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호] 20263 / 21101 [등록일] 2001년 10월 08일 02:56 Page : 1 / 23 [등록자] ANAK1000 [조 회] 683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6-1 ─────────────────────────────────────── 어둡고 습한 자하감옥! 처음 트레모스 녀석과 같이 이곳에 들어왔을 때는 희미한 불빛에 쾌쾌한 곰팡이 냄 새가 이곳이 감옥이라는 것을 우리들에게 인식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내 화를 돋군 녀석의 행동 때문에, 나와 녀석이 갇혀 있던 방은 순식간에 밝고 건조한 장소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가 녀석을 향해 무작위로 뜨거운 화이어 볼트(fire b olt)를 날렸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바람의 성질인 에어 스톰(air storm)과 겸해서. .. 예전의 나였다면 이 정도까지의 공격을 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트레모스가 드래곤 이라는 것을 안 이후부터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런 공격을 하고 있었다. '드래곤이 이런 공격에 타격을 받을 리는 없지 않겠어?' 라는 생각이 하면서 말이 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었을 뿐이었다. 불과 바람의 성질은 서로 융화 되기 쉬운 성질들이라 둘의 공격마법을 동시에 쓰게 되면, 그 파괴력이 기하 급수 적으로 늘어나게 되어있었다. 이런 공격을 나는 단지, 녀석이 드래곤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하고 있었으니... 트레모스가 내 앞에서 투덜거리는 것도 어쩌면 이해 가능한 모습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녀석은 투덜거리기만 할 뿐이잖아!' 주변의 보호막에 엄청난 신경을 쓰며, 녀석을 공격하는 나! 솔직히 말하면, 이런 좁은 공간에서는 마법 공격보다는 직접적인 공격이 더 큰 타 격을 입힐 수 있다. 하지만 내 경우에 그런 일반적인 생각은 통하지 않았다. 보통의 마법사가 마법을 구사하는 것보다 수십, 수백 배는 더 빠르게 마법을 형상 화시킬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나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내 공격에 몇 번 맞지 않았다. 내가 마법을 구현하는 시간과 비슷하게 내 앞에서 공간 이동을 해 버렸으니까! "이리 오지 못해!" 녀석이 내 말에 올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화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나는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왜?" 즐거운 듯 미소까지 보이며, 지금의 상황을 즐기는 트레모스... '저 자식이 진짜!' 지금까지 이 좁은 공간에서 마법을 난사하게 된 것은 녀석의 저 약올리는 모습 때 문이었다. 즐기는 표정이 가득한 얼굴로 자꾸 내 심기를 거슬리는 저런 말투가 내 가 녀석을 공격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나는 녀석의 말에 넘어가 공격을 할 뻔했었다. 누군가의 접근을 느끼지만 않았었다면... '어라? 누가 오잖아?' 계단을 내려오는 것인지 몇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선명하게 지하 공간에 울려 퍼지 고 있었다. 주변에 소리 차단막과 강력한 충격 흡수막이 없었다면, 그들의 접근은 더 빨랐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몸 안에서 뭉쳐놨던 마나를 흩으려 버렸다. "쳇, 끝난 건가?" 녀석의 투덜거리는 말에 나는 강한 눈초리를 보내고는 주변에 쳐져 있던 보호막들 을 모두 거둬버렸다. 뚜벅뚜벅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나와 녀석이 있던 장소는 점점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 고 있었다. 밝은 불빛들도 사라져 버리고...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이 습하지 않다는 것이었지만, 나는 그들이 그 사실 까지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흠~ 저들이 오는 것을 보니, 우리를 어떻게 할지 결정한 모양이지? 저들이 우리를 어떻게 하느냐를 본 후에 결정해야겠군. 미리 어림짐작으로 도망부 터 가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것 같으니...' 잠시 후, 기름을 머금으며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 장정 두 명이 우리들 앞에 그 모 습을 드러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저희가 '신의 대리자'님인지도 모르고 무례를 범했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시기를..." 감옥 문을 열면서 두 사내가 거의 동시에 우리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기 시작 했다. '어라? 뭐라는 거지? '신의 대리자'라니? 그게 뭐야?' 이들이 우리를 오해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듯 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보기에, 그 오해는 내게 이득이 됐으면 됐지, 해가 될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자, 왕께서 님들을 뵙고자 하십니다. 어서 나오시지요" 정중한 몸가짐으로 우리를 안내하려는 사내들을 보며, 나는 아무 망설임 없이 그들 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여줬다. [리넨! 뭐하는 거야? '신의 대리자'라니? 너 그런 사람이었냐?] 다시 시작되는 녀석의 수다에 나는 가볍게 그 말을 무시해버렸다. [야! 리넨!] 하지만 두 명의 장정을 따라가면서 나는 결국 녀석에게 대답을 해줘야만 했다. 내 머릿속에서 계속 울리는 녀석의 시끄러운 잡음 때문에... '쳇! 끈질기기는!' [별거 아냐! 내가 '신의 대리자'일 리가 없잖아! 저 사람들이 나를 오해했을 뿐이 야!] [그래? 그럼, 뭐 때문에 따라가는 거야?] 내가 그들의 권유에 바로 응한 것을 의야하게 생각했는지, 녀석은 궁금하다는 표정 으로 내 대답을 기다렸다. [별거 아냐! 내가 '신의 대리자'라고 한다면, 성안을 자유롭게 도라다닐 수 있을지 도 모르잖아? 그 때문이야! 이들의 행동으로 보아, 그 '신의 대리자'라는 사람은 이곳의 귀빈이 분명하니까!] 명확한 내 설명에 녀석은 고개를 끄덕여줬다. 마지막으로 간단한 질문을 던지면서. .. [그럼, 그 '신의 대리자'가 진짜로 오면, 넌 도망가야겠구나?] [......] '그런 안좋은 일까지 굳이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 내게 이곳에서 머물 시간은 그 리 길지 않을테니...' 우리를 왕에게 안내한 장정들은 황의 꾸지람을 몇 마디 듣고는 우리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왕의 표정으로 봐서는 그들이 꽤 엄한 벌을 받을 것 같았지만, 난 별 신 경을 쓰지 않았다. 이건 그들의 일이었으므로... 비록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나는 귀찮은 그 일을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할 필요성도 못느꼈고... 하지만 이런 내 태도에 크로와 왕은 더욱 조심스러운 태도를 나와 트레모스를 대했 다. '내가 화나기라도 한 걸로 착각한 모양이군...' 별로 화날 것은 없었지만, 이번에도 나는 귀찮게 상황을 설명하고 싶지 않아, 입을 굳게 다물고 말았다. "이거, 내가 중요한 손님을 모셔놓고 엉뚱한 말로 시간만 잡아먹은 것 같군! 내, 당신들을 부른 이유는 몇 가지 부탁이 있어서요! 물론, 그리 어려운 부탁은 아 니니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믿소만..." 왕은 내가 '신의 대리자'라는 것도 확인하지 않은 채 내게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이 할 말만을 해버렸다. 마치 내가 '신의 대리자'가 아니라는 가정은 하고 싶지 않은 듯! 물론 나도 그런 왕의 태도에 아무 불만 없이 고개를 끄덕여줬다. 내게는 지금 왕의 태도가 매우 편했으므로... '귀찮은 질문이 없어서 좋군~' "그 부탁이 무엇입니까?" 왕이 나를 자신의 손님이라고 말했기에, 나는 별 다른 태도를 취하지 않은 채 왕과 거의 대등한 입장에서 말해주었다. 물론 왕은 그런 내 태도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 하지만 아쉬운건 내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내 태도에 아무말 없는 것을 보면 ... "음... 사실 내가 아끼는 딸아이가 매우 아프오! 바로 왕국을 뒤엎고 있는 그 전염 병에 걸렸기 때문이라오!" 왕은 내게 막내딸이 병에 걸린 별 필요 없는 말과 자신이 딸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 끼는지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늘어놓기 시작했다. '결론은 고쳐달라는 거잖아! 뭐 저렇게 길게 말하는건지...' 나는 왕의 말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부탁이 내가 할 수 없는 것 이라면, 문제가 조금 복잡해질 수 있었으므로... 그리고 왕은 고맙게도 내게 왕국 전역에 퍼져있는 병을 고쳐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딸을 고쳐달라고 했을 뿐! 물론 그의 말속에 전염병을 퇴치해 달라는 뜻이 들어있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은유적인 말일뿐이었다. 즉 내가 무시해도 아무 문제없는 말!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공주님께서 지금 병으로 누워 계시다는 것이군요! 제가 병 을 고쳐드리지요!" 길고 긴 말을 끝낸 왕은 간결한 내 말에 얼굴빛이 금새 환하게 변하고 말았다. "오오~! 역시 '신의 대리자'요! 아무도 고칠 수 없는 병을 아무렇지도 않게 고치겠 다고 하니!" "별거 아닙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난 왕의 말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을 해줬다. 그가 말하는 '신의 대리자'가 뭔 지는 몰랐지만, 병을 고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은 왕의 말로 짐작할 수 있었기에, 그런 대답을 해줄 수 있었던 것이다.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은 이미 완쾌시켜놓은 경험이 있었으니... 얼마간 왕에게 붙잡혀 별 필요없는 말을 들은 후에야, 나와 트레모스는 공주가 있 는 곳까지 안내 받을 수 있었다. 내가 거닐고 있는 크로와 성은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화려함에 있어서는 유 투성을 능가할 정도였다. 보석이 많이 난다는 사전지식이 있긴 했지만, 이 정도로 덕지덕지 붙여놓았을 줄은... '돈이 많긴 많은가 보네...어떻게 된게 벽에 온통 보석들 투성이니...' 확실히 화려함에 있어서는 유투성을 능가했지만, 내게 이곳은 유투성만큼 우아하거 나 고상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단지 화려함만 느껴질 뿐... '계속 보면, 지겨워지겠는걸?' 옆에서 트레모스는 또 심심한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고 있는지, 찌푸려진 표정이 되어 있었다. '저 녀석은 어떻게 된게, 나랑 노는 것에 맛들인 모양이야... 그때만 눈빛이 빛나 는걸 보면... 에휴~' 이렇게 누군가의 이목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녀석이 항상 싸움을 걸어왔기에 나 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언제 녀석이 저렇게 변해버렸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랑 싸우는 것에 상당한 재미를 느끼는 것은 분명해 보였으니... "이곳입니다" 길을 안내하던 궁녀가 말을 꺼낸 곳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듯한 문 앞에서였 다. 마치 금으로 만든 듯 금빛으로 빛나는 문은 아름다운 여신이 구름 속에서 노니 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었고, 그 여신의 몸은 화려한 색깔의 보석들로 꾸며져 있었 다. 여신의 머리카락 한올 한올까지도 푸른 사파이어로 되어 있는 듯 세심한 정성 이 느껴지는 문이었다. '대단하군!' 이런 생각은 트레모스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반짝거리는 보석을 좋아하는 드래곤 이라면 어느 정도 보석의 화려함에 익숙해 있을 법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 라는걸 보면 말이다. 물론 나도 유투 성에서 화려함이라면 신물이 나도록 보아왔지 만 녀석과 같이 놀란 표정이 되어 있었고... "안으로 드시지요" 화려한 여신이 조각되어 있는 문은 궁녀의 손에 의해 열리고 있었다. 그녀는 우리 의 표정을 본 것인지, 얼굴 한가득 뿌듯함이 서려 있었는데, 그것은 자신이 이곳에 서 일하는 것에 대한 긍지를 나타낸 것이었다. 방안에는 성직자로 보이는 두 명의 사람이 침대 곁에서 그곳에 누워 있는 공주를 향해 힐 마법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아마 마나를 이용한 마법치료가 병의 악화를 막는다는 것을 알아낸 모양이었다. '두 명이 번갈아 가면서 공주에게 마나를 주입하는 모양이지?' 죽 노동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 나는 조금은 불쌍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 그들의 고생도 끝이라는 사실에 그런 생각은 저 멀리 날려버렸다. 그 두 사람은 내게 공주에 대한 상태를 말해주었지만, 나는 별로 그 말에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까지 전염병에 걸린 사람을 한 두 명 보아온게 아니었기에... 그들의 말이 끝나자 나는 방안의 사람들을 모두 내보냈는데, 이는 주변에 누군가의 눈이 있는걸 싫어하는 내 성격 때문이었다. "리넨, 왜 이런 일을 하는 건데?" 주변이 조용해지자, 트레모스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이 성에 아리아가 있는건 거의 확실한 사실이야! 아직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이곳에 있지! 내가 성안에 머물면서 그녀를 찾을 수 있으려면, 명분이 있어야 해! 운 좋게도 그 명분을 이곳 왕이 주었지만..." 나는 공주의 몸을 살피기 위해 침대 곁의 천을 걷어 올렸다. 반투명한 커텐이 침대 주변을 감싸고 있었기에 그 안의 인물을 살펴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럼, 어쩔 껀데?" "글세... 병을 고치는건 그리 오랜 시간이 안걸려! 하지만 아리아를 찾는건 이에 비해 시간이 좀 걸리겠지!" "그래서?" "......" 궁금한게 많은지 녀석의 질문은 계속되었지만, 난 그 말에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커텐 안에 죽은 듯이 누워 있는 한 인물 때문에... 바다보다 푸른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 마치 물결이 치는 것처럼 침대 위에 흩어져 있는 소녀의 머리카락은 이곳에 들어올 때 본 아름다운 빛깔의 사파이어보다 더욱 빛나 보였다. '아름답..다...' 크로와 사람들임을 알려주듯 그녀의 피부도 브라운 계열의 색이었는데, 그것은 잡 티 하나 보이지 않는 깨끗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가녀린 얼굴 선은 병든 그녀의 모 습을 더욱 애초롭게 보이게 했다. 하지만 병든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아름답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아름다운 사람도 병이 들면, 조금은 그 아름다움이 사라지 는 법이었는데... 그녀는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 것이다. '지금의 모습이 이런데... 건강한 모습이라면, 어떨까?' 나는 내 어머니나, 아리아, 그리고 쥬리 누나처럼 여자라면 아름다운 여자밖에 본 적이 없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소녀는 그런 아름다움을 초월하고 있었으 니... '굉장하군! 굉장해! 솔직히 쥬리 누나보다 아름다운 여자는 없을거라고 생각했었는 데...' 그렇게 그녀에 대해 감탄하던 나는 이곳에 들어오기 전 본 문에 조각되어 있는 여 신상이 바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만든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다만 사파이어보다 아름다운 빛깔의 머리카락과, 금빛 보다 더 아름다운 피부를 가 진 것이 차이라면 차이이겠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렇게 감탄했던 문의 여신상보다 지금의 소녀의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야! 리넨! 왜 대답이 없는거야?" 내가 녀석의 말에 대답이 없었기 때문인지, 침대 밖에 있던 트레모스가 커튼을 거 두고는 소녀가 누워 있는 곳으로 걸어 들어왔다. --------------------------------------------------------------------------- 안녕하세용~~ >_< 꺄아~ 새로운 인물이 나왔습니당~ 최대한 이뿌게~ 묘사를 했는뎅...ㅎㅎㅎ 리넨이 뻐~억~ 간걸까용? ㅎㅎㅎ (설~마~~~ 그럴리는 없겠죵?) ㅎㅎㅎ 암튼~~ 앞으로 자주~ 나올 인물이 될 수도 있으니~ 이뿌게 봐주세용~ (아직 확정은 안되었지만.... 음~ 고려중~~ 많이 나오게 할까용?) [A[A[A[A[A[A. [A[A[B[B[B[B[B[B[B[B[B[B[B[B[B[B[B[B[B[B[B. [번 호] 20338 / 21101 [등록일] 2001년 10월 11일 22:19 Page : 1 / 26 [등록자] ANAK1000 [조 회] 489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6-2 ─────────────────────────────────────── 내게 대답을 듣기 위해서인지, 얇은 천 안의 인물을 보기 위해서인지, 트레모스는 내가 있는 침대 곁으로 다가왔다. "리넨?" "으..응?" "너 왜 그래?" 녀석은 아직 침대 위의 소녀를 보지 않은 모양이었다. 내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거는걸 보면... "아무것도 아냐, 단지 눈앞에 누워 있는 소녀의 모습에 잠시 놀랐을 뿐..." "소녀?" 나를 멍하게 만든 소녀의 존재가 녀석의 호기심을 자극한 건지, 녀석은 내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소녀 쪽으로 휙~ 돌려버렸다. 빨리 그 소녀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 내가 이렇게까지 사람의 외모에 놀랍다는 반응을 한 것이 신기했던 모양이었다. 하 긴 나 자신도 이래본 적이 없는 것 같긴 했지만... 어쨌든 녀석은 돌려진 시선을 유지하며 주의 깊게 침대 위의 소녀를 쳐다보기 시작 했다. 궁금함을 해결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취한 모양이었지만, 가만히 있는 녀석 으로 보아 그 역시 나와 같은 놀라움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쯧쯧~ 녀석도 아무 말 못하는 군~ 하긴, 저 정도의 미모를 보고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그게 인간이냐?' 이렇게 결론을 내리며 고개를 끄덕이려던 나는 녀석의 감탄사를 들으며 생각을 바 꿔야만 했다. "호오~" 신기한 뭔가를 발견한 듯한 녀석의 감탄사는 소녀의 미모에 혹한 반응치고는 너무 도 건조한 것이었다. '반응이 저렇다는 것은...!' 나와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는 녀석을 보며, 나는 그제서야 저 녀석이 인간이 아 니라는 사실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소녀의 모습에 단 한번의 감탄사만 터트리는 트레모스. 녀석은 나와 같은 충격은 받지 않았던 것이었다. 즉 트레모스가 소녀의 모습을 보는 것은 마치 아름다운 조 각상을 감상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던 모양이다. "이쁘네?" 그리고는 그 사실을 증명하듯 소녀에 대한 녀석의 결론이 무덤덤하게 흘러나왔다. "그..그것뿐이냐?" "뭐가 더 필요하다는 거야?" 마치 길거리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어여쁜 아가씨를 봤을 때의 반응이 트레모스에게 서 나왔던 것이다. 이런 아름다움이란 그에게 익숙하기라도 하듯... '녀석이 인간이 아니라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가? 아니면 인간들의 기준과 다른 기준으로 아름다움을 평가하기 때문인가?' 이런 저런 쓸데없는 생각이 잠시 뇌리를 스쳤지만, 나는 그냥 고개를 저으며 더 이 상의 시간 낭비는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이곳에 온 것은 소녀의 미모를 보고 감탄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으므로... 잠시 고개를 돌려 시야에서 그녀의 모습을 지워버린 나는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며, 내가 해야할 일을 정리해 나갔다. "실프!" 이미 생각을 정리한 나는 옆에서 트레모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있든 말든, 바로 실프를 소환해 버렸다. 이곳 성안에서 아리아와 프레드릭을 최대한 빠른 시간 안 에 찾아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최상급 정령까지 문안하게 부릴 수 있는 나였지만, 난 일부러 실프를 소환해 버렸다. 실프처럼 존재감이 적은 정령이 정탐같은 역할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프레드릭에게는 소용없겠지만 보통 마나에 민감한 사람들이라면, 존재감이 적은 실프를 느끼는건 어려울꺼야!' 물론 정령술사가 아닌 다음에야 정령의 존재를 알아차리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마 나를 웬만큼 잘 다루는 사람이라면, 많은 마나를 필요로 하는 상급 정령은 느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역시 이런 일에는 실프가 제일이야~!' "아! 실프로 찾아보게?" 내 의지에 의해 눈앞으로 소환된 실프를 보고 트레모스가 내 의도를 알아차린 모양 이었다. "응! 아무래도 그게 시간절약도 될테니까!" "호오~ 그럼, 이제 뭐 하는데?" 둘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런지 녀석은 호기심을 그대로 내보이며, 내게 흥미롭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녀석의 태도에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지만, 대답을 안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가는 녀석에게 엄청나게 시달릴게 뻔했으 므로... 그게 어떤 류의 보복이 되든! "이제 이 소녀를 치료해야겠지! 실프가 유용한 정보를 갖고 올 때까지!" 나는 소녀의 곁으로 다가가 보드라운 이불 속에 감춰진 그녀의 손을 꺼내 잡았다. 우선은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는 기초적인 진단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정보를 찾을 때까지라면,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거냐?" "아무래도 그렇겠지?" 나는 녀석의 입에서 쏟아지는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소녀의 몸 상 태를 점검해 나가기 시작했다. '흠~ 그렇게 악화되진 않았네~ 단지, 이런 상태로 오래 있어, 많이 쇠약해지긴 했 지만...' 불안정하고 희미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마나는 서서히 몸밖으로 배출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손목에서부터 느껴지는 마나의 흐름에, 점점 소녀의 생명줄이 가늘어 지고 있는게 느껴졌지만,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그녀의 생명줄은 마나의 주입으로 어느 정도 해결 할 수 있었으므로... '지금까지 지속적인 마나 주입으로 이 소녀를 살려낸 거라면, 대단하다는 말 밖에 는 할 수 없겠는걸?' 나는 그녀의 몸 안으로 내가 갖고 있는 마나를 서서히 주입시켜 주며, 그녀의 몸에 약간의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잠시후면 사라져 버릴 것이긴 했지만... 간단하게 저번처럼 한 번에 그녀를 치료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 다. 내겐 그녀의 병 치료보다 아리아에 대한 정보가 더 중요한 것이었으므로... 그 래서 난 시간을 벌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그녀의 몸에 마나를 집어넣는 것으로 오늘 그녀에 대한 치료를 끝내려고 했다. 5~6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양의 마나를 불어 넣어준 나는 바로 고개를 돌려 침 대 곁에서 나와 버렸다. 더 이상 그 자리에서 있을 필요성을 못느꼈기 때문이었다. 아니, 솔직한 심정으로는 아까처럼 그 소녀의 모습에 잠시라도 넋을 잃고 싶지 않 았기 때문이었다. 잠시라도... "트레모스! 그 안에서 뭐하냐?" 태평하게 소녀의 얼굴을 감상하고 있는 모양인지, 녀석은 침대 곁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설마 반하기라도 한 건가? 드래곤이 인간에게 반하는 경우가 없으리라곤 할 수 없었기에 나는 그런 가능성을 생각하며, 밖에서 녀석을 기다렸다. 하지만... 잠시 후 내게로 다가온 녀석은 내가 생각한 가능성이 틀렸음을 겉으로 명확히 드러내고 있었다. "야! 저 소녀 말야! 아무리 봐도, 쥬로이..아니, 쥬리 누...음...음... 보다 예쁘 지?" 눈빛까지 반짝이며, 물어오는 녀석은 정말이지 소녀의 모습에 반한 눈빛이 아니었 던 것이다. "쥬리 누나?" "응! 그래! 그...음...하고 비교해봤을 때! 응? 누가 더 예쁘냐?" 갑자기 왜 저런 것을 물어오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난 사실대로 내가 느낀 바를 이 야기해 줬다. "쥬리 누나도 예쁘지만, 내가 봤을 때는 저 소녀가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녀석의 누나보다 저 소녀를 더 위에 쳐줘서 미안하긴 했지만, 나는 솔직히 그런 생 각을 이야기해 줬다. 약간의 미안함을 담아서... 하지만, 녀석은 내 말에 전혀 기분 나쁜 표정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 정반대 의 표정이 되어버렸다. "저..정말이지? 네가 보기에 저 소녀가 더 예뻐보인단 말이지?"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봐서, 녀석은 내 말에 기뻐하는 것 같았던 것이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거려줬을 뿐이었는데, 그런 내 행동은 녀석을 반 미친 사람처 럼 바꾸고 말았다. "크크크크... 크흐흐흐흐... 역시! 아무리 해도 안될 뿐이야... 자기가 완벽하다고 주장해봐야 무슨 소용이겠어!, 더 완벽한 미모가 이렇게 존재하 는데~ 크흐흐흐....뭐? 최고? 어림없는 소리지! 크하하하하하~" '무슨 소리지?' 녀석은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그렇게 미친 사람처럼 변해갔다. 리넨이 성안에서 공주의 병을 치료하고 있을 때, 베누 시에서는 순식간에 '신의 대 리인'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분위기가 밝아지고 있었다.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외부와의 접촉을 거부해왔던 베누 시! 하지만, '신의 대리인'에 의해 그 닫혔던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전염병으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자신이 있 는 곳에 신의 대리인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생각은 삽시간에 점점 다른 마을로 퍼져나갔고, 그에 따라 사람들 을 희망을 찾아 이곳 베누 시로 몰려들었다. 웅성웅성 베누 안에 크로와 왕국의 왕이 살고 있는 성이 있었다. 즉 베누 시는 크로와 왕국 의 중심이 되는 시가 된다는 말이었다. 그런 이유만 보더라도, 베누 시의 규모는 다른 여타의 마을보다 훨씬 큰 규모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 안으로 들어 가는 문 또한 꽤 큰 규모를 갖고 있었고... 하지만 그 커다란 문은 지금, 끝없이 베누 시안으로 들어오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 해 좁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신의 대리인'을 만 나기 위해 몰려든 병자들이었는데, 빨리 신의 대리인을 만나보기 위해 베누 시로 몰려든 것이었다. 그런 사람들 뒤! 이곳까지 사막을 거쳐 온 듯, 모래 먼지를 뒤집어 쓴 커다란 마차 한 대가 베누 시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끊임없이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을 모두 받아들이고 있는 베누 시! 라이너는 이곳에 오는 도중 전염병의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고칠 수 없는 전 염병 때문에 아직 병의 침입을 받지 않은 곳은 철저하게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 다는 소리도 그런 소문과 같이 들었던 그였다. 그런 마을 중 베누 시도 끼어 있었 고... 하지만 지금 눈앞에 보이는 베누 시의 모습은 그 소문과는 전혀 무관한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잘못된 소문이라도 들었던 것인가? 이곳에 오는 동안 무표정한 얼굴로 항상 창 밖만을 바라보던 라이너였지만 지금의 베누 시 풍경은 그의 그런 무표정을 깨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곁으로 나머지 두 사람도 서서히 놀람을 표시하고 나섰다. "뭐..뭐야? 웬 사람들이 이렇게 몰려드는 거야!" 무거운 침묵이 흐르던 마차 안에서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은 구석에서 혼자 누워 있 던 이 마차의 주인이었다. 격식에 맞게 옷을 입은 그는 웅성거리는 소리에 어느새 라이너가 있는 창가 쪽으로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다시 소리를 되찾은 마차를 반기듯 엘벤트도 창가에서 놀라움을 표했다. "저렇게 많은 병자들이 있었다니!" 연민의 눈동자로 변해버린 엘벤트! 그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밖의 모습에 놀람을 표했지만, 엘벤트는 놀라움을 표하는 일로 행동을 끝내지 않았다. 그는 지금이라도 당장 마차에서 내리기라도 할 듯 밖의 사람들을 도우려 했던 것이었다. 항상 갖고 다니는 약품들이 있는 가방을 챙겨 마차를 세우려고도 했고... 하지만! "그만둬! 설마 이런 곳에서 저들을 치료한다는 것은 아니겠지? 아무리 네가 사람들 을 고쳐 주는걸 좋아한다고 해도, 이런 모래 사막에서는 무리라고! 베누 시안으로 들어가도 늦지 않아!" "데칸티스..." 갑옷을 입고 있던 사람의 이름이 데칸티스였는지, 엘벤트는 그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군요!" 엘벤트는 그의 말이 귀찮음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는지 고마운 시선을 보내고는 다시 짐 가방을 내려놓았다. "좋아! 지금 급한 건 베누 시로 들어가는 일이다! 이렇게 여기서 줄을 서서 들어갈 필요는 없겠지?" 데칸티스는 엘벤트와 라이너에게 동의를 얻고는 바로 수하들에게 마차를 베누 시 입구까지 가도록 명했다. 라이너의 경우, 베누 시 안으로 빨리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좋았기에 데칸티스의 말 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엘벤트의 경우에도 베누 시 안에서 병자들을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데칸티스에게 고개를 끄덕거려준 것이다. 평민이 타기엔 무리일 것 같은 마차가 베누 시 쪽으로 다가오자, 사람들의 출입을 허가해주던 경비병들은 긴장한 모습으로 그 마차를 쳐다보았다. 저런 마차는 신분 이 꽤 높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이라는 걸 잘 아는 그들이었기에... 그리고... 그들의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마차에 탄 사람들이 보여준 서류는 그들이 폴보트 연합에서도 꽤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 었던 것이다. 폴보트 연합 직인이 찍혀 있는 서류! 그것이 있다면, 베누 시 안으로 들어가는 일 은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라이너 일행은 베누 시로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꽤 까다 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사람들의 출입을 허가한다고 해도, 외부인에 대해서는 아직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모두 무사히 베누 시 안으로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경비 병들에게는 그들의 출입을 막을 권한이 없었기에... 가뜩이나 지금은 베누 시의 문 이 활짝 열려 있는 상태였고... 베누 시 안으로 들어온 라이너 일행은 우선 머물 곳을 찾기 위해 여관을 잡기 시작 했는데, 이것은 엘벤트가 라이너를 계속 붙잡고 있기 위해서였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마차에서 내리려 한 라이너를 엘벤트는 여관을 핑계로 놓아주 지 않았던 것이다. "우와~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그런지, 비어있는 방이 없군요~" 그리고 엘벤트는 설명이 필요 없는 말까지 하면서 라이너에게 자신들과 같이 다니 면, 방 잡기에도 편할거라는 사실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었다. 엘벤트는 왜 그렇게 자신이 라이너에게 집착하는지 몰랐지만, 그건 아마도 라이너 의 얼굴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함을 보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무표정한 얼굴 로 매사에 무관심한 태도를 유지하는 라이너였지만, 엘벤트는 그 표정에서 불안감 을 보았던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그냥 보낼 수 없는 엘벤트! 그에게 라이너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난 이곳에서 편히 지내려 온 것이 아니다! 그러니, 넌 내 일에 상관하지 말아라!" 하지만 라이너는 엘벤트의 호의를 차갑게 무시하며 휙 소리가 날 정도로 몸을 틀어 그들을 떠나갔다. 아니 떠나가려 했다. "잠깐만요!" 순간 엘벤트는 무의식적으로 라이너의 옷자락을 잡아버리고 만 것이었다. "뭐지?" 기분 나쁘다는 투의 말을 그대로 내뱉으며, 라이너는 천천히 고개를 엘벤트 쪽으로 돌렸다. "아... 저... 음... 그게..." 엘벤트 자신도 좀 전, 자신의 행동을 인식하지 못했는지, 라이너의 싸늘한 눈빛에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몰랐던 모양이었다. "할 말 없으면, 놔라!" "아니에요! 저.. 여관에 가면, 숙식뿐 아니라 정보... 그래요! 정보도 얻을 수 있 어요! 저...혹시... 정보가 필요하다면 말이죠..." 점점 기어 들어가는 엘벤트의 목소리! 싸늘한 라이너의 눈빛이 수그러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라이너는 그런 눈 빛과는 다르게 고개를 끄덕거려 주었다. "네?" 라이너의 행동에 가장 놀란 것은 엘벤트였다. 무의식적으로 라이너를 붙잡긴 했지 만, 그가 정말 순순히 자신의 말대로 고개를 끄덕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벤트는 라이너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거의 없었다. 이곳에 리넨을 찾으러 온 라이너! 그로서는 엘벤트의 '정보'라는 말에 끌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리넨이 살아 있다고 믿는 그였기에, 라이너는 리넨이 이곳에 있다는 확신을 하며 이곳으로 온 터였다. 하지만 베누 시에 오기는 이번이 처음! 아니, 크로와 왕국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처음인 그로서는 정보수집이 가장 중요했 던 것이다. "가자!" "네? 아! 네!" 라이너의 말에 엘벤트는 아직도 그의 행동에 이해가 안갔지만, 그래도 자신의 뜻대 로 일이 진행되자 기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들 뒤로 데칸티스가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것도 모른 채... "이거 아까부터 느끼던 건데... 왜 여관으로 가야 하는거지?" 이곳에 온 이유가 아무리 전염병에 대한 해결책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생각으로는 우선 이곳의 왕을 만나봐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필요 없는 여관이라니! 데칸티스는 엘벤트에게 자신의 뜻을 말하고, 크로와 성으로 가려 했지만 이미 수많 은 인파 속으로 사라져버린 엘벤트와 라이너 때문에 그 말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이런 젠장! 이거 나를 뭘로 보는 거야!" 자존심 강하기로 소문난 데칸티스! 그는 이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듯 무서 운 눈빛으로 엘벤트가 사라진 쪽을 째려보았다. --------------------------------------------------------------------------- ㅠ.ㅠ 웅~ 이상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당~ 엘벤트 따슥~ 감히 나의 라이너에게 찝적거리다뉘!!!!!! ㅡㅡ^ 찌릿~ (자신이 썼다는걸 인식 못하고 있음) ^^;; 삐질~ (인식했음) 험험...뭐, 그건 어쩔 수 없어용~ 리넨과 만나려면.. 이렇게 해야 될듯 해서뤼~ ^^;;; 암툰~ 아! 저 아직 셤기간 아니랍니당~ ㅠ.ㅠ 근데 왜 일케 늦게 올리느냐!고 물으 신다면...ㅠ.ㅠ 할말이 없죵~~~ -(--)- 철푸덕~ _(__)_ [번 호] 20409 / 21101 [등록일] 2001년 10월 14일 23:33 Page : 1 / 27 [등록자] ANAK1000 [조 회] 448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6-3 ─────────────────────────────────────── 베누 시는 끊임없이 몰려드는 병자들로 인한 갑작스런 진통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아무리 베누 시 안에 '신의 대리인'이 있다고 해도, 대기를 통해 전염 되는 병에 걸린 사람들을 모두 받아들인다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는 일이었다. 그 렇게 된다면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이 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신의 대리인'이 이곳을 방문한 이후 이상하게도 병에 걸린 사람들 이외의 병자는 생겨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지금까지 알려진, 즉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는 사실이 틀리기라도 하듯 말이다 ! 이런 기현상에 병자들의 행렬은 끊이질 않았고, 그런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신의 대리인'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 차고 말았다. 그가 이런 현상을 일으킨 것이 라고... 하지만 병에 걸린 사람들은 '신의 대리인'의 직접적인 치료는 받을 수 없었다. 아 직 성안의 란 공주가 다 완쾌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크로와 왕국의 왕은 공주의 병이 완쾌되기 전까지는 '신의 대리인'을 내보내지 않을거라고 이미 말한 바 있었 기에, 사람들은 그저 빨리 공주의 병이 낫기만을 바라며 기다리고 있어야 했던 것 이다. 하지만 그런 기다림도 하루 이틀... 병에 걸린 사람들은 어려운 여행으로 이미 몸이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또 확실치 않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으니... 병든 몸을 이끌고 어렵게 베누 시를 찾은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은 서서히 기력이 떨어져 하나 둘씩 죽어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전염은 없었지만 이미 병에 걸린 사람들은 조금씩 베누 시 안에서 죽어갔던 것이다. 하지만 신은 그들을 완전히 버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언제부턴가 한 소년이 병자들 앞에 나타나 그들의 목숨을 연장해 주었던 것이다. 스스로 발드르 교의 신자라고 말한 이 소년은 아직 '신의 대리인'처럼 그들의 병을 완쾌시킬 수는 없었지만 병을 지연시킬 수는 있었기에, 그들이 갖고 있던 희망이 라는 이름의 씨앗을 죽지 않게 도와주었다. "발드르 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갈라지고 허물어진 모든 것이여,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라! 리소토어(restore)~" 소년의 입에서 흘러나온 나직한 주문은 핼쑥한 병자의 몸 위로 놓여진 손에 신성한 흰 빛을 만들게 했는데, 그것은 주문이 완성됨과 동시에 주위의 모든 어둠을 물리 치며 병자의 몸 주변을 감싸버렸다. 모든 악한 기운을 몰아내려는 듯 그렇게 환하게 환자의 몸을 밝혔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신성한 빛들은 서서히 병자의 몸 안으로 흡수 되어갔는데, 소 년이 건 주문이 몸의 기력 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인지 핼쑥해 보이던 환자 의 모습이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런 병자의 모습에도 소년의 표정은 좀처럼 밝아지지 않고 있었다. 소년은 이런 방법이 잠깐동안의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곧 해결책을 알아 올테니까요!" 며칠째 같은 말만으로 이들을 안심시키고 있는 소년. 그 소년의 목소리는 병자들이 누워 있는 곳 한 가운데서 들려오고 있었다. 너무도 많은 병자들에 의해 이제는 간이 시설을 지어서라도 이들을 수용해야만 하는 베누 시... 소년은 지금 그 간이 시설 한 가운데 있었던 것이다. "하하하~ 고맙군, ...고마워~" 쇠약해진 몸을 이끌며 중년의 남자가 힘들게 소년의 손을 토닥거리며, 고개를 끄덕 여 주었다. 그는 지금까지 눈앞의 소년이 얼마나 노력을 하며, 자신들을 도왔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그가 이 병을 고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는 이 소년에게 고마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기필코!" 강한 의지가 소년의 눈동자 안에 가득했지만, 그와 동시에 그 눈동자 속에는 안타 까움도 가득했다. 소년이 이곳에서 병자를 돌보기 시작한지, 이제 겨우 1주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 지만 그는 그동안 이들의 병을 완쾌시킬 수 없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들을 치료해 봤지만... 그의 능력이 부족한 것인지 소년은 아직도 이곳에 온 1주일 전과 같은 방법으로 이들의 병을 지연시켜줄 뿐이었다. 즉 그는 오늘도 이곳에 있 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나를 나눠주며 그들의 삶을 조금 연장시켜준 것뿐이었다. 그 뒤 한참이 지나서야 소년은 이곳의 사람들을 다 살펴보고 겨우 숙소로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소년은 언제나처럼 자신의 짐 가방을 어깨에 매고 그 곳을 떠나 방을 잡은 숙소로 향했다. 이곳을 찾을 때완 다르게 가벼워진 그의 가방이었지만, 그와 반대로 그의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진 듯 했다. 언제나 같은 일상이 그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지도 몰랐지만 말이다. "히유~ 대체, 성안에 있는 인물이 누구길래 이 병을 완쾌시킬 수 있었던 거지? 그가 이 병을 왈쾌시켰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난 지금껏 헛 배운 것이군..." 고개를 가로로 흔들며 뭔가를 작게 중얼거리는 소년... 그는 바로 얼마 전 이곳에 도착한 엘벤트 사이펠이었다. 엘벤트는 아직 성안에 있는 인물과 만나보지 않았는지, 궁금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그 인물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을 중얼거리며 발길을 내딪고 있었다. 일주일 전. 엘벤트는 라이너와 여관을 잡기 위해 어느 한 건물에 들어갔다가 굳은 듯 몸을 멈 춰야만 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이해할 수 없는 말 때문에... "이보게, 정말 저 성안에 '신의 대리인'이 있다는 말인가?" "어허..이 사람 보게나! 내 말을 못믿겠다는 건가?" 시끌벅적한 여관 안의 사람들 중 엘벤트의 발을 잡은 것은 바로 이 두 사람의 대화 때문이었다. 아파 보이는 듯한 두 명의 병자들... "아니...그런건 아니네만..." "옆 마을의 사람들이 모두 완쾌되었네! 자네도 그들을 만나봐서 알지 않은가!" "음...알지, 알고 말고...하지만..." "그렇게 의심간다는 투로 말하지 말고, 기다려 보게나!" 술상 앞에서 '신의 대리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은 그렇게 대화를 끝 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엘벤트는 이야기가 끝났는데도 불구 하고 그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신의 대리인'이라니! 나..나 아닌 다른 사람이 있는 건가? 하지만... 그건... 이건 사람들이 뭐..뭔가 오해를 한 거야! 그럼!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말이 ..." 혼자 나직한 말로 지금의 상황을 합리화시킨 엘벤트였지만, 그는 그래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휙~휙~ 소리가 들릴 정도로 세차게 흔들리는 엘벤트의 머리! 그는 그렇게 심할 정도로 머 리를 흔든 후에야 겨우 정신을 찾을 수 있었는지, 주변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왜 그러는 거냐?"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엘벤트는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보다 더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엘벤트가 주변의 소리에 더 이상 귀를 기울이고 않기 위해 의 식적으로 라이너의 목소리에 온 정신을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엘벤트?" "아..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예요!" 하지만...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한 엘벤트는 또 다시 들려오는 누군가의 대화에 다시 발을 멈춰야만 했다. "언제쯤 '신의 대리인'은 우리들을 돌볼 수 있을까?" "흠..글세... 아무래도 지금은 공주의 병을 고치고 있으니... 좀 더 기다려 봐야겠 지?" "에휴..." 주변에 신경을 끊고 있으려고 해도, 계속해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말에 엘벤트는 걸 음을 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웅성웅성~ "신의 대리인이 아직 소년이라는게 정말인가?" "그렇다니깐~ 내가 듣기로는 청록색 머리의 소년이라더군~" "호오~ 아직 어린 나이에... 대단하군! 대단해~" 한번 들려오기 시작한 '신의 대리인'에 대한 이야기들은 서서히 엘벤트의 귓속으로 들어와 그를 혼란하게 만들고 말았다. 쉴새 없이 '신의 대리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엘벤트는 언어의 소용돌이 속에 갇혀 버린 것과 같은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엄청나게 부는 바람 속 에서 모든 생각들이 뒤죽박죽 되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정신을 못차리던 엘벤트는 그를 따라온 데칸티스에 의해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는데, 그것은 데칸티스가 그의 어깨를 잡고 심하게 흔들었기 때문이었다. "엘벤트!" "으..응?" 갑작스런 외부의 힘에 의해 엘벤트는 그제서야 자신이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왜 그러고 서 있는 거냐?" 비슷한 질문을 다시 듣게된 엘벤트... 하지만 그는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지 멍한 표정으로 데칸티스를 쳐다볼 뿐이었다. "엘벤트?" 다시 흔들리는 엘벤트의 몸... 그렇게 한참동안을 흔들리고서야 엘벤트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는지, 풀렸던 두 눈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아! 이상한 말을 들어서 잠시..." 엘벤트는 좀 전에 자신이 잘못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힘이 잔뜩 들어 간 두 눈으로 데칸티스를 쳐다보며 좀 전의 상황을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데 칸티스의 입에서 먼저 나온 말에 열려던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신의 대리인'에 관한 이야기라면, 너를 쫓아오는 동안 들었다!" "아..아... 그..그럼, 그게 정말이라는 건가요?" 믿을 수 없는 사실! 신의 대리인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엘벤트! 그는 지금 베누 시에 방금 도착한 터 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마치 그가 성안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 "아마도 누군가 너를 사칭하는 모양인 것 같다!" "사..사칭이요?" "그래! 지금으로서는 그런 가능성 밖에 없지!" 뭔가 일이 꼬여버린데 대해 신경이 쓰였는지, 데칸티스의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생 겨나고 말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멍하게 흘러나온 엘벤트의 목소리는 아직도 그가 지금의 상황을 이해 못하고 있다 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불투명한 눈으로 오직 데칸티스에게 그 해결책을 얻고자 하고 있었으니... 엘벤트는 아직도 누군가 그를 사칭했다는 것에 대해 실감이 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성으로 들어가, 왕을 알현하는 것 밖에 없다!" 데칸티스는 이 기회에 엘벤트와 라이너를 떨어뜨리고 싶었는지, 바로 엘벤트이 손 목을 잡아끌어 그곳을 나가려 했다. 멍하니 있던 엘벤트는 그대로 데칸티스의 손에 이끌려 갈 수밖에 없었으니... 하지만 그런 데칸티스의 계획은 라이너의 등장으로 무마되어버리고 말았다. "잠깐!" 갑자기 그들 사이에 끼어든 라이너! 그는 좀 전까지 이 둘의 대화를 곰곰이 듣고 있던 터였다. 주변의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대화에서 '신의 대리인'에 대한 이야기를 어느 정도 들은 그는 엘벤트가 그 신의 대리인이라는 말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사람들이 말하는 신의 대리인이 청록의 머리카락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 을 들은 이후부터! "뭐..뭐지?" 갑작스런 라이너의 말에 데칸티스는 깜짝 놀랐는지, 어정쩡한 모습으로 뒤를 돌아 보며, 라이너에게 자신의 발을 멈추게 한 이유를 물어보았다. "하나 물어봐도 되겠나?" 평소에도 무감정한 눈의 라이너였지만, 지금 데칸티스를 쳐다보는 눈은 마치 자신 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으면, 검이라도 뽑을 듯 한 의지가 담겨져 있었다. 꿀꺽! 데칸티스도 그런 라이너의 눈빛을 읽었는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내가 좀 전에 신의 대리인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확실히 이 꼬마가 그 신의 대 리인이 맞냐?" 끄덕 엘벤트가 신의 대리인이라는 사실은 그래도 꽤 비밀스러운 사항에 속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데칸티스는 라이너의 물음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여 엘벤트가 신의 대 리인이라는 말을 간접적으로 해주고 말았다. "그럼, 성안에 있는 청록색 머리를 가진 신의 대리인은 진짜가 아니라는 말이군!" "이..이런!" 계속 이어지는 라이너의 질문! 하지만 이번만은 그대로 대답을 해주지 않는 데칸티스였다. 데칸티스는 지금까지 자신이 어떤 실수를 했는지 깨닫기라도 한 듯, 인상을 강하게 쓰며 좀 전의 상황을 다시 되 집어 보았다. 하지만 그는 왜 자신이 그의 질문에 그대로 대답을 해줬는지 끝내 알아낼 수 없었 던 모양이었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버린 것을 보면 말이다. "성안으로 가려는 것이라면, 나도 같이 갈 수 있을까?" 하지만 라이너의 말은 그게 끝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뒤돌아 가버리려던 데칸티스 의 등뒤로 나직한 라이너의 목소리가 들린 것을 보면... 부탁이라고 할 수 있는 말! 좀 전에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평소의 라이너라면 , 절대 입 밖에 내지 않을 종류의 말이었다. 그 생에 누구에게 부탁하는 것은 거의 찾알 볼 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하지만 지금, 그는 무엇 때문인지, 평소의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눈앞의 데칸티스에 게 부탁의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우린, 폴보트 연합에서 왕을 만나기 위해 온 일행이다! 이곳엔 네게 낄 자리가 없다!" 데칸티스는 라이너의 질문에 안된다는 사실을 매우 거창한 이유를 대서 설명해 버 렸다. 마치 너 까짓 것은 우리랑 같이 갈 자격이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듯 말 이다. 그리곤 좀 전에 자신이 라이너의 질문에 그대로 대답한 것에 대한 화풀이라 도 하려는 듯, 그는 더 심하게 라이너에게 말을 해버렸다. "네가 우리랑 같이 성안에 가고 싶어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건 너무 큰 꿈이니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데칸티스의 말에 라이너는 뒤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흠... 그렇다면..." 나직이 자신의 말을 하고 바로 뒤를 돌아 가버리는 라이너! 더 이상 데칸티스 일행 에 볼일이 없는지 라이너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몸을 돌려버렸던 것이다. 마치 좀 전의 부탁의 말은 그도 꺼리고 있었던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라이너는 좀더 이곳에서 머물 생각이었는지, 빈 탁자로 다가가 음식을 시키며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데칸티스를 완전히 무시해 버렸다. 그런 라이너의 행동에 데칸티스는 오히려 자신이 당했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났지만 , 뭐라고 화를 낼만한 상황이 아니었기에, 콧 웃음으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강 조하며, 그곳을 떠나버렸다. "흥! 그럼, 우린 이만 성으로 가자!" 그렇게 여관을 떠난 데칸티스 일행은 바로 크로와 성으로 찾아갔다!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왕을 알현하는 것 밖에 없었으므로... 하지만 그들은 성으로 들어가는 문에서 황당한 일을 겪어야만 했다. 엄연히 폴보트 연합의 직인이 찍혀 있는 서류를 보여주며, 안으로 들어가고자 의사 를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문의 문지기들은 그들을 내쫓아 버린 것이었다. 자신들은 이곳의 전염병을 고치러 온 사람들이라는 말에도 그들은 콧 웃음만 칠 뿐 , 그들을 들여보내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문지기들은 성안에는 이미 '신의 대리인'이 공주님의 병을 고치고 있으니, 이렇게 이곳에서 말썽을 피우지 말라며 그들을 내쫓고 있었다. 엘벤트 일행이 아무리 폴보 트 연합의 직인이 찍힌 서류를 보여주며 엘벤트가 '신의 대리인'이라는 말을 해도 그들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계속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감옥에 가두겠소!" 강경하게 나오는 문지기들... "이것 보시오! 성안의 자는 가짜라고 하지 않았소!" "흥! 어디서 거짓말이오! 분명, 그 분은 이 옆 마을의 사람들 중 살아남은 사람들 을 모두 완쾌시켰고, 지금 공주님도 또한 거의 완쾌된 상태요! 그런 분이 '신의 대리인'이 아니라면, 누가 신의 대리인이란 말이오!" 문지기는 더 이상 데칸티스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듯 목소리에 힘을 담고는 그들을 외면해 버렸다. "더 이상 소란을 피운다면, 정말 당신들을 감옥에 가둬버릴 것이오!" 결국 그런 그들의 냉대에 엘벤트 일행은 다시 원래 있던 여관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막혀있는 생각을 하는 문지기들에게 자신들의 주장만 핀다면, 문제가 더 심 각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누가 너를 사칭하고 있는 거냐! 엘벤트!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을 완쾌시킨 자리니! 흥! 너 말고, 또 어떤 자식이 이 병을 고쳤는지 모르지만, 진짜 '신의 대리인'인 너라면 분명 그 자식보다 더 빨리 이 병 을 고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네가 이곳의 병자들을 완쾌시켜서 성안의 놈이 가짜라는 것을 증명해야겠다 ! 지금은 그 방법 밖에 없는 듯 하군! 쳇! 서류도 소용없다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황당해 하는 데칸티스는 애꿎은 서류에 화풀이를 하며 발걸 음을 여관 쪽으로 돌려버렸다. "정말... 그 자가 이 병을 완쾌시켰을까?" 자신보다 나은 실력의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엘 벤트는 옆에서 뭐라고 하는 데칸티스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 며 데칸티스가 이끄는 곳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 헉수~ 또 늦어버렸습니당...ㅠ.ㅠ 이젠 거의 포기 상태인듯... 흑흑... 참, 둘이 언제 만나냐고 물으시는뎅...ㅠ.ㅠ 웅...저의 속도로 봐서는... 쪼~~~~~~~~~~~옴~~~~~~~~~~~~~ 걸릴 듯... ^^;;;삐질~ (리넨이 크로와 왕국을 떠날때쯤, 만날 예정임당~ ^^;;;) [번 호] 20418 / 21101 [등록일] 2001년 10월 15일 23:59 Page : 1 / 22 [등록자] ANAK1000 [조 회] 465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6-4 ─────────────────────────────────────── 나는 어느 것 하나 불편함 없는 방에서 며칠 째 프레드릭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 다. 실프를 통해 이 성 안에 아리아와 프레드릭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 나! 실프의 존재를 충분히 알 수 있는 프레드릭이라면, 분명 실프를 쫓아 나를 찾아오 리라는 생각을 했던 나였기에, 이렇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프레드릭은 아직 자신의 방에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유가 뭐지? 분명 실프가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으면, 신경이 쓰여서라도 누 가 실프를 보냈는지 정도는 확인했을텐데...' 성안의 분위기가 심각하게 돌아가서 방을 못 비우는 지도 몰랐지만 그래도 나는 프 레드릭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에 의문이 들고 있었다. 직접 그를 찾아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귀찮은 일이 한 두 개가 아니었 으므로 나는 편안한 방법인 그가 나를 찾아오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란'이라는 공주에게 발이 묶여 쉽게 방을 떠날 수도 없다는 핑계로 이렇게 그를 기다리고 있 는지도 몰랐다. 물론 마법으로 이곳을 나갈 수도 있는 나였지만 아리아나 프레드릭이 있는 곳까지 찾아가는 것은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 이렇게 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실정 이었다. 그 덕분에 크로와 왕의 은근한 잔소리를 듣게 되었지만... '쳇! 나도 프레드릭이 움직였으면, 일찍이 공주의 병을 고쳤을 거라고!' 아직까지 별 진전이 없는 공주의 몸! 그것 때문에 왕이 몇 번이나 나를 찾아와 듣 기 귀찮은 말을 하고 갔던 것이다. '나 자신도 매일 마나를 낭비해가며, 그녀의 목숨을 지연시키는 방법을 좋아하지 않는다구! 하지만 에휴~ 이게 모두 프레드릭 때문이야!' 겉으로 이런 사실을 내색 못하는 나는 속으로나마 내게 잔소리를 해대던 왕과 이곳 으로 찾아오지 않는 프레드릭에 대한 불만을 토해버렸다. 아직 공주의 병이 낫지 않아서인지, 아리아 왕비는 프레드릭과 떨어진 채 따로 성 안 은밀한 방에 갇혀 있는 실정이었다. 크로와 왕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다는 말 이다. '아마, 아리아 때문이겠지? 온 신경이 아리아에게 가 있으니, 내 존재에 대해서는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꺼야!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기다리는 건 너무 지루하군!' 아직까지도 방 한 가운데를 왔다갔다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나! 이런 저런 생각에 나는 머리를 싸맬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프레드릭을 기다려야 하는 건가! 아니면, 내가 그들을 찾아가야 하는 건가를 말이다. 아리아보다는 그녀의 주변에서 그녀를 지키고 있는 프레드릭을 먼저 찾아가는게 나 을 것 같아 이렇게 그를 기달고 있는 것인데... 그렇게 방해물을 먼저 제거 한 후라면, 내게서 소중한 사람들을 빼앗아간 원흉인 아리아를 처리하는 일은 쉬울것이기 때문이었다. 유투 왕국의 왕비를 내 손으로 죽여야 한다는 사실은 싫었지만, 그래도 나는 그녀 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렇게 그녀에 대한 생각만으로 두 주먹에 힘이 들 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어머니와 유모... 단지 아리아의 권력에 대한 욕심 때문에 희생되어야 했던 이들이었다. 내게는 둘도 없이 소중한 사람들이었고... 이렇게 한 사람의 욕심 때문에 아무 죄도 없는 소중한 사람이 둘이나 죽었다. 이런 상황인데 내가 어떻게 아리아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또 주먹이 더욱 세게 쥐어졌나 보다. 