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 나는 데칸티스와 엘벤트가 추가된 일행들과 라피에르 를 찾으러 떠나게 됐다. 데칸티스와 엘벤트 이외에 란이라는 일행이 한 명 더 추가 되었지만, 대공은 그 사실에 대해 별다른 상관은 하지 않았다. 비밀 누설에 대한 염려는 있었지만, 내가 그녀를 일행 중 한 명이라고 대공에게 강조했기 때문에 그 는 별 다른 거부감을 표시하지 않은 것이다. 대충 저택을 떠날 준비가 되자, 우리는 조용한 가운데 대공의 저택을 빠져나왔다. 이번 일은 겉으로 드러나서는 안되는 것이었기에, 조용히 행동을 해야만 했던 것이 다. 유투 시로의 길은 보통 일반인의 걸음으로 계산한다면 2~3달 정도는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들은 일반인이 아니었기에, 몇 분만에 유투 시 근처에 접근을 할 수 있었다. 라피에르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근까지 접근해 최대한 빨리 녀석을 찾아야 했기 때 문에 우리는 최대범위까지 텔레포트를 이용해 다가온 것이다. 그것이 가장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었으므로. 녀석이 움직여 드루젤의 손길을 피할 수 있는 곳 까지 계산해 넣은 이후 이동한 것이었으므로, 우리는 유투 시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녀석을 찾기 위해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처음 텔레포트로 대공의 저택을 빠져나온 날, 우리는 한적한 길 안쪽에서 야영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 잠시 씻고 오겠다고 물이 있는 곳으로 간 란이 돌아올 때 자신의 본래 모습을 하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보는 것조차 고통스러움을 느끼게 했던 그녀의 얼굴이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 가자, 보는 이들은 정신적으로 커다란 타격을 입었던 것이다. 물론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던 나와 트레모스, 그리고 대부분의 일에 무관심한 라이너는 그녀의 변화에 약간의 놀라움만을 표했을 뿐이지만, 데칸티스와 엘벤트는 그런 그녀의 변화에 경 악스런 표정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다..당신은!" 제일 처음 입을 연 것은 엘벤트였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란을 손가락으 로 가리키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뜬 것이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싸늘한 란의 목소리에 엘벤트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이 되어버렸다. "다..당신! 설마... 크로와 왕국의 란 공주십니까?" 그녀의 모습 때문인지 엘벤트는 쉽게 그녀의 정체를 알아낸 것 같았다. 하지만 녀 석은 그런 질문을 하면서도 믿을 수 없었는지 말속에 의심이 가득 차 있었다. 끄덕. "저..정말 당신이 란 공주가 맞다는 것입니까?" 이번에는 데칸티스가 그녀의 끄덕이던 고개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이들은 그녀의 존재에 대해 뭐가 그리 의심스러운지 계속해서 그녀가 란 공주와 동 일인물이 맞는지, 그녀에게 같은 말을 되풀이해서 물어봤다. 그들은 그녀의 모습이 갑자기 바뀌었다는 사실보다는, 그녀가 란 공주라는 사실에 더 놀람움을 표하고 있었다. '왜 저러는 거지? 그녀가 란 공주라는 걸 아는 걸로 봐서는 분명 전에 그녀와 대면 을 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왜 저렇게 계속 믿을 수 없다는 표정들이지?' 나는 이 둘의 표정을 살펴보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려보았다. 하 지만 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 궁금증은 곧 엘벤트의 말에 의해 풀어지고 말았다 "정말... 인 것 같군요... 너무도 다른 분위기라 저희가 실례를 범한 것 같습니다.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주세요." 싸늘한 눈빛의 란을 향해 엘벤트가 고개를 숙였다. 옆의 데칸티스는 그 뒤 한참 후 에야 그녀에게 엘벤트와 같은 사과의 말을 꺼냈는데, 그때까지도 그의 얼굴에는 믿 을 수 없다는 표정이 남아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그들이 란의 분위기 때문에 그렇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 었다는걸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전에는 저렇게 싸늘하지 않았던 모양이지? 흠~.' 나는 흥미로운 상황에 두 눈을 반짝이며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갑자기 질문의 상대를 바꾼 엘벤트 녀석 때문에 관찰자적인 입장을 유지할 수 없었다. "리넨님! 그녀가 란 공주님이라는걸 알고 계셨습니까?" 내게 책임전가를 하려는 모양인지 녀석은 내게 추궁하듯 질문을 해오고 있었다.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 나는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녀석에게 굳이 숨기지 않았다. 녀석의 말투에서 나는 이미 녀석도 이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 다. "당연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저분은 크로와 왕국의 공주님이십니다. 그런 분을 이 런 위험한 일에 끼어들게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만약 이번 일에서 공주님이 다치 시기라도 한다면, 저희가 그 책임을 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호한 엘벤트의 말에 나는 그 뒤의 말을 이어주었다. "흠~. 그리고 이번 여행은 그녀를 보호해 줄만큼 간단하지도 않고 말야~! 그렇지?" 끄덕! 내가 상황을 잘 아는데도 별다른 태도를 취하지 않자, 옆의 데칸티스가 인상을 구 기며 내게 란에 대한 책임을 요구해왔다. "그녀를 돌려보내시오! 당신이 그녀를 데려왔으니, 그녀를 돌려보내는 일도 해줬으 면 하오! 어차피 당신들 쪽에는 마법사가 있으니, 그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을테니!" 간단한 사항을 말하는 듯 그들은 내게 거의 명령조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 에게 내가 아무리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란과의 질의답으로 그들 의 말에 대한 대답을 간접적으로 했다. "란! 너 내가 가라고 하면, 갈꺼냐?" "아니." "저들의 도움을 받을 정도로 네가 약한가?" "저들은 나보다 강하지 않아." 간단한 두 개의 질문이었지만, 그녀의 대답에는 데칸티스와 엘벤트의 뜻에 대한 반 대의 대답이 충분히 들어있었다. "들었지? 그녀는 돌아가라고 해서 갈 사람이 아냐! 물론, 너희들은 그녀에 대해 책 임질 필요도 없지." 간단히 일을 끝맺으려는 나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다시 라피에르를 찾는 일로 신경 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엘벤트는 내 대답이 불만족스러웠는지 이 일에 대한 생각 을 끝내려던 내게 질문을 던져왔다. "하지만 리넨님. 만약 그녀가 다치기라도 하면, 저희와 크로와 왕국과의 외교에 큰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니 공주님이 아무리 싫다고 하더라도 저희는 공주님을 돌려 보내야만 합니다." 그들이 이렇게 나오자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들의 결심을 막을 수 없다는 것 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난 크로와 왕국과 인연을 끊었다. 너희들은 크로와 왕국에서 나를 찾으라고 사람 들을 풀었다는 소문을 들은적 없을 것이다. 이것은 그들도 내가 돌아오는 것을 반 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리고 난 더 이상 크로와 왕국의 공주가 아니다. 그러니 앞으로 내 일에 상관하지 말고, 나를 공주라고 부르지 마라!" 란이 제법 긴 설명으로 자신의 처지를 설명한 후, 그들의 간섭을 더 이상 허용치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도 데칸티스는 강경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저희는 단순한 여행을 하러 가는게 아닙니다. 위험한 임무를 수행한다고 할 수 있 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공주님이 저희 일행에 끼게 된다면, 저희는 공주님의 신변을 보호하는데 정신을 분산시켜야만 합니다. 그러니 크로와 왕국으로 되돌아가 주십시오." 데칸티스는 간접적으로 그녀와의 동행을 거부했던 것이다. 신기한 것은 란의 계속 되는 반말인데도 불구하고, 데칸티스는 평소와 다르게 그녀의 말투에 별다른 반응 을 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아마도 그의 몸이 란에 대해 잔뜩 경계를 하며 긴장되어 있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 '엘벤트와 데칸티스가 란을 껄끄러워하고 있는 것 같은걸? 그건 그녀의 존재가 다 루기 어렵기 때문인가?' 이미 그녀가 보통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나는 그런 쪽으로 결론을 내 리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데칸티스와 엘벤트가 자신의 긴 설명에도 뜻을 굽히지 않자, 란은 아까보다 더 차 가운 말투로 데칸티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넌 강한가?" 갑작스런 란의 말에 데칸티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 눈을 깜박였다. "네가 나를 보호할 정도로 강하냐고 물었다." "......!" 그제서야 데칸티스는 란의 말투가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걸 깨달았는지, 불쾌한 감정을 겉으로 드러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난 네 도움이 필요없다! 넌 나보다 강하지 않아. 즉 내가 너한테 도움받을 일이 없다는 것이지! 그런데도 네가 나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냐?" 편안한 바지 복장에 하나로 길게 묶은 푸른색의 머리카락, 그리고 싸늘한 기운이 몸 전체에 도는 란은 데칸티스를 향해 레드 사이어를 뽑아 들며, 공격의 자세를 취 했다. "네가 나를 이긴다면, 네 뜻대로 내가 이곳을 떠나주지! 하지만 넌 나를 이기지 못 해!" 익숙한 자세로 검을 가슴까지 끌어올린 란은 왼발에 몸의 무게를 두는 듯 하면서 몸을 앞으로 숙였다.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그녀의 몸이 앞으로 쓰러지자 그녀의 오른발이 한발자국 정도 앞으로 나아갔는데, 떨어져내리는 몸의 무게에 따라 그녀 의 도약 속력이 배가되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레드 사이어는 이미 그녀에게는 자신의 신체 일부와도 같은 것인 지 도약해 나가는 그녀의 행동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 듯 했는데, 그 모습이 너 무도 빨라 멍하게 서 있던 데칸티스는 갑자기 달려드는 란의 모습에 피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휘~익! 바람을 가르며 그녀가 레드 사이어를 아래에서 위로 휘두르자 데칸티스의 몸이 반 으로 갈라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지만, 다행히 그는 자신의 몸 정도는 지킬 정도 의 수련을 했던 모양인지 레드 사이어에 몸이 갈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치지지직! 하지만 그렇다고 레드 사이어를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뭔가가 타는 소리와 함께 고통스러운 듯 가슴을 움켜쥔 데칸티스가 보이는 걸로 봐서 그는 결국 심하진 않 지만 상처를 입고 만 것이었다. 란은 데칸티스의 가슴을 가른 후 앞으로 달려가던 몸을 멈췄는데, 이미 레드 사이 어를 검집에 넣었는지 그녀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크윽!" 데칸티스는 신음을 흘리며 가슴을 움켜쥐고 허리를 숙였지만, 란을 쳐다보는 시선 은 거두지 않았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경계의 눈빛이 가득한 그의 얼굴은 란에 대한 두려움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데칸티스! 괜찮아요?" 뒤늦게 상황을 알아차린 엘벤트가 데칸티스에게 달려와 그의 상처를 치료해줬는데, 화가난 듯한 표정은 거두지 않았다. "공주님!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어떻게 진짜로 검을 휘두를 수 있습니까!" 데칸티스와는 다른 의미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엘벤트의 얼굴에 드러났다. 하지 만 란은 그런 엘벤트의 표정을 보지 않고 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갔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제약은 없을 거라는 표정으로 나를 한번 쳐다보고는 말이 다. '허허허... 이건 마치 자신의 일은 알아서 하겠다는 것 같잖아?' 란의 행동에서 나는 그녀가 자신의 일은 자신이 알아서 할테니 참견하지 말라는 뜻 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일이 있은 이후 엘벤트와 데칸티스가 그녀를 돌려보내려 하지 않은 것으로 봐 그녀의 행동은 그녀가 원하는 결과를 나은 듯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사실은 이 일로 우리는 그들과 서먹서먹한 관계로 라피 에르를 찾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뭐, 그 일로 엘벤트의 지겨운 질문을 안받을 수 있게 되어, 내게는 이득인 건가? 어차피 그들과의 대화는 별로 반가운게 아니니깐 말야!' 그때의 일 덕분에 나는 꽤 편안하게 라피에르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엘벤트와 데칸티스와 조금 떨어져서 라피에르를 찾게 되었으니! 그들과 같이 움직이기는 했 지만, 우리들은 서로에 대해 간섭을 하지 않은 채 행동을 했던 것이다. 가끔 엘벤 트가 화해의 말을 꺼내오긴 했지만, 싸늘한 트레모스와 란의 태도로 다시 우울한 듯 데칸티스에게 갈 뿐이었다. 며칠 동안 점점 라피에르에 대한 수색 범위를 줄여가던 나는 아직도 라피에르에 대 한 흔적조차 찾을 수 없어 답답한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답답해 하고 있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예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란에게 질문을 던졌다. 얼마 되지 않은 동행이었지만, 그 동안 틈틈이 나와 라이너와 같이 체스를 두며, 약간의 즐거움을 되찾았는지, 그녀의 말과 행동는 예전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졌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았기에 나는 란에게 질문을 던졌던 것이지만... "란,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 라이너가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느냐고 체스 상대를 잃은 란은 혼자 체스판을 보다가 내 질문에 의야한 듯 고개를 돌렸다. 자신에게 질문이란걸 처음 해오는 내가 신기 했는지 그녀의 표정에는 의야함이 묻어 있었던 것이다. "뭔데?" "너 왜 그때, 얼굴을 다시 본래대로 바꾼거지? 그냥 그대로 있었으면, 귀찮은 일은 피할 수 있었을텐데?" "아! 그때?" 잠시 생각을 한 후에야 내 질문을 이해했는지, 그녀가 몸을 완전히 틀어 나를 쳐다 보았다. "더 이상 감추고 다닐 필요가 없었기에 그런 것 뿐이야!" "감추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녀가 부연설명을 해주며 내 기울어졌던 고개를 되돌려 놓았다. "내가 얼굴을 그렇게 하고 다녔던건 내 얼굴을 보고 아부를 해오는 녀석들이 싫었 기 때문이야! 외모만 보고 나를 판단하는 녀석들 말야!" 그녀는 잠깐 말을 하면서 내 뒤쪽을 쳐다보는 것 같았지만, 다시 시선을 내게로 두 고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을 마저 이었다. "하지만 너희들은 내 외모에 별 다른 반응이 없었지. 즉 내가 얼굴을 감추지 않아 도 나를 대하는데 있어, 얼굴을 감췄을 때와 별로 달라진게 없다는 말이야." 차분하게 말을 잇는 란은 천천히 끄덕여지는 내 얼굴을 잠시 바라보고는 다시 고개 를 돌려 체스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더 이상 내게서 나올 질문이 없음을 알았다는 듯, 그녀는 나중에 있을 라이너를 상대하기 위해 체스판으로 다시 정신을 집중했던 것이다. 나는 살짝 그녀의 눈이 즐거운 듯 반짝이는 것을 본 것 같았지만, 이내 잘못본 것 으로 치부하고는 아까 그녀의 시선이 머물렀던 내 뒤쪽을 쳐다보았다. 내 뒤쪽에는 기분 나쁘다는 듯 불쾌함을 가득 드러낸 데칸티스와 부끄러운 듯 고개 를 숙인 엘벤트가 보였다. '호오~. 저들은 란의 외모에 영향을 받았나 보지? 크큭' 그들의 모습에 나는 잠시 라피에르에 대한 걱정을 잊을 수 있었다. ------------------------------------------------------------------------ ^^;;;;가..간만입니다... 넘 오랜만이라... (__);;; 꾸벅~ 넘 오래쉬어서 그런지, 잘 안써지네요 ^^;;;삐질 삐질~ 컴은 이제 괜찮습니다. 약간의 문제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이므로...하.하.하.... 그..그럼, 한편 더 쓰러 저는 이만.... 휘릭~ (돌맞을 상황임을 알고 있기에 빨리 튀는 아나크임~) pa 여..연참하면, 돌 안던지실 꼬죵? +_+ 초롱 초롱~ 어두워진 밤하늘이 우거진 나뭇잎들 사이로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때, 몇 몇의 사람들이 그 밑에서 조심스런 태도로 뭔가를 의논하고 있었다. 찬바람이 일고 있는 곳에서 뭔가를 의논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정신 나간 사람들이 하는 행 동이라 할 수 있었지만, 지금 이들의 태도는 너무도 진지해 미친 사람으로 취급하 기는 어려웠다. "이곳은 더 이상 어렵습니다.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힘없는 누군가의 말에 검을 망토를 뒤집어 쓴 소년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지금은 그런 힘없는 말을 할 때가 아닙니다. 만약 우리가 여기서 주저앉는다면, 더 이상의 내일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굳은 의지가 담겨 있는 소년의 목소리에 주변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래 도 그들의 표정에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소년도 그런 그들의 표정을 읽 었는지 잠시 시간차를 두고 다시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이 걱정하는게 뭔지 알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들의 세력이 아직 드루젤에 게 대항하기에 정비가 다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겠지요! 세력이라면, 흩어져 있긴 하지만 꽤 된다는 것을 여러분들도 인정하실 겁니다. 즉 그 세력들을 정비만 잘 한 다면, 그에게 대항할만하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아직은 그 세력을 모아 정비할만한 시간이 없습니다. 그것이 문제지요..." 소년의 말이 힘없이 끝나자 주변의 사람들도 같이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소년은 줄어들던 목소리에 다시 힘을 실어 그들의 고개가 들려지게 만들었 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시간만 있다면 충분히 드루젤에게 대항할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시간을 저는 이번에 폴보트 연합에서 찾기로 했습니다. 지 금 우리나라는 크로와 왕국과의 막바지 전쟁으로 정신이 없을테니, 폴보트 연합은 우리와 손을 잡을 여건이 될 겁니다. 즉 이때 그들과 손을 잡게 되면, 우리는 세력 을 정비할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소년의 말에 조용했던 회의의 분위기가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하지만 폴보트 연합은 이미 크로와 왕국을 암암리에 돕고 있어, 우리와 손을 잡을 여력이 되지 않을텐데요?" "그렇습니다. 만약 그들이 우리와 손을 잡으려 한다고 해도, 드루젤이 그 사실을 모르지 않을텐데요?" 여기 저기서 소년의 계획의 허점이 터져 나왔지만, 소년은 그들의 목소리에도 자신 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물론 드루젤이 이 사실을 모를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오늘 이곳에 모 인 것도 어쩌면 이미 정보를 입수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는 한 방법은 없습니다. 폴보트 연합은 제 제의를 분명 거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에 게도 우리들의 세력이 필요할테니까요!" 소년이 강경하게 나오자, 이제는 그의 신변을 걱정하는 이들이 하나 둘씩 입을 열 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폴보트 연합까지의 거리는 너무 멀어, 그 사이 드루젤에 게 잡힐 위험이 너무 큽니다." "이곳에서 폴보트 연합까지는 길이 너무 확 트여있어, 이곳처럼 몸을 숨기가기 쉽 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마지막 희망인 눈앞의 소년이 다치는 것을 바라지 않는 듯, 소년 의 신변에 대해 매우 조심스런 태도를 취했다. 마치 이 소년이 죽으면, 그 날로 그 들의 미래는 생각할 수도 없다는 듯! "조용히 해주십시오!" 소년이 손을 들자, 조금 크게 웅성거리던 그곳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드루젤의 눈을 피하는 것은 적은 인원이 움직이는 것으로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즉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여러분들과 헤어져 저 혼자서 가겠다는 말입니다." "그..그것은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조용해진 사람들을 쳐다보고 소년이 입을 열었지만, 소년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매우 충격적인 것이었는지 조용했던 자리는 다시 시끄러워지고 말았다. "너무 위험합니다!" "저하께서 그곳으로 혼자 가신다니요!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저하라 불리는 소년은 바로 드루젤에게서 도망쳐 나온 라피에르였다. 사람들은 라피에르의 결정이 너무도 무모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저마다 고개를 저으 며 세차게 소년의 의견에 반대의 뜻을 표명해왔다. 소년의 신변에 대해 너무도 조 심스러운 그들이었기에, 조금이라도 무모해 보인다 싶으면 반대의 뜻을 내비친 그 들이었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심했는지 저마다 목소리를 높여 소년의 의견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반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 혼자 가겠다는게 아닙니다. 리온과 크릭도 저와 함께 갈 겁니다." "그래도 안됩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리온과 크릭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소수로 다수를 상대하는 것 은 너무나도 위험한 일입니다." 그들이 그렇게 라피에르의 말을 반대하고 나서자 부드럽게 말하던 라피에르가 말투 를 싹 바꿔서 그들에게 차가운 한마디를 내뱉었다. "지금 제 신변이 위험하다고 이대로 주저앉자는 말씀이십니까!" 어떻게 보면, 싸늘하기까지 한 라피에르의 말에 흥분하면서 말을 하던 사람들이 잠 시 움찔하며 입을 다물어 버렸다. 라피에르는 그 기회를 틈타 그들의 뜻을 꺾기 위 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가 이렇게 이 자리에 모인 것은 피해다니고자함이 아닙니다. 드루젤의 세력을 꺾고 다시 예전의 평화로웠던 유투 왕국을 되찾기 위함입니다! 제가 여러분들을 구해 세력을 모으게 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드루젤이 망쳐놓은 유투 왕국 을 다시 되찾기 위함! 바로 그것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단순히 저의 목숨 이 위험하다는 이유 때문에 그 일을 하지 않으려 하다니요! 만약 제가 없었다면, 여러분들은 가만히 드루젤의 뜻을 따랐을 것입니까?" 라피에르가 이렇게 나오자,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부끄러운 듯 입을 다물고는 고개 를 숙이고 말았다. 그들은 모두 라피에르에 비해 나이가 3~4배 많게는 5배까지도 많은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아들, 손자뻘의 라피에르의 말에 고개를 숙 였다. 라피에르의 말투에 사람들로 하여금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권위가 묻어 나왔 기 때문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라피에르의 말속에 담긴 진실함이 그들의 가슴을 울렸기 때문이었다. "저는 기필코 유투 왕국을 다시 예전처럼 돌려놓을 것입니다. 아니! 예전보다 더 평화롭고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놓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정도 위험 은 감수해야만 한다는 것을 여러분들도 인정해주십시오! 두려움 때문에 앞으로 나 아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도퇴되는 인간이 될 뿐입니다! 보다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것입니다!" 라피에르의 힘있는 말에 지금껏 반대하고 나서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굳은 의지를 빛내며 라피에르의 뜻에 고개를 끄덕여줬다. 라피에르가 그들의 가슴에 굳은 의지 를 새겨넣기라도 한 듯, 그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 다. "저는 리온, 크릭과 함께 폴보트 연합으로 갈 겁니다. 여러분들은 제가 그들을 만 나는 동안 흩어져서 저를 기다려주십시오! 조용히 드루젤의 눈을 피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겁니다. 다만, 조용한 가운데 서로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 라피에르는 그들에게 이런 저런 부탁을 하고는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폴보트 연합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저하, 오늘 멋지셨습니다." 모두들 떠나고 나자, 크릭이 라피에르의 곁에 다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늘 보여준 라피에르의 모습은 크릭 평생에 처음 보는 멋진 모습이었기에 그는 라 피에르에게 다가가 자신이 느낀 바를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그런 크릭의 말에 라 피에르는 무심히 크릭을 쳐다보며 싸늘할 정도로 차갑운 말을 내뱉어 크릭을 당황 하게 만들었다. "필요했기에 그랬던 것뿐이다!" "...네?" 전혀 달라진 라피에르의 모습에 크릭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라피에르는 그런 크릭의 모습에 별로 게의치 않는지 고개를 돌려 그를 외면해버렸다. 황당한 모습으로 서 있는 크릭을 보고, 리온이 그의 곁으로 와 크릭의 등을 쳐줬다 "뭘 그렇게 멍하니 있냐! 저하께서 출발하셨으니 어서 따라가지 않고!" 이미 그들과 조금 떨어져 걸어가고 있는 라피에르를 가르키며 리온이 크릭에게 말 을 건내자, 그제서야 크릭은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는 고개를 흔들며 흩어진 정신을 수습했다. "자..자네, 방금 라피에르 전하가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나?" 자심이 방금 들은 말을 현실로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이 있었는지, 크릭은 그나마 자 신보다 냉철하다고 생각되는 리온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게 뭐?" "자넨, 그 말을 듣고도 이상함을 못느꼈나?" "저하께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 달리 차갑게 변하신 것 말인가?" 리온의 설명에 크릭이 고개를 끄덕이며 두 눈빛을 반짝였다. 리온의 말투로 봐서 그 이유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 이유가 뭔가?" "음~. 글쎄. 저번에 저하께서 혼자 하시는 말씀으로 봐서는 돌아가신 리프네리욘 전하때문이신 것 같아." "리프네리욘 전하?" 크릭이 두 눈을 깜박이며 되물어오자, 리온이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렇지... 라피에르 저하는 리프네리욘 전하께 바친다는 의미로 유투 왕국을 드루 젤에게서 다시 되찾으려고 하는 것 같더군." "돌아가신 분을 위해서라... 저하께서 그분을 많이 따르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 은 몰랐군." "그건 나도 마찬가지네!" 그렇게 궁금증을 푼 크릭은 다시 뭔가가 떠올랐는지, 리온에게 다시 질문을 가했다 "아! 리온! 그럼, 저하께서 사람들을 대하는 말투가 왜 그리 부드러운지 아나?" "지금 그대로 말투를 쓰신다면 그들의 완벽한 믿음을 얻는데 시간이 많이 걸림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겠지. 우리야 저하를 워낙 오랫동안 모시고 있으니 그분의 말투 가 어떻든 상관없지만, 저하를 대한지 얼마 안된 사람들에게는 저하의 지금같은 말 투가 신임에 대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저하께서는 잘 알고 계시기 때문이 야!" 자세한 리온의 설명이 끝나자, 그제서야 크릭의 고개가 위 아래로 흔들리면서 '아~ '라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멍하게 있지만 말고, 어서 따라오게! 저하께서 이미 저기까지 가시지 않았 나!" 리온이 크릭에게 한마디를 남겨두고 먼저 라피에르가 있는 곳으로 뛰어가버렸다. "어~이! 리온! 같이가~~!" 뒤늦게 크릭이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리온은 달려가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나마 평화로웠던 유투 왕국은 드루젤의 폭정으로 황폐해질대 로 황폐해져갔다. 유투 왕국은 크로와 왕국과의 전쟁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평소보 다 많은 세금을 거두고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유투 왕국은 국민들에게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원했던 것이다. 살기 빠듯할 정도로 어려운 삶을 살아가던 이들이 이제 는 살기 어려운 정도를 벗어나 무작위로 전쟁터로 끌려갔던 것이다. 드루젤은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며, 눈에 걸리적거리는 이들에게 행패를 부리기 시 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을 통해서도 나라를 망쳐가고 있었고! 그래도 예전에 드루젤은 총명함이 보이며, 유투 왕국을 생각해 행동을 취하던 인물이었다. 즉 그의 행동이 조금 강경하게 나오긴 했어도 결국에는 유투 왕국을, 국민들을 위 해서 한 행동이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도 없을 정 도로 변해버린 드루젤만이 유투 왕국의 국왕 자리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왕국의 대사에는 관심도 없는 듯, 드루젤은 언제나 지저분한 모습으로 회의장에 나 타나 횡폐를 부리며, 전쟁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드루젤은 짧게 끝낼 수 있었던 크 로와 왕국과의 전쟁도 필요 이상으로 끌면서 사람들의 피를 더 보길 원했던 것이다 그로 인해 유투 왕국의 내부도 썪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귀족들이 그의 앞에서 아무리 언급해도 드루젤은 자신의 뜻을 반대하고 나오는 인물을 가차없이 죽일 뿐,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이렇게 변해버린 드루젤의 모습에 귀족들은 저마다 그에게서 알게 모르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처음 드루젤의 야망에 매력을 느껴 모인 그들이었는지라, 그 야망이 엉뚱한 쪽으로 바뀌어 버리자 그를 향했던 충성도 사그라들고 만 것이다. 오늘도 드루젤은 거의 반 미친 모습으로 회의장에서 횡폐를 부리고는 방으로 돌아 와 지친 몸을 따뜻한 물 안에서 달래고 있었다. 이렇게 회의장에서 미친 듯 말을 쏟아내고 돌아올 때면,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마는 것이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보고 있는 드루젤의 표정은 아까의 피를 원하던 모 습과는 달리 많이 지쳐있는 듯 보였다. "어머니..."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이상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가 드루젤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드루젤은 수증기 때문에 눈앞이 흐릿하게 보였는지, 커다란 욕조 안에 있 는 물을 두 손에 담아 얼굴을 한번 쓸어 내렸다. 손이 얼굴에서 벗어나자, 드루젤의 얼굴은 더욱 초췌하게 변해버린 듯 나이에 맞지 않은 주름살들이 군데군데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이 손으로..." 정신을 차린 이후 자신이 본 피투성이의 고기 덩어리가 생각났는지, 드루젤은 눈앞 에 보이는 손을 물 안쪽으로 감춰버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면서 머릿속 의 영상을 지워버리려 했다. "아냐! 아냐! 그건... 그건 내가 한게 아냐!" 하지만 잊어버리고자 고개를 흔들었던 드루젤은 더욱 선명이 떠오르는 붉은 피와 고깃덩어리의 영상에 결국은 편안하게 기대있던 몸을 일으켜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 댔다. "아냐------!" 엄청난 크기의 소리라 사람들이 방안으로 뛰어들어올 법도 했지만, 드루젤의 방 밖 에 서 있던 기사들은 그저 익숙한 일을 겪는 것처럼,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건 내가 아냐--------!" 아니라는 말이 계속해서 방안을 맴돌았지만, 그래도 문 밖의 기사들은 아무도 방안 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성안을 시끄럽게 울려 퍼지던 드루젤의 목 소리가 점점 격렬해져갈 때, 라이스만이 헐레벌떡 그 문으로 달려와 아무도 안여는 문을 벌컥 열어버린 것이었다. 만약 누군가 이와 같은 행동을 했다면, 그는 다음날로 목이 잘려나갔겠지만, 라이 스만은 그런 결과로부터 예외 되는 인물이었기에 죽을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전하! 전하!" 라이스만은 미친 듯이 몸을 흔들고 있는 드루젤의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 의 격렬한 움직임에 이미 욕조안의 물은 거의 대부분이 바닥으로 흘러내려와 라이 스만의 바지를 적시고 있었지만, 그는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우선은 드루젤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 전에 그의 발작을 멈추는게 최우선이었던 것이다. 라이스만에게 이제 드루젤의 발작을 진정시키는 일은 매우 익숙한 일이 되버리고 말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홀홀홀~~ 연참 했어용~~~ >_< 돌 안던지실꼬죵~? ^^;;;삐질~~ 라피에르가 리넨을 만나러 가네용~~ 홀홀홀~~ (언제만날지는 지두 몰러유~~^^;;;) 아! 그건 글쿠... 200회 특집으로 했던 설문조사는...ㅎㅎㅎ 결과가 대충 나왔습니다. 데칸티스가 꼴찌군요~~ ㅋㅋㅋ 별로 하는것두 없더니~~ 역쉬~ 캬캬캬 일등은 리넨으로 51%정도가 나왔숨다~~ 라이너가 그 뒤로 2등이구요~~~ 트레모스와 라피에르가 그 뒤를 이었는데, 1등과는 차이가 좀 많더라구용~ 홀홀홀 투표는 한 명밖에 할 수 없어서, 그랬던것 같지만...^^;;; 홀홀홀~ (아나크는 라이너에게 한표를~~던졌숨다~~~ >_< 리넨보다 라이너를 선택했움~) 어쨌든 그렇숨당~~~ ^^;;; 아! 투표는 이번 주말에 지울께용~ ^^;; 홀홀~ 투표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함돠~~~ (__) 꾸벅~ 그럼, 즐건 하루 되시구용~ 즐독해 주세용~ 빠시~ 라이스만의 도움을 받은 드루젤은 간신히 욕조에서 나와 포근한 침대로 몸을 옮길 수 있었 다. 그는 이렇게 악몽과 같은 현실에 시달릴 때면, 언제나 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 지쳐 쓰러지기 전까지는 자신의 몸을 제어할 수 없었다. 그 전에 라이스만이 도와줘야만, 기절 하기 전에 이런 행동을 그만둘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오늘, 드루젤은 라이스만의 도움을 받아 의식을 잃기 전에 침대에 몸을 눕힐 수 있 었다. 하지만 침대에 누운 드루젤은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되어, 의식이 있다 고 해도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부를 수 없었다. 진이 빠져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멀쩡한 정신과 움직일 수 없는 몸을 가진 드루젤. 그는 머 릿속에 선명히 떠오르는 잊고싶은 장면때문에 편안한 휴식은 취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런 드루젤의 상태를 모르는 라이스만은 드루젤의 진정된 모습을 보고는 커다란 방에 드루 젤 혼자만을 남겨두고 나가버렸다. "으-윽!" 라이스만이 방을 떠난지 몇 시간이 지나도록 드루젤은 계속해서 신음을 흘리며 밤을 지새 우고 있었다. 안면 근육의 작은 움직임이 그의 지금 심정을 나타내는 듯 했지만, 드루젤의 입에서 나오 는 신음소리는 그의 심정을 다 드러내기에는 너무도 가냘프게 들려왔다. 넓은 방에 홀로 침대에 누워 있는 드루젤. 오늘도 그는 이런 괴로운 환영에 시달리며, 지쳐 의식마저 잃어버릴때까지 몸부림을 칠 것 같았다. 조용한 방이라 작은 소리만 들려도 방안의 사람은 그 소리에 신경이 쓰였겠지만, 드루젤 은 그런 소리에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그의 침대 바로 앞에서 누군가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그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할 상태였던 것이다. 지금도 누군가의 나직한 중얼거림을 그는 듣지 못한 채 괴로운 신음만을 흘리고 있었다. "인간의 정신력은 너무 나약해... 야망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상태라면, 그나마 쓸모가 있는데 말야..." 어둠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드루젤을 향한 것인 듯, 실망감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실망감이라는 감정이 담겨 있던 말은 곧 건조한 낱말들의 나열로 바뀌고 말았다. "아리아...였던가? 그래도 그녀는 내게 꽤 심심하지 않게 재미를 제공해줬는데 말야. 뭐, 결국 그녀도 나와한 계약조건을 끝까지 만족시켜주지 않았지만... 근데 이 인간은 벌써부 터 저 모양이니...!" 나직한 한숨이 들리는가 싶더니 어둠 속에서 지금까지 낮게 중얼거리던 목소리의 주인공 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방안의 조명도 매우 어두워 그의 모습이 명확히 보이진 않았지만, 주변보다 더 어두워 보 이는 그의 모습에 지금 그가 어두운 계열의 옷으로 몸을 감싸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 다. 허리 밑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도 어둠의 색인 듯, 주변의 그 어떤 것들보다 더욱 어 두워 보였다. 어두운 불빛 속에서도 사내의 시원스런 이목구비는 감출 수 없었던지 빛의 반사를 받으며 그나마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다. 스륵. 식은땀을 흘리던 드루젤은 사내의 손길에 마치 얼음 상자에 갇힌 상태와 같이 몸을 부르 르 떨며 이빨까지 따닥 부딪히고 있었다. 그의 손길이 드루젤에게 엄청난 추위를 느끼게 하고 있는 것 마냥, 드루젤은 그렇게 사내의 손이 자신의 얼굴에 닿아 있는 동안 동상에 걸 린 사람처럼 몸을 바들바들 떨었던 것이다. 신기한 것은 사내의 손이 드루젤의 얼굴에 와 있는 동안 드루젤이 흘리던 식은땀이 사라져 버린 것이었는데, 그건 아마도 드루젤의 열린 입에서 뿌연 입김이 나오는 것과 상관이 있 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서도 추위는 느끼나 보지?" 사내는 높낮이 없는 말과 함께 드루젤의 얼굴에 가있던 자신의 손을 조금 더 뻗어 드루젤 의 머리 위쪽으로 가게 만들었다. "아직은 네가 필요하니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겠지... 오랜만에 잘 짜여진 각본을 만들었는 데 말야." 사내의 손이 드루젤의 머리에 간 그 순간 방안은 잠시 검푸른 불빛에 의해 밝아지는 것 같 았지만, 그 불빛은 이내 사내의 손이 거둬지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빛이 사라지면서 긴 머리를 가진 사내 역시 드루젤의 곁에서 그 모습을 감춰버렸는데, 그 는 아마도 이곳에 온 방법과 같은 방법으로 이곳을 떠나버린 것 같았다. 아무 소리없이, 그 어떤 인기척 없이 들어왔던 그 방법과 같은 방법으로! 사내의 중얼거림이 사라지자, 방안에는 고요가 찾아왔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드루젤은 이 제 안정을 되찾은 건지 좀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안정된 호흡을 하며, 꽤 편안 해 보이는 표정으로 잠이든 것 같았다. 텅빈 길이 지겨워질 때쯤, 나는 특이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 저곳에 풀어놓았던 정령들이라면, 지금 라피에르의 위치에 대해 파악하고도 남아야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 는 나! 녀석이 있다는 확신으로 찾아간 이후 녀석의 흔적을 잃어버린 나는 그 후 몇 가지 가정 끝에 한가지 사실을 알아낸 것이었다. '정령들이 실수를 하는건 아냐! 내가 알려준 녀석의 파장을 찾는건 실수가 있을 수 없는 일 이니깐! 누군가의 간섭이 있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지!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라피에르를 놓친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깐! 그때마다 누군가의 간섭이 있었다고 생각하는건 좀 억지 지...' 지금까지 라피에르의 흔적을 찾았다고 정령들이 알려온 적이 꽤 있었다. 하지만 곧 나는 그 흔적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니 정확히는 정령들이 그 흔적을 이어서 찾을 수 없었다 는게 정확한 말이다. 처음엔 그 흔적들이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봤지만, 일정한 방향으로, 즉 녀석 의 흔적이 폴보트 연합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는 정령들이 내게 알려왔던 라피에르의 흔 적은 사실이었다는걸 확신할 수 있었다. '이 흔적이 녀석게 확실하다면, 그 동안 내가 녀석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는 건 녀석이 뭔가 정령의 눈을 속일 수 있는 어떤 것을 갖고 있다는 가정이 성립되지! 아니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기척을 숨기고 있는 것인지도...' 상황이 대충 정리가 된 나는 머리가 아파오는걸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라피에르 를 찾기란 쉬운게 아니라는 사실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라피에르가 적의 눈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기척을 숨기며 이동을 하는건 잘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라피에르의 행동 덕에 같은 편인 나도 녀석을 찾는데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대략적으로 움직이는 방향은 폴보트 연합이라 나와 그리 먼 거리에 있는건 아니겠지만... 녀석이 다음에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 녀석의 기척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이곳으로 와버린 나는 다시 라피에르가 기척 을 나타낼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음... 정령들의 눈을 피할 수 있다니, 녀석 제법이군!' 왠지 기특하다는 생각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녀석이 혼자 여 기까지 오고 있다는 사실에 기특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혼자 이곳까지...아! 혼자?' 갑자기 녀석의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는 리온과 크릭을 떠올린 나는 막막했던 앞이 뻥 뚤리 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설마하니 녀석들까지 기척을 숨기고 다니는건 아니겠지?' 믿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나는 눈을 감고 녀석들의 기운에 대해 떠올리기 시작했다. 나 와 꽤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의 기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나. 기억의 저편으로 몰아두었던 기억을 꺼내기 위해 나는 잠시 눈을 감아 녀석들의 기운을 떠올려보았다. 세월 이 조금 흘러 어떻게 변해버렸을지 몰랐지만 그래도 본질적으로 크게 변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아, 나는 정령들에게 리온과 크릭의 기운을 알려주고는 그를 찾게 만들었다. '이번엔 제발 성공하길...!' 여러 정령들을 소환해 이런 저런 지시를 하는걸 트레모스가 본 모양인지, 녀석은 내곁에 다가와 이런 저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뭔가 방법을 찾은 거야?" 그동안 자신이 지루한 여정을 했다는 사실을 나한테 시위하기라도 하듯, 녀석은 눈까지 반 짝거리며 재미있는 일이 생기길 내게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뭐, 어쩌면..." "정말?" 꽤 긍정적인 내 대답은 나를 바라보던 트레모스 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모든 이들의 관심 을 끈 모양이었다. 아직까지도 우리들과는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데칸티스의 시선이 내게 로 향한 것을 보면 말이다. "어쩌면이야, 아직 확실한건 아니라고." "그래도 네 표정은 어느 정도 확신이 있는 것 같은데?" "흠~. 그래?" 트레모스의 말에 나는 피식 웃어보이고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다 고 그 가능성에 확신이 드는 것은 아니었기에... 요즘 들어 취미생활(?)을 못 즐기고 있는 트레모스는 불만이 많은지 명확한 대답이 안나오 는 내게 불만스런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고개를 획 돌려보였다. '손이 근질 거릴꺼야... 폴보트 연합이 개입되었다는 것을 알리지 않기 위해, 적들을 피해 이곳까지 왔으니 근질거리고도 남지!' 자신과 비슷한 실력을 갖고 있는 상대와의 싸움을 즐기는 트레모스의 성격을 알기에 나는 녀석의 지루해하는 표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가끔 트레모스는 라이너에게 은근한 시 비를 걸기도 했지만, 라이너는 요즘 란을 상대하라는 나의 명령에 따라 트레모스의 시비에 도 끄떡 않고 있어 더욱 트레모스 녀석을 지루하게 만들고 있었다. '란이 나를 귀찮게 하는 것보다는 그녀가 라이너와 체스를 두며 조용히 있는게 더 나으니 말야...' 란도 트레모스와 비슷한 취미인 검싸움을 좋아하는 것 같아, 그녀와 트레모스를 붙여놓는 방법이 있기도 했지만, 지금 우리는 그런 소란스러움을 일으킬만한 상황이 아니었기에 나 는 그녀를 라이너에게 맡긴 터였다. '이럴 땐 체스가 그녀의 호기심을 끌었다는게 꽤 괜찮군...' 란이 체스에 관심을 보여와서 요즘 나 대신 라이너가 그녀의 상대를 해주고 있었는데, 놀 랍게도 란은 라이너보다 빨리 체스에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곧 라이너가 질지도 모를 정도로 그녀의 습득률이 빨라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확실히 평범하지 않아. 저 정도라면 천재라고 불리워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니 말야.' 외모뿐 아니라 머릿속도 보통의 인간을 훨씬 뛰어넘고 있는 란. 하지만 그녀는 그런 장점 들을 갖고 있지만, 보통의 여인들보다 그리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없었다. 그건 바로 살아있 는 인간같지 않은 그녀의 행동 때문이었는데, 이건 시간이 흘러가면서 꽤 나아지는 것 같 기도 했다. '사람이라면, 혼자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거겠지...' 란을 보며, 나는 문뜩 그런 생각을 하며 저쪽 구석에 혼자 분위기를 잡고 있는 데칸티스를 보고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일이 잘 풀리기만 한다면, 라피에르를 찾는 유투 왕국의 추격자들을 피해 우리가 먼저 녀 석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조용히 정령들이 갖고 올 소식을 기다리기로 했다. ------------------------------------------------------------------------------- 느..늦었네요...이번주부터 이제 기말고사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일케 일찍 시작할 줄은 몰랐는데..ㅠ.ㅠ 우엉~~ 암툰...대략 담주 금요일까지 셤일것 같은데..틈틈이 올릴께요 ^^;;;삐질... 험험~ 그럼, 즐건 하루 되시구용~ 늦게 올려서 지송~~ (__)꾸벅~~ Subject <연금술사>-31-4 크로와 왕국에서 알게 모르게 시작된 라피에르에 대한 추격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 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드루젤의 뜻을 반대한다고 밝힌 라피에르가 성에서 도망쳐 나왔다는 소문 이후, 그를 은밀히 쫓고 있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이 소문은 기 하급수적으로 유투 왕국 곳곳에 퍼져나갔는데 이것은 드루젤의 뜻을 반대하는 세력 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이 소문에 대한 증거는 없었지만, 은밀히 움직 이고 있는 꽤 많은 사람들의 움직임에 국민들은 어느 정도 이 소문에 대한 사실성 을 인정하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드루젤에 대한 불신을 갖기 시작한 국민들 의 마음이 한 몫 했기 때문일 것이다. 서서히 드루젤이 아닌 라피에르쪽으로 시선을 돌린 귀족들은 이런 소문을 부추겼는 데, 그들의 이 같은 행동은 국민들에게 드루젤에 대해 남아 있던 약간의 믿음마저 도 없애버리고 말았다. 즉 왕국을 이끄는데 가장 중요한 국민들의 믿음을 잃고 만 것이다. 하지만 아직 드루젤에게는 힘이 있었다. 광폭하고 대부분의 귀족세력을 잃 기는 했지만, 그에게는 믿음직스러운 오른팔, 그가 갖고 있는 모든 세력과 견줄 정 도로 뛰어난 모사, 라이스만이 있었던 것이다. 일개 하인의 신분인 그가 이렇게 드 루젤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다. 라이스만 이 갖고 있는 그 능력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도... 하지만 작게 중얼거리면서 지금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여인은 라이스만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존재와 그의 능력에 대해! "이상한 일이야. 일개 하인의 신분인 그가 일을 이토록 신속하게 처리하다니 말야! 그리고 그런 신분으로 국왕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것도 특이하고... 특이한 사실 은 그것뿐이 아니지. 지금 국왕은 내가 알고 있을 때와는 너무도 많이 변해버렸어. 마치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마냥! 전쟁을 일으킨 것도 처음의 말하고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고...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계속되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지만 그녀는 만족스런 결론을 얻을 수 없었는지, 고개를 가로저으며 문쪽을 쳐다보았다. "그건 그렇고, 이 녀석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이 정도쯤 되면 토이랄 백작도 어느 쪽이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지 잘 알텐데 말야!" 고개를 가로 저으며 백작이 전해줄 소식을 기다리던 그녀는 다시 주변이 조용해지 자, 아까 내리지 못했던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한번 궁금증이 생기면 풀기 전까지는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그녀의 성격 때문에! "정말이지 알 수가 없어! 지금 알게 모르게 움직이는 라피에르 저하에 대한 추격은 사실 암살에 가까워! 그렇게 은밀히 움직여 저하를 찾겠다는 것은 사람들이 알면 안되기 때문이겠지. 그렇다는 것은 정말 저하를 죽이려는 것일텐데, 그 이유가 뭘 까? 단지 자신의 뜻을 거스른다는 이유 때문에?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저번에 그냥 저하를 구금한 것을 이해할 수 없지! 그때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었지만, 이렇 게 죽이려고까지 하지는 않았으니까! 왜지? 혹시 그의 옆에 있는 그 라이스만이라 는 사람 때문인가? 일처리를 그렇게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능력과 머리가 좋다는 거잖아! 그런 사람들은 모시는 사람의 생각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했는데 , 설마 그가 그런 사람이라서? 흠~.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지만, 라이스만이 그런 사람이라면 아직까지 하인이라는 신분으로 있을리 없잖아! 으윽! 골치 아파지는군! " 심각한 듯 이마를 찌푸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여인은 뒤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구겨졌던 인상을 피며 편안하게 앉아 있던 자세에서 발자국 소리의 주인쪽으로 몸 을 틀었다. "아르넨 언니~, 뭘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에요?" 눈에 익숙한 붉은 갈색의 곱슬 머리카락을 가진 귀여운 소녀가 쟁반에 향기로운 차 를 들고 걸어오는게 아르넨의 눈에 들어왔다. "아, 글로리아 왔니?" "네~. 집사가 언니가 왔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직접 차까지 갖고 왔어 요~." 애교 어린 글로리아의 말에 아르넨은 화사한 미소를 보여주며 자신이 그녀를 반긴 다는 걸 겉으로 드러내 보여줬다. 글로리아가 차를 직접 갖고 왔다는 것은 그녀가 아르넨을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차'라는 것은 극히 일부의 귀족들만이 알고 있는 것으로 일반적인 음식이 아니었다. 구하는게 매 우 힘들 뿐 아니라, 차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드물어 맛있는 차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자, 차를 알고 있는 사람들도 드물게 되었고, 가격도 비싸져 특수 계층의 사람이 아니면 맛을 볼 수 없었다. 그런 차를 아르넨을 위해서 직접 갖고 왔으니 글로리아의 마음이 어떻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근데, 뭘 그렇게 생각하는 거였어요?" "응? 아, 그냥 드루젤 국왕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던 터야. 너무도 갑자기 사람이 변한 것 같아서 말야. 뭔가 무슨 일이 그에게 있었던 것 같지만, 알 수가 있어야 지." 찻잔 가득 담겨진 그윽한 향의 차를 아르넨의 앞에 놓으며 글로리아는 조용히 아르 넨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줬다. "맞아요. 아버지도 요즘. 그 사실 때문에 걱정이 많으신 것 같더라고요. 제가 생각 해도 많이 변하시긴 했죠. 제가 잘 알고 있지는 않지만, 예전과 비교해서 정말 많 이 변하셨어요." 의자에 몸을 맡기며 글로리아는 찻잔을 조심스럽게 들어 그 향을 맡아보았다. 그녀 의 모습은 아르넨이 지적한 사실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드리 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아르넨도 그런 사실을 아는지 그녀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다 드러내지는 않았다. 자신이 아는 한 글로리아는 이런 복잡한 이야기는 별로 좋 아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그녀의 생각은 초대하지 않은 손님으로 인해 입 밖으로 나와야만 했다. "국왕이 이렇게까지 변한 것은 아마 라피에르 저하와 관련이 있을 것 같기도 해. 그분을 이렇게까지 하며 잡아드리려고 하는 이유를 보면 저하께서 그 이유에 대해 알고 계시기 때문일지도 모르니깐 말야." 단단해 보이는 몸에 딱 맞는 고급스런 옷을 입은 글로빈이 부드러운 카펫을 천천히 밟으며 아르넨 곁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아르넨은 그런 글로빈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자신의 용건을 물어보았다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서 시간을 버리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으므로. "그렇지? 내 생각도 그래! 하지만 내가 들은 바로는 저하께서는 국왕이 어떻게 그 렇게 급변했는지 모르신데." "엥? 너, 저하를 만나본거야?" "당연히 아니지! 지금 그분이 어디계신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걸! 난 단 지 사람들을 거쳐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이야!" 글로빈은 눈앞의 여려 보이는 소녀가 그런 대단한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에 대해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언제나 느끼는 바지만, 여인이라고 보기에는 그 녀의 능력이 너무도 뛰어났던 것이다. 벌써 라피에르 저하쪽과 연결을 해서 이야기 가 진행되고 있었다니, 글로빈의 눈에는 그녀의 능력이 더 뛰어나 보였던 것이다. "그럼, 왜 저하를 잡으려고 그렇게 애를 쓰는 거지?" "글세? 아마 저하를 죽이고 싶은 일이 생겼던 모양이지." "주..죽여? 단순히 잡으려는게 아니고 주..죽인다고?" 글로빈은 아무렇지 않게 이런 엄청난 사실을 입밖으로 내는 아르넨을 쳐다보고는 놀란 가슴에 손을 얹었다. "당연한 사실 아냐? 은밀히 저하를 쫓고 있다는 것은 사로잡으려는 의도 때문이 아 니지! 지금 세상은 국왕과 저하가 서로 대립하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으니까! 그런 상태에서 저하를 잡겠다는 것은 죽이려는 뜻 밖에 없어! 사람들이 알지 못하 게 움직인다는 것은 사람들이 알면 안되는 일을 하려고 하기 때문 아니겠어?" 글로빈은 명확한 아르넨의 설명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단순 히 사실만을 보고 있었던 자신과 달리 그 사실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이끌어내는 그 녀의 영특함에 글로빈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던 것이다. "그건 그렇고, 백작님이 뭐라고 하시든?" 아르넨이 이렇게 나오자, 글로빈은 오랜만의 그녀와의 대화가 또 단절되는 것 같아 , 한숨을 푹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님의 생각도 너와 같아. 조금 망설이고 계시긴 하지만, 어차피 우리는 이익이 생기는 쪽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으니까!" "흠~. 역시! 결론을 이렇게 내릴 거면서 시간은 왜 그렇게 끌었던 거야?" 아르넨은 글로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글로리아가 준 차를 단숨에 마셔버렸다 "앗! 언니! 차는 그렇게 마시는게 아닌..." 글로리아가 그 모습에 당황하며 아르넨의 행동을 막으려고 했지만, 아르넨은 손에 들린 찻잔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앗. 글로리아 미안~. 언니가 지금 매우 바쁘거든? 다음에는 글로리아가 말하는 대 로 먹을테니 오늘은 봐줘~!" 자리에서 일어선 아르넨은 상황파악에 정신없는 글로빈과 아까운 듯 찻잔을 바라보 는 글로리아를 뒤로하고 그곳을 뻐져나왔다. "앗! 아르넨! 어디가?" 시야에서 아르넨이 사라지자 글로빈은 조금 전의 과묵했던 모습은 던져버리고는 바 로 체면차릴 것 없이 아르넨의 뒤를 쫓아갔다. "에휴~. 이 아까운 차를 그렇게 홀짝 마셔버리다니~. 향을 음미하며 그윽한 맛을 느끼며 마셔야 하는 건데..." 글로빈이 후다닥 떠난 자리엔 글로리아의 한숨 섞인 말만이 맴돌 뿐이었다. 아르넨은 백작이 자신과 같은 길을 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한시라도 빠르게 사람들 에게 말하려고 저택의 비밀 통로를 통해 그곳을 빠져나왔다. 요즘 들어 유투 왕국 의 감시가 강화되었기에, 대놓고 토이랄 백작과 만날 수 있는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겉으로 토이랄 백작은 글로빈, 그리고 아르넨 자신은 라피에르를 지지하고 있다고 알려졌던 것이다. 한편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아르넨이 생각했던 것과 같은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인물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드루젤의 추격을 받고 있는 라피에르 일행이었는데 , 자신들이 쫓기는 궁극적인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않기 위해 추운 밤인데도, 모닷불 하나 켜지 않고 밤을 보내 는 그들! 잠시 망토를 벗은 라피에르의 모습이 달빛에 희미하게 비취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변한건 누군가의 개입이 없고는 불가능해! 그는 어머니를... 그렇 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독한 사람이 아니야!" 오랜만에 리온과 크릭에게 자신의 생각을 꺼낸 라피에르! 그는 지금 자신의 생각을 그들과 같이 공유하며 해답을 찾으려 하고 있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리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한 목소리로 라피에르의 말을 받아줬다. "너희들 생각은 어떻지? 형을 그렇게 변하게 만들 수 있는 인물이 누가 있다고 생 각하지?" 