는 것이 이드로 하여금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생각나지도 않는거 가지고 고민하지 마세요. 좀 있다 날이 밝으면 그 오엘이란 여자한테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요." "음...."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아주 기억을 못할 것 같으면 몰라도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기억이 날듯 하니.... 쉽게 생각을 접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이드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라미아가 이드를 불렀다. "그만하라니까는..... 그보다 더 자지 않을 거예요?" 이드는 그런 라미아의 말에 별 빛 화려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훗, 지금 자서 뭐하게. 대충 시간을 보니까 한시간 정도 있으면 해가 뜰 것 같은데.... 이렇게 라미아랑 앉아 있다가 제이나노를 깨워 아침을 먹고 어느 정도 해가 달아오르면 그때 움직여야지." 아침이 지난 시간에서야 오엘을 찾을 생각인 이드였다. 오엘 일행이 너무 늦게 도착한 덕분에 수면시간이 충분치 못 할 것을 생각한 것이었다. 아마 그때쯤이면 상단도 서서히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을 시간일 것이다. 사실 그런 이드의 생각은 정확했다. 마음이 바쁜 상인들의 성화도 성화지만, 점점 밝아오는 햇빛이 얇은 눈꺼풀을 뚫고 들어와 여기저기서 뒹굴고 있던 용병들은 깨운 것이었다. 개중엔 처음부터 그늘 아래 자리를 잡아 일어나지 않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런 사람은 상인들이 달려들어 깨웠다. 이드들이 찾아 온 것은 그들 모두에게 아침 식사가 주어질 때쯤이었다. 하거스는 이드와 라미아의 미모로 용병들의 시선을 한데 모으며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세 사람을 바라보며 기분 좋게 맞아 주며 식사를 권했다. 원체 식욕이 좋은 용병들인 덕분에 한번에 만들어지는 요리양이 많아 몇 사람이 더 먹는다고 해도 별 상관없을 정도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거스의 그런 성의는 제이나노만 고맙게 받아 들였고, 이드와 라미아는 사양했다. 이미 세 사람은 아침식사를 했기 때문이었다. 대신 멀뚱히 남이 먹는 모습을 보고 있기가 뭐 했기 때문에 마침 준비해 놓은 커피를 받아 들었다. 하지만 처음 마시는 커피가 두 사람의 식성에 맞을 리가 없었다. 덕분에 찔끔찔끔 마실 수밖에 없었고 두 사람이 잔을 비울 때쯤 용병들 대부분이 식사를 끝마치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식사를 빨리 끝낸 덕에 출발 준비를 모두 마친 디처의 팀원들이 이드에게 다가왔다. 그 중 오엘이 앞으로 이드 앞으로 다가섰다. 그들 모두 이드가 이렇게 찾아온 이유가 오엘 때문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내게 묻고 싶다는 게 뭐죠?" 마치 당장이라도 따지고 들것 같은 말투였다. 하지만 표정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닌 것으로 보아 원래 말투가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 원래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확실히 얼음공주에 어울리게 맑고 투명했다. 232 "내게 묻고 싶다는 게 뭐지?" 마치 당장이라도 따지고 들것 같은 말투였다. 하지만 표정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닌 것으로 보아 원래 말투가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 원래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확실히 얼음공주에 어울리게 맑고 투명했다. '아마, 저런 말투를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 말을 돌려하는 걸 싫어했었지?' 이드는 오엘의 성격을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사실 자신도 말을 돌려하는 걸 싫어하니 그게 솔직히 더 편했다. "조금 실례되는 질문인데.... 오엘씨가 익히고 있는 내공이요...." "음.....?" 이드의 말을 들은 오엘의 표정이 조금 찌푸려졌다. 내공의 내력에 대해 묻는 것이라면 자신의 내력에 대해 묻는 것과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디처의 팀원들도 이드에게 시선을 모았다. "아, 자세히 알고 싶다는 게 아니라 그 내공의 명칭을 알 수 있을까 해서요. 제가 감각이 예민한 편이라 상대의 기운을 잘 느끼고 감지 할수 이었어요. 특히 각각의 내공심법에 따라 형성되는 내공의 기운은 더 잘 느낄 수 있죠. 게다가 어떤 한가지 내공심법을 익힌 사람과 오랫동안 접촉했을 경우 그 사람의 내공의 기운이 제 몸에 느낌으로 남아있게 되죠. 그런데...." ".... 그런데.... 내게서 익숙한 내공의 기운이 느껴진다?" 이드의 설명에 대충 그가 말하려는 것이 뭔지 대략 짐작한 오엘이 이드가 말을 잠시 끊는 사이 대신 말을 이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나머지 디처의 팀원들과 제이나노도 그러냐는 듯 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설명이 좋았나 보지? 모두다 한번에 알아들었네.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확실히 오엘씨에게서 익숙한 느낌이 나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착각한 것도 아닐 뿐더러, 삼일 전에야 처음 얼굴을 본 사이이니... 생각할 수 있는 건 제 머릿속에 있는 누군가와 같은 내공을 익히고 있다는 것이 되겠죠." 이드는 자신의 설명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만족스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어진 하거스의 질문에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말이야. 그렇게 확실하게 내공의 기운을 읽을 수 있다면서 왜 이렇게 오엘에게 물으러 온 거지? 아는 사람과 같은 기운이라면 내공심법의 이름도 알텐데..." "흠... 그게... 말이죠. .....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생각나지가 않더라 구요." 조금전과 다른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이드였다. 하지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쿠르거가 조금은 황당하고 우습다는 표정으로 이드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뭐야. 결국 오엘과 같은 내공을 익힌 사람이 생각나지 않아서 오엘을 통해 알아보려고 한 거란 말이잖아. 하하하.... 어떻게 느낌은 기억하면서 사람은 기억하질 못하냐?" 이드는 그의 말에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는 느낌이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쿠르거가 하고 있는 말은 사실이지 않은가. 웃고있는 쿠르거를 따라 제이나노와 다른 팀원들이 입가에 웃음을 띄우는 사이 오엘의 단아한 입매가 일그러지며 그사이로 투명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명칭을 가르쳐 주는 건별일 아니지만, 지금 세상에서 이 내공심법을 익힌 사람은 나 뿐. 아무래도 그쪽에서 뭔가 착각한 것 같군. 청령신한심법(淸玲晨瀚心法)! 내가 익힌 내공심법의 명칭이야." "청령... 신한심법. 청령... 청......!!!!" 오엘의 말에 가만히 심법의 이름을 되뇌던 이드는 순간 막아두었던 둑이 터지 듯 떠오르는 영상에 눈을 크게 뜨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순간 이드의 그런 모습에 웃음을 짓던 디처의 팀원들이 일순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뭔가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한 이드의 모습에 계속 웃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 오엘의 목소리가 다시 디처들의 시선을 한데 모았다. 그녀역시 이드와는 다른 이유로 놀라고 있었다. "어떻게.... 오랫동안 우리집에 내려오던 걸 내가 익힌 거라서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을 텐데...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하지만 그녀의 질문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로 복잡한 이드에게 전혀 전달되지 못했다. '청령신한심법. 그래, 확실히 청령신한심법의 기운이다. 어째서 생각해 내지 못했지.... 옥빙누나.... 으, 바보. 저 기운을 느끼고도 옥빙누나를 생각해 내지 못하다니...' 순간 자신이 한심해 지는 이드였다. 어떻게 자신의 친인들을 잊을 수가 있는지.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이드 자신은 잘 모르겠지만 그가 생각하는 시간대와 몸으로 받아들이는 시간대의 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생각은 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랄까? 이드 스스로는 자신이 있던 강호와 몇 백년의 시간차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몸은 아직 그 사실을 완전히 자각하지 못했기에 생긴 일이었다. 청령신한심법은 강호에서 남옥빙(南玉氷)만이 익히고 있는 그녀만의 독문무공으로 그녀를 누님으로 둔 덕분에 초식 몇 가지를 배운 이드르 제외하면 그녀의 무공을 사용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드가 오엘의 내공을 느끼고도 옥빙을 생각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 생각과 달리 몸은 청령신한심법은 옥빙만의 것이다. 라고 알고 있기에 내공의 기운을 느끼고도 옥빙을 생각해 내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중원 땅도 아닌 이 먼 영국 땅에서 그녀의 심법을 보게 되리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어쨓든 남옥빙의 무공을 오엘이 익히고 있다는 걸 알게 되자 오엘을 바라보는 이드의 시선이 달라졌다. 조금 전과는 다른 친근하고 부드러운 눈 길. 그리고 궁금한 점 또한 생겼다. 어떻게 중원에 있어야할 청령신한심법이 이 곳에 있는가 하는 것. 그 생각과 함께 깊은 생각에 잠겼던 이드의 눈동자가 빛을 발하며 오엘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청령신한공이 이곳에 있죠. 어떻게 오엘이 그 심법을 익히고 있는 거예요!" "아니, 내가 먼저야. 어떻게 네가 청령신한심법에 대해 알고 있는거지? 이건 오래전부터 우리 집안에서 전해 내려 오던거였고, 집안에서도 아는 사람은 할아버지 밖에는 없었어." "... 오엘씨 집안에서 전해 내려 왔다? 그것도 오래 전부터. 그럼, 그 오래 전엔 그 무공이 어떻게 오엘씨 집안에 이어진 거죠?" 오엘의 질문은 듣지도 않고 그 뒤의 말만 가려들은 이드였다. 그런 이드의 말에 발끈한 오엘이 얼굴까지 발그레 붉혀가며 이드에게 소리쳤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더 이상 얼음공주란 별명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내 질문이 먼저야! 네가 먼저 대답햇!" "자, 자... 두 분다 진정하고, 천천히 이야기해요. 아직 시간도 많은데..." 두 사람이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는 느낌에 라미아가 나서 두 사람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어느새 두 사람의 목소리에 주위에 있던 용병들의 시선이 디처들과 이드들에게 모여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이 어느 정도 진정된 듯 하자 라미아가 나서 오엘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 이드가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그 생각을 전해 받은 라미아였던 것이다. "오엘씨도 아실 거예요. 청령신한공이 원래 중원의 것이란 거. 이드님이 그 무공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당연해요. 이미 이 세상에 계시진 않지만 이드님의 친인 중 한 분이 그 무공을 익히고 계셨기 때문이 예요." 라미아의 말에 오엘이 뭔가 말하려는 듯 하자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왜 그러는지. 오엘씨도 아시겠지만 청령신한공은 일인단맥(一人單脈)의 무공이죠. 사실 이드님이 흥분해서 물으시는 것도 그것 때문이 예요." "....." "그럼 이젠 오엘씨가 말씀해 주시겠어요? 중원의 청령신한공이 어떻게 영국의 오엘씨 가문에 남아 있는 건지 말예요." 라미아의 침착한 설명과 질문에 뭔가 더 물으려던 오엘이 나직히 한숨을 내쉬며 이드를 한번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청령신한淸玲晨瀚.........새벽하늘에 가득한 맑은 옥소리.... ;; 233 라미아의 침착한 설명과 질문에 뭔가 더 물으려던 오엘이 나직히 한숨을 내쉬며 이드를 한번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지금으로부터 몇 백년 전 기록이 없어 그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지만 영국이 중원처럼 검을 사용할 때에 이 곳을 찾은 검은머리의 이방인이 있었다고 한다. 이방인은 낯선 검과 낯선 옷을 걸친 중년의 여성이었는데, 나이에 비해 고운 모습과 보는 사람까지 차분히 만드는 분위기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그녀는 어디까지나 이방인. 마을 사람 중 그녀에게 쉽게 접근하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여관에서조차 그녀를 꺼림직 해 하는 모습에 오엘의 조상중 한 사람이었던 드웰이란 남자가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조금은 서투른 영어로 스스로 중원에서 왔다고 소개한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남옥빙이라고 했다. "으음...." 가만히 오엘의 말을 듣고 있던 이드는 남옥빙의 이름이 나오자 자신도 모르게 침음성을 발하고 말았다. 옥빙누님이 이 이국 땅에 왔었다니. 청옥신한공을 오엘이 익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혹시나 하는 생각은 했었지만 정말 그녀가 이곳에 왔었을 줄이야. 그것도 중년의 나이라니... 이드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오엘의 이어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지금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먼저였다. 드웰이란 남자를 따라 들른 그의 집 식구들도 그녀를 가까이 하진 않았지만 최소한 마을 사람들처럼 피하진 않았다. 아니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분위기와 모습에 오히려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이 주 정도를 머무른 그녀는 더 머물러도 된다는 드웰의 말에도 불구하고 찾을 사람이 있다며 감사를 표하고 마을을 떠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그 마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오 개월 후였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때마침 드웰은 저번처럼 이방인을 도와주다 영주의 병사들에게 찍혀 몰매를 맞고 있었다. 하지만 주위엔 걱정스런 얼굴로 바라만 볼 뿐 직접 나서서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상대는 영주의 병사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나타난 순간 휙휙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둔탁한 격타 음이 들렸다. 소리가 그친 후 사람들의 눈에 들어 온 것은 사지 중 어느 한곳이 부러진 채 땅바닥을 뒹굴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과 한쪽에서 드웰을 상처를 돌보고 있는 남옥빙의 모습이었다. 드웰의 상처를 대충 돌본 남옥빙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중에 드웰을 부축해 그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일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드웰을 때리던 병사들이 복수를 하겠답시고 다른 병사들을 동원해 온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 사이에 실력 차가 너무 컸다. 몰려온 병사들 역시 사지 중 한군데가 부러지고 나서야 아우성을 치며 돌아갔다. 그렇게 점점 수를 불려가며 병사들이 몰려오길 네 차례. 이번엔 남옥빙 그녀가 직접 영주의 성을 찾아가겠다며 드웰의 집을 나섰다. 무모한 짓이라고 말리고 따라 가겠다고 나서는 드웰을 남겨둔 채 집을 나선 그녀가 다시 돌아 온 것은 다음날 아침나절이었다. 상당히 피곤한 모습의 그녀는 궁금한 표정의 사람들을 뒤로 한 채 자신이 지내고 있는 방으로 들어가 피곤한 듯 잠들었다고 한다. 그 후로는 마을에 영주의 성에서 왔다고 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오지 않았다. 이어 들려온 소문에 의하며 영주의 성에 수십에 이르는 어쌔신들이 침입한 사건이 있었다고... 그리고 몇 일 후. 드웰은 그녀가 보는 앞에서 매끈하게 다듬은 목검을 들고 휘둘러야 했다. 거기서 말을 끊은 오엘이 수통의 뚜껑을 열고 물을 마셨다. 그 사이 디처의 팀원들과 제이나노에게서 이야기에 대한 감상평이 흘러나왔다. "꽤 재밌는 이야긴데... 그게 실제이야기란 말이지." "흠, 내가 들었던 옛날 이야기와 상당히 비슷한데... 주인공이 여자란 것만 빼면 말이야." "재밌네... 그럼 그 남옥빙이란 사람이 그.... 청령신한심법인가 뭔가 하는걸 오엘의 조상에게 전해 줬단 말이야?" "그 뒤엔 어떻게 됐죠?" 이드가 뒷 이야기를 재촉했다. "그 뒤의 이야기는 별거 없어, 남옥빙이란 분이 이십 년 정도를 머무르며 그 드웰이란 분을 가르쳤다는 것 정도? 아, 그러고 보니 그 분은 중간 중간에 짧게는 일 개월 정도 길게는 칠 개월 정도씩 밖으로 다니셨다고 했어. 지금까지 그 이유를 몰랐지. 내가 집에 숨겨져 있던 청령신한공의 책을 펴기 전까지 말이야. 그 책에 간단히 그 남옥빙이란 분의 유필이 남아 있었는데, 그 내용대로 라면 실종된 친인을 찾고 계셨나 봐. 이름이...... 예천.... 화란 사람이던가?" 오엘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이드는 저 가슴 깊은 곳에서 뭔가 울컥하고 솟아오르는 기분을 느꼈다. 동시에 두 눈이 화끈거렸고, 콧날이 시큰해 졌다. 겨우겨우 참고는 있지만 뭔가가 목을 통해 나오려고 하는 느낌에 이드는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 그런 이드의 모습에 가만히 옆으로 다가선 라미아가 이드의 한쪽 팔을 잡아 안아 주었다. 주위에서 갑작스런 두 사람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라미아였다. 이어 그녀는 목이 매어 말을 하지 못하는 이드를 대신해 나머지 이야기를 물었다. "그럼, 이십 년 후에는요? 이십 년 정도를 머무르신 후에는 어떻게 되셨죠?" 전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이드의 반응에 잠시 멍해 있던 오엘은 이어진 라미아의 말에 반사적으로 대답해 버렸다. "그, 그건.... 결국 예천화란 사람을 찾지 못한 그 분은 드웰님께 이런저런 당부를 남기시고 당신의 고향으로 돌아가실 것이라며 떠나셨다고...." "크윽...." 그녀의 말에 이드의 입에서 뭔가 눌러 참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잠시... 실례할게요." 라미아는 그런 이드의 옆에서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자리를 피했다. 사람들이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 곳에 왔을 때 라미아는 언제 흐르기 시작했는지 흐르고 있는 이드의 눈물을 가만히 닦아주며 그의 머리를 가슴에 앉았다. 그런 라미아의 머리 속으로는 지금 이드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전해지고 있었다. 갑자기 헤어져버린 친인들에 대한 그리움과 언제나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를 막막함과 향수(鄕愁). 그리고 이 먼 타향까지 자신을 찾아 나섰을 누님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 등. 지금까지 이런저런 큰 일을 한꺼번에 격어 조금 뒤로 밀려 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져 버린 듯 너무나 격한 감정이 솟구쳤던 것이다. 그런 이드의 감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라미아는 가슴 가득 이드를 안아주며 그의 등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괜찮아요. 이드님, 괜찮아요. 이드님이 어떤 곳에 가시건 어떤 상황이 되건 이드님 곁엔 제가 있고, 이제 아내가 된 일리나도 있잖아요. 그리고 이드님을 이렇게 걱정해 주시는 누나분들 도요. 언젠가 돌아 갈 수 있을 거예요. 이드님 가슴속 소중한 분들의 품으로. 그러니까 괜찮아요. 괜찮아요.....' 라미아는 이드의 마음을 향해 외치며 그를 꼬옥 보듬어 안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드의 마음이 진정된 듯 더 이상 자신에게 이드의 격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느끼는 순간 라미아는 어느새 몸을 추스린 이드가 자신을 꼬옥 안아 오는 것을 느꼈다. 이제 상황이 바뀌어 라미아가 이드에게 안긴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드에게서 다시 전해지는 것은 너무나 따뜻하고 안온한 감정이었다. 또한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느낌.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라미아는 그런 이드의 감정을 느끼며 사르르 얼굴을 붉혔다. 지금까지 이렇게 저렇게 붙어 다니긴 했지만 지금처럼 크고 풍부한 감정의 교류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의 감정을 모두 알게 됨으로써 정말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라미아에게 달콤하게 또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은 라미아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이드역시 마찬가지로 라미아라는 존재가 정말 자신의 영혼과 하나가 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흠흠..... 돌아가야지? 사람들이 기다릴 텐데..." 라미아를 꼬옥 감고있던 팔을 풀며 조금 쑥스러운 듯 헛기침을 해대는 이드였다. 그렇게 다시 사람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라미아와 걸음을 옮기던 이드는 부드러운 손길로 라미아의 은빛 찰랑이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 이드의 손길에 너무도 따뜻한 감정이 실려있었다. 다시 돌아온 두 사람을 보며 하거스들은 그 모습을 살필 뿐 뭐라고 묻거나 하진 못했다. 그들도 귀가 있고 눈이 있기에 이드가 울었다는 것 정도는 보지 않고도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드와 라미아도 그것이 편했다. 왜 그러냐고 하면 할말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한마디 정도 해두면 좋으리라. 라미아가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오엘씨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청령신한공을 익히셨던 이드님의 누님이 생각나셨나 봐요. 그리고 오엘씨? 아마 많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겠지만 오엘씨와 저희는 인연이 있나 봐요. 오엘씨는 직접 청령신한공을 익혔고, 저희는 그 걸 계승하고 있었던 친인이 있었고 말이죠." 오엘은 그녀의 말에 아직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직 생각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던 때문이었다. 아니, 생각이 정리가 되었다 해도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일인단맥의 청령신한공이 영국과 중국 양국에 동시에 전해져 왔었다니 말이다. 하지만 때맞춰 들려오는 출발신호에 그녀는 더 이상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 234 하지만 때맞춰 들려오는 출발신호에 그녀는 더 이상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 상단의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의 신호에 상인들과 용병들이 화물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 중에는 화물 바로 옆에 붙어 있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 있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용병 중에서도 상당한 실력들을 가진 사람들로 어느 정도의 거리는 구애받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거스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상단을 보며 곧 자신의 팀원들에게도 출발준비를 시켰다. 그리고 이드와 라미아, 제이나노를 바라보며 작별인사를 건넸다. 이미 이드로부터 두 번이나 동행요청을 거부당한 덕분에 이번엔 그럴 생각도 하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드는 하거스의 뒤쪽에 서있는 오엘을 바라보았다. 다른 세계의 그것도 이국 땅에서 만난 친인의 무공을 익히고 있는 사람. 이드는 그런 오엘과 쉽게 헤어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같이 있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녀가 옥빙누이의 무공을 얼만 큼 제대로 익히고 사용할 수 있는지 정도는 확인해 두고 싶었던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엘프를 만나는데 방해될까 피했던 '차'라는 물건을 대신해 말이 화물칸을 끌고 있지 않은가. 뭐... 이 일로 미랜드 숲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지긴 하겠지만.... 그렇게 생각한 이드는 양옆에 서있는 라미아와 제이나노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했고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상단을 향해 막 출발하려는 하거스를 붙잡았다. 그리고 이어진 동행 요청에 하거스는 쉽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가 보기에 이드등의 세 사람은 전혀 짐이 될 것 같지 않을 것 같아서 였다. 그리고 그런 내용을 들고 상단의 책임자에게 다가간 하거스는 쉽게 허락을 받아왔다. 상당한 실력의 하거스가 추천한다는 사실과 상단에 없는 사제와 수가 적은 마법사가 있다는 말이 쉽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생각지도 않았던 용병수당 까지 조금 받아내는 수단을 보여준 하거스였다. 용병팀 디처가 상단을 호위하는 위치는 상단의 제일 앞이었다. 거기다 그들의 실력 덕분에 상단과 제법거리를 둘 수 있어 마치 그들만 따로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위치였다. 상단에 합류한 세 사람도 그런 디처팀 사이에 끼게 되었다. 상단이 출발한 시간이 늦은 아침나절이었기 때문에 상단은 출발하면서부터 따끈따끈하게 달아오른 태양을 마주 해야했다. 처음엔 몸이 훈훈해졌고, 이어 좀 덥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리고 두 시간 정도를 걷게 되자 대부분의 사람들의 이마위로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고, 덥다는 표정을 완연히 드러내고 있었다. 봉인이 풀리고 난 후 영국의 여름 날씨는 유난히 더워져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더운 표정의 사람들과는 달리 전혀 더위를 느끼지 못하는 듯한 모습의 사람들도 있었다. 상단에서 떨어져 걷는 몇 몇의 용병들과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무기를 가볍게 들과 있는 하거스와 청령신한공이라는 상승의 무공을 익히고 있는 오엘. 그리고 뜨거운 햇살만큼이나 짜증스런 사람들의 시선에도 전혀 굴하지 않고 '딱' 붙어 있는 이드와 라미아. "후우~ 덥구만, 근데 거기 라미아라고 했던가? 듣기론 마법사라고 한 것 같은데... 어째 보통의 용병들 보다 더 체력이 좋아 보이는 구만. 이렇게 더운 날씨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걸 보면 말이야. 그런데... 그렇게 둘이 붙어 있으면 덥지 않나? 땀은 나지 않아도 상당히 더울 텐데...." 하거스가 주위의 시선을 느끼며 궁금한 듯 물었다. 밀착이랄 정도로 딱 붙은 두 사람은 자신이 보기에도 더워 보였던 것이다. 주위의 시선도 그랬다. 물론 그 시선 속엔 다른 감정을 담은 시선도 적지 않게 썩여 있었다. 그런 시선의 주인은 모두 남자들이었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의 시선 중심이 서있는 두 사람은 그런 시선들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두 사람 중 라미아가 기분 좋은 듯 방그레 웃으며 하거스의 물음에 고개를 살랑였다. 그런 그녀의 표정은 너무 편안해서 그 둘을 덥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순간적으로 자신들의 생각이 잘못 된 것인가 하는 의심을 가지게 만들 정도였다. "아니요. 전혀요. 오히려 덥지도 않고 기분 좋은 걸요." "그, 그래? 보통은 그렇게 붙어 있으며 덥다고 느끼는데.... 자네들은 특이하군." 하거스가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라미아의 말은 어디까지나 사실이었다. 이드와 라미아, 두 사람 주위로 극히 좁은 공간의 기온은 뜨거운 태양에도 상관없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사람이 느끼기에 최적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현상의 출발점은 이드의 손가락에 자리하고 있는 세레니아의 마법 반지 덕분이었다. 원래 일인용으로 만들어 진 것이긴 하지만 그 제작자가 워낙 뛰어나고 두 사람이 유난히 붙어 있는 덕분에 마법 반지는 두 사람에 대해 완벽하게 자신의 기능을 이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하거스외 상단의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에 이드는 손에 끼어 있는 반지의 성능을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곧 무슨 생각을 했는지 들어 올렸던 손을 슬며시 내려 버렸다. 아무래도 이런 햇빛아래 그런 마법의 특혜를 자신들만 받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미안했던 것이다. 덕분에 때 마침 들려온 오엘의 목소리에 이드는 자신도 모르게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청령신한공을 알아본 걸 보면 너도 뭔가 무공을 익힌 모양이지?" 오늘은 아침부터 말을 많이 하게된 얼음공주 오엘이었다. 그녀의 말에 이드보다 라미아가 먼저 답했다. 그녀의 표정은 뾰로통한 것이 오엘의 말 중에 이드를 "너"라고 부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오엘씨, 너 라니요. 아무리 오엘씨가 이드님보다 나이가 위라지 만 그래도 너라니.... 이드라는 이름으로 불러 주세요." 단호히 따지는 라미아의 말에 오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녀가 실수한 부분인기 때문이었다. 이드는 라미아의 말로 인해 썰렁해 지는 분위기에 오엘이 했던 질문의 답을 급히 늘어놓았다. "네,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저와 여기 라미아 정도는 지킬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됩니다." "... 그럼 자네는 어디의 무공인가? 용병일을 하면서 아시아의 무공을 익힌 사람을 꽤 많이 봤는데, 모두 그 무공의 소속이 있더란 말이야." 이드는 하거스의 말에 슬쩍 오엘의 눈치를 살폈다. 옥빙누이의 청령신한공의 비급을 이었다면 거기에 자신에 대한 설명과 간단히 익히고 있는 무공에 대해 언급해 놨을 지도 몰랐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익힌 무공의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이드는 최대한 두리 뭉실하게 하거스의 질문에 답해 주었다. "헤헷... 뭐, 소속이랄 것도 없어요.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익힌 덕분에.... 불가나 도가, 속가의 것 등등해서 여러 가지가 되죠." "그래? 대단하군. 아직 어린 나이에 그렇게 여러 가질 익혔다니 말이야." 그 말을 시작으로 그들과 이드들 사이에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고갔다. 두런두런 이야기가 오간 덕분에 시간을 빨리 보낼 수 있었던 그들은 적당한 자리를 찾아 점심을 처리했다. 그들이 선두에 가고 있는 덕분에 중간중간 쉴 자리와 식사 할 자리를 찾아 정하는 역할도 같이 맞고 있었다. "자, 잠깐 여기서 뒤쪽 일행이 오길 기다린다. 여기서부터는 위험하니까 주위를 잘 경계해." 선두에서 걸어가던 하거스가 갑자기 우뚝 멈추어 서서는 나머지 팀원들을 향해 외쳤다. 그 모습에 세 사람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다 하거스의 말에 따라 주위를 경계하는 다른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이드의 요청으로 상단과 동행한지 오늘로 이틀째 정오가 훌쩍 지난 시간인 지금 일행들은 평야가 끝나는 부분에 다아 있었다. 그들의 앞으로는 울창한 산세가 저 보이지 않는 곳으로 펼쳐져 있었다. 그런 산의 맞은 편으로 나지막하지만 꽤나 높은 석벽이 버티고 서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그러니까 산의 끝자락을 따라 지금 이들이 서있는 길과 이어지는 길이 뻗어 있었다. 이드는 앞에 서서 그 길을 바라보는 하거스의 등을 두드리며 지금의 상황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도대체 갑자기 무슨 위험에 경계란 말인가. "아아... 자네들은 초행길이라 이곳에 대해 모르지? 잘 보게, 이곳이 바로 평야에서 벗어나 제일 처음 맞닥드리는 위험지역이야. 이곳을 지나는 사람은 꼭 한번은 몬스터와 마주치게 되지. 절대몬스터출몰지역 이라고나 할까? 길 바로 옆이 울창한 산이라 길 바로 옆이 몬스터 거주지역이나 다름없어. 덕분에 용병들 사이에선 제일 전투지역이라고도 불리지. 이 곳에서 몬스터를 한번 이상은 보고 지나가게 될 거야." 그의 말에 이드와 라미아는 자신들이 가진 장비를 정비했고, 제이나노는 신관복을 단단히 묶고 언제든지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하거스의 말 대로라면 어떤 상황으로든 몬스터와 마주치게 될 상황이라는데.... 그의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길이 나있는 지형이 몬스터가 덥치기에 아주 적합해 보였다. 뒤이어 상단이 도착했다. 그들도 이미 이곳에 대해 알고 있는 듯 용병들이 화물칸 주위를 둘러싸고서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상단이 바로 뒤로 다가오자 하거스는 팀원들을 전면에 배치해 주위를 경계하게 했다. 상단의 책임자가 따로 있긴 했지만 이런 위험이 있는 상황에선 그에 대처하는데 능숙한 하거스가 그 일을 대신 하는 듯했다. "좋아. 모두 주위를 경계하고 긴장을 늦추지 마라. 여기선 그 못생긴 놈들이 어디서 뛰어나올지 아무도 모르니까 말이야. 그리고 세 사람도 이번엔 뒤쪽 상단에 같이 합류하도록 해. 너희들 실력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말이야. 자, 그럼 출발!" 하거스는 이드들에게 안전을 생각한 당부를 건네고는 큰 소리로 출발신호를 내렸다. 235 하거스는 이드들에게 안전을 생각한 당부를 건네고는 큰 소리로 출발신호를 내렸다. 신호에 따라 상단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확실히 평야에서 보다 신중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드는 잠시 걷는 속도를 줄여 자연스럽게 뒤쪽의 상단에 합류했다. 하거스의 말에 따른 것이었다. 물론 그의 말대로 위험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자신들에게 호감을 가지고 상대해준 하거스의 말을 거스르고 싶지 않아서 였다. 이드와 라미아. 이미 몬스터라는 종(種)을 가지고서는 그 두 사람에게 위험이란 단어의 의미를 느끼게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차나 마차가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산길은 멀리서 보았던 대로 상당히 잘 다듬어져 있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런 도로 덕분에 별달리 삐걱대는 소리도 없이 앞으로 나가는 화물차를 슬쩍 바라보고는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길의 한쪽은 웅장하고 박력 있게 솟은 자연의 석벽이 존재했고 그 반대편엔 울창하면서도 활기차고 아름다워 보이면서도 기운찬 모습의 산이 자리하고 있었다. 정말 몬스터만 나오지 않았다면 명산이라고 불러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또 그 반대편에 솟은 석벽과 어울려 만들어지는 풍광은 사람들의 발길을 절로 잡아 끌듯했다. 정말 몬스터가 없다면 말이다. 그러나 주위로 간간이 보이는 부러진 나무나 검게 그을린 나무, 또는 여기저기 새겨진 총알자국은 앞의 생각이 힘들 것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한다면 몬스터가 있는 지금이 이곳의 자연환경에 더욱 좋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만약 몬스터가 없어 사람들이 몰려온다면? 그때도 이런 자연의 광경 그대로를 즐길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엘프가 숲을 지나면 산새가 지저귀며 반기고, 사람이 숲을 지나면 초목이 부러져 길이 생긴다. 라는 그레센의 말대로 아마 뭔가 달라져도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 없이 마냥 아름다운 경관에 푹 빠져 있는 이드와 라미아였다. 그런 두 사람에 반해 나머지 용병들과 상인들은 주위의 경관에 전혀 눈을 돌리지 않고 주위를 경계했다. 그들은 이곳이 어떤 곳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기에 한시도 경계를 늦출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상황은 주의를 경계하는 용병과 상인들을 놀리기라도 하는 듯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상단은 이 산자락을 따라 형성된 길의 반을 지나고 있었다. "모두 그 자리에 정지. 길 앞으로 장애물 발견." "정지, 정지. 모두 그 자리에 멈춰 주위를 경계해." 앞서 가던 하거스의 목소리에 상단과 함께 움직이던 책임자가 다시 한번 상단 주위의 호위무사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그의 말에 따라 용병 중 몇 몇이 화물과 조금 떨어진 곳으로 나서 주위를 살폈다. 그 사이 저 앞서 가고 있던 하거스가 돌아왔다. 그런 그의 얼굴엔 낭패한 표정이 역력했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있는 것 같았다. 상단의 책임자 역시 그것을 느꼈는지 표정을 굳히며 앞으로 나서며 다가오는 하거스를 맞았다. "무슨 일인가? 몬스터가 나타났나?" "몬스터는 아닙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보다 더 골치 아플지도 모르겠습니다." 급한 물음에 하거스가 고개를 내 저었다. 그 모습에 상단 주위의 시선이 모두 하거스에게 몰렸다. 그들 역시 상황이 궁금했던 것이다. 맞은 일이 끝나기 전에 일어나는 일은 곧 자신들에게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일인 때문이었다. 하거스는 순식간에 자신에게 모여드는 대답을 재촉하는 시선에 길 앞에 벌어진 상황을 설명했다. 아니 설명이랄 것도 없었다. 길 앞의 상황은 한 마디로 설명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길이 막혔습니다." "음?.... 길이 막히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짐작도 못한 하거스의 말에 모두 얼굴 가득 궁금한 표정을 그려 넣었다. 그 사이 이드와 라미아, 그리고 제이나노는 어느새 그 상단 책임자의 바로 뒤쪽으로 다가와 하거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말 그대로 길이 막혔습니다. 길옆에 있는 석벽이 무너져서 길을 완전히 가로막고 있습니다. 주위를 살펴봤는데, 여기저기 전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 앞서 지나간 사람들과 몬스터 사이에 전투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마 그 무너진 석벽도 그들이 몬스터를 피하다 무너트린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상단 책임을 맞은 중년인의 얼굴위로 황당하다는 표정과 함께 앞서간 사람들에 대한 원망의 표정이 떠올랐다. 앞서 지나간 사람들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미리 연락을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미리 대비라도 할 것인데... 하지만 그의 그런 화는 이어진 하거스의 말에 피시시 사그러 들 수밖에 없었다. "주위 상황으로 봐서 아마 저 일이 있은지 하루 정도밖에 되지 않은것 같았습니다. 이미 저희가 마을을 출발한 우에 일어난 일이죠." "하아~ 그렇지 않아도 바쁜 상황에... 그래, 무너진걸 치우고 지나갈 수는 있겠나?"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여기 있는 용병들의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 할 것 같습니다." 하거스의 말에 화물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용병들 중 몇 몇이 싫은 표정을 역력히 드러내 보였다. 저 말대로 라면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막노동이란 말이었기 때문이다. "오래 걸리겠나? 오래 걸린다면, 지금 바로 말머리를 돌려서 평야에서 기다렸으면 하네 만. 자네도 알다시피 이곳이 좀 위험한 곳인가." "아니요.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충 따져봐도 두 세시간 후면 길이 열릴 겁니다. 말머리를 돌린다 해도 평야로 나가기 전에 길이 열리는 셈이죠. 차라리 조금 위험하더라도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길이 열리는 즉시 출발하는 쪽이 더 낳을 테죠." 하거스의 상황 설명에 상단 책임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하거스의 말대로 였다. 두 세 시간만에 길이 열린다면 굳이 돌아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가 하거스의 말에 동의하자 상단은 하거스의 지휘에 다시 출발해 석벽이 무너진 곳 근처로 움직였다. 용병들과 멀리 떨어질수록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무너진 부분은 생각 외로 그 규모가 상당했다. 벽이 돌로 이루어진 만큼 길을 막고 있는 것은 큼직큼직한 바위들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얼마나 무너졌는지 한쪽에서만 봐서는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 규모를 확인한 상단 책임자는 잠시 굳어지더니 하거스를 돌아보았다. 그런 그의 얼굴엔 정말 시간내에 치울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 정도 규모라면 중장비를 이용할 수 있었던 때에도 하루 이상은 충분히 걸릴 불량이었던 것이다. ".... 정말 세 시간 안에 해결되겠나?" "하하... 걱정 마십시오. 뭘 걱정하시는 지는 충분히 알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의 실력이 어디 보통 실력입니까?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호언장담하는 하거스의 말에 상단 책임자도 수긍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같이 온 상인들과 함께 화물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빠지자 하거스는 멀뚱이 서있는 용병 몇 명을 지목해 뽑았다. 뽑힌 사람들은 하나같이 덩치가 좋은 것이 상단의 용병 중 상당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같은 용병으로서 그들의 실력을 잘 아는 하거스는 그들로 하여금 앞에 있는 바위들 중 그 크기가 큰 것을 잘게 부수게 할 생각이었다. 곧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무너진 석벽 주위는 바위가 부숴 지는 쾅쾅거리는 소리로 가득 차게 되었다. 쿵쾅거리는 소리에 맞춰 이리저리 튀어 오르는 돌덩이와 흙덩이를 라미아와 함께 바라보고 있던 이드는 옆에 서있는 하거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현재 감독이라는 명분으로 이드 옆에서 느긋하게 팔짱을 끼고 작업하는 걸 구경 중이었다. "근데... 저렇게 시끄럽게 해대면 몬스터들이 꼬일 텐 데요." "아, 아... 상관없어. 어차피 이곳이 막힌걸 아는 놈들이야. 여기서 이렇게 시끄럽게 하지 않아도 이곳에서 습격을 할 놈들이지. 지금까지 상대해본 바로는 그 정도 머리는 있으니까. 아마 조만 간에 습격이 있을 거야." ".........." 이드의 말에 너무나도 태연하게 대답하는 하거스였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용병들은 질색하는 표정으로 눈을 부릅뜨고 주위경계에 나섰다. 과연 하거스의 말 대로라면 어디서 튀어나와도 튀어나올 놈들이기 때문이었다. 정말 상황파악하나는 정확한 사람이었다. 하거스를 그렇게 생각하던 이드의 팔을 라미아가 톡톡 두드렸다. 그런 라미아의 얼굴엔 약간 심심하단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이드님, 저희가 저걸 처리하면 어때요? 괜히 여기서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우리가?" 끄덕끄덕. 사람들을 놀래킬 재미난 장난거릴 찾은 아이의 모습으로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있잖아요. 그레센에서 이드님이 잠깐 용병 일을 했을 때. 그때 카논의 병사들을 상대로 메이라라는 여자애와 같이 썼던 수법 말예요. 그 애는 마법으로, 이드님은 정령으로 그들을 한꺼번에 날려 버렸잖아요." 라미아의 말과 함께 순간 이드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영상이 있었다. 고운 목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허공에 떠올라 허우적대는 사람들과 정령의 바람에 휩쓸려 까마득히 날아가 버리는 사람들의 모습. 확실히 그 방법이라면 순식간에 막힌 길 열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메이라와는 격이 다른 라미아의 마법실력이라면 눈앞의 모든 바위를 들어올리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곧 무슨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내 저었다. 이드의 대답에 라미아는 금새 뾰로통해진 표정으로 이드를 톡 쏘아댔다. "왜요? 안그러면 오늘도 밖에서 노숙하게 되잖아요." 이드는 투덜대는 라미아를 바라보며 싱긋 웃어주며 산의 한쪽, 나무는 없지만 완만하게 등선이 진 곳을 눈짓해 보였다. "나는 오늘 노숙보다 오엘양의 실력을 확인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런 이드의 행동에 뭔가를 눈치 챈 듯 이드가 바라봤던 곳을 바라보며 가만히 살피던 라미아가 뭔가를 알아낸 듯 샐쭉이 이드를 바라보았다. "흐음... 심술쟁이. 저 정도면 상단이나 용병들에게 별다른 피해가 가진 않겠지만.... 그래도 그걸 혼자만 알고 있다니..." "네 말대로 위험하지 않을 정도니까. 게다가 그런 말하는 너는 왜 알리지 않고 소근거릴까...헤헷...." 그 말과 함께 두 사람을 서로를 바라보며 씨익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눈꼴시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다 보던 제이나노가 막 고개를 돌리려 할 때 였다. 챙 하는 날카로운 쇳소리가 주위를 경계하고 있던 한 용병의 고함소리와 함께 모든 사람들의 귓가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왔어. 못생긴 놈들이 몰려왔다. 전부 싸울 준비해!" 236 "왔어. 놈들이 몰려왔어. 전부 싸울 준비해!" 그의 말에 시끄럽게 쾅쾅거리던 소리가 멎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대신하는 하거스의 고함소리가 들려와 용병들을 움직였다. "작업중지. 모두 화물과 상인들을 보호한다. 파웰씨 상인분들과 함께 화물차 옆으로 피하십오." "아, 알았소. 모두 저리로 피하십시다." 상단 책임자 파웰이 하거스의 명령에 가까운 말에 다른 상인들과 함께 급히 화물차 옆으로 다가왔다. 모두 다급하긴 하지만 당황하거나 하지는 않는 것이 제법 이런 에 익숙한 모양이었다. 그들이 화물 옆에 도착하자 가까이 지키고 있던 용병들이 그 주위를 둘러쌌다. 그리고 그 들 주위를 다시 바위를 부수는 작업을 하고 있던 뛰어난 실력의 용병들이 각자의 무기를 뽑아 들고 늘어섰다. 그리고 그런 모든 사람들의 앞으로 피렌셔를 제외한 하거스를 비롯한 나머지 디처의 팀원들이 서 있었다. 이 틀 동안 동행하며 들었던 대로라면 피렌셔가 빠진 이유는 그가 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사람보다는 좋지만 용병으로선 별달리 뛰어나다 할 수 없는 실력. 해서 그는 정확한 단검 실력으로 후방에서 지원하거나 주로 머리를 쓰는 일을 한다고 했었다. 이번에 뒤로 한 발작 물러선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디처의 팀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 이드와 라미아도 바쁘게 움직이는 용병들을 잠시 바라보다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같이 서있던 제이나노를 제일 안쪽에 모여있는 상인들 사이로 밀어 넣고 자신들은 그 앞에 서있는 용병들 사이로 끼어 들었다. 용병들은 두 사람의 그런 행동에 그들을 한번 일별 한 후 별말 없이 전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개중엔 걱정스런 표정으로 뒤로 빠지라고 하는 사람이 몇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용병들이 크게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이드와 라미아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이드와 라미아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 사이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나다는 디처의 리더인 하거스의 두 사람에 대한 실력평가를 말이다. 이쪽에서 전투준비를 완전히 끝마칠 때쯤 자신들이 들킨 것을 눈치 챈 몬스터 들이 사나운 인상으로 그르르륵 거리며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왔다. 하늘을 바라보는 돼지 코의 오크 일곱 마리와 초록색의 파충류와 같은 피부에 오크 세 배에 달하는 크기의 트롤 세 마리였다. 전력 상 많은 수는 아니지만 엄청난 재생력과 힘을 자랑하는 트롤이 세 마리나 끼어있는 덕분에 용병들 주위엔 자연스레 긴장감이 흘렀다. 하지만 그런 긴장감이 흐르다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이드와 라미아 앞에서 였다. 긴장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두 사람으로선 지금의 분위기에 같이 긴장해 줄 수 없었다. 그것은 공격할 능력 없는 강아지를 앞에 두고 긴장하라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물론 지금 앞에 있는 것은 강아지 보다 훨씬 못생겼고 귀엽지도 않은 몬스터 이긴 하지만 말이다. '흐음.... 그런데 말이야. 라미아, 저 녀석들이 저렇게 팀을 짜서 공격했었던가? 난 오크하고 트롤이 같이 다니는 건 본적이 없는데....' 오크와 함께 있는 트롤의 모습에 이드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라미아에게 물었다. 그레센에서 이미 몬스터를 꽤 보았고, 싸워도 봤던 이드였지만 저렇게 다른 몬스터 끼리 팀을 짜서 공격하는 장면은 보지 못했던 것이다. '흔치는 않은 일이긴 하지만 있을 수 있는 상황 이예요. 특히 이곳처럼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가 다수 서식하는 곳에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이죠. 저 녀석들도 어느 정도의 지능이 있는 만큼 자신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자신들 보다 강한 몬스터와 같이 활동하는 거죠. 대신 공격해서 건진 것들은 트롤들이 더 많이 가지게 되겠지만 말 이예요. 아마, 이드님이 일리나와 함께 라일로 시드가님의 레어를 찾기 위해 산맥을 좀 더 헤매고 다녔다면 볼 수도 있었던 광경이죠.' 이드는 이어진 라미아의 설명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럴 수 있을 만큼 이 산에 몬스터가 많다는 설명에 그저 경치만 좋게만 볼 산은 아니란 생각도 들었다. 이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이 네 명의 디처팀원들과 십 여명의 용병들이 몬스터들을 향해 뛰쳐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곧 그들로부터 기합과 괴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본격전인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이드는 그 중 디처팀원들을 찾았다. 그들과 함께 달려나간 오엘의 실력을 보기 위해서 였다. 디처의 팀원들은 오크를 다른 용병들에게 넘기고 트롤들만을 상대하고 있었다. 삼 대 사. 디처가 한 명이 만은 상황이긴 했지만 그들은 전혀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비록 디처의 실력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트롤역시 호락호락한 몬스터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 질긴 재생력과 힘은 그레센의 웬만한 기사라 해도 힘에 부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밀리지도 않는 것을 보면 그들의 실력이 확실히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중 오엘은 청령신한공의 무공으로 혼자서 한 마리의 트롤을 상대하고 있었다. 무지막지한 힘이 실린 공격을 유연하게 넘겨 버리는 보법과 그로 인해 생긴 허점을 깊게 베어내는 검법은 롤의 힘과 재생력을 쓸모 없게 만들고 있었다. 더구나 트롤을 공격해 들어가는 초식 뒤에서 화물을 지키고 있는 용병들로 하여금 과연 얼음공주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만큼 화려하고 정확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과는 달리 오엘을 바라보는 이드의 표정엔 불만과 아쉬움이 하나가득 떠올라 있었다. 청령신한공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라면 저 실력만으로도 뛰어나다. 하겠지만 청령신한공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이드가 보기엔 지금 오엘의 공격은 본래 청령신한공의 위력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는 그저 그런 수법으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아니, 청령신한공을 익히고 펼쳐내는 무공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특히 중간 중간보이는 저 의미 모를 동작은 뭐란 말인가. 옥빙누이의 손을 거친 청령신한공을 저렇게 밖에 펼치지 못하는 오엘의 모습은 잔뜩 기대하고 있던 이드로 하여금 짜증스럽게 까지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이드의 모습에 옆에서 바라보고 있던 라미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게... 안 좋은가요? 오엘씨의 실력이?" 라미아의 질문에 점점 커져 가던 불만이 탈출구를 찾은 듯 이드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실력? 저건 실력이라고 부를 것도 못 돼. 저렇게 밖에 못 할 거면 도대체 청령신한공을 왜 익힌거야? 그 이름에 먹칠하기 위해서? 아님, 자신의 재능이 형편없다는 걸 자랑하려고? 자신이 익히지 못 할 것 같으면 다른 사람에게 넘기던지. 도대체 저게 뭐야!!! 정말 선대의 전수자들이 봤다면 통곡하겠다 통곡하겠어. 도대체 저런 실력으로 청령신한심법은 어떻게 익힌 거야? 정말, 심법을 익힌 게 기적이다. 기적! 게다가 저렇게 밖에 못 할 거면서 용병일을 한다고 설치긴 왜 설쳐?" 정말 평소의 이드라곤 생각되지 않는 거친 말투였다. 더구나 점점 높아져 가는 이드의 목소리에 주위의 시선을 생각한 라미아가 급히 사일런스의 효과가 있는 실드를 형성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이미 용병들의 사나운 시선이 하나 둘 이드에게 모여들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 얼음공주로 불릴 만큼 용병들에게 인기가 좋은 오엘이었다. 그런 오엘을 저렇게 신나게 씹어대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만약 지금이 전투 중 만 아니라면, 누군가 한방 날렸어도 벌써 주먹을 날렸을 만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아~....." 라미아는 전투 후 있을 상황에 미리부터 나직히 한숨을 내 쉴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이드야 다칠 일이 없겠지만 덤벼드는 용병들은 어떨지. 아마, 모르긴 몰라도 한 두 명은 저기 화물들과 함께 실려가게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다행이 전투가 끝난 후에도 그녀가 걱정하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드 주위에 있던 용병들 보다 오엘이 먼저 이드의 말에 따지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전투중인 그녀에게까지 들릴 정도로 이드의 흥분된 목소리가 컸던 것이다. "도대체 내가 왜 네 놈에게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 거지?" 그렇지 않아도 날카로운 편인 오엘의 눈이 더욱 날카롭게 빛을 발하며 이드를 바라보았다. 이 모습이 정말 얼음공주의 진면목인 듯 했다. 하지만 이드의 표정도 만만치 않았다. 그 예쁘장하던 모습은 어디가고 불만 가득한 표정만이 남아 오엘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말했잖아. 당신이 청령신한공에 먹칠을 하고 있어서 라고." 오엘은 이드의 대답에 절로 검으로 향하는 손을 겨우 진정시키고 말을 바꿔 다시 물었다. 정말 다시 생각해도 자신이 왜 그런 모욕 적인 말을 들어야 했는지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좋아, 그럼 내가 도대체 어떻게 청령한신공을 잘 못 익히고 있다는 거지? 난 이미 청령신한공 상의 무공을 반이나 익히고 있단 말이야. 네 녀석에게 그런 말을 들을 이유는 전혀 없어." "호오~ 절반씩이나? 대단한데? 하지만 원숭이도 잘만 가르치면 그 정도는 가능하지. 개중에 특출난 놈들은 완전히 흉내내는 것도 가능할거야." "이익...." 오엘은 자신의 말에 한심하다는 듯 답하는 이드의 말에 정말 검을 뽑고 싶어 졌다. 더구나 자신을 원숭이와 비교하다니... 그럼 자신이 모양만 흉내내는 원숭이란 말인가. 오엘은 이번에야말로 참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검집에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검을 뽑으려는 순간 그녀의 손을 눌러 저지하는 손이 있었다. 두툼하면서도 강인한 손의 주인은 하거스 였다. 가만히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그가 검을 뽑으려는 오엘의 모습에 직접 나선 것이다. 사실 그가 듣기에도 이드의 말은 심했다. 오엘의 검술이 자신이 보기에도 조금 허술해 보이긴 하지만 분명히 그냥 그런 검술은 아닌 듯했고, 실제 그녀의 실력역시 트롤을 상대할 정도로 뛰어나다면 뛰어났다. 헌데 이 이드라는 소년은 그녀의 그런 실력을 확인하고도 그런 말을 내 뱉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그만한 실력이 있거나, 무언가 알고 있거나... 두 가지 일 것이다. 어느 쪽이더라도 오엘이 검을 뽑아서 좋을 건 없었다. "진정해라. 오엘, 그리고 자네도 말이 좀 심했어. 게다가 설명도 하지 않고 그렇게 비꼬기만 해서야... 우선 왜 그런지 설명부터 해 줘야 이쪽도 이해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하거스의 말에도 이드는 여전히 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라미아가 대신 나서기로 했다. 이대로 있다간 정말 저 오엘이 검을 뽑아 들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여기 이드님이 화를 내시는 건 이드님 말 그대로 에요. 오엘씨가 청령신한공을 제대로 익히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그 말은 아까도 들었지. 하지만 뭐가 부족하단 말인가? 내가 보기엔 이 정도도 상당한 실력 같은데... 물론 몇 가지 결점이 있긴 하지만, 그건 경험 부족일 뿐이지 않은가." "그건 청령신한공에 대해 하거스씨가 잘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거죠." "그럼, 내가 청령신한공에 대해 알면..... 나도 저 이드군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 이 말인가?" 하거스는 그렇게 말하며 이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신의 생각대로 두 사람은 오엘이 익히고 있는 청령신한공이란 무공에 대해 알고 있는 듯 했다. 익히고 있는 오엘 그녀 보다 더욱 자세히 말이다. 그리고 지금 라미아의 말 대로라면 청령신한공이란 무공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강한 무공일지도 몰랐다. 하거스가 그런 결론을 내리는 사이 가만히 있던 이드가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까 말했듯이 오엘이 익힌 청령신한공은 원숭이 흉내내기 일 뿐이란 말이죠. 그래도 인간이라고 심법은 어떻게 익혀 내력을 사용하는 모양인데, 그 외의 것은 말 그대로 흉내내기입니다. 더구나 그 흉내내기도 시원찮아서 중간중간 어이없는 헛점을 보이기도 하고 필요 없는 동작도 내 보이고 있죠. 그런데 고작 그런 실력을 가지고 용병일을 하고 있으니..... 대체 뭐가 그리 급해서 벌써 검을 들고나선 건지 이해가 가지 않네요." "하지만 그걸 가지고 그렇게 심하게 말하는 건 좀 심했어." 저쪽에서 울그락 붉으락 얼굴을 붉히고 있는 오엘을 생각해 나무라 듯 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이드의 말에 그는 그만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건.... 제 누님이 익혔던 무공입니다. 하거스씨도 아실지 모르지만, 무림에선 무공이란 것을 특별히 생각합니다. 선대의 무공을 찾아 익혔다는 것만으로도 생판 모르는 사람을 자파의 웃어른으로 모실 정도죠. 좀 더 따지고 들면 오엘씨는 제 누님의 제자.... 정도로 봐도 될 겁니다. 그런 오엘씨가 무공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는 건 누님의 명성에 누가되는 일이죠. 그리고 그런 상황이니... 누님의 동생인 제가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는 것이죠. 오엘씨를 누님의 제자로 본다면, 전 그녀의 사숙 뻘이 되니까요." "......" 확실히 이드의 말대로 옛날 중국의 무림이란 곳에서 그랬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변함없는 그들의 전통이다. 하지만 하거스가 그렇게 생각하는 반면 오엘의 생각은 전혀 그렇지 못한 듯 했다. 그녀의 얼굴은 더욱더 붉어지고 있었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상대는 스스로 자신의 웃어른에 사숙을 자처하고 있지 않은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나보다도 어린 네가 사숙? 웃기지마! 게다가 청령신한공을 익히지도 못한 네가 내가 똑바로 익히는지 못 익히는지 어떻게 알아." 오엘이 씩씩대며 고함을 내 질렀다. 하지만 이번엔 하거스도 나서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아 전적으로 이드의 말이 맞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일이 오엘에게 나쁘긴 커녕 좋은 쪽으로 작용 할 듯 했기에 조용히 뒤로 빠지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저렇게 씩씩대는 오엘을 이드가 어떻게 제압할지 궁금하기도 한 하거스였다. "호~ 그럼 내가 청령신한공을 제대로 익히고 있다면 널 어떻게 평가하던지 그에 따른다는 말인가?" 237 "호~ 그럼 내가 청령신한공을 제대로 익히고 있다면 널 어떻게 평가하던지 그에 따른다는 말인가?" 이드는 하거스가 비켜나자 다시 오엘에게 비꼬듯이 말했다. 지금 자신의 말은 방금 전 흥분해서 소리친 오엘의 말을 조금 변형한 것이었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기에 그녀는 아니라고 하지 못 할 것이다. 과연 이드의 생각대로 오엘이 뭐 씹은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드는 그녀의 모습에 만족스런 미소를 머금으며 자신의 허리에 걸린 일라이져를 꺼내 들었다. 사르릉 거리는 맑은 소리와 함께 빠져 나온 아름다운 은빛 검신과 여태껏 이드의 옷에 가려 빛을 보지 못 한 아름다운 검집이 주위의 시선을 모았다. 그 아름다움엔 화가 날대로 난 오엘까지 상황을 있고 황홀 한 듯이 바라보게 만들 정도였다. 일라이져에 모여드는 시선을 부드럽게 검을 휘돌리며 떨궈 낸 이드가 슬쩍 사람들의 앞으로 나서며 오엘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뭔가 의미심장해 보이는 그 시선에 오엘은 가슴 한쪽이 뜨끔했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앞에 오간 말들을 생각해 보면 확실히 상대는 자신보다 청령신한공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있을지 모른다. 특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드의 누님이 청령신한공을 익혔다고 했다. 그렇다면 만에 하나 이드가 청령신한공을 익히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청령신한공이 일인단맥의 무공이긴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중국과 영국 양국으로 나누어져 이어져 오지 않았던가. 만약 자신의 생각대로 이드가 청령신한공을 익히고 있고 그것이 자신이 펼치는 것보다 더욱 강하다면.... '설마.... 아닐 꺼야. 만약 본인이 익혔다면, 날 보는 순간 바로 알아 봤을 꺼야.' 오엘은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었는지 내심 이유를 들어가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은 앞서 들었던 모욕을 그대로 감수하고, 저 나이도 어린 이드라는 소년을 사숙으로 모셔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기대와는 상관없이 방금 전 전투가 있었던 곳으로 나선 이드는 어떤 것을 펼쳐 보여야 저 오엘을 한번에 승복시킬 수 있을까 하고 생각 중이었다. 옥빙누님에게서 전수 받은 무공은 모두 네 가지였다. 보법한 가지와 각각 공격과 방어의 묘미를 가진 이 초(二招)의 검법. 그리고 마지막으로 호환법(淏換法)이라는 강호 여 고수들의 미용법. '지금 생각해 보면, 보법과 이 초의 검법은 호환법을 익히게 하려고 일부러 넣은 것 같단 말이야.' 이드는 갑자기 떠오르는 누님들의 장난기 어린 행동에 자신도 모르게 스르륵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다면 실제로 펼쳐 보일 수 있는 것은 세 가지다. 하지만 그 중 유한보(流瀚步)의 보법은 이미 오엘이 앞서 어설프게 펼쳐 보였던 것으로 상대가 없으면 그 묘용이 잘 드러나지 않으니 제외하고, 또 그와 같은 이유로 방어를 위한 검초도 제외하면 남는 것은 공격을 위한 일초(一招)의 검법뿐이다. 그렇게 결정이 내려지는 것과 함께 이드가 들고 있는 일라이져의 검신에 오색영롱한 검강이 쭉 뻗어 나왔다. 청령신한공의 내공인 청령신한심법을 모르는 이드이기 때문에 그와 비슷한 내공이랄 수 있는 오행대천공의 내공을 일으킨 것이었다. "휘익~ 대단한데....." "아직 어린데, 벌써 저런 검기를 가지다니...." 이드의 오색 검강을 본 용병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사실 이 자리에서 검기를 내뿜을 수 있는 용병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용병들은 이드의 검강을 검기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그 중 검기를 사용하는 덕에 일라이져에 어려있는 것이 검강임을 눈치 챈 용병들과 디처의 팀원들은 눈을 휘둥그래 뜨고서 입을 꼭 다물고 검강을 주시할 뿐이었다. 그때 검결에 따라 검을 잡고 있던 이드의 목소리가 오엘들의 귓가로 들려왔다. "잘 봐둬. 이게 네가 어설프다 못해 흉내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청령신한공 상의 검법인 신한검령(晨瀚劍玲)중 그 다섯 번째 초식인 신천일검(晨天日劍)의 진정한 모습이니까! 흐읍!!" 피잉. 한순간 이드의 호흡이 끊어지는 듯한 기합성과 함께 공간을 가르는 듯한 날카로운 소성이 허공을 갈랐다. 그 소리가 사람들의 귓가를 울리는 순간 이드의 몸은 어느새 허공을 누비고 있었고 일라이져의 검신에서 시작된 검기의 파도는 마치 수평선처럼 주위로 넓게 퍼져나갔다. 만약 그 앞에 적이 있었다면 검기의 파도를 피해 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어느새 땅에 내려선 이드는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다시 뛰어 올라 검기의 파도 사이를 헤치고 일라이져를 깊게 베어 올렸다. 가히 새벽 하늘에 떠오르는 태양을 상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그 이면엔 뒤로 물러서는 적의 허리를 끊어 내는 무서움을 가지고 있는 초식이기도 했다. 그런 신천일검의 위력은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 보다 오엘이 제일 잘 느끼고 있었다. 또한 이미 자신이 익혔다고 생각한 신천일검의 진정한 모습 앞에 그녀는 그대로 굳어 버린 듯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아직 검강을 형성할 실력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한 다 해도 펼쳐낼 수 없는 초식으로, 검강이나 내공 이전에 초식에 대한 이해와 생각의 차이 때문에 생겨나는 차이였다. 그리고 그 것은 다름 아닌 오엘 자신의 잘 못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오엘은 굳은 표정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 하거스는 고개를 숙인 오엘의 모습에 쯧쯧 거리며 내심 혀를 차 보였다. 자신의 생각대로 이드는 청령한신공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펼치기까지 했다. 그로 인해 확인된 것은 청령한신공이 오엘이 사용할 때와는 너무도 다른 상승의 무공이라는 것이다. '하여간 오엘에겐 잘 된 일이다. 제대로 청령신한공을 가르쳐 줄 사람을 만났으니....'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면 저렇게 화를 내지도, 직접 무공을 내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거스는 검을 거두며 제자리로 돌아가는 이드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반면 이드는 부모님께 야단맞은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오엘의 모습에 만족스런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자신이 펼쳐 보인 일초의 검공으로 오엘의 기세가 완전히 꺽인 것이다. "좋으시겠어요. 생각대로 되셨으니..." "후아~ 실력이 대단할 줄은 알았지만.... 그 검기를 사용할 정도라니, 정말 대단해요." 이드는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라미아와 제이나노를 향해 미소로 답해 주었다. 이어 시선을 오엘에게 향한 이드는 화가 풀린 듯한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 정도면 네게 인정받을 만 하겠지?" 그 말에 오엘이 슬쩍 고개를 들어 이드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네 사숙이라는 것 역시도?" 잠시 머뭇거리긴 했지만 이번의 질문에도 오엘은 축 처진 모습으로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연이어지는 이드의 말에도 오엘은 별 달리 반항하지 않고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상대를 사숙으로 인정한 만큼 다른 요구에 불응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하거스는 두 사람의, 아니 이드의 일방적인 요구가 끝나자 오엘에게 다가가 위로하듯 어깨를 톡톡 두드려 주며 이드에게 웃어 보였다. "하하.... 이거이거, 처음 만날 때부터 뭔가 인연이 있다 했더니, 일이 이렇게 되는 구만. 오엘의 사숙이라니... 정말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일이야." "저도 그렇습니다. 헌데 죄송해서 어쩌죠? 이렇게 불쑥 나타나서 디처의 팀원을 빼가게 됐으니 말입니다." 요구조건 중엔 오엘이 이드를 따라 나서기로 한 것도 끼어 있었다. 이드가 디처에 남아 오엘을 수련시킬 수는 없는 상황이니 거꾸로 오엘을 대리고 다니며 수련시키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뭘 그런 걸 가지고. 한 사람이 빠진다고 해서 휘청일 정도로 우리팀은 약하지 않아. 그리고 기다리다 보면 저 녀석이 더 강해져 돌아올 테니 우리들에게나 이 녀석에게나 오히려 득이지. 그러니 우리 막내 녀석 잘 부탁하겠네." "그건 걱정 마세요. 저도 대충 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제 눈에 차는 실력이 되지 않는 한은 놓아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 그 말과 함께 이드의 시선이 자연스레 오엘에게로 옮겨졌다. "좋아, 좋아. 그럼 상황도 정리 됬으니까..... 일하던걸 마저 해야겠지? 구경 그만하고 빨리들 움직여." "이봐, 하거스. 그러지 말고 자네가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지 그래?" "모범은.... 난 그것보다 더 힘든 감독일을 맞고 있잖아. 내가 아니면 이런 일을 누가 하겠냐?" 이드와 오엘간에 일어나는 일을 흥미있게 바라보던 용병들은 하거스의 재촉에 투덜거리며 각자 하던 일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엔 하거스의 부탁에 의해 이드도 투입되게 되었다. 방금 전의 검술 시범으로 그 실력이 증명된 덕분이었다. 그렇게 여러 사람들이 달려든 덕분에 예상했던 세 시간 보다 한 시간 빠르게 일을 마친 그들은 다시 화물을 가지고 출발할 수 있었다. 그 후 두 차례에 걸친 몬스터의 습격이 있었지만 별다른 피해 없이 그 것을 막아낸 상단은 늦은 밤 목적했던 도시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그런 덕분에 이드와 용병들은 라미아의 바램대로 푹신한 침대에 몸을 누일 수 있었다. 호환법은 단순한 미용 법일 뿐이죠. ^^;; 238 그런 덕분에 이드와 용병들은 라미아의 바램대로 푹신한 침대에 몸을 누일 수 있었다. 그 후로 이드는 상단과 함께 움직이며 틈나는 데로 오엘에게 필요한 여러가지를 수련 시켰다. 간단한 체력 훈련에서부터 보법을 생활화하는 것, 강호에 산재한 간단하면서도 기초적인 검식의 반복, 그리고 몇 일만에 하나씩 던져주는 청령신한공의 무공 한 초식 한 초식에 대한 깊은 이해와 수많은 변초에 대한 활용. 그리고 거기에 더해 내공을 수련하는 마음가짐과 자세까지. 완전 저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중 몇몇은 이미 그녀가 거쳐온 것이기에 쉽게 끝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러던 도중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그녀가 천으로 둘둘 말아 가지고 다니던 검에 대한 것이었다. 정말 검을 알았다고 할 경지가 되지 않는 한 자신의 손에 익은 검 단 한 자루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오엘에게 설명하던 이드는 그녀가 현재 쓰고 있는 검과 천에 둘둘 말아 들고 다니는 검 두 자루의 연원에 대해 물었다. 신한검령검법이 쌍검을 쓰는 검법도 아니고 아직 오엘이 검을 가리지 않는 경지에 든 것도 아닌 이상 두 자루의 검 중 하나만을 택해 손에 완전히 익혔으면 하는 생각에서 였다. 그런 이드의 말에 따라 천에서 풀려난 검을 처음 본 순간 이드는 다시금 놀란 신음성을 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내 보인 검. 그것은 다름 아닌 옥빙누이가 쓰던 소호(所湖)라는 검이기 때문이었다. 비록 신검이나 보검 축에 들진 못했지만 그 풍기는 예기(銳氣)와 기운이 범상치 않아 당시 평범한 청강검을 사용하던 옥빙누이에게 남궁체란이 의자매가 된 정표라며 선물한 검이었다. 확실히 평번한 검은 아니었는지 몇 백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풍기는 예기와 기운이 조금도 줄지 않은 소호를 매만지던 이드는 오엘에게 소호검을 천에 싸 들고 다니는 이유를 물었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대답에 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소호를 천에 싸 들고 다닌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위기상황을 대비해서 라고, 확실히 소호의 예기라면 웬만한 상황하에선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검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대단하다 할 만한 소호 때문에 일어날 사소하다면 사소할 문제들을 피하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좌우간 그렇게 모습을 보인 소호는 그때부터 태양아래 자신의 몸을 드러낼 수 있었고, 오엘은 소호를 손에 익히기 위해 몇 일간 소호를 손에서 내려놓지 않아야 했다. 그리고 원래 쓰던 검은 이드가 파기하려다 아직 그 상태가 괜찮다 생각했는지 라미아에게 호신용으로 건네어 졌다. 그렇게 몇 일간 나름대로 시끌벅적하고 즐겁게 상단과 동행한 세 사람은 드디어 목적한 미랜드 숲이 멀리 보이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상단이 따라가는 길은 미랜드 숲은 비켜가고 있기 때문에 그들과는 이곳에서 갈라져야 했다. 또한 오엘이 실제로 디처팀에서 떨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몇 일간이긴 했지만 동행했던 사람들, 특히 디처의 사람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그 중 제이나노는 자신의 수다를 받아주던 사람들과 헤어진다는 이유인지 아니면, 다시 침묵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인지 필요 이상으로 그들과의 이별을 슬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이 얼마나 요란했는지 정작 가장 아쉬워 해야할 오엘조차 멀뚱히 바라보고 있을 정도였다. 이드와 라미아, 제이나노 그리도 새롭게 일행이 된 오엘은 떠나가는 상단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미랜드 숲으로 걸음을 옮겼다. 큰 숲을 찾아오긴 했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록 한 눈에 다 담지 못할 정도로 꽉 차오는 숲의 크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빽빽하게 들어선 큼직한 나무들과 원래의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초록색으로 물든 대지. 그리고 그런 큰 숲을 감싸 앉는 형상으로 숲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거대하고 화려해 보이는 산의 모습. 정말 뭐가 있어도 있을 것 같아 보이는 분위기를 내 보이는 숲의 모습에 이드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 더 이상 다른 숲을 찾을 필요는 없겠는 걸. 이런 숲에 '그들'이 없다면 다른 어디에도 없을 것 같으니까 말이야." "확실히 '있어'보이는 분위기의 숲이네요." 이드의 말에 입이 심심했는지 제이나노가 재빠르게 대답했다. 사실 그런 생각은 여기 있는 모두가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두 사람의 말에 그들의 뒤에서 라미아와 함께 걷던 오엘은 궁금한 표정으로 뭔가 물으려다 움찔하고는 라미아쪽으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몇 일간 수련을 받고 또한 그때마다 꼬박꼬박 사숙이라고 존대를 하기 했지만.... 아직은 그런 것이 불편한 그녀였기에 이드보다 편한 라미아게 고개가 돌려진 것이었다. "저기, 저 사숙.... 께서 말씀하시는 '그들'이란게 누구죠? 얼마 전부터 저기 제이나노란 분에게 꽤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숙... 께선 누굴 찾고 있는 듯 하던데 말이죠." 아직은 사숙이란 말이 입에선 그녀의 말에 라미아는 예쁘게 웃어 보이며 눈앞을 초록색으로 물들이는 숲을 가리켜 보였다. "글쎄.... 누굴까요? 하나가 아니라, 그들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고 숲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퀴즈를 내는 듯한 라미아의 마러에 오엘은 두 눈을 또로록 굴렸다. 하지만 제법 머리가 좋은 그녀였기에 곧 답을 얻었는지 라미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 답에 자신이 없어 서일까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어 자신이 구한 답을 말했다. ".... 설마.... 엘프?" "딩동댕!" "마, 말도 않돼. 봉인이 깨어진지 이 년이 다 되 가지만, 아직 엘프나 드워프 같은 유사인족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구요." "헤헷.... 제이나노와 같은 말을 하네. 하지만 찾을 수 있어. 우리도 무턱대고 찾아 나선 건 아니거든." 오엘은 묘하게 확신에 찬 라미아의 대답에 뭐라 더 말하지도 못하고 앞서가는 두 사람과 그 앞으로 보이는 거대한 미랜드 숲을 바라보았다. '수련이고 뭐고.... 나 혹시 이상한 여행에 끼어든게 아닐까?' 정말 헤어진지 삼 십분도 채 되지 않는 디처의 팀원들이 보고 싶었다. 그렇게 딴 생각을 하다 문득 정신을 차린 오엘은 저 앞에 가고 있는 라미아의 모습에 급히 걸음을 옮겼다. 오엘은 빠르게 라미아에게 다가가며 방금 했던 생각을 지워 버렸다. 이상한 여행이든 힘든 여행이든 어차피 시작한 여행이고 무공에 대한 올바른 수련을 할 수 있다. 그거면 된 것이다. 오엘이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는 사이 이드를 선두로 한 네 명의 일행은 어느새 미랜드 숲의 외곽 부분에 이르러 있었다. 눈앞에 서 본 숲은 멀리서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멀리서 볼 때는 한치의 뜸도 없이 나무가 빽빽히 들어찬 있는 듯 했지만, 지금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사이좋게 나뭇가지를 걸치고 있는 나무들의 모습이었다. 멀리서 봤을 때 빽빽해 보였던 것은 아마 이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숲이 어두운 것도 아니었다. 자연의 신비인지 겹쳐진 나뭇가지 사이로 절묘하게 비집고 쏟아져 내리는 햇살 덕분에 전혀 어둡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 모습을 잠시 정신없이 바라보던 네 사람은 이드의 말에 따라 숲의 외곽부분에 야영하기로 하고 그에 필요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미 해는 한쪽으로 기울어 저녁시간이 가까웠음을 알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드와 라미아. 단 두 사람이었다면 이곳에서 노숙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곧 장 숲으로 들어가 탐지 마법 내지는 모종의 방법으로 엘프를 찾아 그곳에서 쉬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수가 없는 것이 원래 예정에 없던 동행 둘 때문이었다. 만약 이 두 사람 앞에서 그런 마법을 썼다간 어떤 반응이 일어날지... 생각만 해도 골치 아플 뿐이다. 물론 탐지마법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그 탐지 영역이 문제인 것이다. 어떤 인간의 마법사가 이 넓고 거대한 숲은 한번에 탐지해 내겠는가. 그것도 나름대로 그런 마법에 대해 대비를 하고 있을 엘프들을 말이다. '쳇, 그럼 뭐야. 내일 숲에 들어가더라도 한번에 탐지마법으로 찾아내는 짓은 못하는 거잖아.' 꼭 그 방법이 아니더라도 엘프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아니, 찾는 다기보다는 그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탐지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고 평화적인 방법이다.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은..... "글쎄.... 찾게되더라도 반감이 상당할 텐데...." 이드가 내일 일을 생각하는 사이 저녁 준비가 끝났는지 라미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이드는 마지막 돌을 옮겨두고 몸을 돌렸다. 밤의 편한 잠을 위해 구궁진을 설치한 것이다. 평소 이드의 행동대로 내일 직접 부딪히며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다음날 노숙의 특성상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눈을 뜬 일행은 이른 아침을 해결하고 숲으로 들어섰다. 아직 새벽이랄 수 있는 시간이라 숲 속의 공기는 상당히 차가웠고 발에 걸리는 이름 모를 풀들과 나뭇잎들엔 맑은 이슬이 가득했다. 그러나 곧 태양이 달아오르자 이슬은 사르르 말라 버리고 서늘하던 공기도 훈훈하고 상쾌하게 바뀌었다. "자, 그럼 어떻게 찾을 생각인지 한번 들어볼까요?" 숲 속 깊이 들어왔다고 생각될 때쯤. 제이나노가 이드와 라미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두 사람이 워낙 자신했던 덕분에 제이나노의 눈은 대체 어떤 방법을 쓸까하는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음... 좀 더 들어간 후에 말해주지. 이 미랜드 숲 중앙 부분까지는 들어가 봐야 할 것 같거든." "에엣? 그럼 너무 깊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요?" "괜찮아. 우리니까 그 정도만 들어 가는거지.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이 숲 전체를 뒤지고 다녀야 할 걸. 그럼 슬슬 가보기로 하고..... 오엘?" 이드의 말에 미랜드 숲의 크기를 짐작하고 있던 오엘이 재깍 고개를 돌렸다. "오엘은 조금 떨어져서 유한보로 나무를 스치듯이 지나가도록 해. 이렇게 나무가 많은 숲일 수록 유한보를 다듬기엔 최적의 장소거든. 단 여기서 주의 할 점은 멀리서 피하는 게 아니라, 나무가 앞으로 내민 팔꿈치 정도의 거리에 다았을 때, 앞으로 내미는 발의 진로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에서 유연하게 바람이 스치듯 스쳐지나가야 한다는 점이지. 그럼 시작해. 오엘." "하지만 사숙. 여기서부터 숲의 중앙부분 까지 계속해서 유한보를 펼치는 건 무리예요." "아아, 걱정 마. 중간중간 가다가 쉴 테니까. 여기 제이나노도 쉬어야 하거든. 그리고 수련은 힘든 게 당연한 거야." 그 말과 함께 걸음을 옮기는 이드의 모습을 뾰족히 바라보던 오엘은 곧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유한보의 보법에 따라 세 사람과의 거리를 맞추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정말 이드와 함께 다니고 부터는 얼음공주에 걸맞지 않게 다양한 표정을 내보이는 오엘이었다. 이드는 등뒤로 느껴지는 오엘의 움직임에 빙긋 만족스런 미소를 떠 올렸다. 처음엔 너무 미숙하게 있히고 있는 청령신한공 때문에 화도 났지만, 그 후로 자신의 명령에 착실히 움직이며 수련하는 그녀의 행동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저번에 봤던 아나크렌에서 기사들을 수련시크는 방법과 비슷하네요." 천천히 이드옆으로 다가서며 라미아의 말이었다. "뭐, 기초적인 수련이나 어딜 가든 크게 다를 것은 없으니까. 특히 순간적인 반응 속도와 보법을 익히는데는 이런 수련이 제일 이거든." "으음... 그런데... 엘프들을 찾을 방법은 생각해 봤어요?" 뒤에 있는 제이나노가 듣지 못할 정도의 목소리로 소근거리며 묻는 라미아의 말에 이드가 손가락을 세 개 펴 보였다. "세 개정도.... 하지만, 별로 좋은 방법들은 아니야." "뭔 데요. 뭔 데요." 별로 자신 없는 표정을 한 이드의 말에도 라미아는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설명을 재촉했다. 이드는 그 모습에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천천히 자신이 생각한 방법을 늘어놓았다. 물론 뒤에 오는 제이나노가 듣지 못할 정도의 목소리다. 우선 첫째 방법은 지금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외부인의 침입을 느끼고 다가올지도 모를 엘프를 기다리는 것이다. 숲의 중앙까지 가는 도중 한 명이라도 나타나 준다면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이드의 감각을 피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그를 잡아 사정을 설명하고 찾아가면 된다. 느낌상 가장 마음에 드는 방법이었다. 둘째와 셋째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으로 하나는 저번 라일로 시드가 때와 같이 천마후의 방법으로 엄청난 소리로 그들을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나올지 의문이다. "마지막 하나는..... 정말 내키지 않지만, 숲을 파괴하는 방법이 있지. 이리저리 부수다 보면 숲 을 끔찍이 아끼는 그들인 만큼 뛰쳐나올 거야." 정말 내키지 않는지 머리를 쓸어대며 인상을 구기는 이드의 말에 라미아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정말.... 엘프를 아내로 둔 사람 맞아요? 그런 사람이 어떻게 숲을 파괴할 생각을 다하고...." "그래서 제일 마지막으로 넣은 거야. 정 안될 것 같으면..... 저 두 사람이 보던 말던 탐지 마법을 쓸것이고." 사실 이드도 세 번째 방법은 생각만 했지 쓰고 싶지가 않았다. 엘프인 일리나도 문제지만 스스로 숲을 헤집는 건하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해서 불러낸 엘프들과 자연스레 대화하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아서 였다. 어떻게든 처음 방법대로 숲의 중앙으로 가는 사이 엘프 쪽에서 먼저 나타나 주었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었다. 그러나 두 시간 후. 이드는 사방에서 자신들을 향해 활과 검, 그리고 마법을 겨누고 있는 십 여명의 엘프들의 모습에 조금은 허탈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 하.... 나타나길 바라긴 했지만..... 이런걸 바란 건 아닌데...." 239 "하.. 하.... 나타나길 바라긴 했지만..... 이런걸 바란 건 아닌데...." 삼십 분전쯤이었다. 숲길을 걷고 있던 이드는 주위를 어른거리는 몇 개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동물은 아닌 것이 아무래도 엘프 같았다. 하지만 그 거리가 멀었기에 확인하지 못하고 가만히 걸음만을 옮겼었다. 헌데 다음 순간부터 그들이 가까이 접근하더니 정령과 활등 여러 수단으로 이드들 주위를 맴돌며 갈길을 방해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이드뿐 아니라 나머지 사람들까지 그들의 존재를 알기에 이르렀고, 결국 그 중 일행과 조금 떨어져 있던 오엘이 한 엘프에게 검을 휘두르는 일까지 벌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다행이 그 엘프가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 순간부터 엘프들의 공격은 좀 더 분명해 지고 심해졌다. 이드들은 그들의 반응에 도대체 왜 이러는 건가 하는 생각에 그 공격을 묵묵히 막아내며 앞으로 전진했고 결국 지금의 상황에 이른 것이었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지? 이유 없이 공격할 종족이 아닌데..." 이드의 말에 일행들 옆으로 다가와 있던 오엘이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또한 처음 보는 또 실제로 보게 될 줄이라곤 생각도 못했던 엘프란 종족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라미아가 고개를 내 저었다. "혹시 제가 검을 뽑아 들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건 아니예요. 처음 공격을 한 건 저들인 만큼 언니가 검을 쓴 것은 당연한 행동이지 저들을 화나게 할 행동이 아니었어요. 그건 저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거구요." "좋아, 그럼 내가 나서서 말해 볼께. 이래봬도 명색이 대사제 아니겠어. 엘프들도 사제는 알아 보겠.... 히익!!" 파팍!!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서던 제이나노는 순간 자신의 발 앞에 사정없이 내려와 박혀 부르르 떠는 두 대의 화살에 한 발 앞으로 내디디던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않아 버리고 말았다. 그 뒤 제이나노에게서 흘러나오는 힘없는 말에 이드는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엘.... 프 중에는 리포제투스님의 신도는 없는가 보네... 요." "...." "휴우~ 아무래도 네가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 엘프어 할 줄 알지?" "할 줄 알긴 하지만.... 원래 제가 있던 곳과 차원이 다른 만큼 엘프어도 다를지 모르는데...."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수 십, 수 백 개나 되는 이 세계의 언어 보단 낳을 것이다. 또한 차원은 다르지만 엘프어란 원래가 자연의 목소리와 같은 것. 저들이 엘프인 이상 최소한 알아듣진 못해도 어떤 반응은 보일 것이란 것이 이드의 생각이었다. 그런 이드의 생각을 들은 라미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슬쩍 앞으로 나섰다. 이번엔 다행이 화살이 날아오지 않았다. 덕분에 제이나노가 남녀차별이라느니 어쩌느니 했지만 그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앞으로 나선 라미아의 입에서부터 마치 듣기 좋은 바람소리 같고 시원한 물소리 같은 숲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보통의 사람들은 배울 수 없다고 하는 엘프의 언어. 인간의 성대로는 소리내기도 어렵거니와 일 이십 년의 시간으로 이해하고 배우기도 어려운 언어이다. 하지만 원래가 검이었던 라미아이기 때문에 엘프 이상으로 익숙하게 구사 할 수 있는 엘프어는 잠시동안 그렇게 노래처럼 라미아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라미아의 노랫소리와 같은 엘프의 언어가 그치자 마치 하나의 연주가 끝난 듯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더우기 주위를 포위하고 있는 엘프 쪽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어 그 침묵이 무게를 더 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 그 무게에 이드가 직접 나서려 할 때였다. 이드들의 전방에 서있는 엘프들 사이로 짧은 머리가 인상적인 중년의 엘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상당히 부드러운 표정의 엘프였지만 이상하리 만치 짧은 머리 덕분에 보는 이로 하여금 강한 인상을 남기는 그는 이드를 시작으로 나머지 사람들을 하나하나 바라보더니 마지막으로 라미아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어 열리는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방금 전 라미아를 통해 들었던 것과 같은 엘프어였다. 그의 말에 라미아가 다시 앞으로 나서는 걸 보며 이드와 제이나노, 오엘은 안심이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쨌든 말은 통하게 되었으니 안심할 만한 일이지 않겠는가. 과연 그런 세 사람의 생각이 맞았는지 잠시 후 주위에서 병기와 마법으로 일행들을 겨누고 있던 엘프들이 일제히 경계를 풀고 뒤로 물러섰다. "미안하데요. 자신들이 지나쳤다고, 갑자기 바뀌어 버린 세상에 경계심이 상당한 모양이예요." 꽤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지 라미아가 이드들을 바라보며 엘프들이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는 이유를 가르쳐 주었다. "특히 숲으로 몇 번 진입한 인간들마다 본적 없는 이상한 물건들을 들고 들어온 덕분에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가장 강했던 모양인데.... 마침 그러던 차에 저희가 들어섰고, 또 공교롭게도 그들의 마을을 향해 직선으로 움직이자 그 방향을 바꾸기 위해 화살을 쏘고 방해한 거래요." "마을?" "네, 숲의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바로 이 길을 따라 직선 방향에 자리잡고 있데요. 다행이 마법으로 숨기고는 있지만 마을이 있는 건 사실이라 어쩔 수 없었나 봐요. 참,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는 김에 우리들이 자신들을 찾고 있다는 걸 이유를 들어서 말해 줬어요." 이드를 포함한 세 명은 라미아의 말에 자신들이 가던 길 저 앞을 바라보았다. 엘프를 만나려 한 만큼 방향하나는 확실히 잡은 것인가? 이드는 뒤로 물러났던 엘프들이 마을이 있다는 곳을 향해 하나 둘 향하는 것을 바라보며 라미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표정이 좋은 걸 보아 일이 잘 풀린 듯 한데.... "따라오래요. 마을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인간을 초대한다고.... 생각보다 일이 훨씬 잘 풀릴 것 같아요." 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다. 잠시 후 네 사람은 짧은 머리의 엘프의 안내에 따라 그들의 마을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엘프를 따라 걷는 숲길은 왠지 잘 다듬어진 정원 길을 걷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일행들이 숲을 지날 때와는 달리 얼굴을 때리는 나뭇가지도 없었고, 발길을 붙잡는 잡초의 방해도 없었다. 그렇게 편하게 숲길을 이 십분 정도 걸었을 때 였다. 갑자기 푸른색으로 물들어 있던 숲이 한순간 빛 을 발하며 열리는 듯 하더니 곧 그 앞으로 조용한 모습의 엘프들의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몇 걸음 전에 만 해도 보이지 않던 마을의 모습이었다. 아마도 결계 마법과 일루젼 마법의 일종인 듯 했다. 확실히 이 정도의 마법이라면, 이 숲에 들른 사람들이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그냥 숲을 나서야 했을 것이다. 이드들이 마을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그들의 소식이 전해 진 때문인지 꽤나 많은 수의 엘프들이 모여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얼굴엔 불안감과 함께 숨길 수 없는 호기심이 떠올라 있었다. 그들로선 태어나 처음 대하는 인간일 테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마을에서도 계속 안내를 받은 일행들은 수십 채의 집중에서 조금 외곽에 있다 십은 한 채의 집으로 안내되었다. 별로 크지도 않고 깔끔하게 정리된 집으로 그 내부도 상당히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어 일행들의 귓가로 예의 노랫소리 같은 엘프어가 흘러들어 왔다. 그리고 그 노랫소리를 그저 듣고만 있는 세 사람과는 달리 정확하게 알아들은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이며 뒤돌아 나섰다. "여기서 좀 기다려 달라는데요. 마을의 장로들을 데려 올거라구요." 라미아의 통역이었다. "그래? 그럼 그때까지 편하게 쉬어 볼까?" 그의 말에 일행들은 각자의 짐을 내려놓고 거실 한 가운데 놓여 있는 작은 테이블 주위로 모여 앉았다. 하지만 그런 세 사람과는 달리 제이나노는 인간의 별장과 별 다를 것도 없는 실내를 신기한 듯 두리번거렸다. 그 모습에 뭔가 핀잔을 주려는지 이드가 막 입을 열 때였다. 갑자기 자신들이 들어선 집을 중심으로 묘한 마나의 파동이 일었다. 그것은 자연적인 것이 아닌 마법을 사용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그것을 느낀 이드는 급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그와 동시에 라미아도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향해 다가갔다. "사숙, 갑자기 왜 그러세요?" 이드와 라미아의 갑작스런 행동에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두 사람이 불안한 마음에 급히 되물었다. 그러나 이어 들려오는 라미아의 말에 두 사람 역시 당황한 표정으로 실내를 두리번거릴 수밖에 없었다. "문이.... 잠겼어요. 락의 마법으로..." 문뿐만이 아니었다. 거실 양측 벽에 달려 있는 창문으로도 아무 것도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문과 마찬가지로 열리지도 않았다. 다만 집안의 다른 문만이 정상적으로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뿐이 아니었다. 곧 이어 두툼한 겨울 이불을 덮은 듯 둔감한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그 마나의 흐름이 뜻하는 마법은 결계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이드와 라미아는 당황하거나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실력이라면 언제든지 결계를 부수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연이어 들리는 짧은 머리 엘프의 말에 가만히 있는 것뿐이었다. "갑작스런 행동에 놀랐겠지만 이해하고 기다려 달라는데요. 마을에 인간이 들어온 것이 처음인 만큼 경계할 수밖에 없다는 데요." "칫, 어째 일이 잘 풀린다 했다." 이드가 다시 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리자 그를 따라 라미아도 자리에 앉았다. 덤덤한 두 사람의 행동에 오엘과 제이나노도 조금 진정이 되는지 주춤거리며 따라 앉았다. 하지만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는 덕분에 묘한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그런 침묵이란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이나노가 끼어 있는 일행이다 보니, 그 침묵은 자연히 오래가지 못하고 그에 의해 깨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손놓고 기다리기만 해도 될 까요? 저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잖아요." "그건 걱정 마세요. 믿을 수 있는 종족이니까." ".... 벌써 한번 속았잖아요. 이곳에 오면서...." 이어진 그의 말에 대답하던 라미아가 당황스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들도 어쩔 수 없으니까 그렇게 했겠죠. 갑자기 바뀌어 버린 세상. 한번씩 숲에 들어오는 낮선 인간이라는 종족. 낮선 도구들. 그러던 중에 자신들의 마을로 향하는 우리와 대면하게 된 거죠. 거기에 자기네들의 언어를 구살 할 줄 아는 저 라는 존재가 있으니... 잘됐구나 하고, 데려왔겠죠. 밖의 상황에 대해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가둘 필요는 없잖아. 그런 것 정도라면 충분히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문제니까." "언니 말도 맞아요. 하지만 저희는 그들이 처음 보는 인간이란 종족이죠. 물론, 옛 이야기를 통해 인간에 대해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그런 이야기에 인간에 대한 칭찬이 있을 거라곤 생각되지 않거든요." "그래도 이렇게 갇힌다는 건....." 오엘이 답답한 표정으로 주위로 시선을 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나갈 수는 없는 것. 이드는 그녀의 모습에 옆에 있는 라미아의 다리를 베고 누우며 말을 이었다. "정 그렇게 불안하면, 차분히 심법수련이라도 해둬. 그렇게 불안하게 앉아 있는 것 보단 훨씬 도움이 될 테니까. 단, 너무 깊게 빠지지는 마. 그런 마음상태라면 마음이 가라앉기도 전에 주화입마 할 테니까." "....네." 이드의 말에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오엘은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는지 거실의 한 쪽 벽 앞으로 다가가 그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저기... 그럼, 난 뭘 하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자기가 할 일은 자기가 해야지 말이야." 전혀 불편한 표정을 짓지 않고 다리에 놓인 이드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라미아의 모습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던 제이나노의 말이었다. 하지만 퉁명스레 되 받아치는 이드의 말에 그는 다시 한번 남녀차별이나 뭐니 투덜거리며 그의 짐 중 유일한 한 권의 책을 꺼내들어 읽기 시작했다. 그런 책의 겉 표지엔 진언(眞言)이란 제목이 자리하고 있었다. "흐음... 점심시간이 다 돼 가는데. 점심은 주려나?" 이드는 작게 중얼거리며 가만히 눈을 감았다. 다행이 점심은 나왔다. 고기가 없는 야채와 과일로 이루어진 요리뿐이지만 점심은 나왔다. 화살과 검을 든 전사처럼 보이는 엘프들이 들고 들어온 것이라는 게 문제 긴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점심에 이어 저녁까지 얻어먹고 나서야 일행들은 다시 그 짧은 머리가 인상적인 엘프의 방문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 그의 옆에는 상당히 어려 보이는 그래봤자 보통의 인간보다 훨씬 나이가 많을 엘프 소녀가 함께 하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 보는 인가들이 신기한 것인지 연신 눈을 굴리며 네 명의 일행들을 살피고 있었다. 그 모습에 소녀에게 슬쩍 주의를 준 그 엘프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손에 든 유백색의 우윳빛 구슬을 테이블의 중앙에 내려놓았다. 이유 모를 그의 행동에 일행들의 시선이 그를 향하는 사이 그는 내려놓은 수정구 위에 손을 얹고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헌데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분위기와 형식이 다른 엘프어 였다. 특히 간간히 썩여 들어가는 인간의 언어는 그런 느낌을 더욱 더 해주었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는 순간. 구슬에서부터 시작된 유백색의 빛이 거실을 하나가득 채우고 사라졌다. 그와 함께 들리는 라미아와 엘프의 말에 이드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통역을 위한 마법구 예요." "시... 실례... 했습니다." 귓가에 들리기는 여전히 노래 소리 같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말의 내용과 의미를 정확하게 알아듣는 기분은 상당히 묘한 것이었다. "우선은 사과를 드려야 할 것 같군요. 본의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여러분께 폐를 끼치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특히, 상황이 그랬다고는 하지만 리포제투스님의 대 사제께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아, 아니요. 별로..... 괜찮습니다." 제이나노는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엘프의 모습에 급히 손 사레를 떨어 보였다. 그 모습에 그 엘프는 곧 미소를 지으며 이드들에게 자리를 권하고 자신도 테이블 옆에 자리했다. "우선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이 마을의 수행장로의 직을 맞고 있는 츠멜다라고 합니다. 편하게 메르다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여기 이 아는 저의 아이로 비르주라고 합니다." 그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비르주라는 아이에게 모였다 떨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 메르다와 별로 닮아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라미아가 나서 이드를 비롯한 나머지 동료들을 간단히 소개했다 서로간의 통성명이 끝나고 나자 메르다는 일행들을 강제로 이 곳에 가둔 이유를 설명하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보였다. 우수운 일이지만 그 이유라고 설명한 것이 이미 라미아가 짐작해서 이야기했던 내용 그대로 였다. 몇 가지 덪 붙이자면, 옛 부터 내려온 인간에 대한 이야기 내용이 상당히 좋지 못했던 탓에 엘프들은 인간을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고 있다고 한다. 거의 하급 마족이나 몬스터 정도로 보면 맞을까? 인간에 대한 평가가 그 정도일 줄은 몰랐던 네 사람은 헛웃음만 지으며 그의 말을 들었다. 메르다의 말에 의하면 자신들이 이곳 집에 갇히고 난 후 마을에서는 장로들에 의한 회의가 있었다고 한다. 그 나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장로들조차 처음 보는 인간. 더구나 자신들의 언어까지 할 줄 아는 사람이 끼어있는 일행들의 처리에 이런저런 많은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쉽게 결정이 날 문제가 이니었기에 회의는 길어져만 갔다. 그때 나선 것이 바로 메르다였다. 그는 장로는 아니지만 다음대의 장로라는 수행자로의 신분인 만큼 회의에 참가하고 있다가 의견을 낸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에 그들의 말을 아는 라미아와 리포제투스의 대사제. 그리고 충분히 반격할 수도 있었는데도 묵묵히 방어만 일행들의 행동을 들어 일행들에게 좋은 의견을 내 놓았고, 장로들은 다음대의 장로인 그의 말을 존중해 좋은 쪽으로 결론을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저희 마을에 들어오시는 것을 허가 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여러분들을 믿고 받아들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 두 명 정도의 감시자가 붙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만남에서 라미아님을 통해 들었던 여러분들의 목적은 이틀 후 있을 장로님들과의 만남에서 해결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장로분들과의 만남.... 이요?" 이드가 반문했다. 그 말에 잠시 이드를 살피듯 바라보던 메르다는 곧 이유모를 친근한 모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여러분들이 저희들에게 알고 싶은 것이 있는 만큼 저희 역시 갑자기 바뀌어 버린 세상에 대해 확인하고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밖에 나갔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확실히... 아직 엘프를 봤다는 사람들이 없는 만큼, 그들도 밖의 세상에 대해 잘 모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드의 눈에 메르다 옆에서 눈을 반짝이며 빤히 자신을 바라보는 비르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이드가 그녀에게 미소지어주는 사이 오엘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럼 내일 하루도 이 집에만 머물러 있어야 하나요?"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아까 말했다 시피 여러분들은 지금 저희 마을의 손님으로 되어있죠. 비록 감시자가 붙긴 하겠지만.... 참, 여러분이 마을 구경을 하시겠다면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죠." 그 말에 비르주를 향해 재밌는 표정을 만들어 보이던 이드가 고개를 들었다. "그래 주신다면 저흰 오히려 좋습니다. 다른 분들보다는 메르다님이 좀 더 편할 듯 하거든요." "좋습니다. 그럼 내일 제가 여러분이 식사를 마쳤을 때쯤 들르도록 하지요. 그럼 피곤하실 텐데, 편히 쉬도록 하시죠. 아담해 보이는 집이긴 하지만, 방이 세 개나 되기 때문에 쉬시는 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렇게 말을 끝낸 메르다는 이드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비르주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는 두 사람을 배웅한 일행들은 처음 보단 편한 마음으로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다. 메르다의 말에 마음을 놓은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네 사람을 각자 방을 잡아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있을 엘프 마을구경을 기대하고서 말이다. "그러니까 이 숲과 저 산 일대엔 몬스터가 거의 없다는 말씀이군요." 이드는 작은 살구만 한 이름 모를 과일하나를 집어들며 메르다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들은 지금 메르다를 따라 마을을 대충 한바퀴 둘러보고 난 후였다. 구경이 끝난 그들은 메르다의 안내로 작은 연못이 보이는 경치 좋은 곳에 앉아 점심을 해결하고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옆으로 오늘 아침부터 친근하게 달라붙어 있는 비르주가 큼지막한 과일 하나를 들고 귀엽게 오물거리고 있었다. "그래요. 가끔 눈에 뛰는 오크나 고블린 몇 마리가 있긴 하지만 그 수가 상당히 적을 뿐만 아니라 마을 근처까지 다가온 몬스터들이 저희들에게 혼이 난 후에는 이 근처에 들어오지 않아요. 덕분에 우리 마을일대는 몬스터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 상태죠." "아하, 그래서 마을이 그렇게 평화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군요." "꼭 그런 것만도 아니죠. 아직도 갑자기 바뀌어 버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엘프들이 꽤 되거든요. 거기에 더해 한번씩 숲을 뒤적이는 인간들의 모습은 우리들을 저절로 긴장하게 만들고 있으니... 그렇게 평화롭다고 말 할 수도 없겠군요." 이드는 메르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기분은 같은 경험을 해본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고개를 주억이던 이드의 눈에 마침 비르주가 들어왔다. 괜지 모르게 자신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아이. 하지만 그녀뿐이 아니었다. 메르다 역시 어제이 후 자신들의 언어를 알고 있는 라미아 이상으로 자신에게 친절히 대해 주고 있다. 그 모습에 라미아에게 엘프에게 인기 있어 좋겠다는 말까지 들었을 정도였다. "흠... 그런데 말입니다." "음?" "혹시 비르주가 이렇게 저에게 붙어 있는데... 이유가 있나요? 아, 귀찮다거나 해서 그런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요. 메르다님도 어제부터 제게 유난히 친절하게 대해 주기 길래....." "아아.... 그거야 이드군이 정령에게 사랑받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런만큼 우리 엘프들에게 익숙한 기운을 풍기게 되니까 비르주가 친하게 접근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죠." 240 그리고 그런만큼 우리 엘프들에게 익숙한 기운을 풍기게 되니까 비르주가 친하게 접근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죠." "정령에게.... 사랑받는 존재라는 게 뭐죠?" 메르다의 말에 이드의 반대쪽 빈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던 라미아가 물었다. 그녀 외에 오엘과 제이나노도 어느새 이쪽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아, 제가 말실수를 했군요. 정령에게 사랑 받는 자라는 건 저희 엘프들 사이에서 쓰는 말이고, 뜻은 조금 다르지만 보통은 정령사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정령을 느끼고 그들의 힘을 빌려 쓸 수 있는 존재." 그의 말에 오엘과 제이나노의 시선이 이드에게 향했다. 그들은 이드가 검강까지 뿜을 수 있기에 검사인 줄만 알았지 정령까지 다룰 줄은 몰랐던 것이다. "사숙.... 정령까지 다룰 줄 아셨어요?" "뭐, 조금.... 그런데 제가 알기론.... 정령을 다루는 사람이라고 해서 엘프들이 그 모두에게 친절한 건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아닌가요?" "아니요. 이드의 말대로 모두에게 친절한 건 아니죠. 흔히 당신들이 말하는 정령사라는 것과 저희들이 말하는 정령에게 사랑받는 존재에는 엄연히 차이가 있죠. 말로 설명하기 힘든 근본적인 차이인데.... 후훗... 그건 다음기회에 설명해 드리죠. 내용이 많거든요." 메르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일행들은 다시 경치구경등 자신들이 조금 전까지 하고있던 일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여유로운 하루를 보낸 일행들은 다음날 메르다의 안내를 받으며 마을 중앙에 서있는 거대한 나무 아래로 안내되었다. 수 백년은 되어 보이는 그 나무는 그 크기만큼 큰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는데, 그 그늘 아래로 길다란 나무 테이블과 함께 십여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상석에 장로라고 짐작되는 중년의 여성 엘프 네 명과 남성 엘프 세 명이 앉아 있었다. 엘프의 특징인지 이 마을에서 가장 나이와 경혐이 많을 엘프들일 텐데 도 그렇게 나이들어 보이지 않았다. 만약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메르다와 저 장로중 한 명을 같이 세워두고서 누가 나이가 많겠는가 하고 묻는다면 잠시 고민해야 할 정도였다. "자, 그러지 말고 여기와서 편히들 앉아요. 우리 마을이 생기고서 처음 맞이하는 인간 손님들이여." 라미아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이 장로로 보이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잠시 고민하는 사이 제일 상석에 앉아 있던 하얀 백발을 구름처럼 틀어 올린 여성 엘프가 이드들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녀의 말 역시 엘프어였지만 이미 테이블 중앙엔 통역을 위한 마법이 걸린 우유빛 마법구가 놓여 있는 덕분에 그녀의 말을 이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녀의 말에 메르다가 나서 이드들에게 앉을 자리를-이미 배치 되 있는 자리지만- 마련해 주고 그는 장로들이 있는 반대쪽 의자의 제일 마지막 자리에 가 앉았다. 모두가 자리에 앉자 이드가 슬쩍 몸을 일으켜 일행들을 그들에게 소개했다. 하지만 이미 메르다를 통해 들었는지 큰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일행의 소개가 끝나자 이번엔 메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장로들을 간단히 소개했다. 메르다에 의한 장로들의 소개가 끝나자 대장로 겸 일 장로라는 백발의 엘프인 카이티나가 일행들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그녀의 모습 그대로 그녀의 목소리 역시 강직하면서도 듣기 좋은 음색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우리마을에 온 것을 환영하네, 동시에 처음 이곳에 들르며 있었던 오해로 인해 벌어졌던 무례를 사과하는 바라네." "아니요. 벌써 그 일은 잊은지 오래 입니다. 또한 그것은 저희들이 먼저 이 숲을 들어서서 생긴 일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오히려 여기 메르다씨께서 저희에게 친절히 대해 주셔서 어제 하루 편하고 즐겁게 쉬었으니 저희가 감사를 드려야지요." "......." 이드는 카이티나의 말에 중원에서 받은 예절교육과 그레센 대륙의 왕국예절을 살려 정중히 그녀의 말에 답했다. 그와 함께 보이는 이드의 몸가짐은 어디하나 흠 잡을 대라고는 없어 보였다. 그런 이드의 모습에 카이티나는 상당히 만족스러운지 그 단아하고 강직해 보이는 얼굴에 희미하지만 작은 미소를 그려내었다. 반면 이렇게 정중히 예의를 차리는 이드의 모습을 본적이 없는 오엘과 제이나노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이드가 보이는 행동은 자신들에게 대신 시킨다 해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잘 다듬어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그래 여기 메르다를 통해 들어보니, 우리들 장로들에게 뭔가 묻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꼭 장로들에게 물어본다고 한 건 아닌데. 이드는 메르다를 슬쩍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궁금한 게 있다면 풀어야지. 묻고 싶은 게 있으면 물어 보시 게.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성의껏 대답해 주겠네. 마침 우리들도 자네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잔뜩 있으니까 말이야. " 이드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일 먼저 질문해야 할 꺼리를 생각했다. 그 사이 한 엘프가 작은 쟁반에 간단한 마실 음료를 준비해 모두 앞에 가져다 놓았다. 이드는 자신에게 내어지는 잔을 고맙게 받아 쥐곤 곧바로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그런 이드의 입에선 지금 막 마셨던 음료의 상큼한 향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우선... 저희들이 있던 세계가 봉인된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저와 여기 라미아는 우연히 보게된 마족의 일기장에서 인간들 모두가 이공간에 봉인되었다는 구절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대체 그 이유가 뭐죠?" "마.... 족의 일기장?" 이드에게서 마족의 일기장이란 말이 흘러나오자 자리에 있던 모든 엘프와 오엘의 시선이 이드에게 모아졌다. 마족이라니... 거기다 무슨 마족이 꼬박꼬박 일기까지 챙겨 쓴단 말인가? 왜? 그날 죽인 생물들과 그 숫자를 파악하려고? 그런 황당함을 가득담은 시선의 물음에 이드가 잠시 멈칫하는 사이 옆에서 보고 있던 제이나노가 기회를 잡은 듯 나서서 이드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았다. 몇 일 동안 신나게 수다를 떨다 갑자기 그 수다를 들어줄 사람이 사라지자 꽤나 갑갑했던 모양이었다. 덕분에 순식간에 쏟아져 나온 이야기가 모두의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 "흠, 그럼 두 사람은 상당히 귀한 경험을 한 거구만. 좋아. 내 아는 대로 이야기 해 주지. 그러려면 우선 한 마법사의 이야기부터 해야겠군." 꽤나 이야기가 긴 듯 카이티나는 앞에 놓인 음료로 우선 목을 축인 후 천천히 손자들에게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처럼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인간들의 세상이 봉인되기 300년 전의 한 인간의 마을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마을은 어느 산맥 근처의 작고 작은 영지에 귀속된 마을이었다. 작은 마을인 만큼 그에 비례해 시끌벅적하고 정이 넘치는 이 작은 마을에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작은 소년이 살고 있었다. 소년의 이름은 지너스로 마을 사람 중 가장 어린 덕분에 모두의 귀여움을 받으며 자라고 있었다. 헌데, 그러던 어느 날이던가? 위치가 위치인 만큼 심심치 안게 작은 몬스터를 볼 수 있었던 이 마을에 갑자기 수백의 몬스터들이 몰려 온 것이었다. 갑자기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을을 덮친 몬스터는 사람이 보이는 족족 죽여 먹이로 삼았다. 그리고 그런 경황 중에 소년은 몇 몇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은밀한 곳에 숨겨졌고 그는 그곳에서 간간이 들리는 비명성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몇 일의 시간이 흘렀다. 이미 비명성이 그친 지 오래였지만, 뱃속에서 먹을 것을 달라고 아우성을 쳤지만 소년은 자신을 찾으로 오는 사람이 없기에 또 몬스터에 대한 공포 때문에 쉽게 나서질 못했다. 그러나 영원히 그곳에 숨어 있을 수는 없는 일. 겨우 용기를 내어 숨어 있던 곳을 나선 소년의 눈에 들어 온 것은 갈갈이 찟기고 흩어진 마을 사람들의 모습과 완전히 파괴되어 버린 마을의 모습이었다. 그 끔찍한 모습에 소년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리고 그 소년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어느새 영지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 맞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소년의 불행의 시작이었다. 정말 어이없는 일이지만, 소년이 정신을 차리고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엔 영지 전체가 몬스터의 공격을 받은 것이었다. 그 공격에 영지의 병사들과 사람들은 최대한 방어를 했지만 달려드는 몬스터의 엄청난 수에 얼마가지 못해 어이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 뒤에 이어진 것은 당연하게도 처절한 고통의 비명성 이었다. 그리고 몇 일 뒤. 영지의 급한 지원요청에 뒤늦게 도착한 병사들과 기사들이 영지에서 찾은 것은 독한 눈빛을 내뿜고 있는 소년뿐이었다. 이번에도 그는 그 많은 몬스터의 공격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한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몬스터에 의해 정신없어 하는 사이 그 소년은 침착하게 은밀한 곳을 찾아 숨어든 것이었다. 그 후 소년은 지원 온 기사에 의해 가까운 신전에 맞겨 졌다. 하지만 소년은 곧 그 신전에서 도망쳐 나오고 말았다. 그런 소년의 뇌리에 존재하는 것은 몬스터에 대한 복수심. 그러나 신전에선 그들과 싸울 수 있는 방법을 익힐 수 없기에 신전을 뛰쳐나온 것이었다. 그렇게 신전을 뛰쳐나와 세상을 떠돌길 몇 년. 처음의 그 맑은 눈의 소년은 어느새 청년이 되어 어느 마법사의 제자가 되어 있었다. 그의 스승은 고 써클의 마스터로 꽤나 이름이 아려져 있었다. 또한 소년에겐 또다른 자신의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그 역시 어느날 복수하겠다며 찾아온 뱀파이어 로드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세 번째로 몬스터에 의해 친인이 죽음을 당해 버린 것이다. 그때부터 지너스는 오직 몬스터 만을 적으로 삼아 싸움을 해 나가며, 세상을 떠돌았다. 그렇게 세상을 떠돌며 지너스는 자신처럼 몬스터 때문에, 이종족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렇게 세상을 떠돌길 200년. 그 긴 시간동안 수많은 일을 해오던 지너스는 마침내 몬스터가 없는, 인간이 평화로울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세상 이곳저곳 비밀스런 장소에 자신의 마법을 보조할 보조 마법진을 형성시켰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세상을 떠돌며 모아온 성물과 신물이라 불릴 만한 물건들을 촉매재로 삼았다. 이 것들의 그의 뜻에 따라 세상을 나누고 흐름을 나누는 역활을 할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밤. 아무도, 그 누구라도, 설사 신이라 할지라도 모를 어느 날 밤. 지너스는 마침내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일을 행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거대한 마법진과 그 마법진의 재물로 사용되는 드래곤 하트와 성물들. 그리고 그 모든것의 중심에 선 자신의 영혼. 그리고 한 순간 세상이라는 이름의 그림자는 인간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때서야 무슨일이 있었음을 안 신들이 세상을 뒤졌지만 인간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찾아 낸 것이 이공간에 싸여있는 세상의 그림자 였다. 하지만 신들조차 그 것에 접근할 수 없었다. 그것은 강력한 막으로 둘러싸여 있었던 것이다. 그 막의 정체는 지너스의 영혼이었다. 또한 그의 영혼이 신들을 대신에 죽은 인간들의 영혼을 순환시키고, 자연의 혜택을 베풀어 나갔다. 또한 지너스는 그와 동시에 세상에 퍼진 마법이란 것들을 대부분 거두어 들였다. 혹시라도 자신과 같은 마법사가 나타나 봉인을 깨트릴까 저어한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 쪽 세상에선 이간에 대한 것은 이야기로만 전해지게 되었다. 카이티나는 자신 앞에 놓여있는 음료수 잔을 모두 비워내며 이야기를 끝맺었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가 끝이 났음에도 뭐라, 질문을 하거나 하는 사람은 없었다. 너무 믿기 힘든 이야기였던 때문이었다. 만약 그녀의 말 대로라면, 지금까지 신이라고 믿고 기도 올린 대상이 인간이란 말이 아닌가. 아니, 그 전에 인간이 그런 일이 가능한가? 오엘과 제이나노가 생각하기엔 그런 일은 절대 불가능했다. 그 두 사람에겐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로만 들렸다. 하지만 이미 지금의 세상이 이성으로 생각할 수 없는 세계가 아닌가. 그렇게 고민하는 두 사람과는 달리 이드와 라미아는 어쩌면 가능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현재 이드의 능력역시 인간으로 볼 수 없는 지경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드래곤 하트의 모든 힘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지너스 처럼 성물들을 모은다면, 그리고 마법진을 연구한다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그런 실력은 가진 이드와 그의 검이었기에 두 사람은 그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대단하네요. 한 인간이 그런 일을 해 낼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그럼 혹시라도 그 세상에 남은 인간은 없었나요? 얼마전 한 인간을 만났는데, 그는 봉인이전의 세상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혹시...." "혹시, 이 쪽 세상에 남아 살던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가?" 은은한 미소를 뛰우며 말하는 카이티나의 말에 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호호호.... 지너스라는 사람은 신들도 침범하지 못 할 정도로 강력한 봉인을 실행하고 성공시킨 인간이야. 설마 그런 그가 인간을 남기는 실수를 했을 것 같은가?" "....... 아니요." 이드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혹시나 하고 물어본 건데. 역시나 그런 인물이 그런 실수를 할리가 없다. 이드는 자신 앞에 놓인 잔을 들었다. 뭘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상당히 향과 맛이 좋은 음료였다. 갈 때 좀 얻어 갈 수 있을까. 이드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라미아가 지나가는 투로 카이티나에게 물었다. 이미 두 사람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별로 기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신도 모르는 것을 엘프가 알리가 있나. "저기 그럼, 혹시 차원의 벽을 넘는 방법.... 아시는지...." "왜 그런걸 묻는진 모르겠지만.... 우리도 알지 못하네. 아직 시공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살고 있는 우리들인데, 그 벽 넘어에 있는 차원 벽에 대해선 알 길이 없지." 그녀의 대답에 오히려 고개가 끄덕여 진다. 하지만 그 뒤이어지는 그녀의 말엔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지너스의 봉인 때문에 그 쪽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던 드래곤들이라면... 혹시나 네가 원하는 지혜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그전에 드래곤과 어떻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가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니요. 그 대답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오엘씨는 장로님께 따로 물어보고 싶은게 있나요?" 카이티나에게서 뜻밖의 수확을 얻어 미소지으며 묻는 라미아의 말에 오엘은 고개를 흔들었다. 엘프를 찾기 위해 이 숲에 들어왔다는 것도 숲 바로 앞에 와서야 알게된 그녀였다. 당연히 물어 볼게 어디 있겠는가. 라미아는 그녀가 고개를 내 젖자 카이티나에게 질문 권을 넘겼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한 쪽에 앉아 있던 제이나노가 불만스레 물었다. 왠지 미랜드 숲에서부터 계속 무시당하고 있는 그였던 것이다. "저기... 라미아. 왜 저에겐 오엘씨 처럼 안 물어 보는 거죠?" "아, 참! 호호... 죄송해요. 깜빡했지 뭐예요. 거기다 어차피 제이나노가 하는 질문이라면 왠지 엉뚱한 질문을 할 것 같았으니, 차라리 잘됐죠. 괜히 대장로님을 당황하게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요." 이어지는 라미아의 대답에 제이나노는 고개를 숙인 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반박할 수 없는 평소자신의 행동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그에게도 말할 기회가 주어졌다. 연이어지는 카이티나의 질문에 대해 답 할 사람으로 그가 선택된 것이다. 조금 배우긴 했지만 아직 자세한 것까지 알지 못하는 이드와 라미아, 그리고 흥분하지 않는 이상 말수가 그리 많지 않은 오엘을 제외한다면 설명할 사람은 제이나노 뿐이었던 것이다. 선택이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그에게 설명할 기회가 넘어 갔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수다에 가까운 설명이 장로들에겐 상당히 만족스런 대답이었던 모양이었다. 끝도 없이 이어질 듯한 그의 수다에 장로들이 때때로 웃기도 하고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쉽게 끝나지 않을 듯한 제이나노와 장로들 간의 대화에 나머지 세 사람은 서서히 지쳐갔다. 그러나 정작 말을 하고 듣는 양측은 오히려 쌩쌩해지기만 했다. 이드는 그 모습에 도저히 못 견디겠다는 표정으로 장로들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질린 표정의 라미아와 오엘을 부축하며 그 자리를 빠져 나오고 말았다. 그 길로 어제 메르다의 안내로 가봤던 그 경치좋은 곳으로 향한 세 사람은 도착하자 마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저놈의 수다는 언제 들어도 적응이 안 된단 말이야." "혹시 앞으로 여행하는 동안에도 계속 저 수다를 들어야하는 건 아니겠죠?" "그건 걱정마. 동행의 조건으로 그 입에 자물쇠를 채워뒀으니까. 너도 알다시피 상단과 헤어져서는 조용했잖아. 저 제이나노가 말이야." 이드는 걱정스럽게 물어오는 오엘에게 득의 만연한 웃음을 지어준 후에 그 자리에서 그대로 몸을 뒤로 눕혀 버렸다. 이 숲의 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이곳이 엘프들의 마을이기 때문인지 이유는 알수 없지만, 이 곳에서 누울 때면 등뒤로 와 닿는 땅의 포근한 느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덕분에 이곳에 도착한 삼일 동안 틈만 나면 뒤로 몸을 누이는 이드였다. 그리고 그럴 때면 언제나 자연스레 누워있는 이드에게 다가와 다리 베개를 해주는 라미아가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엔 오엘도 때때로 이유모를 부러움이 들곤 했다. "헌데, 생각이상으로 엘프를 쉽게 찾은 것 같죠? 이드님." 라미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엘은 그녀의 모습에 자신의 검인 소호를 꺼내들어 손질하기 시작했다. 괜히 분위기도 맞추지 못하고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 정도로 눈치 없는 그녀가 아니었다. 물론, 정작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은 그런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뭐, 처음부터 이 정도 시간을 예상 했었잖아. 솔직히 처음으로 들른 숲에서 엘프들을 만난 것은 운이었지만 말이야. 어쨌든 운이 좋았어. 시간도 절약했고, 뜻밖의 정보도 얻었고." "하지만 정말 대장로의 말대로 드래곤들이 차원의 벽을 건널 방법을 알았을 까요? 그레센에선 신들도 알지 못한 방법이잖아요." "맞아. 그래서 별다른 기대는 안 해. 하지만 돈 드는 일도 아니니 한번 물어보긴 해야겠지?" 그 말에 라미아는 가만히 손으로 가지고 놀던 머리카락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숙여 이드의 얼굴 바로 앞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져갔다. "그럼.... 이번엔 드래곤을 찾으실 건가요? 그들이라면, 엘프들 보다 더 찾기 어려울지도 모르잖아요." "후훗, 좀 어려우면 어때? 어차피 시간은 많고 할 일도 없는데. 그나저나 간지러우니까 너무 그렇게 귓가에 대고 소곤거리지마." 하지만 그 말에 오히려 라미아는 장난기가 동한 모양이었다. 좀 더 입술을 이드의 귓가에 가져간 라미아는 입김을 호, 호 불어대며 말을 이은 것이다. "호오... 정말요? 하지만 일리나가 기다리잖아요. 빨리 돌아가 보셔야죠. 안 그래요~~?" "크... 크큭... 마, 맞아. 맞는.... 말이야. 그러니까... 하하하... 장난치지마. 라미... 크큭... 아." "호오... 제가 장난은 언제 쳤다고 그러시나요~~ 호오..." 이드는 다시 귓가에 불어오는 따뜻하고 달콤한 입김에 큰 웃음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한 발 앞서 그의 어깨를 꼬옥 보듬고 있는 라미아의 양팔에 그 시도는 가볍게 무산되어 버렸다. 두 사람이 그렇게 정신없이 웃어대는 사이. 소호를 손질하던 오엘은 도저히 더는 못 봐주겠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잠시 바라보더니 손에 든 소호를 챙겨서는 곧 장 마을로 돌아가 버렸다. 그러나 이미 오엘을 잊은지 오래인 두 사람이었다. 장로들과의 만남이 후 일행들은 마을의 손님으로 극진한 대답을 받으며 편히 쉴 수 있었다. 제이나노가 장로들을 대체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궁금할 정도의 대접이었다. 또한 마을의 다른 엘프들 과도 어느 정도 간단한 친분을 형성할 수 있었다. 자주자주 얼굴을 보는 데다 메르다와 비르주가 항상 함께다닌 덕분에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일주일 후 엘프 마을을 떠날때는 꽤나 많은 수의 엘프들이 나와 떠나는 일행들을 배웅해 주었다. 거기다 마을에 들른 기념으로 제법많은 양의 싱싱한 과일 과, 과일주. 그리고 이드가 얻어가겠다고 하던 음료 두 통을 선물로 받기까지 했다. 지금 그 것들은 모두 라미아의 공간에 상태보존 마법이 걸린 채 보관되어 있었다. 네 사람은 숲에 들어설 때와는 달리 느긋한 걸음으로 미랜드 숲을 나섰다. 오랫동안 숲에 있었던 덕분인지 오랜만에 보는 평야는 시원한 느낌보다는 어딘지 모를 황량한 느낌으로 일행들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곧 익숙해지는 감각에 제이나노가 이드와 라미아를 돌아보며 물었다. "자, 그럼 이제 다음 목적지는 어디죠?" 그 말에 오엘도 궁금하다는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이야 이드와 라미아에게 묻어 여행하는 것이니, 두 사람에게 물어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말에 이드와 라미아는 쉽게 답을 해주지 못했다. 목적지는 있었지만 그것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드래곤의 레어야 드래곤 마음이니 딱히 뒤져볼 만한 곳도 없다. 곤란해하는 두 사람의 표정에 제이나노가 설마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설마하니.... 목적지가 없는 건가요?" "아니, 그건 아닌데..... 좋아, 그럼 우선은 가까운 큰 도시부터 찾아가자. 그곳에서 정보를 좀 모아야 하니까." "정보? 도대체 어딜 찾아가는 데 정보까지 모아야 하는 거예요? 그냥 나한테 말해봐요. 내가 대충 유명한 지역은 알고 있으니까." 이드는 제이나노의 말에 미소로 답하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물론 드래곤 레어니 만큼 유명하긴 하지만.... 아마 절대 어디 있는지는 모를 것이다. 또한 그 사실을 알게되면 엄청난 소란을 떨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거기다 절대 가지 못한다고 우기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이드는 그런 것들을 생각해 대답을 미룬 것이었다. 된다면 아무런 소란도 떨 수 없도록 드래곤 레어 바로 코앞에서 알려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무리 수다가 심하고 흥분을 잘하는 그라 할지라도 드래곤 레어 앞에서 소란을 피우진 못할 테니말이다. 그런 세 사람 앞으로 이번에 오엘이 앞장서서 걸었다. 이 주위에서 이드가 찾는 큰 도시란, 그녀가 상단을 호위해 가기로 했던 록슨시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또 오엘은 그 록슨시를 몇 번 왕복해 본 경험이 있기에 일행들의 길 안내자 역활을 맞게 된 것이었다. 오엘의 설명에 따르면 록슨시는 이 곳 미랜드 숲에서 사 일 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상업중심의 도시로 그 규모가 비록 시(市)라곤 하지만 일반적인 시라는 규모의 배나 된다고 한다. 그런 만큼 몰려드는 상인들이 많고 그런 상인들에 묻어 들어오는 가지각색의 다양한 사람들도 많아 이런저런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그 만큼 활발하고 시끄러운 곳이라고 했다. 일행들은 오엘이 말하는 그 록슨시의 활기를 그 근처에 가기도 전에 직접 느껴볼 수 있었다. 중간중간 경공을 사용한 덕분에 록슨시까지 남은 거리는 이제 겨우 반나절 정도. 헌데 그런 상황에서 일행들은 노상강도 아니, 마침 언덕을 넘던 차였고 본인들이 스스로 산적이라고 하니 산적이라고 불러줘야 하나? 하여간 꽤나 험상궂은 표정에 총 두 자루와 검을 뽑아든 열 두 명 정도의 사내들이 이드들의 길을 막아선 것이었다. 더구나 어디 소설에서 읽었는지 산적이랍시고 대충기운 가죽옷을 걸친 그들의 모습은 실없는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만약 그들이 들고 있는 총과 칼, 그리고 오엘과 라미아를 바라보며 번들거리는 눈만 없었다면 한바탕 웃어버리고 지나갔을 그런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활기찬 곳이긴 한가봐. 그 록슨이란 곳. 요 얼마간 여행하면서 몬스터 걱정하는 사람은 봤어도 이런.... 산적 걱정하는 사람은 못 봤는데, 말이야. 거기다... 저 웃기는 모습은 또 뭐야?" 정말 기가 막힌 다는 표정의 고개를 내 젖는 이드였다. 하지만 이드와 마찬가지로 이런 상황을 처음 당하기는 처음인 제이나노와 오엘라고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뭘 쑥덕거리는 거야. 이 새끼들아! 몇 일 동안 지나다니는 놈들마다 용병놈들을 붙이고 다녀서 제대로 된 영업을 못했는데, 오랜만에 걸려든 것들은 또 왜 이렇게 꾸물거려? 빨리 가진것과 거기있는 두 귀염둥이를 넘겨. 그럼 곱게 보내 줄 테니까." "귀염... 둥이?" 챙!! 산적 대장의 말 중 한 토막을 이드가 되뇌는 사이 라미아와 함께 서있던 오엘의 소호검이 맑은 소리와 함께 뽑혀나와 그 날카로운 예기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기분나쁜 시선이었는데 거기에 더해 니글거리는 음성이 더해지자 참지 못하고 검을 뽑아든 것이었다. 하지만 검을 뽑아든 오엘의 실력을 알리 없는 산적들은 오엘이 검을 뽑은 든 것보다 그녀의 손에든 소호검에 더 신경이 가있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산적일을 하면서 보았던 무기들 중 수준급에 속하는 소호에 탐욕이 인 것이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그들은 자신들에게 총이 있다는 사실에 오엘이 검은 든 사실에 전혀 위축되지 않았을 것이다. "히히히... 좋아, 좋아! 거기 도도한 귀염둥이는 특별히 검과 한 셋트로 받아가지." 정말 저번 오엘이 사소한 문제가 싫어 소호검을 천으로 감고 다녔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241 정말 저번 오엘이 사소한 문제가 싫어 소호검을 천으로 감고 다녔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이어진 말에 오엘이 더 이상 못 참겠다는 표정으로 앞으로 나서는 모습에 이드의 손가락 두개가 살짝 오무려 졌다. 그와 함께 그의 오무려진 손가락 끝으로 작은 콩알 크기의 뽀얀 우윳빛 지력이 맺혔다. 그리고 맺혀졌다 싶은 순간 이드의 손가락이 튕기듯이 앞으로 뻗어나갔다. 퍼퍽!! 퍼어억!! 공기를 가르는 소리도 없었다. 그저 무언가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총을 들고 있던 대장과 다른 산적의 손이 쫙 펴지며 들고 있던 총을 땅으로 떨어트려 버렸다. 그런 그들의 팔뚝부분엔 똑같이 시퍼렇게 멍든 자국이 생겨나 있었다. 갑작스런 일에 산적들이 기겁하고 있는 사이 오엘의 귀엔 이드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이제 총은 없어. 마음껏 실력발휘를 해봐. 2주 동안의 수련성과를 한번 확인해 봐야지." "물론이죠. 사숙." 그렇지 않아도 맘에 걸리던 총을 처리해준 이드에게 자신만만하게 대답한 오엘은 일주일간 미랜드 숲을 뛰어다니며 익숙해진 유한보를 사용해가며 양떼무리에서 날뛰는 늑대처럼 산적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그런 그녀가 스치고 지나가는 산적은 꼭 몸의 한 부분을 감싸며 비명과 함께 그 자리에 쓰러지고 있었다. "크아악!!" "젠장.... 씨파, 어디서 까불어... 크악...." "으... 제기랄. 어쩐지 용병호위도 없이 다닐 때 알아 봤어야 했는데..... 잘 못 골랐다. 튈 수 있는 놈들은 튀어!!" 오엘이 지나간 자리마다 속절없이 쓰러지는 동지들의 모습에 개중 사태파악이 빠른 한 산적이 바락바락 소리치며 솔선수범 하는 자세로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그 사적을 시작으로 아직 뛸만한 상태에 있는 네 명의 산적들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이드가 크게 소리쳤다. "도망치게 하지마. 모두 한방향으로 뛰고 있어. 네 유한보 만으로도 제 일 앞서가는 놈을 추월할 수 있으니까 그 놈부터 쓰러트려서 진로를 막아." 이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오엘은 대답도 앉고 빠른 속도로 뛰쳐나갔다. 과연 이드의 말대로 순식간에 제일 앞서 도망가는 산적의 앞으로 막아설 수 있었다. 순간 갑작스레 모습을 내보이는 오엘의 모습에 기겁한 표정을 짓던 산적이 급히 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어디서 많이 볼 수 있는 그 동작에 오엘은 들고 있던 검을 그대로 품속에 있는 손을 향해 찔러버렸다. 순간 뼈가 갈리는 섬뜩한 느낌 뒤로 딱딱한 뭔가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에 소호를 그의 가슴에서 빼자 그의 옷 밑으로 은색의 작은 호신용 권총 한 자루가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곧 그 총을 발로 차버린 오엘은 손을 잡고 낑낑대는 산적 뒤로 멈춰 갈팡질팡하고 있는 산적들의 모습에 피 한 방울 묻어있지 않은 싸늘한 소호의 검신을 겨누었다. 순간 그것을 신호로 덜덜 떨며 어찌할 줄 모르던 산적들이 그 자리에 털썩 무릎을 끓으며 엎드려 빌기 시작했다. "사, 살려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누님!!!" "누님!!!!" "누가 당신들 누님이야?" 누님이란 말에 눈썹을 찌푸린 오엘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급히 아가씨로 말을 바꾸었다. 하지만 그들이 뭐라 부른들 오엘이 만족하겠는가. 오엘은 그들에게 명령해 쓰러진 산적들을 한곳에 모르게 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쓰러져 피를 흘리던 산적들이 한 자리에 모이자 자신감 어린 표정으로 이드 앞으로 다가갔다. "모두 제압했습니다." "좋아. 확실히 검세(劍勢)가 다듬어 졌어. 자신도 알겠지? 검을 다루기가 좀 더 편해졌다는 사실." 이드의 말에 오엘은 조금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보였다. 확실히 그녀 스스로 검법을 익혀 펼치는 것과 이드의 수련을 받아 펼치는 검법에 확실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네....." 이젠 어린 이드에게 존대어가 자연스레 흘러나온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이드는 제이나노와 라미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제이나노는 저 녀석들의 부상을 좀 돌봐 줘요. 그리고 라미아, 혹시 챙겨놓은 밧줄.... 있어?" "아니요.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챙기지 않았는데.... 저 사람들 묶어서 뭐 하시게요? 귀찮게. 그냥 이 자리에서 간단히 처리해 버리는 게 편하잖아요." "히익..." 듣기에 따라서 상당히 잔인한 라미아의 말에 저쪽에서 제이나노에게 신성치료를 받던 산적들이 헛 바람을 들이켰다. 설마 자신들이 귀염둥이라 칭했던 두 아름다운 여자들에게 자신들이 이런 신세가 될 줄이야. 이제는 그저 목숨만이라도 부지 할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때 치료받는 그들의 곁으로 이드가 슬쩍 다가왔다. 이드의 눈은 치료받은 자들과 현재 치료받고 있는 자들에게 향하고 있었다. 특히 치료받고 있는 자들을 바라볼 때는 새삼스런 눈으로 제이나노를 바라보았는데, 그가 신성력을 사용하는 모습이 상당히 낯설었던 것이다. 평소의 수다스런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그 모습은 그가 이드와 라미아에게 동행을 청할 때 딱 한번 내보인 사제로서의 모습이었다. 잠시 더 그런 제이나노를 바라보던 이드는 곧 몸을 돌려 검상이 치유된 산적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여차저차 말도 없이 그들의 견정혈(肩井穴)과 중부혈(中府穴), 그리고 아혈(亞穴)의 혈도를 집었다. 가만히 앉아 슬금슬금 눈치를 보던 그들은 이드의 갑작스런 손놀림에 깜작 놀라 급히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똑바로 움직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 이드의 점혈로 양팔이 제압되고 말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제이나노의 치료가 마지막 사람을 치료함과 동시에 이드의 움직임 역시 끝이 났다. 그 모습에 의문을 가지고 있던 제이나노가 왜 이렇게 하는지 의문을 표했다. 그래도 명색이 대사제인 때문인지 아니면 오엘이 만들어 놓은 상처가 깊지 않은 때문인지 질문을 하는 제이나노의 표정은 그리 지쳐 보이지 않았다. "뭐, 간단히 말해. 록슨에서의 숙박비야." "숙박비?" "그래, 이 녀석들 처음 나올 때 분명히 영업이라고 했거든. 그렇담 여기서 꽤나 해먹었다는 이야기잖아. 그리고 아직 잡히지 않고 산적질 을하고 있다. 이런 녀석들이면 당연히 현상금이 있지 않겠어?" 그 말에 산적들을 바라본 모두는 얼굴 가득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산적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흥미 있게 바라보던 오엘이 일행들이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동시에 일행들 사이로 어떤 흐뭇한 표정이 떠올랐다. "흐음.... 의외로... 현상금이 꽤 되는 모양인데요." 그녀의 짐작은 정확했다. 산적들과 함께 움직이느라 점심때쯤 도착할 것이 저녁때로 바뀌긴 했지만 몬스터를 대비해 경비를 서고 있던 경비들이 산적들을 보고 표한 반가움의 표정은 보통은 볼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덕분에 일행들은 산적들을 친절히 안내해준 수고비로 한화 백 오십 만원 가량의 돈을 지급 받을 수 있었다. 더불어 사적들에게 당한 사람들이 내건 돈까지 합한다면 일행들이 받은 돈은 총 사백 오십 만원. 잠깐의 수고한 것치고는 상당히 두둑한 금액이었다. 갑자기 생긴 돈에 기분이 좋아진 일행들은 그 기분으로 록슨시에서도 알아주는 이름 있는 여관에 짐을 풀고, 그에 딸린 식당에서 푸짐하게 저녁을 해결했다. 이어 몇 일 동안의 노숙으로 쌓인 먼지와 때를 뜨거운 물로 씻어 버린 네 사람은 그날 밤을 더없이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다. 다음 날 잠자리가 편했던 때문이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이드는 옆에서 아직 꿈나라를 헤매는 제이나노를 놓아 둔 채 간단히 씻고, 어제 들렸던 식당으로 향했다. 아직 조금 이른 시간인데도 여관의 식당은 꽤나 많은 사람들이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상인이나 그들을 호위하는 용병들인 듯 했는데, 과연 오엘의 말대로 록슨이 상업도시 란 것이 맞는 말인 듯 했다. 이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종업원에게 간단한 아침거리를 부탁하고 자리에 앉아 가만히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달리 할 일도 없는 데다 이런 상인들이 모인 식당일 수록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찌되었든 이드가 이곳에 들른 이유가 드래곤의 레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이지 않은가. 하지만 귀에 들려오는 것은 상인들 간의 이야기뿐 이거다 할 만한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주문했던 요리가 나오자 이드는 두리번거리던 것을 멈추고 밤새 허기진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덕분에 이드는 식당의 한 쪽에서 두 명의 상인이 머리를 맞대고 소근대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말았다. "..... 사실이라면, 빨리 여길 떠야 겠구만. 그래. 언제쯤이래?" "글쎄 그걸 잘 모르겠어. 워낙 쉬쉬하니까. 사실 이만큼 얻어들은 것도 힘들 었다구." "칫, 이드님 나빴어요. 혼자서만 식사하시고. 저희도 일찍 일어나서 이드님과 제이나노씨가 일어나길 기다렸는데 말이 예요." "미안해, 미안해. 나도 상당히 일찍 일어나서 너희들이 아직 자는 줄 알았지 뭐냐. 사실 오랜만의 편안한 잠자리 였잖아. 괜히 방해할까 싶어서 말이야. 게다가 여자 둘이 자는 방에 쉽게 들어갈 수가 있어야. 그러니까 네가 이해해라." 이드는 뾰로통해 있는 라미아를 향해 미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두 사람이 그렇게 일찍 일어날 걸 말이다. 아침 식사를 거의 끝마칠 때쯤 오엘과 내려온 라미아는 혼자서 아침을 해치운 이드에게 투정을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해가 가는 것이 일찍 일어나고도 같이 아침을 먹기 위해 기다린 자신이 슬그머니 일어나서는 혼자 식사를 해버렸으니... 몰랐다고는 하지만, 이드로서는 미안할 뿐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그녀로 인해 소란해 진 뜸에 몰려든 시선이 라미아에게서 쉽게 떨어져 나가지 않는 것이다. 라미아의 미모가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로 인해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사양이다. 법이 잘 알려진 만큼 그레센에서 보다는 낮겠지만 그래도 안심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드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만약 문제 거리가 다가오기라도 하면 일찌감치 오엘과 라미아를 데리고 피해 버릴 생각이었다. 그런 문제일수록 골치만 아플 뿐 아무런 득이 없기 때문이었다. 헌데 그런 생각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이드의 눈에 조금 이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오엘의 모습이 들어왔다. 하지만 곧 그런 모습을 지우고 라미아와 함께 아침을 먹는 모습에 그냥 시선을 돌려 버렸다. 다행이 두 사람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별다른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숙소가 비싼 만큼 거친 손님들은 들지 않는 때문인 것 같았다. 그때쯤 자리에서 일어났는지 제이나노가 씻지도 않은 부시시한 모습 그대로 식당의 일행들을 향해 내려왔다. 정말 저러고도 꼬박꼬박 아침 기도는 하는 것을 보면 용하다는 말밖엔 나오지 않는다. "으음... 미안해요. 제가 제일 늦었네요. 잠자리가 너무 포근하다 보니까..... 하~~ 암" "휴~ 보아하니, 아직 잠도 완전히 깨지 않았군? 그러지 말고 좀 더 자지 그래? 어차피 오늘 출발 할 것도 아니니까 푹 더 자도 지장 없으니까 말이야. 아니면, 잠이 확 깨게 찬물로 좀 씻고 오던지." 이어진 이드의 말에 귀가 솔깃했는지 잠시 생각하던 눈치이던 제이나노가 슬쩍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하... 그럼, 그럴까요? 괜찮다면 전 올라가서 좀 더 자겠습니다. 요 몇 일 걸었더니 상당히 피곤하네요. "그래, 그래... 올라가서 자." 이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제이나노는 돌아서서 삼 층 자신의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 걷는 모습이 조금 비틀거리는 것이 확실히 잠이 덜 깬 모습이었다. 저럴 꺼 뭣 하러 내려 왔는지. 이드는 비틀거리던 제이나노의 모습에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우리도 나가 볼까?" "에? 어딜요?" ".... 너 우리가 여기 왜 왔는지 그새 잊어 먹었냐? 정보 때문에 왔잖아. 그럼 그걸 알아보러 나가야 할거 아냐." 순간 발끈하는 이드의 모습에 라미아가 귀엽게 미소지었다. 정말 깜빡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헤헷... 깜빡했어요. 그런데, 어디부터 가보실 거예요? 정한 곳은 있어요?" 그녀의 말에 막 발걸음을 때던 이드는 스윽 돌아서며 제 자리로 돌아왔다. 확실히 이 넓은 도시를 무턱대고 돌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어디부터 가야 할까? 잠시 머리를 굴리던 이드는 아직 별말 하지 않고 있는 오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오엘은 여기 록슨시에 몇 번 와 본적이 있다고 했지? 그럼 어디에 정보가 잘 모이는지 혹시 알고 있어?" "음.... 잘은 모르지만 웬만한 정보는 국제용병연합, 그러니까 용병길드에 가서 알아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처음 들어보는 그녀의 말에 이드와 라미아는 시선을 그녀에게 주었다. 국제용병연합. 일명 용병길드인 그 곳은 봉인이 풀리던 날을 기준으로 하나 둘 나타나던 용병들의 수가 점점 많아지며 자연적으로 생겨난 조직으로 실제로 형성 된지는 채 사 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 개월이란 시간이 무색하게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용병들이 가입해 있고 그들에 의해 모이는 정보가 국제적으로 오고 가는 만큼 웬만한 소식은 용병길드에서 모두 알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용병길드가 제일 먼저 자리 잡은 도시들 중 한곳이 바로 이곳 록슨이었다. 록슨이 상업도시이다 보니, 상인들의 왕래가 많았고 자연히 그들을 호위할 용병들이 필요로 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용병들을 위해 용병길드가 세워진 것이었다. 오엘의 설명을 들은 이드와 라미아는 더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앞장세우고 용병길드를 찾아 나섰다. 오엘은 두 사람의 행동력에 거의 끌려가다 시피하며 한마디 말을 덧 붙였다. "참, 그런데 그들은 정보를 알려주는 대신 돈을 받을 거예요." "알고 있어. 하지만 그건 어제 받은 상금으로도 충분하지. 더구나 내가 찾는 정도는 그렇게 비싼게 아니거든. 아주 싸게 알아올 수 있을 거야." 그렇게 해서 찾아간 국제용병연합은 록슨시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었다. 꽤나 규모가 큰 오층 건물에 한 층 전체를 가리는 국제용병연합이라는 간판이 떡 하니 붙어 있었다. 이 정도 크기의 간판이라면 아무리 록슨시에 처음 들르는 사람이라도 쉽게 찾아 올 수 있을 듯했다. 그리고 그 용병길드 앞으로 바쁘게 들락거리는 많은 용병들과 그 외 사람들. 상당히 바빠 보이는 그 모습을 보며 이드는 작게 중얼거렸다. "과연 상업도시라서 그런가? 엄청나게 바빠 보이네. 게다가 용병들의 수도 엄청나고." 그러나 그것은 이곳에 처음 들르는 이드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록슨에 여러 번 들리 덕에 이곳 용병길드에 대해서도 조금 안다고 할 수 있는 오엘은 이드와는 전혀 다른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상해요. 보통 때는 이렇지 않는데...." 그녀의 말에 라미아가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럼 보통땐 이렇지 않다는 거예요?" "그래. 록슨이 상업도시라 이곳 용병길드가 제법크긴 하지만 이렇게 용병들이 많이 드나들진 않아. 평소엔 지금의 반정도 밖엔 되지 않는 수인데.... 이상해. 무슨 일이지?" "궁금하면 이렇게 서 있을 필요가 뭐 있어. 들어가서 알아보면 되지. 자, 들어가자." 걱정스런 표정으로 용병길드를 바라보는 오엘의 모습에 이드는 호기 있게 말을 이으며 용병길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이드의 모습에 라미아와 오엘도 급히 이드의 뒤를 따랐다. 아니 따라가려고 했다. 등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이드를 따라 용병길드 안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이야, 오엘, 오엘 아니냐?" "아저씨!!" 오엘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 본 곳에는 디처팀의 리더를 맞고 있는 하거스가 커다른 웃음을 지어 보이며 떡 하니 서있었다. 비록 헤어진지 오래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상당히 반가운 듯 하거스는 연신 반가운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이드들도 마찬가지 였다. 그와의 만남이 워낙 좋았던 덕분이었다. "그런데 다시 만나서 반갑긴 한데... 모두들 여긴 무슨 일로 온 거지? 미랜드 숲에 일이 있었던 게 아니었나?" "물론입니다. 하지만 저희 일은 모두 끝났죠. 숲에서 나온지 몇 일 되지도 않았는 걸요. 그래서 뭘 좀 알아보려고 록슨엘 온 건데.... 무슨 일이죠? 분위기가 상당히 산만해 보이는데, 게다가 여기 오엘도 저 용병길드가 평소의 모습과는 다르다고 하던데요." 이어지는 이드의 말에 하거스의 입가에 매어 있던 미소가 쓱 사라져 버렸다. 이어 평소엔 들을 수 없는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그에게서 흘러나왔다. "좀... 좋지 못한일이 있지. 그러지 말고, 어디... 어, 그래. 우리가 묶고 있는 여관으로 가지. 이런 길가에서 이야기 하긴 좀 그래. 소문이 퍼져서 좋을 게 없는 내용이라서 말이야." 평소와 다른 하거스의 모습에 세 사람은 다른 별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하거스는 그런 세 사람을 데리고 용병길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중급의 여관을 찾아 들어섰다. 여관은 용병길드와 가까운 때문인지 술을 좋아하는 용병들에 맞게 일층을 펍으로 쓰고 있었는데, 그 펍의 한쪽에 디처의 나머지 팀원 세 명이 앉아 있었다. 그들도 지금 막 들어서는 오엘과 이드들을 봤는지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된 거야? 대장. 우리 막내둥이는 한 일 이년은 못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헤어진지 두 주도 못 채우고 다시 만나다니 말이야." 흥얼거리듯 농담처럼 말을 하는 피렌셔였다. 그런 그의 입에서는 약하게 술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건 나머지 두 사람도 마찬가지 였다. 하지만 술에 취한 것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들에 이어 하거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흠, 록슨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지? 별로 좋지 못한 일이야." 뭔가 말하려는 폼의 하거스의 말에 이드와 라미아, 오엘은 귀를 기울였다. 하거스는 이야기하는 중에도 다른 사람이 듣지 않는지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상당히 귀한 정보인 것 같았다. "날짜는 정확하지 않은데.... 몬스터 놈들의 공격이 있을 모양이야. 이곳 록슨에." "...!!!" 순간 이드와 두 명의 여성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거스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몬스터의 공격이라니, 또 몬스터가 공격해 들어올지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그러나 그런 의문은 이어지는 하거스의 설명에 의해 모두 풀 수 있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떠도는 이야기 대로라면 항복하지 않으면 공격하겠다는 편지가 한 통 왔었던 모양이야. 누가 보냈냐고? 그건 아직 몰라. 워낙 쉬쉬하는 통에 말이야. 하지만 인간, 내지는 유사인간이 보낸 것 같다는 소문이야. 하여간 그 덕분에 록슨에선 위에 가디언을 요청해둔 상태고, 은밀히 용병길드에도 사람을 보내 실력있는 용병들을 불러들이도록 한 거지. 우리가 상단과 함께 여기 도착하게 오늘로서 육일정도 돼나? 하여간 우리가 도착하자 길드에서 슬쩍 사람을 보내 묻더라고, 디처란 이름이 꽤나 유명했었던 모양인지 찾아온 사람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 있냐고 묻길래. 나머지 놈들과 의논해 본다고 했지. 그리고 이 녀석들이 오케이 하길래. 그 일을 맞기로 한 거야. 특히 이번 일은 보수가 두둑하거든."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을 그렇게 덥석 맞겠다고 하면 어떻 해요? 그런 이야기를 들었으면 조용히 빠져 나왔어야죠." 하거스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오엘이 눈살을 찌푸리며 잔소리를 해대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녀의 말도 맞는 말이긴 했다. 하지만 그들은 용병이었다. 그들이 하는 일이 위험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오엘역시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말이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며 왠지 또 이상한 일에 말려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이렇게 자신이 가는 곳마다 사건이 기다리는지. 아무리 급할 게 없는 이드와 라미아의 일이지만.... 이런 일로 시간이 지체되는 건 사양하고 십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몬스터들의 공격이란 말과 함께 빼앗긴 종속의 인장이 머릿속에 잠깐 생각이 났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라미아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슬쩍 머리카락을 넘기는 라미아아가 이드를 돌아보며 물었다. ".... 남으실 거죠?" "쯧, 어쩌겠어. 저 오엘이 아무래도 남을 분위기인데.... 거기다 고염천 대장의 당부도 있었고 말이야. 그리고 너나 나나 신경 쓰이는 게 있지?" 그 말과 함께 두 사람은 뭔가 통하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때 다시 오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록슨에선 사람들을 대피시킬 생각은 없는 거예요? 오면서 보니까 거의 평소 때와 다름없는 것 같던데..." "뭐, 어쩔 수 없지. 알려졌다 간 모두 도망칠 만한 사실이잖아. 누가 뭐래도 이곳은 영국의 중요한 상업도시 중의 하나. 언제 있을지도 모를 몬스터 공격에 사람들이 도망쳐 버리면 당장 저 안쪽의 생활이 어려워 질 테니까." "그래도....." 오엘은 하거스의 말에 뭔가 맘에 들지 않는 듯 웅얼거리긴 했지만 더 이상 뭐라고 하진 못했다. 모두 맞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뭐, 개중 정보가 빠른 상인들은 재빨리 록슨을 빠져나갈 것이고 느린 사람들은 록슨의 사람들과 함께 공격을 당할 것이다. 그때 조금 가라앉는 분위기의 두 사람 사이로 이드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것보다. 하거스씨. 저희들과 같이 움직이시지 않겠어요?" 갑작스런 이드의 말에 디처팀의 모든 시선이 이드에게 향했다. "어차피 같은 곳에 있을 텐데.... 숙소를 같은 곳으로 잡자 구요. 그래 놓으면 같이 움직이기도 편하잖아요." "음? 같은 곳에 있다니? 무슨 말이야? 내가 이런 이야길 괜히 한 줄 알아? 재깍 몸을 빼라고 알려 준거 아니야." 하거스가 짐짓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했지만 이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하거스 앞에 손가락을 들어 오엘을 가리켜 보였다. 이어지는 이드의 말에 오엘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저 오엘이 그런 이야기를 듣고 그냥 갈 것 같습니까?" "전 이번일 끝날 때까지 여기 있을 거예요. 전 아저씨와 팀원들만 남겨두고 떠나지는 못해요." 단호하게 말을 내 뱉는 오엘의 모습에 하거스는 고개를 설래설래 내 젓고 말았다. 저렇게 까지 말한다 면이야. 어쩔 수 없다. 거기다 검강까지 발휘하는 이드의 실력을 본 뒤라서 그런지 남겠다면 굳이 말리고 싶은 생각도 없는 그였다. "그럼.... 자네들이 묶고 있는 여관은 좋은가?" 하거스의 말에 그들은 일행들이 묵고 있는 여관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중 피렌셔는 급히 달려가 자신들이 잡은 여관의 방을 해약해버리고 남은 돈을 돌려 받았다. 하지만 곧바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용병길드에 정보를 구하러 온 것인 만큼 필요한 정보는 구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때문에 디처팀과 함께 움직여 용병길드에 들른 이드와 라미아는 별로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정보의 제목은 영국에서 가장 몬스터의 종류와 수가 많은 곳. 그리고 영국에서 가장 위험한 곳. 이 두 가지였다. 작은 용지로 두 장 분량이 되는 정보를 가지고 여관에 돌아왔을 때 이드들이 묶고 있는 숙소를 처음 본 하거스의 말은 이것이었다. "왠 사치냐? 언제까지 묶어야 할 지도 모르는 판에 이렇게 비싼 곳을 잡으면 어쩌자는 거야?" "하하.... 괜찮아요. 괜찮아. 록슨에 들어오면서 생각지도 않은 돈 다발을 주은 덕분에 그 돈으로 묶고 있는 거라서요." "돈다발?" 하거스의 물음에 이드가 그냥 들어가 버리자 뒤따라 오던 오엘이 그런 그와 디처팀에게 사정을 설명해 주었다. 덕분에 일행은 하거스의 부러움 같지 않은 부러움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쯤 완전히 잠에서 깨어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제이나노는 생각지도 못 한 디처팀의 등장에 그들을 반갑게 맞았다. 그렇게 이드가 가져온 정보를 한쪽에 쑤셔두고 시간만 보내길 삼일. 드디어 몬스터가 공격할 날이 가까웠는지 가디언으로 보이는 일단의 무리들이 록슨시의 시청에 와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이 때쯤을 기준으로 록슨시로 들어오는 사람의 발길이 뚝 끊기고 말았다. 또한 록슨의 시민들에게도 몬스터의 공격사실을 알리고 공격이 있을 시의 대피요령에 대해 알려주었다. 몬스터들의 공격 예정일은 앞으로 이틀 후. 이것이 대피요령과 함께 사람들에게 알려진 몬스터들의 공격예정 일 이었다. 그 소식이 알려지자 용병길드에 의해 모인 용병들은 그때부터 슬슬 굳은 몸을 풀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의 공격 일이 알려지지 않아 무턱대고 놀아 버린 덕분에 몸이 많이 굳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디처들 역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그들도 넉넉한 공간을 찾아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 모습을 보면서 상황이 어떻게 되어 가는 건가 하는 생각에 한번 알아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었다. 기실 그들에겐 가디언이란 이름표도 있으니 알아보고자 한다면 알아보지 못 할 일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더욱더 골치 아파 질 것 같은 생각에 마주 고개를 저어 버린 두 사람이었다. 그저 디처들과 함께 움직이며 전투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을 주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각각 이틀 동안을 바쁘게 보낸 이틀이 지난 후의 록슨시는 더 없이 조용하기 그지없어, 간간이 보이는 용병들이 아니었다면 유령의 도시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도시의 시민들은 이미 전 날 일찌감치 대피소로 피신해 버린 덕분이었다. 그리고 이른 아침 시간. 용병들은 용병길드의 말에 따라 시청 앞으로 모여들었다. 시청 앞엔 이미 가디언의 제복을 걸친 남녀 삼십 여명 가량이 정렬해 서있었다. 그들의 앞으로는 그들의 통솔자로 보이는 오십 대의 강직해 보이는 인상에 갈색의 머리를 깨끗이 뒤로 넘긴 중년인과 함께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에 나무 로드를 들고 있는 마법사가 서 있었다. "에엑.... 에플렉씨 잖아." "어머, 정말....." 가디언들과 떨어진 곳에서 용병들 틈에 끼어 있던 이드와 라미아는 안면이 있는 로드의 주인의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두 사람의 이런 반응에 옆에서 같이 움직이던 하거스가 가디언들이 있는 쪽을 두리번거렸다. "왜?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 "예, 저기 선두에 있는 마법사요. 조금 안면이 있거든요." "그래? 그럼 아는 채라도 하지 그러냐?" "됐어요. 뭐하러 일부러 그래요?" 두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가디언들 앞에 서있던 중년인이 용병들 쪽을 돌아보며 크게 소리쳤다. "자네들은 언제까지 그렇게 뿔뿔이 흩어져 있을 텐가. 왔으면 빨리빨리 열을 지어 정렬해!!" "... 예, 예." "쳇, 영감. 목소리 하난 죽이네." 갑작스런 그의 호통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용병들이 투덜거리면서도 한곳에 모여 열을 지어섰다. 가디언들 처럼 자로 잰 듯 한 그런 대열은 아니었지만 용병들치고는 상당히 바른 줄을 지은 것이다. 그들이 줄을 지어지자 방금 전 용병들에게 소리지른 그가 작은 단상위로 올라서며 입을 열었다. 그런 그의 목소리는 내력을 사용한 것이 아닌데도, 시청 앞 공터를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크기만 했다. 정말 대단한 성량이었다. "본인은 이번 몬스터의 공격을 막아내고 제지하는 임무의 총 지휘를 맞은 드윈 페르가우다. 간단히 드윈이라 불러주면 좋겠다. 그럼 지금부터 귀관들에게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하겠다. 가디언들인 이미 자세한 설명을 들어 알고 있겠지만, 이 주 전 무(無), 통칭 제로라는 이름으로 록슨 시장님께 날아온 한 통의 편지에는 록슨이 영국에 속한 땅이 아닌 제로의 영역임을 나타내는 문구와 함께 록슨시의 항복을 바라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었다. 또한 그 글에는 만일 제로를 인정하지 않는 다면, 바로 오늘 이 백에 이르는 몬스터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협박의 글도 같이 적혀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오늘 그 일을 막고자 이 자리에 모인 것이다. 귀관들 중에 혹 질문이 있는 자는 질문해도 좋다." 그와 함께 용병들 중 한 사람의 팔이 들려졌다. "그런데 그 것이 사실입니까? 혹시라도 누군가의 장난일지도 모르는 일이지 않습니까. 저는 아직 제로라는 이름은 물론 그렇게 많은 몬스터를 부리는 사람을 본적이 없습니다." "음,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네. 나도 눈으로 직접 확인한 적도 없고, 그에 관한 말을 들은 적도 없어. 하지만 그 말이 가짜는 아닐 것이야. 그 편지에 손수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메세지 스크롤이 하나 들어 있었기 때문이지. 그런 정도의 실력을 지닌 자라면 그런걸 가지고 고작 장난을 치고 있지는 않겠지. 또 다른 질문 있나?" "......" "좋다. 질문이 없다면 각자 그 자리에서 언제든 신호에 따라 뛰어나갈 준비를 갖추어 두도록. 제로란 놈이 언제 어디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시의 중앙 부분에 있다가 신호에 따라 움직이기로 한다. 그럼, 잠시 편히 쉬도록." 드윈의 말이 끝나자 가디언들은 정렬되어 있던 줄은 느슨하게 풀었고, 용병들은 다시 삼삼오오 모여 방금 들은 드윈의 말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용병들과 디처 사이에 끼어 있는 이드와 라미아는 디처와 제이나노가 열심히 토론하는 것을 내버려 둔 채 가디언들이 모여 있는 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저번 중국에서 봤던 에플릭이 있다면 그가 리더로 있는 팀인 트레니얼의 다른 팀원들도 오지 않았나 해서 였다. 과연 그들의 추측대로 두 사람은 가디언들 중에서 트레니얼의 팀원인 가디언을 두 명 찾아낼 수 있었다. 금발에 우락부락한 덩치를 가진 저스틴이란 사람과 이태영과 상당이 비슷한 성격을 가진 메른이란 사람이었다. 그 외 두 사람은 빠진 듯 보이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들이 아는 가디언중 세 명이나 이곳에 파견 나와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먼저 다가갈 생각은 없는 이드와 라미아였다. 만약 그렇게 인사를 나누었다가는 저쪽에 잡혀 이쪽으론 나오지 못 할 것 같아서 였다. 또 던젼에서 본 이드와 라미아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자신들에게 무슨 일을 시킬지 알 수 없는 노릇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들려오는 커다란 목소리는 더 이상 그들에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게 만들었다. "정면이다. 지금 경비들로부터 록슨시 정면으로 적의 몬스터들이 몰려온다는 연락이 들어왔다. 각자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록슨시 정면 향한다. 그리고 도시 입구에서 다시 정렬. 모두 뛰어!!" "우아아아...." "가자...." 242 드윈의 명령에 따라 일 백에 이르는 가디언들과 용병이 록슨시의 입구을 향해 우르르 몰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용병들 사이로는 디처들도 보였고 이드와 라미아도 보였다. 그리고 제이나노는 이번에도 이드의 옆구리에 달랑 들려 가고 있었다. 그의 걸음으로서는 도저히 용병들과 속도를 맞출 수 없는 때문이었다. 수련정도의 차이인지 아니면, 질의 차이인지. 달리는 사람들의 선두는 거의가 가디언들 이었다. 몇 몇 실력이 뛰어나 보이는 용병들이 그들 사이로 보이긴 했지만 정말 몇 몇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서 그대로 입구부분을 나서던 가디언들과 용병들은 지축을 흔들어 대며 열을 지어 몰려오는 몬스터들의 모습에 흠칫 몸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눈에 보이는 몬스터라고는 거의가 오크와 크롤이고, 간간이 오우거까지 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더구나 그 숫자만도 이 백이 넘어 가는 몬스터들의 모습은 드윈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때와는 그 느껴지는 느낌자체가 틀린 듯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넉 놓고 바라볼 수는 없는 일. 용병들과 가디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드윈이 말 한대로 열을 맞추어 서서 대열을 정비했다. 개중엔 벌써부터 자신의 무리를 꺼내들고 흥분된 숨을 몰아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약간 뒤늦게 입구에 도착한 드윈이나 빈 역시 마찬가지였다. 몬스터를 끌고 온다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대형 몬스터 중엔 거의 적수가 없다는 오우거까지 끌고 올 것이라곤 생각도 하지 않았던 두 사람었던 것이다. 아니, 혹 나쁜 예감 쪽으론 도가 튼 빈이라면 어쩌면 예감을 했을 지도 몰랐다. 좌우간 그 모습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드윈은 곧 정신을 차리고 가디언과 용병들을 이끌고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이 더 이상 록슨시 가까이로 다가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였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미사일과 총 등의 최신 전투장비를 갖춘 현대에서는 볼 수 없는 구식의 전투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가슴뛰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용병들과 가디언의 귓가를 맴도는 몬스터들의 괴성이 점점 더 실감나게 커져가기 시작했다. "크워어어어....." "크아아아앙!!" 그리고 그런 몬스터들의 괴성에 대답하기라도 하듯 용병들과 가디언 측에서는 각자의 무기를 뽑아드는 날카로운 소리가 사람의 가슴을 찔끔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러는 중에도 가디언들과 용병들의 가슴엔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오크를 제외하곤 하나같이 만만한 몬스터가 없었고, 또한 숫자도 생각 이상으로 많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렇게 다가서던 양측은 약 백여 미터를 남겨두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순간 긴장감으로 두근거리는 용병들과 가디언들의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듯한 기세로 펄떡이다가 스르륵 원래대로의 움직임으로 돌아왔다. 긴장감이 절정을 넘어 다시 평상시의 감각을 찾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긴장감과는 전혀상관 없는 두 사람. 이드와 라미아는 주위의 상황은 별 신경쓰지 않고 몬스터들을 살피고 있었다. 얼마 전 머릿속에 떠올랐던 종속의 인장 때문이었다. 다행이 몬스터들의 이마엔 종속의 인장의 문양이 나타나 있지 않았다. 아니, 생각해 보면 오히려 상황이 더 나쁠지도 모를 일이다. 몬스터가 강제로 제압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누군가의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것이라면 이만저만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 때 였다. 당당한 걸음을 앞으로 나선 드윈이 몬스터.... 군단을 향해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손에는 언제 든 것인지 모를 커다란 랜스가 들려 있었다. 헌데 그것은 특이하게도 한쪽만 뾰족한 것이 아니라 반대쪽 역시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간에 오십 센티 정도의 공간을 비워 잡을 수 있는 손잡이를 만들어 놓은 그런 형식이었다. "나는 이번일의 총 지휘를 맞고 있는 드윈 페르가우 백작이다. 스스로 제로라 밝힌 이 일의 장본인은 앞으로 나서라." 일순 그의 큰 목소리에 자극 받았는지 몬스터들이 소란을 떨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는 중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그놈들의 모습에 바라보던 사람들은 속이 답답해짐을 느껴야 했다. 저렇게 잘 훈련된 몬스터라면, 보통의 몬스터 이상의 힘을 낼 듯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소리를 질러대는 몬스터를 진정시키며 그 사이로 걸어나오는 세 명의 남자가 있었다. 한 명은 잘 손질된 두개의 일본도를 허리에 차고 있는 동양인 남자였고 나머지 두 사람은 중년의 나이로 보이는 회색의 로브를 걸친 마법사들이었다. "그대들이 제로인가? 그대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똑바로 알고 있기는 한 것인가?" 그 말에 두 마법사중 좀 더 젊어 보이는 남자가 드윈의 말에 대답했다. 상당히 떨어져 있는 대도 그 목소리가 전혀 줄지 않는 것이 아마도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듯 했다. "우리가 제로는 아니요. 다만 제로의 일부분 일뿐. 그리고 우리는 우리에게 맞겨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오." "최선이라니. 그대들, 아니 그대들에게 일을 시킨 사람은 그 일이 우리 대영제국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어리석은 행위란 것을 알기는 하는 것인가." 드윈은 상대의 말에 호기롭게 소리치다 스스로 흥분했는지 대영제국이란 말까지 쓰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그런 드윈의 말에 콧방귀만 낄 뿐이었다. "흥, 우습군. 고작 영국이란 작은 나라의 이름으로 제로를 위협하려 하다니.... 도대체 누가 어리석은지 모르겠소." "뭐, 뭣이? 작은.... 나라? 이익.... 그러는 네놈들은 무엇이 그리 당당하더냐. 너희 말대로 작은 나라의 땅에 와서 이 무슨 행패를 부리며 그리 당당한가 말이다!!" 상대의 냉담한 태도에 반해 드윈이 상당히 흥분하는 듯 하자 그 뒤에 서있던 빈이 그를 진정시키고 나섰다. 그러는 동안 회색 로브를 걸친 마법사의 입이 다시금 열렸다. "행패라.... 상당히 듣기 거북한 소리군. 페르가우 백작이라 하셨소? 백작 우리는 당신 네 나라에서 행패를 부리는 것이 아니오. 단지 우리는 한 나라에 매어 있는 작은 도시와 그 도시속의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고자 할뿐이오. 원래 주인 없는 땅에 선을 긋고 자기 것이라 우기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잔인한 짓을 서슴치 않는 그 나라라는 자물쇠를 풀고 자유를 주고자 할뿐이란 말이오. 백작!" "이익... 네놈이 말이면 단 줄 아느냐. 그러는 네 놈들이야 말로 네놈들 생각을 위해 몬스터를 끌고 오지 않았느냐. 이 더러운 놈들아!" ".... 말이 과하오. 백작. 그리고 우리가 이들을 몰고 온 것은 이곳의 무고한 사람들을 헤하기 위해서가 아니오. 우리가 상대하려는 것은. 바로 그대들. 나라라는 이름의 줄에 묶여 열심히 짖어대는 개를 잡기 위해서 일 뿐이오." "이노옴!!!" 순간 너무나 모욕적인 마법사의 말에 드윈은 큰소리로 소리치며 달려나가려 했다. 그런 드윈의 손에 들린 기형의 렌스에는 이미 은은한 금빛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그러나 그전에 이미 가까이 다가와 있던 빈이 급히 그를 잡아 세웠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뛰어 나갈 듯한 드윈을 한마디 말로 진정시켜 버렸다. "드윈경. 경은 이곳의 총 지휘를 맞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만큼 냉정해 지셔야 합니다. 우선 뒤로 물러나셔서 진성 하시죠.' "하지만.... 으음......" 그렇게 드윈이 빈의 말에 뒤로 물러서자 빈이 마법사와 마주서게 되었다. "나는 이번 일의 부지휘관 역을 맞은 빈 에플렉이라고 하오. 귀하와 뒤의 두 분의 성함을 알 수 있겠소?" "... 드미렐 코르티넨이오. 그리고 뒤에 있는 분은 미리암 코르티넨. 내 형님이시오. 그리고 저기 있는 검사는 제로의 동료이자 우리의 보호를 위해 같이 온 사람으로 미카라고 하지요." 드리렐의 말에 빈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서인지 그 이름을 몇 번 중얼거렸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건지 알려주시겠소?" ".... 이미 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억력이 별로 좋은 것 같지 않군요." "하지만 제로란 이름은 어디에서도 들어 본적이 없는 이름이오. 또한 이번 일로 당신들에게 득이 되는 일도 없을 텐데 왜 이러는 거요." "우리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이러는 것이 아니오. 단지 자유를 바랄 뿐이지. 그리고 우리 이름을 처음 듣는 것은 당연하오. 우리 이름은 지금 이곳에서부터 처음 시작 될 것이기 때문이오. 그럼 말싸움은 이만하도록 하지요. 뒤쪽에 있는 녀석들을 너무 기다리게 하면, 우리들도 다루기 힘들어 지기 때문이오." 더 이상 말하기 싫은 듯 들을 돌리는 그의 행동에 빈은 물론 그 뒤에 버티고선 가디언들과 용병들이 일순 긴장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귓가로 드미렐의 마지막 말이 흘러들어 왔다. "아, 그리고 도저히 이 녀석들을 감당하기 힘든 사람은 저 뒤쪽의 록슨시로 도망가시오 그렇게 한다면 더 이상 그대들을 쫓지 않겠소. 단, 그렇게 도망간 사람들은 다시는 무기를 들어서는 아니 되오. 그것은 하나의 약속이오. 그럼....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두고 보리다." 그 다음 슬쩍 들려진 그의 손이 용병들과 가디언들을 가리키는 순간 몬스터들은 참고 참았던 본능을 폭발시키 듯 융폭한 기세로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런 몬스터들의 모습 어디에도 방금 전까지 열을 맞추어 서있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용케 지금가지 열을 지어 버티고 있었다는 생각이들 정도였다. 한번에 몰려오는 몬스터들의 모습에 가디언들과 용병들은 어쩔 줄을 몰라했다. 처음 생각하기엔 정면으로 부딪힐 거라 생각들을 했었지만, 지금 달려들고 있는 몬스터들을 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완전히 가시는 것이었다. 덕분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용병사이에선 일거리를 잘 못 잡았다는 듯한 후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 때 드윈의 커다란 목소리가 다시금 용병들과 가디언 사이에 울려 퍼졌다. 정말 저 시끄러운 몬스터들의 괴성을 뚫고 들릴 정도니, 정말 엄청나다는 말밖엔 나오지 않는 성량이었다. "모두 원형으로 모여라. 차륜진(車輪陣)을 펼친다. 원은 두 개로 하고, 중앙엔 마법사와 정령사들의 직접적인 전투가 되지 않는 사람들을 둔다. 빨리 움직여라." 드윈의 말에 따라 순식간에 그와 빈을 중심으로 용병들과 가디언들이 모여들어 드윈의 말에 따라 두개의 원을 만들었다. 그러고도 몇 명이 남았지만 그들은 자연적으로 뒤로 빠져 혹시 모를 결원을 보충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금 빈을 중심으로 마법사와 정령사 만으로 원안의 원을 만들어 마법으로 밖에 있는 몬스터들을 공격하기로 했다. 마치 서로 맞춰보기라도 한 듯 한치의 오차도 없는 움직임들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가디언이나 용병들이나 몬스터를 상대로 험한 전투를 치루며 자연적으로 습득한 움직임이기 때문이었다. 이드도 디처들과 함께 있다가 그들과 함께 두 번째 원을 형성하고 섰다. 그런 이드의 옆으로는 오엘이 소호검을 든 채 은은히 긴장하고 서있었다. 그녀로서는 이런 대형전투는 처음일 테니 긴장하는 것도 어쩌면 단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드는 그런 그녀가 걱정되어 뒤따라 온 것이었다. 어차피 라미아와 제이나노는 뒤쪽 원안에 있어 자신은 같이 있지도 못할 테니까 말이다. "너무 긴장하지마. 우선 앞쪽의 원을 넘어오는 적만 처리하면 되는 일이야." "네, 네! 사숙." "크워어어어....."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트롤 한 마리가 이드와 오엘의 앞에 서있는 가디언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내 휘둘러지는 가디언이 철제 봉에 트롤은 달려오던 모습 그대로 봉에 찍혀버리고 말았다. 그 것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괴성과 기합성이 썩여 들려왔다. 차륜진을 짠 군데군데에선 벌써 약한 용병들이 쓰러져 그 자리를 뒤에 있던 사람들이 매우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확실히 트롤이나 오우거 같은 대형의 몬스터들의 파괴력은 엄청났다. 하지만 이쪽도 당하고 만 있지는 않았다. 군데군데 가디언들과 실력 좋은 용병들이 다가오는 족족 몬스터를 베어내고 있었고 등뒤에서 날아오는 마법들은 아직 다가오지도 못한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젠장. 이대로 가다간 우리가 밀려. 놈들 수가 너무 많아." "하압!! 하거스씨?" 이드는 앞쪽 가디언이 트롤을 상대하는 틈을 타 뛰쳐 들어오려는 오크의 머리를 검기로 베어버리고는 바로 옆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원래 한 사람 건너 옆에 있었던 하거스가 서 있었다. 그러고 보니 원래 옆에 있던 사람은 바깥 원에 나가 있었다. 바깥 원을 맞고 있던 사람이 쓰러진 모양이었다. 이드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하거스는 다시 빈틈을 노리고 들어오는 오크를 그 큰 검으로 일격에 반으로 나눠 버리며 좋지 못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같이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본 이드는 과연 이 차륜진이 오래가지 못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디언들과 그에 맞먹는 실력을 가진 용병들이 아닌 사람들은 모두 트롤이나 오우거를 상대하며 한 명씩 부상으로 뒤쪽으로 물러나는 것이었다. 비록 그들이 뒤에서 마법이나 신성력으로 치료를 받고 다시 나서고는 있지만, 그것도 한계는 있었다. 실력 있는 사람들의 수에 비해 트롤이나 오우거의 대형 몬스터의 수가 많은 때문이었다. 뒤에서도 그런 생각을 했는지 바쁘게 대책을 생각하는 듯했으나 그들이라고 무슨 방법이 있을리 만무했다. 차륜전이란 것은 많은 수의 사람이 싸우기 편한 전법임과 동시에 스스로 퇴로를 버리는 전법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윈으로서는 이 전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보통 때처럼 일직선으로 상대해 나갔다면 상대 몬스터들의 기세와 힘에 많은 수의 용병들이 바로 뒤로 돌아 도망가 버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아무리 돈을 받고 움직이는 용병들이긴 하지만 그들도 목숨이 소중한 사람들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대로는 희생자만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사이 이드 앞에서 훌륭히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던 가디언이 반대측에서 날아드는 오우거의 전투망치에 그대로 뒤로 튕겨 나가버렸다. 본능적으로 자신의 창을 들어 막은 듯 하긴 했지만 오우거의 힘이 보통이 아닌 때문에 그대로 땅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텅 비어버린 그 자리를 향해 방금 한 마리의 오크를 제어 넘긴 오엘이 뛰쳐나가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이드는 급히 그녀의 앞으로 막아서며 그 비어버린 자리를 자신이 대신 했다. "네 실력으론 이 자리에서 얼마 못 버텨. 다른데 갈 생각하지 말고 내 뒤에 바싹 붙어 있어." 이드는 그 말과 함께 방금 가디언을 날려버리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오우거의 목을 분뢰의 검식으로 순식간에 베어 버렸다. 원래 보통의 검으론 오우거의 뼈, 특히 목뼈를 자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일라이져에 흐르고 있는 은은한 붉은 빛. 섬뜩한 기운을 지닌 검강은 그 일을 너무도 쉽게 만들었다. 뒤에서 그 모습을 본 오엘은 감히 자신이 흉내낼 수 없는 그 실력에 가만히 이드의 뒤를 지키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그 순간부터 그녀의 소호검은 그녀와 함께 쉬어야 했다. 이드의 검을 피해 오엘에게까지 다가오는 몬스터가 없었던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 옆에 서있는 한 명의 가디언 역시 마찬 가지였다. 그 앞에는 앞서 쓰러진 사람을 대신해 하거스가 나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크를 일검에 두 쪽 내는 그의 검 실력과 검에 실린 황토 빛 검기를 생각한다면, 오엘과 가디언 앞은 앞으로도 뚫리는 일은 없을 듯 해 보였다. 하지만 다른 곳이 뚫리는 것은 시간 문제 인 듯했다. 이드도 그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라미아에게 마법을 쓰게 하던가 자신이 직접 나설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고 검을 휘두르던 한 순간이었다. 등뒤로부터 커다란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거대하고 복잡하며 누군가의 의지가 끼어있는 기운. 그것은.... "마법?" "인센디어리 클라우드!!!" 이드의 짐작이 맞았는지 그에 답해주듯 이드의 등뒤로부터 빈의 커다란 시동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마치 바람이 밀려오 듯 뒤에서 흘러나온 검은 구름과 같은 기체가 몬스터들 사이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퍼져나가던 검은 구름은 당장 가디언들과 용병들이 상대하고 있는 몬스터가 아닌 그 보다 삼 사 미터 뒤에 있는 몬스터들 사이에서 멈추었다. 검은 구름이 멈춘 순간. 등뒤의 드윈과 저 쪽에서 구경하고 있던 마법사에게서 동시에 명령이 떨어졌다. "폭발한다. 모두 뒤로 물러나서 엎드려!!" "젠장. 이렇게 되면.... 모두 앞으로 나가라!" 두 사람의 명령을 신호로 또 하나의 마법이 시전 되었다. 그것 역시 익숙한 목소리였다. 맑고 고운 듣기 좋은 여성의 목소리. 라미아였다. "파이어 볼 쎄퍼레이션!" 라미아의 시동어와 함께 무언가 화끈한 기운이 일어났다. 그녀의 마법에 따라 그녀의 손끝에서 형성된 커다란 불덩이가 한 순간 터지듯이 분열되어 검은 구름 사이사이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드들은 그 모습을 보며 그 대로 몸을 던졌다. 몇 몇을 제외하고는 어떤 마법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드윈의 말에서 폭발한다. 라는 단어는 확실히 들었던 때문이었다. 그렇게 몸을 던진 사람들이 하나 둘 땅에 떨어져 내리는 것과 함께 엄청난 폭음과 진동, 그리고 폭발로 인해 형성된 공기의 압력에 사라들은 귀가 멍멍해 지는 느낌을 받았다. 쿠콰콰콰쾅.... 콰과과광... 쿠우우우........... 이드는 등뒤로 전해지는 열기에 옆에 있는 오엘의 팔을 잡고서 빠르게 중앙으로 다가갔다. "후아... 이거 정말 인센디어리 클라우드의 위력이 맞나? 거의 보통 때의 두 세 배는 될 것 같은데...." "콜록... 사숙이 아시는 마법인가요?" 이드에게 오른팔이 잡혀있던 오엘은 가슴이 답답한 듯 기침을 해대며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그런 그녀의 눈엔 여기저기 무어가 따고 있는 흔적과 함께 심하게 헤쳐져 있는 땅과 여기저기 널린 몬스터의 사체 조각들. 그리고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몸을 날리던 자신들에게 덤벼들던 몬스터들이 땅에 구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그녀의 머릿속엔 정말 엄청난 마법이란 생각과, 이 마법을 자신이 격게 된다면 절대 대항하지 않고 피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응, 인센디어리 클라우드란 마법인데... 인화성 높은 마법구름을 일으켜 의도한 지점에서 불꽃으로 폭발을 일으키는 마법이야. 간단하게 아까 우리 다리 사이로 스치고 지나간 그 검은색 구름들이 전부 폭발력 강한 폭탄이라고 생각하면 돼. 하지만 이번의 마법은 평소위력의 배 이상이야. 마법이 사용된 장소도 넓은데... 어떻게 한 거지?" 이드의 그런 의문은 그가 고개를 돌림과 함께 저절로 풀렸다. 이드의 시선이 간 곳에는 빈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원으로 이루어진 마법진이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마법진의 중앙엔 빈이 그 외곽의 둥근 마법진 들엔 라미아와 두 명의 마법사를 제외한 모든 마법사들이 들어가 있었다. 아마도 그 마법진을 이용해 모두의 마나를 모은 듯 했다. 확실히 사용되어지는 마나양이 크면 클수록 위력은 커지니까. 마침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듯 주위를 둘러보던 빈이 이드를 발견했는지 손을 들어 아는 채를 해 보였다. 아마 그 주위에 모여든 마법사 중에서 라미아를 보았던 모양이었다. "폭발은 끝났다. 모두 정신차리고 일어나. 아직 멀쩡한 몬스터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서. 조금만 더 하면 우리들이 충분히 승리 할 수 있다." 폭발의 위력이 가장 적게 미치는 곳에 서있었던 만큼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드윈이 주위의 상황을 파악하고는 크게 소리쳤다. 그의 큰 목소리에 번쩍 정신이 든 사람들은 급히 몸을 일으키며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은 군데군데 그을려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대열을 정비하고 부상자를 뒤로 돌리는 사이 아직 움직일 수 있는 몬스터들이 하나하나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대부분의 몬스터가 방금 전의 폭발로 날아간 덕분에 이제 남아 싸울 수 있는 몬스터는 팔 십 마리 정도. 마법 한방에 백 마리에 이르는 몬스터들이 몰살을 당한 것이다. 몬스터들도 그런 마법의 위력을 실감하는지 아니면 뒤에서 눈썹을 찌푸리며 심기가 불편함을 내 비치고 있는 드미렐의 명령 때문인지 쉽게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헌데 이상하게도 그런 그의 뒤로 그의 형이라 소개한 미리암이란 중년의 마법사가 미카란 검사의 부축을 받고 있었다. 방금 전 폭발의 영향인 듯도 했지만 특별히 외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게 양측간에 잠시간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그사이에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은 있었다. 바로 사제들이었다. 그들은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대단한 마법실력이요. 잛은 시간에 마법진을 형성해서 마법의 위력을 높이다니.... 하지만 아직 몬스터는 팔십 마리나 남아 있소. 과연 다시 한번 그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 두고 보지. 공격해라!" 처음과는 달리 상당히 목소리가 날카로워진 드미렐의 명령에 가만히 서있던 몬스터들이 다시 우르르 몰려들었다. 거기다 처음 공격해 들어올 때 이상으로 몬스터들이 흉폭 해져 있었다. 그 모습에 이번엔 뒤로 빠져 있던 드윈이 직접 랜스를 들고나섰다. 이미 진형이 무너져 몬스터들이 한쪽으로만 몰려 있었기 때문에 전방의 몬스터들만 상대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좋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가디언들과 검기를 사용할 줄 아는 용병들만 나서라. 나머지 용병들은 부상자들을 지키며 혹시 모를 몬스터들을 막아라. 가자!!" 그 뒤를 따라 여기저기서 일어나 있던 가디언들과 용병들이 검을 들고 뒤따랐다. 하지만 검기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관계로 드윈의 뒤를 따르는 인원은 삼십 여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드역시 디처를 따라 그 삼십 여명 중에 썩여 뛰어나가며 옆에 있는 오엘을 바라보며 당부를 잊지 않았다. 모두 검기를 사용할 줄아는 실력자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몬스터는 아직 팔십 마리나 남아 있었다. 특히 트롤과 오우거의 숫자는 그 중에서 눈에 뛰게 많아 보였다. "이번에도 내 옆에서 멀리 떨어지지마. 아직은 녀석들의 숫자가 많아 따로 떨어지면 위험해." 자신에 대한 염려가 담긴 이드의 말에 오엘은 두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드는 그 모습에 싱긋 미소를 짓고는 일라이져에 검붉은 검강을 드리웠다. 그리고 눈앞에 빠르게 다가오는 두 마리의 트롤을 향해 검을 내리 그었다. 그와 동시에 일라이져에 맺힌 검강으로 부터 붉은 강기가 줄기줄기 뻗어 나갔다. "간다. 수라섬광단(壽羅閃光斷)!!" 서거거걱... 퍼터터턱... 오랜만의 실력발휘였다. 수라섬광단의 검식에 따라 일라이져에서 뿜어진 검기는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을 가르듯 쉽게 눈앞에 있는 두 마리의 트롤은 물론 그 뒤에 서있는 세 마리의 오크까지 한꺼번에 베어버렸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연이어 펼쳐지는 수라삼검(壽羅三劍)의 무위 앞에 이드와 오엘을 목표로 다가서던 몬스터들은 손 한번 제대로 뻗어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해체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뒤를 따르느라 검 한번 아직 뽑아보지 못한 오엘은 그저 눈만 크게 뜬 채 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신한검령의 한 초식을 보여줄 때 사용한 검강으로 이드의 실력이 보통 이상이란 걸 알긴 했지만 정말 이 정도의 위력적인 검법을 펼쳐 낼 줄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광경은 비단 이곳만이 아니라 주위의 두 곳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비록 그 중 이드의 공격이 제일 눈에 뛰고 화려하지만 드윈의 위력적인 랜스솜씨와 하거스의 독창적인 검술은 그들 주위의 몬스터를 어렵지 않게 베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세곳의 선전에 의해 몬스터의 수는 빠르게 줄어갔고 다행이 두 세 명씩 모여 몬스터를 상대하던 용병들과 가디언들은 특별한 부상 없이 여유있게 몬스터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간간이 엄청난 공격을 해대는 세 사람의 무공을 감탄하며 바라보는 여유까지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과는 달리 저쪽에서 그렇게 당당히 자기 할 말을 해대던 드미렐은 세 사람에 의해 몬스터가 뭉턱이로 쓰러져 나갈 때마다 눈에 뛰게 몸을 휘청이고 있었다. 덕분에 뒤쪽에서 미리암을 부축하던 미카가 급히 달려와 부축하려 할 정도였다. 그런 미카의 도움을 거절한 드미렐은 곧 슬며시 눈을 감으며 뭔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문이 완성되자 그의 몸을 회색 빛의 마나가 순간적으로 휘감고 돌았다. 그 후 한층 편해진 얼굴로 눈을 뜬 그는 가만히 서서 뒤에 있는 미카와 몇 마디를 주고받은 후 씁슬한 표정으로 힘없이 쓰러지고 있는 몬스터들과 그들을 쓰러트리고 있는 세 명을 주의깊게 바라보았다. 그 순간 제법 순서를 갖추어 사람들을 상대하던 몬스터들이 갑자기 다시금 본능에 모든 것을 맞긴 채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무언가 드미렐과 그들 사이에 마법적인 교감이 있는 듯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후아!! 죽어랏!!!" "흐압. 빅 소드 13번 검세." "마지막.... 수라참마인(壽羅斬魔刃)!" 세 개의 기합성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검은 휘둘러지지 않았다. 또한 두 다리로 서있는 몬스터도 하나도 없었다. 어느새 서로 가까운 위치까지 다가온 세 사람은 세로를 한번씩 돌아보고는 드미렐과 그 뒤에 서있는 두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드미렐의 표정은 어느새 처음과 전혀 다를 바 없어 담담하게 변해 있었다. 그 모습에 드윈이 금방이라도 랜스를 집어던질 듯한 기세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전투 전에 있었던 드미렐과의 대화에서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한 것이 상당히 분했었던 모양이었다. "이 놈 어떠냐. 이것이 네가 우습게 본 한 나라의 힘이다. 어디 얼마든지 몬스터를 끌고 와봐라. 우리들이 네 놈들에게 항복을 하는가." 드윈의 큰소리에도 드미렐의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드윈의 말 자체를 완전히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예상치 못한 실력자가 두 명이나 있었소." 그 말과 함께 드미렐은 신나게 몬스터를 도륙한 세 인물 중 이드와 하거스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러나 감정이 실린 시선은 아니었다. 그냥 얼굴을 익혀 두겠다는 식의 그런 시선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우리 제로를 판단하면 상당히 곤란하오. 아까도 말했듯 이번 것은 그저 저희의 이름을 알리는 수준. 그래서 몬스터 만을 이용해 공격했지, 실제로 우리 제로의 전력은 아니오. 그리고... 저기 예상외의 실력자들만 아니었고, 여기 미카씨가 조금만 거들었다면 우리는 충분히 이번 일에 성공하고 록슨시를 우리 영역에 두었을 것이오. 아마... 이 부분에 한해서는 드윈백작도 부인하시진 못 하리라 생각하오." "으음.... " 과연 그랬는지 드윈은 드미렐의 말에 뭐라 반박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심은 이드와 하거스가 없었더라도 모든 저력을 다하면 패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로써 비록 우리의 첫 일을 성공시키지는 못했지만 우리의 이름을 알리는데는 충분했다고 생각되오. 그럼, 백작께서는 돌아가 세계각국에 우리의 이름을 알려주시오. 오늘부터 우리 제로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테니까 말이오. 그리고.... 또 뵙겠소. 백작, 그리고 빈씨. 아마 영국에 일이 있다면 우리들이 올 것이오. 그럼 그때 다시 그 솜씨를 보여주기 바라오." "누가 보내준다고 하던가?" 마치 작별인사를 하는 듯한 드미렐의 말에 드윈이 발끈하여 몬스터의 피로 얼룩진 랜스를 치켜들었다. 그의 모습에 드미렐를 처음으로 입가에 작은 미소를 드리우며 회색의 로브 속에서 손바닥만한 작은 종이 조각을 꺼내 찢었다. 찢어진 종이로부터 새어나온 빛은 곧 드미렐과 미리암 그리고 미카 주위로 순식간에 빛의 마법진을 형성했다. "훗, 다음에도 백작의 그 혈기가 왕성하길 바라오. 약속된 길의 문을 열어라. 텔레포트!" 마법진의 완성과 함께 외쳐진 드미렐의 시동어에 세 사람은 순식간에 빛에 휩싸였다. 그가 찢은 종이는 스크롤이었던 것이다. 드윈은 세 사람이 빛에 휩싸이자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손에 들고 있던 랜스를 힘껏 내 던졌다. 하지만.... 콰앙.... 부르르.... 이미 세 사람이 사라진 허공만 찌른 랜스는 묵직한 소리를 내며 그 길고 굵은 몸체를 땅에 반 이상 들이박음으로써 목표를 놓친 분을 풀었다. 243 그들이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이 풀린 용병들과 가디언이 그 자리에 그대로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개중엔 아예 뒤로 누워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쉬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드윈의 명령에 의해 록슨시로 소식을 전하고 환자들을 옮길 들것을 요청하기 위해 두 명의 마법사가 록슨시로 뛰어야 했던 것이다. 이드는 힘들게 뛰는 그들을 잠시 바라라본 후 몬스터들이 쓰러진 곳 저 뒤쪽. 제법 깨끗한 곳에 서있는 빈과 라미아를 바라보며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런 이드의 등뒤로 자연스레 오엘이 뒤따랐고 또 그녀 뒤를 하거스와 나머지 디처의 팀원들이 따랐다. "수고하셨어요. 이드님." "그래, 라미아도. 한달 만인가요? 오랜만이네요. 아깐 대단했어요. 그 마법." "하하... 뭘.... 그보다 난 두 사람이..... 이곳에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야." 이드의 인사말에 빈이 한참을 뛰어 숨이 찬 사람처럼 뛰엄뛰엄 말을 이었다. 이드는 그 모습에 그에게 그냥 자리에 앉도록 권했다. 아마도 방금 전 마법진을 이용한 인센디어드 클라우드의 무리한 운용 때문인 듯했다. "그나저나.... 자네들이 영국엔 무슨.... 일인가?" "간단한 여행입니다. 영국에서 찾아 볼 것도 있었구요. 그러다가 몇 일전에 우연히 이곳에 들렸는데, 마침 아는 용병 분들이 있길래 같이 머무르다 나온 겁니다." "후우... 그런가? 하여간 자네에겐 또 도움을 받았군." 이어지는 그의 말에 이드는 가볍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런 이드의 시선에 반가운 얼굴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두 사람이 있었다. 메른과 저스틴이었다. 메른의 경우 스피릿 가디언으로 뒤쪽에 있어 별달리 피해는 없어 보였지만 직접 검을 들고나섰던 저스틴은 가슴에 상처를 입었는지 붉게 물든 붕대를 두툼하게 감고 있었다. "이야, 오랜만입니다. 레이디 라미아.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말랐답니다." "이야, 오랜만이야. 역시나 대단한 실력이던데?" 다가온 두 사람은 각각 인사를 하는 사람이 달랐다. 저스틴은 이드에게 인사를 건네었고 메른은 라미아에게 무릅까지 꿁어가며 옛날 식의 인사를 건네었다. 확실히 중국에서도 그는 라미아에게 관심을 보이긴 했었다. 하지만 그에게 그런 관심을 받고 있는 라미아는 무반응이니... 불쌍할 뿐인 메른이었다. 그리고 그 때쯤해서 록슨시 안에 소식이 전해 졌는지 몇 대의 차가 록슨시에서 나왔다. 나온 차들은 두 대의 응급차와 다섯 대의 밴으로 모두 환자를 옮기기 위해 나온 것이었다. 덕분에 기진맥진해 있던 빈도 그 차 중 하나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이드는 환자를 태운 차들이 다시 록슨시로 출발하는 모습을 보며 몸을 돌렸다. 일이 끝났으니 이제 그만 여관으로 돌아가 볼 참이었다. 그런 이드의 의견에 디처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모두는 몬스터의 피를 뒤집어 쓴 듯한 모습이었기에 상당히 기분이 찝찝했던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의 용병일은 어차피 내일 용병길드로 직접가서 받으면 되니 더 이상 몬스터의 비린내가 진동하는 이 곳에 서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행들을 막아서는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라미아를 놓치고 싶지 않은 메른과 자신 이상의 놀라운 실력을 보여준 하거스와 이드에게 관심을 보이는 드윈,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 본의 아니게 이드들의 길을 막게된 저스틴이었다. 보통이런 상황이라면 이드는 몇 번 거절하다가 그들의 성화에 못 이겨 그들을 따라 갔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이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드와 같이 있는 하거스가 나서 그들의 초대를 딱 잘라 거절해 버린 것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방금 전 까지 엄청난 힘과 검술로 몬스터를 도륙하던 하거스의 말이었기에 세 사람은 더 이상 권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다만 나중에라도 시청에 들러다달라는 말만을 덪 붙였다. 왠지 귀찮아 질 듯했던 상황에서 벋어난 그들은 곧 록슨의 입구를 지나 자신들이 머물던 여관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에 맞추어 먼저들른 가디언들에게서 전투가 끝났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사람들이 하나 둘 자신들의 집과 가계로 찾아 들어갔다. "과연 일이 일인만큼 수당이 두둑해서 좋아." 이드등 테이블 두개를 합쳐서 함께 앉아 있던 사람들은 여관 문을 열고 싱글벙글 거리며 들어오는 하거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손에는 여덟 개의 하얀 봉투가 달랑이고 있었다. 용병길드에서 나온 디처팀과 이드들의 수당이었다. 전날의 피로를 깨끗이 풀고 쉬고있는 사람들을 대신해 하거스 혼자 수당을 받기 위해 용병길드가지 갔다 온 것이었다. 테이블로 다가와 털썩 자리에 주저앉은 하거스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봉투로 모이는 모습에 봉투에 써있는 이름에 맞춰 봉투를 건네주었다. 헌데 그런 봉투 중 다른 다섯 개의 봉투보다 훨씬 두툼한 봉토가 세 개 끼어있었다. 그 모습에 자신의 수당을 받아 확인하던 쿠르거가 불똥튀는 시선으로 봉투를 노려보았다. "이봐, 대장. 그건 뭐유? 이거 우리들 봉투하고 차이가 너무 나잖아. 서럽게 스리." "괜히 눈독들이지마. 임마! 이건 나와 이드, 그리고 여기 있는 제이나노 사제 앞으로 나온 수당이니까." 하거스의 말에 아직 봉투를 건네 받지 못한 이드와 제이나노, 그리고 이미 봉토를 건네 받은 다섯의 시선이 그의 손에 들린 세 개의 두툼한 봉투를 향했다. 부러움과 의아함을 담은 주위의 시선에 하거스는 이드와 제이나노에게 각각 봉투를 건네며 봉투가 두툼한 이유를 설명했다. "나하고 이드는 마지막에 몬스터를 쓰러트린 값이 대한 보너스 수준이고, 여기 제이나노 건 녀석의 치료를 받은 용병들이 조금씩 돈을 끼워 준거라서 저렇게 두둑한 거지. 한마디로 치료 랄까?" "아하, 이거이거... 전 돈을 보고 치료한 게 아닌데...." 하거스의 말에 돈 봉투를 받고 싱글거리던 제이나노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비록 조금씩이라곤 하지만 꽤나 많은 사람들이 낸 때문인지 거의 다른 사람들이 받은 수당의 배나 되는 금액이었다. "그냥 받아둬라. 용병들은 자신을 치료해준 값은 꼭하거든. 너만 그렇게 받은 게 아니라 누군가를 치료해준 사람은 그 사람으로부터 조금씩 그렇게 받게되지. 누가 돈을 내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그게 용병들 사이의 예의거든." "헷... 그러면 언제가 세워질 리포제투스님의 신전에 대한 헌금을 받아두죠." 이드는 제이나노가 봉투를 받아 가방에 넣는 모습을 바라보다 하거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정말 한 사람과 이렇게 자주 부딪히는 걸 보면 이 하거스란 사람과 인연이 있긴 있는 모양이었다. "이번 일도 끝났는데.... 쉬실 거예요?" "뭐... 몇 일간. 어차피 용병들이 오래 쉴 수 있어야지. 돈 찾아오는 김에 길드에도 말해 뒀으니까 아마 몇 일 후엔 일거리가 생길거야." 이드의 뜻 없는 물음에 하거스가 과일 한 조각을 우물거리며 답 할 때였다. 어느새 다가왔는지 커다란 손이 하거스의 어깨위로 턱하니 올라오는 것이었다. "그럼 우리들과 장기계약을 맺어볼 생각 없소?" 별로 크게 말하는 것 같지도 않은 목소리가 여관식당 전체에 울렸다. 이런 엄청난 성량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곳 록슨에선 한 사람 뿐이다. 모두의 시선이 하거스 뒤로 다가와 있는 드윈과 빈에게로 향했다. "여러분 모두 어제는 수고가 많았습니다." 빈이 인사대신 건네는 말에 앉아 있던 모두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어 비토가 내어준 의자에 두 사람이 앉자 하거스가 보통 때의 미소를 뛰어 올리며 물었다. "그런데 방금 한 말은 뭡니까? 장기계약이라니?" "말 그대로네. 어제 본 자네들 실력이 보통의 가디언 이상이라서 말이야. 하지만 가디언이 되기 싫어서 용병일을 하는 거 아닌가?" 드윈의 말에 하거스를 시작해 나머지 세 명의 디처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성격엔 규칙이 있고 상부의 지시가 있는 가디언이란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고용하겠다는 것이네. 물론 자네들이 우리에게 고용된다고 해서 가디언들과 똑같은 규율에 매이는 것은 아니야. 자네들은 어디가지나 용병이니까. 수당은 일 하나에 오늘 자네가 받은 수당만큼의 수당을 주겠네. 어떤가? 수당도 그만하면 좋고, 장기계약이라. 또 다른 일자릴 구할 필요도 없고 이만하면 상당히 좋은 조건 아니겠나?" 확실히 좋은 조건이었다. 또한 파격적인 조건이기도 했다. 물론 실력이 따라주기에 내 걸린 조건이긴 했지만 이만한 조건을 가진 일자린 다시 구하기 힘들다. 그렇게 생각한 하거스는 디처의 나머지 팀원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들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어차피 갑갑하게 명령받는 일만 없다면 가디언 일도 용병일과 크게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거스는 세 명이 동의하자 이번엔 고개를 오엘에게로 돌렸다. 그런 하거스의 시선에 오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거스는 그녀의 행동에 피식 하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도 어차피 수련이 끝나면 다시 돌아올 거잖아? 그러니 너도 아직 디처팀인 거다. 네 의견도 들어봐야지." 하거스의 말을 들은 오엘은 잠시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잘 짓지 않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하거스는 그녀를 마지막으로 모두의 의견이 모아지자 드윈을 향해 한쪽 손을 내밀어 보였다. "그럼, 잘 해 보도록 하죠. 고용주." "그러지. 그리고 그냥 드윈이라고 부르게. 자네들에게 고용주라고 불릴 사람은 런던에 따로 있으니까 말이야." ".... 그럼 우리도 런던에 가야한단 말입니까?" 드윈과 마주 잡은 손을 슬쩍 놓으며 하거스가 찜찜한 표정으로 물었다. 차를 타면 록슨시에서 그리 멀진 않은 곳이지만, 수도랍시고 상당히 시끄러운 곳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못 갈 정도로 싫은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확 트인 곳에서 살다 가보면 왠지 답답함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했다. "당연하지. 누가 뭐래도 자네들의 당당한 고용주나리가 거기 있지 않나. 자네들의 일터도 함께 말이야. 인사는 해야지." "쳇, 꽤나 깝깝하겠 구만. 그런데 드윈씨...." "그냥 드윈이라고 부르게." "아, 그래요. 드윈. 그런데 왜 여기는 안 물어보는 겁니까? 이쪽은 아직 어린데 비해 나보다 실력이 훨 낳아 보이던데..." 하거스는 그렇게 말하며 슬쩍 이드를 가리켜 보였다. 사실 어제 이드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이유가 빈이란 사내와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물은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팀의 막내인 오엘이 그를 따라다니는 데 정작 자신들은 그런 이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이나마 알아보고자 한 것이었다. 과연 그의 그런 생각은 통했는지 곧 드윈의 입에서 이드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물론, 나도 그러고 싶음 마음이야 굴뚝같지. 하지만 아무리 탐나는 인재라도 남의 나라에 소속된 가디언을 무턱대고 스카웃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나." "으응? 가디언? 그럼 이드가 가디언이란 말입니까?" 드윈의 말에 오엘과 제이나노, 그리고 디처의 팀원들이 전혀 생각도 못했다는 듯이 이드를 바라보았다. 허기사 여기저기 가디언을 필요로 하는 일이 많은 요즘에 외국에 나와 여유 있게 구경하고 다니는 사람을 누가 가디언이라 생각했겠는가. 다들 그렇게 생각할 때 드윈 옆에 앉아있던 빈이 입을 열었다. "확실한 건 아닙니다. 다만, 저번 중국에 일이 있어 가디언들이 파견되었을 때, 여기 이드군과 라미아양이 한국의 가디언들과 함께 왔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것뿐이죠." 이드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긍정해 주었다. 이제 와서 숨길만한 일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맞습니다. 하지만 정식으로 가디언이란 것을 직업으로 가지고 활동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명예직 비슷하게 이름만 받았죠. 사실 중국에 갔을 때도 저는 교관 비슷한 신분이었고 여기 라미아는 가이디어스의 학생이었거든요." "그런데.... 자네 중국인 아니었나? 왜 한국에서....." 하거스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중국인이면서도 어떻게 한국의 가디언들과 함께 움직이고, 그 나라의 명예 가디언이 된단 말인가. 이드는 그 말에 다른 사람들의 궁금하다는 시선까지 합쳐지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처음 신진혁과의 만남에서부터 가이디어스의 입학까지, 그리고 가이디어스에 있을 때 일어났던 일까지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모두 그대로 이해하는 듯 해 보였다. 그의 말 중에 틀린 부분은 없기 때문이었다. 이드의 이야기 가운데 갑작스런 순간이동 현상도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몬스터에 마족, 드래곤까지 날아다니는 곳으로 변해 버린 세상에 그런 현상이라고 일어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들이었다. "이왕 영국까지 온 거 자네들도 우리와 같이 가지 않겠나? 마침 중국에서 도움을 받은 것도 있으니, 내 확실히 대접해 주지." "런던엘... 요?" "그렇지. 내가 런던에서 구경할 만한 구경거리도 소개시켜 주도록 하지." 이드는 귀가 솔깃할 만한 빈의 말에 잠시 머뭇거렸다. 빈의 말대로 런던에 들린다고 해서 크게 잘못될 것도 없었다. 이드는 조금 전 하거스가 그랬던 것처럼 일행들의 의견을 물을까하고 고개를 돌리려다 말았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세 사람의 모습을 본 것이었다. 저런 모습을 하고 있는 세 사람이라면 설령 자신이 가기 싫더라도 가야 할 듯했다. 이드는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런던에 있는 동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아. 나만 믿게." 빈은 이드의 말에 반갑게 말하고는 각자의 짐을 꾸려놓도록 당부했다. 가디언들의 피로와 상처가 풀리는 내일쯤 런던으로 출발할 예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런던으로 갈 땐 그들이 타고 왔던 대형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때 한쪽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피렌셔가 두 사람을 향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그런데, 그 제로라는 녀석들에 대해서는 좀 알아 보셨습니까?" 그의 말에 밝고 가볍던 분위기는 금세 진지해졌다. 동시에 모든 시선이 드윈과 빌에게 가 꽂혔다. 그런 시선 중에서 드윈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없어. 녀석들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서 수도와 일본측에 연락해 봤지만.... 전혀 알아낸 게 없어. 그래도 미카란 녀석은 일본에 출생신고가 되어 있긴 한데 그 후의 종적이 전혀 나와있지 않아. 그 부모는 물론 아무런 추가자료도 없어. 하지만 이 녀석은 그래도 낳은 편이지. 그 재수 없는 마법사 형제 놈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건지 아니면 땅에서 솟았는지 아무런 자료도 없어. 물론 자잘한 모든 나라의 자료를 다 뒤져 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까진 그렇네. 정말 생긴 대로 재수 없는 놈들이지." "그럼.... 제로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르시겠군요." "그렇지. 지금까지 그런 이름을 쓴 조직이 몇 있긴 하지만 그건 모두 봉인의 날 이전의 일이고, 현재는 그런 이름을 쓰는 조직조차 없지. 덕분에 그 제로라는 것이 그들 세 명 외에 얼마나 더 되는지. 어떤 녀석들이 모인 건지도 모르고 있는 형편인 거지. 어쨌거나, 그 놈들의 부탁도 있고 또 각국에서 대비하라는 뜻에서 녀석들에 대한 정보를 뛰우긴 했지." 드윈의 말을 들으며 모두 꽤 고민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그들에 의해 죽을 뻔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드와 라미아는 그런 드윈의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이미지가 하나 있었다. 바로 중국의 던젼에서 보았던 타카하라와 애송이 마족 보르파였다. 왜 그들이 생각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왠지 둘이 연관되어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저기 빈씨. 혹시 중국에서의 일과 이번 일이....." 이드의 말에 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두 사건을 연관해서 생각해봤던 모양이었다. "아아... 무슨 말일지 아네. 나도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야. 하지만 중국에서의 일이나 이번 일이나 둘 다 정보가 없어. 뭔가 작은 단서라도 있어야 어떻게 연관을 지어 볼텐데 말이야. 아직까지는 이렇다 저렇다 말할게 못되지." 그렇긴 하다. 빈의 말에 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드의 말과 함께 조금 더 진지해져 버린 분위기에 하거스가 짐짓 큰소리를 치며 분위기를 다시 뛰웠다. "자, 자. 뭘 그렇게 얼굴을 찡그리고 있습니까? 나갑시다. 좋은 일거리도 구했겠다. 수당도 들어왔겠다. 내가 오늘 크게 사지. 모두 나가자 구요." 자리에서 일어나 하는 하거스의 말에 모드 자리에서 하나 둘 따라 일어났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 이어진 말에 분위기는 금새 다시 밝아졌다. "좋아, 그럼 오랜만에 대장한테서 한번 얻어먹어 볼까나?" "킬킬.... 완전히 벗겨먹자고, 가자!!" 다음날 일행들을 데리러온 빈을 따라 일행들은 열 명의 가디언들이 타고 있는 버스에 오르게 되었다. 버스는 덩치가 크고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였다. 버스가 출발하면서 일행들은 앞에 앉은 가디언들 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같은 버스를 탄 이상 최소 이틀 동안은 같은 버스 안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인사로 말을 튼 그들과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각자의 무공이나 특기에서부터 현재 런던의 사정까지. 그들도 이 틀 전 전투에서 보여주었던 이드와 하거스의 실력에 대해서는 놀라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더구나 이제는 런던에서 생활하게 된 디처를 위해 중간중간 그들에게 그들이 숙지해야 할 것들에 대해 설명하는 드윈 덕분에 옆에 있던 이드들도 자연적으로 영국 가디언의 조직이나, 배치등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그 이야기를 듣고 뭔가 나쁜 일을 할 사람은 없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인 드윈이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영국의 가디언은 크게 런던의 중앙지부와 전국에 퍼져있는 열 개의 지방지부로 나뉘어 있었다. 각각 상주하고 있는 가디언의 수는 모두 다르지만 대략 집계해 보면, 사 백 이상의 가디언으로 등록되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가디언들 중 수준급이란 소리를 듣는 가디언들은 중앙으로 모이기 되는데, 그들은 각 지방에서 해결이 어렵다고 올라오는 일들만을 전문적으로 처리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번에 고용되어 올라가는 디처들 역시 위의 가디언들과 같은 일을 맞게 된다고 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로 이틀의 시간을 보낸 그들은 둘째 날 저녁때쯤 런던 외곽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비록 외곽이긴 하지만 영국의 수도답게 꽤나 시끌벅적해 보였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은 버스는 그대로 외곽지역을 지나 금세 도시의 중앙부근으로 들어왔다. 이어 차가 멈춘 곳은 십 층에 이르는 대형 빌딩 앞에 형성된 주차장이었다. 십 층의 건물은 척 보기에도 거대해 보였는데, 그 중앙에 만들어진 커다란 문으로는 수십에 이르는 가디언들이 끝없이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가디언 중앙지부 건물로는 꽤 크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호텔이던 곳을 인수받아 개조한 곳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저 안에 가디언들의 숙소와 휴식공간, 그리고 간단한 수련 실이 마련되어 있으니.... 클 만도 하고 말이야." "숙소라니... 그럼 우리들도 저곳에서 지내게 되는 겁니까?" 드윈의 말에 하거스가 반응했다. 차를 타고 오면서 드윈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는 들었지만 지금의 숙소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지. 자네들을 고용한 거이 우리들이니 우리 쪽에서 숙소를 마련해 줘야지. 하지만 걱정할 건 없어. 방금 말한 대로 원래 호텔이었던 곳인 만큼 숙소하나 정말 기가 막힌 방들로만 준비되어 있지. 더구나 룸 서비스가지 있다면, 두 말할 필요 없겠지?" 일행들은 이어지는 드윈의 말에 그저 황당한 표정으로 건물을 바라보았다. 호텔의 잘 정리된 방에 룸서비스라니. 왠지 그 차별이 기분 나빠진 하거스가 퉁명스레 말을 했다. "지방에 있는 가디언들은 생각도 못한 생활을 하는 군요. 중앙에서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말이야. 중앙에 있는 가디언들은 이런 대접을 받는 대신 지방에서 해결 못하는 어려운 일들만 맞게되지. 항상 부상을 안고 사는 그들을 위한 작은 특혜정도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은데?" 하지만 이어진 드윈의 말에 하거스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그의 설명으로 중앙의 가디언들이 얼마나 위험한 일을 맞게되는지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록슨의 일에 파견된 가디언들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 중 마법이 아닌 검을 쓰는 사람 중 상처입지 않은 사람이 몇 이나 될까. "부상과 맞바꾼 특혜라.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특혜 같네요." 하거스는 그렇게 한마디하고 건물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의 뒤를 남은 일행들이 뒤따랐다. 건물 안은 밖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밖에서 보면 그냥 굉장히 크다 정도인데 안에 직접 들어오게 되면 거기에 화려하다가 추가된다. 드윈의 말대로 예전에 호텔로써 사용되었다는 말이 맞긴 맞는 모양이었다. 거대한 로비의 화려함과 크기에 일행들이 놀라는 사이 드윈과 빈은 그런 일행들을 이끌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는 곧장 호텔... 아니, 가디언 중앙지부의 최상층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책임자를 만나러 가는 듯한 그 분위기에 제이나노가 슬쩍 입을 열었다. 천성적으로 수다스럽고 가벼운 성격인 그로선 무게 잡힌 분위기가 잘 맞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지금 영국 가디언들의 총 책임자를 만나러 가는 것 같은데.... 저희도 꼭 뵈어야 하나요?"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몇 일간이지만 이곳에서 머물거라면 인사정도는 하는게 좋지 않겠나?" "이곳에서 머물러요?" "하하하... 당연한 거 아닌가. 내가 잘 대접하겠다 곤했지만 나도 이곳에서 살고있지. 물론 아내와 하나 뿐인 아들 녀석도 이곳에 있네. 그러니 재가 자네들을 어디로 데리고 가겠나? 여기밖에 없지. 그리고 이 주위에서 이곳보다 편하고 좋은 숙소도 찾기 힘드니 그냥 가만히 있게." "...네."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자 마침 십 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띵 소리와 함께 활짝 열렸다. 그와 함께 보이기 시작한 십 층의 내부는 일층의 로비보다 몇 배는 더 화려하고 비싸 보였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호텔이나 거의 대부분이 최상층을 특실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드윈은 앞장서서 걸어 십 층 복도 제일 끝에 있는 방 앞에 멈추어 섰다. 푹신하면서도 은은한 멋이 배인 카펫 덕분에 그의 발소리는 물론 그의 뒤를 따라 걸어온 일행들의 발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 때 문 앞에선 드윈이 점잖게 우아한 문양이 새겨진 나무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드윈입니다. 록슨에서의 일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덕분에 드윈이 몇 번이나 나무문을 두드려야 했지만 역시 아무 반응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참지 못한 드윈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가고 말았다. 하지만 실내에 정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뒤를 돌아보며 일행들을 불러 들였지만 누구도 쉽게 들어서진 못했다. 주인도 없는 방을 저렇게 아무렇게 들어가도 되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앞서 들어서는 빈의 모습에 모두 방안으로 우르르 몰려들어갔다. 이미 그들에겐 드윈은 열혈 중년으로, 빈은 조금 어두운 분위기의 차분한 마법사로 찍혀버린 것이었다. 그 중 빈이 들어갔으니 괜찮다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빈을 믿고 들어선 일행들은 들어선 방 아니, 사무실의 분위기와 모습에 절로 감탄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한쪽에 마련된 벽난로와 오래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책장, 그리고 맞은편 벽에 장식된 검과 방패. 하지만 그 것들 보다 더욱 일행들의 눈을 끈 것은 중세의 성 처럼 돌로 된 벽이었다. 일행들은 그 벽을 손으로 만져보고 가볍게 검으로 두드려 보며 그것이 정말 돌이란 것을 확인하고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 참! 돌벽이라니... 이렇게나 화려한 호텔에 돌로 된 투박한 방이라... 확실히 개성은 있지만 호텔 측에서 택할 만한 것은 아니고.... 빈씨 이건 여기 책임자란 분의 취향인 겁니까?" 가만히 주위를 돌아보던 피렌셔가 빈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정작 그에 대한 대답은 일행들의 등뒤에서 들려왔다.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나는 화려한 것보다는 이런 투박한 중세의 멋을 좋아하니까. 그래, 자네들이 이번에 드랜의 추천으로 고용된 용병들인가?" 편안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음성에 일행들은 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은 정문 바로 옆쪽으로 거기엔 또 다른 작은 문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나와 있는 한 사람. 목소리의 주인공이자 영국 가디언들의 총 책임자 인 듯 한 노년의 인물이 서 있었다. 한국의 계량한복처럼 편안해 보이는 옷에 하나로 묶어 넘긴 반백의 머리. 그리고 웃고있으면서도 하나하나 일행들을 살피는 듯한 날카로운 눈. 전체적으로 옆집 할아버지 같으면서도 한편으로 가디언들을 이끌만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확 드는 사람이었다. 그때 다시 드윈이 그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록슨에서의 일을 모두 마치고 지금 막 돌아왔습니다. 페미럴 공작님." 그의 말에 이드들은 모르겠다는 시선으로 공작이란 불린 인물을 바라보았다. 공작이라니.... 저 사람은 단순한 가디언들의 총 책임자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페미럴이라 불린 그는 조금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일행들의 시선을 받으며 우선 그들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의 사무실 중앙에는 긴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패미럴은 그 상석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사람하고는... 그렇게 부르지 말라는 데도. 아, 자네들 내가 공작이라 불려 궁금하겠군 내 원래 작위는 후작이라네. 현 여황의 삼촌 격이 다 보니 저절로 그렇게 된 거지. 그러던 중에 내가 이런 큰 자리까지 맞게 되다 보니 자연적으로 작위가 한 계 올라간 것뿐이지. 하지만 지금 세상에 작위를 따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편하게 페미럴이라고 불러주면 좋겠군. 그건 그렇고, 자네들이 이번에 드윈이 적극 추천해 고용하자고 결정하게된 용병들인가? 하지만 인원이 좀 많군. 내가 듣기론 네 명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말이야." 그의 말에 드윈과 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빈이 급히 입을 열었다. "아, 이쪽은 제가 초대한 손님들입니다. 일전에 보고 렸던 중국의 던젼발굴 작업에 관한 보고서에 언급했던 이드군과 라미아양, 그리고 그 동료인 리포제투스님의 사제인 제이나노와 이드군의 사질 뻘 되는 오엘양입니다. 이번 록슨의 일에서도 생각도 못한 도움을 받아서 제가 대접할까 해서 대려왔습니다." "그래? 어서오게. 내 여기 빈군의 보고를 통해 두 사람의 이름은 익히 들어봤지. 그런데 이번에도 도움을 주었다니.... 이거 귀빈대접을 톡톡히 해야 겠구만." "아니요. 말씀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이드는 이어진 공작의 말에 급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웃음을 거두지 않은 채로 옆에 놓인 전화기를 통해 이드들이 묶을 방을 준비해 놓으란 명령까지 내려버리는 것이다. 그 후 페미럴의 시선은 다시 하거스등에게로 넘어 갔다. 잠시 디처의 팀원들을 바라보던 그는 정확하게 하거스를 집어내어 말을 걸었다. 직위가 직위인 만큼 사람보는 눈이 확실한 모양이었다. "그래, 자네가 하거스겠군. 내 들어보니 여기 드윈과도 비슷한 실력을 가졌다지?" "하하... 과찬이십니다. 아직 부족...." "물론입니다. 공작님. 게다가 이 녀석은 자신만의 독창적이 검술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그 실력이 좋습니다." 하거스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끼어 들어 그의 칭찬을 늘어놓는 드윈이었다. 자신이 추천한 인물이 만큼 확실히 챙기는 것 같았다. 그렇게 페미럴과 하거스의 대화라기 보단 페미럴과 드윈의 대화가 끝나자 페미럴은 주위의 분위기를 조금 안정시키며 록슨에서의 일을 보고 받았다. 그런 자리인 만큼 이드들과 디쳐들은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대화도중 불쑥 끼어 들 수도 없는 노릇이라. 옆에서 가만히 지겨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상대에 대한 정보가 없는 만큼 보고할 것이라곤 록슨에서 있었던 전투의 개요뿐이었던 것이다. 그 일이 끝난 후 일행들은 페미럴과 작별하고, 그의 사무실을 나왔다. 그런 사무실밖엔 언제부터 서있었는지 호텔의 안내원 복장을 한 사람이 서있었다. 그는 준비된 방으로 일행들을 안내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제막 방을 찾아가려 했던 참이었기에 이드들과 빈, 디쳐들과 드윈은 각기 준비되어 있는 방으로 가면서 한 시간 후 삼층에 있는 식당으로 모이기로 했다. 호텔이라 방이 많은 때문인지 각각 일인실로 준비된 네 개의 방은 한쪽 복도로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는데, 과연 페미럴이 귀빈으로 모신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는지 상당히 고급스런 방임과 동시에 런던시내가 한눈에 보일 듯한 경관좋은 방이었다. 이드는 잠시 그 광경을 내려다보더니 곧 몸을 돌려 방에 들어오기 전 라미아에게서 건네 받은 작은 옷 가방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잠시 가방을 뒤적이던 이드의 손에 딸려 나온 것은 록슨의 정보 길드에서 사온 두 장의 정보지였다. 이드는 그 중 한 장의 귀퉁이 부분을 잠시 바라보더니 빙긋 웃는 얼굴로 푹신한 침대에 몸을 뉘였다. 그런 이드의 손에 들린 종이의 한 부분, 방금 전 이드가 바라보던 그 곳에는 붉은 글씨로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절대 금지. 아래 두 지역은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드래곤의 레어가 존재하고 있는 곳이라 짐작되는 곳이다. 혹시라도 심기가 거슬린 드래곤이 날 뛰게 된다면 상상할 수 없는 피해가 예상됨으로 절대 접근하지 말 것. 그런 글과 함께 친절하게도 지도에 붉은 점으로 표시되어 지명 이름이 적혀있었다. "좋아, 좋아. 목적지도 정해 졌겠다. 나름대로 여기서 몇 일 푹 쉬고 움직이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미안한 표정으로 찾아온 빈의 말에 일행들은 정말 이드의 말대로 푹 쉬어버리게 될지도 모를 상황이 되고 말았다. "정말 미안하네. 갑자기 그런 일이 터질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괜찮아요. 게다가 어디 그게 빈씨 잘못인가요." 이드와 리마아 들은 지금 자신들의 앞에서 연신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하고 있는 빈의 태도에 어색하게 말을 이었다. 사실 어제 저녁 식사를 하며 다음날, 그러니까 오늘 광관 할 런던의 명소들을 즐겁게 이야기하며 몇 개 골라두었었다. 물론 그 안내는 빈이 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오늘 새벽에 일이 터지고만 것이었다. 덕분에 급히 회의가 소집되고 이래저래 바쁜 상황이 되다 보니, 런던시내를 안내해 주기로 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더구나 그 사건이란 것이 다름 아닌 미국에 출연한 제로에 관한 것임에야. 잘 못하면 그들과 직접 맞닥 드렸던 드윈과 빈이 직접 미국으로 가야 할 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선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제이나노가 물었다. 제로를 직접 격어 본 그들로서는 그 일을 그냥 듣고 넘길 것이 되지 못하는 것이었다. 또한 그런 사실을 알기에 빈은 자신이 페미럴에게 전해 들었던 이야기를 간추려 말해 주었다. "아무래도 록슨 때와 비슷한 일이 있었던 모양이야. 편지로 항복권유를 한 모양이데, 당연히 당시엔 콧방귀를 뀌었다는 군. 그 편지엔 록슨때 처럼 몬스터로 공격하겠다는 말도 없었던 모양이야. 하지만 다행이 공격 하루전에 우리들이 뛰운 내용이 전 세계에 도착했고, 다행이 미국도 부랴부랴 뛰어난 실력을 가진 가디언들을 끌어 모아 놈들이 항복 권유를 한 플로리다의 탬파로 보낸 모양이더군. 덕분에 탬파가 그 녀석들 손에 넘어가는 일은 없었지만....." 마지막 말에서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빈이 말을 끊었다. 하지만 그 표정이 워낙 심각해 네 사람중 누구도 재촉하지 않고서 그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열린 그의 입에선 놀라운 사실이 흘러나왔다. "자신들을 제로라고 밝힌 다섯 명의 인원에게 참패를 당한 모양이야. 다행이 사망자는 없지만 중상을 입은 사람이 꽤나 많다고 하더군." "..... 미국에서 나선 가디언들은 몇 명이었는데요?" "우리 때 보단 좀 많지. 오십 명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직접 그들과 손을 썩은 가디언은 스무 명밖에 되지 않아. 나머지 삼십 명은 앞서 싸운 스무 명보다 실력이 좀 떨어지거든. 어쨌든 단 다섯 명만으로 그 세배에 이르는 인원을 쓰러트린 거지. 다행이 그런 덕분에 그들도 지쳤기에 이길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탬버가 어떻게 됐을지." "....." "덕분에 지금 세계적으로 아주 난리야. 녀석들에 대한 정보는 모습을 보이는 녀석들의 이름뿐이고 그외 단서랄 만한 것은 손톱만큼도 없으니. 더구나 이동도 텔레포트 스크롤로 하는 모양인지 추적도 불가능해." "상당히 요란하게 소란을 떤 모양이군요. 그렇게 되면, 드미렐이란 녀석이 하고 간 말이 맞는 게 되는 건가요? 록슨의 일은 이름 알리기라는 말이." "아무래도...." 그렇게 대화가 오고가는 사이 분위기는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아 버렸다. 이미 런던 시내 관광이란 흥분은 완전히 사라져 버린 듯했다. 지금 그들의 머릿속엔 제로란 이름과 드미렐의 얼굴만이 떠올라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런 이야길 전한 빈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흠흠, 아무튼 그 일은 그 일이고, 자네들이 관광하는 건 관광하는 거지. 내가 안내하지 못하게 됐으니 대신 할 사람을 불러놨어. 아마 곧 올 거야." "아니요. 그러실 필요는...." 다시 한번 사과하는 빈의 말에 이드가 괜찮다고 했지만 상대는 막무가내였다. "자네들을 끌고 온 것도 나니까 내가 책임을 져야지. 아, 마침 저기 오는군. 여기다. 이리와라. 치아르!" 그런 빈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가이디어스의 학생복을 당당히 걸친 십 팔, 구세 정도의 소년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딘가 빈과 닮은 모습이기도 했지만 그와는 다른 환한 금발덕에 가볍고 환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헌데 이상하게도 그런 소년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꼭 무슨 불만에 가득 찬 듯한 표정이었던 것이다. "내 아들 녀석이지 이름은 치아르 에플렉일세. 자네들 나이를 생각해서 아직 어린 이 녀석에게 내대신 안내를 부탁했네." "아빠, 내가 왜 관광안내..............." 하지만 그건 빈의 생각일 뿐 그의 아들이 치아르는 전혀 다른 생각인지 그의 말에 멍뚱이 다른 곳을 바라보던 시선을 홱 돌려 따지고 들기 위해 소리치려했다. 하지만 소리치던 도중 그의 눈에 들어온 두 명의 여성에 모습에 그의 고함소리는 갑자기 뚝 끊기고 말았다. 이어 확인하듯 일행을 한번 바라보고는 어이질 말의 내용을 급히 바꾸었다. 그런 치아르의 얼굴엔 불만이란 감정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 당연히 해야죠. 아빠 손님이라니까. 내가 책임지고 런던의 유명명소들을 안내할 테니 걱정 마세요." 갑자기 바뀌어 버린 아들의 태도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빈은 곧 그 시선 안에 라미아와 오엘을 눈에 담고 피식 웃어버렸다. 이어 위로의 감정이 담긴 손길로 아들의 머리를 톡톡 두드려 주었다. 그가 보기엔 아들이 노리는 듯한 라미아와 오엘은 전혀 가망이 없어 보였던 것이다. "그래, 그래. 내 너만 믿으마. 대신 아버지의 손님들이니 만큼 무례하게 굴어선 안된다. 그리고 네가 돌아오면...... 용돈을 조금 올려주마." 깨끗하게 차일 아들에 대한 위로금 차원의 용돈이다. 보통 이럴 때 부모들은 속상한다고 하지만, 평소 오만하던 아들이 차일 거란 걸 생각하니 오히려 재밌기만 한 빈이었다. 다시 한번 복잡한 심정으로 아들을 바라본 빈은 이드들에게도 즐겁게 즐기라는 말을 남기고는 뒤로 돌아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빈이 가고 나자 치아르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어깨를 넓게 벌려 돌아서며 빠르게 라미아와 오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모두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라미아를 눈에 담으며 다시 한번 자기소개를 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전 올해 열 아홉 살로 현재 가이디어스의 최고학년인 5학년에 재학중인 치아르 에플렉이라고 합니다. 오늘하루 여러분의 관광안내를 맞게 됐으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스윽 라미아를 향해 손을 내밀어 보이는 치아르였다. 반대로 이드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치아르의 인사를 받았고, 라미아 역시 별 생각 없이 그의 손을 마주 잡아 흔들어 주었다. 사실 지금 치아르와 같은 시선은 라미아와 있으며 한 두 번 받아 보는 것이 아닌 일행이었다. 덕분에 익숙해 졌다고 할까? 별로 그런 시선에 신경 쓰지 않게 된 이드들이었던 것이다. "그럼 어디부터 가보고 싶으신 가요. 두 분 숙녀분?" 이드(244) -------------------------------------------------------------------------------- Ip address : 211.216.216.32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5.5; Windows 98) ^^ "그럼 어디부터 가보고 싶으신 가요. 두 분 숙녀분?" 치아르의 물음에 잠시 후 일행은 대영 박물관을 향해 버스에 올랐다. 이드 일행 중 런던에 와서 관광을 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말할 필요도 없고, 미국에서 살고 있던 제이나노역시 마찬가지였다. 또 오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비록 영국인이긴 하지만 런던엔 아무런 친인척도 없고, 청령신한공을 익히기 위해 시간을 보내다 보니 런던에 올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지금 버스에 오른 네 사람 모두 가벼운 흥분감을 맛보고 있었다. 그것은 치아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런던에 초행길인 두 아름다운 숙녀를 안내한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그로 인한 기분 좋은 흥분감 같은 것은 느낄 수 없었다. 두 숙녀를 향해 자신이 버스 창 너머로 보이는 곳을 아무리 설명해 주어도 그 두 사람은 자신에게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오엘이란 이름의 한 여성은 한 손에 검을 든 채 창 밖만 내다보고 있었는데, 도대체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그에 반해 라미아란 이름의 정말 여신과 같은 아름다움을 가진 소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이 확실하긴 한데, 자신에게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보다 한 살 어려 보이는 비실비실 해 보이는 녀석 옆에 꼭 붙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재잘대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저런 특 등급의 미녀가 꼭 달라붙어 있는데도 시큰둥해 보이는 저 표정이란.... '비실비실 한 녀석이 반반한 얼굴로 관심을 좀 받는 걸 가지고 우쭐해 있는 모양인데... 좋아. 그 능글맞은 표정이 언제까지 가는지 두고보자.' 라미아가 이드를 대하는 태도에 순식간에 그를 적으로 단정지어 버리는 치아르였다. 그런 그의 머릿속엔 이미 이들이 빈의 손님이란 사실이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었다. 덕분에 알게 모르게 관심 밖으로 밀려나 버린 제이나노였지만, 그는 여전히 버스 밖으로 보이는 광경에 빠져 있을 뿐이었다. 그때부터 알게 모르게 치아르가 라미아와 오엘에게 접근하기 위한 노력이 펼쳐졌다. 대영 박물관에 들어가기 위해 사야하는 입장권을 사 나눠주며 두 여성에게 좋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관심도 가지 않았다. 박물관 내에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유일한 유물 몇 점을 찾아가며 유창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유물에 관해 선 자신보다 더욱 세세하고 오래된 것까지 설명해 대는 이드의 모습에 실패. 오히려 라미아와 오엘, 심지어 주위의 관광객들까지 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박물관을 나서자 시간은 이미 점심시간. 치아르는 그들을 꽤나 알려진 식당으로 안내했다. 자신이 거하게 한턱 쏠 생각이었지만, 라미아가 이드에게 달라붙어 이것저것 사달라고 조르는 통에 또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일행들은 그대로 다음 목적지인 트라팔가 광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제이나노가 꼭 가보고 싶다고 했던 곳으로 항상 관광객과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 여러 가지 구경거리가 많고, 맑은 분수가 두개나 있어 상당히 시원한 곳이라고 했다. 또한 그 뒤로는 국립 미술관이 서있어 발걸음만 돌리면 멋진 미술품들을 구경할 수도 있다. 과연 그 말 대로였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광장은 하나가득 한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게다가 광장 곳곳에 자리잡고 묘기나 그림, 또는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은 주위에서 바라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소짓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치아르는 라미아와 오엘의 시선을 받지 못했다. 아주 의식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대신 주위에 있던 관광객들이나 런던 시민들이 가이디어스의 학생인 자신을 관심 있게 바라 볼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들은 자신이 가이디어스의 학생인데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보통사람에게 있어 가이디어스의 학생이란 점은 과심의 대상이고 동경의 대상인데도 말이다. 게다가 자신은 그런 가이디어스의 5학년. 자기 나이도래에선 제법 실력자란 소리를 들을 정도인데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이드들을 처음 만난 곳이 바로 가디언 중앙지부가 아닌가. 그렇다면 저들도 뭔가 재주가 있거나 가디언들과 친분이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가이디어스의 학생에게 새삼스레 관심을 보일 리 없을 것이다. 사실 이때만은 제이나노도 사제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어떻게 한다. 어떻해야 관심을 끌... 수..... 있겠군. 너 이놈 잘 걸렸다.' 앞서 가는 네 사람과 제법 멀리 떨어져서 걷던 치아브는 먹음직한 먹이를 발견한 사자와 같은 표정으로 발걸음을 빨리 했다. 지금 치아르의 눈에 보이는 것은 이드들의 한 발짝 뒤에서 서서히 그들에게 접근 해가고 있는 한 남자였다. 보통 때라면 별 신경을 쓰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어떻게 관심을 끌어보기 위해 눈을 번뜩인 덕분에 찾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소매치기....' 영국 내에서도 트라팔가 광장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인다는 양심에 털 난 사람이 종사하는 직업. 분명 아까 그의 손에 잠깐 반짝이며 보인 것은 날카로운 면도칼이었다. 그 사이 소매치기는 점점 더 네 사람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좀 더 정확히는 자신이 그토록 관심을 끌고자 하는 라미아에게로. '그래, 그래.... 조금만 더. 네 녀석이 슬쩍 했을 때 내가 나서서 떡 하니....' 턱!! '응??!!' "응??!!" 순간 소매치기와 치아르는 슬쩍 들려지는 팔을 중간에 턱하니 붙잡는 예쁜 손을 이해 할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자신은 분명히 즐거워 재잘대는 예쁜이의 뒤로 돌아가기 바로 직전이었는데... 아직 작업은 시작도 안 했는데. 예쁜 손을 따라 시선을 올린 소매치기와 치아르는 한심하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드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잡히다니!!!' "잡... 혔다?" "잘 맞췄어요. 하지만 작업할 상대를 고르는 눈은 별로네요." 다음 순간 소매치기는 귀여운 얼굴의 남자아이가 빙그레 웃는 얼굴을 봤다고 생각한 순간 어느새 공중에 붕 떠 있었고, 또 그대로 낙하해 강렬한 통증과 함께 돌 바닥의 쿠션을 점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절로 벌어진 입에서 흘러나오는 건 고통스런 비명뿐이다. "크아아....." "이런, 바닥이 돌인걸 생각 못했군." "칫, 비실이는 아닌가 보군." 치아르는 소매치기의 비명소리에 주위의 시선을 몰리는 것을 보며 자신을 위한 계획인 또 다시 저 이드에 의해 산산이 깨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뜻밖에 것도 목격할 수 있었다. 저 호리호리한 몸매로 소매치기의 팔목만을 잡고 그를 공중으로 던져 버린 것이었다. '저 녀석도 뭔가 한가닥 할 만한 걸 익히긴 익힌 모양이군.' 그렇게 생각하는 치아르의 눈에 광장 한쪽에 서있던 경찰이 다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그도 이드들에게로 다가갔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도 멀뚱이 떨어져서 지켜 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었다. 삑, 삑.... "비켜요. 비켜. 무슨 일입니까? 왜 사람이 이렇게 누워 있는 겁니까?" 경찰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하는 말에 제이나노가 슬쩍 손을 들어 소매치기의 손을 가리켜 보였다. "저 사람 손에 들고 있는 거 하나면 모든 상황이 설명 될 듯 한데요." "... 면도칼? 그럼..... 오내, 이 자식 잘 걸렸다. 네가 요즘 여기서 설친 놈이지?" 경찰은 소매치기에게 원한이 많은지 잔인하게 웃으며 사정없이 녀석의 팔을 비틀어 수갑을 채웠다. 아마 이 소매치기를 잡기 위해 꽤나 고생을 한 모양이었다. 수갑을 채운 경찰은 한 건 해치웠다는 속시원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이드들을 바라보며 손을 내 밀었다.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녀석 때문에 그 동안 피해가 많았는데, 이렇게......" 이드의 손을 잡고 감사를 표하던 경찰의 말소리가 점점 줄어들며 그의 시선이 이드의 허리, 그리고 오엘의 손에가 멈추었다. ".... 음, 무기를... 소지하고 계셨군요. 무기소지 허가증은 가지고 계신가요?" 그 말에 오엘은 주머니에서 뭔가를 뒤적이더지 작은 증명서 하나를 꺼내 보였다. 하지만 이드는 그저 멀뚱이 바라만 볼 뿐이었다. 솔직히 허가증 같은것이 필요한지도 알지 못하고 있었던 그였다. 그 모습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치아르는 내심 쾌재를 올렸다. 다시 한번 자신에게 나설 기회가 온 것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가이디어스의 학생의 경우 학생증을 내 보이면 어느정도 잘 넘어 갈 수 있다. 그런 생각에 막 치아르가 앞으로 나서려 할 때였다. 경찰에게서 허가증을 돌려받던 오엘이 입을 연 것이었다. "사숙, 가디언이 시잖아요. 가디언 면허증 없으세요?" "가, 가디언!!!" "가디이언????" 오엘의 말에 경찰과 치아르가 동시에 놀라 외쳤다. 경찰은 이런 어린 소년이 특수 사건에 투입되는 가디언이라는데 놀라서, 치아르는 비실비실 하기만 한 줄 알았던 녀석이 자신도 아직 손이 닫지 않는 가디언의 면허증을 가지고 있다는 걸 믿고 싶지 않아서 였다. 더구나 저 오엘양의 사숙이라니..... 그리어 이어서 이드의 손에 들려나온 작은 면허증의 모습에 경찰은 거수 경계를 붙이고 두말않고 돌아가 버렸다. 또한 치아르는 어떠한 일에 충격을 먹었는지 타워 브릿지 구경을 끝마치고 숙소로 돌아 갈때 까지 이드를 바라보며 고개만 내 저어대기만 했다. "오늘도 치아르씨가 안내를 해주는 건가요?" 아침부터 식당의 한 테이블을 점거하고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기 보다는 오램만에 기운이 오른 제이나노의 수다를 들어주고 있던 이드들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자신들을 찾아온 치아르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표정은 상당히 퉁명스러워 보여 일부러 일행들의 시선을 피하는 듯도 했다. 이드들은 그런 그를 보며 상당히 표정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대면하던 날 아침은 불만스런 표정이었고 자신들을 안내하던 오전은 더 없이 친절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광장에서이 소매치기 사건이 있고 나서부터는 숙소에 돌아 올 때까지 멍한 모습으로 일행들만 따라 다녔었다. 헌데 오늘은 또 퉁명스런 모습이라니.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어제 저녁 집으로 들어간 치아르는 원수 같은 아빠와 엄마의 웃음거리가 되었던 것이다. 자신의 그 멍한 모습에 자신이 라미아와 오엘에게 보기 좋게 차일 줄 짐작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이어 설명해 주는 이드와 라미아 일행들에 대한 내용은 어제 오전 자신이 했던 짓들이 무슨 바보 같은 짓인가 하고 땅을 치고 쪽팔려 하게 만들었다. 빌어먹을 아빠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질투해 마지않았던 이드는 한국의 명예 가디언으로 검과 정령을 다루는데, 특히 검에 대한 능력이 뛰어나 벌써 검기는 물론 검강까지 능숙하게 다룬다고 했다. 그런 이드의 실력은 열혈노장 드윈백작님과 대등하다고 한다. 다음으로 자신이 한눈에 반해 버린 라미아. 그녀는 누가 뭐랄 수 없는 이드의 연인. 어떻게 볼 때마다 붙어 있는 두 사람은 사소한 다툼도 없을 정도로 금술이 좋다고 했다. 거기에 더해 이드에 뒤지지 않는 마법사라고. 가이디어스 같은 건 들어갈 필요도 느끼지 못하는 엄청난 실력자라고 했다. 한 마디로 그때 소매치기가 다가오는 것만 알았다면 자신이나 이드가 나서지 않더라도 그를 한순간에 통구이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실력자라는 말이었다. 거기에 또 다른 한 명의 여성인 오엘. 그녀는 원래 검기를 사용할 줄 아는 용병이었다고 했다. 검기. 솔직히 검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보긴 했지만 검기를 발휘 할 수 있을 정도인지는 몰랐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드와 인연이 다았는데, 알고 보니 두 사람이 사숙과 사질의 관계였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드는 연장자의 일이라며 오엘을 데리고 다니며 수련시키고 있다고 했다. 덕분에 그녀의 검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늘어만 가고 있다고. 처음 보기에 도도하고 자존심이 세 보였는데 확실히 그럴만한 실력을 가진 것이었다. 마직막으로 제이나노. 고개를 숙인 체 아빠의 말을 듣던 치아르는 고개를 뻘쭘이 들었다. 자신이 신경도 쓰지 않은 그도 뭔가 제주가 있단 말인가? 그랬다. 그는 리포제투스라고 알려진 새로운 신의 대사제의 신분으로 나이에 맞지 않은 맑고 큰 신성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십여 년 정도 뒤 리포제투스교라는 것이 생긴다면 자신 같은 사람은 얼굴 한번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사람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그 네 명 중 자신이 만만해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우선적인 목표로 잡고 있는 아버진가 자신과 비교되지 않는 실력들이라는데.... 두 말 할 것도 없는 것이다. 그렇게 그날은 그 네 명의 정체에 대한 충격에 어떻게 잠든지 조차 모르게 잠들었었다. 헌데 아침 일찍 그를 깨운 빈은 오늘 하루, 다시 안내를 맞아달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처음엔 당연히 거절의사를 표했다. 헌데 이 치사한 아빠라는 사람은 자신에게 위로금 조로 준비된 돈과 용돈을 가지고 협박을 해온 것이다 덕분에 울며 겨자 먹기로 그 부탁을 받아들인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싫은 걸음을 옮겨 이드들의 방을 찾았건만 모두 비어 있는 덕분에 이 십분 가량을 그들을 찾기 위해 헤매어야 했으니.... '물론 해주기 싫어. 얼굴도 보고 싶지 않단 말이야.' 정말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네, 아빠가 오늘 또 바쁜 일이 있으신 가봐요. 무슨 일인지... 록슨에 다녀오시고 부터는 아빠는 물론이고, 다른 가디언 팀의 팀장들도 상당히 바쁘게 움직이 시더라고요." 그 말에 이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바쁘다면 아마 제로의 문제 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빈이 자리를 비우는 덕분에 주인 없는 집에서 놀고 있는 어린아이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는 이드들이었다. "그럼 어제에 이어 어디 가보고 싶은 곳은 있으세요?" 치아르의 말에 네 사람은 잠시 의견을 주고받았다. 어제 미국으로 떠날지도 모른다던 빈을 저녁때 볼 수 있었기에 오늘은 그가 안내해 주는 가하고 생각없이 있었던 때문이었다. "아니요. 밖은 별로 더 이상 볼만한 게 없을 것 같고... 오늘은 여기 가디언 중앙지부 건물을 돌아 봤으면 하는데요. 십 층 짜리 건물이라. 내부에 여러 가지가 있다고 들었거든요." 잠시 의견을 나눈 결과를 말하는 이드의 말에 치아르는 속으로 볼만한 게 없으면 잠이나 자. 라고 외치면서도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그럼 어디부터 가고 싶은지... 여기서 골라 보세요." 치아르는 그렇게 말하며 제이나노 옆에 앉아 메뉴판의 제일 뒷장을 넘겨 보였다. 그곳엔 간단하지만 각층에 대한 쓰임 세와 설명이 나와 있었다. 그의 말에 따라 그 종이를 눈에 담은 네 사람은 생각 할 것도 없다는 듯이 열 개의 층 중 한 층. 칠 층에 자리잡은 수련실(修練室)을 손가락으로 짚어 보였다. 그것을 확인한 치아르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건물에서 거기 말고 들러서 구경 해 볼 것이 그 것 말고 뭐가 있겠는가. 뒤따르는 이드들을 데리고서 엘리베이터에 오른 치아르는 칠 층의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을 향해 흉악하게 웃어 보이는 가디언의 다른 형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맞아 내가 올라가면 형들에게 엄청 당할텐데... 그건 안돼!' 순식간에 처리되는 정보에 반응을 보인 치아르의 몸은 닫히기 직전의 엘리베이터 문을 겨우겨우 붙잡을 수 있었다. 이런 치아르의 갑작스런 행동의 일행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치아르는 다시 열리는 문을 보며 멋적은 웃음과 함께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하하... 생각해 보니까. 저는 칠 층엔 출입금지 명령이 걸려 있어서요. 그냥 여러분들끼리 다녀오세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수련실이니까요. 그럼... 흡????" 자신이 할 말을 다하고 재 빨리 돌아서던 치아르는 순간 자신의 앞에 딱딱한 벽이 생겨나 있음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곧 그것이 한 사람의 가슴임을 인식하고는 급히 뒤로 물러나 고개를 숙여 사과를 표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한 눈을 팔다가 그만...." "뭐, 이 정도야 아무 것도 아니지. 그런데 출입금지라. 하하하.... 걱정 마라. 치아르 이미 그 명령이 풀린지 오래니까 말이야. 그리고 아무리 명령이라지 만 손님을 혼자 보내서야 쓰나. 그럼 올라가 볼까?" "응.... !!!!" 어쩐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든 치아르는 내심 울려 퍼지는 비명을 삼켜 누르며 식은땀을 주르르 쏟아냈다. 눈앞에 있는 이 덩치야말로 자신이 피하고자 했던 사람들 중의 한 명이 아닌가. 치아르는 자신을 바라보며 반갑다는 듯이 웃어 보이는 그 엉성해 보이는 웃음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죽었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그 특유의 소리를 내며 부드럽게 열렸다. 그와 함께 이드들의 눈에 제일 처음 들어 온 것은 타원형의 작은 휴게실 같은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휴게실의 정면 그곳에 유리로 된 문이 두 개 배치되어 있었는데, 각각의 문에 매직과 스워드라는 글자가 붙어 있었다. 훈련장을 두개로 나누어 놓은 것이다. 휴게실에 도착한 덩치는 은근히 치아르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이드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말을 이었다. "누군가 했더니 록슨에서 활약하신 손님분들 이시군. 빈 대장을 따라 왔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 반갑다. 난 여기 중앙에 소속된 나이트 가디언 부룩이다. 말 놔도 되지?" 전혀 거칠 것 없는 그 성격에 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 밀었다. "전 이드라고합니다. 그리고 여긴 저의 동료들인 라미아, 오엘, 그리고 제이나노 예요. 각각 마법사, 검사, 사제죠. 저는 검사구요." "음... 이미 들었지. 근데 뭘 그렇게 말을 높이냐? 너도 그냥 편하게 말 놔! 뒤에 있는 사제님과 두 아가씨도! 자, 그럼 구경하러 왔으면 구경해야겠지? 들어가자." 그 말과 함께 부룩이 몸을 돌려 스워드라고 적힌 유리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문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사색이 돼가던 치아르는 최후의 발악을 해 보았다. "저, 저기.... 혀, 형. 나, 난 그만 내려가 볼까하는데....." "무슨 말을.... 널 기다리는 녀석들이 얼마나 많은데." "으윽...." 덜컹. 꽤나 묵직한 소리를 내며 열리는 유리문이었다. 부룩을 따라서 들어선 내부는 건물의 절반을 나누어 수련실로 쓰는 만큼 그 크기가 넉넉하고 꽤나 컸다. 하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가디언들을 보면 그리 큰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 이 곳 가디언들의 수련실은 말이 수련실이지 그냥 아무 것도 없는 텅빈 방 같았다. 바닥에 그 흔한 매트리스도 깔려있지 않았다. 다만 천정에 설치된 전등만이 제 역활을 할뿐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일행들의 눈을 끈 것은 수련실의 사방 벽과 바닥을 장식하고 있는 빽빽한 룬어들과 마법진들 이었다. 그 모습을 봤는지 앞서가던 부룩이 혼자 떠들 듯 중얼거렸다. "방어용 마법진이야. 가디언들의 수련실인 만큼 공간이 작더라도 그게 필수지. 그렇지 않으면 작은 기술 하나에도 부서져 내리거든. 덕분에 일부러 방을 두개로 나눴지. 저쪽 방엔 마법적 공격에 대한 마법진, 이쪽 방엔 물리적 공격에 대한 마법진. 두 개를 같이 쓰면 반발력이 생긴다 던가? 이봐들! 여기 누가 왔나 한번 봐! 우리 귀염둥이가 손님들을 모셔왔거든?" 순간 착각이었을까. 이드들은 순간이지만 고개를 돌리는 가디언들의 시선이 치아르에게 다으면서 번쩍 빛을 발한다고 느낀 것은. "호오~ 이게 누구야. 귀.염.둥.이. 치아르가 아닌가." ".... 잘 왔다." "왜 그 동안 그렇게 뜸했냐? 너 같은 귀염둥이가 없으면 이 삭막한 곳이 더 삭막해 지는데 말이야." 모두 부룩에게 다가오며 한 마디씩 했다. 헌데... 저 말이 죽여버리겠다는 욕설로 들린 것도 착각인가? 그때 다가오던 가디언 중 한 명이 부룩 뒤에 가려 있는 이드들을 발견했는지 의아한 듯이 물었다. "그런데 뒤에 분들은 누구시냐?" 그 말에 부룩은 옆으로 슬쩍 비켜나며 일행들을 소개했는데, 그 소개 말이 상당히 특이했다. "아주 고마운 손님들이지. 다름 아닌 록슨에서 활약하고 치아르를 몰.고.와. 주신 아주 고마운 손님들이시지." "오~ 그런 고마울 때가. 치아르를 데리고.... 아니, 아니.... 록슨에서 저희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야, 무슨 존대 말이냐? 그냥 편하게 말해." 한 사람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감사의 말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 수련실에 있는 가디언들은 라미아의 미모에도 반응하지 않고 치아르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 한 사람이 꺼낸 말에 다른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여전히 부룩의 팔에 어깨가 걸려있는 치아르는 사색이 되었다. "자, 그럼 손님들도 왔겠다. 이곳에서 어떻게 수.련. 하는지 구경을 시켜드려야 겠지? 오랜만에 상대 좀 해줘야 겠다. 치.아.르.!!" "으......" "자, 저 녀석이 부르잖냐. 어서 나가봐. 임마." 부룩은 사색이 된 치아를 수련실의 중앙으로 냅다 떠밀어 버린 후 이드들을 데리고 뒤로 물러섰다. 그 모습에 처음부터 궁금한 것을 참고 있던 제이나노가 이제 눈에 뛰게 벌벌 떨고있는 치아르의 모습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저 치아르가 무슨 잘못을 한 모양이죠? 여기 사람들의 원념이 담긴 프레스가 대단한데요." 그 말에 부룩은 씨익 웃으며 한 쪽 벽에 등을 기대고 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드들도 그를 따라 자리에 앉자 그의 입이 열렸다. "크큭... 당연하지. 저 놈 때문에 피해를 본 게 얼만데...." 그의 말에 더욱 궁금한 표정으로 그를 보는 이드들이었다. "저 녀석이 빈 대장의 아들이란 건 알고 있지?" 끄덕끄덕. "몇 년 전이던가? 저 녀석이 여기 놀러와서는 자신과 겨루자는 거야. 그 때 저 녀석은 가이디어스에서 마검사를 전공하던 모양인데. 우리가 보기엔 말 그대로 어린애 장난 정도인 실력이지. 그래서 대충 귀여워 해줬더니, 녀석이 손도 휘둘러보지 못한 게 분했던 모양이야. 그대로 빈 대장에게 쫓아가서는 울며불며 우리들이 제 놈들을 괴롭혔다고 말해 버린 거지. 당연히 화가 난 대장이 와서 한바탕 한 덕분에 우리가 그때 꽤나 고생했지." 부룩은 자신이 말하며 그때가 생각난 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건 몇 년이나 지난 일 아닙니까? 그걸 가지고 저러진 않을 것 같은데...." "하하하... 당연하지. 우리가 무슨 밴댕이 소갈딱지라고 몇 년 전의 일로 이러겠어? 문제는 이 주일 정도전의 일인데. 저놈이 여기 그려진 마법진을 연구한답시고 들어와서는 제 맘대로 손을 댄 거야. 우린 마법에 대해 모르니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이 녀석이 가고 나서 한 명이 검기를 사용하는 순간 녀석이 만지던 마법진을 중심으로 빛이 나더니 한 쪽 벽이 날아가 버리더구만. 다행이 다친 사람은 없는데 얼마나 놀랬는지. 그런데 문제는 그 벽이 날아가 버린 일을 우리가 뒤집어쓰게 됐다는 거지. 마법진을 다시 그리고 벽을 만들어 세우 비용이 우리 돈에서 나갔으니.... 또 그게 한 두 푼이겠냐? 대장들한테 설교는 설교대로 듣고 돈은 도대로 깨지고.... 이만하면 왜 저러는지 이해가 가지?" 일행들은 부룩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확실히 그런 일을 당했다면 저러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 사이 치아르는 한 가디언이 휘두르는 철심이 박힌 목검을 피해 두 발에 땀띠 나도록 도망 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 상황도 오래가진 못했다. 서서히 체력이 떨어진 치아르가 한대 두대 맞기 시작하더니 얼마 가지 않아 바닥을 구르는 것이었다. 덕분에 제이나노가 나서서 치아르의 상처를 치료해 줬지만, 그것은 치아르에겐 오히려 독이었다. 상처가 사라지자 아까와 같은 상황이 다른 가디언에 의해 다시 펼쳐진 것이었다. 그렇게 치료되고 두드려 맞고를 몇 차례 하고나자 치아르는 제이나노에게 치료를 받고도 일어나지 못 할 정도로 뻗어 버렸다. 그때쯤 가디언들도 분이 풀렸는지 손을 쓰던 것을 멈추었다. 그러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부룩은 바닥에 쓰러진 치아르를 달랑 들어 구석에 있는 유일한 메트리스 위에 던져두고 이드를 향해 호기 있게 말했다. "이왕 이렇게 가디언의 수련실 까지 왔으니, 실력 발휘를 해 봐야겠지?" 이드도 그의 호탕한 기세가 맘에 들었는지 쉽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수련실 중앙으로 나섰다. 두 사람이 나서자 다른 가디언들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 역시 열혈노장 드윈 이상이라는 이드의 실력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부룩은 수련실의 한쪽에 세워져 있는 목검 두 자루를 가져와 이드에게 건네주었다. "그럼 그 실력 한번 보자고." 부록은 그 말과 함께 이드와 거리를 벌리더니 목검을 거꾸로 꼬나 잡고서 뒤로 돌리고 나머지 빈손을 앞으로 내 밀어 보였다. 이드가 그 특이한 자세에 고개를 갸웃거려 보이는데, 부룩의 설명이 들려왔다. "나는 주로 주먹과 발을 쓰지. 검이나 도 같은 건 보조적으로 휘두를 뿐이야." 그 말과 함께 앞으로 내민 그의 손에 짙은 푸른색의 기운이 옅게 일어났다. 이드는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든 검을 멀찍이 던져 버리고, 양 주먹을 말아 쥐어 한 손을 뒤로 당기고 다른 한 손을 구부려 어깨에 붙이는 묘한 자세를 취해 보였다. "지금 뭐하는 거지? 넌 검을 쓴다고 들었는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함부로 믿을게 못 되죠." 우우웅.... 순간 빛을 흡수할 듯한 칠 흙의 권기가 이드의 주먹에서 팔꿈치까지 맺혀 흘렀다. 그 모습에 부룩도 마주 웃으며 손에 반대쪽 손에 든 목검을 내 던져 버렸다. "확실히 그렇군. 그나저나.... 상당히 오랜만이야. 권으로만 상대하는 건. 간다. 쿠아압!!" 말이 끝나는 순간 순식간에 이드와의 거리를 좁혀 푸르게 물든 손을 내 뻗었다. 그가 좁혀온 거리라면 충분히 이드의 몸에 격중 될 수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이드의 몸은 어느새 저 뒤로 빠져나가 있었다. 하지만 부룩도 권기를 다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 뻗어내던 주먹에 재차 힘이 가해지는 순간 보이지 않는 무형의 압력이 생기며 이드를 향해 날아갔다. 이드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무형의 기운을 느끼며 구부려 두었다. 팔을 휘둘렀다. 순간 손등 쪽으로 강한 압력이 느껴지며 무형의 기운이 폭발했다. 이드는 그 순간의 반탄력으로 아까보다 더욱 빠르게 부룩에게로 덥쳐 들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순간 이드의 주먹이 뻗어나갔다. "철황십사격(鐵荒十四擊)!!" 순간 부룩의 면전을 열 네 개의 거대한 주먹이 가득 메웠다. 그 모습에 이드와 같은 초절한 신법을 가지지 못한 그는 자신의 주먹을 마주 쳐올려 열 네 개의 주먹에 맞서 갔다. 이어 마지막 주먹 그림자를 쳐올리는 것과 동시에 뻗어나가는 부룩의 다리. 그렇게 박력있는 두 사람의 비무는 잠시 후 물러나는 부룩을 향해 날아간 철황유성탄(鐵荒流星彈)의 일초에 부룩이 쓰러지면서 끝나 버렸다. 실전이 아닌 만큼 위력이 현저히 줄어든 그 한 초식에 부룩이 일어나지 못할 리는 없지만 찰나에 거리를 좁혀 달려온 이드의 주먹이 그의 머리 바로 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 대단한 실력이야. 검법에 권법까지. 이거 정말 열혈노장 드윈 영감보다 세겠는데." 부룩이 그렇게 말하고 뒤로 빠지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다른 가디언들이 대련을 신청해 왔다. 하지만 이드는 손을 흔들어 그들을 진정시키고 한 쪽에서 지켜보고 있던 오엘을 불러 부룩에게 대련해 줄 것을 부탁했고, 부룩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다시 검과 권의 충돌이 이어졌다. 두 사람 모두 검기와 권기를 사용하는 만큼 막상막하의 시합을 보였지만 잠시 후 아직 검법의 모든 초식을 발휘하지 못하는 오엘이 반 초차이로 지고 말았다. 그러자 이드에게 대련을 신청하려던 사람들이 그녀에게 모여 들었다. 그들도 이제서야 라미아와 오엘의 미모가 눈에 들어왔고, 이왕 할거 예쁜 아가씨와 하겠다는 생각들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그날 오엘은 정말 땀나는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그녀에게 실전이 필요하다 생각한 이드가 계속해서 대련을 주선한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쪽에 쓰러져 기진맥진 한 채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치아르는 어제와 오늘이 자신에게 있어 최악의 날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의 눈은 오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드(245) & 삭제공지 번호:77 글쓴이: ♣아스파라거스。™ 조회:2913 날짜:2002/08/29 15:34 .. ^^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의 눈은 오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 날 그렇게 수련실에서 시끌벅적하게 하루를 보낸 이드와 일행들은 빈이 다시 얼굴을 내민 이틀 후 까지 수련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런던 관광이라고 이리저리 다리 품을 팔며 돌아다니기보다는 수련실에서 훨씬 더 시끄럽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들에서 였다. 특히 그레센의 황궁에서 지내며 그 화려함과 웅장함을 보았던 이드와 라미아로서는 런던의 주요 관광지인 베르사유 궁전이나 국립 미술관의 아름다운 모습이 전혀 눈에 차지가 않았던 것이다. 거기에 오엘도 이드의 의견에 따라 관광보다는 가디언들과의 대련을 통한 실력향상에 더욱 관심을 보였다. 단지 사제의 신분을 망각한 체 한껏 멋을 부리고 다니는 제이나노와 본의 아니게 안내라는 명목으로 이드일행들에 묻어 와 가디언들에게 고통을 당해야하는 치아르만이 불만과 원망을 표할 뿐이었다. "자네들 보기 미안 하구만. 정작 손님들을 초대한 장본인이 손님접대는 않고 이제야 얼굴을 내비치니 말이야." "여~ 우리 없는 사이 잘 놀았나?" 몇 일 만에 피곤한 얼굴로 중앙지부 건물 뒤에 마련된 작은 공원에서 쉬고 있는 일행들 앞에 나타난 빈의 말이었다. 그의 뒤로는 하거스를 비롯한 디처의 팀원들도 보였다. 처음 이곳에 도착한 날을 제외하고는 얼굴도 볼 수 없었던 디처였다. 궁금한 생각에 이틀 전 숙소를 물어 직접 찾아도 가 봤지만 들은 말은 빈과 함께 일이 있어 나갔다는 말뿐이었다. "뭘요. 저희도 몇 일 동안 편히 쉬었는데요. 그러지 말고 여기들 앉으세요." 이드는 일행들 앞에 불쑥 얼굴을 내민 빈들에게 일행들 반대쪽으로 자리를 권했다. 자리를 권하는 이드의 표정엔 불평과 같은 감정은 떠올라 있지 않았다. 주위 가디언들의 지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빈들이 어딜 다녀온 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드의 말에 따라 빈들은 이드들과 같은 잔디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워낙 작은 공원이고, 일행들 보다 앞서온 가디언들 덕분에 앉을 자리가 없어 제이나노가 찾은 자리였다. 하지만 큰 나무그늘과 푹신한 잔디를 생각하면 벤치 보다 더 좋은 자리이기도 했다. "결국 미국에 다녀오셨다 구요? 거긴 상황이 어때요?" 빈들이 자리에 앉기가 바쁘게 제이나노가 빈을 바라보며 수다스럽게 물었다. 이드나 라미아, 오엘도 궁금해하고 있던 내용이기에 곧 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 내용에 대한 답변의 내용이 별로 좋지 못한 때문일까. 제이나노의 대답에 마주보는 빈과 디처 팀원들의 표정이 별로 밝지 못했다. "글쎄.... 뭐라고 답해야 할지. 이걸 좋다고 해야하나? 나쁘다고 해야하나?" 곤란한 표정은 말문을 여는 빈의 모습에 더 궁금증이 커진 이드가 그의 말을 재촉했다. "그게 무슨 말 이예요?" "..... 내가 자네들에게 처음 탬버의 공격소식을 전하고서 오늘까지 제로로부터 공격을 받은 곳은 두 곳 더 늘었지. 두 곳 모두 오스트레일리아의 도시인데, 다른 곳과는 달리 공격 하루 전에 예고장이 날아왔고, 다음날 바로 공격이 이어졌지." "그래서요?" 라미아의 재촉에 빈의 옆으로 앉아 있던 하거스가 툴툴거리듯 대답했다. "그래서는? 쪽도 못쓰고 바로 깨졌지. 공격까지 하루 걸렸다. 그 동안 가디언이 모이면 얼마나 모였겠어? 또 다른 곳 보다 가디언들의 능력이 좀 떨어진다고 소문난 곳이니 오죽 하겠냐? 두 패로 나눠서 공격해 들어온 제로에게 한 시간도 못 버티고 무너졌지." 하거스에게서 제로에게 패했다는 말을 들은 이드는 한층 더 흥미 있다는 표정으로 눈을 빛내며 궁금해하던 점을 물었다. "그럼.... 그 후에 제로는 어떻게 했는데요? 녀석들 처음 봤을 때, 자유가 어쩌니 저쩌니 했었잖아요." "하하... 그랬지. 근데 그게 정말인 모양이야." 가만히 하거스의 대답을 기다리던 이드들은 그가 갑자기 웃어 버리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이드들을 위해 빈이 다시 입을 열어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제로는 아무런 짓도 하지 않더군." "아무짓도 하지 않했다 구요?" "그래, 단지 제로에게 넘어간 두 지역에 대한 국가의 영향력. 그러니까 경찰이나, 가디언들 같은 국가 공권력에 해당하는 기관이나 사람들만 그 도시에서 내 보냈을 뿐이지. 그리고 그들이 빠져나간 자리로 제로의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딱 한 사람 들어왔더군. 보고된 바로는 도시에 들어선 그도 비어버린 시청에 머물기만 할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다고 했거든. 어떻게 보면 시민들을 강제하지 않으니 잘됐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긴 하지만, 도대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속을 알 수가 없는 놈들이야." "그럼.... 아까 빈씨가 좋다고 해야하나, 나쁘다고 해야하나. 하고 말했던 게 이 상황을 보고...." "뭐.... 그렇지. 비록 우리나라가 아니더라도, 도시가 두 개나 놈들 손에 넘어갔으니 좋을 것 없는 상황인데... 그런 가운데서도 놈들이 도시에 아무런 짓도 하지 않는다니... 다행이것도 같으니 말이야." 그때 지금까지 가만히 듣고만 있던 오엘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반격은 하지 않았나요? 지켜보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오스트레일리아로서는 자국 영토에서 벌어진 일이니 보고만 있진 않을 텐데...." 그녀의 말에 하거스가 고개를 내 저었다. "아직이야. 뭔가 긴장감이 있어야 급하게 서두르지. 제로 놈들이 정복한 도시에 뭔 짓을 하면 또 몰라. 그것도 아니고, 오히려 이상하다 싶을 만치 조용하니... 이쪽에서도 서두를 이유가 없잖아. 거기다 그렇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는다는 게 신경 쓰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한 시간만에 깨진 놈들이 무슨 힘이 있다고 반격을 하겠냐?" 하거스는 그렇게 말하며 어림도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 저었다. 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국제적인 지원을 기다릴 수밖엔 없는 노릇인 것이다. 그런 하거스의 말까지 들은 이드는 가만히 앉아 뭔가를 생각하는 표정으로 바닥의 잔디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하나 둘 다른 이야기를 꺼낼 때쯤 고개를 들어 빈을 바라보았다. "그럼 이제부터는 꽤나 바빠지겠네요." "아무래도 그렇게 되겠지. 몬스터만 해도 문젠데, 거기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 같은 제로란 단체가 나타났으니까. 아마 제로에 대해 제대로 알기 전까지는 언제든 움직일 수 있도록 대기 상태로 있어야 할거야." 이드는 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빈과 디처의 팀원들 그리고 자신의 일행들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그러면 더 이상 관광하긴 틀린 일이고... 저희들도 원래 목적지를 찾아 출발했으면 하는데... 너희도 괜찮지?" "전 언제나 이드님 편이죠." "뭐, 저도 볼만한 건 다 구경했으니까요." 이드의 말에 라미아와 제이나노가 한 마디씩 했고, 오엘은 잠시 디처의 팀원들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이드의 말에 동의했다. 사실 이드들로서는 더 이상 이곳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바빠지기 시작할 가디언들 사이에서 빈둥대는 것도 어딘가 어색한 일이지만, 목적지가 있는 그들이-정확히는 이드와 라미아. -언제까지 할 일없이 중앙지부에 눌러 앉아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들이었던 것이다. 물론, 원치 않게 관계를 맺은 제로가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어디로 튈지, 어떤 존재인지도 모르는 그들에게 계속 신경 쓰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하지만 이드들의 생각과는 달리 빈은 섭섭하고 미안한 표정만 지어 보였다. 확실히 초대한 장본인이 한 일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좀 더 지내다 가지. 이제 미국에서도 돌아왔으니, 자네들을 대접할 시간도 있고. 내일 모래면 외부로 일을 나가있던 트레니얼의 팀원들도 돌아올텐데." 하지만 그의 말에도 이드는 고개를 내 저었다. 방금 전 대답한 빈의 말대로 제로로 인해 바빠질 가디언들에게 밖으로 나다닐 여유는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계속해서 고개를 저어대는 이드의 모습에 남기를 권하던 빈은 결국 수긍해 버리고 말았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그럼 언제 출발한 생각인가?" "내일 낮에 출발할 생각입니다. 이것저것 챙길 것도 있고.... 몇 가지 준비할 것도 있어서요." 뭔가 다른 생각이 있는지 이드는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런 이드의 미소를 이해하는 것은 어느정도 감정을 공유해 느낄 수 있는 라미아 뿐. 다른 사람들은 멀뚱이 그런 이드를 바라만 볼뿐이었다. ".... 준비 할 것이라니?" ******** 안녕하세요. 이드 입니다. 이번에 이드 8권이 나오게 됬습니다. (다음주에 나온다네요.) 해서 이드 244까지 출판삭제하게 되었습니다. 퍼가시는 분들 빨리 삭제 해 주세요. 그럼.... 내일..... 이드(246) 번호:78 글쓴이: 大龍 조회:2403 날짜:2002/08/30 21:17 .. 흠, 흠.... 245에서 잘못된 곳이 있더군요. 버킹험 궁전을 베르사유 궁전으로... ^////^ 많은 분들이 지적해 주셨습니다. 감사..... ".... 준비 할 것이라니?" 그렇게 의아해 하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 자리에서 일어난 이드는 무언가 일을 꾸미는 자의 미소를 지으며 중앙지부 건물로 향했다. 항상 들락거리는 사람들로 바쁘기 그지없는 가디언 중앙지부의 정문 앞으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전날 이드 일행들이 떠난다는 말에 길지 않지만 몇 일 동안 머물며 꽤나 안면을 익힌 가디언들이 배웅을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사이로는 학교에 있어야 할 치아르도 시원섭섭한 아리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는 오늘로써 벌써 사일 째 학교를 빠지고 있었다. 최고 학년에 실력도 상당한 만큼 학교생활이 나름대로 여유로운 그였지만 사흘 동안 학교를 쉰다는 건 상당한 문제였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빈이 손을 써 놓았었다. 빈이 그렇게 까지 한 이유는 자신이 안내하지 못하는 데 대한 미안함도 미안함이지만, 치아르가 이드들과 함께 다니며 가이디어스에서 배울 수 없는 어떤 것을 이드들과 함께 있으며 배웠으면 하는 생각에서 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론 그런 생각과는 달리 아무 것도 배운 게 없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빈은 완전히 그런 생각을 지운 건 아닌지 전날 치아르를 붙잡고 내일 떠나는 이드일행들과 함께 여행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권유 아닌 권유도 했었다. 물론 죽어라 고개를 흔들어 대는 치아르의 반대로 무산되어 버린 일이다. 몇 일간 이드들과 함께 하며 고생한 것들 때문이라고 말은 하지만 무엇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라미아와 오엘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리라. 그런 치아르의 앞으로 빈과 디처와는 이미 인사를 나눈 이드가 부룩과 마주 서 있었다. 이드는 섭섭한 표정을 한껏 내보이고 있는 부룩과 악수를 나누었다. 몇 일간 그의 주먹을 받아 주던 자신이 떠난다니 상당히 섭섭한 모양이었다.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부룩의 손을 놓고 품에서 네모 반듯이 접힌 하얀 종이를 꺼내 들었다. 종이엔 뭔가 가득 적혀 있는 듯 접힌 부분 뒤쪽으로 검은 글씨자국이 비쳐 보였다. 이드는 갑자기 꺼내 든 종이에 부룩과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자 그것을 부룩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 "몇 일 동안 부룩 덕분에 즐겁게 보냈어요. 덕분에 오엘의 초식운용도 좋아졌고, 이건 그 감사의 표시로 준비해봤어요. 보니까 부룩은 권을 쓰는 솜씨는 좋은데 그 권을 받쳐주는 보법과 신법이 취약한 것 같아서요." "그, 그럼... 이게....." "....." 이드는 반색을 하며 묻는 부룩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드로서는 몇 일간 머무르며 얼굴을 익힌 부룩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더구나 연이어진 오엘과의 비무에 감사의 표시로 건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것을 받아드는 부룩으로선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그 자신도 보법이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 가디언에 기증된 무공 중 보법과 경공들을 찾아보았으나 자신이 원하는 것은 찾을 수 없었다. 앞서 말했듯 무공을 보유한 문파나 사람이 상승의 무공을 아무 조건 없이 내놓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이드를 만났고 이드의 초절한 신법에 부러움과 함께 어떻게 익힐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 대련 때마다 이드의 발 동작을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던 부룩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그가 담담히 있을 수 있겠는가. 비록 이드가 건넨 보법이 이드가 펼쳤던 그것이 아니라 해도 부룩으로선 고맙기만 한 일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기대를 접을 수는 없는 일. 부룩은 주위의 시선을 느끼며 떨리는 손으로 이드가 건넨 종이, 아니 이젠 무공서가 되어 버린 종이를 조심스레 펼쳤다. 펼쳐든 종이 위로는 한문으로 멋들어지게 적힌 금강보(金剛步)라는 보법의 이름과 함께 그 밑으로 빽빽이 운용에 대한 설명과 함께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은 언뜻 보기에도 평범하지 않은 상승의 보법처럼 보였다. 이드는 찬찬이 금강보의 운용이 적힌 종이를 바라보던 부룩이 감격한 모습으로 얼굴을 드는 것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 금강보는 현란함이나 현묘함은 없지만 금강이란 이름답게 그 움직임이 무겁고 강하며 직선적이죠. 아마 부룩이 쓰는 권의 움직임과도 잘 맞을 꺼 예요. 그리고.... 그거 아무나 보여주면 안돼요. 지금 세상에 그 금강보에 대해 아는 사람은 저와 부룩. 그리고 여기 라미아 뿐이거든요."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장난스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었다. 금강보는 이드가 익히고 있는 사대신공 중 오행대천공(五行大天功)의 금(金)에 해당하는 보법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드가 익힌 보법 중 그 만큼 부룩에게 잘 맞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건넨 것이었다. 과연 부룩도 이드의 설명에 만족했는지 이드의 손을 다시 한번 붙잡고 고마워했다. 잠시 후 그런 부룩에게 풀려난 이드는 이번에도 품에 손을 넣어 종이를 꺼낸 후 치아르에게 건네었다. 런던에 있는 동안 일행들 안내해준 보답으로 풍운보의 운용을 적어 준 것이었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배웅 나온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인사를 한 이드들은 뒤에 와있는 빈의 차에 올랐다. 그 동안 제대로 접대하지 못한 대신 런던 외곽까지 이드들을 태워주겠다는 빈의 배려였다. "제대로 된 대접도 못 받고, 오히려 자네들이 우리에게 도움만 주고 가는군." 차가 별로 다니지 않아 시원하게 열린 도로를 달리던 빈의 말이었다. 그 말에 창 밖으로 흘러가는 런던 시내를 바라보던 이드가 고개를 돌렸다. "에이, 이제 그런 소리 그만 하시라니까요." "하하하... 그대도 아쉬운걸 어쩌나 이 사람아." "그럼, 저희 대신에 소식 좀 전해 주세요. 한국에 있는 가이디어스의 연영이란 선생님과 염명대 앞으로요. 잘 있다고 안부를 전했어야 되는데.... 그걸 깜빡하고 있었거든요." "음, 그런 거야 간단하지. 그런데.... 이제부터 자네들은 어디로 갈 건가?"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중간에 제이나노가 끼어 들어 몇 시간 후 목적했던 런던 외곽지역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잠시 후 이드는 돌아가는 빈의 차를 잠시 바라보다 이제부터 걸어가야 할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런 이드의 시선 앞으로 길게 뻗어있는 도로와 나지막한 구릉과 군데군데 허물어진 집터들이 보였다. "그런데.... 이드, 설마 이번에도 데르치른이란 곳까지 걸어가는 건 아니겠죠?" 막막하다는 표정으로 저 앞으로 바라보던 제이나노가 걱정스런 어투로 물었다. 특별히 단련이란 걸 하지 않은 그로선 또 다시 걷는다는 것이 영 내키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차안에서 이드가 목적지로 들었던 곳인 데르치른은 저번 항구에서 록슨시에 이르는 거리의 몇 십 배에 달하는 먼 거리였기 때문이었다. 걱정썩인 그의 말에 이드와 라미아는 마주 보며 빙긋 웃어 보였다. 이어 라미아가 보기 좋은 미소를 뛰우며 입을 열었다. "물론 아니죠. 이번엔 엘프를 만나러 가는 것 아닌 걸요. 하지만 차를 타진 않을 거예요." "..... 그럼 기차?" "아니요. 뭔가 타고 가는 건 아니예요." 마치 스무고개를 하는 듯한 라미아의 모습에 제이나노와 듣고 있던 오엘이 이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뭔가 타지 않으면 걸어가겠다는 말밖엔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찌푸려지는 두 사람의 표정을 재밌다는 듯 바라보던 라미아는 매고 있던 작은 가방을 열어 영국의 전도가 그려진 지도를 꺼내 보였다. 지도에는 목적지인 데르치른과 저 위쪽에 있는 벤네비스 산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붉은 표시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붉은 표시 옆으로는 알 수 없는 기호가 자리잡고 있었다. "어제 이드님과 제가 준비한 거예요." 그녀의 말에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지도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준비한 것이라면 단순한 지도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의 두 사람을 바라보며 라미아는 붉게 표시된 곳을 짚어 보였다. "어제 이드님과 함께 가디언들에게 물어 알게된 좌표예요. 텔레포트 좌표!!" "......!!!" 라미아의 말에 처음엔 멀뚱이 바라보기만 하던 두 사람이 한 순간 그 말을 이해 한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럼.... 라미아양이 텔레포트까지 사용할 줄 안단 말이예요? 그것도 개인이 아닌 여러 사람을 같이?" 나 놀랐소 하는 표정으로 말을 잊는 제이나노의 말에 라미아가 방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확실히.... 확실히 라미아양이 마법을 사용하는 걸 많이 보진 못했으니... 어떤 실력인지 모르고 있었네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라미아양에게 너무 부담이 되지 않을까요? 텔레포트가 간단한 마법도 아니고...." "맞아요. 차라리 기차가 더 낳을 것 같은데요." 그 사이 라미아는 두 사람의 반응에도 전혀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스팰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실력이라면 데르치른이 아니라 프랑스라해도 충분히 이동할 수 있었다. 단지 지금 이 정도로도 놀라고 걱정스러워 하는 두 사람의 시선을 생각해 여러번 이동하는 것으로, 또 중간중간 하루 이틀 씩 쉬어가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을 뿐이었다. 사실 원래 계획 대로였다면, 이드의 고집대로 천천히 걸어가거나 기차를 타고 오엘의 수련과 관광을 함께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갑자기 불쑥 나타난 제로란 단체가 마음에 걸려 좀 더 빨리 행동하기로 한 것이었다. 뜻하지 않게 중간에 그들의 일에 걸려들 경우. 그땐 정말 꼼짝없이 그 일에 말려들어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였다. 물론 지나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일들을 생각해 보면 왠지 상당한 가능성이 있어 보여 이드를 불안하게 하는 생각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게 라미아의 스팰이 완성되어 가는 사이 이드는 어리둥절해 있는 두 사람을 급히 끌어와 라미아 뒤쪽으로 바짝 붙어 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라미아와 세 사람을 중심으로 희미한 빛의 마법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라미아의 스팰이 계속되면 계속 될수록 그 빛의 밝기도 더더욱 커져만 갔다. 그리고 그 것이 절정에 이르렀다 생각되는 순간. 라미아의 고우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텔레포트!!" 이드(247) ㅡ.ㅡ 그리고 그 것이 절정에 이르렀다 생각되는 순간. 라미아의 고우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텔레포트!!" 벤네비스산. 영국의 수도인 런던과 정반대에 위치한 이 산은 영국 내에서는 수도인 런던만큼이나 유명한 산이다. 높이가 천삼백사십여 미터를 넘어가는 영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 높이만큼 벤네비스가 이루고 있는 산세 역시 명산이라 할만큼 아름다웠다. 덕분에 한창때는 등산가를 비롯해 휴가와 관광을 즐기기 위해 찾아드는 사람들의 발길이 흔했던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모두 봉인의 날 이전에나 있었던 일이다. 지금은 산에 가득한 몬스터들 덕분에 산에 오르려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슨 득이 있다고 몬스터가 가득한 산을 오르겠는가. 특히 거기에 더해 은근히 퍼지기 시작한 한가지 소문은 사람들로 하여금 산 근처에도 다가가기를 꺼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 소문이란 것은 바로. 드래곤. 바로 그 무시무시한 생명체의 레어가 벤네비스산에 생겼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그 산에서 드래곤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때문인지 산의 모습이 멀찍이 보이는 곳에 태연히 인간들의 마을이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산이 가까워 자주 출몰하는 몬스터 때문인지 아니면, 알게 모르게 퍼져나간 소문 때문인지 마을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마도, 만약 벤네비스산에 드래곤이 살고 있어 그 드래곤이 날아오르기라도 하는 날이면, 이 작은 마을은 금새 유령의 도시가 되어 버리겠지만 말이다. 그런 마을이 멀리 보이는 무너져 버린 고인돌처럼 보이는 거대한 바위가 있는 곳.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바위 위쪽 허공 삼 미터 정도에서 신기하게 생겨난 작은 불꽃이 점점 그 크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츄바바밧.... 츠즈즈즈즛.... 시각적인 그 장면은 굳이 청각적으로 표현하자면 그런 소리가 들릴 듯한 그 빛은 점점 그 강도를 더해 종국에는 똑바로 바라보기엔 눈이 아플 정도의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한순간. 그 빛은 절정에 달한 듯 크게 폭발하며 주위로 흩어져 나가 버렸다. 갑자기 사라져 버린 빛 덕분에 한순간 어둡게 느껴지는 공간. 그 곳에 빛 대신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네개의 인형들이 균형을 잡지 못해 허우적대는 모습으로 허공에 자리하고 있었다. "우.... 우아아악!!" "이잇!" "꺄악! 왜 또 허공이야!!!" "칫, 빨리 잡아." 네명에게서 각자에 맞는 불평과 당황성이 뛰어 나왔다. 하지만 그 중 한 명만은 예외인 듯 마치 땅에서 움직이듯 허공 중에서 자연스레 몸을 움직여 추락하고 있는 두 인형의 허리를 양팔로 끌어안고서 여유있게 땅에 내려섰다. 하지만 그 인형의 팔이 두개인 덕분에 그런 도움에서 제외된 세 번째 인물은..... 쿠우웅. "커어어어헉!!!" 묵직한 충돌음과 잘 어울리는 비명을 합창하듯 토해내며 그때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그 모습에 두 사람의 허리에서 팔을 풀어낸 인영, 이드가 전혀 안스럽지 않다는 표정과 말투로 땅에 뻗어 있는 제이나노의 안부를 물었다. "괜찮아? 워낙 급하게 가까이 있는 두 사람을 잡다보니, 널 신경쓰지 못했지 뭐냐." "..... 크으윽... 쿨럭.... 커헉...." 그때서야 겨우 숨이 트이는지 내던져진 개구리 처럼 뻗어 있던 제이나노가 겨우 몸을 뒤집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런 제이나노의 얼굴은 이마와 코, 턱. 이 세 곳이 붉게 물들어 있어 상당히 우스워 보였다. 그 모습에 어느새 다가왔는지 내려다보던 이드와 라미아, 오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 괜찮은 것 같군. 허기사 이게 몇 번짼데.... 어떻게 된 텔레포트 포인트의 좌표가 전부 이 모양인지." 황당하다는 듯 말하는 이드의 모습에 충격을 삭히던 제이나노가 원망 가득한 눈길로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래.... 이게 벌써 몇 번째지? 근데 말이야. 어떻게 된 게 그 몇.번.의. 상.황.마.다. 네가 구해주는 사람은 저 두 사람이고 난 항상 이런 황당한 충격을 맛 봐야 하냔 말이다. 왜 항상 네 가까이 있는 사람이 저 두 사람인 거냐고!!" 상당히 분했던지 평소쓰던 말투가 완전히 평어로 바뀌어 버렸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이드나 제이나노의 말처럼 지금과 같은 상황-그러니까 텔레포트 된 장소가 허공인 경우-이 여러번 있었던 것이다. 네 사람은 모르고 있었지만, 가디언들이 쓰는 텔레포트 좌표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지상에서 삼 사미터 정도 위쪽으로 잡혀 있었던 것이다. 그 만약의 상황이란 텔레포트가 끝나는 지점에 존재할 어떤 물체를 피하기 위한 것인데, 만에 하나 텔레포트가 끝나는 지점에 생물이나 커다란 벽이 존재하게 되면 그때 생기는 쌍방의 이질적인 마나의 분열로 사람이고 무엇이고 간에 공기중에 완전분해 되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뭐.... 그 텔레포트를 실행하는 사람이 라미아라는 것을 생각하면 큰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네 사람은 텔레포트 때마다 번번이 이런 상황을 격어야 했는데, 불행하게도 그때마다 라미아와 오엘은 항상 이드에게 안겨 안전하게 땅에 내려선 반면 제이나노는 항상 대지의 열렬한 환영을 몸으로 경험해야 했던 것이다. 뭐, 처음 몇번은 여자보다는 남자인 자신이 땅에 떨어져도 떨어지는 것이 낳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항계가 있었다. 매에는 장사 없다고, 뼛속까지 울려오는 그 고통에 결국 제이나노가 발작해 버린 것이다. 이때 이드가 그런 제이나노를 향해 그가 환영할 만한 소식을 알렸다. "걱정마. 이제 그럴 일이 없을 테니까. 다 왔거든. 두번째 목적지로 삼았던 벤네니스 산에 말이야."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어 멀리 보이는 벤네비스 산을 바라보았다. 그런 이드의 모습에 나머지 세 명의 시선역시 자연스레 산을 향해 돌아갔다. 그런 네 사람의 탁트인 시야 안으로 웅장한 몸체를 자랑하고 있는 거대한 산의 모습이 보였다. 사실 네 사람은 이미 처음 목적지로 잡았던 데르치른 지방을 이미 지나온 상태였다. 그리고 이곳에 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데르치른에선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그곳엔 특이하게 변해 버린 늡지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덕분에 땀 꽤나 흘린 일행들이 얻은 것이라곤 모기 때문에 얻은 가려움뿐이었던 것이다. "쳇, 정말 저기에 드래곤이 살고 있는게 맞아요?" 어느새 존댓말을 다시 사용하고 있는 제이나노가 가기 싫다는 뜻을 역력히 내 비치며 입을 열었다. 사실 데르치른에서 고생한 만큼 저 만큼 높은 산에 올라가려고 생각하니 막막했던 것이리라. "그런소리 하지 말고 빨리 일어나기나 해. 오늘내일은 체력도 회복할 겸 저 마을에서 쉴거니까 빨리 가야지."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제이나노의 놀란 근육을 풀어주며 그를 세워 일으켰다. 이어진 이드의 재촉에 라미아와 오엘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세워져 있는 마을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빨리가서 편히 쉬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점점 마을에 가까워 지며 눈에 들어오는 마을은 지금까지 거쳐왔던 어느 도시나 마을보다 중세풍의 느낌이 강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느낀 것이지만, 런던에서 멀어지면 멀어질 수록 더욱더 그런것 같았다. "흐음... 여긴 조금 특이하네요. 방책이나 벽이 쌓아져 있는게 아니라.... 높다란 망루가 세워져 있는걸 보면 말예요." 오엘과 함께 걷던 라미아가 딱히 누구에게 말한다고 보기 어려운 말을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에 제이나노가 고개를 끄덕이며 몇 마디 말을 더했다. "특이한 경우긴 하지만, 제 경우엔 처음보는 건 아니죠. 돌아다니던 몇 몇 지역에서 저렇게 몬스터를 경계하는 걸 본적이 있거든요. 확실히 효과는 좋더라구요." "흐음... 그래." 이드들은 제이나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마을로 들어섰다. 높은 망루에서 망을 보고 있는 사람 때문인지 따로 보초를 서고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마을에 들어서며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네 사람은 곧 짐을 풀 여관을 잡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일행들은 하나의 여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치 그레센 대륙에 존재하는 여관중 하나를 떼어다 놓은 듯한 고풍스런 여관. 입구에는 굵은 글씨로 여관의 이름이 써 있었다. '만남이 있는 곳' "특이한 이름이네." 이드(248) ^^ 마치 그레센 대륙에 존재하는 여관중 하나를 떼어다 놓은 듯한 고풍스런 여관. 입구에는 굵은 글씨로 여관의 이름이 써 있었다. '만남이 있는 곳' "특이한 이름이네." 여관 이름을 읽은 이드의 감상이었다. 하지만 바로 옆에서 그 소리를 들은 제이나노는 그게 뭐 어떠냐는 표정으로 여관의 정문을 열었다. "저는 좋은데요. 게다가 저런 이름은 찻집이나 카페에서 상당히 선호하는 이름인 걸요. 그런 곳에선 이런저런 '만남'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이 여관도 마찬가지 구요.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활기찬 여관을 고른 것 같네요." 그 말과 동시에 제이나노가 열어놓은 문 안쪽으로부터 왁자지껄한 소리가 떠들썩하게 흘러나왔다. 열려진 문을 통해 보이는 여관의 내부는 실내등과 햇살로 환했는데 그 아래로 많은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잠시 실내를 바라보던 오엘은 뭔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 저으며 이드와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나머진 모르겠지만 거의 절반이 용병들인 것 같은데... 오늘 하루를 조용히 쉬려면 다른 여관을 찾는 게 좋겠어요." 바로 얼마 전 까지 용병이었던 오엘답게 여관 안에서 떠들어대는 용병들을 알아보고는 자신의 의견을 내 놓았다. 같은 용병이었던 만큼 그들이 이렇게 모여 떠들어댄다면 그게 얼마나 시끄러운지, 또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는지 잘 알기에 내 놓은 의견이었다. 더구나 술에 취해있을 것이 당연한 용병들이 자신이나 라미아에게 집적대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는 일. 자신이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지만 잘못해서 라미아라도 건들 경우 그녀 뒤에 있는 저 엄청난 실력의 사숙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라미아와 같은 여성으로서야 그런 놈들이 얼마나 두들겨 맞던지 상관할 바가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용병이라고 그들이 다치는 일은 염려해서 내놓은 의견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오엘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숙이라는 배분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모습으로-오엘에겐 그렇게 보였다.- 빼꼼이 여관안을 들여다보던 이드는 오히려 잘 됐다는 표정으로 일행들을 여관 안으로 밀어 넣는 것이 아닌가. "괜찮아, 괜찮아. 시끄러운 거야 시간이 지나면 줄어들겠지, 그래도 않되면 사일런스 마법을 걸면되고. 오히려 저렇게 사람이 많으면, 벤네비스산이나 드래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들어볼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이드의 말에 세 사람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여관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면서도 제이나노는 한마디하는걸 빼놓지 않았다. "네, 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제발 그 드래곤이란 말은 좀 자제해 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그 무시무시한 생물을 찾아가는 길이란 걸 알고 부터 순간순간 발길을 돌리고 싶을 때가 있다구요." 이드는 그의 말에 빙긋 미소를 지었다. 농담도 아니고 드래곤의 레어를 찾아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드래곤이란 생물에 대해 마음대로 씹어댈 사람은 없다. 아니, 원래대로라면 그 말을 듣는 즉시 발길을 돌리는 것이 보통 사람의 반응일 것이다. 하지만 데르치른의 늪지에 들어서기 직전 라미아로 부터 그 사실을 전해들은 제이나노와 오엘은 경악성과 함께 강렬한 반대의견을 내놓긴 했지만 이드들과 따로 떨어지거나 발길을 돌리진 않았다. 두 사람모두 자신의 고집이 대단한데다, 이미 이드와 라미아를 따라 다니며, 만날 수 없다는 엘프를 만났다는 사실이 작용한 때문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사실은 지금과 같은 이런 반응이 당연한 것이다. 여관 안으로 들어선 일행들은 여관 입구 쪽에 마련된 카운터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 앞에 앉아 있어야 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저기 뒤엉켜 떠들어대는 사람들 틈에 섞여 있을 것이다. 이드는 자신들이 들어선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주인을 부르기 위해 손바닥으로 카운터를 내려쳤다. 팡! 팡!! 팡!!! 생각지 않게 소리가 컸던가 보다. 확자지컬한 소리를 헤치고서도 잘도 퍼지는 소리에 여관 내부는 순식간에 조용해 졌고, 떠들어대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이드들에게 모여 들었다. 일행들에게 쏠리는 많은 눈길에 이드는 조금 미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기... 방을 잡으려고 하는데요." "아.... 내가 주인이예요. 내가 노는데 정신이 팔려서.... 미안해요. 그래 방을 잡을 거라구요?" 그렇게 말하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중앙의 자리에서 탐스러운 옥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제법 후덕해 보이는 인상의 중년여성이 일어나 카운터 앞으로 나왔다. 그녀가 나서자 다시 여기저기서 웅성이는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중 몇 명 젊은 남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일행들에 멈추어 있었다. 그들로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미녀인 라미아와 오엘에게서 쉽게 눈을 떨 수 없었던 것이다. "자, 이건 라미아와 오엘의 방 열쇠. 어쩔까? 먼저 식사부터 할래? 시간을 보니.... 어차피 저녁시간도 가까워 오는데 말이야." 이드는 주인 아주머니에게서 받아든 두개의 열쇠 중 하나를 라미아에게 건네주면 세 사람을 향해 물었다. 하지만 세 사람모두 별로 생각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젓는 것이었다. "뭐, 텔레포트 해 온 덕분에 피곤하거나 허기 진 것도 없는 걸요. 그냥 나중에 느긋하게 식사하도록 하죠." "흐음... 그럼, 그럴까?" 오엘은 일행이 이 곳 식당에 있음으로 해서 문제가 일어나는 것을 막고자 의견을 내놓았다. 또 사실이 그렇기도 했기에 세 사람은 그녀의 의견에 따라 주인 아주머니가 알려준 방이 있는 삼층으로 향했다. 삼층으로 올라가며 살펴본 여관은 상당히 잘 꾸며져 있었다. 여관 외부와 식당을 하고 있는 일층의 모습만 본다면 그레센의 여느 여관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층부터는 꽤나 현대식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 더구나 그 중심 뼈대는 나무인 덕분에 무조건 현대식인 것 보다 느낌이 좋았다. 일행들의 방은 삼층의 복도 끝에 자리한 이웃한 방이었다. "흐음.... 꽤나 좋은 여관은 잡은 것 같은데..." 이드는 방안을 둘러보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중간 중간 보이는 나무기둥과 갈색 톤의 벽. 그리고 나무로 짜여진 듯 한 침상 두개는 산 속 별장 같은 느낌으로 꾸며진 방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이 정도의 시설을 가지고 있으니 일층에 모여 있는 많은 사람의 모습이 이해가 됐다. 그렇게 이드가 방안을 둘러보는 사이 제이나노는 자신의 짐을 한쪽에 챙겨두고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라도 할 모양이었다. 제이나노가 욕실로 들어가자 이드는 걸치 듯 입고 있는 얇은 조끼 모양의 옷을 벗어 창문 바로 앞에 붙여놓은 작은 테이블 위에 던지 듯 벗어둔 후 일라이져를 꺼내 들고 의자에 앉았다. 그 손엔 어느새 꺼내 들었는지 새하얀 백색의 천이 들려 있었다. 오랜만에 일라이져를 손질해 줄 생각인 이드였다. 물론 몇 십, 몇 백년을 손질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할 검도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정성들여 검신을 손질하고 막 화려하다 못해 예술품과 같은 검집을 집어들었을 때였다. 가벼운 노크 소리와 함께 라미아와 오엘이 방안으로 들어섰다. 두 사람은 곧 방안을 한번 둘러보고는 이드에게로 다가왔다. 특히 오엘은 테이블 위에 놓인 일라이져를 보았는지 눈을 반짝이며 빠르게 다가왔다. "검 손질하고 계셨네요. 저기... 제가 검을 좀 봐도 되죠?" "어...." 마치 먹음직한 먹이를 덥치는 기새로 말하는 오엘이었다. 이드는 움찔하며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하지만 허락을 구하는 말과는 달리 일라이져는 그녀의 손에 들려있었다. 이드가 대답하기도 전에 말이다. 오엘은 손바닥을 통해 착착 휘감기 듯 느껴지는 검의 감각에 자신도 모르게 감탄성을 터트렸다. 이드와 함께 다니며 가까이 서 자주 보긴 했지만, 지금처럼 직접 손에 들어보기는 그녀로서도 오늘이 처음인 것이었다. 검사가 좋은 검만큼 탐내는 것이 없듯이 오엘역시 검사이기에 성검이란 칭호-비록 여신에겐 전정용이지만-를 받고 있는 일라이져가 전해 주는 감각이 너무도 좋았던 것이다. 같은 검사로서 그런 오엘의 심정을 잘 알고 있는 이드는 손에 들고 있던 검집과 천까지 오엘에게 넘겨 버렸다. 검 손질을 오엘에게 넘겨 버린 것이다. 그러나 오엘은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로 이드가 넘겨주는 것을 슬쩍 받아들어 조심스레 검집을 닦기 시작했다. 그럴 즈음해서 욕실에서 들려오던 물소리가 사라졌다. 이어 잠시동안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리며 욕실의 문이 슬쩍 열렸다. 가벼운 옷을 대충 걸치고 한 손엔 사제복을 들고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을 대충 닦으며 나오던 제이나노는 오엘과 라미아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 순간 움찔하더니 급히 뒤로 돌아 머리를 털어 댔다. 샤워기 에서 쏟아지는 물소리에 그는 두 사람이 들어선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제가 먼저 씻느라 두 분이 오신 걸 몰랐네요." 멋적게 웃어 보이는 제이나노의 말이었다. 라미아는 그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다 어느새 자신의 손에 들린 이드의 팔을 들고 말을 이었다. "그럼 이번엔 이드님이 씻으실 차례네요. 자자... 어서 들어가세요. 제가 뽀득뽀득 씻겨 드릴게요." 유혹적이라기 보단 귀엽기만 한 라미아의 목소리였다. 