손바닥안을 쑤시는 손톱 의 느낌에 나는 서서히 쥐어진 손을 펼치며 다시 흩어졌던 이성을 모았다. '음... 아리아.... 어라? 근데, 왜 이런 상황인데도 유투 왕국은 가만히 있는 거지?' 갑지가 떠오르는 의문! 이것은 지금껏 내 관점에서 일을 처리하느냐고 느끼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아리아가 이곳에 갇혀 있는데, 드루젤이 가만히 있을리 없을텐데... 왜지?' 아리아 정도, 즉 유투 왕국의 하나뿐인 왕비가 이런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이해 할 수 없었다. 크로와 왕국의 왕이 아무리 자기 멋대로 일을 처리한다고 해도 그것 을 가만히 놔둘 유투 왕국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이 사실을 드루젤이 모르고 있을리는 없을텐데... 호..혹시 알면서도 모르는척 하는 거란 말인가?' 있을 수 없는 가정이었지만, 그래도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는데는 꽤 괜찮은 가정이 라 나는 쉽게 이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설마... 설마 그럴 리가... 뭔가 중간에 오해가 있었겠지. 하지만 그런 오해의 가 능성도 날려버릴 수 있는 유투 왕국일텐데... 그 정도의 힘은 있으니... 이건 대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나는 그제서야 커다란 이상함을 발견하고 말았다. 지금의 상황에 대한 커다란 이상함을! '아리아가 타국에 갇혀서 움직이지 못한다! 아무리 아리아가 전염병의 원인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할 수는 없었을텐데... 흠~ 프레드릭이 가만히 있었을리도 없고... 아! 크로와 왕국의 무식한 왕이라면... 힘 쎄고 무식한 사람들을 불러 아리아를 가 둘 수도 있겠구나... 흠~' 크로와 왕국의 힘이 무시못할 만하다는 것을 생각해 낸 나는 아리아가 아직 이곳에 붙잡혀 있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프레드릭은 아리아를 구하려고 기회를 찾고 있는 건가? 분명 프레드릭이라 면, 유투 왕국으로 지금의 상황을 알렸을터! 아무런 조취가 없는 것을 알았으니 우선은 급한대로 지원군을 기다리기 보다는 아 리아를 대리고 이곳을 뜨려하겠군! 흠~ 그럼 나는 그걸 포착하면 되겠네!' 복수라는 이름으로 찾기 시작한 아리아와 프레드릭이었다. 그런 그들을 눈앞에 두고 이렇게 느긋이 상대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 이 들었다. 아무리 귀찮은 일을 싫어하는 나였지만, 이렇게 까지 시간을 낭비를 하 며 느긋이 있을 수는 없지! "그쪽에서 안온다면, 아니 못온다면 내가 가주지!" 잘 꾸며진 방안을 서성이며 생각을 정리하던 나는 옆방의 트레모스를 불러 공주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결정된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고쳐주기로 한 공주를 완쾌시키기 위해서였다. 약속은 약속이니 지키지 않으면 뭔가 찜찜한 기분이 남아 있을 것 같았기에... 철저한 경비가 세워진 공주의 방이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상대라서 그런지 그들은 나와 트레모스를 보고는 아무 말 없이 문을 열어주었다. 철컥! 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병들에 의해 열린 육중한 문은 나와 녀석이 안으로 들어온 후 천천히 닫혔는데, 그 소리는 문의 크기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은 편이었다. "흠~ 갑자기 나는 왜 부른 거냐?" 첫날 이후 이곳에 올 때, 트레모스는 귀찮다며 나 혼자 그녀의 병을 고치라고 했었 다. 물론 나도 그런 녀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줬고... 그런데 갑자기 같이 들어가자고 이렇게 녀석을 불렀으니, 이런 질문을 받는 건 당 연한 일이었다. "이제 그만 이곳을 떠날 때가 된 것 같아서 말야!" 결심을 굳혀서인지, 내 목소리에는 어느새 힘이 들어가 있었나 보다. 평소보다 조 금 강하게 내뱉어진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호오~ 네가 나서기로 한 모양이군!" 주위를 휙 휙 둘러보던 트레모스는 주변에 프레드릭이나 그의 정령의 존재가 없음 을 확인하고는 내게 말을 건냈다. "그들이 움직이질 않으니, 네가 움직여야 한다는 소린 것 같은데... 하긴, 그 동안 좀 지루하긴 했다!" 재미있는 일이 아님이 분명했건만, 녀석은 마치 내가 그들에게 복수하는 일이 즐거 운 일이라도 되는 것 마냥 표정을 밝히며, 입가에 미소까지 띄우고 있었다. '아! 녀석은 내가 왜 그들을 찾는지 모르지!' 트레모스가 시르노에이며, 드래곤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나였지만, 반대로 녀석은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함을 기억해 낸 나는 녀석의 반응에 고개를 조용히 끄덕거렸 다. 녀석은 나를 단지 돈 많은 지방 귀족의 자제 정도로 알고 있을 뿐이었던 것이다. '근데, 난 왜 녀석이 다 아는 것처럼 생각했던 거지?" 갑자기 떠오른 의문에 고개를 갸웃거려봤지만, 특별히 알맞은 대답은 찾을 수 없었 다. '녀석의 태도가 항상 가벼워서 그런가?' 나름대로 무표정을 유지하는 트레모스라, 보통 사람이 겉 모습만 보면 무서울 만한 모습의 녀석이지만, 내게는 너무도 다양한 표정변화를 보였기에, 아니 내가 그런 표정 변화를 알아볼 수 있었기에, 나는 녀석이 가볍게 느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일에 내가 낄 자리가 있을까?" 트레모스는 이 일이 어떤 일인지 알지 못할텐데, 이상하게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내게 양해를 구해오고 있었다. 마치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기라도 하듯! "너...! 내가 뭘 하려는지 알고 있냐?" "으...응?" "왜 평소와 다르게 내게 그것을 물어보는데?" 이상함을 느낀 나는 녀석에게 질문을 쏟지 않을 수 없었다. "흥~ 그건 네가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야! 마치 나한테 상관하 지 말라는 기운을 내뿜고 있었으니까!" 녀석은 내 질문에 콧웃음을 치더니 내게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의자로 걸어가 그곳 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과민 반응으로 자신을 몰아붙이는 나와는 상대하기 싫다 는 듯... '이런... 내가 너무 예민해 진건가?' 얼핏 뒤돌아 가는 녀석의 모습이 당황한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이것도 너무 예민 해진 나의 감각 때문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트레모스! 이번엔 나 혼자 해결해야 하는 문제니, 너는 끼어들지 마라!" "맘대로 해!" 녀석은 재밌는 장난감을 빼앗긴 어린아이처럼 토라진 표정으로 내게서 고개를 돌려 버렸다. 사막의 밤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매우 맑기 때문에 어디서든 수많은 별들을 관찰 할 수 있었다. 건조하기 때문에 구름이 생기지 않는 사막! 낮에는 뜨거운 열기와 아무것도 없는 모래 언덕 때문에 지옥과도 같은 곳처럼 느껴 지지만, 이렇게 밤이 되면 너무도 아름다운 하늘을 보여주는 곳이 바로 사막이었다 밤에는 온도가 많이 내려가 춥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수많은 은하수의 아름 다움에 비하면 그 정도의 추위는 잊을 수 있는 곳이었다. 달이 뜬지 오래인 오늘밤도 사막의 밤하늘은 수많은 별들로 은하수를 만들며 그만 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지금은 깊은 밤 시간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이라는 유혹에 빠져 아름다운 은하 수를 볼 수 없었지만, 그 유혹을 이겨낸 사람이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선을 하늘에 두고 별들의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운 밤하늘에도 불구하고 크로와 왕국의 한 건물의 사내는 계속 불안한 듯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그는 달과 별빛이 들어오는 창가를 등지고 뭔가를 고민하듯 중얼거리며 고개를 잔뜩 숙이고 있었는데... "뭔가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어! 이대로는 안돼! 빨리 전하를 대리고 이곳을 나가야 할텐데... 음... 하지만 왕비님이 계신 곳은... 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고민에 빠진 인물은 바로 아리아 왕비와 같이 크로와 왕국을 찾은 프레드릭이었다. 자신의 몸도 자유롭지 못한 상태인 그는 왕비를 구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였던 것 이다. 물론 혼자 이곳을 떠나는 것이라면 그에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상 황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음... 아무래도 우선 성안을 시끄럽게 만들어 주위를 분산시켜야겠군! 그렇게 되 면, 전하를 감시하는 곳이 조금은 허술해... 어라?"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프레드릭은 갑작스러운 소란에 중얼거림을 멈춰야만 했다. 갑자기 들려오는 웅성거림! 모두 잠이 들었을 시각인데도 불구하고 성안은 마치 자객이라도 침입한 듯 엄청난 웅성거림이 들려왔던 것이다. "이..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아직도 상황이 파악되지 않은 프레드릭은 놀란 눈으로 그렇게 재자리에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철컥! 드르르륵! "음... 이곳으로는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군!" 프레드릭이 그렇게 멍하니 서 있는 동안 잠겼던 문이 순식간에 열렸는데, 그 안으 로 그의 방을 지키는 사람들 중 두 명의 얼굴이 나타났다가 바로 사라져 버렸다. 쿵! 그들은 밖의 소란스러움을 틈타 그가 사라지기라도 했는지, 확인을 해본 것 같았다 프레드릭도 그 사실을 눈치챘는지 어리둥절하던 표정은 어느새 싸늘하게 변해 있 었다. "흠~ 누군가 밖에서 말썽을 피우고 있단 말이지?" 그 자리에서 그는 잠시 그대로 귀를 문밖의 상황에 기울였는데, 그 잠깐동안 프레 드릭은 뜻하지 않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소란스럽게 돌아다니는 경비병들 사이에서 들려온 말소리! "호오~ 누군가 전하의 방에 접근해 소란을 피웠단 말이지? 드루젤 폐하께서 원군을 보내오신 건가? 흠... 하지만 폐하라면, 이런 방법이 아니라도 다른 방법을 쓰실 수 있었을텐데?" 뭔가 지금의 상황에 의문이 들긴 했지만, 프레드릭은 고개를 저으며, 그런 생각은 나중으로 미뤄버렸다. "이러고 있을게 아니지! 이런 기회를 그냥 넘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렇게 마음을 정한 프레드릭은 그 자리에서 바로 강한 철창으로 막혀있는 창문을 부수고는 바람의 정령을 이용해 그 방을 떠났다. 아리아 전하를 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이 먼저 자유로워야 했기 때문이었다. "대체 누가 나를 도와준거지?" 바람의 상급정령을 이용해 하늘을 날고 있는 프레드릭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성안 에 숨을 자리를 찾고 있었다. 휘~익! 그런데 그때! 어둠에 묻힌 성 외곽 쪽으로 향하던 프레드릭은 자신의 앞쪽으로 지나가는 뭔가를 볼 수 있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지나간 그것은 자신의 앞쪽에서 바로 그 움직임을 멈췄는데... 무게를 지니고 있지 않은 듯, 그것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뭐..뭐지?" 갑작스런 뭔가의 등장으로 당황한 프레드릭은 움직이던 몸을 멈추고는 그 물체를 자세히 쳐다보았다. 그는 눈이 어둠에 익숙해져 있어서였는지, 자신에게서 좀 떨어진 곳에 멈춰서 있는 그 물체의 정체를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었는데... 그것은 믿기지 않게도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리프네리욘이었다. "서..설마!" ------------------------------------------------------------------------- 헉헉...겨우 프레드릭과 리넨이 만났네용~ 음...그러고 보니 또 싸우는 장면이...흠~ 흠~ 흠~ ^^ 그럼, 즐건 하루 되세용~ 빠잉~ [번 호] 20461 / 21101 [등록일] 2001년 10월 17일 23:52 Page : 1 / 19 [등록자] ANAK1000 [조 회] 425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6-5 ─────────────────────────────────────── 어두운 밤하늘에 환영처럼 둥둥 떠 있는 리넨! 청록색의 머리카락이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렸는데, 그 때마다 리넨의 싸늘 한 눈동자가 머리카락 사이로 언뜻 보이는 것 같았다. "그..그럴리 없어! 분명, 너는 죽었을텐데!"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부딪치기라도 한 것인지 프레드릭의 두 눈동자는 눈앞의 리넨 의 모습에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지금 환상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 며 고개를 세차게 가로 저어 보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자신의 혼란스러운 마음 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오랜만인군, 프레드릭" 높낮이 없는 음이 나직하게 리넨의 입에서 흘러나오면서 프레드릭의 비웃자, 그는 겨우 눈앞의 인물이 자신이 알고 있는 리넨이 맞고 실재로 존재한다는 것을 믿을 수 있었다. 믿고싶진 않았지만... "...살아...있었냐?" 프레드릭은 눈앞에 엄연히 리넨이 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쓸데없는 질문을 하며, 자 신의 마음상태를 내보이는 듯 했다. 평소의 그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을 하면서 말 이다... "훗, 보고도 모르는 건가?" "...분명 화산으로 떨어졌었는데... 운이 좋았나 보군..." 한참동안 가만히 있던 프레드릭은 지금의 상황을 부정하는건 어리석은 일임을 깨달 았는지 천천히 자신을 납득시키며, 힘을 한곳에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리넨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하고서... "오랜만이라 반갑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서로에 대한 인사로 이 밤을 보낼 생각은 없다." 리넨은 자신이 그와 이렇게 대화를 나눌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프레드릭에게 일깨 워주기라도 하는 듯 그를 찾은 이유를 간접적으로 말했다. "그렇군! 너와 나 사이엔 이렇게 긴 대화가 필요 없는데 말야!" 프레드릭도 리넨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리넨의 말을 되받았다. 하지 만 그는 말을 끝냄과 동시에 지금껏 힘을 모아두었던 것을 이용해 순식간에 불의 상급 정령 샐라임을 소환해 리넨을 공격하게 만들었다. 프레드릭은 지금 리넨이 내 뿜고 있는 기운이라면, 자신이 그를 이기기 조금 힘들 것 같았기에 이런 방법을 선 택한 것이다. 프레드릭에 의해 예고 없이 소환된 샐라임은 허공에 모습을 나타내자마자 리넨에게 로 불덩어리를 쏘아 공격을 시작했는데, 그 시간은 매우 짧아, 리넨이 아무리 강해 져 돌아왔다 하더라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직까지 프레드릭의 마지막 말이 리넨에게 전달되기 전에 샐라임의 불 공격이 먼저 리넨에게로 쏘아져 갔으므로... 화르르르륵! 갑자기 번개가 치는 것과 같이 어두웠던 주위가 샐라임의 불덩어리에 의해 순식간 에 밝아졌지만, 리넨은 그런 현상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마치 좀 전의 프레드릭의 행동을 읽기라도 한 듯! 하지만 그런 리넨의 행동에 프레드릭으 고개를 가로 저었다. 지금까지 그가 본 리 넨은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리넨이 자신의 공격을 막지 못하리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리넨을 향해 퍼져나가던 샐라임의 불 덩어리는 리넨의 몸 주변에 닫자마자 생겨날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소멸되어 버렸 다. 치지지직! 마치 물을 만나기라도 하듯, 샐라임의 불덩어리는 물이 증발하는 소리를 내며 사라 진 것이었다. "이..이럴 수가!" 잠깐동안이었지만, 프레드릭은 사라져 가는 샐라임의 불덩어리에 의해 리넨 주변으 로 얇은 막이 쳐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의 속성을 띈 얇은 막이 말이다... 리넨은 프레드릭이 불의 정령으로 자신을 공격할 줄 미리 알기라도 한 것이었을까? "흥! 네가 어떻게 물의 보호막을 치고 나를 기다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나 를 우습게 보면 안될 것이닷!" 프레드릭의 처음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렇다고 그 일로 리넨에 대한 공격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리넨이 공격을 하지 않고 있을 때, 자기가 그를 공격 하는 기회를 버릴 수 없었으므로... "실라이론! 샐라임! 저 녀석을 공격해랏!" 예전에 리넨에게 한번 사용한 적 있는 정령공격이었다. 바람과 불의 상급 정령의 합동 공격! 그것은 보통 상급 정령들의 공격보다 훨씬 센 강도의 공격이라는 것을 이미 예전에 몸을 체험한 적이 있었다. 즉 지금 프레드릭이 자신에게 가하는 공격이 매우 위험 한 것임을 알고 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리넨은 이번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흥! 이번엔 그 물의 보호막으론 막을 수 없을...헉!"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리넨을 비웃던 프레드릭은 아까와 비슷한 결과에 말을 끝 내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바람이 포함된 불의 공격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프레드릭의 공격은 리넨의 몸 주 변으로 쳐져 있는 얇은 물의 막에 의해 차단되고 말았다. 리넨의 몸에는 아무런 상 처도 입히지 못한 채... "이게 끝인가? 흠~ 그동안 좀 발전한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한 모양이군! 더 이상 보여줄게 없는 것 같으니, 이제는 내가 보여줘야 할 차례인 것 같군!" 리넨은 그렇게 황당해하는 프레드릭에게 공격을 예고하고는 전혀 움직일 것 같지 않던 몸을 서서히 움직였다. "그렇게 멍하니 있으면 내가 재미없지 않겠나, 프레드릭!" 움찔! 서서히 움직이는 것 같던 리넨의 몸! 하지만 그것은 눈의 착시현상이었나 보다. 리넨의 몸이 움직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대뇌에 전달하기 전에 그의 몸이 어느새 프레드릭의 곁으로 다가와 있었으니까! 자신이 리넨을 공격한 기습 공격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다가온 리넨! 프레드릭은 갑자기 자신의 귓가를 간질이는 리넨의 숨결에 온몸이 굳어가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난생처음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고나 할까? 눈앞의 리넨은 정말로 예전에 그가 알았던 소년이 아니었다. 프레드릭은 그제서야 리넨이 자신이 있는 곳까지 쫓아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 다. 지금의 상황이 결코 우연으로 인한게 아니라는 것도! "움직여!" 잠깐동안 상황을 파악한 프레드릭이었지만, 리넨에게는 그 시간도 지겹게 느껴졌나 보다. 자신의 곁에 있는 프레드릭의 몸을 발로 차버린 것을 보면... 오른발을 굽혀서 허리까지 올린 리넨은 있는 힘껏 그것을 프레드릭의 복부를 겨냥 해 내리 누른 것이었다. 퍽! 아무리 바람의 정령을 이용해 공중에 떠 있었다고는 하지만 리넨의 그런 갑작스런 공격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인지, 프레드릭은 엄청난 공기의 저항을 받으며 아래로 한참동안 추락해 버렸다. "크..윽! 제..젠장!" 머리카락이 산발한 듯 흩어진 프레드릭은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버렸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리넨의 다음 공격을 피해야만 했다. 바람의 정령을 이용해 바닥에 몸을 부딪히는 것은 막았지만, 다시 자신을 향해 쏘 아져 오는 불덩어리는 지금부터 막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불의 공격이라니..크윽!" 바람과 불, 그리고 땅의 정령을 다루는 프레드릭은 지금 리넨이 쏜 불덩어리를 효 과적으로 소멸시켜버릴 만한 방법이 없었다. 얼핏보기에도 보통의 불덩어리는 아니 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프레드릭이었기에 더욱 그 해결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어쩔 수 없군! 셀레스핀!" 그리고 불덩어리가 프레드릭의 몸에 닫기 바로 직전! 그는 바람의 최상급 정령을 소환하는 것으로 리넨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하늘거리는 긴 하늘색머리를 풀러 해친 아름다운 모습의 셀레스핀이 프레드릭의 앞 에서 리넨의 불덩어리의 방향을 틀어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프레드릭 의 주변에 있던 샐라임과 실라이론은 그 모습을 감춰야만 했다. "호오~ 최상급 정령이군! 최상급까지 다룰 수 있었나 보군~" 시시한 장난감이 조금 나아보이려 하자, 리넨의 입가에는 잔인한 미소가 진하게 드 리워지고 있었다. "......!" 프레드릭은 지금 이 순간 눈앞의 인물이 정말 리넨인지 의심이 가길 시작했다. 그 와 헤어진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게 아닌데, 지금 그는 최상급 정령을 알아보 는 것뿐만 아니라 마치 지금 프레드릭 자신을 장난검 취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지금 보여지는 리넨의 모습에서 예전의 리넨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까지 변할 수 있다니... 놀랍군..." 놀라운 상황이긴 했지만, 프레드릭은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되살려 다시 공격을 시도했다. 아무리 지금 눈앞에서 리넨이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짓는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셀레스핀의 공격은 그도 받아치기 어려울 거라는 희망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것이 마지막이라고는 생각지 마라! 에어 블래스트(air blast)~!" 프레드릭은 마치 셀레스핀과 동화되기라도 한 듯, 자신의 위쪽에 서 있는 리넨을 향해 마법을 구사하는 모양으로 공기 폭발 마법을 시전했다. 셀레스핀이 펼친 에어 블래스트는 주변의 공기를 압축시켜 목표물을 향해 날린 후 폭발시키는 공격이었는데, 이 공격은 지금껏 프레드릭이 해왔던 것과는 차원이 다 른 듯, 지금까지 가만히 있으면서 프레드릭의 공격을 무마시켰던 리넨도 에어 블래 스트앞에서는 몸을 조금 움직였다. 작은 전격계열의 화살이 아닌 공기의 폭발이었다. 즉 몸을 조금 움직인다고 피할 그런 공격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프레드릭은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엄청난 마 나의 손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가에 미소를 드리운 채 잠시 후의 리넨을 상상하 고 있었다. 이 정도의 마나 손실 정도면, 꽤 괜찮은 결과일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프레드릭이 생각한 대로의 결말은 일어나지 않았다. 셀레스핀이 날린 압축된 공기덩어리가 리넨에게 적중한 것까지는 그의 예상이 맞았 지만, 프레드릭의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빛보다도 빠르게 날아간 듯한 압축된 공기가 리넨의 몸이 서 있는 곳에서 폭발은 했지만, 그 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리넨의 모습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멀쩡한 리넨이 있었던 것이다. 마치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의 몸을 살 피는 리넨이... "바람의 최상급 정령이 겨우 이 정도였나 프레드릭?" 리넨은 이 말을 시작으로 더 이상 즐거운 듯한 입가의 미소를 지워버렸다. 마치 지 금부터 프레드릭과의 장난은 그만두겠다는 것 같이... "너같은 것에게 유모가 죽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 괴롭혀 주고 싶지만, 곧 방해자 가 있을 듯 하니 그만 끝내주지! 인시너레이트(incinerate)~!" 푸르스름한 불꽃의 꼬리를 만드는 불덩어리가 리넨이 손에서 생겨나더니 순식간에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셀레스핀!" 푸른색의 불덩어리를 본 프레드릭은 그것의 온도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으리란 생각에 재빨리 정령을 이용해 그것을 막아보려 했지만, 그의 예상 대로 그 불덩어리는 셀레스핀이 쳐놓은 바람의 막을 찢어버리고는 프레드릭이 있는 곳까지 쳐들어왔다. 순식간에 전달되는 불의 열기로 프레드릭은 자신의 얼굴이 익는 것과 같은 착각을 하고 말았다. 셀레스핀을 이용해 잠시 시간을 늦춘 다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몸 을 뒤로 뺐던 그였지만, 그 열기만은 피할 수 없었나 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갔는데도 불구하고 프레드릭은 온 몸이 마치 화염에 휩쌓인것과 같은 기분이 드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치지지직! 그리고 실제로 그의 옷의 끝자락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푸우~~욱! 신기한 소리를 내며 건물 안으로 흡수되듯 사라진 불덩어리! 프레드릭의 뒤로 떨어진 푸른 불덩어리는 그대로 아래에 존재하던 건물과 부딪혔는 데, 신기하게도 건물은 부서지지 않고 그대로 커다란 구멍만을 남긴 채 그대로 서 있었다. 너무도 뜨거운 불덩어리라서 건물과 부딪히는 충격에 의한 부서짐보다는 그 열기로 인한 효과가 작용했나 보다. "제..제기랄!" 프레드릭은 옷에 붙은 불을 손으로 끄고는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켜보았다. 눈앞의 리넨을 상대할 방법에 대해서 말이다! 잠깐의 시간동안이었지만 프레드릭은 아리아를 지켜야 하는 자신의 의무와, 리넨을 처리해야 하는 의무 중 어느것이 더 무게가 나가는지 생각하고는 리넨이 다음 공 격을 하기 전에 실레스핀을 이끌고 사람들이 몰려있는 인파 사이로 몸을 떨어뜨렸 다. "이..이런!" 프레드릭의 위에서 몸을 멈추고 있던 리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프레드 릭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몸을 아래로 날려버렸다. 엄청난 불덩어리로 인해 건물이 녹아내렸기에 그 건물 사람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 이 그곳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는데, 아마도 프레드릭은 자신이 이곳에 파뭍히면, 리 넨이 자신을 찾지 못할거라는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생각은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진 프레드릭을 찾기 위해 리넨이 허공에서 잠시 주 춤한 것을 보면 말이다. [번 호] 20480 / 21101 [등록일] 2001년 10월 18일 23:58 Page : 1 / 16 [등록자] ANAK1000 [조 회] 609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6-6 ─────────────────────────────────────── 갑작스런 폭음을 시작으로 크로와 왕성은 한밤중에 엄청난 난리를 겪어야만 했다. 처음 폭발이 있었던 곳은 바로 아리아 왕비가 갇혀 있는 경비가 삼엄한 어느 건물 이었는데, 이 갑작스런 공격에 의해 그곳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들은 매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을 피신시키기에 자리를 이탈해야만 했다. 즉 그들은 아리아 왕비에 대한 경비를 소홀히 했던 것이다. 만약 이것이 아리아 왕비를 구하려고 시도한 공격이었다면, 누군지 몰라도 그는 매 우 흡족한 결과를 봤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혼란의 속에서도 아리아 왕비는 갇혀있는 방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의 침입의 흔적 이 없었던 것이다. 그녀가 있는 방 근처에서 폭발을 일으킨 원인이 그녀를 구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기라도 하듯! 그리고 그런 의문은 얼마 지나지 프레드릭의 실종으 로 해결되었다. 누가 프레드릭을 구하기 위해 이런 일을 계획했는지 몰라도, 꽤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임에는 틀림없는 듯 했다. 아리아에게 시선이 고정된 틈을 타 프레드릭에게 접 근했으니 말이다. 그날의 혼란은 리넨과 프레드릭의 공격에 의해 만들어진 마나 덩어리로 더 심화되 었는데, 이것은 그날 아침까지 계속 되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누군가의 공격! 크로와 왕국은 이 공격이 분명 자국에 대한 원한 때문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아리아 왕비를 강금해 놓고 있는 원인이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이다. 크로와 왕국에 이 정도로 강력한 공격을 하면서, 악감정을 드러낼 만한 나라는 단 연 유투 왕국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렇게 어리석은 방법으로 일 처리를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아리아 왕비를 자국으로 대리고 갈 수 있는 유투 왕 국이었지만, 흥분해 있는 크로와 왕국의 왕은 그런 사실을 간과하며, 오직 유투 왕 국에 대한 악감정만을 키우고 있었다. 하룻밤의 공격으로 크로와 왕국은 삼엄한 경비를 세우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아리 아 왕비는 예전보다 더한 감시를 당해야만 했다. "누구지? 누가 어리석게 이곳을 공격한 거야!" 아리아 왕비는 사방이 막혀 있는 방에서 불안한 듯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그녀는 이 공격이 일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 다. 크로와 왕국이 자신에 대한 악감정을 더욱 겉으로 드러낼 수 있는 원이이 되는 일이라는 것도... "드루젤인가?" 드루젤에게 자신의 처지를 알리는 편지를 보냈는데도 그가 아무런 조취도 취하지 않아, 실망하던 아리아는 설마 이 일이 드루젤이 한 일일까? 라는 생각을 할 수밖 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아리아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는지, 아리아는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면서 또 같은 자리를 맴돌기 시작했다. "드루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은데..." 자신이 키운 드루젤이었다. 아리아는 아는 한 자신의 아들은 이런 행동을 하지 않 았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가 이런 일을 벌였다고 한다면, 자신을 이렇게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 것... "뭔가... 이상한 쪽으로 일이 진행되어 가는 것 같아... 뭔가..." 아리아는 이전부터 느꼈던 불안감에 몸이 으슬으슬 추워지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아리아가 그렇게 혼자 지금의 상황을 정리하고 있을 쯤, 그 건물의 맨 꼭대기에는 누군가가 아리아와는 반대대는 모습으로 나른하게 누워 있었다. 살랑 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내맡긴 듯 금발의 머리카락을 오른손으로 쓸어올 리는 인물은 바로 리넨의 부탁을 받은 트레모스였다. 나른한 오후를 즐기는 듯한 모습을 한 트레모스였지만, 내심은 그렇게 느긋하지 않 은지 투덜거리는 말이 그의 입에서 계속 터져 나오고 있었다. "리넨 이 자식! 내가 심심하다고 그랬더니, 감히 날 이런 감시역이나 하라고 해?" 어젯밤에 리넨의 옆에서 약을 올렸던 트레모스는 그때의 일을 후회하며, 지겨운 듯 한 아리아 감시역을 맡게 된 것이다. "젠장할~ 내가 여기로 이목 집중을 시켜줬으면 그걸 됐지! 뭘 더 바라는 거야! 그 자식! 근데,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하는 거지?" 투덜거리는 트레모스의 말은 그 정도로 끝나지 않을 듯 그렇게 바람과 같이 계속해 서 허공으로 흩어져갔다. 크로와 왕국은 그 날 이후 베누 시까지 모두 전시상황과 같은 감시를 시작하며 수 많은 경비병들을 마을 곳곳에 풀어놓았다. 그것은 베누 시로 숨어 들어간 프레드릭 에게는 매우 안 좋은 상황으로 다가왔는데, 이는 왕이 트레모스 같은 원흉이 성 위 에서 느긋하게 누워 있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헉헉... 제기랄! 아직까지도 모자라!"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 으슥한 골목 안쪽에서 누군가의 칼칼한 목소리가 나직이 울 려 퍼졌다. 어둠 속에 몸을 감추고 있는 그는 만약 소리를 내지 않았다면, 자신의 존재를 계속해서 감출 수 있었을 것이다. 뭔가를 투덜거리던 그는 바로 리넨을 피해 베누 시로 들어온 프레드릭이었다. 리넨 을 상대하면서 무리하게 많은 마나를 한꺼번에 써버린 프레드릭은 빠른 시간 안에 아리아 왕비를 구출해 나가기 위해 마나를 모으는 중이었는데, 빠른 시간 안에 많 은 양의 마나를 모으려 하니 잘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리넨과 싸운 시간이 그렇게 길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프레드릭이 써버린 마나의 양은 그가 갖고 있던 대부 분의 양이었나 보다. 이렇게 베누 시 안으로 들어와 마나를 모으는데도 상당한 시 간이 걸리는 것을 보면... 일정한 간격의 시간을 두고 경비병들이 마을 골목골목을 뒤지고 있었지만 프레드릭 이 숨어 있는 골목 안쪽까지는 들어와 보질 않고 있었다. 이런 완벽한 장소를 찾기 위해 여러 번 몸을 옮긴 프레드릭의 노력이 그 빛을 발하는 순간인 것 같았다. "젠장할..." 하지만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프레드릭의 입에서는 불만이 가득한 말이 튀어나 오고 말았다. 갑작스럽게 변한 자신의 처지에 대한 한탄인 것처럼... 굳어진 얼굴로 답답한 한숨을 내뱉은 프레드릭은 리넨의 등장으로 어느 정도 풀릴 뻔한 실타래들이 더욱 엉키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리넨에 대한 분노를 키워갔다. "이대론 안돼! 리넨... 그 녀석만 없었더라면!" 일을 더욱 꼬아버린 리프네리욘! 프레드릭은 모든 일의 원인을 리넨때문이라 생각 하고는 골목 깊숙한 곳에서 마나를 끌어모았다. 그에겐 지금 다시 본래의 힘을 되 찾는게 가장 급한 일이었으므로... 그런데 그때였다. 웅성거리는 거리에서 귀에 익숙한 누군가의 이름이 들려온 것이었다. 사람들의 웅 성거림의 그의 귀에 들어올리 없었지만, 좀 전의 이름은 듣고 싶지 않더라도 들을 수밖에 없는 그런 이름이었다.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람의 이름이... "라이너, 같이 가요~!" 어떤 소년이 부르는 듯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프레드릭은 그런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눈앞에 적이 한 명 늘어나느냐, 아니냐가 결정되는 순간이었으므로 ... 동명이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그 이름이 들리는 순간 자신이 처지도 잊고, 바로 몸을 돌려 밝은 빛이 들어오는 곳으로 자리를 이동했는데, 작은 건물들 틈으 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검푸른 머리카락을 길게 하나로 묶은 청년이었다. 등뒤에는 프레드릭도 익히 알고 있는 커다란 검이 매어져 있었고... 즉, 소년이 부른 인물 은 프레드릭도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라..라이너까지 왔단 말인가!" 프레드릭은 순간 온 몸이 떨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리넨에 의해 쫓기게된 그 였는데, 알고 보니 리넨의 오른팔인 라이너까지도 그를 찾고 있는거라는 생각이 들 었기 때문이었다. 적이 순식간에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어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프레드 릭은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묘안을 뜻하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라이 너의 등장이 그에게 좋은 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프레드릭의 시야에서 검푸른 머리카락의 라이너가 모습을 드러냈다 감춰 버렸지만, 프레드릭은 라이너가 사라진 줄도 모르고 그렇게 그 자리에서 비릿한 웃 음을 입가에 드리우고 있었다. "리프네리욘... 네 녀석을 처리하려면, 라이너를 먼저 잡는게 좋겠지? 큭큭큭..." 잠깐동안 라이너에 대해 본 프레드릭은 그렇게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어둠 속으로 몸을 감춰버렸다. 아직 완벽하게 마나를 모아 몸을 회복시킨 상태가 아닌데도 불 구하고 그는 정령을 이용해 라이너를 쫓아간 것이었다. 리넨을 위협할 인질을 잡을 생각으로... 프레드릭이 사라진지 잠시 후! 그가 모습을 감춘 자리에 공간의 일그러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도 어두운 곳이라 확연히 보이진 않았지만,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밝은 색의 무언가가 그 안의 공간의 일그러짐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천천히 어둠 속에서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낸 인물! 청록색의 머리카락에 긴 앞머 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사람은 바로 프레드릭을 뒤쫓아온 리넨이었다. 길거리의 반 이상이 경비병들이라 할 수 있는 복잡한 베누 시였지만, 그들은 골목 여기 저기를 수색하며 누군가를 찾기 바쁠 때, 리넨은 그런 경비병들의 눈을 피해 더 깊은 골목까지 돌아다니고 있었다. 경비병들의 방법과 다른 이동 방법을 쓰면서 ... 이 곳, 좀 전까지 프레드릭이 있던 이곳을 찾는데도, 리넨은 텔레포트를 이용해 이 곳까지 온 것이었다. 정령을 이용해 프레드릭의 위치를 알아내며, 그곳으로 몸을 이동시키는 방법으로... 지금 리넨은 베누 시와 성에 모든 정령들을 소환해 놓은 상태였다. 바람, 땅, 불, 물의 정령을 이용해 프레드릭을 찾고 있는 것이었다. 베누 시 자체가 지하수로가 잘 되어 있어, 물의 정령으로도 사람을 찾기가 꽤 수월 했기에, 단기간에 프레드릭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리넨이 프레드릭 자신을 쫓고 있는지 알고 있기라도 하듯, 프레드릭은 리넨이 도착하기 전에 장소를 이동해 버리고 있었다. "젠장! 좀 전까지 여기 있었던 것 같은데!" 어둠 속에서 걸어나온 리넨은 이 장소를 가르쳐준 바람의 최상급 정령인 실레스핀 과 함께였는데, 순식간에 프레드릭의 흔적을 찾아 이곳으로 왔지만, 또 다시 허탕 을 치고 말았다. "이게 대체 몇 번째야!" 리넨은 다시 실레스핀에게 프레드릭의 위치를 찾으라 명하고는 자신도 그의 뒤를 쫓아 마을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그를 놓아줄 수는 없는 일이었으므로, 귀 찮기는 했지만 계속 같은 작업을 반복해야만 했던 것이다. 한편 프레드릭은 라이너의 뒤를 밟아 그가 머무는 여관까지 쫓아가 있었다. 이상한 힘이 느껴지는 어린 소년과 같이 방을 써 그를 놀라게 하긴 했지만, 리넨이 아직 이곳에 도착하지 않은 것을 생각하고는 그는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의 계획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져 갔기 때문에... 자신의 마나를 감추고 라이너 근처에서 기회를 노리던 프레드릭은 방안의 소년이 라이너의 관심을 끌고 있는 순간을 기회로 잡았다. 콰쾅! 갑작스런 공격이 방안에 있던 인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프레드릭 은 방과 연결되는 모든 창과 문을 동시에 정령들을 시켜서 공격하게 만들었다. 그 렇게 라이너의 주의를 분산시킨 후에 공격해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갑작스런 힘으로 라이너가 머물고 있던 방문과 문이 산산조각이 났는데, 그로 인해 방안의 소년은 당황한 듯 소리를 지르며, 라이너의 뒤로 자신의 몸을 숨겨 버렸다 하지만 라이너의 얼굴은 그 소년과 다르게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마치 프레드릭의 공격을 알아차리기라도 한듯... [번 호] 20689 / 21101 [등록일] 2001년 10월 30일 23:47 Page : 1 / 22 [등록자] ANAK1000 [조 회] 410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6-7 ─────────────────────────────────────── 프레드릭은 부서진 문 뒤에서 이미 소환해 놓은 최상급 정령을 이용해 방 가운데 서 있는 라이너를 공격해 들어갔다. 최상급 정령의 공격이라 그런지 엄청난 크기의 마나 덩어리가 순식간에 그 작은 여관 방 안에서 만들어졌는데, 그것은 만들어진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라이너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부서진 문과 창문들의 흔적이 공중에서 다 떨어져 내리기도 전에 실레스핀의 공격 이 시작된 것이었다. 순식간에 엄청난 바람이 좁은 공간에 휘몰아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바닥에서 평안을 찾으려던 나무와 유리조각들은 다시 요란한 움직임을 보 이며 다시 소음을 내게 만들었다. '드드드득'하는 소리가 이 방안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하는 것을 알리는 것 같았지만, 그 잠깐의 순간동안에 일어난 일이 실레스핀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프레드릭에 의해 소환된 정령은 그 모습 이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았으니... 하지만 라이너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느끼기라도 한 것인지, 순식간에 자신의 분 신인 다크로드를 양손으로 꺼내 오른쪽 어깨위로 검을 들어올려 방어의 자세를 취 했다. 다크로드는 라이너의 얼굴 앞으로 검은 그림자도 없이 찰나에 자리를 잡았는 데, 그것은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그렇게 자리해 있는 것 같았다. 실레스핀의 마법 공격에 방어자세를 취한 라이너는 얼굴에 아무런 감정변화 없이 검을 쥐고 있던 손을 스르륵 옆으로 조금 기울였다. 검을 휘두르기 좋은 자세를 만 들면서... "라..라이너?" 갑작스런 혼란에 무덤덤한 라이너와는 달리 엘벤트는 지금의 상황에 꽤 놀란 모양 이었는지, 라이너를 떨리는 목소리로 불러 보았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어깨 위로 올려져 있던 다크로드를 간결하면서도 날카로운 동작으로 휘두르는 라이너를 볼 뿐,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샤~악! 공중에 커다란 포물선을 만들면서 휘둘러진 다크로드는 매우 빠른 속도로 바닥에 깊이 박혀 버리고 말았다. 즉 매우 빠른 속도로 그 움직임을 마친 것이었다. 만약 공중에 다크로드의 잔영이 남아 있지 않았다면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 을 정도의 빠르기로... 콰콰콰콰콰쾅!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잠시 후 라이너의 양옆의 바닥이 뜯어져 나가면서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폭음과 비례할 정도로 강한 힘이 라이너 의 주변으로 흩어져 버린 것이었다. 그 파괴력의 주인은 바로 공간을 일그러트리며 라이너를 향해 다가오는 에어 블래 스트였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 에어 블래스트! 갑자기 생겨난 그것은 라이너를 향해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왔지만, 다크로드에 의해 두 개로 갈라지면서 애꿎은 건물을 부수고 만 것이다. 한번 파괴하기 시작한 에어 블래스트의 위력은 순식간에 라이너의 뒤의 벽을 허물 어 버리고 말았는데, 그것 만으로는 자신의 위력이 다 드러낼 수 없었던 것이었는 지, 뻥 뚫린 뒷 배경으로 지붕이 날아간 다른 건물들이 보이고 있었다. 에어 블래스트 자체가 공기 덩어리이긴 하지만 그 압축 정도는 외부의 힘으로 흠집 을 내거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즉 칼을 휘두르는 것 정도로는 도저히 그 덩 어리를 막을 수 없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라이너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강력한 마나 덩어리를 깨끗하게 두 동강 내 버리면서 프레드릭의 공격을 막아 버렸다. 너무도 간단히... 바닥에 박혀 있는 다크로드 주변으로 은은한 빛을 내고 있는 푸른 연기가 그런 결 과를 얻게 한 이유인 것 같았는데, 그것의 크기는 검 위로 거의 5Cm정도를 차지하 고 있었다. 라이너와 엘벤트가 있는 방의 창문과 문이 부서지면서 시작된 프레드릭의 공격과 라이너의 방어는 정말 찰나에 일어난 일이라, 누군가가 지금의 소리를 들었다고 해 도 바로 이곳으로 뛰어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방안에서 좀 전의 상황을 본 엘벤트도 어안이 벙벙한 듯 두 눈을 껌뻑이고 있었는 데, 건물이 부서지는 소리를 듣고 이곳을 달려올 수 있는 사람이 그보다 빠르게 정 신을 차릴리는 만무했던 것이다. 찰나에 일어난 공격! 비록 실패로 돌아가긴 했지만, 공격을 시작한 사람은 용의주도한 프레드릭이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일을 대비하고 있었던지, 라이너에게로 다시 커다란 마나 덩 어리가 날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엔 다크로드로 가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마나 덩어리의 목표가 자신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는지, 라이너는 등뒤의 엘벤트를 저 멀리 밀쳐 버리고는 그 마나 덩어리를 피해 문 뒤에서 정령을 조종하고 있는 프레드릭에게로 몸을 날렸다. 콰쾅~ 또 다시 목표를 잃어버린 마나 덩어리가 애꿎은 건물을 허물어뜨리는 소리가 들렸 지만, 프레드릭은 그런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계속해서 실레스핀을 조종하고 있었다. 프레드릭에게로 날아가던 라이너는 그런 공격 때문에 두 번이나 공중에서 몸의 방 향을 틀어야 했지만, 신기하게도 쏘아져 가는 그 속도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심상치 않은 공격에 무표정했던 라이너의 얼굴이 조금 굳어지긴 했지만, 그것은 의 문에 의한 표정변화일 뿐이었다. 그런 표정의 변화는 라이너 자신이 이곳에 와 있 다는 것을 그 누구도 알지 못하며, 막상 누군가 알고 있다고 해도 자신이 공격받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없음을 생각해 냈기 때문에 일어난 변화였지만, 그런 궁금증이 나타난 라이너의 표정은 문 뒤의 인물을 보는 순간 싹 바뀌고 말았다. "프..레드릭?!" 순식간에 당황한 듯한 라이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그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욱 싸늘해 졌으며, 그의 두 눈도 검푸른 색으로 얼어버린 듯 했다. 프레드릭은 라이너가 자신의 공격을 피해 이곳까지 다가올 줄 상상도 못했던 것인 지, 헛 바람을 들이키며 한발자국을 뒤로 뻗었지만, 쉽게 라이너를 피해 몸을 숨길 수는 없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점점 얼어붙어 가는 라이너의 몸은 프레드릭이 자신에게 왜 살기를 뿜었 는지에 대해 결론을 내리면서 그 최고치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의 뒤로 라이너에 의해 바닥으로 밀쳐진 엘벤트가 아직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있었지만, 좀 전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한 엄청난 살기에 두 눈에 초점이 맞추며 잠 시 정신을 차리는 듯 했다. 하지만 좀 전의 살기가 다른 곳에서 나왔다고 생각한 그는 라이너의 등에서 흘러나 오는 푸른 불꽃을 내뿜는 듯한 모습에 소름을 일으키며,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본 라이너는 무뚝뚝하긴 하지만, 저 정도의 강한 살기를 일으킬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 엘벤트였는데... 이 일로 엘벤트는 잠시 정신을 차린 듯 한 모습에서, 난생 처음 접하는 살기와 현 실에 그만 또 멍한 표정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 방에는 엘벤트의 멍한 표 정을 고쳐 줄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살기를 드러내며 자신의 일에 바쁜 두 사 람밖에는... "흥! 잘도 피하는군!" 예전과는 너무도 달라진 라이너의 모습 때문인지, 프레드릭의 입에서는 화가 난 듯 한 말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라이너의 공격 범위에 몸을 그대로 두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았다. 자신이 알기에 지금의 라이너는 자 신이 상대하기에 어려운 상대임이 분명해 보였으므로... 순식간에 뒤로 몸을 물러선 프레드릭이었던 것이다. "왜 날 공격한 것이지?" 어느 정도 프레드릭에 대해 짐작을 하고 있던 라이너였지만 그래도 그것은 확증이 없는 상태였으므로, 라이너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두 손에 힘이 들어간 것으로 봐, 바로 눈앞의 프레드릭을 아까의 마나 덩어리와 같 이 두 동강 내버리고 싶은 것 같았지만... 하지만 그런 라이너의 질문에 프레드릭은 콧웃음만을 칠 뿐이었다. "흥! 당연한 것을 묻고 있군!" 프레드릭은 이런 질문에 대답을 할만한 성격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기회를 엿봐야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라이너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고 있었다. 두 눈동자는 그 주 변의 상황을 빠르게 체크하면서... "당연한 것? 네가 전하를 해친 것을 시인한다는 말이냐!" 라이너는 예전부터 프레드릭에게 따지고 싶었던 것을 하나 둘씩 물어보기 시작했다 자신이 몸이 그를 공격하라고 하고 있었지만, 라이너는 그런 몸을 억제하면서까지 프레드릭에게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자신이 검을 휘두르기 전에 풀어야 할 의문 점들이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라이너의 질문에 대한 뜻을 잘못 파악한 프레드릭은 아직 공격을 시작하지 않은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 것인지 몸에 무리를 가하면서까지 또 다른 정령을 소 환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라이너가 자신을 공격하지 않고 계속해서 질문만 하는 이유가 지금의 라 이너의 실력으로는 자신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오해를 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자신이 라이너를 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그래도 용의주도함은 어디 갈 수 없는 것인지, 그는 공격을 가하기 전에 라 이너에게 그의 생각을 떠보는 말을 했다. "내가 리프네리욘을 해쳤다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 아닌가? 그런 것으로 시간을 벌려하다니! 흥! 리프네리욘이 오기를 기다리는 건가본데, 그런 수작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그 녀석이 오기 전에 넌 내 손에 죽어줘야 해!"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 존재를 드러낸 것은 프레드릭이 자주 소환해 내는 불의 상 급정령 샐라임이었다. 말하는 도중 크게 당황하는 라이너의 모습을 본 프레드릭은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 고 결론을 내리고는 즉시 공격에 들어가기 위해 다른 정령을 불러낸 것이다. 그것은 몸에 무리가 가는 행동이었지만, 그래도 프레드릭은 리넨이 이곳에 오기 전 에 눈앞의 상대를 없애야 했기 때문에 다른 선택은 할 수 없었다. 다시 시작된 기습 공격! 프레드릭에게 의해 소환된 샐라임과 실레스핀은 순식간에 연합공격으로 라이너를 공격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까의 라이너의 몸놀림이라면, 분명 이번 공격도 쉽게 피할 수 있을꺼라는 생각에 프레드릭은 2~3중으로 복잡한 연합공격을 가했는데, 뜻밖에도 그의 처음 공격은 라이너의 몸에 직격으로 맞아버렸다. 몸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진 후에야 겨우 어설프게 다크로드를 들어 그 다음 공격을 어느 정도 막았지만, 그래도 라이너는 검붉은 피를 토해내며 엄청난 충격을 받았 다는 것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 뜻밖의 성과! 프레드릭은 설마 처음 공격이 먹힐 줄은 몰랐기에 잠시 멈칫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내린 결론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비틀거리는 라이 너를 향해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이 정도의 소란이라면, 언제 리넨이 이곳으로 올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므로... "리프네리욘처럼 너도 많이 강해진 것 같기는 하다만, 아직 내 상대는 아닌 모양이 군! 크큭!" 프레드릭은 좀 전의 공격으로 자신감이 얻었는지 라이너를 향해 한번 비웃음을 보 여주고는 다시 두 정령을 움직여 라이너를 공격했다. 최상급 정령과 샐라임의 합동 공격이라 그런지, 라이너의 주변은 순식간에 초토화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미 실레스핀의 에어 블래스트로 건물의 반 이상이 날아가 버린 상태였는데, 그것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화이어 블 래스트가 실레스핀의 합세로 더욱 강력하게 주변의 모든 것을 날려버리며 라이너에 게 다가가고 있었으니... 직접적인 마찰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불덩어리는 라이너 주변의 모든 것을 태 우며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라이너는 그런 상황에서도 혼란스러운 듯 두 눈을 깜박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평소의 그였다면, 몸을 재빠르게 돌려 그 엄청난 공격으로부터 벗어났었을 텐데... 하지만 지금 라이너는 거의 무방비 상태로 손에 들려 있는 다크로드만을 들고 서 있을 뿐이었다. 좀 전의 방어도 무의식중에 일어난 것이었을 뿐, 그의 의도대로 움 직인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뜨거운 열기가 빠른 속도로 자신의 얼굴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 라이너였지만, 그곳에서 발을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프레드릭의 말이 점점 깊어지는 죽음의 늪으로 라이너를 밀어넣어버린 결과를 가져 온 것 같았다. 절대 절명의 순간! 프레드릭은 아무 움직임도 없는 라이너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결과는 그가 바라는 대로 되었으니... 하지만 프레드릭의 미소는 계속 이어질 수 없었다. 엄청난 열기로 주변의 모든 것을 녹여버리던 샐라임과 실레스핀의 마나 덩어리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처럼 라이너의 검에 의해 반쪽이 난 것이 아닌 완벽한 소멸! 마나 덩어리를 소멸시킬 수 있는 존재가 나타나지 않는 한 불가능한 현상임을 안 프레드릭이었기에, 그의 표정은 굳어버리고 만 것이다. 설마 하는 생각으로 리넨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개를 든 프레드릭! 리넨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의 소멸 마법을 쓸 수 있는 능력은 있을 수 없었기에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눈앞에 나타난 청록색의 머리카락 을 휘날리는 청년의 모습에 씻은 듯이 사라지고 말았다. 자신을 향해 엄청난 세기 의 마나 덩어리를 날려보내는 리넨의 모습을 보고 말이다. "으윽! 빨리도 찾아왔군!" 콰쾅~ 갑작스런 마나 공격으로 몸에 무리가 갔던 것인지, 리넨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 해버린 프레드릭은 이마에 깊은 골을 만들면서 정령들을 불러 들렸다. 리넨이 합세 한 상황에서라면 자신이 이곳에서 살아나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으 므로... 하지만 그는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없었다. "이런 곳에 숨어 있었군! 나를 귀찮게 하는 것도 모자라, 라이너를 공격하다니!" 분노에 찬 리넨의 목소리가 그의 행동을 방해했기 때문이었다. "저..전하?"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라이너는 꿈에 그리던 리넨의 뒷모습을 보며 말을 건 후에 돌려진 리넨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오랜만인데? 잠시만 기다려주겠어?" 프레드릭에게 말했을 때와는 180도 다른 목소리가 라이너를 향해 울리고 있었다. "저..전하!!!" 리넨은 그리운 라이너와의 만남에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는 듯 했지만 그 미소는 다 시 고개가 돌려지면서 씻은 듯 사라지고 말았다. "프레드릭! 널 쉽게 죽이지는 않겠어!" 리넨은 얼음보다도 차가울 것 같은 눈빛을 하고는 두 손을 들어 프레드릭을 향해 자신의 마나를 내뿜었다. 지금 그는 예전처럼 프레드릭을 갖고 놀 정도로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리넨의 손을 통해 프레드릭에게로 다가간 것은 리넨 자신의 순수 마나였는데, 그것 은 순식간에 프레드릭의 몸안으로 들어가, 그의 몸에 장애를 가했다. 마나 다루기에 익숙한 리넨은 공격마법으로 프레드릭을 죽이지 않고, 그가 정령을 부리지 못하게끔 정령에 대한 마나 공급을 끊어버린 것이었다. 자신의 마나를 프레 드릭의 몸 안에 넣어 혼란을 주면서... 남의 몸에 자신의 마나를 넣는 것 정도는 이미 많은 경험이 있는 리넨이어서 그런 지, 그는 쉽게 공중의 정령들을 사라지게 만들었는데, 프레드릭과 꽤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리넨은 너무도 쉽게 자신이 원하느 바를 얻은 것이었다. ------------------------------------------------------------------ 히유~~ ^^;;; 간만에 올리네용~~ (__) 꾸벅~ 드뎌 중간고사가 끝났습니다~ 이제는 매일 연재로...홀홀홀~~ ^^;;; 아! 드뎌 둘이 만났는데용...^^:; 근데, 뭔가 어색한...흠...간만에 써서 그런지, 원래 그런지..^^;;; 암툰~ 넘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당~ (__) 다시 꾸벅~ 즐건 하루 되세용~ ^^ [번 호] 20699 / 21101 [등록일] 2001년 10월 31일 15:47 Page : 1 / 23 [등록자] ANAK1000 [조 회] 449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6-8 ─────────────────────────────────────── "크아--악!" 갈라진지 오래인 프레드릭의 목소리가 쇳소리를 내며 공중에 퍼지고 있었다. 괴로 워하는 그의 일그러진 표정이 몇 십 분 째 이어지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런 프레드릭의 모습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머니, 유모... 그들의 복수를 하는 것인데도 별로 기쁘지가 않군...' 프레드릭의 마나 사용을 중단시켜버린 나는 정령들을 이용해 녀석의 양팔을 잘라버 렸다. 정령을 부리던 그였기에, 나는 일부러 정령을 이용해 그의 몸에 상처를 입힌 것이다. 그것이 그에게 더한 고통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므로... 그리고 그 예상은 들어맞았는지, 프레드릭은 정령들이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힐 때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처음 엄청난 폭발로 이곳을 찾은 나는 프레드릭이 힘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괴롭혀 주려고 했었다. 내가 굳이 나서서 프레드릭이 상대하고 있는 녀석을 도와줄 필요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은 눈에 익은 다크로드의 모습에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 다. '처음 뒷모습을 봤을 때는 잘 몰랐는데... 라이너... 분위기가 많이 변한 것 같아. ..' 나까지도 놀랄 정도의 살기를 내뿜고 있던 라이너의 모습에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다크로드가 아니었다면, 난 멀리서 프레드릭과 라이너를 그 냥 지켜보고만 있었을 것이다. 둘 중 하나가 쓰러질때까지... 하지만 내 눈에는 다크로드의 검신이 보였고, 프레드릭의 공격을 받고 있는 사람이 라이너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므로 난 방관자적 입장에 계속 있을 수 없었다. "크으---윽!" 다시 울려퍼지는 프레드릭의 신음소리에 난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와 녀석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날카로운 바람에 의해 두 팔이 잘려진 그의 어깨에서는 이제 더 이상 피가 남아 있 지 않기라도 한 것인지 질퍽한 검붉은 액체가 꽤 오랜 시간간격을 두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고동색이었던 흙은 이미 그의 피로 오래 전에 그 색깔을 바꾸고 있었다. 단지 그 영역만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을 뿐... "프레드릭! 괴로운가?" 육체적인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잠겨있던 목소리를 다시 풀어 버렸다.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너무도 무감정한 목소리였다. 마치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되는 것 마냥... 