갑작스런 질문에 크릭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뜰 뿐이었지만, 리온은 잠시 시간차를 두고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혹시, 저하께서는 그 라이스만을 의심하시는 겁니까?" 리온의 말에 라피에르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 "라이스만이라... 왜 그를 지목한거지?" 리온은 자신이 말한 인물이 라피에르역시 생각하고 있던 인물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자신이 느낀 바를 말해줬다. "라이스만은 제가 드루젤 전하를 처음 봤을때부터 그 옆에 있었던 사람입니다. 존 재자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눈에 띄지 않는 인물이죠. 그래서 그에 대해 잊고 있었습니다.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는! 저하가 갇힌 곳에으로 접근할 때 그의 존재 에 대해 다시 떠올리게 되었는데, 일개 하인의 신분치고는 꽤 많은 일을 하는 것 같더군요! 거의 전하의 모든 일을 도맡아서 하는 것처럼..." 리온은 조심스럽게 자신이 지금까지 봐왔던 것을 하나 둘씩 라피에르에게 이야기하 기 시작했다. "제가 알기로 그 같은 신분의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좋다고 해도 이와 같이 일을 해낼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과 교류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니까요! 왕국을 움직이는 일은 일개인이 움직인다고 움직이 는게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나도 그 점이 이상해." 라피에르가 리온의 말을 끊으며, 부연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알기로 이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지금은 성을 떠나 유투 왕 국의 일에 관여하지는 않고 있지만 라이너의 아버지 리플러스 경 정도가 아니면 불 가능해! 하지만 존재감 자체도 거의 없는 라이스만이 그런 능력을 발휘하고 있지! 그는 유투 왕국의 최고 검사도 아니고, 그에 따른 합당한 지위도 갖고 있지 않은 자다. 즉 지금과 같은 일 처리를 할 수 있는 자라고 볼 수 없다는 말이지." 이야기 진행이 이렇게 되자, 리온은 라피에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깨달을 수 있 었다. 드루젤 전하를 변화시킨 인물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라이스만이라는 점을! 반짝이는 리온의 눈빛을 본 라피에르는 리온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리온이 어느 정도 깨달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내가 그를 의심하는 것은 내가 갇혀 있던 곳을 관리하던 인물이 바로 그였다는 점이야! 그런 극비의 일을 할 수 있는 인물은 '그'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것. 그렇다는 것은 '그'에게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는 말이지! 가깝다는 것은..." "그만큼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지요." 리온이 끊어진 라피에르의 말을 이으면서 둘의 생각을 일치시켰다. "그렇다면, 결론은 라이스만이 '그'를 그렇게 변하게 만들었다는 건데... 이건 또 이해가 안가! 라이스만은 어렸을 때부터 '그'를 옆에서 봐왔던 사람이야. 거의 헌 신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옆에 있던 사람이지! 그런 그가 이제와서 이 런 일을 저질렀다는게 이해가 안가! 뭘 원해서 그런 짓을?"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했던 리온은 다시 시작되는 라피에르의 의문에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렇군요. 라이스만이 전하를 바꾸게 만든 사람이라면, 왜 굳이 지금 그런 일을 벌였을 까요? 무슨 이득이 있다고?" 찾을 수 없는 정답을 찾는 사람처럼, 라피에르와 리온은 머리를 감싸며 좀 전의 문 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들 옆에서 크릭이 복잡해진 상황에 머리 를 긁적 거렸지만, 리온과 라피에르는 그런 크릭의 존재조차 잊은 듯 자신만의 세 계에 빠져들고 있었다. "대체 그는 누구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의 정체도 알 수 없군!" 생각속에서 잠시 빠져나온 듯 라피에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자, 옆에 있던 크릭이 답답한 마음에 자신의 생각을 툭 내뱉었다.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요? 그 라이스만인가 뭔가 하는 사람은 사실 인간이 아 니고 악마였나 보죠! 악마라면,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짓을 하고도 남으니까요." 크릭은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라피에르와 리온을 향해 한마디 내뱉은 이후 엄청난 눈빛에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크릭! 지금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할 자리가 아니잖아! 모르면 조용히라도 있으라고 !" 리온은 자신의 생각을 방해한 크릭의 황당한 말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따끔한 한마디를 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크릭을 구박하는 리온과 달리 라피에르는 어깨 를 으쓱해보였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 없으니... 그만 하지!" 라피에르가 어려운 말로 주눅이 든 크릭을 한번 쳐다보고는 벗었던 망토를 푹 눌러 쓰며 희미하게 보이던 모습을 어둠속에 감춰버렸다. "이렇게 끝을 볼 수 없는 질문으로 시간을 낭비할 수 있는 우리들이 아니니깐! 잠 이나 자두자고, 내일도 가야 할 길은 멀었으니까!" 라피에르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기척을 감춰주는 망토에 몸을 맡긴 채 잠을 청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잠자리를 청하려던 리온과 크릭이 금속음을 내며 두 손 에 칼을 쥐는 것을 보고는 누우려던 몸을 바로 세워야만 했다. "또 찾아 온건가?" 이곳까지 오면서 수시로 만났던 검은 복면인들! 아무런 말도 없이 보자마자 살기를 드러내고 검을 휘두르는 그들이 또 이 주변에 나타난 모양이었다. "저하, 놈들입니다!" "알고 있다!" 라피에르도 견고해 보이는 검을 들고는 적들의 공격에 대비해 몸을 긴장시켰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헉헉헉... 너무 오랜만에 올리게 되네요. 셤은 내일 끝납니다. ^^;;; 음... 오랜만에 쓰게 되어서 그런지 잘 안써지고 있습니다...T^T넘 오래 쉬었더니. 헐헐~ 늦어서 죄송하고요~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세요~ 빠~ 끝없이 몰려드는 복면인들! 그들은 잘 훈련된 살인인형처럼 아무 감정 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그 위력은 웬만한 검사 못지 않았다. 다수와 소수의 싸움! 라 피에르가 아무리 어둠의 망토 스노플을 뒤집어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검을 휘두를 때 생기는 살기와 바람을 가르는 소리는 적들에게 그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었기 때 문에, 그 자신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였다. 편히 쉬지 못한 상태에서 계속해 서 복면인들을 상대해야만 하는 라피에르는 근육의 피로때문에 검을 든 손에 힘이 빠지고 있었지만 검을 놓을 수는 없었다. 자신 못지 않게 힘들 리온과 크릭이 아직 도 자신을 위해 있는 힘을 다 짜낵 있는게 그의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어디서 이렇게 몰려드는 거지? 유투 왕국에 이 정도로 잘 훈련된 기사들이 있었던 가?' 라피에르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존재에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알기에 이 정도로 잘 훈련된 검사들은 유투 왕국에 많지 않았다. 물론 유투 왕국의 규모로 봤을 때, 다른 나라보다는 뛰어난 검사의 수가 몇 배는 많은 상태였지만 아직 전쟁의 태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그를 쫓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푼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항상 여섯 명씩 조를 이뤄서 우리를 쫓고 있는 것인지, 항상 같은 수로군! 다른 조가 우리를 발견하기 전에 이들을 모두 처리하고 이곳을 떠나야 할텐데!' 라피에르는 최대한 빨리 한 사람 당 두 명의 사람을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에 손에 들린 검을 고쳐 잡으며 다리에 힘을 줬다. 하지만 그런 라피에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이는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라피에르의 기척을 알아차리고 있는 사람도! 라 피에르는 스노플의 도움덕분에 움직이지 않는 한 자신의 기척을 완벽하게 감출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 기능을 백분 사용해 복면인들을 공격하고 있 었던 것이다. 아직 검을 들기엔 어린 소년인 라피에르! 하지만 그는 이미 검의 손잡이가 손에 익 숙하다고 느낄 정도로 많은 시간을 검술에 투자한 한 사람의 검사였다. 리온과 크 릭의 빈틈을 파고들려고 주변에서 기회를 틈타고 있는 복면인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단 일격에 복면인의 허리를 갈랐으니! 촤~악! 크아~악! 검을 휘두르는 힘에 의해 허리가 반쯤 돌아간 라피에르는 공중에 붉은 핏물을 흩뿌 리는 것을 보며, 조금 전의 일격이 성공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라피에르의 공격이 완벽하게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복면인은 언제나 그랬듯이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그들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잘 짜여진 각본처럼 움직이듯 복 면인들의 모습에서는 그 어떤 생동감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슈슉! 채챙! 빠르게 서로의 자리를 바꿔가며 좋은 위치를 차지하려는 리온과 크릭의 모습이 복 면인들 사이에서 얼핏얼핏 보이고 있었고, 그들과 같은 움직임으로 검은 옷의 사내 들도 빠른 속도로 그들 사이를 누비고 있었다. 중간 중간 휙휙 지나가는 그림자 뒤 로 금속들의 부딪힘으로 인해 생기는 불꽃들이 공중에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체 력 소모를 빠르게 하는 방법으로 싸우는 리온과 크릭!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필요 이상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빠른 시간 안에 이들을 모두 처리 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런 수지에 맞지 않는 움직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앗! 조심해!" 간간이 복면인들의 수를 줄여가고 있던 리온과 크릭! 그들은 갑작스런 라피에르의 목소리에 몸을 긴장시켰지만, 이미 따끔한 감각은 그들의 팔을 스치고 지나간 후였 다. 후끈거리는 감각이 검을 드는 힘을 감소시키고 있었지만, 그들은 이를 악물고 는 있는 힘을 다해 그들을 상대했다. 상처가 생겨도 공격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복면인들과 상처로 인해 몸이 둔해지 는 리온과 크릭, 그리고 라피에르! 이들은 다수를 상대하는 것도 모자라 인간 같지 도 않은 인물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겉으로 보기에 충분히 불리한 상황에 처한 이 들! 지금까지 이런 상태로 폴보트 연합까지 가고 있었다는게 대견할 정도로 그들은 어려운 싸움을 하며 길을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이제 끝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에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 싸우던 라피에르 일행은 갑자기 나타난 다른 복면인들의 등장에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스륵! 스륵! 같은 장소에서 시간이 어느 정도 지체되었는지, 다른 조의 복면인들이 라피에르의 일행이 있는 곳으로 찾아온 것이다. 주변의 풍경이 검은 복면인들의 모습으로 가득 매워지는 순간이었다. "이..이런!" 끝이 보이려 했던 싸움은 이렇게 다시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으로 변하고 말았다. 라피에르 일행이 복면인들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을 때, 그들 위에서 한 사내가 그 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꽤 오랫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는지 편안해 보이는 자세로 몸을 나뭇가지에 기대고 있었는데, 사내의 몸은 무게가 나가지 않는지 나뭇 가지는 전혀 기울어지지 않았다. 그곳에서 편안한 자세로 몸을 기대고 있던 사내는 땅위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은지 뭔가를 투덜거리고 있었다. "이런, 이런~. 저렇게 맡은바 일을 착실히 하면 내가 귀찮아 지잖아!" 사내는 짜증을 내며 자신의 아래에서 무감각하게 움직이고 있는 검은 복면인들을 쳐다보며 고개를 설래 설래 흔들었다. "너무 잘 만들었나? 성능이 좋아도 이렇게 귀찮은 일이 생기다니... 계산이 틀렸던 모양이군." 높낮이 없는 말이 조용히 사내의 입에서 나오더니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던 사내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스윽!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몸을 일으킨 사내는 꽤 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몸을 맡기고 있는 나뭇가지를 전혀 움직이게 하지 않았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기체와 같은 존재처럼! 몸을 바로 세우자, 사내의 긴 검은 머리카락이 그의 어깨를 타고 허리 아래로 흘러 내려지면서 아름다운 검은 물결을 만들어냈다. 찰랑 찰랑 거리는 검은 머리카락은 사내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검은 옷과 매우 비슷한 색이라, 빛의 반사가 없었다면 그 의 옷과 머리카락을 구분 짓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사내는 손을 아래로 뻗어 뭔가를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 림! 그 중얼거림은 사내에겐 아무것도 아닌 듯 했지만, 땅 아래에 있던 라피에르 일행에게는 매우 큰 변화를 가져다줬다. 자신들을 공격하려던 복면인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화되었던 것이다. 그들의 움직임이 사내의 중얼거림과 관계가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만족스러운 듯 그 모습을 바라보며 들었던 손을 내리는 사내의 행동으로 봐서는 아마도 그가 땅 아래에서 일어나는 복면인들의 움직임에 제약을 가한 모양이었다. "어..어라?" "이..이게 대체 어떻게?" 리온과 크릭은 당황한 듯 잠시 주춤거리며 검을 들고만 있었지만, 곧 이어지는 라 피에르의 목소리에 그 기회를 타 복면인들을 제거해나가기 시작했다. "기회를 놓치지 마라!" "네!" 마치 테엽이 고장난 인형처럼 복며인들은 둔화된 몸을 갖고 엉뚱한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었다. 마치 어떤 마법사의 장난에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변했던 것이다. 하지만 라피에르 일행은 그런 상황에 깊은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지금 그들에게는 이곳을 한시라도 빨리 떠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으므 로! 라피에르 일행은 이곳에서 이렇게 더 시간을 지체하다 보면, 더 많은 복면인들 이 몰려들 거라는 건 이미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움직임이 둔화된 복면인들은 리온과 크릭에 의해 손쉽게 처리될 수 있었다. 간단한 동작으로 그들의 급소를 공격해 복면인들의 움직임을 봉쇄해버린 것이다. 라피에 르가 도와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복면인들의 목숨은 빠르게 지상을 떠나갔다. "이들이 항상 이렇기만 하면 좀 좋아?" 투덜거리는 듯 크릭이 마지막 복면인의 목숨을 끊으면서 단순한 한마디 내뱉었지만 리온은 이 상황의 원인에 대해 이상한 점을 언급했다. "누군가가 우리를 도와준 것 같은 상황이군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어떤 존재의 흔적도 느낄 수 없으니..." "글세... 누군가 우리를 도와줬다면, 그건 우리에게 해를 끼치진 않는 자겠지! 모 습을 드러내지 않는건 그만한 사정이 있는 것이겠고! 지금은 그것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다. 어서 이곳을 떠나야 돼!" 라피에르가 현재의 상황에 대해 언급하자, 리온과 크릭이 고개를 끄덕이며, 라피에 르가 지정하는 방향쪽으로 상처입고 지친 몸을 힘들게 움직였다.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나뭇가지 위에 있던 사내가 다시 손을 들어 올려 땅 바닥에 쌓여져 있는 시체들을 향했다. "너희들의 모습은 다른 이에게 보이면 곤란하거든~." 사내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듯 하더니, 이내 아까와 비슷한 중얼거림이 사내의 입에 서 흘러나왔다. 사내의 손에서 꽤 큰 규모의 검은 안개가 생성되는 듯 하더니, 그 것들은 시체가 널부러져 있는 장소를 감싸기 시작했다. 휘~잉! 검은 안개는 회오리바람을 만난 듯 가장자리에서부터 중심쪽으로 커다란 원을 그리 며 돌기 시작하더니, 가운데 원쪽으로 모두 빨려들어갈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즉 검은 안개의 회오리바람이 만들어진 것이다. 아무런 힘도 없을 것 같던 검은 회오 리바람! 하지만 그것은 보기와 틀리게 땅 위를 더럽히고 있던 검은 복면인들의 시 체와 그들이 흘린 피, 그들이 갖고 있던 병장기들을 모두 깨끗하게 치우고 있었다. 즉 검은 안개가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는 그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모습처럼. 그런데 그 장소에 검은 먹구름이 다 사라지자, 두 개 조의 복면인들이 그 자리를 향해 다가왔다. 아마도 그들은 라피에르의 일행을 뒤쫓아 찾아온 모양이었지만 이 미 그 자리에는 라피에르가 아닌 검은 머리카락의 사내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열 두 명의 복면인들은 검은 머리카락의 사내가 보이지 않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 고는 라피에르가 사라진 방향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 치 그 사내의 존재가 주변의 풍경인 나무, 바위 같은 존재라도 되는 것 같아 보였 다. 즉 복면인들은 그를 주변의 풍경처럼 그를 무시하는 행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 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검은 머리카락의 사내는 그들의 그런 반응에 당연해 하 는 것 같았다. 단지 귀찮다는 듯 이마를 찌푸리며 그들의 모습을 쫓는게 보일 뿐! "이런~. 생각보다 빨리 왔군. 너무 강하게 만든 건지도 모르겠어. 아무리 일회용이 라고는 하지만... 혹시나 하고 와보지 않았다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뻔했군. 이거 손을 봐야 하는 건가?" 뭔가를 고심하는 듯 사내는 빠르게 라피에르 일행이 가는 쪽으로 향하는 복면인들 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거렸다. 하지만 그런 망설임은 누군가의 접근으로 금방 끝 나버렸다. "이 기운은... 드래곤이군! 호오~. 요즘 내가 만든 녀석들을 때려부수고 다니는 그 녀석인가?" 흥미롭다는 듯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사내는 드래곤의 기운을 가진 존재가 자신이 있는 곳에 오기 전에 그곳에서 모습을 감춰버렸다. '스륵'하는 소리도 없이 사내가 모습을 감추자마자 그 자리에 주황색 빛이 감도는 금발머리의 미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주변에서 느껴졌는데? 그것도 꽤 많은 녀석들이... 흐흐!" 여기 저기 바람에 의해 본래의 자리를 이탈한 머리카락들과 그의 이마에 맺혀 있는 땀방울들은 금발의 청년이 매우 많이 몸을 움직였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살기 어린 눈빛이 장난기와 어우러져 빛나고 있는 미청년의 얼굴을 매우 이색적으 로 보이게 만들었다. 청년은 고개를 몇 번 돌려보며 주변을 살피더니 조금 전 복면 인들이 라피에르를 쫓아간 방향 쪽으로 머리를 고정시켰는데, 그가 찾던 것을 발견 한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까지 만드는 것을 보면! "이쪽이군! 흐흐흐~. 좋아! 오랜만에 몸을 풀 수 있겠는데?" 양손가락의 관절을 소리나게 꺾은 청년은 목도 한번 '뚝뚝' 소리가 나게 흔들어주 고는 고개가 고정된 방향 쪽으로 발을 내딛었다. "어라? 근데 이게 무슨 피비린내지? 누가 여기서 싸우기라도 한건가?" 주변을 훑어보는 청년의 눈이 예리하게 변했지만, 그는 그 곳에서 아무런 싸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단지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만 받았을 뿐! "아무것도 없는데? 왜 피비린내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청년이었지만 그는 이상한 현상에 대 한 궁금증보다 자신이 쫓고 있는 인물들을 빨리 보고 싶다는 욕망이 더 컸기에 더 이상 그런 이상함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흐흐~.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간다!" 청년은 눈빛을 반짝거리면서 복면인들과 라피에르 일행이 사라진 방향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렇게 주변이 조용해지자 사라져버렸던 검은 머리카락의 사내가 다시 모습을 드러 냈는데, 그의 눈은 아까보다 더 흥미롭게 빛나고 있었다. "호~오! 저 드래곤은 크로와 왕국에서 봤던 그 드래곤이군! 재미있어! 저 드래곤이 장난감들을 상대한다면 내가 굳이 이렇게 녀석들의 뒤를 쫓을 필요는 없겠지!" 사내는 귀찮은 일을 하나 덜었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만들더니, 주변을 향해 손을 한번 훑었다. "역시, 드래곤은 틀려! 완벽하게 청소를 하려면 피비린내까지도 없애줘야겠지!" 위~잉! 주변에서 약하게나마 나던 피비린내가 사라지는 것을 느껴지자, 사내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춰버렸다. 한편 복면인들을 뒤쫓던 청년은 먹이감을 사냥하는 자의 눈빛을 하고는 사람들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런데 즐거운 그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 은 그의 입가에 그려져 있던 미소가 어느 순간 씻은 듯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챙챙! "이런! 누가 내 먹이에 손을 먼저 대는 거야!" 화가난 듯 목소리에 살기가 풀풀 풍기는 청년은 아마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금속들의 비명소리 때문에 입가의 미소를 지워버린 것 같았다. "오랜만에 꽤 많은 녀석들을 찾았는데, 만약 그 수가 줄어들어 있다면,누군지 몰라 도 각오해두는게 좋을꺼야!" 그렇게 중얼거리던 청년은 눈 깜짝할 사이에 병장기들이 부딪히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그 곳에는 열 두 명의 복면인들과 그들을 상대하는 두 명의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어라? 저 복면인들이 웬일로 사람들을 공격하지? 혹시 라피에르와 관련된 사람들 인가?" 잠시 상황을 지켜보던 청년은 단 두 명의 사내가 매우 불리한 상황이긴 하지만, 검 은 복면인들을 하나 둘 씩 처리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가만히 내버려두면, 그 두 사내들도 복면인 들에 의해 목숨을 잃을게 뻔해보였지만, 그렇 게 된 이후라면 그가 원하는 복면인들 역시 꽤 많은 희생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런, 이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군! 하나라도 줄어들면, 재미가 반감된단 말야 !" 청년은 순식간에 환상적인 빛의 굴절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검을 뽑아 들고는 검은 복면인들 사이로 몸을 날렸다. 마치 먹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사자의 움직임처럼 청년의 눈은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비켜! 이 녀석들은 내 몫이라고! 너희 둘은 저리 꺼져있어!" 갑작스런 청년의 개입에 복면인들을 상대하던 두 사내는 멍한 표정으로 청년을 바 라봤지만, 청년은 그런 둘의 모습을 무시하고는 바로 복면인들을 상대하기 시작했 다.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는지 전혀 그 존재조차 알 수 없었던 사내들은 황당하기 도 하고, 놀랍기도 한 현 상황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어이~! 힘 좀 써보라고! 그동안 너희들을 찾느라고 매우 고생 꽤나 했거든?" 복면인들을 자신이 모두 차지하게 되자, 청년은 즐거운 게임을 시작하려는 사람처 럼 복면인들을 약올리기 시작했다. 복면인들은 청년의 말을 받아주는 것처럼 청년 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를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는데, 잘 훈련된 검사 수준 의 검술을 익히고 있기 때문인지, 그들 다수가 휘두르는 검에는 무서운 살기가 가 득 담겨 있었다. 하지만 청년은 그들의 공격에 전혀 주눅드는 일 없이 그들을 즐겁 게 상대하고 있었다. 장난을 치듯 일부러 복면인들의 급소를 피해 검을 휘두르는 청년! 여유로운 청년의 움직임은 검이 휘둘러지면서 나는 공기를 가르는 소리보다 더 빠른 듯 했다. 열 두 명의 복면인들을 상대하는 청년은 그렇게 자신의 빠른 움직임을 이용해 복면인 들을 가지고 놀았다. 또한 그는 최대한 그들의 검이 자신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그들의 움직임을 유도했는데, 이것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의 목표를 향 해 움직이려는 이유 때문인지 여유가 생긴 복면인들이 청년이 아닌 그 뒤의 두 사 내를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눈앞의 방해물보다는 원래의 목표가 복면인들 에게는 중요했던 모양이다. 청년이 다른 복면인들을 상대하고 있는 사이 몇 몇의 복면인들이 두 사내를 향해 검을 뒤둘렀으니! 휘익! 챙! 하지만 그들의 검은 순식간에 몸을 뒤로 뺀 청년의 아름다운 검에 의해 제지를 받 았는데, 청년은 자신 이외의 인물에게 그들의 검이 가는 것을 원치 않는 모양이었 다. "이봐! 너희들 상대는 나라고! 오랜만에 즐겁게 놀려고 하는데, 그렇게 한눈을 팔 면 안되지! 일루션(illusion)!" 청년은 자신 뒤에 서 있는 두 사내를 향해 환영마법을 실현하면서 두 사내의 모습 을 숲 속에 감춰버렸다. 그렇게 되자, 복면인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잃어 공격의 대 상을 청년으로 바꿔버렸다. 마치 청년을 죽이면 사라진 두 사내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크큭! 그렇지! 그렇게 나와야 내가 재미있어하지!" 청년은 일이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기쁜 듯 아름다운 빛의 뿜어내는 검 을 오른 손에 쥐고는 즐거운 듯 입가에 한줄기 미소를 만들었다. 즐거운 놀이 시간 이 돌아온 듯 사내는 즐거운 듯 아까 하든 행동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청 년과 복면인들과의 싸움은 처음 청년이 의도한 바와 다르게 너무도 빨리 끝을 맺었 다. 열 두 명의 복면인이 한꺼번에 청년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데도 여유를 갖고 몸을 움직이는 청년! 그는 오랜만에 즐겁게 검을 휘두르는지 아까 보여줬던 살기와 즐거 움이 같이 담겨 있는 눈빛을 하고는 조금 전까지 갖고 노는 움직임은 버리고 자신 의 실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그렇게 되자,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보이던 싸움 이 순식간에 마무리되고 말았던 것이다. 파파팟! 현란한 청년의 손에 들린 검의 움직임에 복면인들의 피와 살이 여기 저기 튀었지만 , 청년의 주변에는 그 어떤 피와 살도 튀지 않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막이라도 존 재하는 것처럼 청년은 지저분한 것들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는 것처럼! 상황이 이렇 게 어느 정도 정리되자, 청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뿐한 몸을 이리 저리 움직여 보고는 손에 들린 검을 다시 집어넣었다. "이런, 이런~ 오랜만에 흥분했더니, 생각보다 주변이 지저분해졌군!" 주변에 피와 살로 뒤범벅이 되어버린 모습을 본 청년은 귀찮은 듯 불과 땅의 정령 을 불러 눈앞의 지저분한 것들을 빠른 속도로 치우기 시작했다. "내가 이러고 돌아다니는걸 녀석들이 알면 안되지~." 마치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증거를 지우기라도 하 듯, 청년은 조금 전에 자신이 죽인 검은 복면인들의 잔해를 없애고 있었다. 정령들의 도움으로 순식간에 주변이 깨끗하게 정리되자, 청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두 명의 사내들을 향해 실현했 던 마법을 거둬들이고는 멍한 표정의 두 사내를 쳐다봤다. 이제 청년의 관심을 끌 던 복면인들이 사라졌기에... 환영마법이 사라지자, 그 자리에 멍한 표정의 두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들 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본 사람들처럼 두 눈동자가 커다랗게 떠져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하는 청년의 행동 하나 하나는 사내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것들 이었는지, 그들의 눈과 입은 커질 대로 커져 있었던 것이다. 청년은 사내들의 실력 을 훨씬 웃도는 검술실력뿐만 아니라 마법과 정령까지 쓰고 있었다. 그것도 아무렇 지 않게! 그런 모습을 본 이후라 그런지 사내들은 청년의 앞에서 함부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무언중에 풍겨져 나오는 청년의 기도도 그들의 입을 막는 역할을 단 단히 해주고 있었고... 만약 청년이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다면, 그 둘은 언제까지고 충격에서 벗 어나지 못한 사람처럼 멍한 표정으로 청년을 쳐다보고 있어야만 했을 것이다. 하지 만 다행이 그들보다 청년이 먼저 입을 열어줬다. "이봐! 너희들, 아까 복면인들이 너흴 공격하는걸 보니 라피에르라는 녀석과 밀접 한 관계에 있는 것 같은데, 그 녀석은 어딨지?" 아무렇지 않게 열린 청년의 입! 하지만 그곳에서 나온 말은 사내들의 몸을 굳게 만 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엄청난 실력으로 그들을 놀라게 한 청년이었지만, 이번에는 그와는 다른 놀라움으 로 청년은 사내들의 몸을 굳게 만들었다. "모..모르오!" "라피에르가 누구요?" 두 사내는 거의 동시에 고개를 흔들면서 청년의 말에 모른다는 뜻을 전해왔지만 청 년은 그들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들의 몸이 굳어 긴 장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무딘 청년이 아니었던 것이다. "흠~. 모른다고? 그럼 왜 복면인들이 너희를 공격했지?" "그건 우리도 알 수 없소!" "흠~. 그래?" 청년은 사내주변을 한번 훑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사내들에게 질문을 던지 지 않았다. "뭐, 좋아! 이 주변에 너희 이외의 인간은 없는 듯 하니, 그 말이 맞겠지!" 뭔가 눈앞의 사내들이 청년,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알고 있을 것 같았지만, 청년은 그들에게 이렇다할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가 느끼기에 라피에르는 이 주변에 없 었고, 이들이 자신이 다그친다고 대답할 위인들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파악하고 있 었기 때문이다. 청년은 그렇게 혼자만의 결론을 내리고는 두 사내를 한번 더 쳐다보고는 어깨를 한 번 으쓱거렸다. "뭐, 어차피 녀석을 찾으려는건 내가 아니니깐!" 청년은 혼잣말을 하고는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마치 공중에서 분해되어 사라 져버리듯 한 순간에! 슈슉! 청년이 사라진 이후 그 자리에 있던 두 명의 사내는 할말을 잊은 채 한참동안이나 멍한 자세로 그곳에 서 있어야만 했다. "뭐..뭐지? 방금 뭐가 지나간 거야?" "음... 왜 라피에르 저하를 찾는 거지? 우리를 도와준 사람이라 도움을 요청할까 했지만... 저하를 찾고 있는 것을 보면 위험 인물일지도 모르겠군!" 황당해하는 사내와 달리 다른 사내는 꽤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라피에르 저하! 이곳에 계십니까?" 그 사내가 주변에 대고 소리치자, 그 어떤 기척도 없는 공간 속에서 앳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있다! 이 망토 덕분에 그의 눈을 피할 수 있게 된 것 같군!" "네! 그런 것 같습니다. 대단한 실력의 청년이었는데... 그의 이목도 속일 정도니, 대단한 망토군요!" "그래..." 소년의 목소리에는 슬픈 기억을 떠올리는 듯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아, 그건 그렇고 어디 다치신 곳은?" "없다. 나보다는 너희들이 많이 다쳤지!" 소년의 몸을 걱정하는 사내들의 질문에 소년은 오히려 걱정스런 목소리로 그들의 몸을 걱정해줬다. 그러자 사내들은 소년의 말에 몸둘 바를 모르겠는지 고개를 세차 게 가로 저었다. "됐다! 지금은 그런 말로 시간을 끌 수 없을 것 같구나, 그건 그렇고 조금 전의 그 자는 누구였을까? 그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는 자가 있었다니..." 궁금한 듯 울려 퍼지는 소년의 목소리에 사내가 두 사내가 질문에 대답을 하기 시 작했다. "우리를 도와준 것으로 봐서 적은 아닌 듯 합니다." "음... 그건 그렇지만, 아까 보여준 살기 어린 행동은 그자가 위험인물임이라는 것 이 틀림없을 겁니다. 또한 그 자는 저하를 찾고 있었으니... 적은 아니라고 해도, 아군이라는 보장은 없는 듯 합니다." 조심스런 사내의 목소리에 소년이 동조해왔다. "음...그래, 우선은 조심스럽게 행동하는게 좋을 듯 하군!" "네, 당분간은 스노플을 벗지 않는게 좋을 듯 합니다, 저하." "그렇게 하지! 이런 너무 같은 자리에서 오랫동안 정체하면 또 복면인들을 만날 수 있겠군. 그만 가자!" "네!" 소년은 그렇게 스노플에 몸을 감춘 후 두 사내와 같이 어둠 속으로 향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캬캬캬~ 드뎌 만났네요~ >_< 근데... 리온과 크릭과 트레모스만이 만났군요... ^^ ㅎㅎㅎ 이제 라피에르는 형을 만날 수 있겠죠? 트레모스를 만났으니 아마도... 음..조만간 만날꺼에용~ 그럼, 즐거운 주말 보내세용~ >_< 빠쉬~ 라피에르에 대한 실마리는 리온과 크릭에 대한 추적을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윤곽 을 잡을 수 있었다. 즉 서서히 녀석과의 거리가 좁혀져 가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 만 그래도 리온과 크릭 곁에 라피에르가 있을지 없을지 확신을 할 수 없었던 나는 이 날도 그런 걱정들로 잠을 설치고 있었다. 스윽! 스윽! 그래서였을까? 소리와 빛의 차단 막을 주변에 설치하고 밤을 보내던 나는 부시럭거 리는 소리에 선잠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귀를 기울이지 않는 한 듣기 어려운 소리 였지만, 신경이 예민해져 있던 나는 그 소리에 그만 잠까지 깨고 만 것이다. 주변 에 작은 빛의 구들을 몇 개 설치해 둬서 그리 어둡지 않은 주변이었기에 아른거리 는 그림자를 통해 나는 부시럭거리는 소리의 정체를 알 수 있었는데, 조심스럽게 움직여 내가 쳐둔 결게 안으로 들어와 비어 있는 자리로 가는 인물은 바로 트레모 스였다. 요즘 들어 자주 늦은 저녁에 몰래 일행이 있는 곳에서 어딘 가로 갔다가 아침이 밝아오기 전에 다시 돌아오는 녀석은 오늘도 그런 일을 빼지 않은 모양이었 다. 몸을 자연스럽게 녀석이 있는 쪽으로 돌린 나는 밝은 표정으로 상기된 얼굴이 되어 있는 트레모스를 볼 수 있었다. 마치 저녁때까지 쌓였던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버 리기라도 한 듯 녀석은 꽤 즐거운 표정으로 자리에 누우려 하고 있었다. "어딜 그렇게 갔다 오는 거냐?" "헉!" 갑작스런 질문이었던지, 녀석은 누우려던 자세에서 몸을 벌떡 일으키며 나를 경계 하듯 잔뜩 몸을 긴장시켰다. "그렇게 놀랄 것까진 없고... 어디 갔다 온거야?" 나는 내 질문에 녀석이 은근히 스피아를 뒤로 감추는 것을 보며 대략적인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그게, 잠이 잘 안와서 밖에 산책좀 하고 오는 거야." "산책?" "그래...산책." '보통 산책이라면 이렇게까지 놀랄 필요는 없을텐데? 흠~. 그리고 스피아를 뒤로 감추는 것은 조금 전의 산책에서 그것을 썼다는 말도되고... 그렇다는 것은 라피에 르를 뒤쫓기 위해 풀어놓은 녀석들을 상대하러 나갔다는 설명이 되는 건가?' 녀석의 말에 난 이왕 깬 잠이라 녀석과 대화나 나눌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트 레모스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요즘 들어 녀석에게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레모스는 그런 내 행동에 뭔가 찔린 듯 뒤로 몸을 움찔 거렸는데, 아마도 내 예상이 맞는 것 같았다. '그렇게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했건만!' 우리들이 라피에르를 돕기 위해 폴보트에서 파견되었다는 사실은 일급비밀이었기에 누군가의 눈에도 띄지 않게 행동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그들 을 찾아가 싸움을 걸다니! 나는 대략 녀석이 어떤 행동을 한지 결론을 내고는 누워있었던 자리에서 몸을 일으 켰다. "잠이 안와서 산책을 한 것이겠지? 나도 잠이 안 와. 뭐, 너 때문에 깬 것이니 나 랑 아침까지 이야기나 나누자." "어? 그..그래? ...그러지 뭐." 조용한 걸음으로 녀석쪽으로 걸어간 나는 조금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역시 뭔가 내가 하지 말라는 일을 한게 분명해! 그동안 나름대로 나 혼자 생각이 복잡해서 녀석의 행동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군!' "야, 산책을 나갔다가 몬스터라도 만난거냐? 왜 이렇게 피비린네가 나는거야?" 솔직히 녀석에게서는 그 어떤 냄새도 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녀석이 어떤 산책 을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는 내가 짐작하는 대로 약간의 거짓말을 해서 녀석을 떠보기로 했다. "비..비린내?" '킁킁'소리까지 내면서 자신의 옷에서 냄새를 맡는 트레모스! 꽤 당황한 듯 이상하 다는 표정으로 녀석은 계속해서 자신의 옷에 냄새가 나는지 확인을 하고 있었다. "역시 그랬군! 내가 말썽피우지 말라고 했냐 안했냐! 네가 그렇게 문제를 피우니깐 내가 라피에르를 찾는데 시간이 더 걸리는 거잖아! 왜 피해야 할 상대들을 찾아가 서 싸우는 건데!" 확실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내가 결론을 내버리자, 트레모스는 내가 확 신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술술 불기 시작했다. "알았냐?" "......!" "그..그게, 사실은 심심하잖아! 너희들은 라피에른지 뭔지 하는 녀석들 찾는다고 바쁘고, 나는 혼자 심심하게 지내야 하고... 그래서 잠시 혼자 밖에 나가서 논 것 뿐이라고." 녀석의 말에 나는 조금 뜨끔하긴 했지만, 그래도 녀석이 일으킨 문제에 대해 묵인 할 수 없어 따끔하게 한마디했다. "잠시 놀아? 그냥 노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라피에르를 찾고 있다고 여기 저기 광 고를 하고 다닌거잖아!" "아냐! 그래도 뒤처리는 깨끗하게 했다고! 지저분해진 주변 정리도 하고, 냄새도 없애고... 내가 갔다는 흔적도 모두 지웠다고!" 나름대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잘못된 부분이 없음을 내게 설명하는 녀석을 보며 나 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야! 네가 아무리 그래도, 없어지는 사람들을 그들이 모르겠냐? 그것도 흔적도 없 이 사라지는 그들을?" "흥! 그들이 그 사실을 알기 전에 우리가 라피에르 녀석을 찾으면 되는 것 아냐?" "에휴~ 물론 그거야 그렇지만, 그 일을 지금 네가 방해하고 있잖아!" 나는 고개를 저으며 문제를 일으킨 문제아 트레모스를 쳐다봤다. 하지만 녀석은 내 말에 발끈한 것인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내 말을 반박하고 나섰다. "아냐! 그래도 내가 이런 식의 산책을 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생긴 거라고!" "새로운 사실?" 앞으로 녀석이 이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한 확답을 받기 위해 말을 하던 나는 녀석이 말한 새로운 사실에 더 흥미가 끌려 그만 아까 하던 말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말았다. 트레모스도 그런 내 상태를 알았는지 산책나갔다가 생긴 일들을 내게 말해주기 시 작했다. "내가 밤에 나가서 복면인들을 쫓고 있다가 라피에르를 아는 녀석들을 만났다고!" "라피에르를 아는 녀석들?!!" 나는 강한 눈빛으로 녀석에게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음~. 두 녀석이었는데, 둘 다 검사였어. 꽤 괜찮은 실력을 갖고 있는 것 같았지만 , 많은 복면인들을 상대하기에는 모자란 점이 있더군." "두..두 녀석?" 나는 트레모스의 말에 리온과 크릭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뛰어난 검사가 그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복면인들에게 쫓기는 그런 검사들은 흔치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떻게 생겼지?" "흠~. 둘다 나이는 20대 후반정도 되었고, 둘다 갈색 계열의 머리카락이었어. 한 녀석은 좀 우락부락하고, 다른 한 녀석은 좀 차가운 느낌의... 대충 그랬지 뭐... 어라? 리넨?" 트레모스는 내가 갑자기 녀석의 팔을 잡아서 그런지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을 끊었다. "언제야?" "뭐가?" "언제 그들을 본거냐고!" 나는 모두 자고 있는 조용한 밤이라는 것도 잊어버린 채 녀석에게 커다란 목소리로 다그치기 시작했다. 만약 트레모스가 만난 두 검사가 내가 생각한 리온과 크릭이 맞았다면 라피에르에 대해 찾는건 너무도 쉬운 문제였기 때문이다. 내 팔힘에 의해 몸이 앞뒤로 흔들리던 트레모스는 내 행동에 화를 내기 보다, 다급 해하는 내 모습에 나를 진정시키고는 그들을 만났을 때의 일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부시럭 부시럭. 내 소리 때문에 일어났던 것인지, 아니면 그 전에 모두 선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인 지 녀석의 설명이 끝나자, 야영을 하고 있던 그곳에는 누워 있는 사람이 단 한 사 람도 없게 되었다. 모두 자신들의 무기를 손에 쥐고 내가 길을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라피에르는 그곳에 없었다고? 흠~. 트레모스의 말대로 녀석이 정말 리온과 크릭 곁에 없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만약 내 생각대로 녀석이 자신의 기척을 숨길 수 있 는 뭔가를 갖고 있었다면?! 그럼 가능성은 있지! 녀석은 리온과 크릭 이외의 인물 들과 폴보트 연합으로 향했다는 것보다는 그것이 더 타당한 가능성이니까!' 지금까지 녀석의 기척을 찾았다 놓쳤다를 반복했던 나로서는 라피에르가 리온과 크 릭의 곁에 있다는 쪽에 가능성을 건 것이다. "시간이 늦긴 했지만 지금 출발해도 문제없겠지?" 내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란이 탐탁치 않은 시선으로 레드 사이어를 만지작거리긴 했지만 그녀의 반응은 저 정도도 괜찮은 축에 속하는 것이 었기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변에 쳐두었던 모든 마법을 거뒀다. "트레모스! 아까 그들을 만났던 장소로 안내해!" "그러지." 트레모스는 모든 준비가 끝난 우리들을 한꺼번에 텔레포트 시키면서 그 자리를 뜨 게 만들었다. 이 정도의 마법을 실현할 수 있는 마법사는 존재자체가 없는 것 같았 지만, 마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데칸티스와 엘벤트는 이런 사실에 대해 그저 놀 랍다는 표정만 해보일 뿐이었다. 그들은 어떤 수준의 마법이 인간에게 가능한지 알 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뭐, 그런 사실이 내게 더 편했지만... 어쨌든 우리들은 트 레모스의 도움으로 쉽게 뭔가 어색해 보이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너무도 깨 끗해서 인공적인 힘이 이 주변을 훑고 지나간것과 같은 느낌이 드는 장소에... '이런 식으로 뒤처리를 했는데, 뭐? 완벽하게 흔적을 지웠다고?' 눈에 보이는 너무도 깨끗한 주변의 모습에 나는 고개가 저절로 가로 저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녀석의 뒤처리 실력보다는 라피에르의 흔적에 대 해 더 큰 무게가 있었으므로 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나 대신 엘벤트가 입을 열긴 했지만... "여기 뭐라고 말할 순 없지만 뭔가 매우 어색하군요?"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말을 꺼낸 엘벤트는 엄청난 살기가 담긴 트레모스의 눈빛에 뒤로 한 걸음씩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지만 그런 행동은 내 중재에 의해 멈춰췄다. "그만! 지금은 라피에르를 찾는게 중요한 문제야! 이상한 시비로 시간끌지 말도록 해!" 난 그렇게 주변을 조용히 시킨 이후 주변에 땅과 바람의 요정을 불러 그들을 찾게 만들었다. 트레모스가 이곳을 떠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정령들이 쉽게 그들의 흔적을 찾아내게 알려오리란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리면... 녀석을 만날 수 있는 것인가? 제발 무사했으면...' 트레모스의 말에 의하면 그들의 몸에는 적지 않은 상처가 나 있었다고 했다. 복면 인들을 상대하는 것도 매우 어려워보였고... 그런 상태에서 도망을 치다가 자칫 잘 못해서 다른 복면인들의 추격을 받게 되면... 어쩌면 꽤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물밀 듯 밀려오고 있었다. '괜찮을꺼야...그럼, 괜찮을꺼야...' 한편 라피에르는 리넨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많이 다친 리온 과 크릭의 몸을 치료하게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의원이 있는 마을로 발걸음을 옮기 고 있었다. 붉은 머리의 사내의 도움을 받은 이후 한번의 습격을 더 받은 상태라 그런지 리온과 크릭의 몸이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살벌한 전시체제로 인해 마을로 내려간다고 해서 특별히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서있는 것조차 정신력이 아니면 어려운 그들임을 알았기에, 라피에르는 그들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근 마을로 발을 옮겼던 것이다. 숲 속에 사람들의 인가가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그들이 가는 길은 아 무도 가지 않는 미개척 길이었기에 사람들의 그림자를 발견하기란 하늘의 별을 따 는 일처럼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검은 복면인들의 그림자는 예외였지만! 하지만 상황은 그런 낮은 경우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즉 그 둘을 겨우 겨우 이끌 고 가는 라피에르 앞에 사람이 나타났던 것이다. 은은한 푸른색을 띄는 은빛 머리를 하고 있는 아름다운 청년! 라피에르의 앞에 나 타난 청년은 인간같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두운 달빛아래에서 청년의 머리 카락은 은은한 은빛을 발하고 있었는데, 그 빛은 청년의 모습만큼이나 이 세상의 모습같지 않아보였다. "누..누구?" 라피에르의 일행은 지금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상태였기에 주위에 촌각을 곤두세 우며 경계를 하며 길을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청년의 모습이 보이기 전까지 그의 기척을 느낄 수 없음을 안 라피에르는 그 청년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 었던 것이다. 발걸음을 멈추고 선 라피에르! 그의 부축을 받던 리온과 크릭도 몸의 상태를 숨기 려는 듯 힘겹게 검을 뽑아 청년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은발의 청 년은 그들의 그런 행동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무관심한 시선으로 그들을 한번 훑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어두운 숲 속을 쳐다보았던 것이다. 청년의 그런 무관심에 라피에르는 그가 자신들의 일에 별로 관여하고 싶지 않아 한 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느낌과 동시에 라피에르는 청년 이 어쩌면 리온과 크릭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저, 실례지만, 저희를 좀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라피에르는 정체도 모르는 청년에게 머리를 숙이며 들어갔다. 지금 그의 도움을 받 지 못한다면 더 위험한 길을 가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그는 머리를 숙였던 것이다. 스륵! 라피에르의 말에 무관심하게 돌렸던 청년의 고개가 라피에르쪽으로 돌려졌다. "도움? 도움이 필요합니까?" 하늘거리는 목소리가 라피에르 일행의 귀에 울려퍼졌다. 여인의 그것보다 더 부드 럽고 영롱한 목소리가 잠시 라피에르의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지만, 지그시 쳐다 보는 청년의 눈에 라피에르는 조금 늦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지금 이 두 사람이 몸을 움직이기도 힘든 상처를 입었습니다. 당신께서 이들을 도 와주실 수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라피에르는 눈앞의 청년에게 말을 하면서 처음과 달리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에 대 한 존칭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끼며 적지 않은 당혹감을 느껴야만 했다. 뭔가 알 수 는 없었지만 청년의 존재가 자신보다 못하지 않을거라는 그런 느낌에서 이런 어투 가 흘러나왔는지도 몰랐다. "상처라...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 봐드리죠." 처음 라피에르 일행을 보고 무관심하게 고개를 돌렸던 청년의 모습과는 다르게 그 는 라피에르의 말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며 미끄러지듯 라피에르 일행곁으로 다가왔 다. 그는 아직도 경계의 눈초리를 누그러뜨리지 않은 리온과 크릭쪽으로 다가갔는 데, 옆에서 라피에르가 그들에게 뭐라고 눈빛으로 언질을 주었지만, 리온과 크릭은 손에 들린 검을 쉽게 놓지 않으며 청년을 경계했다. 그들의 손에 들린 날카로운 검이 청년의 몸을 향해 뻗어 있었지만, 청년은 그 검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그 둘 의 곁으로 서슴없이 다가가 조용히 양손을 들어올렸다. 마치 그런 칼은 그의 몸에 해를 끼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당신들을 다치게 하지 않을 겁니다. 단순한 치료니, 그렇게 겁먹지 않아도 됩니다 " 위잉~! 부드러운 청년의 말이 끝나자 마자, 리온과 크릭의 몸 주변에는 청년의 은빛 머리 카락보다도 더욱 밝게 빛나는 은빛의 아름다운 불빛들이 가득 들어차 버렸다. 마치 하늘의 달이 빛을 뿜어내는 것과 같이 그 둘의 몸은 아름다운 은색의 빛을 내 뿜었는데, 라피에르는 그 빛에 정신이 팔려 청년이 사라지는 것도 보지 못하고 말 았다. 잠깐동안 판 한눈이었지만, 빛이 사라지기 전에 빛을 만들어냈던 청년이 사 라져버리고 만 것이었다. "고맙다는 말도 하지 못했는데... 그는 누구였을까?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라피에르는 마치 환상을 본 것과 같은 착각이 들었지 만 멀쩡하게 움직이는 리온과 크릭의 몸을 보고는 좀 전의 일이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정말 그는 누구였을까요? 아무렇지 않은 손동작 하나만으로 이 정도의 치료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대단한 사람이 분명할텐데요 " 리온은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하듯 검을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리고는 조 금 전 일어난 환상과도 같은 경험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 이미 사라져 버린 은발의 청년을 찾기라도 하려는 듯... 하지만 이미 사라져버린 청년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질 않고 있었다.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없었던 존 재라도 되는 것 마냥...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너무 끄는듯 하군요... 이제 곧 만납니당~ 진짜루~~ 흠~ ^^;;; 새로운 은발의 청년은... 왜나왔지? ㅡㅡ 음~ 등장해서는 안될 인물이 벌써 나오고 말았으요.... 왜..왜??? 음.... ㅡㅡa (재정신이 아닌듯~) 근데, 방학을 했는데도 속도가 안붙는 군요. ㅡㅡ;;; 음... 어쨌든~,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날씨가 많이 춥습니당~ 감기 조심하세요~ 요즘 감기는 매우 독하기 때문에... 한번 걸리면 장난 아니게 고생합니다.(고생중) 불규칙적인 생활과 과로는 감기의 적이니... 연말이라고 넘 많은 외출은 삼가..헉! (내..내가 지금 무슨 말을!!! ㅡㅡ;;;;삐질~ 뜨끔 뜨끔!) 아..암튼~ 감기 조심하세요~ 그럼 빠시~ Subject <연금술사>-32-2 은발청년이 라피에르를 떠난 직후 라피에르 일행은 잠시 어리둥절함을 달래고는 그 곳을 떠나려했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폴보트 연합으로 가야만 했기 때문에 은발청 년과의 만남 이후 생겨난 혼란스러움이 진정된 다음에는 급히 그곳을 떠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 주변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리 크 지 않은 일정범위 밖으로는 몸을 이동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치 보이지 않는 힘 이 그들을 안쪽으로 밀어 넣고 있기라도 하듯 라피에르 일행의 몸이 일정 범위 이 상 벗어나려고 하면 이내 알 수 없는 힘이 그들을 튕겨, 다시 안으로 되돌아오게 했던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던 장소에서 이런 일이 발생되자, 그들은 잠시 꿈이라도 꾼 것과 같 은 경험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즉 그들의 머릿속에는 온통 은발의 청년이 이 일 과 관련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가득했던 것이다. 자신들에게 도움을 주었던 청년이 었지만, 그는 그들을 산 속에 가둬버린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며... "저하, 이곳에 어떤 장치가 되어 있는 듯 합니다. 이대로 이렇게 이곳에 갇혀 있게 된다면, 복면인들과의 싸움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걱정스러운 리온의 말에 크릭이 자신의 가슴을 툭툭치며 불안해하는 리온의 말을 무시해 버렸다. "몸도 다 나았는데 뭐가 걱정이냐? 덤빌테면 덤비라고 그래! 덤비는 즉시 다 작살 을 내버릴테니까!" 어떻게 들으면 조금 상스럽게 느껴지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크릭. 그는 과장된 행동으로 라피에르의 불안함을 없애주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하지만 라피에르는 그런 크릭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었다. "너희들의 몸이 다 나은건 다행이지만, 이렇게 같은 공간에 갇혀 있게 되면, 계속 해서 몰려드는 복면인들의 공격에 무릎을 꿇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그래도 저하는 제가 지켜드릴 겁니다!" "후훗! 그래, 그런 사실은 믿어 의심치 않아!" 크릭의 말에 라피에르는 강한 신뢰가 담긴 눈빛으로 크릭과 리온을 쳐다보았다. 라피에르 일행을 뒤쫓는 검은 복면인들...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 라피에르 일행과 만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도 했다. 계속 폴보트 연합쪽으로 움직이면서도 수시로 그들과 만나 싸워야만 했던 라피에르 일행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숲 속에서 갇혀 버렸으니, 복면인들의 공격을 받게 되는 일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 리고 지금 그 당연한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조용한 어둠이 숲 속에 내려앉은 시각. 간간이 부엉이 울음소리와 짐승들의 울음소 리가 으스스한 숲 속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을 때였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갑자기 중단되는 듯 하더니, 어두운 밤의 색보다 더 어두운 옷을 입은 여 섯 명의 사내가 숲 속을 헤쳐 지나가며 라피에르 일행이 갇혀 있는 곳으로 달려오 고 있었다. 샤샤샥! 그들은 독 안에 쥐가 되어버린 라피에르 일행을 발견했는지 그들이 갇혀 있는 장소 에 일제히 빠른 속도로 달리던 몸을 세워버렸다. 그러자 그들과 함께 움직이던 바 람을 가르는 소리도 멈춰버리고 말았다. 챙! 그들이 달려오던 몸을 멈춘 것과 거의 동시에 리온과 크릭, 그리고 라피에르의 손 에는 어느새 날카로운 검이 들려졌다. 복면인들이 라피에르 일행을 공격해 들어오 면 바로 그들과 싸울 수 있는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검을 미리 뽑아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복면인들이 있는 곳까지 갈 수 없었기에 그렇게 검을 든 채로 그들 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은 여섯 명의 복면인들이었지만, 이제 그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 고 있는 라피에르 일행! 그들은 손에 땀을 쥔 채로 복면인들이 공격해 들어오길 기 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복면인들은 뭔가를 찾는 듯 머리만을 이리 저리 빠르게 움직일 뿐, 라피에르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다가올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즉 , 그들은 바로 눈앞에서 무기를 들고 그들을 경계하는 라피에르 일행이 눈에 보이 지 않는 듯 고개만 두리번거릴 뿐, 허리와 어깨에 있는 그들의 무기를 꺼내지 않았 다. 마치 라피에르 일행 전체에 어둠의 망토 스노플이 덮여져 있기라도 하듯, 그들 의 눈에는 라피에르 일행이 안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복면인들은 그 주변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쉽게 그곳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즉 그곳에서 끊어진 라피에르 일행의 흔적을 찾으려는 듯 신중하게 일행의 흔적을 유심히 살피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 일제히 그곳을 떠났다. 어딘 가로 갔을거라 생각하는 라피에르 일행을 찾기라도 하 려는 듯! 그들이 그렇게 그곳을 떠나자, 당황한 것은 라피에르 일행이었다. 그들은 어둠 속 에서 나타난 검은 복면인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다가올 경우를 대비해 일제히 무기 를 꺼내들고 있었던 상태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들은 라피에르 일행이 있는 곳으 로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그곳에는 길이 없기라도 하듯, 그들은 발걸음조 차 그곳으로 내딛지 않은 것이었다. "이..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제일 처음 말문을 연 것은 크릭이었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늘 그 렇듯 뒷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상한 일이 계속 일어나는군..." 현명한 리온도 그런 크릭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뿐이었다. "복며인들이 우리를 보지 못하는 것 같은데... 혹시 이 일대에 우리를 묶어두고 있 는 그 힘이 복면인들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감춰버린 것인가?" 라피에르가 의견을 제시하자, 리온이 두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이고 나섰다. "오!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저희들의 심한 상처를 아무렇지도 않게 치료한 그 은발 의 청년이라면, 이런 일이 가능할지도..." "내가 마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책에서 '일루션(환영)'이라는 마법이 있 다는 글은 본 기억이 나는군... 지금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이 알 수 없는 힘이 그 일루션 마법의 일종이 아닐까?" 라피에르가 뭔가를 생각하듯 말을 꺼내자 크릭이 신기하듯 주변을 새삼스럽게 다시 둘러보기 시작했다. "환영마법이라... 저하, 제가 알기로 환영마법이라는 것은 그저 환영을 보이게 할 뿐으로 알고 있는데요? 즉 이렇게 우리들을 가두 둘 수 없다는 말입니다. 이건..." 리온이 라피에르의 말에 의문점을 제시하자 라피에르도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래... 