또한 남이 들으면 민망할 만한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제이나노와 오엘도 별다른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미 이드와 라미아를 연인사이로 보고 있었고, 저런 모습을 몇 번 보았던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적응이 됐다고 할까. 그럼 이 두 사람보다 더 오랫동안 직접 당해온 이드는? "다음에...." 그렇게 한마디를 하고는 라미아에게 잡힌 팔을 스륵 빼서는 그대로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라미아는 그런 이드를 바라보고는 귀엽게 혀를 내밀어 보였다. 한 시간 여가 지난 후 이드들의 네 사람은 식사를 위해 식당을 하고 있는 일층으로 향했다. 이미 해는 완전히 떨어져 여관 복도를 비롯한 여기저기에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원래는 좀 더 일찍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지만 오랜만에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 이드가 그대로 잠들어 버린 덕분에 이렇게 늦어진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이드를 깨우기 위해 떡 하니 욕실로 들어온 라미아와의 작은 소동도 있었고 말이다. 이드들이 식당에 내려왔을 때는 그곳에 앉아 있는 사람의 수가 들어 올 때의 절반 정도로 줄어 있었다. 아마 시간이 되어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이 여관이나 주위 여관에 묶는 용병들만 남은 듯했다. 그렇고 보면 오엘이 정확하게 용병들을 알아 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만들어 내는 여러 가지 떠들어대는 소음은 그대로 인 듯했다. 특히 두 곳에선 술 취한 노랫소리까지 흘러나왔다. "아직도 꽤나 요란한데...." "그럼 방으로 요리를 올려달라고 할까요?" 이드의 말에 오엘이 답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기에 용병들과 제일 많이 떨어진 제일 안쪽 자리에 자리를 잡는 것으로 대신하는 일행들이었다. "저녁들이 늦네요. 주문해요." 일행들이 내려오는 모습에 카운터에 앉아 있다 뒤따라온 여관 주인이 일행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제이나노와 오엘은 순간이나마 황당한 느낌이었다. 여관 주인이 너무 말짱해 보였던 것이다. 자신들이 알기에 이 여인은 그들이 여관에 들어설 때까지 저 용병과 마을 사람들 사이에 썩여 술을 마시며 떠들고 있었다. 또한 그것을 증명해 주는 톡 쏘는 주향(酒香)이 그녀의 옷에 한가득 배어 나오고 있었다. 헌데 그녀는 얼굴 하나 붉히고 있지 않고 있다. 주위에 아무리 술이 세 보이는 용병들도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는데 말이다. '그럼 도대 이 아주머니 주량이 얼마나 된다는 소리야?' 주위분위기에 자연스레 떠오르는 엉뚱한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이드와 라미아의 주문에 곧 궁금함을 덮어둔 채 자신들의 식사를 주문했다. "근에 이 마을은 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용병들이 많은 것 같네요." 제이나노가 앞에 놓인 물 잔을 손에 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처음 들어설 땐 워낙 시끄러워 몰랐는데 이곳은 그들이 지나온 다른 여관들 보다 머물고 있는 용병들의 수가 많았다. "저 크고 유명한 벤네비스산 바로 아래 형성된 마을이니까 그렇겠죠." 제이나노는 오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그게 정답이었다. 위험하고 몬스터가 많아서 드래곤의 레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되는 벤네비스산이 바로 앞에 있는 만큼 몬스터의 출현도 잦을 것이다. 그런 만큼 그에 대항해 싸우는 사람도 자연 많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자 그와 함께 자연스레 떠오르는 의문이 있었다. "그럼 왜 다른 곳으로 이주하지 않는 걸까요?" "그건 모르죠. 각자 사정이 있어서 일수도 있고, 떠나고 싶지 않아서 일수도 있죠. 그리고 지금 당장 모두 죽음에 직면한 것처럼 위험한 건 아니잖아요. 저도 용병일 하면서 이 마을과 비슷한 곳을 몇 군데 본적이 있거든요." 이드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꽤 인생경험이 희귀한 쪽으로 풍부한 자신이지만 지금과 같은 제이나노의 말에 대답할 뚜렿한 대답을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였다. 오엘과 라미아 사이로 엄청난 크기의 술잔을 든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 술잔을 테이블 위에 턱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았다. "이유는 무슨. 그냥 살고 싶어 사는거지. 거 이쁜 아가씨 말대로 당장 죽인다고 달려든 몬스터가 코앞에서 으르렁거리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근데 거 예쁜 아가씨도 용병이요?" 꽤나 거침없는 말투에 칼칼한 목소리였다.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린 일행들의 눈에 술에 취한 듯 눈 및 까지 붉은 빛이 감도는 이십대 중반의 남자가 벙긋이 웃고 있었다. 하지만 술 취한 듯한 모습과는 달리 눈동자는 또렷이 빛나고 있어 지금 이 남자가 술 주정을 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갑작스런 남자의 등장에 일행들이 잠시 당황하는 사이 오엘이 그의 말을 받았다. "바로 얼마 전 까지는요. 지금은 잠시 쉬고있긴 하지만 말이죠. 헌데 무슨 일이죠?" 오엘은 남자를 향해 딱딱 끊어 말했다. 이 남자의 눈동자가 바르긴 하지만 술을 마신 건 사실이니 괜히 추근대지 않게 확실히 해 두려는 생각으로 그녀가 용병일을 하고 있을 때 자주 사용하던 방법이었다. 남자도 그런 오엘의 생각을 알았는지 씨익 웃으며 한 손을 내 저어 보이며 너스레를 떨었다. "거참... 초면에 데게 딱딱하네... 오랜만에 이곳엔 온 사람들이라 이야기나 좀 할까 해서 그런 건데 말이요. 보면 알겠지만, 같이 마시던 놈들이 죄다 뻗어 버렸거든." 슬쩍 한쪽을 가리키는 남자의 한 손을 따라 일행들의 눈동자가 돌아갔다. 그 곳엔 두개의 테이블을 붙이고 앉아 있는 여섯 명의 헤롱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양세가 제각각 이었으며 또한 그 테이블 위에 쌓인 엄청난 수의 병들과 잔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고 다시 남자에게 돌아온 일행들의 시선이 담고 있는 뜻은 한가지 였다. "실례지만.... 주량이 얼맙니까?" "하하.... 사제님이시군요. 그 사제복이면.... 보자... 리포제... 투스? 그래, 리포제투스님을 섬기시는 분이군요. 제가 이곳에 오기 전에 한번 뵌 적이 있지요. 이거 반갑습니다. 그리고 사실 제 주량은 저도 모릅니다. 돈이 없다 보니, 완전히 취할 때까지 술을 사 마실 수가 있어야죠." 그 말을 시작으로 서로간의 분위기가 편하게 풀려갔다. 그는 제이나노와 오엘 사이에 앉았다. 눈치로 보아 자신이 처음 얼굴을 들이민 라미아와 오엘 사이에 앉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처음 말을 건 제이나노가 바로 자신 옆으로 자리를 마련해 주니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을 루칼트라고 소개한 그는 용병으로 길드의 소개로 두 달 전부터 이 마을 너비스에서 용병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곳의 용병들은 이곳에서 공짜로 지급되는 거주지에서 식사를 해결하며 몬스터가 습격해 올 때 만 싸우고 그때그때 돈을 받는 방법으로 일한다고 했다. "꽤나 돈벌이되는 곳이죠. 근데 거 이쁜 아가씨는 어디서 용병 일을 하셨.... 아우!! 누구야!!" 팡! 철판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루칼트는 자신의 말을 끝맺지 못하고 작은 비명성을 질렀다. "나다 임마! 손님들 귀찮게 하지 말고 저리가." 루칼트 뒤로는 이드들이 주문한 요리들을 두개의 커다란 쟁반에 나둬 들고있는 주인 아줌마가 서 있었다. 루칼트의 머리를 때린 것도 아마 저 커다란 쟁반일 것이다. 루칼트는 그녀를 확인하고 맞은 자리를 긁적이며 투덜거리듯 빈정댔다. "우씨, 누가 귀찮게 했다고 사람을 쳐요? 치길. 그러니 그 나이 되도록 시집을 못 가지." "뭐야!! 이 녀석이 정말....." "히익....." 루칼트의 말에 그녀의 손이 반사적으로 올라갔고, 순간 말을 잘 못 했다는 판단에 루칼트는 의자에 앉은 채 엉덩이를 뒤로 빼고 언제든 도망칠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그녀는 여관의 주인이었다. 차마 손님들이 주문한 요리를 집어던지지 못하고 다음에 보자는 듯 노려만 볼뿐이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재밌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이드는 자신이 시킨 요리를 받아 들며 쥐와 고양이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아까부터 묻고 싶었던 것에 대해 슬쩍 물었다. "근데.... 듣기로는 벤네비스산에 무슨 드래곤의 레어가 있다던데... 사실이 예요?" 이드의 말에 루칼트는 고개를 절래절래 내저으며 답했다. "아아... 그거? 나도 용병일 하면서 듣긴 했는게 믿지마. 믿을 만한 이야기가 못 돼니까." "그래, 믿지 말아요. 이곳에 몬스터가 많고 산 가까이만 가면 몬스터가 공격해 대니까 그런 소문이 난 모양인데. 택도 없는 소리죠. 드래곤이 직접 나온 것도 아니고... 몬스터 같은 게 많이 나왔다고 드래곤이라니... 말도 안되지." 주인 아주머니도 한 소리 거들고는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쪽 이야기가 흥미가 있는지 쟁반을 옆 테이블에 놓고 그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이쪽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어 몇 번 오간 이야기로 두 사람이 벤네비스에 드래곤이 있다는 걸 절대 믿지 않는 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이어진 주인 아주머니의 충고가 뒤따랐다. 드래곤에 대한 엉뚱한 호기심으로 벤네비스산 가까이 가지 말라는. 그녀가 이곳에 살며 드래곤이란 말에 혹해 벤네비스에 다가갔던 모험가들 중 목숨이나마 건져 돌아온 사람이 몇 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 이야기에 오엘과 제이나노는 이드를 슬쩍 바라보았다. 드래곤을 찾는 것에 반대하고 나서던 두 사람이었던 만큼, 이드가 여기서 발길을 돌렸으면 하는 듯 했다. 하지만 정작 이드와 라미아는 그들과 또 달랐다. 루칼트와 주인 아주머니가 없다고 주장하곤 있지만 직접 벤네비스에 들어가 보지 않은 이상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더우기 드래곤이 자신이 어디 있다고 광고하고 다니는 것이 아닌 이상 없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봉인이 풀린지 얼마 되지 않은 이때 함부로 날뛰고 다니는 바보 드래곤은 더더욱 없을 것은 뻔한 일이다. 그렇게 주인 아주머니의 충고를 들으며 요리의 반을 비웠을 때였다. 쿠당탕!! 쿠웅!! 뭔가 커다란 것이 뒤집어 지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자연 일행들의 시선이 돌아갔다. 거기엔 루칼트의 동료라던 사람 둘이 앉은 의자 째 뒤로 벌렁 뒤집어져 있는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술에 얼마나 취했는지 그렇게 뒤집혔음에도 그들은 신음하나 내지 못하고 있었다. "쯧쯧... 하여간 저 놈들은 술만 먹었다 하면... 뭐해? 빨리 가서 정리해야지." "젠장. 술 센게 무슨 죄라고 뒤처리를 항상 내가 해야 하는 거야? 쩝, 그럼 거 이쁜 두 아가씨는 내일 또 봅시다." 주인 아주머니의 재촉에 루칼트는 자신이 마시던 술잔을 그대로 둔 채 일행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을 시작으로 한번에 두 명을 안아 들고 여관방으로 향했다. 그런 루칼트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라미아가 다시 한번 기가 막힌다는 모습으로 주인 아주머니를 향해 물었다. "근데 저 사람들 저렇게 술을 마셔도 되는 건가요? 이럴 때 갑자기 몬스터라도 습격해 오면 어쩌려고..." "호호... 괜찮아. 솔직히 이런 상황이 한 두 번 있긴 했지만, 모두 별일 없이 넘어 갔거든. 너비스에 있는 용병들이 저 녀석들뿐인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그리고 상황이 정 급하다 싶으면 마법이나 신성력을 사용해서 술을 깨우는 방법도 있고.... 해서 별탈은 없지." 어느새 오간 대화로 편하게 대답하는 주인 아주머니였다. "그리고 내말 명심해. 함부로 벤네비스에 오르면 안돼. 네 명 이서 다니는 걸 보면 보통 실력을 아닌 것 같긴 한데, 벤네비스에 오른 사람들 중엔 너희들 정도의 실력자도 꽤나 있었거든. 그리고 그래도 가겠다면 좀 머물렀다가 가." "그건... 왜요?" "조만 간에 몬스터들이 습격 할 것 같거든. 그러니까 그때 습격해오는 몬스터들과 싸워보고 가란 말이지. 그곳엔 그런 몬스터들이 수두룩할 테니 미리 겪어보란 거야. 그러고도 가고 싶어지나." 그녀의 말에 이드가 묘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아주머닌 몬스터가 습격하는 걸 어떻게 아세요?" "호호호... 경험으로 인해 생긴 단순한 예감이야. 그런 데로 높은 확률을 보이고 있지. 그럼 편히 들 쉬어." 마치 미스테리 물의 한 장면을 흉내내는 듯한 어설퍼 보이는 모습을 보인 주인 아주머니는 비어있는 식기들을 챙겨 주방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일행들은 각자 피로를 푼다는 이유를 달고서 최대한 늦장을 부렸다. 하지만 실제로 침대에서 뒹구는 것은 제이나노 뿐이었다. 도대체 사제이면서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정말 의외이다. 나머지 피곤과 거리가 먼 세 사람은 평소대로 아침을 맞았다. 오엘은 운기조식 후 여관뒤에 마련된 작은 공터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녀 주위로는 몇 명의 용병들이 어제의 술기운을 쫓기 위해서 인지 같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아니, 신한검령에 따른 검술을 펼치는 오엘을 감상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의 검술이 저렇게 정확하고 강렬하지 않았다면 몇 몇 슬쩍 접근해 보려는 인물이 적잖이 있었을 것이다. 라미아는 언제나 그렇듯 이드옆에 붙어 있었다. 이미 오엘과 아침식사를 끝낸 두 사람은 햇빛이 잘 드는 창가 자리에서 찻잔을 앞에 두고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하지만 어제 저녁과는 달리 식당에 나와 있는 시선들 중 꽤나 많은 수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모여 있었다. 술이 깬덕에 라미아의 미모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여관의 용병들이 그들이었다. 하지만 라미아에게 접근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드를 향해 방실거리는 모습으로 이미 임자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저쪽에서 눈을 부라리는 주인 아주머니의 눈총 때문에 입맛만 다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용병들과는 다리 자연스럽게 두 사람에 다가오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테이블 앞의 의자 중 하나를 빼내 거꾸로 앉으며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침부터 너무 분위기가 좋은걸? 여기 있는 외로운 늑대들이 서러워 할 만큼 말이야. 잘들 쉬었나?" "아, 잘 주무셨어요? 루칼트씨." "....술도 세지만 숙취도 없는 것 같네요." 이드는 술에 정말 강해 보이는 루칼트를 보며 보고 있던 날짜 지난 신문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신문은 자연스레 방금 전까지 이드와 라미아가 이야기를 나누며 보고 있던 면을 햇살 아래 환히 드러내고 있었다. '..... 의문의 단체 제로(무(無):없다.)의 활동이 세계적을 활발하다. 스스로를 제로라 하며 영국의 록슨시에 처음 모습을 내보인 이들에 대해 알려진 것은 특수 능력자들이란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근거지와 인원, 조직체계는 물론 조직원들에 대한 신원확인까지 전혀 알 수 없는 말 그대로 의문의 단체다. 그들은 스스로 국가를 부정하며 국가로부터의 자유를 표명하고 있다. 국가란 틀이 사람을 하나의 틀에 묶고 있으며, 국경을 만들어 서로를 경계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들은 국가로부터의 자유를 외치며 세계각국의 주요 도시들을 공격하고 있다. 그런 그들의 전투력은 실로 대단해서 실제 미국 미시시피의 잭슨과 위스콘신의 라크로스, 중국의 나취, 카이쩌, 라사, 스웨덴의 팔룬과 순토스발 등 몇 몇 도시는 그들에게 넘어간 상태다. 이들에게 대항 할 수 있는 것은 가디언과 용병들뿐이며 또한 그들의 행동반경이 워낙 넓어 대응하기가 어려워 그 피해는 점점 커져만 간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들에 의해 점령된 도시들이다. 제로는 도시를 점령할 때도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지만 점령한 후에도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여전히 자유로웠으며, 언제든 도시를 떠나고 들어올 수 있다. 오히려 도시에 남겨진 제로의 능력자로 인해 도시의 치안이 더욱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제로의 이러한 행동이 시민들로부터 환심을 사기 위한 행동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런 사유를 떠나 시민들에게 피해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국가의 영역에 있을 때 보다 한가지라도 생활 환경이 나아졌다는 사실은 중요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국가에서 쉽게 도시 재탈환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탈환시 시민들에 피해가 갈 경우 그 원성이 그대로 국가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대체 이들 제로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며......' 다름아닌 제로에 대한 기사였다. 록슨의 일을 시작으로 이드들이 이곳 너비스에 오는 동안 제로라는 이름이 전세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들에게 점령된 도시들의 이야기도 큰 이야기 거리였다. 신문을 잠시 들여다보던 루칼트는 쩝 입맛을 다시며 제로에 대한 것을 다룬 부분을 툭툭치며 입맛을 다셨다. "도대체 이 녀석들은 뭐하는 놈들이지? 하는 짓을 봐서는 딱 '정의의 사도'구만. 이 놈들이 그렇게 센가?" "뭐하는 사람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보통이상으로 강하긴 해요." "응?" 답을 바라지 않은 중얼거림에 이드가 대답을 하자 루칼트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이드를 바라보았다. 이드는 자신의 말에 상당히 재밌는 표정을 짓고 있는 루칼트의 모습에 마주 웃어 보이며 향긋한 차를 입안에 머금었다. 주인 아줌마의 실력인지 이곳의 차는 꽤나 맛이 좋았다. "여기 너비스로 오기 전에 록슨에 들른 적이 있었거든요. 거기서 봤죠. 뭐, 직접 싸우는 모습을 본 건 아니지만.... 그만한 몬스터를 수족처럼 움직였다는 것만으로도 확실히 실력증명은 한 셈이니까요." 이드의 말을 들은 루칼트는 다시 시선은 돌려 기사와 함께 실린 제로에 점령된 도시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전혀 바뀐 것 없고,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모습. 루칼트는 그 사진을 보며 자신의 볼을 긁적였다. 그도 싸움을 찾아다니는 용병인 만큼 이들과 부딪힐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의 배로부터 꾸르륵거리는 다음 행동을 재촉하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 이드(249) ^^ "누님!! 여기 정식 곱빼기로 하나요!!" "시끄러 임마! 왜 아침부터 소리를 지르고 그래?" "헤헤... 미안해요. 근데 너희들 아침은? 내려오면서 보니까 거 이쁜 전직 용병 아가씨도 밖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더만.... 아직 아침 전이면 내가 내지." "아니요. 이드님과 저희들은 벌써 아침을 먹었어요. 근데 혼자 이신 걸 보면... 어제 같이 계시던 분들은 아직 못 일어나신 모양이네요." 라미아의 말에 루칼트는 신문을 접어 따로 치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게 정상이니까 말이야. 오히려 내가 술이 비정상적으로 센거지." 자신을 잘 알고 있는 루칼트였다. 그때 그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주인 아줌마의 말이 들려왔다. 그녀의 손엔 어느새 루칼트가 주문한 요리들이 들려 있었다. 아침인 만큼 많은 요리가 준비되어 있어 빨리 나온 모양이었다. "알긴 하네. 그런데 너 여기 앉아서 먹을거야? 손님들 방해 말고 이거 들고 저~ 리가서 먹어!" 그 말과 그녀가 쟁반을 루칼트에게 내 밀었다. 루칼트는 자신 앞으로 내 밀어진 쟁반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드는 그 모습에 또 큰소리 나겠다 싶어 급히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저희는 괜찮으니까 그냥 여기 놔주세요. 아주머니." 루칼트는 그 말에 보란 듯이 요리가 담긴 쟁반을 받아들고는 앞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의 모습에 주인 아주머니는 날카로운 눈으로 루칼트를 내려다보고는 바람이 휘날리는 몸을 획 돌렸다. 하지만 급히 그녀를 부르는 이드의 목소리에 다시 몸을 돌려 세워야 했다. 이드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어느새 루칼트를 바라보던 시선과 달리 부드럽게 풀려 있었다. "저... 잠깐만요. 아주머니." "응? 무슨 일 인데?" "저기 아주머니가 어제 말했던 몬스터 습격이요. 언제 쯤 인지 알 수 있을까요?" "....." 이드는 그렇게 말하고 주인 아주머니를 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묘하단 말이야. 뭔가 있는 것 같긴 한데.... 뭐지?' 사실 어제의 말 같은 건 그냥 농담으로 간단히 넘길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자신과 라미아에겐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느낌 때문이었다. 무언가 가려져 있는 듯한 느낌과 어딘가 낯익은 듯한 그 기운에 이드와 라미아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조만 간에 몬스터의 습격을 예견했다. 그러니 당연히 그녀의 말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몬스터의 습격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이드는 벤네비스에 올라 드래곤의 레어를 찾는 것 보다 이 묘한 기운을 가진 여인의 정체부터 먼저 알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드의 생각을 눈치 챘을까. 주인 역시 녹옥색으로 반짝이는 눈으로 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덕분에 순간이지만 이들 사이로 묘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 침묵은 말 그대로 순간이었다. 루칼트의 요상한 비명성이 그 침묵을 깨버린 것이다. "후엑! 저, 정말이야? 정말 누님이 또 예언했단 말이야?" 꽤 크게 소리친 그의 말에 여관 여기저기서 웅성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위의 분위기야 어떻든 루칼트는 다시 그녀의 대답을 재촉했고, 그녀는 고양이를 닮은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방금 전 이드와 오갔단 묘한 분위기는 어딘가로 사라진 그녀의 표정은 마치 자신이 판 함정에 상대가 걸려들었구나 하는 개구장이 같은 표정과도 같았다. 그녀의 긍정에 루칼트는 인상을 구겼고 주위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몇 몇 용병들은 자신들의 무기를 빼들고 손질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어제와 같이 주인이 몬스터의 습격을 예언한 일이 몇 번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저들이 저렇게 준비를 하는 것을 보면 그 정확성은 의심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젠장.... 얼마간 얌전하다 했더니..... 그럼 언제예요? 그 녀석들이 움직이는 게...." 그 말에 그녀는 방실방실 웃으며 잠깐 기다려 보라는 듯 창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뭔가를 기다리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이드도 가만히 내력을 끌어 올려 주위의 기운과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렇게 몇 분 정도가 흘렀을까. 이드는 종잡을 수 없는 흉폭한 기운과 함께 대기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쯤 주인 아주머니 역시 눈을 반짝이며 루칼트를 바라보았는데, 그와 동시에 너비스 전체에 퍼져 나갈듯 한 시끄러운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앙~~~ 와아아아아아~~~ 몬스터 출현. 몬스터 출현. 마을의 남동쪽 방향으로 몬스터 출현. 마을 내 용병들과 가디언들은 속히 집합하십시오. 그리고 마을 외곽에 있으신 분들은 속히 마을 중앙으로 대피해 주십시오. 와아아아아앙~~~~~" "... 바로 지금이지. 호홋.... 불쌍하게도 아침도 못 먹고 발바닥에 땀나도록 움직여야 겠구나." 루칼트는 경보음이 들림과 동시에 뛰어나가는 용병들을 바라보며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주인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꽥 소리를 질렀다. "일부러 그랬죠!! 저 골탕먹으라고 일부러 이야기 안해 준거 아니예요?" "호호호... 잘 아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소리 치는 것 보다 빨리 움직이는 게 먼저 아닐까? 돈 벌어야지~" 염장을 지르는 그녀의 말에 루칼트는 뭐라 하지도 못하고 급히 윗 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아마도 자신의 무기를 가지러 가는 모양이었다. 루칼트의 모습이 사라지자 그 뒤를 이어 여관의 뒷문을 열고 급히 들어서는 오엘의 모습이 보였다. 몬스터의 습격이란 소식 때문인지 그녀는 뽑아 들고 있던 검을 검집에 넣지도 않은 채 그대로 들고 있었다. "사숙 지금...." "아아... 나도 들었으니까 진정하고 여기 앉아." 이드는 그녀에게 방금 전까지 루칼트가 앉아 있던 자리를 권했다. 오엘은 상황과 맞지 않은 이드의 말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검을 검집에 넣으며 이드와 그 양 옆으로 서 있는 두 여성을 바라보았다. 그녀로서는 몬스터가 습격했다는 데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이드와 라미아가 이상했던 것이다. 이 이상한 상황에 오엘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여관 밖으로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돌아와서 이야기하자 구요. 누님....." 오엘은 이드와 라미아가 등지고 있는 창문 밖으로 여러 개의 단봉을 들고 뛰어가는 루칼트의 모습을 바라보다 의문을 표했다. "몬스터와 전투가 있는데... 가보지 않으실 건가요?" 하지만 이드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씨익 웃으며 주인 아주머니를 바라 볼 뿐이었다. 그런 묘한 이드의 모습에 오엘이 엉거주춤 해있자 라미아가 살짝 눈을 깜박이며 이드가 권했던 자리에 그녀를 앉혔다. ".........." "..............." 이미 텅 비어 버린 여관 안으로 묘한 적막이 흘렀다. 그 적막이 길어질수록 이드와 마주선 주인 아주머니의 분위기도 묘해져 갔다. 거치른 용병도 쉽게 다루는 여관 주인이란 이미지에서 마치 신비한 분위기의 엘프와 같은 분위기로. 그제 서야 오엘도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는지 라미아 옆으로 붙어 앉아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려놓고, 주인 아주머니를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렇게 유지되는 침묵 사이로 간간이 멀게 느껴지는 폭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런 폭음이 세 네번 들렸을 때였다. 가만히 서서 이드와 눈길을 나누던 주인 아주머니가 이드 앞으로 의자를 가져와 앉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욱 부드럽고 맑게 울리고 있었다. "정말 이런 일은 처음인걸. 나라는 '존재'에 대해 눈치채다니 말이야. 보통은 내가 보이고 있는 모습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는데.... 대단해." 이드는 부드러운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눈앞의 '존재'의 모습에 자세를 바로 했다. 처음엔 은거한 무술의 고수이거나 특이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지금 그녀의 말 대로라면 그녀는 스스로 인간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아닌 존재 중에서 이런 존재감을 내 보일 수 있는 존재. 이런 모습으로 인간들 사이에 썩여 있을 만한 존재. 그리고 그녀에게서 느껴졌던 그 낯익은 기운의 정체. '라미아.... 벤네비스에 올라갈 필요 없을 것 같아.' 이드는 마음속으로 외치고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에게 시선을 주었다. "칭찬 감사합니다. 저도 설마 이런 곳에서 당신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었는데 말이죠." "그 말은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았다는 말이겠지?" "물론이죠. 사실 당신과 같은 모습으로 이런 곳에 있을 '존재'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더구나 스스로 인간이 아니라고 말해 주셨으니.... 더욱 당신의 정체를 알기 쉽지요."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와 함께 옆얼굴에 느껴지는 찌르는 듯 한 오엘의 시선에 미소가 조금 굳어졌다. 그녀의 시선은 지금 당장의 상황에 대한 해명을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드를 비롯한 라미아와 눈앞의 존재는 대화의 내용을 아는데 자신은 알아듣고 있지 못하니 답답했던 모양이었다. 아니, 아마 대충 눈치는 챘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스스로의 예측을 믿기 보단 확답이 담긴 설명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스스로의 예측만을 믿기엔 결론 내려진 대상의 존재감이 너무도 거대한 때문이었다. 이런 오엘을 위해서 였을까. 이드는 눈앞의 그녀를 향해 다시 한번 자기 소개를 했다. "아마 지금이 당신의 본 모습일 테니... 다시 한번 제 소개를 하지요. 제 이름은 그레이드론. 먼길을 여행하고 있는 여행자죠. 이드라고 편하게 불러주세요. 그리고 저 쪽은 저에게 있어 가장 가까운 사람중 하나인 라미아와 사질인 오엘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푸른 숲의 수호자이신 그린 드래곤이여." 누군가 크게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이드의 마지막 말 때문일 것이다. 주인... 아니, 지금은 그린 드래곤인 그녀의 미소가 이드의 말에 좀 더 깊어졌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어렴풋이 느끼고, 방금 전의 이야기로 그 정체를 알고도 저렇게 태연하게 자기 소개라니. 비록 그녀가 인간을 만나고 격은 것이 일년 반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으로 생각도 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재미있기만 한 그녀였다. "호호호... 푸른 숲의 수호자란 말이지. 과연 확실히 알고 있는 것 같네.... 좋아. 나도 정식으로 소개하지. 내 이름은 카르네르엘. 네 말대로 그린 드래곤이지. 나이는 대략 이천 살을 좀 넘었단다. 지금은 이때까지의 내 일생 중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는 한때를 보내고 있는 중이지." 그녀의 마지막 말은 자신을 대하고도 이렇게 태연한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당연했다. 방금 까지 편하게 이야기하던 사람이 드래곤이라고 밝혀졌는데 태연할 수 있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원래는 저 쪽에서 아직도 멍한 눈으로 그린 드래곤 카르네르엘을 바라보고 있는 오엘과 같은 모습을 하는 것이 보통인 것이다. "유희가 재미있다니 다행이군요." "모두 너와 저기 있는 라미아라는 아이 덕분이지. 그런데.... 너희들은 누구지? 내가 생각하기엔 아무래도 보통 인간 같아 보이진 않거든. 저기 아직 정신차리지 못하는 얘를 빼고 말이야. 그리고 그 중에서 특히 넌 희미하긴 하지만 엘프의 향이 묻어 있거든." 카르네르엘은 그렇게 말하며 이드를 향해 다시 한번 눈을 빛냈다. 자신의 정채를 알아챈것도 흥미롭지만 자신과 꽤나 친한 종족인 엘프의 향을 간직한 인간이라니. '호호호... 점점 재밌어 지는 인간이야.... 이참에 유희내용을 바꿔볼까?' "이상하지? 내가 아는 바로는 이 섬 나라에 있는 엘프중엔 인간들 사이로 나간 엘프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말이야." 이드는 그녀의 이야기에 머리를 긁적였다. 이곳에 온지 꽤나 시간이 흘렀는데도 일리나의 향이 그대로 남았던 모양이었다. 사실 지금 카르네르엘이 말하는 향이란 냄새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일종의 기운과 같은 느낌이다. 이것은 엘프와 몇 일 같이 다닌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고 상대 엘프와 많은 교류가 있는 사람에게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이드는 그레센에서 일리나와 아주아주 깊은 교류를 나누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누어야할 교류였다. "흐음... 일리나의 향이 아직 남아 있었던 모양이군요." "일리나라... 너에게서 나는 향의 주인이라면 엘프겠지?" 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으로 라미아를 불러 이제야 정신이 들어오는 오엘을 재우게 했다. 이제부터 오갈 이야기는 그녀가 들어서 별로 좋을 것이 없는 때문이었다. 물론 듣는다 해도 이드와 라미아가 상당히 귀찮아 지는 것을 제외하면 크게 상관이 없기 하지만 말이다. 라미아의 마법에 오엘은 앉은 자세 그대로 스르륵 잠들어 버렸다. 카르네르엘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이제부터 오가는 이야기는 비밀인가 보지? 사질이라면.... 혈족 이상으로 상당히 가까운 존재일텐데 말이야...." "상관은 없지만 이야기를 들으면 상당히 귀찮은 일이 생기니까요. 그리고 앞서 말했던 일리나는 제 아내입니다." 그 말에 카르네르엘의 눈길이 자연스레 귀를 기울이고 있는 라미아를 향했다. 이드는 그녀의 그런 행동이 이해가 갔다. 라미아를 소개했을 때 자신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소개한 때문이었다. 엘프 아내가 있으면서도 말이다. 보통의 엘프들은 자신의 짝이 자신이외의 짝을 갖는 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라미아의 존재는 일리나도 알고 있지요. 그녀도 알지만 라미아는 조금 특별한 존재라서요." 카르네르엘은 자신의 의문을 미리 풀어주는 이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재주도 좋군. 특별한 존재라지만 짝을 이루는 문제에서 엘프를 납득시키다니 말이야. 자... 그럼.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볼까? 네 아내 이야기 때문에 저 아이를 재우진 않았을 테니 말이야." 이드는 그녀의 말에 라미아를 한번 쳐다보고는 가만히 생각을 정리했다. 저 드래곤과 이야기를 하자면 자신과 라미아의 이야기까지 해야하기 때문이었다. 이드 자신의 지금 상황이 보통 복잡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차원의 벽에 대해서 아시겠죠?" 무언가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던 카르네르엘은 생각도 못한 갑작스런 질문에 또한 까다로운 주제에 얼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그 질문을 시작으로 이드는 자신이 그레센으로 차원이동 된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았다. 틈틈이 그레센에서 있었던 큼직한 사건들의 이야기도 합해서 말이다. 그런 이야기가 진행 될 때마다 카르네르엘의 눈은 마치 그 안에 보석이 들어앉은 듯 흥미로 반짝거렸다. 확실히 이드가 격은 일들은 드래곤들도 겪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드의 이야기가 이 세계로 넘어온 부분에 이르러서 그녀의 눈은 다시 라미아에게로 향했다. 이드에게서 라미아가 검이었다는 것과 이곳에 오면서 인간으로 변했다는 것을 들은 때문이었다. 당연히 그녀로선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말들이었다. 잠시 후 그렇게 정신없이 흥미로운 이드의 이야기가 끝났다. 하지만 카르네르엘은 쉽게 뭐라고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드의 이야기를 되새겨 보는 듯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녀의 그런 행동은 라미아가 자신 앞에 놓인 찻잔을 완전히 비우고서야 끝이 났다. "그럼.... 결국 네가 여기까지 온 것이 날 보기 위해서 이고, 그 이유가 차원의 벽을 넘는 문제라는 건데...." "네, 혹시 뭔가 아시는 게 있나요?" 이드의 재촉에 카르네르엘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녀는 어느새 자신의 드래곤으로서의 존재감을 지우고 있었다. 이미 이드와 라미아가 평범한 존재가 아니란 것을 안 때문이었다. 아니, 오히려 드래곤과 같은 존재로 봐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었다. 입가에 머물던 그녀의 손가락이 이번에 슬쩍 뒤로 이동에 분홍빛 볼을 톡톡 두드렸다. 뭔가 차원에 관한 것을 모두 생각해 보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나왔을까. 카르네르엘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부정이었다. "휴~ 안됐지만 없어. 그 엘프녀석의 말이 맞긴 하지만... 네가 원하는 그런 방법은 없어. 아직 시간의 벽도 넘지 못했어. 그런 상황에서 무슨 차원의 벽을 넘겠니? 단지 네가 들렸었던 그레센이란 곳보다 공간계 마법이 좀 더 발달한 정도지. 사실 차원의 벽을 넘는 다는 건 그 세계의 최고위 신도 불가능한 일이니까 말이야. 내 생각이긴 하지만 차원을 넘는 마법을 찾기 보단 그 팔찌를 어떻게 해보는 게 더 빠를 것 같아." 이드는 그녀의 말에 이야기 도중 걷어둔 말에 걸려있는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솔직히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카르네르엘의 대답에 별다른 실망은 없었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이제 차원을 넘는 문제는 이 팔찌를 잘 사용해 보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 녀석을 도대체 어떻게 작동시킨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한숨을 내쉬던 이드는 라미아가 다가와 자신의 어깨를 감싸는 포근하고 부드럽게 감싸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상당히 낙담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드는 마주 그녀의 손을 두드리며 카르네르엘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쨓든 이야기 감사했습니다. 충고도 잘 들었구요." "별로 도움도 되지 못했는데 뭐...." 그녀는 드래곤답지 않게 겸양의 말을 하며 오엘을 향해 손장난을 치듯 손가락을 들었다 놓았다. 그와 함께 주위로 묘한 마나의 파동이 일었다. 이드는 그 모습에 카르네르엘이 오엘의 마법을 깨우는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과연 죽은 듯이 자고 있던 오엘이 잠시 움찔거리더니 평소 짓지 않을 것 같은 몽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주위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자신이 눈감기 전의 상황이 생각이 났는지 정신이 번쩍든 표정으로 그녀 앞의 세 명을 바라보았다. "어, 어떻게....." 이드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괜찮아. 그냥 잠시 잠들었던 것 뿐이니까." 이드는 자신의 말에 잠시 멍한 표정이던 오엘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는 모습에 미안한 얼굴로 잠시 후에 이야기하자는 말을 건넸다. 그녀로서는 자신을 따돌리는 그들의 행동이 상당히 기분 나빴을 것이다. '하아~ 하지만 쉽게 이야기할 꺼리가 아닌걸 어쩌겠어. 라미아... 잠시 후에 네가 좀 달래봐.' '칫, 왜 저한테 일을 떠 넘겨요? 재우라고 한 건 이드님이 잖아요. 이드님이 알아서 하세요.' 이드는 자신의 얼굴 옆에 있는 그녀를 째려보았다. 점점 자기 맘 대로인 라미아였다. 그때였다. 이야기가 끝났다고 생각되는 시점에서 다시 열린 카르네르엘의 이야기가 세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 "그런데 아까 나온 그 제로라는 단체에 대한 이야기 말이야...." "그들이 왜요?" "..... 어쩌면 꽤나 대단한 녀석들일지 모르겠다고." "그게 뭐가요? 그건 저희도 직접 겪어봐서 잘 아는 이야긴데." 이드들은 생각지도 않게 나온 제로에 대한 이야기에 모두 귀를 기울였다. 게다가 저 그린 드래곤이 대단하다니.... 그들의 전력이 보고들은 것 이상이란 말인가? "너희들도 아마 알걸? 봉인의 날 이후에 한동안 날뛰었던 멍청한 두 마리 검둥이와 빨갱이 드래곤에 대해서...." 누가 모르겠는가. 그들에 의해 도시 다섯 개가 그냥 날아갔는데.... 하지만 검둥이에 빨갱이라니. "하하하... 깜둥이에 빨갱이 표현이 재밌네요. 물론 알고 있죠. 그때가 유일하게 드래곤이 본체를 사람들 앞에 드러냈던 때니까요." "사... 사숙! 그런 말은...." 오엘은 방금 전 좋지 않던 기분도 잊고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드래곤 앞에서 저렇게 드래곤을 막 부르는 사숙의 행동이 조마조마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그 문제에 대해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튼 이드의 말대로 그 두 드래곤 이후로 아직까지 드래곤이 나타났다는 소식은 없었다. 물론 간간이 와이번을 드래곤을 착각해 들어오는 소식이 있긴 했지만 정말 드래곤이 나타난 건 그때뿐이었다. 사람들에겐 아쉬우면서도 다행스런 일이었다. "그런데 그들과 제로가 무슨 상관이 있나요?" 라미아가 카르네르엘의 말을 재촉했다. "있지. 사실 그 둘은 성인이긴 하지만 겨우 천 살을 넘긴 어린 드래곤이라 갑작스런 봉인해제에 그렇게 날뛴 거지. 꽤나 놀랐었던 모양이야. 하지만 상황도 모르고 함부로 날뛰게 둘 수가 없어서 드래곤 로드의 부탁으로 나를 포함한 둘이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섰지. 나는 빨갱이에게, 나와 같은 연배의 놈은 깜둥이에게. 단순히 말 몇 마디 하러갔던 거였는데... 거기서 그 계집애와 그 일당들을 봤지." 계집애와 그 일당들이라. 어쩐지 이 이야기를 들으면 제로와는 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드는 이드였다. 그렇다고 듣지 않을 수도 없는 일. 카르네르엘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카르네르엘 그녀가 도착했을 때 그들은 서로 대치상태에 있었다고 한다. 다행이 인간형으로 위프해온 덕분에 그녀의 존재를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감히 드래곤 앞에 배짱 좋게 모습을 보인 인간들에 흥미가 들어 한쪽에 숨어 지켜보기로 했다. 그녀는 그들 사이에 뭔가 이야기가 오고가는 모습에 마법을 사용했다. ".... 물러나 주십시요. 드래곤이여. 지금까지 그대가 행한 파괴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꽤나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가진 계집아이였다. 종아리까지 다아 있는 석양빛의 긴 머리와 하얀 얼굴. 대충 본 모습이나 목소리로 보아 14살 정도의 나이로 보였다. 하지만 그 말하는 내용이나 분위기는 전혀 애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상대하는 것은 난폭하며 철들지 않은 레드 드래곤. 저놈은 그녀의 말에 곱게 물러날 놈이 아니었다. "꼬마 인간 계집아. 내가 왜 너의 말을 들어야 하느냐? 지금까지의 모든 행동은 나의 의지. 앞으로의 행동 역시 나의 의지이다. 나는 전혀 너의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비켜라. 용감히 내 앞에 나선 너의 용기를 높이사 이번 한번은 살려 줄 테니 물러가라." 카르네르엘은 그 말에 저 녀석이 꽤나 말을 잘한다고 생각했다. "드래곤이여. 저의 이름은 꼬마 계집이 아니라. 메르엔입니다. 이미 가르쳐 드렸을 텐데요. 또한 당신께서 행하는 일이 당신의 의지라면 그 의지에 의해 지금까지 희생된 자들은 저희들 인간. 저도 같은 인간이므로 충분히 당신께 제 의지를 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 꼬마 인간이 성질 나쁜 빨갱이보다 말발이 더 센 것 같았다. 아마도 얼마 가지 못해 폭발할 것이라고 카르네르엘은 생각했다. 과연 꼬마 계집 메르엔에게 몇 마디 더 들은 빨갱이는 화를 참지 못하고 크게 표호하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보통은 저 정도-빨갱이의 덩치는 길이만 80미터다. 날개를 펴면 더 커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덩치가 날아오르면 그 위압감과 공기의 파동에 뒤로 날아가거나 밀리는 게 당연하지만, 메르엔이란 계집애는 어떻게 된 것이 꿈쩍도 않고 있었다. 단지 그녀 뒤로 떨어져 있는 나이들어 뵈는 놈들이 창백한 얼굴빛으로 주춤거리며 물러났을 뿐이었다. 특히 기가 막힌 것은 주위로 몰아치는 그 강렬한 바람에도 메르엔의 긴 머리는 살랑 이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한 쪽 손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그녀가 들고 있긴 벅차 보이는 긴 검이 들려 있었다. 그녀의 석양 빛 머리와 닮은 색을 머금은 검. 카르네르엘은 갑자기 나타난 그 검이 소환마법을 비롯한 몇 가지 마법이 걸린 마법검인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후 일어난 일에 그녀는 그 검이 단순한 마법검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그 검과 소녀는 황당하게도 빨갱이가 펼쳐낸 마법을 순식간에 봉인해 버린 것이었다. 특히 더 기가 막힌 것은 그 봉인된 마법을 방향을 바꾸어 풀면 그 위력 그대로 빨갱이에게 되돌아간다는 사실이었다. 빨갱이도 그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했는지 자신의 마법에 그대로 두드려 맞았다. 하지만 어려도 드래곤이다. 상처는 고사하고 더욱더 화가 난 빨갱이는 처음의 마법보다 더욱 큰 마법을 시전했다. 처음 시전한 마법이 약했기에 일어난 일이라 생각한 듯 하다고 에르네르엘은 생각했다. 솔직히 그녀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마법을 봉인하는 아티팩트. 그런 것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만들자면 못 만들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티팩트는 그 대단해 보이는 기능과는 달리 고위의 마법은 봉인하지 못하리라. 아니 설사 봉인한다 하더라도 방금 처럼 쉽게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에르네르엘의 생각을 비웃으려는지 7써클 고위급 마법이 아주 쉽게 봉인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것도 마법만을 따로 봉인하기 어려운 대지계 마법을 말이다. 그리고 방금 전과 같은 메르엔의 마법 되돌리기. 이번엔 빨갱이도 한번 겪은 일이라서 인지 급히 실드를 형성해 마법을 막았다. 그 뒤 몇 차례 강력한 마법이 이따라 시전됬다. 하지만 그 모든 마법들이 모두 봉인되어 되돌아 왔다. 정말 저 황당한 아티팩트를 만든 놈이 누구인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빨갱이도 자신의 마법에 되려 자신이 당하자 화가 났는지 크게 회를 치며 날아올라 커다란 숨을 들이켰다. "브레스.... 저것이라면...." 이번엔 성공일 것이다. 카르네르엘은 생각했다. 숨을 모두 들이마신 빨갱이의 주위로 브레스의 기운을 응축하는지 강렬한 열기가 어리었다. 그 열기가 얼마 대단한지 빨갱이의 몸체 주위로 진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정도였다. 다음 순간 주위를 붉게 물들이며 세상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릴 듯한 강렬한 화염이 쏟아져 내렸다. 드래곤의 힘에 가장 가까운 힘, 지옥의 불길과도 같은 레드 드래곤의 브레스. 카르네르엘은 브레스가 작렬하며 일어난 충격에 대비해 주위에 방어막을 두르며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있을 강렬한 섬광을 피하기 위해서 였다. ........... "....... 왜... 이렇게 조용하지?" 불안하도록 고요한 그 상황에 살짝 눈을 뜬 그녀에게 보인 것은 투명한 선홍빛 구에 둘러싸여 맹렬히 타오르는 빨갱의 드래곤 브레스 였다. 저 메르엔이 가진 빌어먹게도 황당한 아티팩트가 드래곤의 브레스를 봉인해 버린 것이다. "뭐.... 야....." 놀람에 크게 치떠진 그녀의 눈에 메르엔이 들고 있던 검이 살짝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 동작을 신호로 허공에 떠있던 선홍색 봉인구가 잠시 출렁이더니 스르륵 사라져 버렸다. 대신 그 안에 머물러 있던 강렬한 불꽃이 그 위력 그대로 날아오던 방향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빨갱이는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 자신의 브레스가 그토록 쉽게 봉인되어 버린데 대한 경악일 것이다. 카르네르엘조차 그리 놀랐는데, 정작 그의 심정이야 오죽 하겠는가. 카르네르엘은 눈살을 찌푸리며 땅을 살짝 박차 오르며 지금 필요한 마법의 시동어를 외쳤다. "텔레포트!!" "나는 그대로 빨갱이 등으로 텔레포트 해서는 녀석을 잡고 곧바로 다시 이동했지. 덕분에 별다른 부상은 입지 않았지만.... 드래곤으로서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상황이었어. 다른 것도 아니고 아티팩트를 피해 도망가야하다니. 생각 같아선 앞뒤 생각 없이 한판 해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그런데 왜 싸우지 않으셨어요?" 이드가 반사적으로 물었다. 하지만 머리속은 그녀의 이야기를 정리하느라 바빴다. 드래곤의 브레스는 물론 고위의 마법들을 가볍게 봉인하고 그것을 되돌린다니. 그런 방법은 생각해 본적도 없었다. 하지만 옆에 있는 라미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라미아는 그 검에 대해 상당히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아마 라미아 자신이 검으로 창조되었기에 그런 것 같았다. 그때 카르네르엘의 대답이 다시 들려왔다. "왜 싸우지 않았냐 라. 간단해. 그때 검이 낼 수 있는 힘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야." 그녀의 말에 모두 생각하던 것을 멈추고 다시 한번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지금 그 자존심 강한 드래곤이 전투를 피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보통 상대라면 꺼내지도 않았을 이야기. 하지만 듣는 존재가 특별하니 자연히 흘러나오는가 보다. "고위 마법부터 드래곤의 브레스까지 봉인과 해제가 자유자제인 아티팩트. 하지만 그때 보인 그 힘이 그 검의 전부라고는 생각할 수 없지. 얼마나 더 강한 봉인능력을 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자칫 내가 판단을 잘못 내렸을 때는 내 마법과 부레스에 두드려 맞는 정도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 자체가 봉인되어 버릴 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야."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네요. 그런데... 그들이 어째서 제로라고 생각하시는 건데요?" 카르네르엘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는지 라미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감을 표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겠지. 그 정도의 무력을 가진 인물이 용병이나 가디언이라면 벌써 이름이 퍼져도 벌써 퍼졌겠지." "하지만 일부러 정체를 숨기는 사람일지도 모르잖아요. 산 속에서 수행하는 사람처럼." 카르네르엘은 고개를 저었다. "노~ 노~ 그런 인물이라면 분위기만으로 알 수 있어. 나도 눈썰미가 제법 좋거든. 거기에다 그 메르엔 계집애는 혼자서 움직인 게 아니었어. 그 애 뒤에 있는 나이든 놈들. 그들은 딱 보기에도 한패야. 그렇게 몰려다니는 녀석들은 분명 뭔가 꾸미거나 일거리가 있는 놈들뿐이지. 그렇게 생각하면 그들에게 끼워 맞출 조직은 제로라는 놈들 뿐인게 되는 거지." 확실히 그렇다.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세 사람이 생각하기에도 위와 같은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 말 대로라면 국가란 이름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 겠네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드는 머릿속으로 자신과 라미아가 알게된 많은 가디언들의 얼굴을 떠 올렸다. 아마 그들이 국가란 이름아래 매어 있는 동안은 제로와 승산 없는 싸움을 해야할 것이다. 그런 생각이 얼굴에 떠올랐기 때문일까. 라미아가 이드를 빤히 바라보았다. ".... 걱정되세요?" "큰 변수가 없는 한 승패는 났으니까." "흐음... 그럼 네가 직접 나서보는 건 어때? 너 정도라면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잖아?" "에엑!! 싫어요. 싫어. 내가 뭐 하려고요?" 이드는 한번 해보라는 표정의 카르네르엘의 말에 두 손을 내저었다. 그들과 적으로 대치중인 것도 아니고, 그들이 사람을 학살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좋게 생각하면 좋다고 볼 수 있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 그들 제로였다. 좋은 예로 제로에게 점령된 도시는 오히려 치안이 더 좋아졌다지 않는가. 어쩔 수 없는 상황만 아니라면 굳이 싸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때쯤 밖의 전투도 끝이 났는지 작게 들려오던 폭음이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고함소리가 들리는데.... 몬스터들을 해치운 모양이네요." 내력을 귀에 집중해 창 밖의 동정을 살피던 오엘의 말이었다. 그 말에 이드는 고개를 끄덕이다 뭔가 생각났는지 카르네르엘에게 눈총을 주었다. "오늘 습격한 몬스터.... 카르네르엘 짓.이.지.요?" 마치 범인을 심문하는 검사와 같은 분위기에 카르네르엘은 슬며시 이드의 눈길을 피하며 딴청을 피웠다. "모, 몰라. 내가... 어떻게 그런걸 알겠어?" "거.짓.말! 사실대로 불어요. 카르네르엘 짓이 아니면 어떻게 몬스터가 온다는 걸 미리 알 수 있겠어요? 도대체 다른 곳도 아니고 자신이 유희를 즐기고 있는 마을에 몬스터라니... 도대체 무슨 생각이 예요?" 강하게 나오는 이드의 모습에 순간 자신이 드래곤이란 것도 있고 움찔한 카르네르엘은 더 이상 시치미 뗄 수 없다는 것을 느꼈는지 여전히 시선을 피한 체 작게 사실을 말했다. "아, 아니야. 평소 저 녀석들 습격해오는 건 저 녀석들 스스로 그러는거야. 정말이야. 뭐.... 가끔 오늘처럼... 내가 불러내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런 경우는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밖에 안된다구." "그럼, 오늘은 왜 부른건데요? 저 녀석들을 부른 이유가 있을 거 아니예요. 설마 심심해서는 아닐테고..." "....." "빨리 말해요.!!!" "우쒸.... 이건 내 유희데... 그래, 사실은 루칼트 녀석 뺑뺑이나 돌릴려고 그런거야. 녀석이 어제 보통 날 놀렸어야지. 하지만 너희들 앞이라 두들겨 패지도 못했고 해서.... 또 너희들이 겁먹고 벤네비스에 오르는 걸 포기 할가 해서...." ".... 에효~ 정말 이 천년이 넘는 시간동안 살아온 드래곤 맞아요?" ".... 킥... 푸훗... 하하하하....." 그녀의 대답이 너무나 어이없었는지 이드는 고개를 내 저었고 라미아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들은 그녀가 뒤에 붙인 말은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한 인간을 괴롭히려고 이 천살 넘은 드래곤이 그런 유치한 수를 쓰다니. 그저 우습기만 했다. 하지만 이들과는 달리 오엘은 이 일에 웃을 수만은 없었다. 드래곤의 가벼운 분풀이에 지금 자신과 같은 용병들이 죽고 있을지 다치고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그제서야 눈앞의 존재에 대한 공포와 함께 정말 인간이 아니란 것을 실감 할 수 있었다. 이드와 너무 편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잠시 눈앞의 존재의 본질에 대한 정체를 잊고 있었던 것 같았다. 거기에 더해 드래곤 앞에서 저리 당당히 할말 다하고 웃어대는 이드와 라미아가 웬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젠장, 그래 웃고싶으면 웃어라. 하지만 그 녀석은 정말 싫어."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이 너비스엔 다시 활기가 찾아 들었다. 여관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났다. 그런 사람들 틈에 끼어 여관안으로 들어서는 일단의 인물들. 그 중 한 명이 자기 키보다 커 보이는 길다란 창을 들고 식당안을 울리는 큰 소리를 쳤다. "누님!! 저희들 왔어요. 돈벌어 왔습니다." "시끄러! 조용히들 못.... 꺄악!!!! 너희들 거기서 한발 작만 더 들여 놨다간 나한테 죽을 줄 알아. 도대체 그렇게 피칠 갑을 해서 들어오면 어쩌잔 거야? 빨리 나가서 대충이라도 씻고 들어와!" 목청 높여 소리치는 카르네르엘의 모습에선 더 이상 드래곤의 존재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은 어딜 어떻게 봐도 드센 용병을에게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여관 주인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너... 너어.... 루우카알트으!! 내가 꼼짝 말랬잖아. 이 자식아~~" 확실히 여관 주인 아.줌.마.다. ...................... 이드(250) ^^ 하지만 그 소음들은 모두 활기를 가득품은 소음들이었다. "과연 항구도시야. 엄청나게 복잡하잖아. 서로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 이드는 뒤에 따라오는 오엘과 제이나노를 향해 주의를 주고는 라미아의 손을 잡고 앞장섰다. 뒤에 오는 두 사람과는 달리 이드의 말에도 아랑곳 않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라미아라면 일행들과 따로 떨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서로 영혼이 교류하고 있는 둘이 떨어진다고 찾지 못할 것도 아니긴 하지만 괜히 문제를 일으킬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선착장을 묻는 일행들의 말에 연신 라미아를 힐끔거리며 너무도 상세하게 설명해준 중년인의 말을 다시 한번 기억해낸 이드는 유난히 북적이는 거의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곧장 선착장으로 향했다. 중간중간 라미아와 오엘의 미모에 혹해서 사람이 많은 틈을 타 엉뚱한 짓을 하려는 사람이 몇 있었지만 그들 중 한 명도 성공해 보지 못하고 일렉트릭 쇼크(electricity shock)마법과 소호검의 딱딱한 검집에 흉하게 길바닥에 나가떨어져야 만 했다. 그 중 라미아에게 당한 사람은 그래도 한순간의 기절로 끝을 맺었지만, 세월의 흐름에 강철로 보강된 소호검에 두드려 맞은 사람은 몇 일간 절뚝거리며 주위 사람들의 놀림을 당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나가떨어지는 사람의 단위가 양손을 넘어 갈 때쯤 네 사람은 회색으로 반들거리는 선착장 건물 앞에 당도할 수 있었다. 보통 사람이 많이 이용하는 이런 건물은 보기 좋도록 밝은 색을 사용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이렇게 반들거리니 회색도 괜찮은 느낌이었다. 오히려 도시적이고 심플한 느낌을 일행에게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행들의 생각은 이드들의 대화를 들은 지나가던 한 행인의 말에 의해 산산이 깨어져 버렸다. "와하하하!!! 저 찌든 때로 물든 건물이 심플하다니... 크크큭... 처음 오는 사람들은 대개 그렇지만, 이봐 잘 들어. 저 건물도 원래는 흰색이야. 저 회색은 전부 찌들대로 찌든 때가 겹겹이 싸여서 생긴 거라고. 선착장에선 그걸 지우기 힘들어서 반들거리는 그리스라는 마법을 쓴거고. 그러니, 저 건물을 보고.... 낄낄낄.... 심플하다느니, 도시적이라느니 하지 말게나...." "......... 으윽." 시원하게 웃으며 다시 갈 길을 가는 남자를 보며 이드들은 건물을 보는 시선이 전혀 달라졌다. 도저히 들어가고 싶지 않은 것이, 처음의 느낌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져 버렸다. 이드는 지금의 상황에 모르는 것이 약이다. 라는 속담이 절로 떠올랐다. 그러나 배를 타기 위해선 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 일. 선착장 정문엔 벽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문의 정 중앙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방금 까진 보이지 않던 모습이었다. 일행들도 실수라도 벽에 다을세라 최대한 중앙으로, 라미아는 최대한 이드에게 붙어 선착장안으로 들어섰다. 다행이 선착장 내부는 제때제때 청소를 해서인지 하얀색으로 깨끗해 보였다. "아, 저기서 배표를 구하는 모양이네요. 어서가요. 이드님." 라미아가 이드를 잡아끌었다. 잠시 주위를 살피더니 창구를 찾은 모양이다. 유백색의 하얀 대리석으로 된 긴 프론트 앞으로 상당수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하지만 굳이 일행 모두가 가서 줄을 설 필요는 없는 일. 이드와 라미아, 오엘은 마치 짠 듯이 제이나노에게 그 귀찮은 일은 넘겨 버렸다. 평소 하는 일이 없던 제이나노도 일행들의 떠넘김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고 가서 줄을 섰다. 제이나노가 줄을 서 있는 창구 옆으로 벽 일부를 대신해 투명한 창이 선착장 밖의 풍경을 비추어 주고 있었다. 창 밖으론 바쁘게 화물을 내리는 기계와 사람들, 그리고 커다란 한대의 화물선과 한대의 여객선이 보였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 없이 밖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을 때였다. 뜬금 없이 아까 지나왔던 시장의 풍경이 아른거리는 것이었다. 거리에 늘어놓은 가지각색의 잡다한 물건들과, 먹거리들... 이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생각에 가만히 있다 슬쩍 옆에 있는 라미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자신의 생각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생각할 수 있는 건 한가지 였다. 바로 자신에게 생각을 흘릴 수 있는 존재. 영혼이 교류하는 존재. "헤헷." 라미아는 먹이를 기다리는 고양이와 같은 미소를 뛰우고 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으로 오면서 정신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던 그녀인 만큼 방금 그곳은 좀 더 돌아보고 싶은 생각에 이드에게 자신의 생각을 흘려보냈던 것이다. 라미아는 이드가 자신을 돌아보자 방그레 웃으며 자신이 안고 있던 팔에 얼굴을 살며시 부비며 아양을 떨었다. "잠시만 구경하고 오면 안돼요? 네에~~~~~?" 살짝 낮게 깔리는 라미아의 목소리. 덕분에 라미아의 미모에 눈길을 주던 몇 몇이 절망의 신음을 터트렸고, 몇 몇은 이드를 향해 강한 질투와 부러움의 눈빛을 빛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그런 눈길들을 예전에 극복했기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다만 이드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이런 일엔 라미아가 쉽게 고집을 꺽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일찌감치 포기 한 것이다. 더 시간을 끌다간 라미아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었다. 한 옆에서 가만히 이 광경을 부러운 듯 바라보던 오엘은 이드가 승낙하자 자신도 라미아와 덩달아 작은 미소를 지었다. 라미아보단 못했지만, 이곳에 처음 와본 자신도 이곳으로 오면서 이곳저곳을 흥미있게 바라봤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엉뚱한 맘을 먹고 다가오는 치한들을 휠 씬 빨리 발견해서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 때였다. 이드의 허락으로 기분 좋은 두 아름다운 여성의 기분을 망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음... 죄송하지만 그렇게는 않되겠는 걸요." ".... 그게 무슨 소리예요?" 한 순간 세 사람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이자 제이나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연극의 한 장면처럼 양손을 펼쳐 보이더니, 커다란 창 밖으로 보이는 두 대의 배 중 백색과 푸른색이 넘실거리는 여객선을 가리켜 보였다. "저 배가 조금 있으면 출발하거든요. 그리고 우리는 저 배를 타야하구요." 제이나노는 네 장의 표를 흔들어 보였다. 제이나노 자신은 알고 있을까. 지금 자신의 모습이 마치 구경갈 수 없게 된 두 사람을 놀리는 듯 하다는 것을. 그것은 상대방이 되기 전엔 모르는 것이다. 표를 흔들어 보이던 제이나노는 자신을 향하는 두 여성의 원망 가득한 눈동자에 등뒤로 왈칵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끼며 슬쩍 흔들던 손을 내렸다. 하지만 두 여성의 눈길은 쉬이 거두어 지지 않았다. 간단한 그 행동으로 구경갈 수 없게 됐다는 짜증이 모두 그에게 향해버린 것이다. 이드는 두 사람의 눈길에 마치 중죄라도 지은 양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제이나노의 모습이 꽤나 불쌍해 보였다. 이드는 그를 구해주는 심정으로 이드와 오엘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두 사람의 등을 떠밀었다. "자자.... 이렇게 된 거 어쩌겠어. 제이나노가 배 시간을 정하는 것도 아니고. 여긴 다음에 카르네르엘을 만나러 올 때 구경하기로 하고 우선 배부터 타자. 알았지?" "..... 칫, 이드님, 약속하신 거예요." "그래, 그래. 다음에 구경할 수 있도록 해 줄게." 이드는 그제야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는 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들을 떠밀었다. 그제야 원망의 시선에서 벗어나 고개를 드는 제이나노였다. 이드는 그를 지나치며 따라오라는 손짓을 해 보이며 그녀들을 이끌었다. 제이나노는 그런 이드의 뒤를 죄인 마냥 뒤따랐다. 정말 표 한번 사러갔다가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다. 그러나 제이나노의 수난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돈을 아끼자는 생각에서 선택한 비좁은 3급 이인 용 객실이 문제였다. 그런 좁은 객실에서 삼일을 보낸다고 생각하자니 자연 라미아와 오엘로서는 불만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사실 일행들은 지금까지 한도액이 없는 이드와 라미아의 카드로 여관에 들더라도 깨끗하고 좋은 여관을, 방도 돈보다는 편하고 깨끗한 방을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선호했었다. 한마디로 전혀 돈걱정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자면 1급 객실이나, 특급 객실을 택하는 것이 당연했다. 헌데간만에 돈을 아낀다는 제이나노의 생각이 엉뚱하게 작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배는 항구를 떠나 있었다. 그것은 이제 쉽게 객실을 바꿀 수 없다는 뜻이었다. 자연 그 원망이 배표를 샀던 제이나노에게 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우~ 리포제투스님, 제가 오늘 좋은 일 좀 해보자고 한 건데...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요.' 제이나노는 오늘 하루의 일진을 탓하며 리포제투스를 찾았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신성력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것. 그는 다시 한번 구조를 바라는 심정으로 이드에게 구조요청을 청했다. 하지만 자신의 시선을 외면하는 이드의 모습에 제이나노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젠 스스로 탈출구를 찾아야 했다. 두 여인의 원망 가득한 중압감 속에서도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래!" 순간 떠오르는 생각에 제이나노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순간 두 여인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 졌다. ".... 그래? 뭐가 그래예요?" "아... 아무 것도... 가 아니라. 내가 선원에게 다른 객실이 있는지 물어 보고 올게요. 있으면 객실을 바꿀 수 있을 거예요." 그 말을 끝으로 제이나노는 횡 하니 객실을 뛰쳐나가 버렸다. 뭐라 할 새도 없이 그가 나가 버리자 라미아와 오엘은 순식간에 굳었던 표정을 풀고 침대 가에 걸터앉았다. 그런 그녀들의 표정은 상당히 안정되어 전혀 화났었던 사람 같지가 않았다. 자연 그 모습에 이드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화난 거 아니었어?" 이드가 자신들을 바라보자 라미아와 오엘은 서로를 한번 바라보고는 혀를 낼름 빼물었다. "별로요. 사실 관광도 못하고 객실도 이래서 조금 짜증이 나길래 제이나노한테 퍼부은 것뿐이 예요. 사실은 별로 화난 것도 아니죠. 하지만.... 이 좁은 객실은 정말 싫어요. 그렇죠? 오엘." "휴~ 정말요. 이런 곳에서 삼일이나 있자면... 상당히 답답할 것 같아요. 더구나 창문도 손바닥 만 하잖아요." 이드는 투덜거리는 불만거리를 털어놓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 슬쩍 제이나노가 뛰쳐나간 문을 바라보았다. 한마디로 제이나노는 오늘 재수 없게 걸려버린 것이다. 지금도 라미아와 오엘의 눈초리를 생각하며 선원을 찾아 통사정하고 있을 제이나노를 생각하니, 쯧쯧쯧 하는 혓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바다 한 가운데서 바라보는 주위의 풍경은 전혀 볼 것 없는 푸른 물뿐이다. 그러나 바다에 나오면 가장 볼 만한 것이 또 이 푸른 바닷물이다. 소인들은 바다에 나와 처음 느끼는 감정은 신기함과 광활함. 그리고 푸르른 바다에 대한 감탄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몇 일지나지 않아 지켜움으로 바뀐다. 전혀 변하는 것 없이 파란색만을 간직하고 있는 바다와 짠내 가득한 바닷바람 그들은 그 지겨움에 금방 지쳐 버린다. 현인들이 바다에 나와 처음 느끼는 것은 바다에 대한 감탄과 안락함과 편암함이다. 그리고 그것은 몇 일이 자나 절대적인 사색의 공간으로 변해 많은 삶의 자문을 구하게 하고 자신과거를 되돌아보는 거울이 되어 준다. 그렇다면 지금 여객선을 스치듯 지나가며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내는 저 은빛 반짝이는 고기떼를 바라보며 군침을 삼키는 이 사제는 소인일까 현인일까? "하아~ 점심을 그렇게 먹어 놓고, 그렇게 군침이 넘어 가는 거냐? 배 안불러?" "물론 배는 부르지. 그래도 맛있는 건 맛있는 거 아니겠어? 게다가 저번에 맛 봤던 그 회를 생각하니까 저절로 군침이 도는걸." 말도 않되는 제이나노의 말에 이드는 뭐라 말도 못하고 시선을 바다로 떨구었다. 결국 객실을 구하지 못하고 축 쳐져 돌아온 제이나노였지만 라미아와 오엘이 잠시 아쉬워 할 뿐 별다른 화를 내지 않자 금방 이렇게 되살아 난 것이다. 거기에 방금 전 식당에서 푸짐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소화도 시킬겸 해서 나온 갑판에서 저 물고기를 때를 발견하고 평소 이상으로 말이 늘어 버린 제이나노였다. 이드는 그렇게 흥분하는 그를 향해 저 물고기들이 횟감으로 쓸게 못된다는 것을 알려줄까 하다 생각을 접었다. "따뜻한 햇살에 시원한 바닷 바람, 그림 같은 물기고떼....... 후아~ 잠오는 구나.... 응?" 분위기에 취해 풀리는 기분에 늘어지게 하품을 늘어놓던 이드는 갑자기 방금 전 까지 안정적이던 오엘의 기운이 갑자기 돌변하는 느낌에 선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중앙 갑판의 선두 측 끝 부분. 이드 바로 옆에서 물고기 떼를 바라보던 라미아와 오엘은 어느새 물기기 떼를 따라 그곳가지 올라가 있었던 것이다. 헌데 그곳엔 그녀들 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꽤나 덩치 크고 분위기 있어 보이는 남자들 셋이 같이 서있었던 것이다. 물론 점심 식사 직후라 갑판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고 저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 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들과 라미아들 사이에 흐르고 있는 분위기는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몇 번인가 격었던 장면. "젠장.... 저런 날파리 같은 놈들은 어딜 가도 한 두 녀석은 있다니까." "후후후.... 그냥 아름다운 연인을 둔 남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럼 이제 짠하고 왕자님이 등장하셔 야죠?" 이드의 푸념을 들었는지 어느새 고개를 들어 상황을 파악한 제이나노가 여유있게 이드에게 농담을 건넸다. 보통의 평번한 여성이라면 이럴 사이도 없이 뛰어가 보았겠지만 라미아와 오엘은 절대 평범하지 않기에 이렇게 여유 넘치는 두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서긴 나서야 하기에 천천히 라미아들에게 다가갈 때였다. 이드의 눈에 자신과 제이나노 보다 좀더 빨리 라미아와 용병들을 향해 다가가는 두 명의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오호... 왕자님 보다 얼치기 기사의 등장이 더 빠른 것 같은데.... 뭐, 저 실력으로 봐선 스토리 전개상 별다른 기여도 못 하겠지만 말이야." 이드와 제이나노는 걸음을 멈추고 재미난 구경거리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연극은 예상한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용감히 나선 두 기사가 용병들의 무례를 항의하고 그에 코웃음치는 용병들. 느끼한 기사들의 대사와 그에 대응하는 거칠고 욕설이 썩인 용병들의 응수. 그런데 그 중 한 명의 용병이 검을 뽑으면서 스토리가 이상한 길로 흐르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저 용병의 검에 얼치기 기사가 나가 떨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용병이나가 떨어져 버린 것이다. 아니, 그 표현은 맞지 않았다. 나가 떨어졌다 기보다는 용병스스로 뒤로 훌쩍 뛰어 바닥에 드러 누워버린 것이었다. "하. 하. 저거... 정말 연극이잖아." 보통 사람은 잘 모를 지도 모르지만 꽤나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치 첼 수 있는 말 그대로의 연극. 짜고 하는 싸움이었다. 이드는 그 모습에 기가 차서 헛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고전적인 수법이네요. 아가씨를 찝적대는 악당과 그것을 구하는 기사. 그것이 인연이 되어 사랑은 이루어지고.... 쳇, 바보들. 그런 것도 상대를 봐가며 해야 먹혀들지." 제이나노는 한참 연극중인 그들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열심히 씹었다. 자신의 생각엔 오엘이나 라미아 모두 그들의 연극에 넘어가 주기엔 너무도 실력이 뛰어났던 것이다. 오엘은 검기를 다룰 줄 아는 경지에 다다른 고수이고 라미아역시 고위 마법사, 거기다 간간이 보이는 날렵한 몸놀림은 무술도 제법 한 듯하니. 두 사람에게 저 어설픈 연극에 넘어가라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배우들은 관객의 생각은 상관치 않고 자신들의 연기에 충실하게 정말 열연을 하고 있었다. 특히 그 중 얼치기 기사역의 두 청년은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으며 열연 중이었다. 용병들 역시 과감한 스턴트를 멋지게 해보였다. 모두 한번씩 갑판 위를 굴렀다. 그러자 그 장면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던 갑판 위의 사람들이 와 하는 환호를 질렀다. 그 소리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용병들이 일어나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하더니, 뒤돌아 도망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헌데 공교롭게도 그들이 도망치는 방향이 바로 이드와 제이나노가 서서 구경하던 곳이었다. 이드는 그들의 모습에 제이나노를 뒤로 물러나게 했다. 저쪽에 보이는 얼치기 기사들은 오엘이 검집에 손을 가져가는 것으로 보아 그녀들이 직접 처리 할 모양이었다. 자동적으로 여기 있는 이 용병들은 자신의 몫이 되는 것이다. "젠장할 놈들.... 저 놈들 하는 짓이 꽤나 고단수야.... 도대체 저 짓을 얼마나 해본 거야?" "크크크... 다~ 타고난 재주 아니겠냐. 근데 저 것들 정말 가슴 설레게 예쁘던데.... 넘겨주지 말걸 그랬나?" "아서라. 저 놈들 뒤에 있는 놈들도 생각해야지. 저것들이 뭘 믿고 저렇게 까불어 대는데? 우리는 그저 받은 돈으로 기분이나... 응? 이건 또 뭐야?" 자기네끼리 낄낄거리던 용병들은 자신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예쁘장한 이드의 모습에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더구나 그 예쁘장한 얼굴이 자신들을 깔보는 듯 하자 더욱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드는 자신의 모습에 자동적으로 얼굴을 험악하게 찌푸리는 그들의 모습에 차라리 연기를 했으면 꽤나 잘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떠 올렸다. "아까 연기는 훌륭했어. 그 실력으로 연기를 하지.... 쯧쯧" "뭐야... 그런 허접해 보이는 몸으로 그래도 한가닥하는 놈이라 이거냐?" 그들은 태연히 서있던 자세를 바로 했다. 그들 스스로가 꽤나 실력이 있다는 용병인 만큼 자신들의 연기를 알아보려면 그래도 어느 정도 실력이 있어야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몇 몇 경우엔 눈썰미가 좋아 알아 볼 수도 있지만, 그런 상대라면 이렇게 나서지 않기 때문이었다. "반응은 좋은데... 이미 늦었어. 이런 일 일수록 상대를 잘 봐가며 해야지. 그렇지 못하니까 저 꼴 나는 거라구." "끄아아악!!!" 마치 미리 맞춰 놓은 듯 이드의 말이 끝나자 마자 처절한 비명성이 갑판 위에 울려 퍼졌다. 그 비명성에 세 용병은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는 듯 화장실에서 뒤를 닦지 못한 찝찝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 곳엔 소호검을 검집에 맞아 한쪽에 나가 떨어져 깨진 턱을 잡고 뒹구는 얼치기 기사 1이 있었다. 그 뒤를 이어 나머지 얼치기 기사 2역시 십여 개에 달하는 주먹만한 파이어 볼에 둘러싸여 꼼짝도 하지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벌벌 떨고 있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얼치기 기사들의 연기에 빠져 있던 사람들의 웅성임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 중 눈치 빠른 몇 몇 용병들은 대충 상황이 이해가 가는지 기대하는 표정으로 이번에 용병들과 이드들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상황을 확인한 세 명의 용병 연기자들은 다시 이드에게 고개를 돌렸다. 방금 소년이 상대를 봐가며 연기를 하라는 말이 이해가 됐다. 세 명은 이드를 바라보며 표정을 굳혔다. 방금 두 여성중 은발의 아름다운 소녀의 마법을 보고 나니 눈앞에 있는 이 예쁘장한 소년도 도저히 만만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쏟아진 물이다. 자신들이 먼저 시작한 이상 쉽게 물러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들은 슬며시 자신들의 무기에 손을 얹었다가 곧 들려오는 이드의 목소리에 순간 멈칫 손을 멈추었다. "흐음.... 무기를 꺼내면 좀 더 심하게 당할텐데. 그냥 간단히 몇 대 맞고 해결하는 게 어때?" 그들은 이드의 말에 서로를 돌아 보다 결정을 내린 듯 각자의 병기를 뽑아 들었다. ".... 말은 고맙지만 우리들은 용병이다." 이드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들이 확실히 생각이 있고 뛰어난 용병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이들이 여기서 고이 물러나면 주위에 있는 다른 용병들에 의해 좋지 않은 소문이 날 것은 뻔한 일이었다. 실력 없어 보이는 기집애 같은 꼬맹이-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는 이드였다.-에게 겁먹고 도망쳤다고. 그렇게 되면 앞으로 그들에겐 일거리가 없을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러니 자신들이 이기든 깨지든 우선은 싸우고 봐야 하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무식하게 덤벼들기만 하는 용병들과는 확실히 질이 다른 용병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고이 보내 줄 수는 없다. 이드는 가만히 두 손을 늘어트리며 몸을 편히 했다. 전혀 싸울 사람 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런 모습이 더 위협적이고 무서운 것이란 걸 용병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럼 빨리 끝내도록 하자고.... 이건 분뢰보(分雷步)라는 거지." 신기루일까. 말을 하고 가만히 서있던 이드의 신형이 마치 환상인양 흔들리더니 허공 중에 흩어져 버렸다. 잔상까지 남기는 분뢰보를 이용한 절정의 이형환위(以形換位)의 수법이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용병들 등 뒤로 부터 들려오는 이드의 목소리와 허공을 가르는 기분 나쁜 소음들. "철황십사격(鐵荒十四擊) 이연격(二連擊)!!" 쇄애애액.... 슈슈슉..... 순식간이었다. 총 스물 여덟 번의 주먹질이 뒤도 돌아보지 못한 용병들의 전신을 질타했다. 거기다 이드의 주먹이 향한 곳은 맞더라도 생명이나 용병생활엔 지장이 없지만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곳. 세 명의 용병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무기을 떨어트린 채 갑판 위를 뒹굴었다. 너무나 깔끔하고 빠른 동작에 빙글거리며 구경하던 몇 몇 용병들은 헛 바람을 들이키며 섬뜩함마저 느꼈다. 만약 자신들이라면 어땠을까 만약 저 가녀린 손에 단검이라도 하나 들려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저들이 배에 있는 동안은 수도원의 수도사처럼 조용히 지낼 것을 다짐하는 그들이었으니. 이드와 라미아들은 손하나 대지 않고 미리 생길 자잘한 소동거리를 미연에 방지한 것과 같이 되어 버렸다. 그 사이 얼치기 기사 2또한 사우나실에 있는 것처럼 땀을 뻘뻘 흘리다 주먹만한 화이어 볼 두대를 맞고 새까맣게 변해서는 그자리에 뻗어 버렸다. "칫, 별 이상한 녀석들 때문에 좋은 기분 다 망쳤어요. 오늘은 정말 뭐가 안되나 봐." 상당히 화가 난 듯 양 볼을 가득 부풀리며 라미아가 이드에게 다가왔다. 이드는 그런 라미아의 모습이 귀여워 그녀의 머리를 쓱쓱 쓸어 내리며 선실로 발길을 돌렸다. 주위의 저 시선들 때문에 갑판에 계속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자... 내려가자. 이런 날은 그저 방에서 노는게 제일 좋아. 오늘은 네가 하자는 대로 놀아줄게." "후움... 정말이죠?" "그래, 그래... 어서어서 갑시다~~" 이드는 장난스레 말하며 라미아의 어깨를 잡고서 밀고 나갔다. 그 뒤를 따라 오엘도 시큰둥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평소 그 느긋하고 수다스런 성격의 제이나노는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 여유 있는 시선으로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곳엔 아까 배를 지나갔던 물고기 떼가 모여 있는지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아~ 회 먹고 싶다." 그 날 저녁 배는 중간 기착지인 그리프트 항에 정박했다. 런던으로 향하며 유일하게 들르는 항구였다. 제이나노의 말에 따르면 일행들은 런던에서 다시 프랑스로 가는 배편을 구해야 된다고 한다. 배가 그리프트 항에 정박하고 있었던 시간은 두 시간으로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에 비해 배를 내리고 올라탄 사람의 수는 엄청났다. 새로 탄 사람들은 자신들의 객실을 찾아 또 한바탕 떠들썩해졌다. 덕분에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돌아가기 위해 이드들은 식당으로 향할 때의 세배에 달하는 시간을 걸렸다. 삼일간의 배 여행은 상당히 괜찮았다. 하지만 그 말이 적용되지 못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이드였다. 배 여행이다 보니 지루한 것은 당연한 것. 덕분에 이드는 라미아의 장난감 신세가 돼야했다. 거기에 더해 그리프트 항에서 탑승한 용병들이 첫 날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듣고 이드를 찾아온 것이다. 거의 대부분은 직접 목격한 용병들의 말대로 조용히 쥐 죽은 듯 지냈지만, 한 두 명의 호승심 강한 용병들은 이드에게 비무를 가장한 싸움을 걸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시기를 잘 골라야 한다고, 용병들이 이드를 찾아 왔을 때가 전날 그가 라미아에게 시달릴 대로 시달려 피곤해 있을 때였다. 그런 상태의 이드에게 싸움을 걸었으니. 이드는 그 상대를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사용해 버렸다. 덕분에 그 뒤에 대기하고 있던 다른 용병들은 금새 줄행랑을 놓아 버렸지만 말이다. 삼 일째 되는 날 런던에 도착한 일행들은 항구 앞 선착장에서 곧바로 프랑스로 가는 배편을 구할 수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하거스들이 있는 가디언 본부에라도 들렸다 가고 싶었지만 가디언 본부가 항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로 시간이 되지 않아 포기하고 배에 올랐다. 그러나 배에 오른 순간 들려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오엘을 시작으로 일행들은 급히 배에서 내려야 했다. 이드들이 들은 이야기는 다름 아니라 제로에 대한 것이다. 보통 때라면 정부측이 지던가 이기던가 해서 그 지역이 제로에게 넘어갔다 정도가 다인 그렇게 무겁지 않은 주제여야 하는데 이번엔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다를 것이 리버플에서 있었던 전투로 그 곳을 방어하던 가디언과 용병들의 희생이 엄청났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제로 측에서 사용한 대형 마법에 의해 도시의 일부가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다른 때의 소식과 달리 너무나 많은 인명의 피해가 있었다는 소리였다. 선창장을 나선 일행들은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가디언 본부로 향했다. 가는 도중 디처에 대한 걱정을 쉽게 접지 못하고 있는 오엘은 라미아와 이드가 진정시켜 주었다. 가디언 본부까지는 꽤나 먼 거리였지만 도로가 막히지 않는 관계로 일행들은 금세 본부 앞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었다. 그러나 리버플의 사건 때문인지 밖에서 보는 가디언 본부의 분위기는 그렇게 좋아 보이지가 않았다. 1층 로비에는 민간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각자 뭔가를 준비하고 있거나 얼굴 가득 걱정이 묻어 나는 것이 리버플의 사건으로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가족들 같아 보였다. 그 모습이 오엘의 걱정을 부채질했는지 오엘이 이드의 행동을 재촉했다. 이드는 그녀의 말에 따라 곧바로 본부 위로 올라갈까 하다가 저기 사람들로 붐비는 프론트로 다가갔다. 누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 괜히 올라가서 우왕좌왕 하는 것보다 이 방법이 낳을 것 같아서 였다. 프론트에는 총 다섯 명의 인원이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이드들이 이 곳 본부에 머물 때 조금 얼굴을 익힌 사람이었다. 그 역시 일행들을 알아보았는지 아는 채를 했고, 덕분에 일행들은 쉽게 빈이 있는 곳을 알 수 있었다. 다행이 이드들이 머물 때 가 본 곳이라 일행들은 금방 빈을 찾아 낼 수 있었다. 헌데 찾아낸 그의 모습이 상당히 가관이었다. 두툼한 붕대로 한쪽 팔을 둘둘 감고 있었고 얼굴 여기저기도 반창고 투성이었다. 그가 가디언이 아니었다면 동네골목에서 깡패들과 드잡이 질을 한 것이라 생각하기 딱 알맞은 모습이었다. "빈씨.... 빈씨도 당한 겁니까?" "하하하... 소식을 듣고 온 건가? 뭐... 보시다 시피 내 꼴이 말이 아니지. 이번엔 저번과 달라도 너무 달랐어. 아, 이럴게 아니라 우선들 앉지." 빈은 붕대를 감고 있지 않은 팔로 일행들에게 자리를 권했다. 하지만 일행들은 쉽게 그 자리에 안지 못했다. 자리에 앉는 것 보다 오엘이 알고 싶어하는 소식이 먼저이기 때문이었다. "저기... 그것보다 저희 팀원들은...." "아, 이런. 그게 제일 궁금할 텐데... 생각을 못했군. 다행이 이번 전투에 디처 팀원 중 목숨을 읽은 사람은 없네." 오엘은 그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려다 그의 말이 조금 이상한 것을 알았다. "목숨을 읽은 사람이 없다니요? 그럼....." "음, 다친 사람은 있네. 하거스는 다리가 부러졌고, 비토는 복부에 검상을 입었네. 그래도 두 사람 모두 정신도 말짱하고 이젠 걸어도 다니니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거야." "하아~ 다행이네요." 오엘은 팀원들의 안전을 확인하고서야 자리에 앉았다. 일행들도 그제야 그녀를 따라 자리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떻게 된 거죠? 이곳을 나서서도 제로에 대한 소식은 몇 가지 듣긴 했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이 죽은 경우는 없다고 아는데요. 아, 고마워요." 이드는 비서로 보이는 아가씨가 건네주는 차를 받아들며 빈을 바라보았다. "후루룩.... 하아... 솔직히 지금까지 사상자가 없었던 건 아니네. 록슨에 직접 격은 자네도 알다시피 제로와 싸우면서 사상자는 항상 있었어. 다만, 그 수가 많지 않고 일반인이 다치는 경우가 없어서 크게 보도되지 않은 것이지. 하지만 이번은 달라. 아.주. 다르지. 자네, 저번에 네게 물었었지? 중국 던젼에서의 일과 제로의 관계." 그의 말에 이드와 라미아는 손에 들고 있던 찻잔마저 내려놓고 빈의 말이 귀를 기울였다. 그 모습이 얼마나 진지했는지 중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도 못하는 오엘과 제이나노도 덩달아 찻잔을 놓고 말았다. "그... 썩을 놈의 마족이.... 이번에 같이 왔단 말입니까?"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던젼 안에서 보기 좋게 놓여버린 보르파를 생각했다. 빈이 중국에서의 일과 제로의 일을 연관시키기 위해서는 그 놈의 마족 놈이 꼭 등장해야 되기 때문이다. 과연 이드의 생각이 맞았는지 빈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저번에 다시 온다던 그 세 놈과 함께 참혈마귀라는 강시 스무 구를 이끌고 왔더군." "..... 결국 가져간 모양이네요. 근데, 제로가 마족과 손을 잡고 있다는 말입니까? 명색이 사람들을 위해 국가를 없애겠다는 단체가?" 제로란 단체에게 속은 느낌이 들어 이드는 눈살을 찌푸렸다. 비록 마족이 무조건 사악한 존재는 아닐 지라도 피를 좋아하고 욕망에 충실한 종족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존재들과 손을 잡은 만큼 좋게만 봐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빈이 이드의 말에 고개를 저어 부정해주었던 것이다. "그건 아니네... 조금 의아한 일이지만, 그 마족의 이마에 황금빛 종속의 인장이 찍혀 있었네. 스무 구에 이르는 강시들에게도 마찬가지고." 이드는 그 말에 다시 찻잔을 들었다. "그럼 그 마족이 제로에 종속됐다는 뜻 인데.... 그럼 이번에 민간인이 죽은 것도 그 녀석 짓인가요?" 라미아가 이드를 대신해 물었다. "후~ 그렇지. 그 놈. 던젼에서 그렇게 도망칠 때와는 확실히 다르더군. 마족은 마족인지... 강시들과 몬스터들이 공격하는 틈을 타 강력한 흑마법으로 공격해 온 거지. 그것도 두 번이나. 처음엔 우리들이 피해서 우리들 뒤쪽의 도시가 부셔졌고, 두 번째 공격엔 우리들이 당했지. 하지만 그런 무차별적인 공격인 제로의 생각은 아닌지 도시가 부서지자 저번에 왔었던 두 마법사가 당황한 표정으로 마족과 강시들을 돌려보내고 우리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철수해 버리더군." 빈은 이미 식어버려 미지근해진 차를 한번이 들이 마셔버리고 뒷말을 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미안하다는 사과로 끝날 일은 아니지. 그들이 사과한다고 무고한 도시 사람들이 살아나는 건 아니니까." 빈은 민간인들이 일에 휘말린 것이 분한 듯 사납게 눈을 빛냈다. 그런 그의 모습은 보통 때 보이는 그 성격 좋아 보이던 모습과는 또 달랐다. 그의 갑작스런 분위기 변화에 방안은 살벌한 침묵이 흘렀다. 빈과의 이야기를 마친 일행들의 그의 안내로 디처의 팀원들이 입원해 있는 병실을 찾았다. 가디언 본부가 워낙 크다 보니 그 중 몇 층을 병원으로 개조해서 쓰고 있는 것이었다. 과연 빈의 말대로 하거스와 비토는 전혀 다친 사람답지 않게 쌩생해 보여 오히려 피부에 윤기가 흐를 지경이었다. 하지만 빈은 그 모습이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힐링포션에 신성력까지 동원해 치료했으니.... 그렇게 했다면 확실한 반응이긴 했다. 특히 하거스는 그 넘치는 힘이 입으로 몰렸는지 괜히 오엘을 놀리다 두드려 맞는 모습까지 보이고 말았다. 덕분에 분위기는 빈과의 대화 때와 달리 많이 풀려 부드러워져 있었다. 이드는 그 기분으로 일행들과 함께 병실을 나서다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빈을 바라보았다. "아, 이왕 온거 수련실에 잠시 들러서 부룩을 보고 싶은데..... 왜... 그러시죠?" 이드는 자신의 말이 계속 될수록 얼굴이 굳어 가는 빈의 모습에 불길한 느낌이 드는 것을 지울 수 없었다. 덕분에 애써 뛰어놓은 분위기는 순식간에 다시 가라앉아 버렸다. 라미아는 이드의 그런 불길한 느낌을 느꼈는지 가만히 다가와 이드의 어깨를 쓸어 주었다. 그때 빈의 입술이 묵직하게 열렸다. "뭐라 말해야 할지. 부룩은 이번 전투에서... 전사했네. 흑마법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쓸려버렸지." "으음.... 어쩌다...." 부룩의 전사했다는 사실에 이드는 고개를 숙이며 깊은 침음성을 발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꽤나 마음에 드는 사람이었기에 여간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부룩의 죽음에 분노에 떨 정도도 아니었다. 이미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이드였기 때문이었다. 또 앞서 중원과 크레센에서 많은 죽음을 봐왔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신이란 것이 존재한 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된 지금엔 당연히 다시 환생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던 때문이기도 했다. 다만 잠시나마 검을 나누었던 오엘이 그의 죽음에 분해 할 뿐이었다. 좌우간 이번일로 인해 각국의 제로에 대한 경계와 전투가 한층 더 치밀해지고 치열해 질 것이 확실했다. 그날 밤 일행들은 저번처럼 빈이 마련해준 방에 머물렀다. 부룩에 대한 이야기까지 듣고 나자 이미 상당히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지금 이런 상황에 발길을 돌리자니 그 또한 마음에 걸려 오엘과 제이나노의 의견에 따라 가디언 본부에 몇 일 머무르기로 결정을 내렸다. 샤라라라락.... 샤라락..... 이드가 손에든 수건으로 촉촉이 물기를 머금은 라미아의 머리카락을 털어 내자 그녀의 은빛 머리가 하나가득 반짝이며 허공에 흩날렸다. 지금 이드와 라미아가 있는 곳은 빈이 마련해준 이드의 방이었다. 라미아는 그런 이드의 방에 들어와 씻고서 이드에게 머리를 털어 달라며 수건을 건넨 것이었다. 이미 식사도 끝마친 밤 시간이기에 제이나노는 자신의 방에서 오엘은 오랜만에 팀의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쩝, 어째 상당히 찝찝해. 카르네르엘에게 들었던 그 괴상한 아티팩트를 지닌 소녀도 그렇고, 계속 제로 놈들하고 엮이는 게.... 앞으로 꽤나 골치 아파 질 것 같지?" 라미아는 이드의 말에 가만히 눈을 감고 이드의 손길에 머리를 맞기고 있다가 편안한 목소리로 그의 말에 답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은 꽤나 나른한 것이 자신의 머리를 손질하는 이드의 손길이 상당히 기분 좋게 느껴진 모양이었다. "아마도.... 그렇지만 저들도 나쁜 뜻으로 이런 일을 하는 건 아니니까 크게 부딪히기야 하겠어요? 음... 이드님, 머리끝에 묻은 물기도 닦아 주셔야 되요." "그래, 알았다. 알았어. 도대체 누가 누구의 주인인지 모르겠다니까." "그야 물론 이드님이 주인님이시죠. 호홍~ 참, 그 보다 여기엔 얼마간 머무르실 거예요? 아무래도 이곳에 머무르는 이상 큰일이 생기면 모른 채 하기 어렵잖아요. 정~ 귀찮게 하면 한번에 뒤집어 버리는 수도 있지만..." "글쎄.... 이곳에 머무르는 건 제이나노와 오엘의 문제니까 말이야...." 이드는 물기를 다 닦아낸 수건을 옆으로 놓고 라미아의 머리카락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가만히 쓸어 내리며 테이블 위의 일라이져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조만 간에 저 녀석을 다시 휘둘러야 할 상황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라미아는 색색거리는 규칙적인 숨을 내쉬며 이드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왔다. 편안한 그 느낌에 못 이겨 졸기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이드(251) ^^ 다음 날 아침 평소 때와 달리 일찍 일어난 제이나노는 아침부터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려야 했다. 다름이 아니라 아침부터 이드와 라미아로 부터 한대씩 두드려 맞았기 때문이었다. 무슨 바람이 불어 일찍 일어났는지 다른 사람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난 제이나노는 처음이라는 생각으로 이드를 깨우기 위해 이드의 방에 들어갔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제이나노는 꽤나 부럽고 샘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어제 밤 머리를 말려주던 그 자세 그대로 침대에 넘어져 라미아를 안고서, 이드에게 안겨서 자고 있는 두 사람을 보았던 것이다. 이에 두 사람을 깨울 생각도 하지 못하고 되돌아 나온 제이나노는 잠시 후 일어난 이드와 라미아를 바라보며 짓궂게 놀려댔다. 그것도 탐욕스런 배불 둑이 귀족이 자주 짓는 그런 음흉한 미소를 머금고서 말이다. 처음에는 이드와 라미아도 그의 농담에 간단히 얼굴을 붉히고 말았지만, 점점 심해지는 그의 농담에 결국 손을 쓰고 만 것이다. 그 결과로 지금 제이나노의 머리엔 두개의 혹이 이층으로 싸아올려져 있었다. 제이나노 덕분에 조금 늦어진 아침을 먹은 네 사람은 아침부터 찾아와 오엘의 검술을 감상하던 하거스를 비롯한 디처팀원들의 안내로 본부에 마련된 장례식장에 들렸다. 그곳엔 이번 제로와의 전투로 희생된 가디언들, 그리고 용병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이드들은 그 중 부룩의 사진을 찾아 그 앞에 예를 올렸다. 몇 몇 아시아 국적을 가지고 있는 용병들이나 가디언들은 그들의 제식에 맞게 절을 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부룩은 영국인이었던 만큼 간단히 허리를 숙여 보이는 것으로 예를 다 할 수 있었다. 장례식장을 나서며 잠시 분위기가 가라앉는 느낌에 하거스는 너스레를 떨며 저번 이드들이 가봤었던 본부 뒤쪽의 작은 공원 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일행들 앞으로 걸어가는 하거스의 어깨에는 튼튼해 보이는 목발이 떡 하니 걸려 있었다. 아무리 포션과 신성력을 써서 완치시켰다지만 몇 일간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며 의사가 억지로 떠넘긴 목발이라고 했다. 억지로 받아든 만큼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은 하거스 였다. 그러나 그것은 디처 팀의 숨은 잔소리꾼인 오엘이 없을 때의 이야기다. 팀내의 유일한 여성이었던 만큼 얼음공주라 불리었어도 챙길 건 다 챙기는 오엘이 어느새 하거스에게 붙어 강압적인 표정으로 목발을 사용하게 한 것이다. 물론 그래봤자 전혀 바뀌는 건 없었다. 단지 목발이 어깨 위에서 팔 아래로 이동한 것일 뿐. 하거스는 여전히 두 다리로 걷고 있었던 것이다. 가디언 공원은 저번에 왔을 때보다 한산했다. 많은 동료들의 희생이 있었던 만큼 이곳에 나와서 느긋이 햇살을 즐길 사람은 없는 때문이었다. "흠! 저기... 제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하거스씨나 다른 용병 분들은 용병일 그만두실 생각은 없으세요? 아니면.... 제로와 연관된 일만이라도." 따끈따끈한 햇살을 받으며 이야기하던 도중 나온 이드의 말이었다. 하거스등은 생각지도 못한 이드의 말에, 대화에서 빠져 한쪽에 누워 있던 비토와 쿠르거까지 일어나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제 말이 기분 나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승산이 보이지 않는 전투를 굳이 계속할 필요는 없을 거란 말이죠." "승산이.... 없다?" 하거스는 이드의 말에 한 부분을 되 뇌이며 슬쩍 오엘에게 시선을 돌렸다. 직접 제로와 전투도 해보고 가디언으로서 어느 정도 활동을 한 이드가 갑자기 이런 소리를 한다면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될만한 일은 오엘이 합류해서 런던을 떠난 뒤에 있었을 것이고, 당연히 오엘도 알 것이란 생각에서 그녀의 의견을 구한 것이었다. 하거스의 그런 행동을 잘 알고 있는 오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드의 말에 동의해 주었다. "사숙 말이 맞아요. 제가 생각해도.... 승패가 결정된 전투예요. 제로의 뜻대로 나라란 이름이 사라지는 건 시간 문제일 것예요." "너도... 그런 생각이란 말이지. 하지만 제로 때문에 생긴 사상자들이 많아. 이런 상황에서 그냥 손을 땐다는 것은...." 오엘은 하거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보아온 하거스란 인물은 유난히 동지의식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런 만큼 길지는 않았지만 같이 생활하고 수련했던 가디언들의 죽음에 쉽게 손을 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자신도 따라 죽을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하거스는 오엘의 단호한 말에 마음이 갑갑해져 왔다. 저 오엘이 저렇게 나서서 말할 정도라면 그 말은 사실일 것이다. 더구나 자신 앞에 앉아 있는 오엘, 제이나노, 이드, 라미아. 이 네 사람모두 같은 생각인 것 같으니....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제로가 절대로 승리한단 말인가. 그때였다. 이렇게 궁금해하고 있는 하거스를 대신해 이드들에게 그 물음을 던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 빈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의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그가 가까이 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럼... 그렇게 우리의 절대적인 패배를 자신하는 이유를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오엘양." "그건 제가 설명해 드리죠." 오엘이 아닌 제이나노가 빈의 질문에 답을 달았다. 이드는 그런 그를 보며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슬쩍 전음을 뛰었다. "-카르네르엘이 드래곤이란 내용은 빼고 말해.-" 제이나노는 전음의 내용에 씨익 웃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이드와 함께 다니며 줄긴 했지만 한때 이드와 라미아를 지치도록 만든 그의 수다 실력을 생각한 다면 그런 정도야 아주 쉬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저희들이 런던을 떠났을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겠네요. 그러니까 저희는........" 그렇게 시작된 제이나노의 이야기는 간단히 일행들의 여행경로를 짚어 나가며 카르네르엘을 만난 이야기까지 순식간에 흘러나갔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아주 자세히 들은 그대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가 이어 질 수록 디처의 팀원들과 빈은 드래곤에 대항한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이 가녀린 소녀이며, 또 드래곤을 도망가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연속적으로 놀라야 했다. 그들 스스로 드래곤의 힘이 어느 정도는 될 것이다 라고 예상들을 하고 있었기에 그런 충격은 더했다. 그런 엄청난 드래곤이란 존재를 순식간에 꼬리를 말게 만든 상대가 제로의 인물일 지도 모른다니. 확실히 이드와 오엘등이 저렇게 단호하게 승패를 확신하고 몸이나 다치지 않게 제로와 관계된 일에서 손을 때라는 말이 이해가 갔다. 아마 상황을 바뀐다면 자신들이라도 이드들과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가지나 상황이 바뀐 다면의 일이다. "그래도 그렇게 쉽게 물러날 순 없네. 하는데 까지는 해봐야지. 지금 상태가 좋다고 저들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누가 뭐라고 해도 저들 때문에 사상자가 생겨나는 건 사실이니까. 더구나 사상자가 그렇게 많이 나왔는데도 고작 이런 종이 쪼가리 한 장만 달랑 보내는 놈들을 두고는 절대 그냥은 물러나지 않아." 빈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손에 쥐고 있던 새하얀 종이를 일행들 중앙에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빈을 포함은 모두의 시선이 그 좋이 위에 적힌 까만 글씨들을 향했다. "제로가 보냈다 구요?" "그래. 젠장. 오늘 아침에 영국 국회와 우리 가디언 본부 양측에 동시에 전달된 내용이야. 내용은 간단해. 이번에 자신들 실수로 사람이 많이 죽어서 미안하다고. 민간인이 휘말린 일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모든 나라들을 밀어 버린 후 각각의 가족들에게 어떻게든 보상하겠다는 내용이지. 그리고 선심 쓰듯 마지막에 몇 자 써넣기를 이번에 영국에 입힌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생각해 유럽의 모든 나라들이 해체된 후에야 영국에서 자기네들이 활동하겠다. 라고 적혀 있더군. 정말 기가 막힌 내용이지." ".... 맞아요. 빈씨가 말한 내용 그대로네요." 빈이 꺼내놓은 종이를 읽어 내려가던 피렌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다시 빈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좌우간 이번일로 우리는 물론 세계각국은 한층 더 긴장감을 가질 수 있게됐네. 솔직히 그들의 행동에 조금 방심한 면도 없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이젠 달라. 이 공문을 받고서 세계 각지의 가디언들과 의견을 나눈 결과 이젠 제로에 관한 일은 국제적으로 움직이기로 했네. 이젠 자국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제로 측에서 예고장을 보내는 곳에 도착할 수 있는 각국의 가디언들이 모이는 식이 될 것이야. 그렇게만 된다면 그들이 중국에서 가져갔던 강시들을 들고 나온다 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네. 여기 오기 전 있었던 회의의 결과지." 빈의 말을 단호했다. "하지만...." "그래, 자네들 말은 아네. 자네들 말대로 제로 측에 드래곤을 상대할 수 있는 그런 실력자가 있다면.... 우리에게 큰 가망은 없겠지. 하지만 전혀 없는 것 또한 아니니까 포기 할 수 없지." 가망에 없지 않다는 그의 말에 주위 몇 몇은 의아한 듯 눈을 빛내며 빈을 바라보았고, 경험이 많은 하거스와 이드나 라미아 같은 특이한 경우에 놓여 있는 세 사람은 대충 짐작이 가는 빈의 말에 부드럽게 표정을 풀었다. '마법사 말을 잘한다더니..... 확실히 빈씨도 말발이 세긴 세. 그렇지?' '호호호... 그러네요.' "인간은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크던 작던 간에 실수라는 걸 하지.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인간인 이상엔 어떠한 허점은 생기는 법. 나는 우리들이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그 헛점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네." 그의 마에 고개를 끄덕이다 제이나노가 빈이 잘라먹어 버린 것으로 보이는 말을 이었다. "확실히.... 그렇지만 희생이 많을 거라는 것 또한 사실이겠죠." "그건..... 어쩔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 되겠지." 담담한 빈의 대답에 분위기가 다시 다운되려고 하자 하거스가 다시 나서서 분위기를 뛰우기 시작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목발을 들어 본부 건물의 후문을 가리켜 보였다. "자자... 괜히 어두 침침한 아저씨분위기 그만 풍기고. 저기 밝고 상큼한 분위기가 흐르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자. 저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보니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 과연 그곳엔 꽤나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방금 전 까지 공원 여기저기에 흩어져 각자의 시간을 즐기고 있던 가디언들과 이번 일로 인해 본부에 온 사망자의 유가족들일 것이다. 그리고 저 후문이 시끄럽다는 것은 정문을 통해 누군가 들어왔다는 것을 뜻한다. 본부 건물 뒤에 공원이 있는 만큼 1층 중앙의 커다란 홀을 중심으로 그 정면에 정문이 설치되어 있고, 그것과 마주 보는 곳에 후문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하거스가 일행들의 앞에 섰다. 목발 역시 처음과 같이 그의 어깨에 걸려 있었지만, 이번엔 오엘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일행들의 향한 빈의 당부가 있었다. "모두 쉽게 말을 퍼트릴 분들이 아니란 건 알지만.... 아까 제이나노사제께서 말씀하셨던 그 드래곤과 소녀에 관한 일은...." "아아.... 알아. 비밀로 해달라는 거 아닌가. 우리들이야 어차피 같이 싸울 놈들 기죽일 이야기 같은걸 할 이유가 없는 것이고. 저 네 명은 말할 것도 없겠지. 여기까지 오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은 것 같으니 말이야." 빈은 하거스의 말에 수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이 이야기는 가디언들 상부 측에서 조용히 의논되어질 것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 소식으로 머리 꽤나 빠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일행들이 후문 앞에 도착했을 때도 후문은 여전히 붐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어갈 생각을 앉고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는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일 뒤에 서있는 일행들에게 안의 상황이 보일 턱이 없다. 그렇다고 들어가고 싶어도 앞의 사람들이 쉽게 비켜줄 분위기가 아닌 듯 했다. 이에 잠시 잔머리를 굴리던 하거스가 무슨 일인가 하고 주위 사람들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빈을 불렀다. 하거스는 자신에게 다가온 그의 어깨에 턱하니 손을 얹더니 그를 눈앞에 있는 가디언 대원들 사이로 들이밀어 버리는 것이었다. 이렇게 소리치면서 말이다 "이봐. 비켜, 비켜! 길을 막고 있어서 에플렉 대장님이 못 들어가시고 있잖아!!!" "어엇! 죄, 죄송합니다." "어서 들어가십시요." 순식간이었다. 하거스의 말을 들은 가디언들이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며 길을 열었던 것이다. 당연했다. 에플렉이라면 그들의 직속상관임과 동시에 부 본부장이란 직위를 함께 가지고 있는 남자이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이곳에서 함부로 에플렉의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지위를 가진 사람은 단 두 명뿐이란 이야기다. 갑작스레 가디언들이 길을 열자 그에 덩달아 본부에 들렀던 사람들도 얼결에 따라서 길을 열어 주었고, 덕분에 그 단단하던 인파의 벽은 모세의 기적에서처럼 바다가 갈라지 듯 깨끗하게 갈라져 빈을 비롯한 일행들이 지나갈 길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길을 맘 편히 당당히 지나간 것은 하거스와 쿠르거, 제이나노의 얼굴 가죽 두꺼운 사람들 뿐 나머지 사람들은 최대한 양쪽으로 비켜선 사람들과 시선이 마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무난하게(?) 사람들을 헤치고 나오고 나서야 빈을 비롯한 이드들은 뒤쪽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서 이렇게 몰려들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중앙홀을 점령한 체 두 명의 남자가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움직이고 있고, 그 주위를 세 명의 남자가 큼직한 조명을 들어 비추고 있는 곳. 그곳에는 티나지 않게 꾸민 깔끔한 옷차림에 연신 미소를 지우지 않고 있는 다섯 명의 남녀와 그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불퉁한 인상의 중년 남성이 서 있었다. 그들 모두가 꽤나 개성있는 미남 미녀들로 별생각 없는 사람이라도 현재 상황을 본다면 그들이 연예인이라는 것을 알아 볼 수 있을 듯했다. 그리고 그 중에 조금이라도 오락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오옷~~ 인피니티 아냐?" 하거스 처럼 아는 척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드는 그가 저들을 아는 듯한 말을 하자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 관심을 끈 후 저들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 말에 하거스는 당연하다는 듯 거만한 웃음으로 조금 뜸을 들였는데, 그 사이 먼저 입을 열어 버리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연예인이란 것엔 전혀 관심 없어 보이는 비토였던 것이다. "인피니티. 저기 있는 다섯명으로 이루어진 혼성 오인 조 그룹의 이름이다. 여기저기 많은 프로그램에서 자주 얼굴을 비추고 있어서 요즘 꽤나 인기가 있다고 하더군. 대장과 같은 병실이라 노래하는 것도 좀 들었는데... 그럭저럭 들을 만하더군." 평소 말없던 비토의 설명에 일행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저 무뚝뚝한 비토가 기억해서 설명해 줄 정도라면 확실히 요즘 인기 좋고 노래도 잘 부르는 괜찮은 그룹인 모양이다. 그때 비토에게 설명의 기회를 뺏겨버린 하거스가 아쉬운 표정으로 툴툴거렸다. "그건 그렇고.... 재들이 이곳엔 무슨 일이지? 게다가... 저 인상파는 분명 콘달 부 본부장인 걸로 아는데... 어째 평소보다 더 인상이 좋지 못한걸. 이드. 자네 전음이란 거 사용할 줄 알지? 저 부 본부장 좀 이쪽으로 불러봐." 이드는 하거스의 말과 함께 다가오는 그의 목발을 탁 쳐내며 빈을 돌아보았다. 자신도 저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가 궁금하긴 했지만 저렇게 다른 사람들 틈에 썩여 있는데 함부로 불러내기가 껄끄러웠기 때문이었다. "음, 한번 불러보게. 저 분 표정을 보아하니.... 저기 있는게 절대로 편해 보이지 않는 인상이니까 말이야." 그렇게 빈이 고개를 끄덕이자 곧 기다렸다는 듯이 콘달 부 본부장의 고개가 일행들 쪽으로 정확히는 빈쪽으로 돌려졌다. 상대가 빈인 것을 확인한 그는 곧바로 몸을 돌려 일행들에게 빠르게 다가왔는데, 그런 그의 표정은 마치 질척한 진흙탕에서 겨우 벗어 난 듯한 시원함을 내보이고 있었다. "회의를 마치자 마자 부리나케 회의장을 나서더니.... 이 사람들에게 간 거였나?" "그렇지요. 덕분에 꽤 중요한 정보도 하나 얻었고....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방송국 카메라에 가수들이라니." 외모면에선 비슷한 나이로 보이지만, 콘달이 빈보다 나이가 좀 더 많았다. 콘달은 빈의 말에도 비위상한다는 표정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젠장... 원래 이런 건 자네 일인데 말이야. 내가 듣기론 저 약해빠져 보이는 꼬맹이들이 이번 제로와의 전투로 다친 사람들을 간호하기 위해서 왔다는 군. 내가 듣.기.에.는. 말이야." 상당히 감정이 실린 콘달의 말에 빈은 이해한다는 뜻으로 한숨이라도 같이 내쉬어 줘야할까 하고 생각했다. 확실히 자신도 저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말 자원봉사식의 간호라면, 저런 카메라는 있을 필요도 없고, 들어 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이건 쇼다. 그것도 목숨을 내 걸고 전장에서 용감히 싸운 가디언들과 용병들까지 끌어들인. 콘달 부 본부장도 아마 그것 때문이 이리 불만스런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촬영허가가 떨어진 겁니까? 지금까지 한번도 메스컴에서 본부에 들어온 적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본부장님은요?" 그 말에 콘달은 다시 한번 등뒤의 인물들을 바라보며 은근한 살기까지 내비쳐 보였다. "더러운 게 권력이지. 저 노래부르는 광대 놈들 중에 상원의원의 자식이 있는 모양이야." 그 한마디로 모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그 중 하거스는 콘달과 그리 다르지 않은 표정으로 만들어진 미소를 짓고 있는 인피니티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메스컴이 전혀 들어온 적이 없는 가디언 본부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확실히 눈길을 끌 수 있다는 생각일 것이다. "근데... 본부장님은 어째서 저런 짓을 허락하신 겁니까? 평소 행동으로 보시면 오히려 저런 장비들을 때려 부시겠다고 직접 내려와도 모자랄 판에요. 사실 저희들과 정부의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지 않습니까. 영국 정부측이라면 몰라도 저희는 저들과 사이가 아무리 좋지 않더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않습니까." "....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사이를 벌일 필요는 없다는게 본부장님 대답이시다. 또.... 재밌을 것 같아서 라고 하시더군. 아무튼 일은 전부 우리한테 떠넘기시고 일찍 귀댁으로 돌아가 버리셨네." "젠장... 일을 벌이셨으면 책임을 지실 것이지. 왜 뒤처리는 항상 저희가 해야하는 건지." 빈이 한참 푸념인지 한탄인지를 쏟아내고 있을 때였다. 카메라멘과 같이 서있던 몇 명의 스텝들 중 PD로 보이는 한 사람이 콘달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는 PD가 부르는 것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제 자네가 돌아왔으니 이번 일은 자네가 맞게. 원래 이런 일은 자네 몫 이였으니까 말이야. 주위에 있는 가디언들은 내가 정리하도록 하지." 콘달은 빈이 뭐라고 더 말할 사이도 주지 않고서 주위에 있는 가디언들을 내 몰았다. 그 위세가 얼마나 험악했는지 전혀 그에게 쫓길 입장이 아닌 주위의 민간인들까지 싸그리 몰아내 버리고 자신도 곧 그 뒤를 따라 1층의 중앙홀을 빠져나가 버렸다. 순식간에 자시에게 일을 떠 넘겨 버리고 도망가버린 콘달의 행동에 빈은 한순간 당황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비록 이런 일을 싫어하는 줄은 알지만 그렇다고 도망이라니. 그때 저쪽에서 갑자기 나가버린 콘달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쓴 입맛을 다시며 다른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보다시피 상황이 이렇게 됐군. 자네들은 어쩔 텐가?" "난 이만 올라가겠어. 꽤 인기 있는 놈들인 줄 알았더니.... 전투후의 환자를 방송의 이용물로 삼다니.... 정말 마음에 안 들어." 하거스가 그렇게 몸을 돌려 윗 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로 향하자, 나머지 디처의 팀원들도 그를 따라 가 버렸다. 다만 이드의 일행들이 남아 있었는데, 그 중 오엘은 제외한 세명은 꽤나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한창 바쁜 중앙홀을 바라보았다. "저기... 저희들이 구경해도 되나요? 아직 연예인이란 걸 가까 이서 본적이 없어서요." 라미아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모두 싫어하는 일을 구경하고 싶다고 말하려니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조심스런 말과는 달리 빈은 쉽게 고개를 끄덕이며 콘달을 찾고 있는 중앙홀로 걸음을 옮겼다. "중요한 인물들도 아니고. 대충 저들이 원하는 것 몇 가지만 해주면 되니까 구경해도 되네. 하지만 라미아양. 지금은 말이야. 연예인이란 직업보다 가디언이란 것이 더 큰 선망의 대상이 된지 오래라네.... 한마디로 저들에겐 우리들이 신기하고 동경의 대상이란 걸 말이야." PD는 찾고 있던 콘달은 보이지 않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오자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살폈다. 그 중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은 분명 방금 전 콘달과 이야기하던 사람들 같았다. 그를 확인한 PD는 나머지 일행들에겐 눈도 돌리지 않고 급히 다가왔다. 오늘 하루종일을 이곳에서 보내야 하는 PD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잠깐의 시간의 시간이 아까운 그였다. 어느 방송국의 어느 PD가 이곳 가디언 본부에 들어와 봤겠는가. 이번 기회에 찍을 수 있을 만큼 다 찍어가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저 실례하겠습니다. 아까 콘달 부 본부장님과 이야기하시던...." "아, 콘달 부 본부장님은 급히 처리할 일이 있으셔서 그 일을 처리하기 위해 가셨습니다. 그래서 그 분 대신에 제가 여러분들을 돕도록 하지요. 빈 에플렉입니다. 이곳에서 콘달 부 본부장님과 같은 직책을 맞고 있지요." "그러시군요. 잘 됐군요. 마침 콘달 부 본부장님을 찾고 있었는데... 저는 오늘 촬영을 맞은 프라이드 글러드 PD입니다." PD는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으로 빈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로서도 인상 더러운 콩달인지 콘달인지 하는 부 본부장 보단 이쪽이 훨씬 편했기 때문이었다. PD는 곧 인피니티까지 불러 부 본부장과 인사를 시켰다. 그제 서야 조금 여유를 가진 그의 시야에 빈의 뒤쪽에 서있는 네 명의 모습이 보였다. 순간 그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의 눈에 들어온 라미아와 이드는 여쁘다고 하는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보지 못한 그런 외모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한 쌍으로 보이는 그 모습에 은발과 흑발의 조화. '와, 완벽한 스타 감이다. 다른 건 더 볼 필요 없이 저 외모만으로도 대박감이야.' PD의 눈이 다시없는 최상의 먹이를 발견한 듯 반짝였다. 하지만 곧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의 눈빛은 태풍 앞의 촛불처럼 힘없이 꺼져버리고 말았다. 한가지 생각을 못 한 것이 있었으니 저들이 바로 가디언이란 것이었다. 지금은 연예인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 되어 버린 가디언. 그는 스스로도 포기가 쉽지 않은 저 둘의 외모에서 겨우 시선을 옮겨 인피니티들과 빈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미 인사를 모두 나눈 상태였다. 요즘의 인기 행진으로 자신감이 높아진 그룹이었다. PD는 저들에게 저 두 사람을 보여주면 이들의 높던 자신감도 한 순간에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쓸모 없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에플렉 부 본부장님, 오늘 저희들이 촬영하고 싶은 곳들을...." "이미 연락 받았습니다. 오늘 촬영이 환자들의 간호를 위한 것이라고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꼭 병실만 촬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저기 도울 일이 있는 곳에 들러서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 이번 촬영의 계획입니다." 빈은 그의 말에서 그들이 본부 내를 휘젓고 다닐 생각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흐음... 하지만 병실이외엔 여러분들이 도울 일이 전혀 없습니다 만. 병실일 이외에는 모두 서류 정리나 무기류 손질인데.... 그런 일은 여러분들이 하겠다고 해도 저희들이 허락 해드릴 수 없는 일이고. 그 외엔 특별히 없습니다. 있다면 쓰레기 버리는 것 정도? 저희 쪽에서 마법으로 이런 저런 일을 하다보니.... 여러분들이 하실 만한 일이 없군요." PD는 빈의 말에 잘못하면 다른 곳은 찍을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도 이런류의 사람들을 상대하며 촬영을 성공적으로 마친 경험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방송에 차질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럼 대략 본부 시설 몇 가지를 견학하는 정도의 가.벼.운. 배.려.는 해 주실 수 있겠지요." 이런일에 꽤나 능숙한 사람이군. 하고 빈은 생각했다. 저렇게 말하며 빈도 쉽게 거절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가벼운 이란 말로 포장한 상태에서 거절해 버리면 가디언 본부는 가벼운 부탁도 들어주지 않는 삭막한 곳이다. 라는 소문이 날수도 있었다. 또 저렇게 노골적으로 말을 하는걸 보면 확실히 윗 선과 뭔 일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렇게 하시죠. 그럼 우선 병실부터 들러 보시겠습니까?" "그러죠. 모두 이동하게 준비해." 그의 말에 스텝들이 바쁘게 자신들의 짐을 집어들었다. 인피니티의 멤버들 역시 조금은 긴장되고 흥분된 모습으로 자신들의 옷을 매만졌다. 그들은 아직 직접적으로 만나보지 못한 가디언들을 만난다는 데 은근히 흥분된 상태였다. 그들에게도 가디언이란 것은 신기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제부터 만날 사람들이 전부 가디언들이란 말이지... 호호홋. 역시 아빠한테 졸라보길 잘했는걸.' 카리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만족스러워 했다. 그녀는 깨끗하고 맑은 목소리로 인피니티의 메인보컬을 맞고 있었다. 또 이번에 그들 그룹이 가디언 본부에 올 수 있게 된 것도 그녀가 상원의원인 그녀의 아버지께 조른 덕분이었다. 콘달이란 살벌한 인상의 사람이 무섭기는 했지만 그것도 금방 부드러운 분위기의 마법사처럼 보이는 아저씨로 바뀌어 상당히 만족스러운 그녀였다. 그때 PD의 이동명령이 내려졌다. 그리고 이제야 본격적으로 가디언들과 만나서 이야기 해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막 움직이려 할 때였다. 대부분 빈로 물러나 있어 신경쓰지 않았던 빈의 일행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빈이 물러나면서 그녀를 포함한 그룹멤버들의 눈에 들어왔다. 실제보기는 처음인 사제복을 입은 소년 사제와 영화에 나오는 어설픈 여검사가 아닌 정말 분위기부터 진짜라는 생각이 드는 아름다운 여검사. 그리고 그런 두 사람 보다 더욱 신경 쓰이는 두 인물. 순간이지만 인피니티는 이곳 가디언 본부에 자신들 이외에 또 다른 연예인들이 들어와 있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빈과 앞서 말한 사제와 여검사와 자연스레 이야기하는 걸 봐서는 그런 것은 아닌 듯했다. 카리나는 걸음을 옮기면서도 연신 그들의 모습을 살피다 자신의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그들도 자신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지 은발과 흙발이 아름다운 한 쌍을 바라보고 있었다. "..... 저 사람들도 가디언... 이겠지?" "여기에 있으니까 그렇겠지. 그냥 봐도 보통 사람들론 안보여. 정말 질투 날 정도로 예뻐." 그녀의 말에 인피니티의 나머지 여성멤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데, 그 모습이 꼭 아름다운 조형물을 보는 듯 했다. "그런데 저런 체형이라면 마법사나 ESP능력자 같은데.... 저 사람 허리에 저 검은 뭐지?" 두 여성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던 뻗침 머리의 남자멤버가 유심히 봤는지 이드의 허리에서 곤히 자고 있는 일라이져를 가리켜 보였다. 정신없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상당히 관찰력이 좋은 것 같았다. 카리나는 그의 말을 듣고서야 일라이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조금 거리가 있고 계속 흔들려 그 문양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반짝반짝 거리는 칼집에 역시 손때도 묻지 않은 손집이에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흥, 척 보면 모르겠어요? 번쩍번쩍거리는게 폼잡으려고 저렇게 매고 있는 거겠지. 자고로 진짜 실력 있는 사람들은 평범하거나 싸구려처럼 보이는 철검을 허리에 차고, 평범하지만 깨끗한 옷을 입고,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나 여유 있어 보이는 거라구요. 처음에 나왔던 그 무서운 부 본부장이란 아저씨하고 저기 저 에플... 렉이라는 부 본부장 아저씨처럼.....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지?" 언니라고 불린 여인은 조금 어색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카리나의 말을 들은 모든 사람이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영웅상. 그것은 만화에 자주 나오는 영화에 자주 나오는 그런 영웅상이었다. 사람들 각각의 이상향이야 누가 뭐라고 간섭할 수 있게는 가만은. '아직.... 어려.' 그룹 원들의 한결 같은 생각이었다. 그들은 돌아가는 대로 그녀에게 좀 튀는 영화라도 보여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들의 앞으로 그들과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다른 의도로 웃는 인물이 있었다. 꽤나 먼 거리를 떨어져 있으면서도 소근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 우연히 그들의 모습을 보고 귀를 기울이고 있던 오엘이였다. 그녀는 카리나의 판단이 처음 이드를 만났을 때의 디처팀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 웃었다. 그리고 저 엄청난 검인 일라이져를 단순한 장식용 검으로 격하 시켜버리는 그녀의 안목에 그녀의 웃음은 황당함으로 변했다. 검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바라마지 않을 저 일라이져를 말이다. 가디언 본부의 병실은 사 층 전체를 사용하고 있었다. 병실은 일인실에서 사인실 까지 다양하며 그 내부 장식과 실내시설은 역시 호텔은 개조한 거구나 하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깨끗하고 고급이다. 이 삼 인용 객실에 들어가더라도 여느 병원의 특실보다 훨씬 부드럽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병실이라고 하기에 아까울 정도의 병실들이다. 더구나 이곳 병실의 환자 대부분이 감기나 피로등의 가벼운 병과 내상이나 진정 등으로 입원해 있는 것이기에 따로 피가 묻어 나온다 거나, 소독약 냄새가 진동한 다는 등의 일도 없다. 모두 포션과 신성력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기디언 본부내의 병동이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병동에서 인피니티가 할 일이란 게 뭐 있겠는가. 간단했다. 그저 잔심부름과 호텔의 청소부가 하는 일정도일 뿐이다. 병동에서 처음 의사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 PD는 물론 인피니티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들은 일반 병원에서의 간호사 일을 생각했던 것이다. 그들의 모습에 라미아는 김빠졌다는 표정으로 이드와 오엘을 돌아보았다. "칫, 뭐 재미있을 줄 알고 따라왔더니.... 별거 없네요. 우리 하거스씨들이 있는 병실이나 찾아가요." 라미아는 말과 함께 이드를 잡아끌었다. 그 뒤를 따라 오엘이 따라갔고 마지막으로 제이나노가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감상하듯 바라보다 킥킥거리며 그 뒤를 따랐다. 정말 사제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짓궂은 사람이다. 하거스의 병실엔 아까 돌아간다고 갔던 디처의 팀원들 모두가 있었다. 비록 이인 실 병실이긴 하지만 워낙 넓은 덕분에 디처팀원에 일행들까지 들어와도 그다지 비좁아 보이지 않았다. 하거스들은 일행이 들어오자 대화를 잠시 끊었다가 다시 이어갔다. 대와의 주제는 오엘이었다. 그녀의 실력이 상당히 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와 함께 도대체 무슨 수련을 했느냐는 질문까지. 그들도 강해지길 원하는 용병들인 것이다. 그렇게 한참동안 수다를 떨어대고 있을 때였다. 똑똑하는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카리나와 삐죽 머리의 남자 맴버, 그리고 카메라 한데와 조명맨이 서 있었다. 아마 다른 병실을 청소하고 이곳에 온 듯 했다. 이드는 그들의 모습에 잠깐 하거스의 병실을 돌아보았다. 상당히 어질러져 있었다. 아마 거의가 하거스의 작품일 것이다. "험, 청소하러 온 모양인데... 어떻게 우리가 나가 있어야 합니까?" 하거스가 덤덤히 물었다. "아니요. 저희들이 알아서 하겠습니다. 근데..... 이 방은 유난히.... 어질러 진게 많네요." 방안을 돌아본 카리나가 솔직히 말했다. 그녀의 말에 삐죽머리 남자 멤버 체토가 슬쩍 눈총을 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기분 나빠하는 사람은 없었다. 사실인 때문이었다. 또한 크게 부끄러운 일도 아니었다. "하하하... 좀 그렇죠? 내 성격이 워낙 털털하다 보니 말이요. 아, 참. 이거." 카리나는 자신 앞에 불쑥 들이밀어진 새하얀 백지와 볼펜을 얼결에 받아 들고서 물었다. "이... 이건 왜." "싸인 해 달라고 주는 거지. 인피니티 펜이거든." ".... 저희들을 아세요?" 카리나는 생각 못한 하거스의 말에 의아한 듯 물었다. 사실 이곳가지 오며 들른 몇 몇 병동의 환자같지 않은 환자들 중 자신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자신들이 들어서는데도 덤덤하기만 한 하거스등의 모습에 이들도 자신들을 모르는 구나 하고 생각했었던 것이다. "물론 여기저기 자주 나오니까. 노래도 좋더군요." 그 말에 그녀는 기분 좋은 듯 방긋 웃으며 체토의 싸인까지 해서 하거스에게 종이를 건넸다. 오엘은 그녀의 그런 모습에 고개를 슬쩍 돌리고 픽하고 웃었다. 나이는 달랐지만 하거스는 아까 들었던 카리나의 영웅상에 가까운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인지 카리나와 하거스 사이에 자연스레 대화가 오고가기 시작했다. 자연히 청소는 둿 전으로 밀려났다. 재촉하는 사람이 없는 청소이니 서두를 건 없었다. 오히려 카메라 멘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길 바라는 표정이었다. 평소 그녀는 가디언들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던지 여러 가지를 물어왔고, 하거스는 벙글거리며 대답해 주었다. 그 모습에 비토를 비롯한 디처의 팀원들과 이드들은 설래설래 고개를 내 저었다. 다친 환자를 방송에 이용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다나 어쩐다나 하고 떠들 때는 언제고 이제는 저렇게 친해서는 수다를 떨고 있으니. 기가 막힐 뿐이었다. "그럼 아저씨도 엄청 강한 거네요. 저 큰 칼에 검기를 뿜고 마법도 가를 수 있는 거면.... 한번 보여 주실 수 있어요?" 카메라 맨등이 맘속으로 그녀를 응원했다. 하지만 정작 하거스는 별로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하하... 엄청 강하다라... 글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보통 검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면 가벼운 마법은 막아 낼 수 있거든. 하지만 정말 네 말대로 '엄청 강한 사람'이란 건 그 정도가 아니지." 순간 카리나의 눈빛이 강렬하게 빛을 발했다. "정말 강한 사람들은 말이야. 검강을 능숙히 사용하는 사람이나 의지의 검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겠지. 네가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그런 사람들은 이런 건물도 두 동강내 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 되겠지." "헤어~ 정말이요?" "나도 보진 못했지만 거짓말은 아니지. 누구한테 물어보던 내 대답과 비슷할 걸? 그리고 너도 소설책을 읽어봤으면 알텐데?" "하지만.... 그건 상상한 걸 써놓은 책이잖아요." 그 말에 하거스를 비롯한 방안의 사람들은 피식 웃어 버리고 말았다. 지금의 세상이 바로 그 상상이 현실로 나타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의 웃음에 뚱한 표정이던 카리나도 곧 자신이 어떤 실수를 했는지를 알았는지 곧 벌을 붉혔다. 그녀의 모습에 웃음소리는 더욱 짙어졌다. 하거스는 웃음소리가 계속 될 수록 슬슬 눈매가 날카로워 지는 그녀의 모습에 슬쩍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내가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또 하나가 있는데, 바로 이중에 나 보다 더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기 때문이지. 너도 생각해봐라. 누가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 앞에서 자신의 재주를 내보이고 싶겠는가. 그렇지?" 슬금슬금 방을 치우던 체토는 그의 말에 하던 일을 멈추었다. 내심 카리나 덕분에 검기라는 걸 가까이서 볼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던 그로선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도대체 이 안에 그보다 강한 사람이 있다니? 분명 그가 말하길 자신이 여기 있는 세 용병들의 대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생각한 그는 다시 한번 방안의 인물들을 관찰해 보았다. 카리나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하거스의 말을 알고 있는 사람들만은 또 하거스의 장난이구나 하는 생각만을 할뿐이었다. 하지만 하거스의 입에 오른 당사자인 이드는 별로 편하지 않았다. 저런 식으로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은 자신에 대해서도 말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었다. '호호호... 재밌게 됐네요.' 마음속으로 들려오는 라미아의 말에 이드는 즉시 하거스를 향해 전음을 날렸다. "-도대체 무슨 생각 이예요? 또 왜 저는 걸고넘어지고 그래요? 사람 귀찮아지게.-" "하하하.... 자화자찬이냐? 나는 아직 누가 어떻다고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하다니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 있나보지?" 이드는 그의 말에 눈을 질끈 감았다. 가만히 있었어도 하거스가 그리 쉽게 불리는 없는데 괜히 나섰다가 하거스의 놀림만 받았다. 자신의 실수였다. 252 가만히 있었어도 하거스가 그리 쉽게 불리는 없는데 괜히 나섰다가 하거스의 놀림만 받았다. 자신의 실수였다. 하지만 그런 이드의 실수는 그에 그치지 않았다. 갑작스런 하거스의 웃음과 혼잣말에 마침 이드일행을 살피던 체토가 이드를 본 것이다. 하거스의 말에 따라 눈을 질끈 감아 버리는 이드를 말이다. 순간적으로 그의 머리에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지만, 체토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냥 우연일 거라 생각했다. 설마 하거스 보다 세다 하더라도 그 분야가 다를 것 같았다. 도저히 저 체격과 몸으로 나이트 가디언 일 것 같지는 않았다. 특히 저 이쁘장한 얼굴로 우락부락한 검사들과 검을 가지고 싸운다는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냥 물어보는 게 무어 대수겠는가. "혹시...." 슬쩍 말문을 여는 그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워낙 아무 말도 않고 몸을 숙인 체 쓰레기를 치우고 있어 아무도 그를 주목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산만해 보이는 외모에 존재감 없는 모습. 하지만 그 존재감 없는 남자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있는 모습에 이드는 아무도 듣지 못한 욕설을 내 뱉어야 했다. 그 시선은 무언가 알고 있는 사람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 하거스씨가 말씀하신 사람이 저 사람 아닌가요?" 그러면서 올라가는 체토의 손가락은 정확하게 이드와 라미아가 앉아 있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순간 이드 본인과 라미아를 제외한 이드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할 말을 잊었다. 정말 정확하게 맞춘 것이었다. 자신들은 이드를 처음보곤 웬 기생오라비 같은 놈이구나 하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것은 디처팀원들과 이드 일행들뿐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카리나는 고개를 저어 강한 부정을 나타냈다. "무슨 소리야? 체토. 평소 때도 보는 눈이 없더니만.... 저 사람의 어디가 검사로 보여? 정말 오늘 돌아가면서 안경이라도 새로 하나 맞추는 게 어때?" "아니야. 카리나. 내가 분명히 봤거든. 하거스씨의 혼잣말에 분한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는 모습을 말이야. 감작스런 소음에 깜짝 놀랐다면 모르겠지만, 그건 도저히 놀란 표정이 아니었거든. 어때요? 저분이 맞습니까. 하거스씨?" "으... 응. 대충... 그렇... 지." 하거스는 확실하게 구겨져 버린 이드의 얼굴을 보며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가벼운 농담으로 끝내려 한 말이었지만, 정작 체토가 저렇게 까지 말해 버리는 데야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사실을 밝히더라도, 이드가 잠시 귀찮을 뿐 별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하거스의 가벼운 긍정에도 카리나는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고개를 흔들 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웬만큼 실력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 이드의 실력이었다. "저, 정말.... 저 사람이 방금 하거스씨가 말했던 그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란 말이예요? 도저히 못 믿겠어. 도대체 뭘 보고 그걸 믿으란 말이예요." 강하게 부정하는 그녀의 모습에 이드는 마음으로나마 응원했다. 그녀가 계속 저렇게만 해 준다면 오늘 하루도 별탈없이 넘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 였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 다고, 이드는 그렇게 되길 바랬다면 저 하거스의 입부터 먼저 막았어야 했다. 이미 이드에 대해 들통나버린 때문인지 하거스는 이드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대기시작한 것이었다. "못 알아보는게 당연한거야. 이드말고 다른 무공의 고수를 데려다 놓는다 하더라도 무공을 익혀보지 못한 네 눈으로 알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 특히 이드의 경우는 그 경지가 겉으로 들어나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높기 때문에 네가 알아 본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 이상으로 어려워. 솔직히 이드를 처음 만났을 때는 나는 물론이고 여기 있는 디처의 팀원 들 중 누구도 이드가 엄청난 무공의 고수라는 것을 몰랐었으니까. 뭐... 솔직히 말해서 그런 실력에 저런 외모는 좀 어울리지 않긴 하지만... 흠, 험험...." 주절대던 하거스는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때 부터 자신을 찔러오는 날카로운 눈길과 다듬어진 살기에 급히 입을 닫아 버렸다. "그럼 정말 하거스씨 말대로 건물을 통째로 반 동강 내 버릴 수 있어요? 그리고 그 번쩍이는 검도 장식용 검이 아니란 말이네요?" 어이, 뭐가 장식용이란 말이냐. 병동으로 오는 길에 인피니티사이에 오고 갔던 대화를 듣지 못한 이드는 일라이져를 장식용 검으로 급 하락 시켜버리는 카리나의 말에 강한 부정의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일라이져는 저에게 과분할 정도의 검이죠. 또 그 건물을 반 동강 낸다는 말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면, 가능하긴 해요. 나는 못하지만." '거짓말!!' 이드는 마음속으로 들리는 라미아의 말을 무시해 버렸다. 하거스의 말에 오히려 재밌어 하며 뭔가 일이 일어나길 바라던 그녀에게 저런 말을 들을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카리나는 이드의 말에 하거스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을 건물을 동강내지 못한다는 데요? 하고 묻는 듯했다. ".... 난 엄청나게 강한 사람은 그럴 수도 있다고만 했지, 우리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는 한적 없어." "흐응... 아쉽네. 구경하고 싶었는데...." 정말 아쉽다는 표정인 카리나의 말에 주위 사람들은 위험하다는 생각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구경이라니... 그럼 이드가 가능하다는 말이라도 했다면 당장이라도 잘라보라고 할 생각이었단 말인가? "그럼 그게 아니더라도 뭔가 좀 보여 주세요. 저 가디언을 이렇게 가까이 보는 건 처음이거든요. 이번에 온 것도 가디언들이 사용한다는 검기라던가, 마법 같은걸 보고 싶어서 겨우겨우 왔거든요. 네? 부탁해요." 얼굴 하나가득 기대를 가득 품은채 눈을 반짝이는 카리나였다. 이드는 그 부담스런 눈빛에 슬쩍 고개를 돌려 외면해 버렸다. 하지만 그런다고 끝이 아니기에 어떻게 할까 생각 중이던 이드의 눈에 마친 카리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하거스가 보였다. 그는 방금 전 카리나의 이야기를 듣고서 뭔가를 깊이 생각하는 듯 했다. "나는 별로 그러고 싶은 생각이... 차라리 그러지 말고 하거스씨에게 다시 한번 부탁해 보세요. 저보다 카리나양의 부탁을 잘 들어주실 거예요. 원한다면 몇 가지 검술도..." '댁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 댁이 처리해요.' 이드는 한번 당해보라는 심정으로 아까부터 이쪽을 바라보고 있던 하거스를 가리켜 보였다. 만약 그가 아까 처럼 거절해 버린다면, 지금 상황의 책임을 들어서라도 그에게 떠넘겨 버릴 생각이었지만, 아직은 이드가 하거스를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선 그 수련이 부족한 모양이었다. 이드의 말을 들은 카리나가 뭐라 하기도 전에 하거스가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인 것이었다. "좋아. 보고 싶어하는 걸 구경시켜주지. " 그의 말에 카리나나와 체토가 눈을 반짝이며 벌떡 일어났다. 그게 카메라 멘도 뒤에 있는 조명맨에게 뭔가를 급히 전했다. 이 뜻밖의 소식을 PD에게 알리려는 것 같았다. 하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침대 옆에 개대 놓은 육중해 보이는 자신의 검을 집어들었다. "아차, 그러고 보니, 너희들 청소 중이었잖아.... 시끄럽게 이야기 하다보니 깜박했네." 그의 말에 카리나도 그제야 청소에 생각이 미쳤는지 멈칫했지만 곧 고개를 저으며 하거스의 말에 재빠르게 대답했다. 그런 그녀의 눈에는 꼭 검기를 구경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담겨 있었다. "아뇨, 괜찮아요. 그건 나중에 찍어도 상관없어요. 그런 청소하는 것쯤이야... 그보다 빨리 검기를 쓰는 걸 보여주세요." "좋아, 그럼 수련실로 가볼까? 모두 따라와!" 하거스는 그녀의 대답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 큰 검을 어깨에 덜렁 둘러매더니 앞장서 병실을 나섰고, 그 뒤를 행여나 놓칠 새라 키리나와 카메라맨이 바짝 따라 붙었다. 이드는 그들의 모습에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라미아에게 한 팔을 잡아당기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가려면 자신만 갈 것이지 왜 또 가만히 있는 사람을 끌어들이는지. 이드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그때였다. 뒤에 따라오던 오엘이 이드의 한쪽 옆으로 다가와 조용히 속삭이는 것이었다. "맘에 들지 않더라도 우선은 한번 따라가 보세요. 사숙.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아무래도 대장이 무슨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순간 이드는 그 말에 얼굴가득 떠올렸던 귀찮다는 표정을 한번에 지워버렸다. 저 주책 맞은 하거스가 생각하고 있는 일이라니? "아까 저 카리나라는 애가 가디언들이 사용하는 수법들을 보기 위해서 왔다고 할 때부터 대장의 눈빛이 변했거든요. 평소에 좀(?) 주책 맞긴 하지만, 진지할 땐 진지한 사람이니까 그냥 따라가 보세요. 대장이 전부 따라오라고 한 걸 보면 우리중에 누군가 필요 한 것도 같으니까요." 과연 용병생활을 같이하면서 하거스를 확실히 파악한 오엘의 설명이었다. 아마 그걸 이드에게 설명한 이유도 대장이 뭔가 일을 꾸미는데 이드가 빠져 버릴까 하는 생각에서 일 것이다. 아무튼 같은 팀이라고 팀원들을 확실히 챙기는 오엘이었다. 이드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보이곤 하거스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처음 봤을때는 꽤나 생각이 많고 믿음직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뭐, 지금은 그 시도 때도 없이 떨어대는 주책에 처음의 인상이 착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종종 들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뭔가 생각이 있다면 구경해 보는 것도 좋겠지.' 칠 층의 수련실엔 저번 이드들이 들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십 여명의 가디언들이 각자수련하고 있었다. 항상 그랬다. 들를 때마다 누군가 꼭 수련실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루는 물론 일년 내내 잠시라도 비어 있지 않을 것 같은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십 여명이 땀을 흘리고 있는데도 오히려 텅 비어 보이는 이곳에 일행들이 우루루 몰려 들어왔다. 그 소란 때문이었을까. 열심히 몸을 움직이던 가디언들이 하던 것을 멈추고 하나 둘 일행들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드는 그 모습이 처음 이곳 수련실에 들어올 때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부룩의 모습에 곧 그 생각을 지워 버렸다. 괜히 먼저간 사람 생각해 봐야 좋을게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슬금 거리 던 십 여명의 가디언들은 들어선 사람들 중에 하거스의 존재를 확인하고는 거침이 없었다. 순식간에 다가와 이제는 괜찮으냐. 벌써 여긴 뭐 하러 왔느냐는 등등 이 사람들이 가디언인지 수다장이 동네 아줌마들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또 그 모습에서 하거스가 이곳에서 얼마나 설치고 다녔는 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 곳에 얼마나 있었다고 벌써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이드가 아는 사람도 몇 몇 끼어 있었다. 주로 오엘과 대련을 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면서 오엘과 함께 자신이 해주는 조언을 들었던 사람들이었다. 하거스와 정신없이 떠들어대던 그들도 곧 이드들을 발견했는지 반갑게 일행들을 맞아 주었다. 하지만 그들 중 그 누구에게서도 부룩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서로 그에 대한 이야기는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 중 한 둘은 카리나와 체토를 알아봤는지 그들에게 시선을 때지 못하다가 하거스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정말 무슨 일이세요? 다리가 부러진 부상이라면 아직은 무리 할 때가 아닐텐데. 그리고 닥터가 놔주지도 않을 거고.... 게다가 저 뒤에 있는 사람들은 방송국의 사람들 같은데..." "쯧쯧... 그렇게 소식이 느려서야. 아직도 못 들었냐? 방송국에서 병실 촬영 온 거." "벌써 본부안에 쫙 퍼진 사실인데 당연히 알고 있지 왜 모르겠습니까? 제 말은 저 사람들이 여기 수.련.실.에 뭐 하러 왔느냔 말이죠." 개김성이 가득한 말투였다. 짧게 자른 갈색 머리에 당돌해 보이는 그 가디언은 하거스 너머로 보이는 방송국 사람들과 인피니티의 두 맴버를 바라보며 싫은 기색을 그대로 내 보였다. 그 역시 하거스와 맞먹을 만큼 잔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이었기에 방송국에서 온 것이 순수한 차원의 자원봉사가 아니란 것을 아는 것이다. 그 사실에 그 또한 한 사람의 가디언이며, 또 죽어간 가디언들의 동료로서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거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런 그의 속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다~ 일이 있어서 온 거야. 허기사, 네가 내 깊은 생각을 어떻게 알겠냐? 잔말 말고 저쪽으로 빠져서 구경이나 해. 꽤나 재밌을 테니까." 끝말은 거의 소근거리는 수준으로 상대만이 들을 수 있도록 하고 능글맞은 중년의 모습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윙크를 해 보였다. 하거스와 마주서 있던 가디언은 하거스의 윙크에 속이 울렁거린 다는 듯 고개를 돌리긴 했지만 더 이상 그에게 뭐라 따지지 않고 자신 옆으로 모여 있는 가디언들과 함께 한 쪽 벽으로 물러났다. 하거스 만큼 잔머리가 돌아가는 그인 만큼 하거스의 의도를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러한 의도라면 충분히 협조할 생각이 있는 그였다. "키킥.... 이거이거... 꽤나 뜨거운 맞을 보고 나서야 돌아가겠군. 불쌍해~" 하지만 말과는 달리 전혀 불쌍한 표정이 아니었다. 옆에서 같이 물러서던 한 가디언이 그의 말을 듣긴 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저 두 너구리의 희생양이 된 것으로 보이는 방송국 사람들을 잠시 걱정했을 뿐이었다. 쿵. 수련장 입구의 묵직한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활짝 열리며 일단의 무리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그들은 다름 아닌 PD와 나머지 스탭들, 그리고 오늘 촬영의 주인공이 인피니티의 나머지 맴버들과 그들을 안내하고 있던 빈이었다. 아마 연락을 받고서 한 장면이라도 놓칠까 허겁지겁 뛰어온 모양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푼 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거스는 수련장의 중앙으로 나서다가 그들이 들어서자 마침 잘 왔다는 표정으로 손을 들어 보였다. "어이~ 이제 막 시작하려고 했는데, 다행이 늦진 않은 모양이군." 하지만 그의 말에 반갑게 대답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아무 말 없이 행동하는 하거스에게 따지기 위해 급히 앞으로 나서는 빈이 있을 뿐이었다. 방속국 사람들의 눈과 귀를 생각해 급히 하거스 앞으로 나선 그는 얼굴 가득 불편한 심기를 드리우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야? 아무런 연락도 없이. 자네 분명 처음엔 저들이 마음에 들지도 않는다고 했었지 않나." 사실 방송국 사람들에게 별 상관없는 곳 몇 곳을 대충 둘러보게 한 후 돌려보낼 생각이었던 빈이었기에 지금 하거스의 행동이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분도 잠시였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뛰우면 음모자의 얼굴로 소근거리는 하거스의 말을 들은 빈은 잠시 하거스를 바라보다 한마디를 남기고 따라온 일행들과 함께 가디언들이 물러선 곳으로 조용히 물러났다. "그럼... 잘 부탁하지." "좋아. 그럼 처음엔 그냥 검술만을 펼쳐 보일 테니 잘 봐두라고. 이건 어디까지나 실전을 위한 살.상.검이니까." 무게감 있는 하거스의 말을 이어 주위에서 그의 검이 묵직한 느낌으로 들어 올려졌다. 그 모습과 기백은 주위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차 자신이 그 큰 검을 들어올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기백에 휩쓸린 것은 방송국 사람들과 인피니티들 뿐이었다. "자, 간다! 우선 빅 소드 1번 검세(劍勢)!" 후우우웅.... 순간 묵직하고 크게 원호를 그리며 휘둘러진 검으로부터 둔중한 소성이 흘러나왔다. 하거스의 검술은 전체적으로 묵직했다. 빠르기와 기술보다는 힘을 우선시 한 중검(重劍)이었다. 하나 하나의 움직임에 넘쳐나는 힘이 한가득 느껴졌으며 휘둘러지는 검로를 따라 훈훈히 달구어진 바람이 불어왔다. 보통 이런 중검을 사용하는 상대에게는 빠르기와 현란한 검초를 주로 한 환검을 사용하면 쉽게 이길 수 있지만 하거스는 이미 그런 경지는 벗어나 있었다. 아마 환검으로 하거스와 비슷한 경지에 오르지 않은 사람이라면 승기를 잡지 못 할 것이다. 또 한 몬스터와의 전투가 많은 하거스에게는 더없이 좋은 검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몬스터에겐 따로 환검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 었다. 파아아앗!! 순간 강렬한 기세로 휘둘러지던 하거스의 검 황토빛 빛이 일어나며 보고 있는 사람의 가슴을 내리누르는 묵직한 기분과 함께 살을 에이는 예리함이 느껴졌다. 검기(劍氣)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의 검술이 빅 소드가 21개의 검세를 모두 마쳤을 때였다. "무거운 힘을 잘 다스린 상승의 검법이야." 이드는 오늘에야 자세히 보는 하거스의 검술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거스의 황토빛 이글거리는 검은 앞서 펼쳤을 때 보다 좀 더 오랜 시간동안 펼쳐지며 21개의 모든 검세를 마치며 황토빛 검기를 거두었다. 연속해서 펼쳐낸 검세에 검을 집고서 잠시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는 그의 모습은 방금 전에 펼쳐낸 검술의 기백이 남아 마치 옛 이야기에 나오는 대장군과도 같아 보였다. 그 모습에 방송국 사람들은 아직 말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기백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기사 말은 한다 해도 대단하다는 말 이외에는 할 말이 없겠지만 말이다. 그때 숨을 모두 골랐는지 다시 그 묵중한 검을 번쩍 들어올린 하거스는 방송국 사람들과 이드를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이제 막 시작되려는 영화의 내용을 기대하고 있는 자의 모습과도 같았다. "좋아! 그럼 검술 시범은 충분한 것 같고.... 카리나. 이번에 아예 대련시범도 보여줄까?" 은근히 말끝을 흐리는 그의 말에 카리나는 물론 그 뒤에 있는 인피니티의 맴버들과 PD가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앞서 보여준 하거스의 검술에 깊이 빠졌던 그들은 이번엔 또 다른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네! 꼭 부탁드릴게요. 정말 보고 싶었거든요." "하하하... 물론 그럴테지. 그럼 내 상대는..... 괜히 고개 돌리지마 이놈들아. 실력 딸리는 너희들 안 시켜. 이드, 이번에도 네가 좀 움직여야 겠다. 여기 내 상대 할 사람은 너뿐이라서 말이지." 하거스는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십 여명의 가디언들에게 핀잔을 주며 이드를 불렀다. "네, 네.... 알았습니다." 이드는 그의 말에 선 뜻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이미 오엘에게서 뭔가 꾸미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때문이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앞서 빈도 찬성하는 것처럼 보였던 계획인 만큼 꽤나 내용이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에서 였다. 그런데 이번 계획에 필요한 것은 자신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막 수련실 중앙에 섰을 무렵, 마침 생각이 났다는 표정으로 라미아와 방송국 사람들을 불렀던 때문이었다. "아, 차라리 그럴게 아니라. 카리나양과 나머지 맴버들도 여기와서 보는 게 어떨까? 그럼 더 박진감 넘치고 실감 날 테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수련장 한가운데를 가리켜 보이는 하거스였다. 갑작스런 그의 말에 이드도 그게 뭔 소리인가 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예? 거기.... 서요?" "그래, 그게 좋을 것 같거든. 거기다 라미아가 실드 마법을 펼쳐주면 별다른 피해도 없을 테고 말이야. 어때? 괜찮을 것 같지? PD양반은 어때요?" 재촉하는 하거스의 말에 잠깐 망설이던 PD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하거스가 말한 그 장소라면 더 없이 좋은 장면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희들이야 감사할 뿐이죠. 자네들은 어떤가?" PD가 인피티니들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이미 그가 뭐라고 하기 전부터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카리나였다. 그녀는 다른 맴버들의 말을 들을 필요도 없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여 댄 것이었다. "물론이죠. 꼭! 꼭! 꼭 보고 싶었어요." "좋아, 그럼 라미아 잠시 나와 볼래?" "네." 라미아가 하거스에게 다가가자 이드도 슬그머니 그 옆으로 다가갔다. 힐끔 방송국 사람들 이 있는 곳을 바라보니, 그들은 뭔가를 준비하는 모습으로 이곳은 신경도 쓰고 있지 않았 다. 253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건데요? 알아야 쿵짝을 맞추죠." "아아... 꽤나 궁금했던 모양이지?" "뭘 할건지 말이나 해요." 또 한번의 재촉에 하거스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어 두 사람에게 소근대기 시작했다. "다른 건 없어. 아까 내가 한 말 그대로야. 좀 더 실감나게 보여주겠다는 거지. 단, 그 현 실감이 마치 몬스터와의 싸움 때와 같다는 게 다르겠지. 살을 배일 듯 한 예기에 심장을 쥐어짜는 살기. 거기다 죽일 듯 한 기세로 자신들을 덮쳐오는 검기. 거기다 자신들을 보호 하는 것은 별로 강해 보이지도 않는 여성 마법사와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실드. 어때? 이만하면 전투를 단순히 오락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행동이 확 바뀌겠지?" "흐응.... 괜찮은 것 같은데요." 정말 그럴 듯 했다. 하거스와 이드정도라면 전투 때와 같은 광폭한 살기와 투기를 뿜어내 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그 정도의 살기에 보통사람이 휩싸인다면? 아마 담이 약한 사람들은 금새 기절해 버릴 것이다. 그리고 대련이 끝날 때까지 잘 버틴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저렇게 전투를 가볍게 볼 생각 은 꿈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저들이 전투직후의 모습이라도 직접 본 경험이 있다 면 지금과 같이 행동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걱정인 건 라미아가 그 살기를 견디느냐는 것과 실드의 강도가 어떤가 하는 것인데... 어때? 가능한가?" "맡겨만 주세요. 저도 이드님 만큼이나 살기엔 익숙하니까. 또 제가 펼치는 실드도 쉽게 깨지는 일은 없을테구요. 두 분다 최소한의 강도로 검기를 사용하실 생각이잖아요. 더구 나 지금은 연약한 여성 마법사를 필요로 하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수줍은 표정으로 양손을 마주잡아 연약한 여성의 모습을 연기하는 라미아 였다. 이드는 그녀의 모습에 가증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그렇게 하서스의 주도 아래 음모를 꾸미는 사이 방송국 사람들은 모든 준비를 끝마쳐 놓고 있었다. 그 중 특히 카리나는 기대감으로 달아오른 양 볼을 매만지며 빨리 하거스가 불러 주길 기라리고 있었다. 고개를 들고 그 모습을 바라본 하거스는 문득 대련이 끝난 후 그녀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상당히 궁금해 졌다. 어쩌면 이곳에 오자고 때를 쓴 자신을 저주하지는 않을지? "자, 그럼 이쪽으로 와서 라미아 뒤에 서요. 단, 라미아의 실력으론 많은 사람을 보호하진 못하니까.... 거기 인피니티의 맴버들과 PD양반, 그리고 카메라맨 한 명만 오도록 해요." 하거스의 말에 그들은 여러 가지를 준비한 일행을 두고 카메라맨 한 명과 다가왔다. 라미아는 그들이 자신의 뒤쪽에 서자 작게 입술을 들썩이며 캐스팅하는 듯한 모습을 취한 후 시동어를 외쳤다. "실드!!" 우우우웅.... 주위를 울리는 기분 좋은 울림과 함께 라미아와 그 뒤의 사람들 주위로 희미한 청색의 투명한 막이 생성되었다. 실드가 완성된 것이다. 이드와 하거스는 반구형의 그 실드를 중심으로 양측으로 나누어 섰다. "자.... 그럼 진지하게.... 시작해 볼까." 이드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일라이져를 뽑아 들었다. 순간 가만히 서있는 이드로 부터 천천히 가슴을 조여 오는 듯 한 피 빛 살기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맞추 어 서서히 일라이져의 은빛 검신에 맺혀 흐르는 핏빛과도 같은 붉은 검기. 이드는 이번에 사용할 검술로 수라삼검을 생각하고 있었다. 수라삼검(壽羅三劍)은 이드가 익힌 무공 중에서도 특히 살기가 강한 무공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하거스가 말했던 살기 를 충분하다 못해 넘치도록 맛보여 줄 수 있는 검법이란 생각에 이드가 택한 것이었다. 이런 이드의 생각을 읽었는지 반대편에 선 하거스의 검에서도 묵직한 황토빛 검기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후후... 이거 오랜만에 몸 좀 풀어 볼 수 있겠는걸..." 파팟... 혼잣말이 신호였을까. 그 말이 끝나자 마자 이드의 몸은 뒤에서 누군가 떠밀기라도 한 것처럼 튕겨 날아갔다. 궁신탄영의 신법에 전혀 뒤지지 않는 속도를 보이는 이드의 신법(身法)은 그를 순식간에 하거스 앞으로 데려다 놓았다. 이드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온 자신의 모습에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레 검을 들어 방어하는 하거스의 모습에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붉게 물든 일라이져를 그대로 내려그었다. 어떠한 복잡한 초식이 사용된 것이 아닌 단순한 베기동작이었다. 그것은 대련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었고 또 출발점이었다. 투아앙!! 이드의 검과 하거스의 검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는 마치 산사의 범종이 울리는 듯 커다란 울림으로 전해졌다. 도저히 저 가느다란 검과 묵직한 검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 같지가 않았다. 그리고 그 한 순간. 키릭 하는 소리를 내며 하거스의 묵중한 검이 조금 올라오는 듯 하더니 한바퀴를 회전하며 이드를 몸 째 날려 버렸다. 이드는 연이어 자신의 허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검의 모습에 막지 않고 오히려 운룡번신의 수법으로 허공으로 더 높이 떠올라 일라이져를 들어 올렸다. "갑니다. 수라참마인!!" 쿠콰콰쾅.... 쿠구구궁... 이드의 외침에 이어 붉은색의 가느다란 검인이 하거스의 검과 맞다으며 강렬한 폭음을 냈다. 비록 그 검인의 위력이 전투때완 천지 차이로 껍대기 뿐이긴 하지만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엔 충분했다. "흐아아압!! 빅 소드 11번 검세." 폭음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이드를 향해 황토빛 검기가 쭉 뻗어 나왔다. 마찬가지로 위력이 전혀 없는 검기였다. 대신 묵직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이드는 그 검기가 가지고 있는 뜻을 순식간에 파악 할 수 있었다. 일라이져가 하거스의 검기 앞으로 세워지며 사람들의 눈을 돌리게 만드는 빛을 만들었다. 움찔하고 뒤로 밀려나는 이드의 어깨를 따라 이드의 몸 전체가 뒤로 쭉 밀려났다. 촤아아아악.... 쿵!! 이드는 등뒤로 느껴지는 벽의 느낌에 자신이 뒤로 밀려나던 것이 실드에 막힌 것을 알았다. 그런 이드의 귀로 실드 안에 있는 사람 중 몇 명이 급히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목이 바짝바짝 마를 거다.' "다음 간다. 빅 소드 7번 검세." 하거스의 검에서부터 두 개의 검기가 날았다. 역시나 위력은 방금 보다도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막을 생각은 없었다. 이드는 바로 코앞에 검기가 다다랐을 때 몸을 회전시키며 옆으로 슬쩍 빠져 버렸다. 공격 목표를 순간 잃어버린 검기는 그대로 실드에서 강한 빛과 함께 폭발해 버렸다. 쿠콰콰쾅.... 콰쾅..... "꺄아아아아........" "우왁!!" 정신없이 이드와 하거스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입에서 제각각의 비명성이 터져 나왔다. 실드라고 해서 실감나지 않을 테고, 검기 자체가 가진 살기 때문에 자기가 맞는 것 같았을 것이다. 바로 하거스가 바라던 장면이었다. 슬쩍 바라본 바로는 보고싶다고 기를 쓰던 카리나까지 쪼그려 앉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피비를 뿌리는 수라의 검.... 수라만마무!!" 우우웅 일라이져의 검신이 가볍게 떨려오며 이드가 가볍게 너울 거렸다. 전혀 살기라곤 찾아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건 검에서 강사가 뻗어 나오기 전의 이야기 었다. 검에서 강사가 발출되자 막혔던 살기가 터지 듯 강사 한줄기 한줄기가 자신의 전실을 뚫고 들어오는 환상이 일었다. 그 섬뜩한 느낌에 연극이란 걸 알면서도 하거스는 감히 태연하지 못했고, 실드안에서는 놀란 비명과 함께 죄어오는 가슴을 부여잡아야 했다. 그리고 사방으로 뻗쳐나가던 강사가 실드에를 사방에서 두드리며 폭음을 연발하자 결국 쓰러지는 사람이 생겨 버렸다. 바로 카메라맨과 카리나를 제외한 유일한 여성맴버가 눈이 돌아간채 쓰러져 버린 것이다. 덕분에 그 비싼 카메라가 그대로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졌지만, 현재 비명지르기에 바쁜 PD나 인피니티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이번 대련이 끝날때 까지 신경도 써주지 못했다. 한 여름의 폭우처럼 이드와 하거스로 부터 연속적으로 터져나오는 공격에 정신차릴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꺄아아악.... 그만, 그만해!!!! 우아아앙..." 카리나는 폭음이 일어날 때마다 주체할 수 없이 떨려오는 어깨를 간신히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도대체 자신이 어쩌자고 지금 여기 서있는지 후회가 되었다. 애당초 아빠에게 부탁해서 이곳에 왔던 자신이 바보 같았다. 왜 이런 일을 스스로 자초했단 말인가. 아니, 그런걸 생각 않더라도 지금은 너무도 무서웠다. 눈물밖에 흐르지 않았다. 시야가 흐림에도 폭음은 정확히 자신의 귀를 때렸고, 그와 함께 오는 섬뜩함 역시 그대로 였다. 눈 물 사이로 슬쩍 바라본 PD님이나 나머지 멤버들 역시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한 쪽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마법을 쓰고 있는 저 라미아라는 마법사가 대단해 보였다. 콰쾅!!! "꺄아아악.... 싫어~~~~" 카리나는 그냥 이대로 기절해버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저기 이미 쓰러진 언니처럼 말이다. 이드는 그런 카리나의 모습과 다른 사람들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하거스에게 전음을 보냈다. 꽤나 오랫동안 검을 나누었지만 양측 다 지친 표정도 보이지 않았다. 껍대기뿐인 검기만을 날린 때문이었다. "-이제 그만하죠? 계속했다간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이 살기에 미쳐버릴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어. 마지막 이다. 빅 소드 21번 검세!!" 쿠르르릉 천둥이 치는가. 하거스의 손에 들린 그 묵직하고 무게감 있는 검이 마치 얇은 납판 처럼 흔들렸다. 아무리 그 흔들리는 폭이 좁다 해도 도저히 쇠뭉치로 된 저 큰 검으로선 불가능한 움직임. 이드는 하거스의 검으로부터 피어오르는 기세에 급히 내력을 끌어 올렸다. 저 능글맞고 주책 맞은 중년이 끝나는 시점에서 방송국 사람들을 놀리는 걸 관두고 자신을 놀래 키려는 것인가. 저 검에서 흘러나오는 황토빛 진한 검기는 '진짜' 였다. "누가 당하나 보자구요. 수라섬광단!!" 콰콰콰콰광 "에구.... 삭신이야." "그러길래 왜 그런 짓을 해요? 하기를...." 지금 수련실 바닥에서 끙끙거리고 있는 것은 하거스였다. 한 쪽 벽에 기대어 있는 그의 모습이란 실로 가관이었다. 여기저기 찢어진 옷에 울긋불긋 한 멍 자국들. 특히 부러졌 다가 붙었다는 다리는 다시 퉁퉁 부어 있는 것이 가벼운 상처로 보이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마지막 공격에서 진짜 검기를 펼쳐내다가 외려 이드의 반격에 두드려 생긴 상처들이 었다. 가만히 다리의 상처를 살피던 가디언이 쯧쯧 혀를 차며 퉁퉁 부어 오른 다리를 가볍게 툭 하고 두드렸다. "우아악!!!! 안 그래도 아파 죽겠는데 무슨 짓이야. 임마!" "무슨 짓이긴요? 꼴 좋다는 뜻이지. 부러지진 않았지만, 다시 금이 간 모양이예요. 이 꼴을 해 가면 아마 닥터가 좋아 할 겁니다. 겨우 고쳐놨는데 또 왔다고." "제길......." 하거스는 그의 말에 닥터의 잔소리를 생각하며 씨근덕거렸다. 하지만 자신이 자초한 일이다 보니 어디다 화를 내거나 하소연 할 곳도 없었다. 그때 이쪽을 바라보던 걱정스러운 눈을 바라보던 카리스가 입을 열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도 눈 물 자국이 그대로 말라 있어 심히 보기 좋지가 않았다. 물론, 그녀 뒤로 서있는 실드 안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그 비슷한 꼴을 하고 있다. "괜찮아요? 괜한 부탁때문에....." 이드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어 버렸다. 하거스가 자신을 놀리다가 저 꼴이 된 것인데... 그 사실을 알고도 저렇게 걱정 해 줄까? "그런데 어때요? 가까이서 구경해본 소감은? 재미있었어요?" 이드의 물음에 카리나와 그외 꼴이 말이 아닌 사람들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PD역시 같았다. 보통 때라면 좋은 장면 찍어서 좋다고 했을 지도 모르지만, 직접 눈물 콧물 흘리며 지른 비명에 심장에 칼이 박히는 섬뜩함을 직접 격게되자 도저히 재미있었다는 말이 나오질 안았다. "아뇨..... 무서.... 웠어요. 하거스씨도 이렇게 다치고....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에...." 확실히 약발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거스는 생각만으로도 몸을 잘게 떠는 카리나의 모습을 보며 능글맞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흐음... 난 또 이곳에 오고 싶어했다고 하길래. 이런 것에 익숙한 줄 알았지. 일이 있어 출동할 때마다 피를 흘리고, 또는 죽어 가는 그런 힘든 상황에 익숙한 줄 알았지. 항상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과 심장을 파고드는 숨막히는 살기에 말이야." "......" 갑작스런 하거스의 말에 카리나를 위시한 방송국 사람들은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직전까지만 해도 웃으며 농담을 건네던 사람의 말이라고 하기엔 그 내용이 너무나 무거 웠기 때문이었다. "보면 알겠지만, 가디언들은 다치는 일이 많지. 이 녀석도 많이 다친 덕분에 지금처럼 쉽게 금이 간걸 알아 볼 수 있지. 가디언들에겐 그게 생활이야. 항상 목숨을 거는 그런 생활. 난 방송국에서 왔다 길래 그 모든 것을 알고 오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군. 설마 자신들을 위해 목숨거는 사람들을 단순한 구경거리로 만들기 위해서 왔을 줄이야. 당신들에겐 목숨걸고 일하는 게 그렇게 가볍게 보였나? 목숨걸고 싸워 상처를 입은 것이 그렇게 흥미 있는 구경거리였던가 말이다!!" 언성을 높이며 따지는 듯한 하거스의 말에 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스탭들 중 몇 명은 주위에 있는 가디언들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일부러 이런 상황으로 이끌어 미리 생각해 놓은 대사를 읊고 있는 그였지만 그 내용은 진실이기에 가디언들의 분위기도 가라앉는 듯 했다. 방송국 사람들 중 PD를 포함한 머리가 꽤나 돌아가고 사람을 많이 접해본 사람들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했다. 자신들을 수련실로 안내한 것과 실드를 쳐서 대련장 한가운데 세우고 살기를 뿜어댄 것. 그리고 지금 하거스가 언성을 높이며 말하는 내용까지. 모두 가디언 들에 의한 것이란 것을 말이다. 하지만 따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전부 자신들이 자초한 상황이었고, 가디언에 대한 이해도 없이 행동한 자신들의 잘못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카리나는 더욱 할말이 없었다. 자신이 잠시 느꼈던 그런 감정들을 항상 느껴야 하는 가디언들. 그들을 단순한 흥미 거리로 봤다는 것이 그렇게 죄스러울 수가 없었다. '흐음.... 이쯤에서 퇴장하는 게 적당하겠지?' 하거스는 카리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반응에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아직 할말이 좀 남긴 했지만 나머지 말들이야 저기 있는 말발 센 빈이 해줄 수도 있는 일이니 말이다. 자신은 여기서 빠져주는게 가장 멋있을 것이다. "후우~ 뭐, 나야 무식한 칼쟁이다 보니... 더 말해서 뭣하겠어? 빈, 자네나 할 말 있음 해줘. 난 병실로 다시 가봐야 겠어. 쩝. 이제 닥터 잔소리에서 벗어나나 했더니. 비토, 네가 힘 좀 써줘야겠다. 이 상태론 못 걸어가겠어." 하거스의 말에 비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가볍게 들어 안고서 수련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그가 나서는 사이 방송국 사람이나, 인피니티들 중 누구도 고개를 드는 사람은 없었다. 하거스 뒤를 따라 이드들 역시도 막 수련실을 나서려 할 때였다. 미약하게 흔들리 듯 약한 카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죄송.... 해요....." 작은 소리였지만 검을 수련해 검기를 느낄 정도의 고수들이 듣지 못 할 정도로 작지는 않았기에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모두의 얼굴 위로 스륵 미소가 떠올랐다. 하거스역시 자신의 연극이 생각 외로 잘 들어맞는다 생각하며 한 손을 들어 흔들어 보이며 비토에게 안겨 나갔다. "노래 좋았어. 사인 잘 간직하고있을테니.... 2집 나오면 좀 보내줘." 그렇게 하거스들이 병실로 돌아온 그날 인피니티와 방송국 사람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병실을 청소하고 돌아갔다. 하지만 그들이 찍어갔던 장면들은 방영되지 않았다. 하거스의 말에 느낀 것 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틀 후 하거스 앞으로 날아온 한 장의 CD를 일행들은 같이 들을 수 있었다. 인피니티의 2집 테스트 작품이었다. 하거스는 자신이 했던 일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지 CD를 항상 틀어놓고 있었다. 그렇게 몇 날이 지났을까. 그날도 할 일 없이 라미아의 무릎을 베고 누워 졸고 있던 이드는 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림벨 소리와 함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호출에 라미아와 함께 급히 빈을 찾았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 있었다. 부 본부장이란 직책이 있는 만큼 그 사무실을 꽤나 컸다. 이드와 라미아가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는 록슨 전투 때 만났었던 드윈을 비롯해 낮선 몇 명의 가디언들이 먼저와 있었다. "죄송합니다. 저희들이 늦은 것 같네요." 이드는 빈과 그 앞에 자리한 가디언들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아닐세. 오히려 손님인 자네들을 오라 가라한 내가 미안하지. 그러지 말고 거기 않게나. 아직 자네들 일행 두 사람이 오지 않았지만 어차피 자네 일행들이니, 우선 급한 대로 자네들에게 이야기하지." 이드와 라미아는 그가 권해 주는 자리에 앉아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에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이드의 시선에 하거스가 한 장의 종이를 꺼내놓고 그것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 보였다. 얼마 전 회의를 마치고 제로에게서 온 글이라면서 보여주었던 것과 같은 종이였다. "오늘 아침이었습니다. 프랑스로 부터 저희 정부와 가디언 본부로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이 왔습니다. 바로 이게 그 공문이죠." "협조... 공문이라. 그것도 영국 정부뿐 아니라 가디언 본부에 같이 보내졌다면... 제로... 입니까?" 목까지 올 것같은 갈색의 머리를 성냥개비 두개를 합쳐놓은 크기의 도톰한 줄로 질끈 묶은 꽁지머리의 가디언이 빈의 말을 되짚어 가며 물었다. 특이하게도 그가 머리를 묶고 있는 줄은 이상할 정도로 길어서 일어서 있다면 하더라도 땅에 다을 듯 말 듯한 길이일 것 같았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빈은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프랑스에서 날아온 공문에 아침부터 상당히 시달렸던 모양인지 꽤나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또 부 본부장이란 직책이 전투가 없다 하더라도 쉽게 손놓고 놀 수 있는 위치가 아닌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지난 25일. 그러니까 어제죠. 제로로부터 예고장이 날아왔고, 그 쪽 전력 만으론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주위로 협조 공문을 뛰운 모양입니다. 전날 서로 연계하기로 한 상황이기도 하고, 바로 이웃의 일이기도 해서 저희들은 그 공문에 응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럼.... 저희를 여기 부르신 건 여기 있는 가디언 분들과 저희들을 거기 보내기 위해서 겠네요." 이드는 그제야 그가 자신들을 급하게 불러들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프랑스라... "자네 말이 맞네. 이드군. 물론 자네는 우리 쪽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부탁일 뿐. 결정은 자네들이 하는 것이네." 그의 말에 가만히 있던 꽁지머리가 다시 물었다. "그럼 여기 있는 이 인원만 가게 되는 겁니까? 제가 보기엔.... 굉장히 실력파들로만 골라 뽑은 느낌인데요." "훗, 자네 느낌이 맞아, 페스테리온. 정예들만 골라 뽑았지. 프랑스 쪽에서 협조를 원하는 것도 평범한 전사들보다는 진짜 실력자들일 테니까 말이야." 확실히 그랬다. 평범한 실력의 용병들이 필요한 것이었다면 이렇게 협조 공문을 보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빈의 말에 수긍하는 뜻에서 고개를 끄덕이던 페스테리온은 가만히 있다 다시 빈을 향해 물었다. "그럼. 이번에 제로의 목표가 된 도시는 어딥니까? 이렇게 협조공문까지 뛰우는 걸 보면 런던의 중요도시 같은데요." 빈은 그의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바로 하고 책상위에 손을 깍지 끼워 올려놓았다. 그의 입이 열리며 일행들을 놀라게 할 내용을 담은 딱딱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 이번 제로가 예고장을 보낸 도시의 이름이다!" 254 253편 끝에 페스테리온이 실언을 했네요. 런던의 수도가 아니라 프랑스의 수도인데... 지적해 주셔서 감사. ----------------------------------------------------------------- "프랑스의 수도. 파리. 이번 제로가 예고장을 보낸 도시의 이름이다!" "........ 끄응... 이번엔 놈들이 크게 노리는 군요." 다들 그의 말에 동감이란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 국가의 수도를 노리다니. 과연 프랑스에서 협조요청을 해 올만 하다고 생각했다. "좋아. 그럼 한 시간 안으로 출발 준비하고 본부 앞으로 집합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이드군, 자제와 일행들은 어쩔 텐가?" "가겠습니다. 원래 저희들의 목적지가 프랑스였으니까요. 오히려 잘됐죠." 그리고 할 일이 없어 너무 심심하기도 하구요. 이드는 뒷말을 삼켰다. 이미 오엘과 제이나노에게 넘겨버린 여행일정이지만,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이드는 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며 방을 나서는 가디언들의 뒤를 따랐다. 그의 한 쪽 팔은 여전히 라미아가 붙잡고 있다.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다가갈 때 엘리베이 터의 문이 열렸다. 그 안에서는 급하게 뛰쳐나오는 두 사람이 있었다. 오엘과 제이나노 였다. 이드는 두 사람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해 보이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간단히 말하지. 파리로 간다. 올라가서 한 시간 안에 짐싸!" ".... 너무 간단한데요." 오엘은 추가 설명을 부탁한다는 표정으로 자신과 마주보고 있는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그 표정에 라미아는 싱긋 웃으며 이드를 대신해 빈에게서 들었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역시나 두 사람도 빈에게서 처음 이야기를 들었던 가디언들 못지 않게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런 곳이라면 단연히 가야지요. 그런데 가디언들과 함께 간다면 그 쪽 명령을 들어야 하나요?" "어느 정도는요. 분명 빈씨가 이드님께 말 할 때 부탁이라고 했거든요. 하지만 그들의 부탁으로 같이 동행하는 이상엔 어느 정도는 그 쪽의 명령대로 움직여 줘야 할거예요." 라미아의 설명에 두 사람은 크게 반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들의 출발 준비는 간단했다. 처음부터 이드와 라미아의 짐은 거의가 그녀의 아공간 안에 들어 있었기 때문에 별달리 준비할 것도 없었다. 오엘과 제이나노역시 큰 물건은 그녀에게 맡겼기에 간단한 옷가지와 생활용품 몇 가지를 챙겨 작은 가방안에 간단히 넣을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의 가방은 이드와 라미아가 들고 있는 가방보다 좀 더 크고 빵빵했다. 잠시도 라미아와 떨어져 있지 않는 이드와는 달리 두 사람은 필요 때마다 라미아에게 건네 달라기가 미안했기 때문에 좀 더 많은 것들을 챙겨 들고 있기 때문이었다. 워낙 간단한 짐에 십 여분만에 출발 준비를 마친 일행들은 빈의 명령대로 본부 앞으로 나섰다. 그곳엔 이미 준비를 모두 마친 듯 한 빈과 드윈, 그리고 페르테리온이 서 있었다. 그런 세 사람의 뒤로는 대형버스가 한대 서 있었다. 일행들을 나르기 위한 버스인 것 같았다. 프랑스로 파견되어질 인원은 빈과 이드 일행을 합해서 총 스물 세 명. 적긴 하지만 모두 영국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들이었다. 그들은 한 시간을 이 십분 남겨둔 시간 안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빈 앞으로 모여들었다. 늦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목숨걸고 일을 하는 그들인 만큼 무슨 일을 한다하면 한 둘이 늦는 그런 헤이 한 정신상태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또한 이번에 그토록 당했던 제로와 다시 한번 전투가 있다는 말에 모두들 긴장한 명도 있었다. 스물 세 명의 일행들을 태운 버스는 시원스레 도로를 달렸다. 버스가 향하는 곳은 얼마 전 이드들이 프랑스로 향하는 배를 타려다 가디언 본부로 향했던 항구였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 일행들은 배를 탈 수 있었다. 제이나노는 배에 오르며 한 시간 전에 출발했을 배가 정박하고 있다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그런 그의 의문은 곧 풀렸다. 빈이 스스로 자수를 한 것이었다. 그는 가디언이라는 공권력을 이용한 것이다. 바쁘게 파리로 가자니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일행들은 그 날 밤 도버해협을 건넜다. 밤에 도착했지만, 일행들은 그곳에서 쉬지 않았다. 빈의 연락으로 마중 나와 있던 프랑스측에서 준비한 버스에 다시 올라야 했던 것이다. 일년 전 까지라면 파리로 통하는 고속철도를 이용해서 편하고 빠르게 도착할 수도 있었지 만, 지금은 철도가 놓여있는 부근 땅에 많은 수의 어스 웜이 서식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철도가 깔리는 족족 어스 웜이 철도 를 덥쳐 끊어버리는 때문이었다. 땅속에 있는 녀석이라 쉽게 잡을 수도 없어 가디언 측에 서 포기해 버린 녀석이었다. 다행이 인명 피해는 없었는데, 제 딴엔 저희들이 사는 곳이 기차로 인해 시끄러워 저지른 일이었던 모양이다. 버스는 일행들의 배려해 중간 중간 휴게소에 들르는 것을 제외하고는 쉬지 않고 달렸다. 운전수도 두 명이라 잠시도 쉬지 않고 달리는 버스에 정말 이러다 무리가 가서 고장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덕분에 일행들은 하루도 되지 않아 파리에 있는 프랑스 가디언 본부에 도착 할 수 있었다. 한 눈에 보기에 영국의 본부 건물보다 작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건물의 덩치는 오히려 영국보다 컸다. 작아 보인 이유는 건물의 높이가 5층으로 낮아서 였다. 이 건물 역시 파리시내가 한 눈에 바라보이는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 만큼 프랑스에서 가디언들에게 비중을 크게 둔다는 뜻이기도 했다. 가디언 본부 앞에는 일행들을 마중 나온 듯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짧게 자른 붉은 머리가 귀엽게 잘 어울리는 그녀는 분명히 붉은 눈의 외국인임에도 오밀조밀한 동양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어려 보이는 동안에 머리색과 대비되는 푸른색의 심플한 원피스, 액세서리처럼 허리에 걸려있는 엄지손가락 굵기의 은 빛 허리띠는 자연스레 사람의 시선을 끌게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당돌한 여대생의 분위기와도 같았다. 하지만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녀의 소개는 보통이 아니었다. "어서 오십시오. 저는 이곳 프랑스 가디언 중앙본부에서 부 본부장을 맞고 있는 세르네오 이띠앙 입니다. 본부장님을 대신해 영국에서 어려운 발걸음을 하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에플렉 부 본부장님 되시죠?" 빈은 불쑥 내미는 그녀의 손을 잠시 멍한 눈길로 바라보다 마주 잡았다. 그로서도 이렇게 어려 보이는 여성이 프랑스의 부 본부장을 맞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녀의 이름을 들어보았었고, 어리다고 듣긴 했지만 이렇게 어릴 지는 몰랐다. 많이 잡아도 스물 하나? "네, 맞습니다. 하지만 이띠앙양께서 직접 이렇게 나와 손수 맞아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니요. 오히려 저희들을 위해 걸음 하신 만큼 저희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걸요. 자, 그럼 나머지 이야기는 들어가서 하시죠. 오랫동안 차를 타셔서 피곤하실 텐데.... 이미 방과 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제가 안내하죠." 조금 지나치게 예의를 차린 대외용 맨트가 그들 사이에 오고 갔다. 이드는 그 말을 들으며 그레센이든 이곳이든 나라간의 일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가디언이라는 초국가적 단체도 국적이 다르니, 저렇게 쓸모 없는 말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세르네오를 따라간 일행들은 그녀가 정해준 숙소에 짐을 풀었다. 방은 사인 실이었다. 빈의 말에 따라 짐을 풀고 쉬고 싶은 사람은 그대로 쉬고 배가 고픈 사람들은 그녀가 말해준 식당으로 내려가도록 했다. 그의 말에 많은 가디언들이 침대에 몸을 묻어 버렸다. 버스에서 잠을 자긴 했지만, 그 좁은 곳에서의 불편한 잠이 피로를 풀게 해주지 못했던 때문이었다. 덕분에 빈을 따라 식당으로 내려간 것은 겨우 열 손가락을 펼 수 있을 정도뿐이었다. 이드는 지금 나오는 이 식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꽤나 여러 번 요리가 바뀌는 듯 하긴 한데 나오는 요리마다 한 두 입 먹으면 없어질 그런 양이기 때문이었다. 영국에서 겪어봤기에 이것의 예의를 차린 것이란 걸 알긴 하지만 맘에 들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레센의 귀족들도 이렇게 먹진 않았다. 오히려 중국의 사람들 보다 몇 배나 많이 차려둔 뒤 먹고 남기는 식이었는데.... 이드는 라미아에게 슬쩍 시선을 돌려보았다. 그녀는 자신과 달리 꽤나 만족스런 표정이다. 뿐만아니라 이런 이드의 불만을 알았는지 방긋 웃으며 혀를 낼름 내밀어 보이기까지 했다. 순간 이드의 손은 자신도 모르게 움직여 라미아의 접시에 반정도 남은 고기조각을 찍어와 이드의 입안으로 들고 들어가 버렸다. "이.... 이드님!!" 이드는 주위 사람들을 의식해 크게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녀를 힐끔 돌아보았다. 양은 작지만 고기 맛을 잘 살린 부드러운 좋은 요리다. "우물... 우물.... 왜? 우물.... 근데 이 고기 정말... 맛있다." 천연덕스런 이드의 모습에 라미아는 화내는 것도 소용없다고 생각했는지 세초롬이 이드를 노려만 보다 한 마디를 하고는 획 고개를 돌려 버렸다. "흥, 두고 봐요." 삐졌다. 그런 라미아의 모습을 보며 이드는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반사적으로 움직여 버린 손을 원망했다. 저렇게 삐쳐버린 라미아를 달래려면 또 무슨 짓을 해야하는지. '다음에 나오는 요리는 저 녀석에 넘겨줄까?' 식탁의 제일 상석. 세르네오는 이드와 라미아의 사랑싸움과 같은 투닥 거리는 모습을 처음부터 보고는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자신 스스로는 아직 저런 시간을 가져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봉인의 날 이전엔 수련으로, 봉인의 날 이후엔 가디언으로서 활동하기 바빴기 때문이었다. 세르네오는 이드와 라미아를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눈에 뛰는 외모와 소풍이라도 온 듯한 가벼운 분위기. "에플렉님. 저기 두 사람도 가디언인가요? 꽤나 어려 보이는데.... 게다가 한 사람은 동양인인 것 같은데요." 조금 전부터 한 쪽만을 바라보던 그녀였기에 그녀가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빈은 당신 역시 어리긴 마찬가지야. 라는 말을 속으로 먼저 던진 후 입을 열었다. "맞아요. 둘 다 열 여덟 살이죠. 실은 두 사람다 영국에 소속된 가디언은 아니죠. 단지 저희 측에서 여러 번 도움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이 인연이 돼서 여기까지 같이 동행을 하게 됐지요. 하지만 저 두 사람은 물론이고, 그 일행들도 실력이 뛰어나니 이번 일에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저기 보이죠? 보기 쉽지 않은 사제분이요, 한 교단의 대 사제 시라더군요." "흐음... 에플렉님이 이렇게 칭찬을 아끼시지 않는 것을 보니, 실력들이 대단한가 보군요." 세르네르는 다시 나온 음식으로 건네며 라미아를 달래는 이드를 바라보며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실 그녀의 나이는 열 아홉으로 프랑스 가디언 내에서는 가장 어린 나이로 소위 천재였다. 무공실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사무능력과 분석 등에도 약간의 소질이 있는 것이 인정되어 정말 어린 나이에 부 본부장까지 되었다. 물론 처음엔 반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에선 그런 사람은 없다. 실력이 우선 시 되는 가디언들인 만큼 그녀가 확실히 일 처리를 해 나가자 자연스레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자신과 동갑은 물론 나이가 어린 사람도 없는 이 곳에 있자니 정신적으로 꽤나 힘들었다. 다른 곳엔 자신과 동갑이나 그보다 어린 가디언들도 있다는데 말이다. 물론 실제로 보진 못했다. 그런데 오늘 자신보다 어린 가디언들을 보게된 것이다. "그런데 협조요청에 응해서 오신 다른 분들은......?" "아, 그분들은 쉬고 계세요. 독일과 네델란드, 그리스에서 다섯 분이 오셨죠. 중국과 미국에서도 온다고 연락이 왔으니... 아마 오늘내일 중엔 도착하실 겁니다. 그리고 말씀 편히 하세요. 오히려 제가 부담스럽거든요." 빈은 그녀의 말에 빙긋 웃어 보이며, 그녀의 말 대로라면 중국에서 만났었던 대원들을 다시 만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캉! 캉! 캉! 날카롭지만 투명한 소리가 식당안을 울렸다. 그 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소리가 난 곳으로 몰렸다. 주목하라는 뜻으로 물 컵을 때렸던 빈은 만족스런 표정으로 스푼을 내려놓으며 세르네오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식당 안의 사람들은 하고 있던 식사를 멈추었다. 일부러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 만큼 지금부터의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여러 곳에서 도움을 주신다니 다행이군. 그럼, 제로 측에서 예고한 공격 날짜는 언제지?" "이틀 후 예요. 그래서 협조 요청을 한 모든 곳에 내일까지 도착해 주십사 적어 넣었구요." "혹시 그 예고장에.... 병력문제는 적혀 있지 않았나?" 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페스테리온이 물었다. 여전히 딱딱한 목소리였다. "예. 단순한 예고장일 뿐이었어요. 언제 어느 쪽에서 공격해 들어오겠다는. 그리고 될 수 있다면 수도 외곽으로 오라고 하더군요. 괜히 시민들에게 피해가 갈지도 모른다고.... 뭐, 저희들이 바라는 것이기도 하지만요." "그 쪽에서도 우리때 일을 염두에 두고 있는 모양이군." "무슨? 그놈들은 그저 멀리 떨어져서 싸우는게 사람들에게 잘 보이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저렇게 얌체 짓을 하는 것 뿐이야!" 페스테리온의 말에 드윈이 강하게 부정하고 나섰다. 록슨의 일부터 시작해 얼마 전 있었던 참사까지. 드윈은 제로를 천하의 악당으로 낙인찍어 버린 듯했다. 아마 그들이 화산폭발을 막아 수백의 인명을 살리더라도 인심을 얻고싶어서 하는 짓이라고 할 것 같았다. 하지만 페스테리온은 그런 드윈의 말은 상관도 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이었다. "이틀 후라... 그때까지는 컨디션을 최상으로 해둬야 겠군요. 그런데 그들과 전투를 벌일 만한 곳은 찾았나?" 참 딱딱하고 사교성 없는 사람이다. 세르네오는 그렇게 생각했다. "네. 파리 외곽지역에 있는 평원으로 정했어요. 주위 몇 킬로 내에는 인근한 인가도 없고 몸을 숨길만한 엄폐물도 없죠. 어떻게 보면 천연 경기장과도 같은 곳 이예요." "엄폐물이 없다라. 허기사 대규모 인원이 전투를 벌이는 데는 그게 정석이지. 엄폐물이 많은 숲에서 전투라도 벌어진다면.... 그런 난전은 없을 테니까." "네, 그럼 에플렉님은 식사가 끝나시면 본부장님께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다른 가디언 분들도 소개시켜 드리도록 하죠." "부탁하지. 그럼 빨리빨리 식사들을 끝내고 편히 쉬도록 하지." 그 말과 함께 다시 나이프와 포크를 집어드는 빈의 모습을 보며 다른 사람들 역시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조금 전 이야기 도중 요리가 바뀌어 요리는 따끈따끈했다. 이드일행은 넷 명이 한방을 사용하게 됐다. 파리의 전투로 용병과 가디언들이 대거 몰려들어 개인실을 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이나노는 방이 배정되자마자 사제복을 벗어 던지고 침대에 누워 잠을 자기 시작했다. 기도하는 모습도 보기 어렵고, 피곤하다고 사제복을 벗어 아무곳에나 던지는 사제. 저런 인간을 대사제로 정할때, 정말 리포제투스께서는 제정신이었을까. 침대위에 앉아 있던 이드는 고개를 내 젖고는 반대편에 앉은 라미아와 오엘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번 전투는 록슨에서의 전투보다 더 치열하고 힘들거야." "당연하죠. 수도를 지키는 일인데. 또 제로도 수도를 직접 공격하는 만큼 단단히 준비를 할테구요. 아마.... 저번에 봤던 그 강시들도 들고 나올걸요." "맞아. 그래서 말인데.... 오엘 넌 어떻할거지?" 그 말에 가만히 앉아 이드와 라미아가 하고 있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오엘은 퍼뜩 고개를 들었다. 지금 이드가 하는 말이 뭔지 모를 정도로 둔한 그녀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위험하니까 빠지라는 말일거다. 하지만 그러긴 싫었다. 물론 사숙이 걱정해서 하는 말인건 알지만, 자신도 검을 사용하는 한 사람의 검수였다. 위험하다고 해서 뒤로 물러나 구경하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쓸대없는 자존심이나 오만이 아니었다. 이미 자신보다 어린 사숙을 모시며 자신에 대해 잘 알 수 있게됬다. 힘이 들거나 자신이 감당 할 수 없으면 뒤로 물러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전투에서 직접 검을 써보고 난 후에 결정할 일이었다. "당연히 갈거예요. 제 한 사람의 검사로서 싸워보고 싶어요. 걱정 마세요. 제 실력은 제가 잘 알고 있으니까요." 이드는 그녀의 말에 마냥 부드럽고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 말을 듣고 있자니, 정말 자신에게 사질이나 제자가 생긴 듯 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이드의 옆에는 그와 비슷한 미소를 짓고 있는 라미아가 앉아 있었다. 이드의 기분이 그녀에게 흘러들었던 것이다. 어느 정도 큰 감정은 자동적으로 그녀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좋아. 대신 보호구를 구해와. 그럼 거기에 만약을 대비해서 마법을 걸어 줄 테니까. 그걸 차고 나가. 그리고 또 하나. 넌 라미아 곁에서 멀리까지 떨어지지마. 이 두 가지를 지키면 전투에 참가하도록 해주지." "네." 이드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침대에 편히 누웠다. 이미 몸 상태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빌어먹을 팔찌 때문에 막혔던 기혈이 거의 풀린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전투에 전력을 발휘할 생각은 없었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한 때문도 있었지만, 제로라는 적이 별로 내키지 않기 때문이었다. 공격해 오면 싸우긴 하겠지만, 지금 생각으로서는 그들이 끌고 올 강시들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스르륵. 누군가 침대위로 다가오는 기척과 함께 가슴위로 올려두었던 팔 하나가 타의에 의해서 펼쳐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일을 할 사람은 보나마나 라미아 뿐이다. 그렇게 상대를 결정지을 무렵 펼쳐진 팔 위로 묵직한 느낌과 함께 가느다란 머리카락의 느낌이 느껴졌다. "..... 라미아. 저기 오엘이 보잖아. 남의 시선도 생각해야지." 이드는 이미 잠들어 버린 제이나노를 무시하고 오엘의 이름을 들먹였다. 그러나 오엘은 자신의 편이 아니었다. 이드의 말과 함께 쓰윽 돌아누워 버리는 것이다. "이젠 안보여요. 사숙. 게다가 저도 피곤해서 좀 잘 거거든요." "..... 라는데요. 헤헷.... 그냥 이쪽 팔은 저한테 넘기세요." "쩝, 마음대로 해라." 이드는 그렇게 눈을 감았다. 이미 제이나노와 오엘은 라미아와 자신의 관계를 연인이상으로 보고 있으니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다. 제이나노에겐 같이 자던 모습을 보이기 까지했다. 옛날을 살았던 이드인 만큼 이렇게 직접적인 애정표현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이미 적응해 버린 뒤였다. 잠시 후 방안에 가벼운 숨소리만이 감돌 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얀 색으로 만들어진 커텐은 환한 햇살을 힘겹게 막아내며 방안을 어둡게 만들었다. 그렇게 네 사람과 영국에서 파견된 일부 가디언들은 피곤을 덜기 위한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저러다 밤엔 어떻게 자려고 저러는지 걱정 될 뿐이다. 스르륵.... 사락.... 낮잠을 자면서도 한잠에 빠져 있던 이드는 낯선 옷자락 소리에 퍼뜩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눈을 뜨진 않았지만 상대가 살며시 발소리를 죽이며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살기는 없었다. 그렇다고 인기척을 완전히 지운 것도 아닌 것이 적은 아니었다. 라미아는 여전히 한 밤 중인 모양이다. 자신의 옆으로 바짝 붙어 있는 라미아의 체온과 가슴위로 올라가 있는 그녀의 손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낯선 사람이 있는데 계속 재울수는 없지... 라미아.... 라미아... 라미아!!!' "우웅... 이드님...." 몇 번의 부름에도 라미아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더욱 이드에게 파묻을 뿐이었다. 그래도 이름을 부른걸 보면 어느 정도 정신은 든 모양이다. 이드는 급히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때쯤 그 낯선 기척의 주인은 침대 바로 옆으로 다가와 있었다. 이어서 침대가 약간 흔들리는 것이 침대에 앉은 모양이었다. '이드님, 일어나셔야 하는거 아니예요?' '아니... 잠깐만. 악의를 갖고 있는 것... 이익... 뭐야!' 이드는 갑작스레 볼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손길에 움찔 몸을 떨었다. 의식하지 않은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그 움직임으로 상대도 이드가 깨어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잠시 볼 위에서 움직이던 손가락으로 이드의 볼을 폭 찔러버렸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들리는 것은 이드의 모국어 였다. "자, 이제 그만 자고 일어나야지. 조카님." 익숙한 목소리였다. 또 한 자신을 조카님이라 부를 사람은 한 명뿐이다. 이드는 반짝 눈을 떴다. 과연 그의 눈을 뜬 그에게 보인 것은 단아한 분위기에 편안한 인상을 가진 다정선자 문옥련이었다. "이모님!" 이드는 반색을 하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라미아역시 그런 이드를 따라 슬그머니 일어났다. 그녀역시 문옥련을 알아보았다. 문옥련은 자신의 손을 잡아오는 의 조카와 그 뒤의 연인으로 보이는 여성을 바라보며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비록 만난지 얼마돼지 않은 조카지만, 중국에서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도 종종 생각나는 얼굴이기도 했다. 결혼하지 않았던 만큼 새로 생긴 조카에게 자신의 아이같은 모성애가 은근히 발휘된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다 이번 프랑스에서의 협조요청에 파견되어와 이드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잔다는 말에 살그머니 들어와 바라본 이드의 얼굴은 정말이지 자신의 아이를 보면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특히 둘이 엉켜서 자는 모습이 그렇게 귀엽게 보일 수가 없었다. "그래, 그래... 그동안 별일 없었지?" "하하... 꽤 재미있는 일들이 많긴 했죠. 근데, 이번에 중국에서 파견되어 온다던 가디언이 이모님이 셨는 줄 몰랐는 걸요. 저번에 봤던 분들도 같이 오신 건가요?" "그래. 나이가 어려서 절영금이 빠지긴 했지만, 나머지 인원은 모두 저번 그대로란다. 하지만 네가 여기 와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 그것도 네 연인까지 같이 말이야. 아까 꼭 붙어 자던 모습이 보기 좋던걸요." "헤헤헤....." 라미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말에 볼을 발갛게 물들였다. 다른 사람에게 듣는 것 보다 이드가 이모님이라 부르는 그녀에게 듣자 부끄러웠고,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두 사람 다 무슨 낮잠을 그렇게 깊이 자는 거니? 너희 일행이란 두 사람은 벌써 일어나 저녁식사도 마쳤는데. 특히 좀 딱딱해 보이는 숙녀분은 검술을 연습하고 있던걸?" 이드는 그녀의 말에 양쪽 침대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두 다 비어 있었다. 너무 곤히 자는 모습에 깨우지 않고 그냥 방을 나간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때 문옥련히 여전히 이드에게 손을 잡힌 채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자, 그만 나가봐야지. 두 사람다 저녁도 먹어야 할 테고 우리 대원들도 만나봐야겠지?" 이드는 그녀의 말에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라미아와 함께 일어났다. 문옥련의 안내로 널찍한 휴게실에로 향했다. 그 곳엔 중국에서 파견 나온 가디언뿐 아니라 영국에서 같이 건너왔던 대부분의 가디언과 처음 보는 얼굴 몇 명이 끼어 있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 중 안면이 있는 중국의 가디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또 세르네오의 소개로 처음보는 얼굴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는데, 그 중 독일에서 왔다는 두 명의 기사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한 명은 딱딱하기가 얼음 같아 냉기가지 피어 올리고 있었고, 나머 한 명은 하거스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능글맞았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저 둘이 어떻게 한 팀이 되어 이런일에 파견되어 왔는지 의문일 정도였다. 서로 인사를 마치고 짧은 대화를 나눈 이드와 라미아는 문옥련이 해주는 아주 늦은 저녁을 해결했다. 이미 식사시간이 지난 덕분에 그녀가 손수 나서서 해결해 준 것이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녀의 요리를 하나하나 비워 나가며 중국에서 헤어진 후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다. 빈 보다 가깝게 느껴진 그녀였기에 빈에게도 해주지 않았던 몇 가지 이야기도 해주었다. 가령 엘프를 만났던 이야기와 봉인에 관한 이야기들을 말이다. 물론 카르네르엘에 관한 것은 그녀에게도 비밀었다. 시간이 점차 흘러 밤이 깊어지자 문옥련을 포함한 모두는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밤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휴식의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낮에 너무 쉬어버려 잠이 올 것 같지 않았지만 이드와 라미아도 그들을 따라 배정된 방을 들어갔다. 하지만 낮에 너무 자버린 두 사람이 쉽게 잠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이드는 잠시 라미아와 놀아 주다 정말 오랜만의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라미아는 그런 이드를 지켜보다 어느새 스르륵 잠들어 버렸다. 원래 검이었던 그녀인 만큼 잠이라면 드래곤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잘 수 있는 그녀였던 것이다. 다음 날. 이드는 다시 한번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미국에서 파견된 가디언들이 그들이었는데, 그들 모두가 중국에서 안면이 익은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협조에 응한 각국의 가디언들이 모두 도착하자, 파리 본부장을 주체로 내일 있을 전투에 대한 회의가 이어졌다. 회의실이 넓긴 했지만 가디언들 모두가 들 수 있는 정도는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각국에서 대표할 수 있는 한 두 명만이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빈과 문옥련 사이에 있던 이드와 라미아역시 얼결에 그 어려운 자리에 끼이게 되었다. 명목상 개인적으로 참여한 한국의 명예 가디언이란 이름이었다. 회의를 주체한 파리의 놀랑 본부장이란 인물의 첫 인상은 평.범. 그 자체였다. 눈, 코, 입이 뚜렷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길가다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었다. 뿐만아니라 그에게서는 영국의 가디언 본부장 같은 떠들썩한 분위기나 카리스마도 느껴지지 않았다. 본부장을 맞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내력을 모두 갈무리한 고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너무도 평범해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 모인 가디언들이 그를 쉽게 보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어 회의는 시작부터 아주 부드러웠다. 바로 이 부드러움과 평범함이 그가 가진 특유의 카리스마인 것이다. 이드는 이런 본부장의 모습에 그를 바람 같다고 생각했다. 이드가 보기에 그가 갈무리하고 있는 내력조차도 바람과 같이 부드럽고 평범했기 때문이었다. 또 한 그에게서 느껴지는 바람의 향기도 그랬다. 그런 바람 같은 느낌 때문이었을까 회의는 오래가질 못했다. 계획에 대한 의논도 해보지 못했다. 빈과 가리안등 각국의 가디언 대장들이 몇 가지 계획을 내놓았지만 모두 본부장의 몇 마디 말에 막혀 버린 것이었다. "무슨 계획을 세우자는 말인가요? 평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계획이라. 나는 없다고 보는데요. 그런 곳에선 서로 모든 것을 드러내놓고 싸우는 방법밖에 없죠. 내가 듣기로 제로는 여태까지의 전투에서 비겁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단체에게 굳이 머리를 써가며 작전을 쓸 필요는 없지요. 우리는 그날 모두 힘을 합해 그들과 싸워 이기면 되는 겁니다. 그게 계획이라면 계획이지요." 그게 무슨 말도 않되는 계획이냐. 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몇 있었다. 하지만 틀린말도 그렇다고 틀린 생각도 아니기에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과연 지금 머리를 짜낸다고 해도 평원에서 써먹을 만한 기똥찬 계획이 세워 질것 같지도 않았기에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부터 회의장은 친목도모장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미 프랑스 측의 가디언들은 그런 본부장의 모습이 익숙 한 듯 서로 안부를 물으며 가벼운 이야기를 떠들어 대고 있었다. 그들의 그런 모습은 일견 너무도 편해보였다. 세르네오는 이런 분위기에 익숙치 않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타국의 가디언들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사실 자신뿐 아니라 이곳에 들어온 가디언들은 누구나 처음에 저런 표정을 짖기 때문이었다. 세르니오는 본부장덕에 가벼워진 기분으로 옆에 앉아 있는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마치 여신처럼 빛나는 아름다움을 가진 소녀. 자신보다 어리다는 것에 호기심이 일어 일부러 라미아 옆에 자리한 그녀였다. "조금 당황스럽죠?" "조금이요. 하지만 느낌이 좋은데요. 그런데... 계속 이런 분위기일까요? 제 생각엔 각국에서 온 가디언들인 만큼 서로 얼굴이라도 익혀둬야 할 것 같은데요." 세르네오는 이 소녀가 생각이 깊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지금 분위기에 휩쓸려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하기 때문이었다. "물론이예요. 잠시 후 저녁때 잠깐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언니처럼 편히 말해줘요. 라미아. 가디언이 되고 처음으로 나보다 어린 사람을 만났는데,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라미아는 그 말에 멀뚱히 그녀의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자신에 대한 호감이 가득 차 있었다. 이런 사람이라면 편히 사귀어도 좋을 것이다. "헤헷... 좋아. 그럼 내가 한 살 어린 만큼 언니라고 부를게. 대신 언니도 편하게 말해 줘. 동생처럼." ".... 고마워. 라미아." 일단 말문이 열리자 두 사람은 여성의 특기인 수다를 떨어대기 시작했다. 특히 세르네오는 워낙에 싸인게 많았는지 한번 말문이 열리자 쉽게 닫혀질 생각을 않을 정도였다. "후우~ 지루하구만.... 괜히 따라 들어왔어." 이드는 의자에 몸을 묻으며 눈을 감았다. 자신의 양 옆자리에 있는 두 여성들 모두 자신들의 일거리를 찾아 열심히 이야기 중이신 덕분에 그 중앙에 끼어 있던 이드는 할 일이 없어진 때문이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밖에서 검술 수련중일 오엘이나 봐줄 것을 하고 후회하는 이드였다. 시간. 시간은 짧던 길던, 느끼는 사람에 따라 그 느낌이 각양각색이다. 회의장에서의 두 시간은 이드에겐 인내의 시간이었고 라미아와 세르네오에겐 즐거운 대화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뭔가를 하면 끝이 있는 법. 회의는 본부장의 주도하에 끝을 내고 전투에 참가하는 모든 인원은 밖에서 다시 모였다. 세르네오가 말했던 얼굴 익히기였다. 이렇게 함으로서 간단히 서로를 인식하고 약간의 기분 좋은 긴장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본부장은 모여든 모든 이들에게 부드럽지만 확고한 말투로 내일의 전투를 각인 시키고 해산시켰다. 모두는 자리를 떠나며 같은 생각을 했다. 오늘 이렇게 느긋한 시간을 보낸 만큼 내일은 아침 부터 엄청나게 바빠질 것 같다고. 여러가지 면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그러한 예측은 모두 빗나가 버리는 듯 했다. 다음날 아침도 여전히 여유로웠던 것이다. 정말 오늘 전투가 있는게 맞는가 싶을 정도였다. 덕분에 부담감 없이 식사를 마친 가디언들은 준비된 십 여대의 버스에 올라타고서 미리 정해둔 전투지역으로 향했다. 버스가 점점 파리를 벗어나는 만큼 버스안의 긴장감도 높아갔다. 지금가지 느껴지지 않던 긴장감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바로 직전까지의 여유 때문인지 오히려 지금의 긴장감이 기분 좋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드와 여럿 가디언들은 주위의 이런 반응에 적잖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의 분위기는 전투가 있다고 해서 몇 일 전부터 바싹 긴장해 있는 그런 분위기 보다 오히려 좋았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저 평범해 보이는 놀랑의 얼굴중에 비범함이 숨어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정말.... 경기장이 따로 없군. 큼직한 돌 하나 없을 정도로 깨끗해. 시야가 확 트여서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야." 버스에서 내려 전투를 치를 곳을 처음 바라본 이드의 소감이었다. 정말 일부러 정리해둔 느낌이 들 정도의 장소였다. 저 멀리 까지 뻗어가도 시야에 걸리는 게 없었고, 주위엔 큰 나무하나 보이지 않았다. 땅엔 한 뼘도 되지 않는 잡초들이 나있어서 마치 일부로 조성해놓은 공원 같았다. 가족끼리 소풍오기 딱 좋은 곳처럼 보였다. 버스에서 내려 이곳을 바라본 대부분이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 했다. 그 때 였다. 여태까지 여유 있던 것과는 다른 은근한 긴장감과 무게가 실린 놀랑의 목소리가 일행들의 귓가를 때렸다. "모든 가디언들은 신속히 각자 소속된 대장을 선두로 정렬해 주세요." 강력한 발언은 아니지만 평소의 부드럽고 여유 있는 분위기 때문에 어떤 말보다 가디언들의 뇌리에 또렷이 박혔고, 각 가디언들은 순식간에 각자가 소속된 곳에 대열을 맞추어 늘어섰다. 서고 보니, 네델란드 측의 가디언이 한 명으로 가장 적었고, 역시 자국의 일인지라 프랑스 측이 가디언들이 가장 많았다. 그리고 그와 비슷할 정도로 용병들 또한 많았다. 그들도 평소완 달리 주위의 분위기에 휩쓸려 삐뚤긴 하지만 바르게 대열을 갖추고 있었다. "좋아요. 우리들은 지금 이 대열 그대로 제로와 맞섭니다. 저는 혼전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제 말을 잘 듣고 제대로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최대한으로 저희 측 피해를 줄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지금부터 여러분들은 그 자리를 지키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해 주십시오. 그 얼굴들이 같이 싸우고, 위험할 때 자신을 도와주며, 또 자신이 도와야 할 동료의 얼굴입니다." 놀랑의 말에 일대의 분위기가 차분히 가라앉았다. 정말 사람을 다루고 분위기를 다루는 건 타고 난 듯해 보이는 그의 말과 분위기였다. "저 사람 정말 사람을 잘 다루는 걸요. 지금 당장 그레센에 있는 제국의 총 사령관 자리에 앉혀놓더라도 잘 해 나갈 것 같아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차분히 전투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정말 이렇게 제로를 기다려야 하는 건가? 차라리 녀석들이 빨리 와주면 좋겠는데...." "흐응.... 이드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는 속담 혹시 알고 계세요?" "응?" 일라이져의 손잡이를 웃옷 위로 꺼내놓던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반사적으로 주위를 휘 둘러보았다. 하지만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자연히 설명을 바라는 눈길은 라미아를 향했다. "뭐야. 아무 것도 없잖아." 순간 라미아는 방글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가 뭔가 있다고 했나요? 그 속담을 아느냐고 물었죠." 이드는 그녀의 말에 그것이 장난인 걸 알고 눈썹을 접으며 나직이 한 숨을 내쉬었다. 속은 자신이 잘못이지 속인 그녀가 잘못이겠는가. 이드는 그녀의 장난에 장단을 맞춰주기로 했다. "그래, 알아. 꽤나 여러 번 많이 들어봤거든. 근데 그건 왜?" "이드님이 제로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 맞춰서 녀석들이 움직였거든요. 헤헷..." 라미아가 다시 아까와 똑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드는 그 말에 다시 얼굴을 굳히며 주위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여전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라미아의 말에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조금 전에 오 육 킬로 정도 앞에서 희미하지만 마나 유동이 있었어요. 그 먼 거리에서 느껴질 정도면 꽤 대량의 마나가 사용된 듯 하거든요. 그런 마나를 사용해서 이런 곳에 올 사람들이라면 하나 뿐이겠죠." 이드는 그 말에 감각을 가다듬어 마나 유동을 체크해보려 했지만 옆에 있던 고개를 저으며 말렸다. 거리가 너무 멀고 이미 그 마나의 흐름이 끝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대신 이드는 빈과 문옥련을 불러 제로의 등장을 알렸다. 두 사람은 그 먼 거리에 있는 제로를 탐지했다는 말에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표정을 지었다. 특히 마법사인 빈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제로에 대한 일로 장난치지는 않을 것을 알기에, 또 이드와 라미아의 실력을 믿고 놀랑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놀랑은 잠시 그 이야기에 뭔가를 생각하더니 허공을 향해 작게 무슨 소리를 속삭였다. 그에 그의 주위로 작은 회오리가 일더니 잠잠해 졌다. "어머.... 바람의 정령?" 라미아의 중얼거림 대로였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이드와 라미아의 눈엔 지금 놀랑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새 모양을 한 노이드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이드가 회의장에서 처음 만난 놀랑에게서 느꼈던 바람, 바로 바람의 정령에 의한 것이었다. 놀랑의 명령에 저 앞으로 날아갔던 정령은 잠시 후 돌아와 놀랑에게 몇 마디를 전한 후 사라졌다. 그에 놀랑은 뒤 돌아서며 제로의 등장을 알렸다. 노이드로 제로를 확인했던 모양이었다. 255 놀랑의 말에 긴장감이 갑절로 늘어나며 주위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곧 있으면 시작이군요." 긴장과 흥분으로 떨리는 오엘의 목소리에 이드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평소 검을 수련 할 때 입는 편안한 옷에 검은색 반코트 모양의 웃옷을 껴입고 있었다. 무거운 갑옷을 대신한 그 옷은 특수섬유를 덧대어 만들어진 옷으로 일명 실크 아머(silk armor)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오엘에게 저 옷을 건네준 세르네오의 설명에 따르면, 힘으로 인한 직접적인 충격이나, 검기에는 어쩔 수 없지만 단순한 검의 날카로움은 만족스러울 정도로 커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주로 가벼움을 중시하거나 스피드 위주의 전투를 해나가는 가디언들이 껴입고 다니는 장비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저 옷은 라미아가 부여한 마법 때문에 원래의 효과보다 몇 배는 뛰어나다. 우선은 오엘이 간단한 시동어로 쓸 수 있도록 걸어둔 실드 마법과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적을 날려 버리는 파이어 링이 걸렸다. 마지막으로 귀환의 마법이 걸렸는데, 그 것은 소호검에도 걸어 둔 마법이었다. 당연히 귀환지는 라미아의 바로 옆. 만약 전투지역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가장 안전한 장소가 이드 옆과 라미아의 옆자리 일 테니까 말이다. 모두 한번 쓰면 끝나는 일회용의 마법이긴 했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오엘이 다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급한 위기는 실드와 파이어 링으로 넘길 수 있을 것이고, 정 힘들다면 귀환 주문을 사용하면 된테니 말이다. 마침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제이나노는 부러운 모습으로 자신도 하나 얻어 보려다가 실패했다. 그는 누가 뭐래도 비전투원인 사제이기 때문이었다. "보호구와 검은 확실히 정비를 해뒀겠지?" "네." "좋아. 하지만 어제 말했던 대로 라미아의 시야 내에서 전투를 해나가야 된다. 더 멀리 나가면 안돼. 그렇게 되면 라미아가 당장에 귀환주문을 사용해 버릴거야." 어제에 이어 다시 한번 이어지는 이드의 당부에 오엘은 믿어 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다시 한번 놀랑의 목소리가 일행들의 귓가를 울렸다. 정말 저렇게 높지도 않은 목소리가 잘도 사람들의 뇌리에 확실하게 잘 도 전달되고 있었다. "모두 주목. 잠시 후면 우리는 제로와의 전투를 벌이게 될 겁니다. 하지만 그 전에 다시 한번 대열을 정비하겠어요. 이번 일에 참가 중인 사제분들은 모두 제일 뒤로 빠져 주십시오. 지금 이곳에서부터 최소한 이 백 미터 이상은 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마법사 분들과 정령사, ESP 사용자도 뒤로 물러나 주십시오. 여러분들은 직접 접전을 벌이는 나이트 가디언들을 지원하고 원거리 공격을 맞습니다. 물러날 거리는 지금 있는 곳에서 칠 십 미터. 나머지는 그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우고, 다시 대열을 정비하세요." 그의 말에 따라 많은 수의 사람들이 뒤로 빠졌다. 라미아와 제이나노도 빈을 따라 뒤쪽으로 빠져나갔다. 덕분에 자연스레 영국의 가디언들의 대장직은 드윈에게 넘어갔다. 빈도 그가 있기에 저리 쉽게 물러난 것이었다. 오엘은 라미아 정도의 시력이라면 이곳에 서 있는 절 볼수 있어요. 라는 말을 하고는 방금전 까지 라미아가 서있던 자리를 차지하고 섰다. 이제 남은 것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보통의 기다림과는 차원이 다른 지금의 상황 때문인지 육 킬로라는 길이가 그 두 배는 됨직하게 느껴졌다. 너무 긴장하며 기다린 덕분에 시간이 길게 늘어지는 듯 했던 것이다. 그리고 하나 둘 기다림에 목이 말라갈 때쯤. 모두의 시선에 검은 그림자로 아른거리는 수 개의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 그 그림자는 순식간에 수십, 수백 개의 불어나며 자신들의 수가 적지 않음을 알려왔다. 촤아앙. 스르릉.... 스르릉.... 어디의 누구인지 몰랐다. 한 사람이 긴장감 때문인지 성급하게 무기를 뽑아들었다. 이어 그 소리에 자극 받은 듯 여기저기서 무기를 뽑아드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 소리들의 주인은 대개가 용병들이었다. 하지만, 놀랑은 그것을 따로 말리거나 하지 않았다. 다만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당부를 했을 뿐이었다. 역시나 예상 대로였다. 제로는 그냥 보아도 백 여 구가 넘어 보이는 강시들을 끌고 왔다. 영국에서 스무 구를 끌고 나온 것보다 몇 배에 달하는 숫자였다. 더구나 그들이 가지고 온 참혈마귀 사이로 간간이 흩날리는 백발은 밸혈수라마강시의 것이었다. 참혈마귀 사이에 저들이 썩여 있다면 파괴력과, 날카로운 검기를 사용한 마구잡이 공격은 할 수 없게 된다. 만약 공격한다면 한방에 상대를 완전히 지워 버릴 수 있는 수법들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지 저들의 독혈이 주위에 피해를 주지 않을 테니 말이다. 아마 제로 측도 그것을 알고서 참혈마귀 사이에 백혈수라마강시를 썩어넣었을 것이다. 일견 무질서 해 보이지만 정확하게 위치를 지키며 다가오는 강시들의 모습은 제로가 그들을 확실히 제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아마도 빈이 말했든 종속의 인장 때문일 것이다. 그의 말대로 지금 이드의 눈에 들어오는 모든 강시의 이마에는 자그마한 역삼각형 형상의 노란 문양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문득 이드는 그 문양이 새겨진 존재가 강시라는 것만 제외하면 꽤나 보기 좋다고 생각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노란 문양. 확실히 저들 제로가 종속의 인장을 사용하고 있긴 한 모양이었다. 그런 강시들의 선두에는 제로의 사람으로 보이는 서른명의 각양각색의 남녀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자신들 앞에 백 수십에 이르는 가디언들과 용병을 보고도 전혀 위축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마도 등뒤에 서있는 강시들을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이드는 그들의 모습에 록슨에서 처음 겪었던 제로가 생각났다. "록슨과.... 상당히 비슷한 전투가 벌어질 모양이군." 그랬다. 그때보다 규모가 크고 그들이 이용하는 것이 강시라는 것을 제외하면 별로 달라져 보이지 않는 전투 방법이었다. 하지만 가장 실용적인 방법일지도 모른 다는 생각도 들었다. 적의 힘을 충분히 빼둔 후 가볍게 승리를 거두는 것. 아군의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임에는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흐음... 숫적으론 어느 정도 균형이 맞는 건가? 하지만 저 강시라는 것을 보면 오히려 우리가 불리 할 것도 같은데.... 괜찮을까요? 사숙." 오엘은 창백한 안색에 섬뜩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강시들을 처음 보는 때문인지 걱정스러운 듯 물어왔다. 확실히 강시를 처음 보면 누구나 그런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강시들이란 보통의 언데드 몬스터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데다, 이미 죽어버렸다는 점에서 상대에게 꺼림직 한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인 오엘이 더 할 것이다. 평소의 딱딱한 얼굴과는 달리 무서움을 타는 오엘의 얼굴도 꽤나 귀엽다고 생각한 이드는 풋 하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푸훗... 걱정마. 어제 알려줬었잖아. 저 강시들을 상대하는 방법. 뼈를 가루로 만들어 버리면 되는 거야. 그것도 백혈수라마강시만. 다른 녀석들은 검기를 사용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까. 정신만 바로 차리고 있으면 상대할 수 있어." 처음 이드의 웃음에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던 오엘은 뒤에 이어지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에 걸린 소호검의 손잡이를 힘주어 잡았다. 그녀는 아직 소호검을 뽑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검은 이드가 움직이고 난 후에나 뽑혀질 것이다. 저번의 경험으로 이드 옆이라면 검을 뽑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로는 십 여 미터를 사이에 두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작은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을 거리였다. 그러나 이미 주위는 쥐 죽은 듯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대화를 한다면 큰 불편이 없을 정도였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놀랑의 목소리가 모두의 귓가로 똑똑히 들렸음은 물론이고 상대의 대답까지 깨끗하게 들을 수 있었다. "본인은 프랑스 가디언의 본부장직을 맞고 있는 놀랑이라고 하오. 귀하들의 정체를 밝혀주시겠소?" "물론이오. 놀랑 본부장. 우리는 제로의 단원들이며, 나는 잠시나마 이들의 대장직을 맞고 존 폴켄이요. 지금부터 당신들을 귀찮게 해야된다는 점을 미리 사과하는 바요." 서른 명에 이르는 제로의 단원들 중 유난히 눈에 뛰는 대머리 남자의 말이었다. 놀랑과 비슷해 보이는 나이의 그는 코끝에 걸린 큼직한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그런 그에게선 어떠한 기세도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아니, 느껴지지 않았다 기보다는 그러한 기세가 없었다. 이어 이드가 살펴본 바로. 존이란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내력은 물론 마법력도 가지고 있지 않은 평범한 사람. 하지만 몸 곳곳에 특이한 마력의 움직임이 보인다는 라미아의 말이 있었다. 그 말 대로라면 꽤나 많은 수의 마법적 물품을 몸에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 생각과 함께 염명대의 남손영이 생각이 났다. 별다른 특별한 능력이 없는 대신에 머리가 좋고 손재주가 많아 여러 가지 신기하고 이상한 마법물품을 만들어 내는 사람. 연금술 서포터. "당신들에게 사과라는 건 받고 싶지 않군요. 다만 사상자만 많이 나지 않도록 바랄 뿐이오." "그건 우리 제로 역시 원하는 결과지요. 전투 도중이라도 그 쪽 사람이 항복의 뜻으로 무기를 버리고 우리측으로 넘어 온다면 그들의 목숨은 절대 안전할 것이오. 하지만 그 이전에 당신들이 순순히 물러나 준다면 전투는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오." 순간 그의 말에 부드럽던 놀랑의 얼굴이 굳으며 그의 눈썹이 씰룩였다. 누가 들어도 그렇겠지만, 존이란 남자의 말은 너무도 상황에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글쎄..... 나에겐 순 억지처럼 들리는 군요.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아는 바가 아니었던가? 가만있는 호수에 돌을 던진 건 당신들이요." "하지만 이미 태풍을 만나 크게 출렁이던 호수였소. 오히려 그 던져진 돌들이 하나하나 싸이고 싸여 좋은 제방역할을 해줄지 모르는 일이잖소." "제방은 이미 설치되어 있었소! 나라라는 이름의 제방이!!! 그 제방을 무너트리려 하는 것은 당신들이고." "크큭... 크하하하하하하!!!!" 놀랑이 버럭 소리쳤다. 그러나 상대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소리 높여 커다란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그 웃음은 통쾌하고 시원해 보이긴 했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이기도 했다. "나라라.... 설마 그 썩어빠지고 구멍나 언제 무너질지도 모를 그 것을 말하는 것인가? 너희들은 정말 나라가 너희들을 위해 제방역할을 한다고 어리석은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 웃음을 그친 후 나오는 그의 말투는 어느새 바뀌어 있었고,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내용도 상당히 의미 심장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자신의 조국에 믿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요." "크큭.... 아직 그들에 대해 잘 모르시는 군. 놀랑 본부장. 그들에겐 당신들은 그저 하나의 좋은 돈줄일 뿐이야. 자신들에게 부를 챙겨주고, 자신들의 세력을 넓혀주는 좋은 일꾼. 그 이하는 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될 수 없는 일꾼일 뿐이지." 이드는 그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처음 제로가 모습을 보일 때부터 주장해온 것이 나라의 소멸이었다. 지구라는 땅위에 선을 그어놓은 그 세력들의 소멸. 처음엔 그게 무슨 소리인가 했지만 지금 보니 무언가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저들의 입장에선 국가라는 이름이 사라져야 할 정당한 이유가 말이다. 그러는 사이 존의 말은 다시 이어지고 있었다. "당신들이 모르는 이야기 하나 해줄까? 나를 포함해서 여기 있는 단원들 중 반 정도가 프랑스의 비밀 연구기관에 붙잡혀 있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곳에서 우리들이 가진 능력을 실험하고 연구했다. 어떻게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기 위해서 말이야. 그들에게 우리는 도구취급을 당했고, 실험쥐와 같은 취급을 당했다. 뿐인가. 자신들의 뜻대로 우리들을 조종하기 위해 마약을 사용하는 일은 너무도 흔했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로잡아 인질로 사용하는 일 역시 그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인질을 죽였다. 우리들이 보는 바로 앞에서, 그 앞에서.... 윤간하고는 죽여버렸단 말이다!! 자신의 여동생이, 아내가 또는 자식들이 죽어 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그들의 모습이 내 눈엔 아직 선명히 떠오른다. 네 놈들은 그런 썩어빠진 인간들을 믿으면 살아간단 말인가? 그렇다면 말해주지. 너희들은 정말 불쌍한 인간들이다. 영국에서 드미렐이 말했다지? 당신들은 개라고. 정말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 잡아먹힐지도 모르고 주인을 향해 꼬리를 흔드는 충성스런 개." "..............." 조용했다. 존의 말이 끝나고 그가 입을 닫았는데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자신을 개로 비하하는데도 말이다. 드윈 조차 이번엔 눈을 부릅뜨고 그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지금 저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내용만은 사람들의 입을 쉽게 열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속엔 혹시라도 저 말이 정말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몇 가지 선례가 있고, 영화에서 보여 주었듯 국가라는 이름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 두 사람의 인권은 아무런 거리낌없이 유린해 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사람들 사이사이로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있었다. 드윈이었다. 록슨 때의 급한 성격은 어딜 갔는지 개라는 모욕적인 말을 듣고도 그의 표정은 진중했다. "하지만 정부는 처음 몬스터가 등장할 때도 아무 것도 하지 못했소. 우리 가디언들이 나서기 전까지. 만약 정부에서 능력자들을 억류하고 있었다면 그들이 우리들 보다 먼저 나섰어야 하는 것 아니요?" "크하핫.... 내 말하지 않았던가. 국민들은 일꾼일 뿐이라고. 몬스터 때문에 죽어나간 건 대부분이 민간인이었다. 각국의 일명 높으신 분들은 안전한 곳에 꽁꽁숨어 있었지. 더구나 우리들을 밖으로 내놓으면 자신들이 우리에게 행한 일이 발각될텐데. 그 욕심많고 약아빠진 놈들이 과연 그런 일을 할까? 그리고.... 몬스터들이 나타난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들은 제로의 여신님께 구출을 받을 수 있었지. 한마디로 놈들은 정말 우리를 보내고 싶었어도 보낼 수 없는 상황이 됐단 말이지." "여신이라니? 제로가.... 종교단체였던가?" 가만히 듣고 있던 놀랑의 물음에 존은 이번에도 쉽게 대답해 주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는 분노와 흥분이 묻어났다면, 이번에 대답하는 그의 말에는 믿음과 신뢰가 담겨 있었다. "아니다. 그분 역시 인간이고, 우리들처럼 미국의 비밀기관에 붙잡혀 많은 수모를 격으셨던 분이다. 하지만 그 분이 우리를 구출하셨고, 그분을 중심으로 모인 우리들이 제로가 되었다. 우리들은 그분을 여신이라고 부르지. 더구나 그렇게 불리 울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계시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 또 다른 질문이 들려왔다. 높으면서 맑은 목소리. 그 목소리는 지금까지 오고갔던 묵직하고 침침한 대화들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밝게 만들었다. 다름 아닌 놀랑의 옆에서 있던 세르네오의 목소리였다. "그럼 제로에 속한 모든 사람들이 여러분들처럼 나라에 의해 고통을 겪으신 분들인가요?" "오늘따라 질문이 많군. 하지만 대답해 주지. 어린 아가씨. 아가씨 말대로 우리 제로는 처음엔 모두 우리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뿐이었다. 모두가 각국에 붙잡혀 있던 능력자들과 인질들이었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붙잡혀 있던 사람들과 안면이 있거나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능력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고, 지금의 제로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건 어린 아가씨가 내 딸과 같은 또래로 보여서 한가지 더 말해주지. 지금 각국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우리들 제로의 단원들은 대부분이 그 나라에 붙잡혀 있던 사람들이라네." 생각지도 못했던 존의 말에 용병들은 물론 가디언들 까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만큼 그의 말의 영향은 컸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용병들이나 가디언들 대부분이 저 제로와 같은 능력자였다. 만약 봉인의 날 이전에 국가에 자신들의 능력이 발견되었다면, 자신이 저런 사람들의 신세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존은 자신의 말에 술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어쩌면 이번엔 별다른 충돌 없이 파리를 점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파리를 점령하게 된다면 제일 먼저 국회와 군 시설을 파괴해 줄 생각이었다. 다름 아닌 자신이 만든 물건들로서.... "사숙. 저 사람이 하는 말이.... 사실일까요?" 술렁이는 사람들 중엔 오엘도 들어 있었다. 그녀는 숨죽여 존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서 정말 저들과 싸워야 하는가하는 생각이 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드도 그녀의 그런 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강호에선 이런 경우가 없지 않아 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힘있는 자들은 복수라는 이름을 자신들에게 해를 끼친 자들을 처단했었다. 물론, 성공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았다. "글쎄. 사실일수도 있고.... 우리를 동요시키려는 거짓일 수도 있어. 당장 사실을 밝힐 수 없는 한은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는 게 좋겠지." 이드는 말을 하면서도 제로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 자신이 느끼기에 그 말들은 사실 같았다. 하지만 그대로 물러날 생각도 없었다. 저들의 행동이 바르긴 했지만, 마족이 끼어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비록 그 녀석이 종속의 인장의 지배를 받긴 하지만, 꺼림직 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였다. 존에게서 다시 한번 용병들과 가디언들을 뒤흔들어 놓는 말이 들려왔다. "항상 말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의미 없는 희생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의지를 펴기 위해서는 어쩔 수도 없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희생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싶다. 모두 내가 한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내 말에 거짓은 없다. 지금 그 말을 증명할 증거나 방법은 없지만 조금이라도 내 말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부터 멀리 떨어져 주기 바란다." 웅성웅성... 그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동요했다. 그리고 그 웅성임이 극에 달했다고 생각 될 때 용병 중 한 명이 대열을 이탈해 버렸다. 그 순간 놀랑은 눈을 감아 버렸다. 저 한 명의 행동으로 인해 마음은 있으나 행동력이 없던 사람들이 자극을 받아 대열을 떠 날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과연 그의 생각 대로였다. 그 한 사람을 시작으로 용병들 십 여명이 대열을 떠났다. 하지만 나머지는 아직 망설이고 있었다. 그들이 용병인 이상 자신들이 의뢰 받은 일을 두고 무단으로 떠날 수는 없는 것이다. 가디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투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더라도 가디언이란 사명감과 동료에 대한 정으로 떠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정확히 읽었을까. 존은 그들을 향해 다시 소리를 높였다. "떠나는 용병들은 걱정하지 말기 바란다. 우리들 제로가 당신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책임을 질 것이다.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점령한 도시에 대한 보호라는 일거리를 지급할 것이다. 그리고 가디언들 역시 마찬가지다. 잊지 마라. 그대들이 싸워야 할 것은 사람들을 헤치는 몬스터. 그대들도 잘 알 것이다. 우리가 도시를 점령한다고 해서 시민들이 고통받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다는 것을. 우리 제로의 이름을 걸고 약속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생각해 보라. 그대들에게 우리와 맞서 싸우라고 명령한 것은 정부이지 시민들이 아니다." 그 말이 결정적이었다. 여태 망설이던 용병들이 다시 떨어져 나갔고, 가디언들 조차 서넛이 주위에 용서를 빌며 자리를 떴다. 그들 대부분이 ESP능력자들이었다.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졌던 능력에 주위의 눈길을 살펴야 했고, 그 덕분에 존의 말이 쉽게 마음에 와 다았던 때문이었다. 주위 동료들은 그들을 한 두 번 잡아보긴 했지만, 굳이 앞을 막지는 않았다. 전투의지가 없이 싸움을 하는 것은 검을 들지 않고 싸우는 것과 같기 때문이었다. 팽팽하던 양측의 전투인원은 존의 몇 마디 말에 의해 완전히 균형이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용병들을 주축으로 원래 인원의 삼분의 일이 대열에서 빠져버린 것이다. 놀랑은 병력 절반이 떨어져 나가버린 듯 휑한 마음으로 대열을 돌아보았다. 이 정도라면 심각하게 이번 전투를 포기할지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런 상황을 세르네오역시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는 가만히 뭔가를 생각하다 존을 향해 입을 열었다. "상당히.... 말씀을 잘 하시는 군요."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네." "정보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느껴지는 군요. 덕분의 병력의 삼분의 일을 잃었으니.... 그럼 그런 뜻에서 저희들에게 잠시 시간을 주시겠어요? 덕분에 생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해 상의를 해봐야 할 듯 하거든요." 상당히 가시 돋힌 말이었다. 불리한 상황에서 저렇게 말한 다는 것 또한 재주다. 때문에 유능하다는 말을 들으며 부 본부장이 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렇지 않아도 항복을 권할 생각이었으니까. 서로 의견을 모을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주겠네. 똑똑한 어린 아가씨." 장난스러운 듯 뒷말에 세르네오를 칭하는 호칭은 마치 귀여운 딸을 보고 "우리 공주님" 하는 투의 말이었다. 정말 딸이 있긴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세르네오는 별로 반갑지 않은 반응이었는지 날카롭게 코웃음을 날리며 놀랑과 함께 대열의 뒤쪽, 그러니까 나이트 가디언들과 마법사들 사이에 서있다는 뜻이었다. 세르네오는 그 곳에서 서서 각국의 대장들을 불렀다. 이드는 이번에도 문옥련에게 끌려갈 뻔하다가 겨우 그녀의 손에서 벗어났다. 어중간히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그 머리 아픈 이야기가 오고 가는 곳에 서있다면, 그 이상의 고역도 없을 듯 해서이기 때문이었다. 아마 저렇게 머리를 맞대고 꽤나 시간이 지나야 결정이 내려 질 것이다. 만약 이성적인 결정이라면 항복이 나올 것이다. 그렇지 않고 감정적으로 나간다면.... '그렇게 되면 어려운 난전이 되겠지.' 256 '그렇게 되면 어려운 난전이 되겠지.'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존등의 제로의 단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현재 이 십 미터 정도 더 뒤로 물러나 있는 상태였다. 마음편이 상의하라는 배려인 동시에 자신 있다는 자신감의 표시였다. 강시들을 뒤에 포진시킨 그들을 각자 편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앉아 있거나, 서있는 등 각자 편한 자세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걸작은 저 수다를 떨고 있는 소수의 여성들이었다. 그녀들은 남자동료들의 것으로 보이는 로브와 망토를 깔고 앉아 이쪽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수다를 떨어대고 있었던 것이다. 대열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힐끔 바라보다 수다를 떨더니 웃고, 다시 힐끔 바라보고. 그녀들이 한 번씩 그렇게 바라볼 때마다 용병들과 가디언들의 뒤통수에는 큼직한 땀방울이 매달리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자기 자신들이 무슨 품평회에 나온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 시선들이 얼마나 부담스러웠는지 은근히 몸을 숙여 앞사람의 등뒤에 몸을 숨기는 사람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런 모습에 이드는 어쩐지 웃음이 나오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것은 곳 당혹스런 미소로 바뀌어 버렸다. 주위를 검색하던 여성 중 한 명의 시선이 오엘과 마주쳐 버린 것이다. 그 시선 안에는 오엘 옆에 서있는 이드의 모습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나 둘 모여지는 그녀들의 시선이 그렇게 부담스러울 수가 없었다. 이드는 슬쩍 손을 들어 옆에 서있는 오엘을 끌어 자신의 앞으로 가로막게 만들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장난기가 일어난 것인가? 이드와 상대편 여성들을 번갈아 보던 오엘이 슬그머니 원래의 자신의 자리로 비켜 버리는 것이 아닌가. "너어......" 이드는 오엘을 향해 눈을 째렸다. 그러나 그것이 무서울 것 같았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엘은 이드의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해 버렸다. "흠흠... 죄송해요. 사숙. 하지만 대열을 지키고 있으라는 명령이 있었잖아요. 그러니까 그 명령을 따라야죠." "괜찮아. 내가 허락하지. 그러니까.... 칫...." 말을 하던 이드는 키킥거리는 웃음소리에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이미 자신을 주제로 뭔가를 소근거리는 여자들이 있었다. 이미 관찰을 끝마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몸을 숨길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이드는 시선을 바로하며 오엘의 수련내용을 한 두 단계 상승시켜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여신님이라.... " 이드는 바로 서서 이쪽을 관찰하고 있는 존을 바라보았다. 그런 이드의 머릿속에는 카르네르엘이 말했던 그 봉인의 아티팩트를 가지고서 레드 드래곤을 상대한 소녀의 이야기가 떠올라 있었다. 여신도 여자고, 소녀도 여자다. 또 존의 말대로 그 소녀가 가진 능력은 확실히 뛰어 난 것이기도 하다. '그럼... 이 기회에 확인을 하 볼까나?' 생각과 함께 그의 발이 움직였다. 갑작스레 이드가 대열을 이탈하자 오엘이 놀라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이드는 가만히 한 손을 들어 그녀를 안정시키고 계속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열의 선두에 서있던 페스테리온은 갑자기 걸어 나오는 이드의 모습에 급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자신이 알기로는 굉장한 실력을 가진 소년이며 영국의 가디언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런 상황에 혼자서 막 움직여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드라고 했던가? 단독행동은 안돼. 어서 대열로 돌아가." 말과 동시에 반사적으로 내 밀었던 손이 허공을 움켜쥐었다. 손이 이드가 입고 있는 옷에 다으려는 순간 그의 몸이 죽 늘어나는 듯한 착각과 함께 오 미터 앞에 서있는 때문이었다. 부운귀령보의 보법이었다. 이어 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뭣 좀 물어보고 올게요. 큰 일은 없을 겁니다. 더구나 제가 알고 싶은 것은 가디언들에게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거든요." 페스테리온은 다시 앞으로 나가는 이드를 바라보며 앞으로 뻗었던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갑작스런 이드의 움직임에 이상해 하는 사람들을 진정시키며 혼잣말을 하듯 입을 열었다. "...... 물어보고 나에게도 무슨 내용이었는지 가르쳐 주면 좋겠군." 이드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귀에는 작게 중얼거리는 듯한 페스테리온의 목소리가 확실히 들렸기 때문이었다. 이드는 천천히 존에게로 다가가며 제로를 살폈지만 그들은 편한 자세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드를 전혀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꼭 그렇지 만도 않은 것이 아까부터 자신의 움직임에 눈을 떼지 않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경계는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 사이 이드는 완전히 제로의 영역에 들어갔다. 제로가 공격한다면 피하기 힘든 거리란 뜻이었다. 때문인지 등뒤로부터 걱정스러운 문옥련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가면 그녀에게서 많은 잔소리를 들어야 할 것 같았다. 이드와 존의 거리가 서로 손을 뻗으며 마주 다을 정도로 좁아 졌다. 특별한 능력이 없는 존을 생각해 서인지 그 주위 있던 제로의 단원 몇 이 다가오려 했지만 존의 손짓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용감한 소년이군. 적진에 홀로 오다니 말이야. 그것도 당당하게.... 그래, 무슨 일로 내게 온 건가?" 존은 이드의 눈빛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물었다. 이드의 진심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수 십 년간을 사람들 사이에 썩여 살다 보니 어느 정도 상대의 마음을 눈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능력자가 아닌 이상 상대방이 나쁜 마음이라도 먹는 다면 낭패를 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에서 바라보던 존의 눈길을 곧 거두어 졌다. 그가 바라본 이드의 눈길은 너무나 맑았던 때문이었다. 진실만을 말하고 있는 사람의 눈보다 더욱 맑은 그 눈을 보자 이런 자를 상대로 의심을 품는 것 자체가 헛수고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질문이 있습니다." ".... 질문이라. 아까 기회가 있었을 텐데... 그때 물어보지 그랬나. 좋네. 궁금한 것이 있다면 물어보게. 내 대답할 수 있는데 까지 최선을 다해 답해 주지." 존은 이드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지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드의 질문에 고개를 기울였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드가 질문해 보았자 제로가 움직이는 이유나 싸우는 이유 정도일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 것은 주위의 단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드에게서 흘러나온 말들은 그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었다. "감사합니다. 질문은 간단해요. 준씨가 여신님이라 부른 그 분이..... 레드 드래곤과 맞서 싸웠던 적이 있나요? ..... 있군요." 이드는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저 놀란 얼굴들이라니.... 확실히 자신들 이외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이렇게 되면 카르네르엘이 말한 중요 인물일 것이란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 같았다. 십 사세 소녀가 지구의 국가들의 전투를 벌이고 있는 제로의 단장이라니, 이드는 그 소녀의 얼굴을 한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까지 이드의 말에 놀라고 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존이 다시 경계의 눈초리로 이드를 바라보았다. "대체... 대체,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그 일에 대해선 아무도 모를 텐데....." "저도 들은 이야기입니다. 거기 있던 드래곤이나 제로의 단원들 모두 서로에게만 신경을 썼던 모양이더라 구요. 한 사람이 보고 있었다는 걸 아무도 모르고 있더군요. 그런데 정말.... 의외네요. 제로의 단장이 아직 어린 소녀라니...." 존은 그 말에 곤란한 표정으로 자신의 매끄러운 머리를 쓰다듬었다. 뭔가 고민거리가 있으면 나오는 그의 버릇이었는데, 여신이란 칭호를 받는 단장이 아직 어리다는 사실이 알려진 때문인 듯 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자신과 단원들의 표정관리가 시원치 않아 들킨 꼴이란... "확실히.... 그 분은 아직 어리시지. 하지만 어린것은 몸일 뿐. 그분이 생각하시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 그 모든 것은 이미 성인(成人)과 다를 바가 없지." 이드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제로의 단장이라는 사실을 아는 시점에서 그러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고 실제 열 네 살의 소녀같이 생각하고 느끼는 아이였다면.... 제로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이드가 인정을 했음에도 존의 얼굴에 떠 올라 있던 곤란함은 지워지지 않았다. 자신들이나 앞의 이런 소년과는 달리 제로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각각의 국가들에겐 우습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흐음... 아직은 많이 알려져서 좋을 일이 아닌데.... 내 실수 군. 한순간이지만 너무 쉽게 인정해 버린 것 같아." "음? 곤란.... 한 가보죠?" "어차피 알려질 일이라 큰 상관은 없네.... 하지만 조금 그렇군." 이드는 존의 말에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그 사실을 비밀로 해드리죠." "음?" 존은 이드의 갑작스런 말에 의심스럽다는 듯 이드를 바라보았다. 가디언들이 서있는 곳에서 나온 것을 보며 분명히 가디언인데.... 적의 비밀을 지켜주겠다니, 쉽게 믿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드는 또 다른 생각이었다. 괜히 상대의 단장이 나이가 어리다는 사실을 알려 주어보았자 오히려 혼란만 일어날 거라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까지 설명해 줄 생각은 없었다. 궁금증을 푼 이드는 다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리다 멈칫했다. "참, 근데... 그.... 단장님 이름이 어떻게 되지요? 비밀을 지키는 대신에 가르쳐 주시죠." 존은 그 말에 다시 한번 이드의 눈을 직시했다. 그렇게 잠시 뜸을 들인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 룬. 룬 지너스. 그분의 성함이네." "이~ 드!! 도대체 넌 생각이 있는 거니? 적진에 그렇게 들어가면 어떻게 해! 정말......" "하. 하. 하. 죄송해요. 이모님." 이드는 자신에게 잔소리를 퍼부어 대는 그녀에게 별달리 대꾸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죄송해요. 를 연발했다. 갑작스런 자신의 행동을 걱정스레 바라보던 그녀로서는 당연한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자신을 이렇게 걱정해 주는 그녀가 고맙기도 했다. 이드는 십 여분간을 문옥련으로 부터 쉼 없이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런 이드를 그 잔소리에서 구한 것은 빈이었다. 회의의 진행을 위해 그녀를 데리고 간 것이었다. 덕분에 이드는 겨우 그녀의 잔소리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물론 나중에 다시 저 잔소리의 후속편이 이어질지 모르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이드는 다시 오엘의 옆자리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자리했다. 그 때를 기다렸다는 듯 오엘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녀로서는 사숙과 사질관계에 있는 이 연하의 남자가 적진까지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왔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숙, 가셔서 무슨...." "거기까지! 거기서 한마디만 더 하면..... 정말 특별 수련 번외편을 직접 격어보게 해주겠어." 오엘은 갑작스레 자신의 말을 끊어버린 이드에게 그 특별 수련 번외편이란 게 어떤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입을 열진 않았다. 특별 수련이란게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사숙의 말이 끝나자 마자 자신의 머릿속을 때리는 전음 때문이었다. "-가만히 있어. 지금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이 들어서 별로 좋을 게 없으니까. 나주에 이야기 해줄게-" 오엘은 이드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들으나 나중에 들으나 어차피 같은 내용일 테니 서두를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와는 달리 생각하는 여성이 있었다. '저는 지금 알고 싶은걸요.' 라미아의 목소리가 마음속으로 들려왔다. 솔직히 왜 아직 아무 말도 없는가 하고 그녀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이드였다. 그리고 그녀에겐 숨길 이유도 없었다. 이드는 존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떠 올려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그런 이드에겐 이미 존과 비밀을 지키기로 한 약속은 잊혀 진 것일까. 이드는 끝으로 라미아에게 한마디를 덧 붙였다. '비밀은 지킬꺼야. 단 그 비밀을 지키는 사람들의 수는 내가 정하는 거지.' 상황이 어려운 때문인지 회의는 상당히 오래 걸렸다. 그만큼 무언가 이 상황을 극복할 방법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겨우 나온 방법이 바로. "대표전을 치르도록 하죠." 이것이었다. 바로 대표전. 이 방법이라면 양측의 전력의 차이가 아무리 나더라도 몇 명의 뛰어난 실력자들만 있으면 충분히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었다. 단, 문제는 상대가 이 방법을 받아들이는 가 하는데 있었다. 아무리 가디언들 측에서 이 방법을 사용하고 싶어도 상대가 무시하고 공격하면 그만인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런 것까지 생각해놓은 듯 세르네오가 앞으로 나서며 제로 측을 바라보며 또랑또랑한 맑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쪽에서 거절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렇게 되면 무의미한 희생은 피할 수 없겠지요. 그건 당신들도 바라지 않는 일이겠죠. 방금 전 무의미하게 흘리게 될 피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용병들과 가디언들에게 호.소.한.걸 보면 알 수 있죠. 그리고 당신들이 우리말대로 대표전을 치르게 되면 그 피해는 더욱더 줄어들어 많은 생명이 살 수 있을 거예요. 어떠세요? 제 생각엔 양측의 생각을 충분히 반영해 놓은 방법 같은데요." 존과 그 외 제로의 단원들은 그녀의 말에 한 방 맞았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회의 전 용병들과 가디언들을 빠져나가게 했던 존의 호소를 그대로 이용하는 그녀의 말. 만약 이대로 공격하게 된다면, 순식간에 존이 말했던 내용 모두가 부정되고, 거짓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영국에서의 인명피해로 제로의 이미지가 나빠졌는데, 다시 여기다가 거짓말까지 합해지면 지금까지 제로의 일에 손놓고 있던 사람들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전투에서 손을 때기는 했지만 아직 저쪽에서 지켜보고 있는 용병들과 가디언이 전투에 참여 할 것이다. 그것도 자신들을 속인 것에 분노하면서 말이다. 존은 뒤늦게 상의할 시간을 주었던게 후회 되었다. 무슨수가 있겠는가 싶어 그냥 둔것이 화근이었다. 이런 방법을 쓰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한가지 뿐이다. "..... 머리가 좋군. 정말 예상도 못했었는데 말이야. 이런걸 생각해 냈다면 당연히 경기 방식도 생각해 둔 게 있겠지?" 성공이다. 세르네오는 마음으로 소리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막말로 저 제로가 그냥 들이밀고 들어오더라도 자신들이 뭐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이 저들이 이쪽의 생각에 따라 줬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세르네오는 급히 존이 원하는 것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경기 방식이래 봐야 특별한 것은 없었다. 5전 3승 재의 이 대표전은 누가 옆에서 봤을 때 반칙이다. 비겁한 짓이다. 라는 말을 들을 일만 아니라면 어떤 수법을 사용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 경기 방식의 모든 것이었다. 솔직히 검기를 뿜고 마법을 쓰는 가디언들에게 맞는 규칙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 짧은 시간에 가능하지 않았다. 전투 공간은 존의 지휘하에 제로가 뒤로 물러나자 자연스레 생겨났다. 자연적인 천연의 경기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간단하지만 양측에 기울지 않는 판결을 내릴 심판으로 존의 말에 뒤로 빠졌던 사제 한 명을 데려다 세워 놓았다. 이제 양측은 대표전을 치를 대표를 뽑는 일만 남겨두고 있었다. 대표는 쉽게 결정되었다. 가디언쪽에선 대표전을 생각해 내며 뽑아놓은 인물들이 있는지 그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심판에게 건넸고, 존은 단원들 중 가장 전투력과 상황대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골라 이름을 적어냈다. 얼결에 심판이 되어버린 사제는 그래도 본 것이 있는지 양측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썩어 누가 누구인지 모르게 만들었다. 한 마디로 랜덤으로 싸움을 붙이려는 것 같았다. "이보시오 사제님. 빨리 좀 진행해 주시겠소." "아.... 그, 그러죠." 더벅머리의 사제는 존의 말에 황급히 대답하며 양쪽으로 나누어 썩어둔 곳에서 하나씩의 종이 조각을 들어 올렸다. "저... 첫 번째 대전자는... 그러니까.... 중국의 문옥련님과 제로의.... 켈렌 맥로것님입니다. 저, 그럼 두 분은 앞으로 나와 주십시요." 비록 말을 더듬거리며 진행이 매끄럽진 않았지만 사제가 진행자는 아니므로 따지지 말자. 그에게 이름이 호명된 두 사람은 앞으로 걸어나왔다. 우연인지 사제의 재주인지 호명된 두 사람은 모두 여성이었다. 문옥련이 앞으로 걸어나가자 그녀가 입고 있던 단색의 풍성한 옷이 바람에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대전표에 그녀의 이름이 올라간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누가 뭐래도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실력을 지니셨으니까.... 헌데... 바꿔 말하면 저 켈렌이란 여자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무력(武力)을 가졌다는 말인데...." 옆에 있는 라미아와 오엘이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리던 이드는 가만히 상대로 나선 여성을 주시했다. 깨끗이 빗어 넘긴 머리카락에 단정한 옷차림. 어깨와 가슴부위를 받치고 있는 단조로운 분리형 갑 옷. 그리고 곧게 뻗은 서늘한 날이 인상적인 롱소드를 든 모습의 여성. 여기사. 이드는 그녀의 모습에 그레센에서 봤던 소수의 여기사들의 모습을 떠 올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금 저 앞에 있는 여성에게 대입시키자 거의 모든 부분이 딱 들어맞았다. 대체 누구에게서 훈련을 받고 배웠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완벽히 기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특히 사제의 시작신호와 함께 예의를 표하듯 검을 눈앞에 들었다 놓는 그 모습은 혹시 그녀가 그레센에서 떨어진 여기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이드가 잡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천천히 들어 올려진 켈렌의 검에서는 푸른 스파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 아티팩트?!!" 품안에 들어 있던 소검을 꺼내 쥐던 문옥련은 상대의 검에서 일어나는 스파크를 보며 소검을 손에서 놓았다. 상대의 무기에 놀라는 한편 그 것을 파악한 것이었다. 스파크라면 뇌(雷)의 힘일 것이고 그 힘은 소검을 통해 그녀에게 전해질 것이기에 그러한 상황을 미리 봉쇄한 것이었다. 누가 보면 무기 없이 어떻게 싸우겠느냐고 하겠지만, 그녀의 무기는 소검 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문옥련의 손이 나풀거리는 넓은 소매 안으로 사라져 있었다. "그럼... 내가 먼저 공격할 까요?" 중국어였다. 그 말을 켈렌이 알고 있을 리가 없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 때문에 예민해진 감각으로 문옥련이 하는 말의 "뜻"을 느꼈던 것이다. 문옥련은 상대가 고개를 끄덕이자 한 손을 들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한 발을 앞으로 내 밀었다. "우선.... 월광보(月光步)라는 보법입니다." 스스슷 마치 바닥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문옥련의 신형이 표표히 여기사의 전면을 향해 날아갔다. 그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아 어디로 움직일지 전혀 예측되지 않았다. 하지만 켈렌도 만만한 여인은 아니었다. 들고 있던 그녀의 검이 내려가며 대신 반대쪽 손이 올려지며 문옥련을 가리켰다. "매직 미사일!!" 카캉. 카카캉. 펑. 문옥련은 갑작스런 켈렌의 시동어와 함께 자신을 덥쳐오는 세 개의 매직 미사일의 모습에 잠시 정신을 빼앗겼다 급히 소매를 휘둘러 두개를 막고 하나를 피해 버렸다. 그녀로서는 상대가 마법까지 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티팩트를 가진 마법검사라.... 조금 까다롭겠는걸. 소이월광(素二月光)!!" 매직 미사일을 피해 몸을 옆으로 피했던 문옥련은 그 탄력을 그대로 살려 켈렌에게 날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헐렁해 보이던 그녀의 소매가 마치 연검 처럼 움직이며 켈렌의 팔과 등으로 날아들었다. 켈렌은 그 움직임에 움찔하며 급히 실드를 형성하며 자신의 마법검을 휘둘렀다. 카아아아앙. 파즈즈즈즈즈즈.... 정말 천이 이런 위력을 낼 수 있는가 싶었다. 문옥련의 한 쪽 소매는 실드에 튕겨 나갔지만 반대쪽 소매는 켈렌의 마법검과 부딪히며 푸른빛 스파크를 한 참이나 튀겨내고 떨어진 것이다. 헌데 방금 전 까지 강렬한 스파크가 튀었을 것이 뻔한 문옥련의 소매는 매끄러운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에 감탄하고 있을 정신은 없었다. 문옥련이 떨어지자 마자 켈렌이 공격해 들어온 때문이었다. 켈렌은 방금 그 한번의 격돌로 오래 끌수록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옷이라면 불에 타겠지. 변환. 그란트 파이어 오브 블레이드! 웨이빙 어스!" 두개의 시동어가 동시에 작동했다. 방금 전 까지 뇌검(雷劍)이었던 켈렌의 검이 화검(火劍)이 되고, 그녀를 중심으로 땅이 약하게 나마 파도치듯 흔들렸다. "우웃.... 아티팩트가 아니었군." 갑작스런 땅의 율동에 순간이지만 몸의 균형이 무너졌다. 그 뜸을 타고 켈렌의 검이 날아들었다. 문옥련은 잠시 망설이다 부딪히기를 피하고 몸을 피했다. 아무리 그녀의 소매가 내력으로 연검과 같은 강도를 가진다 해도 원래가 천인 이상. 저 마법의 불길에 타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대신 나오려다 모습을 감추었던 소검이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켈렌을 향해 날아갔다. "월혼시(月魂矢)!" 켈렌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에 이런 무기도 지니고 있었나 생각하며 실드를 형성하며 소검을 튕겨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다시 한번 문옥련의 목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저리 튕겨 나가던 소검이 다시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것이었다. "회혼(廻魂)!!" 257 켈렌의 입에서 처음으로 마법의 시동어 아닌 말이 흘러나왔다. 의외로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누가 이길 것 같아?" 정신없이 두 사람의 싸움을 관전하고 있던 오엘은 건성으로 고개를 내 저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연신 검을 날리는 문옥련과 켈렌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잠시라도 눈을 땠다가는 중요한 순간을 놓쳐 버릴 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실제 그들이 싸움을 시작한 것은 이 분, 그 짧은 시간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많은 충돌이 있었다. "아뇨." 이드는 생각도 하지 않고 고개를 저어대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아주 싸움 구경에 푹 빠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런 걸 보면서 여러가지 방향에서 생각을 해보는 것도 좋은 수련의 방법이다. 이드는 노크하는 모양으로 그녀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같은 질문을 다시 던졌다. "어떻게 생각하냐니까? 싸움을 구경하면서 그런걸 예측하는 것도 하나의 수련이야. 보면서 생각해봐." "음.... 제 생각엔.... 승부가 나지 않을 것 같은데요. 한 쪽은 공격만 해대고 한 쪽은 실드로 방어만 하고 있으니까. 지구력이 강한 사람이 이기는 거 아닌가요?" 확실히 지금의 상황이 그랬다. 이드는 혀를 쯧쯧 찼다. 그가 바란 대답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지금 그녀의 대답은 전투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오엘 정도의 사람이라면 좀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오엘, 그냥 눈으로만 보지 말고 싸우는 사람들을 느껴. 그래야 그 사람의 기량을 알 수 있으니까. 두 사람 모두 수준급의 실력들이야. 그렇게 쉽게 끝나지는 않아. 좀 더 느끼고 생각해봐. 너 정도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그런걸 느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참고로 나는 이모님이 이길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앞으로..... 스무 초식 안에." 오엘은 이드의 말에 문옥련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는 별다른 일이 없는데 이십 초 아니, 이제는 십 오 초만에 끝을 낸다? 오엘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문옥련만을 바라보았다. 이드의 말대로 그녀에게 무언가를 느끼려 애썼다. 이드가 이미 가능한 일이라고 했기에 더욱더 깊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무언가 꽉 막힌 듯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무언가 큰 것이 터지길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랄까? 사숙이 말했던 이십 초가 다되어 간다. 오 초, 사 초, 삼 초.... 순간 무언가 막혔던 것이 뚫리는 느낌과 함께 문옥련의 움직임이 폭발적으로 커지며 순식간에 켈렌에게로 이동했다. 어느새 켈렌도 실드를 거두고 검을 쥐고 있었다. 그녀의 주위로는 여전히 소검이 날아다니며 그녀를 노렸고, 그 뒤를 이어 문옥련의 양 소매가 날아들었다. 꽈아아앙!!! 오엘은 한 순간 폭음에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폭음이 가라앉을 무렵 다시 뜨여진 그녀의 눈에 보인 것은 옷의 여기저기가 조금 상하긴 했지만 처음 켈렌과 다를 바 없는 문옥련의 모습과 땅에 내동댕이쳐진 체 겨우 몸을 일으키는 켈렌의 모습이었다. 그녀가 쥐고 있던 검은 그녀의 한 참 뒤의 땅에 꽂혀 있었다. 아무리 봐도 더 이상의 싸움을 무리 같았다. 그것을 확인한 사제는 곧 문옥련의 승리를 알렸다. "뭐 좀 느꼈어?" 오엘은 그제야 이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네, 생각해보니 제가 직접 싸울 때 이런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있어요. 그렇지만 이렇게 구경하면서 느껴본 건 처음 이예요." "당연하지. 전투 중엔 상대에게 집중하게 되니까 충분히 느낄 수 있지. 대게 실력이 되는 사람들은 상대를 알아본다는 말이 있지? 그게 대부분 아까 네가 느꼈던 것과 같은 그런 느낌으로 상대를 알아보는 거야. 상대의 강함을 느끼는 거지. 물론 자신보다 높은 경지의 사람들은 자신의 내력을 완전히 조절하기 때문에 느끼기 힘들지만 말이야." "그럼 사숙처럼 언제 승부가 날거란 건 또 어떻게 알 수 있죠?" "음.... 예를 들면 바둑같은 거야. 바둑을 두고 있는 두 사람보다 좀 더 높은 실력을 가진 사람이 바둑판을 보면 결과를 대충 예측할 수 있잖아. 그것과 같은 거지. 궁금하면 좀 더 실력을 키워봐." "결국... 더 수련하란 말이네요. 아, 또 시작이다." 이드의 말에 입술을 비죽이던 오엘은 사제가 다시 더듬더듬 입을 여는 모습에 고개를 그쪽으로 돌렸다. 이번에 호명되어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세르네오였다. 그녀는 처음 일행들을 맞을 때와 색깔만 다른 붉은색 원피스에 은빛의 길고 긴 허리띠 액세서리를 하고 있었다. 첫 인상이 푸른색의 원피스에 귀엽고 환해 보이는 반면 이번 붉은색 원피스는 그녀의 짧은 붉은 머리와 어울려 요염해 보였다. 그녀의 상대로는 마법사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호명되었다. 세르네오는 상대와 마주하자 슬쩍 손을 허리띠의 끝을 잡았다. 그리고 사제의 시작신호와 함께 큰 호선을 그리며 휘둘러지는 그녀의 손길을 따라 맑은 쇠 구슬 굴러가는 소리에 듣기 좋게 울려 퍼졌다. 그와 함께 허공을 수놓는 길고 긴 은 빛의 빛 나는 빛줄기는 보는 이의 시선을 확 잡아 끌어들이고 있었다. 이드는 허공에 너울거리다 땅에 내려앉는 빛줄기의 정체에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허공을 수놓던 은빛의 빛줄기. 그것은 다름 아닌 손가락 굵기의 연검이었다. 그것도 언뜻 보더라도 이 미터 이상은 되어 보이는 엄청난 길이를 자랑하는 검이었다. 그 검은 다름 아닌 세르네오가 허리에 두르고 있던 허리띠 안에 꼽혀져 있었다. 즉 그녀가 원피스를 입으며 허리에 두르고 다니던 그 액세서리같은 허리띠가 바로 연검의 칼집이었던 것이다. 이드는 그 검과 검집을 만들어낸 제조 기술에 놀랐다. 또 저런 검을 다룰 줄 아는 세르네오에게 다시 한번 놀랐다. 연검은 그 하늘거리는 특성상 보통의 검 보다 더욱 다루기가 힘들다. 능숙히 다루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 한 것은 물론이고, 검의 본래 위력을 내기 위해서는 최소 검에 검기를 주입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하다. 그처럼 연검은 사용하기가 힘들지만, 일단 본래의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면 그만큼 현란하고 변칙적인 초식을 운용할 수 있는 무기도 드물다. 헌데 그런 어려운 연검의 길이가 무려 삼 미터에 가깝다니. 그리고 여기서 주목할 점이 바로 세르네오가 대표전에 저 검을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만큼 저 검을 다룰 자신이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저런 검을 능숙히 다루는 세르네오의 모습이라. 잘 상상이 가지 않는 모습에 이드는 눈을 반짝이며 세르네오와 그녀의 검을 주시했다. 그럼 모습은 가디언 본부장인 놀랑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똑 같은 반응이었다. 다만, 그녀의 상대인 마법사만이 처음 보는 괴상한 무기에 어떻게 공격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싸움의 스타트는 그가 끊었다. 마치 뱀처럼 슬금슬금 움직이는 은 빛 검 날의 모습에 결국 먼저 손을 쓴 것이었다. "한번에 끝을 내지. 바람을 태우는 불꽃이여 거대한 바람의 흐름을 타고 지금 나의 적을 소멸시켜라. 플레임 트위스터!!" 거대한 불의 폭풍. 멀리 떨어진 자신들이 있는 곳까지 덮쳐올 정도의 열기를 뿜어내며 세르네오에게 다가가는 거대한 불꽃의 회오리를 본 이드는 급히 세르네오를 시야에 담았다. 그녀가 어떻게 대처할 지가 궁금했다. 저 긴 연검으로 어떻게 대처 할 것인가. 이드는 기대를 담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의 연검은 그 기대를 충족시켜 주었다. 검의 회오리. 세르네오의 연검이 보여 주는 것은 말 그대로 검의 회오리였다. 불꽃의 회오리가 다가오자 세르네오의 팔은 하늘 저 높은 곳을 향해 들어 올려졌다. 그 후 강변의 갈대처럼 하늘거리는 그녀의 팔을 따라 축 늘어져 있던 연검이 허공에 유려한 은 빛 곡선을 수놓기 시작했다. 연검은 세르네오의 팔을 따라 점점 그녀 주위로 회전하다 결국에는 그녀를 은 빛 검막(劍幕)속에 가두어 버렸다. 그런 연검의 모습은 검이라기 보다는 채찍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잠시 후 그녀가 만들어낸 검막이 불꽃의 회오리가 맞다은 순간 은 빛의 검막은 그 색을 바꾸어 붉은 빛을 띠었다. 다름 아니라 세르네오의 검기가 발해진 것이다. 콰과과광... 후두둑.... 후두두둑..... 엄청난 폭음과 함께 마법과 검기의 막은 눈부신 빛을 뿜어내며 서로 상쇄되어 사라져 버렸다. 그 강렬한 빛의 폭풍에 거의 모두가 눈을 돌렸지만 이드를 비롯한 몇 몇 반은 그 빛 속을 바라볼 수 있었다. 폭발의 여파로 튕겨 올라간 돌과 흙이 소나기처럼 떨어지는 공간 사이로 빠르게 전진하며 검을 떨쳐내는 세르네오의 모습. 그것은 마치 회오리바람이 허공 중에 산산이 흩어지는 것처럼 현란하고, 복잡했다. 순식간에 수십 수백의 그림자를 만들어 낸 연검은 마법의 여파로 아직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마법사의 전신을 유린했고, 검 날 앞에 그대로 몸을 드러낸 마법사의 전신은 얇은 면도날에 베이듯 여기저기 베이며 붉은색 생명수를 흘려냈다. "과연.... 저 정도면 정말 절정의 수준이야. 어쩌면 여기 본부장이라는 사람하고 맞먹을 지도 모르겠는걸?" 이드는 세르네오를 높이 평가했다. 그 정도로 그녀의 실력은 뛰어났다. 특히 저 기형의 연검을 다루는 실력은 정말 탁월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만들 정도였다. "우웃... 눈 부셔. 어엇? 어떻게 된 거죠? 상황이 벌써 끝나다니..." 부신 눈을 비비던 오엘은 방금 전 까지 검기와 마법이 회오리 치던 대지 위를 바라보았다. 이미 충격의 여파로 완전히 파 뒤집어진 대지 위엔 거지 누더기가 부러울 정도로 난자된 옷을 걸친 마법사가 앉아 헐떡이고 있었는데, 오엘이 바로 그 모습을 본 것이었다. 저 정도라면 이미 싸움의 승패는 결정이 난 것이었다. 그렇게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오엘의 귀로 이드의 충고가 들려왔다. "앞으론 안력(眼力)수련도 같이해. 고작 그 정도의 빛에 눈을 감아버린다면, 이미 네 목은 없어. 저 마법사처럼 말이야." "....네." 오엘이 이드의 말에 대답할 때 심판을 보던 사제는 급히 마법사에게 달려가며 더듬거리는 말로 급히 입을 열었다. "이번 대표전은 세르네오님의 승리입니다. 그 보다 제로 쪽에서 마법사분이 있으시면 빨리 나와서 치료를 해주세요." 과연 사제라서 인지 마법사의 상체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만약 신성력과 반발하는 마법사만 아니라면 신성력으로 자신이 직접 치료를 했을 것이다. 마법사는 제로에서 달려나온 몇 명의 인원에 의해 제로의 진영쪽으로 옮겨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역시, 대단해. 저번에 봤을 때 보다 실력이 늘었는걸.... 잘했어." 놀랑의 칭찬에 세르네오는 고개를 간단히 숙여 보이고는 곧 라미아를 찾아 유쾌하게 손으로 V자를 그리며 수다를 떨어댔다.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죽이 척척 맞는 두 사람이었다. 좌우간 이번의 승리로 인해 다음 한번만 가디언 측이 승리하게 되면 더 이상의 대표전은 필요도 없게된다. 그때 세르네오의 뒤를 이어 싸움을 이어갈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사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 나서는 그는 가디언들의 환호를 받고 앞으로 나섰다. 이번에 그만 승리를 거두게 되면, 오늘의 전투는 모두 끝이 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행들의 기대가 지나쳐 부담이 되었을까? 세 번째 싸움에서는 가디언측이 제로에게 처절하게 깨지고 말았다. 처음으로 가디언 측에서 나선 마법사였는데, 상대편 마법사에게 아주 보기 좋게 두드려 맞아 버린 것이다. 말 그대로 마법사의 지팡이에 전신이 시퍼렇게 멍들도록 맞았다. 저 정도라면 마법으로 치료를 하더라도 아릿한 고통의 감각이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들 정도였다. 이제 두 번의 전투가 남았다. 사제는 남은 네 장의 종이 중 아무 생각 없는 표정으로 두 장을 집어들었다. 무심코 종이를 펴보던 사제가 움찔했다. 그가 아는 인물인 모양이었다. 과연 그랬다. 그의 입에서 놀랑 본부장이 호명된 것이었다. 그의 이름이 불려지자 가디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한 나라에서 본부장의 직위를 가진 사람들의 실력이 어떤지 아는 사람들이기에 이미 이번 전투는 다 이겨놓은 싸움이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만 한 것이 놀랑은 검으로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사람임과 동시에 바람의 정령을 다룰 줄 아는 정령검사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종종 예측하지 못 할 황당한 일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이 검과 마법이 실제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황당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도 아마 그런 특이하고 황당한 일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그럴 것이다. 분명 그래야 한다. 그래야지 지금 본부장의 목 앞에 다아 있는 파르스름하게 날이 선 검 날이 설명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가디언 본부장인 놀랑의 목에 검을 들이대고 있는 상대는 고작 이십대 중반의 나이의 호리호리한 검사. 그런 그가 프랑스의 자존심이라 할 만한 인물을 제압하다니, 말도 되지 않는다. 가디언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는 간단했다. 놀랑이 호명을 받고 앞으로 나섰을 때 이에 대응해 상대편 제로의 진영에서 나오는 인영을 보고 가디언들 모두는 놀랑의 승리를 확신했다. 척 보이기에도 약해 보이는 상대 때문이었다. 더구나 싸움이 시작되었는데도 검기를 두르지 않고 검을 휘둘러 오는 모습에 그 확신은 믿음으로 변해갔다. 검기를 상용하지 않는 상대의 모습에 배려를 하려 함인지, 놀랑도 상대를 따라 덩달아 검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아마 몇 초 정도 검을 썩어줄 생각이었을 것이다. 헌데, 다음에 일어난 상황은 그 것을 허락치 않았다. 사아아악!!! 까깡이 아니었다. 검과 검이 부딪히며 날카롭게 울려야할 검의 울음소리 대신해 무언가 잘려져 나가는 듯한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상대의 검은 놀랑의 목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워낙 순식간에 또 예측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 덕에 모두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무도 놀랑의 검이 잘려나가 버릴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 뒤를 이어 잘려진 놀랑의 검 조각이 사람의 귓가를 때리며 땅 바닥에 떨어졌다. "으으.... 마, 말도 안돼." "이건 분명.... 마법으로 농간을 부린거야."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몇 몇 가디언들은 고개를 돌리며 지금의 상황을 부정했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을 지울 수는 없는 일. 사제의 승패를 결정짓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 장면을 바라보던 이드의 마음속으로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그녀의 옆에는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본부장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던 세르네오가 황당한 표정으로 본부장과 그 상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 마법이에요.' 그럴 것 같았다. 이드가 보기에 놀랑을 상대한 남자의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 보이는 것도 아니었고, 그 들고 있는 검이 보검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드도 별달리 신경을 쓰지 않았기에 모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절삭성을 높이는 마법과 검의 강도를 높이는 마법을 사용했어요. 거기다 상대가 검에 마법을 건 것을 알지 못하도록 마나까지 숨겼어요. 하지만 정말 머리 잘 썼어요. 본부장의 상대로 저 사람이 지명되자마자 이런 방법을 사용한 걸 보면 말이예요.' '동감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실력이지.' 확실히 그랬다. 검에 마법을 걸지 말라는 규칙은 애초에 없었다. 때문에 가디언 측에서는 아무도 따지지 못했다. 검에 마법이 걸린 걸 알아보지 못 한 이쪽의 실수인 것이다. 하지만 억울하고 분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마치 어린 아니가 입에 물고 있던 사탕을 억지로 빼앗긴 기분이랄까? 순식간에 대표전은 원점으로 돌아와 단판 승부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제 양측의 마지막 대표에 의해 결정이 나게 될 것이다. 문옥련이 이드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이드의 손을 꼭 쥐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다치지 말고 잘해라." "에... 에? 그게 무슨...." 이드는 갑작스런 문옥련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때였다. 벌써 다섯 번째건만 여전히 더듬거리는 말투인 사제로부터 마지막 대전자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그... 그럼 이번 승부를... 결정지을 양측의 대전자입니다..... 가디언 측의 대표로는 한국의 이드님이, 제로 측의 대표로는.... 단님이 되겠습니다. 두 분은 앞으로 나와주세요." "그, 그런....." 이드는 자신의 양 귀로 들어온 사제의 목소리에 문옥련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녀가 했던 말이 이해가 갔다. 아마 회의를 진행한 사람들 중의 한 명으로 대표 다섯 명의 이름정도는 알고 있을 그녀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이드는 제로와 별로 손을 나누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이드는 그런 자신의 생각을 문옥련에게 전했다. 그 사이 상대는 이미 앞으로 나와 있었다. 완고한 인상에 일본도를 든 반백의 사내였다. 그는 전혀 내력을 갈무리하지 않았는지 전신으로 날카로운 예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이모님...." 축쳐진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이드의 모습에 문옥련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대표로 뽑긴 했지만, 당사자에게 물어보지 않은 실수가 지금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대표를 교체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제로 쪽에서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휴~ 미안해. 먼저 물어봤어야 하는 건데. 그렇지만 어쩔 수 없잔니." 이드는 눈 꼬리가 축 늘어지는 문옥련의 모습에 괜히 자신이 그녀를 다그치는 것 같은 기분에 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돌렸다. "뭐... 어쩔 수 없죠. 이렇게 된거.... 하는 수밖에. 걱정 마세요. 라미아, 갔다올게." "어려운 상대는 아닌 것 같지만 조심하세요." 라미아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간 이드는 그대로 사제가 있는 곳까지 걸어나갔다. 단은 이미 자신의 일본도를 꺼내들고 있었는데, 엄청난 공을 들인 것 검인 듯 검인(劍刃)으로 부터 파르스름한 예기가 흘렀다. 칼의 재질은 모르겠지만 파르라니 흐르는 저 예기만은 명검에 뒤지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늦었습니다." 이드의 사과에도 단이란 사람은 아무런 표정도 말도 하지 않았다. 이드는 꽤나 어려운 사람이라 생각하며 일라이져를 뽑아 들었다. 순간 사제와 단으로부터 동시에 반응이 왔다. 단은 일라이져라는 검의 우수함에, 사제는 일라이져에 은은히 흐르는 신성한 은빛에. 하지만 자신의 일을 잊지는 않았는지 사제는 뒤로 물러서며 이드와 단에게 싸움의 시작을 알렸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드는 포권을 해 보이며 일라이져를 바로잡았다. 그러나 단은 이드의 이런 인사에도 전혀 그런 것에 상관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신의 도를 끌어당겼다. 이드도 인사를 바라고 한 것이 아니기에 신경쓰지 않았다. 대개 저런 류의 사람은 자신이 인정하는 상대가 아니면 본 척도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제로에 있다. 그렇다면 그 룬이라는 소녀는 저 사람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소리다. '꽤 대단한 아이인가 보네.'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들고 있던 일라이져를 슬쩍 내려 뜨렸다. 상대에게 먼저 공격을 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단은 이번에도 그런 이드의 뜻을 본체도 하지 않고서, 검을 들고 있을 뿐이었다. 아마도 자존심일 것이다. 자신의 하수로 보이는 상대에게 먼저 선공을 가하지 않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자 이드는 재밌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그럼 누가 먼저 손을 쓰는지 두고보자고....' 258 '좋아. 그럼 누가 먼저 손을 쓰는지 두고보자고....' 이드는 아래로 향해 있던 일라이져를 완전히 늘어트렸다. 순간 이드는 단의 눈썹이 꿈틀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가디언 측은 물론 제로 쪽에서도 웅성이기 시작했다. 대전을 위해 나선 두 사람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뭐하시는 거예요?'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보고 있기가 답답했었나 보다. '뭐하긴, 싸우고 있지.' '그것도 싸움 이예요?' '싸움은 싸움이지.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는 자존심 싸움.'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어 보였다. '칫, 자존심은 무슨.... 오래 끌지 마세요. 그래야 제 시간에 점심을 먹을 수 있다 구요.' 과연 그녀의 말대로 태양은 하늘 한 가운데 걸려있었다. '쩝, 어떻게 넌 주인의 자존심 보다 점심이 더 중요하냐?' '흥, 언제 이드님이 자존심 챙긴 적 있어요? 그런 적이 있어야 내가 이드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죠.' '야!' 이드는 자신을 무시하는 라미아의 발언에 발끈해서 소리쳤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도 모르게 유치하기만 한 말싸움을 해나갔다. 그렇게 아무 일 없이 십 분이 흘렀다. 단의 자세 역시 한 점의 흐트러짐 없이 똑 같았다. 이미 두 사람의 등뒤에 있는 양측은 처음의 긴장감을 날려버리고 있었다. 십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긴장감을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 이드와 단이 마주 바라보기 시작한지 이십 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제로 측에서부터 두 사람의 이 지루한 대치 상태를 풀어줄 말소리가 들렸다. "맞아! 어디선 본 것 같다 했더니, 저 소년 록슨에서의 첫 전투 때 가디언 측에서 싸웠다는 확인되지 않은 두 명의 실력자 중 한 명이야!!" "어쩐지... 나도 어디서 본 것 같더라니..." 일부러 크게 말하는 것인지 놀라서 그러는 것인지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컸다. 아마도 전자일 가능성이 컸다. 같은 제로의 단원인 만큼 단의 성격을 잘 아는 사람들이 일부러 그가 듣기를 바라며 크게 말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감상이라도 하 듯 일라이져에 머물러 있던 단의 시선이 이드의 전신을 아래위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대단한 실력이라고.... 미카에게 들었다." 단이 고개를 신경써야 보일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며 처음 입을 열었다. 아주 듣기 좋은 베이스 톤의 목소리였다. 그와 동시에 그의 손에 들려있던 도가 그 위치를 바꾸었다. 뒤쪽에서 앞쪽으로. 이드가 공격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먼저 공격하겠다는 의미를 가진 자세. 그는 미카에게 전해 들었던 이드에 대한 이야기로 이드를 인정한 것이었다. 이드는 그의 말에 미카라는 이름을 중얼거리며 기억해 냈다. 그런 그의 손은 어느새 들어 올려져 있었다. "실례지만, 미카라는.... 분과는 어떤 사이시죠?" "사제(舍第)다. 미카가 인정한 그 실력, 직접 겪어보겠다. 먼저 선공을 취하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검이 우우웅 거리는 울음을 토하며 현오(玄烏)색 검강을 싸아 올렸다. 주위의 빛을 흡수해 버릴 듯 검은 현오색의 검강은 무엇이든 부셔버릴 듯한 기세였다. "재미 있겠네요. 오시죠." 답을 하는 순간 일라이져의 검신을 따라 일 미터가 넘는 은백색 검강이 피어올랐다. 무형검강에 의한 강기였다. "내가 듣기론 붉은 색의 검강 이었다고 들었는데.... 그것만은 아닌 모양이군. 우선은.... 망(忘)!" 쿠우우웅... 마치 빈 허공을 베어내는 것 같은 초식이었다. 이드는 주위에 검은 어둠을 드리우며 날아드는 안개와 같은 형태의 검강에 일라이져를 앞으로 떨쳐냈다. 그 모습은 전혀 검초를 펼치는 것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엉성해 보였다. "저에게도 비슷한 초식이 있죠. 무형기류(無形氣類)!!" 일라이져의 검신에서 무형기류가 펼쳐지자 은백색의 안개 같은 검기가 검은 안개를 막아나갔다. 마치 마법과 같았다. 검은 안개와 백색 안개의 싸움. 하지만 정작 그 안개를 내 뿜은 안개의 주인들은 이미 자신들의 자리에서 몸을 감추고 있었다. 이어서 날카로운 검격 음이 들려온 곳은 처음 단이 서있던 곳에서 한 참 오른쪽으로 떨어진 곳이었다. "하앗... 무형일절(無形一切)!!" 이드는 한 번의 검격으로 서로의 거리가 벌어지자 마자 거대한 반달형의 검강을 날렸다. 마치 거대한 배가 밀려오는 듯한 느낌의 검강이었다. 이드는 검강의 뒤를 바짝 쫓아 단에게로 날아들며 그를 바라보았다. 단은 빠르게 다가오는 은 백의 검강을 피할 생각도 않고 있었다. 오히려 손에 쥔 도를 앞으로 쭉 뻗으며 강렬한 기합을 발했다. "첨인(尖刃)!!" 쓰아아아악. 단의 도에서 가공할 예기가 뻗어 나왔다. 이드는 현오색 검기가 한데 모이며 뾰족한 하나의 바늘처럼 변하는 모습이 보였다. 저런 검기라면 무형일절을 받아내진 못하더라도 돌파하고 들어와 자신에게는 다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드는 급히 금리도천파의 신법으로 몸을 허공에 날렸다. 때를 맞추어 무형일절의 검기를 뚫고 들어온 검은 실과 같이 변한 검강이 이드가 있던 자리를 스쳐지나갔다. 이드는 그 느낌에 허공 중에 그대로 검을 그어 내렸다. 헌데 일라이져가 휘둘러 진 곳은 원래 단이 서있던 곳이 아니라 그 위쪽의 허공이었다. "어딜 도망가시나. 무형극(無形極)!!" 일라이져의 검신에서 무수히 많은 벌 때와 같은 무형의 기운이 뿜어졌다. 그 기운은 곧 바로 무형일절을 피해 몸을 날린 단에게 날아들었다. 그의 몸 한 치 앞에서 은백색을 뛰기 시작한 기운들의 정체는 마치 콩알만한 작은 기운들이었다. 콰콰콰쾅..... 파파팡.... "크욱... 쿨럭.... 이런.... 원(湲)!!" 마치 큼직한 철퇴에 정신없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정신 없어하던 단은 어느새 자신이 다시 떨어져 있다는 것과 자신을 덮쳐오는 무형일절을 인식했다. 자신이 작은 구멍만 뚫고서 내버려둔 은백색 검강. 단은 이미 피하기 늦었다는 것을 알기에 최대한 몸을 낮추며 도를 빙글 돌렸다. 순간 그의 도에서 검은 빛 기운이 폭포수처럼 흘러나왔다. 그렇게 흘러나온 기운은 주위로 퍼지지 않고 단을 중심으로 일정한 영역을 정해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그 흐름은 숙식간에 소도를 더했다. 덕분에 이드의 검강이 검은 기운에 달했을 때 그 흐름의 속도는 실로 확인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다음 순가. 무형일절의 검강은 그 흐름에 휘말려 듣기 거북한 소리를 내며 흐름을 따라 완만한 각도로 하늘 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후아~ 무형일절을 그 이상의 흐름에 실러 날려버렸단 말이지. 좋은 수법." 이드는 그의 수법을 높이 평가했다. 원이라는 수법은 상대의 흐름을 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흐름으로 상대를 끌어드리는 수법이었다. 그사이 단은 잔기침을 삼키며 몸을 일으켰다. 그런 그의 전신은 잔잔히 떨리고 있었다. 이미 무형극으로 인한 타격으로 적지 않은 충격과 내상을 입었다. 그 위에 진기의 소모가 과도한 원의 수법을 사용한 덕분에 내상은 더욱 심해졌다. 그러는 중에도 단은 도를 지팡이 삼아 몸을 지탱하거나 아래로 내려트리지 않았다. 하지만 전투는 더 이상 무리다. 단은 저 앞에 서있는 이드를 바라보았다. 예상했던 것 보다 몇 배나 강한 소년이었다. 미카가 대단하다 평가하긴 했지만 그것도 모자른 평가였다. 아마도 자신의 사제는 이 소년의 능력을 확실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단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미카의 말 덕분에 싸우게 된 상대는 너무 만족스러웠다. 비록 자신이 지긴 했지만, 자신의 마음에 드는 전투를 한 때문에 기분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쿨럭쿨럭.... 흐음.... 대단한 실력이다. 아직은 모자라지만, 더 강해진다면 룬의 검 브리트니스와 겨룰 만 하겠다." "칭찬 감사합니다." 이드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피식 웃어 버렸다. 자신이 모시고 있는 존재와 비교해 주었으니, 고맙다고 해야하나? '그런데...... 브리트니스? 브리트니스.... 어디서 들어본 것도 같은데.... 뭐였지?' 검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되뇌어 보았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단의 말에 곧 그 생각은 한 쪽으로 치워져 버렸다. "칭찬은 아니다. 쿨럭... 사실을 말했을 뿐이지. 그리고 또 한 너와 같은 실력자와 겨룬 만큼 나는 졌지만 상당히 만족스럽다. 쿨럭쿨럭...." 다시 한번 잔기침을 내 뱉은 단은 조금은 떨리는 불안한 손길로 도를 도집으로 돌려보내며 처음 인사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이드를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여 보였다. 자신과 비슷하거나 자신 이상의 실력을 가진 자가 아니면 인정하지 않는 골수무인이 인사를 한 것이다. 이드는 그 모습에 황급히 마주 포권해 보였다. 인사를 마친 단은 조용히 뒤로 돌아 제로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그가 돌아가자 마자 같이 있던 마법사들이 치료를 위해 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단은 그들을 뒤로 물리고 안쪽으로 들어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않아 눈을 감아버리는 것이었다. 아마도 자신이 직접 치료하겠다는 자존심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저 뒤쪽으로 한참이나 물러나 있던 사제가 돌아와 승자의 이름을 외쳤다. "마, 마지막.... 대표전. 승자는 이드님입니다. 대표전의 결과... 총 다섯번의 대전 중 세 번을 승리한 가디언 팀이 이번 대표전의 최종 승자가 되겠습니다." 우와아아아아아....... 가디언들이 서 있는 쪽에서 기쁨에 찬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불리한 상황에서의 목숨을 건 싸움도 피할 수 있었고, 자신들이 지켜야할 조국의 수도도 안전히 지킬 수 있었으니 그들로선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뿐 것은 오늘 더 이상의 전투는 없을 거라는 것이었다. 이드가 다시 자리로 돌아가자 그 함성 소리는 이드라는 이름을 외치며 더욱 격렬해 졌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번 승리의 주역은 이드였기 때문이었다. 또 방금 보여주었던 그 전투의 수법들과 강렬함이 그들을 흥분시켰던 이유도 있었다. 끝도 없이 치솟던 함성소리는 본부장의 손짓에 의해 점점 줄어들며 다시 조용해 졌다. 가디언들의 흥분이 가라앉자 제로 측에서 존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는 입맛이 쓰다는 듯 쩝쩝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확실히 존의 입장에선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승리가 확실할 것 같았던 전투가 자신의 몇 마디 말로 인해서 완전히 뒤집어 져버렸으니 어떻게 아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선은.... 그쪽의 승리를 축하하오. 대단한 실력자들이 많았소. 인상 깊었던 가디언도 있었고." "고맙소. 그럼 이제 제로는 다시 물러가는 것이요?" 놀랑은 인사보다는 제로의 약속을 먼저 챙겼다. 그에겐 그 사실이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물론이요. 약속은 반드시 지켜질 것이요. 우리는 지금 이 길로 파리 점령을 패배로 인정하고 물러날 것이오. 하지만 조만 간에 또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오. 그때는 이번과 다른 결과를 장담하지." "나 역시. 그때는 당신이 말했던 사실을 철저히 조사해. 당신의 말에 휘둘리는 일이 없게 할 것이요." 존은 놀랑의 말에 동그란 눈으로 잠시 그를 바라보더니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런 존의 입가엔 뜻을 알 수 없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 재밌어 지겠군." 확실히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될 것이다. 기대될 만큼. 다시 제로측으로 돌아간 존은 단원들을 챙기며 강시들을 한쪽으로 몰아 세웠다. 철수하겠다고 말했으면서 돌아갈 생각은 않고 강시들을 한쪽에 몰아세우다니.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그 행동에 모두의 시선을 모여들었다. 존은 그 시선을 느끼며 품속에 지니고 있던 보통 스크롤의 두 배 크기를 자랑하는 스크롤을 꺼내 찢었다. 이 세상에 오직 한 사람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마법을 저장해 둔 스크롤. "리아 아푸아 세이닝(영역 지정 봉인)!!" 파아아아.. 존의 생소한 시동어와 함께 스크롤의 붉은 빛이 백 수십여의 강시들 주위를 둥글게 휘돌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강시들의 희미한 그림자만을 남기며 미세한 틈도 없이 완벽히 감싸 버렸다. 다음 순간 붉은색의 기운이 굳어지는 느낌이 들더니 거대한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 순식간에 줄어들어 어른 주먹만한 구슬로 변해 땅에 떨어졌다. 구슬이 떨어진 곳에는 있어야할 강시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었다. 강시들이 서있던 곳 역시 오목하게 파여 거대한 홈을 만들어져 있었다. 그 홈의 크기는 방금 전 강시들을 휘감던 붉은색 둥근 기운과 그 크기가 같았다. ".... 봉인." 이드는 제로중 한 명이 붉은색의 구슬을 집어드는 모습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분명 자신이 생각이 맞다 면 저 모습은 봉인 마법이다. 강시들과 깊게 파인 땅의 일부분은 저 작게 압축된 붉은 구슬안에 들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런 봉인 마법은 고위마법으로 지금은 사용할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구나 스크롤로 제작하기는 더욱더 어려운 일이다. 구슬을 챙긴 제로의 단원들은 다시 다섯 명씩 한 조를 이루었다. 그 중 한 명씩은 꼭 손에 작은 스크롤을 들고 있었다. "약속된 길의 문을 열어라. 텔레포트!!" 그것이 시작이었다. 한 조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스크롤을 찢으며 시동어를 외쳤다. 그럴 때마다 다섯 명의 인원이 빛과 함께 사라졌다. 이드는 그들의 모습에 록슨의 일이 생각났다. 그 세 명도 스크롤을 사용해서 사라졌었다. "쩝, 대단하군. 저렇게 많은 스크롤이라니... 스크롤을 찍어내는 기계라도 있는건가?" 이드뿐 아니었다. 다른 가디언들 역시 그와 비슷한 표정이었다. 그만큼 스크롤. 특히 텔레포트와 같은 마법이 걸린 스크롤은 구하기 힘들었다. 헌데 저 제로라는 단체는 나타날 때마다 저 스크롤을 써대고 있는 것이다. 헌데 그때였다.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는 모습으로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라미아가 번쩍 고개를 들며 발악하듯 이드를 향해 외쳤다. "잡아욧!! 이드님, 빨리 텔레포트 하지 못하게 잡아요. 어서~!!!!" 파아아앙. 질문은 없었다. 이드는 급박하다 싶은 라미아의 외침에 분뢰보의 보법을 사용해 땅을 박차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얼마나 빨랐는지 이드가 뛰쳐나간 자리가 깊게 파여 있었다. 그러나 상대는 모두 스크롤을 사용한 후였다. 이드는 존의 놀란 얼굴이 내 뻗은 손앞에서 희미하게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땅에 내려섰다. 츄아아아악 "칫, 늦었나?" 이드는 뒤로 쭉 밀려나는 몸을 바로 세우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미 존이 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사실 스크롤을 사용한 상대를 잡아내겠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이드는 머리를 긁적이며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그 주위엔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가디언들과 오엘이 서있었다. 이드라고 다를 것도 없었다. 라미아의 급한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움직이긴 했지만 이유를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무슨 일 인거야? 잡으라기에 얼결에 뛰어나가긴 했지만....' 이드는 느릿한 걸음으로 라미아를 향해 다가가며 물었다. '이드님은 브리트니스라는 이름 들어보신 적 없어요?' '아.... 어디서 비슷한 이름을 들어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 그런데 그게 왜? 혹시 그 브리트니스라는 것에 대해 알아?' '네, 알아요. 몇 번 들어보진 못했지만. 확실히 기억해요.' 이드는 어느새 라미아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대답을 재촉했다. 주위 사람들은 갑작스런 상황에 뭔가 묻고 싶었지만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는 둘의 모습에 뭐라 쉽게 말을 걸지 못하고 있었다. '이건 중요한 일 이예요. 이드님도 아시죠? 여섯 혼돈의 파편중 한 조각인 페르세르라는 이름. 제가 기억하기론 브리트니스는 바로 그의 검의 이름 이예요.' "뭐.... 뭐야앗!!!!!" 이드는 생각도 못한 명칭과 이름에 주위에 누가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입을 쩍 버리며 소리쳤다. 혼돈의 파편이라니. 이곳으로 날아와서는 생각해 보지 않은 이름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도 그 이름이 라미아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이드는 급히 라미아의 어깨를 잡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 정말이야? 그 말 정말이냐고?" "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가 기억하기론 확실해요. 페르세르가 가진 네 자루의 검 중 하나 브리트니스!" 이젠 라미아도 주위사람이 듣던 말던 입을 열었다. 자신 역시도 이드만큼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하, 하지만.... 분명히 이곳에 날아온 건 나뿐이잖아." "네, 그건 확실해요. 하지만 이미 그가 잊어버렸다고 했던 검이기도 해요. 이드님도 아시잖아요. 저희가 없을 때 그가 가일라를 공격했었다는 거..." "그래, 맞아. 그때 그랬어. 검이 사라졌다고..... 아, 미안." 이드는 그제야 생각이 나는지 고개를 끄덕이다. 자신이 라미아의 어깨 힘주어 잡고 있었던 것을 알고는 급히 손을 내놓았다. "괜찮아요. 그보다.... 존이 말했던 브리트니스가 페르세르의 것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확인해볼 필요는 있어요. 만약 정말 페르세르의 검이 맞다면, 그 검에 어떤 힘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말을 마친 라미아는 이드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드도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특히 라미아의 말 중에서 검이 가진 힘이란 말이 마음에 걸렸다. 카르네르엘이 말했던 봉인의 아티팩트. 라미아가 신경 쓰고 있는 부분도 그것일 것이다. "꼭..... 확인해야지." 그때였다. 점점 진지해져 가는 분위기에 쥐죽은 듯 가만히 있던 제이나노가 이야기가 끝난 듯 하자 슬그머니 다가온 것이었다. "저기.... 무슨 일.... 이예요?" 어느새 이드와 라미아 주위로 그들을 아는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259 다시 파리의 가디언 중앙본부로 돌아온 사람들은 승리를 자축하며 파티를 열었다. 속시원한 승리는 아니지만 희생된 사람 없이 파리가 지켜진 것만 해도 충분히 축하할 만한 일이었다. 덕분에 죽어나는 것은 중앙본부의 주방장과 그 보조들이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백 수십의 인원과 그들을 위한 파티준비라니. 원래 제대로 된 파티준비를 위해서는 하루나 이틀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헌데 그런 파티를 열겠다니... 하지만 뭐라 반발할 수도 없었다. 파리를 지킨 그들의 말이니 하라면 해야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중앙본부에는 항상 준비된 재료가 많다는 사실과 예의를 차린 파티가 아니니 맘 것 먹고 마실 수만 있게 하라는 명령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주방에서는 접시가 깨지는 소리가 요란한 사이. 가디언들과 용병들은 직접적인 전투는 없었지만 긴장으로 인해 흘린 식은땀을 씻어내고는 각자 파티 때까지 편히 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데 모여 앉아 자신들이 관전했던 대표전에 대해 이야기하기 바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의논하는 두 무리가 있었다. 바로 놀랑을 중심으로 각국의 가디언들과 이드와 라미아가 그들이었다. 놀랑과 가디언들은 존이 했던 이야기를 그냥 흘려들을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자신들도 제로의 단원들과 다를 바 없는 능력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국가에서 그런 그들을 실험실의 쥐처럼 연구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소, 말 부리듯 했다고 말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며, 자신들이 직접 격은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자신들 역시도 봉인의 날 이전까지는 자신들의 능력을 떳떳이 드러내놓고 다니지 못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을 국가도 아니고, 높으신 분들이 제 배불리기를 위해 유린했다. 그리고 어쩌면... 정말 어쩌면 지금도 어느 비밀연구 시설에서 자신들과 같은 능력자들을 연구하고 인질을 잡아 이용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봉인의 날 이후로 몬스터에게서 국가를 보호하고 시민들을 보호하고 있는 능력자들을 말이다. 도저히 그냥 넘길 만한 일이 아니었다. 존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이 하는 지금의 행동도 이해가 되는 일이다. 그들이 지금하고 있는 일은 국가와 국민의 수호라는 이름으로 온갖 더러운 일을 하고 있는 높으신 양반들에 대한 복수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가디언들은 굳이 제로와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일까. 나라가 없으면 안돼는 일인가? 놀랑은 가디언들의 연락망을 통해 세계각국의 가디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회의를 요청했다. 되도록 빠른 시일 안에 열 수 있는 전체 회의를. 이드와 라미아는 자신들에게 배정된 방으로 돌아와 있었다. 따로 이야기 할 만한 장소가 딱히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엘과 제이나노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내보내 놓았다. 라미아는 거기에다 자신들의 주위로 사일런스 마법까지 걸어두었다. 누가 듣는다고 해서 큰일 나는 일은 아니지만, 들어서 좋은 일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정말 그레센도 아닌 이곳에서 여섯 혼돈의 파편에 관계된 일을 만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던 일이다. 이드는 거칠게 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런데... 정말 어떻게 사라졌다고 했던 브리트니스가 여기 있는 거지?" 이드는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라미아에게 묻는 말인지 모를 말을 하며 자세를 바로 했다. "분명 차원의 벽은 신도 함부로 손대지 못한다고 했었는데.... 그 검에도 이 빌어먹을 팔찌와 같은 기능이 있을 리는 없고... 그때 폭발로 날아왔나?"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내 저었다. 스스로 답이 없어 해본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신도 넘지 못하는 벽이다. 그따위 폭발로 넘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만약에 그럴 수 있었다면, 고위급의 마법사나 드래곤은 자기 마음대로 차원을 넘어 다녔을 것이다. 그리고 이드역시 예전에 중원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 아니요. 어쩌면... 가능할지도." "응?" 