하지만 내 말에 프레드릭은 고통과 분노가 같이 섞여 있는 듯한 얼굴을 잠시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이내 다시 시작되는 고통 때문인지 금방 고개를 떨구고 말았지만 ... "그 정도의 고통으로 괴로워하는건 너무 이른 것 같은데 말야... 난 아직 너에게 줄 것들이 많아!" 날카로운 공기를 길게 만들어 그곳에 뜨거운 불을 씌운 나는 하나 둘씩 그것들을 프레드릭의 몸 곳곳에 박고 있었다. 치지지지직! 살 타는 냄새와 메케한 연기가 잠시 내 시야를 가렸지만, 내 의지에 의해 움직인 그 공기 못은 이미 내가 원하는 장소에 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하나 둘씩 프레드릭의 몸에 상처를 입히는 나... "크르르르....." 내 행동으로 프레드릭은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부르르 떨더니, 더 이상 고통의 신 음조차 낼 수 없는 것 같았다. 내 앞에서 고개를 떨군 채 다시 정신을 잃고 말았으 니까. "그만!" 그가 정신을 잃자마자 나는 주변에 불러놓았던 정령들에게 행동정지 명령을 내렸다 왠지 지금 나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분이 별로군..." 실라페에 의해 공중에 떠 있는 프레드릭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를 이렇게 만들기 전까지는 이 정도로 고통을 주는 것 갖고는 분노가 풀릴 것 같지 않았는데... 그런데 지금 생각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으니... '프레드릭을 죽인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것은 아닌데 말야... 자기 만족의 하나인 건가? 이것도?' 어머니, 유모의 복수를 외치며 프레드릭과 아리아를 쫓아온 나였지만, 지금은 그것 이 죽은 이들을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내가 복수를 하며 이들을 쫓는걸 바랄 사람들이 아니지...' 온화한 성품의 어머니나, 지혜로운 유모라면 내게 이런 걸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난 그들의 복수를 한다는 미명아래 이렇게 별로 보기 안좋은 일을 벌이 고 있었으니... 다시 고개가 가로 저어지면서 나는 몸을 돌려 프레드릭을 외면해 버렸다. 기절한 그를 다시 깨워 고통을 주고싶은 마음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쳇! 재미없잖아!" 갑자기 생각지도 않았던 목소리가 프레드릭의 뒤에서 들려왔다. "트레모스?" 익숙한 목소리! 난 갑작스런 녀석의 등장에 돌리던 몸을 다시 고정시켜야만 했다. "그래, 나다. 근데 이게 뭐지? 일종의 복수라는 건가? 흠~" 흥미로운 시선으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프레드릭의 몸을 살피던 녀석은 그렇게 내 발걸음을 잡고 있었다. "복수라... 글쎄? 그렇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솔직한 심정이 내 입에서 나왔지만, 녀석은 그런 사실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 았다. 두 눈을 반짝거리며 프레드릭을 살펴보고 있었으니까... "이 놈이 네가 나쁜 짓을 했나 보군? 그런데 이 정도로 끝내도 되는거야? 만약 그만두는 거라면, 내게 맡기지 그래?" 재미있는 장난거리를 찾은 것처럼 녀석은 내게 프레드릭을 넘겨받으려 하고 있었다 '에휴~ 저 녀석은 왜 분위기에 맞지 않게 나타나서 저러는 거야?' 심각해지려던 나는 자신이 마무리짓겠다는 녀석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피식 웃음을 흘려버렸다. "글데, 넌 왜 여기 있는 거냐?" 아리아를 지키고 있어야 할 녀석이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나 있다니! 프레드릭 다음 으로 아리아를 찾아가기 위해서 난 녀석에게 아리아를 감시해 달라는 부탁을 했었 는데, 녀석은 그 일을 하지 않고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내가 그렇게 한 이유는 아리아가 도망갈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다. 혹시 프레드릭이 그곳으로 찾아갈지 몰랐기에, 녀석에게 그곳을 맡긴 것이었다. 물론 프레드릭을 찾은 지금, 굳이 그곳에 녀석이 있을 필요는 없었지만... "......!" 아무 생각 없이 물어본 질문이었지만, 그 질문에 녀석의 표정은 금방 굳어버리고 말았다. 마치 이대로 가만있지 않기라도 하겠다는 듯... '왜..왜 저러는 거야?' 살기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싸늘하게 변해버린 녀석의 표정에 나는 뒤로 몸을 조 금 이동시킬 수밖에 없었다. "너! 아까 내게 마나 덩어리 보냈었지!" "마나 덩어리?" 나직한 녀석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지만 난 그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 다. "그래! 불덩어리가 되어버린 마나 덩어리 있잖아!" "아!" 흥분한 듯한 녀석의 목소리에서 나는 그제서야 잊어버리고 있던 뭔가가 떠올랐다. 불덩어리! 녀석이 말한 마나 덩어리는 얼마 전 프레드릭이 라이너를 공격할 때 만 들어진 그것이었다. "막기엔 너무 늦을 것 같아 그것을 텔레포트 시켜버렸는데... 그게 너한테 갔었냐? " 프레드릭을 상대하고 있는 녀석이 라이너임을 안 이후 나는 바로 정령들이 만들어 낸 마나 자체를 텔레포트 시켜버렸었다. 그것을 막기엔 너무 늦어, 만약 내가 그것을 무리해서라도 막았다면, 비틀거리던 라이너에게까지 영향을 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 마나 덩어리 자체를 없애버리는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았기에 그랬는데...' 중얼거리는 내 말을 들은 것인지, 트레모스의 얼굴이 일그러져버렸다. "그러니까! 그걸 네가 보낸게 맞다는 것이냐!" "으..응..." 순간 그걸 내다버린 장소가 생각나지 않았기에, 난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소에 그걸 이동시켜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런데, 그 장소가 하필이면 트레모스가 있는 곳이었다니... "리넨! 너 나한테 무슨 감정 있는거야! 내가 갑자기 나타난 그 덩어리 때문에 얼마 나 놀랐는지 알아!" 화가 난 듯 씩씩 거리는 녀석의 모습에 난 어색한 미소를 보이며 뒤로 한발자국씩 몸을 이동시키고 있었다. "그..그래도 안다쳤잖아?" "당연하지! 내가 그까짓 것에 당할...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하하하... 미안하다. 갑자기 생각난 장소가 그곳이었거든... 미..미안..." 어색한 사과의 말이 내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었을까? 싸울 것 같던 녀석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지고 있었다. "아! 그럼, 그걸 어떻게 했어?" 갑자기 생각난 어떤 사실에 난 조금은 불안한 생각이 들어버렸다. "그 마나 덩어리?" "응!" "난 그거 그냥 피해버렸을 뿐이야. 즉, 그대로 내버려뒀다고..." "그..그대로?" "응!" 내가 생각했던 불안한 생각이 맞아떨어진 것 같았다. 엄청난 에너지의 마나 덩어리 를 날려보낸 곳이 트레모스가 있었던 곳이었다면... 그곳은 바로 아리아가 갇혀 있는 성! '트레모스가 피하지 않았다면, 그 에너지는!' "그래서 어떻게 됐어? 응?" "뭐가?" "네가 있던 그 성 말이야!" 갑자기 흥분했기 때문인지 이번엔 녀석이 내게서 한 걸음 물러서며 더듬거리며 대 답을 해주었다. "물론 내가 피해버렸으니, 그 성으로 파고 들어갔지. 당연한 것을 묻네?" "그럼 아리아는?" "......!" 그제서야 내가 이렇게 흥분한 이유를 깨달은 것인지 녀석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는 내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내가 그녀를 감시하라고 부탁을 했는데, 그렇게 무 책임하게 내버려 뒀으니... '하지만 그건 내가 보낸것이니... 난 할말이 없군... 아리아는 그럼, 죽은 건가?' 프레드릭을 괴롭히며 느낀 감정에 나는 오히려 아리아가 그 마나 덩어리로 죽어버 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우연이긴 하지만, 그렇게라도 죽지 않았으면, 다 시 이런 기분 나쁜 감정을 또 느끼지 않아도 되었으므로... 그런 생각으로 고개를 들자, 트레모스가 내 눈치를 살피며 프레드릭 뒤로 몸을 감 추는게 보였다. '헐~ 설마 좀 전의 말 때문에 저러는건 아니겠지?' 마치 나와 싸우기라도 할 것처럼 말하던 녀석이 저렇게 나오는 것을 보니... 황당 하기도 해서 난 다시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트레모스!" "응?" 내 표정이 밝아졌기 때문인지 녀석은 다시 몸을 빼며, 좀전에 자신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기억못하는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마음대로 해라~" "뭘?" "그 녀석 말야! 네 마음대로 해! 난 이제 그만 잊어버릴꺼야!" 이 이상 프레드릭의 몸에 손을 대며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았기에 난 녀석에게 프레 드릭을 맡기고는 고개를 돌려 슬립 마법을 걸어놓은 라이너에게로 다가가 버렸다. 대충 응급처치를 해준 이후 프레드릭을 처리하기 전 잠재워뒀던 라이너에게로... 프레드릭에게 행하는 행동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치료를 핑계로 라이너에게 슬립마 법을 걸어버린 나였다. 편안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는 녀석을 보는 순간, 난 녀석에 게 슬립마법을 걸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녀석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지...' 이제는 그만 잊는게 좋겠어! 프레드릭이나 아리아나 이제는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까...' 뭔가 내가 가야할 길이 사라져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한꺼번에 엄청난 허무감 을 느껴야만 했다. 지금까지 너무도 어리석은 일에 매달려온 것 같은 생각도 들고. .. '더 이상 이 세상과의 인연에 관여하고 싶지 않군...' 지금까지는 여기 저기 얽혀 있는 인연의 끈 때문에 움직였던 나였지만... 이제는 그런 끈들도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기에 쉽게 나만의 길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편안한 모습으로 누워 있는 라이너의 표정을 보는 순간, 난 그 인연의 끈들 중 끊어지지 않은 하나가 내 아직 앞에 남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쉽게 끊어지지 않을 그런 끈이... 라이너에게로 다가가는 리넨의 모습을 지켜보던 트레모스는 그 순간 정령들의 힘에 의해 공중에 떠 있던 프레드릭의 몸을 갖고는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좀 전까지만 해도 장난끼 가득했던 녀석의 얼굴이었지만, 리넨이 뒤를 돌아 걸어가 는 순간부터 트레모스의 얼굴에네 좀 전의 모든 표정들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트레모스는 살아있다고 할 수 없는 프레드릭의 몸을 갖고 인적이 드문 숲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에게는 아주 익숙한 숲속으로 말이다. 크로와 사막 왕국에서 숲을 찾아보기란 불가능했다! 즉 트레모스가 프레드릭을 데리고 온 곳은 바로 얼마전 떠나온 레지 산맥의 깊은 숲속 안이었던 것이다. "흠~ 이 정도면 될까나?" 주변을 둘러보던 트레모스는 옛 기억을 더듬으며, 주변의 경관을 살펴보기 시작했 었다. "분명, 이 정도쯤에 시체들이 많이 있었지... 흠~" 예전 그가 이곳에서 엄청난 피비린내를 맡아야만 했던 기억 때문인지 트레모스의 이마에는 작은 주름이 생겨나 버렸다. "리넨의 이 녀석을 이렇게까지 한 것은 분명 유모라는 여인의 복수인 것 같은데 말 야... 그렇다면, 그에 걸맞는 마무리를 해줘야 하겠지?"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여있기라도 하듯 트레모스는 허공에 떠있는 프레드릭을 자신 이 원하는 위치로 옮겨놓으며, 보는이로 하여금 몸을 떨게할 정도의 표정을 지어보 였다. 사신의 표정을... "난 내 친구를 괴롭히는 녀석을 쉽게 죽이지는 않아~ 흐흐흐~ 그렇게 정신을 잃고 있으면, 재미없겠지?" 음산한 웃음이 잠시 레지 산맥에 퍼지는가 싶더니 정신을 잃고 있던 프레드릭의 몸 이 갑자기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네 놈에게 치유마법을 쓰는건 좀 그렇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인 절차를 다 끝마치 려면 몇 번은 더 해줘야 할 듯 하군~ 쯧쯧~ 좀던 강한 체력을 갖고 있었다면, 내가 이런 수고를 할 필요는 없었을텐데.. " 리넨 앞에서는 한번도 보여준적 없는 소름끼치는 표정이 트레모스의 얼굴에 퍼지면 서 공중의 프레드릭의 몸은 서서히 죽음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 오옷! 성실 연재..ㅠ.ㅠ 감격~ ㅎㅎㅎ 내일도 기필코 올려야지~~~ +_+ 모두 멋지게 만들려고 발악하고 있는 아나크 입니다... 원래 트레모스의 성격은 저런거였는데....음... 리넨이 모두 망가뜨린 거예용~ ^^;; 그럼, 즐거운 하루 되시구용~ 빠이~ [번 호] 20724 / 21101 [등록일] 2001년 11월 01일 22:25 Page : 1 / 26 [등록자] ANAK1000 [조 회] 433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7-1 ─────────────────────────────────────── 라이너의 몸에 난 상처는 생각보다 꽤 깊었는지 완벽하게 치료하기까지 꽤 많은 시 간이 걸렸다. 녀석의 몸을 봐주는 동안 난 오랜만에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 처럼 녀석의 표정을 볼 수 있었는데, 이런 표정을 본건 너무도 오랜만이어서 난 일 부러 녀석에게 걸린 슬립 마법을 풀어주지 않았다. 이대로 좀더 쉴 수 있게 해주고 싶었으므로... 녀석의 상처를 치료하면서 다시 프레드릭에 대한 분노가 끓어올랐지만, 이미 그는 트레모스에 의해 어딘가로 끌려갔기에 나는 고개를 두어 번 흔들면서 그런 생각들 을 훌훌 털어 버렸다. '더 이상 연관되고 싶지 않으니 그만 잊는게 낫겠지?' 트레모스 녀석이 그를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까지는 오직 그들을 찾는걸 목표로 이곳까지 쫓아왔던 거였는데... 하지만 막상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밀려오는건 허무감뿐이었다. 엄청난 열기로 인해 살이 타들어가고 피가 말라버린 듯 했지만, 지금은 장기 하나 하나까지도 모두 말끔히 치료해 라이너의 지저분해진 옷만이 내 신경을 거스르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건데도 왠지 계속 같이 다닌 것 같은 기분이 드네?' 나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녀석의 곁에서 떨어져 소란스러운 밖 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프레드릭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이곳의 상황은 매우 안좋았기 때문이었다. 마치 전 쟁이 일어난 도시처럼 이 일대의 건물은 모두 허물어져 있었고, 가뜩이나 병자들이 넘쳐나던 곳에 이번 소란으로 더 많은 병자들이 늘어나 있었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 더 강한 마법을 설치해둘 필요가 있겠군...' 나는 주변에 쳐뒀던 환각 마법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야만 했다. 환각마법이란 일종 의 환상마법으로 사람들에게 이곳의 모습을 다르게 보여주는 마법이었다. 대부분 이런 마법은 꽤 많은 마나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마나를 다루는데 매우 민감해야만 완벽한 환간마법을 설치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다. 물론 나야 마 나 다루는데 익숙해 있어, 그냥 의지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그만이었지만... 환영마법에 대한 생각이 들자마자, 손끝에서 포근한 느낌의 마나가 내 의지대로 스 르륵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한 마나는 퍼즐이 맞춰지는 듯 내가 원하는 부분에 가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내 주변에는 더욱 강한 환 영마법이 형성되었고... '공중에 떠다니는 마나를 손쉽게 다루다 보니... 이젠 시동어 마저 필요없게 되었 군...' 단지 의지만으로 구현되는 마법들! 초기에는 시동어로만 마법을 구현하는게 고작이 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간단한 것들은 그런 시동어 없이 의지만으로 마법이 구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것도 마나가 남아도니깐 가능한 것이겠지? 후훗~ 아무 부담 없이 이렇게 계 속 마나를 빼다 쓸 수 있으니 말야...'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이런 마법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꽤 많은 마나의 공급이 꾸준히 뒷받침되어져야 했다. 마법진의 크기가 클수록, 효과를 강하게 할수록 더 많은 마나가 필요했고... 지금 내 주변에 쳐져 있는 진의 크기와 강도라면 보통 마법사들이 갖고 있는 마나 갖고는 어림없는 양이었지만 난 드래곤 하트 덕분에 이 일에 아무런 어려움도 느끼 지 못하고 있었다. 어렵지 않게 보강된 환영마법은 가로 세로 20m 정도의 크기로 사람들의 눈을 속여 이 안에 있는 나와 라이너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해주고 있었다. 더 간단하게 말하 면, 우리가 서 있는 공간이 하나의 벽으로 보인다는 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렇 게 소란스럽게 돌아다니는 경비병들도 이쪽으로는 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었고... '그러고 보니 정말 시끄럽군... 성안의 경비병이란 경비병들은 모두 풀어놓은 것 같은데?' 자연의 흐름이라 할 수 있는 마나의 흐름을 조종해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환영을 만들어버린 나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환영마법 뒤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편히 잠들 어버린 라이너가 깨기 전까진 내가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밖의 상황도 내 흥미를 이끌어내기엔 부족했던 모양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으로부 터 고개를 돌려버렸으므로... "그건 그렇고, 이 녀석은 왜 소식이 없어?" 프레드릭을 데리고 사라진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트레모스는 뭘 하는지 아 직 내 앞에 나타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뭘 하고 있게에...' 다시 기분이 나빠지려 하자, 난 더 이상 그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다시 고 개를 흔들어버렸다. 이제는 잊어버리기로 한 사항이었기에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한참동안 심심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내가 서 있는 쪽으로 누군가가 급하게 달려오며,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시작한 것이다 '뭐지?' 이렇게 막혀있는 벽쪽으로 사람들이 달려올 이유가 없었으므로, 난 이곳으로 다가 오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저렇게 급하게 이곳을 향 해 달려오는 것인지... 연신 뒤를 돌아보며 주변을 경계하며 달려오고 있는 사람은 꽤 잘 다듬어진 몸을 갖고 있던 한 젊은이였다. 그의 등에는 작은 체구의 소년이 업혀 있었는데, 그 소 년은 아마 기절한 듯 축 쳐진 팔이 눈에 띄였다.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건가?' 심심하긴 한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일에 연관되고 싶진 않았기에, 난 환 영마법 뒤에서 조용히 그들을 지켜보았다. 시각적인 효과로 환영을 만들어낸 마법 이었지만, 이것은 물질적인 기능도 있는 것이라 손으로 만지거나 해도 그 감각까지 그대로 그 사람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그런 마법이었다. '소리, 물리적인 힘 정도는 막을 수 있으니, 난 그들이 가기만을 기다리면 되겠군. ..' 급히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한 그들의 모습에 흥미로운 눈이 되어버린 나였지만, 깊 게 연관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난 그저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그들의 다음 행 동을 지켜본 것이었다. 내 쪽으로 달려온 사내는 뒤만 쳐다보며 달려왔기 때문인지, 이곳에 벽이 있으리라 곤 생각지 못한 모양이었다. 앞의 벽을 쳐다보며 막막한 심정이 된듯한 표정으로 지금의 상황에 대한 불만을 하나 둘씩 투덜거리기 시작한걸 보면 말이다. "헉헉! 젠장! 막혀버렸잖아! 이 녀석이 그런짓만 안했어도! 에잇! 젠장! 대체 무엇 때문에 내가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거냔 말야! 이런 생고생을!" 화가 많이 난 듯한 목소리가 사내의 입에서 연신 흘러나왔지만, 등뒤의 소년을 잡 고 있던 사내의 손에는 말과 다르게 더욱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놓을 수 없 기라도 하듯... '흠~ 투덜거리긴 하지만 버리고 갈 수는 없는 모양인걸? 저렇게 땀범법이 되어서도 , 놓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잠시 시선을 청년의 등 뒤에 있는 소년에게 돌리자, 나는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신 성한 마나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라 정확히 느껴지진 않았지만, 그 소년이 나완 다른 식으로 마나를 축적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유투 성안에서 몇 번 만나본 적 있었던 사제와 비슷한 느낌의 마나가 말이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마나의 느낌이 다르긴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느껴온 바로는 같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마나는 비슷하기 마련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소년도 신과 관련된 일을 하는 아이인 것 같았고... '흠... 저 정도로 깨끗한 느낌이라면... 꽤 많은 수련을 한 것 같은데? 내가 알기로 신을 모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수련정도는 그 맑기에 있다고 알고 있으니...' 난 내 마나에 대한 것은 그리 자세히 알 수 없었지만, 사람들이 갖고 있는 마나에 대한 탁도는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었기에 그런 생각을 한 것이었다. 드래곤 하트 를 먹은 이후 내 마나에 대한 느낌은 탁한지 순수한 것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되어버 렸으므로... 단지 강한 느낌만이 들뿐, 뭐라고 말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이걸 어찌한다! 길을 잘못들은 것 같은데... 음..." 그렇게 혼자 소년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있는 사이, 사내는 다시 투덜거리다가 뭔 가를 결심했는지, 등뒤에 업고 있던 소년을 조심스럽게 옆으로 눕혀 두었다. '호오~ 뒤쪽에서 꽤 많은 인원들이 쫓아오는 걸로 봐서, 무슨 큰 죄라도 지은 모양 이군!' 꽤 많은 인원이 거의 필사적으로 이 사내를 향해 뒤쫓아오고 있는게 느껴졌기 때문 이었다. '멍청하게 막힌 골목으로 들어오니깐 그렇지... 그건 그렇고, 소년을 두고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인가?' 편안한 자세로 서서 사내의 행동을 지켜보던 나는 눈에 보이는 길로 무작정 뛰어온 사내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그의 다음 행동을 살펴보았다. '뒤에서 사람들이 쫓아오고, 앞이 단단한 벽으로 막혀 있으니... 흠~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군~' 곧 뒷쫓아 오는 사람들에게 잡힐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던 나는 느긋한 심정으 로 그들의 결말을 지켜보려 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눈앞의 사내는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선택해 지금의 위기를 넘기려 하고 있었다. 스르~릉~ 명검인 듯한 검이 사내의 손에서 그 빛을 발하며, 내가 서 있는 쪽을 향해 있는 힘 껏 그 검을 휘두른 것이었다. 번쩍! 갑작스런 공격에 난 거의 반사적으로 뒤로 한걸음을 물러서고 말았다. 카카카카-앙! 반짝거리는 빛을 봤다고 생각한 순간 바로 검날에서부터 엄청난 불꽃이 튀었는데, 이는 내가 설치해 뒀던 마나와의 마찰 때문에 일어난 것 같았다. '뭐..뭐야! 저 자식 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길래 이런 무식한 방법을....헉! 또! !' 내가 미쳐 당황함을 수습하기도 전에 사내는 다시 한번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카카카카-앙! 하지만 이번에도 마법진은 전혀 타격을 받지 않으며, 사내의 검에 불꽃만 일게 만 들었다. "제..젠장! 대체 뭘로 만든 것이기에 이렇게 안부숴지는 거야!" 보통의 벽이었다면, 예전에 허물어졌을법한 공격이었지만 지금 그 앞에 서 있는 벽 은 환영일뿐, 보통 벽보다 강한 마나가 밀집해 있는 마법진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 다. 그러니 당연히 부숴지지 않는 것이었고...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사내는 계속해서 검을 이쪽을 향해 휘두르며 내 신경을 자극했다. '이거 라이너가 자고 있는데,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어떻게! 안되겠군! 그냥 보고 만 있으려고 했더니 안되겠어!'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서서히 사내를 향해 손을 치켜세우기 시작했다. 그가 더 이상 검을 휘두를 수 없게 하기 위해... 하지만 그 손은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멈칫거리며, 아래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저..전하?" 꿈을 꾸고 있는듯한 몽롱한 목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아! 깼군... 좀 더 자지 그랬냐? 아무래도 시끄러워서..." 환영 마법 뒤의 사내의 칼과 마나의 마찰 소리가 계속 들리는 가운데 나는 녀석에 게 그렇게 말을 걸고 있었다. 속으로는 금방 저 사내 녀석을 처리하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하지만 거의 울먹거릴 정도의 표정이 되어버린 라이너의 모습에 그런 생각은 저~ 만치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허..헉!' 언제나 무표정이고, 언제나 강인해 보이던 라이너가 내 앞에서 눈물을 글썽거렸던 것이다. 내 앞에서... "라..라이너?" "살아계셨군요! 저는 전하께서 분명 살아계셨을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믿음이 그리 강하진 못했나 보군요...크윽!" 당황해 하던 나는 갑자기 몸을 숙여 한쪽 무릎을 꿇는 라이너를 볼 수 있었다. 녀석이 우는 모습은 난생 처음 보는 것이라 나는 내 앞에 무릎을 꿇은 라이너의 행 동을 미처 막을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신 라이너 드 리플러스가 리프네리욘 드로이드 카스프리시안 전하께 인사 올립니 다. 그동안 신이 불충해 전하를 모실 수 없었습니다. 전하께서 그 일로 저를 죽이신다 고 해도 신은 그 벌을 달게..." "라이너!" 갑자기 이상한쪽으로 말을 하는 라이너를 보며, 나는 녀석의 말을 끊을 수밖에 없 었다. 갑자기 죽음이라니... "앞으로 그런 말은 내 앞에서 하지 마라! 네가 살아있는 것 만으로도 기쁘니 죽는 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구나" "......!" 뭔가 별로 말로하고 싶지 않던 말이 튀어나왔기 때문인지, 나는 녀석의 눈빛이 어 떻게 변했는지 보지 않은채 뒤를 돌아서 버렸다. "...전하! 그럼, 제가 앞으로 전하를 계속 모시게만 해주십시오! 제가 비록 전하께 별 도움이..." "라이너!" 또 다시 심각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라이너를 보며 나는 고개를 가로저어야만 했다. '저 녀석이 모든 일에 진지하다는 사실을 그 사이 까먹고 있었군... 별 일 아닌걸로 저렇게 나오면 내가 당황스러워 한다는 것도 모르나?' "네!" "넌 내가 그만 두라고 할 때까지, 언제나 내 곁에서 나랑 같이 다녀야 한다! 그런 일 갖고 이럴 필요까지는 없다는 소리야! 그리고 자리에서 좀 일어섰으면 하는데? 보고 있자니 불편하구나!" 녀석의 모습에 나는 결국 라이너와의 끈은 끊을 수 없었다. 끊고 싶지 않았던 것일 지도... 심각한 분위기를 쉽게 넘어가기 위해 나는 녀석의 말을 자르고는 그의 몸을 일으켜 주었다. 그대로 두면, 일어설 것 같지 않았으므로... "저..전하..." "아! 라이너! 앞으론 날 그렇게 부르지 않았으면 해. 이젠 유투 왕국과는 별로 상관하고 싶지 않거든... 그래도 괜찮겠지?" 내 질문에 라이너의 고개가 힘차가 끄덕여졌다. "저는 유투 왕국을 위해서가 아닌 오직 전하....아!...음...." 순간 좀 전의 내 말 때문에 말이 막힌것인지, 녀석은 나를 부르려는 호칭에서 말을 더듬으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크큭! 리넨이라고 불러! 앞으로 내 이름은 리넨이니까." 앞으론 유투 왕국과 별로 상관하고 싶지 않았기에, 난 어머니께서 나를 부르신 리 넨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리프네리욘이라는 이름은 이제 듣고 있기 어색하기도 했고... "음... 알겠습니다. 리넨님!" 얼마전 프레드릭과 있었을때의 모습을 보고 녀석이 많이 어두워졌을 거라고 생각한 나였지만, 지금 이렇게 나를 보며, 어색하긴 하지만 미소를 보여주고 있는 라이너 를 보니 그 생각이 틀린 것 같았다. 웅성웅성 그렇게 녀석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쯤 나는 환영 마법 뒤로 많은 사람들의 웅성 거림을 들어야만 했다. '어라? 아직 안간거야?' 더 이상의 소음이 들리지 않아, 사내의 칼부림이 끝났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그들 이 사람들에게 잡혀갔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라이너와 거의 동시에 고개가 돌려진 나는 밖의 상황에 좀 황당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제발 저희를 좀 도와주십시오!" "신의 대리인님! 당신이 성안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건 저희를 구해 주기 위함이 아닙니까! 제발 아까처럼, 우리 아이도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세요~!" 환영 마법 뒤로 보여진 장면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던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울며불며 사내에게 안겨있는 소년의 몸을 붙잡으며 애원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허허... 저들이 쫓긴 이유가 저런 이유 때문이었나? 흠~ 근데, 신의 대리인이라면... 난데? 저 소년이 진짜인가? 아님, 저 소년도 오해 를?' 흥미로운 상황의 전개라 나는 잠시 그렇게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려 했다. 옆에서 라이너가 그들을 알고 있다고 알려오지만 않았어도! "앗! 저들은!" "아..알고 있는 사람들이냐?" 혹시나 하고 물어본 것이었는데, 라이너의 고개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끄덕여졌 다. 나는 그런 녀석의 모습에 잠시 생각을 하고는 간단한 질문을 녀석에게 던져 보 았다. 그 사내와 소년을 도와줄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해... "혹시, 저들에게 도움을 받은적이 있냐?" "...네, 하지만 이미 그 도움에 대한 대가는 치뤘습니다." 녀석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라도 한 것인지 잠시 뜸을 들 인 후 내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녀석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도움을 받았다면, 갚아줘야겠지? 라이너가 갚았다고는 하지만 내가 편치 않으니.. ' 어찌할 바를 모르며 사람들 속에 파뭍힌 사내와 소년을 보며 나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했다. 평상시의 나였다면, 무시할 수도 있었겠지만... 라이너에게 도움을 준 인물이라서 인지,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 ^^ 이건 쪼~옴 길군요...ㅎㅎㅎ 내용이 만족스럽진 않지만...음... 길게 썼다는것에 만족해버리는 아나크였습니당..T^T 이제 어서 크로와 왕국을 빠져 나가야 하는데... ㅡㅡ;; 웅... (왜 내가 쓰면 일케 늘어지는 것야!! ㅠ.ㅠ 웅~) 암툰~ 즐건 하루 되세용~ 빠잉~ [번 호] 20738 / 21101 [등록일] 2001년 11월 02일 23:54 Page : 1 / 21 [등록자] ANAK1000 [조 회] 429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7-2 ─────────────────────────────────────── 잠시 슬립 마법으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잠재운 나는 쉽게 사내와 소년을 환영 마법진 안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도움은 단지 사람들에게서 벗어 나게 해주면 되었던 것이므로 난 그 일로 그들에 대한 내 도움을 끝내려 했던 것이 다. 하지만 트레모스가 오기까지 그 안에서 기다리던 나는 그들이 깨어난 이후 귀찮은 일에 휩싸여야만 했다. "제발 우리를 도와주시오!" 잠에서 깬 사내는 내가 그들을 도와줬다는 것을 알고는 아까부터 내게 다가와 저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접근 금지의 분위기를 내뿜는 라이너에게는 말을 걸 지 못하고서... 처음엔 라이너에게 아는 척을 하며 말을 걸어본 사내였지만, 저렇게 무표정한 얼굴 로 무시를 하자, 사내의 표적이 나로 바뀐 모양이었다. '내가 만만하게 보이는건가?' 침묵으로 그의 말을 무시하던 나는 결국 그들을 도와주는게 귀찮은 일을 불러일으 켰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저 사내는 지금 내게 그 이상의 도움을 바라고 있 었으니... '사람들의 눈을 속여줬으니, 자신들을 성안까지 데려다 달라고? 허허...' 무작정 내게 다가와 무리한(?) 부탁을 하는 사내의 행동에 내 얼굴은 자연 찌푸려 질 수밖에 없었다. "난 당신들을 도와 주었오! 그 도움이 싫다면, 그대들을 다시 밖으로 내보내 줄 수 도 있소만?"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이 마법진 밖에서 이 둘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는게 보였던 나는 그 사실을 사내에게 인식시키며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내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게 다가와 다시 한번 아까와 같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우릴 도와준다면 내 기필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리다!" 내 옆에서 가만히 있던 라이너가 그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 하고 사내는 한치의 물러섬 없이 내게 말을 전달하고 있었다. "라이너와 아는 사이라고 알고 있는데... 맞소?" 나는 그의 말이 끝난 후 한참의 간격을 둔 후에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런 내 입에 서 나온 말이 그에겐 갑작스런 질문이었던지, 나는 사내의 입에서 대답을 듣기까지 약간의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그..그렇소." "흠... 내가 왜 당신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줄 아시오?" 사내의 고개가 가로 저어졌다. 지금의 주제와 관계없는 말을 계속 들었기 때문인지 얼굴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말이다. "당신들이 단지 라이너와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소! 라이너가 당신들에 게 약간의 도움도 받았던 것 같기도 해서 내가 당시들을 이리로 데려온 것이오!" 내 말에 잠시 사내의 표정이 밝아지는 듯 했지만, 난 그런 사내를 무시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당신들을 도와줄 필요성이 없소! 라이너와 연결되었던 관계는 이것으로 마무리 질 수 있었으니까! 그럼 시끄럽게 하지말고 밖에 조용해질 때까지 저 쪽으로 가줬으면 하오만!" 약간은 차가울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담소 시간을 방해받은 나로서는 꽤 화가나 있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런 말투가 그의 행동에 제재를 가해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라이너, 어디까지 했었더라?" 그렇게 사내를 무시하고는 난 다시 라이너와의 담소로 신경을 돌려버렸다. 뒤에서 분노한 듯한 사내의 기운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내가 아니었으므 로... 하지만 그렇게 무시하려고 했던 나의 의도는 잠들어 있던 소년이 깨어나면서 다시 무산되고 말았다. "으윽... 데칸티스..?" "아! 깨어났냐?" 화가 나 있던 사내는 순식간에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소년에게 걱정스런 목소리로 소년의 상태를 물어보고 있었다. "아... 괜찮아요. 잠시 무리를 해서..." 꽁! 부끄럽다는 듯한 소년의 말에 데칸티스라 불린 사내의 손이 소년의 머리에 꽤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무리? 그게 무리냐! 죽으려고 환장한 거지!" "그..그게, 그들이 제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었기에..." "흥! 도움 좋아하네! 너 죽이고 자기 살자는 심본데 그것도 모르냐? 그렇게 무리해 서 힘을 다 뽑아 쓰면 어떻게! 너는 이곳에 임무를 띄고 온 거야! 그렇게 함부로 행동해서 나한테 피해를 주지 말도록 하란 말야!" 데칸티스는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인지 목소리를 높였는데, 아마도 그는 자신 옆에 나와 라이너가 있는 사실을 잊어버린 듯 했다. "...그런데, 여긴?" 하지만 소년은 데칸티스와 달리 주변에 있는 나를 인식한 모양이었나 보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데칸티스에게 상황 설명을 바라고 있었으니... "아! 네가 엉뚱한 일을 저지르는 바람에 사람들에게 쫓기게 된 것은 알지?" 끄덕 "그 뒤 이곳까지 오다가 결국 사람들에게 붙잡혔다. 그리고 저 뒤에 있는 사람들에 게 도움을 받은 것이고..." 말하기 싫다는 투였지만 데칸티스는 그래도 나와 라이너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아! 저 분들이 우리를 도와준 거로군요... 근데...앗!" 데칸티스의 몸을 피해 고개를 돌리던 소년은 라이너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큰 소리 를 지르면 꽤 놀란 듯한 표정이 되어 버렸다. "라이너! 라이너였군요! 이상한 폭발로 크게 다친 줄 알았는데! 여기 있었군요..으 윽!" 소년은 라이너를 봐서 기뻤는지, 아직 움직이기 불편한 몸을 일으키려다 그만, 다 시 쓰러지고 말았다. '데칸티스라는 자와 별로 말이 없는 것 같아서 서로 아는 사이가 맞나 의심이 들었 었는데, 지금 보니 저 소년과 아는 사이인 것 같네?' 나름대로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그렇게 상황정리를 하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왠지 저 소년과 연관되면, 매우 귀찮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았기에 그쪽을 계속 쳐다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 그들을 도와준 나는 또 귀찮 은 일에 휩싸이고 만 것 같았다. "라이너! 어디 다치지는 않았어요? 제가 기억하기론, 꽤 강력한 공격을 맞은 것 같 았는데... 꽤 멀리 있던 저도 그 공격으로 의식을 잃었었거든요... 데칸티스가 도와주지 않았 다면, 거기서 그대로 죽었겠지만... 아!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군요! 몸은 괜찮아요?" 시끄러운 소년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데칸티스라는 사내가 소년을 부축해서 내 곁으로 다가와 있는게 보였다. 바로 내 옆에서!! 자연 내 입에서는 투덜거리는 말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빠른 투의 말 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였기에... 아르넨에게 익숙해져 있긴 했지만, 그건 말 그 대로 익숙해져 있는 것뿐이었다. "시끄럽군." 작게 중얼거린 말. 내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면,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린 말이었다. 하 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중얼거림에 곧바로 라이너가 반응을 해왔다. "엘벤트! 조용히 해라. 그리고 데칸티스 당신도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군!" 라이너의 목소리가 나직이 울려퍼지자, 순간 마구 흔들렸던 공기가 잠시 멈추는 듯 했다. 하지만 그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다시 엄청난 크기의 진동으로 대기가 흔들 리기 시작했다. "라이너! 어디서 감히! 지금껏 내가 엘벤트를 봐서 참았다만 검 실력을 믿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라면, 내 가만두지 않겠다! 우린 네가 함부로 대해도 될 사람들이 아니란 말이다!" 나 때문에 화가 많이 나 있어서 그런건지, 원래 성격이 그런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 데칸티스의 얼굴이 부르르 떨리면서 엄청난 소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잠시 고개를 들어 상황을 살핀 나는 꼭 검을 내뽑을 것 같은 사내의 모습에 고개를 가로저어야만 했다. '쯧쯧쯧... 저런 행동은 열등감에 찬 사람들이 보여주는 모습인데... 혹시 데칸티스라는 자가 라이너에게? 흠~ 검을 차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검사겠 군... 검 실력을 운운한걸로 봐서도... 그런 것 같고...' 소란스러워 질려는 상황에서 나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기에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엘벤트라는 소년이 당황한 듯 데칸티스를 말리는게 보였지만, 그 행위는 사내의 행동을 부추기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내 가 나서야만 했던 것이다. "라이너, 우리가 가자! 트레모스는 내가 있는 곳까지 문제없이 찾아 올 수 있을 거 야. 귀찮긴 하지만 시끄러운 곳에서 오래 있고 싶지는 않구나" "네, 알겠습니다." 라이너와의 짧은 대화였지만, 이 대화는 데칸티스와 엘벤트에게 상당한 충격을 준 것 같았다. 굳은 듯 라이너를 쳐다보며 서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저 표정은 뭐야? 라이너가 이상한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마치 저런 말은 처음 듣는다는 표정인걸?' 고개를 갸웃거리던 나는 터벅터벅 발길을 옮기며 마법진을 빠져나가려 했다. 이곳 에 쳐둔 마법진이 아깝긴 했지만, 그래도 시끄러운 곳에서 계속 있기보다는 다른 곳으로 가는게 나을 것 같았기에... 하지만 나는 황당하게도 내 옷깃을 잡고 놓지 않는 엘벤트라는 소년 때문에 마법진 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 "자..잠시만요! 조용히 있을게요! 그러니 이곳에 있으세요!" 마치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눈빛인 것 마냥, 소년의 눈동자는 그렇게 빛나고 있 었다. '으윽! 이..이거... 라피에르...' 거절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눈빛! 나는 순간 라피에르의 눈빛을 본 것과 같은 착 각 때문에 소년의 팔을 내칠 수가 없었다. 즉, 옆에서 라이너가 내 대신 엘벤트를 떼어낼 때까지 그렇게 걸음을 멈추고 있어 야만 했던 것이다. "리넨님?" "아... 미안, 잠시 동생이 생각나서..." "가실까요?" 확실하게 무시되는 라이너의 발언에 엘벤트의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소년은 라이너 와 내 옷깃을 동시에 잡으며 우리를 이곳에 머물게 만들었다. 만약 이때 내가 엘벤트의 손을 뿌리칠 수 있었다면, 난 그 이후 조용히 트레모스를 기다릴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만약 그렇게만 했었다면... "그런건가요? 호오~ 신기하군요! 그..그럼, 사람들의 상태 파악은 어떻게 하는 건 가요?" 재잘재잘 거리면서 내게 쉴새없이 질문해 오는 엘벤트... 한번 벌어지기 시작한 엘벤트의 입에서는 끊임없는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미쳤지... 왜 말대답을 해갖고...' 언제나 후회를 나중에 하는 나는 이번에도 고개를 흔들며 엘벤트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고 있었다. "그건 마나를 이용해 알 수 있어." "마나를 요?" 신기한 사실이라는 듯 엘벤트는 또 내가 거절할 수 없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라피에르의 눈빛과 비슷하기 때문인가? 귀찮은데...' 엘벤트는 자신을 폴보트 연합의 신의 대리인으로 소개를 했다. 옆의 데칸티스는 연 합에서 최고 세력을 갖고 있는 아르엘집안의 장남이었고... 라이너가 그들의 신분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엘벤트는 내게 자신 들을 그렇게 소개해왔다. 하지만 그들은 나와 라이너에 대한 정보는 별로 얻어갈 수 없었다. 말수가 없는 라이너와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내가 버티고 있었기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벤트는 꾸준히 입을 놀리면서 분위기를 시끄럽게 유지 해나가고 있었다. 나와 라이너와의 관계에서부터 시작된 질문은 라이너의 상처 치료로 그 방향을 전 환하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처음 라이너의 상처를 내가 치료했다는 소리만 안했어도...' 거의 유도 질문으로 시작된 그 말에 대답을 한 것이 실수였다. 신성마법만을 쓸 수 있는 엘벤트로서는 다른 마법으로 사람의 상처를 치료하는게 신기했던 모양이었다. 그것도 심한 상처를 말이다. '하긴 라이너정도의 상처를 말끔히 치료할 수 있는 치유 마법은 거의 성직자 계열 중에서도 고위급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을테니... 신기하기도 하겠지...' 어쨌든 그 사실을 알게된 엘벤트 녀석은 그 이후 자신이 궁금한 것들을 이것저것 내게 물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빨리 트레모스가 와야 할텐데 왜 이렇게 늦는 거야!' 리넨이 그렇게 투덜거리고 있는 시간 트레모스는 피로 범벅된 옷을 벗어 던지며, 깨끗한 옷을 집어 올리고 있었다. "응? 누가 내 이야기 하나?" 귀가 간지러운 듯 손가락으로 귀를 몇 번 후비던 트레모스는 비린내나는 자신의 몸 을 정화마법으로 깨끗이 한 다음 주변을 한번 훑어본 다음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옷을 마저 입기 시작했다. 붉게 변해버린 흙과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게 뜯어져 있는 작은 고깃덩어리들이 숲 속에 역겨운 비린내를 풍겨 나오고 있었지만, 그런 것에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 는 듯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여유롭게 옷을 입던 트레모스는 기울어지는 해를 보고는 여유로운 미소가 감돌던 표정을 굳혀야만 했다. "이런~이런, 이거 꽤 늦은 것 같은데? 빨리 가지 않으면 녀석이 뭐라고 한 소리 하 겠군" 슈슈슉!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 트레모스는 레지 산맥에 작게 울려퍼지는 자신의 목소리와 더러워진 옷! 그리고 곤충들과 짐승들의 먹이가 될 작은 조각의 살점들만을 남긴 채 사라졌다. -------------------------------------------------------------------------- ^^ 엘벤트 짜슥이 리넨에게 찝적거리고 있군요~ ㅡㅡ^ 따슥~ 보는 눈은 있어갖고.. 흠... 하지만, ㅎㅎㅎ 곧... 제가 처리를 하도록 하죠~ ㅎㅎㅎ +_+ ㅎㅎㅎ (허거덕! 맛이 간 티가 났다!!! 이일을 어찌할꼬!!! 음...) ^^:;;삐질~ [번 호] 20779 / 21101 [등록일] 2001년 11월 04일 18:42 Page : 1 / 17 [등록자] ANAK1000 [조 회] 366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7-3 ─────────────────────────────────────── 멈추지 않을 것 같던 질의 답의 시간이 끝난 것은 인상을 깊게 쓰고 나타난 트레모 스의 등장덕분이었다. 즉 나와 라이너, 엘벤트와 데칸티스 사이에 녀석의 싸늘한 얼굴이 나타나면서 잠깐 말문이 막혔던 것이다. "어..왔냐?" 나는 불쾌하다는 듯한 표정이 가득한 녀석의 표정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녀 석의 갑작스런 등장에 멍한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쟤들은 뭐냐?" 하지만 녀석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내게 질문을 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내게 말을 건 트레모스는 내가 아닌 엘벤트와 데칸티스를 살펴보고 있었다. 마치 대답은 엘벤트와 데칸티스에게 들으려는 듯 말이다. 불쾌한 표정이 역역한 트레모스는 대놓고 엘벤트와 데칸티스를 향해 인상을 구기고 있었던 것이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엘벤트는 당황한 듯 입을 열려 했고, 데칸티스는 화가난 듯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쯧쯧... 이러다가 싸움이라도 나겠군...' 시끄럽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녀석의 질문에 대답을 해줬다 이대로 있다가 뻔한 결과의 싸움을 보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라이너랑 알고 있던 사이래. 이번 기회에 나도 알게된 것이고... 라이너 알지?" 트레모스 녀석이 시르노에라는 것을 알고 있는 나는 그가 라이너를 예전에 본 것을 기억하고는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녀석은 힐끔 라이너를 쳐다볼 뿐 이렇 다할 대답은 해주지 않았다. "이번에 알게된 사람들이라고?" 단지 고개를 돌려 다시 엘벤트와 데칸티스를 쳐다볼 뿐. "아... 저들이 곤란한 일을 겪고 있길래 도와줬었거든. 그래서 알게 됐어." "흠~ 그래?" 엘벤트 일행과 라이너를 한 번 쭈~욱 훑어본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질문을 생각하는 듯 했다. 하지만 녀석의 어투가 마치 나를 추궁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깨 달은 나는 그제서야 녀석이 늦게 왔기 때문에 이런 귀찮은 일이 벌어졌음을 생각해 냈다. "그건 그렇고, 너 조금 늦었다?" "......!" 상황이 바뀌어버린 듯한 모습. 아무것도 아닌 질문 같았지만 그 한마디에 녀석의 표정과 내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어 버린 듯 했다. "너 기다리느냐고 귀찮은 일이 좀 많았어. 보면 알겠지?" "음... 그게..." 내 눈치를 살피던 트레모스는 뭔가 말을 고르려는 듯 머리를 굴리는 것 같았다. 그 런 모습에 나는 저 입에서 어떤 대답이 나올지 궁금하긴 했지만, 엘벤트의 개입으 로 그 대답은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아~ 리넨님의 일행이신가 보죠?" 재잘거리는 엘벤트가 새로운 등장인물에 호기심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 낌새도 없이 다가온 트레모스가 그의 눈에는 신기한 인물로 비췄기 때문인지... "안녕하세요. 저는 엘벤트 사이펠이라고 하고요, 이쪽은 데칸티..." "시끄럿!" 하지만 엘벤트의 말은 트레모스의 짧은 말 한마디에 끝까지 이어질 수 없었다. 가 뜩이나 눈에 가시처럼 보이는 엘벤트 일행이었는지, 그들을 쳐다보는 트레모스의 시선이 곱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서 가자! 난 저런 녀석들은 질색이야!" 트레모스는 엘벤트의 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수다 때문인지 얼굴에 대놓고 싫 다는 표정을 지어보인 채 그렇게 내 팔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가자고?" "그래!" "흠... 그러지." 빠르게 오간 녀석과의 대화였지만, 난 그 사이에 엘벤트의 다양한 표정변화를 똑똑 히 지켜볼 수 있었다. 그 표정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아 쉬움이었지만 그런 것을 봤다고 내가 그에게 미안함을 느끼거나 할 이유는 없었다. 그동안 충분히 녀석 때문에 귀찮은 말대답을 해주었으니까! 그래서인지 내심 트레모스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길 기다렸던 나는 쉽게 그의 제 의를 받아들였다. 나와 같이 행동하는 라이너는 당연히 아무 말 없이 내 뒤를 따랐 고... 그렇게 되자 내가 예상했던 대로 뒤에서 엘벤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간절함이 깃 든 목소리가... "저..저... 리넨님! 잠시만요! 이대로 가시게요?" 녀석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자, 최대한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엘벤트 가 보였다. 녀석은 트레모스에 의해 하던 말이 짤렸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나를 향 해 말을 걸어왔다. 데칸티스의 경우에는 자기 잘난 듯한 트레모스의 말에 화가 나 서 옆에서 씩씩거리고 있었지만 녀석은 비유가 좋은건지 무신경한건지 내쪽으로 걸 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자존심이 없는 거야? 아님, 원래 성격이 저런거야? 이 정도로 나오면 싫어하는 줄 알아야 하는거 아닌가?' 난 조금은 황당한 표정으로 엘벤트를 쳐다봤지만, 녀석은 그래도 그렁그렁한 표정 을 지우지 않고 나를 쳐다보았다. 마치 그렇게 쳐다보고 있으면, 내가 자신의 말을 들어줄거라 생각하기라도 하는 듯... '음... 아무래도 녀석의 눈에는 내가 가장 만만해 보이는가 보군... 하지만 난 더 이상 귀찮아지고 싶지 않아!' 그렇게 결론을 지은 나는 피식 웃음을 보이며, 가볍게 고개를 가로 저어주었다. "미안하지만 난 이만 가봐야겠다. 넌 스스로 치료할 수 있을테니 이곳에서 좀 더 있다가 가면 되겠지. 그때쯤이면 저 밖의 사람들도 다른 곳으로 가버릴 것이고..." "하..하지만..." 뭔가가 아쉬운 듯 엘벤트는 계속해서 나를 붙잡고 있었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 속 으로 짜증이 일어나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 짜증을 트레모스의 말 한마디에 저 멀 리 날려버려야만 했다. 갑자기 다가온 녀석의 말에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 "시끄럽다고 내가 아까 그랬다! 재수 없게 옆에서 앙알거리지 말아라!" 마치 버릇없는 아이에게 하는 행동처럼 트레모스는 매우 엄한 표정으로 엘벤트를 쳐다보았지만, 보통 어른보다는 말이 많이 거칠게 튀어나오고 있었다. '헉... 녀석이 저런 말을?' 항상 녀석과 같이 다니던 나는 그 말에 황당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 상태였지만 그 말을 직접 듣는 엘벤트는 그렇지 못한 모양인지, 몸을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 기까지 했다. 트레모스의 몸에서 나오는 기운이 살기에 가까웠기 때문이었을지도... 옆의 라이너도 그런 트레모스의 모습에 경계를 하는 듯 했지만, 나에겐 해가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인지 이렇다할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다만 내게 다가와 트레모스와 나 사이에 섰을 뿐... "트레모스, 그만 해라! 넌 지금 늦게 왔으면서 말을 많이 하고 있어!" "......!" 잠시 트레모스의 입이 다물어지자 이번에도 내가 나서 엘벤트 녀석을 떼어놓아야만 했다. 데칸티스야 자기 혼자 받은 열을 식히느라 바빴으므로 무시할 수 있었고... "엘벤트! 난 너와 같이 있을 의향이 없다! 더 이상 귀찮은 일에 휩쓸리고 싶지도 않고! 보아하니 날 붙잡는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궁금한게 뭐지?" 나를 잡은 이유를 꼬집어 냈기 때문이었는지, 순간 엘벤트의 몸이 움찔거렸고, 두 눈동자기 심하게 흔들렸다. "물어봐! 시간 끄는건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아... 알고 있었어요?" "글세... 그게 중요한건 아닌 것 같은데?" 가다가 걸음을 멈춘 것이었으므로 나는 최대한 녀석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고 이곳 을 떠나고 싶었다. 즉 이런 불필요한 질문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본론을 꺼내게끔 그렇게 말을 돌린 것이었고.. 그렇게 되자 엘벤트의 표정 에서 아까의 그렁그렁한 눈빛은 사라졌는데, 그것으로 인해 녀석의 분위기는 처음 과 많이 달라져 버렸다. "혹시 지금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죽어 가는 사람들의 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나요?" '흠~ 본론만 말하라고 했더니, 정말 본론만 물어보는군!" "크로와 왕국에 퍼진 그 병을 말하는 모양이군. 지금 그것을 내게 물어보는 이유는 내가 해결책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이곳에 오면서 저를 대신하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이 이 병을 고쳤다더군요." "대신? 사칭이라는 말이 맞는거 아닌가?" 나는 녀석의 말에 이상한 부분을 집고 넘어갔다. 하지만 내 말에 엘벤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내가 틀렸음을 알려왔다. "저보다 실력이 낫다는 것을 압니다. 사칭이라면 제가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신의 대리인으로서 그보다 자격이 없는 샘이니까요." 그렇게 말을 하며 자신을 낮춘 엘벤트는 다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리넨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런 사람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당신과 대 화를 하면서 그런 사람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말을 끝내면서 엘벤트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 사람이 나라면 말인가?" "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물어본 것이었지만 엘벤트의 입에서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에 대한 대답이 튀어나왔다. 아까의 어리광과 같은 표정은 깨끗이 지워버리고서. .. 그런 엘벤트는 마치 내게 대답을 꼭 들어야겠다는 듯이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 다. 마치 대답을 들을 때까지 이러고 있겠다는 듯... "글세... 내가 그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군." 내가 녀석의 질문에 말을 조금 돌리자, 엘벤트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음... 하지만 제 능력으로는... 어려워요. 아신다면 알려주세요." 엘벤트는 자신의 수준을 인정하면서 내게 도움을 청해오고 있었다. 라피에르와 비 슷한 눈빛으로 내게 이런 저런 질문을 하며 나를 귀찮게 하던 녀석이었지만, 난 이 렇게 숙이고 들어오는 녀석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태도라면 앞으로 발전할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아이라 생각에 약간의 도움을 주고 싶 었으므로... "병자를 치료하는데 있어, 막힘이 있었다면 완쾌된 환자를 찾아보는게 어때? 그러 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텐데..." "완쾌된 환자는 이미 만나보았어요.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완쾌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요." "그래?" "네..." 내 질문이 엘벤트에게 자신이 한심하게 느끼도록 만들었는지, 녀석은 대답을 하면 서 점점 고개를 숙여 내게서 눈을 피하고 있었다. "병의 원인을 파악 못한건가?" "워..원인이요?" 눈을 동그랗게 쳐다보는 녀석을 보며, 나는 녀석이 아직 문제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병자들을 꽤 많이 살펴본 것 같은데, 아직도 모르는 건가?' 나는 잠시 내 뒤로 트레모스와 라이너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엘벤 트에게 조금은 긴 질의 답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귀찮아하던 질의 답을 말이다. ---------------------------------------------------------------------- 헉~ 어제 못올렸었죠? 매일 연재라고 해놓구선...^^;;; 이거 어제 분입니당~ ^^;;;삐질~ 이제 오늘분을 올려야죵~~ ㅎㅎㅎㅎㅎ 1시간 내로 올리죵~ ^^ 아! 담엔 아리아에 대한 이야기를...ㅎㅎㅎ (에잇! 넘 늘어지는군요! 이제... +_+ 곧 이곳을 떠나는..ㅎㅎㅎㅎㅎ) [번 호] 20783 / 21101 [등록일] 2001년 11월 04일 19:47 Page : 1 / 25 [등록자] ANAK1000 [조 회] 390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7-4 ─────────────────────────────────────── 리넨이 그렇게 엘벤트에게 강의를 하고 있는 순간, 크로와 성에서는 아리아를 찾기 위한 수색이 벌어지고 있었다. 