나도 그렇게 알고 있지. 하지만 세상일이란 알 수 없는 일이지. 우리가 알고 있는 틀을 깰 정도의 사람은 부지기수로 많은게 세상이니..." 그리 길지 않은 밤사이, 이상한 경험을 연속해서 하고 있는 라피에르 일행! 그들은 그렇게 꿈에서나 가능한 일들을 경험하며 그곳에서 밤을 보내야만 했다. 그들이 그렇게 숲 속에 갇혀 있을 때, 검은 복면인이 아닌 다른 인물이 일행이 갇 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어떤 기척도 없다가 갑자기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 람은 바로 긴 흰색의 머리카락과 수염을 갖고 있는 노인이었는데, 두리번거리는 그 의 얼굴에는 짜증과 당혹감이 잔뜩 들어차 있었다. "대체 어디로 간거야? 이곳에 있는 줄 알고 왔더니 그새 사라졌군. 어떻게 된 것이 도망가는데는 탁월한 재능이 있어! 에혀~" 투덜투덜 거리는 노인은 긴장한 채 노인을 경계하는 라피에르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다가와 주변을 훑어보았다. "흐~음~. 보아하니, 이곳에 마나가 뭉쳐있군, 설마 이 안에 없겠지? 하지만... 이 안에 있으면? 우우~~~ 안에 없을꺼야... 이런 단순하게 만든 일루션 안에 숨어 있 을 만큼 녹녹한 사람이 아니란 말야... 하지만 만약 일부러 이렇게 만들어서 내 눈 을 피하는 거라면? 우우욱!" 노인은 뭔가를 중얼거리면서 두 손으로 머리를 마구 흩으려놓았다. 그는 복며인들 이 알아차리지 못했던 일루션 마법을 단번에 알아봤지만, 선뜻 그 안으로 들어가려 는 시도는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안에 있는지 없는지 알아본다고 시간을 소비하는 동안, 만약 그가 나를 피해 다른 곳으로 도망을 갔다면? 음...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하지만 그 반대로 그런 가능성을 믿고 내가 이것을 그냥 지나쳐버리는 것을 계획했다면? 음..." 노인은 발을 일루션 마법이 설치되어 있는 곳으로 걸어가면서도 계속해서 그 안으 로 들어갈지 말지 고민을 했다. "음... 하지만 그는 쉽게 공간이동을 할 수 있으니, 내가 이러고 있는 사이 나를 피해 다른 곳으로 갔을지도 모르겠군! 흥!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못 쫓아가리라 생 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노인은 마침 결심을 한 모양인지 순식간에 손을 들어 라피에르 일행이 끙끙 앓으면 서 어쩌지 못했던 일루션 마법을 순식간에 허물기 시작했다. 노인의 손에 의해 구 현된 마법은 일루션 마법을 완벽하게 없애는데 꽤 긴 시간이 소모되었지만, 그 안 에 갇혀 있던 라피에르는 그 긴 시간이 매우 짧게 느껴졌다. 신기한 경험을 하는 시간이라서 그런지 그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며 노인의 행동을 지켜봤던 것이다. 노인의 손이 아래로 내려지자, 커다란 바위 절벽으로 보이던 모습이 펑 트인 공간 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쳇! 그 작자가 어떻게 해서든 나를 떨어뜨려 놓으려고 하는 것인지, 꼭 이런 것에 시간이 들게 만들어요! 쳇!" 투덜거리던 노인은 사라진 환영 뒤로 펼쳐진 공간으로 발을 내딛었다. 채링~! 챙! 노인의 발걸음이 내딛어지는 순간과 같이 울려퍼지는 금속음! 리온과 크릭이 노인의 접근을 경계하며 검을 뽑아든 것이었다. "멈추시오!" 짧은 하루 밤사이에 그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많이 겪었기 때문인지, 리 온과 크릭은 잔뜩 긴장한 몸으로 노인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평소였다면 아무 살기 도 없는 노인에게 몇 가지 말로 노인의 목적을 알아봤을 그들이었지만 오늘은 그렇 게 할 정신이 없었던 모양이다. "잉? 이건 뭐야?" 리온과 크릭의 날카로운 검과 그곳에 묻어 있는 그들의 경계의 뜻을 알아본 노인이 었지만, 그는 시덥지 않은 표정으로 그들의 행동을 삐딱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 "안에 있어야 할 그는 보이지 않고, 이상한 것들만 잔뜩 들어차 있었잖아? 혹시 그 들이 눈속임으로 이들이라도 집어 넣은 것인가? 흠~. 하지만 이상하잖아! 그는 알 고 있는 사람이 없는데? 혹시, 지나가던 사람들을? 음... 그것도 이상하군, 이런 곳에, 그리고 이런 늦은 시간에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가고 있을리 만무하잖아! 아! 그러고 보니 별 시덥지 않은 것들이 떼지어서 돌아다니고 있긴 하더라... 하지만 이들은 옷도 모두 제각각 입고 있는데~?" 노인은 리온과 크릭,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라피에르를 바라보며 혼자 자신의 생 각을 중얼거리며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머..멈추라고 했소!" 무슨 이유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리온은 왠지 눈앞의 노인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그 노인이 무언중에 내뿜고 있는 기도 때문인지 리온은 말까지 더듬으며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던 것이다. "여기가 네 땅이라도 되냐? 지나가는 사람을 멈춰라 말라 하게?" 건방지다는 듯, 노인은 리온의 검을 향해 손을 내젓고는 그 뒤에 조용히 노인을 쳐 다보고 있던 라피에르에게로 다가갔다. 노인의 단순한 손놀림에 리온은 깜짝 놀라 며 검을 놓치고 말았는데, 아마도 그것은 검을 쥔 손잡이에 일어난 반짝이는 정전 기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이거 초면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제 부하가 실수를 저질렀군요." 라피에르는 화끈거리는 손바닥을 이리저리 비비고 있는 리온을 쳐다보다가 노인에 게로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수그렸다. 라피에르는 노인이 보여준 신위를 보고, 자 신들로서는 그를 이기지 못할거라는 계산을 이미 끝낸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눈 앞의 노인은 자신들에게 별다른 해를 줄 것 같지도 않았고... "호오~, 그래도 너는 좀 예의가 있군." 노인은 그런 라피에르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가 나를 화나게 할 뻔했지만, 뭐 너는 그나마 좀 나은 듯 하니 넘어가도록 하 지! 그건 그렇고 정말 없는 건가?" 라피에르를 쳐다보다가 다시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노인. 라피에르는 그런 노 인을 보며, 그가 누군가를 찾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혹시 누군가를 찾고계십니까?" "으응? 어떻게 알았냐?" "......" "혹시 내가 찾는 인물에 대해 알고 있기라도 한 것이냐?" "저...혹시 은발의 청년이 아닙니까?" "오오옷!" 라피에르의 말에 노인의 시무룩했던 표정이 단번에 밝아지기 시작했다. "맞아! 은발의... 사내지... 청년은 좀 그렇군! 아무튼! 어디로 갔지?" 반짝거리기까지 한 노인의 눈동자. 라피에르는 자신의 얼굴쪽으로 머리를 들이미는 노인을 경계하며 몸을 뒤로 뺐다. "그..그게 아까 전까지 있었는데, 주변에 이상한 환상마법을 만들어 우리를 가두더 니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뭐얏? 여기 없으니 사라진건 당연하지! 내가 묻고자 하는 것은 어디로 갔냐는 것 이야!" "그..그게 저희도... 그걸..." 라피에르는 얼굴을 더욱 바싹 들이미는 노인의 행동에 크게 당황하며 몸을 최대한 뒤로 빼며 식은땀을 흘려야만 했다. 라피에르는 갑자기 화내다가 웃고 다시 또 화 냈다를 반복하는 노인의 행동 패턴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반응을 해야 하 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야!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는 거잖아! 그런데 그러면서 아는 척을 해?" "아니..그게..." "흥! 난 또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했더니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군~. 쳇!" 노인은 라피에르의 얼굴 바로 앞까지 갔던 머리를 휙 돌려버리고는 그들에게서 몸 을 틀어버렸다. 아마도 그가 찾고 있는 은발의 청년을 뒤쫓아가려는 모양이었다. 그런 노인을 보면서 라피에르는 일루션 마법을 사라지게 해준 노인에게 고마움 반, 당혹감 반을 느껴야만 했다. 그런데 그렇게 사라질 것 같이 행동하던 노인이 갑자기 몸의 방향을 확 바꿔 다시 라피에르에게로 다가오는게 아닌가! 라피에르는 그런 노인의 갑작스런 행동에 다시 몸을 뒤로 슬며시 빼야만 했다. 아까와 같이 자신이 코앞까지 다가온 노인의 얼굴 에서 조금이라도 멀리 떨어지기 위해. 하지만 노인은 방향만 틀었을 뿐, 아까와 같 은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근데, 나랑 전에 만난 적이 있었던가? 얼굴이 매우 익군! 분명 본 얼굴이 분명해. .." "저는 처음 뵙는데요?" 어디서 봤다는 말에 라피에르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얼굴을 알 고 있는 자는 지위가 높은 귀족들 중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했던 것이다. 물론 요즘 에는 복면인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처럼 자신을 알아보고 있었지만... 하지만 그런 라피에르의 말에도 노인은 계속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아냐, 아냐...분명 본 얼굴이야! 어디서 봤더라? 흠~. 내가 리넨과 헤어진 다음에 는 계속 그를 쫓아 다녔으니까, 내가 널 봤다고 기억하는 것은 유투 성에서 봤다는 말이 되는군~. 너 유투 성에 있었냐?" 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오는 노인의 말. 그 말이 불러일으킨 파장은 대단한 것이었다 몸을 뒤로 빼고 있던 라피에르가 갑자기 튕기듯 몸을 노인에게로 다가간 것과, 얼 얼한 손을 비비고 있던 리온이 손에서 일어나는 고통을 잊고 노인을 쳐다본 것, 그 리고 크릭이 멍한 표정으로 노인을 쳐다본 것! 그들은 모두 얼빠진 표정으로 노인 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표정을 지어보인 것이었다. "뭐야?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유투 성에 살았어? 안 살았어?" "저... 형을 아시나요?"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노인에게 입을 연 라피에르! 그는 리넨을 아는 사람을 만 났다는 사실에 벅찬 가슴을 간신히 짖누르고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형? 리넨이 네 형이...아! 그렇군! 그러고 보니, 언제나 졸졸 쫓아다니는 귀찮은 녀석이 있었지! 흠~ 그러고 보니, 그때의 꼬마가 너구나! 어쩐지 어디서 봤다고 했 어..."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반짝이는 눈동자로 자신을 쳐다보는 라피에르를 꼼꼼히 다시 살펴봤다. "아~. 그러고 보니, 저쪽의 두 녀석도 그때 본 녀석들이군~. 옷차림이 구리구리 해 서 못알아봤네~." 여기저기 뜯어져 굳은 피와 흙으로 지저분해진 옷을 입고 있는 리온과 크릭을 쳐다 보며 노인이 한 말이었다. "여..역시! 형을 알고 있군요! 혹시... 혹시 형이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형을 알 고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을 꺼에요! 그렇죠?" 강한 질문에 라피에르는 자신도 모르게 노인의 옷자락을 잡고 세차게 흔들며 떨리 는 목소리로 노인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뭐..뭐야? 리넨? 내가 그 자식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아? 저번에 성을 떠난다고 한 이후 본적이 없는데?" 은근슬쩍 라피에르의 손을 자신의 옷자락에서 떼면서 대답하는 노인. 그는 라피에 르에게로 다가오는 리온과 크릭에게 자신의 대답으로 비틀거리고 있는 라피에르를 떠넘겼다. "저하! 리프네리욘님은 이 세상에 안계시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제발 이 제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십시오..." 안타까움이 한껏 베어 있는 리온의 목소리. 하지만 그의 말에 라피에르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그의 손을 뿌리쳤다. "내 앞아서 그게 무슨 망언이냐! 형님께서는 살아계셔!" "하지만 저하!" 리온과 크릭의 말에도 무서운 눈빛만을 하는 라피에르였다. "자..잠깐만! 리넨이 죽었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살벌해질 것 같은 그들의 분위기를 깨고 노인이 그들 사이를 갈라놓았다. "리넨이 죽었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고!" 엄청난 크기의 목소리에 화가난 라피에르까지 고개를 돌려 노인을 쳐다볼 정도로 노인의 목소리는 그들의 시선을 잡아 끌고 있었다. "모르고 계셨습니까? 리프네리욘님은 성을 떠나신 이후 지금 우리들을 공격하는 검 은 복면인들의 공격으로 레지 산맥에서 목숨을 잃..." "그만! 형님께서는 살아계신다!" 리온의 말을 끊고 라피에르가 소리를 버럭질렀다. 라피에르는 유투 시에서 분명 리 넨을 보았다고 굳게 믿고 있었으므로 리넨의 죽음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본 그 사내가 리넨이 분명하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었지만, 그 는 그렇게 굳게 믿고 있었다. 어쩌면 리온의 말처럼 자신이 그렇게 믿고 싶어서 엉 뚱한 사람을 형으로 생각하고 믿어왔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 으면 살고자 하는,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이 아무 소용없음을 알았기에 라피에르는 계속해서 리온의 말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던 것이다. "조용! 그만들 해라! 리넨이... 이곳에 퍼져있는 그 검은 옷의 녀석들 때문에 죽었 다고?" 굳게 다물어진 두 주먹이 부르르 떨리면서 노인이 이를 갈기 시작했다. "녀석의 시체는?" 휙 돌려진 노인의 고개가 오른쪽에 있던 크릭을 쳐다보았다. "그..그게 화산 아래로 떨어지셔서 시신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압니다..." "으드득!" 더듬거리는 크릭의 말에 노인은 굳게 쥐었던 주먹을 옆으로 내뻗으며 눈에 보이는 단단한 나무를 흔적도 없이 부셔버렸다. 콰콰쾅!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며 그의 손이 뻗어진 방향의 나무는 높게 솟아 있던 높이를 잃어버리고는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녀.석.들.이 감히!" 노인은 아까의 정신없이 왔다갔다 했던 모습이 아닌 진중한 모습으로 바뀌어 조금 전에 일어난 폭발로 몰려들 검은 복면인들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동안 그들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아 무시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뭐? 그들 이 리넨을 해한 놈들이라고? 내 이것들을 그냥!" 그가 그렇게 분노하고 있자, 주변의 리온과 크릭은 자신들의 무기를 바로 잡아, 이 곳으로 올 복면인들을 상대할 준비를 했다. 되도록 복면인들을 피해 폴보트 연합쪽 으로 가는게 그들의 목표였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리온과 크 릭은 검을 바로 잡았던 것이다. 그리고 라피에르도 아까의 모습과는 다른 차분한 모습으로 리온과 크릭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스노플을 덮어썼다. 그렇게 그들이 복면인들을 맞을 준비가 끝났을 때! 생각보다 빠르게 일대의 무리들이 그들 곁으 로 다가왔다. 지금까지의 복면인들이 약한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지금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 오는 인물들은 지금까지의 적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자들이었다. 매우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그들이었기에 그 기운을 정확히 꿰뚫 는 이는 노인 이외에 없는 듯 했지만, 리온과 크릭, 그리고 라피에르는 모두 몸을 긴장시키고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샤샥 샤샥 샤샥! 작은 바람소리만을 내며 도착한 이들! 그들 중 어리게 보이는 소년은 말을 하던 도 중 날아오는 공격마법에 그만 말을 하던 중에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이곳에서 폭발이 일어나...켁!" 콰콰쾅! 그곳에 도착한 인물들은 검은 복면이 아닌 일반인들의 옷을 입고 있던 사람들이었 다. 검은 복면인들처럼 자신들의 모습을 감추거나 한 사람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이곳에 나타난 이후 노인은 그런 생각도 하지 않은 듯 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상황이어서 그런지 노인은 그런 사실 에 신경쓸 정도로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뭐..뭐야? 왜 대놓고 공격이야? 혹시 그들과 한패?" 소년을 부축하며 한 사내가 노인을 경계하듯 검을 뽑아 들었다. "호오~. 이거 재밌는데? 지금까지의 녀석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군! 재밌겠어!" 아름다운 금발의 청년이 뒤를 돌아보며 청록색 머리카락의 청년을 바라보며 마치 허락을 받듯 간절한 눈빛을 보냈지만, 청록색 머리카락의 청년은 그의 눈을 바라보 지 않는 듯 연신, 주변을 살펴며 누군가를 찾는 듯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 발의 청년은 자신의 마음이 내키는 대로 눈앞의 노인에게로 다가갔다. "이봐! 그동안 심심했는데 잘됐군! 나랑 한판 붙자고~!" 신이 난 듯 입가에 미소까지 지어보이는 금발의 청년은 노인의 이빨이 갈리는 소리 를 들으면서도 여유로운 듯 노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법 구들을 은빛 검으로 내치기 시작했다. 콰콰쾅! 청년의 검에 의해 내쳐진 노인의 공격은 주변을 서서히 초토화시키며 조용했던 숲 을 소란스럽게 만들기 시작했다. "흠~. 꽤 하는군! 이 정도는 되니깐 당한 것이겠지만! 덤벼라!" 노인은 금발 청년의 실력에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전보다 더 강한 공격들을 서슴없 이 하기 시작했다. 금발의 청년은 그런 소란스러움 사이에서 자신의 일행이 뭐라고 하는 듯 했지만 온 정신을 노인에게로 쏟으며 그와의 싸움을 즐겼다. 노인도 눈앞 의 청년과의 싸움에 온 정신을 집중한 모양인 듯, 계속해서 손을 쓸 뿐이었다. ----------------------------------------------------------------------------- 헉헉... 겨우 올리는 군요... ㅡㅡ;;;삐질~. 어떻게든 이번회에 만나게 하려고... ^^;;;; 만나긴 했죠? 아직 상봉은 아니지만...만나긴 한거에요..만난것 맞아요.... 음음...^^;;;삐질~ 암튼~ 즐건 하루 되시구용~ 즐독해주세용~ >_< 그럼 빠쉬~~~ 펑펑! 콰콰콰쾅! 시야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수한 먼지를 일으키며 주변의 경관을 망가뜨리고 있 는 키에라도와 트레모스! 나는 이곳에 도착한 이후, 리온과 크릭을 알아보고 그 주변에 있을 라피에르를 찾 기에 급급해, 그 둘이 싸우는 것을 말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는 라피에르 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거의 가능성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맞아떨어 지기라도 한 듯, 라피에르는 그 어디에도 흔적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리온과 크릭과 같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인가? 하지만... 그것이 더 위험한데... 혹시 이곳에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리온과 크릭의 곁에 숨어 있기라도 한 건가?' 지금까지 그런 가정을 하고 있었기에, 나는 리온과 크릭의 주변에서 라피에르의 흔 적을 찾기 위해 몸의 모든 감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듯이 나는 그 어디에서도 녀석을 찾을 수 없었다. "으득! 꽤 하는데? 영감!" "크크..윽! 그건 내가 할 소리! 파이어 볼!" 파팟! 쿠쿠쿠쿵! 내가 머리를 굴리는 동안 키에라도와 트레모스의 싸움은 더 격해지고 있었다. '이런 이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라피에르의 존재야 리온과 크릭에게 물어보면 자세히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나 는 지금까지 느끼고 있던 실망감을 모두 날려버리고는 주변의 경관을 어지럽히고 있는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릴 생각으로 그들 곁으로 다가갔다. '꼭, 물만난 물고기 마냥 놀고 있군!' 키에라도를 상대하는 트레모스는 마치 나와 싸움을 할 때와 같은 표정의 즐거움을 입가에 머금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복면인들만을 상대해오다, 뜻하지 않게 강한 키에라도를 만나서 인지도 몰랐다. 얼핏 보여진 란의 얼굴에도 놀라움이 가득할 정도로 키에라도와 트레모스의 격돌은 주변의 모든 것을 초토화시킬 정도로 강력했다. '근데, 왜 싸우는 거야? 쳇!' "이봐! 트레모스! 그만해! 그는 우리편이라고!" 꽤 크게 소리를 질렀지만, 트레모스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지 계속해서 키에라도와 마나를 주고받고 있었다. "야! 트레모스! 그만하라니깐!" 좀더 큰 소리로 다시 한번 같은 말을 반복했지만, 키에라도와의 싸움에 재미를 붙 인 녀석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 오랜만에 찾은 즐거움이라 이거지?' [그만~~!] '녀석이 소란스러운 환경 때문에 내 목소리를 못 듣는 척하는 것이라면 이렇게 말 하면 알아듣겠지!' 최대한 커다란 마나를 실어서 녀석의 머릿속에 내 뜻을 전한 나는 트레모스가 잠시 몸을 경직시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뭐..뭐얏!] 당황한 태도로 겨우겨우 키에라도의 공격을 막아선 트레모스는 방해 말라는 뜻이 가득 내포된 말을 내게 하며, 싸늘한 시선을 흘려보냈다. 하지만 그런다고 내가 녀 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입장은 아니었는지라 나는 다시 한번 녀석에게 아까와 비 슷한 강도의 말을 전해야만 했다. [그만하라고 했다! 그는 같은 편이라고! 그만햇!] [헉!] 또 다시 내가 녀석의 머릿속에 좀 전과 같이 뜻을 전할 줄 몰랐는지, 트레모스는 키에라도의 강력한 마나 공격에 정통으로 맞아버리고 말았다. 몸에 겹겹이 보호막을 치고 있는 녀석이었기에 죽지는 않을테지만 그래도 꽤 커다 란 충격을 받긴 했는지, 녀석은 허공에 뜬 몸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실라페! 녀석을 받아!' 나는 떨어지는 트레모스의 몸을 바람의 중급정령 실라페에게 맡기고는 다른 공격을 시도하려는 키에라도에게 말을 건냈다. [키에라도! 그만하시오!] "잉?" 갑작스런 내 행동 때문인지 그는 트레모스에게 향하던 손을 거두고는 주변을 두리 번거리기 시작했다. [나요, 나! 리넨!] "누구냣! 누가 리넨을 사칭하는 것이냐! 어서 썩 나오지 못할까!" 그가 왜 내 말을 믿지 못하는지는 몰랐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한숨을 쉬어 야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군. 에휴~.' [내가 왜 리넨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요? 당신에게 꽤 많은 지식을 배운 것으로 아는데 말야... 체스라는 단어를 말하면 내가 리넨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겠소?] 나와 관련된 사람 이외에는 알지 못하는 단어, 체스! 내가 그것에 대해서 언급하자 , 화가 나 있던 키에라도의 표정이 눈에 띄게 누그러져 있었다. "저..정말 너냐?" [그렇다니깐, 그러네... 나 맞소, 리넨!] 슈슈슝~. 허공에 떠 있던 키에라도의 몸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더니 우리 일행이 있는 쪽으 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모습이 자신의 머릿속에 뜻을 전한 나를 찾으려는 모양이었다. 갑자기 키에라도가 혼잣말을 하기 시작하자, 두 패로 나뉘어 있던 일행의 시선이 모두 키에라도에게로 집중되었다. 리온과 크릭은 리넨이라는 말에 얼굴 한 가득 의 심의 표정을 감추지 않았고, 나와 같이 이곳에 온 일행들은 트레모스를 공격했던 노인을 경계하려는 모양인지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나고 있었다. 물론, 나와 라이너, 란을 제외하고는... 라이너는 가만히 있는 나 때문에 뒤로 물러서지는 않았지만, 키에라도에 대한 경계 는 늦추지 않으려는 모양인지, 언제라도 다크로드를 뽑기 쉽운 자세를 만들기 위해 몸을 약간 옆으로 틀었다. "청록색의 머리... 리넨, 너냐?" 몇 번 스륵스륵 주변을 향해 고개를 왔다갔다하던 키에라도는 내 머리색을 기억했 는지 내 앞으로 다가와 단도직입적으로 내 존재에 대해 물어왔다. 하지만 그는 내 가 대답하기 전에, 내 옆에 서 있던 라이너를 발견하고는 흐릿했던 두 눈동자에서 의심이라는 감정을 모두 없애버리며 혼자 자신의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하기 시작했 다. "호오~. 리넨이 맞는가 보군, 저 녀석이 네 옆에 붙어 있는 것을 보니! 근데 왜 머 리카락으로 얼굴 전체를 뒤덮고 있는 거냐? 설마 아직 다 못고친 게냐?" 장난스런 감정이 가득한 키에라도의 표정을 보며, 나는 예전에 자주 느꼈던 두통을 다시 기억해야만 했다. "히유~." 갑자기 예전에 그의 장난으로 인해 고생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 나는 싱글거리는 트 레모스 앞에서 한 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설마, 아직까지 그 장난으로 얼굴을 못찾았을 것 같소? 이미 예전에 되찾았지..." "호오~. 그래? 그럼 어디 증거를 보여보지 그러냐?" "보고 싶다면!" 그의 장난스런 표정을 당황하게 만들고 싶어진 나는 바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머리 카락을 뒤로 넘기기 위해 손을 앞을 가져왔다. 그 순간 나는 모든 이의 시선이 내 쪽으로 모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별 상관하지 않고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버 렸다. "쳇! 정말 고쳤군!" "우와~." "자..장난이 아니군!" "헉! 이..이럴 수가! 지..진정 살아 계셨단...말인가!" 내가 예상한 반응들이 주변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했지만, 난 금새 다시 머리를 앞으 로 내려 얼굴을 가려버렸다. 이제는 시원스럽게 머리를 뒤로 넘기면 어색함을 느낄 정도가 되어버려서, 지금처럼 얼굴을 가리고 있는게 더 편안했기 때문이다. 그렇 게 다시 머리를 앞으로 내린 나는 사람들의 반응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 런데 그런 반응들 중에서 나는 예상치 못했던 반응을 듣고 말았다. "...혀..형?" 희미해서 주변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았다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 내 가 지금까지 찾아 헤매던 바로 그 목소리가 리온과 크릭이 있던 쪽에서 들려왔던 것이다. "라..라피에르?" 조금 전까지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녀석의 존재였지만, 난 분명 확실한 라피에르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바로 리온과 크릭의 뒤에서! 천천히 움직인 나는 주변에서 아직도 내 얼굴을 보려고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것에 는 아랑곳하지 않고 녀석의 존재가 느껴진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검은색 망토를 두르고 있는 라피에르가 보였는데, 그동안 많은 고생을 했는지 예전의 밝 았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녀석! "혀..형아~~~~" 언제나 그렇듯 녀석의 입에서는 친근한 말투가 흘러나왔다. "라피에르!" 녀석이 무사하다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나는 지금까지 나를 사로잡고 있던 긴장감 을 서서히 풀어버릴 수 있었다. 혹시나 했던 걱정꺼리도 같이 말이다. 서서히 마음 이 편안해지려던 나는 녀석이 내 품에 안김과 동시에 안도감에 가득 휩싸이고 말았 다. "형아~~~ 엉엉. 형아~." 내 양팔 사이로 뛰어들어온 녀석은 지금까지 참고 있던 눈물을 모두 쏟아버리려는 지 서럽게 내 가슴속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아버렸다. 자연 내 팔은 녀석의 등을 토 닥 거려주었는데, 내 손길이 느껴졌기 때문인지 녀석의 울음소리는 시간이 흐를수 록 잦아들었다. '이제는 늠늠해진 줄 알았는데, 아직 예전의 모습 그대로군~.' 이곳에서 녀석을 찾으며, 유투 시에서 녀석을 못 본척한 것을 얼마나 후회했던가! 하지만 이제는 그런 후회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만 울어라, 사내가 뭘 그렇게 질질 짜?" 따끔한 어조로 녀석의 울음을 그치게하려 했지만, 녀석은 아직도 자신의 등을 부드 럽게 쓸어내리고 있는 내 손길을 느낀 것인지 쉽게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혀..형아~ 훌쩍, 왜..왜 지금에서야 나타난...꺽~, 거야...흑~." 너무 심하게 울어서인지 녀석은 말을 제도로 하지 못하는 듯 중간중간 딸꾹질을 하 며 말을 끝냈다. 토닥토닥. 한 손으로 녀석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나는 남은 한 손으로 눈물 범벅이 되어버린 녀석의 얼굴을 쓸어주었다. "미안~, 하지만 지금이라도 왔으니 된거지?" "우..웅~. 훌쩍 훌쩍." "근데, 너는 아직도 아이처럼 그렇게 응석을 부리는 거냐?" "웅~. 이건 형아 앞에서 뿐이라구~." "정말이야?" "웅!" 편안한 어조로 녀석을 달래던 나는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라피에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직도 조금 전의 울음으로 얼굴이 엉망이 되어 있었지만, 녀석의 두 눈만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운디네, 녀석의 얼굴을 좀 씻어주겠어? 실프도~.' 난 가벼운 말로 녀석의 얼굴을 깨끗하게 씻어주었다. 운디네의 시원한 물방울들이 순식간에 허공에 떠서 라피에르의 얼굴 구석구석을 적셨고, 실프는 운디네가 지나 간 자리를 되짚으면서 라피에르에게 뽀송뽀송한 피부를 선사했다. "우와~! 형아, 이게 뭐야?" 어디서 나타났는지 물방울들이 갑자기 나타나 녀석의 얼굴을 씻기고 사라지자, 라 피에르는 신기한 표정으로 고개를 이리 저리 돌리기에 바밨다. "정령이라는 거야." "정령? 형아, 정령도 다룰 줄 알아?" "뭐, 간단한 것들은..."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나는 조금은 굳어 있던 얼굴에 환한 미소를 계속 유지하 게 되었다. 밝고 건강한 라피에르의 존재만으로도 이런 표정이 유지되는 것 같았다 "형아~! 대단하다!" 간단한 정령들의 소환이었지만, 라피에르에게는 커다란 사건이라도 되는 것 마냥, 녀석은 내가 잊고 있던 존경어린 시선으로 나를 쳐다봐주었다. 그렇게 나는 녀석과 그동안에 못했던 대화를 나누려 했지만, 주변에 있던 일행 덕에 우리들의 대화는 지속될 수 없었다. "그만해라! 무슨 연인들도 아니고, 내 앞에서 연극하냐?" "리넨님, 이분이 저희가 찾던 그분이신가요?" "형이라니? 설마 당신이 유투 왕국의 왕자라도 되는 거요?" 징그럽다는 듯 으스스 몸을 떠는 키에라도,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질문을 던지 는 엘벤트와 데칸티스, 그리고 내게 인사를 하려고 다가오는 리온과 크릭! 복잡해지려는 상황에서 나는 리온과 크릭을 눈빛으로 저지한 후, 그들의 입을 막아 버렸다. [거기서 멈춰라! 이들은 나에 대해서 모른다. 그러니 이곳에서 나에 대해 언급하지 말아라! 단지 그저 난 라피에르의 형일 뿐이다. 유투 왕국과 연관지어서 말하지 말도록!] 날카로운 말에 리온과 크릭은 잠시 어리둥절해 했지만 단호한 내 말투를 느꼈는지 천천히 고개를 위 아래로 끄덕였다. 그리고 눈치 빠른 리온이 내게로 다가와 천천 히 고개를 숙였다. "리넨님, 오랜만입니다." "아, 리..리넨님..." 리온의 말에 뒤늦은 크릭의 인사가 이어졌다. 나는 그들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팔이 꼭 붙어 있는 라피에르에게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라피에르, 이제 그만 좀 떨어질래? 사람들이 계속 너만 보고 있잖냐?" "웅~. 싫은데... 형아는 내가 이러고 있는거 싫어?" "끄~응..." 어느새 예전보다 더한 응석꾸러기가 되어버린 듯 녀석의 모습은 전혀 달라진 것 같 지 않았다. '설마 이런 상태로 리온과 크릭을 데리고 드루젤에게 대항한다는 건 아니겠지?' 난 리온과 크릭이 라피에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들의 그런 끝없는 신뢰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네 동생이냐?" 오랜만에 들어오는 란의 목소리. 그녀는 뾰루퉁한 표정으로 라피에르를 날카롭게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라피에르의 지금 행동이 눈에 거슬리기라도 한다는 듯 그녀 의 표정은 밝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뿐 아니라, 엘벤트와 데칸티스도 매우 놀란 듯한 반응을 보이며 나를 쳐다보았다. "리..리넨님? 서..설마, 당신이 죽었다고 알려진 유투 왕국의 리프네리욘님? 그.. 그러고 보니 이름도 비슷하군요!" 눈치 빠른 엘벤트의 말에 데칸티스의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지면서 내게서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서..설마... 죽었다고 하던... 그?" 당황한 엘벤트의 심정이 그대로 담겨 있는 듯, 녀석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 었다. "난 단지, 라피에르의 형일 뿐이다. 즉 유투 왕국과는 상관없는 사람이지. 네가 생 각하는 리프네리욘은 네 생각대로 죽은 인물이 맞다. 나는 리프네리욘이 아닌, 리 넨일 뿐이다. 그러니 내 앞에서 나를 유투 왕국과 비교하려 하지 말아라." 아까 리온과 크릭에게 말했을 때와 같은 어투로 엘벤트에게 말을 했지만, 녀석은 내 말을 그대로 믿지 않는 듯,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않았다. 하지만 그 한마디 로 다시 고개를 돌려버린 나를 보 모양인지, 녀석은 더 이상 그 같은 질문으로 내 심기를 건들이지 않았다. "형아~! 그..그게 무슨 말이야? 응? 유.." 라피에르의 말에 나는 녀석을 안고 있던 손에 지그시 힘을 주었다. 녀석이 꺼내려 던 말을 막기 위해. "말 그대로란다. 난 그저 너의 형일 뿐이잖니? 내가 네 형이라고, 유투 왕국의 왕 자가 될 수는 없잖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하고 있었지만, 그 말투에 묻은 내 감정을 읽기라도 한 듯 라피에르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내 뭔가를 결심한 듯 그 어두웠던 표정은 다시 아까보다 더 밝아져버렸다. '대체 뭘 생각하는 거야? 또 이상한 장난 같은 것은 아니었으면 하는데...' 불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녀석에게 물어볼 상황이 아닌지라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여줄 뿐이었다. "너에 대해서는 전혀 알고 있지 못했었군..." 나직한 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집중되었다. "그건 피차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건가?" 그녀가 나와의 거리감을 느낀 것인지 조금은 서먹서먹한 말투로 천천히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런데 그녀의 그 한마디가 불러일으킨 효과는 매우 대단한 것이어서, 나 는 꽤 오랫동안 라피에르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 "형아! 저..저 여자! 저 여자 누구야? 응?" 그제서야 란을 발견한 것인지, 놀라움이 가득차 있는 라피에르의 목소리가 내 귓가 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란이라고 나와 같이 여행하는 동료야." "도..동료?" 내 말에 녀석의 눈은 또 뭔가 의심이 가시지 않는 듯, 반짝거렸지만 이런 것까지 신경 쓸 수 없었기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었다. "으윽! 야..야! 리넨!" 대충 상황이 조용해지려 하자, 이번에는 쓰러져 있던 트레모스가 몸을 일으키며,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기 시작했다. "너, 나한테 그럴 수 있냐? 다 이긴 싸움을 그렇게 말릴 수 있냐고! 잉? 그 꼬마는 누구냔?" "동생." "동..생...? 아! 동생! 근데 왜 네 옆에 그렇게 붙어 있는 거냐? 나이 값도 못하는 것처럼?" 트레모스의 아니꼬운 말투에 라피에르가 발끈하며, 내 손을 잡아 끌었다. "형아! 저 사람도 형아의 동료야? 같이 다니지 마! 저런 사람과는 같이 다니지 마! " "어쭈! 네가 뭔데 리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데? 앙?" "그..그건 내가 형아의 동생이기 때문이야! 당신처럼 포악한 사람과는 상종을 안하 는게 형아한테 좋은 거야!" '히유~. 트레모스 녀석. 할 일이 없으니 이제는 꼬마하고 싸우냐? 에혀~. 이거 내 가 또 말려야 하는거야?' 복잡한 일행이 되어버린 듯 나는 저절로 골치가 아파오는걸 느껴야만 했다. 트레모 스와 싸워 어색한 관계가 되어버린 키에라도. 라피에르가 별로 탐탁치 않아하는 일 행 모두. 라피에르를 찾으러 나와 같이 길을 떠났던 엘벤트와 데칸티스는 라피에르 가 나한테 하는 형이라는 말에 이미 오래 전에 서먹서먹한 관계가 되어 버렸고... '이거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무사한 동생을 찾게 되어 커다란 기쁨이 나를 감쌌지만, 나는 그와 동시에 매우 골 치아픈 문제들을 떠맡은 것 같아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시끄럽게 트레모스와 라피에르가 싸우는 사이, 그 둘을 말리겠다고 나선건지 그 둘 사이에 키에라도가 끼어들었는데... 그의 그런 행동은 내 예상대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었다. 두 명의 싸움이 세 명으로 늘어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에휴~. 이런 상태로 계속 있어야 하는 건가?' 그들의 말싸움이 내 귓가에서 조금씩 멀어지려고 할 때였다. 즉 그들에게서 신경을 끄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려 할 때, 멀지 않은 곳에서 검은 복면인들의 접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제야 찾아오는군! 지금은 라피에르도 이미 찾은 상태고, 저들에게 우리의 존재 를 알려도 무방할테니 싸움은 상관없겠지? 이미 키에라도와 트레모스의 싸움으로 이 주변이 초토화되었는데, 그 위에서 더 싸운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을꺼야.' 그런 생각이 지난 이후 나는 조용히 입을 열어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마디를 했다. "지금 검은 복면인들이 오는데, 이러고들 있지 말고 그들이나 상대하지?" 작은 한마디였지만, 화가 날대로 난 상태였는지, 키에라도와 트레모스는 아까 풀지 못했던 몸을 다 풀어버릴 것처럼 몸을 라피에르에게서 돌리며 숲 속으로 사라졌다 뜻밖의 상황은 그 둘 이외에 란도 그 뒤를 쫓았다는 것이었지만 그 이유에 대해 서는 알 수 없었다. 라이너는 언제나 그렇듯 내 옆을 떠나지 않았고, 리온과 크릭도 라피에르의 옆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엘벤트와 데칸티스도 폴보트 연합을 떠난 목적을 달성했으므 로, 트레모스를 따라갈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았다. "형아~. 우리끼리 가자! 응?" 일행이 복면인들을 상대하러 사라지고 나자마자 라피에르가 나에게 꺼낸 말이었다. "저... 라피에르 저하가 맞으십니까? 저희는 폴보트 연합에서 나온 데칸티스와 엘 벤트라고 합니다." 나직한 데칸티스의 말에 내 손을 꼭 쥐고 있던 라피에르가 천천히 그 앞으로 다가 갔다. "폴보트 연합에서 왔다고 했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 위엄까지 보여지는 녀석의 모습에서 나는 적지 않은 감탄을 해야만 했다. 옆의 리온과 크릭은 그런 라피에르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 비 슷한 것을 쉬고 있었지만... 데칸티스와 엘벤트도 그런 라피에르의 변화에 크게 놀 랐는지, 잠시 시간의 틈을 두고는 라피에르의 말에 대답했다. "...아 네, 그렇습니다." "나를 찾아 이곳까지 온 이유는?" "저희 폴보트 연합에서 저하를 모셔가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유는?" "대륙의 평화를 위해서입니다. 지금 유투 왕국의 드루젤이 하고 있는 정치는 행패 와 다름없습니다. 그런 드루젤의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저하와 우리 폴보트 연 합이 손을 잡..." "그만! 아무리 드루젤 형이 바르지 못한 정치를 한다고 해도 내 형임은 틀림없소! 그런데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내 앞에서 형에 대한 모욕을 서슴치 않다니!" 화가난 듯 목청을 높이는 라피에르였지만, 데칸티스는 짧은 사과의 말만을 하고는 라피에르를 다시 설득 시키려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례를 저질렀군요. 하지만 제 말로 저하께서 폴보트 연합으로 가는 것을 다시 생각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데칸티스와 엘벤트는 그 뒤 라피에르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모양인지 꽤 오랫동안 좋은 뜻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 '호오~. 라피에르 녀석 어차피 폴보트 연합으로 가려고 했던게 분명한데... 자신을 데리러 온 이들의 고개를 먼저 숙이게 만들다니! 자신이 숙이고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말 한마디로 바꿔버린 것인가? 많이 컸어! 후훗!' 기분좋게 나는 그렇게 라피에르가 엘벤트와 데칸티스를 상대하는 걸 지켜보았다. -------------------------------------------------------------------------------- 데칸트스와 엘벤트가 라피에르와의 대화를 끝낼 때쯤, 숲 속에서 일어나고 있던 시 끄러운 폭음들도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둘의 싸움을 말린 것이 톡톡한 효과를 보는 듯 하군.' "그럼, 일행이 돌아오는데로 이곳을 떠나기로 하지요. 이제 이곳에서 시간을 끌 필 요는 없으니까요." 야무진 데칸티스의 말에 라피에르는 대답대신 나를 쳐다봤다. "왜?" "형아도 같이 갈꺼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로 물어오는 라피에르. 녀석이 한참 무게를 잡다가 갑자기 앳된 목소리로 내게 질문을 해오자, 데칸티스와 엘벤트는 몸을 약간 비틀거 리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나와 라피에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하지만 리온과 크릭 은 예전의 라피에르를 떠올렸는지 그들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며 조용히 라피에르를 따라 나를 쳐다봤다. "같이 가지 뭐, 우선은 할 일도 없으니..." 혹시나 거절하면 어쩔까? 하는 걱정이라도 했는지 라피에르의 표정은 순식간에 밝 아졌다. 하지만 좀 전처럼 데칸티스와 엘벤트에게 대답을 해줄 때는 그 밝고 천진 난만한 표정은 보여주기 싫은지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일행이 오면, 바로 폴보트 연합쪽으로 가도록 하겠소." "...그러시지요...음..." 데칸티스와 엘벤트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라피에르의 변화에 익숙치 않은지 인상을 잔뜩 쓰고는 대화가 끝난 이후 자기들끼리 뭔가를 의논하는 것 같았다. "참, 형아~. 아까 그 마법사 할아버지는 누구야? 형아를 잘 알고 있던데?" "아! 키에라도 말야? "키에라도? 그 할아버지 이름이야?" "뭐, 그렇지." 초롱초롱 빛나는 라피에르의 눈동자를 보며 나는 그 숨은 뜻을 파악할 수 없었다. "어떻게 알게 된 사람인데?" "흠~. 그냥 나한테 이것저것 가르쳐준 사람이야." "유투 성에 있을 때?" 어디서 들었는지, 녀석은 나와 키에라도가 만난 장소를 알고 있었다. "누가 말했냐?" "아니, 그 할아버지가 혼자 중얼거렸었어." 라피에르는 나에 대해 궁금한게 많았던지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줄지어 물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복면인들을 처치하러 간 사람들이 돌아오면서 중단되었다. "쳇! 리넨! 저 녀석들 대체 뭐하는 놈들이냐? 얼핏 봤을 때는 몰랐지만 보통 인간 이 아니군!" 투덜거리는 키에라도의 말에 트레모스의 눈이 잠시 빛났다. "역시 그런건가?"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트레모스의 말에 나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그렇다니? 알고 있었던 거야?" "네 동생을 쫓던 그 복면인들! 그들은 자신의 몸에 상처가 나도 공격을 멈추지 않 아! 누군가의 조작된 작품이라는 거지! 마치 언데드처럼..." 트레모스의 한마디는 소란스러웠던 주변을 순식간에 조용히 만들어버렸다. 언데드! 그것은 이미 세월 속으로 사라져 잊혀진 존재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런 언데 드와 비슷한 존재가 검은 복면인들이라니! 언데드라는 말에 가장 눈에 띄는 반응을 보인 이는 엘벤트였다. 그의 신분이 사제이다보니 자신과 상극인 언데드의 존재에 몸이 예민하게 반응한 모양이었다. 언데드라는 것은 사악한 마법으로 되살아난 시체를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었다. 보 통 이런 사악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는 언데드라는 말과 함께 잊혀진 마족 밖에 없었다. 물론 그 마족이 아무 마족이나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매우 고위마족. 즉 인간들이 악마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만이 그런 언데드를 만들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어지는 고위 마족 만이! 그런데 그런 마족들이 만들어낸 언데드와 비슷한 존재가 등장했으니! 트레모스의 말에 키에라도를 제외한 모든 이가 몸을 경직시켰다. '언데드라... 아직 본 적은 없지만, 라피에르를 쫓던 복면인들이 언데드와 비슷한 존재라고?' 나는 아직 그들과 직접 부딪혀본 적이 없었기에, 그들의 존재에 대해 특별히 이상 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들을 상대한 트레모스와 키에라도의 말 에 의하면... "좀더 자세히 설명해봐. 대체 그들이 어땠길래 언데드라는 말이 나온거야?" 단지 추측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 나는 트레모스에게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그들은 고통을 느끼지 않았어. 그리고 자신의 몸이 잘려나가는 것에 별다른 공포 심도 느끼지 못했지. 뭐, 그래서 죽자 살자 덤벼들었지만! 언데드처럼 그들을 조정 하는 누군가의 명령을 듣는 것 같았어. 즉 저 꼬마를 죽이라는 명령같은 것 말야! 그 행동을 방해하는 자들 또한 죽이라고 한 것 같고! 그렇지 않고서는 그들의 행동 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하지! 사람이라면 자신의 몸에 상처가 생길 줄 알면서 상대방 을 공격하기란 쉽지 않으니깐 말야." 나직한 트레모스의 말에 나는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잖아?" "물론, 그렇지. 하지만 모든 이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이야." "음..." 점점 가라앉는 분위기! 단순한 유투 왕국에서 보낸 추격자들인 줄 알았지만, 실상 은 그것보다 더 복잡한 모양이었다. "그럼, 그들은 언데드 인가? 내가 보기엔 보통 살아있는 인간들 같았는데..." 그들을 스쳐지나가면서 나는 복면인들에게서 죽은 자의 냄새를 맡은 기억이 없었던 것이다. 죽은 자라함은 특유의 살 썪는 냄새와 암울한 분위기를 주변에 내뿌리고 다니기 마련인데, 그들에게서는 그런 특징을 발견하지 못했었다. 즉 사악한 힘으로 죽은 자를 움직이게 할 수는 있지만, 그 시체의 몸이 부식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 는게 일반적인 언데드였던 것이다. "그게 나도 이상하게 느끼는 점이야. 그들이 갖고 있는 특징 즉, 죽은 자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덤벼드는 것과 주인의 명령을 몸이 안움직일때까지 이행하려 하 는 것 등 많은 부분이 언데드와 흡사한데... 이상하게도 그들의 신체는 살아있는 자의 그것이란 말야?" 트레모스는 좀전까지의 확신에 찬 목소리완 다르게 끝의 말에 의문을 남기며 복면 인들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뭔가 일이 복잡해지려고 하는군! 드루젤이 갑자기 변한 것하며, 대부분의 세력에 라피에르에게로 돌아선 지금 알 수 없는 강력한 세력이 드루젤의 곁에서 계속해서 쏟아져나오고 있는 것하며... 누군가 드루젤의 곁에 있는게 분명해. 그의 곁에서 어둠의 힘을 제공해주는 누군가가... 혹시 라피에르를 쫓던 복면인들이 고위 마족 의 힘에 의한 것이라면? 그렇다면 드루젤의 곁에 있는 인물이 고위 마족이라는 결 론이 나오는 것인가? 하지만 내가 알기로 고위 마족의 존재는 사라진 것으로 아는 데?' 마족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지금까지 접한 모든 자료에서 마족에 대 한 언급은 옛 전설이나 이야기에서밖에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눈앞에 반 인 반마족인 란이 있긴 했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고위 마족이라고 할 수 있기에는 조금 모자란 감이 있었다. 고위 마족의 딸인 그녀에게서 마족의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것을 보면... 마족의 냄새라는 것은 레드 사이어와의 대화를 하기 전까지는 몰랐지만, 대화 이후 에는 란에게서 느껴지는 그 희미한 이상 기운이 마족의 냄새라는 것을 알게 된 나 였다. '설마 책의 내용이 잘못 나와 있는 건가?' "트레모스! 언데드를 만들만한 마족이 존재하나?" "글쎄? 내가 알기론 없는 것 같은데... 예전 유투 왕국의 왕 중 포르카인가? 아무 튼 그 사람이 유투 왕국의 왕으로 있었을 때니... 대략 400여년 전이군. 아무튼 무 슨 이유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때 이후로 고위 마족들의 존재는 사라진 걸로 알고 있어. 그들의 존재에 대해서도 못들어봤고." 드래곤인 트레모스의 말이었기에 나는 아무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포르카가 국왕이었을 때라... 꽤 오래 전 이야기군. 그런데 그때 무엇 때문에 그 들이 사라진거지?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르는 건가?' 결론을 내리지 못한 나는 더 이상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기에 일행 모 두를 목적지까지 텔레포트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란이 원래 무표정했던 얼굴을 더욱 굳히며 인상을 심하게 쓰고 있었다. '어라? 란이 왜...아 참! 그녀는 반이 마족의 피가 섞여 있었지! 하지만 그런 일로 저렇게 신경 쓸 필요는 없는데... 이번 일이 그녀와 관계된 것도 아니고...' 이런 내 뜻이 눈빛에 담겨 있었는지, 나를 쳐다보는 란의 표정이 한껏 부드러워졌 다. '아! 란이라면 모를 수도 있겠지만, 그녀가 갖고 있는 레드 사이어라면 알고 있을 지도 모르겠군!' [레드 사이어!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나?] [...고위 마족에 대한 것이겠지?] 내 질문에 눈치빠른 레드 사이어가 천천히 내게 생각을 전해줬다. [그래. 고위 마족! 혹시 너도 고위 마족이었나?]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영혼을 지닌 채 이렇게 검의 몸 안에 존재할 수 있겠냐!] 자신을 얕본다고 생각한 것인지 레드 사이어의 목소리가 조금 날카로워졌다. [그렇군!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고위 마족이라면 너도 싸워 봤을테니 알겠지만, 그 검은 복면인들같은 존재를 만들 수 있나?] 나는 란이 복면인들과 싸우러 간 것을 기억해 내고는 이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것은 확정지을 수 없는 사항이다. 지금까지 나는 그런 고위 마족을 만나본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런 마족이 존재할 수는 있지!] [가능성은 있다는 소리군. 아! 그건 그렇고, 하나만 더 물어보도록 하지! 포르카 국왕이 유투 왕국을 다스리고 있을 때, 고위 마족들이 이유 없이 사라졌다고 했는 데, 너는 그 이유를 알고 있나?] [그건 나도 모르는 일이다. 아까 네 친구인 드래곤이 말했을 때, 나도 같은 의문을 갖고 있었지.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한 답은 나 역시 모르고 있다.] 혹시나 하고 물어본 것이었지만, 그의 입에서는 역시나 내가 예상한 대답이 흘러나 왔다. [흠~. 그렇군. 알았다.] 잠깐의 레드 사이어와의 대화였지만, 그 사이 내가 가만히 혼자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 건지, 사람들은 내 입에서 뭔가 결론이 나오길 바라는 듯 그렇게 서 있었다. 하지만 내 입에서는 그들이 바라는 것과느 전혀 다른 말이 흘러나왔다.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보낼게 아니라 그만 출발하지?" 내 말에 실망감을 안은 사람들의 표정이 보였지만, 라피에르만은 내 말이 끝나자 마자 제일 활기차게 대답을 하면서 내 손을 꼭 잡았다. "응~!" 녀석의 옆에 리온과 크릭의 호위를 받으며 나를 앞으로 끌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폴보트 연합까지 걸어가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어이~, 어이! 라피에르! 지금 뭐하는 거야?" "응? 출발하자면서?" 녀석은 내가 마법을 하는 것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설마 했던 대답 을 꺼내며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우린 걸어서 가지 않을꺼야!" "어? 걸어서 안간다고? 그..그럼? 뭐 타고 가?" "음... 아니..." "그럼?" 지금까지 라피에르를 쫓아 공간과 공간을 나와 함께한 일행들은 텔레포트를 할 것 이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는지 모두 재자리에서 나와 트레모스가 텔레포트를 시켜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라피에르 일행은 마법과는 좀 먼 사람들이었는지 도보를 생각하며 의야함을 내게 표현했던 것이다. "우린 마법으로 한번에 폴보트 연합까지 갈꺼야." "마..마법?" "너도 들어는 봤겠지? 텔레포트라고 공간이동 마법 말야." 간단한 마법의 설명이었지만 녀석의 눈은 커질대로 커져 호히려 나를 당황하게 만 들었다. "테..텔레포트? 여기서 폴보트 연합까지? 그 먼 거리를? 그것도 이렇게 많은 인원 이?" 지금까지 그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던 문제들이 마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라피에 르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예리한 그의 질문에 트레모스를 제외한 사람들이 모두 호기심과 의문점을 가득 담은 눈으로 나와 트레모스를 쳐다봤던 것이다. "형아~! 텔레포트라는게 아무리 공간이동 마법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많은 인원 을 한번에 폴보트 연합까지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한거라고 책에서 읽었어!" "음... 그..그게... 그렇게 알고 있었니? 그럼 네가 잘못 안거야~! 가능해~!" 나는 입가에 조금은 살벌해 보일 수 있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라피에르의 입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조취를 취했다. 눈치빠른 녀석은 내 뜻을 이해했는지 간단한 대답으로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녀석이 던진 말 때문에 좌중의 사람들이 던지는 이상하다는 뜻이 담긴 시선은 멈출줄 몰랐다. "정말 그게 가능하냐?" 키에라도는 신기한 듯 나를 쳐다보며 질문을 던졌다. 단계로 따진다면, 그가 나보 다 높은 단계였기에 자신도 힘들어하는 일을 내가 해낸다는 것이 신기했던 모양이 다. 의심과 호기심이 반반 섞인 눈빛이었지만,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여줬을 뿐이다. "잡담은 그만 하고 이제 그만 가도록 하지! 트레모스! 도와주겠나?" "내가? 왜?" 나는 괜히 혼자 이들 모두를 이동시켰다가 더 이상하다는 눈빛을 받을지도 몰랐기 에, 트레모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물론 나 혼자서도 이들 모두를 목적지 까지 이동시켜줄 수 있었다. 내 몸의 거의 모든 마나를 사용한다면 가능했던 것이 다. 물론 나는 마나가 모두 빠져나간 이후 드래곤 하트의 힘으로 금방 다시 몸 안 에 마나를 가득 채울 수 있었기에 이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일을 알 턱 이 없는 사람들은 트레모스의 말에 모두 나만을 쳐다볼 뿐이었다. "야! 좀 도와줘도 되잖아?" "혼자 할 수 있는거 다 알아!" "트.레.모.스!" 녀석은 내가 키에라도와의 싸움을 방해해서 그의 공격을 정통으로 맞은 것에 대해 아직 화가 안풀렸는지, 뾰루퉁한 말투로 모든 일을 내게 맡겼다. "가능한 일이라며? 저 녀석 말에 의하면 혼자 가능한 것 같은데, 어디 혼자 해보지 그러냐? 내가 지금 좀 바쁜 일이 있기는 하지만 이 호기심을 풀 정도라면 그 정도 쯤은 봐줄 수 있지!" 키에라도는 두 눈빛을 반짝이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무론 그 말을 끝으로 내 표정 은 더 굳어질 수 없을 정도로 굳어버렸지만... '뭐, 상관없겠지! 더 이상 이들과 연관될 일은 없을테니! 그리고 이번 일로 나를 찾을 일도 없을테고...' 라피에르에 대해서는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나는 쉽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주변 의 사람들 모두를 폴보트 연합의 목적지로 순식간에 이동시켰다. 공간이동은 거의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로, 몸을 이동시키는데는 그리 큰 시간이 소 요되지 않는 마법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라피에르의 입에서 나오는 감탄과 놀라움 의 소리는 목적지에 도착한 이후 뒤늦게 터져나오고 말았다. "으~~악~~! 뭐..뭐야! 잉? 벌써 도착한건가? 형아~! 여기가 폴보트 연합이야?" 신기한 것은 라피에르뿐만이 아닌 듯 리온과 크릭도 모두 라피에르와 비슷한 눈동 자로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고는 자세한 설명은 해주지 않았다. 이런 일에는 그저 조용해 입을 다물고 있는게 덜 귀찮아지는 일이 라는 것을 알았기에... 하지만 굳게 다물어진 내 입을 보고도 질문을 해오는 사람 이 있었다. "호오! 정말 성공했군! 그런데... 어떻게 된게 마법을 사용한 사람치고는 매우..." "아! 데칸티스! 대공에게 우리가 왔다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니오?" 나는 키에라도의 말을 막고는 급히 엘벤트와 데칸티스를 내보냈다. 그들까지 나에 게 답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내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다행히 데칸티스와 엘벤트는 나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일에 대한 의무감이 컸기에 대공을 마나기 위해 방을 나 섰다. 그들이 나가자 우리는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몸을 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일행을 이끌고 온 곳은 예전 내가 대공과의 면담을 기다리던 커다란 방이었는데, 아직도 그 방을 사용하는 사람은 없는지, 일행은 편안하게 그곳에서 쉴 수 있었던 것이다. 간간이 피곤해보이는 사람들에게 간단한 피로회복 마법을 걸어주며 나는 키에라도의 질문을 회피해버렸다. 하지만 끈질긴 키에라도는 나에 대한 궁금증을 내 행동이 다 끝난 이후에 물어보기 시작해, 내 의도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조용히 그를 불러 따로 그와의 대화를 나눴기에 다른 사람들의 궁금증 어린 표정은 보지 않아도 됐다. 라피에르가 있었다면 키에라도와의 조용한 대화는 사실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치료라는 것을 빙자해 그들에게 슬립마법을 걸었기 때문에 그런 귀찮음은 피할 수 있었다. "자, 이제 말해봐라! 어떻게 그 많은 인원을 이곳까지 이동시키는게 가능하지? 아 니, 그러고도 멀쩡할 수 있는거지?" "난 지금 8클래스요. 그러니 이런 일이 가능한게 아니겠소?" "뭐..뭐라고? 네가 지금 8클래스라고? 어떻게 그 나이에 벌써 8클래스에 도달하는 게 가능한거지?" 경악에 가까운 키에라도의 질문에 나는 조용한 어조로 하나 둘씩 사실을 이야기해 주기 시작했다. 지금의 내가 있게 된 것은 엄밀히 따지면 눈앞의 키에라도 덕분이 었으므로. "당신이 내게 준 드래곤 하트의 도움때문이라면 해답이 되겠소?" "서..설마! 설마 네가 그것을 모두 흡수했다는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그것 이외의 해답이 있소?" "그..그럴 리가!" 믿을 수 없는 말이었는지, 키에라도는 몸까지 부르르 떨며 의자에 자신의 몸을 기 댔다. "뭐, 드래곤 하트의 모든 효력을 다 흡수한 것은 아니오. 그 중 대부분은 아마 내 병을 고치는데 쓰여진 것 같으니까..." "......?" 키에라도는 쉽게 내 말을 이해할 수 없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즉 내가 드래곤 하트를 흡수해 무한한 마나를 얻은 것은 병을 치료하는데 드래곤 하트의 마나가 대부분 사용되었기 때문이오! 그래서 남은 드래곤 하트의 효능이 내 몸에 맞게 남아 내게 무한한 마나를 제공해 준 것이고..." "운이...좋았군!" 부럽다는 뜻이 가득 담긴 키에라도의 말이 내 말이 끝나자 마자 이어졌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소! 운이 좋았지!" "아! 그건 그렇고 또 궁금한게 있다!" 오랜만에 만난 내가 많이 달라졌는지, 그는 내게 이것저것을 물어오기 시작했다. "내 기억으로 넌 정령도 다뤘지. 아까 보니 네 동생에게도 두 종류의 정령을 부른 것 같았는데?" "그렇소. 물과 바람의 정령을 불렀었소." "지금은 어느 정도 성취를 한 것이냐?" "4가지 속성과 모두 계약을 맺은 상태고, 최상급 정령까지는 소환이 가능하오! 물 론 최상급 정령들 모두를 한꺼번에 소환해내는 것은 아직 할 수 없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내 대답에 키에라도의 고개가 힘없이 옆으로 가로 저어졌다. "대단하군, 대단해... 내가 너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거의 200 년 동안 마법에만 열중한 나보다 더 낫구나! 벌써 그 나이에 8클래스에 도달했고, 정령은 최고의 정령술사라도 되는 것처럼 모든 속성의 정령들을 부릴 줄 알고... 그것도 최상급 정령들까지! 대단하다! 내가 못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나 보구 나!" 