이드는 자신과는 다른 라미아의 생각에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시 뭔가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듯 하던 라미아는 결론이 내려졌는지 이드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몰라요. 이드님도 아시죠? 혼돈의 파편이라는 존재. 그들은 빛도 어둠도 아니죠." 이드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그들에 대한 전설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저희가 알기론 차원의 벽을 넘나드시는 분은 단 세 분. 창조주와 빛과 어둠의 근원 되시는 분들이시죠. 그럼 여기서 생각해 보자 구요. 혼돈의 파편들은 창조주께서 빛과 어둠을 창조하기 이전의 상태에서 탄생한 존재들이죠. 어쩌면.... 빛과 어둠의 근원 된 모습일지도 모른다 구요. 그런 이들이라면 어쩌면 차원의 벽을 넘는 것이 가능할 지도 모르죠." 확실히 가능성은 있는 말이다. 혼돈의 파편은 확실히 대단한 존재들이다. 이드들과 전투를 치루던 때에도 그들의 힘은 완벽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했었다. 그런 엄청난 힘을 내면서 말이다. "하지만 라미아. 그건 어디까지나 여섯 혼돈의 파편 본인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잖아. 지금 우리가 신경 쓰고 있는 건 그 중 한 명이 가지고 있던 네 자루의 검 중 하나야." 라미아는 이미 생각해 본 내용인지 이드의 말을 바로 받았다. "그건 저도 알아요. 그렇지만 가능성은 있어요. 제가 알기론 페르세르가 가지고 있던 네 자루의 검은 그레센 대륙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던 검 이예요. 그 검 한 자루 한 자루가 이름을 날릴 만한 대단한 검들인데도 말이죠. 그렇다면 페르세르는 그 검이 어디서 났을까요? 봉인에서 깨어난 직후에 길가다 줍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그럼 뭐야.... 라미아, 네 말은 그 네 자루의 검이 원래 그 녀석이 가지고 있었던 검이다.... 이거야?" "글쎄요~ 어떨까나.... 헤헤헷...." 라미아는 장난스레 웃어 보였다. 실내의 분위기가 너무 진지해진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너는 이런 상황에 웃음이 나오냐? 뭐.... 사실이야 검을 직접 보면 알 테고 우선은... 룬이 가지고 있다는 브리트니스가...." ".... 페르세르가 잊어버린 브리트니스인지 확인을 해봐야겠죠." 이드는 자신의 말을 정확하게 받아내는 라미아의 말에 호흡이 척척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그레센도 아닌 이런 곳에 그런 위험한 물건을 남겨 둘 수는 없는 일이니까." 이드는 브리트니스가 페르세르의 검이 맞다면 거두어들일 생각이었다. 아직 그레센 보다 마법력이나 무력면에서 현저히 약한 이곳에 그런 대단한 물건이 있다가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드는 그것을 생각한 것이었다. 그때 이드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라미아가 스스로를 가리켜 보였다. "저도.... 브리트니스 이상의 힘은 내고도 남는 초특급 위험물인데요." 방실방실. 웃으며 이야기하는 폼이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이드는 그에 응수하여 한쪽 팔을 들어올리며 호기있게 외쳤다. "넌 내가 있잖아. 자, 나가자. 파티 준비한다고 했잖아."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었다. 이드는 사일런스 마법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로이 목표가 정해진 만큼 앞으론 지금처럼 느긋하지 만은 못할 것 같았다.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방을 나서려했다. 그때 등뒤에서 발목을 잡아매는 라미아의 말만 없었다면 말이다. "근데.... 어떻게 확인할 건데요?" 목표만 정했을 뿐이지 중간 과정은 하나도 생각해 두지 않았다. 무슨 방법으로 브리트니스가 있는 곳을 알아내 확인을 할 것인가. 이드는 어색하게 웃음 짓다 라미아를 달랑 들어 올려 안고는 방을 나왔다. "그건 배부터 채우고 나중에 천천히 생각하자." 그 날의 파티는 늦은 밤까지 계속되었다. 용병들 대부분은 거나하게 술이 취해 여기저기 뻗어버렸고, 가디언들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기분 좋게 알딸딸할 정도의 술을 마셨다. 이드와 라미아역시 그 속에 썩여 이런저런 요리들을 맛보며 배를 채웠다. 그렇게 전투와 파티로 바빴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다음날 프랑스의 요청으로 날아왔던 각국의 가디언들은 놀랑과 세르네오의 감사인사를 뒤로하고 각자의 국가로 돌아갔다. 영국에서 파견되었던 가디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페스테리온을 남겨두고 영국으로 다시 돌아갔다. 제로의 공격이 없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몬스터가 날뛰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페스테리온을 남긴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존의 말 때문이었는데, 그 조사를 돕는다는 의미에서 였다. 이드 일행들도 파리에 남았다. 오엘과 제이나노가 가려고 했던 곳인 만큼 그냥 남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네 사람을 파리의 가디언 본부에서는 기꺼이 받아 주는 것은 물론 방도 새로 배정해 주는 친절까지 보여주었다. 그들로서는 대표전의 마지막에 보였던 이드의 무위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때문일 것이다. 오엘은 머물기 시작한 그 날을 시작으로 다시 수련에 들어갔다. 이번 전투를 보면서 이드에게 지적 받은 부분들을 중심으로 한 수련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수련실에서 수련을 시작한지 하루만에 수련실에 들른 가디언들 태반을 패배시킴으로 서 영국에서와 같이 수련실의 얼음 공주로 확실히 자리 매김 해버렸다. 제이나노는 역시나 잠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한 일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피곤을 풀고서 파리관광에 나서겠단다. "와~ 이드님, 여기 공원도 정말 이뻐요." 라미아가 주위를 둘러보며 수선을 떨었다. 지금 그녀와 이드는 중앙본부 근처에 있는 공원에 나와 있었다. 사람의 손으로 가꾸어진 이 공원은 파리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조화롭게 배치된 꽃과 나무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를 가로지르는 오솔길. 조금 인공적인 맛이 난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정말 흠 잡을 때 없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때문인가. 주위에는 꽤 다양한 사람들이 한 낮의 햇볕을 즐기며 여유 있는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이드는 이곳 공원에 나온 이유를 어느새 까맣게 잊어버린 체 주위감상에 열을 올리는 그녀를 다시 현실로 끌고 와야한다는 것을 느꼈다. "라미아, 라미아. 구경은 나중에 하고 우선 방법부터 찾아야지." 브리트니스를 확인할 방법을 말이다. "칫.... 그거야말로 공원 구경을 하고, 나중에 말해도 되잖아요." 라미아는 이드만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렇지만 그러는 중에도 주위에서 시선을 거두고 자신을 마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 이드의 입가로 차분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드는 두 사람이 공원에 간다는 말에 세르네오가 건네준 보온병을 열어 그 안의 차를 따랐다. 푸르른 자연의 향에 향긋한 차 향(茶香)이 더해지는 순간이었다. "의논부터 하고 구경하는 게 더 느긋하잖아. 자, 받아." 이드는 라미아에게 찻잔을 건네며 자신도 차를 홀짝거렸다. 누가 만들었는지 차 향이 아주 좋았다. 그때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특별히 뭔가 생각해 놓은 방법 같은 건 있으세요?" "후루룩.... 아니, 없으니까 의논을 하자는 거지." 하지만 그 후에도 이렇다할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현재의 상황에선 룬이란 소녀를 찾아내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모습에서부터 현재 있는 위치까지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현재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 제로의 단원들이 도시를 공격하기 위해 나왔을 때 그들을 사로잡는 것이었다. 사로잡은 그들을 통해 제로의 본단을 찾는 방법. 지금으로선 그 한가지 방법만이 가능 한 것 같았다. 제로의 공격이야 미리 예고장을 보내고 하는 것이니, 놀랑 본부장에게 부탁하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라미아가 한마디 말을 덧 붙였다. "그리고 오엘과 제이나노와 잠시 헤어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럴지도...." 이드는 그녀의 말에 동조했다. 확실히 두 사람만 다니게 되면 본신 실력을 모두 드러내 놓아도 된다. 한 마디로 전처럼 단거리 텔레포트만이 아닌 초장거리 텔레포트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두 사람이 있어도 텔레포트는 가능하다. 다만 그 뒤에 이어질 제이나노의 수다 썩인 질문들과 오엘의 은근한 재촉을 처리하는 일이 남게되지만 말이다. "하지만 쉽게 헤어지긴 힘들 것 같은데.... 오엘은 디처팀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내 책임 하에 있고.... 제이나노의 경우엔 신의 계시네 어쩌네 하면 곤란해지잖아." "이야기는 해보자는 거죠. 두 사람의 생각이 어떻든. 자, 할 이야기 다했으니 이제 주변 경치 감상이나 하자구요. 이드님...." 이드는 그 말과 함께 공원의 한 쪽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라미아의 모습에 싱긋 미소를 매달고 같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말대로 이야기 할 건 다했다. 오늘은 느긋하게 쉬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 두 사람에게 이야기를 꺼내 봐야겠다. 잘 될 것 같진 않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드와 라미아의 계획은 바로 다음날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가디언을 통해 제로의 움직임을 알아보려고 놀랑과 세르네오를 찾았지만 두 사람 다 만나 볼 수 없었다. 가디언들이 돌아가기 전날 이야기했었던 세계 가디언 회의가 바로 오늘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내용이 내용인 만큼 회의 진행은 하루종일 어쩌면 내일까지 이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생각한 이드와 라미아는 다음날 말을 꺼내보기로 하고 오엘과 제이나노를 찾았지만, 그들에게도 말을 붙이지도 못했다. 전혀 사제 같지 않은 사제인 제이나노는 어제 충분히 쉬었다며 파리 시내로 관광을 나가버렸고, 오엘은 오늘도 수련실에서 가디언들과 검을 맞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을 붙일 여유가 없었다. 그러니 무슨 이야기를 꺼내보았겠는가. 이드와 라미아는 마주보며 입맛을 다시는 것으로 그 날은 포기해 버렸다. "싫어요." "그냥 함께 다니면 안될까요?" 아침부터 나서려는 오엘과 제이나노를 잡아 자신들만 잠시 따로 다니겠다고 건넨 말에 대한 두 사람의 대답이었다. 이미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두 사람에겐 몇 가지 사실을 숨긴 체 대부분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니까 브리트니스가 자신들과 관련된 검이고, 그 검이 어쩌면 제로에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그래서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제로를 찾아 가 볼 것이라고. 위험하니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지 잠시 헤어져 있자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전혀 효과가 없었다. 특히나 제이나노에게 오히려 역효과만을 나타냈다. 그로 하여금 진짜 모험같은 모험을 하게 됐다며 환호성을 내지르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거기에 은근히 부담을 주는 오엘의 눈길이 합쳐지니 정말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을 떼어놓는 일은 포기해야했다. 결국 자신들의 허락을 받아내고서야 밖으로 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이드와 라미아는 동시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 이렇게 되면 결국. 저 두 사람에게..... 본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건가?" "빨리 일을 마치려면 어쩔 수 없죠. 아니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움직이던가.... 그보다 오늘은 놀랑 본부장님이나 세르네오를 만나봐 야죠." "아아... 오늘은 별일 없겠지. 말나온 김에 지금 가자." 이드는 마침 라미아의 말에 생각 난 일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은 라미아의 의견에 따라 세르네오를 먼저 찾았다. 제로의 움직임 정도라면 그녀에게 부탁해도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놀랑 본부장보다는 편하고 라미아와도 친하기 때문이었다. 다행이 그녀는 자신의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이드와 라미아가 사무실로 들어갔을 때 세르네오는 책상 위에 한 뼘 높이로 싸여있는 서류들을 처리하던 모습 그대로 두 사람을 맞아 주었다. "거기 마음대로 앉아. 근데 갑자기 무슨 일이야? 비서한테서 어제 나와 본부장님을 찾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응, 일이 있어서. 근데 어제는 회의가 상당히 길어 질 것 같길래 그냥 돌아왔었지." 라미아가 웃으며 대답했다. 세르네오는 라미아의 말에 마침 이야기 잘 했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드는 옆에서 그런 두 사람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이미 세르네오와의 이야기는 그녀와 친한 라미아에게 넘겨버렸기 때문이었다. "정말이야.... 오전에 시작한 회의였는데. 늦은 밤까지 이어진 거 있지. 으~ 정말 지겨워 죽는 줄 알았어. 어차피 그런 문제가 나왔으면 즉각 조사해 보면 될걸. 뭔 말들이 그리 많은지. 된다. 안된다. 각국 정부가 어떻다. 반응이 어떻다. 등등.... 으~ 정말 잠 오는걸 참느라 혼났다니까." "헤헷... 그래서 결론은 어떻게 났는데?" "어떻게 할게 뭐 있어. 처음부터 결론은 한 가지인걸. 당연히 조사해야지. 지금의 가디언들의 힘이란 그 누구도 무시 할 수 없을 정도야. 더구나 없어서 안될 존재들이고. 그런 우리들이 나서서 조사하겠다고 하면 정부측에서도 뭐라고 터치하진 못 할 거야. 그리고 우리들이 조사하는 이상 사실은 숨길 수 없어." 가디언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말이다. 사실 그녀의 말 대로였다. 지금 세상에선 가디언을 함부로 억누를 정도의 힘을 가진 기관이나 조직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몇 몇 국가에선 가디언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가디언들이 봉인의 날 이전에 있었고, 지금도 있을지 모르는 일을 조사하겠다고 하면 막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드는 그 이야기에 상황이 재미있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존의 말이 사실이고 이번 조사에 그 것이 사실로 드러나게 된다면 가디언들은 어떻게 반응 할 것인가. 또 국민들은 어떻게 반응 할 것인가. 대부분 국가라는 단체는 그런 어두운 면을 지니고는 있지만 거의 모든 사건이 어둠에 묻혀버리기 때문에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가디언들이 손을 대고있으니까. 모르긴 몰라도 세계가 술렁일 거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생각하니 이드는 입이 근질거렸다. "그럼... 그 일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엔 어떻게 하기로 했는데요?" "어머. 웬 존대? 너도 라미아처럼 편히 말해. 그리고 아직은 어떻게 될지 몰라. 하지만 사실이라면 지금처럼 정부에 협조적이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 하나는 확실해. 밝혀지면 국민들에게도 대대적으로 알릴 계획이야." 이어지는 세르네오의 말에 이드와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고 보니 너무 내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무슨일로 찾아 온 거야? 어제 찾아왔던 것과 같은 이유일 것 같은데...." 한참을 떠들어대며 할말을 다한 세르네오는 그제야 생각이 났다는 표정으로 이드와 라미아의 얼굴을 번가라가며 샥샥 돌아보았다. "그게... 좀 부탁할 일이 있어." "부탁? 뭔데? 말해 봐. 대표전을 승리로 이끈 영웅의 부탁인데 거절할 수 없지." "어려운 부탁은 아니야. 그냥 앞으로 나타날 제로의 위치를 알고 싶어서 말이야. 그들이 공격목표로 삼는 곳."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뭐하게?" 세르네오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대로 제로의 행방을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고장이 보내지면 예고장을 받은 도시로부터 그 소식이 수도에 있는 가디언 중앙본부로 알려지고 그곳에서 다시 세계로 알려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걸 알아서 무얼 하겠단 말인가. 이해 할 수 없었다. 라미아는 그런 그녀를 향해 오엘에게 했던 것과 같은 설명을 해주어야 했다. 그 말을 들은 세르네오는 걱정스런 모습으로 두 사람이 하려는 일을 말렸다. 비록 제로가 악의 단체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싸우면서 생명을 죽여본 사람들이다. 이드와 라미아도 잘못하면 다칠지도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드와 라미아의 생각을 도저히 꺽을 수 없었던 때문이었다. 소식이 들어오면 언제든 알려다라고 부탁을 한 이드와 라미아는 방으로 돌아와 자신들의 짐들 중 큼직한 것들을 정리했다. 제로의 행방을 알게되는 즉시 떠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도록 세르네오는 아무런 소식도 전해주지 않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이드입니다... 또 갑자기 우르르 쏟아내고 삭제공지 입니다. 죄송... ^^; 아마 조만간 9권이 나오겠죠. 해서... 퍼가시는 분들은 화요일 밤까지 좀 지워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드(260) ㅡ_ㅡ;; 세르네오에게 제로의 소식을 부탁한지 벌써 일주일 하고도 사흘이 지나고 있었지만 그녀는 아무런 소식도 전해주지 않았다. 아니, 제로의 움직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듯 했다. 파리의 전투 이전이었다면 일주일이 멀다하고 세계 각 곳에서 예고장을 보내고 전투를 벌일 그들이 이번 파리에서의 전투를 끝으로 쥐 죽은 듯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세르네오에게서 전해져 올 소식이 있을 턱이 없는 것이다. 대신 이드들은 그녀에게서 다른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각국 정부에서 행한 비밀스런 일들에 대한 가디언들의 대대적인 조사가 그것이었다. 존 폴켄의 말에 의해 시작된 이번 일은 아직 언론을 통해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 일을 알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디언이 서로의 영역과 역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너무 힘을 믿고 정부의 일에까지 개입하려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표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누구하나 가디언들에게 직접적으로 항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각국의 지도자들조차도 침묵하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의 상황에서 가디언들을 힘으로 막을 수 있는 사람, 아니 단체나 국가가 없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가디언들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 가디언의 눈치를 보며 조사에 협조하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었다. 더구나 이번 일이 직접적으로는 제로와 연관되어 있으며 간접적으로는 가디언들과 전 세계 모든 능력자들과 연관된 일이란 것을 아는 가디언들은 이번 일에 더욱 철저해 지고 있다고 했다. 그 예로 독심술과 최면술에 일가견이 있는 가디언들은 정부 관리 한 명, 한 명을 상대로 질문을 던지고, 엉뚱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를 붙이고 있다는 소식도 있을 정도이니.... 가디언들이 이번 일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너무 심심해져 버렸어요." 라미아는 이드가 자신의 말을 듣던지 말던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작은 한숨을 내쉬며 양손으로 턱을 괴었다. 이드는 라미아의 투정 아닌 투정에 보고있던 책에서 눈을 떼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세로네오의 도움으로 하나로 따아내린 은발과 푸른 원피스는 여름의 끝에 이르러 마지막 힘을 다하려는 푸르름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저 불만 가득 부풀어 오른 사랑스런 사과 빛 뺨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아니, 생동감 있는 그 모습으로 더욱 더 어울리는 것일지도. 지금 두 사람이 나와 있는 곳은 파리에 와서 가디언 본부이외에 처음 들른 바로 그 공원이었다. 몇 일 동안 기다리던 소식도 없고, 정부에 대한 조사로 인해 텅 빈 가디언 본부에 있기도 그랬던 두 사람은 이곳 공원에 나와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다. 덕분에 지금의 자리는 완전히 두 사람의 지정석처럼 변해 버렸다. 워낙에 눈에 뛰는 두 사람이 몇 일 동안 나와 앉은 덕분에 일찍 공원에 나온 사람들이 이드와 라미아가 앉아 있는 지금의 자리엔 앉지 않는 때문이었다. 또 이드와 라미아의 얼굴에 반해 몇 일 전부터 알게 모르게 생겨난 몇 몇 얼굴 없는 팬들이 두 사람이 공원에 오기 전까지 은밀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벌써 알게 모르게 두 사람의 사진이 이 공원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물론 정작 본인들은 짐작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말이다. 좌우간 그렇게 나온 공원이긴 하지만 맑은 기운과 공기. 그리고 초록으로 빛나는 생명의 기운이외에 별다른 흥미있는 볼거리가 없는 이곳에 몇 일 동안 계속 나오자니 얼마나 심심했겠는가. 이드야 오랜만에 찾아온 넉넉한 여유를 즐긴다지만, 라미아는 그럴 만한 꺼리가 없으니 더욱 심심할 뿐인 것이다. 물론 그 오랜 주인의 기다림을 생각하자면 지금과 같은 지루함은 별 것 아니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라미아의 기다림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편안하고 깊은 잠과 같은 것이니 비교할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 더구나 기다림 이후의 생활이 얼마나 숨 가프고 흥미진진했었는가 말이다. 이드라는 새로운 주인과 혼돈의 파편이란 존재들과의 전투. 이어진 차원이동과 변신에 처음 겪어보는 새로운 생활과 제로라는 단체의 등장까지. 한마디로 엄청나게 바쁘게 지내왔던 것이다. '...... 그러다가 이렇게 할 일이 없어졌으니 더 몸이 근질거리고 심심하겠지... 나도 그랬으니까.' 이드는 라미아의 지금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있음으로 해서 조금은 덜하겠지만 꽤나 지루할 것이다. 자신역시 처음 강호를 주유한 후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 버린 저런 지루함을 느껴보았기 때문이었다. 이럴 때는 스스로 여유를 즐기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았다. 물론 옆에서 조금 거들어 주면 더 좋고. "정~ 그렇게 지루하면.... 이곳 파리 관광이라도 할까?" 라미아는 이드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불퉁하게 부은 양 볼은 여전했다. 이드의 의견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생각 없네요. 그럴 것 같았으면 진작에 제이나노를 따라 돌아다녔죠." "뭐.... 그거야 그렇지." 톡 쏘는 그녀의 말에 이드는 펴들고 있던 책을 탁 소리가 나게 덮었다. 라미아의 말대로 시내 관광을 할 생각이었다면 파리에서의 급한 일이 끝나고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제이나노와 함께 파리구석구석을 뒤지고 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런던과 비슷한 볼거리란 말에 이드와 라미아는 함께 가자는 제이나노의 제의를 거절했었다. 런던에서의 관광은 처음 보는 몇 가지를 제외하면 별로 볼거리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레센의 볼거리에 눈이 너무 높아졌다고 할까. 하지만 그것 이외엔 마땅히 추천해 줄만한 꺼리가 없는 이드였다. 굳이 들자면 자신이 지금하고 있는 독서가 있지만, 그것도 신통치 않았다. 그래이드론과 여러 정보를 주입 받은 그녀에게 뭘 읽으라고 하기도 그랬던 것이다. 실제, 자신도 그래이드론을 통해 건네 받은 기억속에 있는 것들을 다 읽거나 뒤적여 보지를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이 그녀 스스로 뭘 찾아내기 전에는 저 투덜거림을 그냥 들어주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며 덮어두었던 책으로 다시 시선을 돌리려 할 때였다. "저 애....." 라미아로부터 거의 웅얼거림과 다름없는 투덜거림이 멎고 대신 무언가를 가리키는 말이 튀어나온 것이었다. 이드는 그녀의 말에 반사적으로 라미아의 시선을 쫓았다. 그 시선의 종착지에는 한 명의 작은 꼬마아이가 서 있었다. 이드의 허리정도에도 미치지 못 할 것 같은 키를 가진 네, 다섯 살 정도의 꼬마아이는 뭔가를 찾는 듯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붉은 곱슬머리와 뽀샤시한 얼굴에 입에 물고 있는 손가락은 일부러 연출이라도 한 것처럼 너무도 귀여워 보였다. 특히나 붉은 눈동자 가득 담겨 곧이라도 쏟아져 버릴 듯 그렁그렁한 눈물은 여성의 보호본능을 극도로 자극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런 보호본능에 자극 받은 여성중 한 명인 라미아의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걱정스런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무슨 일이길래...." "보이는 대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에 두리번거리는 얼굴이면, 길을 잃어버린 거 겠지." 이드는 자신이 내린 상황판단에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상황이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흔한 경우가 길을 잃어버리거나 엄마를 잃어 버렸을 때다. 그리고 이런 경우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가 똑같다. "그럼 찾아 줘야죠." 이드는 그 말과 함께 아이를 향해 다가가는 라미아를 보며 펴들었던 책을 다시 덮어버렸다. "그래, 그래. 그래야지. 그나저나 다행이군. 잠시나마 투덜거림이 멎었으니..." 이드는 꼬마가 제때 길을 잘 잃어 버렸다는 엉뚱한 생각을 언뜻 떠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사이 꼬마에게 다가간 라미아는 아이의 곁에 쪼그려 앉아서는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천천히 그 둘에게 다가가고 있는 이드의 귓가로 자연히 흘러 들어왔다. "괜찮아. 울리마.... 길을 잃어버린 거니?" 꼬마를 진정시키기 위해서인지 말을 거는 라미아의 얼굴엔 부드러운 미소가 어려있었다. 꼬마는 그런 라미아를 잠시 멀뚱히 바라보더니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그렁그렁하던 눈물이 끝내 땅으로 떨어져 내리고 말았다. 그 모습에 라미아는 급히 손수건을 꺼내들며 꼬마의 눈가를 닦아주었다. "괜찮아. 울지마~ 언니가 길을 찾아 줄께 알았지?" 라미아는 꼬마를 쓸어 안아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모습에 라미아 뒤로 다가와 있던 이드는 작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내 저으며 귀를 틀어막았다. 라미아에게 안긴 꼬마의 눈에서 눈물이 뚜루룩 굴러 떨어지는 것을 본 것이었다. "흑.... 흐윽... 흐아아아아아앙!!!!!!" 원래 아이란 잘 참고 있다가도 누가 감싸주면 그대로 울어버리고 만다. 대개의 어린아이가 그렇다. 누군가에게 보호받는 다는 느낌에 참고 참았던 감정을 그대로 상대방에게 터트려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의 행동패턴을 알리 없는 라미아로서는 여간 당혹스러울 수가 없었다. 달래려는 자신의 말에 오히려 울어버리다니. 라미아는 당혹스런 마음에 꼬마를 향해 울지마를 연발하며 이드에게 구원을 청했다. '으앙! 이드님 어떡해요.' '어쩌긴 뭘 어째? 아이가 울고 있으니까 당연히 달래야지.' '어떡해요? 어떻게 달래는 건데요?' '어떻게는 뭘 어떡해야? 넌 아이 달래는 것 본적도 없어?' 이드는 머릿속을 시끄럽게 울려대는 그녀의 목소리에 한 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런 것도 모르냐는 식의 말이었다. 하지만 그에 돌아오는 라미아의 대답은 전혀 뜻밖이었다. '네, 없어요! 그러니까 지금 이드님께 물어 보는 거잖아요.' 너무나 간단하고 단호한 그녀의 말에 이드는 당혹감마져 들었다. 하지만 곧 그녀의 말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확실히 자신이 라미아를 만난 후 저 꼬마와 같은 나이의 어린아이나 아기를 멀리서 본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직접 접해보거나 달래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라미아가 뛰어나다 해도 모르는 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겠는가. 이드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들고 있던 책을 땅에 내려놓고 라미아의 품에서 꼬마를 안아들었다. 그 사이 꼬마의 울음소리가 더 높아지긴 했지만 이드의 손길을 피하지는 않았다. 꼬마가 느낀 이드의 품이 라미아와 같은 분위기와 향기를 전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이드는 자신의 품에 안긴 꼬마의 등을 토닥이며 부드럽게 얼르기 시작했다. 상당히 어설프고 엉성한 모습이었다. 몇 번 보기만 했을 뿐 실제로 아이를 달래보긴 처음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어설푼 모습도 꼬마에겐 충분한 위로가 됐는지 꼬마의 울음소리는 차츰 줄어들었다. "흐응, 잘 달래 시네요." 라미아는 자기도 모르게 슬쩍 비꼬는 투로 말하며 이드의 책을 들고 일어섰다. 먼저 이드를 부르긴 했지만 자신이 달래지 못 한 꼬마를 달래는 모습을 보자 묘하게 기분이 뒤틀렸다. 특히나 지금 이드의 품에서 울음을 그친 채 훌쩍이는 꼬마의 귀여운 모습을 보면, 자신의 역활을 빼앗긴 것 같아 더욱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라미아의 기분은 어렴풋이 이드에게로 전해져 왔다. 서로의 감정을 확실하게 차단하고 있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다행스런 일이기도 했다.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안고 있던 꼬마를 라미아에게 건네주었다. 지금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지 않으면 잠자리에서 꽤나 고달플 것 같아서였다. 라미아의 고집으로 파리에 오고서 부터 같은 침대를 사용하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가디언 본부의 방은 남아도는데도 말이다. "자, 이제 울음을 그쳤으니까. 네가 알아서 해봐. 그 책은 이리 주고." ".... 왜요? 그냥 이드님이 안고 계시지." 이드는 자신의 말에 괜히 퉁명스레 대답하는 라미아에게 꼬마를 억지로 안겨주었다. "왜는 왜야? 네가 먼저 아이를 봤으니까 당연한 일이지." "칫, 그렇다면... 뭐....." 라미아는 마지못한 표정으로 꼬마를 냉큼 받아 들었다. 마지못한 표.정.으로 말이다. 꼬마를 건네준 이드는 그녀의 손에 들린 책을 건네 받으며 한 고비 넘겼다는 심정으로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리고 저 몸과 따로노는 얼굴 표정에 정말 가증스럽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곧 지워버리고 말았다. 혹시라도 이드의 이런 생각이 라미아에게 흘러 들어갈 경우 도저히 상황을 수습할 수 없게 될 것 같아서 였다. 꼬마는 이 품에서 저 품으로 다시 이 품으로 옮겨지는 데도 별다른 저항을 보이지 않았다. 녀석의 입장에서는 모르는 곳에서 만난 두 사람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라미아는 한참을 운 덕분에 지저분해 저린 꼬마의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며 입을 열었다. "자자... 이젠 울지마. 이 언니가 길을 찾아 줄 테니까. 알았지?" 끄덕끄덕. "아우, 귀여워라. 좋아. 이 언니 이름은 라미아야. 그냥 언니라고만 부르면 되. 그리고 저기 저 오빠는 이드. 네 이름은 뭐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어오는 라미아의 물음에 눈물에 젖어 반짝거리는 눈동자로 두 사람을 번가라 보며 잠시 머뭇거렸다. 라미아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름을 말해주는게 맘에 걸리는 가 보다 생각하고 꼬마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곧이어 꼬마에게서 흘러나온 말은 그런 라미아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디엔, 디엔 판 세니안. 그리고.... 그리고 나는 언니라고 못 해. 엄마가 여자한테는 누나라고 하고.... 또 남자한테는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었어." 라미아는 그 말에 눈을 끄게 뜨더니 꼬마, 디엔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뽀샤시 하니 새하얀 얼굴과 그런 얼굴선을 타고 내려오는 붉은곱슬 머리에 루비같은 눈동자와 귀여운 얼굴은 언뜻 보기에 귀여운 여자아이처럼 보여 남자애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라미아는 곧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말이 맞다고 정정해 주었다. 그리고 그런 라미아의 머릿속엔 이 디엔이란 꼬마보다 더욱 여성스런 모습을 하고 있었던 첫 만남 때의 이드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호호호... 얘도 커서 이드님 처럼 예뻐지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 "흐음... 녀석. 그런데 어떻게 길을 읽어 버린 거야? 집이 이 근처니?" 어느새 디엔에게 다가온 이드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원래는 라미아가 알아서 하도록 놓아둘 생각이었지만, 라미아에게서 여성으로 오해받는 디엔의 모습을 보는 순간 동병상련의 감정이 떠올랐던 것이다. 쯧 불쌍한 녀석... 크면 남자다워 질거다. 디엔은 이드의 손길이 싫지 않은지 피하지 않고서 이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니야. 여기엔 집 없어. 다른데 있어. 엄마하고 한~ 참 동안 차 타고 왔거든." 길뿐만 아니라 엄마까지 잃어 버렸다? 거기다 파리에 살고 있는게 아니라면.... 더 찾기 어려울 텐데. "그럼 넌 어떡하다가 길을 잃어버린 거니?" 디엔은 라미아의 말에 다시 그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사람이 말 할 때 마다 고개를 돌려대는 모습이 꽤나 귀여워 보였다. 디엔이란 꼬마는 이번 라미아의 물음엔 답하기 쉽지 않은지 잠시 웅얼거렸다. 누가 뭐래도 길을 잃어버린 이유가 그에게 있을테니 그 잘못을 인정하고 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드와 라미아가 계속 자신을 보고 있자 디엔은 고개를 푹 숙이며 입을 열었다. "... 멍멍이... 때문이야." "응? 멍멍이?" "응! 엄마가 어떤 누나하고 이야기하고 있어서 심심했거든. 그런데 밖에서 멍멍이가 보여서 같이 놀려고 따라 왔었는데.... 여기서 잃어 버렸어." 이드는 그 말에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이다운 말이었다. "훗, 그 멍멍이.... 아직 이 공원안에 있으면 이 형이 잡아 줄까?" "응, 응! 정말 찾아 줄 꺼야?" 이드의 말에 디엔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아이의 머릿속엔 자신이 개를 쫓아오다 길을 잃어 버렸다는 조금 전의 상황은 이미 깨끗이 지워지고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아마 그 사실보다는 개를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더 큰 기쁨으로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의 대화는 한 여성에 의해 깨어지고 말았다. 지금의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엉뚱한 이야기를 꺼내 놓는 두 남자와는 달리 지금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라미아에 의해서 말이다. 그녀는 엉뚱한 이야기를 꺼낸 이드를 향해 눈을 흘기며 디엔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디엔, 지금은 개를 찾는 것 보다는 엄마를 먼저 찾아야지. 디엔은 엄마가 보고 싶지 않니?" 이드의 말에 웃음이 감돌던 디엔의 얼굴이 금세 시무룩해지고 말았다. 하지만 쓸대 없는 고집을 피울 정도로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는 아이는 아닌지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보고싶어. 그러면..... 멍멍이는 나중에 찾을 께." "그래. 그래야지. 그럼 디엔은 엄마가 어디 있었는지 기억나니? 주위의 건물이라던가, 사람이라던가." 그녀의 물음에 디엔은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라미아에게 답할 무언가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디엔의 한 쪽 손이 저절로 올라오며 자신의 귓가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본인은 모르는 듯 한 것이 무언가를 생각할 때의 버릇인 것 같았다. 하지만 버릇이든 무엇이든 간에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라미아는 그 모습이 귀엽기만 할 뿐이었다. "아, 생각났다. 엄마하고 같이 엄청 큰 건물안에 들어갔었어. 하얀색 건물인데 방도 많~고, 사람도 많~ 았어. 그리고 바닥에는 이상한 그림들이 마구마구 그려져 있었어. 또, 또.... 엄마하고 이야기 하던 누나도 누나 처럼 이뻤어." 뭔가 상당히 흔한 설명이었다. 허기사 어린아이에게 더 자세한 설명을 바랄 것도 못되었다. 그러나 그 중 자신에 대한 칭찬이 들어있었단 이유 때문에 라미아는 기분이 좋기만 했다. 아이의 칭찬이란 가장 진실되고 사심(私心)없는 칭찬이기 때문이었다. 그레센 대륙의 명언 중에 아이의 말보다 더욱 진실 된 말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라미아의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심하단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드의 모습에 순식간에 기분이 다운되어 버린 것이다. 라미아는 디엔의 눈을 피해 이드를 향해 뾰족히 혀를 내밀어 보이고는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다시 입을 열었다. 이드는 그녀의 그런 모습에 피식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럼, 다른 건 뭐 생각나는 것 없니?" "우웅.... 모르겠어. 아, 맞다. 들어가는데 무슨 커다란 글자도 보였었어." "글자? 무슨... 현판(懸板)같은 걸 보고 말하는 건가?" 이드와 라미아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 정도의 설명으로 이 아이가 있던 곳을 찾는 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경찰서로 대려다 주면 간단한 일이겠지만 찾아보지도 않고 그러긴 싫은 느낌이었다. 물론 좀 더 그 마음속을 파고 들어가면 할일 없이 늘어져 있던 차에 만난 좋은 일거리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더 강하겠지만 말이다. "그럼 너 엄마하고 같이 갔던 건물에 가보면 어떤 건물인지 알 수 있어?" "응! 나 알아. 엄마하고 같이 들어갈 때 봐서 알아." "그럼.... 방법은 한가지뿐이군. 직접 돌아다니며 찾아보는 수밖에." 결론을 내린 이드는 공원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높고 낮은 건물들이 들쑥 날쑥 들어서 복잡하다면 복잡하다고 할 수 있는 주위 풍경이었다. 하지만 디엔이란 아이의 나이와 몸을 생각해 볼 때 이 공원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오진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렇다고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주위를 살피며 이른바 "큰 건물"이라고 할 정도의 건물들의 위치를 대충 기억해두고는 디엔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자, 그럼 이제 이 누나하고 형하고 같이 엄마를 찾아보자. 디엔 네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생각나는 곳까지 가르쳐 줄래?" "응. 나는 저기로 들어왔어. 저기." 디엔은 한쪽 방향을 가리켜 보이며 가까이 있는 라미아의 손을 잡아끌었다. 이드는 빙긋 웃으며 디엔과 함께 걸어가는 라미아의 모습을 보며 그 뒤를 따랐다. "뭐... 이렇게 시간 보내는 것도 좋겠지." 이드는 손에 책을 든 채로 양손을 머리 뒤로 돌려 깍지끼며 상당히 느긋한 모양을 했다. 라미아의 손을 잡은 디엔은 수시로 멈춰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자신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꽤나 침착해 보여 길을 찾지 못해 눈물이 그렁거리던 때와는 전혀 달라 보였다. 옆에 자신을 보호해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디엔을 퍽이나 편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았다. 그러나 무작정 개를 쫓아오다 길을 잃어버린 아이가 기억하고 있는 길이란 한계가 있었다. 공원을 벗어나 별로 멀리가지 못 한 사거리에서 디엔이 멈춰서고 만 것이었다. 디엔이 기억하고 있는 길이 이곳까지 였던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사거리라니.... 이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들이 걸어 온 곳을 제외하더라도 길이 세 갈래로 갈리는 것이다. "자~ 그럼 어느 쪽을 먼저 찾아볼까? 라미아, 네가 정해." "그럼, 우선 이 쪽 부터...." 라미아는 이미 생각해 둔 것처럼 다른 길을 가지 않고 똑 바로 걸어 나갔다. 라미아가 선택한 길은 상당히 넓은 도로를 중심으로 마치 오래된 고목처럼 수많은 작은 골목길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곳을 다 뒤져 볼 필요는 없었다. 이미 이곳으로 오기 전에 큰 건물 몇 개를 이미 확인해둔 이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디엔을 중심에 두고 각자 디엔의 손을 잡은 세 사람은 골목 이곳 저곳을 휘저어가며 이드가 보아두었던 건물을 찾아 다녔다. 길을 찾기란 대충의 위치만 알아둔다고 해서 쉬운게 아니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것을 통감하며 한참을 뒤적인 끝에 하약색 거대한 건물을 찾아 낼 수 있었다. 일층 전채를 거대한 유리로 둘러 세운 그곳은 무슨 회사인지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디엔은 그 건물을 보는 순간 더 볼 것도 없다는 양 단호하게 고개를 저어댔다. 그 모습이 얼마나 깨끗한지 이드와 라미아는 다시 한번 보라는 말도 해 보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것은 두 번째 건물 앞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기가 막히게도 두 번째로 찾은 건물은 다름 아닌 창고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부터 이드는 다리가 아프다고 투정을 부리는 디엔을 등에 업고 걸어야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뒤졌지만 세 사람은 디엔이 들렀었던 건물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이곳 파리의 골목이 거미줄처럼 복잡하다는 것만을 실감했을 뿐이었다. 분명히 대충의 위치를 알고 가는데도 길을 잃은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던 것이다. 디엔이 길을 잃은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조금 전부터는 이드의 등에 업힌 디엔이 꾸벅꾸벅 졸고 있기까지 했던 것이다. 이런 상태라면, 디엔의 엄마가 있는 건물을 찾는다 하더라도 똑바로 알아볼지 의문이 아닐 수 없었다. 이에 이드와 라미아는 잠시 의견을 나누다 가디언 본부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이렇게 해서는 디엔의 엄마를 찾아 주지 못할 것이란 결론이 내려진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자는 아이를 그냥 경철서에 맞길수도 없다는 생각에 가디언 본부로 데려가기로 한 것 이었다. 그곳에서 경찰서로 연락할 생각이었다. 가디언 본부에서 하는일이 하는 일인 만큼 경찰과도 공조가 잘 되어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였다. "쌕.... 쌕..... 쌕......" 이드는 자신의 등뒤에서부터 들려오는 편안한 숨소리를 들으며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드의 한 쪽 팔을 잡은 채 귀엽다는 듯 이 디엔의 자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얼굴이 꽤나 편안해 보여 과연 라미아도 여자는 여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꼭 여자가 아니라더도 아이가 자는 모습은 그 누구에게나 천사처럼 평화로워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디엔과 같은 귀여운 아이라면 어련할까. 그때 였다. 저 앞쪽 가디언 본부 쪽에서 뭐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과연 고개를 돌린 그곳에는 꽤나 많은 수의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는데, 대개가 가디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그 모습에 이드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아침 라미아와 함께 나올때 만해도 한산하기만 하던 가디언 본부가 처음 이곳에 도착 할 때 처럼 붐비다니... "무슨... 일이 있나본데요? 저기, 저 앞으로 세르네오까지 나와 있는 걸요?" 과연 라미아의 지적대로 가디언 본부의 정문앞에는 여느 때와 같이 액세서리같은 엄청난 길이의 연검을 허리에 걸친 세르네오가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는 몇 번 보지 못한 조급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무슨... 큰일이라도 터진건가? 갑자기 없던 가디언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있고 말이야." "우선은 가까이 가봐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발걸음을 빨리 했다. ............................................................ _ _ 이드 261화 번 호 56 날짜 2003-02-08 조회수 1554 리플수 17 ㅡ.ㅡ "무슨... 큰일이라도 터진건가? 갑자기 없던 가디언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있고 말이야." "우선은 가까이 가봐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발걸음을 빨리 했다. 가디언들이 모여 있는 곳에 다가가자 세르네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셨죠?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일이니까, 제가 각자 흩어질 곳을 정해 드릴게요. 그러니까. 제 일 앞 열에 계신....." 이미 본론은 이야기가 끝이 났는지 세르네오는 모인 가디언들을 몇 명씩 묶어 각자 흩어질 곳을 지정해 주고있었다. 세르네오를 잠시 바라보던 이드는 주위에 있는 가디언들을 쭉 돌아보다 그 중 식사 때 식당에서 몇 인가 마주친 덕분에 안면이 있는 가디언을 보고는 그에게 상황설명을 부탁했다. "아, 자네 왔나? 요즘 매일 공원으로 나가서 논다지? 역시 짝이 있는 사람은 여유있어 좋구만." "헛, 그게 짝이 있는 것과 무슨 상관입니까? 그런데... 무슨 일 이예요? 아침에 나갈 때 만 해도 한산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모이다니, 무슨 큰 일이라도 터졌나요?" "나도 잘 몰라. 하지만 이렇게 모인걸 보면 무슨일이 곧 터지긴 터질 것 같기도 하거든." 그의 말에 라미아가 답답하다는 듯 대답을 재촉했다. "무슨 이야기하시는 거예요? 지금 이렇게 모여있으면서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모르신단 말이에요?" 조금은 날카로운 라미아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제서야 조금은 능청스런 모습의 가디언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피식 바람 빠지는 웃음을 지어 보이는 것이었다. 앞에서 대답을 기다리는 사람은 생각도 않는 여유 만만한 사람이었다. "난, 또 무슨 소린가 했네. 너희들이 뭘 잘 못 알고 있는 모양인데.... 갑자기 가디언들이 모여든 것하고, 지금 여기 세르네오가 가디언들을 불러모은 건 전혀 다른 일때문이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란 말이지." 이드는 그의 말에 라미아와 슬쩍 눈을 마주쳤다. 아마 그와 자신들이 한 말의 핀트가 약간 어긋났었던 모양이었다. "그럼... 지금은 무슨 일 때문에 모여 있는 거예요? 언뜻 보기에도 세르네오는 상당히 급해 보이는데...." "뭐, 급하게도 생겼지. 네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잃어 버렸으니까. 쯧, 그러게 애는 또 왜 데리고 와서는...." "애... 애요?!?!?!" 이드와 라미아는 터져 나오려는 비명성을 간신히 가라앉히며 짓눌린 목소리로 되물었다. 애라니... 애라니.... 설마, 세르네오에게 애가 있었단 말인가? 두 사람은 이어지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누, 누구 아인 데요?" "누구는 누구야? 당연히 본부장님 애지." "하... 하지만 나이 차를 생각해 봐도... 도대체..." 이드는 언뜻 놀랑 본부장을 생각해 봤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세르네오와의 나이 차는 열 다섯에서 열 여덟. 더구나 지금 세르네오의 나이와 아이의 나이를 생각해 본다면 열 여섯에 애 엄마가 됐다는 말이 아닌가. 라미아도 이드와 같은 계산을 했는지 두 사람은 똑같이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그 정도 나이 차가 어때서? 가까이 서 찾아도 더 나이 차가 많은 사람들도 많을 텐데..." 이드는 그의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 정도 나이 차이야 찾으면 많기는 하다. 이드가 살던 시절엔, 또 그레센에선 그 보다 나이 차가 더욱 더 심한 경우도 많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열 여섯에 애를 낳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이다. 헌데 이 앞의 이 사람은 그게 어때서하는 표정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이드 보다 라미아는 더욱 충격이지 않을 수 없었다. 친한 친구라고 생각한 세르네오가 애 엄마였다? 이드는 꽤나 정신적 충격이 심한 듯 한 라미아를 한번 바라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 그럼 저희도 돕기로 하죠. 그런데 아.... 이는 어떻게 잃어 버렸는데요? 그리고 생김세는요?" "잃어버리긴 여자들끼리 정신없이 수다 떨다 그랬다더군, 참나, 얼마나 할말이 많으면 애가 없어지는데도 모를 수 있는건지.... 좌우간 가디언 본부 주위에 있을 것 같다고 하니까 찾아 봐야지. 내가 몇 번 본적이 있는데, 그 녀석 빨간 머리에다가 빨간 눈을 하고 있지. 얼굴도 꽤나 예쁘장하게 생겨서는 크면 여자 꽤나 울리게 생겼더군. 옷은 아래위로 하얀색과 자주색 옷을 입었다고 했었어. 그런데.... 자네 등뒤에 업고 있는 건 뭔가?" 이드는 그 말에 그제서야 등에 업고 있는 디엔이 생각났다. 워낙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다 보니 순간적으로 등뒤에 업고 있던 디엔이란 존재를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드는 슬쩍 몸을 비틀어 디엔을 보여 주면 말을 이었다. "아, 길을 잃었다고 하길래 데려왔어요. 엄마하고 같이 왔다가 길을 ..... 잃........ 어....." 쭈욱 말을 이어가던 이드는 말을 채 끝맺지 못하고 등뒤로 고개를 돌렸다. 붉은 곱슬머리에 붉은 루비 빛 눈동자와 귀여운 얼굴. 거기다 남자 옷인지 여자 옷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하얀색 상의와 자주색 하의. "어이! 부본부장. 여기 애 찾았어!!" 잠자는 아이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무식하게 큰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 덕분에 주위의 시선이 순식간에 이드들에게로 모여들었다. 그 시선 속엔 라미아의 시선도 썩여 있었다. 그냥 볼 땐 마냥 귀엽기만 했지만 세르네오의 아이라고 생각하니 그 느낌이 달랐던 것이다. 그리고 그 시선들을 뒤쫓아 높고 날카로운 평소같지 않은 세르네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정말이예요? 정말 디엔을 찾은 거예요?" 그렇게 소리친 세르네오는 날 듯 이 이드들을 향해 달려왔다. 그 사이 두 번에 걸친 커다란 목소리에 이드의 등에서 곤히 잠들어 있던 디엔이 옹알거리며 슬그머니 눈을 떴고, 그 순간 그 앞으로 세르네오가 다가와 있었다. "디엔.... 디엔, 너 어디 갔었니." "우웅.... 누.... 나?" "그래, 누나야. 네가 없어지는 바람에 엄마와 누나가 얼마나 걱정을 했다구." 이드는 자신의 등에서 세르네오에게로 건너가는 디엔을 바라보며 슬쩍 눈살을 찌푸렸다. 누나라니? 또 엄마라니? 분명히 세르네오가 디엔의 엄마라고 하지 않았던가? 의문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되는 양 껴안고 떨어지지 않는 두 사람에게 당장 뭐라고 물을 수가 없어 이드와 라미아는 한 쪽에서 두 사람이 떨어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찾던 아이가 돌아 온 것을 안 가디언들은 하나 둘 다시 가디언 본부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 때 쯤 충분히 다시 만난 기쁨을 나누었는지 그제서야 떨어진 세르네오가 디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드와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이 녀석을 찾았다며? 이 개구장이 녀석이 어디까지 갔었던 거야?" "내가 이드님과 항상 나가는 공원. 거기까지 개를 쫓아 왔다고 하던걸?" 세르네오는 라미아의 말에 쓰다듬고 있던 디엔의 머리를 꾹 누르며 헝크러 뜨렸다. "이 녀석. 거기에 있으니까 찾지 못했지..... 쯧, 아무튼 고마워. 언니가 이 녀석을 잊어 버려서 얼마나 걱정을 하고 있는지 모르거든." 라미아는 그 대답에 방금전 자신들의 말에 대답해 주던 남자를 힐끔 바라본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흐응, 그럼 네가 이 애 엄마는 아니란 말이네?" 순간, 디엔의 머리를 쓰다듬던 세르네오의 손이 정지 필름처럼 그대로 멈추어 져 버렸다. 그런 세르네오의 얼굴에선 그게 무슨 소리냐는 강한 의문이 떠올라 있었다. 라미아는 그녀의 표정에 어떻게 된 사정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 설명이 한 남자에게 몇 일 동안 병석에 드러눕게 하는 결과를 가져다주게 된다는 사실도 모른 체 말이다. "그래.... 그랬단 말이지? 이 내가 애 엄마라고?" 왠지 으스스하게 흘러나오는 세르네오의 목소리에 그녀 옆에 있던 디엔이 슬그머니 이드와 라미아 쪽으로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세르네오의 손엔 어느새 뽑히지 않은 연검이 풀어져 들려 있었다. 다음 순간. 옆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친구녀석과 이야기를 나누던 한 남자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은색 환영에 자지러드는 듯한 비명을 내 질러야만 했다. 기절할 때까지 두드려 맞은 그는 병실에서 정신을 차리고서 그의 친구에게 자신이 지금과 같은 상태가 된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시집도 가지 않은 꽃다운 소녀에게 치명적이고, 변태적인 소문을 냈다는 퍼트렸다 이유 때문이라고. 물론, 전혀 알 수 없는 그 내용에 그는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를 기절시키고서야 채찍처럼 휘두르던 연검을 거두어들인 세르네오는 연검을 허리를 따라 휘둘러 한 번 만에 허리에 다시 매달았다. 그 모습에 아이의 정서를 생각해 디엔의 눈을 가리고 있던 이드는 이유모를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디엔을 대리고 부본부장실로 돌아간 이드와 라미아는 그곳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한 명의 아름다운 여성을 볼 수 있었다. 바로 디엔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디엔을 보자 눈물을 주루륵 흘리며 아이를 꼭 껴안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디엔과 붕어빵이라고 할 정도로 닮아 있었다. 누가 보아도 한 눈에 모자지간이란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뭐....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인 놀랑 본부장이라면 같이 서 있더라도 눈치 채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정말... 정말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누구나 했을 일인 걸요. 그러니 이제 그만하세요. 너무 그러시면 저희들이 부담되거든요." 거듭되는 감사인사에 라미아가 정중히 말을 이었다. 다시 잠든 디엔까지 합해 다섯 사람은 부본부장실의 테이블을 중심으로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디엔의 어머니는 처음 이드와 라미아 두 사람이 디엔을 찾아 왔다는 소리에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더니 이렇게 중간중간 감사인사를 해오는 것이었다. 뭐, 충분히 이해는 갔다. 아이를 잃어 버렸던 어미가 다시 아이를 찾았으니 그 마음이 어떨지는 충분히 이해가 가기는 하지만 계속되는 인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었다. 이드는 그런 디엔의 어머니를 바라보다 화제를 바꾸려 세르네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가디언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든거야? 우리가 아침에 나설 때만해도 텅 비어 있는 느낌이었는데.... 무슨 일이야?" "그게 말이야.... 우리들이 지금 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조사는 알고 있지?" 당연히 알고 있다. "사실 그것 때문에 요즘 정부와의 분위기가 상당히 험악해." 이드는 그녀의 말에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부와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조사에 착수하는 그 순간부터로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을 이제와서 왜 갑자기.... 더구나 그것과 지금 이곳에 모인 가디언들은 또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지만 세르네오의 말은 그걸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제 여기 언니가 있던 리옹 쪽에서 우리가 조사하던 일에 대한 단서가 잡혔거든." 순간 이드와 라미아의 눈빛이 반짝 빛을 발했다. "단서라면?" "리옹 도심 한 복판에 세워진 용도를 알 수 없는 지하 연구실과 그 연구실 한 구석에서 발견된 디스켓이지. 특히 그 디스켓에는 한 사람에 대한 모든 제반 사항들이 기재되어 있었어. 가디언이 아닌 보통의 자료에서는 들어 있을 이유가 없는 그 사람이 가진 특수능력에 대한 자료까지 아주 자세하게 말이야." "와우~ 그럼 그건 그냥 단서(端緖)가 아니잖아. 그건 증거(證據) 아닌가? 그 정도 자료가 있다면 정부측에서도 아무런 말을 못 할텐데...." 이드는 세르네의 말에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의문을 표했다. 확실히 그 디스켓의 내용만 있다면 상황은 끝난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었다. 제로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인지 세르네오는 뚱한 얼굴로 고개를 내 저을 뿐이었다. "그게 그렇지가 못해. 그 디스켓에는 결정적인 부분이 빠져 있어. 바로 정부와의 연관성이지. 그 디스켓의 내용과 연구실의 은밀한 위치상 제로가 주장한 그런 일이 있었다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어.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런 일을 정부측에서 했다고 할 만한 증거가 없거든. 막말로 누군가 한 사람의 가디언에 대해 스토커에 가까운 관심을 가지고 그에 대해 조사해서 그 내용을 거기 담아 가지고 있다가 잊어 버렸다고 해도 할 말 없는 거거든." "그럼 그건 별 무 소용인 거잖아. 그리고 그렇게 되면 여기 모여있는 가디언들은?" 세르네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라미아가 의문을 표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세르네오의 얼굴이 좀 더 심각해 졌다. "그게 다가 아니기 때문이지. 내가 지금까지 말한건 표면적인 내용일 뿐이야. 그 속을 보면 상황이 조금 좋지 않게 돌아가는걸 알 수 있지." 이드는 그 말에 뭔가 대충 감이 잡히는 듯 했다. "사실 그 디스켓이 정부와의 연관성만 없다 뿐이지...." ".... 이미 정부측에서 제로에서 주장했던 그런 일을 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과 같다?" 이드가 세르네오의 말을 중간에서 끊어 들어왔다. 그러나 세르네오는 화는커녕 오히려 생긋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여 이드의 말에 동조해 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말은 이랬다. 심증은 완벽한데, 물증이 불충분한 상황. 바로 지금의 상황이 이렇다. 재판에서 흔히 다루어지는 그런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상황이 사뭇 다른 것이 지금 서로 충돌하고 있는 세력이 국가와 가디언이라는 사상초유의 거대 세력의 충돌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한 개인이나 작은 회사의 충돌이라면, 양측 모두 쉽게 움직일 수 없을 테지만, 이 국가와 가디언은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정확한 증거 없이도 움직일 수 있는 것이었다. 더구나 지금은 거의 증거나 다름없는 단서를 손에 쥐고 있는 가디언인 만큼 정부측에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던 모양인지 직접 나서지는 못하고 은근히 긴장감을 유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곧 조사를 중단하라는 압력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럴 생각이 없는 가디언으로 서는 자연히 그 긴장감에 맞서 가디언들을 각 본부에 모아둘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것이 지금 이곳에 가디언 들이 대거 모여들어 있는 이유였던 것이다. 상황설명을 모두 들은 이드와 라미아는 마지막으로 제로의 움직임에 대해 새로 들어온 사실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부본부장실을 나섰다. "이번 조사는 그렇다 치고.... 제로는 정말 조용하네요." "뭐, 그렇겠지. 저번에 이야기 했었었잖아. 아마 이번 조사가 완결되고 각국과 가디언간에 이상이 생기면 그때서나 행동하겠지. 뭐, 제로가 직접 움직이지 않는 이상.... 우리가 크게 상관할 일은 아니니까." 확실히 저번 세르네오와 함께 이야기 해봤었던 내용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깊게 생각해야 할 내용 또한 아니었다. 라미아는 이드의 옆에서 걸음을 옮기며 흘끗 등 뒤쪽 부본부장실을 바라보았다. 디엔이라는 귀여운 아이의 모습이 꽤나 기억에 남았다. 나오기 전에 자는 녀석을 한 번 더 안아주고 나온 그녀였다. 라미아는 잠시 디엔이 귀여운 얼굴과 함께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묘한 시선으로 이드를 바라보았다. "저기요~ 이드니~ 임~" 움찔!!! 이드는 애교스럽게 자신을 불러대는 라미아의 목소리에 순간 온몸 가득 소름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서 이유 모를 불안감 마져 들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신을 부르기에 이런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일까. 이드는 불안감 가득한 눈으로 슬그머니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이드는 다시 한번 움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눈이 묘한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으~ 두렵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는 거야~~!' "왜... 왜?" 은근히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디엔 말이예요. 정말 귀엽지 않아요?" "그, 그래. 귀엽지." "껴안으면 품안에 쏙 들어오는 데다가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짧은 다리로 열심히 걷는 모습이 너무 귀여운거 있죠. 그 녀석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어땠을 까요? 또 조금 더 크면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이드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꾹꾹 눌러 삼켰다. 불안하게 말 돌리지 말고 빨리 하고자 하는 말을 해줬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라미아는 그런 이드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잠시동안 디엔에 대한 이야기를 빙빙 돌려서 해대고 나서야 뭔가를 말하려는 듯 이드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말인데요. 이드님." "그래, 빨리 말해봐. 뭐?" "우리도 디엔같은 아이 낳아서 키워요. 네?" "....... 뭐?" 순간 이드는 자신의 귓가를 맴돈 라미아의 말을 듣지 못했다고, 잘 못 들었다고 부정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러나 다시 귓가에 들려오는 라미아의 목소리가 그것이 잘못들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디엔은 엄마만 닮았는데도 저렇게 귀엽잖아요. 아마 이드님과 절 닮고 태어나면 디엔보다 더 이쁠꺼 아니겠어요? 네? 네? 이드니~임. 저 이드님 닮은 디엔같이 귀여운 아기 키워보고 싶어요." 이드는 핑 도는 머리에 한 쪽 손을 가져다 대며 가만히 타이르듯 라미아를 향해 말을 이어갔다. 그런 이드의 목소리는 은은하게 떨려나오고 있었다. "라미아, 라미아.... 너, 넌 아이 키우는 방법도 모르잖아. 게다가, 언제 어디로 갈지 또 어느 차원으로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아이라니.... 말이 된다고 생각 하냐? 지금?" "그러니까 말하는 거죠. 만약 다시 다른 곳으로 가게되면 그곳에선 다시 검이 되야 할지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인간으로 있는 지금 아기를 가져 보고 싶다는 거죠. 네? 네? 이드니~임." 오, 신이여. 검이 인간으로 있는 지금 아기를 가지겠답니다. 이드는 이젠 머리까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억지로 들어 라미아를 바라보던 이드는 고개를 절래 절래 내저으며 가디언 본부 저쪽으로 달려가고 말았다. "으아~ 몰라. 몰라. 몰라. 몰라. 몰~ 라!!!" "아앙. 이드니~ 임. 네? 네~~?" 라미아는 앞서 달려가는 이드의 모습에 입가로 방긋 미소를 뛰어 올린 채 따라 달려가기 시작했다. 꽤나 큰 껀수를 잡아낸 라미아였다. "아앙, 이드님. 저희 아기요." "야, 너 그만 좀 하지 못..... 응?" 상당히 당혹스런 요구를 해대는 라미아를 떼어놓으려고 애를 쓰던 이드는 어느 순간 눈앞의 건물 안에서 감도는 강한 기운에 급히 고개를 돌렸다. 콰아앙!! 순간 이드와 미리 맞추기라도 한 것인지 강렬한 폭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뭔가 시커먼 덩어리가 건물의 커다란 문짝과 함께 튕겨져 나와 이드와 라미아의 옆으로 나뒹굴었다. 꽤나 두꺼웠던 것으로 보이는 나무조각 사이로 누워있는 검은 덩어리는 다름 아닌 사람이었다. 그것도 가슴을 부여잡고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있는 덩치 큰 남자였다. 그리고 그 남자의 뒤를 이어 날카로운 목소리가 건물 안에서 튀어나왔다. "자, 다음은 누구지?" 꽤나 익숙한 목소리. 바로 오엘이었다. 이드와 라미아가 서로 밀고 당기며 도착한 이곳은 가디언 본부에 딸려있는 수련실 건물 앞이었다. 이곳은 영국과는 달리 본부 건물과 수련실 건물을 따로두고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수련실은 단층으로 그 목표가 수련인 만큼 넓이로만 따진다면 가디언 본부 그 이상이었다. 또 이 수련실 역시도 영국의 수련실과 마찬가지로 방음, 방충기능이 확실히 되어 있는지 한 번도 시끄러운 소리가 가디언 본부건물까지 들려온 적이 없었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서 오엘이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헌데 오늘은 그냥 수련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지금 땅을 뒹굴고 있는 남자나, 그 남자를 뒤따라 나온 오엘의 목소리를 생각해 볼 때 말이다. 이드와 라미아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곧바로 수련실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두 사람에게선 방금 전 까지 아이를 낳자고 장난을 치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수련실 내부는 길다란 복도와 같은 형식의 휴계실을 전방에 놓고 마법 수련실과 검 수련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양 수련실 모두 그 입구의 크기가 영국의 수련실 보다 세, 네 배는 넓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 그 넓은 수련실 앞에는 평소 마법 수련실에서 가만히 책만 파고 있을 마법사들이 대거 몰려들어 있었다. 몰려든 마법사들은 한결같이 검 수련실 안쪽을 구경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싸움구경은 누구나 좋아하는 것 일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때에 맞추어 다시 한번 검 수련실 안쪽에서부터 오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겨우 이 정도 실력으로 소호(所湖)의 주인 될 실력을 입에 올린 건가? 웃기지도 않는군." 아무래도 소호검 때문에 또 무슨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그래도 이곳 가디언 본부에서는 소호검을 보고 부러워하는 사람은 있었어도 오늘처럼 직접적으로 그것을 표하는 사람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오늘 갑자기 모여든 가디언들 중에 문제가 있는 모양이었다. "실례합니다. 실례. 잠시만 비켜주세요." 이드와 라미아는 문 앞을 가로막고 선 마법사들을 헤치며 검 수련실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가 힘이 없는 마법사들인 데다, 연신 실례합니다. 를 연발하는 라미아의 모습에 스스로 물러나주는 마법사들 덕분에 쉽게 검 수련실 안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검 수련실 안에는 꽤나 많은 수의 가디언들이 들어서 있었다. 조금 전 본부 앞에 모였었던 가디언들이 모두 이곳으로 모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 정도였다. 하지만 수련실이란 말답게 넓기만 한 이곳은 그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있음에도 전혀 비좁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수련실의 중앙에는 오늘 아침에도 보았었던 오엘이 소호검을 들고서 처음 보는 세 사람 대치하고 서 있었다. 그 세 사람은 모두 남자였는데, 제일 오른쪽에 서 있는 우락부락한 모습의 한 남자를 제외한다면 그런데로 인상이 괜찮아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은은히 느껴지는 세 사람의 실력도 오엘이 가볍게 볼 만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제일 왼쪽에 서있는 선한 눈매에 갈색 머리를 가진 남자의 실력은 절대 오엘의 아래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오엘, 지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움찔. 가만히 서있던 오엘은 갑작스런 이드의 전음에 놀란 눈길로 조용히 주위를 돌아보다 이드와 라미아의 모습을 잡아내고는 다시 전음을 보냈다. '죄송해요, 사숙. 미처 오신 줄 몰랐어요.' '괜찮아. 그런데 무슨 일이야? 들어오면서 언 듯 듣기로 소호검 때문인 것 같은데...' '그게... 저도 오늘 처음 보는 가디언들이에요. 그런데 조금 전에 들어와서는 제가 수련하는걸 잠시 바라보더라 구요. 사숙의 말대로 기초수련을 하던 중이라 크게 숨길 것도 없고 해서 그냥 두었더니, 잠시 후에 저희들끼리 모여서 저런 실력에 소호와 같은 명검을 가지고 있는 건 돼지 목에 지주니 뭐니 이상한 소리를 해대더라 구요. 저도 웬만하면 저도 참으려고 했지만, 모두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떠들어대는 통에....' 그래서 못 참고 먼저 검을 들었다는 이야기군. 대충 어찌된 상황인지 이해는 되었다. '됐어, 됐어. 그런데 저 세 사람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건 알고서 검을 뽑은 거냐? 특히 저 왼쪽의 사내는....' 터어엉! 순간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은은한 땅울림이 전해져 왔다. .................................... ㅠ.ㅠ 이드 262화 번 호 57 날짜 2003-02-09 조회수 138 리플수 7 ㅡ.ㅡ 그 덕분에 이드는 전음을 채 끝내지 못하고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려야 했다. 소리의 진원지에는 우락부락한 모습의 남자가 한 쪽 발을 앞으로 내디디고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방금 전의 충격음이 자신 때문이란 것을 과시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그런 그의 한 쪽 발은 수련실의 바닥을 손가락 두 마디 깊이로 파고 들어가 있었다. 덕분에 그의 발을 중심으로 수련실 바닥은 거미줄처럼 미세한 금이 폭주하고 있었다. 아마 저 바닥을 다시 뜯어고치려면 적잖이 돈이 들어 갈 것 같았다. '각력(脚力)이 대단한 사람이군.' "크흐, 좋아. 이번엔 내가 상대해 주지. 쇳덩이 좀 좋은 거 들고 있다고 꽤나 잘난 체 하는데.... 그게 언제까지 계속 될지 한번 보자구." 보통의 가디언들 같지 않은 거치른 말투였다. 하지만 그 뜻 하나만은 확실하게 전해져 왔기 때문에 오엘역시 입술을 앙 다물며 내려트렸던 소호검을 들어 올렸다. 순간 소호검으로 부터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예기(銳氣)가 뻗어 나오며 두 사람 사이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흘렀다. 진짜 저대로 맞붙었다가는 어느 한 쪽은 크게 다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다치는 사람은 오엘과 약간의 실력 차를 가지고 있는 데다 소호라는 명검까지 상대해야하는 저 우락부락한 덩치 일 것이고 말이다. 세 남자 역시 그런 사실을 눈치 챘는지, 그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갈색머리의 사내가 씨근덕거리는 덩치를 불러들였다. "야, 덩치. 그만해." "뭐?" 모습그대로 덩치라 불린 그는 갈색 머리 사내의 말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자신역시 직접 마주 대하자 자신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사내 체면상 물러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마침 뒤에서 물러나라고 하니 좋은 기회이긴 했지만, 막상 물러서자니 왠지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너도 알잖아. 만만치 않은 상대야. 네 쪽이 불리해. 그러니 그만 물러나. 어차피 너 하고 쿠가 먼저 잘 못 한 거잖아." ".... 쳇, 알았어. 너하곤 다음에 한번 붙어보자." "그전에 사과부터 하는게 예의 아닌가?" "뭐야? 이게 틸이 참으라고 해서 참으로고 했더니..." 사과를 요구하는 오엘의 말에 막 돌아서려던 덩치는 주먹을 불끈 지며 몸을 획 돌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움직임을 막아내는 목소리가 있었다. 조금 전 보다 좀 더 힘이 들어가 있는 목소리였다. "덩치!! 그만 하라고 했잖아. 그리고 그 쪽도 이만해 주시죠. 저희들이 원래는 용병일을 했었기 때문에 입이 상당히 거칠어서 그렇습니다." 틸이란 사내의 말에 오엘은 눈을 반짝였다. 자신들의 전 동료들 역시 저들과 같은 경우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 역시도... 오엘은 영국에 있는 동료들을 생각하며 조용히 물러나려고 했다. 자신보다 빨리 튀어나온 이드의 말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그럼. 그 대신 틸이란 분께서 잠깐동안 오엘과 대련을 해주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 서로 크게 손해 보는 건 없을 것 같은데요." 갑자기 흘러나온 부드러운 듣기 좋은 목소리에 오엘과 틸, 덩치에게 묶여 있던 시선이 한꺼번에 풀려 이드에게로 향했다. 틸은 갑작스레 자신들 사이로 끼여드는 소년의 모습에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 이런 상황은 당사자들 혹은 그와 연관된 사람이 아니면 개입할 만한 문제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틸은 오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과연 오엘은 이드의 갑작스런 말에 놀라 그를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사숙!" "사.... 숙?" 틸은 오엘이 이드를 부를 때 쓰는 호칭에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알기로는 사숙이란 호칭은 자신의 사부와 사형제지간인 사람을 부를 때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나이 상 사숙과 사질간으론 보이지 않는 때문이었다. 물론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저 사숙이란 소년에게 그런 실력이 있을까? 틸은 오엘과 이드를 번가라 바라보며 묘하게 두 눈을 빛냈다. "작게 불러도 충분히 들을 수 있으니까 소리지르지 말고, 그냥 내 말대로 대련해! 그 동안 해온 기초수련이 얼마나 잘 됐나, 또 얼마나 실전에 써 먹히나 한 번 봐야지. 그리고 이왕 하는 대련인 만큼 상대는 강할 수록 좋은 거 아니겠어? 불만... 없지?" 오엘은 자신을 향해 사악해 보이는 미소를 뛰우는 이드를 바라보며 순순이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뭐, 굳이 대련을 피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었지만 말이다. 이드는 오엘이 고개를 끄덕이자 틸을 바라보았다. 무언으로 그의 대답을 재촉한 것이다. "뭐, 나도 한번씩 몸을 풀어 줘야 되니까 거절할 생각은 없어. 단, 내 쪽에서도 한가지 부탁할 게 있는데 말이야..." "말해봐요." "이 대련이 끝나고 네가 내 상대를 잠시 해줬으면 하는데.... 거절하진 않겠지? 별론 나이가 많아 보이지도 않는데, 저런 대단한 실력의 여성을 사질로 두고 있는걸 보면 말이야." 그의 말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여 있는 가디언들 대부분이 이드가 제로와 싸우던 모습을 봤던 사람들인 만큼 이드의 실력을 대충 알고 있었던 때문이었다. 또한 그런 이드의 실력을 모르고 덤비는 틸의 모습이 무모해 보이기도 했다. 그 때 그런 틸을 걱정해서 인지 가디언들 중 한 사람이 틸에게 다가와 뭔가를 한참동안 속삭여 주었다. 아마도 이드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는 틸의 눈빛은 점점 더 빛을 더해 갔다. "호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대단한 실력인데... 그렇담 이거 꼭 대련을 해봐야 겠는걸. 누구 말대로 대련은 강한 사람과 하는 게 가장 좋으니까 말이야." 틸은 이드의 말을 인용해가며 말을 이었다. 이드는 그 말에 잠시 동안 틸이란 남자의 눈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여 승낙했다. 말투가 조금 거치른 면이 있긴 했지만 눈이 맑은 것이 단순히 전투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이드의 허락이 떨어짐과 동시에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섰고, 그에 따라 주위에 몰려 있던 사람들은 수련실의 벽 쪽으로 물러나 주었다. 그리고 그에 맞춰 누군지 모를 사람으로부터 시작신호가 떨어졌다. 틸과 오엘. 두 사람은 그 신호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격돌하기 시작했다. 탐색전 같은 것은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오엘은 이미 상대가 자신보다 한 단계 위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기기보다는 최대한 자신의 실력을 펼쳐보자는 생각이기 때문이었고, 틸 역시 오엘을 빨리 쓰러트려 최대한 체력을 보존한 체로 이드와 맞붙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만큼 두 사람의 대결을 빠르고 힘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한 사람은 맨손이었고, 한 사람은 명검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거기에서 오는 차이는 전혀 없어 보였다. 박력있는 대련은 잠시 후 그 끝을 맺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오엘의 패(敗)였다. 하지만 승패와 상관없이 오엘 스스로는 대단히 만족스런 대련인 듯 했다. 가쁜 숨을 내쉬는 그녀의 입가로 희미한 미소가 어려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번 대련은 그녀의 기본기가 확실해 졌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었던 때문이었다. 하나의 확인시험 같은 느낌이었던 것이다. "자, 이젠 내 부탁을 들어 줄 차례라고 생각하는데?" 어느새 가쁜 숨을 모두 고른 틸이 이드를 청했다. "나야 언제든 괘찮긴 하지만.... 곧바로 싸우는 건 무리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전혀. 오히려 이 정도 달아올라 있을 때 싸워야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거거든." 싸움에 미친 싸움꾼에게서 자주 들어 볼 수 있는 말이다. 물론, 정파에도 이런 류의 인물은 다수 있었다. 이런 인물일수록 승패를 확실히 해 주는 것이 좋다는 것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이드의 어깨에서부터 손끝에 이르기까지 칠흑(漆黑)의 철황기(鐵荒氣)가 두텁게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틸이 의외라는 듯 한 표정을 지었으나 그 표정을 곧 거두어 졌다. 그 대신 조금전 오엘과 싸울 때와는 다른 마치 거대한 맹수의 발톱과 같은 형태를 취한 청색의 강기가 그의 양 손 다섯 손가락에서 일어났다. "후후후.... 저 정도로 검을 쓸 줄 아는 사람의 사숙이라길래 검을 쓸 줄 알았는데. 이거 의외인걸."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양손을 들어 마치 거대한 기세로 일어선 맹수의 그것과 같은 자세를 잡고 있는 틸의 모습에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취한 강기의 형태나, 기수식으로 보이는 지금의 자로 봐서 틸이 장기(長技)로 사용하는 무공은.... 조공(爪功)이다. 이 모습을 보고 오엘이 실망하지나 않았으면 좋겠군. 틸의 주무기인 조공도 아닌 단순한 권각법에 졌다고 말이야. "그래서 뭐가 불만인가요? 불만이라면 검으로 해 줄 수도 있는데...." "아니, 오히려 기뻐서 말이야." 전에 한 번 들어 본 말이었다. 이드는 입가로 씁쓸한 미소를 뛰어 올리며 한 손을 허리에 또 한 손을 중 단전 앞으로 내 뻗었다. "얼마 전에 누구도 그런 말을 했었는데.... 말이야." 사아아아악. 틸의 발이 땅에 끌리며 그 위치를 바꿨다. 먼저 선공을 할 생각인지 그 모습이 마치 먹이를 향해 곧 이라도 뛰쳐나갈 맹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호~ 나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 만나보고 싶은걸. 간다!!! 타이거 포스 (맹호지세(猛虎之勢)..... 둘 중 어느 쪽 이름이 낳을 까요? 뜻은 똑같은데....)!" 크아아아앙!!! 아련히 환청이 들리는 듯 하다. 수련실이 떠나갈 듯 한 기합성과 함께 앞으로 달려나가는 틸의 동작과 기세는 맹호 그 자체였다. 호랑이가 뛰어오르듯 순식간에 이드와의 거리를 좁힌 틸은 양팔을 크게 벌려 이드를 향해 덮쳐들었다. 호랑이가 사냥하는 모습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동작이었다. 하지만 절정의 경지에 이른 강호인들은 호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금과 같이 공격해 올 경우 빠른 보법으로 그 품으로 파고 들어가.... "분뢰보!" 검이나 권으로 겨드랑이 부분을 치거나 가슴을 직접 찔러 심장을 멈춰버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철황쌍두(鐵荒雙頭)!!" 쿠우우우 묵직한 기운을 머금은 이드의 양 주먹이 틸의 겨드랑이 아래 부분을 향해 날아들었다. 만약 이 권을 그대로 맞게 된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심장정지를 일으키거나 심장이 폐와 함께 그대로 터져 버릴 것이다. 분명 보통의 짐승이라면 꼼짝없이 죽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인간이었다. 그것도 맹수의 공격법을 연구해서 사용하는 인간. 틸은 양쪽에서 조여오는 이드의 주먹을 보며 휘두르던 손의 속력을 한순간에 더 하며 머리를 중심으로 회전하며 뛰어 올라 이드의 공격을 깨끗하게 피해냈다. 하지만 그걸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어느새 틸의 손가락에 자리하고 있던 청색의 강기가 이번엔 맹금류의 그것처럼 길게 뻗어나와 이드의 등을 향해 내리 꽂히는 것이 아닌가. "이글 포스(청응지세(靑鷹之勢))!!" 이드는 등뒤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감각에 다시 한번 분뢰보의 보법을 밝아 순식간에 앞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그런 이드의 행동이 조금 늦었던 때문인지 등뒤로부터 지이익 하는 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이드는 얼굴을 찌푸리며 앞으로 달려나가던 그 속도 그대로 허공으로 회전하며 등 뒤 아직 허공에 떠있는 틸을 향해 한 쪽 손을 맹렬히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팔 전체를 뒤덥고 있던 철황기가 기이한 모양으로 회전하더니 주먹만한 권강(拳剛)을 토해내는 것이었다. 그 모습은 저번 부룩과의 대련에서 그를 쓰러트렸던 철황유성탄과도 비슷해 보였다. "철황포(鐵荒砲)!!" "흐아압!!" 틸은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쇳덩이 같은 권강을 허공에 뜬 상태 그대로 조강으로 뒤덥힌 손으로 땅으로 쳐내려 버렸다. 키가가가각. 콰콰쾅. 마치 쇠를 긁어내는 거북한 소리가 수련실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 소리가 수련실 내부를 울린 것은 순간이었고 곧바로 이어진 커다란 폭음과 충격에 그 듣기 거북했던 소리에 대한 기억은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렸다. "크으윽.... 압력이 보통이 아닌데..." 틸은 등뒤로 느껴지는 묵직한 통증에 저도 모르게 신음을 토하고 말았다. 다행이 철황포의 진로를 바꾸긴 했지만 지지기반도 없이 허공에서 그 짓을 한 대가로 수련실의 벽까지 날아와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이만큼 날아 왔다는 것은 철화포라는 권강이 압축된 압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이고, 그 만큼 상대의 내공이 뛰어나드는 뜻이었다. '도대체 뭘 했길래 저 나이에 이런 힘을 가지게 된 거지?' 틸은 등과 함께 뻐근한 손목을 풀어내며 수련실 중앙에 피어오른 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아마 이번 대련이 끝나고 나면 수련실 수리비로 꽤나 돈이 빠져나갈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본부의 살림을 도 맞아 하고있는 세르네오에게는 하나의 일거리가 더 늘게 되는 것이고 말이다. 잠시의 시간이 흐르자 차츰차츰 먼지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상대편이 그림자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틸은 그 모습에 다시 조강을 형성하고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의 그런 행동은 한순간 굳어지고 말았다. 다름 아닌 자신을 향해 검게 물든 주먹으로 자세로 서 있는 이드의 모습 때문이었다. 분명 저 자세는 조금 전 철황포를 날린 후의 자네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다른 공격을 할 수 있었지만, 일부러 하지 않았다는 뜻과도 같다. 그리고 조금 전 철황포의 방향을 바꾸고 벽에 쳐 박혔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거기에 철황포와 같은 위력의 권강이 하나 더 날아든다면? "칫, 졌구만.... 하지만.... 아직 내가 쓰러진 건 아니지. 베어 포스(포웅지세(暴熊之勢))!!" 크아아아악 마치 곰과 같은 모습으로 허리를 숙인 틸은 엄청난 속도로 이드를 향해 달려나갔다. 이드는 그 모습에 양 주먹을 허리 뒤로 한껏 끌어 당겼다. 이 틸이란 남자와의 대련에서는 단순히 패배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 보다 직접 수련실 바닥에 쓰러뜨리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대련을 끝내는 방법인 것 같았다. 이드는 쥐고있던 주먹에 힘을 더했다. 꾸우우욱. "철황십사격(鐵荒十四擊) 쌍연환(雙連換)!!" 이드의 기합성이 이번엔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무식하게 달려오는 틸의 전신을 스물 여덟 개의 주먹이 난타하기 시작하며 가죽포대를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수련실을 울렸다. 비록 스물 여덟 번이나 되는 주먹질이기는 하지만 그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눈 몇 번 깜빡이는 시간동안 모두 틸의 몸에 적중되고 말았다. 끄아아아악. '쓰러지지 않았다?' 이드는 그 기세가 확실히 줄긴 했지만 아직도 자신에게 달려오는 틸의 모습을 보며 강하게 진각을 밟아 내 뻗었다. 이번엔 그의 오른 손 만이 출 수 되었다. 하지만 진각의 힘을 담은 그 위력은 앞서 터져 나온 스물 여덟 번의 주먹질 보다 배는 더 한 충격을 틸에게 전해 주었다. 퍼엉! 철황십사격의 초식에 따른 마지막 주먹이 정확하게 틸의 가슴을 쳐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주먹이 틸의 몸에 충격을 가한 후에야 그는 졌다는 듯이 그대로 쓰러질 수 있었다. 거치른 숨소리에 입가로 흘러내린 핏자국과 여기저기 멍든 몸이 말이 아닌 듯 보였지만 그 고통에 신음해야 할 틸은 가쁜 숨을 뱉어 내는 와중에도 뭔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쿡쿡거리며 웃고 있었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며 정말 선하게 생긴 것 답지 않게 강딴있는 남자라고 생각했다. 철황십사격을 맨 몸으로 세 번에 걸쳐서 맞고서야 쓰러지다니. 그것도 마지막엔 그 위력이 두 배가 된 철황십사격을 맞고서 말이다. "정말 엄청난 강골이네요. 그렇게 맞고서야 쓰러지다니...." "크흑, 컥... 튓! 뭐 이 정도야. 오히려 오랜만에 뻑적지근하게 몸을 푼 것 같아서 좋기만 하구만. 그나저나 옷 찢어진 것 괜찮냐?" 주위의 도움으로 일어나 앉은 틸은 떨리는 손으로 이드의 상체를 가리켜 보였다. 이드는 그 모습에 슬쩍 뒤로 돌았다. 이드의 등뒤의 옷은 칼로 잘라놓은 듯 깨끗하게 잘라져 있어 그 사이로 유백색의 뽀얀 이드의 등살이 훤이 보이고 있었다. 아래, 위 양쪽에 조금씩이나마 천이 연결되어 있어 겨우 벗겨지지 않고 버티는 모양이었다. "뭐, 보시다 시피. 버려야겠지만 신경쓰지 말아요. 그랬다간 나는 틸씨 병원 비를 책임져야 할 것 같으니까." "하하핫.... 그러지. 참, 그런데 아까 나처럼 자네에게 맨손으로 덤빈 사람이 또 있다고 했었지? 그 사람은 지금 어디있지?" "그건 알아서 뭐하게요?" "당연히 찾아가서 한번 붙어봐야지. 너하고 한바탕 했다면 보통 실력이 아닐 테니까 말이야. 요즘은 맨손으로 싸우는 사람이 얼마 없거든." 이드는 그의 말에 피식 웃어버리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못 말릴 싸움꾼이란 뜻이기도 했고, 가르쳐 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사람.... 부룩은, 저번 영국에서 있었던 제로와의 전투에서 아깝게.... 전사했어요.' 이드는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없도록 틸에게 전음을 전했다. 이곳에 모인 가디언들 모두는 몬스터와 제로를 상대로 싸우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누군가가 죽었다는 이야기는 별로 할 말이 되지 못 하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여기 가디언들 모두 죽음을 가까이 두고 사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이드의 대답을 들은 틸은 호기롭게 뽑아내던 투기를 순식간에 거두어 들였다. "뭐.... 후에, 아주 먼 후에 기회가 되면 한번 붙어 보지, 뭐." 한 마디로 죽은 다음에 붙어보겠단 말인가? "정말... 못 말리겠네요. 그럼 그래보시던가요." 이드는 고개를 절래절래 내 저으며 몸을 돌렸다. 그에 따라 오엘과 라미아가 다가왔다. 싸움이 끝났다는 것을 알았는지 빠져나간 사람들 덕분에 들어 올 때와는 달리 수련실의 입구는 한산했다. 이드는 입구를 나서며 등뒤로 손을 돌렸다. 아무 걸리는 것 없이 자신의 맨살이 만져졌다. 한 마디로 지금 자신이 걸치고 있는 옷은 제 역활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결론 나는 순간 이드의 발걸음은 자동적으로 자신과 라미아가 쓰고 있는 방 쪽으로 돌려졌다. "그래, 대련해본 느낌은? 이제 기초훈련은 그만해도 될 것 같아?" 이드는 본부 건물로 들어서며 오엘에게 물었다. 그녀가 대련을 끝내고 슬쩍 미소짓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네, 제게 필요한 기초훈련은 완성 된 것 같아요. 이젠 청령신한공 상에 기재된 고급검법들과 여러가지 수법들을 공부할 생각이 예요. 이번 대련으로 기본기가 충분하다는 건 알았지만, 그 틸이란 남자를 상대할 초식이라던가, 힘이 부족하다는 걸 알았거든요." 정확한 판단이었다. 이제는 청령신한공 상의 여타 웬만한 초식들은 혼자서 수련해도 충분할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수련하면 되겠지... 그런데, 아직 제이나노는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네..." 이드는 본부의 숙소중 한 방문 앞을 지나며 중얼거렸다. 그 방은 다름 아닌 제이나노의 방이었다. "요즘 바쁘잖아요. 사제일 하느라고...."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일 정도 정신없이 파리 시내 곳곳을 관광이란 이름으로 돌아다닌 제이나노는 그 후 부터 사제로서의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솔직히 지금까지의 사제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생각해 본다면 잘 매치가 되지 않는 모습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그 일을 하고 몇 일 후 한번 들려본 바로는 정말 대사제라는 이름에 걸맞은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일동안 돌아다니며 찾은 건지 파리 어느 뒷골목 작은 공터에 자리잡은 그는 대사제라는 이름에 걸 맞는 큰 신성력으로 무상으로 사람들을 치료했고, 그로 인해 모여든 사람들을 상대로 마치 옛날 이야기를 해 나가듯 리포제투스의 교리를 쉽게 풀이해 설명하고 있었다. 그 설명에 이미 그를 통해 신성력이라는 것을 체험한 몇 몇 병자들은 곧바로 그 자리에서 리포제투스의 신자가 되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은근히 귀를 기울였다. 특히 사람을 치료할 때 생겨나는 신비한 빛줄기를 보기 위해 모여드는 아이들은 재미있는 이야기와 신기한 것들을 보여주는 제이나노를 꽤나 좋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의 입을 통해 제이나노의 이야기가 주위로 퍼져나갔고,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아침 일찍 본부를 나선 제이나노는 밤이 늦어서야 지친 몸으로 본부로 돌아오고 있었다. 때문에 요즘엔 그와 마주 앉아 여유있게 이야기 나누기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하지만 그게 사제의 일이라며 불만은커녕 오히려 만족스런 표정을 짖고 다니는 그였다. 물론.... 아직 무언가 맛있는 요리를 먹을 때만은 그 표정이 못했지만 말이다. 틸과의 전투 후 그와 꽤나 편한 사이가 되었다. 또한 그날을 기점으로 라미아가 이드를 향해 심심하다고 투덜대는 일이 없어졌다. 가디언들이 몰려들어 본부가 북적이는 데다, 이런저런 서류 일로 바쁜 세르네오와 디엔의 엄마를 대신해 라미아가 디엔을 대신 돌봐 주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심심할 시간이 없어진 것이다. 좋은 일이었다. 단지 하나, 그 투덜거림을 대신해 이드를 들들 볶아대는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아기를 가지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것도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놀리는 투로 말이다. 지금은 겨우겨우 무시하고 있긴 하지만 그녀가 놀리는 게 더 심해질 경우 노이로제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몇 일이 다시 지나갔고, 정부와의 분위기는 점점 나빠져 갔다. 조사결과가 나오더라도 가디언들이 직접적으로 그들을 처벌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로서는 가디언들을 압박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현재 가디언들이 아니라면 그런 내용의 조사를 해나갈 단체가 없기 때문이었다. 어떤 곳에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에 들어가겠는가. 더구나 그 사실이 언론을 타고 국민들 앞에 밝혀질 경우 그들은 여론에 따라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에서조차 매장 당할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 정부로서는 급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 미국과 아랍등 몇 몇 국가에 대해 조사를 해 나가던 가디언들도 이곳과 비슷한 몇 몇 단서들과 증거들을 찾아냈다는 연락이 왔다. 그 중 확실한 증거가 될만한 것들도 있긴 했지만, 그것을 곧바로 언론에 터트리지는 않았다. 다만 그 증거의 내용이 가디언들 사이에 퍼져나갔는데, 그 것은 제로가 말했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가디언들을 분노케 만들었다. 몇 몇 가디언들은 자신들이 이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제로와 싸웠었나 하고 후회를 하기까지 했다. 이드는 그런 가디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를 쭉 들이켰다. 지금 이드가 있는 곳은 가디언 본부의 휴계실이었다. "이로서 가디언과 각국의 정부는 완전히 갈라서게 되는군." "당연하죠. 능력자들을 인간대접을 하지 않았던 정부에게 가디언들이 편들어 줄 이유가 없죠. 자, 사과. 이드님도 여기 사과요. 오엘도 먹어요." 라미아는 자신이 깍아 놓은 사과를 접시에 담아 앞으로 내 밀었다. "그리고 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 바로 제로가 다시 활동하는 날이 되겠지. 와사삭." 이드는 깍아 놓은 사과 한 조각을 와삭 깨물었다. 정부와 가디언의 사이가 갈라지고, 더 이상 국가의 일에 가디언이 나서지 않게 된다면 제로로서는 아주 쉽게 모든 도시를 접수하고 국가를 해체 시켜버릴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제로가 움직이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런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던 때문인 것이다. "그럼 우린 그때까지 조용히 시간만 보내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네요. 디엔, 천천히 먹어야지." 라미아가 손수건을 들어 디엔의 입가로 흐른 과즙을 깨끗이 닦아주었다. "뭐, 그렇지. 느긋하게 기다리면 되는거야. 기다리면...." "그런데...." 조용히 입을 여는 오엘의 목소리에 이드와 라미아의 시선이 그녀에게 모였다. 평소 이드와 라미아가 이야기 할 때는 그 사이에 잘 끼어 들지 않던 그녀가 입을 열었던 것이다. "요즘들어 가디언들의 출동이 평소 보다 배이상 많아진 것 같은데.... 걱정이네요." 그렇게 말하는 오엘의 시선은 휴계실 한쪽에 앉아있는 가디언의 붕대감긴 팔에 머물러있었다. 확실히 이 틀 전부터 몬스터의 출연이 부쩍 늘어서 희생자가 평소의 세 배 이상이라고 세르네오가 말했었다. 더구나 이놈들이 갑자기 똑똑해졌는지 따로 떨어져 다니지 않고 몇 마리씩 뭉쳐서 다니는 통에 처리하기도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했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뭐. 누가 몬스터를 조종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 그렇다면 몬스터들 스스로 움직이는 거란 이야긴데... 그것까지 가디언들이 통제 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어? 그저 습격하는 몬스터들을 그때그때 막아내고 없애는 방법밖에 없지." 확실히 그 방법뿐이었다. 좀 더 화력이 보충되고 사회가 완전히 안정 된 후라면 몬스터 토벌과 같은 일도 생각해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제이나노는 오늘도 아침 일찍 나가는 것 같던데... 이쯤에서 쉬어주는 게 좋을 텐데 말이야. 한꺼번에 너무 무리하는 것도 좋지 않은데." 이드가 그렇게 제이나노의 걱정을 하며 다시 사과 한 조각을 막 집으로 할 때였다. 요란한 경보음 소리가 가디언 본부가 떠나가라 울려 퍼진 것이었다. 그 소리는 요즘 들어 자주 들리는 것으로 바로 가디언들을 급히 소집하는 소리였다. 또 어딘가 몬스터의 습격을 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으아~ 저 지겨운 소리. 젠장...." "정말 미치겠네. 이 놈의 몬스터는 수지도 않나?" "끙.... 투덜 거릴 힘 있으면 빨리들 일어나서 출동해." 휴계실에 축 쳐져 있던 가디언들이 온갖 불평을 늘어놓으며 자리를 털고 있어 났다. 그런 그들의 얼굴엔 한 가득 피곤함이 깃 들어 있었다. 너무 잦은 출동에 피곤이 누적된 것이었다. 축 처진 그들의 모습은 도와줄까. 하는 마음이 절로 들게 만들 정도였다. '아닌게 아니라, 너무 먹고 놀기만 할게 아니라. 저런 일이라도 도와야 하는 거 아닐라나?' 그때 본부곳곳에 달려 있던 스피커가 다시 한번 울렸다. 하지만 이번에 방금 전 과 같은 경보가 아닌 많이 듣던 고운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아. 본부 내에 있는 이드, 라미아, 오엘양은 지금즉시 본 본부 정문 앞으로 모여주세요. 다시 한번 알립니다. 이드, 라미아, 오엘양은 지금 바로 본 본부 정문 앞으로 모여주세요." "...... 무슨.... 일이지?" 앞서 이름이 호명되었던 세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세 사람의 이름을 부른 목소리는 다름 아닌 세르네오였다. ............ 이글 포스. 베어 포스.... 내가 써놓긴 했지만 조금 유치한 느낌이. 근데 써 놓고 보니까. 요즘 어디서 하고 있는.... 제목이 뭐더라... 무슨 레인저였나? 하여간 거기 나오는 대사하고 비슷한 느낌도.... 쩝..... 이드(263) ^^ 본부 앞 정문은 경보음을 듣고 집합하기 위해 나온 가디언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모여 있는 가디언들의 수는 대략 사 십. 몇 일 전 디엔을 찾기 위해 모였던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전체적인 분위기와 모여있는 가디언들의 모습이었다. 디엔을 찾을 때의 가벼운 분위기와는 정 반대인 무겁게 가라앉은 긴장감이 흐르는 분위기에 일부의 가디언들은 가벼운 상처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정문 앞 계단 위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세르네오의 미간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찌푸려졌다. 이 틀 동안이라고는 하지만 파리전역에 출몰하고 있는 몬스터를 단 사십 명이 막아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덕분에 저 사 십여 명의 가디언들 중 제대로 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가디언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런 갑작스런 상황에 도움을 청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부인을 대신해 리옹에 가있는 본부장에게도, 주위의 도시에 상주하고 있는 가디언들에게도 도움을 청해 보았다. 하지만 그들의 상황 역시 이 곳 파리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좋은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더구나 더 기가 막힌 일은 이 놈의 몬스터 들이 혼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두, 세 마리씩 꼭 붙어서 움직인다는데 그 문제가 있었다. 그렇게 뭉쳐 다니는 통에 더 해치우기 어려워 졌고, 덕분에 가벼운 부상자들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과 같은 몬스터들의 갑작스런 움직임이 당혹스럽기만 한 세르네오였다. 그때였다. 고민하고 있는 그녀의 등뒤로 기척이 느껴졌다. 이어 몇 개의 발자국 소리와 또랑또랑한 꼬마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송에 따라 나온 이드와 라미아, 오엘과 곧바로 이곳으로 오느라 그냥 데리고 온 디엔이었다. 이드는 세르네오의 등을 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를 지나 열을 지어 있는 가디언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드는 그 모습에 세르네오가 자신들을 부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도움을 청하려 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이렇게 출동하는 시점에서 이드의 일행들을 불러모을 필요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누나~" 라미아의 손을 잡고 있던 디엔이 세르네오를 불렀다. 디엔의 목소리에 세르네오가 뒤돌아보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도 꽤나 피곤해 보였다. 가디언들이 저런데, 명실공이 이곳 가디언 본부의 실질적인 대장인 그녀가 편히 쉬었을 리가 없다. 그녀역시 연 이틀 동안 가디언들을 지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디엔. 엔니, 누나들하고 잘 놀았어?" "응." "그래. 그런데 어떻게 하지? 이제부터 라미아누나랑 이 누나랑 할 이야기가 있는데... 부탁인데 디엔. 엄마한테 가있을래?" 세르네오는 타이르듯 디엔을 향해 설명했다. 디엔은 잠시 등뒤에 서 있는 이드들을 바라보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엄마가 어른들 이야기하는 데서는 시끄럽게 하지 말라고 했었어. 그럼 디엔은 엄마한테 갈게...." 세르네오는 자신의 사무실을 향해 뛰어가는 디엔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이드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런 그녀의 얼굴은 방금 전 디엔을 대할 때와는 달리 약간은 굳어 있었다. 라미아는 그런 세르네오의 얼굴이 안쓰러워 한마디 건네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틀 동안 쉬지도 않은 거야? 얼굴이 상당히 지쳐 보이는데..." "고마워... 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거든. 그보다 여기에 세 분을 모이게 한 건 이번 일에 여러분들의 도움을 부탁드리기 위해서 예요." 라미아의 말에 빙긋 미소로 답한 세르네오는 이드와 라미아, 오엘을 바라보며 본론을 꺼내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말투는 평소 이드나 라미아와 이야기 할 때처럼 편하지 못했다. 그 두 사람과 함께 온 오엘 때문이었다. 그녀가 세르네오보다 나이가 약간 만기 때문에 쉽게 말을 놓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르네오는 말을 하고 세 사람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로서는 프랑스의 가디언도 아닌 세 사람을 강제로 움직이게 할 권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드와 라미아가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리라 생각하진 않지만, 혹시라도 거절해버리면 지금 여기 모여있는 사십 명만이 움직일 수 일수밖에 없게 된다. 한 손이라도 아쉬운 지금상황에 상당한 전력이 될 세 사람을 놓칠 수 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걱정은 전혀 필요 없는 것이었다. 그녀의 말에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라미아가 바로 되물어 왔던 것이다. "부탁은 무슨.... 당연히 도와야지. 그런데 무슨 일이야?" 세르네오는 라미아의 시원스런 대답에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지금 상황이 꽤나 좋지 못했거든.... 그럼, 그리고 현재 상황은 모두에게 알려야 하니까. 아니, 아니... 그렇다고 내려갈 필요는 없고, 그냥 여기서 들으면 되." 세르네오 자신의 말에 가디언들의 대열 사이로 내려가려는 세 사람을 한 옆으로 세워둔 체 가디언들의 앞으로 나섰다. "흠, 흠... 조금 전 저희 가디언 본부로 몬스터에 대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이 틀 전부터 계속해서 써 왔던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 세르네오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들어온 신고 내용에 따르면 파리의 동 쪽 외곽 지역인 란트와 서 쪽 외곽 지역....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외곽지역에서 좀 더 떨어진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아르켄이라는 곳에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란트 쪽에는 열 마리의 트롤과 일 곱 마리의 오우거가, 아르켄쪽에는 십 여 마리의 와이번이. 한 마디로 파리의 끝과 끝에서 동시에 일이 터져 버린 것이었다. 더구나 나타난 몬스터들이란 것이 하나 같이 트롤에 오우거, 와이번이다 보니, 여간 당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나 와이번은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지금은 아르켄 상공을 날고 있지만 언제 파리 도심 한가운데를 덮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세르네오의 설명이 여기까지 이어지자 가디언들 사이로 당혹스런 신음 성이 흘러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름을 불린 몬스터들과 목숨걸고 싸워야 하는 것이 바로 그들 자신이기 때문이었다. 트롤과 오우거, 와이번. 이 세 종류의 몬스터 중 한 사람이 일대 일로 붙어서 이길 수 있는 몬스터는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몬스터들과 일대 일로 붙어서 끝장 낼 수 있는 실력의 가디언들이 그리 많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 할 것이다. 좌우간 사십 명의 가디언들로 그 악명 높은 이름의 몬스터들을 그것도 파리를 중심으로 양끝에 있는 놈들을 상대하는 것은 확실히 무리였다. "지금부터 양쪽의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팀을 나누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몬스터 처리에 시간도 많이 걸릴 뿐 아니라. 우리측의.... 희생도 적지 않을 텐데.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지금 팀을 나눈 다는 것은...." 가디언들 중 앞 열에 서 있던 중년인의 입이 열렸다. 그리고 그의 말에 여러 가디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르네오는 그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예요. 그래서 군에 지원을 요청했었고, 군으로부터 지상 지원은 힘들지만 와이번들을 처리하는데는 도와 줄 수 있다고 답이 왔어요. 하지만 와이번들이 십여 마리나 되는 이상 군의 제트기와 헬기 만으론 힘들기 때문에 그들을 지상에서 응원해줄 마법사 분들이 몇 분 그쪽으로 가주셔야 겠어요. 그리고 그 마법사 분들을 보호해 주실 검사 분들까지 합해서 열 명. 그 외 나머지 모든 인원은 란트쪽의 몬스터를 처리하면 되는 겁니다. 그럼 지금 호명하는 열 분은 곧 밖에 대기하고 있는 차로 이동해 주세요." 빠르게 이야기를 마친 세르네오는 미리 열 명을 골라 놓았는지 손에 들고 있는 서류에 적힌 이름을 불렀다. 호명된 사람들은 즉시 뒤로 돌 아 대기하고 있는 차를 향해 뛰었다. 열 명의 인원을 모두 호명한 세르네오는 이드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정확하게는 라미아를 향해서였다. "라미아, 너도 저 쪽 일행과 함께 가주겠니? 저번에 나한테 6써클 이상의 고위 마법도 몇 개 사용할 수 있다고 했었지? 상당히 위험하겠지만.... 부탁해." 라미아는 그녀의 말에 슬쩍 이드를 바라보았다. 이드의 의견을 묻는 듯 했다. 실제로 라미아에게 와이번 열 마리 정도 처리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다만 아직까지 이드와 떨어져 본적이 없기 때문에 함부로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사실, 라미아가 인간으로 변한 후 한번도 지금처럼 멀리 떨어져 본적이 없었다. '가고 싶으면 갔다와. 단, 조심해야 된다.' '넵!' 이드의 허락이 떨어지자 라미아는 곧바로 밖에 대기하고 있는 차를 향해 달려나갔다. 그에 따라 따아 내린 그녀의 은 빛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지금의 긴장되고 무거운 분위기를 조금은 덜어주는 그런 가벼움을 가진 움직임이었다. "그럼 다녀올게요. 이드님." "그래, 하지만 조심해야 된다. 알았... 아! 자, 잠깐. 잠깐만! 라미아. 검, 일라이져는 주고 가야 할거 아냐." 라미아를 향해 재차 당부의 말을 건네던 이드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급하게 소리쳤다. 거의 보름간이나 전투가 없었기에 깨끗이 손질된 일라이져는 어느새 라미아의 아공간 속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이드의 급한 말에 라미아도 그제야 생각이 났는지 뾰족 혀를 내 물며 아공간 속의 일라이져를 휙 던져버리고 달려나갔다. 은 빛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드는 일라이져를 가볍게 받아든 이드는 고개를 돌려 세르네오를 재촉했다. "자, 그럼 우리도 움직여 야죠." 본부를 나선 이드와 가디언들은 버스를 타고 란트를 향해 이동했다. 이 버스는 항상 가디언 본부에 대기하고 있는 몇 대의 차들 중의 하나였다. 신속한 기동성을 요하는 가디언들인 만큼 꼭 필요한 교통수단이었던 것이다. 세르네오는 그런 버스의 앞좌석에 올라 란트의 상황을 알아보려는지 열심히 무전기를 조작하며 무언가를 묻고 있었다. 아마 가디언들에 앞서 그 쪽의 경찰이 먼저 도착해 있는 모양이었다. 파리라는 도시가 수도인 만큼 그 크기가 대단했다. 덕분에 란트에 도착한 것도 꽤나 시간이 걸린 후였다. 란트 부근으로 접근함에 따라 란트에서 피신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떠올라 있었다. "재미있지 않아?" 창을 통해 피신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던 이드는 등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드의 등뒤. 그러니까 이드의 바로 뒷 자석에는 선한 눈매의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가 씨익 웃으며 앉아 있었다. "틸씨." 이드는 틸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이드와의 대련으로 이틀 동안 병실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의사로 완치되었다는 소리를 들음과 동시에 몬스터와 싸우기 위해 뒤쳐 나갔었다. 그리고 요 이 틀간은 정신없이 싸움만 했던 그였다. 하지만 그런 틸의 모습에서는 지친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몬스터와 전투를 가장 많이 치른 사람 중에 하나이면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도 강기를 사용하는 절정의 고수이기 때문이었다. 틸이 다시 입을 열어 이드를 향해 물었다. "씨는 무슨 씨? 그냥 틸이라고 불러. 그런데 재밌단 생각 안 들어?" ".... 뭐가요?" 이드는 가만히 틸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 손을 들어 버스 유리창을 톡톡 두드려 보이며 말을 이었다. 창 밖 피난하는 사람들을 보는 그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떠올라 있지 않았다. "살겠다고 도망가는 모습. 한 때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큰소리 치면서 재미로 동물들을 사냥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몬스터에 의해 사냥 당하지 않기 위해서 저렇게 도망가는 모습을 보면 말이야. 난 무술을 익히기 위해서 여러 동물들을 가까이서 관찰한 적이 있거든. 덕분에 맹수가 사냥하는 모습도 보았고, 인간들이 재미로 동물을 쫓는 모습도 봤지. 그리고 지금은 몬스터를 피해서 도망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데.... 그때 살기 위해 도망 다니던 동물들의 모습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이드는 틸의 말에 밖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지금 도망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른 동물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때 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인간은 더 이상 만물의 영장이 아니다. 인간들 보다 힘이 쎈 몬스터는 지천에 널렸고, 더 뛰어난 지혜와 능력을 가진 이 종족들도 나타나겠지. 그리고 절대적인 힘을 가진 드래곤도 있고, 이제 인간도 사냥 당하는 입장에 놓인 하나의 동물이 된 거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 재밌지 않냐?" 잠시 창 밖을 바라보던 이드는 틸의 중얼거리는 저 말이 이해가 되었다. 그래이드론의 지식을 전해 받은 이드가 볼 때 사람이 동물을 보는 시각이나 드래곤이 인간을 보는 시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탕! 탕! 탕! 탕! 탕! 연이어진 총성에 이드는 생각하던 것을 멈추고 버스 앞 유리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총성을 들은 가디언들은 각자의 무장을 점검했다. 경찰이 사람들을 피난시키는 와중에 총을 쏠 이유는 한 가지 뿐이기 때문이었다. 세르네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의 문을 열었다. 피난민들 때문에 함부로 속도를 올리지 못하는 버스보다는 직접 뛰어가는 것이 더 빠를 것이란 판단에서 였다. "모든 가디언 분들은 버스에서 내려 방금 전 총성이 들렸던 곳으로 모여주세요. 모두 내려요." "좋았어. 오늘도 뻑적지근하게 몸을 풀어 볼까나?" 팡! 팡! 검은색 가죽 장갑에 싸인 주먹을 마주쳐 보인 틸이 힘차게 외치며 버스의 문을 나섰다. 조금 전 심도 있는 이야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 이드는 피식 웃으며 오엘과 함께 그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 뒤를 세르네오를 비롯한 가디언들이 뒤따르기 시작했다. 모든 가디언들은 각자의 능력 것 사람들을 피해 목표지점으로 다가갔다. 모두가 버스에서 내린 뒤 몇 번의 총성이 이어졌기에 그 위치를 잡아내는 것은 쉬웠다. 총성이 들렸던 목적지에 가장 먼저 도착 한 것은 가장 먼저 버스에서 뛰어 내렸던 틸이었다. 그 뒤를 이어 오엘과 함께 이드가 도착했다. 이드는 자신들이 도착한 곳을 바라보았다. 이드들이 서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대로 한 가운데였다. 그리고 그 중 총성의 주인으로 보이는 세 명의 경찰이 이쪽으로 급히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고, 그 뒤를 건물의 한 쪽 벽을 무너트린 삼 미터 크기의 우둘투둘한 피부를 가진 트롤이 쫓아 나왔다. 그런 트롤의 손에는 어디서 뽑았는지 성인 남자 크기의 철제빔이 들려져 있었다. 그 모습에 경찰들이 다시 손에 든 총을 내 쏘았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총알은 트롤의 몸에 박히며 초록색 진득한 액채를 뿜어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주루룩 흘러내리던 진득한 액체는 금방 멈추어 버렸고, 상체는 금세 아물어 버리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트롤의 머리를 목표로 날아든 총알이었다. 그 총알들은 마치 돌을 맞춘 것 처럼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튕겨져 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 사이 틸과 이드의 뒤를 이어 많은 수의 가디언들이 속속 도착했다. 그 때 가만히 있던 틸이 한 발 작 앞으로 나섰다. 그의 손가락은 이미 푸른색 강기로 뒤덮혀 마치 날카로운 매우 발톱 모양을 하고 있었다. "분명히 어제도 봤던 놈이데... 젠장, 저놈은 때리는 맛이 없는데... 쯧, 부본부장 나는 먼저 먹이를 낚아채로 가보겠 수다." 대답은 듣지도 않았다. 틸은 매가 활공하듯 양팔을 쫙 펼치고서는 경찰들을 뒤쫓는 트롤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런 틸의 모습에 익숙한 때문인지 세르네오는 단지 고개를 가볍게 저어댈 뿐 제지하지는 않았다. "누구 한 분, 틸씨를 써포트 해주세요. 그리고 베칸 마법사 님은 주위 어디에 몬스터들이 있는지 좀 알아 봐주세요." 그녀의 말에 머리가 히끗히끗한 중년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케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그 짧은 순간 경찰들은 가디언들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이드는 그 모습에 일라이져를 뽑아들며 틸을 향해 앞으로 나섰다. 틸을 써포트하는 일을 스스로 하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별로 써포트 해줄 일도 없었다. 틸은 트롤을 상대로 재빠르고, 변화무쌍하며, 묵직한 몸놀림을 사용해 트롤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틸이 트롤의 몸을 한 번씩 스칠 때마다 트롤의 살이 뭉텅이로 잘려나가고 있었다. 트롤이 쓰러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일라이져를 다시 검집에 넣으려다 귓가를 울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급히 소리가 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드의 시선 안으로 와르르 무너지는 한 채의 건물과 그 건물을 밝고 넘어오고 있는 세 마리의 오우거가 눈에 들어왔다. 사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몸체를 가진 무지막지한 몬스터. 지금 가디언들이 있는 곳과의 거리는 약 사백 미터. 우우우웅 손에 들린 일라이져의 검신을 중심으로 은백색 검강이 뭉쳐졌다. 이드는 고개를 돌려 세르네오를 바라보았다. 그녀역시 오우거를 발견했는지 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녀석들은 내가 처리할게." ".... 혼자서?" "아니, 내 사질과 함께. 오엘, 따라와." "네, 사숙." 이드는 오엘의 대답을 들으며 가볍게 땅을 박찼다. 하지만 그 가벼운 행동에 이드의 몸은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순식간에 백 여 미터를 날았다. 그 뒤를 따라 오엘역시 빠르게 몸을 날렸다. 세르네오는 그 모습을 보며 틸을 재촉했다. "틸씨. 빨리 처리해 주세요. 지금 그렇게 시간 끌 시간 없어요. 그리고 베칸 마법사님. 몬스터의 위치는요?" 이드는 운룡출해의 경공으로 순식간에 오우거들 앞으로 날아 들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일라이져를 감싸고 있던 은백색 검강의 길이가 쭉 늘어나며 롱 소드처럼 변해 버렸다. 이드는 일라이져를 들어올리며 빠르게 다가오는 오엘에게 들리도록 소리쳤다. "내가 두 녀석을 맞을 테니까. 넌 한 마리만 맞아. 절대 가까이는 접근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위험 할 것 같으면 바로 피해. 간다. 무극검강!!" 콰콰콰쾅 이드의 손에 들린 일라이져가 허공에 은백색 검막을 쳐내는 순간 잘게 쪼개어진 검강이 두 마리의 오우거를 덮쳤다. 크워어어어어어 부서진 건물 잔해에서 일어난 뿌연 먼지 가운데서 굉포한 오우거의 표호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분노한 두 마리의 오우거가 먼지를 뚫고 이드를 향해 뛰쳐나왔다. 그런 오우거의 전신에는 자잘한 검상이 생겨나 있었다. 전혀 무방비 상태로 검상에 두드려 맞은 덕분에 생겨난 상처였다. 만약 한번에 끝내기 위해 마음을 먹고 검강을 펼쳤다면 두 초식만에 오우거를 처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드가 바란 원한 것은 두 마리의 오우거와 다른 한 마리 오우거를 따로 떼어놓는 것이기 때문에 강력한 일격을 가하지 않았던 것이다. 과연 두 마리 오우거는 이드를 따라 원래 있던 곳에서 오십여 미터가 떨어진 곳까지 쿵쾅거리며 달려왔다. "쯧, 저 무거운 몸으로 잘 도 뛰는군....." 이드는 한 단층집 지붕 위에 서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두 마리의 오우거를 바라보았다. 그 녀석들은 사이도 좋게 나란히 뛰어 오고 있었다. 이드는 그런 오우거들 사이로 나머지 한 마리의 오우거에게 달려드는 오엘의 모습을 보며 일라이져를 반대쪽으로 쭉 끌어당겼다. 그리고 오우거들과의 거리가 오 미터로 좁혀지는 순간. 이드의 팔이 회오리 치듯 강렬한 기운을 머금고 휘둘러졌다. "무형일절(無形一切)!!!" 거대한 은 빛 의 빛 무리였다. 한순간 폭발시키듯 내 뻗어나간 거대한 크기의 반달형의 무형일절은 마주 달려오는 두 마리 오우거의 허리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검강의 잔재가 주위 건물을 부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두 마리의 오우거 역시 여전히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드는 그런 것엔 전혀 상관 않는 표정으로 다시 한번 운룡출해를 시전해 오엘과 오우거가 항창 격돌하고 있는 곳을 향해 날았다. 쿠워어어어어 두 마리의 오우거는 자신들의 몸에 고통을 준 상대가 그들의 머리 위를 날아가자 급히 손을 뻗으며 멈추어 서려했다. 하지만 그들의 다리는 그 명령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앞으로만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방금 전 까지 이드가 서있던 단층의 집을 향해서. 쿠워어어?? 다음 순간. 두 마리의 오우거는 자신들의 몸이 무언가 단단한 것이 부딪히는 것을 느낌과 함께 자신들의 몸이 허공을 난다는 것을 느꼈다. 평소에 걷기만 해도 쿵쾅거리며 땅을 울리는 자신들의 몸이 하늘을 날다니. 오우거는 순간 황당함이라는 감정을 처음 느껴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엔 당혹이란 감정도 느껴보았다. 다름 아닌 그들의 눈에 건물에 걸쳐져 있는 자신들의 하체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자신들의 상체가 붙어 있지 않아 붉은 피를 분수처럼 내 뿜고 있는 하체를. 그리고 이어지는 강렬한 충격이 두 마리의 오우거가 마지막으로 느낀 감. 각. 이었다. "하아앗..... 변환익(變換翼)!" 오엘의 기합성과 동시에 푸르게 물든 소호의 검날이 새의 날개를 닮은 모양으로 부드럽게 휘어지며 그 앞에 목표가 된 오우거의 전신을 베어내며 지나갔다. 오우거는 다시 하나의 상처가 더해지는 아픔에 더욱더 성질을 부리며 오엘을 잡기 위해 발버둥 쳤다. 하지만 덩치 크고 단순한 데다 화까지 나있는 녀석이 보법을 사용하고 있는 오엘을 잡는 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흐음... 이젠 상당한 실력이야." 이드는 또 다른 집의 지붕 위에 서 오엘과 오우거의 전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손엔 햇 빛을 받아 반짝이는 일라이져가 들려 이드의 손이 움직임에 따라 까딱거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몸을 움직이면 오우거가 쓰러지겠다 생각한 이드는 슬쩍 고개를 돌려 방금전 자신이 서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어깨 위의 물건을 어디에 떨어트렸는지 가지고 있지 않은 트롤이 드러누워 있었다. 삼십에 달하던 가디언들 역시 몇 명 보이지 않았다. 모두 주위로 흩어진 모양이었다. 다만, 세르네오와 틸, 그리고 한 명의 마법사만은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그때였다. 등뒤에서 날카로운 오엘의 기합성에 맞추어 오우거의 괴성이 들려왔다. 자동적으로 돌려진 이드의 시선에 완전히 십자형으로 벌어져 버린 가슴을 드러낸 체 빌딩속에 처박혀 버린 오우거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 오우거 앞으로 오엘이 숨을 가다듬으로 소호검에 묻어있는 오우거의 피와 찌꺼기을 털어 내고 있었다. "잘했어. 그런데.... 저건 신한비환(晨翰飛還)의 초식인 것 같은데?" "네, 틸씨와 대련한 후에 익힌 초식이예요." "대단한데? 이젠 나한테 따로 배울게 없겠는걸.... 자, 다시 돌아가자." 이드는 밝게 웃음 지으면 몸을 뛰웠다. 그런 이드의 귓가로 오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드는 이어진 그녀의 말에 미소짓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멀었어요. 최소한 사숙이 가진 실력의 반정도를 따라 잡기 전 까진 계속 따라다닐 거예요." 이드와 오엘이 오우거를 처리하고 돌아오자 틸이 한 쪽 손을 들어올리며 두 사람을 맞아 주었다. 마법사와 세르네오는 한창 마법사의 손바닥을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화~ 정말 엄청난 장면이었어. 일 검에 두 마리의 오우거를 반 토막 내버리다니 말이야. 대단해, 정말 대단해.... 그래서 말인데 언제 검을 들고서 한번 대련해 줄 수 있을까?" 이드는 너스레를 떨며 다가서는 틸의 모습에 슬쩍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세르네오를 바라보았다. "기회가 되면요. 그런데 저 두 사람은 뭐 하는거 예요?" "마법이라는 군. 저 손바닥 위로 몬스터의 위치와 가디언들의 위치가 표시 된다나?" 이드는 그 말에 자신도 몇 번 본적이 있는 오브젝트 렉토라는 마법을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마법이라면 주변의 상황을 상세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시전하는 사람의 마나양과 숙련도에 따라 그 영역이 정해지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틸씨 성격에 무슨 일로 싸우러가지 않고 여기 가만히 서있는 거예요?" "아아... 나도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내가 저 트롤을 가지고 노는 동안 저 깐깐한 부본부장이 가디언들을 몬스터들에게 보냈거든. 이 상태에서 가봐야 다른 사람이 먹던 밥을 뺏어 먹는 기분밖에는 들지 않아서 말이야. 거기다.... 내 몪으로 남은 게 한 마리 있어서 말이야." "틸씨의.... 몪이요?" 이드는 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번에 알아듣기엔 틸의 설명이 너무 부족했다. 틸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등뒤로 보이는 마법사를 가리켜 보이며 입을 열었다. "모두 열 일곱 마리 중에 저 마법사의 마법에 걸린 녀석이 열 여섯 마리. 한 마디로 걸리지 않은 하나가 있다는 말이지. 탐지 영역밖에 있는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이 나타나면 내가 처리하기로 했거든. 기대해. 이번엔 나도 너 처럼 멋지게 해치워 보여줄 테니까." 틸은 흥분된다는 표정으로 손을 쥐었다 폈다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강렬한 폭음과 함께 이드들이 서 있는 곳에서 일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높다란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하지만 마나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뭔가 폭발물이 폭발한 모양이었다. 그때 마법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드가 처음 듣는 베칸이란 마법사의 목소리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카랑카랑했다. "방금의 폭발과 함께 한 녀석의 생명 반응이 사라졌소. 부본부장. 이제 남은 건 열 마리요." 마법사의 목소리에 세르네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불길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그쪽으로 간 가디언 분들은요?" ".... 살아있소. 다쳤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살아있소. 그러니 걱정 할 것 없소. 아, 이제 아홉 마리 남았구만." 그 말과 함께 마법사의 손이 한 쪽 방향을 가리켜 보였다. 아마 그쪽에 있던 트롤인지 오우거인지 모를 몬스터 녀석이 쓰러진 모양이었다. 그 소리에 틸이 허공에 주먹을 뿌리며 투덜거렸다. 아마도 몸이 근길 거리는 모양이었다. "쳇, 마지막 남은 그 놈은 왜 안나오는 거야? 베칸씨. 그 쥐새끼 같은 놈 아직도 안 잡혀요?" "아직이야. 잠깐만 더 기다려.... 호~ 아무래도 자네가 기다리던 님을 찾은 것 같군." 마법사의 말에 틸은 즉시 주먹을 거두어 드리고는 마법사에게로 다가갔다. "정말입니까? 어디요? 그 녀석 어딨습니까? 내가 한 방에 보내 버릴 테니까." "아, 이 사람 서두르기는.... 그러니까 자네가 찾는 놈은... 그래. 저 쪽이구만. 거리는 이 킬로미터가 좀 넘.... 겠는데.... 한방에 보내긴 어려워 보이는군. 젠~ 장! 이봐, 부본부장. 일이 이상하게 된 것 같아." "무슨 일인데요?" 틸은 그렇게 말하며 마법사의 손바닥을 들여다봤다. 마법사의 손바닥에는 붉은 점과 푸른 점이 반짝이고 있었다. 아마 주위 곳곳에서 싸우고 있는 몬스터와 가디언들의 위치인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손바닥의 끝 부분 희미해지는 그 부분으로부터 붉은 점이 와르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었다. 얼마나 붉은 점이 많은지. 아예 붉은 색 물감으로 칠해 놓은 것 같아 보일 정도였다. 호기와 투지로 불타던 틸의 얼굴도 이 순간만은 진지하게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 이드(264) ^^ "적어도... 세 자리 숫자는 되겠는걸." 어느새 다가온 이드가 가만히 마법사의 손을 들여다 보다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굳어져 있던 틸과 마법사, 세르네오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하지만 그런 어색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틸이 뿌드득 하고 가죽이 뭔가 터져 나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힘있게 주먹을 쥔 덕분이었다. "좋아, 좋아. 오랜만에.... 죽도록 붙어볼 수 있겠어. 위치가... 이쪽인가?" 세르네오는 호기 있게 외치던 틸이 마법사의 손을 잡고 방향을 가늠하는 모습에 깜짝 놀란 얼굴로 그의 팔을 부여잡았다. "아, 안돼요. 지금 움직이면. 아무리 틸씨가 싸움을 좋아해도 이건 위험해요. 상대의 숫자는 아무리 못 잡아도 백 이예요. 더구나 상대 몬스터의 종류도 모르고. 막말로 해서 저게 전부다 오우거면 어떻하려고 이렇게 무턱대고 나서는 거예요? 우선 여기서 다른 가디언 분들이 오길 기다리죠. 그리고 베칸 마법사님. 혹시 무전기 가지고 계세요? 군에 지원을 요청해야 겠는데, 전 무전기를 버스에 두고 내려버려서...." 이드는 등뒤로 들리는 세르네오의 목소리를 들으며 멀리 시선을 던졌다. 물론 공력을 운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언가 보이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느낌은 확실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무언가 진정되지 않은 흥분과 열기로 가득한 숨결이 하나가득 퍼지고 있는 느낌이. 이드는 슬쩍 세르네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베칸에게서 건네 받은 무전기로 열심히 무언가를 설명하더니, 지금은 가만히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이드는 그 모습에 슬쩍 입을 열었다. "흐음.... 저기 틸과 나라도 우선 가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하지만 말을 꺼낸 이드는 곧바로 날아오는 세르네오의 매서운 눈길에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소릴하는거야? 여기 틸씨를 붙잡고 있는 것 만해도 힘들어 죽겠는데. 왜 너까지 그래?" 순간 범인이라도 되는 양 그녀에게 한 팔이 잡혀 있던 틸은 억울하다는 모습이었다. 그녀에게 팔을 집히고선 가만히 있었는데, 이런 그런 말을 듣게되니 당연한 것일 지도 몰랐다. "더구나 네가 다치기라도 하면 내가 라미아를 무슨 얼굴로 보라고 그래? 괜히 쓸 때 없는 짓 할 생각 말고 가만히, 거기 가만히 서있어." 하지만 이드도 쉽게 그녀의 말에 따를 생각은 없었다. 몬스터가 백 단위라고는 하지만 이드에겐 한 끼 식후 운동꺼리 밖에 되지 않는 숫자였다. 충분한 거리를 두고 연속해서 대기술만 사용해도 십 분도 되지 않아 쓸어버릴 수 있었다. 솔직히 세르네오가 말하는 지원이 언제 될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지 않겠는가. 저들 몬스터가 도심 깊숙이 들어오면 과연 군대에서 지원이 될까? 이드는 한 마디 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지원이란 것이 제때에 잘 될지 알 수 없는 거 아니야? 게다가 혹시라도 몬스터들이 들이닥친 곳에 사람이라도 있으면 어쩔 거야?" "저기 사람은 없어. 너도 베칸 마법사님의 마법으로 봤잖아. 저 쪽엔 몬스터들 뿐이야. 그리고 군의 지원은..... 지금 바로 될 거야." 쓰아아아아아아악 높은 하늘에서 대기가 찢어진다. 세르네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행들의 머리위로 한대의 전투기가 지나쳐갔다. 그 전투기는 이드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한 번 본적이 있는 그것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치이이이익 하고 세르네오의 무전기가 소음을 발하더니 곧 한 남자의 목소리를 꺼내놓았다. "여기는 pp-0012 현재 위치 파리 동쪽의 최 외곽지역. 란트의 몬스터들 머리 위다. 아래에 있는 가디언은 응답 바랍니다." 이드는 그 소리에 입맛을 쩝 다시며 하늘을 날고 있는 전투기를 바라보았다. "저는 가디언 부본부장 세르네오라고 합니다." 세르네오는 그렇게 대답하며 씨익 웃이며 틸의 팔을 놓아주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엔 어디 가고싶으면 가보란 듯한 자신만만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부본부장님. 지원요청 받고 왔습니다. 이곳에서 보이는 몬스터의 숫자는 대략 백에서 이 백 정도. 이 녀석들에게 불비(火雨)를 내리면 되겠습니까?" "네, 주위에 민간인은 없고 몬스터 뿐이니까 녀석들이 더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빨리 부탁드리겠습니다." "명령접수. 그럼 지금부터 공격에 들어갑니다." 제트기 조종사의 마지막 말에 모두의 시선은 자연스레 몬스터들이 들어서고 있을 곳으로 향해졌다. 그리고 그곳으로 시선이 향하자 자연스레 그곳을 공격해야 할 제트기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파리를 벗어나 선회하며 돌아온 제트기는 몬스터들에게 가까워지자 고도를 낮추다가 날개에 장착되어 있는 네 개의 로켓 중 두개를 발사함과 동시에 고도를 높여 올라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순간이지만 이드들의 눈에 황혼이 찾아 온 듯 보였다. 쿠콰콰콰쾅....... 두 발의 로켓은 붉은 홍염(紅炎)과 시커먼 흑연(黑煙)을 자아냈다. 모르긴 몰라도 로켓이 떨어진 자리는 불바다와 다름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몬스터들의 숫자는 백 이상이었다. 결코 두 발의 로켓으로는 그 모든 숫자를 잠재울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은 제트기 조종사 역시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제트기는 허공 중에서 다시 동체를 뒤집으며 로켓이 떨어진 자리를 지나갔다. 아마 몬스터들이 어느 곳에 모여 있는지 확인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 것을 확인하는 순간. 콰콰쾅..... 콰콰쾅..... 두 발의 로켓이 다시 발사되었다. 또 다시 시커먼 흑연이 피어올라 하늘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드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보기에 저 제트기라는 것과 포켓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로켓이 떨어지고 난 후 솟아오르는 흑연 사람의 마음까지 어둡게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을 가져다 주는것이었다. 그때 세르네오가 들고 있는 무전기로부터 예의 조종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는 pp-0012 부본부장님 들리십니까." "네, 말씀하세요." "내려주신 임무수행 완료했습니다. 하지만 적 몬스터들을 완전히 잡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본 기에 탑재되어 있던 네 대의 로켓을 모두 써버렸기 때문에 저로서도 더 이상은 어쩔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요.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나머지는 저희 가디언들이 처리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넵! 그럼 계속 수고하십시오. 라져." 그 말에 하늘 저편으로 날아가는 제트기를 잠시 바라본 세르네오가 베칸에게 고개를 돌렸다. "지금 탐지 마법으로 몬스터들이 얼마나 살아 있는지 좀 알아봐 주세요. 이미 들어와 있던 몬스터들과 가디언들의 상태도 같이요. 그리고 틸씨와 이드는 지금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해요." 그녀의 말에 틸이 찢어진 가죽장갑을 벗어내며 입을 열었다. "준비랄 게 뭐 있나. 바로 나가면 되는데.... 근데 부본부장. 저 제트기는 무슨 수로 이렇게 빨리 온 거야? 보통 저런 건 뜨는 준비만 해도 십 분은 족히 잡아먹는다고 들었는데... 저 녀석은 금방 왔잖아." 들고 있던 무전기를 다시 베칸에게 넘긴 세르네오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죠. 십 분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건 맞아요. 하지만 날고 있던 비행기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이미 하늘에 떠 있던 만큼 뜨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거든요." "흠, 그럼 저건 하늘에 떠 있던 녀석인가 보군." 세르네오는 그 말에 묘한 고양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거죠. 특히 저 제트기는 와이번을 상대하기 위해 출동했던 거라 멀리 있지도 않은 덕분에 순식간에 날아 올 수 있었던 거죠." 이드는 그녀의 말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상대하고 있던 와이번은 어쩌고 왔단 말인가? "그, 그럼 와이번을 맞은 쪽은 어쩌고." "당연히 여유가 있지. 와이번 때문에 출동한 제트기와 헬기는 저 한대만이 아니니까. 더구나 지상에서 지원해 주는 마법에 여유가 있다고 해서 와 준거거든. 그리고... 우리 쪽의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기도 했었고. 뭐, 라미아가 다칠 걱정은 안 해도 좋아." "하아~ 여기서 라미아 이야기가 갑자기 왜 나와?" "호호호... 글쎄." 그렇게 두 사람이 수다를 떨고 있을 때 베칸의 탐색결과가 나왔다. 그의 말로는 가디언은 아직 아무런 희생자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몬스터도 그대로라고 했다. 그리고 문제의 폭격을 받은 곳에 모여있던 몬스터는 반 수 이상이 탐지에서 사라졌다고 했다. 대신 아직 살아서 탐색되는 것이 삼십 마리에서 사십 마리정도 된다고 한다. 그 몬스터들 중에는 아직 펄펄한 놈도 있을 것이고 곧이라도 죽을 상처를 입은 몬스터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좌우간 제트기의 폭격을 맞은 것치고는 많은 수가 살아 있는 것이었다. "좋아요. 그럼 저와 이드, 틸씨가 우선 가서 살아 있는 몬스터를 처리합니다. 베칸 마법사님은 이곳에 계시다가 몬스터를 처리하신 가디언 분들이 돌아오시면 저희 쪽으로 유도해 주세요. 그리고 오엘양에게는 베칸 마법사님의 안전을 부탁드릴게요." "걱정말고 다녀오게. 세 사람 다 조심하고." 세르네오는 베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드와 틸에게 손짓을 해 보이고는 경신법을 이용하여 몸을 솟구쳐 올렸다. 틸과 이드 역시 그 뒤를 따라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는데, 세 사람 모두 도로나 땅을 이용하기보다는 집과 집 사이의 지붕을 발판으로 뛰어나가고 있었다. 경공을 사용하여 뛰어가는 이 킬로미터는 그리 먼 것이 아니었다. 빠르게 경공을 펼쳐나가던 이드는 코끝을 스치는 역겨운 노린내에 인상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폭격을 맞은 자리에 도착한 것이 아닌데도 몬스터가 타들어 가며 내는 노린내는 여간 심한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드와 같이 경공을 사용하고 있는 두 사람역시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이드는 냄새를 떨치기 위해서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후아~ 무슨 냄새가 이렇게 독해? 소환 실프!" 이드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달려가고 있는 이드의 눈앞으로 실프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이지만 실프의 상큼한 향이 느껴지는 듯 도 했다. 세르네오와 틸이 갑작스런 실프의 출현에 놀란 듯이 바라보았지만 그 시선을 가볍게 무시한 이드는 두 명의 실프를 더 소환해 내서 자신들이 더 이상 역한 냄새를 맞지 않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이드의 부탁은 바로 이루어 졌다.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세 명의 실프는 세 사람의 얼굴 부분에 날아들어 바람으로 변하며 각자의 얼굴을 감싼 것이었다. 마치 방독면을 한 것 같았다. 하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더 이상 역한 냄새가 나지 일행들의 코를 자극하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실프로 인한 깨끗한 공기가 일행들의 페를 가득 채워 주었다. "후아~ 살았다. 그런데 너 정령도 사용할 줄 알았었니?" 세르네오가 왜 말하지 않았냐고 따지 듯이 이드를 바라보았다. 이드는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피우며 경공의 속도를 좀 더 올렸다. "지금처럼 필요 할 때만 사용하죠." "후야... 대단한걸. 권으로도 그만한 실력에 검으로도 간단하게 오우거 두 마리를 양단해 버리고, 이젠 정령까지. 이거이거... 살려면 대련신청 한 거 취소해야 되는거 아냐?" 틸의 농담에 세르네오와 이드가 헛웃음을 지었다. 대련 취소라니, 아무도 믿지 않을 말이었다. 틸이라면 오히려 좋다구나 하고 싸움을 걸 것을 아는 두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실프의 도움으로 역한 냄새를 피해서 폭격을 맞은 자리에 도착한 세 사람은 거북한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 비록 몬스터라고는 하지만 몸이 터져 죽어 버린 그 모습들이 심히 보기 좋은 것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 사람은 이곳에 와서야 폭격을 맞은 몬스터들의 종류를 알 아 볼 수 있었다. 바로 인간 이상의 종족수를 가지고 있는 오크였다. 하지만 그냥 오크가 아니었다. 발달된 근육과 송곳니를 보자면 이들은 오크들 중에서도 전사라 불리며 보통 오크의 두 세 배에 달하는 힘과 덩치를 가진 그레이트 오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 죽어 있는 그레이트 오크들을 살피던 세르네오는 정말 요 몇 일간 있었던 몬스터의 습격이 단순한 '몬스터의 습격'인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에 수십 번이나 되는 공격과 다양한 몬스터의 종류. 특히나 오늘은 그 이름이 자자한 네 종류의 몬스터가 무리를 지어서 공격해 왔다. 그것도 같은 시간에 말이다. 물론 누군가 몬스터를 조종한 흔적은 없었다. 하지만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고민은 나중에. 지금은 지금 할 일이 있으니까. 그 일 부터 하는 게 좋겠지. "자, 그럼 남은 몬스터들이 도심으로 움직이기 전에 처리하도록 하죠. 우선 서로 이 근처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중앙은 내가 맞고, 오른쪽은 이드가, 왼쪽은 틸씨가 맞기로 하죠. 자, 그럼 빨리들 움직여요." 세르네오의 지시에 따라 이드와 틸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드는 실프를 한 명 더 소환해내서 그녀로 하여금 주위에 있는 생명 채를 찾게 했다. 자신이 직접 다니며 찾는 것 보다 훨씬 빠르고 쉬울 것 같다는 판단에서 였다. 과연 실프는 한 번 이드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돌아 올 때마다 아직 살아있는 그레이트 오크가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한 마리 한 마리 잡고 있는 동안 먼저 몬스터를 없애기 위해 나갔던 가디언들이 이곳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도 역겨운 냄새 때문인지 오만가지 인상을 쓰고 다가오고 있었다. 만약 냄새를 맡지 못하는 인물이 보았다면, 무슨 큰불만이 있는 표정인 줄 알 것이다. 이드는 새로 도착하는 그들을 위해 실프를 좀 더 소환해야 했다. 그렇게 하나, 둘 모여든 가디언들 덕분에 폭격에서 살아 남은 그레이트 오크의 처리는 빠르게 이루어 졌고, 마지막으로 베칸이 다가와 탐색마법으로 더이상의 몬스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모두 폭격이 맞은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실프는 한 참이 더 지나고서야 정령계로 돌려보내졌다. 다름아닌 옷과 몸에 배인 역겨운 냄새 때문이었다. '본부에 도착하는 데로 목욕부터 먼저 해야겠다.' 그것이 가디언들이 다시 버스에 오르며 가진 생각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몇 몇 가디언들은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에 몰려든 가디언들을 처리하기가 무섭게 다시 몬스터에 대한 신고가 가디언 본부로 접수된 때문이었다. 세르네오는 피곤함이 역력한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려서는 몇 몇 가디언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번 몬스터들의 습격에 대해 한번 알아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몬스터와의 전투가 있은지 이틀이 지났다. 몬스터들의 공격 횟수는 오일 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덕택에 쉬지도 못하고 있는 가디언들은 휴식을 부르짖고 있었다. 이드와 라미아, 오엘은 그런 지친 가디언들을 대신해 하루에 세, 네 번씩 출동하고 있었다. 제이나노는 여전히 아침에 나가서 밤늦게나 되어서 집에 들어오고 있었다. 오일 전부터 제이나노도 보통의 가디언들 못지 않게 바쁘고 힘든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에도 수십 번이나 되는 몬스터의 출현으로 인해 그만큼 부상자도 많고 불안해하는 사람도 많았던 것이다. 자연적으로 그 주위로 모여드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었고, 당연히 그가 할 일은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많아지고 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가디언 본부주변으로 몬스터의 습격을 걱정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 뿐이 아니었다. 이 틀 전 폭격이 있고부터 파리 외곽지역에 군대가 그 모습을 나타냈다. 놀랑 본부장과 세르네오의 요청에 의해서였다. 군 역시 전국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을 했는지 가디언 본부의 요청을 쉽게 수락했다. 단 오일 만에 파리는.... 아니, 프랑스의 주요 몇 몇 도시들은 봉인이 풀린 초기의 모습을 돌아가고 있었다. 갑작스런 몬스터의 출연을 경계하는 공포가 깃 든 모습으로 말이다. "후우~ 정말 답이 없다. 답이 없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하아~~" 세르네오가 푸석푸석한 머리를 매만지며 길게 한 숨을 내 쉬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나란히 앉아 그런 세르네오를 안됐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은 다름 아닌 그녀의 사무실이었다. 세 사람은 방금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올라왔다. 하지만 올라오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터지는 몬스터의 출현에 다시 한바탕 하고 난 후였다. "그러지 말고 하루만이라도 푹 자는 건 어때? 지금 모습이 말이 아니야." 확실히 그랬다. 찰랑거리던 붉은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하니 흐트러져 있고, 붉은 루비 같던 그녀의 눈동자 역시 가는 핏발이 서 있어서 귀신의 눈처럼 보였다. 거기에 더해 옷까지 구겨져 있으니.... 정말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세르네오는 의자에 푹 몸을 묻은 채 고개만 흔들었다. "안돼.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마땅히 할 사람이 없단 말이야." "디엔의 어머니는?" 이드는 저번 그녀가 디엔의 어머니와 함께 서류를 뒤적이고 있던 모습이 생각나 말했다. 하지만 그 말에도 세르네오는 고개를 내 저을 뿐이었다. "안돼. 언니도 따로 하는 일이 있어. 그리고 나는 직접 출동을 하지 않고 서류상의 일만 하니까 육체적인 피로는 가디언들 보다 덜 해. 그렇게 생각하고 좀 더 참아봐야지." 세르네오는 그렇게 말하며 두 손으로 눈을 비볐다. 계속 서류를 보고 있어서인지 눈이 꽤나 피로했던 모양이었다. 이드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갑작스런 이드의 행동이 의아스러워진 세르네오가 무슨 일이냐며 물었지만 이드는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사무실 한 쪽 아무 것도 놓여 있지 않은 곳에 세르네오를 세워 두고서 뒤로 물러섰다. 세르네오는 그런 이드를 바라보며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야, 야.... 뭘 하려는 거야? 뭘 하려는지 이야기 정도는 해줘야 사람이 불안해하지 않지." 갑작스런 상황이 꽤나 당혹스러웠나 보다. 그 모습에 이드를 대신해 라미아가 입을 열었다. 이드와 마음이 통하는 그녀인 만큼 지금 이드가 뭘 하려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그런 라미아의 표정엔 기분좋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가만히 있어. 너한테 좋은 일이니까." "그래도 뭘 할건지 정도는 알아야지." 세르네오의 말에 이번엔 이드가 입을 열었다. "별거 아니야. 그냥 씻어 주려는 것뿐이지. 물의 정령으로 말이야. 아는지 모르겠지만 물의 정령은 정화와 치료의 힘도 가지고 있지. 아마 씻고 나면 몸의 때뿐만 아니라 그 피로감까지 싹 씻겨 나갈 수 있을 거야. 아, 참고로 숨쉬는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 그냥 평소처럼 숨쉬면 되. 소환 플라니안!" 슈와아아아아........ 시원했다. 아무 것도 없는 허공 중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는 마음 깊은 곳까지 시원하게 씻어주는 폭포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허공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어디 다른 곳으로 튀지도 않고 모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서서히 떨어지던 물줄기가 하나의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출렁이는 머리카락과 깊디깊은 푸른 바다 빛 눈을 가진 보통 성인 정도의 크기를 가진 인어. 그랬다. 물의 상급정령 플라니안은 벌거벗은 여인의 상체를 가진 아름다운 인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반가워요. 주인님.] 살짝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플라니아의 목소리는 마치 물소리와도 같다는 착각이 들게 만들었다. 이드는 그녀를 바라보다 이드가 세워둔 자리에서 멍하니 플라니안을 바라보는 세르네오를 가리켜 보였다. "내 친구인데, 많이 지쳐있어. 부탁할게." [걱정 마세요.] 이드의 손짓에 따라 세르네오를 바라본 플라니안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는 허공 중에서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대신 세르네오의 발 아래에서 부터 서서히 찰랑이는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세르네오를 중심으로 지름이 삼 미터는 되어 보이는 물기둥. 그것은 순식간에 솟아올라 세르네오이 가슴께에 이르렀다. "이, 이거... 정말 괜찮 은거야?" 세르네오는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정령이란 존재가 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사람의 본능 상 물이 가슴까지 차 오르면 겁먹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걱정말아요. 그리고 아까 한말대로 그냥 편하게 숨을 쉬면되요." 이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세르네오의 전신이 물에 잠겼다. 물기둥은 사무실의 천장 부분까지 솟아올랐고, 세르네오는 그 중앙에 둥둥 떠있게 되었다. 물기둥 안의 세르네오는 양 볼을 부풀린 체 보글보글 공기방울을 내 뱉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이드는 킥킥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편하게 있으라고 했는데.... 숨을 참기는. 쯧." "하지만 설명이 너무 없었다 구요. 뭐.... 조금 있으면 숨이 차서도 입을 열겠지만...." 그렇게.... 오 분이 흘렀다. "호~ 오래 참는걸. 아무런 대비도 없이 물에 잠겼는데도 말이야." "하지만... 이제 한계인 것 같은데요. 얼굴이 완전 문어처럼 발같게 변했어요." 과연 물기둥 속의 세르네오의 얼굴을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물기둥 속을 빠져나가려는지 온 몸을 바둥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일 분이 더 흐르는 순간. 세르네오의 입이 열리며 부그르르 하고 공기방울이 쏟아져 나왔다. 그에 따라 세르네오의 몸이 잠시간 부르르 떨렸다. 하지만 잠시 후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더니 이드와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그런 세르네오의 표정은 의아함을 가득 담고 있었다. 이드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그냥 편하게 숨쉬라고 했잖아. 지금 세르네오의 몸 속으로 들어가는 물들은... 뭐라고 할까. 액체화된 공기? 하여튼 그래... 그리고 그게 오히려 피로를 푸는데는 더욱 좋지. 몸이 필요한 공기를 직접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공기 중에서 숨쉬고 있는 것 보다 오히려 더 편할 꺼야. 거기다 페속에 있는 노페물들 까지 깨끗하게 씻어 줄 테니까 공기 중에 나와서 숨을 쉬면 시원할껄?" 이드가 설명을 마치자 세르네오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 속인 데도 이드의 목소리가 모두 들렸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이드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을 깨달은 세르네오는 이드와 리마아를 향해 싸늘이 눈을 빛냈다. 그런 그녀의 눈빛은 왜 진작 말해주지 않았냐고 따지는 듯 했다. 그 사이 세르네오를 담은 물기둥은 몇 개의 층을 나누며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미세한 회전이었지만 물기둥 속에 있는 사람의 온 몸을 매만져 주는 느낌이었다. 똑... 똑..... 세르네오가 물기둥 속에 담긴지 십 분쯤이 지났을 무렵 가벼운 노크소리와 함께 사무실의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안에 있니? 음? 너희들도 있었.... 어머!!!" 빼꼼이 고개부터 들이밀던 디엔의 어머니는 소파에 앉은 이드와 라미아를 보고 생긋 미소를 지었지만 이어서 눈에 들어온 물기둥과 그 속의 세르네오의 모습에 깜짝 놀라 하마터면 그녀 자신도 모르게 사무실의 문을 잡아당길 뻔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 편의 코메디가 다로 없을 테지만 말이다. 라미아는 놀람이 아직 가시지 않은 디엔의 어머니를 소파에 앉히고 물기둥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제야 조금 진정이 되는지 그녀는 신기하다는 듯이 물기둥 속의 세르네오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저거 얼마나 더 있어야 끝나는 거니?" 이드는 갑작스런 물음에 머리를 긁적였다. "글쎄요. 앞으로 한 십 분은 더 저렇게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하실 말씀 있으면 그냥 하세요. 안에서도 충분이 저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까요." 디엔의 어머니는 이드의 말에 물기둥 속에 둥둥 떠있는 세르네오를 바라보며 웅얼거리듯 말을 이었다. "그럼... 그냥 이야기할까? 너 내 말 들리니?" 끄.... 덕..... 끄.... 덕..... 물 살 때문인지 세르네오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 졌다. 세 사람은 그 모습에 자신들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다름아닌 몬스터 이야긴데. 오늘 각국의 가디언 본부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이 지금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데. 한 마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몬스터의 활발한 습격은 전 세계적인 문제라는 거야. 그 말은 곧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단순한게 아니라는 이야기지." ...... 디엔의 어머니의 이야기에 세르네오의 입이 벌어졌다. 하지만 아무런 이야기도 들려오지 않았다. 단지 커다랗게 뜬눈으로 대충 그 뜻이 전해져 왔다. '정말? 그럼 도대체 뭣 때문에 몬스터들이 이렇게 설쳐대는 거야?' 대충 이런 내용인 듯 했다. 디엔의 어머니도 대충 그런 눈빛으로 받아 들였는지 눈을 감고 고개를 저어 버렸다. "몰라! 갑작스런 몬스터들의 움직임에 몬스터를 잡아서 혹시 조종을 받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조사를 해봤지만 아무런 것도 나오지 않았데. 마법 적인 기운도 약물의 흔적도. 그래서 세계각국의 가디언들도 상당히 당황하고 있나봐. 하지만 결국 결론은 두 가지지. 첫째는 세계의 몬스터가 한꺼번에 단합대회라도 가졌을지 모른다는 거고, 둘째는 가디언이 알지 못하는 조종방법으로 조종 받고 있다는 것." 껌뻑껌뻑. 세르네오의 눈 꺼플이 느리게 들석였다. 이어 손까지 휘저어 댔다. '그게 무슨 말이야?' 라고 묻는 것 같았다. "무슨 말은 들은 대로지. 끝에 붙인 두 가지 결론은 내 것이지만 말이야. 좌우간 국제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 같아. 몬스터들 때문에 정부의 압력이 없어져서 좋아했더니.... 이젠 더 골치 아파지게 생겼어." '몰라, 몰라. 나는 몰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드는 온 몸으로 언어를 표현하고 있는 세르네오의 모습에 웃음을 삼키고 디엔의 어머니를 향해 의문을 표했다. "그런데 몬스터 덕분에 정부의 압력이 사라졌다는 건 무슨 말이죠?" "음... 정확히는 사라졌다기 보다는 정부 스스로 꼬리를 내린 거라고 하는게 맞을거야. 그들도 지금처럼 몬스터가 들끓는 상황에서 가디언들을 상대할 바보는 아니라는 이야기지. 만약 우리들에게 외면 당하면 몬스터에게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거라고 할까? 몬스터가 날 뛸수록 가디언의 주가가 올라간다. 뭐, 그런거지." "그럼 정부에 대한 조사는요?" 라미아가 찻잔에 차를 따라 디엔의 어머니께 건네며 물었다. "고마워. 그 조사는 계속 할거야. 그 내용상 우리들 가디언으로서는 쉽게 접을 수 없는 일이니까. 더구나 몬스터들 때문에 우리들 눈치를 보느라 조사 방해 같은 것도 없으니.... 어쩌면 조사가 더 빨리 끝날지도 모르는 일이지." ............... 커헉...... 이드(265) ㅡ.ㅡ "고마워. 그 조사는 계속 할거야. 그 내용상 우리들 가디언으로서는 쉽게 접을 수 없는 일이니까. 더구나 몬스터들 때문에 우리들 눈치를 보느라 조사 방해 같은 것도 없으니.... 어쩌면 조사가 더 빨리 끝날지도 모르는 일이지." "어쨌거나 가디언들만 엄청 바빠지겠네 요." 그녀의 말에 찻잔을 들던 디엔의 어머니에게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비록 직접 몬스터와의 전투에 나서는 그녀는 아니었지만 서류문제로도 충분히 고달픈 모양이었다. 그리고 같은 단체에 있는 가디언들이나, 그들과 같이 움직이며 오 일간 제대로 쉬지도 못했을 자신의 남편을 생각하니, 저절로 한숨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우선 그녀가 동생처럼 생각하는 세르네오만 해도 지금 저 꼴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지. 최대한 노력하는 수밖에. 그리고 될 수 있는 대로 정부에 대한 조사를 빨리 끝내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생각중이야. 조사에 파견된 인원이 꽤 되거든."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정부측에 파견되어 있는 가디언들의 수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었다. 정부가 벌여놓은 그 엄청난 일을 조사 해나가려면 그만한 인원이 필요 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덕분에 지금 한창 바쁜 인물들이 있었으니 바로 용병들이었다. 평소에도 가디언들 못지 않게 능력자이름의 용병으로서 일거리가 많은 그들이었지만, 요 오 일간의 기간보다 바쁜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엘과 이드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지금 이 시각 영국에서 가디언으로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던 오엘의 전 동료였던 하거스들은 평소보다 몇 배에 달하는 액수를 받아 챙기는 용병들의 모습에 부러움이 가득 담긴 눈으로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이드가 말했던 십 분이라는 시간이 지났던 모양이었다. 세르네오를 머금고 있던 물기둥으로부터 부르르르르 거리는 떨림과 함께 물이 끌을때 생기는 것과 같은 작은 공기 방울들이 무수히 생겨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생겨난 공기 방울들은 자동적으로 물기둥의 위쪽으로 올라가 터졌고, 그렇게 올라오는 공기방울의 양만큼 물기둥이 낮아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잠깐사이 물기둥의 높이는 세르네오의 허리까지 낮아져 버렸다. 뿜어져 나오는 공기방울이 그만큼 만은 까닭이었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수고했어. 완전히 끝나면 돌아가도 좋아." [알았어요.] 디엔의 어머니는 갑작스런 목소리에 어리둥절한 모습이었지만 곧 저 물기둥에 대한 정체를 생각하고는 대충 짐작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플라니안의 말이 있은 후 물기둥은 더욱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고 결국에는 완전히 없어져 버렸다. 그렇게 물기둥이 사라진 자리에는 물기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방금 전 까지 그 거대한 물기둥이 버티고 서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르네오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몸에는 몸이 필요로 하는 수분이외에 물기가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촉촉이 물기를 머금은 그녀의 머리만이 방금 전 그녀가 물에 담겨 있었다는 것을 증거 해 주고 있었다. "어때?" 라미아가 세르네오의 상태를 물었다. 세르네오는 물기둥이 사라진 곳을 가만히 바라보다 두 팔을 쭈욱 펴내며 기분 좋게 기지게를 폈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는 깨끗한 미소가 매달려 있었다. 그 모습 하나만으로도 라미아의 대답에 충분히 답이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너무 좋아. 조금 뻐근하고 찝찝하던 몸도 개운하고, 피곤하던 것도 싹 사라졌어. 거기다 네 말대로 답답하던 공기가 엄청 시원해. 아우~ 고맙워. 이드. 이건 감사의 표시." 세르네오는 그렇게 말하며 큰 걸음으로 다가와서는 이드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어 주었다.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이드는 움찔하며 몸을 뒤로 뺐고, 라미아는 고성을 발했다. "아아앗. 지, 지금 뭐 하는 거야." "뭐하기는. 감사의 표시지. 쯧, 넌 좋겠다. 이런 능력 좋은 애. 인. 을 둬서 말이야. 게다가 어차피 네꺼 잖아. 그러니까 이 정도 일로 질투하면 않돼~" "이익.... 내 말은 그게 아니잖아." 세르네오는 실로 오랜만에 라미아를 놀려대고 있었다. 확실히 그런 모습을 보면 완전히 기운을 차린 모양이었다. 그런 것은 겉모습을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여기저기 주름이 가있던 옷은 색감이 살아나 쫙 펴져 있었고, 푸석하던 머릿결과 얼굴도 촉촉이 물기를 머금고 있었으며, 핏발이 서있던 그녀의 눈동자도 원래의 루비와 같은 아름다운 눈동자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라미아를 놀려대는 그녀의 활기였다. 확실히 요 오 일간의 피로를 확실하게 풀어 버린 듯 했다. 잠시간 웃고 떠들던 두 사람은 이드의 중제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디엔의 어머니는 그런 세르네오의 모습을 보며 눈을 빛냈다. 아마 그녀도 해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몇 일 동안 서류만 붙들고 앉아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말이다. 그 때 라미아의 것으로 짐작되는 쥬스를 한모금에 들이킨 세르네오가 디엔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머리 뒤로 느껴지는 라미아의 눈 째림을 애서 무시하며 말이다. "그런데 아까 하던 몬스터에 대한이야기 말인데.... 세계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 나는 절대적으로 두 번째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그래서 말하는 건데 혹시 제로에서 이번 일을 한 건 아닐까?" "흐음.... 사실 여기 저기서 혹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긴 해." 디엔 어머니가 입을 열자 세 사람의 시선이 다시 그녀에게 모였다. 그녀는 라미아가 밀어준 찻잔을 들어올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제로는 여러번 몬스터를 이용해서 공격을 한 게 사실이야. 그런 만큼 곳곳에서 이번 일의 범인으로 제로를 지목하고 있어. 지금의 네 의견과 비슷하지. 하지만 대대적으로 제로의 이름을 거론하진 않고 있지. 그건 여런 신분, 방송쪽 에서도 마찬가지고. 막상 제로를 의심하고 나서자니 지금껏 제로가 해왔던 행동이 마음속에 걸린 거야." "제로의 행동?" "그래. 지금까지 제로는 어딘가를 공격할 때 항상 경고장을 보냈었어. 그리고 최대한 사상자가 나지 않도록, 특히 민간인이 다치지 않도록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어. 저번 영국에서 많은 사상자가 났을때도 정중히 사과문을 보내고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지. 뿐이니? 우리들과의 전투 중에도 이기기 위해서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하긴 했지만, 비겁한 행동을 한 적은 없어. 그런데 그런 제로가 갑자기 몬스터를 용해서 도시를 공격하고, 시민들을 아무 이유없이 학살했다? 지금까지의 정정당당한 이미지를 완전히 무너트리고, 사람들의 분노를 살 행동을? 우선 나부터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아." 세르네오는 그녀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렇게 생각해 보면 또 그랬다. 지금까지 착실하다 할 정도로 정정당당한 이미지를 쌓아왔던 그들이고 그런 만큼 각국의 국민들과 방송에서도 제로의 움직임을 단순한 이야기 거리와 재미거리로만 다루었을 뿐 심각하게 거론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때 다시 디엔 어머니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과 같은 일은 제로에겐 악영양만 줄 뿐이야. 만약 자신들이 범인으로 지목되면 지금까지 쌓아왔던 이미지가 무너짐과 동시에 지금까지 호의적이었던 각국의 국민들까지 적대적으로 변할 텐데, 그런 일을 제로측에서 왜 하겠니? 그런 이유때문에 함부로 제로를 의심하지 못하는 거지. 방송에서도 지금까지 제로를 좋게 말했는데 갑자기 의심스럽다고 떠 들수 없는 노릇이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방송에 나오긴 할거야. 이미 여러 사람들이 제로를 의심하고 있으니까." 디엔 어머이는 그렇게 말하며 찻 잔을 비웠다. 그녀의 그런 예측은 정확이 맞아 떨어졌다. 몇 일 후 도, 한 달 후도 아닌 그녀의 이야기가 있었던 바로 다음날 아침 방송과 신문에서 터져 버린 것이었다. 전날 몬스터에 의한 대책을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미국의 의원의 입에서 잠깐 제로의 이름이 흘러나온 것이 시작이었다. 마치 터트릴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식으로 길게 길게 이어져 그낭 하루 종이 제로의 이야기만 계속되었다. 뿐만 아니었다. 은근히 그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던 각국의 국민들도 계속되는 방송에 정말 제로가 한것이라도 되는 양 제로를 향해 그 분노를 표했던 것이다. 당장 몬스터의 위협을 받고 있던 사람들로서는 그런 일을 할 이유가 없는 제로의 입장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말도 돼지 않는다고, 확인도 되지 않는 사실을 가지고서 요란하게 떠들어댄다고 항의하는 사람들도 상당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제로에 의해 점령된 도시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제로가 점령한 도시에 살고 있는 만큼 자신들을 몬스터로 부터 지키기 위해 싸우는 제로의 모습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을 보호해 주는 사람들이 제로인 만큼, 또 그들이 오고서 부터 도시의 치안이 더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인 만큼 제로를 변호 하는 것은 당연 했다. 이들의 이런 반응에 방송국에서는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고, 저녁때쯤을 기해서 제로와 몬스터의 출연을 연관시키는 방송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전 세계적으로 제로와 몬스터를 연관시키는 방송이 뜨고 난 후 였다. 방송이 그쳤다지만, 사람들이 당황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거.... 되게 시끄럽네." 이드는 창 밖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곳은 다름 이드와 라미아가 사용하는 방이었다. 창 밖으로 향한 이드의 시선에 부랑자 마냥 한쪽도로를 막고서 쉬고 있는 수 십, 수백에 이르는 사람들이 잡혔다. 그들은 모두 요 몇 일간 몬스터를 피해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갑작스레 사람들이 모여들자 경찰이 나서서 해산시켜 보려고도 했지만 결국엔 실패고 말았다. 살기 위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무슨 수로 해산시키겠는가. 가디언들 역시 몬스터를 피해 모여든 사람들을 어쩌지 못했다. 다만 급히 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으로 한쪽 도로만은 비워둘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가디언 본부에서 한 참 떨어진 곳에서 차를 타고 출동해야 하는 일이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좌우간 그렇게 모여 있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불어난 덕분에 아직 이른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간에도 밖은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어제 있었던 제로에 대한 방송은 저들을 흥분하게 만들었고, 이드와 라미아는 조용히 잠들기 위해서 사일런스 마법까지 사용해야 하는 수고-고작 사일런스 마법이 수고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를 겪어야 했다. 우당탕. "뭐, 뭐야." 이드는 부서질 듯 한 기세로 왈칵 열리는 문소리에 움찔 해서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급하게 뛰어 온 듯 숨을 할딱이는 라미아가 디엔을 안고 서 있었다. 이드는 그녀의 그런 모습에 한 순간 자신의 기운을 풀어 가디언 본부주변을 살폈다. 갑작스런 그녀의 출현에 주위에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싶어서 였다. "무슨일이야? 급하게 뛰어온 것 같은데.... 주위에 몬스터가 나타난 것도 아니고." 이드는 자신의 퍼트린 기운 안에 특별한 것이 집히지 않는 느낌에 다시 기운을 갈무리하며 라미아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녀는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디엔을 이드에게 안겨주며 방안에 마련되어 있는 텔레비전을 켰다. 갑작스런 라미아의 행동에 의아해 하던 이드는 디엔을 바로 안으며 텔레비전의 브라운관으로 시선을 모았다. 전원이 들어옴에 따라 한 순간 새까맣기만 하던 텔레비젼이 빛을 바라하며 하나의 영상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시원한 대머리에 눈이 가는 그는 다름 아닌 제로의 대장들 중 한 명인 존 폴켄이었다. 그는 항상 뉴스 캐스터가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은 텔레비전 전원이 들어옴과 동시에 작동하기 시작한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 이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몬스터에 의한 공격은 본 단체와는 전혀 무관한 일입니다. 이는 저희 제로라는 단체의 이름과 지금까지 저희들이 외쳤던 의지의 모든 것을 걸로 맹세하는 일이며, 사적으로는 저 존 폴켄의 목숨을 걸고 단언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적은 공문이 각국의 정부와 가디언 본부로 보내어 지고 있을 것입니다. 결단코 저희 제로는 이번 일과 무관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가벼운 말로서 저희 제로를 비난한 미국의 하원의원 그린 로벨트씨께 정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바입니다. 이상입니다." 말을 마친 존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과 함께 장면이 바뀌며 항상 모습을 보이던 캐스터의 모습이 다시 화면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 캐스터의 말을 더 들을 필요는 없었다. 이드는 디엔을 안은 채로 아직 열려있는 방문을 나섰다. "세르네오에게 가보자." 웅성웅성..... 수군수군..... 방밖을 나서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역시 제로의 존이 직접 나와서 하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가디언들 대부분이 존의 말을 믿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소수의 몇 몇 은 아직 제로에 대한 의심을 풀지 않는 것 같았다. 때문에 가디언 본부는 때아닌 토론장 분위기에 휩싸여 버렸다. 세르네오의 사무실 역시 조용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사무실 안에서부터 여성의 것으로 생각되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드와 함께 걸음을 옮기던 라미아는 디엔을 안은 이드를 대신해 가볍게 노크를 하고는 문을 열었다. 세 사람의 등장에 한참 무언가를 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던 세르네오와 디엔 어머니는 고개를 들어 세 사람을 맞아 주었다. 특히 디엔 어머니는 이드의 품에 안겨 있던 디엔을 받아 안고서 볼을 비벼대고 있었다. 자신의 아들이다 보니 귀엽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뭐.... 디엔 정도의 귀여운 아이라면, 자신의 아이라도 상관은 없지만 말이다. "너희들 텔레비전보고 왔지?" 세르네오가 왜 왔는지 대충 짐작한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 그녀의 시선은 이드들이 들어 올 때부터 들고 있던 한 장의 서류에 머물러 있었다. 이드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눈길을 돌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봤어? 난 라미아가 가르쳐 줘서 끝에 핵심을 간추려 말하는 부분만 봤는데..." "물론 봤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직접 나와서 말을 한다 길래 기다리다 봤지. 이게 제로 쪽에서 보낸 공문인데... 볼래?" 이드는 그녀가 지금까지 보고 있던 서류를 건네자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 서류 상에는 이드가 들었던 내용이 자세하고 길~게 적혀져 있었다. 그리고 만약 자신들이 정말 그런 일을 했다면 세상없어도 칼을 물고 죽겠다는 식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마디로 절대로 자기들은 결백하다는 말이었다. 서류를 모두 읽어 본 이드는 그 서류를 다시 세르네오 앞에 쌓여있는 서류더미 위에 올려놓았다. "그럼 가디언에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요? 혹시나 하고 있던 제로가 절대 아니라는데... 이런 내용임면 의심 할 수도 없을 것 같은데요." "글쎄... 별 수 없잖아. 그냥 전 세계 모든 몬스터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미쳤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막아내는 수밖에 별 도리 없지. 뭐." 암담하다는 표정을 얼굴 가득 떠올린 세르네오는 자신의 몸을 의자에 깊이 묻었다. 이드는 그녀의 그런 모습에 슬쩍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어제 저녁 디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제로를 제외하고 이런 엄청난 규모의 몬스터 대군을 움직일 수 있는 존재들을 생각해 본 두 사람이었다. 결과 지금과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최소한 두 존재. 또한 가능성이 가장 많은 두 존재가 있었다. "흐음... 어제 라미아와 같이 생각해 본 게 있는데." "응?" 이드가 느긋하게 말을 꺼내자 세르네오와 디엔 어머니의 눈길이 이드와 라미아에게로 모였다. "만일 이번 일이 누군가에 의해서 벌어지는 인위적인 일이라면... 제로 외에도 가능성이 있어." "...... 그게... 누군데?" 두 여성의 눈빛이 이드를 향해 가공할 빛을 뿌렸다. 그녀들로서는 이놈의 끝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를 한 시 바삐 해결하고서 편하게 지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실마리를 이드가 제공해 줄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하니 두 사람의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마족과 드래곤이죠. 가디언들이고 사람들이고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는 것 같지만, 그 두 존재라면 이런 일 정도는 충분히 하고도 남겠죠." 이드는 딱 부러지게 자신과 라미아의 생각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세르네오와 디엔 어머니의 반응은 별로 신통치가 못했다. 두 사람의 그런 반응에 오히려 말을 꺼낸 이드가 무안해지려 하고 있었다. 라미아는 이드의 그런 모습에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반응이 왜 그래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긴데...." "확실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야. 우리도 마족은 아니지만 드래곤이라는 존재를 생각해 보기도 했었지. 하지만...." 세르네오가 말을 끊으며 길지 않은 머리를 쓸어 넘겼다. "하지만 드래곤이 이런 짓을 하고 있다면 막막하긴 마찬가지라서 말이야... 너희들도 알겠지만, 이 짓이 드래곤의 짓이라면 지금 이런 짓을 하는 드래곤을 잡아야 한다는 말인데... 어디 있는 줄 알고 드래곤을 잡겠어? 또 몇 마리가 되는지 모르는 드래곤들 중에 누가 이런 짓을 했을 줄 알고 찾아가고, 설사 찾아간다고 해도 무슨 수로 해치우는가 하는 것도 문제지. 그런 상황에 마족이 이번 일의 원흉이라면 더욱더 막막하기만 할뿐이고. 그래서 가디언들 사이에 언뜻 나온 내용이지만 바로 무시되 버렸었어. 그런 대단한 존재가 왜 할 일 없이 이번 일을 벌이는가 하는 말로..." 이드는 그녀의 푸념을 들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만약 그레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어도 이런 반응일까? 이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닐 것이다.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현자를 찾거나 신탁을 받는 등의 여러 가지 방법으로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 들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의 사람들은 그렇지가 못했다. '후~ 허기사 아직 이 년이 채 되지 않았으니까. 그레센 처럼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진 못하겠지.' 이드는 이번 일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나 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직접 나설 생각도 없었다. 이 일을 알아보고자 하면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인데, 지금은 그것보다 룬이란 소녀가 가진 검의 정체부터 아는 것이 먼저였다. 그리고 실제, 마족이나 드래곤과 연관되어 전투가 벌어진 다 하더라도 이드는 그 전투에 별로 나서고 싶지가 않았다. 전투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봉인이 풀린 후 처음 맞이하는 대 전투가 될 것이고. 그것은 인간들 자신들의 힘만으로 이겨내야만 하는 것이다. 수많은 종족들이 썩여 살아가게 될 이곳에서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 설 수 있는가. 이드는 전투의 의미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생각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으며, 전쟁또한 벌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이드의 생각은 이어서 들리는 고함 소리에 변할 수밖에 없었다. "드, 드, 드래곤!!! 드래곤이 나타났다!!!" 엄청난 크기의 목소리가 가디언 본부전체에 울려 퍼졌다. 온 힘을 다한 듯한 그 목소리에 잠시지만 본부는 사일런스마법이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침묵에 젖어 들었다. 하지만 그 침묵은 곧 엄청난 소동으로 바뀌어 본부 전체를 뒤흔들었다. 벌떡 세르네오는 드래곤이란 소리를 듣는 즉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무실의 창문으로 다가가 본부 건물 상공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 푸르른 창공만이 들어 올 뿐 드래곤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형 생물체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연이어 엄청난 소음이 사무실 문을 넘어 들어오자 세르네오의 눈썹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올랐다. 텅빈 하늘을 바라보던 세르네오의 머릿속에 뿌연 안개로 가려진 얼굴의 남자가 혼비백산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신나게 웃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어~ 떤 놈이 장난질이야!!!!!" 세르네오가 날카로운 소리쳤다. 비록 한 순간이지만, 세르네오의 사무실 안에선 밖의 소음이 그녀의 목소리에 눌려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때 그녀의 목소리에 대답이라도 하 듯이 사무실의 문이 부서질 듯 활짝 열리며 굵은 눈썹이 인상적인 이 십대의 남자가 구르듯이 달려 들어왔다. 급하게 세르네오의 사무실로 달려 들어온 남자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무슨 내용이 적힌 하얀 종이를 내밀어 보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런 남자의 목소리는 손 못지 않게 떨려나오고 있었다. "부... 부... 부본부장님. 드.... 드래곤 입니다." 세르네오는 그의 목소리에 눈앞의 남자가 조금 전 드래곤이라고 소리치던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와 함께 머릿속에 안개처럼 흐리기만 하던 남자의 얼굴이 완성되었다. 세르네오는 반사적으로 주먹이 날아 갈 뻔했다. 남자의 떨리는 손에 들린 종이가 이니었다면 정말 죽도록 때려 주었을 것이다. 세르네오는 남자의 손에서 빼앗듯이 팩스 종이로 보이는 것을 낚아채 들었다. 팩스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말 드래곤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면, 죽도록 때려주겠다고 다짐했다. 종이는 평범한 서류용지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내용만은 결코 평번하지가 못했다. 세르네오의 눈이 점점 아래로 내려갈 수록 그녀의 얼굴 표정이 딱딱하게 변해갔다. 그 내용을 읽어본 세르네오는 눈앞의 떨고 있는 남자를 때려주지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류의 내용은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었다. 드래곤이 나타났다. 방금 전 남자가 소리친 내용이 틀린 것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저 밖에서 일고 있는 소란은 분명 이 남자의 것이었다. 세르네오는 종이를 디엔 어머니께 건네주고는 아직도 떨림이 멈추지 않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과연 드래곤이 나타났군." "예.... 예!" 목소리가 떨린다. 세르네오는 눈앞의 이 겁 많은 남자가 어떻게 가디언이 되었나 의아해지기 시작했다. 직접 드래곤이 눈앞에 나타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떨고 있다니. 이 남자에 대해서만은 적성검사라도 해봐야 겠다고 생각하며 세르네오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곳 파리에 나타난 건 아니지." "그... 그렇습니다." "그럼 저 밖에서 놀라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저들은 뭐야?" 남자는 세르네오의 말에 그제야 밖의 소동이 귓가에 들리는 듯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곤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세르네오를 바라보았다. "모, 모르겠습니다." "모르는게 다가 아니야. 바로 네가 소리친 덕분에 일어난 소동이잖아. 네가 일으킨 일이니까 빨리 네가 가서 해결해. 삼 분 주겠어. 그 시간 안에 모두들 조용히 시키고 저 안에 있는 내용을 설명해 줘. 어서 가." "예, 옛. 알겠습니다." 평소답지 않게 소리치는 세르네오의 목소리에 남자는 기겁한 표정으로 사무실 문을 닫고 뛰쳐나갔다. 갑작스런 세르네오의 변화에 디엔이 놀란 듯이 엄마의 다리를 꼭 끌어안았다. 이드역시 여태껏 본적 없는 세르네오의 모습에 여간 당혹스럽지 않았다. 또한 드래곤의 출현에 놀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드와 라미아의 시선이 디엔 어머니의 손에 들린 새하얀 팩스 종이에 머물렀다. 그런 두 사람의 시선을 느꼈을까? 디엔 어머니는 깊은 한 숨을 내쉬며 두 사람에 읽고 있던 서류를 건네주었다. 그 팩스를 받아든 이드와 라미아는 머리를 맞대고 종이 위에 찍힌 검은색의 글자들에 시선을 주었다. '캐나다 가디언 중앙본부에서 각국의 모든 가디언 분들께 급히 전합니다. 캐나다 시각으로 당일-런던과의 시차는 아홉 시간.- 21시 30분경 캐나다의 수도급 도시인 에드먼턴이 블루 드래곤으로 추정되는 생물에게 공격을 받았습니다. 20여 분간에 걸친 드래곤의 공격에 옛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한 에드먼턴 전체가 예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뒤늦게 블루 드래곤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통신을 받고 집결할 수 있는 전투력을 모두 집중하여 에드먼턴으로 향했으나 저희들이 도착한 후 볼 수 있었던 것은 폐허가 되어 버린 에드먼턴의 모습과 세 자리 숫자가 넘지 않는 고통스러워하는 생존자들이 전부였습니다. 갑작스런 블루 드래곤의 움직임을 이해할 수도, 짐작할 수도 없지만. 어떻게 행동할지 알 수 없는 블루 드래곤이란 존재에 대한 우려에 각국의 가디언 본부에 이렇게 소식을 전합니다. 각국의 가디언 분들께서는 특별히 경계를 하시어 불행한 일을 당하지 않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캐나다 가디언 충 본부 본부장 멕켄리 하먼.' ^^ 특별한 미사여구가 끼어 있지 않은 간결하고 핵심적인 내용만을 적은 팩스였다. 하지만 그런 덕분에 상대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좀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사무실 안은 묵직한 침묵에 잠겨 들었다. 방금 전 까지 일고 있던 소동도 멎었기 때문에 그 침묵은 더욱 무거운 느낌을 전해 주었다. 디엔은 그런 분위기가 무서웠는지 엄마의 품 속으로 깊이 파고 들었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며 작게 한 숨을 내 쉬었다. 확실히 엄청난 소식이다. 드래곤의 힘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드로서는 파괴되었다는 에드먼턴이란 곳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듯 했다. 그 때 선 자세 그대로 가만히 있던 세르네오가 천천히 움직여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말소리에 본부 가득 내려앉았던 침묵이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전화를 한 곳은 다름 아닌 군이었다. 군에 팩스 내용을 알린 세르네오는 다시 본부에 있는 최고 써클의 마법사를 불러 들였다. 팩스내용에 따라 그녀 나름대로 대비를 하는 것 같았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녀의 그런 모습에 조용히 사무실을 나왔다. 하지만 사무실 밖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세르네오에 의해 전해진 소식에 가디언들 대부분이 할 말을 잊은 듯 했다. 두 사람은 그들을 바라보며 자신들의 방으로 들어왔다. 순간 모든 소리가 다시 살아나는 듯 했다. 열려진 창문으로 밖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아~ 도대체 어떤 미친 녀석이 설쳐대는 거야?" 이드는 알 수 없는 블루 드래곤을 욕하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죽었다는 대도 격한 분노의 감정은 그리 크게 솟아나지 않고 있었다. 그레센 대륙에 사는 사람들이 드래곤이 하는 일은 그냥 담담히 받아들이는 경향을 닮은 건지 아니면, 자신의 기억속에 그래이드론이라는 드래곤의 기억이 남아 있는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런 이드와 마주 앉으며 라미아가 말을 이었다. "그 드래곤이 이번에 몬스터를 움직인 녀석일까요?" "모르지. 그런데.... 저번에 카르네르엘에게 듣기엔 얼마간 세상을 살필 거라던데.... 그게 아니었나? 아니면 정말 미친놈인가?" 이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블루 드래곤의 갑작스런 행동을 이해 할 수 없었다. 보통 드래곤들이 제 맘에 내키는 대로 행동하긴 하지만 이유 없이 많은 생명을 빼앗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블루 드래곤은 무슨 일로 그런 일을 한 것인가. 이드는 카르네르엘을 한번 찾아 가 볼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드를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아, 라미아. 너도 주위에 탐지마법을 설치해 놔. 혹시 그 미친놈이 이곳으로 오면 미리 알 수 있도록 말이야." "네, 알았어요." 이드는 라미아가 자신의 말에 가만히 눈을 감는 모습을 바라보다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언뜻 귀에 익은 기척이 빠른 속도로 이드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기척이 가까워 질 수록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사숙. 사숙. 저 오엘이예요." 상당히 다급한 그녀의 목소리에 이드는 드래곤에 대한 소식 때문에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하며 문을 열어 주었다. "그래, 무슨 일이야?" "사숙, 급해요. 제이나노가 쓰러져서 사람들에게 업혀서 돌아왔어요." 이드는 전혀 뜻밖의 소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드는 방안으로 가만히 서 있는 라미아를 바라보다 방밖으로 나서며 오엘을 향해 물었다. "무슨 소리야. 그게?" "저도 정확히는 몰라요. 사람을 치료하다 그냥 갑자기 쓰러졌다고 해요. 지금 병원으로 옮겨져 있을 겁니다." 오엘의 대답을 들은 이드는 급히 발걸음을 가디언 본부내의 병원을 향해 옮기기 시작했다. 본부내 병원은 요즘 상당히 바쁜 상태였다. 출동이 잦은 만큼 다치는 사람이 많은 탓이었다. 하지만 포션과 마법들 때문인지 병자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없는 가디언들의 병원이었다. 이드는 급히 병원으로 들어서며 오엘의 안내를 받아 제이나노가 누워 있다는 병실을 찾아 들어갔다. 병실은 일인 실이었다. 병실 한쪽에는 제이나노의 것으로 보이는 사제복이 걸려 있었고, 침대엔 제이나노가 누워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 정신을 차렸는지 눈을 뜨고 이드와 오엘은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제이나노의 얼굴은 평소와 같지 않게 어두워 보였다. 아무리 피곤해도 축 늘어진 모습은 보였지만 그늘진 얼굴을 보이지 않던 그가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드는 제이나노의 표정을 바라보며 오늘은 참 신경쓰이는 일이 많이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제로의 방송에 블루 드래곤의 갑작스런 등장과 페허가 되어 버렸다는 도시, 거기에 제이나노까지. 이드는 전음을 사용해 오엘을 내보낸 후 제이나노가 누워 있는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 "쓰러졌다더니... 괜찮은 거야?" "네, 조금 피곤했던 모양이예요. 괜한 걱정 끼쳐드려 미안한 걸요." 이드는 그렇게 대답하는 제이나노의 목소리가 오쩐일로 무겁게 들린다고 생각했다. "흐음... 괜찮다면 다행이고. 그런데... 무슨.... 고민있어?" "그렇게 보여요?" 제이나노는 이드의 말에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며 되물었다. "아... 평소의 표정과는 다르게 많이 어두워 보이거든. 무슨 일이야? 뭐, 말하기 곤란한 일이야?" "휴~ 그런 건 아니구요. 단지.... 하아~ 제가 어떻게 쓰러졌는지는 알죠?" 여러 번 한 숨을 내 쉬던 제이나노는 좋은 말상대를 잡았다는 표정으로 간간이 한 숨을 내쉬며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해 나갔다. "제가 한 사람을 치료하고 있을 때였어요. 그 사람은 병이 든 내상환자라 신성력을 온몸으로 가득 퍼트리고 치료해야 했거든요. 그런데.... 그런데 이상하게 묘한 편안함 같은게 느껴졌어요. 마치 제가 리포제투스님께 드리는 기도에 빠져 있는 것 처럼요. 그런데 이번엔 달랐어요. 그런 기분만 느낀 것이 아니라. 묘한 목소리도 들었어요." "목소리?" "아, 아니... 꼭 목소리라기 보다는.... 느낌같은 것이었는데. 이미 한번 들어본 적이 있는 분의 목소리였죠. 리포제투스님의 목소리." "무슨.... 좋지 않은 소리를 들은거야?" 이드는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평소엔 사제 같지 않은 제이나노지만 명색이 몇 명 있지도 않은 대사제였다. 그리고 그런 그인 만큼 충분히 신의 음성을 접할 수 있는 문제였다. 헌데 신의 음성을 듣고서 기뻐해야 할 그가 이리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다면 그 신언의 내용이 결코 좋지 못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신이 하는 좋지 못한 소리는 결코 그냥 넘길 만한 것이 아니었다. "..... 네. 정확한 내용을 아직 알 순 없지만, 그 분이 말씀하시기를 큰 혼란이 올거라고 말씀하셨어요. 또한 그것은 균형을 위한 혼란이며 예정된 것이라고요. 그리고 저희들에게 가만히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라고 하셨어요." 균형을 위하나 예정된 혼란이라고? 전쟁이라도 일어난 다는 말인가? 아니면 도시하나를 날려버린 블루 드래곤? 이드는 제이나노가 말한 예언에 가장 가까운 단어 두 가지를 생각해 내보고는 곧 머리 한곳으로 치워 버렸다. "그런데 '저희들' 이라니? 그 말은 우리 일행을 보고하는 말이야?" "아니요. 그게 아니라 리포제투스님의 또다른 대사제를 보고하는 말이에요. 희미하긴 했지만 저 외에도 두 분이 더 있었거든요." 이드는 제이나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우선 자신만 알고 있던 사실을 자신에게 말한 덕분인지 조금은 어두운 기운이 가신 듯 보였다. "그럼 그것 때문에 그런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던 거야?" 이드의 질문에 제이나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신의 음성을 접한 사제가 그 음성에서 좋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네, 아직 그 분의 말 뜻은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이란건 확실히 알것 같아요. 그래서 더 걱정스러워요. 정말 엄청난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 해서." 이드는 그의 마지막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가 뭔가를 잘 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신관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같이 다니며 익숙해진 하엘을 통해 어떤 사람들이란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덕분에 제이나노의 문제가 뭔지도 알 수 있었다. "흠, 흠... 내 말 들어봐. 내 생각엔 네가 뭘 잘 못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갑작스런 이드의 말에 제이나노가 고개를 들었다. 잘 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니? 자신이 뭘 잘 못하고 있다는 말인가? 제이나노는 이드의 말을 기다렸다. "내가 보긴엔 말이야. 네가 너무 쓸대없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아보여. 신언, 그러니까 신탁을 받아서 네 마음이 무거운 건 알겠지만,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서 네 탓도 리포제투스님의 탓도 아니라는 거지.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진다면 다른 신들을 모시는 사제들에게도 신탁이 내려질 텐데, 그럼 앞으로 일어나는 일은 전부 사제들 책임인가. 아니지.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네가 책임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거지. 그러니까 넌 그분의 말씀대로 네가 할 일만 하면 되는거야. 네가 가진 힘과 능력에 맞는 일을. 바로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그런일을 말이야. 내가 아는 사제가 이런 말을 한적이 있지. 사제란 실신한 마음으로 자신이 믿는 신의 말씀을 믿고 따르는 자일뿐이라고." 이드는 제이나노를 보며 자신이 느낀점을 말해 주었다. 평소엔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더니 신탁을 받고 갑자기 엄청난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확실히 신탁이란 것이 신의 말이고 글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서 좋을 것이 없다. 이드는 자신의 말을 생각하고 있는 제이나노를 보며 병실을 나섰다. 병실 밖에선 오엘이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드는 그녀의 모습에 꽤나 걱정했나 보다 생각하고는 자신과 제이나노가 나누었던 이야기를 해주며, 더 이상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드는 세르네오에게도 제이나노가 받은 신탁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나하고 잠시 망설였지만, 착 가라앉은 가디언 본부의 분위기에 뒤로 미루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 점심을 먹은 이드와 라미아는 무거운 가디언 본부의 분위기를 피해 디엔과 오엘을 데리고서 오랜만에 공원으로 나갔다. 하지만 이드와 라미아는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디엔과 오엘을 데리고서 가디언 본부를 나와야 했다. 좋지 않은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했었다. 블루 드래곤의 소식이 있은 다음날 프랑스 정부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고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물론 소식자체는 좋았다. 하지만 결과가 나온 시기가 나빴다. 지금처럼 블루 드래곤에 몬스터까지 날뛰는 상황에선 가디언과 군, 정부가 힘을 합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조사 결과를 터트리면 정부와 가디언들의 사이가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그렇게 되면 몬스터를 막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때문에 가디언 측에선 완전한 증거를 찾아 놓고도 터트리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거기다 그 날 밤. 프랑스의 라로셸이 엄청난 수의 몬스터에게 공격을 받아 도시의 반이 불타버리는 일이 일어났다. 물론 사상자의 수는 말 할 것도 없었고, 파견나가 있던 가디언들과 군의 피해도 막심했다. 거의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정말 하루, 하루 날짜가 지나가는 것이 무서울 정도로 좋지 않을 소식들만이 들려왔다. 다행이 삼일 째는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고 조용했다. 하지만 가디언 본부의 분위기는 긴장감으로 무겁기만 했다. 특히 예민해진 가디언들은 가벼운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서, 그날 역시도 이드와 라미아는 공원으로 향해야 했다. 그리고 사일 째 되던 날. 블루 드래곤에 의해 다시 미국의 한 도시가 공격을 받았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이드와 라미아는 오엘을 데리고서 가디언 본부를 나와 버렸다. 몬스터의 공격과는 상관없이 질식할 것 만 같은 가디언 본부의 분위기에 질려버린 때문이었다. 세르네오에겐 너무 갑갑하다며 잠시 몬스터의 움직임이나 살펴보고 오겠다고 이야기 해 두었다. 그녀역시 이드가 주위의 분위기를 불편해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조심해서 갔다오라고만 할뿐 말리지는 않았다. 제이나노는 이드가 다시 돌아올 거라는 말에 그대로 남아 사람들을 치료하던 일을 계속 할 거라고 했다. 그런 그의 얼굴은 본래의 밝은 얼굴로 돌아가 있었다. 다만 이들이 떠날 때 디엔이 울먹인 덕분에 디엔을 달래놓고 나와야 했다. 거기에 더해 디엔이 걱정된다며 라미아는 특별히 디엔에게 직접 만든 스크롤을 하나 쥐어주고 나왔다. 무서운 괴물이 많이 나타나면 찢어버리라고 당부를 하고서. "후아~ 이제 좀 숨통이 트이는 것 같네." "정말 그런 것 같네요. 마치 어딘가 같혀 있던 느낌이었는데...." 이드와 라미아는 뭔가 후련한 얼굴로 뒤로 돌아 군이 경비를 서고 있는 파리도심을 바라보았다. 위협될 적이 없는 두 사람에게 점점 긴장감이 높아져만 가는 파리와 가디언 본부는 갑갑하기만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오엘은 그런 두 사람이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녀의 생각은 이드와 라미아 보다는 가디언 본부의 가디언들과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이드와 라미아의 생각을 이해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때 이드와 나란히 서있던 오엘이 의문을 표했다. "그런데 이제 저희들은 어디로 가는 건가요?" "글쎄. 자세히 계획을 세우고 나온게 아니라서.... 뭐, 이왕 나온 것 세르네오에게 말했던 것 처럼 몬스터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도 좋겠지." 이드는 즉흥적으로 생각했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말에 대답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겨 나갔다. 오랜만에 넓은 곳으로 나왔으니 좀 걷고 싶다는 생각에서 였다. 그 때 이드의 팔을 붙들고 가던 라미아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이드와 오엘을 바라보며 의견을 내놓았다. "그럼 카르네르엘을 찾아가 보는 건 어때요? 마땅히 찾아 갈 곳도 없잖아요. 그리고 찾아간 김에 블루 드래곤과 몬스터들의 움직임에 대해 물어봐도 좋을 것 같구요." "흐음. 그것도 좋을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저도 좋은 생각 같은데요." 세 사람이 모두 의견에 동의하는 것으로 일행들의 목적지가 간단히 정해졌다. 세 사람은 그날 하루종일을 마법도 사용하지 않고서 걸었다. 오랜만에 걸어보자는 이드의 의견에 따라서 였다. 하루 종일을 걸은 일행들은 텅 비어 버린 작은 마을을 발견할 수 있어 그곳에서 하루를 묵어가기로 했다. 헌데 이상하게 일행들은 이곳까지 오면서 한 마리의 몬스터도 마주치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몬스터가 나타나는 파리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 세 사람은 주위의 모든 몬스터가 파리로 몰려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해 볼 수 있었다. 라미아의 마법으로 그날 밤을 침대에서 못지 않게 편하게 자고 일어난 세 사람은 라미아가 그려낸 거대한 마법진 위에 섰다. 어제 밤 미리 의견을 나누어 두었던 것이다. 이곳에서 런던의 항구까지는 곧바로 텔레포트해서 가고, 거기서 다시 배를 타고 리에버로 가기로 말이다. 한 마디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과 같은 여정이었다. "텔레포트!" 런던항은 오늘도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비록 전국적으로 몬스터가 들끓고 있는 통에 평소보다 손님과 화물이 반으로 줄긴 했지만, 여타 지역과 비교하자면 굉장히 활발하고 시끄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누가 뭐래도 국가간에 이루어지는 물자의 수송과 사람들의 이동은 다름 아닌 이 배로 이루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때아닌 볼거리에 항구의 수많은 시선이 한곳에 모여들었다. 다름 아닌 매표소 앞. 허공중에 갑자기 생겨나 그 크기를 더하고 있는 빛 무리가 바로 그것이었다. 사람들은 그 빛을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또는 겁먹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 빛은 한 순간 자신의 힘을 다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가렸다. "우웃.... 왜 이곳에선 텔레포트를 하기만 하면 허공인 거야?" 이드는 그렇게 외치며 급히 손을 뻗어 두 여성의 허리를 잡아채며 가볍게 땅에 착지했다. 아직도 런던에서 구한 텔레포트 좌표가 허공 사미터 지점에서 열린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일행이었다. 땅에 내려서며 주위를 둘러본 이드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름 아닌 자신들을 향해 있는 주위의 수많은 시선들 때문이었다. 이드는 텔레포트 해온 곳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인지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자신들이 구경거리가 된 듯한 느낌에 눈살을 슬쩍 찌푸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눈에 들어 온 곳이 바로 매표소였다. 이미 이곳은 한번 들러 본적이 있었다. 장소가 확인되자 이드는 주위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숫자가 이해가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좋지 않던 기분이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드님. 뭐 하시는 거예요. 저희 안내려 주실 거예요?" "아, 참. 미안." 주위의 시선과 장소를 살피느라 깜빡하고 있던 두 사람 중 라미아의 목소리에 이드는 급히 두 사람의 허리에 둘렀던 손을 풀었다. 아마, 자신이 두 여성을 안고 있음으로 해서 더욱 시선을 끌었던 게 아닐까. 그제서야 땅에 두 발을 디디고 서던 두 여성은 주위의 시선에 이드 못지 않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해 봐라 아무생각 없이 문을 열었는데, 수백 쌍에 이르는 눈길이 자신을 바로 보고 있다고. 무안해 하거나 당혹스러워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의 신경 줄은 특수한 목적을 위해 제조된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 시선을 피하자고 자리를 옮길 수는 없었다. 이드들이 텔레포트 해온 곳은 다름 아닌 매표소. 배를 타려면 이곳에서 표를 꼭 사야하는 것이다. 이드와 라미아, 오엘은 주위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매표소 쪽으로 다가갔다. 후다다닥... 매표소 앞에 형성되어 있던 줄이 세 사람이 다가섬에 따라 흩어져 버렸다. 꼭 무슨 흉악범을 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물론 이드를 포함한 세 사람의 얼굴이 일명 흉악범이란 자들의 얼굴과 비슷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말이다. 대신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자면, 능력자라는 말이 들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법이나 무공, 특수한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 줄을 서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흩어져 버렸다. 이드들의 앞으로는 세 사람만이 남아서 표를 사고 있었다. 이드는 그들과 흩어진 사람들을 번가라 보며 고개를 내 젖고는 옆에 서있는 오엘을 바라보았다. 무표정 하니 평소처럼 서있는 그녀였지만 내심 주위의 시선을 불편해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것 하거스씨들이나 보고 갈까?" 매표소 앞에 서 있던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표를 사고 옆으로 사라졌다. "아니요. 다음 에요. 몬스터 때문에 이렇게 바쁜 때라면 가디언 본부에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잖아요." 두 번째 사람이 표를 사고 옆으로 빠져나갔다. "그것도 그렇네. 그럼 카르네르엘을 만나본 다음에 들르기로 할까?" 마지막 세 번째 사람이 표를 사고서 이드들을 한 번 돌아보더니 옆으로 빠져나갔다. 이드는 자신들 앞으로 더 이상 사람이 남아 있지 않자 매표소 앞으로 다가갔다. 매표소는 투명하고 두툼한 플라스틱의 창을 사이에 두고 매표소 직원과 손님이 마주 볼 수 있도록 해놓고 있었다. "여기. 리에버로 가는 배가 언제 있지요?" 시간을 잘 맞추어 도착한 것인지 리에버행 배는 한 시간 후에 있었다. 출발할 때 조금만 늦장을 부렸어도 다음날 오후까지 기다려야 할 뻔했다. 우연찮게도 일행들이 탈 배는 리에버에서 이곳 런던까지 일행들이 타고 왔던 배였다. 세 사람은 이곳으로 이동할 때 워낙 시선을 끈 것을 생각하고는 항구를 구경하는 등의 일은 하지도 못하고 그냥 배에 올라야 했다. 시간적 여유도 없었기 때문에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한 시간이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배의 출발을 알리는 기적소리가 들렸다. 물론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다. 이드들은 갑판에 나와 멀어져 가는 항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한국의 한 쪽. 그곳엔 방금전까지 세 사람이 타고 있었던 여객선 한 척이 정박해 있었다. 지금 일행들이 타고 있는 배는 한시간 전에 올라섰던 배가 아닌 그것보다 더 큰 여객선이었던 것이다. 한 시간을 십 분 앞둔 시점에서 타고 갈 배가 바뀌어 버린 것이다. 이유는 갑작스럽게 승객이 몰렸다는 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된 속을 들여다보면 모두 이드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같이 몬스터가 출몰하는 상황에서는 바다 위라고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한 척의 배에 몇 명의 가디언들과 용병들이 항상 같이 승선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리고 승객들은 그런 가디언들을 믿고서 배에 오르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드들이 텔레포트라는 엄청나게 눈에 뛰는 마법을 사용해서 사람들 앞에서 나타났고, 리에버행 배에 올랐다. 그 것은 곧 사람들에게 이 배에는 배를 지킬만한 능력자들이 타고 있다. 라고 광고하는 것과도 같은 효과를 가지게 되는 것이었다.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만은 탑승자들이 생겨났고, 자연히 그에 따라 배도 더 큰 것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드들은 생각지 못한 행운에 기뻐하기만 했다. 바로 1급의 객실이 특급의 객실로 바뀌어 버린 것이었다. 이드는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참 편안하다고 느꼈다. 시원한 바다 내음도 좋았지만 안정적이고 편안한 배의 느낌도 좋았다. 아마도 저번의 배보다 그 덩치가 크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덩치가 큰 만큼 이 배에는 꽤나 많은 것이 갖추어져 있었다. 그 예로 지금 이드가 라미아와 오엘을 데리고 와있는 식당을 들 수 있었다. 이 배에는 식당이 일 층과 이 층 두개로 나누어져 있었다. 일층은 많은 손님들을 상대하며 주로 간단한 요리들을 판매하고, 이층은 고급스런 분위기로 깔끔하고 다양한 요리들을 판매한다. 덕분에 양 쪽 식당을 사용하는 가격의 차이는 상당하다. 그리고 지금 이드들은 이 층의 식당으로 올라와 있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전혀 돈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이드와 라미아인 만큼 가격보다는 맛을 찾아 들어온 것이었다. 그 때 두 명의 웨이터가 세 사람이 주문한 요리들을 가지고 나왔다. 배에서의 요리이기 때문인지 주로 해산물이 많았다. 세 사람이 주문한 것이지만 그 양은 상당히 많았다. "맛있게 드십시오." 적당히 허리를 숙여 보인 워이터가 돌아갔다. 이드는 그들의 인사를 대충 받아넘기며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싱싱하게 살아 있는 연어 샐러드를 한껏 찔러갔다. 아니 찔러가려 했다. 지금 저 문을 열고 들어서는 눈에 거슬리는 얼굴만 아니라면 말이다. "어이, 우리들 왔어." 서로 잘 아는 듯한 인사였다. 그의 말에 카운터를 지키고 있던 정장의 여성이 살풋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이 보였다. "쉿, 조.용.히. 항상 말하지만 조용히 좀 해요. 여긴 식당이라 구요." "헤헤... 원래 목소리가 큰 걸 어떻게 고치라고?" "그렇지. 넌 원래 그게 작은 목소리지. 그런데 이곳에만 오면 유난히 더 커지는 것 같단 말이야." 식당 안을 울리는 것은 아니지만, 깊은 요리의 맛을 음미하는 데는 충분히 방해가 되는 소음이었다. 하지만 누구하나 쉽게 항의를 하지 못했다. 소음의 주원인인 남자들의 허리에 매달린 검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중 세 명의 남자들은 이드와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사숙, 저 사람들 저번에 그...." 오엘도 그들의 얼굴이 생각이 난 모양이었다. 그녀의 얼굴을 보니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을 생각도 못했던 모양이었다. 이드는 그런 오엘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저번에 배 위에서 연기했던 그 용병들인 것 같다. 근데 저들이 여긴 무슨 일이지?" 이드는 저번처럼 좋지 않은 뜻은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들을 살폈다. 용병들은 처음 봤던 때와 별 차이 없는 모습이었지만 입고 있는 옷만은 단정하고 깔끔한 느낌이었다. 물론, 안의 내용물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들 곁으로 못 던 남자 둘은 그들 용병보다는 어린 나이로 보였는데, 한 명은 용병들과 같은 검사였고, 나머지 한 명은 길다란 은 빛 막대형태의 로드를 들고 있는 마법사였다. 그 중 마법사로 보이던 청년이 식당 안을 두리번거리다 어느 한곳을 바라보며 멍하니 정신이나가 버렸다. 처음부터 그들을 살피던 터라 그의 표정변화를 확실히 알아본 이드는 가만히 그의 시선을 쫓았다. 그리고 그 끝에는.... 라미아가 있었다. 그 마법사 청년은 마침 그쪽을 바라보던 라미아와 눈이 마주쳤던 모양이다. '쯧, 대충 이해는 간다만.... 그렇게 넉 놓고 보고 있으면 별로 보기 좋지 않아.' 라미아가 이미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음에도 정신을 못 차리는 남자의 모습을 바라보던 이드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자신의 물 잔을 두드렸다. 티잉. 마치 은제 수저로 두드린 듯한 맑은 소리가 일어났다. 그 충격에 물잔 위로 수 개에 이르는 물방울들이 튀어 올랐다. 이드는 그 중 제일 큰 물방울을 찾아 손가락으로 튕겼다. 순간 이드의 손가락이 다음과 동시에 가벼운 내공의 작용으로 물방울이 응집되며 핑 하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허공을 날았다. 하지만 그 소리는 물 잔이 부딪히는 소리에 묻혀 옆에 앉은 오엘만이 겨우 들을 수 있었다. 사숙, 독점욕이 강하시네요. 순간에 허공을 날아간 물방울은 그대로 마법사 청년의 미간을 두들겼다. "앗! 따거...." 마법사의 갑작스런 외침에 그때까지 카운터에 앉은 여성과 장난스런 말싸움을 이어가던 네 남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그런 그들의 눈에 이마를 문지르고 있는 마법사의 모습이 보였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타트. 왜 그래?" "스읍.... 아니 그게 갑자기 벌에 쏘인 것처럼 따끔해서.... 응?" 정말 눈물이 찔끔 할 정도로 따끔한 것 고통에 이마를 문지르던 타트라는 이름의 마법사는 손에 느껴지는 물기에 이마에서 손을 떼 보았다. 과연 그의 손에는 조금이지만 물기가 남아 있었다. 그리고 마법사가 손을 땐 사이 그의 이마를 바라본 또 다른 청년은 조금 붉게 물든 타트의 이마를 볼 수 있었다. 비록 그것이 타트가 문질러서 인지, 아니면 무엇엔가 물려서 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뭔가 물린 것 같진 않아. 괜찮아. 근데 뭘 멍하게 있다가 그렇게 소리를 지르냐?" 검사 청년은 타트를 바라보며 핀잔을 주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멍하니 있다 벌에 쏘였다고 생각한 것이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라미아에 멍하니 정신을 놓고 있다가 이드라는 벌에 쏘였으니까. 타트는 자신의 친우의 말에 마음속이 뜨끔하는 느낌에 급히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 저었다. 하지만 그는 거짓말이 신통치 않은 모양이었다. 부정하는 그의 눈이 어느새 라미아를 향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친구의 모습을 잘 알고 있는 검사 청년과 용병들의 시선이 자연히 그 시선을 쫓았다. 그들의 눈동자 안에 이드들이 담겨짐과 동시에 그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물론 이유는 각자 달랐다. 검사 청년의 경우 앞서 타트와 같은 이유에서였고, 세 명의 용병들은 자신들이 좋지 못한 짓을 할 때 걸려 그야말로 뼛속깊이 스며드는 고통을 맛 본 것이 기억이 나서였다. 그런 그들의 귓가로 방금 전 말장난을 하던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와 그들의 정신을 깨웠다. "흐음.... 확실히 남자로서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움이지?" "아, 흐음... 흠." 그녀의 말에 검사 청년과 타트라는 마법사는 슬그머니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을 해 보였다. 하지만 워낙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뭐라 말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세 사람과는 달리 세 명의 용병들은 서로 눈길을 주고받고 있었다. 서로 좋지 못한 인연으로 한번 마주친 적이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여간 껄끄럽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상대방은 이미 자신들을 발견 한 것 같지 않은가. "쳇, 어쩔 수 없구만. 앞으로 삼일 동안 방에서 안나올 것도 아니고. 까짓 거 가보자." 세 용병 중 리더로 보이는 잛은 스포츠 머리의 남자가 걸음을 옮기자 그 뒤를 따라 나머지 두 명의 남자도 움직였다. 그 모습에.... 아니, 그들이 저 아름다운 여성이 끼어있는 일행을 안다는 사실에 놀라며 두 명의 청년도 급히 그 뒤를 쫓으며 여성을 향해 말했다. "아, 그리고 멜린씨. 저희 객실에 계신 스승님께 가벼운 정식하나 부탁드릴게요." 멜린이라 불린 여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의 눈에는 무슨 일인지 궁금하다는 빛이 가득했다. 하지만 카운터를 보고 있는 그녀로서는 달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서 오십시오." "아, 네. 헌데 예약한 오늘 배에 오르면서 주문해 둔 요리가 있을텐데요." 오고가는 손님들 때문에 말이다. ..................................... ^^ "흐음... 의외네요. 이쪽으로 오다니. 더구나 나쁜 일로 오는 것 같지도 않구요." 이드는 오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들고 있던 포크를 아쉽다는 표정으로 내려놓았다. "처음 봤을 때 그런짓을 하긴 했지만... 뿌리까지 완전히 썩은 것 같진 않았었어." 자신들이 불리 한 것을 알고서도 자신들의 이름을 생각해서 칼을 버릴 생각을 하지 않던 그들의 모습이 생각났다. "거의 한 달만에 다시 보게 되는군. 잘 있었나? 그리고 거기 두 분 아가씨분들에겐 저번의 일에 대한 사과도 제대로 하지 못했었소. 그땐 미안했소." 스포츠 머리의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라미아와 오엘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상당히 성격이 털털한 사람인가 싶다. 별로 좋게 보지 않던 남자가 꾸벅 고개를 숙여버리자 라미아와 오엘은 적잖이 당황한 듯 그의 사과를 받아 주었다. 진짜 사과를 받아주었다기보다는 얼결에 고개만 끄덕인 꼴이었다. 이드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입 꼬리를 살며시 말아 올리다 그 들 다섯 명의 얼굴을 하나하나 돌아보며 물었다. "저도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아, 그러지 말고 여기 앉으시겠어요?" 이드는 그들을 그냥 세워둘게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자리를 권했다. 하지만 테이블은 세 사람이 앉아 있기에 딱 맞은 크기라 앉고 다른 사람이 앉고 싶어도 앉을 만한 공간이 없다. 그런 사실을 말하고 나서야 알았는지 이드는 피식 웃고 말았다. 그 모습에 스포츠 머리의 남자가 자리 옴기길 권했다. 사과의 표시로 점심을 사겠다고 한 것이다. 이에 별로 거부할 생각이 없었던 이드는 그의 말에 선선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는 걸요?" 이드는 자신의 앞에 놓인 연어 샐러드를 포크로 뒤적이며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물었다. 먹고는 싶었지만, 저 들 다섯 명의 요리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에 자신의 요리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아, 뭐... 이른바 전화위복이라고 할까?" 이드는 직감적으로 이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가 자신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들이 자네와 대치했을 때를 기억하고 있지? 그 때 우리가 용병으로서의 이름을 지킨다고 자네에게 대들다 깨졌잖아. 그런데 그때 거기에 이 배는 물론이고 영국에서 운용되는 절반의 선박이 속해 있는 회사의 중역이 있었던 거야. 그런데 그 사람이 우리가 한 말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지 일자리를 주더군." "이 배에서요?" "그렇지. 자네도 들어봤겠지? 혹시 모를 해양 몬스터를 대비해 배에 능력자들을 배치한다는 사실." 물론 들어봤다. 설사 들어보지 않았다고 해도 지금과 같이 몬스터가 날뛰는 상황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그럼, 세 분이?" "뭐, 그렇게 됐지. 생각해 보면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야." 확실히 용병으로서 이런 좋은 일거리가 없을 것이다. 해양 몬스터의 공격이 잦은 것도 아니니, 몬스터의 공격이 없는 동안은 편하게 이 대형 여객선에서 머물며 지낼 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드의 눈에 여전히 라미아를 향해 눈을 힐끔거리는 두 젊은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자연히 이드는 두 사람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봐서는 거치른 용병같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용병이라면 이제 막 용병이 된 신참중에 신참일 것이다. 두 사람은 이드의 물음에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라미아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어지간히도 알리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검사 청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영국 가디언에 소속된 나이트 가디언 베르캄프 베르데라고 합니다. 나이는 스물 둘이며 고향은 버밍험이고, 키는 187센티미터, 몸무게는 71킬로그램입니다. 양친은 현재 런던에 살고 계시며, 여 동생이 한 명 있습니다. 아름다운 레이디 분들과 강한 검사 분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드는 물론이고 용병들의 황당함을 담은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자기소개를 하랬더니 아주 자기자신에 대한 프로필을 전부공개하고 있다. 어지간히 자신에 대해 알리고 싶었나 보다. 이드의 시선이 자연스레 타트라고 불린 마법사 청년에게로 향했다. 그도 저렇게 요란스레 자기 소개를 할까 싶었다. 친구와 친구는 닮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다행이 그의 자기소개는 조용했다. 보통 사람들의 자기소개와 같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베르캄프와 대비되어 확실히 기억이 될 듯 도 했다. 과연 마법사답게 머리가 좋은 것 같다. "아,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는 계시지 않지만, 여객선에 있는 특실 중 한 객실에 저희 선생님이 계십니다. 원체 사람이 많은 곳에 다니시기 귀찮아 하셔서 이번에도 나오시지 않으셨죠. 고위 마법사가 되면 성격이 특이해지는 건지. 스승님은 6써클을 마스터 하셨죠. 기회가 된다면 제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렇지 않은 척 하면서 스승의 실력을 입에 올리는 타트였다. 베르캄프와 같은 배짱은 없어도, 뒤에 든든한 빽이 있다는 것을 은근히 알리는 것 같았다. 6써클 마스터라. 대형 여객선이라 승선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영국 가디언측에서 상당히 신경을 쓴 모양이군... 딸깍. 라미아와 오엘이 식사를 마쳤다. 종류는 많지만, 양이 적어서 그런지 남자들이 떠들어대는 사이 식사가 끝나버린 모양이었다. "이드님, 식사도 대충 끝났으니... 저희들 먼저 방으로 돌아가 있을께요." 그러면 안돼는 데, 좀 더 있어요. 이드의 말에 두 청년의 눈빛이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누구하는 그 말에 신경쓰지 않았다. "응, 그래, 그럼." 라미아는 이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한 쪽 손을 그에게 내밀었다. 분명 뭔가를 달라고 하는 모습인데.... 하지만 라미아가 뭘 바라는지 짐작하지 못 한 이드가 그녀의 얼굴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뭘 달란 말이야? "우리 방 열쇠요. 오엘의 방보다는 이인 실인 저희 방이 쉬기에 더 편할 것 같아요." 쿠웅. 순간 두 청년은 자신들의 심장이 그대로 멈추어 버리는 듯 한 충격을 맛보았다. 우리 방이라니, 우리 방이라니, 우리 방 이라니이..... 하지만 이번에도 그 두 사람에게 신경을 써주는 사람은 없었다. 라미아와 오엘은 이드에게 열쇠를 건네 받자 용병들과 가디언들에게 간단히 양해를 구하고 식당을 나갔다. 그때까지 두 청년은 가슴속으로 우리 방이란 단어만 되새기고 있었다. 우리 방이란 단어의 충격에 라미아와 오엘이 나가는지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뒤늦게 그들의 상태를 눈치챈 한 용병이 나직히 혀를 내차며 그 두 사람을 대신해 이드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까 라미아양이 우.리.방. 이라고 하던데... 자네 둘 같은 방을 쓰는건가?" 쫑긋쫑긋. 그 물음에 지금까지 라미아의 말을 곱씹던 두 청년의 시선이 이어질 이드의 대답을 기다리며 쫑긋 솟아올랐다. 하지만 이어진 이드의 대답에.... "네, 어쩌다 보니까 같이 사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상한 오해는 하지 마세요. 잠만 같이 자는 거니까." 두 사람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쫑긋 솟아 있던 두 사람의 귀는 축 늘어진 개의 귀 못지 않게 축 쳐져 있었다. 당장이라도 손에 잡힐 듯 한 은발의 천사와 같은 미녀가 한 순간 하늘로 날아올라가 버린 느낌. 바로 두 청년이 지금 심정일 것이다. 그리고 그때쯤 해서 주문한 요리들이 테이블에 놓여졌지만.... 결국 이 인분은 그대로 남아 버리고 말았다. 그 후 이드와 라미아, 오엘은 다음 날 저녁식사 때까지 가디언이라는 두 청년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내일. 세 사람은 목적지인 리에버에 도착한다. 밤바다. '고요함의 상징'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모두 잠드는 시각의 밤바다는 너무도 고요하고 조용하다. 바람도 잠자고, 파도도 잠이든 밤바다는 그 무엇보다도 고요한 어머니 같은 침묵을 가지고 있다. 침대에 누운 이 두 사람도 어머니의 고요함에 기대어 깊게 잠들어 있었다. 이 주 가 넘게 같은 방을 사용해서 인지 이드도, 라미아도 서로에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깊게 잠들어 있었다. 라미아의 머리를 감싸고 있는 이드의 팔과 그런 이드의 가슴 위에 편하게 걸쳐진 라미아의 팔과 다리. 서로 너무도 편한 자세로 잠들어 있었다. 이 고요하기 그지없는 바다에 이 두 사람의 잠을 방해 할 것은 없을 것이다. 반짝 가만히 잠들어 있던 이드의 눈이 한 순간 반짝 뜨여졌다. 그런 이드의 눈동자엔 단 한 줌의 잠의 기운도 깃들어 있지 않았다. 마치 운기조식을 금방 끝마친 듯 한 청명한 눈은 혹시 자고 있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아니었다. 분명 이드는 라미아와 함께 잠들어 있었다. 이드가 깨어난 것은 그의 본능에 의해서였다. 잘 단련된 육체와 본능은 깊은 수면에 들어 있으면서도 미세하게 흐르는 한 줄기 살기를 잡아내고 이드의 정신을 깨웠던 것이다. 후우우우우 이드는 갈무리 해두 었던 기운을 풀었다. 한 순간 웅후 하면서도 너무도 자연스런 기운이 넓게 퍼져나 이드와 라미아의 머리카락을 살랑하고 흔들었다. 그렇게 퍼져나간 기운은 순식간에 넓은 여객선을 뒤덮고 더 멀리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펼쳐진 그물 같은 기망(氣網)을 통해 인간아닌 어떤 존재가 배 주위로 모여들어 배를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거기다 기망을 통해 느껴지는 그 존재들의 숫자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이드가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때 이드의 가슴 위에 축 늘어져 있던 손이 살풋 들리며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마치 소곤거리는 듯 했다. "타겟 인비스티가터..." 라미아가 시동어를 외움과 동시에 그녀의 손위로 묘한 느낌의 마나가 회오리치며 하나의 영상을 만들어 나갔다. 그것은 몬스터였다. 인간형의 푸른 비늘을 가진 몬스터였다. 세로로 갈라진 초록의 동공과 상어의 이빨과도 같은 뾰족하면서도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몬스터가 물갈퀴에 갈고리 같은 손톱이 갖추어진 손으로 천천히 새하얀 벽을 조심스럽게 오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이드의, 정확히는 그래이드론의 지식 속에 기록되어 있는 몬스터의 한 종류였다. "써펜더." 꽤나 위험하고, 많은 수가 한꺼번에 공격하며, 번들거리는 퍼런 비늘이 맛이 없는 몬스터. 이드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한 쪽에 라미아가 개어놓은 겉옷을 걸쳐 입으며 일라이져를 손에 들었다. "가서 오엘을 깨워서 갑판으로 내려가." 라미아도 겉옷을 걸치며 이드를 바라보았다. "이드님은 어쩌시게요?" "어쩌긴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이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깨워야지." "하지만.... 어느 객실을 사용하는지 모르시잖아요." 이드와 같이 방문을 열며 물었다. 이드는 그녀의 물음에 가볍에 미소로 답하고는 특실의 문을 열었다. "이렇게 하면.... 저절로 튀어나오겠지." 푸화아아아악 순간 폭풍이 몰아치는 기세로 엄청난 기운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 기운의 중심엔 이드가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서 있었다. 이런 가공할 만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데 전혀 지쳐하지도 않는 모습이었다. 라미아는 이드의 기류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내리며 바로 옆 방. 오엘의 객실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두드려지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가볍게 방문에 가 다으려는 순간 문이 활짝 열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열린 문 뒤로는 잔뜩 몸이 굳어 있는 오엘이 가슴을 부여잡고 서 있었다. 그녀는 이드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기운에 온몸이 저릿저릿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라미아는 그런 오엘의 손을 부여잡고 갑판으로 향하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라미아와 오엘이 막 계단을 내려갔을 때쯤 복도 여기저기서 거칠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이드는 그 소리에 뿜어내고 있던 기운의 태반을 갈무리 해내고서 라미아와 오엘이 나갔을 갑판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런 이드의 발길을 육 십대의 짱짱해 노인이 가로막고 섰다. 그런 노인의 얼굴은 방금 전의 오엘 못지 않게 딱딱히 굳어 있었다. 마법사인 만큼 주위에 퍼지는 마나의 기운을 더욱 정확하게 느꼈던 때문이었다. 그런 노인의 손에는 그의 것으로 보이는 금색의 막대와 같은 모양의 로드가 들려 언제든 마법을 시전 할 듯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뭐... 뭐냐. 네 놈은...." 마법사는 잔뜩 긴장한 모양으로 이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노인의 의문은 그의 제자인 타트가 뛰어오며 풀어 주었다. "스, 스승님. 이 기운은..... 어? 이드군?" "흐음... 네 놈이 이드라는 놈이냐? 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 길래 그런 무지막지한 기운을 뿌리는 거냐?" 노인은 호통을 치면서 바득 이를 갈았다. 방금 전 이드의 기운에 자신이 얼마나 놀랐었단 말인가. 또 이런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그것을 생각하자 노인은 이드가 굉장히 맘에 들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제자놈이나 후 배놈들의 실력 이 급성장 하고 있어서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은 숨어서 배우며 몇 십년을 배 우고서야 이런 실력을 가졌건만, 제자 놈이나 후 배놈들은 당당히 드러내놓고, 그것도 주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자신과는 비교도 않돼는 속도로 배우고 있지 않은가. 은근히 질투가 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던 차에 이드를 보았으니..... 지금가지 쌓였던 질투가 이드를 향해 터졌다고 할 수 있었다. 육 써클의 마법사인 자신을 놀라게 한 그 마나의 폭풍은.... "몬스터가 나타났으니까 당연히 깨워야지요. 당연한 일 아닙니까?" "..... 뭐? 타트." 노인은 이드의 말에 의아해 하다 곧 자신의 제자의 이름을 불렀다. 몬스터라는 말에 주위를 살피라는 뜻이었다. "그럼 큰소리를 치면 될 것이지.... 도대체 어쩌자고 그런 기운을 뿜는단 말이냐?" 이드는 그 노인의 말에 그를 지나치며 대답했다. 써펜더들이 갑판으로 올라온 것이 느껴졌다. "그럼 사자후라도 터트립니까? 이 여객선의 모든 사람들이 우왕자왕 하도록? 도망갈 곳도 없는 이곳이 혼란스럽도록요?" "스... 스승님. 엄청난 숫자예요." 이드는 등뒤로 들리는 타트의 말에 발걸음을 더욱 빨리했다. 이 여객선의 갑판은 중앙갑판과 전방갑판의 두 개로 나누어져 있었다. 갑판을 나누는 것은 커다란 식당건물이었다. 그 식당 건물의 아래로 터널 식의 통로가 나있고 그곳으로 전방갑판과 중앙갑판의 통행이 이루어 졌다. 이드가 중앙갑판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라미아가 사방으로 화이어볼과 화이어 애로우를 날리며 갑판위로 올라서려는 써펜더들을 떨어트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바다가 바로 밑에 있는 상황이어서 이기 때문인지 라미아의 마법에 맞아도 다치기만 할 뿐 죽는 몬스터는 없었다. 이드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마법을 난사하고 있는 라미아를 멈추게 했다. "잠깐 그냥 둬. 녀석들이 올라오도록." "그, 그게 무슨 소리냐!" 타트의 말에 바로 쫓아 온 건지 갑판으로 나오던 노인이 말도 되지 않는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런 노인의 등뒤로 다급한 발소리들이 들려왔다. 세 명의 용병과 베르캄프가 뛰어나오는 모양이었다. "제 말은 놈들이 완전히 갑판위로 올라온 후에 공격하자는 겁니다. 올라오는 와중에 공격하게 되면 놈들이 떨어지면서 공격하던 힘이 많이 줄어들게 되니까요."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막 갑판으로 올라온 한 마디의 써펜더에게 일라이저를 휘둘렀다. 그와 함께 붉은 색으로 물든 한 장의 꽃잎이 나플거리더니 써펜더의 미간을 뚫어 버렸다. 난화 십이식이었다. 지금처럼 다수의 적을 사용할 때 적합한 것이 난화 십이식이었다. 그 때였다.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와 함께 여객선의 모든 전등에 불이 들어오며 칠흑 같이 어두운 밤바다에 작은 빛 을 뿌렸다. 이드는 배가 서서히 소란스러워 짐을 느끼며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자신이 사자후 같은 것을 사용하지 않고 마법사와 용병을 깨웠던가. 만약 사람들이 써펜더를 보고 혼란에 빠질 경우 일어나는 일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드는 자신의 말에 상관하지 않고 갑판에 고개만 들이밀어도 마법을 사용해 떨어트리는 마법사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이렇게 시끄러운 이유가 아마 이 마법사 때문일 것 같다는 생각에서 였다. 그때 오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숙. 전방갑판에 놈들이." "아찻, 깜빡했다." 이드는 깜빡하고 있던 전방갑판을 생각해내고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전방갑판에는 이미 상당수의 써펀더가 올라왔는지 전방갑판과 통해 있는 통로를 통해 놈들이 이쪽으로 건너오고 있었다. 통로 중앙부분에 배 내부로 들어가는 문이 있긴 하지만 밤이라 잠겨 있는 때문인지 놈들은 다른 곳으로 새지도 않고 중앙갑판으로 달려왔다. 이드는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며 앞으로 뛰어 나갔다. 그 뒤를 오엘을 비롯한 용병들과 가디언이 뛰어들었다. 써펜더는 해상 몬스터인 주제에 물 밖인 갑판에서도 재빠른 속도로 움직여가며 갈고리 모양의 손톱으로 일행들을 공격해 들어왔다. 배의 선체에 갈고리를 박아 넣으며 기어 올라왔으니 그 강도와 날카로움은 따로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한번 잘못 걸리면 그대로 잘려나가고 뜯겨나가게 될 것이다. 거기에 빛을 받아 반질거리는 그들의 피부는 마치 유리처럼 칼을 미끄러트리고 있었다. 키에에에엑 물론, 다양한 보법과 검기를 사용하고 있는 이드와는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말이다. "그래, 한꺼번에 몰려와라. 화령인!" 이드의 기합과 함께 일라이져의 검신으로 부터 붉은 칼날들이 써펜더를 향해 날았고 여지없이 써펜더들의 몸 한 부분을 부셔놓았다. "위드 블래스터." 푸화아아악. 라미아이 목소리에 맞추어 묵직한 공기의 파공성과 함께 한 쪽 갑판에 몰려 있던 일 곱마리의 써펜더가 한꺼번에 바다 저 멀리로 날려가 버렸다. 그리고 그런 이드와 라미아 사이로 오엘과 용병들 원형으로 모여 사방에서 날뛰는 써펜더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뿌우우우우우웅 묵직한 뱃고동 소리가 울리며 대형 여객선의 거체가 움찔했다. 밤새 거의 서있다 시피하던 여객선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마 여객선 선장의 판단일 것이다. 이미 올라온 써펜더는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아직 바다 위에서 올라갈 기회를 보는 써펜더들을 떨쳐버리자는. 정확한 판단이었다. 그렇게 잘만 될 경우 이 써펜더들은 쉽게 떨칠 수 있을 것이었다. 우우우웅 한꺼번에 출력을 최대로 올렸는지 여객선의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갑판에서 써펜더들을 상대하고 있는 일행들에게까지 들려왔다. 허기사 이런 몬스터들의 모습을 본다면 엔진에 조금 무리가 가더라도 빨리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쿠우우우웅 "어엇!!" "갑자기 왜." 꺄아아아아악...... 우와아악..... 빠른 속도로 주위에 있는 써펜더들을 배어가던 이드들은 갑자기 배의 선체에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는 것과 함께 배의 선체가 한 쪽으로 기우는 것을 느끼며 다급성을 발했다. 한 순간 배가 전복되는 것은 아니가 하는 생각이 모두의 머릿속에 스쳐갔다. 그리고 그것은 선실 안도 마찬가지였는지 아련히 승객들의 것으로 보이는 비명성이 들려왔다. 하지만 다행이 여객선은 그 큰 덩치답게 금세 그 중심을 잡았다. 그렇지만 더 이상 엔진의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배 또한 전혀 앞으로 나아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죽어라. 제길.... 뭔가 기분이 좋지 않아....." 용병중 한 명이 배가 기우뚱거릴 때 쓰러진 써펜더의 가슴에 칼을 박아 넣으며 씹어어 뱉듯이 말을 내 뱉았다. 그것은 다른 용병들도 마찬가지 였는지 잔뜩 긴장한 체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 긴장감의 보답이라도 되는 듯 그때 다시 한번 뭔가 배의 선체에 부딪히는 충격과 함께 묵직한 소리가 배의 철제 선체를 타고 흘렀다. 그리고 그 충격은....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도 함께 가지고 왔다. "으아악. 살려줘. 배가, 배가 가라앉을 거야." 벌컥. 중앙갑판과 전방갑판을 이어주는 통로에 있는 문이, 지금은 전방갑판에 있는 써펜더들이 중앙갑판으로 지나오고 있는 통로가 되어버린 곳에 있는 문이 경박한 남자의 비명과 함께 열.려.버린 것이었다. "저, 저런 바보같은!!!"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소리쳤다. 그리고 다음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소리쳤다. "문닫아. 이 자식아!!" "끄아아아악....." 하지만 문을 열었던 남자는 그런 이드들의 명령에 따를 수 없었다. 써펜더의 갈고리 같은 손톱이 그의 목을 훑고 지나간 때문이었다. 그런 남자의 목은 이미 반쯤 잘려나가 피를 뿌리며 그 속의 허연 목뼈까지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배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몬스터들 코앞에서 열려진 것이었다. 그리고 누가 손쓸 틈도 없이 두 마리의 써펜더가 문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꺄아아.... 악..." "으아.... 도망쳐. 괴물, 괴물이다." 이드는 연이어지는 급히 신법을 사용해 앞으로 달려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그의 앞길을 막아서는 것이 있었다. 수십 년 이상은 된 거목과도 같은 굵기를 가진 유백색의 그것이 바다에서 튀어나와 정확하게 전방갑판과 통하는 통로를 막아 버린 것이었다. 정말 너무도 공교로운 일이었다. 쿠우우웅 이드는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정체 불명의 물체를 따라 길게 시선을 옮겨본 후에야 눈앞의 물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거대한 문어의 다리였던 것이다. "제, 젠장. 크라켄까지 나타났어." "이 놈이야. 지금 우리배를 잡고 있는게..... 빨리 빠져나가지 않으면 끝장이야. 이봐요. 마법사 영감님. 빨리 어떻게 좀 해봐요." 등뒤로부터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크라켄의 출현에 어지간히 놀랐던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크라켄이란 해양몬스터 중에 가장 강한 다섯 가지 안에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 가진바 힘과 크기는 결코 작은게 아니기 때문에 여타한 배는 그대로 바다속으로 끌고 들어가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러게 생각하면 저런 반응은 당연한 듯 도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크라켄 보다 배안으로 들어갔을 써펜더들이 더 문제였다. 이드의 귀로는 두꺼운 갑판을 격하고 들려오는 비명소리가 생생했다. "칫, 가로막으면.... 잘라버리고 들어가면 되는 거야!!" 이드는 눈앞에 놓인 크라켄의 다리를 바라보며 일라이져를 들어 올렸다. 어느새 일라이져는 붉은 빛의 검기를 버리고 은백색 찬연한 검강으로 휩싸여있었다. 삼 미터 정도로 쭉 뻗어나 있었다. 그 정도의 검강이라면 눈 앞의 크라켄의 다리 정도는 간단하게 잘라 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검강이 크라켄의 다리에 닫기 직전 이드의 그런 행동을 저지시키는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있었다. "않돼!! 당장 멈춰." 타트의 스승의 목소리였다. "이번엔 또 왜 그러십니까? 안쪽에서 써펜더들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구요."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만약 그 다리를 잘라버리기라도 하면, 배에 달라붙어 있는 크라켄이 날리를 칠거란 말이다. 그렇게 되면 배가 뒤집어 져버린다." 이드는 그의 말에 눈 앞에 있는 크라켄의 다리를 어쩌지 못하고 일라이져를 내려야 했다. 대신 배의 난간 쪽으로 급히 다가갔다. 이드가 그렇게 움직이고 있을 때, 중앙갑판에 올라온 써펜더를 거의 처리한 용병들은 곧바로 선실안으로 뛰어갔다. 선실안이 모두 이어져 있는 만큼 크라켄이 막고 있는 통로가 아닌, 일행들이 나왔던 곳으로 해서 돌아 들어갈 생각이었다. 배의 난간에서 시커먼 밤바다를 바라보던 이드는 잠시 망설이더니 그대로 바다 속으로 뛰어 들었다. 이드는 바닷물에 다음과 동시에 자신의 몸 주위로 두터운 호신강기를 쳐 공기를 가두고 바닷물을 막았다. 이드의 몸은 여객선에서 떨어진 속도 덕분에 순식간에 십여 미터를 잠수해 들어갔다. 밤의 바다는 너무도 어두웠다. 가끔 여객선의 빛이 반사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빛 한 점 찾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빛만으로도 여객선의 배 밑바닥에 붙어 있는 거대한 크라켄의 윤곽은 태충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이면 좀 더 좋을 것이다. "라이트." 파아앗. 이드가 시동어를 외움과 동시에 바다물 속에 큼직한 빛의 구가 생겨나 사방을 밝혀주었다. 그제야 열 개의 다리로 여객선의 몸체에 달라붙어 있는 거대한 머리의 크라켄을 볼 수 있었다. 놈은 갑작스런 빛이 당황스러운지 온 몸을 꾸물거리고 있었다. 이드는 그 놈을 잠시 바라보다 양손을 앞으로 내밀어 둥근 원을 만들어 보였다. 저 놈을 함부로 건드렸다간 여객선이 뒤집힐 지도 모를 일이고, 그렇다고 한방에 끝을 내자니 자칫 잘못하면 여객선의 바닥에 구멍이 뚫어 버리게 될지도 몰른다. 하지만 이드에게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 알맞은 무공이 하나 있었다. 이렇게 쓰일줄은 생각도하지 못한 무공이었다. 그저 장난스레 만들어 두고서 한번도 써본적이 없는 무공. 여객선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고서 저 크라켄을 떼어낼 수 있는 무공. "산도 묶어 둘 수 있으리라. 12대식 원원대멸력(猿圓大滅力)!!" 이드의 외침과 함께 둥글게 모여 있는 이드의 손으로부터 찬연한 금광이 발해졌다. 손에서 일어난 금광은 하나로 모여 작은 빛의 고리를 만들었고, 그 고리는 곧장 크라켄의 머리를 목표로 날아갔다. 처음엔 이드의 손이 만든 고리만 하던 빛의 고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록 엄청난 속도로 그 크기를 더해 결국 크라켄의 머리에 다다랐을 때는 그크기가 크라컨의 머리만 해져 있었다. 이드는 크라켄의 머리가 빛의 고리에 가두어지자 서서히 둥글게 말고 있던 손을 조이기 시작했다. "원원대멸력 박(縛)!" 이드의 손이 줄어듬에 따라 크라컨의 머리를 감싸고 있던 빛의 고리도 그 크기를 줄여가기 시작했다. 처음 어느 정도까지는 놈도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황금 빛 고리가 제놈의 머리크기의 반으로 줄어들자 슬슬 고통이 느껴지는지 여객선을 붙잡고 있던 다리중 하나로 머리의 고리를 밀어내려 애를썼다. 그건 그렇게 쉽게 벗겨지는게 아니지. 어서 빨리 배에서 떨어져라. 이드는 빛의 고리의 크기를 더욱더 줄였다. 크라켄의 머리크기의 삼분에 일까지 줄어들었다. 그제야 놈도 굉장히 고통스러운지 여객선을 잡고 있던 대부분의 다리를 거두어 들여 머리를 매만졌다. 그런 모습이 꼭 삼장법사의 머리띠에 꼼짝하지 못하는 손오공처럼 보였다. '좋아. 거의 다떨어졌으니까 어디 맛좀봐라.' 이드는 순간 천천히 줄여가던 손안의 원을 확 줄여버렸다. 끼에에에에엑 한순간에 덥쳐온 고통이 너무 심했는지 놈은 자신의 몸에 붙은 열개의 발을 모조리 사방으로 쫙 펴며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덕분에 여객선은 놈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여객선에서 떨어진 녀석은 머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너무 심해서인지 천천히 바다속으로 가라않기 시작했다. 이드는 그 모습에 잠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이대로 손을 꽉쥐어 버리면 놈은 틀림없이 죽게될 것이다. 다름아니란 손안에 놈의 뇌로 생각되는 딱딱한 존재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걸 깨버리면 저 크라켄은 확실히 죽는다. 하지만 굳이 죽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이드였다. "원원대멸력 해(解)!" 작게 줄어들었던 이드의 손이 다시 원래의 크기를 찾았다. 그에따라 빛의 고리도 커지더니 종내엔 사라져 버렸다. 크라켄은 빛의 고리가 사라졌음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충격이 생각 외로 심했던 모양이었다. '너 다음에 다시 나한테 걸리면 그땐 정말.... 터트려 버릴거야.' 이드는 아무도 들을 수 없는 말을 내심 내 뱉으며 쌍장을 발 아래로 뿌렸다. 손바닥 전체로 몰캉한 느낌이 일며 묵직한 반탄력이 전해져 왔다. 이드는 그 반탄력에 의지해 그대로 수면위쪽을 향해 상승해 올라갔다. 수면과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던 이드는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모든 수면이 은은한 붉은색으로 물들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서히 새벽이 밝아 오는 모양이었다. "이거, 이거.... 물속에서 보는 일출도 생각외로 멋진걸."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잠시, 아주 잠시동안 바다속에 몸을 눕히고 점점 붉은 기운을 더해가는 해수면을 바라보았다. ................................................................ 원원대멸력. 한마디로 손오공 잡는 방법입니다. 그럼 박이란 수법은 삼장법사의 주문이...... ㅋㅋㅋ ^^ 크라켄과 써펜더들의 갑작스런 공격으로 당한 피해는 엄청났다. 우선 크라켄이 배에 끼친 피해만 해도 보통이 아니었다. 그 크고 무식한 힘을 가진 다리로 조아댄 배의 곳곳에는 찌그러지고 우그러진 부분이 남았다. 특히 배의 심장이자, 배를 전진시킬 수 있는 프로펠러는 그놈의 다리 힘에 완전히 휘어지고 찌그러져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크라켄의 무식한 힘으로 두 번이나 흔들린 덕분에 배의 내부는 쉐이커-칵테일을 썩을 때 사용하는 도구-안의 칵테일처럼 화물과 가구가 뒤집어 지고 부셔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그런 물질적 피해가 아닌 인명피해였다. 모두가 한 명의 겁 많은 남자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이 인명피해의 내용은 총 사상자 사백 다섯명에 그 중 사망자만 삼백 칠십명에 이르는 엄청난 것이었다. 이 배에 타고 있던 승객수가 구백 팔십 한 명이었던걸 생각하면 승객의 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써펜더들에게 당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내용 중 특히 사망자가 절대적으로 많았다. 조금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써펜더들의 그 갈고리형 손톱에 걸리고 온전히 남아 있을 것이 없는 때문이었다. 덕분에 사백 다섯명 중 살아 있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중상으로 팔이나 다리 하나씩을 잃었다고 생각해야 했다. 그것도 용병들이 늦게나마 써펜더들이 설치고 있는 곳을 찾아 그들을 막아냈기에 그 정도에 그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망자들의 시신은 함부로 버릴 수 없어 배의 창고 하나에 냉동마법을 걸고서 삼백 칠십여구의 시신을 옮겨다 놓았다. 써펜더에 당한 상처가 워낙 심했고, 날씨도 후덥지근한 여름이다. 거기다 바다 위의 습기 많은 배 위이다 보니 시신이 쉽게 부패할까 하는 우려에서 취한 행동이었다. 시신을 옮기는 작업은 용병들과 베르캄프라는 가디언, 그리고 일부 승무원들이 도 맞아 해야했다. 그 외 사람들은 역한 피 냄새와 처참한 시신의 모습에 구역질부터 하거나 거품을 물거 넘어 가는 것이 보통이라, 시신을 옮기다 시신 한 구 늘어나지 싶어 제외되었다. 이드와 라미아도 오엘과 함께 움직였다. 시체를 옮기는 일을 하진 않았지만, 시신들이 있던 곳을 물의 정령으로 청소하는 일을 한 것이었다. 배와 승객들은 공격을 받은 이틀째 되는 날 중간 기착지인 그리프트항에 정박할 수 있었다. 무전으로 연락을 받고 달려온 배들에 의해 끌려온 것이었다. 이미 프로펠러를 잃어버린 여객선은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방향타가 크라켄에 의해 날아가 버려 다행이었다.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견인해오는 과정에 여객선은 계속 다른 방향으로 향했을 것이고 자연 이드들이 그리프트항에 돌아오는 것은 좀더 늦어 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드와 타트 스승과의 사이도 점점 벌어졌을 것이다. 모든 상황이 끝나고서도 타트의 스승은 뭐가 그리 불만인지 두 말하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 가버린 것이었다. 결국 그의 얼굴은 그리프트항에서 배를 갈아 탈 때까지 볼 수 없었다. 이드와 일행들을 태운 쾌속정은 엄청난 속도로 바다를 내달려 그날이 다 가기 전에 리에버에 다을 수 있었다. 회사측에서 리에버로 향할 사람들을 위해서 마련해준 배는 여객선이 있었지만, 어떤 사람들이 간 크게 죽을 뻔했던 바다로 바로 나가겠는가. 결국 여객선을 이용할 필요도 없을 정도의 소수의 사람만이 리에버로 가기로 희망했고, 배는 여객선에서 속도가 빠른 쾌속선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후아~ 여긴 여전히 시끄러운 걸요. 이드님, 우리들 저번에 못했던 관광부터 하고 카르네르엘에게 가면 안돼요?" 라미아는 방글거리는 얼굴로 빙글 돌아서 그녀의 등뒤에 서있던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라미아는 말 그대로 소년들이 꿈꾸는 상상의 미소녀였다. 덕분에 엄청난 속도로 자신들에게 모여지는 시선을 느끼며 이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이드의 등뒤로 찌든 때를 마법으로 커버한 리에버의 선착장이 떡 하니 버티고 서있었다. 이곳 리에버는 그리 큰 변화가 없었다. 프랑스와 영국을 이어주는 두 항구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이 느껴졌지만, 이 곳 리에버는 눈에 뛸 정도의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아마도 이 리에버 자체가 에든버러라는 대도시의 한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오엘도 저번에 이곳을 구경하고 싶어했었지?" ".... 처음 와보는 곳이라 서요." 이드는 자신의 물음에 쑥스러운 듯 시선을 피하는 오엘의 모습에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왁자지껄한 곳이다. 파리를 뒤덮고 있던 묵직한 긴장감과는 전혀 다른 활기가 가득한 곳. 이드는 한 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해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텔레포트를 해서 이동하는 만큼 시간은 문제가 아니지만, 오랜만에 구경이나 하고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딜 가든 시장 만한 볼거리는 흔치 않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이곳은 항구의 시장이 아닌가. "좋아. 가보자, 어차피 해도 지고. 오늘은 여기서 묶고 출발하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여기서 헤어졌다간 찾는데 한참 걸릴 테니까 서로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 "물론이죠. 오엘가요." 라미아는 그렇게 말하며 오엘의 손을 잡아끌며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드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너무 바짝 따라다니면 자신만 피곤해 지기 때문에 조금 거리를 두고 쫓아다닐 생각이었다. "쯥. 이번엔.... 희생자가 없어야 할텐데..." 시선으론 두 사람을 쫓으며 천천히 사람들 속을 비집고 들어가던 이드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말이 씨앗이 된다고 했던가? 이드의 말을 담고 있는 씨앗은 그의 입에서 떨어지기가 무섭게 피어났다. 퍼억. 처참함이 깃 든 묵직한 소리가 이드의 귓가에 들려왔다. 오엘의 검집이 한 남자의 팔을 정확하게 가격하며 부러뜨려 놓으며 생긴 소음이었다. 워낙 순식간에 또한 깨끗하게 펼쳐진 움직임이기에 오엘의 하체 쪽으로 손을 뻗던 사십대의 남자는 꺽일 수 없는 곳에서 꺽여 있는 자신의 팔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순간적인 일이라 육체가 채 그 고통을 느껴 뇌에 전달하는 게 조금 늦어진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곧 처참하게 굳어져 버렸다. "끄아아아악.... 내 팔, 내 파알.... 끄아악 이 년이..." 이제야 그의 뇌에 충격과 고통이 전해진 것이었다. 그 남자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삼키기 위해서인지 자신의 팔을 지금과 같이 만든 오엘을 욕했다. 그러나 그는 앞서 오엘의 몸을 더듬으려던 것이 실패한 것처럼 이번에도 성공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그런 그의 입에서는 허연 거품이 뽀글거리고 있었다. 그가 채 뭐라고 하기도 전에 오엘의 검이 그의 명치부분을 찔러버린 것이었다. 그냥 주먹을 맞아도 아픈 곳인 만큼, 검집으로 두드려 맞았으니 가히 그 고통이 어떨지 상상이 될 것이다. 이드는 그런 남자의 모습에 쯧쯧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한 때 용병 일을 한 때문인지 이런 짓거리를 걸어오는 자 치고, 무사한 사람을 보지 못한 이드였다. 그 때 한 남자가 쓰러진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다 오엘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야? 검까지 들고 있는걸 보면 능력자 같은데.... 그런 사람이 멀쩡이 지나가는 사람을 치다니. 당신 제 정신이요?"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 한 남자가 오엘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허기사 오엘에게 두드려 맞은 저런 변태들은 사람들이 많으면 오히려 시선이 가려서 못 본다는 것을 이용해서 번태 짓을 하는 것이니, 저 남자가 보았을 리 없다. "... 사정을 모르면서 함부로 나서지 말아요. 나는 사람 사이에 끼어서 변태 짓을 하려는 변태를 잡았을 뿐이니까. 약 한달 전에도 이곳에 왔다가 겪은 일이지만.... 이곳엔 이런 놈들이 상당히 많군요." 남자는 오엘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발아래 쓰러진 사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오엘의 말을 바로 믿는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곧 이어진 한 사람의 비명같은 외침이 그를 믿음으로 인도해주었다. "크악... 생각났다. 한 달 전쯤에 열 두 명을 병원에 실려가게 만든 두 여자." 누군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웅성이기 시작했다. 그들역시 이곳에서 생활하는 만큼 한 달 전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사실 변태 열 명이 나란히 병원으로 실려 가면, 자연히 기억에 남게되지 않을까.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오엘에게 따지고 들던 남자는 오엘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더니 사람들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그 때부터 시장 구경하기는 쉬웠다. 오엘과 라미아에 대한 말이 그새 시장전채로 퍼져나가기라도 한 것인지 오엘과 라미아의 모습을 멀리서 구경하는 사람은 있어도 접근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리에버에 라미아와 오엘에 대한 소문이 확실히 퍼진 모양이었다. 이드는 저녁 해가 질 때까지 두 사람을 따라다녔다. 별 관심 없는 곳에서는 멀찍이 구경 만하고 꽤 재미있거나 맛이어 보이는 것을 먹을 때는 같이 놀고 먹었다. 리에버의 시장은 확실히 항구를 끼고 있어서인지 크고 다양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놀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드는 한 걸음 앞서가는 두 사람의 어깨를 건드렸다. "이제 그만 여관 잡으러 가자. 노는 것도 적당히 해야겠지? 저녁시간도 다 되어 가는데 말이야. 잘 못하다가는 여관 방 잡기 힘들어 진다구." "흐음.... 좀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죠. 나머지는 다음에 구경하기로 하고, 여관 잡으러 가요." 이드는 자신의 말에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는 두 여성의 모습에 이젠 자신이 앞장서기 시작했다. 두 사람을 따라 시장을 돌아다니는 사이 몇 사람을 붙잡고 좋은 여관을 물어 두었었다. 그리고 이드의 물음에 사람들이 하나같이 가장 먼저 입에 거론한 곳이 바로.... '어서오세요.' ... 였다. "....." "..... 이름이... 특이하네요." "하하.... 그렇지?" 이드는 오엘의 물음에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처음 이드도 한 사람에게서 여관이름을 들었을 때는 그 사람이 여관업을 하는 줄 알았다. 갑자기 "어서오세요."라니. 저희 집이 좋은 여관이니 그리가시죠. 라는 말로 들렸던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오히려 그런 이드의 당황스런 반응을 노린 건지 이드의 모습에 시원스레 웃고는 여관 이름이라며 위치를 알려주었다. '어서오세요'는 오 층 높이의 평범한 빌딩처럼 보였다. 소개해준 사람의 말에 따르면 주인이 예전 선장으로 호탕해서 사람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또 그의 두 딸이 요리사라 음식 맛도 상당히 좋다고 했는데, 이 두 가지이유로 한번 이 여관에 머무른 사람들은 꾸준히 '안녕하세요.'를 찾게 된다고 했었다. 이드는 '어서오세요.'를 소개해주던 말을 생각하며 입구의 검게 코팅된 유리문을 열었다. 웅성웅성.... 하하하하 순간 군침도는 음식냄새와 함께 웅성이는 소리가 확 하고 이드들의 코와 귀를 덮쳤다.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일 층을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드는 라미아와 오엘을 데리고 카운터로 다가갔다. 카운터 앞엔 이드와 비슷한 나이 또래로 보이는 포니테일의 머리 모양을 자그마한 소녀가 앉아 있었다. "어서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예의바른 말투에 영업용의 웃는 얼굴. 완전히 장사꾼이다. "네, 하루 묶으려고 하는데요. 이인 실 하나와 일인 실 하나. 방 있습니까?" "아, 방은 있어요. 하지만, 일인 실은 있는데 이인 실이 없네요. 대신 사인 실은 있는데..." 이드는 그 말에 오엘을 바라보았다. 사실 사인실은 두 명이서 쓰기엔 너무 넓었다. 더구나 라미아는 보나마나 자신에게 붙어 잘 테니.... 침상이 세 개나 비어버리는 것이다. 오엘은 그런 이드의 생각을 알았는지 입을 열었다. "그럼 사인 실로 주세요." 그녀의 말에 소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열쇠를 건넸다. 이미 손에 들고 있던 열쇠였다. 이드는 그런 소녀의 모습에 노련한 장사꾼의 모습이 비쳐지는 듯 했다. "그런데 저녁식사는 하셨나요? 아직 식사 전이라면 저에게 주문 해주시면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메뉴판." "아, 메뉴판은 필요 없어요. 이 집 요리가 상당히 맛있다는 말을 듣고 왔으니까 직접 추천해 주세요. 삼 인분으로요. 그럼 잠시 후에 내려오죠." 이드는 자신의 말에 소녀가 다시 웃어 보이는 것을 바라보며 카운터 옆의 계단을 올랐다. 이 여관의 시설은 상당히 현대식이었다. 정비도 잘 되어 있는 것이 가디언 본부 같았다. 세 사람은 방을 찾아 들고 있던 가벼운 짐과 시장에서 산 몇 가지 물건들을 내리고 손과 얼굴을 씻고 내려왔다. 그 모습을 봤는지 소녀는 곧장 카운터에서 일어나 일행들을 하나의 테이블로 안내해 주었다. 식당안은 상당히 북적이고 있었다. 갖가지 요리를 앞에 둔 사람들은 상당히 만족스런 표정들이었다. 테이블에는 이미 요리가 하나가득 차려져 있었다. 상당히 화려한 것이 맛있어 보였다. 대신 요리하나하나의 가격이 상당해 보였다. 맛있지만 비싼 요리를 추천한다. 보통 상인들이 쓰는 상술을 이 소녀가 쓰고 있는 것이었다. "으음... 사다이... 마잉응에여." "입에 입식 넣고 말하지마. 그런데 확실히 맛은 좋은걸." 이드는 앞에 놓인 요리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정말 오랜만에 배부르게 먹을 만한 요리집을 찾은 것 같았다. 이드는 테이블 위에 늘어가는 빈 접시를 바라보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식당 안을 돌던 중년의 남자가 빠르게 걸어왔다. 떡 벌어진 어깨에 상당히 재빠른 몸놀 이었다. 아마도 이 사람이 이 여관의 주인인 듯 했다. "네, 요리는 맛있으십니까. 손님." 이드는 그의 말에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막 추가 주문을 하려 할 때였다. 입구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벤네비스산 쪽으로!!! 안돼. 그 쪽은 너무 위험해." 뭔가 놀란 듯 한 큰 목소리였다. "벤네비스?" "네? 뭐라고...." "아, 아닙니다. 저희가 먹었던 것 이외에 다시 추천해 주실 만한 요리가 있으면 부탁드릴까 해서요. 이번에도 삼인 분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드는 맛있는 걸로 가져오겠다는 그의 말을 그냥 흘리며 막 들어서는 세 명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뿐만 아니라, 라미아와 오엘의 시선도 그쪽을 향해 있었다. 그녀들도 방금 전 벤네비스산이란 명칭을 들었던 것이다. 세 명은 각자 무공과 마법으로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세 사람은 무언가 장사를 하는 사람들 같았다. 그리고 그 중 한 사람이 벤네비스산이 있는 방향을 지나가겠다고 한 모양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네, 그 근처로는 절대 가지 말아. 자네도 알겠지만 그 근처는 몬스터 천지야. 그것도 고만고만한 용병으론 상대도 못 할 대형 몬스터들이. 오죽하면 너비스 마을로 가려던 가디언들이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겠나? 그러니 다른 길을 찾아봐. 어려우면 내 조금 도와주겠네. 난 벌써 자네같은 친구를 잃고 싶지는 않아." "후우... 고맙네. 하지만 배가 늦어 물건....." 더 이상 들을 필요는 없다. 이드들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만을 모두 듣고 각자 시선을 모았다. "벤네비스산도 아니고 그 근처에 몬스터라고? 이건 생각도 못해본 일인데..." "무슨일이 있는 걸까요?" 이드는 오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있을 것이다. 벤네비스는 카르네르엘의 영역이었다. 그녀의 영역근처에서는 함부로 몬스터들이 날 뛸 일이 없다. 실제 몇 일간 너비스에 머물렀지만, 그녀의 레어가 있다는 벤네비스 산에서 내려온 몬스터를 제외하고는 주위엔 몬스터가 없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보통의 마을 보다 몬스터 걱정이 없는 마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헌데 지금 저 상인은 그런 벤네비스 주위에 그것도 대형의 몬스터들이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주인 아저씨와 요리사 복장을 한 아가씨가 각각 양손 가득 접시들을 가지고 와서 내려놓았다. 이드는 그 접시들을 급히 받아들었다. 그때 라미아가 접시를 내려놓는 아저씨를 향해 밴네비스 마을에 대해 물었다. "아, 그 말이요. 알긴 합니다만.... 이 곳 분이 아니신 모양이죠?" "네, 저희들은 파리에서 오는 길인데 그 곳에 아시는 분이 살고 있거든요. 그런데 저 쪽 테이블에서 너비스 마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길래 무슨 일이라도 있나해서요. 그리고 말씀 편히 하세요. 저희 모두 아저씨보다 어린 걸요." "흐음... 그럼 그럴까. 그보다 너비스라." 세 사람은 그의 입에서 뭔가 이야기가 나올 듯 하자 그의 입으로 시선을 모았다. 주인은 그런 셋 사람의 모습에 씨익 웃었다. 원래 귀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일은 즐거운 일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몬스터가 날뛰기 시작한 게 오늘로 이 주가 넘었구만. 하여간 맨 처음 몬스터가 날 뛰기 시작했을 때부터 일거야. 평소엔 보이지도 않던 몬스터가 벤네비스에 한 마리, 두 마리 나타나기 시작하더란 말이야. 그때는 이쪽도 몬스터의 공격이 한 번 있었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고 있었는데, 오 일이 지나서 보니까 엄청나게 많은 몬스터가 벤네비스 주위로 우글거리고 있었다는 군. 그리고 아까 자네들 그곳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 했지? 그 사람을 만나러 가려한 건가?" "네." "그럼 안됐지만 포기하게. 그 많은 몬스터 때문에 근처에도 가지 못하겠지만... 가더라도 좋은 꼴은 못 볼 거야. 가디언측에서도 그 마을이 걱정이 돼서 그 마을에 파견나가 있는 가디언에게 연락을 해봤다는 군. 헌데 전혀 연락이 안 되더란 말이지. 무사하다면 왜 연락이 않되겠나? 좌우간 가디언들이 직접 가보려고도 했지만 그 많은 몬스터들 때문에 결국 상처만 입고 되돌아 왔다더군. 그러니 자네들도 그 쪽으로 가 볼 생각은 하지도 말고, 그냥 돌아가는게 좋을 거야."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이야기 감사했구요." "뭘.... 그럼 맛있게들 들게." 이드는 주인이 뒤돌아 가자 라미아와 오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내일은 아침 일찍 서둘러야 겠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긴 있는 모양이야." "예, 그런데.... 혹시 벤네비스가 그렇게 된게 거기서 게신 드래곤분이 그렇게 하신 건 아닐까요? 가령 유희를 끝내버리셨다 던지...." 오엘은 약간 불안한 듯이 의견을 내 놓았다. 오엘에겐 카르네르엘은 두려운 존재로서의 드래곤이었다. 비록 이드 앞에서 푼수 같은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분명 기분이 상대를 골려주겠다는 이유로 몬스터를 풀어 사람을 죽고 다치게 만든, 절대 인간이 아닌 존재. 인간을 놀이의 장난감으로 생각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 그녀인 만큼 유희를 갑자기 끝내버리고 마을을 쓸어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녀의 말을 모두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고개를 내저으며 그녀의 말을 잘랐다 "확실히 드래곤은 두려운 존재야. 그건 사실이야. 또 네가 지금 걱정하고 있는 그런일도 아무런 망설임 없이 몇 번이고 할 수 있는 존재들이기도 해. 하지만 카르네르엘은 아니야. 때에 따라서는 그녀도 그런일을 할 수는 있지만, 나와 라미아가 봤을 때의 카르네르엘은 절대 그런일을 할 리가 없어. 그녀는 그때의 유희를 즐기고 있었고,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고 있었어. 그런 것을 중간에 그만두고 부셔버릴 이유는 없겠지. 설령 무슨 이유가 있어서 유희를 끝낸다고 하더라도 그 마을을 쓸어버릴 드래곤은 아니야." 오엘은 이드의 말에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이드가 단언하는데는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또 자신이 본 바로도 이드와 라미아는 그 그린 드래곤과 상당히 친분을 가지고 있는 듯 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에게 카르네르엘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때문에 그녀가 진 생각은 버려지지 못했다. 이어진 식사는 조용했다. 세 사람 모두 카르네르엘에 대해 생각하느라 달리 할 이야기가 없었던 것이었다. 물론 생각하는 내용은 다르지만 말이다. 츄바바밧..... 츠즈즈즛...... 아무 것도 없던 허공. 그 허공 중에 이유 모를 몽롱한 빛 한 조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빛은 곧 그곳이 좋았는지 자신의 친구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빛을 중심으로 불규칙적인 빛들이 생겨나며 자신들의 모습을 뽐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 빛들은 하나의 거대한 구를 이룰 정도였다. 서로가 모인 기쁨에 빛들은 서로에게 자신의 빛을 뽐내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구를 이루고 있던 빛은 엄청난 밝기를 자랑하더니 한 순간 터지 듯 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 그런 빛들의 장난이 벌어지고 있는 이곳은 벤네비스산 아래 자리한 너비스 마을이 한 눈에 보이는 작은 동산이었다. 그리고 단 네 사람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한 달 전쯤 이 곳엔 지금과 같은 빛들의 장난이 있었다. 그 때 빛들은 장난을 마치고 돌아가며 네 명의 인간들을 토해 놓았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빛들이 놀던 그 곳에서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목소리그 들려왔다. "어엇... 또...." "으앗. 이드님." "사숙. 이번엔 저 혼자 할 수 있어요." 과연 빛은 이번에도 자신들이 사라진 자리에 인간들을 토해 놓았다. 하지만 그때와는 다른 것이 있었다. 그 때는 네 명이었, 지금은 세 명이라는 점. 이드는 공중에서 라미아를 안아들고 사뿐이 땅에 내려섰다. 오엘도 꽤나 익숙해 졌는지 혼자서 땅에 가볍게 착지했다. 여러 번 겪다보니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아우... 도대체 누가 이곳의 좌표점을 뒤흔들어 놓은 게 누구야! 조금만 실수했어도 정말 엉뚱한 곳으로 날아갈 뻔했잖아." 라미아는 잔뜩 얼굴을 찌푸린 채 듣는 사람도 없는 허공을 향해 주먹질을 했다. 이드는 그녀의 모습에 주위를 돌아보았다. 확실히 자신도 텔레포트의 마지막 순간에 뭔가 묘한 마나의 느낌을 받았었다. "라미아, 도대체 뭐지? 텔레포트 마지막에 조금 이상했었어...." "우씨... 누군지 몰라도 아니,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건 카르네르엘 뿐이죠. 그녀가 이곳의 좌표점을 흔들어 놓았어요." "좌표점을?"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텔레포트도 중 목적지의 좌표점이 흔들릴 경우 구현되는 곳과 주위의 좌표에 미묘한 영향을 주게 된다.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텔레포트의 부작용으로 주로 나오는 원자분해나, 공간의 미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어딘지 모를 곳으로 텔레포트가 끝난다는 것뿐이다. 문제는.... 텔레포트가 끝나는 지점이 상공 일 킬로미터일 수도 있고, 바다속일 수도 있으며, 화산속일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지만. 그리고 좌표점이 흔들리는 순간 그것을 바로잡는 것은 아주 힘들다. 좌표점을 뒤흔든 힘과 같은 힘이 작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라미아가 텔레포트를 시전했다는 것이 주요했다. 현재 그녀를 마법으로 상대할 수 있는 존재란 드래곤뿐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잘 왔으면 된 것이다. 이드는 그렇게 간단히 생각하며 언덕 아래로 보이는 너비스 마을을 바라보았다. 예전에 이곳에서 바라보았을 때와 크게 달라 진것이 없는 모습이었다. 마을을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느긋한 걸음으로 오고가는 사람들. 뭔지 모를 짐을 낑낑거리며 지고가는 사람과 모락모락 연기를 피워 올리는 건물등.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망루에 보초를 서던 사람이 사라졌다는 사실과 마을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돌아다니는 몇 마리 몬스터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마을자체가 너무도 평화로워 보인다는 것뿐이었다. ".... 어떻게 된 거야? 몬스터에 의한 피해는커녕, 오히려 여유로워 보이잖아." 물론 파괴되어 버린 마을과 뼈만 남긴 사람들의 시신을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 오기전 들은 이야기 때문에 무언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와보니 걱정하던 여러가지 상황과 달리 너무도 평화스런 모습이 보이자 왠지 속은 것 같다는 기분이 불쑥 들었다. 그리고 그렇기는 오엘이 더했다. 이미 여관에서 카르네르엘에게 유린당하는 마을의 모습을 그려본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을 주위에 결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은걸요." "결.... 계?"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가만히 마을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그와 함께 이드의 갈무리 해두었던 기운이 주위와 동화되며 이색적으로 모여있는 기운을 찾아 낼 수 있었다. 너비스 마을을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돔 형태의 거대한 결계. 타트의 스승도 펼쳐내지 못 할 그런 결계였다. "우선 마을로 내려가 보죠." 아직 결계를 알아볼 수 없는 오엘은 마을을 살피는 두 사람에게 말을 하고는 앞장서서 언덕을 걸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을에 다가갈수록 마을의 평온한 분위기는 더욱 확실하게 세 사람에게 다가왔다. 마을 주위를 감싸고 있는 결계의 존재도 좀 더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결계에 썩여 있는 묘하게 익숙한 기운의 느낌까지. "아무래도.... 이 결계를 세울 때 그 중앙에 드래곤의 물건을 놓아둔 모양이야. 결계에서 경고하는 것 같은 드래곤의 기운이 느껴져." 이드의 말에 라미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 이상으로 드래곤의 존재감을 잘 파악할 수 있는 두 사람인 만큼 결계에 썩인 드래곤의 기운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이것은 아마도 결계에 다가올 몬스터에게 주의를 주기 위한 것인 듯 했다. "그렇다면 깨는 것보다는 안에서 열어달라고 해야겠네요." "하지만 마을에서 먼저 저희들을 보는 건 힘들 것 같은데요." 오엘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들과 마을과의 거리를 가리켜 보였다. 마을의 제일 외곽에 있는 집을 기준으로 자신들과의 거리는 오백 미터. 더구나 마을은 몬스터에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원형을 이루고 있는 덕분에 일부러 집들 사이의 작은 골목으로 얼굴을 내밀지 않는 한 이드들의 존재를 알아보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이드는 그런 오엘의 모습에 미리 대비를 해 두었는지 씨익 웃어 보였고, 라미아는 뭔가를 준비하는 듯 했다. "그럼 문제다. 넌 여기 있고 저 앞에 아는 사람이 걸어가고 있다. 그런데 넌 뛰어가서 아는 척 할 수는 없어. 그럴 땐 어떻게 하지?" "그럼... 이름을 불러야죠." 잠시 머뭇거리던 오엘이 대답하자 이드는 씨익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라미아 옆으로 가서 서라는 듯 손짓해 보였다. "맞았어 나도 지금 그럴 생각이거든. 이 결계는 출입을 막고 있을 뿐이지 소리까지 막는 것은 아니거든... 후우~" 말을 끝낸 그는 조용히 숨을 들이 마셨다. 라미아는 오엘과 자신에게 사일런스 마법을 걸었다. 조금 전 그녀가 준비하던 마법이 이것이었던 모양이다. "실례합니다!!!!!!!" 간단한 말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기도 했다. 천마후에 의해 발현된 이드의 목소리는 사일런스 마법을 걸고 있는 라미아와 오엘의 몸에 웅웅거리는 울림을 자아내며 이드의 주위로 작은 모래 먼지를 피어 올렸다. 음파의 충격에 이드 주위의 공기 층이 놀라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놀라기는 마을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한 순간이지만 마을의 모든 움직임이 멎어 버린 듯 했다. 놀던 아이들도, 바삐 움직이던 사람들도, 심지어 피어오르던 연기도. 모든 것이 잠시, 아주 잠시 멎어버렸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 한 일을 겪을 때의 모습 같다고 할까? 곧 마을엔 엄청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사람들이 우르르 집 사이를 빠져 나와 이드들이 있는 쪽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드는 갑작스레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에 조금 난처한 표정이 되었다. 사람들이 자신들을 눈치채길 바라긴 했지만, 이렇게 만은 사람들이 반응할 줄은 몰랐다. 조금 당황스럽다고 할까? 그 사이 라미아와 오엘은 달려나오는 사람들 중에서 카르네르엘을 찾고 있었다. 비록 거리가 오 백 미터로 엄청 떨어져 있어, 사람의 얼굴을 구별하긴 힘들지만 머리카락 구별정도는 쉬웠다. 이 마을에 그녀와 같은 옥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 때 많은 사람들 앞으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는 손을 들어 마을의 큰 도로가 있는 중앙입구 쪽을 가리켜 보이며 그리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 쪽으로 오라는 뜻 인 것 같았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로. 외부에서 많은 물품을 사오거나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사용하는 도로로 일종의 마을 입구 역활을 하고 있는 곳이었다. 이드는 그곳에서 왜소한 체격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남자와 마주서 있었다. 남자는 이드와 그 뒤에 서있는 라미아와 오엘을 찬찬히 바라보다 의심 가득한 눈길로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누구요?" 칼칼한 목소리였다. 덕분에 상당히 날카롭게 들리는 목소리이기도 했고, 내용 또한 그랬다. 꼭 이름이나 어디서 왔느냐를 묻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맞느냐고 묻는 것 같았다. "여행자들입니다. 들어갈 수 있을까요?" "우리 마을엔 외부 인은 잘 받아들이지 않소. 더구나.... 이.런.곳. 까지 온 여행자들이라면 쉽게 받아들일 수 없소." 남자는 자신이 사는 마을건만, 꼭 오지 못 할 곳에 온 사람처럼 말을 했다. "아니요. 저희는 약 한 달 전쯤에 이곳을 찾아왔었습니다. 그 때 '만남이 흐르는 곳'이란 이름의 여관에 머물렀었죠. 이번에 온 것도 거기 주인인 넬 아주머니를 찾아 온 건데요. 아, 그 때 그곳에서 지내고 있던 루칼트라는 용병과도 안면이 있습니다." "...... 기다려보게." 남자는 잠시 이드를 바라더니 마을 사람들 중의 한 명을 불러 어딘 가로 보냈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고 '만남이 흐르는 곳'으로 갔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마, 넬을 데려오거나 루칼트를 데려올 것이다. 아, 넬은 카르네르엘이 유희중인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이름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경계가 심한 거 아닌가요?" "그렇긴 해요. 보나마나 이 실드도 카르네르엘이 쳤을 텐데... 유희 중에 이런 일을 한 게 잘 이해가 안돼요." "뭐... 저기 누가 오고 있으니까 곧 있으면 알 수 있겠지." 이드는 머리위로 한 가득 물음표를 떠올리는 두 여성의 대화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뒤 쪽의 도로를 가리켰다. 그 곳에는 두 명의 남자가 달려오고 있었다. 곧 두 사람은 사람들 사이에 가려 잠시 보이지 않다가 사람들을 헤치고 나왔다. 그리고 그 중 한 남자가 나오자 마자 일행들을 바라보며 반갑다는 표정으로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여~ 오랜만이야." 그는 다름 아닌 루칼트였다. 그것도 녹색의 앞.치.마.를 걸치고 있는 모습의 말이다. 그런 루칼트의 모습에 이드들을 관찰하던 남자가 품 속에서 녹색의 길쭉한 돌맹이 같은 것을 꺼내들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 물건의 모습에 눈을 반짝였다. '드래곤 스케일.' .................................................... 잠~~~~~ ^^ 남자는 그것을 들고 일행들 앞으로 오더니 결계의 한 부분에 그 것을 대고 그대로 그어 내렸다. 물론, 결계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헛 짓거리 하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드와 라미아는 정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돌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결계가 갈라지는 것을 말이다. "들어들 오게." 그의 말에 세 사람은 열려진 결계를 통해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만은 오엘도 결계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세 사람이 들어서자 결계는 자동적으로 다시 복구되었다. 그에 따라 모여들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럼 쉬도록 하게." 지금까지 이드들을 상대하던 남자가 조금은 누그러진 눈빛으로 한 마디를 던지며 등을 돌렸다. 루칼트는 그런 그를 향해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말해준 후 일행들을 '만남이 흐르는 곳'으로 끌고 갔다. "그런데 루칼트. 그 앞치마는 뭐예요? 여관비를 못 내기라도 한 거예요?" "아하하하.... 사정이 있어서 말이야. 자세한건 여관에서 이야기 하지. 그런데 거... 사제님은 안 보이는 군." "그건 여관에 가서 이야기하죠." 이드는 그의 말에 고개를끄덕이며 마을을 돌아 보았다. 정말 너무 평화로워 보였다. 저번엔 그래도 용병들의 모습이 보이긴 했는데, 이젠 그런 모습도 없었다. 몬스터의 습격이 많은 편이었던 이곳은 더 없이 평화로워지고, 반대로 경비가 잘되있는 대도시는 공격당한다. 피식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만남이 흐르는 곳'은 여전했다. 일 층의 식당을 몇 몇 남자들이 점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면면은 루칼트와 같이 본적이 있는 용병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루칼트와 같이 들어서는 이드들에게 아는 척을 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오엘과 라미아를 향해서 말이다. 이곳에서 지낼 때 두 사람의 인기는 그야말로 최고였으니까. "자, 우선 올라가서 방에 짐부터 내려 놔." 루칼트는 그렇게 말하며 카운터에 아래 있는 방 열쇠 중 두개를 오엘에게 건네주었다. 그의 말대로 방에 짐을 풀고 식당으로 내려오자 루칼트가 이미 몇 가지 요리들을 준비 해놓고 있었다. 아직 식사시간은 아니라서 그런지 간단한 몇 가지 요리들이었다. "도대체 여기 무슨일이 있는거예요? 넬은요?" "아아... 천천히 해. 천천히. 그리고 넬은 지금여기 없어." "에... 에?"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루칼트의 대답에 세 사람은 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없다니. 그럼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나도 거의 반 강제로 이 가게를 떠 맞게 된거야.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일, 이 년만 가게를 봐달라나? 쳇, 뭐라고 해보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발목잡혀 버린 거지." "그런데 발목을 잡힌 것 치고는.... 앞치마까지 하고서 상당히 즐거워 하시는 것 같네요." 오엘의 말에 루칼트는 잠시 띵한 표정으로 자신이 하고 있는 앞치마를 슬쩍 내려다보더니 피식 웃어 버렸다. "훗, 거 예쁜 아가씨는 여전히 예리하구만." 별로 그런 건 아닌데.... 오엘은 발목이 잡혔다고 말하면서도 표정이 좋았던 루칼트의 모습을 떠 올려보았다. 그는 자신이 누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드래곤이란 사실을 알고도 저렇게 빙두를 거릴 수 있을까. "그럼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당연히 물어봤지. 그런데 별 대답이 없는걸 낸들어떻하냐? 그냥 급히 가볼데가 있다는 말뿐이었어. 그러고 나간 게 아마..... 삼 주쯤 전이었을 거다." 이드는 루칼트의 말에 머리를 긁적였다. 이것저것 물어 볼 것이 많은데 사라지다니. 거기다 마을에는 결계 까지 쳐져있.... 그래. 결계. 그때 라미아도 같은 생각을 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마을을 덥고 있는 이 엄청난 결계는 어떻게 된거예요? 이런 건 아무나 만들 수 없는 건데." 라미아의 질문에 루칼트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치 기다리던 질문이 드디어 나왔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그런 그의 표정은 뭔가 엄청난 이야기 꺼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모습과 같았다. 루칼트는 우선 자신 앞에 놓인 물을 쭉 들이키고는 목소리를 쓱 깔았다. 물론 그렇다고 그의 목소리가 무게를 가지는 것은 아니었다. 선천적인 듯 가벼운 그의 성격이 어딜 가겠는가. "역시 예쁜 마법사 아가씨는 뭘 좀 아는군. 잘 들어. 이건 아주 중~ 요한 문제라구. 우리 마을을 전체를 감싸며 보호해주는 이 엄청난 물건은 말이야. 다름 아닌... 다름 아닌...." 루칼트는 천천히 긴장감과 고조감을 유도하듯 말을 끌며 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다 힘이 쭉 빠져 버리고 말았다. 그의 의도와는 달리 세 사람은 전혀 긴장감 없는 얼굴로 이야기 할 거 해봐라. 라는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결계를 누가 쳤는지 짐작을 하고 있는 세 사람이었기에 그의 말에 끌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거 이쁜 아가씨들하고 왜 긴장을 안 해?" ".... 긴장해 드려요?" "쳇, 됐어. 하지만 이 결계를 만든 존재는 정말 믿기지 않는 존재야. 다름 아닌 벤네비스산에 산다는 그.린.드.래.곤이지." 끄덕끄덕. 세 사람은 역시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루칼트는 그런 세 사람의 모습에 심한 허탈감을 느꼈다. "이, 이봐.... 이건 정말이라구. 놀랍지 않아? 응? 놀랍지 않냐구...." 이드는 그런 루칼트의 모습에 웃음을 지었다. 허기사 자신만 아는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이야기를 했는데, 모두가 아는 이야기라고 하면 이야기하는 사람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그럼 내가 놀라게 해 볼까? "네, 네... 놀랍네요. 근데... 너비스 말고 밖의 소식은 아세요?" "밖같 소식? 아니. 이 주 전쯤에 이 결계가 생기고서 부터는 도대체 전파가 잡히지 않아서 말이야. 전혀 못 들었어. 근데 왜?" "그럼 블루 드래곤이 나타나서 도시 두 개를 통째로 날려버렸단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겠네요." ".... 뭐, 뭐야!!! 그, 그게 지금..... 저, 정말이냐?" "물론이죠. 거기에 더 해서 몬스터 군단에게 공격당해서 도시 몇 개가 완전히 무너졌고, 정부에서 능력자들을 감금하고 협박해서 이용했다는 소식도 있지요." "........" 조용했다. 루칼트는 물론이고, 조금전 루칼트의 비명과 같은 경악성에 자극을 받아 귀를 기울이고 있던 식당 안의 모든 사람들이 멍한 표정이었다. 지금 이 분위기가 루칼트가 이드들에게 기대하고 있던 표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 한 명. 짧은 단발의 꽁지머리를 가진 남자만은 무거운 얼굴이었다. "그 말.... 정부에서 능력자들을 이용했다는 그게 사실로 밝혀졌다는 거. 사실이냐?" 묵직한 목소리가 식당 안을 울리며 멍한 표정으로 있던 사람들의 정신을 깨웠다. "마, 맞아. 그 말 사실이냐?" "그럼 그 빌어 먹을 새끼들은 어떻게 처리된거냐?" 이드는 갑작스럽게 흥분하는 용병들의 모습에 오히려 어리둥절해 지고 말았다. 지금까지 가디언들이나 용병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같은 능력자라는데 동조해 분노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흥분하는 모습을 보인 적은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이 아는 바를 말해 주었다. 증거는 있으나 사정상 터트리지는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드의 이야기가 끝이 나자 꽁지머리는 바로 뒤로 돌아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그런 그의 표정은 묘하게 변해 있었다. "그런데... 여기 그 일과 관계된 분이라도..." 이드가 의아한 듯 묻는 말에 한 용병이 슬쩍 꽁지머리를 바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녀석이야. 동생과 함께 선천적인 정령술사였는데.... 놈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간신히 저 녀석만 탈출 했었지. 하지만 상대가 상대다 보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슬쩍 말소리를 낮추었다. 그의 말에 이드들의 시선이 꽁지머리를 향했다. 제로를 제외하고 정부에 억류되었던 사람을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오엘은 자연적으로 떠오르는 의문에 조용히 물었다. "그럼 동생 분은...." "동생녀석 소식은 모른다 더군. 원래는 같이 탈출하던 중이었는데.... 발각 당하는 바람에 헤어진 모양이야. 그런데 그것 말고 다른 소식은 없냐?" 결계속이라고 해도 갇혀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인지 상당히 밖의 소식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결계도 일종의 감옥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더이상 알고 있는 것 이 없다는 이드의 말에 사람들은 하나씩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당연히 돌아간 자리에서 거론되는 이야기는 이드가 방금 전한 소식이다. "참, 아까 하던 이야기 계속해줘요. 설마 그 드래곤이 그냥 결계만 치고 가진 않았을 거 아니예요." 루칼트는 이드의 재촉에 입맛을 다시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솔직히 이야기 할 맛이 나지 않았다. 이건 들어주는 사람이 흥미를 가져야 이야기를 하지. 하지만 재촉하는 이드의 모습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연 루칼트였다. "그래. 그냥 가진 않았다. 사실 우리 마을에 날아 내릴 때 만 해도 우린 전부다 죽는 줄 알았지.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 카르네르엘이, 아. 카르네르엘은 그 드래곤 이름이인데, 우리들에게 알려주더군. 그러면서 이 마을을 떠나지 말라고 경고하더라고." "경고요~??" 세 사람이 합창하듯 되 물었다. 갑자기 갈때가 있다고 하고 가버린 후에 드래곤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마을을 떠나지 말라고 경고를 했다고? 루칼트는 처음 이야기 때와 달리 자신이 원하는 반응을 보이는 세 사람의 모습에 이유모를 뿌듯함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그렇지. 경고, 아니 충고였어. 그 드래곤은 마을 사람들을 다 모아놓고 자기 영역안에 있는 우리 마을을 자신이 인정했다고 그냥 여기 있어도 좋다고 말했어. 그때 기분의 기분이란. 정말 그 큰 발로 꾸욱 밟아 죽여 버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니 얼만 기분이 좋았는지." "아, 빨리 본론부터 이야기 해요!" "이익.... 쯧, 좋다. 하여간 그렇게 말한 카르네르엘은 말야. 흠... 흐음... "이제 곧 온 세계가 피를 흘릴 것이다. 그것은 끝없는 고통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순리이며, 새로운 탄생의 고통이다. 저 높고 높은 곳에서 정해진 순리이다. 하지만 내 영역에 있는 그대들이 고통을 당하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다. 세상이 피에 물들더라도 우리들 드래곤의 영역에서는 피가 흐르지 못 할 것이다. 허나 만약을 대비해 미친 이리떼로 부터 안전할 수 있는 울타리를 쳐 줄 것이다. 그 울타리의 관리자는 내가 지명하는 사람이 될 것이며, 그 울타리 넘어로 함부로 나서지 말 것이다. 또 관계된 자 이외에는 들이지도 말라. 이것은 나 카르네르엘의 이름으로 명령하는 것이다." 라고 하면서.... 컥, 콜록콜록...." 카르네르엘의 목소리 흉내를 위해서인지 한껏 낮춘 목소리가 목에 부담이 되었는지, 루칼트는 마른 기침을 토해내며 물을 삼켰다. 그 사이 이드와 라미아, 오엘은 서로 돌아보며 잠깐이지만 의견을 나누었다. 카르네르엘이 드래곤의 모습으로 그런 말을 했다면, 이건 뭔가 있다. "크흠. 이제 좀 살겠네. 휴~ 좌우간 몇 마디 바뀌거나 빠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우리끼리 그 말을 가지고 이야기 해보긴 했는데.... 잘 모르겠더란 말이야. 뭐, 네 이야기를 들으니, 몬스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확인해 볼 방법은 없지. 카르네르엘은 말을 마치고 네가 들어 올 때 본 결계를 세웠지. 정말 끝내 주더구만. 보통 마법사들은 한 참 주문을 외우고서야 대가리만 한 불 공 하나 만들어 내는데 드래곤은 몇 마디만 하니까 끝나더라고. 결계의 증거라면서 마을 중앙쯤에 비늘을 하나 박아놓고 결계를 열 수 있는 열쇠라면서 그 비늘의 작은 조각을 떼어서 봅씨에게 줬지. 너도 봤지? 아까 들어 올 때 그 호리호리하게 생긴 아저씨 말이야. 그렇게 일을 마치더니 다시 벤네비스 산 쪽으로 날아가더라. 덕분에 그 후에는 몬스터 한 마리 보기가 힘들어. 보이더라도 접근도 안하고. 용병들로서는 죽을 맛이었지. 하지만 드래곤의 말이니 나가지도 못하고.... 결국 마을일을 하는 신세가 됐지. 뭐, 내 경우는 오히려 좋았다 고나 할까? 누님이 오면 고맙다고 안아주기라도 해야겠고 만. 하하하하..." "야, 루칼트, 뭘 미친놈처럼 웃고 난리야? 여기 술 좀 더 갖다줘라." 순간 들려온 거친 말에 루칼트의 웃음이 뚝 멎어 버렸다. 그는 자신을 향해 말한 사내를 바라보며 눈을 부라렸다. 하지만 녹색의 앞치마를 두른 그의 모습은 전혀 무서워 보이지 않았다. "우이씨, 네가 갖다 마셔 임마. 있는 자리도 알잖아." "호~ 오. 정말 그래도 돼냐? 내가 얼마나 갖다 먹을지 어떻게 알고? 흐음, 이거 넬이 오면 말해 줘야 겠는 걸 손님이 직접 갖다 마시고, 대충 돈을 줬다고 말이야. 보자.... 술통이 어딨더라..." 순간 사내의 말이 거기까지 이어지자 루칼트가 그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순간, 술집의 시선이 모두 그를 향해 돌아갔다. 루칼트의 말을 정리하던 이드의 시선도 자연히 일어선 그의 등을 향했다. "..... 그냥 앉아 있어라. 내가 가지고 올 테니까. 얼마나 가져다주면 되냐?" 그 말에 능청을 떨며 몸을 일으키는 척! 하던 남자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냥 제일 큰 걸로 두개. 그거면 돼." "알았다. 그런데 말이야...." "뭐?" "..... 누님오면 그런 이야기 하지마라." ..... 정말 무서워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세 사람은 그 날 하루를 마을에서 지냈다. 이드와 라미아는 마을 중앙에 박혀있다는 카르네르엘의 드래곤 스케일을 보러 갔다오기도 했고, 루칼트에게 들었던 말을 각해보기도 했으며, 봅이란 인물을 비롯해 찾아오는 몇 몇 사람들에게 밖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아는 한도 내에서 알려주었다. 오엘은 오랜만에 적수를 만난 용병들의 대련상대가 되어 주었다. 이 주 동안 칼을 만지지 못해 몸이 뻐근하다고 달려드는 용병들의 모습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검을 들고 나간 오엘은 그 날 정말 지져 쓰러지기 일보직전까지 대련을 해주었다. 그리고 저녁도 먹지 못하고 이드에게 추궁과혈을 받은 후 곧바로 잠들어 버렸다. 여관의 음식 맛은 카르네르엘이 운영할 때와 비슷했다. 루칼트가 직접 만든 것이라는데, 아마 카르네르엘이 루칼트에게 떠나기 전 가르친 모양이었다. 또 꽤나 오랫동안 맛 본 카르네르엘의 요리이기 때문에 루칼트도 잘 따라한 모양이었다. 또... 숨겨진 그의 요리재능을 무시 할 수는 없을 것 같기는 했다. 다음 날 느긋한 시간에 일어난 이드와 라미아는 늦은 아침을 먹고서 차 한잔의 여유를 가진 후 천천히 마을을 나섰다. 알쏭달쏭한 이상한 말 만하고는 레어에서 코를 골고 있을 카르네르엘을 찾기 위해서 였다. 어제 루칼트에게 들었던 말을 그녀를 만나 직접 자세하게 설명까지 더해서 들어 볼 생각이었다. 이런 두 사람의 생각을 들은 오엘은 스스로 뒤로 물러나서 따라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녀로서는 카르네르엘이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드래곤이라는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 상태라면 더욱 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이드와 라미아도 그녀의 말에 권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녀가 같이 있을 경우 레어를 찾는데 더 더뎌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마을을 나서며 다시 한 번 봅에게 허락을 받아야했다. 결계를 건들지 않고 나가기 위해서는 그의 허락이 꼭 필요했던 것이다. 봅은 두 사람이 수련을 위해 나간다는 말에 별 말 없이 결계를 열어 주었다. 대충이나마 주위의 상황을 알고있었고, 어제 이드에게 들었던 것이 있던 그는 이곳까지 아무런 상처도 없이 올 수 있었던 그들의 실력을 짐작해 볼 수 있었고, 그런 이들의 이런 좁은 마을에서 제대로된 수련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두 말할 필요 없이 헛 짚은 생각이지만 말이다. 앞서 말했듯이 벤네비스는 영국 제일의 산이다. 산의 높이 뿐만이 아니라 그 모양이나 위용이 실로 대단했다. 거기에 봉인이 풀리던 날 생겨난 작고 큰산들이 같이 들어서면서, 드래곤이 레어를 만들고 살기에 가장 적합한 산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반대로 산중에 무언가를 찾는다면 꽤나 찾기 곤란하고 어려운 산이 되기도 했다. 여러 산이 겹치며 은밀한 동굴과 그림자를 만들어 내었고, 으슥한 계곡을 형성했던 것이다. 거기다 레어라면 당연히 보조 마법으로 숨겨 놓았을 테니.... 정말 전 산 전체를 다 뒤질 각오를 하지 안는다면, 레어를 찾기는 힘들 것 같았다. "헤헤헷, 하지만 나한텐 결정적인 방법이 있지. 아~~ 주 확실하게 드래곤을 찾는 방법이 말이야." 이드는 고인돌 위에 올라서 한 눈에 들어오는 벤네비스 산을 바라보며 호언 장담을 해댔다. 하지만 라미아는 그런 이드의 모습을 못 미더운 듯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두 사람은 어제 텔레포트 해왔던 언덕 위에 올라와 있었다. 이곳은 너비스 마을이 한 눈에 보일 뿐 아니라, 벤네비스 산도 한눈에 보이는 명당이기 때문에 두 사람은 우선 이곳에서 벤네비스 산을 살펴본 후 가 볼 만한 곳을 우선 뽑아 보기로 한 것이었다. 물론, 이드는 여기서 딱 한 곳 만 신경써서 체크했다. 바로 산의 중심 부분을 말이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던 라미아는 벤네비스 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정말 그 방법을 쓰실꺼예요?" "당연하지. 너도 알잖아. 그 확실한 효과를 말이야." 물론 알기야 알죠. 덕분에 산 하나가 날아가 버리는 부작용을 낮기는 했지만 말이 예요. 라미아는 그렇게 뛰어 나오려는 말을 꾹 눌러 참았다. 사실 지금 그녀의 주인이 하려는 방법은 예전에 일리나와 함께 골드 드래곤인 라일로시드가를 찾으러 갔을 때 사용한 방법이며, 어제 결계를 열고 들어가기 위해서 사용했던 방법이다. 바로 상대를 부른는 방법(呼名). '후우~ 마음에 안 드는 방법이지만, 그 것 이외엔 별달리 뾰족한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 라미아는 벤네비스와 이드의 매끄러운 얼굴에 머물던 시선을 거두어 너비스 마을로 돌렸다. 그리고는 조용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드는 갑작스레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라미아의 모습에 의아한 듯이 바라보았다. 지금 당장 사용할 마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라미아의 붉고 도톰한 입술이 파도를 타며 고운 목소리를 흘려내기 시작했다. "오브젝트 어포인트 사일런스 서리스!!" 시동어가 울려 퍼졌다. 순간 그녀를 중심으로 대기 중에 떠돌던 마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미아의 명령에 따라 기뿐 마음으로 자신들의 성질과 위치를 바꾸며 너비스를 덮고 있는 결계 위쪽에 가만히 내려앉았다. 이로서 너비스 마을은 두 가지 마법에 완전히 둘러 쌓이게 되어 버렸다. 카르네르엘의 결계와 라미아가 지금 시전 한 마법에 말이다. 하지만 그런 라미아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한 이드는 가만히 서 있다가 라미아를 향해 물었다. "지금 마법은 뭐야?" "설마 모.르.시.는.건. 아니겠죠?" 이드는 자신을 바라보는 라미아의 시선에 순간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고개는 자동적으로 끄덕여지고 있었다. 사실 라미아가 시전 한 마법의 뜻은 알고 있다. 명색이 라일로시드가의 지식을 이어받은 자로서 마법의 시동어도 모르고 있다면, 정말 체면이 서지 않는다. "무, 물론 알고있지. 너비스 마을을 사일런스 마법으로 뒤덮은 거잖아. 결계 위쪽으로. 게다가 오래 지속되도록 특별히 가공해서." "맞아요." "..... 라미아, 내가 물은 건 그게 아니잖아." 이드는 자신의 말에 뾰족이 입술을 내미는 라미아의 귀여운 모습에 씨익 웃으며 물었다. 하지만 그런 이드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라미아의 입술은 더욱더 앞으로 전진해 버렸다. "제 말이 그 말이에요. 지금 제가 마법을 사용한 게 전부 이드님이 쓰시려는 그 방법 때문이라구요. 이드님은 마을 사람들이 산을 떨어 울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게다가 저 마을의 사람들은 겨우 이주일 전에 드래곤이라는 엄청난 존재의 위압감을 직접 맛봤다 구요. 만약에 이드님이 저번 라일로시드가님을 부를 때처럼 드래곤의 신경을 거슬리는 말을 하는걸 들었다간 모두.... 기절해 버릴지도 모른다 구요." 사실이다. 정말 거품물고 기절해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누가 들으면 뭔 말하나 듣고 기절씩이나. 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다. 기절하는 이유는 그 말이 담고있는 뜻으로 인해 두려워하는 존재가 노여워하고, 그 노여움이 자신들에게도 미칠까하는 두려움 때문에 기절하는 것이다. 예전 라일로시드가를 찾으러 갔을 때 항상 평상심을 잃지 않기로 유명한 엘프인 일리나 조차 이드의 "누런 똥색 도마뱀"이란 말을 몸으로 느끼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지 않았던가. 그런 상황에서 인간이 기절하는 것 정도는 약하게 봐준 것일지도. 이드는 그녀의 말에 쩝쩝 입맛을 다셨다. 할말이 없었다. 일리나 옆에 서 있었던 자신이니 만큼 그녀의 반응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흠흠.... 잘했어. 그럼, 오랜만에 힘껏 달려 볼까나." 이드는 괜히 무안해 지려는 마음에 부운귀령보를 사용해 순식간에 앞으로 쏘아져 나아갔다. 라미아역시 그런 이드를 보면 빙긋 웃으며 혀를 낼름 내밀어 보이며 비행마법을 사용해 날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벤네비스 산을 결승점으로 둔 땅과 하늘의 경주가 시작된 것이다. 부운귀령보로 어느 정도 속도가 붙었다는 것을 느낀 이드는 단전으로부터 웅후한 진기를 쏟아내며 부운귀령보를 뇌령전궁보로 한 순간에 바꾸어 버렸다. "하압. 뇌령전궁(雷靈電弓)!!" 쿠아아아아아.... 마치 제트기가 지나가는 듯 했다. 뇌령전궁보로 한 순간에 배가 된 빠르기에 이드의 주위의 공기들이 부서져 나가며 제트기가 지나가는 듯 한 소음을 발했다. 이드가 지나간 자리로는 갑자기 비어진 공간을 따라 땅에 있던 모래먼지들이 빨려들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도저히 인간이 달리는 속도라 믿어지지 않는 마치 경주용 자동차가 달리는 것 같았다. 사실 지금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속도는 이드의 몸에 그래이드론의 신체가 썩여 들어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리 내용이 엄청나더라도 근육 한, 두개는 파열되고 말았을 것이다. 라미아는 그런 이드를 바라보며 그의 속도에 맞추어 날아가고 있었다. 그녀이 주위로는 바람이 보호막이 생겨나 그녀를 칼날 같은 바람으로부터 보호하고 있었다. 사실, 땅에서 아무리 빨리 뛰어보았자, 날고 있는 라미아를 앞서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좌우간. 그렇게 달려간 덕분에 순식간에 벤네비스산의 언저리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드는 나무들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그 부분에서 달려가던 속도 그대로 허공으로 몸을 뽑아 올렸고, 이드의 몸은 대포에서 쏘아진 포탄처럼 긴 포물선을 그리며 나무들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파앗 "다시 부운귀령보다." 이드는 떨어져 내리는 힘을 나무의 탄성을 이용해 없애버리면서 다시 부운귀령보를 사용하여 나무 위를 스치듯 날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속도만은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다. "이드님, 그럼 어디부터 먼저 가실 거예요?" 이드는 어느새 고도(?)를 내려 자신의 눈 높이에서 날고 있는 라미아를 바라보며 벤네비스 산 보다 작은 산 하나를 가리켜 보였다. 딱 이드가 찾는 조건에 알 맞는 산처럼 보였다. 벤네비스 산을 앞에 두고 주위로 둥글게 산이 둘려져 있는 것이 딱 중심이라고 할 만한 곳이었다. "그럼 전 먼저 가있을 게요." 목적지를 확인한 라미아는 이드를 앞질러 산의 정상을 향해 솟아올랐다. 그 모습은 정말 날개를 잃어버린 천사가 날고 있는 듯 했다. 더구나 오늘따라 풀어버리고 온 머리가 바람에 날려 더욱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타악. "후~ 하~" 이드는 봉우리 정상 라미아가 서있는 커다란 바위 위에 내려서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 몇 번의 숨 고르는 것만으로 도도히 흐르는 강물 같던 내기는 진정되고, 호흡이 안정되었다. 이드는 그런 자신의 몸에 정말 더 이상 인간의 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인간이긴 하죠." "응?" "인간 맞다구요. 그래이드론님의 육체가 동화되면서 이상해지기는 했지만, 이드님의 몸은 인간이 맞아요. 또 드래곤이기도 하구요." 아마 잠깐 스친 생각을 읽은 모양이었다. 이드는 자신을 생각해 말하는 듯한 라미아의 모습에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넘겨주었다. 라미아는 그런 이드의 손길이 좋았는지. 가만히 눈을 감다가 이드의 바로 옆으로 다가왔다. "저기요. 이드님, 저 이쁘죠?" 또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런 뚱딴지 같은말을. 