혹시 부서진 건물들 사이에 깔려 죽었을 수도 있었 으므로, 덩치가 좋은 장정들이 그곳의 돌덩이들을 하나씩 나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거의 하루동안 지속되고 있는 수색에도 아리아의 시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건물에 있던 사람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게져 그것이 아리아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이 사라진 것으로 봐서는 아직 죽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아직 다 파헤치지 못한 돌덩이 속에 그녀의 시체가 있을지도... "하아~하아~" 약간의 빛이 들어오는 돌무덤 속에서 거친 여인의 숨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공기 가 모자란 듯 거칠게 숨소리가... 하지만 그 숨소리는 곧 장정들의 기척이 그곳으로 다가옴에 따라 점점 줄어들고 있 었다. 마치 들켜서는 안되는 것처럼... "어서 찾아라!" 꽤 멀리서 지휘자인 것 같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자, 여인이 있는 것 같은 장소로 다가오던 장정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영차, 영차! 단단하게 만들어진 건물이었기 때문인지, 그 건물의 재료인 돌도 꽤 알찬 것이었나 보다. 무너지긴 했지만 꽤 묵직한 무게를 자랑하고 있었으니까... 장정들은 굵직한 땀을 흘리며 여인이 갇혀 있는 듯한 곳에서 커다란 돌덩이를 하나 들어올렸다. 그에 따라 어두웠던 그 안이 밝은 빛으로 밝혀졌지만, 신기하게도 그 안에는 거친 숨 소리의 주인공인 여인이 들어있지 않았다. "뭐야? 이곳에 공간이 있어서 혹시나 했는데, 없군!" "그냥 돌덩이나 치우자고! 어딘가 피범벅이 되어 있겠지, 설마 자네 시체를 찾고 싶다는 소린 아니겠지?" "에이~ 설마 그렇기야 하겠나? 단지, 찾아내면 보상이 있다기에 한번 기대해 본 것이지..." "욕심은~" 두 장정은 다시 주변의 돌덩이를 들어 올리며 서서히 부서진 성의 잔해를 걷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두 명은 그런 대화를 나누느냐고 텅빈 돌무덤 안의 공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들을 수 없었다. '사락, 사락'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를 말이다. 긴 옷을 입은 여인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길때와 같은 소리가 그곳에서부터 다 른 곳으로 이동해갔지만, 그 두 명의 장정들은 끝까지 자신들의 일에 바빠 그 사실 을 알지 못했다. 옷 스치는 소리를 내던 무언가는 형체가 없는 것인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으며 이동 해가고 있었는데, 약간은 절뚝거리는 박자로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것이 지나간 자리에는 작은 발자국이 살짝 찍힌다는 것이었다. "하아~하아~ 이 정도면, 된건가?" 형체가 없던 무언가가 멈춘 곳은 으슥한 분위기의 건물 사이 틈이었는데, 그곳에서 들리지 않던 옷자락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스륵! 그러자 신기하게도 허공에서 여인의 모습이 순식간에 나타나고 있었다. 검은색의 망토를 두른 여인의 모습이 나타났는데, 그녀는 바로 사람들이 찾고 있는 아리아 왕비였다. 방금 망토에 달려있는 모자를 벗은 것인지, 오른 손에 모자의 끝이 잡혀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녀의 모습을 감춰준 것은 그 망토덕분인 것 같았 다. "무엇때문인지 알 순 없지만 누군가 나를 노리는건 확실하군... 으윽!" 발목을 다치기라도 한 것인지 급히 발목쪽으로 손을 내뻗는 그녀였지만, 다친 것은 발목뿐이 아닌 것 같았다. 모자를 벗은 이후 잘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여기저기 옷이 찢어지고, 긁힌 상처들이 수두룩 했기 때문이었다. "크로와 왕국이라면... 날 이런 식으로 죽이려고 하진 않겠지. 나를 자신의 나라에 서 죽게 만들면 전쟁이라는게 일어날 수도 있으니... 전쟁을 일우키기엔 유투 왕국 보다 안좋은 조건이 한 두 개가 아냐... 크로와 왕국은 아냐! 그럼 누구지?"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의 가능성들이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다할 결론은 내리지 못한채 이번에도 한숨으로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가능성이 있는 것은... 둘이지만... 그들이 왜?" 알 수 없는 말을 하던 그녀는 다시 망토를 쓰려는 듯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프레드릭이나 찾아봐야겠군. 지금 내게 믿을만한 사람은 그밖에 없는 듯 하니..."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녀는 망토를 마저 쓰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그 녀의 말을 듣고 있기라도 한것인지 허공에서 들려온 누군가의 말대답에 그녀는 손 을 마저 움직일 수 없었다. "믿을만한 사람이 그렇게 없는 건가?" 너무도 나은 저음은 매우 부드럽게 들리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를 듣는 아리아는 소름이 돋는 듯 몸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여기 있었군~" 검은색 옷으로 전신을 두른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며 아리아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 도 아리아와 같은 망토역할을 하는 뭔가가 있는 것인지 말소리가 먼저 들린 이후 몸이 나타난 것이다. "마치 절 찾기라도 한것처럼 들리는군요!" 화가난 아리아의 목소리가 꽤 멀리가지 울려 퍼졌는데, 그녀는 자신이 지금 쫓기고 있는 상황임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매우 큰 소리로 그에게 대들고 있었다. "그럼, 내가 널 찾지 않았다는 것이라는 말이냐?" "흥! 저를 찾고 계셨다면, 왜 도와주지 않은 겁니까? 건물이 무너질 때까지 왜 보 고 계셨던 겁니까!"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라 그런지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아리아는 그 앞에서 목소리 를 높이고 있었다. "흐흐흐~ 내가 네 목숨까지 구해준다고 한 기억은 없는데~ 다만 난 네 부탁을 들어 주는 일을 해준다고 했을 뿐이다! 그 부탁엔 네 목숨에 관한 것은 없었어~" 흥분하며 화를 내는 아리아의 모습이 재미있기라도 한 것인지 검은 옷의 사내는 즐 거운 미소를 입가에 짓고 있었다. 물론 아리아는 그 미소의 정체를 알기라도 하는 듯 그에게서 한 걸음 뒤로 몸을 내뺐지만... "네가 이곳까지 도망 올 수 있는지 살펴본 것은 솔직히 재미 때문이었다. 스노플을 갖고 있는 너니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으리란건 알았지만~" "어둠의 망토인 스노플을 제게 준 이유가 이런 일 때문인가요?" "흠~ 그럴지도 모르지. 스노플은 모자까지 쓰는 순간 그 사람의 기척까지도 지워주 는 역할을 하니까 네가 도망 나오는데는 매우 유용하니까~" 사내는 그렇게 즐거운 듯 아리아와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한편 그 앞에 서 있 던 아리아는 평소에 보여주지 않은 듯한 미소를 이렇게 오래 유지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뭔가 불안함을 느껴야만 했다. 그녀가 알기로 그는 이렇게 자주 웃는 존 재가 아니었으므로... 하지만 그런 그녀의 생각이 끝나자 마자, 사내의 얼굴에서는 잔잔하던 미소가 흔적 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유희는 그만하도록 하지. 난 꽤 바쁘거든~ 이만 갈까?" "잠깐만요! 아직, 프레드릭을 만나지 못했어요. 그와 같이..." 아리아는 그를 설득해 프레드릭과 같이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자신 뿐이었지만, 그래도 프레드릭은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이었으므로 이곳에 두고 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프레드릭? 네 옆에서 널 보좌했던 그 정령술사를 말하는 거냐?" "그래요." "그런 거라면 됐다. 그 녀석은 이미 죽어버렸으니..." "주..죽어요?"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는지, 아리아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떨려왔다. 그의 실력이 라면 이런 건물의 붕괴 정도로는 상처하나 입지 않을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럴 리가 없어요! 프레드릭의 실력이라면..."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말은 이번에도 검은 옷의 사내에 의해 잘리고 말았다. "네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죽었다. 누군가에 의해 죽었거든~" "누..누군가라고요? 그게 누구지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변한 아리아를 보면서 사내는 다시 재밌다는 표정을 지어보 였다. "글세~ 내가 그런 것까지 네게 알려줄 필요는 없을 것 같군! 그만 갈까?" "......!" 언제나 그녀의 말에 대답을 피하는 사내였으므로, 아리아는 이번에도 어느 정도 그 의 대답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럴 수 없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내는 그런 아리아의 표정을 보며 피식 웃을 뿐이었다. 마치 그녀의 생각 을 읽을 수 있기라도 하는 듯... "어디로 데려다 줄까?" "제가 돌아갈 곳이 여러 군데였나요?" "그런건 아니지~, 단지 한 번쯤 물어보고 싶었을 뿐이다. 어디로 가고 싶지?" "유투 성으로 가고 싶어요! 지금은 그곳에서 정리해야 할 문제들이 많으니까요!" "흐흐흐흐... 그런가? 그럼, 그리로 대려다 주지." 검은 옷의 사내는 다시 괴이한 웃음을 흘리며 아리아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녀가 원하는 장소로 그녀를 대려다 주기 위해서... 엘벤트와의 대화를 끝낸 나는 한적한 길을 따라 사람들을 피해 폴보트 연합으로 향 했다. 엘벤트와의 대화를 하는 동안은 몰랐지만, 끝나고 나서의 트레모스의 눈초리 가 장난이 아니었던 것으로 봐, 꽤 오랫동안 그렇게 대화를 나눈 모양이었다. 그 일로 난 녀석에게 늦게 왔다는 것에 대한 화를 내지 못했지만... 어쨌든 크로와 왕국과의 시끄러웠던 일을 끝낸 나는 다음 목적지를 폴보트 연합으 로 잡아버렸다. 이젠 더 이상 유투 왕국의 일과 연관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일이 끝난 후에도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었다. 아리아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폴보트 연합으로 가는 동안 들은 소 문에 의하면 죽었다는 게 확실한 것 같았기에 더욱 유투 왕국으로 갈 이유가 사라 져 버린 상태였고... 다만 엘벤트의 등장으로 라피에르가 눈에 밟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녀석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난 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싶어 폴보트 연합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녀석은 나중에 따로 만나보던가 하지 뭐... 주변에 리온과 크릭이 있으니 괜찮을 꺼야...' 크로와 왕국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폴보트 연합으로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곳으로 가는 것에 급할게 없었던 나와 트레모스 그리고 라이너는 천천히 사막의 모래를 밟으며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발을 옮기며 폴보트 연합으로 다가갔다. 텔레포트라는 마법을 쓰면, 순식간에 그곳으로 갈 수 있는 우리였지만, 지금은 그 곳에 급히 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도보를 이용해 사막을 횡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말이 사막 횡단이지 내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나뿐만 아니라 트레모스, 라이너에게도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나와 트레모스야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 사막이라는 악조건이 그렇게 몸에 와 닿 는게 아니었지만, 라이너는 그렇지 못해 내심 조금 걱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녀 석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힘이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편안한 모습으로 내 앞에서 길을 안내하고 있었으니... 나와 헤어진 후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 습기 하나 없는 사막에서 쉬지 않고 걸어가 는데 아무 불평이 없이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느껴지는 기운만 봐서는 확실히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어... 대체 어떤 훈련을 했기에 저렇게 강해진 걸까?' 라이너에게 잠깐 물어본 말이었지만, 녀석은 카니국에서 배운 검술이 도움이 된 것 이라는 말을 할 뿐이었다. '카니국이 바다 한 가운데 있다고 했었지? 섬으로 이루어진 곳... 흠~' 서적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이름인 카니국은 라이너의 입에서 처음 들을 수 있었 다. 리플러스 경의 고향이라는 말에 다시 한번 놀란 나였지만, 보통 검사들과 다른 검법을 생각한 후에는 천천히 고개가 끄덕여졌었다. '그러니까 라이너의 아버지인 리플러스 경이 녀석을 그리로 보내 더 검술에 정진하 게 했단 말이지?' 나를 지키기 위한 녀석의 행동이라는 것에 기분이 좋아지는 나였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리플러스 경의 경우, 그런 라이너의 모습에서 조금은 섭섭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은 내가 아닌 라이너가 한거니 뭐라 하지는 않겠지만... 흠~ 섭섭하긴 하겠군 ! 라이너 같은 아들을 잃어버린 것과 같으니 말야... 물론 내 경우에는 그 반대가 되겠지만...' 라이너가 나를 선택한 것에 대해 기분이 좋아진 나는 피식 웃으며 앞장서고 있는 라이너의 등을 바라보았다. "리넨! 너 왜 그래?" "응?" "왜 혼자 피식 웃고 그래?" "아.. 아냐, 아무것도. 단지 라이너가 많이 강해진 것 같아서 말야." "그거랑 웃는거랑 무슨 관계라도 있냐?" 틱틱거리는 말투로 내게 말을 걸어오는 트레모스를 보며 나는 고개를 흔들어야만 했다. '또 시작이군...' 언제부터인지 몰랐지만, 녀석은 이상하게 라이너를 의식하는 것 같았다. 사막을 걸 어가면서 라이너에게 지지않으려는 듯 마법을 안쓰고 체력으로만 걸어가는 걸 봐도 그랬다. 처음에는 나처럼 마법으로 쉽게 사막을 걷던 녀석이 말이다. 이런 녀석의 반응을 지켜보던 나는 순간 어떤 장난스러운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 는게 느껴졌다. '호오~ 이거 재밌겠는걸?' "내가 웃은건 라이너의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기 때문이야. 우리 정도로 말야." 일부러 녀석과 간접적인 비교를 하며 라이너를 치켜세운 나는 녀석이 반응하길 기 다렸다. "뭐..뭐얏! 저 녀석이 나와 같은 실력이라고?" "아아.. 그렇게 너무 흥분하진 마! 물론 라이너와 너를 비교하면, 네가 더 세겠지 만, 라이너는 검술을 익힌 사람이잖아! 너는 마법사고..." 은근히 라이너 편을 들어준 내 말에 트레모스 녀석이 보기 드문 흥분한 모습을 보 여주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저 녀석이 나보단 약하지만 검술면에서는 강하다는 거냐?" "그렇지." "흥! 그까짓 검술! 그런건 내 상대가 안돼!" 자신 만만하다는 녀석의 태도에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심심하던 사막횡단을 재밌게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 녀석이 라이너에게 경쟁심이라 도 갖고 있는 것인지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었으므로 내 계획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건 모르는 일이야... 라이너는 검술의 국가라고 할 수 있는 카니국에서 검술을 배웠거든... 즉, 검사중엔 제일이라는 말이야... 아무리 마법을 써도 검술로 상대를 한다면..." "뭐얏! 그래서!" 약간의 과장을 섞어서 말을 지어낸 나는 라이너의 난감한 듯한 표정을 무시하며 트 레모스에게 더욱 약을 올렸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단지 라이너의 검술이 최고라는 말이었어... 네 마법에는 질지도 모르겠지만 검술면에서는..." 나는 일부러 녀석을 치켜세우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야 녀석이 반응을 해올 것이므 로...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아니나 다를까! 트레모스가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내가 원하 는 말을 해왔다. "흥! 좋아! 그렇다면 내가 네 생각이 틀렸음을 보여주지!" "내가 틀려?" "내가 검술로 저 녀석을 상대하겠다는 거야! 물론 내가 이기겠지만, 네가 그걸 못 믿으니 네 눈앞에서 보여주지!" 트레모스는 그렇게 말을 끝내면서 마나를 이용해 공기를 얼려, 얼음으로 된 검을 형상화 시켰다. 라이너의 다크로드 대신 자신은 그 검을 쓰겠다는 뜻으로... '호오~ 이거 계획대로 된 건가? 그럼, 난 재미있는 구경을 하면서 여행을 할 수 있 겠군... 라이너의 실력도 보면서 말야...' 솔직한 심정으로는 누구의 실력이 우위를 차지하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 느껴지는 기운으로는 트레모스가 위였지만... 검술은 솔직히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상황이 었다. '뭐...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이번 일로 라이너는 실력을 늘릴 수 있을 테고, 나는 재미있는 구경을 할 수 있을 테니... 물론 트레모스도 라이너와 대련하면서 근질거리던 몸을 풀 수 있을 것이고 ...' "시작해봐! 내가 심판을 봐주지~ 라이너는 이번 기회에 세상 넓은 줄 알아봐~" 그렇게 일부러 트레모스를 치켜세우며 시작된 대련은 내 계획대로 되어가는 듯 했 다. 하지만... 이때 나는 트레모스의 끈질긴 성격을 미처 생각지 못하고 계획을 세웠다 는 것을 알 수 없었다. ----------------------------------------------------------------------- 아~~ 역시 트레모스는 푼수였어~~ T^T 흐윽~ 잠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가 했더니 다시...흐윽~ 암툰~ 원래는 이 전에 엘벤트 이야기를 써 넣으려 했지만... 리넨을 먼저 등장시켜 봤어용~ ^^ (엘벤트 따슥은 별로 쓰고 싶지 않았기에... 하지만...ㅠ.ㅠ 담에 써야할듯...) ^^ 그럼, 즐건 하루되시구용~ 빠이~ [번 호] 20799 / 21101 [등록일] 2001년 11월 05일 11:54 Page : 1 / 20 [등록자] ANAK1000 [조 회] 403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7-5 ─────────────────────────────────────── 크로와 왕국은 아리아와 프레드릭의 실종으로 전시체제와 비슷한 상황이 되어버리 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는 아리아의 방문 이후 갑자기 퍼지기 시작한 전 염병과, 아리아 일행의 구금이후 일어나기 시작한 여러 폭발로 인해 크로와 왕국이 수많은 인명피해를 본 이유가 매우 컸다. 누군가 잘 짜놓은 각본대로 일어난 이 일련의 사건들은 크로와 왕국에게 유투 왕국에 대한 악감정을 만들게 만들었다. 그 악감정은 유투 왕국이 자신들의 말을 무시했기에 더 깊어졌는데, 이는 전쟁의 기 운을 점차 고조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대륙의 위에서 다른 나라들을 지배해왔다고 할 수 있는 유투 왕국! 크로 와 왕국은 유투 왕국이 지금 그 지배의 범위를 확대하려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 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을 일으킨 거라고... 유투 왕국에서도 화가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크로와 왕국으로 간 아리아 왕비가 너 무도 어처구니없게 실종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전염병의 원인으로 구금해 놓은 것 도 화가 나는 판인데, 그 상태에서 실종되었으니... 크로와 왕국측에서는 실종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유투 왕국에서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대놓고 악감정을 드러내는 크로와 왕국이었으니, 뒤에서 왕비를 죽여 놓고 시침을 떼고 있는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크로와 왕국에서 일어난 사건들도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그들의 조작이었다는 생각 도 있었기에, 더더욱 유투 왕국은 크로와 왕국의 말을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가자, 두 나라 사이의 전운은 더욱 강하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거대한 대륙의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유투 왕국이 주변의 크로 와 왕국과 폴보트 연합을 도와주면서 서로 평화를 유지해왔던 터였다. 하지만 지금 그 평화는 크로와 왕국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의해 서서히 무너지려는 조짐이 보이 고 있었으니! 크로와 왕국은 점차 전쟁으로 마음을 굳히면서 폴보트 연합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 었다. 크로와 왕국이 아무리 재력면에서 유투 왕국과 비교된다고는 하지만, 병력면 에서 상대가 되지 않음을 알았기에. 만약 이 상태에서 폴보트 연합의 도움이 없다면, 크로와 왕국으로서는 확실히 유투 왕국과의 전쟁에서 패할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하늘은 크로와 왕국에 손을 뻗은 것이었는지, 지금 크로와 왕국에는 폴보트 연합의 신의 대리인이 찾아와 있는 상태였다. 크로와 왕국에 퍼져있는 전염병을 고치기 위해서... "어서 모셔오지 않고 뭣들 하는 게냐!" 크로와 왕국의 성안에서 왕의 기쁜 듯한 호통소리가 홀 안을 쩌렁 쩌렁하게 울리고 있었다. 란 공주의 병을 고치고 홀연히 사라진 신의 대리인을 찾기 위해 그가 꽤 노력을 가 했는지라 그 기쁨은 이뤄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르릉~ 홀(hall)과 연결된 육중한 문이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열리고 있었다. 여러명의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왕 앞으로 안내된 사람은 다름 아닌 엘벤트와 데 칸티스였다. 그들은 리넨과 헤어진 후 병자들을 피해 성으로 가려다 그만 병사들에 의해 붙잡히고 말았는데, 병사들이 그들을 정중히 모시자, 데칸티스는 이 일을 기 회로 잡고 성안으로 편안하게 들어온 터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들이 자신들을 정중히 모신 이유가 엘벤트가 신의 대리인이기 때문이라니... 데칸티스는 크로와 왕국의 왕을 만나기 전 혼란스러운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얼 마 전까지만 해도 성문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던 그들이었는데... "오! 오셨... 아니?" 엘벤트와 데칸티스를 반기려던 왕은 갑자기 표정을 굳히면서 얼굴에 미소를 싸~악 지워버리고 말았다. "누구를 데려온 것이냐! 난 분명 신의 대리인을 모셔 오라 했거늘!" 분노한 것인가? 권위가 뭍어 있는 왕의 목소리가 홀 안에 나직이 울려 퍼지자, 엘 벤트와 데칸티스를 데려온 병사들이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어째서 이들이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인지 설명해 보거라!" 왕의 추궁이 있자, 엘벤트 옆에 서 있던 병사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 데칸티스에게 이미 폴보트 연합의 직인이 찍힌 서류를 본 그는 자신이 실수를 했어도 어느 정도 왕의 화는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자신이 데려온 사람들이 폴보트 연합의 사람들임은 분명해 보였으므로... "베누시로 나간 저는 사람들의 병을 치료하고 있는 신의 대리인에 대한 소문을 들 을 수 있었습니다. 강한 기사와 같이 다닌다는 말에 저는 이분이 바로 신의 대리인 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겁니다. 제가 실수를 했다면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사람들의 말만 듣고 이들을 대려왔다는 말이냐?" "아닙니다!" 병사는 왕의 이와같은 질문을 기다려왔는지, 차근차근 자신의 행동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꼽기 시작했다. "저는 이분들에게서 폴보트 연합의 직인이 찍힌 문서를 볼 수 있었습니다." "폴보트 연합의?" "네!" 병사는 그제서야 왕의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확신했는지, 자신 있는 말투로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흠~ 그의 말이 사실이오?" 왕은 아까보다 훨씬 조용한 어조로 데칸티스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지금 왕의 입장으로서는 폴보트 인물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 수 없는 데칸티스였지만, 왕의 노여움은 사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 에 품에서 아버지에게 받은 문서를 꺼내들었다. "이것입니다." 보좌관에게 건내 받은 문서는 정말 폴보트 연합의 직인이 찍혀있는 것이었는데, 그 곳에는 그 어떤 조작의 흔적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을 본 왕은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안의 내용은 그들이 바 로 신의 대리인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으므로... 즉, 그가 본 리넨이 신의 대리인이 아니라는 말을 그 안에서 알려주고 있었다는 말 이다. "이..이게... 그럼, 당신들이 진짜 신의 대리인이란 말이오?" 확인이 필요한 상황! 왕은 즉시 서류를 준 일행에게 그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렇습니다. 이쪽이 바로 법황의 수제자인 신의 대리인입니다." 데칸티스의 소개가 있자, 엘벤트는 정중한 자세로 왕에게 인사를 건냈다. "발드르님을 모시고 있는 엘벤트 사이펠이라고 합니다. 부끄럽게 신의 대리인이라 는 말을 듣고 있지만, 아직 실력면에서는 그런 말이 과분할 뿐이죠.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엘벤트의 인사가 끝나자, 데칸티스도 자신을 왕에게 소개했지만, 왕은 아직도 상황 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를 못하는 듯 했다. 멍한 표정으로 황당한 듯 그들의 모 습을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그..그러니까, 그대들이 폴보트 연합에서 온 진짜 신의 대리인이라는 말이군! 아 니, 정확히는 엘벤트 군이..." "네, 그렇습니다." "흠~ 그럼, 그는 대체 누구란 말이지?" 작게 중얼거리는 듯한 왕의 말이었지만, 엘벤트와 데칸티스는 그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들에게도 꽤 민감한 부분의 말이었으므로... "혹시 저 이외에 신의 대리인이라는 이름을 쓴 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호오~ 알고 있는 것이오?" 왕이 흥미를 보이자, 엘벤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혹시, 그 분이 청록색의 머리카락을 갖고 있지 않았는지요. 금발의 사내와 같이 다니시는..." 엘벤트는 지금까지 가슴속에 간직해 두었던 궁금증을 해소하기라도 하려는 듯 왕에 게 거의 확신에 가까운 어조로 말을 꺼냈다. "호오~ 알고 있는 사이였단 말이오?" 왕은 그런 엘벤트의 말에 그들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생각을 가지며, 두 눈을 반짝 거렸다. 엘벤트와 아는 사이라면, 굳이 의심할 필요가 없을테고, 공주의 병을 고쳐 준 대가를 치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여..역시 그였군요..." 엘베트는 왕이 뭐라고 하는지 듣지 않으며, 심각하게 리넨에 대해 생각하기 바빴다 . 이곳에 오기 전 세상에 태어나서 자신을 놀라게 했던 두 번째의 존재, 리넨에 대 해서... 끝없는 지식과 자신을 놀라게 했던 생각의 전환들... 엘벤트는 그와의 대화에서 보다 넓은 세계로의 도약을 할 수 있었다. 자신보다 더 많은 지식과 너 높은 실력을 가진 리넨의 도움으로... 혼자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왕의 확답을 들을 수 있게 되니, 왠지 속은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것에 알 수 없 는 기쁨을 느끼는 엘벤트였다. 그렇게 엘벤트가 혼자만의 생각속에 있을 때, 옆의 데칸티스는 왕과의 대화를 하며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폴보트 연합과 크로와 왕국과의 돈독한 관계! 데칸티스는 아버지에게 받은 임무를 완성하며, 흐믓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크로와 왕국의 왕이 말한 리넨의 도움 덕분이긴 했지만... 하지만 데칸티스는 왕의 고마움의 표시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 고마움이 리넨을 향 한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 그에게는 아버지의 뜻을 이행하기 위해 왕의 도움 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므로... 왕은 그런 데칸티스의 태도를 보며, 그들과 리넨일행이 서로 잘 아는 사이라는 오 해를 하고 말았다. 아니 어쩌면 그 일에 대해 깊게 알고 싶지 않았었나 보다. 왕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폴보트 연합의 도움이 필요했던 터였으므로! 하지만 왕의 옆에서 인형처럼 서 있던 란 공주는 왕과는 달리 이 문제가 꽤 큰 문 제였나 보다. 언제나 웃음을 보여주던 그녀의 얼굴에서 잠깐이지만 찡그림을 찾아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바마마, 저는 이만 방으로 들어가 쉬었으면 합니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란 공주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마치 천상의 선율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영롱하며 깨끗하게 울려 퍼졌다. 혼자만의 생각을 하던 엘벤트마저도 고개를 들게 만들 정도로! 왕은 자신을 향해 방긋 웃는 딸을 보며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아직 공주 는 병이 나은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렇게 왕에게 인사를 한 란 공주는 천천히 드레스자락을 움직이며 홀 안을 빠져나 갔다. 자신의 방에 도착한 란 공주는 왕 앞에서 보여주었던 미소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 로 표정이 굳어 있었는데, 인간의 모습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그녀 인지라 그 굳은 얼굴도 매우 아름다워 보였다. "날 치료한 사람이 신의 대리인이 아니란 말이지?" 오늘 홀에서 있었던 대화를 들어본 그녀는 어려 보이는 청년이 진짜 신의 대리인이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의식을 잃고 있는 동안 와서 나를 치료한 사람은 청록색 머리카락의 사내라... 흠~" 란 공주는 신의 대리인이 그 사내를 알고 있다는 말에 다시 얼굴에 작은 미소를 지 어 보였다. 의식적으로 왕의 앞에서만 미소를 보이는 그녀라 평상시에는 웃는 얼굴 을 볼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녀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얼굴 전체에 잔잔한 미 소가 퍼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에게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은 채 사라진 청록색 머리카락의 사내가 그녀의 호 기심을 자극했던 모양이었다. 시녀들에게 물오 본 말에 의하면 매우 아름답게 생긴 금발의 청년과 있었다고 했고...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닌단 말이지? 생김새가 추한 건가? 재밌어~" 그녀는 그 사내의 생김새에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으며 침대 밑의 작은 공간으로 손을 뻗었다. 자신이 의식을 잃는 동안 한번도 잡아보지 않은 검을 잡기 위해서! 침대 밑에서 나온 물건은 타오를 것 같은 붉은 빛을 내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녀의 눈동자보다 더욱 밝은 색의 아름다운 검이었다. 그녀의 손이 반가웠는지 침대 밖 으로 나온 검은 '스르릉'하는 소리를 내며 그녀를 반기고 있었다. "오랜만이군! 그동안 너랑 못 놀아서 손이 녹슬었는지도 모르겠어." 굳게 잠겨진 문을 확인한 그녀는 천천히 거추장스러운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는 간 편한 속옷 차림으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아직 낮이라 커텐이 쳐져 있는 창문 사이로 희미한 빛이 흘러 들어왔는데, 그 빛은 밝은 푸른색의 그녀의 머리카락과 빛의 반사로 더욱 붉어 보이는 검의 조화로 환 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연약한 몸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날렵하면서도 깨끗한 동작이 그녀가 병자라는 것을 잊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손에서 붉은 검은 점점 더 진짜 불꽃과 같은 기운을 형성하기라도 하는 듯 방안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는데, 란 공주는 그런 상황이 즐겁기라도 한 듯 흘러내 리는 땀방울을 떨어뜨리며 아까 잠시 보여주었던 잔잔한 미소를 입가에 만들었다. -------------------------------------------------------------------------- ^^ 엘벤트에 대한 인기도가 장난 아니군요...(모두들 싫어하고 있는 듯~ ) ^0^;; 쫌밖에 안나왔어용~ (이..이런것에 좋아하면, 안되는데...음음...) 암툰... 엘벤트는 란 공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써야만 했답니다. 어.쩔.수.없.이. (엘벤트 따~를 선동하는 아나크임당~ ^^;;;삐질~) 건 글쿠요~~, 란 공주~ 엑스트라 아닙니다~ ^^ 가뜩이나 등장인물이 몇 안되는데... 란이 엑스트라면..안돼죵~ ^^;;; 나름대로 트레모스처럼 끈질긴 면이 보이는 캐릭으로 할까? 하거든요... 자주 나올듯~ ^^ (호..혹시 제가 란 공주의 눈동자 색에 대해 언급을 했었나요? 안했었죠??) 아! 중요한건 그게 아니구요...T^T 요즘 고민 거리가... 갈수록 얘들이 망가지고 있습니다... 무..물론, 그게 다 저의 능력 부족때문이죠. T^T 그..그래서 말인데요, 지금의 연금이가 많이 이상한가요? 앞으로 성격면을 많이 수정해야 할것 같긴 한데... 의견을 좀 들어보고 싶어서요..^^;; 제 멜은 anak1000@hanmail.net 입니다. 리플도 괜찮구요... 의견좀... (__) 꾸벅~ (나오는 얘들이 몇 안되니... 리넨, 트레모스를 위주로...^^;;; ) 그럼, 즐건 하루 되시구요.... 오늘은 잡담이 길군요~ ^^;; 빠이~ [번 호] 20813 / 21101 [등록일] 2001년 11월 05일 23:14 Page : 1 / 21 [등록자] ANAK1000 [조 회] 462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7-6 ─────────────────────────────────────── 겉모습과는 다르게 지금 크로와 왕국은 폴보트 연합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었다. 유투 왕국이 모르는 사이 이 두 나라는 서로 왕래를 하며 뭔가를 꾸미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다. 크로와 왕국 의 내부에서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은밀하게... 폴보트 연합에서 온 엘벤트와 데칸 티스도 그런 사실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는지 자신들이 맡은 일만을 수행하며 떠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더 이상 이곳에서 그들이 해야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엘벤트는 리넨과의 알 수 없는 질의 답으로 뭔가 깨달음을 얻었는지, 전염병에 대 한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먼저 번에 그를 사칭했다는 사람보다는 시일이 오래 걸려야 병자를 완쾌시킬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말 들은 소문에 불과할 뿐이라 엘벤트 자신 이외의 사람들은 그 말에 신경을 쓰지 않 고 있었다. 다행히 이 일로 신의 대리인이라는 칭호에 먹칠을 하지 않을 수 있었지 만... 대충 그렇게 크로와 왕국에 온 목적을 달성하게 되자, 엘벤트 일행은 서서히 크로 와 왕국을 떠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왕에게만 인사를 하고 조용히 떠나려 했던 엘벤트 일행은 란 공주의 부탁에 그녀와 의 만남을 갖은 후에 이곳을 떠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인간이라 믿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그녀의 부탁이라 그들은 쉽게 거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국왕 앞에서 보여줬던 황홀한 미소를 잊을 수 없는 데 칸티스에게는! 그렇게 되자, 데칸티스는 떨리는 마음을 달래며 공주와의 약속시간을 기다리고 있 었다. 엘벤트를 꼬셔 공주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 먼저 가서 기다리는 것이었다. "뭘, 그렇게 초조하게 기다리는 건가요?" 아까부터 필요 이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데칸티스를 보며 엘벤트는 고개를 흔들었다. 옆에서 질문을 해도 들리지 않는 듯, 데칸티스는 엘벤트의 말에도 같은 자리만을 맴돌며 란 공주가 올 방향만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엘벤트 자신이 보기에도 란 공주는 분명 매우 아름다운 모습을 갖고 있었다. 하지 만 데칸티스처럼 저렇게 필요 이상으로 떨고 있는 것은 왠지 이해가 가지 않는 그 였다. 그의 머릿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란, 발드르 신의 모습이었으므로... 중성의 모습을 한 발드르 신의 모습은 여성체, 남성체 보다 더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고 전해져오고 있었다. 엘벤트는 그런 모습을 인간의 상상으로만 그려낸 그림 을 보았을 뿐이었지만, 얼마전 본 란 공주의 모습보다는 더욱 아름다울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데칸티스와는 다른 생각으로 그녀를 기다릴 수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데칸티스의 초조한 모습이 지겹게 비쳐질 때쯤, 아름다운 꽃이 만발한 정원에 그 꽃보다 더 화사한 아름다움을 지닌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사파이어 색의 긴 머리카락과 머리카락 색에 맞춘 듯한 은은한 하늘색의 드레스가 마치 하나의 커다란 보석을 보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 었다. 태양의 강렬한 빛이 그녀의 몸을 비출 때면 한올 한올의 머리카락은 마치 투명한 크리스탈이 빛을 반사하듯 반짝거렸으며, 보라색의 눈동자는 그 보는 이로 하여금 빨려들 정도로 황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의 등장으로 주변의 아름다웠던 꽃들이 모두 시드는 듯한 착각이 든 데칸티스 는 그녀의 모습이 눈앞까지 왔음에도 벌린 잎을 다물 수 없었다. '사륵 사륵' 거리 는 드레스 자락의 소리가 마치 그의 정신에 최면을 거는 듯, 눈이 몽롱해져 있었던 것이다. 엘벤트 역시도 발드르 신을 최고의 미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아찔한 모습에 잠시 데칸티스와 같은 표정이 되어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대로 그녀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면, 엘벤트와 데칸티스는 언 제까지고 환상을 보는 듯한 표정을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상황을 바라지 않는 듯, 조용히 입을 열어 그들의 몽롱한 눈빛이 흔들리게 만들었 다. "오래 기다리게 한게 아닌지 모르겠군요." 크리스탈이 부딪히면서 내는 소리와 같은 신비로운 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 다. 그녀의 목소리에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엘벤트였는데, 그는 자신의 추태를 깨 달은 것인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면서 정신을 가다듬은 후에야 그녀의 질문에 겨우 대답할 수 있었다. "아, 아니에요. 저희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을 뿐입니다. 공주님께서는 약속시 간에 오신 것이니 사과하실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엘벤트는 일부러 그녀의 눈빛을 피하며 시선을 다른 곳에 고정한 채 말을 이었다. 그녀와 시선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하게 되면, 좀 전과 같은 실수를 또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엘벤트는 그녀의 모습을 멀리서 본 것과 가까이서 보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는 것을 깨달으며,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생기지 않도록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무표정한 그녀의 모습만으로도 평상심을 유지하는게 힘들었으므로... 하지만 란 공주는 그런 엘벤트의 태도에 익숙한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렇군요. 아! 이곳에 이렇게 서 있을게 아니라, 준비해둔 자리로 가시죠. 오늘 여러분들과 담소를 나누기 위해 자리를 따로 준비해 뒀거든요." 그녀는 그렇게 말을 끝내며 그들을 미리 준비해둔 장소로 안내해 주었다. 사막에서 보는게 불가능할 정도로 아름다운 정원이었지만, 데칸티스와 엘벤트는 그 런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채 그녀가 주는 다과를 눈앞에 두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렇게 따로 오시라고 해서 너무 죄송해요." 란 공주는 사과의 말을 먼저 꺼내며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듯 했지만, 그녀의 목소 리에는 그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마치 인형이 말을 하는 것처럼... 하지 만 그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곳에 아무도 없는 듯 했다. 모두 그녀의 목소리에 취해 질문에 바로바로 대답을 해오는 것을 보면... "아닙니다. 오히려 이렇게 따로 공주님을 뵐 수 있어서 저희에게는 무한한 영광이 지요." 처음으로 데칸티스의 입이 열렸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평소 그가 할 수 없었 던 아부의 일종이었다. 하지만 데칸티스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깨닫지 못하는지 계 속해서 그와 유사한 말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옆에서 겨우 엘벤트가 그의 행동에 제약을 걸어 데칸티스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지 만, 그 제약도 란 공주의 질문에는 아무 소용이 없는 모양이었다. "제가 여러분을 이곳으로 조용히 모신 것은 다름이 아니라 궁금한 것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궁금한 것이라고요? 제가 아는 것이라면 다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데칸티스가 대답을 하며 고개를 들어버리고 말았다. 그녀 의 목소리만으로도 바로바로 질문에 대한 대답이 흘러나왔는데, 그녀의 눈을 쳐다 보았으니... 그는 이어지는 그녀의 질문에 거짓하나 없이 대답을 해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데칸티스와 엘벤트는 란 공주와의 시간을 보낸 이후 폴보트 연합을 바로 떠나버렸 다. 마치 뭔가에 홀린 듯 자신의 몸에 대한 제어능력을 상실한 듯한 기분이 그들을 폴보트 연합으로 급히 가게끔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데칸티스는 상사병을 앓는 듯, 크로와 왕국을 떠난 이후 한참동안 제 정신 을 차릴 수 없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해서라도 차지하고 싶 었던 여인과의 만남은 데칸티스에게 쉽게 잊어버리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 는 그래도 꽤 높은 경지에 오른 검사였기 때문인지 폴보트 연합으로 가기 전에 예 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마음 속 깊이 란 공주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기는 하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자신에 대한 제어를 못하는 일은 이제 없을 듯 했다. "데칸티스! 이제는 좀 괜찮아진 건가요?" 오랜만에 예전의 모습을 본 것 같은 생각에 엘벤트가 데칸티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 이제는 괜찮아. 내가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모르겠군..."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이 떠오르는 데칸티스였지만, 그렇다고 평소와는 다르게 행동 한 자신이 이해가 가질 않는 것이었다. "란 공주님의 모습은 마력적이에요. 보고 있으면 그녀가 원하는 데로 해줄 수밖에 없도록 만들 정도로 말이죠." 심각한 어투로 엘벤트가 결론을 내리자, 옆에서 그 말을 듣던 데칸티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신은 직접 그런 경우를 겪어봤기 때문에 엘벤트의 말에 동 의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녀가 왜 리넨님에 대해서 물어봤을까요? 단지,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사람이라 서?" "흠~ 글쎄?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사람이니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하지만 그녀의 질문은 리넨님이 어디로 간 것인지에 대해서까지 꼬치꼬치 캐묻는 수준이었다고요!" 폴보트 연합으로 가게될 거라는 리넨의 말을 떠올리며, 엘벤트는 얼마전의 실수를 되짚고 있었다. 왠지 란 공주가 리넨을 찾아가기라도 할 것처럼 물어본 것이 마음 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그거야 궁금하니깐 그런거겠지. 설마 크로와 성을 떠나 그 녀석을 찾겠다고 나올 수 있겠어? 크로와 왕국의 왕만 하더라도 그녀를 놓아주려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렇겠죠?" 데칸티스의 말을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엘벤트는 불안한 마음을 없앨 수 없었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데칸티스의 말에 동조를 했다. "히유~ 물어보는 대로 모두 대답을 해줬다니! 만약 그녀가 좀더 적극적으로 세상에 나선다면 어쩌면 세상은 그녀의 것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얼마전 란 공주와의 대화가 떠올랐는지, 엘벤트는 땅이 꺼질 정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음... 그래. 그녀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면, 그녀가 원하는 일은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 해도 다 들어줘야 할테니 말야..." 엘벤트는 의외로 데칸티스가 자신의 말에 순순히 동의해 오자, 잠시 눈을 깜박거리 며 그의 모습을 다시 쳐다보았다. "그녀를 좋아하는 걸로 알았는데, 아니었나요?" 마치 상사병에 걸린 듯한 데칸티스의 모습을 보지 못한게 얼마 되지 않은 엘벤트로 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흠... 물론,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을 거부할리는 없겠지?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지게 되니 그녀가 두려워지는군." 데칸티스는 몸을 약간 부르르 떨면서 자신의 느낌을 이야기 해주었다. "두려워진다고요?" 하지만 엘벤트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데칸티스에게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었으니... "음... 뭐라고 해야할까? 란 공주의 얼굴을 본 이후 내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던 기억이 그녀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만드는지도 모르겠군. 마치 내가, 내가 아닌 듯 한 상황에 대한 두려움 말이야." 데칸티스의 설명이 이어지자, 엘벤트는 그제서야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던지 천 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는 되도록 란 공주와의 대면을 피해야 할 듯 해요." "아무래도... 그러는 편이 나을 듯 싶군." 그렇게 엘벤트와 데칸티스는 란 공주에 대한 회상으로 사막에서의 밤을 보냈다. 한편 엘벤트 일행이 그렇게 사막에서 란 공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쯤, 크 로와 왕성에서도 사람들이 란 공주에 대한 이야기로 소란스러움이 일고 있었다. 바로, 엘벤트 일행이 떠난 이후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매일 매일 공주의 미소를 보며 즐거움을 얻었던 왕은 공주의 실종으로 심기가 매우 불편한 상태였다. 언제나 그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란 공주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가끔 성에서 그 모습을 찾을 수 없어 소란이 일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거의 열흘이 다 되어 가는데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유투 왕국과의 전쟁을 생각하던 크로와 왕국의 왕은 이번 일로 신경이 더욱 날카로 워져서 곧 폭발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상황이 그 렇게 되자, 크로와 왕국의 사람들은 모두 말조심을 하며, 왕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 으려 무던한 노력을 해야만 했다. 그러던 중 한 신하가 밑져야 본전 식으로 왕의 그런 분노를 유투 왕국으로 돌리게 끔 발언을 했는데, 그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왕의 불안정했던 모습은 그 날 이후로 사라져버렸다. 크로와 왕국의 왕이 이렇게 변한 이유는 아마, 그의 분노가 유투 왕국으로 모두 몰 렸기 때문인 것 같았다. 전쟁을 일으킬 심산인 그로서는 지금의 분노를 유투 왕국 쪽으로 내 뿜는게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버린듯. 하지만 크로와 왕국의 왕과는 다르게, 왕성의 다른 곳에서는 이번 일에 대해 다른 입장을 표한 사람들이 꽤 되었다. 지금까지 왕의 은총을 한 몸에 받던 란 공주가 사라지자, 왕의 관심이 자신들에게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된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바로 왕의 부인들과 그의 자식들이었는데, 그들은 지금껏 란 공주가 이 세 상에 태어난 이후 한 번도 왕의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더욱 지금의 상황을 환영하며 기뻐하고 있는 터였다. 상황이 이러니 당연 그들의 입장에서는 란 공주 의 실종이 반가울 수밖에! 신분도 알 수 없는 여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천한 아이, 란 공주! 그녀는 태어나 자마자, 공주라는 직분을 얻었는데, 이것은 그들의 입장에서 란 공주를 매우 못마 땅한 눈으로 보게 만들었다. 그들은 란 공주가 태어난 이후 단 한번도 왕의 관심을 받아보지 못했으니... 즉 이런 상황이었으니, 란 공주에 대한 분노가 없을 수 없 었던 것이다. 그래서 왕이 란 공주를 찾도록 보낸 세력을 왕의 눈을 피해 모두들 몰래 막는 것이 었다. 다시는 란 공주가 크로와 왕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게끔 하려는 뜻에서! 란 공주를 죽이고자 하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매번 그녀를 암살하러 보낸 자들은 그녀의 손아귀에서 놀아나 자신들을 배신했으므로, 이들은 크로와 왕 성에서 사라진 란 공주를 죽일 자객을 보낼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는 터였다. 다만 그들은 그녀를 찾으러 보낸 사람들을 자신들의 세력으로 막을 뿐이었던 것이다. 만약 란 공주가 원한다면, 언제라도 그녀는 크로와 왕국에 돌아와 예전과 같은 지 위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런 불길한 생각은 이들 머릿속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지금의 상황을 기회로 잡아, 왕의 머릿속에서 란 공주에 대한 기억을 없애려고 노력할 뿐이었던 것이다. --------------------------------------------------------------------------- 오옷!~ +_+ 간만에 연참이군요~~~ T^T 아..감격이...흐윽~ 비축분을 만들까? 생각을 해봤지만... 그냥 올립니다~~ 간만에 연참이라는 것을 해보고 싶어서...^^ 움뿌화화화화화홧~ 험험... 그럼, 즐독해주세용~~ 빠잉~ ps 아! 리넨은 담편에 나옵니다...^^;;; 안나온다고 또 뭐라 하실것 같아서뤼~ ^^ [번 호] 20845 / 21101 [등록일] 2001년 11월 07일 16:38 Page : 1 / 23 [등록자] ANAK1000 [조 회] 379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8-1 ─────────────────────────────────────── 사막에는 가끔 돌풍이 불어오곤 한다. 거리낄 것 없는 허허벌판이라 그런지 한번 불어오기 시작한 바람은 짧은 시간동안 주변의 모래를 사정없이 휘젓고는 사라지는 데, 지금도 그런 돌풍이 불어오는 것인지 사막의 언덕에 모래바람이 불고 있었다. 오직 모래만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바람은 원형의 기둥을 형성하며, 주변의 모래들 을 빨아드리고 있었다. 휘~이~~잉! 꽤 강력하게 불어오는 바람이라, 그 소리도 귀가 아플 정도의 고음으로 들려왔는데 , 아마도 이번 돌풍의 강도는 예전보다 강한 모양이었다. 쿠호~~~오! 보통 때의 그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바람! 물론 강도가 더욱 세졌다는 것은 불어오는 소리로도 알 수 있었지만, 그런 것과는 차원이 틀릴 정도로 이번 돌풍은 신기한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바람이란 흘러가는 존재인 법! 하지만 지금 불고 있는 원기둥의 바람은 제자리를 지키면서 움직이려 하지 않고 있었다. 마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바람인 것 처럼! 그 바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한 인물이 느긋한 자세로 그 바람을 지켜보고 있었 는데, 주변에는 견고해 보이는 투명막이 쳐있어, 바람으로부터 안전하게 서 있을 수 있었다. 고요한 수면처럼 차분하게 서 있는 그는 바로 트레모스와 라이너를 싸우게 만든 장 본인인 리넨이었다. 편안하게 바람을 살피던 리넨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흥미로운 시선으로 그들 을 쳐다보았다. "흠~ 오래도 싸우는군!" 모래바람 안에서 검을 나누는 트레모스와 라이너의 모습이 눈에 보이기라도 하는 것인지, 리넨의 눈은 모래바람을 향해 있었다. 엄청난 세기의 바람 덕분에 그 안에서 오가는 검들의 소음이 들리지 않았기에 리넨 의 중얼거림이 맞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고개까지 끄덕이며 진지하게 쳐다보는 그 의 시선은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몸의 빠르기만으로는 라이너가 더 우세하군... 흠~ 아무래도 검술과 체력면에서는 트레모스와 같은 마법사보다는 난 것 같으니! 흠~ 트레모스가 드래곤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라이너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겠어!" 이렇게 라이너를 높게 평가하며, 모래바람을 주시하던 리넨은 머지 않아 중얼거림 의 대상을 트레모스로 바꿔버렸다. 약간의 놀란 표정을 하면서 말이다. "어라, 어라? 저 녀석 화가 난 모양인데?" 리넨의 놀란 듯한 말을 시작으로 모래바람의 흐름이 조금 틀어지는 듯 했는데, 이 일로 원기둥을 형성하던 모래의 벽들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후두두두두둑! 마치 모래 비가 쏟아져 내리는 것 같이 땅으로 떨어진 모래들은 조금 전까지만 해 도 가둬두고 있던 사람들의 모습을 더 이상 감출 수 없었던지, 그 안 사람들의 모 습을 서서히 보여주고 있었다. 공중에서 원을 형성하며 돌던 모래가 모두 떨어지자, 두 명의 대치 상태가 확연히 드러났는데, 그 둘은 바로 트레모스와 라이너였다. 검은 옷을 입은 라이너는 그답지 않게 굵직한 땀을 흘리고 있었는데, 그의 두 발은 모래 속 깊이 파묻혀 있어 그가 지금 매우 강한 상대와 싸우고 있다는 것을 간접 적으로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라이너는 그런 와중에서도 강한 투지를 불태우며 다크로드를 두 손으로 단 단히 쥐며 공격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자신의 몸이 쓰러지기 전까지는 공격을 포기 하지 않으려는 듯! 그런 투지는 트레모스 역시도 마찬가지였는데, 지기 싫어하는 그의 성격 때문에, 그는 눈앞의 라이너를 쓰러뜨리지 않고는 형상화된 얼음의 검을 없앨 수 없는 것 같았다. "힘들어 하는게 여기까지 느껴지는군!" 리넨이 그 둘을 싸우게끔 한 이유는 이 같은 대련으로 서로가 서로를 인정했으면 하는 바램에서였다. 물론 둘 사이의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았던 이유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서로를 무시하는 둘 사이의 관계를 개선시키 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상황은 그가 유도한대로 전개되지 않는 듯 했다. 서로 절대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눈빛으로 검을 든 손에 힘을 주는 것을 보면! 조용하던 둘 사이에 다시 바람이 일기 시작한 것은 트레모스의 얼음 검이 갑자기 그 크기를 크게 했을 때부터였다. 그가 들고 있는 검은 마나를 형상화한 것이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그 크기 조절이 가능했던 터였다. 위이~~잉! 흐르는 땀방울이 잠시 트레모스의 얼굴을 적시는 듯 했지만, 그는 손에든 검이 커 짐과 동시에 몸을 움직여 흐르는 물기를 모래 바닥에 떨어뜨렸다. 상체를 숙인 상태에서 앞으로 쏘아져갔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빠른 움직임을 보여 주며 흐르는 땀을 떨쳐내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물기를 떨친 그 움직임은 바닥이 모래인 이유와 그의 몸이 지쳐있다는 이유 때문에 라이너는 감각에 모두 잡히고 있 었다. 라이너는 그 감각을 이용해 트레모스가 자신에게로 달려오는 찰라의 순간동안 몸이 옆으로 미끌어지듯 움직여 트레모스의 커진 검과의 거리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즉 라이너의 그런 행동은 이번 트레모스의 공격을 옆으로 흘리려는 의도에서 한 것 이었다. 쓸데없이 힘을 빼기보다는 공격하기 쉬운 위치에서 트레모스에게 역공격을 하는 것이 이번 싸움에서 이기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그는 많은 실전에서 이미 알 고 있었으므로! 하지만 이렇게 강한 상대와의 대결이란 언제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 로 흘러갈 경우가 있는 법! 충분히 트레모스의 검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움직였다 생각한 라이너였지만, 그는 몸을 옆으로 피하는 순간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검의 길이기 늘어나는 것을 느껴 야만 했다. 이미 커져버린 검이라 더 커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안심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 었는지, 라이너는 방심한 탓에 그만 트레모스의 검을 맞아야만 했다. 카카캉! 트레모스의 검이 순식간에 깨지며 주변에 얼음이 승화되는 현상으로 안개가 잠시 형성되는 듯 했지만, 이내 뜨거운 태양에 의해 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트레모스의 검이 라이너의 다크로드에 의해 막혀버린 것이었다. 잠깐의 방심으로 우위를 차지한 트레모스는 그 기세를 이용해 라이너에게로 검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모래바닥에 발을 깊게 파묻고 있는 라이너의 몸을 뒤로 무너 뜨려 이 싸움을 끝내려는 의도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던 트레모스는 갑자기 다크로드의 이상한 기운에 의해 몸을 비틀거려야만 했다. 그것은 '위~잉'거리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자신이 만들어낸 마나 검이 갑자기 그 형태를 일그러뜨렸기 때문이었다. 마나로 만들어진 검이라지만 웬만한 타격으로는 그 형체를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인데, 이상한 소리와 함께 갑자기 형태가 일그러지 다니! 트레모스는 순간 이상한 현상에 그만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자리를 라이너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지금껏 트레모스가 자신의 힘으로 만든 검을 사용했기에 다크로드에 힘을 불어넣지 않은 라이너였는데, 질 것 같은 상황이 오자 어쩔 수 없이 힘을 사용한 모양이었 다. 카니국에서 완성할 수 있었던 푸른 기운을! 다크로드에 불어넣어 형성되는 푸른 기운은 소위 말하는 마나와 비슷한 성질의 것 으로 어렵지 않게 트레모스의 검을 망가트릴 수 있었기에 사용을 자제하고 있었던 라이너였는데 막상 트레모스의 검이 자신을 쓰러뜨리려 하자 그 힘을 개방했던 것 이다. 