그의 칭찬에 나는 잠시 어리둥절함을 맛봐야만 했다. 지금까지 나는 내가 갖고 있 는 능력에 대해 그렇게 뛰어나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단지, 보통의 마법사들보다 뛰어난 정도라고만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마법 종족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드래곤인 트레모스와 항상 함께 다녔 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녀석은 4대 속성의 최상급 정령들을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 고 한꺼번에 소환해 낼 수 있었으며, 녀석은 모르긴 몰라도 9클래스 이상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녀석과 같이 다니다 보니 내 힘에 대한 자신감보 다는 열등감이 더 많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렇기에 지금 키에라도의 입에서 나오고 있는 칭찬이 생소하게 들려왔던 것이고... "아! 그건 그렇고, 내가 아까 네 동생일행에게서 네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를 들었는데, 그건 무슨 말이냐?" 뒤이어지는 그의 말에 나는 사실을 숨길까? 생각도 했지만, 이내 간단한 형식으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차근히 설명해 주었다. 키에라도에게 숨길만한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데칸티스가 오기 전까지 나는 키에라도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음...오늘은 연참이라고 했죠? ^^ 음...다음편은 아마 저녁에 쓰게 될것 같아요...밤샘을 했더니..졸려서뤼~ ㅎㅎㅎ 화이트 크리스마스네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용~~ >_< 그럼 빠시~ 키에라도의 입이 열리는 속도가 점점 잦아든 것은 대공이 보낸 하녀가 라피에르이 게 커다란 홀로 나오라는 말을 한 이후부터였다. 그 전까지는 키에라도와 이런 저 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왔는데, 하녀의 등장으로 나는 잠들어있는 녀석들 을 깨워야 했기에 나와 키에라도는 조용히 말수를 줄여야 했던 것이다. "이런, 이런, 이거 생각보다 많이 지체해버렸군. 어서 가야겠어!" 나와의 대화가 끊어지자 키에라도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는 이곳에 오기 전부 터 뭔가 급한 일이라도 내팽겨치고 온 듯 행동하고 있었는데 지금도 그런 행동으로 나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었다. "대체 그 급한 일이 뭐요?" "내가 말하지 않았나! 만나야할 사람이 있다고." 나는 키에라도의 말을 들으면서 잠자고 있는 라피에르와 리온, 크릭에게 걸려 있는 수면마법을 눈에 띄지 않게 소멸시켰다. 대공이 찾고 있는 인물은 라피에르뿐이었 지만 리온과 크릭 없이 녀석을 혼자 보내고 싶지 않았기에 그들 모두를 깨운 것이 다. 힐 마법 이후 수면마법을 자연스럽게 걸었기에, 그들은 잠에서 깨어난 이후 가뿐한 몸을 느끼며 자신들이 피고했었다는 생각만 하는 것 같았다. "대공이 너를 부르는 것 같다. 준비해라." 두 눈을 비비고 있는 라피에르 녀석을 쳐다보며 나는 잠시 키에라도와의 대화를 중 단시켰다. "웅? 잠시 졸았나 보네? 웅~. 근데 폴보트 연합의 대공이라면 미드 아르엘? 형아, 그 사람이 나를 불렀어?" 라피에르의 입에서 웅얼거리듯 나온 말에 나는 대공의 이름이 미드 아르엘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유투 왕국의 왕자가 아니었나 본데? 사람들의 이름과 직위, 그리고 그 이 상의 것들을 머릿속에 저장시켜놓고 있으니 말야.' 내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라피에르를 보며, 나는 녀석이 왕자의 신분이라는 것을 다시 떠올려야만 했다. "그 사람이 너를 불렀으니, 저기 사람들이 너와 함께 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 이겠지?" "대공께서는 일행분들도 함께 모셔오라는 분부를 내리셨습니다." 내가 그녀의 말을 조금 다르게 해석하자, 하녀장으로 보이는 여인이 내 말을 정정 했다. 자신의 뒤쪽을 쳐다본 라피에르는 고운 이마를 살짝 찌푸리고는 몸을 일으키려 했 고, 그와 동시에 나의 이마도 조금 찌푸려지게 됐다. 자리에서 일어선 라피에르는 아직 이곳에 온 이후 옷을 갈아입고 있지 않았기에 지 저분한 차림 그대로여서 바로 대공을 만나러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행히 그 사실을 대공도 알았는지, 그는 우리 일행 모두에게 깨끗한 옷을 보내주 고는 씻을 수 있는 준비까지 해줬다. "저희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으니, 준비가 다 되셨으면 불러주십시오." 단단해 보이는 옷차림의 사내들이 그렇게 말하고는 하녀들만 남겨두고 방을 나가버 렸다. 하지만 대공이 준비해준 옷으로 갈아입은 사람들은 라피에르, 리온, 크릭 뿐 이었다. 그 외 다른 사람들의 옷은 더럽혀져 있지 않았기에... 일행 모두를 부른 이 저택의 주인. 별로 그와 만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같이 가자는 간절한 눈빛으로 보내는 라피에르 때문에 나는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야 했다. 물론 그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던 인물은 지금 내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특히 키에라도가 불만어린 표정으로 자신이 왜 나를 따라가야 하는지 이 해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계속 내 심기를 건드렸다. [아직 나랑 이야기가 안끝나지 않았소! 그리고 당신은 유투 왕국의 궁정 대마법사 요! 그것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아무말도 없이 떠날 수는 없지!] 사실 나는 이런 말이 그와는 별로 상관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그의 몸 을 잡아둘 세력이 나에게는 없었고, 그의 뜻을 거스를만한 권력도 내게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유명무실해져버린 왕국의 궁정 마법사들... 그 자리에 키 에라도를 넣는다는 것은 어쩌면 그에 대한 모독이 될 수 있는 실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에게 물어볼 것들이 꽤 많이 있었다. 아니 그에게 부탁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었다. '라피에르... 녀석이 폴보트 연합과 손을 잡아 지금 유투 왕국을 움직이는 드루젤 을 그 자리에서 몰아세운다고 해도, 그 후가 문제야. 몰아세우는 과정에서 라피에 르 녀석이 우위를 차지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녀석은 폴보트 연합에 의해 무너질지 도 모르지... 그건 폴보트 연합의 생각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라 간의 미묘한 관계는 함부로 단정지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지만, 나는 그렇 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역사라는 것이 모두 그런 식으로 흘러왔 으므로! '라피에르 녀석이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하려면 우선 힘이 있어야 하지, 그런 힘은 키에라도 정도의 마법사이면 충분하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드루젤을 돕고 있는 알 수 없는 힘에 대응하려면 키에라도 정도는 되야 안심이 돼.' 내가 녀석을 직접 도울 수도 있었지만, 이미 난 유투 왕국의 일에 별로 관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으므로 이렇게 간접적으로 녀석을 돕는 것이다. 사실 솔직한 심정 으로는 드루젤이 유투 왕국을 어떻게 하고 있든 별 상관을 안하고 싶었다. 내게 유 투 왕국이라는 곳은 어린 시절 즐거운 추억들이 가득한 곳으로 남기고 싶었기에. 하지만 라피에르는 그런 생각을 갖기 못하게 만들려 하고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키에라도는 내게 계속해서 불만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 었는지, 잠시 동안의 생각을 정리하고 그쪽을 쳐다본 나는 매우 화가난 키에라도의 얼굴을 봐야만 했다. 불끈 쥔 두 주먹과 힘이 잔뜩 들어간 두 눈이 단적으로 그의 심정을 말해주고 있었 다. "키에라..도?" "됐다! 대공인지 뭔지 하는 사람과 이야기가 끝나면 바로 갈 것이니 그리 알아라." '이..이런... 내가 잠시 딴 생각으로 잘 세워뒀던 계획이 무산될 지경에 처했잖아? ' 잠시 그와의 흥정 중 딴 생각을 하며 그를 무시한 나는 좀 전의 행동을 반성하고는 키에라도의 화난 마음을 풀어줘야만 했다. 그에게 부탁할 일들이 있었기에... [키에라도, 대공과의 면담 이후 나랑 이야기 좀 했으면 하는데...] 조용한 기운으로 그에게 내 뜻을 전한 나는 아무것도 안들린다는 표정의 키에라도 를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뭐, 그렇게 나온다면!' 별로 내키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와의 대화를 하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는 지, 나는 그에게 마지막 비장의 한 수를 놓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동안 못해봤던 체스라도 두면서 이야기를 하는게...] "좋아!" 체스라는 단어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까와 같이 무표정했던 키에라도! 하지만 자신 에게 친숙한 단어가 나오자 마자 그의 태도는 돌변해버렸다. 갑작스럽게 큰 소리로 말한 키에라도의 말에 주변의 사람들이 이상한 듯 쳐다봤지 만, 이네 별로 상관하고 싶지 않다는 듯 그들은 제 갈 길을 갈 뿐이었다. '히유~, 이렇게 해서 어떻게든 키에라도와 있어야 할 시간은 번 건가?' 문제는 그에게 부탁해 라피에르를 돕게 하는 것이었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었으므로 , 난 대공이 있는 방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그런 생각은 잠시 옆으로 치워뒀다. "어서들 오시오, 아! 라피에르 저하. 오랜만에 뵙게 되는 것 같군요." "오랜만입니다. 미드 아르엘 대공." 그렇게 시작된 둘 만의 대화는 감히 다른 사람이 끼어들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었 는지, 나는 조용한 대공의 서재 안쪽으로 사라지는 그 둘을 그대로 내버려뒀다. 라 피에르가 너구리같은 대공과의 대화에서 밀리거나 하진 않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그와 인사를 나누는 라피에르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조용히 하녀들이 준비해준 다과 를 즐기기로 했다. "이건 뭐야? 불러놓고 이런거나 먹으라고? 쳇!" 트레모스의 불만어린 목소리가 홀을 쩌렁쩌렁하게 울렸지만, 목소리에 실린 살기를 파악했는지 그의 행동을 저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엘벤트가 나에게 어떻게 좀 하라는 뜻의 눈빛을 보내오긴 했지만! 하지만 내가 그 눈빛을 외면하자 엘번트 가 기어이 내가 다가와 입을 열었다. "아, 리넨님, 잠시 후에 다른 분들께서도 대공과 라피에르 저하를 뵙기 위해 이곳 으로 오실 겁니다. 그러니, 제발 친구분의 목소리 좀...어떻게..." "다른 사람들? 언제 오지?" "곧 오실겁니다." 누군가 이곳에 온다면 일부러 나쁜 첫인상을 보여줄 필요는 없는지라 나는 트레모 스 녀석의 입을 다물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녀석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내가 녀석 을 제지하기 전에 투덜거리는 입을 순식간에 닫아 버리고는 불안한 듯 문 밖을 쳐 다보며 이마를 찌푸렸다. '저 녀석 왜 저러지?' 녀석이 쳐다보는 닫혀있는 문. 우리들이 들어온 그 문은 잠시 후 소리 없이 열렸는 데, 그 뒤에는 내 눈에 익숙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들어오고 있었다. 고급스런 옷을 곱게 차려입은 두 명의 아름다운 아가씨들과 훤칠한 키의 젊은 사내 . 총 세 명의 사람들이 열린 문 안쪽으로 발을 내딛었는데, 그 중 내 눈길을 끄는 인물은 바로 짙은 갈색과 흰색이 섞여 있는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였다. 붉은 머리 카락을 갖고 있는 그 여인은 내가 특히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어머? 리넨 아냐?" 그녀의 이름을 생각해내기 전에 그녀가 나를 보고 아는 척을 했다. 붉은 머리의 아 름다운 여인! 그녀는 바로 캬라반의 주인이 되어버린 아르넨이었다.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내가 취한 행동은 트레모스를 살펴보는 일이었다. 녀 석과 그녀는 상극이라도 되는 듯, 아르넨만 보면 트레모스는 그렇게 괴로워 보일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치 예전의 악몽이 떠오르기라도 하듯! 지금도 얼핏 본 녀석의 표정은 굳을 대로 굳어져서 툭 건드리면 그대로 옆으로 밀려날 정도로 정신이 나 가 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 오래 머물 생각도 없었지만, 녀석을 보니 그러지도 못하겠군. 그건 그렇고 , 아르넨을 이곳에서 만나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니! 어쩌면 당연한 일 인가? 나라의 움직임이 캬라반의 이득과 관계가 깊으니 이런 일에 빠질 그녀가 아 닐테니...' 그녀의 얼굴을 봄과 동시에 골치가 아파왔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고 그녀의 반가운 목소리와 비슷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냈다. "오랜만이네? 이곳엔 무슨일이야?" "호호~. 그건 내가 물어볼 말이라고, 아! 인사 안한 사람들이 꽤 있네?" 아르넨은 내 주변에 있는 키에라도와 란을 쳐다보며 나에게 소개해달라는 언질을 주었다. "이쪽은 키에라도고 이쪽은 란이야. 둘다 나랑 같이 다니는 일행들이지. 나머지 사 람들은 다 알지?" 아르넨은 란을 본 이후 한참 동안 그녀의 모습에 사로잡힌 듯 계속 쳐다봤는데, 그 것은 비단 아르넨 뿐이 아니었다. 그녀와 함께 들어온 아가씨와 그 옆의 글로빈도 아르넨 못지 않은 놀랍다는 시선으로 란을 쳐다봤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시선에도 란은 고개조차 까딱하지 않으며 그들을 무시해버렸다. "...아름다운 아가씨네? 근데, 어떻게 만난거야?" 란에 대해서 궁금증이 일었는지, 아르넨은 계속해서 그녀에 대한 질문을 내게 쏟아 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별로 없고, 그녀의 일을 내가 말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느껴 시종일관 그저 어깨를 으쓱해보일 뿐이었다. 아 르넨도 내 뜻을 알았는지, 란에 대한 그리 긴 질문은 해오지 않았다. "참, 그건 그렇고 라피에르 저하께서는 오셨니?" "응" 순간 아르넨의 질문에 '그 녀석 저 안으로 들어갔어'라는 말이 나올 뻔 했다. '이런, 조심하지 않으면, 녀석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안좋아질 수도 있겠어.' 나는 일개 평민으로 이들에게 인식되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이렇게 대공을 만나러 나온 자리에서 녀석을 함부로 대하면 안되었던 것이다. 내 스스로도 유투 왕국과 의 인연을 끊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들의 대접을 바라지도 않았고! "참, 이쪽은 글로리아야, 글로빈의 동생이지~! 내가 매우 좋아하는 동생인데, 이번 에 같이 데려왔어." "안녕하세요?" 다소곳하게 인사를 하는 글로리아를 보며, 나는 어렸을 때의 모습과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렸을 때는 엄청나게 철이 없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보이는 군.' "참, 그건 그렇고 이야기나 좀 하자? 그동안 어떻게 지낸거야?" 내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아르넨. 그녀의 그런 행동에 글로빈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글로빈의 변화에도 아르넨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 옆 의자에 앉으며 질문을 해대기 시작했다. 아르넨이 한번 입을 열게 되자, 주변의 모 든 이들은 라피에르를 기다리는 동안 그녀와 나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그 동안 유투 왕국과 폴보트 연합, 그리고 크로와 왕국 을 돌아다니면서 전쟁 보급품과 식량을 나르면 꽤 큰 이득을 얻었다고 했다. 하지 만 전쟁이 계속되자, 그녀는 전쟁을 막는 쪽으로 손을 쓰기로 결정했다 한다. 그래 서 지금은 자신의 고향인 유투 왕국의 편에서 라피에르를 도와주는 입장에 있는 것 이라고... 그녀의 말에 나는 라피에르의 편에 또 강력한 편이 생겼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 다. '아르넨이 라피에르를 도와주면, 토이랄 백작가도 그렇게 되는 거겠지? 오늘처럼 같이 행동하는 것을 보면 말야...' 글로빈은 아직도 나와 아르넨 사이를 경계하는 듯, 내가 아르넨과 이야기가 계속되 는 동안 나를 주시했다. 라피에르와 서재로 간 대공은 그 후 사람들이 모여있는 자리로 돌아온 이후, 간단 한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주고는 아르넨, 글로빈과의 면담을 하러 다시 서재로 들어 갔다. 아르넨을 본 라피에르의 표정은 트레모스 못지 않게 굳었지만, 굳어지는 속도와 비 슷하게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녀와 짧은 인사를 할 뿐이었다. 녀석은 내가 사람들 앞에서 한 나라의 왕자로서 대우를 해주자 내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거기에 맞게 나를 대해줬다. 그 방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나를 대했던 태도와는 너무도 다 르게 말이다. 하지만 지금 밤이 깊어가는 이 시간 녀석은 낮의 태도는 다 잊어버린 듯 폭신해 보이는 쿠션을 들고는 내 잠자리로 슬며시 들어와버렸다. "라피에르?" 잠을 자고 있지 않았기에, 녀석의 접근을 쉽게 알 수 있었지만, 그것은 잠을 자고 있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조용하고 아늑한 마나의 흐름에 이상이 생긴다면 내 몸이 알아서 반응해 버리기 때문이었다. "형아~, 같이... 자도 돼?" 쿠션을 가슴 안으로 꼭 끌어안으며 물어오는 라피에르를 보며, 나는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돌려보냈을 나지만, 지금은 빠른 시일 내에 이곳을 벗어나야 했기 때문에 녀석의 부탁을 거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언제 다시 만날 지 모르는 일이었으므로... 걱정스런 표정으로 서 있는 녀석을 보며, 나는 아무말없이 내가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 녀석이 내 옆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해줬다. 내 허락이 떨어지자, 녀석은 편안 한 미소를 보이며 매우 빠른 속도로 내 옆을 파고들어왔는데,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뜻한 기운이 다가왔기 때문인지, 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잠이 안왔냐?" "웅~." "형아, 계속 나랑 있을 꺼지?" 불안한 듯 물어보는 녀석의 말에 나는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서재에서 모 두와 헤어진 이후 다시 방으로 돌아온 나는 키에라도와의 대화를 하면서 마음을 굳 혔기 때문이다. 녀석과 이제 헤어지는 쪽으로... 몇 시간 전 잠자리에 눕기 전에 나는 은근슬쩍 키에라도를 내 방으로 불렀다. 아까 약속한 체스를 한판 두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것을 하면서 그와 남은 대화도 다 끝낼겸... "키에라도,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혹시 그 만나야 할 사람이라는게 쉐 이트..론?" 쉐이트론! 키에라도가 존경하는 대마법사! 내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악담 을 했던 그 인물이 떠오른 나는 그렇게 쉐이트론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알고 있군! 바로 맞췄다. 그를 만나야 해!" 키에라도는 체스판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내 질문에 대답했다. "설마 아직까지 살아 있다고 말할 생각인 거요?" 키에라도가 200여년 가까이 살았다지만, 그도 그럴 가능성은 없을 수도 있었기에 나는 안좋은 쪽의 가능성을 키에라도 앞에 한번 제시해봤다. 하지만 그는 예전과는 다르게 별다른 반응없이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었다. "물론 그렇지! 솔직히 말해서 그를 만나긴 했다. 만나자 마자, 그가 나를 피해 도 망을 다니고 있는 실정이라 이렇게 아직까지도 소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지 만..." 안타까운 듯 고개를 흔드는 키에라도를 보며 나는 몇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의문들 을 갖게 됐다. "지금까지 살아있다니, 대단하군! 그런데 그가 당신을 피한단 말이오?" "귀찮은건 싫다더군. 예전에 나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을 당시에는 자신도 도 움이 되어 그런 이야기를 해줬을 뿐이라고 말하면서 그 뒤로는 나를 피하기만 하고 있지." 자신을 피하는 그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키에라도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 가 있지 않았다. "설마 그럼 지금까지 그의 뒤를 쫓기만 했고, 그는 계속 당신에게서 도망만 다녔다 는 것이오?" "뭐,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건가?" 쉐이트론이 누구인지 한번 싫다는 일은 정말 하기 싫어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나 같았으면, 귀찮아서라도 키에라도가 하자는 대로 해줬을텐데... 키에라도의 끈질긴 추적을 받지 않아도 되고, 이곳 저곳 귀찮게 도망 다니지 않아도 되고...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나는 쉐이트론이라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다 늙어서 당신을 피해 이곳 저곳을 다니다니... 매우 특이한 성격인 것 같소만?" "누구? 쉐이트론이??" 목소리를 높이는 키에라도를 통해 나는 내 말이 어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 었지만, 뭐가 잘못된지는 알 수 없었다. "그가 나이가 많은 건 맞는 말이지. 하지만 그의 겉모습은 너보다 한 두 살 정도 많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즉 내가 예전에 그를 처음 봤을 때 바로 그때의 모 습 그대로라는 말이지." "어..어떻게 인간이?" "글쎄? 나도 그게 궁금해. 하지만 어쩌겠나? 그에 대해서는 그리 많이 알고 있지 못하니 말야..." 오랫동안 같은 모습으로 늙지도 않고 살아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을 봐온 키에도였기에 나는 그저 놀라움을 뒤로 감출 뿐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의 그동안의 단순 무식했던 쉐이트론를 쫓아다녔던 이야기를 다 들은 나는 본격적으로 그와의 대화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를 지금까지 붙잡고 있었던 것은 라피에르 때문이었으므로... "체크 메이트! 키에라도, 당신이 저 좀 도와줬으면 하는데..." 내가 체스의 말로 그의 킹을 위협하자, 키에라도가 드디어 시선을 들어 나를 쳐다 봤다. "잉? 뭘 도와? 내가? 아까 말하는걸 못들었다는 것이냐? 난 쉐이트론을 찾아가야 한다고! 그게 뭔지는 몰라도 널 도와줄 시간같은건 없어." 그는 내게 한번의 기회를 달라는 눈빛을 보낼까 말까를 신중이 생각하는 듯 뭔가를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 부탁을 하자니 내 부탁을 바로 거절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게 뻔했으므로... "물론 그거야 알지만, 내 생각으로는 당신은 이 이후에도 그를 만나지 못할 것 같 단 말이오. 그가 당신을 피하려 한다고 마음먹은 이상은! 오히려 당신이 아닌 내가 그를 찾는다면 또 모를까!" 그가 라피에르를 돕게 하기 위해 마음대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키에라도에게는 그 렇지 못한 모양이었다. 당황하던 그의 표정이 갑자기 환해지면서 마치 미로에서 길 을 찾기라도 한 듯 변해버린 것이다. "그거 좋은 방법이구나! 내가 그를 만나려 하는 것은 그에게서 조언을 얻기 위함이 다. 아직까지도 9클래스에서 그 윗단계로 가지 못하고 있는 나를 조금은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분명 지금 그는 모르긴 몰라도 10클래스가 분명해 보였으니까! 하지만 그는 잠깐의 대화도 귀찮은지 거절하고 말았지! 하지 만 네 말대로 내가 아닌 다른 인물이라면 만나줄지도 모르겠군! 자신을 귀찮게 하 지 않는다는 확신이 슨다면 말이다." 키에라도의 말을 듣던 나는 그가 의외로 내가 한 말이 마음에 들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럼, 내가 만약 그와 당신을 만나게 해주면 나를 도와주겠다는 거요?"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 그 도움이라는게 어떤건데 그러냐? 네가 만약 그와의 만남 을 주선해 준다면, 내 네 부탁을 들어주지. 지금까지 오랫동안 고생고생 하면서 그 를 쫓아왔지만, 별 효과를 못본 것을 생각하면, 네 부탁을 들어주고 그를 마나는게 더 이득일테니까!" 키에라도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내 손에 쥔 체스 말이 그를 공격하지 않고 다른 쪽 으로 가는 것을 보고는 더욱 흐뭇해했다. "이봐, 설마 내가 할 일이 많은건 아니겠지?" "내가 부탁할 것은 라피에르요. 녀석은 지금 유투 왕국을 이끌어나가야 할 지위에 있으니, 당신이 녀석쪽에서 도움을 주면 되오. 지금은 드루젤의 마법을 견제해주는 것으로도 괜찮을 듯 하니. 그쪽에서 마법으로 나오지 않는 한 그저 위협같은 것 이외의 일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하지만 내 생각에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을 듯 싶은데..." 나는 키에라도의 비유를 맞춰주는 듯 말을 했지만, 결국 그에게 쉽지 않은 일을 맡 길 거라는 예고를 할 뿐이었다. 물론 키에라도는 느끼지 못하고 있겠지만... 하지 만 지금은 거의 거래가 성립되어 있었기에 난 별로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무심코 뱉은 말이 그의 마음에 들었기에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귀찮은 일이라면 내가 나설 필요는 없겠지~! 뭐, 써먹을만한 녀석들도 있으니, 귀 찮아도 상관은 없고! 그건 그렇고 리넨! 나와한 거래는 성립된 거냐?" "그렇소. 서로 만족스런 거래라 기분이 좋긴 한데, 어째 이번판은 그래도 내가 이 긴 것 같소만?" 나는 우회했던 말을 다시 키에라도의 킹을 위협하면서 체크메이트를 외쳤다. "으...윽! 젠장! 내가 진건가? 오랜만에 해서 실력이 준거야!" 투덜거리는 그를 바라보며, 나는 쉐이트론을 찾을 정보를 그에게서 얻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그를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시오!" "쉐이트론? 쳇, 내가 그를 쫓지 않는다는 걸 알면, 그는 죽음의 숲으로 갔을 것이 다." "주..죽음의 숲?" "그곳에 그의 보금자리가 있으니 그곳으로 갔겠지!" "서..설마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못돌아온다는 그곳?" 떨리는 내 목소리에 키에라도는 그저 피식 웃음을 보일 뿐이었다. 마치 이제부터 자신이 하던 고생을 내가 이어서 하게 될 것이라는 암시를 하듯! 몇 시간 전의 일을 떠올린 나는 그가 라피에르를 도와줄걸 알았기에 녀석에게 다른 식의 대답을 해줬다. "라피에르, 내가 네 옆에 있을 순 없겠지만, 키에라도가 널 도와줄거다. 그는 대륙 에서 한 손가락에 드는 대마법사거든? 나보다 훨씬 강하니, 네게 많은 도움을 줄꺼 야. 그리고 나는 그와의 거래를 위해 그만 떠나야 하고 말야." 그 이외의 다른 이유가 있었지만, 나는 일부러 필요한 말만을 하며, 녀석을 설득하 기 시작했다. "싫어! 형아가 내 옆에 있어죠~! 그 할아버지는 필요없단 말야잉~." 어린 아이가 되어버린 듯, 녀석은 내 앞에서 때를 쓰기 시작했다. 때라는 것을 써 본지 오래되었으리라 생각했지만, 녀석의 모습은 예전보다 더 집요해보였다. 하지 만 그렇다고 결정된 일을 번복할 수는 없었다. "라피에르! 네가 나를 지켜준다고 했던 말 기억하냐? 그런데 나한테 그렇게 어린 모습을 보여줘야 되겠어?" 따끔한 한마디로 녀석의 입을 다물게 한 다음 나는 라피에르의 뒷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힘들겠지만, 나는 유투 왕국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구나. 미안하다. 형좀 이해 해 주겠니?" "우웅... 형이 그렇다면... 하지만! 나중에 내가 이 싸움에서 이기면, 꼭 성에 와 줘야 해! 알았지? 그때는 예전보다 더 멋지게 꾸며놓을테니깐 꼭 와야해! 응?" "후훗, 그래..." 그렇게 나는 녀석을 설득하고는 내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라피에르를 보듬어줬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늦어서 죄송하고요, 요즘 너무 너무 바쁜일이 많이 생겨서.. 그리고 저번회는 너무너무너무 이상해서 지웠어요..^^;;;;;; (__)꾸벅~~ 라피에르를 설득한 나는 다음날 바로 저택을 떠나기 위한 준비를 했다. 이곳에 텔 레포트로 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는 했지만, 이곳을 떠나는 것까지 텔레포트를 사 용할 마음은 없었던 것이다. 물론 옆에서 트레모스가 최대한 빨리 이곳을 나가기 위해 내게 압력을 가해오고 있었지만. 키에라도에게는 지금 대륙의 대략적인 이야기를 해줬기 때문에 그리 큰 걱정은 없 이 길을 떠날 수 있었다. 리온과 크릭도 예전에 비해 많이 성장했고, 라피에르를 정성스럽게 대하는게 보였기에 예전같이 라피에르의 신변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 도 될 것 같았다. '게다가 녀석에게는 어둠의 망토 스노플이 있으니!' 라피에르를 찾으려 했을 때 녀석의 존재가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해 나를 당황 하게 했는데, 녀석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스노플 때문이었다고 한다. 특별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검은색의 망토. 그저 얼핏보면 암흑의 그것과 흡사할 정도로 검다는 느낌밖에는 들지 않는 망토였지만 라피에르의 말에 따르면 그것은 착용하는 자의 모습뿐만 아니라 기척까지도 모두 감춰준다고 했다. '기척을 감춘다는 것은 내가 녀석을 바로 앞에 두고 못느낀 것을 보면 확실한 말이 지. 대단해.' 스노플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나는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떠올렸다. 어둠의 망토 스노플은 대륙 4대 마법 기구 중 하나였다. 라피에르의 말을 들은 후 그 망토를 자세히 살펴봤지만 그것에서 우리는 약간의 마가를 느꼈을 뿐, 이외에는 아무런 특징을 찾을 수 없었다. 그 약간의 마기도 매우 신중히 관찰을 하고 나서 야 발견한 것이었다. 즉 스노플을 보면서 우리는 그것의 이름과 특징 그 어떤것도 알아차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라피에르의 몸에 걸쳐있는 스노플을 보면 서 레드 사이어가 입을 열었다! 레드 사이어는 우리가 뭔지 알 수 없는 검은 망토의 존재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 다. 망토의 이름이 스노플이라는 것과 그것을 만든 존재는 고위 마족이라는 것을! 레드 사이어 자신이 전에 고위 마족이어서 그런지 그것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스스로 레드 사이어라는 대륙 4대 마법 기구들 중 하나를 만들었다면, 눈앞 의 스노플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둘 다 모두 대륙에서 손꼽히는 마법기구가 되었 지만, 그것이 만들어진 과정은 레드 사이어 말에 의하면 다르다고 했으니. 레드 사이어는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만들었지만, 스노플은 그렇지 않다 고 했다. 레드 사이어는 스노플을 만든 자가 자기보다 강한 마족일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대단한 자란 말인가?' 그때 레드 사이어의 말을 들은 이는 나 뿐이라 내가 입을 열지 않으면, 스노플의 이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할 것 같았다. '아니, 라피에르도 저것의 정체에 대해서 알고 있을지도 몰라. 그것의 원주인은 아 리아라고 했으니까!' "라피에르, 그 망토의 이름이 혹시 스노플이냐?" "어라? 형아 어떻게 알았어?" 녀석이 내 말에 신기한 표정으로 긍정의 뜻을 표해오자, 내 주변에서는 란을 제외 한 트레모스와 키에라도의 입에서 경악에 가까운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저..저게 어둠의 망토 스노플이라고?" "대륙 4대 마법 기구 중 하나인 스노플?" 그들은 4대 마법 기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지 이름만 듣고도 그것의 정체를 알아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말에 라피에르도 놀라운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혀..형아! 이..이게 정말 대륙 4대 마법 기구 중 하나란 말야? 이게 그 스노플이 야?" "너도 스노플에 대해 알고 있었냐?" "응! 책에서 봤어. 하지만 난 전설 속에서나 나오는 건 줄 알았는데?" 라피에르는 신기한 듯 자신의 손에 쥐어진 망토를 쳐다보며 그것이 얼마나 귀한 것 인지를 세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둠의 망토 스노플이라... 레드 사이어의 말대로라면 저건 마족이 만든것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마족이 만든걸 아리아가 갖고 있었단 말이 되는군! 물론 저것이 만 들어진 시기는 예전이라 마족과 관계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도 모르게 그녀가 저것을 갖고 있었다면... 관계가 전혀 없다고는 말하기 어렵지! 그녀가 마족과 관 련이 있다는 것은 꽤 괜찮은 가정이야! 그녀의 아들인 드루젤의 뒤에 있는 세력도 마족 같고... 흠! 뭔가 윤곽이 잡혀가는 것 같은데?' 아리아와 드루젤의 뒤에 있었던 어떤 존재! 지금 그것의 존재에 대해 점점 윤곽이 잡혀가고 있었다. 아리아가 죽은 지금 그녀의 뒤에 과연 마족이 있었는지는 모르겠 지만, 드루젤의 뒤에 같은 마족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레드 사이어! 마족이란 어떤 존재지?]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마족은 단 한 명도 없었기에 나는 레드 사이어에게 질문을 던졌다. 물론 마족의 피를 이어받은 란이 있었지만, 그녀는 인간에 가까웠기에 그 녀에게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마족은 드래곤과 비슷하게 유희를 즐기지.] [유희?] 처음 듣는 말이어서 나는 다시 레드 사이어에게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유희 라니? 그들이 파괴와 피를 원한다는 일반적인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유희를 즐 긴다는 소리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마족은 본능적으로 피와 살육을 즐긴다. 그것을 먹는 마족이 있는가 하면, 그것을 보는걸 즐기는 마족이 있지! 뭐, 그런건 그들의 기호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인간들이 죄악시하는 것들을 즐기는 편이지. 그런 본능에 따르는 행위를 유희라고 한다. 드래곤들만이 유희라는 말을 쓸 수 있는건 아니지 않은가! 유희란 말 그대로 즐겁게 노는 것을 의미하니깐 말야! 너같은 인간이 보기엔 유희가 아닐지 몰라도 마족에게 그것은 유희다! 물론 본능을 억제하며 살아가는 마족들도 있긴 하지만... ] [호오~! 그렇군. 혹시 마족은 인간들을 갖고 놀기도 하나?] 아리아와 드루젤의 뒤에 마족이 있다면, 마족에 의해 지금과 같은 안좋은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생겨났기 때문에 나는 이와 같은 질문을 레 드 사이어에게 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레드 사이어가 전한 생각은 너무 도 간단하게 나왔다. [대부분이 그런 경우지. 마족은 약하고 감정변화가 심한 인간에게서 대부분의 즐거 움을 얻는다. 그들을 죽이면서 얻기도 하고, 그들을 이용하면서 얻기도 하지. 인간 들이 마족을 싫어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들이 그들에게 이용당하기 때문일지도 모르 겠군!] 레드 사이어와이 대화는 내게 많은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그 자신은 지금 마족 과 비슷한 세월동안 검으로 살아왔기에 예전의 마족으로서의 감정들은 많이 잊어버 렸지만, 마족 특유의 특징에 대해서는 잊어버리지 않았기에 그가 전한 말은 그 의 미가 컸던 것이다. '만약 정말로 아리아와 드루젤 뒤에 마족이 있었다면?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이 이 해가는군! 드루젤이 야망이 크긴 했지만, 이렇게 무모한 전쟁을 할 만큼 어리석지 는 않았어! 쉽게 끝낼 수 있는 전쟁을 길게 끌면서 사람들을 죽이고 대륙을 황폐하 게 만들 정도로 멍청하지도 않지! 어차피 전쟁에서 이기면 자신의 땅이 될 곳을 그 도 잘 알고있었을테니!' 라피에르의 말에 의하면 드루젤이 예전에 비해 많이 변해버렸고, 거의 미친 사람과 같이 발작을 자주 일으키며 살육을 즐긴다고 했다. '살육을 즐긴다라... 툭하면 사형에 쳐한다고 했었지? 흠!' 갑자기 드루젤의 뒤에 마족이 있다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지려는 나는 라피에르를 혼자 두고 간다는 것에 두려움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의 곁에 든든한 후 원군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었던 것이다. [레드 사이어! 고위 마족 정도의 능력은 어느 정도지? 예를 들어 너 같은 존재는?] [흠! 오늘따라 이상한 질문을 많이 하는군! 내가 마족이었을 때의 능력은 드래곤보 다는 못하겠지만, 인간 마법사들보다는 뛰어난 정도? 그 정도였다.] 레드 사이어는 고위 마족이 대략적으로 클래스 8~9 사이의 마법사정도 되는 것으로 결론을 내줬다. '그렇다면 키에라도 정도면 괜찮겠지? 음... 괜찮을거야!' 자기 암시인지도 모를 생각들을 하며 나는 다시 나를 마중나온 사람들에게로 신경 을 돌렸다. 아르넨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 그들은 아직 폴보트 연합에서의 일이 끝나지 않았는 지 이곳에서 몇 일 더 머물면서 체계적인 대응책을 짤 계획이라 했다. "리넨 정말 가는 거야? 너 정도의 사람이라면 우리편에 큰 힘이 되줄 텐데!" 아쉬운 듯 아르넨이 나를 설득하려 했지만, 내 고개는 가로저어졌다. 옆의 라피에 르는 그런 내 모습에 뭔가를 굳게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르넨의 말을 중 단시켰다. "아르넨, 형님은 피치못할 사정이 있어 그런 것이니 계속 그렇게 불편하게 하지 마 시오." 이곳에서 지위로만 놓고 따진다면 라피에르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대공밖 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먼저 법황을 만나기 위해 신전으로 간 상태였으므로, 라피에르의 말을 막을 만한 신분의 사람은 표면적으로 아무도 없었다. 그렇기 때 문인지 아르넨은 입을 삐죽 내밀면서 내게 더 이상 말을 건낼 수 없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녀가 입을 다문 이유가 라피에르의 말에 내포되어 있는 힘의 무게 때문인 것 같았다. '저 녀석은 어떻게 된게 나와 다른 사람을 대하는게 저렇게 다를 수 있는 거지? 저 런 모습을 보면, 지도자로서의 모습은 된 것 같은데... 내 앞에서는 마냥 어린아이 가 되어버리니...' 가족의 사랑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인지 녀석은 사람을 대함에 있어 매우 차가운 편 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한번 믿음을 준 사람들에게는 끝까지 책임지려 는 책임감이 있다는 것이다. '만족스럽게 자랐어! 녀석이라면 걱정 없지! 그럼!' "리넨, 빨리 가자!" 트레모스는 아르넨과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를 부르며 길을 재촉했다. 녀석 은 아르넨의 목소리조차 마음에 들지 않은지 그녀와는 최대한 먼 거리를 유지하려 고 했던 것이다. '하긴 저번에 아르넨이 시르노에를 찾는다고 한참동안이나 울며 이야기 할 때, 녀 석의 얼굴은 사색으로 변했었지. 녀석이 시르노에로 유희를 할 동안에 아르넨에게 얼마나 시달렸으면~! 쯧쯧. 흠~. 그런데 이번엔 이상하게 시르노에에 대한 언급이 없단 말야? 흠, 혹시?' 아르넨 옆에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글로빈을 쳐다보며 나는 아르넨이 예전처 럼 그를 내몰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봤다. '시르노에에 대한 언급도 없고, 글로빈에 대한 태도도 바뀌었고~!' 물론 그녀가 겉으로 글로빈을 귀찮아하는 듯 행동하긴 했지만, 한번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자 그 모습도 싫어서 하는 행동처럼 보이지 않았다. '호오~! 트레모스가 알면 기뻐할 것 같은걸? 하지만 별로 알리고 싶지는 않군. 그 사실을 알리면 녀석은 내가 아르넨의 수다에 시달리는걸 즐기며 그녀의 곁을 떠나 지 말자고 할지도 모르니깐 말야.' 나는 오랜만에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한번 더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트레 모스와 라이너 그리고 란과 함께 폴보트를 떠났다. 그들이 우리를 위해 준비해준 마차가 있었지만, 나와 트레모스는 그런 교통수단을 별로 애용하지 않았기에 거절 하고는 도보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곳에서 조금만 벗어난 이후에는 목적지 근처 까지 텔레포트를 하면 되었기에! 대공의 저택에서 리넨 일행을 배웅해주던 사람들은 리넨 일행의 모습이 점이되어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그곳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그 뒷모습을 쫓았다 '형아! 꼭 돌아와야해! 내가 돌아오게 만들꺼야!' 라피에르는 그런 마음가짐을 하고는 리온과 크릭을 데리고 법황을 만나러 갈 준비 를 했다. 라피에르는 그곳에서 조금 더 리넨에 대한 향취에 젖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시간낭비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기에 굳은 결심을 하고는 몸을 돌린 것 이다. 라피에르가 그렇게 몸을 꺾자 엘벤트와 데칸티스가 같이 몸을 틀어 법황을 만나러 갈 차비를 하기 위해 몸을 틀었다. 법황과 약속이 잡혀 있는 사람들은 이곳에 모인 모두였다. 그들은 지금 한 나라의 핵심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권력 과 힘을 갖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랬기에 중요한 대륙의 정세를 논의하기 위해 법 황이 있는 신전으로 길을 떠나는 것이었다. 그들 모두가 떠나고 주변이 조용해지자, 아르넨이 입을 열며 지금까지 갖고 있던 궁금증을 털어놓았다. "이상하지 않아? 왜 라피에르 저하가 리넨보고 형님이라고 하는 거지? 내가 알기로 그는 일개 지방 귀족의 아들일 뿐인 리넨을 자신의 위에 놀만한 사람이 아냐. 리 넨이 좀 강하긴 하지만 그걸 보고 형으로 모실 정도의 사람이 아니라는 거지. 그의 곁에는 리넨보다 강한 자들도 있을텐데 말야."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하다는 듯 이마를 찌푸린 아르넨의 모습에 글로리아가 그녀 의 어깨를 잡았다. "언니, 그럼 직접 물어보지 그랬어요?" "누구? 리넨에게?" "네!" 고개를 끄덕이는 글로리아를 보면서 아르넨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내가 왜 안 그래 봤겠냐? 첫날 저하의 입에서 형이라는 말이 나오자 마자, 물어봤지! 하지만 리넨의 입에서나 라피에르 저하의 입에서나 나온 말은 단 하나 였어." "뭔데요?" "그냥 형과 동생이래" "네?" 글로리아는 이해가 가지 않는지 다시 한번 물어봤지만, 아르넨의 입에서 나온 말은 조금 전과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글로리아의 표정이 변화가 없자, 아르넨은 자세 한 설명을 해줬다. "형과 동생이라고... 즉,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해주기 싫다는 거야. 왜 그들이 형과 동생의 관계가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라던가, 왜 그런 식으로 부르는지 안 알려주겠다는 거야!" "왜요?" "에휴~. 내가 너한테 이런 말을 왜했는지 모르겠다. 그거야 알려주기 싫으니까 그 런거겠지." 아르넨은 머리가 아픈지 순진한 눈빛을 하며 자신을 쳐다보는 글로리아를 외면한 채 두 손으로 머리 양끝을 잡으며 나직한 신음을 흘렸다. 아르넨이 그런 행동을 취 하자, 옆에 있던 글로빈이 어쩔 줄 몰라하며 아르넨의 옆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걸 어봤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의 말은 아르넨에게 무시되고 말았다. 글로빈의 말에도 아르넨의 신음소리가 멈추지 않자, 글로리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언니,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리넨이라는 사람이 라피에르의 저하의 형 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냥 그런가 보다 라고 하면..." "에휴~. 글로리아야. 저하에게는 형이 단 한 명밖에 없어! 지금은 적이 된 드루젤! 그밖에 없다고. 물론 예전에 죽은 리프네리욘 전하가 계셨다면, 한 명 더 추가되 는 거겠지만! 하지만 지금 리프네리욘 저...응? 리프네리욘? 리..넨? 음..잠깐만, 이거 혹시?" 아르넨은 뭔가를 떠올렸는지 슬픔에 잠긴 듯한 글로리아를 쳐다보고는 두 눈을 빛 냈다. "글로리아, 저 혹시 리프네리욘 전하의 애칭이 뭔지 아냐?" "네?" 아르넨의 질문에 숙였던 고개를 든 글로리아는 글썽이는 눈물을 닦으며 아르넨을 쳐다봤다. "뭐라고 했죠?" "리프네리욘 전하의 애칭 말야!" "애..애칭이요? 그런게 있어요?" "애칭이라면, 가까운 사람들이 이름을 줄여서 부르는 걸 말하는거지?" 어리둥절해 하는 글로리아의 모습에게서 글로빈은 아르넨의 시선을 자기 쪽으로 돌 렸다. "응! 알고 있어?" "그건 모르지. 리프네리욘 전하께 만약 애칭이라는게 있었다면 그 애칭으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전하의 가족 쯤 되는 사람들 밖에는 없을테니까! 우리들은 알 수 없지. 그리고 나와 글로리아는 그 분을 뵌게 몇 번 안되서..." "쳇! 모르면서 아는 척은!. 라피에르 저하와 다르게 그는 성에서 나온 적이 없는 인물이라서 말야. 사교성도 없었고... 흠! 그건 그렇고 리프네리욘 전하의 특징이 어떻게 되지?" 아르넨은 리프네리욘에 대해서 꿰고 있는 글로리아를 보면서 질문을 했다. 그녀의 질문이 떨어지자, 글로리아의 눈빛이 몽롱하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혼자만의 영역 속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그분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 머리카락을 지녔 어요. 그리고 그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푸른색의 눈동자. 남자의 우락부락한 몸이 아닌 잘 다져진 듯한 균형잡힌 몸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글로리아의 말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아르넨의 귀에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에..에메랄드 빛?! 단 하나밖에 없을 정도라면... 매우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을 말하는 건데... 그건 리넨의 머리색이잖아!" 소리를 버럭 지른 아르넨은 자신의 생각에 동의를 구하듯 글로빈을 쳐다봤다. 하지 만 그는 아르넨이 왜 흥분을 하며 자신을 쳐다보는지 알지 못하는 듯 했다. "왜..왜 그래?" "글로빈! 너도 봤지! 리넨의 머리색 말야, 머리색!" "으..응? 리넨이라면 네 친구라는 그 사람? 그 사람 머리색은 왜?" 글로빈은 갑자기 아르넨의 입에서 다른 남자에 대한 질문이 떨어지자, 경계의 눈빛 을 하며, 아르넨을 쳐다봤다. "아휴~! 바보야, 리넨의 머리색이 글로리아가 말한 에메랄드 빛이었잖아! 얼마 전 에는 무슨 이유인지 다른 색이었지만, 내가 녀석을 처음 봤을 때도 분명 청록색인 에메랄드 빛이었다고!" "그..그랬나?" 글로빈은 자신의 시선을 잡는 아르넨 이외의 사람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 기 때문에 리넨의 머리색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에휴~! 내가 바보하고 이야기하고 말지! 됐네, 이 사람아!" 아르넨은 화가난 듯 글로빈을 무시하고는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먼 저 사라진 사람들 뒤를 빠르게 뒤쫓았다. "어이~! 아르넨! 같이가!" 뛰듯 사라지는 아르넨의 뒤를 글로빈이 뒤쫓았지만, 글로리아는 아직도 리프네리욘 에 대한 생각을 하는 건지 몽롱한 시선으로 그 자리에서 작게 뭔가를 중얼거렸다. 라피에르를 놓친 이후 유투 왕국의 회의장에서 드루젤의 권력남용은 점점 심해져가 고 있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의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회의장! 원래 이곳은 귀족들과 왕족들이 모여서 나라의 정세에 대해 토론하며, 보 다 살기 좋은 왕국을 만들기 위한 장소였다. 하지만 지금은 단지 고양이 앞의 쥐처 럼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어버린 귀족들의 우리가 되었을 뿐이다. 지금 이곳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거의 드루젤의 편에 있는 사람들이라 그의 말에 고개를 흔들 사람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드루젤은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단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트집을 잡아 그들을 몰아세워 죽음의 절벽쪽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왜 제대로 하는 일이 없냔 말얏! 하아~. 하아~." 지금도 드루젤은 온갖 욕설을 내뱉으며 귀족들 앞에서 라피에르를 놓친 것에 대해 화를 내고 있었다. 이제 드루젤에게는 사람들을 대하는 어투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 그런 것에 신경쓸 공간이 머릿속에 없는지도 몰랐다. 자신이 하 고 있는 말의 잔인성에 대해서도!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진행 했던 라피에르의 추격전을 지금 드루젤은 직접적으로 사람들에게 동생을 잡아죽이 라고 말하고 있었다. "폐..폐하, 하지만 크로와 왕국과의 전쟁에서는 이..이기지 않았습니까?" 드루젤의 화를 삭히기 위해서 회의장에 있던 귀족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사실 겉으로 이기긴 이긴 전쟁이었다. 그 피해가 크로와 왕국 못지 않은 문제가 있 었지만... "흐흐흐... 전쟁! 전쟁에서 이겼다고? 흐흐흐... 그래! 전쟁은 이기라고 있는거야! 하지만 지금 전쟁은 끝나지 않았는가! 쿨럭...크윽..." 숨이 가쁜지 드루젤은 왼손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오른손을 탁자 모소리에 놓으며 몸의 중심을 유지시켰다. 힘겹게 서 있던 그는 갑자기 숨을 고르더니 고개를 들고 는 바로 옆에 앉아 있는 귀족에게로 다가갔다. "쿨럭... 전쟁이 끝났다!" "네? 아, 네. 우리의 승리로 끝났지요." "크흐흐흐... 그래! 우리가 이겼지! 그런 승리의 기쁨을 단 한 번으로 끝날 수 있 겠는가? 우린 또 이겨야 해! 이기고 또 이겨서 대륙 제일이 되어야 한다고! 크윽.. 그..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지?" 드루젤은 말하는 것 자체가 괴로운 정도로 몸이 허약해져 있었지만, 말을 멈추지 않고 끝가지 귀족에게 질문했다. "그..그게..." 말을 더듬는 귀족. 그는 지금 드루젤이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 지만 그 말에 대답을 하게 되면, 유투 왕국은 다시 전쟁으로 인한 고통의 나락으로 빠지게 되리란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그는 입을 열 수 없었다. 하지만 광기에서 살 기로 바뀌는 드루젤의 눈빛을 보는 순간 귀족의 입은 망설였다는 사실조차 망각했 는지 매우 빠른 속도로 열렸다. "저..전쟁을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그..그럼요, 그리고 그 전쟁에서 다시 이기면 되는 거죠!" 식은땀이 그의 이마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린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는 눈앞의 드루 젤이 자신에게서 멀어지길 바랬다. 툭 건드리면 쓰러질 것 같은 드루젤! 광기와 살 기만으로 똘똘 뭉쳐서 사람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 사실 드루젤은 귀족 들이 원한다면 언제라도 죽일 수 있는 존재였다. 지금은 서 있는 것조차 힘든 그였 기에 이곳에서 바로 반란을 일으켜 그를 죽이고 새로운 왕을 선출해 예전의 유투 왕국을 만들 수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들은 드루젤을 감 히 죽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상하게 그와 마주하고 있노라면 죽음의 공포가 몸 을 감싸 그를 죽이려고 한 예전의 생각들이 저 마음 깊은 곳으로 자취를 감추기 때 문이었다. 물론 그를 보지 않는 곳에서는 드루젤에 대한 살심을 키울 수 있었지만 그래도 그를 죽이기 위해 보낸 자객들은 하나같이 실종될 뿐 이렇다할 효과를 보지 못했기에 회의장의 귀족들은 지금과 같은 공포의 시간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크하하하..쿠..쿨럭... 크큭. 방금 들은 것처럼... 새로운 전쟁을 하면 되는 것이 다." 웅성웅성. 드루젤의 입에서 새로운 전쟁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은 크로와 왕국과의 전쟁과 같 은 일을 다시 되풀이하겠다는 말과 같은 뜻이었기에 회의장은 순식간에 소란스럽게 변해버렸다. "새..새로운 전쟁이시라면?" "크큭! 지금 이 나리에 대항하는 곳이 어디냐? 바로 폴보트...연합이 아니냐! 쿨럭 ..." 드루젤은 심하게 기침을 하는 듯 하더니 입을 가리고 있던 손을 떼면서 손에 묻은 검붉은 피를 자신의 옷자락에 스윽 닦고는 말을 이었다. "폴보트는 유투 왕국에 전면 대적을 하고 있지! 라피에르도...쿨럭, 폴보트와 손을 잡고 나를 배신했으니, 폴보트 연합은 우리의 적이다!" 광인의 눈을 가진 드루젤의 말에 웅성거이던 회의장은 점점 조용해져 나중에는 드 루젤의 목소리만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드루젤의 말을 거역할 만 한 배짱의 사람이 아직까지 회의장에 남아 있을리 없었던 것이다. 속으로 그의 뜻 을 거역하고 싶을지는 몰라도, 겉으로 그들은 자신의 뜻을 말로 내뱉지 못했다. 그 렇게 다시 유투 왕국은 폴보트 연합과의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기 위해 다 치유되지 않은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뒤 잠시 동안 격한 연설을 하며 폴보트 연합과의 전쟁을 결정지은 드루젤은 자 신의 말이 끝난 이후, 힘겨운 몸을 이끌고 쉴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인 방으로 돌아 왔다. 누군가 자신을 부축하는걸 싫어한 그는 언제나 그렇듯 힘겹게 자신의 힘으로 방까지 걸어온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무슨 일인지 자신을 기다리고 있어야 할 라이스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요즘 들어 자주 자리를 비우는 것 같은 라이스 만! 드루젤은 그가 없음을 알고는 화가나기 보다는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즉 마치 화 염 속에서 자신이 살 수 있도록 보호해주는 유일한 보호막이 사라져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이다. 그래서인지 드루젤이 사용하는 방은 덥다고 할 정도로 따뜻한 온기를 내뿜고 있었지만, 그의 몸은 사시나무 떨리듯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으드드득... 그..그는 어디...간 거야..." 고개를 천천히 돌려 방안에서 그의 존재를 찾아봤지만, 라이스만의 모습은 그 어디 에서도 볼 수 없었다. 라이스만이 보이지 않기 때문인지 드루젤의 모습은 아까 회 의장에서 보여준 것과는 사뭇 다르게 변해버렸다. 두려운 듯 떨리는 몸과, 힘없는 목소리. 그리고 초점이 사라진 흐릿한 눈동자. 한 마디로 그의 모습은 폐인의 그것과 같이 변해버린 것이다.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선지 그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몸 전체에 이불을 휘감 고 흔들리는 몸의 움직임을 조금 줄였다. 스륵! 어떤 소리에 신경을 쓸 정도로 예민한 감각을 갖고 있지 못한 드루젤이었지만, 좀 전에 들린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는 그의 귀에 매우 크게 들렸나 보다. 이불 속에 감춰져 있던 고개를 빠르게 들어 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봤으니 말이다. 하지만 소 리가 난쪽을 쳐다본 드루젤의 눈에는 사람의 모습이 아닌 익숙한 물건들만 보일 뿐 이었다. "어..언제나... 쿨럭. 이쯤되면 나타났는데... 으드드드...." 자신의 곁에서 오랫동안 떨어져 있지 않으려고 하는 라이스만임을 알았기에 조금 전의 소리는 그가 나타났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라이스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떨리는 몸 때문에 말이 흔들리면서 나온 드루젤은 그렇게 돌려졌던 고개를 실망스 럽게 다시 이불 속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또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잠이 든 것인지 중얼거리던 드루젤의 말소리가 사라지고 그의 떨리는 몸만이 보이 게 된 시간. 불이 켜져 있는 상태여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얼 핏 보이는 창 밖의 검은 하늘과 은빛의 작은 달이 지금 시간이 매우 늦은 밤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스륵. 아까 드루젤이 들었던 그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하지만 이번에 난 소리는 어떤 여 인의 모습과 함께였다. 푸른색의 긴 생머리에 차가워보이는 푸른 눈을 한 여인. 밤하늘에 뜬 달의 주인처럼 그녀의 모습은 차갑지만 우아해보였다. 감히 범접하지 못한 힘을 내뿜고 있는 그녀. 그녀는 잠이 든 드루젤의 곁으로 다가가 덮어져 있던 이불을 잡고는 드루젤의 모습을 살펴봤다. 잠이들어 그런지 미세하게 흔들리는 드루젤의 몸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해골에 다가 약간의 생기를 불어넣어 옷을 입혀놓은 것 같은 모습을 한 드루젤. 그는 살아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신기해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몸에 투명하면서도 빛나는 빛을 뿌려줬다. "숨어버렸군!" 낮게 흩어진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눈의 그것처럼 차갑게 주변으 로 흩어졌다. 주변의 사물에 닿아 녹아내리는 것처럼 금새 차가운 목소리는 사라졌 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다시 듣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런류의 목소리였다. "오랜만에 나왔다가 네 흔적을 보고 일부러 이렇게 찾아왔는데, 숨어버려? 흥! 그 렇다고 그냥 돌아갈 생각은 없다! 네게 빚진걸 아직 못돌려줬는데, 그냥 가면 섭섭 할테니! 상관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나를 지금까지 기다리게 만든 것에 대한 대가는 치러야겠지?" 여인은 누군가에게 말하듯 혼자 작게 중얼거리고는 드루젤에게 뿌리던 투명하고 아 름다운 빛을 거뒀다. 그 빛은 드루젤의 떨리던 몸을 진정시키고 그의 얼굴에 분홍 색의 생기를 불어 넣어줬는데, 아마도 힐의 일종인 마법 같았다. 힐이라고 하기에 는 그 위력이 회생마법에 버금갔지만... "다시 내 눈에 띄지 않았으면 하는 군!" 그 말과 함께 여인의 모습은 그 자리에서 깨끗이 사라져버렸다. 원래 존재하지 않 았던 존재인 것처럼 그녀의 목소리도 곧 주변의 따뜻한 공기에 녹아 없어졌다. 죽음의 숲으로 출발한 우리들은 어느 때와 같이 간단히 그곳으로 갈 수 없었다. 죽 음의 숲 근처에 가 본적이 있다는 트레모스가 우리들 모두를 이끌고 텔레포트를 했 지만, 그곳까지 도달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키에라도의 설명에 따른 숲의 모습은 찾아 볼 수도 없는 곳에 도착하고 만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 작긴 하지만 마을의 모습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이곳은 죽음의 숲 과 꽤 멀리 떨어져있는 것 같았다. 죽음의 숲 근처에 마을이 존재할 수 없을테니까 ! "이게 어떻게 된거야?" "그..글쎄? 어떻게 된거지?" "저번에도 그곳까지 텔레포트로 갔었던 거야?" 머리를 긁적이는 트레모스에게 질문을 하자, 녀석은 고개를 흔들며 내가 제시한 가 능성을 날려버렸다. "죽음의 숲은 지금까지 단 한번 와봤었지. 그때는 내가 간 곳이 죽음의 숲인지도 모르고 간거였어. 우연히 주변을 지나다가 나중에 알았지 내가 있었던 곳이 죽음의 숲이라는 것을." 녀석은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예전의 기억을 더듬었다. '드래곤이라 지금까지 긴 세월을 살아왔을텐데 지금까지 단 한번 그곳에 가봤다고? 허어~. 대체 그곳이 어떤 곳이길래 이렇게 기억하기조차 꺼려하는 걸까?' 나는 내가 갖고 있는 특유의 궁금증이 고개를 드는걸 느꼈다. "네가 기억하고 있는 좌표가 맞다면 그곳까지 갈 수 있어야 하는데 왜 그곳이 아닌 다른 곳에 도착한 거지?" "흠~. 아마 그곳으로 텔레포트 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군." 트레모스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능성 한가지를 집어내며 뭔가 고민하듯 입을 열었 다. "그게 가능한가? 내가 알기로 죽음의 숲의 크기는 남대륙 전체로 알고 있는데!" 유투 왕국이 대륙의 중심부를 모두 차지하고 있다면, 그와 비슷한 크기의 남대륙은 모두 죽음의 숲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큰 장소에 텔레포트를 방지하는 어떤 장치가 있을꺼라니! "혹시, 네가 갔던 장소만 그런거 아냐?" "누가 나만 못오게 한다는 소리냐? 그게 더 가능성 없는 말이다! 내가 갔던 장소는 특별한게 없는 곳이었어. 그리고 지나왔던 모든 자리까지 텔레포트가 안되는 것 같기도 하고!" 인상을 찌푸린 녀석을 보며 나는 죽음의 숲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지는 것을 느껴 야만 했다. 