우선 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게 좋은거 아니겠는가. "그럼요. 저, 검이 되기 전에 아.기.가 가지고 싶은데." 또 냐! 이드는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거두며, 진기를 고르기 시작했다. 천마후를 시전 할 테니 알아서 준비하라는 일종의 신호였다. 라미아도 그걸 알았는지 뾰로통한 표정으로 이드를 흘겨보며 주위에 사일런스와 실드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막 마법에 둘러싸이는 라미아로 부터 마지막 한마디가 들려왔다. "치잇, 꼭 디엔같이 귀여운 아이를 키워보고 말 꺼야." 으읏, 저건 아이를 키우는 걸 해보고 싶다는 건지. 아이를 낳고 싶다는 건지. 애매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농담인지 진담인지 헤깔리는 말이었다. 이드는 라미아의 말을 애써 무시하며 깊게 호흡하기 시작했다. 천마후라는 것이 내공을 이용한 음공(音功)이기는 하지만 그 기본은 사람의 목소리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위해서는 호흡이 또한 중요했다. "소환 윈디아." 우우우우우웅웅 주위에 있는 바람이 휘돌며 한 점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뭉치고 뭉치고 뭉쳐진 바람은 그 엄청난 압력으로 인에 낮게 덜리며 푸르게 점점 더 맑은 푸른색을 뛰며 하나의 모양을 갖추어 나갔다. 그것은 새였다. 아주 작은 어린아이의 주먹만한 크기를 가진 새. 햇살을 받은 푸르게 빛나는 날개를 빠르게 휘저으며 이드의 얼굴 앞에 떠 있는 것은 바람의 상급정령 윈디아였다. [할 일이 있는 건가요?] "응, 있어. 지금부터 내가 외쳐댈 목소리가 이 주위 산 속 곳곳에 닿을 수 있도록 좀 더 세세하게 퍼질 수 있도록 도와줘." [알았어요. 나는 바람. 바람을 이용해 퍼져나가는 소리는 나를 통해 그대가 원하는 곳에 다을 것이에요.] 이드의 명령에 가볍게 대답한 윈디아는 이드의 주위를 한 바퀴 휘돌았다. 그리고 또 한 바퀴, 다시 또 한 바퀴. 윈디아는 이드의 주위를 계속 돌았고 그렇게 돌 때마다 윈디아가 그리는 원은 커져갔고 원을 그리는 윈디아의 몸은 허공 중 바람 속으로 녹아 들어갔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닌 듯 이드는 주위를 떠도는 바람에서 윈디아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좋아. 간다.' "후우웁.... 카르네르엘!!!! 나! 이드 예요!!! 당신을 찾아 왔어요!!" 쿠르르르릉.... 우르르릉..... 엄청난 천마후의 위력이었다. 마치 하늘의 천둥이과 벼락이 벤네비스 산 바로 위에 떨어진 듯 산 전체가 흔들리며 울어댔다. 산사태가 나지 않는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였다. 만약 근처 누군가 산을 오르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놀라 심장마비로 이유도 모른 채 죽어버릴 엄청난 폭음(爆音)이었다. 아니, 그 이전에 천마후에 담긴 내공의 힘에 내부가 산산히 부서져 버릴 것 같았다. 이드는 한꺼번에 내 뱉은 숨을 다시 고르며 잠시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산 여기 저기서 몬스터와 동물의 것으로 들리는 포효소리와 날뛰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이드가 바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런 몬스터와 동물과는 차원이 다른 자의 외침을 기다렸다. '라일로시드가때는 바로 왔는데 말이야. 허기사 그때는 그 녀석이 욕을 먹어서 그랬던가? 라미아, 다시 한번 더 한다. 아직 마법 거두지마.' 마음속의 외침에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드는 그것을 신호로 다시 한번 커다란 천마후를 내 뿜었다. 그 소리는 첫 번째 보다 더욱 웅장했으며, 파괴적이었다. 또.... 우르르릉... 쿠쿵... 쾅쾅쾅.... 가벼운 산사태라는 부작용도 가지고 왔다. 아마도 불안하게 놓여 있었던 지반이 폭주하는 대기의 공명에 무너져 내린 모양이었다. 아마 이번의 천마후로 알게 모르게 피해를 입은 몬스터와 동물들이 많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까지 주위에 피해를 주면서 찾으려 하는 카르네르엘은 아직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전혀 반응이 없었다. 그녀가 드래곤으로서 잠들어 있다고 해도 이 천마후를 들었다면 일어났을 것이다. 내 뿜어지는 내력이 주위의 마나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변화라면, 마나에 민감한 드래곤을 깨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헌데 아직 카르네르엘에게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분명히 루칼트씨가 벤네비스 산으로 날아갔다고 했었는데.... 여기 없는 걸까요?" 라미아가 마법을 거두고 이드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드는 윈디아를 돌려보내며 라미아의 말에 답해 주며 서 있던 바위위에 앉았다. "후우~ 모르지. 혹시라도 레어 주변에 보호 마법을 여러 곂 덧 쒸어 두었다면, 내 천마후를 듣지 못했을 수도. 아니면 한 번 잠들면 결코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지독한 잠꾸러기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네 말대로 이곳에 없는 거겠지." 그 말에 라미아도 이드 옆에 앉으면 앞으로 보이는 벤네비스 산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산봉우리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중심으로 이제 막 시작되는 가을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직접 찾으러 다니는 수밖에 없겠네요. 우선 레어를 찾아야. 그녀가 잠들어 있는지, 아니면 이곳에 없는 건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그.... 렇지. 그런데.... 이 넓은 곳을 언제 다 뒤지지?" 이드는 슬쩍 시선을 내려보았다. 순간 펼쳐지는 작은 산들과 빽빽이 들어찬 나무들. 그리고 저기 모습을 보이는 계곡등등. 레어를 찾는 것을 목적으로 이 곳을 뒤지기 위해서는 꽤나 시간을 써야 할 듯 하다. 휘이이이잉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라미아는 이드의 말에 따라 주위를 돌아 보다 뚱한 표정을 지었다. "..... 차라리 이 주위에다 대단위 마법을 난사해 볼까요? 그럼.... 나오지 않을 가요?" 이드는 순간 자신이 뭘 잘 못 들은 줄 알았다. 이드의 목이 삐걱 소리를 내며 천천히 돌아갔다. 그런 이드의 눈에 초롱한 눈으로 벤네비스 산을 노려보고 있는 라미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드는 한 순간이지만 라미아가 무섭다고 느껴졌다. 설마 찾기 힘들 것 같다고, 다 부수겠다니.... "그렇게 되면.... 대화 이전에 상당한 육체적 친밀감을 표해야 될 것 같은데.... 자신의 집을 부셔줬다고 아주 아주 기뻐할 것 같다." "쿠쿡... 그래도 쉽잖아요. 뭐... 결국은 직접 찾아 다녀야 할 려나. 하지만 이 넓은 산을 언제다 뒤지죠?" 그건 라미아 말 대로다. 정말 이곳을 뒤질 생각을 하니... 답답하기만 한 이드였다. 정말 이럴 때는 라미아의 말대로 부셔버리고 싶다. 부수다 보면 뭐 나와도 나오지 않을까. 잠깐 라미아의 말대로 해버릴까 하는 위험한 생각을 하던 이드는 우선 정면에 보이는 벤네비스 산부터 뒤져보기로 했다. 가장 큰산인 만큼, 그녀가 레어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가장 많은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우선 벤네비스 산부터 뒤져보자. 내가 아래쪽에서 뒤지고 올라갈 테니까. 라미아, 네가 위쪽에서 찾아서 내려와. 빨리 빨리 잘만하면 오늘 안에 벤네비스는 다 뒤져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말과 동시에 가볍게 몸을 일으킨 이드였다. 그 때 그런 이드에게 라미아의 시선이 가 다았다. "그럼 저희들 점심은요.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건 전혀 준비하지도 않았는데...." 이드는 갑작스레 발목을 잡는 그녀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더니 털썩하고 다시 자리에 앉아 버렸다. "오늘은 여기서 산세나 구경하다 돌아가고, 본격적으로 찾는 건 내일부터 해보자." 그의 말에 라미아가 생긋 웃어 보였다. ................................................... 잠온다.~~ ^^ 그 날 아무런 수확도 없이 발길을 돌린 두 사람은 다음날 다시 어제 그 자리에 다시 서있었다. 그 중 라미아의 손에는 커다란 소풍 바구니이 들려있었다. 그 안에 이드와 먹을 점심과 간단한 간식이 들어 있었다. 잠시 후 이드와 라미아는 도시락을 그 자리에 내려놓고서 정면에 보이는 벤네비스 산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먹음직스런 냄새가 나는 소풍바구니 만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 많은 산 짐승 중 그 누구도 그 냄새의 근원의 맛을 본 녀석은 없었다. 겁없이 다가가던 녀석은 가벼운 전기 충격과 함께 튕겨나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일렉트리서티 실드. 라미아가 소풍 바구니를 지키기 위해 걸어놓은 마법이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렇게 삼일을 연속으로 나와서 주위 산 세 개를 뒤졌다. 하지만 레어는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사일 째 되는 오늘도 이드와 라미아는 지난 삼일동안 서있던 바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 중 라미아의 손에는 여전히 맛있는 냄새를 솔솔 바람에 실어 나르고 있는 소풍 바구니가 들려있었다. 그리고 그 둘과 조금 떨어진 바위의 한 쪽. 이상하게도 검게 변해버린 털 색을 가진 다람쥐가 라미아의 손에 들린 소풍 바구니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렇다. 이 다람쥐는 바로 지난 사흘 동안 그 의지를 굽히지 않고 소풍 바구니를 공략했던 다람쥐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힘으로 일렉트리서티 실드를 깨는 것은 역부족이다. 해서 다람쥐는 오늘부터는 기회를 엿보기로 했고, 그래서 이곳에 숨어서 기회가 보이기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저 인간 여자와 남자는 잠시 후 저 맛있는 냄새가나는 바구니를 놓고, 갈 것이다. 바로 그 때를 기다리자. 그것이 다람쥐의 계획이었다. 헌데, 그런 자신 찬 계획을 실천하기도 전인 지금. 인간 여자가 이상해 보였다. 자신들이 매가 무서워 매가 있는가를 알기 위해 확인하는 하늘을 저 인간여자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 때 인간여자에게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그리 나쁘지 않은 소리였다. "큰일 났어요. 이드님. 아무래도 파리에 무슨 일이 있나봐요." 인간여자의 소리에 인간남자도 소리로 답했다. "무슨 소리야?" 인간 남자의 소리역시 듣기 좋았다. 저 소리가 그들의 말하는 방법인 모양이다. 자신역시 저 밑에 살고 있는 갈색 다람쥐와 자주 만나 말을 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고소한 알밤이나 도토리를 갉아먹는다. "알람이 울렸어요. 제가 파리에서 나오기 전에 디엔에게 주었던 스크롤이요. 제가 무서울 때나 괴물이 나올 때 찢으라고 했었어요." 인간여자의 말이 빠르다. 오늘은 이상하다. 내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 같다. 그 때 인간남자의 얼굴이 이상해졌다. 마치 우리들이 먹을 것을 두고 싸울 때 짖고 있는 표정과 비슷해 보인다. 어! 그럼 저 인간남자와 인간여자는 싸우는 건가? 그럼, 오늘은 저 바구니 가까이도 못 가보는 건가. "그럼 디엔이 몬스터를 봤다는 이야긴데... 가디언 본부에 있을 디엔이 몬스터를 봤다면.... 몬스터떼가 몰려온 건가? 라미아, 곧바로 파리로 갈 수 있어?" 인간여자가 고개를 흔든다. 저 인간남자에게 진 건가? "네, 하지만 두 번에 나눠서 이동해야 되요. 이곳의 좌표점이 흔들리기 때문에." "좋아, 그럼 바로 준비해서 바로가자." "그럼 오엘은요?" "... 지금 데리러 갈 수 없잖아. 혹시 늦으면 찾으러 올 테니까... 이곳에 몇 자 적어두면 되겠지." 어? 이번엔 인간남자가 바위위에 앉아서 뭔가를 한다. 인간여자가 인간남자의 짝이 되기로 하고 화해를 한 건가? 저 옆에 황색 다람쥐도 그렇게 해서 짝을 맺었다는데. 얼마 있으면 새끼들이 나온다고 했었지. "참, 그런데요. 이드님. 우리가 텔레포트 해가게 되면요. 디엔이 있는 자리에서 위쪽으로 백 미터 지점이 되거든요. 이번에도 잘 잡아 주세요." "뭐... 뭐?" "텔레포트!!" "야, 라미아~" 어엇! 너무 밝다. 눈이 안보여. 이번엔 몸이 뜨거워지고 따끔거리는 함정이 아니라 이런 건가? 그럼 내 계획은 소용없는데. 아니다. 하는데 까지는 해본다. 뛰자! 다람쥐가 뛰어오르는 순간 이드와 일리나가 들어선 텔레포트 게이트의 문이 닫히며 빛이 사라졌다. 그럼 뛰어오른 다람쥐는? 우아~ 드디어. 맛있는 냄새가나는 먹거리를 찾았다. 냠냠냠냠. 맛이다. 운 좋게도 라미아가 놓아둔 소풍 바구니에 들어가 있다. 거기다 벌써 한 개를 먹었는지 양 볼이 빵빵했다. 아마 녀석이 이 세상에 나와서 처음으로 맛보는 극미(極味)진수 성찬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자신의 마지막 식사가 될 줄 다람쥐는 몰랐다. 그 극미의 맛에 취해 몸이 둔해지도록 먹고 잠든 것이 화근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항상 몸을 숨기고 있었을 녀석은 너무 맛있는 음식의 맛에 그것을 잊어버린 것이었다. 텅빈 하늘에 사지를 늘이고 잠잔 덕분에 매의 그 밝은 눈에 잡히고 만 것이었다. 다음 순간. 빼애애애액..... 더이상 다람쥐의 모습은 도시락 바구니에 남아있지 않았다. 대신 매의 깃 털 하나만에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파리 가디언 본부 상공 백 미터 지점. 꾸아아아악 거대했다. 거대한 한 마리의 와이번이 허공에서 춤을 추며 그 곳을 급박하게 지나갔다. 그런 와이번의 등에서는 붉은 핏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핏줄기는 와이번이 날아가는 비행 경로를 따라 붉게 흩뿌려졌다. 그것은 마치 텅빈 허공에 그어지는 붉은 색연필 자국 같았다. 쓰아아아아아.... 그 뒤를 따라 곧 한대의 제트기가 뒤따랐다. 앞서간 와이번의 등을 적시고 있는 핏줄기도 이 제트기의 짓인 것 같다. 제트기는 앞서 날고 있는 와이번을 꼭 잡겠다는 뜻인지 어리러울 정도의 회전을 하며 앞으로 날았다. 그렇게 제트기가 날아간 자리엔 엔진에서 뿜어진 뜨거운 기류가 흘렀다. 그리고 그 뜨거움이 채 날아가기도 전. 바로 그곳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오색찬란한 빛 무리가 무리를 이루기 시작하더니 엄청난 빛을 뿌리며 사라졌다. 그리고 빛 이 사라진 그곳에는 한 덩이가 된 두 인형이 있었다. "응? 뭐야? 이 뜨거운 느낌은...." 막 텔레포트가 끝나는 순간 라미아의 말을 기억하며 라미아를 끌어안았던 이드는 얼굴에 와닿는 화끈한 열기에 순간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잠깐의 순간이었다. 왜냐하면 지금 이드는 라미아를 안은 채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드는 슬쩍 비틀어진 몸을 바로 세우며 자신이 내려설 땅을 바라보았다. 그런 이드의 눈에 많이 익숙한 건물이 보였다. 바로 가디언 본부였다. 가디언 본부 상공에 나타난 걸 보면 디엔은 아직 가디언 본부 안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주위 어딘가에 몬스터가 있단 말인가. 이드는 운룡대팔식의 운룡회류를 시전하며 허공 중에서 그대로 한바퀴 몸을 돌렸다. 너무 빠른 속도라 보통 사람이었으면 아무 것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드는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가디언 본부를 중심으로 북쪽. 두 개의 산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관문처럼 보이는 그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전투지역은 엄청나게 커 보였다. 그 사이 이드와 라미아의 몸은 가디언 본부 건물 옥상에 거의 다달아 있었다. 그렇게 느낀 순간 이드의 양발이 강하게 허공을 박찼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말이다. 헌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허공을 찍어내는 이드의 발 아래로 강한 충격음이 들리더니 한순간 떨어지던 속도를 모두 무시한 체 라미아를 안은 이드의 몸이 그대로 허공 중에 멈추어 버린 것이었다. 허공답보(虛空踏步) 특별한 신법도, 보법도, 경공도 필요 없는 허공을 걸어다니는 경지. 바로 그것이었다. 이드는 라미아를 안은 채 천천히 허공 이십 미터 지점에서 가디언 본부의 정문으로 내려섰다. 그리고 이드와 라미아는 정문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바로 디엔과 디엔 어머니였다. 그 둘을 제외하고 현재 가디언 본부는 텅 비어 있는 것 같았다. "누나, 형!" "디엔아. 아무 일 없었구나." "꽤 멀리서 텔레포트해 온 모양이야. 허공에서 떨어지는 걸 보면." 디엔 어머니는 라미아가 디엔을 안아주는 모습을 보며 이드에게 말을 걸었다. 이드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 쪽으론 지금 검은 연기와 불꽃과 폭음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었다. 거기다 와이번과 그리폰, 전투기와 헬기의 공중전도 치열했다. 그리고 공중전이란 특성상 파리 전역을 무대로 서로 싸우고 있었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상황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 아침에 몬스터들이 공격해 왔는데, 그야말로 대군이야. 쌍둥이 산 때문에 몬스터들이 몰려오는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날이 새는 것과 함께 공격해 들어오기 시작했어." 이드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복장을 바로 했다. 원래 이곳에서의 전투엔 별로 개입하고 싶진 않았지만, 꽤나 친분이 생겨버린 사람들이 있어서인지 쉽게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당장 눈앞의 디엔이란 꼬마만해도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아마 저 녀석이 위험하면 제일 먼저 라미아가 달려나가 마법으로 쓸어버릴 것 같았다. "녀석들의 숫자는요?" "정확히는 잘 몰라. 하지만 처음 보고 될때 대략 일만 이천 정도라고 했었어. 우리측 전력의 두 배에 가까운 전력이지. 그 전력차이를 줄여 보려고 처음에 대형 병기를 엄청나게 쏟아 부은 덕분에 많이 줄기는 했지만, 아까 무전을 받아보니 별 차이 없는 것 같았어. 나는 디엔과 이 건물을 지키고 있으라는 말에 여기있긴 하지만... 불안해." 이드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공중에서 봤을 때 전투의 스케일이 커 보였다. 그때 문득 이드의 뇌리에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 그런데 제이나노도 저곳에 있는 건가요?" "부상자들이 가장 많이 생기는 곳이 전쟁터니까." "그거야... 그렇죠. 라미아. 빨리 가자.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라미아는 이드의 재촉에 고개를 끄덕이며 디엔을 놓아주었다. 어지간히 디엔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라미아는 디엔의 얼굴을 바라보며 빙그래 웃음을 지어 보였다. "디엔은 여기서 가만히 있어. 이 누나가 디엔을 무섭게 하는 저 녀석들을 모두 쫓아 줄 테니까. 디엔은 엄마를 지키고 있어. 알았지?" 디엔은 라미아의 말에 다무지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응, 디엔여기 있을께. 그런데 누나하고 형아하고, 아프지마." "물론이지. 이 누나와 형을 아프게 할 녀석은 저기 아무도 없어. 그럼 갔다올게. 갔다올게요." "둘 다 조심해." 이드는 디엔 어머니의 말에 한 손을 들어 보이며 땅을 박찼고, 라미아는 마법을 사용해 허공을 날았다. 오, 육 미터 정도를 뛰어오른 이드는 그때부터 북쪽으로 이어져 있는 집의 지붕들을 밟고서 빠르게 달려나갔다. 너비스 마을과 벤네비스 산을 오갈 때의 속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 속도로 간다면, 차를 타고 가는 것 보다 배이상 빠를 것 같았다. 달려가는 간간이 큰 걸물 안으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큰 건물 쪽으로 우선 도망을 가있는 모양이었다. 허기사, 지금 저 허공에서 날고 있는 제트기나 와이번이 떨어져도, 작은 건물보다는 큰 건물이 좀 더 안전할 테니까 말이다. 전투지역에 가까워질수록 은은히 들려오던 폭음이 더욱 생생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특히 몇 가지 무기는 아까 전부터 쉬지도 않고 계속 쏘아지고 있는지, 그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라미아, 네가 보기엔 상황이 어때?' 이드는 자신보다 상공에 날고 있는 라미아가 더 정확하게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물었다. 잠시 후 그녀의 눈에 보이고 있는 전투지의 모습이 이드의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라미아가 자신이 보고 있는 장면을 그대로 이드에게 보내온 것이다. 아직 육천을 넘을 것 같은 거치른 몬스터의 군대와 그들을 조금이라도 접근시키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포탄을 쏘아대는 군대. 그리고 간간이 그 포탄을 뚫고 들어오는 몬스터들과 우회해서 달려드는 몬스터를 상대하느라 정신없는 가디언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군대와 가디언들이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몬스터들이 쓰러지는 놈들의 시신을 밟고서 조금씩 이지만 앞으로 전진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육천이라... 저 녀석들을 막을 방법이라면 뭐가 있을까?' '많죠. 우선 한번에 보내버리는 방법으로는 메테오가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랬다가는 가디언들과 군대도 함께 말려 들어가 버릴테고... 그럼 역시 자연력을 이용한 마법이 제일 잘 먹힐 것 같은데요. 물론 이런 마법들을 사용하기 위해선 이드님의 마나가 필요한 건 당연하구요.' '아, 그래, 그래...' 이드는 라미아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초 고위급의 마법을 사용한다면, 저 육 천이란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를 한번에 쓸어버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선뜻 내키지 않는 이드였다. 몇 일간 라미아와 함께 의논해 본 카르네르엘의 말 때문인지도 몰랐다. 순리를 위한 피, 순리를 향해 고통이라는 말. 또 한 세계가 피를 흘린다는 말과 전 세계의 몬스터가 날뛰고 있는 것.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전투가 순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 이 순리라도 자신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많은 없는 일이다. 그것이 곳 자신에겐 순리가 아닐까. 특히 라미아 같은 경우는 디엔을 생각해 절대 가만히 있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드의 눈에 제일 앞서 전투에 참여하는 곳의 뒤로, 바쁘게 포탄과 실탄을 나르는 그 뒤로, 군인들을 지휘하는 것 같은 모습의 여러 사람들이 바쁘게 명령하고 있는 그 뒤로 보이는 부상병들을 치료하는 듯 한 곳이 보였다. 하얀색의 천으로 만든 천막에 그려져 있는 빨간색의 십자가 모양. '우선.... 제이나노부터 찾아보자.' 아군이 조금씩 밀리고 있기는 하지만 눈에 확 뛸 정도가 아니고 아직 반나절 정도의 여유는 있어 보였다. 이드는 최전방의 전투지역으로 뛰쳐나가던 속도를 천천히 늦추었다. 임시 병원은 전투지역의 제일 뒤쪽, 파리의 주택가를 바로 코앞에 두고 지어져 있었다. 아직은 거리를 두고 있어 몬스터와 직접 싸우는 군인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데도, 병원은 상당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런 사람들과 좀 떨어진 곳에 내려섰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두 사람을 향해 시선을 모았다. 갑작스레 나타난 두 사람에 대해 의아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경계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과 싸우고 있는 것은 같은 인간이 아닌 몬스터라 불리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냥 지나 갈 수는 없었는지, 약간 흐린 푸른색 가운을 걸친 유난히 큰 눈의 여자 군의관이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 "가디언들 같은데... 무슨 일이죠?" 군인인 때문인지 조금은 딱딱함이 들어 있는 말투였다. 이드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주위에 있는 병원 막사는 네 개 그 중 하나에 제이나노가 있을 것 같았다. "저희들은 사람을 찾고있습니다. 제이나노라는 리포제투스님의 사제님을요. 혹시 알고 계시나요?" 그녀는 이드의 말에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표정이 되었다. 하기사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파리 내에 있는 사제들과 치료라는 행위를 할 수 있는 사람 대부분이 모여 있을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정확하게 제이나노를 알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여군은 알 고 있는 모양이었다. "흐음. 제이나노라면 그 말 많은 사제님 같은데...." "바로 그 사람입니다!" 요, 얼마간 이드들과 함께 다니며 수다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제이나노가 말이 많은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더구나 사제라는 이름으로 파리에서 봉사하는 동안 말을 많이 한 덕분인지, 다시 그 수다가 원래의 기세로 살아나는 듯 했었다. "저 두 막사 중 한 곳에 계실 겁니다. 절 따라 오세요." 군의관은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두 개의 막사를 가리켜 보이더니 그 중 한 개의 막사 쪽으로 걸어갔다. 이드와 라미아는 무조건 따라 오라는 듯한 군의관의 행동에 뭐라 말도 하지 못하고 그 뒤를 따랐다. 계급이 보이진 않지만 아마도 상당한 계급을 가진 장교인 것 같았다. 저렇게 자기 뜻대로 행동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각각의 막사는 아래쪽 부분이 일 미터 정도 들려져 있었다. 아마도 여름이란 날씨와 통풍 때문인 듯 했다. 군의관은 두 막사 앞에 서더니 그 중 조금 시끄럽다. 하는 쪽 막사로 걸어 들어갔다. 확실히 수다스런 제이나노를 찾으려면 그게 정답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군의관은 정확하게 답을 맞춘 듯 했다. 막사 안 쪽에서 군의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제이나노 사제님. 막사밖에 사제님을 찾아오신 가디언 분들이 게세요." "아, 알겠습니다. 중위님. 마침 이 분의 치료도 막 끝났거든요." 이어 좀 가벼우면서도 투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며 제이나노가 막사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막사 밖으로 나온 그는 밖에 서 있는 이드와 라미아를 보았는지 얼굴 가득 활짝 미소를 드리워 보였다. "아, 두 사람. 언제 왔어요? 이 곳 상황을 알고 온 건가요? 잘 왔어요. 두 사람의 실력이라면, 큰 도움이 될 것예요. 그런데 오엘양은 보이지 않는군요. 무슨 일이 있나요?" "하아... 제이나노. 천천히, 천천히. 그렇게 한꺼번에 쏘아대면 대답하기가 힘들잖아." 이드는 한꺼번에 다다다 쏘아대는 제이나노의 말에 한 손을 들어 막았다. 라미아는 이미 고개를 돌리고 제이나노의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우선 오엘은 너비스에 있어. 우리도 거기 있다가 디엔에게 주고 갔었던 스크롤이 사용된 걸 알고서 달려온 거야. 이제 막 도착한 거지." 그 말에 제이나노는 놀랐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럼! 텔레포트로 거기 너비스에서 여기까지 왔단 말이에요? 어떻게, 그 먼 거리를 텔레포트해 올 수가. 아! 그렇지. 맞아. 거기 넬씨가 있었죠. 그럼... 혹시 넬씨도 같이 오셨나요? 넬씨는 이드와 라미아와 친하잖아요. 혹시 도와주러 오신 건. 그분만 도와주신다면, 이런 전투는 순식간에 끝나 버릴 수도 있을 텐데... 아, 맞아 혹시 그 분에게 블루 드래곤이 왜 도시를 공격하고 있는지 물어 보셨어요?" "하아~" 이드는 나직한 한 숨과 함께 고개를 내 저었다. 저 놈의 수다가 다시 불붙었구나. 데리고 가야하는 건가? 이드는 이번 전투에서 본신의 실력을 드러내게 될 경우 이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다시 너비스로 떠날 생각이었다. 이곳에 있으면 있을수록 파리에서는 어떻게든 자신들을 잡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금과 같이 몬스터에 드래곤이 날뛰는 상황에 이드와 라미아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전력일 테니 말이다. "제.이.나.노. 좀 하나씩 천천히 말해! 그리고 여기 텔레포트 해 온건 라미아의 실력이야. 넬은 아직 보지도 못했어." 이드는 중얼 중얼대며 넬이 전투에 개입하면 생길 말하고 있는 제이나노에게 큰소리로 소리치고 말았다. 그 말에 중얼대던 제이나노는 한순간 멍한 표정을 지어야만 했다. 그것도 잠시 자신의 이야기를 듣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있는 라미아를 바라보며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와아~ 대단한 실력이네요. 너비스에서 이곳가지 텔레포트 할 정도라면... 후아~ 정말 굉장해요. 그럼 영국에서 벤네비스 산을 향해 갈 때 여러번 텔레포트한 건 실력을 숨기기 위해서?" 이번 말은 무시 할 수 없었는지 고개를 돌리고 있던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단은 요. 너무 눈에 뛸 것 같아서. 미안해요. 같이 동행을 했으면서도 그런걸 숨기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라미아의 사과에 제이나노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런 그의 얼굴에선 일 점의 기분 나쁜 감정 같은 건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누구나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면, 우선 분하기 마련이건만 제이나노는 전혀 그런 것이 없어 보였다. "아니요. 사과하지 말아요. 어차피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었잖아요. 그리고 이드와 라미아가 나쁜 뜻을 가지고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것은 아닐 테고, 이유가 있는 거잖아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숨기고 있는 비밀이나, 남에게 쉽게 내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기 마련이죠. 전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그러니까, 사과하지 말아요." "훗, 고마워요." 정말 사제 같은 발언이었다. 라미아는 그런 제이나노의 모습에 활짝 웃어 보였다. "대신! 여기 전투는 최선을 다해서 도와줘야 해요. 우연히 한 병사에게 들었는데, 지원이 늦어지고 있데요. 우리측은 조금씩 밀리고 있는 상황인데... 잘못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이쪽도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런 심각한 상황을 말하면서도 제이나노의 표정은 여전히 밝아 보이기만 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이드는 제이나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우리가 여기 뭣 때문에 온 건데. 특히 라미아의 경우엔 디엔을 위해서라도 그냥은 있지 않을 걸." "하하하... 그럼 됐네요. 라미야가 나선다면, 이드는 자연히 따라나가게 되어있으니까 말 이예요." 제이나노의 이야기에 이드는 시선을 돌려 버렸고, 라미아는 생글거리며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두 분이 저는 왜 찾아 오신거죠? 곧바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달려가도 될텐데... 무슨 할 말이 있나요?" 제이나노가 의아한 듯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이 제이나노를 찾아온 이유를 깨달은 이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바로 했다. 하지만 이드는 그 말하려던 것을 조금 뒤로 미루어야만 했다. 말하려는 순간 제이나노가 한 손을 들어 이드의 말을 막았던 것이다. "잠깐만요. 이드가 곧바로 절 찾아온걸 보면, 뭔가 이야기가 길 것 같은데... 저쪽으로 가서 이야기하죠. 마침 앉을 만한 것도 있구요." 제이나노가 가리켜 보인 곳은 병원과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곳이었다. 또 그곳엔 군수품으로 보이는 몇 가지 물품들이 놓여 있어 앉아 있기에도 적당해 보였다. 물론 군인들이 본다면 노발대발했겠지만, 지금은 아쉽게도 전투 중으로 군수품은 의자대용으로 쓰고 있는 세 사람을 탓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 그럼 말해보세요." 이드는 제이나노의 말에 루칼트에게 전해 들었던 카르네르엘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라미아와도 오엘과도 이야기를 해본 내용이지만, 제이나노가 들었다는 신언의 균형과 카르네르엘의 순리. 물론 두 개의 단어는 다르지만 큰 뜻에서 생각해보면 같은 내용과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 리포제투스는 균형을 위해 커다란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했었고, 카르네르엘은 엄청난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 할 것이라 했다. 이도 유사한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리포제투스와 카르네르엘은 같은 말을 자신들의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그 둘의 말과 맞추어 돌아가는 문제점을 찾는 다면 단연 몬스터와 블루 드래곤의 문제였다. 그 외에 제로라는 단체가 있긴 하지만, 지금 설쳐대고 있는 몬스터들과 블루 드래곤에 비하면 양반 중에 양반이다. "제이나노의 생각은 어때요?" 이드는 모든 이야기를 끝내고 제이나노를 바라보았다. 제이나노 역시 신언을 듣고 뭔가를 상당히 생각해 봤던 모양인지 이드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었다. 제이나노는 이드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는 표정으로 자시의 사제 복을 매만졌다. 아마도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이 많은 모양이었다. 잠시 후 생각을 모두 정리했는지 제이나노가 작은 한 숨과 함께 고개를 들었다. "사실 저도 같은 생각을 했었어요. 이드의 말대로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의 일을 해가면서요. 그리고 제가 낸 결론도 두 분과 똑같아요. 지금과 같이 날뛰는 몬스터를 제외하고 혼란이라 부를 만한 것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적어 보였죠. 사실... 신들께서 내린 결정이긴 하지만, 이렇게 피를 흘리는 혼란을 겪게 하시리라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아무래도 이젠 이 몬스터들의 일이 리포제투스님께서 말씀하셨던 혼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이나노의 말에 이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이렇게 피를 흘리는 일이 균형을 위한 것이라니. 사제인 그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후에는 균형이 있다고 하셨으니, 참아야 겠지요. 그리고 넬씨가 말했다는 순리... 넬씨의 말대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투가 그분의 말대로 순리라면 우리가 그들과 맞서 싸우는 것도 순리라고 생각해요, 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그것이 곧 순리이겠지요. 오히려 우리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죽는 다면 그것이 오히려 역리라고 생각하는데요. 살려고 하는 것이 순리이지. 가만히 앉아서 죽는 것이 순리가 아니죠." 거기가지 말한 제이나노는 잠시 쉬더니 이드와 라미아를 바라보며 활짝 웃어 보였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두 분이 나서 싸우는 것도 순리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이드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사제는 사제인 모양이다. 평소 덜렁거리고 수다스런 모습과는 달리 상당히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끝에 제이나노의 말엔 별로 동의 할 수가 없었다. 순리. 맞서 싸우는 것이 순리이기는 하다. 하지만 피를 흘리고 고통을 견뎌내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런 상황에 자신과 라미아의 힘이 끼어 든다면. 그것은 역리라고 생각되었다. 두 사람이 힘으로 관여하는 일에 있어서 인간은 최소한의 피밖에 흘리지 않을 것이며, 고통도 없을 것이기에. 그렇기 때문에 이드가 함부로 전투에 나서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도 순리라고 했다. 가만히 생각을 정리하던 이드가 결정을 내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라미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드와의 생각이 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을 모두 정리한 이드는 앞에 앉아 있는 제이나노를 바라보았다. "뭐... 끝 부분에 대해선 입장의 차이 때문에 서로의견이 다른 것 같긴 하지만 네 생각과 같다. 이렇게 싸우는 것도 순리의 일부겠지.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은 나서지 않아." 이드의 단호한 말에 제이나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이야기에 동의한다면서 싸우지 않겠다니. 그건 또 무슨 이유인가. 제이나노는 이어질 이드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내가 방금 이야기했었지. 너비스에서 이곳으로 텔레포트를 이용해서 왔다고." "네, 물론이죠." "그런 일은 보통의 마법사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이야. 지금 현재까지 모아진 마법이 7써클까지. 그리고 그 외에 번외 급의 마법들이 나와있지. 하지만 7써클의 마스터라고 해도 너비스에서 파리까지 오고서 지치지도 않은 표정이 될 수는 없어.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어?" 제이나노는 이드가 뭘 말려는지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나게 마법을 잘한다는 거겠죠." "맞는 말이야. 하지만 지금 네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그런 것 이상으로 라미아의 실력은 강해. 내가 장담할 수 있지. 7써클과 번외급의 마법이상의 마법들을 라미아는 자유자제로 쓸 수 있어. 하지만 그것들을 아직 세상에 허락되지 않은 힘이야. 때문에 세상일에 관여할 수 없는 힘이기도 하고. 아, 왜 허락되지 않았는지는 묻지마. 나중에 이야기해 줄 테니까." 중간에 제이나노의 말을 제지한 이드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 힘 또한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힘이야. 우리 둘이 나선다면 저기 있는 육 천의 몬스터는 얼마 되지 않아 모조리 죽여 버릴 수 있지. 아마 우리들의 존재와 힘은 리포제투스가 말했던 혼란과 균형에도, 카르네르엘이 말했던 순리에도 들어 있지 않을 거야. 때문에 우리가 이 전투에 참여하는 것은 말 그대로 역리지." 제이나노는 그 말에 잠시 침묵하다 말을 이었다. 갑작스런 이드의 말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의 힘으로 육 천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몬스터를 상대한 다는 것도. ".... 그럼 이 전투를 모른 척 한다는 말인가요?" "아니, 그것도 아니야. 이 세상에서 보자면, 우리들은 역리지.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보면 우리의 행동은 순리야. 이미 우리와 인연을 맺은 만은 사람들이 있지. 특히 아까 전에도 말했지? 라미아는 디엔을 봐서라도 나설 거라고. 우리는 이번 일엔 나설 거야. 하지만 될 수 있으면 몬스터를 쫓아 버리는 쪽으로 몬스터의 희생을 줄일 생각이야. 그리고 그 후에는 여간한 상황이 아니면 나서지 않을 생각이야. 우리들의 순리로 인해 이 세상의 순리가 흐트러지는 건 바라지 않거든." 제이나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확실히 이해는 가지 않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대충은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드는 무엇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그럼,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이유는요?" "사실 그것 때문에 찾아 온 거기도 한데... 계속우리들과 함께 다닐 거야? 아마 이번 전투에서 우리들의 본신 실력을 보이게 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이런저런 귀찮은 일이 생기게 될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이 전투가 끝나는 데로 볼 사람만 보고 일찌감치 떠날 생각이야. 상황이 이러니까 네가 어떻게 할건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잖아? 이곳에 그냥 남아 있을거야? 아니면 따라갈 거야?" 제이나노는 그제야 이드와 라미아가 자신을 찾은 이유를 확실히 이해 할 수 있었다. 여러 곳을 돌아 본 만큼 세상에 대해서 제법 알게 된 것이다. 이드와 라미아가 이번 전투에서 얼마만한 힘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국가와 군대는 두 사람을 잡아두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쓰려고 할 것이다. 이드와 라미아는 이런 점 때문에 전투가 끝나는 데로 서둘러서 떠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아직 정확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드는 제이나노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지금 당장 대답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이 전투가 끝나고 나서야 우리도 떠날 테니까 그때까지 생각해봐. 그럼, 오랜만에 힘 좀 쓰러 가 볼까나? 라미아." "네, 네. 이미 준비하고 있다구요." 이드는 자신 옆으로 와서 딱 달라붙는 라미아를 바라보며 전투가 한 창인 곳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포탄일 얼마나 많은 건지 아직도 쾅쾅거리고 있다. 도대체 이번 전투가 끝나고 나면 저 포탄들이 떨어진 땅모양이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아, 둘 다 조심해요. 뒤에서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구요." 이드는 뒤에서 들리는 제이나노의 말에 한 손을 쓱 들어 보이는 것으로 답했다. .......................................................................................... ㅋㅋㅋ 전투다. 참, 그리고 위에.... 라미아가 이드를 핀잔주는 부분에서... 라일로시드가님의 지식이 아니라... 그래이드론입니다. 이슈님이.... 가르쳐 주셨어요. ㅠ.ㅠ ^^ 콰콰콰쾅 쿠쿠쿠쿠 투투투투 투타타타 이드는 한번씩 들려 오는 폭음에 사방의 공기가 급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투 지역이 바로 코앞인 만큼 포탄을 들고, 또는 여러 가지 장비를 옮기느라 죽을힘을 다해 뛰어다니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전투가 한창인 이곳을 마치 소풍 나온 사람들처럼 한가하게 지나가고 있는 이드와 라미아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딱히 나서서 제재를 가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드의 허리에 걸린 일라이져 때문이었다. 그들은 일라이져를 곁눈질하고는 둘을 간단히 가디언이라 판단한 것이다. 좀더 앞으로 전진하던 이드는 한순간 주위가 조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신 포격을 해대던 탱크와 여러 가지 모양을 갖춘 갖가지 포들이 일제히 멈춘 탓이었다. 아마도 몬스터들이 사정거리 뒤로 잠시 물러선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주위에 흐르던 긴장감이 완연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렇게 한 번씩 물러선 몬스터들은 나름대로 흩어진 무리를 모아 정렬한 뒤 더욱 엄청난 기세로 몰아쳐오기 때문이다. 주위를 쭉 돌아보던 이드의 눈에 익숙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들어왔다. 포병들이 줄을 지어 서 있는 전방의 정중앙, 그곳에 약 10평방미터의 공간을 차지하고 서 있는 이들은 다름 아닌 세르네오와 틸을 비롯한 가디언 본부의 정예들이었다. 그들 모두 꽤 지친 모습으로 각자의 병기를 들고 있었는데, 특히 세르네오의 그 은빛 채찍과 같은 연검의 경우 마치 또아리를 튼 뱀 같은 모습으로 놓여 있었다. 이드는 곧장 그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꽤나 수고들 하셨나 보네요. 특히 틸은 확실히 몸을 푼 모양이네요. 옷이 너덜 너덜한게 말이 아닌걸 보면 말 이예요." 후방에서 느닷없이 들려 오는 이드의 장난스런 외침에 전방의 몬스터만을 주시하고 있던 가디언들이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지쳐 보이는 얼굴 위로 반가움이 담긴 미소를 띠웠다. "여~ 이제 돌아온 거냐? 근데 너희들도 참 재수 없다. 왜 하필 이런 때 오냐? 그저 좀 한산할 때 오면 편하잖아." "이봐, 자네는 무슨말을 그렇게 하나? 아무튼 잘 들 왔네." "솜씨 좋은 녀석이 돌아 왔으니 나는 좀 쉬어도 되려나? 온몸이 쑤셔서 말이야." "쳇, 영감탱이 같은 말을 하고 있구만. 임마, 네가 쉬긴 뭘 쉬어? 쉬는 건 나같이 이렇게 한 칼 맞은 사람들이 쉬는거야." 상당히 정신없이 떠들어 대고 있었다. 이번엔 얼마나 몬스터들이 강하게 밀고 들어올까 하는 생각에 긴장감만 높아 가는 시점에서 반가운 얼굴이 나타난 것이다. 그들 모두 이것을 기회로 각자의 긴장감을 풀어볼 요량이었던 것이다. 그때 그런 그들을 조용히 시키고 세르네오가 다가왔다. 그녀가 입고 있는 적의는 여기저기 찢어진 흔적과 함께 몬스터의 피로 물들어 있었고, 머리카락 역시 한 것 흐트러져 있었다. "어서와. 이곳 상황을 알고 온 거야?" "응, 내가 가기 전에 디엔한테 연락할 수 있도록 스크롤을 주고 갔었거든." "호호호... 그럼, 죽을힘을 다해서 뛰어왔겠네? 네가 디엔을 좀 귀여워했니?" "뭐, 좀 서두른 감이 있긴하지. 덕분에 오엘도 그냥 두고 왔거든." 세르네오와 라미아는 서로를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좌우간 잘 왔어. 그렇지 않아도 손이 모자라던 참이었거든. 지원이 올 때까지는 어떻게든 여기를 지키고 있어야되니까 말이야." 그녀의 말에 라미아는 이드를 한 번 바라보고는 세르네오에게 웃어 보였다. "호호호호.... 걱정마. 내가 지원도 필요 없을 정도로 아주 확실하게 저 놈들을 꺽어 줄 테니까 말이야." "그래, 그래. 너만 믿을게." 라미아의 말이 농담처럼 들렸는지 세르네오가 힘없이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농담으로밖에는 받아들이지 못 할 것이다. 이드는 그런 둘의 모습을 바라보다 몬스터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 뒤로 쭉 물러났던 놈들은 뭔가를 하는지 이리저리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놈들 중에도 녀석들을 지휘하는 놈들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힘들 테니 말이다. 그리고 하는 모습을 보아 얼마 있지 않아 다시 달려들 모양이었다. '하지만 난 그렇게 놔둘 생각이 없거든. 뒤로 물러난 김에 완전히 돌아가도록 해주지.' 슈르르릉 일라이져가 맑은 소리를 내며 검집에서 뽑혀 나왔다. 일라이져역시 잠시 후 있을 전투를 아는지 매끄럽던 검신이 오늘은 유난히 더 빛나 보였다. 그 때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만큼 상처가 많은 틸이 이드의 곁으로 다가왔다. "야, 전의를 불태우는 건 좋지만 벌써부터 그럴 필요는 없어. 지금은 이쪽이나 저쪽이나 쉬는 시간이니까 말이야. 너무 흥분하지 말라구." "틸, 전 전혀 흥분하고 있지 않아요. 그보다... 지금부터 굉장한 걸 보게 될 테니까. 눈 딴 데로 돌리지 마세요. 아셨죠?" 이드는 자신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인 틸을 내버려두고 아직도 세르네오와 수다를 떨고 있는 라미아를 불렀다. 그 부름에 라미아는 곧장 옆으로 다가왔다. 그런 라미아의 옆에는 세르네오도 같이 서 있었다. 하지만 이드는 그녀가 있는 것에 관계치 않고 입을 열었다. "이제 슬슬 저 놈들이 다시 달려들 준비가 다 끝나 가는 것 같은데... 네가 먼저 할래?" 이드의 말에 주위에 있던 가디언들이 급히 몬스터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라미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네, 아무래도 큰 마법으로 먼저 기를 꺽어야. 이드님이 말한테로 일찌감치 도망을 칠 테니까요. 그럼... 뒤에서 저 좀 잡아 주세요. 작은 마법은 큰 상관이 없지만, 이런 큰 마법은 이드님의 마나가 없으면 안돼는 데,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접촉이 필요하거든요." 이드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그 가녀린 어깨위로 한 쪽 손을 올려놓았다. 두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자 세르네오를 비롯한 가디언들이 뭔가 말리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이드는 한 손을 들어 가만히 있으라는 신호를 하고는 자신의 모든 혈도를 열어 자신의 마나를 라미아와 마주 닺게 해 주었다. 라미아는 자신의 것처럼 느껴지는 이드의 마나에 가만히 양손을 어깨 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다음 순간 그녀의 양팔을 따라 칙칙한 검푸른 색의 바람같은 마나가 뭉쳐지며, 대기 중에 떠돌던 모든 마나들을 한꺼번에 밀어내 버렸다. 푸화아아아.... 마치 헬기가 착륙할 때 처럼 이드와 라미아를 중심으로 땅에 깔려있던 흙과 먼지들이 퍼져나갔다. 갑작스런 그런 모습에 주위에 있던 군인들이 또 무슨 일인가 하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그들이 보이에 전투 때 보여주는 가디언들의 수법들은 돈주고도 구경 못할 구경거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들과 달리 가디언들은 두 사람으로부터 느껴지는 엄청난 존재감에 경악하고 있었다. "하악... 이, 이건...." "뭐, 뭐냐." "마... 마.... 말도 안돼." 세르네오와 틸은 각각 자신들에게 묵직하게 느껴지는 대기의 기운에 떨리는 눈길로 이드와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경험이 많아 7써클의 마법도 직접 보긴 했지만 이런 느낌을 주진 않았었다. 더구나 이드와 라미아에게서 느껴지는 이 엄청난 기운은... 하지만 이런 군인들과 가디언, 세르네오와 틸의 놀람은 한 쪽에서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 이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하나같이 중년의 나이를 넘겨 노년에 이르렀거나 가까워진 인물들. 한 평생 마법이란 학문만을 연구해 온 마법사들은 자신들이 느끼고 있는 이 마나와 저 작은 소녀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마나의 배열과 여러가지 현상들을 부정하고 싶었다. 정말 그러고 싶었다. 자신들은 이해하지도 못할 광범위한 마나의 배열과 집합. 7써클의 마법 같은 것이 절대 아니었다. 지금까지 연구되어 나온 번외급의 마법에서도 저런 것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었다. 도대체 무슨 마법이 사용되려고 하는 것인가. 마법사들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무슨 마법인지는 모르지만, 만약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의 결과물이 시동어와 함께 모두의 앞에 모습을 들어내게 된다면... 마법사들은 지금껏 자신들이 해온 모든 노력이 부정 당하는 느낌에서 헤어 나오지 못 할 것이다. 그리고 저 앞에 버티고 있는 몬스터들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한 편으론 거부하고 싶고, 또 한 편으로는 저 몬스터들에게 거대한 충격을 주었으면 하는 두 가지 생각에 마법사들은 지금 정신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라미아의 캐스팅에 의해 배열된 마나가 마법진의 형태를 뛰며 그녀의 양 손바닥 사이에서 돌아가기 시작했다. 검푸른 색으로 물든 두 개의 마법진.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아학 적이고 현란한 무뉘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만들어진 대가로 이드는 오랜만에 맛보는 심한 허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검푸른 두개의 마법진이 엇갈린 회전을 하고 있던 라미아의 양손이 천천이 허공을 향해 뻗어 올라갔다. "저 혼돈에서 불어와 만물의 죽음에 다다르는 절망의 바람이여, 암흑조차 흩어버리는 희망의 삭풍이여... 지금 여기 그대를 소환하여 부르노니 그대 긴긴 잠에서 깨어나 오만하고도 오만한 그대의 모습을 보여라. 디스파일 스토미아!" 시동어가 일어나는 순간 바람이 멎었다. 살랑살랑 불어오던 바람도, 가만히 흐르던 바람도, 모든 바람이 멎어 버렸다. 대신 저 앞. 일 킬로미터나 떨어진 그 곳에서 작게 보이는 검은 회오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군인들 중 몇 몇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콧방귀를 뀌거나 비웃음을 날렸다. 그것은 몇 명의 가디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거창하던 라미아의 캐스팅 내용과는 달리 볼품없는 회오리에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깨어나라. 절망의 지배자여." 쿠아아아.... 크아아아아아..... 비웃던 모습 그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저앉아 버렸다. 라미아의 말과 함께 그 작던 회오리바람이 마치 풍선이 부풀어오르듯 순식간에 부풀어 오른 것이었다. 뿐인가. 검은 회오리 속으로는 갖가지 괴기스런 모습을 한 목뿐인 괴물들이 너울거리며 회오리 주위를 떠돌고 있었다. 그것은 저 지옥의 악마들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심한 공포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거기다 더 두려운 것은 직경 사 백 미터짜리 괴물같은 회오리가 일어나는 데도 그 회오리 주위나 이곳에는 여전히 바람 한점 불어오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혼란에 빠져있을 때 다시금 라미아의 목소리가 너무도 조용하고 조용하게 울려 퍼졌다. "그대 절망을 지배하는 자여. 내 앞의 적을 그 절망으로 물들이고, 그 죽음의 공포에 도취되게 하라. 가라. 디스파일 스토미아!" 끄아아아아아아악..... 라미아의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놀랍게도 검은 회오리로부터 비명성이 울렸다. 저 깊은 지옥에서 올라오는 듯 한 그런 비명성이었다. 그 소리를 유지한체 검은 회오리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몬스터들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자신들을 향해 오는 것이 아닌데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몸을 떠는 군인들이 몇 몇 나왔다. 영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이미 예민함을 넘어선 마법사들은 그 자리에 꼼작하지 않고 서서는 두 눈이 찢어지도록 치뜨고서 검은 회오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너무도 조용한 대지로 몬스터들의 고통에 가득 찬 비명성과 도망치기 위해 움직이는 소리들이 시끄럽게 들려왔다. 쿠아아아악.... 끼에에에엑..... 검은 회오리는 천천히 전진했다. 여전히 아무런 바람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회오리 근처로 조금만 다가가는 몬스터는 회오리를 따라 돌던 괴물의 아가리에 물려 회오리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또한 워낙 수가 많아 쉽게 움직이거나 피하지 못한 엄청난 수의 몬스터가 회오리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회오리에서 들려오는 비명성은 더욱 거칠어졌다. 간간이 회오리 밖으로 뛰어나오는 찢어진 몬스터의 조각에 몬스터들은 더욱더 살기 위해 처절히 발버둥 쳤다. 꾸아아아아아악..... 느릿느릿 한참을 전진한 회오리는 결국 몬스터들의 한 중간을 지나쳤다. 그리고 그 순간. 다시금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대 절망의 지배자. 끝없는 절망을 모으는 자. 이제 돌아가 그대가 섭취한 절망을 즐겨라....." 꾸어어어어억..... 다시 한번의 비명성과 함께 검은 회오리는 천천히 그 크기를 줄여갔다. 마지막, 처음 등장할 때의 크기를 보이던 회오리는 한 순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누구하나 쉽게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몬스터들은 여전히 비명을 지르기 바쁘건만, 군인들과 가디언들은 계속해서 침묵만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들의 시선은 모두 한곳에 모아져 있었다. 바로 검은 회오리가 지나간 자리였다. 그 곳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도망가는 몬스터는 물론이고, 포탄에 맞아 죽음 몬스터와 바위, 나무, 잡초등.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그 때 한줄기 바람이 다시 불어오기 시작했고,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움찔하며 불어오는 바람을 피했다. 이드는 마법이 끝났다는 것을 느끼고 라미아의 몸에서 손을 땠다. 이어 깊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몸에 진기를 돌렸다. 그러자 빠른 속도로 허탈감이 채워져 나갔다. 방금 전 시전 된 디스파일 스토미아라는 마법은 라미아가 시전 했지만, 들어가는 마나만은 이드의 것이었다. 덕분에 라미아는 아직 쌩쌩하기 그지없었다. 이드는 다시 진기가 보충되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놓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내 차례겠지. 틸!" "... 으응? 왜, 왜 부르냐?" 저 싸움 좋아하는 틸이 디스파일 스토미아를 보고 놀란 모양이다. 허기사 자신도 알고는 있을 뿐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라 놀랐지만 말이다. "잘 보고 있어요." 말을 마친 이드의 몸이 쭉 늘어나는 듯 한 모습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뇌령전궁보의 보법이었다. 순식간에 일 킬로미터라는 거리를 줄인 이드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추어 섰다. 우연인지, 이드의 의도인지 이드가 멈추어 선 곳은 디스파일 스토미아가 처음 모습을 들어냈던 바로 그 곳이었다. 몬스터들은 여전히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겠는가. 한 순 간 사라져 버린 동족들과 자신들을 억압하던 공포에서 이제 막 벗어난 것일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중 정신을 차리고 주위 몬스터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몇 몇 눈에 뛰는 녀석들이 있었다. 특이하게 은색의 외뿔이 머리에 나있는 오우거와 만년 고목처럼 거대한 몸을 가지고 머리에 관을 쓰고 있는 뱀의 모습인 바질리스크와 소 서너 마리를 합쳐놓은 크기를 가진 독수리의 몸에 사람 여성의 상체를 가진 하피가 그들이었다. 그 셋은 몬스터들을 진정시키는 한 편 힐끔힐끔 이드를 경계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방금 전 생각지도 못한 일로 이천 마리 이상의 몬스터가 한 순간 사라져버린 상황에서 적군으로부터 한 명이 걸어나왔으니. 경계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드는 그들을 바라보며 천마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들어라!!!" 그 한마디가 몬스터들의 괴성을 내리눌렀다. "이 이상 그대들이 날 뛰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이 자리에서 떠나라! 그렇지 않는다면, 너희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세 마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몬스터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중 바질리스크가 몬스터들을 진정시키던 것을 멈추고서 이드를 바라보며 쉭쉭거렸다. 그것은 인간의 언어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드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텔레파시였기 때문이었다. 이드의 머릿속으로 가녀린 듯 하면서도 색기가 감도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호호... 말은 잘 하는군요. 어째서 우리들이 물러나야 하나요. 방금 전의 그 마법으로 많은 동료들을 잃기는 했지만, 우린 이길 수 있지요.' "흥, 너희정도는 나 혼자서도 처리가 가능하다. 더구나 아까와 같이 절망의 지배자가 온다면 너희들이 막을 수 있겠느냐?" '.... 우린 쉽게 물러서지 않아요. 절대 물러서지 않아요. 인간들은 우리의 적. 우리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죽여야하는 적이지요. 그대 역시 그 죽어야할 자 가운데 하나이군요.' 이드의 말에 대답하는 바질리스크의 말속에는 진한 살기가 가득했다. 도대체 저들이 왜 인간들에게 이리 강한 살기를 보일까? 의아해 하는 이드의 눈에 바질리스크의 고개가 살짝 숙여지는 것이 보였다. 이드는 그 모습에 일라이져의 검신을 어루만졌다. 그래이드론의 기억에 따르면 바질리스크의 무기는 눈. 그 것도 이마가운데 붙어있는 눈이다. 그 눈으로 바질리스크는 상대를 돌로 만들어 버린다. 그런 바질리스크의 약점도 바로 눈이다. 이마 가운데 있는 눈을 찌르면 놈은 죽는다. 하지만 그 눈을 덥고 있는 곳의 눈꺼풀이 보통 두껍고 강한 것이 아니라 바질리스크가 눈을 뜰 때 공격하는 방법뿐이라고 했었다. "흥, 날 돌로 만들려는 것인가? 하지만 이마가운데 있는 네 눈이 열리는 순간이 네가 죽는 순간이다." 쉬이익... 쉬이익... 이드의 자신만만한 말에 바질리스크가 고개를 들며 쉭쉭거렸다. '그대는 나의 능력이자, 약점을 아는군요. 지금까지 그런 인간은 없었는데... 하지만 저희들은 물러서지 않아요. 인간들이 이상한 물건을 사용하지만, 저희들은 이길 수 있지요. 인간들을 모두 죽일 것입니다.' 확실히 그랬다. 몬스터의 숫자가 비록 줄긴 했지만, 저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포격만 멈추면 군대는 바로 쓸어버릴 수 있다. 바질리스크의 경우 이미의 눈 만 뜨고 있는 것으로도 상대를 돌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이드와 라미아가 없을 경우에 말이다. "나는 너희들의 희생도, 인간의 희생도 바라지 않는다. 또한 인간은 약하지도 않다. 그러니 돌아가라. 그렇지 않다면 다른 인간에게 가기 전에 내가 먼저 상대해 주겠다." '방금 전의 마법은 당신의 것인가요?' "아니, 하지만 반은 내가 했다고 할 수 있지." '... 인간은 약하지요. 저희들을 당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인간들을 보았지만, 저희들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는 인간은 없었지요. 하지만... 당신 같은 자도 있군요. 좋습니다. 당신의 강함을 보지요. 당신이 방금 전 마법과 같이 강하다면, 저희들을 물러갈 것입니다.' 바질리스크의 말이 끝나자 마자 오우거가 묵직한 걸음으로 걸어나왔다. 전체적인 모습은 보통의 오우거와 비슷하게 생겨있었다. 하지만 놈의 머리에 나있는 은색의 뿔이 달랐고, 놈의 손에 들린 길다란 메이스가 또 달랐다. 보통의 오우거는 나무둥치나 돌덩이를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저 메이스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보통 물건은 아니군. 이런 몬스터들이 몬스터를 끌고 인간들을 공격하고 있으니....' 그사이 오우거는 이드와 삼십 미터정도의 거리를 두고 마주섰다. 놈은 언제든 덤비겠다는 뜻인지 이드를 죽이겠다는 뜻인지 고개를 꺽어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쿠오오오오옹..... ".... 마치 드래곤의 로어 같은데..." 이드는 대기를 떨어 울리는 오우거의 외침에 일라이져를 바로 잡았다. 확실히 뭔가 다를 줄은 알았지만, 이런 드래곤 로어 같은 것까지 쓸 줄이야. 물론 그 위력은 천지차이다. 천마후와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오우거의 외침에 시끄럽던 몬스터들이 조용해져 버렸다. 대신, 지금가지 조용하기만 했던 군인들과 가디언들 쪽에서 술렁이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것이 방금 오우거의 울음은 엄청난 힘과 투기를 내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듣는다면 도망도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릴 그런 힘을 말이다. 드래곤의 외침에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꼼짝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드래곤 피어도 있지만 드래곤 로어때문 이기도하다. "그럼... 어떤 정도 인지만... 볼까?" 이드의 말과 함께 일라이져가 힘있게 휘둘렸다. 무극검강의 일식으로 검강이 똑바로 서서 오우거에게 날아들었다. 꾸오오옹 오우거도 이드가 날린 검강을 본 보양인지 다시 한번 크게 소리를 치더니 손에 쥐고 있던 메이스로 그대로 자신의 앞으로 휘둘러 버리는 것이다. 보통의 무기로는 막을 수 없는 검강을. 하지만 앞서 이드가 짐작했던 대로 메이스는 보통의 물건이 아니었다. 휘둘러짐과 동시에 메이스 주위로 황금색 번개가 일어나며 날아오는 무극검강을 그대로 깨부셔 버리는 것이었다. 또한 오우거가 메이스를 휘두르는 속도 또한 엄청나게 빨랐다. 마치 소드 마스터가 검을 휘두르는 것과 같았다. "이건 도저히 오우거로 봐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너한테 내 실력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선 이 녀석을 빨리 이겨야겠지?" 쉬이익... 쉬이익.... 쉭쉭거리는 바질리스크의 소리에 가만히 서있던 오우거가 그 묵직한 이드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헌데 그 속도가 사뭇 빠른 것이 보통 오우거의 몇 배는 되어 보였다. 보통의 오우거도 그 크기 때문에 성인남자가 뛰는 속도보다 빠른데 말이다. 덕분에 오우거는 마치 신법을 시전 한 것처럼 이드를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이드도 그런 오우거의 모습에 마주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일라이져가 수평으로 누우었다. "무형일절(無形一切)!" 무형일절이 앞으로 쏘아져 나감과 동시에 이드는 뒤던 속도를 순간적으로 낮추며 다시 일라이져가 앞으로 뻗어나갔다. "무형기류(無形氣類)! 무형대천강(無形大天剛)!!" 은 빛의 안개와 같은 무형기류 뒤쪽으로 둥근 원통형의 검강이 응축된 강력한 무형대천강이 쏘아져 나갔다. 무형일절을 막고, 무형기류에 신경을 쓴다면 그대로 무형대천강에 몸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말 것이다. 이어서 이드는 곧바로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상대가 평범한 오우거라면 무형일절이나 무형기류로 끝낼 수 있겠지만... 지금 앞으로 나와 있는 녀석은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 은백색으로 빛나던 일라이져의 검신은 어느새 피 빛 붉은 색으로 물들어 언제든 검강을 날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 순간 오우거는 무형일절마저 그 무식한 메이스로 휘둘러 깨버렸다. 얼마나 쉽게 깨버리는지 무형일절을 날린 이드가 다 허탈할 지경이었다. 분명 저 메이스에 무슨 장난질이 되어 있거나, 저 오우거에 뭐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할 때 이번엔 오우거가 손에든 메이스로 허공에 엑스자를 그리기 시작했다. 안개와 같은 무형이류를 달리 상대할 방법이 없어서 그런가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이드는 다음 순간 일라이져를 휘두르려던 것을 멈추고 그냥 땅에 내려서 버렸다. ............................................... -.- 고로로롱..... ^^ 촤자자자작.... 츠즈즈즈즉..... 황당하게도 허공에 몇 번을 휘둘리던 메이스에서 흘러나오 황금빛 번개가 황금빛의 보호막을 형성해 버린 것이다. 그 보호막은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무형기류를 가볍게 막아내더니 무형대천강과 마주치며 강렬한 빛을 발했다. 그리고 빛이 가신 후 오우거의 몸은 삼 미터정도 뒤로 밀려나가 있었다. 땅위로 두개의 직선이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정작 밀려난 오우거는 전혀 충격이 없는지 곧바로 다시 뛰어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이드는 오우거가 바로 앞까지 닥처 와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라참마인(壽羅斬魔刃)!!" 기합성과 함께 일라이져의 검신으로 부터 십 수 줄기의 강사가 뿜어져 나와 오우거의 전신으로 덮쳐들었다. 지금 상황이라면 방금 전 보였던 메이스의 보호막도 없을 것이고, 십 여군데에 동시에 메이스를 휘두를 수도 없을 것이다. 과연 일라이져의 몸체에서 뽑아진 강사 중 몇 개가 오우거의 전신을 찔러 들어갔다. 그리고 고 나머지 몇 개가 오우거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어 올 때였다. 치지지직. 이드는 불길한 소리와 함께 따끔거리는 대기의 느낌에 일라이져를 거둠과 동시에 분뢰보를 밟아 순식간에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이드가 서있던 그 자리로 백색의 번개가 떨어져 내렸다. 뿐만 아니었다. 백색의 번개는 그대로 이드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번개는 다름 아닌 오우거의 은 색 뿔에서부터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칫, 저건 완전히 번개 오우거구만... 수라섬광단(壽羅閃光斷)!" 츠콰콰쾅. 번개와 검강이 부딪히며 강한 폭발음을 일으켰다. 오우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번개의 위력은 6써클의 체인 라이트닝과 맞먹는 느낌이었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정말 저 뱀의 말처럼 적수를 찾아보기 쉽지 않겠어." 정말이었다. 6써클의 해당되는 파괴력을 가진 번개를 사용하는 데다, 검강을 깨버릴 수 있는 메이스, 그리고 보통의 오우거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에 힘까지. 이드는 손에 쥐고 있던 일라이져에 힘을 더하며 바질리스크를 바라보았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알겠지만, 난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아. 하지만 저 녀석은 아직 날 건들지 못했다. 이 절도면 승부가 났다고 생각해도 좋을 텐데... 아니면 꼭 승부를 봐야겠나?" 하지만 바질리스크는 쉭쉭 대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다만 이드를 유심히 바라보기만 할뿐이다. 꼭 기회를 노리는 것처럼. 이드는 역시 뱀은 뱀이구나 생각하며 뒤로 몸을 물렸다. 본신의 내공을 사용한다면, 무형검강결이나, 수라삼검으로도 충분히 저 번개 오우거를 처리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상대가 겁을 먹을 것 같지는 않았다. 자신의 목적은 이들이 두려움을 느껴 물러나게 하는 것. 그렇다면 정말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절실하게 느껴질 만한 것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을 찾자면 12대식만큼 확실한 게 없을 것이다. 분뢰보를 이용해 순식간에 오우거와의 거리를 벌린 이드는 제자리에 서며 일라이져를 들 어 올렸다. 그와 함께 이드의 전신 혈도를 달리는 우후한 진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진동하던 진기는 서서히 이드의 몸으로 표출되며 이드의 전신과 일라이져를 황금빛으로 감싸안으며 허공으로 뻗어 올라가 빛의 탑을 만들었다. 아니, 아니... 그것은 검이었다. 거대한 황금빛의 검. 이드의 전신이 하나의 검이 되어 검강을 쏘아 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 높이가 무려 칠십 미터. 칠십 미터에 이르는 검강이라니. "카핫. 이번에 확실하게 끝내주마. 12대식 천황천신검(天皇天神劍)!!" 이드는 자신을 감싸고 있는 천황천신검의 기분 좋은 무게감을 느꼈다. 번개오우거도 뭔가 이상한걸 느꼈는지 쉽게 달려들지 못하고 이드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거리는 오십 미터. 쿠오오옹 "끝이다. 번개오우거. 일천검(一天劍)!!" 하늘을 치 뚫어버릴 듯 꼿꼿이 세워져 있던 이드의 팔과 일라이져가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황금 빛 검강도 함께 하강하기 시작했다. 이때야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것을 느꼈는지 오우거가 자리를 피하려했다. 천황천신검의 길이는 칠십 미터. 현재 오우거가 서 있는 곳은 오십 미터지점. 이십 미터만 도망가면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우거의 발이 내려쳐지는 검보다 빠를 리가 없었다. 구우우우우 오우거는 공기를 억누르며 닥쳐오는 황금빛 검을 바라보며 은 빛 뿔에 한가득 번개를 생성시키며 메이스를 휘둘렀다. 콰과과광....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내려오던 황금빛 검강은 오우거와의 충돌로 잠시 멈칫 하는 듯 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잠시일 뿐이었다. 거대한 황금빛의 검강은 그대로 지면으로 떨어지며 주위로 묵중한 충돌음을 퍼트렸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드는 천황천신검을 내려친 자세그대로 바질리스크를 한번 바라보고는 다시 진기를 운용했다. "천황천신검 발진(發進)!" 황금 빛 거검. 땅에 내려서 있던 천황천신검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드와 일라이져를 포함하고 있던 천황천신검이 이드의 말과 함께 이드와 떨어지며 천천히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그런 천황천신검이 향하는 곳으로는 천 여 마리의 몬스터가 모여 있는 곳이었다. 몬스터들은 먼저 있었던 먼저 있었던 검은 회오리 때문인지 자신들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황금 빛 검강의 모습에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것이 검은 회오리는 일정한 느린 속도로 다가갔지만, 이 천황천신검은 점점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결국 천황천신검 앞에 있던 몬스터들은 자신들을 향해 덮쳐오는 천황천신검을 보며 발악 하 듯 괴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천황천신검의 검극이 수백의 몬스터들과 충돌하는 순간 검강이 사방으로 터져 나가 듯 그대로 폭발해버린 것이다. 콰콰콰쾅... 쿠콰콰쾅.... 이드는 폭발과 함께 튕겨 날아오는 돌덩이와 여러 가지들을 호신강기로 막아내며 땅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누가 갈아놓은 듯한 브이자 형태의 깊은 홈이 지금 뿌연 모래먼지로 뒤덮힌 곳으로 쭉 이어져 있었다. 아마 수백의 몬스터가 저 폭발에 말려들었을 것이다. 이드는 결과는 확인해보지도 않고서 바질리스크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이 정도면 만족하겠는가." 쉬이익.... 쉬이익.... 바질리스크는 별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몬스터들을 돌아보며 쉭쉭거렸다. 그에 몬스터들은 잘됐다는 듯 뒤로 돌아 쌍둥이 산 사이에 있는 길을 향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방금 전 바질리스크의 쉭쉭거리는 소리가 철수신호였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런 몬스터들 앞으로 몬스터의 무리를 이끌듯 하피가 날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바질리스크가 다시 고개를 돌려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런 바질리스크의 눈에선 살기와 분노 같은 것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이대로 돌아갈 겁니다. 그대는... 우리가 다른 곳을 공격하더라도 다시 나타나 우리를 막을 것인가요?' 이드는 그 물음에 손에 들고 있던 일라이져를 허리의 검집에 꽃아 넣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곳에 나의 친인들이 몇 있기 때문에 내가 나선 것뿐이다. 그대들이 다른 곳을 공격하는 것에 관해서는... 상관하지 않겠다. 다만, 내가 머물고 있는 곳에 그대들이 몰려온다면 나는 다시 싸울 것이다. " '그렇다면 좋아요. 우리도 당신과는 싸우기 싫어요. 다른 인간들과는 달리 당신을 죽이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우리는 당신이 있는 곳을 공격하지 않을 꺼예요.' 이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바질리스크는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바질리스크가 땅위를 기어가는 속도는 보통의 몬스터 이상이었다. 그런 능력이 있으니 다른 몬스터들을 이끌고 있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 때 이드는 한가지 생각난 것이 있어 큰 소지로 바질리스크를 불러 세웠다. "한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 말해보세요.' "아까 네가 인간들을 향해 엄청난 살기를 뿜는걸 느꼈다. 너뿐만 아니라 다른 몬스터도 그런 것 같은데... 왜 그런 거지?" '... 천적이란 걸 아시나요?' 고개를 끄덕였다. 천적.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관계에서 잡아먹는 생물을 말하는 것 아닌가. '그것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되겠군요. 인간이 싫습니다. 꼭 인간들을 몰아내야 우리들이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바질리스크는 할 말 대했다는 듯이 다시 되돌아섰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런 이드의 등뒤로부터 굉장한 함성이 터져 올랐다. 우와와아아아아... 몬스터들이 물러갔다는 것에 대한 안도.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 영웅의 탄생에 대한 환호. 그들의 함성에는 그 세 가지 감정이 뒤썩여 있었다. 이드는 그 함성을 들으며 몸을 돌려 라미아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번엔 올 때와는 달리 천천히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 사이 대열을 지키고 있던 군인들은 서로 환호하며 정신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상급자들도 크게 탓하지 않는 것 같았다. 다만, 라미아를 중심으로 서있는 마법사 늙은이들과 뭐라 설명하기 곤란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가디언들의 모습에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고민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이드의 걱정과는 달리 가디언들은 별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그들은 멍한 표정이 모두 풀리지 않고 있었다. 그 대신 이드는 다른 사람에게 잡혀 쓸 때 없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바로 제일 뒤쪽에서 군인들을 지휘하던 사람. 번쩍거리는 모자에 빳빳하게 다려진 옷을 입고 있는 군인 아닌 군인인 장군이 이드를 잡고 있었다. "정말, 정말 대단한 실력이네. 자네 가디언이지? 정말 대단해. 어떻게 단신으로 그 많은 몬스터를 쫓아 버렸는지. 자넨 영웅이야. 이곳 파리의 영웅. 하하하하.... 이제 파리는 자네가 있어 안전할 것일세. 자네는 파리시민 모두의 영웅이야." 하나같이 이드를 추켜세우는 말이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드로서는 그런 말이 귀찮을 뿐이었다.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는 무슨 소리를 어떻게 들을지 알 수 없다. 생각과 함께 이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에 따라 이드의 앞으로 가로막고 웃고 있던 장군의 웃음도 자연 그쳐져 버렸다. 대신 그 웃음이 가신자리로 은근한 두려움이 차들어 오고 있었다. 대단한 위력으로 몬스터를 쓸어버린 힘. 하지만 그 힘이 지금 자신을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고 생각하자 두려움과 공포가 몰려 온 것이다. 이드는 장군의 몸이 굳어지는 것을 보며 그의 곁을 지나갔다. 장군이 아무말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두려움에서인지 아무도 이드를 막는 사람은 없었다. "수고하셨어요. 이드님." "아, 그래. 라미아. 그리고... 세르네오와 틸은 잠시 절 좀 따라와 주실래요?" 이드는 반갑게 자신을 맞아주는 라미아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에 멀뚱히 서있는 세르네오와 틸을 불렀다. 두 사람은 이드의 말에 그네야 정신이 든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 특히 마법사들은 라미아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은 듯한 표정이지만, 이드가 두 사람만 부르는 모습에 뭐라 하지 못했다. 몰랐으면 모르되 방금 전 내보인 두 사람의 엄청난 실력을 보자 함부로 말을 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이드는 라미아와 함께 흥분해 있는 군인들을 지나치며 제이나노가 있는 병원 쪽으로 향했다. 그동안 뒤쪽에 따라오는 두 사람은 별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침묵은 오래가지 못했다. 싸움을 좋아하는 만큼 성격도 털털하고 답답한걸 싫어하는 틸이 먼저 입을 연 것이었다. "잘보라고 해서 보긴 했지만... 녀석 너무 엄청난걸 보여줬어." 이드는 그의 말에 슬쩍 미소 지었다. "그래도 볼만 했을텐데요." "크크큭, 확실히 볼만했지. 그렇고 말고. 모든 무공을 하는 사람들이 이루고자 하는 최후의 경지를 본 것인데. 확실히 볼만했지. 정말 그 황금 빛 검의 모습을 봤을 때는 온몸의 세포가 모두 일어서는 느낌이었으니까." "흐음. 이번에 다시 한번 붙어보고 싶으신가보죠?" 이드는 틸의 평소모습을 생각하며,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정작 틸은 평소의 모습답지 않게 절래절래 고개를 내 젖고 있었다. "아니. 나는 네게 검으로가 아닌 주먹으로 졌었다. 그런 상황에서 황금빛의 검은 내 쪽이 자격미달이지. 그것도 한참. 하지만 말이다. 후에... 내가 정말 산중왕인 호랑이가 된다면, 그때가서 한 번 부탁하지. 그러니까 거절이나 하지마라." "좋지요. 그럼 기다리고 있어보죠. 틸이 산중 왕이 되기를요." 그렇게 이드가 틸과 이야기 하는사이 라미아는 세르네오의 옆으로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내용은 제이나노대와 비슷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별다른 불만 없이 이드와 라미아가 실력을 숨긴 것에 대해 이해해 주었다. 솔직히는 이해했다기 보다는 두 사람이 실력발휘를 할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해버렸다. 확실히 그랬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네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병원으로 다가는 것에 맞추어 치렁한 사제복을 걸친 한 사람이 걸어나왔다. 다름 아닌 제이나노였다. 그는 네 사람의 얼굴을 보더니 그들을 한 쪽으로 데리고 갔다. 병원과도 꽤나 떨어진 작은 공터가 그 곳이 었다. "아까는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보니까 이드가 했던 말이 모두 이해되는 느낌이었어요." 공터에 도착하면서 제이나노가 꺼낸 말이었다. 제이나노는 병원에서 나와 가만히 전장을 바라보다 라미아와 이드가 펼쳐 보이는 마법과 무공의 모습에 경악했던 자신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함께 이드가 말했던 역리라는 것이 무엇인지 저절로 알 수 있었다. 만약 라미아와 이드가 보인 저 힘으로 도시들이 몬스터로부터 지켜지고 몬스터들만이 죽어나간다면, 그것은 카르네르엘이 말했던 순리가 아닌 것이다. 그 만큼 방금 전 전투에서 이드와 라미아가 보여준 마법과 무공의 힘은 엄청난 것이었다. 저런 힘이라면 충분이 순리도 역행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래, 그럼 결정도 했겠네. 어떻게 할거야? 우리를 따라 갈꺼야?" 그 말에 제이나노는 슥 뒤를 돌아 파리를 한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아니요. 전 이곳에 남아서 지금까지 하던 사제일을 하겠어요. 아무래도 그게 제가해야 할 일 같아요. 리포제투스님께서는 제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라고 하셨지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리포제투스님에대해 이야기 하는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이드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게 지금 제이나노 사제가 해야할 일이라고 느.끼.는 건가요?" 어느새 제이나노에게 말을 거는 이드의 말투가 달라져 있었다. 제이나노는 그의 말에 입가로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느낌. 저 말은 처음 자신이 이드와 라미아를 만나면서 했던 말이었다. 리포제투스님은 날 이곳으로 인도하시기 위해 저 두 사람을 따라가게 하신 것일까. 제이나노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이드. 지금 이곳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제 바램이예요. 또한 그렇게 하고 싶은 제 마음이지요." "훗, 잘됐군. 그렇다면, 이제 나와 라미아는 그 수다에서 해방 된건가?" "아니, 수다라니요. 저는 어디까지나 제 생각과 리포제푸스님이 교리에 따른 설명을 했을 뿐인데 그것을 수다라고 하시면 제가 슬프지요. 더구나 이드와 라미아가 번번히 제 말을 막았잖아요. 그러면서 수다에 시달리기는 무슨..." "그런데... 그게 무슨 소리야? 따라간다. 안 간다. 누가 어딜 가는데 그런 말을 하는거야?" 한 옆에서 가만이 서있던 세르네오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대충 제이나노와 나누었던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드와 라미아가 떠난다는 것에서는 듣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것은 틸도 마찬가지였다. 이드는 두 사람의 의문에 등 뒤쪽 막 전투가 끝나고 바쁘게 뭔가를 정리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돌아보고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우선, 가디언 본부로 가죠. 가면서 설명해 줄 테니까. 제이나노도 같이 갈거지?" "물론이죠. 친구가 가는데 다시 만날때까지 잘 지내라는 뜻에서 배웅은 해줘야지요." "좋아. 가디언 본부가 저 쪽으로 가야되지?" 이드와 제이나노는 천천히 파리 시내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들을 뒤따라오던 라미아가 세르네오와 틸에게 자신들이 파리를 떠나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었다. 둘은 바로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잡으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세르네오는 가디언 본부를 운영하면서, 틸은 용병 일을 하면서 세상을 겪어본 만큼 강한 힘을 바라는 군대나, 정부에 이드와 라미아가 발목을 잡힐 경우 그 결과가 그리 좋지 못할 거라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들의 얼굴에는 오랜 지기를 떠나보내는 아쉬움만이 남아 있었다. 가디언 본부까지는 거리는 꽤 멀었다. 하지만 덕분에 파리 시내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었는데, 몬스터가 물러갔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큰 건물 속으로 대피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아마, 앞으로도 몇 번은 저런 일이 벌어질 터였다. 그러나 오늘 왔던 몬스터들은 다시 이곳으로 오지 않을 게 틀림없었다. 이드가 바질리스크에게 확실히 말해두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친인이 있다고. 그들이 가디언 본부에 다다른 것은 병원에서 출발한 지 두 시간 만이었다. 가디언 본부 앞 정문에는 여전히 디엔과 디엔의 어머니가 서 있었다. 두 사람도 몬스터가 물러갔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특히 디엔은 그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자마자 라미아에게 달려가 푹 안겼다. "아우~ 우리 귀여운 디엔. 이 누나가 말이야. 디엔을 무섭게 하는 괴물들을 모두 쫓아버렸단다. 누나 잘했지?" "응, 누나 고마워. 누나 정말 좋아. 쪽." 디엔은 라미아의 볼에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추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웠던지 라미아는 다시 한 번 디엔을 안아 올리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애정표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라미아는 디엔을 내려놓고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디엔, 누나하고, 형은 할 일이 있어서 또 가봐야 해. 누나가 다음에 올 때까지 장난치지 말고 엄마말씀 잘 듣고 있어. 알았지?" "흐응... 안가면 안돼? 지금왔잖아." 라미아는 디엔의 말에 곱게 웃으며 자신의 아공간에서 스크롤 세 장을 끄집어 냈다. "자, 이것 줄게. 디엔이 정말, 정말 누나하고 형이 보고 싶으면, 또 찢어. 그럼 누나하고 형이 올께. 그리고 또 괴물이 우리 디엔을 괴롭히려와도 찢고. 알았지?" 디엔은 자신의 손에 쥐어주는 스크롤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며 제이나노와 세르네오를 바라보았다. "정말 급한일이 있으면, 불러요. 올수 있으면 올테니까."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디엔이 들고 있는 스크롤을 가리켜 보였다. 세 장이나 주었으니, 알아서 쓰라는 뜻이었다. 두 사람도 그런 뜻을 아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정말 바로 갈 꺼야? 이제 곧 점심시간인데..." 그 말에 이드와 라미아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아니. 우리도 할 일이 있거든. 지금도 하던 일을 팽개치고 달려온 거야. 점심도 그곳에 있고." "그럼. 다음에 봐요. 그리고 세르네오, 혹시라도 그 말뿐인 장군이란 인간이 와서 묻거든 무조건 모른다고 딱 잡아 떼버려." 세르네오는 이드의 말에 걱정말라는 듯 두 팔을 활짝펴보였다. "걱정마. 이곳이 어디야? 바로 천하의 가디언 본부라구. 여기서는 설사 대통령이라도 자기 맘대로 못해." 이드와 라미아는 그녀의 자신만만한 말투에 빙긋이 웃어 보였다. "그럼, 다음에 볼일이 있으면...." "두 사람에게 리포제투스님의 축복이 함께하실 거예요." "어이, 다음엔 꼭 붙어보기다." "누나, 형. 다음에 꼭 와야되. 알았지." 각각의 인사말에 미소로 답하며 라미아는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순간 모두의 눈에 빛의 잔상만이 남았다. 하지만 라미아와 이드, 두 사람은 알까? 지금 돌아가면 텅 비어 버린 소풍바구니뿐이란 것을. 그리고 그 위에 남아 있는 독수리 깃털의 의미를 말이다. ................................................... 우어~~~ ^^ 앞서 드래곤 로어에 대해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드래곤 로어는 드래곤의 고함소리라고 할 수있죠. 드래곤의 피어가 살기와 같다고 하면, 드래곤의 로어는 무협지의 음공. 이드의 천마후와 비슷하죠. 로어에는 그 드래곤의 힘과 위엄이 실리죠. 덕분에 피어와 로어는 함께 사용할때 상승효과가..... 그리고.... 3일 가량.... 못 올릴 듯하네요. 그럼.... 여기까지가 10권이죠. ^^ 이드와 라미아는 파리로 올 때와 마찬가지로 두 번의 텔레포트를 통해 너비스에 도착했다. 한번의 텔레포트만으로도 이동이 가능하긴 하지만, 좌표점이 흔들리는 장소로의 초장거리 텔레포트는 사서하는 고생이나 다를 바가 없기에 시도하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파리로 급하게 날아가는 상황에서도 두 번으로 나누어서 텔레포트를 했겠는가. 파리에서 두 사람이 머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덕분에 오엘이 두 사람을 찾아 나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이 나가면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온다는 것은 너비스 사람이라면 모두다 아는 때문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너비스의 벤네비스 산에 도착한 시간이 정오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오엘이 두 사람을 찾아 나서는 대신 이드와 라미아는 도착하자 마자 다시 너비스 마을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항상 두 사람이 점심을 먹는 자리에 놓여있는 텅 비어버린 소풍 바구니 때문이었다. 더구나 소풍 바구니는 텅 비었을 뿐만 아니라, 이리저리 흩어져 묻어 있는 음식찌꺼기로 인해 상당히 지저분해져 있었다. 그 모습에 두 사람은 세르네오가 권했던 점심식사의 메뉴가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와 동시에 소풍 바구니를 이 지경으로 만든 상대에 대한 분노가 맹렬히 일어나는 느낌이었다. 항상 느긋했던 점심식사를 못하게 한 것에 대한 것과 번거롭게 너비스로 다시 돌아가야 한 다는 것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런 두 사람에게 소풍 바구니 한켠에 떨어진 독수리 깃털이 보인 것은 독수리들에게 있어서 정말 불행이었다. 잠시 후 산 정상에 서 있던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지는 순간. 하늘 가득히 독수리들의 비명성이 울려 퍼졌다. 그 후로 몇 주간. 벤네비스 산 주위를 나는 독수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 기간동안 절둑 거리는 몸으로 먹이를 쫓아 산을 내달리는 독수리의 모습이 몇 번 목격되었다고 한다. "응? 어쩐 일로 두 사람이 벌써 들어오는 거야? 도시락까지 싸갔으면서..." 이드는 양손에 무언가를 가득 들고서 의아한 듯이 물어오는 루칼트를 바라보며 손에 들고 있던 소풍 바구니를 흔들어 보였다. 이 곳 '만남이 흐르는 곳' 역시도 점심시간이라 한창 바쁜 모습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지만 대신 용병들이 식당 안을 가득히 메우고 있었다. 루칼트는 그런 용병들이 앉은 테이블 사이를 누비며 양손에 들고 있는 음식을 나르고 있다가 지금 막 들어서는 이드와 라미아를 보고 물었던 것이다. 덕분에 그의 손위에 쌓여있던 접시들이 약간 기우뚱하기는 했지만, 용병으로서의 운동신경이 있어서인지 금새 다시 중심을 잡아 보였다. "빈 것 같은데... 이번에 가지고 갔던 음식이 모자랐냐?" "아니요.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에 털렸어요. 그것도 아주 예의 없는 녀석들에게..."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소풍 바구니 안쪽을 보여주었다. 여기저기 찌꺼기가 남아 있는 바구니 안을 말이다. 루칼트는 그런 모습에 피식 웃어 버렸다. 이드가 말하고 있는 예의 없는 녀석들이란 것이 산 짐승이란 것을 짐작한 때문이었다. 험할 뿐 아니라 몬스터까지 바글거리는 벤네비스에 이드와 라미아를 제외한 사람이 있을 가망성이 없기 때문이었다. 우선 자신부터 벤네비스에 오르는 것은 사양하고 싶은 일이었으니 말이다. "쯧, 그 동안은 아무 일 없더니... 그래서 그냥 온 거냐?" 이드는 루칼트의 물음에 독수리의 날개깃털 몇 개를 흔들어 보였다. 그것들은 라미아의 마법에 두드려 맞던 독수리들로부터 떨어진 것들이었다. "아마... 요번 한 주 동안은 꼼짝도 못 할 것 같았어요. 그보다 저희도 점심 먹어야 하니까 좀 챙겨주세요." 루칼트는 머릿속에 그려지는 추락하는 독수리들의 모습에 애도를 표하며 이드와 라미아에게 비어있는 테이블을 내어 주었다. 대부분의 테이블이 용병들에게 점령당해 있긴 했지만, 두 개정도의 테이블은 항상 비어있는 상태였다. 실제 '만남이 흐르는 곳'은 규모가 상당히 컸던 때문이었다. 이드는 항상 시끌벅적한 이곳의 식사 풍경을 바라보다 한 쪽 테이블의 그릇을 정리하고 있는 루칼트를 향해 물었다. "루칼트, 그런데 오엘은요?" "아, 그 예쁜 전직 용병 아가씨? 그 아가씨라면 아마 방에 있을걸?" 그의 말에 라미아가 슬쩍 윗 층으로 향하는 계단 쪽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몇 시간 전 파리의 전투가 생각나며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이 되었다. "왜요? 아침에 봤을 때 어디 아픈 것 같지는 않았었는데." "걱정마. 아파서 그런게 아니니까. 그 아가씨는 점심시간이 좀 지난 후에 내려올 거야. 자기 말로는 한창 용병들이 몰려드는 지금 시간이 너무 시끄러워서 부담스럽다 더구만. 뭐, 시끄러운 게 사실이기도 하고 말이야." 확실히 지금시간의 식당은 소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거친 용병들이 모이는 식사시간인 만큼 시끄러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 말에 라미아는 오엘의 요리까지 부탁한 후 윗 층으로 향했다. 같이 점심을 먹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잠시 후 이드의 눈에 라미아와 함께 내려오는 오엘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막 샤워를 끝마친 때문인지 뽀얀 뺨이 발그레 물들어 있었다. 그녀는 라미아와 함께 테이블에 앉으며 방금 전 루칼트했던 것과 같은 질문을 던져왔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사숙. 이 시간에 이곳에 있다니, 혹시 벤네비스에서 찾고 있던걸 찾으신건..." 이드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아니야. 카르네르엘의 레어는 아직 그림자도 찾지 못했으니까. 우선 식사부터 하고 이야기 해 줄게."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오엘의 등 뒤쪽 루칼트를 가리켜 보였다. 그곳에선 루칼트가 양손에 요리 그릇들이 가득 놓여진 커다란 쟁반을 받쳐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한 달 가까이 그런 일을 해서인지 제법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법 괜찮은 맛을 자랑하는 루칼트의 요리로 점심을 해결한 세 사람은 루칼트에게 후식으로 나온 차를 받아들고 윗 층. 이드와 라미아의 방으로 향했다. 꼭 숨길 일은 아니지만, 함부로 떠들고 다닐 만한 이야기가 아닌 때문이었다. 방에 들어서며 오엘과 마주앉은 이드와 라미아는 벤네비스 산에서 받은 디엔의 알람마법에 대해서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파리에 도착하면서 제이나노와 나누었던 이야기와 두 사람이 직접 나서서 싸웠던 전투에 대한 이야기까지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오엘은 상당히 침착해 보였다. 두 사람의 이야기에 따로 놀라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말이다. 몬스터에 대한 것이야 이 전부터 이야기 해오던 것이기 때문에 놀랄 것도 없이 이해 한 듯 했고, 이드와 라미아의 진짜 실력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그대로 수긍하는 표정이었다. 딱히 이드와 라미아의 실력에 한계를 정해두고 생각한 적이 없는 때문이었다. 다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는지 지나가는 투로 한 마디를 더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저번에 사숙의 절반에 달하는 실력이 되기 전에는 떠나지 않는다는 말은 취소할 수밖에 없겠는 걸요." 확실히 그랬다. 그녀가 들은 이드의 실력의 반만 생각해 보더라도, 결코 쉽게 올라설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재능이 있다고 해도 평생을 수련해야 가능 할 수 있을까 하는 경지. 오엘이 천재가 아니거나 평생 이드 옆에 붙어 있을 생각이 아니라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앞으로 그 혼란이라는 것이 끝날 때까지 이곳에 머물게 되는 건가요?" "글.... 쎄..." 이드는 오엘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며 라미아를 돌아보았다. 그것에 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오엘의 말을 듣고보니, 지금의 상황에서는 가장 알맞은 대답처럼 들리기도 했다. 제로에 관한 일만 없다면 말이다. 오엘은 자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드와 라미아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카르네르엘은 계속 찾을 생각이세요? 이미 그녀에게서 들으려던 몬스터의 이상한 움직임에 대해서는 답이 나온 것과 같잖아요." 하지만 라미아는 오엘의 말에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맞아요.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죠. 아직 무슨 이유로 이런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모르는 상황인데다... 몬스터와 함께 미쳐 날뛰는 블루 드래곤의 문제도 있으니, 한 번은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어요. 물론.... 오늘은 여기까지하고 쉬어야 겠지만요." 라미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피곤하단 표정으로 방에 놓여있는 하나뿐인 침대로 걸어가 쓰러지듯 누워 버렸다. 실제로 피곤할 것도 없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사숙. 만약에 그 카르네르엘이 레어에 없으면 어떻하실 거예요? 따로 연락할 방법이라도 가지고 계신 거예요?" 오엘로서는 몇 일째 벤네비스 산을 뒤지는 두 사람이 헛 걸음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이드는 그런 오엘의 물음에 씨익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자주 이드의 입가에 자리하는 웃음. 하지만 지금의 웃음은 왠지... 꺼림직해 보인다고 오엘은 생각했다. "물론 연락할 방법이 있지. 아주 확실하고도 간단명료한 연락방법이 말이야." "그, 그러... 세요." 오엘은 이드의 말에 몸을 슬쩍 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에 카르네르엘의 레어가 비어있으면 구경하러 올래? 어떻게 연락하는지..." 구경이라니. 연락이라는 것을 하는데 구경할 만한 꺼리가 있을까? "아, 아니요. 저는 괜찮아요." 오엘은 이드의 말에 고개를 내 저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드와 라미아가 카르네르엘을 만날때까지 산에 오르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 음냐... 양이 적네요. ^^; 죄송. ㅠ.ㅠ 274 똑똑똑...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들려온 가벼운 노크 소리에 세 사람의 시선은 나무로 짜여져 자연스런 분위기를 내는 문 쪽으로 돌려졌다. 그 소리에 침대에 파묻히듯 엎드려 있던 라미아는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세웠다. 누가 무슨 이유로 찾아 온 지는 몰라도 남자가 들어올지도 모르는 상황에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에서 였다. 뭐, 여성이 찾아와도 보기 좋지 않다는 건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네, 누구세요." "잠깐... 시, 실례 좀 해도 될까?" 나무문을 넘어 굵직하지만 뭔가 망설이는 듯한 남성의 목소리가 이드들의 방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언 듯 듣기에 여관 내에서 들어본 듯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 제가 이곳에 머물면서 대련을 하고 있는 용병들 중 한 사람인 것 같은데요." 잠시 목소리의 주인을 생각하듯 뜸을 들이던 오엘이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해 주었다. 몇 일 동안 검을 나눈 사이인 만큼 얼굴과 목소리는 외우고 있는 오엘이었던 것이다. 이드는 그녀의 말에 무슨 일로 찾아 왔을까.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네, 괜찮아요. 문은 열려있으니까 그냥 들어오세요." 이드의 대답이 떨어지나 나무문의 손잡이가 찰칵 소리를 내고 돌려지며 방문이 열렸다. 천천히 방안과 복도사이의 벽을 허물어 가는 문 사이로 제법 넓은 어깨에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는 어딘가 묵직해 보이는 인상의 남자가 세 사람의 시야안으로 들어왔다. 운동하기에 좋아 보이는 가벼운 상의와 하의를 걸친 그는 방안의 시선이 모두 자신에게 모이자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잠시 움찔하며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미남미녀 세 사람의 눈길을 한번에 받는 것을 생각해보면 크게 이상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는 곧 원래의 그 큰 모습을 회복하고는 곧바로 오엘에게 시선을 돌렸다. 라미아와 이드에게는 전혀 시선이 머물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대단한 반응이기도 했다. 라미아와 이드, 특히 라미아의 미모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몇 번을 봤던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시선을 쉽게 때지 못하게 하는 그런 미모인데, 그런 라미아와 이드를 깨끗이 무시하고 오엘에게 시선을 두다니 말이다. 만약 이 자리에 눈치 빠르고 말많은 제이나노가 있었다면 "보통사람과는 다른 독특한 심미안을 가지신 모양이죠?"라고 했을지도...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하군. 다름이 아니라 대련을 했으면 하는데 말이야.... 괜찮겠나?" 다듬어지지 않은 뭉툭한 말투였다. 하지만 나름대로 예의를 갖춘 듯한 그의 말에 이드와 라미아는 오엘에게 시선을 돌렸다. 지금 들어선 남자의 목표가 자신들이 아닌 때문이었다. 오엘은 남자의 말에 의자 옆에 세워두었던 소호검을 바라보다 이드와 라미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더 할 이야기가 없다면 내려가서 대련을 했으면 하는데요. 사숙..." 이곳에 와서 거의 매일 하는일이 대련인데도 질리지도 않는지 다시 대련을 하겠다는 오엘의 모습에 이드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렇게 해. 어차피 라미아도 나도 오늘 오후는 여관에서 쉴 생각이었는데, 그동안 오엘의 실력이 얼만큼 늘었는지나 확인해 보지 뭐." "내려가죠." 이드의 말에 오엘은 소호검을 집어들고서 밖에 서있는 남자에게 말했고, 침대 위에 앉아 있던 라미아는 이드를 따라 일어나 앞서 가는 오엘의 뒤를 따랐다. 여관의 식당엔 아직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대부분이 할 일을 읽어 버린 용병들이었고, 그 외에 마을의 남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결계로 인해 공간이 한정되어 버린 너비스라는 마을 안에서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시간을 보낼 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그중 제일 손꼽히는 곳이 바로 이곳 용병들이 가장 많이 머물고 있는 '만남이 흐르는 곳' 이다. 특히 오엘이 오고서 부터는 하루도 끊이지 않는 화려한 대련으로 인해 구경꾼까지 끊이지 않아 그야말로 대성황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만남이 흐르는 곳'의 수입이 늘었는지는 확인 되지 않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번도 손님들로부터 루칼트가 돈을 받는 모습을 보지 못한 때문이었다. 대련을 청한 남자를 앞장 세운체 오엘과 이드, 라미아가 계단을 내려오자 식당안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휘익~ 좋아. 또 시작이구만." "야, 루칼트. 돈 받아." "나는 오늘도 저 아가씨한테 건다. 오엘양 오늘도 잘 부탁해요." 여관 여기저기서 시끄러운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었다. 그런 목소리는 여관 밖, 그러니까 항상 오엘이 대련을 하는 여관 뒤쪽 공터에서도 들려오고 있었다. 이미 대련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공터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이드는 지금의 이런 상황에 주위의 사람들이나 오엘이 아주 익숙한 듯 보였다. "이드님, 이건 뭔가 무투회같지 않아요? 거기다 상당히 익숙해 보이는게..." "아무래도 그렇지? 특히, 저 루칼트는 오엘과 함께 그런 분위기의 중심에 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그 말대로였다. 시끌벅적하게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에 작은 바구니와 종이, 펜을 든 루칼트가 사람들로 부터 내기돈을 챙겨 기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이 오엘과 남자의 뒤를 따라 식당안에 있던 사람들이 여관 뒤쪽 공터로 우르르 몰려나왔다. 공터주위는 그야말로 구경꾼들로 바글대고 있었다. 특히나 공터의 한쪽은 아이들과 여성들로 꽉 차있는 모습이 이 대련이 마을사람들 모두에게 좋은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거기다 구경하고 있는 여성들 중 일부는 '오엘 파이팅' 이라고 적힌 종이까지 들고 흔들고 있는 것을 보면 너비스 마을의 여성들 사이에 오엘의 인기가 상당하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처음보는 광경이지?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던 루칼트가 내기 돈을 모두 챙겼는지 이드와 라미아에게 슬그머니 다가오며 물었다. 그의 표정은 방금 전 까지 요리를 들고 다니던 여관 주인의 표정에서 도박장의 도박사와 같은 능글맞은 표정으로 변해있었다. 용병에 여관주인, 요리사, 도박사까지지. 참, 여러가지 직업에 그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루칼트였다. "저희들이 없을때 항상 이러고 노는 거예요?" "별다른 구경거리가 없는 너비스에서 이것보다 더 좋은 구경거리가 어딨겠어? 자연히 사람들이 몰리는 건 당연한 거지." 루칼트는 라미아의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을 하고는 두 사람 앞으로 사람들이 내기 돈이 담긴 바구니를 떡 하니 내 밀었다. 바구니 안에는 꽤나 많은 돈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 중 고액권은 하나도 없었고, 전부 작은 액수의 지폐와 동전들뿐이었다. 한마디로 지금의 내기로 돈을 따겠다는 것보다는 이런 가벼운 내기로 좀더 흥을 돋군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아니, 돈을 딴다고 해도 너비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얼마나 쓸 수 있을지가 문제가 더 문제가 될 것 같았다. "얼마나 걸 거야?" 누가 이길지 내기 돈을 걸라는 말이다. 당연히 내기를 할거라고 생각하는 듯한 루칼트의 말에 별로 거절할 생각이 없었는지 라미아는 슬쩍 대련준비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주머니를 뒤적여 꽤나 고액권의 지폐 한 장을 꺼내 바구니안에 집어넣으며 오엘을 지명했다. 루칼트는 꽤나 오랜만에 들어온 고액권인 때문인지 가볍게 휘파람을 불며 라미아의 이름과 걸린 돈을 장부에 기입하고는 이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넨 안 하나? 아니면,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대로 이쁜 마누라가 건 걸로 만족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던가요. 그런데 몇 일동안 계속이어진 대련이라면서... 사람들이 상당히 많네요. 좋은 구경도 몇 일동안 계속되면 지루해 질텐데..." 이드는 루칼트의 말과 함께 자신의 팔을 안아오는 라미아의 모습에 농담반 진담반인 루칼트의 놀림 수를 간단히 받아넘기며 물었다. 하지만 내심 더이상의 말은 나오지 않기를 빌고 있었다. 저번 라미아에게서 아기 이야기가 나왔을 때 얼마나 진땀을 뺐던가. 그런 이드의 바램이 통한건지 루칼트는 주위를 슬쩍 둘러보고는 두 사람곁으로 바짝다가서는 것이었다. 그것은 무언가 할말이 있는 사람의 행동이었다. 그것도 모두가 들을 만한 내용이 안되는 말을 할때 말이다. "크큭... 그게 다~ 이유가 있지. 사실은 말이야...." 은근히 목소리를 줄이며 흥미를 돋우는 루칼트의 말에 이드와 라미아는 그의 말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음침한 웃음까지 지어 보이는 루칼트의 모습에서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감을 부셔트리며 그 사이를 비집고 들려오는 거치른 목소리에 세 사람은 동시에 소리의 진원지를 날카롭게 쏘아 보아주었다. "야, 루칼트, 심판봐야 할거.... 아.... 냐... 왜, 왜 그래?" 기세 좋게 루칼트의 이름을 부드던 황소같은 덩치를 자랑하던 용병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세 쌍의 싸늘한 눈길이 가지는 압력 때문이었다. 특히 그 중 바라만 보아도 황홀한 아름다움을 가진 라미아의 눈길이 가장 두려운 그였다. 남들 보다 몇 배나 아름다운 그녀인 만큼 그녀의 미움을 사는 것은 몇 배나 가슴아픈 일이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자신이 뭘 잘못했다고, 저런 싸늘한 눈길을 감당해야 하는가. 그런 생각으로 주춤주춤 물러나던 그는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고개를 팩 돌리더니 가볍게 어깨를 떨었다. 그 황소만한 몸으로 가볍게... 말이다. 물론 주위에서는 그 모습에 가.벼.운. 마음으로 온몸에 닭살을 생성시켰지만 말이다. 그런 친구의 행동에 속에서 올라오려는 무언가를 짖누른 용병은 이제는 황당하다는 눈으로 주저앉은 자신의 친구를 바라보고 있는 세 사람을 향해 친구가 못다한 말을 전하기 시작했다. "루칼트 네가 항상 심판을 봤으니까. 빨리 와서 시작해라. 라고 말하려고 했었던 거같은데. 너 심판 안볼거냐?" 그 말에 어깨를 떨구고 있던 황소덩치의 용병이 그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헌데 그런 그의 눈엔 그렁그렁 눈물이 어리어 있었고, 순간 모든 사람들은 그의 눈을 피해 얼굴을 피해 버렸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속이 거북해 졌다고 할까. 루칼트는 애써 그 모습을 피해서 한쪽에 서있는 요병들을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젠장. 아무나 해. 그냥 치고 박고 싸우는걸 가지고 무슨 심판이야? 그냥 시작신호만 올려주면 되는 걸 가지고... 아무나 해. 아무나!" 그의 말에 잠시 웅성거리던 사람들은 제일 처음 말을 꺼내서 못 볼 꼴을 보이고 있는 용병에게 심판의 자격을 부여했고, 그의 시작신호에 맞추어 오래 기다렸다는 듯 오엘과 용병남자가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카앙.. 차앙... "그런데 아까 무슨 말을 하시려고 하셨던 거였어요?" 척 보기에도 쉽게 결말이 날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모습에 라미아는 슬쩍 고개를 돌려 루칼트를 돌아보았다. 아까 그가 하려다 못한 말이 뭔지 궁금했던 것이다. 루칼트는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곳에서 슬쩍 몸을 뺐다. 이드와 라미아역시 그런 루칼트를 따라 원래 있던 자리에서 몸을 뺐다. "흠흠... 사실은 말이야. 이 대련에 애정문제가 걸려있거든? 사람이란게 싸움구경, 불구경도 좋아하지만 그만큼 남의 애정사에 관한 것도 관심이 많다는 말씀이야. 그런데 그 좋은 구경 거리중에 두 가지나 걸려있으니... 관심을 쉽게 끊을 수 없는건 당연한 것 아니겠어?" 이드와 라미아는 대련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갑작스런 애정문제에 서로를 돌아보며 동시에 입을 열었다. "애정문제?!?!?" 헌데 그 목소리가 조금 컸던지 주위 사람 몇 몇 이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고, 루칼트는 급히 두 사람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는 말을 이었다. "쉿! 큰소리 내지마. 솔직히 여러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그 사실을 모르거든. 자신들에 대한 소문이 났다는 것도, 또 어떤 관계로 보인다는 것도... 괜히 본인들 귀에 들어가서 좋을 것 없다구." 확실히 그랬다. 그런 좋은 구경거리를 한번의 실수로 놓칠 수는 없지. 이드와 라미아는 딱붙어 서서는 몸까지 슬그머니 숙이며 마치 음모자 마냥 사악한 웃음을 웃어 보였다. "허기야 그렇죠. 그럼 몇 명이나 알고 있는 거예요? 루칼트가 알고 있다면, 용병들은 다 알고 있는 건가?" "어이, 그 말은 꼭 내가 입이 가볍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그리고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 글쎄. 나도 정확한 숫자는 잘 몰라. 다만 본인들과 내용을 잘 모르는 아이들을 제외하고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편할꺼야." 이드는 그의 대답에 허탈한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그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는 동안 본인들은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서로를 바라볼 때 눈을 감고 있는건가? 아니면 그 정도로 둔탱이란 말인가. 거기다 아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으면서 좀 도와줄 생각은 안하고 구경만 하다니... 솔직히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듣고 있는 자신도 문제 긴 하지만 이건 좀 심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떻게 마을 사람모두가 손놓고 구경만 하는 건지. 좌우가 돕건 돕지 않건 간에 이정도 되면 어떤 둔하디 둔한 사람들이 주인공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둔탱이 커플이 누구예요? 저기 있는 사람들 중에 있겠죠?" 라미아는 오엘과 용병이 한참 접전중인 곳을 가리키며 물었다. "물론있지. 그런데 누군지 밝히기 전에 해둘 말이 있는데... 너희들이 그 둘을 좀 도와줬으면 해서 말이야. 협조해 줄거지?" "... 그냥 구경만 하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갑자스레 도움을 청하는 루칼트의 이야기에 이드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뭐, 지금까지는 그랬지. 하지만 가만있자니 너무 답답해서 말이야. 어떻게든 상황에 변화가 있어야 지켜보는 우리도 좀더 흥미진진하게 구경할 수 있는거 아니겠어? 하지만 그 두 사람 사이가 발전할 가망성이 전혀 없으니 어쩔 수 없잖아. 자연히 구경하는 우리가 좀 나설 수밖에. 안그래? 그리고 우리가 도와서 한 커플이 잘되면 서로서로 좋은거 아니겠어?" 사악하다. 재미를 위해서라니. 그래도 도와주겠다니 다행이다. 좀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둘을 갈라놓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만해도 그 둔탱이 커플에겐 천운인 것이다. 이드는 처음 루칼트의 이야기를 들으며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구나 라고 생각한 것을 내심 미안해하며 루칼트에게 자신들이 해야할 일에 대해 물었다. 솔직히 자신과 라미아가 그 커플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뭔가 해낼 능력이 있긴 하지만, 두 사람의 마음에 모든 것이 달려 있는 애정문제에 자신과 리마아가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그럼 우리가 할 일이 뭔데요? 참, 그전에 우선 그 문제의 커플이 누군지부터 말해줘요. 사람 궁금하게 하지 말고..." "뭐... 보시다 시피 지금도 둘이 같이 있는데... 너희들이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지." 이드는 자신의 재촉에 루칼트가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키자 그 손끝을 쫓아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손가락이 향하는 곳에 있는 사람을 본 순간. 이드와 라미아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한채 한순간 그대로 굳어 버렸다. 채채챙... 차캉... "신연흘(晨演訖)!!" 오엘은 자신의 가슴을 파고드는 대검을 처내며 정확하고 힘있게 하나 하나의 초식을 전개해 나갔다. 상대는 대련을 시작하고서부터 적어도 하루에 두번이상은 꼭 검을 나누었던 상대로 자신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말은 자신역시 상대를 잘 알고 있다는 뜻도 되지만 말이다. 이런 사람을 상대로 조금의 실수라도 보이면 그것이 곧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손에서 펼쳐지는 검식은 어느 때보다 정확하고 힘이 있었다. 또 이 용병을 상대하기 위해선 지금과 같은 모습의 검법이 가장 잘 들어맞는다. 상대의 검법과 검 실력을 보아 절대 자신의 아래가 아니기 때문에 잔재주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차분하게 상대와 검을 썩어가던 오엘은 소호를 휘두르다 한순간 급히 뒤로 물러나버렸다. 이해할 수 없는 기분 나쁜 서늘한 기운이 자신의 등골을 타고 흘렀던 때문이었다. 잠깐의 멈칫거림이었다. 하지만 그 한순간의 멈칫거림으로 인해 공격의 주도권은 상대에게 넘어가 버렸다. '칫, 갑자기 왜 이러지? 주위에 변태라도 있는 건가? 아니면 누가 내 흉을 보나?' 오엘은 둘 중 하나의 이유로 자신을 멈칫거리게 만든 상대를 향해 가볍게 응징을 다짐하며 다시금 소호를 들어 방어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오.... 오, 오엘... 오엘이!!!" 정확한 동작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는 오엘을 멍하니 바라보던 이드와 라미아는 뻣뻣한 고개를 겨우 돌려 루칼트를 바라보았다. 그런 두 사람의 눈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그런 메세지가 한가득 새겨져 있었다. 요즘 넉넉히 여유를 가지고 대화할 기회가 별로 없긴 했지만 누군가와 사귄 다는가 하는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다. 분명히 그랬는데. "호, 혹시 잘못 알고 있는거 아니예요? 오엘이 달라진 점은 하나도 없는데..." "나도 그녀가 누군가와 사귄다고는..." 이드와 라미아는 서로를 바라보며 의견을 내놓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평소 그녀의 모습을 볼 때 너비스 전체에 소문이 날 정도의 일을 벌인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정말 저 오엘이 누군가와 사귄단 말이예요?" 마치 못들을 걸 들은 사람 마냥 다시 한번 확인해야 겠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드와 라미아를 바라보며 루칼트는 멋적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쩝. 이거 말이... 아니, 뜻이 조금 잘못 전달 된 모양인 것 같군. 만약 둘이 사귀는 거라면 뭐하러 우리가 옆에서 돕겠다고 나서겠냐? 한쪽은 덤덤한 반면, 다른 한쪽이 열을 올리고 있으니까 도와주자는 거지. 이런걸 짝사랑이라고 하지. 참고로 아무 것도 모르는 쪽은 저 예쁜 전직용병 아가씨고, 열을 올리는 건 저 무뚝뚝해 보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무뚝뚝한 쑥맥중의 쑥맥인 켈더크지." "......" 이드는 그 말에 라미아를 슬쩍 돌아보았다. 어째 자신들이 생각하던 것과는 좀 다른 내용이다. 설명하는 쪽은 짝사랑. 설명을 듣는 쪽은 둔탱이에 쑥맥이라 전혀 진전이 없는 한 쌍의 짝. 하지만 분명히 자신들은 설명을 똑바로 들었었다. 그럼... "당신 설명이 틀린거잖아!!" "아.하.하.하... 그런가? 에이, 그런 사소한 건 그냥 넘어가고. 어쨓든 도와 줄 거지?" 이드와 라미아는 루칼트의 말에 뭐라 곧바로 대답 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서 돕겠지만, 잘 아는 사람. 더구나 오엘이 좋아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나서기란 왠지 불편했다. 더구나 오엘의 마음도 모르지 않는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상대편의 마음을 강요하는 것도 못할 짓이다. 물론 오엘이 조금이라도 상대를 좋아하는 기색이 있었다면 두 발벗고 나설 용의가 있지만 말이다. "그게... 좀... 오엘에 대한 거라면 나서기가 조심 스러운데요. 그래도 제가 명색이 그녀의 사숙이잖아요. 그런데 뭘 도와주면 되는건데요?" "뭐, 별거 아니야. 단지 오엘양이 켈더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별 관심이 없다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것과 평소 좋아하는 취미와 취향, 음식종류나 스타일 등등을 알아내서 알려주면 좋겠는데..." "그게 어떻게 별거 아닌 겁니까?" 오엘에 대한 모든 걸 다하란 것과 별 다를게 없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뭘 하겠단 말인가. 하지만 루칼트들로서는 또 그게 아니었다. 지금은 이드를 사숙으로 모시며 조금은 누그러 졌지만, 용병으로 활동 할 때는 얼음공주로 불렸을 만큼 날카로운 오엘이었다. 그런 그녀를 상대로 취미가 어쩌니 취향이 어떠니 묻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아니, 묻더라도 답을 받아내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아무튼 좀 부탁하자. 네가 저 켈더크란 놈을 몰라서 그러는데, 저 자식 아직 여자하고 연애 비슷한 것도 해 본적 없는 놈이야. 그만큼 여자문제에 있어서 깨끗한 백지와도 같은 놈이지. 더구나 헤프게 돈쓰는 것도 아니고, 차분하고 계획성있는 성격에 아무튼 대단한 놈이야. 지금까지 용병일 한 것도 다 모아놨을걸? 단지 좀 무뚝뚝하고 표정 없는게 흠이긴 한데... 저 전직 용병 아가씨 앞에서는 그렇지 않으니 아무문제 없지. 암! 저런 신랑감 구하기 힘들다. 너." 구경거리보다는 친구 장가보내고 싶어서 저러는 걸꺼다. 중매쟁이 마냥 켈더크의 장점을 늘어놓는걸 보면 말이다. "쩝... 확실히... 그 말대로라면 상당히 좋은 사람이긴하네요." "당연하지." "하지만 역시 그 부탁을 들어 드리진 못할 것 같네요. 대신 오엘에게 켈더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한번 슬쩍 찔러볼게요. 만약 오엘이 생각이 있는 거라면.... 그때 도와드릴게요." 루칼트는 고개를 갸웃거리던 이드의 대답에 켈더크와 오엘을 이어주긴 틀렸다는 생각으로 고개를 저었다. 사실 조금이라도 오엘이 켈더크녀석에게 관심이 있는 반응을 보였다면, 일을 벌써 한참은 진전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드에게 도움을 청한 것인데... '휴~ 이놈아. 왜 하필이면 골라도 드센 전직 용병 아가씨를 고르냐... 이쁘긴 이쁘지만, 상대가 웬만해야 우리들이 도와주지. 쯧, 첫사랑은 이루어지기 힘들다더니. 틀린 말은 아닌가 보다. 근데, 이번 기회 놓치면 저놈 저거 평생 장가 못 가는거 아냐?' 루칼트는 두 사람 사이가 절대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확신이라도 하듯 모든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어 있는 친구를 불쌍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 순간 불쌍한 친구는 빼곡이 밀려드는 오엘의 검격에 오늘의 첫 패배를 기록하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오엘에게 돈을 걸었던 사람들과 여성진들로 부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루칼트는 그 모습이 꼭 오엘에게 차이는 친구의 미래모습을 보는 것 같아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와~ 오엘. 잘했어요. 루칼트, 오엘이 이겼으니까 제게 돌아오는 게 얼마나 되죠? 제가 제일 많이 걸었던 것 같은데..." 두손을 들고 팔짝거리며 좋아하는 라미아의 말에 루칼트는 바구니에 들어 있던 돈을 한웅큼 쥐어서는 라미아에게 툭 내밀었다. 뒤이어 몇 번의 대련이 더 벌어졌다. 오엘과 대련한 용병들도 있고, 자신들끼리 검을 나누는 용병들도 있었다. 중간엔 오엘과 라미아의 애원에 이드가 직접 나서서 실력 발휘를 하기도 했다. 마을사람들의 환호속에 대련은 몇 시간이나 이어저 저녁때서야 끝이났다. 하나 하나의 대련이 벌어질 때마다 돈을 걸었던 라미아는 대련이 끝났을 때 온전히 원금만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드는 그런 그녀를 향해 돈을 잃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지만, 라미아는 내기 초반에 땄던 돈이 아까운지 미련이 남는 표정으로 내일하루 더 쉬자고 이드를 조르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내기 도박에 맛을 들이려는 것은 아닌지 은근히 걱정이 되는 이드였다. 저녁식사 시간을 일부러 늦게 잡았다. 보통 때보다 한참을 늦은 시간이었다. 식당에는 평소와 다르게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의 사람들만이 앉아 술을 홀짝거리고 있었다. 저녁 늦은 시간까지 떠들썩한 이곳 '만남이 흐르는 곳'에서는 이상하다고 할 만한 모습이었다. 사실 이것은 자연스럽게 오엘에게 켈더크에 대한 것을 물어보기 위한 것으로 루칼트가 사람들을 모두 내보내서 생긴 일이었다. 루칼트는 조금 전 자신이 가져다준 요리들을 앞에 두고 이야기하고 있는 세 사람을 바라보며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간단 간단히 들려오는 말소리에... "검초가 상당히 자유로워 졌어. 대련하면서 상당히 실력이 는것같아." "네, 사숙. 혼자 연습하는 것도 좋지만, 상대와 검을 나누는 게 더 실력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초식운용도 빨라지고." "그래. 그런데 낮에 찾아와서 세 번이나 싸웠던 사람 있잖아?" ".... 네. 아마... 켈더크라는 이름이었을 거예요.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에 아마 한 손안에 꼽히는 실력자 같았어요. 물론 사숙과 라미아는 빼구요." "후훗. 정말 상당한 실력의 강검(强劍)이던걸. 또 듣기로는 상당히 사람도 좋다고 하던데... 오엘이 보기엔 어땠어?" 꿀꺽. 루칼트는 침을 삼키며 좀더 오엘의 목소리를 크게 듣기 위해서 고개를 쭉 빼서는 몸을 앞으로 내 밀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식당에 남아 있던 사람들의 귀도 이어질 오엘의 말을 기대하며 쫑긋 새워졌다. "뭐... 잘은 모르겠지만 그 말 대로인 듯도 해요. 하지만 대련상대로만 봐서인지 그런 건 모르겠어요. 별관심도 없구요." 크윽, 불쌍한 친구야! 앞으로 쭉 내밀고 있던 루칼트의 몸이 그대로 카운터위로 퍼질러지고 말았다. 하루에 두 세번씩 만나서 칼을 맞대는 상대인데도, 별 관심이 없다니. 정말 불쌍하고 불쌍한 놈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루칼트였다. "쯧... 상대가 불쌍하다. 몇 일 동안 검을 나눴으면서도 그렇게 무관심 하기는... 그럼, 여태 네가 관심을 가지고 상대해본 사람이 도대체 몇 명이야? 설마 하나도 없는 건 아니겠지? 아, 남자들 중에 말이야." "흐응... 남자라면... 두 명이요. 앞으로 더 늘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제가 관심을 가지고 가까이 지낸 사람은 딱 두 명 이예요. 지금 제 앞에 있는 사숙과 런던에 있을 하거스씨. 그러고 보니 하거스씨는 큰일 없이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으음... 하거스씨라... 보고싶냐?" 거기까지 들은 루칼트는 절망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끄... 끝났다." 지금까지 생활하며 만나고 헤어졌을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딱 두 명의 남자에게만 관심을 가졌다니. 그렇다면 남자와 사귀게 되더라도 그 두 사람을 제외하면 가망이 없다는 말이 된다. 그렇게 되면 사숙이며 이미 임자 있는 이드는 자연히 빠지고, 하거스라는 인물이 떠오르는데... 한마디로 오엘이 점찍어놓은 사람은 따로 있다는 말이 되고, 켈더크는 애초부터 가망없는 짓을 했다는 말이다. 이래 가지고선 아무리 주위에서 도와 줘봐야 무슨 소용인가. '불쌍한 놈. 불쌍한 켈더크...' 루칼트는 이 사실을 켈더크 놈에게 어떻게 알릴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날 밤. 라미아는 루칼트 모르게 오엘과 좀더 긴 이야기를 나누었고, 돌아와 이드에게 그대로 알려 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음흉한 표정으로 마주바라보며 미소지었다. ...................................................... 늦었습니다. (-.-)(_ _)(-.-) 275 다음날도 이드와 라미아는 카르넬르엘의 레어를 찾기 위해 벤네비스의 산들을 뒤지고 다녔다. 전날 라미아가 하루를 더 쉬자는 말을 하긴 했지만, 오늘 아침의 분위기에 밀려 아무런 말도 없이 가만히 여관을 나오고 말았다. 다름아니라 아침부터 식당을 점거한체 술을 마셔대고 있는 켈더크 때문이었다. 그는 전날의 무표정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침중하고 무거운 얼굴로 마치 전투를 하듯 술을 마셔댔고, 그 주위로 어느새 분위기에 휩쓸린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유를 알지 못하는 오엘은 그냥 무시하고 공터로 나가버렸다. 내기 때문에 오늘 쉬려고 했었던 라미아는 그 모습에 대련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도시락을 들고 나와버린 것이다. 벌써 점심시간이 지나고 있었지만 아직도 카르네르엘의 레어나, 레어를 보호하고 있을 마법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체로 드래곤들은 자신의 레어를 숨겨두지 않는다. 아니, 숨길 필요가 없다. 숨기지 않더라도 어떤 미친놈이나 드래곤 슬레이어를 꿈꾸는 몽상가가 아닌 이상 레어에 다가올 존재가 없기 때문이었다. 또, 쳐들어온다고 해도 드래곤의 상대가 될 존재가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몇 몇 경우에는 지금의 카르네르엘과 같이 레어를 숨겨둔다. 대표적으로 조용히 수면기에 들때와 유희를 나갈 때 레어의 입구를 마법으로 봉인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렇게 막아둔 레어의 입구는 보통 찾기 힘든 것이 아니다. 마법에 있어서는 궁극에 다달아 있는 드래곤들인 만큼 그들이 사용한 마법을 뚫고 레어를 찾는 것은 가능성이 희박하다 못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드와 라미아의 능력정도 되면 찾는 것도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척 봐서 한번에 찾을 수는 없다. 대충 레어의 입구부근에 가야 그곳에 설치된 마법의 존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드와 라미아는 드래곤이 레어로 정할 만큼의 거대한 동굴이 있을만한 산만을 뒤졌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레어를 찾지 못했다. 지금 두 사람이 훑어보고 있는 산을 제외하고는 레어가 있을 법한 산은 두 개. 만약 나머지 산에서도 레어를 찾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 이드였다. 도대체 뭣 때문에 이렇게 꼭꼭 숨겨둔 건지... 카르네르엘로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레어를 찾지 못한 이드는 그것에까지 은근히 짜증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때였다. '야호~! 이드님. 찾은 것 같아요!!!' 라미아의 목소리가 커다랗게 이드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이드는 그 목소리에 급히 고개를 들어 라미아의 존재가 느껴지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라미아와 마찬가지로 머릿속으로 재차 확인의 말을 건네며 이드의 몸은 어느새 경공을 사용하여 라미아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정말이야? 레어가 맞아?' 터터텅!! 빠르게 나아가던 이드의 몸이 한순간 허공 높이 치솟아 올랐다. 순간 이드의 눈 안으로 주위 광경이 한꺼번에 뛰쳐 들어왔다. 그 한쪽으로 라미아의 모습이 잡혔다. 워낙 높이 뛰어오른 때문인지 인형처럼 작게 보이는 라미아는 작은 동산 정도의 아담하고 형세가 오밀조밀한 산의 한쪽 면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 크기를 따져보자면 절대 레어가 있을 수 없는 그런 산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녀석이었다. "으음... 확실히..." 이드는 라미아 앞으로 내려서며 몸으로 느껴지는 오밀조밀하고 은밀한 마력의 느낌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마법이 작용해서 일어나는 기운이 확실했다. 하지만 레어가 있기에는 산이 너무 작았다. 이드는 다시 한번 산을 바라보았다. 높이 이 십여 미터 정도의 나지막한 산. 전체적으로 완만하고 부드러운 곡선을 가진 산은 공원에나 심어 놓는 잎이 풍성하면서도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그런 나무들로 둘러싸여 푸르게 빛나고 있었으며, 그 사이사이로 일부러 꾸며 놓은 듯한 옥빛의 잔디가 산전체를 덥고 있었다. 게다가 이드와 라미아가 서있는 위치는 산이 두 사람을 감싸안는 듯한 형상으로 어떤 "입구"라는 느낌을 주고 있어서 정말 무언가 작은 동굴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두 사람의 눈앞엔 그저 옥빛의 산의 일부분만이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와 더불어 그 위에 형성되어 있는 마력의 기운도 함께 말이다. "확실히... 뭔가 있긴해. 하지만... 이런 곳에 레어를 만들기에는 산이 너무 작아! 헤츨링도 이런 데서는 못 살 것 같은 크기잖아." 그 말에 라미아가 멀뚱이 이드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당연하죠. 원래 헤츨링 때는 모두 부모와 함께 사는데 레어가 왜 필요해요?" "....." "하.지.만 헤츨링이 레어에 산다고 가정하면 확실히 작긴 작겠네요. 호호호..." 이드는 자신의 말에 태클을 걸어오는 라미아에게 한마디 해주려다 그 기세를 느꼈는지 슬그머니 말을 돌리는 모습에 고개를 돌려 마법에 의해 조종된 마력의 기운이 느껴지는 정면의 산을 바라보았다. "레어가 맞는지 아닌지는 확인해 보면 알게되겠지. 그리고 레어가 맞다면... 카르네르엘을 만났을 때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을 것도 같아... 라미아, 처리해." "네, 맞겨 두세요." 선생님의 호명에 답하는 아이 처럼 한쪽손을 들어 보인 라미아가 앞으로 나섰다. "인비스티가터 디스맨트!! 언제나 느끼지만 정말 듣기 좋은 부드럽고 맑은 목소리다. 살짝 가슴 앞으로 들어올린 손안으로 작은 피구공 정도 크기의 푸른 구가 생겨났다. 그와 동시에 구를 중심으로 미세한 먼지와 같은 마나의 파장이 파도가 치듯 흘러나와 퍼졌고, 곧이어 그 푸른 구 위로 라미아가 서있는 산의 정면 모습이 비쳐졌다. 그 영상위로 무언가 하얀 선이 복잡하게 그어지고, 알 수 없는 수치들이 빼곡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잠시 그 구체위로 들어난 정보를 바라보던 라미아는 좀더 산쪽으로 다가가서는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설치된 마법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드는 그런 라미아의 모습을 바라보다 주위로 시선을 돌렸다. 그로서는 저런 머리 아픈 작업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몇 일 동안 봤지만 확실히 화려한 산세다. 하지만 그런 산들 중에 몇 일 동안 고생하면서 살펴본 산들이 눈에 들어오자 여간 신경에 거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레어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돌아다닌 산들. 몇 일 동안 고생하면서 뱅글뱅글 돌고 돌았던 산들이다. 헌데 정작 레어라고 생각되는 마법적 기운이 느껴진 곳은 집 뒤에 있으면 딱 좋을 만한 동산 정도의 산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산이라니. 심히 허무하고도 허탈하지 않을 수 없다. 대체 이게 레어라면 카르네르엘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작은 레어를 만들었단 말인가? 레어에서 쉴 때는 몸을 줄여서 쉬기라도 하는건가? 아니면 다른 생물로 폴리모프해서 쉬는 건가? 하지만 그건 쉬는 것도 뭐도 아니다. 정말 이 작은 산이 레어라면 카르네르엘과 심각하게 상의를 한번 해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드였다. "이드님, 조사 끝났어요." 멍하니 주위 산으로 시선을 주고 있던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 곳엔 세 가지의 복합마법이 걸려있어요. 상당히 고급의 마법이예요. 하지만 대충 수식과 마나의 연계점을 찾아냈으니까 좀만 힘을 쓰면 해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아. 그럼 빨리 치워버리고 뭐가 있는지 들어가 보자."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라미아의 곁으로 가서섰다. 그러자 라미아는 기다렸다는 듯 이드의 힘을 끌어오며 복잡한 캐스팅을 거친 후 눈앞의 산을 향해 한 쪽 손가락을 뻗었다. "캔슬레이션 스펠!!" 슈아아아아.... 마치 빛에 휩싸인 거미줄 같았다. 시동어와 함께 라미아의 손가락이 빛으로 휘감기더니 그 빛에서 가늘은 은빛을 머금은 마법의 결정체가 실처럼 뿜어져 이드와 라미아의 눈앞을 가리고 있는 마법의 빈틈을 파고 들어갔다. 캔슬레이션 스펠은 디스펠과는 확실히 다른 마법이었다. 디스펠이 강제적인 힘으로 상대의 마법을 강제로 억누르고 깨부수는데 반해 캔슬레이션 스펠은 상대마법이 적용된 수식과 마나의 조합식등을 알아내어 그 결합부분을 풀어 버림으로서 마법을 해제시켜 버리는 마법인 것이다. 특히 디스펠은 자신보다 최소 두, 세 단계 낮아야 사용이 가능하지만 이 캔슬레이션 스펠은 같은 수준의 마법사의 마법도 풀어 낼 수 있으며, 디스펠의 사용시 일어나는 반발력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단, 상대 마법사보다 뛰어난 마나운용 능력과 컨트롤 능력, 수식을 계산해내는 능력이 있어야한다. 한마디로 엄청 잘난 천재만 가능한 마법이란 말이다. 덕분에 오히려 디스펠 보다 더 잘 사용되지 않는 마법이기도 하다. 마법을 펼치는 라미아의 모습에서 SF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던 이드는 곧이어 앞에서 느껴지던 마력의 결속력이 급격히 약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와 함께 산의 한쪽 부분이 빗속에 씻겨나가는 수채화처럼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흐릿해져 가는 푸른 영상너머로 어둠에 싸인 작은 동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점점 뚜렿해져 마침내 깨끗한 모습으로 이드와 라미아의 앞에 모습을 들어냈다. 동굴은 삼 미터 정도 높이에 세 사람이 나란히 지나가도 비좁지 않을 정도의 크기를 지니고 있었다. 동굴 입구부분은 흙으로 덮여 있었는데, 그 위로 푸른 잔디와 덩굴이 싸고돌아 동굴특유의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보다는 아늑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강하게 전해 주었다. 거기에 더해 안쪽으로부터 묘한 마력의 느낌이 풍겨오는 것이 안쪽에도 무언가 마법이 작용하고 있는 듯 했다. 이드와 라미아는 의견을 묻듯 서로 시선을 맞추더니 천천히 동굴로 향했다. 동굴은 여느 곳들과 비슷하게 돌로 구성되어 있는 듯 했다. 전체적으로 타원형을 이루는 동굴은 벽과 바닥이 깨끗한 솜씨로 반들반들하게 깍여져 있었다. 특히 입구부분에 시작되는 덩굴형태의 자연스런 조각은 이 동굴의 주인이 얼마나 신경을 써서 다듬어 놓은 것임을 짐작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이 미터 정도를 들어가자 어떤 마법적 장치가 작동한 것인지 천정에 박혀 있는 돌이 빛을 내며 동굴 안을 밝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잘 꾸며진 동굴도 십여 미터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두 사람은 멈춰야 했다. 그런 두 사람 앞에는 투명한 녹옥(綠玉)을 깍아 새워 놓은 듯한 벽과 같은 것이 동굴 전체를 막아서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느껴지는 마법의 기운은 그것이 실제 존재하는 물질이 아니란 것을 말하고 있었다. 라미아의 말로는 방어를 위한 마법이 아닌 일종의 문 역활을 하는 마법으로 허락된 존재가 아니면 지나갈 수 없도록 하는 그런 마법이라고 했다. 확실히 이런 동굴에 문을 만들기 보다는 이런 것을 설치하는 것이 좋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주인이 없을때 들어가자니 상당히 신경쓰이는 것들이다.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일라이져를 통해 무형기류의 일식을 펼쳐 눈앞의 마법을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생각해보니 애초 이곳에 들어서기 위해 입구의 마법을 해제 할 때도 캔슬레이션 스펠의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강제로 때려 부셨어야 했다. 두 사람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어디까지나 카르네르엘을 만나기 위한 것. 하지만 카르네르엘이 레어에 없을 것이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는 지금 두 사람이 카르네르엘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녀를 부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이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레어에 걸려 있을 알람마법이다. 혹시라도 모를 레어의 침입자를 대비해 드래곤들이 외출시 펼쳐놓는 그 마법을 자극하면 카르네르엘은 어디에 있던지 침입자를 응징하기 위해 날아 올거란 것이 이드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잠시 깜빡한 이드와 라미아는 입구의 마법을 제일 무난하고 안전한 방법인 캔슬레이션 스펠로 해제하고 들어와 버렸다. 당연히 알람마법은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사실을 생각한 이드는 이제부터라도 앞을 막거나 방해하는 것이 있다면 부수고 볼 작정이었다. 물론, 저 안쪽을 들어갔을 때. 이곳이 카르네르엘의 레어가 아니라는 등의 어이없는 사실이 발켜지면 조금은... 허탈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더이상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는 마법적 장벽이나 문과 같은 방해물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십 여 미터를 더 들어선 두 사람은 잘 꾸며진 석조건물의 내부를 연상시키는 듯한 동굴의 심장부를 볼 수 있었다. 그곳에는 높이 팔 미터에 지름 이십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원형 홀이 자리하고 있었다. 또 원형 홀에는 다섯 개에 이르는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진 아담한 나무문이 달려 있어서, 원형홀이라기 보다는 왠지 거실과 같은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특이한 점이 한가지 있었는데, 바로 홀의 바닥에 새파란 잔디가 깔려있는 흙 바닥이란 것이었다. 이곳까지 들어온 길은 돌 바닥이었으면서 말이다. 잠시 생각도 못한 잔디바닥에 멈칫 하던 이드와 라미아는 어색한 표정으로 홀의 중앙으로 걸어나갔다. 보통은 생각지도 못하는 잔디바닥. 하지만 그것은 딱딱한 홀의 바닥보다 훨씬 좋은 느낌이었다. 홀의 천정엔 포도넝쿨의 조각이 유려하게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 중 포도열매를 조각한 부분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또 그 포토넝쿨은 아래로, 아래로 내려뜨려져 홀의 벽면으로 뻗어 있었다. 확실히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홀이었다. 하지만 홀 구경을 위해 들어선 것이 아닌 이드와 라미아였기에 각각 양쪽으로 흩어져 방을 뒤져보기로 하고, 이드는 두 사람이 들어섰던 곳에서 제일 오른쪽에 위치한 방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앞서 설치되어 있던 마법처럼 무언가 있는 게 아닌가 해서였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문은 너무도 쉽고 부드럽게 열렸다. 그리스 마법이라도 사용한 것인지 소리도 없이 열려진 나무문 뒤로는 깨끗하고 간결하게 정리된 주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평소 사람이 많이 오지 않는 때문인지 주방엔 다섯 사람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세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왜지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드는 이드였다. 주방엔 더 살필 것이 없다는 생각에 이드는 곧 바로 다음 문을 열었다. 그곳은 서재였다. 홀과 같은 팔 미터 정도 되는 높이를 가진 방의 네 벽이 모두 책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중간에 도서삼매경을 즐길 수 있도록 놓여있는 앉으면 편해 보일 듯한 의자와 책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드는 이번에도 그냥 넘어 가고서 정중앙, 세 번째 문 앞에 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라미아역시 이드 옆으로 다가왔다. "확실히 카르네르엘의 레어는 맞는 것 같아요. 제가 본 두 개 방은 욕실과 창고였는데... 창고는 확실히 드래곤의 창고더라 구요." 드래곤의 창고. 대충 상상이 갔다. 보물과 유물에 해당할 물건들과 괴상한 것들이 쌓였겠지. "이쪽도 마찬가지. 주방과 서재라기 부르기 어색 할 정도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 서재 뿐이야." "그럼... 이 방만 남은 거네요. 그리고 지금까지 나온 것들을 생각해보면 남은... 침실이겠죠?" 그 말과 함께 문이 찰칵 소리를 내며 열렸다. 과연 방은 녹색의 조용한 분위기로 꾸며진 커다란 침실이었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황당하네... 정말 이런 쪼그만 곳을 레어라고 정했단 말이지?!" "근데 저희들은 이제 어쩌죠?" "... 어쩌긴. 애초 생각했던 대로 적당한 곳을 찾아 두드려 부셔봐야지. 그럼 알아서 나타나겠지." 하지만 라미아는 그 말에 뭔가 할말이 있는 모양이다. 그 말에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한쪽 발을 톡톡 굴리며 불만스레 입을 연 것이다. "하지만 주위를 봐요. 이 작은 곳에 어디 부술곳이 있나. 더구나 별로 크지도 않은 산이 예요. 괜히 충격을 줬다가 무너질지도 모른다구요?" 그럴지도.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동의 할 수밖에 없었다. 때려 부술래도 부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보통의 드래곤 레어라면 그 엄청난 크기에 한참을 때려부수더라도 부서지는 것은 레어의 일부분으로서 부담이 적은데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이 작은 곳을 조금만 부수어도 카르네르엘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할 만한 곳이 없을까? "아, 그럼 저기 저 창고를 노리는 건 어때요? 창고라면 당연히 마법을 걸어 두었을 것 같은데... 확인해봐야 겠네요." "아.... 그, 그래..." 이드의 생각을 읽은 듯 빠르게 대답한 라미아는 이드가 고개를 끄덕는 것은 보지도 않고서 디텍터 마법을 사용하여 주위의 마나 분포와 마법의 작용점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찾았을까. 갑자기 눈을 반짝이던 라미아가 침실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아무 말도 없는 라미아의 행동에 이드는 어쩔 수 없이 가만히 뒤따라 갈 수밖에 없었다. 침실로 들어서자 라미아는 이미 무언가를 찾는 듯 침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침실은 중앙에 침대가 놓여 있고, 한쪽에 테이블 하나와 의자두개가 놓여 있는 것이 다였다. 상당히 썰렁한 침실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비어있으니 당연했다. 그리고 라미아는 그 비어 있는 공간의 한 가운데 서더니 활짝 웃어 보이는 것이었다. 그 미소는 마치 보물찾기에서 보물상자를 얻은 자의 모습이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모르겠다는 듯 멀뚱이 바라보고 있는 이드의 모습에 라미아는 한 손에 집중시킨 마력를 바닥으로 내려뜨렸다. 그와 동시에 바닥에 설치되어 있던 마법진이 마력을 받아들여 그 모습을 들어냈다. 복잡한 형태를 취하고서 그 안 가득 알 수 없는 기호와 룬문자를 안고 있는 녹옥빛 문양. "... 마법진... 이라고?" "딩동댕. 게다가 이건 쌍방간의 이동을 위한 이동용 마법진이라구요." 이드는 그 말에 천천히 라미아에게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그런 이드의 입가로는 라미아와 같은 미소가 어려 있었다. "그럼, 그 말은 이게 현재 카르네르엘이 있는 곳과 이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네." 하지만 그 질문에 답하는 라미아의 얼굴에 자신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확신할수 없어요. 이 마법진의 형태나 주입되는 마력의 양으로 보면... 그렇게 먼거리를 이동할 수 있을것 같진 않거든요." 라미아는 그렇게 대답하며 다시 한번 마법진을 내려다보았다. 확실히 드래곤의 작품답게 정교한 마법진이었다. 하지만 들어가는 마력의 양 등을 따져 볼 때 그렇게 멀리까지의 이동은 생각할 수 없다. 최대한 멀리 잡더라도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면 첫날 이드가 카르네르엘을 불렀을 때 충분히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오지 않았다는 것은 그녀가 이 마법진과 연결되어 있는 곳에 없다는 말일 수 있다. "그럼 그곳으로 갈 필요는 없는 거 잖아?" 라미아의 말 뜻을 이해한 이드가 마법진으로 다가가다 말고 멈추어 섰다. "하지만... 한번쯤 가봐도 될 것 같은 걸요. 침실에 있는 마법진 이잖아요. 분명 어디 중요한 곳과 이어져 있을 것 같은데... 그럼 그곳을 부수면 카르네르엘이 더 빨리 알 수 있을 거구요."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다. 이드는 더 생각해볼 것 도 없다는 생각을 하고는 라미아의 옆으로 가서섰다. 그리고 더 이상 시간을 끌 생각이 없는 그는 라미아를 재촉했다. 이미 점심시간을 훌쩍지나 해가 점점 기울어져 가고 있을 시간이다. 확실히 배가 고픈 것을 보면 거의 확실하지 싶다. 그리고 저녁식사에 늦고 싶은 생각이 없는 이드였다. "좋아. 그럼 빨리 움직이자. 저녁시간에 늦고싶지는 않거든..." "핏, 그건 나도 마찬가지네요. 뭐..." 라미아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마법진을 향해 허용량까지 마력을 주입했다. 이 마법진은 별다른 시동어도 필요 없이 필요한 정도의 마력만 넣어주면 자동적으로 작동되는 마법진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충분한 마력으로 배가 부른 마법진은 강렬한 녹옥의 빛을 내 뿜어 두 사람의 모습을 삼켜버렸다. "흐음... 그럼 어디부터 손을 봐줘야 할까.... 지금 심정으로는 몽땅 부셔버리고 싶은데 말이야..." "이드님, 혼자 독식하시지 마세요. 저도 쌓인게 있다구요. 설마 이런데 있을줄은.... 아우... 정말!!" 이드와 라미아는 각각 분하다는 듯 사방을 돌아보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현재 두 사람이 서 있는 곳은 거대한, 정말 거대하지만 아무 것도 없는 커다란 공동(空洞)의 한가운데였다. 사방이 대충 다듬어 놓은 듯한 암석질로 이루어진 이곳은 천정에 둥둥 떠 있는 거대한 발광구를 제외하면 정말 자연그대로의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그런 곳이었다. 다만 평평히 다듬어진 바닥과 한쪽 벽면에 뚫려 있는 검은 두개의 동혈(洞穴)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 외에는 정말 아무런 것도 놓여있지 않았다. 또, 이곳이 어디인지도 알 수 없었다. 분명히 땅속이거나 다른 거대한 산 속인 것은 짐작이 되었지만, 마치 속을 파내고 입구를 막아 버린 것처럼 이 거대한 동혈에는 밖으로 통하는 길이 전혀 나있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 이드와 라미아가 이동되어 온 곳이다. 그것도 지금 두 사람이 서 있는 곳 바로 이 위치로 말이다. 처음 이동되어 왔을 땐 갑자기 보이는 황량한 공간에 어리둥절해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이런 공간이 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또 자신들이 어디서 이동되어 왔는지를 생각한 두 사람은 곧 한쪽 벽에 뚫려 있는 두개의 동굴을 살펴보았다. 두개의 동굴이 이어진 곳에는 두개의 커다란 동공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엔 쉽게 볼 수 없는 눈부신 빛을 발하는 보석이라든가, 귀금속, 또는 쉽게 볼 수 없는 유물들과 책이 그득하게 들어차 있었던 것이다. 그 광경에 이드와 라미아는 즉석에서 한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아니, 다른 답은 없었다. 이곳은 다름 아닌 드래곤의 레어였던 것이다. 처음 두 사람이 들어섰던 그런 어설픈, 장소가 아닌 보통의 드래곤이 사용하는 레어. 그렇게 이곳의 존재를 확인한 두 사람은 곧이어 이곳의 위치를 확인했다. 도대체 밖으로 나가는 길이 없으니 당연히 마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마법의 결과를 본 두 사람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심한 짜증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고 하는 편이 낳을 것 같았다. 지금 두 사람이 있는 곳, 바로 레어가 있는 이곳은 다름 아닌 벤네비스산이었던 것이다. 이드와 라미아가 카르네르엘의 찾기 위해 올라서 네일 먼저 조사했던 산. 이곳에 오면서 항상 보게 되는 산. 이미 레어가 없다고 지나쳤던 산. 바로 그 산의 뱃속에 떡하니 레어가 들어앉아 있었다니. 카르네르엘의 찾기 위해 몇 일을 고생한 두 사람으로서는 허탈하고 허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은 산에 만들어 놓은 쪼그만 레어, 아니 천연 동굴 저택과 이어진 레어라니. 더구나 입구도 없이 마법으로 드나들어야 하는 레어라니. 이드와 라미아는 끓어오르는 짜증에 잔을 높이 들어 건배하고는 각자 두개의 동혈 중 하나씩을 맞아서 들어갔다. 이 넓기만 한 동공을 부셔서는 카르네르엘이 모를 것 같았다. 때문에 보석들이 쌓여있고, 책들이 싸여있고, 여러 가지 보물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싸여 있는 곳을 부수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콰콰콰쾅..... 퍼퍼퍼펑..... 나란히 뚫려 있던 두개의 동혈로부터 엄청난 소음과 동시에 뿌연 먼지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음과 뿌연 먼지의 양이 많아질수록 그 크기만 하던 동공까지 울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두 사람 모두 이번 기회를 잡아 카르네르엘을 찾으며 싸아 왔던 스트레스를 완전히 풀어버릴 생각인 것 같다. "크흠... 쿨럭... 소환 실프. 쿨럭.... 이곳의 먼지를... 쿨럭... 가라앉혀 줘." 뚜렿한 목표도 없이 사방으로 무형검강결의 다섯 초식을 모두 펼쳐낸 이드는 뽀얗게 일어나는 먼지에 따끔거리는 목을 감싸고 연신 기침을 해댔다. 이렇게 까지 먼지가 일어날 줄은 생각지 못했던 때문이었다. 실프에 의해 먼지가 사라지자 실내의 모습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이 허공에 떠 있는 커다란 발광구는 검강에 닿지 않았는지 멀쩡했고, 덕분에 실내의 모습이 환하게 잘 보였다. 그런 빛 아래로 커다란 석실이 모습을 들어냈다. 석실의 사방의 벽은 산 자체의 돌로 깨끗하게 깍여 있었고, 바닥에는 대리석과 같은 반들거리는 돌이 깔려 있었으며, 군데 군데 자리잡고 있는 나무와 식물의 조각품들은 석실의 딱딱한 분위기를 미술관에 온 듯 품위있게 바꾸어 주고 있었다. 뭐, 이렇게 만들기 위해 드워프들이 꽤나 고생했을 것이란 건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그런 석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물건들에 있다. 사방이 번쩍거리는 것들로만 꽉 차있었던 것이다. 원형 석실의 중앙부분에 하나가득 보석과 금, 은이 정리되지 않은 채 널려 있었고, 그것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정성 들여 만든 것이 분명한 명품이 확실한 듯한 보석들이 장식되어 걸려 있거나 놓여 있었다. 또 왼쪽으로는 다이아몬드나, 금과 같은 보석류는 아니지만, 쉽게 보기 어려운 보물로 분류되어도 좋을 것 같은 검이나 로드, 갑옷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하나 하나가 모두 엄청난 값어치를 가진 듯 대단해 보였다. 물론, 실제로도 대단할 것이다. 모두 드워프들의 작품으로 보였다. 하지만 지금 그 대단한 것들의 상태는 현재 별로 좋지가 못했다. 방금 전 이드의 무형검강결이 한바탕 휘저어 놓은 결과 덕분이었다. 다섯 초식뿐이지만 극강한 무형검강결의 검강에 벽에 걸려 있던 물건들은 모두 떨어져 버린 것이다. 심한 것은 산산이 부셔져서 더 이상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되어 버린 물건들도 몇 몇 있었다. 물건들뿐만이 아니었다. 석실의 벽 역시 온전하지 못했다. 여기저기 흉측하게 생겨난 강기에 베어진 자국은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에 상처가 난 것처럼 보기 좋지 않았다. 하지만 무형검강결의 위력을 생각해 본다면 이것도 양호한 편에 속한다 생각해야 할 것이다. 사실 짜증에 밀려 검을 휘두르긴 했지만 될 수 있는 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신경을 조금, 아주 조금 쓰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다 부셔버렸다가는 그 뒷감당이 너무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만으로도 보석을 아끼는 드워프가 봤다면 당장에 그 짧은 다리로 이드의 멱살을 잡아 당기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물론, 보석의 주인은 더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구얏!!! 내 레어를 건드리는 놈이.... 일렉트릭트 캐논!!"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마치 레이져포와 같은 백색의 에너지 포가 날아왔다. 정말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텔레포트를 통해 보물 창고에 모습을 들어내는 것과 함께 이루어진 마법 공격이었다. 드래곤이기에 가능한 한 순간적인 공격. "헛!!" 이드는 갑작스런 외침과 함께 급히 일어나는 커다란 기운에 급히 검을 빼들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등골을 타고 흐르는 짜릿한 전율에 헛바람을 들이키고는 일라이져를 땅바닥에 꽃아 넣으며 급히 몸을 뛰 올려 피했다. 보통의 마법공격이라면 중간에 막거나 검기로 파괴해 버리겠지만, 그 공격이 뇌(雷)속성을 뛰고 있을 때는 우선 피하고 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뇌 속성이 가지는 특유의 전도 때문이었다. 자칫 잘 못할 경우 일라이져를 통해 스며든 뇌기를 이드가 직격 당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뛰어오르면서도 일라이져를 땅에 박아 손에서 놓아 버렸다. 뭐, 직접 맞게되더라도 이드의 가진바 능력이, 능력인 만큼 죽진 않지만, 대신 짜릿하고 화끈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은 사양하고 싶은 이드였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을 추가타를 생각한 이드는 급히 입을 열었다. "잠깐!!! 카르에르넬. 나, 이드예요!!!" "......." 이드는 천마후의 수법을 실어 급하게 소리쳤다. 순간 카르네르엘도 이드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급박하게 마나를 움직이던 움직임을 잠시 멈칫하는 듯 했다. 하지만.... "네가... 네가 어떻게 내 레어에 이런 짓을 할 수 있어! 슬레이닝 컷터!!" 자신의 보물이 부서진 것에 대한 드래곤의 분노는 생각했던 것 보다 컷다. 아무리 첫 만남에서 성격이 좋아 보였어도 드래곤은 드래곤이었던 것이다. "우와아아아...." 이드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녹색 창에 일라이져를 회수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몸을 뽑아 올리며 장력을 내쳤다. 워낙 창졸지간에 내친 장력이라 온전한 위력을 발위하지 못했지만 앞에 다가오던 녹색 창을 격추시키기엔 충분했다. 쓔아아악... 콰과과광.... "잠깜만.... 우선 내 말 좀 들어봐요. 듣고 나서.... " "시끄러. 이야기는 잠 시 뒤야. 그전에 우선 몇 대 맞고 시작하자. 디 워터 필리셔!!" "이잇... 이야기부터 듣고 공격해도 하란 말이예요. 열화인(熱火印)!!" 이드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세 줄기의 채찍 같은 물줄기를 향해 열화인을 쳐냈다. 순간 물과 불의 만남으로 양측의 접촉지점으로부터 뿌연 수증기가 터져 나왔다. 치이이이이익 이드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내심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이렇게 열 받을 줄은 몰랐었다. 첫 만남의 인상이 너무 좋았던 탓에 이렇게 화 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보석은 그냥 두고 이 석실자체만 손보는 것인데... 하지만 후회란 언제나 일이 벌어진 후에 찾아오는 법. 어떻게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 같이 반격을 하자니, 자신이 저질로 놓은 일이 있어 조금 마음에 걸렸다. 자신의 잘못으로 화가 났는데, 같이 반격하고 나서서 싸우면 더욱 화내지 않을까. '좋아, 우선 오는 데로 피하고 막고 보자.' 하지만 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잠시 후에 알 수 있었다. "이익..... 좀 맞으란 말이야앗!!! 익스플러젼!" 콰앙!! 이드는 마나가 몰려드는 느낌에 급히 몸을 빼 올리며 정말 화가 난 듯 팔을 휘둘러 대는 카르네르엘의 모습에 난처함을 느꼈다. 자신이 피하고 있으면 화가 좀 삭을 줄 알았다. 헌데 저건 어디로 보나 더 화가 커져 가는 모습이 아닌가 말이다. 지금 그녀는 "만남이 흐르는 곳"의 주인으로 있을 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중년이었고, 지금은 십대 소녀의 모습이란 것이 다를 뿐이었다. 좌우간 처음 공격시작부터 한번도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하자 그녀는 점점 과격해졌다. 솔직히 처음엔 상대가 이드란 것을 알고 공격을 멈추려고 했었다. 하지만 자신이 아끼는 보석들을 부셔버린 것은 도저히 용서가 안됐다. 그건 어떤 드래곤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때문에 간단히 몇 대 때려주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하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드라는 특별한 인연을 자신의 콜렉션을 조금 부셨다는 이유로 끊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헌데 그 몇 대가 문제였다. 도대체 맞출 수가 있어야 때릴 것이 아닌가. 몇 번을 공격해도 모조리 피하고 막아버리지 상황에 맞지 않게 불끈 오기가 발동한 것이다. 그리고 그 오기가 점점 끓어오름에 따라 카르네르엘이 시전하는 마법이 점점 더 과격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정신 없는 두 사람이었기 때문에 알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한번씩 공격하고 피하고 할때 마다 주위에 널리 보석들이 산산조각 나고, 보물들이 파괴되고, 정성들여 다듬은 듯한 석실이 엉망진창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카르네르엘은 이번엔 꼭 맞추겠다고 내심 다짐하며 방금 전에 사용했던 마법보다 좀더 고위의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자신의 보석들을 파괴하는 행위란 것을 알지 못한 체 말이다. 불쌍한 카르네르엘... 그때 였다. 등뒤에서 이드와 카르네르엘 두 사람의 동작을 멈추게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아마도 더 이상 아까운 보석들이 부서지는 것을 보지 못한 드워프의 신이 보내준 천사가 아닐까 싶었다. "잠깐. 카르네르엘. 지금 멈추면 이드님이 부셔버린 보석들을 배상해 줄게요.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면 이일로 인해 일어나는 피해는 우리가 책임지지 않을 거예요." 어느새 석실 입구에 다가온 라미아의 말에 이드와 카르네르엘은 동시에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이드는 보상해줄 보석을 가지고 있었던가 하는 생각으로, 카르네르엘은 얼마나 더 해야 맞출 수 있을지, 또 맞춘다고 해서 뭐가 더 좋아질 것도 없으니 정당히 끝낼까하는 생각을 가지고서 말이다. "좋아... 그 말 잊지마." 카르네르엘은 흩어진 옥빛으로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다듬으며 라미아의 다짐을 받았다. "걱정마세요. 이.드.님이 부셔버린 보석은 꼭 배상해 줄게요." 방실거리는 라미아의 대답이었다. 하지만 카르네르엘은 확답을 듣고도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처음부터 보상을 받겠다고 이드를 밀어 붙인게 아니었다. 그저 장난스럽게 시작한 것이 오기가 생겨 이지경이 됐을 뿐이었다. 고작 보석 몇 개 가지고 죽자 사자 달려들 정도로 자신은 쪼잔하지 않다. 그리고 때마침 두 사람을 말리는 라미아의 말에 그냥 물러서도 괜찮겠다 싶어 물러선 것이었다. 그런데.... 저 이드의 이름을 강조하는 라미아의 말이 신경에 거슬리는 이유는 뭘까. 카르네르엘은 고운 눈썹을 찡그리며 보석들을 향해 돌아섰다. 아무래도 뭔가 신경에 거슬리는 뭔가가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털썩. 석실 내부를 바라보던 카르네르엘은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흐윽.... 내 보서어억..... 흐앙...." 그녀가 본것은 아름다닌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석실 내부의 모습과 산산히 흩어지고 부서져 있는 수많은 부석들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그녀는 라미아가 강조한 "이드"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수 있었다. 지금의 피해의 반이상이 바로 자신이 자초한 일이란 것을 말이다. 이드는 망연자실해 있는 카르네르엘의 모습이 자신의 탓인 듯 했다. 사실 그것이 정답이기도 했다. 이드는 그녀를 어떻게 달래주나 생각하며 라미아를 데리고 석실을 나섰다. 카르네르엘의 눈앞에 알짱거려 좋을것 없다는 생각이었다. 여간 화가 풀린 후에야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었다. 276 "흐음.... 후루룩... 음... 차 향이 그윽한 게 좋은걸..." ".... 창고 안에 더 좋은 차도 있었지... 이젠 없지만!!" 따끔따끔. 이드는 잔뜩 가시 돋친 말로 자신의 가슴을 콕콕 찔러대는 카르네르엘의 말투에 슬그머니 시선을 내려 깔았다. 그녀는 아까부터 말만하면 저런 식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뭐라고 할 입장도 아니다. 죄를 지었으며 잠자코 벌을 받아야 겠지. 이드는 조용히 찻잔을 다시 들었다. 현재 세 사람은 처음 이드와 라미아가 찾아 들어왔던 바로 그 작은 동산 안의 레어같지 않은 레어의 원형 홀에 돌아와 있었다. '여기선 이야기 할 곳이 없어. 다! 부셔졌거든.'이라는 칼을 품은 카르네르엘의 말에 더 이상 벤네비스 산 속의 레어에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카르네르엘은 이곳으로 이동되어 오자 어디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커다란 원형의 탁자와 의자, 그리고 차를 꺼내 놓았다. 처음 이곳에 들어 올때 거실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처럼 탁자를 꺼내 놓으니 딱 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바닥에 깔려있는 잔디가 정원에 나와있는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좌우간 보석이 부셔진 일 때문에 제대로 된 대접도 못 받을 줄 알았던 이드에게 의외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가시 돋친 한마디, 한마디에 그 의외라는 생각은 순식간에 얼굴을 돌려 역시라는 단어로 바뀌어 버렸다. 쫀쫀한 드래곤 같으니라구. "그래서... 무슨 할 말이 있는 건지 한번 들어볼까? 무슨 급한 일 이길레 남의 집에 함부로 처들어 와서는 물건까지 부수고 난리를 부린 건지. 자, 이야기 해봐. 내가 아주 잘 들어 줄 테니까." 퍽 이나 잘 들어 줄 태도다. 느긋하게 몸을 의자 깊이 묻고서 찻잔을 들고 있는 모습은 정원에 경치 감상하기 위해 나온 귀족 아가씨의 모습이다. 거기에 저 입가에 걸려 있는 미소는 보고 있는 이드로 하여금 놀리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게... '라미아. 네가 이야기 해. 내가 말하면 듣지도 않고 한 귀로 흘려버리지 싶다.' 이드는 라미아에게 설명을 넘기고는 카르네르엘과 마찬가지로 의자 깊이 몸을 묻으며 찻잔을 들었다. 라미아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언듯 보면 무슨 동내 꼬마들 심술부리는 것 같지 않은가. 하기사 첫 만남 때부터 은근히 그런 기운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이드의 사정을 듣고 이드를 드래곤으로서 인정한 카르네르엘과 대화도중에 은근히 그녀를 놀리기까지 했었던 이드였지 않은가. 그렇게 따지고 보면 정말 동내 꼬마들 간의 심술일지도. 라미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이야기 거리들을 하나 둘 꺼내놓았다. 지금 현재 전세계에 출연하고 있는 몬스터들, 특히 그 선봉을 서고 있는 보통의 몬스터로는 보기 힘든 벼락 오우거라던가 사람이상의 지능을 가진 듯한 바질리스크에 대한 일과 제이나노가 받은 리포제투스의 신탁의 내용. 또 이유없이 하나의 도시를 뒤집어 버린 블루 드래곤에 관한 일. 그리고 카르네르엘 본인이 너비스 마을에서 했었던 예언과 비슷한 이상한 말에 대한 것까지. 카르네르엘은 그런 라미아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치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블루 드래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약간 관심을 보이며 몇 가지를 물었을 뿐이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 모습에 확실히 그녀가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 그럼.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 해 줄 수 있죠?" "으음... 이 녀석 맛은 별로지만 향은 정말 좋단 말야...." 엉뚱한 말이다. 카르네르엘은 라미아의 물음에 전혀 상관없는 말로 대답하고 나왔다. 하지만 라미아도 이드도 그녀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녀가 보석에 대한 것 때문에 저런 말을 한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기 보다는 찻잔을 향한 눈이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 했던 것이다. "음... 하지만 역시 창고 안에 있던 게 더 좋았는데..." .... 어쩌면 단순한 심술일지도.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해주는 건 쉬워. 하지만 한가지 조건이 있어." 막 그녀에게 답을 재촉하려던 라미아와 이드는 카르네르엘의 말에 그녀를 바라보았다. "조건이라면? 이미 보석에 대해서는 보상해 준다고 했잖아요." 이드의 말에 카르네르엘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입술을 삐죽여 보였다. 그 모습은 어려 보이는 외모와 어울려 투정부리는 소녀처럼 무척이나 귀여워 보였다. "핏, 내가 지금 농담하는 줄 알아? 내 조건은 지금부터 들을 이야기를 인간들에게 전하지 않는 다는 것. 그것만 지켜준다면 내가 이야기 해 줄께." 그거야 어렵지 않다. 이미 이번에 파리에 갔다오면서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끼어들지 않기로 생각을 굳혔기 때문이다. 카르네르엘에게 이야기를 듣더라도 그걸 전해주기 위해 나갈 것도 아니고, 행여 급한 일로 나가게 된다 해도 말해주지 않을 수 있었다. 이미 최대한 이번 일에 영향을 주지 않기로 생각하고 있는 두 사람인 것이다. "약속해요. 절대 우리만 알고 있도록 할게요. 자, 그럼 이야기 해줘요." 이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카르네르엘은 그 대답에 자세를 바로 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주려는 모양이었다. "사실 이번 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건 우리들 드래곤들 뿐이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애매 모호한, 신관에게나 내려주는 그런 신탁이 아니라 자세한 설명을 들었지. 물론 직접 들은 것은 로드 뿐이지만, 우리모두 그 내용을 전해들을 수 있었어. 우선 결론부터 말 하지면 지금 전세계 곳곳에서 몬스터들이 인간들과 유사인간 족들을 공격하는 건 신의 농간이야. 신이라 불리는 그들이 꾸민 일이란 거지." "..... 신?!?!" 이드와 라미아가 동시에 되물었다. "그래. 신. 이번 일은 신이 주관한 일이야. 너희도 보면 알겠지만 지금 몬스터들의 움직임은 도저히 그냥 일어 날 수 없는 일이니까. 혹여 마왕이라도 나오지 않는다음엔 말이야." "신이라니..." "그들이 로드를 통해서 우리들에게 이번 일에 대해 미리 알려왔어. 그리고 우리들에게 그 기간동안 함부로 나서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지. 그들도 신이란 이름에 걸맞은 존재이긴 하지만, 중간계에서 우리들 드래곤이 미치는 힘 또한 결코 그들이 무시할 정도가 아니거든. 우리들 중 엉뚱한 생각으로 나서는 존재가 있다면 혹여라도 그들의 일이 잘못 틀어 질 수가 있으니까." 확실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중간계에서의 드래곤이란 존재는 신도 악마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만약 드래곤이 작정하고 그들의 일을 방해하고 나서자고 한다면, 그들의 일 중에 뜻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럼 너비스에서 나온 이유도... 신의 부탁 때문에?" 신의 개입이란 말에 가만히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라미아가 카르네르엘을 바라보며 물었다. "뭐, 그런거지. 꼭 유희를 중단해야 되는건 아니지만, '중간에 유희를 그만둘 순 없어.' 라고 외치며 유희를 계속하다가 어떻게 휘말릴지 모르는 일이니까 일찌감치 떨어져 있자는 거지. 몇 십 년 이어질 일도 아니니까." 이드는 별 것 아니란 듯이 대답하는 카르네르엘에게 다시 물었다. 도대체 몬스터를 날뛰게 하는 것이 조화와 균형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그럼 몬스터를 움직이는 이유는 요? 조화와 균형이란 말을 듣긴 했지만... 무엇에 균형을 맞춘다는 건지 모르겠는데..." "흐음... 그건 말이야. 쯧, 이건 인간의 입장에선 좀 듣기 고약한 말이거든..." 이드는 이 말이 자신을 의식한 말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인간이 듣기엔 고약한 말. 확실히 카르네르엘은 자신을 드래곤으로서 인정하고 있긴 하지만 인간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뭔가 순수한 인간이라고 하기엔 많은 부분이 달라져 버렸다. 가장 큰 요인은 그레이드론이 자신의 머릿속에 남긴 것들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사람들이 죽어 가는 일이 일어나도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면 덤덤하기만 했다. "전 상관 말고 말해봐요. 어차피 사람들이 몬스터에게 죽어가도 나서지 않기로 했는데, 그런 말을 듣고 나서겠어요?" 그 말에 카르네르엘은 가벼운 헛기침과 함께 차를 들었다. "흥, 누가 너 때문에 말을 끊었다니? 착각은... 흠흠... 좌우간 지금의 세계는 신들이 생각하는 균형에 맞지 않아. 사실 내가 봐도 그 균형이란 것과 상당히 거리가 있지. 지금의 인간이란 종족들과 몬스터, 그리고 여러 다른 종족들. 균형이라 바로 종족간의 균형을 말하는 거야." 카르네르엘은 거기서 잠시 말을 끊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녀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너희도 알지만 지금까지 봉인이란 장벽으로 인간들과 다른 여러 종족들은 따로 떨어져 있다가 다시 합쳐졌지. 하지만 여기엔 엄청난 차이가 있어. 따로 떨어져 있는 동안 몬스터와 유사종족들은 숫자만 달라졌지 크게 달라진 점은 찾아 볼 수 없어. 어느 정도 신의 손길이 다아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못했어. 신의 영향을 받지 못한 인간들은 그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고 과학이라는 무절제하고 파괴적인 엄청난 힘까지 손에 쥐고 있어." 이드와 라미아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 세계는 엄청나게 발전했다. 과학이란 이름의 기술덕분이었다. 하지만 다른 유사종족들은 그렇지 못했다. 몬스터는 말할 필요도 없고, 이미 만나 보았던 엘프들, 인간들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뛰어난 그들조차도 그레센의 엘프들과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들 속에 마법과 정령의 초자연적이고 조화로운 힘은 존재하지만 인간들이 가진 차가운 철에 의한 과학의 힘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인간들로부터 과학이란 것을 받아들이면 될 테지만, 조화와 숲의 종족이라는 엘프의 특성상 크게 변화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확실히 비교된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레센에서는 엘프들과 인간들의 생활이 크게 차이가 없었다. 아니, 몇 몇의 경우엔 오히려 인간들이 못한 생활을 하는 상황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세계는 오히려 엘프들이 못한 생활을 하는 듯 보였다. 뭐, 이런 결론이 인간의 시점에서 보았기 때문에 엘프가 못하다는 것뿐이니 한 옆으로 치워두더라도, 인간이란 종족과 다른 여타 종족들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두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카르네르엘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자, 그럼 그렇게 엄청난 인구에 과학의 힘을 가진 인간들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까? 지금이야 몬스터에 익숙하지 않아서 사상자가 많이 나온다지만 그런 것들에 익숙해져서 과학으로 몬스터에 대응할 수 있고, 마법에 대해 연구할 수 있게 된다면! 그 후에 어떻게 될 것 같아?" 카르네르엘은 두 사람을 향해 질문을 던지듯 몸을 앞으로 밀었다. 하지만 답을 바란 것은 아닌지 곧바로 카르네르엘의 말이 이어졌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대대적인 몬스터 토벌에 나서겠지.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멸종되거나 극소수만이 살아 남게 될 거야." 확실히 그럴 것이다. 인간이 몬스터를 물리칠 힘을 갖게 된다면 모든 몬스터를 몰아낼 것이다. 그것은 보지 않아도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인류에게 위험하기만 한 존재들을 살려둘 리가 없다. 아마 지구상에서 몬스터의 씨가 마를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것은 이미 산과 들에 살던 맹수들이 지금은 보기 힘든 휘기 동물이 되어 버린 상황으로 충분히 증명된 사실이다. "또 이 종족들도 배척될지 몰라. 어쩌면 노예처럼 생활하게 될지도 모르지. 지금 세상에 노예가 없다는 것을 알긴 하지만 인간이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존재. 특히 아름다운 것에 대한 인간의 소유욕과 집착은 대단하잖아?" 이드는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인간을 사고 파는게 인간이란 종족이다. 지금도 사람을 납치해서 파는 인신매매범들이 있다고 들었다. 또 그렇게 납치된 사람들은 노예와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해나간다. 헌데 보통의 인간들 보다 월등히 아름다운 엘프들을 그들이 그냥 보고만 있을까? 그 문제에선 고개가 저절로 저어진다. 그레센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이곳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레센이건 지구건 간에 살고 있는 인간은 똑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엘프들이 당하고만 있진 않겠지만, 절대 좋은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런 일은 꼭 엘프에 해당하는 일만은 아닐 꺼야.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많은 종족들에게도 해당되는 일이겠지. 자, 그럼 이 상황에서 신들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그들이 보기엔 인간이나 여타 이 종족, 몬스터들이 그저 중간계에 사는 똑같은 생물일 뿐이란 점을 기억하고 생각해봐." 무슨 일인지 확실히 이해가 됐다. "이미 결과가 보이는 일이니 애초에 그 싹을.... 아니, 그 뿌리를 뽑아 버리겠다?" 이드는 입맛이 쓰다는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더 이상 인간의 일에 관계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런 말을 듣게 되니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카르네르엘의 말 중에 틀린 말이 없기에 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사람들은 과학의 힘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기보다는 파괴와 살인을 주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뭐... 그런거지. 누가 보더라도 지금 인간들이 가진 힘은 너무 크거든. 그것이 물질적인 면뿐이긴 하지만 말이야." 그때 가만히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뭔가를 생각하던 라미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저번에 바질리스크가 인간을 천적이라고 말한 게..." "그래. 신들의 농간이지. 쉽잖아. 일부러 지시할 필요도 없어. 몬스터들. 그 중에 특히 그 능력이 뛰어난 상급이나 특급 몬스터들에게 약간의 힘과 함께 머릿속에 '인간은 적이다!' 라는 확실한 생각만 주입해주면 끝나는 일이니까. 더 이상 간섭하지 않더라도 몬스터들이 다 알아서 할 테니..." 확실히 신이라면 가능한 일이다. 몬스터 역시 그들의 창조물. 조금만 간섭하면 쉬운 일 일 것이다. 이드는 푸욱하고 한숨을 내 쉬었다. 꼭 이렇게 해야했는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카르네르엘의 말 중 틀린 게 없었다. 이드도 인정하는 부분들이었다. "... 꼭 이렇게 해야 되요?" "다름아닌 그들이 선택한 방법이야. 그들로서는 가장 좋다고 선택한 것일 테고. 또, 나도 그들과 같은 생각이거든. 인간들이 가진 지금의 문명은 몬스터나 여타 종족들이 따라가기 힘들어." 카르네르엘은 이드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찻잔을 비웠다. 두 사람이 듣고 싶어하던 이야기를 모두 다 했다는 뜻이었다. 이드는 그녀의 마지막 말에 머리를 쓸어 넘겼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 속을 돌아다녔다. 신들의 결정에 의해 인간들이 죽어간다는 것에 대한 반감도 일었고, 종족간의 균형을 위해서는 가장 좋은 결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 한편으론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일었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들은 잠시였다. 이미 이번 일에 더 이상 간섭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상관하지 않는다. 이드는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는 위에 떠올랐던 잡념들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생각들은 라미아에게도 흘러 들어갔고, 라미아역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런 라미아의 표정엔 걱정스런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아마도 그녀가 귀여워하던 디엔에 대한 걱정 때문일 것이다. 카르네르엘은 두 사람의 그런 생각을 대충 이지만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도 인간에 대한 첫 유희를 나갔던 너비스 마을에 결계를 쳐주었다. 그것이 이드와 라미아와는 다른 이유에서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신경을 쓴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썰렁해져 버린 분위기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슬쩍 다른 이야기로 분위기를 바꿔줄 필요를 느낀 것이다. "그럼 궁금해하던 것도 다 풀렸으니... 어때. 이번 기회에 다른 드래곤을 만나보는 건? 내가 저번에 소개 시켜준다고 했었잖아." "카르네르엘... 말구요?" "그래. 내가 지금까지 어디 있었겠어? 모두 다는 아니지만 꽤 많은 수의 드래곤이 로드의 레어에 모여 있거든. 이번의 일도 있고, 이 세계를 돌아본 의견도 나누기 위해서 모였지... 만, 실제로는 수다떠는 자리지. 이미 너희들에 대한 것도 내가 말해 놨어. 덕분에 내가 다른 드래곤들의 주목을 좀 받았지. 모두들 한번보고 싶어하는데..." 이드는 그녀의 말에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별로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드는 라미아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준 후 카르네르엘에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고맙긴 하지만 지금은 별로... 다음에 시간 되면 그때 만나보도록 할게요." "칫, 마음대로 해. 애써 신경 써줬더니... 흥이다." 이드의 거절에 그녀는 뾰로퉁한 표정으로 고개를 팩 돌려버렸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 모습에 마주보며 싱긋 미소를 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어에 들어온 뒤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이 문득 떠 오른 때문이었다. "이제 그만 가볼게요. 시간도 오래 된 것 같고... 또 기다리는 사람도 있거든요." "마음대로 해. 올 때도 내 허락 같은 것 없이도 잘... 자, 잠깐만!" 퉁명스레 대답하던 카르네르엘은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라미아가 뒤져봤던 두개의 문중 보물창고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뒤이어 뭔가 무너지는 듯 와장창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머리가 흐트러진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오는 카르네르엘의 손에는 그녀의 얼굴 만한 크기의 투명하고 깨끗한 수정구가 들려져 있었다. "받아." 뭔가 하고 바라보고 있던 이드는 망설임 없이 훌쩍 던져 올려진 수정구를 얼결에 받아들었다. 수정구는 그 크기와는 다르게 너무 가벼웠다. "이건..." "연락용 수정구야. 다음에 볼일 있으면 그걸로 불러. 괜히 쳐들어와서 남의 물건 부수지 말고." "에헷, 고마워요." "고맙긴... 다 내 레어의 안전을 위해서 하는 일인데. 참, 부서진 보석에 대한 배상은? 언제 해줄거야?" 막 몸을 돌리려던 이드는 그 말에 라미아를 돌아 볼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자신이 알기로 자신들에게 보물이 있긴 하지만 카르네르엘에게 건네줄 정도를 가지고 있었던가 하는 생각에서 였다. 모든 경제권은 라미아가 쥐고 있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라미아는 두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찻잔이 놓인 탁자 위에 한아름 조금 못되는 보석을 자신의 아공간에서 쏟아냈다. "... 모자르잖아." 확실히 보석에 대해서는 드워프 이상의 전문가라는 드래곤 다웠다. 한번 쓱 처다 본 것만으로 보석의 가치와 양을 정확하게 계산해 버린 것이다. "나머진 다음에 줄게요. 다음에..." 방긋 웃으며 말하는 라미아의 말에 카르네르엘은 조금 찝찝한 느낌을 받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 만큼의 보석을 내놓고 다음에 준다는데, 지금 내놓으라고 고집을 부린다면 째째한 드래곤밖엔 안되기 때문이었다. "뭐, 어쩔 수 없지. 나머지는 다음에 받기로 하고 나가자!" 카르네르엘은 그 말과 함께 외부로 통하는 동굴로 걸어갔다. 생각도 못한 그녀의 행동에 이드와 라미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느꼈을까. 앞으로 걸어가던 카르네르엘은 날카로운 눈으로 이드와 라미아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당연한 거 아냐? 너희들이 들어오면서 마법을 해제해 버렸잖아. 또 하나는 부셔버렸고. 다시 설치해야지. 그리고 로드의 레어에 있다 날아온 거니 다시 가봐야지. 여기 혼자 남아서 뭐하게. 빨리 따라 나와." "네...." 다다다 쏘아지는 그 말에 이드와 라미아는 가만히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죄인이 무슨 할말이 있단 말인가. 마법의 복구는 간단했다. 마법생물이라고도 일컬어지는 드래곤이 나서서하는 일이니 오죽하겠는가. 순식간에 동굴 가운데 있던 마법을 복구시킨 카르네르엘들은 동굴 입구 부분으로 나올 수 있었다. "아, 참. 한가지 깜빡하고 이야기 안한 게 있는데." 입구를 봉인해 두는 마법을 걸고있던 카르네르엘은 마법을 시전 하다 말고 이드와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전해들은 이야기 중에 마지막에 나온 이야기인데 말이야. 이번 일에 생각지 못한 변수가 끼어들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었어." "변수 라구요?" "응. 잘못하면 이번 일이 신들의 뜻대로 흘러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 있었어. 삐딱선을 탈 거란 말이지." 잠시 후 레어의 입구가 완전히 봉해지고 카르네르엘은 다음에 보자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이드와 라미아역시 다시 산을 올라 소풍 바구니를 챙겨들었다. 이미 해는 완전히 넘어가고 그 자리에 은백색의 빛을 뿌리는 달이 얼굴을 내비치고 있었다. 아마, 다시 카르네르엘의 얼굴을 볼일이 아니면, 벤네비스에 올라오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 은은한 달빛에 물든 산길을 이드와 라미아는 감상하듯 천천히 걸어 내렸다. 카르네르엘의 이야기로 좋지 않았던 표정은 어느새 깨끗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런 두 사람 사이로 은은하고도 조용한 분위기가 흘렀다. 만약 그런 두 사람 사이로 잔잔한 음악이 흘렀다면 더 없이 아름다운 영화의 한 장면이 되었을 것 같았다. 다만... "취익... 이, 인간... 멈춰라... 취익..." 이 소리만 없었다면 말이다. 오랜만에 이드와 좋은 분위기에 취해있던 라미아의 손이 조용하고 무섭게 들어 올려졌다. 그녀의 손앞으로는 붉은 빛 한 줄기가 돌아다니며 하나의 마법진을 완성해 내고 있었다. 콰콰콰쾅!!!!! 277 이드와 라미아가 돌아온 그날 밤. 생각대로 오엘은 자지 않고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라미아는 그런 오엘에게 카르네르엘을 만난 사실을 알리고 대충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하지만 카르네르엘과의 약속대로 신들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또 들어서 좋을 것도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에 덧 붙여 오랫동안 이곳에 머무를 거란 이야기도 더했다. 다음날부터 이드에겐 딱히 할 일이 없어져 버렸다. 그래도 카르네르엘을 만나기 전엔 그녀를 만나봐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었지만, 그 일을 끝내고 나니 할만한 꺼리가 없었던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웬만해야 용병들이 하루종일 검을 들고 대련만 해대겠는가 말이다. 반면, 이드와는 달리 라미아는 놀면서 시간을 잘 보내고 있었다. 바로 도박으로서 말이다. 한번 해본 내기에 완전히 맛이 들려버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라미아가 이쪽으로 운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드의 영향으로 승부를 보는 눈이 길러진 것인지. 매일 조금씩이지만 돈을 따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 했을때는 한푼도 따지 못했으면서 말이다. 그 재미가 꽤나 쏠쏠한지 대련이 끝난 후에는 그녀의 입가로 항상 싱글벙글한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그 모습에 저러다 도박에 빠지는게 아닌가 은근히 걱정을 해보는 이드였다. "근데... 켈더크란 사람이 요즘 잘 보이지 않던데... 어떻게 된 거예요?" 이드는 여관 뒤편에서 대련으로 인해 들려오는 날카로운 파공음을 들으며 마주 앉은 루칼트를 바라보며 물었다. 오엘에게 연심(戀心)을 품고 있던 쑥맥 켈더크. 몇 일전 카르네르엘을 만나던 날 아침부터 술을 부어대던 그의 모습을 본 후로는 눈에 잘 뛰지 않는 그였다. "크아.... 실연의 상처는 묻는 게 아니야...." 루칼트는 맥주 거품이 묻은 입가를 쓱 닦아 내며 씁쓸히 대답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눈은 어떤 의미인지 짐작 못할 뜻을 품고서 웃고 있었고, 그의 입은 앞서 말했던 말과는 달리 현재 켈더크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처음 켈더크와 오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짐작한 사실이지만, 친구의 아픔보다는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에 더 재미를 느끼는 듯한 루칼트였다. 정말 이러고도 어떻게 주위에 친구들이 남아도는지 알 수가 없다.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어질 루칼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실연이란 아픈거야. 그 녀석 말이지 그렇게 술을 잔뜩 퍼마신 다음에 그 전직 용병 아가씨한테 도전했거든. 꿀꺽꿀꺽... 푸아... 그리고 술 퍼마신 대가로 당연하게 처절하게 깨졌지. 제 깐엔 좋아했던 감정을 정리하기 위한 것 같았지만... 쯧... 좌우간 여간 보기 좋지 않터만. 하여간 그 후 이틀동안 하늘만 보고 있었지. 그런데 말이야.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구. 그 후에는 말이야... 크크큭...." 이드는 마귀같은 웃음소리를 애써 참으며 뒤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루칼트가 저렇게 웃을 정도라면 뭔가 일이 있다는 생각에서 였다. "시나쥬라는 마을 처녀에게 끌려 다니고 있단 말이지. 하하하... 내가 본 바로는 한 성질 하게 생겨서 당차 보이는 아가씨였는데, 여느 때 같이 하늘을 보고 있는 켈더크 놈을 끌고는 이런저런 일에 부려먹더란 말이지.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야. 더 재밌는 건 켈더크가 그 박력에 죽어서는 꼼짝 못하고 그 아가씨한테 끌려다닌 다는 거지. 뭐, 이번 일을 끝으로 평생 장가도 못 갈 것 같던 놈이 구제 될 것 같으니... 좋은 일이긴 하지. 옆에서 보고 있는 우리도 재밌고."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드는 대충 하나의 그림이 그려졌다. 괄괄한 여자친구에게 꼼작도 못하고 잡혀 사는 남자. "그럼... 그 아가씨가?" "맞아. 그 아가씨가 켈더크 놈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야. 내가 그 아가씨 친구들에게 슬쩍 알아 봤는데... 그 놈의 그 우직한 성격이 맘에 들었다는 구만. 또 쉽게 말 못하는 점도 그렇고. 크윽, 젠장. 어떻게 그런게 좋아 보인다는 건지..." 이드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 동안 켈더크는 마을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된 덕분에 그 성격과 성품이 확실하게 밝혀졌으니,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다. "잘됐네요. 더구나 아가씨 쪽에서 그렇게 적극적이면... 조만간 국수 얻어먹을 수도 있겠고..." "국수?" "결혼하면 축하해주러 온 하객들에게 해주는 음식인데, 저희 쪽 전통이예요." "음, 확실히 조만간 그렇게 될지도... 아~ 난 어디 그런 아가씨 안 나타나나?" 그때였다. 신세 한탄이라도 할 태세로 의자에 기대앉던 루칼트의 어깨위로 손 하나가 턱하니 올려졌다. 그 손의 주인은 다름 아닌 이 여관에 머물고 있는 용병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씨익 웃으며 루칼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넌 아가씨 따로 필요 없잖아. 임마. 넌 넬이 있잖아. 넬이." 순간 그의 말에 루칼트의 얼굴이 벌겉게 달아올랐다. 그 붉은 기운은 꼭 술기운만은 아닌 듯 했다. ".... 뭐야?" "왜! 내 말이 틀렸냐? 뭐... 그렇다면 잘 된거고. 이 기회에 넬이 돌아오면 내가 한 번 대쉬해 볼까나?" "그.... 그러거나 말거나...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 임마." 루칼트는 능글맞은 상대의 말에 발끈해서 소리쳤다. 이드는 그 모습에 평소 다른 사람의 일로 재밌어 하던 루칼트의 상황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루칼트가 넬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재밌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을 투닥거리던 두 사람은 잠시 후 와 하는 탄성과 함께 또 하나의 대련이 끝나며 우르르 몰려들어오는 사람들의 모습에 자연스레 투닥거림을 멈췄다. 대련이 끝난 시간이 점심 시간인 덕분에 루칼트는 지금부터 점심을 준비해야 되기 때문이었다. "너! 있다 보자." 그 말에 그 용병은 루칼트가 앉아 있던 자리에 앉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다. "있다 보잔놈 하고 나중에 보잔 놈은 무서워 할 필요가 없다던데..." 그 모습에 루칼트가 참을 수 없었는지 부엌문 앞에서 바로 몸을 날렸을 때였다. 우아아앙!! 우아아앙!! "긴급. 긴급. 마을 안에 있는 모든 용병들과 남자들은 지금 당장 마을 중앙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긴급 사항입니다. 지금 당장 마을 안의 남자들은 지금 당장 마을 중앙으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우아아앙!! 처음 이곳 너비스에 왔을 때 들어봤었던 시끄러운 경보음이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울리고 방송이 멎었다. 순간 너비스 마을 전체에 적막이 흘렀다. 결계가 형성되고 난 이후 한번도 울리지 않았던 경보음이 시끄럽게 마을 전체를 들쑤셔댄 것이다. 루칼트도 상대 용병의 멱살을 잡고 있던 것을 놓고 굳은 표정으로 마을 중앙 쪽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에게 멱살을 잡힌 용병과 여관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멍하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재빨리 생각을 정리했는지 루칼트는 멱살 잡을 것을 풀고는 급하게 소리치며 항상 두르고 있던 앞치마를 거칠게 벗어 던졌다. "자, 빨리 움직여. 경보음이 울렸어. 결코 보통 일이 아니야. 전부 무기 챙기고 뛰어. 오랜만에 몸 풀 기회가 돌아왔다." 루칼트의 고함과 함께 여관 안 여기저기서 그 소리에 동조하는 고함소리들이 외쳐졌다. "좋았어!!" "확실히 몸 풀어 봐야지. 빨리 움직여라. 자식들아. 늦으면 너희들 몪은 없어!" "웃기지마.... 브레이, 내 칼도 갖고와." 여기저기 용병들이 바쁘게 여관 안을 뛰어 다니는 것을 보며 루칼트는 카운트 안쪽에서 네 개의 단봉을 꺼내 그것들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단봉들은 순식간에 하나의 길다란 검은색 장창으로 변해 그의 손에 쥐어졌다. 장창을 바라보는 루칼트의 얼굴위로 오랜만에 흥분이 떠올라 있었다. 그런 그의 뒤로는 이드와 라미아, 그리고 오엘과 몇 명의 용병들이 다가와 있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말할 필요도 없고, 방금 전까지 대련에 열중한 오엘과 용병들은 무기를 손에 쥐고 있었던 때문에 방으로 올라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가자!"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루칼트를 선두로 준비를 마친 사람들이 여관을 뛰어 나갔다. 그 뒤로 라미아의 허리를 감싸 안은 이드가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이드의 손에 일라이져가 쥐어져 있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몬스터의 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데...' 그랬다. 이드와 라미아. 두 사람은 몬스터의 기운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또 드래곤의 결계를 부수고 들어올 몬스터가 있다고 생각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무슨 일일까. 이드는 의아함에 더욱 걸음을 빨리 해 루칼트를 앞질러 버렸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뒤를 오엘이 따르고 있었다. 마을 중앙. 그곳엔 커다란 녹색의 드래곤 스커일이 마을의 상징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미 마을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드래곤 스케일 앞으로 몇 몇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방송을 듣고 마을 중앙 바로 옆에 있던 남자들이 모여 든 것 같았다. 그런 사람들의 중앙에는 봅이 난처한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며 빠르게 그의 앞에 가서 서며 라미아를 내려놓았다. "무슨 일입니까? 봅씨." "아, 자네들도 왔는가. 잠깐만 기다리게. 모두 모이면 이야기를 하겠네." 그렇게 말을 하는 봅의 표정은 평소와 같은 딱딱함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몬스터가 나타나진 않았으나 그와 같거나 그보다 더한 일이 벌어진 건 확실한 듯 했다. 그런 이드의 뒤를 이어 오엘과 루칼트들이 뛰어왔고, 잠시간의 시간차를 두고서 마을의 용병들과 남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너비스는 그리 큰 마을이 아니었다. 처음 결계가 세워지기 전 언제 몬스터의 공격이 있을지 모르는 이 마을에 사람이 많이 모여들리가 없는 탓이었다. 그렇다고 작은 마을도 아니었다. 덕분에 모든 사람이 모인 것이 아닌데도 지금 마을 중앙에 모여든 사람은 그 수가 백을 넘어 가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고 생각되자 이드와 함께 가장 선두에 서 있던 루칼트가 봅을 다시 한번 재촉했다. "봅씨 무슨 일입니까? 몬스터가 나타난 건 아닌 모양인데... 무슨 상황입니까?" "그게 말이지... 이것... 참!" 봅은 난처한 표정으로 얼굴을 한번 쓸어 내리고는 루칼트를 비롯한 모여든 남자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모두 내말 잘 들으십시오.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마을의 아이들 다섯 명이 없어졌습니다." 웅성웅성.... 그 말에 모여든 사람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없어지다니. 이드는 그 웅성거림에 봅이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는 듯 하자 내공을 실어 입을 열었다. "모두 조용하세요. 나머지 이야기를 들어야죠!" 순간 모든 웅성임이 멈추었다. 봅은 그런 이드에게 고맙다는 눈빛을 보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입 앞으로 작은 마나의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 뒤에 일어지는 봅의 목소리는 확성기를 사용한 듯 엄청나게 커져 있었다. 바로 라미아가 마법을 사용한 덕분이었다. 봅은 갑작스런 변화에 잠시 당황하다 곧 진정하고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또 제가 가지고 있던 결계의 열쇠도... 없어 졌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열쇠를 가지고 결계 밖으로 나간 것... 같습니다." "이... 이보게 봅. 누, 누군가. 그 다섯 명 이름이 뭔지 말해보게." "맞아. 다섯 명이 누군가." 모여 있는 사람들 중 몇 몇의 남자들이 봅의 말을 끝나기가 무섭게 소리쳤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집에 아이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또 결계 밖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만약 그런 곳에 아이들이나가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 봅과 마찬가지의 난처함과 급박함이 떠올라 있었다. "콜린, 구루트, 베시, 토미, 호크웨이. 이렇게 다섯 명입니다. 모두 몇 일전부터 몬스터를 잡겠다고 장난치던 녀석들입니다." 봅은 그렇게 대답하며 주먹을 쥐었다. 다름 아니라 그 중 자신의 아들의 이름도 들어 있는 때문이었다. 이름이 호명됨에 따라 여기저기서 탄성과 함께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들이 울려나왔다. "구... 구루트. 이 놈이... 결국 일을 내는구나..." "... 봅, 봅. 아이들. 아이들은 언제 나간 건가. 언제." "빨리요. 빨리 움직입시다." 소리치는 사람들은 당장이라도 결계 밖으로 달려갈 모양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 곁에는 같은 마을 사람들이 그들을 안심시키고 있었다. 그때 다시 봅의 목소리가 사람들의 귓가를 울렸다. "아이들이 나간 시각은 알 수 없습니다. 길게 잡으면 두 시간. 짧게는 한 시간 정도. 제가 열쇠 관리를 잘 했어야 하는 건데... 정말 면목없습니다." 봅은 그렇게 말하며 깊게 허리를 숙여 보였다. 그 모습에 루칼트가 나서며 봅의 몸을 세웠다. "지금 봅씨의 잘못을 따질 때가 아닙니다. 우선 아이들부터 찾아 봐야죠. 열쇠가 하나 더 있죠? 그리고 혹시 아이들이 어딜 갔을지 짐작가는 곳이 있습니까?" "짐작가는 곳은 없네. 하지만 아이들이 갔다면... 저 산 뿐 일거야. 나머진 한 시간 정도의 거리로 탁 트여 있으니까." 봅이 가리키는 곳엔 나지막한 산이 자리하고 있었다. 결계를 나서서 이 십분 정도의 거리에 자리하고 있는 산. 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작은 것도 아닌 산이 지만 부드럽고 완만하게 생긴 산세를 보아 꽤나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가 자리를 틀고 앉아 있을 것이라고 짐작되는 곳이다. 산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젠장!!" 이란 한마디가 강렬하게 떠올랐다. 저런 곳이라면 몬스터도 몬스터지만, 아직 아이들이 살아 있을지 부터가 걱정이었던 것이다. "제기랄... 모두 무장을 다시 한번 확실하게 점검하고 챙겨들어. 이번엔 막는 게 아니고 우리들이 쳐들어 가는거야." 확실히 그랬다. 마을을 목표로 달려드는 몬스터를 단순히 막아내는 것과 몬스터들이 바글거릴 산 속으로 달려들어가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게 모두에게 소리친 루칼트는 봅을 향해 손을 내 밀었다. "열쇠 주세요. 그리고 산에 가는 건 저희들. 용병들만 가겠습니다. 아이들을 빨리 찾으려고 사람은 많이 모으신 건 알겠지만... 몬스터와 싸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가봤자 사상자 수만 늘릴 뿐이니까요." 급한 마음에 사람들을 불러모은 봅 이지만 카르네르엘이 열쇠를 맡겼을 만큼 상황판단은 뛰어났다. 봅은 초록색의 작은 드래곤 스캐일 조각을 루칼트의 손에 넘겨주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보였다. "꼭... 부탁하네. 아이들을 찾아주게." 하지만 그 말에 루칼트는 뭐라 딱히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미 산에 들어간 아디들을 무사히 찾아오는 것은 정말 하늘에 돌보아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해서 별로 자신이 없었다. 루칼트는 봅에게서 몸을 돌리며 손에 들고 있던 열쇠를 이드에게 던졌다. 휙! 이야기 시작부터 루칼트와 봅을 바라보던 이드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열쇠를 받아들며 루칼트를 바라보았다. "이 중에서 네가 가장 강하잖아. 두개밖에 없는 열쇤데 가장 강한 사람이 가지고 있어야 제일 든든하거든." 이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루칼트는 모여 있는 사람중 용병들만 따로 모았다. 결계가 쳐진 후 여관을 경영하며 용병들을 통제한 덕분에 용병대장 처럼 되어 버린 루칼트였다. 그는 따로 모인 용병들 중에 이번 일에 빠지고 싶은 사람을 빠지게 했다. 하지만 빠지는 사람은 없었다. 오랫동안 머물며 정이 들어 버린 너비스 마을 사람들의 일이기에 남의 일 같지가 않았던 때문이었다. 그러는 중에 따라나서겠다는 남자들과 아이들의 가족들이 나서긴 했지만 그들은 봅이 나서서 진정시켰다. 이드는 대충 상황이 정리되자 라미아와 오엘을 데리고 앞장서서 산쪽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세 사람의 뒤로 루칼트를 선두로 한 용병들이 뒤따랐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어린 녀석이 선두에 선다고 건방지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서로에대해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기에 아무런 불만도 표하지 않았다. 이드와 직접 검을 맞대본 사람은 몇 없지만, 오엘의 실력은 이미 증명이 되어 있는 상황이었고, 그런 오엘이 사숙으로 모시는 이드의 실력은 보지 않아도 확인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결계를 벗어난 후 이드들은 각자 할 수 있는 한 가장 빠른 속도로 목표한 산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빨리 도착하면 도착하는 만큼 아이들의 생존 확률이 높아지는 때문이었다. 이에 라미아는 용병들 중 그 실력이 뛰어난 스무 명을 자신과 함께 마법으로 뛰어서 날아가기 시작했고, 이드역시 오엘의 허리를 부여잡고는 신법을 전개해 엄청난 속도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일엔 관여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이드였다. 하지만 직접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었고, 항상 얼굴보고 생활하는 사람들의 일이기에 나서게 된 것이었다. 또 이미 카르네르엘의 보호를 받고 있는 너비스는 이드가 충분히 관여해도 괜찮은 마을인 때문이었다. 이드와 라미아의 도움으로 스무 명의 용병들과 오엘은 순식간에 목표로 했던 산아래 설 수 있었다. 이십 분의 거리를 단 이 분으로 줄여 버린 것이다. 나머지 용병들의 모습은 아직 저 멀리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라미아와 이드의 수법에 감동 받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루칼트는 재빨리 스무 명의 인원을 네 명씩 다섯 개의 팀으로 나누어 산 속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이드들이 산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흐음... 조용하네." 이드는 산의 전체적인 기운을 느끼고는 중얼거렸다. 아이들 다섯 뿐이지만 그들이 들어왔다가 몬스터들에게 발견 됐다면, 뭔가 소란스런 기운이 감돌아야한다. 하지만 지금 산은 조용했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두 가지. 아직 큰일이 없거나, 벌써 일이 벌어지고 난 후라는 것. 나머지 세 사람 역시 그런 이드의 뜻을 알아들었는지 나직이 한숨을 내 쉬었다. 안도의 한숨임과 동시에 좋지 않은 상황을 생각한 아픔의 한숨이기도 했다. "우선 어디서부터 찾아봐야... 참, 탐지마법!" 이드는 어디서부터 찾을까 하는 생각으로 주위를 빙 둘러보다 갑작스레 떠오르는 생각에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왜 진작 탐지마법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그와 동시에 오엘과 루칼트의 시선도 자연스레 라미아를 향해 돌려졌다. 라미아는 세 사람의 눈길에 귀엽게 머리를 긁적여 보이고는 두 손을 모았다. 그런 라미아의 행동에 주위의 마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알았어요. 하지만 바로 알아보진 못해요. 좌표점이 흔들려 있는 덕분에 그것까지 계산에 넣어야 되거든요. 그러려면 잠시 시간이 걸려요." "그래도 해봐. 이렇게 무작정 찾으러 다니는 것보다는 낳을 테니까." 라미아는 이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스펠을 되뇌기 시작했다. 루칼트는 그런 라미아의 모습을 바라보다 이드와 오엘에게 시선을 돌렸다. "역시... 마법사가 있으면 편하단 말이야. 그런데 이렇게 되면 다른 곳으로 흩어진 녀석들을 불러보아야 되는 거 아닌가?" "아니요. 혹시 흩어진 쪽에서 먼저 찾을지도 모르잖아요. 또 라미아가 아이들의 위치를 알아내도 저희들 넷이면 충분할 것 같구요." "그것도 그렇군." "그런데... 아이들이 아직까지 무사할까요. 저희들이 들어서자 마자 저렇게 움직이는 녀석들이 바글대는 이 산에서요." 츠아앙! 소호검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뽑혔다. 그 뒤를 이어 이드가 일라이져를 뽑아들며 라미아 곁으로 자리를 옮겼고, 루칼트도 장창을 든 손에 힘을 더 하고서 앞으로 나섰다. 그런 세 사람의 앞쪽. 그러니까 산 속에서 열 두 마리의 오크가 씨근덕거리며 걸어나오고 있었다. 오크들의 손에는 입고 있는 엉성한 가죽옷과는 달리 척 보기에도 날카로운 칼(刀)이 들려 있었다. '확실히... 카르네르엘의 말이 맞기는 맞는 모양이야. 보자마자 저렇게 살기를 드러내다니...' 일행들을 바라보는 오크들의 싸늘하다 못해 살기어린 눈길에 이드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보통의 오크는 약탈을 위해 접근하는 것이 보통인데 반해 지금 모습을 보인 녀석들은 마치 원수를 보는 듯한 그런 눈길인 때문이었다. "오엘. 더 볼필요 없어. 가까이 오기전에 처리해 보려. 단, 조심해. 녀석들이 죽기 살기로 덤빌 기세니까." 이드의 말에 오엘은 네. 하고 대답하고는 소호검을 들고서 앞으로 걸어나갔다. 루칼트 역시 창을 한바퀴 회전시키며 그 뒤를 이었다. "오래만에 시원하게 몸 좀 풀어 보자구." 그의 외침뒤에 이어진 것은 오엘과 루칼트가 일방적으로 승기를 잡아가는 장면이었다. 이미 검기를 능숙히 다룰 줄 아는 오엘이였고, 장창의 장점을 확실히 살린 실전 위주의 창술에 열 두마리의 오크들은 접근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엘과 루칼트도 승기를 잡았으면서도 감히 오크들을 경시 하지 못했다. 정말 철천지 원수를 만난 듯 살기를 품고 달려드는 오크들 때문이었다. 아무리 자신보다 하수라도 죽기살기로 달려드는 상대를 가볍게 상대할 수는 없는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나와 있지.' 이드가 싸움의 결과를 그렇게 결정할 때 뒤에서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드님. 완성됬어요." 그 말에 돌아본 라미아의 손위엔 하나의 입체영상이 만들어져 있었다. 현재 일행들이 올라와 있는 산의 모습을 그대로 축소해 놓은 듯한 산의 모습과 그 사이사이로 깜빡이는 붉고 푸른 점들. 그 중 한곳은 네모난 모양으로 네 개의 푸른 점과 아홉 개의 붉은 점을 감싸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드들을 표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중에 다시 눈에 뛰는 것이 다섯 개 있었다. 바로 옅은 푸른색을 뛰는 다섯 개의 점. 네 개의 옅은 푸른색 점은 산 속 깊이 두 개씩 따로 떨어져 있었고, 나머지 하나만 산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특히 산 아래로 내려와 있는 푸른 점의 앞뒤로는 붉은 점 여덟 개와 푸른 점 네 개가 반짝이고 있었다. "푸른색은 인간. 붉은 색이 좀 많죠? 몬스터를 포함한 산 속에 사는 맹수 급에 속하는 생물체들이 예요. 옅은 푸른색은 어린아이구요. 아이들은 그 가진바 기가 약해서 찾는데 엄~청 고생했어요. 아무튼 기적적으로 다섯 명 모두 살아는 있는 것 같아요. 그 중 한 명은 쫓기고 있는 중이지만요." "수고 했.... 어." 티잉!! 맑은 쇳소리가 울렸다. 라미아에게 말을 건네던 도중 자연스레 고개를 한쪽으로 젖히며 파리를 쫓듯 손을 흔드는 순간 울려 퍼진 소리였다. 좌우간 이드의 뒤통수를 향해 날아든 그 무언가는 이드의 내력이 가득 담긴 손가락에 되 튕겨 이드들 주위에 서 있는 많은 나무들 중 한 그루에가서 푹 하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박혀 버렸다. 그렇게 박히고서야 그 모습을 제대로 보이는 그것은 다름 아닌 등뒤에 격전중인 오크중 하나가 던져낸 칼이었다. 그 모습에 뭐라고 경고를 보내려던 오엘과 루칼트는 입맛을 다시며 다시 검과 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어진 이드의 말과 행동에 그들의 손엔 좀 더 많은 힘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도 안 끝난 거야? 아이들의 위치는 모두 파악했어. 우리들은 천천히 먼저 올라갈 테니까 빨리 처리하고 따라와." 말을 마친 이드는 라미아의 손을 잡고서 산을 올라가 버리는 것이었다. 어느정도 산을 올랐을까. 급하게 오크들을 처리 한 듯 숨을 헐떡이며 오엘과 루칼트가 달려와 이드와 라미아를 뒤따르기 시작했다. 이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엔 황당함이란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설마 정말 먼저 가버릴 줄이야. 덕분에 서둘러 오크들을 베어 넘겼고, 그 과정에서 옷 여기저기에 칼자국이 생겨 버렸다. 급하게 서두른 대가였다. 하지만 느긋하게 오크를 상대했다가는 이드와 라미아를 놓쳐버릴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것인지. 그냥 그러려니 하는 오엘과는 달리 루칼트는 여기저기 흉터가 남아 버린 자신의 옷과 허둥댔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자 그냥 넘어 갈 수가 없었다. "너 무슨 생각으로 먼저 가버린 거야? 설마... 장난이예용. 이라는 시덥잖은 말을 하진 않겠지?" 벙긋 웃으며 콧소리를 내는 루칼트의 말에 그를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의 몸에 파르르 닭살이 샘솟으며 뒤통수에 커다란 땀방울이 하나씩 매달렸다 사라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루칼트의 정신 공격에 의한 부작용으로 일어난 닭살을 진정시킨 이드는 슬쩍 고개를 돌려 루칼트를 한심하다는 듯 한번 바라본 후 입을 열었다. "당연하잖아요. 시간을 너무 끌었으니까 그랬죠." 자신이 시간을 끌었던가? 루칼트는 자신과 오엘이 오크를 상대하던 상황을 다시 회상해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언제!" "그랬어요. 아이들을 찾아내는 것도 바쁜데 두 사람이 너무 신중하게 상대하느라 시간이 길어졌죠. 오크들이 대단한 각오로 덤벼온 건 사실이지만 실력차가 있는 이상 조금은 대담하게 공격하면 금방 끝날텐데... 너무 신중했다 구요. 지금 봐요. 서둘렀지만 어디 상처 입은 곳도 없잖아요." 루칼트는 끙 하고 앍는 소리를 내며 입을 닫았다. 이드의 말이 모두 맞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자신이나 오엘. 두 사람 모두 다친곳이 없었다. 또 상대의 기세에 긴장한 것도 사실이지만... 쉽게 수긍하기엔 분한느낌이다. "... 입었어. 상처. 지금 내 옷의 꼴을 보라고... 이건 고치더라도 흉터가 남는단 말이다." 이드는 투정 부리는 듯한 그의 말에 설핏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네, 네. 돌아가면 제가 대 수술... 이 아니라. 새걸로 교체해 드리죠." "험... 뭐, 그럴 것까지야. 그럼 이것과 같은 걸로 부탁하지." "예예... 그보다 좀 더 빨리 움직이자구요.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진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잡고 걷고 있는 라미아의 허리를 살짝 안아 올리며 발을 좀더 바쁘게 놀렸다. 그 모습에 뒤따르던 두 사람역시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속도를 높였다.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네 사람이 맞은 일은 아이들의 구출. 언제까지 노닥거릴 순 없는 일인 것이다. 이드와 라미아는 산을 오르는 중간중간 멈춰 서서는 주위의 산세를 살피고 확인했다. 탐지마법이 펼쳐졌을때 이미 아이들이 있던 위치를 외워둔 두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위치의 기준은 아이들이 있는 주위 지형의 형태였다. 그러기를 서너차래. 이드는 탐지마법으로 확인했던 지형을 찾을 수 있었다. 나무가 우거졌다기 보다는 커다란 바위가 많아 황량해 보이는 주위의 경관과 보란 듯 돌출 되어 있는 지형이 사람이 몸을 숨기기에는 여러모로 좋지 않은 위치였다. 숨기 좋은 곳이라기 보다는 주위를 관찰하기 좋은 그런 지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탐지마법엔 이곳에 두 명의 아이들이 숨어 있다고 나와 있었다. 라미아역시 이드와 같이 주위 지형을 확인한 후였다. 이드와 라미아는 머리를 맞대고 두 아이가 숨어 있던 위치를 떠 올려보았다. 탐지마법에 나온 아이들의 위치와 지금현재 자신들이 서있는 곳의 위치를 따져 봤을때, 아이들이 있는 곳은. "저 쪽!" 이드와 라미아의 손이 동시에 한 쪽 방향을 가리켰다. 그와 동시에 네 쌍의 눈길이 한곳을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커다란 두개의 바위 뿐. 그 주위엔 아무것도 없었다. 또 숨을 만한 장소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마법으로 확인한 사실. 네 사람은 천천히 두 개의 바위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네 사람이 얼마 움직이지 않았을 때였다. 나란히 서있는 두 개의 바위가 다아있는 곳의 아래쪽. 딱딱한 흙바닥과 돌이 자리하고 있을 그곳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며 튀어 나왔다. 작은 몸에 갈색과 푸른색, 하얀색의 흙으로 엉망진창이 된 옷을 입고 있는 일고 여덟 살 정도의 어린아이 들이었다. 뭔가 좁은 곳에서 겨우 빠져 나온 듯한 모습의 두 아이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네 사람에게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흙 범벅이 된 아이들의 얼굴엔 어느새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었다. "콜린... 토미?" 이드도 이름을 알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자신들의 이름이 불려서져 일까. 달리는 속도를 더한 두 아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루칼트의 품에 안겨 들었다. 라미아도 오엘도 아닌 남자인 루칼트의 품에 말이다. 루칼트 본인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안겨들기에 안아주긴 했지만 어색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바로 이드와 라미아, 오엘보다 루칼트가 아이들에게 더욱 친숙한 때문인 것이다. 너비스에 온지 얼마 되지 않는 세 사람과 결계가 처지기 이전부터 너비스에서 생활하며 얼굴을 봐왔던 루칼트의 차이인 것이다. 성인들도 슬픈 일이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가족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겨드는 경우가 더 많다. 그것은 그 사람이 마음에 의지가 되는 때문인 것이다. 그것처럼 아이들도 급박한 순간에 좀더 마음에 의지가 되는, 좀더 친숙한 루칼트에게 달려가 안겨든 것이었다. "후훗... 녀석들. 항상 장난만 쳐대드니 이번에 아주 혼이 나는구나. 괜찮아. 이 형이 왔잖냐. 이제 걱정마." 아이들이 안겨오는 상황에 잠시 당황해 하던 루칼트는 곧 두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아이들과 시선을 맞추었다. 그에 따라 아이들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이 더욱 많아 졌다. 하지만 여전히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런 모습에 의아하게 생각하던 루칼트에게 콜린과 토미의 양 볼과 입이 불룩한 모습이 보였다. 특히 벌려진 두 사람의 입술 사이로 무언가 천 조각 같은 것이 삐죽이 튀어 나와 있었다. "너희들... 이게 뭐... 뭐야?!?!" "... 천?... 아니... 옷?" 루칼트는 아이들의 입가로 삐져나온 천 조각을 쓱 잡아 당기다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그것은 이드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루칼트의 손에 들려진 엉망진창으로 찢어진 천 뭉치. 원래 무언가의 일부분인 것처럼 보이는 그 천 뭉치는 아이들의 침에 범벅이 되다 못해 침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으윽.... 으아아아앙!!!!" "으윽... 으윽... 흑.... 루.... 카트... 혀... 흐윽..." 잠시 천 뭉치를 황당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던 네 사람의 귓가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막혔던 입이 열렸다는 듯 아무런 소리도 없던 아이들의 입이 드디어 열린 것이었다. 확실히 이런 천이 입을 막고 있다면 말하고 싶어도 아무 것도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얼마나 오랫동안 입을 막고 있었는지 혀 짧은소리까지 내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자자... 괜찮아. 괜찮아... 근데 너희들 이건 왜 입에 물고 있었던 거니?" 루칼트는 울음소리와 함께 다시금 안겨드는 두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기를 어느 정도. 콜린과 토미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천 뭉치가 입에 들어 있는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그건... 소리 내지 않으려고... 그래서 입에 물고 있던거예요. 쪼금만 소리내면... 몬스터가 오는 것 같아요" "옷을 찢어서 입에 넣었어. 쿵쿵거리는 몬스터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서... 그래서 나도 모르게 비명이 나오려고 해서... 그래서 입을 막았어. 소리를 지르면 몬스터들이 달려 올 테니까." 그 말에 네 사람의 시선이 잠시 허공에서 부딪혔다. 확실히 입을 막을 만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입을 천으로 막아 버리다니. 보통은 그냥 손으로 입을 막고 말 것인데. 그리고 조금 익숙해지면 비명도 나오지 않을 테고. 확실히 아이는 아이다. 좌우간 말하는 폼이나 모습을 보아 이번 일로 확실하게 뜨거운 맛을 본 것 같았다. 너비스의 다섯 말썽쟁이로 불리는 녀석들이지만, 지금의 꼴을 보면 앞으로 그 명성은 전설로만 전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번에 돌아가면 몇 일간은 악몽에 시달리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이드는 슬며시 웃음을 흘리며 콜린과 토미를 불렀다. "그런데 너희 둘 나머지 녀석들은 어디있는 줄 아니? 구르트, 베시, 호크웨이. 세 녀석 말이야." 그 질문에 콜린과 토미는 서로를 마주보다 똑 같이 고개를 저었다. "몰라요. 형. 호크웨이는 겁이 난다고 산 입구에서 기다리다고 했지만... 베시와 구르트는 잘 모르겠어요." "올라오다가... 오크를 만나서 도망치다가 떨어졌어요. 내가 봤는데... 음... 저쪽으로 도망간 것 같았어." 토미가 좀 더 높은 산의 한 부분을 가리켜 보였다. 탐지 마법에 나타났던 또 다른 곳과 대충 맞아떨어지는 위치였다. 이곳의 지형이 주변을 바라보기 좋은 위치인 덕분에 확인이 쉬웠다. "좋아. 그럼 그 두 녀석을 찾으러 가야하는데..."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슬쩍 콜린과 토미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울고 땅에 뒹굴었는지 새까만 얼굴에 두 줄기 눈물자국만 선명하다. "너희들... 베시와 구르트를 찾아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래? 너희 둘이 말이야." 씨익. 이드의 입가로 짓굳은 미소가 매달렸다. 이럴 때 왜 장난기가 슬며시 고개를 치켜드는지. 이드의 말을 들은 콜린과 토미의 얼굴에 한가득 두려움이 떠오르더니 주루룩, 수도꼭지를 열어 둔 것처럼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어 두 녀석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내 저으며 이드의 양쪽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그리고는 뭐라 말도 하지 못하고 서럽다는 듯 울어대기 시작하는 콜린과 토미였다. "참나. 그렇지 않아도 잔뜩 겁먹은 애들을 놀리며 어떻게요? 정말 못됐어. 자자... 괜찮아. 너희들만 두고 가는 일은 없으니까. 뚝! 그만 울어." 라미아는 이드를 향해 눈을 한번 흘겨준 라미아가 두 아이들을 달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옆에 서 있던 오엘도 토미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며 진정시켰다. "후후후... 두 번 다시 결계 밖으로 나간다는 말은 안 하겠구만. 저 꼴을 보면..." 루칼트는 여유롭게 미소지었다. 두 여성의 노력으로 금세 콜린과 토미가 진정되자 곧 두 아이는 루칼트와 이드의 품에 안겨지게 되었다. 콜린과 토미때문에 구르트와 베시를 찾아 나서는 일행들의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일단 목적지가 정해지자 네 사람은 빠르게 산길을 헤쳐나갔다. 탐지마법으로 확인했을 때 산 입구 부근에서 용병들과 몬스터들에게 포위되어 있던 녀석이 호크웨이 같았으니 남은 두 녀석만 찾으면 임무 완료인 것이다. 정말 하늘의 보살핌이 있었다고 생각되는 일이다. 열 살도 되지 않은 녀석들이 몬스터가 바글대는 산 속에 들어와 한 시간하고도 반을 무사히 견뎌냈으니 말이다. 또 다섯 모두 무사한 덕분에 너비스 마을로 돌아간 후에도 아이들의 부모를 보기 편하게 되었다. 만약 한 녀석이라도 무사하지 못했다면 아이들의 부모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었다. 물론, 그것이 용병들의 책임이 아니지만 말이다. 목적지로 다가가는 이드들의 발걸음은 콜린과 토미를 찾을 때 보다 더욱 빠르고 여유로웠다. 지금은 정확하게 목적지의 위치를 알고 있는 때문에 주위 지형을 살필 필요가 없어 자연히 발걸음의 속도라 빨라진 것이었다. 그렇게 목적지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때였다. 움찔! "젠장!!" 평지를 달리 듯 나아가던 이드의 몸이 순간 멈칫거리며 짧은 욕설이 튀어 나왔다. 그런 이드의 귓가로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애처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그 말에 오엘과 루칼트의 시선이 이드를 향했고, 라미아는 곧바로 이드가 느낀 기척을 느꼈는지 찡그린 얼굴로 보이지 않는 저 앞을 바라보았다. "... 들킨... 거냐?" 루칼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상황에 이드가 반응을 보일 만한 일이 아이들이 몬스터에게 발각되는 일 밖에 없는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드에게서 들려오지 않았다. 쿠어어어엉!! 묵직한 포효소리가 산 속 사이사이를 내 달렸다. 이보다 더 확실한 대답은 없을 것이다. "보통 녀석은 아닌 모양인데..." 네 사람은 어느새 그 자리에 서 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네 사람의 행동을 재촉하는 듯 다시 포효소리가 들려왔다. 이드는 그 소리를 들으며 안고 있던 톨린을 오엘과 라미아 앞에 내려놓았다. "내가 먼저 가볼 테니까... 아이들하고 천천히 오도록 해." "아, 같이 가자." 이드의 말에 루칼트 역시 토미를 내려두고 창을 거꾸로 세워 들어 빠르게 뛰어나갈 수 있는 자세를 취했다. 이드는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운귀령보를 시전했다. 순간 이드의 몸이 쭈욱 늘어나는 듯 하며 저 앞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치잇... 따라갈려면 땀 좀 뽑아야 겠구만..." 루칼트는 어느새 작게 보이는 이드의 모습에 순간 '따라가지 말까?' 하고 생각하다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고는 급히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루칼트의 발도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 간단한 보법을 익힌 듯 했지만, 고급의 보법은 아닌 듯 이드의 그림자만 바라보며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도만은 보통 사람이 낼 수 없는 그런 속도였다. 278 산 속과 숲 속을 달리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고르지 않은 지형에 함정처럼 땅위로 뻗어있는 나무뿌리들과 갑자기 머리를 향해 달려드는 줄기줄기 사방으로 뻗쳐있는 나무 줄기. 이런 상황에서 그 사이를 맘 것 달릴 수 있는 종족은 숲의 사랑을 받는 엘프는 종족 하나 뿐이다. 그리고 유(柳), 유(流), 환(幻)의 묘리(妙理)담은 절정의 신법(身法)을 익힌자 뿐이다. 부운귀령보 역시 여러가지 묘리를 담고 있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신법들 중 손꼽히는 신법이다. 그것을 확인이라도 해주는 듯 산 속을 달리고 있는 이드의 모습은 빨랐고 또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빠르게 달려나가던 이드의 신형이 한순간 그대로 멈춰 서 버렸다. 그런 이드의 시선이 다아 있는 곳. 얼기설기 앞을 가로막고 있는 나무들 사이로 하나의 장면이 텔레비젼을 보는 것처럼 보여지고 있었다. 나무로 짜여진 그 화면 안에서는 열 살이 채 되지 않은 흙 범벅의 소년, 소녀와 두 마리의 트롤이 등장하고 있었다. 그 중 두 아이들은 커다란 나무둥치 아래 넘어져 있었고, 두 마리의 트롤은 그런 아이들을 가지고 놀 듯이 그 앞에서 크르륵 거리면서 서 있기만 했다. 그렇게 이드가 바라보고 있을 때 뒤쪽에서부터 투박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거치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다름 아닌 루칼트가 도착한 것이었다. "헥헥... 헥헥... 흐아~ 몬스터를 상대하기 전에 쓰러지는 줄 알았네... 응? 그런데 뭘 보는..." 숨을 가다듬던 루칼트는 이드의 시선을 쫓다 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호오~" 이때는 좀 전과 상황이 또 달라져 있었다. 주저앉아 있던 두 아이들 중 갈색 머리를 질끈 동여맨, 나이또래 조금 외소한 체격의 소년이 다듬어 지지 않은 나무 막대를 손에 들고 트롤들 앞에 서서 등뒤의 소녀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보통 일검(一劍)에 나가떨어지는 초급의 고블린을 보고도 무서워 할 나이의 꼬맹이가 두 마리의 트롤 앞에서 떨지도 않고 나무 몽둥이를 들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에 루칼트는 가벼운 탄성을 발하고 말았다. 전혀 가망성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 소녀를 지키겠다고 저 무시무시한 트롤 앞에 몽둥이를 들고 일어선 것만 해도 대단한 용기라고 할만한 것이었다. "녀석... 대단한데..." "그렇죠?" 이드역시 루칼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좀 더 상황을 지켜봐도 되겠지?" "... 괘찮을 것 같은데요." 이드와 루칼트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위험하게 돌아가는데도 볼만하게 돌아가는 상황전개에 나설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만약 두 아이의 부모가 보았다면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들 만한 소리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이었지만, 아쉽게도 이 자리엔 아이들의 부모가 없었다. 만약 있었다면 눈앞에 벌어지는 일보다 더욱 흥미진진한 상황이 연출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등뒤로 관중을 둔 상태에서 가만히 위협만 가하던 트롤이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듯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쿵. 쿵. 트롤의 육중한 몸이 한발자국씩 움직일 때마다 거대한 바위를 땅위에 던져놓는 듯한 진동과 굉음이 일었다. 트롤은 서두르지 않았다.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에 몽둥이를 들고 있던 소년은 몸의 몸이 잠시 굳은 듯 하더니 몸둥이를 몸 앞에 바로 세워 잡았다. "조금 엉성하긴 하지만... 기초가 되어 있는데요?" 이드는 조금은 엉성한 그 모습에서 검술의 기초를 수련한 자의 모습을 찾아 낼 수 있었다. "그럴꺼야. 저 녀석... 내가 알기로 페이턴 녀석에게 검술을 배우고 있었거든. 왜 있잖아. 짝짝이 눈에 레이피어 들고 있는 녀석." 아! 이드도 알고 있는 용병이다. 푸른색과 붉은색의 오드아이에 자로 잰 듯 한 정확하고 날카로운 검법을 사용하는 남자로 맺고 끊는게 확실한 성격의 남자였다. 그는 현재 구르트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구르트가 검술을 가르쳐 달라며 자그마치 한달 하고도 보름을 쫓아다닌 결과였다. 하지만 아직 배운지 오래 되지 않아 아직 검술의 기초를 다지고 있는 형편 이였다. 여기서 한가지 덧 붙이자면, 용병들과 마법사들에게 검술과 마법을 가르쳐 달라고 조른 마을 아이들은 많았지만 실제로 허락을 받은 건 구르트 뿐이다. 아이들 중에 한 달이 넘게 따라다닐 정도로 끈기 있는 녀석이 구르트 뿐이었던 것이다. "빨리 도망가. 베시. 내가 여기 있으면... 그러면 이 녀석이 널 따라가진 않을 거야. 어서, 베시!" 갑작스레 터져 나온 구르트의 목소리였다. 이드와 루칼트는 그 목소리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곳엔 몽둥이를 들고 소리치는 구르트와 울면서 고개를 흔드는 베시가 있었다. 그것은 완전히 용사이야기의 한 장면과 같았다. "저놈 저거... 소설책을 너무 많이 읽은 거 아냐?" "뭐, 그래도 친구 버리고 도망가는 놈보다는 백 배 낳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페이턴녀석도 그런 용사류의 소설책을 자주 읽더 만... 아주 애를 버려논것 같아서..." 루칼트는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그때였다. "차앗!!" 가만히 몽둥이를 들고 있던 구르트가 그 몽둥이를 들고 그대로 트롤에게 달려드는 것이었다. 갑작스런 그 모습에 쩝쩝 입맛을 다시던 루칼트는 놀라 혀를 깨물어 버렸고, 가만히 바라보던 이드는 그대로 몸을 날려 현장을 뛰어 들었다. 크아아아아. 하지만 이드가 구르트에게 다가가는 것 보다 트롤이 팔을 휘두르는게 한 박자 빨랐다. 이드가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퍼억하는 소리와 함께 구르트의 한 쪽 팔에서 붉은 핏 방이 튕겨나오며 한쪽으로 날려가 버린 것이었다. 얼마나 강한 충격이었는지 구르트에게선 비명한마디 세어 나오지 못했다. "제길. 좀 더 일찍 나오는 건데... 죽어라. 수라섬광단!" 이드는 땅바닥을 구르는 구르트의 모습에 시선을 둔 채 일라이져를 휘둘렀다. 수라섬관단의 일식에 의해 붉게 물든 일라이져의 검봉 끝으로 한줄기 붉은 강기의 실이 뿜어지며 허공을 날아 하늘 거렸다. 그것은 마치 축제 무대를 장식하는 장식품인양 아름다워 보였다. 하지만 그 강기의 실이 가지는 위력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다. 허공에서 잠시 하늘거리던 강기의 실이 트롤의 목을 한 바뀌 감아 도는 순간 이드에 의해 강기의 실이 잡아당겨졌고, 그에 따라 급하게 줄어든 강기의 실이 아무런 부담 없이 깨끗하게 트롤의 목을 잘라 버린 것이다. 너무도 깨끗하게 잘려나간 트롤의 목이었던 덕분에 잘려져 나간 자리에서는 몇 분간 피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드는 그 것을 바라보지도 않고 곧바로 쓰러져 있는 구르트에게 달려갔다. 아직 다른 트롤 한 마리가 남아 있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뒤이어 뛰쳐나온 루칼트가 그 트롤을 향해 달려든 때문이었다. 이드는 등뒤로 들리는 트롤의 괴성과 루칼트의 기합소리를 무시하며 구르트의 상처 부위를 살폈다. "쯧... 엉망이군." 트롤에게 맞았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구르트의 한쪽 팔은 아주 엉망이었다. 원래 연약한 아이의 팔인데, 거기에 무식한 트롤의 손이 다았으니 무사할 리가 없었다. 트롤의 손이 직접 다았던 부분은 완전히 살이 터져 나가 있었고, 그 반대쪽으로는 허연 뼈가 부러져 살을 뚫고 삐져나와 있었던 것이다. 이드는 그 모습에 다시 한번 구경만 하고 있었던 자신의 행동을 탓했다. 어쨌든 빨리 손을 써야했다. 이렇게 두었다가는 직접적인 상처보다는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 때문에 더 위험할 듯했다. 결론을 내린 이드는 가볍게 손을 놀려 구르트의 팔의 혈도를 봉해서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게 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혼혈을 눌러 완전히 구르트를 기절 시킨 후 조심스럽게 부러진 뼈를 맞추었다. 그그극 하는 느낌과 함께 기절해 있는 구르트에게서 가벼운 신음 성이 흘러나왔다. 부러진 뼈를 맞추는 고통이 기절해 있는 상황에서도 느껴진 모양이었다. "됐다. 나머지는 라미아가 마법으로 치료하면 완전히 낳을 거야. 그러니까 울지마. 알았지?" "흑... 흐윽.... 네... 흑..." 이드는 눈앞의 베시를 바라보았다. 뼈를 맞추고 있을 때 조심스럽게 다가온 베시는 그때부터 구르트를 보며 계속해서 훌쩍이는 것이다. "헐~ 녀석. 벌써 여자친구 하나는 확실하게 물어 놨구만. 능력도 좋아..." 그사이 트롤을 쓰러트린 루칼트가 다가와 가볍게 농담을 중얼거렸다. 물론 그런 농담을 알아들을 사람은 이 자리에 이드뿐이지만 말이다. 그런 루칼트의 뒤로 머리에 커다란 칼자국을 가지고 쓰러져 있는 트롤의 모습이 보였다. 이로써 잠시동안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놓은 개구장이 다섯 명을 모두 찾아낸 것이다. 이드는 기절해 있는 구르트를 훌쩍이는 베시에게 넘겨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이 할 일은 끝난 것이다. 잠시 후 콜린과 토미를 데리고 라미아와 오엘이 도착했고, 곧바로 구르트의 치료가 이루어졌다. 거의 팔의 한쪽 부분이 날아 가버린 그런 상처지만 라미아의 손을 거치면서 깨끗하게 회복되어 버렸다. 아마 깨어나면 자신의 팔이 그렇게 심한 고생을 했다는 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트롤에게 얻어맞는 순간 기절해 버린 구르트인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구르트의 옆에는 베시가 꼭 붙어 앉아 있었다. 얼마 후 구르트가 깨어나자 일행들은 산을 내려와 다시 마을로 향했다. 호크웨이역시 무사했다. 걱정하던 아이들 모두 무사한 것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아이들을 찾아 나섰던 용병들은 꽤나 많은 수가 여기저기 크고 작은 상처를 입고서 산을 내려와야 했다. 용병들이 아이를 데리고서 마을로 돌아오자 마을에선 환호성이 터졌고, 아이들의 입에선 비명성이 터졌다. 이번 장난은 보통 장난이 아니었고, 그 때문에 부상을 당한 용병들이 있어서 다섯 명의 개구장이는 평소와는 차원이 다른 꾸지람과 벌을 받았던 것이다. 그에 걸맞는 야단과 체벌. 덕분에 아이들은 몇 일 동안 얼굴도 보기 어려웠다. 그리고 다시 얼굴을 보게 되었을 때 얌전해진 다섯의 모습에 너비스의 다섯 말썽쟁이라는 말이 전설이 되려는가 하고 마을 사람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몇 일도 가지 않아 마을의 한 청년이 오물 통을 뒤집어쓰는 것을 시작으로 너비스의 마을 사람들 머릿속에서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너비스의 다섯 말썽쟁이가 다시 부활한 것이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최강자는 단연 커플로 재탄생한 구르트와 베시 커플이었다. 아이들에 의한 소동이 있은 지도 한 달이 지나고 있었다. 이젠 제법 계절이 바뀌어 간다는 느낌이 피부로 느껴지고 있었다. 한낮의 태양이 더 이상 덥지 않았고,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더 이상 시원하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산아래 위치하고 있는 너비스의 위치 특성상 더욱 확실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바뀌어 가는 계절과는 달리 너비스에서는 별로 바뀌는 것이 없었다. 있다면 옷차림 정도가 다였다. 결계로 보호되고 있는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랄 수 있는 현상이었다. 이드는 그렇게 끝나가는 여름의 끝자락이 남겨진 하늘을 라미아의 무릎베개를 베고서 편안히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주부터는 대련으로 내기를 하는 것도 질렸는지 다시 이드와 붙어 다니기 시작한 라미아였다. 그리고 그런 라미아의 옆으로는 오엘이 편안히 누워 있었는데, 그녀 스스로 휴식이 필요하다 생각했는지 지난 주 부터 대련을 쉬고 있었다. "헉헉... 웨, 웬만하면... 으읏... 차앗.... 나도... 쉬고 싶은데 말이야." 루칼트는 가쁜 숨을 쉬어 가는 중에 겨우 말을 이어가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가공할 속도의 작은 돌맹이들을 피해내고 있었다. 분명 자신이 주워온 작은 돌맹이들이었는데, 어떻게 이드의 손에서 던져지는 저 손가락 한마디도 되지 않는 돌맹들의 기세가 이렇게 사람을 겁먹게 만드는지. 다음엔 좀 더 작은 걸로 준비해봐야 겠다고 생각하며 루칼트는 다시 한번 날아오는 돌맹이를 유연한 보법으로 피해냈다. 현재 그는 신법 수련 중에 있었다. 아이들을 구해온 한달 전. 숲에서도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는 이드의 모습이 인상에 남아서, 또 그런 이드의 뒷그림자만 보고 달려야 했던 자신의 모습이 신경 쓰였던 루칼트가 몇 일 동안 고민을 거듭하다 이드에게 부탁을 해왔던 것이다. 원래 이런 무술이나 마법이란 것이 아무에게나 전해주지 않는 것인데다, 특히 동양사람들은 이런 쪽으로 까다롭다는 소리를 들어 평소의 그 답지 않게 고민을 많이 하고서 꺼낸 말이었다. 물론 정작 말을 꺼냈을 때는 장난치듯 지나가는 말투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말을 꺼낸 것이 무안할 정도로 이드의 승낙은 쉽게 떨어졌다. 이미 그레센의 기사를 가르쳤던 경험과 몇 몇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 무공을 전해준 이드였기 때문에 루칼트를 가르치는데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시간을 보낼 좋은 일거리가 생겼기에 반기고 싶은 심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신법의 연습이 오늘까지 삼주째 이어지고 있었다. 이드가 가르치는 신법은 개방의 풍운보. 거기에 더해 내공이 없는 그에게 풍운보의 진정한 위력을 발휘 할 수 있도록 내력의 운용을 위해 전해준 금강선도. 이 두 가지였다. 처음 이주간은 금강선도의 운용에만 매달려 있었고, 실제 풍운보에 대한 수련은 이제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오늘의 수련은 누구라도 보면 알겠지만 보법의 운용과 회피술에 대한 수련이었다. 이드는 그 수련을 루칼트를 시켜 모아놓은 작은 돌맹이를 던져내는 것으로 해내고 있는 것이다. "후아~ 정말... 조금만... 헥헥... 쉬고 하자."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 갈 듯 한 표정으로 루칼트가 이드쪽을 바라보며 애원하듯 소리쳤다. "아직 멀었어요. 이 정도에 그렇게 지쳐버리다니... 체력에 문제 있는거 아니예요?" 이드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체 눈동자만 슬쩍 돌리며 의심스럽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듣는 루칼트로서는 억울할 뿐이었다. 벌써 두 시간째 이렇게 뛰고 있었다. 이렇게 지치는 거야 당연한 것 아니던가. "지치는게... 당연하지. 벌써 두.시.간.째 라구. 더구나 장창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체력 문제라니. 말도 안되지." "그럼 내력 운용을 잘못해서 그런 거겠죠. 억울하면 잘 해봐요." "....." 루칼트는 별달리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내력의 운용이란게 그리 말처럼 쉽게 되는 것인가 말이다. 덕분에 저 말에는 항상 말이 막히는 루칼트였다. "그리고 내력이 안 되니. 우선 체력으로 커버해야 되는데, 그러려면 한계상황까지 가는게 좋은 방법이 되죠. 그러니까... 쉬지 않을 겁니다." 그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피이잉 하는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또 하나의 돌맹이가 허공을 갈랐다. 루칼트는 그 소리에 그냥 이걸 맞고 누워 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다 결국엔 피하고 말았다. 하지만 정말 쉬고 싶은 루칼트였고, 그때 그를 구원하는 천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드님.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 될 것 같네요." 이럴 때면 꼭 들리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라미아였다. 루칼트는 라미아가 이드를 말리면 서부터 날아오지 않은 돌맹이에 그 자리에 그대로 드러누워 버렸다. 정말 두 시간동안 미친 개 마냥 이리 뛰고 저리 뛰었더니 마지막 한 방울의 체력까지 똑 떨어진 느낌이었다. 꽤나 잘 버티고 있다. 내력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두 시간씩이나 저렇게 움직이는 걸 보면 분명 체력은 엄청난 수준인 듯 하다. 이드는 땅에 누워 숨을 헐떡이는 루칼트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자신의 얼굴 위에 위치해 있는 라미아의 두 눈에 시선을 맞추었다. 평소 늘 이 정도쯤 되면 자신을 말리는 라미아이긴 하지만 오늘 라미아가 자신을 말리는 멘트가 조금 이상했던 때문이었다. 꼭 다른 할 일이 있으니 이제 그만 멈추라는 뜻으로 들렸던 것이다. "무슨 할 말 있어?" "네, 할 말이 있데요." 그 말에 라미아가 빙긋 미소를 뛰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의 의견을 대신 전하는 듯한 라미아의 말에 이드는 누운 자세 그대로 멀뚱이 라미아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 카르네르엘?" 아무래도 할 말 있다고 찾을 사람... 아니, 존재라면 카르네르엘 뿐일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이드의 짐작이 틀렸는지 라미아는 가만히 고개를 흔들었다. "땡. 아쉽지만 다음기회를... 이 아니고. 디엔에게 줬던 스크롤을 사용한 것 같아요." 이드는 그 말에 라미아의 무릎에서 머리를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라미아 곁에 누워 있던 오엘까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자고 있었던 건 아닌 모양이었다. "스크롤에 말을 전할 수 있는 기능가지 넣었었어?" "간단한 말을 전할 수 있도록 제가 약간 손을 봤죠. 그보다 제로와 몬스터에 대해 할말이 있다는 데요." 이드는 그 말에 눈을 빛냈다. 제로. 제로라면 확인해 볼 사실이 있는 이드와 라미아였다. 그런데 거기다 몬스터에 대한 것까지. 모르긴 몰라도 두 가지 단어를 같이 사용한 걸 보면 뭔가 관계가 있을 텐데... 이드는 여전히 누워 있는 루칼트를 한번 바라본 후 오엘에게 시선을 돌렸다. "같이 갈래?" 오엘에겐 아주 반말이 입에 붙어버린 이드였다. 아마 앞으로도 오엘에 대한 말투는 바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오엘은 이드의 말에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지금 일어나는 일에 별로 상관하지 않을 거라고 하셨죠?" "그래." "그럼 연란 온 일만 보고 바로 돌아오시겠네요?" "그렇지." "그럼... 전 런던에 가보고 싶은데요." "하거스씨들을 만나볼 생각이야?" "네, 요즘 몬스터들과의 전투가 치열한데, 모두 어떻게 지내는지 한번 알아보고 싶어서요. 그러니까 전 런던에 내려주고 파리에 가시면 될 것 같은데..." 이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소식을 듣지 못한지 오래되었으니 걱정도 될만했다. 그러고 보니, 오엘의 집에도 연락하지 않고 있었다. 아마, 런던에 데려다 주면 집에도 연락을 하겠지. "좋아. 그럼 돌아 올 때 런던본부로 데리러 가도록 할게. 그럼 바로 출발해야지? 루칼트씨." "아아... 들었어. 짐은 내가 잘 맡아 둘 테니까 다녀오라구. 나도 이 기회에 좀 쉬어야 겠어." 루칼트는 여전히 누운 자세 그대로 한쪽 손만 들어 흔들어 보였다. 그의 모습에 세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봅을 찾았다. 따로 준비할 것도 없는 세 사람이었기에 곧바로 출발할 생각이었다. 세 사람의 외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봅은 가지고 있던 두 개의 열쇠 중 하나를 이드에게 건네주었다. 아이들을 찾아 온 것에서 봅에게 꽤나 신뢰를 얻은 듯 했다. 이 귀한 열쇠를 맞기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드와 라미아, 오엘은 결계를 나선 후 바로 텔레포트를 해갔다. 저번 호출 때는 두 번에 이어서 텔레포트를 시전 했지만 이번엔 세 번에 걸쳐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당연히 한번이 더 추가된 이유는 오엘을 런던의 가디언 본부에 대려다 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의 텔레포트가 끝나면서 이드와 라미아는 허공 중에 그 모습을 들어냈다. 저번과 같이 스크롤이 사용된 좌표의 상공 백 미터 지점이었다. 이드는 항상 텔레포트를 할때 느끼는 헛헛한 느낌을 느끼며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런 이드의 시선 안으로 파리의 가디언 본부와 파리의 시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드들이 없는 동안 몇 차례 더 몬스터의 공격이 있었던지 외곽부근이 엉망진창으로 부셔져 있는 것이 언듯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잠시간 허공을 유영하던 두 사람은 곧 가디언 본부 정문 앞에 내려설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가디언 본부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봐봐... 가디언들이다." "하늘에서 날아왔어. 대단해... 게다가 생긴 것도 탤런트 뺨치게 생겼는걸..." "확실히 이곳이 좋아. 안전하지. 볼거리 많지." 여전히 가디언 본부의 한쪽 도로를 점거한 체 이곳에서 지내고 있는 파리의 시민들이었다. 언 듯 보기에도 이드와 라미아가 떠날 때 보다 사람들이 더욱 많이 늘어난 듯 보였다. 아마도 몬스터의 공격이 더해질 수록 사람들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지 싶다. 이드와 라미아는 더 이상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에 곧바로 가디언 본부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드와 라미아는 반사적으로 검과 마법을 난사할 뻔했다. 다름아닌 본부 안을 돌아다니고 있는 흐느적거리는 좀비와 다를 바 없는 가디언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만약 이런 상태로 출동했다간 몬스터 퇴치는 고사하고 몬스터에게 퇴치 당할 것만 같은 모습들이었다. 더구나 그런 좀비 같은 몸에도 불구하고 눈은 묘한 광기로 반짝이는 것이 웬지 몬스터 소굴에 들어 온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게 만들 정도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런 가디언들을 피해 곧바로 세르네오의 방으로 찾아 들었다. 똑! 똑! 똑! "세르네오, 우리..." "뭐야! 이번엔 또!" "....." 이드는 중간에 자신의 말을 잘라 들어오는 날카롭고 신경질 적인 목소리에 움찔 문에서 물러서고 말았다. 정말 가디언들도 그렇고, 세르네오의 목소리도 그렇고... 이드는 잠깐이지만 이대로 돌아가 버릴까 하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세르네오, 우리왔어. 이드라구." 순간 잠시간의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온 세르네오의 목소리는 힘이 쭉 빠져버린 그런 목소리였다. "들어와...." 그 목소리에 들어선 세르네오의 방안은 실로 가관이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내용 모를 서류 종이들과 쓰레기들이 널려 있었고, 한 쪽 옆엔 간이 침대와 모포까지 놓여져 있었다. 처음 이곳에 들렀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방보다 더한 모습을 하고 있는 두 여성이 있었다. 다름 아닌 세르네오와 디엔의 어머니, 페트리샤였다. 두 사람은 저번 세르네오가 몇 일 동안 과로를 했을 때 이상으로 피곤해 보였고, 지쳐 보였다. 특히 세르네오의 눈은 붉다 못해 눈동자를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이게 어떻게..." "아아... 요즘 좀 바쁘거든. 먼저 저번에 했던 그거 좀 부탁할게. 피곤해 죽겠어..." 이드는 중간에 다시 말이 끊겨버렸지만 세르네오의 모습을 보니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거라면 아마 저번에 정령으로 피로를 풀어 준 일을 말하는 것일 거다. 사실 그렇지 않아도 사용해 주고 싶었던 방법이다. 이드와 라미아는 거의 축 늘어지다 시피한 세르네오와 페트리샤를 질질 끌다싶이 해서 사무실의 한 쪽으로 끌고 왔다. "완전히 산송장이 따로 없구만.... 소환 플라니안!" 이드의 말과 함께 칙칙하던 사무실 안으로 맑은 물소리가 들리며 플라니안이 모습을 들어냈다. 그녀는 나오자 마자 사무실의 모습과 한쪽에 축 늘어져 있는 두 여성의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지 않아도 뭘 해야 할지 알겠네요.] 확실히 정령이 보기에도 두 여성의 모습은 너무 안돼 보였던 모양이다. "부탁할게." 그 말과 함께 두 여성은 순식간에 물기둥 속으로 잠겨 들었다. 세르네오와 페트리샤를 세탁기에 던져 넣듯 물기둥 속에 집어넣어 놓은 이드와 라미아는 대충이나마 사무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굳이 세르네오를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두 사람이 앉을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사무실은 엉망진창이었다. "으~ 정말 이 많은 쓰레기가 다 어디서 나온 거야?" "하아~ 이제 좀 살 것 같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정말 고마워." 청소가 끝남과 동시에 물기둥 속에서 피를 빤 뱀파이어처럼 생생한 모습으로 살아 나온 세르네오는 저번과 같이 이드의 뺨에 키스를 시도했지만, 이미 한번의 경험이 있는 라미아에 의해 저지되고 말았다. 세르네오와 페트리샤는 그 모습에 피식 웃어버린 후 깨끗이 치워진 소파에 앉으며 다시 한번 사무실까지 청소해준 두 사람에게 감사를 표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본부의 가디언들이 전부... 전부..." "... 좀비같지?" 이드는 자신의 말을 이어주는 세르네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세르네오와 페트리샤는 이해한 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요즘 들어 매일 출동이거든. 그래서 너무 힘들어서 그렇지 뭐. 너희들이 가고 난 후에 출동 횟수가 좀 더 늘었지. 덕분에 몬스터에 죽기 전에 과로 사로 죽을 것 같은 가디언들이 꽤되는 실정이지." "확실히 그런 것 같았어." 라미아가 들어올 때 봤던 광경을 떠올리며 그 말에 동의했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네 말대로 이러다간 몬스터를 막긴 커녕 먼저 가디언들이 먼저 쓰러질 것 같은데." "뭐, 어쩌겠어. 하는데 까진 해봐야지. 참, 그보다 여기 서류. 저번에 제로가 움직이면 알려달라고 했었지? 이번에 녀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이제 알았지만 우리가 이렇게 정신없는 것도 다~ 그 놈들 때문이야. 빠드득." 이드는 세로네오가 건네는 두툼한 서류뭉치를 받아들다 으스스한 한기를 느꼈다. 또 뿌득 이를 가는 페트리샤의 모습에 오싹 닭살이 돋았다. 도대체 제로가 뭔 짓을 했길래 저렇게 여성들에게 원한을 산 건지.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된서리가 내린 댔는데... 이드는 제로의 머리위로 뿌려진 서리가 어떤 건지 상상하며 잠깐동안 제로에 대해 약간의 걱정을 해주었다. 서류를 받아든 이드는 서류를 파라락 넘겨보았다. 대충 보는데도 상당한 시간이들 정도의 양이었다. 보나마나 이중에 실제로 신경쓰고 봐야할 분량은 서류 한, 두 장 정도밖엔 되지 않을 거면서 말이다. "저기... 이거 그냥 설명해주면 안돼? 이건 괜히 쓸데없이 시간만 잡아먹을 것 같은데..." 이드는 손에든 서류를 책상위로 툭 던져놓으며 세르네오를 바라보았다. "뭐,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보자... 그러니까 저기 내용이..." 세로네오는 그렇게 말하며 뭔가를 생각하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마 저 머릿속엔 지금 수 백장에 달하는 여러 가지의 다른 서류들이 뭉쳐져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드가 듣길 바라는 내용은 그런 서류사이에 파묻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세르네오가 서류의 내용을 생각해 냈는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선 제로가 움직였다고 확인된 건 세 번이야. 일주일 전에 한번, 사일 전에 한번, 어제 한번. 그리고 그 세 번의 움직임 모두 몬스터와의 합동공격에 의한 도시의 공격이야. 죽일 놈들. 그 놈들 때문에 벌써 세 개의 도시가 폐허가 되 버렸어. 젠장." "그럴리가..." 이드와 라미아는 말을 하다 격분하는 세르네오가 해준 말의 내용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신들에 의해 인간을 공격하는 몬스터. 또 인간을 철천지원수 이상으로 보지 않는 몬스터와 인간이 같이 움직이다니. 생각도 못해본 일이다. "그럴 리가 가 아니야. 사실로 확인된 일이니까. 그놈들이 이제야 본 모습을 드러내는 거야. 지금껏 뒤에서 몬스터를 조종하다가, 그러다가 이제야 서서히 본모습을 보이는 거라구. 그놈들 때문에 우리가 이 고생을 하고 있는거야. 그놈들 때문에 내가... 내가 몇 일동안 잠도 못 자고... 이게 다 그놈들 제로 탓이야." 상당히 쌓였던 모양이군. 아마 일에 치이는 스트레스와 피로가 상당했던 모양이다. 일의 배후로 지목되는 제로에 대한 말만 나오면 저렇게 흥분을 하고 있으니... 라미아는 제로에 대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세르네오를 잠시 제쳐두고 페트리샤에게 고개를 돌렸다. "정말 이예요?" "그래. 일주일 전 캐나다에 있었던 몬스터의 공격 중에 몬스터 무리 속에 사람의 모습이 확인됐고, 사일 전 중국의 몬스터 공격에서도 사람이 있었지. 확인된 건 사일전인데, 싸우면서 무슨 몬스터길래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제로라고 하더래. 너희들도 알지만 몬스터는 무조건 사람이라면 죽이려고 들잖아. 그래서 다시 물어봤데. 사람이면서 왜 몬스터 무리 속에 있냐고. 그랬더니 한다는 말이 '여신님의 뜻이기 때문이다.' 라고 대답했다고 세계에 알려진 거지. 그리고 이번에 유럽에 나타났을 때 다시 한번 확인된 사실이기도 해." 이드와 라미아는 여신이란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여신이라면... 그 제로의 보스를 말하는 거죠?"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 여신을 제외하고, 제로가 여신이라고 부를 만한 존재가 새로 나타나진 않았을 테니까." 이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확실히 뭔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었다. 카르네르엘의 이야기에서는 인간이 몬스터와 연계된다는 말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또 여태껏 좋은 인상을 주던 제로가 갑자기 왜 몬스터의 편에서서 인간과 싸우는 건지. 그때 라미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럼... 제로가 차지하고 있던 도시도 전부 몬스터에게 넘어 갔겠네요." 그 말에 페트리샤가 약간 묘한 표정이 되었다. "그게 좀 이상하거든. 몇 몇 도시는 제로의 사람들이 없어지거나 몬스터의 공격을 받았는데, 몇 개 도시는 그대로 제로가 지키고 있더란 말이야. 그래서 사실은 조금... 헷갈려 하고 있는 상황이야." '그럼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어간다는 소리야?' 이드는 내심 투덜거리며 제로의 행동에 대해 머리를 굴려봤지만 뚜렿이 짐작되는 사실이 없었다. 그때 한참동안 제로를 씹어대던 세르네오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조금은 풀려 있었다. 제로를 씹으며 스트레스를 조금은 풀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몇 가지 있어." "이상한 점?" "응, 서류를 읽어보고 안 건데, 우선 사람을 학살하는 곳엔 잘 나서지 않는 것 같았어. 지들도 사람이라고 그런 건지. 대신 건물을 부수거나 뭔가를 부수는데는 아주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섰더라. 또 군대와의 전투에서도 무기를 못쓰게 만들거나 부수는 일에는 거의 제로가 나선 걸로 되어 있었어." 그건 또 무슨 말인지. 이드와 라미아가 듣기에는 별로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그 모두가 몬스터 보다는 제로가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충분히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짐작만 한다고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머리를 굴리고 있던 이드의 눈에 세르네오의 책상 위에 쌓여 있는 일단의 서류들이 보였다. "그럼... 저기 서류들이 다 제로에 관한 것들이야?" 그 말에 네 쌍의 눈길이 순간이지만 모두 서류더미에 모여지게 되었다. 확실히 저런 서류들에 치이는 이유가 제로 때문이라면 빠득빠득 이빨을 갈아 댈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이드의 생각이 틀렸는지 세르네오는 더욱 골치 아프다는 듯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고개를 설래설래 내 저어댔다. "휴~ 차라리 그러면 좋겠다. 저건 사람이 손댈 수 없는 일에 대한 내용이야." 사람이 손댈 수 없는 일에 대한 것이라니? 이드와 라미아는 그 말에 은근히 그녀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너희들은 모르는 모양인데... 저건 전부다 드래곤에 관해서 세계각국으로부터 보고된 내용들이야." "드래곤? 혹시 우리가 떠나기 전에 출연했던 불루 드래곤에 관해서 말하는 거야?" 이드는 그녀의 말에 짐작되는 바가 있었다. 그 불루 드래곤이 움직이는 이유를 이미 카르네르엘로부터 전해 들었던 것이다. "맞아. 하지만 지금은 불루 드래곤만 움직이는 게 아니야. 약 삼 주전부터 레드, 실버, 그린, 골드까지. 처음 모습을 보였을 때도 단 두 마리가 움직였던 드래곤들이 이번엔 아주 색깔별로 나와서 난리 부르스를 추고 있는 실정이다. 정말 머리아파 죽을 지경이야. 더구나 이상하게 이 놈들이 사용하지 않는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곳만 때려부수고 있단 말이야. 덕분에 그 인근의 주민을 미리 대피시켜 놓으면 인명피해는 없앨 수 있지만... 후~ 대체 왜 그러는건지." 그녀의 말에 이드는 내심 땅아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 카르네르엘로부터 연락이 온 것은 삼 주 전. 그녀가 주었던 통신구로 얼굴을 내비친 그녀는 이드와 라미아에게 불루 드래곤이 직접 움직인 이유를 전해 주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미스릴과 오리하르콘이라는 휘귀하디 휘귀한 금속을 얻기 위해서라고 한단다. 이 사실은 종족의 수장인 로드가 직접 족쳐서 알아낸 것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고 한다. 불루 녀석이 우연히 알아낸 바로는 봉인이 풀리기 전 이쪽 세상에 우라늄이라고 하는 특수하게 가공되고 처리된 소량의 물질이 봉인이 풀림과 동시에 폭발하는 마나에 이상 변화하여 소량의 미스릴과 극소량의 오리하르콘으로 변화했다고 한다. 이 두 금속은 가공을 하지 않은 그 자체로도 보석이상의 값어치를 가졌기 때문에 드래곤이 탐내는 것은 당연한 일. 당연히 놈은 그 사실을 아는 순간 본 채 그대로 가장 가까운 원자력 발전소로 날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날아가다 보니 자신을 보고 공격하는 인간들의 모습에 그대로 쓸어버렸다고 했다. 한 마디로 가만히만 있었으면 인간은 손대지 않고 미스릴과 오리하르콘만 챙겨갈 생각이었단다. 좌우간 그렇게 소식을 전해주던 카르네르엘의 모습도 뭔가 상당히 급해 보였다. 통신을 마친 후 혹시나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세르네오의 말을 들으니 역시나 인 것 같았다. 아마 그녀가 말하는 그린 드래곤은 카르네르엘이 틀린 없을 것이다. 그때 이드의 눈에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붉히고 있는 라미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소리도 내지 않고 있는 그녀였지만, 이드의 마음속으로는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기도 했다. 드래곤의 단순한 보석수집이 인간에겐 재앙으로 느껴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사실을 말해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이드를 머리를 단발로 변해 버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세르네오를 바라보았다. "힘들겠다. 근데... 방남은 거 있지? 여기서 몇 일 있었으면 하는데..." "있어. 하나면 되지?" 이드와 라미아가 한방, 한 침대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세르네오였다. 사실 남은 방도 그리 많지 않았다. 279 "흠, 군은 잠시 좀 빠져주겠나? 난 여기 아가씨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여기 아가씨와 일행으로 보이긴 하지만. 이건 일행이 끼어 들일이 아니지 않아?" 이드는 눈 앞에서 한 것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사내의 말에 황당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꽤나 잘 차려 입은 옷차림에 허리에 매달려 있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롱소드. 거기다 볼만하다 싶은 얼굴을 가진 이십대 초반의 사내. 디엔이 이드와 라미아가 떠난 후 딱 한번밖에 본부 밖으로 나가 본적이 없다 길래 오랜만에 시내구경이나 시켜주려 나섰던 세 사람이었는데, 눈앞의 이 인물이 복 도 한가운데서 자신들을 막아선 것이다. 아, 정확하겐 라미아 앞을 막아선 것이었다. 그리고서 한다는 말이 '오~ 이렇게 아름다운 여신의 미소를 가진 아름다운 레이디는 제 평생 처음이군요. 잠시 제게 당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영광을 베풀어주시기를...' 이라는 아주 옛스런 멋이 풍이는 느끼한 말을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물론 라미아는 두 번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딱 잘라 거절을 해버렸지만 쉽게 물러나지 않는 것이었다. 이드는 그 모습에 마치 그레센의 귀족을 보는 듯 해서 직접나섰다가 위와 같은 말을 듣게 된 것이었다. 파리 가디언 본부에 있는 가디언들과 용병들이라면 자신들을 모를리 없을 테고, 이런 일을 하지도 않을텐데... 새로 들어온 사람인가?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슬쩍 주위로 시선을 돌렸다. 이미 주위의 모든 시선이 이곳으로 모여 있었다. 하지만 그 모두의 눈엔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긴대 대한 기대감만이 반짝일 뿐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의도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하기사 매일 일에만 시달리는 그들에게 이런 구경거리가 어디 자주 볼 수 있는 것이겠는가. '하아~ 전부다 루칼트 같은 사람들이야.' 이드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눈 앞의 남자를 다시 바라보았다. 조금 질겨보이는 이런 사람에겐 뭔가를 확실하게 해주는게 확실하다. "죄송하지만 계속 끼어 들어야 겠네요. 아쉽게도 전 라미아의 일행이 아니라 영혼의 반려자거든요." 틀린말은 아니다. 라미아라면 죽어서까지 이드의 소유로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말에 눈앞에 있는 남자의 눈썹이 슬쩍 찌푸려졌다. 대충은 예상했다는 모습이다. 그에 반해 옆에 서있는 라미아의 입가로는 방글방글 미소가 어려있었다. 이드는 그 미소에 이번에 자신이 한 말로 또 어떤 장난을 걸어올지 슬그머니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혼의 반려라... 후훗... 그게 어때서? 결혼을 했다는 말도 아니지 않아?" 이드는 그 말에 낮게 한숨을 내 쉬었다. 이 녀석을 보기 보다 질긴 녀석이다. 보통 이런 말을 들으면 물러나야 정상 아닌가? "말귀가 어두운 것같군요. 그 말 뜻을 모르는 건가요?" "훗, 그런 말뿐인 약속이야 언제든 깨지는 것 아닌가. 또 예로부터 이런 말이 있지.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 라고. 내 이름은 엔케르트 파시. 너에게 라미아양을 건 결투를 신청한다." "아?" 이드는 이어지는 그의 황당한 말에 자신도 모르게 어눌한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 뿐 아니었다. 멀찍이서 구경하던 대부분의 가디언들과 용병들이 이드와 같은 반응을 보이거나 키득거리며 엔케르트라고 이름을 밝힌 사내를 향해 그 뜻이 애매 모호한 웃음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엔케르트는 그런 것을 전혀 모르는지 자신에 찬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너도 사나이라면 당연히 응할 거라고 생각한다. 라미아양 당신께 내 용기를 받치겠고. 자, 모두 수련실로 갑시다. 모두 이번 결투의 증인이 되어 주시오." 그 말과 함께 그는 그대로 몸을 돌려 수련실로 걸어가 버렸다. 이드는 그 모습을 황망히 바라보다 이대로 그냥 가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몇 일간 이곳에 머루를 텐데 그때마다 저 이상한 남자를 피해 다닐 수는 없는 일인 것이다. 이드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한 발을 내디뎠다. 그런 이드의 옆으로는 뭔가 재밌는지 라미아가 싱글거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구경거리를 위해 수련실로 몰려가는 사람들 중 선한 눈매를 가진 한 사람이 이드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 온 것이었다. "여~ 멋진 결투를 기대해도 되겠지? 이드군." "아, 틸. 한번 찾아 가려고 했는데..." 이드의 뒤를 이어 라미아와 디엔이 틸과 인사를 주고 받았다. "그런데 틸은 상당히 좋아 보이네요. 다른 가디언들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것 같던데..." 확실히 그랬다. 다른 가디언들과는 달리 생기가 넘치는 눈동자에 생동감 넘치는 얼굴이 피곤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 이드의 말에 틸은 씨익 웃어 보이며 손을 들어 주먹을 쥐어 보였다. "당연하지. 싸우고 싶은 만큼 싸울수 있는데. 피곤이라니... 나는 오히려 환영이라구." 이드는 웅웅 울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틸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그렇죠. 틸이 밥보다 싸움을 좋아한다는 걸 깜빡했네요." "하하하... 그렇지. 밥보다 더 좋아하지. 그런데... 재밌는 녀석한테 걸렸더군." 틸은 벽에 가려 보이지 않는 수련실을 한번 바라보고는 이드를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그런 틸의 얼굴엔 재밌는 구경거린데 대한 묘한 기대감 같은 것이 떠올라 있었다. 이드는 그 미소를 외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주위에 있던 가디언들과 용병들은 모두 수련실로 달려갔는지 주위엔 이드 일행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없었다. "저는 별로 재미없어요. 그런데 저 사람 누구예요? 상당히 정신없어 보이는 사람인데..." "여기에 도망 온 높으신 자리에 있는 사람의 아들이란다." "도망이요?" 라미아의 의아한 듯 되 물었다. "그래. 정확하게는 피난이라고 해야되나? 아니... 도망이 더 정확한 말이려나? 너희들도 밖에 몰려와 있는 사람들 봤으면 알겠지만 파리에 있는 사람들 중 꽤나 많은 수가 여기 가디언 본부 근처로 피난와 있는 실정이지.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에는 꽤나 높은 자리를 꾀 차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우리 쪽에서도 그런 사람들까지 무시하진 못하거든. 가디언의 힘이 강하다고는 해도 정부와 완전히 손을 놓고 지낼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좌우간 그런 식으로 본부에 들어와 있는 녀석이 꽤 있어. 저 놈도 그 중 한 녀석인데... 쩝, 어디서 배웠는지 약간의 검술을 배우고 있더라고... 꼴에 실력은 좋아서 가디언들 과의 대련에서도 몇 번 이긴 경험이 있지. 그때 상대한 가디언들이 피곤해서 대충 상대한 덕분이긴 하지만 말이야. 덕분에 가디언이라면 아무리 예뻐도 쉽게 말도 못 걸 놈이 기세 등등해서 너한테 싸움을 건 거지.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네가 저 녀석 군기를 확실하게 잡아 봐. 그렇지 않아도 누가 나서긴 나서서 저 놈을 떡으로 만들어 놓은 생각이었거든." 이드는 그 말을 들으며 재밌다는 표정으로 상황을 바라보기만 하던 가디언 본부식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럼 그 일을 맞길려고 일부러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이겁니까?" "... 오랜만에 좋은 구경거리 잖냐." 이드는 그 말과 함께 멋 적게 씨익 웃어 보이는 틸의 모습에 뭐라 말도 못하고 수련실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수련실이 가까워짐과 동시에 자신이 구경거리가 된 주요 원인인 엔케르트에 대한 분노가 슬금슬금 일어나기 시작했다. 수련실 주변에 진을 치고 있던 많은 가디언과 용병들이 이드가 다가오자 자연스레 길을 열어 주었다. 수련실 안에선 엔케르트가 팔짱을 낀 채 거만하게 서 있다 이드가 들어오자 자세를 풀었다. "좋아. 용기가 있군. 도망가지 않고 결투를 응한걸 보면 말이야." '결투 좋아하네... 여긴 네 버릇 고쳐줄 훈련소야.' 이드는 시끄럽게 뭐라고 떠들어대는 엔케르트의 말을 다 흘려버리고서 양손에 암암리에 공력을 약간씩 실어 보냈다. 첫 인상부터 좋지 않았던 상대라 가볍게 내가중수법(內家重手法)으로 몸 속을 두드려줄 생각이었다. 그러면 몇 일간 고생 좀 하겠지. '... 잘하면 너비스로 돌아 갈 때까지 보지 않을 수 있을지도.' 순간 그런 생각이 떠오름과 동시에 이드의 양손에 모여 있던 내력의 양이 저절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좀 더 오랫동안 눕혀놓고 싶은 이드의 마음이 그대로 반영된 현상이었다. 하지만 이런 이드의 행동을 전혀 알지 못하는 엔케르트는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이드를 부르고 있었다. "자, 와봐. 어디서 들어보니까 강한 사람은 약한 사람에게 세 번의 공격할 기회를 준다던데... 기회를 주지 어디한번 때려봐." 엔케르트는 그렇게 말하며 양손을 쫙 펴 보였다. 마치 맞아 줄 테니 때려봐 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엔케르트를 제외하고 이드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마음속으로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저게 죽으려고 악을 쓰는구나.' 좋아, 내가 세대 정도는 확실하게 때려주지. 이드는 사용하려던 내가중수법을 풀고 주먹을 단단히 쥐고서 엔케르트를 바라보았다. 녀석은 아직 이드와 주위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좋죠. 그럼... " 이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걸어서 엔케르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들었다. 내 뻗었다. 그 주먹의 속도는 켤코 빠른 것이 아니었다. 엔케르트 역시 자신에게 다가오는 주먹에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저런 주먹이라니. 그는 이드가 매직 가디언이거나 스피릿 가디언일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생각했다. '훗, 그런 솜 주먹... 내가 세 번 다 맞아 주...' 하지만 그게 그의 생각의 끝이었다. 천천히 움직인 주먹에서 날 소리가 아닌 터엉! 이라는 소리에와 함께 엔케르트의 몸이 붕 하고 허공으로 떠 오른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사고 능력은 그대로 정지해 버리고 말았다. 이드는 허공에 뜬 엔케르트의 몸에 두 번의 주먹질을 더 가해주었다. 덕분에 엔케르트의 몸이 수련실의 한 쪽 벽으로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오랫동안 시간을 끌고 싶지 않은 이드였다. 부운귀령보로 튕겨 나가는 엔케르트의 몸을 따라 잡은 이드는 내가중수법의 수법을 머금은 손바닥을 엔케르트의 가슴 위에 슬쩍 올렸다가 그대로 아래쪽으로 내려 꽃아 버렸다. 쿠우웅 날아가던 엔케르트의 몸은 수련실 내부로 은은한 충격음을 발하며 사지를 활개친 모양으로 수련실 내에 뻗어 버렸다. 그런 그의 눈은 어느새 초점이 맞지 않을 정도로 풀려있었다. 일순간에 연달아 가해진 강렬한 충격에 혼이 나가버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게 다 자기가 뿌린 씨앗. 불쌍할 것도 없다. 그렇게 생각한 이드는 한쪽에서 짝짝짝 박수를 치고 있는 디엔의 손을 잡고서 라미아와 함께 수련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수련실 안은 조용했다. 이드는 자신에게 모여드는 시선에.... 한쪽 손을 들어 보여 주었다. 순간, 수련실 안으로 환호성이 흘러 넘쳤다. 오래 끌지는 않았지만 속 시원하게 손을 잘 썼다는 내용들이었다. 그 모습을 보아 확실히 좋은 씨앗을 뿌려 놓지는 못한 놈인 것 같았다. 삼 일 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다. 엔케르트는 이드의 바램대로 아직 일행들의 눈에 보이지 않고 있었다. 내상도 내상이지만 네 대를 연이어 얹어 맞고 기절해 버린 것이 창피해서 쉽게 나오진 못할 것 같았다. 좌우간 그 일 이후로 조용히 디엔과 놀아주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헌데 그런 엔케르트와 더 불어 제로와 몬스터 놈들도 조용하기만 하다. 보통 때는 몇 일 간격으로 계속해서 나타난 다고 하더니, 어째 자신과 라미아가 기다린다 싶으면 잠잠한 것인지. 이드는 뻐근한 몸에 크게 기지게를 피며 내심 투덜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끄으응~ 이거 우리가 언제 까지 기다려야 하는거야? 또 저번처럼 되는 것 아니야?" 이드는 손가락으로 의자의 팔거리 부분을 톡톡 두드리며 투덜거렸다. 저번에도 그랬었다. 이드와 라미아가 그들이 움직이기를 기다렸을 때부터 저 들은 더 이상 활동하지 않았었다. "헤에~ 설마요. 게다가 이번에도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저희 쪽에서 직접 찾아 가보면 되죠. 저번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잖아요." 이드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다. 여기서 직접 찾아간다는 것은 제로에게 함락된 도시 중 아직 제로의 보호를 받고 있는 도시에 있는 제로의 대원을 만나보는 방법을 말하는 것이다. 사실 처음 제로를 만나봐야 겠다고 생각했을 때도 이 방법은 사용하지 않았었다. 그때는 제로의 분위기 상 찾아가서 묻는다고 쉽게 답해줄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제로 쪽에 깊은 반감을 가지게 만들뿐인 듯 했다. 해서 이드와 라미아는 그렇게 하지 않고 제로 쪽에서 직접 움직이는 걸 기다렸다가 그들을 따라가려 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상황이 변해버렸다. 지금까지 조용하던 제로가 갑자기 몬스터를 돕는가 하면, 지금까지 쌓아올린 제로라는 이름이 가진 명예를 무너트리듯 보호하고 있던 도시까지 몬스터에게 떡 하니 가져다 바치는 모습도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로 몇 몇 제로의 대원들은 여전히 도시를 지키고 있었다. 갑자기 무슨 생각들을 하고 움직이는 것인지 예측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 그리고 지금은 그 도시를 보호하고 있는 제로의 대원을 찾아가더라도 저번과는 상황이 다를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보다 오엘에게서 연락이 왔었어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자신은 듣지 못한 말이었다. "그래? 뭐라고 연락이 왔는데? 하거스씨들은 잘 있고?" 그 말에 라미아가 조금 굳은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마도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괜찮지만, 피렌셔씨는... 한 쪽 다리를 읽었대요." 이드는 그 말에 가만히 피렌셔라는 이름을 떠 올려 보았다. 분명 자신이 기억하기로 손바닥만한 소검 열 자루를 현란하게 다루던 수수한 모습에 성격 좋은 사람이었다. "치료는? 수술과 신성력이면 잘려나간 다리도 충분히 소생시킬 수 있을 텐데." "몬스터 뱃속에 들어가 버린 후라서 어쩔 수 없었대요." 이드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럼 가망이 없다. 뱃속으로 잘려나간 부위가 들어가는 직후 몬스터를 죽이고 뱃속을 갈라 다리를 꺼낸다면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걸 보면 몬스터를 잡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벌써 소화가 끝났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소화되지 않았다고 해도 결과는 똑같다. 그 많은 몬스터 중에 어떻게 그 한 마리를 찾아내겠는가. "안됐군. 그럼 이제 가디언은 그만두는 거야?" 이번의 질문에는 라미아는 살짝 웃으며 틀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의족을 달았대요. 게다가 마법으로 특수 처리한 덕분에 사람의 다리와 똑같이 움직인 데요. 아직 뛰는 건 무리지만." 사실 현대의 의학분야는 마법과 신성력이 나타나면서 엄청나게 발전했다. 접합수술의 경우도 다리를 접합하더라도 이어지는 여러번의 수정을 위한 수술이 필요하지만 신성력으로 그것을 바로잡아 주면 끝나는 문제인 것이다. 의족이나 의수도 마찬가지였다. 마법이 없을 때도 조금은 어색하지만 사람처럼 걸을 수 있을 정도의 의족을 만들었었다. 거기에 마법이 더해지면서 더욱 사람의 다리와 다를 바 없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사용되는 영구 마법을 새겨야 한다는 점 때문에 극소수의, 피레셔 처럼 부상당한 가디언 정도만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어찌되었든, 피렌셔에겐 잘된 일인 것이다. 이어서 이드는 라미아로부터 하레스들의 최근 상황을 전해들 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설명들이 끝나 갈 때쯤이었다. 탕! 탕! 탕! 마치 주먹으로 문을 두드리는 것 같은 노크소리 같지 않은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이 가디언 본부에서 저렇게 문을 두드릴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그리고 그 한 명을 이드와 라미아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디엔 놀러 온 거니?" 라미아가 반갑게 말하며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이마위로 송글송글 땀이 맺힌 디엔이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라미아는 그 모습에 소매로 땀을 닦아주며 디엔의 몸을 살폈다. "이 땀 좀 봐. 디엔 너 뛰어왔지? 어디 넘어지진 않았니?" 이드는 호들갑을 떨어대는 라미아의 모습에 쿠쿡 소리 죽여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완전히 애 엄마 다 됐군. 좌우간 아이는 잘 키울 것.... 이익!... 내가 무슨 생각을...' 이드는 아무런 죄 없는 입을 가로막고는 급히 고개를 돌렸다. 저런 모습을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말이지만, 디엔으로 인해 아기를 가지고 싶다고 말했던 라미아가 지금의 말을 듣게 된다면 뒷감당이 힘들어 진다. 더구나 두 사람으론 영혼으로 이어져 있는 사이. 이드는 슬그머니 시선을 돌려 라미아를 바라보았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는 걸로 보아 못들 은 듯 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드가 안도 할 때였다. "엄마가, 엄마가 빨리 누나하고 형하고 데려오래. 빨리! 빨리!" 디엔이 발을 동동 구르며 이드와 라미아를 재촉했다. 그 모습이 꽤나 귀여워 이드와 라미아는 소리내어 웃어 버렸고, 덕분에 뾰로통해진 디엔을 달래느라 세르네오의 사무실을 찾아가는 시간이 조금 늦어지고 말았다. "부른지가 언젠데, 늦었잖아." 들어서자 마자 세르네오가 소리쳤다. 그런 그녀의 분위기와 사무실의 분위기 모두 상당히 어수선해 보였다. "미안, 미안. 그런데 무슨 일이야?" 세르네오의 눈총을 웃음으로 넘기는 이드의 눈앞으로 한 장의 팩스 용지가 들이밀어 졌다. "너희들이 찾던 놈들이 이번엔 우리 나라에 들어온 모양이야." 이드는 그 말에 종이를 받아들며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과 라미아가 찾고 있던 것. 바로 제로가 아니던가. "제로?" "그래. 몽페랑에서 연락이 왔어. 몬스터들이 엄청나게 몰려 들어온다고, 거기 적힌 건 몽페랑의 좌표야." 과연 종이 위에는 마법사가 아니라면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들이 길게 나열되어 있었다. 아마 몽페랑의 어느 한 장소의 허공 오 미터쯤에 열리는 좌표겠지. "그런데 넌 안 갈 거야?" 이드는 좌표를 라미아에게 넘겨주며 세르네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질문에 세르네오는 고개를 저었다. "나 혼자 간다고 크게 도움 될 것도 없잖아. 텔레포트하기엔 거리가 너무 멀고. 또 이곳에도 언제 몬스터가 나타날지 모르거든. 계속 지키고 있어야지. 지원은 몽페랑 주위에 있는 도시에서 나갈 거야." 맞는 말이긴 했다. 또 몽페랑보다 더욱 큰 도시인 파리의 실.질.적.인. 책임을 맞고 있는 그녀가 자리를 비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알았어. 그럼 간다." "아, 그런데 가서 일보고 다시들 올 거야?" 이드는 그 말에 곰곰이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디엔의 머리를 쓰다듬던 라미아는 그 시선을 받고 고개를 끄덕이고서 세르네오에게 대답해 주었다. "아마... 다시 돌아오진 않을 거야. 이번에 제로에 대해서 일을 다 본 후에 다시 너비스로 돌아갈 생각이거든. 몬스터와의 전투가 다 끝난 후에 나올 생각이야. 내가 준 스코롤 아직 있지? 뭔가 일이 생기면 그걸로 연락하고, 제이나노와 페트리샤 언니한테 바빠서 인사 못했다고 대신 전해 줘. 그리고 디엔... 누나하고 형하고 다음에 다시 올게." 이드와 라미아는 말을 마친 후 바로 사무실을 나서며 수련장 쪽으로 걸어갔다. 텔레포트를 위해서였다. 보통 때 같으면 본부 밖으로 나가서 텔레포트를 하겠지만 밖에 깔린 구경꾼들 때문에 본부 안쪽을 택한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드와 라미아는 몇 명의 가디언들과 용병들에게 다시 한번 구경거리를 제공하고는 가디언 본부에서 그 모습을 감추었다. "후우~ 엄청나군. 피비린내가 여기까지 나는 것 같아." "저렇게 많은 인원이 싸우고 있으니 어쩔 수 없죠." 이드와 라미아는 바람을 타고 풍겨오는 피비린내에 눈살을 찌푸렸다. 현재 두 사람은 몽페랑 내에서도 가장 높은 건물의 옥상 난간에 서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세르네오가 건네준 텔레포트 좌표의 바로 이 옥상의 오 미터 허공이었기 때문이었다. 텔레포트가 끝남과 동시에 불어온 강한 바람에 옥상에 발도 못 디디고 십 층의 건물 아래로 떨어질 뻔한 위기를 넘긴 두 사람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 온 것은 다름 아닌 저 멀리 보이는 치열한 전장(戰場)이었다. 일전 파리의 전투에서도 보았던 군인들과 그 군인들이 다루는 여러 가지 굉음을 내는 무기들. 그리고 그 사이로 마법과 검을 휘두르고 있는 가디언들과 용병과 그에 맞서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는 다양하고 수많은 몬스터 대군. 그들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 허공으로 붉고 푸른 피가 솟구치고, 푸르던 대지는 붉게 물들어 비릿하게 변해갔다. 멀리서 보는 그런 전장의 모습은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인간들끼리의 전투도 난장판이긴 마찬가지지만, 지금은 그 정도가 더했다. 원래가 대열이 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를 상대하다 보니 더욱 그런 것 같았다. 사실 이드는 전투가 시작되어 있다고 생각지 못했다. 세르네오의 호출을 받고 이곳에 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은 때문이었다. 파리로 전해진 소식은 당연히 몽페랑이 멀리서 다가오는 몬스터의 군대를 보고 연락 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따지자면 몬스터가 몽페랑으로 다가오는 시간을 얼추 계산해 봐도 전투전일 테고, 라미아와 이드는 전투가 시작되기 전인 그때에 슬쩍 스며들어 제로의 인물들만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눈 후에 돌아갈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도착해서 보인다는 것이 전투가 시작돼도 한참 전에 시작된 것처럼 보이는 난장판의 전장이라니. "하아~" 전장을 바라본지 십여 분이 흘렀을까. 이드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전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여간 고민되는 게 아니었다. 또 가슴 한쪽이 돌을 올려놓은 듯 묵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분명 이 모든 것이 신들의 결정에 의한 것이고, 좀 더 좋은 환경과 균형을 위한 일이란 것을 알고 있는 일이다. 그로 인해 전투에 끼어 들지 않겠다고 생각한 이드였었다. 하지만 막상 사람들이 몬스터에게 죽어 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이 답답했던 것이다. 특히 몬스터에 의해 사람들이 산채로 갈갈이 찢겨나가는 모습을 볼라치면 자신도 모르게 뛰쳐나가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몬스터쪽에서 생각해보면 그게 또 아니기도 하고... 하아... 이드의 입에서는 다시 한번 한숨이 흘러나왔다. "불편하시면 전투가 끝날 때까지 다른 곳에 피해 있을까요?" 라미아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영혼으로 연결된 그녀인 만큼 이드의 생각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드는 그런 라미아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 우리와 관계된 일이 아니면 나서지 않기로 했잖아. 좀 더 두고보자." 이드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전장으로 시선을 던졌다. 하지만 라미아는 그대로 이드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로서는 피와 광기만이 있는 전장보다는 이드를 바라보는게 더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삼 십분 정도가 흘렀을까. 전장엔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이번엔 하늘이 조용한 덕분에 지상의 싸움만 확인하면 되었는데, 전체적인 전황을 따진다면 인간들 쪽이 약간 밀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저렇게 하루나 이틀 정도를 싸우면서 지원이 없다면 아마 지는 쪽은 인간이 될 것이다. 물론, 몬스터들의 피해 역시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저 총과 로켓포, 폭약 등이 모두 사용된다면... 거의 공멸(共滅)에 가까운 결과가 예측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드는 그런 상황을 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중간에 지원이 있다면 변화가 있겠지만 그때까지 있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다. 이드는 확인하듯 전장을 다시 한번 날카로운 눈초리로 바라보더니 라미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언제 챙겨둔 건지 모를 책을 꺼내 옥상 난간에 기대 읽고 있었다. "일어나, 라미아. 빨리 우리일 보고 여길 떠나자." 그 말에 라미아는 보고 있던 책을 덮고 빼꼼이 고개를 내밀어 전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는데... 제로 측 사람을 만날 방법이라도 생각나신 거예요?" 이드는 그 말에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장의 한 쪽을 가리켜 보였다. "저기야. 아까부터 계속 살펴봤는데, 저기 모여있는 사람들. 그 중에 여덟 명 정도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어. 제로의 사람들 같은데... 아마 여기 있는 제로 측 대원들을 지휘하는 사람들일 거야.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가서 만나보면 될 것 같지 않아? 어차피 전투가 벌어지는 것은 한 참 앞이니까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라미아는 이드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가 벌어졌다는 것만 제외하면 처음 제로의 사람들을 만나려던 때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그럼 저 위로 이동할 까요?" "그래. 전장을 지나가면서 시선을 끌어서 좋을 건 없으니까." 이드의 말에 라미아는 다시 한번 이동할 위치를 확인하고는 이드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몬스터 무리 속에 떨어질 것이기에 이드 곁에 붙어 있으려는 생각이었다. 이드역시 같은 생각인지 라미아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물론 목적이 있어서 안은 것이지만... 전장을 앞두고 서로를 안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전장과 너무나 대비되어 보였다. 한쪽은 피를 흘리는 전장이고, 한쪽은 서로를 감싸안고서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미남, 미녀라니 말이다. "이번에도 오 미터 허공 이예요. 텔레포트!!" 캐스팅도 없이 이어진 라미아의 시동어에 두 사람 주위로 강렬한 섬광이 아른거리다 사라졌다. 하지만 전투에 한참 신경을 쓰고 있는 사람들 건물 옥상의 빛에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파아아앗!! 피비린내 가득한 전장의 한 구석. 그곳의 허공에 마법의 작용에 의한 빛이 하나가득 모여들어 주위의 눈길을 피하게 만들었다. 요 이주간 살이 쪽 빠져버린 제로의 존 폴켄, 존은 허공에서 일어나는 빛에 당황하지 않고 조용히 뒤로 물어나 경계했다. 그 빛이 마법사의 공격마법이 아닌 이동마법, 그것도 텔레포트라는 고위마법에 의해 일어나는 빛이란 것을 아는 때문이었다. "모두 경계하도록. 뭔가가... 나올 테니까." 그의 말에 그 주위에 있던 제로의 대원들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주로 연금술을 다루는 존에겐 마법이나 검과 같은 공격능력이 없는 때문이었다. 그 뒤를 이어 존의 손이 몬스터들을 향해 몇 번 움직이자 제로의 대원들과 멀직이 떨어져 있던 몬스터들이 빛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존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인간과 공존할 수 없는 몬스터가 자신의 명령을 이렇게 잘 듣다니... 존은 빛이 강렬해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빛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그 빛이 순간 강렬해 졌다 바람에 꺼져버린 성냥불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빛을 대신해 그 자리를 대신해 커다란 하나의 그림자. 아니, 그건 하나가 아닌 서로를 안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많이도 모였구나." 이드는 자신들이 내려설 조그마한 자리 주위로 모여있는 이, 삼십 마리의 몬스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텔레포트와 함께 생겨나는 빛을 보고 모여든 녀석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예측하고 있었던 모습들이었다.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운룡대팔식을 운용해 자신과 라미아의 몸을 바로 세운 이드는 자유로운 나머지 손을 앞으로 뻗어내며 빙글 하고 한바퀴를 회전했다. 그렇게 바닥에 내려서는 순간. 이드가 회전한 길을 따라 부드럽지만 항거할 수 없는 그런 음유(陰柳)한 경력(經力)이 몬스터를 향해 뿜어져 나갔다. 그 알 수 없는 힘에 몬스터들은 한 컷 당황하며 뒤로 주춤주춤 저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쿠어어? 몬스터는 이해할 수 가 없었다. 자신을 밀어내는 그 무엇도 없는데 버티지도 못하고 스스로 걸어서 밀려나가다니. 몬스터들이 당황하는 사이 이드는 그 자리에서 한번 더 회전을 시도했고, 그에 따라 몬스터들은 처음 자신들이 서있던 자리까지 밀려가 버리고 말았다. "태극만상(太極萬象) 만상대유기(萬象大柳氣)!!" 몬스터가 충분히 물러섰다고 생각되자 몬스터를 밀어내던 기운은 몬스터 사이를 스쳐 대기중으로 녹아들며 사라져 버렸다. 큰 기운을 다스리는데 좋은 태극만상공의 운용에 따른 효능이었다. 강제하는 힘이라기 보다는 얼르는 힘을 가진 기운이었다. 하지만 물러선 몬스터가 계속 그 자리에 있을 리는 없는 일. 이드는 급히 제로의 대원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잠깐 몬스터들의 접근을 미뤄주세요. 할말이 있어서 찾아 온 거니까. 싸움은 원치 않아요." 그 말에 뭐라 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알아듣긴 한 모양이었다. 뒤로 물러난 몬스터들이 달려들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이드는 허리를 안고 있던 라미아를 풀어 준 후 한쪽에 모여서 있는 제로의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그 중 아는 얼굴이 꽤 있었다. 모두 제로가 강시를 처음 사용하며 파리를 공격했을 때 봤던 사람들이었다. '그럼 이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사람은...' 이드는 뭔가를 짐작 할 때였다. 제로의 대원들 사이로 대머리의 남자가 모습을 들어냈다. "여기서 자네를 다시 보는군. 오랜만이야." "그렇네요." 이드는 그렇게 대답하며 내심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 생각했다. 또 한편으로는 이야기가 잘 풀릴 것 같다는 생각도 할 수 있었다. 어쨌든 저 존이란 남자와는 전에 이야기해 본 경험이 있는 때문이었다. "그래, 자네도 가디언으로서 싸우러 온 건가? 자네가 왔다면 몽페랑에 지원군이 도착했다는 이야기군." 존은 이드의 등뒤로 보이는 몽페랑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말은 뭔가를 알아내려는 듯한 그런 말투였다. 하지만 이 전투를 이끌고있는 존재 중 하나인 만큼 당연한 모습이기도 했다. "아니요. 앞서 말했듯이 할말이 있어서 이리 온 겁니다." "하하하... 처음에 만날 때도 할말이 있다고 하더니, 이번에도 그런 건가?" 존은 홀쭉한 얼굴로 웃어 보이며 말을 해보란 듯 이드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뭐가 궁금하기에 그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이런 위험한 곳에 뛰어드는 지는 모르겠지만, 웬만한 질문엔 대답해줄 생각이 있었다. 눈앞의 소년은 룬의 나이를 듣고도 말하지 말라는 부탁에 말하지 않았던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만, 제로의 단장인 넬을 만나고 싶은데요." 갑작스런 제로의 움직임도 이상하긴 하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고 있던 일. 이드는 라미아와 자신이 제로와 만나기를 원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말을 꺼냈다. 하지만 그 말에 존은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어버렸다. "... 그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네. 왜 만나고 싶어하는지 물어도 괜찮겠나?" "그녀에게 물어 볼게 있거든요. 그녀가 들고 있는 검에 대해서..." "그렇담 더욱 안될 것 같군. 단장님은 단장님의 검을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으시고 있으니까 말이야. 다른걸 물어보게." 존은 더 이상 제로의 당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거북했는지 이야기를 바꾸었다. 이드도 그의 뜻대로 질문내용을 바꾸었다. 다그친다고 될 일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럼, 지금 제로가 몬스터와 같이 움직이는 이유에 대해 알고 싶은데요. 분명 한 달 전에 존씨가 절대 몬스터와는 상관없다고 목숨걸고 맹세를 했잖아요?" "당연하지 분명 한달 전에는 몬스터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같이 움직이고 있지. 이렇게 하는 게 단장님의 뜻이었고, 또 하늘의 뜻이니까." 이드는 당당히 대답하는 존을 바라보았다. 저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 마치 제로라는 단체가 종교단체처럼 느껴졌다. 여신을 받드는 신흥종교. '단장의 뜻이 하늘의 뜻이라니. 그럼 제로를 이끄는 열 넷 소녀가 성녀(聖女)란 말이게?' 이드는 갑자기 광신도로 보이는 존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그 넬 단장이 뭐때문에 몬스터와 같이 인간을 공격하느냐 구요. 처음에 제로가 움직였던 건 정부에 이용당한 능력자들을 위해서라면 서요. 그런데 지금은 몬스터와 함께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그 말에 존이 얼굴을 걷혔다. 그런 그의 얼굴은 뭔가 대단한 결심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그게 하늘의 뜻이기 때문이지. 지금부터 듣는 말. 비밀로 해주겠나? 단장님의 나이를 들었을 때처럼." 이드는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존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사람들을 죽이는 것. 그것이 하늘의 뜻이네. 자네는 이 세상의 인간들을 어떻게 보는가? 인간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 본 적 없나? 또 그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 너무 크다고 생각해 본적 없나?" 결연한 의지를 담은 체 말을 이어나가는 존의 말에 이드는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지금 존이 하고 있는 말. 그것은 이미 카르네르엘에게 들었던 이야기와 거의 또 같은 것이었다. 어떻게 신이 드래곤에게만 전해준 내용을 저들이 알고 있는거지? 이드는 곤란한 표정으로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그녀역시 이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제야 앞서 존이 어째서 하늘의 뜻이란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됐다. 이어진 존의 말들은 전체적으로 카르네르엘이 말해준 내용과 똑 같았다. 거기에 존이 한마디를 덧 붙였다. "하지만 그게 하늘의 뜻일지라도, 또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라도 같은 인간을 함부로 죽일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우리는 과학이란 이름으로 세워진 물건들을 부수고 있지. 과학이란 것이 남아 있어보았자 몬스터와의 전쟁만 길어지고, 또 언젠가 재앙이란 이름을 뒤집어쓰고 나타날지 모르니까 말이야." 확실히 말된다. '확실히 말은 되는데... 도대체 어떻게 안 거지?' '글쎄요. 어떤 정신나간 드래곤이 술 마시고 소문을 낸 것 아닐까요?' 웬지 상당히 가능성 있게 들리는 건 왜일까? '좌우간 브리트니스도 브리트니스지만, 그 넬이란 소녀도 꼭 만나봐야 겠는 걸요.' '그래야 겠지.' 이드는 마음속으로 들려오는 라미아의 목소리에 동의를 표하고는 다시 존을 바라보았다. 이드의 시선에 잡힌 그의 표정은 단호했다. 넬의 의견을 믿는 다는. 아마 살이 빠진 이유도 같은 인간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을 했던 때문인 것 같았다. 또한 사실이기도 했다. 실제 존은 그것을 가지고 많은 고민을 했었던 것이다. "잘 들었습니다. 비밀은 확실히 지키도록 하지요. 그런데... 다시 한번 부탁드리는데, 넬 단장을 만날 수는 없을까요?" "... 정말 내 말을 믿는 건가?" 존은 의심스럽다는 시선으로 이드를 바라보았다. 자신도 처음에 들었을 때는 의심했던 말을 바로 믿는다고 하다니. 이드는 그의 말에 금방 답을 하지 못하고 미소로 답했다. 드래곤에게 먼저 그 사실에 대해 들었다고 말해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믿어야죠. 지금 저렇게 몬스터들이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그보다 넬 단장을 만나 볼 수 없을까요?" 그 말에 존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그런 모습은 만나기 어렵다는 말보다는 만날 수 없다는 듯한 표현처럼 느껴졌다. "먼저 말과 같네. 내가 정할 일이 아니야. 또 이런 시기에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함부로 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나." 확실히 몬스터 편에 서 있는 지금의 제로를 사람들이 좋아할 리가 없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이드의 머릿속에 순간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아직 도시를 지키고 있는 제로의 분들은 어떻게 된 겁니까?" 순간 그 질문을 받은 존은 상당히 지쳤다는 듯한 표정으로 변해 버렸다. 뭔가 문제가 있긴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아까 자네에게 그 말을 믿느냐고 물었었지? 그 이유는 우리 제로의 대원들 중에서도 그 말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네. 또 믿는다고 해도 같은 인간이란 생각으로 몬스터 편에 들지 못한 대원들이 있지. 그런 대원들은 그냥 도시에 그대로 남아서 도시를 보호하고 있다네. 우리역시 그들을 강제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 응?" 우와아아아악!!!! 엄청난 비명소리였다. 전장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이렇게 생생하게 들려올 비명소리라니. 존의 설명을 듣던 이드와 라미아는 물론이고, 제로의 모든 대원들까지 비명소리의 근원지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비명의 근원지를 확인한 순간. 몇 몇의 대원들이 그대로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너무도 끔찍한 장면이었기 때문이었다. 군인들이 진을 치고 있는 한가운데 땅에서 튀어나온 기형의 몬스터. 거대한 두더지와 같은 모습의 몬스터였는데 그 앞의 머리 전체가 입으로 꽃 봉우리 처럼 벌어졌다 닫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입의 안으로는 마치 송곳니 같은 이빨 같지 않은 날카로운 것들이 수없이 돋아나 있었는데, 그 사이로 사람을 씹어대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특히 한번에 삼키는 것이 아니라 입 전체를 벌렸다 닫았다 하는 덕분에 사람의 몸에서 흘러내린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점점 찢겨나가는 사람의 모습이 생생히 보여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너무 잔인하고 공포스런 그 모습에 몇 몇의 군인들은 뒤로 돌아 도망을 가버렸고, 많은 수의 군인들이 그 자리에 엎드려 그대로 속의 것을 게워내고 있었다. 이드역시 손에 힘이 저절로 들어갔다.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지금의 모습은 도저히 그냥 넘길 수가 없는 잔인한 모습이었다. 그런 마음이 일어남과 동시에 이드의 몸이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그의 앞으로 가로막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미 이드가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의 세 사람이었다. 그 중 한 명은 이미 검을 나눠본 적이 있는 단과 그의 사제인 미카, 그리고 파리에서 문옥련과 싸웠었던 켈렌 맥로걸이란 이름의 여성 마검사였다. 이드는 자신의 앞을 막아선 제로의 대원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이들이 막아 설 줄은 몰랐다. 이들역시 아까의 장면에 고개를 돌리지 않았던가. "뭐죠?" "미안하지만 이곳의 전투에 관여할 거라면 보내 줄 수 없네." 단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손엔 그의 도가 새파란 예기를 발하며 뽑혀져 있었다. 나머지 두 사람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미 이드의 실력을 알고 있는 그들로서는 감시 태만한 모습을 보일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막겠다는 건가요?" "우리도 지금은 싸우고 있는 몬스터 군단의 일부니까. 자네가 나선다면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한데 그냥 보내 줄 수야 없지 않겠나. 물론 나도 저런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지만, 이건 단장이 명령한 일이라서 말이네." 단이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 언 듯 비쳐 보이는 투지(鬪志)는 그게 다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는 이번을 기회로 다시 한번 검을 나눠보고 싶은 생각이 더 강한 모양이었다. 이드는 그의 말을 들으며 전장을 바라보았다. 그 말이 맞긴 했다. 또 나서지 않겠다고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저 모습을 보자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게릴라전을 연상케 하 듯 땅을 뚫고 나와 사람을 집어삼키는 몬스터라니... 이 전투에 크게 관여해서 몬스터를 몰아낼 생각은 없었다. 다만 저기 저 두더지 같이 생긴, 그래이드론의 머릿속에도 없는 저 녀석들 만 이라도 없애 버리고 싶었다. "라미아." 이드는 가만히 라미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라미아는 이미 이드를 바라보고 있는 상태여서 둘의 눈이 잠시 마주쳤다. "하아~ 어쩔 수 없네요." 따로 말이 필요 없었다. 라미아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아공간으로 부터 일라이져를 꺼내 이드에게 건넨 후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드가 싸움을 끝내는 동안 하늘에서 기다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실제 그 자리에 그냥 기다리고 있는다고 해도, 라미아를 헤칠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드가 별로 원치 않는 일이기 때문에 하늘로 몸을 피한 것이다. "조심하셔야 돼요." 이드는 그 말을 하고 날아오르는 라미아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일라이져를 뽑아 들었다.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저기 보이는 몬스터를 그냥 두고 갈 생각도 없었다. '속전속결!' 이드의 생각과 동시에 일라이져의 검신은 피를 머금은 듯 붉디붉은 검강으로 물들었다. 280 그에 맞추어 이드와 마주선 세 사람의 검에서도 각자의 기운에 따른 검기와 검강, 그리고 마법의 기운이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단을 제외한 미카와 켈렌이 양옆으로 넓게 돌아서며 이드의 양옆을 압박해왔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드를 경계만 할 뿐 곧바로 공격해 들어올 의사는 없어 보였다. 대신 이드와 마주서 있는 단의 도에서는 현오색 검강이 강렬한 투기와 예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건 날 막겠다기 보다는 다시 한번 붙어 보겠다는 목적 같은걸' 이드는 그런 단의 의도를 파악하고는 그가 천상 무인이라 생각했다. 아마 두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것도 단의 부탁이 있었던 때문인 듯 싶다. 단이 밀리면 그때 공격해 들어 올 생각 인 것 같았다. "내가 먼저 가도록 하지. 처음 싸움에서 다 보여주지 못한 초식들이네... 만곡(萬梏)!" 츠어어억! 한순간 거리를 좁혀온 단의 일도였다. 그의 도가 움직임에 따라 둘, 넷, 여섯으로 계속해서 나누어진 수많은 현오색 도강의 그림자가 이드의 전신을 압박해 들어왔다. 정말 초식 이름에 걸맞은 초식이었다. "빨리 끝내도록 하죠. 분영화(分影花)!" 이드의 손에 들린 일라이져가 이드를 중심으로 커다란 원을 그리는 순간 그 검로를 따라 붉은 꽃이 피어나며 현오색의 검강을 막아갔다. 일종의 검막이었다. 원래 수라삼검을 위해 준비된 검강이었지만 만곡의 도초를 막아내기 위해 난화십이식으로 전환한 것이었다. 하지만 수라삼검과 난화십이식을 만들어 낸 사람이 같은 덕분에 그 전환은 아무런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난화십이식은 살기가 강하고 너무 패도적인 수라삼검의 진화(進化), 절충형(折衷形)이었다. 수라삼검을 사용했던 혈무살검(血舞殺劍)이 그의 말년에 완성한 수라삼검의 완전판인 것이다. 이드는 일라이져가 하나의 커다란 원을 완성하는 순간 그대로 일라이져를 만곡의 중심으로 돌진시켰다. 수많은 도를 상대하지 않고 그 모든 도의 출발점이자 중심지를 곧바로 찔러 들어간 것이었다. 순간 검은색 그림자를 드리우며 다가오던 수많은 칼 그림자들이 순식간에 그 모습을 감추었다. 그 대신 두개의 검은 검강이 그 자리를 대신해 이드를 향해 날아왔다. "인(刃)!" "넓은 그물에 노니는 물고기... 수라만마무!" 일라이져의 검신이 작게 떨렸다 싶은 순간 일라이져의 검봉(劍峰)에서 붉은 빛이 폭발했다. 