트레모스의 검이 라이너의 다크로드를 밀어붙이는 순간 갑자기 라이너의 검에서 푸 른 기운이 솟아나며 트레모스의 얼음 검의 형체를 일그러뜨리기 시작했다. 푸른 기 운은 일종의 마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으므로 트레모스의 마나와 충돌해 그 형체 유지를 방해했던 것이다. "이..이게!" 잠시 그런 이유를 생각지 못한 트레모스는 멍한 상태에서 자신의 공격범위를 빠져 나가는 라이너를 봐야만 했는데, 라이너는 재빠르게 몸을 피해 자신과의 거리를 유 지하며 자신을 약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상황이 이렇게 가자, 트레모스는 머릿속에서 뭔가 뚝 끊어지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일개 인간에게! 자신이 이무리 마법을 사용치 않는다고는 하지만 일개 인간에게 이렇게 골치를 썩다니! 트레모스는 잠깐의 순간동안 몸의 모든 힘을 얼음 검에 주입해서 라이너를 향해 휘 둘러버렸다. 화가 난 그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마법사용이 금지된 지금 검을 이용 해 마나를 라이너에게 쏟아 붙는 편법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의 트레모스의 공격은 조금 전과 같이 암흑의 그곳과 같은 다크로드의 주변에 흘러 넘치는 푸른 기운에 의해 차단되고 말았다. 막을 수 없을 것 같던 검 형태의 마나가 다크로드의 휘두름 한번으로 반으로 갈라지며 주변으로 흩어져 버렸던 것이 다. '헉헉' 힘든 숨을 고르며 몸을 겨우 지탱하는 라이너가 눈앞에서 힘겹게 서 있었지 만 트레모스는 그런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지 멍하니 자신의 손에 조금 전까지 만 해도 있었던 얼음 검의 잔해를 살펴보았다. 차가운 물방울로 변해 손바닥을 적시는 검의 흔적을... 하지만 그것도 주변의 열기 때문에 곧 증발해버려 더 이상 잔해마저도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마지막에 아무리 이성을 놓고 휘두른 공격이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인간 의 간단한 검의 휘둘림에 의해 무산되어버리다니! 트레모스는 잠시 패닉상태를 겪으며, 자신이 진 대련에 대해 멍한 표정이 되어버리 고 말았다. 한편,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리넨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서서히 걸음을 라이너와 트레모스쪽으로 옮기고 있었다. "호오~ 이거, 재밌는 걸? 마나로 이뤄진 검을 그와 비슷한 기운으로 반을 갈라버리 다니!" 리넨은 아무리 얼음 검의 본체가 마나라고는 하지만 보통 검들의 강도보다 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트레모스의 검을 간단한 휘두름으로 반으로 갈라버 리다니! 아무리 절제된 동작으로 위력이 강한 휘두름이었다고는 하지만 거의 폭주수준의 트 레모스의 마나를 반으로 갈랐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일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었다. 이렇게 리넨의 표정이 놀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보통의 검사가 트레모스를 상대했었더라면 이와 같은 일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검이 아무리 마나로 만들어진 검이라 해도 그 형태를 부숴버릴 수는 없었을테니 ... "재미있군, 재밌어! 라이너, 그동안 많이 강해졌구나." 리넨은 그들의 곁으로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거의 쓰러질 듯한 라이너에게 말을 건 냈다. 리넨의 칭찬에 라이너의 굳어있던 표정이 조금 풀리는 듯 했지만, 그래도 몸이 피 로한 것은 어쩔 수 없었는지 흘러내리는 땀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런 라이너의 모습에서 리넨은 좀 전에 본 그 둘의 대련이 거의 원수들의 싸움을 방불케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올려야만 했다. 절대지지 않으려 했던 둘의 싸움 을 말이다. "트레모스? 괜찮냐?" 아직도 멍한 표정으로 망연자실해 있는 트레모스에게 리넨이 말을 걸며 그의 어깨 를 잡아 보았다. 아무 말도 없는 트레모스의 모습이 그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듯, 말을 걸기 위해서! 하지만 리넨은 곧 자신의 팔을 내치는 트레모스에 의해 민망하 게 손을 공중에 들고 있어야만 했다. "건들지마!" 싸움에서 진 것 때문인지, 아니면 마나 검이 부숴져버린 것 때문인지 트레모스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리넨의 접근을 막았던 것이다. "검 주변의 기운으로 내가 형성한 검의 형태를 일그러뜨렸단 말이지?" 지금까지 이런 경우를 처음 당해본 것이었는지, 트레모스는 작은 중얼거림으로 상 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검의 기운이 강해지면 내가 만들어낸 검 정도는 쉽게 부숴버릴 수 있다 는 것이고... 흠... 그렇다면 저 녀석을 상대하려면 강한 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겠군... 최소한 저 기분 나쁜 검은 몽둥이 정도의 세기의 검이..." 이렇게 중얼거리며 혼자 상황을 정리한 트레모스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자신을 멍 하게 쳐다보는 리넨 뒤의 힘겹게 서 있는 라이너를 바라보았다. "내가 진 것은 불공평한 무기 덕분이었다! 잠시 나의 자만으로 마나를 이용해 검을 만들어 너를 상대했지만, 그건 내 실수였 지! 이번의 결과를 네 실력으로 이겼다고는 생각지 말아라!" 그렇게 내뱉은 트레모스는 리넨은 쳐다보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텔레포트로 몸을 어딘가로 몸을 이동해버렸다. 공중에는 그의 화난 목소리만을 남겨두고서... "흥! 잠시 기다리고 있어라! 지금 진 것에 대한 복수는 잠시 후에 해주지!" 갑자기 사라진 트레모스의 행동에 리넨은 황당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이..이거 뭐지? 다시 온다는 말만 남겨두고 가면 나보고 어쩌라는 말이냐고!" 황당한 듯 허공에 대고 말을 내뱉는 리넨은 이 말을 녀석이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기막힌 현실에 대한 투덜거림을 안하면 화가날 것 같았던지 꽤 큰소리로 공중에 소리를 질러버렸다. 라이너에게 진 것이 분할거라는 사실은 인정하는 리넨이었지만, 이렇게 할 만만하 고 사라져버린 트레모스의 모습은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었다. "허~참!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조용히 지내는 거였는데..." 리넨은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트레모스와 라이너 사이를 더 갈라놓은게 아닌가?하 는 회의가 들고 있었다. "라이너, 저 녀석이 앞으로 뭐라고 하던 신경쓰지 마라! 분명 또 싸우자고 그럴꺼 야! 쯧쯧..." 리넨은 지고는 못하는 트레모스의 성격을 생각하며, 자신의 생각이 짧았을 수도 있 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에..." 그렇게 말을 하던 리넨은 자신의 말에 라이너의 대답소리가 힘이 없음을 알고 고개 를 돌려 뒤에 서 있을 라이너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곳에 서 있어야 할 라이너는, 어느새 무릎을 꿇었는지 모래바닥에 주저 앉아 힘겹게 자신의 말에 대답을 하고 있는게 아니겠는가! "라이너? 너 괜찮냐?" 대단한 대결 때문에 그가 힘든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걱정스런 마음에 리넨이 라이너에게 급히 다가갔는데, 라이너는 이번에는 리넨의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꺽어지듯 그의 상체가 앞으로 무너져버렸기 때문이었 다. "야! 라이너?" 간신히 모래바닥에 쓰러지기 전 리넨이 그의 몸을 받을 수 있었지만, 얼굴에는 곤 혹스런 표정이 사라지지 않은 채 나타나 있었다. "뭐야? 이거 기절했잖아!" 둘의 싸움을 뒤에서 조종한 리넨은 고개를 흔들면서 자신이 뿌린 씨앗이 싹을 트려 고 하는 모습을 깊은 한숨을 내쉬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 둘의 뒷감당을... 내가 해야 하는 건가?" 리넨의 힘없는 목소리는 새싹의 반김을 받으며, 조용히 사막의 모래언덕 위로 흩어 졌다. --------------------------------------------------------------------------- ^^;; 어제 못올렸군요... 오늘 모두 올릴테니... 홀홀~~ 봐주세용~ 아~ 제 주절주절 늘어놓은 말에...T^T 멜을 보내주셔서 넘넘 감사합니다. (__)꾸벅 음..근데, 게으른 아나크는 답멜을 못보냈답니다...ㅠ.ㅠ 지송~ 지금 코앞에 마감이라는게 다가와서 거의..제정신이 아니라서뤼~ ^^;;;삐질~ 험험~ 이번 멜로,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용~ ^^;; 가장 중요한 리넨에 대한 문제 는 천천히 고쳐가도록 할 생각입니당...역시 넘 생각없이 행동한듯... 암툰~ 그 문제는 서서히 해결하고용~ 즐건 하루 되세용~ ^^ [번 호] 20852 / 21101 [등록일] 2001년 11월 07일 23:45 Page : 1 / 20 [등록자] ANAK1000 [조 회] 431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8-2 ─────────────────────────────────────── 어둠 속에서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한 전운은 이제 본격적으로 그 모습을 겉으로 드러내려하고 있었다. 자신의 야망을 겉으로 드러낸 드루젤은 처음 안락한 생활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귀족들의 반발로 생각을 주춤거렸지만, 그의 야망을 충실히 보좌해줄 수 있는 능력 좋은 라이스 만 덕분에 그는 그 뜻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 을 내렸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그는 모든 세력의 동의를 얻지 못한 상태였기에 불안한 마음으 로 서재를 서성이고 있었다. 물론 그가 원하기만 한다면 그런 사실들은 무시할 수 있는 사항이었지만, 그 반대 세력이 자신의 친동생인 라피에르라는 것에는 머리가 아프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 일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 걸 보면... "음... 이런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면 꽤 어려워질 듯 해. 아무리 두 나라가 모종에 연락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라도 말야... 라피에르가 일을 크게 일으키면 분명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 으니...!" 드루젤은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불안한 마음을 서서히 키워가고 있었다. 하지만 언 제나 그랬듯이 그의 옆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라이스만은 그런 드루젤의 생각을 돌려놓았다. "폐하, 라피에르 저하께서는 지금 서서히 그 힘을 키워가려고 하고 있는 상황입니 다. 폐하께서 결정을 빨리 내리신다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라는 말이지요. 지금 폐하의 명령만을 기다리는 세력이 그 반대세력을 충분히 잠재울 수 있다는 사 실을 기억하십시오." 차분한 라이스만의 목소리에 드루젤은 불안했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만을 바라보며, 믿음직스런 능력으로 오른손 역할을 하는 라이스 만이었기 때문인지 그의 말은 그 효력이 컸던 것이다. "흠~. 귀찮은 일들은 빨리 처리할수록 낫다는 말인가? 그거야 그렇지. 훗~ 라피에르가 앞으로 나선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질질 끌 필요는 없겠지!" 확실히 그가 강경하게 나가기만 한다면, 수많은 피를 흘리긴 하겠지만, 그에 대한 합당한 결과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옆에 라이스만이 그가 원하는 데로 일을 처리 해 준다면... 하지만 완벽이라는 단어에 언제나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드루젤은 전쟁에서도 그런 결과를 얻으려는 듯 욕심을 냈던 모양이다. 모두의 지지를 받아 일을 처리하고 싶 은 욕심을! 드루젤이 생각을 어느 정도 정리하자, 라이스만이 다시 입을 열어 그의 결정을 도 왔다. "폐하, 이번 전쟁은 폐하의 능력과 더 나아가서는 유투 왕국의 힘을 알리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폐하께서 평화롭게 일을 해결하셔도 원하시는 결과는 얻을 수 있겠 지만,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이번 전쟁의 의미를 다 깨닫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 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음... 자네의 말은 어느 정도의 피는 필요하다는 말이겠군." 조용히 라이스만의 말을 듣던 드루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음미해보았다. 확실히 흘려야할 피가 필요하기는 했다. 그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몇 몇의 세력 들과 그의 뜻에 반대하는 다른 귀족들의 피가! 하지만 그 곳에 동생의 피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조금 망설여지는 사항이었다. "듣고보니 맞는 말 같군. 하지만 불필요한 피까지는 흘릴 필요가 없지! 라이스만!" "네!" 라이스만은 마음의 결정을 한 듯한 드루젤의 말에 허리를 바로 세우며 충성어린 눈 빛으로 유투 왕국에서 가장 위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가서 조용히 일을 진행하도록 하게! 흘려야 할 피는 이미 알고 있을거라 생각되는 군! 라피에르는... 녀석은 잠시 그대로 두고..." "알겠습니다. 그럼, 신은 폐하께서 원하시는 결과를 갖고 돌아오겠습니다." 라이스만은 이곳에서 자신이 할 일이 더 이상 없음을 알고는 조용히 서재를 떠났다 드루젤의 서재에서 나온 라이스만은 최대한 빨리 일을 진행하기 위해 왕성 안의 지 름길을 이용해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머릿속에서 그동안 계획했던 일들을 하나 둘씩 실행할 생각으로 바빴다. 하지만 인적 드문 곳으로 걸어가던 그는 부시럭거리는 나뭇잎소리에 그만 발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자신 이외의 존재는 이 길로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 는 그였으므로! 라이스만은 외부인의 침입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하지만 흔들리며 소리를 냈던 나뭇잎들 안쪽에는 그 어떤 존 재도 없었다. 순간 그는 자신이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바라 보며 고개를 흔들며, 다시 아까 가려던 길 쪽으로 발을 내딛으려했다. 해야 할 일 이 많은 라이스만이었던 터라 그는 금방 그 소리에 대한 사실을 잊고 갈 길을 가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부름으로 그는 결국 다시 가던 길을 멈춰야만 했다. "라이스만!" 조용한 말이었지만 듣는 이로 하여금 거스를 수 없게 만드는 힘이 깃든 말! 여인의 목소리가 자신을 부르자 순간 라이스만은 천천히 몸의 방향을 뒤로 돌렸다. 들을 수 없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라도 한 듯, 가늘게 몸을 떨면서 말이다. 시선을 돌려 좀 전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은 라이스만은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처럼 멍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언제나 상황판단과 결정이 빠른 그였지만 이번 만큼은 그런 판단력도 자리를 잡지 못할 정도로 흔들리는 것 같았다. "태..태후전하?" 검은 망토를 두르고 있는 사람은 분명 그가 알고 있는 아리아 케이스트 카스프리시 안이 맞았다. 지저분한 옷과 여기저기 긁힌 상처가 그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가능 성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는 그녀가 바로 아리아임을 증명하 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그녀의 모습에 순간 라이스만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이 동 시에 스치는 듯 했지만 그런 표정을 보여준 것은 거의 찰라라 아리아는 그의 얼굴 에 나타난 표정을 미처 발견할 수 없었다. 일개 하인이라 할 수 있는 라이스만. 라이스만은 드루젤의 오른팔이라고는 할 수 있었지만, 그 어떤 직분도 갖고 있지 않았기에, 그녀를 본 순간 그는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를 표해야만 했다 평민이 태후를 대하는 것과 같은 예의를... "아리아 태후전하를 뵙습니다." 하지만 라이스만은 그저 상체만을 숙인 채 아리아에게 인사말만을 전해줬을 뿐이었 다. 그녀의 앞에서 이런 식으로 인사할 수 있는 사람은 한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아무것도 아닌 라이스만이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하다니! 아리아는 그 모습에 눈썹이 위로 올라가는 것을 느껴야했지만, 지금은 그런 그의 태도에 반응할 시간이 없음을 깨닫고는 라이스만의 행동을 무시해 버렸다. 화를 낼 기회는 나중이라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폐하를 만나 뵙고 싶군요. 길을 안내하세요!" 모습만 본다면 초라한 여인의 그것과 다를게 없는 아리아!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어조는 감히 거역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끔 만드는 힘이 깃들어 있었다. 상체를 숙이고 있던 라이스만도 그런 그녀의 말에 반응할 뻔했는지 잠시 시간차를 두고는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잠깐의 시간동안 상체를 숙이고 있던 라이스만이 고개를 들었을 때는 그의 얼굴에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 있지 않았다. 웬만큼 사람을 보는 눈이 있는 아리아도 그런 그의 표정에서 그 어떤 사실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따라오십시오." 라이스만의 목소리는 아리아와 비슷하게 나직하게 울렸지만, 아리아와 같은 힘은 없는 듯 존재감마저 느끼기 어려웠다. 하지만 아리아는 그런 사실을 느끼지 못한 채 잠시 라이스만의 얼굴을 쳐다봐야만 했다. 많은 호위병들과 유투 왕국을 떠난 자신이 상처 입은 모습으로 초라하게 혼자 성안 에 있는 것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질문을 해야 정상이었을텐데... 라이스만은 그 런 자신의 모습에도 그저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으니, 신기할 수밖에 없 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놀란 듯한 반응을 잠시였을 뿐이었다. 그녀는 신기한 그의 태도에 쓸데없는 질문을 하고 싶긴 했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 었기에 나중으로 기회를 미뤘던 것이다. 라이스만의 뒤를 따라 한참동안 으슥한 길을 걸었던 아리아. 그녀는 성내에 이런 길이 있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게되었다. 유투 성에서 몇 십 년을 살아온 그녀였지만 이런 길은 난생 처음 보는 길이었던 것이다. 터벅터벅. 오직 그들 두 명의 발자국 소리만이 들리는 길! 그녀는 유투 성 내부에서도 은밀한 길이었는지, 라이스만을 따라가는 동안 라이스 만 이외의 사람을 단 한 명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 사실이 이상하긴 했지만, 지금 의 그녀로서는 그런 사실에 대한 궁금증을 나타낼 때가 아니었기에 조용히 라이스 만의 뒤를 따르며 빨리 드루젤을 만나기만을 바랬다. 하지만 그녀는 라이스만이 이 끄는 장소까지 갔지만, 드루젤의 그림자도 발견할 수 없었다. 길이 으슥해서 사람들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그녀. 성이 아닌 다른 건물로 들어가 드루젤이 지금 성안에 없다고 생각한 그녀. 아리아는 라이스만이 이끄는 대로 별다른 의심 없이 따라갔지만 라이스만이 안내한 습한 공기가 뭉쳐있는 지하의 어느 커다란 방에는 아무리 살펴봐도 라이스만과 자 신만 있을 뿐 드루젤은 없었던 것이다. "이..이게 대체 어떻게 된...으윽!" 희미하게 들어오는 불빛에 의지해 그 안을 살펴본 아리아는 뭔가 일이 잘못된 것을 깨닫고는 이곳까지 자신을 안내한 라이스만에게 화를 내려 했다. 자신은 그에게 드루젤을 만나보고 싶다고 분명히 밝혔건만, 아무도 없는 이런 음침한 곳으로 자신 을 안내하다니! 아리아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갑자기 눈앞을 아른거리는 하얀 분말가루에 말을 다 끝낼 수 없었다. 작은 분말 가루가 그녀의 몸에 닿자마자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입이 굳었기 때문에... 털썩! 가녀린 그녀의 몸이 굳은 듯 잠시 공중에 서 있더니 이내 앞으로 털썩 쓰러지고 말 았다. 라이스만에 의해 뿌려진 가루가 보통의 가루가 아닌 듯 그것을 맞은 아리아 가 아무 반항도 못하고 쓰러진 것이었다. 라이스만은 습한 방안에 얌전히 쓰러진 아리아를 보고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한마 디를 내뱉고는 그 방의 유일한 문을 닫아버렸다. "아직은 태후전하께서 나타나셔서는 안되기에..." 라이스만이 나가고 육중한 철문이 닫히자, 아리아가 있던 방은 완전한 밀실이 되어 버린 듯 희미한 빛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라이스만에 의해 의식을 잃은 아리아는 눈을 뜬 이후 자신이 느끼는 것들이 현실이 맞는지 틀린지 잠시 구분을 할 수 없었다. 눈을 뜬 이후에도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것과, 이곳에 들어오기 전 기억하는 라이스 만과의 일이 그녀의 정신을 잠시 혼란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잠시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생각을 정리하면서 지금의 자신이 겪은 일이 모두 현 실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라이스만이 나를 이곳에 가둔건가? 아니면 드루젤이 시킨건가?" 자신이 믿는 단 한 명의 존재가 자신을 배신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그녀의 가 슴을 아프게 했지만, 무시할 수만은 없었기에 아픈 가슴을 안고 그녀는 차근차근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했어! 내가 성을 떠날 때부터...!" 자신이 가는 길마다 알 수 없는 병이 나돌아 사람들을 죽게 만드는 것부터 그녀는 이상한 일에 휩쓸린 것이었다. 크로와 왕국에서만 그 병이 퍼지기 시작한 것! 자신이 드루젤에게 보낸 메시지에 대한 대답이 없어 크로와 왕성에 구금되었던 것! 자신의 측근인 프레드릭이 죽은 것! 그녀가 유투 성을 떠난 이후 일어난 모든 일들은 그녀의 것들을 하나 둘씩 빼앗고 있었다. "이건 모두 나와 관련된 일들 뿐이야! 내게 피해를 주려는! 하지만 어째서 내 목숨 은 남겨둔 거지?" 누군가 그녀에게 고통을 주려고 한 것이라면 어째서 그녀의 목숨은 남겨둔 것이었 을까? "혹시... 더한 고통을 주려고?" 불길한 생각이 순간 그녀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 정도로 자신을 괴롭힌 인 물이라면 그런 일 정도는 쉬울게 분명했으므로... 하지만 아리아는 그런 상황 속에 서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 빛도 없는 싸늘한 돌의 기운이 뻗어오는 방안에서도 ... 한참동안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과 그 일을 일으킬만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을 정리 하던 아리아는 눈을 감고는 조용한 어조로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를 불 러보았다. 자신과 계약한 '그'라면 자신을 이런 상황 속에서 빼내줄 수 있는 능력이 되었으므 로... 하지만 간절한 그녀의 부름에 '그'는 한참의 시간이 지났어도 그녀 앞에 모습을 드 러내지 않았다. "크로와 왕국에서처럼 내 목숨이 위험해지기 전까지는 오지 않으려는 건가?" 너무도 간절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그를 볼 수 없음을 기억해낸 아리아는 고개를 흔들며 그의 도움에 대한 가능성은 접어두었다. "'그'가 안 오는 것은 아직은 내 목숨이 위험하지 않다는 말이겠군..." 그 말을 끝으로 아리아는 어두운 방안에서 눈을 감으며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아 직 풀지 못한 수 십 가지의 엉켜있는 문제들을 풀 작정으로... ------------------------------------------------------------------------ 으아~~~~~악! ㅎㅎㅎㅎ 으아~~~~~악! ㅎㅎㅎㅎ 으아~~~~악! ㅎㅎㅎㅎ (아나크는 지금 미쳐있는 상태입니다.) ㅎㅎㅎㅎ 으아~~~~악! ㅎㅎㅎㅎ 으아~~~~악! ㅎㅎㅎㅎ 으아~~~~악! ㅎㅎㅎㅎ (자칫 잘못 건드리면, 물지도 모르니 주의해 주세요~) +ㅠ+ 쥘쥘~~ㅎㅎㅎ [번 호] 20886 / 21101 [등록일] 2001년 11월 10일 04:33 Page : 1 / 21 [등록자] ANAK1000 [조 회] 305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8-3 ─────────────────────────────────────── 대륙 전체에 전쟁으로 인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었지만, 그건 인간들의 입장일 뿐 이었다. 인간 세상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다른 종족들은 그런 전쟁의 기운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중 인간 세상에 관여하며 살아가는 이 들은 달랐지만...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극소수였기에 대부분의 경우는 지금의 전쟁 기운 같은 것 에 무관 심한 반응을 보였다. 그들에게 있어 인간 세상에서 전쟁이라는 것은 일정 한 주기로 찾아오는 조금은 시끄러운 소란정도였을 뿐이므로... 레지 산맥의 깊숙한 곳에서 조용히 자신들의 삶을 사는 드워프들도 대륙의 불안감 같은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으며 모두 숲 속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나름 대로 자신의 삶에 충실하며... 대륙 전쟁의 기운 갖고도 삶에 변화가 없는 그들의 평화로움! 드워프들의 평화로운 삶에 영 향을 줄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항상 평화롭기만 할 것 같던 드워프들의 삶이 누군가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지옥의 한 가운데로 떨어진 것과 같이 변해버리고 말았다. 그 누구의 접근도 허락 하지 않은 듯 고 립되어 있는 드워프들의 땅에 무단으로 침입(?)한 누군가에 의해. .. 그 문제의 존재는 바로 얼마 전에 잠시 그들의 땅에 들려 한바탕 휘젓고 사라진 적 이 있는 트레모스였다. 레지산맥의 안쪽 드워프들의 땅이라 불리는 곳이 아무리 그들만의 세상이라고는 하 지만 그 주변이 트레모스의 영역이었기에 드워프들은 그의 접근을 막을 수 없었다. 대륙 전체에서 일어나는 전쟁으로도 그들의 삶을 방해받지 않는 드워프들이었지만, 그들은 트레모스 한 명의 방문으로 그보다 더한 상황에 처하고 만 것이다. 그들이 대하기 꺼려하는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인 골드 드래곤, 트레모스의 방문으로 ... 드래곤이라는 존재는 엄청난 수명 덕분에 시간 관념이 거의 없는 존재라 할 수 있 었다. 그 래서 드워프들은 그들의 방문을 받은 후가 되면, 몇 년에서 몇 십년 혹은 몇 백년까지 다시 같은 인물의 방문을 받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갖게 되었다. 물 론 지금까지 그래왔었고... 그래서 그들은 트레모스가 사라진 이후 졸였던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앞으로 꽤 오 랫동안은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던 터였다. 하지만 그런 고정된 생각은 트레모스의 재등장으로 산산조각이 나며 깨지고 말았다. 반년도 안돼서 같 은 인물이 또 찾아와 드워프 들의 땅을 휘저어놓을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던 일이 라 드워프들은 트레모스의 등장으로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원래 예고도 없이 나타났다 사리지는 존재가 드래곤들이라고는 하지만 오늘 트레모 스의 방문은 너무도 갑작스러웠기에 드워프들은 모두 놀란 가슴을 끌어안고 몸을 사리며 그의 눈치 를 살피기에 바빴다. 갑자기 나타나 마을의 한 가운데서 소란을 피우는 그의 눈치를! 지금까지 흥분한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트레모스였기에 드워프들의 가슴 은 더욱 쪼그라든 상황이었다. “조..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지금 파비타 장로를 부르러 갔습니다.” 드워프들의 왕이 트레모스의 옆에서 거의 설설 기다시피하며 그의 비유를 맞추고 있었다. 왕이라는 직분으로 그러기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그렇게 행동하 는 것도 모자를 정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살벌한 했기에 왕의 행동은 너무도 자 연스럽게 나오고 있었다. “늦어!” 감정이 없는 듯, 굳은 그의 얼굴에서 싸늘한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트레모스는 라 이너와의 대련에서 진 이후 검을 찾기 위해 드워프들의 땅으로 바로 몸을 이동했었 다. 그것은 야우산 키라의 껍질을 드워프에게 맡긴게 생각났기 때문이었는데,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트레모스는 파비타라는 이름을 가진 드워프가 자신이 기억하는 장소에 없음을 알고 는 바로 드워프들의 왕을 찾아와 소란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었다. 라이너의 검과 대등한 검을 찾기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강력한 마나로 만 든 자신의 얼음 검을 깨끗하게 자를 정도의 힘을 견딜 수 있는 검이란 그리 쉽게 만들어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라이너가 갖고 있는 검은 몽둥이도 사실은 검이라고 부를 수 없는 모양이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검은 물체를 재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재료는 있 어도 그것을 재련 해 검으로 만들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세상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명검도 지금은 레드 사이어 밖에는 알려지지 않 은 정도 였다. 물론 그 강도나 위력으로 따지면 라이너의 다크로드도 그에 비견된다고 할 수 있었지만... 만들 수 없는게 없다는 드워프들도 레드 사이어 정도의 검을 만들려면 엄청난 세월 이 필요 했다. 그런 검은 실력이 아무리 뒷받침된다고 해도 운이 없다면 만들 수 없는 것이므로... 그래서인지 명검이라고 알려진 검들이 꽤 있었지만 레드 사이어 정도의 이름을 떨 치는 검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그런 검의 재료로만 본다면 트레모스는 다크로드 정도의 세기의 물건들이 꽤 있는 편이었 다. 하지만 그는 그것들로 라이너를 상대할 수 없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재료가 아닌 그런 재료로 만든 검이었으므로... 평소에 검의 필요성을 못느낀 트레모스였기에 그의 레어에는 쓸만한 검이 없던 터 였다. 얼마 전 야우산키라의 껍질로 검을 만들라고 한 것 이외에는...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었는데, 만약 그때 파비타라는 드워프에게 그 껍 질을 맡기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지금 드워프들의 땅은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었다. 단순한 트 레모스의 화풀이에 의해... “왜 이렇게 늦는 것이냐!” 한시라도 빨리 라이너와 재대결을 하고싶은 트레모스는 빨리 완성된 검을 갖고 돌 아가고 싶 어 몸이 근질근질 거리는 차였다. 하지만 검을 갖고 있을 파비타 드워프 는 아직도 그의 앞 에 나타나지 않고 있었으니... “그..그게 이제 곧 있으면 올겁니다.” 손까지 비비며 트레모스의 눈치를 살피던 드워프들의 왕은 트레모스의 분노가 폭발 하지 않 도록 최선을 다하며 분위기를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트레모스는 그런 왕 의 노력을 알지 못 했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오직 파비타가 만 들어놓았을 검에 가 있었으므로... 그렇게 조마조마한 시간이 흘러, 드워프들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다다랬을 때였다. 트레모스의 억눌렀던 짜증이 폭발하기 직전! 더 이상의 기다림은 할 수 없을 것 같 아 그곳 에서 짜증을 내려했던 트레모스는 자신의 옆으로 달려와 파비타 장로가 왔 다며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드워프 왕의 말에 겨우 끌어모았던 마나를 흩으러버리는 일이 일어났다. 뭔가 자신의 팔을 잡고 늘어지는게 느껴져서 고개를 돌린 후에야 왕의 말이 들렸던 것인데, 만약 왕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트레모스는 기어이 끌어 모았던 마나를 어딘 가로 날려보냈을 것이다. “트레모스님! 왔습니다! 왔어요! 파..파비타 장로가... 왔습니다!” 거의 에걸복걸 하는 왕의 태도에 트레모스는 잠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지 만 이내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을 상기하고는 드워프 왕을 무시하며, 시선을 돌렸다. 기억에 익은 얼굴의 드워프를 본 트레모스는 그의 손에 들려있는 물체로 시선을 고 정한 채 그제서야 굳었던 표정을 풀었다. “완성했나?” 파비타의 얼굴로 봐서 분명 완성한 상태라는 것을 알수 있었지만, 트레모스는 다시 묻지 않 을 수 없었다. 자신이 확인하기 전에 그의 대답을 먼저 듣고 싶었기에... 그리고 그는 파비타 드워프의 고개가 짧게 끄덕이는 것으로 그 대답을 대신 들을 수 있었다. “어디 볼까?” 묵직해 보이는 천으로 둘러 쌓여진 검은 파비타 드워프에 의해 트레모스에게 전달 되었는데, 그는 그 두꺼운 천을 천천히 걷으며 검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스~윽! 세상에서 레드 사이어에 비견될만한 검이 그 모습을 드러내려는 순간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 보다 더한 검이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파비타 드워프가 알아낸 검 재련 방법은 보통의 기술이 아니었으므로... 트레모스의 손이 점차 검을 싼 천을 벗기자, 지금까지 그의 눈치만 살피던 다른 드 워프들도 이 순간만큼은 자신들의 모든 관심을 그 검을 향해 쏟아 붓기 시작했다. 한껏 궁금한 눈빛을 빛내며 말이다. 지금까지 그들은 파비타 장로가 뭔가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재료 가 야우산 키라의 껍질이라는 것도... 하지만 이들은 완성된 검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다. 파비타 장로가 검이 완성된 이후 단 한번도 드워프들 앞에서 보여준 적이 없었으므로... 파비타 자신도 검이 완성된 이후 묵직한 천으로 검을 둘러싸고는 다신 보지 않았기 에 그들 은 파비타 장로에게 결코 보여달라는 소리를 하지 못했던 터였다. 그러던 차에 트레모스가 그 검을 이런 개방된 자리에서 보여주려 하고 있었으니, 자연 시선이 그 검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 검에 걸려있던 천이 ‘스륵’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지자, 모든 이들이 궁금해하던 검신이 그 빛을 내며 찬란한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아름다운 크리스탈을 보는 듯, 그 검은 천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하늘에서 내 리쬐는 모 든 빛들을 재각기 다른 방향으로 굴절시키고 있었다. 촤~~ 마치 빛이 소리를 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빛이 시각을 자극하 고 있었 는데 그 모습은 마치 검 자체 내에서 빛을 뿜어내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 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아름답군!" 검을 바라본 후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 트레모스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의 만족스런 말은 파비타 장로 이외의 드워프들은 들을 수 없었다. 모두 그 검의 모습에 현혹되어 트레모스의 말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으므로... 하지만 트레모스의 말은 파비타 장로에게 한 말이었으므로 그런 사실은 별로 중요 하지 않았다.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오." 검의 주인되는 트레모스가 흡족한 듯 말을 하자, 파비타는 그답지 않게 입가에 미 소까지 보이면서 만족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장인으로서의 만족감을 가장 크게 느끼는 때가 훌륭한 물건을 만든 이후, 그 물건의 주인이 마음에 들어할 때라는 것 을 파비타 노인은 다시 한번 느낀 것이었다. "검의 이름은 있나?" "그건 주인인 당신이 지어야 하는게 아니겠소?" 당연한 질문을 하는 트레모스의 말에 파비타 노인은 이상한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 았다. 하지만 트레모스는 지금까지와는 너무도 다른 부드러운 눈빛을 하며, 파비타를 쳐 다볼 뿐이 었다. "물론 그렇게 해야 하겠지만, 왠지 나는 이 검의 이름을 그대에게서 듣고 싶군." 트레모스는 파비타 장로를 배려하려는 마음에서 그런 말을 한 것 같았지만, 파지타 장로는 그런 트레모스의 말을 선뜻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아는 한 눈 앞의 드래곤의 입에서 저와 같은 말이 나올리 없다고 이미 인식 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트레모스는 그런 파비타의 표정에도 가만히 그 의 입이열리기를 기다려줬다.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검을 얻은 대가로는 그 정도쯤은 해줄 수 있다는게 그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잠시의 시간이 흐르자, 파비타 장로의 입이 서서히 열렸다. "...스피..아..." 파비타 노인의 입에서 나온 검의 이름은 여인의 그것 같은 여리면서도 빛나는 그런 이름이 었다. 그동안 그 자신도 검의 이름을 생각해두고 있었는지, 조심스럽지만 망설임없이 자신이 생각한 검의 이름을 트레모스 앞에서 말하고 있었다. "스피아?" 끄덕. 조심스럽게 트레모스의 눈치를 살피던 파비타 장로는 그의 반응에 마음을 졸이며, 자신이 생각한 이름에 대한 평가를 기다렸다. 어떻게 된 것이 지금의 파비타 장로 는 검에 대한 평가를 기다리는 것보다 이름에 대한 평가를 받는게 더 떨리고 있었다. 검이라면 상대가 안좋은 반응을 보여도, 그가 검에 대해 볼 줄 아는 눈이 없다고 치부해 버 리면 되는 일이었지만, 이름이라는 것의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었기에 그에 대한 평가가 더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려지는 건지도 몰랐다. "흠... 스피아라... 여자이름 같군..." 트레모스는 파비타 장로의 떨리는 듯한 표정을 보고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줬다. "마음에 드는군. 스피아라~. 그 이름으로 하지." 트레모스는 그렇게 파비타 노인이 정한 이름을 인정하고는 더 이상의 볼일이 없다 는 듯 앉아있던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가 몸이 움직이자, 그제서야 드워프들 은 검에서 시선을 떼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트레모스가 움직인다는 것은 더 이상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의미했으니까! "파비타라고 했던가? 수고했어. 스피아는 내 마음에 쏙 드는군." 그 말을 끝으로 트레모스는 그 자리에서 텔레포트로 몸을 이동시켜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 시에 레지 산맥의 깊은 곳, 드워프들의 땅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환호 성이 꽤 긴 시간동안 울려퍼졌다. 같은 시각 크로와 왕국의 사막 한 복판에서는... "이 녀석은 왜 또 안오는거야?" 한 번 사라지면, 거의 하루라는 시간동안을 기다리게 만드는 녀석을 생각하니 화가 나기라 도 한 것인지, 나는 아무도 없는 사막의 언덕을 향해 꽤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를 한번 질러 보았다. 아무도 내 말에 대답을 해주는 이 없었지만, 그래도 소 리를 지르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 라이너가 그런 내 모습에 어쩔 줄 모르며 쳐다보고 있었지만, 난 한번 피식 웃어 보이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녀석을 쳐다보았다. '음... 그러고 보니,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라 어색해할지도 모르겠는걸? 그 러고 보면...' 라이너의 표정을 보며, 난 그동안 내가 꽤 많이 변해버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피식, 피식 웃을 때도 많아졌고, 장난기 많은 아이들처럼 눈빛을 빛낼 때도 많아져 라이너와 있었을 때와는 달라져도 많이 달라져 있었던 것이다. "라이너, 내가 그렇게 많이 변했냐?" "네? 아... 아닙니다." 갑작스런 질문이었는지, 녀석은 잠시 생각을 하고는 대답해주었지만 나는 그 생각 한 시간이 간접적인 대답임을 알 수 있었다. 피식. 또 다시 무의식적으로 입가가 올라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웃음이 자연스 러워졌는 지 별다른 거부감은 없었다. 라이너도 그런 내 입가의 웃음을 봤는지, 천 천히 눈빛이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리넨님, 지금의 모습이 더 보기 좋습니다." 라이너는 아직 나에 대한 호칭이 어색한지 한 박자를 쉰 후에 쑥스러운 듯, 변해버 린 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해줬다. 그렇게 녀석과 나는 지는 태양 아래서 트레모스라는 존재를 잊으며, 그 동안 변해 버린 자신 들의 모습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나눴다. 문제 의 녀석이 우리 둘의 대화를 방해하기 전까지는... ------------------------------------------------------------------- 흐흐흐흐~~~ 이거 둘 사이의 분위기가..어째...음..좀.... (흐흐흐~~ +_+ 반짝 반짝.. 넵~ 시인합니다. 이런 분위기 매우 좋아하는 아나크입니다...) ^^;;;삐질~ 키둑 키둑~ (음... 이것도 미쳐가는 증상중 하나인건가? 흠흠흠~~~ ^^;;;) 암툰~ 즐건 하루 되시구용~ 즐독해주세용~~~ ^^ 빠빠샤~ 아! 저 트레모스가 얻은 검, 스피아 말이에용~ 음..이름이 넘 유치뽕짝인가용? 음.. [번 호] 20887 / 21101 [등록일] 2001년 11월 10일 04:33 Page : 1 / 20 [등록자] ANAK1000 [조 회] 330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8-4 ─────────────────────────────────────── 시끄러운 사막.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게 사막이라는 단어는 시끄러운 모래바람을 연상하게끔 만들었는데, 그렇게 된 이유는 지금도 시끄럽게 내 주변에 모래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트레모스 때문이었다. 빨리 서두를 필요가 없었던 나였기에 사막을 걸어서 횡단하기로 한 것이었는데, 지 금은 우리가 사막을 지나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들 정도로 같은 자리에 너무 오래 머물고 있는 실정이었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장소가 처음 라이너와 트레 모스가 대결을 한 그 장소인 것을 보면... 콰콰콰콰-아! 잠시 혼자 투덜거리고 있자, 엄청난 굉음과 함께 모래들이 또 위와 아래의 자리를 바꾸고 있었다. '이거 또 몇 시간쯤 지나가야겠군...' 그 둘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결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나는 그 시간동안 지 루함과 싸워야만 했다. 예전 같았으면, 조용한 시간동안 명상을 하며 보냈을 테지 만 지금은 사람들과의 대화가 익숙해져 있는 건지 그게 쉽지 않았다. 조금씩 혼자 만의 시간을 늘려가며, 익숙해지려고 하고는 있지만... 챙챙~ 쿠쿠쿠쿠~! 얼핏 모래바람 사이로 빛과 어둠이 서로 격돌하는게 보였다. 트레모스의 검이 내는 빛과 라이너의 검이 흡수하는 어둠의 격돌이! 그들 사이에 오가는 검은 시간의 흐 를수록 변하는 빛의 강도에 따라 달라지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나는 그 색깔을 보 며 시간의 흐름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얼마나 봤으면 이제 3시간이 다되어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에휴~ 그건 그렇 고, 저 스피아라는 검! 빛의 굴절이 참 특이해! 두 번째의 대결이 시작될 때, 트레 모스가 저 검을 갖고 왔었지?' 스피아라는 이름의 검을 처음 갖고 내 앞에 나타났을 때, 나와 라이너는 둘 다 시 선을 그 검에서 떼지 못한채 한참동안 멍하니 있어야만 했다. 신기한 방향으로 굴 절되는 각도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의 조화를 보여주는 듯, 너무도 눈부 셨기 때문이었다. 마치 보석으로 만들어놓은 검이라도 되는 것 마냥. 그런 라이너 와 내 반응에 트레모스는 만족스런 미소를 보여주며 라이너에게 다시 대결을 신청 했는데, 이 때 나는 새로운 그 검의 위력이 궁금해 고개를 끄덕이는 실수를 저지르 고 말았다. 하지만 그때 나는 깨질 것 같이 보이는 투명한 검으로 전설의 검, 레스 사이어 같은 위력을 가진 다크로드를 상대할 수 있을지 너무도 궁금해 오늘과 같 은 결과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고개를 끄덕였을 것 같았다. 이렇게 몇 일째 같은 곳 에서 밤을 보내는 결과를 알았다 하더라도... 그런데 그런 궁금증은 휴식을 충분히 취한 라이너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내 고개가 끄덕여지자마자, 라이너가 다크로드를 잡으며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으니! 아니, 라이너가 다시 검을 들고 일어선 것은 어쩌면 자신보다 강한 트레모스에 대해 투 지가 불타올랐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유야 어쨌든 그렇게 두 번째 대결은 시작되었다. 내가 가졌던 스피아에 대한 궁금증은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둘의 대결 모습 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얼마 지나지 않아 풀어졌다. 즉 스피아는 '챙챙' 날카로운 금 속음을 내며 다크로드의 검을 쉽게 막아냈던 것이다. 다크로드를 여유 있게 상대할 수 있는 스피아의 강도는 트레모스의 만족스런 웃음을 봤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 상은 하고 있었지만, 눈으로 직접 그 사실을 확인하자 나는 잠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마치 다크로드가 특별한 검이 아닌 평범한 무기가 되어버린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도... '금방 부숴져 버릴 것 같은 스피아의 강도가 다크로드 정도는 되는 것이겠군. 보기 와는 다르게 매우 강한 모양이야! 트레모스가 마나를 저번보다 더 적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걸 보면, 녀석이 거의 순수한 검의 힘으로 라이너의 다크 로드를 상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상황이 이렇게 되자, 라이너는 천천히 몸안의 기운을 다크로드를 이용해 밖으로 분 출하며 스피아를 쥐고 있는 트레모스를 공격해 들어갔다. 즉 초반부터 자신의 모든 실력을 드러내 트레모스를 상대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런 라이너의 모습에 트레모 스도 더욱 투지를 불태우며 스피아를 휘두르며 두 번째 대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 었다. 그때 나는 라이너가 거의 처음부터 자신의 모든 힘을 내뿜으며 트레모스를 상대하 는 모습에 내가 생각한 스피아에 대한 결론을 확신할 수 있었다. 보기와나 다르게 매우 강한 강도를 보여준 스피아는 결코 보통 검이 아니며, 레드 사이어와 같은 전 설의 검이 될 것이라는! 쿠와~앙! 익숙한 소음이 들려오자 나는 과거 회상으로부터 빠져나와 시선을 다시 한번 녀석 들에게로 옮기니, 트레모스가 라이너가 내뿜는 힘 정도의 마나를 내뿜으며 검술 실 력으로 라이너를 이기려고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름다운 빛의 정령이 깃들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스피아는 다크로드와 대조적으로 빛을 내뿜으면서 그 빛을 흡수하는 다크로드를 상대하고 있었다. '둘이 상극인 것 같은데, 보고 있자니 아름답군~!' 빛을 굴절시켜 마치 스스로 빛을 내뿜는 것 같은 스피아와, 모든 빛을 흡수하는 다 크로드의 모습이 마치 빛과 어둠의 대결처럼 너무도 아름답게 보였던 것이다. 하지 만 그런 아름다운 모습도 시끄러운 소음과 같이 슬슬 지겨워지고 있는 나였다. 하늘의 한가운데 떠 있던 해가 노을을 보이며 그 모습을 감춰버릴 때까지 계속 싸 우는 그 둘의 모습을 보고, 어두워진 밤하늘에 다시 달과 별의 빛이 주변을 은은하 게 밝혀오면, 다시 그 둘의 대결을 몇 일 동안 봤으니 지겨워질 법도 했던 것이다. 트레모스가 라이너와 자신 사이의 실력 차를 알리기 위해, 내 앞에서 검을 겨루고 있는 것이었는데, 나는 머릿속으로 이미 그 둘 사이의 실력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녀석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화려한 몸놀림을 갖게 된 트레모스는 라이너와의 싸움으로 그 기교가 늘었지만, 아 직 라이너의 몸을 헤할 수 있을 정도의 몸놀림은 되지 않았고, 라이너는 검술의 기 교는 트레모스보다 뛰어나지만 그 위력면에서는 아직 트레모스를 따라갈 수 없었다 '라이너가 인간인 이상 드래곤의 위력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하지만 순수 검술의 실력으로만 이기고 싶어하는 트레모스라면, 평생을 가도 라이 너는 이기지 못할꺼야!' 이미 내가본 라이너의 검술은 예전에 몇 번 우연히 볼 수 있었던 라이너의 아버지, 리플러스 경보다 뛰어났던 것이다. 유투 왕국의 최고 검술가라고 알려진 리플러스 경보다! '트레모스 녀석도 라이너의 검술이 거의 최정상이라는 것을 알텐데... 저렇게 끈질 기게 나오다니! 쯧쯧~. 결론적으로 더 강하다는 걸 알면서도 왜 오기를 부리는 건 지 모르겠어!' 이해할 수 없는 트레모스의 과민반응을 생각하던 나는 갑자기 어떤 사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호..혹시, 라이너의 실력이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인가?" 내 눈에도 보일 정도로 그 실력이 나날이 늘고 있는 라이너였기에, 어쩌면 트레모 스 녀석이 더 눈에 불을 키고 있는 건지도 몰랐던 것이다. 트레모스의 오기 때문에 계속 이어지는 대결로 인한 발전 때문에 더 열이 받아 라이너를 상대하고 있는 것 일지도... '하지만 그렇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실력차는 커질텐데... 쯧쯧...' 이렇게 나름대로 그 둘에 대한 결론을 내린 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신경을 다른 쪽으로 돌려버렸다. "이제는 끝나길 기다리기도 지쳤다. 이것들아!" 꽤 큰소리로 내지른 말이었지만, 난 말이 그들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 고 있었다. 그런 사실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이제는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 각마저도 저 멀리 날아가 버린 듯 했으니까. 나는 그저 소리를 내지르는 것으로 약 간의 화풀이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심심하군... 저 둘은 저렇게 모든 걸 잊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 있는데...' 갑자기 혼자가 되어버린 듯 감상에 젖은 나는 천천히 차가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싸 늘히 식어버린 모래 바닥에 그대로 등을 기대버렸다.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 중 이렇게 하늘을 바라보는게 꽤 괜찮은 방법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혼자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많아진 것 같은 요즘은 다시 예전처럼 조용조용 생각이 많아진 듯했다. '원하는 것을 얻는다라... 그러고 보니, 나는 그동안 내가 원하던 일에 대해 완전 히 잊어버리고 있었군. 내가 왜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게 되었는지 대한 이유에 대 해서 말야...' 나는 신비로운 여인, 브리티나의 도움으로 이 세상에 환생하게 된 이유를 잊어버리 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간절히 바랬던 전생의 소망을! '태어난 이후, 몇 년간은 이 세상에 대해 적응을 하는데 시간을 보냈고, 그 뒤 신 기한 세상의 모습에 이것 저것 보고 배우는데 시간을 투자했었지.' 주변의 모든 것들로부터 신경을 끊고 신비로운 빛을 뿜어내는 별들을 바라보고 있 자니 머릿속에 나 자신에 대한 생각들이 하나 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황태자라는 신분 때문에 지금까지 내가 원하는 대로만 살 수 없어, 시간을 흘러가는 데로 보 내버렸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서서히 예전의 바램들이 하나 둘 씩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빛을 가장 먼저 느꼈을 때, 내가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지?' 나는 잠시 예전의 나로 돌아가 그때 내가 느꼈던 것들을 한번 다시 느껴보려고 조 용히 눈을 감아보았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었던 머릿속에 예전의 내가 느꼈던 감각 들과 봤던 사물들이 하나 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는데, 그와 동시에 내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단어가 떠오르며 그때의 감정을 되살리고 있었다. '흠~. 그때 나는 빨리 연금술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어했었군. 하긴, 내 전생에서 죽기 전까지 끝을 보려고 파고들었던 삶의 목표가 그것이었으니까! 흠~ 연금술이라 ...' 어쩐지 생소하면서도 친근한 이율배반적인 느낌이 드는 단어였다. 그것은 아마도 지금 내게 연금술이라는 단어가, 전생에 생각했던 연금술과는 다른 뜻으로 다가오 기 때문인 것 같았다. 내가 전생에서 찾고자 했던 연금술은 단지 모든 물질의 근원 을 찾아 그것으로부터 다시 모든 물질들을 창조해내는 것이었는데 반해, 지금의 연 금술은 그런 것이 아닌 다른 의미인 것 같으니... 다른 의미라고 해서 그것이 무엇인지는 확연히 깨달을 수 없었지만, 전생에 내가 원했던 물질의 창조는 이미 어느 정도 깨닫고 있기 때문인지, 지금은 그것이 연금 술의 모든 것이라고는 말 할 수는 없는 것 같았다. 닿지 않았을 때 느꼈던 연금술 과, 이미 닿아서 어느 정도 알고 있을 때 느끼는 연금술은 확실히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과거에는 행할 수 없었던 원소들의 창조는 가능해져서 그런 것일까? 지금은 대기 의 마나를 물질의 근원으로 보고, 그것으로부터 몇 가지 물질들을 형성할 수 있으 니까. 4대 정령의 힘과 같은 물, 불, 바람, 땅은 이미 내 안에서 만들 수 있는 것 이 되어버렸지. 그것 이외에 일부 마법이라고 부르는 투명한 벽이라던가, 특별한 물질들도 만들 수 있으니 과거에 생각했던 연금술의 뜻에는 어느 정도 접근한 것인 가?' 4대 속성의 마나를 기초로 나는 그것들의 조합으로 내가 원하고자 하는 것들을 대 충 만들 수 있었다. 물론, 거기에는 몇 가지 재료가 필요하긴 했지만, 어느 정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유에서 무로 돌아가는 일은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흠~. 그 중 가장 큰 깨달음은 아마도 모든 것들의 근본인 마나를 내 뜻대로 움직 일 수 있는 것이겠지? 그런 능력을 얻은 이후부터 술술 하나 둘 씩 마법이라는 이 름의 것들을 익혀나갈 수 있었으니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나는 확실히 과거의 연금술에 대한 배움의 목표가 많이 달 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엔 불가능했던 마법이라는 이름의 것들이 가능 해지면서, 보이지 않는 연금술의 탐구가 그 방향을 바꿔버린 듯 했던 것이다. '마법이라... 어떻게 보면, 이것은 연금술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겠군. 근본이 마나를 통한 물질 창조니까.' 마법을 익힌 이후, 나는 더 높은 클래스의 마법을 익히기 위해 꽤 노력을 해왔었다 더 강해지고 싶었던 이유와 보다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었던 이유가 맞물려서 나 를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마법이라는 것을 배울때는 그것이 연금술이 라는 것과 크게 연관되어 있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결국에는 하나로 이어지는 길의 갈림길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확신한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비슷하게는 접근한 것인가?' 성을 빠져나온 후 복수를 위해 걸어왔던 길이 의외로 내게 커다란 도움이 된 것 같 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과정이야 어쨌든 나는 현재 전생에 생각했던 연금술을 접하고 있다. 하 지만 이런 상태에서 나는 만족감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지는 않아. 뭐가 다른 것을 원하는 건가?' 하지만 그런 의문과는 다르게 나는 확실히 아직도 연금술이라는 것의 끝을 보고 싶 었다. 사람들마다 정의를 다르게 하기는 하지만, 결국은 같은 곳으로 모아지는 연 금술에 대해서 말이다. '그럼, 난 이제부터 뭘 해야 하는 거지? 확실히 와 닿지 않는 연금술의 개념을 다 시 찾아야 하는 건가? 과거의 개념은 이미 완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 하지만 난 이내 이런 생각 이후, 바로 고개를 가로 저어 버렸다. 이미 내게 연금술 이라는 것은 세상의 질서를 알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신들의 영역의 한 부분이 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었으므로, 말로서 정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런 깨달음 이후 갑자기 그 길의 끝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보다 넓게 해석해 버린 연금술의 완벽하게 터득하고 싶다는 욕구와 함께! '지금보다 더 높은 단계로 가다보면, 신의 영역이라 부를 수 있는 질서의 영역에 도달 할 수 있을까? 연금술의 끝이라고 느껴지는 그 부분에?' 새로운 영역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연금술은 이렇게 내 안에서 자기 완성의 길 을 통한 결과물의 하나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 음..역시 어설프군요... 뭔가 짜집기를 잘하려고 해봤지만..ㅎㅎㅎ 어설픈 아나크 임당~ ^^;;;삐질~ 밑의 연금술이라는 부분을 적으면서...헐헐~ 솔직히 뭔말인지, 쓰면서도 갸우뚱 거렸습니다. (쓰고 난 이후 아나크의 반응 : '어라? 이게 뭐야??????' 였숨당~) ^^;;; 그..그럼, 전 이만...휘리릭~ (매우 빠른속도로 뒷걸음질 치는 아나크를 보며 지나가는 이의 한마디 : 무책임함을 알고 있었지만, 역시 배신하지 않는군요! 헐~) [번 호] 20894 / 21101 [등록일] 2001년 11월 10일 17:22 Page : 1 / 20 [등록자] ANAK1000 [조 회] 352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9-1 ─────────────────────────────────────── 은밀히 크로와 왕국과 손을 잡은 폴보트 연합은 서서히 유투 왕국에 대한 견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그들은 제대로 된 유투 왕국에 대한 견제를 할 수 없었다. 보이지 않게 크로와 왕국을 도우며 유투 왕국을 치려했던 폴보트 연합은 그만 내부적인 문제로 인해 대혼란을 겪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내부적인 대혼란. 그것은 바로 폴보트 연합의 중요 인물들에 관한 문제들이었다. 폴보트 연합은 말 그대로 처음에는 연합국으로 시작된 나라였다. 작은 소 나라들이 그 힘을 키우기 위해 서로 뭉쳐서 하나의 나라를 만든 것이 바로 폴보트 연합이었 던 것이다. 그렇게 되다보니 폴보트 연합에는 소 나라들의 왕들이 작은 지역의 영 주의 지위를 얻으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상태에서 폴보트 연합을 유지해나갔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런 영주들 사이에 가장 강한 세력을 얻게 된 사람이 단 둘로 줄긴 했지만, 그래도 폴보트 연합의 작은 곳까지 책임지고 맡아보고 있는 영주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폴보트 연합이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즉 있으 면 별로 티가 나지 않았지만 없으면 매우 불편한 사항이 일어나는 그런 사람들이 바로 영주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영지를 알아서 관리했기 때문에 그들이 없으면, 연합으로서는 매 우 불편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었다. 