죽음의 숲에 대한 호기심은 비단 나뿐만 아니라 란과 라이너도 같이 갖 고 있는 것이었나 보다. "죽음의 숲이 어떤 곳인데 그러는 거지?" 궁금증이 가득하다는 듯, 트레모스에게 질문하는 란의 두 눈은 맑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트레모스는 별로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은 듯 눈으로 레드 사이 어를 가르치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 녀석이 말 안해주냐? 그 녀석이라면 알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녀석은 레드 사이어가 검이 되기 전에 마족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란에게 그 사실을 언급하며 시선을 외면해버렸다. 트레모스가 좀 전의 말을 하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미처 해보지 못했지만, 녀석 의 말에는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것 같았다. 죽음의 숲. 그곳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몬스터들의 서식지로 알려져 있었다. 특이한 것은 그곳에 사는 생물들은 보통의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보다 더 강하고 컸으며, 생명력이 강하다는 것이었다. '몬스터들, 그것도 강한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장소라면 마족과 연관이 있을수도 있겠군!' 트레모스의 말에 이런 생각을 떠올린 나는 그렇지 않냐는 시선으로 란을 쳐다봤다. 하지만 란은 화가난 듯 내 시선을 외면하고는 트레모스가 그녀에게 한 것과 똑같 은 행동을 내게 했다. 나는 그렇게 영영 대답을 못듣는게 아닌가 했지만, 그녀대신 내 그녀의 손에 쥐어진 레드 사이어가 내 질문에 대답해줬기에 머릿속에서 해답을 찾지 못하고 헤맬 뻔한 질문을 하나 없앨 수 있었다. [죽음의 숲은 말 그대로 죽음의 숲이다. 그곳에서 원래 살고 있는 생명체들에 그곳 은 낙원일지 몰라도 외부의 생물체들에게 그곳은 죽음의 숲인 것이다. 그것은 드래 곤이든 마족이든 모두 같다. 마족이 본능에 모든 것을 맡기고 움직이는 몬스터들과 흡사해 그들을 조정하는 경우가 꽤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죽음의 숲에 있는 몬스 터들이 마족과 관계되어 있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 죽음의 숲 에 존재하는 몬스터들은 마족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다.] 갑작스런 레드 사이어의 말에 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몬스터들과 마족이 관계없는 경우도 있었단 말인가?' 몬스터들을 조정하는 경우는 드래곤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드래곤들이 몬스터 를 공포라는 본능을 일깨워 조정한다면 마족의 경우는 본능 위의 유대감같은 것으 로 그들을 조정한다고 했다. 같은 종족의 우두머리로 몬스터들이 마족을 인정한다 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방정식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니! [그럼, 죽음의 숲은 마족들도 꺼려하는 장소라는 말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혹시 그곳이 언제부터 생겨났는지 알고 있나?] 지상 최고의 힘을 자랑하는 드래곤까지 꺼려하는 하고, 죽음, 공포와 밀접한 종족 인 마족도 멀리하는 장소인 죽음의 숲! 그런 곳이 언제부터 생겨났는지에 대한 궁 금증이 일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 질문에 레드 사이어는 모른다는 말만을 하고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트레모스, 혹시 죽음의 숲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고 있냐?" 혹시나 하는 생각에 녀석에게도 물어봤지만 대답은 레드 사이어와 크게 틀리지 않 았다. "그곳이 언제부터 생겨났는지에 대해 알고 있는 드래곤은 없을걸? 나도 그곳에 대 해 궁금증을 갖고 있었던 시기가 있어 고룡들을 찾아다니며 물어보긴 했지만, 아무 도 모르더군."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내게 대답해주는 녀석을 보며 나는 그곳이 만들어진 것이 최 소 만 년 전일 거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매우 오래된 곳인데도 알려진 바가 없다니... 정말 외부의 침입을 달가워하지 않 는 곳인가 보군.' 나는 트레모스도 꺼려하는 그곳에 간다고 키에라도와 거래를 한 것에 대해 손해보 는 듯한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곳에 살고 있다는 쉐이트론을 기억해내고는 그런 조금 전에 들었던 생각을 날려버렸다. '그런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안만나 볼 수 없겠지? 어쩌면 그는 내게 길을 알 려줄지도 모르니깐 말야.' 왠지 그런 예감에 나는 일행 중 가장 가벼운 발걸음으로 우선 가까운 마을로 걸음 을 옮겼다. "우선은 이곳에서 죽음의 숲으로 가는 방향을 알아봐야 할 것 같으니 저 마을로 가 보자고." "그러지." 트레모스와 란은 나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서서 서로 무시무시한 눈빛을 교환하 며 내 발걸음에 보조를 맞췄다. 그들 사이에서 라이너만이 나와 같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보여줄 뿐이었다. '너라도 있으니 어디냐~! 왜 꼭 일행들은 이렇게 시끄러운 존재들을 부르는지~.' 나는 무표정하게 나를 따라오는 라이너를 한번 쳐다봐 주고는 피식 웃으며 점점 다 가오는 마을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2002년 입니다. _(__)_넙쭉~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글구보니 정말 라이너의 존재가 작아지고 있어요~ T^T 웅웅~(대사를 늘려야 하는데!) 아, 그건 그렇고... 뭔가 물어볼게 좀 있는데..헤헤헤~ ^^;;긁적 긁적~ 아시는 분은 대답을 좀...^^;;;;헤헤... 이거 첨에 보면, 쥔공이 별궁의 서재에서 책을 챙겨서 본궁으로 이사갈때 이상한 재질의 노트를 한권 챙겨서 나옵니다.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는 그런 공책이었죠. 이 공책이 별건 아니지만 나중에 언급이 쫌 될꺼거든요? 근데...제가 이걸 중간에 또 언급을 했는지...기..기억이...험험~^^;;;;삐질~ 유투 시에서 상인에게 이와 비슷한 재질의 공책을 쥔공이 산 적이 있었나요? 우웅~~~ ㅡㅡ 제 기억으론 적은것 같은데, 암만 찾아봐도 없어서...다시 물어보는거에용~ 아시는 분은...리플을....^^;;; 홀홀홀~ 그..그럼, 즐거운 하루 되세용~ 빠시~ 내가 간 곳은 다 쓰러져 가는 폐가가 즐비한 마을이었다. 그렇게 큰 마을이 아니라 쓰러져 가는 폐가의 수도 적었기에 건조한 바람이 부는 마을의 모습은 더욱 황량 해 보였다. "죽음의 숲 근처에 있는 마을이라 그런가? 이미 오래 전에 모두 이곳을 떠난 듯 하 군." 트레모스는 마을의 모습을 한번 슬쩍 훑어보고는 다른 방법으로 죽음의 숲 쪽의 길 을 찾으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트레모스의 결정은 라이너에 의해 일행들의 호응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리넨 님, 이곳은 버려진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어색한 점들이 꽤 눈에 띄는군요." "어색한 점?" 등뒤의 다크로드를 뽑은 라이너는 경계의 눈빛을 하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버려진 마을이라면 사람들의 흔적이 없어야 하는게 그 첫 번째 조건입니다. 하지 만 이곳에는 사람들이 자주 왔다는 표시가 폐가 군데군데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주 왔다갔다한 흔적이라고?' 녀석의 말에 내 눈은 먼지가 잔뜩 쌓인 건물들로 돌려졌다. 처음엔 그저 오랫동안 방치해둔 것 같은 느낌이라 일순간에 폐가로 인정해버렸지만 라이너의 말대로 자세 히 살펴보니 뭔가 어색한 점이 하나 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위적인 먼지군, 쌓여있는 먼지와 어울리지 않게 건물들은 너무 멀쩡해." 란의 예리한 지적에 나와 라이너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일종의 위장술인가?' 건물을 위장하는 경우는 대부분 뭔가를 숨기기 위함이었다. '일루션 마법을 사용했더라면 쉽게 눈치챌 수 있었을텐데, 수작업으로 저런 폐가를 만들어버려서인지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을 뻔했군.' 트레모스는 간단히 폐가라고 결론을 내렸다가 라이너의 한마디에 자신의 판단이 틀 렸음이 증명되자, 화가 났는지 손을 들어 눈에 보이는 그럴듯한 폐가 하나를 박살 내버렸다. "저것이 꾸민 것이든 원래 저런 것이든 폐가는 폐가지! 즉 주인 없는 집이니 내가 파괴하든 상관없겠지?" 요즘 들어 다시 손이 근질거리는 건지 폐가를 상대하는 것치고는 강한 공격마법이 녀석의 손에서 뻗어 나왔다. 콰콰쾅! 바람만 불면 쓰러질 것 같던 폐가였지만, 트레모스의 공격에 의해 무너져내린 나무 토막들은 몇 십 년은 더 버틸 것 같은 견고한 나무 조각들이었다. 우두두둑. '역시 위장이었군. 하지만 왜?' 여기 저기 자욱한 먼지와 함께 나무 조각들이 흩어져 내렸지만 그 안에 생명체는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그 건물은 폐가가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사는 집도 아니었 던 모양이다. "왜 이렇게 비효율적인 일을 하는 거지? 단지 눈속임을 위해 이런 모습을 유지하는 것 같은데 말야." 란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쪽에 위치한 이곳까지 대륙에 퍼져있는 전쟁의 파장이 올 것 같지는 않아 보였기 에, 나도 란의 의견에 동의하며 왜 이 정도로 마을을 꾸며놓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면 이렇게 위장을 할게 아니라 아예 이곳을 방치해 두면 될 텐데, 이건 일부러 이 상태를 계속 유자하려는 것 같잖아! 귀찮게 그런 일을 왜 하 는 거지?' 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주변에서 폭발음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퍼버벙! 먼지가 잔뜩 쌓인 건물이 모두 없어질 때까지! 먼지가 쌓여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 진 것과 같아 보이던 마을은 트레모스의 계속되는 공격에 가짜가 아닌, 진짜 폐가 가 되고 말았다. "아무리 겉모습이 저렇다지만, 이렇게 만들어놓으면 문제가 생길텐데..." 아무런 감정의 변화없이 내뱉은 란의 말이었지만, 그 속에 담겨진 어리석다라는 뜻 을 파악한건지 트레모스는 엄청난 눈빛으로 란을 째려보았다. 그녀가 자신과 싸울 의사가 있다면, 바로 스피아를 뽑겠다는 뜻을 밝히며. "쯧쯧, 그만 좀 해라!" 트레모스와 란 사이의 시선을 가로막으며 나는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몇 몇의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뒀다가는 둘 사이에 피튀기는 싸움이 벌어질 것 같아 그 둘 사이의 시선을 막은 것이다. "흥! 내가 이곳을 파괴한 것은 이런 짓을 한 인간들이 재발로 찾아오게 만들기 위 해서다! 힘들게 그들을 찾을 필요는 없을테니까!" 누군가의 접근을 느끼고 트레모스가 란에게 약올리듯 말했지만, 란은 고개를 돌려 녀석을 무시하고는 내 옆으로 와 다가오는 존재들 쪽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뛰어오는데? 역시 마법사는 없는 것 같군?' 마을을 꾸민 것에 마나의 사용은 전혀 없었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정말 그 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몸놀림이 가벼운 이들이었을 뿐 특별한 능력의 사람들은 아 니었다. 그들이 이곳까지 오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단순한 도보로 이곳까 지 오는 것이라 그런지 그들을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질 정도였던 것이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우리는 수풀 뒤에서 자신들의 기척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 각하는 다섯 명의 사람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들은 몸을 숨긴 채 조용히 우리들의 행동을 지켜보려고 한 것 같았다. "어떻게 할래?" 나는 수풀에 숨어 우리들을 쳐다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았 지만, 그 전에 우선 일행들에게 의견을 구해봤다. 그들과의 대화를 어떻게 하느냐 는 가장 편한 방법으로 선택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트레모스는 그 런 내 의도를 무시하려는 모양인지, 내 말의 운이 다 퍼지기도 전에 수풀 쪽으로 손을 뻗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자신의 앞쪽으로 끌어냈다. "으아~~악!" "케켁!" 모두 도합 다섯 명의 사내들이었는데, 그들은 마치 자석에 끌려오듯 트레모스의 힘 에 의해 수풀에서 끌려나왔다.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는 힘에 의해 그곳을 나왔기 때문인지 그들은 몸을 최대한 뒤로 빼면서 트레모스에게 반항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행동은 트레모스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너흰 뭐냐!" 트레모스는 란 때문에 기분이 별로 좋지 못한 듯 살기 띤 목소리로 그들에게 간단 한 질문을 던졌다. 보통 녀석이 이렇게 살기를 띠게 되면, 나조차도 녀석의 기분을 건드리지 않는게 좋았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녀석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듯 주 변의 인물인 우리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나와 라이너 그리고 란, 그리고 트레모 스를. 그들은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사람들 같았는지, 우리들의 모 습을 자세히 관찰하듯 살펴봤는데 그것 때문에 트레모스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했 다. "이것들이!" 갑자기 배가된 녀석의 살기! 트레모스는 단순히 위협만으로 끝날 범위를 넘어서고 있었다. 제지를 가하지 않는 한 우리에게 정보를 줄 사람들이 말을 하지 못하게 될 상황이 될지도 몰랐던 것이다. '트레모스가 무시당하는걸 가장 싫어한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내 앞에서와는 다르 게 보통 인간들에게는 그 정도가 심하군~.' 가끔가다가 트레모스가 내가 알고 있는 녀석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었는데, 지금도 그런 경우 중 하나인 것 같았다. 상황이 더 가라앉기 전에 녀석을 말리기 위해 입을 열려 했지만, 란이 나보다 먼저 입을 열어 트레모스의 행 동을 막았다. 요즘 들어 말이 많아진 란이었다. 처음 그녀가 입을 열었을 때에도 말을 좀 많이 하긴 했지만, 그 후에는 거의 말이 아닌 눈빛으로 이야기를 하거나, 레드 사이어를 시켜 내게 말을 걸어오거나 했었는데 요즘은 스스로 입을 열어 입을 열어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고, 의문을 말하기도 하는 등 예전보다 말이 많아진 것이다. 그에 따 라 트레모스와의 언쟁도 잦아졌고... "네가 그를 죽이면, 더 귀찮아진다는 걸 모르는가?" "누가 죽인다고 했나? 단지 난 겁을 주는 것 뿐이야!" 트레모스가 란의 말을 반박했지만, 스스로 내뿜고 있는 살기는 조금도 거둬들이지 않았다. 신기한 것은 녀석 앞에서 상황판단을 하려는 다섯 명의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은 이 상하게도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살기를 뿌리는 트레모스보다 녀석을 말리는 란에 더 한 공포심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들의 목숨이 한꺼번에 날아가 버릴지도 모 르는 순간인데도 불구하고 자기들끼리 란을 힐끔거리며 뭔가를 상의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것들이 지금 내 앞에서 뭣들하는..." "트레모스. 그만해라. 그냥 물어보면 될 일이잖아. 이것 보시오, 혹시 죽음의 숲으 로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소?" 나는 간단하게 우리가 원하는 것만 물어보며, 이곳을 왜 이렇게 꾸몄는지에 대해서 는 물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계속 란만을 훔쳐볼 뿐 내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마치 란의 허락이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 그들의 시선을 따라 나도 란을 쳐다봤지만, 그곳에는 평상시와 다르지 않은 무표정 한 란의 얼굴이 있을 뿐이었다. 시선을 란에게 옮긴이는 나뿐이 아니었다. 라이너, 트레모스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란을 쳐다보며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라는 듯 쳐다 본 것이다. "뭐냐!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지?" 모든 사람이 자신을 쳐다보자 란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다섯 명의 사내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아닙니다. 저희가 무슨..." 지금까지 살기 가득한 목소리로 그들을 위협해도 입을 열 생각을 하지 않던 그들이 었는데, 란의 한마디에 그들은 지금까지 열지 않던 입을 열었다. "죽음의 숲이 어느 쪽에 있는지 알고 있나?" 그녀는 내가 어떤 대답을 원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듯, 아까 내가 그들에게서 알아 내고자 했던 질문을 그들에게 똑같이 던졌다. 하지만 란에게만은 예외적인 행동을 보이던 그들도 좀 전의 질문에는 머뭇머뭇 거리며 고민을 해보일 뿐 이렇다할 대답 은 하지 않았다. "알고 있냐고 물었다!" 란이 소리르 조금 높이자, 그들은 망설이던 모습을 던져버리고 모두 똑같이 머리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죽음의 숲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들은 전 혀 모른다는 듯 손까지 내저으며 강한 부정을 했던 것이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알고 있는데... 확실히 알고 있긴 한 것 같군. 그런 데 왜 저렇게 부정하는 거지? 겉으로 보기엔 분명 란을 두려워하는 것 같은데...' 크로와 왕국을 나온 적이 없는 란을 그들이 알리 만무했다. 그녀와 비슷한 사람을 알고 두려워 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녀와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여성이 또 있을 거라는 가능성은 거의 불가능했기에 그들의 행동은 더욱 이해가 가질 않았다. '두려워해야 한다면 란보다는 트레모스를 더 두려워해야 정상인데... 이상해...' 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이마를 찡그리며 사내들을 쳐다봤다. 이에 사내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며 서로 눈치를 봤는데 확실히 그들은 란의 작은 행동에 몸을 긴장시키고 있었다. '저들을 이런 식으로 다그쳐 물어봐도 대답을 듣기는 어려울 것 같군. 저들이 지내 고 있는 곳에 가면, 다른 사람들이 있을테니 그들에게 물어보는 편이 더 낫겠어.' 이렇게 생각한 나는 란 앞으로 다가가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들이 지내고 있는 곳으로 우리를 안내해줬으면 하는데..." "안내해라!" 내 말에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뜬 다섯 명의 사내들은 란의 짧은 명령에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트레모스, 풀어 줘, 저들이 안내하는 곳에 가면 죽음의 숲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겠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결박당하고 있던 다섯 사내는 몸의 움직임을 제약하고 있던 힘이 사라지자, 우리들 앞에서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어 동굴 안쪽으로 간 우리들은 그곳에서 연결되는 지하의 굴을 따라 또 한참을 걸어가야만 했다. 그곳의 구조는 예전 드워프들의 땅과 비슷했는데 그곳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이곳의 굴 높이는 그곳보다 높다는 것이었다. 얼핏 지나친다면 결코 찾을 수 없는 은밀한 곳에 위치한 마을. 동굴을 다 지난 곳 에 도착한 우리는 그곳에서 꽤 많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을 볼 수 있었 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일반 마을의 사람들과 비슷했지만, 특이한 점은 그들의 얼굴에 전쟁에 대한 그늘이 없다는 것이었다. '은밀하게 숨어 지내는 사람들인가? 외부인들의 침입 걱정은 없겠군. 오늘같이 특 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야.' 웅성웅성. 갑자기 나타난 외부인 때문인지 우리를 쳐다보는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웅성이 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리 앞에서 길을 안내하는 다섯 사람을 알아보고는 더 심각 한 표정으로 우리를 주시했는데, 그 표정은 우리를 안내한 사내의 입이 열리면서 경악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외부인을 데려온 것에 놀라움을 표시하던 사람들이었는데, 사내가 우리를 안내하자 그들의 표정은 경악으로 바뀐 것 같았다. '이곳에서 이런 일은 없었나 보지? 근데, 왜 여자들과 아이들의 수는 극소수일까?' 길 안내를 받으며 마을을 살펴본 나는 마을 구성원들의 대부분이 험상궂게 생긴 사 내들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마치 범죄자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들은 몸 에 모두 무기를 지니고 우리를 경계하듯 쳐다보며 우리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사내가 안내한 곳은 이 마을의 우두머리격의 사람이 있는 곳이었는데, 그 우두머리 는 생각보다 꽤 젊었다. "이분들이 외부 마을을 건드리신 분들인가?" "네, 그렇습니다." "근데, 직접 이곳까지 모셔온 이유는?" "마스터, 그게..." 우리를 안내한 사내 중 한 명이 잠시 우리들의 눈치를 보더니 마스터라는 사람에게 로 다가가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귓말은 잘 들리지 않았는데, 뭔가 심각한 말을 한 듯 마스터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변해버렸다. "이런, 제가 실례를 범했군요. 귀하신 손님께서 이렇게 오신 줄도 모르고... 이쪽 으로 오시지요." 마스터라 불린 사내는 좀 전에 들은 말이 란과 관련된 말인 듯 태도를 싹 바꾼 후 우리를 귀빈 모시듯 다른 연회석으로 이끌었다. '이상해...' 란도 그들의 태도가 자신 때문에 바뀐걸 알았는지 경계의 눈초리를 띄며 그들의 뒤 를 쫓았다. '이들이 우리를 공격해도 당할 우리들이 아니지만...이건 상황이 너무 이상하게 돌 아가잖아!' 그들이 이끄는데로 한다고 손해볼 우리들이 아니었기에 사내가 이끄는 장소로 조용 히 따라가긴 했지만 마음 깊숙이 지금의 상황이 왜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자꾸 솟아나고 있었다. 라피에르는 법황이 있는 교단으로 가는 도중 잠시 마차를 멈추고 휴식을 취하다가, 때아닌 사람들의 말 공격을 받아야만 했다. 총 세 대의 마차가 교단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중간에 라피에르가 탄 마차를 제외 한 나머지 마차의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눴던 것인지 같은 눈빛을 하며 라피에 르에게 찾아와 대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말씀해 주십시오. 그분께서 정말 리프네리욘 드로이드 카스프리시안 전하였던 것 입니까?" 조용한 휴식을 취하려던 라피에르는 갑작스런 엘벤트의 물음에 돌려져있던 고개가 다시 그들에게 고정되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리넨이 정말 리프네리욘 전하입니까? 라피에르 저하의 형이시라면 리프네리욘 전 하밖에 계시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정말입니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아르넨의 목소리에는 어느 정도 확신이 들어가 있었 다. 마치 이곳에 오기 전 이들과 의견 통합으로 보기라도 한 듯!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지?"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입을 연 라피에르였지만, 그의 눈빛이 약하게나마 흔들리 고 있다는 것을 놓칠 아르넨이 아니었다. "우선 리프네리욘 전하의 머리카락 색은 아름다운 에메랄드 색이라고 들었습니다. 직접 그분을 뵌 적은 없지만, 리넨의 머리카락이 그분 못지 않게 아름다운 에메랄 드 색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죠!" 아르넨은 일부러 라피에르 앞에서 리넨이라는 말을 써가며 교묘히 리프네리욘이라 는 사람을 자기와 동등하게 놓으며 전하라는 사람과 맞먹고 있었다. 그것을 모를 라피에르가 아니었는지, 그의 두 눈이 화가 난 듯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 직도 라피에르의 입이 열리지 않을 것 같자, 아르넨은 다시 입을 열었다. "또한 라피에르 저하께 형이라는 존재는 지금 리프네리욘 전하밖에 없을거라는 생 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저는 리프네리욘 전하가 실종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즉 리넨 이 리프네리욘 전하가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아르넨은 궁금증이 있으면 풀어야만 하는 성격인지 계속해서 라피에르의 심기를 건 드리면서까지 입을 열고 있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일행과 같이 생각을 해본 결과 라피에르 저하께서 그분 을 대하시는 태도는 매우 존경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같더군요. 저하께서 일반인 을 형으로 모실 분도 아니거니와, 그렇게 존경하는 눈빛을 보낼만한 사람이 일반인 으로 있을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입니다." 아르넨과 엘벤트의 집중적인 공격에 라피에르는 화가나 이글거리던 두 눈동자에 힘 을 뺐다. 어차피 나중에 그는 리넨을 성으로 부를 예정이었다. 그때 리넨의 신분을 이들에게 밝히건 지금 밝히건 크게 차이는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지금 밝 혀두는게 이들이 리넨을 대하는 태도를 바꿀 수 있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 는 라피에르였다. 특히 지금 대놓고 자신의 형을 평민인 아르넨과 동격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는 눈앞의 여인의 태도를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라피에르는 긴장하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이들을 한번 훑어봤다. 상황 파악이 아직 덜 된 듯 눈동자를 굴리고 있는 글로빈, 리넨의 생존사항에 관심 이 있는 듯 두 눈을 반짝이고 있는 글로리아, 중요한 변수를 알 수 있겠다는 듯 신 중한 표정이 되어버린 데칸티스와 엘벤트, 확신에 차 있는 아르넨. 그들을 둘러본 라피에르는 휴식시간이 거의 끝나감을 느끼며 자리에서 툭툭 먼지를 털며 일어섰다. "그대들이 생각을 꽤 많이 한 듯 하군, 왜 내 형님에 대해 그렇게 궁금해하는지 모 르겠지만, 지금부터는 꽤 신경을 써야 할꺼야! 이 시간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발언 을 하게되면 그때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테니까!" 라피에르가 서론을 꺼내며 입을 열자, 일행들은 긴장이 됐는지 침을 삼키는 소리를 내며 라피에르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대들이 지금 나의 형님을 리넨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 면 그 분은 바로 나의 형님, 리프네리욘 드로이드 카스프리시안 이라는 이름을 갖 고 계시지. 형님께서는 그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셨지만, 언젠가는 밝혀져야 할 사 실이었지! 지금 이렇게 이야기할 기회를 줘서 내가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군. 특 히 아르넨! 자네가 가장 궁금해했던가?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는 조금 속이 후 련할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다시 내 앞에서 조금 전과 같은 발언을 하게 된다면 자 네의 입은 지금과 같이 무사하지 못할꺼야!" 라피에르는 아르넨이 리넨을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목소리에 힘을 주며 주변의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저는 그렇게 어리석지 않습니다, 저하. 저희의 궁금증을 직접 풀어주셔서 감사 합니다." 허리를 깍듯이 숙인 아르넨은 자신이 지금 눈앞의 작은 소년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잠시 입을 열지 못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는지 평소보다 과장된 인사를 하며 라피에 르에게서 몸을 돌렸다. "내 앞에서 다시 형님을 리넨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으면 하는군! 이상 궁금 증이 풀렸다면 가던 길이나 계속 가지!" 라피에르는 불안한 듯 아르넨 옆에서 얼쩡거리는 글로빈을 보며 고개를 가로젓고는 자신의 마차로 돌아왔다. 그는 잠시 혼자 있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고는 리온과 크 릭을 따로 말로 자신을 따라오라 명령했다. "형이 유투 왕국과의 인연을 끊고 싶다는 것을 알지만 주변의 사람들은 그걸 원하 지 않아. 봐, 좀 전에도 내가 아닌 형을 아는 사람들이 형을 유투 왕국으로 끌어들 였잖아. 어차피 자신이 누구인지는 변하지 않는 거야. 자신이 원하지 않는다 해도. 하지만 걱정하지는 마, 형. 내가 돌아오고 싶도록 만들어줄테니깐! 그래서 지금은 그냥 형이 하고 싶은대로 내버려둘꺼야. 나중엔 이렇게 자유롭게 성밖을 여행할 수 없을테니깐..." 라피에르는 혼자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며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는데 그것은 예전부터 걱정하던 리넨의 자리를 되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사라져버려 들어갈 곳이 없던 리넨의 자리를 다시 되찾은 듯한 그런 안도감을... 라피에르가 그렇게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아르넨이 탄 마차 안의 사람들은 그처럼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지 못했다. 리넨의 옆에 있던 지상 최고의 미인인 것 같은 란을 떠올린 글로리아는 희망에서 다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 같았고, 아르넨은 자신이 시작한 말 때문에 리넨을 전처럼 대하지 못한다는 점에 화가 난 상태였다. 그 옆의 글로빈은 화가난 아르넨을 달래기 바빴고... "젠장! 녀석을 이제는 전하라고 부르며 깍듯이 대해야 한단 말야? 어휴~. 내가 속 이 터지지. 궁금증에 그 사실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어! 저쪽 녀석들과 이야기 해봐도 결론이 나지 않아, 저하를 찾아가 본건데... 쳇! 이럴 줄 알았다면 혼자 생각하고 마는 건데... 저쪽 사람들 때문에 괜히 더 궁금증만 커져서 저하를 찾아가다니!" 투덜거리는 아르넨 옆에서 글로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리프네리욘 전하가 맞으셨다니... 그러고 보니 예전엔 몰랐지만, 지금 생각 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군. 이제는 그분을 대하는 태도에 신경을 써야겠어..." 글로빈은 아르넨과 리넨을 연관시켜 생각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리넨의 지위가 높 아지자 기분이 좋아진 듯, 아르넨을 위로한답시고 더 그녀의 속을 긁고 있었다. 한편 옆에서 글로리아는 다시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혼자 리넨을 생각하는 듯 했다. "그..그 여자는 대체 누군가요? 전하와 함께인 것으로 봐서는... 흑흑... 제가 낄 자리가 없는 건가요?" 리넨에 관한 부분에서는 혼자만의 상상을 자주해왔던 글로리아라 그런지 그녀는 또 혼자만의 영상을 만들어가며, 한편의 소설을 쓰고 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저번에 물어본 것에 대해 대답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__)꾸벅~ 늙은 노인에게 프레드릭이 바가지를 써서 책을 샀었군요...^^ 책 찾아보고 알았답니다. 제가 그 부분을 나중에 원고 수정하면서 집어 넣은 부분이라... 책에만 있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갖고 있던 자료에는 없었네요~ ^^ 암튼 대답들 감솨함돠~ ^^ 즐거운 하루 되세용~ 마스터라는 사람이 안내한 곳은 연회장이라고 불리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작은 홀이었다. 급히 명령을 내려서 그런건지 그들이 준비해준 만찬이라는 것은 꽤 허술 해 보였지만, 우리들을 대접하려는 성의는 눈에 보였다. 솔직히 그들이 왜 이렇게 까지 우리들을 대접하려 하는지 알 수 없었던지라, 우리는 그때까지도 마스터가 하 는 그대로 따라주고 있었다. 우선은 그가 왜 이러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기에. 능력이 되기 때문인지 이렇다할 긴장은 하지 않았지만, 내 옆의 라이너만은 온 신 경을 곤두세우며 내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원래 항상 붙어 다녔지만, 이들에 대해서도 긴장감은 늦추지 않네?' 척보기에도 강해보이지 않는 이들. 단지 험악하게 보이는 이들이었지만 라이너의 경계심은 꺼지지 않았던 것이다. 마스터가 뭐라고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처음 우리들을 경계하던 사람들의 시선은 크게 바뀌어 있었다. 몇 몇 마을 사람들이 연회라는 것에 참석해 우리들에게 인사 를 했는데, 그들의 태도는 뭔가 매우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처음 우리가 느꼈던 적 대감 같은 것은 전혀 없이 말이다. 대략적인 인사가 끝나자 마스터가 우리들에게 조심스럽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 란 님이시라고 했던 가요? 옆의 분들은 친구..분들?" 마스터는 란의 이름을 부르는 것과 우리를 친구라고 부르는 것에 매우 조심스러운 듯 말까지 조금 더듬으며 란의 눈치를 살폈다. 마스터의 조심스런 태도와 상관없이 란의 고개가 무뚝뚝하게 끄덕여졌지만, 마스터는 그런 모습에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식은땀을 닦을 뿐이었다. '뭐지? 왜 마치 란이 화가 나면 이 마을을 날려버릴 것 같다는 듯 행동하는 걸까? 흠~. 하긴 란을 화가 나면, 그 정도는 가능하겠지... 하지만 그런 일은 이곳에 있 는 이들 중 불가능한 사람이 없는데?' 이곳 마을 사람들이 우리들의 능력을 알아차리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 각할 수도 있었지만, 특별히 란만을 그 대상에 놓고 있었기에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뭔가 오해가 있는게 분명해...' 그들이 우리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긴 했지만 난 그 사실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그 오해가 우리에게 해보다는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 분명했으므로. "우리는 죽음의 숲으로 가는 길이오만. 그곳으로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마스터는 알고 있지 않소? 이곳에 오다보니 길을 잃어서 말이오."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으로 입을 열었지만 마스터는 내 말에 대답할 생각이 없는지 자꾸 란의 눈치를 보며 불편한 미소를 지어보일 뿐이었다. "그..그게, 옆의 란님이 계신데 왜 그..그걸 저에게 물어보시는... 지... 하.하.하 ..." 당황한 듯 그의 웃는 입가가 경련을 일으켰지만, 우리는 그의 말뜻을 이해하느냐고 그런 사실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죽음의 숲에 대해 란이 알고 있다는 말인가?' 순식간에 우들의 고개가 란에게 돌려졌지만, 란은 그런 시선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해보이며 마스터를 째려볼 뿐이었다. 지금까지 이들이 자신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란은 그들에게서 해답을 얻으려는 했던 것이다. "난 어떻게 죽음의 숲으로 들어가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쪽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 말해봐. 그곳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 단순한 협박이 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예전에 나에게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들으 려고 취했던 이상한 분위기 연출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저렇게 협박만 하면, 정확한 대답을 해주지 않을 것 같은데...' 예전 이곳으로 우리를 안내한 사내들도 죽음의 숲이 어딨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지 만 란의 협박에 그들은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이는 눈앞에 또 있었다. 마스터란 자는 란의 말에 크게 당황하는 듯, 그들과 같은 패턴의 반응을 보여줬던 것이다. 그리고는 그들과 같이 고개를 세차게 젓기 시작했 다. "제..제가 어찌 그곳을 알고 있겠습니까? 저는 단지 라..란 님께서..." 마스터는 란의 눈빛을 이기지 못하고 그녀의 시선을 피한 후 고개를 숙여버렸다. 입을 다문 것이다. "이봐! 왜 대답이 없는 거지? 내 질문에 대답하기 싫은건가? 네가 내 질문의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은 이곳 사람들이 다 알아!" 란의 말에 천천히 고개가 들려진 마스터의 두 눈빛은 매우 혼란스러운 것 같았다. "란..란 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에 대해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저희는 잘 알 수 없습니다." "그냥 질문에 대답하기만 하면 돼!" "그..그럼 한가지만 약속해 주십시오!" "뭐지?" "이..이곳에서 그냥 이대로 살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것만... 그것만 약속해 주신 다면, 왜 그런 질문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지요." 마스터는 저 깊은 곳의 용기까지 모두 쥐어짜듯 떨리는 두 손을 꼭 쥐고는 말을 끝 냈다. 하지만 란은 그런 마스터의 힘겨운 말에 고개를 간단히 끄덕일 뿐이었다. "네가 내 질문에 대답을 한다면, 이곳을 없앨 필요는 없겠지." 정말 란이 화가 나서 이곳을 없애버릴려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감정한 그녀 의 말은 듣는 이로 하여금 그녀의 말이 진심이라고 믿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하아~! 저..정말이시죠?" 마스터는 란의 대답에 금새 밝은 표정이 되어, 그 기쁨을 주변의 사람들과 같이 나 누려는 듯 해보였다. "죽음의 숲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남쪽으로 더 내려가시다 보면, 갈래길 이 나오는데 거기서..." 마스터는 한번 입이 열리기 시작하더니, 이런 저런 이야기까지 하며 꽤 오랜 시간 동안 우리를 그 자리에 잡아 두었다. 그의 말에는 우리가 궁금해하는 사항에 대한 대답이 꽤 있었기에 그곳에서 일어날 때는 하늘이 꽤 어두워져 있었다. '이곳이 도둑 길드란 말이지?' 마스터의 부탁으로 이곳에서 하룻밤 쉬게 된 나는 혼자 생각을 정리할 겸 조용히 자리에서 나와 은하수가 펼쳐진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라이너가 따라오려 했지만, 가까운 거리를 가는 것이고 간단한 산책이었기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어 녀석을 방에 내버려뒀다. 뭐, 녀석은 내가 돌아갈때까지 편안히 잠을 자라는 명령은 이행 하지 않을 것 같지만... 마스터의 말에 따르면 범죄자들의 소굴이었던 이곳을 도둑 길드로 변신시킨 사람이 란의 친구라고 한다. 그것으로 마스터가 란을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실해졌지 만, 일행들 중 그 사실을 일부러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트레모스가 말하고 싶어 안달인 것 같아 보이긴 했지만. 란의 친구라는 사람은 그들에게 버려진 동굴 안쪽에 존재하는 넓은 공터를 그들에 게 제공하고는 겉에 다른 마을을 만들어 사람들의 접근을 막아달랬다고 했다. 그래 서 생각해 낸 것이 겉에 다른 폐가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아니 사실 원래는 그 곳에 폐가가 존재했었단다. 그래서 죄를 지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와 살게 되었 던 것이고. 하지만 가끔 나라에서 사람들을 이 마을로 내려보냈다고 하는데, 그때 마다 그들을 상대해 돌려보내야 했기 때문에 꽤 어려움이 있었다고 마스터는 걱정 을 토해냈다. 죄를 저지르고 이곳으로 도망친 그들이었기에 이곳에서 밭을 갈며 자 급자족하게 되면 나중엔 떠나지 못하게 된다고... 그의 말에 따르면 도둑길드로 유 지되는 돈을 나라에 세금으로 바치면서 이곳에 이뤘던 삶의 터전을 그대로 버리지 않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거 위해 나라에서 세금을 받으러 내려오면, 그때는 폐가처럼 보이는 마을을 치우고 정리해 사람이 사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그들이 떠나면 다시 그들이 오기 전까지는 폐가로 만들어 이곳에 오는 사람들을 돌려보낸 다고 한다. 그랬기에 그는 아직도 폐가로 보이는 집을 유지해야 한다고... '이들도 꽤 복잡하게 사는 거로군... 두 개의 마을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다니~, 하 지만 이렇게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편안한 터전에서 살 수 있으니 그런 귀찮음은 감수할 수 있는 것이겠지! 그건 그렇고 란의 친구라는 사람들이 그를 도왔다고 했 지? 란의 친구라... 마스터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그 란의 친구라는 사람 때문 인 것 같은데... 란에게 갖고 있는 두려움이라는 것은 그 친구라는 사람도 란이 무 서운 인물이라고 말했기 때문이겠지? 물론, 란이 아닌 어떤 여인이겠지만...' 왜 란을 그의 친구라고 생각하느냐의 물음에 마스터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이 세상 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여인이 바로 그 사람의 친구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최고로 아름다운 사람이라... 그럼 정말 란 정도의 미모를 갖은 여인이 있단 말인 가?' 아름다움은 개인적인 기준에 맞춰 평가하는 것이라 이런 식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 었지만 왠지 그 친구라는 사람의 말은 자기 개인의 말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 다. '란의 약속 이후에는 사람들의 표정이 꽤 부드럽게 표정이 변해버렸지만, 두려움 때문에 마주치지 못했던 그녀의 시선을 그 후에는 그녀의 미모 때문에 마주치지 못 했지...' 그러고 보니, 란을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언제나 란의 얼굴이 아닌 그녀의 다리 쪽이었다. 시선을 마주치기 어렵기 때문인지 그녀의 눈빛을 피하는 것이었다. 마스 터라는 사람이나 그 외의 인물들도... '하지만 이제 나는 그녀의 모습에 익숙해져있는 것인지 처음과 같은 반응은 나오지 않던데...' 처음 그녀를 보고 당황했던 때를 떠올리며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지상의 미라 고 할 수 없을 정도의 황홀한 모습을 한 그녀의 모습에 대한 충격이 아직도 머릿속 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후훗, 아무튼 란도 대단한 인물임은 분명해... 이곳을 도둑 길드로 만든 사람의 친구로 오해도 받아보고... 후훗.' 나는 다시 마스터의 말을 들은 이후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한 여인, 즉 란으로 오해 한 여인에 대해 더 생각을 해봤다. 무서운 힘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지닌 사람으로 정리할 수 있는 여인! 물론, 란도 그녀와 같이 정의할 수 있었다. 그랬기 때문일까? 내 머릿속에 떠오른 인물은 내가 모르는 어떤 여인이 아닌 란이 되버리고 말았다. "히유~. 머릿속이 엉뚱하게 굴러가는군." 고개를 몇 번 가로 저은 나는 다시 밤하늘로 시선을 옮기고는 앞으로 갈 죽음의 숲 에 대한 계획을 잡아봤다. '어쩌면 죽음의 숲에서 신비의 여인과 그 여인의 친구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도 모르겠군~! 마스터의 말에 따르면 그 두 사람은 죽음의 숲에 산다고 했으니... 그러고 보니, 그래서 그들이 란의 질문에 당황했던 것이군? 죽음의 숲에 사는 사람 이라고 생각된 인물이 그곳으로 가는 길에 대해 물어봤으니... 평소 그 친구라는 사람이 죽음의 숲 근처에 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그들을 도와준 거라고 했었지? 그럼, 란의 말이 질문과는 다르게 말하지 말라는 뜻을 내포한 걸로 잘못 오해할 수 도 있었겠군... 쿠쿡. 뭔가 사정이 있어 질문을 하긴 하지만, 말하지 말라는 듯한 눈빛을 보낸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어~! 재밌어~.'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하자, 앞으로 죽음의 숲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어쩌면 그 곳에서 재미있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죽음의 숲에 살고 있는 인물이 쉐이트론 이외에 또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없으 라는 법도 없었기에 난 그럴 가능성을 생각하며, 밤하늘을 아름답게 꾸미는 유성들 에게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얼굴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카락들이 시야를 가려 뒤로 그 장애물들을 쓸어넘기자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는 밝은 빛줄기들이 더욱 눈에 잘 들어왔다. '아름답군...' 짧은 간격으로 떨어져내리는 빛줄기들. 오랜만에 밤하늘을 감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조용히 그렇게 그 자리 에 서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날때까지. 부시럭. 조용한 내 시간을 방해하는 소리. 아름다운 하늘에서 시선을 돌리고 싶지 않았지만 , 내쪽으로 다가오는 누군가의 기운에 나는 고개를 아래로 내리며 내게로 다가오는 존재를 쳐다봤다. 달빛에 아름답게 빛나는 푸른색의 머리카락의 여인이 환상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 는데, 그녀는 바로 나와 같이 이곳에 온 란이었다. 순간 머릿속에 마스터가 말한 그 여인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익숙한 모습에 그런 생각은 떠오를때만큼 빠 르게 사라졌다. "란? 늦은 시간인데 산책이라도 하는 건가?" 조용한 벌레들의 울음소리를 멈추지 않게 하려고 나는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머리..." "응?" 나를 가리키며 입을 연 란을 보며, 난 처음에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머리... 올렸네?" "아! 이거? 하늘이 잘 안보여서... 걸어갈 때는 내리는게 편한데 나보다 높은 곳에 존재하는 뭔가를 볼때면 이게 거추장스럽게 변해버리거든?" 뒤로 넘겨버린 머리카락들을 한번 쓸어주면서 어깨를 으쓱한 나는 그녀가 별로 말 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는 시선을 다시 하늘 쪽으로 옮겼다. "나처럼 밤하늘을 보러 온 건가?" 탁 트인 하늘이 보이는 장소를 고른 나처럼 그녀도 이런 장소를 찾아왔을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지만, 그녀는 이렇다할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나무 가 된 것처럼 서 있을 뿐이었다. 내 쪽으로 다가온 것으로 봐서 내게 말을 걸려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조용히 나를 바라볼 뿐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곧 그녀는 천천히 우거진 나무가 없는 공터, 즉 내가 서 있는 쪽으로 다가와 나와 같이 시선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는 것 같았 다. "예쁘네..." 그리고는 한참 후에 영롱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렸다. "보기 좋은데, 왜 밤에만 보여주는 거지?" "빛은 어두워야 잘 보이는 법 아닌가?" 또 다시 떨어지는 유성을 본 나는 그녀도 나와 같이 유성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 대답에 그녀는 환하게 웃어보이며, 시선을 돌려 나를 재밌다는 듯 쳐다볼 뿐이었다. "빛이라고? 하하하~." 밝은 미소가 그녀의 두 눈과 입술의 모양을 변화시키자 나는 갑작스런 그녀의 변화 에 당황해 순간 할 말을 잊고 말았다. 가끔 그녀가 피식 웃는 것 같은 미소는 보여 준 적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밝게 웃은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왜..왜 그러는 거야?" "내가 말한 것은 저 떨어지는 별이 아니야. 쿠쿡." "그..그럼 뭔데?" 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연 그녀였기에 나는 그녀가 지금 말장난을 하고 있다는 생각 을 하면서도 궁금증이 이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몰라?" "......" 내 표정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의 웃는 표정으로 봐서는 바보 처럼 변했던 모양이다. "크큭.. 정말 모르는 모양이네?" 재미있을만한, 그녀가 이렇게까지 웃을 만한 일이 일어난 것 같지 않아 나는 더욱 그녀의 웃음에 상황판단이 되지 않고 있었다. '유성을 보고 한 말이 아니면, 뭐야? 설마 나를 당황하게 하려고 이러는 건가?' 말도 안 되는 가능성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가능성 이외에는 머릿속에 떠오르 는 생각이 없었다. '저 웃음은... 자주 안보는게 좋겠어.' 머릿속에서 생각이 잘 돌아가지 않는 것을 느끼며 나는 그 이유를 그녀의 웃음 탓 으로 돌려버렸다. "그..그만 가지. 시간도 늦었으니 말야. 별을 더 보고 싶다면 이곳에서 좀 다 있다 오고..." "크큭... 그래, 난 좀 다 있다가 갈래." 끝까지 나를 당황하게 하는 그녀의 웃음을 보며,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뭣 때문에 저렇게 웃는거지? 오늘 그녀의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 나 혼란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에 말도 걸어준건데... 여자는 알 수가 없어...' 기분 좋게 밤하늘을 감상하던 나는 결국 란 때문에 찝찝한 기분으로 라이너가 있는 방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 죽음의 숲으로의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레지 산맥의 울창한 숲과 비교될 정도 로 빽빽하게 들어찬 높은 나무들이 아름다움을 뽐내며 길을 안내하고 있었기에 숲 속을 거니는 그런 기분이 들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즉 키에라도의 말대로 위험하다 고 말한 몬스터들은 우리 앞에 등장하지 않았다. "여기가 죽음의 숲이 맞는건가?" 아름다운 숲일 뿐인 곳을 살펴보며 내가 입을 열자, 트레모스가 고개를 가로 저으 며 내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몰라서 그래. 이곳은 아직 죽음의 숲의 외각에 지나지 않아. 즉 아직까지는 보통의 숲 같아 보인다는 말이지. 하지만 안쪽으로 더 들어가다보면, 지겨울 정도 의 몬스터들을 만날 수 있을거야." 별로 내키지 않는 듯, 녀석은 한숨을 푹푹 쉬면서 옛 기억을 떠오르는 듯 했지만, 내겐 아직 녀석의 저런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지루한 여행을 몇 일 정도 하게 되자, 내 입에서는 심각한 트레모스의 얼굴도 별로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걱정할 것이 전혀 없는 이런 상황에서 계속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녀석의 모습에 약간은 짜증이 나기도 했던 것이다. 죽음의 숲 중앙부로 가는 방법에 텔레포트가 되지 않았기에, 우리들은 마법이 아닌 도보로 걸어가야만 했다. 앞장서서 걷고 있는 트레모스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느냐 고 조금은 빠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걸었지만, 몇 일이 지나도 죽음의 숲 외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숲의 아름다움에 신경쓰느냐고 잘 몰랐지만 지 금은 그 아름다움도 슬슬 지겨워지고 있었다. "이곳은 식물 이외의 동물들은 살지 않는 건가? 이렇게 환경이 좋은데, 그 어떤 동 물들도 살지 않다니... 신기하군..."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입을 연 나는 앞장서서 걸어가던 트레모스의 발이 멈춤과 동 시에 한숨을 내쉬는 녀석의 얼굴을 봐야만 했다. "그건 네가 그동안 그들이 준 음식을 먹었기에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그들이 준 음식?" 의야한 듯 물은 내 말에 트레모스의 입이 벌어졌다. "죽음의 숲의 외각에 사는 모든 생물들은 독을 지니고 있어. 대부분의 식물들은 먹 지 않으면 괜찮지만 말야." 트레모스의 흘러가는 듯한 말에 평범하게 걷던 나는 경직되듯 잠시 몸을 멈춰야만 했다. 내가 죽음의 숲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책에서 언급된 이름뿐이었다. 단순히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묘사된 곳! 키에라도는 내가 고생을 좀 해보길 바라는지 이곳 에 대해 이렇다할 설명은 해주지 않았기에 트레모스의 말은 내게 충격적으로 다가 왔다. "독?" "역시 몰랐군. 그런 사실을 몰랐으니, 지겨운 듯한 표정으로 걷고 있지!" 트레모스는 고개를 가로 젖고는 다시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숲 외각이라는 말은 안쪽은 안그렇다는 말인가?" "겨우 겨우 안쪽까지 가게 된다면, 식량걱정은 없어질 거야. 그 안쪽은 독이 없으 니..." "그..그럼?" 약간의 여운을 남긴 트레모스의 말에 나는 뭔가 좋지 못한 상황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을 받았다. 그리고 그 예감은 트레모스의 대답으로 사실로 예 정되어졌다. "독이 없는 곳부터는 동물들이 살게 되지. 물론 그 동물들은 이미 말한바 있는 사 나운 몬스터 들이고... 아마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들과는 많이 틀릴거야." 트레모스의 무뚝뚝한 말이 끝날 동안 나는 표정을 점점 굳혀갔다. 지금까지 아름다 운 주변의 광경에 편안한 마음으로 길을 걷고 있었을 뿐인데, 알고보니 그것들이 모두 치명적인 독을 갖고 있는 식물들이었다니! '왜 마스터가 그렇게 먹을 것을 많이 싸줬는지 이제 알겠군. 그럼 이제부터는 식량 걱정을 해야 하는 건가?' 아직 맹독성의 식물들이 자리한 숲이 언제 끝날지 몰랐기에 나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무뚝뚝한 말로 지금의 상황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식량이 얼마 안남은 것으로 아는데 이대로 괜찮을까?" 란은 독이 사리지는 숲이 지금부터 먼지에 대해 트레모스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트 레모스는 자신도 모르는 대답인지 간단히 어깨를 으쓱할 뿐, 그녀의 말에 입을 열 지 않았다. '평상시 같았으면 시비조로 말대답을 해줬을텐데... 확실히 저 녀석 이곳에 대해 별로 안좋은 기억을 갖고 있나 보군... 그러니 저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걷고 있지! ' 이곳에 오는 것 자체를 꺼렸던 트레모스! 녀석은 처음, 아르넨을 피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나와 같이 그곳을 떠난 것 같았다. 폴보트 연합을 빠져나온 직후부터 죽음 의 숲에 대한 언급을 꺼려하기 시작했으니까! 지나가는 투로 같이 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꺼냈지만, 녀석은 심심하다며 내 말 을 흘려버렸다. 그리고 지금 그 대가로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경계하고 있 었고... '주변의 모든 식물들이 독을 갖고 있다면 얼마 남지 않은 식량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겠군!' 나는 라이너가 들고 있는 식량 주머니를 바라보며 조금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앞으 로의 일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들이 챙겨준 음식들이 얼마 되지 않는 것에 비하면 꽤 오래버틴 건가? 더 이상 이렇게 천천히 갈 수만은 없겠는걸? 근데...가만! 오래 버텼다고?'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나는 란과 라이너를 번갈아 쳐다봐야만 했다. 확실히 마스터가 많은 양의 식량을 챙겨줬던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그 식량으로 지금까지 버티고 아직까지 먹을게 남아 있을 정도의 양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까 지 버티고 있다면! '설마...! 나만 모르고 있었다는 건가?' 내가 그렇게 많은 양을 먹는건 아니었지만 생각해 보니 란, 트레모스, 라이너는 모 두 적다고 생각될 정도의 양만을 먹었을 뿐이었다. 트레모스 녀석은 맛없다는 이유 로 별로 잘 먹지도 않았고... '트레모스는 이런 음식을 먹지 않고 오래 버틸 수 있으니까 별 상관은 없고, 란이 라면... 레드 사이어가 있었으니... 이 사실을 알았을 수도 있겠군... 하지만 라이 너는?' 이곳에 들어온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식은땀을 흘리며 잠이 든 녀석을 치료한 사실 을 기억해 낸 나는 녀석이 주변의 식물을 먹어봤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독이라 적은 양이라도 죽을 수 있는 것 아니었나? 뭐, 가만히 내 버려뒀다면, 죽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많은 양이 아닌 적은 양만을 먹은 것인가? 하지만 왜?' 나는 뒤에서 걷던 란을 앞으로 보내고는 뒤에서 쫓아오고 있는 라이너의 옆에 서서 그의 걸음에 보조를 맞췄다. 갑자기 뒤로 온 내 행동이 의야스러웠는지, 라이너는 잠시 나를 쳐다봤지만,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으쓱하는 나를 보며 녀석은 살며시 미소지어줬다. "라이너, 이 주변의 식물에 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 란과의 거리가 조금 떨어지자 내 입이 벌어졌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녀석의 고개 는 조금 망설이는 듯 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야기하지 않았지?" "죄송합니다." 녀석은 내 질문에 고개를 숙이며 질문에 대한 대답을 피했다.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은 사항인지 녀석은 내 시선을 피하며 식은땀을 흘렸던 것이다. 죽음의 숲에 와 본 적이 없는 녀석이 이곳의 식물에 독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 고 그 사실을 알았다면, 얼마 전 저녁때처럼 독에 중독되어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일도 없었을 테고! "어떻게 안거지?" 일부러 식사를 조금 하고 있다는 인식이 박힌 나는 끈질기게 라이너의 입이 열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녀석은 머지 않아 내 의도대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곳에 들어온 이후 동물을 보지 못해서 시험삼아 약간의 식물을 먹어봤습니다." "왜지? 그때라면 아직 식량은 많이 남아 있었을텐데?" "그 정도의 식량으로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계속해서 이런 숲이 이 어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에, 마스터가 건내준 음식 이외의 먹을 것을 숲 안 에서 찾아봤던 것입니다." "흠~. 그래서 숲에 들어온 이후 바로 독초를 먹었다고?" "아..알고 계셨군요. 그럼, 그 다음날 제가 멀쩡하게 일어설 수 있었던 것도 리넨 님 덕분이었던 것이군요." 감동을 받았다는 듯 두 눈을 반짝이는 녀석을 쳐다보며 나는 어깨를 으쓱해줬다. "심려를 끼쳐드린거라면 용서..." "됐어! 네가 그렇게 된건 나 때문이잖아! 그것보단 앞으론 몸이 이상하면, 미리 말 해라! 늦게 알면 알수록 네 몸만 상하니깐! 그리고 그에 다라 나도 귀찮아진다고!" 좀 차갑게 말하긴 했지만, 저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는 녀석의 행동에 대한 커다란 배려심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몸을 먼저 챙길 것이지... 너무 우직해...' 내 앞에서만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 머릿속에는 녀석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질책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대체 얼마나 먹어본 거지?" "대충 먹을 수 있는 식물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이곳에는 그와 같은 식물은 없 었습니다. 비슷한 몇 몇의 식물들을 골라 적은 양씩 먹어보긴 했지만, 그것들 중 먹을만한 것은 없더군요." "먹을 만한게 없는게 아니라, 모두 먹지 못하는 것들이다, 이 녀석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녀석의 말투에 나는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조금 전까 지 참았던 화가 머리끝까지 차고 올라갔기 때문이다. 