검사(劍絲)로 짜여진 촘촘한 강기의 그물이 순식간에 두개의 검광과 함께 단을 덮쳐 들어갔다. 너무도 빠르고 생각지도 못했던 초식의 변화였다. 단은 전개하던 초식을 급히 버리고 그물을 피해 도망가는 물고기처럼 그 자리에서 몸을 빼돌렸다. 단 두 초식만에 밀려버린 것이다. 단은 당혹스러웠다. 파리에서 싸웠을 때와 너무도 다른 검의 변화였고, 위력이었다. '그땐 본 실력이 아니었던 건가... 크윽...' 본래 실력을 보이지 않고 싸웠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전개였다. 그 모습에 양쪽에서 기회를 보고 있던 두 사람이 이드와 단을 향해 덮쳐 들어왔다. "파이어 슬레이닝!" 켈렌의 손으로부터 수십 개의 작고 작은 불덩이들이 강기의 그물을 향해 날았다. 그와 동시에 미카의 외침이 들려왔다. "여길 봐라... 도연회(徒演徊)!!" 미카의 손에 잡힌 두개의 도가 현란하게 움직이며 하나의 은색 벽을 만들어 냈다. 도법이 저렇게 화려했던가 생각하게 만들 정도의 현란한 도법이었다. 그의 사형인 단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도법인 것이다. 단과 미카의 스승이란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저런 도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니. '만나보고 싶군.' 하지만 지금은 저 도법과 맞설 생각은 없었다. 이드의 목적은 몬스터지, 제로의 대원들과의 싸움이 아니었다. 쿠웅!! 땅을 울리는 강렬한 진각과 동시에 이드의 몸이 땅에서 솟아오르는 벼락처럼 빠른 속도로 솟아올랐다. 그렇게 십여 미터를 순식간에 솟아오른 이드는 운룡유해의 식으로 몸을 바로 잡으며 일라이져를 오성의 내력으로 강렬하게 휘둘렀다. "수라참마인!!" 쩌저저정 그 강렬한 힘에 일라이져의 검신이 울음을 토했다. 지금의 일식은 처음 메르시오와 싸웠을때 그에게 떨쳐냈던 공격과 같은 힘을 지니고 있었다. 강렬한 그 기운은 주위까지 퍼져나가며, 관전 중이던 존과 제로의 대원들, 그리고 몬스터들을 경동시켰다. 하지만 그 기운에 가장 난감해 하는 것은 그 공격을 직접 받고 있는 단을 포함한 세 사람이었다. 자신들을 향해 교수대의 로프 처럼 뻗어나오는 십여 가닥의 검사. 그 검사들이 당장이라도 목줄을 조일 듯 쏘아져 오고 있었다. "으드득... 두 사람 다 최고의 절기를 펼쳐내. 현현대도(玄賢大刀)!" 그 말과 함께 그의 도를 감싸고 있던 현오색 도강이 십 배로 그 크기를 더하며 불어났다. "은하도결(銀河刀結) 방어식... 은하수(垠廈守)!!" 은색의 별빛 빛 무리가 미카의 쌍도를 따라 빛을 내뿜었다. "푸른 물결 속에 담긴 염화의 업이여... 인시너레이트!!!" 이드를 향해 내뻗어진 그녀의 양손 앞으로 화염방사기에서 뿜어지는 것처럼 끈적한 느낌의 푸른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검은빛과 은 빛, 푸른빛의 방어선이 구축되어져 버렸다. 각각의 기운들이 방어를 위한 것이던 공격을 위한 것이든 상관이 없었다. 목적이 같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위로... 그들의 목숨을 노리는 붉은 줄이 늘어트려졌다. 쿠콰콰콰쾅.... 콰콰쾅.... "그럼, 가볼까." 이드는 폭음과 함께 자신에게 전해지는 묵직한 반탄력을 느낄 수 있었다. 전력을 다하지 않아 세사람의 힘을 완전히 깨지 못한데서 오는 반발력. 하지만 이드가 바란 것이 바로 이 반발력이었다. 이드는 그 반발력을 그대로 추진력으로 바꾸어 두더지 몬스터의 식탁으로 변해버린 전장의 후방을 향해 몸을 날렸다. 또한 자신의 앞을 막아선 세 명은 더 이상 자신의 앞을 막지 못할 것이다. 자신은 반탄력으로 끝났지만, 그 셋은 외상과 내상을 함께 입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드의 생각은 정확했다. 처음 싸움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단은 무릎을 꿇고서 입가로 한줄기 핏물을 흘려내고 있었다. 그런 그의 뒤로 미카가 운기조식에 들어간 듯 가부좌를 틀고 있었고, 켈렌은 그대로 기절해 있었다. "크읍... 여... 영광... 이었... 소." 도를 집고 겨우 일어선 단의 한마디였다. 역시 천상 무인인 듯한 사람이다. 운룡대팔식과 부운귀령보를 함께 펼쳐 순식간에 거리를 격해버린 이드는 자신의 발 아래를 내려다보며 빠득 이를 갈았다. 멀리서 볼 때와 달리 두더지 몬스터 바로 위에서 아래를 바라본 주위 광경은 더욱 진저리 처지는 모습이었다. 먹다 남긴 빵처럼 여기저기 몸 구석구석 이빨자국을 남기소서 죽어 있는 사람들. 그들의 몸 어디 한구석 온전한 곳이 없었고, 사지를 온전히 보전하고 있는 시신이 없었다. 끈적 하게 땅을 적시고 있는 뿌연 뇌수와 붉디붉은 핏물. 욕지기가 절로 치밀어 오르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이드가 지켜보는 가운데서도 두더지 몬스터는 열심히 사람을 쫓아 입안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이드는 이 이상 저 몬스터를 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이드는 지상에 모습을 보이고 있는 몬스터의 위치를 확인하고 천시지청술(千視祗聽術)을 사용해 땅속의 몬스터의 움직임을 읽었다. "모든 사람들은 600미터 밖으로 벗어나라!!" 머릿속까지 웅웅 울려대는 웅혼한 천마후에 한순간 전장에 침묵이 찾아 들었다. 미친 듯이 인간을 집어삼키던 두더지 몬스터도 그 움직임을 잠시간 멈출 정도였다. 하지만 그건 정말 잠시였다. 두더지 몬스터는 다시 사람들을 덮쳤고, 허공 중에 둥둥 떠있는 이드를 발견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들었던 말에 따라 죽으라고 달리기 시작했다. 허공에 떠있다는 것으로 가디언으로 인식했고, 그런 만큼 무슨 수를 쓸지 예살 할 수 없으니 우선 말대로 따르는 게 최선이라 생각한 것이었다. 이미 두더지 몬스터를 피해 도망치고 있었던 상황이지 않은가. 꽤나 먼 거리임에도 사람들은 순식간에 이드가 말한 거리를 벗어나 버렸다. 목숨이 달린 일이라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 듯 했다. 이드는 사람들이 뛰어가는 것을 바라보다 허공답보의 경공으로 좀더 높은 곳으로 솟구쳐 올랐다. 지름 육 백 미터 정도의 커다란 지형이 손바닥만하게 보일 정도로 솟아오른 이드는 자신이 가진 내력을모두 운용해 나갔다. 그에 따라 거대한 기운의 흐름이 이드주위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드가 운용하는 그 막대한 기운에 주위에 퍼져있는 대기가 그 인력에 끌려든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몰려든 거대한 기운은 이드의 양손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쯔즈즈즉. 그 강력한 기운에 이드의 팔이 잔잔하게 떨렸으며 양 손 주위로 황색 스파크가 튀기기 시작했다. 이드는 양손의 기운을 느끼며 다시 한번 지상의 몬스터의 위치를 확인하고서 양손을 들어 올렸다. "후우~" 한번의 심호흡을 마친 이드는 양손의 기운을 정확한 양으로 조정하며 두 손을 마주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양손 사이로 번개가 치는 듯 굉장한 스파크가 일어났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이쪽 손에서 저쪽 손으로, 저쪽 손에서 이쪽 손으로 왔다갔다하는 스파크는 별다른 폭발 없이 광폭 해져 버린 내력을 순환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두 손이 마주 깍지끼어지는 순간 이드의 팔은 팔꿈치까지 진한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 빛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존재 은 말 대로 산(山)과 같았다. 그 거대한 파괴력과 팔에서 느껴지는 압력에 이드가 작게 호흡을 가다듬을 때였다. "응?" 이드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새하얀 백색의 빛을 볼 수 있었다. 다름 닌 저 아래에서 쏘아낸 뇌격계 마법이었다. 하지만 그 빛이 가지는 기운은 지금 이드의 양손에 모인 힘에 비하면 말 그대로 산과 모래성의 차이. 이드는 깍지낀 양손을 들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마법을 향해 슬쩍 내리쳐 보였다. 그와 동시에 그 행동을 따라 주위에 형성된 거대한 기류가 같이 움직였고, 그 압력은 고스란히 마법에 미쳤다. 그 결과는... 퍼억. 너무나 어이없을 정도의 간단한 소멸이었다. 누가 저 아래에서 마법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허탈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드는 자신을 받치고 있던 경공을 풀고, 천근추의 신법을 운용했다. 그러자 그의 신영이 엄청난 속도를 내며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드는 그 순간에도 주위의 몬스터를 확인하고 양손에 맺혀있는 기운을 조종해나갔다. 전장의 수많은 시선이 이드를 따라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드의 양손이 땅과 마주치는 그 순간. "12대식 대지굉광열파(大地宏廣熱破)!!!" 쿠아아아아아아앙........ 외침은 들리지 않았다. 다만 미사일이 폭발하기라도 한 듯 거대한 폭음과 함께 새까맣게 하늘을 덮어 버리는 흙더미 많이 사람과 몬스터의 귀와 눈을 사로잡았다. 이드는 자신의 양손에서 엄청난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최선을 다해 그 기운을 조종했다. 어느 선까지는 고삐 린 망아지처럼 내버려두던 기운을 어느 한계점부터는 칼날처럼 뽑아 확인해두었던 몬스터의 위치를 향해 뿜어내게 한 것이었다. 그러자 이드가 말했던 육 백 미터의 공간 안으로 거미줄 같은 땅의 균열이 생겨났다. 그렇게 정신없는 폭발과 균열이 몇 분간 이어졌을까 그제야 잦아드는 흙먼지 사이로 보이는 광경은 경악할 만한 것이었다. 인간이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가공할 흔적. 지름 삼 백 미터에 깊이 삼십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크레이터. 그리고 그 크레이터를 중심으로 선을 그은 듯 반듯하게 갈라져 버린 땅의 모습이란. 이걸 인간이. 그것도 마법도 사용하지 않고서 만든 결과란 것을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를 두고 고민하기 위해 인간과 몬스터들 사이로 순간적인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사이로 아주 작은 소리가 흘러들었다. 뿌그르르륵.... 끄르르르륵.... 무언가 좁은 곳을 비집고 흘러나오는 듯한 물소리. 그것은 이드가 만들어 놓은 크레이터 주위의 균열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균열 사이로 솟아오르는 붉은 색의 진득한 핏물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것은 이드가 흘려보는 힘에 의해 땅과 함께 잘려버린 두더진 몬스터에서 흘러나온 피였다. 그 사실을 짐작하는 순간 전장엔 다시 한번 침묵이 감돌았다. "히, 히이익!! 죽었어. 저 괴물 두더지 놈들... 다 죽었어! 으아!!"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외침이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여기저기서 그와 비슷한 또는 이드의 무위를 숭배하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각자의 기분에 취해있는지 몇 몇은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을 지껄이기도 했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고서 내력을 조종하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정말 자신의 내력에 그래이드론의 드래곤 하트가 많이 녹아든 것 같았다. 설마 이 정도의 파괴력을 낼 줄이야. 게다가 아직 그래이드론의 드래곤 하트는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녹아든 것도 아니니... 점점 더 힘이 커진단 말이지 않은가. 이드는 정말 오랜만에 전력을 사용한 덕분에 허전해진 전신의 혈도로 조금씩 녹아 내리는 드래곤 하트의 마나를 느낄 수 있었다. "라미아!!" "네, 여기 왔어요." 이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라미아가 이드 곁으로 내려섰다. 아마 위에서 보고 있다, 이드가 부르기 전에 내려오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 가자. 여기서 볼일은 다 끝났으니까." "에? 어디루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주위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어디로 갈지 정해놓지를 않았다. 그런 이드의 눈에 이쪽을 다가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 사람들의 얼굴엔 경이와 흥분,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담긴 공포등이 떠올라 있었다. "우선 여기서 떨어지자. 잘 못 하다간 이 전투가 끝날 때까지 연관될지 모르니까." 라미아 역시 주위의 분위기를 느끼고 있기에 이드의 팔은 안았다. 그 사이 전투가 다시 재개되었는지 비명과 폭음이 점점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텔레포트!" 시동어와 함께 빛에 휘감기던 이드의 눈에 죽어 있는 두더지 몬스터가 사람들의 손에 갈갈이 찢겨나가는 모습이 언 듯 보였다가 주위의 모든 공간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몽페랑, 아니 전장에서 칠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평원. 그 평원 한켠에 위치한 작은 숲 속의 한 나무 아래.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있었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반쯤 눈을 감고 있는 단발머리의 갸름한 미남보다는 미녀란 쪽에 조금 더 점수를 주고 싶은 얼굴의 소년과 긴 은발 머리를 주변 풀잎위로 깔아 놓고서 그런 소년은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신비한 아름다움을 가진 소녀. 다름 아닌 전장에서 텔레포트해 온 이드와 라미아였다. 두 시간 전 이곳 평야로 텔레포트 해온 두 사람은 이곳에 있는 숲을 보고 잠시 쉬면서 운기조식을 하기 위해 들어 온 것이었다. "푸하~~~" 기계인 마냥 규칙적이고 정확한 호흡을 하고 있던 이드의 입술이 열리며 시원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모습에 라미아가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도 두 시간 동안 이드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느라 심심했던 것이다. "운기조식 이제 끝내신 거예요?" "아, 드래곤 하트가 녹아든 덕분에 생각 외로 일찍 마칠 수 있었어." 대답과 함께 눈을 뜨는 이드의 눈동자 깊숙이 은은한 금빛이 비치다 사라졌다. 그것은 아마도 석양의 영향 때문은 아닐 것이다. 라미아는 그 모습에 방긋 웃어 보였다. "근데 이제 정말 어떻게 하지? 그냥 돌아가기엔 넬이란 아이가 걸린단 말이야." "저도요. 드래곤들이나 알고 있을 내용도 알고 있고..." "그렇지? 근데... 어떻게 찾느냐가 문제란 말이야." 이드는 골치 아프단 표정으로 나무에 등을 기대었다. 그런 이드의 눈에 져가는 석양의 빛 무리가 비쳐왔다. 애초 파리의 가디언 본부를 나온 시간이 정오가 훌쩍 지난 시간이었으니... 밤이 가까워 올만한 시간인 것이다. 그러자 그와 함께 떠오르는 한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디서 지내지? 그냥 파리로 돌아가는 건... 좀 그렇겠지? 헤헤..." "그것도 그렇죠. 후훗..." 이드와 라미아는 마주 보며 웃어 보였다. 빠이빠이 인사하고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하고 나와놓고서 다시 돌아가는 건 좀 얼굴 팔리는 일이다. "하.지.만. 제가 미리 봐둔 곳이 있다구요. 일어나세요. 천천히 걸어가게." 이드는 자신있는 표정으로 윙크를 해 보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라미아를 따라 일어나며, 옷에 묻은 흙과 풀을 털어 냈다. "봐둔 곳이라니?" "저쪽이요. 아까 하늘에 올라가 있을 때봤죠. 꽤 거리가 있긴 했지만 작은 도시가 있었어요." "역시~ 너 뿐이야." 이드는 라미아의 머리에 쓱쓱 얼굴을 비비고는 라미아가 가리켰던 방향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등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은 전장이 있는 곳. 아직도 전투가 그치지 않았는지, 희미하지만 검은 연기가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것이 이드의 눈에 들어왔다. "전투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 실제로 내가 한 건 두더지를 잡은 일 뿐이지만, 적지 않게 영향을 받았을 텐데 말이야." 하긴 그렇다. 한번 기세가 오르면,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르는 게 전투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 인간인 이드가 두더지 몬스터를 그렇게 무지막지한 힘을 써가며 모조리 잡아 버렸으니... 확실한 사기진작이 되었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두더지 몬스터로 인해 느꼈던 공포는 까맣게 잊어 버렸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마지막에 언 듯 봤던 장면을 생각해서는 두더지에 대한 분노를 다른 몬스터들에게 풀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괜히 끼어 든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뭐가 걱정 이예요? 한 두 곳에서 일어나는 전투의 승패가 달라진다고 뭐 큰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걱정하지 마세요. 그보다 넬이란 아이와 제로 말 이예요." 이드는 그녀의 말에 맞다고 생각하며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뭔가 할말이 잊는 듯한 모양이었다. "넬과 제로가 왜?" "그거 아닐까요?" 이드는 뭉퉁한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렇게 말하면 알아들을 수가 없지. "'그거'라니?" "아이참, 카르네르엘이 말했던 변수 말이예요. 변수." "흐음..." 이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변수. 확실히 이드도 들었다. 하지만 제로가 변수란 말은 별로 동의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변수란 어디로 튈지,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원래 계산해 두었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상대를 보고 말하는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넬이나 제로는 변수라고 하기 그렇지 않아? 인간이 몬스터 편에 서있는 게 좀 보기 그렇지만, 신들이 하려는 일에 찬성하고 돕고 있잖아. 차라지 변수라면 너와 나. 우리 둘이 변수라고 생각되는데?" 확실히 이드와 라미아는 이미 두 번이나 몬스터를 쓸어내 버린 적이 있었고, 오늘도 몇 십, 몇 백 마리의 몬스터를 터트려 버렸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 당장의 모습만 보고 말 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또 신이 우리 존재를 알고 있을까요? 이드님도 아시겠지만, 그레센의 신들조차도 이드님이 직접 청하기 전엔 이드님이 그 세계에 와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잖아요. 저는 이쪽의 신들도 마찬가지 일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그렇지."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수긍하고 말았다. 확실히 지금의 신이 이드와 라미아의 존재를 알고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제이나노가 신의 뜻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이드와 라미아를 따랐지만, 그건 신의 인도라기 보다는 제이나노 자신의 신성에 의한 것. 한마디로 신과는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뭐, 때가 되면 알 수 있겠지. 네 말대로 지금 당장 알 수 있는 건 없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그런 이야기보다는 마을에 도착하는 게 더 급한 것 같지? 좀 있으면 해가 질 것 같다." 그 말 대로였다.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걸은 시간이 꽤 되는지 어느새 해가 산꼭대기에 대롱대롱 겨우 매달려 있었다. "네, 네. 알았어요." 라미아가 그렇게 대답한 다음. 평원엔 갑자기 휘황한 빛이 잠시 일렁이며 날아가던 새를 놀라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두 사람이 도착한 도시는 라미아의 말대로 작은 도시였다. 주위로 간단한 나무 목책이 서 있을 뿐 가디언도 없는 마을이었다. 여관주인의 말로는 이 부근에서는 몬스터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가디언이 마을에 머무르는 게 낭비일 정도로 평화로운 마을이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 여관에서 푸짐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앞으로 움직일 방향에 대해 입을 맞추었고 자리에 누웠다. 어느 정도 정보를 얻은 후 내일부터 다시 움직이기로 결정을 본 후였다. 그때 가만히 누워 있던 라미아의 팔이 이드의 허리를 감아 들어왔다. "저기요~오. 이드니이임..." 이드는 콧소리를 내며 애교를 떠는 라미아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어디 한 두 번 당해야 당황을 하지. "오늘은 왜?" "저기... 낮에 했던 말 기억하시죠?" "낮에 했던 말?" 끄덕끄덕. 뭔가 기대하는 듯 반짝거리는 그녀의 시선에 이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미안, 낮에... 내가 뭐라고 했었어? 통 기억이 안 나네." "히잉... 그걸 기억 못하시다니. 분명 아기를 잘 키우겠다고 하셨었잖아요." 순간. 이드는 몸을 움찔 거렸다. 또 아기 이야기라니. 분명히... 그런 말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못들은 줄 알았었는데... 들었단 말이냐? "들었죠. 이드님이 그런 말을 하셨는데 제가 못들을 이유가 없잖아요. 그러니까요. 저 아기 가지고 싶어요. 이드님 말대로 잘 키울 수 있다니 까요. 네어~ 이드님~~~" 이드는 그러면서 자신의 품에 얼굴을 비벼대는 라미아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 쉬었다. '젠장. 오늘은 조용히 자기는 틀렸구나...' 그 후로 두 시간이나 그렇게 시달린 후 겨우 라미아가 잠이 들자 이드도 그제야 쉴 수 있었다. '아, 정말. 아기라도 가져버려?' 꽤나 시달린 이드의 충동적인 생각이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다음날 아침을 해결하고 가까운 도시의 위치를 묻고서 마을을 나섰다. 텔레포트를 하고 싶어도 위치를 모르기 때문에 걸어야 했다. 물론 중간중간 날거나 경공을 사용해서 가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디언 지부를 찾아서 텔레포트 좌표를 알아 볼 생각이었다. 지금 두 사람이 있는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는 당연히 이드와 라미아가 떠나왔던 몽페랑이다. 하지만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는 두 사람이었기 때문에 마을에서 삼 일 거리에 있는 파르텐이란 도시를 목적지로 정해야 했다. 이드와 라미아는 오랜만의 여행이라 편안한 마음으로 평원을 걸었다. 조금 심심하다 싶으면 경공이나 마법을 사용해서 달리거나 날아가기도 하고, 다시 걷기를 반복했다. 중간중간 라미아가 걸어오는 장난을 받아주기도 하면서 걸었다. 가는 길엔 작은 숲은 물론이고 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곳을 지나면서도 두 사람은 몬스터의 코빼기도 보지 못했다. 몽페랑을 공격하기 위해 몬스터의 대군이 몰려오면서 이 근처에 있는 모든 몬스터가 그곳에 흡수되어 버린 모양이었다. 사실 그 많은 수의 몬스터가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다닐 수는 없는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너무 눈에 뛰기 때문이다. 아마 절반 정도는, 아니 절반이 되지 못하더라도 상당수의 몬스터를 공격할 곳 주위에 있는 몬스터들로 충당할 것이다. 그것이 몬스터들의 방법일 거라고 생각된다. 덕분에 몬스터가 없는 여행은 조용하고 쾌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딜 가든 심심치않게 나오던 몬스터가 없어지자 조금 심심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느긋한 기분으로 움직인 덕분에 이드와 라미아는 하루를 노숙하고 다음날 오후에 목적한 파르텐이란 도시가 보이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파르텐은 몽페랑의 반정도 되는 크기를 가진 도시였다. 비록 몽페랑의 반이라고 하지만 몽페랑의 규모를 생각하면 실로 커다란 도시라고 할 만한 것이다. 거기에 특이 할 만한 것이 있었는데, 다름 아니라 도시 주위를 따라 형성된 성벽이었다. 견고하게 주위를 둘러쳐진 성벽의 모습이 또한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던 것이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런 성벽을 따라 만들어진 열 여섯 개의 성문 중 하나의 성문으로 다가갔다. 성문 앞에는 경비로 보이는 사람 네 명이 허리에 총을 차고서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을 살피고 있었다. 사 일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몽페랑이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때문인지 상당히 경계를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드가 보기엔 별달리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사실 그럴 만도 한 듯했다. 가까운 거리에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파르텐을 드나드는 사람이 꽤나 많은 때문인 듯 했다. 아무리 경비가 임무지만 그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모두 살피겠는가. 이드와 라미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성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들어가는 사람들 사이로 끼어 들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사람들의 시선 안에 들어서는 순간. 하나, 둘 주위의 시선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시선의 주인은 주로 남성. 향하는 시선의 목적지는 은발의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있는 라미아였다. '헤헤... 오랜만의 시선 집중인걸.' 확실히 파리의 가디언 본부나 너비스에서의 라미아는 꽤나 익숙해져서 이렇게 시선이 모여드는 경우는 별로 없어졌으니 말이다. '후후훗... 그런 것 같네요. 그럼... 이렇게 하면, 저 눈빛이 또 변하겠죠.' 이드는 자신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이는 라미아의 모습에 오싹함을 느끼며 몸을 빼버렸다. 그녀의 미소를 보는 순간 뭘 하려는지 직감적으로 알아버린 것이다. 하지만 라미아가 좀 더 빨랐다. 피하기도 전에 라미아에게 한쪽 팔을 뺏겨버린 것이다. 순식간에 이드의 팔이 라미아의 품에 꼭 안겨졌다 싶은 순간. 라미아에게 모여있던 시선이 이드에게로 향하며 은은한 살기와 질시의 감정으로 빛났다. "하아~ 내가 왜 그런 말을 꺼낸 건지... 떨어지지 않을 거지?" "헷, 물론이죠. 이드님." 이드는 그녀의 미소와 말투에 따라 자신에게 쏟아지는 무언의 압력에 오랜만이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그대로... 무시해버렸다. 하지만 그런 무시에도 불구하고, 이드는 도시에 들어설 때까지 그런 시선을 받아야만했다. 도시내부로 들어선 두 사람은 우선 여관부터 잡아 방을 구했다. 벌써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방을 잡은 두 사람은 여관 주인으로부터 가디언 지부의 위치를 물어 그곳으로 향했다. '프랑스 파르텐 가디언 지부' 이드는 건물 입구에 새겨져 있는 글을 읽으며 건물을 바라보았다. 갈색의 편안한 색을 칠한 삼층의 그리 코지 않은 규모의 건물이었다. "이곳 지부는... 다른 곳보다 건물이 작네요." "조금 그렇네. 뭐, 안에 가디언들은 많은지 모르지. 들어가자." 이드는 라미아의 말을 받으며 커다란 유리문을 열고 들어섰다. 딸랑, 딸랑 문이 열림과 동시에 유리문 상단에 매달려 있는 어린아이 주먹만한 귀여운 종에서 맑은 종소리가 흘러나와 실내에 울려 퍼졌다. 건물의 일층은 한산했다. 중간중간 보이는 기둥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벽이 허물어져 일층 전체가 대기실로 보이였다. 곳곳에 높여 있는 의자들과 탁자들. 하지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드와 라미아가 보아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가디언 본부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무슨일로 찾아 오셨나요?" 텅 비어 버린 대기실의 모습에 잠시 정신이 팔려 있던 이드는 고운 여성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출입구의 오른쪽 안쪽, 그곳에 여관의 카운터처럼 커다란 탁자가 놓여 있었는데, 그 탁자의 안쪽에 이 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단발머리의 여성이 서 있었다. 방금 전 말을 건 것이 그녀 인 듯 했다. 그녀는 이드와 라미아가 대답이 없자 다시 한번 물어왔다. "거기 두 분. 무슨 일로 찾아 오셨나요?" "아, 죄송합니다. 잠깐 딴 생각을 하느라 구요." 그녀의 말에 라미아가 나서며 대답했다. "그런데, 무슨일로 저희 가디언 지부에 찾아 오셨나요?" "잠시 뭘 좀 알아볼까 해서요. 그런데...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가 않네요." "몇 분을 제외하고, 모두 몽페랑 전투에 지원을 가셨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뭘 알아보시려고 그러시나요? 제가 필요한 분을 모셔와 드리겠습니다."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카운터 밖으로 나서려는 그녀를 팔을 흔들어 제지했다. "아아.... 괜찮아요. 저흰 그냥 저희가 갈 곳의 텔레포트 좌표를 알고 싶어서 찾아 온 거니까 다른 사람은 불러오지 않으셔도 돼요. 그보다... 마법이나, 검술을 익힌 것 같지는 않은데. 연금술사인가요? 아니면 스피릿 가디언?" 그 말에 카운터의 여성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어 보였다. 헌데 그런 여성의 미소엔 어떤 뜻도 들어 있지 않았다. 이런 질문을 자주 받았던 모양이었다. "둘 다 아니예요. 전 그냥 평범한 사람인 걸요. 단지 이곳에서는 카운터를 보며 일종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텔레포트 마법의 위치 좌표를 알고 싶으시다 구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카운터 위에 놓여진 몇 가지 책 중 하나를 들어 뭔가를 읽어 내려가며 물었다. "네, 그래요. 거기에 더해서 제로에게 점령되어 보호받고 있는 도시가 어딘지도 알고 싶은데요." "흐음... 저기 그 좌표는 쉽게 알려드릴 수가 없네요. 함부로 외부인에게 알려 줄 수 없다고...아! 두분도 가디언 이셨군요." 카운터의 아가씨는 말을 하던 중 갑자기 눈앞으로 들이밀어진 두 장의 가디언 신분증에 역시 그렇구나 하는 표정이 되었다. 사실 두 사람의 모습은 어딜 가나 눈에 뛰는 것. 그런 두 사람이 가디언 지부에 들어서자 혹시나 가디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 것이었다. 카운터를 맞을 만큼 꽤나 눈치가 있는 여성이었다. "아직 어려 보이는데... 아, 죄송해요. 젊은 나이에 가디언이라니. 대단한 실력인가 보군요." 그 말에 이드는 가만히 미소만 지어 보였다. 카운터의 아가씨는 '좌표, 좌표, 좌표...'중얼거리며 한참동안 카운터를 뒤졌다. "흠... 그게 여기 없는 모양이네. 잠시만 여기 기다리고 있어요. 내가 윗 층에 가서 마법사님 한 분을 모시고 올 테니까." 그 말에 라미아가 텅빈 일층으로 슬쩍 눈을 돌렸다. "많은 분이 몽페랑으로 지원을 가셨지만, 몇 분은 파르텐을 방어하기 위해 남아 계시니까요." 카운터의 아가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쌩하니 윗 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성격이 참 좋은 아가씨 같았다. 아니, 어쩌면 저 아가씨는 사람이 반가운 건지도. 하루종일 아무도 없이 조용한 이 일층을 지키고 있다가 들어온 이드와 라미아였으니 말이다. 그때 이층으로 향하는 계단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카운터의 아가씨가 마법사를 데려온 것이다. 그녀가 먼저 이드와 라미아 앞에 모습을 보였고, 그 뒤를 따라 노년의 마법사가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하지만 별로 마법사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평소 노인분들이 즐겨 입을 만한 펑퍼짐하고 편안한 옷에 잘 다듬은 머리카락과 수염. 꼭 인상 좋은 옆집 할아버지 같은 느낌의 마법사였다. "로어 할아버지. 이쪽 분들이 텔레포트 좌표를 찾으시는 분들이세요." 그녀의 소개에 로어라는 마법사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 녀석아 그냥 로어라고 하라니까. 꼭 할아버지란 말을 붙이고 있어. 그래 텔레포트 좌표가 필요하다고? 흐음... 잘들 생겼구만. 그래, 어디의 좌표가 필요한가?" 성격도 꽤나 밝은 분 같다.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방금 전 말했던 내용을 그대로 다시 한번 이야기 해드렸다. 그러자 로어란 마법사의 얼굴이 약간 굳었다. 제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때문인 듯 했다. "제로라... 그곳엔 뭐 하러 가는가? 자네들도 귀가 있을테니 제로의 행동에 대해 들었을 텐데... 그곳은 위험하다고." "물론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그곳에서 알아볼게 있거든요. 제가 알기로는 몬스터들과 함께 움직이는 제로와 도시를 지키는 사람들이 따로 있는 것 같거든요." 그 말에 로어는 주름진 이마를 쓱쓱 문지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분열... 이란 말인가? 허기사 그런 의견도 나왔었지. 하지만 확인된 사실은 아니라고 하던데... 흠... 그럼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게." 그렇게 두 사람을 잡아둔 로어는 다시 윗 층으로 올라갔다. 이드는 노인이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다 다시 카운터에 가서 앉아 있는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좌표를 빨리 찾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니요. 이제 제 일인 걸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손엔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 한 권 들려 있었다. 아무도 없는 지루한 시간을 저 책으로 때우고 있었나 보다.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마음속으로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드님, 마법의 기운인데요.' 이드는 그녀의 말에 감각을 개방했다. 그러자 윗층에서 괘나 큰 마나의 기운이 잡혔다. 하지만 윗층에 마법사들이 쉬고 있다면 오히려 당연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때 라미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저 마법. 방금 전 올라간 로어란 마법사의 기운인 것 같아요. 모르긴 몰라도 저희들에 대해 알리려고 하는 것 같은데요.' 이드는 그 말에 다시한번 천정 넘어 이층을 바라보았다. 사실 로어가 그렇게 한다고 해도 기분 나쁠 게 없다. 의심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일테니 말이다. 몬스터 측에 붙어서 인간과 싸우는 제로가 보호하고 있는 도시로 가겠다는 데, 가디언으로서 누가 그냥 곱게 텔레포트 좌표를 가르쳐 주겠는가? '그런데 알린다면... 파리에 있는 본부에 알린다는 거겠지?' 그 말에 라미아가 씨익 웃어 보였다. 파리의 본부라면 두 사람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겠죠. 뭐, 금방 좌표를 가지고 내려올 테죠.' 그런 그녀의 말이 신호였다. 이층으로부터 퉁퉁거리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로어가 손에 작은 쪽지를 들고서 내려온 것이었다. 그런 그의 얼굴엔 장거리 마법통신을 사용한 때문인지 피곤한 기운이 떠올라 있었다. "여기 찾았네. 그런데 자네들 파리에 있는 가디언중에 친한 사람이 있는가?" "있지요. 세르네오라고. 거기서 부 본부장 직을 맞고 있는데요." 그 대답에 로어는 뭔가 이해가 간다는 듯 손에 쥔 종이를 건네주었다. 아마, 파리에 통신을 넣었다가 될 수 있는 한은 다 해주란 이야기라도 들었던 모양이었다. 좌표를 받아든 이드는 로어와 카운터의 아가씨에게 인사를 하고는 가디언 지부를 나섰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맑은 종소리가 두 사람을 배웅해 주었다. 밖으로 나온 이드는 손에 든 좌표를 한번 바라본 후 라미아에게 넘겼다. 제로가 보호하고 있는 도시. 전날 이드와 라미아는 넬이란 소녀를 만나보기 위한 방법을 주제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될 수 있다면 평화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지금은 분열되어 도시를 보호하고 있는 제로의 대원들이었다. 이미 제로와 생각을 달리하고 있는 그들에게서 라면 넬이 있는 위치를 알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지그레브는 항구도시인 마르세유와 리옹사이에 위치한 대도시였다. 항구도시인 마르세유와 리옹사이에 있는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오고갔고, 그 덕분에 그 덩치가 커진 일종의 상업도시였다. 하루에 드나드는 사람 수만도 수 만.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흘러가는 도시가 바로 지그레브다. 그리고 지그레브는 두 달 전. 제로라는 단체에 장악되었다. 아니, 장악되었다기보다는 그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말이 좀더 상황에 맞게 느껴졌다. 지그레브의 시민 중 누구도 제로에 의해 행동에 제재을 받거나, 피해를 받은적이 없는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오히려 치안이 좋아져 대다수의 사람들 특히, 지그레브를 드나드는 상인들이 좋아했다. 그런 이유로 지그레브에서도 여타의 제로에게 장악된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제로의 인기가 날로 상승곡선을 그려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상승곡선이 몇 일 전부터 아래로,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다름아니라 정보에서라면 국가의 정보기관만큼이나 유통이 빠른 상인들의 입을 타고 몬스터와 행동을 같이 하는 제로에 대한 이야기가 나돌았기 때문이었다. 아직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이고, 자신들의 도시에 머무르고 있는 제로의 사람들의 행동이 변한 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러나 그 소문이 나돌면서 제로에 대한 도시 사람들의 생각이나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그레브는 시끄럽지만 활기차고 바쁜 도시였다. "... 그렇다는 데요." 라미아는 읽어 내려가던 종이에서 눈을 땠다. 그 종이는 다름아니라 텔레포트의 좌표가 써있는 것으로 거기엔 좌표와 함께 지금 지그레브의 사정에 대해 간단히 적혀 있었다. 수도와의 통신 때문에 로어가 제법 신경 써서 써둔 것 같았다. 특별한 정보는 없지만 말이다. 현재 두 사람이 서 있는 곳은 지그레브의 입구에서 삼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의 텅빈 공터였다. 옛 날의 공장 터라도 되는지 주위는 시멘트벽으로 둘러싸여서 사람들에게 텔레포트 되는걸 들키지 않아도 되는 그런 장소였다. "별로... 도움되는 내용은 없는 것 같네. 그보다 천천히 걸어가자. 저쪽이 사람들이 다니는 길인 것 같으니까." 이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라미아를 안고서 벽을 뛰어 넘었다. 주위에 문이라고 할만한 게 보이지 않은 때문이었다. 어쩌면 일부러 문을 막아버렸을 지도 모를 일이다. 혹여라도 몬스터나, 아이들이 들어와서 놀게 되면 곤란한 것은 이곳으로 텔레포트 해오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또 텔레포트를 사용할 만한 사람이라면 저런 높다란 벽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인지도 모른다. 기척을 잡아낸 대로 벽을 넘자 조금은 황량해 보이는 주위의 환경과 함께 포장된 길 위를 지나가는 일단의 사람들의 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길 위를 가고 있다면 지그래브를 향하는 사람들일 것인데, 글에서 써진 바와 같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왔다가는 것은 맞는 모양이었다. 또 모든 사람들의 몸엔 뭔가가 들려있거나 짐을 매고 있는 때문에 오히려 빈손에 가벼운 복장인 이드와 라미아가 어색해지는 기분이었다. 두 사람이 끼어 든 곳 역시 사람들이 대부분 등뒤로 커다란 짐을 지고서 걷고 있었다. 꽤나 오랫동안 짐을 지고서 걸은 때문인지 그들의 몸엔 하나같이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계절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무거운 짐을 나르기엔 더운 날씨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목적지인 지그레브가 바로 코앞인 탓인지 그들의 얼굴엔 피곤함보다는 반가움과 활기가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이드와 라미아가 주위의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을 때였다. 털썩. 281 "누... 누나!!"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에 이어 이드와 라미아의 나이 또래의 남자목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앞서가던 사람들의 움직임이 자연스레 멈추며 한곳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이드와 라미아의 시선도 자연스레 그곳으로 향했다. 그 주위에 늘어선 사람들 때문에 잘 보이진 않지만 누군가 쓰러져 있는 모습과 그 누군가를 안아 일으키는 또 다른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누나, 정신차례. 왜 그래. 누나" 남매인 모양이었다. 그때 당황해 하는 소년의 목소리를 뒤쫓아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그냥 기절한 걸 꺼다. 흥분하지 말고, 누가 물 가진 사람 있소?" 하지만 그의 말에 물을 내미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목적지가 바로 코앞이라 무게를 줄이려고 물을 모두 버리거나 마셔버린 후였기 때문이었다. "어이, 뒤쪽에 누가 물 가진 사람 없소?" "물이요. 물 가지고 계신 분 없으세요? 네?" 남자의 목소리에 소년도 급히 일어나 소리쳤다. 일어난 소년은 키가 꽤나 컸다. 그냥 봐도 이드보다 주먹 하나 정도는 커 보였으며, 덩치 또한 좋았다. 그런 소년이 다급한 얼굴로 소리치는 모습은 한편으론 우습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순박해 보이기도 했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다 라미아와 함께 그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내가 물을 가지고 있어요." 이드의 말이었다. 그리고 그 한마디에 쓰러진 사람을 향해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이드에게로 향했다. 뭔가에 집중하다 다른 쪽에서 큰 소동이 나면 그쪽으로 시선이 가는게 보통이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이드와 라미아를 시선에 담은 사람들에게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뿐만 아니라 누나 때문에 급하게 소리치던 소년까지 멍한 표정으로 라미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드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 쯧쯧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쓰러졌다는데, 뭘 구경하는 건지. "물 필요 없어요?" "아, 그렇지. 저기 좀 비켜주세요. 비켜주세요." 그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소년이 급히 이드와 라미아가 있는 쪽 사람들에게 소리쳤고, 이미 상황을 아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길을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길을 내어준 사람들 사이로 쓰러져 있는 소년의 누나가 눈에 들어왔다. 큰 덩치의 소년과는 달리 작고 가녀린 체구였다.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오래된 듯한 청바지와 헐렁해 보이는 반팔티와 조끼는 짧은 머리와 함께 활달해 보이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게다가 소년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어서 보기 좋은 얼굴이었다. 문제라면 얼굴이 지나치게 창백하다는 게 흠이었다. 그리고 그런 여성의 옆으로 체격이 좋은 중년의 남자가 앉아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방금 전 소년에게 단순히 기절이라고 진정시키던 말과는 다른 표정이었다. 그렇게 세 사람에게 다가가던 이드는 주위에 늘어선 사람들을 보고는 우선 자리부터 옮겨야 겠다고 생각했다. "물 가지고 있다고 했지? 이리 주게." 중년의 남자가 이드를 향해 손을 내 밀었다. "아니요. 우선 자리부터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척 보니 기도 상당히 허해보이는데... 우선 한 옆으로 비켜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 말에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이드를 바라보던 남자도 주위에 몰려있는 사람들과 뒤에서 소리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쓰러진 여성을 안고서 길옆으로 향했다. 도로 주변이 모두 탁 트여 있는 상태라 옮겨봐야 거기서 거기지만, 더 이상 사람이 모여들진 않았다. 설마 사람이 쓰러진걸 구경하러 따라 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소년 일행과 이드들이 빠지자 웅성거리던 사람들이 다시 천천히 지그레브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보게, 소년. 이제 물을..." 소년의 누나를 다시 땅에 눕힌 중년의 남자가 다시 한번 이드를 재촉했다. 이드는 그 남자의 말에 누워있는 여성을 바라보았다. 처음 봤을 때도 느낀 거지만 척 보기에도 약해 보이는 몸인데다 전체적인 기력도 상당히 허한 것 같았다. 저런 상태라면 그냥 물만 뿌려준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물을 뿌리고 먹여주면 깨어나긴 하겠지만 곧바로 움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소환 운디네." 이드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드의 가슴 앞으로 운디네가 그 모습을 들어냈다. 손바닥 만한 운디네의 등장에 물통을 건네주길 바라고 손을 내밀고 있던 중년의 남자와 소년 모두 두 눈을 휘둥그래 뜨고서 갑자기 나타난 운디네를 바라보았다. 실제 가디언이다, 용병들이다 해서 마법과 검법, 정령이란 것이 익숙한 사람들이긴 하지만 직접 마법을 보거나 정령을 보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운디네는 자신에게 모이는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허공을 둥둥 떠가서 옆에 서있는 라미아의 등뒤로 가서 숨으며 머리만 빼꼼히 내밀었다. 왜 주인을 두고 그 옆에 있는 사람에게 가서 숨는지. 조금 특이한 녀석이라고 생각한 이드는 여전히 운디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물은 여기 운디네에게 부탁하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여성분을 위한 조치로는 좀 부족한 듯 한데... 제가 좀 봐도 될까요?" 이드의 말을 들은 중년의 남자는 이드와 라미아, 그리고 손가락 한마디 정도밖에 되지 않는 얼굴을 내밀고 있는 운디네를 번가라 가며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디언... 인가? 아니면 능력자?" "가디언입니다. 한국의..." 이드는 그의 물음에 소년의 누나 옆으로 다가가며 대답했다. 처음 운디네를 소환해 낸 것도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다. 생각해 보라. 누가 갑자기 다가와서 제가 고쳐 드리죠. 하면 쉽게 믿음이 가는가. 그것도 환자가 간단한 기절정도로 보이는데 말이다. 하지만 상대의 신분이 확실하다면 믿을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의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라는 가디언이라면 말이다. 이드는 가만히 누워있는 아가씨의 손목을 잡았다. '생각했던 대로군... 원래 체질이 약해서 기가 허한데다, 피로가 쌓여 기가 빠졌다.' 진단을 내린 이드는 누워있는 상대의 몸을 일으키며 한쪽에 서있는 두 남정네에게 지나가듯 말을 꺼냈다. "원래 몸이 약한데다, 피로 때문에 기가 빠졌어요. 이 아가씨.... 이름이 뭐죠?" "응? 아, 센티. 그 녀석 이름은 센티네. 이 녀석은 모라세이. 센티의 동생이지. 그리고 난 델프. 이 두 녀석의 삼촌이지." 이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센티라는 이름을 알게 된 여성의 등뒤로 돌아 그녀의 명문혈(命門穴)에 장심(掌心)을 가져다 대고 천천히, 아기를 얼르듯 내력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산 속에 흐르는 개울물 마냥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간 이드의 내력은 그녀의 혈도를 조심조심 걸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원래 이런 내공의 치료는 깨어있을 때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상대가 깨어 있어서 상대방의 기운에 반응하지 않고 잘 따를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치료받는 자가 내공을 익힌 자일 때 해당되는 말이다. 무공을 익히지 못한 사람은 내력을 다스릴 줄 모른다. 그 상태에서 잘못 내공치료를 하다 보면 자신에게 흘러 들어온 상대의 내력에 본능적으로 반응해서 오히려 내상이 도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정신을 잃은 경우라면 그런 반응이 적어져, 치료하는 사람의 기운을 자연스레 받아 들일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깊고 정순한 내공을 가진 사람이 치료하는 거라면 아무런 상관이 없어진다. 그리고 그런 사람중의 하나인 이드는 천천히 센티의 기력을 회복시키며 입을 열었다. 보통의 무림인들 이라면 감히 흉내내지도 않을 그런 일을, 이드는 자연스럽게 해대고 있는 것이다. "이 센티란 분. 몇 일 동안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을 한 모양이던데요. 그것 때문에 기가 빠져 쓰러진 것 같은데... 몸이 약한 사람을 대리고 너무 멀리 다녀오신 것 같은데요." 그 말에 델프라는 중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보면 이드의 말에 수긍하는 듯도 하고, 또 어찌보면 센티가 쓰러질 줄 알았다는 듯 도 했다. "그랬지. 자넨 잘 모르겠지만, 우리 집안은 장사를 한다네. 큰 장사는 아니지만 장사가 잘 되기 때문에 이번에 형님이 물건을 가지고 마르세유로 가게 되셨는데, 이번엔 짐이 많아서 나와 모라세이녀석까지 같이 가야 됐어. 그렇게 되면 몇 일 동안 이 녀석만 집에 남아 있어야 되는데 그게 불안해서 같이 가게 됐네. 자네가 알지 모르겠지만, 지금 지그레브를 장악하고 있는 제로의 사람들이 몬스터 편을 들어 자신들이 지키고 있던 도시를 떠나고 몬스터들이 쳐들어온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에 불안해서 말이야." "그래도 이렇게 무리를 하면 별로 좋지 않아요." 이드는 델프의 말에 그렇게 대답을 해주고는 센티의 몸에서 운기되고 있던 자신의 내력을 거두어 들였다. 센티의 몸엔 이미 아프기 전보다 더 정순하고 안정적인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깨어난다면 지금까지의 피로를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평소보다 더욱 가볍게 몸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운디네. 여기 이 여자 분을 좀 깨워주고 돌아가렴." 이드의 말에 운디네는 순식간에 커다란 물방울 모양으로 변해 버렸다. 그것은 한 두 사람의 신체를 완전히 덮어 버릴 정도의 크기였다. 갑작스런 물방울의 등장에 길을 가던 몇 몇의 사람들이 휘둥그레 눈을 뜨고 이쪽을 볼 정도였다. 운디네가 변한 커다란 물방울은 센티의 앞쪽으로 오더니 그대로 그녀에게 돌진해버렸다. '잠자다 물벼락'이라는 방법으로 깨울 모양이었다. 그리고 센티를 거친 물방울은 그대로 이드까지 덮쳐버렸다. '이녀석... 장난은....' 이드는 상반신 전체를 시원하게 지나쳐 가는 물의 감촉에 눈을 감았다 떴다. 운디네는 돌아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옷도 젖어 있지 않았다. 지나치는 순간 물기를 다 가져가 버린 탓이었다. 다름 아닌 운디네의 가벼운 장난이었다. 다음에 나오면 한껏 부려먹어 주마. 이드가 그렇게 복수를 다짐할 때였다. "푸하아아악.... 뭐, 뭐니? 누가 나한테 물을 뿌린 거야? 어떤 놈이야?" 확실히 그렇게 잠을 깨우는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벌떡 몸을 일으킨 센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버럭 소리쳤다. 이드가 봤던 첫 인상 그대로 몸은 약하면서 성격은 괄괄한 것 같다. "누나, 진정하고. 이제 괜찮은 거야?" "응? 아, 나... 쓰러졌었... 지?" 센티는 자신의 덩치 큰 동생의 말에 자신이 쓰러지기 전의 상황을 생각하고는 자신의 손과 몸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방금 전 자신은 전혀 그런걸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가볍게 몸을 일으키지 않았던가.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던 몸이 말이다. "그런데 정말 어떻게 된 거니? 기절한 건 생각나는데... 지금은 몸이 가뿐한 게 나아 갈 것 같아. 내 몸이 왜 이렇지?" 다그치는 듯 대답을 재촉하는 센티의 말에 모라세이는 조심스럽게 그녀 뒤에 서있는 이드와 라미아를 가리켜 보였다. "뒤에..." "응? 뒤....? 엄마야!" 동생의 말에 생각 없이 돌아보던 센티는 봉사의 눈을 번쩍 뜨게 할 만한 미모를 보고는 기겁을 해서는 뒤로 물러나 버렸다. 이 엄청난 미모를 자랑하는 사람들은 누굴까. 그렇게 생각할 때 모르세이의 설명이 그녀의 귓가를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두분 다 가디언이셔. 두 분 중 남자분이 누나가 기절해 있을 때 도와주셨어. 그냥... 그냥 등뒤에 손을 대기만 한 것뿐이지만 말이야." 모르세이는 뒷말을 조금 끌면서 대답했다. 확실히 그가 눈으로 본 것은 운디네 뿐이고, 내력을 이용한 기력회복을 모르세이가 알아차릴 수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센티는 그런 모르세이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몸은 확실히 가뿐하고, 피곤이 싹 날아 가버렸기 때문이었다. "고마워요. 덕분에 몸이 좋아졌네요." 센티가 정중히 이드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상대의 나이가 어린데도 저렇게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걸 보면, 괄괄한 성격만큼이나 화통 한 면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아니요. 힘든 일도 아닌 걸요. 굳이 그렇게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는데..." 이드의 말에 그제야 센티가 고개를 들었다. 그때 한 쪽에 가만히 서있던 델프가 라미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두 사람 다 목적지가 어디지? 저기 지그레브인가?" 사실 물을 필요도 없는 질문이다. 지그레브로 가는 행렬에 끼어있었으니 지그레브로 가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네, 볼일이 있어서요." "그럼 지낼 곳은 있고?" "여관을 이용할 생각인데요." 그 말에 가만히 질문을 해대던 델프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잘됐군. 센티의 일도 있고 하니. 우리 집으로 가세. 내가 초대하지." 하지만 델프의 말에 이드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그런 델프를 가로막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센티가 버럭 소리를 지르고 이드와 델프사이에 끼어 든 것이다. "삼촌, 무슨 말 이예요!" "이, 이 녀석이 목소리만 커서는..." 델프는 귓가가 쩡쩡 울린다는 듯 과장된 표정으로 귓가를 문질렀다. 확실히 목소리가 크기는 컸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 않냐. 도움을 받았으니 저녁초대를 하겠다는데. 또 여관보다야 우리 집이 편하지." 하지만 센티는 그 말이 못마땅했는지 뚱한 표정으로 이드와 라미아를 바라보다 다시 델프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니까 왜 삼촌 집으로 이 분들을 데려가느냐 구요. 도움 받은 건 난데. 당연히 저희 집에서 대접을 해야죠." "... 이 녀석아, 넌 뭘 그런걸 가지고 그렇게 큰소리냐? 그리고 너희 집이나 우리 집이나 바로 이웃하고 있는데 어디서 초대하면 어때서 그러냐?" "그래도요. 제가 대접할게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눈을 빛내며 목소리를 높이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몸이 약한게 맞는가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델프는 고개를 저으며 알아서 하라는 듯 고개를 돌려 버렸다. 어느새 그 두 사람은 이드와 라미아가 그들의 초대에 아직 대답하지 않았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사실 거절하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었다. 여관보다야 집이 좀 더 편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다른 사람의 집이라도 말이다. "근데... 몇 살 이예요? 전 올해 열 여덟인데." 지그레브를 향해 다시 발길을 옮기며 모르세이가 이드를 향해 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라미아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은 그였다. 하지만 그 인간 같지 않은 미모에 오히려 다가가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아, 나도 같은 나이네요. 라미아도 같은 나이구요." 그 말에 센티가 나섰다. 그녀의 발걸음은 기절하기 전과 달리 너무나 가볍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럼 서로 말 놓으면 되겠네. 괜히 말을 높이면 서로 불편할 것 같은데... 괜찮겠지?" "하하하... 그러세요. 저희는 별 상관없거든요." "하하... 그래, 그럼 그러자. 근데 지그레브엔 무슨 일이야? 지그레브가 제로에게 넘어가고선 가디언들은 이곳에 오지 않는데... 설마, 제로와 가디언들 간의 전투라도 있는 건 아니겠지?" "아니예요. 보면 알겠지만 우리 둘 뿐인 걸요. 이걸로 전투가 되겠어요? 개인적인 볼일로 가는 겁니다. 게다가 지금 몬스터들이 날뛰는 상황에 사람들이 제 살 깍아먹는 짓을 하겠어요? 몬스터 상대하는데도 버거운데..." "맞는 말이야. 근데... 말 놓지 않을 거야? 나이 차도 고작 세 살 차이밖에 안 나잖아." 이드는 당당한 표정으로 말을 하는 그녀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정말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진 여성이란 생각이 든다. 센티의 발걸음이 가벼워진 덕분인지 다섯 사람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어느새 지그레브안에 들어와 버리고 말았다. 센티의 집은 지그레브의 주택들이 모여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빼곡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수 십, 수백은 되어 보이는 집. 거기다 모양도 조금씩의 차이를 제외하면 거의가 같았다. 센티의 집과 델프씨의 집은 큰 길 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집에 문이 두개 달려있었다. 하지만 들어와서 보니 두 집 사이를 나누는 담장이 없었다. 대신 넓다란 정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모습만 보아도 두 집의 왕래가 얼마나 잦은지 짐작이 갔다. 센티 집 쪽의 문으로 들어온 델프는 정원을 지나 그의 집으로 향했다. "그럼 집에 가서 쉬고있어라. 저녁이 준비되면 부를 테니까. 그리고 오늘 저녁은 우리 집에서 먹어라. 센티, 너도 너 보단 너희 숙모의 요리 솜씨가 좋은 거. 인정하지? 고마운 만큼 맛있는 음식을 대접 하는게 좋은 거야. 그럼 있다 보자." 처음 들어선 센티 집의 거실은 별달리 꾸며져 있지 않았다. 특별히 장식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거실이라면 있어야 할 것만 있다고 할까? 그래서 상당히 직설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분위기의 거실이었다. 그것은 거실 뿐 아니라 집의 전체적인 분위기였다. 이드와 라미아의 방으로 주어진 방도 꾸며지지 않은 단순한 느낌이 드는 방이었다. 방의 중앙에 놓인 침대와 밋밋한 느낌의 붙박이 장. 그리고 창문에 매달린 단색의 단조로운 커텐까지 누가 꾸몄는지 센스가 있다고 해야할지, 멋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야할지... 알 수 없는 인테리어다. 이드와 라미아 앞으로는 하나의 방만이 주어졌다. 라미아가 같이 잔다는 말을 당당히 해준 덕분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센티와 모르세이의 표정은 상당히 미묘했다. 그리고 그 미묘한 표정이 풀리지 알 수 없는 뜻을 담은 눈총을 이드는 받아야 했다. 좌우간 결국 하나의 방을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을 볼 수 있었다. "자, 이 옷으로 갈아입어. 집에 있을 때는 편하게 있어야지." 거실로 음료와 함께 편해 보이는 옷가지들을 가져 나온 센티가 두 사람에 옷을 건넸다. 현재 입고 있는 옷 이외에 따로 짐이 없는 두 사람이라 배려해 준 듯 했다. 이드와 라미아는 현재의 옷이 편하긴 하지만,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 센티가 준 옷으로 갈아입었다. 하지만 옷은 라미아만 갈아입을 수 있었다. 이드는 아공간에 넣어 놓았던 옷을 갈아 입어야했다. 이드가 입기에 센티의 옷은 작고, 모르세이의 옷은 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 다 가디언이란 말이지?" "응, 한국에서 가디언에 소속됐지. 하지만 명령을 받는 일은 없어." 센티의 말에 라미아가 대답했다. "그럼 두 사람이 할 줄 아는게... 라미아는 마법이고, 이드는 무술과 정령술?" "맞아." "대단하네! 그 나이에 벌써 가디언으로 활동한다면 정말 굉장한 거잖아. 내가 가디언을 몇 번 보긴 했지만 전부다 너희들 보다 나이가 많은 것 같았었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이십대 초? 그런데 너희들은 아직 십대잖아." 그때 가만히 누나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모르세이가 은근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 가디언이란거 되는 거 말이야. 그렇게 되기 어려워?" 그의 말에 세 사람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그 중 센티가 쯧쯧 혀를 찼다. "너 가디언 되고 싶다는 생각 아직도 못 버렸니?" "뭘... 그냥 묻는 것도 안되냐?" 모르세이는 누나에게 퉁명스럽게 대답하고는 이드와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앞서도 말했듯이 가디언은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으로, 십대 아이들이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한 번씩은 생각하듯 가디언 역시 모든 사람들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특히 십대의 아이들이라면 검을 휘두르고, 마법을 사용하며 몬스터와 싸우는 가디언은 가수나 탤런트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우상인 것이다. 그런 십대의 한 명인 모르세이 역시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가 되길 바라던 가디언이 앉아 있으니 질문을 던져 온 것이었다. 이드는 그런 모르세이의 눈빛에 빙긋 웃어 보이며 들고 있던 컵을 내려두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글세... 뭐라고 할까. 음... 맞다. 네 질문이 잘 못 됐다고 해야겠다. 질문내용을 바꿔서 물어야돼. "무술이나, 정령술, 마법을 수련하는게 그렇게 어려운 거야?" 라고. 가디언이 되는 건 쉬워. 실력만 되면 가디언이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실력을 키우기가 힘들지. 수련이 힘든 거야.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거나, 그 재능이란 것을 매울 만큼 노력한 사람만이 그 노력의 결실을 보고 가디언이 될 수 있는거지. 간단히 말하자면 얼만큼 수련해서 실력을 얼만큼 키웠는가가 가디언이 되고 못 되고를 결정한다는 말이야." 그 설명에 모르세이는 물론이고 센티까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러면 내가 수련하면 가디언이 될 수 있을까?" 그 말에 이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글쎄. 그건 본인이 직접 수련하지 않는 한 잘 모르는 일이지만... 잠깐 손 좀 줘볼래?" 이드의 말에 모르세이는 망설이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 가디언이 되고 싶은 건 사실이지만 주위에 뭐라 도움의 말을 줄 사람은 없었다. 자신의 누나역시 고개를 저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소년은 자신의 가능성을 가려줄지도. 이드의 손에 잡혀 있는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던 모르세이 어느 순간 자신의 어깨 부근이 묵직하게 눌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순간 이드의 손이 떨어지며 그 묵직한 느낌이 같이 사라졌다. 모르세이는 그 느낌이 이드 때문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때?" 센티가 이드의 손이 떨어지자 물었다. 비록 평소 안 된다고 하긴 했지만, 동생이 가디언으로서 가망이 있는지 없는지 듣게 될텐데,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글쎄요. 우선 체격이나 골격으로 봐서 외공엔 어느정도 수련하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내공 쪽으로는 안될 것 같아. 선천적으로 혈도가 너무 딱딱하게 굳어 있어서." 이드는 그렇게 말을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기대하고 있는 사람에게 재능이 없다고 답을 해야하니 조금 어려운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이드만의 기분이었다. 센티와 모르세이는 아직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러거든? 좀 쉽게 설명해 줘. 외공은 뭐고, 내공은 뭐야?" 이드는 그 말에 고개를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설명해줘야 좋을까. 잠시 아무 말 없이 머리를 굴리던 이드가 갑자기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검기(劍氣), 검기 본적 있지?" 이 질문에 두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간단히 설명해 줄게. 외공은 검기를 사용할 수 없어. 하지만 내공을 익힌 사람은 검기를 사용할 수 있어." 그 말에 모르세이가 입맛을 다시며 소파에 몸을 기댔다. 검기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하자 가디언에 대한 호기심이 팍 꺼진 듯 했다. 보통 사람이 가디언하고 떠올리면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와 검기에 감싸인 검을 휘두르는 검사이기 때문이었다. 헌데, 검기를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으니... 그때 모르세이를 슬쩍 바라본 센티가 입을 열었다. "그럼 내가 기절했을 때 네가 날 깨어나게 하고, 또 몸이 가뿐하게 된 게 그 내공 때문이란 말이야?" 이드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르세이를 한번 바라보았다. 지금 하는 이야기는 어쩌면 그에겐 배아픈 이야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맞아요. 내가 가진 내공으로 누나의 내기를 북돋우어 준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누나 몸이 약한게 바로 이 기가 다른 사람보다 약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말인데... 내공이란 거 익혀볼 생각 없어요?" "내가?" "... 뭐?!?!" 역시 놀라는 군. 이드는 두 눈이 휘둥그래진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공을 배운다고 해서 거창하게 검기를 사용하거나 그런 건 아니예요. 누나의 약한 혈도와 기운을 생각하면 그렇게 되긴 어려워요. 단지 내공의 연공법을 연마하면 누나의 허한 기가 단련돼서 보통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을 거예요. 물론 그것도 쉽지는 않아요. 꾸준히 연마해야 될 거예요. 누나의 상태를 보자면... 일년? 그 정도 되어야 효과가 나타날 거예요." 그러나 두 사람에게 이드의 말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내공을 배울 수 있다는데, 허약한 몸을 고칠 수 있다니. 귀가 번쩍 트이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때였다. 두 사람이 넑을 놓고 있을 때 벌컥 현관문이 열린 것이다. "식사 준비 다됐다. 밥 먹으로 와라!" "우와악!" "아악... 삼촌!" 델프의 갑작스런 등장에 넑을 놓고 있던 두 사람이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두 사람의 그런 반응에 오히려 델프가 놀란 듯 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뭘 그렇게 놀래냐? 빨리들 나와 저녁준비 다 됐으니까." 델프는 그 말과 함께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 뒤를 따라 슬금슬금 네 사람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 그게 정말이냐? 그렇게만 된다면 더 없이 좋지." 델프는 술잔을 들고서 흥분된다는 듯 센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 그의 앞으로는 커다란 식탁이 놓여져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 놓은 식탁 위로는 이런저런 다양한 요리들이 먹음직스럽게 차려져 있었다. 식탁 주위로는 이드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둘러 앉아 있었다. 식탁이 놓여 있는 곳은 두 집 사이에 만들어진 커다란 정원 위였다. 델프가 그곳에서 가벼운 저녁파티를 연 것이다. 식탁은 물론이고, 음식 그릇과 여러가지 요리 도구를 보아서 이렇게 정원에서 식사를 하는데, 두 집 모두 익숙한 듯 했다. 식탁 주위에는 이드와 라미아가 처음 보는 새로운 얼굴이 두 사람 있었다. 다름아닌 델프의 아내와 딸이었다. 소개받기로는 아내의 이름이 므린, 딸의 이름이 코제트라고 했었다. 므린은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인상에 미소가 부드러운 사람이었고, 코제트는 모델마냥 큰 키에 조금은 화려한 스타일의 사람이었다. 그렇게 세 가족은 현재 센티로부터 이드의 내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듣고 놀라고 반가워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 모두 센티의 몸이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고, 그것 때문에 양 쪽 집안 모두 걱정하고 있었다. "하하하... 이거 형님이 돌아오시면 엄청나게 좋아하시겠구만. 좋아하시겠어. 하하하..." "정말이요. 항상 센티가 몸이 약한걸 걱정하셨는데. 이젠 쓰러지는 일은 없는거네?" 므린이 센티를 바라보며 빙긋에 웃어 보였다. 그것은 조카를 바라보는 숙모의 눈길이 아니라 딸을 돌보는 어머니의 눈길과 같았다. 하긴 이렇게 붙어살고 있는걸 보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예요. 숙모. 지금 배워도 일 년 후에나 효과가 있다는데요. 뭐." "그래도 그게 어디냐? 이놈아. 하하하... 자네한텐 정말 고맙구만. 이거 저녁식사 대접 가지고는 모자라겠어. 자자... 한 잔 받게나." 이드는 이야기를 들은 후 연신 싱글벙글 거리는 델프가 건네는 맥주잔을 받았다. "아니요.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닌 걸요. 사정만 이야기한다면, 가디언측에서도 내공심법을 가르쳐 줬을 겁니다. 그러니까 괜히 신경쓰지 마시지 마세요." 이드의 말 대로였다. 인류를 위해 각파에서 내어놓은 그 많은 비급들 중에 센티에 맞는 내공심법 정도는 충분히 알려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심한 무공을 내어주진 않겠지만 말이다. "그래, 바로 그게 중요한 거지. 지금까지 아무도 이 녀석이 어떻게 아픈지 알아보지 못했거든. 그런데 자네가 알아보고 방법을 알려준 것 아닌가. 자네가 아니었으면 얼마나 더 오랫동안 허약하게 살아야 됐을지 모를 녀석이란 말이지." 이드는 그의 말에 이번엔 아무말 없이 맥주로 입안을 축였다. 고기특유의 텁텁한 느낌까지 맥주와 함께 씻겨내려 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델프가 다시 술잔을 채우다 므린에게 술병을 뺏겨버리고서 사탕을 빼앗긴 아이와 같은 표정이 되어 버렸다. 그러면서도 술병을 달라고 하는 소리를 못하다니... '공처가로군. 므린씨는 척 봐서는 사나워 보이지 않는데 말이야.' 누군가의 마음에서 공처가로 낙인찍힌 델프는 그나마 따른 술이나마 아껴 먹으려는 모습을 보이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술병을 달라는 요구는 하지 않는 그였다. "그런데 이드군은 여기에 볼일이 있다고 했는데... 지그레브의 지리는 알고 있나?" 몰라도 됬다. 지금까지 모르는 곳에서도 질 다녔던 이드와 라미아였다. 또 이곳에 사는 사람 중 제로의 대원들이 있는 곳을 모르는 사람이 있으리라곤 생각지 않는다. "아니요. 초행이라..." "그럼 센티가 안내해주면 되겠구만. 그럼 되겠어. 자, 한잔들 하자고." 델프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 말을 하고는 슬그머니 다시 술병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한 마디에 고양이 앞의 쥐 마냥 그의 손과 머리가 동시에 축 늘어져 버렸다. "여봇!" 다음 날. 전날의 밤늦게까지 이어진 파티 덕분에 양 쪽 집 모두 늦잠을 자고 말았다. 덕분에 오늘 아침이 상당히 시끌벅적했다. 델프와 코제트의 출근시간이 늦어 버린 때문이었다. 늦은 시간 때문에 밥도 먹지 못하고 헐레벌떡 뛰어나가는 두 사람을 뒤에서 눈을 비비며 배웅해준 이드들도 그때서야 일어나 씻을 수 있었다. 아침은 므린씨의 말에 따라 그녀의 집에서 먹었다. 두 사람이 늦잠을 자는 바람에 그날의 아침이 그대로 남아 버린 때문이었다. 전날도 느낀 거지만 므린씨의 요리들은 상당히 담백해서 정말 먹기가 편했다. 아침을 먹은 후 이드와 라미아는 센티의 안내로 지그레브 시내로 나갈 수 있었다. 모르세이는 집 앞에서 헤어져 델프씨가 있는 창고로 가버렸다. 양 집안을 통틀어 한 명 있는 남자인 덕분에 그가 일을 거들면서 배우고 있었다. 남녀차별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이 워낙에 힘든데다 코제트는 다른 일을 하길 원했고 센티는 몸이 약했기 때문에 저절로 모르세이가 일을 거들고, 배우게 된 것이다. 센티의 집에서 시내의 번화가까지 세 사람은 천천히 걸어 여유 있게 도착 할 수 있었다. 센티의 집이 시내 주변에 위치한 덕분이었다. 어제 센티의 집으로 올 때는 버스를 타고 움직였는데 말이다. 센티의 안내로 나오게 된 지그레브의 시내 중심가는 상당히 번잡하고 바쁜 것 같았다. 아마도 유동인구, 특히 상인들이 많이 출입하는 지그레브의 특징인 듯 했다. 그리고 그런 때문인지 대로의 양쪽을 따라 여러가지 생각도 못했던 가게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 가게들의 나열에 작게 놀라고 말았다. 지금가지 몇 몇 도시들을 지나오고 구경도 해봤지만, 이 곳처럼 다양하고 많은 가게들이 줄을 지어 서 있는 곳은 보지 못한 때문이었다. "어때, 구경할게 꽤 많지?" "정말~ 복잡하기는 하지만 진짜 구경할게 많아. 가게들만 보고 돌아다녀도 하루는 금방 가버릴 것 같아." 라미아의 말에 센티는 자랑스런 표정으로 씨익 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고향을 칭찬하는 라미아의 말이 과히 듣기 싫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기분으로 '뭐부터 구경시켜 줄까'라고 생각하던 센티는 이드의 얼굴에 갑자기 뭔가 떠올랐는지 생각하던 것을 멈추고 이드를 불렀다. "참, 그런데 너 이곳에 볼일이 있다고 했지?" 그 말에 라미아처럼 주위에 시선을 뺏기고 있던 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 그냥 편하게 말 놓으라니깐. 근데 지그레브 어디에 볼일이 있는 건데? 내가 정확하게 안내해 주지. 이래봬도 이곳 지그레브가 고향인 사람이라 지그레브라면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세세히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어디 말해봐." "제로의 사람들을 만나러 왔어요. 아니, 왔어." 순간 센티의 표정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뿐이지 비명을 지르는 표정과 다를게 없었다. 곧 주위를 돌아 본 센티는 이드의 얼굴 가까이 얼굴을 갖다대고서 비밀이야기를 하듯 소근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뭐. 분명히 어제 가디언과 제로가 싸울 일은 없다고 했었잖아. 그런데 제로의 사람들은 왜 만나겠다는 거야!!" 이드는 소리치고 싶은 것을 겨우 참고 있다는 얼굴의 센티를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언제 싸운다고 했... 어? 제로를 만나러 왔다고 했지. 사람 말을 똑바로 듣고 말해." 센티는 그 말에 가만히 뭔가를 떠올려 보았다. 확실히 이드가 그렇게 말한 것 같기도 했다. 센티는 가벼운 헛기침과 함께 이드에게서 물러섰다. "험, 험... 뭐, 잠시 착각 할 수도 있는거지. 근데... 제로를 만나러 왔다면... 좀 더, 한 사일 가량 더 기다려야 될텐데?" 그 말에 라미아와 이드의 시선이 동시에 센티의 얼굴로 향했다. 두 사람의 시선은 한 마디 질문을 담고 있었다. "왜?" 두 사람이 동시에 쏟아낸 질문에 센티는 갑자기 손을 들어 그녀의 앞과 뒤쪽을 각각 한번씩 가리켜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 사람들이 머무르는 곳이 저쪽과 저쪽의 도시 외곽에 있는데, 그쪽으로 사람이 찾아가 직접 만날 수 있는 건 월요일 뿐이야. 그 외에 도시에 어떤 문제가 생기가나 몬스터가 습격하면 바로 출동하지. 하지만 그 외의 일로 할말이 있으면 매주 월요일 날 만 찾아 가봐야 되. 그때밖에 만나주지 않거든. 아주 시급한 일이 아니라면 말이야? 뭐, 바쁜 일이야?" 그녀의 말에 이드는 푹 한숨을 내 쉬었다. 오기만 하면 바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일주일이나 기다리게 될 줄은 몰랐다. 하루만 더 일찍 왔었다면 바로 만나 볼 수 있었을 텐데. 물론 지금이라도 쳐들어간다면 만날 수는 있겠지만, 그 후에는 아무래도 대화를 나누기가 힘들 듯 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어쩔 수 없지. 일주일 동안 기다리는 수밖에." "일주일 동안 잘 부탁할게. 언니" 라미아가 센티를 바라보며 방긋 웃어 보였다. 당연했다. 상대는 일주일 동안 머물 집의 집주인이니까. 미리 잘 보여놔야 될 것 아닌가. 의도야 어쨌던. 센티는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라미아의 모습에 기분이 좋았다. "걱정마. 일주일 동안 내가 편안하게 써비스 해줄테니까. 그리고 지금은 하던거나 계속하자. 시간도 남아도니까 말이야." 하던 거란 건 당연히 시내관광이었다. 센티의 말대로 그녀는 지그레브 시내의 모든 대로와 골목길에서부터 볼만한 것들이 있는 곳까지 자신의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세세하게 알고 있었다. 덕분에 이드와 라미아는 그녀의 뒤를 강아지 마냥 따라다니며 이곳저곳 지그레브의 핵심적인 관광거리를 구경하고 다닐 수 없었다. 바로 이런 점이 관광을 갈 때 가이드를 찾는 이유일 것이다. 반나절의 시간동안 세 사람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구경했다. 또 구경거리가 되어 주기도 했다. 세 사람이 찾는 곳은 사람이 많은 곳이 대부분이었고, 그 대부분의 사람들이 라미아의 미모에 저절로 시선을 모으는 까닭이었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마도 센티가 잘 아는 곳만을 돌아다닌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거기다 점심까지 밖에서 해결한 이드는 이제 어딜 갈까하고 목적지를 고르고 있는 센티를 말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어차피 남아 도는게 시간이다 보니, 천천히 구경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내공심법을 가르쳐 준다는 말에 센티가 너무도 가볍게 발길을 돌려버린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자 혼자서 식사를 하고 있던 므린이 세 사람을 맞아 주었다. 두 집 식구가 모두 나가버린 덕분에 혼자서 점심을 해결하는 듯 했다. 그리고 혼자 먹기 심심하다며, 아직 점심을 먹지 않았으면 같이 먹자는 그녀의 말에 세 사람은 뭐라고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과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더부룩해져 버린 배를 두드리며 거실에 나온 이드들은 이어 므린이 끌여온 차를 먹으며 천천히 더부룩한 배가 꺼지길 기다렸다. "이제 슬슬 배도 꺼졌으니 내공심법에 대해 설명해 줄게요." 그 말에 호로록 두 잔 째의 차를 마시던 므린이 흥미롭다는 듯 눈을 빛냈다. "흐음... 그럼 지금 내공심법이란 걸 배우는 거야?" "네, 그것 때문에 일찍 들어 온 걸요. 그리고 앞으로 일주일 정도 신세를 져야 할 것 같습니다." "호호호. 조카의 은인인데 당연한 말을... 근데 내도 그 설명을 들어도 되는 거야?" 이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어 내공이란 어떤 것 인가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센티처럼 기와 혈이 약한 사람이라면 정확한 내공과 기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였다. 그레센에서 그래이들에게 금강선도를 가르쳤던 것처럼 해도 되지만 그건 그래이들이 건강한 몸인데다 내공이란 충분히 감당해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센티는 너무 약했다.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서 기를 다스리지 않는다면 오히려 몸에 해가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내공과 기에 대한 지루한 설명이 꼭 필요한 것이다. 똑바로 알아야 이상이 생기더라도 대처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내공과 기에 대한 설명 만했는데도 시간은 어느새 저녁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하게 배운다면 하루종일을 배워야 할 것이다. 그래도 꼭 필요하고 기억해둬야 할 것만 설명한 덕분에 짧게 끝났다고 할 수 있었다. 설명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소파에는 단 두 사람만이 앉아 있었다. 바로 설명을 하고 듣는 당사자인 이드와 센티뿐이었다. 므린은 진작에 방에 들어가 잠들어 버린 후였고, 라미아역시 이드의 다리를 베고 잠들어 버린 후였다. 센티역시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그녀도 겨우 눈을 뜨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 자신의 일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므른과 같이 방에 들어가 잠들었을 것이란 것을 그 모습에서 충분히 짐작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설명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센티의 몸은 그대로 옆으로 미끄러지며 소파에 누워 버렸다. 그리고 조용히 들려오는 숨소리에 이드는 자신의 한계를 찬탄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후~ 내가 하는 설명이 그렇게 지루했나? 어째... 전부다 잠이 들어 버린 거냐고!" 하지만 그런 이드도 해진 후 들려오는 델프와 모르세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뭐야. 불도 안 켜고. 어둡게..." "삼촌... 다 자는 것 같은데요." 라미아에게 다리를 내어준 체 이드역시 잠들어 버린 것이다. 이드들은 다음날밖에 나가지 않았다. 므린이 일찌감치 자리를 피해버린 가운데 센티가 배울 금강선도(金剛禪道)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어야 했고, 이드의 도움을 받아 운기까지 해야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운기하면서 생기는 이상이나 궁금한 점을 하나하나 설명하다 보니 그날하루가 그렇게 지나가 버린 것이다. 그래도 중간에 이드가 직접 자신의 내력으로 운기를 시켜줬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일주일이란 시간을 가지고서 운공을 해낼 수 있었을지. 어쨌든 그날 센티는 자신의 허약한 몸을 바꿀 내공을 익히게 되었다. 물론, 효과는 일 년 후에나 보게 되겠지만 말이다. ................................................. 푸른하늘 으~은하수 하얀쪽~~ 282 "저기, 언니.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곳 말이야. 소위 뒷골목이라고 말하는 곳 아니야?" 조금은 어두운 건물 사이사이로 빠지는 좁은 골목길을 비켜나가던 라미아가 앞서 걸어가는 센티를 불렀다. "응. 맞아. 확실히 그런 분위기가 나지?" 마치 멋있지? 라고 묻는 듯한 그녀의 말투에 이드는 주위를 돌아 보았다. 하지만 멋있다는 말을 해주기엔 좀 힘들었다. 햇살이 닿지않아 색이 바래버린 건물의 벽들 사이로 나있는 골목길. 거기에 더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냄새가 뭉클거리는 이 길에서 분위기라. 절래절래. 고개가 저절로 저어졌다. 별로 그런 건 느껴지지 않았다. 아쉽게도 이런 곳을 멋지게 느낄 정도로 이드의 감성은 특별하지 못했다. "그런데 왜 이런 곳으로 온 거야? 언니 친구 소개시켜 준다고 했잖아." 그랬다. 지금 이드와 라미아를 이곳으로 안내해온 것은 센티 때문이다. 그녀가 자신의 친구를 소개해주겠다는 말 때문이었다. 헌데 갑자기 뒷골목이라니. 이상했다. 자세히 살피지 않아 확신을 할 수는 없었지만, 이 뒷골목에는 작은 집도 지어져 있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라미아의 물음에 센티는 뭔가를 감추고 있는 사람처럼 씨익 웃어 보였다. "내 친구가 여기 있으니까." 이드는 그 말에 주위를 다시 돌아보았다. 이곳에 집이 있을 리는 없고, 이런 곳에서 주로 생활하는 사람들은... "그 친구분. 도둑 이예요?" 짝, 소리를 내며 라미아의 손바닥이 마주쳤다. "맞아, 도둑이라면 이런 곳에서..." 라미아는 순간 그레센의 도적길드를 생각해냈다. 몸도 약하다면서 도둑친구는 언제 사귄건지. 라미아는 대답해보라는 듯 센티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얼굴에 조금전과 같은 미소를 떠올리고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땡~! 아쉽지만 틀렸어. 지금은 도둑이 아니거든.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제로가 이 도시를 장악한 뒤로는 도둑질이나 강도같은 짓은 못해. 가디언정도의 실력을 가진 도둑이 아니라면 말이야. 뭐, 그정도 실력을 가졌다면 도둑으로 활동할 이유도 없겠지만..." "그거 혹시 제로에게 장악 당한 도시의 치안이 좋아졌다는 것과 상관있는 거야?" 이드는 센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가디언 본부에 있으면서 제로의 도시치안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 솔직히 그럴 줄은 몰랐는데... 제로의 사람들은 능력자로서의 능력을 사용하더라고. 경찰들이야 그냥 따돌리면 그만이고 들키지만 안으면 장땡인데. 이 능력자들은 그게 안돼더래. 어디에 숨어도, 아무도 모르게 물건을 훔쳐도, 정령술이나 마법같은 걸로 귀신같이 알아내서는 찾아와서 그 일을 한 녀석만 잡아간다는 거야. 그러니 어떻게 도둑질을 하겠니? 아무리 도둑질을 잘해도 결국은 잡혀가는데. 거기다 유치(留置)기간도 보통의 두 배나 되니까 도둑들이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린 거지. 요즘은 도둑들이 경찰들을 그리워한다니까. 그 사람들하고 라면 쫓고 쫓기는 맛이 있지만, 이 능력자들은 그런 것도 없이 갑자기 들어와서는 달랑 잡아 가버리니까 말야." "확실히 정령이나 마법을 사용하면 그런 일이야 간단하지." "하지만 그건 이렇게 도시를 장악했을 때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지, 국가에서는 하지 못하는 일이죠." 이드는 자신을 바라보고 답하는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하나의 국가를 대상으로 해서는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다. 그게 가능했다면 그레센에서 도둑이란 존재가 사라졌을 것이다. 하나의 국가를 대상으로 이런 방법을 사용하기엔 마법사와 정령사가 모자란 때문이었다. 여기저기 수 백, 수 천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해결한단 말인가. 그만큼의 능력자들도 없거니와 일을 시작했다가는 얼마가지 않아 마법사와 정령사들이 과로로 쓰러져 버릴 것이다. 대신 이렇게 도시를 장악하는 경우에는 그 관리범위가 크지 않기 때문에 싸그리 잡아 내는게 가능해지기도 한다. 일 예로 그레센 국가간의 전쟁 중에 정복된 영지나 마을에서 오히려 도둑이 줄어버리는 경우가 있는 것도 이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법사와 정령사들이 사라지고 나면 도둑은 다시 생겨난다. 인간들이 존재하는 한 도둑이란 것은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곳 지그레브또한 마찬가지. "그럼 언니 친구 분이란 분은 이런 곳에서 뭘 하는거죠? 지금은 도둑이 아니라면서요." 골목이 끝나 가는지 골목의 끝이 햇살로 반짝거리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보장사를 시작했어.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몰래 엿듣거나 엿듣고 알려주지. 정보의 가치를 생각하면 그것도 일종의 도둑질이라고 할 수 있어. 음... 아까 땡! 한걸 취소하고 딩동댕으로 바꿔야 되겠다. 정보가 곧 돈인 지금 세상에 그것도 도둑질이지." 그때였다. 센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골목길이 끝나는 지점에 하나의 호리호리한 인영의 그림자가 생기더니 낭랑한 날카로운 목소리가 골목 안을 울렸다. "자~알 한다. 아주 시장바닥에서 떠들고 다니지 그러냐? 온 지그레브 사람들이 다 듣게 말이야. 도대체 정신이 있어 없어? 그렇지 않아도 요즘 제로 때문에 몸조심하고 있는데!" 그 말에 센티가 낼름 혀를 내어 물며 골목길을 나섰다. 그와 함께 보이는 상대의 모습은 신경질 적으로 생긴 이 십대 후반의 여성이었다. "아하하... 미안. 나와 있는 줄 몰랐지. 자, 이쪽은 나보다 다섯 살 많은 소꿉친구 호로. 그리고 이쪽은 일이 있어서 지그레브에 찾아온 가디언인 이드와 라미아. 인사해." 그녀의 소개에 이드와 라미아는 간단히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반대로 호로라 불린 여성은 잠시 굳어진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센티의 목을 잡고 흔들었다. 그녀가 센티를 바라보는 눈은 마치 철천지원수를 바라보는 듯한 그런 눈길이었다. "네가, 네가 결국 우리들을 파멸로 몰고 가려고 작정을 했구나. 가디언이라니... 우리가 하는 일을 가디언한테 알려줘? 죽어라!!" "케엑... 커컥... 그... 그게.... 아..." 정말 숨이 넘어가는 소리다. 호로는 센티가 말도 못하고서 얼굴을 파랗게 물들일 때가 되서야 놓아주었다. 그것도 때마침 들려온 라미아의 말이 있었던 덕분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명년오늘이 센티의 제삿날이 될 뻔했다. "좋아. 내가 이 두 사람을 봐서 한번 봐준다. 너 또 한번 아무한테나 그렇게 입을 놀리면... 정말 묻어 버릴거야." "커컥... 내가 다 이야기 할만하니까 했지. 어디 내가 너한테 안 좋은 일 한적 있어?" 분하다는 듯 발끈해서 소리치는 센티였다. 하지만 은근히 자신을 노려보는 호로의 표정에 가만히 꼬리를 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방금의 말은 그녀로서도 찔리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센티를 눈빛으로 침묵시킨 호로는 자신을 다시 소개하고는 두 사람을 그녀의 천막으로 안내했다. 골목의 끝. 그곳엔 높은 건물들에 둘러 쌓인 커다란 공터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일부러 만들어 놓은 듯한 이 공터는 건물들 사이사이로 나있는 십여 개의 골목길의 중앙에 위치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여러 개의 굴을 파두는 여우 굴 같았다. 그리고 그 공터를 따라 여러 개의 천막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십여 명의 남자들이 각자 편한 자세로 흩어져 있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호로의 천막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그들의 뜨거운 눈길을 받아 넘겨야 했다. 하지만 호로와 같이 있는 때문인지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천막은 상당히 간단하고 또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여기저기 손을 본 흔적이 있는데 반해서 천막 안을 채우는 물건은 많지가 않았던 것이다. 호로는 자신의 업무를 보던 자리에 앉으며 일행들에게 반대쪽에 놓인 자리르 권했다. "근데, 무슨 일로 온 거야? 가디언까지 데리고서... 부탁할 거라도 있어?" 그렇게 말하는 호로의 시선이 이드와 라미아를 향했다. 어쩌면 자신들에게 제로의 정보를 원할지도 모른다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어진 센티의 말은 두 사람이 원하는 정보가 뭘까하고 생각하던 호로를 힘 빠지게 만들었다. "아니, 그냥 놀러온 거야. 내가 친구 소개해주겠다고 대리고 온 거지." "... 하아~ 센티. 내가 몇 번이나 말하지만 여긴 아무나 함부로 데려오는 곳이 아니야. 알겠어? 위험하다면 위험할 수 있는 곳이란 말이야. 아무나 데려오면, 너도, 우리도 위험할 수가 있다구. 그러니까..." 그 후 꽤 오랜 시간. 호로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흐음... 내공이란 걸로 이 녀석 몸 약한걸 낳게 해줬다니, 우선 고마워. 그런데 가디언들이 이곳엔 무슨 일로 온 거야? 아직 한번도 제로에게 장악된 도시를 가디언이 되찾기 위해 싸웠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 말이야." 가디언이라면 떠오르는게 그저 전투밖에 없는 건가? 순간 그런 생각이 이드의 머리를 스쳤다. "아니요. 센트 누나에게도 말했지만 싸우려고 온게 아니죠. 그저 만나러 온 거예요. 가디언으로서가 아니라 능력자로서. 게다가 저희 둘은 가디언이긴 하지만 명령을 받진 않아요. 그러니까 가디언으로 보지 마세요." "뭐, 그렇다면 그런 걸로 알겠어." 이드의 말에 쉽게 대답한 호로는 한쪽에서 음료를 들고와 권하며 슬쩍 지나가는 투로 질문을 던져왔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요즘 제로가 몬스터와 같이 움직인다는 소문이 있거든. 제로가 장악하고 있던 도시에서 제로의 대원들이 떠나는 경우도 있고. 그거... 사실이야?" 역시 정보길드란 말이 맞긴 한 모양이다. 그 소문을 가디언인 이드와 라미아를 통해 확인하려고 하다니 말이다. "네, 맞아요." 숨길 필요는 없다. 세르네오가 비밀로 해달라고 한 적도 없었고,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여기 있는 제로의 대원들도... 도시를 떠나게 되나?" 조심스럽게 묻는다. 하기사 정보장사 이전에 도둑이었으니 상당히 관심이 갈만한 의문일 것이다. 제로가 떠나면 다시 도둑으로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드는 호로의 그 기대 어린 눈길에 고개를 흔들어 주었다. "아니요. 떠나지 않을 겁니다. 이미 떠날 제로의 대원들은 모두 도시를 버리고 떠났으니까요. 이곳을 비롯해 몇 몇 도시에 남은 제로의 대원들은 그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죠. 몬스터와 같은 편이 되기 싫다는..."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잠깐동안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퉁명스럽게 한마디를 던졌다. "쳇, 좋다 말았네. 대장이 하라면 군말 없이 따를 것이지." 하지만 말과는 달리 그녀의 눈에 별다른 불만이 떠올라 있지 않았다. 도시를 버리고 몬스터와 함께 움직이지 않은 지그레브의 제로 대원들을 어느정도 인정해주는 느낌이었다. 누가 뭐래도 자신들의 도둑생활 이전에 몬스터가 문제일 테니, 그런 몬스터에 붙지 않은걸 좋게 생각한 모양이다. "근데 이곳에 있는 제로의 대원들. 모두 얼마나 되는지 혹시 알아요?" 사각형의 작은 퍼즐조각을 만지작거리며 라미아가 물었다. 호로의 천막을 장식하던 물품중의 하나인 알록달록한 색깔의 퍼즐이었다. "글쎄, 정확하진 않아. 너희들도 들었겠지만 직접 만날 기회가 드물거든. 그렇다고 그 놈들이 머무는 곳에 침입할 수도 없고. 대충 오십 명 내외가 아닐까 짐작할 뿐이야." "그럼 그 중에 혹시 누가 대장은요?" 그 말에 호로는 잠깐 기다리라는 듯 한 손을 들어 보이고는 책상 서랍에서 몇 가지 서류를 꺼내 뒤적였다. 이번 질문에 대해서는 헤깔리는 모양이었다. "음, 새로들어 온 소식은 없군. 앞서와 같이 대장이 누군지도 불분명해. 확인한 바로는 명령을 내린 사람은 세 사람이 있어.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 "어떻게 생긴 사람들인데요?" "원래 이거 정보료 받아야 하는거야. 알아만 둬. 센티에게 내공을 가르쳤다니까 그냥 가르쳐 주는거야. 우선 두 남자 중 한 명은 검을 사용하는 사람인데, 체격이 그리 크지 않아. 이름은 페인 숀. 나이는 삼 십대 중반에 평범한 얼굴. 그리고 머리는 마음대로야. 몇 번 볼 때마다 엉망인데, 전혀 손질을 하지 않는 모양이야. 딱 봐서 번개 맞은 머리면 이자야. 다른 남자는 퓨라는 이름의 마법산데, 이 놈에 대해서는 정말 몰라. 항상 로브를 푹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을 본적도 없고, 목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어. 남은 여자는 데스티스라는 이름이였는데, 장님인 것 같더라. 항상 두 눈을 감고 다녀. 이게 우리가 모은 정보의 모든 것이야. 제로에 대해서는 하나, 하나가 정말 알아내기 힘들어. 근데 이런 건 알아서 뭐 하려는 거야?" "제로의 대원들을 만나려고 온 거잖아요. 최소한 상대가 누군지는 알아야죠." 그 말 대로였다. 누군가를 만날 때는 상대에 대한 정보가 조금이라도 있는 편이 모든 면에서 좋은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정보장사를 하는 호로가 가장 잘 알고 사실이었다. 그때 천막의 입구 부분이 슬쩍 벌어지며 가느다란 실눈을 가진 중년의 남자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봐. 사장. 손님왔어." 그 말에 호로는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서류 봉투를 손에 들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 기다릴래? 손님 접대는 금방 끝나는데." "아니, 일봐. 우린 그만 가볼게." 호로는 센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람은 함께 천막을 나섰다. 들어올 때와는 달리 공터에 나와 있던 사람들은 없었다. 단지 한 천막 주위에 세 명의 남자가 빈둥거리듯 서서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저곳에 손님이란 사람이 와서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천막을 나선 네 사람은 그 자리에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어느새 햇빛이 하늘 꼭대기에서 비추고 있었다. 덕분에 들어 올 때 어둡기만 하던 골목까지 환하게 햇살이 비쳐 들어왔다. 그것은 점심 시간이라도 같다는 말이 된다. "오늘은 코제트가 일하는 식당으로 가서 점심 먹자. 그 집이 지그레브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이거든." 이드와 라미아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좋은 음식점에 가서 밥을 먹자는데 뭐 때문에 반대를 할 것인가. 다만, 그렇게 유명한 음식점이라면 자리가 있을지가 걱정될 뿐이었다. 식당으로 향하는 동안 센티가 코제트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그녀에게서 들은 코제트는 음식점을 하는게 꿈이라고 한다. 그녀의 어머니를 닮아서인지 음식을 맛있게 만들 줄 아는 코제트였기에 식당을 운영하는걸 바라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로 그녀는 식당을 운영하는 것을 배우기 위해 이년 전 지금의 음식점에 취직해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식당의 최고 인기인이라고 한다. 주방에서는 그 특유의 요리솜씨로 부 주방장의 위치에 있고, 손님들에겐 모델 급의 몸매에 금발의 탐스런 머리를 가진 웨이트레스로 인기인 것이다. 물론 그 손님들이란 대부분이 남자인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찾아간 식당 앞은 상당히 북적거리고 있었다. 이층의 건물을 통째로 식당으로 운영하고 있으면서도 식당에 들어가길 기다리는 사람이 줄을 서 있는걸 보면 확실히 인기있는 식당인 모양이긴 한 것 같았다. 이드는 역시 생각 대로라는 생각을 하며 센티를 바라보았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걸. 그냥 집으로 가는게 좋지 않을까?" 하지만 그 말에 센티는 검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경험 없는 동생을 데리고 술집에 들어가는 형과 같은 투로 말을 했다. "노. 노. 노. 저 '캐비타'는 항상 저래. 저기서 식사를 하려면 그냥가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기다리기 싫다면 식사시간이 아닐 때 찾아오는 방법 뿐이야. 더구나 예약도 받지 않아. 특별히 이층 전체를 빌린다면 예약을 받아주지만, 그때도 이층 전체를 채울 정도의 인원이라야 된다는 조건이 붙을 정도야. 한마디로 '캐비타'의 요리를 먹으려면 식당 앞에서 기다리는 건 당연한 거란 이야기지." 그렇다면 저렇게 기다릴 걸 알고 찾아왔다는 말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드로서는 저기 끼어들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저기 사람들 사이에 끼어 부대끼긴 싫었다. 특히 라미아가 있을 때는 그 정도가 심해지지 않던가. 그 생각이 라미아에게 흘렀는지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싫어요. 언니, 언니가 대표로 가서 서있어요. 저희는 여기서 들어 갈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테니까." "호오~ 나도 그래주고 싶지만 어쩌지? '캐비타' 주인이 같이 오는 사람들의 친목도모를 위해서 마련한 건지 모르겠지만, 줄서는데도 규칙이 있거든. 들어와서 먹을 사람들은 전부 앞에 와서 기다리라는 것. 대표로 세워두는 건 없어. 그렇게 대면 그 서있던 사람만 들어가서 식사할 수 있지. 그리고 여기서도 예외는 있는데, 노약자와 장애인은 사람을 대신 세워도 되고, 그냥 예약을 해둬도 되. 하지만... 너희 둘은 거기 해당되지 않는단 말이야. 히히히!" 끝에 미소짓는 센티의 표정은 꼭 배부른 고양이가 자신의 눈앞에 지나가는 생쥐를 어떻게 가지고 놀까 생각할 때 지어 보이는 것과 같은 표정이었다. 방금 전 도둑친구를 소개한 것도 그렇고, 이런 이상한 규칙들이 있는 식당에 안내한 것도 그렇고, 오늘은 두 사람을 놀리려고 나온 게 아닌가 생각되는 센티였다. 결국 이드와 라미아는 식사를 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사람들의 대열 맨 뒤쪽에 가서 섰다. 그러자 하나, 하나 모여들기 시작하는 주위의 시선들. 이미 각오한 것들이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 시선들을 모두 흘려보내며 멍한 시선으로 주위를 돌아보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드들 앞으로 이십 명 정도의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때문에 이드들의 차례까지는 시간이 제법 많이 걸릴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이드의 생각과는 달리 줄은 금세 줄어들었다. 요리가 맛있어서 자신도 모르게 빨리 먹는 건지, 아니면 옆에서 빨리 먹으라고 재촉하는 사람이 있는 건지. 세 사람은 이십 분이 채 되지 않아 식당 안으로 들어 설 수 있었다. "어서오세요." 푸른색으로 통일된 단순한 복장에 갈색의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여성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고개를 숙여 보였다. 저 모습을 보면 앞서 온 사람들에게도 저렇게 고개를 숙였을 것이란 걸 알 수 있다. 하루에 적어도 수 백, 수 천 명이 드나들 듯한 이곳 '캐비타'에서 저렇게 인사하면 목이 아프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고개를 숙였다 다시 들어서 손님을 확인하던 웨이트레스 아가씨 이드의 일행들 중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는지 순간적으로 앗! 하는 표정이더니 곧 얼굴 가득 친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는 양쪽으로 묶어 내린 머리와 어울려 상당히 귀엽게 보였다. "오랜만이네, 센티. 그 동안 잘 들르지도 않더니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부셔서 왕림하셨나?" "하하... 조금 바빠서 말이야. 근데 우리 자리 안내 안 해줘? 여기 나만 있는게 아니라구. 오늘 내가 여기 매상 올려주려고 모처럼 손님도 모셔왔는데 말이야." 그녀의 말에 웨이트레스는 더 이상 뭐라고 말하지 않았다. 고개를 드는 순간 벌써 이드와 라미아의 존재는 확실히 그녀의 뇌리에 새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세 사람을 비어있는 식탁 중 하나에 안내했다. 어차피 하나 밖에 비어있지 않은 식탁이라 따로 찾을 필요도 없지만 말이다. 식탁이 자리한 곳은 제법 괜찮은 위치였다. 벽 쪽에 붙어 있긴 했지만 위치 상 가게 안의 정경이 한눈에 보이는 곳이라 나름대로 만족할 수 있었다. 세 사람이 자리에 앉자 웨이트레스는 같이 들고 왔던 물 잔을 내려두고 손에 작은 메모지와 볼펜을 들었다. "자, 그럼 뭐 먹을래? 뭘 드시겠어요?" "... 왜 저 두 사람에게 말할 때하고 나한테 말할 때가 틀려지는 거야?" 하지만 센티의 그런 투정에도 웨이트레스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다는 듯 무시해 버렸다. "잔말 말고 빨리 주문이나 해!" "... 코제트는 주방에 들어가 있는거야?" "당연히. 이렇게 바쁜 시간인데 당연한 거 아냐?" 센티는 그 말에 코제트에게 식사를 맡겨 버렸다. 이드와 라미아역시 마찬가지였다. 먹어보지 못한 것들을 가지고 끙끙거리기보다는 만드는 사람에게 추천을 받는 게 몇 배 낳은 것이다. 이드는 웨이트레스 아가씨가 돌아가는 것을 바라보며 식당내부로 시선을 돌렸다. 정말 넓은 식당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 갖가지 다양한 요리를 기다리거나 먹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엔 기대감과 만족감이 감돌고 있었다. 맛 하나는 확실한 것 같았다. 그때 센티의 목소리가 이드의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그런데 너희들 제로를 만나고 나서는 어떻게 할거야?" 말을 꺼낸 그녀의 눈엔 때 이른 아쉬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제 곧 나올 요리를 기다리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었다. 두 사람이 이곳에서의 일을 마치면 어떻게 할까. 당연히 이곳을 떠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아쉬웠다. 자신의 성격이 괄괄해서 여기저기 빨빨거리고 다니긴 했지만, 몸이 약한 관계로 한계가 있었다. 덕분에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의 수도 적었다. 호로를 제외하고도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친구들이 있지만, 그들은 모두 일주일에 한번 만나보기 힘들었다. 그 외에 코제트가 있긴 했지만, 식당 일로 몸이 바쁜 그녀는 이렇게 센티가 직접 찾아와서 만나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 외의 시간은 집에서 므린씨와 함께 보내는 것이다. 성격이 괄괄한 것 역시 이런 생활을 좀 쉽게 풀어가기 위해서 그렇게 된 것이었다. 그런 생활 중에 이드와 라미아가 나타난 것이다. 자신의 건강을 찾아 줬으며, 몇 일간 같이 지내면서 정이 들었다. 그런 그들이 떠난다는 생각이 들자 잡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던 것이다. 이런 센티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라미아가 간단히 대답했다. "제로의 사람들이 우리 이야기를 듣고 대답을 해주느냐, 해주지 않느냐에 따라서 목적지가 달라지겠지만, 일 주일 후엔 떠날 거야." "흐음... 그럼 말이야. 그 일이란 거. 바쁘지 않으면 좀 더 우리 집에 머무르지 않을래?" 그 말에 라미아가 센티를 멀뚱이 바라보았다.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뭐, 별 뜻은 없지만 너무 일찍 가는 것 같아서 아쉬워. 또 우리 아버지도 만나보지 못했잖아. 내가 그 내공이란 걸 배운걸 아시면 너희들을 보고 싶어하실 텐데 말이야. 그러니까 좀 더 머물다 가라." 그 말에 라미아는 빙긋 웃었다. 센티가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에 몇 마디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을 때였다. 코제트와 처음 들어설 때 봤던 웨이트레스가 커다란 쟁반에 먹음직스런 요리들을 담아 가지고 나온 것이었다. "여기 너희들이 먹을 것 나왔다. 그런데 뭘 그렇게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있는거야?" 코제트는 요리들을 내려두고는 비어있는 의자에 턱하니 앉아서는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하기사 생각해보면 식사시간은 요리사에게 있어서 가장 바쁘고 힘든 시간일 것이다. 더구나 이곳처럼 수 백 명의 사람이 드나드는 곳에서 쉬지 않고 요리를 준비하다 보면 금세 지쳐버린다. 남자도 중간중간 쉬어 주어야하는데, 그보다 체력 면에서 떨어지는 여성은 어떻겠는가. 더 자주 쉬어 줘야하는 것이다. 요리를 하다가 쓰러지게 할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코제트가 쉬는 시간이었다. "별건 아니야. 근데 쉬는 시간이면 우리하고 같이 먹지 안을래? 어차피 점심은 아직 안 먹었을 거 아니야." "안돼! 요리사가 요리할 때 배가 부르면 요리 맛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넌 내가 저번에 말해 줬는데 그새 까먹었니?" 코제트의 가벼운 핀잔에 센티가 혀를 쏙 내밀었다. 그때였다. "크아아악!!" 이층으로부터 쿠당탕하며 뭔가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고통으로 가득 찬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갑작스런 소리에 혀를 빼물던 센티는 그만 혀를 깨물어 그 고통에 찬 비명 못지 않은 고통스런 비명을 속으로 삼켜야만 했고, 일층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요리들이 목에 걸리는 등의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모르긴 몰라도 체한 사람도 꽤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일층사람들의 모든 시선이 한데 모여 이층으로 향하는 계단 쪽으로 향했을 때 다시 한번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아아악!!" 앞선 고통에 비명과는 달리 이번엔 놀람과 공포에 찬 여성의 비명소리였다. "피아!" 그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멍하니 앉아 있던 코제트와 센티가 벌떡 일어났다. 지금 들린 비명성의 주인이 그녀들이 아는 사람인 듯 했다. 비명소리를 디어 다시 한번 뭔가가 부셔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출발 신호였다. 코제트와 센티가 급히 이층으로 발길을 옮기려는 것이다. 이드는 그런 두 사람을 급하게 붙잡았다. 아무리 상황이 급한 것 같다지만 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 체, 별다른 대처능력이 없는 사람이 뛰어드는 것은 상황의 악화만을 불러올 뿐이었다. 이드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코제트의 손목을 놓으면서 이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향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잖아요. 제가 앞장서죠." 그 뒤를 자연히 라미아가 뒤따랐고, 코제트와 센티도 그제야 자신들이 너무 급하게 서둘렀다는 것을 알고는 두 사람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이 층으로 향해 있는 계단은 그리 많지 않았다. "피 냄새." 이드는 몇 개의 계단을 밝았을 때 비릿한 혈향을 맞을 수 있었다. 이렇게 혈향이 날 정도라면 꽤나 피를 많이 흘렸을 것이다. 제일 처음 비명을 지른 사람의 피가 아닐까 생각된다. 처음의 비명은 고통으로 인해 흘러나오는 비명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 층으로 올라선 이드의 눈에 보이는 것은 계단의 반대쪽에 구깃구깃 몰려 있는 식당의 손님들과 그 손님들의 앞쪽에 주저앉아 떨고 있는 웨이트레스. 그녀는 이드들이 식당에 들어설 때 맞아준 웨이트레스였다. 아마 그녀가 피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그녀와 이드들이 올라온 사이에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낸 문제의 인물들이 있었다. 칙칙한 푸른빛에 붉은 핏방울을 떨어트리고 있는 단검을 쥔 남자와 한 쪽 팔이 잘리고 배에 긴 검상을 입고서 쓰러져 간신히 호흡을 하고 있는 남자. 그리고 그런 남자 앞에서 반 동강 나버린 롱소드를 들고서 있는 검은머리의 동양인 남자. 그 중 요사한 푸른빛이 흐르는 단검을 쥐고 있는 남자의 눈에 은은한 혈광이 흐르고 있는 것이 정상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된 거죠?" 이드가 물었다. 딱히 누군가를 정해서 의문을 표한 것은 아니었다. "크르르르..." 하지만 이런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이드는 자신의 말에 팩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혈광이 넘실거리는 안광을 발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며 내심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그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와 마주서 있던 동양인 남자가 그대로 몸을 날렸다. 소리도 없이 조용히 몸을 던진 것이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거의가 성공을 할 공격이다. 그러나 미친놈은 상상외의 힘을 발휘한다고 했다. 혈광이 넘실거리는 남자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서 손에 쥔 단검을 휘둘렀다. 단순히 휘둘렀을 뿐인데도 그 엄청난 속도와 힘 때문에 일류고수의 일초를 보는 듯 느껴졌다. "크윽.... " 몸을 날렸던 동양인 남자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짧은 단검을 바라보며 급히 검을 끌어당기며 몸을 웅크리기 위해 온힘을 다했다. 조금이라도 늦었다간 가슴에서 몸이 이등분되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막 몸의 동작이 끝났다고 생각 된 순간. 투아아앙!! 마치 해머로 쇳덩이를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동양인 남자의 몸은 그대로 계단을 향해 튕겨 날아갔다. 정말 단순한 완력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괴물 같은 힘이었다. "확실히 이상이 있는 놈이야."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남자의 등을 향해 한 쪽 손을 내 밀었다. 그리고 이드의 손이 그 남자의 등에 닿는 순간 날아오던 모든 힘이 이드의 팔을 통해 대기 중으로 흩어져 버렸다. 투화아아아... 이드는 손을 움직여 그를 바닥에 내려놓았는데 마치 솜뭉치를 움직이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힘의 흐름을 읽고 따르는 화경(化經)에 따른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그 남자가 땅바닥에 내려앉을 때였다. 툭하는 소리와 함께 이미 반 동강이 되어 버렸던 검이 다시 한번 반으로 부러져 버렸다. 검에 가해진 충격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그 충격이 그대로 동양인 남자에게 전해져 버렸다가 이드가 그것을 풀어 버리자, 그때서야 검에 갇혀 눌려있던 힘에 검이 부러져 버린 것이다. 이런 일을 하자면 절정고수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되어야하는데, 저 남자는 단순한 힘만으로 이런 일을 해낸 것이다. "어떻게 된 겁니까?" 이드는 검격의 충격으로 팔이 굳어버린 남자를 향해 물었다. "... 버서커의 저주가 걸린 단검이다." "푸우~" 이드는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설명을 짧았지만 그 것만으로도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 완벽한 내용을 담은 설명이기도 했다. 버서커. 일명 광전사(狂戰士)라 불리는 그들은 극도의 분노를 느끼는 한순간 분노의 정령에 지배를 받아 탄생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언제나 어떤 버서커나 똑같았다. 피의 향연. 버서커로 변해버리는 순간 오로지 피만을 볼뿐인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버서커로 변하는 순간 모든 육체적인 기운과 생명의 기운을 극도로 뽑아내서 사용하기 때문에 금방 죽어버린 다는 점이다. 덕분에 혈풍이 불어도 오래가진 못한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 착안해 마법사들이 만들어낸 작품이 바로 버서커의 저주라는 마법 물품이다. 버서커는 한번 변해버리면 그 엄청난 힘으로 모든 것을 파괴한다. 하지만 그 버서커를 변신과 해제가 가능하게 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탄생한 물품으로 위급할 때 이를 사용함으로서 스스로 버서커가 되어 상대를 도륙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물품 자체가 정신에 작용하는 것인 때문에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아 사용하지 않는 물품이었다. 헌데 그런 물건을 지금 저 사내가 들고서 폭주 기관차처럼 씨근덕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 될 수 있는 한 빨리 재우는 게 모두에게 좋겠군." 그 말과 함께 슬쩍 들려진 이드의 손가락 끝에 매우 허허로운 기운이 맺히더니 한순간 허공중에 녹아 들어가 버렸다. 무음, 무성의 천허천강지(天虛天剛指)가 시전 된 것이다. 하지만 버서커도 단순히 이름만 유명한 것이 아니었다. 천허천강지가 이드의 손가락 끝에서 발출되는 순간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는지 그대로 몸을 옆으로 날린 것이다. 덕분에 지강은 그가 있던 자리를 지나 바닥에 내리 꽂혔다. "끼... 끼아아아악!!!" 그게 하필이면 피아의 바로 옆이란 게 문제였다. 갑작스레 바로 발 옆의 바닥이 푹 파이자 그녀가 다시 비명을 지른 것이었다. "이런, 이런...." 이드는 피아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머리를 긁적였다. 조금만 운이 없었다면 그녀나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이 지강에 격중 되었을 것이다. "크르륵... 크르륵..." 천허천강지의 흔적을 바라본 버서커 남자가 이드를 바라보며 비웃듯 그르륵 거렸다. 이드는 그 모습에 눈매가 날카로워 지며 그대로 몸을 날렸다. "미친놈이 누굴 비웃는 거야! 분뢰보!" 이드의 고함소리와 함께 이드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버서커의 사내 앞에 다시 나타났다.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이 아닌가 착각이들 정도의 빠르기 였다. 더구나 이드의 손은 어느새 버서커 남자의 어깨 견정혈(肩井穴)로 다가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확하게 정중되지는 못했다. 혈도를 모르면서도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건지 피하지는 못하고 몸을 돌린 것이다. 덕분에 이드의 손가락은 목표에서 벗어나 버서커의 가슴을 찔러버렸다. 하지만 점혈을 위한 지공이라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버서커에게 공격의 기회를 주게 된 덕분에 이드는 자신의 배심으로 다가오는 단검을 피해내야 했다. "좋아. 그럼... 우선 좀 맞아라!" 그 말과 동시에 이드의 사지로 차가운 묵색의 기운이 흘렀다 싶은 순간 이드의 몸이 자신을 피하려는 버서커를 향해 날랐다. 놈도 전력의 차는 확실히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버서커가된 원판의 힘이 그렇게 강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마각철황격(馬脚鐵荒激)!! 허공중에 검은색 몽둥이가 같은 이드의 다리 그림자가 하나, 둘 만들어지며 버서커의 사방을 제압하며 죄어 들어왔다. "크아아아악!!!" 놈은 자신이 빠져나갈 곳이 없음을 알았는지 커다란 고함을 내지르며 푸른색으로 물들어 있는 단검을 사방으로 휘둘렀다. 카캉.. 카캉... 퍼퍽... 카캉... 퍼퍽... 퍼벅... 검과 강기가 부딪히며 날카로운 쇳소리를 냈다. 하지만 마구 휘두르는 것과 정확한 법칙대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엔 차이가 있는 것. 더구나 더 확실한 실력의 차가 있기 때문인지. 쇳소리 사이로 한번씩 이드의 발차기가 성공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많이 들려왔고 일 분 여가 지나는 순간부터는 오직 버서커의 몸에 이드의 각격이 적중되는 소리밖에 들려오지 않았다. "이게 끝이다." 이드는 마지막 일격으로 버서커의 턱을 차올리며 땅에 내려섰다. 그와 동시에 버서커역시 그대로 뒤로 넘어가 버렸다. 털썩! 그대로 넘어간 버서커의 양팔은 뼈가 부러졌는지 덜렁거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손에 쥐어진 단검을 그대로 잡혀있었다. 또한 그르륵 거리는 소리가 버서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만큼 무수한 타격을 받았으면서도 기절도 하지 않은 것이다. 실로 광전사사라고 불릴 만한 것 같았다. "정말 절정고수가 버서커로 변했다가는 큰일 나겠군."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아직도 단검을 굳게 쥐고 있는 손의 혈도를 짚어 손에서 단검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단검이 떨어지는 순간. 그르륵 거리던 남자가 그대로 눈을 감아 버렸다. 정신을 잃은 것이다. 그리고 그때를 기다린 듯 한 쪽에 몰려서 숨죽이고 있던 사람들로부터 열렬한 박수소리와 함께 환호성이 터저나왔다. 그 모습이 마치 권투 시합을 끝낸 선수에게 환호를 보내는 관중 같았다. 이드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에 죄 없는 머리를 벅벅 긁다가 한 쪽 손을 바닥을 향해 살랑 흔들었다. 극히 단순한 동작이었지만 그 순간 이드의 장심에서 흘러나온 내력이 거미줄처럼 퍼져나가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검을 옭아매어 들어 올렸다. 하지만 이드도 그 검을 직접 잡아들진 않았다. 아티팩트에 걸린 마법정도에 쉽게 걸려들 이드는 아니지만, 이런 물건을 조심해서 나쁠 이유는 없는 때문이었다. 그 사이 심한 중상을 입고 쓰러져 있던 남자에게 다가갔던 라미아가 다가오며 고개를 흔들었다. 상처가 너무 심했고, 출혈이 너무 많았던 때문에 손을 쓰기 전에 숨을 거두었던 것이다. 그런 라미아의 모습에 아직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을 축 늘어트리고 있던 남자가 그대로 눈을 감아 버렸다. 이드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라미아에게 검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검을 잠시 바라보다 마법을 시전해 단검에 걸린 마법을 조사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마법이 꼬였어요. 이건 단순히 버서커의 저주란 마법만 걸린 게 아니라 스트렝스마법에다 헤이스트 마법까지 걸려있어요. 대충 오 백년 이상은 묶은 검으로 보이는데, 그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마법들 간의 간섭이 있었던 모양이예요. 그러다 최근에 사용하면서 그것들이 이상현상을 일으킨 거죠. 이건 사용 못해요. 이젠." 이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고 있는 동양인 앞에 검을 내려놓았다. 고장나 버린 마법검이긴 하지만 그래도 주인이 있는 것. 자신이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였다. "제로다." 누군가 아래층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그 뒤를 이어 몇 몇의 사람들도 그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이 층 까지 들려왔다. 이드는 그 소리를 들으며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제로. 일주일이나 기다린 후에야 만나게 될 줄 알았던 그들이 이 자리에 온 것이다. 이곳의 사건을 듣고 달려온 듯 했다. 정부의 사람들은 모조리 내보낸 그들이기 때문에 경찰이 할 일도 그들이 하는 것이다. 잘만 하면 앞으로 몇 일이나 남은 기간을 한참 줄여 제로의 대원들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도 못한 일로 예상보다 빨리 만나게 됬네요." 283 이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으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대충 소리를 들어보아 세 명의 인원인 것 같았다. 그 중 한 명은 발자국 소리가 작고 가벼운 것이 상당한 수련을 쌓은 고수인 듯 했고, 그 뒤에 사람들 역시 보통 사람보다 가벼운 발걸음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묵직한 발소리가 뒤따랐다. 무술을 익히지 않은 사람이었으며,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마법사도 아닌 듯 했다. 이드가 마지막 네 번째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이 가장 앞장서서 계단을 오르던 제일 실력이 좋아 보이던 검사가 천천히 이층에 그 모습을 보였다. 검은 색의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는 남자. 그저 상대의 눈에 고통을 주지 않을 정도의 얼굴을 가진 그는 머리가 정말 엉망이었다. 마치 방금 전에 번개라도 직통으로 두드려 맞은 듯 머리카락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뻗쳐있었던 것이다. 그를 보는 순간 이드와 라미아는 서로를 마주보며 한가지 이름을 외쳤다. '페인 숀!!' 그 뒤를 이어 검을 든 체격이 좋은 남자 두 명과 인상 좋은 통통한 몸집의 노인이 올라왔다. 이층으로 올라선 노인은 코제트를 바라보고 반색을 하고 다가오다 한 쪽에 누워있는 시신을 보고는 얼굴을 굳히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다름 아닌 그가 바로 이 '캐비타'의 주인이었던 것이다. 코제트는 그런 그를 향해 상황을 설명했고, 그 목소리에 페인을 비롯한 다른 검사 두 명도 가만히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페인은 기절해 있는 남자와 이드, 그리고 버서커의 저주가 걸린 마법검을 번가라 보다 뒤의 검사 두 명에게 명령해 시체를 치우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멍해 있는 동양인을 깨워 자초지정을 전해 들었다. 그의 설명은 간단했다. 세 사람은 용병으로 검은 우연히 지나온 산 속의 동굴 속 부셔진 바위 속에서 지금은 기절해 있는 친구가 찾게 됐다고 한다. 알고 지내는 마법사에게 마법검이란 것을 듣고 친구가 몇 번 사용했었다. 그런데 세 번째 사용할 때부터 이상하게 해제가 잘 되지 않아 몇 번 고생을 했었지만, 그 위력에 버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식사를 하다 이미 죽은 친구와 기절해 있는 친구가 투닥 거리다 우연히 칼을 뽑았는데, 바로 버서커로 변해 버리더란 설명이었다. 그렇게 이야기가 정리되자 페인은 이드와 라미아에게 다가왔다. 그는 두 사람을 잠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이 정도의 미녀와 미남이 지그레브에 있다는 소리를 듣진 못했으니 절대 외부인 건 확실한 것 같은데, 이렇게 일을 처리해줘서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다면 큰 사고가 날 뻔했어. 그런데 들어보니 대단한 실력을 가졌더군. 버서커 전사를 쓰러트려 버리다니 말이야." 꽤나 예의를 차릴 줄 아는 사람이지만 가식적으로 인사하는 것 같지도 않아서 이드는 그에게서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아니요. 별 말씀을요. 제 일행의 아는 사람이 위험한 상황이라 나선 것뿐입니다." "하하하... 그래도 나서기가 어렵지. 그런데 그런 실력이라면... 용병이나, 가디언 같은데. 어느 쪽인가?" "용병같은 가디언입니다." 이드는 사실대로 말했다. 가디언과 제로가 싸우긴 했지만 정말 서로에게 감정이 있었던 것 아니었다. 또 이들은 국가의 횡포에 대항하여 모여든 사람들. 그 중에서도 몬스터와 같이 사람을 죽일 수 없어 제로의 일에 같이 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을 속여서 좋은 것은 없는 때문에 사실대로 밝힌 것이었다. 페인 은 그 말에 두 사람을 잠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용병 같은 이란 건... 무슨 뜻인가?" "용병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니까요. 저희 둘도 똑 같거든요." 그 말에 페인은 피식 웃어 버렸다. 그때 뒤쪽에 물러나 있던 '캐비타'의 주인이 다가와 허락을 받고 손님들을 해산시켰다. 또 일층에 있는 손님들까지 오늘의 일을 들어 모두 내 보냈다. 다만 코제트를 통해 이드들만은 일층으로 안내되어 왔다. 주인은 그곳에서 이드와 라미아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점심을 대접하겠다는 말을 했다. 이에 이드의 요청에 따라 페인도 같이 초대되었다. 일층은 순식간에 치워졌다. 웨이트레스들이 유능한 때문인지 금방 치워진 식탁위로는 따끈따끈한 요리들이 새로 올려졌다. 처음 코제트가 가져왔던 요리들 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은 요리들이었는데, 갑작스런 사건 때문에 손님들께 나가지 못한 요리들 인 것 같았다. 일 층 식당내부엔 어느새 이드와 라미아, 코제트와 센티. 그리고 페인의 다섯 명만이 남게 되었다. 다섯 명은 모두가 양껏 먹어도 다 먹지 못할 엄청난 양의 요리들을 바라보았다. 페인은 그 중 몇 가지 요리를 집어먹었다. 몇 가지라곤 하지만 '캐비타'의 요리가 유명한 탓인지 그는 상당한 양을 먹었다. 물론 나머지 네 사람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드와 라미아는 왜 센티가 이곳으로 두 사람을 데려 왔는지와 왜 사람들이 그렇게 줄을 서서 '캐비타'의 요리를 기다리는지 알 수 있었다. 정말 요리들 하나하나가 기가 막히게 맛이 좋았던 것이다. 고기요리는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요리는 싱겁지 않았다. 모든 재로가 싱싱했고 인공적인 맛이 남아 있지 않았다. 다섯 사람 모두 어느정도 배를 채울 때까지 한마디도 꺼내지 않고 열심히 나이프와 포크만을 놀려댔다. 그리고 어느정도 배가 불렀다고 생각될 때 페인이 고개를 이드와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단검이지만 검을 든 버서커를 맨손으로 잡은 소년과 눈앞이 아찔할 정도의 아름다운 소녀. 더구나 두 사람은 가디언이라고 밝혔고, 자신을 식사에 초대했다. 페인은 이 두 사람이 자신에게 뭔가 할 말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이곳에 무슨 일로 왔나? 용병같은 가디언이라고 했으니 위쪽의 명령을 받은 건 아닐텐데?" 이드는 페인이 먼저 꺼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희 둘의 생각에 이곳을 찾아 온 거죠. 그리고 이곳에 온 이유는 제로의 분들을 만나기 위해서 구요." 그 말에 페인은 흥미 있다는 듯 몸을 앞으로 빼더니 머리를 쓱쓱 문질렀다. "우리들을 만나러 왔다라. 무슨일로? 만나려던 사람을 만났으니 이야기 해주겠나? 들어주지. 신세 진 것도 있고하니 말이야." 신세졌다는 건 버서커를 보고 말하는 거겠지. '여기서 그냥 물어보실 거예요?' 옆에서 과식하는게 아닐까 생각이들 정도로 포크를 놀리고 있던 라미아가 마음속으로 물어왔다. '응, 어차피 일주일 후에 묻는 것과 다를 것도 없으니까. 오히려 좋다면 좋은 상황이잖아.' 라미아에게 대답한 이드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저희는 제로의 사람 중 누구 한 명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만나기가 쉽지 않더라 구요. 제로가 다니는 전장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로의 대원들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는데 찾아다닐 수도 없고, 그래서 생각 끝에 같은 제로의 대원들에게 물어보기로 했죠." 이드의 말에 페인은 물론이고 그저 볼일이 있다고만 했던 이드의 목적을 듣게된 센티와 코제트도 귀를 쫑긋 새우고서 이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페인은 이드의 이야기에 내심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누굴 찾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로에게 만날 생각이 있다면 만나게 해주는 건 하나도 어려울게 없다. 자신은 그저 연락만 해주면 끝인 것이다. "가능한 이야기야. 우리가 군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람을 강제해서 잡아두는 단체도 아니니까. 충분히 만나볼 수 있어. 그런데, 자네가 만나겠다는 사람과는 어떤 관계인가? 혈족? 친구?" "아니요. 직접 만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단지, 그녀가 가진 물건이 제가 아는 사람의 것인 것 같아서 확인을 하려는 것일 뿐입니다. 더불어 물어 볼 것도 한가지 있구요." 만나겠다는 이유가 조금은 허탈했던 때문일까. 페인은 두 손으로 머리를 북적거리며 이드를 바라보았다. 수시로 머리를 만져대는 것이 아마 버릇인 듯 한데. 호로의 말대로 손질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손질해도 아무 소용없는 저 버릇 때문에 저런 머리상태가 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이하군. 고작 물건하나 확인하자고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말이야. 아니면 그 물건이 엄청나게 중요한 건가 보군. 그런데 혹시 도둑맞은 물건인가?" "아니요. 잃어버린 물건입니다." 페인은 이드의 대답을 들으며 생각을 달리했다. 어쩌면 만나게 해주기 어렵겠다고. 그 물건이 뭔지, 또 제로의 대원이 그 물건을 가진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 때문에 오라고 하면 올지 오지 않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또 중요한 물건이라고 하면 내어 주려고 할까? 굳이 자신이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이 소년은 자신들이 처리해야할 버서커를 먼저 처리해서 시민들의 목숨을 건졌고, 방금 자신이 신세를 값는다고 했으니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뭐, 말해보고 안되면 그만이고... "좋아. 한번 알아는 보지. 그럼 찾고 있는 사람의 이름은? 당연히 알고 있겠지?" "당연하죠. 제가 찾는 사람의 이름은 룬, 룬 지너스입니다." 스릉 이드의 말이 채다 끝나기도 전이었다. 페인의 검이 검집에서 그 곧고 싸늘한 몸을 반이나 드러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페인의 얼굴까지 검날처럼 싸늘이 굳어 있었으며, 방금 전 까지 느슨해있던 마음도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네가 말하는 룬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룬님이 맞는가?" "아마... 그럴 것 같습니다." 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페인의 검이 온전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코제트와 센티는 갑자기 검이 등장하고 분위기가 굳어지자 기겁하며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자신들의 가슴이 답답하게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으윽... 아무래도 채한 것 같아.' 그럴만도 했다. 살기를 뿌리는 미친 버서커를 봤고, 시체를 본데다 다시 이런 상황이라니. 채할 만도 했다. 저녁때 꽤나 고생할 것 같은 두 여성이었다. 페인은 제로의 대원들이 아니라면 알지 못 할 룬의 이름에 당황하고 경계하며 검을 뽑긴 했지만 막상 상대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무조건 검을 휘두를 순 없었다. '제길 이럴 땐 데스티스가 있어야 되는 건데...' 페인은 자신과 함께 지그레브를 책임지고 있는 퓨와 데스티스를 생각했다. 원래 도시를 관리하고 몬스터를 상대로 계획을 짜는 건 그들이 했었고, 자신은 행동으로 옮기는 식이었다. 그런 만큼 지금의 문제도 그들이 대처하는 게 좀 더 쉽지 않을까 생각했다. 페인은 잠시 검을 들고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이드를 바라보다 검을 다시 집어넣고서 코제트를 바라보았다. 그녀와 센티는 그가 검을 집어넣으면서 어느정도 안정을 찾은 듯 했다. 하지만 가슴이 꽉 막힌 느낌이 더 이상 요리를 먹지는 못할 것 갔았다. 또 집에 돌아가면 가장먼저 소화제부터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코제트씨 여기 전화기를 좀 쓸 수 있을까요?" '캐비타'의 유명인인 코제트의 이름은 페인도 알고 있었다. "저기... 저기 카운터 아래에 있어요." 페인은 그말에 고개를 꾸벅숙여 보이고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돌아왔다. "이야기는 조금 있다 퓨와 데스티스가 돌아오면 계속하자." 이드는 그 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호로에게 들었던 두 사람의 인상착의를 생각했다. 그때 라미아는 코제트와 센티에게 다가갔다. 아직도 두 사람은 자리에 앉지 못하고 있었다. 페인이 풍기는 분위기가 별로 좋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여기 있으면 분위기도 별로 좋지 않을 테니까 먼저 돌아가 있어요. 우리도 이야기 끝나는 데로 집으로 갈게요." 그녀의 말에 코제트가 가게문을 닫아야한다면 고개를 흔들었으나 코제트를 다시 부르겠다고 하자 센티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뭐, 두 사람이 제일 먼저 찾을 곳은 집도다 약국이 될 테지만 말이다. 그녀들이 나가고 난 후 식당 안으로는 향긋한 요리냄새와 더불어 조용한 분위기가 흘렀다. 페인이 아무런 말이 없자 저절로 조용해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사람의 귀에 들리는 범위 안에서 일 뿐이다. 이드와 라미아는 마음속으로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 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페인 역시 이드와 라미아를 어떻게 해야할지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풀 가동시켜서 회전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나게 떠드는 사이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캐비타'의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들어섰다. 호로가 앞서 설명했던 것과 한치의 어긋남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상대를 알기에 굳이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두 사람은 페인의 말에 따라 그의 옆 의자에 앉았다. 페인은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앞서 이드와 나누었던 이야기에 대해 하나의 더함이나 뺌도 없이 고대로 이야기해 주었다. 이야기가 끝날 때쯤 두 사람 다 이드와 라미아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 사람은 깊게 로브를 눌러썼고, 한 사람은 눈을 감고 있어서 정확하게 어딜 보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데스티스의 입이 힘들게 열리며 이드의 다음 말을 재촉했다. "룬님께 무슨 물건을 확인한다는 건가요? 또 할말은 뭐죠?" 이드는 그녀의 말에 라미아와 의논한대로 입을 열었다. "브리트니스. 제가 찾고 있는 검의 이름이죠. 헌데 우연한 기회에 듣게된 룬이란 아가씨가 가진 검의 이름이 똑 같더군요. 그래서 확인하려는 거죠. 그리고 할 말은... 직접 보게 됐을 때 말하죠." 하지만 이런 이드의 말에 상대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아니, 별말이 없을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얼굴에 떠오른 당황과 어이없음이란 감정이 그들이 쉽게 말을 꺼낼 수 없는 상태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브리트니스. 그들역시 룬이 항시도 손에서 쉽게 놓지 않는 검의 이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또 듣기로 엄청난 힘이 깃 든 검이라는 말도 있었다. 헌데 지금 눈앞의 소년이 그 검의 주인이 따로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함부로... 함부로 그런 말을 하는게 아닙니다. 그 검은 그분의 것 이예요." 테스티스가 나지막이 경고하듯 이 중얼거렸다. 그녀에게 룬은 여신이며, 구원자였다. 투시능력을 가지고 국가에 잡혀 들어가 온갖 치욕을 당하고 결국엔 투시에 집중하기 위해서 두 눈까지 멀어서 작은 골방에 갇혀있을 때, 그때 그녀를 구해준 것이 다름 아닌 룬이었던 것이다. 그때 그녀는 보이지 않는 눈이면서도 빛을 본 듯 한 기분을 느꼈다. 헌데 그런 룬이 남의 물건을 자기 것처럼 사용한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그녀의 기분이 좋을리가 없다. 특히 요즘엔 사람을 함부로 죽일 수 없어 룬의 말을 따르지 못한 것 때문에 죄를 지은 듯한 기분인데, 거기다 이드의 말을 들었으니 마음의 상처위로 소금을 뿌린 것과 같은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드는 갑작스런 그녀의 변화에 슬쩍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그 룬인가 하는 여자아이와 뭔가 상관이 있는 모양이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름이 똑같다는 것은 그냥 흘릴 수 없거든요. 게다가 똑 같은 검이기도 하죠. 그래서 저도 확인이라고 한 거구요." 확실히 이드는 룬의 검이 그녀의 소유가 아니란 말을 하진 않았다. 그제야 테스티스의 흥분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하지만 함부로 그런 말은 하지 말아요. 우리가 비록 지금의 제로와 같이 행동을 하진 않지만, 그대도 제로의 당당한 대원이니까요. 룬님을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은 참지 않아요." 이드는 그녀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아마 이 여성도 룬이란 아이가 나라에 잡혀 있는 것을 구해준 경우일 것이다. 이 과도한 충성심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때였다. 고개를 끄덕이던 이드의 감각 안에 은밀히 움직이는 마법의 기운이 서려 있었다. 이드는 좀 더 그 기운에 관심을 기울이자 그 기운의 출처와 도착지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퓨라는 마법사에게서 출발해 페인에게 향하는 것이었다. '메세지 마법이네요.' 라미아의 말이 마음속으로 들려왔다. 호로가 말하는 모습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이유가 바로 그의 메세지 마법 때문인 것 같았다. 그때 페인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퓨를 대신해 질문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할 말이란 건 또 뭐지? 알 수 없을까?" "죄송하지만 그건 직접 묻고 싶은데요." 이드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다름 아닌 신이 드래곤에게 내려준 계시의 내용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인데, 그걸 말하게 되면 자신도 드래곤과 상관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알리게 된다면 알게 되는 사람을 최소로 하고 싶었다. "정말 그것뿐인가요?" 테스티스가 확인을 하듯이 이드를 향해 물었다. "물론이죠. 전 검의 확인과 한가지 의문뿐이죠. 정말 그것만 확인하면 그만 인걸요. 그러니 부탁드릴게요." "... 후~ 좋아요. 연락은 해 주겠어요. 룬님께서 가지신 브리트니스가 룬님의 소유라는 것을 확인시켜 드리기 위해서, 또 당신의 의심을 풀어주기 위해서요. 하지만 룬님께서 직접 이곳까지 오실지는 장담하지 못해요." 끄덕끄덕. 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외엔 이야기할 것도 없기 때문이었다. 이드는 월요일날 그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기로 하고 헤어졌다. 페인이 마지막으로 '캐비타'의 문을 나서며 이드를 쓱 돌아 보았다. "이걸로 신세는 갚은거다. 그리고 월요일날 오면 그 버서커를 쓰러트린 실력한번 보자고." "고마워요." 이드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카운터에 있는 전화로 코제트를 불러냈다. 가게의 문을 닫기 위해서였다. 이미 가게의 거의 모든 운영을 맞고 있는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참 후 코제트가 가게로 왔을 때 이드와 라미아는 삐질 식은땀을 흘렸다. 집에 돌아간지 얼마나 되었다고, 저런 모습이 된 건지. 식당에 들어서자 마자 코제트는 양팔로 배를 감싸안고는 핼쓱한 얼굴로 식탁에 엎드린 것이다. 그녀의 말로는 소화재를 먹고 집에 들어간 순간부터 뱃속에서 전쟁이 터진 듯 요동을 친다는 것이다. 덕분에 이드와 라미아는 움직이지 못하는 그녀를 대신해 가게안을 치워야 했다. 마법과 정령을 이용한 가게 정리. 코제트는 아픈 와중에도 그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는지 아픈 몸을 이끌고 두 사람에게 다가와 마법과 정령술을 가르쳐 달라고 때를 쓰기 시작했다. 아까 식당에서 센티를 대하는 것을 보면 꽤나 강단이 있는 듯한 그녀였다.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 같았다. '후~ 지그레브를 떠날 때까지 꽤나 시달리겠구나.' '어쩔 수 없죠. 그냥 포기하고 한번 가르쳐 보는 수 밖 에요.' 그 후 이드는 코제트를 업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드와 라미아는 아침부터 코제트와 센티에게 시달려야 했다. 코제트를 업고 집으로 돌아온 이드들을 맞은 것은 코제트 못지 않게 엉망인 센티였다. 그녀는 욕실에서 변기를 부여잡고 헤롱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체했는지 소화재도 소용이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계속해서 토해내는 두 여성이다. 소화재가 그 가진바 약효를 발위하기도 전에 다른 것들과 함께 몸밖으로 쫓겨나 버리기 때문이었다. 약효가 뱃속에서 제대로 흡수될 시간이 없는 것이다. 코제트도 마찬가지였다. 힘이 없을뿐 별일 없을 줄 알았던 그녀도 센티가 토해대는 소리에 입을 막고 그대로 욕실로 달려가 버린 것이다. 므린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어쩌지. 어쩌지를 연발하며 발을 구르기만 했다. 이드와 라미아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소화재 역활을 하는 마법이 있을리가 없고, 소화를 촉진시키는 내력 운기법이 있을 턱이 없었다. 어떤 할 일없는 마법사와 무림인이 그런 수법들을 만들어 내겠는가. 그 순간에 하나라도 더 마법을 배우고 말지. 덕분에 그녀들은 그날 밤늦게까지 그렇게 고생하다가 겨우 속이 진정되어 잠들 수 있었다. 그런 그녀들에게 아침으로 내어진 것은 묽은 스프 한 그릇. 침대에 앉아 겨우 스프를 들이키고 어느정도 힘을 차린 두 여성이 찾아 간 것이 다른 아닌 이드와 라미아였다. 두 여성은 어제 자신들의 고생을 이드와 라미아에게 돌린 것이다. 또 그게 사실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말에 반응한 페인의 행동 때문에 체하게 됐으니까 말이다. 특히 센티의 경우, 이드와 라미아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란 말을 들었는데, 갑자기 검이 뽑혀버리자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거냐며 따지는 통에 이드와 라미아는 진땀을 빼며 그녀들에게 자신들이 지그레브를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명의 내용은 페인들에게 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코제트와 센티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들이 몰랐던 사실들에 놀랐다. 가디언들이 어떻게 결성됐는지, 정부에서 봉인 이전부터 그들의 존재를 알고서 이용했는지 등의 말에 놀라버렸고, 자신들 이 속한 국가의 정부란 단체에 분노했으며, 가디언들을 동정했다. 이러한 사실들은 아직 일반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다. 과연 이런 설명에 코제트와 센티는 이드와 라미아에게 따지던 것도 잊고서 그저 놀랐다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녀들이 가장 놀란 것은 바로 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서였다. 존과의 약속도 있어서 나이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그저 젊은 여성이 제로란 단체의 주인이란 것에 두 사람은 놀란 표정은 이런 것이다. 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제로는 전 세계의 국가를 상대로 싸움을 벌여서 밀리지 않았던 단체였으니 말이다. 이야기를 마친 이드와 라미아는 두 사람에게 이야기의 비밀을 부탁했고, 코제트와 센티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이드와 라미아를 괴롭힌 덕분에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자신들이 함부로 떠들고 다닐 내용이 아니란 것을 그녀들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걸로 이드와 라미아가 시달리는게 끝난게 아니었다. 체한 것 때문에 일어난 분노는 정신없이 몰아치는 놀라운 이야기에 사라져 버렸지만, 전날 마법과 정령으로 인해 깨끗하게 치워지는 가게의 모습에 코제트가 마법과 정령을 가르쳐 달라고 조른 것이었다. 원래는 식당에 나가야 할 시간이기 때문에 이럴 시간도 없겠지만, 전날 일어난 살인 사건으로 식당엔 일주일 간 휴업에 들어 가버린 상태였다. 누가 사람이 죽었던 곳에 쉽게 들어가려 하겠는가. 때문에 사람들의 뇌리에 그 생각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문을 열려고 한 것이다. 사실 '캐비타'식당정도의 명성과 지명도를 가졌기에 일주일로 끝난 것이지, 보통의 식당의 경우 문을 닫거나 몇 달간의 휴업에 들어가는 게 정상이었다. 물론, 그 덕분에 이드와 라미아는 빚을 독촉하는 빚쟁이처럼 마법과 정령술을 가르쳐 달라고 달려드는 코제트트 때문에 계속 시달려야 했지만 말이다. 도대체 체해서 허롱거리던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끈질긴 건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는 중에 몇 일의 시간이 후다닥 흘러 가버렸다. 오일이라는 시간은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할 일이 많은 사람에게 짧은 시간이고, 누군가에게 붙잡힌 사람이라면 길게만 느껴질 시간. 이드와 라미아는 이 중 후자에 속했다. 다름 아니라 코제트 때문이었다. 한시도 쉬지 않고, 떨어지지도 않은 체 마법과 정령술을 가르쳐 달라고 매달리는 코제트때문에 이드와 라미아는 오일의 시간이 그렇게 느리게 느껴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정말 그렇게 매달리는 코제트가 존경스러워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식당을 꾸려나갈 생각인 코제트로서는 식당을 청소하면서 보여줬던 마법과 정령들의 능력이 너무도 탐이 났다. 자신이 익히기만 한다면, 요리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종업원의 수를 줄일 수도 있으며, 가게의 청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것이 코제트의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면 고작 식당경영을 위해 마법과 정령술을 익히려는 코제트가 이상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쨓든 그녀의 재촉에 못 이겨 라미아가 그녀를 가르쳐 보기로 하고 코제트에게 마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단 하루만에 코제트는 스스로 손을 들고 마법에서 물러났다. 그 엄청난 수식의 계산과 이세상의 글씨가 아닌 듯한 희안하게 생긴 룬어들. 스스로도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지 않는 그녀였지만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뒤이어 이드의 정령술에 대한 설명과 소환방법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고 소환에 들어갔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그녀가 보유하고 있는 마나가 너무 작은데다, 친화력도 별로 인지 운디네가 희미하게 모습을 보이려다 돌아 간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정령들은 인기척도 보이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정령술이 쉽고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그 뒤로 코제트는 정령술에 매달려 버렸고, 자연스레 이드와 라미아는 그녀의 시달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정령술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이드도 별로 자신이 없었다. 그 일이 있은 후 편하게 지내던 이드와 라미아에게 제로의 실력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와 함께 몽페랑의 패배소식이 전해졌다. 제로의 실력을 구경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몬스터의 습격덕분 이었다. 몬스터의 대규모 공격이 시작되고서, 소수로 도시를 공격하는 행위는 줄었지만, 가끔 한번씩 해오는 공격은 아주 강력했다. 오크와 트롤, 오우거까지 팀을 짜서 가해오는 공격은 꽤나 위협적이기까지 했다. 제로는 그런 몬스터들을 도시 외곽에서 처리했고, 이드와 라미아는 그 모습을 본 것이다. 페인의 검강과 그와 함께 몸으로 직접 움직이는 삼십 여명의 검사들의 힘. 이드는 그 모습에 이들이 가디언들 보다 정예라고 생각했다. 자신들의 배에 이르는 몬스터를 상대로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전투 중에 생각도 못했던 존재들이 몇 썩여있다는 점에서 이드와 라미아는 놀랐다. 조금 뻣뻣한 몸짓으로 몬스터를 잡아 찢어버리는 엄청난 힘을 발위하는 인형. 그것은 다름아닌 강시, 참혈마귀들이었다. 정말 요즘엔 잊고 지내던 녀석을 생각도 않은 곳에서 보게 된 것이다. 그 뒤 집에 돌아갔을때 델프씨에게서 상인들에게 실려온 몽페랑의 패배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인간들이 밀렸던 전투였단다. 전투 초반부터 찾아온 위기에 엄청난 능력을 가진 가디언이 나서서 해결을 했지만 그 뿐, 그 일이 있은 다음날부터 차차 밀리기 시작한 가디언과 군은 결국 사일을 더 버티다 패배했다는 것이다. 전투 조반에 나왔던 엄청난 능력의 가디언도 그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단다. 이 대목에선 이드가 아무도 모르게 한숨을 내 쉬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전에 몽페랑의 시민들을 뒷문으로 모두 피신시켜 시민들이 몬스터에 의해 학살되는 것은 피했다는 것 뿐. 지금 몽페랑은 페허와 다름이 없다는 소식이었다. 월요일의 아침이다. 바로 페인들과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어느정도 해가 달아올랐다고 생각될 때 이드는 간단히 몸을 풀고서 라미아와 함께 제로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월요일날 제로가 사람들을 맞는 것은 동과 서의 도시 외곽에 건물들 중 동쪽에 있는 육 층짜리 빌딩이다. 그 위치는 센티로부터 진해들은 두 사람은 곧장 그 곳으로 향했다. 월요일의 거리는 특히나 더 바쁘고 복잡했다. 하지만 외곽으로 빠질수록 그 복잡함은 한산함으로 변해갔다. 제로가 사람들을 맞는 곳은 도시 외곽의 건물 중 동쪽에 자리 잡은 6층짜리 빌딩이다. 센티로부터 그 위치를 전해들은 두 사람은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월요일의 거리는 특히나 바쁘고 복잡했다. 그러나 외곽으로 빠질수록 그 복잡함은 놀라울 만큼 한산함으로 변해 갔다. 제로가 머물고 있다는 건물은 도시의 끝부분에 붙어 있었다. 하얀색의 깔끔한 건물과 그곳 앞쪽에 마련된 넓은 연무장. 아마도 이 연무장 때문에 도시의 외곽에 제로가 자리를 잡은 듯했다. 연무장은 담장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무릎 정도 높이의 흙벽으로 둘러싸여져 있었다. 그곳의 입구엔 한 사람이 밝은 평복을 입은 채 긴 창에 몸을 기대고 서 있었다. 경비인 듯했지만 짐작이 맞을지는 조금 의심스러웠다. 이드는 그곳으로 천천히 다가가며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센티누나가 경비같은 건 없다고 말하지 않았었나?" 라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연무장을 가로질러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사람이 있다고 했었다. 경비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저희들 때문에 그런 거겠죠." 라미아의 짐작은 정확했다. 두 사람이 다가가자 창에 기대어 있던 경비를 서던 제로의 대원이 자세를 바로하며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세 분이 오층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가시죠." 이드는 그 말에 고개를 꾸벅 숙여 알았다는 표시를 해 보이고는 연무장을 가로질렀다. 연무장 여기저기에 몇 명의 제로 대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흩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이드와 라미아가 들어서는데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건물의 정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앞쪽으로 바로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놓여 있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오층에 도착하자 계단의 끝에 제로의 대원인 듯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서 있었다. "따라오게." 단 한마디를 던진 그는 오층에 만들어진 여러 방중 하나의 방 앞에서 방문을 열어 주었다. 방안은 손님을 접대하기 만들어 진 듯 꽤나 안정적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그 중앙에 길다란 소파가 양쪽으로 높여 있었다. 그리고 문을 등지고 있는 의자에 세 명의 사람이 앉아있었다. 그 모습에 이드와 라미아는 열어준 문을 통해 소파로 다가갔다. 그러자 그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던 페인이 고개를 돌리며 자리를 권했다. "이쪽으로 앉아." "고맙습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의 말에 소파에 앉았다. 세 사람의 모습은 처음 봤을 때와 전혀 다를 바 없었다. 단지 페인과 테스티브의 옷차림이 바뀌었을 뿐이다. "차를 드릴까요? 아니면 음료수?" 테스티브가 아직 문을 닿지 않은 제로의 대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실것이 있으면 시키라는 것이다. "아니요. 감사하지만 생각이 없네요." 이드의 대답과 함께 곧바로 방문이 닫혔다. "그럼 저번에 말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하죠. 괜히 시간을 끌 필요는 없을 것 같으니까요. 우선 룬님께 연락이 되어서 이드군이 했던 이야기에 대한 내용을 물어 봤어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예요. 우선 답부터 할게요. 룬님이 말씀하시기를 당신의 검은 당신께서 우연히 얻게된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또 검의 주인 또한 따로 있다 하셨어요. 하지만 지금 이 세상엔 그 주인이 없어 룬님께서 허락을 받지 않고 무례하게 함부로 사용하고 계시다 구요. 하지만 진정 이 세상의 물건은 아니라고. 이 세상엔 검의 주인이 없다고 하셨어요." "....." "안됐지만 이드군이 찾는 물건이 아니군요." 하지만 이드는 그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라미아와 함께 마음속으로 열심히 룬이 했다는 말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 누군가 들어도 신비한 듯한 이야기이며, 마치 신화 속 신에게 받아드는 신검과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말이다. 그러나 말이란게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다르게 들리는 것. 차원을 건넌 이드와 라미아에겐 저 말이 차원을 넘어 온 검이라고 들렸다. 다른 사람에게 막연하게 신비하게 들릴 말들. 이 세상의 검이 아니라는 것. 주인이 따로 있지만, 이 세상엔 없다는 것. 하지만 이드와 라미아에겐 그것들 모두가 차원과 관계되어지자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 세상의 검이 아닌 다른 차원의 검. 이미 혼돈의 파편이란 검의 주인이 있다. 이 차원엔 혼돈의 파편이 없다.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하던 브리트니스가 맞는 것 같지?' '저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게 밖에 생각 안돼요. 물론 다른 의미로 이 세상이란 말을 쓴 것일 수도 있지만... 이 브리트니스가 그 브리트니스라는 생각이 더욱 굳어지는 건 사실이네요.' '... 더욱더 직접 확인해 봐야겠지?' 그 말에 라미아가 슬쩍 이드를 돌아 봤다. '당연하죠.' 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만히 눈을 감고 잔잔히 잠든 수면과 표정의 테스티브를 바라보았다. "그렇군요. 그런데... 세 분은 룬이란 분이 가지고 계신 브리트니스라는 검을 직접 본적이 있나요?" 그 말에 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인인 그인지라 가장 검에 관심을 가진 듯 했다. "물론. 그 검은 이미 룬님의 분신이지. 룬님을 뵐 때 본적이 있다." "혹시 말입니다. 그 검이 전체적으로 붉은색에 황금빛이 녹아든 듯한 검신을 가지고 있지 않나요?" 흠칫. 이드의 말과 함께 페인을 비롯한 세 사람의 몸이 움찔했다. 특히 그 잔잔해 보이던 테스티브의 얼굴에는 폭풍우가 일어난 듯 잔잔한 경련이 일어났다. 당연했다. 아직 그 누구도. 제로의 대원들을 제외하고 누구도 본적이 없는 브리트니스. 그 검의 검신이 바로 이드가 말한 것과 똑같은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 맞는가 보군요. 제가 찾는 검도 그런 색입니다. 또 날카롭다기 보다는 무겁고 무딘 느낌의 커다란 검이죠." 이드의 말이 끝을 맺었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라도 된 듯 가만히 앉아 있던 페인의 검이 푸른색 검강을 머금고 뽑혀져 나왔으며, 가만히 앉아 있던 테스티브의 들려진 양손에서는 엄청난 압력의 물리력이 발휘되었다. "미안하군. 파이어 크라벨!!" "하아아압!!!" 쿠콰콰콰쾅!!! 두 사람의 기합성을 뒤따라 굉렬한 폭음과 함께 오층의 벽면 한쪽이 터져 나갔다. 이드(284) 투둑... 투둑... 툭... 무너져 내린 벽 쪽에서 돌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소나기가 퍼붓고 지나가 듯 한순간의 공격이 끝난 방안으로 잠시간의 침묵이 찾아든 덕분에 그 소리가 더욱 크게 사람들의 귓가를 맴돌았다. 기습적인 공격을 가했던 페인과 데스티스를 비롯한 세 사람은 원래 앉아 있던 자리에서 성큼 뒤쪽으로 물러나 방의 대부분을 가득 채운 먼지로 가득 쌓인 벽면을 굳은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였다. 묘한 침묵의 순간을 깨고 벌컥 열려진 문 사이로 이드와 라미아를 방으로 안내했던 남자의 얼굴이 들이밀어졌다. 지금의 소동에 빨리 뛰어든 것인지 조금은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대장, 무슨 일..." 급히 상황을 묻던 남자의 말이 중간에 끊어졌다.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뽀얀 먼지와 조금 전 자신이 안내했음에도 보이지 않는 미소년, 소녀. 그 두 가지 조건만으로도 충분히 지금의 상황을 유추해 낼 수 있을 정도로 눈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남자를 향해 페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 당장 모든 대원들을 동원해서 연무장을 포위하도록. 적... 이다." "... 하지만 연무장을 비롯한 본부 주위에 어떤 적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또 이미 상황이 끝난 걸로 보입니다, 만?" 폭음이 들리는 순간 가장 먼저 본부 주위를 확인하고 달려온 그였기에 페인의 말에 바로 대답했다. "아직은 아니지만... 곧 목표가 연무장 쪽으로 나갈 거다." 페인은 말과 함께 열려진 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을 타고 옅어져 가는 먼지 사이로 천천히 그 모습을 보이는 은은한 황금빛의 투명한 막을 가리켜 보였다. 페인의 손을 따라 시선을 돌리던 남자역시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두말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그가 자리를 떠난 뒤로도 그가 열어놓은 문으로 계속 들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먼지는 점점 더 옅어졌고, 이제는 그 모습을 확연히 들어낸 황금빛 투명한 막 넘어로 서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 손으로 막을 유지하며 여유로운 모습의 이드와 그런 이드 곁에 산책이라도 나온 듯 한 느낌의 라미아의 모습이 말이다. 우우웅... 이드는 나직한 공명음과 함께 금령단강을 거두어들이며 맞은 편에 서 있는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쉽게 기세가 들어 나 여유있게 막아내긴 했지만, 몇 마디 말에 이렇게 공격해 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저번 식당에서의 데스티스의 반응을 봐서 대충은 알고 있지만, 룬에 대한 이들의 신뢰와 충성도는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룬에게 해가 될 듯한 말이 나오려 하자 바로 공격해 들어 온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이유야 어쨌든 몇 마디 말한 것을 가지고 공격을 당한 입장에서는 상당히... "... 기분이 별로네요. 예고도 없이 기습이라니..." "예고가 없으니까 기습인거다." 이드는 자신의 말을 바로 받아치는 페인의 말에 눈을 또로록 굴렸다. 확실히 그렇긴 하다. 이드는 자신의 귓가로 들려오는 라미아의 숨죽인 웃음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방금 전의 기습에는 이유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이유는 있다." 페인은 그렇게 말하며 한 발작 앞으로 나섰다. 동시에 그의 손에 들려진 검에서 푸른색 검강이 타오르듯 솟아올랐다. "네가 방금 했던 말들이... 룬님의 명성에 해가 되기 때문이다. 흐아압!!" 페인을 말을 마침과 동시에 큰 동작으로 검강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상대를 공격하기보다는 주위를 파괴시킨다는 목적의 공격이었다. 앞서 페인이 내렸던 명령을 생각해본다면 아마도 자신을 건물 밖, 연무장으로 내몰기 위한 공격일 것이다.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무너져 버린 벽을 넘어 건물에서 뛰어 내렸다. 페인의 공격에 이드와 라미아가 서있을 바닥까지 무너져 내린 때문이었다. 과연, 팔십 여명 정도가 되어 보이는 인원들이 연무장의 외곽을 빙 둘러 포위하고 있는 모습이 뛰어 내리는 이드의 눈에 보였다. "별로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그렇죠? 이 상태라면 저 사람들에게 뭘 더 알아내긴 힘들 것 같아요." 라미아가 이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룬에 대해 지극 정성이라면, 목에 칼을 들이대더라도 뭔가를 알아내긴 힘들다. 차라리 다른 방법으로 룬이 있는 곳이라던가, 제로가 있는 곳을 알아보는 게 더욱 쉽고 빠를 것이다. 그때 먼저 뛰어내린 두 사람의 뒤를 따라 페인들이 뛰어내렸다. 그리고 그들이 내려섬과 동시에 연무장을 포위하고 있던 사람들로부터 삼엄한 기세가 일어나며 그 중심에 있는 이드와 라미아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기세란 것이 드래곤의 피어보다 더 할까. 이드와 라미아는 가볍게 그 압박감을 받아 흘려 버리고서 페인들을 바라보았다. 그런 이드와 라미아의 모습은 전혀 전투를 염두에 두고 있는 모습이 아니어서 오히려 검을 들고서 하나가득 긴장하고 있는 페인들이 허탈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앞서 자신들의 공격을 막아낸 그 엄청난 위용의 강기신공을 생각하고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그런 강기를 사용하는 이라면 언제, 어느 때라도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또 먼저 검을 뽑아 든 것은 자신들이었다. 상대의 공격을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저기, 우린...." 페인은 막 뭐라고 말을 하는 이드의 말을 무시하고 검을 들고서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를 신호로 그의 등뒤에 서 있던 데스티브와 퓨가 각각 염동력과 마법력으로 페인을 보조했다. 첫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내는 이드의 모습에 당연하다는 듯 합공을 가한 것이다. "미안하지만... 죽어랏! 파이어 붐버!!" 데스티스의 염동력으로 화살이 쏘아지듯 앞으로 날아간 페인은 파랗게 물든 검을 이드 앞에다 대고 그대로 휘둘렀다. 아직 한 참 앞에 있는 이드가 맞을 이유는 없지만 그것을 노린 수는 아닌 듯 검에서부터 쏟아진 푸른 기운이 그대로 땅으로 스며들며 폭발을 일으키며 이드를 향해 내 달렸다. 그 폭발 하나하나가 작은 자동차 하나를 하늘 높이 쏘아 올릴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드는 그 폭발에도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페인의 지금 공격은 위력은 대단한 듯 했지만, 속도가 떨어지는 때문이었다. 특히... "분뢰(分雷)!!" 분뢰보라는 극쾌(極快)의 보법을 가진 이드를 상대로는 절대로 격중시키지 못 할 그런 공격이었다. 하지만 저쪽도 그걸 계산했던 듯 미리 그곳에 서 있는 것처럼 옆으로 비켜서는 이드를 향해 붉은 핏빛 파도가 밀려들어 온 것이다. 다름 아닌 말없는 마법사 퓨의 공격이었다. 가슴 한쪽을 죄어오는 듯 한 사기에 물든 흑마법이었다. "홀리 위터!" 하지만 그 사기는 곧바로 들려오는 라미아의 맑은 음성과 은은한 은빛을 머금은 작은 물방울에 눈 녹듯 땅속으로 녹아들고 말았다. 그러나 그 것이 시작이었다. 붉은 파도가 책다 녹아들기도 전에 이드의 뱃심으로 파고드는 기이한 역도와 그 역도를 타고, 검을 찔러들어 오는 페인의 공격. 그리고 두 사람의 공격이 끝나는 순간 이드가 피한 곳을 노리고 달려드는 흑마법. 이드는 대기에 느껴지는 기감을 통해 거의 본능적으로 공격을 피해 다니며, 이들 세 사람의 연수합격이 정말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정도로 호흡을 맞추려면 오랫동안 행동을 같이 하거나, 정말 피 땀나는 연습을 하는 수밖에 없었을 것인데... 특히 페인과 데스티스의 합공은 절묘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마치 페인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듯 보조 해주는 데스티스의 염동력이라니 말이다. 이드는 바쁘게 발을 놀리면서 자신이 지금까지 겪어본 전투 상대중 페인들이 가장 합공이 잘 된다고 쓸 때 없는 판정을 내리고 있었다. 반면 공격을 하고 있는 페인들은 자신들의 공격을 정묘하게 피해내는 이드와 라미아에게 처음에는 감탄을 느꼈지만, 서서히 그 감탄이란 감정을 사라지고 짜증만이 남았다. 도대체 잘 피하는 것도 어느 정도지 지금까지 줄기차게 공격하고도 옷깃도 자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크윽.... 젠장. 공격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공격을 피해 다니던 이드는 페인의 신호에 따라 점점 포위망을 좁혀오는 팔십 여명의 제로들을 바라보며 라미아를 슬쩍 돌아보았다. 이렇게 공격을 피하다가 말로써 상황을 풀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겠지?' '그렇죠. 이럴 땐 그냥 힘으로 밀어붙인 후에 말을 꺼내는게 좋을 것 같아요.' 의견일치를 봤다. 저 인원이 한꺼번에 공격해온다면 이드로서도 조금 곤란했다. 이드는 라미아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준 후 다시 한번 들어오는 염력공격을 빙글 돌아 흘려보내며 팔에 안고 있던 라미아를 허공 높이 던져 올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스르릉 거리는 날카롭지만,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뽑혀 나오는 일라이져의 아름다운 검신. "그럼... 실례를 좀 하기로 할까나!" 이드(285) "그럼... 실례를 좀 하기로 할까나!" "상대는 강하다. 모두 조심해!" 페인은 이제껏 자신들의 공격을 받아치지도 않고 유유히 잘만 피해 다니던 이드가 검을 뽑아드는 모습에 이드를 포위하고 있는 단원들을 염려하며 소리쳤다. 이드를 제외하고도 은발의 소녀가 허공중에 떠 있긴 하지만, 그녀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저 지금까지 그녀가 이드에게 매달려 있던 것처럼 별달리 손을 쓰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엔 없는 것이다. 룬을 위해서 였다. 이드와 라미아의 나이에 비례할 실력을 계산하고, 자신들의 수와 실력을 믿고서, 그녀의 명예에 해가 될지 모를 사실을 퍼트릴 상대를 제거할 목적으로 검을 빼들었던 것이다. 헌데 지금 상황은 전혀 그런 뜻과는 다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자신들의 최선을 다한 공격은 상대의 옷자락도 건들지 못한 것이다. 지금 현재 이렇게 검을 들고 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선 스스로 패배를 생각하고 있었다. 애초 상대의 전력을 확실하게 잘 못 본 것이 실수였다. 상대의 실력은 나이에 비해 절대적으로 반비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수십의 단원들. 그들까지 공격에 가담한다면 어떻게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마지막 기대가 남았던 것이다. "모두... 틈만 있으면 어디서든 찔러 넣어랏!" 페인은 그렇게 외치며 허공에 검기를 내 뿌렸다. 다시 한번 공격의 맥을 잡으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페인의 행동은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다름아니라, 이드의 검에 모든 검기가 철저히 와해되어 버린 때문이었다. 이미 제로들을 쓰러트리기로 생각을 굳힌 이드로서는 공격의 흐름을 상대편에 넘겨줄 생각이 없어 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붉게 물든 일라이져의 검신히 화려하게 허공중에 아름다운 꽃 잎들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이었다. 페인의 공격이 막혀 멈칫한 그 짧은 순간에 제로들의 사이사이로 붉은 꽃잎들이 흩 뿌려진 것이다. 일라이져라는 꽃 봉우리에서 뿌려진 꽃잎들은 마치 봄바람에 날리는 벚꽃처럼 순식간에 제로의 단원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막아!!" 페인이 악을 쓰듯 소리쳤다. 갑작스럽고 생각도 못했던 방식의 공격에 일순 반응할 순간을 놓쳐 코앞에까지 공격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만 있었지만, 그 공격을 그대로 두드려 맞을 생각은 절대 없었다. 거기다 붉은 꽃잎과 같은 검기의 위력이 절대 약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페인의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이미 모든 제로의 단원들이 검기를 피해서 몸을 피하거나 검기를 공격해 들어갔다. 그런 제로들의 모습에 검기를 뿜어대던 이드의 입가로 묘한 미소가 떠 올랐다. "그렇게... 쉬운 공격이 아니라구. 난화육식(亂花六式) 분영화(分影花)는...." 마치 바둑을 두는 상대에게 훈수를 하듯 말을 잊던 이드는 흘려내던 검초와 내력의 운용에 아주 미세한 변화를 가했다. 난화십이식 제육식 분영화의 핵심 요결인 층영(層影)의 묘리였다. 살랑 바람에 흩날리는 꽃 잎 같았다.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 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는 꽃잎은 그 작은 움직임과 동시에 한, 두개의 그림자를 만들어 내며 분영화를 맞받아 치려는 제로 단원들의 눈을 어지럽혔다. 덕분에 여기저기서 헛손질을 하는 단원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들은 여지 없이 분영화의 검기에 혈도를 제압당하고는 그대로 땅에 엎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분영화의 초식에 쓰러진 것은 열 명하고도 두 명밖에 더 되지 않는 수였다. 나머지는 그들의 모습에 검기를 피하거나 스스로의 검기를 넓게 퍼트려 분영화와 부딪혀 왔기 때문이었다. 그 분영화의 일초를 시작으로 일방적인 공격과 일방적인 방어만으로 이루어진 전투가 시작되었다. 화려하면서도 다양하다 못해 생각도 못했던 방법으로 검기를 사용하는 이드의 공격과 검기, 마법, 염력으로 방어에 힘쓰는 제로의 단원들과 페인들 세 사람 사이의 전투. 그렇게 이십 분 가량에 걸쳐 치루어진 전투는 제로 쪽에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허락하고는 제로 측의 완벽한 패배로 끝이 나 버렸다. 애초에 전투력의 질이 달랐던 것이다. 그 모습에 허공중에 편하게 누워 구경하고 있던 라미아가 연무장에 홀로 서있는 이드 옆으로 내려서며 낮게 휘파람을 불었다. "역시 이드님.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모두 눕혀 버리셨네요." 그녀의 말대로 이드를 중심으로 팔 십여 명이 넘던 제로의 단원들이 모두 연무장 바닥에 편하게 쓰러져 자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몸엔 전혀 혈흔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옷이 찢어지거나 퍼렇게 멍든 사람은 있지만 말이다. 모두 이드가 혈도 만을 찾아 제압한 때문이었다. 또 전투가 이십 분 동안 계속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몸이 다치지 않은 대신 너무 간단하게 쓰러진 것에 대해 정신적으로 타격을 받은 때문인지 제로의 단원들은 다시한번 이드에게 쓰러지는 악몽을 꾸는 듯 끙끙대고 있었다. 특히 이드에게 가장 많은 공격을 퍼부었지만 한번도 성공시키지 못했던 페인의 얼굴은 한순간도 펴질 줄을 몰랐다. 이드는 그 모습을 슬쩍 돌아본 후 라미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으니까. 혹여라도 누가 크게 다치면 이야기하기 껄끄럽잖아. 거기다 이 사람들이 다치면 이 도시를 방어하는 것도 힘들어 질 테니까. 그리고 피를 흘리지 않다니. 넌 저 사람들만 보이고 난 안보이냐? 여기 피 난거?"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대뜸 팔뚝의 한 부분을 라미아 앞으로 내 밀었다. 그 팔뚝의 한 부분엔 자세히 봐야 보일 정도의 아주 작은 상처와 함께 희미한 붉은 기운이 맴돌았다. 도저히 상처라고 말해주기 힘든 정도의 상처였다. 한 마디로 장난이란 말이다. 라미아는 그 모습에 피식 김빠진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 호~ 해드려요?" "뭐... 그래주면 고맙지." 잠시 후 라미아로 부터 치료(?)를 받은 이드는 라미아와 함께 정령과 마법를 사용하여 제멋대로 쓰러져 있는 제로의 단원들을 연무장 한 쪽으로 정리했다. 해혈을 했지만 점혈의 강도가 지나치게 강했는지 깨어나는 사람이 없어서 취한 행동이었다. 촤아아악 "히에에엑.... 뭐, 뭐냐. 푸푸풋... 어떤 놈이 물을 뿌린거야... 어떤... 놈이..." 차갑도 못해 얼얼할 정도의 냉기를 품은 물세례에 한창 꿈나라를 해매던 페인은 기겁을 해서 벌떡 일어나며 아직 잠에 취해 흐릿한 눈으로 물을 뿌린 상대 찾아 사방으로 살기를 뿌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심하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퓨와 데스티스의 모습에 살기를 거두어야 했고, 그 뒤로 소파에 앉아 킥킥거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드와 라미아의 모습에 말까지 어물거리고 말았다. 기절하기 전까지 죽이기 위해 싸우던 상대에게 이런 꼴을 보였으니 평소 체면 같은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그로서도 창피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페인은 창피함을 피해보려는 듯 괜한 헛기침을 내 뱉으며 퓨와 데스티스를 향해 상황 설명을 해달라는 눈짓을 해 보였다. 이드는 물에 빠진 생쥐 마냥 흠뻑 젖은 페인을 바라보며 웃음을 삼켰다. 전투 때와는 달리 이렇게 보는 페인은 상당히 허술해 보이는 사람이다.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가 깨어나기 전의 상황을 생각했다. 이드에 의해 단체로 낮잠 시간을 가지게 된 제로 단원들은 잠든지 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하나, 둘 천천히 깨어나기 시작했다. 처음 깨어나며 이드와 라미아를 확인한 그들은 한순간 움찔하긴 했지만 곧 뭔가를 생각했는지 두 사람에 대한 경계를 풀고 자신들의 몸을 추슬렀다. 아니, 경계를 풀었다기 보다는 자신들의 목숨이 이드의 주머니 속에 들어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드와 다투기를 포기한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한 시간이 지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깨어난 후에야 퓨와 데스티스가 깨어났다. 그들이 강했던 만큼 점혈의 강도가 강했던 때문이었다. 하지만 페인만은 모든 사람들이 깨어난 후에도 전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를 데스티스가 염력을 이용해 건물 안으로 옮겼고, 그를 깨우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하던 중 최후의 수단으로 퓨가 마법으로 얼음물을 뿌려 깨우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이드가 몇 분전의 상황까지 생각했을 때 페인이 데스티스에게 받아든 수건으로 흠뻑 젖은 몸을 닦아내며 이드와 라미아가 앉아 있는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 "우선... 나를 포함한 모두를 살려주어서 고맙다." 페인은 그 말과 함께 깊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런 그를 따라 퓨와 데스티스도 고개를 숙였다. 죽이려 했던 자신들을 살려준 이드에게 이외에 달리 뭐라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애초 자신들이 먼저 공격을 하고서도 이렇게 목숨을 건졌으니 말이다. 거기다 룬의 명예를 위해 검을 빼들긴 했지만, 서로간에 직접적인 원한이 있어 싸운 것이 아닌 만큼 페인들이 이드에게 고개를 숙이는데는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다. 더구나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바꿀 가능성도 없이 일방적인 이드의 승리로 끝이 나있는 상태였던 때문이기도 했다. 이드는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그들을 향해 손을 내 저었다. "아니, 별로. 저 역시 피를 보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걸죠. 더구나 아직 더 들어야 하는 이야기들이 있구요. 사실 저희들이 나누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잖습니까." 뭐, 싸우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 거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 말에 마주 앉은 세 사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자신들이 검을 들고 싸웠던 이유가 바로 그 이야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특히 룬에 대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데스티스의 얼굴엔 뭔가 굳은 결의 같은 것이 떠올랐다. "그 이야기라면 더 할 말이 없군요. 당신이 우리를 살려 준 것은 고마우나 룬님에 대해 뭔가를 알아내고자 하거나 좋지 못 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대답할 생각이 없어요. 또 다시 당신과 싸우고, 이번엔 죽게 된다 하더라도..." 데스티스의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실내에 흘렀다. 그녀의 말에 페인과 퓨도 같은 생각이라는 듯 동의를 표했다. 그런 세 사람의 모습에 이드는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좀 좋은 분위기에서 대화를 해볼까 하는 생각에 무혈로 제압한 것이지만, 저렇게 나온다면 좋은 분위기는 고사하고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힘들 것 같아 보였다. 그때 라미아가 그런 이드를 대신해 입을 열고 나섰다. "저기요. 서로 뭔가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저희는 그 룬양에 대해 뭔가 좋지 않은 말을 하려는게 아니예요. 단지 저희가 찾는 물건에 대해 알아보려 할뿐이죠." "그게 그거 아닌가요? 우.연.이지만 두 사람이 찾고 있는 물건을 룬님이 가지고 계세요. 이 상황에서 뭘 더 말할 수 있겠어요?" 데스티스가 라미아의 말을 받았다. 거기에 우연이란 말을 써서 룬이 의도적으로 남의 물건을 쓰고 있지 않다고, 지금 룬이 쓰고 있는 검을 부정한 방법으로 취한 것이 아니란 것을 주장하기까지 하고 있었다. 정말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알뜰하게 룬을 챙기는 데스티스였다. "그렇죠. 우연히, 정말 우연히 저희가 찾고 있는 검을 룬양이 가지고 있을 뿐이죠. 앞서 이야기했듯이 저희가 아는 사람이 잃어버린 물건이거든요. 도둑맞거나 한 물건이 아니란 말이죠. 그래서 제가 오해라고 말한 거예요. 단지 물건을 찾고 있는 것 때문에 공격이라니... 이건 저희들 보다 그쪽의 문제인 것 같은데요. 혹시 룬양이 저희가 찾고 있는 검. 브리트니스를 룬양이 부정한 방법으로 취한 건 아닐까. 하고 의심한 그쪽의 문제 말이에요." 라미아는 말을 끝냄과 동시에 슬쩍 데스티스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느꼈는지 데스티스는 앞이 보이지 않음에도 눈이 마주친 사람처럼 흠칫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퓨와 페인역시 마찬 가지였다. 세 사람은 뭐라 말하기 힘든 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름 아니라 라미아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에 떠오른 표정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자신들이 룬을 불신한 것이고, 자신들이 지례짐작하여 공격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특히 룬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끔찍이 생각하는 데스티스는 다름 아닌 스스로가 룬에게 죄를 쒸우고, 의심한 것이란 사실에 고개를 들 생각을 못하고서 멍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세 사람만 탓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지금 룬이 하고 있는 일. 즉 몬스터 편에 서서 인간을 몰아내는 일을 하는 것이 이 세 사람에게 상당히 좋지 못한 느낌으로 다가왔고, 그 느낌이 그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은근히 룬에 대한 믿음을 근본적으로 흔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때 이드의 말을 들은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던 페인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데스티스를 대신해 입을 열었다. 스스로의 자책에 빠진 그녀로서는 지금 대화를 끌어갈 수 없다 생각한 때문이었다. "확실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지례 짐작한... 우리들 잘못이었다. 다시 한번... 사과한다." "뭐... 이미 지난 일이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요. 우리에게 크게 위협이 된 것도 아니고... 대신 아까도 말했지만 브리트니스와 룬양에 대해서 하던 이야기를 마저 끝냈으면 좋겠는데요. 그렇죠. 이드님?" 저 말 잘했죠. 하는 표정으로 라미아는 이드를 바라보았다. 이드는 그녀의 모습에 머리를 쓱쓱 쓰다듬으며 한쪽 눈을 찡긋해 보이고는 페인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맞아. 라미아 말대로 저희들이 바라는 건 처음에 말했던 것과 같이 룬양과의 만남입니다. 그것이 안되면 말이라도 다시 전해 주세요. 정말 브리트니스의 주인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한번 만나길 원한다고. 검이 이곳에 왔듯이 검을 아는 사람도 이곳에 왔을 수도 있다고 말이죠. 해주시겠습니까?" "바로 전해주겠네. 룬님도 검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싶으실 테니까." 페인은 그렇게 말하며 룬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다시 다잡았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뭔가?" 이드가 슬쩍 말을 끌자 페인과 퓨가 시선을 모았다. "이번에도 몇 일간 기다려야 하나요? 좀 오래 걸리는 것 같던데." 그 말에 페인이 씁쓸하게 웃어 보이며 퓨를 바라보았고, 그 시선을 받은 퓨가 바로 방에서 나가자 페인이 고개를 저었다. "바로 연결이 될거야. 그때는 우리가 일부러 시간을 끌었던 거니까. 이쪽에서 연락을 하고자 하면 언제든지 가능하지. 룬님은 우리를 잊은게 아니니까 말이야." 페인은 그렇게 말을 하며 큰죄를 지은양 고개를 숙인 데스티스의 어깨를 토닥였다. (286) 페인은 그렇게 말을 하며 큰 죄를 지은 양 고개를 숙인 데스티스의 어깨를 토닥였다.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이드와 라미아는 페인으로부터 제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미 제로의 목적과 출신을 알고는 있었지만 페인은 그보다 좀 더 상세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렇다고 그 이야기 중에 제로의 자세한 조직체계라던가, 거점등의 핵심적이고 중요한 정보를 말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대충 제로라는 조직이 어떤 형태라는 것과 그들과 룬의 활동내용등 제로에 대해 좋은 쪽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두리뭉실하게 주절거렸다. 아마도 룬이 가진 검의 진짜 주인을 알고 있는 이드와 라미아에게 룬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원래 말재주가 없어 보이던 페인이었다. 잠시간 이야기를 끌어 나가던 페인은 곧 이야기 거리가 바닥났는지 입을 다물었고, 그때부터는 방안에는 조용히 찻잔 딸깍거리는 소리만이 흘렀다. 그 동안에도 데스티스의 고개는 여전히 숙여져 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상당히 컸던 모양이었다. 또 그만큼 룬에 대한 믿음이 크다는 뜻이기도 했다. 과거 중원과 그레센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충성심이었다. 그런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은 한참 시간이 흘러 무게 있게 앉아 있던 페인의 몸이 비비꼬이다 못해 무너져 내리려 할 때쯤이었다. 그리고 그때가 되어서야 연락을 위해 나갔던 퓨가 다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는 별다른 행동 없이 잠시 페인을 바라보다 온다간다 말없이 다시 밖으로 스르륵 나가 버렸다. 왠지 머리 한구석에 커다란 땀방울이 맺히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마법사라던가 퓨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가 페인에게 뭔가 말을 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드역시 앞서 경험한 적이 있었고, 또 이번에도 작은 마나의 흔들림을 보았다. 룬과 연락이 되어 그 내용을 말한 모양이다.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무슨 내용인지 빨리 말해보라는 듯 반짝이는 눈으로 페인을 바라보았다. 페인은 그런 이드의 눈길이 부담스러웠 던지 슬쩍 눈길을 피하며 퓨에게 들었던 말을 되풀이 했다. 가끔 생각이 드는 것이지만, 이럴때면 자신이 앵무새 같이 느껴지는 페인이었다. "험... 퓨가 말하기를 일단 룬님과 연결은 됐다는 군. 자네가 했던 말도 전했고. 룬님은 그 말을 듣고 깊게 생각하셨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시지 못하셨다네. 자네에게 전할 말도, 자네를 만날 것인지 말 것인지 하는 일도. 해서 한참을 생각하시던 룬님은 오늘 내로 다시 연락하겠다고 하시고 연락을 마쳤다고 하네." 페인의 말을 들은 이드는 볼을 긁적이며 입맛을 다셨다. 브리트니스가 있던 곳에서 왔던 사람들이란 말, 그러니까 이세계(異世界)에서 왔다는 말을 전하면 궁금해서라도 당장 달려 올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대로의 반응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보통은 그런 말을 들으면 궁금해서라도 바로 달려오던가, 아니면 어떤 다른 반응을 보일텐데 말이다. 뭐, 제로를 조직하고, 드래곤들만이 알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보통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럼... 그쪽에서 연락을 할때까지 기다려야 되겠네요." "그래도 상관은 없지만... 퓨의 말로는 일단 돌아갔다가 내일 다시 오는게 더 좋을 것 같다는군. 뭐, 어떻게 하든 그쪽이 편한대로 하게." "그럼... 내일 다시오죠. 그래도 되죠? 이드님." 이드는 자신을 돌아보는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언제 올지 정해지지도 않은 연락을 기다리는 것 보다 돌아가 느긋하게 하루를 쉰 후 다시 오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것이다. 룬을 만나는 일이 일분, 일초를 다투는 급한 일도 아니고, 제로가 도망갈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일단 그렇게 하기로 결정이 내려지자 이드와 라미아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바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서로 잘못 이해하고 있던 것들이 풀려 좋지 않은 감정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아직 서로에게 불편하다는 것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드와 라미아는 내일 오겠다는 말을 건네고는 건물을 나섰다. 그런 두 사람의 뒷모습을 제로의 단원들은 처음 올 때와는 달라진 시선으로 배웅했다. 무시와 호기심에서 경계와 경외감으로 변한 시선으로 말이다. 제로의 지부에서 나온 두 사람은 곧장 센티의 집으로 향했다. 오늘 아침 두 사람을 향해 걱정스런 눈길을 보내던 센티와 코제트들의 모습이 생각나서였다. 또 점심 시간도 되었고 말이다. 집에 도착하자 과연, 센티와 코제트들이 많이 기다렸다는 듯 두 사람을 맞아 주었다. 그 모습이 꼭 전장에서 돌아온 가족을 맞이하는 것 같아서 조금은 우습기도 했지만,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자신들을 이렇게 걱정해 준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기도 했다. 이드와 라미아는 자신들을 기다리느라 점심을 먹지 않은 사람들과 늦은 점심을 먹으며 제로 지부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 센티들은 제로들과 싸웠다는 말에 굳은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지만, 다친 사람이 없다는 말에 곧 표정을 풀고서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듣는 듯 전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재촉했다. 덕분에 이날 남아 있던 시간동안 이드는 광대처럼 여러가지 초식의 동작을 해 보이며 몇 번이고 이야기를 되풀이해야 했다. 그것도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가 킥킥대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서 말이다. 그리고 잘못된 음악 삽입으로 그날 밤 라미아는 이드와 같은 침대를 사용하지 못하고서 훌쩍였다나? 델프씨 댁의 아침식사는 상당히 부산하고 시끌벅적하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 밖에서 먹는 점심식사를 제외하고 집에서의 식사 때는 항상 그렇다. 델프씨 집안 식구들의 특징이랄 수도 있지만, 센티와 모르세이가 같이 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단 두 명이긴 하지만 가족아닌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식사인 만큼 한층 더 떠들석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그 떠들석함 속에 끼어 정신없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온 이드와 라미아는 지금, 전날 제로의 단원들과 전투를 치루었던 연병장의 한쪽에 서 있었다. 그 옆으로는 페인과 데스티스를 비롯한 몇 몇의 제로 단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런 모두의 시선은 연병장의 중앙으로 향해 있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퓨를 비롯한 몇 명의 마법사들이 정밀하게 그려내는 기아학적인 모양을 가진 눈부신 백색 마법진으로 시선이 모아져 있는 것이다. 이드가 연병장으로 들어서기전에 이미 그려 지고 있었던 마법진의 용도는 초장거리 이동에 사용되는 것으로 페인의 말로는 저것을 통해 제로의 본진쪽에서 누군가 올 것이라고 한다. 물론 그 누군가가 오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이드와 라미아, 그리고 룬이 가지고 있는 검 브리트니스의 문제 때문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페인의 말로는 이러한 내용이 전날 늦은 저녁 룬으로 부터 전달됐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이드로서는 룬이 바로 오지 않는 것이 좀 아쉽긴 했지만 이번에 오는 사람을 통해 룬을 바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은 기대하며 마법진이 완성되길 기다렸다.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있던 마법진의 제작은 십 분이 조금 넘어 완벽하게 완성되었다. 퓨는 마법진이 완성되자 곧 지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본부 쪽에 마법진의 완성을 알리고 나온 것이다. 이쪽 마법진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알려야 상대 쪽에서 이동해 올 테니 말이다. 또, 언제 이동되어 올 것인지 알아야 그때에 맞춰 마법진을 활성화시키고, 마법진에 마력을 주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 마법진에서 물러서. 퓨가 마법진을 활성화시킨다." 퓨가 건물에서 나와 바로 마법진 앞에 서자 페인이 주위 사람들을 향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 목소리에 맞춰 마법진을 조율하는 위치에 서있던 퓨가 서서히 마법진을 활성화시키며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 연락에서 이미 상대 쪽에선 모든 준비가 끝나서 이쪽에서 연락오기를 기다렸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마법진에 마력을 충전시킨 퓨는 뒤로 멀직이 물러났다. 마법진에 마력을 주입해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그의 할 일은 끝났기 때문이었다. 이제 누군가 이동되어 오길 기다리며 혹시라도 어떤 미친놈이 자살을 기도(企圖)하며 마법진으로 뛰어드는 일만 경계하면 되는 것이다.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긴 하지만 사람의 일이란 모르는 것. 혹시라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 미친 작자뿐 아니라 마법진을 이용하는 존재마저 가장 작은 세포이하 단위로 공중분해되어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주위에 특별한 위험이 없다 하더라도 주위를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주위를 경계하며 마법진으로 누군가 나타나길 기다린지 잠시. 어느 순간부터 백색의 마법진이 눈부신 황금빛을 뿜어내며 허공중에 금빛으로 이루어진 마법진을 만들어 냈다. 그와 동시에 황금빛의 중심으로 우유빛 광구가 생겨나 서서히 그 크기를 더해가기 시작했다. "온다." 츠팍 파파팟 누군가의 목소리를 신호로 우유빛 광구가 급속히 커져 나가며 허공에 새겨졌던 금빛 마법진을 산산이 찢어 버렸다. 허공중에 부셔진 황금빛 조각들은 사방으로 퍼져나가지 않고 마법진 가장자리를 돌며 주위의 시선으로부터 텔레포트 되는 순간을 가렸다. 아니, 황금빛 그물이 되어 광구의 우유빛 빛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는 것 같았다. 이렇게 화려하고 요란한 걸 보면 상당히 고급의 고위 마법진을 사용한 모양이다. 그렇게 모든 빛들이 아침안개가 스러지듯 사라지고 난 곳에는 빛의 화려함과 비교되는 간촐하고 수수한 모습의 노인이 서 있었다. 오랜 세월의 빛깔이 스며든 간촐하지만 단아한 맛이 느껴지는 옷에 하얀 서리가 내려앉은 머리카락과 멀리 높이 솟은 산을 바라보는 것 같은 깊은 눈동자. 가슴께까지 기른 멋드러진 은염(銀髥) 중앙부분의 손가락 굵기 정도가 검은색으로 남아 있어 더욱 멋있어 보이는 노인은 전체적으로 한마리 고고한 학을 연상케 하는 기풍(氣風)을 가진 대학사(大學士)와 같은 모습이었다. '흐음... 태산의 고요한 기세를 갈무리한 초극의 고수다. 저런 분도 제로에 있었나?'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이미 현경(玄境)의 깊은 경지에 들어서 자신의 실력을 깊이 갈무리해 밖으로 내비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인간이 이룰수 있는 경지를 벚어났다고 할 수 있는 이드의 눈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사실 노인이 이룬 경지는 옛날 이드가 무림에서 활동하던 당시에도 단 열 명밖에 이루지 못한 대단한 것이었다. 헌데 그때보다 무공이 퇴보했다고 할 수 있는 지금에 저런 경지의 고수가 존재하고, 그 고수가 제로의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드로서도 의외였다. 현경이란 경지의 이름만으로도 한 단체의 수장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는 사람이 제로에서 란이라는 어린 여자아이의 명령을 받는다니 말이다. 혹시 진짜 제로를 운영하는 것은 저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순간 머리를 스치기까지 하는 이드였다. 그만큼 노인의 실력은 이 세계에 와서 본 인간들 중 가장 뛰어난 것이었다. 이드가 그렇게 상대를 평가하고 있는 사이 제로의 단원들이 정중히 노인을 맞이했다. 특히 페인을 비롯한 검을 사용하는 단원들은 오랜만에 제자를 찾아온 스승을 맞이하는 듯 최선을 다해 절도 있게 깊이 허리를 숙였다. 그 모습으로 보아 제로에서도 꽤나 중요한 사람인 것 같았다. 노인에게 인사를 마친 페인은 그에게 다가가 잠시 뭔가 이야기를 건네었다. 노인은 페인의 말을 들으며 몇 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이드와 라미아를 바라보며 묘한 눈빛을 반짝이더니 가만히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왔다. "본의는 아니지만 기다리게 한 것 같습니다. 본인은 마사키 카제라는 자로 제로에서 쓸 때 없이 밥만 축내고 있는 늙은이지요. 이렇게 귀한 분들과 만날 기회가 온걸 보면 아무래도 늦복이 터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낮선 곳에서 오신 방문자 분들..." 말과 함께 약간 숙여지는 고개와 함께 자신을 카제라 밝힌 노인의 깊은 눈동자가 이드와 라미아의 전신을 스쳐지나갔다. 이드는 척 보기에도 한참 어려 보이는 자신들에게 말을 높이고 고개를 숙이는 노인의 모습에서 상대방에게 깍듯하게 예를 표하던 동영인의 모습을 떠 올렸다. 또 그의 말 중에서 "낮선 곳" 이란 단어가 썩여 있는 것이 카제라는 노인이 자신과 라미아가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이 머리를 채운 것도 잠시 이드는 카제라는 노인을 향해 마주 고개를 숙여 보였다. 상대의 인사를 무시 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또 노인 뒤에서 빨리 고개를 숙이라는 듯 하나같이 눈에 힘을 주고서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페인을 비롯한 제로들의 시선도 있고 말이다. "별말씀을... 오히려 제가해야 할 말인 걸요. 현경이라니. 제가 이곳에 와서 만나본 사람들 중 가장 높은 경지에 오른 분입니다.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리고 편히 말씀하시죠. 아직 어린 나이라 카제님의 높임말은 당혹스럽습니다." "허헛... 그럼... 편히 하지. 그리고 칭찬 고맙네. 늙은이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란 걸 알면서도 자네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구만. 허허헛!" 노인은 인상좋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은 그렇게 편치 못했다. 이곳에 온 목적도 목적이지만, 자신이 도달한 경지를 너무 쉽게 짚어 내는 이드의 모습에 마음이 절로 긴장되어진 까닭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사이로 페인이 슬쩍 끼어 들었다. "선생님 여기서 이러실게 아니라, 들어가셔서 편히 이야기를 나누시죠." "그래. 안내하거라. 자, 나머지 이야기는 들어가서 하세나." 노인의 말에 페인이 앞장서서 노인과 이드, 라미아를 안내했다. 그 뒤를 퓨와 데스티스가 조용히 뒤따랐다. 페인을 선두로 한 그들의 모습이 건물 안으로 완전히 사라지자 연무장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제로 대원들도 하나, 둘 자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음 몬스터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을 때울 카제와 이드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한아름 가지고서 말이다. 페인이 일행을 안내한 곳은 건물의 오층, 이드와 라미아가 찾아 왔을 때 안내됐던 접객실의 정 반대편 위치한 방이었다. 이곳 역시 접객실로 사용하기 위한 것인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기 편하도록 꾸며져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수선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람을 대접하기엔 그다지 적당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오히려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지나간 옛 이야기를 나누기에 적당한 그런 느낌이 드는 방이었다. 페인의 뒤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선 카네역시도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인지 페인이 권하는 자리에 엉덩이를 걸치며 의아한 듯 입을 열었다. "흠, 페인아. 저번에 내가 들렸을 때는 이곳이 아니라 다른 접객실로 안내하지 않았었느냐? 이 방은... 손님을 대접하기엔 그다지 적당해 보이지 않는구나." 그 말과 함께 잠시 몸을 숙인 카제의 손에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얀 종이가 보라는 듯이 들려졌다. 페인은 그 모습에 재빠른 동작으로 카제의 손에 들린 종이를 빼앗듯이 넘겨받아 등뒤로 감추고는 어색한 미소를 흘렸다. 마치 가정방문 온 선생님께 변명하는 초등학생과 같은 그 모습에 뒤에 있던 데스티스가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하아... 저 덩치만 큰 바보!' "아. 하. 하. 하. 그, 그게 말이죠. 선생님... 워, 원래 쓰던 접객실에 조금 문제가 생겨서 말입니다. 저기... 그래서 저희가 회의실로 사용하던 곳으로 안내한 건데... 조, 조금 지저분하더라도 이해해 주십시오."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이곳은 손님을 대접하기엔 그다지 적당해 보이지 않는구나. 나는 상관없지만 손님께는 실례되는 일이지. 사과는 내가 아니라 여기 두 사람에게 해야할게다. 그런데... 원래 접색실엔 무슨 문제더냐?" "그... 그게... 저기... 그러니까 수, 수련중에. 예, 수련중에 사고로 접객실의 벼, 벽이 부셔지는 사고가 있었거든요. 아하하하...." 여전히 굳은 얼굴로 웃어 보이는 페인으로서는 최선을 다한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이드와 라미아의 한마디에 바로 탄로날수 있다는 생각에 벼랑끝에 서있는 듯 조마조마한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이드와 라미아는 그 거짓말을 모르는 척 넘기기로 했다. 다름아니라 더듬거리며 말을 지어내는 페인의 이마와 콧등엔 솟아있는 새하얀 땀방울 때문이었다. 노력이 가상해 보여서라고나 할까? 좌우간 두 사람이 묵인해준 거짓말에 카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멋들어진 수염을 쓸어 내렸다. "으음... 조심하지 않고." "아하하하...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페인은 카제의 말에 그제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긴장하고 있던 마음이 타악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로서는 이드와 라미아를 공격했던 사실을 카제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절대로 말이다. 이드와 라미아에 대한 공격은 제로의 뜻이 아니라 페인과 데스티스, 퓨. 이 세 사람의 독단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헌데, 지금 그 공격했던 상대가 제로의 중요한 손님으로 제로에서도 큰 스승으로 있는 카제가 직접 맞이하고 있으니 페인으로서는 혹여 카제가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길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첫 공격이 비겁한 기습이었다는 것을 예(禮)와 의(義)를 중시하는 카제가 알게 된다면... '으.... 생각하기도 싫지만, 보나마나 수련을 빙자한 지옥일주(地獄一周)를 하게 될거야.' 진실이 밝혀질 경우의 결과에 가볍게 진저리를 친 페인은 데스티스와 퓨를 앞세우고 함께 접객실을 나섰다. 카제가 직접 말을 하진 않았지만 이드와 라미아와의 이야기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었으면 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카제가 방을 나서는 세 사람을 잡지 않은 것을 보면 페인이 그의 뜻을 제대로 읽은 것 같았다. 하여튼 이로서 자신들이 할일은 끝이니 쉬기만 하면 된다. 라고 생각하며 막 페인이 몸을 돌리려 할 때였다. "페인. 간단한 차를 좀 준비해 다오." "네,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 아무래도 차 시중을 든 후에 쉬어야 할 것 같다. 물론 그 후에도 쉴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직접 가르친 적이 있어서 그런지 이곳에 오면 페인만을 찾는 카제였다. 덕분에 페인은 그가 와있는 동안엔 항상 대기 상태에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 동료들은 슬금슬금 그를 피해 다닌다. 괜히 곁에 있으면 같이 피곤해 지기 때문이었다. 데스티스와 퓨도 이미 자리를 피하고 없었다. 그리고 이기간 동안 페인은 알 수 없는 외로움과 배신감에 몸을 떨어야 했다. 페인의 기척이 방에서 멀어지자 카제가 이드와 라미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간단히 전해 듣긴 했지만 정말 아름답게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것이 절로 축복해 주고 싶은 남녀. '그런 두 사람이 다른 세상에서 온 존재라...' 카제는 어제 밤 브리트니스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이야기하던 란을 떠 올렸다. 다른 세계(異世界).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녀의 무기이며, 이제는 그녀의 상징과 같은 브리트니스가 다른 세계의 검이라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니, 그녀와 브리트니스가 만들어내는 엄청나다고 밖엔 말할 수 없는 능력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해가 되는 말이기도 했다. 단지 의외의 사실에 잠시 당황했을 뿐. 더구나 지금의 세상은 봉인이 풀려 생전 접해보지 못한 몬스터를 비롯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그렇게 보기보다는 다른 세계와 합쳐졌다고 느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복잡하게 봉인의 작용이 어떻다 저렇다하기 보다는 그쪽이 훨씬 받아들이기 편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마디로 다른 세계란 단어가 낮설지 않다는 말이다. 그리고 카제또한 그런 사람들처럼 편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란의 이계인(異界人)이란 말역시 그의 마음에 강하게 와 닿지 않았다. 특히 이계인이라는 이질감대신 이드와 라미아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친근감-정확히 느낀 거지만 말이다.-에 그런 마음은 더했다. 솔직히 이계인이란 것보다 현경에 오른 자신도 파악 할 수 없는 두 사람의 힘과 브리트니스를 찾는 목적이 훨씬 더 신경 쓰이는 카제였다. 하지만 그런 카제의 생각을 알 수 없는 이드와 라미아로서는 유심히 자신들을 바라보는 카제의 시선이 조금 부담스러웠기에 먼저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흠, 흠! 뭔가 말씀하시고 싶은 것인 있는 듯 한데... 말씀하시죠. 그렇게 바라만 보시면 저희가 부담스럽습니다." 그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생각에 빠져 있던 카제가 아차! 하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내가 너무 내 생각에 빠져서 실수를 했구만. 손님을 앞에 두고... 미안하네." "아니요. 신경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보다는 뭔가 이야기 거리가 있는 듯 한데. 말씀해주시겠어요?" 라미아가 카제의 말을 받으며 그가 입을 열기를 재촉했다. 누가 뭐래도 이드와 라미아는 질문을 던진 입장이고, 카제는 그 질문에 답해야 하는 입장이니 먼저 말을 꺼내라는 뜻이었다. 어찌보면 무례해 보이는 행동이었지만 카제는 전형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남자들이라면 거의 모두가 그런것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흔한 말로 미녀는 뭘 해도 용서가 되니까 말이다. 오히려 도도해 보인다고 좋아하는 녀석들이 있을지도... 좌우간. 이런 라미아의 말이 신호가 되었는지 카제가 자세를 바로하며 입을 열었다. "우선 자네들이 확인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 답해주겠네. 자네들이 찾는다는 브리트니스라는 검과 란님이 현재 소유하고 있는 브리트니스는 동일한 물건이었네." 과연. 끄덕. 끄덕. 이드와 라미아는 서로를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사실이라고 확신(確信)하고 있던 일을 확인(確認) 받은 것이다. "그리고 브리트니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몇 가지 묻고 싶은게 있네. 답해 주겠나?" 이어진 카제의 말에 이드와 라미아가 그와 시선을 맞추었다. "저희가 대답해 드릴 수 있는 것 이라면요." "자네들도 들어 알겠지만 제로라는 단체는 국가에 이용당하고 있던 능력자들이 그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단체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란님도 마찬가지였었지. 그분이 가진 투시(透視)와 투심(透心), 그리고 독특한 표현방식의 염력 때문에 미국이라는 거대한 괴물에게 잡혀 게셨었지. 그러던 중 우연히 그 분은 브리트니스를 얻게 되셨고, 그분이 가진 능력으로 브리트니스라는 검에 대해 할게 되셨지. 그렇게 해서 알게된 것 중 가장 흥미 있는 사실이 바로 다른 세계의 물건이란 점이었네." 카제는 그렇게 말하며 방금 페인이 급히 내려두고 나간 찻잔을 들었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며 의자에 편히 몸을 기대었다. '아, 아~ 빙빙 돌려서 이야기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저런 말은 말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도 머리 굴리게 만들어서 싫어하는 이드였다. 그때 그런 이드의 마음의 소리를 들었는지 카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도 그와 비슷한 뜻을 돌려서 전한 적이 있지. 브리트니스를 찾고 있다니 확인하는 셈치고 묻겠네. 자네도 브리트니스와 같이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닌가?" "........" 이드는 그 말에 대답하려다 순간 떠오른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막상 네라고 대답하려니 정말 내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자신이 그레센에서 넘어 오긴 했지만 그 이전엔 중원의 무림. 바로 이 세계의 과거에 살고 있었지 않은가 말이다. '왜 그러세요. 이드님.' 갑자기 생각에 빠진 이드의 모습에 라미아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이드는 그녀의 모습에 별일 아니라는 듯 그녀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 주었다. "네. 저희들은 지금 이 세상의 사람들이 아닙니다." 확실히 지금 시대는 이드가 존재하던 곳이 아니었다. 이드의 말을 들은 카제는 잠시 망설인 이드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하긴 했지만 별 신경쓰지 않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이어진 질문내용들도 첫 번 째와 마찬가지로 쉬운 내용이었다. 언제 이곳으로 왔는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가, 제로와는 왜 싸우는가 등의 사소한 것이었기에 이드와 라미아는 사실대로 답해 주었다. 카제도 두 사람이 대답하는 내용을 기억하려는 듯 귀담아 들었다. "흠... 그렇군. 그럼 마지막으로 묻지. 자네 제로를 어떻게 생각하나?" "별로... 이렇다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요." 이드는 이번에도 간단히 답했다. 하지만 그 말이 너무 간단했는지 카제는 잠시 멍한 눈으로 이드를 바라보던 카제는 라미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앞서의 질문에서도 너무 짧은 답에는 그녀가 보충 설명을 해주었던 때문이었다. 그 시선에 라미아는 이드를 향해 입술을 삐죽여 보이고는 귀찮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드님이 말을 다시 말하면 제로를 좋게 보지도 나쁘게 보지도 않는다는 거예요. 그저 가디언 처럼 하나의 단체로 생각한다는 거죠. 앞서도 말했지만 저희들은 이 세계에 되도록이면 과연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제로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결론 내릴 이유가 없으니까요." "잘 알았네. 대답해 줘서 고맙네. 그럼 자네들이 말하고 싶어하는 브리트니스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지. 하지만 그 전에... 차가 좀 더 필요 한 것 같구만." 그의 말대로 세 사람의 찻잔이 비어 있었다. 겉모습에 맞지 않게 페인이 끓인 차의 맛이 꽤나 괜찮았던 탓이었다. 카제는 다시 페인을 부르려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페인을 부르기 위해 호출기를 찾는 듯 했다. 하지만 방안엔 호출기는커녕 전화기도 보이지 않았다. 카제는 그 모습에 끌끌혀를 차고는 품속에서 짙은 갈색의 목도를 꺼내들었다. 오랫동안 사용한 때문인지 손때묻은 목도는 어린아이의 팔길이 보다 짧아 목도라기 보다는 목비도라고 부르는게 더 낳을 것 같았다. 그렇게 짧은 목도를 꺼내든 카제는 앉은 자세 그대로 목도를 들고 바닥을 가볍게 툭툭 두드렸다. 그러나 그 가벼운 행동의 결과는 결코 가볍지가 않았다. 그의 도가 바닥에 부딪힐때 마다 마치 북소리 마냥 바닥이 투웅하고 울렸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돌팔매에 번지는 파문처럼 그 충격파가 오층 바닥전체로 퍼져나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오층 바닥 전체를 도처럼 사용한 엄청난 짓을 저지른 것이다. 사람 한 명을 부르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모습에 이드가 고개를 끄덕일 때 아래층으로부터 경악성을 비롯한 가지각색의 소리들이 들려와 이드와 라미아를 미소짓게 만들었다. 아마 갑자기 무너질 듯 울어대는 천정에 기겁해서 일어난 소동이리라. 보지 않아도 당황해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상상되는 듯 했다. 페인은 그런 아래층의 소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검을 들고 방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자신들의 기습과 이드의 검 솜씨를 기억하고 있는 그로서는 무슨 좋지 않은 일이라도 일어 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 듯 보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비웃듯이 라미아의 웃음이 흐르는 방안의 분위기에 페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쯧쯧... 녀석아. 뭘 그리 두리번거리느냐. 검까지 들고서." 카제는 그런 페인의 모습이 한심해 보였는지 퉁명스레 입을 열었다. "아, 아무 것도... 아닌게 아니라. 이곳을 중심으로 마치 검탄(劍彈)과 같은 충격파가 일어나서. 선생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페인이 검을 내리고 물었다. 하지만 그에게 카제에서 날아 온 것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세 개의 찻잔이었다. "그건 내가 널 부른 소리였으니 신경쓸것 없다. 그 보다 차나 다시 좀 끓여 오너라. 차 맛이 꽤나 마음에 드는 구나." "하아?!?!" 페인은 황당하다는 듯 카제를 바라보았다. "녀석. 거기서 계속 서있을 테냐?" 멍하니 서있다 다시한번 재촉하는 카제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문을 닫은 페인은 멍하니 품에 들린 찻진을 바라보다 한탄썩인 한 숨을 내 쉬었다. "흐아아... 선생님. 손님도 있는데 좀 봐주시라 구요." 그런 페인의 발길은 주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287) 차로 인해 잠시 대화가 끊겼던 방안은 잠시 후 페인이 차를 가져오며 다시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자, 그럼 말해보게. 란님이 가지고 계신 브리트니스가 자네들이 찾던 검인 건 확인되었으니, 이제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카제의 말에 이드는 라미아를 슬쩍 돌아보고는 입을 열었다. "저희는 브리트니스를 직접 확인하고, 란이란 분을 만나봤으면 합니다." 이드의 말에 카제는 예상이라도 했던 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분도 귀한 손님들을 만나고 싶어하시니 쉬운 일이네. 브리트니스도 그분의 상징과 같은 검으로 언제든 그분과 함께 하니 당연히 란님을 만날 때 볼 수 있을 것일세." "잘됐군요." 이드는 그 말에 편하게 미소지어 보였다. 일이 쉽게 풀릴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좀 일렀던 모양이다. 카제가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다시 입을 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의 눈은 조금 전까지와는 달리 뽑혀진 도(刀)의 날(刃)처럼 날카롭게 번뜩이고 있었다. "헌데 말이네... 자네는 정말 브리트니스를 보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눈으로 확인만 하면 되겠는가 말이야." 나이란 이름의 날이 선 카제의 시선이 이드를 향했다. 카제가 말하는 것은 하나였다. 브리트니스를 확인하는 것에서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더 바라는 것이 있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단지 검을 한번 보기 위해서 자신들과 싸우며 찾아 다녔다고 보기에는 어딘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카제였던 것이다. 그리고 꼭 그 일이 아니더라도 제로의 사람이 아닌 타인에게 브리트니스를 내보인다는 것은 조심해야 할 일이었다. 란과 브리트니스는 제로가 가진 최고의 힘이기 때문이었다. 여러가지 면에서 말이다. '흐응... 어떻할까?' 이드는 카제의 시선을 받으며 라미아를 불렀다. 두 사람 모두 카제의 말속에 담긴 뜻을 읽어낸 후였다. '이드님은 어떻게 하고 싶으신 데요? 전 사실대로 말하는 게 낳을 것 같은데...' 라미아가 자신의 뜻을 전했다. 두 사람이 바라는 것은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브리트니스의 힘이 이 세계에 직접 발휘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제로로서는 절대 반갑지 않은 생각인 것이다. 이런 뜻을 사실대로 말한다면 란을 만나기도 브리트니스를 보기도 힘들어 질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거짓을 말하는 것도 별로 내키지 않았다. 두 사람이 가진 커다란 힘에서 나오는 오만에 가까운 자신감 때문인지, 거짓을 모르는 엘프를 아내로 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제가 들고 있는 연륜이란 이름의 도(刀)를 피하기가 쉽지 않을 듯 해서였다. '나도 네 말에 찬성! 조금 더 시간이 걸려도 네 말대로 하는게 좋겠지. 서로에게 진실하다 보면 신뢰도 쌓일 테고 말이야.' 이드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며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말에 라미아는 삐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시... 신뢰라기 보단... 적의가 쌓일 것 같은 걸요.' ... 그래도 쌓이는 건 같잖아. 라미아의 말에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말. 하지만 그대로 속으로 삼켜버렸다. 말했다가는 라미아에게 무슨 말을 들을지... 이드는 잠시 떠오르는 쓸 때 없는 생각들을 털어 버리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카제의 눈을 바라보았다. "죄송하지만 저희가 따로 바라는 게 있긴 합니다." "으음..." "저희는 브리트니스의 힘이 이 세계에 영향을 키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희들처럼 요. 누가 뭐라고 해도 저희와 그 검은 이 세상에 속한 것들이 아닙니다. 그런 만큼 직접 이 세상에 끼어 들 경우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알 수 없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그 말에 카제는 쓴 얼굴로 차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음. 앞서 라미아양이 설명했었던 말이군." 이드는 그렇게 말하는 카제의 목소리에서 이미 거부의 뜻이 묻어있는 느낌을 잡아냈다. 카제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지만 바로 란을 만나지 못한다는 게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카제가 굳은 얼굴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찻잔은 어느새 탁자에 내려저 있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아니, 우리 제로로서는 들어 줄 수 없는 말이군. 제로에 있어서 란님과 브리트니스가 만들어 내는 힘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니까 말이네. 자네들의 뜻이 바르고 좋다는 것은 알겠지만 불가한 일이야. 또 나는 자네들에게 브리트니스의 힘을 제한할 권한이 없다고 생각하네. 자네들 스스로가 말했다 시피 자네들은 검의 주인을 알고 있을 뿐 검의 주인은 아니니까." 카제가 단호한 목소리로 스스로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이드는 내심 고개를 내저었다. '쯧. 저분도 보기완 달리 상당히 고집이 있는 분인걸. 아무래도 앞으로 브리트니스를 보려면 정상적인 방법으론 힘들겠어.'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런데 저렇게 말 할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우리가 주인이라고 말할 것 잘못했나봐요." 라미아는 아쉽다는 듯 쩝쩝 입맛을 다셨다. '아니, 안 먹혔을걸. 란이란 아이가 검으로 통해 검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는데, 그 주인을 못 알아내겠어? 더구나 검의 주인이 혼돈의 여섯 파편이라는 엄청 특이한 녀석이잖아. 금방 들켰을 거야.' 라미아는 그 말에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럴 것 같기도 했던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지금 두 사람이 카제에게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는 것도 다른 차원의 사람이란 이유보다 자신들이 보인 힘과 브리트니스의 주인 때문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현재 브리트니스를 소유한 제로인 만큼 전주인의 힘을 어느정도 예측했을 것이고 이드의 힘에 대해서도 보고 받았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열심히 마음속으로 자신들만의 수다를 떨고 있는 사이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던 카제의 굳은 표정이 조금씩 풀어졌다. 그의 눈에는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뜻을 이루지 못해 굉장히 풀이 죽은 것 같은 모습으로 비쳐졌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운 한쌍의 기운 없는 모습이 카제의 마음에 측은함을 자극한 것이다. "허허허... 내가 말이 조금 과했던 듯 싶구만. 진장 귀한 손님들의 부탁도 들어주지 못하는 처지에 말까지 거칠었으니. 미안하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브리트니스를 자네들에게 맞길 수는 없네. 이해해 주게나. 대신... 린님과 대화할 수 있도록 해주겠네. 어떤가." 이드는 갑작스런 카제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물론, 직접 만나는 것은 곤란하네. 란님은 잠시도 브리트니스를 몸에서 떼어놓지 않으시기 때문이네. 자네들을 의심하고 싶진 않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더구나 자네들의 실력은 나도 알 수 없을 정도의 현묘(玄妙)한 것이니까 말이야." 이드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여기까지 와서 별달리 얻는 것도 없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대화라도 가능하다니. 그녀가 신들의 계획을 어떻게 알았는지 알아 볼 생각이다. 그런데 그때 그런 이드의 마음속으로 라미아의 목소리가 울렸다. '좋은 기회예요. 마법으로 통신하는 거라면 어렵긴 하지만 란이 있는 곳을 알아 낼 수도 있어요.' 그 말에 이드의 얼굴이 활짝 밝아졌다. 카제는 그 모습이 자신의 말 때문이란 착각에 마주 허허거리며 웃어 보였다. 그렇게 서로 다른 뜻이 담긴 것이지만 방안에 웃음이 흐를 때 똑똑하는 노크소리와 함께 페인이 들어왔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방문 앞에 서 있는 그의 허리에는 귀여운 꽃무늬 앞치마가 걸려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킥킥거리는 남녀의 웃음소리와 더불어 카제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페인은 갑작스런 세 사람의 특이한 반응에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내가 뭘 잘못한 거라도 있나? 그런 생각에 고개를 돌린 그의 눈에 들어온 꽃무늬 앞치마. 선생님과 손님에게 못 볼 꼴을 보였다는 생각과 함께 페인은 앞치마를 쥐어뜯듯이 풀어 등뒤로 감추었다. "저... 서, 선생님. 식사준비가 다 됐는데요." "쯧쯧쯧...참 잘~~ 어울린다. 이놈아!" 카제의 말에 페인의 얼굴은 새빨갛게 익어서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듯 보였다. 어떻게 된 것이 전날 이드를 향해 검을 들었을 때부터 하는 일마다 꼬이고 체면 구겨지는 일의 연속인 페인이었다. 이드는 제로에서의 식사가 꽤나 만족스러웠다. 오랜만에 동양권의 요리를 맛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귀한 손님이라는 이드와 라미아보다는 카제를 신경 쓴 듯한 일식요리들이었지만 그 담백하면서도 간결한 맛은 이드와 라미아의 입도 즐겁게 해 주었다. 이 요리를 제로의 주방장과 페인이 같이 했다는데, 섬세함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그의 어디에 이런 요리솜씨가 숨어있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식사는 오층에서 이곳 제로 지그레브 지부의 대장들과 같이 했다. 그들은 식사를 하면서 이드와 카제 사이에 오간 이야기를 궁금해했다. 특히 말도 안돼는 말을 주장하던 침입자가 갑자기 귀한 손님이 되어버린 것에 대해 데스티스가 빙빙 돌려 카제에게 묻곤 했다. 하지만 카제는 그저 다음에라는 말로 모든 질문을 받아넘길 뿐이었다. 그렇게 만족스런 식사를 마치고 퓨를 통해 란과의 통화(通話)를 요청한 여섯 사람이 식후의 풀린 마음을 페인의 차로 달래고 있을때였다. 촤촤촹. 타타타탕. 날카롭게 귓가를 때리는 금속성이 열려진 창문을 통해 들려왔다. (288) 날카롭게 귓가를 때리는 금속성이 열려진 창문을 통해 들려왔다. "검격음(劍激音)?" 이드가 날카로운 소리의 정체를 밝혔다. 무인(武人)에게 있어 무기란 또하나의 자신과도 같은 것이다. 검이든, 도든, 창이든지 간에 무공을 익히는 자신의 손에 한번 들려진 후라면 여하한 사정이 없는한 그 무인의 생이 끝날때 까지 자신의 무구(武具)와 함께 괴로워 하고, 즐거워 하며, 피를 흘린다. 삼류무인이나 현경에 이른 절대고수나 다를 바 없는 특징이다. 그 가진바의 깨달음과 막강한 내공지기로 검을 대신해 충분히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검이 필요 없는 경지라 불리는 현경의 고수들도 자신의 무기를 쉽게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것은 검을 가짐으로 좀 더 편하고 자연스럽게 내력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 좋은 예로 이미 검으로 생명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 닳고 닳은 목검을 아직도 소중히 품에 지니고 있는 카제가 있다. 그에게 그 목검은 자신이 무인으로서 걸어온 삶의 증명과도 같은 것일 것이다. 좌우간 결론을 말하자면 무인에게 있어서 무구는 단순한 물건을 넘어선 특별한 것이고 자신의 무구에 대해서는 자신의 몸 이상으로 잘 알고 있다는 말며, 그런 이유로 무인중 한 사람인 이드의 지금 판단은 다른 누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무인의 또 한 사람으로서 이드의 말에 동의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카제가 페인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이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간에 도대체 무슨 일이냐는 뜻을 담고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 "아무일도 아닙니다. 자주 있던 일인데... 가벼운 수련을 겸한 일종의 식후 운동 같은 겁니다. 그리고..." 페인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기 곤란한 듯 슬쩍 말을 끌다가 입을 열었다. "...선생님의 가르침이 있을까 기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카제는 그 말에 소리만이 들려오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허! 가르침이라니 내가 너희들에게 가르칠게 뭐 있다고..." 카제는 쓸대 없다는 듯 중얼 거렸다. 하지만 그의 본심은 그렇지 않은지 그의 눈동자에 흐뭇한 표정이 떠 올랐다. "당치 않습니다. 선생님은 제로 모든단원들의 큰 선생님이시지 않습니까. 선생님께 저희 단원들이 가르침을 받는 건 당연합니다. 그리고 여기 있는 녀석들 중 몇몇은 아직 선생님을 뵙고 가르침을 받아보지 못 한 녀석들입니다. 지금 밖에서 날뛰는 것도 그 녀석들일 겁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선생님을 뵐 수 있을지 몰라 서두르는 것이니 한번 보아주십시오." 이어진 페인의 말에 카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르치는 입장에서 자신에게 배우기 위해 애쓰는 학생이 있다는데 어찌 흡족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스스로 이곳에 온 이유를 잊지 않고 있는 카제는 이드와 라미아를 돌아 볼 수밖에 없었다. 손님을 팽개쳐 두고 자신의 일을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밖에 있는 단원들도 보고 싶었기에 카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드군, 라미아양. 두 사람도 같이 나가서 단원들의 실력을 구경해 보지 않겠나? 자네들 눈에 차진 않겠지만 본부 쪽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시간을 보내기엔 좋은 구경거리가 될 것이네." "네. 그럴게요. 이야기도 다 끝났는데 오히려 잘 됐죠." 라미아가 카제의 말에 응했다. 항상 생각과 행동을 함께하는 두 사람이었기 때문에 한 사람의 대답만 있으면 되었다. 일단 모두의 의견이 통일되자 여섯의 인원은 페인을 선두에 세우고 건물의 앞마당과 같은 연무장으로 나섰다. 전날 이드와 제로들간의 전투로 뒤집어지고, 오늘은 마법진을 그리는 캔버스가 되었던 연무장엔 지금 많은 단원들이 나와 있었다. 그 단원들 대부분이 몸으로 때우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인지 하나같이 덩치가 좋거나 번쩍거리는 무기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 몇 명이 그 무기를 직접 휘둘러 날카로운 소성을 일으키고 있을 때였다. "모두 주목! 카제 선생님께서 나오셨다. 하던 짓들 멈추고 대열을 맞춰..." 어느새 카제들을 대리고 내려온 페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니 연무장을 중심으로 울려퍼졌다. 하지만 한 순 간 그의 목소리는 중간에 끊어지고 말았다. 카제가 그의 말 중간에 끼어든 탓이었다. "그럴필요없다. 그저 지금 있는 곳에서 편히 쉬도록 해라. 큰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복잡하게 모일 필요는 없지." 그 말에 페인은 괜히 목청을 높인것이 무안한 듯 번개맞은 머리를 부스럭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아직 선생님을 못 뵌 녀석들만 부를까요?" "그래라. 대충 보긴 했지만 아직 내가 내준 숙제도 다하지 못한 녀석들이 수두룩한 것 같은데, 그 녀석들에게 똑같은 말을 또 해줄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 맞는 말이다. 페인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연무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 선생님 말씀 잘 들었을 거다. 본부에서 바로 이쪽으로 들어온 막내들만 이리 모여." 그의 말대로 카제의 말을 들은 십여 명의 단원들이 페인의 말이 시작되기도 전에 페인을 비롯한 이드들의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이 모두 모인 것 같자 페인이 입을 열었다. "자, 다시 소개하겠다. 이분은 우리 제로에 없어서는 안될 분이며, 무공을 수련하는 모든 단원들의 큰 선생님이신 마사키 카제님이시다. 모두 인사드리도록." "처음 뵙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생님!" 미리 연습이라도 했는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그들의 시선이 카제를 향했다. 하지만 그 중에는 간간이 이드와 라미아를 바라보는 시선이 썩여 있었다. 전날 경험했던 이드의 강함과 라미아의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특히 이드의 강함은 제로의 최고 고수라고 할 수 있는 카제가 나타남으로 해서 더욱 비교되고 신경쓰이는 부분이었기에 카제와 함께 저절로 시선이 갔던 것이다. 뭐, 꼭 그런 일을 제쳐두더라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은발의 미소녀와 찰싹 붙어있는 이드의 모습은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미 그런 시선에 익숙해져 버린 이드는 그런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 흐믓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카제와 단원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음. 좋구나. 각자 가진바 재능도 보이고, 눈빛도 바르구나. 그 눈빛만 변하지 않는다면 각자 바라는 경지에 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란님을 대신해 여기 와있는 것이기에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너희들을 가르칠 수는 없다. 하지만 페인의 부탁도 있고하니, 간단하게 너희들이 가야되는 방향만 가르쳐 주마." 카제의 말이 끝나자 페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연무장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단원들을 외곽으로 물리고 앞에 모여 있는 단원들을 두 명씩 짝을 지웠고, 그 중 한 쌍을 연무장 중앙으로 내 보냈다. 페인은 그들이 비무를 하도록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카제가 그들에게 작은 가르침이라도 주려면 각자의 실력을 알아야 할 것이고, 실력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것이 바로 비무이기 때문이었다. 그저 혼자서 허공에 칼질하는 연무와는 달리 초식의 운용과 조합은 물론 상대를 보는 눈과 적절한 임기응변까지 필요한 비무야 말로 그 사람이 가진 모든 능력을 보여주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페인이 비무를 진행하는 사이 페인과 퓨를 제외한 네 사람은 뒤로 물러나 있던 단원이 가져다 준 의자에 편히 앉아 비무가 진행되어 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럼 비무를 시작한다. 각자 빨리 결판을 낼 생각하지 말고 각자 가진 실력을 최대한 보여라. 그렇다고 너무 오랫동안 끌진말고. 한 조가 끝나면 바로 다음 조가 나온다. 빨리빨리 움직이도록 하고. 시작해!" "잘부탁합니다!" "잘부탁합니다!" 첫 번째 조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일은 네 번째 조로 지명받은 두 사람이 나오면서 일어났다. 카카캉!!! 차카캉!! 세 번째 조가 들어가자 마자 뛰쳐나오며 상대방의 급소를 향해 죽일 듯이 휘둘러지는 검. 두 개의 검이 서로의 몸을 꼬으며 살기어린 비명을 지른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아니 비무라는 걸 알고서 보더라도 두 사람사이에 어떠한 철천지한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갈 정도의 살벌한 모습들이었다. 느긋하게 비무를 구경하고 있던 이드와 라미아는 갑작스런 두 사람의 모습에 당혹스런 미소를 흘리며 페인을 바라보았다. "하, 하. 검식 하나하나가 상대의 목숨을 노리는 살초(殺招)네요. 거기다 살기까지 뻗치는 걸 보면... 혹시, 여기 좌우명이 연습도 실전처럼. 인가요? 앞서는 그렇지 않더니..." 하지만 페인은 대답이 없었다. 아니, 아예 이드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조용히 머리를 감싸 줘고서 앞에 앉은 데스티스의 어깨에 머리를 묻었다. 마치 스스로 무덤파고 들어간 듯한 허망한 모습이었다. 데스티스는 불쌍하다는 듯, 또는 재밌다는 듯이 페인의 머리를 툭툭 쓰다듬어 주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두 사람의 모습에 카제까지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을 느꼈는지 데스티스가 페인을 대신해 입을 열었다. "이해해 주세요. 저기 저 두 사람 때문에 워낙 애를 먹어서 가벼운 노이로제 증상이 있거든요." "저 두 사람이 어떻게 했는데요?" 라미아가 자못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녀의 질문에 데스티스의 얼굴위로 불쌍함이 떠올라 페인을 향했다. "보면 알겠지만 저 두 사람의 싸움이 문제죠. 비무를 가장한 살기 등등한 싸움이요." 확실히 지금 모습은 비무라기 보단 생사투(生死鬪)같아 보였다. "저 두 사람은 이곳에 왔을 때부터 사이가 별로 좋지 못했어요. 헌데, 그러면서도 묘하게 서로 닮은 곳이 많아요. 페인 말로는 두 사람이 쓰는 검법도 상당히 비슷하다고 했어요. 또, 평소 성격이나 외모까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쌍둥이라고 생각할 정도라고 했어요." 스으윽... 그녀의 말에 카제와 이드, 라미아의 시선이 일제히 검을 휘두르는 두 사람에게로 돌아갔다. 처음엔 신경쓰지 않았는데, 말을 듣고보니 확실히 쌍둥이 같아 보인다. 데스티스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두 사람의 사이가 별로 좋지 못하다는 거예요. 거기다 서로의 비슷한 모습에서 일어난 것인지 서로에 대한 경쟁심이 도를 넘어서 살기까지 뿜어대고 있죠. 실제로 한번은 둘다 위험한 지경에까지 이른적이 있을 정도예요. 그래서 그런 두 사람이 싸우지 않도록 말리고 감시하려고 페인이 나섰지만... 그래도 요즘엔 좀 조용했었는데. 이번 비무에는... 후우~" 데스티스가 나직한 한숨으로 말을 끝냈다. "푸훗~ 꼭 무슨 도플갱어 이야기를 듣는 것 같네요." 라미아가 재밌다는 듯 깔깔거렸다. 그 모습에 주위에 있던 단원들 몇이 따라 웃어버렸다. 아마 그들도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해봤던 모양이었다. 이드도 그녀의 말에 같이 웃다가 언 듯 생각나는 존재가 있었다. 도플갱어에서 하급의 마족으로 다시 태어난 놈. 보르파. 지난 영국의 일 이후로는 나타났다는 말을 전혀듣지 못했다. 혹시 능력 없다고 제로에서 짤린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드가 그런 생각에 막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그의 눈동자에 때마침 필살의 공격을 준비중인 문제의 두 사람의 비쳐졌다. "저기... 지금은 웃기 보다 저 두 사람을 먼저 말려야 할 것 같은데..." 슈우우우우..... 순간 이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사람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기세에 연무장의 먼지가 둥글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정말 저대로 부딪힌다면 무슨 일이 생겨도 생길 것 같은 모습이었다. "선생님께서 좀 나서주세요."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사람보다 더 세밀하게 기세를 느끼는 데스티스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는 바람에 필요없는 말을 한 것이었다. 카제의 손엔 이미 그의 짧은 목도이 들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걱정 말아라. 내 저 버릇없는 오만한 녀석들을 혼내주마. 하늘을 보고 산을 닮을 생각은 하지 않고 제놈들의 작은 재주만 믿고 날뛰다니." 카제는 말과 함께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그와 동시에 그의 짧은 목도위로 은백색 별빛 모양의 강기가 내려앉았다. 특이하게 그의 강기에는 여타의 강기에서 일어나는 강렬하고 굳은기세가 전혀 없었다. 그저 밤하늘 별빛과 같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에 주위의 사람들은 더욱더 시선을 모았다. 데스티스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있던 페인까지 빼꼼이 얼굴을 들어 보일 정도였다. 전혀 기세가 일어나지 않는 다는 것은 그저 강기를 능숙하게 u사용e하는 단계를 훨씬 넘어서 강기의 완전히 u이해e하고서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무공을 익히는 자들이 바라는 또 하나의 목표였다. 때문에 주위의 시선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했다. 그들역시 제로 이전에 무인이기 때문이었다. 한편, 카제로 하여금 그런 대단한 강기를 일으키게 만든 문제의 두 사람은 그런 무시무시한 것이 자신들을 향하는 것도 알지 못하고서 강자가 준비한 최강의 힘을 내뿜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앗!!!! 두 사람의 기합성과 검에서 타져나오는 벽력성이 연무장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 고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당장 그만두지 못하겠느냐!! 야천단은하(夜天斷銀河)!!" 사하아아아... 나지막하지만 앞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를 짓눌러 버릴 압력을 가진 카제의 목소리가 연무장을 덮어 누른 것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휘두르는 것 같지도 않은 목검에서, 가볍게 손바닥을 두드리는 듯한 동작에서 뿜어진 은백색 비단천과 같은 네 줄기 도강이 너울거리며 뻗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강기다운 강한 기세도 없을 뿐 아니라, 전혀 강해 보이지 않는 도초. 하지만 약해 보이는 도초에 깊이 감명받는 사람도 있었다. 다름아니라 반짝거리는 부담스런 눈빛으로 도강을 바라보고 있는 이드였다. "과연. 완벽하게 그 흐름(流)을 끊어내는 단(斷)의 묘수(妙手)다. 단의 묘는 수라삼도(壽羅三刀) 이상이다." 이드의 이런 감탄성은 잠시 후 나타난 결과에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한발 늦게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바로 바람에 흘러가듯 허공을 유영하던 네 가닥의 도강이 문제의 두 사람의 몸과 검과 검기의 흐름을 완전히 잘라내 버린 것이었다. 몸을 흐르는 피의 같은 흐름이 끊어지고, 대기를 흐르는 검이 꺽어지고, 몸에서 검으로 검에서 대기로 광기를 뿜어내던 검기가 힘없이 흩어지며 두 사람이 달려나가던 자세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보통 사람의 걸음에도 그 흐름이 있어 그 틈으로 슬쩍 발을 걸면 넘어지 듯 흐름이 끊긴 두 사람도 그 자리에 쓰러져 볼품없이 땅을 굴러버린 것이다. 하지만 정작 쓰러져 땅위를 구른 두 사람은 어째서 자신들이 쓰러진 것인지, 어째서 지금 땅위를 구르고 있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더구나 일어나려 해도 일어날 수 없는 자신들의 몸에 의문을 넘어 당혹과 공포감마저 찾아 들었다. "도, 도대체...." "이, 이봐들..." "가만! 시끄럽다!" 카제가 천천히 사람의 마음을 압도하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의 목소리에 어리둥절해 하던 두 사람은 순식간에 입을 다물고 카제를 바라보았다. 그런 두 사람의 눈엔 방그전에 떠 올라 있던 당혹감이 싸악 사라지고 없었다. 카제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대신 자신들이 뭔가 카제를 화나게 했다는 생각에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당혹감을 대신해 그들의 눈에 자리잡았다. 과연 두 사람의 걱정대로 고막을 쩌러렁 울려대는 카제의 노갈이 터져 나왔다. "노~옴! 네 놈들이 무에 잘났다고 나와 손님 앞에서 살기 등등하게 칼질이냐. 칼질이. 그것도 되지는 않는 실력으로 목숨을 맡겨도 모자를 동료끼리 살기를 뿜다니. 네놈들이 미친것이냐, 아니면 죽고 싶어서 그런 것이냐. 그런 것이라면 내가 당장 네놈들의 목을 베어주마!" 우우웅 공명음과 함께 카제의 목도에서 별빛이 뿜어지더니 순식간에 사 미터의 거대한 도가 환상처럼 나타났다. 한 점의 살기도 없는 그저 어른의 훈계와 같은 카제의 말이었지만 그 말을 듣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을 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카제의 기도에 눌려버린 것이다. "히익. 아, 아닙니다. 저희들이 일부러 그런게 아닙니다." "네, 저희들은 단지 경쟁심에... 한번 시작하면 너무 흥분해버려서... 죄송합니다. 선생님." "용서 해주십시오. 선생님." 두 사람은 호흡이 척척 맞아 변명했다. 도저히 조금 직전까지 살기를 뿜으며 싸운 사람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단 말이지. 호승심(好勝心)이 너무 크단 말이지." 어느새 강기를 거두어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목검으로 손바닥을 툭툭 두드리는 카제가 나직히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페인을 비롯한 카제를 알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부르르 소름이 돋도록 만들었다. 그들의 마음은 모두 같은 말을 외치고 있었다. '결정났다. 지옥일주 스페셜 코스.' (289) 문제의 두 사람은 결국 카제가 귀환할 때 같이 가기로 하고 한 옆으로 물러나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은 약간 애매한 표정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당장에 카제에게 벌을 받지 않아 좋아 해야할지, 아니면 주위의 불쌍한 시선이 뜻하는 대로 본부로 돌아가 카제에게 어떤 일을 당하게 될지 걱정해야 할지 마음이 심란한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런 사태의 결말을 가장 기뻐한 사람은 역시 페인이었다. 노이로제까지 걸리게 만든 문제 거리가 사라진다는 말에 그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어오르는 추태까지 보였다. 그 대가로 카제의 목검에 약간의 징계를 받긴 했지만, 페인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가 가지고 있던 최고의 골칫거리가 사라진다는 사실이 너무도 반가웠던 때문이었다. 덕분에 페인은 카제로부터 좀 더 귀여움을 받고서야 감정을 추스리고 남은 비무를 진행해 나갔다. 남은 사람이라야 다섯 명. 비무는 길지 않았다. 앞서 두 조가 비무를 마치고 마지막 남은 사람은 페인을 상대로 비무를 끝낸 것이었다. 특히 갑자기 생긴 축하할만한 일에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는 페인을 상대한 마지막 단원은 흥겨움에 힘 조절을 하지 않은 페인에게 단 십 오 초만에 패함으로써 비무를 빨리 끝내는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 비무가 끝이나자 페인은 그들을 카제 앞에 비무를 펼쳤던 상대자끼리 정렬시켰다. "이것으로 선생님 앞에서의 재롱은 끝. 그럼 평가가 있겠다. 선생님." 페인은 카제를 청하고는 옆으로 비켜나려 했다. 하지만 그런 그를 카제가 잡아 세웠다. "네 녀석은 왜 따로 빠지느냐? 너도 비무를 했으니 저기로 가서 서!" 카제가 가리킨 곳은 페인과의 비참한 비무로 기가 죽은 단원이 혼자 서있는 곳이었다. 카제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리던 페인의 얼굴에 황당한 기색이 떠올랐다. "서, 선생님. 오늘 교육을 받는건 여기 이 녀석들인데요. 전 단지 비무 상대가 없어서 잠시... 아, 알겠습니다. 갈게요." 갑작스런 카제의 말에 당황해 뭐라 말을 하던 페인이었지만 말이 길어질수록 카제의 곧게 뻗은 눈썹이 치솟는 각도가 커지는 것을 보고는 조용히 카제가 가리키는 곳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모두 비무 하느라 수고했다. 평소의 노력이 보이는 좋은 실력들이었다. 그러나 그런 만큼 아쉬운 점도 많다. 일곱 번의 비무를 보며 느낀 것인데, 너희들 모두가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려고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상대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는 거대한 산을 밀어내려고 애쓰는... 억지스럽고, 허망한 그런 느낌 말이다. 그런 일은...." 말을 잠시 끊은 카제의 시선이 슬쩍 이드와 라미아를 향했다. "그런 일은 주로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절대강자(絶對强子)를 상대하고 난 후에 생기는 일종의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지." "........" 카제의 말에 단원들 모두는 침묵했다. 자신들 마음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던 전날의 일을 카제가 정확히 집어내어 준 것이다. 그것은 하루가 아니라 몇 달이 지나더라도 지워지지 않을 기억이었다. 모두의 시선은 은밀하게 이드와 라미아를 향했다. 이드는 그 모두의 시선을 슬쩍 흘리며 앞에 서 있는 카제의 등을 바라보았다. '역시, 페인의 거짓말을 일부러 속아넘어가 주신 모양이군. 속이 뜨끔하겠는데. 페인씨.' 아닌게 아니라 그때 페인은 당혹감과 불안에 솟아오른 진땀으로 등을 축축이 적시고 있었다. 카제가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다고 말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뜻을 가진 말을 했다는 것은 이미 짐작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거짓말은? '혹시 날 막내들과 같이 세우신세... 거짓말 한 것을 벌주시려고? 아니면...' 페인의 머릿속은 계속해서 솟아나는 불길한 생각들로 하나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카제는 전혀 그런걸 생각하지 않는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후유증일 뿐 너희들이 깊게 생각할 일도, 오랫동안 기억할 만한 일도 아니다. 그 일은 너희들에게 그저 경험의 한 부분이 되면 되는 것이다. 너희들을 상대했던 상대의 강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그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고 배울 것을 찾는다. 그것이 너희들이 할 일이다. 집착하고 붙잡아 둘 일이 아니란 것이다. 알겠나?" "네!!" 뭔가 알듯 모를 듯한 말이긴 했지만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끼는 단원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에 매달려 비무에 까지 영향이 있다는 것은 너희들 정신상태의 문제다. 그것은 실력을 키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힘이 얼마만큼 커지던지 간에 그것을 다스리는 것은 정신이다. 커진 힘에 휘둘려서는 미치광이밖엔 되지 않는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모두 자신의 정신을 성숙시키고, 마음을 다스려라. 고요한 명상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다스려 마음이 고요해지면, 힘의 제어뿐만 아니라 잡념이 사라지고, 싸움 중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이 걷는 길이 확실히 보여 실력을 높이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말은 비무를 했던 녀석들만이 아니라 지그레브의 모든 단원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그럼, 이제 비무를 마친 사람들에게 "숙제"를 내 주겠다. 숙제가 뭔지는 알겠지?" "옛! 말씀하십시오." 대답하는 목소리에 기합이 들어가 있다. 카제의 숙제란 자신이 가진 장점과 단점에 대해 신경쓰고 단련하며, 노력하고, 발전시켜 카제가 보기에 균형있고, 모자르지 않도록 수련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처음 카제에게 가르침을 받은 단원들이 학교 선생님이 내주는 과제물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었다. 단원들의 대답을 들은 카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단원들의 눈을 맞춰가며 그 한 명, 한 명에게 하나씩의 단어를 선물했다. 강(剛), 유(有), 심(審), 정(正), 인(忍)등등 총 열 세 개의 단어가 순식간에 카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드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무언가 조언이 되기에는 너무나 짧은 단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르침을 주고, 가르침을 받기에 가장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 가르치는 자가 바라보는 단어의 뜻과 가르침을 받는 자가 생각하는 단어의 뜻은 다른 것이다. 다시 말해 자세히 설명하더라도 알아듣지 못하는 수가 있고, 잘못하면 스스로 찾아야하는 길을 막고 가르치는 자가 찾은 외길을 강요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제가 말하는 이 짧은 단어에는 그런 것이 없다. 너무나 짧은 하나의 단어이지만 그것에서 나오는 수많은 해석과 뜻의 이해는 가르침을 받는 자 스스로가 찾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즉 그 만큼 넓고, 다양한 길을 스스로 열어갈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어 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방법은 옛날 대학자라 불리던 노선비나, 일부의 명문대파에서 지혜와 절기를 전할 때 쓰던 방법이었다. 카제역시 그렇게 배웠거나, 단원들을 가르치는 동안 스스로 깨우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역시 사부들에게 저런 식으로 배웠으니 말이다. 그렇게 이드가 예전 중원의 일까지 생각해내려 할 때 카제가 페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네 녀석에게는..." 꿀꺽. '제발... 제발.... 큰일이 아니기를...' 페인은 시선을 받고 바싹 말라버린 입으로 마른침을 삼키며 간절히 누군가를 향해 빌었다. 그런데 그런 그의 기도가 하늘에 이르렀던 모양이다. "내 도초(刀招) 하나를 알려주마." "감사합니다. 도법을 가. 르.. 쳐...? 에... 에??" 카제의 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던 페인이 경악에 가까운 표정으로 카제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도법이라니... 주위 사람들의 반응도 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말 내 기도가 통했나?' 페인은 자신이 빌었던 존재가 누구인지 수첩에 적어두자고 생각하며 재빨리 입을 열었다. "서, 선생님. 갑자기 무슨... 저는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고 있긴 하지만 정식제자도 아닌데 어떻게..." "안다. 어차피 내가 가진 도법이다. 네게 가르친다고 뭐라고 따질 사람은 없지. 그리고 이 한 초식의 도법이 네게 내주는 숙제다." 페인의 표정이 묘해졌다. 무공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배우고 싶어하는 카제의 도법이다. 헌데 그걸 가르쳐 주신다고 하시고는 숙제라니. "... 그거... 안배우면 안될까요?" 왠지 거부감이 든다. 하지만 지긋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카제의 눈길에 가만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자신이 미웠다. "내가 내주는 숙제다. 이 녀석아! 넌 정신이 너무 산만해. 평소에도 그렇고, 내가 저 골치덩이들을 대려 간다고 할 때도 방방 뛰는 꼴이라니. 지르레브를 책임지는 대장 중 한 명이라는 녀석이 그렇게 촐랑대서야 되겠느냐. 머리쓰는 일은 퓨와 데스티스가 다 하겠지만, 그래도 싸움에서 직접 움직일 때는 네가 지휘를 하는 만큼 신중하고, 진중해야 한다. 그러니 배워라. 내가 전해줄 초식은 고요하고, 어두우며, 향기가 있는 것이다." "... 고용하고... 어두우며.... 향기가 있다면.... 시, 심혼암향도(深魂暗香刀)!!! 마, 말도 안됩니다. 선생님." 숙였던 고개를 번쩍 들어 카제를 바라보며 페인이 악을 쓰듯 소리쳤다. 그의 모습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몰렸다. 페인은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흔들었다. 심혼암향도라니. 정말 말도 안된다. "안될 것 없다. 익히기 어렵지만 익히기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바로세워 잡는데는 충분할 테니까." 별 것 아니라는 듯 가볍게 이야기하는 카제였다. 하지만 페인의 표정은 여전했고, 고개도 내저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페인은 의문이 가득 담긴 주위의 시선을 볼 수 있었다. 카제의 이야기에 당황해서 방금 전까지 의식하지 못했던 시선에 페인은 설명하듯 입을 열었다. 은하현천도예(은하현천도예). 바로 카제가 익혀서 사용하는 도법의 명칭이다. 이 도법은 오랜 옛날로부터 전해진 도법으로 지금에 와서는 그 기원조차 알 수 없게 되어버린 도법인데, 그 가진바 위력과 현묘함이 가히 절대라고 말해도 부끄럽지 않을 엄청난 것들이다. 그것은 도법을 익힌 카제의 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도법인 만큼 그 익히는 법 또한 거의 불가능하다 할만큼 어렵고, 지난하다. 카제를 포함해 도법의 전승자중 은하현천도예를 익힌자는 정확하게 다섯 명밖에 되지 않을 정도였다.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을 내려온 중에 익힌자가 다섯이라면 그 도법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없느니만 못한 것. 선대의 전승자들은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도법을 만들기 위해 은하현천도예를 연구하여 두 개의 도법으로 분리해 내게 되었다. 비록 분리되긴 했지만 그 모체가 절대의 도법이었기에 두 개의 도법역시 그 위력이 엄청났다. 그때부터 전승자들이 실질적으로 익히는 도법은 그 두 개의 도법이 되었다. 은하현천도예는 두 개의 도법을 완전히 익힌 후에야 수련에 들 어 갈 수 있는 것이 되어 거의 익히는 자가 없는 도법이 되어 버린 것이다. 카제의 두 제자들도 이 두 개의 도법. 은하도결(銀河刀結)과 현천도결(玄天刀結)을 각각 배웠는데, 그들의 실력은 웬만한 대형 몬스터도 혼자서 가볍게 해결 할 수 있을 정도다. 여기서 심혼암향도는 현천도결의 최고초식인 단심도(斷心刀)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현천도결을 모두 익혀도 심혼암향도를 사용할 수 없어. 심혼암향도는 현천도결과 은하도결을 극상으로 익혀 조화시키고, 그 숨은 뜻을 깨달아야 사용 할 수 있는 은하현천도예상의 도법이기 때문이지. 한 마디로 말해서 내가 선생님처럼 높은 경지에 올라 은하현천도예를 익히지 않는 이상 배우는게 불가능한 도법이란 말이 되는데... 도대체 어떻게 배우란 말입니까. 선생님!!!" 페인의 목소리가 애처롭게 떨리며 카제를 향했다. 이건 아무래도 자신을 골탕먹이려 하는 일로밖엔 생각되지 않았다. 페인의 설명을 들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생각인 듯 카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정작 카제는 그런 시선 속에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한편으로는 한심한 듯 페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쯧쯧... 내가 네게 실없는 농담을 한 적이 있느냐? 내가 익힐 수 있다면 익힐 수 있는 것이다. 완벽히 익힐 필요도 없고, 기대도 않는다. 앞서 말했듯 네가 심혼암향에 입문만 하더라도 네 마음을 다스리는데는 많은 도움이 될 터. 내가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다." "하, 하지만 전 그런 말은 들어보지 못했는데..." "허허허... 네가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다만, 이 녀석아. 잘 기억해 둬라. 은하현천도예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니라. 바로 나라는 것을." 카제의 말대로였다. 자신에 대한 것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 그렇다면 그 절대의 도법을 배우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예! 최선을 다해 배우겠습니다." 페인은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 모습에 주위에 있던 단원들이 부러운 듯이 바라보았다. 그들도 무인인데, 어떻게 최강의 무공이 탐나지 않겠는가. 카제는 그 모습을 보며 짧디 짧은 그만의 목도를 다시 손에 들었다. "구결은 이미 전했으니, 이제 초식을 펼쳐 도초의 형을 보여 주겠다. 주위에 있는 녀석들도 배워보고 싶다면 보아도 좋다. 하지만 너희들의 실력이 페인과 같은 수준이 아니라면 알아보는 것도 힘들 것이다." 그 말에 남의 일을 부러운 듯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대번에 카제의 몸에 고정되어 그의 몸 동작 하나 하나를 살피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의 실력은 페인보다 뒤에 있지만 자신의 능력이 되지 않더라도,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이기 때문이었다. "선생님. 그런데 구결이라면..." 페인이 의아한 듯 물었다. 카제가 이미 전했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분면 자신은 들은 기억이 없었다. 그 모습에 카제의 눈가에 빙긋 웃음이 떠올랐다. "고요하고, 어두우며, 향기롭다. 그것이 심혼암향도의 구결이다." "에... 예에?" 모두의 얼굴에 황당한 빛잉 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제는 전혀 그런 반응에 신경쓰지 않고서 라미아와 꼭 붙어 있는 이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럼 이드군. 수고 스럽겠지만 잠시 도와주겠나? 내 이 한 수만 받아주면 고맙겠네 만." 이드는 그의 말에 그의 손에 들린 목도를 바라보았다. 목도에는 어느새 수많은 별 빛이 모여 압축되어 만들어 진 듯 한 밝은 회색의 강기가 뭉클거리며 일렁이고 있었다. 순간 장내로 바늘 하나 떨어트리기 무서울 정도의 정적이 흘렀다.지그레브의 모든 단원 들이 태어날때부터 입이 없었다는 듯 입을 꼬옥 다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꿀꺽 누군가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유난리 크게 들린다.갑자기 거론된 비무.그것이 단 한수에 그치는 것이라고 하지만, 자신들은 감히 예측조차 불가능한 절대고수들 간의 비무를 볼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사실에 단원들의 가슴 가득 흥분이 들어찼다.더구나 그 비무의 당사자들이 누구인가.한쪽은 단원들이 절대적으로 믿고있는 실력을 가진 카제였고, 다른 한쪽은 전날 자신들을 상처 하나 입히지 않고 제압해버린 정체불명의 손님이지 않은가 말이다. 지금 단원들의 심정은 아이돌의 슈퍼콘서트가 시작되길 기다리는 골수팬의 그것과 같았다. 그 콘서트의 성사여부는 지금 한 사람의 대답에 달려있다.모두의 시선이 함껏 기대를 담아 이드를 향했다. 자신들이 전날 이드에게 철저하게 깨졌다는 사실도 모두 잊어버렸는지 간절한 눈빛들이었다. "제가 방어만 하면 되는건가요?" 꼬리치는 강아지같은 부담스런 눈길들에 이드는 머리를 긁적이면 자리에서 일어났다.반허락을 뜻하는 동작이었다. "아무래도 좋네.방어만을 해도 좋고, 마주공격을 해도 좋아. 심혼암향도는 그 형이 정확하게 하나로 정해져있지 않아서 그때그때의 상황과 주의의 대기에 따라 펼쳐내는 초식이지.그저 동작 몇가지를 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네.그것보다는 직접 도가 부딫히는 모습을 보여 그 속에서 스스로 도의 길을 느끼고 찾아내게 해야지. 심혼암양도를 얼마만큼 익힐수 있는가는 배우는 사람이 얼마만큼 검을 보는 눈이 있는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네. 하지만 그렇게 하자면 무엇보다 심혼암양도를 받아주는 상대가 있어야 하는데 그상대를 찾기가 어렵지.헌데 오늘 자네같은 좋은 상대가 나타났기에 이렇게 부탁하는 것이라네,허허허." 기분좋게 웃어보이는 카제의 입가에는 완전히 숨기지 못한 호승심 같은 것이 깃들어 있었다. "그럼...... 잠시 검을 들도록 하겠습니다.저도 심혼암양도라는 것을 견식해보고 싶으니까요." 불끈 이드의 대답을 기다리던 단원들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그가 드디어 승낙함으로써 고대하던 슈퍼콘서트......아니 절대의 비무가 이뤄지는 것이다. 누군가의 지시도 없이 연문장은 순식간에 비워지고 그 안에 있던 단원들은 모두 외곽으로 물러나 벌써 자세를 바로하고 관전준비에 들어가 있었다. 비무를 재촉하듯 비워진 연무장으로 들어선 이드는 유연한 동작으로 일라이져를 뽑아 허공에 살짝 던져 올렸다 손에 들었다. 순간 일라이져의 검신이 허공에 아름다운 은색의 곡선을 그려냈다. "아!" 이드를 바라보던 카제와 단원들로부터 감탄성이 터져나왔다.그들의 눈에 들어온 일라이져는 도저히 그냥 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특히나 지그레브의 단원들은 전날 자신들을 두들긴 검이 아름다운 일라이져라는 사실에 묘한 기쁨으로 몸을 떠는 것이 마조히즘의 끼마저 보였다. "자네 좋은 검을 가지고 있군. 정말 내 생애 처음 보는 아름다운 검이야." 카제의 입에서 진심을 담은 탐성이 흘러나왔다.이드는 빙긋이 미소 지었다.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검을 칭찬하는 말에 기분이 좋지 않을수 가 없었다.아름다운 딸을 칭찬하는 소리를 들은 부모의 심정이 이럴까. "칭찬 감사합니다.일라이져도 카제님의 칭찬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일라이져의 검신을 가볍게 튕겨 맑고 깨끗한 검명을 일으켰다. 카제는 빙긋이 웃고는 목도를 들었다.한데 그의 목도에 서려있는 강기는 앞서 흘러나왔던 은빛이 아니라 모든 빛을 거부하는 듯 회색으로 변해있었다. 하지만 그 회색빛도 잠시, 나뭇가지가 바람에 살랑대는 양 목도가 가볍고 부드럽게 흔들리는 순간 회색빛이 허공중으로 녹아내리듯 사라져버렸다. 이드는 가볍게 눈을 빛내며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것이 심혼입니까?" 카제는 역시라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이 일도는 페인에게 전하기보다는 자신의 눈으로도 전혀 확인이되지 않는 이드의 실력을 가늠해보기 위한 것이었다. 한데 도법을 시전하기도 전에 그 첫 번째 요결을 정확하게 집어내는 이드 였으니...... 카제는 목도를 잡은 손에 한층 더 내력을 더 했다. "이제 암향이 남았으니 받아보게나." 그 말과 동시에 그의 몸이 한발 나섰다.그리고 또 그와 동시에 목도를 들고있던 한손이 유연하게 허공을 갈랐다. 그것이 끝이었다.이드에게 달려나가지도 않았고,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았다.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통 사람이 보았을때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단순하고 쉬운 두 동작 너머의 움직임 너무도 복잡하고 은밀하며 순수한 강함의 칼날이 복잡하게 엉키는 모습. 이드는 그 모습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심혼암양도 그 이름 그대로 깊이 가라앉은 어둠처럼 내밀하며 은은하지만 사람을 취하게 하는 향기와 같은 움직임을 품고 있는 초식이다. "정말 절정에 이른 도초군요.마침 제게 이와 상대할 좋은 검초가 있습니다.난화십이검의 잠영과 비혼이란 꽃입니다." 이드의 여유로운 목소리와 함께 일라이져의 검신이 허공에 은빛 꽃송이를 그려낸다.앞선 카제보다는 복잡하고 화려한 동작이지만 그 후에 아무런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호오,과연!심혼암향이 최고의 호적수를 만난듯 하구만." 카제가 텅 빈 허공에 시선을 두며 감탄성을 터트렸다. 하지만 정작 그 말을 듣고 있는 제로 단원들은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두 절대고수의 대결에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니. 비록 앞서 알아보기 힘들다는 말을 카제가 하긴 했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마치 고대하던 콘서트에서 가장 중요한 가수가 빠진 느낌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느껴질 듯 느껴지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다 생각하면 어느새 은밀히 온몸의 솜털을 자극하는 감각은 시냇가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과 같은 묘한 느낌이었다. 카제의 숙제를 받아든 페인은 그 느낌에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며 가만히 눈을 감았다. 지금 눈앞의 두사람이 펼쳐내는 검초는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단한걸.이미 현경의 끝에 서있는것 같은데.천운이 따른다면 원경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지도......' 이드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카제와 자신사이에 비어 있는 허공을 바라 보았다.그곳에서는 검강과 도강이 은밀하고도 현란한 나비의 군무를 추고 있었다. 소리없이 부딪치고 깨어지는 검강과 도강의 모습은 나비의 날개와 같았고, 흩어지는 파편은 꽃가루와 같았다.하지만 그런 꽃가루 같은 강기도 사방으로 날려지며 사라지듯 허공 중에 녹아든다.그것은 강기를 발하는 두 사람이 극도로 강기를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덕분엔 주변엔 그 흔한 압력으로 인한 흙먼지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두사람의 실력이 극에 이르렀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러길 잠시간,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황에 이드가 막아놨던 물길을 여는 기분으로 내력을 더했다. 쿠웅 이드의 검강 한 줄기 한 줄기 마다 묵직한 바위덩이가 떨어져 내렸다.그 묵직한 소성은 오직 카제의 마음속에만 들려왔다.동시에 팽팽히 균형을 유지하던 도강이 순식간에 뒤로 밀려버렸다. "흐음...... 굉장한 압력을 담은 강기군.이렇게 쉽게 밀려버리다니!" 카제는 예상을 넘어선 상황에 낮게 중얼거렸다.그의 얼굴에서는 방금 전까지 머물러 있던 여유가 사라지고 없었다. 이드의 반응을 기다리며 그의 힘에 균형을 맞추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한순간에 밀려나다니...... 자신이 상상하던 것 이상의 힘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잠시 깊은 눈으로 코앞에서 벌어지는 강기의 산란을 바라보던 카제는 목도를 쥔손에 힘을 더했다.처음부터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기고자 한 일은 아니지만 이대로 물러설 생각도 없었다. 그런 카제의 생각과 동시에 주위에 둘러선 단원들로부터 갑작스런 탄성이 흘러나왔다. "우와와와!" 환호하는 단원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 그곳엔 회색빛 강기가 허공에서 외롭게 부서지고 있었던 것이다.카제가 마음을 다잡는 잠시의 틈을 비집고 강기가 면모를 내보인 것이다. 하지만 곧 카제가 마음을 다잡자 강기는 다시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그럼에도 이미 강기를 확인한 단원들의 시선은 그곳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더구나 아무일도 없던 조금 전과는 달리 강기가 사라진 위치로 빨려 들어가며 가루로 부서지는 크고 작은 돌멩이들의 살아있는 듯한 모습은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끌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사실 이런일이 일어난 것은 갑자기 상승한 두 사람의 강기의 위력과 서로 소멸하며 일어나는 에너지의 인력에 의한 조금 복잡하고 복합적인 현상의 결과였다.하지만 그런 어려운 말을 집어치우고서도 충분히 흥미로운 장면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정작 주위의 시선을 끌어모은 카제는 그런 것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다잡은 마음으로 상승의 공력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 힘 어디가지인지 시험해주리라.' 조용하고 굳은 카제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그리고 그 순간 그의 목소리 만큼이나 강렬한 회색의 강기가 반격을 시작했다. 조금 전 이드와 캍은 힘으로, 아니 그 두배의 힘에서 네배의 힘으로, 또 여섯배의 힘으로 차츰차츰 그 강도를 더하여 반격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은 거의 한순간에 이루어진 반격이었다.좀 전 이드의 공격으로 보아 보통의 힘으로는 그를 압박하기 힘들 것이란 판단에서 과도하게 펼쳐낸 공격이었다.도한 그것은 보통의 상대라면 한순간에 지부라져버릴 가공할 힘으로, 그만큼 이드의 강함을 믿고 펼쳐낸 공격이었던 것이다. 그런 카제의 믿음이 통했는지 이드는 멀쩡했다.하지만 문제가 있었다.멀정해도 너무 멀쩡했던것이다.이드에 대한 카제의 믿음이 오판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완전히 결판을 내긴 어려워도, 현 상황의 역전은 가능하리라 생각한 연타와 같은 공격이 다시 평수를 이루는 정도에서 끝나 버린 거싱나 다름없었다. "크흠!" 카제는 자신도 모르게 침음성을 토했다.현 상황이 그의 예상을 확실하게 벗어나 버렸기 때문이다.그것은 자신이 상대와 상황을 파악하는 눈이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저구나 상대의 힘을 예측하는데 잇어서는 벌써 두번이나 실패하고 말았다.처음엔 스스로 당황할 만큼 쉽게 뒤로 밀려 버렸고, 지금은 겨우 평수를 이루어 아무런 득도 보지 못하는 결과가 되었으니...... 이렇게 되면 이드의 힘을 보겠다는 목적이전에 카제가 가진 무인으로서의 자존심문제가 된다. 스스로 최강의 반열에 올랐다 생각한 자신의 두 번에 이르는 실수. 정당히 싸워지는 것보다 더욱 화가 나는 일인 것이다.특히 그 실수가,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이드의 실력과 어딜 보더라도 어려보이는 상대에 대해 자신도 모르게 마음 한켠에 생겨난 방심에서 일어났기에 카제는 스스로에게 더욱더 화가 난것이었다. 아무리 직접 겪어보지 못했다지만, 이미 제자들을 통해 그 경악할 만한 위력에 대해 들엇던 자신이 말이다. "허허허......" 이드는 갑작스런 카제의 웃음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미 대비하고 있었던지라 조금 밀리긴 했지만, 여유있게 카제의 공격을 받아낸 그였다.그리고 당연히 그 공격의 뒤를 이을 후속타를 기다리고 있었다.한데 기다리는 후속타는 없고, 상대는 이유 모를 웃음만 짓고 있으니 이드로서는 정녕 이해 불가였다. '도대체 왜 웃는 거지?' 하지만 이드는 그 의문을 풀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막물어보려던 찰나에 카제의 웃음이 그쳐버렸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순간을 기준으로 그의 기도가 칼날처럼 날카로워지며 엄청난 위력의 공격들이 퍼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드가 보기에 그것은 카제의 진심이 담긴 공격으로 앞서의 그것들과는 그 위력이나 현란함에서 몇 배나 차이가 나는 것이엇다. 슈아아아악 "......뒤......물러......." "우......블......" 커다란 제트기의 엔진소리 같은 시끄러운 소리가 연무장을 가득 메웠다.그 엄청난 소음에 사람들의 목소리가 묻혀 전혀 들리지 않았다.분만 아니라 소리에 비례해 강해진 흡입력은 마치 작은 블랙홀을 연상시키며 주위에 덜어진 돌멩이나 나뭇가지 등 웬만한 무게가 있는 것들을 순식간에 빨아드렸다. 연무장 주위로는 갑자기 커져버린 흡입력에 당황한 단원들이 급히 뒤로 물러나는 모습이 수두룩했다. '이거 이거...... 뒤로 숨은 공격이 서로 부딪치면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처음 알았는걸.' 그야말로 처음 보는 현상에 이드의 눈이 흥미로 반짝였다. 하지만 그런 호기심은 천천히 알아볼 일이다.우선은 지금의 겨루기가 먼저였다.그렇게 생각한 이드는 다시 카제에게 눈을 돌렸다. "과연......대단한 도초네요.잠영과 비혼으론 부족하니...... 뇌정화와 백화난무로 갑니다." 이드는 소음에 묻혀 전혀 전달되지 않는 말을 스스로에게 되뇌듯 말하며 지금가지 일렁이던 일라이져의 궤적을 격렬하게 바꾸었다. 그러자 밋밋하던 연무장이 순식간에 붉은색으로 물들어버렸다. 쩌저저정 그속에서 붉은 번개가 번쩍이며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그 엄청나던 흡입력을 한순가에 무너트려 버렸다.그리곤 빨려들던 힘을 그대로 밖으로 내뿜었다.그렇게 되자 흡입력에 몰려들었던 돌과 나무들이 그 충격에 작은 먼지가되어 연무장을 가득 채워버리는 것이었다. "우......우왁!" "젠장! 눈감고, 코 막고, 입막아."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흥미롭게 구경중이던 단원들과 라미아,페인들은 난리가 났다.생각도 못한 사태로 미처 방비를 못해 꼼짝없이 먼지를 뒤집어쓰는 꼴이 되기직전이라 마음이 급했던 것이다. 누구의 목소리인지 모를 단원드르이 고함에 모두 옷가지나 손 등으로 얼굴을 가렸다.개중에는 먼지를 더 ㅣ해보겠다고 쪼그려앉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코앞가지 다가온 먼지구름에 숨까지 멈춰버렸다. '온다......온다......온다...... 엥? 안오네.이상하다.덮칠 때가 됐는데?' 이제나 저제나 괴물같은 먼지가 덮칠까ㅣ 대비하고 있던 모두의 머리위로 알수 없다는 듯 물음표가 떠올랐다.하지만 누구하나 쉽게 고개를 들지 못했다.모두의 머릿속에 거의 비슷한 만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빼꼼 고개를 드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덮쳐드는 파이조각과 케익,나무판자.망치,모루등에 맞아 쓰러지는 고양이,톰의 몰골이. 하지만 지금은 만화가 아닌 현실.더구나 덮쳐들어야 할 먼지를 대신에 들리는 기묘한 소리에 모두의 머리 위에 더 있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며 하나둘 고개를 들었다. 그런 그들로부터 크고 작은 탄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탄성에 이끌려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던 한 단원 역시 오오, 하는 소리를 발하고 말았다.그의 눈에 들어온, 5미터에 이르는 커다란 갈색 구형의 먼지구름 때문이었다. 간원들 모두를 금방이라도 덮쳐버릴 듯하던 그 보얀 먼지들이 마치 보이지 않는 풍선 속에 갇혀버린 듯 이드와 카제 사이에 떠 있었다. 사실 그 먼지의 구는 카제의 심혼암양도에 의한 당기는 힘과 백화난무의 외부로 밀어내는 힘이 어느선에서 평형을 이룬 덕분에 생겨난 것으로 언제든지 그 힘의 균형이 깨어지면 터져버릴 풍선과 같은 상태였다. 단원들 역시 그런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인지 하나둘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임의 평형이란 말이지......' 뿌연 먼지구름 사이로 백화난무의 꽃잎들을 뿌려대던 이드는 이번대결에서 다시보게되는 흥미로운 경험에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앞서도 그랬지만 이 재밌는 흥밋거리는 이번 일이 끝난 뒤에나 생각해볼 일.이미 카제의 전력이 어떠한지도 대충 알았도, 그가 원하는 만큼 심혼암양도를 충분히 받아 주었으니 이쯤에서 그만 대결을 끝낼 생각을 가진 이드였다. 그랬다.카제가 이드의 실력을 시험해 보기위해 시작된 일이 오히려 이드가 그의 실력을 대충 알아버리는 상황으로 변해 있었다. 그렇다고 카제가 건진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이드의 실력이 확실하게 자신의 위에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쿠합! 수라삼도 연환격!수라섬광단!수라만마무!수라참마인!" 쩌저저정 이드의 작은 기합소리와 함께 마치 공간이 부서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거친 바람소리를 끊고 단원들의 귓가를 쨍쨍 울렸다. 그러자 지금가지 아름다운 붉은 빛을 붐어내던 일라이져의 검신이 피를 머금은 듯 스산한 빛을 토하며 붉고 촘촘한 그물을 만들어냈다. 분수에서 물이 뿜어지는 즛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 나간 그 물은 그대로 카제와 먼지구름을 안아버리며 휘감아들었다. 하지만 상대는 이미 현경의 정점에 서있는 카제.이드의 공격에 쉽게 당할 인물이 아닌 것이다. "심혼암양 출!" 묵직한 카제의 외침과 함께 모습을 숨기고 있던 회색의 도강이 소리없이 나타나 붉은 그물 안에서 나가기 위해 날뛰기 시작앴다. 그러나 결과는 이미 나와 있는 일이었다. 한동안 엎치락뒤치락 하던 두 기운은 어느 순간 멈칫하더니 반항을 포기한 물고기를 잡아챈 그물처럼 먼지구름 속으로 스르륵 스며들며 토오옹 하는 스케일에 어울리지 않는 소리를 내고는 별안간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왠지 허탈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결말이었다.하지만 지켜보고 있던 단원들에겐 허탈한 기분을 느낄수 있는 여유 따위는 전혀 없었다. 투화아아악 바로 방방한 풍선 속에 압축되어 있던 먼지구름이 그들을 덮쳐버린 탓이었다.어느 정도 뒤로 물러나 있었지만 엄청나게 압축되어 있던 먼지구름은 그들을 결코 놓치지 않고 본부 일대를 온통 뿌연 갈색의 먼지로 뒤덮어버린것이다. 그 광경에 주위를 지나던 지그레브 시민들의 시선가지 모여 들었고, 그들은 그 뿌연 먼지 속에서 쿨럭거리는 격렬한 기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소환 실프.이곳의 먼지르 가라앉혀 한곳에 모아줘.부탁해." 기침소리만이 가득한 먼지 더미 속에거 맑은 이드의 목소리가 울리자, 슈우욱 하는 바람소리와 함꼐 먼지는 빠르게 한 곳으로 모여들며 가라앉기 시작했다. 잠시 뒤 그 속에서 뽀얀 갈색 먼지로 뒤범벅이 된 제로 본부와 단원들의 볼썽사나운 몰골을 들어냈다.단원들은 제 꼴들과 뽀얀 얼굴에 누과 입만 보이는 동료들을 번갈아보며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연심 기침만 해댈 분이었다. 물론 그와중에서도 먼저 폭탄을 피한 사람들은 있었으니, 바로 이 먼지 폭탄의 창조주인 카제와 이드,그리고 라미아와 데스티스 였다. 앞의 두 사람은 대결을 펼치며 호신강기로 몸을 감사 먼지를 피해꼬, 뒤의 두 사람의 경우는 이드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라미아의 적절한 실드 마법으로 먼지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뭐, 실드의 혜택을 보지 못한 페인과 퓨를 비롯한 몇몇 남성들이 두사람에게 잠시 원망어린 눈빛을 보냈지만, 이젠 기침하기 바바 따지지도 못하고 있으니 신경 쓰릴요도 없을 듯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대결이 막을 내리자 단원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세면장을 찾아 본부로 들어갔다.온몸에 가득 달라붙은 먼지를 씻어내기 위해서 였다. 한 걸음식 내딛는 그들의 발아래로 함눔씩의 먼지가 흘러 내리는 걸 보면 한참을 씻어야 할 것 같아 보였다. 그 뒤를 카제가 대단한단 말을 넘기고 따라 들어갔다.그런 그의 얼굴엔 표현하기 힘든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아무리 수양을 쌓아 마음을 다잡은 그라도 이렇게 쉽게 패해버린 상황에선 쉽게 마음이 정리되지 않는 듯한 얼굴이었다. "칫, 너무하셨어요. 그냥 비겨줄 수도 있었으면서...... 심술쟁이 같아요." 카제를 바라보던 라미아가 쪼르르 이드 곁으로 다가와 얄밉다는 듯 흘겨보며 말했다. "하하, 그럼 오히려 화내실걸." 이드는 싱긋 웃으며 라미아의 말에 간신히 대답했다.라미아 역시 그럴 거란 걸 알면서 건넨 농담이었기 때문 이었다. 카제의 경우처럼 오랜 수련으로 경지에 이른 인물들에게 적당히 해서 비기는 것은 오히려 그를 농락하는 일이란 것을 두사람 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오히려 이렇게 진실한 실력을 보여주는게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어쩌면 이번 일로 카제는 원경이란 벽을 깰 수 있을지도 모를 테고 말이다. "저희들도 그만 본부로 들어가죠." 여느 때처럼 말장난을 하려는 두사람 사이로 데스티스의 목소리가 끼어 들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몸을 돌려 본부 건물로 들어가는 데스티스의 뒤를 다르기 시작했다. 마지막 두 사람가지 사라져버린 연무장엔 작은 바람과 함께 뽀얀 먼지가 날리며 오래된 서부영화의 스산한 한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럼 지금 연결하도록 하겠습니다.퓨!" 페인의 지시에 옆에 서 있던 퓨의 손이 가만히 허공에서 특정한 법칙에 따라 움직였다. 파하아아아 잠시 후 손의 움직임이 멈추자 탁자위에 놓여진 수정이 한쪽벽을 향해 밝은 빛을 뿜으며 천천히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이드와 라미아는 기대어린 눈길로, 카제와 페인들은 정감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다.그들이 모여있는 방의 창 밖으로 반쪽이 삼켜진 태양이 마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저녁이 가까워 지는 시간, 이제야 룬과의 통화가 연결된 것이었다. 점심때부터 기다렸으니 제법 오래 기다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실제 통화가 늦어진 이유는 이쪽에 있으니 큰소리 칠 입장도 아니었다. 그 이유란 것이 카제와 이드의 대결로 인해 생겨난 먼지때문이니 이드와 라미아로서는 뭐라 할 상황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로 인해 뜻하지 않은 대청소를 하게 된 단원들의 눈총을 피해 회의실에 얌전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마법사들과 검사를 비롯해 특수한 능력을 지닌 능력자들이 있어서 이런 시간에나마 청소가 끝난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얼마나 오래 걸렸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을 터였다. 좌우간 청소가 끝날 때쯤 되어서 카제도 마음을 정리했는지 다시 편해 보이는 미소와 함께 회희실로 찾아왔고, 두살람은 좋은 분위기로 앞서의 대결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가 마무리될 때쯤 들어선 페인에 의해 지금에야 겨우 연결이 된것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벽에 고정되어 있었다.어느새 그곳의 빛이 붐어지는 영역안으로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의 얼굴이 완성되어 있었다. 방의 한쪽면을 완전히 채우는 듯한 커다란 창을 배경으로, 폭신해보이는 하얀색 의자에 앉아있는 부드러운 붉은 빛의 머리카락과 하얀 얼굴이 아름다운 십대의 소녀. "룬 지너스......" 이드와 라미아의 입에서 동시에 작디작은 소리로 소녀의 이름이 흘러나왔다.그렇게 만나고자 했던 소녀를 마법을 통해서지만 지금에서야 만나게 된 것이다. 서로의 얼굴들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게 되자 이드와 함께 서 있어던 페인과 나머지 두명이 벽면에 나타난 룬의 영상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룬단장님.지그레브를 맡고 있는 페인,데스티스,퓨입니다." "네, 반가워요.페인 씨의 큰 목소리를 들으면 항상 힘이 나는 것 같아요." 페인의 우렁찬 목소리에 룬이 맑고 고운 목소리로 답했다.룬의 외모도 그렇지만 목소리도 제로라는 큰 단체의 수장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룬을 바라보는 페인 등의 시선엔 하나 가득 믿음과 신뢰가 감돌고 있는 것이 그녀가 제로 단원들에게 얼마만큼의 사람을 받고 있는 것인지 알게 해주었다. "허헛...... 저런 덜렁이에게 그런 칭찬을 하며 진짜인지 안다오,단장." "호호, 하지만 저는 정말 듣기 좋은 걸료.그리고...... 그쪽 두분.이드님과 라미아님이라고 하셨던가요?마법영상을 통해 몇 번 얼굴을 보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처음이군요.소개할게요.아직 어리고 부족하지만 제로의 단장으로 있는 룬 지너스라고 한답니다." 다소곳하고 품위있게 고개를 숙이는 자세가 꼭 그레센의 귀족 영애를 보는 듯했다.그런 룬의 자기소개에 이드와 라미아 역시 반사적으로 그레센에서처럼 격식을 차려 그녀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이쪽이야말로 말로만 듣던 제로의 단장님을 직접 뵈게 되어 영광이군요.이드라고 합니다." "일행인 라미아라고 해요.만나서 반가워요, 지너스양." 세사람이 정답게 인사를 주고 받는 사이 카제는 페인등에게 눈짓을 해 차를 내오게 만들었다.사실 룬과 이드,라미아가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도록 세사람을 일부러 밖으로 내보낸 것이었다. 그들 역시 그런 사실을 은근히 눈치 채고는 아무 말 없이 문을 열고 방을 나섰다.덕분에 회의실 안은 뜻하지 않은 정적이 머물다가 카제의 말에 의해 물러났다. "크흠, 단장.우선 이 두살람이 브리트니스를 찾아 여기까지 어려운 걸음을 한 것이니 만큼, 단장의 분신인 브리트니스를 잠시 두 사람에게 견식할 기회를 주고 그 뒤에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는게 어떻겠소?" 그긔 의견에 그러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는지 룬이 잠시 움직여 무릎 위로 붉은색의 둔중해 보이는 검을 올려 보여주었다. "제 곁에 머무르며 절 지켜주고 있는 브리트니스랍니다." "......그렇군요.브리트니스......" 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그것은 룬의 말을 인정한다기보다는 그녀가 가진 브리트니스가 여섯 혼돈의 파편과 관련된 검이 확실하다는, 또 한번의 확인을 뜻하는 말이었다.비록 통신 마법을 통해서지만 여섯 혼돈의 파편이 가진 그 묘한 느낌이 브리트니스로부터 전해져 왔던 것이다. "분명...... 페르세르의 검이 맞아요." 라미아 역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룬은 라미아의 말에 살풋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이 아이를 통해서 알게된 사실 중에 페르세르라는 검주의 이름도 있었죠.여러분이 브리트니스의 주인을 알고 있다는 게 다시 한번 확인되는군요." 과연 그녀는 페르세르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 말을 듣고 시선을 맞추었다.만약 라미아의 의견대로 자신들이 검주라고 속이려 했었다면 곧바로 들통 날 뻔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검의 주인과 자신들 사이가 극도로 좋지 못하다는 사실은 알아내지 못한 듯했다.뭐, 생각해보면 앞으로도 사실을 알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브리트니스는 자신들과 맞서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좌우간 룬의 말은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그녀의 가녀린 목소리가 단호함을 담고 회의실을 가득 체웠다. "그러나 브리트니스는 절대...... 절대 내어드릴 수 없습니다." 룬이 스스로 내린 결론을 말했다.이야기를 풀어 나가려고 시작한 행동이 곧바로 이 이야기의 본론을 꺼내버린 것이었다. "호오, 그래요. 이미 카제님께도 들어 알고 있어요." 라미아는 나직한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카제도 그랬지만 지금 말하고 있는 룬의 단호한 태도는 더했다.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브리트니스를 건네줄 생각은 없어보였다. 여자의 직감이랄까, 라미아는 거기에서 룬과 브리트니스 사이에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생각은 그대로 이드에게로 흘러들어가 이드가 한 마디 하게 만들었다. '뭔가 있다는 말엔 동의하지만...... 여자의 직감이라고 하긴 그렇지 않아?라미아, 넌 원래 검이었는데......' '흐흥, 이드님은 제 어딜 봐서 여자가 아니라는 거죠? 제가 보기엔 어디를 보나 완!벽!한! 여자인데 말이죠.의심스럽다 하시면 오늘 밤에 구석구석 확인시켜 드릴 수도 있는데...... 그럴까요?' '아,아니...... 그저 그레센에서 네가 검이었다는 거지.그저......그런거야.신경쓰지마.지금은 너무나 아름다운...... 그래,. 네말대로 완벽한 여성이니까 말이야.아하하하......' 이드는 짐짓 크게 웃어보이며 슬그머니 눈길을 돌렸다.요근래 들어 라미아에게 계속 휘둘리는 느낌이 들어서 한마디 해본 것인데, 잘못하다간 본전도 못 건질 뻔했다. 뭐, 이런 상황에 별 시답잖은 소리를 주고 받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지만, 이것도 늘 있는 서로에 대한 애정표현의 한 방법이니 신경을 꺼버리는 게 나을 듯 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영혼으로 맺어진 두 사람마의 대화. 하지만 그런 대화가 오고가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룬은 방금 전의 단호함이 그대로 남아 있는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마치 조금 전 그말을 다시 한 번 강하게 주장하는 듯 했다.그런데 과연 이드와 라미아 사이에 오고간 말을 들었을때도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을지...... 그때 이드가 룬을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뭐, 단장님의......" "그냥 편하게 룬이라고 불러주세요." "아, 고마워요, 룬.룬의 말은 확실하게 알아들었어요.제로라는 단체에서 룬양이 가진 브리트니스의 힘이 얼마나 큰지도.하지만 내 생각엔 지금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요." 이드의 말에는 뭐가 이어져야 할 말이 빠진 느낌을 주었지만, 그것을 느끼기 전에 옆에 있던 아미아가 그 부분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들 생각엔 지금 제로가 보유한 힘만으로도 충분히 제로가 바라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거예요.더구나 몇 개월 전과는 달리 몬스터라는 특별한 전력까지 함께하는 지금의 제로에 브리트니스의 힘이 꼭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제 생각이 틀렸나요?" 한마디로 이제 쓰지도 않는 필요 없는 물건 그냥 주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이드와 라미아의 말은 충분히 일리 있었다.누가 보더라도 지금 현재 제로의 전력은 대단한 것이었다.여타의 특별한 변수-심술쟁이 드래곤-가 끼어들지 않는 한은 필승이라 말할 수 있는 그런 전력인 것이다. 그러나 역시 세상일이란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닌 모양이었다. "아니요, 잘못아셨군요.몬스터들은 저희 전력이 아니랍니다." 라미아의 말은 살래살래 고개를 젓는 룬에 의해 곧바로 부정당해 버리고 말았다. "합처진 전력이라는 것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전략을 공유하며 함께 싸울 수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죠.그런 면에서 볼 때 몬스터들은 저희들의 전력이 될 수 없답니다.서로의 목표한 바가 명확하게 틀리기 때문이죠. 몬스터의 목표는 인간이라는 종족의 전멸을 위해 끊임없이 죽이는 것이고, 저희들의 목표는...... 온갖 탐욕과 욕망에 찌들어 있는 정부란 단체의 해체와 궁극적으로 모두가 좀 더 평화롭게 사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런 목표를 위해 지금 저희들이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사람을 살리는 일이죠." "그렇지만 지금 제로와 몬스터의 상황이 잘 이해가 가지 않네요.특히 룬의 마지막 말은...... 분명히 저희들은 제로의 단원들이 몬스터군단과 함께 전술적인 양상을 띠며 싸우는 것을 보았답니다.룬이 지금 말한 사람을 살리는 일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어요." 룬의 설명에 곧바로 맞받아친 라미아의 말대로 제로는 몬스터와 함께 인간이란 존재를 무참히 공격한게 사실이었다.그게 의도적인지 아닌지를 떠나 확실히 룬의 말과는 상반되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범인은 선인의 뜻을 알지 못하고,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던가.이어지는 룬의 말에 이드는 문득 그런 말이 떠올랐다. 그녀의 말에 따르자면 현재 제로가 몬스터와 공조를 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것이 맞았다. 단지 그러기 위해 택한 방법이란 것이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달랐을 뿐인 것이다. 몬스터와 함께 움직이며 제로가 하는 일은 전투와 살인이 아니라 인간이 이룩해 놓은 그 잘난 과학문명의 파괴 활동이었다. 그리고 룬은 그런 제로의 행동에 대한 설명으로 신의 계획에 대해 말했다.두 사람이 수차례 들었던 그 이야기를 말이다. 룬은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말에 쉽게 수긍하는 이드와 라미아의 긍정적인 자세에 몽페랑에서의 존처럼 놀라는 표정을 했다. 존이 놀랐던 이유와 마찬가지로 스스로도 믿기지 않고,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두 사람의 태도 때문이었다. 하지만 존과는 다르게 두 사람이 이계의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그녀는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살았도, 거기서로부터 왔기 때문이라고 다소 이해를 해버리고는 말을 이었다. 그런 그녀의 말에 따르면 신의 계획이 실행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너무 심한 종족수의 불균형과 엄청난 문명의 격차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정확히 따지자면 자잘한 이유가 수도 없이 많겠지만, 그 두가지가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 중에서 과학문명의 차이는 거의 극복하기 힘든 단계에 이르러 있어 그건 장기적인 관점에서 종족수의 차이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룬과 제로들은 생각 했다. 거기까지 들은 이드와 라미아는 정말 박수라도 쳐주고 싶었다. 신이 의도한 뜻을 정확하게 짚어낸 룬과 제로들의 추리력에 보내는 박수였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몬스터와의 전쟁에 신이 관여되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다 하더라도, 그 자세한 속 뜻까지 알아낸다는 것은 어떤 깨달음의 경지가 아니고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지금 내용은 신관들도 알지 못하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밝혀 냈다는 것은 상황을 범인 이상의 깊이로 분석해서 추리해낸 것이라고 밖엔 말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더떤 정신 나간 드래곤이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니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런 것을 보면 이들은 당장 제로를 그만두고 탐정으로 나서더라도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쓰잘데기 없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제로가 시작한 일이 과학문명의 파괴다?" 끄덕 이드의 말의 룬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 인류에게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는 첨단의 기계문명만 사라진다면 종족수의 차이는 시간이 해결해 줄테니까요." 이드도 그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보기에 이 지구 사람들에게 가장 큰힘이 되고 있고 이 세계를 인간 중심으로 흘러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와 기계들만 사라진다면 이곳은 그레센 대륙과 크게 다를게 없다.산업 혁명과 과학 발전의 과정을 무시한다면 이드가 태어난 과거의 중원과도 크게 차이 날게 없어진다는 말이다. 굳이 찾자면 인간이라는 종족이 가진 보편적인 지식수준의 차이지만, 그것도 각 종족이 가진 고유의 힘앞에 나란히 섰을때는 그야말로 쓸모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할지도 몰랐다.지금 사람들이 가진 지식들이란 과학문명이란 조건이 따르는 것들뿐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배경이 없는 지금의 사람들로서는 오크가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나무 몽둥이 하나도 제대로 상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당장 몬스터와 싸우고 있는 군대만 보더라도 창,검이 아닌 여러 복잡한 공정을 거쳐 생산된 총과 폭약을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상태에서 기계문명이 다시 들어서지 못하도록 꾸준히 감시만 해준다면 차츰 그런 지식들은 퇴보되어 사라질 것이도, 백년 정도가 흐른다면 세상은 적어도 외형적으로 그레센과 옛 동양의 비과학적인 모습으로 변해 갈 것이다. 그 기간동안 몬스터와 분쟁이 적지 않을 테니, 자연히 인구의 수도 적당한 수에 맞춰질 것이다.물론 사람들이 현재 가진 의식수준과 두뇌 활동을 가정해볼 때 꼭 옛날과 같진 않겠지만 말이다. 뭐, 백년 후의 상황이야 어찌되었든지 간에 이드가 듣기에 룬의 말은 확실히 가능성이 있어보였다.그리고 그런 룬의 가치관을 따라 제로가 실행하고 있는 일도 이해가 되었다. "확실히 그럴만하네요.이해했어요.그런데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요.그런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 왜 다른 곳엔 알리지 않았죠? 가디언이나 각국의 정부...... 뭐, 정부와는 조금 마찰이 있겠지만, 그래도 외교적인 절차를 거쳐 설명을 해줄 수 있었을 텐데.그렇다면 희생도 훨씬 줄어들 테구요." 가만히 룬의 설명을 듣고 있던 라미아의 말이었다. 지금까지는 제로 내부의 대란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설명이었다면 그녀의 물음은 제로의 외부적인 부분에 대한 객관적인 물음이었다. 또 룬의 설명을 듣고 잠시만 생각해보면 저절로 드는 의문이기도 했다. "음, 그건 내가 대답해 주지." 시종 세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고 있는 대화를 가만히 앉아 듣기만 하던 카제가 입을 열었다. "우리들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좀더 생각해보니 우리 말을 믿어줄 것 같지 않더구만.혹 가디언이라면 몰라도 우리와 직접적으로 부딪치고 있는 정부나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긴 힘들 것 같더군. 더구나 지금 사람들이 포기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기계과학문명이지.이미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되어버린 기계들과 전기.자네도 이 세상에 와서 봤겠지?" "네, 확실히......"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이드의 머리로 이곳에 와서 겪었던 새로운 생활상이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그 생황 중에 어느 것 하나 전기와 기계가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었다.또 그것들로 인해 그만큼 편하기도 했다. "그럼 묻겠네.자네들 같으면 그 편리한 모든 걸 포기하며면 쉽게 포기할 수 있겠나? 이미 태어날 때부터 누려오던 것들을 말일세." "그런 편리라면...... 힘들겠죠." 이번엔 라미아가 카제의 말에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녀의 대답에 카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공 중으로 안타까운 시선을 던졌다. "그래, 힘들지.인간이란 어리석어서 위험이 다가와도 당장의 안락함을 버리지 못하는 존재거든.더구나 정부의 이해를 구한다고 해도 그많은 국민들 하나하나를 어떻게 통제하겠나.불가능한 일이지.후!" 카제는 다시 생각해도 안타깝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한숨에 따라 실내의 분위기 역시 묵직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닌지 룬의 말이 이어졌다. "그뿐만이 아니에요.제가 생각하기에 문명을 포기한다고 해도 어느 수준까지 인구의 수가 줄어들기 전에는 몬스터의 공격이 멈추지 않을 거에요.사람들에게 그런 사실을 알려줘도 직접 몬스터에게 죽어나가는 가족을 본다면...... 장담하건대 분명 다시 총을 들 겁니다." 룬은 확신했다.또 그것은 당연하게 예상되는 일이기도 했다.저런 이유라면 정말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알릴 수 없었을 것이다. "...... 어려운 일이군요." 이드는 룬의 말을 짧게 평했다.상당히 힘들고 고단한 일을 자처하고 있는 제로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그들이 하고 있는 일을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열심히 해보라고 박수치고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드와 라미아가 이렇게 제로를 찾은 것은 브리트니스를 회수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제로가 하는 일이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일이란 것은 알겠지만, 브리트니스의 회수 또한 이 세계의 흐름에 관계될지 모르는 중대한 일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 저렇게 단호히 말하는 사람을 상대로 당장 브리트니스를 내놓으라고 할 정도로 눈치 없는 이드는 아니었던 것이다. 더구나 달란다고 줄 사람도 아니고, 눈앞에 있다고 힘으로 빼앗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괜히 서로 기분만 상할 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저도 이드님 생각에 동감이에요.' 라미아의 생각이 은근히 전해져 왔다. '그리고 이쯤에서 슬쩍 말을 돌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그러면 저희에 대한 제로의 쓸 데 없는 경계도 좀 느슨해지지 않겠어요?' 거기에다 좋은 의견까지 덧붙여 왔다.이드는 그녀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크흠!" 작은 기침 한번과 한 잔의 시원한 물을 단숨에 벌컥벌컥 들이키는 것으로, 지금까지 팽배했던 묵직한 분위기를 정리한 이드가 말문을 열었다. 그다지 필요 없는 행동이었으나 좌중을 일단 가볍게 해보고자 하는 데로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무거운 분위기가 좋은 이야기도 좋게만 받아들이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어려운 일이지만 제로는 앞으로 잘 해나갈 수 있을 것 같군요.또 룬양의 말대로 브리트니스도 필요한 것 같고요.그럼 말입니다, 이 전투가 끝나면...... 제로가 이루고자 한 일이 대충 끝이 났을 때는...... 브리트니스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으음......" "그때는 굳이 브리트니스의 힘이 필요치 않을 것 같은데......" "그...... 그건......." 룬은 의외로 이드의 말에 우물쭈물하며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웅얼거렸다. 이드와 라미아는 갑작스러워하는 그녀의 반으에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방금 전까지 거대 조직의 수장답게 엄격하고 깊은 태도를 보이던 룬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던 것이다. 사실 지금 이런 당황스러워하는 반응이 그녀의 나이에 어울리는 것이긴 하지만 하나의 거대 조직을 이끄는 수장엔 어울리지 않는 처신이었다. 그런데 별로 복잡하지도 않은 질문에 이런 반응이라니...... '뭔가가 있다!' 이드와 라미아가 동시에 서로를 향해 외쳤다.앞서 짐작했던 것이 확신으로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룬단장." 걱정스런 카제의 목소리가 조심 스럽게 룬을 불렀다. "확실히 뭐가 있긴 있는 것 같지?" 이드는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당당히 서있는 제로의 지그레브 지부 건물을 슬쩍 돌아보았다. "네, 뭔진 모르겠지만...... 룬이 목적을 달성한 이후에도 브리트니스를 돌려줄 의사가 없다는 데는 사연이 있는 것 같아요.특히 브리트니스를 돌려달라는 이드님의 말에 각각 다르게 반응한 룬의 태도가 이상했어요." "음......" 이드는 라미아의 추측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하던 룬을 떠올렸다.처음 브리트니스를 돌려달라고 했을때는 단호하게 거절하더니, 후에 제로의 일이 끝난 후에 돌려달라고 할 때는 쉽게 답하지 못하던 모습이라니...... 생각해보면 같다고 할 수도 있는 질문이었으나 다르게 반응하니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룬을 걱정한 카제 덕분에 짧게 이어진 몇 마디 대화를 끝으로 서둘러 룬과의 통신을 끝내고 나와야 했다. 뭐, 그렇다고 해서 크게 아쉽거나 하지는 않았다.룬을 통해 궁금해하던 몇 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때문이었다. 그외에 갑작스런 룬의 반응이나, 종속의 인장, 신탁의 내용 등에 대한 의문사항이 남아 있긴 했지만, 어차피 그런 건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을테니 크게 상관은 없었다.어쨋든 이것으로 제로와의, 아니 룬과의 만남은 일단락 지어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제로란 단체가 하는 일이 헛일인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가만히 룬과의 대화를 정리하던 이드는 갑작스런 라미아의 말에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희생을 줄이겠다고 힘들게 뛰어다니는 제로를 보고 자신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던 라미아였기에 그녀의 느닷없는 말이 이해되지 않고 있었다. 또로록 이드의 말에 라미아는 밤을 밝히는 가로등 불빛에 예쁘게 반짝이는 눈을 굴렸다.대답할 말을 정리하는 듯하던 그녀는 곧 옆에서 걷고 있던 이드의 한쪽 팔을 끌어안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냥 단순히 상황만 놓고 봤을 때 그렇다는 거예요.솔직히 몬스터와 인간의 전투는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해결될 일이잖아요. 괜히 제로가 나서는게 무슨 소용인가 싶어서요.무엇보다 지금 하는 일은 결과적으로 제로가 바라는 목적을 이루는 데 좋지 못한 영향을 줄 거잖아요.몬스터와 같이 움직였으니 전 세계인의 적이 된거나 다름없는데......" 라미아의 생각은 시각에 따라 틀리지 않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제로는 지금 단체의 목적보다 더욱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다. 바로...... "인간의 희생을 줄이는 일이지.그걸 헛일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 누가 뭐라고 해도 가장 고귀한 일을 제로가 하고 있는 것이다.그것은 마찬가지로 인간과 몬스터의 역사가 다시 써질 경우 크게 왜곡될 수고 있었다.어느 한 편의 영웅은 다른 한 편에서 악마로 둔갑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혹은 양쪽 모두에서 부정되는 역사도 없지 않았으니. "하지만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아서요.갑자기 생각난 건데 죽을 사람과 살아남을 사람이 이미 정해져 있지 않을까 하는...... 과학자는 당연히 기계와 함께 몬스터의 중요한 목표일 테고, 사람들도 적당한 수로 적당히 흩어놓지 않으면 다시 기계를 만들어낼 테니 그렇게 못할 정도로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제로가 지금 하는 일은 별로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없잖아요?" "...... 단순히 숫자로 따지자면 그렇지.그러나 무엇보다 목적에 맞추어 인간의 개체수를 조절할 수 있다는 계획 자체가 망상이라고 봐야 해.그건 인간, 혹은 몬스터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그런 의미에서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건 할 만할 일인 거야.그것이야말로 인간이 할 일이고." 이드는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처럼 조용한 목소리로 라미아에게 말했다. "알아요.그래도 괜히 헛고생하는구나 싶어서...... 또 몬스터와의 전쟁이 끝났을 때를 생각해 보면......" "그만!거기까지." 이드는 다시 대화를 이어 나가려는 라미아의 말을 한손을 들어 끊었다.그냥 뒀다가는 이 밤이 새도록 제로에 대한 문제로 웅얼댈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서였다. "제로는 제로고,우린 우린거야.우리들이 직접 도와줄 것도 아닌 이상 제로의 일로 더 이상 머리 쓸 필요는 없지 않겠어?" 분명히 선을 그은 이드는 자신의 팔을 안고 있는 라미아의 팔에 팔짱을 끼면서 한쪽 눈을 깜박여 보였다. 라미아는 그런 이드의 귀여운 짓에 빙그레 미소 지으며 시선을 앞으로 핶다.어차피 이 세계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한 두 사람인 만큼 이드의 말처럼 제로의 일에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헤헷...... 알았어요.그럼 제로 이야기는 여기서 접기로 하고, 빨리 센티네 집으로 돌아가죠.코제트도 집에 있을 테니까 뭐 좀 맛있는 것 만들어 달래서 먹어요, 우리." "호, 그거 좋은 생각인데.코제트의 요리 솜씨는 확실하니까.하지만 오늘은 조금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하늘도 맑고 말이야.어때?" "마음대로 하세요.이드님이 걷고 싶다는데 누가 말려요? 대신 전 아니니까 이드님이 업어 주세요." "뭐?" 유난히 별이 반짝이는 하늘을 바라보던 이드는 갑작스런 라미아의 요구에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표정이 되었다. "그렇잖아요.이드님은 걷고 싶고, 전 아니니까 이드님이 업어주셔야죠.그리고 오랜만에 이드님 등에 업혀보고 싶기도 하구요. 헷......" 라미아는 뾰족이 혀를 빼물며 애교를 떨었다.그게 얼마나 귀엽고 깜직한지 밤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의 시선을 몰려들게 만들었다. 그런 라미아의 애교엔 이드도 별 수 없기에 가만히 등을 들이댈 수 밖에 없었다. "그래, 내가 널 어떻게 이기겠냐.엎혀." "얏호! 자, 가요.이드님......" 센티의 집으로 돌아온 이드와 라미아는 그녀의 집에서 며칠 더 머물렀다. 