왕이나 군주가 없이 이런 영주들만으로 이뤄진 폴보트 연합은 일정 기간에 한 두 번씩 모여서 회의를 하며 연합을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법황과 데칸티스의 아버지인 미드 아르엘이 거의 연합을 이끌어 나가 형식적인 회의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소 영지의 관리를 도맡아 보는 그들이 있었 기에 연합국은 나름대로 잘짜여진 태엽바퀴가 맞춰지듯 굴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정확히는 크로와 왕국과 손을 잡은 이후부터 폴보트 연합의 작은 영지를 도맡고 있던 영주들이 하나 둘씩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갑자기 그들이 실종된다거나, 어떤 악덕 상인들에 의해 재산을 탕진당해 영주로서의 지위를 유지 할 수 없다거나, 여자문제로 인해 패가 망신하는 등 한꺼번에 일어나기에도 황당한 일들이 영주들에게 차례로 일어나 그 영지의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게끔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그런 일들은 한 두 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했었다. 그래서 연합국에서는 그 일 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1달도 안되는 사이에 급격히 늘어나자, 이제는 누군가 인위적으로 이런 일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급히 깨달은 연합국이었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폴보트 연합은 크로와 왕국을 뒤에서 도와주는 일에 전적으로 힘을 실어줄 수 없게 되었다. 연합 자체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는 일이었기에.. "문제가 심각함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커다란 방안에서 나직한 사내의 말이 울려 퍼졌다. 약간은 어두운 조명에 의해 확 실한 사내의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그가 내뿜어내는 분위기로 봐서는 매우 높은 직위의 사람인 것 같았다. 은연중 뿜어 나오는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그의 주변에 가득했으므로... "누군가의 개입이 없고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지요." 중년 사내의 말에 그 앞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는 노인이 사내의 질문에 대답을 해줬다. 꽤 커다란 방인데도 불구하고, 단 둘만이 있는 듯 그들은 서로 둘이서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누군가의 개입이라... 법황께서도 그 개입의 존재를 짐작하고 계실 듯 한데?" "허허허... 대공께서 알면서도 저한테 묻고 계시군요." 법황이라 불린 노인은 자비로운 웃음을 짓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공의 말을 그대 로 돌려주었다. 그렇게 되자 둘 사이의 분위기가 잠시 가라앉는 듯 했지만, 대공은 법황과 비슷한 웃음을 짓고는 그의 말을 흘려버렸다. "그럼, 우리 둘 다 알고 있는 것이군요." "지금 연합에 그 정도의 일을 일으킬만한 세력은 유투 왕국 밖에 없으니까요." 법황의 입에서 그 개입의 존재가 흘러나오자, 대공의 눈이 긍정의 빛을 내기 시작 했다. "흠... 그건 그렇지요." 이 둘은 바로 폴보트 연합을 이끌어 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법황은 발드르 신을 모시는 사람으로 연합국 이외에도 그 교단을 넓혀 대륙에서 최 고의 지지세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앞의 대공은 바로 데칸티스의 아버지로 영주들의 위에 서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스스로 엄청난 세력의 기 사단을 만들어 세력을 키운 그는 지금은 거의 연합의 절대자로 알려져 있는 것이었 다. 법황이야 중립적인 입장에서 조금씩 연합국의 일에 개입할 뿐이라, 대공의 결 정에 그렇게 큰 개입은 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하지만 이렇게 큰 일에는 그 두 사람 모두 합의 하에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연합국의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 하려고 하는 실정이었으니! "유투 왕국이 우리 연합을 밑에서부터 공격해 들어오는 이유가 혹시 우리가 크로와 왕국을 돕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 것 같소?" 대공은 그 사실을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는지 고개를 숙이며 고민에 빠진 듯 했다. 하지만 그런 대공의 태도에도 법황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폴보트 연합은 발드르 신의 가호를 받고 있습니다. 유투 왕국이 손을 써 온다고 해도, 연합에는 별 피해가 오지 않는 것이지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전 영주들에게 할 말이 없어집니다." 영주들을 설득해야 하는 그로서는 법황의 말이 답답할 뿐이었다. 해결책을 찾으러 이렇게 어렵게 나온 것인데, 고작 한다는 말이 신의 가호가 있을 뿐이라니! "허허... 그런가요?" 하지만 그런 대공의 말에도 법황의 태도에는 별로 변화가 없었다. "유투 왕국이 연합국을 치는 이유가 크로와 왕국을 돕는 것 때문이라면, 증거 없이 행동에 들어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크로와 왕국을 돕는다는 증거가 그들에게 있을리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차근차근 밑에서부터 공격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겠군요. 첫 번째는 이번 전쟁에서 연합국 의 개입을 허락지 않는다는 것! 두 번째는 전쟁을 좀더 크게 벌려, 이번 기회에 연 합국까지 포함시키려는 것! 하지만 두 번째 것은 가능성이 없을 겁니다. 신이 제게 하신 말씀으로는 이번 전쟁에서 유투 왕국은 승리할 수 없다고 했으니까요. 전쟁 을 일으키는 나라는, 평화의 신 발드르님의 가호를 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기나긴 법황의 말이 끝을 맺었지만, 대공의 막혔던 가슴은 뻥~하고 뚫리지 않고 있 었다. 알 수 없는 애매 모호한 말로 주제를 교묘히 벗어나는 법황의 말에 속이 더 욱 답답해질 뿐이었으니... "그럼, 연합국은 이번 일에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좋은 질문이군요. 저는 이번에 그냥 유투 왕국이 하는 대로 놔뒀으면 합니다. 물 론 겉으로 보기에 그렇게 보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겉으로라면?" "유투 왕국이 이런 일을 꾸미는 것은 마음놓고 크로와 왕국을 치기 위한 것! 그렇 다면 그 의도대로 우리가 당하는 척 해 주자는 말입니다. 그래야 더 이상 유투 왕 국의 개입을 받지 않지요." 상세한 법황의 말을 듣자, 그제서야 대공은 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 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는 법황이라는 사람의 머릿속이 정말 궁금해지기 시작 했다. 평화의 신, 발드르를 가장 가까이에서 모신다는 사제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 오니 말이다. "그럼 크로와 왕국에 대한 우리의 도움은?" "물론 그것은 크로와 왕국이 원하는 데로 해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유투 왕국을 속이자는 말이지요." "호오~ 즉, 법황의 말씀은 크로와 왕국을 도와주되, 유투 왕국은 속인다! 흠~ 그럼 우리 연합국이 얻게 되는 것은 뭐가 있겠소?" 대공은 어느 정도 그 이득에 대한 생각이 잡혀 있었지만, 그래도 법황의 입에서 나 오는 말이 궁금했기에 모르는 척 하며 그런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이득이라는 것은 당연히 연합국이 이번 전쟁으로부터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게 아 니겠습니까?" 아무런 망설임 없이 흘러나온 법황의 대답이었지만, 대공은 그런 그의 말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 없었다는게 더 정확한 말이었을 것이다. 그 뒤 그 둘은 은은한 조명이 주위를 밝히는 그런 방에서 조용조용 앞으로 연합국 이 가야할 길에 대해 좀더 긴 대화를 나눴다. 끼~잉~ 신전을 떠나는 일이 거의 없는 법황이었기에, 오늘도 대공은 귀찮은 발걸음으로 법 황의 서재까지 몸소 찾아와야만 했다. 하지만 서재의 문을 닫으며 나온 대공의 표 정은 들어갈 때와는 달리 매우 밝아져 있었다. 법황과의 대화가 꽤 마음에 들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의 얼굴에 퍼진 미소는 그 가 마차를 타고 자신의 집으로 향할 때까지 지워지지 않았는데, 법황이 그의 마음 에 쏙 드는 말을 해준 모양이었다. "법황! 당신은 평화의 신이 아닌, 파괴의 신을 모시는 것 같소! 흐흐흐흐~. 겉으로 평화를 주장하고는 있지만 내가 보기엔 평화가 아닌 파괴니 말이오~! 크하하하. 하지만 그런 당신의 생각은 꽤나 내 마음에 드는구려! 아주 많이!" 마차 안에서 대공은 통쾌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신전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한편 대공이 나간 후, 법황은 어두운 방안에 한참동안이나 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좀 전에 있었던 대화를 생각하 려는지 조용히 두 눈을 감아버렸다. "대공... 야망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내가 한 말에 동의를 해주 는군... 뭐, 나야 그게 더 편하긴 하지만!" "일이 잘 진행되는 것 같아보이는군." 혼자 낮게 중얼거리던 법황은 갑자기 들려오는 다른 이의 목소리에 감았던 두 눈을 번쩍 뜨고는 의자에서 몸을 벌떡 세워버리고 말았다. "이..이런! 오셨습니까? 오셨으면, 미리 알려주시기라도..."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는 그가 잘 아는 이의 목소리인 듯, 법황은 자리에서 일어서 자 마자 사내를 반기기 시작했다. 그는 마치 자신이 모시는 신을 보는 것처럼 최대 한의 예를 갖추며 어둠 속에서 말을 꺼낸 이를 향해 몸을 굽혔는데, 대륙에서 그 위로 존재하는 사람이 없다고 할 수 있는 법황으로서 그런 행동은 매우 충격적인 것이었다. 고개를 숙인 정도가 아닌, 몸 자체를 바닥에 닿은 채 거의 눕다시피 했 으니... 하지만 그런 법황의 행동에도 어둠 속의 존재는 별다른 감흥을 못느끼는 것 같았다 아니 그런 그의 행동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아무 감정 없는 목소리 가 다시 어둠 속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됐다. 그건 그렇고 보아하니, 일이 잘 진행되는 것 같은데?" "네! 그렇습니다. 발드르 님의 말씀대로 미리 유투 왕국이 연합국에 일을 일으키리 란 것을 미리 알고 있어서 피해를 최소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겉보기에는 그 렇게 보이지 않겠지만..." "흠~ 그런가? 좋군. 그런데 아직도 넌 날 발드르라고 부르는구나. 내가 그 말을 싫 어한다고 하지 않았었나?" 어둠 속에 숨은 사내는 법황의 말에 기분이 안좋은 듯 목소리를 깔았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하지만 제가 생각했던 평화를 대륙에 뿌릴 수 있 게끔 해주신 분이시니,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님에 대한 호칭이 발드..." "그만! 그 단어는 꺼내지 말아라," "네, 죄송합니다." 차가운 사내의 말에 법황은 몸을 더욱 굽히면서 지금껏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모습 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 유투 왕국이 크로와 왕국을 칠 것이다." "네!" 법황은 그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대충 짐작하고 있었기에, 사내의 말에 온 정신 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은 자신이 행해야 할 일들을 알려주고 있었으므로! "그러면, 너는 크로와 왕국을 도와주면서, 손을 끊어라." "네?" 하지만 자세히 정신을 집중하던 법황은 이해할 수 없는 사내의 말에 잠시 두 눈을 깜빡거리며 더 자세한 설명을 사내에게 요구했다. 사내는 그런 법황을 모습을 한번 보고는 천천히 입술을 열며 설명을 해줬다. "이번 전쟁으로 크로와 왕국은 유투 왕국의 전쟁에서 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폴 보트 연합이 크로와 왕국을 도와준다고 해도 그 결과는 달라질게 없다. 즉, 어차피 크로와 왕국은 이번 전쟁에서 패한다는 것이다. 그런 결과니 너는 조용히 손을 땐 이후 유투 왕국을 상대하면 되는 것이다." 음침한 사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법황에게는 그 목소리가 너무도 자애롭게 들려왔다. 아마도 그런 이유는 마치 그의 말대로 하면 이 세상에 자신이 생각했던 평화가 내려질 것 같은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가득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지금의 연합국으로서는 아무리 전쟁 후의 유투 왕국이라고 해도, 상대가 안될 것이 뻔한 일인데..." 말끝을 흐리는 법황은 이미 사내에게 그에 대한 해결책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질문을 하며 사내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알면서 물어보는 건가? 그 것은 내가 알아서 해결할 것이다. 넌 그냥 내가 하라는 데로 하면 되는 것이야!" 사내의 말에 법황은 거의 바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였다. 마치 황송해 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이. "알겠습니다. 님께서 하라는 데로!" 법황은 이미 그 어두운 방안에 사내가 사라지고 난 후라는 것을 모르는지 그 이후 한참 동안이나 사내에 대한 감사의 말을 내뱉고 또 내뱉었다. 폴보트 연합은 그렇게 법황과 대공의 머릿속에서 앞으로의 갈 길을 정한 다음, 조 용히 뒤에서 뭔가를 꾸몄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륙의 세 나라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서로 다른 야망을 펼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작은 일로 시작된 일이 작은 전쟁으로 가는가 싶더니,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대륙 전쟁으로 향해 가는 것 같았다. ---------------------------------------------------------------------------- 히유~ 지겨운 이야기가 나왔네요... 이런거 갠적으로 싫어하는데...우~~ T^T 어서 지나쳐야쥐~~~ +_+ 그럼, 담엔 란을 한번?? ㅎㅎㅎㅎ 아! 조~기~~ 나온 사내 있죠? 짐작하셨겠지만, 느~~아~~쁜~~ 넘이에용~~~ +_+ (음..당연한 것을...말한 건가?) ^^;;삐질~ 잘 하면, 오늘 한편 더 올리는 +_+ ㅎㅎㅎ 그럼, 즐건 주말 되시구용~ 즐독해주세용~ [번 호] 20929 / 21101 [등록일] 2001년 11월 11일 21:42 Page : 1 / 27 [등록자] ANAK1000 [조 회] 345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9-2 ─────────────────────────────────────── 시끄러운 사막여행은 우리 앞에 폴보트 시가 보이자 그 끝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 직은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부분이라고는 했지만, 왠지 바다 내음이 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고 있었다. '바다라~ 이 세계에서는 바다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지? 이곳의 바다는 어떨까?' 푸른 바다색의 아름다운 빛깔이 마치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자, 나는 잠시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바닷가로 여행을 떠나려 했다. "야, 리넨! 뭐하는 거야?" 옆에서 누군가의 방해만 없었다면! 트레모스 녀석은 이곳에 들어온 이후부터 계속 손이 근질근질 거리는지 천에 둘러 쌓여진 스피아를 만지작거리면서 기회를 넘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천은 누군지 몰라도 검만 달랑 준 누군가 때문에 내가 모포를 찢어서 준 것이었는데, 그것은 이제부터 탁 트인 사막이 아닌지라 함부로 검을 들 고 설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아냐." 주변에 이 녀석이 있다면, 잠깐의 명상도 어렵다는 것을 그제서야 기억해낸 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폴보트 시의 입구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이 사막의 모래가 아닌, 초원의 푸른 잔디가 된지도 이제 거의 이틀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막을 건너온 라이너의 말에 의하면 이 초원을 지나면 바로 폴보트 연합이라고 했으니 이제 곧 폴보트 시가 보일 거란 것을 우린 느끼고 있었다. "라이너, 근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크로와 왕국과 폴보트 연합 사이에 아무리 사막이라는 장애물이 놓여져 있다고는 하지만, 끈질긴 상인들의 정신이라면 이 정도의 장애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아르넨을 통해 이미 접한 바 있었기에 나는 궁금증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그 전염병 때문이 아닐까요? 제가 이곳을 지날 때도 그 이유 때문에 사람들 이 보이지 않았거든요."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 라이너는 트레모스의 콧웃음에 더 이상의 입을 열지 않았 다. 마치 이미 트레모스라는 녀석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흥! 전염병? 그건 이미 신의 대리인이라는 존재에 의해 고쳐졌어! 그것이 리넨이 든, 그 꼬맹이든! 어쨌든 그 정도의 소문은 벌써 이곳까지 오고도 남았다. 그런 상 황에서 아직까지 사람들의 왕래가 없다는 것은 뭔가 있다는 것이지." 트레모스는 라이너와 한번 더 검을 나누고 싶은 건지, 툭하면 라이너에게 시비조의 말을 걸고 있었다. 지금도 바로 그런 경우였는데, 그것은 아직 라이너의 성격을 잘 모르기 때문인 것 같았다. '내가 관련되지 않은 일에, 라이너는 그 어떤 말을 해도 움직이지 않는데... 트레 모스 녀석은 아직 그것을 모르는 모양이군! 뭐, 내가 일부러 알려줄 필요까지는 없 겠지만!'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나는 라이너의 끄덕거리는 고개와 조금은 일그러진 트레모스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이곳에 오는 동안 단 한번도 라이너를 이기지 못한 트레모스였기 때문에 녀석은 꽤 몸이 달아올라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앞으로 녀석이 라이너를 검술만으로 이길 경우가 없다는 것을 알려줄까?도 생각해 봤지만 , 그런 말을 해도 녀석은 듣지 않을 것임이 분명했기에 나는 그런 생각을 그만 두 었다. "그만 가자." 트레모스의 눈빛이 뭔가 꼬투리를 잡고 싶어함을 알았기에 난 두 녀석을 놔두고 먼 저 앞장서서 발을 내딛었다. 그러면 자연 라이너는 나를 따라올 것이고, 트레모스 는 그 뒤를 따라오게 될 것이었으므로... 사람들의 왕래가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우리는 폴보트 시안으로 들어가는 길에 서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삼엄한 경비. 사람들의 왕래를 불편하게 하는 검 문! 마치 그 모습은 크로와 왕국에서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해 보였다. 진짜로 전쟁 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설마 그럴 리가...?' 언제나 불길한 생각은 그 정확성이 다른 것들보다 뛰어나다는 걸 알았기에 내 마음 은 그리 편치 않았다. '하긴, 공식적으로 아리아가 크로와 왕국에서 실종되었으니, 이 일을 유투 왕국이 가만히 내버려둘 리 없겠지! 상황이 이렇게 변하면 폴보트 연합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뭔가 일을 꾸밀 테고...' 눈앞에 펼쳐진 상황이 안좋은 쪽으로 변해 가는 걸 본 나는 더욱 표정이 굳을 수밖 에 없었다. "야! 어쩔래? 이리로 들어갈래? 아니면, 텔레포트로 넘어갈래?"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어오는 트레모스의 말에 나는 피식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고 개를 흔들어 버렸다. 머릿속에 가득차기 시작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모두 날려버리 기 위해서. "귀찮은 일은 피하자." "흠~, 그러지 뭐." 인간들의 세상에서 자유로운 트레모스를 보며, 나는 잠시 나도 저런 자유로움을 만 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는 존재는 인간이지만, 이 세계와는 동떨어진 인간이라 할 수 있으므로, 어쩌 면 가능할지도...' 허무맹랑한 생각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었기에 나는 즐거운 상상을 하 며 트레모스가 일러준 장소로 몸을 이동시켰다. 시끌벅적.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녀석이 알려주는 장소는 정말이지 화가 날 정 도로 짜증이 이는 곳이었다. 예전 유투 시에서도 그랬지만, 여기서까지 이럴 줄이 야! 질척질척 거리는 땅 바닥에 이런 저런 생선들의 시체 잔해가 모여 있는 곳. 비린내 는 둘째 치더라도, 정말이지 사람들의 발걸음이 오지 않는 그런 곳이 바로 트레모 스가 알려준 장소였다. "트.레.모.스!" "으..응?" 녀석은 이런 일을 많이 당해봤는지 몸에 플라이 마법과 간단한 방어 마법이 걸려 있는게 보였다. "좀 제대로 된 장소를 알려줄 수 없는거냐?" "음... 내가 전에 왔을 때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었어. 그 사이에 바뀌 었군..." 약간의 딴청을 피우면서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린 트레모스는 내게서 좀 떨어진 곳 에서 나와 같이 텔레포트된 라이너를 쳐다보았다. 예상치 못한 일로 그가 화를 내 길 바란다는 눈빛으로... '이거 혹시, 저 녀석 알면서 이리로 온거 아냐? 몸에 저렇게 중무장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쩌면 그럴지도...' "에휴~" 한숨밖에 안나오는 나는 라이너의 도움을 받으며,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라이너, 너 앞으로 저 녀석과 싸우지 마라." "네? 아...네!" 내 명령이라면, 누가 상대를 해오던지, 지키는 라이너임을 알았기에 나는 그렇게 명을 하고는 트레모스 녀석을 지나쳐 버렸다. "야! 리넨! 자..잠깐만! 내가 잘못했어! 응? 야~~!!" 언제부터 라이너와의 대결이 녀석의 약점이 되었는지, 나는 그때서야 녀석이 싸움 을 꽤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전쟁의 기운이 도는 것 같던 폴보트 시안은 그래도 사람들이 사는 곳임은 확실한지 시끌벅적한 것이 밖의 상황과는 전혀 달라 보였다. 여기 저기 싱싱한 생선들이 도 마위에 올라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 생선들을 직접 요리하는 여러 요리집이 여기 저기 널려 있었다. 모두 간판에는 바다 생선의 그림이 그려져 있어, 이곳이 바로 폴보트 시의 한 중심이라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생기 넘치는 거리의 한 복판에서 나는 내 몸의 비릿한 냄새가 이곳에서는 그리 심 한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천천히 구경한 후에 여관에 들어가 씻을 생각을 했다 간단한 정화마법으로 더러운 이물질들은 털어낸 상태였지만, 찝찝한 기분은 여전 했으므로... 폴보트 시의 거리 구경은 생각 외로 재미있었는데, 이는 대륙의 모습과는 다른 향 취를 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활발해 보이는 사람들과, 여기 저기 햇빛에 그 을린 건강미 넘치는 장정들! 모두 얼굴에는 즐거운 미소가 가득해 삶의 즐거움을 한껏 즐기고 있는게 눈에 보였다. "재밌는데?" 하지만 이런 즐거움은 나만의 것이었나 보다. 라이너는 주변의 풍물 대신 내 주변 을 살피며,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고, 트레모스는 그런 라이너를 쳐다보며 기 회만 노리고 있었으니... '뭐, 상관없겠지~! 이렇게 사람들 많은데서 설마 일을 저지를 라고?' 장난스런 두 아이의 부모가 되버린 듯한 나는 더 이상 둘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즐 거운 구경에 모든 신경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 "야! 거기 안서?" 갑자기 거리가 떠나갈 정도의 목소리가 내 옆에서 들려오는 것이었다. 당연히 나뿐 만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이 녀석에게로 옮겨졌는데, 녀석이 소리를 지르는 원인은 멀리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는 작은 소년 때문인 것 같았다. "뭐야?" 예의상 물어본 한마디! 상황으로 보아, 분명 저 멀리 도망치는 녀석은 소매치기인 게 분명해 보였다. 아니면, 저렇게 날렵한 몸놀림을 하기는 어려울 테니까. "저 자식이, 내 돈주머니를 갖고 도망치잖아!" 녀석의 커다란 말에 사람들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했 다. 이렇게 복잡한 곳에서는 늘 있는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화가난 듯한 녀석의 얼굴에서 나는 순간 너무 어이가 없어 허탈한 한 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소매치기에게 돈주머니를 빼앗겼다고 저러고 있다니! "트레모스! 너 말야, 지금 내 앞에서 그걸 말이라고 하냐?" "뭘?" "네가 저런 꼬마한테 돈주머니를 빼앗길 녀석이냐고? 심심해서 그런 모양인데, 그 뒤의 일은 네가 알아서 해라." "......!" 그 제서야 녀석은 자신이 생각한 것이 들통났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순간적으로 내 게서 반 걸음정도를 물러섰다. 라이너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그런 트레모스를 바라보다가는 고개를 가로 저었는데, 이제는 이런 방법까지 써가면서 일을 만들다 니! "라이너, 우린 그냥 가자. 자신이 벌인 일은 자신이 해결하면, 될테니깐 말야." "네." 멍하게 서 있는 녀석은 어쩔 수 없음을 알았는지, 나와 라이너가 방을 잡은 이후 그 꼬마를 잡으로 잠시 우리 곁을 떠났다. 아마 심심해서 그랬던 것이므로 가서 한 바탕 하기야 하겠지만, 내가 걱정할 만한 녀석이 아닌지라, 난 그 이후 라이너와 천천히 저녁을 먹으며 오랜만의 휴식을 취했다. 한편, 트레모스의 돈주머니를 갖고 도망친 소년은 뒤에 그 주머니의 주인이 쫓아오 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기쁜 마음으로 그것을 갖고 자신이 속한 길드로 걸음을 급히 옮겼다. 이번 일은 꽤 힘들 것이라 생각했던 터였는데, 아무 장애없이 일이 성공해서 더욱 기쁜 소년이었다. 후두두두둑-! 하지만 소년이 갖고 온 주머니에서 형형 색색의 보석들이 마치 흔한 돌맹이들처럼 탁자 위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자, 소년은 불안한 마음이 되어야만 했다. 주머니 에서 나온 보석 때문이 아닌, 그 보석을 보고 화를 내는 길드장 때문에... "이..이게 대체!" 길드장은 심각한 어조로 자신을 부른 부하에 의해 지금 소년이 갖고온 주머니를 은 밀한 장소에서 살펴보려고 이곳에 들어왔던 터였다. 자신의 부하가 사태가 심각하 다는 듯 말해 그냥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눈앞에 펼쳐진 보석의 높 이는 그 심각성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임을 그에게 알려오고 있었다. 보통 부호라는 사람들도, 이 정도의 돈은 갖고 다니지 않는 법이었다. 그리고 보석 을 많이 취급한다는 보석 상인들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즉 이 정도의 보석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대 부호의 전 재산과 맞물릴 정도의 보석을 몸에 지니고 다닐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은 없었으므로... 하지만 소 년이 갖고 온 주머니에는 그 정도의 보석이 들어있었다. 그것도 매우 가치가 높은 것들만! 보석의 휘황찬란한 빛에 잠시 정신을 못차리던 길드장은 잠시 후, 지금의 상황이 어떻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즉시 고개를 그 주머니를 갖고 온 꼬마에게로 돌려버렸 다. "너, 이것을 누구에게서 갖고 온 것이냐! 분명 이 정도의 보석이라면, 보통 인물이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빼앗겼다는 것은 뭔가 노리고 있다는 것인데!" 길드장은 역시 꽤 머리를 잘 굴리는 사람이었던지, 어느 정도 상황을 짐작하고 있 었다. "저..전 그냥 그분이 시키는데로 청록색의 머리를 가진 일행의 주머니를 가져왔을 뿐인데요?" 화를 내는 길드장의 목소리에 소년은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변명을 하기 시 작했다. 하지만 그 변명의 말은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그..그분이라면, 저번에... 이..이곳을 방문하셨던...그...?" 소년의 말이 꽤나 충격적이었던지, 사내는 얼굴 근육을 심하게 떨면서 말을 더듬었 다. "네, 저번에 청록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의 일행을 보게되면, 이리로 데려오라 고 하셔서..." 순진한 것인지 아님, 머리회전이 느린 것인지 소년은 얼마 전 이곳을 거의 쑥대밭 으로 만들고 사라진 한 여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금 그 주머니를 훔쳤다고 했다. "그..그러니까, 지금 네가 이 보석을 갖고 온 이유가, 그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라는 ...그..그말이냐?" 이곳에 들어와 다짜고짜 청록색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의 행방을 물어봤던 여인. 그 여인은 이곳을 부수지 않는 대신 그런 머리카락을 가진 사내를 데려오라고 했었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그녀는 그 말을 길드장인 그뿐만 아니라, 폴보트 연합의 도둑 길드원 모두에게 말 을 하고 사라졌는데, 아마 이 소년은 그 말을 듣고 그대로 행한 모양이었다. "저...길드장?" 순진한 눈빛으로 칭찬을 바라는 소년의 모습에 길드장은 머릿속이 거의 폭발할 지 경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야! 이 녀석아! 그런 일이라면, 나한테 먼저 알리고 손을 썼어야 하는 것 아니냐! 무턱대고 일을 먼저 저지르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길드장은 자신이 그녀 앞에서 부하들에게 청록색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을 보면, 수 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인한 후, 바로 그녀에게 연락을 하라고 한 기억이 있었지 만, 그것은 눈앞에 무시무시한 칼을 뽑고 있는 그 여인의 행동 때문에 한 말이었을 뿐이다. 그것을 모르고 눈앞의 소년은 일을 저질러 버렸으니! 뭔가 두려운 일이 일어날게 분명하다는 것을 깨달은 길드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 지 못하는 소년의 얼굴을 보며, 날아가려는 주먹을 꾹꾹 눌러 참고 있었다. "네가 그러고도 도둑 길드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느냐! 지금 사태가 얼마나 위급한 지 모르는 것이냔 말이다!" 엄청난 분노가 사내의 입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폴보트 시의 도둑 길드장을 맡고 있는 그는 웬만한 일에는 그렇게 화를 내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번 화를 냈다고 하면, 보통 사람의 몇 배는 심하게 성질을 내는 사람이 바로 그였던 것이 다. 그런 그가 지금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년 앞에서 목청을 높이고 있었으니... "저..저는..." 길드장의 화내는 모습에 소년은 몸을 움찔 떨었지만, 그래도 그는 자신이 잘못한 일을 아직 모르는 모양이었다. 구하기 힘든 보석들과, 얼마 전 이곳을 방문해 부탁 을 남기고 간 분의 부탁까지 들어줄 수 있게 되었는데 왜 길드장이 화를 내는지 말 이다. "닥쳐라! 넌 이 시간 이후로, 길드에 발을 들여놓치 못할 것..." 화가 난 길드장은 그렇게 소리를 호통을 치며 소년을 내쫓으려 했지만, 말을 끝까 지 끝내지 못했다. 중요한 회의를 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만들어 놓은 방의 문이 덜컹하며 열렸기 때문이었다. 휘~잉! 갑자기 열린 문에 의해 밖에서 바닷바람이 불어왔는데, 그와 함께 그들은 은은한 꽃의 향기를 같이 맡을 수 있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길드장은 고개를 들어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곳에는 푸른색의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조 용히 서 있는 한 여인이 있었는데, 호리호리한 몸과는 어울리지 않게 그녀의 주변 에서는 죽음의 기운이 뻗쳐오고 있었다. 꽃향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엄청 흉측한 얼굴을 갖고 있는 여인이 문가에 서 있었는 데, 그녀의 얼굴은 죽음의 기운과 어우러져 보는 이로 하여금, 감히 접근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그를 이리로 불렀다고 들었다."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하고는 사라진 여인! 그녀가 지금 그의 앞에 다시 모 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길드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소년에게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마치 네가 그녀를 불렀냐는 듯한 질문을 눈에 가득 담고서... "제..제가 연락을 했는데요?" "여..역시!" 길드장은 드디어 분노가 폭발하려는지 주먹을 그대로 소년에게로 내뻗으려 했다. 이것은 어린 아이라고 용서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하지만 그는 다시 들려 오는 여인의 싸늘한 목소리에 주먹을 그대로 아래로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디 있지?" 다시 싸늘한 목소리가 그의 귀를 꿰뚫었다. "아..그..그게 지금 그 일행을 유혹하기 위해 그들의 소지품을 훔쳐왔습니다. 그러 니, 머지 않아 이곳으로 올 것이 분명하지요." 길드장은 얼마 전 자신이 겪은 죽음의 공포를 다시 경험하기라도 하는 듯 좀 전까 지의 분노는 씻은 듯 잊어버리고 여인의 입술이 열리지 않기를 바랬다. 사람의 심장까지 얼릴 정도로 차가운 그녀의 목소리는 한 번 듣게 되면, 몸 속 깊 은 곳까지 꽁꽁 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기에... "흠~. 그렇다면, 곧 이리로 온다는... 아니, 벌써 온건가?" 우당탕탕~! 여인이 문을 열었을 때보다, 더 커다란 소리가 그들 바로 위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길드장과 여인이 있었던 곳은 도둑 길드의 자하에 위치한 방, 즉 길드로 들어오는 문 바로 밑에 존재하는 방이었던 것이다. 엄청난 소란이 위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보게 되는건가?" 길드장은 꽃향기가 맴도는 문가를 바라보며,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떨리는 몸 을 의자에 기댄 채 체념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그의 행동에 주변의 부하들은 나직한 한숨으로 길드장과 같은 심정이 되었는데, 이 런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는 소년은 아직까지도 사태파악을 못했는 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을 뿐이었다. [번 호] 20955 / 21101 [등록일] 2001년 11월 12일 19:58 Page : 1 / 21 [등록자] ANAK1000 [조 회] 312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9-3 ─────────────────────────────────────── 트레모스가 일부러 소매치기 소년에게 자신의 돈주머니를 빼앗긴 이유는 바로 라이 너와 같이 소년이 속해 있는 소굴로 들어가 누가 더 잘 싸우는지 겨루기 위해서였 다. 이렇게 복잡한 거리에서는 대놓고 싸울 수 없었기에 나름대로 머리를 굴린 거 였는데, 귀찮은 건 질색인 리넨 때문에 트레모스는 할 수 없이 리넨의 곁에 라이너 를 두고, 혼자 소년이 들어간 건물로 와버렸다. 콰쾅! 자신의 물건에는 언제나 마나 꼬리표를 달아두는 트레모스였기 때문에, 소년이 어 디 있는지 찾는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꽤 괜찮게 세운 계획이 무산되어 화가 나기도 했고, 그동안 매일 싸우다가 가만히 있자니 손이 근질거리 기도 했기에, 일부러 건물 안의 인물들을 도발하기 위해 문을 발로 차는 행동을 취 했다. 트레모스의 힘이 실린 발차기에 견고해 보이던 건물의 문은 사정없이 뜯어져 나가떨어지며 우수수 뿌연 먼지를 주변에 흩뿌렸는데, 신기하게도 그를 반기는 것 은 분노에 찬 사람들의 반응이 아닌, 조용한 고요였다. “뭐..뭐지?” 트레모스는 건물 안에 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음을 그들의 기운으로 알 수 있었 다. 그런데 이런 과격한 방문에도 그들이 아무 말도 없자, 트레모스는 매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야! 왜 이렇게 조용한 거야?” 일이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자, 트레모스는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부서진 문을 밟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 보이는 사람에게 시비를 걸어볼 심산으 로 말이다. 하지만 건물 안에는 어두운 조명아래 여러 체형의 사내들과 어린 아이 들이 트레모스의 눈치를 살피며 커다란 건물에 몸을 의지하며, 트레모스를 피하고 있었다. 마치 뭔기 일이 터질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듯, 그들은 트레모스를 피 해 저마다 몸을 감추며, 그의 행동에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반응이 없어? 부서져도 괜찮다는 거냐?” 퍽! 쨍그랑~! 오늘따라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트레모스는 주변에 보이 는 물건들을 하나 둘씩 부수며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는데, 이는 화를 가라앉히기 위한 하나의 행동이었을 뿐이다. 원래 그는 파괴를 즐기지 않았지만 지금은 왠지 뭔가를 막 부서야 화가 가라앉을 듯 했기에... 하지만 그런 파괴에도 사람들은 트 레모스가 원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화를 내며 자신에게 덤벼들어야 할 그들은 오히려 트레모스를 슬슬 피하며,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이 모습에 그는 오 히려 화가 더 쌓여가고 있는걸 느껴야만 했다. 쾅~! 우당탕탕~! 그의 손길과 발길에 물건들이 저마다 비명을 지르면서 땅바닥에 떨어져 내렸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몸을 벌벌 떨 뿐, 이렇다할 소리조차 내지 않고 있었다. “이것들이 오늘...잉?” 화가 난 트레모스는 몸을 떨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마디하려다가 이상한 기운의 접 근에 말을 멈추고는 시선을 그쪽으로 돌려보았다. 이곳에 도착한 이후 희미하게 느 끼고는 있었지만 워낙 화가 심하게 난 상태였고 그런 것에 별로 신경쓰고 싶지 않 아 무시하고 있었던 그 기운에 말이다. 천천히 돌려진 시선에 들어온 것은 한 여인이었다. 특이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그 녀는 매우 아름다운 푸른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흩날리고 있었는데, 그런 아름다운 머리카락과는 달리 그녀의 얼굴은 역겨울 정도로 보기가 흉했다. 일그러진 얼굴과 제자리를 이탈해 버린 듯한 눈, 코, 입! 흩어진 머리카락으로 얼굴이 거의 가려지 긴 했지만, 흔들리는 머리카락들 사이에서 얼핏 얼핏 보여지는 얼굴은 정말 경악에 가까울 정도로 역겨워 보였다. 평생 저런 모습의 사람은 볼 수 없을 정도로... 하지만 트레모스는 그녀의 까무잡잡한 피부와 그 특유의 기운에 그녀를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받았다. 조금만 더 생각하면, 기억이 날 정도로 익숙한 느낌! 하지만 트레모스는 그녀의 목소리에 그만 생각을 이을 수 없었다. “그는 어디 있지?” 냉기가 풀풀 날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트레모스는 지금까지 차갑게 생각되던 자신의 목소리가 따뜻한 축에 속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천천히 움직이는 그 녀의 입술은 감정이라고는 없는 듯, 규칙적으로 벌어지는 문처럼 움직일 뿐이었는 데, 그 모습이 마치 그녀를 살아있지 않은 인형처럼 보이게 했다. “그라니?”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에 트레모스는 주눅이 들 정도의 존재는 아니었다. 냉기가 전해오는 것 같은 목소리와 감정 없는 표정 등이 보는 이로 하여금 뒷걸음질치게 만들만한 것이었지만, 그 정도는 트레모스에게 잠깐동안 신기함을 느끼게 할 뿐이 었다. 즉 그 이상의 반응은 그에게서 끌어낼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에게 놀라움을 줄 수 있는 존재는 그리 많지 않으니... 그런 트레모스의 모습에 여인은 잠시 의 외라는 듯 시간을 두고는 질문을 이어갔다. 지금까지 자신의 물음에 이렇게 빨리 대답을 해온 사람은 없었기에 잠시 신기한 눈빛으로 그를 한번 쳐다보고는... “너와 같이 다니는 청록색 머리를 가진 사람 말이다. 어디 있지?” “흠~. 리넨을 말하는 건가?” “그게 그 사람의 이름인가?” 트레모스는 리넨에게 관심을 갖는 그녀를 쳐다보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녀의 모습을 한 번 다시 훑어보았다. “글세?” 약올리는 듯한 말투. 트레모스는 어느새 화가 난 감정은 없애버리고 눈앞의 여인을 괴롭힐 생각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인형과 같은 감정 없는 그녀를 도발시키 는 것은 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트레모스의 의도가 맞아떨어진 것인지 그의 도발에 그녀가 반응을 보여왔다. 그녀의 무표정했던 눈가 가 조금이긴 하지만 좁혀졌던 것이다. 물론 보기 흉한 얼굴을 계속 쳐다볼 사람이 없는 한 그런 미세한 변화는 누구도 알 수 없었겠지만... 하지만 인간들의 미에 대한 기준이 조금 틀린 트레모스는 그런 그녀의 흉한 얼굴에 별다른 거부감이 들지 않고 있었으므로 그 미세한 표정의 차이를 알아보고 있었다 “...리넨은 어디 있지?” 자신의 감정에 놀란 것인지, 그녀는 한 박자를 쉬고는 다시 감정 없는 목소리를 되 찾은 후에 다시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네게 알려줘야 할 의무라도 있나?” 트레모스는 주변의 사람들이 자신과 눈앞의 여인의 눈치를 살피며 슬슬 밖으로 나 가는 것을 무시하고는 새로운 상대에 대해 모든 관심을 쏟아 부으며, 다시 약올리 는 듯한 말투로 그녀의 화를 돋구었다. “흥! 네게는 그런 의무가 있어!” 흥미롭게 여인을 쳐다보던 트레모스는 순간 여인의 몸에서 이상한 기운이 뻗어 나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향기와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포근한 기운이 그를 덮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로 인해서인지 트레모스의 표정 이 부드럽게 풀리자, 여인은 트레모스의 표정 변화를 보며 콧웃음을 쳤다. “흥! 그는 어디 있지?” 세 번째의 질문. 이번만은 트레모스에게서 대답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여인은 감정이 없는 듯 매마른 목소리에 자신감을 섞어 다시 질문을 던졌다. 하지 만 그런 자신감은 트레모스의 대답으로 여지없이 부서지고 말았다. “...내가 아까 말하지 않았던가? 네게 가르쳐줄 의무는 없다고 말야.” “헉!” 분명 조금 전까지 보여주었던 몽롱한 듯한 모습. 갑자기 자신이 원하지 않는 대답 이 튀어나오자, 그녀는 확인차 다시 트레모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곳에 는 아까 본 몽롱한 표정은 마치 환상인 것처럼, 그런 흔적이 전혀 없는 냉정한 사 내의 얼굴이 자리해 있었다. 그녀는 아무런 변화도 없는 듯 대답을 하는 트레모스를 보며, 직감적으로 그가 자 신보다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푼 힘에 반응을 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보다 강한 사람 밖에 없다고 알고 있었으니까. “뭘 그리 놀라지? 설마 좀 전의 이상한 술수를 믿은 건가? 이상한걸 배웠군! 크큭 . 재밌어~!” 트레모스는 입가에 더욱 진한 미소를 지으며 여인의 쳐다보았다. “음... 알려주지 않겠다는 건가?” “네가 나를 상대해서 이긴다면, 한번 생각해 보지!" 어차피 트레모스는 잠시 놀아줄 상대가 필요했던 터였다. 그런데 그런 차에 이렇게 알아서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들어내준 사람이 있었으니, 그로서는 반가운 입장임이 분명했다. 이곳의 사람들을 상대하기보다는 그녀를 상대하는게 더 자신의 즐거움 을 더해줄 거라는걸 트레모스는 직감하고 있었으므로. 트레모스의 도발에 여인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했지만 그의 말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천천히 자신이 갖 고 있는 검을 꺼내든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녀는 트레모스와 한판 승부를 벌일 생각이었던 것이다. 스릉~! 청명한 검음이 들려오는 듯 하더니 그녀의 손에 어느새 아름다운 불꽃이 이는 붉은 검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항상 그녀의 곁에서 그녀에게 조언을 해주는 그녀의 분 신인 검을 말이다. 거의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자세를 잡고 트레모스를 쳐다본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변한 사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시선이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검 에 와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의외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그..그건, 레드 사이어?" 트레모스는 눈앞에서 붉은 빛을 뿜어내고 있는 검이 전설의 명검 레드 사이어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대로라면 분명 눈앞의 검이 갖고 있는 이 름은 레드사이어. 그 모습이 알려져 있지는 않았지만, 트레모스는 익히 그 검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 도록 들었었다. 태양의 빛보다 더 아름다운 붉은 빛을 낼 수 있는 검은 레드 사이 어 밖에 없다는 것을 뇌리에 박아놓고 있었으므로... "알아..보는 건가?" 그녀의 한 마디. 그것은 트레모스의 말이 맞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정말 레드 사이어인가?" "의심이 많군..." 트레모스는 전설의 명검. 예전에 한번 그 검을 갖고 싶어서 찾아봤던 적이 있었던 그로서는 그 검의 모습에 감회가 새로울 뿐이었다. 수집광인 그가 검술과 수집에 대한 관심을 끊은 것도 따지고 보면, 레드 사이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네가 갖고 있었던 모양이군... 하지만 그 전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 여인은 트레모스의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전설의 명검을 봐서 그런가 보다 라고 생각을 정리해 버렸다. 지금 그녀에게는 그를 이겨서 청록색 머리의 리넨을 찾는게 목적이었으므로... 여인은 트레모스가 멍하게 있던지 말던지, 자신의 몸을 날리며 먼저 공격을 시작했 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대등하게 싸울 정도로 어리석지 않은 그녀는 기회를 포 착한 즉시 그 기회를 이용한 것이었다. 샤샤샥! 옷감이 스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그녀의 몸이 그녀의 환영을 만들면서 트레 모스 쪽으로 미끌어져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두 손에 들려있는 레드 사이어는 그녀 의 몸이 트레모스 바로 앞까지 도달하자, 갑자기 보다 붉은 빛을 뿜어내며 트레모 스를 덥치기 시작했다. 깔끔하면서 우아한, 그러면서 빈틈이 없는 동작을 해보인 그녀는 손에 들린 레드 사이어를 트레모스의 가슴사이로 그어 버렸다. 아직 그녀의 공격에 미처 대처를 하지 못한 트레모스는 분명 그대로 그녀의 검에 가슴을 내줬 던 것이다. 스윽! 하지만 그녀의 공격은 트레모스의 가슴 쪽에 있는 옷만을 갈랐을 뿐, 그의 몸에는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라이너와의 대결로 인해 단련된 것은 라이너뿐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트레모스는 그녀의 움직임보다 더 절도 있는 라이너와의 대결에서 터 득한 몸놀림으로 그녀의 기습 공격을 옷만으로 막아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움직임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깨끗한 동작은 다음 동작을 하기 편하게 만들기 위해서인지 곧바로 다음 동작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버린 것이었다. 위~잉! 너무 빠르게 움직여서인지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레드 사이어는 트레모스를 향해 가면서 주변의 공기를 모두 밀어내고 있었다. 자체적으로 뜨거운 열기를 갖고 있는 검이었기에, 트레모스는 그 검이 자신의 주변을 스치고 지나갈 때면, 어김없이 후 끈한 열기를 느껴야만 했다. 이번 공격도 아슬아슬한 차이로 검이 허공을 갈랐는데 , 이런 상황은 그녀에게 꽤 커다란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얼핏보기에도 당황한 듯 보라색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젠 내 차례인가?" 트레모스는 당황한 듯,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를 보고는 그 기회를 포착해 얼마 전 얻은 스피아를 꺼내 들었다. 라이너와의 대결로 손에 익숙해진 스피아는 찬란한 빛을 뿜으며, 레드 사이어와는 다른 아름다움을 뽐내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그건?" 여인은 트레모스가 꺼내든 검이 자신이 갖고 있는 검과 비교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 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손에 들려 있는 검이 울면서 확신 시켜주기까지 했고! "너를 상대할 스피아라고 하지! 그럼, 시작해 볼까?" 트레모스는 여인의 깨끗한 동작에 갑자기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라이너보다는 못하 지만, 더 갈고 닦는다면 충분히 그 정도의 실력은 쌓을 수 있을 정도로 검의 활용 이 뛰어났기에, 싸우는 재미가 있었던 것이다. 라이너의 경우는 트레모스 자신이 상대하기에 조금은 벅차서, 미처 그가 어떤 방법으로 자신을 공격하는지 깨닫지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 눈앞의 여인은 자신과 비슷한 검술 실력을 보 이고 있었기에 그로서는 기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트레모스도 여인도 점점 상대에게 익숙해져 가는 건지, 서로 처음 보다 공격의 실패가 많아지고 있었다. 그만큼 상대의 패턴을 잘 안다는 말이었다. 레드 사이어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 스피아! 여인은 오늘 인생에 있어 최고의 상대를 만난 듯 흥분에 겨워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신보다 강한 존재를 보지 못했던 그녀로서는 지금의 순간이 너무도 즐거웠던 터였다. 하 지만 트레모스는 라이너와의 싸울 때와 비슷하게 시간이 흐르자, 슬슬 눈앞의 상대 에 대한 흥미도가 떨어져버렸다. 처음에는 자신의 상대로 꽤 쓸만하다는 생각이 든 그였지만, 역시 자신보다 강한 라이너의 검술과 겨뤄야 투지가 불타오르는걸 깨달 은 것이다. "이쯤이면 됐군! 그만 할까?" 트레모스의 한 마디가 떨어지자, 갑자기 그녀를 상대하던 트레모스의 스피아에 엄 청난 양의 마나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를 상대하고 있던 여인은 갑작스런 공격에 멍한 기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마..마법사였나?" 콰콰콰~앙~! 엄청난 양의 마나를 머금은 스피아가 그녀를 향해 날아왔던 것이다.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손에 들린 검으로 그것을 막아보았지만, 그로 인해 생성된 폭발은 막을 수가 없었다. [번 호] 20965 / 21101 [등록일] 2001년 11월 13일 00:33 Page : 1 / 27 [등록자] ANAK1000 [조 회] 390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9-4 ─────────────────────────────────────── 갑자기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음에 나는 순간 트레모스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용한 분위기를 깰만한 존재는 이곳에서 그밖에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으므로! 라 이너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오랜만에 두는 체스에서 녀석이 시선을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트fp모스 인가요?" "음...아마도." 한번 집중하기 시작하면 웬만한 일에는 고개조차 들지 않는 녀석이었는데, 라이너 는 어느새 마음의 여유라는 것을 만들게 되었나 보다. 하지만 승부에 대한 집요함 은 아직 떨쳐버리지 못한 것인지 녀석은 한마디를 내뱉으며 조용히 체스를 치우기 시작했다. "리넨님, 다음에는 이곳에서부터 이어서 하지요." '이번에도 말들이 있던 자리를 다 외운 모양이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전보다 많이 마음의 여유를 찾은 녀석을 흐뭇하게 쳐다보 았다. 라이너는 나와 떨어져 있었던게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몰라 볼 정도로 성숙해져서 돌아온 것이다. '흠... 그러고 보면, 나는 녀석과는 정 반대인가? 후훗!' 깨끗하게 치워진 탁자를 보며 나는 서서히 휴식시간이 끝나고 있음을 체념하고는 조용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소란스러운 폭음을 일으켜 주위의 시선을 끌고 있 는 트레모스를 데려와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곳에서 시끄럽게 행동하면 안된다고 누누이 강조를 했건만, 혼자 보낼 때 왠 지 불안하더라니...' "우린 천천히 걸어서 가자. 어차피 상황으로 봐서 짧게 끝날 것 같진 않으니." "네." 나와 라이너는 트레모스 성격에 한번 시작한 싸움은 쉽게 끝내지 않으며, 말려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느긋한 마음으로 걸어서 그곳까지 가기로 했다. 한편 같은 시각, 폴보트 시의 중심부에 위치한 거대한 저택에서는 지금 비상이 걸 린 상태였다. 저택의 주인인 미드 아르엘은 폴보트 연합의 지방에서 일어나는 일련 의 사건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었는데, 이제는 대놓고 폴보트 시에 공격을 해 오는 유투 왕국 때문에 비상령을 내린 것이었다. 물론 시안에서 일어난 폭발은 유 투 왕국의 공격이 아닌 트레모스에 의해 일어난 것이었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하 는 미드 아르엘은 유투 왕국에 대한 오해를 한 것이다. 그래서 미드 아르엘은 유투 왕국이 너무 노골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조용히 그의 아들을 불렀다. "데칸티스!" "네, 아버지!" 삼엄한 경비병들의 움직임으로 가득찬 긴장감을 나타내는 저택의 내부에서 폴보트 의 주축이라 하라 수 있는 대공이 아들과 대화를 나누며 지금의 상황에 대한 대처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이번의 공격은 아마 본격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크로와 왕국을 치기 전, 우리 연 합을 먼저 공격할 리는 없을테니! 하지만 그렇다고 방심해서는 안된다. 지금 즉시 폭발이 있었던 곳으로 가서 상황을 조사해 오너라!" "네, 알겠습니다." 데칸티스는 사태의 심각성을 아버지의 굳은 표정에서 읽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거워진 어깨를 이끌고는 서재를 빠져나왔다. 그가 태어나, 이곳에 살면서 폴보 트 시에 이 정도의 폭발이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터였다. 그런데 전쟁의 기 운이 감도는 지금 그런 폭발이 시 한복판에서 일어나다니! 그도 지금 사태의 심각 성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서재를 나와 저택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던 데칸티스는 법황의 명령으로 이곳에 머 물고 있는 엘벤트를 만날 수 있었다. 엘벤트도 저택 안에 흐르는 긴장감을 느꼈는 지 한껏 굳은 표정으로 데칸티스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너도 갈꺼냐?" "카란님께서 저를 이리로 보내신 것은 폴보트 시에서 일어나는 일에 힘이 되라 하 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가야지요." 딱부러지는 말에 데칸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장서서 저택을 빠져나왔다. 혼자 보다는 엘벤트 같은 능력 좋은 사제가 같이 있어주면, 마음이 든든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크로와 왕국에 갔다오는 여행으로 서로 많이 친숙해지기도 했고. 그렇게 그들은 몇 몇의 기사들을 이끌고 문제의 폭발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조용한 시. 마치 사람들이 모두 잠이든 깊은 밤인 듯, 길거리에는 사람의 그림자기 단 하나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낮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태 양의 빛이 쨍쨍 내리쬐고 있는 한 낮이었다. 이렇게 밝은 날인데도 사람들이 아무 도 안보이는 것은 트레모스가 일으키고 있는 폭발이 그 원인인 듯 했다. 계속되는 폭음과 건물 무너지는 소리에 사람들은 겁을 잔뜩 먹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있었던 것이다. 이 덕분에 나는 트레모스 녀석이 있는 곳을 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처음 일어나기 시작한 폭발이 마지막이 아닌 듯 계속해서 작 은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나는 대체 녀석의 상대가 누구길래 이렇게 오랫동안 소란을 피우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 을 수 없었다. "녀석이 저 정도로 공격을 하고 있다는 것은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말인데... 설마 보통 사람들을 상대로 저 정도로 싸우진 않겠지?" 설마 하는 심정으로 그렇게 의견을 말해보자, 옆에서 라이너가 내 말에 고개를 끄 덕여줬다. "그의 돈주머니를 훔친 소년이 있는 곳에 만만치 않은 상대가 있었나 봅니다." "음...그런 건가?" 약간의 호기심이 인 나는 녀석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곳까지지 좀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소음이 들려오고 있는 곳은 생각 외로 내가 서 있던 곳에서 가까 운 곳이었는데, 커다란 건물의 모퉁이를 돌자 바로 뻥 뚫린 공터가 눈에 들어왔다. 그 공터는 만들어진지 몇 분되지 않은 모양인 듯, 주변에 아직도 부스스한 먼지들 을 내뿜고 있었는데, 척 보기에도 분명 트레모스 녀석이 만들어 놓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대체 상대가 누구길래 이 정도인 거야?" 짙은 먼지에 인상을 찌푸린 나는 손을 들어 그 일대에 일어난 먼지를 잠재우기 위 해 그 주변에 아이스 마법을 펼쳤다. "아이스(ice)~!" 이것은 쉽게 쓸 수 있는 얼음 마법이었지만 그 간단한 원리로 나는 눈앞 일정거리 에 분포해 있는 공기를 모두 얼려버릴 수 있었다. 차가운 마나가 순식간에 주변의 모든 공기를 얼려버리자, 그 속에 둥둥 떠다니던 커다란 알갱이들이 '후두둑'하고 땅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마나라는 근본적인 에너지를 차갑게 만 들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먼지 알갱이들을 순식간에 주변의 차가워진 공기와 결 합시켜 땅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었는데, 이것은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커다란 효과를 발휘했다. 순식간에 어느 정도 눈앞이 맑아지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이스 마법을 거둬 버렸다. 계속 이 마법을 시전하고 있으면 공기가 얼어버려 숨쉬기가 곤란했기 때문 이었다. 손을 내림과 동시에 나는 눈앞의 광경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깨끗해진 공터에 는 부숴진 건물의 잔해와 트레모스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앞에 녀석을 상대 하고 있는 인물로 보이는 한 여인도... "여..여자?" 나는 설마 트레모스를 상대하는 존재가 여자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여자가 녀석을 상대할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이 정도까지 버틸 수 있는 여자 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으므로, 난 순간 멍한 상태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자의 몸으로 지금까지 버틸 수 있다니! 흠~. 신기하군! 보통 남자의 체력으로도 이 정도까지 버티는 것은 쉽지 않은데...!' 나는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여인을 보다가, 트레모스의 검을 요령있게 피하는 그녀의 몸놀림에 감탄사를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호오~!" 라이너에게 항상 지는 녀석이었지만, 그 어떤 검사보다도 검을 잘 다루는 트레모스 였다. 그런데 그의 공격을 저렇게 잘 피하고 있다니! 체력면으로, 그리고 트레모스 의 마나 사용으로 녀석의 상대인 여인은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아직까 지 잘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대단하군! 그렇지 않나?" "네, 여인의 몸으로 이 정도까지 버티다니! 보통이 아니군요." 