조용조용 말을 해주려고 했지 만 녀석의 어리석은 행동에 결국 나는 목소리를 높이고 만 것이다. 갑작스런 목소리 때문인지 녀석뿐만 아니라 트레모스, 란이 뒤를 쳐다봤지만 나는 그들의 시선을 무시해버렸다. "라이너야! 이건 명령이니까 잘 새겨듣기 바래!" "네!" "앞으로 나보다 네 몸을 더 먼저 생각해라! 내가 네 몸 걱정을 하지 않도록 말이다 !" 명령이라는 말에 몸을 경직시키고 경청하던 라이너였지만, 내 입에서 나온 명령의 내용을 들은 녀석은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하고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이 시원찮은데?" "음... 그것이 명령이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명령은 리넨 님의 신변 에 위험이 없을 때만 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녀석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려던 나는 녀석의 뒷말에 멍한 표정이 되어버릴 수밖 에 없었다. '내 명령이라면 죽는 척이라도 하는 녀석인데! 아니 말리지 않는다면 진짜로 죽을 지 모르는 녀석인데, 이렇게 쉽게 명령을 거역하다니!' 황당함에 두 눈동자의 크기가 커졌지만, 라이너는 이번만큼은 내 모습에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하아~." 결국 라이너의 행동에 나는 한숨을 쉬면서 내 패배를 인정하고는 다시 앞쪽으로 걸 음을 옮겼다. 뒤에서 라이너가 흐믓한 표정을 지을거라는 걸 알았지만, 그런 생각 에도 내 마음은 그리 편안하지 않았다. '사실 녀석보다 내가 더 강한데! 몸을 지켜주는 걸로 따진다면 내가 지켜줘야 하는 건데, 어떻게 된게 저 녀석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단 말야... 에휴~. 저러다 나 보다 먼저 죽기만 해봐라!' 결국 나는 라이너의 몸에 신경을 안쓸 수 없음을 깨닫고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 었다. '안되겠어. 적은 식사량으로 몸을 버틸 수는 있겠지만, 강한 몬스터들이 나왔을 때 그들과의 싸움이 계속된다면,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힐 수 있겠지!' 지금 우리가 닥친 식량 문제에 나는 그 해결방안을 모색해보기로 했다. 라이너가 나를 생각해서 적은 양의 음식을 먹는다는게 밝혀진 지금, 조금이라도 빨리 넉넉한 음식을 확보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갖고 있는 잡다한 지식이라면, 식량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 같군! 흠~. 마법으로 음식을 만들 수는 없을까?' 창조 마법이라는 것이 있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진짜 창조가 아니었다. 진 짜 창조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하니까! 즉 창 조라는 이름의 마법은 유에서 새로운 유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하 지만 지금은 그런 창조도 꽤 유용하게 쓰일 것 같았다. '이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게 아니니깐, 새로운 유, 즉 먹을 수 있는 뭔가를 만들 수는 있겠지! 특히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것으로...흠~. 새로운 유의 창조라... 마 나를 이용한다면 그것도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겠군!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마나이 기 때문에 쉽게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을테니!' 주문 없이 새로운 마법같은 것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나는 마법이라는 개념이 아닌 내 의지의 실현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내 뜻대로 움직이는 마나가 있었 기에 주문 없이도 쉽게 내 의지를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주변엔 독초가 널려 있으니, 그 독초들을 재료로 먹을 수 있는 것을 만들면 되겠군! 인간이 독초를 먹지 못하는 것은 간단히 독이 있기 때문이지. 그럼, 간단 히 처음엔 독초의 독을 제거하면 되겠군! 하지만 독이 제거된 식물을 먹는다고 모 든 것이 해결도지는 않지! 소화를 못시킨다면, 아무리 먹어도 힘을 쓸 수는 없을테 니까! 흠~. 식물들 중, 열량을 주는 것들은 탄수화물을 많이 갖고 있는 감자, 고구 마 같은 것들이니깐, 독초를 그런 성질의 식물들과 비슷하게 바꾼다면 괜찮겠군!' 나는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영역에 도전한다는 설레임을 갖고 차근차근 머릿속의 지식들 중 필요한 부분을 꺼내보기 시작했다. "라이너, 주변에서 종류별로 독초들을 뽑아와! 중독되지 않게 조심하고! 양은 많을 수록 좋아!" "네? 아..네!" 잠시 걸음을 멈춘 트레모스를 본 나는 쉬는 시간이 되었음을 알고는 라이너에게 실 험 재료들을 갖고 오게 만들었다. 왜 내가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 녀석 뿐 아니라 모두 이해 못하는 것 같았지만, 라이너는 아무 질문 없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 고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뒤부터 나는 시간만 나면 라이너의 도움을 받아 몇 가 지 독초들을 얻어 실험을 계속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독초들이 내 가 흘려보내는 마나를 견딜 수 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라 이너는 조금 더 고생을 해야만 했지만, 얼마 후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될 식물들을 구하러 다니는 것이었기에 나는 그런 녀석의 고생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때마다 피로 회복 마법을 걸어줬으므로... "흠~. 이건 실패군... 마나가 너무 과했나? 하지만 독소가 빠진 식물을 새로운 성 질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필요한데? 독소를 빼는데 쓰이는 마나를 견딜 수 있는 식물이 몇 개 없는데... 이것들 중 성질 변화가 완벽히 될 수 있는 것들 은 없는 건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흠~. 마나 이외의 재료가 더 첨가되어야 하는 건가? 마나가 안된다면, 다른 재료를 첨가해서 변화시키는 편이... 음, 음... " 중얼중얼 거리는 나를 주변에서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심각한 사항을 생각하는 중 이었기에 나는 그들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내가 아는 지식을 총 동 원하기 시작했다. 간단히 마나만으로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싶었지만, 그것은 한계가 있는지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결국 잡다한 실험 도구들을 꺼내 내가 주입하는 마나를 견딜 수 있게 하는 약을 만들기로 했다. 그래야 실험을 계속 할 수 있었으므로... 중얼중얼... 그렇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길을 걸을 때는 잡다한 생각들을 정리했고, 잠 시 걸음을 멈추고 쉬는 시간에는 실험 도구들을 꺼내 약품을 만들기에 바빴다. 이 상한 눈빛들이 실험이 끝나기 전까지 내 주위에서 사라지지 않았지만 내가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자, 내 마음을 설레게 한 새로운 영역에 대한 탐구는 그 뒤 식량이 모두 떨어지기 전에 끝날 수 있었다. '히유~. 오늘로 겨우 실험이 끝난 건가?' 그동안 정신 없이 걸어와서 그런지 몇 일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뻐근한 어깨를 느끼며, 최소 3~4일은 지난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얼마 남지 않은 식량주머니! 매우 가벼운 듯 라이너의 어깨 위에 올려져 있는게 눈 에 들어왔다. 별로 맛은 없었지만, 간단하게 요리해서 먹고 있었기에 대충 허기는 없앨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한끼 식사도 될 수 없을 정도의 양만이 주머니 안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것 때문인지 라이너의 얼굴에는 걱정스런 표정이 가득했다. 하지만 난 그런 라이너에게 밝은 미소를 보여주며 그동안 만들어왔던 리넨 표 음 식들을 꺼내놓았다. "자, 내가 그동안 만든건데 먹을 수 있는 것들이야!" "마..만든 것?" 란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동안 이상한 실험을 했던게 이것을 만들기 위해서였나?" "그렇지!" 당당하게 대답을 하며 내 오른쪽 주머이에서 꺼낸 식물들! 아름답게 생긴 독초라고 는 생각 할 수 없을 정도로 흉하게 변해버린 이상한 모양의 식물들이 주머니에서 차례차례로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내가 먹어본 것들이라, 나는 그들에게 이 이상하게 생긴 것들이 독이 없고 먹 어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란, 트레모스, 라이너는 내 말을 별로 믿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흠~, 하긴 생긴 것 자체만 보면, 딱 독초처럼 생겼지. 억지로 마나를 집어넣어 성 질을 변화시키다 보니, 그 모양이 기이하게 변해 이곳 저곳에 혹이 생겨버렸으니까 ! 하지만... 그래도 저 정도면 매우 양호한 편인데...' 그나마 괜찮게 생긴 것들을 꺼내보였을 뿐인데, 녀석들의 표정은 그것도 역겹다고 말하고 있었다. "먹을게 없는데, 지금 이 식물의 생김새를 따지겠다는 것은 아니겠지?" 차가운 한마디가 이어지자, 라이너부터 좀 전의 표정을 지워버리며 내게 다가왔다. "그동안 리넨 님이 심사 숙고하셔서 만든 것들인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요리하겠습니다." 라이너가 내가 꺼낸 음식들을 갖고 가며 가라앉으려는 내 기분을 위로 띄어줬다. "흠~. 그래, 가서 맛있게 요리해와! 운디네! 라이너를 도와줘!" 운디네가 갖고 올 물을 정화해야 하긴 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간단히 내가 만든 식 물들을 라이너에게 모두 주고는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누웠다. 만들기가 귀찮아 한번에 꽤 많은 양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다시 라이너의 비어있 단 식량 주머니는 다시 가득 채워쳤다. '저 주머니가 다시 비게 되면 다시 만들지 뭐... 그 전에 죽음의 숲 외각을 벗어나 면 좋겠지만 말야!' 하나의 걱정을 덜었다는 생각에 내 표정은 밝아졌지만, 란과 트레모스의 표정은 어 두워 질대로 어두워져, 걱정스런 눈빛으로 라이너의 모습을 뒤쫓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 내가 먹어봤다니깐! 생긴건 저래도 맛은 괜찮았어!" "흠~. 난 저런거 안먹어도 되니, 너희들이나 많이 먹어라!" 트레모스는 내 말에도 별로 내키지 않는지, 라이너가 만드는 음식을 먹지 않을 의 사를 밝혔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 란이 잠시 부럽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이내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와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먹기 싫으면, 먹지 마라!" 란까지 한숨을 쉬는게 눈에 들어오자, 나는 괜한 짓을 한건가? 라는 회의가 밀려오 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괜찮은 경험이었어! 그동안 실험이란 것을 별로 해본적이 없어서 심심했었는데... 그냥 간단하게 독초에서 독만 제거할 껄 그랬나? 흠~. 하지만 그 런 것들은 먹어도 별로 힘을 낼 수 없는데... 소화도 안되고 말야! 오히려 속만 버 린다고~. 쩝~. 라이너가 요리해 오면, 겉모습은 사라질테니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그렇게 결론지은 나는 라이너의 옆에서 몇 가지 독 제거를 해주고는 요리가 끝나길 기다렸다. 그동안 여행의 식사는 라이너가 도맡았기 때문인지 녀석은 능숙한 손놀 림으로 한 끼 식사 준비를 금새 끝냈다. "식사 준비 끝났습니다. 리넨 님." 구수한 냄새가 이미 녀석의 말이 끝나기 전에 우리들에게 밥 먹으라는 신호를 보내 오고 있었다. "안먹을래?" 어떠냐는 표정으로 트레모스를 쳐다봤지만, 녀석은 그래도 못믿겠다는 듯 고개를 돌려 내 시선을 외면해버렸다. 하지만 란은 아까보다 조금 밝아진 표정으로 느리긴 했지만 천천히 라이너가 준비해준 식사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호오~, 이거 맛이 괜찮은데?" 감탄 어린 란의 목소리가 숲 주변을 울렸다. 라이너도 스튜를 한 숟가락 떠먹고 난 후 감탄 어린 시선으로 나를 쳐다봤다. "내가 먹을만 하다고 하지 않았냐? 다들 왜 그러나~. 내가 괜찮다면 괜찮은거야! 식사나 하자고..." 나는 라이너의 요리 솜씨에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힐끔 힐끔 거리는 트레모스 녀석 을 불렀다. "못 이기는 척 와라! 늦으면, 남는 것도 없다고! 네가 안 먹고 버틸 수 있다는 건 알지만, 뭔가 포만감 같은 것을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꺼라고!" 몇 번의 설득이 있자, 녀석은 싫다는 표정을 얼굴 한가득 하고는 억지로 라이너가 주는 그릇을 받아 들었다. 불만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선... 하지만 스푼을 든 녀석 의 손은 그런 표정과 어울리지 않게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헉헉... 담부터 본격적인 죽음의 숲이 등장할꼬에용~ 아..아마도...험험 ^^ 아, 저번회의 그...이뿌네~ 부분..그거 리넨 얼굴 보고 란이 한 말입니다.^^;; 란의 어투가 잠시 이상해진것은 리넨 앞에서만이니...그려려니 해주세용~ ^^ 뭐, 앞으로 조금씩 바뀌어가긴 하겠지만... 아! 글구, 리넨이 좀 둔했던 것은 란이 그런 말을 할 만한 성격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그런 오해를 한거에용~~ 자기 잘생긴거는 알고 있습니다~ ^^;;;;삐질~ 글구, 리넨의 머리는... 험험.. 나중에 올려지지 않을까? 하는...^^생각을..잠시 해...해..봅니다...(생각만)^^;;; ^^;;; 리넨의 전생에 어느 나라 사람이었냐는 질문은...험험...^^;;; 그건 안중요한건데... 대충 영국이라고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그 영국이라는 나라가 현실의 영국이 아닐 수도 있다는...ㅡㅡ 헉! 이게 뭔 소리? 험험..암튼 마지막 말은 잊어주시구용~ ^^;;; 별로 중요한거 아니에용~ 그럼, 즐거운 하루 되시구~ 빠시~ -------------------------------------------------------------------------------- 내가 만든 식량은 숲을 벗어난 이후에도 매우 많은 양이 남아버렸다. 새로운 식량 을 만드는데 너무 시간이 걸렸기 때문인지, 그 뒤 계속되는 푸짐한 식사에도 불구 하고 라이너의 어깨에 놓여진 커다란 주머니의 크기는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독초가 우거진 숲을 지난 우리는 어느 순간 더 이상 독초들의 숲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갑자기 어두워진 주변 의 색깔 때문이었다. 아름다운 색깔의 독초가 우거진 숲과 칙칙한 색들의 나뭇잎들이 즐비한 숲 이 마치 칼로 잘라놓은 듯 그 경계가 너무도 분명했던 것이다. 그렇게 되기도 매우 힘든 것인데 마치 누군가 알 수 없는 존재가 인위적으로 이렇게 만들어 놓은 듯 두 사이 의 경계는 눈에 확 들어와 우리들에게 그 사실을 거부하게 할만한 겨를을 주지 않 았다. "대단하군... 평상시의 숲의 색이 이 정도로 어둡고 침침한 색인지 몰랐는데, 죽음 의 숲의 독초들이 우거진 곳을 오랫동안 지나다 보니 이곳은 매우 어둡게 보이는걸 ?" 눈앞에 펼쳐진 곳은 보통의 숲과 하나 다를게 없어 보였지만, 그곳의 첫 인상은 독 초들이 즐비한 숲 때문인지 그 본래의 색의 명암이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계속 걸어가야 할 숲은 하늘 높이 치솟은 나무들 덕분에 그 아래까지 햇살 이 많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군데, 군데 나뭇잎들 사이로 밝은 햇살이 비취는 곳이면 마치 신의 축복을 받은 장소처럼 꽃들이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고, 그 렇지 않은 장소는 우중충한 색깔의 버섯들이 즐비해 있었다. 이곳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나무들을 빼면 보통의 숲과 크게 다를게 없어보이는 곳이었다. "이곳부터 본격적인 죽음의 숲인가?" "뭐,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지금부터는 조심하는게 좋을꺼야! 이곳은 독초가 있는 곳과 가까워 몬스터들이 많이 없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지겨울 정도로 보게 될테니!" 트레모스의 경고에 란과 라이너가 경계의 눈빛으로 서로 자신들의 무기를 꺼내 들 었다. 그들과 다르게 특정한 무기가 없던 나는 주변 마나의 흐름을 느끼며 몬스터 들이 어디쯤에 있는지 파악해보기 시작했다. '이런! 이곳에서 그리 멀진 않아! 하지만... 그 수가! 대단하군!' 지금까지 느꼈던 몬스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몬스터들이 그리 멀다 고 할 수 없는 곳에 엄청난 수로 몰려 있는게 느껴졌다. 트레모스의 말이 맞은 듯 강한 몬스터들이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엄청난 수로 몰려 있었다. '흠~. 이곳이 왜 죽음의 숲인지 지금부터 확실히 보여주려는 모양인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독초가 우거진 숲은 마치 죽음의 숲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도 되 는 듯 눈앞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몬스터들의 존재는 만만치 않아 보였다. '문제는 저 몬스터들의 수인데... 내 한계가 되는 곳까지 살펴봐도 저 몬스터들의 밀집 정도는 전혀 줄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으니...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건지 ...' 동물이란 자신의 터전을 갖고 그곳에서 먹이경쟁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이론이었다. 몬스터들도 동물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기에 일정 거리를 두고 서로 먹이경쟁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어떻게 된 것인지 이곳의 몬스터들의 수는 그 기 준을 벗어나고 있었다. 마치 먹이 경쟁을 하지 않기라도 하는 듯! 이상한 느낌에 트레모스를 쳐다봤지만, 녀석은 내 시선을 느끼지 못했는지, 긴장한 모습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곳에서 쉐이트론을 찾아 빨리 나가고 싶은 것이지 녀석의 발걸음은 우리들 중에 서 가장 빨랐던 것이다. '쉐이트론이 이런 곳에 산다는게 사실일까? 트레모스의 말대로라면, 이곳에서 텔레 포트로 밖으로 나가는건 문제가 안된다고 했지만... 들어오는건 걸어서 들어오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는데... 매번 독초가 우거진 숲을 지나 몬스터들을 상 대하면서 접근할 수고를 하면서까지 이런 곳에서 살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뭐, 은둔 생활을 즐기기 위해라면 이곳도 꽤 괜찮은 장소가 될 수도 있겠지만...' 키에라도에게 마법에 대한 존경을 받을 정도라면 쉐이트론은 엄청난 마법사가 분명 했다. 그런 사람이라면 이런 몬스터들로부터 자기 몸 하나 정도는 지킬 수 있을테 고... 그렇다면 이런 악조건이 어쩌면 그에게 호조건으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 에 의야하던 내 표정의 수긍이 가는 표정으로 바뀌고 말았다. "가지!" 트레모스를 앞에 두고 길을 걸어간 우리는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이상한 몬스터 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몬스터들과는 그 생김새들이 조금씩 틀 렸고, 그들보다 힘과 기교도 더 뛰어난 몬스터들이 우리를 반겼던 것이다. 쿠워~~워! 먹이경쟁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했던 나였지만, 우리를 보자마자 달려들기 시작한 몬스터들의 모습에 나는 그 생각을 저 멀리 날려버려야만 했다. 모두 총 여덟 마리! 덥수룩한 털로 온 몸을 덥고 있는 몬스터들은 2m가 넘는 키에 300kg 정도는 너끈히 나갈 정도로 육중한 몸을 자랑하고 있었다. 두 발로 걷고 있었으며, 손과 발에는 검날과 같은 날카로움을 자랑하는 무기를 5개씩 갖고 있었다. 둔해 보이는 덩치의 몬스터들! 그들의 무기는 손톱과 발톱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덩치에 맞지 않게 그들의 움직임은 잘 훈련된 검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그들이 보통 몬스터들 이 갖고 있는 무기 이외의 것을 따로 갖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저 몸에 저런 움직임이라니! 쳇!" 가장 먼저 그들을 향해 달려든 것은 란이었다. 오랜만에 검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 가 생겨서인지, 그녀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가장 먼저 우리들을 향해오는 몬스터에 게로 몸을 날렸다. 슈슉!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듯 몸을 움직인 그녀는 왼쪽으로 레드 사이어를 늘어뜨 리고는 몬스터에게로 접근했다. 보통의 몬스터라면 그런 그녀의 빠른 몸놀림에 어 리둥절하다가 목숨을 잃었겠지만, 눈앞의 몬스터는 그렇지 않았다. 마치 란의 움직 임이 눈에 보이는 듯 무작정 달려오던 몸을 옆으로 살며시 틀면서 란이 도착해 자 신을 공격할 자리를 피해버린 것이다. 영특한 녀석의 몸놀림에 처음 란은 당황했지 만, 이내 왼쪽으로 기울어진 레드 사이어를 이용해 몸의 무게를 이동시키면서 순식 간에 몬스터가 방향을 튼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 반동력으로 레드 사이어 를 아래서 위로 들어 올려 공격을 하기 위해 손을 든 몬스터의 몸을 정확히 반으로 갈라버렸다. 슈각! 살이 날카롭게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몬스터의 들려져 있던 양팔이 서서 히 양쪽으로 갈라지며 거리를 넓혔다. 몬스터의 갈라진 몸 안에는 푸른 내용물들이 가득했는데, 그 중에서 몬스터는 란에게 자신의 피를 자랑하고 싶었는지, 특이한 푸른색의 피를 란을 향해 날렸다. 순식간에 쏘아져 날아간 피의 공격! 그것이 만약 날카로운 무기라도 되었다면 맞는 이로 하여금 죽음을 면치 못하게 만들 정도로 그 속도가 매우 빨랐다. 하지만 란은 마치 그것을 예상했다는 듯 뒤로 점프해 몸을 빼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피를 피해버렸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더러운 것을 몸 에 뭍이고 싶지 않아 몸을 뒤로 뺀 것 같았다. 지금까지 싸움에서 옷에 더러운 피 를 뭍히지 않은 것을 보면 말이다. '치지직' 좀 전의 란의 행동은 깔끔을 떨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었지만, 결과는 그녀의 목 숨을 구한 것이 되었다. 그녀의 발 앞에서 타들어가는 풀들이 좀 전 그녀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었는지 알려주었던 것이다. "가지가지 하는군!" 란의 투덕거림을 들으며 나는 다시 골치가 아파지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독초들이 즐비해 있어, 이곳부터는 그 지겨운 독초를 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지겨운 독은 몬스터들의 몸 안에 숨어 있었 군!' 여덟 마리의 몬스터들이 순식간에 일곱 마리로 줄어버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녀 석들은 자신들의 동료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속도를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 그런 몬스터들의 모습에 긴장을 해야 했지만 나는 그런 몬스터들 의 공격보다는 기이한 현상들로 가득한 죽음의 숲에 대한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 해져 버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한 물음들이 가득 차버리 고 만 것이다. '자연적으로 이런 숲이 만들어졌다고는 보기 어려운데...! 비정상적으로 퍼져있는 독초들! 모두 독초들만이 존재하는 장소가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 그 독초들의 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땅이 그렇게 넓을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대부분 독초 가 즐비한 장소는 서로 영역 싸움이 치열해 듬성듬성 자라기 마련인데, 그곳은 마 치 잘 가꾸어진 정원처럼 독초들이 아무런 경쟁 없이 잘 자라고 있었단 말야? 또 비정상적으로 많은 수의 몬스터들이 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워! 즉 이곳 죽음의 숲은 자연적으로는 결코 생겨날 수 없는 장소라고! 혹..혹시... 정말 누군가 인위 적으로 만든 장소란 말인가?' 순간 떠오른 생각에 나는 머리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유투 왕국과 비교해서 결코 작지 않은 이곳의 면적을 작은 화원을 꾸미듯 꾸며놓을 수 있는 인물이 있다는 것 은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존재가 신이라고 해도 이런 장소는 만들수는 없을 것 같았다. 신 자신이 만든 자연의 법칙을 깨면서까지 이토록 완벽하게 꾸며놓는 것은 힘들테니까! 자연을 법칙을 만들어 쉽게 세상을 굴러가게 만든 신이 일부러 이런 장소를 만들 이유도 찾기 어려웠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잠시 한눈을 판 나는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보통 내가 상대하던 몬스터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잠시 잊어버리고 말았다. 쿠아~~앙! 듣기 거북한 소리가 너무도 가까이에서 들린다는 생각에 잠시 머릿속에서 굴리던 생각을 정리하고는 정신을 그 소리로 집중시켰다. 그러자 덥수룩한 털들 사이로 살 기 가득한 검은 눈빛이 크게 확대되어 내 앞으로 다가오는게 보였다. 날카로운 송 곳니를 자랑하며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지르고 있는 몬스터! 녀석의 크게 벌어진 입 을 보자, 그 입냄새가 내게까지 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런, 이거 피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한걸?' 그동안 라이너에게 너무 많이 의지하고 있었던 것인지, 나는 순간 이 녀석을 라이 너가 처리해 줄 것 같은 안이한 생각을 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총 일곱 마리의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바쁜 상황에서 라이너가 나를 도와줄 겨를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젠장, 쉴드!" 라이너와의 검술 연습에서 익힌 몸놀림을 기억해내며 나는 왼쪽 발을 옆으로 빼며 몸을 최대한 뒤로 굽혔다. 몸 전체를 이동시킬만한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몬스터의 팔 공격으로부터 최대한 몸을 빼는 것 이외에는 별 다른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내 행동에도 녀석의 날카로운 발톱은 피할 수 없었나 보다. 키기기기깅~! 두꺼운 쇠를 검으로 긁어내리는 것 같은 소름끼치는 소리가 울리면서 내 몸 위에서 나를 보호하고 있던 보호막이 크게 흔들렸던 것이다. '쳇! 빨리 몸의 균형을 잡지 않으면, 다음 공격에 대비하기 힘들겠는걸?' 오른 손으로 내 보호막을 긁은 몬스터는 자신의 공격에 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인지 조금 전보다 빠른 속도로 왼손을 앞으로 찌르며 보호막을 뚫으려 했다. 그 손의 빠르기가 보통 괜찮은 실력의 마스터들과 맞먹을 정도였기 때문에 나는 손에 뭉친 마법 공격을 몬스터에게 날리기 전 공격을 당할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버리고 말았 다. 슈슝~~푸직! 쿠아~~~악! 손에서 빠져나간 마나 덩어리! 그것은 나를 향해 오던 몬스터의 몸을 뒤로 날려버 리면서 아슬아슬하게 내 보호막에 닿을 뻔한 몬스터의 손을 멈추게 만들었다. 치지지직 거리는 푸른 액체가 보호막에 닿아 메케한 연기를 뿜어냈지만 그 정도는 보호막이 알아서 처리해줬기 때문에 내게는 위협이 되지 못했다. '히유~, 큰일 날뻔 했네!' 몬스터의 손을 피할 확률은 그리 크지 않아 내심 몸을 더 움직여야 할지도 모른다 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몬스터의 손은 내 보호막을 건드리지 않았다. "리넨 님! 괜찮으십니까?" 갑자기 들려오는 라이너의 목소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인 나는 갑작스 런 녀석의 말에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다른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지 않았나?' 고개를 돌려 쳐다본 나는 녀석의 발치에 떨어진 몬스터의 손을 볼 수 있었다. 깨끗 하게 잘려져 나간 손목 부분도! 아마도 라이너는 자신을 공격하는 몬스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내게 달려와 내 마나 구에 의해 고기 덩어리가 되버린 몬스터의 손을 잘 라버린 모양이었다. 그 손이 내 보호막에 닿기 전에! '이런, 저 놈의 팔이 내 보호막에 닿지 않았던 것은 라이너 덕분인건가?' 피식 웃으며 고마움의 눈빛을 라이너에게 보낸 나는 아직 수련이 멀었음을 깨닫고 는 주변에 최상급 정령을 소환해버렸다. 이렇게 많은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것이라 면 정령을 불러 싸우게 만드는게 더 유리했기 때문이다. '저 정도의 실력을 가진 몬스터들이라면 최상급 정령은 되야 무난히 처리할 수 있 을테니!' 내 자신의 실력을 너무 믿고, 그리고 라이너에게 너무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트레모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나는 몬스터의 공격에 상처를 입을 뻔했다. '확실히 위험한 곳이야! 신경을 곤두서지 않는 한 다치겠어!'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고개를 돌리자, 우리를 향해 달려들던 몬스터들의 시체로 보이는 고기 조각들이 푸른 피와 함께 주변에 널려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히유~, 확실히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들과 여행하고 있는 거였군!' 빠른 시간에 강하다고 생각되는 몬스터 여덟 마리를 해치운 일행들! 나는 그들의 실력에 감탄어린 시선을 한번 보내고는 트레모스에게 이곳의 위험성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다. 녀석은 예전에 이미 이곳에 와본 적이 있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 으니까! 하지만 빠른 속도로 우리를 향해 몰려드는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의 존재를 느끼고는 트레모스를 향했던 발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또 온다!" 란의 입이 열렸다. 그녀도 몬스터들의 존재를 느꼈는지, 날카로운 목소리로 우리들 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신호로 멀게 느껴졌던 몬스터들 의 존재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나 둘 씩 나타나기 시작한 몬스터들! 그것들은 조금 전에 우리를 공격했던 모양과는 틀리게 생긴 다른 종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들의 몸 안에는 이곳에서 일행들에 의해 죽어나간 몬스터의 몸 안에 들 어있던 피와 같은 푸른색의 피가 잔뜩 들어차 있었다. 치지직! 순식간에 주변의 잔디와 풀들을 태우는 몬스터들의 피가 그것을 증명하며 지독한 악취를 내뿜었다. 이번에 우리들을 공격하는 몬스터들은 그 종류가 두 종류로 크기는 좀 전에 죽어간 것들보다는 작았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 그들의 움직임의 빠르기는 배가되는 것 같았다. '이거 대체 어떻게 이렇게 강할 수 있는 거지? 싸움의 기술은 없을지라도 그 빠르 기만은 확실히 알아줘야겠군!' 나는 고개를 저으며 여기 저기 마나 구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번 우리들 을 향해 몰려들기 시작한 몬스터들의 행렬이 그 끝을 보이지 않자, 나는 결국 일행 주변에 높은 불기둥을 세워놓고 녀석들의 공격을 막으며 한 마리씩 죽여나갈 수밖 에 없었다. 높은 불기둥은 몬스터들의 접근을 막아 우리들로 하여금 녀석들을 공격 하기 쉬운 위치에 놓이게 했기에 좀 전보다 더 수월하게 그들을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펑퍼벙! 슈각! 그리고 그런 위치에서 우리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란, 라이너, 트레모스의 검 공격에 의한 소리와 내 마법공격에 의한 소리는 일정한 화음을 맞춰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화음에 따라 몸이 갈라지고 터지는 몬스터들의 수는 줄어들 줄 몰랐 다. "허허...이거 끝이 안보이는데? 트레모스! 어떻게 방법 좀 생각해봐! 이대로 가다 가는 체력만 낭비하는 꼴이 되겠어!" 정령과 합동 공격을 하며, 몬스터들을 죽여가던 나는 정말 끝없이 몰려드는 몬스터 들의 모습에 혀를 차며, 트레모스에게 그 해결책을 요구했다. 녀석이라면 알고 있 을테니까! "여기선 한번 이런 식으로 공격하면, 끝이 없어! 우선은 이들의 눈에 띄지 않는게 좋아! 이 녀석들의 수는 줄어들지 않을테니!" "줄어들지 않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정말 저런 식의 대답이 나올 줄은 몰랐기에 나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얼마나 많길래 저 수가 안줄어든단 말야?' 주변에 쌓인 고깃덩어리만 해도 이미 그 높이가 허벅지를 넘으려 하고 있었다. 그 런데도 그 수가 줄지 않을 거라니! 트레모스의 말에 지금까지 한 행동에 대한 허무 감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게 느껴졌다. "이들은 환영마법으로 따돌리고, 기척을 지워!" 트레모스가 칼을 휘두르며 말을 하자, 난 그제서야 머릿속이 밝아졌다. '이곳에 오고 난 이후부터 당황을 많이 해서 그런지 그런 생각은 못해봤군, 이렇게 많이 몰려들줄은 몰랐으니 당연한 건가? 하지만 그런 방법이 있었으면, 미리 말해 줄 것이지! 쳇!' 나는 그런 투덜거림으로 트레모스를 한번 째려봐 주고는 꽤 강력한 환영마법을 일 행 주변에 구사하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의 시야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지워버린 것 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스터들의 공격은 계속 되었다. 뜨거운 불길 안 으로 자신의 몸이 타는 고통도 마다하고 몸을 날려 환영 마법 안으로 들어오려 했 던 것이다. 다행히 환영 마법에 강한 쉴드 마법도 겸했기에 그들의 공격은 막을 수 있었지만... '이 녀석들 정말 괴물이로군! 우리들의 기척을 느낀 건가?' 끼이이이잉! 키키키깅! 우리 주변의 막에 몬스터들의 발톱이 긁히는 소리가 시끄럽게 숲 주변을 울렸다. "모두 기척을 죽여! 시끄러운 소리를 계속 듣고 싶지 않다면 말야!" 내 외침에 일행들의 기척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하지만 시끄러운 녀석들의 공격 에 대한 소음이 반으로 줄어들뿐이었다. 즉 아직도 보호막을 긁고 있는 몬스터 들 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쳇! 이 정도로는 안되는 건가?' 비정상적으로 강한 녀석들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이런 녀석들의 공격이라니! 쉐이트론을 찾는건 쉬운 일이라 생각했는데. .. 어쩌면 이런 숲에서 그를 찾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일만큼 어려울지도 모르겠 군!' 순간 머릿속에서 라피에르의 스노플이 떠올랐다. '그걸 빌려올걸 그랬나? 흠~. 하지만 그건 녀석의 몸을 보호하는데 적격이니... 그 럴 수도 없고! 젠장!' 할 수 없이 나는 조금 힘들긴 하지만 쉴드를 설치한 공간 안의 마나를 밖으로 세어 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마나가 쉴드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우리들이 이 안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게 뻔했으니까! '쳇! 내가 아무리 마나의 흐름을 마음대로 조종한다지만, 이건 조금 무린데... 앞 으로 계속 이래야 하는 건가?' 죽음의 숲 안으로 들어와 몬스터들과의 싸움을 시작한 첫날은 그렇게 온 몸의 신경 을 곤두세우며 지나가고 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_= 오늘 밤샘을 했답니다..험험... 근데두...겨우 1편이라니.. 요즘들어 쓰는 속도가..ㅠ.ㅠ 줄었으요~~ (아~ 옛날이여~~~) 하지만 그 옛날을 회상하며, 오늘 >_< 연참을 하렵니당~~ 이뽀해주세용~ >_<꺄~ ㅎㅎㅎ 그동안 극악스러웠던 것을 알기에..험험~^^ 오늘은 쓰는것 다 올리겠습니다.(언제나 그랬지만..험험~ ^^) 암튼~ >_< 기다려주세용~ 12시 전까지 기필코! +_+부리부리~ 그럼, 즐건 하루 되시구용~ 빠시~ 내가 일행의 마나를 보호막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해줬기 때문인지 나를 뺀 나머지 일행들은 꽤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이거...계속 이러고 있는다면, 난 휴식도 못 취하게 되는 건가? 아! 트레모스 녀 석이 있었군!'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는 이곳에서 나와 트레모스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는 녀석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을 읽은건지 녀석은 내 눈을 피해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다. '어라? 왜 눈을 피해? 하기 싫다는 건가? 하지만 이런 힘든 일을 나 혼자서 할 수 는 없지!' 일행의 기척을 감추는 일이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녀석의 도움 이 꼭 필요했다. 아무리 녀석이 이곳에 들어온 이후 계속 이전과 다른 소심한 모습 들을 간간이 보여주고 있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어려운 일을 나 혼자 할 수는 없 었던 것이다. "야! 트레모스! 우리들의 기척 정도는 녀석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숨겨줄 수 있겠 지?" 간단한 어조로 입을 열자, 녀석은 한참만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줬다. 마치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처럼... "너 오늘 왜 그러냐? 이곳에서 몬스터와 싸우기 시작할 때부터 말이 없다?" 의야스러운 듯 내 입이 벌어지자, 라이너와 란도 내 말에 수긍하듯 일제히 녀석을 쳐다봤다. 하지만 트레모스는 이렇다 할 말은 하지 않고 계속 딴 짓만 할 뿐이었다 '말하고 보니 정말 이상하네?' 수많은 몬스터들의 공격! 사실 그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드래곤의 브레스 공 격이라면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것이었다. 즉 트레모스가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그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그러지 않았다. 그것보다 도 녀석은 일체 마법 자체를 쓰지 않으며, 스피아만으로 자신에게 덤벼드는 몬스터 들을 처리했던 것이다. '녀석이 이곳에 들어오길 꺼려하긴 했지만, 마법까지 안 쓸 이유는 없을텐데? 이상 하군...' 한번 떠오르기 시작한 의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복잡하 게 만들었다. 결국 그 생각들은 나로 하여금 녀석을 향해 입을 열게 만들었다. "트레모스! 뭐, 좀 물어보자. 왜 사서 고생을 하는 거지?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네 기운만 내뿜는다면 녀석들을 상대하는 귀찮음은 피할 수 있을텐데?" 예전 레지 산맥에서 드래곤의 비늘만으로도 몬스터들의 접근을 막았던 것을 기억한 나는 녀석에게 그런 식으로 궁금증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뜻밖에 트레모스 의 입에서 흘러나온 대답은 내 생각과 달랐다. "이곳의 몬스터들은 드래곤의 기운 같은 것에 겁먹거나 하지 않아. 내가 말하지 않 았나? 이곳에 있는 몬스터들은 특별하다고!" '드..드래곤의 기운으로도 겁을 먹지 않아? 두려움이라는 본능이 없는 건가? 그렇 지 않고서야...' 설마 하는 심정이 들었지만 녀석이 거짓말을 할 리 없다는 사실과, 오늘 불기둥에 몸이 타면서까지 우리들을 향해 달려든 몬스터들을 본 기억에 나는 녀석의 말을 믿 을 수밖에 없었다. "보통의 몬스터들이 아니라... 그렇다면 마법으로 한꺼번에 많은 수를 없앨 수도 있잖아?" "음... 그거야 그렇지! 하지만, 마법은 안돼! 그건... 안돼" 녀석은 뭔가 말을 하려 했지만 끝내 입을 다물면서 안된다는 말만을 반복했다. 뭔 가 사정이 있는 것 같았지만 나와 일행들은 그 사정이 뭔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싸움과 파괴를 좋아하던 녀석이 강한 공격을 마다할 정도가 되자 그 사정 이 좀 심각한 것이라는 정도만 알 수 있을 뿐! "뭔가 사정이 있나 보군, 그건 더 이상 물어보지 않을게! 그럼 앞으로도 넌 마법이 아닌 스피아로만 몬스터들을 공격해야만 하는건가?" "뭐, 그런거지..." 풀이 죽은 듯한 녀석의 모습에 나는 생소함을 느껴야만 했다. 지금까지 녀석과 가 깝게 지냈지만, 저런 표정은 처음이었으므로... 마치 화를 내는 어른 앞에 힘없는 어린아이의 모습같아 보였던 것이다. "마법은 안된다라... 하지만 일행의 기척을 지우는 것은 도와주겠다며? 그건 마법 이 아닌가?" "그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깐 도와주는거야! 난 눈에 띄면 안된다고! 하지만 그 도움을 주는 일도 몇 번 못할꺼야. 죽음의 숲,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면 위험해 지니까!" 트레모스의 심각한 말투에 나까지 심각해지는 것 같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녀석의 말에 그 심각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고?" "많이 알려 하지마, 말하고 싶어도 못하는 부분이니까!" 궁금증이 다시 고개를 들려했지만, 단호한 녀석의 말에 나는 입을 굳게 다물어버렸 다. '흠~. 이거 걱정인데? 앞으로 휴식을 취하려면, 기척을 지워야 할테데... 움직이면 서 일행 전체의 기척을 숨기려면... 흠~. 그건 너무 힘들어. 완벽히 감출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럼 어차피 녀석들과 싸워야 할텐데... 히유~. 이런 식이라면 쉐 이트론을 찾기까지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리겠군!' 독초가 있었던 숲에서는 그를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지 않았지만, 이곳에 서 몬스터들을 상대한 이후부터는 그 생각을 고쳐야만 했다. "할 수 없지! 짧은 거리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것들은 처리하기 어렵겠지만, 오늘 몰려드는 속도로 몬스터들이 몰려든다면 간단한 마법 공격보다는 강한 마법 공격으 로 쓸어버리면 되겠지! 라이너, 네가 내 곁에서 나를 보호해줘야겠다!" 내 입에서 간단한 계획이 흘러나오자, 라이너의 고개가 크게 끄덕여졌다. 란도 어 느 정도 내 계획이 합당하다고 생각되었는지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하지만 트레모 스는 그런 일행의 반응에 크게 반대하고 나섰다. "안돼!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마라!" "어..어리석은 짓?" 이해하기 어려운 말만 하는 트레모스가 이번에도 우리들의 표정을 멍하게 만들고 말았다. "네가 그런 마법으로 몬스터들을 죽이면... 쉽게 수많은 몬스터들을 죽일 수는 있 겠지만... 그건 너무... 눈에 띄어..." 녀석은 아까부터 누군가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듯 고개를 가로 저으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녀석도 자기 자신의 모습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대체 그 존재가 누군데? 아까부터 네가 두려워하는 존재가 누구냐고? 예전에 이곳 에 한번 오고 다신 안왔다고 했지? 혹시 그 인물에게 호되게 당해서 그런거냐? 두 려워서 이곳에 다시 오기 꺼려했던 거냐구?" 나는 평상시의 녀석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트레모스의 모습에 화가나 나도 모르게 말도 안되는 말을 녀석에게 퍼붓기 시작했다. 이런 숲에 녀석을 겁먹게 할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 있을 것 같지 않았고, 만약 그런 존재가 있다고 해도 녀석이 겁먹을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은 심하게 아래로 꺾긴 녀석의 고개에 의해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었다. '서..설마!' "트레모스?" "...말시키지 말아라. 나도 별로 이런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으니까! 에휴~." 녀석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진 듯 계속되는 한숨으로 주변의 분위기를 축 가라앉혔다 녀석보다 더하지는 않겠지만 덜하지도 않은 기분이 되어버린 나는 녀석 못지 않은 답답한 한숨을 내뱉었다. 그렇게 얼마간 한숨을 내뱉은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으 로 레드 사이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레드 사이어! 혹시 트레모스가 두려워 할만한 인물이 죽음의 숲 안에 있나?' 머릿속의 생각을 레드 사이어에게로 옮긴 나는 조용히 그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그 는 모른다는 말과 함께, 그 자신도 의야할 뿐이라는 뜻을 전해줄 뿐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나는 트레모스가 두려워하는 뭔가에 대한 궁금증에 머리가 아파왔다 질문에 대한 해답은 미궁으로 빠져버린 든 것 같은 착각이 들었고, 앞으로 쉐이트 론을 찾으러 갈 일행의 상황은 더욱 악화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히유~, 정말 갈수록 한숨만 늘어가는 것 같네... 키에라도는 이런 곳에서 어떻게 쉐이트론의 집을 찾으라는 거야? 그는 트레모스가 두려워하는 존재에 대해 두려움 이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두려워하면서도 모른척 했던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도 내 머릿속 의 생각들은 정리되지 않는 듯 내게 두통만을 선사할 뿐이었다. 그대로 계속 있었 다가는 아마 꽤 고생을 하다가 생각을 접었을 것 같았지만 다행이 그 전에 라이너 의 목소리가 나를 혼자만의 공간에서 잡아끌었다. "리넨 님, 식사하십시오." 부드러운 라이너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내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던 어지럽던 생각들이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다. '이곳엔 독초가 없어 새로운 것을 먹을 수 있나 했더니, 몬스터들은 안에 독을 갖 고 있고, 그들을 상대하다 보니 주변의 식물들은 채집할 겨를이 없고... 하아~. 결 국 계속 이 음식을 먹어야 하는 건가?' 내가 만들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애착은 가고 있었지만 계속 같은 음식만 먹으려니 속에서 거부감이 일었던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눈앞에 보이는 음식도 감지덕 지했지만, 그래도 인간이라 그런지 더한 욕심이 생겼던 모양이다. 라이너의 요리솜 씨가 좋아 먹을 때마다 다른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래도 내 몸은 새로 운 음식을 요구하고 있었으니! '저 주머니에 든 음식이 다 사라지면, 새로운 식사 재료를 찾아봐야겠군!' 개인적으로 육식을 하고 싶었지만, 이곳에는 몬스터들 밖에 없는 것 같았고, 그런 몬스터들도 모두 독을 갖고 있어 먹기가 힘들어 보였다. '흠~. 음식을 만들지 말고 아예 일행에게 독에 대한 저항력을 심어줘? 그렇다면 먹 을만한 몬스터들의 고기를 양념해 먹을 수도 있을 테니... 먹을 때마다 음식의 독 을 제거할 수고를 할 필요도 없고... 흠~, 괜찮은 방법이군!' 처음 우리들을 공격한 흉측하게 생긴 그런 류의 몬스터가 아닌 꽤 봐줄만하게 생긴 몬스터들을 떠올리며 나는 괜찮다는 생각을 해봤다. 어차피 몬스터들도 같은 동물 이고, 잡식성인 인간들 입에 거부반응이 일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이런 곳에서 식 사 해결은 그 방법이 가장 타당할 것 같아 나는 조용히 라이너와 란을 불렀다. 트 레모스는 드래곤이라 몬스터들의 독 정도로 중독되어 몸이 상할만한 일은 없어 보 였기에 내 부름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트레모스야 먹기 전에 독을 제거할 수도 있고, 먹은 후에 독을 제거할 수 있으니 깐, 됐고... 라이너와 란은 마법을 모르니 어쩔 수 없이 내가 수고해야겠지?' 독에 대한 저항성은 사실 한번으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하려는 방법은 라이 너와 란의 몸에 마나를 집어넣어 지속적으로 저항력을 높여주는 방법이었다. 이것 은 그들의 몸이 독에 대해 스스로 저항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임시방편이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내가 넣어준 해독작용의 마나는 그 능력을 독을 없애는데 거 의 다 써 유명 무실해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독의 정도에 따 라 그 주기를 늘려 녀석들의 몸에 다시 마나를 불어넣어야 했던 것이다. 조금 불편 한 감이 있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기에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내 곁으로 온 라이너와 란에게 차례로 마나를 주입시킬 준비를 했다. 나는 주변에 일행의 마나가 새어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몸 안에서 마나 를 뽑아 다른 일에 쓸려면 정신력을 신중하게 분산시켜야만 했던 것이다. 즉 준비 작업이 없고서는 라이너와 란의 몸에 내 마나를 집어넣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크윽! 이거 정말 어렵군...' 정신력을 어느 정도 분산시킨 다음 나는 내 앞에 앉은 라이너의 팔목을 잡았다. 내 행동에 녀석이 의야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게 뭔가 뜻이 있다고 생각한건지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자신의 손목을 내게 맡겼다. "앞으로 라이너 네가 갖고 있던 식량이 떨어지면 이곳에 널려있는 몬스터들을 먹게 될꺼야! 뭐, 보기 흉하긴 하지만 그 중 괜찮게 생긴 것들도 있으니, 그것들로 식 사를 준비하면 되겠지!" "모..몬스터들을요?" 라이너는 내 입에서 나온 말이 뜻밖이었는지 내게 내밀었던 손을 잠시 움찔거렸다. 마치 내게서 나올 수 없는 종류의 말이 튀어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녀석은 놀라운 눈빛을 던졌던 것이다. "왜 그러지?" "...괜찮습니까? 제가 더 괜찮은 식량을 찾아보겠습니다!" 라이너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입을 열었다고 생각했는지 위험한 상황으로 자신을 몰고 갔다. 내가 그런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잊은채 다시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했던 것이다. "라이너! 저번에 내가 명령을 내렸었지? 그리고 이번 일은 내 목숨과 별로 상관없 는 일이다! 그러니 그런 식의 말은 하지 말도록! 별로 듣고 싶지 않으니깐!" "하지만 몬스터들은..." 라이너는 긴 내 단호한 말에도 쉽게 뜻을 굽히지 않으려는 모양인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몬스터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 심한 고찰을 바라는 눈빛을 내게 보내왔다. 하지만 이미 결심을 굳힌 나로서는 녀석의 눈빛에 흔들릴 이유가 없었다. "솔직히 그동안 스튜에 너무 질려 있어서 말야. 뭔가 씹히는 육질이 먹고 싶더군! 하지만 이곳에서 육식은 몬스터들 밖에 없으니 우리들의 식사는 몬스터들이 되겠지 . 맛만 좋다면야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어? 어차피 네 손에 요리가 된다면 같은 고 기로 보일텐데!"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이야기를 했지만, 그래도 라이너의 표정은 쉽게 변하지 않았 다. "그래도..." "네가 처음 와본 이곳에서 몬스터 이외의 것을 잡아오겠다는 말이냐? 그런 터무니 없는 말로 나를 설득하려 하지마! 그건 시간, 체력낭비라고! 그러니 조용히 내가 하는대로 있어!" "음...네, 알겠습니다." 길고 긴 설명 끝에 라이너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동의해왔다. 강하게 나가면 쉽게 내 말에 동의해주던 녀석이었는데, 요즘에는 말끝마다 토를 달고 있으니 내가 많이 여려진건지 녀석의 얼굴이 많이 두꺼워진건지 쉽게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몬스터들의 피를 봐서 알겠지만, 녀석들의 몸에도 그 피의 독소가 스며들어 있을 꺼야! 그러니 그 고기를 먹으려면 독에 대한 내성이 있거나, 독을 제거하고 먹어야 겠지! 이것은 독초처럼 영양가가 없지는 않으니, 그런 방법으로 먹을 수 있다는 소 리다. 독을 제거하는 방법은 내가 귀찮으니 넘어가고 전자의 방법을 써볼 생각인데 , 그 방법을 쓸려면 너희들 몸에 내 마나를 주입시켜야 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 도록!" 내 입에서 몬스터의 몸에 독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자, 순간 라이너의 눈 빛이 빛나며 내 말에 토를 달려는 듯 보였지만, 이어지는 설명에 녀석은 벌렸던 입 을 다물어야만 했다. "...준비되었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녀석의 입이 벌어졌다. 라이너처럼 강한 사람은 어느 정도 자기 자신만의 마나 흐름을 깨닫고 있기 마련이 라 외부의 마나에 대한 거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랬기에 나는 미리 녀석에게 내 마나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도록 했다. 그런 말을 해서 였는지 해독을 할 수 있는 성질을 지닌 마나가 녀석의 몸 안으로 쉽게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내 마나를 다른 사람의 몸에 계속 넣어두는 방법은 이미 크로와 왕국에서 많이 해 본 방법이라 라이너의 몸 안에 내 마나를 넣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내 손에서 라 이너의 손으로 마나가 흘러들어가자, 순간 라이너의 표정이 경이롭게 변해버렸다. 나중에 녀석의 손을 놓아주자, 라이너가 신기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리넨 님, 이거 뭔가가 제 몸 속에 남아 있군요!" "그걸 마나라고 하지. 네가 그것을 이용해 검기를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네 안의 것과는 다를거야. 그건 내 마나니깐." 마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라이너였지만, 검기를 언급하자 어느 정도 이해가 갔 는지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신기한 듯 자신의 몸 속을 이리저리 살피는 것 같았 다. "아, 라이너! 내가 이 방법을 쓴 것은 너의 몸에 독에 대한 저항성을 키우기 위함 이다. 아마 처음이라 독성이 있는 음식을 먹는다면 금방 내가 주입한 마나가 사라 질거야. 시간이 흐를수록 그 주기는 길어지겠지만. 아무튼 오늘 한번으로 안끝난다 는 소리다!" 차근차근 내가 하려는 일에 대해 설명을 해줬지만, 라이너는 내 말을 듣지 못하는 듯, 반짝이는 눈동자로 자신의 가슴을 쳐다보기에 바빴다. '쯧쯧, 정신이 딴 곳에 가 있군. 그렇게 신기한건가? 외부인의 마나라는 것은 녀석 을 치료할 때도 쓰는데... 아! 외부인의 마나가 치료 때와는 달리 몸 안에 계속 남 아 있어서 그런건가?' 어깨를 으쓱한 나는 시선을 돌려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란을 쳐다봤다. "왜 그러고 있냐? 이리와 앉아." "네 마나를 나에게 준다고?" "그래, 앉아." 란은 내가 라이너에게 하는 말을 다 듣고 있었는지 별다른 질문 없이 내게 손을 내 밀었다. "레드 사이어의 말에 의하면 외부인의 마나는 몸 안에 오래 있을 수 없다는데?" "그래? 하지만 난 가능해."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내 대답에 의문을 제시한 것은 란이 아닌 레드 사이어였다. 그는 란을 거쳐 내게 물어오기 귀찮았는지 내게 직접 질문을 던져왔던 것이다. 하지만 난 별로 대답해주 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어깨를 으쓱해보일 뿐이었다. '네가 그 방법을 안다고 해서 쉽게 쓸 수 있는게 아냐. 그 방법은 마나를 자유자제 로 다뤄야 가능한 거니까! 그리고 넌 마나를 다룰 수 있는 몸도 아니지 않은가?' 란의 손목을 잡은 나는 그렇게 레드 사이어의 목소리를 멈추게 하고는 내 몸의 마 나를 주입시켰다. "네 몸에 들어간 것은 내 마나니깐, 너무 거부감 느끼지 말도록! 뭐, 이미 네 몸 안에 병을 치료하기 위해 넣은 내 마나가 있어, 그렇게 거부감은 없을꺼야." "으..응." 란에게는 라이너보다 덜 생소한 느낌이었을테지만 그녀의 얼굴은 라이너와 비슷한 표정을 지어보이기에 바빴다. [아! 란의 몸 안에 있던 이상한 기운이 네가 넣은 마나때문이었군! 그게 뭔지 결론 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열리지 않을 것 같던 레드 사이어는 혼잣말같은 중얼거림을 하면서 내게 긍정의 뜻 이 흘러나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런 레드 사이어의 태도에서 나는 좀 편안 한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에 간단한 대답을 해주고는 더 이상 레드 사이어의 입 이 열리지 않도록 했다. '이미 느껴봤을테니 알겠지만, 네가 생각하고 있는게 맞아. 그리고 그녀의 몸에 오 늘 또 내 마나가 흘러들어갔고. 둘을 비교해 보면 알테니 방해는 그만해줬으면 해. ' [......]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그날을 보낼 수 있었다. '히유~, 하루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이게 죽음의 숲의 모습인가? 다신 오고싶지 않은 곳이군...' 고개를 설레설레 젓던 나는 조금씩 트레모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_= 헉헉... 연..연참했어요... 졸려오는 눈을 커피로 억지로 띄우고 썼숨다~ =_=;;; 음..그래서 좀 이상할지도..험험... 암튼... 그럼, 전 이제 잠을 좀 자러.. 휘리릭~ 그럼, 즐독해주시고용~ 일찍 일어나면, 한편...더??????? 하.하.하...^^;;; (참고로 저는 잠이 좀(!) 많습니다~ ^^; 하.하.하....ㅡㅡㅡ>>이건 무슨 의미???) 그럼, 빠시~ -------------------------------------------------------------------------------- 사방이 높은 숲으로 이루어진 꽤 큰 규모의 공터. 그곳에 작은 통나무집이 자리해 있었는데 그곳에만 하늘을 가리는 나무들이 없어 환한 햇살을 비추고 있었다. 깔끔 한 솜씨로 지어진 통나무집은 만들어진지 오래된 것처럼 여기 저기 보수공사를 한 흔적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세월의 흔적에도 전혀 낡아보이거나 하 지 않는 튼튼한 느낌이 드는 집이었다. 통나무 집 안쪽으로 들어가는 문은 반쯤 열려, 집 안의 바닥에 깔린 고급스러운 카 펫의 모습을 조금 내비치고 있었다. 카펫 위로 얼핏 보이는 두꺼운 책자... 그 옆 에 뭔가를 휘갈겨 쓴 듯한 종이가 같이 나뒹굴고 있는 것으로 봐서 통나무집의 문 을 활짝 열면 그 안의 바닥에는 엄청난 수의 책과 종이가 지저분하게 널려져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런 예상은 한 사내의 손에 의해 문이 활짝 열리면서 사실로 드러났다. "이런, 이런! 먼저 도착했군!" 은발의 사내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그가 내뿜고 있는 차가운 기운과는 어울리지 않 게 매우 따뜻하고 부드러운 어조의 말이었다. "깨끗하게 치워놨다고 생각했는데, 또 이렇게 어질러놓다니~. 히유~." 수 십 권의 책들이 바닥, 탁자 할 것 없이 너저분하게 어질러져 있었고, 그 사이로 검은 잉크로 휘갈겨 쓴 종이들이 꾸겨진 채로 방안을 혼란스럽게 만드는데 한 몫 하고 있었다. 그런 방안의 모습에 사내의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렸다. 그는 발에 치이는 책을 집어 든 후 툭툭 치면서 책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뭐가 또 문제인 건지~." 사내는 한숨 섞인 말로 집안을 이렇게 만든 이를 나무라고 있었지만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즉 그의 행동은 이런 어질러진 책들을 치우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천천히 그가 지나가는 자리는 하나 둘씩 정리 정돈이 되어가고 있었다. 너저분하게 어질러져 있던 책장과 탁자는 깔끔하게 치워졌고, 꾸겨져 있던 종이들은 깨끗하게 펴져 한곳에 쌓여졌고, 이곳 저곳에 쌓여 있던 먼지들은 사내의 손길 한번에 씻은 듯 사라져 버린 것이다. 방 안으로 향하던 그의 걸음이 멈추자 어느새 주변의 모습은 깔끔한 서재를 연상케 하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이 정도면 봐줄만 하군... 하지만 저 안은... 으윽!" 뭔가 좀 전의 방보다 더 심하게 어질러져 있을 뭔가가 그를 기다리는 듯 사내의 아 름다운 이마가 잠시 찡그려지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그런 식으로 반응을 보일 뿐인지 이내 피식 웃음을 짓고는 아래로 향해있는 계단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겉으로 보기에 매우 작아 보이는 오두막집. 하지만 사내가 문을 열고 들어간 그 안 의 모습은 겉에서 보는 것처럼 작지 않았다. 대공의 저택에 쌓여있는 수 만큼의 책 이 빽빽이 다 쌓여 있는 듯 빈틈없는 책장과, 지혜로운 자리배치로 좁은 공간을 잘 활용한 듯 보기보다 넓어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사내가 내려간 지하실... 그곳은 지상의 서재같은 방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넓어, 보는이로 하여금 순간 이곳이 아까 그 오두막집의 지하실이 맞나? 라는 착각이 들게 만들 정도였다. 