제로와 룬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보를 확보했으니 바로 떠나도 상관없는 일이다.하지만 아직 심법을 완전히 익히지 못한 센티를 그냥 둘 수는 없었다.그녀가 심법을 완전히 자신의 통제하에 두는 게 가능해졌을 때 떠나겠다는 것이 두사람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센티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이미 웬 만큼 심법을 운기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던 센티는 두 사람이 더 남으려고 하는 데는 심법 때문이 아닌 코제트의 요리를 더 맛보기 위해서라고 의심했던 것이다. 이드와 라미아는 센티가 눈을 흘기며 추궁하는 것에 먼 산 바라보듯 하며 회피했다.물론 센티로서도 속으로는 반가운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일주일이란 시간이 더 흐르고 센티가 심법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을 때 두 사람은 좋은 인연을 맺었던 지그레브를 떠났다. 떠나는 두사람을 센티네 가족들이 나와 아쉬운 표정으로 배웅해 주었다. 지그레브를 떠난 이드와 라미아는 다음 목적지를 이드의 고향, 중국으로 잡았다. 라미아가 자신했던 대로 룬과의 통신 중에 통신지를 추적한 그녀가 룬의 위치를 중국에서 찾아낸 덕분이었다. 바로 그 위치가 정확하지 않아 소형 도시 교모의 넓이를 뒤져봐야 하겠지만,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이 지구상 어딘가에 있다는 것 밖에 알지 못했던 것에 비한다면 엄청난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이쯤이 적당할 것 같은데.이동하자, 라미아." 이드는 주위를 돌아보며 인기척이 없음을 확인했다. 지금 두 사람은 지그레브로 들어서는 길에서 한참을 벗어난 곳에 서 있었다.지그레브로 올 때와 마찬가지로 마법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던 둘은 사람들의 괜한 시선을 피하기 위해 조용한 곳을 찾은 것이다. "참, 그런데 오엘은 어떡하죠? 연락 온 일만 보고 바로 가겠다고 했었는데......" 이드의 말에 미리 계산해 놓은 좌표를 설정하고 텔레포트를 준비하던 라미아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말을 꺼냈다. 생각해보면 너비스 마을을 나선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한 가지 일만 보겠다고 오엘을 데리고 나온 지가 얼추 한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더구나 오래 걸릴 것 같지 않아 런던에 가볍게 내려놓고 연락 한 번 해주지 않았었다.지금까지 걱정하고 기다릴 그녀에게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일은 본 것은 아니다.변명이긴 하지만 지금 움직이는 것도 연락받은 일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인 것이다. "아차, 깜박하고 있었네.많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공연히 미안한걸.그럼 중국으로 가기 전에 기다리지 말라고 소식이라도 전해줘야 할 텐데...... 이거 세르네오가 있는 본부에 다시 가야 되려나?" 긁적긁적 이드는 곤란하거나 멋쩍어 할 때의 버릇대로 머리를 긁적였다. 오엘이 머물고 있는 런던 가디언 본부에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는 다른 가디언 본부를 찾아야 할 테고, 연락이 쉬우려면 아무래도 세르네오가 머물고 있는 본부로 향하는 것이 좋을 것이었다. "음...... 그것보다 한국으로 가보는 건 어때요? 어차피 중국으로 가는 길에 오랜만에 들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그것도 좋은 생각인걸."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반색하며 이 세계에 처음 와서 만난 얼굴들을 생각했다.특히 같이 생활했던 연영과 반 친구들 그리고 염명대 가디언들의 얼굴들이 웃는 낯으로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레센 대륙에서 처음만난 그들처럼 이 세계의 첫 인연들이 보고 싶다는 감정이 솟구치자 이드는 바로 라미아의 말에 동의했다. 덕분에 텔레포트 좌표는 순식간에 중국에서 한국으로 국적을 변경하게 되었다. "그런데 좌표는 알고 있어?" "맡겨두시라고요.다름 아닌 제가 생활했던 곳을 모를까봐서요." 라미아는 자신있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는 시동어를 외우기 시작랬다.낭랑하니 듣기 좋은 목소리가 울렸다.그녀도 오랜만에 볼 사람들 생각에 기분이 좋은 듯 했다. "텔레포트! 가자, 학교 가이디어스로......" 갑작스런 몬스터들의 대공격! 원인도 그렇다고 뚜렷한 타개책도 알 수 없는 대규모 몬스터들의 돌발적인 움직임은 그렇지 않아도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더욱 정신없게 만들었다. 어떤 형태든지 전쟁이라 이름 붙여진 전투 행위를 위해서는 그 긴박한 상황과 조건에 맞춰 이것저것 필요한 물자며 동원되는 인력 등 함께 따라 움직이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더구나 지금 세상의 전쟁은 고대전과 양상이 판이해 금속, 화학, 섬유, 전자까지 모든 산업이 합쳐지고 공유되어 다양하게 섞인 거대한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으니 현기증이 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것이다. 더구나 지금 벌이고 있는 전쟁은 전장이 따로 없이 경계마저 모한한 데다 처절한 국면이 있었다.불시에 공격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시가전의 양상이 두드러져 생활 터전이 졸지에 사라지기도 했다.인간들 간의 이익을 위한 전략적인 전쟁이 아닌, 오로지 인간들이 살아남기 위해 벌어지는 절박한 전쟁인 만큼 혼란과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이 미증유의 전쟁 속을 가장 숨 가쁘게 누비는 사람들이라면 전장에 투입되는 사람들일 테고, 그 중에서도 대 몬스터 전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가디언들은 최전선의 주역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현재 그들은 몸이 세개라도 모자랄 정도이며,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라면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수시로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현재 이 지구의 인류를 가장 효율적으로 지켜내고 있는 자들은 누가 뭐래도 이들 가디언들이었다. 그리고 최고의 전투요원 가디언들만큼이나 바쁘고 분주한 곳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가디언 양성학교인 가이디어스였다. 가이디어스에 머무르고 있는 학생들은 모두가 능력자였다.이곳에서는 그 능력의 크고 작음이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지금과 같은 혼전 속에서는 보통사람이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런 능력을 조금이라도 지녔다면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었던 가디언 본부드르이 요청에 의해 학생들이 나서게 된 것이다. 어쨋든 몬스터를 상대하기엔 보통 사람보다 뛰어나다는 점에거는 분명하였다.기준 군대의 가공할 화력마저 통하지 않는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는 능력자들의 힘은 절대적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한국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의 가이디어스에서는 총 학생수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천여명을 헤아리는 인원이 빠져나가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학교는 어떻게 보면 썰렁했도, 또 어떻게 보면 언제 투입될지 모른다는 긴장 속에서 수련의 열기로 뜨겁기 그지 없었다. 진지하고 열띤 수련의 기운이 뻗어 나오는 가이디어스 건물 정면에 위치한 넓은 운동자. 파아아앗 그 한가운데 갑작스럽게 터져 나오는 한 덩이의 빛이 주변을 휘몰아쳤다. 실제로 빛덩이를 중심으로 뽀얀 먼지가 회오리치면서 빛덩이의 외곽을 딸 솟구쳐 멋진 장관을 연출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운동장에 나와 있는 사람들이 없어 그 멋진 장면을 구경한 이는 거의 없었다.다만 지겹도록 반복되는 수없에 창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던 몇몇의 학생만이 갑작스런 상황에 눈을 치뜰 뿐이었다. "휴, 먼지.근데 어떻게 이번엔 정확하게 땅에 텔레포트 됐네.항상 몇 미터 위에 텔레포트 되더니......" 빛이 사라지고 모습을 드러낸 이드는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자신과 라미아 주위에 떠도는 먼지를 잠재웠다. "당연하죠.여긴 좌표를 알아온 게 아니고, 제가 있던 곳을 기억해서 온 거니까요.이게 다 제 실력이라구요." "아...... 아......" "뭐예요.그 못 봐주겠다는 불성실한 태도는......" "원래부터 네가 대단하단 건 잘 아니까 그렇지.그나저나 왜 학생들의 기운이 반으로 줄어들어 있는 거지?" 이드는 가이디어스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불꽃같은 기운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 가이디어스에서 꽤 오래 생활했던 만큼 이드는 가이디어스가 가지는 그 기운의 크기를 대충 알고 있었다.그런데 이상하게 지금 그 기운이 거의 절반가량 낮아져 있는 것이었다.한번 찬찬히 바로보는 것만으로 이드는 가이디어스의 학생들 절반이 가이디어스에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물론 일별만으로 쉽게 알아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긴 했지만 이드의 경지가 경지이다 보니 가능한 측량법이었다.또 가이디어스의 학생들도 자신들의 능력을 갈무리 하는 데 미숙해서 그 기운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저희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보죠.그래도 어두운 기운이 없는 것ㄹ 보면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것 같진 않은데요. 들어가 보면 알겠죠.어서 들어가요.연영 언니 얼굴도 봐야죠." 라미아는 이드의 팔을 잡아끌며 곧바로 가이디어스의 선생님들이 근무하는 교무실로 향했다. 그녕의 말대로 감지되는 기운은 어둡기보다는 오히려밝은 데가 있었다.이드도 별걱정 없이 라미아가 이끄는 대로 교무실로 향했다. 이드와 라미아는 오랜만에 가이디어스를 둘러보며 학생수를 제외하면 전혀 바뀐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당장 걷고 있는 복도만 해도 너무나 익숙할 만큼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었던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이곳을 나선 것이 일, 이년이나 된 것도 아니고 보면 뭐 달라질 것이 없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또 여간해서는 잘 바뀌지 않는 곳 중의 하나가 학교와 같은 단체생활을 하는 곳이니까 말이다.바뀌어 봤자 복도에 걸린 그림이나 계절에 따라 바뀌는 화분이 전부일 것이다. 꼭 하루만에 온 것처럼 익숙한 복도를 걸어 교무실 앞에 선 두사람. 너무도 당당하게 교무실 문을 드르륵 열어젖히고는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어, 그...... 그래" 갑작스럽게 등장한 라미아.그녀의 당당한 인사에 압도된 교무실은 고작 더듬거리는 대답이 나올 뿐 대체로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두 사람과 가장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연영을 필두로 이드와 라미아를 알아본 선생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두 사람을 반겨주기 시작했다. 가이디어스 시절, 눈에 띄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던 외모 덕분에 두 사람을 모르는 선생님들이 없었던 것이다. 특히 연영은 오랜만에 돌아온 두 사람이 정말 반가웠는지 둘을 꼭 끌어안으며 슬쩍 눈물을 내비치기까지 했다. "잘왔어.그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다구.한마디 연락도 없고 말이야...... 훌쩍......" 그, 그랬던가? 이드는 라미아 쪽을 슬쩍 한 번 바라보고는 연영을 마주 끌어안아 주었다. "미안해요, 누나.그래서 이렇게 찾아 왔잖아요." "그래, 그러니까 울지마, 언니" "칫, 울기는 누가 울었다고...... 그래도 너희들 정말 나쁘다.어떻게 연락 한번 없었냔 말이야." 연영은 라미아의 말에 슥슥 누가를 가볍게 비비고서 두 사람에게서 떨어졌다. 대신 그 손을 허리에 척하니 걸치고 정말 화났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그녀가 이렇게 나오자 이드는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원래가 강하게 나오는 여성에게 약한 데다 지은 죄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럴 때면 그런 이드를 위해 나서주는 정의의 사도가 있었으니...... "언니, 그만 화 풀어.자주 연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연락은 했었잖아." 그 이름하여 라미아였다. 연영은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더니 양 눈썹을 지그시 모으며 기억을 뒤지는 듯했다.하지만 곧 아무것도 찾은 것이 없는지 다시 뾰족한 눈길로 되돌아갔다. 연락 받은 걸 생각해 내지 못한 것이다. 라미아는 그럼 그렇지, 하는 심정으로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털털하지만 가끔 덜렁대는 연영의 성격에 아마도 연락받은 것을 까먹었을 것이다. "언제?" 역시나 "언제긴! 이전에 직접 연락하진 못했지만 가디언 연락망으로 간단하게 잘 있다고 전했잖아." "그...... 그랬었......니?" 이번에는 오히려 라미아가 당당하게 나오자 연영은 허리에 올라가 있던 양손을 슬그머니 내리고 라미아의 눈을 피했다. "분명히! 언니 또 까먹었지?" "아니, 그렇기보다는...... 너희들이 너무 연락을 안해서 그렇지......" 당당히 추궁하던 위치에서 뭔가 웅얼거리며 변명을 늘어놓는 초라한 위치로 떨어져버린 연영이었다.괜히 나섰다가 오히려 된통 당하고 있는 것이랄까. 그러나 그렇게 물불 안가리고 나선 데는 어디까지나 반가운 마음과 자주 연락해주지 않은 것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있었던 것. 라미아도 그것을 알기에 곧 다그치는 듯하던 과장된 자세를 풀고 다시 한번 연영을 안아주었다. "쯧쯧...... 중요할 때 덜렁거린다니따.그래도...... 걱정시켜서 미안해." 그렇게 서로에 대한 진한 애정이 담긴 인사를 나눈 세사람은 다른 선생님들을 뒤로하고 조용한 휴게실로 자리를 옮겼다. 좀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연영은 휴게실에서 이드와 라미아가 한국을 더난 후 수개월 동안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주로 두 사람과 관련된 제로의 일과 현재 두 사람이 머물고 있는 곳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마찬가지로 이드와 라미아는 가이디어스의 학생수가 반으로 줄어버린 이유에 대한 내막을 들을 수 있었다. "흐응...... 그래서 가이디어스의 기운이 반으로 줄어 있는 거구나." 가디언이 누코 뜰 새 없이 바쁜 것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녹초가 되어 엎어져 있던 세르네오의 볼썽사나운 꼴에서 확실히 알 수 있었다.그러나 가이디어스까지 동반해 바빠진 줄은 알지 못했던 이드였다.그만큼 전투의 빈도가 높아졌다는 것이고, 동원되는 인력도 더 많이 필요해 졌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좀 그런걸.바쁜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몬스터와의 전장에 학생들을 내보낸다는 거 너무 무리하는 게......" 가이디어스 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각자가 가지는 능력이었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능력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또 그 능력의 크기에 따라 평가하고 말하는 곳이 가이디어스이기도 했다.이유는 간단했다.이 곳 가이디어스가 다름 아닌 가디언을 배출해내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여기 가이디어스의 학년 배정과 진급은 나이나 가이디어스에서 생활한 기간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다.오로지 각자가 가진 실력에 의해 결정되어 왔다. 덕분에 나이가 많음에도 저학년에 머무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그 실력을 인정받아 단숨에 고학년으로 진학하는 학생이 있다.이드와 라미아가 편입할 때 한 학년을 건너 뛴 것도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가디언을 지원하기 위해 나선 가이디어스의 학생 중에는 아직 어린 나니늬 '소년, 소녀'도 끼어 있다는 말이 된다. 이드는 연영의 이야기에서 바로 그 점에 생각이 덯았던 것이다.아직 자신조차 온전히 추스르지 못할 아이들.아직 전장의 피비린내를 맡기에는 너무 어린 그들.그리고 정립되지 않았을 혼란스런 가치관.그들이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고통을 목격하고 심지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는 것이 참담한 기분을 느끼게 한 것이다. 강호의 가치관이 아닌 이 세계의 보편적인 가치관을 통해 이드는 전투의 현장으로 들어가는 어린 학생들을 염려하고 있었다. 연영은 이드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녀석.역시 내 제자답다.그런 기특한 생각도 다하고." '에이, 그건 아니다.' 연영의 말을 부정하는 라미아의 목소리가 이드의 머리 속을 울렸다. 이드는 그녀의 말에 묵묵히 동의하며 이어질 연영의 설명을 기다렸다. "아무리 위급하다고 해서 실전에 아이들을 보내는 데 아무 준비 없이 보내겠어?충분히 준비된 상태에서 갔으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백프로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겠지만 최선을 다했으니까. 노출될 수 있는 모든 위험 상황에 대한 특수 훈련까지 거쳤고, 무엇보다 그런 위험 상황에 노출되지 않도록 가디언의 보호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질 거야. 나는 그 아이들보다 오히려 너희들 걱정을 더했다구.자, 다들 안심하라고." 연영의 얼굴엔 자신있다는 표정이 한가득 떠올라 있었다. 실제로파견된 학생들에겐 가디언과 군에서도 최대한 후방지원에만 국한해 참여시키고 있었다.학생의 신분인 만큼 피해 상황이 속속 학교로 전달될 텐데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피해 정보가 들어오지 않기도 했다. 말은 시원시원하게 하지만 선생님으로서 그 누구보다 심각하게 느끼도 있을 연영의 심려를 이드는 꿰뚫어볼 수 있었다. 이드는 피식 웃으며 슬며시 머리 위에 머물고 있는 그녀의 팔을 잡아 내렸다.하지만 그건 쓸데없는 일이었다.마치 그런 이드의 행동을 놀리는 듯이 연영이 이드의 머리에 다시 손을 턱하니 올려놓은 것이다. "훗! 그런데 여긴 갑자기 웬일이야? 다른 이야기 한다고 왜왔는지를 아직 못 들었는데......."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듯 화제를 바꾸는 연영의 얼굴엔 악동 같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특히 그 미소는 라미아를 향해 더욱 얄미운 모습을 보였는데, 마치 네 장난감을 잠시 빌린다는 듯한 느낌까지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당연히 그 장난감은 이드였다. "뭐, 별거 아니야.지나가는 길에 가디언 쪽에 볼일이 있어서 잠시 들린 거니까." 연영의 도발에 라미아는 바싹 이드 곁으로 다가 앉으며 단호한 손길로 연영의 손을 이드의 머리에서 걷어냈다. 그리고 그녀의 손길에 흐트러진 이드의 머리카락을 가만히 쓸어내리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영은 그렇게 쉬운 사람이 아니었다.능청스런 눈길과 함께 다시 이드의 머리를 노리고 연영의 손이 다가온 것이다. "그러니까 그 볼일이 뭐냐구." 다시 올라온 연영의 손에 라미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꽤 강렬한 눈길이지만 그 정도의 압력으로 연영의 손을 밀어내긴 힘든 것 같았다.라미아를 향한 능청스러우면서도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여전히 그녀의 입가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팽팽한 두사람의 신경전이었다. "저기...... 두 사람 다 손 좀 치워주지......" 자신의 머리를 제멋대로 차지하고 놀고 있는 네개의 손바닥을 느끼며 이드가 두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하지만 간단히...... "별거 아니야.잠깐 가디언의 연락망을 빌릴까 해서 들른 거니까." "흐음...... 그럼 여시 당분간 머물 건 아닌가 보네." 무시당했다. 이렇게 되면 몇번을 말해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터.차라리 알아서 치워줄 때까지 기다리자.이드는 자신의 머리 위를 주인의 허락도 없이 거침없이 누비고 있는 네개의 손에 대해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이드가 포기한 자신의 머리 위로 네개의 손바닥이 수시로 겹치고 투닥거리는 동안에도 두 여자의 대화는 계속 오고갔다.그래서 가이디어스를 찾은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앞으로 중국으로 향할 것이란 말까지 오가고 있었다. "그렇구나.뭐, 말을 전하는 것 정도라면 여기서도 가능한데.명색이 가디언 양성 학교니까 말이야." 확실히 그 말대로 였다. 가디언 양성뿐 아니라 직접 몬스터와 싸움을 벌이는 학생들이 살고 있는 가이디어스인 만큼 가디언 본부와의 연락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하지만 본부로 가려는 목적은 연락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서 연락을 하든 그거야 상관없지만...... 가디언 본부엔 가볼 생각인걸.언니 얼굴도 봤으니 본부에 들러서 염명대 사람들도 만나볼 생각이거든." 염명대와는 연영만큼이나 두 사람과 인연이 깊어졌다고 할 수 있었다.더구나 함께 임무를 받아 싸우기까지 했던 전우이지 않은가 말이다. "흐응...... 염명대라.하지만 지금 가도 만나기 어려울 텐데......" "알아, 바빠서 얼굴 보기 힘들다는 거." "아니, 그것도 그거지만 그것보다는......" "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겁, 푸웁...... 푸웃......" 끝을 흐리는 연영의 말에 그때까지 나 몰라라 하고 있던 이드가 좋지 안ㄹ은 일이라도 있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들었다. 그 덕분에 그의 머리를 점령하고 있던 네 개의 손이 자연스럽게 얼굴을 덮어버렸고, 마침 입을 열고 있던 이드의 입으로 손가락이 들어가 버리기도 했다. 연영과 라미아가 서둘러 손을 떼긴 했지만, 이드의 입안에 짭짤한 맛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건 별 상관없다는 듯 이드가 연영에게 대답을 재촉했다. 그러나 그런 이드의 재촉에고 연영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그 애매한 태도를 보면 확실히 뭔가 일이 있긴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인가? 이드와 라미아의 시선이 연영에게 모아졌다. 두 시선 가운데에서 가만히 뭔가를 생각하던 연영이 잠시 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금 하는 말은 어디까지나 비밀이다." "응." "아직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니까 함부로 말하면 안돼, 알았지?" "응, 응." "아직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을 제외하면 아는 사람이 없는 일이야.잘 들어.놀라운 일이지만 얼마 전에 드워프가 발견됐어." 잔뜩 분위기를 잡아 목소리까지 낮춰 가며 꺼낸 연영의 말이었다. 그 소식을 전하는 연영의 얼굴에 뿌듯한 만족감과 기대감이 떠올라 있었다.남이 알지 못하는 사실을 알고 있다가 알려준다는 우월감과 만족감.자신이 그 소식을 접했을 때처럼 놀라게 될 상대의 반응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바랐다면 연영은 상대를 확실하게 잘못 잡았다고 할 수 있었다.그레센에서 이미 질리도록 만나고 결혼까지 약속한 이종족이었다.아니, 그레센에서의 경험을 제외하더라도 이미 엘프에 드래곤까지 만난 이드와 라미아였다. 지금 드워프가 아니라 인어공주가 나타났다고 해도 전혀 놀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역시나 시큰둥한 이드와 라미아의 반응이었다. 연영은 생각과는 전혀 다른 두 사람의 반응에 묘한 허털감을 느꼈다. "어이, 어이.그래서가 워야, 그래서가? 몬스터가 아닌 문명을 가진 이종족이 나타났어! 드워프가 나타났다니까!" "알아, 방크 말했잔하.그럼 그 드워프 때문에 염명대가 바쁜 거야?" "끄응......" 연영은 묘한 신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퉁명스런 반응이라니.자신은 그 사실을 듣고 얼마나 놀라서 만나고 싶어 했는데.그런데 저런 별것 아니라는 반응이라니. 왠지 억울해지기까지 했다. "그래.염명대가 지금 드워프를 가드하고 있으니까.그런데 너희들 너무한다.놀라야 하는 거 아냐? 드워프가 나타났다는데 말이야." 이드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하는 연영의 말에 라미아를 돌아보고는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별것 아니라는 듯 입을 열었다. "놀란다라...... 흐음, 누나.나도 놀랄 만한 소식을 가지고 있는데 말야.우리가 영국에 있을때 엘프마을에 들른 적이 있거든?" 순간 뚱한 표정이던 연영의 눈이 차츰차츰 커지더니 이내 퉁방울만해지면서 입이 쩍벌어지고 목에서부터 시작해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한마디로 놀랐다는 말이다. "에엑! 에...... 엘프? 엘프라니...... 엘프 마을? 정말이야? 정말 거기 가봤어?" "응! 놀랐지?" "다, 당연하지.드워프뿐만 아니라 엘프라니...... 그런설 왜 이제 말해?" "누나 놀란 얼굴 보려고.이런 게 놀란 얼굴이구나.뭐, 다음에 새로운 소식을 듣게 되면 지금 누나처럼 놀라주지." "......" 빙글빙글 연영은 이어지는 이드의 말ㅇ과 방실거리는 라미아의 얼굴에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이...... 이것들이 감히 날 놀려!" 연영은 금방 달려들 기세로 주먹을 내질렀다.지금 이드의 반응을 봐서는 아무래도 자신이 당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약간 덜렁대는 성격이긴 하지만 평소 같으면 속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너무 담담한 두 사람의 반응과 엘프라는 말에 쉽게 넘어가버린 것이 실수였다.특히 엘프는 평소 연영이 가장 만나보고 싶어 하던 이종족이었다. 숲의 요정으로 표현되며, 공인된 아름다움을 가진 종족.현재 드워프가 모습을 보인 상태라 정말 엘프가 나타났을 수도 있겠다 싶어 혹한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감히 선생님이자 누나인 자신을 놀리다니...... 퍽퍽퍽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일이지.죽어랏!" "우왁......왁! 잠깐, 잠깐만.왜 때리는데?" 이드는 마구잡이로 날아드는 연영의 주먹을 잡아채며 짐짓 억울하다는 듯 연영을 흘겨 보았다.물론 이드나 연영이나 서로 날뛰는 이유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연영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드의 얼굴이 더욱 더 가증스러워보였다.그 얼굴에 확 한 방 갈겨주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두 손을 이드에게 꼼짝없이 잡혀 있는 상황. 연영은 잠시 뾰족한 시선으로 이드를 노려보더니 그대로 이드의 이마에 머리를 들이 받아버렸다. 쿵 "아욱! 이 돌머리.걸마 네가 날 속여먹은 걸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지." "훗, 아쉽지만 난 돌머리가 아냐.그리고 내가 언제 속여먹었다고 그래?" 당연하게도 돌머리는 아니었다.단지 금강불괴와 같은 완벽한 신체조건을 갖춘 탓에 엄청나게 단단해졌을 뿐이다.그리고 그것이 한 번 코피라도 나보라고 들이받았던 연영의 엉뚱한 공경에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도록 만든 것이다. "조금 전.정확히 15초...... 17초전에 네가 엘프가 나왔다는 걸로 날 놀렸잖아." 아직 연영이 들이받은 머리가 서로 닿아 있는 탓에 한치 앞에 놓인 연영의 눈이 희번뜩거리는 게 아주 자세하게 들려다보였다. 우스꽝스럽기도 한 실랑이라 이드는 장난을 그만 접어야겠다고 생각했다.오랜만에 만난 그녀를 놀리는 재미도 여간 좋은게 아니지만, 여기서 좀더 나갔다간 이자세 그대로 그녀에게 물어뜯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음...... 분명히 놀리긴 했었지.하지만...... 속인 적은 없다구.엘프 이야기는 진짜야." "정말?" 초롱초롱 이드의 말을 재차 확인하는 연영의 눈빛은 왕자님을 만나기 전의 들뜬 소녀와 같이 반짝거렸다. "물론.엘프마을에도 들려봤어." "후와, 정말이라니.드디어 엘프를 직접 보는구나! 언제? 언제 만나본 거니? 마을은 어딨어? 정말 엘프들이 예뻐?" 엘프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 황홀경에 빠져 있던 연영은 곧 용의자를 수사하는 형사처럼 엘프와 관련된 사항들에 관해 속속들이 질문하기 시작했다. 이드는 연영의 태도가 워낙 열렬하고 진지해 저도 모르게 미랜드 숲의 엘프들에 대한 이야기를 꼼꼼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들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엘프들이 아직 인간과 만날 때가 아니라고 말한 때문이었다. 물론 연영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히 말해줄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다른 이유도 있었다. "후와! 나도 보고 싶다.그런데 그렇게 몇달 전에 있었던 일을 왜 우린 아직 모르고 있었지?" 아직 얼마 동안이나 여기 이세계에 살게 될런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과 라미아가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거처 정도는 마련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언제까지 남의 집이나 여관, 호텔을 옮겨다니며 머물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그레센에서와는 달리 혼돈의 파편에 연관되어 바쁘게 뛰어다닐 필요도 ㅇ벗으니, 그저 다시 한 번 팔찌가 변할 '때'를 기다리는 것이 일이니 말이다. 시끌시끌 언제나 처럼 정신없이 소란스러운 가이디어스 기숙사에도 눈부신 아침이 밝았다. 꿀 맛 같은 늦잠을 즐길 수 있는 휴일이 아니라면 항상 시끄럽고 요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기숙사의 전형적인 아침. 이런저런 위험하고 바쁜일로 학생들이 절반이나 빠져나간 상태였디만 떠들어대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전혀 줄지 않은 채 기숙사 전체를 우렁차게 흔들어대고 있었다.이 소음들을 모아 자명종의 알람소리로 사용한다면 그야말로 특허감일 듯싶었다. 그렇지만 빡빡한 일과에 허덕이는 학생의 신분이 아니라면 누구나 아침의 무법자 자명종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아니, 학생들에겐 그런 자명종 소리를 피할 권리도 있는 건 아닐까? 지곳 가이디어스 기숙사에도 달콤한 잠의 권리를 강력하게 주장하며, 아침을 외면한 채 침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잠충이들은 다수 서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잠충이들을 바라보는 잠충이의 친구들로서는 변명에 불과한, 책임감 없는 권리 주장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많은 없었다.잠충이들이 주장하는 권리가 가져올 그 고달픈 후유증을 생각한다면 그들을 위해서라도 잠에서 깨워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친구.같은 기숙사를 사용하고 함께 생활하는 가족과 같은 친구인 것이다. "그러니까 그 친구의 이름으로 말한다.고만 좀 일어나! 이 자식들아!" "으악, 지겨워.이렇게 깨우는 것도 한두 번이지.그래, 오늘은 아주 끝장을 보자! 진동안마닷!" "너희들이 또 늦으면 우리까지 같이 기합이란 말이다.죽어랏!" 친구들을 돕겠다는 선의 이전에 서로가 공동운명체라는 저주스러운 단어가 붙어 있지만, 친구가 맞기는 하다. 어쨌든 그렇게 잠충이들을 깨우기 위해 째지는 고함소리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면서 다시 한 번 기숙사를 들었다 놓고 나서야 이불 속을 꾸물꾸물 기어다니던 잠충이들이 부시시 무거운 몸을 일으틴다. 하지만 크렇게 일어났다손 치더라도 일찌감치 준비한 다른 학생들보다 늦어버린 것은 부정할 수 있는 사실. 씻지도 않고 허겁지검 학교를 향해 뛰어가는 그들이지만 그들 중 재부분이 학교 정문에 쳐진 커트라인에 걸려 좌절해야할 운명. 다만, 그런 웬수 같은 친구 놈들을 깨우며 같이 걸려버린 몇몇 애꿎은 희생자만이 불쌍할 뿐이었다. 이것이 바로 기숙사의 아침시간이다.무지막지한 태풍이 한차례 쓸고 지나간 듯한 모습. 하지만 그 중 태풍의 눈처럼 고요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이드와 라미아가 쉬고 있는 방이었다.두 사람은 오랜만의 단잠에 시끄러운 것도 모르고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이 일어난 것은 기숙사가 조용해지고 한참이 지난, 잠충이들이 커트라인을 지키는 괴수에세 온갖 고역을 당하고 있을 때였다. 연영은 이미 일어나서 학교로 향했는지 방세서 나온 두 사람을 맞아준 것은 연영이 식당에서 가져다놓은 아침식사와 분홍색 메모지였다. 메모지엔 동글동글한 연영의 글씨체로 아침밥이란 말과 함께 가기 전에 얼굴이나 보고 가란 간단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 짧은 메모에 이드는 피식 웃고는 라미아와 함께 늦은 아침을 먹었다. 느긋하게 아침을 해결한 이드와 라미아는 방에서 충분히 쉬고 난 다음 기숙사를 나와 교무실로 향했다. 전날 함께 생활하던 친구들과는 모두 간단히 인사를 나눴기에 연영이 적은 쪽지대로 그녀에게 인사만 건네고 중국으로 날아갈 생각이었다. "언니, 우리왔어." 교무실은 수업 때문인지 몇몇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리가 비어있어 조용했는데, 다행히 연영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실 두 사람을 배웅하기 위해 일부러 기다리고 있었던 그녀였다. "아, 왔구나.지금 가려구?" 서류를 뒤적이고 있던 연영이 둘을 맞으며 하는 말에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긴 하지만 할 일이 있으니까." "우리 일이 끝나면 다시 들를게......" "당연하지.그럼 나가자.가는 거 배웅해줄게." 연영은 섭섭하다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에 앞서 라미아가 그런 그녀를 말리며 살래살래 고개를 저었다. "됐어, 됐어.그냥 운동장에서 바로 텔레포트 할 텐데, 뭐.일부러 나올 필요 없어." "얘, 그래도 어떻게 여기서 그냥 보내니?" 연영은 그럴 수 없다는 듯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지만 그런 그녀를 이번엔 이드가 나서서 말렸다. "에이, 괜찮다니까.일 끝나면 올게.그때 또 봐." "끄응, 이드 너까지.칫, 내 배웅이 그렇게 싫다면야 뭐...... 어쩔 수 없지.대신 자주 연락해줘야 된다.알았지?" 연영이 별수 없다는 듯 다시 다리에 앉자 이드는 방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교무실안에서 세 사람은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인사라고 해봐야 라미아와 인영 간의 짧은 수다지만 말이다. 두 사람이 도착했던 전날과 마찬가지로 운동장은 한산했다. 아직 운동으로 나오기엔 이르다고 할 만할 시간이었다.오전엔 과격한 실기보다는 주로 이론을 공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스산한 바람만 덩그러니 남은 운동장을 지키는 그곳에 이드와 라미아가 서 있었다. 가이디어스의 건물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에는 좀더 머물지 못하는 아쉬움이 똑같이 떠올라 있었다.그리고 그것은 방금 전 연영과 수다를 했던 라미아가 특히 더했는데, 이드가 그녀의 머리를 사르르 쓰다듬어 주며위로해주었다. "아쉽긴 하지만 별수 없잖아.빨리 일을 끝내고 다시 돌아오는 수 밖에...... 다음엔 있고 싶은 만큼 있다가 가자." "힝, 그래두......" 라미아는 어리광을 부리며 이드의 품에 파고들어 얼굴을 비볐다.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어리광이지만 살인적인 귀여움이 배어 나오는 모습이었다. 만약 귀여운 여성이 이상형인 남자가 있다면 모든 경계를 무장헤해제 시키고, 순간 눈이 돌아가 버리게 하는 그런 귀여움. 이드는 어쩔 수없다는 미소와 함께 그녀의 등을 톡톡 두드렸다. "됐어, 됐어.그만해.그리고 이번 일 끝나면 이 주위에 머물 집이라도 한채 사도록 하자." 순간 이드의 가슴에 비벼대던 라미아의 고개가 반짝하고 돌려졌다. 아직 이드 혼자만 생각하고 있던 일인데다, 특히 자신의 집이란 것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그녀였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정, 정말이요?" 기대감에 눈을 반짝이는 그녀에게선 더 이상 이별의 아쉬움이나 어리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드는 길어질지도 모를 그녀의 생각을 돌렸다는 만족감에 자신이 계획하고 있던 것을 모두 알려주었다. "헤에, 그럼 집은 내가 꾸밀게요.네? 네?" 집 이야기를 듣고 한껏 기분이 좋아진 라미아는 마치 생일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그것과 같아 보였다. 이드는 들떠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에 아차 싶었다. 생각을 돌린 볼람도 없이 오히려 더욱 이야기가 길어져 버릴 것 같은 예감에 무조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를 돌려세우며 괜히 서두르는 투로 급히 입을 열었다. "물론, 되고말고.집을 구하게 되면 무조건 맡길 테니까.우선은 중국으로 이동부터 하고 보자.응? 빨리 일을 마쳐야 집도 구하지." "넵! 순식간에 처리해버리자구요." 라미아는 이드의 말에 양손을 불끈 쥐고는 순식간에 좌표를 정리하고 번개같이 마법을 준비했다.정말 저 기세대로 중국으로 날아간다면, 앞뒤 재지 않고 고위 마법으로 제로를 전부 다 밀어버릴 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드는 괜히 집이야기를 꺼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자책한 뒤, 중국에 도착하면 우선 라미아부터 단단히 붙잡고 있어야 겠다고 마음먹고 그녀의 어깨를 잡고 섰다. 그런 이드의 손엔 평소보다 좀더 단단한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이동 준비를 마친 라미아가 바로 이동을 위해 텔레포트를 시작했다. "자, 빨리빨리 가자구요.텔레......" "스타압!" 커다란 연영의 목소리만 없었다면 말이다. "헥, 헥...... 잠시 멈춰봐......" 이드는 연이어 들려오는 연영의 목소리에 막 시동어를 외치려던 라미아를 멈추게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양손을 흔들어대며 연영이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다. 갑작스런 연영의 출현에 이드와 라미아는 서로 의아한 시선을 주고 받고는 그녀를 향해 걸었다.그냥 그 자리에서 연영을 기다리기에는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는 그녀가 너무나 불쌍해 보였기 때문이다. "헥, 헥...... 머...... 멈...... 헥헥...... 멈춰봐, 후아......" 이드는 자신들 앞까지 와서 선 다음 다시 한 번 거친 숨과 함께 간신히 말을 뱉어내는 연영을 보고는 풋하고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아직까지 라미아의 어깨에 머물고 있는 팔을 거두고 연영의 뒤로 돌아 그녀의 등을 툭툭 두드려 주었다. "아아...... 벌써 멈췄어.그러니까 우선 숨부터 고르고 말해.숨 넘어 가겠어." 이어진 이드의 말에 연영을 고개를 끄덕이돈 몇 번 길게 숨을 들이켰다.그렇게 숨을 몇번 들이키자 급한 호흡은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라미아는 그녀의 얼굴에 흐른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주기까지 했다. 연영은 그제야 편안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휴, 살았다.정말 운동부족이야.얼마 뛰지도 않았는데...... 그리고 고맙다.네가 두드려주니까 금방 숨이 진정되네." "별거 아냐.간단히 몇개의 기혈의 숨을 튀어준 것뿐이니까.웬만하면 운동도 좀 해.가르쳐 줄 사람도 널렸겠다.근데...... 무슨 일이야? 이렇게 급하게 달려올 정도라니......" 이드는 별것 아니라는 양 간단히 설명해주고는 라미아의 곁으로 다가가서 물었다.마치 그 곳이 자신의 자리라는 듯한 행동이었다. 항상 같이 붙어 있었던 때문일까? 이젠 라미아가 다가가든 이드가 다가가든 웬만해서는 서로 떨어지지 않는 두 사람이었다. 그게 눈꼴시다는 듯, 또 부드럽게 바라보던 연영은 이드의 물음에 스스로 급하게 달려온 이유를 깜박했다는 생각에 미쳤다이마를 톡톡 치고는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저기 좀 같이 가자." "...... 저...... 산에?" 연영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린 이드와 라미아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별로 특이할 것도 없는 나지막한 산자락이었다. 연영은 두 사람이 좀 허망하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순간 멍한 표정으로 같이 시선을 돌리더니 툭 팔을 떨어트리고는 한 없이 무안함을 담은 헛기침을 해댔다. 스스로 너무 급하게 말하다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바로 본론을 꺼내 그 무안함을 숨기기로 하고 바로 입을 열었다. "험험, 그게 아니고, 저 방향에 상향이란 곳이 있거든.거기서 염명대가 드워프와 함께 있어.그런데 거기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 의사소통의 문제지.당연한 말이지만 서로 말이 통하질 않으니까 대화가 안되고 있거든. 그렇다고 드워프의 언어를 아는 사람이 ㅇ벗으니 통역을 수할 수도 없고 말이야.그런데 방금 갑자기 너희들이 엘프를 만났다는 말이 생각나더라.그래서 급히 달려온 거야." "혹시 엘프와 대화를 한 우리들인 만큼 드워프와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끄덕끄덕 자신이 원하는 바를 간단히 알아준 이드가 고마운 듯 연영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고 다시 말을 이으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말도 꺼내기 전에 라미아에 의해 제지되고 말았다. "절대 안 돼.지금 바빠.집사야 한다구.빨리 이번 일 끝내야 돼.끝내고 와서 해줄게." "뭐? 무슨......" 연영은 멍청해진 얼굴로 되물었다.쏘아붙이는 것처럼 뱉어낸 말이 두서없이 일순 뭐라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 것이다.그저 가볍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으로 꺼낸 부탁인데 이런 매몰찬 반응이라니. 평소 자신의 말을 잘 따르는 편이었던 라미아를 기억한다면 너무나 당혹스런 반응이었다.게다가 뜬금없이 집이라니.도움을 요청하는 것과 집이 무슨 상관이라고...... 연영의 머릿속이 그렇게 당혹으로 물들어 가면서 차차 그녀의 입이 멍하니 벌어져 갔다. 이드는 그런 두 사람의 우스꽝스런 상황을 즐기듯 킥킥거리며 새어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고는 둘의 표정을 감상했다. 적을 향해 내달리는 굳은 기사의 표정을 한 라미아와 당혹과 황당으로 멍하게 변해가는 연영의 얼굴이라니. '정말 남주기 아까운 구경거리야.' 정말 연영의 표정이 어디까지 망가질지 심히 기대되었다.하지만 언제까지고 두 사람을 보고 놀 수 있을 수는 없었기에 이드는 라미아를 뒤에서 살포시 끌어안으며 그녀를 진정시키고는 입을 열었다.이드의 얼굴엔 여전히 웃음기가 한가듯 묻어 있었다. "자 자...... 라미아, 진정하고.누나도 정신 차려.집을 하나 구해서 둘이서 정착하자는 말에 라미아가 흥분해서 그래." "아...... 그, 그래." "하지만 이드님......" "아아...... 괜찮아.오래 걸리는 일도 아니잖아.게다가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도 보고." 이드는 투덜대는 라미아를 달래고는 연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라미아의 갑작스런 반항 때문인지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당황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었다. "우리들이 거기 가면 되는 거지?" "어...... 으, 응.그런데 너희들이 있으면 언어 소통이 가능할까?" "훗, 가능하니까 간다는 거지." "헤에,혹시나 했는데...... 되는구나......" 연영은 당연한 일을 묻는다는 투의 확신에 찬 표정을 한 이드를 바라보며 놀람을 표시했다.사실 그녀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두 사람을 붙잡긴 했지만 확신하진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드워프와 어떻게든 말을 터보려고 노력했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바디 랭귀지를 통한 간단한 의사전달은 가능했지만 그 이상은 도저히 무리였다. 솔직히 드워프와 말이 통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일이긴 했다.도대체 누가 얼마나 오랫동안 드워프와 알아왔다고 그들의 언어를 사용할 줄 알겠는가 말이다. 덕분에 지금 가디언들도 딱히 이렇다 할 대화도 해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겨우 생각해낸 것이 저명하다는 언어 학자들을 불러오는 것이었다.그래서 현재는 그들로 하여금 그림을 보고 말을 하는 드워프의 언어를 받아 적고, 단어를 골라내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그렇게 해서라도 그들의 언어를 알아야 어떻게 대화가 가능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생각나자 연영은 자연히 이드가 저렇게 자신하는 이유가 궁금해지지 ㅇ낳을 수 없었다.연영은 다시 두 사람과 함께 교무실로 들어가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너희들은 어떻게 대화가 되는 거야? 그것 때문에 지금 가디언 쪽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하핫...... 두가지 방법이 있지.가장 간단하고 널리 쓸 수 있는 마법과 무공이 경지에 오른 이들이 서로의 의지를 나누는 혜광심어.그 중 마법으로 엘프들과 말을 나눴으니까." 마법! 사실 이드가 드워프와의 대화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바로 마법이었다. 엘프와의 만남에서는 딱히 그런 방법들이 필요치 않았다.두 사람 모두 엘프의 언어를 듣고 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다만, 함께 있던 오엘과 제이나노를 생각해서 엘프들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드워프라면 달랐다.이곳은 그레센과 다른 세상.엘프의 언어는 자연을 닮아있기에 큰 차이 없이 사용이 가능했지만, 드워프의 언어는 자연을 닮아 있는 엘프의 언어와도 다른 것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인간의 언어 족에 좀더 가까웠다.그레센 대륙의 드워프들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언어체계를 가졌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일인 것이다.아니,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여러 사람들이 대화를 하자면 역시 엘프마을에서 사용했던 그 통역마법만 한 게 없다. 하지만 연영은 그런 사정을 알 수 없었다.아니, 그녀만이 아니라 가디언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모르고 있는 거시앋. 아마 알고 있었다면 사용해도 벌써 사용해서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고, 연영이 이드와 라미아를 붙잡을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세상의 인간 마법사들이겐 통역마법이란 것이 없었다.어떤 이유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지만 인간들 사이에서는 그 마법이 실전된 것이리라.때문에 그런 마법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연영이 저렇게 놀란 개굴리 눈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 마법...... 이라니......" "자자...... 그만 놀라고, 빨리 가자구요.라미아 말대로 우리도 빨리 가봐야 하거든." 이드는 또 한 바탕 궁금증을 쏟아내려는 연영을 재촉하며 라미아와 함깨 서둘러 교무실로 향했다. "어어...... 뭐? 잠깐만.마법이라니.난 그런 마법 들은 적 없단 말이야.야, 야! 너 대답 안 해? 야! 이드, 라미앗!" 그리고 그런 이드를 뒤쫓아 연영이 달려들었다. 푸른 하늘과 둥실 떠 흐르는 구름.뜨거운 태양과 푸르른 대지. 그리고 마음대로 하늘을 휘저으며 작은 새돌이 노니는 곳.이곳은 지금 전세계적인 몬스터와의 전쟁과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 한적하고 여유로운 시골 마을이었다.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 안은 열개의 산봉우리들이 듬직하게 배경으로 버티고 섰고, 그안으로 전형적인 농촌 풍결이 들어앉았지만, 30호쯤 되는 집촌에서 옛모습을 간직한 기와 집은 십여 채가 고작이었다.그런대로 규모있는 시골 마을은 제법 풍족해 보이기까지 했다. 마을 사람들은 바로 등 뒤로 커다란 산을 두고 있으면서도 몬스터에 대한 걱정따위는 좀처럼 없어 보였다.몬스터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만한 어떤 안전장치도 마을에는 되어 있지 않았다.아마도 몬스터로부터 습격을 받은 전례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래서 더욱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몇마리의 몬스터만 출현하여도 이 마을은 순식간에 쑫대밭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요즘같은 세상에선 이 마을에 언제 몬스터가 나타난다고 해도 이상한 일도 아니었으므로. 어쨋든 아직은 들에 나온 사람들이 땀 흘리며 일하는 게 여간 평화로워 보이지 않았고, 그 자체로 다른 세상으로 착각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평화와 긴장이 똑같은 무게로 공존하는 이 마을에 지금 막 남청색의 튼튼한 벤 한 대가 들어서고 있었다. 듬직한 덩치이긴 했지만 여기저기 범상치 않은 커다란 주타장을 잘도 찾아 들어서며 그 중 한곳의 빈자리에 떡하니 자리 잡고 섰다. 드르르륵...... "와, 경치 좋다.언니 여기가 거기야?" 레일이 미끄러지는 소리와 함께 열려진 차문 사이로 또랑또랑 듣기 좋은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이내 두사람이 내려섰다. 좁은 차 안에서 한낮의 태양 빛 아래로 나온 두 사람은 주위에 보는 사람이 있었다면 반드시 아, 하는 감탄을 발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찰랑이는 은빛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와 소녀처럼 가는 얼굴선을 가진 소년. 바로 연영의 부탁을 받은 이드와 라미아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구 사람의 뒤를 따라 내린 연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여기가 드워프와 염명대가 현재 머물고 있는 상향이라는 마을이야." 연영은 두 사람에게 간단하게 마을을 소개해주었다. 무려 두 시간이나 걸려 찾아왔을 만큼 먼 거리였는데, 연영은 혼자 꼬박 차를 운전하고 오느라 굳어버린 허리와 몸을 풀었다. 그리고 뿌드득거리며 비명을 지르는 몸 상태에 정말 이드 말대로 가벼운 운동이나 손쉬운 무술이라도 좀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건강 뿐만 아니라 몸매를 위해서도 그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좀 이상하네.이야기를 들어 보면 가디언에서 이번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은데.보통 그런 일에는 보안이 잘 되는 건물을 쓰지 않나? 왜 이런 마을에 그냥 머무르고 있는 거야?" 라미아는 한창 몸 풀기에 바쁜 연영을 향해 예전 TV에서 봤던 것들을 생각하며 물었다. 중요한 물건은 그만큼 호위가 엄중한 곳에 두는 것.물론 그것은 그레센도 마찬가지이고, 드워프가 물건도 아니지만 앞서 연영이 몇 번이나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만 염두해 보아도 드워프는 최소한 가디언 본부의 어느 내밀한 건물에나 머물고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그런 라미아의 의문에 연영은 꽤나 할 말이 많은지 몸을 움직이던 것을 멈추고 킥킥거렸다. "호호홋...... 사실 가디언들도 그것 때문에 상당히 애를 먹었는데, 사실은 옮기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옮기지 못한 거래." 옮기지 못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이드와 라미아의 시선이 다시 한번 연영에게로 슬며시 돌아갔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 귀하신 드워프께서 절대 이곳에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면 당장 가지고 있는 도끼를 들이댄다나? 원래는 그 드워프가 산속으로 다시 들어가려는 것도 겨우 막았던 거라서 몇 번 가디언 본부를 옮기려다가 그냥 포기하고 이쪽에서 거처를 마련했대." "음...... 확실히 드워프의 고집은 대단하지.더구나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인간을 따라 가지도 않을 테고...... 그런데 산이라면...... 저 산?" 스스로도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 고개를 끄덕인 이드가 마을을 든든히 받치고 있는 산세 좋은 배경을 가리켜 보였다. "응, 바로 저 산이야.그런데...... 지금쯤이면 마중 나올 사람이 있을 텐데......" 연영은 그렇게 말하며 주차장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초행길인 일행들을 위해 염명대의 누군가가 마중 나오기로 되어있었던 모양이었다.이곳 상향 마을까지는 물어물어 찾아왔지만 여기서부터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연영의 걱정은 이드에 의해 쓸데없는 것으로 판명이 났다. "이미 마중 나와 있으니까 그렇게 찾을 필요 없어." "이리 나와.네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던 아이지?" 라미아가 이드의 말을 이으며 허공을 향해 누군가를 부르듯이 양팔을 들어 올렸다. 슈아아앙 순간 라미아의 말과 함께 작은 돌풍이 잠깐 주차장 주위를 감싸더니 허공 중에 바람이 뭉치며 작은 참새 크기의 파랑새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앗...... 노이드.아우, 바보.정령술사면서 노이드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니." 연영은 파드득거리며 라미아의 양손 위로 내려앉는 노이드를 바라보며 자괴감에 머리를 감싸쥐었다. 명색이 가이디어스의 스피릿 가디언의 선생이 노이드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니. 이드와 라미아는 한참 스스로에 대한 능력에 회의를 느끼며 절망하는 연영의 모습에 삐질 땀을 흘리고는 노이드를 향해 고개를 돌려버렸다. 좀 있으면 정신 차리겠지.그렇게 생각하고서 말이다. "자, 노이드 오랜만이지? 가부에 씨가 마중 보낸 거니?" 퍼드득퍼드득 아미아의 말에 노이드가 그렇다는 표시를 하며 날개를 퍼득였다. "그래, 그래.착하다.그럼 우릴 가부에씨에게 안내해주겠니?" 이어진 라미아의 말에 노이드가 라미아의 어깨 높이로 날아오르며 한 쪽으로 스르륵 미끄러지듯이 나아갔다.따라 오라는 듯이 말이다. 이드와 라미아는 더 이상 지체없이 노이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그 순간에도 연영은 머리를 감싸쥐고 절망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의 양팔을 한쪽씩 붙잡고 질질 끌다시피 하며 노이드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세사람의 볼썽사나운 모양은 염명대와 드워프가 머무르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마을 사람들에게는 좋은 구경거리가 되고 말았다.아마 잠시 후 연영이 깨어난다면 더욱 절망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런 꼴사나운 모습으로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다니...... 노이드가 일행을 안내해 들어간 곳은 마을에 십여채 존재하는 옛 기와집 중에서 가장 산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가옥이었다. 밖에서 보기에도 반듯한 외형에 옛날 토담까지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것을 보니 주인이 누군지 몰라도 집 보존을 아주 잘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점이 이드와 라미아에게는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바로 산을 가까이 하고 있다면 당연히 몇 차례 몬스터의 공격이 있었을 테고, 그렇다면 이 집부터 온전하지 못했을 텐데 어디에도 당한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딱히 입 집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마을 전체가 그랬던 것 같았다.이렇게 산을 가까이하고 살면서 산에 살고 있을 몬스터의 공격을 받은 흔적이 없다니, 더구나 이렇게 몬스터가 날뛰는 시기에 말이다.두사람은 여간 이상한게 아니었다. 그런 점을 이드와 라미아는 마을을 가로질러 이 집앞까지 오면서 어렴풋이 느끼기는 했다.그러나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유난히 몬스터의 공격이 많았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 반대로 몬스터의 공격이 없다는데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이 집인가 본데?" 사아아아...... 세 사람이 집 대문 앞에 도착하자 노이드는 자신이 할 일을 다했다는 듯 날개를 한번 크게 퍼덕인 후 허공 중으로 녹아들 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삐걱거리며 오랜 세월동안 집 지킴이 역할을 했을 대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나타나 일행을 맞이했다. "노이드의 안내는 만족스러웠나요? 어서오세요.세 사람 모두 오랜만이에요." 은색 빛 반짝이는 안경을 쓰고 세 사람을 반기는 여인. 그녀는 다름 아닌 염명대의 정령사 가부에였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머리가 좀더 짧아진 것을 제외하고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맑은 표정을 하고 있는 그녀였다.뭐,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한 것이 정령사인 만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 자연스럽고 맑은 기운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응, 그러는 언니도 잘 있었던 것 같네." 연영보다는 가부에와 좀더 친한 라미아가 그녕의 말을 받았다. 가부에는 그 말에 빙긋이 웃고는 일행들을 손짓해 집 안으로 들였다. "그렇지? 요전까지는 정신없이 바쁘기는 했지만.지금은 톤트씨 덕에 편하게 쉬고 있지.그나저나 어서 들어가자.다른 사람들도 기다려.연영씨도 어서 들어오세요." "네, 고마워요." 대문을 넘어서 일행을 처음 맞은 것은 청석이 깔린 넓은 마당과 그 한쪽에 덩그러니 놓인 보통 사람 키만한 거다란 바위 세 개였다. "마당이 넓죠? 톤트씨를 밖으로 내보낼 수는 없다 보니까 마당이라도 넓은 집을 구하고자 해서 산 집이에요.여기 말고 집 뒤쪽에도 작은 정원이 또 있죠." 어찌보면 드워프에 대한 효율적인 감시와 노출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것이었지만 가부에의 말 그대로이기도 했다. 드워프 톤트.그는 인간 세상에 처음으로 자시느이 종족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드러낸 드워프였다.그가 이 도시를 활보하게 된다면 아마도 온갖 종류의 사냥꾼들이 달려들 것은 자명한 일이다. 상대 종족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없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많은 위험과 비극을 초래했는지를 알고 있다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답답한 집 안에만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니, 만약 그래야 한다면 이렇게 마당이라도 넓은 집을 구하게 되었다는 건 가부에의 배려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런데...... 마당은 그렇다 치고..... "저기 있는 바위는 뭐예요? 관상용은 아닌 것 같은데......" "아, 저거? 톤트씨가......아, 그 드워프 분 이름이 톤트거든.하여간 그분이 심심할까 봐 솜씨를 부려 조각이라도 해보시라고 가져다 놓은 건데...... 손도 대지 않은 상태지, 뭐. 그런데 이 사람들은 손님이 왔는데 빨리빨리 안 나오고 뭐하는 거야? 이 게으름뱅이들! 어서 나오지 못해욧.기다리던 손님이 왔다니까!" 가부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집 안 전체가 들썩거리는 듯 했다.좀 전까지 이드의 질문에 상냥하게 대답해주던 부드러운 태도와는 아주 딴판이었다.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데, 상당히 과격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세 사람은 생각했다. 가부에가 소리친 것이 소용이 있었는지 그제야 집 구석구석에서 한 사람씩 어슬렁거리며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헌데 왠지 노곤해 보이는 것이 몬스터와 싸우는 전투적인 가디언답지 않게 늘어져 있었다. 그렇게 나온 사람들은 부스스한 몰골의 남손영과 그래도 좀 자세가 바른 딘 허브스, 그리고 깔끔하게 편안한 정장을 하고 있는 세이아, 이렇게 세 명이었다.그 외의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가부에가 설명해주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염명대의 대장인 고염천과 패두숙, 이태영, 신우영, 강민우는 따로 임무를 받아 출동했다는 것이다. 처음 그들 염명대가 받은 임무는 드워프의 가드 겸 감시였지만, 차츰 인근 지역에 몬스터의 공격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염명대의 전력을 스냥 썩혀 두기에는 아깝다는 가디언 본부측의 판단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차피 드워프의 호위와 감시는 남은 네 사람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주로 공격적인 능력이 강한 다섯을 몬스터와의 전투 쪽으로 돌린 것이다. 당시 그런 명령에 출동조를 지명된 다섯 사람은 상당히 아쉬워했다고 한다.드워프 톤트를 호위하는 일은 일종의 휴가라고 해도 좋을 만큼 한가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특히 강민우의 경우에는 세이아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한다. 가부에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 일행은 밖으로 나온 세 사람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다. "자, 그럼 가볼까?" "...... 에?" "너희들이 온 이유.톤트씨를 만나러 말이야." 갑작스레 나온 사무적인 말에 어리둥절해진 세 사람을 바라보며 가부에가 한쪽을 가리켰다.그곳엔 집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정원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었다. 지금 가디언들이 머무르고 있는 집은 빌린 것이 아니라 가디언 측에서 직접 구매한 집이었다. 전체적으로 원형에 가까운 팔각형의 담을 두르고 그 중앙에 ㄱ자형의 본채를 중심으로 세 개의 별채가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었다. 옛 멋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최대한 생활하기 편하게 개조에 개조를 더해 겉으로나 속으로나 상당히 멋스러운 것이 비싼 값을 할 만한 물건으로 보였다. 아닌 게 아니라 원래의 집값에다 급히 구하느라 웃돈까지 얹어주는 바람에 거의 두배 가까이 되는 가격을 주고 사야 했다니 말이다. 거기에 주인도 쉽게 집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았으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단다. 하지만 이 집은 그 비싼 가격에 맞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지금은 깨끗이 치워진 넓은 마당과 건물들.그리고 집 뒤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숲을 연상시키도록 꾸며진 아담한 정원과 연못은 마치 고급 별장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드와 라미아, 연영 세사람은 가부에를 따라 정원까지 오면서 그런 점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라미아가 집을 둘러보는 시선이 가히 예사롭지가 않았는데, 아마도 곧 집을 구할 거라는 생각에 잘 지어진 이 기와집을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런 라미아를 바라보는 이드로서는 심히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괜히 꺼낸 집 이야기 때문에 나중에 그녀에게 시달릴 걸 생각하니...... "휴우!" 절로 한숨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그런 한숨도 잠깐.이드는 앞에서 낮선 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이드 일행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정원 중앙에 놓인 돌 위에 앉아 맥주를 들이키며 유아용 한글 교재를 보고 있는 드워프의 모습이었다. 뚱뚱한 몸매에 단단하면서도 굵짉한 팔 다리, 잘 정리된 덥수룩한 수염.그 조금은 특별한 외모를 가진 자가 유아용 교재를 보고 있는 것이 그 자체로 코미디이긴 했지만 그는 확실히 이야기에 나오는 모습 그대로의...... "드워프다.꺄아, 어떡해....." 흥분한 연영의 말대로 드워프였다. 그녀의 목소리에 가만히 책을 보고 있던 드워프의 고개가 돌려지고 시선이 막 정원으로 들어서는 일행들에게로 맞춰졌다. 매일 얼굴을 보며 익숙해진 네 사람의 얼굴을 지나친 드워프 톤트의 시선이 새로 등장한 세 사람 주위에 잠시 머물렀다. 연영은 그 시선이 마치 자신을 좋아하는 연예인의 시선이라도 되는 양 얼굴을 붉혔지만, 톤트는 그런 것엔 관심이 없는지 곧 이드와 라미앙게로 시선을 고정시켰다.마치 관찰하듯 두 사람을 바라보던 톤트는 뭐라고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은 이드와 라미아도 알지 못하는 것으로 두 사람의 예상대로 그레센에 있는 드워프와도 언어가 달랐다. 잠시 이드와 라미아를 모호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톤트는 새로운 인간들에게 관심을 잃었는지 다시 손에 든 책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아니, 돌리려 했다.톤트가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햇살에 반짝 빛을 반사시키는 일라이져만 없었다면 말이다. "...... 페, 페르테바!" 일행의 귓가를 쩌렁쩌렁 울리는 커다란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톤트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그랬다.그 짧은 드워프의 몸으로 허공을...... 그것도 아주 날렵하게 날다시피 뛰어오른 것이었다.톤트의 비행 목표지점에는 이드가 서 있었다. 그러는 동안 일행은 뭐라 말도 못하고 돌발적인 톤트의 행동을 지켜만 보아야했다.도대체가 드워프가 그 먼 거리를 한 번에 뛰어 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어쑈다. "페르테바 키클리올!" 일행들이 주춤거리는 사이 톤트는 어느새 이드의 바로 앞까지 날아와 그의 허리, 정확히는 일라이져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것은 날렵한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는 동작과 같았으며 여태 조공의 고수의 그것과도 같았다. 하지만 톤트의 소능ㄴ 일라이져와 한 뼘여 공간을 남겨두고 딱 멈추어 설 수 밖에 없었다. "쯧쯧...... 검이 보고 싶으면 그 주인에게 먼저 허락을 받으셔야죠.불법비행 드워프씨." 다름 아니라 이드의 손이 톤트의 머리를 바로 앞에서 턱하니 잡아버린 덕분이었다.아무리 갑작스런 상황에 정신이 없었다지만, 뻔히 두 눈 뜨고 일라이져를 빼앗길 만큼 허술하지 않았던 것이다.이드는...... 그리고 그렇게 간단하게 추진력을 잃어버린 일명 불법비행 드워프가 갈 곳은 하나 밖엔 없었다. 쿠웅 바로 땅바닥뿐인 것이다. "커허헉!" 거의 날아오던 기세 그대로 땅바닥에 떨어진 톤트에게서는 단 한마디 폐부를 쥐어짜낸 듯한 신음성이 기어 나왔다. 그런 그의 주위로는 뽀얀 먼지가 피어올라 떨어진 충격이 얼마나 되는지 실제로 증명해주고 있었다.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떨어진 자세 그대로 부들거리는 톤트의 몰골에 이드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이 입을 가리고 킥킥거렸다. 톤트가 뛰어오른 것에서부터 지금까지의 널부러짐이 마치 만화의 한 장면 같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일행의 웃음이 사그러들자 톤트가 끙끙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보통 그런 일을 겪게 되면 어디 한 군데가 터지거나 부러져도 시원하게 부러져 일어나지 못할 텐데 말이다. 원래 그의 몸이 단단한 건지 드워프 모두가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정말 대단한 맷집을 가졌다는 것 하나만은 확실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맷집으로도 땅에 떨어진 충격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는지 일어난 톤트의 표정과 몸의 움직임이 삐걱대는 것 같았다. "잠깐만 가만히 계세요.치료해 드릴 테니까.시련 있는 자에게 자비의 미소를...... 회복!" 세이아가 다가가 신성력으로 그의 몸에 남은 충격을 씻어냈다. 지금 끙끙대는 것이 톤트 스스로가 자처한 일이고, 상황 자체가 웃기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염명대가 맡은 임무가 있기 때문에 빠르게 그의 몸을 회복시킨 것이다.가디언으로서 그들이 받은 임무가 톤트의 보호와 감시였으므로. 맑고 푸른빛이 순간적으로 톤트의 몸을 휘감고 사라졌다.끙끙거리던 톤트는 그제야 괜찮아졌는지 신음을 멈추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고는 세이아에게 슬쩍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너무 간단하긴 하지만 고맙다는 인사였다. 그리고 곧바로 이드, 정확히는 일라이져에세로 시선이 향했다.톤트의 시선엔 무엇인가 뜨거운 기운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사실 톤트로거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무언가 만들기를 좋아하고 빚어내길 좋아하는 드워프의 본능이 일라이져를 엄청난 작품이다, 라고 말하고 있으니 눈이 돌아가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가지고 싶다는 욕심이나 탐욕이 아니었다.그들은 만들기를 좋아하지 굳이 소유하고 싶어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따.지금 일라이져를 바라보는 것도 그것을 좀더 자세히 보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의 발로일 뿐이었다. "사...... 사피라도...... 으음......"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어렵게 말을 꺼내던 톤트였지만 곧 고개를 흔들었다.이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제약이 상기된 탓이었다. 대신 그는 이드를 향해 고개를 깊이 숙여 보이고는 일라이져를 손으로 가리키고는 다시 깊이 고개를 숙여보였다. 톤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그 하는 짓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치료한 사제에게도 고개를 까딱거리기만 한 그가 이렇게 고개를 숙이다니, 과연 드워프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드는 톤트의 무언의 부탁에 빙그레 웃고는 방금 전 톤트가 앉아 있던 정원의 중앙으로 가서 앉았다.그 앞에 일라이저를 끌러 내려놓았다.이리와서 보란 뜻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톤트는 다시 한 번 허공을 날았고, 이번엔 그가 바라는 것을 손에 쥘 수 있었다.다른 일행들도 그런 톤트의 열렬한 모습에 웃으며 다가와 이드와 톤트의 주위로 둘러 앉았다. "참, 근데 너희들이 통역마법이란 걸 알고 있다고?" 잠시 톤트와 일라이져를 번갈아보던 남손영이 이드와 라미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통역 마법이란 걸 들어보지도 못했고, 톤트와 대화도 똑바로 되지 않았던지라 남손영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예, 라미아가 알고 있죠." "마법만 걸면 바로 돼요.하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은데요." 라미아가 톤트를 가리켰다. 과연 톤트는 정신없이 일라이져를 살피고 있는 것이 통역마법이 펼쳐져도 말한마디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때 라미아가 슬그머니 남손영을 바라보며 왠지 사악해보이는 미소를 입에 물었다. "근데...... 보석은 가지고 계시죠? 마법에 필요한데......" "보...... 보석? 이, 있긴 하다만......" 남손영은 아름답지만 묘하게 불길한 라미아의 미소에 움찔거리며 자신이 머물던 방 쪽을 바라보았다.왠지 앞으로의 자금 사정에 상당한 타격이 올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아, 지금 도망가야 하는 건 아닐까? 왠지 심각하게 고민되는 그였다. "자, 그럼...... 인터프리에이션!" 파아아앗 라미아가 낭랑한 목소리로 시동어를 외치자 그녀를 중심으로 백색의 투명한 빛ㄹ이 나는 구가 일행들을 잠시 감싸 안더니 순식간에 줄어들며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그곳은 다름아닌 라미아의 손바닥 위로 그녀의 손엔 어린아이 주먹만한 화려한 녹빛의 에메랄드가 들려 있었다. 헌데 특이하게 그 에메랄드의 중심부에서는 손톱만한 하얀빛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그것은 방금 전 모여든 빛의 정화 였으며, 라미아가 시전한 인터프리에이션, 통역마법의 결정체였다. "마법이 완성됐네요.이제 말씀을 나누셔도 될 것 같은데.톤트씨 제 말...... 이해할 수 있죠?" "아아...... 물론이다.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그동안 말이 통하지 ㅇ낳아 답답했는데, 이제야 살겠구만 하하하핫...... 고맙다." 그때까지도 일라이져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던 톤트는 정말 고마웠는지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에이, 별거 아닌걸요.앞으로도 이 보석을 가지고 계시면 편히 대화하실 수 있을 거예요." 라미아는 손에 들고 있던 에메랄드를 일행들의 중앙 부분에 내려놓았다. 톤트는 보석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더 없이 좋지.더구나 저렇게 아름다운데 보기도 좋고 말이다." 톤트의 말대로 투명한 흰빛을 감싼 에메랄드는 마치 전설의 보석인 양 정말 아름다웠다. 다른 사람들 역시 그의 생각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다른 한 사람. 남손영만은 그런 일행들의 생각에 동의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보석의 원래 주이이었던 그로서는 에메랄드의 아름다움에 취하기 보다는 손에 들고 있는 보석 주머니의 가벼워진 무게가 너무나 슬펐기 때문이었다. 처음 라미아가 보석을 원할 때만 해도 찝찝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마법에 필요하다고 하기에 내줄 수 밖에 ㅇ벗었다. 5써클 후반에 속하는 통역마법은 짧게 개인 간에 사용할 때는 바로바로 마법을 시전해 쓸 수 있지만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사용하기 위해선 중계기 개념의 매개체가 필요하다는 라미아의 설명이 이어졌다. 또 통역마법 자체가 일종의 텔레파시와 최면술이 뒤섞였다고 할 수 있는 만큼 마법을 사용하는 쌍방간에 약간의 부하가 걸려 미미하지만 두통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점과 이를 중화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해줄 물건-보석-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정적으로 마법을 시전한 라미아가 없이도 상당기간 마나의 주입만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 물품을 만들어낼 거란 말에 아예 가지고 있던 보석주머니를 통째로 내줄 수밖에 없었던 남손영이었다. 더구나 마법에 사용될 보석을 직접 고르겠다는 그녀의 말에 조용히 물러나 있던 그에게 한참 만에 다시 돌아온 보석 주머니는 너무나 과도한 다이어트로 홀쭉하게 줄어 있었다.그에 불만을 표시했지만 다 마법에 사용된다는 말에 반항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한데 막상 마법이 시전되는 자리에나온 보석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보석 중 세번째로 질과 크기가 좋았던 단 하나 밖에 없는 것이었으니...... '끄윽...... 당했어.당한 거야.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더라니...... 끄아, 내 보석!' 남손영은 차마 드러내지 못하고 속으로 삭이며 절규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저 라미아의 옷 중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보석을 지금 찾아올 수도 없는 일이었다.전부 사용했다고 하면 할말이 ㅇ벗는 그였다.마법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닌 그였으니 말이다.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다.그래서 더욱 슬픈 남손영이었다. 그러나 그런 남손영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일행들은 그동안 나누지 못해 답답해하던 말을 마음껏 쏟아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특히 그 중 한사람은 두 배나 무거워진 주머니의 무게에 그 즐거움이 두 배가 되고 있었으니...... "흠...... 그럼 자네들이 그 가디언이라는 사람이란 말이군." "네." 톤트의 말에 가부에가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든 이야기를 듣고 서야 톤트는 자신이 외부와 접촉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감금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씻을 수 있었고, 경계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가디언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정체를 알 수도 있었다.슬쩍 갑자기 변해버린 세상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나섰던 자신을 붙잡은 사람들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자신을 이곳에 억류하고 있는 이유까지도...... "자네들이 하는 말 잘 알았다.사실 우리도 아직 세상에 성급하게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도 없기 때문에 이렇게 내가 나섰던 거지." 톤트는 가부에의 말을 듣곤느 시워하게 결정을 내렸다. 이드는 그런 톤트의 결정을 보며 확실히 드워프가 엘프와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엘프보다 급하면서도 결단력 있는 성질을 말이다. "하지만 세상과 닫고 있을 수만은 없다.우리가 세상에 나서기 전까지 자네들 가디언들과는 연락이 있었으면 좋겠군.아직 지금의 세상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이 꽤나 많은 것 같으니까 말이다." 이것은 가디언들과의 안면을 트겠다는 말이도, 우선 그들에게 드워프와의 인연을 맺는 데 우선권이 주어진 것이었다. "그래 주시면 저희들이야 감사할 뿐입니다." 가부에는 톤트의 말에 기꺼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디언으로서는 이종족 중 하나인 드워프와 우선적으로 교류하게 됨으로 오는 이점들이 상당한 것이다.특히 아직 확인은 되지 ㅇ낳았지만 그 실력이 대단할 것으로 생각되는 드워프들의 손재주를 빌릴 수도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기뻤다고 할 수 있었다. 가디언들이 사용하는 무기들이란 대부분이 검과 창, 스태프 등의 옛 것들이다.그 무기들의 성능은 만들어내는 장인의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뉘게 된다. 당연히 이야기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 세상 최고의 장인들이라는 드워프가 그 힘을 빌려준다면 최고의 무기가 되지 않겠는가 말이다.지금의 금속 제련술이 아무리 좋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장인의 손길을 따르지 못하는 면이 있었다.장인의 혼이 깃드는 물관과 그렇지 않은 공장형 물건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런 것이 말이다. 양측간에 교류를 약속하는 상황이 정리되자 톤트의 거처도 다시 정해졌다.우선은 그들의 마을이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으로. 지금 과감하게 맺어진 결절과 톤트의 안전함을 알려야 하는 것이다.실로 지금까지 답답하게 서로를 경계하고 지켜보며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했던 것들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결론은 싱겁게 나버린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부분은 바로 톤트의 말을이 있는 위치였다.톤트는 정확하게 알려주진 않았지만, 그들의 마을이 바로 이 상향 마을 뒷산에 있다고 말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말이 통하지 않는 와중에도 이 마을을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아마 이 상향 마을에 몬스터의 습격이 거의 없었던 이유도 산에 있는 몬스터 무리들을 드워프들이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가디언들과의 일이 우호적으로 결론이 나자 톤트는 다시 이드와 라미아를 향해 몸을 돌렸다.그리고 두 사람과의 이야기를 위해 다른 사람들을 물렸다. 일행은 다소 의아해했지만 별다른 의문 없이 자리를 비웠다.톤트가 두 사람에게 특별히 해를 끼칠 것도 아니고, 설사 그럴 생각이라 하더라도 그에 당할 두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좋은 관계를 만들어 놓은 지금 상황에서 괜히 고집을 부려 서로 기분이 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정원에 한명의 드워프와 두사람만이 남게 되자 톤트는 손에 든 일라이져를 다시 한번 쓰다듬어 보더니 두 손으로 들어 이드에게 건네었다. "수백 년 만에 보는 신검일세.덕분에 잘 봤네.고마워." 일라이져 때문인지 가디언들을 대할 때와는 어투부터가 달랐다. "일라이져가 좋아하겠군요.그런 칭찬이라니......" "아니, 당연한 말이지.그런데...... 그 검과 자네들은...... 누구지?" 흠칫 생각도 못한 톤트의 갑작스런 질문에 이드와 라미아는 움찔 놀라며 바라보았다. 갑자기 누구냐니.이미 앞서 서로 간에 인사가 오고가며 소개했으니 이름을 묻는 것은 아닐 테고,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건 하나지.' '하지만 어떻게요? 드래곤도 알아볼 수 없는 일을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예요?' '하지만 그것밖엔 없잖아.' 이드와 라미아 사이로 급하게 마음의 언어가 오고갔다.하지만 일단 톤트가 물었으니 대답은 해야 하는 것.이드가 당혹스런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무슨 말씀이에요.앞서 소개 했잖아요." "굳이 비밀이라면 묻지는 않겠지만...... 내 말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해서 물어보는 것이라네." 쿠궁 짐작은 했지만 정말 저런 말이 나오자 이드와 라미아의 가슴에 놀람과 흥분이 일었다. "...... 어떻게 아셨습니까?" "음...... 역시 그런 모양이군.혹시나 해서 물었네만.내가 알게 된 건 자네들 때문이 아니라 저 숙녀 때문이지." 톤트의 손이 가리키는 것은 다름 아닌 이드의 손에 얌전히 안겨 있는 일라이져였다. "우리 드워프들은 애매모호하고 복잡한건 싫어하지.그런 덕에 나도 마법이라든가 이론이라든가 하는 건 잘 몰라.알고 싶지도 않고. 하지만 직접 손으로 만들어낸 물건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네.그것이 어떤 형태를 가진 물건이든지 말이야. 헌데 그런 내가 저 숙녀를 살폈을 때 이상한 걸 알았지." 톤트는 잠시 말을 끊으며 이드의 손에 들린 일라이져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생각도 못한 곳에서 이런 일을 만날 줄이야. 이드와 라미아는 이어질 톤트의 말에 바싹 귀를 기울였다.가장 중요한, 어떻게 이세계에서 왔다는 걸 알았는지 그 핵심이 나올 차례였기 때문이었다. "우선 그 숙녀 분...... 신검이겠지?" 묻고는 있지만 확신에 찬 확인에 가까운 질문이었다. 이드는 그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했지만, 이어질 이야기에 고개만 끄덕였다. "자네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그곳에도 드워프가 있을 거야.이건 드워프의 솜씨거든.신검이라 이름 받은 많은 검들이 우리들의 손을 거치게 되지. 신검이라는 것이 중간걔에서 만들어진 검에 천계나 마계의 기운이 잇드는 것이니까 말이다.그러다 보니 신검이라 칭해지는 검들에 대해서는 잘 알아볼 수 있지.또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검에 깃든 후에는 느껴지는 그 신성력까지도 말이야." "아!" 이드와 라미아는 톤트의 마지막 말에 순간 탄성을 터트렸다.그제야 알 수 있었던 것이다.톤트가 어쩧게 이드와 라미아가 이세계에서 왔다는 것을 알았는지를 말이다. "알았나? 맞아.저 숙녀 분에게는 내가 수백 년간 사라오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분의 신성력이 깃들여 있더군.하하하핫!" 톤트는 고개를 끄덕이는 두사람을 바라보며 스스로의 안목에 흡족한 듯 시원하게 웃어보였다. 정말 이드와 라미아로서는 생각도 못한 부분이었다.다름 아닌 일라이져를 통해서 알아보다니. '흠...... 그럼 지금까지 곁에 있으면서 일라이져의 신성력을 알아보지 못한 사제들은 뭐지? 바본가?' '네이나노가 좀 엉뚱한 걸 보면...... 그런 것 같죠?' 한순간이지만 라미아가 동조함으로써 순식간에 지구상의 모든 사제들은 다른 신의 신성력도 알아보지 못하는 바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정말 사제들이 바보인가 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그들이 자신이 모시는 신도 아닌 다른 신의 신성력을 알고자 한다면 스스로 신성력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아니, 그전에 신성력이 깃든 물건이란 걸 알아야 하는데, 누가 일라이져가 신검이라고 말해주겠는가 말이다. 그렇다고 항상 주위로 신성력을 발휘하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저 톤트보다 눈썰미가 없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사항이 생겨났다. "어떻게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그렇게 확신하셨죠? 엘프 분들은 물론이도 드래곤들도 차원이동은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시던데......" 그렇다.마법에 있어서는 가장 앞서간다가 할 수 있는 그 두 존재들이 불가능이라고 못 박아놓은 마법.주위에서 불가능하다고 말하면 그 소리를 듣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인식하게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지슴과 같은 상황과 만나게 되면 보통 아, 내가 모르는 신의 힘이구나.라든지, 뭔가 신성력과 비슷한 힘이 깃들었구나, 라고 생각하고 말게 된다. 그런데 톤트는 다른 건 쇼ㅐㅇ각도 해보지 않고 바로 핵심을 짚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톤트도 그 나름대로 그렇게 짐작한 이유가 있었다. "아, 물론 불가능하지.하지만 우리 마을에는 있꺼든.이계의 물건이 말이야." "그...... 그런!" "설마......" 순간 이런 곳에서 듣게 될 거라고 생각도 못한 그 말에 이드와 라미아는 전신에 소름이 돋는 느낌과 함께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이드는 자신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느꼈다. 분명히 그레센에서는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들었었다.이곳에서도 엘프와 드래곤에게 같은 대답을 들었다.돌아갈 수 없다! 이 절망적인 한계 상황을 자력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이드는 마냥 답답할 뿐이었다. 그래서 일리나가 기다릴 그레센이든 누님들이 기다리고 있을 중원이든 팔찌가 다시 반응해야 갈 수 있을 줄 알았다.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저 톤트의 마을에 이계에서 넘어온 무억ㄴ가가 있다고 한다. 차원이동을 쉽게 받아들였다.그렇다면 혹, 그레센이나 중원으로 돌아갈 어떤 방법에 대해서도 알고 있지 않을까? 흥분에 휩싸인 이드의 생각을 그대로 라미아가 받아 입을 열었다. "그럼 톤트님 마을의 누군가가 차원이동을 했다는 말인가요? 그런 건가요?" "어떻게요? 어떻게! 마법입니까?" "자자...... 우선 진정하고......" 놀랍고도 놀라울 수밖에 없는 새로운 사실에 급하게 질문을 던지는 두 사람이었다.그러난 톤트는 드워프 특유의 굵은 신경으로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채 둘을 우선 진정시키려고 했다. 일순간 터질듯 부풀어 올랐던 순간이 지나가자 톤트는 두사람이 원하는 것에 대해 비로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양 귀를 바짝 기울여 그의 말을 들었다. "정확히는 나도 잘 모르네.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 과거의 일이거든.아니, 인간들이 결계속으로 들어간 후라고 해야 맞을 까마득한 과거의 일이지. 자네들도 그 위대한 인간의 마법사가 한 일에 대해서 숲의 수호자들에게 들었겠지? 그는 위대한 마법사지.그런 일을 실행했고, 성공시켰다는 것 자체가 말일세. 그리고 인간들에게도 칭송받을 만한 일이지.몬스터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켰으니까.비록 알려지진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가 일관되게 꼭 칭송받은 것만은 아니네.그는 많은 인간들과 다른 종족들로부터 동시에 저주와 원망도 받아야 했네. 그들은 서로 사랑하는 이와 이유도 모른 채 갑자기 헤어져야 했던 자들이지." "아!" 낮게 탄성을 발하는 이드의 머릿속으로 앞으로의 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일리나의 얼굴이 스쳤다. 그렇다.자신도 엘프인 일리나와 인연을 맺었으니 과거의 그들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은 없을 것이다.그때도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과 이종족들이 서로 사랑하고 있었을 것이다.그들의 사람은 어떻게 보면 같은 종족간의 사랑보다 더욱 뜨겁고 비장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때로는 목숨을 걸고 쟁취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테니까.그런 그들의 짝이 바로 눈 앞에서 사라져 버렸으니...... 그들의 심정이 오죽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그 마법사가 눈 앞에 있었다면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을 것이다. "사실, 그 결계에 대해 안 것은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였지.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됨으로 해서 많은 이들이 자신의 반려를 찾는 일에 절망했다.드래곤조차도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쉽게 포기하지 못한 자들도 많았지.누군가를 찾아야 한다는 열망을 가진 자들 중에 말이야.그리고 그 자들 중에서 우리 마을의 드워프도 계셨어.그분에게도 열렬히 찾으려고 했던 반려가 있었던거야." "무슨 말씀이신지 총분히 이해가 되네요." 라미아가 톤트의 말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마음먹은 일에 대해서는 저돌적이고, 포기할 줄 모르는 근성의 드워프인 만큼 아마 이리저리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그런데 드워프와 짝을 맺은 사람은 누구지? 묘한 미적감각을 지녔군.' 그것도 그렇다.여성 드워프든, 남성 드워프든 간에 인간의 심미안엔 차지 않는데 말이다. "다행히 그분이 원래 마법물품 만들기를 좋아하셨기 때문에 마법을 쉽게 연구하고 접하게 되셨지.그래서 결계 속으로 들어가든지, 결계를 깨든지 간에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마법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걸 쉽게 깨달았ㅈ;.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마법을 알아야 했고, 그때부터 그분의 일생이 마법연구에 바쳐지기 시작했어. 하지만 앞서 말했듯 결계를 펼친 자는 진정 위대한 마법사, 결국 그분은 당신에게 허락된 수명을 마칠 때까지 당신의 반여를 찾을 방법을 알아내지 못하셨지." "어? 하지만 앞서 말씀하시기로는......" "아아...... 그 말대로 그분은 반려를 찾을 방법을 찾지 못하셨던 건 사실이야.대신, 마법의 연구 중에 우연히 이계의 물건을 소환한 적이 있었네.결계를 풀어내는 것보다 더 획기적인 발견이었지만, 그분이 바란 건 오직 반려를 찾는 것이기에 많이 알려지지 ㅇ낳았던 것이지.그리고 그분의 연구 자료들은 지금도 잘 보관되어 있네." "그럼 저희들이 그 자료를 좀 볼 수 있을까요?" 라미아가 톤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그치듯 말했다. 우연의 산물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었다.어떠한 연구의 결과물로 이계의 무언가가 소환되었다니! 확률이 낮고 만약이라는 단서가 붙긴 하지만 그 자료들을 잘만 연구해 나간다면 팔찌에 의한 것이 아닌 자력으로의 차원이동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라미아는 그렇게 생각했다.그리고 그 사실은 이드도 알고 있었고, 톤트도 짐작하고 있는 일이었다. "물론이네.대신......" "저희들이 뭘 도와드리면 되겠습니따?" 이드는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듯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톤트가 마지막에 꺼낸 연구 자료라는 말.그건 원래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었다.자신과는 상관없는 사람들의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톤트는 마치 두사람에게 그 연구자료를 보여줄 수 있다는 투로 말했다.더구나 저 뒷말을 흐리는 태도는 은연 중에 노골적이기까지 했다.부탁에 인색하기로 소문난 그들의 습성상 저 정도의 태도만 보아도 확실하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뭔가 원하는 것 이 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도움은 필요 없네.대신 거래를 원하네." 하지만 톤트의 생각은 둘의 짐작과는 조금 다른 것인 듯했다.그는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한 드워프의 성격을 고스란히 가진 종족으로서 연구자료를 가지고 거래를 원한 것이다.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건네는. 사실 두사람이 차원이동을 해왔다는 생각에 돕고 싶었던 뜻도 있었다.이야기 속의 그분을 톤트 역시 고스란히 이해하듯 이계로부터 온 두 사람의 마음이 어떨디 역시 짐작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때마침 두 사람이 해줄 만한 일도 있었으므로, 거절하지 않을 거래를 원한 것이다.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아닌 거래! 과연 드워프답다고 해야 할까. 뭐, 정작 당사자들인 이드와 라미아는 어느 쪽이든 좋았기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겠습니다." "쯧, 성질 급하기는...... 내가 원하는 것도 들어봐야지.아무리 상대가 원하는 게 있다고 그게 무엇인지도 확인하지 낳고 그렇게 덥석 고개를 끄덕이면 안되는 거야.내가 원하는 것은 다섯 가지네.모두 쉬운 거야. 첫째, 자네들이 나를 우리 마을까지 데려다 주는 것.둘째, 아가씨가 만들었던 통역을 위한 몇개의 아티펙트.재료는 우리가 주겠네. 셋째, 몇벌의 통신구.앞서 아티펙트를 만든 실력이면 충분히 만들어줄 수 있을 거라 생각되는데, 무리없겠지? 좋아, 그리고 넷째로 자네들이 들렀다는 엘프마을과의 통신이네.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들에게 우리 마을의 위치에 대해 절대 비밀로 해달라는 것이ㅇ네." "네, 알겠어요.모두 가능해요.하지만 첫째와 다섯 번째 조건이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걸요? 어차피 교류를 한다고 하셨으니, 가디언들에게 호위를 부탁하셔도 될 텐데......" 톤트가 일목요연하게 제시한 조건을 모두가 라미아 입장에서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거래라고도 생각되지 않을 만큼 쉬운 일이기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기에 물었다. "음...... 간단하지.우리는 인간을 별로 믿지 않거든." 이드는 그말에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작게 고개를 저었다.이들 드워프도 미랜드의 엘프들처럼 인간이라는 종족을 믿지 않고 있었다.그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말이다. 안타까운 일이었다.하지만 혼돈의 존재라 칭해지는 인간의 특성,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해버리는 마음의 색깔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이종족들의 믿음을 배신해 왔을까. 더구나 그들이 이종족들에게 가했을 위해를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지극히 이해가 되기도 했다.결코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아마 이 드워프들도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교류를 신청하긴 했지만 그 과정에는 많은 숙고와 오랜 찬반의 토론을 거쳤을 것이다. 그리고 톤트가 대표자격으로 인간들에게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그 역시 인간들을 쉽게 신뢰하거나 믿지는 않을 것이다. 혹 모를 일이다.이 교류 역시 인간을 여전히 잠정적인 적으로 인식하고 그들에 대해 좀더 알아보고 인간에게 당하진 않기 위한 방책의 일환인지도...... "그럼 저희들은 어떻게 믿으시고." 주 사람이 궁금한 것이 이것이었다.두 사람도 톤트가 말했던 인간의 종족이었다.정확히는 한 사람은 인간이고, 다른 하나는 검이었다가 인간으로 변한 상태지만 말이다. 그러나 톤트는 오히려 재밌는 말을 들었다는 듯이 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핫...... 당연한 걸 묻는구만.자넨 그 숙녀 분께 인정 받지 않았나.그것 하나면 충분하지." 아까 전부터 톤트가 숙녀라 칭하는 것은 일라이져뿐이다.일라이져에게 인정받았으니 믿을 만하다.참으로 드워프다운 말이었다. 검의 인정을 받았기에 믿는다니.또 그것은 자신이 살펴본 일라이져의 선택을 믿는다는, 돌려서 말하면 자신의 안목을 믿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톤트는 그런 생각을 자신감 있게 피력했다. "더구나 자네들은 여기 사람들보다는 우리들에 대해 더 잘 알지 않겠나.그리고 나는 그 많은 광맥과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내 눈을 확신한다네." "호호...... 기분 좋은 말씀이시네요.확실히 엘프가 진실의 눈을 가졌듯이 드워프가 판단의 눈을 가져다는 말이 맞는가봐요." 라미아의 말은 그레센에 떠도는 말로 정확하게 물건의 가치를 판단하는 드워프를 두고 한 말이었다. "오오...... 좋구만.우리에게 어울리는 말이야.판단의 눈이라, 크하하하핫!" 시원하게 웃어 보이는 것이 정말 듣기 좋았던 모양이다. 드워프의 성격은 정말 대단했다.결단력 있다고 해야 할디 급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드, 라미아와의 이야기가 원하는 대로 마무리되자 톤트가 곧바로 출발할 것을 원했다. 당연히 조금이라도 빨리 연구 자료를 넘겨받고 싶었던 이드와 라미아에게도 환영할 만한 일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연영과 가디언들에게는 날벼락과도 같은 소식, 아니 통보였다. 한마디 툭 던져놓고, 가지고 왔던 짐을 싸고 있으니 그것이 통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곳에서 일행들을 이끌고 있는 가부에는 돌발적이라고 할 만한 톤트의 행동에 속이 탔다. 통역마법을 위한 마법구를 만들어준 라미아 덕분에 시원하게 의사소통이 되고, 이야기도 잘하고 나서 잠시 자리를 비워 달라기에 그렇게 해줬더니 갑자기 집으로 돌아간단다.기가 막힌 일이었다. 물론 그와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충분히 나누었다고 볼 수 있었다.서로 교류한다는 장기적이고 유익한 결과도 도출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당장 떠나는 것은 허락할 수 없었다.어디까지나 그녀가 상부에서 받은 명령은 보호와 감시였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서로 장기적인 교류에 합의하기로 한 마당에 뚜렷한 이유없이 강제로 붙잡고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라 허둥지둥 당황할 수 밖에 없는 가부에였다. 여기 책임자로 상부에 보고를 해야 하는 가부에에게 교류라는 것 말고는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충실한 내용이 아직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게 안되어 보였는지 라미아가 나서서 당장이라도 집을 나서려는 톤트에게 잠시 시간을 얻어주었다.가부에는 그 사이 상황을 정리해서 바로 가디언 본부에 연락을 했고, 짧고 간결하게 핵심만을 간추린 그녀의 전언에 가디언 본부는 일단 그 정도의 성과에 만족하자며 간단하게 회신해 주었다. 가디언 측에서 톤트를 감시, 억류하고 있었던 이유가 그들 드워프와 인간들을 위해서였고, 그 일이 잘 풀렸으니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더 이상 그를 억류한다는 것은 한창 세계의 영웅으로 떠오른 가디언의 이미지에도 맞지 않는 일이었다. 가부에는 그 소식을 전하고 톤트에게 언제 다시 볼 수 있을 지를 물었다.그에 톤트는 두 달후 이 곳이라도 짧고 확실하게 답해주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 옆에서 연영과 가디언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연영이 부탁했던 일도 이렇게 끝이 났으니 바로 목표한 곳으로 날아갈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에 연영과 가디언 일행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바쁜 와중에 이곳까지 와준 것만도 고마운 일인 것이다. 대신 남손영이 나서서 그에 보답하듯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을 물었다. 하지만 지명을 모르는 두 사람은 라미아가 집어낸 곳의 좌표를 말했고, 남손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곳에 가면 길안내를 해줄 사람이 있을 거라 말해 주었다. 처음 가는 곳이니 만큼 안내인이 있어서 나쁠 것 없다는 생각에 이드도 거덜하지 않고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연영과 진하게 작별인사를 나눈 셋은 늦은 시간임에도 거침없이 산을 향해 걸었다. 그들 뒤로 연영이 마을 앞까지 따라 나와 축 늘어진 아쉬운 눈길로 배웅해주었다. 톤트의 마을로 향한 일행은 산에서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그만큼 톤트의 마을은 깊은 산 속에 꼭꼭 숨어 있었다. 과연 예측했던 대로 산에는 몬스터가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지금처럼 몬스터들이 날뛰는 때에 이렇게 산 속이 조용하다는 것이 신기했는데, 톤트의 마을에서는 이렇게 되기까지 상당히 애을 먹었다고 했다. 그 외에도 톤트와 여러 잡다한 이약기를 나누었다.그냥 걷기만 하기에는 산행이 지루했기 때문이었다. 톤트에게는 그레센과 그곳에 살고 있는 드워프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드와 라미아에게는 이곳에 살고 있는 드워프들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고, 그것은 꽤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 속에서 톤트가 일라이져를 숙녀라 칭하는 이유도 알 수 있었다.바로 일라이져의 모습 자체가 여성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작자가 만드는 검의 형태가 인간으로 치면 육체고, 그에 깃드는 신의 신성력이 영혼이라고 할 깨 지금 일라이져가 취하고 있는 외형은 어디를 보나 여성이라는 것이다.특히 드워프의 솜씨에 의해 만들어진 일라이져는 마음씨 고우면서도 생기발랄한 영락없는 향긋한 소녀의 모습 그것이라고, 톤트는 호언장담을 했다.그냥 보기에도 일라이져 자체가 여성스럽기도 했다. 순간 이드는 일라이져도 라미아처럼 인간으로 변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그런 생각은 떠오르기가 무섭게 이드의 머리에서 사라져야 했다.다름 아니라 옆에서 그런 이드의 생각을 읽은 라미아의 샐쭉한 눈길 때문이었다. '휴, 라미아 하나도 제대로 감당 못하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이드는 엉뚱한 생각에 잠시 사로잡혔던 스스로를 질책했다.그리고 그럴수록 자신을 위해주던 일리나가 생각나는 건 왜일런지...... 우우우웅...... 그때 일라이져의 낮은 검며이 울렸다.이드의 생각을 읽어 위로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라미아처럼 되지 못해 아쉽다는 뜻인지 ...... 헷갈리는 묘한 음성이었다. 보통 에고소드의 성격과 성질을 크게 세 가지 요소로 인해 정해진다. 그 첫째가 깃드는 힘의 원천에 따른 속성이고, 둘째가 그 힘이 깃드는 그릇인 검신이며, 셋째가 처음 정해지는 검의 주인을 포함한 세명에 이르는 주인들의 행동과 성격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첫째가 사람이 타고나는 천성이고, 둘째가 남과 여, 힘이 강하고 약하다는 외형적인 요인이며, 셋째가 사회를 살아가면서 완성되는 인격이자 사고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에고소드를 만드는 자들보다 그 후에 검을 사용하는 사람의 행동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검이 보통 신검이라고 불린다. 위의 세 가지 경우에 따라 일라이져를 분석해 보면 여신의 힘이 깃들어 천성이 맑고 깨끗하며, 보이는 그대로 아름답고 고아한 품격을 가진 모습에 처음 여신에게 바쳐진 대로 고위 사제들의 손길이 깃들었으니 톤트의 말대로 교육 잘 받은 꽃다운 소녀가 맞았다. 물론 꼭 에고소드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애초에 검을 만들 때 에고소드에 제작자가 기억이나 영혼의 복사체를 함께 집어넣는 방법도 있다.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에는 대부분 검에 깃들인 기억이나 성격이 검에 융합되지 못하고 주인을 잠식하거나 조종하려들어 결국 폭주를 일삼게 되고 만다.이런 검을 보통 마검이라 부른다. 위의 신검과 마검 모두 고위의 에고소드일 때만 해당한다.뭐...... 그 밑에 있는 것들도 다 거기서 거기지만 말이다. 톤트의 안내로 밤늦게 도착하게 된 마을은 과연 은밀하고 교묘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비좁은 협곡 사이 깊게 파인 공가능 ㄹ넓혀 오밀조밀 자리한 마을은 동굴 속에 위치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한 명의 드워프와 그 일행은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마을에 일제히 불이 켜졌고, 드워프들이 뛰어 나왔다. 톤트는 연신 드워프들과 포옹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들에게 둘러싸여 해후의 기쁨을 만끽했다.심지어 눈물을 흘리거나 격앙된 감정에 북받쳐 울음소리를 터트리는 드워프도 있었다.어찌 기쁘지 않을 것인가. 종족의 미래와 직결된 그러나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모험이나 다름없었던 인간 세계로의 외출. 최악의 경우에는 톤트가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는 결과를 상정할 수밖에 없었던 절대절명의 작전이었다.그를 보내고 나서 이 마을이 얼마나 초조했을지는 이들의 상봉 장면만 보다라도 잘 알 수 있었다.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던 대표자가 무사히 귀환했으니 이토록 기뻐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뿐인가.이드와 라미아는 결계가 펼쳐진 후 처음 마을에 들어서는 인간들이었다.인간을 받아들일 수 없는 영역이 둘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그들을 향한 환대는 그래서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톤트에게 도움-통역-을 준 사람이었기에, 또 마을과 인간 세계의 통로가 되어줄 사람이기에 둘은 특히 주목받았다. 밤이 깊었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마을에서는 축제가 벌어졌다.드워프의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춤이었고, 축제를 더욱 축제답게 만드는 것은 술이었다. 건배를 들고 시작된 대표자의 일장 연설은 마을의 모든 드워프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인간들은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았고, 인간들의 미래가 우리들의 미래와 맞물리게 되었다고 말할 때는 환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으며, 톤트를 환호하는 목소리들도 드높았다. 이드와 라미아는 톤트 다음 가는 주인공이 되어 밤이 새도록 계속된 마을의 축제를 함계 즐겼다. 다음날부터 이드와 라미아는 마을에서 이틀동안 더 머물며 톤트가 제시한 조건들을 들어주었다. 상급의 보석들과 마석들을 모아 통역마법이 걸린 아티펙트와 두 개의 통신구가 한 쌍을 이루는 통신구 다수를 제작하고, 미랜드 숲의 좌표를 찾아 그들과의 통신회선을 열어주었다. 서비스로 통신구를 사용할 몇몇 드워프 부족에게 직접 통신구를 이동시켜 주기도 했다. 차원이동에 대한 연구자료를 가장 먼저 챙겨둔 후의 일이다. 이틀 후 마을의 중앙 광장.그 비좁은 광장에 마을의 드워프들이 다시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톤트를 비롯한 드워프들의 중심에 이드와 라미아가 서 있었다. "고맙네.자네들이 만들어 준 아티펙트는 잘 쓰겠네.지금 같은 때에 가장 필요한 물건인 듯해." 약속을 지켜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악수를 건네는 톤트에게 이드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래라고 하셨습니까.또 저희들이야말로 필요한 걸 얻었습니다.좋은 선물도 얻었구요." 이드의 말대로 라미아의 머리를 단장하고 있는 몇개의 아름다운 장식품이 눈에 띄었다.그 외에도 몇 가지가 더 눈에 확연히 들어왔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그래야지.그럼 다음에 언제라도 들려주게.이것도 가져가고......" 턱 내미는 톤트의 손에 들린 것을 얼결에 받아든 라미아. 그녀의 손 위에는 손바닥만한 수첩 모양의 은색 물품이 들려있었다.간간히 흰색과 검은색이 들어간 물건은 예쁘게도, 고급스럽게도 보였다. "이걸 주시다니요?" 이드와 라미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톤트와 마을의 장로를 바라보았다.물품의 정체를 알고 있는 두 사람으로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다.필요한 사람이 가지는 거니까.우리 마을에선 쓸 사람이 없는 물건이지.연구 자료를 가져가는 김에 같이 가져가. 이건 선조 분이 알아낸 물건에 대한 조사내용이다." 무뚝뚝한 장로의 말대로였다.톤트가 건넨 물건.그것이 바로 이드와 라미아를 흥분시킨 차원이동으로 넘어온 물건이었던 것이다. 잠시 물건과 장로를 번갈아보던 이드는 슬쩍 라미아에게 시선을 준 후 장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마을에 있을 때처럼 소중히 하겠습니다." "아아...... 필요없다.마음대로 해.부셔버려도 상관없다.가봐." "하핫...... 네.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다음에 뵐게요.감사했습니다." 라미아는 손에 든 물건을 품에 넣어두고는 이드와 함께 약간 뒤로 물러섰다. 이어 낭랑한 라미아의 목소리와 함계 두 사람은 곧 마을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크하." 헌데 그렇게 두사람이 사라진 순간 마을 중앙에 모인 몇몇 드워프로부터 복잡한 심경을 담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혹시 짧은 순간 라미아의 미모에 반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아니다.아마 그렇게 묻는다면 그는 드워프의 뜨거운 눈길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실은 그들 몇몇이 남손영과 같은 일을 당했다는 것을...... 라미아의 주머니가 유난히 무거워보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 덕분에 인간들인 가디언에 대한 경계가 더욱 강화된 것을 말이다. 소호. 중국 안휘성에 자리한 가장 아름다운 호수의 이름이었다.안휘라는 이름이 거론될 때에는 항상 소호라는 이름도 함께 했는데, 호수 주변의 경관이 그림을 펼쳐놓은 듯 유려하고 그로 인해 주위에는 자연스레 형성된 전통어린 문물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성도인 합비와도 가까워 안휘를 찾는 사람이면 꼭 들르는 곳 중의 하나로, 중국의 수많은 볼거리 중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이 소호다. 몬스터들이 제 철 만난 물고기처럼 떼 마냥 한창 날뀌는 지금도 장관을 이루고 있는 소호의 경관은 여전했다. 예전과 같이 변함없는 수려함을 자랑하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활기차게 움직이는 소호였다. 아니, 호수 주위의 아름다운 경치는 결계가 해제되고 난 뒤 더욱 아름다워지고 풍요로워져 있었다.사람들에 의해 파괴되고 변형되어진 것들이 제 모습을 되찾았다고나 할까.하나 둘 사람들의 손을 타기 시작했을 깨보다 소호는 확실히 생기있어 보였다. 수려한 소호를 중심으로 생겨난 마을과 도시들은 많았다.동춘도 그런 도시들 중 하나다.소호를 중심으로 한 도시들 중 두 번째로 크고 번화한 곳이 바로 동춘이었다. 특히 이름 그대로 동춘에서 맞이하는 소호의 봄은 그 어느 도시나 마을보다 빼어나다.이때만큼은 성도인 합비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제2의 성도라 불리기도 했다. 멀리 동춘시가 아스라이 바라보이는 산야의 한 곳. 막 산에서 뛰어내리며 차갑게 몸을 식힌 물줄기가 작은 내를 이루며 맑게 맑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가 막 고개를 비트는 곳에서 위로 한참.까마득한 상공에서 갑자기 일이 일어났다. 파아아앗 너무 높아 무심코 지나친다면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찬란한 빛.신비로운 오색의 빛이 갑자기 허공 중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빛은 순간 맑은 하늘의 한 부분을 밝히고는 순식간에 사방으로 녹아들며 사라졌다. 대신 빛을 그대로 사라지기가 섭섭했는지 자신을 대신해 작은 그림자 두 개를 그 자리에 토해냈다. 헌데 무게가 없는 빛과는 달리 빛이 남긴 두 그림자는 무게가 있는 것 같았다. 빛이 남긴 두 그림자가 잠깐 허공 중에 떠 있는 듯하더니 그대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두 그림자는 떨어지면서 점점 그 속도를 더했고, 지면과 가까워질수록 그 크기도 차츰 더했다.그리고 간간히 두 그림자로부터 알아들을 수 없는 희미한 소리도 흘러나오며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했다.마치 투닥거리는 아이들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그림자들과 땅과의 거리는 점차 그 거리를 줄여 갔고, 서서히 두 그림자의 형상이 눈에 들어올 정도가 되었다. 토닥이던 한 그림자가 다른 그림자를 품에 안아들었다. 두 그림자가 하나가 되는 순간 마치 허공에 멈추기라도 하는 것처럼 낙하하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처음부터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다면 신기해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렸을 것이다.하지만 그 사람은 곧 고개를 쯧쯧거리며 고개를 흔들 것이다. 그 하나 된 그림자들이 떨어질 곳에 차가운 내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분명 저렇게 떨어지다 보면 물에 빠질 것은 자명한 사실. 하지만 세상은 꼭 순리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이다.떨어지던 속고가 둘고 굴어, 허공을 나는 깃털처럼 유유히 떨어지던 두 그림자. 놀랍게도 한 사람을 품에 안은 사람이 천천히 물 위로 내려서며 수표면 약간 위에서 정지하듯 서버린 것이다. 더구나 그 모습이 단단한 땅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너무도 편해 보였다.그때 사람으로 확인된 그들로부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으이그...... 고집하고는.저렇게 높은 곳에서는 경공보다는 마법이 더 맞다니까 끝까지 말도 안 듣고 정말......" 정말 못 당하겠다는 듯 투덜대는 이드의 목소리.허공 중에서 울린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소리의 정체는 이드와 라미아의 목소리였던 것이다.그랬다.공중에서 투닥대던 두 사람의 정체는 다름 아닌 중국으로 날아온 이드와 라미아였던 것이다. "헤헷...... 하지만 이렇게 있는 게 기분은 더 좋다구요.솔직히 이드님도 저랑 붙어 있는 게 기분 좋잖아요." "에구구......" 못 말리겠다는 듯 한숨을 내쉬는 이드는 앞으로도 라미아에게는 당하지 못할 것 같아 보였다.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라미아를 안고 있는 기분이 좋지 안을 리가 없다. 두 사람은 중국으로 이동하면서 그 이동 위치를 아주 높게 잡고 있었다.어디로 이동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높이의 산이 있더라도 무슨 일이 없도록 그런 것이다.당연히 투닥거린 것도 비행마법을 쓰라는 이드의 말에 라미아가 자신을 안고 내려가자고 떼를 쓴 탓이었다. 정말 잘도 투닥대는 두 사람이었다. 이드는 천천히 물 위를 걸어 나와 라미아를 내려주며 주위를 빙 둘러보았다. "안휘의 소호라.제로가 경치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는걸." 저 높은 하늘에 텔레포트 된 덕분에 소호를 알아본 이드였다. 비록 세월이 지나고, 결계가 풀려 많은 변화를 이룬 주위 경관이지만, 그 크기와 형태에 있어서는 크게 변하지 않은 소호에 금방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본 것이었다. "와본 적 있던 곳이죠? 여기." 이드의 생각을 넘겨받은 라미아였다.잔잔히 흘러가는 냇물 같은 마음은 서로 공유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응, 체란 누님을 따라서 와봤지.누나의 집이 가까이 있기도 했고, 안휘에 온 이상 소호를 보지 않을 수는 없었으니까. 얼핏 본 거지만 이곳은 여전히 아름다운 것 같았어." "흐음...... 그럼 조금 있다 같이 확인해봐요.이드님이 기억하는 그때 그대로인지 말예요." 단순히 확인 차원이라기보다는 관광에 그 목적이 있는 듯한 라미아의 의도적인 발언이었다.하지만 반대할 생각이 없는 이드였다. 자신도 이곳이 얼마나 변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또 제로를 찾기로 하자면 자연스레 둘러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런데...... 안내인이 없네요.도착하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하더니......" 라미아는 주위를 휘휘 둘러보더니 눈앞에 나타나 있지 않은 누군가를 향해 투덜거렸다.그리고 그 순간 한국에 있는 그 누군가는 몬스터와의 싸움을 준비하다 가려워지는 귓속을 열심히 긁어댔다. "뭐, 일단은 기다려 보자.오늘 만나기로만 했지, 정확한 시간은 정하지 않았잖아." 사실이었다.앞서 남손영에게 말할 깨 오늘 출발할 것리하고는 말했지만, 정확히 언제 중국에 도착하게 될지 알 수 없어서 정확한 시간은 잡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안내인, 그러니까 고용인이 고용주를 미리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에 라미아의 투덜거림도 꼭 잘못되었다고만은 볼 수 업섰다.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인 만큼 미리 고용주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하지만 당장 기다려야 할 사람이 없으니 어쩌겠는가.이드는 냇가에 제법 시원하게 생긴 자리를 향해 발을 구르며 정령의 힘을 소환했다. 쿠구구구...... 이드의 발끄을 따라 뻗어나간 대지의 기운이 순간 어떤 형태를 취하며 솟아올랐다.그러자 그 자리에는 방금 전까지 없었던 빛깔 좋은 갈색의 황토 빛 벤치가 생겨나 있었다. 예전 연영이 했던 것과 같은 정령의 힘만을 불러들인 정령술이었다. 활짝 웃으며 라미아가 이드의 팔을 잡고 통통 튀는 걸음으로 벤치로 가 앉았다. 여기에 맛있는 음식을 담은 바구니 하나만 있다면 주변의 자연경관과 어울려 '즐거운 소풍날'이 완성될 것 같았다.하지만 아쉽게도 소풍 바구니가 준비되지 못했다. 대신 두 가람의 주목을 끌 만한 물건은 있었다. "그럼 안내인을 기다리는 동안 저희들은 이 물건에 대해서 알아봐요, 이드님." 아미아의 손에 들린 물건.그것은 다름 아니라 중국으로 출발하기 전 톤트에게서 받은 그 용도를 알 수 없는 이계의 물건이었다. 마법에 심혈을 기울렸던 드워프의 연구 결과 자료를 건네받을 때도 보긴 했지만, 애초에 받기로 했던 물건이 아니었기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하지만 손에 들어오고 보니 자연스레 그 용도에 궁금증이 일어났다. 마침 시간도 남겠다.할 일도 없겠다.두 사람은 곧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의 용도를 파헤치기 위해 노련한 형사의 눈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손에 처음으로 잡힌 단서는 당연히 드워프 마을의 장로에게서 받았던 물건에 대한 조사서였다.하지만 책을 펴기가 무섭게 두 사람의 예리해졌던 눈이 힘없이 풀려버렸다. "에잇...... 드워프 언어잖아." 당연한 일이지만 그랬다.그냥은 알아볼 수 없는 책이었던 것이다.잔뜩 심각하게 잡아놓은 분위기가 한 순간에 날아가고, 그 자리로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한 순간에 흐트러져버린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드와 라미아는 곧 그 장난 같은 분위기를 걷어내고 바로 마법을 시전했다.통역마법보다 두 단계나 더 높고 복잡하기는 서너 단계나 더 높은 문자의 해석에 대한 마법이었다. 그러나 라미아가 누구던가.마법의 지배자라 불리는 드래곤과 같은 레벨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다.워낙에 복잡한 마법이라 여타의 마법보다 조금 시간이 더 걸렸지만, 보통의 인간 마법사에 비한다며 시동어만으로 발현되는 것과 같은 속도로 마법을 시동시켰다. 조금 전까지 드워프 마을에 머물며 그들의 언어을 들었기에, 그것을 기초로 이루어진 라미아의 마법은 좀더 유연하고, 정확하게 펼쳐졌다. 해석마법도 통역마법과 비슷했다.책에 써진 글씨 자체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귓가에서 누군가 책을 읽어주는 그런 느낌이었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머릿속으로 직접 책의 내용이 울려왔다. 그런 때문인지 책장은 빠르게 넘어갔다.직접 읽는 것보다는 읽어주는 게 빨랐다.금게 책은 그 끝을 보이며 자신의 속살을 감추었다. 하지만 이미 내용에 대해서는 이드와 라미아의 머릿속에 그대로 남게 되어버린 후였다.두 사람 모두 한번만 듣고도 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외워버릴 정도의 능력이 충분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책을 덮고 잠시 조사서에 적혀 있던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동시에 떠오르는 한 가지 결론을 느끼며 서로의 눈을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컴퓨터지?" "일종의 전자수첩을 겸한 컴퓨터네요." 이드와 라미아의 입에서 똑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하나의 물건에 대한 정의였다.당연히 그 물건은 방금 전까지 용도를 알 수 없었던 이계의 물건이었다. 어쩌면 조금 허탈한 결론이기도 했다.명색이 차원이동 마법으로 소환되어 나온 물건이 고작 컴퓨터라니...... 물론 두 사람의 초인적인 두뇌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혹시나 잘못 내려진 결정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조사내용을 살짝 공개해 본다면 누구나 컴퓨터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엔 없을 것이었다. 일기장 기능을 선두로, 사진기, 비디오카메라, 임시 데이터 저장장치, 생활 매니저를 비롯한 잡다한 기능들.그것이 바로 조사서에 기록된 이계의 낯선 물건이 가진 기능이었다. 다시 말하면 지금 세상의 디지털 기술이 총화된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이 물건이었다.그리고 지금의 상황에 가장 가까운 것이 바로 컴퓨터였던 것이다. 또 조사서에 나온 사실로 알 수 있었는데, 이 기계의 주인은 그 세계의 고위 군사 장교라고 했다. 정확한 명칭은 델타-페이브에 1030이며, 일명 '휴'로 불린다는 이 컴퓨터가 가장 잘 사용된 부분이 바로 일기장이기 때문에 알 수 있었던 사실이었다. 영상과 함께 기록된 일기는 한 사람의 전기와도 같이 자세하고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었다.그리고 그 기록의 끝은 무시무시한 전쟁...... 이 물건, 휴가 차원의 틈에 빠진 것도 이 전쟁 중에 일어난 일이 아니었을까 하고 짐작된다. 조사서를 기록한 드워프는 그 일기를 보며 그 세계의 발달된 문명에 놀라워했고,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흔들기도 했다고 마지막 장에 적혀 있었다.하지만 당연한 일이었다.먼 미래에나 펼쳐질 그 문명들의 향연을 중세 시대와 같았을 드워프 생활에서 어찌 이해할 수 있었겠는가. 다만 조사서를 작성한 드워프는 이 휴의 동력원에 대해서는 대략 이해할 수 있었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세계의 간단한 기술을 이해하지 못한 드워프가 그 세계의 가장 하이 레벨에 위치한 기술을 이해한 것이다. 참으로 재미있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다름 아닌 휴의 동력원으로 사용된 것이 바로 마나였기 때문이었다.바로 마나를 에너지로 이용한 기계의 작동.그렇게 때문에 마법사인 드워프가 이해한 것이다. 그것은 엄청난 사실이었다. 만약 이 조사서와 휴가 이곳 마법사의 손에 들어갔다면 세상이 뒤집히는 혁명을 불러올 수 있는 그런 엄청난 일이었다. 만약에 마법사의 손에 들어갔다면...... 말이다. 그들에겐 아쉬운 일이지만 지금 휴를 손에 넣은 사람은 다름 아닌 이드와 라미아였다.이 세계의 일에 되도록이면 관여하지 않기로 한 두사람이 바로 이 대단한 물건을 손에 넣고 있는 것이다.만약 누군가가 지금 내막을 알고 라미아와 이드의 곁에 있었다면 이드가 이 물건을 어떻게 처분할지 심히 궁금해하리라. 가디언에게 줄지, 아니면 그 기술을 이용해서 뭔가를 해볼지 말이다. "쩝, 별로 쓸모도 없을 것 같은데...... 그냥 아공간 한쪽에 처박아 놔." 휴를 휙휙 돌려보다 라미아에게 툭 던져버리는 이드였다. 이드의 한마디에 아공간 한구석에 영원히 처박힐 뻔했던 휴는 그러나 라미아의 손에 의해 구해졌다. 원래 거들떠보지 않던 물건이라 하더라도, 일단 자신의 손에 들어오면 저절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인지 라미아가 휴가 가진 기능들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사실 지금 휴에서 건질 거라곤 휴가 가진 원래 기능들과 마나에 대한 전자적 테크놀로지 기술뿐이었다. 휴의 기억에 담겨 있었을 그 많은 자료들은...... 이미 드워프 마법사가 조사서를 꾸밀 때 그의 손에 의해 모두 날아가버린 후였던 것이다.그래서 더욱 이드가 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이다.물론 마나를 에너지로 기계를 움직이는 것 하나만 해도 엄청난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때 라미아가 나섰다.원래 마법에 정통한 그녀인 만큼 휴가 그다지 필요치 않았다.휴가 가진 거의 모든 기능들을 라미아가 직접 펼쳐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일단 손에 들어오면 시선이 가고, 쓰게 되는 것이 사람인 만큼 라미아는 휴의 기능 중에서도 사진 기능과 동영상 저장기능, 한마디로 캠코더의 기능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현재 휴로 동영상을 연속 저장할 경우 3년이란 시간을 온전히 기억할 수 있었다.실로 어마어마한 기록의 양이라고 할 수 있었다. 라미아는 이런 엄청난 용량을 가지고 TV나 영화에서 봤던 컥처럼 이드의 추억들을 일기장이나 사진첩처럼 기록해놓고 싶었던 모양이다.아니, 어쩌면 언제 다시 검으로 돌아갈지 모르는 자신과 이드의 모습을 추억으로 기록해놓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좌우간 라미아의 의견으로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절차에 들어갔다.조사서에 나온 대로 휴로 하여금 이드와 라미아를 주인으로 인식시켜야 했다. "그럼 조사서에 나온 대로 휴의 동력원인 마나를 결계로 차단해서 동작을 중지시키고......" 부우웅 라미아의 손 안에 있던 휴가 그녀의 마법에 의해 유백색 원구 안에 갇혀 은색이 아닌 회색으로 변해 갔다. "다음으로 휴가 저장하고 있는 마나를 모두 제거함으로써 강제적인 초기화를 시킨다." 파아앗 휴를 감싼 유백색의 원구가 순간 은색으로 변했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그와 동시에 휴 역시 다시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다만 처음과는 느낌에서 달랐다.처음의 은색을 어딘지 모르게 신비로웠다면, 지금의 은색은 그저 딱딱한 금속의 느낌이라고 할까, 그랬다. "그 후 비어버린 휴의 마나탱크에 주인 될 사람의 속성마나를 주입시켜서 가동을......" 조사서에 내용에 따라 유백색 원구가 사라진 휴의 몸체에 마나를 주입한 라미아는 계속 기억 속에 있는 방법대로 휴를 조작해 나갔다. 중간 중간 휴의 몸체 위로 일루젼과 같은 홀로그램이 떠오르기도 하고, 제복을 입은 한 여성의 모습이 연속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두시간이 흘러서야 라미아는 모든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작업을 마친 라미아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옆에서 계속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던 이드를 자신과 같은 휴의 주인으로 인식시키는 일이었다. [제2 등록자를 마스터 등록합니다.마스터의 마나를 주입해 주십시오.] 이드의 앞으로 내밀어진 라미아의 손 위에는 깔끔하고 멋진 제복 차림의 상반신 여성이 떠올라 있는 휴가 놓여 있었다.마나를 요청하는 목소리는 그 여성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인간미는 없지만 아름답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긁적긁적 두 시간 동안 라미아가 하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던 이드는 갑작스런 그 말에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고는 한 손가락에 내공을 살풋 주입한 후 홀로그램의 여성이 가리키는 휴의 흰색 부분에 가져다 대었다. 순간 아주 극미량의 내력이 살짝 휴에게로 빠져나갔다. [확인되었습니다.마스터의 이름을 말씀해주십시오.] "이드라고 불러줘." [네, 마스터 이드.저는 휴라고 합니다.많이 사랑해주십시오.] 데이터 입력을 완료한 휴는 허리를 꾸벅 숙여보리고는 스르륵 휴의 표면에서 사라졌다. 만족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던 라미아는 곧 다시 휴를 작동시키고는 이드의 곁으로 바싹 붙어 앉으며 한 팔을 껴안았다. "아, 이드님.저희 사진 찍어요.휴, 사진 부탁해." [네, 마스터.] 휴에서 공손한 대답과 함께 손바닥 만한 크기의 화면이 다시 생기며 그 안으로 함께 앉아 있는 이드와 라미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자...... 이드님.웃어요.처음 찍는 사진이니까 기왕이면 멋지게.그렇지, 스마일!" 라미아는 TV에서 본 적이 있었는지 스마일을 외치며 이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이드는 그녀의 귀여운 행동에 기분 좋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스마일!" [찍습니다.3.2.1 찰칵.] 휴에게서 나왔다고 보기엔 어색한 찰칵거리는 기계음과 함께 계속해서 움직이던 두 사람의 영상이 한 순간 고정되었다. 이드와 라미아. 첫 사진엔 그렇게 두 사람의 다정한 포즈가 담겼다. '중국의 안휘에서, 이드님과 라미아.' 잠시 후 사진을 찍은 라미아가 정한 첫 사진의 제목이었다. 찰칵찰칵 디리링 딸랑 라미아가 이곳저곳을 향해 휴를 향하며 사진을 찍었다. 일루젼 계열의 마법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는디 첫 사진을 시작으로 사진이 찍이는 소리까지 바꿔가며 십여 장의 사진을 연거푸 더 찍어댔다.그 대부분이 이드와 함께한 사진이었다. 처음 사진을 다루는 사람답지 않게 라미아가 찍은 것들은 모두 수준급의 작품들이었다.아니, 직접 구도를 잡고 찍는 것은 휴이니 휴의 실력이 좋다고 해야하나? 좌우간 라미아가 사진에 흥미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찍어볼 마음을 먹었을 때쯤이었다. 부우우우...... 멀리서부터 요란한 엔진소리와 함께 희끄무례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햇살을 받아 하얗게 번쩍이는 차는 똑바로 현재 이드와 라미아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아! 이제 안내인이 오나 봐요." 딸랑 차를 향해 가시 한 번 휴의 셔터가 움직였다. 왠지 사진에 열을 올리는 라미아 때문에 조금 시달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언뜻 머리를 스치는 이드였다.하지만 그런다고 자신이 라미아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곧 그런 생각을 머리에서 지워버리고 말았다. 라미아의 말대로 멀리 보이던 밴 스타일의 차는 안내인이 몰고 오는 차였는지 정확하게 두 사람 앞으로 와서는 멈추어섰다. 솔직히 아무것도 없는 이곳을 향해 달려올 차라고는 두 사람이 기다리던 안내인 밖에 없을 것이다.어쩌면 이곳으로 달려온 안내인도 조금 당황해할지 모를 일이었다.보통 처음 만나는 일반적인 장소, 즉 카페나 공공장소가 아닌 이런 황량한 곳에서 만나고자 하는 의뢰인이라니 말이다. "한국에서 오신 가디언 분들이신가요?" 뽀얀 먼지와 함께 멈춰선 차에서 내린 여성이 물었다.상당한 교육을 받은 듯 낮으면서도 단정한 목소리의 여성이었다. "네, 맞습니다.헌데...... 안내인이...... 아니신가...... 요?" 이드는 묘하게 말을 끌며 대답하고는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안내인이라...... 아무리 봐도 저 외모로만 봐서는 도무지 안내인으로 생각되지 않는 이드였다.단아하게 빗어 한쪽으로 묶어내린 긴 생머리에, 전체적으로 옛날 무림의 여협들이 즐겨 입던 궁장을 생각나게 하는 형태의 가는 선이 돋보이는 하늘색 옷을 걸친 여성이라니, 말도 안 된다. 특히 옷은 궁장과 현대의 캐주얼복과 정장을 적당히 합치고 변형시킨 듯한 스타일이었다.요즘 안내인들이 언제 저런 복장으로 옷을 통일했단 말인가?\ 특히 그녀의 뒤로 세워둔 차 속에서 언뜻 보이는 검 한 자루까지...... '안내인은 절대 아니다.무슨 안내인이 저런 뛰어난 외모에 고급스런 복장을 하고 검까지 들고 다녀? 만약 진짜 안내인이면 내손에 장을 지진다.안 그래?' 누구나 이드의 말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그리고 두 사람 앞에 선 여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옥련 사부님으로부터 두 분을 안내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검월선문의 제자 파유호라고 해요." "아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드와 라미아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다름 아닌 옥련 사숙이란 대상과 검월선문이란 말 때문이었다. 검월선문의 옥련이라면 저절로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예전에 염명대와 함께 중국에 와서 이모, 조카 사이가 된 다정선사 문옥련.그녀가 속한 문파가 검월선문이라고 했었다.그런데 거기서 나온 사람이라니...... "이런, 그저 평범한 안내인이 나올 줄 알았는데...... 예천화라고 합니다.이드라고 불러주세요.그리고 이쪽은 라미아라고 합니다." "라미아라고 해요." "이모님이 보내셨다구요?" 이드는 파유호의 예의바른 인사에 함계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나누었다.그리고 문옥련을 생각하고 다시 바라본 파유호라는 여성은 과연 검월선문의 제자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했다.고운 얼굴선에 단아한 몸가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이 어딘가 모르게 문옥련이 입던 옷과 비슷했던 것이다. "그래요.사숙께선 한국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지만 몬스터 전투 때문에 바쁘신 관계로 소호로 나와 있던 제가 나오게 되었어요. 사숙께서 직접 오시지 못해 미안하다고 전하라고 하셨답니다." 이드는 그때서야 남손영이 일부러 문옥련에게 연락을 넣은 것을 알았다.아마 문옥련과 이드가 이모, 조카하며 친하게 지내던 것을 기억했을 것이다. "이모님은 별말씀을...... 이렇게 신경써주신 것만도 고마운데.유호님도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그리고 말씀 편히 하세요.아직 저와 라미아가 어립니다." 이드의 말대로 이제 막 이십대에 들어선 그녀가 계속 말을 높일 필요는 없었다.더구나 이드가 문옥련을 이모님이라 부르니 배분도 엇비슷하게 맞아 들어간다.굳이 따져보자면 파유호의 사제정도가 될까? 물론, 실제로는 절대 그렇게 될 수 없지만 말이다. "아니요, 저는 괜찮아요.자, 차에 타세요.이곳보다는 동춘시내로 들어가서 쉬면서 이야기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파유호의 배려에 고마워하며 이드와 라미아는 얼른 차에 올라탔다.말도 낮추지 않고 부드럽게 미소 짓는 파유호의 성품은 무림의 여인이라기보다는 사제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스르륵 그렇게 세 사람이 차를 타고 떠나가 그때까지 단단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흙 벤치가 백사장의 모래성처럼 부서져 내리며 그 형태를 감추고, 방금 전까지 사람이 있었다는 흔적을 지워나갔다. 웅성웅성...... '항상 그렇지만 언제나 시선집중이군.' 이드는 몰려드는 시선을 쫓아내기 위해 일행이 앉아 있는 주변을 휘휘 둘러보았다. 옆에 붙어 있는 라미아 때문에 꾸역꾸역 몰려드는 시선이었다.충분히 무시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과하다 싶게 많이 모여 있다면 조금 불편한 게 사실이다. 보통 이렇게 모여든 시선은 지긋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떨어진다.물론 던져낸 요요처럼 금방 다시 몰려들기는 한다. 그러나 둘러보는 눈에 약간의 살벌한 기운을 실어 보낸다면...... 확실하게 대부분의 시선을 정리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까지 하는데도 완전히 떨어지지 않는 시선도 있긴 하다.평범한 기운의 사람들을 생각해서 이드가 완연히 살기를 드러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이드가 본격적으로 이빨을 드러내 보인다면 그건 바로 대형사고인 것이다.그리고 이렇게 일반인 용도의 살기를 견디는 사람도 그리 흔한 것이 아니다.더구나 이런 사람들도 그들이 느낀 이드의 만만치 않은 시선에 쉽게 시비를 걸지는 못한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다정한 한 쌍으로 보이는 두 사람에게 괜히 시비를 거는 것 자체가 쪽팔리는 일이었다.아무리 라미아가 아름답다고 하지만...... 그런 짓은 정말 건달들이나 하는 파렴치한 짓인 것이다.하지만 쉽게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니 어쩌겠는가. 지금 이 소호제일루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꽤나 눈에 띄었다. 지금 일행들은 소호의 동춘시에 들어와 있었다.그것도 파유호의 안내로 소호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히는 규모와 요리 실력을 가진 이곳 소호제일루라는 옛스런 이름의 고급 요리집에 와 있는 것이다. "호호, 살기를 능숙하게 잘 다루네요.사숙님 말씀대로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나봐요." 까맣게 몰려든 시선들을 대충 정리한 이드를 바라보며 파유호가 빙긋 미소 지어 보였다.그런 파유호의 옆 자리와 허리에는 차에서 봤던 미끈한 모양의 검과 소도가 걸려 있었다. "뭐......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진 않을 정도는 되죠." 점잖게 대답하는 이드의 말에 라미아가 속으로 고소를 터트렸다.어디 가서 맞고 다니진 않는다.말이 좋아 어디 가서지, 그 어디가 드래곤 레어가 될지 마계의 한 가운데가 될지 어떻게 알겠는가 말이다. "겸양의 말이 심하네요.사숙의 말씀으로는 무림의 후기지수로는 이드와 겨룰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하던걸요." 파유호는 문옥련의 말이 맞는지 확인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이드를 은근한 눈길로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는 무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옅은 투기 같은 것이 엿보이고 있었다.문옥련이 말했던 후기지수들 중에 그녀도 속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더구나 그들 중에서 수위로 꼽히는 실력을 가진 그녀니 만큼 문옥련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이드의 실력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성격이 차분하지 않고 조금만 급했다면 첫 대면에서 비무를 청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모님이 듣기 좋은 칭찬만 하신 모양이네요." "빈 소리는 하지 않는 분이죠.앞으로 시간이 난다면 비무를 부탁드립니다." ...... 아무래도 꼭 차분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결국 이드에게 검을 청하는 파유호였다. 하지만 이드는 오히려 그런 파유호의 호기에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마치 옛 무림에서 활동하던 기개 있는 무인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이런 걸 보고 무림인의 본능이라고 하는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저야 언제든지 괜찮습니다.얼마 동안 함께 움직일 테니 시간은 많겠죠." 이드의 간단한 허락에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한 파유호가 이리저리 바쁜 점원에게 차를 주문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사숙께 두 사람의 안내를 부탁받긴 했지만...... 단순히 관광을 위해 온 것을 아닐 텐데......" 서로 말이 오고가며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파유호는 궁금해하던 점을 물었다.말 그대로 관광을 위해 두 사람이 오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 것이다. "이드님과 제가 찾고 있는 건 제로예요.알죠? 지금 한창 활동하고 있는......" 별로 숨길이유가 없는 일이라 라미아는 말을 돌리지 않고 바로 대답해주었다.그리고 이곳 식당까지 오면서 알았지만 동춘시는 의외로 상당히 복잡했다.시내 지리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다면 꼼짝없이 길을 잃어버릴 판이었다.이런 곳에서 무언가를 찾고자 한다면 동춘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파유호의 적절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응? 하지만 이곳엔 제로가 들어서지 않았는걸요??" 라미아의 대답에 파유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되어 있었다.자신이 알고 있기로는 제로는 이곳에 들어서지 않았다. "꼭 제로가 도시를 점령하기 위해서만 움직이는 건 아니니까요." "아, 무슨 말인지 알았어요." 파유호는 바로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로가 이종족도 아니고, 스스로 '내가 제로다'하고 광고라도 하고 다니지 않는 이상 알아 볼 방법은 없었다.제로와 가디언을 딱 나누어 이마에 소속을 써 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 이상에는 그 사람이 가디언인지, 능력자인지, 제로인지 알 도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라면 내가 특별히 도움줄 만한 게 아닌데...... 아, 말 편히 하세요.괜히 나 때문에 같이 말을 높이지 않아도 되니까." 파유호의 권유에 이드와 라미아는 호칭만 누나와 언니로 정하기로 했다.상대가 말을 놓지 않는데, 이쪽만 말을 놓는 것은 상당히 보기가 좋지 않았다. "언니는 안내만 해줘도 큰 도움이 돼요.오면서 봤지만 이 도시는 너무 복잡한 것 같아서...... 금방 길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니까요." 파유호의 말에 바로 언니라고 호칭해버리는 라미아였다. 파유호는 오히려 그런 라미아의 말이 듣기 좋았기에 호호호 웃으며 좋아했다. "좀 그런 면이 있죠.사람이 많이 몰리다 보니 그렇게 된 거예요." "뭐...... 그런데 언니는 여기서 사나요? 이모님께 듣기로는 검월선문은 하남에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나도 궁금한데요." 라미아의 말에 이드도 관심을 보였다. "맞아요.본문은 하남에 있죠.저는 단지 이곳에 파견 나와 있는 것뿐이랍니다." "파견?" "그래요.검월선문을 대표해서 몇 명의 사제들과 함께 파견나와 있답니다.이곳엔 제로뿐만 아니라 가디언도 없으니까요." "에...... 예에? 가디언이...... 없다구요?" 이드와 라미아는 생각도 못한 이야기에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처음 제로가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가디언에 속한 문옥련과 같은 사문의 파유호가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리고 그 자리를 대신해 가디언이 동춘시에 상주하며 몬스터를 막고 있으려니 짐작했었다. 또 꼭 제로가 장악하고 있는 곳이 아니더라도, 가디언이 머무는 도시에 제로가 숨어 있다는 것이 크게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무림이 등장한 중국에서 누가 가디언이고, 누가 제로인지 어떻게 정확하게 가려내겠는가.당연히 조용히만 있다면 알아볼 사람이 없다. 또 등하불명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오히려 가디언들이 장악한 곳에 숨어 있는 게 하나의 계책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제로뿐만 아니라 가디언도 없다니...... 그럼 몬스터의 습격은 누가 막아준다는 말인가? 이드와 라미아가 지금까지 거쳐 온 크고 작은 마을에는 거의 모두 가디언 또는 제로의 지부가 자리하고 있었다.아주 작은 마을이나 가까운 곳에 지부가 있는 마을이라면 몰라도 도시라고 할 만큼 규모가 큰 곳에는 거의 당연하게 자리잡고 있는 두 집단이었다. 그런데 이 동춘시에! 그것도 인구밀도도 높고 번화한 도시에 가디언도, 제로도 없다니...... "어떻게 된 거죠!" ......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급하게 말을 뱉어내는 이드와 라미아였다. 하지만 파유호는 오히려 입을 가리고 쿡쿡쿡 웃는다.당황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던 모양이었다. "호호홋, 웃어서 미안해요.그렇게 놀라다니...... 두 사람 다 몰랐나 보군요.이곳엔 가디언도 제로도 없답니다.필요가 없으니까요." "필요가...... 없다?" 조금 애매하지만 확실한 대답이었다.모든 것은 필요에 의해 생겨나고 배치된다.필요에 의해 집이 생겼고, 필요에 의해 글이 생겼고, 필요에 의해 검이 생겨났고, 저 밥 먹을 때 쓰는 수저까지고 밥 먹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당연히 가디언과 제로도 필요에 의해 생겨났다. 뭐...... 제로는 복수와 자신들의 이념 때문이라는 이유가 좀 더 강하긴 했지만 가디언은 확실히 몬스터에 대항하기 위해 필요했고, 그 때문에 생겨났다. 거꾸로 말해보면 필요가 없다는 말은...... '...... 여기에는 몬스터가 없다는 말?' '아니요, 가깝지는 않지만 소호와 동춘시 주변에 몬스터의 존재가 잡혀요.' 재빨리 마법을 사용해 이드의 생각을 확인한 라미아의 말이었다. 이드는 그 말에 생각을 약간 틀었다.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생겨난 가디언이 몬스터가 있는데도 필요가 없어졌다.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서 가디언이 필요한 이유는 보통 사람이 상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때문에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가디언이 생겼다. 그럼 이곳 동춘시에서는 보통 사람도 몬스터를 상대할 정도가 되나? 아니다.오면서 봤지만 그냥 보통 사람들이다.그럼...... 그렇게 생각을 이어 갈 때 라미아의 목소리가 이드의 머리를 두드렸다. '잠깐만요, 이드님.방금 유호 언니가 파견이라고 했지 않아요?'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파견이라.그 말이 뜻하는 바와 필요 없다는 말을 섞으면...... "가디언이나 제로가 아니라도 동춘시를 몬스터로부터 온전히 보호할 사람이 있기 때문에 가디언이 필요 없다? 누나같이 파견 나온?" "어머, 금방 맞추네요.맞아요." 산수문제를 풀어낸 유치원생에게 '참 잘했어요'라고 칭찬하는 분위기의 파유호였다/ 하지만 입가에 걸린 단아한 미소에 불쾌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그냥 윗사람으로부터 칭찬을 받은 기분이랄까.어디 학교에서 선생을 하면 딱일 것 같다는 생각이 순간 스치고 지나갔다. "무림인들이 수호하는 도시라......" "모르고 있었다면 신기할 거예요.동춘시에는 저를 포함해서 상당히 많은 무림인들이 머무르고 있어요.바로 그들이 이 동춘시를 몬스터의 습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는 거죠. 때문에 가디언이나 제로가 이곳에 자리를 잡을 이유가 없는 거예요.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중원에서는 이렇게 무림인들에 의해서 지켜지는 도시가 몇 있어요. 특히 무림의 유명문파가 자리한 도시는 오히려 가디언들이 지키고 있는 곳보다 더 안전한 곳도 있으니까요." 이드는 그 말에 수긍을 했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호의 무림이란 곳을 품에 안고 있는 중국이니 만큼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었다.단순히 무공을 익힌 무인의 수만 따진다면 가장 많은 무인들이 중국에 속해 있을 것이다.바로 강호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인 것이다. 과거 관에서 손대지 못하던 녹림도나 악랄한 마인들로부터 마을이나 도시를 지키기도 했던 강호 무림.그 무림이 몬스터의 등장으로 다시 세상에 나와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 파견이라도 것도 가디언을 대신해서......" 이드가 상황을 이해함과 동시에 자연스레 같이 상황을 인식한 라미아가 확인하듯 파유호를 바라보았다.하지만 파유호의 대답 이전에 이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자신이 무림에 활동할 때와 지금의 상황이 많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파유호의 파견이란 말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던 것이다. "그렇겠지.더불어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활동하면서 문파의 이름도 알리고 명성도 높이고.보통은 사람을 살리는 것보다는 명성을 좀더 중요시 하는 게 무림이거든." 이드는 옛날의 무림을 생각하고는 그렇게 말했다.그때도 어떤 곳에 위험한 일이 생겼다 하면 우르르 몰려오는 무림인이 많았다. 그 중 대부분이 그 일을 해결함으로 해서 자신의 이름을, 또는 문파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달려온 무인들이었다.물론 그들 속에는 무공을 아예 모르는 사람들과 세상을 생각해서 그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사람도 있겠지만 그 수는 정말 극소수였다. 생각해보면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개인이든 무림 문파든 간에 스스로 장사를 하거나 농사를 지어 생계를 잇고 자금을 모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는 곳이 있다고 해도 그 수는 지극히 소수였다.대부분 기부해 오는 자금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그러니 어떻게든 이름을 날려야 그 이름을 보고 그들에게 투자하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 아닌가 말이다.무인이라고 흙 파먹고 사는 것은 아닌 것이다. "흠흠......" 하지만 이런 사실은 무림인을 앞에 두고 하기엔 조금은 직설적인 내용들이었다.맞은편에 앉아 있던 파유호가 살짝 고개를 돌리고 헛기침을 하며 불편한 마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드의 말대로라면 그녀도 사람들의 생명보단 문파의 명성을 위해 이 동춘시에 파견 나온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라미아의 말에 무심결에 대답하다 보니...... 사과드립니다." 이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포권을 해보였다. "흠흠, 사과 잘 받았어요.사실 이드의 말이 크게 틀린 것도 아니니까 어쩔 수 없죠.그동안 여러가지 일로 조용히 지내야 했던 만큼 더 인정받고 싶어 하고들 있으니까요.하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조심해야 해요.함부로 그런 말을 하다가는 당장에 시비가 붙을 거예요." "물론이죠." 그건 이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그녀의 말대로 생판 모르는 무림인 앞에서 그런 말을 했다가는 시비가 아니라 당장 칼부림이 날 수도 있는 일인 것이다.오히려 이렇게 편히 넘어가 주는 파유호가 고마운 일이었다. 그리고 이드는 잘 몰랐지만 여러 문파의 상황도 꽤나 바뀌어 있었다.그동안 이름도 바로 세우지 못하고 조용히 뒤로 물러나 있어야 했던 그들인 만큼 그 긴시간 동안 어떻게든 스스로 문파를 운영할 자금을 마련해야 했던 것이다.더 이상 그들에게 돈을 투자하는 곳이 없어진 때문이었다. 제자를 내보내 작은 사업도 해보고, 이런 저런 곳에 힘을 빌려주기도 하는 등 문파를 이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던 것이 현실이었다.덕분에 지금에 와서는 그런 노력들로 인해 문파에서는 별달리 돈 걱정을 하지 않게 되기도 했다. 그리하여 과거와는 달리 지금 활동하는 무인들은 명성 그 자체를 우선하여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그 외에도 바뀐 점은 꽤 있었다. 무림의 변천에서 현재 무림에 대한 이야기까지 대화가 오고가는 사이 시간이 꽤나 흘렀는지 파유호가 앉은 자리에서 식사를 주문했다.유명한 일류 요리집의 위세를 대변하듯 요리의 가지수가 한눈에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많았고, 그만큼 가격도 상당했다. "우선 여기서 점심을 먹고 움직이도록 해요.식사를 마친 후 숙소에서 묵고 있는 사제들을 소개시켜 줄게요.내가 생각하기에 오늘은 그냥 쉬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요.내일 사제들을 통해 제로가 있을 만한 건물을 알아본 후에 움직이는 게 좋겠어요." 이드와 라미아가 동의하며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나가서 찾아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죠.그럼 오랜만에 그리운 중화요리나 맘껏 먹어보죠." 이드는 허리에 걸려있던 일라이져를 풀어 옆의 의자에 내려놓았다.정말 작정하고 양껏 먹어볼 심산이었다. 파유호, 지갑 걱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오랜만에 마음껏 중화요리를 맛본 이드는 든든해진 배를 안고 검월선문의 제자들이 머무르는 숙소로 향했다. 넉넉히 나온 요리의 양에 비해 예상보다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지 않아 다행이었다.파유호도 지갑을 무사히 사수할 수 있어 두 사람 모두 만족스런 점심이었다. 다만 라미아 만이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았는지 괜히 이드의 옆구리를 찌르며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파유호의 안내로 도착한 곳은 고급호텔이었다.그것도 최고급 호텔 중 하나였다.당연히 외관부터 화려하고 고급스럽기 그지없었다. "도대체 그동안 돈을 얼마나 벌어 두었길래......" 호텔의 웅장한 외관을 아래위로 훑으며 이드와 라미아의 머릿속ㅇ데 떠오른 생각이었다.두 사람을 마중 나올 때 타고나온 차도 꽤나 고급이었고, 처음 동춘시에 들어선 두 사람을 안내한 곳도 최고급 요리집이었다. 그리고 숙소까지 이런 고급 호텔이라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뒤로 물러나 있으면서 뭘 했길래 제자들을 이렇게 비싼 호텔에 머무르게 하는 것인지. 그러나 두 사람의 생각은 틀린 것이었다.이것은 문파가 가진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그 이상의 특별한 이유가 존재했다. 무엇보다 이 엄청난 돈을 잡아먹을 듯한 호텔의 모든 것이 이들 검월선문 제자들에겐 '공짜'라는 것이다. 아니, 꼭 검월선문의 제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만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이 있었다.다른 문파의 제자나 이름 있는 무림인의 경우에도 호텔이 나서서 머무르도록 유치하고 최상의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그것은 다른 숙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호텔의 이런 불합리할 정도로 적극적인 무림인 유치경쟁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 무림인이 머무름으로 해서 몬스터에 대한 그 호텔의 안전이 확실하게 보장이 되기 때문이었다.현재 동춘시를 습격하는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이 거의 전적으로 무림인에게 맡겨져 있다 보니, 그들이 머무르고 있는 곳이 가장 안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실제로 얼마 전 가고일의 습격에서도 그런 사실이 확실하게 증명되었는데, 하늘로부터의 갑작스런 습격에 여러 곳에서 상당한 피해가 났지만, 유독 무림인들이 머무르고 있는 호텔들은 거의 아무런 피해 없이 무사했던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디 유명한 고급 호텔들의 입장에서는 안전을 보장해주는 것이 최고의 광고가 되었고, 이러한 마케팅을 위해서는 무림인들이 필수적이었다.유명한 문파의 제자나 이름 있는 무림인을 서로 자신들의 호텔로 모시는 것은 이래서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이름 있는 무인이나 문파가 머물고 있다는 것이 호텔 홍보용 책자에도 버젓이 들어가게 되는 실정이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뛰어나다고 알려진 검월선문의 전 제자들도 이곳 호텔로 모셔와 묵게 된 것이다. "어쩌면 가디언보다 더 대우가 좋을지도......" 사정 설명을 들은 이드의 생각이었다. 조직적인 관리 체계 속에서 공무를 수행하는 가디언보다 이들이 더 편해 보이기도 했다. "대사저!" 막 호텔 로비로 들어서던 일행은 갑작스런 고음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그대로 서버렸다. 그러자 뭔가 빽 소리를 내며 휙 하고 지나가더니 그대로 파유호의 품속으로 달려들어 안겨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드와 라미아는 갑작스런 상황에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파유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두 사람과 달리 살짝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그녀의 품에는 열대여섯 정도 되어 보이는 단발머리의 소녀가 안겨 있었다. 분명히 방금 전 휙 하고 지나간 물체의 정체가 분명했다. "휴, 나나! 내가 예의를 지키라고 몇 번을 말했잖니...... 정말......" 파유호는 놀란 얼굴로 자신을 돌아보는 두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품에 안긴 소녀에게 주의를 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엔 전혀 힘이 들어가 있질 않았다.스스로 이 작은 소녀에게 자신의 말이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조용한 성격이지만 때에 따라 단호히 화도 낼 줄 아는 파유호의 엄격한 성격에 문내의 제자들 대부분이 말을 잘 들었지만 유독 이 소녀, 나나만은 자신의 말이 먹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크게 눈 밖에 나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또 하는 짓이 때때로 귀엽고 심성도 맑은 나나라 크게 야단도 칠 수 없었다.그저 이렇게 잊지 않고 주의를 주는 것이 전부였다. "헤에, 대사저.기다렸다구요.다른 사저들은 모두 나나랑 놀아주지도 않고, 나나 심심했단 말예요." 역시나 자신의 말은 전혀 듣지 않는 나나였다. "내가 오늘은 귀한 손님이 오신다고 했지 않니.그러니 얌전히 있어야 한다고." "부! 하지만 심심한 걸요.근데...... 저 언니, 오빠가 손님이에요? 별로 귀해 보이진 않는데.안녕.이쁜 언니, 오빠.난 나나. 만나서 반가워요." "나나! 손님들께 그게 무슨 예의 없는 행동이니.그리고 제대로 인사해야지." 투타탁 마구잡이로 쏘아내는 나나의 말에 파유호가 다시 주의를 주었다. 파유호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톡톡톡 뛰어 다가오는 나나의 거침없는 모습에 이드와 라미아는 움찔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같이 휘말려버리면 엄청나게 귀찮아질 게 분명하다.두 사람의 본능이 나나에 대해서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아...... 안녕." 삐질 땀을 흘리며 나나의 말에 황급히 대답하는 이드였다.그 뒤로 '만나서 반가워.이번이 첫 만남이자 마지막 만남이길 바래'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면서 말이다. "미안해요.나나가 워낙에 활달하다 보니 조금 예의가 없어요.하지만 나쁜 아이는 아니랍니다." 파유호는 당황하는 두 사람을 보고는 나나의 뒤로 다가와 제대로 인사를 시켰다. "다시 인사드릴게요.검월선문의 영호나나라고 합니다.사숙님으로부터 이야기 들은 분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잘 부탁드려요.그런데...... 언니 정말 예쁘다.특히 반짝거리는 그 은발은 너무 부러워요.오빠도 그렇고.그렇죠, 대사저!" "나나야......" 잘 나가다가 다시 삐딱선을 타는 나나였다.하지만 그 하는 짓이 밉지 않고 귀엽게만 보였다.예의 없어 보인다기보다는 오히려 솔직하게 보였다.그렇기 때문에 파유호나 검월선문의 어른들이 어쩌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한번 휘말리면 쉽게 헤어 나오질 못하는 거지.정말 요주의 인물이다.그렇지?' '맞아요.시르피보다 더욱 주의해야 할 것 같아요.' 시르피는 이드가 그레센에서 구해주었던 크라인 황태자의 하나뿐인 여동생이었다.평소에는 이드의 말에 잘 따랐지만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분명히 하고 마는 고집 센 성격이었다. 그런 시르피도 지금의 나나처럼 귀엽기만 했다.어딘지 비슷해 보이는 두 사람이었기에 이드와 라미아는 웬만하면 가까워지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에? 나나 인사 받아주지 않는 거예요?" 불쑥 이드와 라미아가 잠시 딴 생각을 하는 사이 눈을 동그랗게 뜬 나나가 볼을 뽈록 부풀린 채 두 사람 앞에 얼굴을 들이 밀었다. 그 짓이 장난치기 직전의 시르피와 어찌나 완벽하게 겹치는지.이드는 엄마, 뜨거라 하면서 급히 입을 열었다.그런 이드의 입가로는 파르르 떨리는 미소가 달려있었다. "아, 미안.나나가 너무 귀여워서 말이야.내 이름은 예천화.하지만 이드라고 불러주면 좋겠네.만나서 반가워." 거침없이 다가오는 나나의 저돌적인 모습에 절로 반말이 나오는 이드였다. 라미아는 속으로, 이드님 너무 다정해 보여요, 라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저런 아이에게 그렇게 부드럽고 다정한 모습으로 보이면...... "와, 고마워요.오빠도 멋있어요.나나하고 친하게 지내요." ...... 한순간에 가까워져 버린다구요. '나도 지금 후회중이야.' 이드는 자신의 곁에 바짝 다가온 나나에게 손을 잡혀 흔들리며 스스로의 행동을 후회했다.그러나 어차피 일어난 일.후회해 봐도 소용없게 되었다.대신 시르피 때처럼 나나에게 휘둘리지는 않을 거라고 속으로 다짐해보는 이드였다. 과연 그런 다짐이 뜻대로 잘 지켜질지는 두고 볼 일이었지만 말이다. 잠시 동안의 등장만으로 순식간에 세 사람을 어수선하게 만들어버린 나나는 한참을 그렇게 이드의 손을 흔들더니 뭔가 생각났는지 손뼉을 짝짝 치며 파유호를 돌아보았다. "참 참, 대사저.느끼공자와 도사남매가 와서 기다려요.대사저가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서 왔는데...... 참, 느끼공자 질리지도 않나 봐요.매일매일 찾아오고 말예요." 나나는 또 다른 재미난 거리를 말하는 듯 흥흥거리며 파유호에게 소식을 전했다. 파유호는 느끼공자란 말에 나나에게 다시 주의를 주면서 살짝 인상을 썼다.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그게 버릇없이 말하는 나나 때문인지, 나나가 느끼공자라고 일컬은 그 사람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어쩐지 후자일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약간 찡그린 표정은 나나를 향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나야, 남궁공자께 그런 말 쓰지 말라고 했지 않니.초씨 남매에게도.자, 그만하고 올라가자.손님들을 많이 기다리게 한 것 같구나.이드, 라미아, 올라가요.제가 사제들과 남궁가의 자제분, 그리고 무당파의 자제분을 소개시켜 줄게요." 얼굴을 찌푸리던 파유호는 금방 표정을 바로 하고는 나나와 함께 두 사람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라가며 이드는 볼을 긁적이더니 슬쩍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남궁씨라는 이름이었지?' '네, 느끼공자...... 남궁공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유호언니의 얼굴이 좋지 않았어요.' 이드는 남궁씨라는 말에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중원에서의 남궁체란과 좋았던 오누이의 인연.그런데 이곳에서 다시 나온 남궁 성씨가 파유호에게 좋지 않게 인식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이드도 자신이 아는 인연이 자신의 새로운 인연과 좋은 관계를 가지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검월선문의 제자들이 머무는 곳은 15층이었다.호텔의 총 층수가 15층이고 위로 갈수록 고급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따지자면 거의 최고급 객실에 머물고 있는 셈이었다.보통 하루 묵는 데만도 수십에서 수백만 원의 돈이 깨지는 호텔 최고급 객실. 그런 곳이 공짜라니 호텔에서 얼마나 많은 비용을 무림인들에게 투자하고 있는지 새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었다. 스페셜 객실일수록 내부의 인테리어는 현격하게 차이가 나서 마치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듯했다.넓다는 것 자체로 고급의 기준이 되는 것도 당연했다.가끔 호텔 소개가 나올 때 보면 객실 안에서 뛰어다녀도 좋을 정도란 걸 알 수 있다.여기 15층도 마찬가지였다. 검월선문만 아니라 다른 문파의 제자들도 머물고 있는 덧에 무림인들 전용이란 이름을 붙여도 좋을 만한 14층의 객실도 넓은 공간 때문에 그 거대한 층에 달랑 일곱 개의 객실만이 있을 뿐이었다. 여섯 명 정도가 나란히 지나가도 공간이 남을 커다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나란히 마주 보고 있는 일곱 개의 고풍스런 문양이 새겨진 문. 일행과 함께 14층에 다다른 나나는 도도도 날뛰는 걸음으로 1405란 숫자가 붙여진 문 앞으로 달려가 이드와 라미아에게 어서 오란 듯이 손짓했다. 딩동 객실의 초인종이 눌려지며 부드럽고도 편안한 종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사저! 나나예요.대사저와 손님들이 도착했어요." 나나 특유의 고음이 복도에 메아리쳤다.최고급 객실인 만큼 완벽한 방음으로 방 너머로는 절대 들리지도 않을 목소리인데도, 잘도 떠들어대는 나나였다.당연히 그녀의 목소리 뒤로는 파유호의 일상적인 주의가 뒤따랐다. 이드는 놀랍다는 눈으로 파유호를 바라보았다.정말이지 지치지도 않고 매번 잘도 잔소리를 해대고 있는 파유호였다. '정말 대단하군요, 유호 언니.' '그래, 차라리 벽을 보고 말하고 말지...... 전혀 들은 체도 않는 것 같은 나나한테 잘도 저러네.' 뭐, 저런 역할이 첫째의 역할이긴 하지만...... 정말 끈질기고, 참을성 있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드였다.말이 먹히지 ㅇ낳을 경우 보통은 화를 내거나 포기하고 마는데 말이다. 둣 람이 파유호의 인격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사이 화려한 객실의 문이 스르륵 열리며 그 사이로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은색 테의 안경을 쓰고 있는 단발머리의 여자였다.파유호와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어 단번에 검월선문의 제자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덧붙여 말하면 나나는 그들과는 달리 하늘색과 흰색이 어울려 하늘거리는 수련복 차림이었다. "아, 대사저.돌아오셨군요.나가셨던 일은 잘되셨나요?" 눈꼬리가 살짝 처져서 순해 보이는 인상의 여자가 파유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그녀의 물음에 대한 대답은 파유호가 아닌 나나에게서 투다닥 튀어나왔다. "오사저, 나나도 왔어요.그리고 저기 손님.이드 오빠와 라미아 언니라고 부르면 된대요.두 사람 다 너무너무 예쁘죠.나 처음에 두 사람보고 반할 뻔했다니까요.라미아 언니는 누부신 은발이 특히 예뻐요.나나 너무너무 부러운 거 있죠.오사저, 나도 은발로 염색이나 해볼까요?" "그래, 그래.나나도 그럼 예쁘겠네.하지만 그건 사부님께 허락부터 받고 나서야." "야호, 역시 오사저뿐이에요." 소개를 하는 건지 수다를 떠는 건지 도대체 분간이 가지 않을 지경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파유호는 다시 나나에게 주의를 주었고, 오사저라 불린 여성은 호호호 웃고는 이드와 라미아에게 깊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실례했습니다.검월선문의 제자 오묘라고 합니다.사숙님이 대사저를 통해 하신 말씀 들었습니다.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희야말로 환대에 감사드립니다.예천화라고 합니다.이드라고 불러주세요." "라미아라고 합니다.말씀 편히 하세요." 오묘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은 파유호와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말은 천천히 놓기로 하고, 들어가요.밖에서 이러지 말고.다른 사제들도 소개시켜 줄게요.나나도 이리와.대사저!" 파유호의 말은 한 귀로 흘려보내던 나나가 오묘의 말에는 대뜸 크게 대답하고는 쪼르르 객실 안으로 뛰어 들어가버렸다. "그래, 들어가자." "네, 그런데 선객이 와 계세요.남궁공자와 초공자, 초소저가 대사저를 기다리고 계셨어요." 벌써 나나로부터 전해들은 말이기에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오묘가 열어놓은 문 안으로 들어갔다. 세 사람이 객실로 들어서는 순간 호텔 로비로 들어설 때처럼 한 사람의 목소리가 도드라지게 객실을 울렸다. 그 목소리의 크기나 음색은 달랐지만 그 목소리가 향하는 주인공은 똑같았다. "유호 소저! 이제 오시는군요." 바로 파유호를 향한 낭랑한 목소리였다.막 객실로 들어선 일행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그 주인공에게로 돌려졌다. 그곳에는 짙은 곤색의 캐쥬얼 정장을 걸친 이십대 중반의 청년이 성큼 앞으로 나와 서 있었다.마치 누군가를 마중 나온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떤 기대감에 설레고 있는 것처럼 약간은 들떠 보이는 청년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써 눌러 참는 듯한 기색도 빤히 내보였다.청년은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를 가져서 덩치가 유난히 커보였다.얼굴의 윤곽선도 단단해 보여 누가 보더라도 남자답다고 할 것 같았다.단지 입술이 얇은 것이 성격을 가벼워 보이게 하는 것 같았고, 그게 흠이라면 흠이었다. 그런 청년이 은근한 열기를 담은 눈으로 파유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남궁공자시군요.기다리고 계셨다고 들었습니다.사숙님의 손님을 모셔오느라 기다리시게 했군요." "무슨 말씀을요.오히려 기별도 없이 찾아온 제 잘못이지요.그저 오늘도 유호 소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생각에 너무 서둘렀다 봅니다, 하하하." 다분히 노골적인 칭찬의 말이었다. 하지만 정작 장사자에겐 그다지 와 닿지 않은 모양이었는지 파유호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초공자, 초소저도 함께 오셨군요." "오늘 또 이렇게 폐를 끼치게 되었어요." "오빠는 매일 오면서 무슨 예를 그렇게 차려요.더구나 바로 옆방에 있는 사인데...... 그리고 편하게 미미야라고 부르라니까 언니는......" 한 사람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세 사람의 요란스런 말소리로 객실 안은 금세 시끄러워져 버렸다. 이드는 그들의 인사를 지켜보면서 한편으론 마음을 놓으며 빙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남궁공자와 파유호의 사리가 좋아 보이지 않았기에 무슨 일인가 은근히 신경이 쓰였는데 지금 인사 나누는 걸 보니 큰일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물론 두 남녀의 일방적인 관계에 대해서는 얼른 직감할 수 있었다. '한쪽에서 마구 대쉬해 오니까 불편했나 보네요.유호 언니.' 그런 것 같았다.너무도 노골적으로 엿보여서 그 일방의 방향을 짐작 못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남궁공자라 불린 청년이 파유호에게 좀더 다가가려 안달하는 걸 보면 말이다.뭐, 본인에겐 이것보다 더 큰일이 없겠지만. 또 남궁이란 성이 가지는 소위 가문의 파워라는 것 때문에 일방적으로 피할 수도 없어 파유호는 더욱 곤란했을 것이다. 아무튼 갑자기 찾아든 선객들 덕분에 이드와 라미아는 뒷전으로 밀려나 소개조차 되지 못했다. 그런 둘에게 생각이 미쳤는지 파유호는 세 사람에세 양해를 구하고 사제들을 이드와 라미아에게 정식으로 소개시켜 주었다. 중간에 파유호를 대신해서 나나가 다시 한 번 설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다행히도 일찌감치 오묘에 의해 제지되었다.덕분에 서로 편하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동춘시에 파견된 검월선문의 제자는 모두 일곱 명이었다. 앞서 파유호를 포함한 세 사람과는 인사를 나누었기에 이드와 라미아는 나머지 네 사람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차례대로 고인화, 공손비령, 고하화, 유유소라는 여성들이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고인화와 고하화는 자매였는데, 모두 고운 얼굴에 잔잔한 기도를 가진 아름다운 여자들이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검월선문의 제자 선발 기준에 외모도 들어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명백히 아니었다. 다만 올바른 신체단련과 검의 수련이 외모를 균형있게 만들어 준 것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무림에 미인이 많은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기도 했다. 또 저 잔잔한 기도는 검월선문 특유의 내공심법에서 나오는 것이었다.여기서 재밌는 점은 나나도 그녀들과 똑같은 내공심법을 익혔는데, 이상하게 저 잔잔한 기도는 도대체가 조금도 남아 있지 ㅇ낳고 대신 통통 튀는 부푼 공과 같은 활기만 넘쳐난다는 것이었다.문파의 어른들도 이 신기한 현상에 고개를 갸웃거렸다나? 덧붙여 말하면 이 일곱의 인원 중 실제 몬스터와의 전투에 투입된 건 나나를 뺀 여섯이라고 했다.나나는 말 그대로 사저들과 놀러왔다는 말이 된다. 이드와 라미아가 검월선문의 사람들과 한 가족처럼 인사를 나누는 사이, 문외자로 한쪽으로 밀려나 있던 세 사람은 이드와 라미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엔 파유호와 오묘에게 가려 보지 못하다가 정식으로 인사를 하면서 온전히 드러나자 그들은 저도 모르게 그대로 굳어버린 것이다. 뭐, 두 사람의 미모와 이때까지 사람들의 반응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었다.실제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경국지색이란 말에 딱 어울리는 미녀나 출중한 미남자를 몇이나 볼 수 있겠는가.또 직접 만나 보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백이면 백 지금 세 사람고ㅑㅏ 같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세 사람은 파유호가 다가오는 모양에 자세를 바로 했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일단 문내의 인연이라 사제들과의 대면이 먼저라서요.인사 나누세요.옥련 사숙의 조카가 되는 이드와 라미아라고 한답니다. 그리고 이쪽은 검으로 강호에 위명을 날리는 남궁세가의 이공자 남궁황 공자와 무당파의 제자인 초씨세가의 초강남 공자, 초미미 소저." 파유호의 소개에 따라 다섯 사람은 서로 첫인사를 나누었다.이드와 라미아로서는 오늘 하루 동안만 벌써 다섯 번째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잠깐 시크러웠던 분위기가 조용하게 가라앉자 오묘는 사람들을 거실로 보내고 차를 준비했다.거실은 웬만한 집의 집터만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중앙에 놓인 탁자에는 조금 전까지 사람들이 앉아 있었던 듯 찻잔이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 금방 오묘에 의해 치워져버렸다. 사람들이 자리에 앉자 거실에서는 다시 이야기 꽃이 피어났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새로운 인물인 이드와 라미아가 있었다.두 사람을 중심으로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고가고, 질문들도 부담없이 던져졌다.당연했다.실력이나 출신 문파 등을 생략하더라도, 두 사람의 외모는 충분히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것이다. "정말 나나가 손님이 온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멋진 사람들이 올 줄은 생각도 못했는걸. 그런데 라미아 말대로 이드의 머리가 길었으면 더 보기 좋을 텐데, 아쉽다.참, 여기 동춘시에는 갑자기 무슨 일이야? 그걸 아직 못 물어봤네." 적극적이면서도 은근히 이드에게 관심을 표시하는 초미미였다.그와동시에 이드의 곁으로 조금더 다가가는 그녀였다. 앞서 짧게 오갔던 대화에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초미미는 이드, 라미아와 같은 열여덟 살이라고 했다. "나나도, 나나도 궁금해.사숙님이 도와주라고 해놓고는 무슨 일을 도와주라고는 해주지 않으셨단 말이야.괜히 궁금하게...... 부!" 나나는 이드와 라미아 사이에 끼어 들어앉아서는 뾰로통 입술을 내밀고 있었다.물론 그런 나나를 향한 파유호의 주의도 연쇄적으로 뒤따른 건 당연했다. 이드는 자신과 라미아에게 모아지는 궁금증이 담긴 시선을 느꼈다.사숙이 도와주란 명령을 내리고 갑자기 찾아든 손님이니, 동춘시에 온 이유가 알고 싶기도 했을 것이다.현재 그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 동춘시이니 말이다. "동춘시에 머물고 있는 제로를 찾고 있습니다.그들에게 볼일이 있거든요." 이드가 파유호에게 이미 말했던 것처럼 사실대로 말했다.파유호가 어차피 제자들에게 알려줄 테니 숨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헌데 이드의 말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밋밋했다.파유호도 요리점에서 비슷한 반응을 보였지만 거실에 모인 모두도 그저 그렇구나 하는 반응들이었다. 가디언처럼 제로에 대해 격하게 반응하거나, 반발하길 바란 건 아니지만 이건 뭐, 전혀 신경을 쓰지 ㅇ낳는 너무도 방관적인 태도였다. "에엑! 정말이에요? 와, 여기에 제로가 있었다니......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여기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헤, 그럼 이드 오빠와 라미아 언니가 제로를 찾으면 이번 기회에 볼 수 있겠네, 히힛." 파드득파드득 쉴 새 없이 호들갑을 떨어대는 나나였다.이것도 놀랍기보다는 재밌다는 반응이었다.사실 나나의 반응이 다른 사람의 생각이기도 했다. 실제 제로와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정부와 가디언 그리고 몇몇 작은 단체들뿐이었다.각국의 시민들은 제로든 가디언이든 상관하거나 가리지 않았던 것이다.그리고 그런 점에서는 무림인이 일반의 사람들보다 더 심했다. 정부의 존속을 인정한 가디언과 정부의 존재를 아예 부정한 제로. 무림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던 것이다.옛날 무림의 관과 불가근불가원의 소 닭 보듯 하는 관계, 그것이 지금의 무림에 다시 부활한 것이다.엄청난 몬스터의 활동으로 중앙정부의 힘이 미치지 않는 사이에 말이다. 막말로 제로가 무작정 사람을 죽이고 약탈을 일삼는 악의 집단이 아닌 이상 무림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기도 했다. 물론 가디언에 가입한 문파의 제자들이 많고, 가디언에 협력하는 문파도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나선 것은 조직적으로 몬스터에 대항하며, 인간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지, 제로와 싸우며 정부의 높으신 분들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같은 무림맹 내에서 관과 협력관계를 갖자고 주장하는 세력과 관과의 협력관계는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세력 간의 몰이해로 인한 다툼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는 중에 가까운 사람이 죽어 정말 원수 관계가 되는 이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좌우간 이런 상황을 이드와 라미아는 지금 이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확인하고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무슨 볼일인 거야? 내가 알기로는 제로와 접촉하는 일은 어렵지 않은 걸로 아는데......" 그 말이 맞았다.덕분에 이드와 라미아도 지그레브에서 직접 룬과 통신을 할 수 있었으니까. "좀 개인적인 일이잘서.제로와의 일이기보다는 제로에 속한 한 사람과의 일이지.돌려받아야 할 내 물건이 있거든." "헤에, 그렇구나." "하하핫, 그런 일이라면 우리 남궁가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다오.소협의 일이 검월선문의 일인 듯하니 내 충분히 도와드리리다." 지금까지 라미아와 파유호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던 남궁황이 크게 웃으며 나섰다.이곳 동춘시도 안휘성에 위친한 만큼 남궁세가의 힘이 가장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그런 만큼 남궁황의 도움이라면 확실히 큰 힘이 될것이었다. '뭐...... 그 동기가 조금 불순한 듯하지만 말이야.' 아마도 파유호와 라미아에게 동시에 좋은 인상을 남겨보겠다는 것일 게다.이드는 그렇게 생각했다.하지만 도움을 주겠다는데, 거절할 필요도 없다는 마음에 고맙다는 인사를 해주었다. 그런데 저렇게 과신하며 가볍게 나서는 모양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파유호도 저런 부자연스럽고 자만하는 태도를 싫어한 것은 아닐까. 후루룩 후후 불어서 식힌 쌉싸름한 찻물이 입 안을 감싸 돈다. 차의 맑은 느낌이 입 속에 남아 있던 요리의 뒷맛을 깨끗하게 씻어내고 있었다.중국의 차는 물 대신 마시는 것이라 그런 느낌은 당연했다.또 여기 음식이 대부분 기름진 것들이기에 이런 식후의 차는 꼭 필요한 것이다. 이드는 개운한 느낌의 최고급 보이차를 마저 비웠다.그리고는 한 쪽 벽면으로 완전히 트여진 창문 너머로 어두워진 동춘시를 잠시 바라보다 슬쩍 커다란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낮에 인사를 나누었던 사람들이 모두 그대로 남아 차를 들고 있었다. 한낮의 만남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뭐, 숙소가 다 옆방이니 이렇게 모이는 게 대수로울 것도 없긴 했다. "에이, 맛없어.나나는 주스가 더 좋은데...... 근데 오빠, 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요?" 차 맛이 별로 맘에 들지 않는지 장난스레 입술만 축이고 있던 나나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처음 만나고서부터 지금까지 이것저것 물어놓고도 아직 궁금한게 남은 모양이었다. 이드는 더 이상 안 된다고 엄포를 놓는다고 해도 아랑곳없이 물어올 나나의 성격을 파악했기에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훗, 또가 뭐가 궁금한 건지.좋아, 물어봐." "에헤헤...... 다른 게 아니라...... 오빠는 얼마나 세요?" "응?" 나나의 말에 모두의 고개가 자연스레 돌아갔다.자리에 있는 모두가 강함을 추구하는 무림인이다 보니 나나의 말에 저도 모르게 귀가 솔깃해진 것이다. 솔직히 지금과 같은 질문은 나오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상대의 위력을 알려달라고 하는 것은 옛날과 달라진 현 무림에서도 여전히 주의해야 할 일 중의 하나이니 말이다.파유호의 목소리가 나나의 뒤를 곧바로 따른 것은 당연했다. "나나야.너 또......" "우와우와...... 하지만 대사저, 궁금하단 말예요.사숙님이 이드 오빠가 엄청 강하다고 했었잖아요.대사저보다 더 강하다고 하니까 궁금하다구요." "호오!" 나나의 말에 남궁황을 비롯한 초씨 남매가 더욱 관심을 보였다.실력이 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 정도가 후기지수, 무림의 젊은 픙에서도 수위에 드는 파유호보다 뛰어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더구나 세 사람 모두 그 후기지수에 속하는 사람들. 굉장히 흥미가 동하는 표정들이었다. "호오! 나나야, 다정선사 문선배께서 정말 이드 소협을 그렇게 높이 평가하셨단 말이냐?" "응, 응.정말이에요.대사저만 이기는 게 아니라 현재 후기지수에는 오빠 상대가 없을 거라고 하셨다니까요.그쵸?" 나나는 자신의 말을 증명해달라는 양 사저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그녀의 시선을 받은 검월선문의 제자들은 대답대신 곤란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나, 나나야.너 또 말을...... 휴우." 지금 나나의 말은 함부로 할 것이 못 되었다.같은 문파의 사람들이야 사숙의 말이니 고개를 끄덕인다지만, 어디 다른 문파의 제자들까지야 그렇게 인정하겠는가.더구나 혈기방장한 후기지수들이 보지도 못한 사람을 가지고 자신들 보다 뛰어나다고 말하면...... "하하핫, 이거, 이거 이드군의 실력이 그 정도일 거라고는 미처 알아보지 못했는데, 놀랍군.문선배님의 안목이라면 잘못 보셨을 리는 없고...... 내가 알아보지 못하다니, 한번 보고 싶은걸.그 실력." ......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게 당연하다.이 나이 또래 무인의 호승심과 열기는 굉장한 것이었다. 특히 파유호에게 어떻게든 관심을 끌려고 하는 남궁황인 만큼 파유호보다 앞선다는 이드의 실력을 확인하고 겸사겸사 자신의 실력도 보이고 싶은 것이 그 진짜 속마음이었다. 파유호를 알기 전까지 남궁황은 안휘에서 풍류공자로 행세하며 꽤나 많은 여자를 알아왔었다.그러다 동춘시에서 파유호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당시 남궁황은 파유호로부터 지금까지 만난 여성들에게서 느낀 적이 없는 단아한 분위기를 맛보곤 한 방에 가버린 것이다. 바람둥이에게 어렵게 찾아온 순정이랄까. 하지만 무수한 편력 끝에 문을 두드린 순정답게 파유호를 상대하는 일은 몹시 어려웠다. 남궁황이 그 동안 닦았던 노하우를 발휘해 자신이 가진 모든 실력을 쏟아 부으며 파유호에게 다가갔지만 파유호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파유호의 성격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해 오히려 처음에는 간간히 역효과를 봤다고나 할까. 하지만 남궁황은 여전히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현재도 그녀를 위해 좋은 검을 구해주겠다고 호언장담해 놓은 상황이었다. 그런 덕분에 라미아를 보고도 제법 덤덤한 듯 행동할 수 있었다.물론...... 은연중에 흘러나온 바람둥이의 기질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저도 모르게 라미아에게 관심을 끌려고 나서기도 했지만 말이다. 좌우간 파유호에 대한 구애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남궁황의 상황에서는 나나의 말에 혹할 수밖에 없었다.문옥련이 높게 평가한 이드를 상대로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된 것이다. 그런 남궁황의 머리 속에선 어느개 문옥련이 보증한 이드의 실력에 대한 평가는 한쪽으로 치워진 후였다. 그와 더불어 초씨 남매도 이드의 실력에 꽤나 강한 관심을 보였다. 각각 다른 의도를 가졌기에 서로 다른 색깔로 빛나는 눈빛이었지만 그 눈길이 향하는 곳은 동일하게 이드였다.순수하게 실력을 겨루고 싶은 초강남과 남자로서 흥미를 보이는 초미미였던 것이다. "저도 보고 싶군요.기회가 될런지요." "나도, 나도.오빠, 나 궁금해요." "나나야.내가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고 하지 않았니." "아하하......" 이드는 부담스럽게 모여드는 시선과 팔에 달라붙는 나나의 앙증맞은 짓에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애매한 긍지에 몰린 이드를 향해 라미아가 딱하다는 눈길을 보내며 슬쩍 고개를 돌려버렸다. '조심하신다더니...... 벌써 나나 때문에 일이 꼬인 것 같은데요, 이드님.' 스스로 나나에게 휘말리지 않겠다고 다짐한지 한 나절도 넘기지 못한 이드였다. "야호, 먹을 것 들고 가서 구경하자!" 그런데 이런 상황이라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정말 마이 페이스인 사람에겐 약하단 말이야.아니,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소녀의 공세에 약한 건가? 이드는 호텔 옥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동춘시의 화려한 야경을 바라보며 스스로의 무른 성격에 한숨을 내쉬었다. 나나로 인해 촉발되었지만 충분히 거절할 수 있었다.그러나 객실에 있던 사람들의 반응까지 가세한데다 어물쩡거리는 바람에 어느새 이곳까지 올라와버리다니...... "에이, 괜찮아요.다 이드님이 착해서...... 그런 거예요." 툭툭 어깨를 두드려 주는 라미아의 위로가 왠지 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위안을 주느라 하는 행동에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려고 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나나의 우렁찬 목소리는 그것마저 어렵게 만들었다.이드는 눈물을 머금고 처연히 고개를 돌려야 했다. "오빠, 어서 준비하라구.사숙님이 자랑한 만큼 엄청난 걸 보여줘야 돼.알지? 승리!" "아아......" 두 손가락을 V자 형태로 꼽아 보이는 나나에게 이드는 의욕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싸울 맛 나는 상대와의 전투도 아니고, 서로 싸워야 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끌려나왔으니 어디 의욕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있겠는가.그저 슬슬 하다가 마는 거지. 하지만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었다.거의 억지로 끌려나온 건 그렇다고 해도 한꺼번에 모인 저 많은 구경꾼들이라니. 그랬다.여느 때라면 조용해야 할 한 밤의 호텔 옥상은 지금 꽤나 시끄럽게 웅성대고 있었다.한밤중의 축제마냥 갑작스런 비무에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든 것이었다.이드의 입장에서는 못마땅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여느 학교 운동장만한 호텔의 옥상 한쪽에 모여 느긋하게 서성이는 사람들.그들 대부분이 무림인이었고, 몇몇은 그들과 인연이 있거나 같은 층에 머물고 있는 투숙객들이었다. 도대체 어떻게들 알고 죄다 모여든 것일까? 무슨 광고를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그러고 보니 혹시 누군가 광고를...... 잠깐 그런 궁금증도 머리를 스쳤지만 이미 부인할 수 없이 확실한 답이 나와 있었다. 영호나나 "자, 그럼 청소호 호텔배 제1회 비무시합을 시작합니다.야호!" 가장 힘차게 이드의 등을 떠밀었던, 청소호 호텔의 제일 유명인.바로 그녀가 아니면 저 사람들을 누가 불러들였겠는가. 사회자처럼 나서서 팔을 걷어붙이고 아예 진행까지 보려는 그녀를 파유호가 끌고 가 다시 한번 주의를 주지만 이미 모여든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된 것! 빨리빨리 끝내버리고 내려가자.그게 제일 좋겠어." 간단히 상황을 끝낼 생각인 이드였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라미아의 목소리에 생각을 조금 달리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면 남궁세가의 도움을 받기가 좀...... 곤란하지 않을까요?" "...... 그렇겠지?" 그것은 약간은 고려해 볼 문제였다.아무리 실력차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한 방에 눕혀버렸다가는...... 아마 삐지지 않을까나? 특히 파유호가 보는 앞에서 그렇게 당한다면 도움은 커녕 먼저 제로를 찾아서 이드의 방문을 알릴지도 모를 일이다.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처참한 꼴을 보이면 정신이 나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부류의 사람들도 있으니까 말이다.남궁황도...... "뭐, 대충 상황을 봐가면서 하는 수밖에......" 어쨌거나 지금은 제로를 찾는 게 먼저니까.이드는 그렇게 좀 느긋하게 마음먹기로 했다.뭐, 정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할 경우 한 방에 눕혀버리는 수도 있지만 말이다. 어차피 적당한 거리까지만 다가간다면, 라미아의 마법으로 탐색이 가능하다.남궁세가와 검월선문의 도움이란 건 어디까지나 제로가 머물 만한 건물을 찾는 데까지만 소용될 것이었다. 앞으로의 계획과 상황을 정리하는 사이 비무 치를 준비가 다 되었는지 높은 고음에서 또랑또랑 울리는 나나의 목소리가 옥상 위에 울려 퍼지며, 이드의 이름이 불려졌다. "자, 이드 오빠.이리 오세요.시합을 진행해야죠.자자, 여러분들 기대하세요.오늘 시합을 치를 두 사람입니다." 제 흥에 겨워 천방지축이더니 이제 본격적으로 사회자로 나선 듯한 나나였다. 그런 나나의 뒤로 나나를 말리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던 파유호가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폭폭 내쉬는 모습이 보였다. "자, 주목하세요.오늘 시합의 두 선수를 소개합니다.우선 여러분들이 다 아시는 우리의 풍류공자 남궁황 소협입니다.그에 맞서 싸울 상대는 저희 사문의 다정선자님이 조카로 삼으시고, 그 실력을 인정한 이드 소협입니다.모두 박수!" 완전 권투 시합을 진행하는 사회자가 따로 없었다.거기다 흥을 돋우기 위한 사회자의 제스처를 따라하면서 콧소리까지 내는 과장된 목소리라니...... 그 귀엽고, 위트 있는 포즈에 여기저기서 킥킥거리며 유쾌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뭐, 나나의 하는 짓에 파유호가 얼굴을 붉히고, 풍류공자라는 말을 들은 남궁황이 헛기침을 해대기도 했지만 말이다. 나나 진행자에 의해 비무 공간이 금방 마련되었다. 구경꾼으로 올라온 사람들과 무림인들이 한쪽으로 물러났다. 만약 퉁돌의 여파가 일반 사람을 덮친다면 같이 있던 무림인들이 막아줄 것이다. 이때 겨우 이드와 떨어진 라미아를 향해 스리슬쩍 다가서던 몇몇의 남자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금세 검월선문의 제자들 사이로 끼어버리는 그녀를 보고는 아쉽게 뒤돌아서야 했다. 비무에 앞서 몇 가지 주의사항이 나나로부터 주어졌다. 보통의 비무와 비슷한 내용들이었다.무엇 무엇을 조심하고, 과한 공격은 말아라.서로 목숨을 건 싸움이 아니라면 어디나 끼이는 것들이었다.그리고 그에 더해 특이한 한 가지 주의사항이 더해졌다. "그리고 어쩌면 이번 비무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인데요...... 제발 바닥 조심하세요.무너지지 않게.두 분이 디디고 있는 곳은 단단한 땅이 아니라 남의 집 지붕 위니까요.아셨죠?" 나나의 말대로였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생각 가는 대로 아니, 제멋대로 움직이는 듯하던 나나였지만, 따로 돌아가는 머리라도 있는 것인지 장소에 대한 파악까지 확실히 한 것 같았다.어쩌면 당부하듯 파유호가 언질해주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나나의 말대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임에는 틀림없었다. 호텔인 만큼 보통의 가정집에 비할 수 없이 튼튼하고 두텁겠지만, 혹시라도 강력한 검기라도 떨어진다면 어떻게 부서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누가 뭐래도 단단한 땅이 아닌 빈 공간으로 채워진 건축물이니 말이다. 그 말에 관객 중에서 나이 지긋하고 무게 있어 보이는 남자가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하하핫, 정말 나나양이 말한 대로야.그 말대로지.혹시라도 지붕이 날아가면 내가 잘 곳이 없거든.하하핫." "크하하하, 정말 그렇군요.이거 잘못 하다가는 한밤중에 이사를 하거나 별을 보면서 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멋진 비무만 볼 수 있다면 그게 대수겠어요, 호호호홋." 순간 여기저기서 와, 하는 웃음소리가 다시 한 번 터져 나왔다.정말이지 유쾌한 한밤의 작은 축제와도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들의 가벼운 농담과는 달리 비무를 하는 두 사람이 정말 주의해야 할 점이었다. 사람들의 웃음에 따라 나나도 깔깔깔 웃어보이고는 시작 신호를 알리며 검월선문의 제자들 곁으로 물러났다. 타앙 그저 쇳덩이와 시멘트 바닥이 부딪힌 소리라기엔 너무나 경쾌한 음과 함께 남궁황의 앞으로 한 자루의 검이 세워졌다. "본가의 자랑은 당연히 검! 자연 나의 자랑도 이 한 자루의 검.소협, 나는 이 한 자루의 검으로 말하겠네.자네는 어떻게 하겠는가?" 간단히 말해서 자신의 장기인 검을 사용하겠다는 말을 엿가락 늘이듯 늘여 말하는 남궁황이었다. 이드는 그 소리를 듣고 서야 정말 나나의 말대로 느끼공자의 느끼함을 실감하게 되었다.동시에 솟아오르는 닭살을 내리 누르며, 그냥 아무 생각 말고 한 방에 보내버릴까 하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맘 좋은 자신이 참기로 하고, 천천히 일라이져를 뽑아들었다. 차앙 언제나처럼 변함없이 맑은 목소리의 일라이져가 그 자태를 드러냈다. 달빛 아래서 더욱 순백으로 빛나며 순결해 보이는 일라이져는 평소보다 아름다움이 더해 여기저기서 절로 탄성이 흘러 나왔다. 그것은 한껏 멋을 부리고 있던 남궁황도 다를 것이 없었다.그만큼 달빛에 비친 일라이져의 자태는 뛰어난 것이었다. 다만...... 라미아만이 뭔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 뾰로퉁한 인상을 짓고 있었는데, 꼭 연인을 아름다운 여인에게 잠시 뺏긴 것 같은 질투 어린 표정이었다. "저는 이 일라이져를 사용하지요." "아? 아, 흠.대, 대단히 아름다운 검이군." 잠시 홀린 듯 더듬거리며 묻는 남궁황의 눈에는 강한 소유욕 같은 것이 한가득 번쩍거리고 있었다.허기야 무인이라면, 아니 꼭 무인이 아니라도 저 아름다운 자태의 소검을 누가 탐내지 않겠는가.저기 멀리 서 있는 나나는 완전히 입까지 떡하니 벌리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이드가 대답할 것이라곤 당연히 하나뿐이었다. "네.너무나 소중한 검입니다.라미아, 일리나와 함께 제게 가장 소중한 녀석이죠." 순간 그런 이드의 마음을 알았는지, 우우웅 하는 낮지만 유쾌한 울림을 지어보이는 일라이져였다.동시에 뾰로퉁해 있던 라미아의 얼굴까지 활짝 펴졌다. 남궁황은 보검에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고개를 한 번 휘젓고는 자신의 손에 잡힌 검을 뽑으며 입맛을 다셨다. 주인에게 화답하는 신검. 하지만 그런 검일수록 정당한 방법이 아니면 검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검의 남궁가인 만큼 검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남궁황은 파유호에게 좋은 검을 선물하겠다고 장담한 상황에서 그게 잘 안 되고 있었다.그런 차에 구하려던 검에 못지않은 검을 발견하였는데 그것을 구할 수 없다니.니런 상황이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남궁황이었다. "크흠, 확실히 무인에게 일생의 검만큼 소중한 것은 없지.자, 선공을 양보하지.오시게." 검을 들며 큰소리로 호기를 보이는 남궁황이었다.지금은 검보다 자신의 실력을 보이는 게 우선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검을 부여잡은 남궁황은 상당한 수련을 거쳤는지 검의 날카로운 기운을 그대로 소화해내고 있었다.생각해보면 그 정도 실력이 되고 보니 가문에서 동춘시로 보냈을 테지만. "그럼...... 갑니다.합!" 이드는 남궁황의 자세를 꿰뚫어보고는 갑자기 흡족한 기분이 되었다.느끼하고, 능글맞아 보이는 성격과 달리 확실히 실력이 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누이의 가문의 실력이 그대로라니.기분이 좋았다.그 기분이 그대로 초식에 전해졌다.한 방에 보내지 낳고 우선 남궁황의 실력을 보기로 한 것이었다. 찌르기.어떤 초식도 없는 단순한 찌르기였다.굳이 이름 붙이자면, 강호에 떠도는 어린아기까지도 외우고 있는 세 초식 중 하나인 선인지로가 이드의 선공으로 선택되었다. 보통 비무의 첫 초식은 그저 시작을 알리는 가벼운 초식으로 가는 게 대부분이다.서로 감정이 있는 비무가 아니라면 가벼운 초식으로 스타트를 끊는 게 서로에게 좋았던 것이다.그렇지 않을 경우 서로 공격할 시점을 찾기 위해 한참을 해매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실력이 비슷할 경우의 당사자들에게 해당되는 일이지만, 대개의 경우 그랬다.거기에 상대가 선공을 양보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남궁황도 그렇기 깨문에 이드의 찌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검을 들었다. 하지만 다름 아닌 이드의 공격이었다.가벼운 시작을 알리는 한 수이긴 했지만 절대로 가볍게만 상대할 수 없는 공격! 남궁황도 일라이져에 맞서는 순간 그것을 알 수 있었다.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은.피해야 할지, 맞받아쳐야 할지 결정하기 힘든 미묘한 타이미의 공격. "치이잇...... 수연경경!" 결국 찌르기를 맞서 흘리기로 한 남궁황은 대연검법의 일초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가장 깊게 익힌 두 개의 검법중 하나.일라이져와 검을 부딪치는 그의 마음엔 방금 전과 같은 가벼운 마음은 이미 깨끗이 사라지고 없었다. "대연검의 날이 제대로 섰구나." 이드는 자신의 찌르기를 흘려내는 남궁황의 실력에 그의 대연검법이 제대로 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연이어 베고, 치고, 찌르는 등의 기초적인 검식을 펼쳐나갔다. 그 공격이 모두 앞서 찌르기와 같아서 남궁황은 대연검으로 흘려내며 쉽게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파고들려고 해도 쏟아져 들어오는 공격에 쉽게 기회가 오지 않았던 것이다.구경하고 있던 무림인들 사이에서 놀람과 의아함에 찬 웅성거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그도 그럴 것이 그저 단순한 검식에 남궁황이 대연검법으로 대항하고 있으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깊이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자신이라면 이드의 검에 어떻게 대응할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에는 파유호도 끼어 있었다.이미 이드와의 대련 약속을 잡은 그녀의 눈은 별 빛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이익!" 남궁황은 대연검법의 일, 이초의 초식으로 이드의 검을 받아넘기며 갑갑한 마음에 이를 악물었다.원래는 이렇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멋지게 초식을 펼치며 자신의 위용을 크게 보이고 싶었는데.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전혀 그렇게 되질 않고 있었다.큰 초식을 사용하지도 못하고, 그저 두 개의 초식으로 상대의 기본적인 '검 휘두르기'를 받아내고만 있으니...... '이래서야 도저히 폼이 안 나잖아.' 우스운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싸우는 이유가 바로 자신을 파유호와 라미아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에 불과한 남궁황.그는 힘껏 이드의 검을 걷어내고는 곧바로 자신의 검을 뻗어냈다.서로에게 큰 상처를 입히지 않는 비무라는 점을 생각한 대답한 방법이었다. "카앗, 이런 단순한 것 보단, 요즘 관객은 화려한 걸 좋아하거든.총영뇌전!" 즈즈즈즉 남궁황의 외침과 동시에 그의 검에서 백색의 뇌전이 일었다. 확실히 남궁황의 말대로 화려해 보이는 뇌전의 검기는 그야말로 번개 같은 속도로 이드를 향해 뻗었다.가장 강력한 검기를 중심으로 그물처럼 퍼져 흐르는 검기. 방금 전의 공방과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속도에서 엄청난 차이가 났다.보통의 무인이라면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이드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섬전십삼검뢰...... 좋은 반응인걸." 바로 이드가 남궁황의 공격을 허락한 것이 때문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그 상황에서 남궁황이 어떻게 공격을 가할 수 있었겠는가. 이드는 남궁황이 펼치는 검법의 이름을 외치며 일라이져에 붉은 검기를 입혔다. "그럼 그 말대로...... 확실히 화려하게 해주지.흩날리는 꽃잎이 아름다운 난화!" 꾹꾹 눌러 담아 놓았던 꽃잎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듯 일라이져의 검신으로부터 순식간에 펼쳐진 붉은 꽃잎들이 이드를 감싸 안았다. 파팍 파파팍 퍼퍽 마치 불꽃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검기의 꽃 잎이 이드를 감싸는 순간 번개의 검기가 꽃잎에 맺히며 번쩍이는 붉은 스파크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성격은 조금 이상하지만, 실력은 제대로 된 남궁황과 조금 놀아주기로 마음먹은 이드가 난화십이식을 꺼내들었다.덕분에 그 순간 이후로 옥상에 올라온 사람들까지 정말이지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남궁황은 그가 바라던 대로 원 없이 화려한 비무를 가질 수 있었다. "떨어지는 꽃잎이 아름다워라, 낙화!" "이익...... 뇌영검혼!" 두 사람의 검기가 부딪치는 순간 그것은 떨어지는 붉은 꽃이을 헤엄치는 하얀 뱀의 모양이 되었다. "일양뇌시!" "하늘의 화살을 타고 나는 꽃닢이여...... 뇌정화!" 두 사람의 강기가 부딫치는 순간 그것은 황금색과 붉은 색의 회오리바람이 되었다. "섬전종횡!" "흩날리는 꽃잎이 아름다워 바람에 취하나니...... 화령화!" 두 사람의 강기가 부딪치는 순간 그것은 백색 빛 속에 흩날리는 붉은 꽃잎이 되었다. 두 사람의 공방은 마치 여러 장의 그림을 보는 것 같이 전개되었다. 공격하는 족족 철저하게 받아내고, 화려하게 반격까지 해주는 이드 덕분에 남궁황은 정말 정신없이 화려함에 취할 수 있었다. 그 화려함에 도취해 옷 여기저기가 검기에 베이는 것을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남궁황은 그제야 나나의 말이 떠올랐다.자신의 실력을 어필할 생각에 잠시 치워 두었던, 다정선사가 극찬했다는 이드의 실력. 그리고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한 톨의 공격도 먹히지 않을 뿐 아니라 전혀 지친 기색없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이드의 평온한 모습이라니...... 순간 남궁황은 전력으로 공격을 날리면서 후회했다.괜히 나섰다가 파유호 앞에서 이게 웬 망신이란 말인가. 그러나 지금에 와서 후회한들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남궁황은 서서히 바닥을 보이는 내력을 느끼며 개 발에 땀날 정도로 열심히 머리를 굴려댔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어차피 승패는 나온 상황이었다.그것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고, 지켜보는 사람들도 충분히 짐작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냥 졌다고 하기에는 뭔가 섭섭했다.기왕 질게 뻔한 거...... '...... 끝이라도 멋있게.확실히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최대한 멋진 수를 펼치고 쓰러지는 거야.마지막엔 검을 짚고 패배를 인정하는 게 나을까?' 아주 영황의 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남궁황이었다.그냥 패배를 인정해도 지금까지의 공방을 보면 충분히 그의 실력을 알아줄 텐데 말이다. 좌우간 남궁황은 자신이 가진 최고의 초식으로 끝을 내기로 마음먹었다.그렇게 되면 자신의 모습도 멋있을 테고, 혹시나 이드에게 한 방을 먹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이렇게 상대의 옷깃도 건드리지 못하고 패하는 건 명색이 최고의 후기지수들 중 하나로서 부끄러운 일임에는 틀림없었다. "크아앗...... 대연별리! 십인섬전! 일염층연화! 가랏!" 일단 마음을 정한 남궁황은 한꺼번에 세 개의 초식을 연달아 펼쳐냈다. 첫 초식으로 자신에게 날아드는 꽃잎 모양의 검기를 비켜내고, 두 번째 초식으로 이드의 검기를 상대하고, 마지막 세 번째 초식으로 이드와 거리를 벌린 것이다. 순간적으로 물러난 남궁황의 행동에 이드의 공격은 자연히 멈추어졌고, 그 틈을 타 남궁황은 급히 입을 열며 마지막 공격을 준비했다. "과연, 과연! 대단하오.다정선사 문선배님의 말씀대로 우리들 후기지수 중에서는 소협의 상대가 없을 듯하오.정녕 이드 소협의 무위에 감찬하는 바이오. 이번 비무는 이미 그 승패가 결정이 난 것 같으나. 이 남궁황 마지막 남은 최후의 힘까지 모두 쏟아보고 싶어졌소.받아주시면 감사하겠소." 남궁황은 온갖 멋들어진 수사를 갖다 붙이며 이드를 향해 정중히 포권을 해보였다.딴에는 멋진 말을 잔뜩 쏟아놓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듣는 사람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우! 역시 느끼공자님.느끼해!" 역시 말하는 것에 거침이 없는 나나였다. 나나의 가벼운 야유에 이드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항상 직설적인 나나였기에 남궁황은 내심 벌게지려는 얼굴을 헛기침으로 식히고는 검을 들었다. 남궁세가의 이공자답게 남궁황의 검은 잡티 하나 없는 미끈한 보검이었다.남궁황은 그 검을 허리 쪽으로 눕혀 가슴 쪽으로 당기며, 몸과 검 사이로 팔을 내밀어 목표인 이드를 향했다.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총을 장전한 것처럼 묘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것이었다. "아, 뇌룡경천포!" 구경하고 있던 초강남의 입에서 놀람에 찬 탄성이 튀어나왔다. 십전십산검뢰의 최후 초식으로 그 파괴력 또한 강호의 일절로 알려진 검초를 알아본 것이었다. 보기 힘든 그 공격에 여기저기서 호기심 어린, 또는 기대 어린 소요가 일어났다. '그래, 이거야.' 남궁황은 귓가로 들려오는 소리들에 만족했다.경탄과 놀람이 섞여드는 저 소리들! 바로 그가 바랐던 것.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마주 선 이드의 빙글거리는 표정에 남궁황의 좋았던 기분이 금세 꺼져버린 것이다.이 모습을 보고도 저런 여유라면...... 설마 이것도 통하지 않는 건가.순간 남궁황의 얼굴이 구겨졌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앗, 느끼공자님.그거 쏘면 옥상이 무너진다구요.당장 다른 걸로 바꾸지 못해욧!" 분위기를 확 깨버리는 나나의 째지는 목소리가 옥상을 울렸던 것이다. 그 소리에 남궁황의 고개가 힘없이 떨구어졌다.문득 여기서 그만둬 버릴까 하는 생각이 솟아오른 것이다.하지만 그러기 전에 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헷, 노룡포를 여기서 다시 보게 되니 반가운걸.오세요." 쩌르르릉 정말 반가운 듯한 이드의 말과 함께 맑은 일라이져의 검명이 일었다. 동시에 검신으로부터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듯한 붉은 빛가루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남궁황은 이드의 말에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떻게...... 어떻게 소협이 노룡포라는 이름을 아는 것이오? 그 이름은 가내에서만 사용하는 것인데...... 외부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오." "핫핫, 예전에 남궁가와 인연이 있었죠.그나저나 어서 오시죠.아니면 제가 먼저 갑니다." 이드는 자신이 말실수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일라이져를 앞으로 내밀어 살짝 흔들었다. 짜르릉 순간 옥상 위에 난데없는 청아한 방울 소리가 울려 퍼졌다.그 소리의 근원에는 일라이져가 있었다.검신을 감싸던 붉은 빛이 마치 방울 처럼 검신의 주위로 흩어져 휘돌며 맑은 방울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지만 남궁황은 이드의 말대로 궁금증을 뒤로하고 노룡포를 쏘아냈다. "음...... 그럼 후에 묻도록 하지.알겠지만 노룡포는 강하네.조심하게.뇌룡경천포!" 콰우우우우 말 그대로 뇌룡의 포였다.다름 아니라 남궁황의 검으로부터 통나무 굵기의 백색 뇌전이 뻗어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기를 질리게 만드는 엄청난 박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드는 그 기세에 고개를 끄덕였다.그 속에 집중된 파괴력은 다르지만 옛날의 그것과 거의 같았던 것이다.덕분에 노룡포에 알맞은 초식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노룡의 분노가 꽃향기에 씻겨지니라.멸혼향!" 딸랑딸랑 딸랑딸랑 앞으로 뻗어내는 일라이져를 따라 검신 주위에 머물고 있던 붉은 방울과 같은 검강들이 서서히 회전하며 앞으로 날아갔다. 방울의 속도는 순식간에 빨라졌고, 몇 번 눈을 깜빡이는 사리 방울은 어느새 노룡을 중심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마치 커다랗게 확대해놓은 모터의 외형과 비슷했는데, 중앙에 놓인 백색의 노룡과 방울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회전이 강렬해지면서 두 기운이 이드와 남궁황의 중앙에 서버렸다.거기다 그 회전이 강렬해지는 어느 순간 방울과 뇌전이 서로를 향해 붉고 흰 기운을 뿜으며 섞이는 장관이란...... 쯔자자자작 카카칵 엄청 불안해 보였다.마치 터지기 직전의 발전기 모습이 저럴까? "제길 터진다.모두 물러나!" 꽈과과광 쿠구구구구 순간 누군가의 ㅁ라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기운이 하얗게 물들면서 폭발해버렸다.폭발의 기운이 옥상전체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헌데 그 엄청난 소리를 뚫고 사람들의 귓가로 들리는 고음의 째지는 목소리가 있었다. "꺄아악! 느끼공자가 일낼 줄 알았어.모두 피해요.옥상 무너져요." 나나의 다급한 목소리였다.그녀 말대로 폭발의 중심부가 움푹 패이며 그대로 내려 앉아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아...... 이렇게 되면 오늘 잠은 어디서 자야 하는 거지? 급히 몸을 피하는 와중에 모두의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이었다. 아니, 애초에 비무 장소를 잘못 고른 그들의 잘못일지도...... 꾸무적꾸무적 "으으음, 후아아암!" 잠이 깨긴 했지만 일어나기 싫어 꼼지락거린다. 아침이면 누구나 그렇지만 웬만해서는 바로 일어나기가 힘들다.아침 햇살이 눈부셔 잠이 깨더라고 잠자리가 주는 그 편안함에 쉽게 몸이 떨어지지 않는다.너무 달콤했던 잠의 여운과 침대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고나 할까? 그건 아무리 수련을 쌓은 이드라고 크게 다르지가 않은 일이었다.이것은 몸 이전에 기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더구나 옆에 꼭 붙어 있는 라미아의 체온도 쉽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뭐, 아직 여름인데 붙어 있으면 오히려 덥지 않아?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모르는 말씀.현재 두 삶이 누워있는 곳은 그녀가 만들어낸, 외부와 단절된 마법의 공간이었기 때문에 전혀 그런 게 없었다. 그녀의 의지에 의해 온도와 습도는 물론 주위의 형태까지 바뀔 수 있는 공간.당연히 라미아는 두 사람이 붙어 있기 딱 좋은 약간 서늘한 온도를 설정해 놓은 것이다.여름에 더위를, 겨울에 추위를 유난히 많이 타는 사람에겐 너무나 가지고 싶은, 그런 마법이었다. 그런데 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한 가지 의문. 왜 두 사람은 침실이 아닌 이 마법의 공간에 누워 있는 것일까? 더구나 마법의 공간도 다름 아닌 거실에 설치되어 있다니.물론 마법의 공간이란 게 복잡한 도로 한가운데 설정되더라도 상관이 없는 거지만 말이다.아무튼 검월선문의 제자들에게 그렇게 환대를 받았으면서도 근사한 침대 하나를 얻지 못하다니 이상한 일이다. 물론 여기엔 그럴 만한 사연이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바로 전날 있었던, 호텔 옥상 파괴 사건. 그 여파로 인해서 일어난 일이었다.말 그대로 옥상이 그대로 무너져 버린 덕분에 15층에 투숙한 사람들이 오갈 데가 없어져버린 것이다. 옥상만 무너졌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최상층에 묵고 있던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일이었다. 다행히 그 최상층 사람들 대부분이 옥상에서 구경을 하고 있었고, 서로 아는 사이라 얼굴을 붉히는 일은 없었지만, 어쨌든 눈 깜짝할 사이에 잘 곳을 잃어버린 데는 다들 할 말이 없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호텔 방까지 모두 사용 중이었기 때문에 달리 갈 곳이 없던 15층의 인원들이 그대로 14층에 끼어서 같이 잘 수밖에 없어진 사실. 덕분에 검월선문에 배정된 객실의 경우에는 제자들이 모두 여성임을 감안해 대부분의 방 잃은 여성들이 몰려든 것이다. 헌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상황이 피치 못하게 되어 이드가 라미아를 남겨두고 남성들이 묵고 있는 방으로 이동하려는 것을 라미아가 막아선 것이었다. 요즘 들어서 늘 딱 붙어서 잔 때문인지 따로 자지 못하겠다나? 거기에 15층의 수리는 뒷전으로 치더라도 14층에 묵고 있던 사람들은 다른 호텔에 옮기는 데만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그 때문에 그 기간 동안 따로 자야 한다는 말에 라미아가 이드를 붙잡고는 아예 거실에다 마법의 공간을 형성해버린 것이다. 둘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부러움과 새침함이 묻어나는 미소를 지으며 각자가 머물 곳으로 흩어진 것이다.덕분에 거실의 마법 공간이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침실이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그렇게 머물게 된 마법공간에서 꾸물대던 두 사람은 곧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 밖의 상황에 마법 공간에서 나와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북적대는 통에 다른 때보다 몇 배나 시끌벅적한 아침을 맞았다. 대충 호텔의 상황이 정리되자 어제 파유호가 말한 대로, 이드와 라미아, 파유호를 비롯한 검월선문의 제자들은 제로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아 나섰다. 15층이 부서져 내린 덕분에 호텔이 워낙에 어수선 했기에 일찍 호텔을 나선 것이다. 더불어 옥상을 부셔먹은 두 사람 중의 하나라서 여기저기 눈총이 따갑다는 점도 한 몫 했지만 말이다. 적은 인원이었기에 제로가 있을 법한 곳을 찾는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그 속도가 너무 느렸던 것이다. 정확한 좌표도 알지 못하고, 그저 많은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건물에, 한 쪽 벽이 통째로 창문으로 된 방이 있고, 그 창문으로 아스라이 붉게 물든 소호가 바라보인다는 것이 찾아야할 단서의 전부이니...... 늦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했다. 남궁황이 자신했던 대로 남궁세가의 도움이 있으면 그나마 낫겠지만 그들은 모두 바빠서 따로 도움을 줄 상황이 되지 못했다. 세가의 이공자가 옥상을 부셔버린 덕분에 그 수리에 직접 그들이 뛰어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몬스터를 상대하며 호텔에서 최상의 대우를 받던 그들이 졸지에 막노동꾼이 돼버린 것이다. 무거운 돌을 나르고 자르는 그들로서는 그저 멋 내기에 힘쓰다 일낸 이공자를 속으로 원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 덕분에 이드 일행은 그 적은 인원으로 그 넓은 동춘시를 이리저리 뒤지고 다녀야 했다.있을 만한 곳을 조사해 오면 파유호의 안내로 이동해서 마법으로 탐색해보고 돌아오는 그런 일을 반복한 것이다. 그사이 몇가지 일도 더 있었는데, 첫째가 바로 초강남을 포함한 몇몇 무림 대문파의 제자들이 비무를 청해 온 것이다. 남궁황과의 비무를 통해 이드의 실력을 대충 알았을 텐데도 무리하게 도전해왔다.이길 수 없을 것이란 걸 알면서도 거의 시비를 걸듯이 달려드는 만용에 이드와 라미아는 그저 황당할 뿐이었다.덕분에 몇 명을 일검에 보내 버린 이드는 그 뒤로는 그들을 아예 피해 다녀야 했다. 뒤에 설명을 들은 바로는, 그렇게 달려든 사람들의 목적이 바로 남궁황처럼 자신의 실력을 내보이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이드와의 비무 때 남궁황이 보인 위용이 꽤나 멋있었는지, 그의 이름이 상당히 알려지게 되었고, 그와 같은 효과를 노리고 이드에게 달려든 것이란 말이었다. 더불어 다시 세상에 등장한 자기 문파의 이름과 무공도 알리겠다는 의도도 다분히 섞여서. 무림이 다시 등장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문파의 이름보다 가디언이나 제로의 이름이 더 유명한 상황이라 문파에서 오히려 권했다나? 어떻게 보면 이드를 광고판으로 봤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당하는 이드로서는 상당히 기분 나쁜 일이었다.하지만 어쩌겠는가. 그저 그런 사람들을 피해 다닐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으니. 거기에 두 번째 문제까지 합쳐져서 도망 다니는 일이 더욱 힘들었다. 바로 초미미가 이드를 향해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기 시작한 때문이었다. 보통의 여성들은 이드의 반할 만한 외모를 보고도 옆의 라미아가 있기 때문에 접근을 하지 않았다.워낙 미모에서 차이를 보이다 보니 접근을 하지 않은 것이고, 이미 공인 받은 두 사람이기에 끼어들지 않은 것이다. 헌데 초미미는 전혀 그런 것을 상관하지 않았다.애초에 미모는 제쳐두고서 라미아를 언니라고 부르며 이드에게 과감하게 대쉬해 왔다. 그녀의 생각을 듣자면 능력 있는 남자는 몇 명의 여자를 거느려도 된다는 옛 중원의 사고방식을 말하고 있었다.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그런 구시대적 사고방식이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무림의 세가들에서는 아직까지 일처다부를 크게 제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초미미의 부친만 해고 부인이 세 명이나 된다고 하니...... 초미미가 이드의 부인 순위 둘째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도 여하튼 이해가 갔다. 허기사 실력 좋고, 잘생기고, 돈 많은 신랑감 보기가 그렇게 쉬운 일인가 말이다.초미미로서는 놓칠 수 없는 신랑감을 만난 셈이니 어떻게든 잡으려는 것이 당연한 일. 덕분에 쫓고 쫓기는 세 사람의 우스꽝스런 숨바꼭질은 호텔에서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가 되어버렸다.뭐, 이드의 입장에서는 곤란하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두 달째.특히 요 보름 간은 호텔 공사를 마친 남궁세가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여기저기 뒤져봤지만 제로의 흔적은 전혀 잡히지 않았다. 라미아가 마법으로 탐지하는 것은 브리트니스와 종속의 인장의 기운! 룬이 가지고 있을 것이 확실한 두 가지의 물건의 기운으로 룬을 찾고 있었다.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뚜렷이 잡히지 않는 기분은 아는 사람만 아는 갑갑한 느낌이었다. 그런 기분은 곧바로 제로가 이곳에 없거나, 이드와 라미아의 출현을 알고 이동한 게 아니냐는 말로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곧 고개가 저어지고 말았다. 제로가 통신을 역추적 당했다는 것을 절대 알지 못할 거라는 라미아의 강경한 주장 때문이었다. 또 동춘시에서 첫날 있었던 남궁황과의 비무 때문에 두 사람의 존재가 이미 제로에게 노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검월선문의 요청으로 소문이 차단됨으로 해서 그런 걱정도 기우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었다. 거기다 혹시 몰라서 이드와 라미아는 약간씩 외모에 변화를 주었고, 그래서 자세히 보지 않고서는 알아볼 수도 없었다. 다시 말해 제로는 전혀 자신들을 찾는 존재를 모르고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그러므로 숨어 있거나 피하지 않았다는 것도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찾기가 힘이 드니...... 결국 추적에 추적을 거듭하면서도 단서를 찾지 못해 지치기 시작한 일행들은 두 달째 되는 날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 위로하는 차원에서 며칠 동안 쉬기로 했다. 두 달 내내 열심히 뛰어다닌 후의 휴식은 정말 꿀맛 같았다.특별히 몸이 지칠 일은 없었지만 단순히 행방을 찾으러 다니는 일이라 더 지겨운 느낌이었던 것이다. 때문인지 휴식 동안 사람들은 편히 쉬기보다는 자기가 정작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다녔다.다들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듯한 분위기였다.허기사 무림인들이 다리 품 좀 판다고 해서 지쳐 나가떨어질 일이 뭐 있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며칠을 쉰 어느 날 이드 일행은 남궁황의 권유로 호텔을 나서게 되었다. "분명 유호 소저도 만족할 겁니다.정말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대단한 검이니까요.제가 많은 공을 들여서 성사를 시켰지만, 이드가 가진 일라이져라는 신검에 버금가는 뛰어난 검입니다.제가 장담하지요, 하하하하." 동춘시 외곽 지역의 조용한 주택가로 들어서면서 남궁황이 파유호를 향해 자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이것은 벌써 몇 번이나 강조한 내용이었다.또 대단한 검을 구해낸 자신의 수고를 알아 달라는 말이기도 했다. "그런 대단한 검에게 제가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걱정 말아요, 대사저.대사저 실력이면 그딴 검 따위 금방 제압할 수 있다구요.그럼.그럼." 그것이 어떠한 물건이든지 간에 정말 귀한 진품이라면 구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파유호도 그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남궁황의 말에 몇 번인가 비슷한 대답을 해주고 있었다.사람 자체는 별로지만, 그가 수고했다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딱 맞았네요.이드 오빠가 검을 잘라낸 때에 맞춰서 그동안 황오빠가 구하려고 하던 검을 구하게 되다니 말예요. 어쨌든 다행이네요.그렇죠?" "아, 하, 하하하하...... 그렇구나, 나나야." 은근히 던져 오는 나나의 물음에 남궁황의 웃음이 딱딱 끊어져 흘러나왔다.그 모습에 옆에 있던 이드 역시 슬그머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다. 두 사람이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나나의 말에서 풍기는 느낌대로 찔리는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뭐랄까.서로 부탁을 하고, 부탁을 받은 사이라고나 할까? 그랬다.두 사람은 검을 잘라달라고 부탁하고, 그 부탁을 받고 못 이기는 척 검을 잘라준 사이라고 할 수 있었다.이틀 전 가졌던 비무에서 파유호의 검을 잘라버린 이드의 행동은 바로 남궁황의 부탁에 의한 것이었다. 이드가 가진 실력으로 볼 때 실수로 상대의 검을 상하게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뒤로 넘어져서 때마침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백만 원짜리 수표를 잡는 것만큼이나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었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남궁황은 지날 두 달 간 남궁세가의 무공이란 콩통 주제로 상당한 친화도를 쌓은 이드에게 부탁한 것이다. 그냥 검을 주겠다고 해서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을 파유호라는 것을 알기에 그녀의 검을 잘라달라는 부탁을 말이다. 당연히 이드는 순순히 허락을 해주었다.현재 남궁가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다, 어디로 보나 파유호에게 좋지 않을 것이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막말로 자신이 슬쩍 끼어든 이번 일로 인해 파유호가 남궁황과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남궁황이 파유호에게 꼼짝없이 잡혀 살 것이라는 절대적인 확신이 들기도 했다. 듣기로는 우연히 보게 된 검을 얻기 위해 장장 일년 동안 공을 들였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말이다. 남궁황이 파유호 옆에 나란히 서서 보조를 맞추려 애쓰며 걷고, 이드와 라미아, 나나가 그 뒤를 따라가다 안내받아 도착한 곳은 주택가에서도 조금 외따로 떨어진 우아한 곡선의 거대한 저택 앞이었다. 순간 남궁황을 제외한 세 사람에게서 동시에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어, 여기는......" "저번에 우리가 조사하러 들렀던 곳인데." 꽤나 멋진 외관을 하고 있는 집이라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이드였다. 그런 이드 곁에서 라미아가 좀더 보충 설명을 해주었다. "정확히 십팔 일 전에 왔던 곳이에요.그런데 이상하네요.그때는 분명 아무도 없는 빈집이었는데, 생명 반응이 전혀 없었거든요. 작은 것들 빼고는......" 작은 것이란 말은 여러 곤충들과 쥐 선생을 가리키는 말이었다.아마 그들이 살고 있지 않은 집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라미아의 말에 파유호와 나나도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지난 두 달간 같이 다녀서, 그때 이 집이 비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두 사람이었다. 남궁황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세 사람을 훑어보며 하하, 웃고는 입을 열었다. "괜한 수고를 했군.그때 내가 있었다면, 쓸데없는 수고를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바로 여기가 내가 검을 구하기로 한 검 주인이 사는 집이거든. 이 집 사람들도 그동안 외국으로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열흘 전에야 돌아왔지.때마침 내가 찾아와서 겨우 검을 살 수 있도록 허락도 받았고 말이야." 딩동 남궁황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수고를 장황하게 늘어놓고는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저택의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대문을 향해 걸어나왔다. 사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는 이드 일행, 정확히 남궁황을 확인하고는 피식 웃어 보이며 바로 문을 열어주었다. "자네 참 대단해.거의 일년이나 이렇게 쫓아다니다니 말이야.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구만.시원 섭섭하구만, 하하하핫." 중년 남자가 빙글빙글 웃음을 띠며 말하는 것을 보니 그동안 남궁황이 얼마나 뻔질나게 이곳을 드나들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 "하하핫, 저야말로 시원섭섭합니다." "그래, 그렇겠지.아, 이럴 게 아니라 들어오시게.뒤에 분들도.그런데 이 청년이 그렇게 정성을 들여서 검을 선물하려는 아가씨가 어떤 아가씬가? 모두 아름다워서 누군지 짐작이 안가는구만." 중년인은 대문을 닫고는 털털한 인상으로 너스레를 떨며 이드 일행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이미 그 눈은 파유호를 정확히 향하고 있는 것이 파유호가 검을 선물할 대상이란 것을 알아본 모양이었다. 이드는 그 모습에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파유호를 바라보는 중년인의 눈은 무인이 무인을 바라보는 눈이었다.절대 남궁황의 설명을 듣고 바라보는 눈길이 아니었던 것이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그 스스로 상당한, 정확히 말해 파유호보다 한두 단계 더 뛰어난 무공을 가져야만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이드는 중년인에게 충분히 그런 실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처음 중년인이 저택을 나올 때 무공을 익혔다는 것을 알았고, 일행을 맞이하는 기품에서 이미 그의 실력을 파악했다. 그렇게 알아낸 중년인의 실력은 다정선사에 버금가는 것이었다.두 사람이 겨룬다면 그 결과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것이었다. 다시 말해 이 자리에서 이드와 라미아를 제외하고는 가장 고수라는 말이 된다.아마, 저기 중년인의 말에 호탕하게 대응하는 남궁황은 그가 무공을 익혔다는 것도 알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니 이 정도의 고수가 왜 외부에 알려지지도 않은 채 이런 곳에 머물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하지만 그 의문은 곧 이드의 머릿속에서 간단히 정리가 되었다. '뭐, 아무렴 어때.세상 어디서든 자신을 숨기는 은거인은 있기 마련이니까.' 자신의 실력을 숨기며 사는 사람에게 그런 것을 묻는 것은 상당한 결례였다.또 이곳은 남궁황이 일년이나 드나들었던 곳이 아닌가 말이다.기인이사가 바다의 모래알처럼 많다는 것은 그저 헛말이 아니다. 그렇게 이드가 중년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남궁황이 중간에서 서로에 대해 소개해 주었다. 남궁황의 소개에 따르면 중년인의 이름은 차항운.이 저택의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집사였다. '허, 저런 실력을 가진 사람이 주인도 아니고 집사라고?' 이드는 무시해버렸던 의문이 다시금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그럼 저런 실력자를 집사로 둔 이 저택의 주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여기 아름다운 소저 분이 제가 말했던 파유호 소저입니다.아마 충분히 그 검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남궁황은 확신에 가득 찬 음성으로 말했다.듣기로 남궁황의 행동에 질린 건지, 정성에 감동한 건지 모르겠지만, 이곳의 주인이 가지고 있는 검에게 인정을 받으면 검을 넘기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녀석은 우리 아가씨를 아주 좋아하지.내가 생각하기엔 힘들 것 같은데 말이야.자, 들어들 가지.아가씨께서 기다리시네." "흐음...... 대단한데......" 저택 안으로 들어선 이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주위를 돌아보다 낮게 감탄성을 터트렸다. 중국의 전통적인 가옥 형태를 하고 있는 외형과는 달리 내부는 유럽의 저택과 비슷한 인테리어를 하고 있었다. 넓은 현관 중앙에 놓인 위층으로 가는 커다란 계단에서부터 주위 바닥은 모두 새하얀 대리석이 깔려 있고, 눈이 가는 곳마다 잘 조각된 같은 재질의 벽에 갖가지 멋진 예술품이라니...... 절로 감탄성이 터져 나올 만큼 굉장한 구경거리였다. 하지만 이드가 감탄한 것은 그런 물건들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이드가 감탄한 것은 그런 대리석 벽 너머 이 저택 안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의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었다.차항운의 실력이 예사롭지 않아 신경 써서 살피던 도중 눈에 들어온 기운들은 그 수도 수지만 개개인의 힘도 결코 얕은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혹, 이곳이 비밀스런 가디언 본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수의 뛰어난 실력자들이었다. '그건 아닐 것 같은걸요.유호 언니가 이곳엔 가디언도 제로도 필요가 없다고 했잖아요.무엇보다 가디언측에서 비밀리에 본부를 세울 이유가 없을 테고요.' 어느새 이드의 생각을 읽은 라미아가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그럼 여긴 뭐란 말이야? 설마 무림인 전용 별장?' '호호호홋, 농담마세요.' 두 사람이 진지함이 전혀 섞이지 않은 실없는 의견을 나누는 동안 어느새 앞서 가는 사람들과 슬그머니 거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덕분에 그들은 맥 빠진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히죽대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좋은 구경거리를 놓쳤다고 할까. 사실 이드, 라미아 두 사람 모두 이곳 저택의 정체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파유호의 말대로 가디언과 제로의 지부는 제외다.그리고 현재 이름을 날리지 못해서 안달인 무림의 여타 세력들도 제외하자. 또 이렇게 몬스터와 현대 무기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을 때에 뒤에서 무림을 지배해 보겠다는 구시대적 발상에 집착해 칙칙한 음모를 꾸미는 자들은 없을 테니 그들도 제외하고...... 그렇게 이런저런 이유들을 따지고 나가다 보면 결국 남게되는 곳은 거의 없다시피 하게 된다.설마하니 이 저택이 은거 무인의 모임 쉼터는 아닐 테니 말이다. 결국 추리고 추려서 남는 세력은 원래부터 몸을 숨기고 있는 세력.암살단 정도라는 말이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아니었다. 동춘시에서 이 정도의 무인을 보유하고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세력.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바로 룬 지너스! 이드와 라미아로 하여금 동분서주하며 열심히 돌아다니게 했던 바로 그 소녀의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그러나 두 사람이 동시에 생각해낸 인물임에도 확신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두 달 동안 죽어라고 열심히 찾았는데도 털끝 하나 발견하지 못했는데, 그런데...... 남궁황이 일년이나 드나들던 집이 제로가, 룬 지너스가 머물고 있는 저택이라고? 그 상황이 어디 쉽게 이해가 되는가 말이다. '설마 그런 만화 같은 일이 정말 있으리오.' 현재 이드와 라미아의 머리에 떠올라 있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벌써 차원을 두 번이나 이동한 자신의 일이 가장 만화 같다는 것은 생각지 못하고 있는 이드였다. 그리고 옛날부터 이런 말이 있지 않던가 말이다. 설마가 사람잡는다. -------------------------------------------------------------------------- 13 권 1. 룬지너스를 만나다 마치 완성되지 못한 퍼즐이 떨어지듯 이드의 검기를 맞은 사각의 방이 산산이 조각나며 흩어졌다. 이드와 라미아는 정말‘설마’라고 하는 괴물에 잡혀버리고 말았다. “…….하.하.하.” “…….호.호.호.” 남궁황이 말하던 그 신검의 주인이자 저택의 주인아가씨가 머무르고 있다는 2층의 방문을 차항운이 열었고,그 문이 열리자마자 나온 이드와 라미아의 첫 반응이 이랬다. 바로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설마에 잡혀버린 사람의 그야말로 괴상망측한 소리였다. 갑작스런 둘의 반응을 대한, 함께 따라온 파유호 일행이 이상하다는 듯 펴다보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의아해하든 말든 이드와 라미아는 눈앞의 한 사람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벽 한쪽 전체를 차지한 투명한 창 너머로 소담하게 베란다가 걸쳐져 있었고, 그 너머로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소호의 풍경이 잔잔히 펼쳐졌다. 눈부신 창에 나란히 기대어 눕듯 놓인 의자는 침대만큼이나 넓고 편안해 보였다. 거기 다소곳이 앉은 붉은 머리의 소녀라니...... 더구나 경망하다 싶을 두 사람의 시선을 고스란히 받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소녀역시 금세 놀란표정으로 변하고있었다. “무,무슨일이야?” 파유호 일행은 그저 어리둥절한 뿐이었다. 그때 당혹스런 기분을 감추지 못하던 일행의 굼금증을 해결해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어벙한 표정으로 헤매던 이드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룬......지너스.” “이......드씨.라미아......씨.” 더듬거리며 나온 이드의 호명에 반사적으로 대답하는 붉은 머리의 소녀, 룬 지너스의 입에서도 이드와 라미아의 이름이 부자연스럽게 나왔다. 하지만 너무나 갑작스런 상황이었다.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당혹스런 우연! 조금도 기대하지 못했던 만남에 세 사람은 묘하디 묘한 표정으로 서로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엇다. 다만 이드와 라미아의 마음속에선 계속해서, 이런 만화같은......하는 생각만이 떠돌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서로 놀라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누가 뭐래도 이드, 라미아와 룬은 숙명적으로 싸워야 하는 적! 그런 상대 앞에서 하염없이 맥이 풀린 것처럼 멍하게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이드와 라미아는 자세를 바로하며 일행들 앞으로 나섰고, 의자에 안겨 있다시피 기대어 있던 룬도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많이 찾아다니긴 했지만......역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걸요. 정말 뜻밖이네요.” 뜻밖의 만남이라기보다는 우스꽝스런 만남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어느 한쪽도 준비되지 않은 채 조우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룬이라고 그 난감하리만치 어색한 기분이 다르겠는가. “저 역시 그렇군요. 두 분이 결국 찾게 될지 모른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정말 이런 식으로 찾아오실 줄은 모랐군요. 더구나 제 손님으로 오시다니 더더욱이나 생각도 못했답니다.” 어느새 침착을 되찾은 것인지 떨리던 음성도 가라앉고 담담하게 대답하는 룬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이미 붉은색의 육중한 느낌을 주는 검이 들려 있었다. 이드와 룬이 필연적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드와 라미아로 하여금 이리저리 백방으로 찾아 헤매게 만든 문제의 그 물건! 바로 브리트니스였다. 일단 말을 꺼내긴 했지만 대화를 끌어나가기는 쉽지 않았다. 이미 서로의 입장이 명확해진 만큼 달리 말이 필요 없는지도 몰랐다. 자연스레 실내에는 긴장감 도는 침묵이 발밑으로 기분 나쁘게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 침묵은 그리 오래 갈 수 없었다. 현재 이 방에는 대치하듯 서 있는 세 사람만이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이게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룬과 마주보고 서 있는 이드와 라미아의 뒤쪽. 가기에는 여전히 좀 난데없는 분위기에 덩달아 몸이 굳어버린 피유호 일행이 서 있었다. 특히 남궁황의 얼떨떨한 표정은 그야말로 과관 이었다. 저도 당혹스럽기는 어지간했는지 송글송글 맺힌 식은땀이 턱밑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스도 그럴 것이 남궁황은 이드가 찾고 있는 상대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게다가 그를 돕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룬이야말로 이드가 찾고 있던 상대인 듯한데, 자신은 일년 가깡 이 집에 드나들면서도 상대가 제로인 것을 몰랐다는 게 어디 말이 되는가! 그 황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양측 모두와 적지 않은 인연을 가지게 딘 그로서는 예상치 못한 험악한 분위기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이드 오빠, 라미아 언니. 갑자기 왜 그래?” 남궁황의 뒤를 이어 나나가 다시 한 번 상황 정리를 자처하듯 나섰다. 나나로서는 제법 침착하게 물어 온 것이지만 그녀에겐 그야 말로 호기심과 궁금증의 자연스런 발로에 가까웠다. 궁금한 건 도무지 못 참는 성미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곧바로 대답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대신 남궁황처럼 나나의 말이 씹히지는 않았다. 잠시후 라미아가 세 사람을 향해 살짝 고개를 돌렸으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찾아다니던 사람을 만난 것 같거든.여기 있는 이쪽이 바로 룬 지너스. 우리가 찾던 제로의 프린세스야.” 그건 이미 모두 눈치 챈 사실이다. "헌데, 우리 사이의 일은 말로 쉽게 풀 수 있는 성격이 아니거든. 룬양과 조금 트러블이 있을 것 같아. 그래서 말인데,세 사람은 먼저 이저택을 나가는게 어떨까? 아무래도 오늘 여기서 원하던 일을 보기는 힘들 것 같은데 말이야.” 그것도 모두 간파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의 분위기로 봐서 언제 누가 먼저 손을 쓰더라도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그,그래도......어떻게......” 라미아의 말에 나나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방금 전에 만났는데 바로 자리를 떠야 한다는 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긴장된 분위기에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항에서 발길을 돌리라니. 그처럼 자연스럽지 못한 행동을 라미아는 아무 일도 아닌 거서럼 태연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라미아는 여전히 주춤거리며 서 있는 일행을 확인하자 곡를 젓고는 세 사람을 향해 몸을 돌려세웠다. 세 사람은 설득해서 돌려보낼 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상황은 다 정리된 다음 설명해줘도 뒤는 일이니 일단 강제로 텔레포트 시킬 생각이었다. 이드 역시 라미아의 결정에 동의한 상태. 라미아는 세 사람을 상대로 서서히 마나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라미아의 결행은 또 다른 한 사람의 등장으로 중간에 끊어지고 말았따. “크흐음,자네들은 여기서 다시 보게 될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비스듬히 열려 있던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당당한 걸음걸이로 돌아서는 탐스런 은염의 주인. “카제씨?” 바로 이드와 한 초식의 무공을 나누었던 마사키 카제였다. 위엄 있는 카제의 어꺠 뒤로 잔뜩 긴장한 표정의 차항운이 서있었따. 이드와 룬이 대치하는 순간 방을 빠져나가 동료들에게 알리고 카제를 데로 온 것이다. 카제는 방 안의 상황을 잠시 흝어본 후에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룬의 곁으로 다가갔다. 믿을수 없었지만 일촉즉발의 긴장도 그의 등장과 함께 간단히 걷히고 있었다. 룬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애써 경직된 몸을 풀어주었는데, 그건 여기 서있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같은 효과를 주고 있었다. “자, 단장. 너무 긴장할 것 없네. 그리고 자네들도 이리와서 앉지. 갑작스런 상황이긴 하지만 우리나 자네나 소로 피를 볼만큼 좋지 않은 감정은 없지 않은가?” 연륜에서 나오는 노련함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팽팽한 대치로 치달으며 금방이라도 싸움이 일어날 것 같았던 상황이 어느새 물의 젖은 빵처럼 흐물흐물 풀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굳어 있던 사람들도 여유롭고 침착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황에 반전을 유도하고 있는 카제라고 해서 그 속까지 여유로운 것은 아니엇다. 잠시나마 겨뤄보았기에 이드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살마은 역시 카제였따. 그런 만큼 그로서는 이드와는 되도록 부딪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 이었다. 자연히 상황을 완화 시키는 지금의 행동도 싸움을 유발하지 않으려는 고육책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니깐 연륜이 상황을 돌변시켰다보다는 룬을 지키고 이드와 부딪치지 않으려는 간절한 노력이 그를 이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결코 사이가 좋을 수는 없겠지요. 브리트니스를 돌려받지 않은 이상은 말입니다.” 그러니 이드는 카제의 의견을 정중히 거절했다. 그로서는 이미 진작에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룬의 분명한 의지로 보아 브리트니스에 대한 문제는 힘으로밖에 풀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단호한 대답에 따라 방안의 공기는 다시 팽팽하게 당겨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얼어붙은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나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기......오빠?” 언제나 당당하던 나나에거서는 좀처럼 들어보지 못한 조심스런 말투였다. “저기......오빠가 전에 말하던 게 저......검이에요?” 끄덕 이드는 뒤 돌아보지 않은 채 다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어떤 전투에서도 여유로웠던 모습과는 조금은 다른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룬이 다루는 힘은 지금까지의 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엇다. 카르네르엘이 말했던 봉인의 힘. 고위 마법에서부터 드래곤의 브래스까지 봉인해버리는 엄청난 능력이었다. 지금까지 서로 치고 받고 때려 부수는 것과는 다른 그수법에 대해 정확한 대처법을 알 수 엇다는 이드로서도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드가 경계를 하거나 말거나 나나는 자신의 말이 먹히는 것 같았는지 금세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럼 잘됬네.괜히 그렇게 분위기ㅐ 잡고 싸우지 않아도 돼요. 이번에 남궁황 공자가 파유호 언니에게 선물한다고 했던 검이 잖아요. 파유호 언니는 그럴 받아서 이드 오빠한테 주면 되니까 뭐, 굳이 싸우지 않아도 될거에요.” 순간, 나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남궁황의 저 어색한 모습이 왜 그리 한심해 보이는 건지. 그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다른 누구도 아닌 브맅크니스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건 왜 빼먹고 있을까.그리고 결정적으로 파유호는 브리트니스의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이미 남궁황과 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알고 있는 진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조금 다르게 본 인물도 있었다. 바로 카제였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자, 그러지 말고 여기와서 편히 앉게. 단장도 긴장을 푸시오.” 카제는 먼저 룬부터 다시 의자에 앉혔다. 당돌한 나나도 얼른 나와서는 맞은 편 소파에 엉덩이를 걸쳤다. 그 뒤를 남궁황이 슬며시 따랐다. 이런 상황이니 이드와 라미아도 자연히 따라 앉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밖에 있던 누군가가 차를 내왔다. 양측의 동조가 이루어지자 모든 상황이 저절로 카제가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이미 이저택의 모든 사람들이 이방을 중심으로 모여 있다는 것을 이드는 눈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그사이 룬의 손에 있던 브리트니스는 다시 모습을 감추고 보이지 않았다. ‘나타날 때도 그랬지만 .....갑자기 사라졌어. 아공간 마법인가?.’ 이드는 신출귀몰하는 브리트니스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저놈의 검 때문에 이렇게 찾아다닌 노력이 얼만데, 이제는 기척도 없이 사라지다니. 은근히 화가 치밀어오르는 이드였다. 이드의 마음을 릭은 라미아가 의문을 풀어주었다. ‘카르네엘이 ㅁ라했던 것과 같네요. 갑자기 겁ㅁ이 나타났다더니......아마 봉인 마법을 사용한 것 같아요. 파리에서 강시를 봉인할 때도 마법 효력에 비해 발산되는 마력이 적었어요.’ 생각해보면 그런 것도 같았다. 안으로 가두어 들이는 마법이 기에 마법에 들어가는 마력도 안으로 숨어드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따듯한 차향이 부드럽게 방 안을 감싸고돌았다. 하지만 세 사람의 딱딱한 분위기는 전혀 풀릴 줄을 몰랐다. 카제는 일단 그런 분위기부터 깨뜨리고 보자는 듯 크흠, 하고 헛기침을 터뜨렸다. 뭔가 할 말이 잇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빠른 사람이 있었다. 카제보다 훨씬 목소리가 크고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다스러움이 경지에 오른 사람. 바로 나나였다. “자 자, 그러면 빨리 검의 인정을 받아보자구요.” 호기심이 발동한 나나는 뭔가 맡겨놓은 물건 찾으러 온 사람마냥 당당한 눈으로 룬을 재촉했다.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지금의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었던 것이다. 저 혼자 다른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나나의 태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고, 룬도 또 어디서 튀어나오는 건지 알 수 없는 브리트니스를 불쑥탁자 위로 내밀었다. 당연한 결과였지만 파유호는 브리트니스르 조금도 들 수 없었다. 그저 룬의 순 위에 올려진 검이지만 마치 원래부터 그렇게 고정된 물건인 듯 약간의 미동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피유호도 처음부터 자신이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란 것을 알았는지 딱 한 번 브리트니스르 잡아보고는 그대로 포기하고 말았다. 자신의 검이 되기엔 그녀 스스로가 너무도 역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엇다. 한껏 기대하고 있던 나나의 풀이 죽어 조용해졌다. 자연히 세 사람은 뒤조 빠지고 이야기는 다시 룬과 이드에게로 넘어가게 되었다. 옆에서 그 모양을 지켜보던 카제는 조용히 이마를 두드렸다. 어떻게든 상황을 좋게 풀어보려고 나나의 일 푼의 가능성도 없는 말에 장단을 맞추었는데, 그게 전혀 먹히지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블리트니스를 포기하지 못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겠죠?” 잠시 동안 브리트니스를 바라보던 이드는 거기서 느껴지는 혼돈의 기운에 낮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것은 마치 서로 검을 겨눈 채 결투에 들어가기 전 상대방의 의지를 확인하는 기사의 말투와도 같았다. “이보게,그건.....” “네,변함이 없답닌다. 저는 ...... 제 생명이 다할 때까지 이 브리트니스를 놓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드가 말하려는 비가 심상치 않아서인지 카제가 다시 한 번 나서려 했지만 이번엔 룬의 의해 그의 말이 잘리고 말았다. 곧바로 대답하는 룬의 말까지 이드의 분위기와 다름없지 않은가. 아니, 같다기보다는 아버지의 등 뒤에 숨은 어린아이의 든든함이 떠올라 있었다. 카제는 거기서 그녀가 이드에게 정면으로 맞서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허기사 생각해보면 이미 싸움은 애초부터 피할 수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결구 한 번은 부딪칠 수밖에 없는 숙명이 엄연히 예고되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후회가 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특히 남궁황에 대해서는. 브리트니스를 보고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그로 하여금 일찌감치 발길을 끊지 못하게 한 게 못내 아쉬웠다. 수다스러운 그의 엉뚱한 모습들에 룬이 재밌어 하기에 그냥 무심코 내버려두었던 것이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 이토록 후회스러울 줄은 몰랐다. 그러나 이드와 룬의 생각대로 지금 상황에서야 싸우는 것 외에 어떻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변수도 없었다. “후우, 이렇게 된 것 어쩔수 없겠지. 검으로 답을 탓을 수밖에......” 갑자기 입을 연 카제에게서 내공이 실린 웅웅대는 목소리가 흘러나왓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신호였을까. 츠거거거걱...... 한 줄기 거대한 기운을 품은 푸른색 그림자가 저 천장의 한 쪽을 시작으로 룬과 이드, 카제와 라미아,파유호 등이 마주앉아 있는 중앙의 탁자를 타고 내리며 양측을 정확하게 갈라놓았다. 그리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서거거걱, 서거거걱,서거거걱...... 처음 방안에 앉은 사람들의 눈앞에 지나간 푸른 강기의 기운을 따라 방이 사방에서 소름끼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조금만 손을 내밀면 금방이라도 붉은 피가 번져 나올 것만 같은 파르스름한 예리함을 한가득 담은 소리. 그것을 눈에 보이지 않은 벽속에 무언가가 잘려 나가는 소리였다. 그리고 세 번 연속으로 이어진 그 소리가 멈추는 순간! 투웅 쿠르르르 산만한 거대한 북을 두드리는 소리, 또 돌이 기계에 갈리는 소리와 함께 기우뚱 앉아 있떤 일행들의 몸이 급출발하는 차에 탄 것처럼 한 쪽으로 급하게 쏠렸다. 그리고 눈앞의 풍경이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마주 앉아 있던 룬과 카제 대신에 일행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맑은 하늘과 푸르른 대지였다. 다시 말해 이드와 그 일행들은 자신들이 앉아 있던 방과함께 저택에서 온전히 도려내어져 버린 것이었다. 그것이 결코 길지 않은 한 호흡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유유히 하늘을 날고 있는 방과 그 속에 앉아 있는 사람들. 정말 동화 속 한 장면을 재연해 놓은듯 경이로웠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결코 아름다운 동화 속 한 장면이 아니었다. 당연히 말이지만 저택에서 강제로 분리된 방을 빠르게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냥 밖으로 나가자며 나갈텐데......괜히 집을 부수는군. 라미아!” 이드는 그사실을 몸으로 느끼며 느긋한 동작으로 라미아의 허리를 감싸 안으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동시에 라미아르 향해 마음을 전했다. 파유호 일행을 이동시키라고. “맏겨주세요. 먼저 가서 기다려요. 텔레포트!” 파하앗 라미아의 외침과 함께 그때까지 정확한 상황을 인식 못하고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나나를 포함한 일행들이 오색 빛과 함께 그 모습을 순식간에 감추었다. 그리고 파유호 일행의 기척이 사라지는 순간! 이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사방으로 검기를 날렸다. 쩌저저적 마치 완성되지 못한 퍼즐이 떨어지듯 이드의 검기를 맞은 사각의 방이 산산 조각나며 흩어졌다. 이드는 그렇게 어지럽게 쏟아지는 돌 사이를 수운(水雲)을 사용해 유유히 헤엄쳐 나와 정원의 가운데로 날아 내렸다. 그 뒤를 따라 검기에 잘려진 돌덩이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내렸다. 콰쾅 쿠쿠쿵 텅 ......터텅...... 떨어지는 돌덩이들이 바닥을 뒤흔드는 통에 뽀얀 머지가 수북하게 피어나 정원을 가득 채우더니 잘생긴 저택의 외관을 송두리째 가려버렸다. 이드는 그 먼지 사이로 뭔가 거무스름한 그림자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실프를 소환해 먼지를 날려버릴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 건 상대편이 먼저였다. 막 실프를 소환하려던 이드의 기감에 먼저 사이를 가르며 빠르게 내려치는 날카로운 예기를 느낀 것이다. 그것은 소리 없이 형체도 없는 먼지를 깨끗하게 반으로 잘라 내며 이드를 향해 내려 꽃해고 있었다. “시끄러운 시작종에 가벼운 첫 인사인가?하지만 어쩌지 난 가볍게 답해줄 생각은없는데......금령단천장(金靈斷天掌)!” 쿠구구구구 이드의 손을 중심으로 휘황한 금빛을 머금은 안개가 생겨났다. 마치 떠오르는 아침햇살에 물든 아침안개와 같은 느낌의 부드러움을 담은 기운이었다. 하지만 그 기운은 가진 힘은 그저 부드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공기를 가르며 흘러내리던 푸르른 예기에 물든 검기가 그대로 안개의 기운에 붙잡혀버린 것이다. 그렇게 두 기운이 맞닿자 이드는 푸른 검기를 따라 단천의 기운을 흘려보냈다. 그것은 마치 검날에 맺힌 아침이슬이 또르르 굴러가는 서늘한 풍경이었다. 푸른 검기를 따라 흐르는 황금빛 기운은 순식간에 뻗어나가 곧바로 검기의 주인의 몸속에 흐르는 내력을 뒤흔들어 놓았다. “커억......어떻게 검기를......” 먼지를 갈라내며 이드에게 첫 공격을 가한 남자는 선홍색 핏줄기를 뿜어내며 그 자리에 주저 않아 버렸다. 동시에 그가 뻗어낸 검기는 황금빛 안개와 함께 허공에서 부셔져 내렸다. 기운의 소멸이었다 하지만 결코 적지 않은 기운이기 때문 일까. 푸화아아악 검기가 잘라놓은 길을 따라 먼지가 양쪽으로 순식간에 밀려 나며 사라져버린 것이다. 피를 본 탓인지 정원엔 어느새 맹렬한 전투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안전하 ㄴ곳으로 부축해주어라. 지그레브에서와는 달리 이번엔 사정을 봐주지 않는군.자네......” 카제는 수하에게 부상자를 옮기도록 명령하고는 곧바로 이드를 노려보았다. 비장해진 카제의 손에는 그가 애용하는 짧은 목검이 은빛으로 물든 채 들려 있었다. 싸움을 시작한 이상 확실이 손을 쓸 생각인 것이다. “지그레브와는 상황이 다르니까요. 더구나 지금은 목표로 하는 물건이 눈앞에 있고, 그것을 지키는 사람이 많으니 적당히 해서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아닙니까?” 정확한 정확하게 이드의 말대로 였다. 룬의 등뒤에 두고 카제를 중심으로 서있는 스물하나의 인원. 그들 모두가 남궁황 정도는 쉽게 제압할 수있는 실력자들이었다. 그들은 한꺼번에 상대한다고 이드가 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만, 귀찮아질 것은 확실했다. 그래서 강한 힘으로 한 명씩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릴 생각을 한 이드였다. 그리고 그 첫 타에 맞은 것이 방금 전 검기의 주인이었던 것이다. “조도 그렇지만, 여기 라미아도 빨리 일을 마치고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싶거든요. 그렇지?” 이드는 라미아를 향해 슬쩍 윙크를 해보였다. 무언의 듯을 담은 행동이었고, 서로의 생각을 확실히 알고 있는 라미아였기에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예쁜집도 사야 한다구요. 그러니까......이번 일은 여기서 끝을 맺어야죠.안티 매직 에어리어!” 낭랑한 라미아의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펼처지는 마법 역시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서서히 들어 올려진 그녀의 손에서 시작된 오색으로 빛나는 한 줄기의 빛의실. 그 빛의 실이 그야말로 빛과 막먹는 속도로 저택을 포함한 일전한 지역을 휘감으며 거대한 마법진을 그려내고는 스르륵 녹아내리듯 사라져버린 것이다. 바로 라미아가 원치 않은 마법이 사용되는 것을 막아내는 마법진이었다. 정확히 이동용 마법의 사용을 말이다. 혹시 모를 룬의 도주를 미리 막아놓은 것이다. “헛헛......괜한 수고를 하는군. 룬님이 이곳에서 끝을 보실 마음을 먹은 듯 하니까 말이네.” 카제는 허허롭게 웃고는 손을 들어 주위에 있는 스물 한명의 무인들을 몇 명씩 뭉쳐서 배치했다. 이드는 일사불란한 적의 동태에 일라이져를 꺼내들고는 라미아를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녀가 마법을 봉인하고 있는 이상 라미아가 특별히 나설 일은 없기 때문이었다. “뭐, 간단히 들어놓은 보험이라고 생각해주세요.” 부우우 카제의 말에 가볍에 응수한 이드는 일라이져의 검신으로 부터 카제와 같이 은백의,하지만 좀더 투명한 검강을 뻗어냈다. “먼저 시작하시죠.” 이드는 일라지여를 앞으로 내뻗으며 카제와 그의 수하들의 공격을 기다렸다. 하나하나 확실히 상대할 생각을 굳힌 이드였다. 카제 역시 그런 이드의 의지를 확인한 것인지 늙은 몸을 긴장시키며 룬을 지키는 무인들을 향해 소리쳤다. “우리는 합공을 하도록 하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방법이긴 하지만......자네의 실력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 어쩔수 없는 일일세.모두 긴장해라! 상대는 본인보다 강하다. 공격을 피하고 짝을 이루어 공격한다. 또한 ......원거리 공격을 위주로 한다.가라!” 본래 저런 공격 방향의 지시 같은 것은 몰래 하는 것은 아닌지......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을 향해 기묘묘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검기를 막아갔다. 이십일 인의 무인 모두 카제를 확실히 믿고 있는 때문인지 카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말을 따른 원거리 공격이 상당한 내력을 담고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후우!오랜만의......실력발휘다.무형기류 전(專)!” 자잘한 비무 따위가 아닌 정말 오랜만에 몸으로 경험하는 전투라 힘이 솟는 모양이었다. 불끈 힘이 들어간 팔을 따라 휘둘러지는 일라이져의 검로에 그어지듯 쏟아져 나온 강기무가 이드를 중심으로 원을 형성하며 회전을 시작했다. 주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공격에 둥근 강기의 그림자로 몸을 가린 모습이 껍질속으로 숨은 거북이와 같았다. 하지만 무작정 공격 을 막는것이 아니었다. 쓰스스스스 강기무 자체가 유유(幽柔)한데다 원의 형상을 하고 회전까지 하고 있었기에 공격해 들어온 강기의 기운들이 모두 이화접목의 수법에 걸린 듯 약간씩 궤도를 수정해 이드를 아슬아슬하게 비켜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위험이 비켜갔다 싶은 순간 이번엔 이드외 공격이 이어졌다. “무형기류 산(散),변(變)무형비염(無形飛葉)!” 한밤중 고요한 가운데 바람에 나뭇잎이 바닥을 쓸며 날리는 소리가 이럴까. 싸앙아 하느 소리와 함께 강렬히 회전하던 압축된 강기무가 사바응로 흩어지며 작은 받날형으로 변히 회전하더니 카제를 비롯한 이십일 인을 향해 쾌속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절묘한 방어에서 공격으로의 전황이라고 할 수 있는 한수였따. 너무나 자연스렁누 초식의 변화에 급히 이드의 공격에 대항하던 사람들중 몇 명이 허둥대다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대단하군......예상은 했지만 참으로 대단한 실력이네.” 카제느 ㄴ일도에 강기의 파편을 처리하고는 감탄에 찬 눈으로 이드를 바라보았따. 적이기 이전에 순수하게 이드의 실력에 놀라고 있는 것이다. 젊은 나이에 참으로 기적과도 같은 성취. 하지만 놀라고만 있기에는 상황이 아주 좋이 않았다. “그 실력으로 나와 한번 어울려 보세나. 현천대도(玄天大刀)!” 콰르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검은 칼 번개가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카제의 손에 들린 목도를 중심으로 생겨난 회색의 거대한 도가 허공에서 이드를 향해 떨어져 내린 것이다. 그것은 다른 변식도 없었고, 속도도 빠르지 않았다. 오직 힘.이름 그대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큰 칼의 기세만이 담겨있는 강력한 초식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드를 긴장시키기엔 모자랐다. “강함이라면 지지않지요. 무형대천강!” 이드는 일라이져에 형서오디는 은색의 검강으로 회색빛은 대도를 향해 찔러 갔다. 베기와 찌르기 힘과 힘의 부딪침은 그대로 힘으로 터져나와 주위에 커다란 충격파를 생성시키며 다시 한 번 거대한 먼지바람을 일으켰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뿌연 먼지 속에서 이드와 카제는 마치 옛날 미 서부의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흑백 영화를 찍듯이 서로를 향해 천천히 움직여 나갔다. 그리고 이런 하나하나의 움직임에 더해질 때만다 먼지바람도 조금씩 찢겨 나가며 다시 화면은 총천연색으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온 화면에서는 카제가 손해를 보고 있었다. 다름 아니라 카제의 몸 여기저기에 혈흔이 비치족 있었던 것이다. 그 부상 입은 적들을 확인하자, 잠시 뒤로 물러났던, 방금 전 공격으로 이제는 십육 인이 되어버린 무인들이 공격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이드의 움직임은 지금보다 세배나 빠르게 바빠져야 했다. “히얏!수라참마인.청황호!”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바쁘게 움직이던 어느 순간,운룡 대팔식의 연천만해(撚天彎海)의 초식으로 거꾸로 서있던 이드의 입에서 기합성이 터져 나오며 순식간에 피빛으로 붉게 물든 강기가 주변의 공격을 막고 청황초로 앞에 붙어서 공격하는 카제를 떨어트렸다. 그러자 틈이 생겨났다. 상연히 이드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고,이드의 손가락 끝이 붉에 물들었다. “혈뇌천강지(血雷天剛指)!” 쩌러렁 이드가 가진 지공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순식간에 뻗어나간 지력에 다섯 명이 전투불능이 되고, 세명이 부상을 입었다. 카제느 그 참담한 광경을 바라보며 승패를 불 보듯 뻔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시간이 거리겠지만 이드의 승리였고,그것은 이 싸움이시작되는 그순간부터 애초에 정해졌던 것인지도 몰랐다. 판단이 내려지는 순간 카제는 손을 들어 모두를 물어나게 마들고는 룬을 불렀다. “정말 강하군, 정말 강해......별수없이......단장이나서주어야겠네.” 카제는 룬에게 뒷일을 맡기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이드를 약간은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이었다. 잠시 후면 이들이 죽이지 않고 제압할수 있었고,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변수도 없었다. 룬이 개입한다는 말에 이드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그당사자를 바라보았다. 뿐만 아니라 카제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일제히 룬을 항했는데, 룬은 그시선들 속에서 가만히 검을 들어 잠시 싸움을 멈춘 이드를 가리켰다. 순간 브리트니스와 룬이 손에서 검은색의 희미한 형상이 떠올랐다 다라졌다. 그것이 다였다.브리트니스는 다시 내려졌고, 상황에는 어떤 변화도 없었따. 하지만 장내의 사람들은 다르게 받아들였다.남은 십일 인과 카제는 뭔가르 아는 표정이었고,이드와 라미아는 희미하지만 아주 촘촘한 비단결 같은 옅은 기운의 흔적을 그제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기운이 약해.저걸로 뭘 할 수 있다고?’ 이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또 한 번 고개를 갸웃 거렸다. ‘제가 한번 알아볼게요’ 뒤로 물러나 있던 라미아는 미미한 기운을 대해 파악 하려고 마나늘 펼쳤다. 그사이 다시 카제와 십일인 무인 원거리 공격이 시작 되었다. 당연히 이드는 그 공격을 막거나 부수어버리고는 절묘하게 공격으로 초식을 전환해 날렸다. “엇?뭐,뭐야!” 이드는 전투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게도 갑자기 동작을 멈천채 황당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분명히 상대를 향해 날린 공격이 중간 에서...... “사라졌다?” 사라져버린 것이다.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지? 알 수 없는 일에 당황했지만 느긋하게 생각해볼 여유는 없었다. 카제와 무인들의 공격이 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공격을 막고 반격을 했지만 역시 날아가던 검강은 중간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아니, 무언가에 먹혀 버렸다는 표현이 더 적당할 듯 싶은 상황이었다. “칫,이건 ......뭐야.백화난무,수라만마무!” 이드의 기합과 동시에 그의 전신에서 붉은 빛의 축제가 벌어졌다. 붉은 꽃잎과 붉은 강사가 사방으로 뻗어나간 것이다. 이번 한 수는 상대의 생명을 고려하지 않은, 그러니까 상대를 갈가리 찢어버리기에 충분한 만큼 확실한 살수였다. 하지만 그런 날카롭고 강력한 살수도 중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이드는 공격을 그쳤다. 대신 오직 방어에만 주력했다. 그리고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는 건...... 다른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지만, 방금의 상황으로 봐서는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고...... 그럼 12대식을 사용해야하나? 설마, 룬이 손을 쓴게 이런 것일 줄이야.’ 자신의 검강이 사라지는 순간 그곳에서 너울거리는 희미하지만 존재감 있는 기운을 느꼈었다. 바로 룬에게서 비롯되던 기운! 이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에 대해 알아보겠다던 라미아의 말을 기억하고는 그녀를 불렀다. ‘라미아!’ ‘알아냈어요. 이드님의 공격이 사라지는 것을 통해 알아낸 사실인데......아무래도 이드님의 공격은 중간에서 봉인당한 듯해요.’ ‘봉인?’ 카르네르엘의 말이 다시 생각나는 이드였다. ‘네, 아마 이드님을 중심으로 크게 원형으로 그리면서 봉인의 힘을 진을 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기운이 중간에서 이드님의 공 격을 가로채서 봉인하는 거죠.’ ‘대응법은?’ 이렇게 막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고위의 봉인 마법이긴 하지만 강력하진 않아요. 제가 해제 할 수 있어요.하지만 방금 전 룬의 모습을 봐서는 금방 다시 마법이 펼쳐질 거예요.’ ‘그럼?’ ‘직접 공격을 하세요. 이 마법은 중간에 이드님의 공격을 잡아먹는 것이지, 직접적인 타격을 막아내거나 이드님의 신체를 구속하는것은 아니니까요.’ ‘좋아.’ 공격법이 정해지자 이드는 온몸에 내력을 돋웠다. 그리고 상대방의 생명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원한이 없기에 웬만해 서는 생명을 취하지 않으려 했지만 지금 상황을 봐서는 그것을 신경 써 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중간에 강기가 먹히는 모양으로 봐서 카르네르엘이 걱정했던 대로 자신이나 라미아를 대상으로 봉인 마법이 펼쳐질지도 모르기 때문 이었다. 정확한 상대의 힘에 대해 알이 못하는데 길게 끄는 것은 위험하다. 이드는 다시 한 번 사방에서 덮쳐드는 공격을 상대하고는 크게 일라이져를 허공에 뿌렸다. “찻, 화령인!” 이공격은 봉인의 힘을 다시 확인하고, 상대의 눈길을 끌며, 상대의 방심을 유도하는 일수였다. 이드는 강기의 칼날이 허공을 나는 순간 일라이져를 허공에 던지고 칼날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허공을 날아가는 강기에 전혀 뒤지지 않는 분뢰보로 속도로 천방지축 사방으로 번개가 뻗어나가듯 그렇게 이드의 몸이사방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철황기(鐵荒氣) 철황파산(鐵荒破山) 연환격(連還擊)!” 이드의 팔이 검게 물들고 그 주먹에 철황권의 파괴력이 날뛰었다. 빠각 뻐걱 콰아앙 검게 물든 번개가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그가 지나간 곳에서는 뼈가 부서지는 소름 돋는 소리와 함께 폭음이 일어났다. 남아 있던 카제와 십일 인은 갑작스런 이드의 쾌속적인 행동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룬의 능력을 확실하게 믿고 있었고,원거리에 서는 초단 거리로, 검의 권으로 바뀐 이드의 공격이 너무나 갑작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크아악......가,강......해.” 검게 물든 이드의 주먹이 막을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것이 카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옆구리로 깊게 틀어 박혔다 빠져나가는 이드의 주먹에 카제의 허리가 그대로 숙여진 것이다. 더구나 이드의 주먹이 순식간에 빠져나갔음에도 그대로 함몰되어 있는 것이 늑골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가 부서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드가 카제에게서 한 발짝 물러나자 뚝뚝 끊어질듯 이어지는 목소리로 카제의 입이 열렸다. “......커......헉......루.......룬의......생명......은......살......려......주게......큭......” 끝까지 마지막 할 말을 마치는 카제의 입에서는 한 줄기 핏 줄기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부러진 늑골이 내부 기관을 찌른 것이다. 좀 전 검으로 싸울 때도 한참이나 공수가 오갔는데 반해 주먹을 든 후에는 카제조차도 금세 처리되어버렸다. 이드가 상대를 생각하는 그 작은 사고의 차이가 이런 상황의 변화로 나타난 것이다. “말씀은 기억하겠습니다. 하지만...... 어찌 될지 답을 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다만, 저도 생명을 거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상황이 좋지 않아 과하게 손을 썼지만 제가 거근 생명은 다섯. 되도록 바라시는 대로 처리하죠.” 이드는 애써 스스로를 속이고 싶지는 않았다. 앞으로의 일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결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대답을 해 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지금은 전투 상태가 아닌가 말이다 하지만 카제는 그런 이드의 불투명한 대답으로도 충분했는지 작게 고개를 뜨덕 이고는 무릎을 꿇었다. 보기 좋던 수염은 어느새 붉게 물들어 그들의 패배를 알렸다. 2. 혼돈의 파워, 브리트니스 아시겠지만 브리트니스의 힘은 이곳에 속한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그것은 혼돈의 힘입니다. 이드는 쓰러지는 카제를 뒤로 하고는 룬을 향해 돌아섰다. 이드이 곁으로는 어느새 다가온 라미아가 서 있었다. 터억 스윽 내민 이드의 손위로 아까 전 하늘을 향해 던져두었던 알라이져가 떨어져 내렸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우리 일을 볼까요? 룬양.” 돌아본 룬의 얼굴엔 안타까움과 걱정이 떠올라 있었고, 눈가엔 약간의 물기가 생겨나 카제를 향하고 있었다. 아마 카제와 그 수하들이 다하기 전에 반응하지 못했다는 생각과 다친 사람들에 대한 걱정 탓일 것이다. 정말 어찌 보면 한 조직의 수장에 어울리는 것 같다가도,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저 나이 때의 순정 어린 고만고만한 소녀다. “룬양, 지금이라도 브리트니스를 돌려줄 수 없나요? 그렇게 하면 모든 일이 마무리되는데 ......어차피 그 검은 이사상의 것이 아니잖아요.” 부드러운 목소리로 라미아가 다시 한 번 룬에게 정중하게 권했다. “하아, 제 고집일지도 몰라요. 두 분 말처럼 이 검을 드리면 되는데......하지만, 하지만 저도 어쩔 수 없어요. 차라리 단순한 검이었다면 드렸겠지만 ......어쩔 수 없네요. 다툴 수밖에......” 정말이지 왜 저렇게 브리트니스에 집착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녀의 대답에 그토록 원치 않았던 것이기에 이드와 라미아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라미아의 말대로 그녀와 브리트니스 사이에 뭔가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본인이 말하지 않는 이상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물러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결국엔 저소녀와 싸움을 피할 수 없다는 것만이 명쾌해졌다. 이드는 일라이져를 다시 검집으로 돌려보내고 철황기를 입힌 양손을 들었다. 라미아는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는 디스펠 마법과 봉인해제의 마법을 준비했다. 룬이 사용했던 봉인 마법에 대한 대책이었다. 물론 그사이 룬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녀의 손에 들린 브리트니스가 다시 한 번 허공을 가리킨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검은 문양이 나타났는데, 이번엔 언뜻 봐서는 알 정도로 선명하게 검극에서부터 룬의 팔까지 검은 문양이 하나로 연결되고 있었다. 검은 문양. 그것은 일종의 마법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 전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일은 없었다. 다만 그녀를 중심으로 한 번 느껴봤던 비단 천 같은 봉인의 기운이 희미하게 흐른다는 것뿐. 이드는 그런 룬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가만히 숨을 들이마셨다. 이드는 원래 먼저 공격해 들어가는 타입이 아니었다. 공격하기보다는 상대의 공격에 대한 방어적인 공격을 취하는 전투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앞전 카제와 그 수하들과의 전투에서도 그들이 공격을 먼저 기다렸던 이드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룬의 평범한 모습에다, 봉인이라는 특수한 기술. 이번에는 이드가 먼저 움직이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마음먹는 순간! 핑 한 줄기 화살이 허공을 가르는 듯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이드가 룬을 향해 튕겨져 나갔다. 공격 방식은 전과 같은 직접적인 타격 방식을 택한 이드였다. 하지만 그녀에게 다가갈수록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녀의 주위에 맴돌고 있는 봉인의 기운. 이번엔 자신과 라미아를 둘러싸지 않고 그녀 주변에 맴돌고 있는 기운이 마음에 걸렸다. 이드는 룬에게 다가기 전 그 기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괜찮다면 이 한 번의 주먹으로 모든 일이 끝날 것이고, 아니라면...... 터텅 ......이렇게 곤란해지겠지. 약간 실없어 보이는 소리와 함께 주먹과 몸에 와 닿는 감각. 이드는 그감각을 느끼며 순간 반동을 이용해서 바로 뒤로 물러났다. 마치 모래가 든 샌드백을 쳤을 때의 감각이라고 할까? 단단하지만도 않고, 물렁한 것도 아니......마치 보통의 주먹으로 사람을 친 듯한 느낌이었다. “치잇,라미아!” “알아요.해제!” 짜자자작 라미아의 마법에 따라 룬을 감싸고 있던 허공중에 갑자기 강렬한 스파크와 함께 이질적인 두 기운의 충돌이 일어났다. 마치 햇살에 비친 투명한 유리와 같다고 할까? 두 기운의 영향을 받아 한 순간 반투명한 검은색 반구형의 기운이 모습을 드려냈다 사라졌다. 봉인이 드디어 해제된 것이다. 그러나 그 해제와 동시에 다시 검은 빛이 일어나며 룬의 주위를 감싸 안아버렸다. “이래서야......” 이드는 그 광경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이래서는 도무지 공격이 먹히길 기대할 수가 없었다. 앞전에 자신의 공격을 고스란히 먹어치우는 마법의 효과를 직접 확인한 이드가 간단히 내린 결론이었다. “후,12대식을 사용할까?” 이드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12대식의 사용을 진지하게 고려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저 봉인의 마법은 라미아처럼 마법을 상대하기보다는 힘으로 부셔 나가는 게 더 좋을 거 같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드의 생각보다 룬의 행동이 조금 더 빨랐다. 이드와 라미아가 그녀를 앞에 두고 공격 방법을 찾는 사이 그녀의 브리트니스가 다시 한 번 움직이며 봉인의 마법을 그녀들까지 포함한 채 펼쳐낸 것이다. 다시 말해 중앙의 룬의 뺀 도넛 형태의 봉인지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이드와 라미아가 봉인의 기운으로 그 사실을 알고 막 봉인을 깨려고 하자 룬이 질끈 입술을 깨물며 브리트니스의 일부를 봉인지 안의 땅에 박아 넣는 것이 아닌가. 슈아아아아 그러자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브리트니스와 룬의 팔을 덮고 있던 검은색의 문양에서 한 줄기 기운이 피어오르더니 하나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커다란 검은색의 로브를 입은 툭 튀어나온 광대뼈와 인자해 보이는 긴 수염이 인상적인 노인의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그 갑작스런 현상에 이드와 라미아가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검은색 일색으로 생겨난 존재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으음......실로 오랜만에 현신이로고. 저번에 모습을 보이고 일년 만인가? 하지만 이번에도 싸움을 위해서 나서야하는 것이니 마음이 편치는 않구나. 오랜 잠 끝에 의지가 깨었건만 ...... 싸움뿐이라니.” 갑자기 웬 신세타령? 이드는 느닷없이 나타나서 요령부득의 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검은색 일색의 존재를 경계하듯 노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보시오, 노인장.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요?” 실재 노인에게 하기에는 조금 무례한 말투였지만 앞의 존재는 진짜 인간이 아니었다. “허허, 보면 모르나. 신세를 한탄하고 있지 않은가.” “내 말은 ......뭐 하는 존재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오.” “글세, 뭐 하는 자인가......” 검은 존재는 이드의 말에 무언가 생각하는 표정으로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때 라미아가 이드의 곁으로 다가와 속삭였다. “이드님, 상대는 사념의 덩어리예요. 인간이 남긴 기억이 의지를 가진 것. 그것을 중심으로 마나로 형체를 만들고, 봉인의 마법으로 모습을 고정시킨 것 같아요.” “맞아, 난 그런 존재지.” 라미아의 속삭임을 들었는지 검은 사념의 존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더하자며 ㄴ내 이름은 지너스라고 하지. 아주 고대의 고대에 이 세상을 봉인했던 자가 남긴 의지. 너무도 추악하게 더렵혀지는 세상의 말로에 스스로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던 흐트러진 염원. 그게 나지.” 끄응, 단지 브리트니스만 찾으면 되는데, 정말 골치 아프게 하는군...... 이드의 입가에서 눌린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너스라니. 그 이름은 이런 곳에서 다시 듣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더구나 비록 사념이지만 그 이름을 가진 존재를 만나게 될 거라고는 더더욱 생각도 못했었다. 그제야 왜 룬이 브리트니스를 포기하지 못했는지 알 수 있을것 같았다. 정확한 사유는 알수 없지만, 바로 저 지너스의 사념이 브리트니스에 붙어 있기 때문인 것이다. 더구나 지금 생각이 난 것이지만 룬의 성이 지너스라고 했었다. 다른 것 필요 없이 그것만 보더라도 룬과 지너스의 인연이 결코 짧지도 , 얕지도 않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같은 성을 쓴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으로 가족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이드는 왠지 뭔가 꼬인 느낌에 거칠게 머리를 쓸어 넘겼다. 이제야 왜 그렇게 룬이 당당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한 조직의 수장을 맡을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바로 저 지너스가 옆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인간은 아니지만 같은 성을 사용하는 가족인 그가...... 아, 정말 검 하나 찾는게 왜 이렇게 복잡하단 말인가. “후, 룬양.” 가만히 머리를 쓸어넘긴 이드가 룬을 불렀다. 가능하다면 싸우지 않은 것이 서로에게 좋은 법이다. “아무래도 브리트니스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분, 지너스 때문인 것 같은데......” 끄덕 브리트니스를 잡고 있던 룬이 이드의 말에 지너스의 뒤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때요? 가능하다면 저희가 이분을 다른 곳으로 옮겨드리겠습니다. 대신 브리트니스를 돌려주......핫! 갑자기 무슨......” 촤아아아악 이드는 순식간에 자신을 중심으로 묶여드는 촘촘한 비단결 같은 봉인의 기운을 느끼고는 땅 위를 미끄러지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이드가 뒤로 물러서는 그 순간 그가 있던 땅의 일부와 함께 직경 3미터 정도의 공간이 작에 오므라들며 검은색의 공으로 변했다가 사라졌다. 정말 간발의 차이로 피했다고 할까. “이게 무슨......” “헛헛헛......대개 이런 걸 불의의의 기습이라고 하지.”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는 지너스는 그야말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편안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아까운 일이지만 자네의 말 데로는 할 수 없네. 자네는 모르겠지만 나와 룬 그리고 이 검 브리트니스는 하나로 묶여 있거든. 룬은 나나, 이브리트니스가 없어도 상관이 없지만, 나와 이검은 셋 중 누구 하나만 없어져도 존재가 균형이 깨어져 사라지게 되지. 다시 말 해 다른 곳으로 옴겨 질 수 없다는 말이네. 우리 셋은 이 세상을 봉인하던 마법진의 일부로 묶여진 사이거든.” 지너스는 그렇게 말하는 도중에도 다시 한 번 이드를 향해 봉인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미 단단히 준비하고 있던 이드를 잡을 수는 없었다. 봉인의 힘을 확실히 대단한 것이긴 해도 발동이 늦는 것이 최대 약점인 듯했다. “자네는 아나? 남겨진 내가 이 세상에 실망하고 스스로를 무너뜨리려고 할 때 이세상의 봉인을 푼 것이 누구인지 말이야. 바로 저 브리트니스 라네. 저 위대한 차원의 길을 걸어와서 결계의 심장에 틀어박힌 것이지.” 지너스는 브리트니스와 자신이 그리고 룬과의 관계를 주저리 주저리 잘도 떠들어댔다. 나이 든 사람 특유의 수다일까, 이드는 한편으로 그런 생각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드와 라미아의 귀가 흥미로 기울여지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지너스가 저런 일들을 왜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모두귀가 저절로 쏠리는 흥미로운 내용들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러는 중에도 봉인의 기운을 끊임없이 이드를 따라 형성되었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원래 사념인 나는 아무런 힘이 없지.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렇게 봉인의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지.바로 저 브리트니스의 혼돈의 힘을 동력으로 해서 검에 새겨진 봉인의 마법진을 사용하는 것이지. 또 그러기 위해서는 룬도 꼭 필요하지. 우리 셋을 이어주는 존재가 그녀거든.” “왜 그런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글쌔......오랜 세울 동안 같은 자리에서 강물을 바라본 늙은이의 지혜에서 나온 보험이라고 할까. 내 보기에 자네는 그렇게 독해보이지 않네. 지금의 이야기를 들어두면 만약의 경우라도 룬을 해하지는 않을 것 같거든. 사실 ......정면으로 부딪치면 승산이 없을것 같아서 말이야. 또 자네를 잡아두려는 늙은이의 변덕이기도 하지. 하하하하......” “무슨......엇?” 지너스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던 이드는 갑자기 사방에서 생겨나 몸을 조여 오는 기운에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 라미아가 급히 다가오려 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도 이미 또 다른 결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드는 비단 두루마리에 둘둘 감긴 답답한 느낌을 느끼며 지너스가 중얼거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의 말대로 룬을 변호해준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자신과 라미아의 주의를 조금이라도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때때로 봉인의 마법을 시도하며 자신과 라미아를 생각한 곳까지 몰아가고, 미리 펼쳐놓은 봉인의 그물로 도망가기 전에 잡는다! 이드는 자신을 빈틈없이 조이고 있는 강력한 힘의 기운에 사냥개에 물린 사냥감의 느낌을 맛보았다. 하지만 사념만 남았다고 해도 지너스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눈치 채지도 못하는 사이에 기감의 영역을 피해서 이렇게 그물에 걸려들다니. 확실히 세상을 봉인할 만큼 대단한 자인 것만은 분명한 모양이었다. “솔직히 난 자네들을 어떻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사념일 때야 내 상각과는 달리 파괴되고, 더렵혀져만 가는 인간들의 모습에 모든 걸 부셔버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거든, 이미 신의 개입으로 세상이 바로잡혀가기 시작했지. 누군가의 말대로 인간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세상을 이루는 작은 한 부분이란 말이 진정한 힘을 얻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지. 좌우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그저 아이를 돌보며,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 전부라네. 지금에 와서 내 흔적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여한은 없네. 하지만 엣상이 바뀌어가는 모습과 저 아이가 자라는 모습만은 보고 싶다는 생 각이 있지. 어떤가? 자네, 저 아이가 명이 다 할때까지 만이라도 기다려줄 수 없겠나?” 비록 진짜 인간의 영혼이 아닌 인간이 남기 ㄴ사념이라고는 하지만 너무나 오랜 시간을 흘러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인간과 같아진 진정이 담김 지너스의 말이었다. 그 말에 이드가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미 결심했던 상항. 이드는 신체의 속박과는 달리 여전히 도도히 흐르고 있는 내력의 움직임을 조절했다. 그러자 바람도 없는데 이드의 머리카락이 파르를 휘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바우우우우 보랏빛 빛무리가 이드의 허리를 중심으로 강렬하게 회전하며 생겨났다. 그 빛의 원은 점점 회전을 빨리 하며 그 크기를 더했다. 그러자 파지직거리는 스파크와 함께 이드의 주위를 덮고 있던 봉인의 기운과 정면으로 부딪치기 시작했다. 이드의 몸 주위로 호신강기를 형성하고는 한순간 강력한 내력을 내치며 보랏빛 원형의 륜으로 봉인의 기운을 잘라 나갔다. 파즈즈즈 치커커컹 급격히 크리를 더하는 륜의 힘 앞에 봉인의 기운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깨어졌다. 지너스의 이야기대로라면 봉인의 마법에 사용 되는 힘은 혼돈의 파편의 힘! 이미 혼돈의 파편을 몇 번이나 상대하며, 그들을 다시 봉인하기도 했던 이드였다. 봉인이라는 방법을 상대할 수는 없어도, 힘 대 힘으로 부셔버리는 것은 가능했던 것이다. 꼭꼭 묶인 밧줄을 풀 수 없을때 칼로 잘라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휘이잉 자신을 묶고 있던 봉인의 마법을 일거에 부셔버린 이드는 곧 손을 휘둘러 허리에서 회전하던 강기의 륜을 던져 라미아와 자신을 가르고 있던 봉인의 마법까지 부셔버렸다. “죄송하지만, 그 부탁 들어 드릴 수 없겠습니다. 아시겠지만 브리트니스의 힘은 이곳에 속한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그것은 혼돈의 힘입니다.” “헛헛......나도 오랜 시간 지켜보고 알았지만 혼돈도 세상의 한 부분이지.” “그것은 세상의 생기를 불어 넣는 혼원이겠죠. 하지만 브리트니스에 깃든 힘은 제어되지 않은 혼돈입니다.” 이미 결심을 굳힌 이드였다. 지너스는 이드를 지긋이 바라보고는 봉인의 힘들 다시 조종했다. 가장 외각으로 가장 두꺼운 검은색으로 물든 거대한 원형의 봉인과 내부에 지너스와 브리트니스를 중심으로 한 작은 봉인의 힘. 이미 룬의 따로 떨어트려놓은 지너스였다. 이드는 묘하게 몸이 눌리는 감각을 느꼈다. 봉인에 의한 압박이라기보다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때 느끼는 그런 이질적인 감각은 정확했다. “지금 우리는 하늘에 있지. 구름 위에 까마득한 하늘이네. 자네와의 충돌에 룬을 비롯해서 다른 사람들이 말려들면 위험하지 안겠나. 자, 난 준비가 되었네. 오시게.” 말과는 달리 공격이나 반격을 준비하지도 않고서 털털한 웃음을 흘리는 지너스의 자세는 정말 세상을 다 산 노인의 그것이었다. “그럼......부탁을 들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12대식 팔천광륜법(八天廣輪法)!” 바우웅 ...... 바우웅 바우웅 바우웅 이드의 단전를 중심으로 여덟 개의 둥근 륜(輪)이 생겨났다.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는 륜 형태의 강기는 앞서 이드가 사용했던 것과같은 모습으로 이드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여덟 개의 륜은 서로서로 교차할 때마다 그 사이에 숨어 있는 공기를 베어내는 듯한 섬뜩한 소리르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드는 그런 여덟 개의 륜 속에서 똑바로 브리트니스를 들고 있는 지너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후 이드는 기합과 함께 지너스를 향해 뛰어나갔다. “천륜의 힘은 태산을 부수노니,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 태산파형(太山破型)!”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는 그의 형체는 긴 유선을 그리지만 상상 할수 없는 속도로 떨어지는 유성의 모습 그대로 닮았다. 또 그 앞에 있는 작은 돌멩이나 공기도 모두 그의 앞에서 산산이 부서져 나가며 소멸해 갔다. 가히 파천의 위력이었다. 그리고 그런 보랏빛이 물든 유성과 흐릿한 검은색의 구가 부딪치는 순간! 차아아앙 검은색 봉인 안을 쩌렁쩌렁 울려내는 검명이 울렸다. 그리고 그소리의 근원이 있는 곳 그곳에는 어느새 보랏빛 륜을 회수한 이드와 브리트리스를 들고 있는 지너스가 보였다. 헌데 지너스의 손에 들린 브리트리스의 검신이 끝에서부터 마치 모래처럼 부서져 내리고 있는게 신기했다. 아마 방금 전 들렸던 그 날카로운 검 명이 브리트니스의 마지막 비명성이었던 모양이었다. 힘 대 힘! 철저한 봉인에 쌓인 방어와 절대의 공격력이 서로 부딪친 결과였다. 그리고 부서져 내리던 브리트니스가 손잡이만을 남겨놓았을때 이드가 천천이 입을 열었다. “어르신의 부탁......들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됬어. 자네를 볼 때부터 짐작한 일이었으니까. 또 자네의 말도 맞아. 혹시 모르지, 내가 혼돈에 물들어 폭주했을지도......그가능성을 생각하면 오히려 잘된 일이야. 이미 그 아이에게 이런 일을 생각해서 호신 할수 있는 물건도 주어노았지.” 고개를 내젖는 지너스의 말에 대충 짐작이 갔다. “종속의 인장.” 뒤에서 두 사람을 충돌을 지켜보고 있던 라미아가 명쾌하게 답을 내놓았다. “그래, 그렇지. 똑똑한 아기씨구면. 그것을 가지고 있는 한 누구도 그 아이를 함부로 하지는 못할 거야. 그게 아니더라도 카제라는 사람이 어지간히 잘 돌봐줄까만은......자네 설마 그 것까지 상관치는 않겠지?” 이드는 지너스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저와는 상관이 없는 물건입니다.” 브리트니스의 그레센 대륙의 것이지만 , 종속의 인장은 원래 이 세계에서 태어난 물건이었다. “그래,그래. 그럼 이거 미안하게 됐는걸.” 모슨 뜻인지 모를 지너스의 말에 이드와 라미아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그 사이 브리티니스는 완전히 사라지고 지너스 역시 그 형체가 점점 투명해 지고 있었다. 지너서는 희미하게 반대편이 비치는 얼굴 위로 손주를 놀리는 심술쟁이 할아버지의 미소를 띠었다.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브리트니스의 혼돈의 힘과 내가 가지고 있던 봉인의 힘을 모도 자네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마법에 쏟았지 뭔가. 모르긴 몰라도 일년 동안 지속될 봉인이네. 혹 모르지, 방금 전과 같은 공격으로 계속한다면 조금 그 기간이 줄어들지도...... 허허헛......자네와의 인연도 꽤 재미있었네. 그럼......” 말을 다 마쳣는지 지너스는 허허로운 웃음과 함께 순식간에 허공중으로 녹아 사라져버렸다. 마지막 말은 자신을 부탁을 들어주지않은 이드에 대한 작은 복수가 아닐까. 이제 사방 50미터 정도의 공간 안에 이드와 라미아, 두 사람만이 남게 된 것이다. “어떡하지?” “글쌔요.” 한 번 봉인을 향해 팔천광륜법과 디스펠, 봉인 해제의 마법을 사용해본후 골란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이드와 라미아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겉으로 드러난 표정에 지나지 않을 뿐, 그 목소리는 전혀 걱정이 들어있지 않았다. “쩝, 그냥 ......맘 편히 쉬지뭐. 일년 정도는 내력으로 문제없이 버틸수 있으니까.” “흐응......그래도 오엘이 기다릴 텐데......걱정이네요. 그런데 정령은 소환이 되려나? 물도 먹고 목욕도 해야 하는데......” 다섯 번이나 봉인과 부딪쳐본 후에야 봉인을 대한 이드와 라미아의 태도가 확실해졌다. 이제 이곳에서 생활할 궁리를 하는 두 사람이었다. 그뒤 동춘시 상공에는 몇달 동안 그렇게 처음 보는 검은색 구체가 해와달 함께 둥실 떠 있었다. 3. 이드와 라미아, 다시 그리운 곳으로! 온통 프르고 프른 세상이다. 푸르면서도 투명하고 그래서 더욱 높아 보이는 하늘이었다. “이드, 일어나요. 그만 일어나라니까요.” 노곤한 느낌에 빠져 있던 이드는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느낌에 부스스 눈을 떴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햇살에 반짝이며 온통 시야를 점령하고 있는 은색의 빛나는 머리카락. 그리고 라미아의 얼굴이었다. 어제도 이렇고, 그저께도 그랬고, 그 이전에도 그처럼 아침을 맞았던 것이 멍한 정신 중에 기억난 이드는 약간은 몽롱한 미소와 함께 라미아의 얼굴을 당겨 그녀의 입술에 아침인사를 했다. 두 사람이 브리트니스의 일을 처리한 지도 이제 제법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햇수로 8년이고, 이 세계로 온 지는 9년이 되고 있었다. 마지막 지너스의 봉인을 나오는 데는 4개월이 갈렸다. 일 년이나 그저 기다릴 수 없어 생각나는 대로 느긋하게 봉인을 공략한 덕분에 단 4개월 만에 봉인의 힘이 다한 것이었다. 봉인에서 나온 두 사람은 가장먼저 오엘을 찾았다. 잠깐 나갔다 온다는 것이 거의 반년이나 늦어버렸기에 두 사람은 그녀를 만나보고 가장 먼저 사과부터 했다. 그 후 두 사람은 한국으로 왔고, 이드가 라미아에게 약속한 대로 가이디어스 근처에 집을 하나 마련했다. 몬스터로 인해 가이디어스 근처의 집은 구하기도 어려웠고, 있어도 그 가격이 상당했지만 연영과 가디언이 나서준 덕분에 쉽게 구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집이 마련되고, 두 사람이 들어서게 되지 그 집은 자연스럽게 신혼집과 같은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항상 함께 하는 두 사람이었고, 느긋하게 세상을 즐기는 두 사람이었기에 주위에서는 너무나도 부러워했다. 그 집에서 그렇게 8년을 살았다. 생활하는 도중 몇 번 가까운 곳까지 몬스터의 습격이 있을 경우 나서기도 했다. 가디언과 연영에게는 미리 언질을 주었기에 두 사람에게 별달리 도움을 요청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가디언은 가디언대로 국가는 국가대로, 제로는 제로대로 모든 세력이 새롭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 여유로움 속에서 느긋하게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몬스터와 사람, 마법과 과학이 사라지고, 변하고, 융합하는 장몀을 파노라마처럼 바라보았다. 드워프의 연구 자료를 가지고 차원이동 마법에 대한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상당히 여유로우면서도 심심하지 않은 만족스런 팔 년을 보낸 것이다. 아, 가장 중요한 일이 있었다. 바로 이드가 라미아를 자신의 반려로 받아들인 것이다. 집을 산 지 2년이 지나고 3년째가 가까워 오던 어느 날 두 사람이 이어진 것이다. 소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강하고, 편히 반겨주는 집이 있었기에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3년 동안 관계를 가지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드가 그레센에서 맞아들인 일리나 때문이었다. 그녀에 대한 책임감에 이드가 라미아를 쉽게 허락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만 달리한다면 그것도 쉬운 일이었다. 어차피 두 사람 다 자신의 반려! 누굴 먼저 취하든지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마음먹는데 2년이 걸린 것이다. 아니, 영원을 함께할 두 사람이었기에 이드라 라미아를 취하는 일은 이미 두 사람의 만남에서부터 확정된 사실이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니......늦었다고 할 수도 없었다. 하여튼 여자와 관련해서는 상당히 느린 이드였다. 그리고 그때부터 라미아가 이드의 이름에 님자를 붙이지 않게 되었다. 이드는 한여름의 느긋한 햇살을 받으며 라미아와 함께 옥상의 그물 침대에 대롱대롱 누워 있었다. 미리 펴 놓은 파라솔이 적당량의 햇살을 가려주어서 아주 기분이 좋았다. 이드는 그 편안한 기분과 몸으로 전해져 오는 라미아의 기분 좋은 체온을 만끽하며 활발하게 돌아가는 도시를 나른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8년 간 몬스터와 엎치락뒤치락 하는 사이. 누가 눈치 채지도 못하는 그사이에 세상은 스스로 가장 자연스런 모습으로 균형을 잡아 나가고 있었다. 이제는 몬스터를 겁내서 가디언 본부에 주변에 진을 치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 지금의 사람들도 어느새 몬스터와 바뀌어버린 세상에 익숙해진 것이다. 새로운 사실과 새로운 진리에 익숙해진 것이다. 지금까지 인간들이 파내 써서 고갈되어 가던 자원들도 전부 다시 채워졌다. 정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분위기였다. 라미아를 한 팔아 안은 채 다시 움트는 세상의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이드의 입에서 문득 나직한 말이 흘러나왔다. “이런 풍경도 나쁘지 않아. 결국 이렇게 되는 거지. 내가 개입하지 않아도, 룬이나 브리티니스가 나서지 않아도......세상은 스스로 알아서 자기 갈 길을 찾아가는 거겠지. 세상을 흐르게 만드는 자연의 섭리와 같이......저절로 흐르는 것. 괜찮군. 좋은......느낌이야.” 누군가를 향한 말이 아니었다. 누가 들으라고 한 말이 아니었다. 그저 갑자기 떠오른 혼잣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내용을, 그 말을 하는 이드의 기분을, 그 말을 하는 이드의 뜻을 정확하게 들은 존재가 있었다. 아니 물건이 있었다. 우우우우우웅 팔찌. 모든 일의 원흉이랄 수 있는 팔찌가 9년 만에 이드의 말에 깨어나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하하핫, 정말 엉뚱한 때 엉뚱하게 반응을 한단 말이야.” 정말 생각지도 않은 때에만 반응을 하는, 요상스런 물건이었다. 하지만 이미 두 번이나 겪은 일이기도 했다. 이드는 이번엔 또 어디냐는 심정으로 라미아를 안고서 팔찌에서 일어날 강렬한 빛을 기다렸다. 헌데 이번에는 팔찌의 반응이 조금 이상했다. 눈부시도록 강렬한 빛도 없었고, 엄청난 기운의 흡입도 없었다. 다만 백색과 흑색, 청색으로 은은히 빛나던 팔찌가 빛으로 변해서 흩어지고 뭉치는 장엄한 모양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그 색다른 광경에 이드와 라미아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 순간! 이드의 머릿속으로 아니, 저 깊은 마음속으로 두 번이나 들은 적이 있는 세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권능을 허락받은 자. 섭리의 흐름을 인식한 자. 세상을 끌어안은 자. 이제 그대에게 권능이. 이제 그대에게 축복이. 이제 그대에게 자유가. 그대에게 영광된 칭호를. 그대는 이제 자유로운 여행자.] 화아아아아 목소리가 그치자 그때까지 산란을 계속하던 삼색의 빛이 하나로 석이며 이드의 가슴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마치 물이 모래 속으로 스며들 듯 그렇게 아무런 위화감 없이 이드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빛은 이드의 영혼 속에서 하나가 언어가 되고, 하나의 문장이 되고, 하나의 증표가 되었다. 그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라 이드는 그것이 그렇게 되는 동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느낌을 그대로 전해 받은 라미아가 스르륵 자리에서 일어났다. “휴우, 좀 더 이런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싶었는데......에효, 어쩔 수 없죠 뭐.” 이제 이곳을 떠날 때나는 이드의 생각을 전해 받은 라미아였다. 그녀는 바로 체인지 드레스의 마법으로 이드와 자신의 옷을 여행복으로 바꾸고 휴와 일라이져를 챙겨들었다. 두 사람이 챙길 것이라곤 이것이 전부였다 그런 두 사람 앞으로 어느새 만들어졌는지 빛으로 형상을 이룬 커다란 문이 눈앞에 버티고 있었다. 이드는 일라이져를 받아들며 그 문을 바라보았다 “여행자리. 훗, 그 동안 마법을 연구한 게 바보 같은 짓이었네. 이렇게 쉽게 차원 간의 이동을 허락 받을 줄이야......자, 그럼 돌아가 볼까? 라미아, 그레센으로!” 자유로운 여행자라는 칭호로 인해 차원이동의 자유를 얻은 이드였다. 하지만 아직 중원으로 갈 수는 없었다. 라미아는 이드의 팔을 껴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리나도, 세레니아도 보고 싶어요. 그리고 그레센의‘일’을 처리해야 이드님의 누님들께 인사드릴 수 있잖아요.” 그렇다 여행자의 신분으로는 아직 중원으로 갈 수 없는 이드였다. 이드는 라미아르 ㄹ바로보고는 빙그레 웃어보이고는 빛으로 만들어진 문으로 들어갔다. “자, 그럼 그레센 대륙이 있는 곳으로......” 파하아아앗 이드의 주문과도 같은 말에 문은 알아듣기라도 한 듯 강렬한 빛으로 두 사람에게 대답했다. 헌제 빛 속으로 아스라이 사라지던 두 사람 중 갑자기 이드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앗!자, 잠깐! 이동 시간 점을 고정시키는 걸 깜박했다.” 놀란 목소리가 쩌렁쩌렁 거리며 사라지는 빛의 문 바깥까지 울려나왔다. 하지만 다시 되돌아 갈수도 없는 일...... 그 뒤를 따라 라미아의 투덜거림이 들여오며 빛의 문이 완전히 형체를 감추었다. “저엉말! 이드 바보옷!” 온통 푸르고 푸른 세상이다. 푸르면서도 투명하고 그래서 더욱 높아 보이는 하늘이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움 그 자체이거나 아니면 가슴에 품은 듯한 바다의 짙푸른 빛이 어울려 온 세상은 그야말로 새파랗게 물 들어 있었다. 그사이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정처도 없이 아무런 구속도 없이 간간히 흘러가는 새하얀 구름과 투명한 바람뿐. 그저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자연의 호흡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을 가슴속에 고스란히 담을 수 있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런 완전한 세상 속 한가운데 있는 듯 없는 듯 앉아 있는 이드는 천혜의 광경을 그렇게 넋 놓고 감상하고 있을 상황이 되지 못했다. 연신 머릿속을 쨍쨍거리며 울려오는 라미아의 잔소리 때문 이었다. [세상에 어떻게 그걸 깜빡할 수 있는 거예요. 도대체가 차원 이동을 한다는 사람이 차원 간의 시간점은 물론이고, 공간점을 고정시키는 걸 잊어 먹다니......그건! 땅 속 한가운데로 텔레포트 해가는 바보 마법사보다 더 바보 같은 일이라구요,알아요?] “그래, 다아 내 잘못이야......” 이드는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이 자리에서 실감하고 있었다. 이 아름답고 놀라운 광경마저 보이지 않게 하는 저 무지막지한 소음 공해! 다다다다 따지고 드는 것이 영락없이 덜렁대는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는 아내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멈출 줄 모르고 이어지는 라미아의 질책에도 이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는 백 번 생각하고 따져 봐도 자신이 잘못한 게 너무도 확실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드에게 허락된 여행자란 칭호와 차원이동의 능력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말 그대로 한 세계를 관리하고 지배하는 신들에게 도 허락 되지 않은 능력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초월적인 능력인 만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라미아가 이드에게 따지고 드는 차원 간의 시간점과 공간점이 그것이었다. 서로 다른 차원 사이에는 신이라 해도 함부로 다니지 못하는 거대한 벽이 가로막고 서 있다. 그 벽을 사이에 두고 두 차원은 완전히 다른 세상을 의미한다. 생태계와 종족은 물론 자연환경과 시간의 흐름까지 달리하는 것이다. 때문에 차원을 넘을 때는 미리 두 차원간의 시간의 흐름을 조절해아 하는 것은 필수다. 그 조절에 따라 현재 차원에서의 십 년을 저쪽 차원의 일초라는 시간에 끼워 맞출 수도 있고, 백년의 시간 흐름에 끼워 넣을 수도 있는 것이다. 공간점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차원이동으로 도착할 장소를 지정하는 행위였다. 차원이란 것이 손바닥만한 동네 이름도 아니고, 그 광대한 하나의 세상 속에서 당연히 도착해야 할 곳을 정확히 지정해아 하는 것이다. 막말로 광대한 우주 한가운데 떨어질지도 모를 일이지 않은가. 텔레포트와 비슷하면서도 더욱 신중하고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차원이동이었다. 헌데......덜렁꾼으로 전락하고 만 이드는 바로 그중요한 시간 점과 공간점의 설정을 아물 생각 없이 그냥 꿀꺽하고 차원이 동을 감행 했으니......정말 라미아에게 어떤 쓴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그레센에 제대로 떨어진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치자면, 그건 다행 수준이 아니라 천만다행으라고 해야 할 것이다. 비록 그것이 어디인지 모를 바다 한가운데라고 해도 말이다. 아무것도 없는 무변한 우주 공간이나 땅 속에 비한다면 그것만큼은 또 훨씬 나은 것이 사실이기도 했다. 그레센 대륙이 이별 안에 존재 하는 이상 텔레포트로 이동해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죠. 어떤 덜렁대는 누군가가 시간 점을 정하지 않은 통에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말이죠. 혹시 알아요? 높이 솟아 있어 우러러보던 산이 사라져있고, 평지가 융기해 산으로 바뀌었을지......안 그래요? 이드.] 이 또한 라미아의 말 대로였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아직도 이드와 라미아가 바다 한가운데 둥둥 떠다니고 있는 중인 것이다. 당연히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이드로서는 별달리 말대꾸도 하지 못하고 연신 고개만 주억거릴 뿐이었다. “아하하하 ...... 그렇지. 하지만 조금은 기다리면 알 수 있을 거야. 저기 배가 다가오고 있으니까.” 이드는 앉은 자세 그대로 쓰윽 돌아앉았다. 이곳에는 이미 수백 미터 앞까지 접근한 배가 있었고, 그것은 흔히 일반적인 여객선이라고 하는 것보다 두 배쯤 규모가 커 보였다. 갑판 위에는 이런저런 다양한 옷을 차려 입은 수십 명의 사람들이 나와 있었고, 대부분 난간으로 붙어 서 있는 것으로 짐작하건대 모두 바다 한가운데 덩그러니 떠 있는 이드를 구경 온 것 같아 보였다. 그 배는 이드가 차원이동을 끝마치고 바다에 떨어졌을 때 저수평선 끝에서 작은 점으로 다가오고 있던 배이기도 했다. 이드와 라미아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저 배를 보았기 때문이기도 했던 것이다. “어이, 바다 위에 앉아 있는 자네, 괜찮나?” 잠시 후 이드의 바로 코앞까지 스르르 밀려온 배 위에서 선원으로 보이는 우람한 체격의 사내가 상체를 쑤욱 내밀며 소리쳤다. 그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왠지 정겹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그레센 대륙으 ㅣ공용어였다. 이드는 사내가 구사하는 언어를 통해 다시 한 번 그레센 대륙으로 무사히 귀한 하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하......뭐, 어디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한다는 것만 빼면......별문제 없는 것 같네요.” 이드는 농담조로 물어 오는 선원에게 가볍게 대답했다. 그러자 얼굴을 내민 선원 옆으로 사십대쯤 되어 보이는 갈색 머리의 중년인이 웃으며 나타났다. “후하하하하...... 재미있구만. 별문제도 없다니 ......그럼 우린 그냥 가도 되려나?” 긁적긁적 이드는 중년인이 장난스레 묻자 라미아가 짧게 손질해준 머리카락을 뒤적이며 한 눈을 찡긋거려 보였다. “그래도 되지만......이왕이면 다른 곳으로 좀 자리를 옮겨보고 싶은데요. 태워주시겠습니까?” “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젊은 사람이 맨몸으로 바다에 떠 있길래 용기만 대단한 줄 알았더니, 넉살도 꽤 좋은데......좋아, 뱃삯만 낸다면 내 태워주지. 돈이 없더라도 걱정 마 일거리도 충분하거든.” “아아......걱정 마시고 태워주세요. 특실을 빌릴 테니까요.” 중년 남자는 이드가 연신 장난을 치거나 허풍을 떠는 것처럼 들렸는지 다시 한 번 와하하 웃고는 줄사다리를 늘어트려 주었다. 이드는 그 줄을 잡고 배에 올랐다. 그저 가볍게 한 번 도약만으로 충분히 올라갈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렇게 하면 괜히 갑판에 나와 구경하는 탑승객들에게 경계심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이드가 올라선 배의 규모는 밑에서 볼 때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넓히면서도 안전한 항해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선 기술 역시 뛰어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데 이 배 한 척만으로도 그레센 대륙의 조선 기술이 그다지 낙후되지는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넓은 갑판 중간 중간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의자와 테이블들이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는데, 그 사이사이로 많은 사람들이 한가롭게 서거나 앉아 있었다. 그들은 시선이 하나같이 지금 막 갑판에 올라서 ㄴ이드를 일제히 향해 있었다. 망망대해를 지나는 따분한 뱃길 여행 중에 찾아온 갑작스런 표류자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다면 이대로 항구에 닿는 일 만고는 별일이라고 할 게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낱선 표류자리니. 그만큼 흥미가 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무료한 지금 이 작고 느닷없으며, 흔하지 않을 일은 그들에겐 더없이 흥미로운 사건인 셈이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아니었다. 배안으로 모습을 드러낸 자는! 잘생기다 못해 아름답기까지 한 이드의 외모에 그들의 눈길은 더욱더 집요하게 전신으로 날아들었다. 보통은 부담스러울 그런 시선들이지만 이드는 그렇지 않은듯했다. 이드는 갑판으로 나와 꾸억꾸억 모여드는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한 번 숙여 보이고는 곧 그들의 시선을 무시해버린 것이다.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저런 걸 일일이 신경 써서는 하등에 좋을 게 없기 때문이었다. 