라이너의 입에서 이 정도의 말이 나오는 것은 대단한 칭찬이었지만, 그래도 그녀에 대한 평가치고는 좀 짜다는 생각이 드는 나였다. '아무튼 굉장한 여인이군!' 그녀의 실력에 호기심이 고개를 든 나는 그녀에 대해 더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 이리 저리 움직임으로 긴 머리카락들이 심하게 헝클어져있었지만, 그래도 그 아 름다운 빛깔은 퇴색되지 않았다. '사파이어 빛의 머리카락이라... 아름답...자..잠깐! 사파이어 빛?!' 푸른색의 머리카락이라면 꽤 많이 보아온 나였다. 하지만 저 정도로 사파이어 빛에 가까운 머리카락은 본 적이 단 한번밖에 없었다. 그런 머리카락 색이 흔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저 여인... 혹시? 그러고 보니 피부색도 브라운 계열로 보통 사람들과 차이를 보 이는군!' 순간 나는 눈앞의 여인을 통해 크로와 왕국에서 본 공주를 떠올렸다. 인간의 아름 다움이 아닌 절정미를 갖고 있던 그녀를! 하지만 지금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그 녀의 얼굴은 절정미와는 반대로 인간이라 할 수 없는 부조화를 자랑하고 있었다. '부조화라... 역겨울 정도로군!' 얼굴만 가리고 본다면 분명 그녀는 란 공주임이 확실했다. 그 외의 모습은 아름다 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아름다운 모습은 그녀의 얼굴 때문 에 모두 가려지고 있었다. '솜씨가 좋은데? 그녀의 얼굴 자체도 부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그녀의 몸과 얼굴 역시 부조화를 이루고 있어. 흠~. 그래서인지 그녀의 아름다움이 흉한 얼굴 때문에 드러나지 않고 있군! 꽤 신경을 썼어." 나는 이미 저 정도 얼굴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미 경험으로도 알고 있었다. 예전에 키에라도가 내 얼굴에 장난을 친 것이 저 정도는 되었으니... 하지 만 그것은 키에라도의 장난으로 제모습을 찾기 꽤 힘들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여인 의 얼굴은 모르긴 몰라도 자신이 원해서 저런 모습으로 있는게 분명해 보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보기 흉한 얼굴을 내놓고 다니진 않았을 테니까!' 나는 그녀의 얼굴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아낸 이후 그녀가 바로 란 공주 임을 확신했다. 그 아름다운 모습뿐만 아니라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기운 역시 그녀 의 신분을 알려주는데 한몫하고 있었는데, 예전에 한번 란 공주에게서 느껴보았던 특이한 기운이 지금 눈앞의 여인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녀가 트레모스랑 싸우고 있는 것이지? 그리고 왜 이곳에 와 있는 거 지?' 그녀가 란 공주임이 확실해 질수록, 나는 그녀가 왜 이곳에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크로와 왕국의 왕은 분명 내가 알기로 란 공주를 멀리 떠나 보낼만한 사람 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눈앞에 트레모스랑 싸우고 있으니! '흠~. 그건 그렇고, 란 공주가 저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는걸? 저 나이에 저 정도 의 검술이라니... 그리고 체력도!' 그녀에 대해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리자 새로운 의문들이 하나 둘씩 고개를 들어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의문들은 갑작스런 트레모스의 공격에 풀지 못한채 남겨둬야만 했다. 퍼버벙! 순식간에 엄청난 광채가 주변의 뒤덮었는데, 그것은 이곳에 오는 길에 보았던 폭발 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강력한 폭발이었다. "이..이런!" 웬만큼 녀석이 싸움을 끝낼 줄 알고 있었던 나였지만, 이렇게까지 무식하게 끝낼 줄은 미쳐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여인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모르고 있었 으니까! 다시 자욱한 먼지가 내 시야를 흐리려 했지만, 난 가벼운 손짓으로 그것들을 아까 와 같은 방법으로 깨끗하게 치워버렸다. 짜증난 듯 인상을 찌푸린 트레모스가 스피아를 천에 둘둘 싸는 모습과 그 앞쪽 멀 리 란 공주가 짐짝처럼 내팽겨쳐져 있는 모습이 동시에 눈에 들어왔다. '이런이런... 일을 벌였군! 일을 벌였어!' 이곳에서 이런 소란을 피운 것은 도망치면 어떻게 된다고 하지만 공주를 저 지경으 로 만든건 충분히 귀찮은 일이 될게 분명해 보였다. 란 공주는 트레모스를 기억할 테니까! "트레모스! 너 일벌인 것 같다?" 나직한 어조로 말을 건내자 그제서야 녀석은 나와 라이너를 발견한 것인지 두 눈을 깜빡거리며 잠시 내 말을 음미하는 듯 했다. "그것참 끈질기네! 어, 리넨? 왔구나?" 녀석은 아직 내 말을 이해 못한 것인지 다른 말을 하며 말을 돌리고 있었다. "야! 시끄럽게 소란피운건 둘째 치더라도, 저기 쓰러져 있는 여인은 분명 예전 크 로와 왕국에서 보았던 란 공주가 분명해! 너 어쩔꺼야?" "란 공주라면 그... 아! 어쩐지! 익숙한 기운이라고 생각했더니, 역시 그녀였군! 근데 공주가 저런 실력을?" "트레모스!" 내 말에 다른 대답만을 하던 녀석은 그제서야 귀찮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터벅터 벅 자신에 의해 내팽겨쳐진 란 공주에게로 다가갔다. "에휴~." 저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한숨이라서 그런지 옆의 라이너가 걱정스러 운 듯 쳐다 보는게 느껴졌다. "야! 리넨! 이 여자 안죽었어!" 웬만하면, 라이너를 생각해서 더 이상 한숨을 안쉬려고 했던 나였건만... 상황파악 을 못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내 속을 태우는 트레모스 때문에 나는 다시 한번 한숨 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에휴~." 트레모스의 말대로 그녀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듯, 트레모스의 엄청난 공격에도 예 상외로 살아남아 있었다. 심하게 다치긴 했지만, 그렇다고 고치지 못할 정도는 아 니었던 것이다. 물론 나의 기준에서... 하지만 그녀를 고쳐줄 의무가 없던 나는 트레모스가 저지른 일에 상관하고 싶지 않 았다. 이번엔 모두 녀석이 일으킨 일이었으므로... "네가 알아서 해라." 한번 자신의 일에 책임을 져보라는 뜻에서 한 말이었지만, 트레모스는 내 말에 너 무도 쉽게 고개를 끄덕이며 란 공주에게로 발 걸음을 옮겼다. '뭘 어쩌려는 거지?' 궁금한 듯 쳐다본 나는 녀석의 손에 마나가 모이는 것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 다. "트..트레모스!"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눈앞의 존재를 소멸시키려고 마나를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즉 녀석은 귀찮게 그녀를 살리기보다는 증거를 없애 그녀를 소멸시키는 방법을 택 한 것이었다. "멈춰!" 간신히 녀석에게 달려들어 란 공주의 목숨은 구할 수 있었지만, 그 뒤 난 녀석의 나몰라라 하는 모습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에휴~. 내가 손을 써야 하는 거냐?" 웬만하면 나도 별로 손을 쓰고 싶지 않았지만, 이대로 란 공주를 두면 목숨이 위태 로워질 수 있을 수도 있었기에 나는 천천히 귀찮은 일을 맡으러 란 공주에게로 다 가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내가 있는 곳으로 누군가 귀찮은 일을 도맡아 오려는 인물이 감 지되었던 것이다. "호오~! 이 기운은 녀석들이군!" 이곳으로 다가오는 존재를 느낀 나는 피식 웃음을 보이며 저들에게 란 공주를 맡기 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 여러 명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분명 그들 중 엘벤트 라는 성직자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기에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성직자, 그것도 신의 대리인 정도라면 저 정도 상처는 쉽게 치유시킬 수 있겠지!' 내가 이런 생각으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트레모스는 부서진 건물들 사이에서 뭔가를 찾는 듯 했다. "야! 뭐 찾냐?" "레드 사이어!" "레..레드 사이어?" 퉁명하게 들려오는 녀석의 말소리에 나는 순간 황당한 기분을 맛봐야만했다. 전설 의 명검 레드 사이어를 부숴진 건물들 사이에서 찾다니! 전설의 명검에 대한 이야 기는 나도 꽤 많이 들어본 터였다. 키에라도의 최강의 마법구들에 대한 강의 비슷 한 것을 들을 때, 그것들 중 화염도 레드 사이어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전설의 명검이 이곳에?! 믿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어쩌면 아까 내가 본 붉은 광채가 혹시 레드 사이어에 의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아까 분명 트레모스와 란 공주 사이에서 붉은 광채를 봤었던 것이다. 그때는 시선을 란 공주에게 집중해서 그녀가 어떤 검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지 않았지만, 만약 그때 난 붉은 광채가 레드 사이어에 의한 것이라면 지금 트레모스가 찾는건 전설의 명검 레드 사이어가 맞을 것이다. '란 공주... 검술 실력도 보통이 아니더니, 이제 보니 갖고 다니는 검도 장난이 아 니군... 흠~. 하긴 그 정도 되는 검이니 트레모스랑 그렇게까지 겨룰 수 있었던 것 이지. 물론 그녀의 실력도 한 몫 했겠지만...' 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트레모스는 드디어 부숴진 건물들 사이에 떨 어진 레드 사이어를 찾은 모양이었다. "찾은 건가?" 옆에서 라이너가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트레모스가 갖고 올 검을 나와 같이 기다리 고 있었는데, 트레모스는 그곳에서 검을 갖고 올 생각을 하지 않는 건지 붉은 빛의 검을 집었다, 던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뭐..뭐하는 거지?" "글세요?" 그러기를 서너 번 반복하던 녀석은 화가 났는지 갑자기 엄청난 기운을 내뿜으며 레 드 사이어를 번쩍 들어서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그것을 쏘아보았다. 마치 그 검이 살아 있으면 죽이기라도 할 듯! "저게 뭐하는 짓이지?" 나와 라이너는 저 정도의 힘 방출은 이미 사막에서 한번 본 적이 있었기에 별로 놀 랄 것 없이 쳐다봐 주었다. 단지 나는 속으로 왜 화가 난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며 그 모습을 쳐다봤고, 라이너는 대단하다는 듯 녀석을 쳐다보는 것이 달랐을 뿐이다 --------------------------------------------------------------------------- (__) 안녕하세요~~ 갈수록 허접함이 두드러 지고 있음을 가슴아파하는 아나크입니다. ㅠ.ㅠ 시간에 쫓기다 보니.(앗! 티나는 변명을!) ㅠ.ㅠ 암툰... 이런 부족한 글을 잼게 봐주셔서 넘넘 감사합니다~~ (__) 꾸벅~ (분위기 전환!) 건 글쿠요~ +_+ 연금이가 벌써 200회가 되었군요~~ 홀홀홀~~ 감회가 새로와용~ 지금 이벤트 준비를 했는데요...그냥 인물 투표랑... (인물 없음을 알고 있지만..ㅠ.ㅠ 암툰...) 그냥 그거랑...+_+ 축전 비스므리를 받고 싶오요~~(아무도 안보내줄지도..흐윽!) 암툰~ ^^ 많은 참여 부탁합니당~~ >_< 주소는 http://www.pollnow.com/Qus/QusDisp.cgi?QusID=302402 입니다~ 와서 체크만 해주세용~ 그럼 빠시~~ >_< ps 아~~ 아이린아~~ >_< 이거 만들어줘서 넘넘 고마워~~ 뷰뷰뷰~ 츄~ [번 호] 21008 / 21101 [등록일] 2001년 11월 15일 03:29 Page : 1 / 20 [등록자] ANAK1000 [조 회] 274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29-5 ─────────────────────────────────────── 이거 [라이너? 그 드래곤 말인가?? 그 부분 때문에 조금 고쳐서 올립니다. 음..내용은 같구요, 그 부분만 고쳤습니다. ^^:;; 지송~~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얼굴에 짜증을 가득 담고 나와 라이너 곁으로 온 트레모스는 옆에 누워 있는 란 공 주에게 들고 온 검을 거의 내팽겨치다시피 던져버리고서는 굳은 얼굴로 내옆에 서 서 불쾌하다는 기운을 주위에 마구 내뿜어댔다. '이..이게 뭐지?' 갑자기 이상한 녀석의 행동에 나는 황당한 기분이 들어 녀석에게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건들지 말라는 분위기라서 나는 그저 조용히 녀석의 화가 풀릴 때까지 가만히 있기로 했다. '음... 엘벤트 녀석은 왜 이리 안와?' 녀석의 기운을 느낀건 꽤 오래 전이었지만 이곳까지 도착하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 리는 것 같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건물 안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기 에 녀석의 기운을 알아차리는데 더 수월했는데, 그 덕분에 꽤 멀리 있는 기운을 감 지할 수 있었나 보다. 트레모스 때문에 주위 분위기가 굳어버리는 것 같아 나는 어서 이곳을 떠나야겠다 는 생각으로 엘벤트가 오기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녀석에게 란 공주를 맡겨야 이곳 을 떠나기 수월할 것 같았으므로... '저 모습을 란 공주라고 설득하려면 내가 있어야 하겠지? 아무 말 없이 가버리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깐 말야... 에휴~' "리..리넨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나는 라이너의 당황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아까 까지만 해도 내 옆에 있던 녀석은 어느새 트레모스가 던져버린 레드 사이어 곁에 서 있었는데 나를 보는 표정이 마치 믿을 수 없는 현상을 본 듯 놀람에 가득차 있 었다. "왜 그래?" "이..이검 말입니다." "레드 사이어?" 나는 라이너답지 않게 말까지 더듬는 것을 보고는 대체 녀석을 놀라게 한게 무엇인 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웬만한 일 갖고는 놀람을 표하지 않는 녀석인데... "네, 이 검. 스스로 주인을 정하는 것 같습니다." "주인을 정해?" 검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녀석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그쪽으로 걸어가 레드 사이 어를 관찰하기로 했다. 명검일수록 주인의 손에서 더욱 능력을 높이 발휘한다는 사 실을 알고 있는 나는 만약 라이너가 좀 전에 그런 의미로 한 말이라면 어느 정도 녀석의 말이 이해가 가긴 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고 보면, 라이너의 검도 그 명 검에 속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므로 나는 녀석이 그렇게까지 놀라운 반응을 보인건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주인을 정하다니?" 잠시 시간이 지나자 라이너는 차츰 평소의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는데, 아까처럼 떨리던 목소리도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검이라는 것은 잘 만들어진 것일수록 주인을 가립니다. 제가 갖고 있는 다크로드 나, 트레모스가 갖고 있는 스피아도 그런 류의 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검 레드 사이어는 조금 다릅니다." "달라?" 내가 보기에 검의 능력 면이나 주인에게 속해있는 정도나 겉으로 보기에는 다크로 드, 스피아는 결코 레드 사이어에 뒤지지 않았다. 그런데 다르다니! "자세히 말해봐." "네, 제가 이 검을 들어 살펴보려고 할 때 이 검이 스스로 울리면서 저를 거부했습 니다." "흠~. 그런 경우라면 나도 전에 네 검을 만졌을 때 느껴봤는걸? 희미하긴 했지만.. " 예전 라이너의 다크로드를 만져봤을 때 그런 느낌을 받고 꺼림칙해서 더 이상 녀석 의 검에 손을 안대고 있는 나는 녀석의 말에 이의를 제기했다. "아, 물론 다크로드의 경우도 그렇죠. 하지만 이 검은 주인과 연결되어 있는 끈이 다크로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합니다." "흠~. 그렇다는 것은 주인 이외의 모든 인물은 다 거부를 한다?"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집으려고 했을 때, 엄청난 힘의 파장에 뒤로 밀려나 버렸으니까요." '흠...그래서 아까 트레모스가 그렇게 이상한 행동을 한 것인가? 트레모스가 그렇 게 엄청난 힘을 방출할 정도로 강한 거부라... 달리 명검이 아닌가 본데?' 나는 새로운 사실에 레드 사이어를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란 공주를 쳐다보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신비한 여인이군! 공주신분에 저 정도의 검술을 익힌 것과 전설 의 명검의 주인인 것. 그리고 레드 사이어의 주인다운 검술. 흠~. 확실히 보기 힘 든 여성이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나는 엘벤트가 오기까지 아직도 시간이 좀 남았음을 확인하 고는 레드 사이어 앞에 쭈그리고 앉아버렸다. "리..리넨님?" "아, 잠깐만! 이 검이 신기해서 그냥 구경하는 거야. 위험한 상태에선 만지지 않을 테니 걱정은 말고." "아, 네." 걱정 말라는 내 말에 라이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해줬지만, 그래도 불안한지 내 옆에 같이 쭈그리고 앉아서 레드 사이어를 쳐다보았다. '흠~. 이것이 주인을 정하고 주인 이외의 존재에게는 그 손길을 허락지 않는 명검 이란 말이지?' 이야기에나 나올법한 검이 실재로 존재한다는 말에 나는 다시 호기심이라는 이름의 감정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걸 느껴야만 했다. '주인을 고른다고 했지? 그럼, 사람마다 독특한 마나의 흐름을 갖고 스스로 판단을 하는 건가?' 마나 다루기는 이미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라 생각한 나였기에 나는 란 공 주의 마나를 서서히 흉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혹시 있을지 모를 가능성을 고려해 레드 사이어 주변에 작은 막을 쳐놓고 마나가 그쪽으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게 만 들었다. '란 공주와 내가 동시에 같은 흐름의 마나의 파장을 보이면 혼란해 할지도 모르니 깐 말야~!' 재미있는 실험을 해보는 것처럼, 나는 오랜만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서서히 내 몸 의 고유 파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내 주변에는 란 공주 의 파장과 똑 같은 마나 파장이 형성되었는데, 이것은 레드 사이어가 아무리 대단 한 명검이라고 해도 구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되겠지? 그럼, 란 공주 주변에 마나 파장이 흘러가지 못하게 막고... 흠~. 근데, 란 공주가 갖고 있는 그 특이한 기운은 어떻게 하지?' 그것까지도 똑같이 흉내내 보려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기운은 마나로 이루어진 것이 분명한데도 흉내내기 매우 어려운 것이었다. '모든 것들의 기원은 마나! 그 이상한 기운은 아직 내 수련이 낮기 때문에 흉내를 못내는 건가?' 사람이 갖고 있는 기운은 흉내낼 수 있었지만, 본질적인 기운까지는 아직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저 기운은 아마 태어나면서 갖게 되는 그런 것인 모양이지?' 대충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끝낸 다음, 레드 사이어 곁으로 다가가 순식 간에 그 검을 들어올렸다. 명검으로 이름이 높으니, 어쩌면 그 이상한 기운도 알아 차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한 나는 순식간에 즉, 레드 사이어가 그 기운을 파악 하기 전에 검을 들어올린 것이다. 스륵! 갑작스런 내 행동에 라이너가 옆에서 놀랐는지 나와 같이 몸을 일으켰지만, 녀석은 내게 아무 이상도 없자, 그저 신기한 듯 나와 검을 쳐다볼 뿐이었다. '호오~. 이거 말이 명검이었지, 공주의 특이한 기운까지는 감별 못하는가 보...' [...란이 아니구나. 너는 누군데 란을 흉내내는 것이냐?] 레드 사이어를 잡은 이후 아무 이상 없음에 즐거운 듯 그 검을 놓으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전해져 들어와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러는 넌 누구지?' [난 레드 사이어. 이제 네가 누군지 말해 보아라.] 나는 내 머릿속에서 말을 하는 것의 정체가 손에 들린 검임을 알고는 놀라워할 수 밖에 없었다. 검이 말을 하다니! 라이너의 말, 즉 주인과의 연결이 강하다는 말의 이유는 아마도 검 자체가 자아를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난 리넨. 그런데 넌 내가 란 공주가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그게 너의 이름인가?] '뭐, 태어날 때 지어진 이름은 따로 있지만, 지금은 그 이름이 아닌 그냥 리넨이라 는 이름을 쓰고 있다. 그러니 그게 내 이름이지. 물음에 대답했으니 이제 내 질문 에 대답해봐.' 검의 자연스런 반말에 나도 자연스럽게 반말을 하고 있었다. 얼핏 손에서 느껴지는 울림으로 보면, 내 말에 기분이 나쁜 것 같았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내가 아니었 다. [란에게는 태어나면서 특유의 기운을 받고 태어났다. 그 정도를 구분 못할 내가 아 니지.] '태어날 때부터 특유의 기운이라...' 나는 검에게서 어느 정도 예상한 말이 튀어나오자, 정확한 대답을 얻기 위해 대략 적으로 해답을 축소시켜 봤다. '내가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기운이니 인간, 드워프, 드래곤은 아니겠군. 그럼 엘프나 마족이겠군. 하지만 엘프는 아닌 것 같으니... 마족인가?' 별로 알고 있는 종족이 많지 않았기에 나는 대충 그렇게 마족으로 요약을 해버리고 는 레드 사이어의 대답을 기다렸다. 틀리면 다른 것이고, 맞으면 운이 좋은 것이었 기에 나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다만 내 말에 레드 사이어가 대답을 해줘야 했지만. 그런데 다행으로 레드 사이어는 내 말에 대답을 해줬다. 꽤나 당황 한 말투로...! [란이 마족인걸 알고 있었나?] '뭐... 대충은.' 나는 속으로 꽤나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고개까지 끄덕이며 레드 사이어의 질문 에 대답을 해줬다. [너는 보통 인간이 아닌 듯 하구나. 란과 같은 파장을 내면서 나를 집어 들었으니! ] '근데, 내가 란 공주가 아니라는 걸 알면 나도 아까 라이너처럼 튕겨져 나가는 건 가?' 경계의 마음을 가지며 그렇게 묻자 레드 사이어에게서 뜻하지 못한 대답이 흘러나 왔다. [라이너? 아까 그 드래곤을 말하는 건가?] 레드 사이어는 라이너를 트레모스로 오해한 듯, 내게 질문을 걸어왔다. '아니, 라이너는 너를 만지려다 만 녀석이야. 근데 드래곤? 트레모스가 드래곤인걸 어떻게 안거지?' 나는 이 검의 자아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드래곤의 아까 힘의 방출은 확실히 보통의 인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라지만, 그런 것 같고 드래 곤임을 알기란 쉬운게 아니었다. 내 경우엔 몸 안에 드래곤 하트가 있었기 때문에 분별이 가능했던 것이고... 그런데 일개의 검이 그런 사실을 알아내다니! [넌 나에 대해 잘 모르는군.] '전설의 검을 지금 처음 봤는데 알 턱이 없지.' [흠...그건 그렇겠군. 난 검안에 들어오기 전, 살아있는 마족이었다.] '서..설마 영혼이 들어갔다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겠지?' [영혼?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정신이 이 검에 들어간 것은 맞다. 이 검 을 만든게 나였으니, 검안에 내 정신의 일부가 들어가는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 었지. 어쨌든 그랬기에 살아 생전 드래곤에 대해서도 꽤 많이 접해본 나다. 저기 나를 만지고 혼자 열받은 녀석이 드래곤이라는걸 아는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 는 말이지.] 나는 레드 사이어의 말에 순간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레드 사이어에 들어가 있는 검의 자아가 마족이고 그 검의 주인인 란 공주 역시 마족이라는 것을... 란 공주의 경우는 크로와 왕국의 왕의 딸이니 아마 마족과 인간의 혼열이 더 정확 한 말이겠지만... 어쨌든 새로운 사실을 한꺼번에 많이 알게된 나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있는 존재의 기억 같은 건가 보군... 정신이라... 재밌어. 근데 나한테 이런 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뭐지?' 주인과 강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명검이 나한테 이런 이야기까지 하는데는 뭔 가 이유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나는 그런 질문을 던져버린 것이었다. 어차피 더 이상 레드 사이어의 입에서 들을 말은 없을 것 같았기에 나는 빨리 용건을 말하길 바랜 것이다. [호오~. 오랜만에 영특한 인간을 만나보는군. 능력도 있고. 마음에 들어.] '됐네, 어서 원하는 거나 말해봐.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 대신 간단한 부탁 정도는 들어주지.' [크크크. 나를 이렇게 대하다니. 뭐, 그런건 중요한게 아니지. 네 말대로 난 네게 부탁할게 있다.] '귀찮은게 아니었으면 해. 귀찮으면 들어주지 않는 편이니까.' [그런가? 다행이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즐거운 듯 킥킥거리는 레드 사이어의 말에 나는 조용히 그 부탁의 말을 들어보았다 [란의 손에 나를 쥐어줘라. 그리고 란을 치료해줘라. 이렇게 만든 것은 네 일행의 잘못이니, 그렇겐 해줄 수 있겠지?] '뭐, 그 정도야. 어차피 란 공주는 치료해 줄려고 했으니까. 간단한 거라서 좋군.' 나는 그 생각을 끝으로 손에 들려있는 레드 사이어를 란 공주의 손에 쥐어주었다. 의식을 잃고 있어 검을 어떻게 잡고 있나 내심 걱정이 들긴 했지만, 거의 분신처럼 검은 그녀의 손에 꼭 쥐어졌다. "신기하군, 신기해..."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신기한 듯 레드 사이어와 란 공주를 쳐다본 나는 나와 같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라이너와 트레모스를 볼 수 있었다. "너 어떻게 한 거냐? 저 녀석은 어떻게 구워삶았기에 멀쩡한 거야?" 트레모스가 화가 난 얼굴을 내게 들이밀며 거의 협박조로 좀 전에 있었던 일을 물 어왔다. "별거 아녔어, 란 공주의 손에 자신을 쥐어달라던데? 그래서 그렇게 해줬을 뿐야." 믿을 수 없다는 듯 내게 다가오는 트레모스를 난 라이너의 도움으로 떨쳐버릴 수 있었다. 물론 그 댓가로 라이너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했지만... [번 호] 21009 / 21101 [등록일] 2001년 11월 15일 03:30 Page : 1 / 19 [등록자] ANAK1000 [조 회] 337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30-1 ─────────────────────────────────────── 라이너와 트레모스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주고 나자 엘벤트 일행이 눈앞에 다 가왔다. 중무장을 하고 이곳으로 온 엘벤트 일행은 크로와 왕국에서 본 데칸티스라 는 기사와 함께 와 있었는데, 아는 사람들을 만나서인지 그렇게 낯설은 느낌은 없 었다. 처음 이곳에 긴장한 표정으로 온 그들은 나와 라이너, 그리고 트레모스를 보 고 난 이후 허탈한 표정 비슷한 것을 지어 보였는데, 그것은 아마도 이곳에 다른 사람들이 와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인 것 같았다. 우리 일행을 보자마자 가장 반긴 것은 인상 좋은 엘벤트였다. 입만 열었다 하면, 아르넨 못지 않게 엄청난 말이 쏟아져 나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녀석은 아르 넨과 다르게 입에서 나오는 말의 성격이 모두 질문이었다. 즉 아르넨의 경우 들어 주면서 고개만 끄덕여주면 되었지만, 이 녀석은 말대답을 해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 었던 것이다. 크로와 왕국에서 엘벤트 때문에 꽤나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걸 기억해 낸 나는 녀석얼굴을 보고 고개를 저어 보였지만 어쨌든 이번에는 녀석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으므로 난 엘벤트에게 란 공주를 맡겨버렸다. 공주라는 설명도 안했는데, 엘벤트 녀석은 마치 자신의 일인 것 마냥 공주 곁으로 다가갔는데, 그 모습에 나는 괜히 녀석들을 기다린게 아닌가?하는 회의가 들어버렸 다. '란 공주는 내버려뒀어도 엘벤트가 알아서 치료해줬을텐데... 괜한 짓을 한 것 같 군.' 엘벤트는 내 부탁이 다친 사람에 대한 치료였으므로 흔쾌히 들어주었는데, 그 옆의 데칸티스는 그런 엘벤트를 예전과 같은 못마땅한 표정을 쳐다보았다. "그건 그렇고, 당신들이 왜 이곳에 있는 것이오?" 데칸티스는 폐허가 되어버린 건물과 나를 번갈아 보며, 내게 질문을 던졌는데, 그 는 아마도 엘벤트가 치료할 동안 궁금한 것들을 알아낼 생각인 것 같았다. 아마 우 리 일행이 이번 일에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흠... 이걸 어쩐다? 엘벤트 녀석에게 란 공주를 맡기려고 이들을 기다린건데... 만약 란 공주가 깨어나면 트레모스가 그랬다는게 들통나잖아?' 대충 머리를 굴리던 나는 뾰족한 방법이 없음을 알고, 그에게 거짓말을 하기로 했 다. 어차피 그가 알게 되더라도 늦게 아는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었으므로. "우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이곳으로 왔을 뿐이요. 이곳에 와 보니 저기에 상 처 입은 여인이 누워 있었고... 아마 지나가던 길에 상처를 입은 것 같았소."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편안한 어조로 데칸티스에게 대답을 해줬다. 그러자 내 연기가 꽤 괜찮았는지, 데칸티스는 다른 질문을 하지 않고는 혼자서 자신만의 생 각에 빠져버렸다. "그럼, 역시 유투...음...그런...." 중얼중얼 거리는 그의 말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지만 나는 어느 정도 지금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그가 유투 왕국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직 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유투 왕국이 이곳을 공격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내가 한 말로 인해 저런 생각을 한 건가? 흠~. 별로 원치 않는 결과를 낳은 듯 하군. 하지만 저런 생각을 하게된 데에는 내 말보다는 이번 일이 있기 전에 유투 왕국에 대한 의심을 키우는 일이 있 었겠지! 그러니 데칸티스가 저런 유추를 할 수 있는 것이고...' 나는 그들의 중무장한 모습에서 전쟁의 기운이 더 빨리 다가옴을 느껴야만 했다. "리넨, 갈까?" 잠시 다른 생각을 하던 나는 옆에서 트레모스가 말을 걸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 었다. 어떻게 이곳을 빠져나갈지 고민하던 차였는데, 알아서 말을 걸어오니 말이다 "그러지." 란 공주의 일도 이미 엘벤트에게 맡겼기에 나는 더 이상 이곳에서 할 일이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발길을 옮기려 했다. 하지만 우리는 데칸티스와 엘벤트의 말 에 의해 앞으로 내딛던 발을 멈춰야만 했다. "잠깐! 당신들은 아직 더 조사를 받아야 하오. 그러니 우리와 같이 저택까지 가줘 야겠소!" 딱딱한 데칸티스의 말이 떨어지자, 엘벤트가 옆에서 데칸티스와 같이 우리들의 발 길을 잡았다. "그래요. 물론 이번 일을 리넨님이나 라이너 때문이 아니라는건 믿지만, 그래도 같 이 가주세요.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가서 식사나 하고 나온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저기 저 여인도 마저 치료해 주고요." 그렇게 나오자 나는 쉽게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 급히 어딜 가는 것도 아 니었고, 이미 그들에게 정해진 목적지가 없다고 말해두었기에 적당한 변명이 없었 던 것이다. 결국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강제적인 호위를 받으며 폴보트 연합의 대공이 살고 있는 대저택으로 발길을 옮겨야만 했다. '뭐, 어떻게 되겠지. 그곳에서 사실이 들통난다고 쳐도 도망가는건 그리 어려 운 일이 아니니까!' 어둡고 습한 방안에 갇혀 있던 아리아는 이 곳에 그런 방이 자신이 갇혀있는 곳 이 외에 몇 개 더 있다는 사실을 머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처음 얼마동안은 그녀 이외의 사람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주위 에 그녀 이외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물론 육중한 문의 두께 때문에 사람들의 소리는 그리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리도 돌로 만들 어진 방이라서 그런지 소리의 울림이 꽤 멀리까지 나가 대충 그녀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독방에서 할 일이 없던 아리아는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중얼거리는 혼잣말을 귀담아 듣기 시작했다. 이곳에 대체 자신 이외에 끌려오는 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기 위해서! 그런데 뜻밖에도 그녀는 그 독방에서 꽤 중요한 사실들을 접할 수 있었다. 사람들의 중얼거림은 모두 억울하다는 어조로 흘러나왔는데, 그 말들의 대부분이 드루젤에 대한 험담이었다. 유투 왕국이라는 거대한 왕국의 제일 좌에 올라있는 드 루젤을 대놓고 험담하다니! 아리아는 그들의 감정을 읽고서 그들이 드루젤의 일에 반대를 해 이곳에 잡혀 들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드루젤이 벌인 일이 바로 대륙 전쟁이라는 것도 ... "드루젤이 전쟁을 일으켰단 말인가?" 크로와 왕국에서 자신이 실종된 이후 유투 왕국과 크로와 왕국이 삐걱거리고 있다 는 사실까지는 알고 있던 그녀였다. 그런데 그 두 나라의 관계가 전쟁으로 이어졌 다니! 그들의 말에 따르면 레지 산맥을 통해 크로와 왕국을 이미 치고 있다고 했다. 점점 이곳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아리아는 더욱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 는데, 그런 그들의 말소리에 그녀는 일이 점점 커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사라진 것이 죽었다고 알려졌단 말이지? 그렇다는 것은 드루젤이 나를 이용 해 전쟁을?"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아리아는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일이 진행되어 가는 것도 그런 쪽으로 가고 있었으므로. 하지만 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 외의 다른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으므로... "전쟁이라..." 아리아는 전쟁에 대해서는 별로 안좋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오직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유투 왕국을 잘 이끌어 가는 것뿐이었던 것이다. 드루 젤을 앞세우긴 하지만 왕과 같은 권력을 휘두르고 싶었던 그녀. 하지만 그녀는 최 종점은 유투 왕국의 흥을 위해 이 길을 걸었었다. 즉 전쟁으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나는 길 같은 것은 걷지 않았을 거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원치 않은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어가고 있었으니... 아리아는 혹시 자신의 욕심 때문에 이 전 쟁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독방에서 혼자만의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녀는 새로 들어오는 누군가를 소리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거의 일주일만에 들어 오는 사람인 듯 그녀는 또 다른 귀족이 드루젤의 눈 밖에 나서 이곳으로 들어오는 거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두운 방에 갇힌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화 난 목소리가 울려 퍼질 때 그녀는 그 목소리가 자신이 아는 사람의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바로 옆에 방이 있는 모양인지 지금까지 비 어있던 그곳에 그녀가 아는 사람이 들어온 것이었다. "라..라피에르?" 자신의 둘째 아들. 드루젤만을 바라만 보고 살아온 그녀였지만, 그래도 그녀는 자 신의 핏줄인 라피에르의 목소리를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저..정말 라피에르인가? 드루젤이 라피에르까지 이곳에 가뒀단 말인가?" 예전에 그녀는 원하는 것을 얻을 때는 과감히 버리는 법도 알아야 한다고 드루젤에 게 가르친 것이 갑자기 뇌리 속에 떠오르는걸 느낄 수 있었다. 불안한 마음에 그녀는 귀를 벽에 완전히 붙이고는 라피에르가 뭐라고 소리를 내기 만을 기다렸다. 불안한 마음을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불안한 마음은 라피에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자 완전히 굳어버리고 말았다. "젠장할! 내게 좀더 힘이 있었다면...!"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였지만, 아리아는 그 소리가 분명 라피에르의 목소리라는 것 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드루젤이 라피에르 마저도 이곳에 가둬버린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드루젤을 탓할 처지는 아니구나..." 아리아는 답답한 마음에 드루젤을 탓하려 하다가 예전 라피에르가 드루젤의 약을 잘못 먹고 거의 죽을 정도가 되었을 때 자신이 한 일을 기억해 내고는 고개를 가로 저어버렸다. 이곳에 갇힌지 얼마나 지났는지 그녀로서는 시간적 흐름을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하루에 단 한끼만을 제공받으며, 빛이 없는 곳에서 시간의 흐름도 잊 은 채 습기와 싸워왔던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가 슴 깊은 곳에서부터 깨닫고 있었다. 이곳을 벗어나 예전의 자리로 돌아간다고 해도 말이다. 한순간 야망이라는 이름이 그녀의 가슴속에서 사라지고 나자, 그것은 다 시 찾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두 침침한 곳에서 혼자 있다 보니, 자연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는데, 그렇게 되자 아리아는 자신이 지금까지 벌여온 일들이 어쩌면 다 부질 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리아는 자신이 한 일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 었다. 라피에르에게 그녀가 한 일을... 라피에르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아리아는 라피에르가 들어온 날 이후 그에게 말을 걸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정하지 못한 채 가슴앓이를 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리아는 마음의 준비를 마쳤는지 라피에르가 갇힌 벽가로 다가가 나직하게 말을 걸어보았다. "라피에르?" "......!" 그리 큰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아리아는 옆방의 라피에르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는걸 알 수 있었다. 규칙적으로 들려오던 라피에르의 숨소리가 뚝하고 끊어지는 것 을 들을 수 있었으므로... 작은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녀는 이제 라피에르의 숨소리까지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라피에르, 내말 들리느냐?" "......" 아리아는 아무 대답도 없는 라피에르를 향해 그 동안 쌓아왔던 이야기를 하나 둘씩 꺼내기 시작했다. "내가 그 동안 너한테 너무 모질게 대했던 것 같더구나. 이렇게 이런 곳에 갇혀 오 래 있게 되다보니,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이 다 부질없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라피에르, 듣고 있느냐?" "...태..후 십니까?"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음 말을 이으려던 아리아는 라피에르의 목소리에 반가운 기분과 섭섭한 기분을 동시에 느껴야만 했다. 태후! 그는 그녀를 어머니라고 부르 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까지 라피에르가 생각이란 걸 하게된 이후 자신을 한번도 어머니라고 부른 적이 없었는데, 아리아는 이곳에 갇히기 전 그 사실에 대해 별로 크게 생각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말 한마디가 자신의 가슴을 엄청나게 찌르고 있었으니...! "아직도 나를 태후라고 부르는 구나. 뭐, 내가 네게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한 적은 없으니 뭐라 할 처지는 아니지만 말이다." "...태후께서도 이곳에 갇혀 계셨던 겁니까?" "호호호. 드루젤이 죽었다고 하더냐?" "......" "이곳에서 들어보니, 공식적으로는 실종이라고 알려졌지만, 드루젤은 내가 죽었다 고 발표를 했다는 구나. 그래서 전쟁을 일으킨 것이고..." "알고 계셨습니까?" "이곳에 들어오고 나니, 일이 그렇게 진행되더구나..." 라피에르는 아리아의 체념한 듯한 목소리에 그녀가 지금까지 알아왔던 태후와는 많 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에 대한 용서의 마음 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었다. 라피에르에게 있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존 재는 리넨밖에 없었으므로. 즉 아리아를 받아줄만한 마음의 여유는 없었던 것이다. --------------------------------------------------------------------------- 드뎌 라피에르 등장~ ^^ 의외로 라피에르를 지지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홀홀~ 하지만, 갇혀버렸네요? 아~! 아리아 말이에요...갑자기 착해져 버렸군요... 뭐, 늙고 쇠약해지면, 언제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법이겠죠? 음..아닌가?? ^^;;;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좋게 해줄 생각은 없습니다... ㅎㅎㅎ 뿌린대로 거둔다~ +_+ 부리부리~ [번 호] 21029 / 21101 [등록일] 2001년 11월 16일 00:36 Page : 1 / 32 [등록자] ANAK1000 [조 회] 319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30-2 ─────────────────────────────────────── 나는 데칸티스가 안내하는 곳으로 들어가면서 그 건물이 괜찮다는 생각을 해다. 웅 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듯 가로로 정원을 감싸듯 만들어진 건물은 아이보리색의 우 아한 돌로 만들어서 매우 편안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엄청난 규모의 정원을 감싸 고 있는 대저택이라 그 규모면에서도 보통 작은 마을 정도는 될 듯 싶었는데, 얼핏 보더라도 입이 쫘악 벌어지게끔 만드는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괜찮은 저택 그 이상의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미 예전에 화려하고 우아한 건물 들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 정도의 저택은 꽤 많이 봐왔던 나였기에, 대공의 저택은 그저 괜찮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 런데 비단 이런 반응을 보인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트레모스도 나와 비슷한 반응이었는데, 이는 아마도 녀석의 집이었던 캬라반의 성 만 해도 이 정도의 화려함과 넓이는 갖추고 있었기에 녀석의 눈에 이곳은 별로 대 단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라이너야 워낙 이런 것에 무관심한 녀석이었기에 무표 정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고... 상황이 이렇게 되자, 우리를 대리고 들 어온 데칸티스와 엘벤트는 그런 우리들의 표정에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 되어버 리고 말았다.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저택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대공과의 대담을 하기 위해서는 얼마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전갈을 받고는 커다란 방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아니 휴식을 취하려고 했다. 누군가의 방해만 없었다면, 아까 끝내지 못한 라이너 와의 체스를 마저 둘 생각이었는데... 기어이 누군가가 조용했던 방문을 예의 없이 열어제치면서 우리들의 휴식을 방해한 것이다. 그 인물은 바로 이곳에 치료를 마 저 받기 위해 우리와 같이 온 란 공주였다. 자리에서 바로 일어난 것인지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그대로였고, 지저분한 흙먼지가 묻은 옷도 그대로였다. 그리고 여전히 손에는 레드 사이어가 쥐어져있었고... 쓰 러진 이후 일어나자마자 바로 이곳으로 달려온 모양이었다. 예고도 없이 문을 벌컥 열어제치며 방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뒤따라오는 엘벤트와 같이 방안으로 들어와 우리들의 휴식을 방해했는데, 그녀는 그 중 특히 내게 볼일이 있는지, 자신의 흉칙 한 얼굴은 나게 들이밀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한발자국씩 내딛고 있었다. "엘벤트, 나는 들어오라는 말한적 없다." 나는 일부러 엘벤트에게 말을 하면서, 그녀의 무단 침입에 대해 간접적인 한마디를 던졌다. 대충 이 정도로 말을 하면 그녀를 내보낼 수 있다고 생각이 있었기 때문 이다. 하지만 내 말에 대답한 것은 엘벤트 뿐이었다. "아..아...그게요, 이 아가씨가 깨어나자 마자, 소란을 피우면서 리넨님이 계신 곳 을 알려달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알려줬는데요. 그게... 말이 끝나자 마자, 이리로 뛰어와서...저도 어쩔 수 없이..." 횡설수설하면서 변명을 하는 엘벤트와는 달리 란 공주는 여전히 나를 향해 발을 움 직이고 있었다. 그녀의 귀에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던지... 그런 둘의 모습에 나는 할 수 없이 엘벤트 만이라도 쫓아내기 위해 손을 휘~휘~ 내 저으며 녀석에게 나가 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쪽은 내게 볼일이 있는 모양이니, 넌 그만 나가 봐라." "음... 알겠어요. 그럼, 나중에 뵈요." 엘벤트는 조금 망설이는 듯 했지만, 결국은 방문을 닫고는 밖으로 나가주었다. "저한테 볼일이 있으신가요?" 주변이 조용해지자, 내가 먼저 란 공주에게 말을 걸었다. 말을 걸지 않는 한 계속 해서 내게 다가올 것 같았으므로... "당신이 리넨이라는 사람인가?" 나의 예상이 맞았는지, 질문이 떨어지자 마자, 그녀의 발이 내게서 조금 떨어진 곳 에 멈춰섰다. 몸을 멈추자 마자, 그녀는 오히려 내게 질문을 해왔는데, 란 공주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 자체가 얼려서 입 밖으로 나오는 것처럼, 그 어떤 감정 들어 있지 않은 듯 차가운 단어들만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란 공주와 같은 어조의 사람들은 이미 라이너, 트레모스등 많이 접해 봤였기에 그런 공주의 목소리에 별로 신경 쓰지 않 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다만 내가 접해봤던 사람들보다 차가운 강도가 조금 클 뿐 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말투는 내 신경을 건드리고 있였다. "그런데? 내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나?" 높임말이 필요치 않은 상대에게까지 굳이 말을 높이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그녀의 말투를 따라하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줬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방문 예의는 고 사하고, 말부터 놓고 시작하는 그녀의 행동에 짜증이 나려 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방안은 마치 차가운 얼음에 차가운 물을 뿌린 것처럼, 분위기 가 순식간에 얼어 버리고 말았다. 그녀의 행동뿐만 아니라 나까지 란 공주의 행동 과 말투를 그대로 받아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분위기에 영향받을만한 사람 은 이 방에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트레모스를 포함해서... "당신이 나를 치료해 준건가?" 끄덕. 나는 그녀가 왜 나를 찾아와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가 아는 한 도 내에선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기로 했다. 저런 상대는 원하는 것은 되도록 빨리 주고 되돌려 보내는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으므로 '근데... 정말 이상하군! 내가 그녀에게 해 준 것은 단지 필요에 의해 병을 치료해 준 것 뿐인데? 물론 그쪽도 어느 정도 내게 대가를 치르며 내 치료를 받은 것이고! 즉 이렇게 급히 나를 찾아와 질문을 할 정도는 아니라는 건데 왜 저렇게 급히 나 를 찾아와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에 엉켜져 골치가 아파 오려고 하고 있었다. "그걸 묻는 이유가 뭐지?" "난... 나보다 강한 사람을 찾고 있다." 한 박자를 쉰 후 그녀는 자신에 이곳에 온 이유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원래 말투가 저런가? 한 나라의 공주, 그것도 왕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면, 이런 죽은 듯한 목소리로 말을 하지는 않을텐데? 그것도 저렇게 듣기 거북한 말투 로!' 그녀의 모습 하나 하나가 눈에 거슬린 나는 몸을 뒤로 편안하게 기댄 후 그녀의 말 을 들을 준비를 했다. 짧게 단어만 나열하는 정도의 말로는 요지를 파악하는데 꽤 오래 걸릴 듯 했으므로. "그래서?" "그러던 중 내 병을 치료한 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하아~. 그래서?" 듣고 있다는 표시를 해야 말을 할 수 있는 건지, 아니면 혼자 말하는 것을 모르는 건지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내 앞에서 짧은 문장을 지루하게 나열하며, 내 인내 심을 시험하고 있었다. "내 병을 치료할 수 있을 정도라면, 나보다 강할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고 너 를 찾아온 것이다." "허허~." 길어질 거라고 생각한 그녀와의 대화는 이 한마디로 끝이 나는 듯 했는데, 그것은 그녀의 말에 황당함을 벗어 던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뭐..뭐지? 지금 고작 저런 말을 하려고 나를 찾았단 말인가? 허허허... 보아하니 혼자서 나를 찾아온 듯 한데... 크로와 왕국에서 이곳까지라~. 대단하군! 대체 무 엇이 그녀를 이렇게 만든거지?' 그녀는 단순히 내가 자신보다 강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으로 이곳까지 왔다고 하니 황당해도 이렇게 황당할 수가 없었다. 감정이 없는 인형과 이야기해도 이 정도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매우며, 나는 미간이 콕콕 쑤셔 오는 것을 느껴 야만 했다. '란 공주의 저런 태도는 분명 자신의 얼굴 때문에 저렇게 변한게 거의 분명해 보이 는군. 얼굴이 예쁘면 언제나 문제가 생기지... 스스로든, 주변에서든. 저렇게 얼굴 을 바꾸고 다니는 이유를 보면, 스스로 문제를 일으키는 쪽인 것 같지만... 아니, 주변에서 그렇게 만든 것인가?'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한 나는 나직한 한숨을 내쉬고는 란 공주의 말에 궁금한 점 을 한가지 물어보기로 했다. "강한 사람을 찾아서 뭘 하려는 거지?" "......" 나의 질문에 순간 란 공주는 말대답을 하지 않은 채, 잠시 내 질문에 대해서 생각 을 해보는 것 같았다. 표정변화가 없는 그녀의 얼굴에서는 생각을 하는지, 대답을 하지 않으려는지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그건 그렇고, 저 얼굴은 좀 그렇군...' 그녀의 얼굴에서 예전 안좋았던 기억이 떠오른 나는 란 공주의 미적 기준이 키에라 도의 그것과 매우 비슷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봐, 난 네 대답을 기다릴 정도로 한가하지 않아." "난 그냥 나보다 강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내 말이 끝나자 마자, 그녀는 자신의 솔직한 감정인 것 같은 말을 내뱉었다. "흠... 그래? 그럼, 이미 만나봤으니 됐겠네. 트레모스는 너와 싸워 이겼으니, 충 분히 너보다 강한 사람이지." 무슨 동문서답 같은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듯한 기분에 나는 슬슬 짜증이 밀려오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하지만 이왕 시작된 대화였기에, 나는 가능한 깔끔하게 끝내 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의 이상한 말에도 일일이 대답을 해주고 있는 것이었고! '이제 끝내야겠군! 더 이상 그녀와 대화를 이어간다면 머리가 더 아파 올지도 모르 겠고... 지금도 충분히 그런 기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하지만 이렇게 생각한 나는 란 공주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에 그만 좀 전에 생각했 던 것들을 날려버려야만 했다. "난 인간을 찾고 있어! 나보다 강한. 하지만 저쪽은 인간이 아냐." "......!" "드래곤이 인간보다 강한건 당연한게 아닌가?" 높낮이가 없는 란 공주의 말에 나는 미쳐 그녀의 입을 막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녀의 그 무감각한 한마디는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었던 방안에 긴장감이라는 것을 첨가해버렸는데, 그것은 트레모스와 라이너 그리고 나 사이에서 형성된 긴장감이 었다. "그 고물 검이 그렇게 알려준 건가?" 트레모스의 화가난 듯한 말에 나는 사태가 어쩌면 아까와 같은 방향으로 전개될지 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대로 놔두면, 둘이 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군...' "트래모스, 란 공주의 말은 무시하도록 해." "그게 무슨 말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트레모스의 말에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녀석에게 설명해 주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했다. 라이너가 옆에서 궁금하다는 듯 내 입이 열리기를 바라고 있는 것을 보면서... "어차피 그렇게 화낼 일은 아니라는 말이야." "...너 안 놀라냐?" 트레모스는 내가 라이너처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쳐다보지 않는다는 것 을 알았는지, 내게 그런 질문을 던졌다. "아... 그거? 음... 사실 알고 있었다." "아..알고 있었다고?" 녀석은 내 말을 믿을 수 없었는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까지 더듬으면서 그 사실에 대한 설명을 요구해 왔다. "어떻게 알았는데? 언제부터?" "네가 강한 능력을 보고,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지. 그러다가 네게 엘프 누나가 있어서 혹시 하프 엘프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었어. 그런데, 내 몸에 드래곤 하트가 거의 흡수되자, 너와 쥬리 누나의 마나가 나와 매우 흡사하다 는 사실이 느껴지더군. 그래서 안거야. 비슷한 마나를 갖고 있다는 것은 내 몸 안 에 있는 드래곤 하트와 비슷하다는 말이니까! 설마 너와 쥬리 누나가 모두 나와 같 은 경우일리는 없잖아! 그래서 네가 드래곤임을 알게 된거지." "그..그럼, 레지 산맥에서 알았다는?" "응." "흠... 그렇군." 의외로 트레모스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란 공주와 한판 붙으려고 했던 분위 기를 없애버렸다. '히유~ 간신히 커질 뻔한 일은 잘 마무리 한 건가?' 이곳에서 시끄럽게 일을 벌일 필요는 없었기에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조용히 안 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친구 사이에 이런 일 갖고 모른척 하기도 그랬던 터 라, 나는 아무렇지 않게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을 녀석에게 말한 것이었다. 트레모스 는 그런 내 태도에 안심같은 것을 한 모양인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을 다 시 한번 생각하는 듯 했다. '보아하니 분명 녀석이라면, 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겠지... 뭐, 굳이 이 곳에서 물어볼 필요는 없겠지만...' 나는 트레모스도 나와 같이 나의 비밀 한 두가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는 것을 직 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아리아와 트레모스를 뒤쫓는 이유라던가, 처음 만난 이후 라피에르를 피했던 것 등. 하지만 녀석도 나와 같이 분위기가 어색해질까봐 말을 하고 있지 않는 것이라는 걸 난 잘 알 수 있었다. 나역시 그랬기에... 대충 그렇게 다시 방안의 분위기에 긴장감이 사라지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개를 아래로 꺾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아 직 방안에는 란 공주가 떡하니 자리해 있었으므로. "별로 같이 있고 싶지 않은데, 나가 주지 않겠나?" "네가 드래곤 하트를 흡수했다고? 인간이 드래곤 하트를 흡수하다니! 흠~. 레드 사 이어의 말도 그렇고, 확실히 너는 나보다 강하겠구나!" 그녀가 왜 강한 사람에게 집착하는지 몰랐지만 난 그런 그녀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짜증이 일었다. "너보다 강한 인간은 저기도 있어!" 나는 그녀보다 강한 인간이 많다는 것을 강조할 겸, 손가락으로 라이너를 가리키며 그녀의 시선을 돌려버렸다. "저 인간도 나보다... 강하다고?" 한번도 자신보다 강한 사람은 본적이 없는 걸까? 그녀는 마치 세상에 처음 나온 사 람처럼 신기한 눈으로 나와 라이너를 번갈아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뭔가를 결 심한 모양이었지만, 난 그 결심의 내용이 별로 듣고 싶지 않았다. '근데, 누가 안데려 가나? 한 나라의 왕의 애지중지 하는 공주라면, 그녀의 곁에 최소한 1~2명의 호위병들은 있어야 하는데, 보이지 않고... 물론 있어봤자겠지만! 혼자 이곳의 나를 찾아온 거라는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희망이라는 것은 버릴 수 없었기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는 나였다.그렇게 잠시 방안에 고요한 침묵이 돌자 열릴 것 같지 않던 란 공주의 입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별로 듣고 싶지 않은데... 들어야 하는 건가?' 왠지 그녀의 입에서 별로 듣고싶지 않은 말이 나올 것 같은 예감에 순간 나는 귀를 틀어막고 싶어졌다. 그런 이유는 아마 그녀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거라는 걸 느 낄 수 있기 때문인가? 라피에르는 이상한 곳에 갇힌 이후, 아리아와 꽤 오랫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대부분이 아리아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기에, 라피에르에게는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안좋은 생각들이 가득했던 그였기에, 라피에르는 오 늘처럼 아리아의 말을 끝까지 듣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너는 그럼, 리온과 크릭이 이곳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며 기회를 보겠다는 것이겠 구나..." 예전과 달리 편안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아리아였지만, 라피에르는 그런 그녀에게 연민 이상의 정은 생겨나지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아마도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어린 나이에 가족으로부터 거의 버림받았다고 할 수 있는 라피에르. 그의 정신은 어쩔 수 없이 리넨을 향할 수밖에 없었나 보다. 아리아도 그런 사실을 인정하는지, 그 점에 대해서는 별로 이렇다 할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 이곳을 나가면 네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라. 그것이 뭐가 되든 내가 상관 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한가지만은 어미된 입장으로 부탁을 하고 싶구나." 라피에르는 순간 벽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목소리가 아리아 태후의 목소리가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알고 있는 한 아리아의 입에서는 부탁이라는 말이 나올 수 없었으므로... 그것도 저렇게 진심 어린 목소리로... 자존심이 센 아리아임을 알았기에, 라피에르는 좀 전의 말에 충격 비슷한 감정을 느껴야만했던 것이다. "많이 변하셨군요." "호호... 그렇지. 이렇게 권력과 격리가 되어버리니 무력한 나만이 남아 있다는 것 을 깨닫게 되더구나. 부질없는 야망도 한낮 바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지 ..." 라피에르는 아리아의 목소리에서 허탈함과 허무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하지 만 어떻게 된 것인지 그는 아리아의 그런 모습에 담담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마 치 그녀가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남인 것처럼... "제가 하실 말씀이 무엇입니까?" 