지하실이라 매우 어두웠지만, 사내의 걸음이 계단 아래쪽으로 옮겨지자 주변의 벽 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작은 마법 구들이 일제히 사내의 걸음에 보조를 맞춰 잠에 서 깨어났다. 눈이 편안한 정도의 빛이 주변을 비추자 어두웠던 사내의 앞은 밝아 졌는데, 그와 함께 지하실의 모습도 차근차근 드러나기 시작했다. 넓어 보이는 계단과 아기자기한 작은 포션 병들로 가득 매워진 벽들. 모두 다른 모 양의 병인 듯 신기한 포션 병들이 많이 눈에 들어왔다. 벽을 장식한 그 포션 병들 은 모양뿐만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포션의 색상도 특이해 보석 수집가들의 눈에 띈다면 부르는게 값일 정도로 아름다워보였다. 즉 보석과 동등하게 취급할 정도로 그 희귀성이 인정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사내는 그런 장식에 익숙한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어질러져 있는 바닥으로 시선을 돌렸다. 벽을 장식하는 포션 병들과는 다르게 바닥에는 그을린 자국들과 깨진 병들, 뭔가 재료를 알 수 없는 액체들이 지저분하게 바닥을 물들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사내 의 표정은 '역시나'하는 표정으로 바뀌었을 뿐,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이곳 오두막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익숙한 모양이었다. "이번엔 또 뭘 갖고 실험을 했길래 내가 쳐뒀던 보호막까지 없애버린거야?" 손으로 건들기 귀찮은 듯 사내는 조용한 중얼거림으로 바닥을 어지르고 있던 모든 것을 작은 빛과 함께 소멸시켜 버렸다. 그리고는 그을린 바닥의 검은 얼룩을 깨끗 이 지워버리고 그 위에 반짝이는 얇은 막을 씌워버렸다. 몇 번의 손놀림과 중얼거 림으로 순식간에 청소를 마친 그는 다시 한숨 섞인 말을 하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 다. "매번 이렇게 보호막을 씌우는데, 어떻게 매번 이걸 깨고 지저분하게 만드냐고... 헤유~" 벽을 장식하고 있는 특이한 포션 병들 주변에도 얇고 반짝이는 막들이 씌워져 있었 는데 사내는 그쪽을 힐끔 바라본 후 투덜거림을 한마디 더 내뱉었다. "저건 그래도 마음에 드나 보지?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걸 보면 말야... 하긴, 저것 만드는데 꽤 고생했지..." 혼자 말하는게 습관이 된 듯 사내는 그렇게 나직이 중얼거리고는 먼 곳에 보이는 빛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꽤 멀리 보이는 빛은 지하실의 규모가 오두막의 크기를 쉽게 벗어나고 있음을 알리 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사내에 의해 밝혀진 마법 구에 의해 다시 증명됐다. 지상의 모습과는 다르게 우아하고 고풍스럽게 꾸며진 지하실. 말이 지하실이었지 그곳을 은은하게 밝히는 조명은 주변의 모든 것들을 그 어떤 방들보다 아름답게 보 이게 만들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고대 문자들, 낡고 바래진 책에서나 겨우 겨우 볼 수 있는 그런 고대 문자들이 한 쪽 벽면에 잔뜩 그려져 있었다. 그림이라고 하기에는 규칙 적인 배열이 있어 어려웠고, 글이라고 하기에는 자유분방한 모양이라 어려운 고대 문자가 말이다. 그 문자는 마치 존재 자체만으로도 힘을 갖고 있는 듯 흐릿한 푸른 빛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편안해 보이는 푹신한 의자가 고대 문자를 뒤로하고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그것의 크기는 키가 큰 사내가 눕고도 남을 정도로 넉 넉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눈보다 더 깨끗한 것 같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흰털이 소복이 덮여 있어 의자의 안락함을 더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보고만 있어도 편안 함을 느낄 수 있는 의자. 하지만 사내는 그런 의자도 무시한 채 앞으로 걸음을 옮 겼다. 점점 다가오는 빛이 그의 목적지라도 되는 듯. 그에 의해 완전히 밝혀진 지하실은 그것 외에 지금은 볼 수 없는 물건들이나, 보석 들로 가득 꾸며져 있었는데, 그 중 어느 것 하나도 귀해 보이지 않는게 없었다. 지 상의 방이 서재와 같았다면, 지하실의 분위기는 특이한 보석 창고 같은 느낌이 들 었다. 하지만 사내에게 그런 것들은 귀한 존재가 아닌 듯, 그것들은 사내의 눈길 한번 받지 못하고 지나쳐갔다. "이노? 자나?" 밝은 빛에 눈을 익숙하게 한 사내는 그 안으로 한 걸음 옮기다가 뭔가 발에 밟히는 것을 느끼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빠직! "또 뭘 이렇게 흘리고..." 밝기에 눈이 익숙해지자 사내 앞에는 지상의 모습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난 장판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허어~, 오늘은 평소보다 심한데?" 아까 지하실 계단에서부터 보아왔던 그을린 자국들과 깨진 포션 병들... 그런 것들 이 이 방에 모두 집중되어 있는지 지독한 악취와 함께 방은 모두 그런 깨진 포션 병들과 그 안의 내용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방은 무슨 실험실인 듯 꽤 넓은 규 모를 자랑했지만, 지저분하게 어질러져 있어서 그런지 그리 커보이지는 않았다. 서 재와 비슷하게 방 안이 모두 책장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 다른게 있다면 장식장 안에 가지각색의 포션 병들과 이상한 재료들로 보이는 뭔가가 종류 별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어떤 것은 동물의 뇌 같기도 했고, 어떤 것은 내장, 심 지어는 눈알까지! 동물을 해부하는 곳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그곳의 분 위기는 조금 음산했다. 하지만 그런 장식장들은 바닥과 탁자를 어지른 것과는 다르 게 매우 깨끗하게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이런... 내가 매번 이야기를 했건만, 또 일을 저지르고 말았군!" 고개를 가로젓는 사내. 조금은 화가 난 것 같이 목소리가 굳어 있었지만, 지저분한 포션 병 조각들 사이에 피곤한 듯 쓰러져 잠이든 한 여인을 바라보고는 좀 전에 자신이 어떤 말투로 이야기를 했는지 잊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 여인의 모습을 발 견한 직후 더 이상 따뜻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게 변한 사내의 눈동자를 보면 말 이다. 긴 푸른 생머리와 아름다운 얼굴의 윤곽을 가진 여인은 회색의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쓰고 있었지만, 그것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퇴색시키지 못했다. "이노... 이런 곳에서 자지 말라고 했잖아. 잘못하다간 다친다고..." 사내는 조심스럽게 이노의 몸 위로 손을 한번 훑어 더러운 이물질들을 소멸시키고 는 그녀의 몸을 일으켜 자신의 품에 살며시 안았다. 사내의 품에 안긴 이노는 잠이 깨려는 듯 웅얼거리는 목소리를 흘리며 몸을 뒤척였지만, 사내의 배려 덕분인지 이노는 사내의 가슴 쪽으로 파고 들어갈 뿐 잠에서 깨지는 않았다. 아니 그렇게 보 였다.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장소를 옮긴 사내는 아까 보인 편안해 보이는 의자 위로 그 녀의 몸을 내려놓았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웅... 뭐야? 더 자라는 거야?" 사내가 조심스럽게 흰색의 알 수 없는 털이 덮여 있는 긴 의자 위에 이노를 내려놓 자마자, 그녀는 감겼던 눈을 번쩍하고 뜨며 사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어라? 안자고 있었어?" 놀란 듯 사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지만, 이노는 어깨를 으쓱해 보일뿐 대답을 피 하며 다른 질문을 던졌다. "웅. 늦었네! 그 녀석은 잘 따돌렸어? 꽤 귀찮은 존재던데..." "응, 중간에 다른 사람들이 그를 붙잡아서 생각보다 쉽게 올 수 있었지." "그래? 근데 왜 이렇게 늦었어? 나보다 더 늦게 오다니~~~!" 입을 삐죽 내민 이노의 모습에 사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만들어졌다. "아~, 미안~. 숲이 좀 시끄럽길래 둘러보고 왔거든..." "숲이?" 사내는 자신이 이곳에 오면서 본 것들을 이야기 해주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은 간 단한 것들이라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이노는 이야기를 들은 것 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입을 열었다. "그러니깐, 몇 몇의 인간들이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단 말이지? 그것도 숲 중앙부로 ?" "그렇지. 오랜만에 심심하지 않아도 될꺼야~." 사내의 대답에 이노의 눈빛이 갑자기 빛나기 시작했다.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 는지, 그녀의 표정이 매우 흥미롭게 반짝였던 것이다. 사내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지 같이 웃어주며 이노의 반응에 박자를 맞춰줬다. "웅! 근데, 정말 인간이었어? 또 겁을 상실한 새끼 드래곤이 아니고?" "뭐, 다양하던데? 내가 보기엔 네 명중 단 둘만이 진짜 인간인 것 같았으니까." 사내의 대답에 이노의 눈빛이 더욱 반짝였다. "인간의 몸으로 숲 중앙으로 가는 길의 입구까지 들어왔단 말야? 혹시, 옆의 존재 들이 도와줬어?" "아마 그랬겠지? 하지만 그 인간들, 꽤 강해보이던데?" "호오~. 그래? 한 번 보고 싶은걸~." 사내가 이노의 흥미에 보조를 맞추자 그녀의 눕혀졌던 몸이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가자! 재밌을꺼야~! 하도 오랫동안 이곳에만 있었더니, 얼마 전의 외출로 인해 이 생활이 조금은 지루해 지려고 했단 말야." 어린 아이의 투정같은 이노의 말투였지만 사내의 얼굴에는 그런 모습조차 귀엽게 보였던지 환한 미소가 가득할 뿐이었다. "나가고 싶어?" "응~!" "하지만 이곳 청소는 하고 가야지~! 내가 누누이 말했잖아! 이곳을 어지를 때는 내 가 쳐놓은 보호막..." "쉐.이.트.론!" 사내의 잔소리가 시작되려고 하자, 이노는 크게 사내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트레모스의 도움을 받지 못한지 몇 일! 그 몇 일 밤 동안 나는 몬스터들로부터 일 행의 기척을 지우기 위해 밤을 새야만 했다. 끊임없는 마나 공급 덕분에 그 일은 내게 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또 밤샘으로 인해 쌓이는 피로는 회복 마법으로 풀 수 있어 견딜만 했다. 하지만 잠을 규칙적으로 자던 습관이 몸에 익숙해져 있었는 지 마법으로도 풀리지 않는 정신적인 피로가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몇 일 동안 우리들은 점점 강해지는 몬스터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것은 죽음의 숲 안쪽으로 들어가는 거리와 비례해 우리 앞에 나타났다. 갈수록 점점 강해지는 몬스터들! 그에 따라 내 마나 소모량도 비례해 늘어갔다. 정신력도... 하지만 나 때문에 모두 이곳에 온 것이었으므로 내 입에서는 이렇다할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없었다. '빨리 쉐이트론인지 뭔지 하는 사람을 찾던가 해야지! 이건 도대체!' 몬스터들 밖에 느껴지지 않는 죽음의 숲! 유투 왕국의 땅 덩어리와 비슷한 크기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저 깊숙한 곳에 밀어 넣었던 짜증이 한꺼번에 폭발해 나오는 듯 했다. '설마 이 넓은 곳을 다 돌아다녀야 하는건 아니지? 플라이 마법으로 가고 싶은 마 음도 굴뚝같지만... 이곳의 하늘은 지상 못지 않게 위험하니... 에휴~' 얼마 전 걸어가면서 몬스터들을 죽이는 것에 진이 빠진 우리들은 하늘을 날아가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몸을 하늘로 띄우자 마자 우리들은 지상에 바글거리는 몬스 터들 못지 않은 하늘의 몬스터들을 만나야 했다. 그들보다 더 높이 날아 녀석들을 피하고 싶어도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어느 일정 높이 이상을 날 수 없었기에 우리 들은 할 수 없이 그 몬스터들과 싸워야만 했다. 그 상황은 지상과 크게 다르지 않 았다. 아니 오히려 날지 못하는 녀석들까지 날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더 힘이 들 뿐이었다. 그래서 다시 지상의 지겨운 육탄전을 계속하고 있는 처지가 되버리고 만 것이지만... '언제까지 이 지겨운 일을 해야만 하는 건지... 에휴~' "리넨 님? 괜찮으세요?" 나와 같이 밤을 새주는 라이너. 처음 녀석은 내 자신에게 회복 마법을 거는걸 보고 , 자기도 그 마법을 걸어달라며 내게 부탁을 했었다. 처음엔 라이너의 의도를 몰라 녀석이 바라는 데로 해줬는데, 라이너가 내게 그런 부탁을 했던 것은 나와 같이 밤을 새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머지 않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녀석의 그런 배 려는 지금까지도 계속 되고 있었다. "흠~, 내 차례인가?" "네... 피곤하시면, 그만 둘까요?" "아냐... 이거라도 두지 않으면, 심심하잖아..." 라이너와 나 사이에 있는 체스판이 눈에 들어오자 나는 다시 밀려드는 정신적인 피 로를 몰아내고는 라이너와의 승부에 정신을 집중시켰다. '정신 분산은 어느 정도 경험이 있어 이런 식의 한눈도 팔 수도 있지만 그것도 몇 시간이지... 몇 일 동안 밤새도록 계속 하려다 보니... 어렵군, 어려워~!' 예전 키에라도와 체스를 두지 않기 위해 정신을 둘로 분산시키며 그에게 마법을 배 웠던 나였다. 그것이 이 순간 쓰이게 될 줄은 몰랐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많은 정신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라 익숙함보다는 어려움이 더 크게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몸의 피로는 마법으로 어떻게 푼다고 하지만, 정신적인 피로는 풀기 어렵군... 그 렇다면 아예 쌓이지 않게 하는게 좋을텐데... 쌓이지 않게라... 내가 정신적인 피 로를 느끼는 것은 무리하게 몸과 정신을 혹사시키면서 마나를 운용하기 때문이지. 아무리 내가 마나를 마음대로 조절한다고는 하지만, 그건 내 의지가 들어갔을 때란 말야? 무한의 시간은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동안 내 의지를 그대로 실현할 수 있게 하되, 내 정신력은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 단계가 된다면? 호오~, 그렇다면 정신 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피로감이라는 것을 느끼지 않아도 되겠군!'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어쩌면 이상이라 할 수 있는 상태일지도 몰랐지만, 지금 처한 상황을 헤쳐갈 방법은 그것 이외에 없는 것 같았기에 나는 그런 방법을 통해 내 자신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 싶었다. '어려움을 밟고 올라서는 자만이 발전을 할 수 있지! 좀 더 높은 경지를 원한다면, 이 정도의 고생은 사서라도 해야 하는 거야!' 굳은 다짐을 하자 어느 정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체스판 만을 바라 보며 내가 말을 움직이길 바라는 라이너가 보이자, 나는 간단히 눈에 띄는 말을 움 직이고는 체스로부터 자유로와졌다. 그리고 그 후 천천히 정신 분산을 이용해 완전 한 내 의지를 집어넣어 자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경지로 가는 길에 발을 내딛었 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ㅡㅡv 씨익~ 제가 오늘 미친것 같습니다... 쓴거 다 올린다는 말은 지켰어용~ >_< 이뽀해 주세용~~~ ㅋㅋㅋ 아, 얼마 후면, 마감이라 지금 거의 초죽음의 상태가 되었기에.... ㅎㅎㅎ 커피로 연명해 나가고 있숨다~~~T^T 쥘쥘... 설마 낼은 뻗거나 하지 않겠죠? 아~ 불안 불안..ㅎㅎㅎ 아, 참..저 첨 부분 있죠? 제가 쓴거 맞아요..쓰고 나서 왠 닭살? 이거 왜 이래? 내가 조는 동안 누가 썼나? 라는 착각이 들긴 했지만..제가 쓴거 맞아요.. 험험... 믿기지 않으시겠지만...ㅋㅋㅋ 보면서 저런 닭살을! 하는 생각도 하시겠지만 쿠쿠쿡..그냥 그러려니~ 하시고 넘어가 주세용~ 그럼, 즐건 하루~ 빠시~ -------------------------------------------------------------------------------- 34-3까지 ject <연금술사>-34-4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두통이 줄어들어 지금은 웬만큼 여유롭게 일행의 기척을 지 우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한꺼번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해야하는 무리한 생 활을 하다보니 예전에는 뒷골이 당기는 등 심한 두통을 겪어야 했는데, 지금은 그 동안의 성과로 큰 어려움 없이 정신을 분산시킬 수 있었기에 그리 힘들이지 않고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간단한 일이라면 정신을 세 개 정도까지 분산시켜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었다. 즉 그동안 라이너와 같이 밤을 새면서 꽤 많은 성과를 얻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나는 분산된 내 의지를 자체적으로 움직이게 만들 수는 없었다. 지금은 머리를 아프게 했던 두통도 사라 졌고, 한꺼번에 예전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자신이 발전했지만, 원래 내가 바랬던 경지인 새로운 의지의 자유는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성 과로도 나는 트레모스의 도움 없이 죽음의 숲에서 무사히 몬스터들로부터 일행의 몸을 지킬 수 있었다. '내 의지 자체가 나로부터 자유로워져 스스로 움직일 수 있으면 지금보다 훨씬 편 할텐데... 그렇게 되면 내가 둘이 되는 것과 같을테니 말야... 하지만 내게서 떨어 진 의지가 나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그건 새로운 내가 또 한 명 생기는 것이니 쉽 게 이룰 수 없겠지!' 뭔가 길이 보이는 것 같았지만 막상 그 길로 가려고 하다보면 짙은 안개가 끼어 시 야를 가리는 것과 같은 일이 반복되었기에, 나는 이번에 내가 정한 목표가 매우 높 은 곳에 있는 경지임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원래의 목표까지는 가지 못했어도, 그 중간 단계라고 생각되는 부분까지는 왔으니... 괜찮은 결과라고 할 수도 있겠지?'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꽤 편리한 능력이었다. 잠을 자면서 주위를 경계하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등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은 모두 내 뜻에 따라 움직 이는 것뿐이었다. 즉 이런 능력은 집중력만 높인다면 얼마든지 한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집중력으로도 의지의 자유는 줄 수 없다는 것인데... 흠~. 지금은 왜 그런지 모르 겠단 말이야...' 아직은 내가 깨닫기엔 어려운 단계인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다시 떠오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히유~, 언제나 귀찮은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서 공부를 시작하는데 어떻게 된게, 매번 그 편한 방법을 얻는 과정으로 매우 복잡한 길을 택한단 말야?' 이번에도 쉽게 내가 정해놓은 고지까지 갈 수 없는 것을 느끼며 나는 한숨을 내쉬 었다. "피냄새를 맡은 건가? 몬스터들의 수가 급격하게 늘었군!" 내가 그렇게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란의 불안한 듯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다. 그녀의 말에 고개를 들자,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주변에 보호막과 일루션 막 밖으로 우글거리는 몬스터들이 보였다. 널려있는 먹이를 놔두고 우리를 못잡아 먹어 안달인 그들의 모습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기 전 우리들은 힘겹게 몬스터들과 싸워 셀 수 없는 녀석들을 수십 토막으로 잘라내 길을 막지 못하게 했으며, 그 보다 많은 수의 몬스터들에게 깊은 상처를 입혀줬었다. 하지만 지금 줄어들어야 정상인 몬스터들의 수는 처음 우리를 덥쳤을 때보다 많아져 있었다. 피 냄새를 맡고 새로 이곳으로 몰려든 몬스 터들과 우리들에 의해 상처를 입었던 몬스터들이 보호막 밖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 기 때문이다. 상처 입은 몬스터들의 몸은 언제 피를 흘렸냐는 듯, 멀쩡한 몸으로 되돌아와 우리들이 조금 전까지 그들의 몸에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게 만 들었다. 이곳의 몬스터들에게 웬만한 상처는 자체적으로 쉽게 치유가 가능했다. 게다가 그 들은 번식력도 매우 강해 악조건에서도 빠른 속도로 그 수를 늘려가고 있었다. 그 런 까닭에 우리가 아무리 그들을 죽여도 계속되는 그들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이곳에 들어온 이후 꽤 오랫동안 쉐이트론을 찾아 헤매다보니, 보고 싶지 않은 것 들을 가끔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얼마전에 본 생물들의 생장모습이 바로 그런 것들 중 하나였다. 죽음의 숲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 그것이 몬스터, 나무, 버섯 이든 상관없었다. 이 안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모든 생물들은 특이하게도 그 생장속 도가 매우 빨랐다. 예를 들어 버섯을 먹고 자라는 몬스터들이 있다고 하자. 그 몬 스터들이 버섯을 먹으면, 그 자리에 바로 새로운 버섯이 자라 몬스터에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줬다. 순식간에 자라나 성장해 버리는 버섯. 그것은 몬스터도 마찬가지였다. 끊임없이 제공되는 먹이에 힘입어 몬스터들은 먹이경쟁 없 이 좁은 공간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수가 밀집해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죽 음의 숲에는 없는 어린 생물들. 몬스터들은 자라자마자, 빠른 성장으로 순식간에 다 자라버리고 만다. 그리고 본능이 시키는 데로 우리를 공격해 골치 아픈 상황을 만들어주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몬스터들이 이곳에 그렇게 많은 수가 몰려 있지!' 이런 사실을 알게된 우리는 몬스터들과 싸우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고 말았다. 아무리 죽여도 그 수가 줄지 않는다는게 증명이 되었으니, 누가 그들과 싸우면서 체력을 소모하고 싶겠는가!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자라는 식물들, 동물들의 생장모 습은 잊고 싶은 기억이 되버리고 말았다. 우연히 그것을 본 우리는 한참동안이나 멍한 표정으로 허탈해 할 수밖에 없었으니... '이곳에서 몬스터들을 죽여 없애는 방법은 체력 낭비일 뿐이야! 최대한 우리들의 기척을 지우고 지나가는게 최선이지!' 확실히 저렇게 빠른 성장을 하는 몬스터들이라면, 아무리 빨리 죽여 없애버려도 소 용없을 것 같았다. 한번에 이곳 죽음의 숲을 날려버리지 않는 한! 하지만 그건 드 래곤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트레모스의 말에 의하면 그런 일을 시도한 드래곤들이 꽤 많았다고 하니깐! '드래곤들이 많이 그와 같은 일을 시도했음도, 아직까지 죽음의 숲은 남아 있다는 것은 이곳을 없애는게 불가능하다는 말 아니겠어? 마치 이곳은 대륙과 다른 새로운 세계인 듯, 이곳에서 적용되는 법칙은 내가 알던 것과 너무 달라! 마치 새로운 창 조주가 만든 세상 같단 말야. 그 창조주의 마음대로 움직이는 세계로 말야.'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란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리넨! 저 녀석이 두려워하는 인물이 누군진 모르지만, 우선은 우리가 이곳에 있다 는 것을 알린 후, 네가 찾고자 하는 인물을 찾는게 수월할 것 같군. 그가 이 숲에 산다면 이상함을 느끼고 우리가 있는 쪽으로 올테니까! 만약 안와도 별로 손해보는 것 같지는 않으니 말야. 어때? 몬스터들만 보려니 지겨워지는군!" 언제나 점점 늘어난 수의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에 질린 란이 내게 의견을 물어왔다 솔직히 나도 란의 의견에 어느 정도 손을 들어주고 싶은 입장이었다. 몬스터들을 상대하며 쉐이트론을 찾는니, 이곳에서 눈에 띄는 행동을 함으로써 누군가를 만나 게 되는게 더 낫다는 생각이었으니까! 이곳에 오기 전 들린 마을의 마스터에게 들은 말에 따르면 죽음의 숲에는 쉐이트론 이외에 마스터가 아는 인물과 그의 친구가 살고 있다는게 확실했기에 나는 란의 말처럼 눈에 띄는 행동으로 그들이라도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트레모스의 화가난 목소리가 그런 내 생각을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그만둬! 그 방법은 죽으려고 하는 행동밖에 안돼!" 답답하다는 듯 이마를 찌푸린 트레모스를 보며 나는 녀석의 의견에 따랐던 것들을 모두 날려버렸다. 저렇게 뒤로만 물러서는 녀석의 행동에 짜증이 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녀석의 감정을 더 격하게 만들기 위해 더 심한 말을 하기 시작했 다. 그렇게 되면 녀석을 설득시키기 더 쉬울 것 같았기에... "죽음? 네가 그것을 두려워했었나? 사는게 지겨울 것 같은 드래곤이 죽는게 두렵다 고?" "......" 내가 생각하기에도 심한 말을 꺼낸 나. 하지만 녀석은 내 도발에도 꿈쩍도 안하고 내 시선을 외면하며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대체 누가 저 녀석을 저렇게 변화시킨 거야? 이런 말을 들으면 화를 내던가, 흥분 을 하던가 둘 중 하나의 반응은 보여야 하는 것 아냐?' 사실 지금 녀석의 말대로 눈에 띄지 않는 행동은 조용히 일을 처리할 수 있게 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들은 트레모스 녀석 때문에 이곳에서 몬스터들 을 눈에 띄지 않는 방법으로 죽여가며 없는 고생까지 해야만 했었다. 아무리 죽여 도 줄어들지 않는 몬스터들을 끊임없이 상대해왔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행은 지 칠대로 지쳐버렸고, 나 또한 지금의 반복되는 현실에 지쳐가고 있었다. 트레모스의 의견을 따르면서 내 자신이 조금은 발전할 수는 있었다 할 수 있지만, 이것은 그 것과 별개의 문제였다. 이대로 계속 이전과 같은 방법을 선택한다면 우리들은 쉐이 트론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의 수십 배는 어려운 경험을 해야만 할 것이 고, 그렇게 되면 내 문제가 아닌 일행의 문제로 발이 잡힐 것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그냥 둘 수는 없지!' 일행들이 지쳐가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인 나는 더 이상 트레모스의 말에 따르지 않기로 했다. "트레모스, 그 인물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인물이고 우리가 당해낼 수 없는 인물이라면 텔레포트라는 것으로 도망가면 되는 것 아니냐!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이렇게 입을 연 나는 몸을 일정 하늘로 띄워 주변을 향해, 즉 땅위의 몬스터들과 하늘을 나는 몬스터들, 그리고 지겨운 높은 나무들을 향해 에어 블래스트와 파이어 블래스트를 섞어서 난사하며 주변의 모든 사물들을 날려버렸다. 트레모스가 내 행 동에 제지를 가하기 전에! 몸을 위로 날리기 전에 이미 내 안의 마나에 강한 바람과 불의 속성을 집어넣어 놨 기 때문에 그것들은 내 몸이 공중에 고정되기 전에 내게서 빠져나가 눈앞의 거슬리 는 사물을 모두 날려버렸다. 일행 주변으로 강력한 보호막을 설치한 이후였기 때문에 내가 쓰는 마법에 대한 파 장은 별로 받지 않아 우리에게는 큰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그 밖의 몬스터들과 죽 음의 숲을 이루고 있는 키가 큰 나무들은 모두 내 손에서 쏘아져 나간 거대한 마나 공격에 의해 파괴되어 흔적을 지워가고 있었다. 콰콰콰쾅! 우르르르르, 퍼벙! 몇 번 안되는 공격으로 순식간에 눈앞의 길이 뻥 뚫려버렸다. 그 큰 나무가 뿌리 채 뽑혀 멀리 날아가 버렸고, 하늘을 치솟는 화염과 폭풍이 주변의 몬스터들을 쓸 어가 버렸다. 우리들의 시야를 괴롭히던 것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리넨! 멈춰!" 트레모스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나는 그동안 쌓인게 많았던지, 녀 석의 말을 무시하고는 깨끗한 청소의 의미로 덜 부서진 방향을 향해 마나를 난사했 다. '이대로 누군가 나타난다면 일을 쉽게 해결할 수 있을꺼야! 아니어도 란의 말대로 손해는 아니지!' 콰쾅! 쿠르르릉! 계속 되는 폭음은 트레모스의 심각한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내가 일부러 커다란 소 음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일부러 커다란 소음을 내는 내 행동. 그것은 소리만큼이 나 파괴적인 결과를 낳았다. 에어 블래스트에 의해 몸이 찢긴 몬스터들! 그들은 어 떻게든 살아보겠다고 금새 상처를 치유하려고 했지만, 뒤이어 쏜 내 화이어 블래스 트에 의해 상처 입은 몸을 그대로 노출시켜 결국 내 시야에서 모습을 감추고 말았 다. 즉 몬스터들의 몸이 다시 재생되어 내 골치를 썪이기 전에 그 몸을 산산이 파 괴시켜버렸던 것이다. '드래곤 하트 덕분에 마나가 부족한 경우가 없으니 매우 편리하군! 이 정도로 많은 마나를 공격마법으로 한꺼번에 써본적은 없는데... 흠~. 간단하잖아?' 여러 개로 분산될 수 있는 집중력 덕분에 나는 한꺼번에 여러 속성의 공격마법을 날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가지 각색의 공격들은 끝날 줄 모르는 듯 주변의 숲 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쿠쾅~! 우드드드득~! 순식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몇 번 손을 움직이지 않았지만, 내 손이 가리킨 방향에는 남아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즉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지금까지 결코 보 지 못한 평원의 모습처럼 깨끗한 평지가 되버리고 말았다. 심한 먼지가 시야를 가 리긴 했지만 점차 가라앉는 먼지 속으로 허허 벌판만 남은 대지가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난 만족하지 못하고 이곳 저곳에 더 마나 덩어리를 날려 시 끄러운 행동을 소음을 계속해서 냈다. 그런 행동으로 누군가 나를 찾아오길 바라면 서... 하지만 그런 내 행동은 곧 나를 쫓아 플라이 마법으로 공중에 뜬 트레모스에 의해 중단되고 말았다. 녀석은 지금까지 내가 본 적 없는 그런 표정으로 내가 쏘 는 마나 덩어리를 쳐내고는 내 손목을 잡고 땅으로 나를 끌어 내렸던 것이다. "뭣 하는 짓이냐!" "뭘?"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을 정도였는지 트레모스의 목소리가 심하게 갈라져 있었다. 하지만 녀석이 그렇게 화를 낸다고 해도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거나 하진 않을 것이 기에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녀석의 화를 돋궜다. 힐끔 주변을 살펴보니, 란이 내 행동에 고개를 끄덕이는게 보였다. 그녀도 트레모 스 보다는 내 의견에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라이너야 내가 어떤 길을 가든 쫓아 올 녀석이었고... "내 말이 말 같지 않은 거냐! 왜 그렇게 죽으려는 거냐고! 이곳이 그렇게 우습게 보이냐! 네가 그렇게 강한 존재로 보이냐고!" 트레모스는 평소 쓰지 않던 식으로 말을 하며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언제나 자 신이 지상 최고이며, 누구도 자신보다 나은 능력을 가진 이는 없는 것처럼, 거만하 게 행동하던 그였는데, 지금의 모습은 그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이..이 녀석!' "트레모스! 지금까지 내가 한 행동으로 누군가가 왔냐? 아무런 변화도 없잖아! 이 렇게 마법을 난사해도 말야!" 슈슝~! 나는 녀석이 보는 앞에서 다시 이미 허허 벌판이 되버린 곳을 향해 왼손을 들어 마나를 방출했다. 내 마나가 나가는 길을 막을 만한 것이 그곳엔 없었기에 왼 쪽으로 쏘아져 간 마나 덩어리는 계속해서 날아갈 듯 보였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 지 빠른 속도로 날아가던 마나 덩어리가 눈 깜짝할 사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어..어라?" 나는 트레모스가 지금 과민 반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시키려고 좀 전과 같은 행동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내 행동은 내 입을 막아버리고 말았다. '저..저게 어떻게 된거지? 갑자기 마나가 사라져버리다니?' 내 주변에 온 신경을 다해 아무리 살펴봐도 그 어떤 흔적도 없었기에 내 머릿속에 서 생겨난 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리넨이 트레모스와 한참 다투고 있을 때 그들은 모르는 듯 했지만 그들 곁에는 한 쌍의 남녀가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릴 것 같은 푸른 머리카락을 갖고 있는 이노와 은발의 쉐이트론이 바로 그들이었는데, 그 둘은 자신들 주변에 어떤 장치를 해놓은 것 같았다. 리넨 일행이 그들을 전혀 느끼거나 볼 수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으니까! 즉 리넨과 트레모스는 그들이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 도 모른 채 계속 말다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주변에서는 란과 라이너가 그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고... 리넨 일행에게 관심이 있던 이노는 그들을 찾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갑작스런 폭발 음에 이곳으로 달려온 터였다. "이것들이 남의 숲을 누구 허락 받고 파괴하는 거야!" 호기심에 이곳으로 온 이노였지만, 죽음의 숲을 마구 파괴하는 누군가의 행동에 화 가 난 모양이었다. 하지만 숲을 파괴한 인물이 리넨임을 알고는 그녀의 표정은 순 식간에 바뀌고 말았다. "호오~! 인간이었잖아? 이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며 내 심기를 건드릴 존재는 멍청 한 드래곤들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인간이었군!" 리넨을 쳐다보며 이노가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그녀는 곧 주변의 다른 인물들에게 로 시선을 옮겼다. 쉐이트론이 말한 두 명의 인간이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특이한 일행이군! 드래곤, 반인마족, 인간... 후훗~ 그런데 실력은 모두 뛰어나!" 재밌다는 듯 입을 여는 이노였지만, 쉐이트론은 그런 리넨의 일행에 관심이 별로 없는 듯 했다. 그의 모든 신경은 이미 이노에게 가 있는 듯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 고 계속 그녀만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맞장구는 쳐 주고 있었다. 그래야 그녀가 더 즐거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라도 하듯! "확실히 인간치고는 오르기 힘든 경지에 올랐지. 저 나이에 벌써 8클래스를 마스터 하고 있으니 말이야.' 쳐다보고 있지도 않은 그였지만 쉐이트론은 감탄 섞인 말을 하며 이노에게 자신이 본 바를 이야기해줬다. 어깨를 으쓱하는 쉐이트론. 그 모습에 이노의 입가에 장난 끼 어린 미소가 생겨났다. "너도 저 나이 때 이미 저 정도의 경지였어~!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을 자유 자재로 돌아다녔었잖아?" "그랬었지. 쿠쿡" 쉐이트론이 그때를 회상하는 듯 피식 즐거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데 그런 인물이 저기 또 있네? 흥미로워... 너야 내가 옆에서 도와줬다곤 하 지만... 저 인간은... 흠~.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많은 마나를 갖고 있을 수 있는 거지? 그 뿐 아니라 그에 걸맞는 실력까지~!" 이노는 특유의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갖고 싶다는 눈빛으로 리넨을 쳐다보기 시작했 다. "데리고 갈래?" 그리고 그런 그녀의 눈빛에 쉐이트론이 그 속마음을 알아차렸다. 그녀와 지낸 세월 이 그로 하여금 그녀의 눈빛만 봐도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했던 것이다. "그래도 괜찮아?" 쉐이트론이 불편할까봐 입을 연 이노였지만 그녀는 이미 쉐이트론의 대답을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녀의 말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그였으므로. "내가 데려갈까?" 귀찮은 일은 언제나 쉐이트론 차지였기에 이노는 그런 말을 꺼낸 쉐이트론을 바라 보고는 즐거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언제나 뾰루퉁한 표정으로 입술을 조금 내밀고 있었던 그녀였지만, 지금처럼 쉐이트론의 배려가 느껴질 때면 언제나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그녀가 오랜만에 보여준 환한 미소가 순식간 에 싸늘하게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슈슝! 이노를 향해 날아오는 강력한 마나 덩어리! 그것은 전기 성격을 띄고 있는지 '치지직' 거리는 노란 전기 띠를 구 주변에 감고 이노를 향해 빠른 속도로 쏘아져 오고 있었다. "감히!" 이노의 미소가 얼굴에서 사라지는 것을 본 쉐이트론은 손을 들어 이노에게로 다가 오는 마나 구를 멀찌감치 소멸시켜 버렸다. 언제나 웃을 것만 같던 쉐이트론의 표 정이 이노와 같이 싸늘하게 식는 순간이었다. "저 인간은 내가 집까지 데리고 가도록 하지!" 화가 난 쉐이트론의 목소리에 이노의 표정이 잠시 부드러워졌다. "그렇게 해~! 하지만 너무 심하게 다루진 말라고, 이것, 저것 알아볼게 있으니까~. " 이노의 말에 쉐이트론이 주변에 쳐져 있던 막을 소멸시키고는 순식간에 몸을 리넨 의 곁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그런 움직임은 사라진 마나 구를 바라보는 리넨의 표정에 멍함이 사라지기 전에 끝나 그를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 갑자기 자신의 시야를 가리는 존재! 그 존재에 멍한 표정을 지우려 한 리넨이었지 만, 그는 그 표정을 지우기 전에 또 다른 황당함에 아까보다 더한 표정이 되며 몸 을 앞으로 쓰러뜨리고 말았는데 이것은 쉐이트론의 몸이 리넨의 앞으로 이동된 직 후 그의 손이 리넨의 복부를 거세게 강타했기 때문이다. "커억!" 리넨의 신음소리에 트레모스, 라이너, 란이 경계의 눈빛이 되어 쉐이트론을 포위했 다. 갑자기 등장한 쉐이트론의 모습에 모두 당황한 모습이 역역했지만, 신음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리넨을 보는 순간 그들은 순식간에 모두 검을 뽑아 들었다. 뽑혀진 그들의 검에 맑은 금속음이 들려오며 위협적인 상황을 알려왔지만 쉐이트론은 그 런 그들의 모습을 한번 훑어볼 뿐, 겁을 먹거나 하지는 않았다. 쉐이트론의 눈빛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는데, 그것은 이노와 같이 있을 때는 절대 볼 수 없는 종류의 싸늘한 눈빛이었다. 그는 주변에서 자신을 경계해 검을 들고 있다는 것도 무시하고 는 다시 자신의 팔에 쓰러진 리넨을 쳐다봤다. 마치 좀 전에 한 대 때린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눈빛을 하고서 말이다. "누..누구냐!" 갑작스런 쉐이트론의 등장에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트레모스였다. 그는 조금 전, 사내가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 그의 기척을 느낄 수 없음을 떠올리며 잔뜩 몸을 긴장시켰다. 하지만 전투 자세를 잡고 있던 트레모스에게 들려온 말은 쉐이트론의 관심없다는 말뿐이었다. "당신들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우린 관심 있어! 리넨을 놔라!" "놓아주시오!" 트레모스와 라이너가 무서운 눈빛으로 쉐이트론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쉐이 트론은 그런 그들의 행동이 별로 상관하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았다. "이 인물은 저와 볼일이 있어서 이만!" 일행들 앞에서 사라지려는 쉐이트론! 그가 텔레포트로 자리 이동을 하려는 것을 안 트레모스는 당황해 하면서 즉시 쉐이트론을 향해 조심스런 공격을 날렸다. 그의 가슴에 안겨 있는 리넨 때문에 마음대로 공격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타탓! 트레모스는 직감적으로 눈앞의 사내가 마법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간 파하고 그에게 스피아를 날렸다. 검술의 공격! 그의 움직임은 그동안 잘 갈고 닦은 덕분인지 아슬아슬하게 쉐이트론의 몸을 스치게 했다. 쉐이트론이 그 자리에서 몸을 이동시켜 스피아를 피했던 것이다. 하지만 스피아의 아슬아슬한 검날은 쉐이트론도 확실히 느낀 것 같았다. 그의 싸늘이 식었던 표정이 분노로 달아오르는 것을 보면. "관심 없다고 했더니, 제 관심을 끄는 것입니까?" 또박또박 존댓말을 써가며 말을 하는 쉐이트론을 보면서 트레모스 외의 인물은 그 가 꽤 무서운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싸우는 상황에서도 상 대방에게 존댓말을 쓴다는 것은 보통의 정신구조로는 어려운 것이었기에... "흥! 내 알바 아니다! 넌 리넨이나 내놔!" 트레모스는 처음 자신이 느끼지 못한 기척에 조심스런 행동을 취했지만, 지금은 확 연히 느껴지는 쉐이트론의 기척에 점점 자신감을 되찾아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 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눈앞의 인물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발전해 그로하여금 스피아를 현란하게 움직이게끔 만들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간만인듯..험험... 역시 사람은 안하던 짓(???)을 하면...험험... 병나나 봐요..ㅋㅋㅋ 앞으로는 예전처럼...퍽! (T_T 힝..글타구 글케 큰 것을....) 암튼 건 글쿠...ㅡㅡ ㅎㅎㅎ 리넨의 납치임돠~ 저것을 혼자 보낼지, 란과 보낼지 고심중... 흠냐리~ 그럼, 즐건 하루 되시구용 빠시~ <연금술사>-34-5 트레모스와 쉐이트론의 대결. 쓰러진 리넨을 안고 있는 쉐이트론은 교묘하게 트레 모스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는 트레모스가 리넨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점을 알아차리고, 트레모스의 공격을 느껴질 때면 언제나 리넨을 자신의 앞으로 오게끔 방향을 틀어 트레모스의 공격을 무마시켰다. 무표정하게 리넨을 앞으로 내미는 쉐이트론. 그런 그의 행동에 트레모스는 엄청난 분노를 느껴야만 했다지만 그로서는 그 분노를 밖으로 터트릴 수 없었다. 쉐이트론 을 공격함으로써 분노를 표출하려하면 어김없이 트레모스의 시야에 리넨이 들어왔 으므로 공격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뒤에서 공 격할 틈을 찾는 라이너와 란도 마찬가지였다. 트레모스의 마법과 검술이 병합된 형식의 공격에도 여유롭게 쉐이트론이 상처하나 입지 않고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의 팔 안에 있는 리넨 때문이었다. 라이너 와 란도 쉐이트론을 향해 공격을 가했지만 그런 공격에도 쉐이트론은 여유로와 보 였다. 물론 쉐이트론의 손에 리넨이 없었다면 이 싸움은 이렇게 질질 끌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쉐이트론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진짜 실력을 발휘하는 드래곤을 이 길 정도로 강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트레모스가 가장 잘 느끼 고 있었다. 눈앞의 은발의 사내가 몸놀림이 빠르고, 트레모스가 쓰는 마법을 모두 차단시키고 있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최선을 다히자 못하는 트레모스의 공격 을 막은 것뿐이라는 것을 트레모스 자신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둘 사이에 공격할 틈을 찾고 있던 라이너는 쉐이트론이 트레모스 쪽으로 리넨을 내 밀고 있을 때 그의 뒤쪽을 공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라이너의 이런 공격은 매번 교 묘한 쉐이트론의 발놀림에 의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젠장! 리넨 님을 놓아라!" 비겁한 은발 사내의 행동에 화가 난 라이너의 말이었는데 그의 말투는 어느새 변해 있었다. 그런 라이너의 변화에 일행들은 지금의 상황이 한눈 팔 정도로 여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라이너의 흥분한 모습이 생소하다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그런 라이너의 변화에도 쉐이트론은 손에 들고 있던 리넨을 놓을 생각을 하 지 않았다. 아니 생각뿐 아니라 그는 라이너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으며, 그의 말을 무시해버렸다. 리넨이라는 인물에 대해 의지하고 있던 부분이 컸었는지 란, 라이너, 트레모스 할 것 없이 그들은 지금 속으로 매우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이대로 그를 잃어버리게 되 기라도 한다면 하는 생각에 그들의 손은 잔뜩 긴장해 약하게 떨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빈틈이 보이는 쉐이트론을 향해 그들은 떨리는 팔에 힘을 주 고는 일시에 검을 휘둘렀다. "당신들과 시간낭비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벌떼들처럼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존재들을 바라보며 쉐이트론이 입을 열었다. 그 리고 칼을 들고 자신을 향해 오는 라이너에게 그는 기척도 없이 정지 마법을 걸었 고 그 뒤의 란에게도 똑같은 마법을 걸어 둘의 움직임을 지연시켰다. 즉 자신의 곁 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그들의 발을 묶어둔 것이다. 라이너와 란의 경우 정지 마 법을 정신력으로 깰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만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 했다. 그 사실을 안 쉐이트론은 그런 간단한 방법으로 둘의 접근을 막아냈다. 그는 굳이 그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는지 그들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시간을 조금 늦추는 것으로 그들에 대핸 공격을 마쳤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까다로운 상대, 트레모스에게는 좀 다른 방법을 적용했다. 라이너와 란의 발을 묶었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트레모스의 접근을 지연시킬 수 없음을 안 쉐이트론이었기에 그는 다른 방법을 택한 것이다. 자신의 가슴 쪽으로 리넨을 다시 고쳐 안은 쉐이트론은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 달려 드는 트레모스을 쳐다보다가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는 트레모스를 향해 리넨을 방패삼아 앞으로 빠르게 다가갔던 것이다. 그가 그렇게 대처하자, 트레모스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그대로 계속 앞으로 전진한다면 마주 달려오는 은발 사내의 가슴에 있는 리넨의 몸에 자신의 검 스피아가 관통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트레모스는 늘 자신의 공격을 피하기만 하던 그가 갑자기 자신 쪽으로 돌진해 들어 오자, 적지 않게 당황하며 몸을 돌려 그를 피하기에 바빴다. 앞으로 가던 속력이 있어 쉽게 뒤로 몸을 뺄 수 없는 그! 결국 트레모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쉐이트론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방법을 택했다. 즉 트레모스는 쉐이트론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마자, 손에 든 스피아를 제일 먼저 아래로 내려 땅에 꽂고는 달려가던 속도를 줄였던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쏠린 무게중심을 스피아를 이용해 최대한 옆으로 돌렸다. 갑작스런 무리한 행동에 트레모스의 몸이 왼쪽으로 거의 쓰 러지다시피 되었지만 그는 그런 자신의 몸은 신경쓰지 않고 최대한 쓰러지는 힘을 이용해 몸을 옆으로 굴렸다. 자신의 검 스피아가 리넨의 몸을 상하게 하는 가능성 을 줄이기 위해, 그로부터 멀리 떨어지려 한 것이었다. 그리고 트레모스의 그런 노 력은 간신히 쉐이트론이 그의 곁을 스치고 가면서 성공하는 것 같았다. 트레모스는 은발의 사내가 자신과 같이 방향을 틀어 스피아가 있는 쪽으로 리넨을 들이밀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옆으로 몸을 굴려 그를 피한 다음에도 검날이 땅바닥을 향하도록 땅에 스피아를 쑤셔 박았다. 하지만 왼쪽으로 쓰러져 몸 을 굴린 트레모스는 자신을 향해 달려와야 할 쉐이트론을 느낄 수 없었다. 아니 뒤 에 존재해야 할 그의 존재 자체를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서..설마?" 불안한 마음에 그는 고개를 빠르게 뒤로 돌려지만 그곳에는 역시나 은발의 사내와 그 사내의 품에 안겨 있던 리넨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젠장--!" 그는 자신이 쉐이트론의 속임수에 넘어갔다는 것을 깨달으며 소리를 내질렀다. 그 소리는 쉐이트론의 속임수에 속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는 듯 괴롭게 주변으로 울려퍼지고 있었다. "리넨을 데려간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 녀석을 죽일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았어 야 했는데!" 자신의 과실을 탓하는 트레모스였지만, 만약 그런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그는 리넨 의 몸에 상처를 입히는 것 같은 행동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기 시작한 트레모스는 처음 자신들과 싸우고 싶어하지 않은 은발 사내의 태도를 기억해냈다. 그가 처음 한 행동은 단지 리넨을 안고 사라지려 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도! "바보같이!" 자신의 어리석음에 화가 난 트레모스는 지금의 상황에 이렇다할 해결책을 모색하기 보다는 자신을 탓하는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리넨 님--!" 하지만 곧 들려오는 화가난 라이너의 목소리는 트레모스에게 현실을 직시하게끔 만 들었다.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지! 그 놈을 쫓아야 해!" 텔레포트로 사라진 그를 찾는게 가능할 리 없었지만 트레모스는 포기하지 않고 그 의 흔적을 쫓으려 했다. 텔레포트로 공간 이동을 하면 순식간에 먼 거리까지 이동 하므로 그의 기운을 느끼지 못하는 한 뒤쫓아간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지금 은 은발 사내의 능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알 수 없었기에 얼마나 멀리 갔는지도 알 수 없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변에서부터 추적해 나가야..."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면 안되지!" 트레모스는 갑자기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에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뒤에서 들려온 여인의 목소리에 긴장을 할 그가 아니었지만 이번만은 그렇지 않은 듯, 라이너, 란의 눈에도 보일 정도로 그는 몸을 떨고 있었던 것이다. "서..설마?"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바라본 여인의 모습에 그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다..당신은!" 동그랗게 떠진 두 눈은 믿고 싶지 않은 현실에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려져 있던 스피아를 잡고 있던 손힘도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쉐이트 론을 상대하면서 느꼈던 불안감이 서서히 겉으로 들어나는 것 같은 공포를 트레모 스는 숨길 수 없었던 것이다. "날 아나?" 하지만 그런 트레모스의 모습에 여인은 단순히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말대답을 했을 뿐이었다. "......!" 그런 여인의 반응에 트레모스는 크게 당황한 듯 입을 다물고는 빠르게 두 눈동자를 굴리기 시작했다. 쉐이트론과 같이온 여인 이노. 그녀는 트레모스의 반응에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반짝 였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트레모스는 더욱 당황해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뭔가를 정신 없이 생각하는 듯 두 눈동자를 굴리기에 바쁜 트레모스! 그런 모습에 이노 역 시 트레모스에 대해 생각해보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옆에서 들려온 라이너의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에 트레모스에 대한 생각을 이을 수 없었다. "너는 누구냐!" 그제서야 정지 마법을 완전히 풀었는지, 굳었던 몸을 움직이며 라이너가 입을 열었 다. "그런걸 왜 내가 말해야 하지?" 라이너의 질문에 대답하는 이노의 목소리는 네까짓게 알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듯 차갑고 정떨어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런 목소리에 움찔할 라이너가 아 니었다. 라이너는 오히려 지금 눈앞의 여인이 리넨을 데리고 사라진 은발의 사내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으며 조금이라도 더 그녀에게서 정보를 얻어 내려 했다. "그렇다면 리넨 님을 어디로 데려간 것인지 말해라!" "리넨? 그게 그 녀석의 이름인가 보지?" 눈을 살며시 내린 그녀는 고개를 돌려 라이너를 무시하고는 다시 자신의 호기심을 부추긴 트레모스를 쳐다보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생각은 무모하게 달려드는 라이너에 의해 멈춰질 수밖에 없었다. "이야---앗!" 라이너는 직감적으로 눈앞의 여인이 아까 은발의 사내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대로 이 여인마저 사라지고 만다면 그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리넨의 행방은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그를 지배하 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그에게 눈앞의 여인을 향해 달려가는 것같은 무 모한 행동을 하게끔 만들었다. 라이너에게 있어 이런 행동은 조금이라도 그녀를 붙 잡아 리넨을 어디로 끌고 갔는지 그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그가 택한 어리석지만 필사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라이너는 그런 방법을 어리석다고 생각할 틈도 없었 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여인을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으니... 커다란 기합소리로 순식간에 다크로드에 검푸른 불꽃을 생성한 라이너! 그는 자신 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다크로드에 쏟아 부었는지, 지금까지 보여준 적이 없 는 규모의 불꽃을 생성하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검푸른 불꽃이 그의 머리색과 조화 를 이뤄 마치 그의 몸 자체가 검푸른 불꽃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노를 향해 달려가는 라이너는 얼핏 트레모스의 '안돼'라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지만 이내 그 목소리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는 검푸른 불꽃과 하나가 되어 무서운 기세로 여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라이너의 그런 모습은 마치 지옥의 불꽃이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 도로 위협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런 라이너의 모습에 이노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조용히 라이너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녀의 작은 변화. 손을 들어올린 이노는 라이 너의 몸이 자신의 펼쳐진 손바닥에 닿기까지 기다리는 듯 조용히 그가 다가오길 기 다렸다.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라이너였지만 이노의 눈에는 마치 그가 걸어서 오는 것 처럼 보이는 듯, 그녀의 얼굴에는 지겨움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그 지겨움은 라이 너가 자신의 손바닥에 닿을 것 같은 순간 사라졌다. 퍼벙! 라이너의 다크로드가 자신을 향해 뻗은 손을 공격하게 위해 휘둘러지는 순간 그의 몸은 교묘하게 다크로드를 피해버리는 이노의 손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지고 말았다 라이너는 자신의 공격에 그녀가 다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충분히 본능으로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랬기에 더 그는 필사적으로 그녀의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라이너의 손에서 무섭게 검푸른 불꽃을 생성하던 다크로드는 이 노에게 채 다가가기 전에 순식간에 그녀와의 거리를 다시 넓혀야만 했다. 뭔가 가스가 폭발하는 것과 같은 폭발음과 함께 라이너의 몸 뒤로 거세게 밀어버렸 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딛고 있던 땅과 함께 밀리듯 라이너의 발은 점점 땅 속 깊 게 박히면서 뒤로 빠르게 밀려나기 시작했다. 뒤로 밀리던 라이너는 중심을 잡기위 해 다크로드를 고쳐 잡았지만 그의 능력으로는 뒤로 밀리는 힘을 버티기 힘든 것 같았다. 흐릿해지는 시야사이로 이노의 모습을 본 라이너. 그는 커다란 절망감을 맛보며 자 신의 몸이 더 이상 밀리지 않게 하는 등뒤의 뭔가를 느끼고는 곧 피를 토히며 의식 을 잃었다. "크헉-!" 검붉은 피는 그의 몸이 멈추자마자 입가에서 분수처럼 터져 나왔는데, 그 사이로 그의 몸의 일부인 내장도 섞여있는 듯 바닥에 떨어진 검붉은 피 사이로 살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라이너는 좀 전 이노의 공격에 몸을 심하게 다친 것 같았다. 겉으로 보기에 그의 몸에는 상처하나 보이지 않았다. 변한 것이라고는 그의 등 뒤 갈기갈기 찢어진 옷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변화는 라이너의 몸 안을 들쑤셔놓기라도 한 것처 럼 쉴새없이 라이너로 하여금 피를 토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정신을 잃은 이 후에도 마치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모든 피를 밖으로 쏟아내려는 듯 계속해서 피를 토해냈다. 아무렇지 않게 손을 뻗은 이노의 공격. 그녀는 한번의 공격으로 라이너를 죽이려 했는지 아무런 표정변화 없이 강한 공격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라이너를 멀리 날 려버렸다. 그리고 피를 토하고 쓰러진 라이너의 모습에 당연하다는 표정을 하고는 그 뒤로 라이너를 안고 있는 트레모스를 쳐다봤다. 피를 토하며 쓰러진 라이너의 뒤에서 그를 지탱해준 트레모스는 자신의 손이 닿은 부분의 옷이 너덜너덜하게 변한 것을 보고는 얼굴을 굳혔다. "어리석게..." 침울하게 입을 연 트레모스. 그는 라이너가 왜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했는지 그 이 유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두려움에 하지 못했던 어리석은 행동을 말이다. "너도 내게 덤빌 것이냐?" 이노는 아직 움직이지 못하는 란을 무시하고는 트레모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흥! 여전히 그 성질하나는 더럽군!" 트레모스는 조금 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으로 이노의 화를 돋구고 있었다. "여전...히?" 하지만 이노는 그런 트레모스의 말에 별로 화가난 것 같지는 않았다. "호오~! 이제보니 넌 그때 그 어리석은 새끼 드래곤이로군! 눈물까지 질질 흘리며 살려달라고 애원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곳에 다시 들어온건 별로 살고 싶지 않 기 때문인가 보지?" 약올리는 말투와는 어울리지 않게 살기 어린 눈빛을 보내는 이노. 그녀의 모습은 쉐이트론과 함께 있을 때의 장난기 어린 표정이 아니었다. "그때는 어렸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은 내 상대가 될 것 같아 나를 찾아온 것이냐?" "......" 트레모스는 눈앞의 여인의 말에 대답할 말을 고를 수 없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자신은 그녀를 이길 수 없었으니까! "그때는 처음이라 살려 돌려버렸는데, 지금도 그때와 같을거라 생각지 말아라. 숲 을 파괴하지 말라는 내 말을 무시한건 너니까!" 그 말을 끝으로 이노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엄청 허무하게 당하는 라이너..ㅡㅡ;;;;;;; 헐헐... 이노가 넘넘 강해서 그런거지 결코 라이너가 약한건..아녀요..쿠..쿨럭 <연금술사>-35-1 노을이 지는 오두막집의 서재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며 이노를 기다리던 쉐이트론은 벌컥 열리는 현관문 소리에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읽고 있던 책을 탁자 위에 올려 놓고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오랜만에 즐거운 나들이를 했는지 현관을 들어서는 이노의 볼이 붉게 상기되어 있 었고, 평상시보다 밝은 웃음을 지으며 즐거워하는 표정이 쉐이트론의 눈에 들어왔 다. 그녀의 그런 평소와 다른 변화에 쉐이트론은 자신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녀의 곁에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한 인물이 동행하고 있었다. 힘없이 축 늘어져 이노의 손에 질질 끌려온 푸른 머리의 여인은 바로 란이었는데 그녀 역시 리넨과 마찬가지로 기절한 채로 이 오두막집으로 끌려 온 것이다. "이노, 그..그녀는?" 갑자기 이방인을 데리고 온 이노. "아, 아까 싸우던 녀석들과 같이 있던 아인데, 꽤 마음에 들어서 데리고 왔어." "마음에... 들어서?" 