대신 이드는 방금 전 사다리를 내렸던 중년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갈색머리의 중년인은 언뜻 봐서는 호리호리해 보이는 몸인데도, 드러난 구릿빛 팔뚝이라든가 상체가 탄탄한 것이 마치 단련된 전사를 연상케 하는 것이지 결코 좋은 시절을 다 보내낸 중년의 남자로 보이게 하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를 포함한 다른 선원들의 신체 역시 강건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따. 누가 말한 것처럼 한여름 배위의 선원들이 모두 거친 바다사나이였던 것이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정말 바다 위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거든요.” 이드는 중년의 남자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여보였다. 중년의 남자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감사할 필요 없어. 바다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이거든. 언제 내가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야. 안 그래?” “당연하죠.” 주위에 있던 서원들이 과장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바다에서 배를 타는 사람인 이상 언제 사고로 바다를 표류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아, 하지만 뱃삯은 받을 거야. 구해주는 건 구해주는 거고, 배를 타는 건 타는 거니까 말이야. 안 그러냐?” 대놓고 뱃삯을 요구하는 말에 주위에 서 있던 선원들에게서 다시 한 번 와,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잠시 후 왁자한 웃음이 그치자 중년의 남자는 이드를 향해 자신을 카슨이라고 소개했다. 또 이 배의 부선장겸 갑판장이라고 직책도 알려주었다. 배의 이름은 호리벤으로, 섬나라인 하루카의 시겔항에서 출발해 일리나스국의 코리엔 항으로 가는 항로를 타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렇군요. 그럼 간슨씨라고 불러드리면 되겠군요. 전 이드라고 합니다.” “편하게 그냥 갑판장이라고 부르면 되네. 이드군. 그런데......어쩌다 여기 바다 한가운데 표류중인가? 듣기로는 허공에서 빛과 같이 갑자기 나타났다고 하던데 말이야.” 카슨이 슬쩍 손을 들어 돛대 위를 가리켜 보였다. 그곳에는 갈색의 건강해 보이는 피부를 가진 이십대 중반 정도의 남성이 돛대 꼭대기에 만들어진 망대에서 아래쪽을 무표정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마 그 남자가 수평선 끝에서 차원이동을 끝내고 나타나는 이드를 확인한 듯싶었다. 하지만 보통 인간의 시력으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거리의 일을 꽤 정확히 확인하다니 어떻게 된 거지? 순간 이드의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 의문은 곧 라미아에 의해서 풀렸다. [하프 엘프라서 보통 사람보다 시력이 훨씬 좋은 거예요. 엘프 특유의 기운이 약하게 묻어나요.] 이드는 무심코 라미아의 말을 반복했다. 그 말을 들은 카슨의 눈빛은 슬쩍 진한 갈색으로 바뀌었다. “음, 어떻게 한눈에 알아봤군. 맞아, 엘프의 피가 섞인 덕에 시력이 굉장히 좋지. 더구나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눈이 좋거든. 덕분에 간신히 수평선에서 생겨난 빛에서 문가 떨어지는 걸 볼 수 있었던 모양이야. 하지만 본인 앞에서 하프 엘프라는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별로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말일세.” 사실 그레센 대륙에 있는 하프 엘프의 팔십 퍼센트가 이상의 노예로 잡혀 온 엘프에게서 태어나고 있었다. 서로의 종족을 뛰어넘은 사랑의 결실로 태어나는 하프 엘프는 극히 적다는 말이었다. 망대 위의 남자 역시 그런 경우일 것이다. “아까 우리가 접근 했을 때 꽤 당황스런 장면이더군. 추락한 여파로 이미 죽은 것은 아닌가 싶었는데, 물 위에 편하게 앉아 있었으니 말이야. 그런 능력으로 봐서는 아마도 ......마법사 같던데, 나이는 어리지만......맞나?” 망대 위를 쳐다보던 이드는 이어진 카슨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마법을 배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쓰자면 쓰지 못할 것도 없으니 마법사가 맞기도 했다. “네. 그리 좋은 실력은 아니고 , 마법보다는 정령술이 더 익숙하지만......맞습니다.” “이야, 역시 대단한데. 이렇게 젊은 마법사라니 말이야.” 카슨뿐만이 아니었다. 아직 이쪽을 주시하던 있던 승객들과 선원들이 약간은 달라진 눈으로 이드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표류자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젊고 잘생긴 마법사의 용모를 확인하였으니, 새삼스러워질 만도 하였다. 그런데 보통의 뱃사람 경우엔 마신을 쉽게 믿기 때문에 마법사나 정령술사를 어려워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미도 대형 여객선에서 일하는 만큼 귀족을 호위하는 마법사나 여행하고 있는 마법사를 많이 만나본 모양이라고 추측 할수 있었다. 그런 생각으로 이드가 카슨을 바라보고 있자, 카슨은 곧 이드를 너무 한 곳에 세워두었다고 생각했는지 선원들을 각자의 자리로 쫓아내고는 이드를 선실로 안내했다. “이거 물에 빠졌다 올라온 사람에게 너무 꼬치꼬치 물었구만.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가세. 내가 선실을 안내해주지. 네 놈들은 빨리 제자리로 가서 일하지 못해!” 홀리벤호 대형 선박인 만큼 갑판을 비롯해 선실로 이어지는 복도 역시 비좁지 않고 큼직큼직했다. 덕분에 흔들리는 것만 제외 한다며 전혀 배 안에 있다는 느낌이 들이 않을 정도였다. 그레센 대륙의 조선 기술이 낙후되지 않았다기보다는 꽤 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만큼 해양 지배에 대한 각 제국들의 경쟁도 치열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이드는 그렇게 무엇이든 널찍널찍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배안에 있으면서 가장 싫은 것은 비좁은 데서 오는 갑갑함이고, 그 다음은 할 일이 없어 견디기 어려운 지루함이기 때문이었다. 이드 옆에서 걷던 카슨도 배안을 둘레둘레 관할하는 이드의 그런 호기심 어린 생각을 눈치 챘는지 빙긋 웃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카슨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반응이기도 했다. 보통 홀리벤호를 탑승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하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이 방에 머물면 되네.” 카슨이 열어준 문 안으로 라미아와 함께 살던 집의 작은 방 크기 만한 선실이 보였다. 단단해 보이는 침대와 벽이 밀착되어 고정된 테이블이 있는 선실이었다. “헤, 깨끗하네요. 보통 배보다 선실도 크고......그런데......여기가 아니라 특실도 좋은데요. 구해주신 것도 고마운데, 그 정도는 돼야 할 것 같은데요.” 구조되었다는 것보다는 엄밀히 말하면 구조라고 할 수도 없겠지만 그것보다는 필요했던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것이 고마운 이드였다. 이드는 지금까지 쓸 일이 없어서 아공간에 처박아두었던 금화를 라미아에게 받아 내 보였다 카슨은 잠시 멀뚱멀뚱 금화를 쳐다보다가 예의 시원한 웃음을 터트리며 이드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자네가 그랬지. 음 ......과연. 우리 배에서 일하진 안아도 되겠어. 하지만 아쉽게도 특실은 안 되겠는걸. 이미 다 차있는 상태라서 말이야. 귀족들은 좋고 나쁜 것 보다는 우선 비싼 걸 선호하는 법이거든. 덕분에 자네느 여기 2등실을 쓸 수밖에 없어. 더구나 ......우리 뱃사람은 말이야, 표류하던 사람에게 돈을 받지 않은 전통이 있단 말이지. 그럼 저녁식사 때 부르러 오지. 편히 쉬고 있게나.” 그 말을 듣고 있던 이드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그런 전통이 있는 줄은 전혀 알이 못했던 것이다. “그래도......” “그럼 난 일이 있어서......” 그렇다고 그냥 쉴 수는 없는 노릇이라 다시 말을 걸어보려 했지만 카슨은 사례를 하려는 이드의 말 따위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얼른 문을 닫았다. “이거 참.” 이드는 닫힌 문을 바라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짓더니 어깨를 으쓱하고는 침대에 앉았다. 어딜 가든 이런 인정을 베푸는 모습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저기압 상태로 뾰로통해 있는 라미아는 그런 이드의 태연하고 여유로운 꼴을 마냥 보아주고 있을 기분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왜 대륙력과 날짜는 물어보지 않으시는 거죠?] 날카로운 라미아의 목소리에 이드는 슬그머니 입가에 떠올렸던 미소를 지웠다. “하하하......깜빡했어. 워낙 시원시원하게 건네 오는 말에 휘둘려서 말이야. 뭐, 저녁에 물으면 되니까 걱정 마.” 이드는 짐짓 호기롭게 과장된 동작으로 지껄이며 허리에 채워져 있던 라미아를 끌러 눈앞에 들어 올렸다. “하!” 잠시 라미아르 ㄹ바라보던 이드의 입에서 나직한 한숨이 흘러 나왔다. “그런데 ......정말 어떻게 된거지?” 한숨과 함께 흘러나온 밑도 끝도 없는 이드의 말 속엔 풀리지 않은 어려운 수학 문제를 눈앞에 둔 것 같은 답답함과 고민이 한껏 묻어 있었다. 이드가 뜬금없이 중얼거리자 그 내용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던 라미아가 퉁명스레 물었다. [뭐가요?] 항상 이드를 대할 때면 나긋나긋하기만 하던 라미아가 평소의 라미아 였다. 그리고 이곳 그레센에 도착하고 난 후부터 이미 그런 모습과 점점 거리가 멀어진 라미아는 현재의 라미아였다. 뭐, 취향에 따라서는 그런 모양도 귀엽게 봐줄 사람도 있겠지만 갑작스런 태도 변화를 대하는 이드로서는 적잖은 곤혹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드는 그에 대해 달리 불만을 터뜨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 라미아가 이렇게 틱틱대는 이유를 이드가 모조리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알잔아.” 그리고 지금 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하료고 말을 꺼낸 것이다. 그러나 본래 사람은 짜증이 나면 어떤 일에도 일단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본다. 그리고 그것은 영혼을 가진 라미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몰라요, 흥!] 차가운 콧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라미아의 반응이었다. 이거야 원. 이드는 라미아의 좀처럼 풀릴 줄 모르는 내담함에 힘이 빠지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 문제는 지금 무엇보다 빨리 풀어야 할 시급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으이고, 지금 그렇게 삐져서 등 돌리고 있을 때야? 왜 네가 다시 검으로 되돌아갔는지 알아봐야 할 거 아냐. 그래야 한시라도 빨리 사람으로 변할 수 있을 거 아니냐고!” 그랬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게 바로 라미아의 변화였다. 지구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존재하던 라미아가 그레센에 도착하는 순간 다시 검의 모습으로 변화해버린 상황.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사실 그레센의 바다 위에 떨어지면서 라미아가 다시 검으로 돌아갔을 때 이드나 라미아 둘 다 보통 허둥댔던 것이 아니다. 지구에 있을 때 혹시 그레센으로 돌아가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어쩌면 라미아가 사진에 집착하며 잔뜩 찍어둔 것인 지도 모를 일이고...... 생각해보던 것과 직접 현실로 당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 이었다. 더구나 서로 살을 맞대고 살았던 수년간의 지구 생활로 인간의 형상인 라미아가 더 익숙해져버린 둘이었기에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구에서 라미아가 검으로 다시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했듯이, 라미아를 다시 인간으로 변하게 만들 방법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고, 마침 이들을 향해 홀리벤이 접근해 오면서 당시에는 이 라미아의 문제를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시 여유가 생긴 지금은 라미아의 문제로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정말 답답하네......” 웬만한 일은 쉽게쉽게 최대한 단순한 형태로 만들어 생각하는 이드였지만 그로서도 라미아의 변화와 재 변환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미 지금처럼 고민해보기는 중원에서 이곳 그레센 대륙으로 떨어지고 난 후 팔찌를 바라보며 돌아갈 방법을 궁리하던 때뿐일 것이다. 그 정도로 진지하고 심각하게 이드는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제는 자신의 반려로 인정한 라미아를 마냥 검으로만 있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뭐, 좀더 이드의 속마음을 들춰보자면 계속해서 틱틱거리는 라미아의 신경 쓰이는 태도와 그에 따라붙는 머리 지끈거릴 정도와 잔소리가 무서운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좌우간 지금 가장 해결이 다급한 문제는 바로 라미아의 인간화라는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이런 이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라미아는 계속 이드의 말에 청개구리 심보로 냉랭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본인의 일인 만큼 가장 속이 타고, 그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평소와는 너무도 다른 그녀의 앙칼진 태도에 이드로서는 갑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분이이성적으로 상황을 분석해도 모자를 판에...... “라미아......라미아......제발 진정하고 상황좀 풀어보자. 나보다 머리 좋은 네가 그렇게 흥분하면 인간으로 다시 변화 하는게 늦어질 뿐이라고......” 이드는 말투를 바꾸어 어린아이 달래듯, 이제는 이드의 손에서 벗어나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라미아를 향해 애원하듯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드의 말에 되돌아온 라미아의 대답은 앞서와 똑같은...... [베에, 흥!] 짜증이 가득한 투정이었다. 그렇지만 라미아는 역시 라미아였다. 이드의 말을 무시하는 반응과는 달리 허공에 둥둥 떠있던 라미아의 검신이 이드의 맞은편 선실바닥에 얌전히 내려섰던 것이다. 틱틱거려도 이드의 말이라면 무시 못 하는 라미아. 이런 걸 언행불일치라고 하는 것이겠지만 굳이 그런 걸 말해 다시 라미아를 화나게 할 생각은 없는 이드였다. “그래, 우리 천천이 생각해보자. 오선 네가 생각해본 거 있지? 말해봐.” [......우리라고 해놓고선 왜 저보고 말하라고 그래요?] 역시 순순히 답이 나오진 않는다. 이드는 라미아가 진정하려는 것 같다가 다시 튕기자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듯 검신의 톡톡 두드려주며 입을 열었다. “그거야 앞에서 말한 것처럼......나보다는 우리 라미아가 더 똑똑하니까 그렇지. 자......말해봐. 생각 해봤지?” 아주 라미아를 달래는 데 서수가 된 이드의 말투였다. [...... 그럭저럭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종합해서 추리는 해봤어요.] “그래서?” [그러니까 아무래도 제가 다시 검으로 모습을 변해버린 이유는요......] 이드는 이어질 라미아의 답을 초조하게 기다리며 그녀를 향해 몸을 내밀었다. ‘지구와 그레센이라는 차원이 달라서 그런 것 같아요 ’ “......” [......] “......야!” 이든는 한순간 힘이 빠져 기우뚱 하는 몸을 겨우 바로 하고는 자신을 놀리기라도 하듯 선실 바닥에 서서 흔들흔들거리는 라미아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그건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잔아. 그런 건 나도 말할 수 있다고......” 이든느 높아지려는 목소리를 간신히 붙잡고 라미아를 바라보는 눈에 힘을 실었다. 한참 전부터 삐져서 퉁퉁 거리는 라미아의 반응을 고분고분 받아주기만 하던 그였기에 쌓였던 게 상당했던 모양이었다. [아, 그래요? 그럼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하지만 그런 이드이 시선을 본 척도 않는 라미아였다. 그러고 보니 검이기 때문에 볼 수 없는 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추가로 이제까지 두 사람 사이에 벌어졌던 말싸움을 전적으로 계산해보자면......거의 모두가 라미아의 승리였다. 백퍼센트에 가까운 승률을 보유한 셈이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다. 라미아가 했던 말은 이드 역시 생각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저 이 차원에서 저 차원으로 이동했을 때 라미아가 사람으로 또는 검으로 변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것뿐이다. 그런데 라미아는 그 이유에 대해서 알아낸 것이 틀림없었다. 무엇보다 라미아의 툴툴거리는 반응에 다급함이 거의 없었고 그것은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질 만한 무엇이 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그 무엇이 이드로서는 무척이나 굼금한 지경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라미아로부터 구체적인 설명을 듣기 위해서는 이드가 라미아에게 숙이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 말싸움은 시작해보기도 전에 이드의 패배로 결정이 났다는 것도 분명했다. 잠시 진땀을 흘리며 라미아를 어르고 달랜 끝에 이드는 라미아가 말한 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 잘 들으세요. 내가 정리한 바로는 지구와 그레센 두 세계의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거죠. 다시 말해서 지구와 그레센, 각각의 차원이 날 바라보는, 그러니깐 일종의 시각의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시각차?” [네. 설명하자면 좀 더 복잡하겠지만 쉽게 말하면 시각차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니까 이 그레센이라는 대륙이 속한 차원은 원래 제가 태어났던 그 모습 그대로 검의 모습으로 저를 본 것이고, 이곳과는 전혀 다른 지구라는 별이 속한 차원은 저를 인간으로 보는 거죠.] “음......” 이드는 이어지는 라미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제가 지구로 가면서 인간으로 변했던 것도 그런 차원간의 시각차가 차원이동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통해 나타난 거란 생각이에요.] 원래 차원이동이라는 것이 텔레포트와 비슷하긴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일 분, 어디까진 전혀 다른 마법인 것이다. 이 차원에서의 육체를 소명시키고, 다른 차원에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 다시 말해 새롭게 태어나는 재탄생과 같다고 할 수 있는 경이로운 현상을 동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새롭게 구성되는 것은 아디까지나 물질적인 육체일뿐 영혼이나 마나등의 근원적인 힘은 그대로이다. 그리고 이 영혼과 영혼이 지닌 힘을 보고서 차원은 그에 어울리는 모습을 재구성해주는 것이다. 그 기준은 거의 모든 차원들이 비슷비슷했다. 이드가 중원에서 그레센으로 다시 지구로 이동하면서 몸이 그대로인 점을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라미아에 한해서 그 차원간의 시각이 달라진 것이다. 그레센이 속한 차원은 라미아의 태어날 때 모습부터 이드와 계약을 맺고, 지구로 넘어가기 전까지의 모습을 모두 기억하기에 검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지구는 달랐다. 지구가 속한 차원의 입장에서는 난데없이 하늘에 떨어진 존재와 같은 라미아였다. 하지만 차원을 넘어 이동되어 온 존재이기에 차원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영혼의 격을 살피고 가진 바 힘에 측정해서 그에 어울리는 몸을, 인간의 육체를 라미아의 영혼에 입혀주었다. 다시 말해 지구가 속한 차원은 라미아의 영혼에 어울리는 형태를 인간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것이 지구로 이동했을 때 라미아가 인간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러나 다시 그레센으로 돌아온 지금 원래의 라미아를 기억하고 있는 이곳은 차원은 그녀에게 검의 모습을 다시 입혀주었다. 다시 말해 검으로 변한 지금, 라미아의 볼래 모습을 찾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말이 된다. “헤에, 그럼......방법을 찾기보다는 네가 인간으로 변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내는 게 바른 일이겠구나.” 라미아의 설명을 모두 듣고 난 후의 이드의 생각이었다. 더구나 그런 마법에 관계된 쪽으로는 별로 자신이 없는 이드였다. 슬쩍 라미아에게 이 일을 전부 떠넘기기로 몰래 마음을 먹는 이드였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잘도 알아냈네. 지구에서는 네가 인간으로 변했던 이유를 전혀 몰랐었잖아. 정말 대단해. 이번엔 어떻게 된거야?” 이드는 자신의 생각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또 , 굼금함을 풀기 위해서 칭찬을 곁들여 다시 라미아를 불렀다. 그 말에 라미아는 기가 살았는지 땅에 서 있던 몸체를 허공으로 붕 뛰어 올리며 많이 풀린 목소리고 대답했다. [에헴, 제가 이드를 통해 세상의 흐름에 접속해서 얻어낸 결과를 다시 정리하고 추리한 거라구요.] 이게 무슨 소리? 이드는 가볍게 던진 물음에 생각도 못한 답이 나오자 느긋하고 장난스럽게 기분을 싹 지워버리고 눈을 크게 떴다. “그게 무슨 말이야? 다시말해 이 세상이 돌아가는 순리(順理)이며, 모든 것의 진리(眞理)이다.그저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흥,흥,원래 알려고 하면 이드가 훨씬 더 빨리 자세히 알 수 있었을 텐데......이든는 그것도 몰랐죠? 하여간 이쪽으로는 통 관심이 없다니까.] 쫑알쫑알...... 라미아는 허공에 둥둥 떠서는 이드의 물음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말만 늘어놓았다. 이드는 그녀의 말에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크하,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초기엔 말을 잘 듣더니 반려로 인정한 후부터 왠지 처음의 순종적이고 귀엽던 특징이 많이 사라진 라미아였다. “내가 물은 건 그게 아니잖아. 라미아, 그러니까 도대체 어떻게......” 이드는 이번엔 저절로 올라가는 목소리를 그대로 두었고, 그건 라미아를 윽박지르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 때문에 라미아의 삐침이 더해지더라도 원하는 답을 들을 생각이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이드의 생각일 뿐이다. 똑 똑 똑 잘 마른 나무를 두드리는, 부드럽게 귀를 자극하는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이드는 그 소리에 막 꺼내려던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허공에 떠 있던 라미아도 테이블로 날아 내렸다. 이런 곳에서 마법검이란 사실을 들키면 여가 시끄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 엉뚱한 시건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드는 라미아가 테이블에 위에 놓이는 것을 확인하고는 선실문 쪽으로 향했다. “네,누구십니까?” 대답과 함께 이드가 연 문 앞에서 저녁식사 때 보자던 카슨이 묘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헌데 그는 이드가 문을 열었는데도, 별다른 말도 없이 이드의 어깨 너머로 방 안을 두리번거렸다. “흐음, 저녁때 오신다더니......무슨 일이세요.” 카슨은 이드의 말이 순간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알았다. 주인의 허락도 없이 방 안을 움쳐보다니 말이다. “어엇,미,미안하게 됐네. 선장이 자네를 보자길래, 데리러 왔는데......방 안에서 말소리가 들리지 않겠나. 그래서 나도 모르게 실수를 했구만. 미안하네.” 카슨이 쭈뻣거리더니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이드가 자신보다 어리다는 것을 생각지도 않고, 당당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 그의 행동에 이드는 곤란한 표정이 되었따. 카슨과는 달리 이드는 전혀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이라도 혼자 들어간 방에서 말소리가 들려온다면 굼금해할 테니 말이다. “아, 이러지 않으셔도 돼요.전 괜찮으니까요.” “하하......그런가.그렇다면 다행이군.그런데......정말 누구와 대화를 나눈건가? 자네 목소리밖엔 들리지 않던데......” 이드의 말에 금세 얼굴이 펴는 카슨이었다. 당당한 풍태라기 보다는 단순해 보이는 덩치였다. “정령입니다. 잠깐 저와 계약한 정령과 대화를 나눴죠.그런데 ......어디서부터 들으신 거예요?” 이드로서는 꽤나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었다. 차원이라느니, 진리라느니, 인간으로 변하는 거니 하면서 정령과의 대화라고 하기엔 조금 이상한 말이 나왔으니 말이다. 그러나 다행히 그런 걱정은 필요 없는 것 같았다. 카슨이 걱정 말라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 보인 것이다. “아하하하......공연히 걱정할 필요는 없네. 들은 게 없으니까. 마침 문 앞에 도착하니까 안에서 자네가 고함지르는 게 들리더군만. 그래서 바로 노크를 한 거지. 아니었으면 그냥 문을 열었을 텐데 말이야.” “쩝, 그것도 손님한테는 실례일 텐데요.” “뭐, 그런가. 참, 선장이 기다리겠구만. 같이 가세.” 이드는 카슨의 말에 테이블에 놓인 라미아를 쓱 돌아보며 마음속으로 한마디 전하고 문을 닫았다. ‘금방 부를 테니깐 아공간에 들어가 있어. 혹시 모르니까 말야.’ 괜한 걱정이겠지만, 혹시라도 이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도둑이라도 들면 곤란하다. 물론 라미아를 도둑맞는다는 것이 아니라, 라미아가 마법검이라는 것이 들통난다는 게 말이다. 보나마나 라미아가 도둑을 튀기거나 구워버릴 테니까. [네, 하지만 바로 불러야 돼요. 아니면, 그냥 뛰어 나가버릴 거예요] ‘쿠쿡......알았어’ 이드는 귀엽게 느껴지는 라미아의 위협에 웃음으로 답하고는 카슨과 함께 홀리벤의 선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4. 대륙력 5717년 8월 10일, 그레센의 여름 좀 더 정확하게는 대륙력 5717년, 한창 더운 여름인 8월10일. 이드가 던진 정확한 시간에 대한 피아의 대답이었다. 홀리벤은 흔치 않은 대형 선박임과 동시에 보기 드문 형태의 배이기도 했다. 전체적인 외형은 여타의 배들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크기와 규모면에서 큰 차이를 보였는데, 배의 앞부분인 선두를 시작으로 배의 중앙 부분까지는 넓게 트여 있어 어떻게든 사용할 수 있는 자유스러운 공간이 되어 있었고, 그 중앙에서부터 선미까지는 마치수도의 대형 목조저택을 가져다놓은 듯한 4층높이의 선실들이 들어서 있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선미부분이 지나치게 무겁고 크게 생긴 배라고 할 수 있었다. 보통의 다른 배들이 배의 무게를 고려해서 만들기 때문에 이같은 구조로 만들어낼 수 없는 독특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홀리벤은 주요 고객이 귀족과 상인이란 것과 그 크기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는 듯이 굉장히 돈이 많이 들어간 배였다. 덕분에 배의 곳곳에 마법적 기술이 들어가 있었고, 이 배의 무게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마법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덕분에 이렇게 무게 균형을 무시한 배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런 만큼 안전 역시 튼튼한 것은 두 말할 것도 없었다. 허기사 귀족들이 주로 애용하는 배이니 어지간하겠는가 말이다. 홀리벤의 선장을 만나러 가는 길에 들려주는 카슨의 말에 이드는 홀리벤을 새삼스런 눈길로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처음 선실에서 라미아와 대화하던 중 느껴지던 은은한 마나의 기운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이제 다 왔구만. 여기서 선장님이 기다리고 계시네.” 카슨이 이드를 안내한 곳은 홀리벤에서 제일 높은 4층에 자리한 커다란 문 앞이었다. “네, 저기 카슨씨 들어가기 전에 물어 볼 게 있는데요. 지금 이 대륙력으로 몇 년이었죠?” 대륙력은 그레센 대륙이라 불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사용되어 온 시간을 재는 역법이자, 그레센 대륙이 가진 대략의 나이를 말하는 것이었다. “응? 그러니까, 보자......허헛 갑자기 물으니까 헷갈리는군. 그러니까 지금이 아마 대륙력5717......년인가? 지금이 8월 10일인 건 확실한데 말이야. 이거 늙은이가 바닷바람을 너무 맞다 보니 기억이 흐려져서 큰일이야. 정확하게 알고 싶으면 선장님께 물어 보도 록 해. 항상 항해일지를 꼼꼼히 적어놓는 분이시니 확실히 알고 계실 거야.” 그러면서 카슨은 그 건장한 체격에 어울리지 않은 할아버지 같은 얼굴을 만들며 이드를 웃기려 했다. 하지만 이드는 카슨의 익살에도 웃지 않고 멀뚱히 쳐다보기만 했다. 정말 알고 싶어서 물어본 질문을 저렇게 웃음으로 뛰어넘기고 있으니 어떻게 같이 웃어주겠는가 말이다. 이드는 가만히 카슨을 바라보다 한마디를 툭 던졌다. “......정말 갑판장이고, 부선장인 거 맞아요? 부선장도 항해 일지를 쓸 텐데 그런 걸 모른다는 게 말이 돼요?” “자, 그만 들어가지. 선장님이 안에서 기다리시겠어.” 추궁하는 것 같은 말에 카슨은 못 들은 척 선실의 문을 열었다. 지금의 선장 밑으로 들어온 후론 거의 항해일지를 쓰지 않은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선장님. 손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원래 노크를 하고 해야 하는 말이 문부터 열고 하는 카슨이 었다. 상하관계가 분명한 곳에서는 크게 호통을 칠 일이다. 더구나 여기는 대형선 안으로, 안전사고에 예민한 만큼 조직의 관리체계는 어느 곳보다 엄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작 안에서는 전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은 것 같았다. “네, 수고하셧어요. 들어오세요.”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낭랑한 여인의 목소리가 대답을 하고 있었다. 듣기 좋은 목소리에 카슨의 뒤에 서 있던 이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장이......여자?그것도 젊어?’ 일반적으로 배의 선장이라고 하면 경험이 많고, 다시 말해 어느 정도 연륜이 쌓인 나이 많은 남자가 대부분이다. 능력 좋은 젊은 사람이 선장이 되는 경우가 없지는 않겠지만, 거기에도 뱃사람 하면 남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헌데 홀리벤처럼 대형 선박의 선장이 여자라니. 그것도 분명히 젊은 여인의 목소리였다. 그 능력에 따라 크게 남녀의 구분이 없는 기사나 마법사와는 달리 배의 왕이랄 수 있는 선장이 여성인 경우는 매우 드문 것인데, 이 홀리벤의 선장이 젊은 아가씨인 것이다. 안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카슨을 따라 들어선 선실은 일반적택의 서재와 접객실처럼 아담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그 선실 가운데 놓여진 소파에 앉은, 여인이라기보다는 아직은 소녀라는 표현 더 어울릴 것 같은 두 사람이 있었다. 방금 전 카슨의 말에 대답한 사람도 두 사람 중 한 명일 것이다. ‘그런데 누가 선장이지?’ 순간 두 여인을 보고 있던 이드의 머리에 물음표를 그리며 떠오른 생각이었다. 한쪽은 남성풍의 가벼운 정장을 걸친 긴 머리의 소녀였고, 한쪽은 심플한 선이 돋보이는 드레스를 입은 짧은 커트의 바랄해 보이는 인상의 소녀였다. 하지만 이드가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의문을 떠올리는 순간 긴 머리의 소녀가 두 눈을 반짝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반가워요. 제가 이 배 홀리벤의 선장 피아 테스티아예요.표류 중이었다고 들었어요. 큰일을 당하셨군요.” 피아라고 자신을 소개한 호리벤의 선장은 자신의 간단한 소개와 함께 악수를 청하는 손을 내밀었다. 보통은 첫 만남에서 잘 하지 않는 행동을 누구 눈치 보거나 하지 않고 쉽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하는 피아였다. “이드 휴리나입니다. 저야말로 홀리벤 덕분에 살았습니다.이렇게 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드는 공손한 대답과 함께 피아의 손을 가볍게 잡아주었다.휴리나.언제라도 쓰게 될 일이 있으면 쓰려고 준비해둔 성이었다. 중원에서 태어나면서 가졌던 원래 이름은 예천화에서 성인 밝을 ‘예’를 밝음을 뜻하는 고대 엘프의 언어인‘휴리나’로 바꾼 것이다. 이드의 또 다른 반려인 일리나가 엘프라는 것을 고려해서 일부러 엘프의 언어를 택했다. 엘프의 언어가 고풍스러운 느낌이 있다며 라미아가 권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일리나의 성인 세레스피로도 엘프의 고어로‘숲의 노래’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그레센 대륙에서 제대로 성을 밝혀본 적이 없었던 게 맘에 걸ㅆ던 이드였다. 뭐, 그때는 중원으로 돌아가는 문제로 이런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말이다. “휴리나라면......뜻을 모르겠지만, 고대어인 것 같군요. 고대어로 된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나긴 어려운 일인데, 운이 좋았군요. 앉으세요.” 뜻을 알수 없는‘휴리나’라는 성에 피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드와 카슨에게 맞은편의 자리를 권했다. “카슨씨에게 전해 듣기로는 휴리나씨는 정령술사시라구요.” 피아는 카슨에게 전해들은 말로 말문을 열면서, 미리 준비해 놓은 듯한 음료수를 두 사람 앞에 내놓았다. 얼음이 동동 떠있는 향긋한 향의 이름 모를 음료수였다. “네, 자랑할 실력은 되지 못하지만 좋은 친구들이 가졌죠. 그리고 편히 이드라고 불러주시면 좋겠군요.” “그럼 그려죠. 저도 피아라고 불러주세요. 저도 뱃사람이 다보니 성으로 불리는 건 답답하게 들리거든요, 호호호.” 낭랑하게 웃어 보이는 치아의 말에 이드 옆에 앉은 카슨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스스로 용감한 바다의 사나이라고 자신하는 사람들인 만큼 뱃사람들은 거의 다 첫인사를 나눈 후에는 바로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는 것이 상례인 듯했다. “사실 이드씨를 부른 데는 큰 이유가 없답니다, 단지 저희 홀리벤에서 처음으로 맞은 표류자이기에 제가 한 번 만나보고 싶었거든요. 또 갑작스런 손님이신 만큼 미리 만나보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구요. 편히 쉬시게 하지 못 한점 양해해 주세요.” 양해해 달라는 말과는 달리 피아의 태도는 다소 사무적이면서 당당했다. 이드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해야 할 일에 대해 빈틈이 없어 보이는 그녀의 태도에 나이나 성별을 떠나 과연 한 배의선장은 선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상대가 가진 힘을 차악하고, 그 상대의 위험한 정도를 알아본다. 그것이 배의 안정과 승객의 안전을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선장의 일이고, 지금 피아가 이드를 대하는 태도가 바로 그런 점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드의 외모만으로는 분간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혹시라도 물에서 건진 사람이 해적인지, 또는 대륙에서 수백 명을 죽이고 바다로 탈출한 위험인물일지 어느 누가 알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런 놈들이라면 정말 물에서 건진 사람이 보따리 내놓으란 식으로 은혜를 원수로 갚을 수도 있는 일이다. 피아는 그것을 미리 파악해보겠다는 의도인 게 분명했다. 드넓은 바다에 떠 있는 좁은 배 안에서의 생활인만큼 그 어느 곳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 배에는 많은 수의 귀족들이 카고 있었다. 혹여 그 들에게 피해가 간다면....... 십중팔구 이홀리벤호 운영하는 곳은 신임도가 떨어져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고, 책임자는 당연하게 목이 떨어지고 말 것이다. “아니요, 당연한 일인걸요. 양해랄 것도 없죠.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부담가지지 마시고 물어보세요.” 이드는 오히려 상대가 불편하지 않도록 편한 동작으로 대답한 뒤, 음료수 잔을 들고는 고파에 몸을 편하게 기대었다. 상대가 긍정적이고 좋은 태도로 나오면 이쪽에서도 그의 상응하는 행동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이드는 정중한 피아의 태도에 질문하기 편하도록 되도록 느긋한 제스처를 보여주었다. 사실 무슨 일을 저지를 맘이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긴장할 이유도 없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런 느낌을 가정 먼저 포착할 수 있는 것이 이드의 옆에 앉은 백전노장 뱃사람 카슨과 철두철미한 선장 피아였다. 그들이 보기에 이드에게 도무지 위험스럽다고 할 만한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덕분에 이어지는 질문들은 가볍고 일반적인 내용들이었다. “일리나스 켈빈 출신이죠.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악명 높은 시온 숲과 가장 가까운 마을이 제가 첫 발을 디딘 곳이죠.” 이드는 처음 그레센 대륙에 도착했을 때를 떠올리며 그 중 사람이 살고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의 지명을 말했다. “켈빈이라면 저도 가본 적이 있죠. 특히 마법학교 때문에 이름이 높은 곳이죠. 듣기로는 마법으로 바다에 떨어 지셨다던데...... 그곳의 학생이신가요?” 누구나 그렇게 추론할 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드는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전 마법보다는 정령술 쪽에 관심이 더 많고 그리고 좋아서요. 공간이동이 가능한 마법사라면 이미 학교에 있을 필요가 없죠. 사실 원래 목적지자 아나크렌의 수도였는데, 공간이동을 맡은 녀석이 바보같이 실수를 한 덕분에......제가 요모양 요 꼴이 됐죠.” 아아......이건 완전히 누워서 침 뱉기잖아. 아무도 모르게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는 이드였다. [쿠후후후......맞아요.바보같은 누구누구 덕분이죠.] 거기다 옆에서 속을 벅벅 긁어대는 사람까지 있으니...... 이드는 이마 한쪽에 살포시 일어나는 핏줄을 겨우 진정시키며 가늘게 떨리는 미소를 지었다. ‘라미아,너......’ [쿄호호호.] 사실 전 같았으면 아공간에 들어가 있는 라미아와 이드는 단절되어 있어야 했지만, 소로의 영혼이 더욱 단단하게 맺어진 지금은 아공간을 넘어서도 충분히 교감이 가능했다. 덕분에 더욱 피곤해진 것은 이드지만 말이다. “그렇군요. 그럼 뭘 하시나요? 정령술사라고 하시던데......검도 가지고 계시구요. 혹, 어디에 소속된 기사신가요?”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카슨에게 이드의 처음 용모를 전해 들었던 모양이다. 또 정령술을 사용할 줄 안다면 나이가 검술 실력에 상관없이 기사단의 정식기사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었다. “아니요. 딱히 하는 일은 없습니다. 스승님께 물려받은 것이 있어 생활은 풍족하거든요. 가끔 수련을 위해 용병 일을 하기는 하지만......뭐, 지금은 그저 할 일이 없는 한량이죠, 하하하.” “쿠쿡......네, 알겠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무슨 일로 아나크렌에 가시나요?” “오랜만에 만날 사람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일리나라고...... 저의 반려가 될 여인이죠. 그녀를 찾으로 가는 길입니다. ” 반려. 아내. 연인...... 이 단어들이 뜻하는 바는 조금씩 틀릴수 있다. 반려이지만 아내가 아닐 수도 있고, 연인이지만 꼭 반려가 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똑같다. 바로 사랑하는 상대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이다. 누구들 연인이 없을 것이며, 반녀로 발전하는 연인 또한 없을까. 그리고 그들이 아내의 연을 맺는 일은 특별할 수순도 아닌 것이다. 그래서 이런 단어들이 나오는 듣는 상대로 하여금 묘한 흥미를 유발시킬 뿐만 아니라 어쩐지 가슴 한켠이 촉촉하게, 그리고 따듯하게 젖는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더군다나 이야기를 듣는 당사자가 여성이라면 그 정도는 훨씬 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도 예외는 아닌 듯 호기심, 아니 어쩌면 경계심으로 이들 살피던 두 여자의 눈에는 어쩐 일인지 금세 호감이 깃들고 있었다. 묻는 말에 차분차분 대답했다고 해서 그게 상대로 하여금 경계를 누그러뜨릴 수 는 없을 텐데, 반려라는 한마디에 그것이 느슨하게 풀 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받았다. 로맨스를 꿈꾸는 연인들 특유의 심성이 많이 작용한 것일 테다. 덕분에 그 뒤로 선실의 분위기는 놀라울 정도로 화기애애하졌다. 물론 부작용이 없는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일리나와 이드의 관계를 집요하게 캐묻기 시작하더니 곤란한 얘기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이었다. 카슨의 도움으로 두 여성의 질문 공세로부터 빠져나온 이드는 피아에게서 저녁식사 초대를 받는 걸 인사로 선실을 나 올수 있었다. “푸, 힘들다. 이건 정말 전투 같다니까요.” 피아가 있는 선실로 부터 좀 떨어진 지점에 와서야 이드는 질렸다는 듯이 머리를 뒤쪽으로 쓸어 올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하하하......다 그런거야. 원래 그런 이야기는 듣기는 재밌어도 당사자는 진땀이 흐르는 거라구. 뭐......그런 것도 내 나이가 되면 다 자랑거리가 되지만 말이네. 나도 왕년엔 여기저기 날 기다리는 여자가 한둘이 아니었다고. 내 시간 되면 카슨의 전성기에 대해 모조리 이야기해주지.” 카슨의 표정은 음흉한 호색한의 그것으로 슬쩍 바뀌고 있었는데 역시 저 나이 때의 중년은 능글맞다는 사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여성들의 수다에서 이드를 건져주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카슨도 줄곧 이드의 이야기를 흥미 있게 듣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드는 금방이라도 연애담을 풀어놓을 것처럼 옴 쑤신 얼굴이 되고 있는 ㄱ카슨을 아예 무시하고 마지막에 피아에게서 들었던 말을 생각했다. “5717년......” 좀 더 정확하게는 대륙력 5717년, 한창 더운 여름인 8월 10일. 이드가 던진 정확한 시간에 대한 피아의 대답이었다. 5. 그레센 귀환 기념촬영 이드의 눈엔 그 점의 정체가 보였다. 찟어진 돛과 함께 그 들의 직업을 상징하는 붉은 해골이 그려진 배였다. 이드는 배정받은 선실의 문을 열며 머릿속으로 라미아를 불렀다. ‘들었지, 라미아? 5717년이야. 우리가 그레센을 떠난 후 얼마나 지난 거야??’ [93년이요. 우리가 차원이동을 했을 때가 대륙력 5624년 10월 3일이었어요. 그러니까 정확하게 따지면 92년하고도 10개월 만에 다시 그레센에 돌아온 거예요.] 라미아는 대답과 함께 다시 선실 중간에 스르륵 모습을 나타냈다. “백년 가까이 지난 시간이라......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으니......변한 곳이 많겠지?” 이드는 갑갑해지는 마음을 입고 있던 옷의 목 부분을 잡고 늘였다. [글쎄요. 하지반 별나게 크게 변해버린 건 없을 거예요. 인간과 그 인간들이 살고 있는 곳이야 엄청나게 변했겠지만, 다른 것들은 큰 변화가 없을 거예요.] “그렇긴 하지......하지만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너무 긴 시간 이잖아.” 이드는 축 늘어진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침대에 털썩 몸을 눕혔다. ‘기다리는’이란 말과 함께 떠오른 얼굴. 바로 일리나였다. 아무리 엘프라 하지만 구십 년이란 시간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닐 것이다. 더구나 그 구십 년이란 시간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실수로 만들어진 기간이다 보니, 자신을 기달리고 있을 일리나에게 더욱 미안하게 느껴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우울한 기운은 다름 아닌 라미아가 가장 잘 알아주고 있었다. “에이, 신경 쓰지 마세요. 꽤 긴 시간이긴 했지만 엘프에게는 십년이나, 백년이나 그게 그거라구요. 더구나 이미 이렇게 된거......어쩌겠어요.” 라미아는 가벼운 음성으로 이드를 위로했다. 생각을 전하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마법과 바람의 정령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목소리를 청량하게 만들어낸 것이다. 이드가 너무 기죽어 있는 듯해서였다. 만약 인간이었다면 포근히 안아 주었을 텐데...... ‘어휴, 빨리 인간의 모습을 갖춰야 하는데......’ 라미아는 한국에서의 행복했던 생활을 떠올리며 조금이라도 빨리 인간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렇게 신경 쓰인다면......지금이라도 당장 찾아봐요.” “응?” 간단하게 들리는 라미아의 말에 누워 있던 이드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라미아는 그런 이드의 시선에 이번에도 일부러 목소리를 만들어 말을 했다. “이드와 내가 생각한 것처럼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것 같지 않으니까요. 대부분 그대로 있을 거란 말이죠. 한 번 가봤던 라일로시드가의 레어라든가, 로드가 머물던 별장이라든가요. 그럿도 아니면 아무 드래곤이라도 찾아서 족쳐보면 로드의 근황은 나오니까요.” “후훗......그래, 그래도 되겠네.” 이드는 잘 나가다가 끝에서 과격해진 라미아의 말에 가볍게 웃어보였다. 그러자 조금 마음이 가벼워지는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라미아의 말대로 성급하게 움직일 때는 아니었다. “이곳에서 대륙의 정세를 정도는 알고 움직어야지. 혼돈의 파편과의 일이 어떻게 됬는지 모르니까 말야. 그리고......네가 말했던 그 진리와의 접속이란 말도 들어봐야겠고......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거기에 널 인간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을 것같고. 그렇지? 읏차!” 이드는 눕현던 몸을 가볍게 일으켜서는 라미아를 붙잡고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정답. 맞아요.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좀 쉰후에 하죠. 조금 머리 아픈 이야기니까요. 더구나 좀 있으면 식사할 시간이니까요.” 라미아의 말대로였다. 확실히 방 안에 비쳐드는 햇살의 양이 많이 줄어들고 있었다. 더구나 한창 이야기 중에 식사 때문에 방해를 받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았다. “좋아, 그럼......식사 전에 잠깐 배 안이나 둘러보기로 할까?” “찬성. 하지만 저도 같이 데리고 가셔야해요.” “물론.” 이드는 가볍게 머리를 흔들어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던 것을 털어버리고 선실 문을 나섰다. 한 손에 라미아의 부드러운 붉은색 검집을 따듯하게 잡고서 말이다. 홀리벤은 일반 대형 여객선의 두 배에 달하는 크기를 가진 독특한 형태의 배였다. 하지만 홀리벤에서 볼 것이 웅장한 외형만은 아니었다.배의 독특한 형태만큼이나 특별한 기능을 한 가지 가지고 있었다. 바로 반 잠수함 기능이었다. 그게 뭔 말이냐 하면 배를 갑판 부분까지 물속에 잠기게 가라앉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바닷물 표면과 갑찬의 높이가 같아진다는 것으로, 보통의 배라면 그대로 가라앉는 수준으로 물 속에 잠긴다는 말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당연하게 배에 여러 가지로 적용된 마법들 때문인데, 중력마법으로 배의 무게를 더해 가라앉히고, 배의 선두와 후미를 잇는 삼각형 형태의 실드 마법으로 바닷물의 침입을 막아내는 것이다. 물론, 이런 기능이 배에 설치된 것은 싱객들의, 정확하게는 귀족들의 안전을 위해서이다. 오랜 시간 바다에서 항해를 해야 하는 홀리벤인 만큼 해일로 인한 큰 파도를 만나거나 불시에 폭풍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자칫 잘못하면 배가 그대로 뒤집히거나 조난을 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반 잠수함 기능이 있으면 그런 걱정이 필요 없다. 아무리 강한 폭풍우라도 무거운 힘으로 배를 가라 앉혀 놓은면 무게 중심이 가라앉아 파도에 의한 흔들림이 최소화되어, 뒤집힐 걱정이 없고, 높은 파도도 실드에 막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파도에 쓸려가거나 부서지는 일이 없다. 아니, 더 나아가 실드 마법으로 안전이 확보된 폭풍우 속의 잡판은 귀족들의 색다른 구경거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워낙 귀족들을 많이 태우는 홀리벤이라 드들의 안전을 궁리하던 선주측이 만들어낸 방법이었는데, 막상 사용뒤 후에는 그것이 하나의 구경거리가 되어 더욱 많은 귀족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좋은 상품이 된 경우였다. “확실히......일부러 이배를 탈 만한 이유가 있는 거군.” 쿠르르르 실드 마법에 부분적으로 사일런스 마법이 가미된 덕분에 흔흔히 들려오는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르 들으며 이드는 눈앞의 장관을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옅은 푸른색이 흐르는 투명한 실드 마법 위로 부서져 내리는 하얀 포말과 쏟아져 내리는 빗방울. 마치 맹수처럼 달려들어 모든 걸 휩쓸어버릴 듯 하던 파도가 허무하게 부서져 내리는 광경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중원은 물론, 지구에서도 본 적이 없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정말 이런 것을 보려고 일부러 돈 내고서라도 한 번 타보는 경우가 많을 법도 했다.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촉풍우 장관ㅇ르 구경하기 위해 이드와 마찬가지로 많은 귀족과 승객들이 홀리벤 갑판에 나와 미친듯이 뒤틀리고, 솟구치며 으르렁거리는 검은 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드는 그런 귀족들의 모습에 순간 재밌는 생각이 들었다. 전날 있었떤 이름만 저녁식사지 사실은 귀족들을 위한 선상파티에 포대됬던 이드였다. 그리고 자신은 일찌감치 자리를 피했지만, 귀족들은 새벽까지 파티를 계속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헌데, 그렇게 늦게까지 흥청거렸던 그들이 다시 아침부터 갑판에 나와 있는 것이다. 파티가 끝나고 아침까지는 약 두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지만, 잠을 재대로 자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인데, 저 귀족들은 파티에 지치지도 않았는지 갑판에 나와 앉아 한바탕 격렬히 춤추는 바다를 감상중인 것이다. ‘정말 체력들도 좋지......’ 혹시, 요즘 귀족들의 덕목 중에는 체력 단련의 항목도 들어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엉뚱한 생각도 드는 순간이었다. 뭐, 사실은 이들이 너무나 파티에 익숙해진 때문문이겠지만 말이다. 무엇이든 몸과 생활에 깊이 파고들어 익숙해지면 크게 힘들지 않은 법이다. 실제로 체력이 좋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이드는 이 체력 좋은 귀족들을 뒤로 하고 슬슬 방으로 돌아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전날 파티에서 저들에게 시달린 것이 생각난 때문이었다. 이 배에 타고 있는 귀족들은 그 춘신들이 갹양각색으로, 두 제국과 왕국들의 귀족들이 골고루 섞여 있었는데, 모두 휴양지로 유명한 섬나라 하루카에서 휴식을 즐기고 돌아 가는 길이라고 했다. 사실 이런 경우가 아니고서는 여러 나라의 귀족들이 렇게 모인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당연히 귀족들은 이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고, 파티를 통해 서로 친분을 쌓기 위해 열심히 사교성을 발휘했다. 거의 이삼 일 꼴로 한 번 열리는 차티에서는 대륙의 복잡한 정세부터 시작해 최근에 떠오르는 기사, 최고의 미인, 어느 귀족의 스캔들 까지 잡다한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인데, 어제 가장 많이 나온 화제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바로 표류가 이드였다. 스릇ㄹ 배여행이 지겨워질 때 느닷없이 나타난 바다위의 표류자. 거기다 정령을 다룰줄 알고, 얼굴도 잘 생겻으며, 나이도 어렸다. 귀족들, 특히 여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기에 안성맞춤인 주제였다. 차라리 들리지 않는다면 모를까, 우수한 능력 덕분에 듣지 않으려고 해도 생생하게 들려오는 그 소근거리는 소리들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따. 더군다나 내로라하는 귀족들이 아예 내놓고 꼬치꼬치 물어대니...... 이드로서는 아까 전에 라미아가 가자고 할 때 바로 이배를 떴어야 했다는 후회가 밀려오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식사도 하는 둥 마는둥 대충 끝내고 급히 자리를 피했던 그였다. 그런데 다시 이렇게 귀족들이 모였으니......원래 귀족들이야 무슨 말로 입방아를 찧든 하든 신경 쓸 이드도 아니었지만, 이 좁은 배 안에서 생활하려면 웬만해서는 부딪치지 않는게 좋다는 생각에 자리를 피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드의 행동은 한발 늦은 것이었다. “어라......여기 있었군요.” 막 돌아서려는 이드를 향해 걸어오며 말을 건네는 두여인이 있었던 것이다. “네, 피아씨도 나와 계시는 군요. 그리고 ......레이디도 나오셨군요.” 두 여인. 아니 여인이라기보다는 아직 소녀라는 말이 더 잘어울리는 두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전날 접객실에서 만났던 여자들이었다. 어제와 같은 가벼운 남성복 차람의 피아와 그와 비슷한 차림을 한 짧은 머리의 소녀. 첫 만남에서 소개받지 못하고 파티에서 비로소 정식으로 피아에게 소개받은 소녀지만 생각나지 않는 이름에 이드는 레이디란 말로 어물쩍거렸다. 하지만 그런 몸짓에 보기에 어설펐는지 피아와 단발의 소녀는 서로 흘깃보며 쿡쿡 웃고는 입을 열었다. “호호호......당연하죠. 이런 폭풍 속인데 나와 봐야죠. 참, 나나는 제아 어제 소개했었죠.” 빙글 웃으며 나나라는 단발 소녀의 어깨를 쓰다듬는 피아였다. 이드는 저도 모르게 슬쩍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자신을 우습다느 듯 바라보는 두 사람의 장난스런 모습 때문이었다. 두사람 모두 자신이 나나의 이름을 잊어버린 것을 안 것이다. “하핫......그렇네요. 제가 당연한 말을 했군요. 피아씨는 이배의 선장이니 당연히 나와 있어야 하는 건데......” 그러나 괜히 기죽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이드가 입을 열었다. 이드가 뭔가 무마시키려는 태도로 나오자 피아와 나나는 괜히 놀릴 생각은 없었는지 그의 말을 받아주었다. “그렇긴 하죠. 하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에요. 이 배에는 선장이 두명이거든요.” “선장이 둘이요?” 피아는 갑판이 내려다 보이는 삼층 선실의 난간에 몸을 개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슨 아저씨요. 그분이 갑판장님이라고 불리긴 하지만 저를 포함한 이 배의 모두가 또 한 명의 선장으로 생각하고 있죠.” “그 아저씨가요?” 이드가 조금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되묻자 피아와 나나가 호호호 웃음을 터트렸다. “보통 때는 털털해 보이시지만 경험이 많으신 분이죠. 저도 바다와 배에 대해서 많이 배우긴 했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하죠. 특히 이런 날씨에는 저보다 아저씨가 더 믿음직하죠.” 피아는 그렇게 ㅁ라하는 꼭대기 층르 가리켜 보였다. “지금도 아저씨가 키를 잡고 계세요.” “헤에!” 이드는 새삼스런 눈으로 피아와 시선이 함께 했다. 하지만 달이 보이는 것은 없었다. 그러고 보면 어제 카슨을 대하는 선원들과 피아의 행동에 믿음이 실려 있는 듯도 했다. “나중에 잠시 보러 가봐야겠군요.” “그러셔도 될 거예요. 그런데 이드씨는 배에서 내리면 목적지가 아나크렝니 되는 건가요?” 이미 어제 했던 말이라 이드는 고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피아는 나나의 곁으로 가서 그녀를 안아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드씨께 나나의 호위를 부탁해도 될까요?일리나스의 수도까지요.” 배가 정박할 항구에서 아나크렌까지 가기 위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히 거치게 되는 곳이 바로 일리나스의 수도 아루스한이다. 거기다 서로 구해중 은혜도 있겠다, 대충이지만 성향도 보았겠다. 특히 정령사는 여러가지 면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누가 보든 간에 호위로 쓰기에 딱이다. 피아 역시 같은 생각일 것이다. 이드는 무척 친해 보이는 두 여인을 번갈아보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도로록 눈을 굴렸다. “......글쎄요.” 하지만 이드로서는 선뜻 부탁을 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따. 피아에겐 미안하지만 라미아가 있는 이드로서는 괜히 아루스한을 거칠 필요도 없었다. 아니, 라미아가 없어서 가고자 하면 다른 것 다 무시하고 일직선으로 달려갈 수 있는 이드였다. 괜히 돌아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거기다 딱히 은혜를 입었다는 생각도 없었다. 굳이 이 배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대륙까지 이동할 수 있는 이드였던 것이다. 이배를 타서 건진것이 있다면 이 폭풍우 속의 장관과 대륙의 정세에 대한 정보 정도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구나 이드에겐 지금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무엇보다 빨리 일리나를 찾아보는 것...... 괜히 이런 일이 ㄹ맡아 길진 않더라도 구태여 시간을 뺏길 생각이 없었다. “후, 죄송합니다만 그럴 수 없을 것 같군요. 아무래도 여행경로가 다를 것 같아요. 저는 최대한 빠른 길을 찾아갈 생각입니다.” “에? 하지만...... 가장 빠른 경로라도 수도를 거쳐야 하잔아요?” 이드가 이렇게 간단히 거절할 줄은 모랐는지 피아가 으외라는 표정을 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몇 가지 빠른 경로들도 모두 수도를 거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드는 실망하느 투가 역력한 그녀를 보며 아쉽다는 듯 말을 이었다. “저는 항구에서 아나크렌을 향해 일직선으로 움직일 생각이거든요. 쵀대한 빠르게 이동하면서 간간히 날아도 갈 생각입니다. 미리 말한 것처럼 정령의 친구거든요.” 그 말에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피아와 나나가 아! 하고 탄성을 발했다. 처음 발견했을 때 물위에 편히 앉아 있었던 것처럼 정령을 이용해 하늘을 날 수 있으 ㄹ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뭐 ...... 그렇다면 할 수 없군요. 경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날아서 간다니......” 그 말처럼 날아간다면 그야말로 동행 그 자체가 불가능했다. “ 죄송합니다. 이렇게 구해주셧는데 부탁을 들어드리지 못하는군요.” “아니요, 괜찬아요. 연인을 맞이하기 위해 서두르는 분을 붙잡을 순 없죠. 피아가 부탁을 드리긴 했지만 이미 고용해둔 호위로도 충분하니까요.” 이드의 말에 나나가 방글 웃으면 양손을 흔들었다. 이드가 빠르게 이동하는 이유가 연인 때문이라 생각한 것이다. 뭐, 그 것이 정답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혹시라도 오해가 생길지도 모를 일을 서로 충분히 이해하느라 다소 긴 대화가 이어졌고, 모든 이야기가 끝나자 이드는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선실로 향했다. 나음대로 잘 대해주었떤 상대의 부탁으 ㄹ거절하고 나니 그냥 있기에 좀 눈치가 보였던 것이다. “큼......이거......그냥 이 배를 나가야 할까나?” 이드는 라미아를 전날 했던 말이 생각났다. 더구나 항구까지는 앞으로 육 일이나 남아 있었다. 아무리 피아와 나나가 풍분히 이해하고 괜찬다 했지만, 거절한 입장에서는 영 뭔가 찜찜한 법이다. 거기다 지금 이배에서 머무는 것도 공짜이다 보니 심정적으로 불편한 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생각은 라미아에게 전해져 갔다. “그럼 괜히 눈치 보지 말고 바로 텔레포트 할까요?” 이제 주위에 사람ㅇ 없는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목소리르 만들어 말을 하는 라미아였다. 이드는 그녀의 말에 가볍게 손가랄으로 탁자를 두드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괜히 여기서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겠지.” “옛써! 그럼 언제 출발할까요? 지금 바로 갈까요?” 당장이라도 떠나겠다느 기색이 역력한 라미아의 말이었지만, 이드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조금 있다가. 이 폭풍이 지나가면......그때 출발하자.” “쿠훗......그래도 조금 신경 쓰이시나봐요.” “어쨌든 좋은 인연이니까.” 이드는 다정스럽게 대답하며 선실에 나 있는 작은 창을 통해 폴풍우 피는 바다를 바라보았따. 말마따나 좋은 인연이었던 만큼 이 폭풍이 무사히 지나가는 것까지는 보고 떠날 생각인 것이다. 세상이란게 다 그렇지만 아무리 튼튼한 배라도 산 순간의 방심으로 끝장이 날 수도 있는 일인 만큼, 혹시라도 그런 사태가 일어난다면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은 것이 이드의 생각이었다. “뭐, 그렇다고 해도 아까 갑판에서 본 대로라면 오후쯤에는 폭풍이 완전히 지나갈테니까 오늘 내로 출발할 수 있을 거야.” 그 말에 라미아가 기분 좋다느 듯으로 그자레엇 통통 튀어 올랐다. “호호호, 좋았어요. 지구든 그레센이든 간에 배여행은 늘 지루하단 말예요.” 이드는 푸념을 섞어 중얼거리는 라미아의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배여행이란게 즐거운 건 딱 하루에 불과하고, 그 후로는 어디 갇힌 것처럼 지겨운 게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저녁때가 되자 폭풍은 서서히 잦아들며 사라졌다. 이드가 혹시나 하고 거겆ㅇ하던 일 없이 무사히 폭풍을 지난것이다. 폴풍이 지나갈 동안 선실에 머물러 있던 이드는 부드럽게 변한 바람을 따라 갑판으로 나와 크게 기지개를 켰다. 이드의 시야에는 폭풍이 쓸고 지나가 깨끗하게 씻겨진 하늘이 넓게 들어왔다. 너무도 맑고 투명한 하늘이었다. 폭풍 속의 아슬아슬 슬릴 넘치는 항해도 좋지만 이렇게 저녁 해에 물든 깨끗한 하늘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감동의 파고를 견주어본다면 말이다. “정말 한 폭의 그림 같아.” 이드는 소평선과 맞닿은 하늘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 정말 그림으로 한 장 남겨두는 게 어때요?] 라미아는 생각한 바를 그대로 말하는 이드의 ㅁ라에 뭐 어려운 일이냐는 듯 대답했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드의 눈앞으로 작은 빛이 일렁이며 둥근 아공간으로의 구멍을 형성했다. 곧 이어 그 구멍에서 은색의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이드는 갑작스런 라미아의 말과 행동에 가만히 서있다 바사적으로 떨어지는 물건을 받아들었다. “......휴?” 흰색과 검은색이 들어간 은색의 네모난 물건. 바로 다용도 미니컴퓨터 휴였다. 그레센으로 돌아올 때 라미아가 가장 먼저 챙겨들었떤 물건이고, 거의 항상 라미아의 손에서 반짝이던 물건이었다. 휴를 사용한지 몇년 뒤에 안 사실이지만 라미아는 휴로 사진을 곁들인 그림일지까지 쓰고 있었다. 아마 지금 이걸 내놓은 것도 마음에 담아두고 싶을 만큼 그렇게 좋은 풍경이라면 사진으로 남기란 뜻일 게다. 하지만 이드는 벼롤 그러고 싶은 맘이 없었다. “됬어. 다음에 너하고 일리나하고 같이 와서 보는 게 좋겠다.” 이드는 생각 없다는 듯 휴를 가볍게 등 뒤로 던져버렸다. [흐음......그것도 좋겠네요. 그런데 휴를 좀 살살 다룰 수 없어요? 함부로 던지면 부서진다구요.] 이드의 의견은 마음에 들었지만 휴를 함부로 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불만인듯 라미아의 말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하지만 그녀의 말과는 달리 휴는 부서질 것도 없이, 허공에서 떨어지는 도중 빛과 함께 형성된 아공간 속으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부서질 여지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사실 이드도 라미아가 휴를 잘 받아낼 것을 알고 던진 것이기도 했고 말이다. 뭐, 라미아가 받아내지 못해도 상관은 없었다. “저놈이 얼마나 단단한데 요기서 떨어진다고 부서지겠어?” [......] 사실이 그랬다. 휴의 몸체는 단단해도 보통이 단단한 게 아니었다. 서울에 집을 얻어 살 때였다. 한창 라미아가 재미 들이다시피 하며 휴를 가지고 놀던 때였는데, 우연히 그녀가 높은 곳에서 휴를 떨어트릴 뻔한 적이 있었다. 라미아의 능력이 능력이다 보니 직접 땅에 떨어지는 일은 없었지만, 하마터면 부서질 뻔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조심해야겠다느 생각과 함께 휴에서 얼마만큼 단단하냐고 물어보았었다. 그때 하는 대답이 여러가지 복잡한 수치를 빼고, 웬만한 소총은 맞아도 끄덕없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우주시대의 물건이고, 용도가 용도이다 보니 웬만큼 튼튼한 것은 이해가 되지만, 소총에도 끄덕없다니.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래서 라미아가 말리는 것도 뿌리치고, 이드가 직접 일라이져를 들고 휴를 그어보았는데 정말 작은 흠집도 나지 않는 것이었다. 원래 그렇게 날카롭지 않은 일라이져라서 그런가 하는 생각에 가디언 본부에서 사용하는 것 중에서 꽤 날카롭다 하는 검으로 해보앗지만 역시 깨끗한 은빛 몸을 뽐내듯 유지하는 휴였다. 결국에는 검기를 쓰고서야 휴의 몸체에 흔적을 남길수가 있었다. 세상에 검기를 사용해야 상하는 몸체라니! 이드는 그때 현철(玄鐵)도 아니면서 검기를 사용하고서야 흠집을 낼 수 있는 휴의 몸체에 상당히 고민한 적이 있었다. 좌우간 그런 단단한 녀석이 휴였다.단순히 던지는 것이 아니라 초고층 빌딩에서 떨어트려도 흠집도 나지 않을 녀석인 것이다. [그래도요. 함부러 던지지 마세여.] 뭐, 그 물건을 수중히 여기느 ㄴ사람에겐 그 물건의 강도는 상관이 없는 것이지만 말이다. “쩝. 알았어, 살살 다룰꼐. 그보다 이제 그만 출발할까? 주위에 마침 아무도 없잔아.” 이드는 라미아가 얼마나 휴를 애지중지 하는 알기에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를 찬찬히 살혔다. [헤에......그럼, 그럴까요.] “그래. 부탁을 못 들어줘서 미안하지긴 하지만, 뱃삯도 냈고 하니 바로 가자.” 갑판으로 나오는 도중 전날 들렀던 접객실에서 슬쩍 들어가 작은 보석을 뱃삯으로 놓고 나온 이드였다. 이제 이 배에서 꾸물거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자, 그럼 목적지르 ㄹ향해 날아갑니다.] 대륙으로 나가는 게 즐거운지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뜨기 시작했따. 그리고그렇게 한껏 들뜬 목소리가 막 시동어를 외우려는 찰라! 이드가 추가 요구 사항이 이어졌다. “아, 텔레포트 하면서......우리 저기에도 잠깐만 들렸다가 가자.” 그렇게 말하면서 이드가 가리키는 곳. 그곳에는 작은 점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떠 있었다. 하지만 이드의 눈엔 아주 정확하게 그점의 정체가 보였다. 그것은 찢어진 돛과 함께 그들이 직업을 상징하는 붉은 해골이 그려진 배였다. [호호호......오랜만에 한바탕 하겠네요. 그럼 갑니다.] 파하앗! 라미아의 말이 끝나는 순간 붉은 검을 들고 서 있던 이드의 모습이 갑판에서 빛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6. 그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가? 그 뒤에 이드는더욱 깐깐하게 들려오는 라미아의 목소리를 따라 레어 안을 헤집고 돌아다녔다. 캉칼이 난무하던 시절, 지구의 아시아권 국가의 평균수명은 사백 년이 못된다. 그에 반해 그레센 대륙에서 둥지를 트는 왕국이나 국가의 평균수명은 오백 년에서 육백년 정도다. 그사이 전쟁도 있고, 반란도 일어나지만 확실히 지구보다는 그 수명이 길다는 말이다. 이유는 두가지가 있는데, 바로 국가가 국민들의 대하는 태도와 국민들이 가진 가능성 때문이었다. 역사를 따져 보면 알지만 평민들의 삶은 한마디로 말해서 착취의 삶이었다. 언제나 힘없는 백성으로서 관리와 권세가들에게 당하기만 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덕분에 전쟁이 일어나거나 반란이 일어나도 진정으로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거는 백성의 수가 적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 이유로 국가가 백성들에 대한 학정이 극에 달했을 때 전쟁이나 반란이 일어나면 너무도 쉽게 그 국가는 망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레센은 조금 다르다. 바로 국민들이 힘을 가질 기회가 있기 때문에다. 바로 국가에서 최고의 무력으로 생각하는 소드 마스터와 고 클래스의 마법사의 존재였다. 언제 어디서 어떤 기회를 통해서 소드 마스터나 고위 마법사가 탄생하게 될지 모르는 일인 것이다. 평소 천하게 생각하며 방패막이로 이용하던 용병들 중에서 소드 마스터가 생겨날 수 있고, 세금 대신에 마법사에게 팔아넘긴 평민 중에서 고위 마법사가 탄생할 수도 있는 일인 것이다. 만약 그들이 무력을 인정받아 국가의 귀족이 된다면 당연히 그들을 막 대한 귀족은 그들의 적이 될 것이고, 그들의 그 힘으로 복수할 생각에 쳐들어온다면 고위 귀족이 아닌 이사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자연히 국가나 귀족들로서는 국민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고, 현대의 지구보다는 못하지만 창칼이 난무하던 시절의 지구보다 훨씬 뛰어난 정책이 펼쳐질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그 중에는 그런 걸 생각지도 않고 뿌리 깊은 귀족정신을 발휘하며 오만하기만 한 귀족들도 많고, 멍청한 왕이 나오기도 하지만 확실히 지고보다는 국가의 수명이 길다는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그런 긴 수명을 가진 그레센의 국가들 중에서도 특히나 오랜 역사를 가진 국가들이 있는데, 바로 카논, 라인론, 아나크렌의 세 제국들이 그랬다. 이 세 제국의 역사는 거의 천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넘나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 세 국가 모두 위에서 말했던 바와 같이 국민들을 위한 수많은 정책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그것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지금까지 그 긴 역사를 쉬지 않고 이어 온 것이다. 만약 이 세 제국들이 대한 국민의 사랑이 식었다면, 그 국가는 이렇게 긴 시간을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아나크렌은 이런 긴 세월을 유지해 온 제국들중 그 나이가 가장 어렸다. 어리다고 해도 8백 년이 넘어 다른 일반 국가에 비해서 턱없이 많은 세월이지만 말이다. 좌우간 아나크렌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덕분인지 다른 두 제국에 배해 그 무게감은 조금 적지만 가장 밝고,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수도인 안티로스였다. 그러나...... “하아......” 옆에서 듣기만 해도 같이 힘이 쭉 빠져버릴 듯한 엄청난 한숨을 내쉬는 이드. 그에게는 거대하고 오래된 제국의 화려한 역사 따위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가 않고 있었다. 그럼 이렇게 이드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드는 문제는 무엇일까? 뭐, 답은 간단하다. 현재 이드가 곤란해 하는 일은 세 가지 정도로 추린다고 할 때. 그 중 두 가지는 오직 시간이 해결해야 할일이니 그걸 빼고 나면 남는 것은 하나였다. 이곳 그레센에 와서 가장 처음 하고자 했던 일이자, 꼭 해야 할 일. 그렇다, 바로 일리나를 찾는 일이었다. 바로 그 일이 지금 이드의 마음을 뒤죽박죽으로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전날 자연이 가진 가장 신비로운 예술적 능력이라고 할 만한 노을을 바라보다 텔레포트 하는 순간, 이드는 바로 일리나를 만나볼 수 있을 줄만 알았다. 또 그런 생각과 기대감으로 목표로 정했던 드래곤 로드, 세레니아의 거처였다. 그레센을 떠나기 전 그녀에게 일리나를 부탁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드와 라미아가 세레니아의 거처라고 알고 있는 곳이 그곳뿐이었고, 또 그녀에게서 직접 그 통나무집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기에 당연히 일리나와 함께 거기서 자신을 기다릴 것이라 생각했던 것. 하지만 세레니아의 거처에 도착해서 본 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속절없이 썩어 무너져 내린 통나무집의 잔해뿐이었다. 이드는 기대했던 만큼 고스란히 실만할 수밖에 없었다. 낙담해 있는 이드를 끌고서 라미아가 한 호흡 만에 이동한 라일로 시드가의 레어 역시 비어 있긴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이상한 점은 처음 일리나와 함께 찾았을 때 레어 곳곳에서 느꼈던 가공된 마나, 즉 마법의 흔적이 눈에 띄었는데, 지금은 그런 흔적조차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레어를 옮긴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인간들이 예술품이라고 말하는 물건들이 널려 있었으며, 라미아가 마법으로 탐지해낸 보물의 산이 손댄 흔적도 없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보물 좋아하기로 유명한 드래곤이 이런 보석들을 그대로 버려두고 갔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말이다. “그건 정말 스크루지가 돈을 싫어한다는 말만큼이나 말이 되지 않는 말이지. 그럼 그럼.” 스스로의 표현이 맘에 들었는지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이는 이드였다. 그렇게 장담하고 난 다음이었다. 순간 이드의 머릿속에 불길한 상상 한 가지가 스치듯 떠올랐다. 바로 이 레어의 상태와 로드의 통나무집의 흔적으로 연걸 지어 결론 내릴 수 있는 단 한 가지 상황! 승부의 세계에서 둘일 수밖에 없는 견론 중의 한 가지. 바로 전투의 패배에 따른 죽음이 그것이었다. 그것은 이드가 지구에 있으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걱정거리로 간직하고 있었던 최악의 상황이며, 일부러라도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일이기도 했다. 이드 머릿속을 채우는 불길한 상상에 그만 전신에 힘이 빠져버리고 말았다. 이때만큼은 보통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경지의 무공이라는 것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 이드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 빠진다면 똑같이 절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드에겐 그런 사람들과 다른 점이 하 나 있었다. 바로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라는 것이다. 더구나 그 누군가는 매우 똑똑했다! “정말......바보 아냐?” 라미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레어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뭐가 답답했는지 생각으로 말을 전하지 않고, 저번처럼 마법을 이용해 직접 음성을 만들어낸 그녀였다. “이래서 절망도 똑똑한 사람들이나 한다는 말이 있는 거야. 이봐요, 이드씨. 정말 홀리벤호에서 뭘 들은거야? 진짜 혼돈의 파편이 이겼다면 그들이 속한 하루카라는 나라가 멀쩡할 리가 없잖아. 전부 카논이 정복했을 텐데......생각 좀하면서 행동 하라구요.” 정말이지 가차없이 쏟아져 나온 말이었다. 그 덕분에 이드는 힘이 빠져 막 쓰러질 것만 같던 몸을 간신히 바로 세울 수 있었다. 대신 얼굴은 붉에 물들이는 쪽팔림에 동굴 벽에 머리를 박아야 했지만 말이다. ‘아, 엤날의 라미아가 그리워라. 거기다 이런 모습을 보고 어떻게 그런 걸 하나하나 따지냐. 그런 사람 있음 나와 보라 그래, 이씨!” 그 뒤에 이드는 더욱 깐깐하게 들려오는 라미아의 목소리를 따라 레어 안을 헤집고 돌아다녔다. 혹시라도 라일로시드가의 행방이나, 혼돈의 파편과의 전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별수 없이 그날 밤을 레어에서 보낸 이드와 라미아가 다음 날 일찍 정보수집과 식사를 위해 찾은 곳이 바로 이곳 안티로스였다. 하지만 풀리지 않은 문제를 앞에 둔 상황에서 식욕이라고 있을까. 자연히 맛좋은 요리를 앞에 두었지만 한숨만 내쉬고 있는 지금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하아......” 이드는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한숨소리를 들으며 맛도 보지 않은 요리들을 이리저리 뒤적여댔다. [왜요. 별로 입맛이 없어요? 그래도 아침은 잘 먹어야 하는데......다른 걸 시켜드려요?] “쳇, 지금 밥이 문제냐? 일리나의 일이 문제지. 거기다 지금의 난 상당 기간 아무것도 안 먹어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그나저나......나는 그렇다 치고......넌 의외로 기분이 좋아 보인다?” 이드의 말 대로였다. 전날만 해도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한 다고 구박해대던 깐깐한 라미아의 목소리가 지금은 봄날 뛰노는 강아지마냥 퉁퉁 튀는 느낌으로 바뀌어 있었으니 말이다. 사실 이건 따로 물을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이미 그녀가 라일로시드가의 레어를 나서면서 주인 없는 물건을 맡아둔다는 의미로 레어의 보물을 깡그리 챙겨놓은 것을 알고 있는 이드였다. 말이 좋아 맡아둔다는 것이지 거의 강탈이며, 도둑질에 다름 아니었다. 좌우간 갑자기 그러나 은근 슬쩍 늘어난 재산 때문에 라미아의 기분은 지금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작태를 바라보는 이드로서는 뽀롱통한 심술이 일어나는 일이기도 했다. 누군 걱정이 되어 심각하다 못해 절절한 심적으로 고민에 빠져 있는데, 누구는 순식간에 쌓아올린 재산에 콧노래를 부르다니...... 그래서 괜히 심술을 담아 ‘너 그런 식으로 나올래?’하는 투로 건넨 말이었따. 그러나 과연 라미아는 라미아였다. [에이, 그럴 리가요. 저도 나름대로 일리나를 찾을 방법으로 모색 중 이라구요. 이드가 너무 기분이 쳐져 있어서 내 목소리가 그렇게 들린 것뿐이에요.] 이드의 말이 무엇을 겨냥해서 하는 말인지 다 알면서도 유유히 받아 넘겨버리는 것이다. “흠......그럴까나.” 가증스럽게 들리는 라미아의 능청에 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맘 같아서는 한마디 쏘아 붙여주고 싶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정말 뒤를 있을 후환이 여간 두렵지 않을 수 없었다. 아, 힘없는 자의 슬픔이여......아니, 공처가의 슬픔이라고 해야 하나? 결국 이드는 아침식사를 말 그대로 손만 대고 말았다. 일리나의 문제도 문제지만, 라미아와의 말싸움에서 스스로 물러났다는 좌절감 덕분에 도저히 입맛이 나지 않았다. 대신 차가운 음료와 함께 이후의 일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손에 들어온 부물 때문에 지금 당장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라미아를 제쳐두고 본격적으로 혼자서 궁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여려 거지 방안을 웅얼거리기를 반시간...... 타악 마지막 한 모금과 함께 비어버린 유리잔을 거칠게 내려놓은 이드는 고민 끝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차례대로 가자고.” 자신 있는 목소리와 비장한 표정을 보이자 짐작대로 이번에 건진 보물을 정리하고 있던 라미아가 슬쩍 관심을 보였다. [에헤......뭐 좋은 생각이라도 났어요?] “아니. 별로......” 조금 전 마치 모든 문제를 단숨에 해결한 복안이라도 찾아 낸 것 같았던 자신만만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대답에 라미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에? 그럼 아까 말했던 그 차례대로라는 말은 뭐예요?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거 아니었어요?] 이드는 고민거리를 날려버려 시원하단 표정으로 빙글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글쎄, 좋은 아이디어라기보다는......생각을 정리한 거야. 그렇게 하고 나니까 별달리 고민할 일이 아니더라. 이미 우리가 해야 할 일도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고......아마 당연하게 그렇게 될 줄 알았던 일이 이상하게 꼬인 덕분에 생각도 잠깐 꼬였던 모양이야. 하지만 이제 정리됐어.” 라미아는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정말 이드나 자신이나 세레니아와 일리나가 당연히 통나무집에서 기다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그곳에서 기다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이 조금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좋아요. 그럼 어떻게 생각을 정리했는지 한번 들어볼까요?] 숙제검사를 하겠다는 선생님의 말투를 흉내 내는 라미아였다. 이드는 어울리지 않게 팔짱을 낀 라미아의 근엄한 태도에 킥킥 웃음을 흘리며 시선을 창 밖 으로 던졌다.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여유를 찾자 그제야 뜨거운 햇살 아래 번쩍이는 안티로스의 화려한 광경이 이드의 눈에 들어왔다. “듣고 말고 한 것도 없어. 우리는 그레센에 도착해서 일리나를 찾았어. 하지만 그녀가 있을 만한 곳 영순위인 곳에 그녀가 없었어. 그러니 당연히 그녀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봐야 하지. 그것뿐이야. 그게 일을 풀어가는 순서지. 안 그래?” [......안 그래는 뭐가 안그래예요! 정말 고작 그 정도밖에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겠죠?] “하하......응, 이라고 대답하면 한대 맞을 것 같은데?” [같은 데가 아니에요. 정말 몸만 그대로였다면 벌써 한 대 때려줬을 거라구요. 그리고 지금 큰 걸 한 방 준비 중이에요. 대답에 신중을 기하는 게 좋다고 정중히 충고 드리는 바입니다.]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삐질 등 뒤로 식은땀이 솟는 걸 느꼈다. 라미아의 말이 절대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은근히 격동하고 있는 주위 마나의 느낌을 통해 확실히 느낀 것이다. ‘아아......정말 옛날이 좋았는데......결혼하고 변하는 건 남자만이 아닌거야.’ 이드는 속으로 부르짖으며 얼른 입을 열었다. 조금 더 머뭇거리다가는 정말 이곳 식당이 형체도 못 알아보게 날아갈 판이었던 것이다. “내가 생각한 건 세 가지야. 그 세 가지가 모두 일리나와 연결되어 이쓴 연결점을 기준으로 한 거야. 우선 첫째가 우리가 두 번이나 해본 드래곤 찾기. 찾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찾기만 하다면야 저간의 사정도 듣고, 세레니아를 탖아 일리나도 만날수 있어서 더없이 좋은 방법이지. 둘째는 일리나가 살고 있는 엘프의 마을을 찾는 것. 일리나가 현재 머물고 있을 수 있는 일 순위가 바로 일리나의 고향이거든. 뭐, 이건 첫째보다 쉽다고 할 수 있지. 다만 그 마을의 위치를 알고 있는 엘프를 만난다 해도 그들이 그곳을 쉽게 가르쳐주느냐가 문제인데...... 쯧, 마지막으로 이곳 아나크렌의 황궁으로 찾아가 보는 거야. 우리와는 꽤나 깊은 인연이 있고, 일리나도 상당 기간 이곳에 머무른 시간이 있으니까 혹시라도 일리나의 흔적이 남았을지도 모르거든. 하지만 이 셋 중에서 내가 고른 것은 두 번째야.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인 것 같거든. 나머지 두 가지는 나름대로 좀......문제가 있지. 아무래도......” [뭐, 그렇긴 하죠.] 라미아는 이드의 말에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거의 같다고 해도 좋을 만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드가 말하지 않은 첫째와 셋째방법이 가진 문제점도 대충 짐작이 되었다. 특히 두 번이나 직접 실행해본 첫 번째 방법에 대한 문제점은 더욱 확실히 알고 있는데. 바로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그들, 드래곤의 능력에 비례해서 레어의 은밀성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더구나 레어를 찾는다 하더라고, 어제 찾은 라일로시드가의 레어처럼 비어 있지 말란 법도 없으니 실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세 번째...... 사실 이건 아직 인간이란 종족에 대한 소속감을 가진 이드로서는 별로 꺼내고 싶지 않은 문제점이었는데, 바로 어떤 경우에도 완전히 믿을수 없는 ‘인간의 신뢰’에 대한 문제였다. 찾아가야 할 곳이 온갖 권모술수의 결전장인 황궁인 만큼, 이드와 라미아를 노리고서 속이고, 이용하려 들지도 모를 일인것이다. 거기다 이미 백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러 직접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은 모두 세상을 뜬 이후가 되고 말았으니 더 말해 뭐할까. 아니, 그 전에 그런 인간들의 생리에 대해 오랜 시간 겪어 보았을 엘프인 일리나가 황궁에 무언가를 남기지도 않았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두 가지를 제외하고 남은 게 자연히 두 번째 방법이었다. [확실이 저도 일리나의 마을을 찾아볼 생각을 했으니까요. 뭐, 그럭저럭 잘 생각했네요. 칭찬해줄께요,호,호,호.] 순간 이드는 라미아의 마지막 말과 딱딱 끊기는 웃음소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하지만 곧 자신은 놀렸다는 것이 이해가 되자 이드의 얼굴이 붉게 물들지 않을 수 없었다. “라미아,너!” 이드는 라미아의 말장난에 반사적으로 소리치고 말았다. 그러나 화도 때와 장소를 가려 가며 내야 하는 법. 이드는 순간적으로 그 사실을 잊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과...... “이봐, 도대체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저런 미친 녀석이 이곳에 들어와 있는거야? “......어서 경비를 불러.” “어머......아까 전부터 계속 혼잣말을 하더니......어머, 어떡해, 미친 사람이야......” ......한 순간에 미치광이가 되어버렸다. 사실 이 일은 이드가 자초한 것이라고 봐야 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라미아와 입을 열어 대화를 했으니......‘내가 정령과 대화하고 있소’ 또는 ‘내가 에고를 가진 아티펙트와 대화하고 있소’ 라고 말이라도 하지 않은 이상, 누가 봐도 미친놈이라는 결론밖엔 나오지 않은 자업자득의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이드로서는 어디 그렇겠는가. 어제부터 라미아에게 다하기만 했으니 이것도 라미아가 유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다분히 미심쩍은 생각이 들 뿐이었다. 이드는 바람의 상금정령인 로이콘을 불러 사람들에게 보이며 미친 사람이라는 누명을 벗는 한편 라미아에게 이를 갈았다. ‘너......좀 있다 두고 보자......’ 단단히 벼를 듯한 말이었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순간 라미아는 후에 있을 날벼락을 피해 슬그머니 아공간 속으로 도망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식당에서는 다시 한 번 라미아를 향이 이를 가는 이드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사실 이런 상황은 그녀로서도 예상 밖이었기 때문이었다. 라미아는 이드를 달래기보다는 슬쩍 숨는 방법을 택해서 아공간 속으로 슬그러미 도망쳐버렸다. “캬악! 라미아!” 다시 한 번 식당 안을 떨어 울리던 이드의 목소리를 뒤로하고서 말이다. 식당에서 일어나 엉뚱한 소동도 한참이 지났지만 이드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지 볼썽사납도록 씩씩거리며 안티로스 중앙광장을 향해 걷고 있었다. 여타 다른 볼일이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애궂게 시간을 지체할 필요도 없었고 그래서 바로 일리나를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이드가 중앙광장으로 향하는 것도 그때 문이었다. 일리나를 찾기 위해 선택한 두 번째 방법에서 중요한 바로 엘프였고, 그 엘프를 만나기 위해 가장 사람이 많이 다니는 중앙광장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모든 길이 여기서 뚫려 나가고 또 모든 길이 여기로 모이는 중앙광장인 만큼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닐 것이고, 혹 그 사이로 엘프가 지나갈지 또는 엘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지 몰랐다. 그러나 세상일이 그렇게 생각대로만 풀리는 건 아니다. 이드는 중앙광장에서 엘프를 찾기보다는 자신이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고서야 다시 한 번 절실히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미남미녀는 어딜 가나 사람들의 눈길을 끌게 되어있다는 것으 ㄹ증명된느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수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구하고자 했던 엘프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중앙광장에 떠도는 수많은 이야기들 중 도움이 된느 정보를 구했던 것이다. 이드는 그것을 듣는 즉시 중앙광장을 떠났다. 그 정보를 이용하기 위해서......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에게 몰려드는 부담스런 시선들을 피하기 위해서...... 7. 시르피의 흔적, 금강선도 저렇게 금강선도의 변형된 모습을 보니, 라미아가 말한 세월의 흐름이 다시 느껴진 것이다. 이드가 중앙광장에서 구한 정보는 다름 아니라 정보길드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정보길드란 게 실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가장 정보가 많이 모이는 용병길드와 도둑길드에서 정보를 구입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길드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 정보의 유통에서만큼은 때에 따라 적이 될수밖에 없는 두 길드가 합작을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용병이고, 도둑이고 간에 모여드는 수많은 정보들 중 어느 것이 진짜고, 가짜인지 정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떤 것이 고급정보인지, 하급 정보인지 골라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어느 귀족 댁에 고급과자가 배달되었다, 라는 정보 축에도 못 드는 내용이 며칠 후엔 귀족댁의 자제가 과자를 먹고 독살 당했다. 라는 내용과 연결되어 초특급 정보가 되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식이다 보니 정확한 상황판단과 전체적인 흐름을 보는 능력이 부족한 단체에서는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 분석하고, 유용하게 가공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해서 두 길드에서 모든 정보를 종합한 다음 진짜 정보들만 골라내고, 정보를 분석하기로 한 것이다. 두 길드 모두 정보의 중요성을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에, 또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적 합작이었다. 헌데 이렇게 두 단체의 정보력이 합치고 보니, 그 세력 정도가 가히 길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자 자연히 외부에서는 이 정보단체를 정보길드라 부르게 된 것이다. 이드는 이 정보길드 중원의 개방과 하오문에 비교해서 이해했다. 처음 이드는 곧장 용병길드를 찾았고, 그곳에서 소개를 받아 아나크렌의 정보길드를 찾을 수 있었다. 델리의 주점. 그렇다. 바로 주점이었다. 주점...... 이드는 왠지 평범하고, 편안해 보이는 주점을 바라보며 피식 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도대체......왜 이런가 몰라. 중원의 하오문도 정보를 거래하는 곳으로 주로 객점을 이용했고, 지구의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주로 주점에서 정보거래가 이루어졌는데......여기서도 그런 거야? 이거 누가 법으로 정하기라도 했대? 정보거래는 주접에서 하라고......” 누군가 듣고 있는 사람은 없지만 저말 생각만으로 끝내고 싶지 않은 말이었기에 절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이드였다. 하지만 장담하는데......누구든 옆에 있었다면 분명히 이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현재......냉전 중이라 말은 못하지만 라미아도 한껏 이드의 말에 동조하고 있었다. 뭐, 그렇다고 딱히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보도 구해야했기에 이드는 묘한 표정으로 머리를 몇 번 긁적이고는 주점의 문을 열었다. 머리 한구석에 영화에서 보았던 뿌연 담배연기 가득한 술집의 분위기를 상상하면서 말이다. 정말 그런 분위기까지 똑같다면 ......신에게 한번 물어볼 작정이다. 당신께서 정해놓은 것이냐고...... 하지만 다행히 이드가 다시 신을 찾아야 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주점의 분위기는 외부와 마찬가지로 거부감이 없이 편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여관에 딸린 식당과 같은 느낌이랄까.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여관에 들어서면 으레 있기 마련인 손님을 맞이하는 점원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들어서는 손님을 판정하듯이 바라보는 중년의 남성과 젊은 여성 바텐더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드는 그 두 사람과 눈이 마주치자 곧장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용병길드에서 들은 정보거래를 원하는 말을 하려고 했다. “저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절로 가봐.” 하지만 그보다 먼저 말을 꺼낸 남자의 말에 이드는 입술을 들썩이다 말아야 했다. 더구나 말하는 폼이 이미 이드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투였다. [처음엔 좀 웃었는데, 확실히 정보길드라고 할 만하네요. 이드가 용병길드에 들렀던 게 벌써 이들에게 알려진 것 같은걸요.] 지금까지 가만히 조용히 있던 라미아의 말이었다. ‘라미아, 너어......’ 하지만 이드는 지금 말을 걸어오는 그녀가 얄미웠다. 그의 불같이 이글거리는 화를 피해 아공간에 숨어 있던 그녀가 지금과 같이 말싸움을 할 수 없는 순간에 나타나다니...... 만일 여기서 그녀와 그 유치한 말싸움을 시작한다면 이드는 다시 소동이 일어났떤 식당에서처럼 미친 사람으로 오해받거나, 바로로 얕보이고 말 것이다. 이런 정보길드 같은 곳에서 얕보여서는 결코 좋을 게 없다는 걸 잘 아는 이드였다. 마침 그런 이드의 생각을 또 그대로 읽어낸 라미아였다. [헤헤헷......아까는 미안해요. 정말 고의가 아니었다니까요. 가벼운 장난 이었다구요, 응?] 기회는 이때다. 낭창낭창 고양이의 말투로 애교를 떠는 라미아였다. 이드는 왠지 옆구리가 가려워지는 라미아의 목소리에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도 장난인 걸 잘 안다. 지금도 진심으로 화가 난 건 아니니까 말이다. 다만......번번히 이렇게 당하다 보니 심술이 나는 건 도저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데......얄밉긴 해도 밉지는 않은걸...... ‘너,다음에 또 그러면 정말 화낸다.’ [넵!] 이드는 라미아의 힘찬 다답을 들으며 살짝 처진 고개를 들었다. 잠깐 라미아와 대화하는 사이 어느새 그 남자가 가리켰던 테이블 앞에 서게 된 것이다. 그 테이블엔 한 남자가 느긋한 자세로 앉아서는 이드를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가 이드를 상대할 정보길드의 사람인 듯 했다. “음, 왔구만. 필요한 게 있을 테니......앉아서 이야기 하자구.” 중년의 사내는 기다리던 사람이 왔다는 듯 자세를 조금 비틀며 이드에게 맞은편 자리를 권했다. 그러나 정작 그 사람의 말에 이드는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사내에게서 발견한 이드는 사내의 말을 듣기보다 그의 몸을 먼저 살핀 것이다. 그런 이드의 시선을 느꼈기 때문일까. 사내의 시선이 달라지며 슬쩍 몸을 긴장시켰다. 하지만 정작 이드는 그런 사내의 반응에 별것 아니라는 표정으로 그가 권한 자리를 앉았다. “아아......죄송해요, 생각지도 못했던 게 눈에 들어와서 말이죠. 아시겠지만 정보를 구하려고 하는데요.” 이드는 별것 아니라는 투로 말하고는 빙긋이 웃었다. “흠......그래. 정보를 구한다고 했지. 뭐가 알고 싶은 건가?” 이드의 태도에 사내도 별것 아니라는 투로 자연스럽게 이드의 말을 받았다. 하지만 이드는 그의 모습이 바뀌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태도나, 몸 상태가 바뀌진 않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이 확연히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처음 이드를 바라보던 눈길이 애송이 여행자를 보는 눈이라면, 지금은 다분히 경계해야 할 적을 보는 눈길이었다. 또 이드가 봤다는 게 무언지 궁금해하는, 그릭 ㅗ무언가를 생각하는 눈길이었다. [저도 궁금한데요.] 그리고 그런 사내의 눈길과 같은 뜻을 담은 질문을 던지는 라미아였다. 하지만 이드는 그런 라미아를 놀리듯 자신의 생각을 숨기며 웃었다. ‘크크크......고민해봐.’ 이드의 다소 음흉해 보이는 미소는......아마도 식당에서 당한 일의 앙갚음인 듯했다. “엘프에 대해서 알아볼 게 있어서요. 혹시 안티로스에 엘프가 들어와 있는지......” 사내는 엘프라는 말을 반복하며 좀 더 이상한 시선으로 이드를 바라보았다. “비밀시장을 말하는 건가?” 그 말에 이드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가 말하는 비밀시장이 뭔지 쉽게 감기 잡혔던 것이다. “......노예시장을 말하는 건가요?” 이드는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그대로 드러내보였다. 사실 비밀스런 노예시장은 중원에도 암암리에 존재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명백한 반대 입장을 가진 이드였다. “그게 아닌가?” “뭐, 그렇긴 하지만......그것도 같이 알고 싶네요.” 만약 노예시장에 엘프가 있다면 그곳을 완전히 뒤집어버리고, 그들을 구할 생각인 이드였다. 그렇게 한다면 좀 더 신뢰관계가 쉽게 형성될 것이니 말이다. 솔직히 말해 개인적으로 그런 노예시장이 맘에 들지 않기도 했고. 하지만 아쉽게도 이드에게 그럴 기회는 없는 것 같았다. 사내가 고개를 흔들었기 때문이었다. “노예시장에 관한 정보 같은 건 매일매일 들어오는데......아쉽게도 엘프에 관한 정보는 없군.” 저 말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뭐, 별수 없죠. 그럼 현재 아티로스에 들어와 있는 엘프는요?” “흐음......글쎄......” 사내는 이드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러한 제스처 때문에 이드는 기억을 더듬는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곧 그게 아니란 것을 알았다. 미약한 마나의 흐름이 저 벽 너머에서부터 사내에게로 이어져 왔던 것이다. [메시지 마법이네요.] 거의 확실하지만 메시지를 통해 이드가 문의한 물음에 대한 정보를 듣는 것 같았다. 허기사 한 사람이 어떻게 그 많은 정보를 일일이 다 기억하고 있겠는가.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를 저런 식으로 전해 받은 것일 터이다. 확실히 물어올 때마다 서류를 뒤지는 것보다는 강한 신뢰감을 심어줘 보기도 좋고, 좀 더 보안에 철저해질 테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인 것 같긴 했다.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의 실력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은데......엿들어볼까요?] 다만 이렇게 라미아 같은 능력 좋은 마법사 앞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로 무용지물이 되겠지만 말이다. ‘응, 한번 해봐. 이런 곳에서는 여러모로 조심하는 게 좋을 테니까.’ 그리고 다음 순간 ......라미아를 통한 메시지마법 도텅이 이루어지며 그 내용이 이드의 머릿속으로 중계되었다. 헌데 그 내용이란게...... ‘......그래서 참새의 먹이는 없습니다. 다만 하늘이 바라보는 것과 땅과 그림자인데, 현재 푸와이 백작가의 집에 머무르......’ ‘......그만 됐어.’ 이드는 쩝쩝 입맛을 다시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큰 기대를 가지고 엿듣는다고 들었지만 은어로 교환되는 정보 탓에 하나도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이런 일에 대비한 암호 같죠?] ‘그렇지? 확실히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인 만큼 이런 일에도 대비를 한 모양이야. 더구나 암호도 몇 개 의 단어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게 아니라......문장과 문장을 교묘하게 이어야 하는 고급암호 같아.’ 이드는 더 이상 들어볼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에 얌전히 사내의 대답이 나오길 기다렸다. 잠시 후 사내는 암호를 듣고 다시 그 내용을 모두 정리했는지 드디어 이드와 시선을 맞추었따. 헌데 그의 표정이 조금 묘했다. “이거......체면이 안 서는군. 미안하지만 자네가 원하는 정보는 지금 당장 없군. 원래 엘프와 관련된 사건이 거의 없어서 말이야. 우리도 엘프 쪽은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거든.” 묘한 표정을 지을 만 했다. 정보길드에서 정보가 없다니...... “그러면......” “글쎄, 미안하지만 오늘 저녁, 아니면 넉넉하게 잡고 내일 다시 와줄 수 있겠나? 아니면 내가 찾아가도 좋고.” 이드는 그의 말에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나의 일만 아니라면 현재 이드에게 가장 넉넉한 게 시간이었다. “그럼, 내일 다시 찾도록 하죠. 정보료는 그때 내면 되겠죠?” “물론. 어차피 자네에게 건내진 정보래 봐야 노예시장에 엘프가 없다는 것 정도에 불과하니까. 대신 내가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뭐죠?” 사내의 말에 막 일어서려던 이드는 그 자세 그대로 그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빈틈없는 자세에 그의 질문이 뭔지 알 수 있었다. “......처음 자네가 날 봤을 때 ......내게서 뭘 본거지?” 그저 궁금해서 한 번 물어본 것뿐이라는 표정이었지만, 사내의 눈에서 은은히 스며 나오는 기운은 먹이를 놓쳐 한껏 자존심을 구긴 표범의 미묘한 그것이었다. 정보 계통에서 일하고 있는 그가 오히려 정보를 구하러 온 상대에게 묻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정말 궁금했다. 자신에게서 도대체 무엇을 발견한 것인지......그는 누구에게도 장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겉모습만으로 뭔가를 알아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그래서 첫 대면을 통해 자신의 정체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그런데 지금 그런 예상을 깨버린 듯한 상대를 만났다.(더구나 이 상대는 평소 낌새가 이상할 때마다 그러던 것처럼 뒤를 추적해서 감시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자신에게서 뭘 본 것인지 알아낼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적인 기분을 느끼게 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처럼 잠시 자존심까지 굽힐 만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드는 상대의 눈빛에서 대충 그의 심정을 읽었다. 그러자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흘렀다. 한동안 라미아에게 당하기만 했떤 반작용 때문인지 자신이 이렇게 상대를 몰아세운 것이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이거, 이렇게 바로 물어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어때, 라미아. 넌 저 사람이 궁금해 하는 게 뭔지 알겠어?” 이번엔 이드가 느긋하게 선생님의 말투를 흉내 내며 라미아에게 말을 걸었다. [......칫, 몰라요. 이드가 그렇게 생각을 꼭꼭 막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요?] 확실히 이드의 생각을 알기위해 라미아가 그의 마음으로 수차례 접속을 시도했었다. 이드는 그런 라이아의 말에 쯧쯧 속으로 혀를 찼다. ‘으이고......왜 내 마음속만 읽으려고 해? 라미아 네가 직접 저 사람에 대해 조사해보면 되잖아.’ 순간 그 말에 아공간 속에 들어 있던 라미아의 검신이 꿈틀했다. 항상 이드의 감각을 공유하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 덕분에 그런 사실을 깜빡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드의 생각을 알 수 없자 그 마음을 엿보려고 노력했던 것이고..... [에잇, 그런 건 빨리빨리 좀 말해 달라구요.] 라미아는 괜스레 민망하며 꽥 소리를 지르고 바로 사내에 대해 그녀의 감각으로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이드가 처음 그 사내를 보고서 왜 그렇게 반응했는지를 말이다. [저건......금강선도(金强禪道)?] 이드는 자시도 모르게 흘러나온 듯한 라미아의 말에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라미아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데 저게 왜 여기 있대요.] 분명 이드가 그레센에서 친분이 있는 몇몇에게 저 금강선도의 수련을 전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단 여섯 명에게 전한 수법이었다. 또 그들 중에서 이런 계통에 일을 할 사람과 관계된 이가 없었다. 이런 정보길드에 저 금강선도를 수련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드라고 그 사연을 알겠는가. ‘단지, 네 말대로 백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으니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생각할 밖에......더구나 저건......내가 전한 금강선도 본래의 모습이 아니라 조금 변형된 모습이거든.’ [변형이요?] ‘응, 금강선도는 가장 정순하면서도, 치우침 없는 수련법인데......저 사람이 익힌 수법은 좀 특화된 모습이 있달까? 더 보니 시간이 지났다는 게 실감나게 느껴져......’ 이드는 조금은 씁쓸한 기분으로 말을 맺었다. 보통 내공의 수련법에 변화하려면 그 변화의 정도를 떠나서 많은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기에 오랜 시간이 흘려야 한다. 헌데 저렇게 금강선도의 변형된 모습을 보니, 라미아가 말한 세월의 흐름이 다시 느껴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분은 이드와 라미아의 생각일 뿐이었다. “그렇게 웃기만 해서는 내가 알 수 없는데 말이야......” 이드와 라미아가 저들끼리 생각을 나우는 동안, 이드의 웃는 얼굴만 보며 마냥 대답을 기다려야 했던 사내는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고, 자신이 놀림을 받는 듯한 기분을 느껴야 했던 것이다. “아, 미안해요. 잠깐, 뭐라고 대답을 해주어야 할지 생각을 정리해야 했거든요. 간단히 말해드리죠. 제가 당신에게서 본 건 당신의 외형적인 것에서가 아니라, 당신의 몸 속 내면의 특수한 마나 수련법에 의해 단련된 마나의 모습을 본 거죠. 근데 좀 이상하군요.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적을 텐데......” 드르륵......꽈당 이드의 말이 끝나는 순간 사내가 앉아 있던 의자가 주르륵 밀려 나가다가 바닥에 뒹굴었다. 그만큼 그의 마음이 급하고 놀랐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런 반응은 그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그의 갑작스런 반응과 동시에 주점의 분위기도 순식간에 완전히 뒤바뀌어버렸다. 어느새 주점의 문과 창문이 닫혀 있었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던 손님들은 이드를 중심으로 포위하듯 숙련된 동작으로 정교하게 늘어섰다. “귀하는......누구요. 왜 날 찾아온 거요?” 어느새 말을 건네는 사내의 말투가 확연히 달라졌다. “알지 않나요? 엘프에 대한 정보를 사려는 것뿐이죠. 단순한 손님.” 손님들이 아니라는 게 이젠 명확해진 주변 사람들과 정면으로 노려보는 사내의 위협적인 반응을 이드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그러한 태도가 사내와 포위한 사람들의 긴장을 한 층높이고 있었다. 정보를 다루는 일에 종사한다는 건 정보라는 것에 접근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만큼 모두 눈치와 상황판단 능력이 매우 빠르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들은 알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유로움을 유지할 수 있는 자는 위험하다는 것을 말이다. 특히 그런 긴장은 방금 전 대화를 나누던 사내가 특히 더 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 수련한 마나의 흔적으로 느끼려면 최소한 그와 동등한 실력을 가졌거나, 더 뛰어나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자신이 익힌 마나 수련법은 기본적인 은밀성이 있어서, 자신보다 한 단계 위의 실력을 가진자가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 말은 곧 눈앞의 미소년 가진 실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말이 되었고, 싸우게 된다면 자신을 비롯해 이곳에 있는 길드원들까지 모두 죽을 수 있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상대가 자신에 대해 알고서 찾아온 것이 아니고, 그가 순수한 실력으로 자신의 마나를 느꼈다는 점과 확실히 싸우게 된다는 전제가 붙어야 하는 일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단순한 손님이 내가 사용하는 수련법을 알 수는 없을 것 같소만...... 더구나......흠, 미안하지만 내가 보기에 귀하가 날 파악할 정도의 실력이 되는지 알지 못하겠소.” 다시 말해서 이미 알고서 찾아온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자신보다 실력이 높다면 상대의 능력을 파악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만......그로서는 이드의 외모 어디를 봐도 도저히 대단한 실력자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뭐, 그런 단순히 외적인 모습이 많은 악의의 피해자를 만들어낸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은근히 기도를 내비치고 다니는 것도 나름대로 문제가 있으니까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 검지와 중지를 같이 내뻗었다. 사내가 원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실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파파앗...... 내뻗은 두 손가락 주변의 공기가 순간적으로 밀려나며 황금빛 불꽃과 같이 타오르는 마나가 일어나더니 순간 단검 정도의 검기를 형성했다. 이드가 금령참의 공력을 손가락을 통해 검기로 형성해낸 것이었다.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죠.” 이드의 손끝에 걸린 황금빛을 정신없이 바라보던 사내는 긴장한 눈길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저어 주위를 포위하고 있던 사람들이 물렸다. 이런 실력자를 상대로 싸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드는 공격적인 기세를 거두어들이는 걸 보고는 내력을 거두며 손을 내렸다. “미안하오. 이쪽 계통의 일은 항상 사람을 조심해야 하거든. 귀찮게 했소. 대신 귀하가 원한 정보는 최대한 빨리 구해보리다. 물론, 돈은 받지 않도록 하겠소. 실례에 대한 보상이오.” “아니요, 그럴 필요는 없어요. 대신 당신이 그 수련법을 어디서 배웠는지 궁금하군요.” “음? 그건 어째서......” 사내는 곤란한 표정으로 이드에게 물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 수련법은 아주 오래전에 단 여섯에게만 전해진 방법이에요. 그런데 지금 여기서 그걸 알고 있는 상대를 만났으니 궁금할 수밖에......어때요?” “뭐, 비밀이긴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으니......난 이 일을 하기 전에 황실 황금의 기사단에 있었소. 당신이 말한 수련법은 황금기사단의 비밀 수련법이오. 그런데 이렇게 묻는걸 보면 당신도 이 수련법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사내는 그렇게 말하고는 의자를 끌어와 앉더니 좀 능청스런 표정으로 이드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을 묘하게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이드는 빙글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고는 뒤돌아섰다. “뭐, 일단은 관계자라고 해두죠. 의뢰한 정보는 내일 찾으러 올게요. 그럼......” “끄응, 이렇게 되면 하루 쉴 만한 여관을 찾아야겠지?” 주점을 나온 이드는 찌뿌드드했떤 몸을 기지개로 풀며 이쪽저쪽 사방을 돌아보았다. [아까 식당이 있던 곳에 좋은 여관이 보였던 것 같았어요.거기로 가요. 그런데 아마도......그 공주님인가 봐요?] “응? 뭐가?” 라미아의 말을 듣고 발길을 옮기던 이드는 뒤이어진 말에 입을 열었다. 그러다 곧 식당에서의 일을 떠올리고는 라미아에게 생각을 전했다. ‘공주가 뭐?’ [저 사람이 말했던 황금의 기사단에 금강선도를 전한 사람말예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머리 뒤로 손을 돌려 깍지를 꼈다.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야. 나머지 다섯의 성격으로 봐서는 이곳 황궁에 남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러고 보면 시르피가 생각 외로 상당한 경지에 들어간 모양이야.’ [하긴......이드가 구결을 전하지 않고, 내력을 직접 운용하는 방법으로 알려줬으니까요.] 확실히 이드는 그레센에 무공에 대한 구결을 남기지는 않았었다. 그런데요. 저렇게 기사단에 익힐 정도로 전했다는 것은 시르피가 금강선도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고, 그것을 다시 구결로 만들어낼 정도의 경지에 올랐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이드가 어릴 때 잠깐 가르쳤을 뿐인데, 그 정도라면 상당히 재능이 있었나 봐요.] ‘그렇기도 해. 거기다 주변에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으니까.’ 이드는 그레센에서의 마지막 날 혼돈의 파편과 마주섰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들이라면 능력도 능력이지만, 국경에 신경 쓰지 않을 사람들이 확실했으니 아마 시르피에게 알게 모르게 가르침을 주었을 것이다. [그럼, 금강선도가 그레센에 모두 알려졌을까요?] 이미 하나의 기사단 단원 모두가 익히고 있는 만큼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고개를 흔들고는 머리를 정리했다. ‘아니, 그건 아닐 거야. 그레센에 금강선도 말고 다른 수련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는 힘이 곧 권력이기도 한 곳이야. 만약 알려졌다면 그때 주점에 있던 그 남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익혔을 거야. 거기다 지금 이 거리에는 금강선도의 수련자들로 넘쳐 났겠지.’ 정말 그럴 것 같다. 중원과는 달리 그레센에 심법이 널리 알려진다면, 정말 익힐 수 없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들이 심법을 수련할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정말 볼 만한 구경거리가 될 것이 틀림없다. 라미아는 그런 생각에 킥하고 웃어버렸다. [정말 그렇겠네요.] ‘그렇지?’ 금상선도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지자 자연스레 주점에서 이야기했던 남자가 다시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그 남자도 상당히 수련한 것 같은데......참, 그 사람! 이름을 물어보지 못했잖아. 한참 동안 이야기를 했으면서.’ 정말 그 정도의 이야기를, 서로 이름도 모르고 잘도 주고받았다. [에이, 모르면 어때서요. 서로 정보만 주고받으면 되는데. 무엇보다.....그런 사람이 가르쳐 주는 이름이 진짜겠어요?] 그것도 그랬다. 모르긴 몰라도 만나는 사람마다 이름이 바꿔가며 상대하지 않을까? [좌우간 지금은 그 사람 이름보다 여관이 먼저라구요. 자......좋은 여관을 골라보자구요.] 아직 인간의 모습을 취하지 못하는 라미아였지만 이드를 좋은 곳에 재우고 싶은 마음에선지 이드를 끌고 꽤나 많은 여관을 돌아다녀 결국 그녀의 마음에 드는 여관을 잡을수 있었다. 그 날 저녁. “이야!내가 낮에 내 소개를 하지 않았었지? 지금이라도 다시 소개하지. 비쇼라고 한다.” 라미아의 말에 따르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는 사내의 이름을, 그것도 느닷없이 방문을 통해 얼떨결에 알게 되었다. 이드는 난데없이 나타난 사내,비쇼와 마주 대하고는 입에 우물거리던 고기를 얼른 씹어 삼키며 입을 열었다. “음......음......꿀꺽......설마 이름을 알려주려고 여기까지 찾아온 건 아니겠죠? 난 내일 직접 찾아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 나도 알지. 그런데 의외로 의뢰했던 정보가 빨리 나와서 말이다. 거기다 다른 일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나왔지. 그런데......확실히 시간을 잘못 택했던 모양이야. 식사중인지는 몰랐군.” 정말이지 그의 말대로 꽤나 늦은 저녁이었지만, 아직 식사시간이라 여관의 식당에는 많은 사마들로 들어차 북적이고 있었다. 이드도 그 중 하나의 식탁을 어렵게 차지하고 앉아 제대로 먹지 못한 아침과 점심을 겸한 저녁을 먹는 중이었는데, 때마침 비쇼가 찾은 것이다. 거기다 어느새 친근한 척 편하게 말을 놓고 있는 비쇼였다. 어떤 면에선 이드가 적이 아니란 것을 확실하게 인식한 상태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드는 그의 말투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비쇼의 곁에 꼿꼿한 자세로 서 있는 사람,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중년의 사내가 더욱 신경이 쓰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사람도 금강선도를 익혔네요.] 라미아의 말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비쇼와 함께 온 사람은 비쇼보다 두 배 이상 강했으며, 비쇼와는 달리 이드가 처음 전한 그대로의 금강선도를 익히고 있었다. 이드는 이 새로운 인물에게 시선을 오래 두지 않았다. 괜히 복잡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비쇼에게 들었던 대로라면, 상대는 금강선도를 익히고 있는 황금 기사단의 인물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정도(正道)의 금강선도를 익혀 이정도의 내력을 쌓았지만, 보나마나 기사단의 단장급 내지는 대장급 인물일 것이고, 작위를 가진 귀족임이 분명했다. [그런 인물을 빤히 바라본다는 건 시비를 건다는 말과 같죠.] 뭐, 꼭 그게 아니더라도 기분 나쁠 일이다 이드는 비쇼에게 한 번 웃어주고는 맞은편에 자리를 권했다. “괜찮아요. 저도 제가 부탁한 걸 빨리 알게 되면 좋고요. 그러지 말고 앉으시죠.” “고맙군. 앉으시죠.” 이드의 말에 비쇼는 옆에 선 사내에게 자리를 빼주며 먼저 앉기를 권하고는 그가 앉고 나서야 비로서 자신도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보면 그의 신분이 어떻든 그 사람이 비쇼의 상급자인 건 확실한 모양이었다. “뭘 좀 드시겠어요? 제가 사죠.” “그럼 가볍게 와인을 좀 마셔볼까. 어떠십니까?” 비쇼는 이번에도 사내의 의견을 묻고 가벼운 와인을 주문했다. “아,참. 여기 자네가 원한 정보야. 자네에게 실수한 것도 있고 해서 안티로스만이 아니라 이 주변 영지에 대한 내용도 함께 첨부했다네. 그런데 자네한테는 아쉬운 일이지마 여기 안티로스에는 엘프가 들어와 있지 않더구만.” 이드는 비쇼가 건네주는 종이봉투를 건내 받았다. 슬쩍 열어보더니 안에 다섯 장 정도의 서류가 들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그리고 고맙습니다. 부탁하지도 않은 정보까지.......그럼, 여기서 계산을......” 이드는 당연한 수순을 밟는 동작으로 주머니에 항상 가지고 다니는 일 골덴짜리 금화 두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비쇼가 먼저 나서서 계산을 하려는 이드의 행동을 말렸다. “아, 아까 주점에서 말 한대로 돈은 됐네. 거기다 ......자네에겐 미안하게도 자네에 대한 정보를 다른 곳에 알려버렸거든.” 이드는 비쇼의 말에 피식 웃으며 슬쩍 새롭게 등장한 사내쪽을 바라보았다. 그건 이 살마이 금강선도를 익혔다는 것을 느낀 순간, 그가 비쇼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서 이곳에 왔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했다. 이드는 손에 꺼내 든 골덴을 다시 집어넣었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떠들어댔다면 정보의 교환 차원에서 다시 정보료를 낼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했다. 결국 자신에 대한 정보를 주고서 정보를 구한, 일종의 물물교환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물론 어느 쪽 정보가 더 가치 있을지는 두고 볼 문제지만 말이다. “다른 볼일이란 건 제게 이분을 소개시켜주시는 건가 보군요.” 별일 아니라는 듯 가볍게 대답하는 태도에 비쇼는 안도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혹 자신에 대한 정보를 함부로 흘려 화를 내지나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다. 만약 공격이라도 한다면, 막아낼 자신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도망은 그 뒤의 문제다. “아, 소개하지. 이분은 현재 황금의 시가단 세 명의 부단장 중 한 분이신 라오 델칸 자작님이시지. 자네도 성함은 아니라도 질풍의 검이라는 징호는 들어봤을 거야.” 이 순간만큼은 정보 길드의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얼굴을 풀어져 자랑스럽게 소개를 하고 있는 비쇼였다. 전에 황금의 시가단에 몸담았던 만큼 아직 기사단에 대한 자부심과 소속감이 고스란히 남은 듯했다. 기사단 부단장의 명성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다니...... 그러나 아쉽게도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이드였다. 93년간의 소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며, 질풍의 검이라는 라오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레센을 떠난 사람. 당연히 그런 칭호는 들어본 적도 없다. “아니요.” 자연히 이런 덤덤한 대답이 나올 뿐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열을 올리던 비쇼의 얼굴에 부끄러움과 함께 무안함이 떠올랐다. “험......그, 그렇다면 뭐 ...... 그럼 라오님의 소개를 이정도로 하고......어떤가, 대충 내가 이분을 소개하는 이유는 알겠나?” “뭐, 대충 짐작이 가는 군요. 비쇼씨가 낮에 기사단에 대해서한 이야기도 있고요.” “그렇다면 편하겠군. 라오님, 이쪽이 ......그러고 보니 이름을 아직 못 들었군.” 비쇼는 이름을 말해보라는 듯 턱을 살짝 들며 이드 쪽을 바라보았다. 낮에 보았던 신중하고 묘한 거리감을 두던 모습과는 영 딴판이었다. 이든ㄴ 그걸 비쇼의 옆에 앉아 있는 라오라는 사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비쇼가 그렇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정도라면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뜻이었고, 그 만큼 실력도 좋다는 말이었다. 그런 사람과 함께 있다 보니, 조심스러움 대신 대법함과 자신만만함이 드러난 것이다. 대개 든든한 배경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그렇듯 말이다. 아마 좋아하는 스타의 일에 열성적으로 나서는 소녀 팬들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까? “이드 휴리나. 이드라고 편하게 부르세요.” 비쇼는 이드의 이름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라오를 돌아보고서 조금 테이블에서 떨어지는 느낌으로 자리에 기대앉았다. 이드와의 대화를 완전히 라오에게 넘긴다고 말하는 모습이었다. 이드는 그런 의식적인 비쇼의 행동에 맞추어 라오를 돌아보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우선 조금 이상한 상황에서 만났지만 반갑네. 나도 라오라고 편하게 불러줬으면 좋겠군. 작위는 신경 쓰지 않아도 좋네.” “그러죠, 라오씨.” 라오의 말에 님도 아니고, 바로 ‘씨’자를 붙이는 이드였다. 라오는 그 모습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비쇼의 말대로 내가 자네를 찾은 이유는 ‘그것’때문일세. 자네 ㅁ라대로 그것을 익힌 사람은 우리 기사단을 제외하고는 그야 말고 극소수만이 익히고 있지.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그 극소수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활하는 곳 밖으로는 잘 나서지 않는 걸로 알고 있네.” 이드는 라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라오가 말하느 극소수의 사람들이 누구인지 대충 짐작이 갔기 때문이었다. 그레센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 중 유난히 사이가 좋아 결혼하는 것이 당연했던 한 커플. 바로 그래이와 하엘의 후손들을 말하는 것일 게다. ‘뭐, 어쩌면 ...... 운 좋게 늦장가를 든 일란의 후손도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야, 하하하......’ 이드는 스스로의 생각에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라오는 그 미소를 조금 다르게 이해한 모양이었다. “자네도 알고 있는 것 같군. 헌데 자네가 이렇게 갑자기 등장하다니......우리로서는 꽤나 신경 쓰이는 일이었네.” 신경 쓰인다고 하지만 왠지 듣는 상대방도 신경에 거슬리는 말에 이드의 얼굴에서 웃음이 가셨다. “라오씨가 말하는 그것 때문인가요?” “그렇네. 자네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꽤나 많지. 덕분에 우리 기사단의 기사들은 항상 주변의 주목을 받고 있고.......” 이드는 그의 말에 요리를 반이나 남겨두고서 포크와 나이프를 놓았다. 왠지 복잡한 심사가 느껴지는 그의 말을 듣다가는 체할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하아......입맛만 버렸구나.......그런데......’ 대락 그가 하는 말이 뭔지 알수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강호에 신공의 비급이 출연하고, 그것을 향해 몰려드는 온간 인간군상들의 저속한 자화상........라오의 말은 현 상황이 그렇다는 말이다. ‘쯧, 설마 내가 가벼운 마음으로 전한 금강선도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이드로서는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또한 적잖이 신경 쓰이는 일이기도 했다. 바로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일이기 때문이었다. “대충......상황은 이해했습니다. 그래서요?” “자네도 그렇게 도리 것이라는 말이네. 자네가 말하지 않아도, 실력을 보이게 된다면 자네보다 실력이 뛰어난 자들이 알아볼 것이라는 말이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 알기 위해서 자네를 찾을 테지. 우리들과 달리 딱히 속한 곳도 없으니, 상당히 거칠게 나오지 않을까 싶네.” 한마디로 너 죽을지도 몰라. 엄청 위험해, 라는 말이었다. 물론 그건 언제까지나 라오의 생각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시는 거죠?” 아디는 라오의 시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괜히 그가 그런 말을 전하기 위해 찾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이마도 기사단측에서도 역시 뭔가 원하는 것이 있기에 자신을 찾았을 것이다. “황금 기시단에 입단 하는게 어떻겠나? 기사단의 이름이 자네의 보호막이 될 텐데.” “싫습니다.” 바로 대답이 튀어 나왔다. 그와 더불어 금강선도로 인해 벌어진 문제에 제3자의 입장이 되지 못해 불편한 심정이던 문데도 치고 박고 싸우든 말든 저희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심정이 되어 가고 있었다. 바로 라오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이건 어떤 식으로 듣는다고 해도 하 ㄴ가지 뜻이다. 바로 금강선도와 그로 인해 나오는 힘을 자신들이 독차지 하겠다는 것과 똑같지 않은가 말이다. “그렇게 쉽게 단정하고 대답할 문제가 아니야. 자네나 다른 수련자들이 기사단에 관심이 없다는 건 알아. 그러니 나서지 않는 거겠지. 하지만 자네는 달라. 이미 고향을 떠나 이곳 수도에 들어와 있어. 그들과 상황이 다르다는 거지.” 더구나 말하는 내용과 설득하는 골자가 마치 이드를 밖에 처음 나온 어설픈 애송이로 보는 것 같았다. “신경 써주시는 건 고맙지만, 전 곧 이곳을 떠날 예정이라 서요.” “하지만 이미 나와 만난 게 그들의 귀에 들어가 귀찮아질 수도 있네. 수도 밖으로 나가면 더 쉽게 우려되는 시단이 벌어질 수도 있지. 그러지 말고 기사단에 한 번 들러보는 건 어떻겠나. 내가 아니라 직접 단장님을 만나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 이드는 라오의 말에 기가 막혔다. 도대체 자신을 어떻게 봤길래...... 저 꼬마 아이를 사탕으로 구슬리는 납치범과 같은 말투는 뭐냔 말이다. 순간 이드는 지금의 상황을 엎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이어지는 라미아의 말에 조용히 사그러들었다. [그건 참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상대는 기사단 부단장에 자작이라구요. 잘못하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어요.] ‘아?’ 이드는 라미아의 말을 금방 이해하지 못했다. 실제로 이드와 이들 사이에 생각할 수 있는 좋지 않은 일이래 봤자 서로간의 칼부림이고......거기에서 이드에게 피해가 돌아올 게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이어지는 라미아의 말에 이드는 곧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이드 말구요. 장금 전 저 라오라는 사람이 말했던 그래이와 하엘의 후손들 말이에요. 저자는 이드가 그들과 가족이라고 생각한다구요. 또 이드도 부정하지 않았고......] 그 뒤는 대충 이해가 갔다. 혹시 자신과의 다툼에 대한 화풀이를 엉뚱한 곳에 퍼부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그런 일은 충분히 도모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례란 얼마나 부지기수로 넘쳐나는가. ‘쯧......이거 대충하고 빨리 갈라지는 게 최고겠군.’ 이드는 생각과 도시에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그럼 내일 들르도록 하죠.” 이제 할 말 다했다는 듯한 태도로 대답하는 이드였다. 다시 말해 더 이상 볼일이 없으니 이만 자리를 피해 달라는 뜻이었다. 비쇼와 라오 역시 용건이 다 끝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드의 뜻을 알고 잘 받아들인 건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내일 기사단에서 보도록 하지. 기다리겠네.” “술 잘 마시고 가네.” 이드는 어쩐지 무덤덤하게 일어서는 두 사람을 배웅하듯 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막 돌아서는 라오를 불러 세웠다. “참, 궁금한 게 두 가지 있는데 대답해주실 수 있나요?” “물론. 내가 아는 대로 말해주지.” 지금까지 그저 무심하게 건성으로만 듣고 있던 이드가 자발적으로 물어 왔기 때문인지 라오는 오히려 반갑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라고 말하는 게 이상해서 말이죠. 저희는 그냥 마나수련법이라고 칭하는데.......따로 이름이 있나요? 그리고 라오씨가 말한 수련법을 익힌 그 사람들은 어디서 살고 있습니까?” 이드의 질문에 라오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 슬쩍 비쇼를 한번 돌아보고는 주변 사람이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낮추어 대답해주었다. “우리도 가끔 그렇게 부리기는 하지. 하지만 정식 이름은 마인드 로드라고 하네. 처음 태(太)대공녀님께서 이것을 전하실때 마나의 흐름과 마음의 흐름이 항상 같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며 이런 수련법을 칭하는 명칭으로 정하셨지. 그리고 자네가 익히고 있을 마인드 로드의 정식 이름은 이드 마인드 로드라고 하네.” 순간 이드는 생각도 못한 곳에서 자신의 이름이 튀어나오는 것에 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드......라구요?” “후후......그래, 처음 태대공녀님께 마인드 로드의 수련법을 전하신 분의 이름을 따서 지으셨지. 덕분에 기사단의 기사들 중에는 이드라는 이름을 가진 기사들이 꽤나 많아. 자네처럼 마인드 로드의 수련법을 전하신 분의 이름을 따서 지으셨지. 덕분에 기사단의 기사들 중에느 ㄴ이드라는 이름을 가진 기사들이 꽤나 많아. 자네처럼 마인드 로드를 전하신 분의 이름을 따라 지었거든. 기사들 대부분이 그 아버지가 황금 기사단의 기사이셨던 덕분이랄까.” 라오는 그렇게 말하며 별달리 변화가 없던 얼굴에 느긋한 미소를 띠었다. 하나의 기사단에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면 재밌는 일도 그만큼 많을 테니 말이다. 어쩌면 라오는 그런 해프닝이 머리 속에 떠올랐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이드에게 난 그런 걸 들어줄 틈이 없었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기 때문이었다. 심법(心法)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다니...... “이드 마인드 로드......” “좋은 이름이지 않은가? 기사들에게 검과 기사도와 함께 가장 중요시 해할 수련법의 이름으로 말이야.” 좋기는 개뿔이......들을 때마다 공연히 얼굴이 화끈거리는 구만......그러나 그런 이드의 생각과는 별도로 마음속에 울리는 라미아의 목소리는 그 이름이 매우 마음에 들었는지, 연신 웃으며 그 이름을 되뇌고 있었다. “그런데 두 번째 질문은 조금 그렇군. 이건 나보다 자네가 더 잘 알고 있는 일이 아닌가? 왜 내게......” 왜 묻기는...... “아무래도 저는 라오씨가 말한 그 소수의 수련자들에 속한 게 아닌 것 같아서요.” 이 말을 하려고 물었지. “라오씨의 말대로 저희 집안도 수련법을 전해 받고 밖으로 나서서 실력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더구나 저희 쪽은 제가 할아버지께 수련법을 전수 받고는 더 이상의 수련자가 없지요. 지금은 저뿐이죠. 그런데 라오씨의 말을 들어보니, 기사단 말고 수련자들이 따로 모여 있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다시 말해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사람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라는 말과 같은 뜻이었다. 좀 전에 라미아가 했던 말에 신경이 쓰였던 이드는 이렇게라도 시선 돌리기를 유도하고 있었다. 만약에 혹시라도 그들에게 애꿎은 해가 가지 않도록 말이다. “흐음......이건 생각 외로군. 기사단과 그들 외에 다른 수련자가 있을 거라고는......그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련자들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인데......아, 내가 잠시 생각에 빠져 있었군. 내가 말한 그들은 일리나스에 살고 있네. 스완 남작령의 가장 외곽 지역에 속한 곳이지.” 이드는 라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일란에게 듣기로는 그들의 마을은 일리나스의 국경 부근의 산맥이라서 어느 영지에도 속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도 별수 없이 달라진 모양이었다. “그렇군요. 확실이 저희 쪽과는 다르군요. 자세한 답변 감사합니다.” 라오는 두 번째 질문에 대한 이야기에 애해서는 좀 더 많은 정보를 나누자는 말을 하고는 그제야 뒤돌아 여관을 나섰다. 이드는 두 사람의 모습이 문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음료수를 한 잔 부탁해 마시고는 방으로 올라갔다. 여관의 방은 과연 라미아가 고르고 고른 방답게 넓고 깨끗했다. “어쩔 거예요? 내일 가보실 생각이세요?” 여관의 객실 문이 닫히자 곧바로 아공간에서 라미아의 붉은 검신이 뛰쳐나왔다. 이드의 눈앞에 둥실 떠오른 라미아는 전처럼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항상 둘일 때만 목소리를 만드는 그녀였다. “어디? 기사단?” “아니면 어디 다른 곳에 가기로 했어요?” “당연히 안가지. 가서 무슨 골치 아픈 일을 당하라고! 더구나 이드가 바글바글 댄다잖아. 으으.......” 이드는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흔들고는 가지고 올라온 음료수를 쭉 들이켰다. 하지만 라미아는 수많은 이드와 그 들 앞에서 이드입니다, 하고 자신을 소개하는 진짜 이드를 상상하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푸후후훗......왜요, 무지 재밌겠는데......이드라고 부르면 여러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들텐데.......” 정말 당하는 입장만 아니라면, 그런 해프닝들은 누가 봐도 재밌을 만한 일이었다. 다만 자신이 그 당하는 장본인이다 보니 생각도 하기 싫은 이드였다. 더구나 자신이 바로 이드라는 이름의 원조이고, 자신으로 인 지어진 이름들이 아닌가 말이다. “절대로 그 기사단에는 근처도 안 갈 거야. 오늘은 그냥 여기서 쉬고, 내일 아침 바로 떠나자.” 라미아는 진절머리를 치는 이드를 보며 정말 싫긴 싫은가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드라고 부르는 소리에 십여 명이 동시에 돌아보면 자신도 좋은 기분은 아닐 것 같았다. 더구나 이드처럼 아름다운 얼굴도 아닌, 자기들 마음대로 생긴 얼굴들이 돌아본다면 말이다. “뭐, 그렇게 하죠. 그런데 기사단에서 상당히 신경 쓰고 있나 봐요. 저렇게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걸 보면요. “그렇지? 어쩌면 자기네 것을 우리가 멋대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지.” 이드는 무언가를 의식한 듯 또박또박 말하며 슬쩍 눈을 감았다. 그러자 머릿속에 이드를 중심으로 한 주위의 모습이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똑같은 떠올랐다. 그 넓이는 순식간에 넓혀졌고, 한순간에 반경 3백 미터가 이드의 지배하에 놓여지게 되었다. 그 넓은 공간 중에서 이드의 감각에 예민하게 집히는 자가 다섯 명 있었다. 바로 여관의 입구와 뒷문 그리고 이드가 머무는 객실의 창문이 보이는 곳에서 당장 뛰어들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며 지키고 서 있는 다섯 명. 분명 그들은 우연히 지나가는 자도, 우연히 그곳에 서 있는 자도 아니었다. “당연하죠. 저렇게 금강선도의 기운이 흐르는데......” 라미아의 말 그대로였다. 금강선도를 익힌 걸 보면 황금 기사단의 기사들이 당연할 것이고, 그들이 이곳에 있을 이유와 그 대상은 오직 이드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기사를 감시에 쓸 정도로 이드에게 신경이 쓰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드와 라미아에게 그들은 신경 밖의 존재였다. 차라리 허수아비를 세워놓은 게 낫지, 저건 말 그대로 인력 낭비였다. 저들 다섯으로서는 마법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이드와 라미아가 빠져나가는 것을 알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덕분에 그들 다섯의 존재는 그대로 두 사람의 머리에서 지워져버렸다. 대신 이드는 비쇼가 전해준 다섯 장의 서류를 읽어 나갔다. “뭐라고 적혔어요?” 이드가 종이를 내려놓자 라미아가 물었다. “없대.” 이드는 대답과 함께 갑갑하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무슨 소리긴. 엘프가 없다는 소리지. 안티로스는 물론이고, 그 주변 영지 어디에도 엘프가 없대.” 이드는 무심하게 대답하고는 침대 한쪽에 다섯 장의 서류를 라미아가 보도록 주르르 늘어놓았다. 그 서류에는 뭔가 꽤나 상게하게 써 있는 듯했지만 일단 보니 결론에 이르러서는 대부분 거의가 없다, 모륵ㅆ다,적다라는 소리뿐이었다. “그러고 보면 전에도 엘프는 몇 보질 못했어.” 그랬다. 정마 ㄹ그때도 거의 항상 일리나가 곁에 있긴 했지만, 그녀를 제외하고는 다른 엘프를 만난 것은 십여 번이 채 되지 않았었다. 그렇게 여려 곳을 쏘다녔는데도 말이다. “하긴......생각해보면 엘프가 뭐가 아쉬워서 인간들이 사는 시끄러운 곳으로 나오겠어?” 일리나도 부족의 중대사가 아니었다면 결코 마을을 떠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나름대로 이드가 조사 결과에 고개를 끄덕일 때 라미아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캬악! 정말 이걸 정보라고 가져온 거야. 이걸론 이드의 정보를 판 값은 고사하고, 술 한 잔 값도 안 나와. 타버려!” 라미아의 날이 선 명령과 함께 침대에 놓였던 다섯 장의 종이가 허공에 떠올라 순식간에 재도 남기지 않고 불타버렸다. “자자......일단은 진정해. 전에도 엘프를 별로 보지 못했다는 걸 생각 못한 우리 잘못도 있지 뭐. 그것보다 이젠 어쩌지? 여행 중인 엘프가 없으니......” 이드는 라미아의 의견을 묻고는 스스로도 궁리했다. 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비쇼가 말했던 노예시장을 털어볼까 하는 생각이 언뜻 들 뿐이었다. 그러나 그 생각도 곧 포기했다. 비쇼가 그들에게 노예시장에 이 종족이 없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으음......그럼 다시 아나크렌 전체에 대한 조사를 부탁해야 하나? 하지만 그러면 기사단 문제가 걸리는데. 끄응......” 이드는 고민스런 머리를 부여잡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버렸다. 그때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좋아, 고민 끝. 괜찮은 방법을 찾았어요.” “어떤?” 이드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채이나씨를 찾아가요.” 이드는 갑작스런 이름에 곰곰히 기억 속에서 그 이름의 주인을 찾았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 이름에 맞는 인물 하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다크 엘프 채이나씨?” “네, 그녀라면 이드님을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거기다 엘프의 성격상 거주지도 바꾸지 않았을 테니 바로 찾을 수 있죠.” “음......그녀가 다크 엘프지만 엘프에 대한 소식도 알고 있을 테고......정말 좋은 생각인데?” “그렇죠?” 이드의 칭찬에 라미아가 으쓱해진 투로 답했다. 이드는 그런 라미아가 마냥 귀여운지 빙글 웃고는 좋은 말 몇 마디 더해준 다음 침대에 편하게 누웠다. 라미아 덕분에 고민거리가 날아간 이드는 그날 밤 편하게 쉴 수 있었다. 8. 눈이 부시게 프르른 날, 그녀를 만나다 이곳은 엘프의 땅이다. 저 숲 밖 세상의 예의 따윈 이곳에 선 상관없다. 다음날, 이드는 어스름하게 동이 트는 시간에 맞춰 침대에서 일어냐야 했다. 평소처럼 느긋하게 행동하다가는 언제 기사단에서 마중 나왔다면서 쳐들어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항상 만약을 준비해야 하는 것. 이드는 밖에서 지키는 기사들의 시선을 의식해 정령으로 세수를 하는 것으로 떠날 준비를 간단하게 마치고, 잠시 머뭇거렸다. 라오를 향해 한마디 남겨두고 떠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전날 그래이의 후손들과는 관계가 없다고 했지만 혹시 모를 일이기 때문이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귀족에게 거짓말을 하고 도망치고 있는 상황이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나 잠깐 생각이 깊어지자 혹시 그렇게 남겨놓은 말을 오해해서 오히려 그들에게 더 큰 해가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생각이 깊어질수록 결론은 계속해서 바뀌고 헷갈리게 된다. 하지만 이드는 전날의 상황과 잠시 겪었던 라오의 성격을 고려해서 쉽게 결론을 낼 수 있었다. 공연히 그러지 말자는 쪽으로 생각이 정해지자 벌써부터 이드의 행동을 기다리고 있던 라미아의 목소리가 방 안을 맑게 울렸다. “숲 냄새 가득한 그곳으로......텔레포트!” 밖에 있는 기사들을 의식한 때문인지 이번의 텔레포트엔 빛이 없었다. 그저 햇살에 그림자가 사라지듯 그렇게 붉은색 검을 품에 안은 한 사람의 인형이 방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드가 라미아의 마법으로 사라진 몇 시간 후...... “으아아아악!” 악에 받친 다섯 명의 목소리가 황궁으로부터 처절하게 터져 나왔다. 그래이의 후예들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썼지만, 이드가 전혀 신경 써주지 않은 상대. 밤새도록 이드와 라미아를 지켰지만, 정작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전날 저녁에 이미 치워져버린 불쌍한 존재들. 바로 이드의 감시를 담당한 다섯 기사의 목소리였다. 그들 다섯은 이드가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는 고사하고 언제 사라졌는지도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라오로부터 기합을 그것도 가장한 처절한 처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의 입에서 연신 신음을 대신한 악에 받친 고함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아마 이드가 이런 예상치 못한 사실을 미리 짐작했다면 라오를 향해 한마디 남기지 않았을까? 또 이들 다섯이 이드가 어떻게 떠났는지 알았다면 한마디 해주길 바라지 않았을까? 마법으로 떠난다고 말이다. 물론......그렇다고 기합을 받을지 받지 않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다섯 명의 기사에게 슬픈 운명을 지워주고 새벽에 떠나온 이드는 이제 막 떠오르는 태양에 아침안개를 피워내는 거대한 숲의 상공에 도착할 수 있었다. “휘익......이곳도 두 배나 넓어졌는걸. 임해(林海)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겠어.” 이드는 한눈에 봐도 달라진 것을 수비사리 알 수 있는 숲을 휘휘 돌아보며 발아래 놓인 나무의 꼭대기에 가볍게 내려섰다. 경공을 사용한 이드가 내려선 나뭇가지는 가볍게 휘며 자신위에 무언가가 올라 서 있다는 것을 표시했다. “정말요. 마치 숲과 산이 서로를 안아주고 있는 느낌이에요.” 라미아가 이드의 말에 자신의 느낌을 말했다. 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처음 보크로의 안내로 들른 칼리의 숲은 구 뒤로 자리한 두 개의 산에 안긴 형상이었는데, 지금은 숲의 규모가 두 배로 커진 때문인지 마치 숲과 산이 마주 안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었다. “그렇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바뀔 거야. 좋게든 나쁘게든......그보다 지금은 채이나의 집을 찾는 게 먼저겠지? 보자......숲이 변해서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고, 분명히 그때 숲에 들어온 방향은 저쪽이었단 말이야......” 이드는 한쪽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그 방향에서 숲을 향해 그대로 일직선을 그었다. 그리고 숲을 들어가는 산분의 일 지점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아마......저쯤이었지?” 이드는 스스로의 기억력에 반문하고는 나뭇가지를 밟고 있는 발끝에 내력을 형성했다. 순간 이드의 신형이 누가 들어올리기라도 한 것처럼 허공에 둥실 떠오르며, 이드의 손가락이 향하는 곳으로 스르륵 허공을 미끄러져 가기 시작했다. 지구에서 지낸 8년이란 시간 동안 드래곤 하트가 완전히 몸속에 녹아들면서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변한 부운귀령보의 모습이었다. 원근감이라는 것은 참 재미있는 현상이다. 처음 손가락으로 가리킬 때는 손가락 하나로 가려지던 곳이 정작 가까이 다가가면 이렇게 넓어지니 말이다. 이드는 보크로와 채이나의 집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수십 킬로미터 정도의 커다란 숲 일부분을 바라보며 라미아를 찾았다. “라미아!” “네, 네, 벌써 찾고 있어요. 그러니까 보채지 말아요.” 이드는 재빠른 그녀의 말에 빙글빙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칫, 내가 보채기는 언제 보챘다구.......그보다 뭐 좀 찾았어?” “물론이죠. 제가 누구라구요.” “누구긴 누구야. 예쁘고 똑똑한 라미아양이지. 그래 어디야?” 이드는 원하던 대답을 시원하게 전해주는 라미아의 말에 한껏 반가운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야말로 라미아의 대답과 동시에 목표를 향해 돌진할 듯한 코뿔소의 기세였다. 하지만 기대하던 대답은 바로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라미아의 핀찬이 먼저 귓속을 간지럽 혔다. “가까워요. 약 오 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요. 그런데 이드, 으 외로 기억력이 나쁜가 봐요.” 갑작스럽게 변한 라미아의 말투에 이드는 얘가 또 무슨 말장난을 하는 건가 싶을 생각에 손을 들린 라미아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내 라미아에게서 그런 말이 나온 이유가 흘러나왔다. “집이 탐색된 곳이 저 앞이 아니라......이드의 등 뒤쪽이거든요.” “그,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뭐......” 이드는 머리르 긁적이며 슬쩍 뒤돌아섰다. 정말 라미아가 아니었으면 엉뚱한 곳만 찾아 헤맬 뻔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흠, 저쪽이란 말이지.” 이드는 좀 머쓱한 기분이 들었는지 바로 나무에서 사뿐히 뛰어내려 라미아가 말한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칼리의 숲 속은 나무 위에서 바라보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위에서 볼 때는 푸르른 숲의 바다였지만, 막상 숲 속으로 들어서니 이건 어둡고 복잡한 밤길 골목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정말 넓어지기만 한 게 아니라 나무들도 빽빽하게 들어섰는걸요.” 이드는 라미아의 감탄하는 듯한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앞에서 있는 나무를 쓰다듬어 보았다. “응, 게다가 나무도 튼튼하고, 품고 있는 기운도 맑아. 보통 이렇게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숲은 오히려 생기가 없고, 땅이 가진 양분의 급격한 소모로 숲 전체가 서서히 죽어 갈 텐데.....역시 엘프가 가꾸는 숲이라서 그런가?” “그럼요. 괜히 엘프가 숲의 종족이라고 불리고 있을까요?” 숲의 요정. 이드는 엘프를 가리키는 그 말을 생각하고는 천천히 풍요롭고 신선한 숲 내 음 을 맡으며 걸음을 옮겼다. 숲 속으로 좀 더 걸어들어 가던 이드는 숲의 나무가 단순히 빽빽하게 들어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눈에 들어오는 큰 차이는 없지만 더 안으로 들어갈수록 나무 간의 간격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는 모습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엘프들은 숲 외곽의 나무들을 빽빽하게 세워, 일종의 벽을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저렇게 나무들이 많아서야 그 나무를 베어내지 않고서는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서기란 불가능할 테니 말이다. “정말 엘프다운 성벽이라는 느낌이지?” 이드는 서서히 밝아 오는 아침의 가슴 두근거리는 풍경을 대할 때처럼 점점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에 취해 그렇게 아무런 생각 없이 숲을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드의 눈에 지금까지 바라보던 숲의 분위기와는 다른 무언가 어긋한 듯한 느낌의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라미아의 목소리가 조용한 숲 속에서 분명하게 울려 나왔다. “다 왔어요. 바로 저기예요. 저번에 들렀던 보크로씨와 채이나씨의 집.” “그래, 이제 보여. 꽤나 시간이 지났는데, 그때 모습 그대로 인걸?” 라미아의 말을 듣고서 좀 더 걸어 나가자 나무에 가려 있던 작은 공터와 함께 동화 속에나 나올 것처럼 아담하지만 단단한 느낌의 통나무집이 그 형체를 드러냈다. “당연하죠.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보존 마법이 걸려 있는 집인 걸요. 저 마법이 걸려 있는 한 상할 일은 없다구요.” “하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몇 년 간격으로 썩거나 벌레가 먹은 곳을 새로 손봐야 할 테니까. 보크로씨가 그런 귀찮은 일을 할 사람으로 보이진 않았지.” 이드는 털털하다 못해 주번의 시선도 거의 신경 쓰지 않을 만큼 활달했던 보크로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는 끌끌 웃음을 지었다. 보크로씨는 아직도 채이나에게 꼼작도 못하고 잡혀 살고 있을까?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이니 만큼 인간의 수명을 다해 죽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가 지녔던 실력과 약초에 밝은 채이나를 생각해볼 때 어쩐지 아직도 건재하게 살아 있을 것만 같았다. 아니, 살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이드의 마음에 있었다. 그 요란스럽고 웃음소리 끊이질 않던 당시의 추억에 빠진 이드에게 자신을 부르는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응......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나 봐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통나무 집 바로 앞에 서서 내부의 기척을 살펴보았다. 과연 라미아의 말 대로였다. “이거 설마, 세레니아 라일로시드가 처럼 집을 비운 건 아니겠지?” “글쎄요?” 벌써 두 번이나 당했던 일이기에 이드와 라미아는 슬그머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잠시 실례합니다.” 이드는 들어줄 사람도 없는 말을 허공에 띄우고는 단단히 닫혀 있는, 커다란 나무 하나를 통째로 깎아 만든 문을 열었다. 혹시나 하던 일이 확인을 위해서였다. 끼이익 나무가 서로 빽빽하게 비벼지는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열린 문 사이로 집 안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드와 라미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한 톨의 먼지도 쌓여 있지 않은 거실과 여러 가지 물건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선반. 척 보기에도 이집은 누군가가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금 더 확실히 할 필요가 있는 일이었다. 이드는 자신의 믿음을 확인하기 위해 성큼 집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다음 순간..... 후다다닥 이드는 개에게 쫓기는 고양이처럼 황당한 기색을 떠올리며 서둘러 집밖으로 나와서는 끼이익 소리를 내는 묻을 닫아야했다. 그리고 느긋한 표정으로 만들어 얼굴에 쓰고는 턱하니 문 옆에 기대여 한껏 여유로운 모습을 연출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누군가가 빠르게 이쪽, 정확하게는 이집을 향해 달려오는 기척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나무가 가득한 숲에서 이 정도 속도로 달려온다면 십중팔구 채이나가 틀림이 없을 것이다. 만약 채이나가 허락도 없이 집 안으로 들어선 걸 안다면? “아마 보크로씨에게 날아가던 단검이 날 향해 날아오겠지?” “틀림없이.” 그리고 잠시 후. 터어엉 이드는 얼굴 옆으로 날아와 박히는 단검이 두 사람의 짐작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다만 여기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네 녀석은 뭐냐?” 바로 단검의 주인이자 싸가지 없는 낭랑한 목소리의 주인이 채이나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저게......누구래요?] ‘아, 그럴 내가 어떻게 아냐? 다만 ......보크로씨가 아닌 건 확실한 것 같지?’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요? 그 아저씨는 탈태환골을 해도 저렇게 안돼요.] ‘확실히......’ 이제 이십대 초반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은, 까무잡잡한 피부가 매력적인 건정한 미청년. 갸름하고 선이 가는 얼굴에선 흑안석(黑眼石)같이 반짝이는 눈빛과 탐스러운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에서 살랑거리는 것이 커다란 영지로 나가면 수많은 소녀들의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을 것 같은 외모였다. 그런 청년의 분위기에서 그 털털하고 느긋하던 보크로를 떠올릴 만큼 닮은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보크로의 젊었을 때 모습이라고는 상상이 되는 부분이라고는...... “아하하하하......주먹에서만은 내가 최고다!” 수련을 마치자마자 세상에 처음 나와 물정 모르고 설치는 시골 청년의 철없는 모습뿐이니...... ‘......저런 얼굴과 이어 붙이긴 좀 무리지.’ 이드는 머릿속에 떠오른 보크로의 모습에 내심 고개를 저었다. 그때 콧웃음을 치는 라미아의 말이 들려왔다. [이드, 우리 솔직해 지자구요. 그게 좀이라는 말로 설명이 가능한 차이 같아요?] ‘......그래, 절대 무리다.’ 이드는 그렇게 사실을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고는 보크로에게 마음속으로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인 걸 어쩌나.....이드는 청년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상대가 누군지 묻기 전에 자신의 소개부터 먼저 하는 게 예의 아닌가? 뭐......이런 물건이 말보다 먼저 날아온 걸 보면 확실히 예의 같은 걸 차릴 것 같진 않지만 말이야.” 이드는 퉁명스럽게 말하며 통나무에 박힌 단검을 빼들고는 가볍게 손에서 놀리며 청년을 바라보았다. “이곳은 엘프의 땅. 저 숲 밖 세상의 에의 따윈 이곳에선 상관없다. 더구나 허락도 없이 남의 집에 침입하려는 인간에게 차릴 예의는 특히나 없어.” 순간 이드는 침입 이라는 말에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집 안에 들어갔었다는 것까진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조금 어설펐지만, 채이나를 대비해 연기를 했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헌데 가만히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자, 잠깐만. 그러니까 이게......당신 집이라고?” 이드는 못들을 걸 들었다는 표정으로 기댄 벽에서 등을 떼고는 일부러 자세하게 집과 청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드를 경계의 눈초리로 노려보던 청년의 날카로운 눈길이 꿈틀거리다 못해 확연히 찌푸려졌다. 확실히 집주인 입장에서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다. “그게.......불만이라는 거냐?” 청년의 말에 그런 기분이 잘 담겨 있었다. 더구나 이 청년은 그런 느낌을 말로만 전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반짝 어느새 소리도 없이 뽑혀 나온 또 하나의 단검이 그의 왼손에서 번쩍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언제라도 던져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그 맹렬한 자세라니...... 말보다 칼을 먼저 던진 것도 그렇고, 말 한마디에 칼을 뽑는 것도 그렇고....... ‘정말 성질하나 대단하네. 급하고, 화끈한 게 ......마치 보크로씨와 채이나씨의 성격을 반씩 섞어놓은 것 같은데......어때? 라미아.’ 방금 전까지 여러 번 떠올려 보았던 두 사람과 그 두 사람의 집에 살고 있는 청년이 자연히 하나의 단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저 녀석......두 사람의 아들 같지 않아? 생김새도 ......채이나씨의 느낌이 나는데.’ [정말. 생김새에 성격 그리고 쓰는 무기까지 채이나씨를 많이 닮았군요. 맞아요, 두 사람의 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하프 엘프네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프 엘파라는 확인정도면 충분했다. 이 칼리의 숲은 다크엘프의 영역이다. 잠시 지나가면서 쉬어 갈 수는 있지만, 아무나 함부로 들어와 머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런 곳에 사는 데다 이미 주인이 있는 집에서 지내고 있는 젊은이...... 더구나 집의 두 주인 사이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하프란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이드는 바로 입을 열었다. “너, 채이나씨의 아들이지?” 뭔가 따지듯이 묻는 이드의 말투가 어느새 아랫사람을 대하는 하대로 바뀌어 있었다. 처음 대하는 사람이 아닌, 잘 아는 사람들의 아들로서 확실히 상하관계에 대한 느낌이 있었던 것이다. “......네 녀석 누구냐?” “어이, 대답은 안 해?” 이드가 다시 대답을 재촉하자 청년은 이드를 잠시 바라보다 모슨 생각을 했는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그분이 내 어머니시다. 하지만 내가 태어나고서 그분은 이곳을 떠난 적이 없다. 그리고 난 네 녀석을 몰라. 세 번째 묻는 거지만, 네 녀석은 누구냐?” 이드는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청년의 대답과 빙글 웃으며 손에서 가지고 놀던 단검을 청년을 향해 던져주고는 입을 열었다. “네 부모님과 잘 아는 사람. 오랜만에 일이 있어서 두 분을 마나러 왔지.” 이드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잘 대답해주었다. 하지만 듣는 쪽에서는 전혀 만족스럽지 못한 대답이었던 모양이었다. 아니, 오히려 불만이 있었던가? 차창......까가가각...... 칼날이 서로 비벼지는 날카로운 소성과 함께 이드가 던져준 단검이 청년의 단검에 맞아 되날아왔다. 그것은 처음 던져낸 단검과는 달리 엄연한 살기가 묻어 있었으며, 정확하게 이드의 얼굴을 향해 화살 같은 속도로 날아왔다. 직접 손으로 던져낸 것도 아니고, 그저 단검으로 되 튕겨낸 것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놀랄 만한 실력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이드는 생각도 못한 그의 갑작스런 공격에 깜짝 놀라며 손가락을 놀려 단검의 날 끝을 잡아내며 소리쳤다. 그의 단검 실력보다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더 놀란 것이다. 단검보다 더 빠른 이드의 동작에 청년은 경계레벨을 몇 단계나 상승 시켰다. 그에 따라 바로 전투에 돌입한 듯 몸을 낮추고 당장이라도 뛰어 나 갈수 있는 자세를 취했다. 그 역시 보는 눈이 있기에 가볍게 단검을 잡아낸 이드의 최소화된 동작에서 상대의 실력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아 본 것이다. 자신의 준비가 모두 끝나자 청년의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머니는 지난 오십년간 숲 밖을 나가신 적이 없었다. 그 기간 동안 난 쭉 어머니와 함께 있었지. 만약 어머니가 너 같은 꼬마 녀석과 안면이 있다면, 당연히 나도 널 알고 있어야해. 하지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난 널 몰라!” 이드는 순간 탄성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것은 긴 한숨이었다. 그걸 생각하지 못하다니. 이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충분히 상대가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다. [확실히.......이드를 보고 나이가 많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죠.] 라미아의 말 대로였다. 뿐만 아니라 이드의 현재 외모는 처음 그레센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실제 나이보다 휠 씬 어려 보였다. 그레센을 떠난 지 팔 년이 넘었는데도, 전혀 나이가 든 모습이 나이었다. 이것은 그 깊이를 잴 수 없을 정도의 내력과 그래이드론과의 융합으로 육체가 완벽하게 형성된 때문이었다. 이미 그레센으로 넘어올 때 커야 할 건 다 컸던 이드였기에 그 최고의 상태로 육체가 노화가 멈춰버린 것이다. 사실 이 일에 대해서는 이드로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슬펐다. 늙지 않아 좋긴 하지만, 앞으로 나이만큼의 대접을 받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었다. “설마 너 같은 녀석이 오십 년 이상을 살았다고 말하고 싶기라도 한 거냐?”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어쨋든 대답을 해야 할 일이었기에 이드는 다시 한 번 한 숨을 내쉬며 기운 빠진다는 표정으로 삐닥하니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래.” “뭐?” “그런 듯으로 말한 거라고. 정확하게 말해서 오십 년이 아니라, 너희 부모님들과 만나는 건 구십 년 만이다. 혹시 들어본 적이 없냐? 이드라는 이름말이야. 아니면, 혼돈의 파편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보크로씨의 성격상 그런 큰일에 대해서 네 녀석에게 이야기해주셨을 것 같은데.......역시 그런가보지?” 이드는 말을 하다 말고 요상하게 변하는 그의 표정을 보고는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과연 보크로씨가 그의 아들에게 그때 있었던 혼돈의 파편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 모양이었다. 하지만 쉽게 이드의 말을 믿기는 힘든지 처음부터 찬찬히 이드를 다시 살피는 모습이었다. 상대가 관찰하는 태도로 변하기 시작하다 이드는 라미아는 물론 아공간에서 일라이져도 꺼내 들어 그의 눈에 잘 보이도록 흔들어 보여주었다. 자신이 검을 쓰는 모습을 몇 번 보았던 보크로라면 분명히 검에 대한 이야기도 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드가 그레센에서 사용한 검이라고는 단 둘. 라미아와 일라이져뿐 이었다. 청년은 이드와 두 검을 번갈아 가며 잠시 바라보더니 좀 더 뒤로 물러나며 자세를 풀었다. “확실히 듣긴 했지만......” “거, 의심 많은 녀석이네. 자, 이거면 어때?” 이드는 말을 늘이는 청년이 여전히 못미더운 표정을 짓자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취을난지(就乙亂指)의 수법으로 던져냈다. 단검술에 대해서는 별달리 아는 것이 없는 이드였기에 지법을 단검에 응용한 것이다. 헌데 만류귀종이라 했던가? 임기응변이랄 수 있는 그 수법은 비도술에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이드가 던진 단검이 마치 술 취한 나비처럼 어지럽게 날다가 정확하게 청년의 허리에 걸린 검집을 찾아 들어간 것이다. 그것도 순식간에...... 청년은 침묵했다. 그가 어머니께 배운 단검술로는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변화였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허공에서 왔다갔다 움직인다니......더구나 방심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반응하지도 못할 엄청난 스피드였다. 물론 그건 그만의 생각이었다. 이드에겐 이것이 어디까지나 지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좌우간 그 한번 기죽이기 겸 실력 증명을 보여준 단검술은 확실한 효과를 발휘했다. “제가 미처 몰라 뵙고 실례를 했습니다.” 청년은 갑자기 태도가 바뀌더니 함께 깊이 허리를 숙였다. 방금 전까지 거칠게 나오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강자에게 숙이는 비굴한 모습이 아니라 사실이 있는 그대로 안전 하는 그런 솔직한 모습이었기에 오히려 보기가 좋았다. 이드는 그게 또 어색하기 했던지 한 손을 휘휘 내저었다. “아니야. 그 상황이면 누구나 그렇게 나오지. 신경 쓸 것 없어. 그보다 이름이......” “마오 베르라고 합니다. 편하게 마오라고 부르셔도 좋습니다.” 이드는 마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등 뒤의 집을 뒤돌아보았다. “상당히 오랜만이야. 이곳에 온 건. 여기서 들른 것도 딱 한번뿐이었거든. 거기다 두 분에게 이렇게 잘생긴 아들이 생겼을 줄은 몰랐지. 덕분에 좋은 단검술은 봤지만 말이야.” 이드의 말에 마오의 고개가 다시 숙여졌다. “하직 한참 부족합니다. 더구나 아까 전 단검술 같은 건 생각도 못해본 일입니다.” “훗, 신경 쓰지 마 . 그건 단검술이 아니니까. 그보다 두 분은?” 이드의 물음에 순간이지만 마오의 얼굴이 살짝 굳어지는 듯 했다. “어머니는 건강하십니다. 요즘은 주로 마을에 계시죠. 하지만 아버지는 삼 년 전에........” 이드는 그런 마오의 모습에서 그가 흘려버린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직 살아 있을 줄 알았는데...... 마음 한편으로 섭섭하고, 슬픈 느낌이 들었다. 비록 오엘에게서 누이의 흔적으로 발견했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누군가 자신이 알고 있던 이가 죽었다는 것은 슬픈 일이었다. “후, 실수로 흘러버린 구십 년이 아쉽구나.” 이드는 자신이 차원이동을 할 때 설정하지 못한 시간이 정말 아쉬웠다. 그때 잘만 했다면 일리나를 바로 만났을지도 모르고, 보크로를 비롯한 모두를 불 수 있었을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일을 후회하는 건 바보짓인 거 알죠?]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알고 있었다. 생각과 마음이 같지 않아서 그렇지만 말이다. “미안. 내가 괜한 걸 물었나 봐......” “아뇨. 벌써 삼년 전일이라 괜찮습니다. 그보다 어머니를 찾아 오셨다고 하셨지요? 잠시 기다려주세요. 어머니를 모셔 오겠습니다.” 이드는 뭔가 보크로에 대해서 더 말을 하려다 그냥 고개만을 끄덕였다. 괜히 지난 일을 꺼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럼 부탁할게.” 마오는 이드가 그렇게 말을 하자 바로 자리에서 몸을 돌려 숲속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이드는 멀어져 가는 마오의 기척을 느끼며 공터 중간에 덩그러니 생긴 나무 그루터기에 걸터앉았다. 나무를 베어내면서 의자로 쓸 요랑 이었는지 사람이 앉기 딱 앎ㅈ은 높이로 만들어진 데가 맨들맨들하게 잘 다듬어져 있었다. 아마 이것도 보크로가 다듬었을 것이다. 설마 보크로가 있는데 채이나가 손수 다듬었을까. 세월이 여기 그루터기에도 많이 흘렀다는 흔적처럼 거무스레했고, 이드는 그러면서도 거친 바람에 반들거리는 표면을 손가락으로 몇 번이고 쓸어보았다. 이드는 자리에 앉더니 가만히 고래를 떨구고는 보크로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채이나가 오기 전에 그에 대한 아쉬운 감정을 깨끗이 털어버리기 위해서였다. 채이나의 성격상 여지껏 슬픔에 잠겨 있지는 않겠지만, 괜히 보크로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였다. 뭐, 이드가 나타난 것 자체가 보크로에 대한 추억의 한 부분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어디선가 쓸쓸한 바람이 공터를 휩쓸고 가고 그 자리가 더욱 황량하게 느껴지는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감정 정리를 끝내고 얼마쯤 기다렸을까. 처음 마오가 다가올 때와 같이 또 다른 느낌의 바람이 스치는 듯한 두개의 기척이 가까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후, 부스럭거리며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조금 전 떠났던 마오와 정마 ㄹ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첫 만남 때 얼굴 그대로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이나였다. 세상이 다 변해 버린 듯한 구십 년의 세월을 그 어디 한구석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때 그 모습이라니...... 요정족인으로, 영원의 종족이니 하는 말로 불리는 이들이지만, 정말 이때만큼 그 말이 실감난 적은 처음이었다. “이야, 채이나. 정말 오랜.......우아아!” 반가운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채이나에게 걸어가던 이드는 갑작스럽게 날아드는 단검에 급히 고개를 숙여 피했다. 진짜 생각도 못한 공격이었다. 더구나 마오보다 두 단계 정도 뛰어난 공격이라니...... “가, 갑자기 무슨 짓이에요. 채이나!” 오랜만에 겪는 당황스러움에 이드의 목소리가 저절로 커져 나왔다. “너무 늦었잖아, 임마!” 찔끔 이드는 자신보다 훨씬 큰 목소리로 소리치는 그녀의 박력과 분위기에 밀려 움찔하며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그, 그게 일이 꼬여서......” 이드는 그녀의 윽박지르듯 나오는 큰 소리에 떠듬떠듬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채이나에게 이런 변명을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대단한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런 생각에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채이나를 바라보던 이드는 그녀의 입가에 떠오른 반가움과 추억이 깃들어 있는 눈가의 물기에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채이나의 눈길에 그녀가 진정으로 자신의 행방을 걱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자신이 연관된 보크로의 기억을 떠올랐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럴 때는 여러 말이 필요가 없다. 이드는 채이나를 향해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해요. 너무 늦었죠? 하지만 이렇게 돌아 왔다구요.” 이드는 뭔가 투정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말하며 고개를 들어 채이나를 향해 빙그레 웃어 보였다. 아마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쯤에서 잘 돌아왔어, 라고 한마디 해주었을 그런 상황이어고, 또 그런 것을 기대한 이드의 미소였다. 하지만 상대는 보크로를 쥐고 흔들던 다크 엘프 채이나 였다. “너......잘도 웃는구나. 널 찾으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는지 아냐? 이놈아!” 욕이 끝나는 동시에 또다시 단검이 허공에서 번뜩였다. 이드는 이번에도 크게 몸을 숙여 단검을 피했다. 괜히 단검을 잡거나, 간발의 차로 피하는 건 오히려 그녀의 성격을 긁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짧지만 보크로와 채이나와 함께 하는 여행에서 보크로가 그런 일로 당하는 것을 몇 번 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럴 때 보크로는 아마도...... “미안해요. 저도 돌아오기 위해 얼마나 노력 했다구요.” 그저 있는 대로 숙이고 들어가는 방법으로 대응했었다. “노력했다는 게 백년 세월이냐, 이 바보야!” 물론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검증된 방법이라서 그런지 효과는 확실했다. 두 번이나 더 날아오는 단검을 피하며 싹싹 빌어야 했지만 말이다. “뭐, 우선은 이걸로 봐주마. 하지만 정말 온 마음을 다해 널 기다리고 있는 그녀는 쉽지 않을 걸?” 채이나는 쏘아보는 시선으로 일리나의 일을 이야기했다. 그 말에 이드는 정말 할 말 없다는 듯이 양손을 들어 보이며 내가 죄인이요, 하는 제스처를 보였다. “물론이죠. 언제든 무릎을 꿇을 준비가 되어 있거든요.” “당연히 그래야지. 그럼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서 하도록 하고.....아들!” 채이나는 이드의 대답이 어느 정도 만족스러웠는지 날카롭게 빛나던 눈길을 거두고는 마오를 불렀다. “예, 어머니.” 채이나의 부름에 한쪽에서 두 사람 간의 독특한 상봉 장면을 구경하고 있던 마오가 빠르게 다가왔다. “이야기하면서 마실 차를 좀 준비해줄래?” “그러죠.” 마오는 채이나의 말에 마치 상관으로부터 명령을 하달받은 부하처럼 움직였다. 헌데 그런 관계가 전혀 어색해보이지 않은 것이 여태껏 쭉 그래왔던 것 같아 보였다. 이드는 모자지간치고는 좀 독특하다 싶은 두 사람을 보고는 채이나의 시선을 피해 마음속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채이나답다고 할까. 보크로뿐만 아니라 아들까지 확실히 자신의 아래에 두고 있는 확고한 모습이지 않은가 말이다. 하지만 이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하는 채이나는 큰 걸음으로 마오가 열어놓고 들어간 문으로 들어서면서 이드를 불렀다. “안 들어올 거야?” “아, 아니요. 들어가야죠.” 사실 속으로 채이나의 흉을 본 것이나 다름이 없던 이드는 그녀의 부름에 화들짝 놀라며 급히 발길을 옮겼다. 채이나는 이드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한마디 던지고는 휙 돌아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뭐, 어쨌든 ......잘 돌아왔다.” 이드는 갑작스런 말에 순간 멍한 느낌이 들었는지 곧 마음으로부터 따듯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백 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그레센은 오자마자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왠지 모든 것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같은 장소지만 다른 시간대는 그 역시 다른 장소나 마찬가지 같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녀를 만나자마자 그런 위화감이 화악 풀려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 정말 내가 있을 곳으로 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그 아늑하고 편안함. “넵! 돌아 왔습니다.” 이드는 힘차게 채이나의 말에 대답하고는 기분 좋게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9. 채이나로부터 들은 잃어버린 90년 정말 사람 하나 찾는 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긴 긴 대륙의 역사에도 처음 있는 일이었단다. “휴, 잘 먹었다.” 이드는 그레센에 도착한 후 가장 편안한 느낌에 젖을 수 있었고, 느긋한 마음을 반영하듯 표정마저 그렇게 보였다. 이드는 식사를 마치고 찻잔을 들어 아직 요리의 뒷맛이 남은 입 안을 정리했다. “그나저나 너 요리솜씨가 상당히 좋다.” 이드는 손가락을 추겨 세우며 마오를 바라보았다. 아침 식사의 주방장이 바로 그였던 것이다. 이런저런 할 이야기가 많았지만, 아직 모두 아침 전이라 식사를 먼저 하기로 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마오가 식당으로 들어갔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채이나는 요리를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 아예 요리와는 벽을 쌓고 사는 게 분명했다. 대신 마오의 요리 실력이 생각 이상으로 뛰어난 것이어서 이드도 상당히 만족한 상태였다. 채이나에게 단련된 보크로의 음식 솜씨를 그대로 물려받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옛집으로 돌아온 듯한 이드의 느긋한 기분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느긋하게 아침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그 사람은 채이나 였다. “자, 배도 채웠으니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들어볼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구십 년 동안. 네가 사리지고 보크로와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널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어. 어디 있었던 거야?” 이드는 그녀의 말에 잠시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을 정리하고는 입을 열었다. “글쎄요. 이야기가 조금 긴데.....어떻게 자세하게 이야기 할까요? 아니면 핵심만 간단히?” “핵심만 간단히 해. 쓸데없는 이야기는 필요 없어.” 역시나......!이드는 채이나의 대답을 짐작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생각해두었던 문장이라기보다는 단어에 가까운 말들을 꺼내들었다. “우선 내가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들었을 테고......그 뒤에 이동된 곳이 이 그레센이 아니라 전혀 다른 차원의 세상이었죠. 거기에 혼돈의 파편의 흔적이 있었고, 그걸 처리하고, 돌아올 방법을 찾았죠. 그렇게 걸린 시간이 팔 년. 그런데 막상 오고 보니 여긴 구십 년이 지났 더라구요.” “.......차원이란 말이지. 과연 찾지 못했던 게 당연하군.” 이드의 말을 다 들을 채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게 무슨 말이야, 라고 할 만한 이야기를 듣고서 만족한 것이다. 뭐, 이드로서는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서 편하기도 했다. 아니, 어떻게 보면 그런 이야기는 채이나에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오직 이드가 돌아왔다는 것과 그가 그 동안 어디에 있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었다. 이드는 채이나가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이해한 것 같자 또박또박 힘주어 입을 열었다. 바로 이드가 며칠 동안 고민해야 했던 문제이자, 이곳으로 채이나를 찾아온 이유인 일리나의 행방과 혼돈의 파편에 대한 일을 묻기 위해서였다. “채이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아쉽지만 몰라.” “그러니까, 몰라가 일리나가......네?” 채이나의 대답과 함께 일리나에 대해 물으려던 이드는 밑도 끝도 없느 그녀의 말에 말이 꼬이고 말았다. “무슨 말이에요. 그게? 아직 제대로 묻지도 않았는데 모른다니.......” 정말 묻기도 전에 천연덕스럽게 대답부터 내 놓았던 채이나였다. 하지만 채이나는 그게 뭐 어떠냐는 표정으로 또 태연히 입을 열었다. “뻔하지. 너 혼자 올 때 알아봤어. 일리나늘 못 만났지?” 정확하다. 이드는 별다른 말도 못하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어. 아마 모르긴 몰라도 네 성격상 그레센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일리나를 찾았겠지. 그리고 찾지 못했으니 혹시나 하고 날 찾아온 것일 테고......만약 일리나를 만났다면 같이 왔겠지. 아니, 이렇게 급하게 날 찾아올 일도 없었을걸. 안 그래?” 이드는 이번에도 채이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정말 눈치가 빠른 건지, 머리가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이드의 상황을 정확하게 집어내느 채이나였다. 하지만 그런 사실에 대해 놀라고 있을 수만을 없었다. 앞서 한 말로 봐서는 자신이 그레센을 떠나고 나서도 일리나와 상당히 친해진 것 같은데...... “정말 일리나에 대해서 짐작 가는 것도 없어요?” 처음 이곳으로 올 때 바로 일리나의 행방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채이나를 만나면서 혹시나 기대를 했는데, 그 기대가 무산되지 오히려 큰 실망감이 드는 이드였다. “너, 이미 로드의 통나무집에 들러봤지? 거기에 없으니까 혹시나 그녀의 마을로 돌아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날 찾은 것일 거고?” “.......점술사라도 됐어요?” 채이나는 이드의 말에 픽 웃음을 지으며 우습지도 않다는 듯 이드를 바라보았다. “이런 걸 가지고 점술사로 나서려면 굶어 죽기 딱 좋아. 이건 세월이 주는 직관력이야. 거기다 앞뒤 사정을 아는 인간이라면 대개가 짐작할 수 있는 사실들이지. 짐작 가는 곳이 없냐고 했지? 내 생각도 너하고 같아. 아마 마을에 돌아가지 않았을까 싶어. 시간도 적게 않게 흘렀고, 로드도 그 일로 바쁜 만큼 마을로 돌아가서 널 기다리고 있겠지.” 이드는 채이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생각이 자신과 같다면 아마도 일리나는 자신의 고향마을에 돌아가 있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제 채이나를 통해 일리나의 마을에 대해서 알아보는 일만 남았다. “휴, 이제 마을만 찾으면 되는 건가?”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채이나의 말 중에 신경 쓰이는 부분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이 먼저였다. “그런데 채이나, 로드가 바쁘다는 게 무슨 말이죠? 그녀가 바쁜 일이 없을 텐데......거기다 그 일이라는 게 ......혼돈의 파편에 대한 건가요?” 정말 대륙전인 일이 아닌 이상 로드가 바쁠 이유라고는 없었다. 실제 라일로시드가를 통해서 처음 세레니아를 찾아 갔을 때도 그녀는 통나무집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드와 라미아가 알고 있는 사실도 그랬다. 로드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평생을 유유자적, 그저 다른 드래곤들처럼 살아가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만 드래곤을 지휘하는 자. 어떻게 모면 로드라는 것은 없어도 상관이 없는 그런 것이었다. 헌데 그런 그녀가 바쁘다니....... 이드는 자연스럽게 혼돈의 파편이라는 존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들이라면 충분히 드래곤의 로드를 바쁘게 만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생각이 맞았는지, 채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 네가 사라지고 나서 일이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르지?” “그렇죠. 여기 도착한 지 채 일주일도 안 됐으니까. 그런데 정말 어떻게 된 거예요? 난 세 제국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어서, 혼돈의 파편에 대한 처리가 잘 된 줄로만 알았는데.......” “뭐, 사정을 모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흠, 뭐라고 해야 하나.......아들, 한 잔 더.” 채이나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궁리하듯 잠시 중얼거리더니, 빈 찻잔을 한쪽으로 밀고는 옆에서 가만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마오를 불렀다. “술로요?” “응, 가벼운 걸로.” 아마 찻잔을 한쪽으로 치우는 게 음료의 종류를 바꾼다는 뜻인 모양이었다. 채이나는 일단 마오게 술을 청한 후 잠시 더 허공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지.......” “어머니, 여기요.” 생각을 정리하면서 혼자 중얼거리던 채이나에게 마오가 유리잔에 담긴 옅은 바다 빛의 액체를 건넸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이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마도 특별하게 담은 엘프식 과일주인 듯했다. “그래, 고마워.” 잔을 받아든 채이나는 한 모금의 술을 넘긴 후 이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네가 떠난 후부터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하지마 그 전에 알아둘 게 있는데, 그건 네가 떠난 후 어떻 일이 있었는지 당사자들을 제외하고는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거야.” “왜 아무도 모르는데요?” “......누구냐?” 바로 말을 이으려던 채이나는 갑작스럽게 끼어든 여성의 목소리에 날카로운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고, 마오는 벌써 단검을 한 자루 손에 쥐고 있었다. 갑작스런 목소리에 꽤나 놀라 모습이었다. “라, 라미아.” 하지만 놀라기는 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갑작스럽게 끼어든 그녀의 말에 이드는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라미아의 이름이 저절로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 바람에 사방을 헤매던 채이나와 마오의 시선이 이드에게로 모아졌다. “라미아라는게 방금 말한 상대냐? 어디 있는 거야?” “그, 그게.......” 이드는 채이나의 추궁에 당황스런 표정으로 슬쩍 라미아를 내려다보았다. 그녀가 갑자기 무슨 생각으로 자신의 존재를 표시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레센을 떠나 지구로 떨어질 때까지 그녀의 존재는 비밀이었다. 굳이 비밀로 할 필요는 없었지만 아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대신 지구에 있을 때 많은 사람들과 사귀었지만, 그때는 인간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다. 헌 데 왜 지금 갑자기 그녀의 존재를 목소리로 표시했을까? 이드는 마음속 의문을 담아 라미아를 향해 흘려보냈다. [꼭 비밀로 하고서 조용히 있어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게 무슨.......잠깐만.’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의문을 달다가 대답을 기다리는 채이나에게 잠깐 양해를 구하고는 마음속으로 라미아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방금 말처럼 내 존재를 비밀로 할 이유가 없다 구요. 비밀로 해도 상관은 없지만 굳이 숨겨야 할 이유도 없잖아요. 저들이 라면 보통 마법검이라고 해도 탐낼 이유도 없고, 무엇보다 이후의 문제들도 있구요.] ‘이후?’ [네, 그러니까 일리나의 마을에 대해 알아보려고 여기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그 사이 이드와 대화를 할 때 문제가 생긴 다구요. 이드는 몰라도 나에겐 답답한 시간들이죠. 대화도 자유롭지 않을 테고, 또 갑자기 이드가 멍하게 있으면 채이나가 이상하게 볼 거라구요. 무엇보다 내가 언제까지 검으로 있을 건 아니잖아요.] 라미아가 하고 싶었던 말의 핵심이었다. 이드도 그제야 라미아의 생각을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이드가 어느 정도 여행자라 이름 붙여진 칭호의 힘을 이해한다면 라미아를 다시 인간의 상태로 돌릴 수 잇을 것이다. 여행자의 히이란 단순히 차원을 넘는 것만이 아닌, 초월의 자라고 불리는 신적인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시 그녀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까 미리 내 존재를 알려두자는 거죠. 그러면 편할 거 아니에요? 게다가 그렇게 해두면 나도 답답하게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아도 된 다구요.] 이드는 조목조목 그럴싸한 이유들을 들어 설명하는 라미아의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 듣고 있으니 그녀의 말대로 굳이 비밀로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라미아의 말 중에 틀린 내용이라고는 한 마디도 없었던 것이다. 이드는 바로 라미아를 들어 탁자위에 검신을 올려놓고서 자신을 멀뚱히 바라보는 두 사람에게 그녀를 소개했다. “잠깐 의견을 나누느라고요. 소개하죠, 라미아입니다.” 순간 이드는 바라보는 채이나의 눈이 가늘어지며 이드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장난하냐? 누가 그 검이 라미아인 걸 몰라?” 정말 장난이었다고 하면 반사적으로 단검이 날아올 기세 같았다. 그게 아니더라고 대답이 늦으면 뭐가 날아와도 날아 올 것 같았기에 이드는 서둘러 입을 열었다. “그게 아니라 방금 말을 했던 게 여기 라미아라 구요. 라미아, 채이나에게 인사해.” 이드의 말에 라미아는 바로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반가워요, 채이나씨. 그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대화를 나누는 건 처음이네요. 라미아라고 해요.” “애고 소드!” 라미아의 목소리에 끝남과 동시에 채이나가 소리쳤다. 라미아의 또박또박한 음성에 그녀의 존재를 확실히 인식한 채이나는 잠시 라미아를 이리저리 바라보더니 이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정말 에고 소드가 맞는 거얀?” 하지만 그 질문을 대한 대답은 이드가 아닌 라미아로부터 들려왔다. “조금 틀려요. 에고 소드가 만들어졌다면, 전 태어난 거예요. 영혼이라고도, 정령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정신이 있거든요.” 그 말에 채이나는 마오가 가져온 술잔을 술을 모두 들이키고는 짧게 탄성을 질렀다. “기가 막히는군. 정말 에고라니. 너, 정말 가지가지 하는구나.” 이드를 향한 채이나의 마지막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드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 생각해도 그랬으니 말이다. “비밀로 해서 죄송해요. 우무에게나 함부로 말하고 다닐 수 없는 사실이라 서요. 시간이 지나고 친분이 생긴 후에는 비밀로 한 게 마음에 걸리고, 또 굳이 말을 해야 할 칠요가 없어서........” 슬쩍 말끝이 흐리는 이드의 어물쩡거리는 모습에 채이나는 별 상관없다는 듯이 손을 흔들어 말을 막았다. “괜찮아. 네 말대로 꼭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 더구나 이런 일은 비밀로 하는 게 좋아. 좋은 판단이야. 실제 이야기나 전설에서는 많이 나오는 자아를 가진 물건이지만, 내가 알기로는 세상에 나와 있는 물건은 없는걸. 만약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그때부터 정말 난리도 아닌걸. 뭐, 정마 ㄹ큰일을 당할 쪽은 너에게 덤비는 놈들이 되겠지만 말이야. 그것보다 정말 에고 소드라니 내 평생 자아를 가진 물건을 보게 될 줄이야. 아, 미안해, 물건이라고 해서.” “괜찮아요. 그리고 절 부르실 대는 편하게 라미아라고 불러주세요.” “그래, 너도 이드처럼 채이나라고 불러. 아들, 한 잔 더!” 채이나는 시선을 그대로 라미아에게 두고 잔을 마오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녀의 부름에 바로바로 들려왔던 대답이 이번엔 들려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마오 역시 채이나와 마찬가지로 라미아를 살피는 데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채이나도 곧 그런 마오의 모습을 눈치 채고는 픽 웃었고, 잔을 내려놓고는 이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럼 네가 잠깐씩 멍하니 있었던 이유가 여기 라미아 때문이었구나?” “뭐, 그런 거죠.” “그럼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나선 건 왜지, 라미아?” 라미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채이나의 물음에 이드에게 했던 말을 정리해서 다시 채이나에게 말해주었다. 마지막 인간으로 변할 것을 대비한 이유만 빼고서 말이다. “그래서예요. 그런데 마저 이야기 안 해주세요? 왜 그때 있었던 일이 본인들 외에 아무도 모르는 거죠?” “아, 맞다. 네 등장에 놀라서 깜빡했네. 그래, 왜 아무도 모르냐면 말이야. 그들이 말을 해주지 않아서 그래.” 이드는 의아한 표정으로 이어질 말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말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뭐, 그렇게 귀를 기울여주면 말하는 사람도 기분이 좋다. 때문에 채이나의 입에서 그때의 사정이 술술 풀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세레니아를 비롯한 혼돈의 파편을 상대하기 위해 나섰던 일행들이 돌아온 것은 이드가 사라진 바로 그날이었다고 한다. 보통 이런 초월적인 존재들이 전투는 쉽게 끝나려는 순식간에 끝나기도 하지만 길어질 때는 몇날 며칠이 걸려도 승부가 지지부진할 때가 있다. 헌데 이들은 일대일로 싸운 것도 아니고, 다(多)대다(多)로 싸웠는데도 그날 돌아왔다는 것이다. 돌아온 그들은 보크로와 채이나를 비롯한 그래이의 일행들, 다시 말해 이드와 깊은 인연을 가진 사람들과 양 제국의 황제를 비롯한 핵심적인 자들을 불러 모았다. 세레니아는 모여든 사람에게 이드가 사라지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그리고 이드가 사라진 다음 순간 싸움은 그대로 멈추었다는 것이다. 절대적인 승리의 카드였던 자촉의 공격과 가장 막강한 전력중 하나인 이드가 사라지고 난 양 진영의 전투력은 큰 차이가 없어져버린 것이다. 만약 싸우게 도리 경우 십중팔구 양해구상. 잘해봐야 혼돈의 파편 한, 둘 정도가 살아날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양측 모두 쉽게 부딪칠 수가 없었고, 자연히 싸움이 중지되어 버렸던 것. 하지만 언제까지 승부를 결하지 않은 채 서로 마주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에서 혼돈의 파편 쪽에서 한 가지 제의를 해왔다는 것이다. 딱히 다른 방법이 없었던 세레니아들은 그 제의를 받아들여 바로 귀한 한 것이라고 했다. “그 제의란 게 뭔데요?” 채이나의 이야기를 듣던 이드와 라미아가 가장 궁금한 점이었다. 하지만 채이나는 그 물음에 고개를 흔들었다. “몰라. 비밀이라더라.” 거기까지 이야기를 한 세레니아 모여든 일행들에게 몇 가지 약속을 하게했다. 그 약속이란 것들은 여러 가지로 나뉘긴 했지만, 한 가지로 확실하게 줄여보면 혼돈의 파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것이었다. 너무도 황당한 약속에 모였던 사람들은 혹시 이들이 다른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라고 했다. “저라도 그럴 것 같네요. 그들의 위협 성을 잘 아는 로드가 그런 말을 하다니......대체 그 제의 란 게 뭐죠?” 라미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당시 채이나와 일행들 느꼈을 생각을 동감을 표했다. 그녀의 말에 채이나는 빙글빙글 웃고는 말을 이었다. “글쎄, 난 아직도 그 제의라는 게 뭔지 짐작도 안 가거든. 하지만 어쩔 수 없었던가 봐. 비밀스럽게 뭔가 이야기를 더 들은 두 제국의 황제가 세레니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걸 보면 말이야. 그리고 다음날부터 대륙은 언제 그랬느냐 싶을 만큼 전황이 순식간에 정리가 되면서 전쟁 전의 상황으로 돌아갔어.” 채이나는 그렇게 말하며 옛 기억이 떠올랐는지 픽하고 웃음을 흘렸다. “정말 순식간이더라. 거의 한 달 만에, 정말이지 전쟁을 하기는 한 걸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깨끗하게 치워져 버렸는데, 그일 때문에 온 대륙 사람들이 얼마나 황당해 했는줄 모르지? 항간에는 세 제국의 황자와 귀족이 모두 마황에게 홀렸다는 소문도 돌았었다?” 대륙의 운명이 걸렸을지도 모를 절박함이 점화의 불꽃이 되어 한순간에 타오르기 시작한 전쟁과 피비린내마저 깡그리 지워내며 갑작스럽게 중단된 전쟁이었다. 두 상황을 본다면 그런 소문이 돌아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을 것 같았다. 더구나 지휘로부터 전쟁 중단에 대한 그 어떤 공식적인 설명도 없었다니......믿을 수 없는 전쟁 속에서 이런 소문은 당연한 것이고, 얼마나 많은 또 다른 소문들이 꼬리를 물고 생겨났을까. 당시를 못 보았더라고 충분히 상상이 가고도 남았다. “그때 두 제국과는 달리 우리들은 흩어져 널 찾았었어.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면서?” 아마 아나크렌에서 라일론으로 날려가 버린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었다. “뭐, 그런 일이 있긴 있었죠. 그때는 확실히 혼돈의 파편이 만들어놓은 에너지보다 규모가 작았으니까요.” “그래, 그래서 이번에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백방으로 찾아 나선 거지.” 이드를 찾아 나선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한 달 후 전쟁의 뒤처리가 끝난 두 제국에서도 이드를 찾는 일을 거들고 나섰던 것이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전 대륙으로 퍼져 나가 수색에 동원된 인원이 수십만 명. 각 길드에 의뢰에 움직인 사람들까지 합친다면 모르긴 몰라도 백만이 넘어가는 엄청난 사람들이 이드 한 사람을 찾는다는 하나의 목적으로 움직였을 것이다. 정말 사람하나 찾는 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긴 긴 대륙의 역사에도 처음 있는 일이었단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행방 묘연한 이드를 찾고 있는 사이 대륙에도 변화가 있었다. 바로 아나크렌과 라일론의 동맹과 상호불침번의 협상이 그것이었다. 빈번하기 마련인 약소국 간의 동맹이 아니라 대륙에서 가장 강한 세 제국 중 두 제국의 동맹! 대륙은 전쟁이 끝난 후 다시 한 번 두 제국에 대한 소문으로 시끄러워졌다. 비밀이긴 했지만 이 협상에 세레니아가 직접 나서서 공증을 서주었다. “세레니아가요?” 이드는 세레니아가 일리나와 함께 자신을 찾다 말고 제국 간 동맹에 공중을 섰다는 말에 의외라는 표정으로 채이나에게 되물었다. “응, 이 협상이란게 혼돈의 파편이 있는 카논의 행동을 경계하기 위한 거였거든. 네가 듣기엔 조금 거슬리겠지만, 인간들의 약속이란 게 쉽게 믿을 수가 없는 거잖아. 그래서 세레니아가 나선 거지. 지금 당장은 혼돈의 파편을 직접 겪었으니 아무 일이 없겠지만, 혹시라도 시간이 지난 후, 두 나라 간에 다툼이 생긴다면 카논이 다시 움직일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무거울 때는 생명의 무게보다 무겁지만, 가벼울 대는 공기보다 가벼운 약속. 더구나 거대한 권력을 가진 자들의 약속이란 건.......언제든지 쓰레기통에 버려질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확실히 드래곤 로드의 이름을 그 사이에 끼어든다면, 감히 어떤 수를 쓸 생각도 못하겠죠. 그녀의 존재는 어쩌면 신탁보다 더 위력적일 수 있으니까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짧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직접 행사하는 파괴적인 힘은 간접적이랄 수 있는 신탁보다 확실히 피부에 와 닿을 테니까. 그런데 정말 혼돈의 파편과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 갑자기 그런 공증을 서다니 말이야.” 한국에서 배웠던 스무고개라는 게임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답답한 기분이 빠지는 이드였다. 혼돈의 파편과는 싸우지 않고, 카논을 경계하는 데는 도움을 준다. 이드는 왠지 머릿속에서 뭔가 떠오를 듯 말 듯 한 느낌에다 뱅글뱅글 도는 것처럼 어지럼증이 일어 머리를 흔들었다. 채이나는 그런 이드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더니 느긋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자신이 이미 고민했던 것을 고스란히 따라하는 이드의 모습에서 어떤 쾌감 같은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호호홋, 괜히 머리 아프게 고민하지 마. 정말 답이란 건 직접 듣지 않고는 모르는 거니까. 나머지 이야기나 들어.” 거대 제국들의 협상이라는, 역사적이라고 할 만한 큰일이 있었지만, 두 제국 간에 크게 달라진 것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달자진 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뀌는 자연적인 거밖엔 없었으니, 지금까지의 모습 그대로랄까. 아무튼 그렇게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수많은 인원이 이드를 찾아 대륙을 샅샅이 뒤지고 다닌 지 5년이나 지난 것이다. 그쯤 되자 세레니아가 이드 찾기에 관련된 모든 족직의 수장들을 모이게 해 더 이상 이 일을 지속하지 않도록, 그러니까 아예 수색을 중단시켰다. 이드가 이 그레센 대륙 안에 없다는 결론이 내린 것이다. 만약 대륙 어딘가에 있었다면, 이드가 찾아와도 벌써 찾아왔을 테니까 말이다. 어쩌면 세레니아는 이때 이미 이드가 차원을 넘었을 거란 걸 짐작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좌우간 그렇게 하릴없던 수색이 잠정적으로 종결나자 모두들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보크로와 나도 그대 다 헤어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 그리고 그걸로 끝. 그 뒤로는 아무하고도 만나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야.” “흐음.......” 이드는 채이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금까지 한 편의 파노라마처럼 이어진 긴 시간 속의 사건들을 정리했다. 정말 궁금했던 내용들을 아주 완전하게는 아니지만 대충은 알게 된 것이다. 이드는 그제야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레센에 돌아와서 알고 있던 사람들에 대한 소식이나, 혼돈의 파편에 대한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 채이나의 이야기는 마치 숨겨진 비밀을 들은 것처럼 시원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듣지 못한 비밀 이야기도 곧 일리나를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 분명했다. 물론 일리나를 만나게 해줄 것은 바로 채이나일 테고 말이다. “그럼 채이나? 일리나의 마을이 있는 곳을 알 수 있는 방법.......아세요?” 그 동안 들었던 것을 차근차근 정리하는 이드를 바라보던 라미아는 그의 마지막 생각을 알아채고는 채이나를 찾아온 진짜 목적에 대해 언급했다. 라미아의 말에 이드도 다시 시선을 채이나에게 돌렸다. 채이나는 한 검의 물음과 한 사람의 시선에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잔을 들어 마오를 불렀다. “아들! 한 잔 더.” “네, 어머니.” 이번엔 그녀의 말에 마오가 바로 대답했다. 라미아에 대한 관찰이 끝났기 때문이었다. 사실 라미아에 대해 관찰이라고 해봤자 외관을 보는 것뿐이다. 라미아의 진실한 모습은 드래곤도 쉽게 알아볼 수 없다. 당연히 지금의 마오로서는 라미아 안에 숨어 있는 힘을 차악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잠시 후 마오가 술을 가져오자 채이나는 잔에 따르지 않고 그것을 병째로 모두 마셔버렸다. 오랜만에 말을 많이 한 탓인지 아니면 이드가 묻는 질문마다 골치가 아픈 문제들이라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래, 라미아란 말이지. 흠, 우선을 먼저 했던 말과 똑같은 대답을 해주지. 나도 몰라!” 여전히 장난으로밖에는 들리지 않은 채이나의 대답이었다. 순간 이드는 몸을 받치고 있던 팔에 힘이 빠지며 탁자에 머리를 박을 뻔했다. 저, 저,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말투라니! “채이나.......장난하지 말고 대답해줘요!” 왠지 자신을 놀리는 듯 한 채이나의 얼굴 표정에 이드의 목소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더구나 그런 이드를 바라보며 빙글거리는 채이나는 더욱 짓궂어 보이는데....... “쿡쿡......괜히 소리 지르지 마. 정말 모르는 거니까 . 대신 알아 볼 수 있는 방법은 알고 있어.” ‘이거나 그거나. 똑같잖아요!’ 이드는 계속 말장난을 하고 있는 채이나의 말에 속으로 있는 대로 불평을 토하고는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게 뭔데요?” “그녀가 있는 마을에 대해 알 만한 곳에 물어보는 것.” “저희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라미아가 처음 여기로 돌아왔을 때 채이나를 생각지 못하고 다른 엘프를 찾았던 일을 말해주었다. 그 말에 채이나가 풋, 하고 웃음을 흘렸다. “만만찮은 일을 잘도 생각했네. 엘프를 찾는 것도 문제지만, 설명을 하고 대답을 듣기는 더 힘들 텐데 말이야.” “이미 충분히 어렵다는 걸 느껴봤죠. 그나저나 누구에게 물어본다는 거예요? 마을 안에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아니, 여기 칼리의 숲에 있는 엘프들 중에 밖의 일에 대해 아는 엘프는 없어. 우리는 화이트 엘프보다 더 패쇄적이거든.” 허기사 생각해보면 엘프를 봤다고 하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엘프인 화이트 엘프를 본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다크 엘프를 만난다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그렇게 따져 보면 보크로가 채이나와 결혼한 것은 정말 하늘의 인연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일리나의 마을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 만한 엘프를......알고 있다는 거네요?” 채이나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한 라미아가 확인하듯 물었다. 채이나는 그런 라미아의 말에 이드를 슬쩍 돌아보았다. “맞았어. 똑똑한데 그래? 어느 누구하고는 틀려.” “호호호.......칭찬 감사해요. 그래도 이제 그만 놀리시고 대답해주세요.” 채이나가 또 장난처럼 내 뱉은 농담에 동감을 표한 라미아가 대답을 재촉했다. 채이나가 슬슬 이드를 놀리는 데 재미를 붙이고 있다는 걸 눈치 챈 라미아였다. “호호......그래, 알았어. 사실 엘프들 사이에도 정보가 모이는 곳이 있어. 일부러 정보를 모으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곳에 배해 타지역의 엘프들이 많이 드나들다 보니 자동적으로 이런 저런 정보들이 수북하게 쌓인 곳이지. 그곳은 하나의 마을이라고 할 만한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데, 거기에 가면 일리나의 마을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거야. 마을에 고위 마족을 봉인하고 있는 곳이 또 있지는 않을 테니까.” “좋았어!” 이드는 채이나의 말이 끝나자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녀의 말대로만 되면 이제 엘프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그 마을로 가기만 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 뒤에는 그토록 만나고자 했던 일리나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자, 그럼 그 마을이 있는 곳이 어디죠?” 이드는 대답만 나오면 당장 그곳으로 달려갈 것 같은 기세로 채이나에게 물었다. 채이나의 이미 아음이 붕 떠서 일리나에게로 날아가고 있는 이드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는 대답대신 오른손 손가락 하나를 들어 뱅글 돌리며 왼쪽을 향해 가리켜 보였다. 그 뒤에 더할 수 없이 짧은 대답과 함께! “저쪽 드레인에.” 10. 피곤한 여행자들, 채이나와 마오 자신이 아는 여황은 한 사람뿐이다. 그녀라면 채이나와도 친분이 있을 것이고, 이 길을 만들 정도의 능력도 있었다. “아아!어럽다, 어려워......”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뒹굴던 이드는 힘 빠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이드의 목소리에 맞추기라도 한 듯이 쿡쿡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조용한 숲 속의 밤이라 그 웃음소리는 너무도 선명하게 들려왔다. 이드는 그 괴괴한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며 침대 옆 머리 밑에 기대놓은 라미아를 노려보았다. “너, 웃지마.” “왜요? 웃는 건 내 마음이라구요.” “왠지 기분 나쁘게 들린단 말이야. 놀리는 것 같고......” “호호호.......마음이 뒤틀린 사람은 모든 게 뒤틀려 보이는 법! 그게 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런 거라구요.” 이드는 능청스런 말에 순간 입을 벌리고는 그대로 꽃잎과 여러 가지 풀들로 채워놓은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달리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장난스런 라미아의 말이 다 맞는데 뭐라고 하겠는가. “아! 왜 일이 이렇게 되는 거냐구. 채이나가 같이 가야 한다는 건 이해가 가는데, 왜 걸어가야 하느냐고......” 바로 이것이었다. 라미아의 말에 따르면 이드의 마음을 뒤틀고 있는 바로 그 이유가! 낮에 채이나가 말해준 그 마을에는 그녀도 함께 가겠다고 나섰다. 채이나가 굳이 말하지 않았어도 동행을 부탁할 생각이었던 이드와 라미아였기에 그녀의 말을 바로 승낙했다. 거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그 뒤에 나온 채이나의 말이 이드의 마음을 홀라당 뒤집어 흔들어놓았다. 다름이 아니라 목적지까지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가겠다는 것이다. 처음 이드는 당연하게도 그곳의 좌표를 찾아 텔레포트로 바로 날아갈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채이나의 말 에 그런 계획이 틀어져버린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일리나를 찾아가 보고 싶은데, 걸어가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인가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늦어버린 마당에 한두 달 더 늦는다고 다를 게 뭐 있겠냐는 채이나의 말에는 별달리 대꾸할 말이 없었다. 더구나 그 마법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이유가 그녀와 더불어 이드와 함께 동행할 마오의 경험을 위해서라니...... 이렇게 된 이상 그녀가 고집을 부린다면 이드로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강제로 납치하듯이 데려 갈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었다. 이드는 결국 채이나의 요구를 마지못해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순순히 승낙한 것과는 반대로 속은 뒤집어지는 이드이다 보니 지금 이렇게 침대 위를 신경질적으로 구르고 있는 것이다. 라미아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침대 위의 방황하는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이 또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저렇게 둘 수는 없기에 라미아는 한마디 이드에게 말을 건네었다. “이제 그만해요, 이드.” “응?” 베개에 머리를 파묻고 있던 이드가 고개를 들었다. 그런 이드를 향해 라미아의 목소리가 또랑또랑하게 방 안을 울렸다. “여유를 가지라구요. 왠지 그레센에 도착하고서 이것저것 서두르느라 허둥대기만 하고, 마음의 여유가 거의 없었다구요. 그건 평소의 이드답지 않아요. 천천히 숨을 고르고 차근차근 나간다는 기분으로 마음에 여유를 가져요. 채이나 말대로 이미 백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잖아요. 일리나를 찾는 일이든, 혼돈의 파편에 관한 일이든 간에 한두 달이 아니라 일이 년 늦게 알게 되더라도 바뀔 건 없잖아요. 그러니까 마음을 편하게......네?” 이드는 라미아의 말을 들으며 침대에 누워 낮선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이드에게서 천천히 길게 이어지는 숨소리가 조용하게 들려왔다. “후......하......후......그래, 네 말대로 이미 늦을 대로 늦은 후니까. 좋아, 느긋하게 가 보자고.......” 좀 전과는 다르게 뭔가 침착해진 이드의 목소리였다. 라미아는 그 목소리에서 이드가 스스로 마음을 다시 잘 다스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라미아는 입가에 저절로 떠오르는 미소를 느끼며, 몸을 눕히고 있던 이드가 그대로 잠들 때까지 그를 바라보았다. 보통 여행이라고 하면 현재의 평범하고 때로는 골치 아픈 일상에서 벗어나 즐겁게 놀러 간다,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된다. 채이나는 모르더라고 마오에게 분명 그러할 것이다. 이드에게도 무엇인가를 벗어난다는 의미에서라면 이번 여행은 그런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에게는 사람을 찾는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여행이 될 테니까.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 가장 들뜬 이는 바로 마오였다. 그래서 출발하기도 전에 이 여행이 정말 놀러 간다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어쨌든 정말 놀기 위해서는 그를 위한 사전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는 게 중요한 사실이다. 어떤 목적으로 하는 여행이 되었든, 그 세계가 어디이든지 상관없이 여행을 위한 사전 준비는 까다롭기도 했다. 여행 일정을 잡아야 되고, 여행 경비를 계산하고, 여행 물품을 챙기는 등 염두에 두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밖에서의 야영까지 고려하는 여행일 때는 신경 써야 할 여행 물품이 몇 배로 불어나는데, 거의 이사를 가는 수준이라고 생각해야 할 정도로 짐이 불어나게 된다. 커다란 배낭을 한 짐씩 지고 가게 되는 게 보통인데, 여기서 조금의 문제라도 발생하게 되면 그 여행은 즐거운 여행이 아니라, 고행을 위한 수행으로 순식간에 변해버리는 수가 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런 건 아니다. 귀족들의 경우라면 그들이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는 제 몸뚱어리 하나 전부다.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하인들이 준비하고, 귀족들을 경호하기 위한 인원까지 따라붙으면 한 번 여행이 얼마나 요란스러워 질지는 불 보듯 뻔하다. 덕분에 귀족들이 생각하는 여행이라는 단어와 일반 평민들이 생각하는 여행이라는 단어는 상당한 차이를 가지게 된다. 뭐, 그 차이를 떠나서 여행의 준비가 힘들다는 것은 다 똑같다는 말이다. 하지만 하가지 알아 둘 것이 있다. 바로 무슨 일에서든지 예외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바로 채이나와 마오가 그런 예외에 속했다. “.......짐이 참 간단하네요.”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출발을 위해 집 앞에 모인 세 일행. 그 중 이드는 간단하게 짐 가방 하나만을 메고 있는 마오를 보자마자 대뜸 그렇게 말했다. “그런 넌 이런 짐도 없잖아.” “전 라미아가 만들어주는 아공간이 있거든요.” 이드가 어디를 가더라고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아공간이 있기 때문이었다. 당장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 덜어져도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없는 게 없는 공간이었다. 이 아공간이 있으면 여행은 그야말로 걷기 운동에 불과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아이템이 이드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드가 조금은 여유를 부리는 제스처를 보이며 말하자 채이나가 허공을 향해 한 손을 들어 빙글빙글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중앙에서 작은 불꽃이 생겨났다가 사라졌다. 이드는 그 불꽃의 정체를 바로 알아 볼 수 있었다. “정령?” 다름 아니라 이드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존재들이었다. 계약을 통해서 곧잘 신세를 지고 있는 존재들....... “그래, 이들이 있으면 준비할 게 없지. 있다면 식기와 요리재료 정도인데, 그런 건 네가 가지고 있지?” 이드는 채이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말하는 것들은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고,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는 뜻이다. 그녀의 말대로 정령만 뜻대로 다룰 줄 안다면, 아공 간에 버금갈 정도로 편하긴 하다. 옷만 몇 벌 챙겨들면, 그 외의 거의 모든 것이 정령을 통해 해결이 가능했던 것이다. 여행에서 짐이 많아지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물과 불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네, 충분히 쓸 만큼이요. 모자라면 가는 길에 들르는 영지에서 보충하면 되니까요. 그럼 출발해 볼까요?” “그래, 마을에도 어제 인사를 전해 뒀으니 바로 떠나자. 아들, 이건 너와 나의 첫 여행 이니까 많은 걸 배워야 한다.” 이드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채이나는 마오의 손을 잡고 마치 산책이라도 나가는 것처럼 휘적거리는 걸음으로 앞서 나갔다. “네, 어머니.” 이드는 조금은 특이한 두 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짓고는 곧 마오의 옆에 서서 나란히 칼리의 숲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칼리의 숲을 빠져 나온 세 일행이 숲과 가장 가까운 마을에 도착한 것은 점심때쯤이었다. 출발한 첫날에다 첫 식사부터 궁색하게 밖에서 하고 싶지 않다는 채이나의 말에 걸음을 서두른 결과였다. 그래서 도착한 마을은 처음 보크로와 만나게 되었던 대닉스라는 지명을 가진 마을이었다. 9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 마을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채이나의 말에 따르면, 칼리의 숲에서 나는 약초와 과일, 목재 등의 채집으로 살아가는 크지 않은 마을이라 칼리의 숲이 사라지지 않은 한은 없어지지 않을 마을이라고 했다. 이 마을에서 점심을 간단하게 해결한 세 사람은 채이나가 잡아놓은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잠시 후, 이드는 시간의 변화에 사람만 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느껴야 했다. “후아, 전에는 이런 길이 없었는데......대단한데?” 다름이 아니라 전에 처음 이 길을 걸었을 때만 해도 없었던, 커다란 길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 길이란 것이 그저 사람이 많이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넓혀진 길을 온전히 유지한 채 단순히 정비한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상당한 전문 인력을 투입해서 제대로 닦아놓은 쭉 뻗은 대로였던 것이다. 중원에 있을 때도 볼 수 없었던, 굳이 마하자면 지구에서 보았던 아스팔트의 고속도로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런대로(大路)였다. 채이나는 이 길이 제국의 수도까지 이어져 있다고 했고, 이드는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 나도 이 길이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 보고는 지금이 처음이야. 제국의 수도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 있는 길이라고. 그 뒤로는 소문만 들었는데 이 길이 생기고서 진정으로 제국이 하나가 되었다고 하더라.” 이드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에서 해본 공부로 길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히 배웠기 때문이었다. “이동이 많고, 소식이 빨리 전해질수록 사람들은 하나가 되고, 자신들이 어딘가 속해 있다는 확실한 느낌을 받으니까요. 그럼 이 대로에 목족이 걸 맞는 이름이 없을 수 없겠네요? 이 정도의 공사를 통해 건설된 데다 그런 거창한 말을 듣게 하는 길이라면 당연히 이름이 붙었겠는데......” 그 말대로 중원이나 지구나, 웬 만큼 큰 공사로 이루어진 건축물에 대해서는 대부분 이름이 붙었었다. 이름이 없었더라도, 국가를 하나로 통일하는데 대단한 역할을 듣게 하는 길이라면 충분히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그것도 단순히 지명에 근거를 둔 이름은 아닐 것이다. 뭔가 거창하거나 독특한! 그런 이드의 생각에 채이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주었다. “응, 있어. 이름이 두개야. 처음 이 길을 만들어질 때는 ‘제국의 길’라고 불렀는데, 이 길이 가져오는 효과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서부터는 이 대로를 만든 존재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대부분 ‘여황의 길’이라고 불러.” “확실히 그렇게 불릴 만하네요. 그리고 저도 여황의 길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드는데요. 정말 대단한 일을 한 분인 것 같아요.” 이런 대공사를 진행하려면 보통 추진력과 지도력이 아니라면 수비지 않다는 걸, 아니 정말 어렵다는 것을 잘 아는 이드였다. “그렇지? 뭐, 난 좀 더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거지만 말이야. 이 여황의 길의 주인과 조금 안면이 있거든. 어때, 누군지 알겠어?” 채이나는 맞춰 보라는 듯 빙글거리며 이드를 바라보았다. 이드는 그녀가 수수께끼를 내는 듯한 장난스런 표정으로 짓자 머리를 쓸어 넘기며 끝도 없이 길게 뻗어 있는 대로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 길의 끝에 정답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리고는 사르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여황이라고 해봐야 한 사람뿐이다. 그녀라면 채이나와도 친분이 있을 것이고, 이 길을 만들 정도의 능력도 있다. “베후이아 여황이겠죠?” “그래, 그녀가 노년에 마들었던 길이야. 그녀는 이 길이 완성되던 날 수명이 다했지.” 이드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더욱 여황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불리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여황의 길에 대한 실감은 그로부터 한참이나 걸은 후부터였다. 다름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세 사람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분주한 움직임은 이 길이 모두 초행길이 아니며, 그들이 가지고 가는 많은 물건들로 미루어 활발하게 무역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과연 제국을 하나로 만드는 기이라는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고나 할까? 물론 이전에도 상단이나 용병들이 많이 다니긴 했지만, 이렇게 많이, 다양한 규모로 다니는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이런 속도로 제국의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면, 정말이지 제국이 감히 하나로 통합되었다는 말을 들을 만도 하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그러나 그런 장관에 대한 감탄도 잠시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곤혹스럽기 시작했고 이 길을 빨리 벗어나고만 싶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그 길에는 그만큼의 많은 시선들이 따라붙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쳐다보고 가는 수준이라면 말도 하지 않는다. 왠지 동물원의 원숭이가 되어버린 기분이랄까. 물론, 이렇게 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바로 채이나가 그 이유의 당사자였다. 보통 사람들은 귀한 것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관심을 가진다. 귀하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많지 않다는 뜻 정도가 아니라 아주 드물다는 것이다. 드물기 때문에 비싼 것이고, 비싸고 귀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진다. 이런 현상을 이해하고 보면 지금의 상황이 자연히 이해가 된다. 만나보는 것이 하늘의 별이 따는 것처럼 어렵다는 다크 엘프를 만났으니 당연히 시선이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채이나가 그 뾰족하게 솟아오른 귀를 당당하게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내보이고 있는 상황이니......나 다크 엘프니까 봐달라고 광고하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일행의 곁으로 바쁘게 걷고 있는 상인들과 용병들이 얼굴을 돌리는 것은 물론이요, 바쁘게 말을 타고 가던 사람들조차 말의 속도를 늦추고는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일부러 천천히 구경하는 경우도 생겼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모두 채이나의 곁에 서 있던 마오의 칼날 같은 살기로 휘감긴 단검에 위협을 받고 앗, 뜨거라 하면서 모망을 쳐야만했다. 이드는 이렇게 공연히 일어나는 긴장에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진행이 되는 상황을 보아하니, 머지않아 마오의 단검에 피가 묻어 있는 장면이 상상이 가는 것이었다. 자연히 그런 일은 한바탕 소란으로 번질 것이 뻔하다. 이드는 그것을 피해보고자 채이나에게 다른 길을 권해 보기도 했지만 어쩐지 소용이 없었다. 차선책으로 귀를 가려보라고 말했다가 자신이 무슨 잘못이 있어서 신체를 가려야 하느냐고 핀잔을 듣기까지 했다. 정말 갑갑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에 이드는 잠시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나온 결과...... “이드, 이거 치사해 보이는 거 알아요?” 차미아의 말대로 이드는 어떻게 보면 일행이 아닌 것처럼 사람들 시선에서 조금 벗어난 채이나와 마오의 뒤쪽에 서 있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잖아. 너도 알겠지만 채이나를 달래봤는데도 듣지 않잖아. 난 구경거리가 될 마음은 없어. 그리고......지금처럼 소동에 휘말릴 생각은 더더욱......” 변명하듯 라미아에게 중얼거리던 이드는 슬그머니 채이나와 마오와의 거리를 더욱 벌리고 있었다. 다른 이유는 간단했다. 말을 달려 옆으로 스쳐지나갈 듯 보이던 상단과 호위용병들이 채이나의 외모를 보고는 속도를 늦추더니, 그 중 용병이 몇몇 음침한 눈으로 채이나를 아래위로 살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위의 시선을 끌 때부터 이드가 생각했던 바로 그 소란의 조짐이 보이는 듯했다. “아아......여행 첫날부터 고생문이 훤하구나.......” 이드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슬그머니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마오의 단검이 어느 곳을 향해 날아갔다. 그 어느 곳이 어디인지 자세히 알려 고는 하지 말자. 다만 그 어느 곳에 단검이 도착함으로 해서 한 가문의 대가 끊겼다는 것만 알아두자. 어느 한 가문의 막을 내려버린 이틀째 되는 날, 세 사람은 레크널의 성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원래 카린의 나무로 유명한 영지였던 레크널은 여황의 길이 생기면서 다시 한 번 그 이름을 제국 전체에 알리게 되었다. 여황의 길이 영지 한가운데로 나면서 수도와 제국의 북부를 잇는 중심지가 된 때문이었다. 덕분에 레크널은 제국의 육대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발전해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드에겐 그런 레크널의 화려한 변화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미 지구의 대도시, 고도로 발전한 건축 기술로 쌓아올린 마천루 같은 빌딩들의 숲에 익숙한 이드에게 레크널의 화려함이 별로 눈에 차지 않았다는 점도 한 가지 이유였지만, 그것보다 다는 저 사람 많은 곳에서는 또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건의 주범이 당연히 옆에 서 있는 둘, 채이나와 마오가 될 것이고 말이다. 이드는 이 두 사람이 일으킬 막무가내의 사고를 생각하니 한숨이 새어 나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하아, 이틀이나 아영을 했으니, 오늘은 따듯한 물에 느긋하게 목욕을 하면 좋지 않아?” “좋기야 하지만......” 댁들이 문제지. 이드는 채이나를 향해 직접 대놓고 말할 수 없는 내용을 꿀꺽 삼키고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누가 보면 괜한 걱정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로 인해 벌어진 일들을 보면 절대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간단히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오늘까지 채이나에게 치근덕대다가 불구 내지는 반년 이상의 상처를 입은 사람만 스물다섯이라는 것이다. 무려 스물다섯! 시간으로 따져서 딱 이틀 만에 스물다섯 명의 애꿎은 남자들이 쓰러졌으니,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정말이지, 처음 보크로와 함께 그녀와 여행하게 되었을 때 이런 문제들을 알지 못한 것이 한이었다. 하기사 그때는 수십여 명이, 그것도 한눈에 보기에도 강해 보이는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었으니, 채이나의 미모에 눈이 돌아갈 지경이라고 하더라도 감히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자, 들어가자. 이 녀석은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은 처음이니까, 여기저기 구경도 시켜줘야지.” 채이나는 한껏 즐거운 미소를 띠며 마오와 이드의 손을 잡아끌어 성문으로 향했다. 성문 앞에는 검문을 하지 않는데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들어가고 나가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었다. 또 검문을 하지 않지만, 병사들에게 얼굴은 보이고 지나가야 했고, 그 중에 의심스러워 보이는 사람들은 일단 검사를 받아야 했기에 조금씩 늦어지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는 중에도 빠르게 사람들이 지나가는 터라 금방 이드 일행은 성문 안으로 들어갈 차례가 되었다. 헌데 막 일행들이 병사들과 잠깐 얼굴을 마주치고 들어가려는 순간 느닷없이 한 병사의 창이 일행들의 앞을 막아서는 것이었다. “잠깐!” 갑작스런 제지에 일행들과 다른 병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 병사에게로 모여들었다. “무슨 일입니까?” 이드는 앞을 막아서는 병사를 향해 물었다. “잠깐 기다려. 아무래도 너희들에 대한 신고가 들어온 것 같으니까.” 창을 들고서 딱딱하게 내뱉는 병사의 말에 주위에서 무슨 일인가 하고 지켜보던 병사들이 따라서 창을 들었다. 그리고 그 중 한 병사가 성문 뒤로 뛰어갔다. 아마도 상관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서인 듯했다. 뿐만 아니라 이드 일행의 뒤에서 성문으로 들어가려던 사람들도 멀찌감치 뒤로 떨어졌다. 혹시라도 잘못 일에 휘말리면 골치 아픈 건 둘 째 치고, 개죽음을 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신고라니요? 저희들은 이곳에 오는 게 처음 이라구요.” 이드는 어리둥절한 상황에 병사들을 향해 당당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 말에도 병사들은 창은 내려오지 않았다. “그건 우리도 몰라. 하지만 신고가 들어왔으니 가만히 있어. 조금 있으면 수문장님이 나오시니까 그분이 무슨 일인지 말씀해 주실 거다.” 처음 창을 들었던 병사가 그리 위협적이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 채 다 끝나기도 전에 날카로운 코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흥, 별 웃기지도 않은 헛소리를 다 듣겠네.” 전혀 상대를 인정하지 않은 듯 한 말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채이나였다. 이드는 가만히 있어 주는 게 상택인 채이나가 갑작스럽게 끼어들며 한마디 뇌까리자 얼른 그녀의 말을 막으려고 했다. 여기까지 울 때처럼 일으킨 소동을 여기서는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의 말 한마디는 순식간에 마오를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항상 그런 식이었다. 게다가 용병도 아니고, 병사들을 상대로 한 소란은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쨌든 그런 이드의 생각보다 채이나의 말이 좀 더 빨랐다. “대륙 어느 나라에서 엘프를 범인으로 한 신고를 받는데?” 움찔. 이드는 채이나의 말을 듣고 순간 뒤늦게라도 그녀의 말을 막으려던 동작을 멈추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엘프에게 법을 적용시키지 않는다는 말인가? 이드는 당장 채이나에게 물어 볼 수 없는 심정에 슬쩍 그녀의 뒤에 서 있는 마오를 바라보았다. 마침 주위를 경계하듯 돌아보던 마오와 눈이 마주칠 수 있었다. “그래?” “잘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법을 이용해서 엘프를 강제로 잡아들인 경우는 있어도, 엘프가 죄를 지은 경우가 없어서요.”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이네요.] 마오의 설명에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의 성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이었다. 실제로 그레센 대륙의 각국에서 엘프에 대한 체포행위를 금지시켜 놓았다. 엘프가 죄를 지을 일이 없을 뿐더러, 그런 비슷한 일이 있어도 조사해보면 모두 정당방위로 밝혀지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귀족의 경우 말도 되지 않는 죄명으로 엘프를 잡아들여 노예로 부리는 경우가 있어서 오히려 그런 일로 적지 않은 엘프가 피해를 보았다. 덕분에 엘프 종족과 국가 간에 전쟁이 벌어졌던 일도 있었다. 자연히 국가에서는 그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체포는 물론 엘프에게 죄를 묻는 행위를 금지시켜버린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의 상황에서는...... “.......위법 행위를 하고 있는 건 당신들 같은데요. 여기 채이나가 엘프이니까요.” 이드는 상황을 이해하고는 채이나의 말을 풀어서 그들이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했다. 그러자 잠시 웅성거리며 이드 일행을 살피던 병사들 중 한명이 창을 슬그머니 내리며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확실히......그런 법이 있는 것 같은데?” 그 말에 서로를 돌아보던 병사들이 하나둘 창을 내리려고 했다. 법을 잘 모르는 그들이지만 병사의 말이 맞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들리는 말에 그들은 물론 먼저 창을 내렸던 병사까지 다시 뻣뻣하게 창을 곧추세웠다. “뭣들 하는 거야! 우리는 명령만 들으면 되는 거라고. 거기다가 저기 엘프라고는 하나뿐이라고. 나머지 놈들은 잡아도 된단 말이야.” 상황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있는 병사의 말에 할 말이 없어진 것은 병사들뿐만이 아니었다. 채이나와 이드까지 도리어 할 말이 없어졌다. 방금 전 채이나의 말이 틀리지 않듯이 이번엔 병사의 말이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별수 없네요. 그 수문장이란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리죠.” “어쩔 수 없지, 뭐.” 양측이 서로 대치한 모습 그대로 그 수문장이란 자가 오길 기다리길 잠시. 방금 전 성 안으로 뛰어 들어갔던 병사를 선두로 십여 명의 병사들이 득달같이 뛰어나왔다. 그런 병사들의 선두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더 아머를 걸친 굵은 눈썹의 고집 세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저 남잔가 보네. 수문장이라는 사람.” 이드는 채이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봐도 일반 병사들과 옷차림이 확연히 다른 것이 좀 전의 병사가 언급한 수문장이 맞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외관으로 자신의 직급과 존재를 알린 남자는 이드와 대치하고 서 있는 병사들 어깨 너머로 일행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입이 열렸다. “좋아, 저놈들이다. 도망가지 못하게 포위해!” “이봐요!” 이드는 여차서차 사정 설명도 없이 바로 튀어나온 남자의 명령에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이드야 소리를 치든 말든 남자를 따라온 병사들이 일행의 뒤쪽을 막고 서서는 이미 포위하고 있던 병사들과 함께 원진을 만들어 이드 일행을 포위했다. 11. 레크널 영지에서 마오의 실력 발휘 강의 무술은 보크로의 파괴적인 루인 피스트에서 온 것일 테고, 쾌는 채이나의 바람 같은 단검술에서 온 것이다. “이봐요,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무턱대고 사람을 몰아세우면 어쩌자는 거예요?” 이드는 병사들이 완전히 원진을 형성하자 그 사이로 끼어든 수문장을 향해 소리쳤다. 남자는 다시 한 번 세 사람의 얼굴을 돌아보고는 걸걸하면서도 묵직한 목소리를 냈다. “너희들에 대한 신고가 들어왔다. 다크 엘프 하나와 햇살에 그을린 사내 그리고 얼굴선이 가는 미소년. 그 중 미소년은 붉은색의 검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 이드는 그 말에 채이나와 마오 그리고 라미아를 바라보고는 쓰게 입맛을 다셨다. “쩝, 우리들이네요. 근데 우린 얼마 전에 칼리의 숲을 출발했고, 그 동안 죄를 지은 기억이......기억이 흠, 없는데요. 무슨 이유로 신고가 들어왔는지 알고 싶군요.” 이드는 죄라는 말에 쉽사리 떠오르는 몇몇 장면에 말이 잠깐 꼬이고 말았다. 그 장면이란 것은 바로 용병들과 상인들을 향해 냉정한 얼굴로 단검과 주먹을 흔들어대는 마오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자기방어였고, 정당방위였기에 이드는 설마 그것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누누이 말하는 거지만 설마라는 말을 믿어서는 발등만 찍히고 만다. 아니나 다를까...... “듣고 싶다니 대답해주지. 용병들과 상인들이 떼거지로 신고를 했다. 여황의 길에서 너희들에게 공격을 당했다고. 피해 입은 자가 반을 넘어. 대단한 일을 했더군.” 순간 이드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설마 했는데..... “이봐요, 정당방위 였다구요.” “대답은 된 것 같고. 그만 체포에 협조해주겠나? 아니면 강제로 제압하는 수밖에 없지.” 수문장은 이드의 변명을 깨끗이 무시하고는 자신을 말끝으로 검을 뽑아들고 병사들로 하여금 원진을 좁히게 했다. 그 긴장된 순간에 채이나가 빽 소리를 내질렀다. “이것들이 정말 가만히 듣고 있으니까 별 헛소리만 다하네. 그게 왜 우리 잘못이야? 다 발정 난 돼지들이 덤벼들어서 그런 거지.” 눈을 가늘게 만들고서 상황을 보고만 있던 채이나가 기어이 참지 못하고 빽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 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단 너희들부터 잡아두고 조사해보도록 하지.” 수사관이라면 누구나 입에 달고 있는 말로 대답해준 수문장의 말과 함께 점점 원진이 일행들을 중심으로 조여들기 시작했다. “참, 거 말 안 듣네. 우리 잘못이 아니라니까는......” 이드는 긴장한 병사들을 보며 찡그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다가오는 병사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채이나와 마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채이나는 수문장을 날카로운 눈길로 쳐다보느라 병사들은 전혀 바라보고 있지도 않았다. “소용없어, 바보야. 아직 눈치 못 챘니?” “뭘요?” “저 녀석들 일부러 이러는 거말이야. 우리를 잡으려고.” 이드는 그녀의 말에 수문장을 슬쩍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막 선두에 서서 달려들려는 한 병사를 은밀히 천허천강지로 마혈을 제압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는 입을 열었다. “별로......뒤에서 일을 꾸밀 것 같아 보이진 않는데요.” 그 말에 채이나는 수문장을 보던 눈으로 이드를 흘겨보았다. “너도 속 다르고 겉 다른 인간들 많이 봤으면서 그런 소리야? 상황을 보면 뻔하잖아. 우리들하고 용병들을 같이 세워두면 누가 문제인지 뻔한 대답이야. 거기다 엘프인 내가 속해 있는 일행을 잡으려고 하잖아. 바보가 아닌 바에야 엘프가 거짓을 말하지 않는 걸 뻔히 알면서. 그럼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거지. 저놈이 어떤 놈에게 우리들을 잡아 오도록 사주를 받은 거야.” 그 날카로운 눈으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채이나였다. 동시에 그녀가 말하는 어떤 놈이 누구인지 자연스럽게 짐작이 갔다. “마오에게 당하 ㄴ용병들과 상인들이 사주했겠네요.” 뭐, 충분히 이해는 간다. 특히 마오의 단검으로 자손이 끊긴 사람의 경우 무슨 수를 써서든지 일행들을 잡고 싶었을 것이다. 남자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일 테다. [텔레포트 준비할까요? 도망가게......] 지금까지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라미아가 세 사람에게 동시에 메시지 마법으로 말을 전했다. 뭐, 결국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두 가지 방법뿐이다. 병사들을 상대로 싸우든가 아니면, 라미아 말대로 도망을 가든가. 그리고 그 선택은 채이나의 한마디에 의해서 정해졌다. “무슨 소리니?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물러서. 아들!” “이미 준비하고 있어요.” 채이나의 부름과 동시에 마오가 한 손에 단검을 쥐고서 그녀의 곁으로 나섰다. 이미 그녀가 그렇게 행동할 것을 알고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한 동작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 동작이 지난 이틀간 스물다섯의 피해자를 만들어냈었다. 정마 ㄹ이대로 가다간 대형사고가 일어날 것 같은 느낌에 이드는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기, 채이나. 그러니까 라미아의 말대로 우선 자리를 피하는 게......” “아니. 이건 그냥 물러선다고 될 문제가 아냐. 도망을 가면 우리가 잘못을 했다고 시인 하 게 된다구. 그러면 제국 내에서 여행할 때 보통 곤란해지는 게 아냐. 거기다 이 여행은 아들 녀석에게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야. 이런 일이 일어날 때의 대처 방법을 배워둘 필요가 있다구.” “그래서 그 대처방법이 정면 돌파?” “그래. 여려 가지로 볼 때 지금 상황에서는 정면 돌파가 최고야. 이렇게 뭔가 뒷거래가 있어 보일 때는 일을 크게 터트릴수록 좋다구. 혹시라도 도망이라도 가면 오히려 상황이 나빠져.” ‘뭐,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그래도......’ 이드는 가만히 얼굴을 쓸어 내렸다. 하지만 별달리 뾰족한 수도 없는 것이, 무엇보다도 채이나가 일단 마음먹으면 그녀의 행동을 막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일리나의 정보를 구하기 전까지는 이래저래 그녀에게 끌려 다녀야 할 상황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빨리 끝내는 게 좋겠지.’ 결심을 굳힌 이드는 공격의 선두에 서야 할 동료가 움직이지 않자 그를 대신해서 그 역할을 맡으려는 병사를 천허천강지로 제압하고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주위를 포위하고 있는 병사들이 미지 제압된 둘을 제외하면 스물둘. 십지(十指)를 통한 천허천강지의 연사를 펼쳐내던 순식간에 조용히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이드의 행동을 조용히 막는 손이 있었다. 그 손길의 주인은 채이나였다. 앞에 나선 마오를 지켜보다가 이드가 가까이 다가오자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하고는 잡아 세운 것이다. “그냥 나둬.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네가 나설 건 없어. 아들 녀석도 이 정도는 문제없고. 무엇보다 인간과의 첫 실전이라구. 가만히 뒤에서 지켜만 봐.” “그래도 혹시 병사가 죽기라도 하면 곤란한데요. 일을 키우는 것도 적당히 해야 된다 구요.” “걱정 마. 안 죽여. 너도 봤잖아. 여기까지 오면서 저 녀석이 누굴 죽이는 거 본 적 있어?” 이드는 그녀의 말에 고게를 저었다. 채이나의 말대로 죽은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 중 몇 명은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를 것 같은 고통을 겪었고, 앞으로도 정신적인 고통을 겪을 것이며, 스스로 남자로서는 죽었다고 비관하고 있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냥 조용히 죽여주는 것보다 더한 원한이 쌓였을 것이 확실하다. 여기 이 자리에서 병사들 중에 그런 사람이 나오면 골란 하다. 그런 뜻에서 이드는 마오를 향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오! 적당히 해야 된다. 알지? 그 스물다섯 명처럼 만들면 안 돼.” 순간 마오를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이드를 향해 번뜩였다. 이드는 속으로 아차 했다. [실수했네요. 그걸 그냥 마롤 하다니......단순한 병사들이라도 그런 말을 들으면 자존심이 상하죠.] ‘하.하.하.’ 이드는 어색한 웃음으로 라미아의 말을 못 들은 척하고는 슬쩍 사람들의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마오의 말에 이드를 향했던 시선이 모조리 걷혔다. “그럴 수 없습니다. 걸어오는 싸움은 적당히 봐주지 마라! 전 그렇게 배웠거든요.” 아아.......그건 보크로와 채이나가 똑같이 가르쳤을 것 같은 내용이다. 확실히 두 사람 모두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진 않으니까. 그때 한 병사의 목소리가 일행들의 귓가를 울렸다. “이것들이 듣자듣자 하니까 아주 지들 멋대로야.” “우리야말로 적당히 봐주진 않아1” 그 뒤를 이어 이런저런 욕설이 섞인 말들이 튀어나왔다. 병사들은 너무 가볍게 보는 이드와 마오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병사들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 말들 중에 강렬하게 모두의 귀를 울리는 한마디가 있었다. “셋 다 붙잡아!” 와아아아...... 누군가의 신호와 함께 원진을 형성하고 있던 병사들이 서로간의 간격을 조절하면서 급하게 세 사람을 중심으로 조여들었다. 그와 동시에 마오가 움직였다. 그리고 그가 움직였다 싶은 순간 그의 정면에서 창을 들고 있던 병사 하나가 숨 막히는 소리와 함께 뒤로 날아가 땅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마오가 갑자기 병사의 앞에 나타난 것으로 보일 정도의 빠르기였다. 하지만 이 자리에는 그런 마오의 움직임을 알 볼 사람은 몇 있었다. 특히 그 중에서 이드는 마오의 움직임을 하나하나를 똑똑히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지금 보이는 마오의 움직임은 앞전의 용병들을 쓰러뜨린 솜씨였기 때문이다. 상황을 상황이니 만큼 그때보다 훨씬 강한 공격처럼 보이긴 했지만 그 기본이 되는 강(强)과 쾌(快)의 도리(道理)가 확실하게 살아 있는 공격이었다. 그 중 강의 무술은 보크로의 파괴적인 루인 피스트에서 온 것일 테고, 쾌는 채이나의 바람 같은 단 검술에서 온 것이 확실한 것 같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단한 건 다름 아닌 마오, 그 자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부모의 두 가지 무술을 자신의 몸속에서 잘 섞어 마치 용해하듯 녹여내어 자신의 것으로 만든 다음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잘 가르치기도 했지만 정말이지 무술에 대해서는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해야겠지?’ 이드는 마음속으로 가만히 마오를 평가해보았다. 이드가 이런 긴박한 와중에도 느긋하게 마오의 무술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이 마오는 여러 병사들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 병사를 날려버리고 병사가 서 있던 자리에서 한쪽 발을 디디며 몸을 회전시켜 바로 옆에 있는 병사의 얼굴을 날려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그대로 그 옆에 있던 병사의 등을 쳐 땅에 처박아버렸다. 직선의 움직임을 순식간에 직각으로 꺾어버린 그 동작은 정말 엘프다운 날렵함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마오는 그 병사를 시작으로 병사들이 만들어놓은 원진을 따라 원을 그리며 벌떼처럼 모여드는 병사들을 쓰러트려나갔다. 정말 강하면서도 사정 봐주지 않는 공격이었다. 마치 부드러움이 빠진 철황권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이드가 이제는 한가로울 정도로 여유 있게 마오의 실력을 바라보고 있을 때 채이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때? 비슷해 보여?” “응? 뭐가요?” 이드는 갑작스런 채이나의 말에 그녀를 돌아보았다. 채이나는 여전히 마오를 바라보며 기분 좋게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저 주먹 쓰는 법 말이야. 그이가 네가 사용하던 무술을 보고 오나성시킨 기술이거든.” 이드는 그녀의 말에 보크로가 철황권으로 메르시오와 싸우던 모습을 보고 철황권에 대해서 이것저것 많은 것을 물어왔던 기억을 떠올랐다. 아마도 지금 마오가 쓰고 있는 루인 피스트가 철황권을 보고 느낀 것을 가미시킨 완성형인 것 같았다. 이드는 그런 생각에 채이나를 향해 그녀와 닮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레센에서 본 권법 중에서 최고예요.” 이제는 아예 팔짱까지 끼고 두 사람이 하나에 주제로 말을 나누는 사이 마오는 모든 병사들을 쓰러트린 다음 마침내 수문장을 마주하고 서 있었다. “너, 어서 지원을 요청해라.” 수문장은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상황 때문인지 긴장으로 더욱 딱딱해진 얼굴이 되어 있었다. 방금 전 자신을 부르러 왔던 병사에게 소리치고는 무거운 동작으로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런 그의 포즈는 더 이상 뒤에서 명령을 내리는 제국의 관리로서의 수문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기사라는 실제의 정체를 드러내주고 있었다. 사실 수문장은 뛰어난 기사이기도 했으므로. 원래 수문자이란 적으로부터 가장 최종적인 안전을 보장받는 성의입구를 지키는 자인만큼 의외로 그 계급이 높다. 더구나 비상시에는 직접 초전을 전투에 뛰어들어야 하기 때문에 실력도 뛰어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때문에 웬만한 성의 수문장은 꽤나 실력 있는 기사가 맡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마오의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전혀 수문장을 신경 쓰지 않는 모양으로 채이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앞에 적을 두고서 고개를 돌리는 것은 상대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동이었으므로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방심이었다. 하지만 정작 수문장도 그런 것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태도였다. 기사로서의 자존심이라기보다는 방금 전까지 병사들을 신속하게 쓰러트리는 마오의 실력을 직접 본 때문이었다. “상황정리는 된 것 같은데, 이 녀석도 쓰러트릴까요?” 채이나는 마오의 말에 궁리하는 표정으로 마오와 마주선 수문장의 단단한 표정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말을 나눌 만한 게 없는 것 같다. 눕혀버려.” 채이나의 말에 마오가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먼저 움직인 것은 마오가 아니라 수문장이었다. 마오가 그 실력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는 강한 자가 먼저 공격하기를 기다리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 역시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타핫!” 수문장은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이자 최선의 공격을 해왔다. 그것은 찌르기였다. 빠르진 않지만 정확한 찌르기! 그 정확함이 정밀할수록 상황에 따라서는 한 두 단 게 위의 상대도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의 공격이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오의 실력은 수문장의 공격범위 밖이었다. “스흡.” 마오는 가벼운 한숨소리와 같은 기합 성을 흘리며 가슴 바로 앞까지 다가온 검을 몸을 돌려 피해버렸다. 마치 걸어가던 방향을 바꾸는 듯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오의, 어찌 보면 보통 성인 남자보다 섬세하고 작은 주먹이 수문장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컥!” 그와 동시에 수문장의 입에서 목에 걸려 있던 숨이 뛰쳐나왔다. 하지만 이어져야 할 기합이나 비명은 더 이상 흘러나오지 못했다. 강한 충격에 숨통이 그대로 막혀버린 것이다. 수문장은 가슴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압력에 눈을 크게 뜨고서 마오에게로 그대로 쓰러졌다. 하지만 마오는 수문장을 받아줄 마음이 없는지 그대로 옆으로 비켜섰다. 쿵 이드는 맨땅에 그대로 머기를 처박는 묵직한 소리를 들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보통 일격에 상대가 쓰러지면 받아주는데 저 녀석은...... ‘저건 분명 채이나의 영향일 거야.’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면 수문장에게 다가갔다. 다름 아니라 수문장의 호흡이 끊어진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를 잡으려고 하긴 했지만, 이런 인물이 죽으면 문제가 곤란해지겠지?” 일개 병사도 그렇지만 하물며 수문장이 죽는다면 이건 정말 생가보다 나쁜 문제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수문장에게 좋은 감정은 없었던 이드는 엎어져 있는 그를 발로 뒤집은 후 그의 옆구리를 기혈(氣穴) 몇 곳을 발끝으로 차서 트여주었다. “커헉......컥......흐어어어어......” 순간 마른기침과 함께 막혀 있던 숨통이 트이며 먼지 섞인 공기가 그의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드는 땅에 찧어서 피가 흐르는 수문장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고는 채이나에게 다가갔다. “좀 있으면 또 몰려올 텐데, 어쩔 거예요?” “어쩌긴! 오면 또 한바탕 해야지. 이번 기회에 우리 아들 실전경험도 확실히 하고 좋지 뭐.” 채이나는 연신 방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대지의 정령을 소환해 원을 그리며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한가운데로 모았다. 쌀 포대 모아 놓은 듯이 한 군데로 몰린 사람들 사이에서 끙끙거리는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대부분 정신을 잃었지만 아픈 건 아픈 것이니까 말이다. 채이나는 그런 사람들을 돌아보지도 않고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이드와 마오 두 사람도 불러와 옆으로 앉게 했다. “그래도 언제까지 그럴 순 없잖아요?” 이드는 자리에 앉으면서 조금은 불만이 섞인 목소리로 꺼냈다. “뭐, 어느 정도 하다보면 등급 높은 인간이 나오겠지. 귀족 말이야. 그 녀석들과 문제를 풀어야지. 그 녀석들도 나오면 누구 쪽 잘못인지 잘 알 테니까.” “잘만 되면 좋죠. 그런데 잘 안될 땐 어쩌려구요?” 채이나는 그 말에도 빙글 웃으며 이드의 어깨에 팔을 돌려 감싸 안았다. “네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일이 잘못 돼도 그냥 뚫고 가면 되지.....네가 앞장을 서서 말야. 그렇지? 호호호.” 아아.....저 마지막 말끝에 붙여 있는 미소는 왜 저리도 악동, 아니 악당 같아 보이는가. 한마디로 수틀리면 이드를 앞세워 뚫고 나가겠다는 말이었기에 이드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쉬운 건 자신인 것을..... “네.” 이드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마나 기다렸을까, 병사가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서 뛰어간 곳이 꽤나 먼 곳인지 상당한 시간이 흐르고서야 저 멀리서 사람들과 말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러오기 시작했다. 이드는 그 소리에 마오와 채이나에게 신호를 주고는 뒤로 둘아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죄송하지만 모두 물러서 주세요. 다시 싸움이 벌어질 것 같네요.” 그 말에 어느새 슬금슬금 다가와 잇던 사람이 우르르 뒤로 몰려갔다. 물론 그 중에서 눈치 빠르게 이드 일행으로부터 멀리 빙 돌아서 성문 앞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일부 있었다. 잠시 후 성문 앞으로 팔과 어깨, 가슴 등 방어가 약한 곳을 부분적으로 가리는 파트 아머를 갈친 이십 여명의 기사들과 그 뒤를 따라온 듯한 오십 여명의 잘 훈련된 병사들이 이드 일행과 마주섰다. 그 중 선두에 있던 한 기사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은빛으로 번쩍이는 파트 아머를 양어깨와 허리와 허벅지를 감싸고 있는 짧은 머리의 중년인이었다. 누구의 명령이나 동의를 받지 않고 나선 것으로 보아 그가 기사들과 병사들의 대장인 듯했다. 그는 일행들과 채이나가 한 곳으로 치워놓은 병사들과 수문장을 번갈아 보고는 먼저 뒤쪽의 병사들로 하여금 쓰러진 사람들을 챙기게 했고 그 다음에야 일행들 향해 입을 열었다. “나는 카린 기사단의 부단장 호란 바다. 그대들인가? 우리 병사들과 수문장을 쓰러뜨린 것이.” 한 기사단의 부단장이라면 꽤나 대단한 자리임을 틀림없었다. 그래서인지 로란이란 자의 입에서 처음부터 죄인을 심문하는 듯한 반말이 흘러나왔다. 자연히 듣는 쪽에서도 좋은 말이 나올 리가 없었다. 더구나 누구에게 지고 살 성질이 아닌 채이나가 대답을 하고 있으니 더 이상 말해 뭐하겠는가. “척보면 모르나? 그걸 일부러 물어보게?” “말을 조심해라!” 순간 차이나의 말에 끝나기도 전에 굵직한 목소리가 채이나의 목소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상대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이나의 말투에 호란의 뒤에 서있던 기사 중 한 명이 나선 것이다. “그대가 비록 여성이긴 하나 부단장님께 말을 함부로 한다면 용서치 안겠다.” “흥, 네가 용서하지 않으면 어쩔 건데? 내가 말을 어떻게 하든 너하고 무슨 상관이야?” 채이나는 기사의 말에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그녀에게 경고를 했던 기사는 욱하는 표정으로 검자를 잡으며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마오 역시 반사적으로 단검을 손에 들고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나서는 폼이 당장이라도 검을 들고서 달려 나갈 기세였다. 하지만 호란의 목소리가 그 기세를 막았다. “타루! 뒤로 물러서라. 상대는 엘프다. 엘프에게 인간의 법이나 예법을 강요 할수는 없다.” 타루라는 자는 엘프라는 말에 놀란 표정으로 급히 채이나의 귀 부분을 바라보더니 곧 표정을 풀고 뒤로 물러났다. 엘프에 대해서 보통 사람들이 아는 만큼 알고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이드는 그걸 유심히 보고는 어쩌면 이번엔 일이 쉽게 풀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호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당신의 존재를 미처 몰랐군요. 숲의 주민이여, 사과드리오.” 호란의 말에 채이나는 별말 없이 간단히 고개를 까딱이는 것으로 답을 했다. 무척 무례한 태도였지만, 아까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기사들 중에 채이나를 탓하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대신 그들의 머릿속에는 ‘엘프다, 엘프다, 다크 엘프다!’라는 말만 가득 들어찼다. 뒤늦게 채이나가 엘프, 그것도 다크엘프라는 것을 인지한 기사들이었다. “고맙소. 그럼 지금 상황을 대답해줄 수 있겠소? 내가 듣기로 당신의 일행이 영지의 수호병사들을 공격했다고 하던데 말이요.” 호란의 말에 채이나는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턱을 높이 쳐들고 손을 들어 아직 정신이 없는 수문장과 병사들을 가리켜 보이며 입을 열었다. 이번엔 상대의 말에 맞추어 존댓말이었다. “우리들이 저들을 쓰러트린 게 맞아요. 하지만 저들은 우리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웠죠. 상황을 보아하니 무작정 그들은 따라갔다가는 상당한 곤란을 겪으 듯해서 저들이 물리쳤어요.” 그녀의 말에 호란과 기사들의 시선이 수문장과 채이나를 비롯한 이드와 마오에게로 바쁘게 왔다 갔다 왕복을 계속했다. 그런 기사들의 눈에는 혼란스러움이 떠올랐다. 엘프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나온 말이기에 동료가 범법을 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아 했기 때문이었다. 그들 모두 기사도를 아는 기사들이었기에 그런 혼란스러움은 특히 더했다. 강하기는 하지만, 어쩌면 어느 집단보다 단순하고 순수할 수 있는 게 기사들이었다. “그럼 레이디께서는 이들이 무슨 이유로 레이디의 일행에게 누명을 씌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홀란 스러워 정신없는 사이 성격이 급해 보이는 타루가 확인을 바란다는 듯이 물었다. “물론, 말해주죠. 그리고 레이디란 말은 좀 어색하네요. 여기 이렇게 사랑스런 아들이 있거든요.” 타루의 말을 듣고서 채이나에게 시선을 모았던 기사들의 얼굴에 어색한 표정이 떠올랐다. 모르긴 몰라도 그들의 머릿속에는 엘프의 나이를 짐작하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확인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들은 이어진 채이나의 말에 깨끗하게 치워져버렸다. 여황의 길에 들어서서 지금까지의 상황까지. 기사들과 그 뒤의 병사들은 채이나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묘한 표정을 해 보였다. 채이나에게 추근댄 용병들이 남자로서 이해가 가기 때문에 묘한 표정이었고, 그로 인해 남자로서 불고가 된 상황이 동정이 가서 묘한 심정이었으며, 그로 인해 자신들의 동료가 부탁을 받고 나선 상황이 또 묘했기 때문이었다. “크흠, 라이디....아니, 부인의 이야기는......” 호란은 곤란한 문제에 걸렸다는 생각에 헛기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채이나라고 불러주면 좋겠네요.” “......그러죠. 채이나양, 당신의 이야기는 충분히 잘 들었습니다. 이야기대로라면 이번 일은 저희들이 직접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주시면 좋겠군요.” 채이나가 당연하다는 듯 말을 받았다. “별 말씀을.......당연히 저희들의 일입니다. 그럼 일단 성으로 가시지요. 가셔서 좀 더 자세한 사정을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채이나양의 말씀을 의심하진 않지만 저희들의 방식에는 반드시 필요한 절차입니다.” 호란은 기사단의 기사까지 섞어버린 이 느닷없는 사건에 작은 한숨을 쉬면서도 일부러 긴장을 풀었다. 그나마 이 정도로 사건이 끝났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채이나의 단호한 한마디에 호란의 얼굴은 뭐 씹은 표정 마냥 일그러지고 말았다. “좋아요. 협조하죠. 하지만 그냥은 가지 않아요.”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채이나양.” “지금 이 자리로 이 영지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직접 와서 경기 했던 말을 고대로 해주시는 걸 바래요.” ‘아아......채이나.’ 이드는 가만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마지막에 나온 채이나의 억지스런 요구에는 기어이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말았다. 채이나가 하는 말을 가만히 따져보자면 그녀가 처음부터 원하던 대로 고위 귀족을 불러내려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기사단의 부단장 정도라면 그녀가 원하는 것처럼 영지의 고위 귀족으로 별달리 부족하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채이나는 호란과 심각하게 대화중이라 미처 물어볼 수는 없었다. 더구나 채이나의 씨알도 안 먹힐 요구에 호란의 표정이 서서히 분노로 굳어 있었으니 더 말을 꺼내기 힘들었다. “지금 채이나양은 말은 제 말을 신용하지 못하겠다는 뜻으로 들리기라도 합니다만. 정말 그렇습니까?” 지금까지 그저 덤덤하게만 드리던 호란의 목소리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채이나의 말에 호란은 그 자신의 신용과 기사로서의 말이 부정당했다고 느낀 때문이었다. 호란이 했던 말을 믿지 못하겠으니, 영주가 나와서 대산 말해 달라니...... 그것도 기사도의 지키는 기사로서 가장 수치스러워 해야 할 것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렇게 느낀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채이나가 엘프라는 것을 알고서 그녀의 말을 전혀 의심하지 않던 이십여 명의 기사들 분위기도 심상치 않아 보였던 것이다. 모두들 채이나의 말에 대해서 기사를 믿지 못하고 의심 한다 뜻으로 들은 것이다. 뭐, 그녀가 그런 뜻에서 한 말이니 틀린 해석도 아니었다. 다만 기사와 인간 종족 전체라는 커다란 스케일의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좌우간 결론은 방금 전까지 좋게 마무리되어 가던 분위기가 이어질 답변 한마디에 당장이라도 칼부림이 날 것처럼 살벌하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상황을 결정짓는 채이나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그래요.” 고개까지 끄덕이는 채이나의 더할 나위 없이 명료한 대답이었다. 과연 못 말리는 유아독존 식의 특이한 성격이었지만, 엘프란 종족이 확실하긴 한 것인지 거짓이라고 단 한 점도 섞이지 않은, 그야말로 주저함 없는 대답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흔히 말을 돌리거나 은유적으로 대답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이건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덕분에 호란도 당장 발작은 못하고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씹어 뱉듯이 말을 이었다. “채, 채이나양. 그 말은 본인을 모욕하는 말임과 동시에 저희기사단에 대한 모욕입니다. 다시 잘 생각해주십시오. 정말 제 말을 믿지 못해서 영주님을 찾으시는 겁니까?” “그래요. 난 확실한 처리를 원하니까요.” 이번 대답 역시 전혀 망설임 없는 분명한 대답이었다. 이제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촤좌좌좌좡 차창 차랑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번쩍이는 이십여 자루의 검이 뽑혀 나왔다. 살기마저 여기저기서 치솟는 긴박한 상황으로 돌변하자 대충 일이 끝난 줄 알고 슬그머니 다가오던 사람들이 다시 우르르 뒤로 급하게 물러났다. “휴,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이드는 채이나의 곁에서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다 나직한 한숨과 함께 조용히 내력을 끌어 올렸다. 마오에게 실전훈련을 시키겠다는 채이나, 아니 그녀의 계획에는 미안하지만 이번엔 스스로 나서서 단번에 상황을 끝내버릴 생각에서였다. [.......채이나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드는 생각을 읽은 라미아의 말이었다. 확실히 채이나의 성격상 자신이 생각했던 일이 틀어지면 그 뒷감당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드는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더 문제를 일으켰다가는 뒤끝이 없는 대신에 소문이 켜질 거시 같아서 말 야. 거기다 마오의 실전이야 내가 책임져주면 되는 거니까. 괜찮을 거야, 아마도......’ 순간 라미아는 이드가 나서도 결과는 똑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굳이 말은 하지 않았다. 이드가 단지 희망사항에 불과할지도 모를 얘기를 하고 있을 때 마침 호란에게서 싸움을 시작하는 말이 들려왔다. “채이나양! 당신이 한 말은 우리들 카린 기사단의 기사들 모두를 모욕하는 무시하는 말이오. 때문에 나 호란 바는 기사로서의 이름을 걸고 그대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바이요. 하지만 그대가 여자인 점을 감안해 대리자를 세우는 것을 허락하며, 마지막으로 당신이 했던 말을 사과와 함께 거둘 수 있는 기회를 주겠소.” 호란은 성큼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정말 마지막이라는 듯 검을 휘둘러 보였다. 하지만 그런 게 채이나의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오히려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는 상황에 작은 웃음을 흘리며 마오를 불렀다. 아니, 부르려고 했다. 유령처럼 갑자기 눈앞을 가로막고 나선 이드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야, 네가 왜 나서는 거야?” 원래 하려던 말 대신에 불만이 가득 담긴 고성이 채이나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드는 그 목소리에 슬쩍 몸을 반쯤 돌려 채이나 앞에 두 손을 모아 보였다. “미안해요. 하지만 이번엔 내가 나서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오래 끌어서 좋을 것도 없겠구. 무엇보다 마오는 아직 이렇게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상대한 경험이 없잖아요. 혹시라도 누가 죽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구요. 실전이라면 내가 확실하게 훈련시켜줄게요, 네?” 이드는 간청하는 듯한 말에 채이나는 전방의 기사들과 이드 그리고 마오를 쳐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뭔가를 궁리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뭐, 실전 기회는 또 있겠지. 네가 처리해. 대신 우리아들 실전훈련은 물론이고, 지도까지 해줘야 한다. 너!” 끄덕끄덕 왠지 저 계산적이고 극성스러운 모습에서 한국의 아줌마가 생각나는 건 착각일까? 이드는 뒤통수에 삐질 땀 한 방울이 마달고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앞의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불같이 분노가 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드와 채이나가 이야기를 마치기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드는 그들을 바라보며 성큼 앞으로 나섰다. “채이나양 대신 자네가 나온 것이 내 말에 대한 대답인가?” 채이나의 대답대신 앞으로 미리 나선 이드를 보자 혼란이 굳은 표정으로 그대로 입을 열었다. “안타깝지만 그렇습니다. 채이나는 그다지 인간의 약속을 신뢰하지 않거든요. 특히 커다란 단체에 속해 있는 인간의 약속은 말이죠.” 그 말에 호란이 낮게 침음 성을 흘렸다. 그도 그 말에 뭔가 느끼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검을 거둘 생각은 없는지 그대로 말을 이었다. “으음......나도 유감이군. 하지만 우리 기사단의 명예를 위해 자네 일행에게 검을 들어야겠군. 그런데......설마 내 검을 받을 상대는 자넨가?” 이드는 손등까지 덮고 통이 넓은 여름 여행복의 소매를 걷어 올려 고정시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상대합니다.” “내가 수문장을 쓰러뜨린 것은 소년이 아니라 저 청년이라고 들었는데......난 아직 어린 소년에게 검을 쓰고 싶지 않군.” “젊게 봐주시니 고맙지만 저는 저 녀석보다 나이가 많죠. 동안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저 역시 당신과 검을 맞댈 생각은 없습니다.” “무슨 말이지? 거기 허리에 검이 매달려 있지 않나?” 나이에 대한 건 믿지 않는 건지 검에 대한 것은 묻는 호란이었다. 이드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팔꿈치까지 뽀얀 맨살을 드러낸 두 팔과 양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저는 이 양손을 쓸 생각이거든요.” 호란은 그런 이드의 행동을 한심하다는 듯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굳은살 하나 박 혀 있지 않아 맨들맨들 하게만 보이는 두 손과 여인의 팔처럼 가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눈에 보이는 근육도 없는 팔은 너무나 약해 보였던 것이다. “허! 파이터인 모양이군. 하지만 그다지 뛰어나 보이지도 않는 실력으로 마스터의 검을 받겠다는 말인가? 내가 생각하기엔 만용이라고 보는데......” “그건 제 문제죠. 그보다 오시죠. 뒤의 분들을 상대하기 전에 호란경은 정식으로 상대해 드리죠.” 순간 호란은 눈썹을 찌푸리며 성큼성큼 이드를 향해 걸어 나왔다. “채이나양은 엘프이니 이해하지만, 네 놈은 건방지구나. 말을 너무 함부로 했어.” “훗, 먼저 공격하시죠.” 이드는 공격 가능한 거리까지 다가온 호란을 바라보며 빙글 웃어 보였다. 이드로서는 여유로운 웃음이었고, 보고 있는 호란 입장에서는 건방진 웃음이었다. 하지만 검으로 몸의 한 곳을 절단 낼 생각은 분명한 것인지 상당히 빠른 속도를 가진 베기였다. 그러나 그런 베기도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 이드는 딱 한 걸음의 움직임으로 호란의 검을 간단하게 피해버렸다. 휘이이잉 “제법. 합!” 자신의 검이 허무하게 허공을 가르자 호란은 한마디 기합성과 함께 오른쪽으로 베어낸 검을 그대로 대각선 방향으로 올려 베었다. 너무나 쉽게 피해버리는 이드의 움직임에 바로 진지하게 목을 노려 온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드를 쉽게 보는 것인지 마나를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이거, 이거. 날 너무 얕보는 것 같군요. 이런 검으로는 내 옷깃도 스치기 힘들 것 가운데 말이죠.” 이드는 다시 옆으로 반걸음 몸을 옮겼다. 그러자 호란의 검은 자연히 이드의 머리 위쪽으로 스쳐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서로간의 싸움에서 가장 종요한 것은 간격인데, 이드는 단한 걸음의 움직임으로써 간격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으니......호란의 검이 이드에게 닿을 리가 없는 것이다. 호란도 검을 수직으로 한 번 더 내려 긋고서야 그런 사실을 인정했다. 마음을 바꾸자 자연스럽게 호란의 검에서 뿌연 연기와 같은 검기가 형성되어 검과 호란의 상체를 감돌았다. 검기가 사용되자 허공을 가르던 호란의 검의 기세가 확실히 변했다. 좀 더 정확하고, 빠르고, 단순하게. 마치 기계와 같은 움직임의 검술이었다. “이런 검술은 그 자체가 약점이죠.” 이드는 태평스레 말하며 막 허리를 수평으로 베어내는 호란의 검을 뒤로 물러서듯 피했다. 그러자 호란은 실패한 수평 베기를 그대로 찌르기로 변환시켜 이드의 가슴을 노렸다. 말한 마디 없는 신중한 검술이었다. 진지한 공격이 이어지자 이드는 이번엔 피하지 않고서 슬쩍 왼쪽 손의 손등을 검의 진로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검극과 손등이 닿으려는 순간 이드의 손이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처럼 빙글 원을 그리듯 움직이며 검 면으로 흘러가 붙였다. “당신의 검에 필요한 건 이런 화경(化境)의 유연함이죠.” 이드는 검과 마주 닿은 손으로 내공의 운용법 중 접(接)과 인(引)을 이용해 검의 힘과 진행방향을 틀어 땅바닥으로 흘려보냈다. 쾅 “크흐윽......” 순간 폭약이 폭발하는 폭음과 함께 이드가 틀어놓은 호란의 검이 바닥에 꽂히며 지름 일 미터 정도 넓이의 땅이 푹 꺼져 들어갔다. 방금 전 공격으로는 나올 수 없는 파괴력이었다. 더구나 땅이 폭발하지 않고, 힘에 의해 꺼져버린 것은 호란의 정확함을 기초로 하는 검술의 결과가 아니었다. 당연히 이런 결과는 이드의 수작이었다. 검을 끌어당겨 흘릴 때 검 끝에 무거운 철황기의 내력을 밀어 넣은 것이다. 물론 쓸 데 없이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호란의 검이 땅에 박히며 일어난 반발력으로 몸속의 내력이 뒤틀려 꼼짝을 못하는 것처럼 고수가 하수를 상처 없이 제압할 때 쓰는 수법이었다. “그럼 잠깐 몸을 달래고 있어요.” 이드는 허리를 펴지 못하는 호란에게 한마디를 건네고 그를 지나쳐, 믿을 수 없다는 듯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기사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제야 이드가 자신들에게 다고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본 검사들이 황급히 손에 든 검을 가슴으로 들어 올렸다. 그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가득했다. 자신들의 부단장이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비참할 지경으로 당해버린 탓이었다. 그것도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할 것 같았던 상대에게 당했으니 더욱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이드는 그들을 조금은 짓궂게 흝어 보며 조금은 사악한 미소와 함께 양손을 가볍게 허리 높이까지 들어 올리더니 본격적으로 내력을 개방했다. 우우우웅...... 순간! 마치 수백 마리의 벌떼가 날아오는 것 같은 소리가 이드의 팔에서 울리기 시작했고 손가락 끝에서부터 황금색 빛 무리가 번지듯 일어났다. 그 빛 무리는 벌떼의 소리를 배경으로 천천히 어깨까지 넓혀 가며 양팔을 황금빛으로 감쌌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 황금빛에서 느껴지는 커다란 마나의 위압감이라니...... “이, 이건......” 이드를 향해 검을 빼들던 기사들은 그 갑작스런 현상에 정신이 확 드는 표정들이 주춤거렸다. 기사들이란 대부분 마나를 느끼는 자들이다. 덕분에 그 황금빛 강기가 주는 커다란 내력의 위압감을 고스란히 느낀 것이다. 이드는 고소를 지어 보이며 자신의 양팔을 내려다보았다. 현재 이드는 금령단공(金靈丹功) 상의 금령단천장(金靈斷天掌)의 공력을 끌어올린 상태였다. 하지만 보통 금령단청장을 펼쳐 낼 때는 이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었다. 화려한 모습이 연출되긴 하지만 이렇게 요란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요란하게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일종의 보여주기! 다시 말해 쇼였다. 사람은 자신의 상식 밖의 일은 봐도 믿지 않는 경우가 있다. 대신 얼토당토않은 것이라도 보여주면 그대로 믿어버린다. 해서 이드는 이 화려한 장관과 이후에 드러날 금령단청장의 위력을 보여줌으로써 곧바로 채이나가 원하는 고위의 귀족을 끌어낼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럼......잠깐 기절해 있도록 하라구요. 금령단천장 환(幻)!” 대기를 웅웅 울리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와 함께 아직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기사들을 향해 이드의 양손이 뻗어나갔다. 아니, 정확하게는 양 손바닥으로부터 빛이 터져 나온 듯 보였다. 그 빛은 처음 이드에게서 나올 때는 두개였다가 곧 네 개로, 또 여덟 개로 점점 늘어나 기사들 바로 앞으로 다가갔을 때는 그들의 앞을 가로 막는 거대한 벽처럼 엄청난 숫자로 불어났다. 그리고 그 금으로 만든 듯한 황금빛의 벽이 그들을 향해 넘어지듯 덮쳐 갈 때, 그때서야 상황을 파악한 기사들 사이로 경악성이 들리며 급하게 검을 휘두르는 뒤늦은 방어가 보였다. “하앗!” 이드는 눈을 빛내며 마지막 기합 성을 발했다. 하지만 이드의 목소리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 그 기합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황금색의 손 그림자로 이루진 벽 그대로 땅에 부딪히며 거대한 폭음을 만들어냈기 때문이었다. 쿠구구구구궁 그것은 한순간의 폭발이 아니라 마치 땅이 갈라지는 것 같이 무겁게 공기를 짓누르는 듯한 대지의 비명이었다. 그리고 뒤를 이은 폭음과 충격파에 먼지와 돌덩이들이 주변으로 폭발하듯 날아가며 기사들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을 덮쳐 쓰러트렸다. 이드는 그걸 확인하고는 바로 내력을 끌어 올려 주변의 충격 차와 먼지를 내리눌러 없애버렸다. 그냥 뒀다가는 뒤에 있는 채이나와 상인들이 애꿎게 피해를 볼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드에 의해 먼지가 순식간에 걷히고 나자 기사들이 서 있던 곳이 온전히 드러났다. 순간, 저 한쪽에 모여서 바라보고 있던 상인들과 일반 영지민들이 경악성을 발하며 웅성거렸다. 그들이 시선이 향하는 곳. 그곳은 그야말로 초토화되어버렸던 것이다. 기사들 주변이 땅이 움푹움푹 파여 있었고, 길게 도랑이 난 곳도 있었다. 지구에 있는 폭탄이 터졌다가기 보다는 마치...... 마치 고대에 존재했다는 거의 타이탄이 손으로 장난을 쳐놓은 모습이랄까? 거의 사방 백 미터 정도로 땅거죽이 뒤집어진 폐허가 딱 그랬다. 하지만 여기서 특이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기사들이었다. 땅보다 단단한 것이 없는 기사들의 몸은 아무런 이상이 없이 그저 잠을 자듯이 쓰러져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쓰러진 이들 주위의 땅 역시 전혀 피해가 없었다. 바로 이것이 이드가 안배하고 원했던 모습이었다. 최대한 위압감과 공포감을 주면서도 희생은 내지 않는 것! 사실 기사들은 금령단천장에 의해 혈을 타격받고는 제일 먼저 기절했었다. 그 뒤에 강력한 파괴력을 담은 장강이 땅을 때려 터트렸고, 그 뒤를 따라온 무형의 장력들이 땅의 파편이 기사들에게 충격을 주지 않도록 보호한 것이다. 다시 말해 한 번의 출수(出手)로 세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했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게 모두가 놀라고 있을 때 겨우 내부의 마나를 다스린 듯한 호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병사.병사......” 뭔가를 억누르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병사들을 찾는 호란의 몸은 어느새 기사들이 서 있던 자리, 지금은 이드에게 초토화 되어 버린 그 자리를 향이 있었다. 시음하듯 나온 호란의 목소리에 엉망이 된 땅을 멍하니 바라보다 정신을 차린 듯한 병산 하나가 허겁지겁 다가왔다. 물론 이드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면서 말이다. 호란은 그를 보고는 깊게 숨을 들이 쉰 후 말을 이었다. “너는 지금 당장 성으로 직접 달려가서 네가 본 것을 소영주께 직접 말해라. 더하지도, 덜하지도 말고 네가 본 것만을 말해라. 그리고 기사들이 모두 사라 있다고 말해라......어서!” 호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던 병사는 급히 발길을 돌려 성문 안으로 사라졌다. 그로서는 벌써 수문장의 명령에 이어, 두 번째 들어서는 성문이었다. 병사가 성 안으로 사라지자 호란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기사의 긍지고, 자존심이고 이제는 더 이상 생각지 않은 모습이었다. 허기사 그런 것들도 모두 힘이 받쳐줄 때 지켜지는 것들이다. 지금처럼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든 거대한 힘에 대면하게 되면 그런 것들은 그저 말장난으로 여겨질 뿐이다. 지금 호란의 모습처럼 말이다. 이드는 그런 호란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이고는 쓴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호란이 처음 그 위용과 위세를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듯 보였던 것이다. 기사의 도리를 소중히 했던 만큼 말이다. 채이나는 일이 끝나자 다시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있었다. 이드는 그녀 옆으로 다가가 마찬가지로 바닥에 앉았다. 그 옆으로 마오가 낮선 눈으로 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채이나는 두 사람이 옆으로 다가오자 아까와 마찬가지로 정령을 불러 널브러진 병사들과 기사들을 정리했다. 병사들은 먼저 쓰러진 병사들에게로, 기사들은 호란의 곁으로. “근데 너 좀 너무했던 거 아냐?” 사라들을 모두 치워버린 후 채이나가 던진 한 마디였다. 이드는 그 말을 듣고는 오히려 얼굴 가득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채이나를 바라보았다. “.......진짜 너무한 게 누군데요. 이 일은 채이나가 시작한 거잖아요!” 채이나가 원하던 쪽으로 상황을 빠릴 끝내기 위해서 일부러 쑈 까지 했던 이드가 나직이 으르렁거렸다. “저렇게 심하게 할 줄은 몰랐지. 너도 알지만 이건 마오의 실전 경험을 겸한 거라구.” “......” 이드는 내 책임 없다, 라고 말하는 채이나의 뺀질거리는 모습에 고개를 돌렸다. 더 이상 말해봤자 자신만 답답할 듯해서였다. 그때 채이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어쨌든 우리 아들, 실전 훈련은 확실히 해줘야 된다. 약속 잊지 마.” 아들, 아들이란 말이지. 이드는 채이나의 말에 마오를 돌아보고느 단호리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확실하게 훈련시켜주죠.” 순간 그 말에 마오가 한기를 느낀 것은 우연이었을까? 모를 일이다. 어쩌면 이드의 허리에 매달려서 작게 고개를 저어 보이는 라미아라면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12. 추적자들, 너희들은 누구냐! 그와 동시에 마을이 중앙에 이른 철황유성탄의 강기가 순식간에 그 모습을 부풀리더니 그대로 폭발해버렸다. 보통 성이 하나 세워지면 그 성의 수명은 어느 정도일까? 그레센에서 성의 수명을 계산해 보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에 대해서 알아두어야 한다. 그 첫째는 누구나 알고, 어느 차원의 어느 시계에서든 똑같은 재료의 중요서이고, 둘째는 그 성을 만드는 데 드워프가 참여했느냐, 하지 않았느냐 하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셋째가 성을 건축할 때 마법사가 참석해서 상태유지 등의 보조 마법을 걸어 주었느냐, 걸어주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대가 이 세 가지 요소를 따져 보고 성의 상태를 직접 관찰한 후에서 성의 남은 수명을 짐작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영지의 성주가 머무르는 성의 경우 그 수명은 평균 3백년 전후가 된다. 그렇게 따져 보면 레크널 영지의 영주성의 경우 그 수명은 상당히 길다고 할 수 있었다. 레크널 영지를 처음 받은 초대 레크널 백작이 성을 지을 때 좋은 재료에 알고 있는 드워프와 마법사에게 부탁해서 지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드워프가 말하기를 5백 년은 튼튼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한다. 더구나 지어진지 이제 딱 3백 년이 되는 시점이었다. 그래서 인지 이드가 90년 만에 찾은 레크널의 성은 여전히 깨끗한 자태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대신 내부의 장식들은 여기저기 바뀐 모습이 많아 소영주가 이드 일행을 안내한 접대실의 경우 몇 번 왔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때와는 전혀 다른 외관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틀린 것은 접대실의 모습만이 아니었다. 소영주의 외모도 90년 전 편안해 보이는 한편 만만해 보이던 토레스와는 달리 단단하고 깔끔한, 그야말로 백작가 소영주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짧게 손질된 갈색의 머리카락이 그 얼굴과 잘 어울리는 소영주의 이름은 길 더 레크널이었다. 그는 병사가 전하는 말을 듣자마자 말을 타고서 달려와 채이나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뒤따른 기사들에게 상황 정리를 명령하고는 일행들을 이곳으로 이끌고 온 것이다. “뭔가 마시겠습니까?” 길이 옆에서 하녀를 가리키며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이드는 그 말에 손을 흔들었고, 채이나는 차가운 과일 주스를 주문했다. 하녀가 주문을 가지고 나가자 채이나가 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우릴 왜 성으로 초대했죠? 이야기는 성문 앞에서 다 끝난 거였는데......” 말을 타고 급하게 성문 앞까지 나왔을 때의 길을 보자면 병사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것인데도 거의 확실하게 상황을 파악한 듯 보였었다. 그러니까 그 자리에서 모두 상황을 해결하였으니 그가 굳이 이드 일행을 성으로 데려올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레크널의 주인이신 아버지 대신 제가 영지를 맡고 있는 지금은 모든 일에 소홀할 수 없지요. 더구나 병사들과 기사들이 그렇게 많이 쓰러진 상황이다 보니 그냥 넘길 수가 없군요. 거기다 성문에서 일을 많은 사람들이 보았습니다. 그들의 입을 통해서 퍼지게 될 소문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길의 말이 그다지 틀리지 않았기에 채이나는 어렵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여황의 길에 들어서고부터 있었던 일들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엘프의 이야기인 만큼 그 내용은 모두 의심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었다. 조금 주관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 길지 않은 이야기는 하녀가 과일주스를 들고 들어올 때 쯤 끝이 났다. “그랬었군요. 짐작은 했지만 정말 그럴 줄은 몰랐습니다. 저희 영지의 기사들 중에 그런 자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이 일에 대해서는 제가 다시 한 번 세 분께 정중하게 사과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길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상대가 평민인데도 말이다. 어쩌면 일행의 실력이 가공할 정도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드는 그런 길을 향해 채이나가 뭐라 한마디 하기 전에 말을 받았다. “아니, 일부러 고개를 숙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저희가 기사단에 피해를 입힌 것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전해 듣기로는 엄청난 실력을 가지셨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저쪽 분의 실력도 뛰어나다고 들었습니다.” 은근히 물어보는 길의 말이었다. 영지를 다스리는 자로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영지의 방어력이기 때문인 모양이었다. “칭찬 감사합니다.” “칭찬이 아닙니다. 저도 이야기를 듣고 성문 앞의 상황을 직접 봤습니다. 그것을 보고 어디까지나 사실만을 말한 겁니다. 정말 젊은 나이에 대단한 실력입니다. 당신과 같은 나이에 그만한 실력을 가진 사람은 아직 보질 못했습니다.” 이드는 연이어지는 칭찬에 그저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얼굴을 마주 대한 상태에서 저렇게 말하면 듣기에 조금 민망한 기분이 드는 이드였다. 이드가 고개를 돌리지 길은 이번엔 마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듣기 좋은 소리만 꺼내는 걸로 보아 길은 두 사람을 마을 영지에 묶어놓고 싶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 두 사람 정도의 실력을 보이는 사람이 흔하지 않으니 가능성 있는 생각이었다. 잠시 후 마오에 대한 이야기도 끝나 갈 때가 되자 길이 이드를 바라보며 지나가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름다운 검을 가지고 계시군요. 마치 붉은 드레스를 입혀놓은 듯한 검입니다.” 처음부터 세 사람을 관찰하던 길의 눈에 라미아가 눈에 뜨인 모양이었다. 이드는 길이 그렇게 말하자 기분 좋게 웃으며 라미아를 무릎위에 올려놓았다. 무인의 본능이라고 할까? 자신의 무기에 대한 칭찬은 스스로에 대한 칭찬보다 더욱 기분을 좋게 한다. 더구나 이드에게 라미아는 무엇보다 특별한 존재이다. 그런 라미아가 칭찬을 받았으니 기분이 좋지 않을 리가 없다. “인연이 되어 저와 평생을 함께 할 녀석이죠.” 길은 이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라미아를 기억에 담아두기라도 하려는 듯 세심하게 바라보았다. 가만히 앉아서 음료 잔을 비운 다음 채이나가 여전히 라미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길에게 말했다. “그럼 이야기도 끝난 것 같으니, 저희는 이만 가보도록 하죠.” 그녀의 말에 길이 퍼뜩 정신이 든 듯 채이나를 바라보았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정신이 팔려서. 그런데 저희 영지에 딱히 가실 곳이라도 있으십니까? 이미 저녁이 가까워 오는 시간이니 다른 마을로 가시지는 못할 것 같은데, 아직 머무를 곳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저희 성에서 하루 머무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아니요, 우리는 이대로 여관으로 갈 생각이에요. 지금 같은 소영주의 친절은 조금 부담스럽거든요.” “하하......그렇게 느끼셨습니까. 사실 두 분의 실력이 탐이 나서 과한 행동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럼 나가시죠. 제가 세 분을 배웅해 드리겠습니다.” 길은 채이나의 말에 두 번 붙잡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행은 영주성의 성문 앞까지 나오는 그의 배웅을 받으며 성을 나섰다. “그럼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보도록 하지요.” 영주성을 나선 일행은 우선 영지를 내를 돌아보며 쉴 만한 여관을 찾기 시작했다. 헌데 주위를 살피고 걷는 채이나의 표정이 별로 좋지 못했다. 이드는 그 모습에 그녀를 멀뚱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왜 그래요. 뭐가 또 마음에 안들 어요?” “조금......아까 본 길이라는 녀석 때문에. 듣기 좋은 말만 늘어놓는 게......네가 보기엔 어때?” 얼굴 가득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을 떠올리는 채이나였다. “하하......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확실히 사람 좋아 보이긴 해도 속마음을 내보이진 않고 있었죠. 그래도 눈을 보니 그렇게 심성이 나빠 보이진 않던걸요.” “글쎄다. 뭐, 어차피 이 영지를 떠나면 그 녀석을 볼일도 없으니 상관없겠지. 그것보다 아들. 모처럼 이런 큰 영지에 왔으니까 이것저것 겪어보고 구경도 해봐야겠지? 가자! 내가 속지 않고 사람들과 거래하는 방법을 가르쳐줄 테니까.” 채이나는 마치 가까운 친구나 애인처럼 마오의 팔짱을 끼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드는 그런 모자의 모습에 느긋하게 팔을 머리 뒤로 넘기며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그날 밤, 채이나는 그녀가 원하는 경험을 마오에게 시켜주지 못했다. 이미 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영지 전체에 퍼진 덕분이었다. 그들의 무력을 전해들은 사람들이 애초에 그들 세 사람에게 허튼 짓을 시도하지 않은 때문이었다. 뭐, 덕분에 다음날 영지를 나서는 이드의 아공간에는 최고의 상품들이 풍성하게 되었으니 불만은 없었다. 체크널 영지를 떠나 온지 5일이 지났다. 이드와 채이나 그리고 마오는 여황의 길 근처에 자리한 작은 마을을 앞에 두고 있었다. 지난 5일 동안 세 일행은 하나의 영지에 일곱 개의 크고 작은 마을을 지나왔다. 그리고 지금 눈앞의 마을이 여덟 번째로,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물어 찾아온 곳이었다. 또 오늘 이드 일행이 묵어 갈 곳이기도 했다. 작지만 아담한 경관이 귀여워 보이는 마을의 집들과 마을 뒤로 보이는 작은 동산이 한 폭의 그림처럼 보기 좋은 곳이었다. 채이나는 경치를 보고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좋은데. 소개받을 만한 마을이야.” “뭐.......그렇네요.” 채이나의 말에 이드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이드의 시선이 은근히 그들의 우측 저 뒤쪽을 행해 있었다. 또 마오는 노골적으로 이드의 시선이 향한 곳을 노려보고 있었다. 채이나는 짧게 혀를 찼다. “아직 쫓아오는 거니?” “네, 정말 은근히 신경에 거슬린다니까요.” 짜증이 묻어나는 이드의 말에 채이나와 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어디까지 쫓아올 생각인 거야? 레크널에서 부터 따라붙더니 아직까지 쫓아다니네. 이제 그만 따라와도 되는 거 아냐?” 채이나는 마치 누군가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로 불만을 늘어놓았다. 추적자. 그랬다. 현재 세 사람을 추적자, 아니 어쌔신을 꼬리에 붙여놓고 있는 상태였다. 추적자처럼 끈질기기보다는 은밀하게 일행을 쫓아오는 그 세 사람이 레크널을 나서는 순간부터 집요하게 따라붙은 자였다. 이드는 그의 존재를 그가 나타나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었고, 그 사실을 바로 채이나와 마오에게 알렸다. 세 사람은 그 존재가 레크널에서 따라 붙었다는 점 때문에 길 소영주가 보낸 자인 줄로 짐작했다. 비록 서로가 담백하게 끝을 보았다고 하지만, 강한 무력에 기사단과 충돌한 인물이니 만큼 영지를 벗어나는 동안 감시하려나 보다 생각하고는 가만히 두었다. 헌데 그 존재가 레크널을 벗어나 완전히 다른 영지에 접어들어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덕분에 일행들은 그가 길이 사주해서 보낸 인물이 아니라, 채이나에게 당한 용병들의 사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미 수문장에게 사주한 전적이 있는 자들이기에 충분히 가능성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잠시였다. 얼마 후 추적자가 짧게 사용하는 메시지 마법을 도청해 길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라미아가 확인해주어서 그런 의심을 빨리 접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어째서 길이 자신들을 쫓고 있는가 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런 궁금증에 세 사람은 일단 저 어쌔신이 거의 분명해 보이는 자를 용납하기로 한 것이다. 헌데 생각 외로 그의 존재가 신경이 쓰였던 것이 문지였다. 다시 말해 어쌔신의 실력이 세 사람을 속일 만큼 뛰어나지 못했다고 할까? 특히 오늘은 그의 움직임이 더욱더 숨어 있는 자 같이 않게 대담해서 은근히 짜증이 일어나고 있었던 이드였다. 마치 낯선 사람이 무서워 숨어 있는 아이가 부모를 찾아옴으로 해서 자신만만해지는 것을 넘어 건방을 떠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잠깐만요. 이드, 혹시 정말 생각처럼 그런 거 아니에요?” 짜증에 속을 끓이는 이드의 생각을 일고 있던 라미아가 갑자기 떠올랐다 사라지는 생각의 불꽃을 느끼며 이드를 불렀다. “......그럴지도.” “둘이서 무슨 이야기야?” “잠깐만요.” 이드는 채이나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뒤로 미루고서 주변의 대기와 동화되어 정보를 나누던 기감의 영역을 넓게 확장시켰다. 반경 2백 미터, 4백 미터, 7백 미터...... 그렇게 퍼져 가던 김감이 일 킬로미터를 넘어가는 순간 이드는 반쯤 감고 있던 눈을 반짝 뜨며 우습지도 않다는 듯 마을 쪽을 바라보았다. “찾았다. 역시......” “뭐야......매복이니?” 과연, 눈치는 빠르다. 이드는 자신의 행동으로 금세 상황을 알아차린 채이나의 눈썰미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꽤나 많은 수가 마을에 숨어 있어요. 거의 대부분 소드 마스터에 근접했거나, 이미 마스터에 이른 자들이네요. 그 수는 일 백. 저기가 마스터만 모여 사는 마을은 아닐 테니, 당연히 매복이라고 봐야겠죠.” “흥, 도대체 뭐야? 우리에겐 건질 게 뭐가 있다고, 추적하는 것도 모자라 떼거리 매복이야?” “글쎄요. 그건 아마 길 소영주에게 물어보면 잘 대답해주겠죠?” “......그 녀석도 온 거야?” 이드는 채이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소영주인 길의 존재. 이드는 그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다름 아니라 길의 내부에 흐르는 내공의 흐름. 바로 아나크렌에서 만났던 정보길드의 비쇼와 같이 변형된 금강선도의 내공심법을 익히고 있었던 때문이었다. 처음 길을 보고서 그 사실을 알았을 때는 토레스가 자신과의 만남을 인연으로 시르피에게서 심법의 여러 가지 변형 중 한 가지를 전해 받아 집안 대대로 익히나 보다, 라고 생각했었다. 헌데 지금 길이 그 심법의 기운 때문에 이드에게 스스로의 존재를 들킨 것이다. “그럼 한번 불러내 볼까요?” 이드는 한쪽 눈을 찡긋해 보이고는 마을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채이나와 마오가 그 뒤를 따랐다. 마을 입구에 다다른 이드는 입구에서 두 번째 위치에 자리한 낡은 집 한 채를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건물 뒤쪽에서 느껴지고 있는 금강선도의 변형된 기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모여 있는 마스터들의 기운을 말이다. “자, 그만 나오지? 이야기는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나누는 것이거든. 못나오겠다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 이렇게 말이야, 철황유성단!” 쿠웅 이드는 노성을 발하는 강한 진각과 함께 어느새 검게 물들어 버린 주먹을 앞으로 쭉 뻗어냈다. 그러자 다음 순간 그의 주먹으로부터 수박만한 크기의 작은 유성과 같은 강환(剛丸)이 빠져나와 정확하게 이드의 주먹이 향한 곳으로 날아갔다. 바로 마을 입구의 두 번째 위치한 낡은 나무 집으로 말이다. 발출된 강환은 그리 빠르지 않았다. 이드가 길을 죽일 목적으로 내뻗은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대신에 대기를 찍어 누르는 듯한 묵직한 함이 느껴졌다. 그 강환이 집의 벽이 닿는 순간 그 부분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첫 번째 집 뒤에 숨어 있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패, 피해! 맞받으면 위험하다.” 누군지 모르지만 정확한 판단이었다. 평소에도 그의 판단이 바른 때문인지 이드가 노린 집 뒤에 있던 세 개의 그림자가 아무런 불만도 없이 바로 몸을 빼 올리는 게 보였다. 하지만 이드가 노린 것은 그 세 사람만이 아니었다. 강환은 날아가던 위력 그대로 마을 중안을 향해 돌진했다. 집들이 막혀 보이지 않는 마을 중앙! 또 지금 가장 많이 사람들이 모인 곳. 그것을 알았는지, 처음 경고를 보냈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젠장! 매복은 포기한다. 그 공격을 피해! 모두 마을에서 벗어나 목표물을 포위하라.” 순간 마을 곳곳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솟아오르며 이드 일행을 넓게 포위해 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을의 중앙에 이른 철황유성탄(鐵荒流星彈)의 강기가 순식간에 그 모습을 부풀리더니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 콰과과광 며칠 전 있었던 금령단천장만큼의 파괴력은 아니지만, 주위에 있던 집들 때문에 오히려 그 파편은 더욱 많았다. 그렇게 파편들이 눈꽃처럼 떨어지는 사이로 이드 일행을 중심으로 커다란 원을 이루며, 백 명의 인원이 세 사람을 포위했다. 레크널의 성문 앞에서와 같은 형태의 진형이었지만, 그 기세는 차원이 달랐다. 이드와 채이나가 찾던 길은 그 진형이 중아에 서 있었다. “네가 말한 다음 기회란 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는걸? 지금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어볼 수 있을까?” 그렇게 세 사람과 길이 서로를 바라보길 잠시, 채이나의 새침한 목소리가 무겁게 내려앉은 침묵을 걷어냈다. 길은 그의 곁에 서 있는 은백발이 인상적이 노년의 인물을 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드려드릴 겁니다. 저희가 이렇게 일찍 여러분을 찾은 이유는 바로 당신 때문입니다.” 길의 눈이 정확하게 이드를 향했다. “네?” “그렇습니다. 저희들은 정확하게 이드, 당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지식과 당신의 허리에 매달려 있는 마인드 마스터의 검을 원합니다.” “무슨......” 이드는 이해살 수 없는 길의 말에 그저 황당 하는 표정으로 입을 뻐금거릴 뿐이었다. 뭔가 이유가 있어서 길이 미행을 붙이고, 매복을 했다는 건 알지만, 지식이라니? 마인드 마스터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도대체 그 동안 그레센에 무슨 일이 이렇게 많았길래.......” --------------------------------------------------------------------------------- 이드 14권 - 목차 1.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가 출현하다 2. 작전의 오판은 대가를 치른다 3. 사과하는 것만이 살 길이다 4. 라미아는 변하고 싶다 5. 실패한 작전에 대한 보고서 6. 드레인의 호수 앞에서 7. 드레인의 수적과 중원의 장강수로십팔채 8. 제국의 기습, 무모한 도전 9. 라일론 제국이 진정 원하는 것 10. 요정의 숲으로 들어서다 11. 마오는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다 12. 일리나, 지금 만나러 갑니다 1.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가 출현하다 - 정말 그들은 이드가 나타나기만을 목이 빠져라 고대하고 - 있기라도 한 것 처럼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마인드 마스터. 이드는 물론이거니와 채이나와 마오조차도 길이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가 지껄이고 있는 내용을 이해하려고 들자면, 그가 한 말의 핵심이 되는 마인드 마스터란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부터 알아야 할 것같았다. 그런데 그게 뭔지 다들 금시초문이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사람은 다른 차원으로 날아갔다가 구십 년 만에 돌아왔다. 남은 둘은 그와 비슷한 시간 동안 인간들과의 교류가 없었으니 알 턱 이 있겠는가 말이다. 새로 생겨나는 단어나 명칭은 그 나라의 말이라고 해도, 거의 외국어나 다름없어서 배우지 않고 사용해보지 않는 한 요령부득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드는 지구에서 사전이란 것을 해마다 개정하는 과정에서늘 새로운 단어가 추가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지금 그 이유를 여기서 절감하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몇 분의 차이로 형과 아우로 나뉘는 쌍둥이처럼, 채이나와 마오보다 며칠 더 일찍 그레센의 사람들과 어울린 덕분일까. 이드는 마인드 마느터라는 단어를 듣는 것과 동시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장면이 있었다. 저 아나크렌의 징보길드를 인연으로 만나게 된 라오와의 대화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와의 대화 중에서 나왔던 단어 하나가 마인트 마스터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떠오른 것이다. "……마인드 로드?" "마인드 로드? 마인드 로드…… 마인드 마스터……. 그러고보니 발음이나 느낌이 비슷하네? 너, 마인드 마스터가 먼지 알겠어?" 가만히 흘러나온 이드의 말을 바로 곁에 서 있던 채이나가 들은 모양이 었다. 그녀는 이드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그녀도 나름대로 지금의 이 갑작스럽고, 알 수 없는 상황이 답답했을 것이다. 덩달아 채이나를 보호하는 모양새로 그녀의 뒤를 지키던 마오도 이드를 향해 바짝 귀를 기울였다. 이드는 그런 두 엘프의 반응이 참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든탓이다 이드는 곤란한 표정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입을 열었다. "알잖아요. 나도 채이나처럼 지금의 대륙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거. 다만 짐작 가는 건 있어요." "짐작?" 이드는 채이나가 말꼬리를 잡자 고개를 끄덕이며, 라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물론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간단하게,아주 핵심적인 내용만을 집어내서 말이다. "예. 정보길드를 통해서 우연히 듣게 된 이야기인데요, 지금의 기사들은 전과는 달리 특별하면서도 전문적인 마나 수련법을 익히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말한 마인드 로드가 바로 그 모든 마나 수련법들을 통틀어서 말하는 거예요." 이드가 말하는 이야기의 골자가 무엇인지 대충 알아들은 채이나는 고개를 슬쩍 끄덕여주었다. 그녀의 입가로는 어려운문제의 실마리를 끄집어낸 수학자의 얼굴처럼 만족스런 미소가 슬며시 떠올랐다. "흐흥, 네가 대충 뭘 말하는 건지 짐작이 간다. 모르긴 몰라도 마인드 마스터라는 게 마인드 로드와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마인드 마스터를 말 그대로 풀어보면 마인드 로드를 완벽하게 익힌 자라는 뜻과 마인드 로드의 지배자또는 주인, 아니 여기서는 주인이라기보다는 시초[始初]라고 해석하는 게 맞겠지? 그럼 저 자식이 말하는 건 어느 쪽이야? 전자야,후자야" 채이나는 나름대로 추론해보는 중에도 이쪽을 흥미로운 눈길로 주시하고 있는 길을 날카롭게 흘겨보았다. 그리고 이드의 대답을 기다렸다. "후자요." "후자입니다." 두개의 대답이 거의 동시에 들려왔다. 처음의 대답은 채이나와 마오가 추궁이라도 하듯이 신경을곤두세우고 바라보고 있던 이드의 대답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대답의 주인은……. 이드를 포함한 세 일행의 시선이 슬며시 목소리의 주인을 향해 돌려졌다. 길은 조금 전과 여전히 변함없는 얼굴이었지만 조금은 의외라는 듯이 말을 이었다. "설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인드 마스터의 후계자가 마인드 마스터를 모르고 있었다니 놀랍군. 그러고 보니 이런말이 갑자기 진리처럼 느껴지는군요. 자신에 대한 소문은 자신이 가장 늦게 안다! 지금이 꼭 그꼴인 것 같습니다." "넌 입 닥쳐." 서슴없이 이어지는 길의 말을 더는 못 듣겠다는 듯 채이나가 명령하듯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온갖 예우를 다하며 정중하게 대할 때는 언제고, 지금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 적으로 나타나서는 저렇게 여유 있게 떠벌리는 말이라니! 뱃속이 다 뒤틀리는 채이나였다. 사실 이런 상황이라면 채이나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녀와같은 심정일 것이다. 이런 이중적인 상대와 마주하고 있다는것 자체가 재수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채이나의 역겨운 감정 같은 것은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길은 여전히 여유만만이었다. 날카롭게 쏘아지는 채이나의 박력 어린 모습에 전혀 위축되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허기사 그럴 것 같았으면 애초에 이 자리에 나타날 생각도않았겠지만 말이다. 거기다 채이나의 말을 들을 생각은 도통 없는 건지 당당한표정으로 다시 입을 여는 길이었다. "죄송하지만 그럴 순 없습니다. 비록 이런 상황이긴 하지만 서로 간에 이해를 바로 하려면 자세한 사정 설명을……"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할 말은 다하겠다는 결의를 담은 채길의 말이 다시금 술술 이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유창하게 말을 잘하는 길이라 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 이어지던 길의 목소리는 채이나의 간단한 손동작 하나에 허공중의 메아리로 변해버 렸다. 다름이 아니라 채이나가 바람의 정령을 불러 일행들 주변으로 소리의 장벽을 만들어버린 때문이었다. 길도 채이나가 이렇게까지 과민하게 구는 데는 어쩔 수 없었는지 조용히 입을 닫았다. 듣고만 있다면야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간에 계속 말을 이었을 길이지만 상대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이상엔 별수가 없었던 것이다. 억지로 듣게 하자면 검을 들어 정령을 벨 수밖에 없는데, 그랬다간 바로 목적도 없이 싸우게되는 소모적인 전투가 시작될것이기 때문이었다. 되도록이면 직접적인 전투는 피해야 하는 게 길의 입장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간단하게 길을 침묵시킨 채이나는 가벼운 욕설을 날려주고는 이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 마인드 마스터가 뭔지는 알았으니까 이야기 계속하자." "뭐, 계속할 것도 없어요. 마인드 마스터가 뭔지 알면 이야기가 자연적으로 이어지잖아요." 그의 말대로 마인드 마스터가 뭘 뜻하는지만 알면 복잡하게 뭉쳐 있는 듯 보이는 이 상황에 대한 이해가 저절로 풀린다. 길과 기사들이 원하는 것은 마인드 로드의 창시자인 마인드 마스터의 지식과 그의 검이라고 지목한 라미아다. 헌데 그들이 말하는 마인드 마스터의 검, 라미아는 이드의 곁을 단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었다. 저들이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그 말은 곧 라미아의 주인인 이드가 마인드 마스터라는 말과 같은 존재가 되는 셈이었다. 더구나 채이나는 90여 년 전 숲으로 돌아오기 전에 라일론의 황궁에 머무르며 이드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오랜과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자 상황은 더욱 확실해졌다. "뭐야, 그럼 네가 마인드 마스터가 맞단 말이야?" 아마 사람들이 들었다면 난리가 나도 수백 번은 났을 만한 말이었다. 마인드 마스터의 후계자가 아니라 그 마인드 마스터가 본인이라니……. 그러나 다행히 채이나가 세워놓은 소리의 장벽은 길의 목소리만 막는 게 아니라 이쪽의 목소리 역시 차단해주고 있어서 걱정은 없었다. "정확해요. 라미아를알아본 것도그렇고……. 마인드 로드라는 이름도 그렇고……. " 기가 막힌다는 투로 채이나가 버럭 소리치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던 이드는 아차 하는 생각에 급하게 입을 닫았다.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 자신도 모르게 나온 것이다. 거기다 눈치 빠른 채이나가 그런 이드의 반응을 그냥 넘길리가 없었다. "마인드 로드의 이름? 그건 또 뭐야?" 이드는 채이나가 의미심장하게 묻자 자신의 입을 쥐어 패고싶었다. 정말 다시 생각하기 싫은 말인데……. 하지만 궁금하다 싶은 건 집요하게 아니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채이나를 피할 수도 없는 노릇! "키킥……. 그냥 말해주지 그래요." 이드가 채이나의 시선을 피하며 끙끙거리는 사이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라미아가 짓궂은 웃음을 흘리며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라미아, 너 !" 그 목소리에 이드는 움찔 몸을 떨더니 급하게 라미아의 이름을 불렀다. 다년간 그녀와 함께한 덕분에 라미아의 성격을 훤히 꿰고있는 이드였다. 그렇기에 이어질 그녀의 말이 무엇인지 충분히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미아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항상 한 발 늦는 이드였고,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다. "왜요, 좋잖아요. 이드! 마인드 로드! 무언가에 자신의 이름이 붙는다는 건 자랑할 만한 일이라구요." "……자랑은 개뿔." 자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미끄러지듯 흘러나온 라미아의 음성을 듣자 이드는 나직이 불평을 늘어놓고는 슬그머니채 이나와 마오를 돌아보았다. 처음 그 단어를 접하고 한참 황당해했던 이드였기에 두 엘프가 어떻게 반응할지 은근히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이드가 고개를 돌린 곳에서는 눈을 반달로 만들고 빙글거리며 웃고 있는 채이나가 있었다. 그러다 마침 슬쩍 고개를 돌린 이드와 시선을 마주친 그녀는 얄궂은 웃음소리를 흘려냈다. "킥킥…… 아하하……." 재밌어 죽겠다는 것처럼 이어지는 채이나의 웃음소리였다. 하지만 듣고 있는 이드로서는 자신을 놀리는 얄미운 소리로 밖엔 들리지 않았다. "……젠장." 사실 유무형의 어떠한 업적으로 인한 결과물에 개인의 이름이 붙여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영광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새로운 신천지를 발견한 것과 같아서 어떤 이들이 그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항상 그의 이름이 거론되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예로, 지금도 기사들의 존경의 대상으로 언제나 거론되어지고 있는 최초의 소드 마스터 인 그란 첼시를 들 수 있다. 이미 수천 년이 지났지만 그의 이름은 기사들 뿐만 아니라 검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는 이름이 되었다. 흔히 말하기를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을 생각해볼 때 사람으로서 이보다 더한 영광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어떤 거대한 제국의 근엄한 황제의 이름보다 더욱 생생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살아남아 있을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사람이 다 똑같을 수는 없는 법! 거기다 상황에 따라서 그 이름을 수치스럽거나 부끄럽게 여길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예외적이긴 해도 아주 없다고 볼 수는 또 없는 일이다. 다름 아닌 이드가 그랬다.