라피에르는 아리아처럼 부탁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왠지 그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는 생각을 하면서... "네가 이곳을 나가면, 분명 드루젤과는 반목하는 사이가 될 것이다." "아맘도 그렇게 되겠지요." "나는 형제들이 싸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무론, 내가 이런 말을 할 입장은 아니 지만... 되도록, 드루젤을 피해주겠니?" 아리아의 간절한 심정이 가득담겨있는 말이 라피에르의 귀에 꽂혔지만, 그는 천천 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죄송합니다. 그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음... 그렇구나." 잠시 아리아는 혼자 뭔가를 생각하는지 말이 없다가 조용히 라피에르에게 할 말이 생각난 건지 할 말만을 하고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라피에르, 라이스만을 조심해라. 그가 드루젤의 일을 도와주는 유능한 사람이라고 는 하나, 내가 봤을 때는 위험한 존재야. 네가 이곳을 나간 후 유투 왕국의 일에 관여를 하게되면, 그와 부딪히게 될테니 조심하는게 나쁘지 않겠지... 그리고...음 ..아니, 이건 됐다. 그와의 약속을 어길 수는 없으니..." 그 말을 끝으로 아리아는 침묵으로 대화를 종결시켰다. 요즘 들어 아리아의 입이 열리는 일이 줄어들고 있었기에, 라피에르는 다음 번에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들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피식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어두운 방이 나란히 서 있는 탑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점점 말수를 줄여가 며, 자신의 처지를 체념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라피에르를 제외하고는... 그런데 아무런 소리도 없이 누군가가 그곳에서 아리아와 라피에르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당사자인 그들은 엿듣는 자의 태도가 너무도 조심스러워 그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그는 이 일이 매우 익숙한 듯, 침묵이 감도는 어두운 길을 불빛 하나 없는 상태에 서 쉽게 걸어가고 있었다. 어두운 복도를 발자국 소리도 없이 걸어간 사람은 비밀 문으로 보이는 벽에 기계장 치를 움직이며 부드럽게 열리는 벽안으로 몸을 감춰버렸다. 벽밖에는 환한 빛이 주 변을 밝히고 있었는데 그 조명은 비밀의 문을 통과한 사람의 모습도 밝게 비추고 있었다. 굳어진 표정과, 충열된 눈. 며칠동안 그 둘 사이에 대화가 오가는걸 엿듣기 위해 그곳을 왔다 갔다 했는지, 그의 표정은 많이 피로해 보였다. 검은 곱슬머리를 쓸어 올린 그는 바로 유투 왕국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드루젤 드로이드 카스프리시안 이었다. 환한 불빛이 비취고 있는 곳은 그가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방이었 는데, 그 방의 문가에는 그와 언제나 함께 하는 라이스만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 다. 언제나 자신의 곁에서 작은 소일거리 하나하나 까지도 도맡아서 처리해주는 믿 음직한 존재! 드루젤은 그런 존재가 좀 전의 아리아의 말에 의해 흔들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라이스만은 자신의 오른팔임과 동시에 자신의 작은 약점 하나 하나 까지 다 알고 있는 존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드루젤은 곧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라이스만은 그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보좌해주던 그림자와 같은 인물이었기 때 문이었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당사자의 목숨까지도 버리길 서슴치 않는... 그런 생각이 들자, 드루젤은 순간 자신이 아리아의 꾀에 넘어간게 아닌가?라는 생 각이 들었다. "잘 다녀오셨는지요." 듣기 좋은 톤의 라이스만의 목소리가 그런 그의 생각을 방해했지만, 복잡해지려는 생각을 끊어준 그가 드루젤은 고맙게 느껴졌다. "응. 역시, 아리아와 라피에르가 뭔가를 꾸미고 있더군. 라피에르 녀석은 나와 대 립하려고 작정을 했고!" 드루젤은 라피에르가 자신과 피가 이어져 있는 것을 생각해서 웬만하면 건들지 않 으려고 했지만, 녀석이 하는 행동이 자신과 반목하는 것임을 철저하게 깨달은 드루 젤은 라이스만의 의견대로 녀석에게 손을 대는 것을 허락하기로 했다. "라이스만, 네가 알아서 일을 진행시키도록!" "알겠습니다, 폐하. 하지만 신이 생각하기에, 태후 전하는 폐하께서 한번 직접 만 나보심이 나을 듯 합니다만..." 라이스만은 드루젤이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이대로 굳히게 하고 싶지 않았 는지 그에게 다시 한번 더 시간을 내달라고 하고 있었다. "......" 드루젤은 그런 라이스만의 말에 뭔가를 생각하는 듯 했지만, 라피에르의 편으로 돌 아선 것 같은 어머니를 다시 만나면 괜히 화가 날것 같아 고개를 가로 저으려 했다 하지만 그는 가로 저으려던 행동을 멈추고는 라이스만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어머니께서 나를 도와주실거라 생각하나?"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태후 전하께서는 지금까지 오직 폐하만 바라보며 사 셨습니다." "야망을 위해 나를 바라보셨던 것뿐이 아니더냐! 그 일은 나중에 다시 말하도록 하 지. 그건 그렇고, 전쟁의 상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드루젤은 라이스만의 입이 열리기 전에 화제를 바꿔버렸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아리아가 아닌 전쟁의 결과였으므로! 이미 크로와 왕국과의 본격적인 전쟁이 일어 난지 꽤 시일이 지나고 있었기에, 드루젤은 그 결과에 대해 라이스만에게 질문을 던졌다. 방해되는 인물들을 다 처리한 지금, 그 전쟁으로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던 그였기에, 라이스만을 재촉하면서 말이다. "음... 예상외로, 크로와 왕국이 폴보트 연합의 도움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어, 시 일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길어봐야 일주일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폐하." 믿음직스러운 라이스만의 목소리에 드루젤은 전쟁이 길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가 알고 있는 한, 라이스만이 저런 목소리로 대답을 했 을 때는 항상 그가 원하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드루젤은 익히 알고 있었던 것 이다. 그래서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만 쉬고 싶다며 라이스만을 내보냈다. ------------------------------------------------------------------------ ^^ 요즘, 축전을 받아서 기분이 넘넘 좋은 아나크 입니다~~ >_< 그래서 주말에 하기로 한 연참을 오늘 하기로 했습니당~~ >_< 꺄아~~ +_+ 음...지금 올리고...언제 올릴지는 모르겠지만, 꼬~옥! 연참 할꼼다~ (사실은 축전 그려주신 분이, 그림 보냈으니..연참을...이라는말이 있어서... ^^:;;삐질~~ 글서 기분도 좋고 캬캬캬~ 오늘 연참을~~T^T 간만에..흑흑...) 그럼, 즐독해 주시고용~~~ 즐거운 하루 되세용~~ 빠시~~ ^^ [번 호] 21033 / 21101 [등록일] 2001년 11월 16일 10:36 Page : 1 / 20 [등록자] ANAK1000 [조 회] 390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30-3 ─────────────────────────────────────── 불안했던 마음은 란 공주의 입이 열리자마자 내게 현실로 다가왔다. 차갑다는 느낌 조차 없던 목소리가 순식간에 감미롭고 사랑스럽게 변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그것도 내 눈동자를 정확하게 쳐다보면서! "난 앞으로 너와 함께 다닐 것이다." 흉측하게 생긴 그녀의 얼굴이 내 앞에 펼쳐졌지만, 나는 이 순간 그녀의 얼굴이 흉 측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없었다. 신비로운 보랏빛 눈동자가 똑바로 나를 쳐다보며 은은한 목소리로 말을 걸자, 그녀의 모습이 환상으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나..나와?" 끄덕. 지금까지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들렸기 때문인지, 아니면 몽환적인 분위기에 당황한 것인지 나는 말을 더듬으며, 겨우 그녀의 물음에 대답할 수 있었다. "나랑 함께 가는 것으로 알아도 되겠지?" 계속 이어지는 그녀의 목소리는 지금껏 내가 접해보지 못했던 영역의 소리처럼 너 무도 매력적으로 들려오고 있었다. 마치 계속 그 목소리에 취해버리고 싶어질 만큼 . 그래서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싶은! 하지만 그런 생각은 머릿속에 떠오르 자마자,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갔다. 그녀와 함께 라는 말을 되새기자, 귀찮음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그 단어가 떠오르자마자, 내 주변을 감싸 고 있던 신기루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다. '허허... 신기하군!' 잠시나마 그녀가 뿜어내는 분위기에 취해 말을 더듬었던 것을 생각하며 나는 신기 한 눈빛으로 그녀를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내 말에 망설임 없이 고개가 끄덕이는 걸로 봐서, 그녀는 이미 마음을 굳힌 모양 이군. 지금까지완 전혀 틀린 목소리로 말해오는 걸로 봐서도 그렇지만 말야.' 하지만 난 그런 그녀의 행동이 이해할 수 없었다. 강한 사람을 찾는 것까지는 이해 를 한다고 해도, 왜 굳이 같이 다니고자 하는지는 정말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난 너와 같이 다니고 싶지 않다. 골칫거리를 옆에 두고 다닐 만큼 마음의 여유가 많지 않거든!" 잠깐동안의 시간적 여유를 두고 대답한 나는 역시라는 표정을 짓는 란 공주의 얼굴 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이런 대답이 나올 줄 알고 있기라도 하듯! "역시, 너한테도 내가 갖고 있는 힘은 통하지 않는 모양이군!" "힘?" 순간 나는 조금 전 그녀에게서 흘러나왔던 이상한 기운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 '잠시나마 꿈을 꾼 듯, 환상을 본 듯 내가 나 자신을 제어하기 어려웠던게 그녀가 갖고 있던 힘 때문이라는 건가? 하긴 감미로운 그녀의 목소리와 같이 듣다 보니 저 절로 내 자신에 대한 제어능력이 떨어졌지! 흠~. 신기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너와 같이 갈 것이다." 내 대답을 다 들은 이후인데도 그녀는 오히려 아까보다 더 강력하게 나와 같이 가 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나올수록 나는 더욱 귀찮다는 생각만 들고 있었다. "네가 나를 따라와? 허허...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는 평생 나를 만나지 못할 수 도 있다." 나는 강하게 나가야 그녀를 단념시킬 수 있음을 알고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 녀의 말에 대답을 해줬다. 하지만 그런 내 반응에 란 공주는 흉측한 얼굴을 움직이 면서 입술을 위로 조금 끌어 당겼다. 마치 미소짓고 있는 것처럼! "나랑 같이 가는게 싫은 건가?" "당연한 것을 묻는군. 난 귀찮은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 짜증서러움이 가득한 대답이 나왔지만, 그녀는 이상하게도 나의 부정적인 대답에 입가의 미소를 더욱 짙게 만들고 있었다. 마치 이런 내 반응이 반갑기라도 하듯! 그런 그녀의 반응에 나는 뭔가 알 수 없는 불안함이 온몸을 감싸는걸 느껴야만 했 다. "내가 찾고 있었던 건 나보다 강한 사람이었지만, 그 강한 사람들 중에서도 내 힘 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을 나는 지금 눈앞에 두고 있 다! 내 평생 찾아온 사람을 쉽게 놓아줄 수는 없지!" "......!" 언제나 그렇듯 나의 불길한 생각은 맞아떨어진 듯 했다. 이제 그녀의 얼굴에는 이 미 단호한 결심만이 나타나 있을 뿐이었던 것이다. 내가 그녀를 피해 그녀의 눈앞 에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은 그녀의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왜 그런 사람을 찾고 있는 거지?" 가장 단순한 질문. 나는 그녀의 생각을 포기시키기는 이미 늦었다는 걸 깨닫고는 고개를 저으며 궁금증이나 풀어보자는 심산으로 그런 질문을 던졌다. 어차피 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그녀에게서 벗어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 이다. 내 질문에 그녀는 뭔가를 깊이 생각하는 듯 싶었는데, 내 질문이 꽤 어려운 것에 속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열릴 것 같지 않던 그녀의 입은 서 서히 벌어지며, 내가 궁금해하던 것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해줬다. 기나긴 이야기를 ...! "나는 태어나면서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다. 레드 사이어가 이미 말해줬듯이 인간도 마족도 아닌 몸으로 태어나, 사람들의 눈에서 벗어났다는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 나는 어머니에게서부터 하나의 능력을 물려받았다. 그 능력은 내가 살아가는데 꽤 큰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즉 그 능력을 이용해 사람들의 비유를 맞추며 살아왔다 는 것이다. 내가 살 수 있기 위해서는 강자에게 굴복해야 했으므로.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나는 마치 나 자신을 잃어버린 듯 하나의 인형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람들 이 원하는 데로 움직이는 인형이! 하지만 그러다 나는 어머니 방에서 레드 사이어 를 발견할 수 있었다. 레드 사이어는 나를 주인으로 모시고, 내게 검술을 가르쳐줬 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는데, 그 덕분에 나는 그 뒤 조금씩 자신 을 찾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인형이라는 틀을 벗어날 수 없었 다. 내 외모가 아닌, 순수 나를 바라봐 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기에..." 그녀는 마치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 것처럼 혼자 지나왔던 세월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크로와 왕국에서 내 아버지라는 인간은 내가 자신에게 복종하는 것을 매우 만족스 럽게 생각했었다. 그런 만족감 때문에 나는 그곳에서 꽤 괜찮은 대접을 받으며 생 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것은 하나의 껍데기였을 뿐이다. 내가 아닌 껍데기! 그 뒤부터 나는 생각해 봤다. 나를, 순수한 나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은 없 을까하고 말이다. 그런 사람을 찾으면 나는 인형이 아닌,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았 다. 그래서 그 뒤 나는 나보다 강한 사람을 찾아왔다. 본래의 나를 볼 수 있으려면 내 힘에 굴하지 않아야 했고, 그러려면 나보다 강한 사람이어야만 했다. 내 힘에 굴하지 않으려면 그만한 정신력이 필요한데, 그런 정신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보다 강한 사람이 분명했으니까! 그래서 강한 사람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기나긴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하나는 그녀가 이렇게 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강한 사람을 찾는 이유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나는 흥미로운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 뒤의 말을 이어주었다. "그러던 중, 너를 구해줬다는 나를 찾은 것이냐? 레드 사이어가 그 정도의 병을 고 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너보다 강한 사람일 수 있을 거라는 말에?" 끄덕. 란 공주는 내가 자신의 말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빠르게 고개를 끄 덕여줬다. "그리고 너는 레드 사이어 말대로 나보다 강한 사람이었다. 내 힘에 굴하지 않는 정신력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물론, 네 옆의 저 인간도 그런 것 같지만." "흠~." 잠시 나는 그녀의 말에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존재가 귀찮은 것은 분명 했다. 하지만 이대로 그녀에 대한 사정을 다 들은 이후 그녀를 피해버린다면,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것 같았던 것이다. 지금 말하는 걸로 봐서는 그다지 지금의 일행 과 말썽을 일으킬 것 같지 않았고...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그녀의 입이 다시 벌어졌다. "지금까지 나는 성안에서 강하다는 사람들을 꽤 만났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내 힘에 무너졌다. 너를 찾아오는 동안에도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은 그런 반응으로 나를 실망시켰다. 하지만 너는 달랐다. 그리고 네 일행도. 반쪽이긴 하지만 인간인 나를 이해해줄 수 있으려면 나보다 강한 인간이라는 생각을 갖고 너를 찾은건데, 너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란 공주는 그런 말을 하면서, 즐거운 듯 입가의 미소를 지우지 않고 있었다. '히유~. 이거... 어쩐다지?'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가 반짝거리면서 빛나는걸 보자, 나는 흔들리는 결심에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려보니, 라이너는 내 뜻에 맡긴다는 표 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트레모스는 안된다는 강력한 의사를 표명해 오고 있 었다. <리넨! 안되는거 알지?> 무시무시한 인상만으로도 부족했는지, 트레모스가 내 머릿속에 자신의 뜻을 전해왔 다. '호오~. 이 녀석, 란 공주가 부담스러운 건가?' 순간 나는 녀석의 반응에 망설이던 마음이 점차 란 공주와 같이 가는 쪽으로 기우 는걸 느낄 수 있었다. 왠지 란 공주에 대한 녀석의 반응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 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그녀의 사정을 다 들은 이후 매몰차게 뿌리칠 수 있 을 것 같지도 않았고... '흠~. 언제나 그렇지만, 이번에도 내가 귀찮음을 자청하게 되는군. 마음만 먹으면 피해갈 수 있을 텐데, 아직 그럴 수 없는 이유는 뭘까?' 나는 그렇게 고개를 가로 저으며, 트레모스를 향해 피식 웃음을 전해주었다. 마음 을 정했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기 위해서! "같이 가도록 하지! 하지만 말썽은 안일으켰으면 좋겠군. 너랑 같이 가는 것만으로 도 귀찮은 일인데, 거기다가 더 귀찮은 일이 생기면, 나는 더 이상 너랑 같이 다니 지 않을 거다." 내 입에서 허락의 말이 떨어지자, 란 공주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지어 보 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흉측한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미소였지만, 순간 나 는 그 미소가 그녀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한 그 힘보다 더 강한 효과를 발 휘한다는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그런 란 공주의 미소에 대한 생각은 트레모스의 한 마디에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리넨! 방금 뭐라고 했지?" 나는 불쾌한 표정의 트레모스를 달래는데 시간이 꽤 걸릴 거라는 생각을 하며 피식 흘러나오는 웃음을 녀석 몰래 지어 보였다. 유투 왕국의 성은 그 규모가 대륙 전체를 통 틀어 최고였다. 물론 대륙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갖고 있는 나라이니 만큼 그 성의 크기도 큰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유투 성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규모를 훨씬 초과하고 있었다. 성 자체의 규모가 크다 보니, 그 안의 구조도 꽤 복잡하게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런 이유로 이곳의 지리를 모두 파악하고 있는 인물은 거의 없었다. 성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라 할지라도 건물의 세밀한 구조까지 알고 있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 던 것이다. 꽤 오랫동안 성안에서 생활해온 사람들도 모르던 길로 가면, 길을 잃기 십상인 유투 성! 그곳에는 넓은 규모를 이용해 숨겨진 건물들이 꽤 많이 분포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물들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 이유는 예전 마법에 관심이 많았던 4대 왕인 포르카 국왕이 그런 비밀 건물들 사이에 여러 마법진들을 설치해 사람들의 눈을 속이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리아와 라피에 르가 갇혀 있는 건물도 그런 곳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그 건물을 절대 발견할 수 없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어도, 포르카 국왕의 마법진들 은 아직도 제 역할을 다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리온과 크릭은 지금 거의 2 주일만에 이곳을 찾아낼 수 있었다. 자신들의 가족이 모두 드루젤의 영향권을 벗어나게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찾긴 찾았던 것이다. 힘들게 찾은 건물! 처음 리온과 크릭은 라피에르를 구하기 위해 유투 성 전체를 샅 샅이 뒤졌었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으로는 이곳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리온은 드루젤의 곁에 있는 라이스만이라는 인물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큰 수확을 얻게 되었다. 단지 드루젤의 시중을 드는 일개 인물로 보였던 라이스만은 드루젤의 행동을 관찰하던 리온의 눈에 띄게 되었는데, 며칠 간 드루젤과의 접촉이 매우 많 다는 것을 느낀 리온은 그 라이스만에게로 시선을 옮겼던 것이다. 며칠 간 라이스만을 관찰한 리온과 크릭은 그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그의 뒤를 밟기 시작해 이곳을 찾아낸 것이었다. 조심스럽게 어딘가로 매일 가는 라이스만! 처음에는 일정 부분에서 그의 존재가 사라져 당황했던 그들이었지만, 그 곳에 뭔가 장치가 되어 있음을 알고는 2주일 동안 노력 끝에 이곳에 들어올 수 있 게 된 것이다. 그들은 라이스만 모르게 이곳으로 들어오기 위해, 라이스만이 이곳 에서 나오는 것을 보자마자 안으로 들어왔다. 짙은 안개로 인해 앞이 잘 안보이는 길. 라이스만이 나온 바로 그곳으로 들어온 리 온과 크릭은 잘 보이지 않는 길을 바라보며, 당황한 듯 속도를 늦추며 앞으로 나아 가고 있었다. "라이스만이 이곳을 들락날락하는 걸로 봐서 사람들이 이곳에 갇혀 있는게 분명한 데, 왜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지?" 이렇게 중요한 장소를 지키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궁금증이 일었는지, 크릭이 조 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의 감각으로는 그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흠... 글세, 아마 이곳에 펼쳐져 있는 마법진 때문이 아닐까? 이곳을 찾을 수 없 다는 자신감 때문일지도 모르겠지. 아니면 이런 곳을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사람들을 이곳에 부르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리온의 말에 크릭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체크했다. 미로 같은 갈림길이 꽤 많이 나오는 까닭에 그는 계속해서 작은 표시로 지나온 길을 잊지 않 으려 했던 것이다. 그렇게 리온과 크릭이 라피에르에게 다가갈 때쯤, 라이스만은 드루젤의 호출을 받아 그의 방으로 가는 길이었다. ---------------------------------------------------------------------- 여..연참임돠~~~ =_= ㅎㅎㅎㅎ 뿌..뿌듯해라...캬캬캬캬~~~ ^^;; 그럼, 즐독해주세용~~~ (흐미 졸리븐 것이여~~오늘 셤이 있었는데.. 그것은 어찌될지~~ 캬캬캬~~) ^^ [번 호] 21047 / 21101 [등록일] 2001년 11월 17일 12:56 Page : 1 / 34 [등록자] ANAK1000 [조 회] 316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30-4 ─────────────────────────────────────── 라피에르는 어둠 속에 갇힌 이후, 아리아와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눴던 대화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대화로 예전에 잃어버렸던 순수함을 다시 되찾을 수는 없었다. 이미 그는 태어난 이후, 어머니의 품이라는 것을 느껴 본 기억이 없이 나이에 비해 정신이 훨씬 빨리 성장해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런 라 피에르가 아리아와의 대화를 얼마간 했다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라피에르는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아리아에 대 한 용서를 마음속에서 하고 있었다. 이성에서는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지 만! "음... 늦는군." 라피에르는 리온, 크릭과 헤어졌을 때의 다급했던 상황이 떠올랐지만, 그 둘에 대 한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다. 그들의 능력이라면, 무사히 드루젤의 손길에서 벗어 날 수 있었을 테니까! 그는 자신을 구하려고 무모하게 덤벼드는 그 둘을 구하기 위 해 꽤 힘들게 드루젤에게 반항을 했었다. 만약 그가 그런 반항을 하지 않고, 그 둘 의 도움을 바랬다면 그 둘과 라피에르는 드루젤에게 모두 잡혔을 터였다. 하지만 라피에르는 그런 계산을 머릿속으로 빠르게 돌리며, 그들에게 후일을 기약하라는 뜻을 전하고는 그 둘의 도망을 도운 것이다. 그리고 그 뒤 드루젤에게 잡힌 라피에 르는 다행해 목숨의 지장은 받지 않으면서, 이곳에 갇히게 되었다. 즉 어둡고 습한 방이었지만, 라피에르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리온과 크릭을 기다릴 수 있었던 것 이다. 라피에르에게 언제나 충성스런 그 둘이 있었기에 어쩌면, 그는 이런 어둡고 으스스 한 방안에서 아무런 걱정도 없이 지낼 수 있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들의 올 때 가 되었는데도, 아직 소식이 없자, 라피에르는 슬슬 그 둘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이곳을 못찾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 갇힌 이후 라피에르는 아리아의 말대로 이곳에 과거 꽤 큰 힘을 갖고 있던 귀족들이 많 이 갇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곳에서 나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만 나간다면! 저들을 모두 구해 나가는게 힘들긴 하겠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라피에르는 자신이 이곳에 갇혀 저들을 만날 수 없었다면, 그는 아마도 자신의 뜻 과 같이할 세력을 얻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잠깐이긴 했지만 저들이 이곳에 가둔 드루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비록 저들이 드루젤에 의해 이곳에 갇히게 되 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매우 커다란 세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라피에르는 잘 알 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에서 그런 그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고! 이제 이 곳만 빠 져나가게 된다면, 자신에게 없었던 세력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에 라피에르는 서서 히 몸이 흥분되어 가는걸 느껴야만 했다. 그렇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던 라피에르는 갑자기 들리지 말아야 할 소리가 꽤 가 까운 곳에서 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하루에 단 한번만 열리는 문 이 지금 두 번째 소리를 내며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나 이곳에 누군가가 들어와 식사를 주고는 간다는 것을 라피에르는 지겨울 정 도로 잘 알고 있었다. 비록 그 누군가의 방문이 시간을 정해놓고 왔다가는 건 아니 었지만, 하루에 단 한 번이라는 규칙은 깨지 않고 있었다. 그랬기에 라피에르는 얼 마 전 이곳을 왔다간 그의 방문을 생각하고 지금 다시 들려오는 문소리를 의야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서..설마 그들이 온건가?" 리온과 크릭을 생각해낸 라피에르는 긴장된 마음으로 누군가의 접근을 가슴조린 상 태에서 듣고 있었다. 사실 그런 긴장감은 이곳에 갇혀 있는 사람들 모두가 갖고 있 는 것이었다. 그들은 지금 라피에르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것을 생각하며, 혹시?라 는 희망을 품고 이곳에 들어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긴장된 상태에서 기다리고 있었 던 것이다. 스륵 스륵. 사람의 발자국 같은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지만, 너무도 작아 라피 에르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그는 그 소리가 두 명이 내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정말 그들이?!" 라피에르는 이곳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미소라는걸 만들려 하고 있었다. 두근두 근 떨리는 긴장감을 느끼고 있을 때, 일부러 발자국 소리를 줄이던 그 둘이 갑자기 커다란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불렀기 때문이었다. "라피에르 저하! 어디계십니까!" 그 목소리는 라피에르가 익히 알던, 리온과 크릭이 맞았다. 그 둘의 목소리는 그 안에 갇혀 있던 사람에게 엄청난 환영을 받았는데, 그것은 그들이 자신들을 이곳에 서 꺼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여기다!" "저하!" 기쁜 목소리로 달려오는 그들의 소리에 라피에르는 기어이 입가에 짙은 미소를 만 들고 말았다. 자신의 양팔이라 할 수 있는 그 둘이 자신을 찾아온 것이었다. 자신 이 그들을 필요로 할 때! 리온과 크릭은 이 건물 안에도 지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안 이후, 라피에르를 찾 기 위해 소리를 질렀었다. 다행히 자신들이 서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라피에 르가 있어 그들은 생각 외로 쉽게 자신들이 찾고자 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라피에르 사이에 존재하는 육중한 문 때문에 라피에르의 목소리만을 들어야만 했다. "저하! 몸은 괜찮으신 겁니까? 어디 다치시거나 하진 않으신 겁니까?" "지금 바로 구해드리겠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모시는 라피에르가 갇혀 잇다는 사실에 분노했지만, 견고한 문은 그들의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그들이 갖고 들어온 검으로는 흠집조차 내기 어려웠던 것이다. 카카캉! 카캉! 검으로 문을 때리는 소리가 한참동안 건물 안을 요란하게 울렸지만, 리온과 크릭은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그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문에 검을 갖다 대려고 할 때! 가까운 곳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그들의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문은 마법이 걸려 있는 것이므로, 그런 무식한 방법으로는 열 수 없어요. 설마 시간과 체력을 그런 곳에다 낭비할 정도로 어리석은 것은 아니겠지요?" "......!" 리온은 여인의 목소리에 순간 몸이 굳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좀 전에 들렸던 목소 리는 들어볼 기회가 많지 않아 몇 번 들어보지 못했던 바로 그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상한 듯 하지만, 권위가 느껴지며 듣는 이로 하여금 거부할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 리온이 아는 한 그런 목소리를 갖고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밖에 없었다. 그것을 알았기에 그는 크릭과 달리 몸을 굳힌 채 경악스런 표정을 지어 보인 것이다. "이곳을 여는 방법은 단 하나일 겁니다. 사람들이 이곳에 갇히기 전 그들을 가두는 사람은 언제나 이곳 끝에 위치한 곳에서 뭔가를 꺼냈으니까요. 아마 그곳에 열쇠 가 있을 것 같군요. 이 커다란 문을 열 수 있는!" 조용조용한 목소리가 끝나버렸지만, 리온은 그 목소리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하 지만 그녀의 목소리에 라피에르가 대신 대답을 해줬다. "태후 전하, 그렇습니까?" "내가 이곳에 들어와서 사람들의 행동을 소리로 들은 바로는 그런 결론이 나더구나 " "흠~. 리온, 크릭! 들었으면 움직이지 않고 뭐하는 것이냐!" "네..네!" "네!" 그 둘은 태후라는 단어에 잠시 언 것 같았지만, 이내 문을 열 수 있다는 방법을 상 기하고는 빠른 속도로 건물의 끝, 막혀있는 벽을 뒤지기 시작했다. "열쇠를 그리 허술하게 놓아둔게 이상하군요?" 의심스럽다는 라피에르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아리아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곳으로 들어오는 길은 사람들의 접근이 불가능 것이다. 즉, 이곳에 들어와 사람 들을 구하는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말이지. 뭐, 지금은 그 불가능이 가능으로 변해버리고 말았지만. 아마도 라이스만은 이곳에 들어와 사람들을 구해줄 수 있는 가능성은 배재해 버린 듯 하다." "음...그렇군요." 라피에르는 리온과 크릭이 갖고 온 열쇠는 확실히 아리아가 말 한 대로 문을 열 수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말한 장소에 열쇠가 있었는데, 이는 그들에게 시간을 단축 시켜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 안의 모든 사람들을 꺼내주기 위해서는 그런 시간 단 축도 그리 크진 않았다. 라피에르는 희미하게 빛나는 불빛에 눈이 부신 것을 느끼 며, 어두운 석실을 나왔다. 어린 나이에 이런 곳에서 거의 한 달간 갇혀 있었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곳을 유유히 빠져나오며, 초췌한 사람들을 이곳에서 내보내기 시작했다. "리온! 크릭! 네가 저들을 안전한 곳까지 모셔다 드려라! 드루젤의 손이 안 닫는 곳에서 세력을 키우기 위핸 저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하께서는?" "라피에르는 걱정하지 말아요!" 어두운 석실을 나온 아리아는 자신의 몸에 걸쳐져 있던 검은색 로브를 벗어 라피에 르에게 건냈다. "이게 무엇입니까?" 의야한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지만, 아리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런 사람들의 표정을 무시해버렸다. "이건 어둠의 망토 스노플이다. 네가 이곳을 빠져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야! 단 주의할 것은 뒤에 달린 모자까지 모수 써야 그 효능이 발휘된다는 것이다." "스노플이요?" 라피에르는 아리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는지 두 눈동자만을 깜박이고 있었다. "너의 모든 것, 기척, 그림자까지 감춰줄 수 있는 물건이다! 이게 있다면 이곳을 혼자서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라피에르는 아리아의 말이 끝나자, 그녀가 자신의 어깨에 걸쳐준 검은색 로브가 매 우 귀중한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스노플이라는 로브를 입는 순간 아리아의 체온을 느끼며, 이 로브가 그 자체로 귀중한 것보다는 아리아가 준 것이 라는 것에서 더 큰 귀중함이 느껴지는 듯 했다. "이걸 왜 제게?" "내게는 필요치 않은 물건이다." 그녀는 라피에르의 시선을 무시하고는, 리온과 크릭을 움직여 사람들을 내보내게 만들었다. 그것은 왠지 불길한 생각이 들어 시간을 서둘러야만 할 것만 같았기 때 문이다. 라피에르도 그런 그녀의 뜻에 따라 그 둘을 먼저 보내버렸다. 사실 그는 그들을 따라 이곳을 빠져나가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라피에르는 그럴 수 없었는 데, 그것은 계속해서 이곳에 남겠다는 아리아의 말 때문이었다. "왜! 대체 왜 이곳을 나가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난 이곳을 나가서 할 일이 없다." "태후 전하!" "......" 아리아는 흥분한 듯한 라피에르의 반응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지만, 그 주변이 너무 어두워 라피에르는 그 잔잔한 미소를 볼 수 없었다. "어서 가거라. 내가 가면 짐만 될 뿐! 난 이곳에 있겠다!" "...태후 전하..." "가보거라." 단호한 아리아의 말에 라피에르는 가슴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발걸음을 돌려버 렸다. 자신이 그녀에게 갖는 감정은 직므 그가 느끼기에는 익숙치 않은 것이었으므 로. 그런데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라피에르의 무거워진 마음에 돌을 얹어 버렸다. "흥! 소란이 일어난 것 같군! 라이스만! 가서 도망간 이들을 다시 붙잡아 오도록!" 인기척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 라피에르의 발을 붙잡아 버린 것은 바로 드루젤이었 다. 그는 오랜만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음을 알고는 이곳을 찾아온 것이었다. 아 리아와 이야기를 해보려는 생각으로... 하지만 그는 라피에르와 도망가려는 아리아를 보고는 그런 생각을 저 멀리 날려버 리고 말았다.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네게 맡기려 했지만, 아무래도 내가 직접 손을 써야 할 듯 하군. 넌 가보거라!" "네!" 라이스만은 드루젤의 능력을 믿는 것인지, 아무말없이 그곳을 빠져나가 리온과 크 릭, 그리고 이곳에 있었던 사람들을 쫓아갔다. 라이스만이 건물을 나가고 나자, 드 루젤이 서서히 입술을 열며 말을 시작했다. "어미니, 이제는 라피에르를 이용하려는 건가요? 왜 제가 아닌 라피에르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하십니까?" 드루젤은 아리아가 라피에르를 걱정하는 듯한 목소리를 이미 들어 그녀의 마음이 어떻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아리아에 대해 커다란 배신감만을 맛볼뿐 다른 것은 전혀 가슴에 와 닿지 않고 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흥! 라프에르는 힘이 없습니다. 어머니! 제가 어머니의 뜻을 거슬렀기 때문에 다 루기 쉬운 라피에르에게 손을 내미는 모양이신데, 크큭! 라피에르도 언젠간 그런 어머니를 배신할테니 그냥 저한테 오시지요!" 드루젤은 지금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도와주었던 아리아가 한 순간에 라피에르에게 로 그 방향을 바꾼 것 같아,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상태였다. 사실 그가 이곳에 라이스만과 온 이유는 아리아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언제나 아 리아가 하라는 데로 해온 그로서는 현재, 혼자서 왕으로서 사람들의 존경과 우러름 을 받고, 더 나아가서는 대륙을 하나로 통일하려는 결과를 눈앞에 보고 있다는 것 을 그녀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인정받으려 했던 여인은 자신 이 아닌 라피에르로 그 대상을 바꿔버린 모양이었다. 부들 부들 떨리는 안면 근육이 지금 드루젤이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알 수 있게 했지만, 라피에르는 그에게서 빠져나갈 생각으로 그런 것들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런 라피에르의 모습을 지켜보던 드루젤은 갑자기 지금까지 일으키고 있던 안면 근육의 경련을 거짓말처럼 없애버렸다. "라피에르! 너마저 내 것을 빼앗아 갈 줄은 몰랐다. 리넨이 말썽을 일으켜 그에게 서 내 것을 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크큭! 하지만 네게서는 금방 빼앗 을 수 있을 것 같구나!" 떨림이 멈추자, 그의 목소리도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르게 바뀌어 있었는데 왠지 듣는 이로 하여금 소름돋게 만드는 그런 종류의 목소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에 게 있어 아리아는 자신의 야망을 제약하는 존재였지만, 그와 동시에 마음의 지주였 던 것이다. 그런 마음의 지주가 자신이 아닌 동생에게 그 시선을 돌렸으니! 드루젤 의 입장에서는 매우 귀중한 존재를 빼앗겨버린 것과 같은 것이었다. "드..드루젤?" 갑작스런 드루젤의 변화는 아리아가 순간 눈앞의 존재가 자신이 알던 아들이 맞는 지 의심이 들게 만들 정도였다. "크큭! 어머니께서는 좀 기다려주시지요. 전 제것을 빼앗아가는걸 이제 지켜만 보 고 있지 않습니다. 다시 되찾아 와야지요! 크큭!" "드루젤!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아리아가 옆에서 따끔한 한 마디를 건냈지만, 드루젤은 사악해보이는 웃음만을 지 어보일 뿐 라피에르에게로 그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 순간이었다. 아리아는 눈앞의 드루젤의 모습에서 자신이 아는 다른 하나의 모습 이 겹쳐져 보인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흔히 악마라 볼리는 족속으로, 자신과 계약을 한 존재와 말이다. 희미한 불빛 사이로 언뜻 언뜻 보이는 드루젤의 눈빛이 아리아에게 익숙한 존재와 같은 눈빛임을 확인하자, 그런 생각은 그녀에게 확신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서..설마, 네가 나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건 아니겠..지?" 아리아는 떨리는 몸을 진정시켜려는 듯 두 팔로 자신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고개를 세차게 가로 저었다. "아..안돼, 안돼! 드루젤마저 나와 같은 길을 걷게 해서는!" 아리아의 혼잣말이 꽤 크게 들려왔지만, 드루젤은 그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라피에르도 그 목소리를 들을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갑작스런 드루젤의 공격에 몸 을 피해야 했으므로! 아리아는 인간이 낼 수 없는 광기를 흘리면서 라피에르를 공격하는 드루젤을 보며, 확실히 그의 움직임이 너무도 빠르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했다. 평소 자신의 몸 단 련에 그리 큰 시간을 투자하지 않던 드루젤이었다. 그런데 지금 꾸준히 검술 연습 으로 자신을 단련해온 라피에르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으니! 라피에르도 그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눈앞의 인물이 자신이 아는 바로 그 사람이 맞나?라는 의문이 강하게 들 정도로 그는 혼란스러움을 겪어야만 했던 것이다. 자 신의 몸에 상처내기를 꺼려 자신을 이곳에 가둔 드루젤임을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 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이 돌변해 이렇게 너무도 쉽게 칼을 휘두르고 있었으니! 샤~악! 어디서 난 것인지 드루젤의 손에는 예리해 보이는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순간의 본능으로 몸을 뒤로 빼긴 했지만, 라피에르는 드루젤의 단검에 앞의 옷자락을 내줘 야만 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드루젤의 손에 들린 단검 은 마치 길고 날카로운 검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라피에르를 공격해 들어가고 있었 기 때문이었다. 그런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리아는 빨리 둘 사이를 막지 않으면, 누군가 크게 다 칠 것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미 그녀의 눈에 드루젤은 이성을 잃 어버린 악마의 꼭두각시처럼 보이고 있었으므로! "라피에르! 로브의 모자를 써라! 그리고 소리를 죽여! 그래야 드루젤이 네 존재를 못 느낄 것이다!" 아리아는 크게 소리를 치고는 몸을 날려, 드루젤의 몸을 뒤에서 끌어안아 버렸다. 잠시나마 그이 몸에 제약을 주면서 라피에르를 이곳에서 보내기 위해서였다. 파팟! 그렇게 드루젤의 몸에 제약을 가하려던 아리아는 드루젤의 팔힘에 의해 뒤로 넘어 지면서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하지만 그 잠깐의 틈으로 라 피에르는 아리아의 말대로 스노플을 뒤집어 쓸 수 있었다. 스륵! 순식간에 라피에르의 모습이 희미한 불빛 사이에서 사라져 버렸는데, 신기한 것은 어두운 그림자마저도 그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다. 라피에르의 기척마조도! 라피에 르가 텔레포트를 하기라도 한 듯 눈앞에서 그 모습을 감춰버리자, 드루젤은 광기를 더욱 증폭시키며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크오와~~~악!" 마치 단 하나의 이성마저도 잃어버린 듯, 아까보다 단검을 휘두르는 것이 훨씬 막 무가내로 변해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허공을 가르는 드루젤의 단검에는 힘이 실려 있었는지, 꽤 날카로운 소리가 건물 안에서 꽤 크게 울려 파지고 있었다. 휙~!휘~익! 그런데 그때였다. 드루젤의 화풀이를 위해 휘둘렀던 단검에 뭔가가 찢어지는 소리 가 들려왔다. 찌~이익! 뚝뚝! 아무래도 그 앞에 있던 라피에르가 미쳐 몸을 다 피하지 못한 모양이었는데, 상황 이 이렇게 가자, 드루젤은 라피에르의 존재를 바닥에 떨어지는 핏방울의 소리로 알 수 있어 공격하는데 큰 지장이 없어지게 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상처로 인해 움 직이기 어려운 라피에르가 드루젤의 손에 죽임을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 미 드루젤의 눈에는 광기 이외의 것은 보이지 않고 있었으므로! "아..안돼!" 아리아는 다급함을 느끼며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몸을 바닥에서 일으켜, 드루젤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드루젤의 모습이 누군가의 수작임을 크게 깨달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자신이 얼마 전까지 저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으 면서 부터였다. 빠른속도로 드루젤의 손을 막은 아리아는 아까와 비슷한 방법으로 드루젤의 몸에 제약을 가했다. 아무것도 할 줄 아는게 없는그려로서는 몸으로 드루젤을 막는 방법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이성이 사라져버린 드루젤은 그런 아리아에게 도 단검을 휘두르며, 그녀의 몸을 자신에게서 떼어내려했다. 슈~각! "안돼~!" 라피에르의 목소리가 순간 그곳을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졌지만, 이미 그 소리는 드 루젤의 검이 아리아의 복부에 길다란 상처를 내고 있었다. "크~윽!" 아리아는 갑자기 밀려오는 고통에 한 손을 드루젤에게서 뗄 수 있었지만, 이대로 라피에르를 죽게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녀는 남은 한 손으로 드루젤의 옷을 잡아 당겨버렸다.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하지만 그녀의 그런 노력은 드루 젤의 또 한번 시작된 단검의 움직임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샤~악!" 촤라라락! "크~아!" 아리아의 손목이 드루젤의 단검에 의해 예리하게 잘리면서, 아리아의 몸과 분리가 되었는데, 그 순간 검의 움직임과 거의 동시에 아리아의 손목에서 꽤 큰 피의 분수 가 쏟아져 내렸다. 그 모습을 지켜본 라피에르는 순간 눈앞의 장면을 믿을 수 없었다. 드루젤의 모습 이 변한건 둘째 치더라도,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라피에르는 드 루젤이 미쳤다고 해도, 지금의 상황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자신이 미워하던 아리 아였지만, 자신을 위해 죽어 가는 것도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아리아의 몸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본 이후, 라피에르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곧 이어 들려오는 아리아의 목소리에 괴롭지만 다시 현실로 정신을 불러와야만 했다. "라..라피에르..크윽! 어..어서! 어서 떠나라...큭!" 심하게 떨리면서 들리는 목소리였지만, 라피에르는 천둥소리보다도 더 크게 들을 수 있었다. 그 소리가 귓가에 들리자 마자, 라피에르는 뜨거운 뭔가가 자신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입술을 작게 벌리며 아리아를 불러보았다. "어..어머니..." 그는 자신이 아리아를 어떻게 부르고 있는지조차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단지 어머니라는 말만을 계속 반복하며, 아리아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 모습에 아리아는 가슴에 뭉쳐있던 커다란 응어리가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행동 때문 에 생겨버린 응어리가 풀리는 것을! 그리고 그녀는 그와 동시에 단검에게서 얻은 상처들의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감정이 그녀의 모든 신경을 지배해 버린 듯 상처가 전혀 아프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그녀의 고통스러웠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미소까지 생겨나고 있었다. 하지만 아리아는 그 미소를 오래 지을 수 없었다. 점점 빠져나가는 힘이 그녀의 얼굴 근육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가..가거라..." 하지만 아리아는 마지막 힘을 짜내 라피에르를 이곳에서 내보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방법을 써서... 라피에르도 아리아의 그 뜻을 안 것인지, 오른손으로 복부를 움켜쥐고는 자신을 쳐다보는 아리아의 맑은 눈빛을 한 번 보고는 몸의 방향 을 틀어버렸다. 더 이상 자신이 이곳에 있어봤자, 그녀의 뜻을 거르는 것밖에는 되 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피에르의 몸에는 스노플이 입혀져 있어, 그가 움직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리아는 마치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라피에르의 몸이 방향을 틀자마자, 지금까지 악을 쓰며 들고 있던 고개를 힘없이 아래로 떨궈버렸다. 마치 더 이상은 힘들게 버티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 드루젤은 라피에르가 완전히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자, 분노해 눈앞에 보이 는 것들을 마구 도려내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행동에 굳어버린 피가 그의 몸과 석 실 바닥에 튀었지만, 그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듯 했다. 아니 안다고 해도 그리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지금 그에게는 그런 것들보다는 저 깊은 곳 에서부터 쉴새없이 올라오는 파괴의 감정을 풀기에 바빴으므로... 드루젤은 그 후 온 몸의 체력이 바닥날 때까지, 그곳에서 손에 쥐어진 단검을 갖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파괴해버렸다. --------------------------------------------------------------------- 히유~ 드뎌 아리아가 죽었군요....^^:;; 쓰고 보니, 좀 잔인한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는게....T^T 불쌍해라~~~ 암툰~ 몇 안된는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사라졌습니다~ ^^:;;; 음... 이번 것은 좀 길죠? ^^;; 자를 곳이 없어서 그냥 이어서 넣었습니다~~ 그럼, 즐거운 하루 되시구요~ 빠시~ (이상한거 있음 알려주세용~ 바빠서 그냥 써서 바로 올리는 것이라..^^;;;) [번 호] 20978 / 20985 [등록일] 2001년 11월 21일 11:11 Page : 1 / 10 [등록자] ANAK1000 [조 회] 131 건 [제 목] [연재]<연금술사>-30-5 ─────────────────────────────────────── 대공과의 면담은 생각 외로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갑작스런 법황과의 만남으로 그가 저택에서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었다. 웬만한 일이라면 우리 일행과의 대화를 끝내고 가도 되는 일이었지만, 사항이 급한 모양인지 그는 저택을 떠난 이후 우리 에게 이곳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남겼을 뿐이다. "대체 우릴 뭘로 보는 거야? 흥!" 트레모스의 투덜거리는 말이 흘러나왔지만, 난 지금의 상황에 대해 별로 화가 난다 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서둘러 어디를 가야 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편안한 곳 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휴식이 란 공 주의 개입으로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다. 새로운 일행으로 받아들이진 란은 공주라는 호칭을 빼고 부르게 되었는데, 그것은 자신은 크로와 왕국과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길 원하기 때문에 그렇게 불러달라 고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나와 라이너와의 체스를 몇 번 보고 난 이후 내게 그것 을 가르쳐달라고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란은 처음 크로와 왕국에서 봤을 때는 다 소곳한 공주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다시 두 번째 대면을 했을 때 는 엄청 차가운 감정의 사람인가 보다라고 다시 생각을 고쳐야만 했다. 그러나...! "흠~. 그런 방법이 있군!" 지금처럼 가끔 순수한 표정을 지어 보일 때는 지금까지 내가 그녀에 대해 내린 결 론이 흔들리기도 한다. 체스판을 내려다보며, 신중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란을 보며 난 결국 그녀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기로 하고는 란의 말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줬다. 이곳에서 머문지도 아제 근 일주일이 다되어가고 있었는데, 신기한 사실은 그 얼마 되지 않는 사이에 란이 많이 변해버렸다는 것이었다. 우선 흉측한 얼굴은 그렇게 하고 다닐 필요를 못느낀 것인지, 원래대로 되돌아와 있었고, 무뚝뚝한 말도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마치 바닷물이 못들어오게 벽을 만들고 고립되어 있다가 서서 히 그 물을 받아들이며 적응하는 것처럼 그녀의 모습은 조심스럽게 변해가고 있었 던 것이다. 그런 변화를 트레모스 녀석도 느낀 것인지, 란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나아진 것 같았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는 거로 생각을 하고는 란에게 체스를 가 르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소리 때문에 나는 몸을 일으켜 창밖을 쳐다봐야만 했다. 대공이 저택으로 돌아온 모양이었는데, 그 옆에 데칸티스와 엘벤트의 모습도 보였 다. '흠~. 뭐지? 표정이 굳어 있는게, 심상치 않은 일이라도 생긴 건가?' 나는 그들이 모습에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는 고개를 흔들어 버렸다. 저들의 일과 나는 관계가 없음으로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대공은 저택에 들어온 이후 곧 우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것은 거의 형 식적인 것들뿐이었다. 이미 데칸티스, 엘벤트로부터 우리가 유투 왕국과는 별로 관 계가 없다는 것을 이해한 것인지 그것에 대해서는 거의 물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대공은 우리들의 능력을 탐내면서 우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마치 도와주지 않을 시에는 폴보트 시의 건물 파괴를 우리에게 덮어씌울 것처럼 이야기 를 하면서 말이다. '흠~. 그거야 원래 트레모스가 한 것이니, 별로 억울할 것은 없지." "죄송합니다. 저는 전쟁에 끼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나는 단호한 어조로 그의 말을 거절해버렸다. 이곳에서 충분히 쉴 만큼 쉬었겠다, 더 이상 이들과 연관된 일은 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하 지만 그 뒤를 이어 나온 대공의 말은 이런 내 결정을 크게 흔들고 있었다. "음... 내가 자네들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이유는, 내 욕심 때문이 아니라는 말이네 ! 지금 이 전쟁은 잘못하면, 대륙의 평화를 깰 수도 있는 것이기에 그러는 것이네! " "흠. 제가 도와드린다고 해도 별 도움은 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전 평화에 별로 큰 관심이 없습니다." 내 단호한 말에 대공의 표정이 심하게 굳어졌지만, 그는 인내심을 갖고 내게 다시 말을 걸어왔다. "많은 도움을 바라는게 아니네! 단지, 엘벤트와 데칸티스와 같이 유투 왕국의 라피 에르를 무사히 이곳으로 데려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네!" "......!" 순간 나는 대공의 말에 온 몸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그..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는 당황한 듯한 내 모습을 잠시 의야스럽게 쳐다보더니 곧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 갔다. "이건 일급 비밀에 해당하는 것이네! 엘벤트가 자네들 일행을 아주 괜찮게 봐서, 내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내 부탁을 들어준다고 하게! 그럼, 말해줄테니!" 내가 잠시 흔들리는 것을 눈치챘는지, 대공은 머리를 굴리며 내 발을 붙잡고 있었 다. "흠. 라피에르 저하라면, 라피에르 드로이드 카스프리시안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끄덕. "혹시, 그가 위험에 쳐해 있는 겁니까?"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나는 최대한 평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자네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아닌가?" 당연하다는 듯한 대공의 말! 나는 그 말에 큰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과 같은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라피에르가 대체 왜 위험에 처한 거지? 서..설마?' "하지만 라피에르는 폴보트 연합과 적대국인 유투 왕국의 왕자가 아닙니까?" 당연한 의문이 내 입에서 나왔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변한 이유에 대 해 설명을 시작했다. "물론, 그렇지! 하지만 지금 유투 왕국의 황제와 반대되는 세력을 만들어 대항할 수 있는 자는 라피에르밖에 없지! 잠시 실종되었던 라피에르가 지금 꽤 큰 세력을 얻어 드루젤과 대항을 하고 있는 실정이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할 듯 하지. 그래서 그와 손을 잡을 생각으로 자네들을 보내려 하는 것이네!" 자세한 대공의 설명에 나는 어느 정도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갑자기 불안한 감정이 뇌리를 가득 채웠지만, 난 대공에게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며 , 그의 제의를 수락했다. 위험에 빠졌다는 말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내가 아니었 기에... "언제 출발하면 되는 것입니까?" "호오~! 잘 생각했네!" ------------------------------------------------------------------------- ^^;;; 우선 죄송합니다. 이렇게 늦게 올리게 되서요..(__) 글구 넘 짧아서..지송.. 이..이것이 여기서 짤려야 해서.ㅠ.ㅠ 어쩔 수 없이..잘라버렸습니다. 음... 이제 다시 성실 연재로 갈께요~~ ^^ 홀홀홀~~ 저번에 원고 넘기고 마구 널았습니다...(---->>시인하고 있음) 거기다 밤샘을 한번 했떠니...어제는 그냥 뻗었구..에...또...(음..더 이상은 없는듯) ^^;; 그럼, 즐건 하루 되세용~ 빠시~ ps 아...7권 이 여기까지거든요? 음... ^^ 삭제는 24일 토요일 까지 해주세요~ 글구, 전편은 아무리 그냥올렸다지만, 오타 넘 많네요...ㅠ.ㅠ 흑흑