쉐이트론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노가 데려온 란을 쳐다봤다. 이노보다 따 뜻한 느낌의 푸른 머리카락, 그리고 부드러워보이는 브라운 계열의 피부. 감겨진 눈위로 그녀의 긴 속눈썹이 보이고 있었다. 객관적인 입장으로 예쁘게 생겼다고 할 수 있었지만, 쉐이트론이 보기에 마음에 드는 부분은 없는 여자였다. 그래서 그런 지 이노가 그 여자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쉐이트론은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의 모습에 이노가 피식 웃으며 란을 푹신한 의자에 내려놓았다. "저 아이, 이름이 란이래. 뭐, 내가 마음에 든 부분은 너랑 닮았기 때문이야." "나랑 닮아?" 계속 이해할 수 없는 말만 하는 이노 때문에 쉐이트론은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자신의 란이랑 닮았는지, 그로서는 절대 이해 불가능이었던 것이다. "크큭, 너랑 저 아이는 매우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아름다움을 퇴색시 키려는 듯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절대 웃지 않아. 그리고 무감각하게 흘러나오는 말투도 비슷하지. 저 아이의 첫인상이 처음 너를 만났을 때와 너무도 닮아서 말야. " 이노의 말에 쉐이트론의 눈이 잠시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찾지 못하는 것 같았 다. "키둑. 아무튼 재미있을 것 같아서 데려왔어~! 뭐, 앞으론 이 아이에게 이것, 저것 시킬테니 이젠 너도 좀 편해질 거야~." 이노의 말에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린 쉐이트론은 그녀가 생각하는 귀찮은 일이 자 신의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배려를 무시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앞으로 편하게 이노랑 지낼 수 있겠군!" "크큭, 그렇지~!" 밝은 미소의 쉐이트론을 본 이노는 그 미소에 답하듯 아름다운 웃음으로 그를 마주 보았다. "참, 그 녀석은?" "지하, 실험실에 데려다 놨어." 이노가 쓰는 지하 실험실. 대부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는 이노였기에, 쉐이트론 은 리넨을 지하 실험실에 놔뒀다. 그 주변에 강력한 결계를 쳐두어, 그가 깨어나도 절대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는 말이다. "호오~! 그래? 아직 안깨어났겠지? 가서 살펴봐야겠군. 이 아이도 일을 시키기 전 에 손 좀 봐야하고 말야." 이노는 삶의 패턴이 바뀌는 것에 흥미를 느꼈는지 반짝거리는 눈빛을 바꾸지 않고 지하 실험실로 발을 옮겼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숨이 막힐 듯한 고통 속에서 은발의 사내를 얼핏 본 것뿐이었 다. 정신을 잃기 전 그가 내 가슴을 매우 세게 쳤다는 것 이외에는 기억나는 부분 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내가 왜 이곳에 혼자 떨어져 있어야 하는지, 이곳이 어 디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순식간에 내 앞으로 다가와 방어할 틈도 주지 않고 나를 기절시켰던 것이 그 은발 의 사내니 나를 이리로 데려온 것도 그인건가?' 정신을 차린 이후 난 기절하기 전과는 달리 가슴 쪽에 고통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무의식적으로 그곳에 손을 가져갔다. '멀쩡하군... 그런데 그가 왜 내가 공격을 받아야 했던거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도 없는 사내가 나를 공격한 이유. 갑자기 사라진 내 마나 구와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생각들 을 정리하기 위해,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상상력을 동원해 머릿속으로 화면을 만들 어 나갔다. '그 마나 구가 사리진 것은 아마 그 사내가 소멸시켜버렸기 때문인 것 같군. 그쪽 에서 나타났으니 말이야. 그럼 자신이 있는 쪽으로 내가 마나 구를 날려 화가 났기 때문에 나를 공격한 건가? 흠~. 내가 마나 구를 날리기 전 그 장소에는 아무도 없 었는데... 만약 그가 그곳에 있었다면 자신의 기척을 모두 숨겼다는 말이 되는군. 허허... 그런 것이 가능한가? 그렇다면 그는 보통 능력을 가진 사람은 아니겠군! 트레모스도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 나랑 계속 말다툼을 하고 있었으니 그 녀석 역시 그 은발 사내의 기척을 못느꼈다는 말이 되는건데... 흠~. 드래곤이 느끼지 못하 게 기척을 숨길 수 있을 정도라니... 대단하군!' 마나 구가 날아간 방향에서 나타난 사내를 떠올린 나는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결론 을 내렸다. 그리고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시선을 주변으로 돌렸다. 그리 밝지 않은 조명 때문에 나는 주변의 사물을 관찰하기 위해서 눈을 어둠에 익 숙하게 만들어야만 했다. 잠시후 눈이 어두운 조명에 익숙해지자 처음엔 희미하던 윤곽들이 서서히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 넓지도 좁지도 않은 방에 사면은 모두 천장까지 닿을 것 같은 장식장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리고 깨끗하게 정리되 어 있는 책상과 그 위에 펼쳐진 실험 재료들. 누군가 나와 비슷한 취미를 갖고 있 는 자가 있는 건지 방안을 한번 훑어본 나는 이 방 주인에 대해 나와 비슷한 사람 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예전 키에라도와 실험하던 그곳과 비슷한 구조군. 틀린 점이라면 실험 재료들이 더 많다는 것이겠지만... 흠~. 근데 뭘 저렇게 많이 갖다 놓은거지?' 만물상에라도 들어온 것처럼 여기저기 희귀한 물건들이 가득한 장식장 안을 들여다 보며 나는 이 방의 주인이 재료를 선택하는 기준에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식장 안의 재료들은 구하기 힘든 약재들이 대부분으로 한눈에 보기에도 그 질이 매우 뛰어난 것들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호~오! 저것은 이미 멸종된 것으로 기록되어진게 아닌가!' 한쪽 장식장 안에 있는 붉은 열매. 그것은 내가 전에 책에서 본 적 있는 식물이었 다. 그 책이 너무도 오래된 거라 이름부분은 지워져 있어, 그 식물의 모양과 특징 만 알 수 있었는데, 책에 나와 있던 모양과 장식장 안의 식물의 모양이 일치하고 있었다. '그 책에 따르면 저건 이미 멸종되어 지금은 저것 대신 다른 식물이 쓰인다고 했는 데... 사람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일종의 마약과도 같은 기능을 갖고 있다고 했었지 아마?'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식물을 본 나는 더 유심히 장식장 안을 차지하고 있는 것들 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모두 일정한 모양의 병에 담겨 있는 여러 가지 재료들. 어 떤 것은 액체만 담겨 있었고, 어떤 것은 그 안에 식물이나 동물의 조직 일부가 담 겨 있었다. 즉 내가 깨어난 곳은 완벽한 실험실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방이 었던 것이다. 내 주변의 장식장을 자세히 훑어본 나는 이곳에 존재하는 것들이 대부분 지금은 존 재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것들이거나, 구하기 어려운 재료들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을 만약 아르넨이 봤다면, 모두 갖고 가겠다고 난리를 칠게 분명해.' 주변의 가격을 매길 수 없는 물건들을 바라보며 나는 누군지 몰라도 이곳의 장식장 을 채운 인물에게 감탄하고 있었다. 이 정도의 방을 꾸밀려면 보통의 노력과 정성 이 아니고는 힘들 것이 분명했으므로. 어느 정도 주변을 관찰이 끝난 나는 조심스럽게 앉아 있던 몸을 일으켜 바닥에 내 려섰다. '이곳이 대체 어디지? 분명 어떤 집 내부인 것 같긴 한데... 근데 몸에 대한 아무 런 제약이 없네?'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을 보면, 그 은발의 사내는 내게 뭔가 용건이 있었을 것이 다. 그런데 아무런 제약 없이 이런 곳에 그냥 놓아두다니! '도망가도 괜찮다는 건가? 단지 일행에게서 떨어뜨려 놓으려는?' 그런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음을 느낀 나는 바로 일행에게로 가볼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이 방의 분위기가 내 호기심을 자극하며 조금 더 이곳에 대해 알아 보라고 부추기고 있어, 일행에게로 가는 것은 조금 뒤로 미루기로 했다. 탁탁. 단단한 바닥에 내 발자국 소리가 조용히 울리고 있었다. "아무도 없을리 없을텐...으악!" 내가 있던 방을 나가려고 문가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던 나는 갑자기 찌릿한 전류가 온몸을 감싸는 느낌에 깜짝 놀라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뭐..뭐얏!" 상처를 입을 정도의 충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정도도 아 니었다. 마나를 튕겨내는 프로시아 덕분인지 내게 그리 큰 피해는 없었지만 그래도 느린 내 움직임으로 인해 전기 충격을 준 요인을 완벽히 튕겨내지는 못했다. '저게 대체 뭐야?' 갑자기 모든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은 느낌에 나는 정신을 집중해 눈앞에 있는 뭔 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지 않아 나는 내게 그런 충격을 준 요인이 뭔지 어 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다. '이런~! 내 주변으로 일정 거리에 마나가 뭉쳐있잖아?' 내가 처한 상황과 주변의 신기한 사물들에 의해 잠시 주변에 대한 경계심을 떨어뜨 렸던 나는 나를 중심으로 반구 모양으로 마나가 뭉쳐있는 것을 느끼며 이마를 찌푸 렸다. '나를 가둬두려는 건가?' 내 손발에 아무런 제약이 없어, 잠시 상황을 쉽게 생각했던 건지도 몰랐다. '흥! 이런 것을 설치해 둔다고 내가 못 빠져나가리라 생각한건 아니겠지?' 은발 사내의 갑작스런 기습공격에 너무도 쉽게 이곳까지 끌려온 나였지만 이 정도 의 장애물을 없애지 못할 것 같지는 않았기에 나는 콧웃음을 치며 내 앞에 뭉쳐있 는 마나에 서서히 내 의지를 집어넣어 내 뜻대로 그것을 움직여 보기 시작했다. '마나라는 것은 그것이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모두 같지.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본래의 기원은 같은 것 아니겠어?' 타인의 몸 안에 있는 마나도 이미 예전에 내 마음대로 조절해 본 적이 많은 나였다 마나를 이용한 치료도 그런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그 사람의 몸 안의 마나를 약 간의 내 마나와 융합시켜 움직이는 것이었다. 내 마나가 조금이라도 들어가는 것은 좀더 수월하게 상대방의 마나를 조정하기 위해서였다. '이건 인간이 아닌 단지 결계일 뿐이다. 인간이라면 내가 움직이고자 하는 마나의 방향에 거부 반응을 보일 수 있겠지만... 단지 이런 식의 설치와 같은 것이라면, 스스로의 의지가 없기 때문에 좀 더 수월하게 파괴할 수 있지!' 지금까지 꽤 많은 사람들의 몸을 마나를 이용해 치료해 왔고, 마법을 사용함에 있 어서도 주문보다는 마나에 성격을 부여해 사용해왔기 때문에 내게 있어 이런 결계 를 무너뜨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서서히 내 뜻에 따라 움직이는 결계의 마나가 느껴지면서 사실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그 결계를 파괴할 수는 없었다. '호오~! 이거 보통 결계가 아니잖아?' 보통의 결계란 누군가를 가둬두거나 뭔가를 외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설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즉 커다란 보호막이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단지 보호막과 다른 것이 있다면 가까이 접근하게 되면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눈앞의 결 계도 사실은 그런 것의 일종이었고... '강한 충격이 오면 올수록 더 크게 되돌려주는 성질을 갖고 있잖아?' 나는 내 몸의 마나를 주입해 쉽게 결계의 마나를 움직이려 했지만 곧 그에 따른 반 동력에 몸을 약간 움찔해야만 했다. '나처럼 이 결계를 파괴하는 사람에 대한 대비책인가? 흠~. 머리를 좀 썼군! 하지 만 그렇다고 내가 이곳에 갇혀 있을 수는 없지~!' 누군가 결계를 파괴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갖고 내기를 하기라도 한 듯, 나는 갑자기 즐거운 기분이 들어 지금 내가 처한 상황도 잊은 채 결계를 파괴하는 것에 온 정신을 집중시켰다. '내 마나를 거부한다면, 결계를 파괴하는데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내 의지만으로 움직여 보지~!' 나는 주변의 마나를 내 마나와 같이 다루는 능력을 최대화 시켜 옛날의 기억을 되 살리며 서서히 결계의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전 내 몸에 마나를 저장할 수 없었을 때, 나는 주변의 마나를 이용해 약한 마법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지금 그 경험이 이 상황에서 도움이 될 줄이야! 이 결계가 내 마나를 거부한다면 나는 내 의지만으로 결계를 이루는 마나를 움직이면 되는 거지! 후훗~!' 흥미로운 상황에 의욕이 생긴 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생각도 잊은 채 결계를 무너뜨리는 것에 모든 정신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그 집중력은 결국 내게 무너진 결계라는 결과를 가져다줬다. '히유~. 드디어 파괴했군! 근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린 듯 하네?' 너무 정신을 이쪽에 집중하고 있어서 그런지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는지에 대한 정 확한 느낌은 없었지만 조금은 지친 것 같은 몸에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흠~! 그럼, 이곳을 한번 나가 구경이라도 해볼까?' 목운동을 하며 경직된 근육을 풀어준 나는 아까 가려고 했던 문가로 향하려 했다. 이곳에 대한 궁금증과 은발의 사내에 대한 궁금증이 아직도 내 마음속에 강하게 자 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의 내 발걸음은 또 다른 요인에 의해 다시 한 번 멈춰져야만 했다. 짝짝짝! 누군가의 손벽이 마주치는 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퍼졌던 것이다. '누가 있었군!' 박수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전혀 깨닫지 못했던 누군가의 존재. 순간 나는 은발의 사내가 나타나기 전까지 그의 기척을 못느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몸을 긴장시켰다 내가 그 기척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그가 나보다 강한 존재라는 것을 의미했고, 그것은 이곳을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했으므로. "대단하군! 보통 인간과 틀리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쉐이트론이 만들어낸 결계를 부수다니..." 감탄 어린 여인의 목소리에 나는 아까의 전기충격보다 몇 배 강한 충격에 몸을 떨 어야 했다. "쉐..쉐이트론?" 여인의 입에서 나온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걱 정이 아닌 키에라도에게 들은 말이 가득 떠올랐다. '키에라도가 찾으라 한 사람이 쉐이트론이고... 그는 나와 비슷한 나이의 외모를 갖고 있다고...! 그럼... 그 은발의 사내가 쉐이트론?? 하지만 여인과 같이 산다는 말은 하지 않았었는데... 까먹은건가? 아..아니면... 일부러 안 알려준?' "그래~! 너를 이리로 데려온 사람이지. 그건 그렇고 넌 정말 관찰해볼 가치가 있는 인간이야." 나는 그녀의 말을 통해 내 가슴을 쳤던 은발의 사내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때는 너무도 순식간에 정신을 잃어 단지 그 사내가 은발이라는 것밖에는 알 수 없었기에 내 머릿속에서는 단지 은발의 사내모습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잠깐! 혹시 그 쉐이트론이 키에라도라는 인물을 알고 있소?" 죽음의 숲에 살고 있고, 이름이 쉐이트론이라는 자가 두 명일 리 없었지만 나는 다 시 한번 그녀에게서 확인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키..에라도?" 하지만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녀가 아닌 그녀의 뒤에 있던 사내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터벅터벅 걸어 들어온 사내. 그는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바로 그 은발의 사내였다. 그의 말투에서 키에라도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느낀 나는 드디어 이곳, 죽음의 숲에서의 일을 끝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내쉬었다. "당신이 키에라도가 찾던 쉐이트론이었군." "키에라도와 아는 사이입니까?" 높낮이 없는 쉐이트론의 말에 나는 순간 움찔거릴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목소리라 기 보다는 삭막한 사막의 바람소리와 같이 들려왔기에 거부감이 생겼던 것이다. 그 의 목소리는 내게 높임말을 쓰고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들리는 말투와 정 반대의 뜻이 내포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군. 단순히 무미건조한 말투일 뿐인데, 듣고 있노라면 내가 초라해지는 것 같으니...' 쉐이트론의 말투에 당황하긴 했지만 난 곧 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그의 부탁을 받고 당신을 찾으러 왔소. 당신을 한번 만나보고 싶어하던데... 그를 만나주겠소?" 나는 순간 내가 이곳에 왜 왔는지도 잊어버린 채 쉐이트론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 지만 내 질문에 그는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버리며 더 이상의 질문에 대답하 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이런, 저렇게 나오면 안되잖아!' 쉐이트론을 찾아 키에라도에게 간다는 계획이 무너지자 나는 머리를 굴리기에 바빴 다. 하지만 그런 딴 생각은 갑자기 들려온 여인의 말에 중단되고 말았다. "이봐, 이름이 리넨이라고했지?" "어..어떻게 내 이름을?" 갑자기 생전 처음보는 여인의 입에서 내 이름이 흘러나오자,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이들... 나를 이리로 데려오면서 일행과 싸운건가? 그렇다면 그들을 통해 내 이름을 알 수 있었을 수도... 음... 가능성이 있어, 라이너나 트레모스가 가만히 있었을리 없지. 그럼... 그들과 저 쉐이트론, 그리고 눈앞의 여인이 싸웠다는 것?! ' 난 쉐이트론이 나보다 강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으며 눈앞의 여인도 그보다 못하지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강한 자는 강한 자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내가 그리 강하다고는 생각되지는 않았 지만, 내 눈에 눈앞의 여인이 보통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지! 위험해!' "그들을 어찌했소?" 나는 그녀에게 일행의 안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흠~. 죽지는 않았을거다. 뭐, 너랑 같이 있던 여자는 저기 있으니 물어보지 않아 도 될테고..." 낭랑한 목소리의 여인은 내게로 다가오며 질문에 대답해줬다. "여..여인이라면, 란?" 순식간에 돌려진 내 머리. 그녀가 들어온 문가를 쳐다본 나는 그제서야 쉐이트론 옆에 축쳐진 모습으로 기절한 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쉐이트론, 대체 무엇 때문에 나를, 그리고 그녀를 데려온 것이오?" 라이너와 트레모스가 크게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마음속에 묻고 나는 끓어 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혔다. 지금은 그 분노를 터트리기보다는 눈앞의 인물에게서 정보를 빼는게 더 낫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랑 저 아이를 데려온 것은 쉐이트론이 아니라 내 뜻이야. 이유는 호기심 때문이 고." "단순한... 호기심 때문?" 나는 질문에 대답하는 여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가 일부러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피하는 것인지 아님, 원래 정말 호기심 때문에 나와 란을 이곳으로 데려왔 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꽤 위험한 생각으로 나를 데려왔다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 았다. "무료한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가끔 신기한 것들에게 호기심이 생기기 마련이지. 그리고 지금 내 눈에는 그런 호기심을 자아내는 네가 있는 것이고..." "어째서 내가 그 호기심의 대상이 된 것이오?" "그걸 모른다는 건가? 그건 네 자신의 몸에 대해 모른다는 말과 같은데 말야. 너는 인간의 몸으로 8클래스라는 높은 레벨을 터득했고, 4대 정령을 최상급까지 소환해 낼 수 있지! 그리고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무한한 마나를 갖고 있단 말야! 이 정도 의 인간이 눈앞에 있는데 호기심이 생기지 않으면 그게 이상하지 않겠어?" 두 눈을 반짝이며 이런 질문을 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뭔가 싸늘한 냉기가 내 몸을 훑고 지나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냉기는 나로하여금 눈앞의 인물 이 매우 위험한 인물이라는 생각도 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어. 헤치진 않을테니까!" 그녀의 말에 호락호락 넘어갈 내가 아니었기에 나는 다가오는 그녀를 피해 이 방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공간이동이라면 순식간에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테니. 그녀 가 나보다 강할지도 몰랐지만 텔레포트로 이곳을 빠져나간 나를 쫓아올 정도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굳어 있던 내 몸을 유 지시키던 긴장이 서서히 풀려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차피 이곳에서 쉐이트론과의 협상은 결열된 것 같군. 키에라도와 만나고자 하는 마음이 전혀 없어보여... 키에라도에게는 미안하지만... 다른 식으로 약속을 어긴 대가를 치르면 되겠지! 그리고 지금은 결계도 사라진 이후라 텔레포트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으니!' 단호한 쉐이트론의 태도를 느낀 나는 더 이상 그에게 미련을 두지 않고, 눈앞의 여 인이 내뻗는 마수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렸다. "흥, 당신의 말대로 쉽게 될 것 같지는 않군!" 나는 짧은 말로 눈앞의 여인의 정신을 잠시 흩으린 뒤, 그녀의 뒤에 서있는 쉐이트 론에게로 몸을 순간이동시켰다. 이곳을 빠져나가기로 결정한 이상, 란과 같이 가야 만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갑자기 몸을 이동시켰기 때문에 쉽게 쉐이트론에게서 란 을 빼앗을 수 있었다. 축 늘어진 란이 몸이 데리고 가기엔 좀 불편했지만, 금새 그 녀를 가슴에 안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이때까지 나는 쉐이트론과 푸른 머리의 여인에게서 쉽게 빠져나온 것에 대해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 모두 나보다 강한 상대였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어려움 없이 그 방을 빠져나왔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이런 내 실수가 결과적으로 내 발목을 붙잡게 되리라는 것 역시 이때의 나는 알 수 없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겨우 겨우 한편 쓰네요... 정말이지 요즘은 한편 쓰는데 넘 오래 걸려요...^^;; 아, 이노가 요즘 엄청난 미움을 받고 있숨다... 터무니 없게 강한 인물이라..흠냐리~ 뭐...쩝, 하지만 저런 식으로 행동해도 결과적으로 쥔공에게 득(得)이 될 것이기 땜쉬~ 캬캬캬~ 험험..그..그럼, 즐독해주세용~ 빠쉬~ <연금술사>-35-2 얼마 전 죽음의 숲에서는 몇 백년만에 처음으로 엄청난 대 폭발이 있었다. 마치 하 늘에서 수많은 운석들이 죽음의 숲, 한 부분으로 밀집해 떨어진 것과 같은 폭발이. .. 그때의 대지는 불안한 듯 심하게 흔들렸고, 하늘은 대지로부터 올라오는 화염 기둥에 공격받으며 그 색을 짙은 회색으로 바꿨다. 그 뿐 아니라 죽음의 숲 한쪽에 서 일어난 엄청난 폭발의 파장으로 주변이 초토화됐는데, 그것은 리넨이 주변을 정 리했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계속된 폭발이었지만 이때의 폭발로 죽음의 숲 일부분이 사라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폭발 소리가 잦아든 이후 그곳은 순식간에 엄청난 재생력을 가 진 생물들이 허허벌판을 초록의 대지로 만들어버렸다. 그 뿐만 아니라 완전히 사라 진 것처럼 보이던 몬스터들이 이전에 존재했던 수만큼 그곳에 들어와 번식하기 시 작했다. 죽음의 숲은 외부인에게만 죽음의 숲일 뿐이지 그 안에 살고 있는 것들에 게는 생명의 숲인 듯 죽음이 앗아간 모든 것들을 순식간에 되살려놓았던 것이다. 엄청난 대 폭발... 소리도 소리였지만 그 폭발로 인해 일어난 어두운 연기는 멀리 서도 확연히 눈에 띄는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곳에서 일어난 폭 발을 아는 존재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그 주변에 검은 막이라도 씌워놓은 것 처럼 그때 일어난 일이 밖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숲 안에 있었던 존재는 그 일에 대해 너무도 잘 아는 듯 폭발이 있었던 곳에서 거의 미친 듯이 검 을 휘두르고 있었다. 마치 다시 되살아난 그 주변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기라도 한 듯! "죽어랏!" 피에 굶주린 사람처럼 엄청난 속도로 몬스터들을 베고 있는 사내.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검은 몽둥이가 현란한 움직임을 보이며 한번에 두 세 마리씩 몬스터의 몸을 베어나가고 있었다. 그는 검푸른 머리를 산발하고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몬스터 들을 마치 연한 두부를 베듯 죽여갔는데, 그 모습은 제정신의 사람으로 보기 힘들 었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검은색 몽둥이! 그 몽둥이 주변에는 푸른 불꽃이 은은하 게 씌워져 있었는데, 이는 몽둥이에는 없는 날카로움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몬스터 들의 살은 쉽게 자를 수 있는 날카로움을 말이다. 마치 춤을 추듯 왼쪽 오른쪽, 그리고 앞뒤로 움직이는 그의 상체와 검! 그런 현란 한 움직임에 산발한 머리카락 사이로 그의 광기어린 눈동자가 잠깐씩 그 빛을 밖으 로 뿜어냈다. 그리고 그의 그런 눈빛은 자신의 손에 의해 잘려 나가는 몬스터들의 살과 피를 볼 때면 더욱 그 빛을 강하게 발산했다. "죽어-엇!" 그리고 그의 눈빛에 보조를 맞추듯 연이어 터져나오는 '죽음'이라는 단어! 그는 몬 스터들에게 한이라도 맺혀있었던 것인가? 그의 몸에 몬스터들의 초록 피가 쉴새없 이 튀겨 그의 옷을 못쓰게 만들었지만, 그 사내는 그런 일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최대한 많은 피가 몬스터들에게서 뿜어져 나오게끔 검을 휘둘렀다. "내 앞을 가로막지 말란 말이닷!" 거친 숨소리가 그의 커다란 고함소리에 가려져 지금 그 사내가 얼마나 지쳐있는지 잊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커다란 목소리는 비틀거리는 그 자신의 팔, 다리에 도 힘을 불어넣는 효과가 있는 것인지 계속 몰려드는 수많은 몬스터들을 어렵지 않 게 상대해 나가고 있었다. 슈각! 치지지직! 사내의 검이 한번 휘둘러지자, 살이 잘려나가는 소리와 뭔가가 타들어가는 소리거 마치 떨어질 수 없는 연인 사이라도 되는 것 연이어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를 계속 내기 위해 사내의 손에 들린 검은 몽둥이는 계속해서 휘둘러졌다. 지친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검의 빠르기. 그는 보통 인간이 갖고 있는 정신력 의 수 십 배는 갖고 있는 듯 경련을 일으키며 흔들리는 몸을 오직 정신력만으로 조 종하고 있었다. 사내는 이런 생활을 오래해 왔는지 머리, 옷 그리고 심지어는 그의 살까지도 몬스 터들의 피에 의해 타들어가 있었다. 여기저기 화상의 상처와 비슷하게 곪은 그의 살들... 하지만 그런 상처들은 그의 모습에 비해 그리 심하지 않은 편이었다. 여기 저기 곪아 보기 역겨운 상처들이 눈에 많이 띄긴 했지만, 죽지 않고 이렇게 검을 휘두르고 있는 것을 보면, 몬스터들의 독에 의해 생긴 상처가 그에게 그리 치명적 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치지지직! 새로운 몬스터의 피가 그의 가슴에 새로운 상처를 남겼다. 살이 오그라 들 듯 타들어가며 생긴 상처는 아마 며칠 후면 그 옆에 고름을 만들어낸 상처와 같 이 변할 것이다. 슈슈슉! 발을 끌 정도로 느린 걸음을 옮기며 몬스터들을 죽여나가는 사내는 조금씩 이긴 하지만 일정한 방향으로 몸을 이동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태에서 무리 하게 움직였기 때문인지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서서히 몬스터들에게 자신의 몸을 내주고 있었다. "그만해라, 라이너! 이런 어리석은 짓은 그만하란 말이다!" 화가 난 듯 낮게 깔린 누군가의 목소리가 사내의 움직임을 둔화시켰다. 그리고 그 런 그의 행동에 사내는 몬스터들에게 아깨부분을 내줘야만 했다. 파팟! 몬스터들의 푸른 피와 다른 붉은 피가 사내의 어깨에서부터 뿜어져나왔다. 꽤 깊게 파인 상처였지만 사내는 움찔거리지도 않고 다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몬스터를 향해서... "죽엇!" "라이너! 네가 이런다고 리넨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오히려 그 마녀만 데려오는 꼴이라고!"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꽤 커서 사내가 못들었을리 없었지만 그는 그 소리에 전 혀 신경쓰지 않는 듯 흔들리는 다리를 힘겹게 고정시키며 몬스터들을 향해 팔을 휘 둘렀다. "젠장! 네가 그런다고... 쳇! 그런 몸으로 네가 리넨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거냐! 이곳은 죽음의 숲이라고! 네가 어쩔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말이다!" 화가 난 목소리에 사내의 몸이 그 목소리를 향해 돌려졌다. "이건 내 일이오. 트레모스, 당신은 상관하지 마시오! 만약 이번에도 리넨 님이 생 명체가 살 수 없는 화산 안으로 떨어지셨다 하더라도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갈 것이 오! 지금은 그때와 달리 내 몸을 움직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자살 행위밖에 되지 않아! 그녀에게 걸리면 그건 화산에 떨어지는 것 보다 안좋은 상황이 될 뿐이라고!" "그런건 상관없소!" 둘은 몬스터들의 공격에도 할말은 다 해가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화를 통해 얻은 분노는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향해 내뿜었고... 하지만 라이너의 몸이 많이 지 쳐있었던지 둔하게 움직이는 몸 때문에 몬스터의 공격을 직격으로 받았다. "크윽! 제..젠장!" 균형을 잃은 라이너는 마치 몬스터들에 의해 발이 묶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 지, 자신의 실력을 탓하듯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는 손에서 검을 놓지 않았다. 앉은 자세에서 검을 휘두르는 라이너. 쓰러진 라이너가 보이자, 몬 스터들은 조금 전과 달리 엄청난 빠르기로 라이너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런 생활을 꽤 오래 해온 라이너였지만, 지친 몸으로 그 많은 몬스터들을 모두 상대할 수는 없었는지, 결국 라이너는 그 자리에서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한 채 몬스터들에 게 몸을 내줘야만 했다. "젠장! 왜 내가 네 뒤처리를 해야 하는거야! 이게 몇 번째냐고!" 이번이 처음이 아닌 듯 투덜거리는 트레모스는 말과는 달리 쓰러진 라이너의 몸 주 변으로 이동해 꿀을 찾아온 개미때들을 손짓 한번에 날려버렸다. 그리고는 조용해 진 틈을 타 라이너의 몸을 조심스럽게 안고는 꽤 먼곳에 존재하는 몬스터들까지 한 번에 정리해버렸다. 조금은 어두운 빛의 마법 구가 어둠이 짙게 깔린 죽음의 숲 안을 밝히고 있었다. 그 빛은 아까 다투던 라이너와 트레모스 사이에 자리해 있었는데, 아마도 그 빛은 라이너의 몸을 밝히기 위해 생성된 빛인 것 같았다. "젠장! 어떻게 며칠만에 또 이렇게 몸을 망가지게 할 수 있는거야? 매일 매일 내게 몸을 보이면,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을텐데 말야!" 트레모스는 쓰러지기 전까지 결코 자신의 몸을 보여주지 않는 라이너를 바라보며 다시 투덜거리는 입을 열고 말았다. 자신이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항상 의문을 갖고 있는 그였지만, 그래도 리넨을 찾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인 라이너의 모습에 그는 라이너의 몸을 항상 치료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엔 제발 내 말 좀 들어라, 이것아! 에휴~. 그 마녀에게 걸리면 죽음이라니까 왜 내 말을 못 믿는 거냐고! 그녀의 실력도 봤을텐데 말야... 히유~." 트레모스는 라이너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것도 잊었는지 그의 몸을 봐주면서 연이어 자신의 불만을 내뱉고 있었다. 몬스터들의 피로인해 망가질대로 망가진 라이너의 몸. 그런 몸으로 며칠을 버틴게 트레모스의 눈에는 신기하게 보였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 기간이 늘어가고 있음 에 더 신기한 마음이 드는 트레모스였다. "리넨이 독에 대한 저항성을 키운다고 뭐 이상한 짓을 하더니 그것 때문인가? 정말 점점 독에 대한 저항력이 늘어가고 있는걸? 리넨의 마나때문이 아닌 자체적으로도 독에 저항해나가고 있고... 정신력 때문인가?" 어깨를 한번 으쓱해본 트레모스는 다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알 수 없는 대답에 대한 질문은 저 멀리 날려버렸다. 그 대신 다시 투덜거림을 이어나갔지만... 트레모스의 치료가 끝나고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떠질 것 같지 않던 라이너의 눈 이 번쩍하고 떠졌다. 그는 편안한 안락감에 불안한 듯 몸을 일으켰는데, 그의 설마 하는 눈빛은 눈앞에 들어오는 트레모스의 모습에 역시라는 눈빛으로 바뀌고 말았 다. "이번에도 당신이오?" "흥! 매번 말하지만, 넌 내가 아니면 벌써 죽었어! 그런데도 또 그런 말이라니!" 트레모스는 마치 라이너가 그렇게 말할 줄 알고 있었다는 듯 입을 열었다. 마치 그 런 라이너의 질문을 기다린 것과 같이... "...당신이 나를 치료해주는건 고마운 일이오. 하지만 그것과 내 앞을 막는 것은 별개의 문제요!" "흥! 그게 왜 별개의 문제냐! 내가 너를 도와주는 것은 리넨 때문이다! 그 녀석이 너를 아끼는 것 같기에 도와주는 것 뿐이라고! 그 녀석만 아니었으면 네 녀석쯤은 이미 예전에 죽었을꺼야!" 화가 난 트레모스의 한마디. 하지만 라이너는 그의 말에 공감하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당신도 리넨 님을 찾으려는 것 같은데 왜 내 행동을 막는 것이오?" "그걸 몰라서 묻는 거냐?" "혹시... 나를 공격했던 그 여인 때문이오?" 라이너는 그때의 굴욕감이 되살아났는지 이마를 잔뜩 찌푸린 채 트레모스에게 질문 을 던졌다. "잘 알고 있군! 너도 알겠듯이 그녀는 네가 상대할만한 존재가 아니다. 물론 그것 은 나도 마찬가지고! 이번에 그녀의 손에서 우리가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도 그녀 의 손속이 거둬졌기 때문이지... 떠나라는 말과 함께. 그때 그 틈을 타 내가 너를 데리고 나온거지만 말야. 그녀가 원하기만 한다면, 도망치는 우리들은 그 순간 그 녀의 손아귀에 잡히게 된다! 하지만 그때는 운이 좋았지! 우리에게 별 관심이 없었 던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도 그런 그녀를 찾아가겠다는 것이냐!" 트레모스는 답답함이 한계까지 차있었던지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지 않았소! 이곳을 헤집고 다녔어도 말이오!" "흥! 그녀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무슨 이유때문인지 몰라도 그녀는 우릴 살려줬다. 이곳을 떠나라는 뜻을 전하고는 말이다. 내가 최대한 네 주 위의 기척을 감추고 있지만... 그런다고 그녀가 내가 접근하는 것을 모를리 없을거 다.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면... 늦게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녀와 다시 마주치는건 시간 문제란 말이다!" "그게 무슨 말이오?" 처음 듣는 말인지 라이너는 상체를 완전히 일으켜 트레모스를 쳐다봤다. "흥, 내가 불안해서 해도 소용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즉 네 주변에서 너와 내 기척을 지우고 있는거지... 별 소용도 없는 것을..." 트레모스는 고개를 흔들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듯 입을 열었다. 하지 만 라이너는 그런 트레모스의 모습에 적지 않게 놀란 것 같았다. 그가 자신을 따라 다니는 것에 그런 이유가 더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기 때문인 것처럼 트 레모스를 쳐다보는 라이너의 시선이 조금은 바뀐 것이다. "당신이 나를 생각해주는 것은 감사하오. 하지만 그래도 난 리넨 님을 찾는 것을 그만둘 수 없소. 이게 아무리 부질없는 짓이고 바보같은 짓이라도 말이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멈출 수 없는 것이오. 그러니 내가 그만두라는 말은 하지 마시오." 라이너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어조로 트레모스에게 자신의 심정을 조용히 이야기했 다. 트레모스도 그런 라이너의 마음을 안 것인지 한숨을 푹 쉬고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알았다. 내, 네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 알았지. 그렇게 정색을 하고 말하면... 내가 뭐라고 하겠냐? 하지만 앞으로 내게 쓰러지기 전에 도움좀 요청해라! 네 만신 창이가 된 몸을 치료하는건 힘들다고! 아무리 점점 오래버틴다고 하지만 말야..." "앞으론... 폐를 끼치지 않겠소! 그러고 보니 내가 그동안 당신에게 너무 기댔던 것 같군." "아니, 그게 아니잖아. 지금!" 트레모스는 심각하게 입을 연 라이너의 말에 화를 냈지만, 라이너는 지금까지 자신 이 어리석게 몸을 굴렸다는 것을 깨닫기라도 했는지 뭔가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눈 치였다. 이날의 대화는 둘 사이를 조금 완화시켜주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 둘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도 따로 돌아다니며, 리넨을 찾았고... 투덜거리는 트레모스의 모습이 그 뒤 계속 숲에서 보인 것은 아마도 라이너의 주장 에 그가 자신의 뜻을 꺾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라이너는 트레모스와의 약속을 지키려는 듯 그 뒤 죽음의 숲에서 이전까지 보여왔 던 식의 무자비한 학살을 피하면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보며 몬 스터들을 처리해갔다. 계속되는 여러 몬스터들과의 싸움때문인지 시간이 흐르자 라 이너는 서서히 각 몬스터들의 급소를 찾아 공격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화풀이 격의 무자비한 공격이 아닌 계획된 움직임을 통한 공격이 그의 손에 의해 펼쳐졌던 것이다. 그렇게 되자 자연 그의 몸도 예전에 비해 훨씬 덜 다치게 되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의 몸에 생기는 상처의 수도 점점 줄어갔다. 라이너는 트레모스가 자신을 따라다니며 보호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잊기라도 한 듯 그는 자신의 몸에 대 한 치료도 스스로 하며 트레모스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 도 불구하고 트레모스는 라이너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 다고 하는 라이너였지만, 그의 눈으로 보기에는 아직도 많은 도움이 필요한 것처럼 보였으므로. 그 날 이후로 트레모스는 더 이상 라이너에게 이노라는 여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 다. 하지만 그렇다고 투덜거림을 줄인 것은 아니었다. 그의 입에서는 여전히 투덜 거림과 잔소리가 라이너를 향해 쏟아졌던 것이다. 그렇지만 라이너는 그런 트레모 스의 잔소리에 피식 웃어줄 뿐, 이전과 같이 화를 내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는 이 미 트레모스의 말속에서 느껴지는 그의 마음을 느꼈는지도 몰랐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오늘은...최대한 노력할께요...연참은 잘 몰겠지만.... +_+ 부리부리..하야님의 뇌물을 받았기 때문에...ㅎㅎㅎ 음..노력 노력~ 음... 어찌될지는...어여 써봐야지...(잠자면 끝임..음음..) 그럼 이만 스륵, 즐독해주세용~ -------------------------------------------------------------------------------- <연금술사>-35-3 "리넨! 가만히 있어!" 이노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하며 잔뜩 긴장시켰다. 지금은 그녀의 하루 일과 중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실험 시간! 물론 그 실험 대상은 나 자신이었고... 내 몸은 그녀의 의지대로 이리저리 실험을 당하려 하고 있었다.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쓰다니...' 이런 사실에 당연히 반항을 할 만도 했지만, 나는 이미 이노, 쉐이트론과 약속한 바가 있었기에 실험 대상으로 그녀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노의 실험대상이 되겠다고 이미 말해놓은 바가 있었기에... '하고 싶지 않아... 얼마 전, 이노 앞에서 텔레포트를 하는 일만 없었더라면...' 며칠 전의 일이 자꾸 후회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노라는 여자를 몰랐던 거야... 그녀가 그렇게 철저할 줄은...' 며칠 전 나는 란을 안고 이노와 쉐이트론의 오두막집을 쉽게 빠져나왔었다. 내 머 릿속에 떠오른 장소로 가기 위해 텔레포트를 한 것이다. 하지만! 내가 도착한 곳은 내 머릿속에 떠오른 장소가 아니었다. 라이너, 트레모스와 헤어졌던 곳으로 갈까 도 생각해봤지만 그곳은 죽음의 숲. 왠지 위험할 것 같아 나는 그곳이 아닌 그 전 의 도둑길드 마을로 몸을 이동시켰다. 트레모스의 말대로라면 죽음의 숲에서 나가 는데는 텔레포트가 통한다고 했으니! 그래서 나는 쉽게 그곳으로 갈 수 있을 줄 알 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도착한 곳은 아무것도 없는 허허 벌판이었다. 주변 에 풀 한 포기 없는 그런 벌판. 눈에 단 한 마리의 몬스터도 보이지 않았지만, 나 는 느낌으로 아직 죽음의 숲을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상하 게도 아무것도 없는 허허 벌판의 느낌이 지금까지 지겹게 느꼈든 죽음의 숲과 흡사 했으니까! "이..이곳이 어디야?" 라이너와 트레모스는 나중에 찾기 위해 우선 몸을 먼저 피하려 한 건데, 처음 와본 장소에 도착한 나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다시 텔레포트를 하려고 해봐도 도착하는 곳은 계속 같은 장소였다. 마치 누군가의 손바닥 안에서 맴도는 것 같은 상황처럼! 놀라움에 주변을 아무리 두리번거려봤지만 해결책을 안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던 나는 그렇게 몇 번이고 그 자리에서 텔레포트 를 시도하며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 재자리를 맴돌던 나를 쫓아 온 이노와 쉐이트론을 만나야만 했고... "도망을 친건가? 나에게서 그렇게 쉽게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지~!" 마치 당황해하는 내 모습이 즐겁기라도 한 듯 이노는 환한 미소를 보이며 나와 란 을 다시 오두막집으로 데려갔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내가 텔레포트 한 곳은 이노의 실험장이었다. 하도 많은 화학약품을 그곳에 쏟아부어, 생명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었다는 것이다. 오두막집에서 그냥 텔레포트를 하면 자연 그곳으로 이동하 게끔... 그렇게 설정되었다는 사실도 나는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때 이곳을 나가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제약을 받지는 않았을텐데...'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 이런 생각이 계속 내 머릿속에 맴도는 이유는 바로 내 몸 때문이었다. 실험을 한다 는 이유도 이유였지만, 내가 다시 자신에게서 도망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강조하 며, 이노는 내 몸 안의 마나를 봉인해버린 것이었다. "네가 내 실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쉐이트론이 그 영감을 만나줄꺼야, 이름이 키에라도..라고 했던가?" 이노의 말에 쉐이트론이 의외로 고개를 쉽게 끄덕여줬다. 그리고 그 모습에 나는 키에라도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을 다시 키울 수 있었다. "실험이라는게 뭐요?" "호오~. 그렇게 나와야지~! 실험은 별거 아냐. 어떻게 네 몸에 그렇게 많은 마나가 들어갈 수 있었는지, 4대 정령과는 어떻게 계약했는지, 네가 8클래스가 된건 또 어떻게 되었는지 등등을 나 혼자 관찰해서 알아보는 거지~! 지금까지 이 나이에 이 정도로 강해진 인물은 단 한 사람밖에 보지 못했거든~!" 그녀의 말을 듣던 나는 잠시 그녀의 시선이 쉐이트론을 쳐다보았다는 생각을 했다. "해롭지는 않은 것이오?" "물론~! 단지 몇 가지 실험을 할뿐야. 네 몸에는 해가 없을테니 그런 걱정은 할 필 요없지."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데..." "네가 협조만 잘 해준다면, 당연히 짧게 끝나겠지~!" 자신만만한 그녀의 태도에서 나는 마지막으로 한가지 조건을 더 내걸고 그녀와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내가 내건 조건에 그녀 또한 내게 조건을 내걸었다. "라이너와 트레모스를 다치지 않게 해주시오! 그 녀석들이라면 나를 찾는다고 꽤 소란을 피울지도 모르니까!" "흠~. 아직 떠나지 않은 것 같으니 소란을 피우겠군. 하지만 좋아! 단지 신경을 끄 면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네가 도망치지 않겠다는 확신은 없으니, 네 몸의 마나는 잠시 봉인해두겠어~! 상관없겠지? 어차피 네가 이곳을 떠날 때 다시 돌려줄테니까!" 그녀의 말에 나는 잠시 몸을 굳혔지만, 라이너와 트레모스의 얼굴이 떠오르자 잠깐 의 망설임도 사라져버린 듯 내 고개는 금새 끄덕여졌다. 그리고 그렇게 이노와의 계약을 맺은 나는 지금 오두막집 지하 실험실에서 마나를 봉인당하는 상황에 처하 고 만 것이었다. "호호~.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실험을 할 수 있겠군~!" 얼마 전까지는 란의 사나운 성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그녀의 힘을 봉인하면 서 시간을 보냈다는 이노. 란에 대한 일이 다 끝났는지, 이노는 이제 나를 지하 실 험실로 불렀다. "자, 가만히 있으라고, 별로 어려운건 아냐! 네 몸의 마나를 봉인하려는 것뿐이니 깐, 물론 그 전에 네 몸의 마나가 어떻게 그리 큰지 알아야겠지?" 이노는 커다란 실험대 위에 앉아 있는 내 손목을 잡고는 움직이지 말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하고는 내 몸 속의 마나를 느끼는 듯 했다. 조용히 눈을 감은 그녀의 모습 을 보니, 나와 비슷한 방법으로 내 안에 있는 마나를 느끼는 듯 했던 것이다. '흠~. 신체적인 접촉이 있으면 더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러는 건가보군... 하 지만 움직이지도 말라니~!' 투덜거리는 말을 내뱉으려 했지만 그런 생각이 끝나자마자 바로 떠지는 이노의 눈 동자 때문에 나는 도리어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뭘 이렇게 빨리 끝내?' 나라면 몇 분은 걸렸을 일은 그녀는 단 몇 초만에 끝내버린 것이었다. "서..설마 이게 끝?" 내 질문에 이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단지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질문 을 던질 뿐. "혼자의 힘으로 이 정도의 마나를 모았다고는 생각지 않았는데... 역시 드래곤의 하트 때문이었군! 근데 어떻게 그 많은 마나를 흡수할 수 있었던 거지? 너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했을텐데... 누가 도와준거지? 누가 그런 능력이 있는거지? 설마 드래곤이 도와줬을 리는 없을테고..." '대단하군~! 단번에 알아버리다니...' 짧은 시간에 나에 대해 정확히 알아버린 이노의 실력에 감탄한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가 혼잣말을 하는 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시선이 내 눈을 쳐다봤을 때, 입을 열어 그녀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이왕 시작된 그녀와의 계약! 빨리 끝내기 위해선 최선의 방법이 협조일테니까! "내게는 치명적인 고질병이 하나 있었소! 어렸을 때, 심장이 크게 상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게 커서도 고쳐지지 않지 뭐요. 뭐, 그런 상태에서 그 병을 고치기 위 해 드래곤 하트를 먹은 건데... 뜻밖에도 병을 고치고 남은 드래곤 하트의 힘이 내 몸에 흡수되지 뭐겠소! 뭐, 트레모스의 도움도 있었지만... 한 마디로 운이 좋았 다는 것이오." "트레모스?" "당신도 봤을텐데? 나와 같이 있던 드래곤 말이오." "아~! 그 버릇없는 드래곤! 그 녀석이 도와줬단 말이지? 흠~. 드래곤이 드래곤 하 트 흡수를 도와주다니... 역시 그 녀석은 별종이야~!" 그녀는 트레모스에 대해 잘 알고 있기라도 한 듯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고개를 끄덕 였다. 그리고 그녀는 내가 드래곤 하트를 이용해 어떻게 병을 고치려 했는지도 꼬 치꼬치 물어보기 시작했다. 어떤 식으로 약을 조제해서 먹었는지, 그 비율은 어떻 게 했는지 그녀의 질문은 궁금증이 끝날때까지 계속됐다. "흠~. 그랬단 말야? 그거 꽤 괜찮은 방법이군~! 효과도 있었고...호오~ 좋아, 좋아 ! 이 사실은 나중에 기록해둬야지~! 그건 그렇고 어렸을 때는 왜 심장이 약해진 건 가?" "누군가 나를 죽이기 위해 시도하다가 실패한거요." 이노는 나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었는지, 흥미로운 눈초리로 내게 이것저것 말하 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도 말을 하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내 대답을 듣고난 이후 손을 들어 내 가슴 쪽에 갖다 대고는 다시 순식간에 눈을 감았다 떴다. "심장이라... 심장을 공격했다는 말이지? 그럼 내가 마나를 봉인하게 되면 자칫 심 장에 무리가 갈지도 모르는 일이겠군~! 어디 보자, 뭐, 다 나았을 수도 있지만 대 부분은 억제하는 것을 다 나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말이지...어..어라? 너 !" "......?" 내 심장 쪽에 손을 얹고 있던 그녀는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네 심장에 남아 있는 흔적! 물론 지금은 드래곤 하트와 그 이외의 성분들에 의해 아무렇지도 않지만 약간의 흔적은 남아 있는데, 네 심장을 망가뜨린 이유가 그 녀 석 때문이라니! 그런데도 살아있는게 용하군! 아니면 그 녀석 계획에 네가 필요했 는지도 모르겠고... 호오~. 뜻하지 않게 또 그 녀석과 관계되는 건가?" 별로 탑탁치 않은 표정이 되어버린 이노였지만, 그녀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나 를 신기하다는 듯 쳐다볼 뿐이었다. "그..그 녀석이라니? 그게 누구요?" "널 죽이려 했던 녀석 말이다." "나..날?" 어렸을 때, 내 심장을 약하게 만들었던 존재는 인간이 아니었다. 기분나쁜 존재로 정령과 비슷한 마나 덩어리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말을 들어보니 마치 살아 있는 녀석이라도 되는 것 같지 않은가! "네 몸 안에 아직 녀석이 부렸던 악령의 기운이 남아 있다는 말이다." "악령의 기운?" 처음 듣는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별로 녀석에 대해선 언급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네게 손을 쓴 것을 보니, 아무래 도 넌 녀석과 관계가 있겠군~!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것을 보면 더더욱! 이건 호의에 서 하는 말이니 그냥 들어라! 녀석은 나도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은 존재다! 그건 녀석도 마찬가지겠지만~! 어쨌든 넌 되도록 그와 부딪히지 않는게 좋을 거야! 그는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니까! 그가 널 죽이려 했다 해도, 넌 그를 피해 다녀야 오래 살 수 있을거야!" 별로 안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듯,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그가 누구냐는 내 질 문을 무시해 버렸다. "넌 내 실험 대상일 뿐이라고! 귀찮게 하지 말도록! 흠~. 어디 보자, 이제 대략 네 가 어떻게 그 많은 마나를 가졌는지 알았으니 이제는 마나를 봉인하고 네 몸을 관 찰 해 볼까?" 이노는 두 손바닥을 비비며 반짝거리는 눈동자로 내게 다가왔다. '음... 그가 대체 누구지? 아무래도 그는 내 심장을 다치게 한 존재를 보낸 인물이 라는 말일텐데... 하긴, 그 정도 능력의 인물이라면 나를 쉽게 죽일 수도 있었겠지 ... 하지만 죽이지 않았다는 것은, 이노의 말처럼 아직 내게 뭔가를 원하기 때문??' 내 머릿속은 이노의 말 때문에 더욱 혼란스럽게 변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또 놀랍다는 듯한 이노의 목소리에 나는 생각을 접어야만 했다. "이번엔 또 뭐야?" 툭하면 놀랍다는 듯 소리를 지르는 이노였기에 내 반응은 점점 무덤덤해져가고 있 었던 것이다. "또 무엇 때문에 그러는 거요?" 별 관심 없다는 듯한 내 표정이 그녀를 쳐다봤지만, 이노는 내가 아닌 내 양손을 잡아끌었다. 왼손, 그리고 오른손을... 그리고 그녀가 한 일은 그 손위에 올려진 옷을 걷는 것이었다. "뭐하는 거요?" 아무 말도 없이 그런 행동을 하자, 나는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좀 전에 내가 그녀에게 화를 내 려고 했다는 것도 까먹었다. "어떻게, 네게 프로시아가 있는거지? 그건, 포르카에게 있어야 할 물건인데? 너 유 투 왕국과 관계된 인물이었냐?" "헉!" 어떻게 나에 대해 그렇게 잘 알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또 한번 그녀의 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세 번째로 프로시아를 아는 존재. 내 앞의 이노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프로시아를 정확히 가리키며 내게 의문의 눈동자를 보내고 있었 다. '자..잠깐! 프로시아는 키에라도도 알고 있었어. 정확한 이름은 몰랐지만 말야. 키 에라도의 나이가 꽤 많은 것을 보면 그와 알고 지내는 쉐이트론도 그런 것이겠지? 그리고 포르카 국왕을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하고 있는 이노..역시 그..그렇다는 것 이고... 쉐이트론과 서로 알고 지냈다는 것은 이들도 포르카 국왕의 알고 지냈을 수도 있겠군! 그럼 내 팔목에 채워진 프로시아도 알고 있겠고...' 나는 잠시 이노와 쉐이트론의 나이가 키에라도보다 많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깜빡 잊 어버리고 있었나 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아무렇지도 않은 말에 이렇게 놀라는 것을 보면 말이다. '어디보자, 그럼 이노와 쉐이트론은 나이가 장난 아니라는 거잖아? 근데 어떻게 이 렇게 젊을 수 있지?' 나와 비교해 그리 많은 나이차이를 보이는 것 같지 않은 이노와 쉐이트론이었던 것 이다. "말해봐! 유투 왕국과 관계가 있냐?" "지금은 별로 상관하고 싶지 않지만, 프로시아를 얻을 때는 유투 왕국의 황태자라 는 신분을 갖고 있었소." "호오~. 네가?" 내 대답에 이노의 눈빛이 크게 반짝였다. "재미있군, 재미있어~! 내가 또 유투 왕국과 관련이 될 줄이야... 크큭. 재밌어! 호오~! 그러고 보니 이번에도 그녀석 또한 유투 왕국과 관련됐군!" "그..녀석?" 그녀의 입에서 다시 그 녀석이 언급되었지만 이노는 끝내 대답하지 않고 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 녀석이라면, 아까 언급한 그? 나를 죽이려 했던 그가 유투 왕국과 관련이 있다 ?! 그..그럼 드루젤과도 관계가!!' 예전에 생각했던 존재. 드루젤 뒤에 있을 고위 마족으로 생각했던 존재. 내 머릿속 에는 이노가 언급한 그 녀석이 혹시 고위 마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며 이것, 저것 뒤죽박죽이 되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근데 신기하군! 어떻게 프로시아를 얻을 수 있었던 거지? 이건 혼자 몸에 채우기 어려운 것인데?" "뭐, 얻기 어려웠다는 것은 사실이오." "혹시... 혼자 이걸 풀 수도 있는 것이냐?" 이노의 얼굴이 내게 다가오며 그녀의 반짝거리는 두 눈동자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있었다. 겨우 그런 이노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 나. "대단하군! 대단해! 단지 심심해서 잠깐 관찰만 해볼려고 했는데, 너란 존재는 내 생각을 훨씬 뛰어넘는구나! 프로시아를 얻은 것과 그것을 풀 수도 있다는 것! 그것 이 가능하다니! 어떻게 모든 마나를 밀어버리는 프로시아를 얻을 수 있었지?" 이노는 잠시 내 마나를 봉인하는 걸 미루고는 내게서 어렸을 적 이야기를 듣기로 결정한 것 같았다. 그리고 난 그런 이노에게 꽤 오래된 기억 속의 이야기들을 꺼내 야만 했다. 지하 실험실에 들어온 이후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그녀에게서 풀려날 수 있었다. 끝도 없이 질문을 쏟아내는 이노에게서... 첫날 이노의 실험은 내 마나를 봉인하는 것으로 간단히 끝났지만, 그 전의 질의 답 에 대한 시간은 지겨울 정도로 길어 실험실을 나오는 나는 거의 녹초가 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수고했어~! 내일 보자고. 아, 그럼 난 아까 적지 못했던 거나 적어야지~!" 책상을 뒤적거리던 이노는 노트를 하나 꺼내 펜으로 뭔가를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히유~. 철저하군... 저러고 있는걸 보니 내가 완전히 실험대상물이 된게 맞는 것 같아... 그건 그렇고, 마나를 사용할 수 없어서 그런가? 몸이 조금 무거운 것 같군 .'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곳을 나가려 했던 나는 잠시 이노의 손에 들린 공책에 시선이 멈춰야만 했다. '어라? 저..저 공책은?' 멀리 떨어져서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은 분명 내 마법 배낭에 두 개나 있는 그 공책과 너무도 비슷한 것이었다. 특이한 재질의 공책! 유투 시에서 프레드릭이 바가지를 쓰며 샀다는 그 공책과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든 나는 이노에게 다가가 잠시 그녀가 적고 있는 공책을 살펴봤다. 그 리고... 그녀의 손에 들린 공책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공책 혹시 이노가 만든 것이오?" "호오~! 어떻게 알았냐? 내가 쓰는 책이나 공책들은 모두 이런 재질이지. 이런건 아무리 오래되도 상하지 않거든? 근데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지?" "아..아니오. 이런 공책은 다른 사람이 또 만들 수 있는 것이오?" "흥! 물론 아니지, 이 공책을 만들려면... 중얼 중얼." 실험실을 나오면서 나는 다시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껴아만 했다. 이노가 공 책을 만드는 것에 대해 길게 설명을 해줬지만, 내 머릿속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허허허... 저 공책도 이노가 만든 것이란 말인가? 왠지 이노는 언젠가 만나야만 했던 인물인 것 같군. 유투 시에서 발견한 그 유치한 일기가... 그럼! 허허~. 그게 이노가 쓴 일기? 지루함의 극치를 달리던 것 같았는데 그래서 나를 실험 대상으로 하겠다고 한건가? 허허허...' 고개가 절로 흔들리던 나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다시 공책과 이노에 대해 생각 을 이어갔다. '그건 그렇고... 나머지 하나는 내가 별궁에서 발견한건데... 별궁이라면... 이노 가 유투 왕국과 확실히 관련있었다는 말이겠군! 아까보니 프로시아에 대해서도 자 세히 알고 있... 어..어라?'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때문에 나는 걸어가던 걸음을 멈추고는 뒤를 돌아봐 야만 했다. '설마, 이노가 포르카 국왕에게 프로시아를 선물한 그 여인?! 지금 생각해보니, 프 로시아의 힘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어. 프로시아가 어떤 거라는 것은 만든 사람이 거나 그 팔찌의 주인만이 알고 있는 건데? 내가 알기로 파비타 노인도 프로시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있었지... 아무리 선조가 만든 것이었다고는 하지만... 그 리고 이노는 그 힘에 별로 구애받지 않고 내 마나를 봉인했어! 설마 진짜로 이노가 ?!' 이곳에 와서 이노 때문에 너무도 많이 놀랐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놀랄 일이 없 을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런 생각은 내 착각이었나 보다. '이노가 프로시아의 원주인? 허어~.'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벌써 그런 식으로 결론이 내려지고 있었다. 왠지 앞으로 이곳에서 그녀의 실험 대상이 되는 동안 많이 놀랄 것만 같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헉헉...=_= 조..졸려요... 어제 그만 잠이 또 들어버리는 바람에 새벽에 깼다는.. 더 자고 싶었지만... 하..하야님, 넘 무서버요... ㅡㅡ;;;;; 아, 이번 내용은 넘 전개가 빠르지 않나요? 압축을 좀 시켜서뤼... 아마 여기까지가 8권 분량일 꺼에요... 이제는 수정하고, 쉬어야지..쿠..쿨럭.. 그럼, 즐독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