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금강선도를 이드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란 점이 이드의 얼굴을 더욱 화끈거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곤란해하는 이드의 반응과 그런 이드를 아무렇지도 않게 놀려대는 라미아의 능글맞은 모습이 채이나를 이토록 신나게 웃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아,그만 좀 웃어요. 웃기는 일도 아닌데 뭐 그렇게 요란스럽게……." 이드는 자신을 향해 연신 빙글거리는 채이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한마디 쏘아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말에 평소라면 무시했을 채이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드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바짝 다가왔다. "그래, 미안, 미안. 네 반응이 재미있어서 말이야 그런데…… 어쩔 거야? 이건 더 들어볼 것도 없이 네 문제잖아. 네가 의도한 건 아닐 테지만…… 저 인간들 쉽게 물러날 것 같아 보이진 않는데 말이야." 채이나는 상황을 좀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며 소리의 장벽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시선에는 이쪽을 향해 긴장한 채로 날카롭게 눈을빛내고 있는 백여 명의 기사들이 보였다. 저들 중에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자가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자는 또 얼마나 될 것인가? 무작정 뛰어드는 전투가 대개 그렇듯이 그들은 그저 명령에 충실하면 될 것이다. 그게 더욱 난감하게 느껴지는 이드였다. "저도 알아요. 모르긴 몰라도 이런 일에 대해서는 채이나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을걸요?" 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채이나의 지극히 올바른 상황판단에 그렇다는 듯 대답했다. 사실 쉽게 물러나지 않을 거라는 건 이미 이 기사들이 중요한 한 가지를 저버렸다는 데서도 잘 알 수 있었다. 저들은 분명 기사였고, 기사가 기사도도 무시한 채 이드 일행의 수십 배가 넘는 인원으로 기습을 준비한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노릇이었다. 거기다 무림에서 가장 흔한 일 중의 하나가 바로 무보[武寶]를 노리는 쟁탈전이었다. 나름대로 무림의 생리를 익힌 이드로서는 지금의 상황이 결코 낯설지는 않았던 것이다. "헤에, 그렇다면 다행이고. 자, 그럼 전문가 이드씨.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별것 아닌 것처럼 대꾸하는 이드에게 채이나는 어서 해결해 보라는 듯 그의 등을 쿡쿡 찔렀다. 하지만 채이나의 재촉에 복잡한 시선으로 기사들을 바라보던 이드가 내놓은 것은 지금 상황을 풀어낼 해답이 아니라 깊은 한숨이었다. "하아아아!" 정말 온 세상 걱정거리를 혼자 다 짊어지고 있는 듯한 한숨스리 였다. 그 깊은 한숨 소리에 멀뚱히 이드를 바라보던 채이나의 목소리가 절로 조심스러워졌다. "왜…… 그래? 저 녀석들 처리하는 게 곤란하기라도 한 거야?" "아뇨. 그냥 갑자기 왠지 제 인생이 꼬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어이없는 한숨에 이어 이번엔 웬 인생 타령? 뚱딴지같은 말에 채이나는 당황스런 표정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상황과 전혀 연관성 없는 말이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이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채이나의 눈길을 애써 피하며 머리를 거칠게 긁어 넘겼다. 그러고는 또 별일 아니라는 표정으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쩝, 신경 쓰지 마요. 그냥 혼잣말이니까. 그보다 여기 장벽이나 치워줘요. 빨리 해결 보고 우리도 쉬어야죠." 별것 아니라기보다는 말하기 싫으니 그냥 넘어가자는 투의 말이었다. 또 그게 이드의 솔직한 심정이기도 했다. 사실 한숨과 몇 마디 말이 담고 있는 의미는 그리 큰 것이 아니었다. 아니, 크다면 클지도 모르겠지만, 이드 개인으로서는 정말 골치 아프기만 할 뿐인 그런 일들이었다. 바로 지금처럼 갑자기 출현한 적대적인 무리들! 흔히 적이라고 부르는 자들이 문제였다. 차원을 이동할 때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드와 얽히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싸우게 되는 이들……. 처음 그레센에 왔을 때는 혼돈의 여섯 파편이 그랬고, 또 미래의 지구로 갔을 때는 제로, 그리고 다시 그레센으로 돌아온 지금은 그 정체가 모호한 기사단까지! 정말 그들은 이드가 나타나기만을 목이 빠져라 고대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가는 길에 누군가 고의적으로 미리 이들을 준비해 놓았다고 여겨도 좋을 정도로 불쑥불쑥 나타났고, 이드는 장소를 옮길 때마다 사사건건 부딪히며 싸울 수밖에 없었다. 이쯤 되면 내 인생이 왜 이렇게 꼬이는 걸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도 그다지 무리는 아닐 것이다. 더구나 그레센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런 일이 벌써 일어났으니……. 그저 한숨만 나을 뿐이었다. 거기다 어느 누구보다 이드와 가깝다고 할 수 있는 라미아조차 쯧쯧 혀를 차기만 할 뿐 별달리 위로해주는 말이 없을 정도이니 그 한숨이 더 깊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눈치가 아무리 빠른 채이나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뭐,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실프,수고했어." 다만 수백 년에 이르는 경험으로 이럴 땐 그저 조용히 있는게 좋다는 걸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채이나는 그런 소중한 경험을 따라 조용히 이드의 말을 들었다. 다름이 아니라 열심히 주변의 목소리를 단속하고 있는 실프를 불러들인 것이다. 채이나의 말에 예쁜 미소와 함께 실프가 만들어놓았던 장벽이 사라지자 어느 정도 여유로 풀어지는 듯하던 양측 간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마나를 느끼고 다룰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기사들인 만큼 서로를 가르고 있던 보이지 않는 소리의 장벽이 없어졌다는 것을 확실히 느낀 때문이었다. 처처척 늘어져 있던 창과 검이 들리고, 날카롭던 눈길들이 서슬 퍼런 칼날처럼 변해서 이드 일행을 향해 번뜩여댔다. 하지만 처음과 마찬가지로 이드와 그 일행은 그들의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태도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니,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넘어 그들을 완전히 없는 사람 취급하고는 그저 정면에 서 있는 길과 그 옆에 은백발의 노인만을 노려보았다. 이 자리에는 그 두 사람 뿐이라는 듯이 말이다. "크흠, 나누시던 이야기는 끝나신 모양이군요." 그리고 그런 이드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아니면 느닷없이 바로 앞으로 다가서는 이드의 행동에 경계심이 들었는지 지금까지 여유만만하게 그래서 뺀질거려 보이는 길의 얼굴에 슬그머니 긴장감이 흘렀다. 기사단의 부단장인 호란으로부터 길은 확실하게 이드의 실력을 전해들은 터였다. 때문에 이렇게 많은 기사들 속에서도 이드의 갑작스런 기습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길이야 긴장을 하건 말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이드로서는 그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게 고작이었다. "그래, 덕분에 어느 정도 상황 정리가 된 것 같다. 그러니 서둘러서 이 상황을 한꺼번에 정리해볼까? 그쪽이야 사정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런 일에 휘말리는 게 귀찮기도 하고, 빨리 느긋하게 쉬고 싶거든." 길에게 하는 이드의 말투는 어느새 아랫사람을 대하는 하대로 바뀌어 있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상대를 배려해줄 이유가 없었다. 거기다 길도 이드의 분명한 하대에 대해서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 듯했다. 사실 남의 것을 빼앗으러 온 상황이다보니 상대에게 예의를 바란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고위 귀족의 자제로서 여간해서는 듣기 어려운 하대를 그래도 침착하게 웃음으로 넘긴 길이 입을 열었다. "그러도록 하죠. 저희도 길게 시간을 끌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요." 거기까지 또박또박 내뱉던 길은 잠시 자세를 바로 하고는 이드를 똑바로 바라보며 정중히 말을 이었다. "저 길 더 레크널이 대 라일론 제국을 대신해 정중히 청합니다. 이드, 저희 라일론에서는 당신을 원합니다. 저희는 당신이 원하는 최고의 대우를 약속하겠습니다. 저희와 함께 황궁으로 가시죠." 정중? 어디를 가? 길의 말을 다 듣고 난 이드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가 전하는 내용보다 그가 말하는 정중이란 말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런 걸 정중이라고 한다면 뒤통수를 치듯 기사들을 때로 몰고 와 막아서고 있는 것도 엄청난 예우가 아닌가? "하! 두 번 정중했다간 아주 목이 날아가겠구나? 내가 아는 정중과 네가 아는 정중은 완전히 다른 말인가 봐. 아니면 세상에 나와 보지 않은 사이에 어느새 뜻이 바뀌었나?" 이드는 좀 매몰차게 대꾸하며 지금까지 무시하고 있던 백 여명의 기사들을 죽 둘러보았다. 그들은 여전히 날카로운 기세로 검을 겨누고 있었다. 이드의 말대로 정중이란 말의 뜻이 구십 년 사이에 바뀐 것이 아니라면 도저히 이해가가지 않는 '정중한' 장면인 것이다. 채이나와 마오도 이드의 비꼬는 말에 두말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동안 유창하게 지껄이던 길도 순간 말이 막히는지 약간 머뭇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기사로서의 양심이 그래도 남아 있어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무엇보다 아직 젊은 탓에 경험이 미천한 탓일 가능성이 컸다. "크흠, 그것에 대해선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이쪽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다는 것만은 알아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좀 강경한 태도로 나오게 된 데는 이드님을 다른 곳에 빼앗기고 싶지 않은 다급한 마음이 있었다는 것 또한 알아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역시 길은 미천한 경험을 커버할 언변도 함께 갖추고 있었다. 잠시 주춤거리는 것 같더니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미리 준비라도 해둔 것처럼 유려한 말이 좔좔 흘러나왔다. 모두 듣기에는 그럴싸하고 좋은 말이었다. 하지만 상황과 연결 지으면 모두 변명밖엔 되지 않는다. 어떻게 둘러대고 치장을 해도 지금의 상황은 적과 적! 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대치 상황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드가 원한 것은 길의 화려한 말재주가아니었다. "그런 능변보다는 그저 죄송하다는 그 말이 먼저 나와야 되는 거 아냐? 그게 바로 예의라구. 그렇지 않습니까?" 조금 한심하다는 투로 말을 건네던 이드는 말꼬리를 늘리며 길의 옆으로 시선을 넘겼다. 그런 이드의 시선에 담긴 것은 길의 곁에 처음부터 서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과는 아무 관계없는 제삼자인 양 덤덤히 지켜보고만 있던 은백발의 노인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노인은 아닌 듯 보기 흔한 평범한 얼굴에는 중년 기사 못지않은 강건함이 떠올라 있었다. 하지만 노기사는 그 강건함 만큼이나 입도 무거운 것인지 이드가 건네는 말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기 보다는 애써 피하고 있다는 느낌 이랄까? [아마 평생 기사도와 기사의 명예를 충실히 지키신 분이겠죠. 그런 사람이라면 지금의 상황은 눈을 돌려 피하고 싶은 일일 테니까요.] 이드는 마음속을 울리는 라미아의 말에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부터 길과 함께 나타나 지금까지 일관된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모르긴 몰라도 라미아의 추측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일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상관의 명령과 기사도 사이에서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고집스럽게 고민하고 있는 고지식한 노기사가 그의 본모습일 것이다. 이드는 노기사를 괜한 말장난으로 괴롭히지 않기로 했다. 명령에 따르는 기사지만 그 명령을 수행하는 것에는 분명한원칙을 가지고 있을 그의 고지식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고, 은은하게 풍겨 나로는 금강선도로 단련된 정순하고 청명한 느낌을 주는 내력의 흔적 또한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보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저 어르신은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 모양이다. 이야기의 마무리는 우리끼리 지어야겠지? 자, 사과해!" 노기사에게서 시선을 거둔 이드의 눈길이 다시 길을 향했다. 거기에 더해 상황에 맞지 않는 장난 같은 말을 꺼내 들었다. 사과라니, 사과할 것이었으면 이런 상황이 되지도 않았을 것을 뻔히 알면서 말이다. 사실 이드도 꼭 길에게 사과를 받겠다는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 그저 인연이 있었던 토레스의 후손이란 점을 생각해서 후배를 훈계한다는 뜻이 담긴 말이라고 봐야 옳았다. 하지만 그런 이드의 기특한 생각을 알아주는 사람은 라미아 뿐이었다. "더 이상의 말장난은 거절하고 싶군요, 이드." 이드의 말이 자신을 놀리는 것처럼 들렸던 모양인지 지금까지 그 좋기만 하던 길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지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사실 길로서는 이것도 많이 참은 것이다. 원래 검술이나 전쟁보다는 정치 쪽으로 능숙한 재능을 보여 온 길이었다. 정치적으로 촉망받는 젊은이의 자존심은 무인의 그것과 또 다른 것일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이미 뱃속에 능글맞은 능구렁이 한마리가 고개를 빳빳이 든 채 자리를 잡았다는 소리다. 하지만 차가운 피가 흐르는 능구렁이와는 달리 길은 아직까지 혈관에 뜨거운 피가 흐르는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도 할 것이다. 연륜에서 오는 미숙한 점을 그 역시 뛰어넘을 수는 없었기에 자신의 잘못된 점을 잡아 물고 늘어지는 이드와 채이나의 말을 더 이상 듣고만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누가 보더라도 지금의 상황은 길이 확실히 유리했다. 상대의 현재 심리 상태가 이미 모두 노출된 상태였다. 더 무언가를 확인할 필요가 없어졌다. 말로써 이드를 설득할 수 없을 것 같았으므로 더 이상 저자세로 숙이고 나갈 필요 역시없다는 결론이 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가장 먼저 그의 말투에서 나타났다. 지금까지 깍듯이 귀족의 예의를 차린 말투가 조금 거칠어진 것이다. "이제 저희들이 모시겠습니다. 황궁으로 가시죠." 의향을 묻는다기보다는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말이었다. 길은 한 손을 가볍게 휘둘러 보였다. 처저저적 그 한 번의 손짓이 신호가 되었는지 이드 일행을 경계하던 기사들의 자세가 여기서 한번 더 명령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금세라도 뛰쳐나갈 것처럼 공격적인 동작으로 바뀌었다. 더 이상 거절하면 힘으로 제압해서라도 데리고 가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태도였다. 하지만 이드가 보기에는 그저 호랑이에게 달려드는 하룻강아지보다 못해 보일 뿐이었다. 그들과 이드 사이의 실력차로보나, 그들이 하고 있는 강도짓으로 보나 말이다. 이드는 가벼운 콧방귀로 그들의 기세를 깔아뭉개 버리고는 길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흥, 가고 안 가고는 내 맘이야. 지금 무엇보다 급한 건 네 사과야. 거기다 네가 협 력하지 않으면 곤란하지 않아? 내 머릿속에 든 게 필요하다면서? 그럼 우선은 내 비위를 맞추는 게 먼저인 것 같은데." 이드는 자신의 머리를 장난스럽게 톡톡 두드리며 길이 요구했던 조건들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것은 이드의 지식과 라미아였다. 따로 형태를 가진 검이라면 빼앗을 수 있지만 형태가 없는 기억이라면 그러기가 곤란하다. 강제적으로 정신계 마법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쉽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부분적으로 틀리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온전한 내용의 지식을 원한다면 이드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말이 된다. 하지만 정작 길은 전혀 그런 사정을 고려해보지 않은 것인지 이드의 말에 오히려 검을 빼들어 보였다. "글쎄요. 그건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모르겠군요. 제가 명령 받은 일은 당신을 황궁으로 모셔오란 것뿐이라서 말입니다. 그 후의 일은 잘 모르겠군요." "일단 잡아놓고 보시겠다?" 이드는 앞뒤가 꽈 막힌 반응에 괘씸하다는 표정으로 길이 말하는 핵심을 추려냈다. "글쎄요." 길은 이드가 비아냥거리는 말에 부정하지 않고 애매하게 대답했다. 오히려 지금까지 당당하게 나오던 이드에게 한방 먹였다는 생각에서인지 대답하는 입가에 작은 미소까지 돌아와있었다. "모든 기사는 제국의 손님을 모셔라." "하!" 미소가 가시지 않은 채 튀어나온 길의 명령에 기사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 백 명이 한꺼번에 외친 한마디는 대단히 큰 소리였다. 거기다 백여 명의 기사들이 모두 이드 일행을 노려보고 있어서인지 그 소리는 더욱더 일행의 귓가를 쨍쨍 울렸다 "꺄악! 귀청 떨어지겠다, 이 무식한 녀석들아. 무슨 자랑스러운 일을 한다고 소리는 지르고 난리야! 빌어먹을……." 특히 귀가 밝은 엘프 채이나는 반사적으로 급히 귀를 틀어막으며 주위의 기사들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 기세를 유지한 채 시선을 이드에게로 돌렸다. "이런 일 잘 안다며. 빨리 처리해버려." "예, 예. 지금 바로 처리할게요." '나 굉장히 신경질 났어' 라고 말하는 듯한 채이나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이드는 재빨리 대답했다. 괜히 주춤거렸다가는무슨 막말이 날아올지 모를 서늘한 분위기 였다. 사실 기사들이 검을 들고 코앞으로 닥쳐오긴 했으니 채이나의 재촉이 굳이 아니더라도 손을 쓰긴 써야 했다. 잡아가겠다고 다가오는데 가만히 잡혀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말이다. "내가 말했죠? 이런 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안다고." 기사들을 향해 정면으로 서 있던 이드는 빙글 몸을 돌려 채나와 마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닌 듯 라미아를 허리에서 풀어 채이나 앞에 꽂아놓고는 다시 기사들을 향해 몸을돌렸다. "그 방법이란 게 의외로 간단해요. 강한 힘! 바로 의심할 수 없는 절대적인 무력의 차이를 느끼게 해주면 되거든요. 부탁해,라미아." 2 작전의 오판은 대가를 치른다 - 책임자는 언제나 냉정하고 정확하게 상황을 봐야 한다. 그 사실을 기억하고 지금을 봐라. 우우우웅 순간 라미아의 검신으로부터 맑은 하늘보다 투명한 푸른빛이 번져 나와 순식간에 채이나와 마오를 둥글게 감싸 안았다. 그것은 한눈에 보기에도 두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마법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더구나 투명하면서도 푸른 느낌의 하늘빛 방어벽은 척 보기에도 고위의 마법으로 보였다. 당연한 현상이었다. 누가 펼친 마법인데 허술하겠는가. 하지만 덕분에 많은 시선들이 순간적으로 라미아를 향했다. 이드는 그 눈 쏠림 현상에 씨익 커다란 미소를 지으며 발을 굴렀다. 꽈앙 "어딜 보나! 너희들의 상대는 내가 아닌가" 이드의 시선 끌기용 진각에 발끝에 모인 공기와 함께 땅이 파헤쳐지며 강렬한 폭음이 일었다. 느닷없는 큰 소리에 기사들은 황급히 방어자세를 취하며 이드를 경계했다. 라미아에게 향했던 시선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은 건 두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이드는 그렇게 바짝 긴장하는 모습에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기사들이 라미아를 주목하는 것은 이드가 의도했던 바이기 때문이었다. 이드는 이 상황 그대로 자신이 준비했던 말을 꺼내기로했다. 하지만 그런 이드의 생각보다 한 발 빠르게 조용한 목소리가 장내를 울렸다. "한심하구나. 그 잘난 기사도까지 집어던지면서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라고 해서 기사가 아니라 용병이 되어버린 것이냐. 이 이상 네놈들이 한심한 꼴을 보인다면 임무 이전에 내 손에 죽게 될 것이다. 은백의 기사단의 기사가 아니라 일개 용병으로서……." 모두 들으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큰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저 마주앉아 이야기 나누는 것처럼 억양의 고저도 없는 나직한 목소리였다.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멀뚱히 상항을 지켜보던 노기사가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작지만 모두의 귓가에 확실히 울리는, 그러니까 누구라도 그렇게 느낄 수 있는 호소력 강한 목소리 였다. [……내용은 섬뜩하지만 목소리는 듣기 좋네요. 짧으면서도 내용 전달이 확실한 것도 그렇고, 말도 길 못지않게 잘하는것 같고요.] 느긋하게 이어지는 노기사의 목소리를 들은 라미아의 짧은평이었다. "뭐, 그렇긴 하네. 하지만 누구 귀에는 천둥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을걸?" 이드는 라미아가 빈정거리는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의 기사들을 돌아보았다. 다름 아니라 노기사가 말한 상대란 길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기사들이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기사들 모두가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들을 향한 노기사의 말은 기사들을 더 이상 기사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기사를 목표로 지금까지 그들이 겪고 헤쳐 왔던 모든 시련과 노력을 부정하는 것이고, 그리하여 그것은 그들의 존재마저 부정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니 그런 말을 듣고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기사들을 수치스럽게 한 것은 노기사의 말이 전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치스러운 임무에다 기사답지 않은 부끄러운 행동이라니……. 뭐, 사실 꼭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긴 했다. 지금은 모든 기사들의 존경의 대상이 된 마인드 마스터의 검이 그 커다란 힘을 발휘하며 눈앞에 당당히 서 있으니, 검을 수련하는 기사로서 눈이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눈부신 미모를 지닌 미녀에게 저절로눈길이 가는 남자의 본능과 같다고나 할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행동이 기사로서 용서가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은백의 기사단 모두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노기사 만큼이나 고지식한 몇몇 기사들의 질끈 깨문 입술에서는 피가 맺히기도 했다. 견딜 수 없는 상황을 견디기 위해서 입술이라도 깨물지 않고서는 안 될 정도였다는 얘기 였다. 그들에게는. 그리고 그때를 맞추어 길의 목소리가 묘한 침묵 속에서 울렸다. "은백의 기사단! 출진!" 짧고 간단한 명령이었다. 하지만 기사들의 마음을 하나로잡아 모으는 데는 더없이 좋은 말이었다. "하!" 앞서 채이나의 귀를 아프게 한 목소리보다 딱 세 배 더 큰 목소리가 대기를 쩌렁하고 울렸다. 우렁차게 목소리를 높이는 기사들의 눈에서 불꽃들이 튀었다. 바로 이런 긴장된 분위기야말로 정상을 되찾은 것이라는듯 노기사는 다시 제삼자의 자세로 돌아가 눈을 감아버렸다. 어쩌면 그는 지금의 기세를 회복한 기사들이라면 이드를 충분히 잡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모양인지도 몰랐다. 확실히 지금처럼 등등한 기세라면 하지 못할 일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이드는 그런 기사들의 비장한 눈빛들을 보자 쯧쯧, 낮게 혀를 찼다.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강하게 손을 써야겠는걸.' 그저 뼈 한두 개만 부러트려서는 도저히 물러서지 않을 태세들이었다 "뭐,그것도 자기 복이지. 탓하려면 노기사를 탓하라구." 이드는 나직이 뇌까리는 혼잣말과 함께 두 주먹에 철황기의 기운을 끌어 올려 칠흑의 검은 강기를 형성시켰다. 그러자 이드의 손끝에서부터 손목까지 마치 전투용 건틀릿을 낀 듯 손 전체가 검은색에 쉽싸였다. 실제로 두 손에 강기를 형성한 이드로서는 손에 꼭 맞는 최고급의 가죽 장갑을 긴느낌이기도 했다. 이드는 그렇게 강기에 싸인 두 주먹을 가볍게 부딪쳤다. 쾅 쾅 쾅 마치 모루 위에 놓인 쇳덩이를 두드리는 것만큼이나 크고 거친 소리가 두 주먹 사이에서 터져 나찼다. 적당히 하지 않을 테니 각오하라는 일종의 신호 같은 것일까……. 이드는 간단한 행동으로 자신의 주먹이 결코 물렁하게 사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확인시키고는 천천히 눈앞의 기사들을 향해 걸어 나갔다 "자, 그럼 시작해보자고! 어느 정도 정신들은 차린 것 같지만,어차피 기사도도 저버린 녀석들 검도 필요 없어. 간단하게 이 두 손으로 처리해주지,하하하……." 이드는 이런 말을 내뱉고 나자 만족스런 웃음을 띠었다. 중간에 노기사가 끼어들어 늦기는 했지만 꼭 하고 싶었던 말을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앞서 라미아를 땅에 꽃아 놓은 것도, 이 말을 하는 것도 다 지금을 위해서 였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렇게 큰소리를 치는 것이 다 기사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확실히 인식시키기 위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앞으로 이어질 무력행사가 라미아의 힘이 아닌 오직 이드 혼자만의 힘이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것! 또 그런 거대한 힘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앞서 이드가 말했듯이 지금 은백의 기사단처럼 무언가를 노리고 나타난 상대에게는 분명하게 힘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스스로가 보물을 지킬힘이 있는 보물의 주인이라고 강하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강호의 누군가가 조소를 섞어 내뱉었던 말대로 '힘 있는 자가 정의!' 라고나 할까? 하지만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었다. 바로 라미아처럼 노리는 물건이 강력한 힘을 가진 경우 그것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라미아를 사용하거나 몸에 지니고 싸웠을 겅우 이드가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내보이더라도 상대는 그것이 이드의 힘이 아니라 라미아의 힘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니, 그릴게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좋은 예로 국가간의 전쟁을 들 수 있다. 보통 전쟁에서 승패가 갈릴 경우, 지는 쪽의 열에 아홉은 그 이유를 상대측의 최신 무기에서 찾는 것과 같은 작태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패배에 대한 변명이면서 일종의 자위행위와 같은 것이다. 이렇게 따져볼 때 기사들이 패배할 경우 라미아는 더없이 좋은 패배의 변명이 되는 것이다. 더구나 이드 일행을 제외하고 이 자리에 모인 모두는 라미아를 평생에 보기 힘든 고위 마법검이면서 전설의 용사에 버금가는 명성을 얻은 마인드 마스터의 신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변명거리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물건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될 경우 그 부작용이란……. "하아!" 생각만 해도 한숨에 머리만 지끈거 릴 뿐이다. 하지만 이미 무림에서 그런 이야기를 숱하게 접한 이드는 순식간에 그 후의 일이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아마…… 잠은 물론이고 제대로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달려들겠지.' 그런 생각과 동시에 새까맣게 몰려을 탐욕에 물든 인간 군상들의 그림자가 눈에 선했다. 도리도리 이드는 골치 아파질 그 상황들에 대한 결론에 진저리치듯 힘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지금의 일을 생각해내고 일부러 연기를 해낸 것이다. 만족스럽게도 조금은 어설픈 이드의 연기에 기사들은 장단을 잘 맞춰주었다. 이드는 그런 기사들을 향해 기쁜 마음으로 보답을 해주었다. "자, 철황출격이시다." 바로 철황권이란 보답이었다. 이드는 크게 한 발을 내딛으며 마주보고 서 있던 기사와의거 리를 한순간에 압축했다. 이드의 신형이 기사의 정면에 멈춰 선다 싶은 순간 들려온 소리가 있었다. 까드득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무릎에 힘이 빠질 정도로 소름끼치는 소리였다. 다름 아니라 이드의 주먹에 기사의 턱이 조각조각 부서지며 나는 소리 였다. 그와 함께 기사는 끽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핏물을 뿜으며뒤로 날아가 버렸다. 어설퍼 보일 정도로 큰 동작에서 나온 철황권의 충격량을 생각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일이 년간은 죽만 먹고 살아야 할것이다 "좋아, 이런 식으로 깨끗하게 마무리를 지어주지." 단 한 방으로 기사에게 초장기 휴가를 줘버린 이드의 말이었다. 남의 것을 노리는자들에겐 적당히 한다는 말이 필요 없기에 이 정도가 공격 수위로 적당하다고 나름대로 생각하는 이드였다. 소름끼치는 소리만큼 잔인하게 들리는 엄포에 가까이 있던 몇몇 기사들은 당장이라도 뒤돌아 달아나고 싶은 표정이 되었다. 이드는 공포에 사로잡히기 시작하는 기사들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음 기사를 향해 크게 몸을 움직였다. 그 동작은 평소의 정교하면서도 화려하던 이드의 그것과는 달리 거대하고 폭발적인 느낌을 주었다. 그 속에는 길과 은백의 기사단을 통해 제국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려는 이드의 의도가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덕분에 이드와 마주선 기사들은 조금 전 처참한 꼴로 저만치 날아가 버 린 동료가 떠올라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것 같았으면 제국의 기사가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검진을 형성해! 상대는 강하다. 기사로서 강자와 상대하는 것은 더 없는 영광이다. 그 영광에 힘껏 보답하는 것이 기사다." "하! 우리는 기사다." 이미 한 번 노기사에게 쓴소리를 들었던 탓인지 기사들은 길의 명령이 다시금 떨어지자 통일된 대답과 동시에 일사분란하게 몸을 움직였다. 그들은 일정한 방향으로 각도 있게 움직이며 이드를 중심으로 삼각형 모양의 검진을 형성했다. 특이하게 각 꼭지점에 기사가 검을 들고 있는 검진은 상대의 앞과 양옆으로만 공격이 가능한 진형 이었다. 다시 말해 상대의 등 뒤를 공격하지 않는 정직함이 들어 있다고나 할까? 마치 저기 서 있는 노기사의 성격을 그대로 닳은 검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만만히 볼 수는 없었다. 진형의 정직함 때문에 오히려 공격을 받는 쪽에서도 뽀족한 대응 방댑을 찾을 수 없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오직 정직하게 실력으로서 기사들과 끝없이 부딪쳐야 하는, 소위 꼼수가 통하지 않는 검진이다. 자연히 이 속에 들어간 적은 실력이 딸려서 죽거나 체력이 다해서 죽을 뿐이다. 이드는 정밀하게 짜여진 검진의 특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어쨌든 그러거나 말거나 이드는주위의 기사들을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거…… 고맙다고 해야 하나?" 지금 이드의 생각과 너무도 잘 맞아 떨어지는 검진의 등장에 누가 일부러 준비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누가 준비했던지 간에 잘 써먹어줄 생각이었다. 이드는 단단한 결심과 함께 바로 기사들을 향해 다시 주먹을 뻗었다. 빠르고, 강하게! 이후 이어진 이드의 행동은 딱 이 두 단어로 표현이 가능한 단순한 움직임의 연속이었다. 상대의 검이 정직한 만큼 이드의 반응도 정직했던 것이다. 티킹 찔러 오는 검을 빠르게 막아내고, 빠가각 이어서 강하게 후려친다. 간단한 두 동작이 마무리될 때마다 꼭 한 명씩의 기사가 허공으로 나가 떨어졌다. 마치 그렇게 하기로 서로 합의라도 본것처럼. 그렇게 몇 명의 기사가 차례차례 나가 떨어졌을 때……. "끄아압! 죽어라!" "이번엔 나다!" 어느 순간부터 기사들은 쓰러진 동료를 돌아보지도 않고 거칠게 검을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검진을 신경 쓰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앞으로 나서려는 기사도 있었다. 좀 전 이드의 기세에 밀렸던 자들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공격적으로 돌변한 모습이었다. 그것은 치열해지는 전투 상황이 야기하는 뜨거운 흥분과 단순하면서도 격렬한 철황권을 상대하면서 기사 이전에 검을 든 전사로서의 피와 투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때문이었다. "하찻!좋아,그렇게 나와야 무인[武人]라고 할 수 있지." 제정신이 아닌 기사들의 광분에 이드는 점점 반가운 표정이 되었다. 그저 남의 것을 탐하기만 하는 저급한 강도보다는 열혈의 이런 전사다운 패기가 보기 좋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애초의 목적이 좋지 못했던 때문이었는지 그런 이드의 기분은 별로 오래가지 못했다. 다름이 아니라 그 뜨거운 열기 사이에 섞여 이드의 등 뒤를 견제하고 있던 기사가 검을 찔러 들어온 탓이었다. 검을 휘두른 기사의 표정은 한껏 술에 취한 듯 몽롱해 보였다. 비겁한 기습이라기 보다는 투기에 취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검을 휘둘렀다는 인상을 주었다. 마치 싸움장에 싸움닭처럼 요란스럽기만 한 작태 였다. "흥,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지도 못할 만큼 제 투기에 미쳐버 렸군……. 그래서는 기사는 물론이고,투사도 못 돼. 그저 싸움꾼에 불과한 거지." 이드는 등 뒤로 느껴지는 너저분한 기세에 금세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덕분에 잠시 떠오른 이드의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투기에 취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면 진정한 투사요, 전사라고 할 수 없었다. 검을 수련한다기 보다는 검에 휘둘린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되는 순간 그자는 그저 싸우기 좋아하는 싸움꾼일 뿐이다. 이드는 그런 상대는 볼 필요도 없다는 듯 고개도 돌리지 않고 파리를 쫓아버리듯 짜릿한 철창권의 경력[經力]을 휘둘러 저 뒤로 날려버렸다. "켁!" 정신 못 차리고 나댄 만큼 허무하게 스러지는 기사였다. 하지만 허무한 최후와는 달리 그 기사의 행동은 한창 전투의 흥분에 정신없던 다른 기사들의 자제심을 무너트리는 큰일을 내버렸다. 정신없는 중에도 지킬 것은 지키고 있던 기사들이 그를 시작으로 명령 따위는 깡그리 잊은 듯이 마구잡이로 검을 찔러넣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히 검진은 처음의 형태를 순식간에 모조리 잃고 무너졌으며, 전장은 치열한 혼전의 개판이 돼버렸다. 뿐만 아니었다. 검진의 와해와 함께 자제심을 잃은 기사들의 검에서는 어느새 희미한 갖가지 빛깔들의 검기까지 맺히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말이다. "안 돼. 검기는 절대 안 돼 어디까지나 상대를 생포하는게 목적이란 말이다. 모두 멈춰!"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자 길은 낭패한 표정으로 악을 쓰듯이 고함을 질렀다. 아무리 상대가 강하더라도 검기는 곤란했다. 검기라는 것에 잘못 스치기만 해도 최소 불구며, 심하면 사망이다. 상부로부터 상대의 생포를 명령받은 길로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길의 생각이야 어떻든 간에 이미 전투에 깊이 몰입한 기사들이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한명을 상대로 명령 체계마저 지켜지지 못하는 상황은 기사단으로서는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그래서 더욱 혼란스럽기만할 뿐인 기사들이었다. 무엇보다 기사들은 이드와 같은 상대가 너무 낯설었다. 기존의 전투 방식에서 벗어나자 수습이 되지 않는 것이다. 전술은 상대의 공격을 예측 가능할 때만 발휘된다. 그러므로 모든 전술은 전례를 남기는 법이었다. 지금 이들의 당혹스러움의 정체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니까 길의 명령을 듣고 주위를 살필 정신이 있었으면 애초에 검진을 무너트리거나 명령을 잊고서 검기를 사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길은 몇 번이나 쓸데없는 고함을 고래고래 지르고서야 그러한 사실을 감지한 것인지 몇 마디 욕설을 씨근덕거리고는 다급히 은발의 노기사를 찾았다. "단장님, 기사들을 진정시켜 주십시오. 어서요." 하지만 길의 다급한 말이 들리지 않는지 노기사는 그저 팔짱을 낀 채 묵묵히 눈을 감고 있었다. "코널 단장님!" 길이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노기사 코널은 그제야 눈을 설풋이 뜨며 무심한 눈으로 제멋대로 검을 휘두르는 기사들을 바라보더니 못마땅한 시선으로 길을 돌아보았다. 그런 코널의 시선에 길은 움찔 움츠러들었다. 이번 임무를 시작할 때부터 탐탁지 않은 태도로 무관심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완연히 불만을 내보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코널의 눈치를 볼 상황이 아니었다. 다만 길은 기사들의 폭주가 어떤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모를 뿐이었다. "단장님,어서 기사들을……. 단장님도아시겠지만 이번 임무는 생포입니다. 만약 저 이드가 죽거나 불구가 되면 보통 곤란한 게 아닙니다. 이번 작전의 핵심은 마인드 마스터의 검보다는 저 소년이란 걸 아시지 않습니까." 길은 애원조로 사정하면서도 시선만큼은 강렬하게 내비치며 코널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코널은 애가 타는 길의 말을 듣기나 한 것인지, 기사들을 바라보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허,허……. 광전사가 따로 없군. 저게 어딜봐서 임무를 수행하는 기사란 말인가. 하아, 애초에 이런 일을 수락하는게 아니었는데……. 마인드 마스터라는 말에 혹한 내 잘못이 크다." 코널의 음성엔 후회라는 감정이 한가득 묻어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급한 길로서는 쓸데없는 잡소리로 밖엔 들리지 않는 말이었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 무슨 말도 안되는 푸념이란 말인가. 길은 한 번 더 코널에게 행동을 취하도록 재촉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런 길의 생각보다 이어지는 코널의 말이 좀 더빨랐다. "길, 이번 일은 잘못된 거다." "압니다. 하지만 제국을 위한 일입니다." 처음 임무를 받을 때 코널이 달가워하지 않았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길이었다. "아무리 나라를 위한 일이지만 기사로서 할 짓이 아니다. 덕분에 저 녀석들이 미쳐 날뛰는 거지. 기사도를 버린 기사는 기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일은 처음 계획부터 잘못 되었다. 특히 상대의 전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지 못했던것은 치명 적이다." "……." 길은 이어지는 코널의 명명백백한 말에 묵묵히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재촉하지도 않았다. 코널이 그저 기사도에 어긋난 행동을 가지고 말하는 게 아니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느낌이 맞다면 코널은 지금 이번 임무가 실패할 거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절대 코널의 말을 흘려들을 수 없었다. 다름 아니라 이번 계획을 실행시킨 것이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었다. 이 순간 이드가 혹여 다칠까 애가 타던 길의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네가 그랬지. 저 소년의 실력이 소드 마스터 최고의 경지인 것 같다고……." 길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왕의 길에서 벌어졌던 일과 성문 앞에서의 소동을 보고받은 후 이드의 실력을 소드 마스터 이거나 막 그레이트 소드에 접미든 것 같다고 보고했었다. "네, 그렇습니다. 단장님 역시 확인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끄덕 코널은 그것을 전혀 부정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길의 설명을 듣고 성을 나서기 전에 성문 앞의 흔적을 확인하고는 그의 말에 동의했었다. "그랬지.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니다. 너나, 나나 마인드마스터의 후예를 너무 쉽게 봤다. 마인드 마스터라는 이름이 단순한 것이 아닌데. 우린 너무 쉽게 생각했다. ……길,물러날 준비를 해라." 코널의 명령에 길은 순간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또 온몸에서 끈적하고 기분 나쁜 진땀이 배어 나왔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심란한 마음을 그대로 내보이는 듯 뒤틀려 나오는 길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길의 심정 같은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덤덤한 코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금 후면 싸움이 끝난다. 기사들은 아무도 죽지 않은 채 모두 쓰러질 것이다." 마치 예언자처럼 싸움의 승패에 이어 기사들의 생사까지 단언하는 코널이 었다. 하지만 단호한 목소리와는 달리 이드와 기사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복잡한 감정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당연했다. 상황이야 어떻든 간에 저기 맞아서 쓰러지고 있는 기사들은 그가 몸소 가르치고 정을 주며 길러낸 부하들이기 때문이었다. 부하들이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고 저렇게 추풍낙엽으로 쓰러지고 있으니 아무리 기사도에 충실한 그라도 더 이상 참아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속이 복잡하기로는 길이 코널보다 더했다. 누가 뭐래도 이 일을 계획하고 추진하고 있는 책임자는 그였기 때문이었다 "단장님……." 복잡한 심정으로 뒤엉킨 길의 목소리 에 코널은 단단한 손으로 그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흔들리는 길의 마음을 붙잡는 듯한 그의 느닷없는 행동에 길은 코널의 눈을 바라보았다. "길, 이 일은 네가 책임자다. 책임자는 언제나 냉정하고 정확하게 상황을 봐야 한다. 그 사실을 기억하고 지금을 봐라 기사들과 저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의 전투를. 저걸 보고 누가 전투라고 하겠느냐. 기사들의 검이 그의 옷자락을 스치지도못하는데……. 냉정해져라. 우리 모두 철저하게 잘못 생각했다. 상대는 거대한 강자다. 그저 그런 소드 마스터가 아니라, 최소한 그레이트 소드,아니면……아니면 그랜드 소드 마스터다." 코널이 힘주어 말한 마지막 말에 길은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 길은 그 단어를 자신의 입으로 되뇌자 온몸이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쩌릿쩌릿 저려오다 또 순간 맥이 쭉 빠졌다. 검을 든 기사로서 최고의 영광된 칭호를 이 자리에서 듣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는 구십여 년 전 있었던 초인들의 전쟁이후 파워, 마스터, 그레이트, 그랜드로 새롭게 정리된 검의 경지 중 최고, 최상의 경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랜드……. 그러기엔 저자는 아직 너무 어리지 않습니까." "처음 마인드 마스터가 출현했을 때 그 역시 소년의 모습이었다." 아니길 간절히 바라는 길의 말에 코널의 즉답이 이어졌다. 길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말에 두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길로서는 이드의 실력이 그정도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드의 실력을 인정하다는 건 일이 실패한다는 말과 같은 뜻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번 일은 길이 중앙에 보고해서 그가 중심이 되어 벌인 첫 번째 일이었고, 동시에 중앙 정계에 진출하기 위한 포석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길에겐 결코 실패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상대가 너무 강하다! 마치 이야기책 속에 나오는 시시한 악당 중 한 명이 된 느낌이 스멀스멀 드는 길이었다. 그러나 길이 인정하건 말건 간에 이드는 코널이 예견한 상황을 착실하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미 이드를 둘러싸고 있던 기사들의 반수 이상은 끙끙대며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좋아, 그럼 이 정도에서 상황을 마무리 지어볼까!" 이드는 안 그래도 힘겨운 기사들이 질겁할 말을 가볍게 내뱉고는 저 깊이 가라앉아 하나의 단[丹]의 형상을 하고 있는내력의 일부를 끌어 올렸다. 지금까지 사용한 가벼운 운용과는 달리 거침없이 흐르는 대하의 물길 같은 모양의 내력이었다. 단순히 그 양만 따져보아도 일수에 남아 있는 기사들의 반을 한꺼번에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이런 강력한 힘을 뿌려댔다면 상황은 순식간에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드는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간단히 끝내기 보다는 살과 살을 마주대어 좀 더 확실하게 힘의 차이를 느끼 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뼛속 필이 새겨지는 고통과 어떻게 당하는지도 모른채 순식간에 당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데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이드가 하는 것은 상대에게 자신의 강함을 정확하게 인식시키는 일! 그 정확한 정도를 온전히 체험해낼 수도 없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확실히 할수록 좋은 일인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이제 그런 작업이 충분하다고 생각한 이드는 한 방에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으려는 것이다. 앞서 강력함을 증명했으니 , 이제 그 힘의 크기를 보일 차례였다. 3 사과하는 것만이 살 길이다 - 기사들을 수습하고 나면 자신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수색조가 만들어질 것은 눈에 안 봐도 선했다. 이드의 숨결에 따라 철황기의 정해진 경로로 모여든 내력이 양팔을 검게 물들이며 한여름 아지랑이처럼 일어나 꿈틀거리는 독사마냥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지금까지 이드에게 신나게 얻어 맞았던 기사들을 오금이 저리도록 움찔하게 만들었다. 이드는 기사들의 넋 나간 표정들을 훌어보며 얄궂은 웃음을 짓더니 검은 기운에 쉽싸인양팔을 앞뒤로 휘둘렀다. "이제 편히들 쉬라구. 철사……분영편[鐵蛇分影鞭]!" 쉬리릭 순간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은 그림자가 직선과 곡선의 무수한 선을 그리며 사방을 검게 뒤덮었다. 이드의 팔에서 일어난 아지랑이 같은 기운, 바로 강기가 꿈틀거리는 뱀처럼 또는 날카로운 채찍처럼 오십 명의 기사들을 향해 뻗어나간 것이다. "큭, 이게……." "커억!" 두 가닥의 강기는 정말 번개와 같은 속도로 뻗어나가 남은 기사들의 팔다리를 꿰뚫어 그들을 완전 전투 불능상태로 만들었다. 단순히 상처의 정도만 본다면 앞서 쓰러진 기사들보다 확실히 중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십여 명의 기사들이 순식간에 피를 보며 쓰러졌다. 그러나 정작 쓰러진 기사들의 얼굴엔 상처로 인한 고통보다 자신이 어떻게 당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더욱 진하게 떠올라 있었다. 나름대로 번거로운 방법을 써가며 기사들을 정리한 이드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 이젠 아예 돌처럼 느껴지는 길과 코널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마지막 남은 두 사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생각하기 위해서였다. 코널은 낮게 침음성을 발하면서 최대한 덤덤한 표정을 유지하고 입을 열었다. "으음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상대는 최소 그레이트 상급 아니면 그랜드 마스터다. 과연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길에게 하는 말인지 애매한 말이 여전히 듣기 좋은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까지 여유가 생겨 흘러나온 말 같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정반대라고 해야 할 것이다. 떨려오는 마음에 길의 어깨에 올려져 있던 그의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고 그 악력이 얼마나 강한지 길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정작 어깨에 시퍼런 멍이 생기고 있는 길은 크게 아픔을 느끼 지 못했다. 육체의 아픔보다 마음이 더 복잡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적을 앞에 두고 정신을 놓고 있는 것은 죽여 달라는말과 같다는 걸 잘 아는 코널이었다. "이걸 가지고 뒤로 물러나 있어라. 우리 목숨을 취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만, 전장의 일이란 쉽게 생각해선 안 되지." 코널은 자신이 끼고 있던 낡고 볼품없는 반지를 길에게 쥐어주며 그의 어깨를 자신의 뒤로 밀어냈다. [텔레포트 마법이 깃든 반지네요.] 두 사람이 하는 양을 가만히 지켜보던 이드의 마음속에 반지의 정체를 알아본 라미아의 목소리가 생겨났다. 이드는 그녀의 목소리에 작게 고개를 끄덕 였다. 척하면 착이라고, 코널의 생각이 대충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목숨이 위험할 경우 반지를 이용해서 길을 탈출시킬 모양이었다. 길도 마침 그런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들어 코널을 바라보았다. "단장님!" "만약을 위한 일이다. 그의 행동으로 보아 죽일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기록으로 남은 마인드 마스터의 성격을 생각해봐도 그렇다. 그러니 일단 물러나 있어라." "……알겠습니다." 이어지는 말에 길은 결심하듯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괜히 고집을 부릴 상황이 아니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게 길로서는 더욱 가슴 아리는 일이었다. 코널은 길이 순순히 물러나자 작은 한숨과 함께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제발 이대로 상황이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이드는 코널의 그런 마음은 몰랐지만 그가 더 이상 싸울 생각이 없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정확히는 싸울 생각이 없다기 보다는 이드가 내보인 강하디 강한 힘에 온전하게 패배를 인정했다고 보아야 할까. 이드는 날카롭게 독을 품은 철황기를 거두고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코널을 향해 다가갔다. 쓰러져 맥을 못 추고 있는 기사들과 길의 시선이 두 사람을 향해 모여들었다. 부상에 끙끙거리던 기사들도 신음을 주워삼키고 이어지는 상황을 살폈다. "우리가 패했네. ……선처를 바라네." 주위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면 마주선 두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코널이 고개를 숙이며 패배를 시인했다. 이미 결정이 나버린 상황에 도장을 찍었다고나 할까. 그런 코널을 꼼짝도 못하고 지켜봐야 하는 기사들의 표정이 복잡하게 변했다. 평소 신뢰하고 존경하던 단장이 자신의 수많은 부하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난생 처음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그 속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글쎄요. 딱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좀 전에 당신이 말했던 대로 목숨을 빼앗을 생각은 없으니 말입니다." 이드는 별것 아니라는 듯 빙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 코널은 이드의 말에 순간 움찔했다. 그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작은 속삭임을 들었다니. 하지만 곧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기사단을 대신해 감사하네." "별로요. 힘자랑을 했으니 구경꾼이 많을수록 좋아서 그런것뿐이니까요. 대신 이 런 일은 이번뿐입니다." "……기 억하지." 코널은 이드의 말에 눈을 질끈 감았다. 뒤집어 말하면 다음번엔 죽인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살고 싶으면 다시 오지 말라는 말인데, 직접 협박하는 것보다 더 깊게 가슴에 와 박혔다. 이드는 코널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태도로 보아 다음번 또 이런 일이 있더라도 최소한 그의 기사단은 나서지 않을 것이란 것을 분명하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황궁에 전해주세요. 난 이 대륙 어느 나라에도 속할 생각이 없다고,구십 년 전에 그랬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어느 나라든 원한다면 나와 적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실히전해주세요." "그 말대로 전하지." 이드는 이번에도 바로 들려오는 코널의 대답에 또 한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십여 미터 뒤로 물러서 있는 길을 손짓해서 부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잇고 있는 것은 이드라는 이름뿐이 아니니 분명하게 전하세요. 넌 빨리 이리 안 와? 내가 오라고 손짓하는 게 안 보여?" 그저 기억이나 해두라는 듯이 코널을 향해 말한 뒤에 이드 자신의 손짓에 주춤거리고 있는 길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잘못한 것이 있는 길로서는 쉽게 이드의 말을 따를 수도 없었다. 이번 일에 가장 앞장서서 나선 것이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또 앞서 이드와 마주서서 자신감에 차 했던 말들을 떠올리면 이드가 어떻게 나올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내 목숨을 원하는 겁니까?" "하하, 내가 방금 한 말 뭐로 들었어. 이번엔 아무도 죽일 생각이 없다. 더구나 지금 널 죽여서 득이 될 게 없거든." "그럼 어째서……." "앞서 받지 못했던 사과! 그걸 받고 싶어. 그러니 빨리 와. 네가 늦을수록 누워 있는 놈들 상처가 악화된다. 절반이 관통상이라 병신이 될 수도 있다구." 이드는 귀찮다는 투로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길은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바로 걸음을 옮겼다. 자기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관철시키는 성격이었지만, 적어도 자기편의 고통을 저버리는 비 겁자는 아닌 길이었다. 그리고 한 번 시작한 일은 망설이지 않는 성격도 가진 것인지 이드의 앞에 서자 바로 고개를 숙였다. "앞서 제가 했던 행동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그 사과 받아들이지. 하지만 정말이지 기분 나빴어. 이익을 위해서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의 뒤를 치는 것 말이야. 다음부턴 조심하는 게 좋아. 난 그런 걸 특히 싫어하거든. 다음에도 이런 모습을 보이면…… 그 마인드 로드와 마나를 내가 거두어 가겠어." 진심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지만, 그리고 진심이 아닐 확률이 높았지만 이드는 길의 사과를 받아들이고는 한마디 충고를 더하고 돌아섰다. 생각 같아서는 함부로 나댔던 길을 확실히 교육시키고도 싶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래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여하튼 하고 싶은 일과 말을 다 했으니 여기서는 완전히 볼일이 끝난 셈이다. 이드는 더 이상 꼴도 보기 싫다는 듯 냉큼 돌아섰고, 뭐가 그리 재밌다는 것인지 연신 싱글벙글 거리며 눈웃음을 치고 있는 일행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마치 재미난 구경거리를 감상한 표정을 역력히 드러냈는데, 이드는 그게 영 찜찜한 게 아니었다. 암만 즐거워도 적어도 내색하지는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자, 일도 끝났으니 그만 떠나죠. 여기서는 쉬지 못할 것 같으니까. 다음 마을을 찾아보는게 좋을 것 같아요. 수고했어, 라미아." 이드는 방어벽을 거둔 라미아를 챙기고는 검 끝에 묻은 흙을 닦아냈다. [뭘요. 이드야말로 수고했어요.] 이드의 칭찬과 손길이 좋았는지 라미아의 목소리에 활기가 돌았다. "그만하고 어서가자. 네 말대로 여기 더 있어 봐야 좋은 꼴은 못 보겠다." 채이나는 이제는 자연스럽게 들리는 라미아의 목소리에 그 사이를 비집고 들며 이드의 등을 떠밀었다. 채이나가 재촉하고 나서자 이드와 마오는 그녀를 선두로 마을을 가로 질러 나갔다. 세 사람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나자 길은 하늘을 향해큰 한숨을 내쉬 었다. "앞으로 골치 아프겠군." 과연 누구의 골치가 더 아플까. 그건 아직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멀정한 기사단 하나를 몇 달간 활동 정지시켜 버리고 마을을 나선 일행이지만, 마땅히 쉴 만한 곳이 없었다. 상황 파악을 하느라 공연히 길과 벌인 말장난이 시간을 잡아먹었고, 눈에 보이게 위력을 과시하느라 또 터무니없이 시간을 소모하는 바람에 이미 저녁시간이 가까워진 때였다. 대충 둘러봐도 하룻밤 묵어갈 만한 곳은 쉬 보이지 않았다. 뭐 딱히 쉴 만한 마을이 없으면 적당한 곳에 노숙을 해도 그만이었지만,그러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얼마 안있어 이드에게 호되게 당한 기사들을 수습하기 위해 더 많은 병력이 파견될지도 몰랐다. 그럼 또 어떻게 시끌벅적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말이다. 기사들을 수습하고 나면 자신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수색조가 만들어 질 것은 눈에 안 봐도 선했다. 이건 길이 계획했다고 해서 이쯤에 끝날 일이 아니었다. 그의 계획을 밀어주는 배후가 어마어마한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하나의 국가, 그것도 그이름도 대단한 제국이었다. 이 정도에서 포기하길 기대하는것 자체가 너무도 단순한 생각일 것이다. "별수 없네요. 그냥 날아가죠." 이드는 주위를 휘처 둘러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채이나에게 말을 건넸다. 정령을 불러 주위를 탐문하고 있던 채이나가 무슨 말이냐는듯 되물었다. "날아가?" "예, 대충 둘러봐도 주위에 쉴 곳도 없고, 여기 더 있다가는또 귀찮은 일에 휘말릴 테니까 바로 드레인으로 이동하잔 말이에요." "그러니까 텔레포트를 하자?" "그렇죠. 이 나라에 있는 동안에는 저런 녀석들이 끈덕지게 따라 붙을 게 뻔하잖아요. 쓸데없는 싸움은 피하는 게 좋죠." 이드는 그렇게 말해놓고는 슬그머니 채이나의 눈치를 살폈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긴 했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일리나의 행방을 들을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 이드의 절실한 마음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이드의 의중을 간파하지 못할 채이나가 아니었으므로 이드는 내심 찔리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드의 주장은 처음 여행을 나서는 마오의 경험을 최대한 쌓아주겠다는 채이나의 알뜰한 계획에 완전히 어긋나는 말이기도 했다. "싫어." 그러나 이드의 잔머리는 채이나의 한마디에 바로 꺾여버렸다. 오히려 채이나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이드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네 속을 모를 줄 아니? 흥이다. 나는 처음 계획한 대로 걸어서 갈 거야. 그러니까그렇게 알아둬." "푸, 좋아요. 하지만 이 근처에선 정말 쉴 곳이 없잖아요. 그렇다고 다음 마을까지 뛰어가기도 그렇고……." 이드는 채이나의 매몰찬 거절에 바로 자신의 생각을 포기해 버렸다. 처음부터 통할 거란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었다. 대신 솔직한 현재 상황을 말하기는 해야 했다. 정말 이드의 말처럼 날아가지 않는 이상에는 뛰아가야 할 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채이나도 딱히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방금 지나 온 마을을 돌아보고는 이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좋아, 지금 상황이 이러니 뽀족한 방법이 없지 뭐. 네 말대로 텔 레포트하자." 결국 채이나도 자신의 생각을 조금 굽히고 마는 듯했다. 하지만 이드의 말을 모두 들어줄 생각은 없었는지 바로 덧붙였다. "그러나! 바로 드레인으로 가진 않을 거야." "설마 다음 도시까지 그렇게 가자고 하는 건 아니죠?" "물론이야. 난 국경 부근까지 이동해 갈 생각이거든. 네 말대로 이 부근에 계속 있긴 힘들고 또 이대로 국경까지 가려면 수도 부근을 지나야 하는데…… 그건 나도 피하고 싶으니까." 채이나는 그건 정말 끔찍한 일이라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지금 이렇게 조직적으로 몰려와 다짜고짜 무력으로 해결하려는 걸 보면 많은 기사들과 병사들이 항시 지키고 있는 수도 부근에서는 과연 어떤 상황이 연출될지 상상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시 이들과 부딪히게 된다면 그때는 이 정도 숫자가 아닐것이다. 얼마나 많은 수가 몰려올 것인가? 그건 채이나가 생각하는 마오를 위한 여행과 마오의 생생한 체험 만들어주기 이전에 무모한 생고생이고 애꿎은 전쟁이었다. "흠,국경까지라……. 뭐 그것만 해도 충분하긴 하죠." 이드는 이 정도만 해도 다행이라는 듯 만족스런 표정을 그리고는 빙글빙글 웃었다. 정말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조금만 돌려놓고 생각하면 이드의 생각이 지극히 상식적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상황에 따라 그건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절대로 텔레포트를 사용하지 않겠다던 채이나의 고집을 절반쯤은 꺾었다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것 자체가 어딘가 기형 적인 상황인 것이다. 어쨌든 그것으로 거의 한 달이나 걸려야 가는 거리를 한 번에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그것만이 지금 이드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그런데 좌표는 알아? 구십 년이면 도시가 생겼다가 사라지기엔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라 옛날 좌표는 그다지 신뢰할 수 없을 텐데 말이야." "우선 가장 큰 도시를 목표로 가보는 거죠. 게다가 저 위에서 보면 주변에 마을이나 도시가 있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기도 하니까요." 이드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켜 보이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텔레포트를 저 하늘 까마득한 곳에서 마치면 그 일대가 한눈에 들어을 테니 말이다. 채이나는 알아서 하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번에는 바로떠나자고 했다.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자 변심하기 전에 얼른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에 이드는 채이나와 마오를 양옆으로 두고 냉큼 라미아를 꺼내 들었다. "라미아, 그럼 부탁한다." [네. 맡겨만 두시라고요.] 보통의 인간 마법사라면 한참을 끙끙거려야 할 일을 물 한잔 마시는 일보다 간단하게 대답하는 라미아의 목소리 였다. 우우웅 그리고 그녀의 말과 동시에 은은한 마나의 공명과 함께 세명의 발밑으고 복잡하게 만들어진 둥근 마법진이 생겨났다. 거기엔 텔레포트를 위한 모든 정보가 담겨져 하나의 완벽한 그림을 이루고 있었다. 이드는 그런 마법진을 바라보다 문득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다름이 아니라 약간의 오차가 있는 것처럼 꾸며 국경 부근이 아니라 드레인 안쪽으로 텔레포트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얄팍한 생각은 그저 생각으로만 그쳐야 했다 바로 조용히 들려오는 라미아의 음성 때문이었다. [한국에 이런 말이 있었죠,아마? 오 분 빨리 가려다 오십 년먼저 간다고. 이드, 채이나의 성격을 생각하라고요. 모르긴 몰라도 그렇게 했다가는 그 성격에 이 자리까지 걸어서 되돌아오려고 할걸요.] 물론그럴 것이다. 채이나의 성격을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을 생각이라는 데 누구나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르긴 몰라도 몇 주의 시간을 줄여 보려다 몇 달을 손해 보게 될 게 뻔했다. 애초에 오차와 실수라는 말이 허락되지 않는 마법이 텔레포트다. 오차와 실수는 곧 죽음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실수라고 믿어주지도 않을 것이다. 이드는 가만히 자신의 생각을 접어서 저 멀리 내던져버 렸다. "안 가?" "아, 가야죠. 자 자, 그럼 빨리 마을이나 도시를 찾아서 쉬어보자 라미아." [호호…… 네, 그럼. 텔 레포트!] 뭐 낀 놈이 성낸다고, 괜히 속으로 했던 생각이 찔리는지 절로 목소리가 크게 나오는 이드였고 그를 놀리기라도 하듯 라미아는 말괄량이 같은 웃음소리와 함께 시동어를 가볍게 외웠다. 순간 세 사람은 마법진에서 시작된 오색의 빛과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져 갔다. 4 라미아는 변하고 싶다 - 내가 이야기했죠? 이계에 있었다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곳에서는 라미아가 인간의 모습을 했었거든요. 이 단어는 국제문제에 있어 가장 까다로운 단어 중 하나다. 또 나라 간에 벌어지는 다툼의 핵심이기도 했다. 나라 간의 다툼이란 거의가 그 영토의 확장에 있는 것인데, 이 국경이란 것이 그 영토의 경계를 나누는 붉은 도화선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도 독도라는 작은 섬을 두고 저 밑의 섬나라와 이런 분쟁이 있었다고 했다. 명백히 한국 땅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그 아래섬나라가 어거지를 부린 것이다. 결국 독도는 한국의 영토로 세계적으로 공인을 받게 되었지만, 워낙 생떼를 쓰는 게 몸에 밴 섬나라가 인정할 수 없다며 한동안 난리를 피우는 바람에 팽팽한 긴장감은 그 후로도 얼마간 계속되었다고 했다. 독도라는 섬 이 국제적으로 관심을 끄는 바람에 한국의 영토로 결정되고 나서 결과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버렸는데, 한국 정부가 유독 섬나라 사람들에 대한 절차만은 까다롭게 한 것으로 유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붉은 경계선을 넘기란 여간 힘들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힘든 일이다 보니 국경을 넘기 위해 절차를 밟느라 몇날 며칠 입국 허가를 기다리는 건 기본이었다. 자연히 그 시간 동안 그들은 국경 부근의 도시에 머물면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흘러가고, 흘러들어오다 보니 자연히 도시는 발전하고 커져 갔다. 국경을 넘는 모든 사람들이 바로 그 도시들을 거쳐 가기 때문이었다. 유동인구가 많고, 외국에서 들어오는 물건들이 가장 먼저 풀려 나가는 곳이니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발전하는 속도가 가장 빠른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또 가장 위험한 곳이 국경도시이 기도했다. 그러나 최근 오십여 년간, 드레인을 마주하고 있는 라일론의 국경은 너무도 평안했다. 거대한 두 제국이 동맹을 맺은 이상 그 사이에 긴 소국들로서는 크게 숨도 내쉴 누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왕국에서는 알아서 조심하고, 제국에서는 욕심 부릴상황이 아니니 두 나라간의 국경이 불안한 채로 오래 평화를 구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넓지 않은 드레인의 국경을 담당하고 있는 두 곳의 거대한 국경도시는 위험 없이 발전만을 계속하여 제2의 3대 대도시라고 불러도 될 만큼 그 몸집을 불려 나가고있었다. 그 엄청난 도시에 떨어지다 보니 허공중에 갑자기 나타난 이드와 채이나. 마오는 헤맬 것도 없이 바로 도시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텔레포트를 끝마친 곳이 바로 거대한 국경도시 중 하나인 필리오르의 상공이었기 때문이다. 이드 일행은 자신들의 발밑에 잘 정돈되고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도시가 펼쳐져 있자 인비져빌리티로 모습을 감추고서 필리오르의 으슥한 골목을 통해 도시에 들어섰다. 마법을 풀고 골목을 나선 일행은 제일 먼저 하룻밤 편히 쉴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국경도시라 그런지 숙소는 주위에 수도 없이 널려 있었다. 이드는 그 중 크지도 작지도 않으면서 깨끗해 보이는 한 여관을 찾아 방을 잡고 짐을 풀었다. 그즈음 태양은 온전히 모습을 감추고 하늘은 저 멀리 검은장막을 펼쳐 오고 있었다. "맛있게 해주세요." "네,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머리를 단정히 하고 앞치마를 두른 이십대의 아가씨가 주문을 받고는 방긋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아가씨의 됫모습을 바라보던 채이나가 곧 시선을 돌려 식당안을 가득 채운 손님들을 둘러보다 고개를 끄덕 였다. "분위기도 밝고, 깨끗하고, 꽤 좋은 곳이네. 너 여관 하난 잘고른 것 같다." 일층에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이 여관이 꽤나 마음에 든다는 표정의 채이나였다. 이드도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시끌벅적하지만 그렇다고 질서 없이 소란스럽지는 않고, 사람들이 북적대지만 깨끗한 홀과 깔끔한 인테리어 장식으로 미루어 이곳은 상당히 알려진 여관인 듯했다. 방을 손쉽게 잡을 수 있었던 게 운이 좋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렇죠? 방도 편안해 보이더라구요. 이런 여관 흔치 않은데. 참, 그보다 내일 어쩔 거 예요?" "응? 내일 뭐?" "국경 말이에요. 넘으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알다시피 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허가서 받기가 좀…… 그렇잖아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었다 제국에 속한 기사단 하나를 쥐 잡듯 잡아놓고 레크널의 관리에게 태연히 허가서를 받는 데는 문제가 있었다. 오늘 있었던 일이다 보니 하루 만에 국경까지 소식이 알려지지는 않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채이나는 물론 마오도 이드의 말에 전혀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느긋한 모습이었다. "흐흥,무슨 쓸데없는 걱정이야? 이렇게 내가 여기 있는데……. 넌 자꾸 내가 누군지 잊어 먹는 것같다?" 채이나는 풍성하게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머리카락을 슬쩍 쓸어 보였다. 그러자 일부 머리카락에 가려 있던 길고 날렵하게 뻗은 엘프 특유의 귀가 파르르 떨며 모습을 드러냈다. "아차……. 맞아요, 채이나가 있었죠." 이드는 제 이마를 툭툭 치며 고개를 끄덕 였다. 그 어디에도 엘프의 통행을 막아서는 나라는 없었다. 만국공통의 프리패스랄까. 길의 영지에서야 그게 통하지 않아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그건 특이한 경우에 해당했고, 대부분의 거의 모든 경우에 있어서 엘프와 그 일행은 거의 백 퍼센트 확률로 무조건 통과가 허락된다. 당연히 국경을 넘을 때도 따로 허가서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았다. 이드가 다시 한 번 채이나의 종족이 가진 특별한 혜택에 대해 재인식할 때 주문을 받아 갔던 아가씨가 세 잔의 맥주를 내려놓았다. 여관의 서비스인 모양이었다. 잔을 내려놓은 아가씨는 완전히 밖으로 드러난 채이나의 귀를 보고 잠시 놀란 표정이더니 곧 미소를 지으며 돌아갔다. 괜히 엘프 손님을 발견했다고 호들갑을 떨지 않는 것도 이 여관의 철두철미한 서비스 교육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채이나는 잘 교육 받은 웨이트리스의 제법 익숙한 모습을 대하자 빙긋 웃고는 그녀가 내려놓고 간 맥주잔을 쭉 들이켰다. 쾌나 술을 좋아하는 그녀 였다. "푸하, 시원하다. 마실 만한걸?" 차가운 맥주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는지 한 번에 잔을 비워버 리는 채이나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마오는 익숙한 동작으로 자신의 잔을 그녀에게 밀어주었다. "너희들도 마셔. 그리고 이드야." 역시 익숙한 동작으로 마오의 잔을 받아든 채이나가 이드를 불렀다. 참 죽이 잘 맞는 모자라고 생각하며 이드가 고개를 끄덕 였다. "왜요?" "이제 어쩔 거야? 난 국경보다 오늘 있었던 네 문제가 더 신경 이 쓰이는데."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건 국경 문제보다 커도 수십 배, 수백 배 더 큰 문제였다. 하지만 채이나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이드는 별거 있느냐는 듯 양손을 털어보였다. "별 수 있나요. 그냥 조심하는 게 상책이지." "그렇긴 하다만." "그래도 이번에 드레인으로 넘어가면 어느 정도 마음을 놔도 될 거예요. 제국도 괜히 시끄럽게 일을 벌이지는 않을 거고……. 뭣보다 나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면 그쪽도 곤란할 테니까요." 이것도 당연한 이야기였다. 마인드 마스터 후예의 등장은 국가 전력에 관계되는 심각한 국제 문제로 대두될 수 있었다. 이드의 존재가 알려질 경우 서로 이드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난리를 칠 게 분명하니 라일론으로서는 소문이 퍼지지 않게하는게 최우선 사항일 것이다. 자연히 이드가 드레인으로 들어간 후에는 조심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야,그게 그렇게 쉬운 문젠 즐 알아?" 하지만 가볍게 대답하는 이드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채이나의 목소리가 날카로워 졌다. 하지만 이드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럼 뭐 다른 방법 있어요?애초에 문제를 일으킨 건 채이나잖아요. 따지고 보면 모든 사건의 시작은 채이나라고요." 이드가 드러난 계기가 된 것이 채이나가 일으킨 문제 때문이라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었다. 이드의 말대로 그게 모든 사건의 시작이고, 핵심이었다. 무슨 변명이나 논리를 들이댄다 해도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내 문제는 작은 영지의 문제고, 네 문제는 나라의 문제인데. 스케일부터가…… 크흠. 뭐, 좋아 그것보다……." 명백한 사실 앞에서는 얼굴 피부가 두터운 그녀도 어쩔 수 없는지 맥주잔으로 슬그머니 얼굴을 가리며 말꼬리를 돌렸다. 이드의 눈매가 예사롭지 않게 가늘어졌다. 오랜만에 자신이 주도하게 된 말싸움이 즐거웠던 것이다. "뭐예요?" "아니, 그것보다…… 이쪽이 문제란 말이지. 내 말은." 슬쩍 찔러 오는 이드의 말에 채이나는 필사적으로 말꼬리를 돌렸다. 그런 채이나의 손이 향한 곳에는 아름답고 붉은 검집에 싸여 이드의 양다리 위에 얌전히 올라 앉아 있는 라미아가 있었다. [……갑자기 전 또 왜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따로 없었다. 재밌게 두 사람의 표정을 살피던 라미아는 갑작스레 이야기의 흐름이 자신에게 향하자 왠지 모를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가만있는 라미아는 갑자기 왜요?" 부부일심동체라고, 그런 라미아의 심정을 확실히 전해 받은 이드가 따지듯 물었다. 나름대로 말 돌리기 성공이랄까? "큼, 왜는 왜야. 라미아 자체가 문제라니까. 너 생각해봐. 그 길이라는 애송이 소영주가 어떻게 널 알아본 것 같아? 그게다 라미아 때문이잖아." 채이나는 주위를 의식했는지 슬쩍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채이나가 좀 과장되게 속삭이자 이드는 가만히 고개를 숙여 라미아를 바라보며 상황을 돌이켜 보았다. 채이나의 말은 난처한 입장을 피하기 위해 그러니까 말을 돌리기 위한 억지만은 아니었다. 길과의 만남을 생각해보면 라미아를 보고 나서 알게 된 것이 확실하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뭐,그런 것도…… 같네요." "그런 게 아니라 확실해." "그래서요?" "그래서요라니? 당연히 안 보이는 곳에 숨겨아지. 어디서 어떻게 라미아를 또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단 말이야. 특히 네가 실력 발휘하는 걸 보고 라미아를 보면 길 같은 놈이 또 달려들 거란 말이지." "그래서요?" 다음 말을 재촉하는 이드의 목소리가 삐딱하다. 상황이 순식간에 반전되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미처 채이나를 궁지에 모는 즐거움을 느끼기도 전에! 방금 전 모든 일의 시작이 채이나라는 이드의 말을 채이나가 라미아에게 하고 있으니…… 왠지 기분이 무진장 나쁜 이드였다. "……숨겨라. 천으로 감싸든지 상자에 넣든지. 아니면 검집을 바꾸든지. 그것도아니면…… 아공간에 숨겨두거나." 이드의 찜찜한 기분을 눈치 챈 채이나의 말이 확 짧아지며 바로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그 결론과 함께 채이나에 의해 졸지에 '문제의 검'으로 몰린 라미아의 답도 함께 나왔다. [싫어욧!] 단호한 한마디에 대한 역시 단호하고 확실한 거절이었다. 두 번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는 강렬한 거부였다. 인간이었다가 다시 검의 형태로 되돌아간 것만 해도 속상하고 왠지 억울하기까지 한데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눈에 띄지 말라니! 라미아로서는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말이었다. 덕분에 그 강렬한 울림을 견디지 못한 세 사람은 잠시간 머리를 움켜쥐어야 했다 "끙, 싫다네요." "싫어도 할 수 없어. 귀찮은 놈들이 또 엉겨 붙으면 그땐 어쩔 건데? 아우,머리야. 기집애 목노리 하난 되게 크네. 아들 객찮니?" "아아…… 예." 마오가 여전히 머리를 움켜쥔 채로 도리도리 고갯짓을 하자 채이나는 눈을 흘기며 라미아를 노려보았다. 자연히 그런 따가운 시선을 받은 라미아의 반응이 고울 수 없다. [그렇게 봐도 싫은 건 싫은 거라구요.] 톡톡 쏘는 듯한 라미아의 말에 이드는 슬그머니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 그냥 두었다가는 상상불허의 한바탕 난리가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 자. 둘 다 그만 진정해요. 지금 생각난 건데 적당한 방법이 있을 것 같아." "숨기는 것 말고 무슨 방법?" [이드! 분명히 말해두는데 나 따로 떨어져 있는 건 싫어요.] 이드는 입을 열긴 했지만 자신의 고집들을 전혀 굽힐 생각이 없어 보이는 채이나와 라미아의 말에 쓰게 웃어보였다. 두 사람의 성격이 성격이다 보니 한번 붙었다 하면 어느 쪽도 쉽게 물러나려 하지 않는 것이다. 한쪽에서 이 일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편히 앉아 관망하는 마오가 갑자기 부러워지는 이드였다. "확실한 방법이 있죠. 아직 좀 불안정하긴 하지만 여기 라미아의 모습을 바꿀 수 있거든요. 검이 아니라 특정한 부분을 가리는 갑옷이나 액세서 리로요. 뭐 , 액세서리는 아직 좀 힘들려나?" [깍! 정말이요? 이제 어느 정도 컨트롤이 가능한 거예요?] 라미아가 대뜸 환호성을 질렀다. 어쨌든 이드와 가장 가까운 만큼 라미아는 정확하게 이드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무엇보다 지금 이드가 말하는 것은 라미아가 가장 바라고 있던 대답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라미아가 다시 인간의 모습을 취할 수 있는 방법! 지금 이드의 말은 그 방법의 기초를 습득했다는 것과 같은뜻이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다시 인간의 모습이 되기를 바라는라미아에게는 이만한 희소식도 없다고 할 수 있겠다. 당연히 환호성이 나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덕분에 채이나야말로 오히려 어리둥절할 뿐이다. "갑자기 뭐야? 그게 무슨 말이냐고." 이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채이나와 역시 비슷한 마오의 얼굴을 보고는 편하게 웃으며 사정 이야기를 했다. 라미아가 저토록 좋아하니 더불어 기분이 좋아지는 이드였다. "둘 다 내가 이야기했었죠? 지금까지 이계에 있었다고. 정확히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곳에서는 라미아가 인간의 모습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대륙으로 돌아오니까 다시 검의 모습이 되어버린 거죠. 그리고 이제 다시 인간의 모습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구요." 이드는 라미아의 사정을 전음으로 전했다. 다른 이야기들이야 어찌 되도 상관없지만 이번 이야기는 함부로 남 귀에 흘러가면 곤란한 말이기 때문이었다. 이드의 사정 설명에 채이나와 마오는 잠시 놀란 듯하더니 곧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긍했다. 이세계로 날아가는 것이나 검이 인간이 되는 것이나 똑같이 놀라운 일이라는 생각에서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야 아무 문제없지. 아예 다른 것이 된다는데 그런데 어떤 모양으로 바꿀 생각이야?" [귀걸이요. 귓가를 아름답게 감싸는 모습으로 하고 싶어요.] 채이나의 물음에 이드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라미아가 먼저 답을 내놓았다. 꽤나 화려하고 감각적인 것을 원하는 라미아였다. 하지만 이드로서는 뭐라고 단정적으로 대답하기 곤란한 요청이었다. 배에서 라미아에게 말을 듣고 틈틈이 시간 나는 대로 마음의 공부를 통해 변형이 가능할 것 같아 말을 꺼내긴 했지만 그리 자신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런 복잡한 요청이라니……. 평범한 액세서리로라도 가능할지 어떨지 모르는 상황에서 말이다. "우선 방에서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해보고.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해보고 되면 그렇게 해줄게." 그렇다고 무턱대고 고개를 저을 수는 없는 일이라 이드는 우선 적당히 성의 표시를 했다. [에잇! 그럼 지금 당장 방에 올라가서 해봐요.]] 라미아는 쇠뿔도 단김에 빼고 싶은 만큼 급하게 이드를 재촉했다. 선물을 받고 당장 풀어보고 싶은 아이의 심정과 하나 다를게 없는게 지금 라미아의 심정이먼다. 이드는 들떠 있는 라미아를 살살 달래며 식사가 나오길 기다렸다. 뭘 해도 밥은 먹어야 할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리고 그러는 중에도 자신이 얼마 후에 그처럼 눈에 확 띄는 장신구를 하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하는 이드였다. 라미아와 이드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방법을 시험하기 위해 일단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채이나와 마오는 완전히 소외된 채 주변만 멀뚱멀뚱거릴 뿐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 아니 정확히는 한 사람만이 궁시렁궁시렁 떠드는 이상한 짓으로 안 그래도 북적거리는 식당의 소음에 한몫을 하고 있는 사이 이곳 못지않게 시끄럽고 떠들썩한 곳이 이 나라 라일론에 또 한 곳 있었다. 바로 나라의 중심이자 모든 국가 운영의 핵이며, 그래서 가장 엄숙해야 할 장소인 황궁이었다. 탕 탕 탕 정확히는 황궁 중에서도 심장부에 위치한 작은 소회의실이 그 소란의 진원지 였다. 지금 이곳에서는 무식한 힘으로 아무 죄 없는 책상을 마구 두드려대는 짜증과 답답함이 가득했다. "일단 조용히들 좀 하세요. 그리고 도대체가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한 설명부터 해보란 말입니다." 아마람 공작은 사방에서 제각각 떠들어대는 소란에 제국의 무게추라 불리는 그답지 않게 언성을 높이며 회의실에 모인 귀족들을 다그쳤다. 웅성웅성 평소와 같지 않은 신경질적인 음성이 터지고 나서야 그제야 한여름 시장통 같던 소란스러움이 푹 꺼지듯 가라앉았다. 상황이 끝난 건 아니지만 일단 진정된 상태를 확인하고 아마람 공작은 자리에 앉으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 자리에 앉으시오, 휴우. 그리고 누가 자세한 사정 설명을 해주겠소?" 아마람은 대충 앉으라는 손짓을 하고는 아무나 빨리 대답해보라는 듯이 귀족들을 돌아보며 재촉했다. 하지만 신경이 곤두선 공작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귀족들은 스스로 나설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으며 다만 일제히 그들 사이에 앉아 있는 한 장년의 귀족을 바라보았다. "제가 설명 드리겠습니다, 각하!" 약간은 긴장된 말투로 몸을 세운 이는 호리호리한 체격에큰 키를 가진 장년의 파이네르 폰 디온 백작이었다. 그는 제국의 모든 정보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으며, 아마람과 황제의 직속 정보통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제국의 크고 작은 정보들이 그를 통해 취합되고, 또 그를 통해 분류되며 정리되어 보고까지 이루어지는 시스템 속에서 그는 언제나 사건의 일차적인 보고자였다. "그럼 말해보게 내가 달려오기 전에 듣기로는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라는 자에게 공격을 당했다고 들었고, 이곳에 와서는 우리 기사단이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라는 자에게 공격을가했다는 소리를 들었네. 도대체 무슨 일인가? 또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는 뭐고? 설마 그 후예라는 것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것을 말하는 것이오?" 일단 파이네르가 나서자 고개를 끄덕이던 아마람이 궁금해하던 것들을 먼저 쏟아내듯 늘어놓았다. 평소의 위엄은 어디다 잠시 맡겨두었는지 다소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을 대하자 파이네르의 심사가 복잡해졌다. 그 역시 저택에서 쉬고 있다가 난데없이 들려온 소식을 듣고 달려오기는 했으나, 대충의 사정만 전해 들었을 뿐 아직 정확하게 사태 파악조차 하지 못한 상태 였다. "각하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마인드 마스터 이드의 후계자입니다." "크음, 계속해보시오."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는 백작을 보는 아마람은 머리가 복잡하다는 듯이 미간을 쓰다듬었다. "처음 보고는 약 육일 전 레크널 영지의 길 더 레크널에게서 올라왔습니다." 백작은 정보를 다루는 고위직에 있는 만큼 그다지 많지 않은 정보량으로도 길의 이름을 시작으로 그가 보고 들은 것까지 함께 거론하며 아주 자세하게 상황을 그려 나가듯 설명해나갔다. 그리 복잡할 것도 없는 보고였지만, 듣고 있는 아마람에게는 그게 아닌지 미간을 문지르는 손에 자꾸만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한참 동안 이어진 백작의 설명이 길에 의한 마지막 보고로 끝을 맺자 아마람은 자신이 앉은 의자에 깊이 몸을 파묻으며 머리를 기댔다. 그의 입에서 신음하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골치 아프게 됐군……." 상업도시 필리오르는 이른 아침부터 바빴다. 상인들이 관문처럼 꼭 거쳐 가는 거점인 만큼 새벽부터 출발을 위해 서두르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에 덩달아 이드와 채이나, 마오도 이른 시각부터 서둘러 떠날 준비를 했다. 좋은게 좋다고 괜히 꾸물거리다 문제라도 일어나면 곤란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보니 머뭇거릴 필요없이 곧바로 국경을 넘으려는 생각에서 였다. 아공간과 정령이 있는 일행들에겐 따로 준비해야 할 것들이 없었고,다른 사람들이 아침을 먹고 있을 때 이미 준비를 다 마친 다음 여관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들고 거리로 나설 수 있었다. 벌써부터 상인의 행렬이 길을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흘러가고 있었다. 이드 일행의 앞뒤로도 소규모 상인들의 상단이 보였다. 규모가 작은 그들은 대상인들보다 기동성을 가지고 가장 작은 시장까지 파고들며 오로지 시간과 속도로 돈을 버는 자들이었다. 언제나 그들은 대상단보다 먼저 움직였으며, 그들이 미치지 못하는 오지까지 들어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는데, 지금도 사방으로 뻗은 광장을 통해 순식간에 흩어지고 있었다. 일행들은 처음 보는 상단의 행렬에 흥미를 가지고 그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목적지까지 이르는 동안 상인들의 일상이라고 할 수 있는 과장된 무용담과 소문들, 괴이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가게 되었다. 자칫 무료해질 수도 있었을 그들의 여행이 다소 활력을 얻으며 가게 되었으니 꽤 만족스러운 동행이랄 수 있었다. 게다가 덤이 생기기도 했다. 채이나의 아름다움에 반한 상인들이 때로는 집요한 장사치로 돌변하게 마련인 성정을 잠시 비껴두고. 선심을 쓰기도 해서 이름 모를 달콤한 과일을 얻을수 있었다. 채이나는 과일 값을 미소로 대신하고는 상인에게서 받은 과일을 이드와 마오에게 건네주었다. "헤, 고마워요. 덕분에 이런 것도 얻어먹네요." 이드는 채이나에게서 받아든 과일을 베어 물고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과즙이 풍부하고 달콤한 이 과일이 썩 마음에 들었다. 채이나는 입술 사이로 과윽이 흘러내리는 것도 아랑곳없이 맛있게 먹는 이드가 귀엽다는 듯 바라보고는 자신이 먹을 과일을 마오에게 건네주었다.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있는 거니까. 그보다 가다가 무기를 취급하는 상인이 있으면 네 검도 하나 마련해야겠다." 채이나가 다소 측은하다는 표정으로 검 얘기를 꺼내자 이드는 허전한 기분이 드는 허리를 내려다 보았다. 허리에 항상 걸려 있던 라미아는 물론 검이란 무기 자체가 걸려 일지 않았다. "뭐 어쩔 수 없죠. 라미아를 그대로 드러내놓고 다닐 수는 없다는 게 중요하니까요." 이드는 아쉽다는 듯이 대답하고는 자신의 오른쪽 팔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어제까지만 해도 보지 못했던 것이 걸쳐져 있었다. 목이 시작되는 지점에서부터 팔꿈치를 둥글게 감싸는 붉은색을 떤 것.단순한 가죽을 댄 것 같은 그것은 일종의 파츠 아머로 보였다. "그렇지, 라미아?" 그것은 다름 아니라 어제 밤늦도록 이드가 심력을 기울여변형시킨 라미아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네, 그렇지만 일라이져까지 사용하지 말라는 건 좀 너무한건 아닌지 몰라요.] 투덜대는 어투가 확연했지만 묘하게 밝게 들렸다. 아주 썩 만족스럽진 않더라도 모습이 변했다는 것이 무척이나 즐거운듯했다. "만사불여튼튼! 미리미리 조심해야지. 너도 유명하지만 일라이져도 너 못지않아." 라미아가 얘기 꺼내 김에 일라이져를 꺼내들려던 이드를 말린 채이나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드의 곁으로 다가간 채이나는 아침에도 살펴봤던 라미아를 다시 요리조리 살펴보며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슬금슬금 문질러 보았다. "그나저나 정말 신기해. 분명 감촉은 금속인데……움직이는건 두터운 가죽 같거든.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채이나의 말마따나 라미아가 지금 취하고 있는 형태는 상당 히 이상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일단 기본 형태는 어깨와 팔을 보호하는 파츠 아머의 일종이 분명해 보였다파츠 아머란 마인드 로드와 기본 검술의 업그레이드로 나온 고위 검사들을 위한 갑옷의 일종이었다. 사실 내력을 능숙하게 사용하기 시작하면 갑옷은 그다지 큰역할을 하지 못한다. 단순한 쇠로 만들어진 갑옷으로는 검기를 비롯해서 마나를 사용한 여러 가지 수법을 견디기가 어려워 거의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무림이라는 곳이다. 무림에서 갑옷을 입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느 정도 내력의 수발이 자유로워지면 검기를 사용하니, 갑옷이 쓸모가 없었던 것이다. 바위를 베고, 쇠를 잘라버리는 검기 앞에 방어용 재질로 사용되는 쇠는 거의 있으나 마나 한 것이고, 빠르고, 변화가 많은 검술은 갑옷의 빈틈을 잘도 찾아 찔러댔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육중한 갑옷의 무게로 인해 걸리적 거리거나 움직임을 제한받아 득(得)은 적고, 실(失)은 크니 누가 갑옷을 찾아입겠는가 말이다. 그런 무림의 사정처럼 마인드 로드와 높은 수준의 검술이 전해지자 그레센의 기사들에게도 똑같은 상황이 생겨났다. 온몸을 둘러싸던 여러 다양한 갑옷들이 졸지에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가장 실력이 뛰어난 자부터 하나 둘 갑옷을 벗어던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웬만한 기사들까지 창용하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역시 오랜 역사를 통해 이루어진 무림의 세상과 그레센은 여전히 검술 기반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으므로 모든 기사들이 갑옷을 버 린 것은 아니었다. 중원의 무림과 달리 그레센 대륙의 검사들에겐 인간만이 싸움의 상대가 아니니까 말이다. 또한 많은 병력이 작전을 수행하는 대규모 전투를 빈번하게 치러야 했고, 무엇보다 마법의 존재가 그레센 대륙으로 하여금 여전히 갑옷의 소용을 남겨두고 있었다. 중원과 달리 갑옷에 마법을 걸어 특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요즈음 갑옷의 용도를 바꾸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검의 경지에 오른 실력자들에게는 이 역시 해당사항이 없게 되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이 파츠 아머 였다. 검사에게 약한 부분에 부분적으로 갑옷을 입혀서 행동의 제약을 최소화시키는 범위 내에서 방어력을 높인 것이다. 물론이전에도 이런 부분적인 방어를 위한 갑옷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파츠 아머는 특별했다. 바로 파츠 아머에 마법을 걸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실드 마법을 걸어 사용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장갑의 경우 범위가 작지만 단단한 실드의 마법을 만들어 웬만한 검에도 방어가 가능할 정도로 방패를 대신해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또는 헤이스트나 슬립을 비롯한 보조마법을 걸어 사용하기도 했다. 덕분에 파츠 아머는 좋은 검 못지 않게 중요하게 인식되어지기 시작했으며 확실히 전신 갑옷을 대신해 기사들의 새로운 수호자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파츠 아머의 용도와 생겨난 배경에 대해서는 전날 식당에서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방으로 들기 전 라미아의 변화된 모습으로 어떤 것이 좋을지 이런 저런 의견을 나누던 중에 그날 식당에서 보았던 기사들의 복장을 유심히 보게 되면서 그것은 거의 정해졌다고 볼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있었던 레크널 영지의 기사들이 입고있던 갑옷까지 생각이 떠올랐고, 사람들에게 자세하게 물어 파츠아머의 전모에 대해 알게 되었다. 물론 이때까지도 라미아의 목표는 여전히 최고급의 아름다운 귀걸이이긴 했지만. 또 방으로 들어가서 처음 시도한 것도 액세서리 모양이었다. 하지만 처음 시도하는 변신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았다. 이드의 끈기와 라미아의 고집에 꼬박 두 시간을 투자했지만 라미아가 바라는 형태는 기어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 그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게 적당한 표현일 것이다. 반지를 목표로 했을 때는 허리띠만 하게 나오고,목걸이를 만들었을 때는 목걸이 안쪽에 검 날이 생겨났다. 서클렛을 만드니 무게가 수십 킬로그램이나 나가고, 팔찌를 만드니 토시가 만들어졌으니 더 말해 뭐하겠는가. 이드와 라미아는 목표로 했던 귀걸이는 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포기해버렸다. 결국 올라오기 전에 이야기했던 파츠 아머를 새로운 목표로 잡았다. 그 중에서도 어깨를 감싸는 견갑(肩鉀)을 목표로 했다. 물론 이러한 대안도 바로 나온 것은 아니었다. 다시 두 시간을 넘게 끙끙대고서야 지금치 적당한 모습으로 바꿀 수 있었다. 독특한 형태도 문양도 없는 그저 그런 밋밋한 모습을 만들어낸 것이다. 더구나 갑옷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층도 단도 없는 매끄러운 모양이라 과연 이걸 입고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지나 의문이었다. 이드는 다시 모습을 바뀌야 하는 게 아닌가 하면서 견갑을 걸쳤다. 헌데 입고 보니 신기했다. 마치 매끄러운 살결처럼 몸에 착 달라붙는 건 둘째치고 움직임에 아무런 불편이 없었던 것이다. 마치 부드럽고 가벼운 비단 옷을 입었다는 느낌이 들정도였다. 아무튼 이리저리 팔을 휘둘러봐도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신기한 감촉에 모양이 이상하지만 기왕이며 다홍치마라고 여러 가지 형태의 파츠 아머와 망토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모양도 좀 이상하고 재질도 엉뚱했지만 확실히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초월하는 정능 이상의 기능들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말토를 만들고 나서 일라이져로 그어 보았는데 조금도 흔적이 남지 않았다. 그런 현상을 보게 되자 이드와 라미아는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드에 의해 변하는 라미아의 모습은 과정 이전에 이드의 뜻에 가장 충실해진다고. 물론 지금 채이나처럼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말이 없는 이드였지만 말이다. 이드가 어찌 설명을 해야 되나 영 자신 없는 얼굴로 시선을 돌리자 채이나는 아예 대답 듣기를 포기하고 꾹쿡거리며 웃다가 다시 상인에게로 다가갔다. 나름대로 대륙에 떠도는 정보에 빠삭한 그들인데 이 참에 지난 몇 십 년간 잊고 지냈던 인간 세상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모두 듣기 위해서 였다. 5 실패한 작전에 대한 보고서 - 후! 역시……애초부터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를 그런 식으로 청(請)하는 게 잘못이었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상단과 동행하는 동안 어느새 시간은 정오를 지나고 있었는데, 그때쯤 저 멀리 제국과 드레인의 국경 관문이 눈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마치 감시탑과 같은 두 개의 높다란 성탑위에는 네 명의 기사들과 사십 명에 이르는 병사들이 엄격하게 서서 출입하는 사람들을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으로 먼저 도착한 상인들이증명서와 짐을 풀어 일일이 검사를 받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잠시 후 이드 일행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상인들도 그들의 틈에 끼어들었다. 근래에 이렇다 할 사건 사고가 없었던 탓인지 국경 수비대의 입출국 검사는 다분히 형식적이었다. 먼저 심사를 하는 기사들의 표정이 그리 엄해 보이지 않았고, 좀 시큰둥해 보이는 눈길은 꼼꼼하게 증명서를 대조하거나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허술해 보인다고 해야 할 것이었다. 덕분에 이드 일행의 검사 차례가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다. 그리고 과연 채이나의 말 대로였다. "이런! 푸른 숲의 수호자께서 오셨군요." 엘프를 칭하는 말은 많다. 그 중 한 가지를 말하면서 관문을 지키던 기사가 채이나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지금까지 식상한 태도로 상인들을 대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제법 환영한다는 표정을 만들기까지 했다. "환대 감사합니다." 호의를 가득 담은 기사의 제스처에 대외용 멘트를 간지럽게 날리는 채이나를 보자 이드는 고개를 돌리며 피식 웃었다. 힐끗 보이는 바로는 마오의 표정도 약간 묘했다 모친의 능수능란한 처세가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다. 마오는 여자를 몰라도 아직 한참은 모르는 숙맥이나 다름없었다. "드레인으로 가십니까?" 고럼 어딜 가려고 여길 왔겠냐,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말이었다. 여기 오는 이유가 그것 이외에 뭐가 있겠는가 말이다 "네." "그럼 뒤에 두 분도?" "맞아요. 제 아들인 마오와 제 친구인 이드입니다." "아……네……." 역시나 아들이라는 말에 떠오르는 묘한 표정이란. 확실히 누구라도 저 아름답고 생생한 얼굴을 보고 다 큰 애가 있는 아줌마라고 짐작하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덕분에 이드는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곧 표정을 수습한 기사는 상인들을 상대로 기록하던 책자를 펴며 입을 열었다. "엘프님이 계시니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바로 관문을 넘으셔도 됩니다. 다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목적지만 남겨주십시오." 허가서는 물론 검사도 하지 않으면서 굳이 목적지는 왜 묻는 것인지……. 이드는 좀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이어질 채이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생각해보면 목적지가 드레인이라는 말만 들었지 정확하게 드레인의 어디를 향해 가는지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이죠. 저희들은 푸른 호수의 숲을 찾아가는 중이랍니다." 순간 그녀의 말에 채이나와 대화를 나누던 기사는 물론 주위에 있던 기사들과 병사들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 였다. "요정의 숲을 말씀하시는군요. 과연 그곳을 찾으시는 엘프님들을 몇 분 보았습니다. 됐습니다 그럼 모쪼록 즐거운 여행이 되시기를……." 부드럽게 이어지는 기사의 인사에 채이나가 또 간지럽게 대답을 하고는 그대로 관문으로 들어 섰다. 이드는 마오와 함께 그텨의 뒤를 따르면서 생각했다. 많은 엘프들……. 확실히 채이나의 말대로 엘프들이 자주 들락거리는 모양이었다. "자, 자. 어서들 들어오시오." 라일론 제국의 황제 자인 세이반시드 라일론은 막 집무실의 열린 문을 통해 들어오고 있는 사람들을 인상 좋은 얼굴로 맞이했다. 근엄하거나 고자세가 아니라 어찌 보면 친절해 보이기까지한 자인의 태도가 그리 낯설지 않은 것인지 들어서던 사람들은 특별히 과장되지 않은 일상적인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며한 목소리를 냈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황공하옵니다. 폐하." 자인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은 모두 여섯이었다. 아마람 공작을 포함해 다섯 명의 라일론 대공작들과 모든 정보의 관리자인 파이네르 백작이었다. 다시 말해 라일론을 이끌어 나가는 중추이자 핵심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고 보면 될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이러한 회동을 계획에 넣어 라일론을 혼란에빠트리고자 한다면 아마 지금이 최고의 찬스일지도 몰랐다. 이들만 제거할 수 있다면 라일론은 비록 비상시 국가 방위시스템이 견고하게 가동된다고 하더라도 일시적인 혼란에 빠트리는 데는 꽤 가능성이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그런 일이 가능하려면 회동의 장소가 제국의 황궁이 아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겹겹의 황궁 방어막을 뚫고 이들을 한꺼번에 몰살시킬 수 있을 만큼 대병력이 잠입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고, 설사 이드와 같은 실력자가 여럿 쳐들어온다 하더라도 성공 가능성은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인은 여섯 인물이 천천히 고개를 들자 집무를 보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를 옮기기 위해서 였다. 집무실 중앙에 놓인 회의용 소파의 상석에 가 앉고는 여전히 서 있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권했다 비록 스스럼없는 태도로 맞이한다 하더라도 황제가 권하지 앉는데 자리에 앉을 수없는 건 그들이 라일론 황제를 받들고 있는 처지이며, 제국과 막대한 이해관계가 얽힌 귀족들이기 때문이었다. "흠……." 모두들 자리에 앉자 자인은 시선을 천장으로 향한 채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곧 고개를 천천히 내리며 다섯 공작들과 백작의 시선을 하나하나 마주했다. "내 저번에 있었던 이야기는 아마람 공[公]에게 자세히 전해 들었습니다. 마인드 마스터 의 후예라……. 기회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위기라고 해야 할지 정확하게 사태를 예견하기 곤란한 상황이오. 그래 더 알아낸 것이 있습니까?" 이드에 대한 이야기는 아마람이 목소리를 한껏 높였던 그다음날 새벽같이 자인 황제에게 보고가 되었다. 그때 자인은 얼마나 어리둥절하고 놀랐었던가. 보고를 받은 자인은 곧바로 모든 공작들을 불러들여 아마람의 말을 전하고 이드를 찾게 했다. 자인은 그만큼 이드의 출현을 중요한 사건으로 간주한 것이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이드에게서 마인드 로드를 전해 받은 아나크렌이 그것을 기반으로 최강의 기사단과 많은 기사들을 얻었으니 말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풍부해 진 병럭은 나라의 세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바꿔 말하자면 이것은 양면성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기도 했다.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인 이드에게 또 다른 마인드 로드를 얻게 된다면 라일론의 전력은 다시 한 번 상승의 기회를 맞아 전반적으로 지금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는 그 반대로 타국의 전력이 그만큼 강해질 수 있다는 말이 되기도 했다. 자인의 말처럼 하나의 사건에 제국의 기회와 위기가 똑같은 무게로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인이 이번 일을 국가 전력에 연관시켜 중요하게생각하는 만큼 여섯 신하들의 얼굴은 난감한 표정으로 물들어갔다. 지금 이드에 대한 별로 좋지 믓한 소식을 가지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송구하옵니다. 폐하." "……. 반갑지 않은 소식인가 보구려?" 딱 한마디에 무언가 새로운 소식의 색깔을 그대로 간파하는 자인이었다. 또 그것을 아는 순간 그의 말이 짧아졌다. 기분에 따라 길이가 변하는 그의 특유의 말투였다. 자인의 어두운 반응에 아마람이 나서서 고개를 숙이고는 자신들이 가져온 소식을 풀었다. "저희가 그의 흔적을 찾기 시작한 그날, 국경을 넘었다고 합니다." "……마법인 거요?" 자인은 아마람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적어도 라일론의 현재 황재 자인은 이 정도의 정보 해독력 정도는 가지고 있으니 놀고먹는 제왕은 아님에 틀림없었다. 라일론이라는 나라가 내부적으로 비교적 평화로운 시기를 구가하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오랜 전통을 가진 나라만이 성취할 수 있는 장점이기도 했다. 후계자에 대한 교육과 선택은 철두철미하고 확실했고, 이러한 장치야말로 없어서는 안 될 것이었다. 폭군의 출현이 그 동안 얼마나 막대한 국가적 피해를 야기시켰는지 그무수한 경험들이 녹아 있는 산물이기도 했다. "그렇게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황제의 명령이 떨어지자 기사단과 전투가 벌어진 곳을 중심으로 이드의 행방을 찾기 위해 많은 병력을 동원해 사방을 뒤졌었다. 하루 밤낮을 꼬박 뒤지고 나서는 결국 수색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신출귀몰하는 자라도 발자국 하나는 남기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근방에서 그야말로 발자국 하나 발견하지 못했고, 그 많은 조사 병력을 동원하고 이런 헛수고가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엄청난 사건을 암시할 수 있는 자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만큼 불안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이동 경로를 도저히 추적할 수 없게 되자 일단 각 영지와 국경에 이드에 대한 신상 정보를 일제히 하달했다. 영지와 영지, 국경과 국경을 잇는 라인으로 연결된 거미줄에 한 마리 나비, 그것도 막강한 강철 나비가 저절로 걸려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드에 대한 신상이 하달된 그날 당일 드레인의 국경에서 그에 대한 보고를 받게 되었다. 사실 그 보고를 받고서 아마람과 공작들은 바치 놀림을 당한 기분을 떨쳐버 릴 수가 없었다. 이틀 동안 신경을 바짝 세우고 그물망에 걸리길 기다렸는데 정작 주인공은 비웃기라도 하듯 이미 다른 나라에 가 있었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저희들 생각으로는 함께 있던 엘프와 마인드 마스터가 소유한 검으로 마법을 사용한 듯합니다. " 어디가지나 예상에 가까운 아마람의 보고에 파이네르가 말을 더했다. 하지만 얼마간의 추측을 더해도 결과가 바뀌는 건 아니었다. "복잡하게 됐군." 자인의 부드럽고 온화한 그 표정이 어느새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꼭 자신의 나라로 끌어들여아 할 인물이 제국 내에 있지는 못할망정 기사단과 전투를 치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는 다른 나라로 옮겨 가버렸으니. 언제나 인재 육성과 나라의 이익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황제로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뒤에 후속조치는 어찌했소?" "다행히 목적지를 알고 있어 즉시 추적에 나설습니다. 또 연락을 통해 드레인에 머물고 있는 자들을 움직 였습니다." 보고와 함께 즉시 내려진 공작들의 명령이었다. 타국으로 들어간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자인도 그걸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마람의 말 중에 신경 쓰이는 부분을 골라냈다 "목적지를 안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국경을 넘을 때 기록을 남겼습니다." "허, 기록을 남겼다는 말이오?" 아마람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딱딱하게 굳어 있던 자인의 얼굴에 색다른 표정이 떠올랐다. "그렇습니다. 엘프가 한 말이니 거의 확실합니다. 그리고……. 그리고 생각해보면 그들로서는 정체를 감추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상식적으로 정체를 드러낼 필요가 없다고 봐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희들의 상식에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제국의 범죄자도 아니고, 지금까지 저희들이 일방적으로 쫓을 뿐이지요." 뻔한 내용을 아뢰는 아마람이나 듣는 자인이나 그 말에 묘한 표정이 되었다. 사실 처음 이 보고를 받아들고 아마람과 공작들 그리고 파이네르는 적지 않게 고민을 했었다. 비록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엘프가 적었다지만 제국에게 쫓기는 상황에서 사실을 곧이곧대로 적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참을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보니 영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 어이없게도 그 일행들이 거짓말을 하고 숨을 이유가없다는 것이었다. "하하…… 이거, 이거. 그러니까…… 이쪽이 악당이라는 얘기군요." 자인은 약간 허탈하지만 재미 있다는 듯 익살스런 웃음을 지었다. 그랬다. 제 삼자가 보면 라일론 제국이 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하는 악당인 꼴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있는 공작들이나 백작은 그저 민망할 뿐이었다. 외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기득권을 가진 자리에 있으면서 인면수심의 계략을 꾸며 치졸한 짓이나 잔인한 명령을 내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다. 권력의 자리는 그것을 용인하게끔 되어 있었고, 다수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합리화되는 것이 또 일반적이었다. 적대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면 공모자일 수밖에 없으니 거기에윤리적인 잣대를 들이대 문제 삼는 경우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이렇게 자신들의 입장이 확실하게 나쁘다고 판명 내려지긴 처음이었다. 잠시 그렇게 웃던 자인이 가만히 있자 파이네르가 앞으로 나섰다. 이대로 더 있다가는 안그래도 악당이라는 표현까지 나온 마당에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을 것이기에 조금이라도 환기 시키 려는 의도에서였다. "폐하, 저번에 말씀하셨던 임무의 책임자가 밖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끄덕 자인이 별말 없이 고갯짓을 하자 파이네르는 문 밖으로 신호를 보내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인물을 불러들였다. "라일론의 지고한 영광을 뵈옵니다. 폐하. 길 더 레크널이옵니다." 길은 집무실에 들어서자 털썩 주저앉듯 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원래는 한쏙 무릎을 바닥에 대는 것이 군신의 예이지만 길은 받았던 임무가 실패로 돌아간 것을 염두에 두고 그 죄를 표하는 의미로 양쪽 무릎을 모두 꿇은 것이었다. 자인은 그런 길의 참담한 모습을 잠시 내려다보더니 곧 파이네르에게 시선을 돌렸다. "레크널의 소영주로군. 코널이 오지 않은 것인가?" "그렇습니다, 폐하. 이번 일의 책임자가 길 소영주이기에 그를 불러들였습니다. 코널 단장은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기사들 곁에 머물고 있습니다." "헛, 그런가. 그래, 그 성격 내 알지. 뭐, 상관없지." 자인은 코널 단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파이네르는 그의 의중을 확인하고는 길에게 이드와의 전투를 보고하게 했다. 길은 명령대로 처음 이드가 영지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시작해서 그가 기사단을 전원 환자로 만들고 떠날 때까지의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아마람의 보고 때보다 좀 더 자세하긴 했지만 내용상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말을 모두 듣고 나오는 자인의 한숨과 말은 아마람에게 보고를 받을 때와 똑같았다. "후! 역시…… 애초부터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를 그런 식으로 청(請)하는 게 잘못이었어." "모든 것이 저의 잘못입니다. 저를 벌하소서." 자인이 실망스런 투로 말하자 길은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돌바닥이라면 이마가 찢어졌겠지만 푹신한 카펫이 깔려 있는 집무실이라 그저 쿵하는 소리만 나고 말았다. 하지만 길의 각오는 충분히 전해진 것인지 자인은 손짓을 해 길을 일어나게 했다. "아니다. 꼭 너 혼자의 잘못만은 아니다. 너뿐만이 아니라 보고를 받고 작전을 허가한 모두의 잘못이다. 너무 쉽게들 판단한 거지. 그러니 그만 일어나라." 자인의 말대로 상황의 심각성을 너무 간과한 것이 가장 큰문제였다. 판단이 물러도 너무 물렀던 것이다. 하지만 그럴 만도 했다는 데는 비슷한 인식들이 있기도 했다. 난데없이 작은 영지의 소영주가 연락을 해서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가 나타났다고 하니, 이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정말로 받아들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반신반의한 태도는 제법 먼 과거의 선례를 소급해서 보아야 했다. 처음 이드가 사라졌을 때 두 제국이 이드의 행방을 찾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잘못된 신고가 들어왔었다. 그러니까 이드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여기저기 나타났으니 자신도 모르게 신출귀몰하는 존재가 된 셈이었다. 때로는 소문이 소문을 만들어 이드가 새로운 왕국을 만들기 위해 바다에서 배를 타고 떠났다는 황당한 얘기도 퍼졌었다. 상상력은 제법 근사치에 이르기도 했다. 이드가 딴 세상으로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바로 삼십년 전까지 그런 신고는 때때로 접수되었는데, 당연하게도 그것들은 모두 거짓으로 판명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지금에 와서 그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가 나타났다는것 자체가 이미 잘못된 보고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었고, 결국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기사단까지 움직이게 했다는 사실이 제법 길의 보고에 귀를 기울였다는 반증이라면 그렇게도 볼 수 있었다. 비록 그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만 일어나래도. 네 말대로 너의 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허나 너만 탓할 수도 없는 일. 네가 제법 똑똑하다 들었으니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지 백작의 밑에서 잘못을 만회해보아라." 자인의 뜻하지 않은 용서나 다름없는 말을 듣게 되자 길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지엄한 황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황제가 내린 명령이 바로 길이 이번 임무를 성공하고 그 대가로 바란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작위와 중앙 정계로의 진출이었다. 비록 작위는 없지만 임무를 실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리도 바라던 중앙 진출을, 그것도 중요한 정보를 담당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으니 그로서는 오히려 실보다 득이 많은 전화위복의 경험을 하고 있었다. 길은 곧 마음을 수습하고는 황제에게 다시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고 그의 명령에 따라 파이네르의 뒤에 섰다. 이제 그자리가 그의 자리가 된 셈이었다.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와 만난 단 한 번의 경험만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어떤 정보의 베테랑 관리보다 이 일에 있어서는 앞서 있게 된 형국이었다. 자인은 그런 길을 바라보다 곧 시선을 돌렸다. "어떻소, 나람 공. 마스터의 후예에 대한 그대의 생각은 여전하오?" 자인의 눈과 말이 향하는 곳. 그곳에는 거대한 체구에 마치 청동거인처럼 단단하고 딱딱한 느낌을 주는 무장이 앉아 있었다. 천상 군인처럼 보이는 그 인물은 은색머리가 마치 사자 갈퀴처럼 우람한 어깨 근육을 덮고 있었고, 무엇보다 나이를 짐작하기 힘들 만큼 뚜렷한 용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바로 황제의 집부실에 들면서도 허 리에 검을 풀지 않을 권한을 가진 라일론 군의 총지휘관, 라일론의 검과 방패라고 불리는 나람 데이츠 코레인 공작이었다. 그는 구십여 년 전 황궁에 들었던 이드 일행의 무례를 말했던 코레인 공작의 후손으로, 현재는 아마람과 함께 제국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는 또 하나의 기둥이었다. "물론입니다, 폐하 이번 이야기에 좀 더 확신이 굳어집니다. 그는 마인드 마스터의 이름을 그대로 이은 것처럼 마인드마스터와 같은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분명합니다."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단정적으로 말하는 굵직한 목소리가집무실을 우렁차게 울렸다. '…….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 자인은 그 단어에서 느껴지는 힘에 조용히 나람의 말을 되뇌었다. 이드가 내공심법과 몇 가지 무공을 전하면서 변한 것은 파츠 아머뿐만이 아니었다. 이드가 이 대륙에 출현하면서 생긴 변화로 가장 중요하게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 검사들의 경지에 대한 것이었다. 아니, 이드뿐만 아니라 이드와 함께 했던 초인들로 인해 그때까지 판단의 기준이었던 경지가 다시 재정리 되어버린 셈이다. 아무리 봐도 그들이 발휘하는 힘의 거대한 과괴력은 그때까지 알고 있던 최고의 경지라는 그레이트 실버 소드 이상이었다. 또 마인드 로드와 무공의 연마로 좀 더 자신이 오른 경지가 확실히 느껴지자 자연스럽고 정확하게 검의 경지가 단계별로 정리되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 였다. 그렇게 이드가 사라지고, 이십 년 후 다시 정리된 검의 경지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바로 처음 검을 들고 휘두르는 소드맨에서 시작해 파워 소드, 소드 마스터, 그레이트 소드,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이르는 다섯 단계의 경지가 그것이었다. 처음 소드맨은 말 그대로 검의 초보자를 말하는데, 이제 검을 배우며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 상태를 말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아직 마나를 알지 못하는 검사들을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파워 소드는 막 마나를 알게 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마나를 알지만 아직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는 단계. 하지만 몸에 쌓여진 마나로 인해 육체의 힘과 함께 검에 실려, 단순한 검 이상의 파괴력을 표출할 수 있는 단계다. 이 단계에 올라야 기사로서 최소한의 실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었다. 다음이 바로 소드 마스터다. 이것은 이드가 떠나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지로 그 단계를 정리하고 있다. 말 그대로 검을 능숙히 지배하며, 마나를 검에 실어 검기를 보일 수 있는 단계다. 이 단계에 들고서는 갑옷을 쉽게 자를 수 있는데, 이드가 전한 마인드 로드로 인해 이 단계에 오르는 검사가 많아졌다. 파츠 아머가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이 소드 마스터 에 오르고서야 어느 정도 검사가 지닌 거리의 한계 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레이트 소드는 그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레이트 실버 소드를 말하는 것이다. 예전엔 최고의 경지로 판단되었지만, 이드의 힘을 보고서 한 단계 낮게 느껴지는 경지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느껴지는 것과는 달리 이 경지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말 그대로 거대한 검을 일컫는 강기가 형성되는 단계이니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때가 되면 넘쳐나는 마나로, 육체의 재구성을 거치게 되면서 한층 강한 힘과 젊음을 손에 쥐게 되니 가히 이야기에 나오는 젊음의 샘이라고 할 수 있는 경지였다. 수많은 검사를 비롯해 귀족과 왕들이 검을 수련하는 것도 바로 이런 목적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모든 것을 가진 그들로서는 수명을 늘려주는 이 경지가 무엇보다 얻고 싶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바로 이 그레이트 소드 다음이 나람과 자인이 말하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 이다. 한마디 말로 정의하기 어려운, 표현 그대로 위대한 검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그레이트 소드를 지나 손에 검을 쥐지 않을 수 있게 되면서부터 부여되는 절대의 칭호! 정말 이 단계에 이르게 되면 그 정확한 힘의 측정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게 된다. 저 이드와 함께 세상을 뒤흔들었던, 그 능력을 알 수 없는 초월자들이 이에 속한다. 그 한계와 끝이 존재하지 않는 경지. 그것이 바로 그랜드 소드 마스터 였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긴 했지만, 이제 와서는 더더욱 포기할 수 없겠어, 최선을 다해 바짝 쫓아가야겠습니다. 다른 곳에서 알기 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폐하." 혼잣말 같은 자인의 명령에 집무실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숙였다. 6 드레인의 호수 앞에서 - 페링 호수의 지척에 다다른 이드 일행은 운이 좋게도 도착하자마자 페링의 자랑거리 하나를 구경할 수 있었다. 라일론의 황실에서 이드에 대한 욕심을 점점 증폭시키고 있을 때 이드는 드레인에 들어서는 첫 번째 영지에 도착해 숙소를 잡고 있었다. 국경을 넘은 지 삼일 째 되는 거리에 위치한 영지였다. 사실 국경을 넘긴 했지만 지난 삼 일 동안 드레인이 다른 나라라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한 이드였다. 라일론과 똑같은 나무들과 똑같은 산세와 들판에 핀 꽃들과 풍경이 펼쳐져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국경과 가까운 마을에 들르고, 도시를 지나 이 영지까지 오자 그제야 라일론 제국에서 드레인이라는 나라로 넘어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사람이 사는 곳에 들어서자 확실히 라일론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옷차림에서부터 말투와 집의 형태까지……. 크지는 않지만 소소한 곳에서 약간씩의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변화에서 이드는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느낄수 있었다. 나라의 구분이라는 것은 땅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바뀌는 거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이국적인 것을 느긴다는 것은 바로 그 사람들이 만든 것이 다름의 차이를 느긴다는 것을 말이다.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해?".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돌던 이드는 나란히 앉아 있던 채이나의 갑작스런 물음에 생각들을 정리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저 확실히 라일론하고는 다르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그래, 확실히 다르지. 인간이 있는 곳은 모두 조금씩 달라. 그런 면에서 보면 인간은 참 다양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 그것보다 검은 어때? 쓸 만해?" 우연이겠지만 둘의 생각이 똑같았던 모양이었다. 이드는 자신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말하는 채이나의 중얼거림에 머리를 긁적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대충은요. 좋은 검은 되지 못해도…… 충실한 검은 될 것 같거든요." 이드는 시큰둥하게 대답을 하면서 오늘 영지의 병기점에서 사온 검을 무릎 위 에 올려놓았다. 전체 길이 약 일 미터 삼십에 그 중 검신이 일 미터를 차지하고 있는 평범한 롱 소드 형태의 검이었다. 이곳까지 오면서 들른 마을과 도시에서 쓸 만한 검을 찾았지만 찾지 못하고, 결국 이곳 영지에 도착해서야 쓸 만하다는 생각에 값을 치른, 이드의 말에 의하면, 검에 충실한 검이었다. 하지만 이드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지 채이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좋은 검과 충실한 검. 똑같은 의미인 것 같은데, 무슨 차이야?" 이드는 채이나의 질문에 곤란한 표정으로 슬쩍 그녀의 눈을 피했다. "글쎄요. 조금 난해한 말이라……." 정말 설명해주기 곤란했다. 검의 기초부터 시작해서 도가의 경전까지 인용해 가며 설명해도 거의 반나절이나 설명을 해줘야 할 거 였다. 무엇보다 문제는 그렇게 설명을 해도 상대가 알아들을지가 더 의문이라는 점이다. 다행히 채이나도 꼭 명쾌한 대답을 들어야겠다는 의지는 없었는지 이드의 곤란한 표정을 보자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됐다. 설명하기 곤란하면 하지 마. 대신 저 녀석이나 봐줘. 준비가 된 것 같으니까." "흠, 그럼 그럴까요." 이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채이나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두 사람 앞에는 한참 동안 검술 연습으로 땀을 낸 마오가 한자루의 단검을 들고 서 있었다. 현재 세 사람이 나와 있는 곳은 방을 잡아둔 여관의 뒤쪽 작은 공터 였다. 전날 레크널 영지 앞에서 채이나에게 약속했던 실력을 봐주기 위해서 나선 것이다. "좋아!그럼 실력을 한번 볼까.?" 이드는 앉아 있던 자리에다 오늘 새로 장만한대로 마오의 검을 기대어 놓고 어깨를 굼실거리며 움직일 준비를 했다. 그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는지 이드와 마주서게 된 마오는 은근히 긴장하는 투가 역력했지만 한편으로는 기대된다는 표정도 뒤섞여 묘한 표정을 만들고 있었다. 처음 이드와 대면한 후로 또 처음 손속을 나누게 된 상황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상대는 구십 년 전부터 최강이라 불리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선천적으로 호승심이 강한 다크엘프의 피에다 부모로부터 싸우는 법을 적나라하게 익혀 온 마오로서는 흥분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마오의 기분은 그가 뿜어내는 기운으로 바로 이드에게 전해졌다. "하하…… 적당히 마음을 가라앉혀. 괜히 흥분하면 오히려 좋지 못해 또 위험하기도 하고." 이드는 같은 길을 먼저 가는 사람으로서의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네, 그러죠." 마오 역시 이드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숨을 깊이 들이마셔 흥분되던 마음을 순식간에 가라앉혔다. 그러나 그것은 간단히 말로 가능해지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마오는 마치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차분해진 것이다. "헤에, 대단하네, 흥분된 마음을 단속하는 건 정도 이상의 상당한 수련을 쌓지 않으면 힘든 일인데." 이드는 안정되고 평안한 상태를 금세 유지하는 마오를 향해 작은 탄성을 던졌다. 하지만 곧 이드의 귓가로 그게 아니라는 채이나의 말이 이어졌다." 마음을 잘 다스리는 건 엘프의 특징이야. 특히 화이트 엘프와 달리 싸움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우리들은 그런점이 더하지. 선천적 인 거야, 그건." 얼핏 다크엘프의 성격을 설명하는 말인 듯하지만 뒤집어놓고 말하면 싸움을 위해 타고 났다는 말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마음을 다스리려고 명상이다, 심공(心功)이다 해서 열심히 단련하는 무인에게는 그저 한숨만 나오는 일일 것이다. "그거 부러운데요. 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그런 좋은 점이있다는 게 중요한 거겠죠. 뭐 그런 건 뒤에 이야기 하고. 오랜만에 몸을 풀어 볼까나? 마오." "네." 성큼성큼 다가서는 이드의 부름에 마오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몸에 힘을 불어넣었다. 당장이라도 사정 봐주지 않고 시작한다고 말을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말은 마오의 생각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다. "우선 단검은 집어넣어 둬라. 대신 몸만 사용해." "어, 그건 왜? 격투술에 섞어 쓰는 단검이 그 녀석 장긴데. 그걸 쓰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해?" 이드가 약간은 이질적인 훈련 방식을 꺼내놓자 마오보다 뒤에 앉아 있던 채이나가 먼저 의문을 표시했다. 이번처럼 대련을 통해 경험과 실력을 쌓게 해줄 때는 모든 능력을 다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가장 좋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오의 특기 중 하나인 단검을 포기하라니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궁금한 것은 마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르침을 받는 입장인 때문인지 이드의 말대로 이미 단검을 집어넣은 그였지만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 여실했다. "쩝, 괜히 그렇게 볼 거 없어요. 별거 아니니까. 그저 기초부터 튼튼히 하려는 것뿐이라고요." 하지만 채이나는 그 말을 듣고 더 헷갈린다는 표정이다. "소드 마스터 에게 기초를?" 이해불능에 가까운 대꾸였다. 마오는 마나를 능숙히 다루는 소드 마스터의 단계에 있었다. 그것도 소드 마스터 중상급의 능숙한 경지에 올라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당연히 이 단계에 오르려면 그 동안 많은 연습과 튼튼한 기초가 필요했다. 다시 말해 다시 기초를 훈련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기초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도 적당한 때가 있는 것. 무턱대고 기초를 돌아보다가는 오히려 실력이 퇴보하는 수가 생긴다. 채이나가 알기로 마오는 지금 기초를 다시 공부할 때는 아니었다. "아, 걱정 말아요. 내가 웬만큼 알아서 하지 않을까. 게다가 내가 말하는 기초는 처음 주먹을 뻗는 법 같은 게 아니니까." "그럼?" "말 그대로 마오 녀석 실력의 기초가 되는 격투술인 루인 피스트를 처음부터 다시 봐주겠다는 말이네요. 루인 피스트는 마오가 가진 실력의 기본이죠. 그렇지만 아직 완전히 루인 피스트를 마스터 한 건 아니에요. 또 부족한 부분도 없지 않죠. 그걸 겨루면서 좀 더 보완하고, 부족한 점을 채워서 마오에게 완전히 마스터 하게 만드는게 목적인 거죠. 마오가 가진 모든 장기와 특기는 루인 피스트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라 루인 피스트만 익숙해지면 다른 것도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 거예요. 무엇보다 이렇게 단순하게 격투술만을 가지고 겨루다 보면 마오의 루인 피스트와 제가 전한 마인드 로드가 좀 더 쉽게 조화를 이룰 수도 있고요." 설명은 길었지만 핵심은 마오에게 가르쳐준 금강선도, 그러니까 마인드 로드가 익숙해지도록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마인드 로드는 이틀 전 국경을 넘던 그날 마오에게 전해주었다 채이나가 마오의 실력을 봐달라는 부탁에 이드는 바로 마인드로드부터 전수한 것이다.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수법이라 전하는 데 전혀 고민할 것도 없었다. 이어진 이드의 설명에 채이나와 마오는 이번엔 선선히 고개를 끄덕 였다 또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이제 시작하자. 미리 말하지만 내가 딱히 뭔가를 가르칠 건 없어. 나는 그저 네가 가진 것들을 최대한 잘 발휘할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주고, 훈련 방법을 가르쳐줄 뿐이야. 거기에 더해 한마디 충고를 하자면 내가 사용할 격투술, 철황권을 눈여겨 잘 보라는 것뿐이야. 보크로 씨가 말해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철창권이 루인 피스트에 꽤나 많은 영향을 줬으니까. 네가 노력만 한다면 루인피스트는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을 거야." 끄덕끄덕 이드의 말에 마오는 연신 고개를 끄덕 였다. "명심하겠습니다." "좋아, 어디 실력 발휘해봐." "후우!" 마오는 대답 없이 긴 숨을 내쉬 며 그대로 지면을 박차고 이드를 향해 쏘아진 화살처럼 빠르게 돌진해 들어왔다. 전혀 망설임 없는 쾌속의 행동이었다. 이드는 양 주먹을 힘주어 움켜쥐며 양팔과 한쪽 다리를 앞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철기십이편(鐵器十二鞭). 내가 가진 철황권이란 것의 기초 권형(拳形)이다. 그리고 이건 거기서 다섯 번째인 삼발연경(三拔延傾)!" 이드는 확실히 들으라는 듯 초식명을 외치며 얼굴 앞으로 다가온 마오의 섬광 같은 주먹을 한쪽으로 흘리고는 앞으로 향해 있던 두 주먹과 다리를 내뻗었다. 투웅 순간 퉁퉁 튕기는 고무 같은 느낌을 느끼면서 마오는 허공에 붕 떠오르더니 이드의 머리 위를 성큼 넘어가 버렸다. 마오는 반동에 의해 제멋대로 하늘을 날아오르는 동안 이게 어떻게 된 것인가 생각할 틈이 잇을 정도였다. 허공에서 몸을 바로 세우며 사뿐히 땅에 발을 내렸다. 마오의 실력이 높은데다 엘프 특유의 균형감이 느껴지는 동작이었다. 어느새 몸을 돌린 이드는 방금 전과는 또 다른 자세를 취하며 빙글 웃었다. "어떻게 된 건지 알겠어?" "대충은요." 분명 이드의 두 주먹이 내뻗은 자신의 팔과 어깨를 내리 누르고 흔들고, 한쪽 다리가 자신의 허벅지를 차 올렸다. 그리고 그 탄력으로 자신이 순식간에 허공을 떴었다. 마오는 그렇게 기억했다. "역시 감각이 좋은걸." 이드는 마오의 대답에 만족했다. 보통은 처음 당하는 수법이라 어리둥절할 텐데, 역시나 엘프의 감각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계속 와." 다시 한 번 이드의 재촉에 따라 마오가 뛰어들어 왔다. 이드는 이번엔 날카롭게 파고드는 마오의 공격을 철산파고(鐵刪把叩)의 식으로 강하게 받아쳤다. 이머서 다시 마오의 공격을 흘리는 부연횡사(俯嚥橫寫)에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철사삼시(鐵蛇三矢). 그리고 다시 악속이라도 한 것처럼 마오를 저 뒤로 낚아채버리는 사령편(蛇靈鞭). 다시 말해 다섯 번의 수법 중 부드럽게 흘리는 유(柔)한 공력(功力)이 삼(三)에 강력한 강(强)의 공력이 일(一), 재빠른 쾌(快)의 공력이 일(一)이 되어 한 세트를 이룬 것이다. 그리고 뒤이어진 공격들도 모두 이런 유형들이었다. 삼일일(三一一)의 한 세트를 이룬 수법들이 연이어 마오를 때리고 던지고, 흘려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이리저리 던져지고 굴고 얻어터지던 마오는 얼마 지나지 않아 거친 숨을 내쉬는 먼지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사방을 굴며 찢어지고 흙투성이가 된 옷까지 거지가 따로 없는 모양으로 변해 있었다. 그 빼어나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변한 마오였지만 그 눈만은 오히려 즐거운 듯 투기로 반짝거렸다. 이드는 도전적인 광채가 여전한 눈을 응시하며 좀 더 열심히 두드리고 내던졌다. 그렇게 얼마간 두 사람이 붙었다 떨어졌다를 쉴 새 없이 반복했을까 짝짝짝 "자자, 오늘은 여기까지. 둘다 그만해!" 차가운 박수 소리와 함께 채이나의 낭랑한 목소리가 두 사람을 멈춰 세웠다. "이정도면 됐어. 이제 그만하자고. 시간도늦었고. 내일 다시 출발해야지." 이드는 여지껏 펼쳤던 동작들이 꽤 되었음에도 별일 없었다는 듯 몸을 바로 세웠다. 마오는 무릎을 짚고 잠시 크게 숨을 내뱉더니 어느 정도 회복된 듯하자 얼굴에 묻은 흙을 닦아내고 땀에 젖어 흐트러진 머리를 툭툭 정리했다. 이드가 슬쩍 돌아보니 어느새 두 눈에 번쩍 이던 투기도 말끔히 사라지고 없었다. 정말 마음 하나는 자유자재로 잘 다스린다는 생각이 새삼었다. 여관의 창문으로 고개를 들어올리자 이쪽을 정신없이 구경하고 있는 몇몇 구경꾼들과 검게 그을린 듯 어두워진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마오와 손을 섞기 시작할 때가 초저녁 이었으니, 약 두 시간정도가 지난 듯 보였다. 그러자 문득 생각나는 게 한 가지 있었다. "밥 먹을 때가 지났군." 마치 재미난 농담이라도 들은 것처럼 채이나는 깔깔 웃으며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여관에는 채이나가 미리 준비해놓은 것인지 따뜻한 목욕물과 여러 가지 요리들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그녀의 성격을 고려하면 이런 걸 꼼꼼히 챙길 위인이 아닌데, 아마도 마오의 실력을 봐준다고 특별히 신경을 쓴 것 같았다. 아무리 성격이 튀고 또 전혀 그럴 것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역시 어머니라는 공통분모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야 할까? 모성이란 그게 인간이건 이종족이건 별로 다를 게 없는 것 같았다. 모성이라는 것만큼 위대한 자연은 없다는 생각이 결국 이세상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도 싶었다. 모성이 없는 세상만큼 끔찍한 세상이 또 어디 있을까.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그 무한한 신뢰가 싹 트는 것이니, 단순히 종족을 번식하기 위한 자동적인 기제라고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덕분에 이드와 마오는 격렬한 움직임으로 흘린 땀을 시원하게 씻어내고 또 허기진 배를 푸근하게 채울 수 있었다. "부드러움이 아직 부족하다는 건가요? 어제의 대련." 다음날 아침식사를 먹으면서 화두처럼 꺼낸 마오의 말이었다. 막 고기 한점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이드는 느긋하게 씹어대면서 고개를 끄덕 였다. "응 부드러움을 더하라는 뜻이었다. 어제 내가 말하는 부드러움을 실컷 봤으니 어때? 루인 피스트에도 더해볼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확실히 지금의 모습보다는 자연스러워질 것 같았어요. 이드가 보여준 수법들 중 반이 넘는 수법들이 그런 식이더군요. 흘려 넘기는. 아마 그걸 보고 훔쳐 배우라는 뜻이겠죠?" "참고하라는 거지. 그리고 그런 걸 정확하게 사량발천근이라고 하는데. 무슨 말인가 하면 작은 힘으로 큰 힘을 낸다는 뜻이야. 여기서 작은 힘은 자신의 힘이고, 큰 힘이란 자신의 힘에 적의 힘을 더해서 만들어지는데, 외형보다는 그 속에 숨어 있는 힘의 운용이 더 중요한 수법이지. 기억해둬." 이드의 당부에 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더 궁금한 것들이 있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런 마오의 입을 채이나가 막았다. "그만해. 아침은 안 먹을 거야? 그런 이야기는 다음 대련 때하면 되잖아." 채이나가 날카롭게 눈을 흘기자 마오는 바로 입을 닫았다. 채이나의 말이라면 절대 거역하는 법이 없는 마오였다. 기분까지 나빠 보이는 그녀의 말이니 어찌 말을 듣지 않겠는가. 이드는 어제의 생각이 연장되고 있었다. 모성이 자연의 가장 훌륭한 배려라면 효자는 어머니가 만든다는 것 또한 진리라고 생각했다. 거기에는 맹목적인 사랑과 더불어 엄격한 교육이 곁들여져야만 마오 정도의 효자를 길러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튼 자식 키우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렇게 마오의 입이 다물어지자 채이나는 같은 여성이라고 할 수 있는 라미아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런데 며칠 되지 않았는데, 상당히 모습이 변했다?" [꺄아! 역시 채이나. 알아봐 주네요. 정말 멋있어졌죠?] 며칠째 이드하고만 속닥거리며 별말이 없던 라미아였지만 바뀐 자신의 모습을 알아보는 채이나가 무심결에 던진 말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는지 반색을 했다. 실제 채이나의 말대로 라미아의 모습은 전날과는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그 기본은 그대로였지만 붉고 밋밋하기만 하던 파츠 아머의 표면에 몽환적인 구름과 함께 유니콘과 드래곤의 문양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어, 확실히 라미아가 흥분하며 자랑할만했다. "응, 아주 아름다운데? 이드 네가 한 거야?" "네. 정말 상당히 고생했다구요. 이 문양을 만드는데……. 정말 괜찮죠?" 솔직히 이 문양은 이드의 오리지널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한국에서 봤던 여러 가지 작품들 중에 한 가지를 떠올려 도안의 상징물이었던 용을 드래곤으로 바뀌서 새겨 넣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문양을 정확하게 만들어내기 위해서 엄청 고생한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인지 괜찮냐고 말하는 이드의 얼굴에 은근한 자신감이 감돌았다. "응, 좋아, 실전용이라기보다는 장식용으로 느껴질 정도로 문양이 아름다워 그런데 생각보다…… 빠르다." "뭐가요?" "라미아의 변화 말이야. 난 네가 처음 라미아의 형태를 바꿨을 때 한 말을 듣고는 상당히 오랫동안 고생할 줄 알았거든. 그런데 벌써 이렇게 멋진 문앙까지 새길 수 있을 줄은 몰랐어. 좀 더 오래 걸릴 거라고 성각했지." 라미아의 변화는 채이나가 느끼는 것만큼 빠르다. 그 밋밋하던 모습을 벗고 3일 만에 화려하게 변신을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변화가 가장 반가운 것은 역시나 라미아였다. [정말 그렇죠? 이런 식으로 능숙해지다 보면 얼마 지나지않아 저도 인간의 모습을 할 수 있을 거라구요, 호호호!] 한껏 기대에 부푼 라미아의 목소리가 세 사람의 머릿속에 반짝거리듯 울렸다. 그 목소리가 어찌나 맑고 깊은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래, 기대할게. 나도 네가 인간이 되면 어떤 모습이 될지궁금하거든." 이드는 채이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라미아의 반응에 마음 한편으로 뿌듯해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검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도 그때 이후로 그에 관한이야기가 없어서 별달리 조급함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느낀 때문이었다. 그 초연한 태도는 아마도 이드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일부러 내보인 모습일 것이었다. 그걸 그 동안 이드 모르게 감추었으니 참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이드는 무의식중에 라미아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라미아의 변신에 좀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마 잠자는 시간을 조금 줄여야 할 것 같다는 다짐까지 해보았다. 하지만 이드는 지금의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또 그런 것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으로 인해 잠을 줄이고 있는 사람들이 꽤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현재 이드 일행이 머물고 있는 나라는 드레인이다. 국토는 라일론 제국의 약 사분의 일에 해당하는 넓이를 가졌으며, 양 옆으로 동맹을 맺은 양대 거대 제국이 버티고 있고, 아래 위로는 시리카 왕국과 마스 왕국이 옥죄듯 자리하고있어 대륙 중앙에 꼼짝없이 갇혀 있는 형태가 드레인의 지형적 조건이 되고 있다. 드레인은 또 하나의 지형적 특성 때문에 호수의 나라라고도 불린다. 말 그대로 대륙의 수원(水原)이 죄다 모인 것처럼 방대한 호수와 강이 가장 많은 나라였다. 국토의 약 이십 퍼센트 넘게 호수와 거미줄처럼 뒤얽힌 크고 작은 수많은 강줄기가 차지하고 있다면 이해가 갈 것이다. 아마도 드레인의 호수들이 없다면 대륙은 얼마나 황량할 것인가, 하는 소재로 많은 음유시인들이 노래를 부를 정도였다. 그만큼 아름답고 깨끗한 이미지로 유명한 나라가 또 드레인이기도 하다. 곳곳에 숨쉬는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 병풍처럼 펼쳐지는 수려한 풍경들과 거미줄처럼 이어진 긴 강물을 따라깊은 숲의 비경을 은은하게 드러내는 기묘한 경 치들은 누구나 입을 모아 극찬하기 마련이었다. 이러한 코스를 따라 운행하는 여객선들은 언제나 인기가 높았으며, 드레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여행하길 꿈꾸는 관광 상품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드에게는 일리나스에 이어 두 번째 들르게 되는 왕국이기도 했다. 이드가 혼돈의 여섯 파편과 엮이고 난 후 계속 두 제국에서만 활동을 했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이드도 제법 큰물에서만 놀았다고 해야 하나? 호수와 강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는 드레인에서도 특히 유명하고 이름 있는 호수 다섯 개가 있다. 각각 아카이아, 페링, 페니에르벨, 리틀 드레인, 블루 포레스트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다섯 중 특히 유명한 두 곳이 있는데, 바로 아카이아와 블루 포레스트였다. 그 중 아카이아는 대륙 속의 바다라 불릴 만큼 규모가 대단해서 그 크기가 가히 작은 소국과 맞먹을 정도였다. 드레인뿐만 아니라 대륙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만큼 유명한 곳이었다. 그 방대한 크기 때문에 아카이아는 시리카 왕국과 절반씩을나눠 가져야 했던 호수다. 호수의 중간쯤을 국경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호수로 인해 국가간 접경이 되고 있는 탓에 그 군사적인 가치가 드높을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두 나라는 내륙 한가운데서 생뚱맞게 수군까지 양성해야 했다. 수군이 필요할 만큼 아카이아는 가히 작은 바다라 불릴 만했던 것이다. 그 다음으로 유명한 것이 블루 포레스트였다. 이 호수는 아카이아처럼 그런 대단한 유명세를 누리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카이아에 비해서 그렇다는 의미지 블루포레스트 역시 모르는 사람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바로 호수를 껴안고 있는 형상으로 형성된 커다란 숲과 이숲과 호수를 자주 찾는 엘프를 비롯한 이종족들 때문이었다. 이 근처에만 있으면 그 보기 어렵다는 이종족들, 특히 그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엘프를 종종 볼 수 있는 행운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지금은 그런 생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경계해 펼쳐진 마법으로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종족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블루 포레스트는 알아둘 만한 곳이 었다. 아,그렇다고 다른 세 호수가 이 두 호수보다 못하다는 것은아니다. 두 곳은 이름만 많이 알려졌다 뿐이지, 정말 호수의 아름다움을 구경하고,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다름 아닌 나머지 세 개의 호수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 현재 이드 일행이 눈앞에 두고 있는 곳이 바로 그 유명한 관광명소 중 하나인 페링 호수였다. 페링 호수는 사시사철 잔잔한 물결과 살랑이는 바람, 그리고 석양에 붉게 타오르는 수면과 이 호수에서만 잡힌다는 세이지의 은근한 맛을 그 자랑거 리로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석양이 타오를 때 페링 호수의 지척에 다다른 이드 일행은 운이 좋게도 도착하자마자 페링의 자랑거리 하나를 구경할 수 있었다. "전에도 봤지만…… 정말 아름답지?" "네. 이야기하셨던 것보다 더욱 아름다워요." "정말 일품이네요." 채이나의 감탄에 이어 마오와 이드가 그 붉게 타오르는 석양빛에 취해 말했다. 이에 라미아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드! 휴,휴로 찍어요.] 라미아는 잠시 뒤면 사라질 이 그림 같은 풍경을 그대로 담아 두고 싶은지 보채듯 이드를 불렀다. 라미아의 모습은 며칠이 지나자 또 약간 변해 있었다. 얼마 전 자리했던 문양이 은근한 한 폭의 산수화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라미아, 이런 건 영상으로 남겨둔다고 그 감동을 다시 받을수 있는 게 아냐. 보고 싶을 때 와서 보는 게 제일이라고. 나중에 인간으로 변하면 그때 일리나와 다시 오자." "확실히 그렇지. 이런 자연의 감동은 마법 영상 따위로는 느낄 수 없지. 그렇구 말구." [뭐, 그럼…… 일리나를 찾은 후에 다시 오죠.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니까.] 이드의 '경치 제데로만끽하는 법'에다 채이나까지 비슷한 말을 보태자 라미아는 아쉼다는 여운을 남기며 이드의 말에 수긍했다. 하지만 말하는 폼이 뒤에 인간으로 변해서 다시 오게 되면 기어이 그녀가 직접 사진과 동영상을 남길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안 그래도 라미아는 문득 한국에서 꽤 인기 있었던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23곳>이라는 여행 책을 떠올렸다. 그 책의 내용 중에 있던 구포 어디라는 곳의 습지를 보면서 꼭 그런 멋진 풍경들을 찍어보고 싶은 생각이 마침 되살아났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도 잠시간 세 사람과 하나의 파츠 아머는 그렇게 넋놓고 붉은 보석 같은 장관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무겁게 성문으로 옮겼다. 아무리 보기 좋아도 영원히 이어지는 모습은 아니었고,무엇보다 쉴 곳을 앞에 두고 노숙할 생각들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7 드레인의 수적과 중원의 장강수로십팔채 - 작은 남작의 영지에도 산적들이 들끓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 페링에도 적지 않은 수적들이 설치고 있었다. 세 사람이 걸어가고 있는 성문 앞은 저녁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복잡하지만 활기차 보였고, 대부분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보이는 눈들이었다. 대체로 행복하고, 현실의 시름으로부터 약간은 벗어난 여유들이 있어 보였다. 아마도 이들 대부분이 관광 명소인 페링을 찾는 외지의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성문은 관광의 묘미를 깨지 않으려는 듯 대체로 개방적이었고, 통과 절차 역시 까다롭거나 하지 않아 오히려 형식 적인 수준이었다. 이드 일행도 간단하게 얼굴만 비추고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뭐 채이나가 있는 한 통과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테지만 말이다. "테이츠 영지에 어서 오십시오." 관광 명소의 이미지가 잘 어울리게 도열한 기사들 역시 전투 복장과는 무관하게 장식용 검을 착용하고, 행사용 복장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기사가 아니라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고용된 일반인들 일지도 몰랐다. 일반인들이 기사복장을 하는 것은 전쟁터가 아니라면 금기시된 것이지만 관광대국 특유의 발상이 이런 묘한 규범을 가능하게 한 것 같았다. 이드는 조금은 이러한 관광객 환대 서비스가 낯설기도 했다. 하지만 계급 질서가 확고한 나라에서 이런 풍경은 또 페링이 아니면 보기 어려울지도 몰랐다. 아무튼 서비스용 멘트와 인사를 받으며 들어선 성 안은 호수의 풍경만큼이나 아름답고 화려했다. 사람들 역시 일반적인 성 내의 영지민들과는 달라 보였다. 마치 영지의 귀족들을 모두 불러 모은 것처렁 깔끔하고 화려한 형형색색의 복장들을 하고 있었다. 이곳이 대륙에서 얼마나 잘 나가는 광광지인지 단박에 느끼게 하는 증거들이었다. 거기다 영지의 건물들은 애초부터 관광을 고려해 지어진 듯 반듯반듯 했고 예술적인 면이 많이 가미되었으며, 길도 페링 호수로 향하는 큰 길이 널찍하게 뻥 뚫려 뭔가 시원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관광도시의 면모를 안밖으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는 게 쉽게 느껴졌다. "자, 그럼 오늘은 어디서 쉴까? 모두 주머니 조심해. 이런곳에선 털리기 쉬워." 잠시 거리를 휘휘 돌아보던 채이나는 곧 큰길 한쪽으로 나란히 서 있는 여관들을 보고는 그곳으로 향했다. "걱정 마요. 거기다 오히려 이런 곳엔 도둑들이 없을 걸요. 손목 한 번 잘못 놀렸다가는 그대로 목이 날아갈 텐데, 무슨 담이 커서 여기서 작업하겠어요?" 이드는 유유자적 천천히 거리를 걷고 있는 화려한 복장의 남녀노소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아마 저들 중 대부분이 귀족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도둑들도 머리가 있고,눈치가 있다. 이렇게 귀족들이 많은 곳에서 도둑질을 하다 걸리는 날에는 여기가 그대로 인생의 종착역이 될 게 뻔했다. 다리를 뻗어도 누울 자리를 보고 뻗으라고, 그런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도둑들이 이 대로에서 절대 설칠 리가 없었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흠, 그럼 저건 바보?] 이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들려온 라미아의 말이었다. 이드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느낌이 향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런 썩을……." 순간 이드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튀꺼나온 말이었다. 이드의 시선이 향하는 곳 그곳에는 영지병으로 보이는 복장에 긴 창을 들고 있는 병사가 막 여러 사람들 사이로 지나가고 있었다. 그는 정규 병사인 것 같았다. 헌데 그냥 지나가면 문제가 아니었다. 이드가 보는 그 순간 그의 손이 번뜩이는 속도로 옆 사람의 품속을 탐험하고 나온다는 게 문제였다 그냥 봐도 한두 번 해본 게 아닌 프로급의 솜씨 였다. [이드가 보는 게 두 사람째네요.] "하하하." 라미아가 이렇게 말하자 이드는 물론 뒤늦게 상황을 안 채이나와 마오도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관광객을 보호해야 할 병사가 소매치기를 하다니. 영지 안에서 저렇게 돌아다니는 걸 보면 진짜 병사인 건 분명한데 말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절묘하다고 해야 할까?병사가 소매치기를 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는가 아니,소매치기가 병사 복장을 하고 있는 건가? 아무튼 그런 작태를 발견하자 채이나의 욱하는 성격이 바로발동했다. "난 저런 가면 쓴 놈이 제일 싫어. 마오, 저놈 잡아!" 백미터 달리기의 총소리를 들은 달리기 선수가 따로 없었다. 채이나의 말에 마오는 항상 품속에 품고 있던 단검들 중 두 자루를 내던지고는 바로 소매치기 병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야, 야. 잠깐." 괜히 시끄럽게 해서 좋을 것 없다는 생각에 이드가 말려보려고 말을 꺼냈지만 이미 마오는 저 앞으로 달려 나간 후였다. 마오가 던진 두 자루의 단검은 한 자루는 병사의 가슴을 스치며 옷을 찢고, 다른 한 자루는 그의 신발을 뚫고서 그의 발등에 박혔다. 찌이익……푹! "아, 아악……컥!" 가죽과 살덩이를 찔러대는 소리와 함께 뭔가 한 발 늦은 듯한 병사의 찢어지는 비명이 뒤를 이었다. 생각도 못한 일을 워낙 창졸지간에 당하다보니 발에 단검이 박힌 것을 인식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린 탓이었다. 하지만 속 다르고 겉 다른 병사는 그 비명조차도 제대로 다 지르지 못했다. 퍼억 다름 아니라 자신이 던져낸 비도를 뒤쫓아 온 마오가 병사의 등 뒤를 강하게 차올리며 그를 걷고 있는 방향으로 날려버린 때문이었다. 그 발차기의 충격에 품속에 넣은 돈 주머니가 튀어나오며 발등에 단검을 단 병사와 함께 땅바닥을 나굴었다. 이 값작스럽고 창당한 사태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모여 들었다. "끄으…… 한 발 늦었구나." 이드는 순식간에 종료된 상황을 어이없이 바라보며 골치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부여잡았다. 옆에서 그런 모습을 바라본 채이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왜? 너 내가 지금 한 일이 불만이야?1잘못한 건 없잖아." "네, 분명 좋은 일이긴 하죠. 저런 놈은 저도 싫어요." 정말 저런 인간은 싫었다. 뭣보다 최근 이드가 지구에서 보았던 국회의원이라는 정치인들을 생각하면 더욱 짜증이난다. 몬스터가 나타났다 하면 제일 먼저 가디언 본부로 뛰어 들어와 몸을 숨기고는 가디언들의 수고가 마치 자신들의 성과처럼 목소리만 높이는, 얼굴에 기름기만 좔좔 흐르는 인간들을 가까이서 봤으니 그와 같은 부류인 저 병사가 좋아 보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별로 좋지 않잖아요. 아직 기척은 없지만 분명히 제국에서 열심히 뒤를 쫓아오고 있을 텐데……, 이렇게 튀어 보이는 일을 해서 좋을 게 없다구요." "뭐, 그건 그래. 하지만 저런 놈을 그냥 둘 순 없어. 거기다 여긴 라일론 제국이 아니야." 다른 나라이니 만큼 무슨 큰일이야 있겠냐는 말이었다. [그것도 그렇긴 하죠.] 라미아도 비슷한 생각인가 보다. 사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라 이드는 어쩔 수없이 가벼운 한숨으로 마음을 달래고는 소매치기를 제압한 마오에게 다가갔다. 그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 저, 저건 내 보석 주머니? 저게 어떻게." 경악한 그 목소리를 들으니 사건은 무리 없이 금방 마무리될 것도 같았다. "에휴,그나마 다행 이다." 곧 소식을 듣고 도시 내부를 담당하는 경비대 대장과 병사들이 달려오고, 병사의 품에서 나온 다섯 개 주머니의 주인들이 고함을 치고, 일의 경위를 묻는 등 저녁 때의 대로가 대낮의 시장통 마냥 한껏 시끄러워졌다. 법을 지켜야 할 병사가 범죄를 저질렀으니 당연히 더 소란스럽고 말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일이 일이다 보니 자칫 이드 일행까지 증인으로 얽혀 복잡하게 연관이 될 뻔했다. 하지만 다행히 채이나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그런 복잡한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라일론의 레크널 영지에서와는 달리 엘프인 채이나의 존재를 확인한 경비대장이 바로 정중히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는 물러난 덕분이었다. 채이나의 존재를 알고도 쉽게 물러서지 않던 레크널의 태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는데, 사실 이런 태도는 드레인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마오가 처리한 일 자체가 죄가 아닌 정의로운 일이었던데다, 블루 포레스트를 찾는 상당수의 엘프가 그들의 존재를 확실히 해둔 덕분이었다. 다시 말해 다른 나라에 비해 엘프를 볼 기회가 많았던 드레인 사람들의 머리에는 옛날부터 내려오는, 엘프는 죄를 짓지 않는다는 말이 확실하고 선명하게 각인되머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증인이니 어쩌니 하는 것이 필요가 없었다. 달리 어떤 절차나 심판도 없었다. 엘프가 관련되었다는 것은 진실의 편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고하게 해줄 뿐이며 따라서 소매치기 병사는 확실한 범인으로 단정되어 곧바로 경비대로 끌려갔다. 그리고 그날 밤. 일행은 보석 주인의 보답으로 영지에서 최고급에 해당하는 멋진 여관에서 또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머무를 수 있었다. 역시 좋은 일을 하면 복을 받는가 보다. 좋은 일에 대한 대가는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며칠간 노숙을 하면서 써버린 물건들을 보충하기 위해 시장으로 나선 일행들은 뜻하지 않은 호의를 받게 되었다. 그들의 선행을 목격했던 상인들이 후하게 인심을 쓰느라 저마다 꽤 값나가는 선물을 준 것이다 어쩌면 그 병사 소매치기로 인해 손해를 본 사람들이 많았는지도 몰랐다 상인들로부터 자세한사정은들을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 병사를 잡은 것은 꽤 화제가 되고 있었다. 일행들을 알아보는 상인들은 선물이 아니더라도 싸게 물건을 팔며 보답하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경비대의 병사들 십여 명이 건달들과 한패를 이루고서 됫골목에서 상당한 세력을 이루고 있었다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서 이드 일행 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알고 보니 마오가 꼬리를 붙잡은 셈인데, 그걸로 몸통까지 모두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뭐, 그 한편으로는 채이나가 엘프라는 점도 한 몫을 하기도 했겠지만 말이다. 사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이런 친절을 거부할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이어진 친절은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낳았는데, 바로 이런 상인들의 인심에 한껏 기분이 고무된 채이나가 영지에서 며칠을 더 머무를 것을 주장한 것이다. 물론 마음이 바쁜 이드에게는 기운 빠지고 혈압 오르는 일이었다. 곧바로 가는 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걸어가는 수고를 해야 하는 것도 불만스럽고 게다가 조바심 나는데, 한곳에 머물러 며칠 쉬어 가자니! 하지만 그렇다고 채이나의 고집을 꺾거나 설득할 자신도 없는 이드였기에 그저 고개를 숙이고는 마오와 함께 체리나에게 끌려 다닐 뿐이었다. [에휴, 이드. 쯧쯧쯧.] 또 그런 이드를 그저 불쌍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라미아였다. 결국 눈에 뵈는 게 없어진 채이나가 고집을 부리면서 이드는 3일을 영지에서 더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3일이 지난 뒤에는 그래도 그게 어디인가, 하며 자위할 수있을 정도가 되 었다. 처음 며칠 더 머물러야겠다는 거의 통보에 가까운 말을 꺼낼 때 이드는 정말 아찔했었다. 채이나의 그 좋아하던 얼굴로 미루어본다면 적어도 일주일은 꼼짝없이 잡혀 있어야 될 줄 알았는데, 3일이라니 그나마 다행인 셈이었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 바로 좋은일에 대한 대가의 보상기간이 이틀 만에 끝나버린 것이 그 이유였다. 처음엔 상인들도 즐겁고 고마운 마음에 물건을 싸게 주었지만, 그게 하루 이틀을 넘기자 그것이 그들에게 상당한 손해가 된 것이다. 고마운 마음도 잠시지, 물건을 팔아 살아가야 하는 입장에서 언제까지 손해를 볼 수 없었던 그들은 이틀째부터 깎아주거나 얹어주는 것 없이 물건의 제값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덤으로 들어오는 공짜 물건들이 없어지자 채이나는 미련 없이 영지를 떠나기로 결정을 내렸다. 더 있어서 들어오는 것도 없고, 영지와 호수 구경은 이틀 동안 원 없이 충분히 했기 때문에 바로 떠나기로 한 것이다. 이드로서는 그저 고마운 일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부인 오늘 떠나신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일행들이 떠나기로 한 날 이른 아침. 이드 일행이 아침을 먹고 쌉싸름한 차 한 잔으로 입가심을 하고 있을 때 다가온 기사의 말이었다. 분명히 알지 못하는 사람이 갑자기 얼굴을 들이대자 세 사람은 모두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모르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 계속 함께 다닌 만큼 그런 사실은 누구보다 그들 자신들이 잘 알았다. "네 , 좋은 아침이군요. 헌데, 누구시죠? 그쪽은 저희를 아는듯 합니다만. 저희들은 그쪽을 전혀 모르겠군요. 소개를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런, 죄송합니다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제 이름은 라멘 데파라 드레인 테이츠 영지의 주인이신 돈 테이츠 백작님의 기사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기사님께서 무슨 일로……." 이드는 기사라는 신분에 채이나가 또 엉뚱한 말을 할까 싶어 재빨리 이렇게 손수 접근한 목적을 물었다. 하지만 기사는 오히려 당사자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드의 물음이 거슬렸는지 슬쩍 눈살을 찌푸렸다. 허기사 그게 아니더라도 미녀와 이야기를 하는데 끼어들었으니 좋아할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크흠, 백작님의 명령으로 왔네. 영지의 불행을 해결해주신 감사의 뜻으로 페링을 바로 건널 수 있는 배를 준비했지. 그리고 부인, 이것은 백작님께서 드리는 편지입니다." 라멘이라 밝힌 기사는 이드에게 퉁명스레 대답하고는 채이나를 향해 표정을 밝게 꾸미며 품에서 새하얀 봉투를 꺼내들었다. 채이나는 슬쩍 라멘을 흘겨보더니 봉투를 받아들고는 그 속에 든 편지 한 장을 꺼내 읽었다. "흐응……." 잠시 후 편지를 모두 읽고 난 채이나는 슬쩍 라멘을 바라보더니 그것을 이드와 마오에게 건네주었다. 편지는 한 면을 모두 빽빽하게 채우고 있는 꽤나 긴 장문의 편지였다. 하지만 이드는 첫마디를 읽고부터 한심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거의가 칭찬과 미사여구로만 도배되어 말을 빙빙 돌리는 전형적인 귀족 스타일의 현란한 말투로 이루어진 편지였다. '참, 한심하단 말이야. 그냥 간단히 용건만 쓰면 얼마나 좋아. 결국 하고 싶은 말은,우리 영지에서 있었던 일은 영지의 망신이다. 다른 곳에 소문내지 마라. 엘프가 소문내면 쪽팔려. 소문 내지 않으면 다음에 올 때 사례하지 시장에서 욕심 부렸던 것 다 알아, 뭐 이런 내용이잖아. 줄이면 딱 서너 줄인데, 지금 이게 몇 줄이야' [쿠쿡…… 정확히 마흔두 줄이네요. 정말 할 말을 이렇게 늘이는 것도 기술이에요.] 라미아의 말마따나 기술이든 어쨌든 참 한심한 편지였다. 하지만 채이나의 성격을 짧은 시간 잘 알아낸 편지기도 했다. 엘프인 채이나를 물건으로 설득할 생각을 하다니. 다른 엘프는 어떤지 몰라도 채이나에게는 잘 통할지도 모를 그럴싸한 유혹이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이드의 생각대로 채이나는 별 다른 갈등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승낙을 했다. "편지는 잘 받았어요 백작님께 그렇게 하겠다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전해주세요. 그런데 배는 언제 가죠?" "감사합니다, 부인. 배는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습니다. 백작님의 배려로 여러분들을 위해 저희 영지가 보유한 수군의 가장 빠른 배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수군의 배라니, 과할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음에는 틀림없었다. 허기사 드레인에서 엘프의 말이 가진 힘이 대단하긴 하니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소매치기를 잡은 선행까지 적당한 명분을 더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좋아요. 그럼 바로 가죠. 이드,아들!가자." 따로 무언가를 챙길 것도 없는 단출한 일행이었다 필요한것은 모두 아공간에 들어 있었다. 채이나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라멘도 덩달아 황급히 일어났다. 설마 이렇게 바로 가자고 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이봐, 주인." 기사는 급히 일어나 문 쪽으로 성큼 나서며 여관의 주인을 불렀다. "예, 기사님. 부르셨습니까." "여기 세 일행의 숙박비를 계산하고 싶은데. 얼마인가" 기사는 품에서 묵직해 보이는 주머니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얼마가 되었든 내어줄 것처럼 손을 크게 벌려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러나 액수 대신 다른 대답이 나오자 기사의 손은 빈 허공만 허무하게 쥐어야 했다. "크흠, 그 계산은 이미 저분들께서 식사와 함께 모두 하셨습니다, 기사님." "그, 그런가." 라멘은 여관 주인의 말에 손에 든 주머니를 서둘러 품속에 집어넣었다. 당당하게 나섰다가 그게 쓸데없는 일이었다는말을 들으면 민망하고 당혹스럽다 지금의 라멘처럼 말이다. 또 그런 상황을 넘기기 위해 지금의 라멘처럼 행동한다. "자, 가시죠. 제가 앞장을 서겠습니다." 라멜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둘러 여관 문을 나섰다. 라멘이라는 기사는 기사 특유의 거만한 태도가 몸에 배어있긴 했지만 아직 순진함이랄까, 그런 것도 있는 듯해서 오히려 친근함을 주기까지 했다. "쿡쿡…… 우리도 빨리 따라가죠. 이러다 놓치겠네. 아저씨, 잘 쉬고 갑니다." "아,자네도 여행 조심하고. 두 분도 또 들러주시구요." 이드는 며칠 동안에 불과했지만 들고 나며 얼굴을 익힌 여관 주인에게 아쉬운 인사를 건네고는 채이나와 마오의 등을 떠밀며 여관을 나섰다. 기사는 벌써 저 앞에서 슬쩍 뒤를 돌아보며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민망한 행동을 하기는 했지만 본연의 임무를 잊지는 않은 것이다. "저기 멀리 보이는 저곳이 페링 호수의 안전을 지키는 수군의 진영입니다." 테이츠의 수군은 영지의 제일 외곽에 있었다. 영지 전체가 관광지와 관광 상품이라 해도 이의를 달 사람이 없을 만큼 테이츠 영지는 유난히 특색이 있는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거칠고 딱딱한 군부대가 가까이 있어서 좋을 것이 없었다. 덕분에 일행은 영지의 대로를 통해 호수까지 나와 저 멀리보이는 수군의 진영까지 걸어가야 했다. 대충 마음이 정리가 된 듯한 라멘이 마차를 준비하겠다고 나섰지만,마차를 기다리는 게 오히려 번거로워 거절하고 그냥 걷기로 했다. 또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호수를 따라 걷는 게 상당히 마음에 들기도 했으니까. "역시 그렇게 커보이지는 않네요." "채이나, 여긴 바다가 아니라 호수라고요." 페링의 수군 진영이 전체적으로 드러나 보이는 곳에 도착하자 라멘이 그곳을 가리켜 보였다. "하하하, 그 말이 맞습니다. 광대한 바다를 지키는 게 아닌 이상 저 정도의 수군이면 페링 정도는 충분히 커버가 됩니다. 더구나 저희 영지의 수군들은 늘 페링과 함께 하다 보니 물에 익숙해서 수전엔 당해낼 군대가 없지요. 가끔 나타나는 수적놈들과 수상 몬스터도 이곳에서만큼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라멘은 자신감에 넘쳐 말했다. 일반적으로 내륙뿐만 아니라 바다를 끼고 있는 나라라도 정예 수군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해전은 그저 특수한 경우에 발생하는 전투 양상이었고, 육전의 기사단 전투로 성을 함락시키거나 방어해내면서 승패를 가름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봐야 했다. 그래서 수군의 가치는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강력하게 만들 필요도 거의 없겠지만) 부수적인 혹은 특별한 경우에만 발생하는 정도에 그치므로 무시당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정예화된 수군에 대한 자랑을 듣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고 조금 낯설기까지 했다. 이것 역시 호수와 강이 많은 드레인의 지형적 특징에서 비롯된 듯했다. 그러니까 이 나라를 지탱하는 군대는 수군이 제일 우선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게다가 전투 역시 그런 모양이었다. 페링은 아카이아처럼 크진 않지만 작은 남작의 영지만한 규모를 가진 거대한 호수다. 결코 작지 않다는 말이다. 그 작은 남작의 영지에도 산적들이 들끓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 페링에도 적지 않은 수적들이 설치고 있었다. 특히 수적들은 고기 잡는 어부인 척 위장을 하고 있다가 감시 초소가 미치지 못하는 지점을 지나는 여객선을 습격하기 때문에 더욱 골치 아픈 족속들이었다. 거기다 육지에서보다 감당하기 훨씬 곤란한 수상 몬스터들까지 수시로 출몰했으니 호수의 적(敵)들에 대한 골치는 두 배로 아픈 셈이었다. 당연히 그런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그래서 조직적인 군대 규모로 생겨난 것이 호수를 지키는 수군으로, 지금 이드 일행이 향하는 곳에 머물고 있는 저들이었다. 이드는 라멘의 설명을 들으면서 중원의 장강수로십팔채(長江水路十八採)와 동정호(洞庭湖)를 누비는 수적들이 생각났다. 호수의 수적들과 몬스터들이 그들과 묘하게 겹쳐져 생각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이곳의 수적은 무공을 익히지도 않았을 것이고,중원에는 몬스터가 없다는 차이가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이곳에는 그런 이들이 없는가 하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라멘 경, 그러면 강에도 수적이 있습니까? 전문적으로 단체를 이뤄 강에 오고가는 배를 터는 자들 말입니다." 뭔가 기대감 섞인 이드의 물음에 라멘은 잠시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나라의 녹을 받고 국경과 영지를 지키거나 영지민을 위해 치안을 유지하는 게 주된 임무인 기사라는 직분으로 자기 나라에 도적들이 있다고 당당히 말하기가 껄끄러웠던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란 생각이 들었는지 이내 고개를 끄덕 이고는 말했다. "있네 호수에 수적이 있는 만큼 강에도 그들이 가끔씩 모습을 보이네 하지만 절대 많지는 않아." "많지 않다구요?" 이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원에서는 물길이 모인 호수보다 도주와 추적이 용이한 강에서의 활동이 더 많았는데, 여긴반대라니.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더군다나 호수는 노출이 커서 쉽게 발견되거나 여러 척으로 함정 추적이 이루어지면 잡힐 수밖에 없는 약점이 있었지만 강은 강의 수리를 잘 알고 있는 수적이라면 위장과 탈출이 용이해 창궐할 가능성이 훨씬 많은 게 상식이었다. "커흠,이해가 되지 않나본데 내 설명해주지. 우선 강에서 활동하는 수적은 호수에 나타나는 자들의 반의 반도 되지 않아.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강과 호수라는 환경과 사용 목적의 차이 때문이야. 우선 사용목적부터 따져볼까? 여기 페링과 같은 호수에 띄우는 배는 그 목적이 거의가 관광과 휴식이야. 반면 강에서 운행하는 배는 물건과 사람들의 운반이 그 주목적이지. 자,그럼 여기서 질문. 이 두곳에 떠다니는 배들 중에 어느쪽이 더 많은 경비를 세워둘 것 같나?" "……강 쪽?" 이드의 대답에 라멘은 후후후 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강에서 운행하는 자들의 경비가 더 튼튼하다. 사람이나 짐이나 모두 지켜야 할 것들을 운반하고 있으니 경비가 착실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호수는 휴식과 관광이 그 주목적이다 보니 아무래도 나태해지고, 풀어지는 경항이 있다. 이때는 호위를 위해 항상 함께 있는 호위기사들도 귀찮아지기 마련이다. 당연히 경비가 허술할 수밖에 없고. 소규모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수적들에겐 잘 차려진 밥상에 만만한 먹잇감이 되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수적들에겐 호수보다 강이 몇 배나위험하다는 약점이 있었다. 다름 아니라 호수와 강의 넓이의 차이와 함께 마법사의 존재 때문이었다. 멀리서 보고 쏠 수 있는 마법의 존재란 그 마법을 막을 방법이 없는 수적들에겐 말 그대로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절대 경험하고 싶지 않은 악몽! 그런데 강의 경우 이 마법이 실행되기가 쉽다. 일단 강은 일직선상에 있다 보니 따로 쉽게 피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뿐 아니다. 강은 호수보다 그 넓이가 좁다. 그러다 보니 준비만 잘 하고 있으면 마법사가 강둑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지나가는 수적을 의외로 쉽게 소탕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정말 뛰어난 자가 그렇게 작전을 세우면 수상은 물론 지상에서까지 공격을 받게 되기 때문에 꼼짝없이 수장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반면 호수는 상황이 좀다르다 바로 그 넓은 크기 때문에자유로운 운항이 가능했고, 호수에 듬성듬성 떠 있는 작은 섬들을 기반으로 숨을 곳도 있었다. 또 마법사도 좋든 싫든 배에 타고 움직여야 했는데, 흔들리는 배에서의 마법은 구사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 전문적으로 선상 마법사를 길러낸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으므로 육지에서 활동하는 것과 많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차이가 나다보니 수적들이 자연스럽게 호쑤로 모여들게 된 것이다. 또 그렇게 모이다 보니 강에서 활동하는 수적들의 숫자가 자동적으로 줄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적은 수의 수군에 당하기도 하고, 오히려 물줄기가 빠른 곳이나 여울이 많은 곳에서 특히 강점을 가진 수상 몬스터 의 공격을 받아 제대로 대항도 하지 못하고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생겨나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적어도 수상 몬스터 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일은 거의 없는 호수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잘만 하면 비슷한규모의 수적패들과 동업까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강을 활동 범위로 삼는 수적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으며, 출현의 빈도도 많이 적어졌다. 이제는 호수로 몰려드는 수적을 상대하기가 훨씬 쉬워져 수군은 활동 수적의 리스트까지 확보할 수 있었고, 어떤 경우에는 거점까지 추적해 소탕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러한 양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간만 흐르면 강의 수적들은 자연 소멸할 것이라 했는데 라멘은 그게 정말 사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정도면 충분한 설명이 됐나?" "아, 예. 설명 감사합니다." 이드가 지금까지 들었던 꽤 자세하고 명쾌한 수적 활동 현황에 대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자 라미아가 그 내용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결국 중원과의 차이점인 마법과 몬스터 때문에 수적이 거의 없다는 말이네요.] '마법과 몬스터들이라……. 확실히 수적들이 기를 못 쓸 만도 하네. 중원에도 저런 조건들이 있으면 수적들이 말끔히 사라지려나?'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중원의 강을 지배하는 수적들이 들으면 기겁할 생각을 그려내보았다. 뒤이어 이드는 드레인의 사정을 몇 가지 더 물어 들을 수 있었다. 라멘도 채이나와 이야기할 거리가 없어서인지 이드의 말에 처음보다 잘 대답해주었다. 그렇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걸어서야 네사람은 수군의 진영을 눈앞에 둘 수 있었다. 과연 군이 머무르는 곳이라고 해야 할까? 호수의 물과 닿아있는 부분을 빼고 나머지 부분을 돌과 나무로 만든 높은 돌담이 죽 이어져 있었고, 그 앞으로 수 명의 병사가 굳은 표정으로 경비를 서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열려진 문 안으로 보이는 진영 안은 마치 줄을 세워 놓은 듯 가지런히 건물이 세워져 있었는데, 그 사이로 많은 군인들이 바쁘게 다니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좀 더 안쪽으로 건물에 가려 돛만 보이는 다섯 척의 큰 배가 보였다. 아마 저곳이 이드 일행이 타고 갈 배가 준비되어 있는 선착장이 있는 것 같았다. "자, 제 임무는 여기까지입니다. 진영 안에서부터는 이 병사가 대신 여러분을 안내할 겁니다. 부인. 잠시 동안이지만 아름다운 분을 모시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진영 앞에 서 있던 병사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라멘이 한 병사와 함께 다가와 한 말이었다. "저희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즐거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라멘의 인사에 채이나가 나서 살풋 미소로 화답을 했다. 그녀의 뒤에서 이드와 마오 역시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세 사람의 인사에 라멘은 크흠, 헛기침을 하고는 병사에게 잘 모시라는 당부를 남기고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세 분에 대한 명령은 이미 받아 두었습니다. 가시죠.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라멘이 자리를 뜨자 병사가 입을 열었다. 당당하게 말하는 폼이 일반 병사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추측컨대 진영의 관문을 지키는 자들의 우두머리인 모양이었다. 이 병사의 절제된 행동을 보아 진영의 군기가 상당한 것같았다. "호호호…… 그럼 부탁드려요. 어서 호수를 건넜으면 하거든요." 하지만 그런 군기도 채이나의 미모 앞에서는 힘을 못 쓰는 모양이었다. 부드럽게 웃어 보이는 채이나의 놀라운 애교 짓에 그 당당한 병사의 표정이 무참히 깨져버린 것이다. "따 따라오시죠."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며 지구에서 적용되던, 특히 라미아가 가장 많은 덕을 본 절대 진리 하나가 생각났다. "미인은 뭐든지 용서가 된다. 인간사의 진리지. 마오야,기억해둬라." [크큭…… 호호호.] 뭔가 근엄하게 내뱉는 이드의 한마디에 마오는 묘한 표정으로 채이나를 보았고, 라미아는 참지 못하고 결국 웃어버렸다. 8 제국의 기습, 무모한 도전 - 채이나와 마오를 중앙에 둔, 마치 빙산처럼 불규칙한 각과 측을 이룬 차가운 하얀색의 방어막이 생겨났다. 병사를 따라 들어간 수군의 진영은 우선 넓직하고 큼직큼직했다. 진영 안에 지어진 건물의 간격도 넓어 병사 여러명이 일렬로 쉽게 쉽게 다닐 수 있을 것같은 넓이 였다. 신속한 움직임을 위해서 그렇게 만들어진 듯했다. 아무래도 전투시 육전보다 준비할 것도 많고, 언제든 호수로 투입되어야 하는 만큼 더 기동성이 필요할 테니 그럴 것이라고 이해를 했다. 하지만 건물의 높이는 그리 높지 않아 삼층을 넘는 건물이 없었다. 헌데 그렇게 병사를 따라 진영 삼분 일쯤물 걸어 들어 왔을 때였나. 조용히 병사와 채이나의 뒤를 따르던 이드의 얼굴에 곤란한 표정이 떠오르며 손이 저절로 머리를 매만졌다. 곤란하거나 고민스런 일이 있을 때 나오는 이드의 전형적인 버릇이었다. "쩝, 이거…… 아무래도 당한 것 같은데." [응? 뭐가요?] 이드의 작은 목소리를 가장 먼저 들은 라미아는 물음과 동시에 주위를 살폈다. 순간 주위로 퍼져나간 그녀의 감각에 일행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적의가 걸려들었다. [어머나? 완선히 포위 당했는걸요. 헤에, 우리 유인당한 걸까요?] "뭐,그렇다고 할 수밖에 없겠지?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던걸 보면 말야." 느껴지는 기세나 진형으로 보아 아마 포위 진형의 중앙에 도착하면 공격을 시작할 듯 보였다. 하지만 준비는 정말 철저히 했다는 것을 여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기세가 삼엄하긴 했지만 일행들이 진영의 포위진 안에 들어오기 전까지 전혀 적의를 비치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말해 공격신호도 없었다는 말인데, 이드 일행이 들어서고 나서야 공격신호가 떨어졌다는 말이다. 이드와 채이나의 날카로운 감각을 피하기 위해 그런 듯 보였다. "그나저나 다른나라에서까지 이렇게 나을 줄이야. 이러면 널 변형시킨 보람이 없잖아." [글쎄 말예요.] 대답을 하는 라미아의 모습은 며칠 전과는 또 다르게 변해있었다. 며 칠 전의 모양은 한쪽 어깨와 팔을 가리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목을 중심으로 양어깨를 가리는 형태로 척추를 따라 등 뒤의 엉덩이 부분까지 유선형으로 늘씬하게 뻗어 역삼각형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마치 연인을 등 뒤에서 껴안고 있는 모습이랄까. 거기에 더해 양 어깨에 나뉘어 새겨진 드래곤과 유니콘의 문양 역시 상당히 고급스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솔직히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변형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화려한 파츠 아머의 외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 따지고 보면 라미아가 아니라도 일부러 모습을 숨긴 적도 없는 일행이었다. 또 이들은 그 자체로 이미 눈에 확연히 띄는 일행 이었다. 지금 가까이 다가온 채이나가 끼어 있으니 말이다. "뭘 둘이서 속닥거 리는 거야?" 아직까지 상황을 느끼지 못한 듯 태평한 얼굴의 채이나였다. 이드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과 마오의 사이에 세웠다. "길이 길목에서 기다리던 것처럼 이번에도 우리가 또 걸린것 같아요. 그나저나 아주 다양하게 함정을 파는군요. 숲에서 이번에는 호수에 면한 수군 진영이라…… 주위를 잘 둘러봐요." 채이나와 마오도 동시에 눈살을 찌푸리며 기감을 활짝 열고 위를 살폈다. 세 사람이 갑자기 서버리자 앞서 걷던 병사가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입니까? 갑자기 멈춰 서시다니." 말하는 투나 표정으로 보아 이 병사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앞서 이곳까지 안내한 라멘이나 지금 진영의 내부로 안내하고 있는 이 병사는 이 일과는 무관한 듯 보였다. 아무튼 이 계획을 주도한 세력은 무척이나 조심스럽다고 볼 수 있었다. 이드 일행이 이상한 것을 느끼지 않도록 하급자들에게는 아무말도 해주지 않은 듯했다. 적이라는 말을 들은 이상엔 마음을 편히 할 수 없고, 마음이편치 않으면 기가 고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치밀한 작전을 구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드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이는 병사를 향해 먼저 가라는 뜻으코 손을 내 저 었다. "저희들이 알아서 가죠. 여기서부터는 저희가 알아서 갈게요." "아닙니다. 여러분들을 대로까지 모시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다면 잠시 기다리겠습니다." 이드는 수문장으로 보이는 병사가 제 본분을 끝까지 지켜야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곤란한 미소를 지었다. 탓할 것은 아니지만 군인 정신이 너무 투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 참, 그게 아닌데. 그냥 가세요. 아무래도 여기 군인들과 문제가 좀 있을 것 같으니까요. 오늘 이 진영이 이상한 것 못느끼셨습니까?" 이 정도 단련된 인원을 작은 진영 안에 준비하려면 뭔가 평소와는 달랐을 것이다. "으음." 이드의 말에 뭔가짚이는 게 있는지 얼굴이 굳어지더니 자신도 모르게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알았으면 피하세요. 지금 이 포위 작전과 무관한 병사인 당신이 관여할 일이 아닙니다." 확실히 주위에 느껴지는 자들만 해도 평범한 병사는 단 하나도 없었다. 저번 은백의 기사단처럼 주위를 포위한 자들은 거의가 기사들이었다. 경험이 많은 병사인 듯 이드의 말을 들은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 한쪽 건물 사이로 서둘러 몸을 피했다. "자. 그만들 나오시죠. 나름대로 서로 준비는 된 것 같은데 말입니다. " 적의 은폐를 확인한 이드가 그대로 서서 외쳤다. 그 짧은 이드의 말이 신호가 되었다. 사아아아 단단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군대라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약간의 긴장만이 흐르던 테이츠 영지 수군 진영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날카로운 기운과 함께 당장에 폭발할 듯한 투기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투기를 안고서 주위에 숨어 있던 자들이 이드를 중심으로 포위망을 형성하며 하나 둘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략 느껴지는 숫자만 해도 저번의 두 배가 훨씬 넘어 보였다. 이제 더 이상 이곳은 수적을 상대하기 위한 전진기지로서의 수군의 진영이 아니라 금방이라도 피를 볼 수 있는 살벌한 전장이 되고 있었다. "휘우, 이번엔 저번보다 준비가 더 확실해 보이는걸?" 건물과 건물 사이, 건물 내부와 건물 옥상에서 나타난 자들을 체크하듯 돌아보던 채이나의 적 규모에 대한 감상이었다. 기사들의 규모로도 그렇고,그 사이에 숨어 있는 마법사의 존재로 보아도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릴긴 하네요. 그런데 정말 내가 했던 경고는 전혀 씨도 먹히지 않은 모양이네요. 이렇게 또다시 몰려온 걸 보면 말예요." 이드는 길과 코널에게 다음번엔 목숨을 취할 것이라고 분명히 경고했었다. 물론 제국 황제의 명령을 받는 자들에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고란 걸 알긴 알았지만 막상 이렇게 또 몰려오자 그다지 기분은 좋지 않았다. 한국에 소 귀에 경 읽기라는 속담이 있는데,딱 그 짝이었다. 소는 주인의 명령 이외에는 따르지 않는 것이다. [누가 협박을 한다고 순순히 따르면 그건 국가의 권력이 아니죠. 그것보다 저기 반가운 인물이 와 있는 걸요, 이드.] 라미아의 말에 사방으로 흩어져 있던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대로의 중앙으로 모아졌다. 이미 수많은 기사들로 단단히 막힌 대로의 한가운데에서 천천히 길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그 사이로 세 사람이 결어와 기사들 앞에 섰다. 그 중 한 사람은 세 사람 모두에게 아주 익숙한 얼굴이었다. 길이었다. 또 다른 두 사람은 호리호리한 체격에 특징 없어 보이는 장년인과 나이를 짐작하기 어러운 은발버리를 한 청동 거인 같아 보이는 호한이었다. 이드는 그 중 부리부리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호한에게 특히 시선이 갔다. 느껴지는 기세로 보아 정통의 금강선도를 익힌 것은 물론이고, 새롭게 정리된 그레센 대륙의 검의 경지로 판단해도 그레이트 소드의 경지에 든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들보다는 이미 안면을 익힌 인물이 있기에 곧 이는 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젠 만나지 않는 게 피차 좋지 않았을까. 만나서 반가운 얼굴도 아닌데 여기서 또 보게 되는군, 길 소영주." 이드는 저번도 그랬던 것처럼 길에게 말을 낮추었다. "저번에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다시 한 번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이드님." 다만 길의 태도는 저번과는 아주 달라져서 정중하게 허리를숙여 보이기까지 했다. 이드는 영 달갑지 않은 인물이 또 전과 다르게 예의를 다 갖추는꼴을 보자 이게 뭔가를 의식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드는 슬쩍 그의 옆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지금 길의 행동은 저 두 사람 때문인 듯 보였다. 하지만 굳이 아는 척을 하지는 않는 이드였다. "이미 사과는 그때 받았어. 또 받고 싶은 생각은 없군. 더군다나 어디다 쓸지는 모르겠지만 저 렇게 많은 병력을 등 뒤에 두고하는 사과를 누가 진심으로 받아 들이냐? 바보냐?" 이드는 본심에서 우러나온 것도 아닐 길의 형 식적인 사과를 거들떠도 보지 않고 면박을 주었다. 하지만 길은 또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저번 공격 때와는 확실히 달라진 태도를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아마 뭔가 깨달은 게 있을지도 몰랐고, 그것보다는 옆에 떡 버티고 서있는 사람들의 영향이 큰 때문인 듯 싶었다. 이어지는 길의 말을 보면 후자인 게 거의 확실했다. "그 점 양해 바랍니다. 이미 말씀 드렸듯이 이드님에 대한 일은 저희 제국에서도 너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전에 먼저 소개시켜 드릴 분이 계십니다. 저희 라일론 제국의 검이자 방패라 불리시는 나람 데이츠 코레인 공작님과 파이네르 폰 디온 백작님 이십니다." 길이 정중하게 소개하자 세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나람에게로 향했다. 제국의 공작과 백작이라니. 생각도 하지 않았던 거물들의 등장이었다. 더 이상 신경 쓰지 말라고 했더니 더 악착같이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 신경 쓰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광적인 집착에 가까웠다. "라일론의 나람이네. 자리가 좋지 않지만 반갑네, 마인드마스터의 후예여." "파이네르 폰 디온입니다.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 길이 두 사람을 직접 소개한 것까지는 순조로운 인사의 절차였다. 이 두 사람은 자신을 직접 언급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다음은 상대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혀야 또 인사의 절차를 완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람과 파이네르가 민저 인사를 해왔다. 황제나 동급의 작위를 가진 자들이 아닌 이상 먼저 인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자들이 스스로의 이름을 먼저 밝히고 예의를 갖추었으니 실은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이드라는 존재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이드는 두 사람이 말끝마다 붙이는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라는 것이 상당히 신경에 거슬렸는지 목소리에 날을 세웠다. 왜그렇지 않겠는가. 그것 때문에 지금 또 이 난리가 일어나고 있으니……. "이드 휴리나 입니다.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보다 이드라는이름으로 불러주시면 좋겠군요. 그리고 이쪽은 제 친구인 채이나와 그녀의 아들인 마오입니다. 그보다 저희들을 이리로 불러들인 용건을 듣고 싶군요. 저희들은 갈 길이 바빠서 말입니다." 이드는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은 생각에 두 사람을 향해 간단히 용건을 물었다. 이드 일행이 보기엔 그다지 별스런 상황도 아니었지만 이인사 절차조차 당황스럽게 받아들이는 자들이 있었다. 도저히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일이 연거푸 벌어지자 세 사람을 빽빽하게 에워싸고 있던 기사들의 얼굴색이 벌겋게 변했다. 그들로서는 감히 바라볼 수도 없을 만큼 최상승의 자리에 있는 공작과 백작에게 먼저 인사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저토록 아무렇게나 말을 내뱉고 있으니 너무도 당연한 반응들이었다. 하지만 이드에게 그레센 대륙의 작위란그저 이름 같은 것일 뿐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었다. 평소 소란을 피하고자 거기에 적절한 대우를 해주긴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기에 원래대로 무시해버린 것이다." "……그러지. 지금 내 손에 들린 것은 라일론 제국의 자인 황제페하가 내리신 편지네, 폐하께서는 간곡히 자네가 우리 제국에 와주셨으면 하고 바라시네." 나람은 이드의 말이 꽤 불쾌했을 텐데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품에서 금으로 아름답게 치잘된 봉투를 하나 꺼내들었다. 미리 이야기가 된 듯 옆에 서 있던 길이 두 손으로 받아들고 이드에게 그 봉투를 가지고 왔다. '오늘 벌써 두 번째 봉투군.' 이드는 길이 내미는 봉투를 멀뚱히 바라보다 받아들었다. 길은 편지를 전달하자마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드는 봉투를 뜯어 역시 화려하게 꾸며진 편지를 꺼내 읽었다. 대충 내용은 이미 예상이 되었지만, 역시나 짐작한 대로였다. 거기에 덧붙인 내용은 조금 의외 였다. 앞서의 일을 사과하며 동시에 제국의 힘이 되어 달라는 내용이었다. 대가로서 가장 눈에 띄는 게 공작의 작위를 수여한다는 것과 공주와의 결혼을 약속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화려한 조건을 세운 것만 보아도 그가 이 일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짐작이 갔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그쪽의 사정에 불과했다. 화르르륵 편지를 든 이드의 손에 진화의 공력이 모여지자 편지와 봉투가 한 순간에 타올라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 "저,저런……." "어 떻게…… 저리 무례한!" 안 그래도 용서할 수 있는 단계를 훌쩍 넘어버린 이드의 불손한 행동은 기사들에겐 거의 반역의 수준으로 치달아 오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자리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나을 필요도 없었고 그래서도 안 되었지만 저도 모르게 놀란 음성들이 쏟아져 나왔다. 앞에 서 있던 세 사람의 표정이 무너진 것도 거의 동시 였다. 청동거인처럼 아무런 표정이 없던 나람의 얼굴도 순간적으로 일그러지듯 흔들렸다. 황제의 편지를 그것도 제국의 귀족 앞에서 불태운다는 것은 그리 간단하게 생각하고 말 행동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좋은 편지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 귀족이 될 생각이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미 결혼을 한 몸입니다. 신부를 더 늘리고 싶은 생각은 없군요. 마지막으로 분명하게 말하건대, 전 어떤 나라에도 속할 생각이 없습니다." 단호한 거절이었다. 이미 황제의 편지를 태웠다는 것 자체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거기에 그것을 또박또박 확인시켜주는 말까지 내뱉었으니! 이드를 바라보던 세 사람의 시선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드는 그들의 눈을 피해 슬쩍 허공으로 시선을 던졌다. 쓸데없이 그들과 서로 눈치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 시선을 돌린 허공에는 세 사람의 등장과 함께 펼쳐진 결계의 기운이 복잡하게 흐르고 있었다. [전문적으로 이동 마법진. 특히 장거리 텔레포트를 방해하는 결계예요] "뭐, 당연한 거지. 이런 인원을 동원하고도 우리가 마법으로 빠져나가 버리면 그처럼 한심한 일도 없을 테니까." 채이나의 말대로였다. 이드의 능력을 조금이라도 감안한다면 당연한 대비책이었다. 이드는 다시 시선을 내려 주위의 기사들과 앞의 세 사람을빤히 쳐다보았다. "내 생각은 확실히 전한 것 같은데. 이만 길을 열어주시겠습니까. 저희들은 가던 길을 재촉하고 싶군요. 아니면 저번처럼 또 힘으로 소란을 피우겠습니까?" 이쪽이 결정을 내렸으니,그쪽도 빨리 결정을 내리라는 이드의 말이었다. 길의 눈이 자연스럽게 나람에게 향했다. 하지만 다시 입을 연 것은 나람이 아니라 그에 못지않게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파이네르였다. "귀하의 뜻은 저희들이 확실히 받았습니다. 하지만 간곡히 다시 생각해주실 것을 요청 드리고 싶군요. 최악의 경우…… 서로에게 치명적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아실 겁니다." "생각의 기회는 충분했습니다. 라일론에 일이 있고 상당한 시간이 흘렀으니 말입니다." 파이네르의 간곡한 부탁에 이드의 즉답이 이어졌다. 확실히 생각해 볼 시간은 검치고 넘쳤다. 보통 사람이라면 아니, 강대한 힘을 가진 강자라도 제국과 그런 문제가 벌어지고서 아무 생각이 없을 수는 없었다. 이드는 그걸 한 번 더 말한 것이다. "제국의 힘입니다! 아무리 강대하다 해도 일개인이 감당할 수는 없는 힘입니다." 이건 상당한 협박이었다. 그 말에 가벼운 코웃음으로 채이나가 이드보다 먼저 반응했다. 이드의 힘을 아는 그녀에게 지금의 협박이란 것은 우스갯 소리만도 못할 뿐이었다. 그런 협박으로 제어가 가능했으면, 제국이나 왕국들은 벌써 드래곤을 신하로 부리고 있을 것이다. "나야말로 묻고 싶은데, 라일론은 이드와 친했던 아나크렌과의 관계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쪽과는 싸우지 않기로 세레니아님이 증인으로서 약속을 했을 텐데. 제국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렵지 않을까? 그 아나크렌과 세리니아님의 힘 말이야." '협박에는 협박입니까?' 이드는 채이나가 당당하게 한마디 하자속으로 고소를 지어 물었다. 한편으로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채이나가 말하는 아나크렌과 세레니아의 힘은 결코 만만히 볼 게 아니니 말이다. 그러나 역시 상대는 오랜 세월 정치에 단련된 귀족이었다. "글쎄요. 그 오래된 인연…… 저희 동맹국이 아직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런 걸 묻기도 전에 저희와 같은 행동을 보일 거라고 생각됩니다만? 전에 부인께서 길 소영주의 영지 앞에서 하셨던 말처럼 인간들의 단체란 믿을 게 못 됩니다."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았는지 채이나가 했던 말을 다시 언급하뗘 반격하는 말에 이드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아나크렌의 수도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난 탓이었다. "그리고 세리니아님이라면…… 글쎄요,그분과 오고갔던 내용 중에 지금의 상황과 관련된 말씀은 없었습니다. 당연히 그분의 화를 당할 이유가 없지요. 무엇보다 저희는 세레니아님이 아직 살아 계신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분이 중재하신 동맹 이후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으니 말입니다." 순식간이었다. 채이나의 협박이 어이없이 깨진 것은! 그녀가 꺼내들었던 두 힘, 아나크렌과 세레니아의 힘이 그의 말 몇 마디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역시 협박도 해본 사람이 하는 모양이었다. 협박이란 상대가 어찌 나올지 미리 예상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거기까지 대응할 거리를 채이나는 갖추고 있지 못했다. 이드는 자신만만하게 대응했다가 몇 마디 대꾸에 와장창 깨져버린 채이나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그녀를 마오의 곁으로 보냈다 "길, 역시 열어주지 않을 건가 보지요?" 이드는 그가 채이나와 나누었던 말은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파이네르는 슬쩍 나람을 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쇳덩이 같은 나람의 표정을 읽은 것이다. "그렇습니다. 당신의 그 가공할 무력이…… 다른 나라에 있다는 것은 저희들에겐 더없는 걱정거리라서 말입니다. 그나저나 진정 본국의 힘을 혼자서 감당하실 생각입니까?" 채이나와 마오가 라일론에서 있었던 싸움에 함께 나서지 않은 때문인지 두 사람의 전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한 파이네르였다. "물론 못할 일도 아니니까." 이드는 말이 가진 내용의 무게에 맞지 않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불가능할 겁니다." 라일론의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 확신이었다. 하지만 이드 일행이 생각하는 사실은 그 반대였다. "가능하죠.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혼돈의 파편 하나에게 라일론의 수도가 거의 반이나 날아간 적이 있죠." 순간 파이네르를 비롯한 세 사람과 몇몇 사람의 얼굴에 수치심이랄까,자존심 상한 인간의 표정이 떠올랐다. 한 존재에게 수도가 파괴되었던 사실은 나라에서로서 무척이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귀하는 그가 아닙니다." "나 역시 그런 녀석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그처럼 직접 라일론과 싸울 일도 없으니까요. 그냥…… 찾아오는 자들을 상대하고서 몸을 피하면 그만이니까요. 다른 나라에 있는 한 당신의 말대로 라일론 전체와 싸울 일은 없으니까 말이지요, 다른 나라들이 드레인처럼 당신들의 움직임을 쉽게 허락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틀린 말이 아니었다. 다른 나라에 있는 이상 라일론 제국은 이드를 향해 전력을 다할 수 없다. 다른 나라에 그런 커다란 전력을 투입한다는 것은 그 나라와 전쟁을 하겠다는 말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이렇게 드레인으로 몰려온 상황은 지극히 예외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파이네르였다. 자연히 말문이 막혔다 지금까지 이드와 채이나의 말에 잘만 돌아가던 그의 입이 뻔한 진실 앞에서는 막혀버린 것이다. "자네들 일은 여기까지네 이제 그만 뒤로 물러나." 당황한 파이네르의 어깨를 향해 나람의 두텁고 거친 손이 다가갔다. "공작 각하." "이제부터는 내가 나설 차례인 것 같군. 자네 두 사람은 계획대로 돌아가게.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위험을 일부러 감당할필요는 없어."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부디 조심해주십시오, 각하." 파이네르는 나람의 말에 잠시 그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항상 차가울 만큼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얼굴처럼 결정을 내릴 때는 철저히 이성과 이익에 따르는 파이네르의 성격다웠다. 바로 그러한 점이 제국의 정보를 한 손에 쥘 수 있게 만들기도 했겠지만 말이다. "길, 따라와라. 우리는 이대로 물러난다." 파이네르는 지체 없이 돌아서며 이드를 스쳐보고는 바로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다른 사람 같으면 한마디 했을 텐데 정말 자기 통제가 확실한 사람 같았다. 그리고 그런 파이네르의 뒤를 이드와 나람에게 허리를 숙여보이며 길이 뒤따랐다. 그렇게 자리를 뜨는 두 사람의 모습은 어쩐지 닮아보였다. 두 사람이 포위망 밖으로 나가고 나자 길을 만들어놓던 기사들이 그곳을 촘촘히 채우며 다시 포위를 공고히 했다. 그들 앞에는 여전히 나람이 당당히 버티고 서 있었다. 당장이라도 공격 명령이 떨어진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어 보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뭔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아무런 말이 없었다. 잠시 후 진영의 외곽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파동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텔레포트. 진영의 외곽에서 사용되었네요. 아까 전의 두명이 사용한 모양이에요.] 그러니까 나람은 포위망을 나선 두 사람이 몸을 피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 것이었다. 허기사 전투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두 사람의 경우 일찌감치 몸을 피하는 게 도와주는 것을 테다. 그리고 또 잠시 후 한 기사가 다가와 나람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말이었다. 두 사람이 잘 떠났다는 소식일 테다. "그럼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만 묻도록 하겠네. 제국으로 들어오지 않겠나?" 우렁우렁 공기를 울리는 나람의 중후한 목소리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어질 전투를 생각한 묘한 투기가 은근히 묻어나고 있었다. "저야말로 묻고 싶군요. 꼭 싸울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요. 더구나 내가 과거의…… 마인드 마스터와 같은 힘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요. 당신들이 말하는 그랜드 마스터의 거대한 힘을요." 자기 입으로 자기 칭찬을 하려니 가슴 한구석 이 가렵다. "우리는 이미 그대를 그랜드 마스터로 짐작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이곳에 왔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랜드 마스터의 실력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무척 기쁘다. 오히려 그대가 제의를 거절한 것이 더 기쁠 정도로……." 이드는 나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 였다. 그랜드 마스터로 생각하고 왔다면 철저하게 준비하고 왔다는 뜻일 테다. "무슨 수를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준비를 하는 게 좋겠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연스럽게 돌아간 이드의 시선에 등을 맞대고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채이나와 마오의 모습이 보였다. 채이나만 보면 고생하라고 그냥 두고 싶지만…… 그럴 수는없는 일. "이번에도 부탁해, 라미아." [맡겨만 두세요. 아이스비거 디펜스 베리어!] 바우우웅 라미아의 시동어를 따라 마나가 공명하며 채이나와 마오의 발밑으로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지고 있었다. 마치 쾌검처럼 번쩍거리는 속도로 순식간에 복잡한이 만들어져 나갔다. 그리고 진이 완성되는 순간! 쩌엉 서늘한 냉기와 함께 채이나와 마오를 중앙에 둔, 마치 빙산처럼 불규칙한 각과 층을 이룬 차가운 하얀색의 방어막이 생겨났다. 척 봐도 속성까지 뛰고 있는 고위의 방어마법임을 적이 놀란 표정으로 굳어 있는 마법사들에게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이스비거 디펜스 베리어. 나인 클래스 상위에 있는 마법이죠. 고대의 눈의 여신이 머물렀다는 산의 이름을 딴 마법. 저 방어막이면 마법은 물론이고, 웬만한 검기엔 흠집도 나지않을 거예요.] "좋아. 그럼 난 이쪽 일만 빨리 처리하면 되겠구나. 그럼 그쪽에서 먼저 오시죠." 이드는 이제 제법 손에 익은 롱 소드를 뽑아들었다. 그의 입가로 하얀 입 김애 새어 나온다. 저 빙산의 마법으로 주위의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진 때문이었다. "그랜드 마스터와의 결전이라……. 심장이 흥분으로 요동을 치는군. 다시 한 번 말해두지만 솔직히 난 그대가 제의를 거절할 때 내심 반기고 있었다. 이렇게 검을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서 말이야. 모두…… 검을 뽑아라. 상대는 그랜드 마스터! 최강의 존재다." 나람의 목소리에 따라 이백 명의 인원이 동시에 검을 꺼내들었다. 9 라일론 제국이 진정 원하는 것 - 이처럼 제국의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운명이 그들을 점점 탐욕의 수렁으로 빠지게 하고 있었다. 이백 개의 검이 뽑히는 소리는 바로 앞에서 듣는 커다란 종소리와 같이 자극적이면서 거슬렸다. 주위를 둘러싼 기사들이 검을 꺼내자 나람 역시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꺼내들었다. 순간 이드의 입에서 그게 뭐냐는 말이 저절로 흘러나을 뻔했다. 나람의 손에 들린 검……. 그 검에는 희한하게도 검의 가장 중요한 검신이 없었다. 검신이 없는 검이라니! 그게 어디 검인가. 더구나 저 이상하게 큰 검의 검병은 뭔가? 하지만 그 엉똥한 생각은 잠시만 지속될 뿐이었다. 상대를 웃기려는 게 아니라면 저 검에 뭔가 특별한 점이 있다는 말이다. 그게 도대체 무엇일까 고민하며 가만히 검을 살핀 이드의 눈에 특이한 마나의 흐름이 보였다 그것은 마법에 의한 마나의 흐름이었다. '마법검? 무슨 마법이지?' 검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 동시에 떠오른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 답 또한 동시에 나왔다. "검이여!" 나람의 몸 안의 마나를 고조시키는 우렁찬 음성과 함께 그의 손에 들린 검에 내력이 흐르기 시작하자 흐릿한 회색빛 그림자와 함께 마치 신기루 마냥 손잡이의 크기에 딱 맞는 거대한 대검(大劍)의 검신이 생겨난 것이다. 그냥 보기에도 2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길이와 어른의 손으로 한 뼘은 되어 보이는 폭을 가진 거검(巨劍). [저 검에 걸린 마법은 축소 마법 말고는 없어요. 보통 때는 마법에 의해서 검신이 아주 작은 쌀알 크기 정도가 되어 숨어 있다가 내력으로 마법을 제어하고 시동어를 외우면 다시 본래의 크기를 회복하는 거죠.] 검에는 거의 필요가 없는 마법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마법이라면 딱히 마법검이라고 불릴 것도 없을 정도다. 하지만 저 거대한 검을 보고 있으면 그런 마법을 건 이유가 이해되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저 거대한 검을 보고 있으면 그런 마법을 건 이유가 이해되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저 덩치 큰 녀석을 들고 다니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닐테니 말이야. 그런데 저런 검을 쓰는 걸 보면 강렬한 패검(敗劍)을 쓰는 모양인데." 전형적으로 크고 무거운 검을 사용하는 경우는 그 사용자가 선천적으로 힘이 월등히 강한 자들이었다. 베기 보다는 검에 실리는 힘으로, 부딪히는 것을 통째로 부수어 버리는 무식한 검. 이드도 직접 겪어보지 못한 종류의 검이었다. "기대되는걸." 이드는 호기심 어린 말을 중얼거리면서 함께 강렬하게 휘도는 무형의 기운을 끌어 올려 몸과 검에 실었다. 십이대식을 제외한 이드가 가진 검술 중 가장 강한 힘을 가진 강검류(强劍流)인 무형검강결(無形劍强結)의 공력을 끌어을린 것이다. 우우웅 이드의 손에 들린 롱 소드 위로 은빛 무형검강이 투명한 그모습을 보였다. 한쪽은 뜻밖의 요란함으로 한쪽은 은밀한 느낌까지 주며 얄측이 서로에 대한 준비가 끝이 나자 순간이지만 이드를 중심으로 폭풍전야와 같은 괴괴로운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파아아아아 어느 순간 미묘한 마나의 흐름과 함께 주위의 공기가 뒤집어지듯 순식간에 바뀌기 시작했다. "기동." 그리고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나람을 포함한 모든 기사들의 입에서 일제히 똑같은 말이 흘러나오고,동시에 주변의공기가 그 무게를 더해 갔다. "웃, 중력마법인가?" 이드는 몸에 실리는 무게를 느끼자 주위에 펼쳐진 마법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몸에 천천히 실려 오는 무게감으로 보아 들어가는 마나의 양에 따라 중력이 높아지는 고중력 마법인 게 분명했다. 이드는 가중되는 중력에 대항해 그만큼의 공력을 몸에 더했다. 그러나 평소와 다른 중력의 크기에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이드는 왜 갑자기 이런 중력마법을 사용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나람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작전대로 간다. 공격의 주공은 내가 한다." 나람은 크게 소리치며 손에 든 대검을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그에 따라 거대한 부채를 부치는 것처럼 큰 바람이 일어났다. 나람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던 이드는 그 모습에 오히려 고개가 갸웃했다. 저 모습 어디에도 중력마법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라미아?" 이드는 반사적으로 마법에 익숙한 라미아를 불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사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는 마법구 때문이에요. 방금'기동' 이란 말이 시동어고요. 효과는 사용되고 있는 중력마법에 대한 왜곡과 스트렝스와 헤이스트를 비롯한 특정한 종류의보조 마법들이에요.} "과연…… 그런 건가. 이쪽을 빠르게 만들고, 상대는 느리게 만든다. 그렇게 해서 실력과 숫자로 극복하지 못하는 부분을 메우겠다는 거군. 그럴듯해. 역시나 제국다워. 돈도 많지, 저런 비싼 걸 수백 개씩이나 만들어 쓸 생각을 다하고……." 희한하게 지금 상황보다 수백 개의 마법구를 만들어내는데 들었을 비용을 더 신경 쓰는 이드였다. [에구, 지금 그게 문제에요. 우선 앞을 보라구요.] 라미아의 핀잔과 함께 나람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랜드의 실력을 보여라!" 고함 소리와 함께 나람이 그 자리에서 뛰어올라 이드를 향해 검을 휘둘러왔다. 첫 공격치고는 너무나 대담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워낙 강맹해 단순히 기세가 대담하고 허점이 많다고는 생각할 수 없게 만드는 공격이었다. 구우우웅 이드의 머리를 향해 내려찍는 거검에서 거친 바람소리와 함께 짙은 회색의 검강이 줄기줄기 피어올랐다. 이드는 그런 거대한 검과 그 검을 쥔 당사자를 보며 순간 머릿속으로 한 단어만이 떠올랐다. '무식하다. 검도, 사람도, 공격방식도.' 하지만 그런 엉뚱한 머릿속 생각과는 달리 이드의 몸은 자동적으로 상황에 맞추어 검을 흔들었다. 강가에 부는 바람에 춤을 추는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검을 따라 수십의 은백색 강기들이 뻗어나가며 차례차례 떨어지는 회색빛 거검과 부딪첬다. 무형검강결의 첫 번째 초식인 무극검강의 한 수였다. 쿵 콰콰콰콰쾅 터무니없을 만큼 요란스럽게 첫 부딪침이 불꽃을 튀자 뒤이어 수십 차례의 폭음이 하나처럼 들리도록 엄청난 속도로 충돌하며 거대한 폭발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런 식으로 이어진 수십 번의 부딪침은 한순간에 공중에서 떨어지는 나람의 공격력을 무위로 돌려버리고, 잠깐이지만 그를 허공에 멈춰버 리게 만들었다. "무형일절(無形一切)!" 그 모습을 확인한 순간 이드의 손에 들린 검이 날카롭게 허공을 가르며 반달형의 강기를 날렸다. 강기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움이 금방이라도 나람의 허리를 두동강 내버 릴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당할 것 같았으면 라일론의 검이란 허명은 붙지 않았을 것이다. "공격하라, 검이여!" 나람은 허공을 향해 소리치며 몸을 비스듬히 돌렸다. 그 큰 검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동작이었다. 하지만 나람의 거대한 검은 마법검이었다. 나람의 시동어와 함께 거대한 검신은 모습을 감추고, 한순간에 사라진 검신의 무게만큼 힘을 얻은 나람의 신형이 재빠르게 회전하며 무형일절의 검강을 피해냈다. 별 볼일 없어 보이던 검의 마법을 적절히 사용한 절묘한 동작이었다. 하지만 이드는 상대의 적절한 방어에 감탄하며 마낭 보고있을 수는 없었다. 나람의 공격 명령에 이드의 양 옆과 뒤에 있던 기사들에게서 검기가 날아들었기 때문이었다. 세 방향을 가득 메우는 검기의 공격에 이드는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무형기류의 방어식을 펼쳐냈다. 후광처럼 은백의 기운이 등 뒤를 뒤덮었다. 하지만 이미 약속된 공격이었을까. 한 발 앞으로 나전 이드를 향해 허공중에 회전하며 떨어지던 나람의 공격이 곧장 이어졌다. "검이여!" 허공에서 회전하며 빨려들 듯 떨어지는 몸과 함께 갑자기 나타난 거검의 검강이 사선을 그리며 흔들림 없이 이드를 베어 들어왔다. 나람과 기사들의 공격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그아말로 산뜻한 공격이었다. 이걸 보면 앞서 무식하다 했던 말은 철회해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큭, 그래도 여전히 무식한 공격이야." 이드는 대기를 찍어 누르는 나람의 공격을 주저앉듯이 몸을 낮추고 유수행엽의 신법으로 검이 베어 오는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며 피했다. 동시에 머리 위로 거검이 강풍을 일으키고 지나가자 그대로 몸을 띄우며 검을 휘둘렀다. 당연히 나람은 아직 검을 거두지 못해 말 그대로 성문 만한 빈틈이 생긴 상태. 이드의 검은 기세 좋게 그 허점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다시 터져 나오는 나람의 고함소리가 있었다. "공격, 검이여!" 나람의 고함과 동시에 이드의 등 뒤로 수십의 검기가 날아들고 나람은 몸을 숙이며 가벼워진 검을 이드의 가슴으로 향한 채 외친다. "검이여!" "시끄러워!" 퍼엉 순간 앞뒤로 공격을 받게 생긴 이드는 짜증이 울컥 치미는지 고함과 함께 허공으로 휘둘러진 검강을 공기 중에 터트리며, 그 반발력으로 몸을 돌려 검기의 뒤쪽으로 몸을 뺐다. 이드의 그 적절한 임기응변은 같은 편의 검기와 검강을 마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레이트 소드는 그리 만만한 게 아니었다. "검이여!" 또다시 울리는 우렁우렁한 목소리와 함께 손잡이만 남은 검을 들고 검기를 회피하는 나람이었다. 자연스럽게 다시 마주보게 된 두 사람이었고, 처음과 똑같이 마주서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열리는나람의 입 "검이여!" "흐아." 다시 그 큰 검신을 내보이는 거검의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검이 아니라 계속해서 '검이여!' 를 외쳐대는 저 나람의 목소리가 짜증이 났다. 처음 봤을 때의 그 당당하고 단단해 보이던 위용은 어디가고 이 황당하기 그지없는 싸움은 뭐란 말인가.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그 무겁고 단단하던 기세는 완전히 잊혀졌다. 저렇게 초식명도 아니고 똑같은 말을 소리노리 지르며 싸우는 상대는 처음이다. 도대체 저 소리가 몇 번째인가? [쿠쿠쿡…… 일곱 번째요.] 웃음기 섞인 라미아의 목소리에는 어쩐지 장난기가 어렸다그걸 굳이 일일이 세고 있었나 보다. '저거 어 떻게 안 될까' [호호‥‥ 왜요. 사일런스라도 걸어 드려요?] '하아, 됐다. 그보다 이 중력마법은 해결 못하는 거야? 그다지 방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 신경에 거슬리는데……' 아마 그레이트 소트만 되어도 중력마법의 은근한 위력을 두고 그저 신경에 거슬린다는 소리는 못할 것이다. 또 그런 실력밖에 되지 않는다면 제국이 의도한 대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상대의 빠르기에 패배하고 말 것이었다. [좀 시간이 걸려요. 꽤나 신경을 쓴 마법인지 마나 공급을 위한 마나석과 마법의 유지를 위한 마법진, 그리고 발동시키는 마법사가 다 따로 떨어져 있어요. 거기다 교묘하게 마나를 비틀어 모습까지 감추고……. 과연 그랜드 마스터를 앞에 두고도 당당해할 만한 마법진이에요. 아마 이드가 저들을 모두 쓰러트리고 난 후에나 파해가 가능할 것 같은데……. 그냥 이드의 실력으로 밀고 나가는 게 더 빠를 것 같아요.] "그렇단 말이지……." 라미아가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정말 갈 만들어 진 마법 진임에는 틀림없었다. 칭찬해줄 만하다. 다만 그 효과가 그랜드급에젠 거의 소용이 없다는 것이 문제었지만 말이다. 마주선 나람 역시 그런 사실을 몸으로 느꼈는지 표정이 좋지 못했다. 그가 본 이드의 움직임은 중력마법으로 느려졌다고 생각되지 않은 것이다. "……그대에겐 이 중력마법조차 통하지 않는 모양이군 그랜드 마스터 인 때문인가, 아니면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인대가 특별한 것인가" "첫 번째라고 할까요. 그랜드의 경지에 접어들면 이 정도 중력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지요. 많이 약했어요, 강도가." "으음." 친절하게 대답하는 이드의 말에 나람은 뭔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표정이 되었다. 믿었던 마법진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상대의 실력은 예상을 뛰어 넘고 있으니 머릿속이 복잡할 것은 당연했다. 이쯤에서 물러서야 한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지. 다시 한 번 내 검을 받아보게. 모두 검을 들어라." 귀를 후벼파듯 우렁차게 울리는 그의 목소리를 듣자 기사들의 검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이드는 방어진을 따라 민첩하게 움직이는 기사들의 움직임을 염두에 두고 나람을 마주 보았다. 방금 공격을 확실히 알게된 것이다. 누구를 목표로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람과 여기 기사들은 강력한 존재를 상대하기 위한 특별한 훈련을 했다는 것을 말이다. 이들은 그저 소드 마스터 에 불과하지만 나람과 함께 공격에 들어갈 경우 또 하나의 그레이트 소드가 손을 더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 같았다. 중원의 진법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고 하겠다. 나람의 목소리가 저렇게 우렁우렁 울리는 것도 이들에게 상황에 맞게 공격 명령을 내리기 위해서가 아닐까? "검이여!" 여덟 번째 똑같은 단어를 외치는 나람의 목소리였다. 이번엔 검신을 감추고 공격을 시작할 모양이었다. 힘을 앞세운 단순한 검술이지만 저렇게 검신이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다 보니 상당히 예상하기 힘든 괴상한 검법이 되어버렸다. 중요하게 보지 않던 마법을 적절히 잘 사용한, 흔들리지 않는 검로를 가진 괴상한 검법. 하지만 이드는 이번엔 그 공격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나서기로 했다. 라미아의 말대로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빠르게 처리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저도 이번엔 얌전히 당신의 검을 기다릴 생각은 없어서 말입니다." 이드는 공격할 의사를 분명히 밝히며, 주먹처럼 검을 쥔 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는 나람을 마주보면서 은색으로 빛나는 검에 내력을 더했다. 부우우웅 집중되는 내력이 강해지자 주위의 마나를 밀어내며 진동을 시작하는 은백의 검강. 그 눈부신 동작에 나람은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외쳤다. "모두 검을 들어라." "늦었습니다. 생각은 좋았지만 실전이 부족했습니다. 마법진도 약했고, 지금처럼 주공이 아닌 주위의 기사들에 대한 공격에도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이는군요. 그리고 약속했지요. 이번에 오면 누구든 생명을 거두겠다고." 이드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검극을 땅으로 하고 몸을 허공에 띄운 채 회전을 시작했다. 그에 따라 내력의 집중으로 그 크기를 더한 은백의 검강에 마치 작게 축소된 바나나 크기의 무형일절의 검강이 사방을가득 매우며 생겨났다. 그 연속 동작에 거의 본능적으로 이어질 공격이 어떤 형태인지 눈치 챈 나람은 공격을 포기하고는 검을 앞으로 하고 뛰어 나갔다. 어떻게 해서든 기사들의 피해를 줄이려는 최선의 모습이었다. "조를 이뤄 방어하라. 검이여!" "조금 늦었습니다. 무극연환일절(無極連環一切)!" 키유후우우웅 마치 부메랑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듯한 소리였다. 그 소리가 사방을 메우는 순간 수십의 은백색 반달형 강기들이 기사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작지만 그 가진 바 힘과 날카로움은 변하지 않는 강기였다. 무형검강결의 일초인 무극검강과 이초인 무형일절이 합쳐진 이드의 여섯 번째 초식 무극연환일절의 결과물이었다. 그 강기들이 기사들의 검기와 부딪히는 순간! 귀가 멍멍한 폭음과 함께 그에 맞먹는 기대한 고함소리가 이드의 귓가를 울렸다. 쿠쾅 콰콰콰쾅 "흐아아압, 질주하라 워 타이거!" 콰롸콰콰 나람의 외침에 뒤이어 작은 강기의 파편을 뚫고 이드를 향해 달려드는 회색빛 검강이었다. 그것은 절확하게 회전하고 있는 이드의 몸을 일직선으로 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약간 몸을 돌리면 피할 수 있는 공격.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제이, 제삼 이어질 강기의 공격을 이어 가지 못한다. 다시 말해 기사들을 지키기 위한 방어를 위한 공격! 이드는 그런 나람의 뜻을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그 뜻 존중해주지요. 무형대천강!" 이드는 가슴을 중심으로 몸과 검의 위치를 바꾸며 밀려드는 회색빛 검강에 은색으로 물든 검을 경쾌하게 휘둘렀다. 콰아앙 한 번의 커다란 소음과 함께 일어난 충격파가 주변을 덮고 있던 먼지와 이어지던 소음들을 날러 버렸다. 그러자 드러나는 기사들의 패잔한 모습. 얼핏 보아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기사들의 수가 적지않았다. 그 중엔 이미 목숨을 잃은 기사도 눈에 들어왔다. 모두가 소드 마스터 수준의 기사들이었지만 검기와 검강의 차이는 이렇게 도저히 그 간극을 메울 수 없을 만음 컸다. 그래도 거의 대부분의 기사들이 몸을 피한 듯 보였다. 보조마법이 가득 걸려 있는 마법구 덕분이라고 봐야 했다. 무엇보다 이드의 여섯 번째 초식은 나람에 의해 완전히 펼쳐지지 못했다. 나람은 마치 땅에 박힌 듯 꽁짝 않고 서 있었다. 표정조차 거의 변화가 없었다. 어찌 보면 생각에 잠긴 것 같기도 했고, 또 어찌 보면 망연자실한 것처럼 보이기토 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지금 결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체절명의 선택의 상황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결단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후. 그만하지. 우리가 패했네." 이드와 처음과 같은 거리를 둔 채 마지막 결단에 앞서 주위를 한 번 돌아보고는 나람이 마침내 말했다. 그는 포기했다는 듯 그 거대한 거검을 땅에 박아 넣으며 더이상 싸우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승패의 결과를 확실하게 인식한 것이고, 그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 것이다. "좋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결정이 빠르시군요. 코널이란 분은 모든 기사가 쓰러질 때까지 지켜보셨는데 말이죠." 나람은 이드의 평가에 쓰러져 괴 흘리는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그와 나는 입장이 다르다. 그는 기사이고, 나는 군인이다. 또 그때는 죽은 자가 없었지만, 지금은 사망자가 나왔다. 무엇보다 가망성 없는 전투로 국가의 전력을 깎아 먹는 것은 군인으로서 할 일이 아니지." '그러니까 군인과 기사의 차이란 말이지. 그런데…… 전투중에는 그게 그거 아닌가?' 그래도 명예와 실리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이드는 나람이 했던 말을 가만히 되뇌며 이해할 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 였다. "그럼 이만하도록 하죠. 저 역시 더 이상 피 보기를 좋아하지는 않으니까요." "좋네. 그럼 가시게. 우리가 패했다. 길을 열어라." 패배를 말하면서도 소리를 지르는 그의 목소리에 깃든 힘은 여전했다. 눈앞에 벌어진 결과에 기사들도 불만 없이 검을 집어넣고 대로의 길을 열었다. 앞뒤로 기사들이 막고 있던 길이 커다랗게 열렸다. 윈래 목적지인 선착장으로 향해도 되고, 다시 되돌아가도 될 것이었다. 기사들이 물러나자 라미아는 채이나와 마오를 보호하고 있던 마법을 풀었다. 이드가 싸우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방어막을 공략하던 기사들과 마법사들의 모습에 긴장했던 두 사람은 나직한 한숨과 함께 이드에게 다가왔다. "수고했어 어디 다친 덴 없지? 내가 벌인 일 때문에 네가 다친 걸 알면 일리나가 가만있지 않을 거야." 전투를 끝낸 이드에게 슬쩍 농담을 건네는 채이나였다. "글쎄요. 그렇지 않더라도 제가 일러줄 생각인데요. 이 고생 다 채이나의 탓이라고요, 후훗." 이드는 두 사람에게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검을 거두고 있는 나람을 향해 입을 열었다. "검이여." "……라일론과 두 번째의 전투였습니다. 대충 제 힘은 확인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웬만한 전력으로는 절 제압하긴 불가능할 겁니다. 이쯤에서 저와의 일을 끝내는 게 어떻겠습니까?" 지겹게 이어지는 한 단어에 잠시 멈칫거린 이드는 말을 이었다. 정말 라일론과 묶인 이 고약하고 지겨운 인연을 그만 끝내고 싶은 이드였다. 하지만 그런 이드의 바람과는 달리 나람의 고개는 단호하게 내저어졌다. "그건 여전히 불가능한 일이다. 자네의 진가는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 옛날 마인드 마스터가 전한 몇 가지 수법으로 아나크렌이 가지게 된 힘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징도였다. 본국 역시 그렇게 되기를 원한다. 아나크렌에게는 행운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주변의 여러 나라들에게는 불행이나 다름없었다. 더구나 본국과 인연을 만들어두지 않는다면 그 힘이 다른나라와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은 우리 제국만 이런 불안감에 시달리겠지만, 장차 사태는 어떤 식으로 바뀔지 알 수 없다. 적어도 라일론은 중단하지 않을것이다. 힘들고…… 그리고 위험한 일이지." "하아."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그저 가볍게 생각하고 전한 몇 가지 무공이 이런 일이 되어 자신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줄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이드였다. 그것이 선한 일이든 악한 일이든 이러한 인과응보는 감당하기가 쉼지 않은 법이다. "……하지만 아나크렌에 전해진 것은 다른 곳에도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공작이 익히고 있는 마인드 로드는 아나크렌에 전해진 오리지널입니다." "맞네. 아나크렌에서 나온 것은 이 마인드 로드와 몸을 움직이는 법, 두 가지뿐이지. 정말 중요한 검술과 몇 가지 중요한 수법들은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그것은 고스란히 아나크렌의 커다란 힘이 되고 있지."이드는 나람의 말에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그가 말하는 몇가지의 중요한 수법들은 아마도 시르피에게 전했던 백화검무를 포함한 풍운십팔봉법, 용형구식과 몇 가지 보법을 가리키는 것일 게다. "계속 아나크렌, 아나크렌 하시는데, 두 제국은 엄연히 동맹을 맺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되는 것아닌가요?" "그래서 우리가 그 힘을 가지고 싶은 거다. 아나크렌과 동등한 힘을 가지고 싶으니까. 그리고 비록 드래곤에 의해 맺어졌지만. 나라간의 동맹이다. 그 동맹이 과연 얼마나 갈까. 자네는 인간의 약속을 얼마나 믿을 수 있다고 보는가. 무엇이 그 약속을 지속시킬 수 있다고 보는가!" 결론은 절대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말은 동등한 힘이라고 하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아나크렌을 압도하는 힘! 라일론이 진정 원하는 것은 그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이처 럼 제국의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운명이 그들을 점점 탐욕의 수렁으로 빠지게 하고 있었다. 인간이 만드는 평화는 오로지 힘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 전쟁사가 곧 인간의 역사일 수밖에 없는 게 또한 인간이라는 종족의 운명인가 '젠장! 모르겠다. 어떻게 되겠지.' 당장 고민해서 나을 만한 답은 없어 보였다. 이드는 몇 마디 욕설을 하늘로 날려 보내고는 나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말씀 하신다면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분명히 기억해 두십시오. 전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을 겁니다. 제 말 잘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더 이상 피를 보기도 원치 않습니다. 그럼." 다시 한 번 자신의 의지를 명백히 밝힌 이드는 나람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채이나, 마오와 함께 그를 스쳐 지나갔다. 이드를 선두로 한 세 사람이 향하는 곳은 이곳 진영에 있는 선착장 쪽이었다. 세 사람이 도착한 선착장은 역시나 지키는 사람 하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간간이 보이던 수군들과 경계병들이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진영에서 그렇게 큰일이 벌어졌는데, 이런 곳에 사람이 남아 있을 턱 이 없었다. 그 말은 곧 배를 운행할 사람도 없다는 말이었지만, 그렇다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게 된다면 테이츠 영지에서 운행하는 민간용의 배를 타야 하는데 이런 문제를 일으켜놓고 그럴 수는 없었다. 어떤 사전 약속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라일론 제국에서 원하는 대로 일행들을 유인해준 테이츠 영지였다. 이드 일행을 발견하면 당연히 싸움을 걸어 올 것은 뻔한 일이었다. 힘은 그 쓰일 데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선한 힘이다. 그러나 다시 무의미한 힘이 행사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과오를 반복하는 어리석은 짓이 되고 만다. 다시 전투가 시작될 것이다. 설사 아무런 의미가 없는 전투라고 해도 그리고 왜 싸워야 하는지 그 정체조차 모호하다 해도 이 소식은 다시 드레인의 왕궁으로 전해질 것이다. 적이 적을 낳는 것이다. "라일론만으로도 충분히 골치 아픈데, 거기에 드레인까지 더할 수는 없지." 이드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선착장에 메어진 다섯척의 배들 중 가장 작고 날렵해 보이는 배를 골라 성큼 올라탔다. 세 사람 모두 배를 몰 줄은 몰랐지만 그렇다고 타고 가지 못할 것도 없었다. 그들에겐 배의 조정을 대신할 방법이 있었기때문이었다 "로이나, 로이콘! 이리 와서 우리를 좀 도와주겠니?" 바로 정령들의 존재가 그것이었다. 이드와 채이나가 나서서 소환한 물과 바람의 정령을 이용해서 세 사람은 능숙한 뱃사람 못지 않게 배를 몰아 호수를 건너기 시작했다. 바람의 정령이 배를 끌어주고, 물의 정령이 물길을 잡아준다. 여유로운 배의 운항은 한참 갑갑하던 이드의 마음을 조금씩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이드가 시원한 호수의 바람을 맞으며 착잡한 마음을 식히고 있을 때, 드레인의 수도 루리아에 있는 왕궁에서는 이드가 결코 원하지 않던 이야기가 오고가고 있었다. 바로 이드를 중심으로 한 수군 진영에서 있었던 치열하고 난폭하기 그지없는 전투에 대한 이야기가 그것이었다. 강대한 힘을 앞세운 라일론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한 드레인이었지만 그들로서는 반드시 해야할 일이 있었다. 이번 작전은 라일론의 총사령관이 직접 참가하는 대규모 전투였다. 적 생포 작전이라지만 그 적이 왜 적으로 규정되었는지는 알 수없었다. 어쨌든 아무리 강대국이라 하더라도 타국의 군대가 진입하는 걸 허용할 때는 불가피하게 감시가 붙기 마련이었다. 게다가 군대가 들어오는 목적조차 명확하게 알 수 없다면 그리고 그것 역시 조건에 들어 있다면 손놓고 환영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적이 내 땅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데 그 나라가 어찌 온전한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당연하게도 비밀리에 감시자들이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곳곳에 배치되었고, 전투 상황은 전투 종료와 동시에 왕궁에 고스란히 전해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주제로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드레인의 지배자들은 라일론과 같은 결론 하나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 "……마인드마스터의 후예란말이지." 드레인의 왕궁을 조용히 울리는 그 무시무시한 말은 이드와 라일론에겐 불행이었고, 가만히 숨죽이며 눈치를 보고 있던 드레인에겐 절대 놓칠 수 없는 절대적인 행운의 찬스였다. 나람의 말대로 이드의 존재는 어떤 나라라도 가만히 있을수 없게 만드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10 요정의 숲으로 들어서다 - 인간의 욕심이 숲에 상처를 입혔고, 그 욕심을 거두고서야 숲은 살아나게 된 것이다. 정령을 이용해 배를 움직이기 시작한 세 사람은 반나절 만에 페링을 건널 수 있었다. 사람이 조종해서 몰아야 했다면 원래는 한나절은 꼬박 걸려야 할 거리 였지만 정령의 도움으로 빠르게 움직이자 그 절반의 시간 만에 페링을 가로지를 수 있었다. 평생 페링에서 배를 몰았던 선원이 이 광경을 본다면, 아이고, 스승님 하고 바지가랑이에 매달릴 노릇이었다. 타고 온 배는 다시 돌려줄 수 없어 내려선호숫가 한산한 곳에다가 닻을 내 려놓았다. 외관상 한눈에 봐도 군사용 목적으로 쓰이는 배라는 것을 알 수 있으니, 아무도 없다고 발견한 자가 함부로 주인이라 찜하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어쩌 면 수색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를 텐데, 그렇다면 아마도 하루 이틀 뒤면 테이츠 영지에서 알아서 수거해 갈 것이라고 보았다. 혹시라도 누군가 이 배를 가로챌 요량이라면 드레인을 상대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모험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후,골치야. 채이나! 이런 사태까지 일어났는데, 계속해서 걸어가는 걸 고집할 건가요?" 정말 한사코 도보만을 주장했던 채이나가 한없이 원망스러운 이드였다또 지금 당장이라도 라미아의 도움을 받아 텔레포트만을 사용해, 더 이상 사람들과 걸치적거리지 않고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이드였다. "흠흠, 글쎄…… 나도 이렇게 무식한 일까지 일어날 줄은 정말 몰랐거든. 아무래도 네 말대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 너한텐 정말 미안해." 이드의 입술이 오물거리며 '말로만?' 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을 뻔했다. 헌데 사과가 분명한 말임에는 틀림 없었는데 그녀의 얼굴은 전혀 미안해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것이 왠지 채이나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이드는 어이가 없기도 했다. '정말 일리나를 찾기만 해봐.' 이드는 속으로 이렇게 가만히 다짐할 뿐이었다. 그런데…… 일리나를 찾으면 뭘 어쩌겠다는 것일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순식간에 스쳐간 생각이라 라미아도 알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미 벌어진 일은 해결해야 하잖아, 이번 기회에 라일론 제국 황궁에 들러보는 건 어때? 거기서 네 정체를 밝힌다면 어떻게 해결이 될 것도 같은데……." 이드의 시커멓게 된 속도 모르고 현재 화살이 자신에게 쏠리게 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우물쩍 말을 돌리는 채이나였다. 하지만 말을 돌리는 방향은 맞았어도 그 내용은 한참 잘못된 것이었다. 이드는 채이나의 말이 끝나자 퉁명스런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도 안 돼요. 그랬다간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구요." 정말이었다. 다른 문제는 차후에 두더라도 이드 자신이 마인드 마스터 본인이라는 것을 머떻게 증명할 것인가 말이다. 백 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는데도 다른 사람들 일년 분의 시간도 지나지 않은 듯한 자신의 모습을 말이다. 또 어떻게 해서 증명이 되더라도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증명이 된다고 그들이 '아. 그렇습니까 마인드 마스터시군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하고 정중히 물러날 것인가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더 눈이 벌게겨서는 물불 못 가리고 달려들 것이었다. 이드가 가진 지식을 익히게 될 경우 어떻게 된다는 것에 대한 증명을 이드 자신이 해주는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 건 정말 사양하고픈 일이었다.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말아요." 채이나를 대할 때는 항상 고분고분하던 이드가 과장되게 으르렁거렸다. 조금 과민하게 나오는 이드의 반응에 채이나는 급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숨을 내쉬 었다. 솔직히 그녀도 자신이 원인이 되어 벌어진 일에 진심으로 이드에게 미안해하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꼭 내가 아니라도 결국 싸움이 나면 들켰을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게 그녀의 표정과 미안한 진심을 일치시키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채이나는 그것을 마음속으로만 가지고 있어야 할 생각이라고 굳게 다짐했다. 표정에서 다 드러나긴 했지만 이렇게 열을 올리는 이드에게 입을 열어 말로 나왔다간 정말 저 순한 녀석이 폭발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친 것이다. 채이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알았어 다신 그런 이야기 하지 않을게. 그만 가자 페링 호수를 건너긴 했지만, 사태가 사태이니 만큼 누가 또 우리를 쫓아오기 시작할지 몰라." 그녀의 말대로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아니, 세 사람은 몰랐지만 벌써부터 세 사람에 대한 추적이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잠시 후 이드와 마오는 채이나를 앞에 두고 이곳까지 올 때 처럼 그녀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휴, 이제 목적지도 멀지 않았으니 별일 없어야 할 텐데……." 이드는 제발 더 이상의 별일이 없기만을 간절히 빌 뿐이었다. 같은 심정인 라미아와 마오가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역시 같은 심정인 건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마오는 레크널 영지 이후 자신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만 계속해서 벌어지는 통에 인간 세상의 험난함을 아주 실감나게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세 사람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는지 그들은 목적지에 닿을 때까지 아무런 일도 겪지 않아도 되었다. 이종족들이 푸른 호수의 숲이라 부르고, 인간들이 요정의 숲이라고 부르는 목적지에 드디어 도착을 한 것이다. 푸른 호수의 숲과 요정의 숲은 같은 곳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다만 이종족과 인간들이 부르는 이름의 차이일 뿐이다. 당연히 인간들은 자신의 소유가 아님을 나타내는 의미로 요정의 숲이라 부른다. 이 숲은 드레인의 이름 높은 호수인 블루 포레스트를 껴안은 형상으로 형성된 숲이었다. 숲 자체보다는 숲을 영롱하게 반사시켜 제 모습을 보여주는 푸른 빛 호수와 그 호수를 찾는 이종족들로 인해 더 유명한 숲이었다. 특히 이종족들 중 숲의 자식이라 불리는 엘프가 자주 찾는 곳인 만큼 숲의 조화로움과 생기, 그리고 아름다움은 호수와 어울려 한 폭의 그림과 같다고 알려져 있었다. 때문에 옛날에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도 많아 따로 관광 라인이 개척될 정도였다고 한다. 인간들의 잦은 발길이 오솔길을 내듯 관광 라인도 점점 넓어졌고, 그만큼 이종족과 숲의 아름다움을 보려 몰려온 사람들은 늘어만 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곳은 금지(禁地)로 바뀔 수 밖에 없었다. 관광 라인을 따라 이종족을 발견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너도 나도 이종족을 만났다는 소문이 무성하게 퍼져나갔다. 보지 못했어도 숲을 들어갔다 나오면 으레 누구나 이종족에 대한 얘기를 꺼냄으로써 관광했다는 걸 자랑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그것들은 책으로까지 만들어져 관광 가이드 역할을 했지만, 대부분의 것은 허구와 상상력이 빚어낸 책들로, 있지도 않은 이종족을 수록하는 경우도 많았다. 헛된 상상력과 무지한 소문들은 결국 이 아름다운 숲에 잔인한 노예사냥꾼이 눈독을 들이게 함으로써 파탄을 맞게된다. 노예사냥꾼은 조직적인 연대를 하거나 팀을 만들어 이종족을 잡으려고 열을 올렸으며, 그것은 결국 이종족과의 전투를 연발시키면서 졸지 에 위험 지역으로 바뀌게 되었다. 가장 아름다운 숲이 가장 위험한 곳이 되어버린 것이다. 자연 황폐화되기 시작한 숲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 생겨났고, 숲에 펼쳐 진 무수한 마법은 인간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해 버렸다. 인간의 발길을 끊는 것이 숲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고도 한동안은 숲에 대한 호기심이 여전히 인간의 모험에 불을 지폈지만 그렇게 들어간 인간들이 더 이상 숲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되자 자연스럽게 인간들의 발길이 끊기기 시작했다. 들어가면 나을 수 없는 위험한 숲이라는 의미에서, 또 이곳에 대한 소유권을 요정에게 온전히 넘김으로써 숲은 다시금 재생되었다. 인간의 욕심이 숲에 상처를 입혔고, 그 욕심을 거두고서야 숲은 살아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숲으로 들어가는 인간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목숨을 걸어야 했지만 그럴 필요가 있을 때는 누구도 또한 말릴 수 없는 법 이었다. 아무튼 특별한 목적이 없다면 절대 찾을 곳이 아니었으므로, 드레인 사람들에게 이 숲은 금지(禁地)의 숲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관광 라인은 숲을 휘도는 호수를 따라 다시금 형성되어 숲이 보여주는 풍경만을 감상하고 느끼게 되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인간은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이드는 이 악명 높기로 소문난 한편 아름답기로 명성이 높은 우여곡절의 숲으로 한 발 들어설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숲이 가진 한 가지 비밀도 들을 수 있었다. "친구의 초대를 받은 자." 그것은 다름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족을 거부하는 이 숲에 인간이 들어을 수 있는 유일하게 안전한 방법이자 조건이었다. 그것은 먼저 숲에 발을 들인 이종족이 친구의 이름으로 상대를 초대하는 것이었다. 이종족에게 진정한 친구로서 인정을 받은 자만이 들어을 수 있다는 건 어찌 보면 쉬워 보이기도 했지만 그런 일이 얼마나 드믈 것인지는 누구나 아는 일이었다. 아무튼 그것을 만족시킨 인간에게만 숲은 순순히 출입을 허락했다. 이드는 그날 채이나의 친구로서 숲에게 허락을 받아 실로 오랜만에 숲 속에 인간의 흔적을 남기게 된 셈이었다. 세 사람이 숲에 들어가고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드가 들어선 지점으로부터 동서로 각각 육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두 곳에서 은밀한 움직임이 생겨났다. 그들은 그 생김새도, 하는 행동 패턴도 사뭇 달랐지만 유사한 점이 몇가지 있었다. 양측 모두 이드 일행의 뒤를 아주 멀리서 은밀하게 뒤따랐으며, 멀리 있는 물건을 볼 수 있다는 드워프제 망원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그랬다. 또 이드가 숲속으로 사라지자 어딘가를 향해 각자의 방법들로 연락을 하는 점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 우연인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들이 보내고 있는 내용 중에 똑같이 언급된 몇가지 단어가 또 똑같았다. 그 몇가지는 다음과 같았다. 요정의 숲. 다크엘프. 세명. 붉고 화려한 귀걸이를 한 청년.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 그 다섯 가지 단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긴 문장이 어딘가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스으으읍." 요정의 숲을 걷던 이드는 숲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입가에 생기 가득한 웃음을 띄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때문일까? 아니면 엘프의 손길이 늘 닿은 때문일까? 요정의 숲이 주는 맑은 공기와 푸르른 생명력은 이드의 호흡을 저절로 깊어지게 만들었고, 마음과 몸을 가볍게 풀어주었다. 지구에 있던 산림욕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알 만했다. 하지만 지구에서 말하는 산림욕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런 곳에 산다면 저절로 병이 나을 것만 같은 푸른 생명력이 가득했다. "어때? 둘 다 기분 좋지? 몸 안에 힘이 가득한 느낌 일 거야." "네, 어머니. 몸 안에 생명력이 가득해요. 헌데 어떻게 된 겁니까? 이 숲. 넘치는 생명력만이 아니라 이렇게 풍부한 정령력이라니……. 마치 다른 세상 같아요." 끄덕끄덕 마오가 신기해하며 소감을 밝히자 이드와 라미아도 동감을 표했다. 채이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일행과 마찬가지로 숲의 기운을 받은 그녀는 더욱 화사한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더구나 저 평온한 표정이라니. 고집스런 성격에 어울리지 않는 표정이 그녀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떠올라 있었다. "호호호, 우리 아들 똑똑한데. 그 말이 맞아. 이 숲 속엔 다른 세상이 숨어 있어, 너희들이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그것이 진실이야." [다른 세상이요?] 이드와 함께 가장 감각이 예민한 라미아가 물었다. 그녀는 처음 그녀가 원하던 모습인 화려한 붉은색 귀걸이가 되어 이드의 왼쪽 귀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었다. 표면에 이해하기 힘든 세밀한 문양이 새겨진 세 개의 붉은보석 같은 금속이 이드의 귀를 잡고, 그 세 금속으로 이어진붉은 실 같은 크기의 아름다운 사슬이 이드의 뺨을 타고 목까지 늘어져 아른거리는 모습. 그것이 현재의 라미아였다. 사별삼일에 일취월장이 뭔지 확실히 보여주는 속도로 라미아의 모습은 변해 가고 있었다. "내가 말했었지? 이곳에 우리들이 모이는 곳이 있다고. 그래서 소문이 저절로 모이는 곳이 있다고." "당연하죠. 그 소문을 듣기 위해서 여기까지 온 거니까요." 라일론 제국과 문제까지 일으켜 가며 이곳까지 온 이유가 그 소문의 한 자락을 잡기 위해서이지 않은가 말이다. 잊을 턱이 없다. "그래, 요정의 광장. 우리는 그곳을 그렇게 불러." "……요정의 광장?" "그래,요정의 광장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러면서 여전히 이 세상에 속한 곳이기도 하지. 그래서 특별한 곳. 우리가 가는 곳은 그런 곳이야." 그녀의 말에 이드의 시선과 감각이 반사적으로 주위를 살피고, 또 느꼈다. "우리가 찾아가는 그 요정의 광장이란 곳이 이 숲에 있는 것 아니었어요? 지금 하는 말이 묘한 뉘앙스가 있네요. 마치 다른곳에 있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은근히 불안해지는 이드의 목소리였다. 이 요정의 숲까지 오는 동안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는가. 그건 어찌 보면 순전히 채이나에게서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었다. 매번 자신의 고집과 생각대로 움직였던 채이나였기에 그녀의 묘한 느낌을 주는 말에 또 불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쿠쿡,걱정 마 이 숲 안에 분명 있으니까.하지만 숲속에 있는 것은 아냐." 이게 또 무슨 말장난인가. 아까부터 이 세상에 있으면서도 이 세상에 없다 숲 안에 있으면서도 숲 속에 있는 것은 아니라니. 들을수록 애매하고 헷갈리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점점 인내의 한계를 건드리고 있었다. 이건 단순히 궁금함 때문이 아니었고, 그걸 채이나 또한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오랜 여정의 목적지에서 갑자기 연막을 치는 듯하니 조바심이 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냥 쉽게 이야기해줘요, 채이나.] 라미아가 이드의 심정을 대변하며 보챘다. "호호호, 난 사실대로 말해줬어. 너희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뿐이지. 뭐, 이 정도로 이해할 수 없다면 직접 보는수밖에 없겠지? 자, 가자!" 채이나는 물음표만 자꾸 만들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거리는가 하면 기분이 좋을 때 곧잘 내는 웃음소리까지 터트렸다. 발걸음도 마치 미끄러지듯이 경쾌하고 재빨랐다. 11 마오는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다 - 여전히 이드의 어깨에 앉아 라미아를 살살 흔들고 잇는 페어리의 말대로 정말 상상도 못할 만큼 신비한 곳이었다. 생명력과 정령력이 넘쳐나는 숲이라 그런지 엘프인 그녀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아주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이드와 마오는 푸릇푸릇 생기 넘치는 채이나를 따라 걸음을 빨리하며 바짝 따라붙는 게 고작이었다. 지금은 그저 그녀의 뒤꽁무니를 부지런히 따라 가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으니까. 앞서 말했듯 요정의 숲은 엘프의 손길이 늘닿는 숲이다. 엘프의 손길을 입은 숲은 언제나 푸르고 건강하다. 이곳에서 푸르다는 말은 단순히 숲속의 나무들과 식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찼다거나 뒤엉키듯 무성하다는 말과는 조금 달랐다. 오히려 나무건 꽃이건 간에 어느 정도의 경계와 거리를 가지고서 조화롭게 각자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차지하고 벗어나지 않으면서 자신의 푸르름을 숲에 더하고 있다고 보아야 했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으니 듬성듬성 잘린 흔적이나 인위적으로 꾸민 것 같은 건 아예 눈 씻고 찾고 봐도 찾을 수 없었고, 자연스러웠지만 그렇다고 제멋대로 뻗고 자라나거나 하지도 않았다. 숲의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건 어찌 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일 것이다. 답답할 정도로 빽빽하지 않으면서, 빈 곳이 있거나 듬성듬성 하지도 않으면서, 서로가 서로를 침범하고 있다는 인상도 전혀 받을 수 없기에 이드는 이 숲에서 정말 명쾌한 단어 하나를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었다. 평화! 숲의 또 다른 이름은 평화이며, 그것이 맑은 생명력과 함께 마음의 안정을 한없이 유지시켜 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요정의 숲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채이나는 그런 요정의 숲을 조화롭게 구성하고 나무 사이를 팔랑이는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일정한 방향만을 따라 움직인다는 인상을 주었다. 불규칙적인 것 같지만 규칙적인 패턴을 가지고 움진인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드 일행도 마치 최면에 걸린 듯 채이나의 발자국만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채이나를 따라 갔을까. 파아아아 은은하게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투명한 빛살이 일더니 어느 순간 그 빛이 폭발하는 것처럼 커지며 푸르게 물들어 이드의 눈을 살며시 간지 럽혔다. 이드는 급히 손으로 눈을 가리며 몸을 바로 세웠다. 그와 동시에 직접 눈을 사용하지 않기에 눈부실 일도 없는 라미아의 목소리가 깨끗한 물방소리 만큼이나 찰랑거리며 들려췄다. [화아, 아름다워!] 몽롱하게 풀리는 라미아의 목소리였다. 이드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손 가리개를 풀고 슬며시 전방을 향해 시야를 넓혔다. 그러자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란……. "……무릉도원이 바로 이곳이구나." 이드의 눈에 들어온 황홀경! 그것은 진정 하늘나라의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것이었다. 따사로운 햇살과 그 햇살을 받아 푸르게, 또 부드럽게 주위를 감싸는 여러 겹의 파릇파릇한 나무들과 형형색색의 갖가지 꽃과 작은 동식물들……. 무룽도원은 어쩌면 인간이 없는 풍경일 때 진정한 무릉도원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자신이 이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미안할 만큼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눈이 가는 것은, 그 모든 것의 중앙에서 세상의 빛살을 담아 한없이 푸르게 빛나는 호수였다. 마치 저게 물이 아니라 에메랄드가 가득 찬 호수처럼 수없이 풍부한 푸른빛을 사방으로 뻗어내고 있는 커다란 호수였다. 라미아의 말처럼 정말 아름답다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만약 사람들이 이곳의 환상적인 풍경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그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갑자기 지옥도가 떠오를 정도였다. 더 끔찍한 지옥이란 단순히 공포의 살풍경이 아니라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제 모습을 버리고 변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일 것이다. "이 호수가 블루 포레스트예요?" 잠시 몽롱한 표정으로 호수를 바라보던 이드는 곧 정신을 차리고 채이나를 찾았다. "그래, 푸른 호수. 블루 포레스트야. 너무 아름답지?" 끄덕끄덕 말이 필요 없었다. 뭐라고 덧붙이는 말이 오히려 이 풍경을 손상시킬 것만 같았다. "목적지가 바로 여기였어오?" "응." 채이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포레스트의 수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호수 바닥에 에메랄드가 잔뜩 깔려 있는 것 같은 눈부신 빛의 호수. "여기가 목적지야 요정의 광장……." 채이나도 잠시 감상에 빠진 듯 목소리가 가라앉을 정도였다. 마오는 반사적으로 주위를 다시 살폈다. 이드는 머리를 긁적이며 채이나를 가만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살필 필요도 없었다. 그의 감각은 호수 주위에 있는 생명체는 동식물뿐이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채이나를 제외하고 머디에도 엘프를 비롯한 이종족은 없었다. 요정의 광장이 이처럼 깨끗하게 비어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는 건지 이해할 수도 없었다. "이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혹시…… 이 호수를 보고 말하는 거예요?" 이드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설마 이걸 말하는 건 아니겠지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엘프가 인어도 아니고, 호수 안에서 생활할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그래도 채이나가 아무것도 모른 채 여기로 올 리도 없을 것이고, 도통 헛갈렸지만 호수를 바라보자니 오히려 더 갑갑해졌다. 정말 설마 설마 했다. 하지만 누누이 말하는 거지만 살면서 설마에 발목 잡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을 것인가. "딩동댕! 잘 맞혔어. 상줄까?" 다분히 장난스런 대답이었다. 이드는 그녀와 호수를 번갈아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준다면 받지요. 그런데 정말 여기가 요정의 광장이에요? 엘프가 혹시 수중 생활에 맛들이기라도 한 건가요? 인어도 아닌 종족이 어떻게 호수에 있어요?" 그러니까 진혀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이드의 말이었다. 그 뒤를 라미아의 목소리가 바로 뒤따랐다. [아니면 호수가 특별한 건가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이 어떤 새로운 느낌을 주기라도 했는지 호수를 슬그머니 바라보았다. 정말 특별하기는 한 호수였다. 방금 전 주위를 살필 때 호수에서 피어나는 은은한 생명력과 활기찬 정령력을 느끼긴 했었다. 엘프가 아니라, 호수. 그렇게 생각하면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말이 되는 것 같은 게 아니라……그게 정답이었다. "맞아 여기가 요정의 광장!" 화아아아 라미아에게 빙그레 웃어 보인 채이나가 가만히 호숫가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녀의 손이 담겨진 곳을 중심으로 호수물이 하얀색으로 변하며, 그곳으로부터 색색깔로 빛나는 은은한 파스텔 톤의 빛이 확 번져 나갔다. 번져 나가던 빛은 약 사 미터 정도의 크기를 이루고서 그 성장을 멈추었다. "요정의 광장은 바로 이 호수 속에 있어. 이 세상이 아니면서도 이 세상에 속한 반정령계가 바로 요정의 광장이야. 나 먼저 들어간다." "어어……." "이드가 뭐라고 채 묻기도 전이었다호수에 담그었던 손을 빼더니 채이나는 두 발을 파스텔 톤 빛 속으로 들이밀며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너무도 순식간의 일이라 도대체 채이나가 무슨 짓을 한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니까 호수에 그대로 빠졌다! 그녀의 발 아래 놓이게 된 빛 속으로 떨어진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빛 위에서 사라졌다. 이드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더니 채이나처럼 빛 위로 올라섰다. "그럼 나도 가볼까. 마오, 어서 따라와…… 앗!" 너울거리는 빛 더미 위로 올라서며 마오를 돌아보던 이드는 순간 몸이 기우뚱하더니 무지개 빛으로 빛나는 호수 속으로 그대로 떨어져버렸다. 정말 말 그대로 뻥 뚫린 구멍 속으로 떨어지듯 그렇게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채이나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이쯤 되면 한소리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게 무슨 차별이야!" 이드의 목소리가 울리며 멀어져 갔다. 그렇게 혼자 남게 된 마오. "후우." 작은 한숨과 함께 그도 망설임 없이 그대로 빛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의 모습이 빛 속으로 떨어지는 순간, 넓게 퍼져 있던 파스텔 톤의 빛은 마오에게 묻어가듯이 구멍 속으로 빨려 들며 없어져버렸다. 소리도 기척도 없이 생겨났던 빛이 역시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사라져버 린 것이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인기척을 지워버리고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떼고 있는 여전히 아름다운 풍경의 블루 포레스트였다. 이 세상을 유지하는 정 령들. 이 세상의 모든 곳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는 정령들. 그레센 대륙의 어디에서도 그 정령들이 살고 있는 곳을 이렇게 부른다. 정령계. 오직 정령들만이 존재하는 세상으로 중간계의 기본이 되어 두 세계는 보이지 않는 순환을 계속하며 그 생명력을 유지해간다고 한다. 어떻게 알게 된 지식인지는 그 시초를 찾을 수 없지만 정령에 대해 깊게 공부한 자들이 생기면서 정령계에 대한 지식은 보편적인 지식으로누구나 알게 되는 그런 것이 되어 있었다. 물론 그것이 정령이라는 존재를 모두 알려주고 있지는 않았다. 여전히 미지로 남아 있는 정령에 관련된 지식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알기도 어려웠다. 어쩌면 누군가는 좀더 정령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자들에게조차 전무한 지식이다시피 한 세계가 바로 정령계라고 할 수 있었다. 도대체 정령만이 존재하는 정령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것일까? 그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존재는 너무도 많았다. 드래곤, 엘프, 인간을 비롯한 정령을 소환하는 모든 정령들이 한 번쯤 가져봤던 궁금증이 었다. 실제 드래곤은 정령왕을 소환해 물어보기까지 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듣게 된 대답은 참으로 기가 막힌 것이었다. "물로 이루어진 세계랍니다." 물의 정령왕의 대답은 이랬다. "모든 것은 불에서 태어나고 있다." 불의 정령왕의 대답이었다. "바람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곳이야." 바람의 정령왕의 대답이었다. "언제나 포근한 끝없는 대지의 세상이다." 대지의 정 령왕의 대답이었다. 네 정령왕에게서 나온 네 가지 제각각의 대답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속성뿐이라는 정령왕의 대답을 듣고 뭘 알 수 있겠는가. 또 정령왕에게서 정령계의 모습을 전해 듣는다 해도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직접 보질 못하는데. 그래서 지금까지도 중간계에 있는 자들 중 그 누구도 정령계의 모습이 어떻다는 것을 본 자는 없다. 하지만 모두 짐작은 해본다. 정령계, 그곳은 이 세상의 가장 근본에 해당하는 원소들이 정해진 경계 없이 존재하는 자유로운 세상이다, 라고. 그럼 채이나가 말하는 중간계와 정령계의 중간에 걸려 있는 반정령계의 모습은 어떨까? 누군가 그렇게 묻는다면 이드는 이렇게 대답해줄 것이다. "항상 보던 것과 다를 게 없다!" 거리감을 느끼지도 못한 채 하염없이 떨어지던 이드가 갑자기 나타난 바닥에 이르자 급히 몸을 틀어 내려선 후 주변을 둘러보고 난 첫 감상이었다. [하지만 그 속은 전혀 다른데요.] 그리고 이어진 라미아의 두 번째 감상이었다. 두 사람의 곁으로 곧 마오가 떨어져 내렸다. 마오는 그 날쌔던 모습과는 달리 전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드는 그 모습을 이해했다. 저 속은 거리감은 물론 무게감도 전혀 느끼지 못하게 한다. 이드는 떨어지는 마오의 몸을 살짝 밀어 그에게 감각을 되살리고, 중심까지 잡아주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마오는 날렵한 동작으로 가볍게 땅에 내려섰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여긴……." "아까 들었잖아. 반정 령계라고." 마오는 이드의 퉁명스런 대답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눈에 보이는 반정령계의 풍경……. "하지만 여긴 그냥 숲이지 않습니까. 밖에 있는 요정의 숲과 전혀 다른 점이 거의 없어 보이는데요." 마오의 말은 적어도 보이는 것에 한해서 사실이라고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눈앞에 있는 반정령계의 풍경. 그것은 채이나와 함께 지나온 요정의 숲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정말 별다른 특별한 구석을 찾아볼 수 없는 숲이든가 아니면 호수 밑으로 떨어지는 순간 눈이 이상해졌다든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특별히 눈이 간다면 푸르른 하늘이 아닌 투명하게 반짝이는 물결의 하늘이 머리 위에 존재한다는 것뿐이었다. 이드는 마오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드와 라미아는 마오와는 좀 다른 점을 보고 있었다. "아니 그건 겉모습만 그런 거고…… 속은 달라." "다르다면?" [이곳에 있는 것은 모두 정령이야 지금 디디고 있는 땅에서부터 저기 서 있는 나무와 돌. 심지어 저기 풀 한포기조차도. 모두 정령이야.] "가서 한번 물어봐. 여기가 어디냐고." 라미아의 설명에 이드가 한마디를 더하며 두 사람의 앞에서 있는 나무를 가리켰다. "어디긴 어디야. 요정의 광장이지." 움찔 이드는 갑자기 흘러나오는 싱그러운 목소리를 듣자 앞으로 향하고 있던 손가락을 급하게 거두었다. 다름이 아니라 그 싱그러운 목소리의 주인이 이드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던 아름드리 나무였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마오에게 그 실체에 대해선 역시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정확하게 안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드. 그 스스로 말해놓고도 놀라 나자빠질 일이었다. 이드뿐만 아니라 마오도 상당히 당황한 듯했다. 나무의 대답은 명쾌한 것이었다. 이곳이 요정의 광장이라고 정확하게 가르쳐 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러나 지금 마오처럼 그게 정확한 답이든 아니든 간에 나무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면 누구나 마찬가지 표정이 될것이다.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아무 말도 못한 채 입만 헤 벌리고 있는, 그야말로 멍청한 표정! "정말 오랜만이야. 이곳에 인간이 들어온 것은 상당히 오래전 일이 거든." 반갑다는 말 같기도 했고 신기하다고 보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 진위를 정확히 알기는 어려웠다. 이 낯설고 당혹스런 경험 앞에서 마오는 아직 정신을 수습 하지 못하고 거의 얼이 빠져 있었다. 이제는 마오를 본격적으로 놀래켜 주기로 작정을 한 것인지 한 술 더 떠 정령은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숙이며 찬찬히 이드와 마오를 살피기 시작했다. 나무가 인간을 뚫어지게 관찰한다는 게 얼마나 다양한 동화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인지 이 세상의 어린이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린이라면 인간을 관찰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나무를 향해 얼른 손을 내밀어 나뭇잎들을 쓰다듬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이 잘 기억나지도 않는 이드와 마오에겐 여전히 충격적인 장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두 사람을 요리조리 나뭇잎들을 흔들며 호기심 어린 눈길로-눈은 전혀 보이지 않지만 그럴 것으로 예측된다-살펴보던 나무 아니, 정령의 모습은 서서히 이상하게 변하고 있었다. 무성하던 줄기와 나뭇잎은 어느새 사라지고 마치 빚어내듯 초록색 머리카락을 가진 젊은 남성 엘프의 외모가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헌데 이상한 것은 그의 상반신은 엘프의 모습이지만 그의 허리 아래 하반신은 여전히 나무의 형상을 한 채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야. 거기다 넌 엘프의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니 하프 엘프구나. 흠, 인간만큼은 아니지만 그쪽도 오랜만이야. 그런데 너희들은 누구의 초대를 받은 거지? 엘프가 없으면 문이 열리지 않는데 말이야. 혹시 네 녀석의 부모가 함께 온거냐?" 그에게서는 조금 전보다 더 강력한 정령의 기운이 느껴졌다. 나무일 때는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던 기운이 엘프의 외모를 드러내는 것과 함께 강하게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모습이 변하면서 늘어나는 건 정령력만이 아닌가 보다. 줄줄이 이어지는 저 말들을 보면 말이다. "네, 그녀의 이름은 채이나죠. 이곳으로 들어서며 서로 떨어졌습니다. " 나무의 정령이 묻는데도 아직 입도 벙긋 못할 만큼 정신 못차리는 마오 대신 이드가 대답해주었다. 그러자 이드처럼 지금 이 나무의 정령을 대신해 말을 하는 또 다른 정령이 나왔다. "채이나라고? 그녀와 비슷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했더니, 역시 그녀의 아들이었나 보군." 잔잔하게 흐르는 목소리가 들리며 저쪽에 새들이 앉아 쉬고있던 바위가 꿈틀거렸다. 이드 일행이 있는 방향의 한 면이 이리저리 울퉁불퉁 일어나는가 싶더니 무뚝뚝한 얼굴 하나가 만들어졌다. 볼 것도 없이 바위의 정령이었다. 이드는 그 형상을 보며 이곳이 알고 보니 참 재미 있는 곳이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곳에선 그 어디라도 정령이 있다. 아니 온통 정령이며 정령 아닌 것이 없다. 절대로 혼자가 될 수 없는 곳이다, 이곳은. "채이나를 아시나 보네요." "그래, 그녀의 기운을 기억하거든. 드래곤이 생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처럼 이곳의 우리들은 우리가 느낀 모든 기운을 기억하고 있지. 채이나의 기운도 내가 느낀 기운 중 하나야." "그럼 부탁이 있습니다. 어머님의 기운을 느끼신다니 그분이 어디에 계신지 혹시 아시나요? 분명히 먼저 들어오신 것 같은데, 저희들과는 따로 떨어졌습니다." 마오의 얼굴에 채이나에 대한 걱정이 슬며시 떠올랐다. 정말 채이나를 끔찍이도 챙기는 착한 아들 마오였다. 새삼스런 말이지만 채이나는 아들 하나는 정말 잘 두었다. 걱정 어린 마오의 말에 또 다른 목소리가 대답했다. 한마디 말할 때마다 새로운 정령 하나씩을 새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호호호, 걱정하지 마 그녀는 너희들과 떨어질 걸 알고 들어온 거니까. 원래 엘프나 페어 리가 이곳으로 들어올 때는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이동되어지지. 하지만 너희 인간이나, 하프 엘프, 드워프를 비롯한 이종족은 게이트가 열린 바로 그 장소와 통하는 곳에 떨어지게 되거든. 아마 그녀는 너희들을 두고 자신의 일을 보고 있을 거야." 말이 이어지는 동안 사방에 만발한 꽃들 중 보랏빛의 이름 모를 한 송이 꽃이 천천히 네 쌍의 날개를 단 귀여운 보랏빛 눈동자의 페어리로 변해서 날아올랐다. [헤에, 이번엔 꽃의 정령인가 봐요.] "아니, 난 페어리야. 꽃의 모습을 하고 있었을 뿐이지." 스스로를 페어리라 말하고 있는 요정은 곧바로 이드의 어깨로 날아 내려 이드의 귀를 장식하고 있는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녀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지금 라미아의 말은 그녀의 마법으로 이드와 마오에게 밖에 전달되지 않았다. 그런데 스스로 페어리라 말한 그녀는 정확하게 라미아의 말을 들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라미아의 존재까지 정확하게 알아보고 있었다. "라미아를 알아본 건가요? 어 떻게?" 자신이 알기로는 요정족으로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페어리들도 한 번에 에고를 가진 물품을 정확하게 알아보거나 마법으로 전달되는 말을 듣지는 못한다. 거기에 한 가지 더하자면 꽃의 모습으로 변하지도 못한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이곳은 특별해서 그런 거니까. 이곳은 신비한 곳 환상과 현실에 걸쳐져 있는 세계.그래서 특별하고, 이상한 일들이 많이 생겨 지금의 나처럼. 이곳에 있으면 모두가 특별해. 지금 여기 있는 너희들도." 그녀는 말하지 않아도 속을 다 안다는 듯 방글방글 웃으며 말했다. [정말…… 신기한 곳이네요. 이런 곳이 있는 줄은 저도 몰랐는데 …….] "그래서 신기하다고 말하는 곳이지. 그런데 너희들은 어디서 왔지?" 또 새로운 목소리였다. 그와 함께 이드와 마오의 뒤로 땅이 솟아오르며 두개의 의자를 만들었다. "앉아서 이야기해. 모두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니까." 그 말과 동시에 사방에서 수십, 수백의 선명하게 느껴지는 존재감이 강렬하게 일어나며 하나 둘 가지각색의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정말 어린이들이 이 놀랍고 신비로운 광격을 본다면 이곳이야말로 그들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천국이 아닐까 싶었다. 그들은 사물 하나하나를 살아 있는 생명체로 받아들이는 괴상한 존재니까 말이다. 어린이가 아닌 이드와 마오의 눈앞에서는 실로 당황스런 상황이 계속 연출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익숙해지지 않는것도 아니었다. 살아 있는 것에 대한 동질감과 공격성이 없는 것에 대한 호의가 서로에게 느껴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많은 정령들이 귀를 기울이며 다가왔다. 그 중에는 물의 정령도 있고, 풀의 정령도 있으며, 작은 드래곤의 모습을 한 정령도 끼어 있었다. 여전히 이드의 어깨에 앉아 라미아를 살살 흔들고 있는 페어리의 말대로 정말 상상도 못할 만큼 신비한 곳이었다. 모여든 요정과 정령들의 요청에 못 이기는 척하며 이드는 채이나를 만나고서부터 이곳에 들어을 때까지의 이야기를 모두 해주었다. 물론 필요 없는 이야기들은 적당히 얼버무리면서 말이다. 이드의 새록새록 이어지는 이야기에 요정과 정령들은 귀를 종긋 세운 채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도 요란스럽게 반응하며 즐거워하고 신기해했다. 또 무수한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드는 그들의 말을 끈기 있게 들어주고 대답해주면서 마침내 이야기를 마쳤다. 그리고 물었다. "자, 내 이야기는 잘 들었겠죠? 그럼 혹시 이중에 나의 연인 일리나가 살고 있는 마을을 알고 있는 분이 있나요?" 이것이다. 세상 다 산 노인도 아니면서 무슨 옛날이야기 하듯 정령들에게 둘러싸여 이야기를 끈기 있게 늘어놓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것을 묻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수고를 알아주는 것인지 주위로 모여든 정령과 요정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 였다. "우리가 알아. 그녀의 마을이 있는 곳을 알아." 불끈 이드의 양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드디어 바라고 바라고 바라던 정보였다. 꿈 속에서 조차 누군가에게 그런 정보를 받는 꿈을 꾸기도 했었다. 때로는 열망이 지나쳐 정말 일리나를 만날 수는 있는 것인지 의심도 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꿈속도 환상도 아닌 깨어 있는 현실에서 그녀의 거처를 안다는 말에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이었다. 얼마나 열망하며 기다렸던 말인가. 일리나가 있는 곳을 알고 있다! 아! 그녀를 찾아가는 여정의 종착지에서 이드는 몸이 서서히 가벼워지는 야릇한 느낌을 체험하고 있었다. 이제 이 바라마지 않던 정보를 듣게 된다면 더 이상 채이나에게 쓸 데 없이 끌려 다닐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바로 텔레포트로 날라버 릴 것이다. 꿈에도 그리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자 이드는 더욱 현실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게 어디죠?] 흥분한 이드의 마음을 느끼자 라미아가 주위의 요정들과 자신을 잡고 있는 페어리를 향해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질문은 조금 더 빨라야 했다. 라미아와 페어리 사이에 끼어든 목소리가 정령들의 대답을 막아버린 것이다. "그만! 이야기하지 마 그래야 더 재미있다구." 너무 익숙한 한 여성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에 동조하듯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요정과 정령들의 모습이라니……. "이 익 ……. 채이나아!" 하필이면 이 결정적인 순간에! 이드는 가슴속메 치미는 원망을 담아 소리쳤다. 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를 일이었다. 목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도 이런 대화를 들을 수 있는 것인지조차 모호했다. 적어도 등 뒤에 그녀는 있지 않았고, 근방에 있다손 치더라도 가능해야 하는데, 그녀의 존재감도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덕분에 그녀의 말을 막지도 못했다. 페어리가 말한 이곳이 주는 이질적이고 신비한 경험 때문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절대적으로 엘프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 말고는 이 황당한 상황을 설명할 게 없었다. 과연 그런 생각이 맞았는지 의자에 앉아 있는 이드와 마오의 앞쪽 공간이 흐려졌다가 하나의 인형과 함께 다시 제 모습을 찾았다. 당연히 함께 나타난 인형은 채이나였다. 그녀는 얼굴이 푸르락불그락 하는 이드를 바라보며 잔인한 악마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기뻐해라, 이드. 내가 일리나가 있는 푸른 나무 마을의 위치를 알아왔다!" "뿌드득…… 저도…… 채이나만 나타나지 않았으면 들을 수 있었거든요." 이드는 앞에 태연히, 아니 호기롭게, 아니 당당하게 서 있는 채이나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그녀의 입가에 떠오른 악마의 미소를 지우긴 힘들어 보였다. "자, 자. 진정해. 이곳에선 정보를 얻으면 자신이 주는 것도 있어야 한다구. 그게 여기 있는 녀석들의 마음이라 뭘 가지고 갈지 모른다고. 혹시 라미아를 가져 가버리면 어쩔 거야? 이곳은 때때로 인간의 상식마저 통하지 않을 만큼 이질적인 곳이야. 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행동이 어쩌면 인간에겐 비이성적이고 돌발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정령과 인간이 공생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야. 인간들은 그런 것을 신비하다고 여기는 모양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인간의 이성과 상식의 범주를 벗어나 있기에 신비로운 곳이겠군. 아무튼 이드 네가 아무리 절대의 강자라지만 그 역시 이곳에서 전적으로 통할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어. 그러니까 절대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곳이지. 오히려 내 덕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라고 생각해. 나도 푸른 나무 마을의 위치를 듣는 대신에 너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기로 하고 알아낸 거라고." 그녀의 말에 주위에 있던 요정들과 정령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무엇이 그렇게 좋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채이나의 말마따라 이들의 생각과 자신들의 생각은 완전히 다를지도 모르겠다는 다소 끔찍한 느낌이 됫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저게 정말일까?놀리는 거 아냐?' [글쎄요.] 엘프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지만 채이나만큼은 믿을 수가 없는 두 사람이 었다. 그것도 이제는 신비하다기 보다는 엉터리처럼 보이는 이 요정의 광장에서 하는 말이다. 신용할 수 없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알아왔다니…… 다행이네요. 수고하셨어요." 이드는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채이나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또 다짐했다. 일리나만 찾으면……. [글쎄,찾으면 뭘 할 거냐니까요?] 이번에도 이드의 속마음을 보지 못한 라미아였다. "자, 알아볼 건 다 알아봤으니까…… 이제 나가자." 이번에도 이드의 속마음을 눈치 채지 못한 채이나의 말이었다. 채이나의 말에 따라 이드 일행은 이곳 반정령계 요정의 광장에 들어온 지 사십 분 만에 밖으로 나갔다. 처음 이곳을 이야기할 때 채이나가 말했던 많은 엘프와 이종족들은 그림자도 보지 못한 채 수십, 수백의 희한한 정령들만 보고 떠나게 된 꼴이다. 그러나 큰 아쉬움은 없었다. 목적은 이루었고, 그 보랏빛 페어리의 행운의 키스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 귀여운 요정의 키스는 이종족들과의 만남 이상의 것이었다. 또 페어리의 키스는 저주와 축복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도 있었고 말이다.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요정의 광장을 나선 세 사람. 하지만 금방이라도 목적지를 향해 출발할 것만 같았던 세사람은 요정의 숲을 바로 나서지는 않았다. 이미 해가 져버린 시간이라 굳이 야행을 할 건 아니었으므로 노숙을 하며 하룻밤 이 숲에서 묵어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드는 반짝이는 밤하늘을 보고 누워 있자니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채이나를 생각하면 속이 끓지만 일리나가 머물고 있을 마을을 찾았다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했다. 이제 일리나를 만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드는 슬며시 눈을 감았다. 12 일리나, 지금 만나러 갑니다 - 강력한 결계와 함께 시온 숲으로 광범위하게 이어져 있어 누구도 그곳을 엘프들의 숲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제에엔자아앙!" 요정의 숲을 나선 지 3일째. 요정의 숲과 가장 가까운 영지에 들어선 이드와 채이나 그리고 마오는 영지에 들어선 지 이십 분 만에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영지를 뛰쳐나와야 했다. 아니 도망 나왔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일 듯 싶었다. 그리고 그 뒤로 수많은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 나왔다. 물론 이드 일행을 잡기 위해서 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현재 달리면서도 한 번씩 들어서 보고 있는 구겨진 종이 쪼가리. 거기에는 상당히 뛰어난 솜씨로 이드와 채이나, 마오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실제 인상보다 못 그리지도 않았고, 잘 그리지도 않았다. 그저 누가 봐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그림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문제는 그 그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림 아래위로 적힌 글과 숫자들이 문제다. 몇 자 되지 않는 이 그림 포스터 의 정체. 바로 현상범 수배 전단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 적힌 천문학적인 숫자. 50000골덴.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일단 손에 쥐게 되면 자신은 물론 몇 대의 자손까지 떵떵거리며 편히 살 수 있는 돈 그런 엄청난 돈이 상금으로 걸렸다. 그런 돈 앞에서는 전문적인 현상금 사냥꾼이나 용병, 병사의 구분이 있을 수 없었다. 심지어 농부들까지 농기구를 들고 무조건 이드 일행을 잡기 위해 달려들었다. 당연히 그들을 무턱대고 죽일 수 없는 세 사람은 도망치는것 밖에는 뽀족한 방법이 없었다. 정말 안타깝게도 곧 일리나를 만날 수는 있지만, 편하게 그녀 에게 다가갈 수는 없을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떠나질 않는 이드였다. "이런 수작까지 부리다니. 그래,두고 보자. 라일론!" 이드는 손에 쥔 현상금 수배 전단을 구겨 쥐고는 내던졌다. 이드의 손을 떠난 전단은 땅에 구르다 멈췄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보이는 부분의 글씨는 이랬다. 죄목 : 라일론 제국의 귀족 살해 혐의 제국이 이런 짓을 하다니 너무 치사한 일이다, 라고 할 만했다. 하지만 라일론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었다 자신들은 저런 전단을 뿌리기는 커녕 만들어낼 계획조차 없었다. 무슨 수를 동원해서라도 이드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자 한다면 이 일은 오히려 은밀하게 진행되어야만 했다. 이렇게 현상금까지 내걸고 노출시키는 것은 보통 저급한 머리가 아니고서는 나을 수 없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라일론은 포스터를 유포한 집단의 정체를 자체적으로 알아보았고, 그 배후에 드레인 왕국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일에 대해 드레인을 추궁할 수 있는가! 그건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싸움은 자신들이 벌렸지만 드레인의 영토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난것은 오히려 라일론 제국을 피해자로 보고, 가해자인 이드를 잡겠다는 것이었다. 알아서 기느라 하는 일에 라일론 제국으로서는 되려 고마워해야 할 일이지, 이걸 따지고 든다는 건 도저히 상식적으로 먹힐 수 없는 것이었다. 드레인의 내막을 알 수 없는 라일론 제국으로서는 공연히 앞서간 드레인의 행동으로 이런 낭패가 생긴 꼴이라며 애를 태웠다. 설사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꼬치꼬치 따지고 든다고 해도 불리한 상황은 여전할 것이었다. 오히려 라일론 자국의 의도만 노출시킬 가능성이 컸기에 상황을 확대할 수도 없었다. 황당하고, 난처한 지경이 꼭 이런 경우를 두고 쓰는 말일 것이다. 더구나 죄목은 테이츠 영지에서의 전투를 위해 내세웠던, 자국의 귀족을 살해한 범인을 잡기 위한 병력의 파병이란 것이 었으니……. 가장 답답한 건 우리 라일론이다. 다시 이드 일행을 만나게 된다면 라일론 제국은 이렇게 억울함을 호소할지도 몰랐다. "그래 어 떻게 되었소?" 교묘한 수를 써 양쪽을 모두 피해자로 둔갑시킨 드레인의 왕궁에서는 조심스럽게 결과를 확인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드레인의 국왕 레오 나움 루리아였다. "다행히 생각했던 대로 되었습니다." "정말…… 다행이오." 듣고 싶었던 소식을 전하는 목소리에 레오 국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 었다. 국왕의 작은 개인 서재에서의 한숨이라 국왕과 함께 자리한 다섯 귀족의 귀에도 한숨 소리가 잘 들려왔다. "그럼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이오?" 레오 국왕은 이번 작전을 함께 계획하고 만들어낸 다섯 대귀족들을 바라보았다. 국왕을 포함한 이들 여섯은 은밀히 테이츠 영지에 숨어든 첩자를 통해 테 이츠 영지에서 있었던 이드와 라일론 제국간의 일을 전해 듣고 이번 일을 치밀하게 꾸민 것이다. 첩자가 전해준 내용으로 인해 결론 내려진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 그 말이 뜻하는 바는 참으로 컸다. 그 의미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커서 보통 때라면 꿈에서도 대항해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 라일론 제국에게 죄를 씌우게까지 만들었다. 무슨 짓을 해서든 그만 자신들의 편을 들어준다면 라일론제국도 별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들이 모두의 머릿속 가장 깊숙한 곳에 아주 오래 전부터 자리하고 있었던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꼭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가 자신들의 편을 들어준다고 볼 수는 없었다. 막강한 병력을 보유한 라일론도 지금까지는 실패하고 있는 일이다. 여기에 쏟아붓고 있는 제국의 에너지가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되면서 혀를 내두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성공할 시에 돌아을 어마어마한 효과를 계산해 실패 할 시에 닥칠 또 어마어마한 피해를 각오하고 일을 벌인 국왕이었다. "그와 저희 군대의 전투입니다. 확인해본 결과 그는 마스를 향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해서 마스로 향하는 코스를 계산해 마주치기 적당한 곳에 이미 부대를 배치시켰습니다." 이 드레인의 여섯 지배자들의 생각은 간단했다. 흔히 말하는 진부한 상황하에 벌어지는 인연의 우연성이라고 할까? 이들은 이드와의 전투에서 자신들이 철저하게 라일론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점만을 가장 크게 부각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드에게 공격한 것이 본의가 아니었으며 힘이 없어 억울하게 이용당한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기록에 따른 마인드 마스터와 이드의 행적을 조사한 결과 그런 약하고 불쌍한 모습이 그의 동정심을 자극해서 호감을 끌어낼 수 있다는 좀 황당한 결론이 나온 때문이었다. 일단 그렇게 호감을 심어준 상태에서 자신들의 억울한 이야기를 설명하고,도저히 더 참을 수 없다며 결사의 각오로 제국과의 전쟁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잘하면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길지도 모를 일인 것이다. 그와 동시에 조금만 삐끗하면 라일론 제국에 의해 산산조각 날 수도 있다는 완전 파탄의 가능성이 함께 공존하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해서 여기 모인 여섯은 열심히 이드의 순수하고 정의로운 마음이 움직이기만을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신은 이들 여섯의 얌체 같은 속마음이 싫었는지 그들의 기도를 싸그리 무시해버렸다. 그리고 그 결과 이드는 채이나에게 텔레포트의 사용을 허락받고, 바로 마스로 날라버리고 말았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드레인의 여섯 지배자는 닭 쫓던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어떤 심정인지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애초부터 마인드 마스터 후예의 동정심을 끌어낸다는 황당한 발상 자체도 문제였지만 왕국의 사활을 걸고 치밀하게 준비해둔 계획이 완전 무위로 돌아갔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황당함의 연속에 불과했고, 그래서 이건 완벽한 해프닝을 보여주는 데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신은 이들 여섯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라일론은 그들의 행동에 대해서 여전히 의심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의심할 정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이드의 뒤를 쫓는 것만으로도 제국은 충분히 한 곳으로만 몰입되어 있었고, 바쁘고 힘들었던 것이다. 더구나 이드가 드레인에서 떠난 것을 확인하는 순간, 그들도 더 이상 드레인에 대해서는 생각을 끊어버린 것이다. 드레인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안전하게 잊혀질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해야 했다. 그렇게 둘로 늘어났던 이드 일행 추적팀은 다시 하나가 되는 듯싶었으나, 곧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는데, 라일론 제국은 추적 와중에 이를 감지하게 되었다. 드레인은 너무 약해서 신경 쓸 거리가 되지 못했던 반면 이번에 등장한 경쟁자는 그 가진 바 힘이나 은밀성이 제국의 추적팀에 못지 않아 제국의 긴장한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들을 인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뒤늦게 이드 추적 활동에 뛰어들게 된 자들은 라일론에 비해 늦은 대신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며 그것을 바로바로 모종의 장소로 보내고 있었다. 직접 부딪치지 않는 대신 상황을 유리하게 만드는 방법은 그야말로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전법밖에는 없었다. 단 한 번의 타격이나 계기로 상황을 완전히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오기 위해서 그들은 불철주야 은밀하게 움직이고 또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드 일행이 마스에 들어선 지 일주일째 되는 날. 그들이 머물고 있는 여관과 최대한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은 추적자들은 또 새로운 보고를 위해 통신구에 마나를 집중했다. "마인드 로드, 응답바랍니다. 후계자에 대한 사십두 번째보고입니다. " 며칠 동안 계속된 추적에 지친 듯 갈라진 목소리가 애처로울 정도인 이 추적자는 수정구를 들고 피곤한 얼굴로 상대의 응답을 기다렸다. 잠시 후 검게 칠해진 수정구로부터 이상하게 변형 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얼굴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감추고 있는 모양이었다. "보고하세요. 후계자를 쫓는 늑대." "후계자와 그 일행을 마스에서 확인했습니다. 그들은 라일론에 올라간 보고대로 마법을 사용해서 이동한 것으로 생각이됩니다. 아직까지 마인드 마스터의 검을 확인해보지 못했으며, 기록에 따른 마인드 마스터의 수법들도 확인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번에도 확인하는 데까지 진행되지 못한 관계로 다시 후계자의 정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합니다. 이상입니다." 결정적인 증거를 보지 않은 이상 그 어떤 결단도 내리지 않는 신중한 태도로 미루어 보아 이들이 얼마나 치밀한 추적자들 인지를 알 수 있었다. "확인했습니다. 그럼 저희는 다음 보고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몸을 아껴 가며 수고해주세요. 당신의 실력을 믿겠습니다." 짧게 오고간 몇 마디 말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단어가 들어가 있어 생각을 깊게 해볼 수밖에 없는 대화였다. 알 수 없는 자들의 대화 이후 다시 일주일이 흘렀다. 이드는 자신의 뒤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은밀히 따르고 있는 제국의 병력과 미지의 단체에 대해 생각했다. 라일론 제국이 당연하게도 자신을 쫓을 것이란 것을 알기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헌데 얼마 전부터 자신을 쫓는 자들 중에 전혀 다른 이상한 자들이 끼어들었다는 것이 신경이 쓰였다. 엎친 데 덮친격 이라든가 첩첩산중이라는게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들은 추적에 있어서는 라일론 제국보다 능숙하지 못했지만, 가진 바 실력은 제국보다 뛰어나다. 이드는 그렇게 단정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드에겐 그들의 정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드가 걱정하는 것은 이들을 주렁주렁 달고 일리나의 마을까지 가게 될 경우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을 위험한 사태에 대한 것이었다. 아무리 채이나가 도보를 고집한다고 하지만 이들을 달고 갈수는 없다는 생각을 굳힌 이드는 그대로 채이나를 찾아가 그녀를 설득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채이나가 양심상 같은 상황을 더 이상 만들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눈앞에 마스와 아나크렌의 국경이 보이고 있었다. 보통 때라면 그녀의 고집을 꺾거나 설득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이드였지만 이번엔 일리나가 눈앞에 있어서 기합을 가득넣고 채이나와 마주섰다. 흔히 하는 말처 럼 사랑이 사람을 변하게 한다. 이드의 말은 한참을 이어졌다 그가 생각하는 좋지 못한 가능성도 연이어서 설명했다. 그 뒤를 라미아가 받쳐주며 열심히 채이나에게 텔레포트할 것을 주장했다. 거진 한 시간을 매달렸다. 그리고 결국 그녀의 허락을 받아냈다. 입술이 부르트도록 일리나를 들먹이는 이드의 말에 질렸다는 듯, 한편으로는 갸륵하다는 다소 빈정거리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든 채이나가 일리나의 마을에 대한 정보를 드디어 털어 놓았다. 이제야 겨우 일리나의 마을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 위치를 전해 듣는 그 순간 바로 마법을 사용했다. 텔레포트 마법보다 한 단계 위에 있다고 평가되는 게이트의 마법. 라미아는 혹시나 남을지 모를 텔레포트의 흔적을 걱정해서 채이나가 말한 일라나의 마을까지 공간을 넘어버리는 게이트를 열어버린 것이다. 세 사람이 게이트 속으로 사라지자 푸른 물결처럼 빛나던 둥그런 게이트도 스르륵 허공중으로 녹아들었다. 그 모습을 멀리서 망원경으로 보고 있던 자들은 사라지는 게이트와 함께 자신들의 의식이 함께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열심히 쫓아다니던 목표가 눈앞에서 졸지에 사라져버린 때문이었다. 또 그를 놓쳐버림으로 해서 떨어질 상부의 불벼락을 생각하니 그 동안 쌓였던 피로까지 한꺼번에 덮쳐와 정신적 쇼크로 한동안 꼼짝도 하지 못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볼 여지도 없었지만 말이다. 추적자들은 망연자실 잠복하던 장소를 떠나지 못한 채 상부의 내려오지 않을 지시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드의 기세에 밀려 일리나가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해 입을 열어버린 채이나의 말에 따르면 일리나의 마을인 푸른 나무마을은 흔히 몬스터의 숲이라고도 부르는 시온 숲 너머에 존재하고 있었다. 보통 알려지기로는 시온 숲 그 너머에는 아무것토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모두가 그렇게 알고 있으므로 이것은 거의 진실처럼 여겨졌다/ 완전히 미지의 땅일 수밖에 없는 것은 가본 자가 없고, 갔다고 돌아온 자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 어떤 허황된 전설이나 신비로운 이야기도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온전히 무(無)에 가까운 땅이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상당한 미개척 지역이 시온 숲과 해안가 그리고 페이라 산맥의 사이에 오랜 세월 동안그 어떤 인간의 손길도 닿지 않은 채 태고의 모습 그대로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해볼 수 없는 강력한 결계와 함께 시온 숲으로 광범위하게 이어져 있어 누구도 그곳을 엘프들의 보금자리가 있는 숲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실제로 그 숲을 지키기 위해 펼쳐져 있는 결계의 마법에 걸려 숲을 헤매다 그대로 시온 숲으로 유인되어 죽는 사람이 상당수 있었으니 말이다. 알고 있는 사람이 적은 사실이긴 하지만 구십여 년 전, 숲을 지키는 결계가 아주 약해져 제대로 결계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적도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곧 보수된 결계는 예전의 힘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며 지금까지 숲을 지켜내고 있었다. 시온 숲의 어느 입구 부근. 파아아아 강렬한 마나의 돌풍과 함께 생겨난 푸른 물빛의 거울 같은 작은 공간의 일렁임이 생겨났다. 그 푸르른 공간은 마나의 폭풍과 함께 부풀어 오르더니 주위의 쓸모없는 돌이나 물건들은 저 뒤로 날려버리며 하나의 게이트로서 완성되었다. 아무도 보는 사람 없는 숲 언저리에 갑자기 나타난 게이트. 푸른빛으로 만들어진 게이트에서 이내 장신의 늘씬한 세 인영이 걸어 나왔다. 몽찬적인 빛무리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희미한 그림자로 보아 남자 둘에 여자 하나가 섞인 일행이었다. 그리고 세 사람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자 눈을 부시게 하는 빛이 함께 사라지며, 빛에 가려졌던 세 사람의 얼굴이 온전히 나타났다. 물론 이들은 일리나의 마을로 게이트를 연 이드와 채이나, 마오였다. 그 중 급한 마음에 가장 먼저 게이트로 들어섰던 이드는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숲의 입구 부근이다. 이드의 눈에는 은근히 부근을 가로 지르는 결계의 힘이 보였다. "결계야. 가까이 있는 시온 숱의 몬스터와 갑작스런 인간의 침입을 막아내는 게 목적이지. 미치광이처럼 돌진해 온 그 미친 마법사의 일 이후에 펼쳐 진 마법이라고 하더라. 저 결계 패문에 마을로는 직접 이동이 불가능해서 여기서부터는 걸어 들어가야 해." "……결계는 어떻게 열구요?" 이드는 채이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평소보다 조금 빠른 박동을 보이고 있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물었다. 저 결계 때문에 게이트도 이런 곳에 열었다면서 어떻게 결계를 지나갈 것인가? "조금 걸어야지. 듣기로는 이 결계를 따라 산맥 방향으로 오 킬로 정도를 걸어가면 결계의 입구가 있대. 거기엔 항상 그곳을 지키고 있는 푸른 나무 마을의 엘프가 있고." 끄덕 "좋아요. 그럼 거기로 가죠." 이드는 가볍게 숲을 들이쉬고는 결계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채이나는 그런 이드의 뒤를 따라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긴장…… 되나 보지?" "그래 보여요?" 되묻는 이드의 말에 채이나는 기대된다는 표정을 하고서 고개를 끄덕 였다. "응." "사실 긴장돼요." "걱정 마. 그녀는 널 원망하거나 하지 않아 엘프는 상대가 날 떠나지만 않는다면 원망 같은 건 할 줄 모르니까. 대신 그녀를 만나면 따뜻하게 안아줘." 뭔가 의미 심장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그녀의 말에 뒤이어 잔잔한 노래 같은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와 이드의 마음을 달랬다. 일리나와의 만남은 그녀에게도 중요한 일이었다. 라미아는 이드가 마음을 다잡고 일리나와의 만남을 잘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걱정 마. 잘할 테니까. 라미아." 라미아의 목소리로 마음을 달래며 얼마나 걸었을까. 일행은 얼마 지나지 않아 채이나가 말하던 결계의 입구에 닿을 수 있었다. 오 킬로미터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다. 결계의 입구는 도착하는 순간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특이하게 일반 집의 문 같은 작은 문을 시작해서 성문에 이르는 크기를 가진 다섯 개의 층을 이루고 있는 특이한 형태의 입구였다. 그러나 세 사람 중 누구도 거기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다름이 아니라 결계의 작은 입구가 열려 있는 상태에서 그 앞에가만히 선 채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시선을 멀리 두고있는, 섬세한 선을 가진 아름다운 한 여성 때문이었다. 지구로 간 후 단 한시도 머릿속에서 떠난 적이 없었던 그 얼굴의 주인공이다.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얼굴보다 더욱더 깊어진 눈과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는 여성. 시간이 얼마가 지나더라도 어제 본 것처럼 알아볼 수 있을것 같은 선명한 상대. "……일리나." 저절로 흘러나온 여성의 이름이었다. 그랬다. 마치 이드가 사라진 후부터 줄곧 그를 기다렸다는 듯 결계를 열고 망부석처럼 서 있는 여인은 바로 이드가 그렇게 찾고자 애를 썼던 일리나였다. 일리나가 자신을 부르는 이드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입가에 살포시 기쁨의 미소가 떠올랐다. "어서 와요, 이드." 다가갈수록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서로를 느낀다는 확신으로 깊이 물들어 가고 있었다. 이제 몇 발짝을 더 걸어가 손을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그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호들갑스럽게 내색을 하지도 않았다. 다만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는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말없는 가운데 두 사람의 분위기는 가히 극과 극을 이루고 있었다. 가만히 선 채로 편안하고,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이드를 반겨주는 일리나, 그런 일리나와 대조적으로 제대로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미안한 심정이 되어 무슨 말부터 꺼내놓아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이드……. 이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우물쭈물하는 사이에도 일리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가만히 이드를 향해 열려 있던 일리나의 시선이 그의 눈길을 담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보름 전…… 채이나씨의 연락을 받은 날부터 매일 이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매일 당신을 기다리며 얼마나 두근거려 했는지 당신은 아실까요? 잘 돌아왔어요, 이드." 이드는 그녀의 말에 질끈 눈을 감았다. 채이나의 말을 듣고 보름 전부터 기다렸다는 말. 아니다. 그녀가 기다린 시간은 백 여 년에 가까운 길고 긴 시간이었다. 외롭고, 지루한 기다림이었을 테다. 답답하고, 긱정스러운 시간이었을 테다. 다시 눈을 뜬 이드는 일리나를 따뜻하게, 또 마음속 깊이 사과하며 바라보았다. 그때 등 뒤에서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 보이는 이드를 살짝밀치는 손길이 있었다. 바로 두 연인이 하고 있는 양을 바라보고만 있던 채이나였다. 그녀의 보채는 손이 어서 안아주지 않고 무엇 하냐고 말하는 듯했다. 그 긴 시간 동안 기다린 그녀를 더 기다리게 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듯. 이드는 자신을 재촉하는 채이나를 살짝 돌아보고는 천천히 일리나를 향해 걸어갔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일리나에게 가까워지는 이드의 머릿속으로 그레센에 도착해 처음 일리나를 만난 순간부터 시작해 지구로 떠나기 전의 그녀의 모습이 무수히 떠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와 서너 걸음 가량의 공간을 두고 마주섰을 때 이드의 머릿속에 떠올라 있는 일리나의 모습은 한가지였다. 이드가 라일론으로 날아간 후 다시 그녀를 만났을 때 우는 얼굴로 자신에게 안겨들던 그녀의 모습. 일리나는 가만히 다가오는 이드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한없이 벅차오르는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벌써 보름 전에 이드가 온다는 걸 알고서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들뜬 심정을 차분히 억누르며, 수시로 솟구치는 열망을 다듬었던 마음인데, 막상 이드를 보고 있으니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드를 향해 달려가고 싶었는데, 도저히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지금은 서 있는 데도 초인적인 힘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었다. 정말 지금이라도 뛰어오르며 그의 품에 안기고 싶은데……. 잠시 후 이드가 자신의 앞에 섰을 때. 일리나는 어쩐지 이드가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자 절로 배시시 웃음이 묻어나온다. "다리 에 힘이 없어요." 그래서 당신에게 달려가지 못했어요.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이드는 일리나의 말에 살짝 눈을 크게 떴다가 그녀의 웃음을 따라 웃었다. "다행이죠. 그랬다면 내가 얼마나 더 안절부절 했을까요. 게다가 당신이 기다린 만큼 이번엔 내가 다가갈 차례니까요." 이드는 가만히 속삭이듯 말을 이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녀와의 거리를 없애고는 가만히 그녀를 가슴 한가득 포근하게 끌어안았다. 가만히 그녀의 허리와 가슴을 팔에 안았다. "너무 기다리게 했죠? 나…… 이제 돌아왔어요." "……어서 오세요." 이드의 말에 가만히 화답하는 일리나의 팔이 그의 허리를 휘감았다. 이드는 따뜻하게 자신을 감싸는 그녀의 온기를 느끼자 정말 그레센에 돌아왔구나 하는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단 한 번도 그레센으로의 귀환을 느껴보지 못했던 것도 어쩌면 진정한 만남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을지도 몰랐다. 무수한 모험과 여행의 끝자락에서 다시 일리나를 만났다. 이 연유도 목적도 알 수 없는 여행의 처음에 있었던 풍경이 잠시 흐릿한 눈앞을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일리나를 통해 다시 환기되는 그레센 최초의 기억들은 다행히도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었다. 다시 모험은 시작될 것이다. 어쩌면 이미 이드 자신은 이 불가피한 여행의 목적이 단순히 중원으로 귀환하는 데 더 이상 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지도 몰랐다. 모험, 혹은 여행!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처 럼 자신도 거기 있을 뿐이었다. (『이드』 1부 끝 ) ------------ 타이핑 한 이 왈 ㅡ_-... 13권 부터 느낀 생각이지만... 너무 완결에 치중하는 느낌이 강하군요. 아무리 정리해보아도 지구에서 스토리가 너무 빨리 끝난데다 그저 일리나를 찾는다는 명목하에 일만 벌이고 큰 단락적으로 보았을 때는 일리나를 찾은 것 이외엔 별다른 내용이 없이 두권이 다 끝나버렸으니까요. 2 부가 나와봐야 좀더 평가가 되겠지만... 너무 거저끝내려고 한 듯 하단 생각은 지울수가 없습니다 ㅡ_- 만화책 스토리도 이미 소설을 벗어나고 있고 말이죠. 흠... 이전까진 꽤 즐겁게 보던 책이었는데 결말이 이래선 ㅡ_ㅡ; 쩝... 그리고 당부의 말씀... 예전에도 몇번 타이핑해서 올릴때 충고 삼아 적어 놨었습니다만... 타이핑본에 출처를 자신으로 바꾸는짓은 하지마십시요. 머 딱히 내가 했음을 명확히 하고 싶단건 아니고... 괜히 그러다가 출판사에 고소당해서 피보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자중하라고 하고싶은 겁니다. 이상... 스카이의 어린 아이 악마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